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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기사 - 경찰, 은행강도에 속수무책

 

18개월 전

저놈들이 무죄라는 게 말이나 돼?

알아요. 저도 방금 봤잖아요

워터스 갱 놈들 통째로 말야,
유유히 빠져나가버렸다고!

- 안다니까요
- 어떻게 맨날 저럴 수 있는거지?

실력이 좋은 거죠

탐욕스러운 놈들이니까
곧 다시 일을 벌일 게 분명해

그 때는 반드시 현장에서 붙잡아야 해

무슨 수로요?

 

사라진 2백만 파운드, 범인은 누구?

 

12개월 전

 

- 이미 도망쳤던가요?
- 이놈들은 우리가 언제 들이닥칠지 귀신같이 알아

어떻게 매번 눈치채는 거냐고?

그만큼 주의를 기울이는 거죠.
놈들은 뛰어나요

- 이놈들, 절대 멈추지 않을거야
- 우리도 끝까지 쫓아야죠

 

경찰, 워터스 갱 유죄 입증에 여전히 난항

 

6개월 전

 

워터스 갱, 또다시 무죄 판결

 

3개월 전

 

- 그렉!
- 현행범으로 체포해야 돼!

 

오로지 그 수밖에 없다고!
현행범 체포!

 

1일 전

 

경보기 꺼짐

 

경보기 꺼짐

해킹 탐지됨

 

경보기는 계속 차단된 상탠가?

 

네. 아주 제대로 해킹했네요

자기들끼리 뿌듯해하고 있겠는데요

당연히 그래야지

 

먼저 들어가

무슨 소리에요? 손수 체포하셔야죠.
이놈들은 대장 거라구요

- 날 대장이라고 부른 적 한 번도 없잖아
- 기분 좋게 구시면 이런 것도 해 드리는 거죠

평소엔 내가 기분 나쁘게 굴었단 뜻이야?

- 오늘은 아주 좋은 날이야
- 워터스 갱한테는 최악의 날일테죠

좋아요. 옥상에 10명 대기중이고
모든 출구 폐쇄했어요

은행 영업 시간이 끝났으니
인질 걱정도 필요 없고요

 

- 아, 괜찮아. 계속해
- 터널 입구에도 인원 배치했고요

데이비스, 윌로우, 크리스티가 마페킹 가 쪽에서
대응팀 이끌고 대기하고 있어요

- 미안, 문자 확인해야겠다
- 안 봐도 누군지 뻔하죠

도와줘요.
베이커 가
지금 당장

살려줘요

살려줘요
제발

- 저기, 나... 가봐야겠어
- 뭐라고요?

- 자네가 체포 작전 지휘해
- 말도 안 돼요!

잘 할 수 있을거야.
자네가 체포해도 난 괜찮아

대장이 체포하지 않으면
존스가 모든 공을 독차지할 거라는 거 알잖아요

 

아, 몰라. 상관없어. 나 지금 가봐야 돼

 

지원 병력! 최대로 보내!

베이커 가로, 당장!

 

무슨 일인가?

- 정말 어려워요
- 뭐가?

너무나 어렵군요.
내 생애 가장 어려운 일이에요

 

"감동적인 들러리 연설문 쓰는 법"

"감동적인 들러리 연설문 쓰는 법"
존에 대한 재미있는 얘기 뭐 없어요?

 

뭣이라?

 

결혼식에 써먹을 만한 일화가 필요해요.
근데, 바쁜데 일부러 온 거 아니죠?

 

Sherlock S3 E2
세 사람의 서명

Original Air Date: 05 January 2014

 

조용히 해요, 허드슨 부인

난 아무 말도 안 했단다

질문 생각하고 있잖아요.
부인이 생각하는 걸 보는 게 육체적으로 고통스러워요

연주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제가 연주한 거 녹음한 거예요

작곡 중이거든요

춤 추고 있었잖니

- 춤에 맞는지 확인중이었어요
- 뭘 하고 있었다고?

왜 올라오신거예요?

차 가져다주러 왔지.
이 시간엔 항상 자고 있더니만

- 부인이 아침마다 차 가져다놓으신다고요?
- 그럼 매일 아침 네가 마시는 차가 어디서 왔겠니?

몰라요. 그냥 그러려니 했죠

- 어머니께서 너한테 해주신 거 할 말이 많으시겠구나
- 음. 맞아요. 적으면 한 장은 나오죠

마이크로프트는 책 한 권이고요

 

아무튼, 드디어 오늘이 왔구나

 

오늘이 왜요?

뭐긴! 존하고 메리의 결혼식이잖니!

이미 같이 살고 있는 사람 둘이서 교회 들렀다가

파티 열고, 잠깐 어디 휴가 갔다가
계속 같이 사는 거잖아요

- 그게 뭐 큰 일이에요?
- 결혼하면 사람이 변한단다

음, 아닐걸요

넌 이해를 못하겠지. 결혼해 보지 않았으니까

 

부인 남편은 사람 둘을 죽여서 사형당했잖아요.
결혼 지지자가 되시긴 어렵겠는데요

 

결혼은 사람이 상상할 수 없는 방식으로
한 사람을 바꾸어놓는단다

사형도 마찬가지죠

나랑 제일 친했던 마가렛이라는 애가
결혼식 때 내 들러리였단다

언제까지나 가깝게 지내자고, 우리끼리 항상 얘기했었지

하지만 내가 결혼한 뒤로는 몇 번 만나지도 못했지

원래 비스킷도 같이 갖다주시지 않았어요?

- 다 떨어졌단다
- 슈퍼 다녀오시면 되잖아요

마가렛은 그 날 하루종일 울면서
"앞으로는 예전같지 못할거야" 라고 했었지

저기 저 쪽 슈퍼 문 열었어요

마가렛 말이 정말 맞았어...
그 애는 그 날도 일찍 자리에서 일어났지

누가 친구 결혼식에서 그렇게 빨리 나가고 싶어하겠니

정말 슬펐단다

그렇군요. 어쨌든 부인, 하실 일이 있지 않나요?

아니, 괜찮단다. 결혼식 준비할 시간은 충분...

비스킷이요!

정말 네 어머니와 대화를 좀 해 봐야겠구나

맘대로 하세요. 말이 안 통하실 테니까요

 

좋아, 그럼...

 

전투를 시작하자

 

결혼 축하드립니다!

거기 잠깐 서시고요.
신혼부부 사진 한 번 찍읍시다

아, 신랑이랑 신부만요

 

- 셜록...
- 아, 미안해

 

좋아요. 셋, 둘, 하나... 치즈!

 

그 유명한 홈즈 씨군요?
만나게 돼서 영광이에요

자고 싶단 소린 아니에요, 알죠?

뭐라고요?

그렇게 무서워할 필요 없어요.
그냥 장난치는거예요

신부 들러리랑 신랑 들러리랑
눈 맞고 그러잖아요

 

그런가요?

뭐, 의무는 아니고요

그런 상대 찾고 있다면
저기 파란 셔츠 입은 남자가 딱이네요

의사고, 최근에 이혼했어요.
갈색 고양이도 한 마리 키우고

 

헛간 개조한 데서 살고요.
발기부전이네요

 

- 말하고 나니, 괜히 추천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 그러게요

- 미안해요, 발기부전은 내가 나중에 추리한 거에요
- 홈즈 씨

당신 참 쓸모가 많은 사람일 것 같네요

 

안녕하세요. 와 주셔서 감사해요

- 잘 지내셨어요?
- 메리, 정말 예쁘구나

- 감사해요
- 축하한다

 

- 데이빗!
- 아아, 메리, 축하해. 너 정말...

- 정말 예뻐
- 고마워

- 존, 축하해요. 당신 참 행운아군요
- 고맙습니다

- 아, 데이빗. 여긴 셜록이야
- 안녕하세요

응, 알아. 우리...

전에 만난 적 있어

 

그래서, 안내원 역할을 하라는 게
정확히 무슨 뜻이죠?

 

일단 메리 얘기를 해 봅시다

 

- 누구요?
- 시치미 뗄 겁니까? 2년동안 메리랑 사귀었잖아요

 

그건 엄청 옛날 일이에요.
지금은 그냥 좋은 친구고요

과연 그런가요?

메리가 트윗을 남길 때마다 당신은
언제, 어디에 있든 5분 이내로 답을 하죠

알림이 뜨게 설정해놨다는 거고.
페이스북에 올린 존하고 메리 사진을 보면

항상 메리가 가운데 있죠.
존은 일부만 나오거나 아예 잘렸고

겨우 그런 거 가지고
내가 아직도 메리를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당신은 최소 3번 이상
메리가 힘들 때 나서서 위로해줬어요

그에 대해서도 변명해보시죠

 

이제부터는 그냥 메리의 좋은 친구가 되는 걸로 하죠.
1년에 정해진 행사 3회 외에는 따로 만나지 말고

메리가 존과 같이 있을 때만 만나도록 하세요

당신 연락처는 내가 전부 가지고 있으니
앞으로 감시하도록 하겠어요

 

사람들 말이 맞았군

 

당신 완전히 사이코패스야

아니, 난 고성능 소시오패스죠

당신 연락처도 갖고 있는

 

음...

 

우리 메리

 

- 완전 예뻐
- 고마워

와 줘서 고마워요

 

음, 그래. 고맙구나, 아치

아치가 참 수줍은 아이였는데
어떻게 된 건지, 홈즈 씨 만나고 나서 바뀌었어요

그게...

 

간단히 말하면
신부한테 한 번 귀엽게 웃어주고

- 신랑한테 한 번 귀엽게 웃어준 다음에
반지 교환하는거야 / - 싫어요

- 그리고 예복도 입어야 돼
- 싫어요

- 예복은 정말 입어야 돼
- 왜요?

- 어른들은 그런 걸 좋아하거든
- 왜요?

 

나도 몰라. 한 번 물어볼게

 

아저씨는 탐정이잖아요

- 그렇지
- 살인사건 해결한 적 있어요?

- 그럼, 엄청 많지
- 보여주면 안 돼요?

 

그래, 이리 와

 

저 사람 눈에 뭐가 들어있는거예요?

- 구더기
- 짱이다!

 

상으로 사진들 보여주셨다면서요?

아, 네. 말 잘 들을 때마다요

- 목 잘린 거 봤어
- 이 동네 참 예쁘네요

응? 방금 뭐랬니?

 

잠깐만요

 

잘 나왔어요

 

- 배고파 죽겠네
- 고마워요

웨딩 드레스 입느라고 살을 엄청 뺐다고요

 

흠, 저 남자 괜찮은데요

 

제일 잘 나가는 데오도란트 두 종류를 쓰는군요.
탈취 효과가 강하다고 광고하는 것들이죠

만성적으로 체취가 심하다는 건데
말인즉슨 스트레스에 시달린다는 거죠

아, 그럼 됐어요.
그럼 저 사람은요?

 

- 오래 사귄 애인이 있는데도
강박적으로 바람을 피우는군요 / - 진짜로요?

스마트폰에 방수 커버 씌운 걸 봐요

 

얼굴 탄 정도를 보면 밖에서 일하는 사람은 아니니
일 때문에 씌운 건 아니에요

 

샤워할 때 휴대폰을 가지고 들어간단 소리고

- 남들이 안 보는데서 문자, 이메일 할 일이 많다는 뜻이죠
- 당신 나랑 친구할래요?

- 범죄 해결하는 거 좋아해요?
- 집에 빈 방 있나요?

 

- 당신 누나는요?
- 아, 결국 안 왔네요

정말 유감이에요

뭐, 애초에 올 거라고 생각하고
물어본 것도 아니었어요

알콜 중독이잖아요.
이런 공짜 주점에는 안 오는게 좋죠

 

오, 이런. 세상에!

 

- 저 분은...?
- 왔네요

 

- 저 사람이 숄토 소령이군요*
- 맞아요
(*원작 '네 사람의 서명' 참조)

 

둘이 그렇게 친한 친구라면서
왜 평소에 소령 얘기는 안 하는 걸까요?

나한테는 맨날 하는걸요.
정말 한 순간도 쉬질 않아요

 

- 저 사람 얘기를요?
- 그래요

 

으! 이 와인 내가 골랐는데 최악이네

- 존이 정말 저 사람에 대해 맨날 얘기해요?
- 그렇다니까요

이렇게 와 주셔서 정말 영광입니다, 소령님

이런 데 오시는 거
별로 안 좋아하시는 거 압니다만...

자넨 오랜 친구잖나, 왓슨

 

- 얼굴 보니 반갑군
- 저도 그렇습니다

 

민간인 생활이 몸에 맞나보지?

아, 네. 그런 것 같습니다

정신과 나가는 건 끝났고?

아뇨, 가끔씩 갑니다.
그냥 마무리 수순이죠

 

치료가 확실히 도움이 많이 되더군요

 

요샌 어디에서 지내십니까?

 

아, 한적한 동네에 있지. 설명해도 모를 거야

- 좋아 보이시는데요
- 존이 저 인간 이름 말하는 거 한 번도 못 봤는데

- 저 분은 거의 수도승처럼 지내요. 언제부터더라...
- 알아요

 

솔직히 오늘 오실 줄도 몰랐어요

존 말로는 자기가 아는 사람 중
제일 사회성 없는 사람이랬어요

- 저 자가? 저 자가 제일 사회성 없다고요?
- 그러던데요

하, 그래서 그 옆에서 강아지처럼 꼬리 흔들고 있구만

오, 셜록!

우리가 존 인생 최초의 친구일 순 없잖아요

- 그만 웃어요
- 오늘은 내 결혼식이라고요!

 

그래, 무슨 일이니, 셜록?

왜 막 헉헉대는거야?

 

- 서류 정리 중이란다
- 뭔가 민망한 상황이라거나, 아님 또 운동하고 있었구나

- 후자이길 바래
- 왜 전화했니?

빨리 답을 줘, 형. 급한 문제야

- 무슨 답? / - 아무리 늦은 자라도 예수님은 구원해주시잖아?*
(*마태복음)

- 또 무슨 소리니
- 차든 전용기든 뭐라도 징발해서 와

아, 오늘이로구나, 그러고 보니

 

아니, 셜록. 네 말마따나 너무 늦었으니
구원해주러 갈 수가 없구나

너무하는군

메리랑 존이 분명 매우...

기뻐할 것이야. 내가 가면 귀찮기만 할 테니

오, 과연 그럴까

모든 잔치에는 흥 깨는 귀신이 필요하잖아*
(*셰익스피어의 "맥베스"에 등장하는 반쿠오)

 

그래서, 넌 잘 하고 있니?
중요한 날인데

 

이제부턴 널 좀 더 자주 보겠구나

- 무슨 소리야?
- 예전처럼 말이다

- 못 알아듣겠는데
- 예전같진 않을 거란다, 셜록

존하고 메리는 가정의 행복을 꾸려야지

아니, 아니야.
내 생각엔 오히려 새로운 모험의 시작인데

 

- 왜 또?
- 아무 말 않았단다

그 침묵 익히 알아. 뭐냐고?

아무튼 다시 결혼식에 집중하거라.
연설인지 뭔지 해야 되잖니?

- 빨리 말 안해?
- 케익도 자르겠다, 노래방 기계도 있겠다

하객들이랑 좋은 시간 보내렴

- 형!
- 다들 그렇게 사는 거란다, 셜록. 다들 결혼한다고

내가 경고했잖니, 결혼식에 얽히지 말라고

- 뭐? 내가 얽히긴 뭘 얽혀?
- 완전히 얽혔구만

존이 나보고 들러리 해달라는데
어떻게 싫다고 말해?

- 그게 얽힌 거란다
- 아니거든

넌 잘 할거야. 진심이란다

즐거운 시간 보내고
신랑, 신부에게 내 안부 전해주렴

 

알았어

아, 그나저나, 셜록

너 붉은 수염 기억나니?

 

난 더 이상 애가 아니야, 형

그래, 물론 그렇지

더 얽히지 않게 열심히 노력해 보렴, 셜록

 

신랑 들러리 연설이 있겠습니다

 

신사 숙녀 여러분

친지, 그리고 친구 여러분

그리고...

음...

나머지 분들

 

어...

 

그, 그리고...

 

- 그렉
- 몰리

- 갑자기 걱정되는 게 있는데요
- 이거 뇌야?

존이 셜록한테 들러리 해 달라고 하면 어쩌죠?

- 당연히 그러지 않겠어? 또 누가 있다고
- 그러니까요

- 그게 뭐?
- 그럼 셜록이 하객들 앞에서 연설해야 되잖아요

진짜 사람들이 진짜로 듣고 있을 거라고요

뭐, 무슨 일이라도 생기겠어?

 

아마 헬렌 루이즈도 똑같은 생각 했을걸요

그게 누군데?

 

몰리, 무슨 일이니?

갑자기 생각났는데요, 만약 존이 셜록한테...

들러리 연설 말이니? 걱정 말거라, 괜찮을 거란다

그냥 연설만 하면 되는 게 아니잖아요?

 

오, 그거 훌륭해!

 

허드슨 부인?

- 오, 존이구나
- 괜찮으세요?

- 셜록 보러 왔는데, 소리가 들려서...
- 괜찮단다

- 죽기 일보 직전이신 줄...
- 오, 미안하다

 

무슨 일이에요?

전보, 전보 말이다!

 

네, 뭐라고요?

아무것도 아니란다

 

그 얘기였구만

 

그렇지, 음...

 

 

자, 먼저

전보를 읽어보겠습니다

물론 진짜 전보는 아니죠. 그냥 전보라고 부르는데
솔직히 왜인지는 모르겠네요

결혼식 전통인지 뭔지

그런 건 이미 차고 넘치는데 말이에요

 

"왓슨 부부에게.
이렇게 기쁜 날 참석하지 못해 미안하네

행운이 가득하길 비네. 마이크 스탬포드가*"
(*원작 '주홍색 연구', S1 E1 '분홍색 연구' 참조)

- 오
- 아

"존과 메리에게.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해. 사랑과...

 

끈끈한 포옹을 담아. 스텔라와 테드가"

 

"메리, 축하한다...

 

왜?

우리 귀염둥이

사랑과 행복이 가득하길. 캠으로부터

네 가족들이 참석하지 못해 안타깝구나."

 

"기쁜 날...", "이렇게 기쁜 날..."

"사랑...", "사랑...", "사랑...", "사랑...", "사랑..."

대충 다 이런 내용이네요, 아시겠죠.
다들 좋아하고 있는 것 같네요

 

존 왓슨

 

제 친구, 존 왓슨입니다

 

존...

존이 제게 들러리가 되어 달라는 얘길 꺼냈을 때
저는 많이 당황했습니다

셜록?

- 아래서 웬 소란이었어?
- 아, 허드슨 부인이 엄청 웃더라고

난 또 부인이 부엉이라도 고문하는 줄 알았네

아, 그냥 웃는 소리였어

웃으면서 고문했을 수도 있지

 

지금 바빠?

아니, 그냥 시간 죽이고 있어.
담배 참으려니까 가끔은 진짜 미치겠거든

잠깐 들어가도 돼?

그래, 들어와

 

- 차 마실래?
- 아니, 괜찮아...

 

- 중요한 부탁이 있어서
- 뭔데?

 

들러리 말야

 

들러리(best man)?

- 어떻게 생각해?
- 빌리 킨케이드*
(*만화 '스폰'의 주인공)

 

- 뭐? / - 빌리 킨케이드. 캠던*의 강도살인범 말야.
그 사람이 내 생각엔 최고의 남자야
(*미국의 도시)

자선단체에 엄청 기부했는데 전혀 알려지지 않았어

병원 세 개가 폐쇄되려는 걸 개인적으로 저지하기도 했고

또 잉글랜드 북부에서 가장 뛰어나고 안전한
보육원을 운영하기도 했지

물론 오다가다 살인도 하지만
그만큼 사람들을 살리기도 하는 걸 보면

- 뭐, 균형이 맞는달까...
- 내 결혼식 말야

신랑 들러리가 필요하다고

- 아, 그래
- 강도살인범이라니

개빈은?

 

누구?

개빈 레스트레이드 말야.
좋은 사람이고, 잘 할 것 같은데

일단 그렉이야.
나랑 제일 친한 친구도 아니고

아, 마이크 스탬포드가 있네

좋은 사람이지. 근데 이런 걸 잘 할지는...

아니, 마이크 좋아.
근데 걔도 나랑 제일 친한 친구는 아니야

 

들어봐, 셜록.
내 인생에서 제일 중요하고 의미있는 날이란 말이야

- 글쎄...
- 그렇다면 그런 줄 알아

난 내가 세상에서 제일 아끼고 사랑하는
두 사람이랑 같이 결혼식장에 들어가고 싶어

알았어

 

- 한 명은 메리 모스턴이고
- 응

 

나머지 하나는...

 

너라고

 

사실 처음엔 존이 제게 부탁하는 것인줄도 몰랐어요

나중에야 이해하고서 매우 영광이었고, 또 놀랐습니다

 

전혀 예상도 못한 일이었고, 막상 얘길 들으니
주눅이 들기도 했지요

셜록

 

하지만 저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사실 이런 일은 제게 그 어떤 것보다
어렵고 부담스러운 것이지만요

나아가 저는 존이 저를 믿어줬다는 것이 고마웠고
하마터면... 뭐랄까

거의 감동받을 뻔했었죠

 

계속 그러고 있으니까 무섭잖아

그런데 보니까 이 모든걸 생각만 했고 말을 안했었더군요

 

그럼, 그러니까...

 

- 네, 네 말은...
- 그래

 

내가 너의...

 

- 제일 친한... 친구란 거야?
- 들러리라는 거야

 

그럼, 당연하지

 

물론

 

넌 내 제일 친한 친구야

 

그나저나 맛이 어때?

 

놀랍게도, 맛있는데

 

그럼 너 연설도 해 주는거다?

 

이 말 했고, 이것도 했고

이것도 대충 했고, 이것도

이것도 했고

 

 

존, 미안하지만 난 마냥 축하만 할 순 없어

 

모든 감정, 그 중에서도 사랑은
내가 가장 중요시하는 순수한, 냉철한 이성과는 정반대에 서 있지

내 생각에 결혼이란
이 병들고 타락한 세상에서

비이성적이고, 감상적이고, 겉만 번지르르하고
또 거짓된 모든 것들을 축하하는 행위에 불과합니다

오늘 우리는 우리 사회와 전 인류의 운명을 예견하는
불길한 징조를 기념하는 것입니다

 

그건 그렇다 치고, 존에 대해 얘기해 보겠습니다

그래, 제발

잘 아시듯 저는 매 사건마다
존이라는 조력자의 도움을 받았는데요

그건 제가 존이 그냥 좋아서, 또는 심심해서
데리고 다닌 게 아닙니다

사실 존은 정말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는데
제게 집착하느라 그 점을 스스로 간과하곤 하죠

사실 제 뛰어난 정신적 능력과
예리함에 대한 모든 명성은

존이 스스로 아낌없이 제공하는
놀라운 평범함과 대조 되는데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신부들은 결혼식 들러리로 대개
매우 평범하게 생긴 친구들을 선택하는데요

거기서 유사점을 찾으실 수 있습니다

사실 비교와 대조라는 건
신이 그 창조물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택한 방식이기도 하지요

사실 신이라는 것도 말도 안 되는 허구에 불과합니다

그래야 목사 나부랭이들이 취직이라도 할 수 있으니까요

 

결국 제 말의 요지는

저는 세상에서

가장 무례하고, 버릇없고

무지하고, 여러모로 기분나쁜 놈이라서
저 같은 사람을 만나는 건 엄청난 불행이란 겁니다

저는 도덕적인 것을 존중하지 않고

아름다운 것을 알지 못하며

기쁨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합니다

 

존이 들러리가 되어달라고 했을 때
제가 바로 이해하지 못했던 건

제가 누군가의 가장 친한 친구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한번도 해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확실히 존의 가장 좋은 친구는 못 됩니다

존은 그 누구보다도
용감하고, 친절하고, 현명한 사람이니까요

존을 알게 된 것은 행운입니다

존, 나는 좀 이상한 녀석이지

네 한결같은 우정과 따뜻함이 없었더라면
난 구제받지 못했을거야

나 같은 인간이 제일 친한 친구인 걸 보니
네 친구 고르는 능력은 영 별로인가봐

 

뭐, 메리를 골랐으니 꼭 그렇지만도 않네

메리, 당신은 존을 가질 자격이 있는 사람이에요

그리고 그건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찬사고요

존, 너는 전쟁을 겪었고

부상도 당했고

친구를 잃는 슬픔까지 겪었어

마지막 건 다시 한 번 미안해

하지만 오늘 너는 부인이 될 사람과
네가 구해낸 사람 사이에 이렇게 앉아있어

너를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두 사람 사이에 말야

이건 메리를 대신해서 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우린 결코 널 실망시키지 않을거야.
죽는 날까지 말야

 

- 내가 쟤 껴안으려고 하면 말려야 돼요
- 절대 안 되죠

 

아, 그렇지.
이제 존에 대한 웃긴 얘길 좀 해 볼까요

 

왜지? 무슨 일이지? 다들 왜 그러시죠?
존?

 

오, 셜록!

나 뭔가 잘못했어?

아니, 잘했어. 이리 와

 

- 나 아직 안 끝났는데
- 알아, 알아

- 그럼 좀 더 재밌는 얘길...
- 내가 앉을 때까지만 기다려라

 

자, 이제 존에 대한 웃긴 얘기를 해 볼까요

 

다들 기운을 좀 내 보시면...
더 좋겠네요

시작하겠습니다

웃긴 얘기는 존의 블로그에 가면 한가득인데요

저희가 같이 해결한 사건들이죠

물론 존이 내용을 좀
낭만적으로 보이게 만들긴 합니다만

원체 낭만적인 친구니까요

특이한 사건들이 몇 개 있었습니다

텅 빈 의뢰인 사건*
(*존의 블로그 johnwatsonblog.co.uk 참조)

 

거인의 독침 사건*
(*원작 '네 사람의 서명' 참조)

 

숙여, 존!

 

좌절스러운 사건들도 있긴 했지요

 

그게 뭐야?

 

프랑스 데카슬론 선수 하나가
정신이 나간 채 성냥갑 1872개에 둘러싸인 채 발견됐어*
(*존의 블로그 참조)

이것 빼고 전부 빈 갑이었지

 

거긴 뭐가 들었는데?

 

설명하기 어려워

 

감동적인 사건들도 있었고

 

곧 벨을 누르겠지

 

어, 아니네. 맘을 바꿨어

 

올라오려나보네.
아니다. 간다

 

돌아가네.
어, 다시 온다

- 의뢰인이야. 엄청 지루한 얘기나 하겠지.
저런 증상 본 적 있어 / - 그래?

문 앞에서 저렇게 망설이는 의뢰인은
백이면 백 연애 문제더군*
(*원작 '신랑의 정체' 참조)

방 안의 코끼리 사건*도 빼놓고 넘어갈 수 없죠
(*존의 블로그 참조)

 

하지만 오늘같은 날은

좀 더 특별한 사건을 소개해야겠지요

 

피투성이 근위병 사건 말입니다

피투성이 근위병 사건

메리, 교회 친구들한테 청첩장 더 보내야겠는걸요.
몇 장 안 되는 걸 보니

오, 보낼 친구야 많죠

고아들의 운명이죠.
가진 거라곤 친구가 전부예요

그리고 오르간 연주가 정확히
11시 48분에 시작하도록 맞춰야...

리허설 날까지 2주나 남았어요, 셜록.
침착해요

침착? 나 침착해요. 완전 침착한데

피로연 계획이나 계속 짜자고요.
이리 와요

존의 사촌은 주빈석으로 해야죠?

흠. 그 사람들 메리 싫어해요.
생각도 하기 싫어할걸요

 

- 진짜요?
- 카드도 싸구려에, 보통 우편으로 보냈잖아요

주유소에서 샀나본데. 우표도 봐요.
침도 딱 세 번 발랐네

무의식적으로 침까지 아까워했나 보군요

- 아... 그럼 화장실 옆에 앉혀야겠네요
- 좋네요

 

또 누가 나 싫어하는 거 같아요?

 

오, 다 적어놨군요. 고마워요

"귀중한 그림 도난당함"이래.
흥미로워 보인다

- 4번 테이블로 해요
- 그래요

하하. "제 남편이 세 사람이에요"래

- 그 사람은 5번 테이블이요
- 제임스 숄토 소령이 누군데요?

아, 존의 예전 지휘관이었어요.
오실지는 모르겠네요

- 오실 거예요
- 참석 여부 알려달라고 해야겠네요

- 분명 오실 거예요
- 오

"제 남편이 세 사람이에요"라니. 재밌는데

남편 피부에 난 점의 패턴이
서로 다른 세 가지래

일란성 세 쌍둥이야. 50만 건 중 1건의 확률이지.
너무 뻔하군

자, 냅킨은 어떻게 할까요?

백조 모양과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모양이 있어요

와우! 어디서 보고 만들었어요?

- 범죄 수사에는 아주 다양한 기술이 요구되죠
- 거짓말 하지 말고요, 셜록

- 예전에 종이접기 지식을 이용해 알리바이를 무너뜨린 적도...
- 난 존이 아니거든요? 거짓말하는 거 알아요

알았어요. 유튜브에서 보고 만들었어요

오페라 하우스로 할래요.
오, 전화 오네

 

여보세요?

오, 너구나, 베스

그래, 그래. 상관없지

베스면 나도 바꾸라고 할 것 같은데.
잠시만 있어봐

 

셜록은 베스라는 친구 없다는 거 알아요.
암호라는 거 금방 눈치챌 거예요

- 유튜브에서 냅킨 접는 법을 검색했다고요
- 원래 꼼꼼한 성격이니까요

- 완전 겁먹은 거예요
- 그 정돈 아니에요

겁나는 게 있으면 차라리 빨리
해치워버리고 싶어지잖아요. 그래서 저러는 거예요

왜 셜록이 우리가 결혼하는 걸 두려워하겠어요?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거예요.
계속 사건도 함께 풀 거고요

당신이 그걸 보여줘야죠.
그러니까 새 사건 찾아다주라고 했잖아요

- 노력 중이에요 / - 당신이 직접 데리고 나가요.
예전이랑 바뀐 게 없다는 걸 보여주는 거예요

 

너무 많이 접었나

 

셜록, 음

 

들어봐

 

향수 말야

 

내가 18가지나 시향을 해 봤거든?

케익도 9개나 시식을 해 봤는데
맛이 다 똑같더라

신부 들러리 드레스는 보라색이 좋은 것 같아

- 라일락
- 그래, 라일락

음, 그 외에 지금 더 결정할 건 없어

사실 지금까지 결정한 것들도
제대로 했는지 모르겠고

난 솔직히 아무 말이나 하고 있는 건데
이것도 진짜 힘들다

그러니까, 메리 다시 오기 전에, 제발...

 

아무거나 골라줘

 

- 제발 아무거나 하나 골라
- 뭘 골라?

 

사건 말야. 네 메일에 산더미처럼 쌓였다고.
제발...

- 나 여기 더 못 있겠다
- 너 사건 해결하러 나가고 싶은거야? 지금?

이렇게 빈다.
나 좀 살려줘, 셜록

 

아무 걱정 마. 내가 구해줄게

 

 

"홈즈 씨에게.
저는 왕실 근위대 소속 이등병 베인브리지입니다

개인적인 일로 이렇게 메일을 드립니다

얼핏 사소해 보이는 일이기도 해서
굳이 상관들께 보고드리지는 않았습니다

 

누군가 저를 스토킹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관광객들이 사진 찍는 건 익숙합니다.
제 직업의 일부니까요

하지만 이 사람은 뭔가 달라요.
분명 저를 감시하고 있습니다

 

하루도 안 빼놓고 제 사진을 찍습니다

소령님께 이야기를 꺼내고 싶진 않은데
너무나 신경이 쓰입니다

 

제복 페티쉬일까?
예쁜 여자애들은 다 군인을 좋아한다는 말도 있잖아

군인이 아니라 뱃사람이야.
그리고 베인브리지는 사진 찍는 사람이 남자인 것 같댔어

빨리 조사하러 가자. 제발

- 엘리트 근위병이라
- 장교들하고 병사 40명 뿐이야

왜 이 베인브리지라는 병사만 감시하는 거지?
아주 흥미롭군

- 조사하러 가 보자니까
- 그래

 

나가는 거예요?

아, 그게...
셜록이 날 좀 도와주기로 했어요

그거 사야 되잖아요. 뭐냐...

- 넥타이
- 양말

- 양말 사 오는 게 어때요?
- 그래요

- 제대로 된 걸로요
- 그럼요. 어울리는 걸로 사야죠

- 넥타이랑요
- 예복이랑요

 

아무튼 시간 좀 걸리겠네요?

- 내 코트 저기 있어요?
- 그럼요

 

잠깐만 데리고 나갔다 올게요.
머리 식힐 겸

- 그래요. 사건 찾아다 준다고 그랬잖아요
- 맞아요

- 갈까, 셜록?
- 가자

 

택시!

 

중대, 정지!

 

우향우!

 

스티븐 베인브리지 이병을 보러 왔습니다

지금은 근무 중입니다

끝나면 연락드리라고 전하지요

언제 끝나지요?

한 시간 후입니다

 

저런 것도 따로 배울까?

- 뭘 배워?
- 가려운 데 있어도 참는 법 말야

말초신경계의 구심 뉴런 때문이야

- 엉덩이 가려운 거 말야
- 아, 그래

 

왜 그 사람 안 만나는거야?

- 누구?
- 네 예전 상관 있잖아, 숄토

- 예전 상관?
- 옛날 상관 말이야

예전 상관이란 말은
현재 상관이 따로 있단 뜻이잖아

- 지금은 없지
- 없고말고

당연히 없지

그 사람 훈장도 받았던데. 전쟁 영웅이야?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많지

 

- 까마귀들을 전투에 투입시켰거든
- 까마귀?

신병들 말하는거야. 늘 있는 절차 중 하나지.
경험 없는 친구들 길들이는 거야

근데 일이 잘못된 거야

전부 죽고 혼자 살아남았어

병사들 유족하고 언론한테 완전히 폭격을 맞았지.
너보다 살해 협박을 더 많이 받을걸

과연 그럴까?

근데 네가 웬일로
갑자기 다른 인간한테 관심을 갖는거야?

그냥 너랑 수다 떠는 건데

 

싫으면 안 할게

그냥 다른 얘기 하자

 

나랑 메리 결혼한다고 해서
뭐가 막 바뀌고 그런 거 아냐, 알지?

앞으로도 계속 이럴 거라고

- 아, 그래
- 혹시 걱정하나 싶어서

걱정 안 했어

 

 

메리는 말야

내 삶을 완전히 뒤바꿔 놨어

 

정말 모든 게 바뀌었지

 

참고로 말하자면

지난 몇 년 동안
그런 사람이 딱 두 명 있었는데

나머지 하나는 누구냐면...

개자식 하나 있어

 

무슨 일로 오셨는지 말씀해 주시죠

베인브리지 이병은 개인적인 문제로
저희한테 연락한 겁니다

내 휘하 병사가 관련된 이상
개인적인 문제란 건 없어요

 

- 진짜 목적이 뭐요?
- 조사 좀 하러 왔을 뿐입니다. 합법적으로요

기자인가?

왕실 트집이라도 잡으러 온 거지?

아뇨. 신분증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는 존 왓슨 대위입니다

- 제5 노섬벌랜드 퓨질리어 연대 소속이에요
- 그래봐야 퇴역이잖아

 

지금은 중고차나 팔아먹고 사는지 아닌지
누가 어떻게 알겠어

 

베인브리지?

손님 오셨다

 

베인브리지!

 

- 그러고 보니 얼굴이 눈에 익는데?
- 네?

 

신문에서 당신 얼굴 봤어

 

그 탐정 나부랭이랑 돌아다니더만

웃긴 모자 쓴 양반 말야

 

베인브리지는 뭐 때문에 탐정을 부른거지?

내가 맘대로 말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맘대로 말할 수 없다고?
녀석은 우리 연대 소속 병사야

- 베인브리지가 탐정 놀이나 하고 있는 거라면
내 가만두지... / - 소령님!

- 소령님 / - 무슨 일인가?
- 베인브리지 말입니다

죽은 것 같습니다

 

이런, 젠장!

 

- 뭐야?
- 아니, 제가 좀 보게 해 주시죠. 전 의사입니다

뭐라고?

- 하사, 당장 체포하게!
- 뭐라고요? 나 진짜 의사예요

거짓말도 작작 해야지. 데려가

- 내가 보게 해 주세요, 부탁입니다!
- 소령님, 웬 놈이 기웃거리길래 잡아왔습니다

이제 보니 그런 거였구만?

이 놈이 베인브리지를 죽이는 동안
내 정신을 딴 데로 돌린 거지?

어떻게 죽인단 말입니까? 흉기는 어딨고요?

- 뭐라고? / - 뭘로 죽였겠냐고요.
내 몸 수색해 봐요, 아무것도 없으니

베인브리지는 열병식 끝나고 들어온지 5분도 안 됐어요.
그 사이에 와서 죽였단 말입니까?

- 베인브리지가 샤워실에 들어오기 전에 찌른 거잖아
- 아니에요

- 아니라고? / - 온몸이 젖어 있고 머리에는
샴푸까지 묻어있잖아요. 들어온 다음에 찔린 겁니다

샤워 부스는 안에서 잠깁니다.
저는 문을 따서 열었고요

- 위로 넘어간 거지?
- 그럼 내 몸도 젖어 있지 않겠어요?

소령님, 제발!
난 제5 노섬벌랜드 퓨질리어 연대 출신이에요

아프가니스탄에서 3년을 복무했고
칸다하르와 헬만드 전투에도 참전했죠

그리고 바트 출신 의사란 말입니다!
내가 보게 해 주시오!

 

고맙군요

 

자살일까요?

아니죠. 흉기가 없다고 했잖아요.
칼 말입니다

 

어디 보자

여기 복부에 상처가 있어

 

엄청나게 미세하군

사람이 찔려 죽었는데 흉기도 없고
문은 안에서 잠겨 있었단 말이지

 

- 여기로 통하는 길은 하나뿐이고
- 셜록

응?

- 이 친구 아직 살아있어
- 세상에!

- 어쩌지?
- 네 스카프 이리 줘 / - 뭐?

빨리 줘!
구급차 불러요

- 뭐라고요?
- 구급차 부르라고요, 당장!

 

어서요!

간호사, 여기 세게 누르고 있어

- 간호사?
- 너라도 써야 될 거 아냐

거기 상처 누르고 있어

스티븐? 스티븐, 정신 차려요

 

베인브리지 이병은 열병식을 마치고
갓 돌아온 상태였습니다

몇 시간 동안 서 있었을 테고, 사람들은 구경했겠지요.
아무것도 이상한 점은 없어 보였습니다

그런데 복귀한 지 몇 분도 안 되어
죽을 지경에 처했던 겁니다

복부의 상처로 인해서 말이지요

그러나 흉기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어디로 사라진 걸까요?

신사 숙녀 여러분, 한 번 고민해 보시죠.
살인자는 벽을 뚫고 들어온 걸까요?

무기는 어떻게 사라졌을까요?

그러나 이 사건에서 정말 대단한 점은
그런 것들이 아닙니다

 

그럼 뭐가 대단한지 맞춰 보시겠어요?

 

어서들 맞춰 봐요.
Q&A 코너 용으로 준비해 온 거란 말이에요

 

마침 런던 경찰국에서 나오셨습니다.
한 번 맞춰 보실까요?

그래요, 그래. 당신도 넓은 의미에서
탐정에 속하잖아요. 생각나는 거 있어요?

어, 음... 그러니까
만약에... 어...

칼, 칼날이... 어디서 날아왔을 수도...

 

환기창을 통해서라든가...

왜, 투석기 같은 걸 통해서 던졌다거나...

체구가 작은 사람이 기어들어갔다거나...

음, 그래서 우린 그, 그 뭐냐
난장이를 중심으로 조사하고 있네

 

- 놀랍군요
- 정말? / - 아니요

- 다음 분?
- 스스로 찌른 거 아닐까요?

네? 방금 누가 말씀하셨죠?
톰?

 

말씀해 보시죠

 

자살을 시도한 거예요.
피와 뼈를 뭉쳐 만든 칼날 같은 걸로요

흉기는 배를 찌른 다음에 자연스럽게 없어진 거죠

뭐랄까... 고기 단검... 같은 거요

고기 단검?

- 네
- 빨리 앉아요

틀렸어요

 

이 미궁 같은 사건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단 한 가지입니다

아주 솔직히 말씀드리지요.
바로 저 한결같은 존 왓슨입니다

제가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데 정신이 팔린 동안
존은 사람을 살렸습니다

 

미스테리를 푸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이야기들이 있는 겁니다

존은 제가 아는 가장 뛰어나고 용감한 사람일 뿐 아니라,
자기 일을 제대로 하는 사람이기도 하지요

결혼식 계획 짜는 거랑 냅킨 접는 거 빼고요.
그건 정말 못하더군요

그 사건은 제가 맞닥뜨렸던 사건들 중에서도
아주 기발하고 훌륭하게 계획된 살인미수이자

제가 아는 한 가장 완벽한 밀실 미스테리입니다

어쨌든, 이제 존 칭찬은 그만하고 좀 놀려 보죠

아니, 잠깐. 그래서 어떻게 된 건가?

- 뭐가 어떻게 돼요?
- 방금 그 사건 말야

 

유감스럽게도 저도 모릅니다

그 사건은 풀지 못했어요

가끔 그럴 때도 있습니다.
아주... 아주 실망스럽지요

당황하다보니 총각 파티* 날 기억이 떠오르는군요
(*신랑의 결혼식 전날 밤. 남자 친구들과 함께 보냄)

다 얘기하자면 밤을 새도 모자라지만
제일 재밌는 부분만 얘기해 보죠

하루살이 남자 사건

살인 현장이요?

지금까지 살인이 일어났던 장소들을...
다 알려달라고요?

- 음, 총각 파티 겸 술집 투어 할 건데 테마가 살인이에요
- 그냥 지하철역 같은 데서 하시지 그래요

거긴 뭔가 삭막하잖아요

- 우린 몰리가 시체를 찾은 곳마다 돌아다니면서...
- 술 마시겠다는 거죠? 참 좋은 생각이네요!

뭘 도와드릴까요?

내가 너무 취하면 안 되거든요.
그럼 분위기가 깨질 거예요

대학 때 화학 전공했잖아요.
혼자서 못 해요?

난 실제 경험이 없잖아요

 

그 말은 제가 술을 좋아한다는 뜻이에요?

- 종종 마신다면서요
- 내가 술꾼으로 보여요?

아니, 아니에요!

 

몰리는...

잘 지내는 것처럼 보여요

- 그래요. 잘 지내요
- 그럼 그...

 

톰이던가...?

소시오패스 아니에요

아직은 괜찮군요. 좋네요

그리고 우리 섹스도 많이 해요

 

그렇군요

존하고 내 정확한 주량을 좀 계산해 줘요.
총각 파티 망치지 않을 정도로만 딱 맞게

- 약간 붕 뜨는 기분 정도는 괜찮아요
- 옷장에다 소변 보는 지경이면 안 되겠죠

 

음... 맥주...
두 잔 주세요

- 500 두 잔 말씀이죠?
- 443.7ml요

 

- 시간까지 재면서 마셔야 돼?
- 나중에 나한테 고마워할걸

 

- 건배
- 건배

 

- 저 쪽이야
- 뭐?

화장실 말야.
내 계산에 따르면 너 이제 갈 때가 됐어

- 잠깐 있어봐. 나 화장실 좀 갔다오고
- 음. 정확하군

- 뭐라고?
- 아무것도 아니야. 갔다와

소변량
혈중 알콜농도

 

- 얼마나 걸렸어?
- 응?

소변 말야

 

- 예상되는 소변 배출량은 대략...
- 조용히 못 해?

 

빨리 한 잔만 더 주세요. 저 친구 오기 전에요

 

자, 여기

건배

 

나 담뱃재 전문가거든?*
(*원작 '보스콤 계곡의 비밀' 참조)

당신이 뭔데 내가 아무것도 모른대?

 

알았어, 알았어!
그만해!

 

진정 좀 해

 

담뱃재

 

네가 담뱃재를 알아?

 

난 세계적으로 유명하다고

 

너도 세계적으로 유명하냐?

- 아니. 난 세계적으로 유명하지 않아
- 당연하지

 

근데 내가 왜 유명해졌는지 기억도 안 나

 

범죄... 뭐 그런 거였던 듯?

 

아니, 너희들 벌써 들어와서 뭐 하니?
오늘 밤새 노는 거 아니었니?

됐어요, 허더스 부인.
지금 몇 시에요?

 

너희 나간 지 2시간밖에 안 됐단다

 

셜록 홈즈

(*각자 이마에 쓰인 이름을 맞추는 놀이)

마돈나

나 혹시 야채야?

너...?
아니면 네 이마에 붙은 거...?

안 웃기거든

그래, 고맙다

- 야채냐고
- 아니, 야채 아니야

네 차례야

 

어...

나 인간이야?

 

가끔?

가끔 인간인 게 어딨어?
인간이면 인간이고...

- 그러, 너 인간이야
- 그래, 알아. 그럼... 남자야?

- 응
- 키 커?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단 작은 듯?

흠... 친절해?

- 아마도
- 똑똑해?

- 내 생각엔 그런 듯...?
- 네 생각이란 말이지

흐음. 중요한 사람인가?

몇몇 사람들한테는

보통 사람들이 날 좋아해?

 

아니, 안 좋아해.
사람들을 좀 열받게 만들거든

알겠다

 

나 영국 국왕이지?

 

우리나라 왕 없거든

- 그래?
- 당연하지

네 차례야

 

니가 계속해도 되는데

나 여자야?

 

왜?

맞아

나...

예뻐?

이 사람 말야

 

주관적인 아름다움이란 건 말야
오로지 어린 시절의 인상과 경험, 롤모델에 의해 결정되는 거야

 

그래, 근데 나 예쁘냐고

 

사실 나도 몰라.
그 사람이 누군지도 몰라

니가 고른 이름이잖아!

신문에서 제일 먼저 보이는 이름 그냥 썼다고

너 이 게임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지, 셜록

 

난 인간이고, 사람들 생각만큼 키 크지는 않고...

또, 친절한 편이고... 똑똑하고

몇몇 사람들한테는 중요한데

사람들을 기분 나쁘게 만든다는 거지?

 

진짜 알아냈다

- 맞춰봐
- 너잖아, 너

 

의뢰인 오셨단다

 

- 안녕하세요
- 안녕하신가요

들어오시죠

두 분 중 어느 쪽이 셜록 홈즈 씨인가요?

 

음, 저는...

데이트를 딱히 즐기거나...
그렇게 많이 하는 편은 아닌데요

그 사람은 정말 괜찮아 보였어요

서로 자연스럽게 끌렸고요

딱 하루 만났어요.
저녁 먹으면서 정말 즐겁게 이야기 나눴죠

정말 근사한 데이트였어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 날 갈 데까지 가도 좋다고 생각했지만

바로 생각을 바꿨어요.
이건 특별한 인연이니까

천천히 해도 좋다고 생각했죠

서로 번호 교환했고요.
그 사람은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했어요. 그런데...

 

뭐, 어쩌면...

그 쪽은 저만큼 마음이 있었던 건 아니었나봐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전화라도 한 통 해서
그만 만나자고 말해도 되는 거였잖아요

 

결국 직접 찾아갔어요

그 사람 집으로요. 아무 흔적도 없더라고요

홈즈 씨, 저는 진짜로요...

유령이랑 데이트했던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예요

 

홈즈 씨?

 

유령 같다고요, 홈즈 씨!

지루해요, 지루해, 지루해...
아니에요!

완전 흥미로운데요

 

존, 일어나! 존

저 친구의 무례에 대해 대신 사과드립니다

의뢰인 앞에서 건방지게!

 

집주인에게 물어봤는데요

거기 살던 사람은 죽었대요

심장마비로요

이게 말이 되나요?
불과 일주일 전에 그렇게 데이트를 했었다고요

그리고 인터넷에서 이런 걸 봤어요

유령과 데이트했다는 여자들이 글 올리는
채팅방 같은 사이트예요

걱정 마세요. 10분만에 찾아드리죠

그래서 잃어버린 강아지 이름이 뭐랬죠?

- 그래, 필요하다면 나도 같이...
- 존, 일어나

으응

그 뭐냐, 게임이...

 

- 시작됐다고?
- 그래! 바로 그거야

그럼 가시죠

 

오... 여기 좋네

 

집 좋네요

 

- 뭐라도 감이 오세요?
- 네?

짚이는 게 있냐고요, 홈즈 씨

아, 그게요...

디자이너? 테이블?

의자, 가죽, 자고 싶다...

스피커, 고성능, 뭐 그 비슷한...

 

죽음? 죽었네? 해골?

나무? 파이프? 뭐지?

달걀? 의자? 뭐 이런 게 있어

 

의뢰인? 간호사? 피해자? 가디건?

 

잠시만요. 뭐 좀 꺼내고요

 

- 괜찮아요?
- 응? 아, 저 친구, 증거 중이에요

- 네?
- 증거... 응? 조사를 증거하는 중이에요

 

홈즈 씨?

 

홈즈 씨!

- 경찰 부르겠어요
- 아, 잠시만요

일어나요

괜찮아요. 이 분은 유명한 탐정 셜록 홈즈 씨에요.
이 쪽은 파트너 존 해미시 왓슨이고요

아저씨, 뭐 하는 짓이에요?

어디서 감히

범죄 현장을...

 

더럽히는 겁니까?

 

내 말이

 

- 빨랑들 일어나!
- 아, 젠장

 

- 그렉? 그렉이에요?
- 일어나. 택시 잡아줄테니

내근 경사한테 겨우겨우 이야기했어

참 나, 술도 못 마시는 주제에!
술집 문닫기도 전에 실려오는 건 또 처음 봤네

- 좀 조용히 말하면 안 돼요?
- 그렇게 못하겠어!

 

후딱 일어나

 

뭐, 어쨌든...

- 고마워... 그 뭐냐, 총각 파티
- 완전 끔찍했어

그래. 아무리 좋게 해석해 보려고 해도...

정말 끔찍했다

- 어제 그 테사라는 여자 있잖아
- 그 사람이 뭐?

유령하고 데이트했댔지.
간만에 아주 흥미로운 사건인데

굴러들어온 밥상을 차 버렸네!

 

누가 찼더라

 

- 좀 어떠니?
- 음

 

거기 그렇게 앉아 있으니
꼭 옛날로 돌아간 것 같구나

네가 좋아하는 거 만들어 봤단다.
이제는 해 줄 일도 없을테니

오, 영영 안 볼 것처럼 말하지 마세요

- 앞으로도 자주 들를 거예요
- 오, 2년 전에도 그런 말 했던 것 같은데

에이, 다르죠. 그 때는 정말 셜록이
죽은 줄 알았었잖아요

결혼하면 모든 게 바뀐단다, 존

- 정말 그런가요?
- 그럼. 다만 잘 못 느낄 뿐이지

이제 인생의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드는 것이란다

부부가 함께 살게 되면
자연스럽게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옛날 친구들은 조금씩 멀어져 가는거지

전 안 그럴거예요

존, 메리가 너랑 정말 잘 맞는 사람이라면
그것만으로도 넌 충분히 행운인거야

- 아, 그건 맞아요. 제가 알죠
- 그럼 잘 된거다

정말 사랑스런 아가씨더구나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 부인은 어떠셨어요?
- 나 말이니?

남편과 결혼하실 때
정말 나랑 맞는 사람을 찾았다는 생각 드셨어요?

아니, 뭐랄까.
우린 좀 정신없는 상황에서 급히 결혼했지

- 이러면 안 되겠다 싶었는데, 어영부영
하다가 결혼해 버렸단다 / - 그렇군요

그리고 나서 플로리다로 이사갔지

아주 재밌게 살긴 했었단다

근데 난 그이가 무슨 일을 하는지
전혀 몰랐단다. 마약이었지 뭐니

마약이요?

그이가 운영하던 게, 이름이 뭐라더라...

음, 그게...

마약 카르텔!

- 그러면서 아주 무서운 사람들이랑 어울렸지
- 당연하겠죠

딴 여자들이랑도 엄청 바람피우고 다녔더구나.
난 하나도 몰랐단다

그러다 웬 놈의 머리를 쏴 날려버려서
잡혀 들어갔는데

 

솔직히 말하면 난 잘된 일이라고 생각했단다

 

그렇군요

프랭크랑 나는 순전히 육체적인 관계였단다.
우리 서로 몸에서 손을 떼지를 못했지

그러다 어느 날 밤엔가는...

저 소리, 셜록이죠?

무슨 소리?

 

셜록 맞네요

 

으아...

"숄토는 우리 아들들의 목숨과
훈장을 맞바꾼 것입니다"

빅토리아 십자훈장의 영웅 - 남겨진 의문들:
"우리 아들은 왜 죽어야 했나요?"

 

유령과 데이트한 사람들의 모임

 

분명 더 있을거야

- 뭐가?
- 비슷한 피해자들 말야

유령들은 보통 한 곳에 집중적으로 나타나지만
이 유령은 여기저기 출장을 다녀. 봐봐

 

음...

당신은 아니에요. 당신도요

아니고, 아니고,
거기고 아니고, 아니고

아니고

거기도 아니에요

그 쪽도 아니고요

아니고, 아니고

음...

아니고

아니고, 아니고, 아니고,
아니고, 아니고, 아니고

아니고, 아니고,
아니고, 아니고, 아니고

아니고, 아니고,
아니고, 아니고, 아니고

아니고, 아니고, 아니고,
아니고, 아니고, 아니고

 

아니에요

거기도요

 

안녕하신가요

게일이에요

 

샬롯이요

 

로빈이에요

 

비키예요

 

그 남자와 어떻게 만났죠?

술집에서 저한테 다가왔어요

같은 체육관에 다녀요

버스에서 우연히 얘기하다 가까워졌어요

인터넷으로요

- 이름은?
- 아까 말씀드렸잖아요

- 그 남자 이름이요
- 오스카요

- 마이크요
- 테리예요

음...

러브 몽키요

- 본인 집에서 만났나요?
- 그 사람 집이요

 

주소는?

 

정말 별 일 없었어요

오히려... 진짜 로맨틱했고요

4일 동안 여자 넷을 만난 걸 보면
뭔가 매력이 있는 사람이겠군

정말 멋졌어요

제 이야기를 잘 들어줬어요

상냥한 사람이었어요

- 그 사람 정말...
- 너 괜찮아?

 

- 이거 안 먹으면 허드슨 부인 진짜 화 낼걸?
- 비키: 그 사람 정말...

지금 그게 문제가 아냐, 존

 

- 셜록: 미안. 계속 말해 봐요

 

- 미안. 계속 말해 봐요
- 그 사람 정말 매너가 좋았어요

이름도, 주소도 다르댔지

외모를 묘사해 볼래요?

짧은 금발이요

길고 검은 머리였어요

적갈색이었어요. 제가 좋아하는 색이에요

몰라요

 

마스크 쓰고 있었단 말이에요

 

- 부고 -
죽은 사람들의 신원을 훔쳐다 쓰는 거야

부고란에서 이름을 갖다 쓰는거지

 

역시 전부 미혼이군

죽은 남자의 아파트를 몰래 쓴 거야.
당분간 새로 입주하는 사람이 없을 거라고 추측한 거지

공짜 데이트 장소로 이용한 거군

- 토할 것 같아요
- 섬뜩한데요

- 끔찍해요
- 똑똑한데?

개자식!

 

테사: 개자식!

- 테사: 개자식!
- 셜록: 테사, 안녕하세요

테사, 안녕하세요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자면,
누구도 죽은 사람 집에 바로 들어가고 싶어하진 않겠죠

적어도 물건들이 정리되기 전까지는요

따라서 이 남자는 죽은 사람의 신원을 훔쳐서
원래 거기 사는 것처럼 꾸민 거예요

딱 하루만 그러고 나서 사라진 것도
좀 이상하지 않아?

이 자는 유령이 아냐, 존.
하루살이지. 딱 하루만큼만 사는거야

 

자, 그럼...
도대체 놈은 뭘 찾고 있던거지?

직업은요?

- 정원사요
- 요리사예요

- 간호사요
- 보안업체 직원이요

가정부예요

 

그렇군. 고용주가 똑같은 사람인 게 분명해

 

아니야. 같은 고용주가 아니었어. 젠장!

자, 다시 한 번 해 봅시다

밤 샐때 뭐 하고 놀아요?

- 클레이 사격이요*
(*공중에 원반을 던져 쏘아 맞추는 게임)
- 라인 댄스요*
(*파트너 없이 여러 사람이 줄을 맞춰 추는 춤)

- 그냥 사진들 보는데요
- 와인 마시면서 TV 봐요

던전 탐험이요

 

화장품은?

- 클라린스요
- No.7이요

- 메이블린이요
- 딱히 정해진 건 없어요

무조건 싼 거요

 

향수는?

- 샤넬
- 샤넬이요

- 샤넬이요
- 사넬

에스티 로더요

 

이상형은?

조지 클루니요

- 오, 제발
- 가정적인 남자요

- 스킨십을 좋아해야 돼요
- 잘 챙겨주는 남자요

10가지 조건이 있는데요

첫째, 다른 남자들한테 경쟁심 느끼는 사람은 안 돼요

둘째, 자신을 끊임없이 남성성만으로
정의하려는 사람은 질색이에요

 

분명 공통점이 있을거야. 분명히 있어

다들 도난당한 물건은 전혀 없다고 했죠?

 

보안업체 직원, 정원사, 요리사,
가정부, 그리고 간호사랬지

설마 낮은 계층에서 높은 계층으로
연애 상대를 옮겨가는 건가?

자기가 생각하는 서열대로?
아냐, 생각을 해 보자...

아무한테도 얘기 안 하는 비밀 있어요?

아니요

 

- 알았다!
- 뭔데?

그런 비밀 없는 사람이 어딨어?
근데 다들 1초도 안 돼서 대답했잖아

- 가야겠어요 / - 안녕 / - 가 볼게요
- 아니, 기다려요!

미안, 섹시남.
영원히 비밀로 남겨야만 하는 것도 있는 법이죠

결혼식 즐기시길 바래요

 

대체 뭐지? 왜 그 놈은 이 여자들 전부랑
데이트하고 나서 연락을 끊은 거냐고?

- 내 생각에 답은 단순한데
- 뭔데?

남자잖아

근데 왜 정체까지 바꿔 가면서 그러냐고

결혼하는 걸수도 있고

 

결혼이죠

불 보듯 뻔한 얘깁니다

이 하루살이 남자는 가정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겁니다

참을 수 없이 끔찍하고 재미없는 인간들과
고기나 먹고 TV나 보는 삶이 괴로운 나머지

자신의 기지와 재능, 힘을 이용해서
정체를 바꾸고 여자들을 만난 거죠. 이 자는...

 

다시 생각해 보니

이 사건 말고
방 안의 코끼리 사건 얘길 하는 게 나았겠네요

어쨌든, 이 사건을 통해
존이 제게 얼마나 소중한 친구인지 잘 아셨을 겁니다

제가 범죄를 해결하는 데 소질이 있다면
존은 그 누구보다 남을 잘 이해하는 능력이 있습니다

사실 저는 그게 저를 특별하게 만드는 능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지금도 그렇긴 한데요

그러니, 조언을 하자면
여러분 중 저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분이 있다면

저는 살인사건을 해결해 드릴 수는 있습니다만

사람을 살리려면 존 왓슨을 부르셔야 할 것입니다

믿으셔도 됩니다. 존은 지금까지 수 차례나,
실로 다양한 방식으로 저를 살렸으니까요

 

존의 블로그는

두 사람의 이야기이자
기상천외한 모험담의 기록이기도 합니다

살인과 미스테리, 혼란의 소용돌이지요

 

하지만 이제부터는
새로운 모험이 전개될 것입니다

더 위대한 여정이랄까요

 

신사 숙녀 여러분

잔을 채우고 일어서 주시기 바랍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메리 엘리자베스 왓슨과 존 해미시 왓슨의
여정이 시작되겠습니다

 

이 두 사람을 축하하기 위해 우리 모두가...

 

방금 뭐라고 했어요?

당신, 방금...

존 해미시 왓슨

당신이 그랬죠, 분명. 해미시라고

 

괜찮아요. 이 분은 유명한 탐정 셜록 홈즈 씨에요.
이 쪽은 파트너 존 해미시 왓슨이고요

 

어떻게 알았죠?

당신이 어떻게 존의 중간 이름을 알죠?

존은 그걸 너무나 싫어해서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는데

 

존 H. 왓슨?

그래

 

- 헨리?
- 닥쳐

 

- 험프리?
- 닥치라고

 

- 히긴스?
- 저리 꺼져!

 

내게 얘기해 준 것도 몇 년이나 지나서인데?

 

- 그거 내 출생증명서잖아
- 응

 

그리고 그 여자도 알긴 하지

 

해미시

 

존 해미시 왓슨

혹시 아기 이름 지을거면 그걸로 하라고

 

그 여자 지금쯤 어디서 뭐 하려나

 

내 머릿속에서 나가요. 지금은 바빠요!

 

그 이름이 공개적으로 쓰인 곳은 단 한 곳뿐이지

- 존 해미시 왓슨 & 메리 엘리자베스 모스턴 -
청첩장에 꼭 중간 이름까지 써야 돼?

그게 당신 이름인데 뭐 어때요

- 전통적으로 이렇게 해요
- 웃긴 이름이잖아

 

결혼식 즐기시길 바래요

 

결혼식 즐기시길 바래요

결혼식. 당신은 결혼식에 대해 알고 있었어.
더 중요한 건 청첩장을 받았다는 거지

그거 받은 사람은 100명도 안 될 텐데

하루살이 남자가 만난 여자는 다섯 명뿐이고

하루살이 남자와 만난 여자가
하필 청첩장도 받았다는 건...

- 뭐, 그냥 우연일 수도
- 오, 셜록!

 

우연이라고? 진심이니?

그런 우연은 흔치 않지

그래. 그럼 더 그럴듯한 설명은?

누군가 이 결혼식에 대해
뒷조사를 열심히 했다는 거야

- 열심히라 함은?
- 거짓말을 했지. 정체도 바꾸고

- 그 말인즉슨?
- 범죄의 동기가 있다는 거야

- 그리고 또?
- 꽤나 똑똑한 놈이야. 계획도 있고

물론 그렇지. 하지만 더 중요한 건...

 

하루살이 남자

하루살이 남자가...

오늘 이 자리에 왔습니다

 

아, 죄송합니다. 잠시...

 

새 잔으로 드리겠습니다

고마워요, 네. 고마워요

곧 뭔가가 벌어질 거란다. 바로 여기서

 

자, 제가 어디까지 말했었죠?

바로 지금일 수도 있어

 

지금 넌 좌중의 시선을 손에 쥐고 있지 않니

아, 그렇죠

모두 잔을 채우고 일어나셨군요.
좋아요, 감사합니다

그걸 잘 이용하도록

잠시만 다시 앉으실까요

 

신사 숙녀 여러분, 들러리 연설 따위는
하나도 안 중요하다고들 합니다

최대한 일찍 끝내서
하객들이 즐겁게 놀도록 놔 주라는 거죠

현명한 충고예요. 귀담아 들을만해요

하지만 오늘은 예외입니다

이제 2부를 시작하겠습니다

2부는 좀 더 액션이 가미되어 있답니다

저는 막 돌아다닐 거고요.
그래야 흥도 좀 나겠죠

하루살이 남자?

하루살이 남자?
대체 누가 결혼식에 가느냐? 그것이 문제입니다

하루살이 남자?
도대체 누가, 결혼식에 가겠다고

하루살이 남자?
필요 이상의 노력을 하느냔 말입니다

하루살이 남자?

하루살이 남자?
우리 모두가 그렇지요

하루살이 남자?
- 결혼식은 즐겁지요.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 셜록이 왜 저러죠?

뭔가 잘못됐어요

하루살이 남자?
그리고 존도 참 대단하지요

하루살이 남자?
제가 그 점을 제대로 못 짚고 수박 겉만 핥았는데

하루살이 남자?
밤새 이야기를 할 수도 있습니다

하루살이 남자?
존의 스웨터 종류가 얼마나 많고 복잡한지...
그리고 존은 요리도 잘 합니다

하루살이 남자?
특히 뭘 잘하는가 하면...
완두콩 요리라든가

 

하루살이 남자?
한 번은... 완두콩이 아니었나.
일단 저 남자는 아니고

하루살이 남자?
존은 노래도 매우 잘 부릅니다.
분명 이 중에 있을텐데

하루살이 남자?
너무 많아, 너무, 너무 많다고!

 

죄송합니다. 존에 얽힌 농담이 너무 많아서요

그럼...

 

범행 동기를 생각해 보렴

제가 뭘 하고 있었죠?
아, 그렇지

그 자는 아주 많은 노력을 했어

연설이요, 연설

 

다음에 얘기드릴 주제는...

이 모든 게 가리키는 건 결국...

 

살인입니다!
이런, 죄송. 제가 방금 살인이라고 했나요?

전 결혼을 말하는 거였습니다

사실... 그 둘은 비슷한 과정이긴 해요.
잘 생각해 보시면 압니다

당사자들은 서로 아는 사이고
둘 중 하나가 죽어야 끝난다는 점에서요

오히려 살인은 더 일찍 끝나니 좋죠

재닌? 이 남자는 어떤가요, 당신 기준에 맞나요?

이 분 여자친구는 엄청나게 불편해 보이는
새 속옷을 입고 오셨는데요

남자친구 재킷에 붙은 실이랑
목에 기름 자국은 전혀 못 보셨나보네요

이 분은 오늘 집에 혼자 가실 거예요.
또 만화책이랑 공상과학을 좋아하시는군요

그 두 분야는 시간을 확실히 투자하면
얻어가는 게 정말 많죠

제프, 신사들부터요

- 화장실로 가라니까요
- 그렉이야

- 화장실 가요
- 대체 왜?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요.
갔다올 때가 됐나보죠

출입구 전부 봉쇄해요

출입구 전부 봉쇄해요
그러게. 듣고 보니 갔다와야겠네

셜록, 혹시 연설 언제쯤 마칠 생각이야?
케익도 잘라야 하고

아, 신사 숙녀 여러분

제가 한 번 말을 시작할 기회를 잡으면
잘 멈추지를 못해서요. 바티칸 카메오스라고 아시는지*
(*S2 E1 '벨그라비아의 스캔들' 참조)

그게 뭐죠? 뭐라고 한 거예요?

조심하란 뜻이에요. 누군가 죽을지도 몰라요

뭐라고요?

하루살이 남자?

대상 범위를 좁혀

하루살이 남자?

범위를 좁혀

하루살이 남자?

범위를 좁혀야 된다고!

으아아아! 아니야! 아니야!

형은 아니야, 형은 아니야!

바로 너야

 

항상 그렇지.
존 왓슨. 날 바로잡아주는 건 항상 너야

 

- 내가 뭘 하면 돼?
- 항상 해오던 대로

살인사건은 신경쓰지 말고

사람들을 구하면 돼

죄송합니다. 잠깐 딴길로 빠졌네요.
자, 다시 본론으로 갑니다

게임을 한 번 해 볼까요.
살인 말입니다

셜록!

결혼식에서 누군가를 살해할 계획이라고 해 봅시다

- 여러분이라면 누구를 목표로 삼겠습니까?
- 지금으로선 다들 너를 고를 것 같구나, 셜록

허드슨 부인이 술을 너무 많이 드신 것 같으니
누가 잠시 잔을 치워주시면 좋겠군요

더 중요한 질문은 이겁니다.
오늘같은 날이 아니라면 죽일 수 없는 사람이 누굴까요?

목표물?

목표물?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무데서나 죽일 수 있지요

목표물?
저는 친구나 동료를 어떻게 살해할 수 있을지
실험삼아 계획을 짜 보곤 하는데요

예컨대 목표가 존이라면,
저는 독살이라는 방법을 선택할 겁니다

아무거나 잘 먹으니, 식은 죽 먹기죠

목표물?
존의 음식에 각종 화학물질을 섞은 적이 있는데
눈치를 못 채더군요

목표물?
그것 때문에 하루종일 아무것도 못 먹었는데도
전혀 모르더라고요

목표물?
레스트레이드를 죽이는 건 너무나 쉽습니다.
아직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게 기적일 정도예요

목표물?
또, 형의 집 열쇠를 갖고 잇으니
몰래 들어가서 목 졸라 죽일 수도 있어요

목표물?
아니, 진짜 그러겠다는 건 아니지만

취해도 한참 취했나봐요, 그쵸?

 

자, 그러니까

목표물?
오직 이 곳에서만 죽일 수 있는 사람은 누구겠습니까?

목표물?
결혼식은 매일 있는 행사가 아니니
자주 밖에 나다니는 사람은 아닐 거고요

목표물?
그 사람의 일상에서 이렇게 몇 달 전부터
준비되고 홍보되는 모임은 아주 예외적인 일일 겁니다

목표물?
범인에게는 특별한 기회일테고요

목표물?
또한, 그 사람의 개인적인 공간에서
살인을 하는 것은 어려웠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렇게 사람 많은 곳을
선택했을 겁니다

그렇다면, 잘 알려져 있지 않거나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 사는 사람이겠군요

아주 조용한 성격일테고

신변의 안전에 집착하는 사람일 겁니다

목표물?

목표물?
협박에 시달리는 사람일 거고요

 

- 제임스 숄토 소령이 누군데요?
- 오실지는 모르겠네요

분명 오실 거예요

요샌 어느 쪽에서 지내십니까?

아, 한적한 동네에 있지

 

병사들 가족과 언론한테 완전히 폭격을 맞았지.
너보다 살해 협박을 더 많이 받을걸

 

은둔자 같은 사람이겠죠

집에서 고용한 사람도 몇 명 없고

- 직업은요?
- 정원사요 / - 요리사예요 / - 간호사요 / - 가정부예요

보안을 기하기 위해
고용인들도 자주 교체했을 겁니다

보안업체 직원이요

아마 다들 비밀유지서약서도 작성했겠죠

- 아무한테도 얘기 안 하는 비밀 있어요?
- 아니요

하지만 커다란 의문이 하나 남아있습니다.
제일 중요한 것이죠

어떻게 하느냐입니다. 어떻게 사람들 앞에서 목표물을 죽이느냐?

당신이 목표물입니다
분명 방법이 있습니다. 미리 준비가 되어 있겠죠

홈즈 씨, 홈즈 씨!

아치, 너로구나. 한 번 맞춰보겠니?
맞추면 목 잘린 수녀 사진도 보여주마

- 투명인간이라면 가능해요
-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왜?

그 근위병을 죽이려고 했던 것처럼요.
투명인간이 투명 칼로 그런 거예요

 

- 존 해미시 왓슨 & 메리 엘리자베스 모스턴 -

 

장소

 

장소

 

계획

 

리허설

 

베인브리지?

 

베인브리지!

 

그냥 계획만 했던 게 아냐.
계획에 따라 리허설까지 했던 거야

 

신사 숙녀 여러분,
이제 잠깐 막간극이 있겠습니다

신랑, 신부를 위하여!

 

신랑, 신부를 위하여

 

숄토 소령이 곧 살해당할거야.
아직 범인도, 방법도 모르지만, 금방 일이 터질거야

 

잠시만요. 지나갑니다.
상담이 들어왔네요

 

- 여기 있어요
- 조심해요

잠시만요.
저도 좀 지나갈게요

죄송해요

 

저도 잠시만 다녀올게요.
아이고, 죄송해요

감사해요

 

어떻게 방 번호를 잊어버릴 수가 있어?
넌 기억 못하는 게 없잖아

- 기억하려면 지우기도 해야 하거든!
- 207호예요

 

숄토 소령님?

숄토 소령님!

 

숄토 소령님!

누군가 내 목숨을 노리는 건 내게 익숙한 일이오.
난 준비를 끝냈소

소령님. 문을 열어주시죠

그냥 발로 차요

들어오지 않는 게 좋을걸세

난 지금 총을 들고 있어.
불행한 인생에서 배운 건 반사신경뿐이니 걱정 말게

거기 계신다고 안전하지 않습니다.
범인은 문을 잠근다고 막을 수 있는 놈이 아니에요

투명 칼을 가진 투명 인간이라지 않았나

- 놈의 수법을 아직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소령님도 당하실 겁니다 / - 그럼 빨리 알아내게!

네, 뭐라고요?

저 유명한 홈즈 씨 아닌가!
어서 수법을 알아내란 말이네

알려준다면 문을 열겠네

지금 장난칠 때가 아닙니다, 소령님.
들여보내 주시죠. 위험하단 말입니다!

여기 있으면 자네들까지 위험해

그러니 제발, 날 내버려 두게

내 비록 부하들을 죽게 만들었다고 욕 먹지만,
민간인 피해까지 용납하는 군인은 아니야

- 어서 생각해 봐요
- 뭐라고요?

알아내면 문을 연다잖아요

- 전에도 못 풀었는데 지금 갑자기 어떻게 알아내요?
- 지금은 목숨이 달려있잖아요

- 뭐, 대체 무슨 소리예요? 아내 좀 잘 간수해, 존!
- 메리 말이 맞아

- 참 나, 너 그새 변한거야?
- 메리 말이 맞다고. 좀 닥쳐

넌 그냥 퀴즈 푸는 기계가 아니잖아.
항상 뭔가 드라마틱한 걸 원하지

저 안에 곧 죽을 운명인 사람이 있어.
게임이 시작됐다고. 빨리 생각해 내!

 

베인브리지?

 

베인브리지!

 

- 참고로 존도 드라마틱한 거 좋아해요
- 아, 알아요

숄토 소령님, 죽이러 오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소령님은
이미 몇 시간 전에 살해당하셨어요

 

- 무슨 소린가?
- 절대 벨트를 풀지 마세요

벨트를?

 

그래, 벨트였어. 베인브리지는 이미
몇 시간 전에 칼날에 찔린 상태였던 거야

바로 벨트를 통해서였지

허리 위로 단단히 둘러매는 벨트 말야

벨트 천을 통해서 작은 칼날을 밀어넣어도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지

- 벨트를 조이면 살에 바짝 붙을 테니까...
- 그래

- 그러다 나중에 풀면...
- 바로 그 때 칼날에 찔리는 효과가 나타나는 거지

범인은 그렇게 시간을 벌어서
알리바이를 만든 거야

숄토 소령님!

자네 말대로라면

 

내 제복이 나를 죽이는 건가

실로 적절한 최후로군

 

방법을 알아냈으니 문을 여세요, 소령님.
약속은 지키셔야지요

난 이제 제복을 입을 수 없는 사람이오.
특별히 허가를 받아 아직 지니고 있을 뿐

 

나는 제복을 벗고서는 살아갈 수가 없소

자네들 이야기를 들으니
바로 그 말이 현실이 된 듯하군

 

내가 죽기를 바라는 사람이 그리도 많으니
더 따지는 것도 무의미하오

 

제임스, 말도 안 되는 생각 말고
하던 짓 당장 멈추세요!

안 그러면 문 박차고 들어갑니다!

홈즈 씨, 우린 비슷한 점이 있는 것 같군

네, 그런 것 같습니다

- 죽기에 적절한 순간이 있는 법이지. 안 그렇소?
- 물론 그렇습니다

그 순간이 오면
기꺼이 받아들여야 하는거요

 

군인답게 말이오

지당한 말씀이십니다만,
존의 결혼식에서 그러시면 안 됩니다!

 

저나 소령님이나
감히 어떻게 그럴 수가 있겠습니까

우리가 존 왓슨에게
그런 짓을 할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 박차고 들어가야겠어요
- 잠깐, 잠깐만요. 그럴 필요 없을지도요

 

아마도 치료를 받아야 할 것 같군

 

네. 군의관 여기 있습니다

 

나쁘지는 않은데요. 음...

턴을 조금만 더 침착하게 해 봐요

근데 왜 리허설까지 해야 되는 거예요?

이제 곧 사람들 앞에서 춤춰야 되는데
당신 춤실력이 완전 형편없으니까요

 

그래요, 잘 배웠어요

그리고 당신, 춤 잘 추는데요?

- 비밀 얘기 하나 해도 돼요, 재닌?
- 뭔데요?

 

나 춤추는 거 좋아해요. 항상 그래왔죠

정말이에요?

잘 봐요

 

오!

 

그런데 범죄 해결할 때는 쓸 일이 없어요.
써먹을 수 있는 사건이 생기기만 바라고 있죠

오, 당신 정말...

 

평범한 사람이면 좋았을 텐데

 

- 알아요
- 아

고맙다, 셜록. 너 아니었으면
망할 살인범들이 내 결혼식을 완전 망쳐놨을거야

살인범 한 명이야.
게다가 엄밀히는 미수범이지

이렇게 과장하는 걸 좋아해요.
덕분에 심심하진 않죠

셜록

 

- 자네 말대로 데려왔네
- 아!

사진기사님이군요. 훌륭해.
고마워요

그 카메라 잠깐 봐도 될까요?

어, 무슨 일이시죠?
집 근처 다 갔다가 돌아온건데

좀 더 밟지 그러셨어요

 

아, 그래, 역시!
아주 훌륭해

이제 알겠죠?

- 완벽해요
- 뭐가?

설명 좀 해줘

 

직접 한 번 보세요

 

응? 뭘 보라는거야?

범인이 사진에 찍혀 있는거야?

사진에 누가 찍혔냐가 아니라
누가 찍히지 않았냐가 중요한거야

- 그 어디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사람 말야
- 셜록?

너 그 잘난척...
저번에 우리 한 번 얘기했었지?

 

결혼식장에는 항상 이런 사람이 한 명 있죠

원하는 곳 어디든 갈 수 있으면서도
사진에는 절대 찍히지 않고

원한다면 가방에 장비도 챙겨 다닐 수 있고

그 누구에게도 얼굴을 보이지 않는 사람 말이죠

우리가 볼 수 있는 건...

 

- 카메라뿐이었죠
- 뭐예요? 뭐하는 겁니까?

하루살이 남자, 조너선 스몰*은
원래 오기로 한 사진사 대신으로 왔어요
(*원작 '네 사람의 서명' 참조)

그 형은 숄토 휘하의 신병으로
우리가 아는 그 사건에서 전사했죠

조너선은 숄토에게 보복하려 했고

숄토 집의 고용인들과 접촉하던 중
드디어 기회를 잡은 겁니다

 

결혼식 청첩장이죠

숄토를 밖으로 끌어낼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기에

조너선은 사전에 계획을 세우고
리허설까지 한 겁니다

 

사소한 부분까지, 아주 철저하게요

 

놀랍고도 무자비한 계획이었어요.
분명히 편집증 환자일겁니다

아무튼, 사진 찍는 실력은 썩 나쁘진 않더군요

필요한 자료는 다 거기 있을겁니다

아마 당장 체포하는 게 좋을걸요

 

- 항상 수갑을 가지고 다니는 거예요?
- 진정해요, 아가씨

자, 빨리 가요

당신이 체포해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니오, 홈즈 씨

체포는 경찰이 하는 거예요.
나는 그냥 경찰 코앞에 당신을 갖다놓은거지

살인범은 내가 아니라 숄토요

 

그 놈을 더 일찍 죽였어야 했어

 

괜히 머리 굴리지 말 것을

그러게 좀 더 밟아서 빨리 가지 그랬나

 

그러게 말야

 

신사 숙녀 여러분, 본격적으로 즐기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하겠습니다

아까 있었던 혼란에 사과 말씀을 드립니다.
일은 잘 처리가 되었고요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오늘 여기 두 사람이 서로 굳게 맹세했다는 것입니다

저는 지금까지 그런 걸 해 본적도 없고
오늘 이후로도 하지 않을 것 같군요

오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여러분들 앞에서 맹세하고자 합니다

 

메리, 그리고 존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기든

어떤 난관이 앞을 가로막든

나는 맹세컨대 언제나 두 사람과 함께할 겁니다

언제나

세 사람 모두와 함께할 거예요

음, 아니. 내 말은
두 사람과요

두 사람이죠, 두 사람.
내가 잘못 셌네요

어쨌든, 이제 춤 출 시간입니다

음악 다시 틀어주시겠어요? 어서요

좋아요, 여러분. 어서 춤을 추세요.
부끄러워하지 말고요

춤 춰요, 춤. 아주 좋아요

미안. 내가 아까 제대로
추리하지 못한 게 하나 있었어요

- 뭘 추리해요?
- 식욕이 증대하고

- 배고파 죽겠어요
- 입맛이 변하고

으! 이 와인 내가 골랐는데 최악이네

오늘 아침에 몸이 좀 안 좋았었죠?
메리는 결혼식 때문에 긴장했을 뿐이라고 그랬고요

내가 그 얘기 꺼내니까 화도 냈잖아요

모든 신호가 다 있어요

신호요?

 

- 3개월 신호요*
- 뭐라고요?
(*Signs of Three: 원작 '네 사람의 서명' 제목 패러디)

메리, 임신 테스트 한번 해 봐요

 

내 말은... 그러니까...

일단 임신 첫 3개월에 관한 통계를 보면...

그만해

 

- 일단 좀 있어봐
- 미안

 

어떻게 얘가 나보다 먼저 알아보는거지?
난 망할 의산데!

- 오늘은 의사 하루 쉬어 / - 너나 탐정 하루 쉬어
- 너무 당황하지 마 / - 당황 안 했어

임신한 건 나예요. 나 완전 당황하고 있다고요

당황하지 말아요.
둘 다 말이야

당황할 이유가 하나도 없는데 왜 그래요

- 이제 그런 것도 맞추는 거냐?
- 왜 몰라? 두 사람은 세계 최고의 부모잖아

- 연습을 얼마나 많이 했다고
- 무슨 연습?

이제 진짜 아기가 생겼으니까
내 뒤치닥꺼리 더 안 해도 되는 거 아냐?

 

- 괜찮아요?
- 네

 

- 가서 춤 춰
- 응?

- 가서 춤 춰야지. 여기 이러고 서 있으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할거야 / - 알았어

그럼 셜록은?

셋이서 출 수는 없잖아요. 자리도 좁은데

그렇고말고

 

그럼 어서 가요, 여보

- 근데 왈츠 출 거 아니죠?
- 당연하죠

걱정 마요. 내가 과외 해 줬어요

진짜예요. 커튼 쳐 놓고 그 뒤에서 배웠는데
어느 날 허드슨 부인이 갑자기 들어왔거든요

그 다음부터 이상한 소문이 퍼지더군요

 

♬ The Four Seasons - December, 1963(Oh, what a night) ♬

♪ Spinnin' my head around
and taking my body under ♪

♪ Oh, what a night! ♪

 

♪ Oh, what a night! ♪

 

♪ Oh, I ♪

♪ I got a funny feelin'
when she walked ♪

♪ In the room ♪

♪ Hey, I ♪

 

메리와 존을 위한 왈츠 - 셜록 홈즈 작곡

♪ As I recall it ended much too soon ♪

♪ Oh, what a night ♪

♪ Why'd it take so long
to see the light? ♪

♪ Seemed so wrong
but now it seems so right ♪

♪ What a lady, what a night ♪

 

♪ Oh, I felt a rush like
a rolling ball of thunder ♪

♪ Spinnin' my head around
and taking my body under ♪

♪ Oh, what a night! ♪

 

♪ Oh, what a night! ♪

 

♪ Oh, what a night... ♪

 

번역: 조연민(btw.the.bars@gmail.com)

감수: 김기원(carnagekim@nate.com)

피드백: btw.the.bars@gmail.com / winterluft.egloos.com

수정 불가, 배포 자유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