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롤로그 - 방랑기사 -게임 환타지 소설- 1장 방랑신의 성기사 탄생 prologue 사람이 꿈에서는 일생의 기간을 단 한 순간에 경험할 수 있다고 한다. 그것은 어떠한 이유 때문일까? 서기 2020년이 되고 인간의 과학이 한 단계 발전하였을 무렵 인류의 연구 과제는 뇌파제어에 집중되었다. 그리고 다시 20년이 지났을 때, 인류는 뇌파제어에 의한 가상현실 세계의 구현에 성공하고야 만다. 뇌파만을 제어하여 마치 자신이 현실에서 겪는 것과 같은 느낌을 모두 구현 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그리고 그 가상현실에서는 현실에서보다 빠르게 시 간을 흐르게 할 수 있다는 결론이 도출되었다. 초기의 몇몇 사고를 토대로 인류는 현실과 가상현실 세계에서의 괴리감과 뇌의 수명에 해를 끼치지 않는 뇌파제어 속도를 현실 시간의 4배로 결론짓 는다. 물론 최대 20배까지도 가능하지만, 그 속도로 오랜 시간을 가상공간 에서 보내는 경우에는 뇌파가 급격한 스트레스를 받아 심각한 의료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가상현실세계는 현실의 4배 시간으로 규정 되어졌다. 그로부터 세계의 정치, 경제는 급변했다. 사무업무나 인사업무 등의 대부분을 가상현실 세계에서 일하게 될 경우 사 람의 하루 시간이 현실의 24시간의 4배인 96시간으로 늘어나는 것이다. 그러나 24시간을 모두 가상현실 세계에서 생활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 곧 밝혀졌다. 가상현실세계에서의 시간은 사실 몸은 움직이지 않아도 뇌는 활 동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뇌를 쉬게 하는 작업인 수면에는 들어가지 않기 때 문이다. 설혹 가상현실세계에서 수면을 취한다고 해도 말이다. 뿐만 아니라 장시간 가상현실 세계에 빠져서, 현실과의 시간 차이에 의한 괴리감에 빠진 정신 질환 환자들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거쳐, 이제는 인류의 사고방식이 진화라고 할 만큼 급격한 변화를 거쳐, 14세 이하는 하루 4시간, 15세 이상은 하루 16 시간의 가상현실 세계 생활이 세계 공통법으로 규정지어졌다. 바야흐로 인류의 모든 교육, 사회, 경제, 문화, 놀이는 하루 8시간이상의 현실 시간과 하루 64시간 이하의 가상현실 시간으로 나누어져 사람들 사이 에 생활 패턴으로 굳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현에서 자신의 업무와 취미의 대부분을 만족시킬 수 있게 되고, 현실에서는 하루 4-6시간의 수면과 운동 등으로 보내게 되는 것 이다. 이렇게 인류의 현실은 가,현이라는 새로운 시간의 흐름에 급격히 잠 식되기 시작했다. 그 후 다시 10년이 지났다. 그사이 초기 가상 현실 세계연구에 참가했던 사 람들 중 한국의 박 지훈 박사와 몇몇의 동료들이 자신들이 가진 노하우를 이용하여 가상현실세계에서 생활하는 온라인 판타지 게임을 발표하였다. 바로 세계 최초의 가상 현실 게임(이후 가,현) '어나더 판타리아'이다. 어나더 판타리아는 발표되자마자 폭발적인 인기를 끌어 한 서버 당 300만의 유저제한을 가지고 끊임없이 서버를 증설, 전 세계에 20개의 서버로 이용 자 수 5000만을 상회하는 인기를 20여년에 걸쳐 유지했다. 그 후, 우후죽순처럼 생긴 수많은 가,현 게임은 모두 이 어나더 판타리아의 영향을 벗어나지 못했으며, 그 밖에는 격투 대전(가,현), 전략 시뮬(가,현 ), 연애 시뮬(가,현), 스포츠(가,현) 등의 게임이 발표되어 인기를 끌기도 했다. 한 마디로 현실의 거의 모든 스포츠를 가,현으로 매일 즐기고, 현실에서는 1주일이나 1달에 한번만 즐기는 식으로 변한 것이다. 그리고 이제, 가,현 게임의 새로운 도약이 서울의 한 회사에서 조용히 시작 되려 하고 있었다. ------------------------------------------- 1-1 입지(라딘, 뜻을 세우다) 1-1 입지(라딘, 뜻을 세우다) 서기 2077년, 신 현진은 4년 만에 고국에 돌아왔다. 부부 외교관의 아버지, 어머니의 미국 대사관 임기가 끝나고, 호주 대사관으로 전임하면서, 대학 만큼은 고국에서 다니기를 희망하는 현진의 희망에 현진의 한국 자취를 허 락했다. 현진은 문화적 차이와 사교적이지 못한 성격의 영향으로 외국인들하고 잘 어울리지 못했다. 덕분에 약간(아~주 약간) 엄격한 부모 밑에서 공부에 전념한 결과, 국제 고 등학교 졸업 자격을 1년 빨리 취득, 한국 대학 입학 자격시험에서 상위 5% 안에 들어 1지망 대학 입학 자격을 얻어 냈다. 1년 빨리 대학생이 될 수도 있지만, 그동안 자유를 갈망하던 현진은 부모님 을 설득하여, 드디어 1년간의 자유생활이라는 권리를 얻어 냈다. 10월 12일 인천공항에서 본 대한민국의 하늘은 20년 전 마침내 제 4차 환경 개혁 계획의 성공에 의해 그 끝을 알 수 없는 코발트의 깊은 감동을 현진에 게 선사했다. '훗, 그야말로 천고마비군. 한국의 하늘색이 최고라더니.' 지하철에서 서울로 들어와 강남지구의 예약된 임시 숙소에 짐을 놓은 현진 은 앞으로의 일을 생각 했다. 친척들에게도 입국을 알리지 않고, 정해진 숙소도 없이, 완전한 계획적인 무계획 입국이었기에 앞으로의 숙소와 생활 계획을 세워야 했던 것이다. '일단은 알바를 구해야 돼, 숙소는 그에 따라 결정하면 되고...... 이것이 바로 감동이라는 감정인 것인가! 1년간의 절대 자유라, 나는 백수야 ! 음하하하.' 스스로의 상황에 만족 해 하면서 인터넷의 알바구직란을 열심히 검색하기 시작한 현진은 곧 실망하기 시작했다. 사실 독립이란 말이 자유지 외로운 것이다. 비빌 언덕이 없고 같이 놀 친구 도 없는 완벽한 독고다이의 상황이란 쉽게 질리는 것이다. 거기에 17살의 학생이 할 수 있는 알바는 극히 한정되고, 또 단순한 것 뿐 이었다. 이른 나이에 사회의 쓴 맛을 느끼게 된 것이다. '음 음식점 서빙...패스. 장난감 가게 판매원...패스, 워드 입력...패스, 우, 정말 재밌고 편하고 놀면서 월급 잘 주는 일이란 환상과 사기 속에만 존재한단 말인가! 아니야. 신 현진, 넌 할 수 있어!' "[검색]. 알바, 월급 300이상, 편안, 기술 없음, 연령 17세 가능" '나올 리가 없겠지......헉, 이럴 수가, 많다!' [327건이 검색 되었습니다.] 호스트 구함 연령16~.... 화끈한 일과 쾌락과 고급수입....16~ 미소년 클럽에서 회원 받습니다...16~ ... ... ...' '뭐냐. 호스트는 그렇다 치고 왜 16세부터라는 거냐! 한국이 이렇게 타락하 다니....... 음, 나쁘진 않을 것도 같은데.' 세상이 진화해도 사람의 욕망은 변하지 않는 것인가! 현진은 한국의 문화적 타락을 한탄하며 다시 검색을 시작했다. "[검색]. 알바, 월급 300이상, 편안, 기술 없음, 연령 17세 가능. 매,춘,제 ,외" [띠링. 해당사항 3건 나왔습니다.] "옷! 아직도 3건이나. 역시, 세상은 아직 살만한 곳이야!" [화학실험의 반응실험 피 실험자 구함. 위험수당 월 300, 상태이상 발생 시 보험금 지급] "패~~스." [장기 원양어선 선원 구함! 장기여행이므로 건강상의 체크를 위해 혈액형, 골수패턴 장기패턴 등 엄격한 건강검사를 실시하여......] '헉, 이것은......패스다.' 절망에 빠지면서도 마음을 비우지 못하고 마지막 항목을 체크하는 현진이었 다. [(주)세기창조사에서 새로운 가상현실게임 신마대전의 테스터를 모집합니다 . 신체 싱크로률 체크와 반응속도 체크, 지속시간에 따른 체력손실의 모니터 링을 포함하여 게임의 진행과 밸런싱을 위한...... 물론 어느 정도 위험성 이 없다고는 말 할 수 없지만, 최선을 다해 테스터의 건강과 안전을 보장하 고......기간은 1년 2078년 11월로 마감합니다. 월급은 300만원 숙식제공, 유사시 보험과 위자료도 제공......] "윽, 역시 위험한 일이잖아. 그래도 이곳은 제대로 된 회사이고...... 어느 정도 솔직한 듯 한 느낌이 드는군. 거기다 게임 테스터라! 기간도 딱 좋고, 신의 뜻이란 말인가!" 아직까지 한번도 가상현실게임을 해보지 못한 현진은 이것이야 말로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는 맹렬한 사명감에 불타기 시작했다. 1년간 게임에 푸욱 빠져서 산다는 것이 어렸을 때 꿈꾸던 지상낙원의 한 형태였다는 것을 깨달 은 것이야. "역시, 노력하는 자에겐 꿈도 현실로 바꿀 수 있는 것이야. 그래 신마대전, 넌 천재 신 현진님의 데뷰 게임으로 역사에 남을 것이야! 전화번호가..... ." (주)세기창조사 인사과 테스터 모집부에 연락한 현진은 다음 날 대치동에 있는 세기창조사 본사에 찾아가 담당 과장 장 인호씨를 찾았다. "음, 학생이신 것 같은데 나이가 어떻게 되시죠?" "17살입니다." "헉, 그럼 아직 고등학생? 저 학교는? 조금 곤란한데 고등학생은." 이 직업은 1년간의 합숙을 전제로 한 것이다. 물론 위험도 있다. 만약 학생 을 받아서 썼다가 그에게 어떤 문제라도 생긴다면 게임과 기업이미지에 심 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는 것이다. "학교는 1년 일찍 졸업했어요. 대학 입학자격도 있고요. 1년간 사회경험을 해보려고요. "음, 그럼 문제는 없는 건가. 그래도 성장기 학생이라서 문제가 생길 경우 회사 이미지에 문제가 될지도 모르거든" "장과장님, 반대로 생각해 보세요. 성인들로만 테스트 했다가. 나중에 성장 기 학생한테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이 게임 성인 전용 아니죠? 뭐 위험해도 괜찮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사실 요즘 의료과학에 조금만 신경 써 주시면 문제가 발생할 확률은 거의 없지 않을까요? 전 매우 레어한 실험재료라고요!" 스스로를 실험재료라고까지 말하는 현진의 박력에 30중반의 장과장이 압도 되었다. 사실 현진의 말도 일리가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미성년자의 바이 오 체크도 하기는 해야 했다. "헉! 스스로를 그렇게 말하다니......무서운 10대로구만. 음, 틀린 말은 아 니니, 위에서 허락하면 채용하도록 하지" "오~케이! 잘 부탁드립니다." "......(땀 삐질)" 일단 채용 될 것 같은 느낌을 받은 현진은 슬슬 정보 탐사에 들어갔다. 사실 자신은 게임이라고는 태어나서 한 번도 해보지 못한 궁극 초보 게이머 가 아니겠는가? 나름대로 인터넷을 뒤져, 각종 게임에 대한 상식과 정보를 얻은 라딘이지만, 이 세기창조사라는 회사와 신마대전이라는 게임에 대한 정보는 하나도 얻을 수 없었다. "근데, 신마대전이란 게임이 무슨 게임이에요? 고액으로 테스터까지 고용하 는 걸 보니 지금까지와는 좀 다른 게임인가 보죠? 가상현실게임이 나온 지 20년이 되어가잖아요. 왠만한 테스트는 끝나지 않았나요?" "아. 이 게임은 약간 다른 시도가 있거든. 물론 보통 뇌파제어에 따른 가상 체험은 이미 20년 전에 최적화 실험이 끝났다고 할 수 있지. 문제는 이 게임의 특성 때문인데, 음 나중에 정식으로 채용되면 알려주지. 아직은 비밀이라서......" "윽, 호기심을 사정없이 찌르시네요. 그럼 일단 채용된 걸로 알고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러게, 차후 연락은 하겠지만. 일단 8일 뒤 토요일에 본사로 출근하면 되 네. 오전 10시까지." "넵!" 3일 뒤, 채용통지서를 받은 현진은 자신의 짐을 정리하여 당일 날 본사로 출근했다. 숙소까지 제공하기 때문에 임시 숙소에서 더 이상 지낼 필요가 없는 것이다. 본사에는 약 30명 정도의 사람이 모여 있었다. 브리핑 룸에 들어가자 담당 인 장대리가 들어와서 게임에 대한 설명과 앞으로의 일정에 대한 설명을 시 작했다. "신마대전은 새로운 서버 구축 방식에 의해 구현된 새로운 방식의 게임입니 다. 이 게임에는 저희 운영자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이 게임은 7인의 슈퍼 AI인 7명의 신에 의해 창조된 세계이기 때문입니다. 즉, 저희는 세계의 법칙과 3명의 선신, 3명의 악신, 그리고 1명의 중립신을 만들고, 과거 3년간 5000배의 속도로 세월을 경과시켜, 탄생 15000년의 새 로운 가상 세계를 창조한 것입니다. 물론 신들은 자신이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자각하지 못합니다. 그들은 그들 의 공간인 절대 신계에서 그들의 힘의 근원이자 창조의 공간인 브리시아를 살피며 발전시킵니다. 운영자는 그들에게 있어서 더 상위 차원의 상급신의 사자라고 인식되므로 운영자가 부탁하면 왠만한 것은 이루어 지지만, 직접적인 코드변환이나 능 력치 변환, 또는 스킬의 추가 등은 불가능 합니다. 퀘스트도 NPC의 유전자 코드와 아이템에 입력되어 계승되가는 기본적인 자동발생 퀘스트 패턴에 의 해 계속해서 변화하고 같은 퀘스트는 거의 없는 것입니다. 유저는 세계의 변화를 위해 상급 세계에서 보내진 상급세계의 시민들로 인 식되어 집니다. 그렇다고 특혜는 거의 없고, 결국 브리시아의 주민들과 같 은 생활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장과장의 설명에 의하면 이 게임은 그야말로 가상현실 세계이고, 진짜 역사 와 수많은 주민들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새로운 시도의 게임이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자리에 앉아 있던 30명의 테스 트 요원들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일단 여러분은 연구소에서 생활하면서 특수 접속기로 브리시아에 접속하게 됩니다. 보통 가상현실 게임용 헤드가 아닌 전신 체크용 코크핏에서 저희는 여러분 의 건강상태나 각종 신경, 근육의 긴장도, 뇌파의 변화 등을 실시간 체크하 며, 여러 가지 데이터를 얻게 되는 것입니다. 그럼 일단 정해진 숙소에 짐 을 푸시고, 내일부터 하루 최하 8시간 이상 접속을 부탁드리는 바입니다." '음, 창세부터 시뮬레이션을 돌려서 세계를 구축했단 예기군. 즉, 이론상 브리시아는 또 하나의 세계라는 말인데......그런 짓이 가능하다니, 이 회 사 기술력이 장난 아니네.' 현진은 이 세기창조사의 발상과 기술이 상상외로 뛰어나다는 것을 알 수 있 었다. 동시 이용자가 수백만이 이상이 되면 운영자가 그들을 컨트롤 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 하다는 결론은 이미 어나더 판타리아 시절부터 내려진 대 형 온라인 게임의 가장 큰 골칫거리였다. 초기에 5백만의 유저를 관리하느 라 그들이 얼마나 고생했는가! 이제 이 신마대전이라는 게임은 그러한 문제점에 새로운 해결방안을 내놓은 모양이었다. 신이라는 AI에 의한 유저와 세계의 제어! 그것은 분명히 첫 시도였고, 그런 만큼 문제점도 많을지 몰랐다. 그러나 일단 클로즈 베타마 저 정식으로 임시사원을 고용해 테스트 하는 것으로 보아 그들도 상당히 자 신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아마도 7개의 슈퍼 AI를 개발하려면, 초대형 컴퓨터가 7개 필 요 할 것이다. 아무리 슈퍼 컴퓨터의 가격이 내려갔다고 해도 자기가 아는 상식으로는 수백억에서 수천억은 한다. 그렇다면 이 회사는 자금력도 풍부 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현진이 나름대로 열심히 분석하는 동안 여러 가지 설명이 끝나고, 각자의 방 번호를 배정 받은 후, 내부 시설 설명과 규칙을 끝으로 장 인호 과장의 말이 끝났다. 그리고 사람들은 각자 일단 자신이 가져온 짐을 정리하러 방으로 들어갔다. 현진도 역시 일단 생각을 멈추고 사람들 사이에 섞여서 자신의 방인 17호실 의 문을 열고 들어가, 가져온 여행 가방을 침대위에 올려놓고 짐을 정리하 기 시작했다. 숙소는 1인 1실로 되어 있었다. 넓지 않은 방이었지만 책상과 침대, 컴퓨터 , 그리고 한쪽에 자리한 코크핏이 그리 좁다는 느낌은 들지 않게 설치되어 있었다. 샤워실과 화장실도 딸려 있는 개인 오피스텔 분위기랄까. 짐 정리를 하고 식사를 하러 나가자 몇몇 사람들이 모여서 상의를 하고 있 었다. 역시 다들 게임에 익숙한 사람들로 이런 게임은 사람 수가 많아야 하기에 편하다느니 정보를 교환해서 히든키를 찾자느니 여러 가지 의견이 오가는 모양이다. 현진은 구석에서 조용히 밥을 먹었다. 그렇다. 그는 일종의 자따(스스로 왕따)였던 것이다. 외국인 틈에서 어울리 지 못하고 오로지 엄격한 시간관리 속에서 공부만을 하던 현진은 남한테 말 을 거의 걸지 못하고, 사람 많은 곳을 기피하는 습성이 있다. 그와 함께 유사시 외부의 모든 자극을 무시하고 스스로를 환상의 정신세계 로 이동시키는 소위 무념공상의 기술을 마스터한 궁극의 마이페이스 자따라 고 할 수 있었다. 물론 거의 닌자 수준의 은신술을 구사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현진을 먼 저 발견해서 말을 걸기 위해서는 식스 센스가 필요하다고 한다. '음, 역시 혼자하면 별로 재미없을까...... 하지만 별로 어울리고 싶지는 않고...... 혼자서는 잘 죽고 힘들지도......' 결국 끝내 어울리지 못하고 밥을 먹자마자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현진은 내 일을 위해서 일찍 침대에 누웠다. 그나마 분 단위로 조정되던 생활에서 벗 어난 자유감이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 위안이랄까? 17년 만에 자신의 의지에 의해 스스로의 행동을 결정한 현진. 1년간 게임에 파묻히겠다는 위대한 뜻을 세운 그는 희망에 찬 얼굴로 다음날을 위해서 꿈나라로 직행했다. ------------------------------------------- 1-1 입지(라딘, 뜻을 세우다) ----------------------------------------- 새벽5시. 과거 5년간의 습관대로 잠에서 깨어났다. 그것은 저주라고 할 수 있었다. 더 이상 공부도 운동도 할 필요가 없는 것인 만큼 새벽시간은 그에 게 나이를 넘어서는 적막함을 안겨준다고나 할까. . '지금 밖에 나가면 몽유병자 소리를 들을 것이고......인터넷이나 뒤져볼까 ? 가만, 오늘부터 접속하라고 했는데 지금도 접속되려나? 흐~, 새벽 5시부터 접속이라, 보너스 감이군. 일하자 현진! 회사에 목숨 걸 고 충성하는 거야!' 드디어 놀 수 있는 이유와 수단을 얻은 현진은 즉시 코크핏에 들어갔다. 전신을 감싸는 덥개의 감촉이 약간 갑갑하게 느껴지지만 전체적으로 편안한 자세로 누운 듯 한 기분이었다. [브리시아에 진입하시겠습니까? 예/아니오] "예" [새로운 유저시군요. 안내의 요정 리알을 불러 드리겠습니다] - 핑 - 정면에서 조그마한 빛이 생겨서 점점 커졌다. 약 30센티 정도로 커지니 그 안에 10센티 정도의 요정이 보였다. "안녕하세요. 저는 안내의 요정 튜토 리알이라고 해요. 유저님이 브리시아 에 익숙해지게 도움을 드리는 것이 저의 사명이랍니다. 리아라고 불러주세요오." "윽, 알았어. 이름이 귀엽구나. 리아라고 부를게. 내가 뭘 하면 되지?" "유저님의 분신을 만드셔야죠. 일단 분신을 만드시면 유저님이 상급 플레인 어스에서 생활하시는 동안은 제가 아공간에서 그 분신을 아주 안전하게 보 관해 드릴거에요. 그럼 일단 분신 생성 마법진에 서세요." 그러자 바로 앞에 바닥에서 하나의 마법진이 생긴 후, 점차 부풀어 올라 공 간에 구 형태의 마법진으로 변화해갔다. "14레벨 신급 마법 아바타 생성 마법진입니다아. 어서 안으로 들어가세요오 ." "우웅. 알았어." 마법진 안으로 들어가자 갑자기 묘한 기분과 함께 유체이탈 현상처럼 현진 의 영혼이 빠져나오고 원래의 육체만 마법진 안에 남았다. 유령같은 반투명 의 몸을 한 자신을 신기하게 보면서 리아에게 다음을 재촉했다. "이제 어떻게 해?" 현진의 질문에 리아는 공중에서 한 바퀴 빙글 돌아 어두운 아공간 안에 반 짝반짝 빛나는 요정의 가루를 한번 뿌리고는 웃으면서 설명했다. "종족은 무엇으로 하시겠어요? 인간, 엘프, 하프엘프, 드와프, 하프링이 가 능합니다." '헉, 아인종도 되는가? 신체적인 문제점 때문에 가상현실 게임에서 드와프 와 하프링이 구현하기 힘들다고 했는데......' 약간 고민하던 현진이 역시 현실과 체형이 다른 아인종은 게임의 초보인 자 신에게는 힘들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리아에게 말했다. "우웅, 그냥 인간으로 할래." "네에, 그럼 종족은 인간. 이제 모양을 변환시켜 주세요. 머리색과 체격 등 을 설명해주시면 제가 도와 드릴게요." "체격은 지금 이대로. 머리는 약간 길고 투명감이 드는 다크블루, 얼굴은 좀 더 미남이었으면 좋겠어. 좋은 게 좋은 거니까." "네에." 리아가 마법진 주위를 복잡하게 날으면서 중얼중얼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 그러자 마법진 안에 서 있는 현진의 모습이 현진이 원하는 모습대로 머리카 락이 자라고 색도 변했다. 마지막으로 그의 얼굴 형태와 피부가 마치 사진 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작업한 듯이 점점 매끄러워졌다. "음, 바로 이거야. 난 역시 주인공이었어" "마음에 드시니 기뻐요. 그럼 분신이 생성되었으니 분신의 이름을 정해주시 면 바로 브리시아로 보내 드릴게요." "이름은 라딘이 좋겠어. 라딘 크러쉬볼트" 현진이 자신이 미국에서 쓰던 영어이름을 말하자 리아가 다시 주문을 외웠 고, 마법진 안에 마치 인형처럼 서 있던 현진의 몸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 "넹, 라딘 크러쉬볼트님. 그럼 대륙 어디로 보내드릴까요? 지명을 모르시면 도시, 시골, 산, 강가 등 추상적인 요구도 가능합니다아." "가끔씩 애교성 어미를 쓰는 구나, 리아는, 그럼 조용한 호수가 근처에 있 는 마을로 보내줄래? 경치 좋은 곳으로" "네에. 호호, 그럼 블루 크리스탈 호수 옆에 있는 레이크사이드로 보내 드 릴게요. 브리시아에서 잘 생활하세요오." 리아의 말이 끝나자, 반투명상태의 현진은 자신이 마법진안의 몸에 다시 겹 쳐짐을 느꼈다. 그리고 하나가 된 현진의 눈앞이 갑자기 밝아지며 약간의 무중력감과 함께 어디론가 이동되는 느낌을 받았다. 정신을 차리자 마을 한 가운데 서있는 자신을 느낄 수 있었다. '에~, 또' 신기한 듯 자신과 주위 환경을 바라보며,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려 고 하는 현진의 머릿속에 리아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텔레파시와 같은 느낌을 받으며 그는 뇌파제어라는 것이 알고 보면 상당히 신기한 기능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에 문득 미소를 지었다. '라딘님. 저 리아에요. 일단 기본 활동 능력을 가르쳐 드릴게요. 자신의 능 력은 [상태창], 기술은 [스킬], 마법은 [마법], 아이템은 [아이템], 장비는 [장비]를 외치면 볼 수 있습니다. 사냥을 하시면 경험치가 들어오고 경험치가 쌓이면 라딘님의 능력이 올라갑 니다. 물론 일단 직업을 선택해 주시고요. 능력치나 스킬은 이름을 대고 [설명]이라고 하시면 제가 설명해 드릴게요. 마법 아이템은 감정마법으로 감정하셔야 진정한 능력을 알 수 있고요. 전투 능력 말고도 생활에 도움이 되는 기술이 있으니 이것을 즐기셔도 되요 . 그럼 필요하실 때 제 이름을 불러주세요오.' 일단 리아의 설명이 끝나자, 라딘은 결국 이 게임도 기본적으로는 기존의 게임과 비슷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다면 겁먹을 필요가 없었다. 기존의 게임은 이곳에 오기 이전에 열심히 조사해서 어느 정도 상식을 갖추 고 있는 것이다. "[상태창]" 캐릭 라딘 모험직업 : 무 생산직업 : 무 레벨 0 힘 10 지력 10 의지 10 민 첩 10 체력 10 마력 10 HP 100 MP 100 보너스 스탯 10 방어 2 공격 5-10 +1 0 '음, 처음엔 이런 것이군. 레벨이 0이고 직업도 없다니.' -띠링 '라딘님. 처음 직업은 라딘님이 선택하시면 됩니다. 그럼 자동적으로 레벨1로 될 거에요. 직업은 [전사], [도둑], [성직자], [마법사]에서 선택하시면 됩니다.' 리아의 설명이 이어졌다. 그렇다 직업을 정해야 한다! 현진은 자신이 무슨 직업을 택해야 1년동안 최대한 재미있게 놀 수 있을까에 대해 진지한 고찰 을 시작했다. '으음. 뭘로 하는 것이 좋을까. 일단 다른 것부터 확인해 보자' "[아이템]" 아공간 주머니 빵 * 5 10실버 "아공간 주머니? 리아. 이건 뭐야?" 현진(이후 라딘)은 무의식중에 소리 내어 말해서 리아에게 묻고는 창피함에 얼굴이 붉어졌다. 지금 이곳은 아무도 없는 것이고, 자신은 리아가 자신에 게 말하는 것처럼 머릿속에 생각을 전달하는 방법을 모르는 것이다. 설마 머릿속으로 생각만 하면 모두 리아에게 들리게 되는 것은 아니겠지? 문든 라딘은 공포를 느꼈다. '라딘님, 특정 인물에게 귓말을 전하려면 [귓말]이라고 말하고 혼자서 말하 시면 음파가 그 사람에게만 전달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라딘님이 말하는 소 리를 주위 사람이 모두 들을 수 있어요. 아, 그리고 [아공간 주머니]는 라 딘님 전용의 아공간으로 모든 물건을 보관할 수 있습니다. 이계인에 대한 특전이죠. 물론 무게는 느끼지 못하고 수량은 100개 이하라면 자유입니다. 물론 화살 같이 다발로 묶이는 아이템이나 조그마한 물건은 크기에 따라 여러 개를 한 개의 아이템으로 계산하게 됩니 다. 단, 죽으면 아공간이 깨지면서 그 안의 아이템이 30%확률로 땅에 떨어지니 까, 귀중한 물건이라면 은행에 보관하세요. 장비하고 있는 아이템은 5%확률 로 떨어집니다. 조심하세요오.' "음, [장비]" 나무막대 공격력 5-10 무게 2 셔츠 방어 1 무게 0.5 바지 방어 1 무게 0.5 "...... 거지구만." "[스킬]" 전투스킬 생산스킬 낚시 0 대장장이 0 방직 0 조각 0 연금술 0 요리 0 "직 업이 없으니 전투스킬은 아직 없나보네. 생산스킬은 6개나 있잖아. 옷 낚시! 낚시가 있다아. 헉, 리아한테 전염이......" 현진은 낚시를 좋아 한다. 10살 때 아버지 친구 분을 따라서 간 낚시에서 3 0 cm짜리 떡붕어를 낚아서 낚시의 천재라는 칭찬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초합금 시계(제트 와치)라는 별명을 가진 그의 부친과 철혈여왕 (엘 리자베스 3세)라고 불리어지는 모친이 세월아 네월아 하는 낚시를 허락 할 리가 없다. 물론 현진도 그 날 이후로 낚시대를 잡아볼 기회란 없었다. 새벽운동을 위 한 수영장 말고는 물가로 가본 적도 없다는 것이다. 낚시라는 단어는 이미 그의 대뇌의 99%를 차지하고 과거의 추억을 끊임없이 재방송하고 있었다. 모험, 새로운 세계, 이런 것은 그에게 아직 겪어 보지 못한 미지의 영역이지만, 낚시는 그에게 대마불사의 보증수표라 할 수 있 었다. "우씨. 왜 내가 일찍 낚시를 생각 못했지. 1년 동안 소양강에 어부로 취직 하는 건데. 소양강에 산다는 전설의 공룡을 만날 기회를 스스로 차버리다니 ! 7년 전 이씨 아저씨가 말한 소양강에서 1년 동안 월척 100마리를 낚아야 나타난다는 공룡. 낚시의 천재인 나만이 가능한 대업이고 그것이 나의 탄생 의 이유라고 하셨는데, 우우, 천명을 어기고 소양강 대업을 등한시 하다니! 신벌이 두렵구나아." 아직도 버뮤다삼각구라 이씨 아저씨와 초합금시계인 부친이 친구라는 것을 믿을 수 없는 현진이었다. "아니야! 브리시아에도 분명 공룡은 존재할거야. 좋았어! 오케이! 나는 1년 후 블루 크리스탈의 공룡을 보고야 말겠어. 아니지. 이곳에는 드 래곤이 나올지 몰라." ------------------------ 레이크사이드 타운은 블루 크리스탈 호수 옆에 있는 인구 1000여명의 마을 이었다. 호수 근처의 약초와 뒷산의 동물들의 가죽을 모아 인근 도시인 바이튼에 팔 아서 생활하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마을로 조그만 밭의 경작과 호수에서 잡 히는 물고기가 주식량이었다. 큰 산과 숲이 없고 사방에 도시가 있기 때문에 마을 근처에는 마족의 심술 인 마물의 출현이 거의 없는, 대륙에서 한적하고 평온하기로 5위 안에 드는 좋다면 좋은 마을이었다. 그 마을에 이제 새로운 주민이 살기 시작했다. 라딘이라 불리는 이계인은 마을에 들어오자마자 잡화점에 직행하여 낚시도구를 구입한 후 매일 해질 무렵부터 해가 뜰 때까지 블루 크리스탈호수에서 낚시를 하다가 해가 뜨면 새벽시장에 자신이 잡은 물고기를 판 후, 낮 타임은 본계로 귀환, 다시 황 혼이 들기 시작하면 마을 어귀에 나타나서 호수로 향하고는 했다. 사람들은 하루도 빠짐없이 노을을 향하여 낚시대를 들고 걸어가는 그를 '황 혼의 낚시광'이라 칭하며 하루일 마감의 신호로 여기기 시작했다. 두 (전직 스파이 출신의) 외교관 부부의 회심의 역작답게 분단위의 계획과 무대뽀의 밀어붙치기 신공을 무의식중에 실천하는 현진이었다. ------------------------------- ------------------------------------------- 1-2 이계의 은자(라딘 벼슬을 하다.) ------------------------------- 1-2 이계의 은자(라딘 벼슬을 하다.) 세기창조사의 신상품 개발부의 신마대전팀 장 인호 과장은 3일간 밤을 세다 시피 정리한 서류를 들고 개발팀장실을 찾았다. 개발팀장 선 지은을 만날 때는 바늘만한 허점이 있어서도 안되기 때문이다. 사내 최고의 완벽주의자 이자 창립맴버이자 대주주인 선 팀장은 개발부의 완전 독제자이자 세기창조 사의 치외법권이라 할 수 있었다. "신마대전 상반기 모니터링 데이터 분석결과를 가져 왔습니다." "아! 클로즈베타 3개월째인가요? 어때요? 신년 보고 후 2개월인데 변동사항 이나 특별한 바이오닉 버그는 발견되었나요?" "넷. 신년에 보고 드린 바에 의하면 아인종 채택에 따른 현실육체와의 괴리 감은 크기 자체를 작게 인식하는 것으로 설정함으로써 어느 정도 해결되어 서 지금까지 문제점은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반면에 스킬액션이나 직접전투액션은 마리오네트 시스템에 의하여 아바타의 움직임을 자동 조절하는 것을 두뇌가 오버부트하는 경우, 근육통을 유발하 거나 심하면 일시적인 신경경련현상도 다수 발견되었다는 보고도 있었습니 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기술의 단순화와 적극적인 기술의 실현에 의한 씽크로 률 보너스 채택이 있었는데, 팀장님의 결정으로 기술의 단순화는 채택하지 않고, 액티브 수련에 의한 자동조절에 맞추어 스스로 동작을 인식시키는 아 바타 씽크로률 채택이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선 지은 팀장의 입가에 악마의 미소가 어렸다. "기술의 단순화는 있을 수 없지요.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게임성을 떨구 는 것은 인정할 수 없습니다. 그 기술들의 40%는 제가 개발한거니까요. 호호호. 목숨을 걸지 않으면 예술은 이룰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하세요. 아바타 씽크로률 기술채택의 효과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죠?" '당신의 목숨이 아니잖수, 마녀아줌마. 흑, 불쌍한 테스터들.' 세상에는 마음으로는 말해도 입으로는 하지 못하는 말이 있음을 이미 몸으 로 깨닫고 있는 30대 중반의 회사원 장 인호 과장은 아무렇지도 않게 보고 를 계속했다. "넵. 아바타 씽크로률 기술은 기술 발동 시 그 기술 액션을 유저가 자발적 으로 따라하게 하는 것으로, 그에 따라 기술 성공률에 10%의 가감과 데미지 에 30%가감, 그리고 70%이상의 씽크로 시 스킬 인상 확률 100%의 보너스를 주는 시스템입니다. 아바타 코드만 손보면 되니까, 큰 작업량을 요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바 로 패치해서 실행 시킬 수 있었고, 그에 따라 유저는 자동동작을 자발적으 로 인식하고 익히는 효과에 의하여, 신경과 근육의 스트레스를 90%이상 감 소시키는 놀라운 결과를 얻었습니다. 그 이후 물리적 이상은 한건도 나타나지 않고 있으며 덤으로 유저들이 스킬 을 익히면서 느끼는 수련의 재미가 더해져서 게임 몰입도가 12%올라갔다는 데이터가 나왔습니다. 단, 애초밸런스에서 최고 30%의 데미지를 향상시킨 셈이 되므로 게임 밸런 스의 문제점이 도출 되었지만 크게 문제 삼을 필요는 없다는 의견입니다." 선지은 팀장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가장 심각한 바이오닉 버그가 오히려 게임성의 향상을 가져왔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어마, 신과장님 한건 하셨네요. 제가 좋아하는 도랑치고 가제잡기 기술을 쓰시다니. 신과장님. 이번 보너스 100%인상이에요." "넵! 감사합니다. 저는 예술을 위해 이 한 몸 바치겠습니다!" 장과장의 어깨가 10cm정도 낮아지며 두 손을 마구 비비기 시작했다. 생활필살기 [비빅비빅]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역시 보너스란 아이템은 회사원에게 있어 최고의 유혹일 수밖에 없나 보다. "그 밖에 새로운 데이터는 있나요? 테스터의 근황이라던가." "넷, 현재 최상위 레벨은 전직 프로게이머 출신의 마인호의 캐릭인 악령기 사와 그의 동료들인데 5명으로 구성된 그들은 철저한 실리위주, 경험치 위 주로, 현재 200렙을 돌파했으며, 지금은 1차 전직 퀘스트를 수행하고 있습 니다. 이대로라면 2차 전직 유저가 나올지 안 나올지 궁금해 지는 상황입니 다. 물론 2차 전직은 3개월 이상의 퀘스트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예상은 앞으 로 9개월 동안 퀘스트 자격과 퀘스트 내용을 얻어 수행하는 정도에서 끝날 것이라 생각되어 집니다. 그 외의 유저들은 레벨 100전후의 예상 평균 성장 속도를 보이며 나름대로 몰입하고 있습니다. 현재 게임 몰입도는 당초 예상보다 상회하고 있으며, N PC의 유저에 대한 대응인식도도 생각보다 나쁘지 않습니다. AI가 그들을 이 계인으로 받아들이면서 그들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한 것 이외에는 특별히 해가 되는 변동사항이 없습니다." "좋아요. 그 밖에 생산스킬 같은 종류의 데이터는 얻고 있나요?" 고개를 끄덕이며 보고를 재촉하는 선 지은 팀장의 말에 이제는 약간의 안도 감을 느끼는 장 인호 과장이었다. 몇 년이나 지났지만 그녀의 앞에서 하는 보고는 가장 긴장된 업무 중 하나였다. 그녀는 그야말로 게임을 위해서라면 사람의 인생 하나 둘은 어떻게 되도 좋다는 극악 냉혈 게임 매니아인 것이 다. "30명의 테스터 중 16명이 생산스킬에 관여 했는데, 모두 나름대로 흥미를 느끼고 있으며, 특히 테스터 17번 신 현진군 같은 경우는 렙업을 포기하고 낚시에 몰입하는 중으로 아마 클로즈 베타에서 유일하게 생산스킬 마스터에 오르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신 현진군 같은 경우 초기부터 3시간 플레이 3시간 휴식으로 하루 4회 플레 이를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정확히 수행한 것으로 모든 데이터 요원의 화제 가 된 유저로써, 3개월간 한 번도 변한 적이 없는 기계와 같은 성격의 유저 입니다." "헉, 그럼 잠은 어떻게 자나요? 3시간플레이 3시간 휴식이면 브리시아 시간 중 12시간 플레이 12시간 휴식인 셈이군요. 재미있는 성격이네요. 이유는 뭐래요?" 인간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신 현진의 기행에 선 지은 팀장은 심한 호기심을 느끼며 물었다. "잠은 2시간씩 2회를 잡니다. 황당한 생활패턴이자 체력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죠. 악령기사팀은 하루 14시간 플레이와 7시간 수면으로 진정한 프로 폐인의 면 모를 보여주지만, 신 현진군은 플레이시간은 12시간이지만, 수면시간은 하 루 4시간, 그것도 2회에 나눈 수면인 것이지요. 덕분에 요원들은 그를 게임 기계, 강철유저 등으로 부르는 실정입니다. 아! 그가 그런 플레이를 하는 이유는, 밤에 낚시가 잘 되기 때문이랍니다. 밤낚시 전문이라죠? 아마?" "...... 신 현진군이 만약에 본 회사 취직을 원하면 특채하세요. 그런 초인 은 인류의 보물이니까요." "넵, 다음 보고는 아이템에 관한......" .. .. .. ------------------------------- 라딘은 오늘도 블루 크리스탈 호수의 최고 포인트를 점유하고 달빛을 감상 하면서 잔잔한 물결 속으로 자신의 전 재산을 들여서 마련한 프로 낚시꾼을 위한 [대어전용 고래수염 강화피버 낚시대 5]를 물속에 드리우고 있었다. 다른 유저들이 드디어 오우거를 잡았다느니, 혹은 브리시아의 여자를 꼬셨 다느니 하는 소문이 식당을 통해 들려와도, 신의 사명을 완수한다는 그의 신념을 흔들 수는 없었다. 그저 낚시로 잡은 물고기를 팔아서 번 돈으로 더 좋은 낚시대를 구입하고, 그것으로 다시 낚시를 하는 생활을 1년간 해온 것이다. 그의 의복은 초기장비로 이미 낡아서 넝마나 다름없고, 식사는 모두 잡은 물고기를 요리해서 먹었으며, 남은 물고기를 팔아서 번 돈은 이미 새로운 낚시대에 모두 투자하였다. 단지 브리시아 시간으로 3개월 쯤 됐을 때, 약간의 돈을 투자하여 조각도를 구입, 낚시를 하면서 조각스킬도 틈틈이 올린다거나, 뜬금없이 리아를 불 러서 조용히 잡담하면서 지내는 전원생활을 즐기는 여유가 생겼다는 것이 위안이랄까? 어렸을 때부터 고도의 집중력을 강요받아온 그의 인생은 지금의 전원생활을 최고의 행복으로 느끼게 했다. "웃차! 또 한 마리, 어디보자. 월척이넹넹넹, 반갑다. 월척 72호야." -띠링~ [낚시스킬이 올랐습니다. 현재 76, 칭호는 낚시광입니다.] "아자! 스킬 올랐다아아, 이제 마스터까지 24남았네. 후." 어느덧 4계절이 지나고, 1년이 지났건만 공룡은 나타나지 않았다. 마을 꼬 마들은 그에게서 공룡전설을 듣고, 때때로 밤에 그를 찾아왔지만 대부분 부 모한테 들켜서 밤에 나간다고 인생의 진~한 교훈인 매타작을 얻고는 밤은 다시 그의 전유물이 되었다. 그동안 이 호수는 신의 축복이라도 걸렸는지 마물 한 마리 나타나지 않았고 , 가끔 나타나는 동물들은 현진이 피워놓은 모닥불을 싫어해서 전혀 접근하 지 않았다. "옷! 또 한 마리, 이 손맛은! 메~기!! 왔구나, 오늘 새벽참. 룰룰루 감자가 다 익었네. 메기 감자탕이라." -띠링~ [요리스킬이 올랐습니다. 현재 35 칭호는 견습요리사입나다.] "오홍. 요리도 올랐네. 그럼 지금 스킬이 낚시 76, 조각 42, 요리 35인가. 오케이. 낚시마스터까지 고고." 낚시스킬이 30이 되자 그에게 낚시꾼이라는 칭호가 붙었다. 그 칭호가 70이 넘자 낚시광이라는 칭호로 변했다는 것을 알았다. 요리도 30이 되자 견습요리사라는 칭호가 붙었고, 조각도 조각사라고 명칭 이 생긴 것이다 현진의 현재의 최대 관심사는 마스터의 칭호가 무엇인가 하 는 것이다. 이제는 월척도 잘 낚이고, 낚시대도 거의 부러지지 않아서 제법 돈벌이도 되는 상황이다. 물론 그 돈은 점점 고급화 되는 조각기술의 재료값으로 사 라지지만, 낚시는 세월을 낚는 것이라고 누가 말했던가. 다시 봄이 가고 여 름이 오고 가을이 지나 첫눈이 내릴 무렵, 이제는 마을에서 전설화 되가는 라딘은 낚시스킬 99, 요리스킬62, 조각기술 57에서 보름동안 낚시 마스터의 마지막 관문에 도전 중 이었다. 조각은 50이 넘어가자 일반 목각이나 석각으로는 기술이 안 올라가서 보석 으로 올려야 된다는 것을 알았는데, 재료값이 순식간에 10배 이상으로 뛰었 기 때문에 그 후로 겨우 7밖에 올리지 못한 것이다. 요리도 야외의 단순 요 리로는 60이상이 거의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역시 낚시가 최고야. 돈 안 들지. 한자리에서 뽕을 뽑을 수 있지. 그런데 왜 보름동안 안 올라가는 거야! 최후의 1포인트! 신이 나를 시기하 는 건가. 흑, 그러고 보니 낚시 시작한지 2년이 다 되가네. 다른 사람들은 300렙이 넘은 사람도 있다는데, 음, 마스터만 하면 슬슬 다 른 재미를 찾아봐야겠군. 어스 타임으로 반년 남았으니까. 리아!" "네에, 라딘님. 부르셨어요? 호옥시, 잡담이 아니라 질문이신가요?" 라딘의 양심이 순간적으로 움직였다. 초기 교육 요정인 리아를 거의 1년간 이나 자기의 수다 상대로 이용한다는 것은 약간은 미안한 노릇이라고 생각 한 것이다. "(땀삐질)잡담 성 질문이야. 나 낚시 마스터하면 다른 거 뭐 하는 게 좋을 까 해서......" "와! 마스터까지 올리셨어요? 대단하시네요. 음, 보통 유저분들은 사냥을 하거나 수련을 많이 하세요. 아무래도 레벨이 높아야 할 수 있는 것도 많아 지니까요. 처음에 레벨을 어느 정도 올리면, 왕국에 가서 벼슬을 할 수도 있고요. 물론 명성이 어느 정도 있어야 되지만요. 아니면, 세상을 혼란에 빠뜨리시면 악신의 축복을 받을지도 모르지요. 돈을 좋아하시면 장사를 하시는 것도 추천드려요. 라딘님은 이미 레이크사 이드 최고의 생선상인이시니까요. 성공하실 수 있으실 거에요." 팔랑거리며 밤하늘에 요정의 가루를 뿌리며 설명하는 리아를 웃으며 바라보 면서 라딘은 조용히 말했다. "음, 이제는 결국 보통 유저처럼 경험치를 올리는 것이 좋다 이거네. 나 사실 장사는 별로 안 좋아해, 돈은 좋아하지만!" "호호. 라딘님처럼 이 브리시아에 와서 처음부터 끝까지 낚시만 하시는 분 은 아마 없을 거에요. 덕분에 저도 라딘님하고 계속 놀 수 있어서 좋았어요 . 다른 친구들은 처음에만 조금 일하다가 요정계에서 거의 소환 안 되고 놀거 든요. 알거 다 안 이계인분들이야 뭐 저희를 찾을 이유가 없으니까요." "응. 나도 항상 이야기 상대를 해주는 리아가 있어서 조금은 대화하는데 익 숙해진 것 같아. 사실 사람 상대하는 것을 그렇게 좋아하진 않았거든. 앞으로도 잘 부탁할게. 이번에 낚인 걸로 매운탕 끓일게. 같이 먹자." "넹, 생선요리 먹는 최초의 요정일거에요. 제가" 블루 크리스탈 호수의 밤은 평화로웠다. ---------------------------------- ------------------------------------------- 신마대전-설정자료[직업] 신마대전 가상현실 게임 3명의 선신(정의, 질서, 자비), 3명의 악신(공포, 파괴, 음모)의 전쟁과 그에 관심 없는 1명의 방랑신(자유)의 이야기 유저는 멸망해가는 대륙의 다음 문명의 주도권을 위한 신들의 도구이다. 즉 PC에 의하여 세상은 멸망한다는 설정, 이때 주도권을 잡는 캐릭이 선 이 냐 악이냐에 따라 새로운 세계의 창조권이 넘어간다. 서버는 7신의 초AI에 의해 운영되는데, 이들이 바로 신이다. 신은 직접적 으로 세상에 영향을 미칠수는 없지만 자신을 따르는 자에겐 공적에 따라 도 움을 줄순 있다(카르마 보응의 법칙) 유저는 신에게 또는 왕국에 충성을 맹 세할 수도 있고, 또는 자유롭게 생활할 수도 있다. 단, 자신을 지킬수 있어 야 한다. 직업 처음에 0레벨에서 직업선택을 정하면 1렙이 되면서 특정 스탯이 올라 간다 (합이20올라간다) 또한 레벨업 보너스 스탯 1 이 주어진다. 그후 2차 전직까지 렙업당 직업별 메인 능력치 1점과 서브 능력치 중 확률 에 따라 1점, 그리고 보너스 스탯 1이 주어진다. HP, MP는 각 체력과 마력의 10배로 계산한다. (1~200레벨 전후) 2차 직업 2차직업으로 변환시 전업 보너스로 합계100점의 능력치가 올라가 고, 이후 렙업당 보너스 스탯이 2점으로 증가한다. 또한 HP,MP가 체력과 마나의 20배로 계산된다. 이후 렙업당 경험치가 2배로 계산된다. (200~500레벨 전후) 3차 직업 혼합직업으로 전환 : 2차직업을 마스터 하면 순수3차직업으로 바 로 승급하는 것과, 다른 직업을 거쳐서 혼합직업으로 승급 하는 것을 선택 해야 한다. 순수3차의 경우 전업 보너스로 합계 300점의 능력치가 올라가고, 이후 렙업 당 보너스 스탯이 3점으로 증가한다. 또한 HP MP가 체력과 마나의 40배로 계산된다. 이후 렙업당 경험치가 3배로 계산된다. (500~1000레벨) 혼합직업의 경우 다른 직업의 1차직업을 선택하면 전업 보너스로 합계 100 점의 능력치가 올라가지만, 그 직업을 마스터 할 때까지 렙업당 능력치 보 너스는 2점이다. 또한 HP, MP는 체력과 마나의 30배로 계산된다. 렙업당 경험치가 3배로 계산된다. 혼합직업을 마스터하면 혼합3차직업으로 승급할수 있는데, 전업시 보너스로 합계 200점의 능력치가 올라가고, 이후 렙업당 보너스 스탯이 3점으로 된 다. HP, MP가 체력,마력의 40배로 계산된다. 이후 렙업당 경험치가 4배로 계산된다. 혼합직업자는 언제든지 혼합직을 포기할수 있으며 그 경우 유저는 혼합직 시작 레벨로 떨어지거나, 그 레벨로 혼합직 스킬만 포기할수 있다(이 경우 순수직업 유저보다 스탯등이 떨어지므로 허접한 캐릭이 된다고 말할 수 있 다) (500~600정도까지 혼합1차, 600~1000레벨) 순수직업과 혼합직업의 장단점 순수직업의 특징은 빠른 렙업과 높은 기본 능력치 보너스에 있다. 대략 2차전직후 혼합직업자가 혼합직업을 마스터하는데 100렙정도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같은렙에 순수직업과 혼합직업의 능력치는 약 100점정도의 차이가 있게 된다. 또한 능력치의 밀집도에서도 뛰어나다(전사의 경우 체력 민첩이 팔라딘보다 더 많이 오른다..팔라딘은 의지가 올라간다.) 가장 중요한것은 빠른 렙업인데, 동렙에 능력치가 강한 혼합직이 나중에는 렙업속도를 따라올것 같지만, 스킬수가 많기 때문에 스킬수가 적고 숙련도 가 높은 순수직업이 훨씬 강력한경우가 많다. 밸런스는 800렙에서 동렙 순수직업과 혼합직업이 비슷한 힘을 발휘하고, 90 0렙부터 혼합직업이 점점 더 강해진다. 물론 동렙의 경우이고, 렙업속도는 순수직업 1000렙에 혼합직업 900렙이다 (렙업당 업속도가 그렇게 심하게 증가하지 않는다.) 혼합직업의 매력은 최강의 캐릭이 될수 있다는 것이다. 혼합직업은 일종의 히든피스이나 최강이 되기 전까진 오히려 약하다. 스킬트리가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에 상급 기술은 양쪽의 스킬을 마스터 해야 나오는 경우가 많고, 여러 가지 능력치의 중복 체크로 실패할 확률도 많다는 단점이 있다. 물론 그만큼 스킬이 강하다. 각 혼합직은 순수 3차 직업보다 더 높은 난이도의 퀘스트를 통해야하고, 물 론 3차 혼합직은 더더욱 어렵다. 뿐만 아니라 레벨 900까지는 순수직업에 비해 약하기 때문에 파티에 끼기도 쉽지 않아 렙업이 환상적으로 느려지고 PK의 표적이 되는 등, 수 많은 애 로사항이 꽃핀다. 그런 이유로 운좋게 혼합직 퀘스트를 얻게 돼서 지존의 꿈을 안고 수행한 사람들의 대부분이 혼합직을 올리다가 포기하거나 (허접캐릭으로 6개월을 살아야 한다), 레벨 900이전에(허접캐릭으로 2년을 살아야 된다)에서 울면 서 500대로 돌리게 된다(80%정도) 순수직업 1차직업 2차직업 3차직업 전사 --> 용병대장(치프) --> 장군(와 로드) --> 기사(나이트) --> 상급기사(그랜드나이트) --> 무사(소드맨) --> 검성(소드마스터) 도둑 --> 궁수(아쳐) --> 신궁(보우마스터) --> 자객(어쎄신) --> 닌자(닌자) --> 전문가(스카우트) --> 트랩마스터 마법사 --> 속성법사(엘레맨탈리스트)-->마도사(워록) --> 소환사(서모너) --> 소환마도사(그레이트서모너) --> 환술사(일루져니스트)--> 영혼술사(소울캐쳐) 성직자 --> 빛의 성직자 (3신중 선택)-->고위 성직자 --> 어둠의 성직자 (3 신중 선택)-->고위 성직자 --> 방랑신의 성직자 (방랑신)-->드루이드 용병 대장 : 숙련된 전사 공격, 방어가 모두 뛰어나고, 무기와 체술을 같이 쓰는 실전 전투를 좋아 한다. 지휘능력으로 국가 공훈 세우기에도 좋고, 자유롭 게 모험을 할 수도 있다. 균형잡힌 능력과 자유성으로 가장 많은 유저가 선 택한다. 장군 : 최고의 지휘능력을 가진다. 용병대장 기술의 상위기술을 얻게 된다. 기사 : 국가에 충성하는 귀족전사, 국가 공훈에 의해 상급직 퀘스트를 얻게 되기 때문에 국가에 열심히 봉사하는 것이 좋다. 즉 개인적인 모험이나 여 행 같은 것을 하면 망하는 수가 있다. 실드를 이용한 공격을 배우고, 마상 전투 기술도 익힐 수 있다. 상급기사 : 높은 공적을 세운 존경 받는 기사. 국가의 각종 상급장비를 지 원 받고 특히 마법 풀 플레이트를 얻게 된다. 역시 실드와 마상 전투기술이 향상되고 군대 지휘 능력도 생긴다. 무사 : 검으로써 도를 추구하는 자, 자신의 무기와 무술에 모든 것을 걸기 때문에 갑옷을 입지 않는다. 용병대장이나 기사를 상회하는 공격 력과, 화 려한 무공기술을 익힐 수 있다. 검성 : 검으로 도를 깨우친 자. 갑옷을 입지 않아도 무기만 있음 방어 가 올라가고, 최강의 공격력과 상급 무공을 익힐 수 있다. 정신계 공격 이나 환술에 강하여 환술사의 천적이다. 궁수 : 장거리 공격 전문가. 단거리는 도둑의 전투력이다. 기본적으로 함정 제거는 1차 도둑 마스터에서 정지한다. 신궁 : 연사, 이동사, 곡사, 강기사를 익힌 장거리 저격의 최고봉. 연사+곡사를 이용한 범위 공격 만시우(애로우 레인)은 회피가 불가능한 물 리공격이다. 자객 : 암살자. 독을 사용하고 암습과 은신, 잠행에 특화 되어 있다. PK시 피살자 외의 목격자가 없다면, 수배되지 않는 특전이 있다. 닌자 : 암습과 은신, 잠행이 더욱더 특화 되어 있다. 그 외에 2웨폰을 이용 한 공격력의 향상, 분신을 이용한 방어력의 향상으로 직접전투에도 전사에 게 크게 뒤떨어 지지 않는다. 전문가 : 던전 탐사 전문가. 암호 해독, 함정제거등의 스킬이 높다. 암습과 은신, 잠행도 쓸수는 있지만 최상급 스킬은 얻을 수 없다. 그 외에 감정 스킬이나 함정 설치 스킬도 좋다. 비전투 요원이라 할 수 있지만 의외 로 안 죽고 아기자기한 재미가 있다. 재물 얻기에도 물론 좋다. 트랩마스터 : 최상급의 함정을 설치하거나 제거할수 있는 시프마스터, 전투 는.. 마법 못쓰는 성직자 수준이다. 그러나 생존력은 전 직업중 최강이다. 궁극의 차원트랩을 스스로에게 쓸 경우 절대 안죽는다.(단 쓸 때마다 돈이 깨진다) 속성법사 : 원소마법(불, 바람, 물, 땅)을 쓰는 마법사 번개는 바람속성 이 다. 공격계 마법사. 마도사 : 최상급 원소마법을 쓸수있는 공격계 마법사. 소환사 : 정령소환을 하는 정령사. 마법진을 이용하여 마법을 쓴다. 소환마도사 : 최상급 정령까지 소환한다. 마법진을 이용하여 이동계 마 법 을 쓸수도 있다. 환술사 : 환상과 정신계마법을 쓰는 마법사, 언데드에게 약하지만 현혹 마 법은 생명체나 일반마물에겐 그만큼 강력하다. 성직자 : 1차때는 일종의 치유술사로 자연의 기를 이용한다. 2차때는 성향 을 정해야되고, 선은 치유술과 방어강화 마법쪽이, 악은 저주와 공격 강화 마법쪽이 강하며, 방랑신은 이동계마법이 강하다. 고위 성직자 : 상급 성직자 마법과 천사와 악마소환이라는 비장의 기술이 있다. 드루이드 : 자연과 자유를 사랑하고, 원소 정령이 아닌 숲의 정령 소환, 성 수의 힘을 빌리는 수혼빙의에 의한 직접공격력 강화등의 특기가 있다. 혼합직업 용병대장 -> 도둑 -> 레인져 용병대장 -> 마법사 -> 마법전사 기 사 -> 성직자 -> 팔라딘(빛),다크팔라딘(어둠) 무사 -> 도둑 -> 소드댄서 무사 -> 마법사 -> 배틀마스터 ---------------- ----------------------------------------------------------------- 궁수 -> 마법사 -> 마법궁사 자객 -> 마법사 -> 환영살객 자객 -> 성직자 - > 다크어쎄신(어둠) 전문가 -> 전사 -> 모험가 전문가 -> 마법사 -> 바드 -------------------- ------------------------------------------------------------- 속성법사 -> 전사 -> 워매이지 속성법사 -> 성직자 -> 현자(빛) 소환사 -> 전사 -> 정령기사 환술사 -> 마법사 -> 대마도사 환술사 -> 성직 자 -> 네크로맨서(어둠) ---------------------------------------------------------------------- ----------- 빛의 성직자-> 마법사 -> 현자 어둠의 성직자-> 전사 -> 다크마스터 방랑신 의 성직자-> 도둑 -> 수집가(콜렉터) ---------------------------------------------------------------------- ----------- 레인져 : 경갑 2웨폰 궁술 생존술. 공격력이 와로드, 궁술이 신궁과 맞먹 는다. 단 방어력은 도둑수준. 마법전사 : 원소마법을 쓸수 있는 와로드, 지휘능력은 없지만 복합 공격 력 은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물리강한텐 마법, 마법강한텐 물리) 팔라딘 : 와로드의 공격력과 방어력 빛의 성직자의 치유술 과 강화마법을 가지고 전용 마법인 홀리웨폰과 신의 손을 쓸수 있는 신의 전사, 단 그 만 큼 행동적 제한도 많고, 왕국에 봉사하여 영지를 얻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 다(즉 길드를 세우지 못한다. 그러나 신의 전공을 올릴수 있다). 다크 팔라딘 : 악신의 팔라딘 사기적으로 강하다. 네크로맨서의 마법도 일 부 쓰고 데스터치능력을 쓸수있다. 즉 악신의 강화마법과 네크로맨서의 극 악 저주마법의 병행으로 많은 팔라딘을 좌절에 빠뜨린다.(서로 다른 팔 라 딘은 결투신청을 거절 못한다...90%다크 팔라딘이 이긴다. 다크팔라딘은 자 기보다 약한 팔라딘한테만 결투신청, 팔라딘은 그냥 만나면 ...) 소드댄서 : 궁극의 공격수 2웨폰 +성검의 공격력.. 단 마법사에 필적한 방 어 력과 체력..물론 렙이 올라가면 성검계의 특성상 방어력도 어느정도 강 해 진다. 배틀마스터 : 네크로맨서와 더불어 2대 히든피스 직업, 공격계로써 성검의 공격력과 원소법사의 마법력을 동시에 발휘하는 신속성 필살기를 얻게된다. 마법궁사 : 자신의 화살에 원소마법을 걸어서 쏠수 있게 되는 공격형 원소 궁술사. 역시 상대의 약한 속성을 공격 할 수 있다. 환영살객 : 정신마법을 쓸수 있는 자객, 최강의 자객은 환영살객이라 할 수 있다. 정식대결엔 일반 자객수준이다. 다크 어쎄신 : 저주+ 암살...악신계는 강하다. 강화마법을 걸면 정식결투도 와로드급을 상대할 정도로 강하다. 모험가 : 와로드의 공격력과 트렙마스터의 던젼 생존술을 가진다. 혼합직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500~800까지 다른 혼합직에 비해 하기 쉽다. 바드 : 어떤 면에선 사기라고 할 수 있다. 범위 강화 마법과 원소, 소환, 환술을 모두 일부분씩 사용하고, 암습능력을 제외한 도둑의 능력도 쓸수 있 다. 즉 다시 말하면 혼자서는 힘을 못 쓰지만 잘만하면 파티의 파워와 생존 력을 2배로 늘려줄 수 있는 직업 워매이지 : 전쟁과 전투에 대한 훈련을 가 진 마법사, 빠른 영창속도와 이 동중 마법가능이라는 능력은 모든 마법사의 선망의 대상이다. 급하면 칼들 고도 싸운다. 현자 : 원소마법과 고위성직자의 마법을 쓸수 있다. 선 캐릭의 희망이다. 천사소환이라는 비장의 기술을 얻게 된다. 정령기사 : 정령을 소환하여 자신에게 빙의 시키는 능력이 있다. 속성과 능 력치강화의 특징이 있다. 네크로맨서 : 최강 최악의 직업, 어둠의 종족을 굴복시켜서 종속시키는 능 력 까지 있다. 물론 언데드 제조와 저주는 기본으로 있다. 일단 네크로맨서 가 되면 다른 혼합직업처럽 약하다는 공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약할 때 다 른 직 업의 2-3배의 파워를, 900렙이 넘으면 10배의 파워를 낼 수도 있다. 패널티는 일단 네크로맨서라는 것이 밝혀지면 왕국레벨의 토벌대가 출동하 고 게임상 이벤트화 된다. 궁극에는 리치로 전업이 가능하다는 전설도 있다 . (물론 된다^.^유일한 4차 직업) 다크 마스터 : 마족빙의라는 능력이...역시 악은 강하다. 단 팔라딘한테 걸 리 면 고생한다. 수집가 : 축 캐릭이다. 모든 아이템 획득 능력이 1.5배이다. 물론 성직자의 능력도 사용하고 도둑으로도 쓸만 하다. 될수 있다고 되는 캐릭이 아니라 완전 운으로 얻는 퀘스트이다. 대마도사 : 원소와 정신마법을 둘다 궁극까지 익힐 수 있는 전설적인 마도 사, 그만큼 고렙이 될 때까지 괴롭다. 최고렙에는 네크로맨서 배틀마스터에 이은 강함을 자랑할 수 있다. --------------------------------------------------------- 혼합직업 칸이 깨지내요^^. 수정했습니다. ------------------------------------------- 1-2 이계의 은자(라딘 벼슬을 하다.) ---------------------------------- 싸늘한 날씨에 어두운 밤하늘, 거의 실 같은 두께의 초승달, 그리고 별. 문득 대박의 예감이 뇌리를 스치며 이제는 자면서도 입질을 놓치지 않는 현 진의 손은 떨리기 시작했다. 찌가 아주 약간, 그야말로 기를 느끼는 자만이 알 수 있을 정도로 내려간 것이다. 거물의 행차임에 틀림없었다. '단 한번! 단 한번의 기회가 있을 뿐이다. 저놈은 인간보다 똑똑하고, 뱀보 다도 집요한 놈이 틀림없어! 5분? 아니 10분은 기다려야 돼. 0.1초라도 빈틈을 보이는 순간 미끼 빼먹기 의 필살기를 쓸 수 있는 고수임에 틀림없어! 받아주마 도전을, 300여회의 승리기록을 가진 최고의 승부사 라딘의 실력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마!' 5분이 지나고 10분이 지났다. 그러나 찌는 바위에 박힌 전설의 신검 엑스칼 리버처럼 요지부동의 기세를 고수하고 있었다. 그러나 크리스탈 호수 전체 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는 그가 아직 떠나지 않고 진정한 호적수인 라딘의 허점을 노리고 있다는 것을 알려왔다. '눈으로 보면 이미 늦는다. 상대는 초절정 고수. 마음을 비우자. 명경지수 와 같은 마음. 무심의 경지만이 그의 움직임에 반응할 수 있어.' 10분간 뚫어지게 찌를 바라보던 라딘의 충혈된 눈이 풀리기 시작했다. 눈꺼풀이 내려와 반개상태를 유지하고, 그의 전신에서 흘러나오던 찌를 것 같은 살기는 밤바람에 흩어진 듯 어느새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아무런 전조도 없었다. 그저 어느 순간 라딘은 마치 기지개를 켜듯이 빠르 지도 느리지도 않게 그의 팔을 들어올렸다. 함성도 비명도 없는 고요함속에 그의 낚시대는 그의 손을 따라 올라오다가 어느 순간 곡선을 보이며 휘어 지기 시작했다. 드디어 라딘은 새로운 깨달음을 얻고 호수 최대의 거물의 도전을 극복해낸 것이다. '아직 끝나지 않았어, 버텨라, 고래수염 강화피버 5! 명품의 진가를 보여다 오! 잡화점 주인, 엘프의 머리카락에 미쓰릴을 코팅해서 만들었다는 초 특 제 강화탄성 낚시줄이 이번에 버틴다면 그 엘프 머리카락설, 내가 믿어준다 . 제발!' 약 10분간의 사투 끝에 사량발천근의 기술을 극한까지 익힌 라딘의 손에는 크기 60센티미터를 상회하는 떡붕어가 딸려 올라왔다. 이놈이야말로 만년삼 왕보다 더 오래된 이 호수의 진정한 주인이라고 라딘은 확신했다. "심 봐~~~~았다~~~~~!!!!" [-띠링, 낚시 스킬이 올랐습니다. 세월을 낚은 진정한 자의 칭호! 은자(허 밋)의 칭호를 얻으셨습니다.] "오오옷!!!! 역시, 난 하늘이 내린 주인공이야아아아아. 마스터닷!!" 그렇다. 그는 드디어 절대고수의 경지에 도달한 것이다. 기쁨의 패닉상태에 빠진 라딘을 현실세계로 이끌어낸 은인은 호수 반대편에서 떠오르는 태양 의 빛이었다. 전설의 밤은 지나고, 새 시대가 온 것이다. ------------------------------------ "일단 탁본하나 찍고, 스크린 샷 샤샤샷. 이걸 확 고아먹을까, 구워먹을까, 지저 먹을까, 아니지! 이놈을 잡화상에 가지고 가면! 잡화상 주인 마티씨 가 보나마나 그의 미스릴 코팅 엘프 머리카락 낚시줄의 증거품으로 삼기 위 해 거액으로 구입해 줄 거야. 암, 이놈은 세계최고의 떡붕어임이 틀림없으 니까!" 새벽의 시작과 함께 레이크사이드타운으로 내려온 라딘은 마을 전체를 패닉 상태로 몰아넣으며 잡화점으로 직행했다. 70년 평생을 낚시와 함께 살아온 마을 촌장 하시민씨는 그에게 신을 알현한 다고 절하기 시작했고, 순간적인 숨막힘으로 기절한 사람이 2명이나 있었고 , 이른 새벽에 일가족을 모두 깨워 최고의 거물을 관람하고 혹자는 자신의 몸에 탁본을 떠서 문신으로 남기겠다는 부탁을 하기도 했지만 모든 것을 무 시한 라딘은 드디어 잡화점 주인 마티씨와 단독면담을 진행시킬 수 있었다. "100골드! 물고기 만 마리 값이네! 우리가게 1년 수입이지." "훗, 마티씨. 생각해 보세요. 이제 마티씨의 미스릴 코팅 엘프 머리카락 낚 시줄은 세계 최고의 브랜드로 성장하게 될 것입니다. 바로 이 로드 블루크 리스탈(떡붕어의 이름, 라딘이 지었다)로 인해서 말입니다. 마티씨는 재벌 이 되는 거에요. 재~~벌. 그런데 그런 중요한 영물을 단돈 100골드? 장난 하시는 겁니까? 최소 1000천 골드! 그 이하는 안 됩니다." "으윽. 이봐. 지금 내가 가진 현금이 100골드 밖에 없다고. 그럼 내가 재벌 된 다음에 900골드 더 주면 안 될까?" "그것도 좋은 의견이긴 한데, 제가 빚은 지지도 않고 주지도 않는 현금주의 자라서요. 돈이 모자라시면 뭔가 좋은 물건은 없나요? 마티씨가 예전에 잘 나가던 모험가라는 소문이 있던데요." 잡화점 주인인 마티씨의 얼굴이 창백해지며 숨결이 가빠지기 시작했다. 정곡을 찔린 것이다. "으으윽! 안돼. 그것만은! 그것은 내 분신이야!" "호오! 뭔가 있긴 있군요. 후후 좋은 말 할 때 내놓으세요. 마티씨의 보물 은 지금부터 이 로드 블루크리스탈이라구요. 쓰지도 않는 아이템은 보물에 대한 모독! 제가 자알 써드리죠." "안된다니까! 난 그냥 잡화점 주인으로 살거야! 돈도 필요 없어. 난 이것만 있으면 되!" "오오! 마음을 비우시다니! 존경스럽습니다. 세상에 돈의 유혹을 이겨내는 사람은 많지 않은데. 그러나 말입니다.(씨익) 이미 조금 늦은 감이 있네요. 역사는 움직이기 시작했거든요." 아아! 세상의 혼란을 일으키며 즐거워하는 천뇌서원의 어둠의 군사의 미소 를 본적이 있는가! 이미 헤어날 수 없는 그물에 빠진 것을 아직 자각하지 못한 마티씨는 최후의 발악을 시작했다. "잉? 무슨 헛소리야. 내가 안 된다는데!" "훗, 만약에 제가 여기서 그냥 나가서, 마티씨가 보물을 가지고 있는데, 그 걸 이 로드 블루크리스탈과도 바꾸지 않았다. 재벌이 되는 열쇠인 이 로드 보다 더 중요한 보물을 마티씨가 가지고 있다. 물론 힘없고 빽 없는 일반 잡화상이! 라고 소문내면 어떻게 될까요? 과연 마티씨가 그 보물과 생명을 지킬 수 있을지 궁금하군요." -콰콰콰쾅~ [잡화점 주인 마티의 머리위로 벼락이 떨어졌습니다] 이제야 자신이 라딘의 극악 사기 유도심문에 넘어간 것을 깨달은 마티씨는 결국 온몸에서 살기를 내 뿜으며 라딘의 목을 노려보았다. 그의 손이 계산 대 아래로 슬그머니 내려갔다. 그는 전직 용병인 것이다. 칼과 폭력은 그에 게 있어서 낮선 것이 아니었다. "으헉!!! 이노옴, 살인멸구라는 말을 아느냐! 너 같은 극악거래자를 위해 하늘이 마련해 주신 구명절초의 기술을!" 그러나 세상에는 기존의 브리시아의 상식으로는 통하지 않는 일도 있었다. "음하하하하. 칭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살인멸구 좋지요. 저도 그거 아주 좋아합니다. 근데요. 저 이계인이거든요. 안 죽는거 아시죠? 죽어도 다시 부활하는 거(브이). 좋은 말 할 때 내놔요. 대신 잘 써준다니 까 자꾸 미련을 못 버리시네." "흑흑. 상급차원계에서 왔다더니. 어린 얼굴로 용병계에서 20년을 굴러먹은 이 마티를 가지고 놀다니, 그래 가져가라. 너 같은 독한 놈이 써야 이 망 토도 잘 쓰이지. 아, 내가 사회의 절대악을 하나 키우는구나." 마침내 모든 것을 포기한 마티씨는 계산대를 통째로 들어올리고, 그 밑의 비밀 공간에서 하나의 상자를 꺼내서 열었다. 그 안에는 은빛광택이 나는 회색의 망토가 있었는데, 두꺼운 듯 하면서도 은은히 속이 비추는 듯 한 느낌이 드는 신비한 재질의 망토였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그것을 꺼내어 잠시 죽어가는 자신의 아이를 보는 듯 한 애절한 표정으로 그 망토를 바라보다가 결국 마음을 비우고 라딘에게 내미는 마티씨였다. "후우, [은신의 망토]다. 사실 지금의 나에게는 필요 없는 것이지. 이것을 얻은 후 나는 용병생활을 청산하고 이곳으로 올 수 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이것은 상급 어쎄신들이 눈에 불을 켜고 찾는 물건이기 때문이거 든. 뭐 고급 염료로 색이나 문양을 바꿨으니까 사실 알아볼 사람은 없을 거다. 스스로 말하기 전에는 말이야." "오옷, 고맙습니다. 그럼 이 망토하고 옆,에,있,는 100골드 감사히 받겠습 니다아." "...... 아예 가게에 불을 지르지 그러냐." "무슨 말씀을! 저의 영원한 물주 마티씨의 밥그릇을 제가 깰 거 같습니까아 . 재벌되세요, 마티씨. 그럼 빠빠.(돈 버시면 다시 찾아올게요)" 혹시라도 물러 달랄까봐 물건을 집자마자 바로 뒤돌아서 나오면서 말하는 라딘의 덕담에 잡화점 주인 마티는 라딘이 놓고 간 떡붕어를 쓰다듬으며 끝 내 한 방울의 눈물을 떨구는 것이었다. [-띠링, 퀘스트 잡화점의 숨겨진 보물을 완료 하셨습니다. 보상품으로 [은 신의 망토]를 얻으셨습니다.] 그렇게 라딘은 자신의 게임인생 첫 퀘스트를 완수할 수 있었다. 시장에서 물고기를 팔면서 들은 레이크 사이드의 뒷소문 중 전직용병 마티 의 숨겨진 보물의 소문을 들고 생긴 잡화점의 숨겨진 보물 퀘스트. 그것은 마티의 목숨을 건 저항으로부터 사탕과 채찍을 이용하여, 아이템을 강탈하는 교섭 퀘스트였다. 현진의 경우 여태까지 대인관계 기피증으로 재능을 발휘하지 못했지만, 그 는 강철의 스캐쥴을 자랑하는 부친과 무대뽀 교섭신공의 지존 철혈여왕의 엘리트 교육의 산물이었던 것이다. 그런 그의 성격이 자유로운 브리시아에서의 생활에 의해 어둠의 봉인이 풀 리듯 풀렸다고 할 수 있으니, 이는 브리시아의 악몽이라 불리울만 한 일이 지만 세상은 아직 거대한 악의 태동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 ------------------------------------------- 1-2 이계의 은자(라딘 벼슬을 하다.) "룰루, 아이템 사용 [감정 스크롤]." 감정 스크롤이 하얗게 타면서 그의 손이 빛나기 시작하자, 라딘은 그 손으 로 망토를 잡았다. 은신의 망토 매직아이템 방어 30 무게 2 민첩 30 , 의지 30, 마력 30. 특성 : 자신의 속성과 마나, 능력치를 감춘다. 설명 : 매직이지만 최상급 레어의 가격으로 거래되는 망토로 로그나 어쎄신 , 악신의 추종자들이 가장 원하는 장비 베스트 3에 항상 들어간다. "오오~ 최상급 레어같은 매직 아이템이라, 훌륭해. [장착]! 은신의 망토" . . . [은신의 망토를 입었습니다.] "장착시간이 약 10초정도 걸리네. 음, 옷 같은 경우 보단 좀 빠른 편이군. 자 능력치가 얼마나 올라갔는지 볼까나. [상태창]!" 캐릭 라딘 모험직업 : 무 레벨 0 힘 10 지력 10 의지 140 민첩 40 체력 10 마력 40 HP 100 MP 400 보너스 스탯 10 방어 2 공격 5-10 +10 "얼라라? 의 지가 왜 이리 높지? 리아야." "네에, 라딘님" "내 의지가 왜 이리 높아진 건지 혹시 아니?" "아! 라딘님이요. 낚시를 마스터 하실 때 100점이 올라가던데요. 저도 놀랐 어요." "......!!!!" "[스킬창]!" 전투스킬 생산스킬 낙시 100 은둔자(허밋) 대장장이 0 방직 0 조각 57 조각가 연금술 0 요리 62 견습요리사 '능력치가 6개. 생산스킬이 6개......!' 많은 사람들이 청천벽력이라 부르며 두려워하는 최고의 전격마법이 현진의 머리를 직격했다. 아주 콱 꼿힌 것이다. '그런 것이군. 또 하나의 신비를 밝혀내다니. 하늘이 나를 시기할까봐 두렵 구나.' 라딘이 스스로 2년 동안 번 돈의 2배에 해당하는 돈 100골드와 뽀대와 실속 의 양쪽을 충족시키는 망토을 얻고 좋아하고 있을 때, 마을 입구에 약간의 소란이 일어나고 있었다. 동대륙의 3강국중 하나인 파스트의 관광명소이자 낚시명소인 레이크사이드 타운은 솔직히 말해서 등급 F의 시골이다. 깡시골까지는 아니라도 무기상점에서 롱소드를 팔지 않고 호신용 숏소드까 지만 제작, 곡괭이와 채집용 낫을 주로 판다던가, 방어구 상점의 최고 이벤 트 상품이 기름 먹인 곰가죽 갑옷(한마디로 하드레더)인 것을 보면 이곳이 얼마나 시골인지 알 수 있다. 그런 레이크사이드 타운에 인근 도시이자 이 지역의 영주 바이튼 자작의 성 이 있는 바이튼 시티에서도 볼 수 없는 완전 맞춤 풀 플레이트 아머를 입은 2명의 기사와 하얀색에 가운데 푸른 비취빛 마법진이 그려진 로브 (왕궁 전속 마법사의 규정 유니폼)를 입은 마법사가 나타났다는 것은 이 지역 주 민에게 있어서 호수에서 드래곤이 튀어나온 것과 다름없는 충격을 주었다. 조금 전 까지 이리저리 모여서 라딘의 충격적 붕어에 대해 떠들던 사람들은 이미 말을 할 수 있는 기능을 상실하고 그저 선망의 눈초리로 3인을 바라 볼 뿐이었다. "본인은 황궁 실버 가드 크레온 남작이다. 이곳에 이계인 은자가 나타났다 는 보고를 받았다. 제군들은 혹시 은자의 거처를 아는가?" '......!' 마을 촌장이 대표로 나와서 기사와 대화하는 영광을 누렸다. "이 마을에 이계인이라고는 라딘뿐입니다. 남작나리. 라딘은 지금 잡화점에 있을 겁니다." "오! 잡화점은 어디지?" ...... ...... ...... 돈벼락을 맞은 라딘은 그 돈으로 최상급 장비를 사서 모험을 떠날지, 아니 면 조각기술 마스터에 도전 해볼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조각기술 마스터는 상당히 구미가 당기는 일이지만 갈수록 비싸지는 재료로 볼 때, 100골드는 조각기술에 있어 많은 돈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망설이고 있는 상황이었다. 문득 이상한 느낌이 들어 마을 입구 쪽을 바라보니 삐까뻔쩍표 기사 2명과 휘황찬란형 마법사 1명이 이쪽으로 오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물론 그 뒤로는 마을 사람의 30%인 약 300명의 인원이 졸졸 따라오고 있었 다. 라딘의 얼굴에서 혈액이 모두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헉! 어느새 내가 아이템을 얻었다는 소문이, 이럴 수가! 도망가야 돼! 권력에 굴복할 순 없어! 이건 내거야! 죽어도 이거 입고 죽어야 돼! 으으, 그래도 기사2명 마법사 1명과 병사 300명이면 대대급 병력인데,헉헉, 어떻 게 빠져 나가지?' 공포와 미련으로 패닉상태에 빠져 미쳐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사이 그들은 라딘 앞에 도착했고 뒤에 따라오던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라딘을 둘러쌌다. 좀 더 잘 보기 위해서이다. 포위를 당한 라딘이 죽음을 각오한 저항이냐 솔직담백한 애원이냐를 고민하 고 있을 때 앞에 있는 기사가 정중히 말을 꺼냈다. "그대가 이계인 은자 라딘님이십니까?" "헉, 이건 절대로 넘길 수...... 어! 뭐라고요? 잘 못 들었어요." "왕궁의 신전에 이곳에 이계인 은자가 있다는 신탁이 내렸습니다. 상급 플레인 어스의 은자라면 뛰어난 능력과 깊은 지모를 소유한 분임이 틀 림없다는 국왕폐하의 명에 따라 은자분을 모시러 왔습니다. 혹시 그대가 어스의 은자라면 저희와 함께 수도 파스트로 가서 국왕폐하를 알현해주시기 바랍니다." -띠링~ [은자의 등용문 퀘스트를 얻었습니다. 당신은 왕국에 봉사할 기회를 얻거나 아니면 계속 은자로써의 생활을 영위 할 수 있습니다.] 갑자기 급변한 상황에 패닉에 빠져있던 라딘의 귓가에 국왕폐하를 알현이라 는 대사가 들어왔다. 그리고 라딘의 머리는 한계속도의 고속회전을 시작했 다. '.....!!! 이거다. 이제 나는 태공망이 되는 것이다. 지금부터 레벨업을 해 봐야 다른 유저의 발끝에도 못 미친다. 주인공에게는 주인공만의 길이 있는 법! 레벨0이라도 세상을 움직이는 큰 인물이 되리라. 파스트 왕국. 그대는 보물을 얻은 것이요. 역사에 남는 군사! 임전무퇴, 다다익선, 신기 묘산......' "저, 라딘님?" 갑자기 라딘의 표정이 바뀌었다. 조금 전까지의 강도를 만난 상인의 얼굴 표정과 태도는 순식간에 인생의 고뇌로부터 벗어나 자연의 도를 추구하는 젊은 도인의 무심안을 지닌 신선의 표정으로 바뀌었고, 그의 어조는 평조체 를 유지하여 세상과 자신의 일은 모두 공수래 공수거라는 것을 깨달은 부처 의 설교체였다. "예? 아, 험험, 그렇습니다. 제가 어스의 은자입니다. 음, 어쩔 수 없군요. 크레온 경, 그대도 왕명을 수행하는 몸, 제가 가지 않으면 곤란하겠지요. 일단 국왕폐하를 알현하겠습니다. 그러나 파스트가 저의 재간을 담지 못할 그릇이라면 그때는 말없이 떠나는 것을 미리 용서바랍니다. 지금의 은둔 생활도 소중하니까요" '벼슬만 주면 무조건 충성한다. 국왕이 폭군이건 바보건 로리건 남색이건, 아! 이건 아니군, 정절은 지켜야지. 암튼 남색만 아니면 파스트국은 나의 왕국! 한번 맘 잡고 뛰어보겠어!' 표정만 삼고초려 받는 제갈공명, 속마음은 3일째 굶으면서 일자리 찾는 부 랑아의 심정으로 라딘은 대답했다. 안타깝게도 사람의 속마음은 보이지 않는 법! 크레온 경은 라딘의 삼고초려 페인트에 넘어가고야 말았다. "예! 감사합니다. 그럼 일단 저희와 바이튼 시티까지 가셔서 왕국으로 가는 게이트를 이용하시죠."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아, 잠깐만요. 지금 복장이 조금 그런데...... 괜찮겠습니까?" 그곳엔 한명의 넝마 입은 거지가 회색 거적대기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땀 삐질), 바이튼에 가시면 영주의 옷 중 적당한 옷을 한 벌 얻을 수 있 을 겁니다. 서두르시죠. 국왕폐하의 명은 한시도 지체해선 안 됩니다." "네. 그럼 지금 출발하지요." 3명의 왕국의 사자를 앞세우고 레이크사이드 타운을 벗어나는 라딘은 언덕 너머로 보이는 블루 크리스탈 호수에 눈으로 작별인사를 했다. '또 볼거야. 블루 크리스탈. 나는 이미 공룡를 보았다.' -------------------------------------------------- ------------------------------------------- 1-3 가면의 후작(라딘 정권을 장악하다.) 1-3 가면의 후작(라딘 정권을 장악하다.) 리아의 정보에 의하면 파스트는 동대륙 3대 강국 중 하나인 만큼 넓은 영토 와 풍부한 자원을 기반으로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는 인구 5천만의 대국이라고 한다. 특히 기사가 많아서 기사의 나라로 불리우는 이 나라는 용기의 신을 최고 국교로 삼고 있는 만큼, 마법사의 전력은 조금 떨어지나 수 십명의 상급기 사에 의해 제어되는 기사단과 명망 있은 장군들이 이끄는 100만의 병사를 보유한 군사대국이지만, 각 영지의 분란과 파벌싸움에 의해 군사력이 흩어 져서 서로를 깎아먹고 있는 상태라고 한다. 파스트의 수도는 역시 파스트인데 3대 강국답게 화려한 성과 거리를 자랑해 서 그동안 전원생활을 즐기던 라딘에게 또 다른 감동을 불러왔다. '흐미, 화려하군. 이 라딘님이 일해 볼만한 곳인데. 역시 사람은 큰물에서 놀아야 떨어지는 팥고물의 단위가 틀려지는 법이지. 이곳이 약소국이 아니 라 다행이야.' "라딘님. 오늘은 일단 쉬시지요. 며칠 내로 국왕폐하를 알현하게 될 것입니 다. 아마 국왕폐하께서 라딘님을 독대하실 겁니다." '오옷, 독대! 그럼 난 심복? 엄마 나 왕 빽 먹었어.' 속마음을 엿보지 않는 한 라딘의 태도와 표정은 점잖은 선비의 그것이었다. "네. 경도 수고하셨습니다." "하하. 저의 본업이니까요. 그럼 왕국 접객숙소에서 쉬시고 나중에 다시 뵙 도록 하겠습니다." 왕국 접객 숙소는 역시 왕국표답게 화려했다. 현진은 일단 그곳에서 로그아 웃을 했다. 아직 시간이 있으니 그동안 왕국에 대한 정보를 더 얻기 위해서 이다. "로그아웃" [비전투 상황, 안전지대, 바로 로그아웃 합니다. 씨 유 어게인~-] 현진은 코크핏에서 나와 샤워를 한 후 꽃,단,장,을 시작했다. 반년이라는 세월동안 극도로 발휘된 은신술의 결과 대부분의 유저들은 30명 이라는 소수 임에도 불구하고 현진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했다. 사실 17호실의 주인이 누군지 궁금해 한 사람도 몇 명 있었지만, 워낙 게임 폐인들이라서 다른 일에는 적극적이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타인이 자기를 모른다고 자신이 타인을 모른다는 법은 현진 같은 거 의 007수준의 외교와 스파이 엘리트 교육을 어릴 때부터 받아온 영재교육의 총화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것이다. 물론 본인은 그렇다고 생각하지 못한다 . 단지 살아남기 위해 한때, 한때를 발악했을 뿐이다. 그에게 있어 지난 6 개월 동안 식당에서의 입의 역할은 오로지 음식을 통과시키는 데에 쓰였지 만, 귀와 눈은 자신을 역할을 조금도 쉬지 않고 충실히 하여, 무의식중에 장래의 밥줄과 유익한 무한자원들을 메인 메모리에 입력시켜 놓았던 것이다 . 이미 대인 공포증의 봉인이 풀어진 지금, 현진은 필요에 따라 모든 자원을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적재적소의 기술을 패시브(잠재) 스킬로 마스터하고 있었다. 지금 현진의 먹이는 김 수희라는 20대 후반의 여자로 성격이 밝고 자신감이 풍부한, 다시 말하면 공주병을 가진 미모치 70%의 아가씨인데, 그녀는 파 스트의 수도에서 도둑을 하고 있었다. 캐릭명은 세도우로즈, "안녕하세요. 누나, 옆자리 비었나요?" 돌연하게 자신의 뒤에서 나타난 현진을 보며 김 수희는 놀랐다. 그녀는 아 직 테스터 중에 고등학생이 있다는 말을 듣지 못했던 것이다. "어머! 테스터 중에 이런 학생도 있었네? 한번도 못 봤던 거 같은데??" "헉! 흑흑 제가 그렇게 존재감이 없나요? 전 거의 매일 누나를 봤는데, 맨 날 3호실의 떡대 아저씨랑 식사하시잖아요. 오늘은 같이 식사 안하세요?" '보기야 매일 봤지, 등을 말이야.' 현진의 오버액션 울음에 약간의 당황함과 웃음을 느끼며 그녀는 얼른 그를 달래기 시작했다. "아, 미안 정말 몰랐어. 이름이 뭐니? 테스터는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땀 삐질)" "신 현진이에요. 누나는 김 수희 맞죠? 나이가, 에또, 28세!" "레이디의 나이를 함부로 말하는 게 아니란다. 호호, 그래 이런 미남자가 있는 줄 알았으면 같이 팀을 짜는 건데, 아! 그 떡대 이름이 민 성철이야. 나랑 같이 팀으로 플레이하고 있어." 현진의 눈이 빛났다. 그녀의 말투로 보아 그 남자는 현재 김 수희의 애인이 아닌 것이다. 그가 처음 이 두 사람을 본 이후로의 상황을 종합해 보자면, 그 민 성철이라는 남자는 현재 김 수희에게 반해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아직 그의 작업을 눈치 채지 못하고 있는 것이 틀림 없다. 그렇다면! "오오, 누님같은 꽃미녀와 같이 팀을 짜다니! 그 형 혹시 재벌2세래요?" "어머! 얘는~, 현실에선 무관한 사이야. 그냥 같은 지역에서 시작했기에 팀 을 짠 거지. 뭐 30명밖에 안 되는데 그 넓은 브리시아의 같은 장소에서 시 작한다는 게 사실 인연이라면 인연이지만." 현진이 짝 하고 손벽을 치며 민 성철이 부럽다는 듯이 말했다. "오옷. 로또였군요! 사실 그 형도 체격하고 성격은 좋아 보이니까요. 누님에게는 좀 아깝지만, 근데 어디서 시작하셨는데요?" '가면을 써라. 현진! 사람에게는 천개의 가면이 있는 것이다. 깨지기 쉬운 유리가면이 아닌 완벽한 초합금으로 된 가면을 쓰는 거야! 스스로에게 한계 를 두지 말아라. 현진! 아부는 그 극한에서 다시 또 다른 극한을 찾을 수 있어야 겨우 입문단계라는 어머니의 가르침을 유전자에서 꺼내는거다!' "응, 나 파스트에서 하고 있어. 그 동대륙에 쌈꾼 많은 나라 아니? 성철씨도 파스트야. 그 사람은 쌈꾼이고 난 밤의 예술가지." "오옷! 그 고수만이 할 수 있다는 나이트 워커를!!! 누님 이제 보니 고수셨 군요! 와." 계속되는 노골적인 현진의 아부에 아무런 거부감을 느끼지 못하는 김 수희 는 확실히 공주병이라고 할 만 했다. 그런 그녀의 특성을 정확히 파악한 현 진의 성격분석 능력도 대단하다고 하겠다. "아이~~ㅇ, 사실 시프가 좀 힘들긴 하지, 싸움도 그렇게 능숙하지 않고, 마 법도 못쓰고, 사회적으로 음지에 있어야 하고 말이야. 하지만 해보면 무지 하게 재밌어. 특히 못생기고 재수 없는 놈들 뒤따라가서 그 집을 홀랑 털었을 때의 그 성 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지. 사회 발전에 한몫 했다는 보람도 있고 말이야~~ 앙." '거의 끝났군. 여자의 말에 비음이 섞이기 시작하면 이미 상황은 결정난거 나 다름없는 법. 하지만 지금부터가 진짜다 현진! 극한속의 극한! 완벽을 넘어선 완벽!' "오옷! 그런 재미와 실익과 대의명분을 한 번에 충족시키는 직업이!! 이제 보니 누님은 천재셨군요! 그런데 들킨 적은 없으세요?" 현진이 이 시점에서 김 수희를 약간 자극했다. 약간의 흥분 위에 자기 자랑 을 곁들이게 하는 것이 상대의 이성을 완전히 날리는 최상의 화술이 아니겠 는가? "어멋, 날 뭘로 보고 그런 말을 하니? 사실 초기엔 들켜서 그 못생긴 놈한 테 므흐흐한 일을 당할 뻔 한 적도 있긴 하지만, 내가 누구니? 다 대비책이 있다는 거 아니겠니. 그 성철씨가 내가 그런 놈한테 당하게 놔두지 않거든, 다 망보다가 이상하 다 싶으면 들어와서 뽀개는 거지 뭐, 그럼 난 그사이에 튀는거고, 호호" 현진은 이 자리에 없는 성철형을 존경하기로 했다. '불쌍한 성철 형, 여러 번 가셨겠구려. 형을 떡대라고 한 거 취소할께요. 형이야 말로 현대 남자의 견본이 될 대한남아에요.' "와우. 성철형도 누님한테 봉사할 기회를 얻게 되서 기쁠거에요. 남자란 여 자에게 봉사하기 위해서 태어난 존재잖아요." "아잉. 젋은 나이에 벌써 인생관이 뚜렷하구나 너는. 근데 너는 무슨 캐릭을 키우니? 어디서 시작했어?" 가증스럽게도 너무나도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얼굴을 붉히면서 현진은 그녀 에게 조그마한 목소리로 띄엄띄엄 말했다. "아. 저요? 사실 전 게임을 잘 몰라서요. 여기도 그냥 학교가기 전에 생활 비 마련하려고 지원했어요. 블루크리스탈 호수라는 곳의 인근 마을이에요. 지명을 레이크사이드에요. 캐릭은 전사인데요. 렙이......말하기가 부끄러 울 정도에요.(히죽)" 그런 그의 모습이 김 수희의 모성애를 자극했음이 틀림 없으리라. 그녀는 지금이라도 현진의 캐릭을 팍팍 키워주겠다는 의지를 굳히면서 열심 히 그에게 제안하기 시작했다. "어머! 블루 크리스탈 호수면 파스트 국이잖아!! 같은 나라네. 너 수도로 놀러 와라. 아니지. 내가 갈까?" "앗! 그런가요? 와, 음, 저 사실은 영지에서 하급직이지만 일하고 있는데요 . 잘하면 수도로 갈수도 있을 거에요. 한번 알아볼게요. 혹시 가게 되면 잘 좀 봐 주세요오." '앗 또 애교성 어미를! 습관이 됐네.' "호호, 염려마. 너 오면 내가 확실히 밀어줄게! 잘됐네, 3명이면 더 재밌겠 다." "근데 파스트란 나라는 어떤 나라에요? 수도로 갈라면 뭔가 알아야......" ... ... ... 현진의 공주병 기수 올리기 기술에 의해 초기에서 단번에 말기로 돌입한 김 수희는 도둑길드의 일원으로 일하면서 얻은 3급, 2급, 1급 짜리 정보들을 모두 토해내기 시작했다. 한마디 할 때마다 조금 씩 깊어지는 공주병의 쾌락은 이미 끊을 수도 없는 마약이었고 김 수희는 자기가 길드장이 아니어서 특급 정보를 현진에게 가 르쳐 줄 수 없다는 것을 천추의 한으로 여길 정도였다. 30분 후, 현진은 수도내의 모든 주요 시설과 인물, 정치 관계도, 주변국의 상황, 생산품의 흐름과 도둑길드의 반년 간 작업일정, 암살 시도 리스트 등 을 알아 낼 수 있었다. 그는 이미 파스트 왕국의 정보 전문가였다. ------------------------ ------------------------------------------- 1-3 가면의 후작(라딘 정권을 장악하다.) ------------------------ 비록 정문은 아닐지라도, 파스트 왕국의 서문은 상당히 화려했고, 내궁으로 이어지는 정원로와 내궁의 융단길은 도보 30분의 시간 동안 라딘의 시선을 만족시키는데 성공했다. 박물관 수준의 동상과 초상화를 감상하면서 크레온 남작의 안내에 따라 라 딘은 마침내 내궁의 한 밀실에 들어갈 수 있었고, 그곳에는 70정도로 보이 는(실재로는 55세) 노인과, 우아한 기품을 지닌 30대 후반(실재로는 43)의 여자, 그리고 14-5세 정도의 어린 소년과 18세정도의 소녀가 뒤에 서 있었 다. 물론 그 옆에는 진열갑옷인지, 사람인지 구분하기 힘든 쇳덩어리 보디가드 성 기사 2명이 지키고 있었지만 엑스트라는 무시하기로 했다. 파스트의 현 국왕 프로브 3세는 선대 국왕 때부터 약해져온 왕권의 문제 때 문에 상당한 고뇌를 하고 있었다. 현재 귀족권력의 70%를 독점하고 있는 카 스트로 대공은 그의 여동생이 선대 국왕의 왕비가 된 후로 대공의 권력과 외척의 특권을 융합하는 것에 성공하여, 재상의 직위에 오를 수 있었다. 선대 국왕은 왕비의 미모에 빠져, 왕권의 수많은 부분에 있어 그를 대리자 로 임명했던 것이다. 그나마 선대 국왕이 10여년의 치세 끝에 붕어하고, 태자인 프로브 드 파스 트, 현 프로브 3세가 즉위할 당시에는 아직 권력의 한계에 있어 왕과 신하 라는 구분이 있었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남자는 여자에 의하여 변하는 법, 파스트 국의 운명의 라이벌이며 역시 3대 강국중의 하나인 바이가스 국과의 국경분쟁 때, 니키아 공국의 헤 리아 니키아 공주의 얼굴을 우연히 보게 된 프로브는 그 즉시 정식 사신을 보내 헤리아 공주를 정식 왕비로 맞이하는 사건을 벌이고야 말았다. 사실 프로브는 유약하다면 유약한 성격으로, 선대부터의 재상이자 자신의 외삼촌에게 매사에 크게 거역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지만, 일단 여자문제로 일이 틀어지자, 그는 그의 피속에 약간이나마 남아있는 위대한 건국왕 파스 트 1세의 용맹함과 과감함, 그리고 최근에 섞인 카스트로 대공의 사악함까 지도 이끌어 내는데 성공해서 전쟁이라는 상황과 주위 동맹국과 공국의 사 기진작을 핑계로 그야말로 도둑장가 수준의 벼락치기 혼인을 성공시킨 것이 다. 그것은 자신의 장녀(프로브의 외사촌) 기네아 폰 카스트로를 현 국왕이자 자신의 외조카에게 시집보내려는 카스트로 대공에게 있어서, 자다가 침대 무너지는 것이요, 딱 두 집 살아있는 대마 속에 실수로 떨어뜨린 돌이 자충 하는 경우였다. 그때부터 조카의 반항은 시작됐다. 3 대7 이라는 힘의 차이는 사실 절망적 인 상황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비장의 카드인 왕의 칭호를 사용해가면서 프로브가 27년을 버텼다는 것은 이 나라가 아직은 완전히 콩가루가 아니라 는 확고부동한 절대증거였다. 그러나 15년 전, 헤리아 왕비가 2번째의 회임을 하면서 상황이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19년 전의 첫 임신 때는 그나마 로얄가드의 대부분이 왕에게 충성을 하는 상황이었기에 왕성 안에서의 권력은 왕과 대공이 5대5의 상황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그 다음해 카스트로 대공이 세기의 빅딜을 성공시켰다. 그것은 로얄 가드의 단장이자 왕국의 프라임 나이트(제1기사)인 델로스 후 작의 딸을 자신의 장손과 결혼시킴으로써 로얄 가드의 수많은 멤버가 대공 의 손에 들어간 것이다. 카스트로는 거의 노골적으로 협박했다. 왕비의 회임동안 대신해서 왕의 시 중과 국사의 내조를 할 제2 왕비를 들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제2 왕비란 9년간이나 집념으로 때를 기다린 29살의 노처녀 기네 아 폰 카스트로였다. 프로브 3세는 절대로 그 결혼을 승낙할 마음은 없었지만, 3년이라는 기간 동안 엄청난 노력을 들였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카스트로파 로얄 가드의 축 출이 완료되지 못했다는 약점 때문에 기네아를 맞이할 수 밖에 없었다. 독살의 위협이 있었던 것이다. 그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고 이제는 자신의 두 아이의 어머니인 헤리아 왕비의, 9년 동안 집념으로 기다린 절호의 기 회를 놓친다면 카스트로란 성을 가질 자격이 없다. 기네아는 초야에 그의 남편의 술에 최음제를 타는 처세술을 발휘하고 그로 인해 제2왕자인 젝스트를 회임하고야 만다. 태자와 겨우 3개월 차이의 제2 왕자를. "국왕 폐하를 알현 하옵니다." "어서 오게. 그대와 같은 인재를 내리신 용기의 신 바로스님에게 영광이 있 기를." 라딘이 고개를 숙여 약식으로 프로브 3세에게 인사를 드리자, 프로브 3세가 손을 들어 그의 인사를 받았다. 라딘은 천천히 허리를 펴고 약간 정중한 자세로 프로브 3세를 바라보았다. "황공하옵니다." "이 아이를 소개하지. 이 나라의 태자이자 나의 장자인 아칸일세. 아칸." 프로브 3세의 호명에 옆에 서있던 15세의 소년이 한걸음 앞으로 나와 라딘 에게 자신을 소개 했다. 라딘도 정중히 허리를 숙여 한 나라의 태자에 대한 예우를 갖추었다. "아칸 드 프로브 파스트요. 잘 부탁드리겠소." "만나 뵈서 영광이옵니다. 태자전하." '음, 일단 인상은 나쁘지 않게 생겼군. 패턴 1아님 2겠는데?' 로그인 전 현진이 정보를 얻고 나서 한 일은 인터넷을 통하여 대한민국의 국방 컴퓨터 태백에 접속하여, 아버지의 아이디로 국가전략연구 시뮬레이션 을 비밀리에 이용, 파스트의 국가정세와 내부 사정에 의한 대처법을 분석하 는 것이었다. 한 나라의 최고 슈퍼 컴퓨터를 게임에 이용하는 것은 알고 보면 국가 반역 죄에 해당하는 것이었지만, 자신의 양심과 타인의 이목을 속이는 데에 철들 기 전부터 어머니로부터 철저한 교육을 받아온 현진은 자신의 행복을 위해 모든 것을 합리화하는데 성공했다. -손해 보는 사람도 없는데 뭐. 이런 것도 자꾸 해봐야 태백도 데이터가 축 척돼서 더 영리해지지, 윈윈게임 등등. 즉, 걸리지만 않으면 된다는 내용이 다. 그 결과 나온 행동지침은 3가지, 1패턴 태자가 쓸 만 할 경우 :성군 육성 시뮬레이션 프린스 메이커 5 2패턴 태자가 바보일 경우 : 난세의 간웅 전략 시뮬 삼국영웅전 조조편 3패턴 태자가 패왕의 싹일 경우 : 게릴라 성 RPG 로빈 훗의 모험 다행히 태자의 인상은 순진한 귀족 소년 그 자체였다. 약간 그늘지면서도 인정 많은 눈매를 하고 있는 것이 잘하면 패턴 1로 갈 가능 성도 있다고 라딘은 생각했다. 그렇다면 제왕의 자질 시험을 해봐야 한다. 이것의 대답에 의하여 1아님 2가 결정된다. 잘 선택하라 태자! 캐릭터 메이 킹이 게임의 반이라는 것을 너는 아는가! ------------------------------------------------------ ------------------------------------------- 1-3 가면의 후작(라딘 정권을 장악하다.) ------------------------------------------------- "심야에 은거한 그대를 부른 이유를 짐작하는가? 은자여?" "미천한 소인이 생각하기에, 태자전하의 손발이 필요한 것이 아닌지요?" 프로브 3세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예상이 옳은 것임을 시인했다. 이 이계의 은자는 과연 자신의 파벌로 끌어들일 가치가 있는 인재인 것이다 . "오, 역시 그대는 인재로다. 몸은 심야에 있으나, 이목은 천하를 덥고 있구 나. 그렇다네. 나는 이미 늙어서 저 패악한 대공의 힘을 제어하기 힘드는데 , 신민은 대의보다는 부귀영화에 빠져 태자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으니 이는 짐의 부덕이니라. 그대는 보기에는 젊어 보이나 수백년을 산다는 이계인에게 겉모양으로 나이 를 따지는 것은 무지의 수치를 스스로 들어내는 것. 어떤가? 나의 태자가 부족해 보이지 않는다면 이 아이에게 사관하는 것이? 그대의 능력이 어떤지는 아직 모르나. 은자로 살 정도면 이미 마스터 급의 전사나 마법사일 것이니 그대의 능력에 따라 충분한 보상을 할 것이니라." 프로브 3세의 제안은 라딘을 미쳐 날뛰게 할 만큼 노골적인 스카웃 제안이 었지만, 라딘의 얼굴표정은 그리 반가운 기색이 없었다. 여기서 잘 해야 비 싸게 팔리는 것이다. 라딘은 자신이 그동안 필사적으로 준비해온 대사를 꺼 내기 시작했다. "황공하옵니다. 폐하. 그런데 한 가지 여쭈어 봐도 괜찮겠습니까?" "무슨 질문인가?" "폐하와 태자전하에게 필요한 사람이 전사입니까? 마법사입니까?" 라딘의 돌연한 물음에 프로브 3세는 의문을 표시하면서 다시 라딘에게 물었 다. "?? 그대는 마법 전사인가?" "다시 말씀 드리자면, 만약 제가 전사이거나 마법사이고 태자 전하에게 충 성을 맹세한다면, 태자 전하가 무사히 보위를 이으실 수 있느냐는 질문입니 다." -쾅- 프로브 3세가 노한 표정으로 왕좌의 손걸이를 내려쳤다. 감히 왕의 면전에 서 태자의 보위가 안전하지 않다고 말을 하다니! 대역죄가 아니겠는가? "!! 무례한지고, 그대는 태자가 내 뒤를 잇지 못한다고 말하는 것인가?" 왕이 대노한 상황에서도 라딘의 어조는 조금의 변화도 없이 자신의 할 말을 계속하는 것이었다. 괜히 2년이라는 세월동안 낚시를 한 것이 아니다. 이 미 그의 평정심은 어렸을 때의 교육에 지난 2년간의 정신수양이 융합하여 최고의 성취를 이루고 있었다. "폐하, 감정과 이상만으로 국정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폐하께오 서 잘 아실 줄 믿사옵니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지금 태자 전하와 대공의 세력은 한 두 사람의 전사나 마법사의 힘으로 뒤집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그것에 동의하지 못하 시겠다면, 소인을 벌하거나 내치시옵소서." "....... 그대를 속일 수는 없겠지. 그렇네. 사실 이미 대세는 기운 것이나 다름없지. 특히 내가 병들었다는 것이 알려지고는 대부분의 고위귀족은 이미 대공 편 에 붙었다 할 수 있네. 하지만 이대로 있다면 태자는 폐위되고 그 경우 태자와 나의 헤리아는..... ." 순식간에 분위기가 신파 분위기로 바뀌기 시작했다. 왕과 태자, 공주, 왕비 의 눈에 공평하게 눈물이 어렸고, 특히 여자인 공주와 왕비는 얼굴을 돌려 최소한의 위엄을 유지하려고 시도하고 있을 뿐이었다. "황공하옵니다. 하지만 이왕 아뢰는 김에 태자 전하께도 한 가지 질문을 드 려도 되겠습니까?" 갑자기 표적이 자신에게 넘어오자 아칸은 움찔했지만, 한 나라의 태자로서 의 체면을 잃지 않기 위해 의젓하게 대답했다. "내가 답할 수 있는 것이라면 얼마든지 하시오." "황공하옵니다. 만약에 태자 전하께서 정권을 잡으시면, 저들 대공파의 귀 족들은 어떻게 하실 계획이십니까? 전하의 세력이 비록 적다고는 하나, 그들의 공을 치하하기 위해서는 현재 권력과 재물의 대부분을 가지고 있는 대공파의 귀족들을 치셔야 하지 않겠 습니까?" 상당히 미묘한 질문을 받은 태자는 일단 감정을 추스르고 잠시 생각하다 신 중하게 대답했다. "...... 나는 잘 모르겠소. 사실 공의 말이 옳긴 하나, 그들이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소. 그들은 그들의 영지와 지위를 지키기 위해 대공 편에 섰지만, 사실 지금은 젝스트가 보위를 잇는 것이 이 나라를 위하여 더 좋을 지도 모르지요." "태자야......" 프로브 3세와 헤리아 왕비는 울 것 같은 표정으로 그들의 아들을 바라보았 다. 그들도 사실 대세가 이미 기울었다는 것을 알고는 있는 것이다. 인정하기는 싫어도 말이다. 그러한 신파 분위기가 라딘의 마음을 즐겁게 했다. 역시 남이 위기에 빠져 급하게 살려달라고 울부짖어야 구해주는 맛이 나는가 보다. '호오, 그래도 기본이 나쁘지 않구만. 역시 어릴 때 고생을 좀 해야 자아성 찰을 많이 하게 돼서 인격적으로 성숙해진다는 아버지의 말씀이....... 아악, 아니야! 아무리 내가 고생했다고 해도 내 아들만큼은 고생 안 시킬 거야! 그 삭막한 스파르타 교육은 내 대에서 사장되어야 되! 내가 모든 과 거의 악순환을 종식시킬 거야. 아들아 넌 아버지 잘 만난 줄 알아야 된다. 너의 할아버지, 할머니가 너의 직속상관이 아닌 게 얼마나 행복인지. 몰라 도 괜찮다. 튼튼하게만 자라다오.......' 라딘이 다시 과거의 상처에 의해 무념공상의 경지에 빠져 있는 동안, 왕과 그의 가족은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결국 이기는가 지는가(win or lost)의 문제가 아니라 살아남는가 죽는가(to be or not to be)의 문제이기 때문에 포기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상기한 것이다. "라딘경. 내가 비록 부족하나, 아바마마와 어바마마를 봐서라도 끝까지 포 기하지는 않겠소. 한명의 도움이 대세를 뒤집긴 힘들다고는 하지만, 그 한 명이라도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것이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 아니겠소? 나를 도와주시오. 내 후사하겠소." '오오, 그래도 할 맘이 있구만. 오케이, 패턴 1 결정이다. 이 천재 모사 라 딘님이 속을 시원하게 확 뚤어주마. 후,사, 잊지마라. 꼬마야.' 일국의 태자이자 자신보다 겨우 2-3살 어린 아칸을 꼬마라고 부르는(맘속으 로) 불경을 저지르면서 라딘은 패턴 1에 의한 왕권 계승 확정책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 이름은 통일전선 전술 뒤치기. "태자 전하. 전하는 적을 배려하는 자상함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집념을 지니셨으니 이는 성군의 재질이라, 이 라딘을 아우를 그릇으로 넘치는 분이 십니다. 소인이 비록 모자라나, 전하를 위해 한 가지 계책을 올리겠습니다. " "오오! 참으로 고맙소. 그 계책이란 무엇이오?" "지금 수도근처의 군사력의 5할은 대공파가, 2할은 태자 전하를 따르는 자 들이, 3할은 중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귀족들의 세력은 대공파가 6할, 태자 전하가 2할, 중립이 2할 이옵니다." 태자가 자신이 그동안 배운 세력비와 라딘이 말하는 세력비가 같다는 것에 고개를 끄덕여 긍정했다. "그렇소. 정확히 알고 있구려." "즉, 수도근처의 세력은 황태자 전하의 세력이 대공파의 3분의 1정도로 사 실상 그들의 기세를 꺾기 힘드옵니다. 그러나 수도근처의 세력으로만 볼 것 이 아니라, 이 왕국 전체의 세력을 보자면, 대공파가 4할, 태자 전하가 2할 , 중립이 4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건 그렇소. 그렇지만 수도 근처이외의 세력이 무슨 소용이 있겠소. 그들도 나의 동생인 젝스트를 내세우고 있기 때문에 충을 중시하는 국경의 장군들도 꼭 나를 지지할 것이라고는 생각 할 수 없소." 사실 만약 내전이 일어나서 자신이 수도 밖으로 도망치게 된다면 수도 근처 이외에도 왕국 전체의 세력이 모두 필요하게 된다. 하지만 일단 수도 밖으 로 도망치게 된다면 그나마 태자라는 대의명분 자체도 약해진다는 것을 아 칸 태자는 잘 알고 있었다. 기사의 나라인 파스트에서 자신의 성을 버리고 도망간 자를 누가 주군으로 모시고 싶겠는가! 자신의 경쟁자는 반역자가 아 닌 또 다른 왕위 계승자인 제 2왕자 젝스트인 것이다. "태자 전하. 시선을 전국으로 돌리기만 해도 세력비가 3대1에서 2대1로 줄 었사옵니다. 어찌 소용없다고 하십니까?" ".....!" "그럼 다시 말씀 드리겠습니다. 이 파스트 왕국과 인근 대국 바이가스를 놓 고 보면 태자 전하의 세력과 대공파의 세력은 태자 전하가 1할 대공이 2할 중립이 2할 바이가스가 5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바이가스가 거기서 왜 나오는지 모르겠군요?" "다시 말해서 전하와 대공이 전격적으로 싸울 경우 파스트가 전력이 2.5~3. 5, 바이가스가 5가 돼서 300년간 지속되어온 세력균형이 깨지게 되옵니다. 즉 저 공포의 신을 신봉한다는 바이가스의 침략이 예상되옵니다." "!!!... 그럴수가!" 일단 바이가스로 이야기가 바뀌자 왕도 라딘의 말을 심각하게 경청하기 시 작했다. 왕위 계승 문제도 문제지만 왕국의 흥망이 걸린 문제는 왕에게 있 어서 그보다 더욱 중요시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런 난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법이 있사온데, 그 한 가지는 먼저 이쪽이 5의 힘을 가지고 있을 때 바이가스와 싸운 후에 대공파와 자웅 을 벌이는 것이지요. 이 경우 좋은 점은 바이가스와의 전쟁 때, 공이 많은 쪽이 후일 대세를 장 악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즉 지금의 우열이 바뀔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오오. 그런 묘책이!" "황공하옵니다. 두 번째 방법은 일단 대공과 젝스트 왕자를 전쟁이 일어나 는 시기에 맞추어 제압하는 것인데, 이 경우 성공한다면, 대공파의 대부분 을 숙적 바이가스와의 전쟁이라는 명분하에 회유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공을 세워서 벌을 대신 할 수 있기 때문에 태자 전하에게 목숨 걸고 저항하기 보다는 바이가스와의 전쟁에서 공을 세워서 자신의 지위와 명예 를 보전하려고 할 것입니다. 소신이 보기에 그들 대공파의 대부분은 아직 이 나라에 대한 충성심을 잃지 않았습니다. 일단 왕권이 안정되면 그들 모두가 양신이 될 것이라고 사료 되옵니다. 물론 전쟁에서 생긴 영지와 우리 쪽의 희생에 의해 생긴 자리는 태자 전하 에게 충성을 맹세한 자들에게 나누어 주실 수 있습니다. 즉, 기존의 것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지요." 라딘의 계획에 이미 온 정신을 빼앗긴 태자는 그를 존경어린 눈으로 보기 시작했다. "!!! 경이야 말로 하늘에서 내려주신 모사요. 만약 경의 계책대로 된다면 나는 그대를 스승으로 모시겠소." "황공하옵니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 "......" 태백의 전략분석결과 나온 패턴 1로 왕과 왕자를 구워삶은 라딘은 자신의 거취와 왕과 태자의 행동 등을 상세하게 설명하였다. 그의 말발에 죽음에서 한 가닥 구명줄을 잡은 왕과 태자는 이미 라딘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의해 움직이는 마리오네트에 지나지 않았다. ----------------------------------------------------- ------------------------------------------- 1-4 모사재인 성사재천(라딘 음모를 꾸미다.) 1-4 모사재인 성사재천(라딘 음모를 꾸미다.) 다음 날 라딘은 정식으로 왕을 알현하고, 왕궁 도서관장이라는 초 한직에 취직할 수 있었다. 그로인해 대부분의 귀족들은 이계의 은자에 대한 왕의 예우정로로 생각하고 라딘을 그들의 경계대상에서 제외했다. 그리고 한 달 후, 얼굴에 철로 된 가면을 쓴 아스트로라는 남자가 정치계에 등장했다. 작위는 후작, 직위는 태사(태자의 스승), 왕의 최후의 카드인 이 아스트로 후작이 처음으로 한 일은 제 2 근위기사단 실버기사단을 바이 가스의 국경에 위치한 철의 성으로 이동시키고, 철의 성에서 근무하고 있는 흑곰 기사단을 수도로 불러 드린 것이다. 원래는 근위기사를 국경 수비대로 보낸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짓이지만, 왕당파 무력의 핵심인 실버기사단을 유사시 함부로 움직일 수 없는 최전선 으로, 그것도 산위의 성채로 보낸다는 것이다. 그것도 왕당파 스스로, 대공 파에서는 쌍수를 들고 환영 할 수 밖에 없었고, 대공은 이 아스트로 후작이 혹시 자신이 보낸 첩자가 아니었던가 하는 의혹에 빠질 정도였다. 흑곰 기사단은 중립에 해당하는 세력으로, 바이가스의 침략에 대비해 브루 펜 산맥의 철의 성에서 5년을 묵묵히 지켜낸 뚝심 있는 기사단이었다. 이 기사단의 특징은 전원이 기사이자 레인져의 기술을 가졌다는 것인데, 그 로인해 [레더아머 기사단]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아스트로 후작은 비밀리에 말과 목수를 끌어 모으기 시작했다. 황궁 안에서의 전투에서는 거의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기마는 대공의 시야 에서 벗어나 있었기 때문이다. 기존의 실버나이트가 소유하고 있다가 철의 성채(산위라서 말이 거의 필요 없다)로 이동하면서 놓고 간 기마 5천 필과 새로 모은 1만 필, 그리고 흑곰 기사단이 수도로 들어오면서 기사단의 규모를 갖추기 위해 도중에 모은 기 마가 5천 필 등 수도근교 농장에는 대공이 신경 쓰지 않는 2만 필의 기마가 새로이 생활하고 있었다. 또한 목수를 이용, 수레를 만들기 시작했다. 약 1만대의 수레는 역시 최대 한 비밀리에 제작되어 철의 성채로 떠난 실버기사단의 가족들에 의해 보관 되었고, 몇몇 귀족들이 이 사실을 알았지만, 실버 기사단의 가족들이 가주 가 떠난 사이 재정 확보를 위해 수도내의 운송업에 뛰어 들었다는 보고를 듣고 크게 경계하지는 않았다. --------------------------------------------- 일단 계획에 따라 기사단을 이동시키고 시간을 기다리면서, 라딘은 프로브 3세의 비장의 카드에 접촉했다. 그것은 바로 20년의 권력의 암투 속에서도 절대 중립을 고수해온 마법사의 탑의 수장, 메이노스 폰 헤리안 후작이었다 . 메이노스 후작, 현재 78살의 나이로 레벨 870의 대마법사인 그는 어렸을 때 부터 왕국 최고의 마법사 가문인 헤리안에서도 최고의 재질을 인정받았다고 소문난 희대의 천재였다. 그는 후작가의 적자인 그가 향유할 수 있는 모든 영화와 권력의 자리를 포 기하고 오직 마나의 탐구에 평생을 바쳤다. 현재 헤리안 후작가는 그의 조 카가 물려받은 상태인 것이다. 그런 그라도 30의 나이로 레벨 600이 되었을 때, 그것도 보통의 마도사가 아닌 대마도사의 직위에 올랐을 때는 대륙의 모든 사람이 경악했었다. 그 후 20년이 지나 그가 50이 되었을 때, 그는 이 파스트 왕국의 마도사 중 최고의 지위에 올랐고, 현재 28년간 그 지휘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그가 모든 마도사의 수장이 되고나서부터, 마도사의 탑의 모든 마법사는 정치적 성향으로부터 독립하여, 오직 자신의 성장과 파스트 왕국 의 발전에만 관여하면서 연구와 수련을 계속 함으로써 기사의 나라라고 불 리어지는 파스트 왕국의 마법수준을 다른 국가에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 수 준까지 성장시킨 마법사 계의 대부였다. 그런 그가 사실은 프로브 3세의 어머니의 옛 애인이었다는 사실은 카스트로 공작의 정보망에도 걸리지 않은 초 극비 스캔들이었다. 메이노스 후작에게는 선대왕의 왕비이자 프로브 3세의 모친인 사이네리아 왕비와의 불륜이 마나에 미친 그의 일생에 거의 유일한 사랑이었다고 할 수 있었다. 마나에 미쳐 결혼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메이노스 후작은 마도사가 되기 위해 수행을 떠나던 날, 사랑보다 마법을 선택한 자신을 용서해 달라고 사이네리아 왕비에게 사죄하면서 그녀 나 그녀의 아이인 프로브 3세가 만약에 어려움이 있을 경우, 한 가지의 부 탁을 들어주기로 약속했었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 라딘의 계획의 최종 단계를 위해 프로브 3세를 대신해서 아스 트로 후작은 마법사의 탑으로 가서 메이노스 후작을 만나게 되었다. "연락은 받았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마법사의 탑을 지키고 있는 견습 마법사 필리는 차가운 질감을 주는 금속으 로 된 가면을 얼굴에 쓴 아스트로 후작을 잠깐 바라보다 급히 고개를 숙이 며 길을 안내하기 시작했다. 높이 17층으로 이루어진 마법사의 탑은 과연 왕국 최고의 고층 건물답게 웅 장하고 신비로웠다. 필리의 안내로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그곳에는 몇 개 의 커다란 문과 네 개의 기둥, 그리고 정 가운데 하나의 마법진을 가지고 있는 홀이 있었다. 필리는 첫 방문자인 아스트로 후작을 배려해서 친절하게 탑의 구조를 설명 했다. "1층에는 중앙 홀과 이동 마법진, 그리고 박물관과 도서관, 직업소개소, 마 법 아이템과 스크롤 판매소가 있습니다. 일반인과 용병 등이 많이 이용하고 있지요. 2층부터는 각 마법사들의 실험실과 숙소가 있는데, 고위 마법사일 수록 연구실이 상층에 있습니다. 왜냐하면 고위 마법사 일수록 위험한 실험 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외벽이 약간 약하기 때문에 폭발이 바깥쪽에 영향 을 적게 미치게 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각 층에서 층으로는 중앙의 마법진을 이용하여 이동하고, 자신의 거처보다 상층으로는 이동 명령어를 모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이동이 안 됩니다. 자, 이제 마법진 안으로 들어가서 조금만 기다리십시오. 제가 여기서 신호 하면 최상층에 계신 메이노스님이 마법진을 발동시킬 것입니다." 아스트로 후작은 순순히 마법진 안으로 들어가며 필리에게 물었다. "호, 이동 마법진이라? 이거 외부에도 사용이 가능한가? 가령 마을에서 마 을로 말이야." 아스트로 후작의 질문에 필리는 가볍게 웃으며 그의 의문을 풀어주었다. "외부에서도 근거리라면 이동이 가능합니다. 같은 좌표에 상하라면 더욱 마 나가 안정 되는 것이죠. 그러나 마을 간의 이동은 마나의 소모가 심하여 마 법진의 설치에 막대한 자금이 들어갑니다. 거리에 비례해서 마나의 소비량 이 늘어나니까요. 물론 이동시 드는 마나도 많아지기 때문에 이동비용도 비 싸집니다. 10km이상 떨어지면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지요." 라딘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설명에 사의를 표했다. 그리고 잠시 기다리자 그의 모습이 사라졌다. 17층으로 이동된 것이다. 그다지 크지 않은 체격에 드문드문 하얗게 백발로 변한 머리를 짧게 깍은 다부진 인상의 노인이 푸른색의 로브를 입고 서 있었다. --------------------------------------- 인물파일 1 신 현진 (Ladin crushbolt, 판깨기 라딘) 본편의 주인공, 외교관 부모님 덕택에 어렸을 때부터 외국을 전전하며 살았 다. 그 덕분에 친구는 거의 없고, 그 위에 초 강력 부모의 스파르타식 후계자 엘리트 교육에 노이로제 증상을 보이며, 대인기피증과 과대공상증에 빠져 있 었다. 신마대전과의 인연으로 사람들과 접촉하는 데 기피증이 사라졌다는 것은 본 인 에게는 정말로 행운이라고 할 수 있지만, 세상 사람들과 브리시아인들에 게는 재앙이라고 밖에 말 할 수 없다. 선악이나 정의등의 개념보다, 하고 싶은 것을 다 하고 말빨로 모든것을 정 당화 하는 파나틱(광신도)의 정화인 팔라딘을 어릴 때부터 동경하고 있고( 무의식속의 어머니에 대한 동경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미국식 이름을 라딘이라고 지었다.(팔라딘의 라딘이다) 대인 기피증에도 불구하고 부모의 직업의 영향으로 강제적인 대인 모임에 자주 참석하여 그때마다 분위기를 팍팍 깨는 그를 모임의 다른 멤버들은 판깨기 라딘(ladin crushbolt)라고 불렀다. ------------------------------------------- 1-4 모사재인 성사재천(라딘 음모를 꾸미다.) --------------------------------------- "어서 오시오, 폐하를 대신해서 최근에 가장 유명한 인물인 아스트로 후작 이 온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었소." 메이노스는 아스트로 후작이 도착하자 말을 꺼냈다. "대륙 최고의 대마법사를 만나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메이노스 님." 라딘도 격식에 따라 정중히 인사를 하고 그의 안내를 받아 메이노스의 실험 실로 들어갔다. 실험실 안은 하나의 거실이 있고, 다시 몇 개의 방으로 나뉘어져 각각 몇사 람의 제자라고 생각되는 사람들이 관리하고 있었는데, 아스트로 후작은 거 실을 지나 메이노스의 개인 실험실로 안내되었다. 비밀리에 이야기를 하기 에는 이곳이 최고인 것이다. "그래, 그녀의 아들이 드디어 나에게 도움을 요청하는구려. 20년간 나는 그 의 요청을 기다렸소. 그렇지만 그는 한 번도 사람을 보내지 않았지. 내가 무슨 도움을 주기를 원하는 거요? 아스트로 후작." 메이노스 후작의 노골적인 본론 진입에 아스트로 후작은 속으로 욕했다. 원래 이런 중요한 상담은 한 2시간 정도 잡담으로 질질 끌다가 상대가 완전 히 늘어졌을 때 본론을 시작해야 상담도 잘 진행되고 작가도 글의 용량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사실 메이노스 후작은 그야말로 마법에 미친 사람으로 마법에 대한 일 이외 에는 가능한 한 빠르고 간결하게 모든 일을 처리하는 것이다. 노인답지 않게 단도리라는 절차도 무시한다고 투덜대면서도 아스트로 후작 은 신중한 어조로 대답했다. "폐하께서는 메이노스님이 이 왕국에 주신 도움의 은혜를 잊지 않고 계십니 다. 메이노스님 덕분에 저희 왕국이 마법 면에서도 다른 왕국에 뒤쳐지지 않게 되었지요. 그런 메이노스님을 추악한 권력다툼의 한가운데로 끌어들여 마법의 연구에 지장을 주게 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반역행위라고 말씀하 셨습니다. 그러나 지금, 상황이 어렵게 되었고, 저희가 이번에 꾸민 계획을 위해서는 메이노스님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번거러우시겠지만 몇 개월만 수 고를 해 주시기를 폐하께서 부탁하셨습니다." 아스트로 후작의 설명에 약간 감동한 듯, 대마도사 메이노스는 왕국 최고의 재산중 하나라는 그의 머리를 깊이 숙여 프로브 3세의 배려에 감사를 표하 고 그의 부탁이 무엇인지를 아스트로 후작에게 물었다. 평생 몇 번 하지도 않은 약속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몇 개월간 마나를 떠나 있을 계획이었다. "여기 폐하의 서신을 가지고 왔습니다." 아스트로 후작은 아무 설명도 없이 프로브 3세의 편지를 건냈다. 그리고 메 이노스 후작은 그것을 보고 심각한 표정으로 아스트로 후작에게 물었다. "이것은 누가 쓰게 될 것이지?" 갑자기 반말로 변한 메이노스 후작의 말투에 역시 그가 화를 내고 있음을 알아챘지만, 그렇다고 할 말을 못할 아스트로 후작이 아니었다. "물론 폐하가 쓰실 것입니다. 3개월 안으로 꼭 완성해 달라고 하시더군요." 메이노스 후작이 갑자기 두 팔을 뻗어 아스트로 후작의 멱살을 움켜 잡았다 . "너냐? 이런 비인간적인 일을 꾸미는 것이 바로 너지?" 평생 마법에만 빠져서 살았다는 늙은 노인의 손아귀 힘이 왜 이리 좋을까 하고 아스트로 후작이 속으로 투덜대면서 태연한 어조로 대답했다. "접니다. 그리고 폐하께서는 그 비인간적인 일을 승낙하셨습니다. 저를 욕 하셔도 좋습니다. 그러나 저의 모자란 머리로 가장 확실하고 적은 피해로 아칸 태자 전하가 왕위를 계승하기 위해서는 이길밖에 생각이 나지 않는 군 요. 그래서 저는 프로브 3세가 아닌 아칸 태자 전하께 충성을 맹세한 것입니다. 그리고 일단 충성을 맹세한 이상, 저는 아칸 태자 전하를 위해 무슨 일이든 지 실행할 수 있습니다." 아스트로 후작의 단호한 결의를 들은 메이노스 후작의 손에서 힘이 빠져나 갔다. 그리고는 한숨을 쉬며 마치 자신에게 말하는 듯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래, 그 정도의 각오는 있어야겠지. 과연 폐하께서는 사람 보는 눈이 있 으시군. 나 같은 늙은이는 역시 왕궁에 나가면 안 돼. 마법이라면 세상의 누구에게라도 지고 싶지 않지만, 그대나 카스트로 공작 같은 사람과 정치적 으로 상대하는 것만은 자신이 없거든. 휴, 알았네. 주문대로 만들어 주지. 완성하면 내가 마법을 이용해서 운반해 주겠네. 그것이 안전하겠군." 일이 성사되자, 아스트로 후작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메이노스 후 작에게 고개를 숙여 감사했다. 일단 제일 중요한 도구는 갖추어진 것이다. "아, 그리고 죄송합니다만, 현재 알려져 있는 모든 마법에 대한 설명과 상 급 연금술 책이 필요합니다. 제가 원래 기사라서 그쪽에 대한 지식이 얕습 니다. 제가 부족해서 아칸 태자 전하에게 위험이 닥칠까봐 불안하군요." -끄덕 끄덕- 메이노스 후작이 고개를 끄덕여 그의 부탁을 승낙했다. 속으로 마법과 연금 술의 위대함을 아는 아스트로 후작을 기특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서재에 가서 두 권의 책을 가지고 왔다. 한권은 두께 5cm정도 의 사전과 같은 느낌을 팍팍 주는 책으로 그 겉표지에는 붉은 글씨로 '고등 마법 해설'이라고 쓰여 있었고, 다른 한권은 초록색의 겉표지에 검은 글씨 로 '현자의 돌 탐구록'이라고 쓰여 있었다. "이것은 내가 마법사의 탑의 마스터로 임명된 기념으로 저술한 책으로 현존 하는 대부분의 마법에 대한 내용이 적혀있는 고등 마법 해설이라는 책이네. 나한테는 몇 권 더 있으니 이 책은 그대가 가지도록 하게. 그리고 이 책은 상급 연금술사를 위한 책이네. 연금술 마스터까지의 수련법 과 재료에 대한 해설이 아주 자세하니 잘 살펴보면 현재의 연금술로 인한 각종 시약의 효과에 대하여 알 수 있을 것이네. 이 책은 구하기 쉬운 책은 아니나 나에게 역시 몇 권이 더 있으니 그냥 가 져가게나. 그럼 이만 물러가게. 이 늙은이는 조금 쉬어야겠네." 한번 반말을 트자 계속 반말로 같은 아스트로 후작을 평대하는 메이노스 후 작의 말투가 조금 귀에 거슬렸지만, 일단 나이가 있고, 그가 원하는 책을 두 권이나 공짜로 받았기 때문에 아스트로 후작은 솔직담백하게 그에게 감 사하고 마법사 탑을 나와 왕궁으로 향했다. '카카카카, 정말로 처음부터 마스터까지 아주 친절하게 레시피가 다 있네. 좋았어. 이제 연금술이라는 신비의 학문에 도전할 수 있겠군!' 왕궁으로 돌아오는 마차 안에서 자신의 소유가 된 두 권의 책을 살펴본 라 딘은 드디어 자신이 도전해야 할 새로운 스킬의 레시피를 구한 기쁨에, 잠 시 자신이 꾸민 음모에 대한 부담에서 벗어나 순수한 생산스킬 매니아로서 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었다. ---------------------------------------------- ------------------------------------------- 1-4 모사재인 성사재천(라딘 음모를 꾸미다.) -------------------------------------------- 일단 중요한 일의 진행이 완료된 다음, 아스트로 후작으로 변신한 라딘은 제 2단계의 작업에 착수했다. 그것은 모든 사람들이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비밀리에 시행되었는데, 라 딘은 그 계획을 '라르고의 눈'이라고 칭하였다. 현재 궁성과 수도의 세력은 대공이 거의 장악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게 그냥 있어도 불리한 상황에서 결정적으로 불리한 이유는 원래대로라 면 왕의 측근중의 측근이어야 할 로얄 기사단의 절반정도가 대공파라는 것 이다. 그 위에 누가 대공파인지도 모르는 상황이라면 사실상 대세는 기울었다고 봐야 했다. 언제 어느 순간에 누가 암살이나 구금을 당할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즉, 지금 대세를 뒤집기 위해서 가장 시급한 것은 대공파의 로얄 가드를 모 두 선별 해 내는 것이라고 라딘은 결론지었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었다. 단, 브리시아의 상식으 로는 말이다. 라딘에게는 국방 전략 슈퍼 컴퓨터 '태백'이라는 든든한 존재가 있었다. 그는 태백에 모든 귀족과 기사의 데이터를 입력하여 그들의 행동과 인맥구 조도를 완성하는데 성공하였다. 그리고 그 인맥 구조도를 이용하여 구조 계열마다 매일 10개에서 20개의 크 고 작은 정보를 유출하였다. 물론 모든 정보는 같은 정보이지만 각 구조 계열마다 흘러들어가는 정보는 태백이 만들어낸 현대의 최신 복합 암호인 글자 수와 어미변화에 따른 로그 표 참조식의 암호가 섞여 있었다. 그들에게 흘린 정보를 다시 돌고 돌아 수집하는 과정에서 대공파의 모든 정 보 흐름체계를 파악, 대공파의 정보가 흘러 들어가는 로얄 가드들을 잠정적 인 대공파로 구분하여 분리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그리고 그 와중에 뜻밖의 사실을 알아내었다. 지금 수도의 세력은 크게 2개로 나누어진다. 바로 왕당파와 대공파이다. 그렇다면 정보의 흐름도 2개로 나누어지는 것이 당연한 상식이라고 하겠다. 물론 도둑길드로 흘러 들어가는 정보는 예외로 취급한다면 말이다. 그러나, 라딘은 정보의 흐름을 분석하다가 놀라운 사실을 알아내고야 말았다. 그것은 바로, 대공파의 정보와 왕당파의 정보가 모두 흐르고 흐르다 하나의 지점을 통과한다는 것이다. 누군가가 수도의 모든 정보를 독점하고 있었다 . 세상에는 빛과 그림자가 있는 법이다. 빛은 그림자의 일을 모르고, 그림자 는 빛을 이해 못한다. 그러나 어떤 존재가 있어 빛과 그림자의 일을 모두 파악하게 된다면! 그는 양쪽에 압도적인 유리함으로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라딘이 보기에 지금 수도에서 가장 위험한 세력은 대공파가 아닌 바로 모든 정보를 장악하고 있는 제 3의 세력이었다. 3개월이 흘렀다. 라딘은 모두 1000개의 정보를 흘려 드디어 수도의 귀족들 간의 정보구조를 모두 규명했다고 자신했다. 그리고 자신이 발견한 제 3의 세력에 대한 조사도 나름대로 끝마칠 수 있었다. 물론 모든 것은 예상이었지만, 라딘이 생각하기에 그들은 비월전이라는 조 직임이 틀림없었다. 300년 전, 이 동대륙에 저 구제국 멸망의 원인이 된 고금 3대 고수의 한명 이자 그 당시 천하제일고수인 배틀 마스터 혈월신마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런 그가 세운 조직의 이름이 바로 혈월문이었고, 혈월문은 그 당시 최고 의 자객이라고 인정받은 사월마객과 그의 살막인 사월당과 최고의 정보조직 인 비월전과 동맹을 맺고, 제국 멸망 후의 무법시대에 가장 큰 세력을 형성 , 거의 국가로까지 형성될 뻔 했다고 한다. 그러나, 자신의 힘만을 과신한 혈월신마는 사월당과 비월전을 자신의 가신 취급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삼월천하는 서서히 균열되었다. 뿐만 아니라, 마침내 그 당시 구 제국의 지방 귀족들이 제국 멸망의 원인인 삼월동맹을 대륙 공적으로 지목하고, 연합하여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나자, 결국 세 개의 달은 모두 부서졌고, 그 당시 가장 큰 공을 세운 3명의 귀족이 현재 대륙의 3대 강국을 건설, 나머지 몇몇의 귀족과 영웅들이 몇 개의 나라를 세운 상태로 300년을 이어져 내려온 것이 바로 현재의 대륙 정세라는 것이다. 그러나, 약간의 비사와 야사에 의하면, 당시 혈월문과 사월당은 최후의 일 전에서 모두 옥쇄하여, 문주와 당주 본인을 비롯한 후계자의 죽음마저 확인 되었으나, 비월전은 전주 페이 원의 죽음은 확인 되었으나, 그들의 조직을 뿌리 뽑았다는 기록이 어디에도 없었다. 물론 그 당시에 모든 국가들은 비월전의 조직을 모두 파악하여 삭초제근하 기 위하여 수십 년을 소비하였지만, 결국 비월전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렇게 30여년이 지나, 결국 모든 사람들은 그 조직도 수장인 페이 원과 함 께 붕괴되었을 것이라고 결론을 내리고야 만 것이다. 라딘은 생각했다. 그 조직이 바로 비월전이라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그러나, 수도의 모든 정보를 독점하고도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는 조직이 란 어떤 조직일까? 또한 그런 정보를 가지고도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는 조직의 사정이란? 물론 그들은 행동을 취하였을 것이다. 나름대로 막대한 이익을 취했음이 틀림없다. 그러나 그 정보력에 비하면 그것은 오히려 너무나 소극적인 방법이 아닌가! 라딘의 제6감은 그들이 바로 300년이래의 최고 비밀조직 비월전이라고 끊임 없이 라딘에게 속삭이고 있었다. 파스트 제국의 건국 공신가 중 한 가문인 링크 백작가는 대대로 문인 위주 의 행정 관리 귀족으로 나름대로 제국의 경영에 많은 기여를 한 무시 받지 는 않는 유서 깊은 백작 가문이다. 그러나 문인 귀족의 한계라는 것이, 전쟁이 일어나도 전공을 세우지 못하기 때문에, 정치 세력의 확장을 통한 작위의 상승을 노려야 하는 법인데, 전 형적인 행정 관료형의 인재만을 전문적으로 배출하는 이 가문은 300년 동안 몰락도 하지 않았지만, 여전히 중급 수준의 백작가문에 머물러 있었다. 그 가문의 특이한 점은 모든 후계자가 여자라는 것인데, 다시 말해서 가주 의 자식들 중 딸들 중에 한명이 데릴사위를 맞아 들여서 그 데릴사위가 백 작 위를 계승 받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당대의 링크 백작은 아깝게도 10년 전에 30대 초반의 나이로 세상을 타계하여, 그의 부인인 라이자 폰 링크 백작 부인이 두 아들과 한명의 어 린 딸을 기르며, 가문을 이끌고 있었다. 그런 링크가는 신기하게도 대공파도 자신들의 한 계파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 왕당파도 링크가는 비록 소극적이긴 해도 왕당파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는 것을 아직은 수도의 모든 귀족이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링크가의 현 당주인 라이자 백작 부인에게로 수도의 모든 정 보의 흐름이 지나간다는 것을 라딘이외에는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 ------------------------------------------- 1-4 모사재인 성사재천(라딘 음모를 꾸미다.) -------------------------------------- 브리시아의 두 개의 달 골드문 '파이'와 블루문 '시아'가 모두 자신의 모습 을 대부분 감추어 얇은 선만을 남기고 있는 칠흙의 밤, 마물이 기뻐 표효하 는 그 밤에 황성의 뒷문에서 한 대의 마차가 소리 없이 나왔다. 그 안에는 얼굴에 금속으로 된 가면을 쓴 한 사람의 사람이 조용히 앉아 있 었는데, 그가 바로 왕당파의 새로운 실세 아스트로 후작이라는 것은 수도의 대부분의 귀족들이 알고 있으리라. '이제는 시간이 없어, 직접 부딪쳐서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지. 링크 백작 부인, 그대가 바로 내가 생각하는 사람이기를 빌겠소. 나의 최고 의 사기가 통하기를, 승부는 바로 처음 말 한마디로 결판이 나겠지. 내가 이기면, 이 계략은 무조건 성공을, 이기지 못 한다면 성공을 위하여 그들에게 무엇을 건내야 할지를 정해야겠지. 그리고 그것은 그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의미하는 것, 나의 완전한 패배일까?' 라딘이 생각에 잠기는 동안 마차는 밀지를 통해 방문의 약속을 한 링크 백 작가의 정문을 조용히 통과하여 마침내 현관 앞에 멈췄다. 마차가 열리고, 그 속에서 가면의 후작이 내려 집사가 열어주는 현관문을 지나, 집사의 안내에 따라 안내되어 간 곳은 연두색의 빛깔로 치장된 조그 마한 거실이었는데, 그곳에는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약간 키가 작고 부드러 워 보이는 인상의 여인이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그녀가 라이자 폰 링크, 라이자 백작 부인이었다. "어서 오세요, 아스트로 후작님, 이렇게 직접 만나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그녀가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게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가면을 써서 인상을 알 수 없는 아스트로 후작은 가볍게 고개를 숙여 레이 디의 환대에 사의를 표한 후, 그녀의 손짓에 따라 소파에 앉았다. 라이자 부인은 그의 앞에 놓인 컵에 연보라 빛의 약한 포도주를 한잔 따르 며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후작님 같으신 분이 무슨 일로 이렇게 야밤에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저 희 가문을 찾아 주셨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군요? 괜찮으시다면 우둔 한 제가 이해할 수 있는 설명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그녀의 부드러운 동작과 은근한 권유에 자신이 준비한 모든 대사를 모두 잊 을 뻔 한 아스트로 후작은 퍼뜩 정신을 차리고 속으로 잠시라도 그녀의 겉 모습에 긴장을 풀은 자신을 책망하며 긴장하게 시작했다. 눈앞의 여자는 자신의 짐작대로라면 3백년 이상을 내려온 전통 있는 대륙 최고의 너구리 가문의 수장인 것이다. "호의에 감사드리오, 부인. 이번에 본인이 그대의 가문을 비밀리에 방문한 이유는 그대의 가문이 과연 현재 어떤 결정을 내리고 있는가 하는 진실을 알고 싶기 때문이오." 라이자 부인의 눈썹이 가볍게 한번 깜박였다. "어떤 결정이라니요? 잘 이해를 못 하겠군요?" "본인이 조사한 바에 의하면, 링크 백작가는 왕당파와 대공파 어느 한쪽의 편도 아니오. 중립의 세력이라는 말이 되겠지요. 그러나, 링크 백작가가 많 지 않은 다른 중립귀족과 틀린 점은 현재 왕당파와 대공파 양쪽 모두가 링 크가를 자신의 세력이라고 믿고 있다는 것이오. 이는 상당히 묘한 상황이라 고 할 수 있지 않겠소?" 라이자 백작 부인의 눈썹이 가볍게 두 번 더 깜박이더니, 화사하게 웃음을 지으며 대답을 시작했다. "아스트로 후작님이 3개월 전,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듯 나타나서 왕당파 의 새로운 지휘자로 부상했을 때, 저를 비롯한 모든 귀족들이 영문을 몰랐 는데, 이제 보니 당연한 일이었군요. 공작님이 그렇게 능력이 있으신 분인 지는 아직 아무도 눈치 못 채고 있을 거에요." "과찬의 말씀이오. 그리고 말이 나온 김에 계속 말하겠는데, 현재 수도의 많은 정보가 이 가문을 거쳐 가더군요. 대공파와 왕당파 양쪽의 정보가 모 두 말이요. 이 사실이 수도에 밝혀지면 이 링크가가 무슨 오해를 받을 지 상상이 가시겠지요? 양파는 모두 이 가문을 이중첩자로 지목할 것이 틀림이 없다고 생각되는군요." 라딘이 선제 공격을 하였다. 자신의 카드중 하나를 꺼내어 그녀를 협박하기 시작한 것이다. 과연 그녀는 잠시 웃음을 멈추고 생각하다가 다시 잔을 들 어 포도주를 가볍게 한 모금 마시며 반격을 시작했다. 그것은 공격을 성공시킨 라딘이 웃으며 마시던 포도주를 입에서 뱉어내게 할 정도의 강력한 치명타 공격이었다. "과연, 어떻게 아셨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스트로 후작님의 능력은 현 왕 당파의 최후의 희망이라고 할 만 하군요. 연로하셨지만 영명하신 프로브 3 세 전하께서 이계인인 그대를 국가 공적을 무시하면서까지 단번에 후작으로 까지 내세운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네요. 라딘 왕궁도서관장님." -컥, 콜록, 콜록- 라딘이 마시던 포도주를 토하고 기침을 시작했다. 이 브리시아 세상에서 딱 5명만이 알고 있으리라 생각되던 그의 비밀을 이제는 6명이 알고 있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그런 그를 바라보는 라이자 백작 부인의 눈에는 승리 자의 웃음이 떠올랐다. "저희 가문이야 원래 이런 소동을 좋아하지 않아요. 정보를 모으는 이유도, 사실상 중립을 지키는 이유도 단지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일 뿐이에요. 선부가 남긴 이 가문도 저의 딸이 성장하여 계승 할 때까지 지켜야 하기 때 문이지요. 그러니 이런 조그마한 가문의 일은 그냥 잊어주시고, 카스트로 대공을 상대로 당신의 재능을 펼치시는 것이 어떨까요? 후,작,님." 승부는 이미 결정 났다, 라고 라이자 폰 링크는 생각했다. 한참을 콜록이던 아스트로 후작은 마침내 진정하고 약간 생각에 잠기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돌아가기 위한 인사를 시작한 것이다. 그녀도 그를 따라 자리에서 일어나 왼손에는 마시던 포도주 잔을 들고 오른 손을 가볍게 내밀어 후작이 한쪽 무릎을 가볍게 꿇고 그녀의 손에 키스하면 서 하는 작별인사를 즐기고 있었다. "오늘은 제가 당황하여 레이디의 앞에서 실수를 했군요. 오늘의 실수가 잊 혀질 무렵에 다시 찾아오지요. 그럼 그대와 그대의 가문에 번영과 영광이 함께하기를." "후작의 호의에 감사드려요. 그대의 앞날에 신의 가호가 함께하기를." 그러나 최후의 순간, 몸을 돌려 나가려는 아스트로 후작이 그녀가 벨을 울 려 집사를 부르려는 순간 뒤돌아보며 말을 꺼내었다. "아참, 이런, 이런, 실수로 인해 긴장해서 더욱 큰 실수를 할 뻔 했군요. 죄송합니다. 이것을 받아 주십시오, 백작 부인." 아스트로 후작이 품에서 꺼낸 손에는 조그마한 상자가 있었고, 그 안에는 커다란 블루 다이아몬드를 중심으로 몇 개의 보조 사파이어로 장식한 호화 브로치가 하나 들어 있었다. 단지 방문에 대한 예의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고가의 귀금속임을 그녀는 보기만 해도 알 수 있었다. "어머, 이런 분에 넘치는 보석을, 죄송합니다. 이런 물건은 미망인인 저에 게는 과분한 것이군요." 그녀가 거절하자, 아스트로 후작은 가볍게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의 최후의 카드를 꺼내었다. "아, 죄송합니다. 그저 액수에만 신경쓰다보니 부인의 현재 직위를 고려하 지 못했군요. 여성에게 선물을 하는 것이 처음입니다. 그래도 규칙은 지켜 야 하니 저의 성의를 받아주십시오. 1천 골드의 가치는 있는 물건입니다. 아름다우신 페이 원." -쨍, 데구르르- 그녀의 왼손에 있는 포도주 잔이 바닥에 떨어졌다. 그녀의 부드러운 웃음은 마치 돌에 세긴 미녀상의 웃음처럼 굳어졌고, 약간 벌어진 입에는 이제라 도 금세 침이 흘러나올 기세였다. 300년 전, 비월전에는 한 가지 규칙이 있었으니, 7명의 비월전 상급자를 만 나면 무조건 한 시간에 1천 골드의 정보 제공료를 지불하게 되어 있었다고 한다. 1천 골드란 범인이 10년 이상을 모아야 하는 금액이지만, 비월전 상급자를 만나서 얻는 정보는 당연히 그보다 가치가 있는 것이다. 물론 일정 수준 이 상의 정보는 따로 정보료를 지불해야 하고, 단지 농담 따먹기만으로 한 시 간을 보내도 1천 골드를 지불해야 하는 것이 규칙이었다. 그리고 대대로 비월전의 전주는 페이 원이라는 이름을 가진다고 한다. '아자! 라딘 해냈어! 바로 먹혔구만. 아줌마, 나 기침할 때 웃었죠? 복수무정이란 말 알아요? 이 사람, 당하고는 못사는 사람이야. 그래도 아까 포도주 마실 때 공격 안한 게 레이디에 대한 일말의 배려라는 것을 알아야 해용. 카카카카카, 라딘, 넌 천재야!' 약 5분을 그대로 굳어 있던 그녀는 라딘이 그녀의 손에 상자를 쥐어주고 가 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돌아서 나가려고 하자, 본능적으로 정신을 차리 고 그의 팔을 잡았다. "잠깐만요. 그대로 가시면 어떻게 해요." '쿠, 이 아줌마, 의외로 귀여운 데가 있네. 역시 너구리의 본색은 알면 알 수록 재미있는 건가봐.' "무슨 일인지요? 저는 지금 가진 재물이 없어서, 더 이상 부인과 상담 할 수가 없습니다만?" 시치미를 뚝 때며 무뚝뚝하게 대답하는 아스트로 후작의 금속 가면을 전에 없이 날카로운 눈매로 쏘아보던 라이자 부인은 한숨을 쉬며 항복을 선언했 다. "알았어요. 제가 졌다고 할 테니, 잠깐 자리를 옮겨서 상담을 계속하죠. 이곳도 안전하기는 한데, 상황이 상황이라서 제가 조금 안정할 수 있는 자 리로 옮겼으면 하네요." 그렇게 두 사람은 다시 그녀의 서재로 자리를 옮겼고, 두 사람은 다시 서재 의 테이블에 얼굴을 마주하고 앉았다. "휴우, 이렇게 됐으니, 그냥 처음부터 물어볼게요. 아까 정보의 흐름에 대 해서 이야기 할 때부터 사실 많이 당황했었는데요. 어떻게 안거죠? 그리고 제가 비월전 전주라는 것은 또 어떻게 아신 거에요?" "음, 그렇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니 내 대답하지 않을 수 없구려. 내가 후작으로 3개월을 지내면서 가장 신경 쓴 것은 대공파 로얄 가드의 색 출이었소.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 대공파의 모든 정보망을 탐색할 생각을 하 게 된거요. 지난 3개월 동안 우리 쪽에서 나간 정보 중 많은 정보에는 나만이 구별할 수 있는 암호가 담겨져 있소. 같은 정보라도 모두 틀리게 말이요. 그것을 각각의 경로를 통해 흘려서 그 정보의 흐름을 탐색한 것이오. 결국 대공의 정보망을 모두 파해칠 수 있었지요. 모든 첩자들을 포함해서 말이오. 그런데, 세상에 양파의 모든 정보의 흐름이 모두 한 지점을 통과한다는 사 실을 어찌 내가 상상할 수 있었겠소? 그저 한 달간 영문을 몰라 혼자 고민 하다 그냥 허심탄회하게 물어보기 위해서 이 자리에 온 것이오. 아, 그리고 부인이 페이 원이라는 것은...... 찍은 거요." -쾅, 콰쾅- "찌,찍은 것이라고요?" "그렇소!" "이 나쁜 놈! 그런 식으로 사람을 골려! 그렇게 조용히 숨어 나는 사람을 놀리면 기분이 좋니? 흑,흑,흑 내가 무슨 죄가 있다고 이런 사기꾼한테 걸 려 이 수모를 당하게 됐지?" 드디어 그녀가 폭발했다. 자리에 있던 쿠션을 아스트로 후작에게 던지며 히 스테리 상태로 약 1분을 울부짖던 그녀가 울음을 멈추고 자리에 앉아 잠시 숨을 가다듬고 후작에게 말했다. "좋아요. 제가 추태를 보였군요. 원하는 게 뭔가요? 후작. 후작이 가져온 정보는 최고급 기밀에 속하니 그에 합당하는 댓가를 지불하겠어요. 물론 일단 이쪽에 넘긴 정보는 다른 곳에 이중으로 넘길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계시겠죠?" '흠, 역시 아무나 이런 조직의 수장을 하는 것이 아니군. 정보로 취급해서 사겠다는 얘기인가? 그럼 스트레스도 풀었으니 이쯤에서 타협을 하는 게 좋 겠군.' 그녀의 제안에 등받이에 기대었던 상체를 앞으로 약간 밀며, 음모를 꾸미는 악당의 모의 자세로 아스트로 후작이 나직하게 말을 꺼냈다. "나는 이 왕국의 아칸 태자에게 2년간 충성을 맹세했소. 그는 나를 태사로 삼기로 하고 말이오. 세상에 나오지 않았다면 모르지만, 일단 이 나라의 제 왕에게 충성을 맹세한 이상, 나는 이 나라가 대륙에 그 위명을 떨치기를 원 하오. 그리고, 그 일에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대륙 전체의 정보를 정확하 게 빼내어 분석할 수 있는 정보 조직이오." "지금 비월전이 파스트 왕국에 귀순하라고 말씀하시는 것이라면, 불가능하 다고 말씀 드리겠어요. 차라리 지금 제가 자결하고, 기존의 모든 조직을 잠 수시켜서 100년간 숨을 죽이는 것이 조직의 신념을 지킬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되는군요." 이제는 부드러운 웃음을 띄우는 라이자 백작 부인은 사라지고, 날카로운 눈 빛으로 딱 잘라 거절하는 페이 원이 테이블의 맞은 편에서 그를 노려보고 있을 뿐이었다. "아, 제 말을 오해하시는군요. 비월전이라는 명칭과 페이 원이라는 이름은 저 이외에는 아무도 모르게 될 것입니다. 제 말은 단지, 지금 조직하는 왕 당파 정보 조직에 비월전의 조직원이 침투하여, 정보를 빼가 달라는 것입니 다. 물론 쓸,모,없,는, 정보는 추가 하셔도 되고요." 페이 원의 얼굴에서 약간의 웃음이 돌아왔다. 이 아스트로 후작이라는 흉악 범이 그래도 말도 안 되는 깡패는 아니라는 판단이 선 것이다. "흐응, 그것은 가능한 얘기로 들리는군요. 결국 파스트 왕국은 대륙 최고의 정보조직을 자력으로 구축하게 될 것이니, 우리 조직도 늦기 전에 투자하 여 정보를 확보하라는 그 충고는 감사히 받겠어요." "부인에게 도움이 된다니 기쁠 따름이오. 이번에 조직하는 정보 조직의 이 름은 '라르고의 눈'이라고 이름 붙였소. 과연 이 조직이 얼마나 성장할지는 모르지만 왕국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것이 나의 바램이오. " "호호, 물론 천하의 아스트로 후작님이 계획하신 일에 차질이 있겠어요? 저도 그 조직의 성장을 신께 기원하지요." "부인의 친절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이것." 아스트로 후작의 품에서 다시 하나의 상자가 나왔다. 그 안에는 자루 끝에 커다란 호박이 박힌 미스릴로 된 단검이 들어 있었다. "아무래도 규칙은 규칙이니까요. 가진 것이 이것 밖에는 없군요. 저의 조그 만한 성의이니 부디 거절하지 말아 주십시오. 그럼 부인과 부인의 가문에 영광과 번영이 가득하기를." "호의에 감사드립니다. 아스트로 후작님이 하시는 일에 모두 신의 가호가 있기를." 그리고 아스트로 후작은 조용히 집사의 안내를 받아 현관을 나서서 마차에 몸을 실고 왕성으로 돌아갔다. 달빛도 비추지 않고 오직 은은한 별빛만이 하늘을 암흑으로부터 지키는 조 용한 밤은 그렇게 흘러갔다. 그리고 후일 동 대륙 최대의 정보 조직이라고 평가받는(비월전은 역사에 두 번 다시 이름이 거론 되지 않았다) 파스트 제국의 정보 조직 '라르고의 눈 '은 탄생하였다. -------------------------------------------------- 2개월 후, 프로브 3세의 병세가 악화되었다. 수도 내의 양측은 긴장 하였 고, 하루하루를 비상대기 근무상태로 왕궁의 변화에 모든 신경을 집중했다. 수도 방위와 치안유지의 임무를 새로이 받은 흑곰 기사단은 순수 또는 무식 하기로 왕국 최고라는 자존심을 걸고 중립의 위치에 서서, 양쪽의 어떤 요 구도 응하지 않은 채, 인심을 안정시키고 있었다. 얼굴에 검은색의 가면을 쓴 아스트로 후작은 지금 태자와 함께 왕의 침대 옆에서 왕을 지켜보고 있었다. 2-3일에 한번 정신이 돌아오는 프로브 3세는 정신이 들자 자신의 옆에 있는 아칸 태자의 손을 잡고 자상한 눈으로 쳐다 보았다. "다음에 깨어나면 너의 왕위계승을 선언 하겠다. 아칸. 이제부터는 너의 시 대다. 용기의 신의 축복이 너에게 있기를...... 후작, 뒤를 부탁하오. 그대 만이 최후의 희망이오." "아바마마......흑." 옆에 있던 아스트로 후작이 조용히 프로브 3세에게 계획의 경과를 보고했다 . 평생을 불안과 긴장으로 보낸 프로브 3세를 조금이나마 위로하려는 것이 다. "이미 준비는 완료 되었습니다. 제1계략이 성공한다면, 이 나라는 크게 융 성할 것이고, 만약 제2 단계로 넘어간다고 해도, 철의 성채에서 1년 정도 지키고 계시면 바이가스의 침략을 막기 위해 대공파의 많은 세력이 소모 될 것입니다. 일단 기회만 잡으면 태자 전하의 자질로 보아 10년 안에 이 나 라는 동대륙을 호령할 것입니다. 폐하." "허허허, 그대는 이미 대공은 안중에도 없구만, 내 그대를 믿겠소. 공명을 탐하지 않고 대의를 위해 신분을 들어 내지 않는 그대의 청렴결백함 또한 후대의 모범이 될 것이오." "황공하옵니다." 그렇다. 라딘은 이계인인 자기가 국가공적치도 충분치 않은데 고위귀족이 될 경우 기존의 귀족들이 불만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이유로 스스로의 신 분을 속이고, 가면의 후작이란 가공의 인물을 탄생시킨 것이다. 하지만 진실을 말하자면, 모사재인 성사재천이라, 아무리 슈퍼 컴퓨터로 계 획을 짜고, 천재인 자신이 실행해도 안 될 때는 안 되는 법, 만약에 상황이 안 좋은 쪽으로 흘러가면, 최악의 경우 자신이 역적으로 수배되는 일만은 피하기 위해 자신의 본 캐릭은 절대로 역사의 표면에 등장시키지 않겠다고 결심한 라딘이었다. -------------------------------------- ------------------------------------------- 1-5 뿌린자와 거둔자(라딘, 왕국의 역사를 바꾸다.) 1-5 뿌린자와 거둔자(라딘, 왕국의 역사를 바꾸다.) 2주일 후, 드디어 프로브3세는 깨어났다. 그는 자신의 최후의 순간까지 군 주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자신의 병실에서 나와(침대에 누운 상태로 옮겼 다.)문무 백관이 모인 제왕의 홀로 갔다. 그곳에는 그의 제1, 제2 부인, 첫 째 딸, 그리고 두 왕자가 대기하고 있었고, 가면의 태사와 대공 카스트로를 비롯한 주요 귀족들 또한 모여 있었다. 카스트로 대공은 승리를 확신하고 있었다. 보나마나 왕은 자신의 손자를 차 기 왕으로 지목할 것이다. 물론 제1 왕비와 그의 두 자녀의 생명의 보장을 전제로 말이다. 그리고 현 태자는 실버 기사단이 있는 철의 성과 그 주변의 영지인 자이렌 의 영주로 임명 될 것이다. 그럴 경우, 자신은 당분간 태자를 건드릴 수 없 다. 그곳은 바이가스와의 최전선이기 때문이다. 일단 그 정도는 인정해 줄 계획이다. 합법적인 왕위 계승은 무엇보다 중요 하고, 저 보기 싫은 제1 왕비와 그의 두 자녀들은 천천히, 아주 천천히 제 거해도 된다. 자신이 철의 성을 공격할 수 없는 것처럼, 그들도 그곳에서 나올 수 없을 테니까. 성을 비우고 나오면 그야말로 원하는 바라 할 수 있다. 국경을 비우다니! 가장 비난 받을 역적 행위가 아닌가! 자신의 딸이 왕의 배신에 청춘을 희생한 것처럼, 그의 아들과 딸은 산속에서 십 수 년을 소비 할 것이다. 복수는 그 후에, 자신이 완전히 권력을 장악한 다음에 해도 된다. 아니, 그 기간이 오히려 참된 복수라 할 수 있겠지. "콜록, 콜록, 음, 짐이 제군들을 소집한 이유는 짐작하고 있겠지만, 짐이 더 이상 이 나라를 다스릴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짐의 최후는 가깝노라 . 안타까운 일이지만 신의 뜻을 따르는 것이 인간의 도리, 이제 짐은 왕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인간으로써 신의 품으로 돌아 갈 것이다." 왕의 선언에 대신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이며 외쳤다. "망극하옵니다." "문제는 후계자인데, 짐에게는 태자와 2왕자 그리고 맏 공주 라이아가 있다 . 원래대로라면 태자에게 뒤를 부탁 할 것이지만, 제 2왕자인 젝스트의 기량 도 훌륭하고 특히 많은 대신들이 젝스트를 후원한다고 들었느니라." "황공하옵니다." 카스트로 공작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왕이 위태로운 상황이 아니었다면, 이곳이 죽어가는 왕의 면전이 아니었다면 그는 자신의 평생의 노력이 결실 을 맺는 이 순간을 커다란 광소로 축하했으리라. '크크. 드디어 20년에 걸친 노력이 결실을 맺는군! 프로브3세, 그대는 나의 조카답게 끝까지 잘 버텼지만, 이제 결과는 나의 완승으로 끝나는군. 잘 가시게. 최후에 깨끗하게 승복한 그대를 봐서 내 10년은 그대 자식과 부 인을 건드리지 않겠네. 10년 후에 어떻게 될 건지는 나도 보장을 못하지만, 아무래도 왕위 계승자가 살아 있으면 신경이 쓰이지 않겠나? 흐흐.' "이에 짐도 충신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였느니라. 그러나! 일단 정해진 태자를 아무 잘못도 없이 폐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 아칸에게 나의 왕위를 물리니 제군들은 이 나라의 영광을 위해 개인의 감정을 버리고, 아칸에게 충성을 맹세하기를 부탁하노라." -쿠쿵- '!!!!!!!!' "폐하!" 당황한 카스트로 공작이 앞으로 나와 화난 어조로 프로브 3세에게 말을 꺼 냈다. 왕의 허락도 받지 않고 신하가 먼저 용건을 말하는 것은 사실 적지않 은 불충이지만, 이미 카스트로 공작에게 그런 세세한 예의나 규범을 따질 겨를은 없었다. "콜록, 음, 대공 무슨 일인가?" "그 말이 진정이십니까?" "허, 대공은 무슨 망언을 하는가? 한나라의 후계자 문제를 놓고 짐이 농담 을 하리라고 생각하는가? 그대도 나의 뜻에 따라 아칸에게 충성하여 이 나 라를 발전시키기를 부탁하노라." '나이스! 아저씨, 완전히 맘을 비우고 연기에 몰두 하시는군요. 잘 해보세요. 최후의 무대인만큼 꼬마를 위해서라도 끝을 보셔야지요. 아! 난 나쁜 놈 인가봐. 한 나라의 왕에게 이런 방법을 제시하다니~' 완전히 사람을 놀리는 프로브 3세의 말에는 일생동안 쌓였던 스트레스를 조 금이나마 풀고 가겠다는 처절한 의욕이 숨어있었다. 프로브 3세는 지금 죽 음을 앞두고 있었지만, 엄청나게 큰 장난을 성공시키기 직전의 장난꾸러기 와 같은 흥분과 기쁨이 그의 흐려져 가는 의식을 붙잡고 있었다. 이런 기분 이라면 앞으로 몇 개월은 더 살 수 있지 않을까하고 의심까지 해보는 프로 브 3세였다. "크하하하하, 좋소이다. 프로브 3세. 그대가 끝까지 이 백부의 체면을 돌보 지 않고, 이 나라의 역사에 먹칠을 하는 구려. 원하는 대로 힘으로 빼앗아 드리지요. 왕위를! 지금 이 자리에서! 위병!" 그 순간 로얄 가드의 반 정도가 칼을 뽑아 왕의 침대를 포위하기 시작했다. 기네아 왕비와 젝스트는 그들의 가드를 받으면서 서있었고, 이에 반응하여 남은 로얄 가드는 헤리아 왕비와 아르시아 공주, 그리고 아칸 태자를 호위 하면서 서로 대치상태가 되었다. 순식간에 긴장이 깊어 가는 사이에, 왕과 가면의 태사만이 평상시의 심장박 동 수를 유지하고 있었다. 카스트로 대공은 단위로 올라가면서 다시 명령했 다. "프로브 3세가 병으로 이미 정신이 혼미하여 국정을 돌보지 못하신다. 이 나라를 위하는 자는 평소의 제왕의 명을 받들어 젝스트 왕자를 국왕으로 추대해야 할 것이다. 이를 방해하는 자는 왕국에 대한 반역 행위로 간주하 여, 일족을 몰살당할 것이다!" "웅성웅성" 대신들은 당황했다. 이 나라는 건국왕 파스트 대제로부터 400년이라는 긴 기간 동안, 한번도 왕위 찬탈이 없었다는 자랑스러운 기록을 가지고 있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것을 '파스트 왕국의 충성'이라고 부르며 기사의 나라로써 자부심 을 키워왔다. 비록 대공파에 속하기는 했어도, 막강한 세력의 차에 의한 합법적인 왕위 계승을 예상했던 것이었지 이렇게 전격적인 왕 유폐, 강제 즉위 등의 행위 는 아무래도 거부감이 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비록 대공이 폭주를 했다 하여도, 대공은 대공이고 자신들은 대공파 였다. 또한 대공이 즉위하는 것이 아니라, 정통 왕위 계승자의 한명인 젝스 트 왕자가 즉위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직은 그들의 자부심과 양심에 타협 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었다. "허허. 결국 이렇게 되는구려. 대공, 아니 숙부." "흥. 그대는 이미 제 정신이라 할 수 없으니 왕위에서 물러남이 좋겠소. 뒤는 그대의 자랑스러운 아들 젝스트 왕자와 부인 기네아에게 맡기시오." 왕이 인생의 회한이 담긴 눈으로 자신이 평생 사랑해 줄 수 없었던 아들을 바라보았다. 그야말로 왕가의 희생자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는 것이다. "젝스트, 나의 아들아. 너에게는 미안하다는 말 밖에 할 수 없구나. 비록 내가 고의로 너를 낳은 것은 아니나, 너는 나의 아들이 틀림없다." "후~하하하하. 아바마마. 아바마마의 아들은 아칸 한명이옵니다. 저는 10살 이후로 아버지 없는 아들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염려마십시오. 이 나라의 왕으로써 저는 잘 해 나갈 수 있습니다." "흥, 그대는 사실상 나의 부군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요. 그대를 원망도 많 이 했지만, 결과적으로 나는 태후가 되고 나의 아들은 왕이 되니, 후회는 없어요. 뒤는 우리에게 맡기고 잘 가세요. 호호호." 프로브 3세는 자신을 살기어린 눈빛으로 보고 있는 그의 부인과 아들을 보 았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왕만이 알고 있는 비밀문의 앞에 있는 그의 또 다른 부인과 아들, 딸을 보았다. 결혼 이후, 한시도 맘 편히 지내지 못해, 60도 되기 전에 늙고 병들은 자신 을 되돌아 보며, 인생을 생각해 보았다. 그래도 사랑하는 여자와 결혼하여 나름대로 후회 없는 행복한 일생이라고 자위하면서 석 달 전 가면의 태사와 의 밀담에서 태사가 한 말을 상기했다. '폐하, 세상은 씨앗을 뿌린 자가 수확해야 하고, 부모가 빚을 지면 일찌감 치 파산선고 하여 자식에게 빚의 고통을 넘겨주지 않는 것이 부모의 도리입 니다.(물론 부모가 진 빚을 자식이 갚는 것은 자식의 도리) 아칸 태자저하는 위대한 제왕의 그릇이오니, 그에게 짐을 넘기지 마시고 모 든 것을 폐하의 대에서 결말지으시옵소서. 부자살육의 죄를 폐하에게 권하 는 소신이 천고의 죄인이옵니다만, 아칸 태자에게 형제 살해의 죄업을 유산 으로 남기시면 아니 되옵니다.(물론 따까리인 제가 형제를 죽이면 나중에 태자하고 좀 껄끄럽지 않겠습니까. 욕은 한번만 먹고 싶으니까, 한 번에 끝 내자고요)' 프로브 드 파스트 3세는 그의 숙부인 카스트로 대공을 바라보았다. 그는 대신들을 장악하기 위하여 단위로 올라와 있었다. 분명히 사정거리였 다. '숙부. 태사의 말대로 뿌린 자가 거두는 법이요. 같이 갑시다. 나이어린 조카보다 늦게 죽어서야 되겠소.' "[함정 발동]." 그리고 프로브 3세가 마법의 탑 수장인 메이노스 후작에게 부탁하여 3개월 동안 비밀리에 심혈을 기울여 만든 폭발성 마법함정 덩어리인 왕의 침대는 폭발하였다. -------------------------------------- ------------------------------------------- 1-5 뿌린자와 거둔자(라딘, 왕국의 역사를 바꾸다.) -------------------------------------- 비밀통로를 통해 왕궁 밖으로 탈출한 아칸 태자 일행은 그 즉시 대기하고 있던 사람들을 풀어서 수도 안에 있는 왕자파의 모든 관련 인물의 이동을 지시했다. 일만 대의 수레와 2만 필의 준마는 준비되어 있었고, 아칸 태자가 근시일 내에 자이렌의 영주로 부임하게 될 지도 모른다는 소문에 그를 따르는 병력 과 로얄 가드, 또한 그들의 가족들은 이미 이삿짐을 싸 놓은 상태였기 때문 에 갑작스러운 명령에 당황하면서도, 살아남기 위해 최대한의 스피드로 그 들에게 할당된 2두 마차에 재산과 가족을 실고 북문으로 빠져 나갔다. 그리하여, 아칸 태자파의 병력과 그 가족 10만 명은 수도를 빠져나가 철의 성이 있는 자이렌 영지로 이동하였고, 그와 동시에 각 영지로 보내진 사신 은 왕의 서거와 대공의 반역, 그리고 혼란 중에 일어난 대공, 제2왕자와 제 2왕비의 사망소식(사실은 폭발에 휘말려서 죽었다)을 중립성향의 지방영주 들에게 알렸다. 내전의 발발이었다. ---------------------------------------- 파스트란 나라는 소위 말하는 기사의 나라다. 대부분의 영주는, 특히 20년 의 권력 투쟁 속에서도 중립을 고수한 영주들은 '파스트 왕국의 충성'을 가 슴속에 간직한 양심파라고 할 수 있었다. 그들에게 있어 제1왕자와 제2왕자의 왕권계승 내전은 납득 할 수 있는 일이 지만, 이미 대공과 제2왕자가 죽은 상황에서의 내전은 아무리 좋게 보아도 반란이라고 밖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런 이유로 프로브 3세의 서거 이후, 수도를 점거한 대공파의 세력은 오히 려 약화 추세라고 할 수 있었고, 자신의 병력과 가족을 무사히 빼돌린 정통 왕위 계승자인 아칸의 세력은 기하급수적으로 늘기 시작해서 한 달이 지난 지금은 거의 5대 5의 세력비를 이루고 있었다. 대공파의 중심인물이었던 카스트로 대공이 죽고, 제 2왕자와 왕비마저 없는 지금, 대공파를 유지하고 이끄는 사람은 전 로얄 기사단장 델로스 후작이 었다. 왕국 최고의 기사인 그의 명성으로 아직은 다른 귀족들도 전력의 우 세를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이지, 내전이라니!" 델로스 후작은 괴로웠다. 그는 사실 전쟁과 대결이라면 자신 있었지만, 상 황 상 지금 전투가 벌어지면 이쪽이 무너질 것이 틀림없었다. 왜냐하면 이쪽은 대의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몇 번 전투에서 승리해도, 단 한 번의 패배로 모든 것을 잃을 수 있 다. 역적이란 그런 것이다. 반대로 저 아칸 태자의 세력은 아칸 태자가 살아 있는 한, 절대로 무너지지 않는다. 그들은 흩어져 있지만, 그 점이 더더욱 델로스 후작을 괴롭혔다. 이쪽은 수도를 점령하고 있지만, 다시 말하면 수도에 포위 된 것이다. 무엇보다 델로스 후작 자신이 내전 자체를 원하지 않았다. 그 점이 괴로운 것이다. -똑, 똑- 노크와 함께 후작가에서 평생을 일해 온 집사가 들어왔다. "후작 각하. 손님이 찾아 오셨습니다." 상념에 잠겨있던 델로스 후작은 집사의 말에 의문을 표시하면서 집사에게 다시 물었다. "응? 이런 늦은 시각에 손님이? 누구시라던가?" "이름을 밝히기 어렵다며, 이 편지를 주셨습니다. 보시면 아실 거라고 하시 더군요." "이리 주게....!!!!!" 편지를 펼쳐 본 델로스 후작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 그의 눈빛은 마치 최 상급의 검사가 결투에 임할 때 가지는 눈빛처럼 차가웠다. "그를 흑은의 거실로 안내하게." 집사의 눈이 긴장으로 굳어졌다. 흑은의 거실은 사방이 금속벽으로 둘러싸 인 감옥과 같은 밀실로, 그곳으로 손님을 이끈다는 것은 그가 적이란 뜻이 기 때문이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음.......그가 온 이유는 무엇인가? 설마 나를 회유하기 위해서? 만약에 그렇다면 나는 그를 죽이리라. 이 델로스, 한번 충의를 잃었지만, 신의까지 잃은 것은 아니니까. 나는 현재 대공파의 수좌. 나를 따르는 귀족 들을 배반하진 않는다.' 잠시 후, 밀실에서는 델로스 후작과 두꺼운 로브를 전신에 감싼 정체불명의 사내가 마주하고 앉았다. 그 로브를 감싼 남자는 얼굴에 철가면을 쓰고 있 었다. 그는 아칸 태자의 스승이자 아칸 태자파의 수뇌인 아스트로 후작이었 다. "그대가 이런 곳까지 오다니 놀랍군. 우리가 지금 가장 죽이고 싶어 하는 사람 3명 중 그대가 들어간다는 것을 아는가?" "저를 그렇게 좋아하시다니. 그럴 줄 알았다면 조금 더 빨리 와도 될 뻔 했 군요. 하하" 라딘의 철면신공은 소드마스터의 살기 띤 눈빛도 팅겨 낼 수 있는 것인가? "죽을 각오를 하고 온 것인가! 그대라고 알고 있다. 선왕의 최후의 거동을 꾸민 것이. 아버지보고 처와 자식을 죽이라고 사주하다니, 용서받을 수 있 는 행위라고 생각하는가!" "처와 자식을 죽이라고 한 것이 아니라, 살리라고 했습니다만, 정확하게 말 하면 살릴 수 있는 쪽은 한쪽이니 결정하라고 했었지요. 그런데 처자식을 죽이라고 한 것이 충성을 배반하는 것보다 나쁜 일이던가요? 이 파스트에서 ." -챙- 눈에도 보이지 않는 순간, 어느새 델로스 후작의 검은 가면의 태사의 목에 닿아 있었다. "용서 받으려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피하지도 않겠다. 이제 그대가 온 이유를 말하라. 내가 납득할 만한 이유를!" "빠르시군요. 역시 그대는 왕국에 필요한 인재입니다." "후하하하, 역시 나를 회유하러 온 것인가? 잘못 봤다. 그대는 나를!" "잠깐, 거 말하라고 그러고 말 끊지 맙시다. 누가 회유 같은 번거러운 일을 하겠소. 이 바쁜 시국에." "...... 그럼 뭐냐?" 그렇게 나온 라딘의 정보는 델로스 후작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아마도 내일 아침쯤에는 후작 귀에도 들어오겠지만, 워낙 급한 상황이라서 말입니다. 바이가스국의 병력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보름 후에는 국경 에 도착 할 것이라는 군요. 예상병력은 50만 정도." "!!! 그 놈들이 드디어!" "당연한 얘기지요. 우리나라가 내전 중인데 적성국가인 바이가스가 이때를 놓치겠습니까? 아마도 내전 시작하자마자 준비했을 겁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저희야 국경이라고 해도 산맥 쪽의 철의 성이니까, 저들의 진행 경로에는 들어있지 않지요. 대공파의 35만 병력으로 한번 붙어 보시렵니까? 뭐 최소한 그 사이에 옆구 리는 안 찌르겠다고 약속드리지요.(씨익) 아니면 그냥 북쪽 평원을 내주시 겠습니까? 후작." 그렇다 처음에 라딘이 새로운 거점을 정할 때에 철의 성을 선택한 이유는 튼튼하고, 장기 농성 가능하고 가능한 한 험한데 있어서 병사 훈련시키기 좋고, 결정적으로 만약에 바이가스 국의 대규모 침략이 있을 경우, 절대로 그 침략경로에 속하지 않는, 혹 속해도 본대가 아닌 별동대만 들어올 수 있 는 그런 장소를 슈퍼컴퓨터로 분석했기 때문이다. 철의 성은 적 유격대의 소규모 게릴라적인 침투로 인한 후방 교란을 막기 위해 건설된 성으로 비우면 곤란하지만, 대군이 쳐들어올 가능성은 거의 없 었다. 뿐만 아니라, 내란이 터진 후 바이가스 국이 바로 침공을 결심할 수 있도록 비밀 정보 조직 비월전을 이용해 바이가스 왕국에 파스트 왕국의 군사 정 보를 유출, 저들이 대공의 세력권을 침공 루트로 삼도록 유인한 것은 아칸 태자마저도 모르는 대 반역 매국노 행위라고 할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라도 라딘은 바이가스 왕국의 군대가 파스트 왕국에 들어오기 전에 그들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최소한의 인간의 양심이 아 직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이이. 그대는 나라의 위기조차도 이용하는가? 왕의 생명을 이용한 것이 부 족해서! 그대를 죽이리라." "후우, 후작, 그대는......" 라딘은 한숨을 한번 쉬고 고개를 흔든 다음 델로스 후작의 눈을 직시하며 미리 준비한 대사를 꺼내었다. 그 순간 라딘의 눈빛은 왕국 최고의 기사인 델로스 후작의 눈빛에 결코 뒤지지 않는 날카로움을 보이고 있었다. "그대가 딸을 대공가에 시집보내고 왕가에의 충성심을 저버린 것에 대한 이 유를 생각해보았소. 그대는 왕과 대공과의 갈등이 심해져서 결국 내전이 벌어질 것을 걱정했던 것이 아니오? 힘이 비슷하고 뜻이 정반대인 왕이 계승자가 2명이라는 것은 십중팔구 내전으로 번지게 되어 있으니까요. 그래서 한쪽에 힘을 몰아서 나름대로 평화로운 왕위 계승이 이루어지기를 원했겠지요." "!......." "나는 그대의 생각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확실히 그편이 왕국을 위해서는 최선의 선택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아칸 태자 전하를 위해서는 아니오. 그리고 나는 전하의 사람이고." 라딘의 필살 대사에 넘어가 마음이 누그러진 델로스 후작은 힘없는 어조로 그에게 물었다. "원하는 게 뭐요? 태사." "나는 바쁜 사람이라서 일일이 사람들 쫒아 다니면서 개개인으로 회 유할 시간이 없소. 내일 날이 밝으면 왕궁으로 날 데려가 주시오. 대공파 전체를 한 번에 회유해 보이겠소." "뭐라고!" "후작, 진짜 적은 바이가스이고 지금 수도에 있는 귀족과 수도 주위에 있는 35만의 병사는 모두 왕자의 신하이오!" 라딘의 날카로운 한마디가 델로스 후작의 가슴을 찔렀다. ---------------------------------- ------------------------------------------- 1-5 뿌린자와 거둔자(라딘, 왕국의 역사를 바꾸다.) ---------------------------------- 후작가의 객실에 몸을 누인 가면의 태사는 자신의 느낌이 틀리지 않았음에 안도했다. 델로스 후작이 자신의 권력에 집착하는 사람이었다면 애초에 이 계획은 무리인 것이다. 우두머리의 암살과 대의명분의 박탈, 공동의 적 등장에 의한 유대감 형성, 명분과 명예, 그리고 이익의 보증, 공동의 적의 척결과 그때 생긴 이익분배 에 따른 강력한 권위의 생성, 이것이 4단계로 이루어진 태백의 전략 결과이 다. 이것이 끝까지 성공하면, 파스트는 동대륙의 패자가 될 것이다. 아무튼 이 나라는 20년 동안 필사적으로 전쟁준비를 했다고 할 수 있으니까. 물론 내란을 대비해서였지만, '내일만 잘하면 내 역할은 끝이군. 이제 본업 인 왕궁도서실 관리장으로 돌아갈 때가 된 건가? 후후. 덕분에 상급 클래스 와 특수 기술 정보도 많이 알고 말이야. 아아~, 언제 생산스킬을 다 마스터 할 수 있을까? 이 전쟁만 후딱 끝나면 도서실 옆에 비밀 작업장을 만들고야 만다. 내가.' 라딘은 왕궁에 들어와서 약 5달 동안 왕궁의 수입과 태자파 세력 형성 자금 중 일부를 착복하여 자신의 생산스킬인 조각, 대장장이 기술을 올리는 데 주력했다. 왕궁은 보석과 귀금속의 최대 저장고인 것이다. 현재 그의 스킬은 낚시 100 은둔자(허밋) 대장장이 54 검장인 방직 0 조각 78 조각가 연금술 0 요리 71 주방장 로서 주력으로 올린 대장장이 기술은 이미 강철까지의 일반 금속은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검장인의 칭호를 얻고 있었다. 대장장이와 조각은 재료만 확 보되면 가장 빨리 스킬을 올릴 수 있을 거 같았다. 그 재료가 문제였다. 라딘의 예상으로는 한 스킬 당 50만 골드에서 1백만 골드가 들지 않을까 한다. 그것도 재료거래가 된다는 전제하에서 말이다. 아니면 하급 재료로 몇 배의 시간을 들여서 기술을 연마 할 수도 있다. 하 지만 왕국의 재물을 이용하면 최고급의 재료를 펑펑 써서 최단 시간 내에 마스터의 단계까지 올라갈 수 있는 것이다. '방직은 꼭 여기서 안 올려도 될 거 같고, 이제 연금술도 올려야지. 상급 연금술이야말로 가장 많은 자금을 필요로 할 것 같으니까. 마법의 탑의 마법사들이 쓰는 돈을 보면 알 수 있지 않겠어? 흐흐. 기다려라. 파스트 왕국 보물창고. 내가 화끈하게 써주마! 암, 돈은 쓰라고 있는 거지. 이 일만 끝나면 그거 조금 쓴다고 나한테 게기 는 놈은 없겠지.(씨익)' 왕국을 뒤집어 업는 이유가 자신의 생산스킬 자금의 확보를 위해서였다는 것을 스스로도 부인할 수가 없는 라딘이었다. --------------------------------------- 4월 말일, 드디어 후일 파스트 제국의 중요 기념일로 남는 날이 밝았다. 델로스 후작과 왕국으로 입장한 라딘은 분노와 황당함으로 그를 보는 100여 명의 대공파 귀족들 앞에서 당당히 아칸 태자의 친서를 읽었다. 그 내용은 바이가스의 침략에 대비해 총력을 기울여 자비로 군대를 형성하 여 수도로 모인 애국 귀족에 대한 칭찬과 그를 주도한 델로스 후작을 공작 으로 임명하여 대장군의 지위를 하사하니, 델로스 후작과 그의 동료들은 즉 시 출병하여 수도의 35만의 병사와 자이렌 영지 경계에 대기하고 있는 왕자 지휘하의 병사 25만의 병사, 그리고 국경의 수비군 20만을 지휘하여, 바이 가스를 역으로 침공, 가을까지 유로카 평원을 점령하라는 명이었다. 또한 그 친서에는 유로카 평원을 성공적으로 점령할 경우 이 전쟁의 1등 공 신은 누구보다도 먼저 자발적으로 자신의 모든 군대를 이끌고 수도로 집결 한 그들이 될 것이라는 것을 명,확,히 공,식,적,으로 명시하고 있었다. 가장 황당해 한 것은 델로스 후작이지만 그와 100여명의 귀족들은 즉시 사 태를 파악하고 마음을 정했다. 반란이라는 사실 자체가 없어지는 것이다. 사실 이대로 간다면 바이가스의 침략이 없더라도 이 내란이 자신들의 승리 로 끝나기는 어렵다는 것을 그들은 잘 알고 있었다. 그 위에 스스로도 반란이라는 말에 부담을 가지는 자가 대부분이었는데, 그 들에게는 아칸 왕자의 친서가 바로 면죄부였고, 새로운 대의명분이었다. 특히 델로스 후작은 자신의 군사까지 모두 자신의 지휘에 맡긴다는 아칸 태 자의 뱃심에 감복하여 아칸 태자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그 즉시 군사를 정비 하여 수도를 출발했다. 후작의 평생의 꿈이 바로 자신의 부모를 죽인 바이가스국의 정벌이었던 것 이다. 파스트 왕국력 403년, 5월 초, 수도에 모인 35만의 군대는 아칸 왕자가 지 원해준 2두 마차 1만대를 이용하여 보통 보름의 시간이 걸리는 국경까지 7 일 만에 진군, 미리 대기하고 있던 35만의 군대와 합류하여 바이가스를 침 공했다. 이 때 바이가스의 군대는 아직 국경에서 1주일 걸리는 지점을 지나고 있었 을 뿐이다. 그로 인해 50만의 바이가스 군이 국경에 다다랐을 때, 이미 국 경성채를 모두 점령한 파스트 군은 가장 유리한 장소를 선정하여 70만의 군 세로 그들을 포위 공격하는 데 성공하였다. 역시 먼저 치면 그만큼 남는 법이다. 극소의 피해로 50만의 군세를 섬멸한 전쟁의 귀재 델로스 공작(공작으로 승 급했다)은, 70만의 군세 중 살아남은 50만을 본대 20만과 5만의 분진 공격 군 4대를 편성하고, 다시 1만의 주둔 치안군 10대를 편성, 5개의 진로로 진 군하여, 3개월 만에 바이가스 왕국의 절반이자 식량생산의 80%를 차지하는 유로카 평원을 점령하는 공전절후의 전공을 세우고야 만다. 이로 인해 바이가스 왕국은 추수 이전 출병에 의한 비축 식량의 소비와 전 쟁으로 인해 추수를 못했기 때문에 그 해부터 심각한 식량난에 빠져, 결국 3년 후 파스트 제국의 재침공에 의해 멸망하게 된다. 물론 이것은 뒷 이야기이다. 그 해 8월 수도로 귀환한 아칸 태자는 정식으로 아칸 1세로 등극하고, 파스 트 왕국을 제국으로 선포, 동대륙 최고의 대국임을 천명하고 스스로 황제의 자리에 오른다. 그리고 전쟁 기간 동안 수도에 남아 태자를 대신해서 수도와 왕궁의 관리를 담당한 라딘은 텅 빈 왕성의 도서실 구석에서 비밀 방을 만들어 왕궁 보물 창고에서 빼돌린 보석과 귀금속을 쌓아 놓고 열심히 창작활동에 열중하고 있었다. ------------------------------------------------------ ------------------------------------------- 1-5 로얄 패밀리 (라딘, 황제와 그 가족을 가르치다 1-5 로얄 패밀리 (라 딘, 황제와 그 가족을 가르치다.) 브리시아의 가을 하늘은 한국의 가을 하늘을 모니터링 해서 만들었다는 소 문답게 끝없이 높고, 구름 한 점 없는 코발트의 바다였다. 귀족들에게는 이른 아침인 오전 9시에 라딘은 여유로운 표정으로 최고급 홍 차를 마시고 있었다. 이곳은 파스트 제국의 왕성 안에 위치한 업무용 사무 실 [청룡의 집무실]이었다. 라딘은 눈에 잔잔한 미소를 띄우며, 자신의 앞에 있는 3명의 왕실 가족을 바라보았다. "으윽~, 사부, 이거 너무 많지 않소?" "어허~, 폐하! 겨우 서류 5백장이 뭐가 많다고 그러십니까? 지금은 제국을 선포하고 논공행상에 의해 많은 사람들이 보직을 이동하여 정치적으로 혼란된 시기! 이때가 아니면 6부의 서류를 언제 다 살필 수 있 겠습니까? 바이가스와의 전쟁에서 느끼셨겠지만! 커흠~, 폐하께서 어렸을 때 배운 학 문은 사실상 경험이 결여된 죽은 학문! 실전을 격음으로써 그나마 현실에 입각한 살아있는 상식적인 군무를 배우셨던 것처럼, 실무 서류를 처리함으 로써 생기는 캐리어는 폐하의 평생의 보물이 될 것입니다. 오후에 할 일이 많으니, 가능하면 오전 중에 끝내 주십시오. 마음을 비우시고, 스스로를 골렘이라고 생각하십시오. 일하는 골렘! 마음을 비우셔야 정신적인 피로가 들 하고 능률도 오릅니다." 라딘의 폭탄선언에 아칸 1세의 입에서는 비명이 튀어 나왔다. 500장의 서류를 3시간 안에 끝내라니! 500장의 소설을 읽는데도 3시간을 걸 리지 않겠는가! 라딘의 요구는 바로 인간의 한계를 벗어난 행정 초인에의 진화였다. "크헉, 이걸 오전 중에 끝내라고요! 밤 까지 쉬지 않고 해도 모자랄 거 같 은데, 경은 과로사라는 인류 최대의 불치병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소?" "아! 그렇군요! 과로사는 정말 무섭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폐하, 제가 길 지 않은 삶은 살아왔지만, 10대 과로사란 말은 아직까지 들어보지를 못하였 습니다. 반대로! '젊었을 때 고생은 사서라도 해라.' 라는 말을 무지하게 많이 들었 지요. 이 때, 라딘은 순간적으로 몸을 떨었다. 과거의 악몽이 순간적으로 되살아난 것이다. 폐하. 지금 폐하께서 하루 종일 이라고 하시지만, 일단 익숙해지면, 그 정 도 서류는 3-4시간에 끝낼 수 있사옵니다.(물론 3년 정도 죽자하고 할 경우 ) 즉, 폐하께서는 젊을 때 경험을 쌓아서 오히려 30대 이후의 과로사를 예 방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러니 힘드시더라도 열심히 하십시오. 힘드실 때는 폐하만을 믿고 있는 황 태후님과 공주 전하를 보십시오. 위대하신 폐하께서는 이미 가족의 절대적 인 신뢰를 얻으셨으니, 제국의 앞날은 밝기만 합니다. 하하하." "흐흑." "저기요, 재상님, 폐하는 그렇다고 쳐도 저는 왜 이거 같이 해야 되는 데요 ? 이제는 서류를 보기만 해도 배가 불러와요. 흑." 아아, 불쌍한 공주! 그러나 라딘의 마음은 이미 차가운 강철과도 같은 것, 그에게 있어 여자에게 대하는 기본적인 부드러운 배려를 기대한다는 것은 역시 무리라고 봐야 했다. "아! 공주님, 형제가 없으신 폐하를 염려하여, 폐하의 부담을 덜어드리기 위해서 이런 아침부터 일부러 나오신 공주님께는 이 아스트로가 진심으로 감복하옵니다. 폐하! 보셨습니까? 여자이신 공주님께서도 자,발,적,으,로, 폐하와 같은 양 인 500장의 서류를 매일 처리하지 않습니까! 열심히 하셔서 하루 빨리 공주 님이 맘 편하게 지내실 수 있도록 하셔야지요. [후룩] 음, 차 맛이 좋군요. " "흑, (악마~)" 자신의 두 아이들이 절망 속에 빠져서 울면서 서류를 읽고 있을 때, 마침내 라딘의 눈치를 보던 황후가 최후의 시도를 시작했다. "호호, 아스트로 경. 이 아이들이 이렇게 열심히 하니 저는 이만 쉬면 안 될까요?(미안하다 얘들아) 네? 제바알요. 요즘 잠을 잘 못자서 피부가 나빠 지고 있거든요." "들으셨습니까? 폐하. 황태후 마마께서는 여인의 생명인 피부까지도 담보로 폐하를 돕고 있습니다. 하하 정말 제국의 앞날은 밝기만 하군요. 황태후 마마께서 이미 행정 전반에 많은 경험을 쌓고 계시니, 폐하께서 출 정을 하시거나 바쁘실 때에도 이 제국의 행정은 걱정 안 하셔도 될 겁니다. 음하하하하." "흐흑, 차라리 옛날이 그리워." "어무이, 흑흑." 황궁의 최고급 홍차의 맛을 그대로 살린 세기창조사의 기술을 마음속으로 칭찬하며 라딘은 조용히 앉아 있을 뿐이었다. '후우, 이봐요. 그럼 그 서류 1500장을 내가 할까? 내도 왠만하면 봐주고 싶은데, 그래도 대신 죽을 수는 없잖수. 아직 멀었군요. 폐하! 조금만 생각 해도 불가능한 소원이라는 것을 알텐데...... 염려 마십시오. 앞으로 1년, 이 라딘이 확실하게 교육시켜 드리리다. 암, 나만 당할 순 없지. 앞으로 태어날 아들아 기뻐해라. 이 아빠가 여기서 확 실하게 풀고 너에게는 이 지옥을 경험하지 않도록 노력하마.' 그렇게 재상으로써 자신이 처리할 모든 서류를 교.육.적. 차원에서 이제는 3명밖에 안 남은 로얄 패밀리에게 모두 떠넘긴 라딘은 차를 마시고, 잠시 가을 하늘을 감상하다가, 자신의 업무를 위해 작업장으로 갔다. 공식적인 라딘의 직위인 황궁 도서관의 업무를 처리하러 간 것이다. "룰루, 도서 대출 현황 0권, 도서 입하 현황 10권, 정리 끝~. 아아 힘들다 5분이나 걸리네. 도서관 주요 이용 요원인 로얄 패밀리는 하루 종일 서류 속에 파묻혀 있고, 하녀들이 이곳에서 책을 빌린다? 주인이 서류에 파묻혀서 울고 있는데? 암 안 되지, 하늘이 용서해도 이 재상이 용서 못하지! 아아, 그럼 하루 일을 끝마쳤으니 취미활동이나 해볼까." -그르릉- 그의 자리 뒤쪽에 있는 벽이 소리를 내며 열리기 시작했다. 그 속에는 그가 전쟁 중 내궁 보수 공사를 통해 만든 전용 작업장이 있었고, 현 황궁에 있 는 귀금속과 보석의 절반에 해당하는 물량이 쌓여 있었다. 현재 라딘의 스킬은 낚시 100 은둔자(허밋) 대장장이 84 검장인 방직 0 조각 92 조각가 연금술 51 연금술사 요리 71 주 방장 이제는 왠만한 보석과 희귀 금속은 스킬에 영향을 못 미치는 상황이었 다. 또한 스킬도 높아져서, 매일 스킬 성공에 의해 만들어진 귀금속 아이템과 무기, 방어구가 한쪽에 조그마한 초가집 정도의 높이로 쌓여 있었다. 그의 조사에 따르면, 연금술-> 조각-> 대장장이-> 방직-> 요리-> 낚시의 순 으로 돈이 많이 들어간다. 반대로 스킬을 올리는, 즉 발동시키는 시간은 낚 시가 최고로 길고, 연금술이 제일 짧다. 즉, 지금 같은 경우는 소요자금 1,2,3위인 연금술, 조각, 대장장이 기술을 올려야 되는 것이다. 이 재료들은 황궁 안에서는 맘대로 움직일 수 있지만, 궁외로 반출하는 것은 조심해야 했다. 마법 감지에 걸릴 가능성이 높은 것 이다. 일단 걸리면, 제국 재상 아스트로 대공은 건국 이래 최대의 횡령범으로 데 일리 파스트에 실릴 가능성이 99.999%였다. ---------------------------------------- ------------------------------------------- 1-5 로얄 패밀리 (라딘, 황제와 그 가족을 가르치다 -------------------- -------------------- 현재 파스트 제국에는 3명의 공작이 있다. 첫 번째는 제국의 재상이자 황제의 스승인 아스트로 공작, 그의 정체는 절 대 극비사항으로써, 당대 최고의 모사라 일컬어지는 그의 정체를 알기위해 동대륙의 모든 국가는 특수 전담 추적반을 편성했을 정도였다. 두 번째는 프라임 나이트이자 군무 총수인 델로스 공작, 바이가스와의 전쟁 에 대한 전공으로 공작으로 임명된 그는 군사행위의 천재(추정 렙 900)로 모든 군사 계획을 독점하고 있다. 물론 실버 기사단을 주축으로 한 전 태자파의 군세와 국경 수비군을 중심으 로 한 전 중립파는 그의 명령에 맹목적으로 충성하지는 않지만, 그의 재능 과 역량은 모든 이들이 인정하고 있었다. 마지막 세 번째 공작은 태자파의 수뇌였던 밀러 폰 라프라스 공작이라는 사 람이다. 이 밀러 공작은 절대 열세의 태자파를 10년이 넘게 지탱해 온 저력 있는 사람으로, 그의 특기는 재정 관리이다. 없는 돈도 만들어 내고, 1브론즈도 쪼개 쓰는 그의 능력이 없었다면, 재정 적인 기반이 거의 없었던 태자파는 3년도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현재 6부중의 하나인 재무부의 장관으로써, 제국의 재정을 그 혼자서 장악하고 있었다. 그의 평생의 단 한 번의 실수는, 전쟁물자와 보급물자의 확보 때문에 바빠 서 귀족이 점거 했던 왕궁의 왕궁 보물 창고의 보물 수량을 전쟁 후에나 확 인 했다는 것인데, 그 때에는 이미 대부분의 고급 재료의 반 이상을 라딘이 빼돌린 후였고, 아이템이라면 명단이 남아 있어서 만약 빠진 것이 발견된 다면 추적 마법으로 위치를 확인하기라도 하겠지만, 재료는 그것이 불가능 했다. 거기에 그 재료가 처음에 얼마나 있었는지조차 모르는 상황이라면 더 말 할 나위도 없었다. 물론 본인은 그 사실을 몰랐다. 이 제국 3 공작이 지금, 황궁의 집무실 중 하나인 청룡의 집무실에 모여 있 었다. 황제와 그의 가족은 그날도 할당량인 500장의 서류를 각각 처리하고, 지금쯤은 하녀에게 굳어진 어깨의 근육통을 풀기위해 맛사지를 받고 있을 것이다. "신중하게 결정해야 됩니다. 이 한 번의 결정이 향후 20년, 아니 제국의 미 래를 결정 할 수도 있습니다." 가면을 쓴 아스트로 공작이 입을 열었다. 맞은 편에서 델로스 공작이 원 페어를 들고 마지막 판돈을 모두 밀며 올인 이라고 외치는 도박사의 음성으로 공작의 말을 받았다. "외국은 좋지 않소. 당장은 힘이 될지 몰라도, 나중에 폐하의 위업에 방해 가 될 수도 있소." 그 옆에 있는 밀러 공작이 뒤를 이었다. "문제는 국내라고 해도 어느 파냐 하는 것이요" "흠~, 이럴 때 밀러 공작께 참한 손녀가 없다는 것이 문제군요. 그랬으면 별로 걱정할 것이 없을 텐데요." 가면을 쓴 아스트로 공작의 입가에 어린 미소를 선의의 농담으로 받아들이 며 밀러 공작이 부드럽게 말했다. 가면의 공작의 농담을 받을 수 있는 직위 의 귀족은 이 파스트 제국에서도 10명도 안 되는 것이다. "허허, 이런 재상께서 이 늙은이를 밀어주실 것을 미리 알았다면, 내 친히 손을 써서라도 적당한 딸이라도 만들어 놨을 것인데, 아깝구려." '할아버지, 그건 죄악이에요.' 밀러 공작은 올해로 79살이었다. 라딘의 등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음, 정말로 적당한 사람이 없을까요?" 아스트로 공작의 다시 심각한 어조로 본론에 돌아갔다. 다른 두 사람도 그 의 질문에 잠시 진지하게 귀족가의 모든 영양들의 명단을 머릿속에서 분석 하는데 집중했다. 그러나 완전무결한 조건의 아가씨를 찾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미모, 집안, 재능, 그리고 결정적으로 집안의 충성심, 의외 로 찾기 힘들군요. 모든 것을 충족시키는 것은." 밀러 공작이 한숨을 쉬며 기권을 선언했다. 60년간 왕국의 양대 세력가 중 한명으로 지내온 그로서도 이 상황의 정답을 말하지 못하는 것이다. "음, 내가 한명 추천해도 되겠소?" 델로스 공작이 눈빛을 빛내며 말을 꺼냈다. "오오, 대장군, 짐작되는 인재가 있소?" 밀러 공작과 아스트로 공작의 시선이 델로스 공작에게 집중되었다. 드디어 한 가지 제안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정공법이 안 되면, 변칙이지요. 로얄 기사단 중에......." 그 순간, 아스트로 공작이 손뼉을 쳤다. "아. 좋군요! 그녀로 하지요." 밀러 공작은 정말로 궁금했다. 자신이 모르는 인재는 이 파스트에 없다고 굳게 믿고 있는 그로써는 아스트로 공작이 바로 알아차리는데 자신은 모르 는 그 아가씨의 정체가 무엇인지 상상할 수도 없는 것이다. "오, 이 둔한 늙은이만 모르고 있구려. 누구요? 그 처자는?" 델로스 공작이 아주 신중히 조용하게 말을 꺼냈다. 그에게 있어 이 제안은 어쩌면 황제 모욕죄에 해당 할지도 모르는 발언이라는 생각도 들었기 때문 이다. "로얄 기사단 유일의 여성기사인 라티누 경입니다." "헉! 라티누! 그 여자 버서커말이요?" 밀러 공작의 주름진 두 눈꺼풀이 급격한 속도로 펴지며 확장했다. 그의 인 생에 가장 놀란 순간 best 5안에 지금 이 순간이 들어갔으리라. "네, 미모, 재능, 충성심을 충족시키고 결정적으로 천재적인 검술솜씨가 있 으니 집안의 작위가 자작인 것은 무시해도 될 것입니다." "험험, 재상, 그게 문제가 아니잖소. 그녀의 성격이......" 어디까지나 상식을 준수하는 밀러 공작의 반대표가 나오기 바로 전, 아스트 로 공작의 사전 봉쇄가 시작됐다. 일단 반대표가 나오면 공작의 자존심 때 문이라도 성사되기가 힘든 것이다. "밀러 장관이 데리고 살 것입니까?" "메라고라고!(황당해서 말이 깨지고 있음)" 뜬금없이 창문 밖의 경치를 바라보며 아스트로 공작이 말했다. "확실히 그녀라면 이 제국에 도움이 됩니다. 뭐 성격적인 문제는......폐하께서 알아서 하시겠지요. 당사자니까요.(히죽 ) 그 정도 역량은 있으실 겁니다. ......없어도 어쩔 수 없지요.(먼산) 제국의 미래를 위해서 참으실 겁니다. " 아스트로 공작이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 새삼스럽게 깨달은 다른 두 공작 은 온몸에서 식은땀을 흘리며 그를 쳐다보았다. 델로스 공작은 아무리 자기가 최고 레벨의 기사라도 그에게는 절대로 대항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마음속으로 결정하였다. 자신은 전투나 결투는 자신 있 지만 이러한 악랄한 정치 뒷공작에는 초보에 가까운 것이다. 그리고 밀러 공작은 집으로 돌아가면 아들들을 모아놓고 최고 귀족의 비인 간적인 처세술이 얼마나 비정한 것인지를 아스트로 공작을 모델로 다시 한 번 교육시켜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있었다. "......재상, 내가 그때 처음 그대가 나를 찾아 왔을 때 느꼈던 거지만, 그 대는 악마요." 결국 델로스 공작은 자신의 마음속의 한 자락을 아스트로 공작에게 보이지 않고는 참을 수 없었고, 그런 델로스의 순진함을 아스트로 공작은 넓은(?) 아량으로 용서하는 것이었다. "핫,핫,핫, 그럼 그녀로 결정 된 것으로 하지요. 잘 됐군요. 취침시간 전에 결정 나서요." 그리하여 천재 여자 기사이자 천하의 말괄량이로 이름 높은 속칭 [피메일 버서커] 라티누 혼 화이트레이크 자작영애는 파스트 제국의 새로운 황후로 내정되었다. 아칸 1세는 그야말로 목숨을 건 항쟁을 하였지만, 3명이서 처리하던 서류를 4명이서 처리하게 된다는 재상의 꼬임에 넘어간 공주와 황태후의 절대적인 지지에 의해 실패하였다. 즉, 두 사람에게는 누구든지 상관없었다. 아칸1세가 빨리 혼인만 한다면. 결국 그 다음 해 3월에 파스트 제국의 황제는 결혼식을 올리게 된다. 한편 생각지도 않게 황후가 된 라티누는 나름대로 화려한 사교계와 위대한 황제의 위대한 황후의 꿈을 가지고 식을 올렸지만, 매일 아침 할당되는 서 류를 보며, 경기를 일으키며, 황후가 된 것을 후회하며 남편에게 바가지를 긁게 된다. 그것은 라딘이 재상에서 물러나 은거하는 그 다음 해 까지 계속되는 비극이 었다. ------------------------------------ ------------------------------------------- 1-5 로얄 패밀리 (라딘, 황제와 그 가족을 가르치다 -------------------- ---------------- 라티누 황후는 어제까지 울면서 서류를 정리했다. 그녀는 확실히 말해 전투의 천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역시 신은 공평한 법, 힘과 민첩과 체력까지 선천적으로 높게 태어 나고, 좋은 무가에서 태어나 어렸을 때부터 최상급 스킬을 익혀 19세이 이 미 마스터의 경지까지 수련했다는 그녀라 해도 지력마저 높을 수는 없는 법 이다. 그녀는 드래곤이 아니기 때문이다. 상급 플레인인 어스에서 온 이계인은 이 세계에 처음 진입할 때, 자신의 영 혼을 상급 신의 능력으로 만든 플래쉬 골렘에 빙의시켜서 브리시아로 들어 오게 된다. 그러므로 그 골렘의 기본적인 능력은 다 같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골렘과 영혼이 결합해서 탄생한 이계인은 이 브리시아 세계에서 얻는 카르마 수치에 의해 성장하는 것이다. 때문에 기본적인 성장 이외에도 자신이 원하는 방향의 능력을 상당히 정밀하게 성장시킬 수 있다. 그러나 NPC인 브리시아의 모든 인종과 마물을 비롯한 생명체는 사정이 다르 다. 그들의 몸은 하나뿐이고, 그들이 원해서 가지고 태어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은 같은 사람이라도 처음에 태어날 때의 능력과 성장할 때의 능력이 미 묘하게 틀리다. 그리고 유전적으로 강한 힘과 민첩성, 체력이 이어지는 가 문은 주로 무가의 가문으로 성장하고, 지력과 마력이 높은 가문은 정치와 마법 쪽으로 주로 발전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돌연변이 코드에 의하여 농민의 아들이 천재로 태어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역시 대대로 이어져 내려오는 가문의 혈통과 그 교육방법, 기술 등 은 단번에 넘어서기 힘든 벽일지도 몰랐다. 대표적인 예로 파스트 제국 최고의 기사인 델로스 공작을 들 수 있다. 그는 건국왕 파스트 1세 시절부터 이름난 크리오니스 가문의 가주로서 그 가문에는 초대 크리오니스 가주가 인연을 맺게 되었다는 프로스트 드레이크 '빙익'이 대대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었다. 현재 레벨 700인 빙익은 물론 자신보다 레벨이 낮은 사람은 거들떠보지도 않기 때문에 대대로 뛰어난 무사와 기사를 배출하는 크리오니스 가문에서도 3대에 한명만이 드레이크 나이트라는 영광된 칭호를 얻게 된다고 한다. 그리고 당대의 크리오니스 공작가의 가주인 델로스 공작은 40의 나이에 이 미 레벨 700을 돌파하여 당당히 크리오니스 가문의 11번째 드레이크 나이트 가 될 수 있었고, 그 후에도 지위에도 아랑곳 하지 않는 목숨을 건 수행을 계속하여 현재 그의 레벨은 900에 다다른 것이다. 그렇게 가문의 드레이크 '빙익'과 그의 레벨, 그리고 전투 센스는, 그리고 그의 최상급 기술인 [환룡무], 유니크를 상회하는 최고의 최상급 스킬이라 는 소문을 가지고 있는 기사 전용 기마돌격기술, 과 함께 그를 파스트 제국 의 최고위의 위치에 오르게 한 모든 것이었다. 그는 어쩌면 동대륙 최강의 기사일지도 몰랐다. 참고로 현재 제국의 기사가문 중 드레이크를 소유하고 있는 가문은 32곳이 고 그들은 모두 초대 크리오니스 가의 부하들이었다. 그들 중 당대에 당당 히 드레이크를 탈 수 있게 되서 로얄 나이트에 입단한 사람은 모두 12명, 델로스 공작까지 합하여 13명뿐이다. 그리고 델로스 공작 세대의 최고 고수가 델로스 공작이라면 현재 젊은 세대 의 최고 후기지수는 바로 라티누 황후였다. 그녀는 10세의 나이로 이미 성인을 상회하는 능력치를 보인 어떻게 생각하 면 돌연변이 뮤턴트 같은 여자라고 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그녀는 경국 지색이라는 수식어를 붙여도 아깝지 않을 정도의 미녀이다. 그런 그녀의 재질에 역시 대대로 무가로 이름 높은 화이트레이크 자작가의 모든 기술과 노력이 쏟아 부어졌다면 그녀의 미래는 이미 확보된 것이나 다 름없었다. 문제는 그 위에 그녀가 날 때부터 겁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좋게 말하면 용 맹무쌍한 성격의 소유자였다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그녀는 13세부터 이미 목숨을 걸고 마굴에서 수련을 하였다. 그것도 까딱 잘못하면 바로 죽을 수 있는 깊숙한 곳에서 말이다. 몇 번의 생명이 위험할 정도의 부상을 극복하고, 그녀는 19세의 나이로 3차 직업인 상급기사의 직위를 얻어 당당히 로얄 나이트에 입단할 수 있었다. 그것은 100년 이래 최연소 입단기록으로써 델로스 공작의 19세 당시의 성취 를 뛰어넘고 있었다. 그런 검술에 대해서는 희대의 천재라는 그녀였지만, 문학 쪽에는 크게 성취 가 없는 그녀에게 하루 12시간씩 책상에 앉아 서류를 정리하는 것은 그녀의 일생에서 가장 무서운 고문이었고, 차라리 마물에게 한쪽 어깨를 뜯어 먹 히는 것보다 더 참기 힘든 일이었다. 그녀는 매일매일 울었다. 황제는 그녀의 눈치만 봤다. 아무리 황제라도 일단 인간인 이상 그녀가 이성을 잃고 한 대 치면 바로 사 망이라는 경험을 하게 될 것 같았다. 항상 침대 밑에는 부활 스크롤이 보관 되어 있었고, 황제의 마법 팔찌는 황제가 사망 할 경우 3분 안에 성직자가 달려 올수 있는 원거리 알람 마법이 걸려있었다. 죽이고 싶어서 죽이는 것 이 아니라 홧김에 한 대 치면 죽을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성격상 그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아직 16세인 황제는 라티누보다 3살이나 어리고 레벨도 100도 안 되는 것이 다. 황제는 매일같이 울면서 황제에게 바가지를 긁는 그녀를 필사적으로 위로했 다. 나이가 3살 위인 그녀였지만 마치 어린애같이 체면도 팽개치고 울었고, 16살의 황제는 그녀를 어른스럽고 다정하게 계속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 위로를 안 하면 그 다음엔 히스테리 상태로 가게 되는 것이다. 아칸 1세는 위대한 황제이지만, 사실은 어릴 때부터 살아남기 위해 주위의 분위기를 항상 살피고 대처하는 환경적응 능력이 극대화 된 소심한 남자이 다. 결국 황후는 자신이 그렇게 힘들어 하는 서류도 자신의 2배 이상의 스피드 로 처리하고 자신의 투정을 넓은 가슴으로 다 받아주는 어린 남편을 존경하 고 사랑하게 된다. 그런 남편이 결코 자신의 서류처리를 도와주지 않는 이 유는 자신의 미래를 생각해서 참고 있는 것이라는 환상도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그것과는 관계없이 매일 반복되는 서류처리 업무에 의한 스트레스는 거의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었다. "하아~, 오늘도 서류처리겠죠? 폐하." 세상에 오전 8시에 일어나는 귀족이 어디 있을까? 하물며 자신은 황후고 자 신의 앞에서 걸어가는 남자는 황제이다. 아칸 1세는 뒤를 돌아보며 역시 약 간 어두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해가 분명히 동쪽에서 뜨는 것을 짐이 확인했소. 황후, 마음을 비웁 시다. 나도 처음 3개월 동안은 황제를 그만두고 싶을 정도로 서류처리가 싫 었지만 이제는 조금 살만 하다오. 확실히 인간은 환경 적응력이 뛰어나다는 태사의 말에는 일리가 있는 것 같소." 아칸 1세의 입에서 아스트로 공작이 거론되자 그렇잖아도 아침부터 기운이 없던 황후의 안색이 더더욱 하얗게 변했다. 몸도 가볍게 떨리고 있었다. 그녀가 생각하기에 그는 인간이 아니었다. 마계에서 올라온 악마였다. 눈앞에 황제, 그의 누나인 공주, 어머니인 황태후, 그리고 자신이 얼마나 그로 인해서 눈물을 쏟았는가! 그러나 그는 단 한 번도 그들을 봐주지 않았 다. 제국의 귀족들 사이에 2대 미인으로 통하고 있는 자신과 라이아 공주의 애교도 통하지 않는 그의 심장은 돌로 되어 있음이 틀림없으리라! 물론 그런 아스트로 공작이기에 모든 사람들이 존경하는 것이리라. 황제가 말하기를 자신이 가장 신뢰하는 사람은 선대 국왕 시절부터 25년에 걸쳐서 자신에게 충성하고 왕당파를 유지시켜온 밀러 공작이 아니라 아스트 로 공작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밀러 공작도 결국 파벌싸움의 한 선택으로 자신에게 충성했을 뿐 이지만, 아스트로 공작이야 말로 모든 이권을 포기하고 그야말로 오늘 죽어 도 황제를 키우겠다는 배짱과 실력으로 밀어붙인다는 것이다. 황제인 자신을 이렇게 혹사시키는 것만 봐도 그를 신용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황제는 덧붙였다. 자신이 가장 무서워하는 사람이 바로 아스트로 공작이라고, 그의 정책과 교 육은 참으로 비인간적일 정도로 철저하다는 것이다. 어떤 면에서 그는 인간 의 감정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이다. 황후도 그녀의 남편인 황제의 말에 동 의했다. 그녀가 현재 가장 무서워하는 사람도 바로 아스트로 공작이었다. 두 사람이 마치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청룡의 집무실에 들어갔을 때, 그곳에는 먼저 와 있어야 할 황태후와 라이아 공주가 보이지 않았다. 단지 그들이 가끔 악몽에서 만나는 가면의 공작이 서 있을 뿐이었다. "폐하와 황후 마마를 뵙습니다. 밤사이 잘 주무셨는지요?" 가면의 공작의 아침인사에 습관적으로 손을 들어 예를 푸는 것을 허락한 아 칸 1세는 약간 기대에 찬 목소리로 라딘에게 물었다. "어바마마와 라이아 공주가 보이지 않는군요. 혹시......지각인가요?" 업무처리에 병과로 인한 결석이나 어떤 사유로든 지각은 인정되지 않는다. 만약 지각을 한다면 그날 업무량에 100장의 서류가 추가되는 것이다. 물론 그만큼 다른 사람의 업무량이 줄어든다. "아닙니다. 폐하, 그분들은 방금 전 자신들의 숙소로 돌아가셨습니다. 황태후 마마와 라이아 공주마마는 오늘 쉬시기로 하셨습니다. 오늘부터 7일 에 한 번씩은 쉬기로 한 것이지요." 갑자기 들려온 낭보에 젊은 부부는 그야말로 정신을 차리지 못 할 정도였다 . 아칸 1세는 얼른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물었다. "정말이오? 그럼 짐과 황후도 쉬어도 되는 것이오?" 라딘이 황제의 희망을 꺾는 것이 안타깝다는 듯이 혀를 끌끌 차면서도 딱 잘라 말했다. "그럼 서류 처리는 누가 합니까? 오늘 분량은 두 분이서 해결하셔야 합니다 ." "크헉! 그 무슨 황망한 말씀이시오! 그럼 짐과 황후가 각각 서류 1천장을 처리하라는 것이오? 태사 농담이라고 말 해 주시오!" 이미 기절 상태에 돌입하기 시작한 라티누 황후를 대신해서 아칸 1세가 아 스트로 공작에게 애걸했다. 그러자 가면 속에 있는 라딘의 얼굴표정이 놀랍 다는 듯이 변하고 기특하다는 듯 한 목소리로 그가 대답하는 것이 아닌가! "아! 어떻게 하셨습니까? 농담이었는데, 폐하께서 이미 사람의 마음을 통찰 하실 수 있는 독심술을 익히셨군요! 사실 요즘 정국이 안정되어 서류 량이 조금 줄었습니다. 그래서 소인이 심사숙고 한 결과, 매일 일하는 양을 줄이 는 것이 아닌 1주일에 한 번씩 휴일을 가지는 것으로 결정했지요. 오늘 처 리할 서류는 한 장도 없습니다.(씨익)" 아칸 1세는 열을 받았다. 이 태사라는 작자가 자신을 놀리고 있음을 깨달은 것이다. "아무리 태사라고 해도 감히 짐을 놀리다니! 방금 그대가 했던 농담은 황제 와 황후 암살죄를 성립시킬 수 있는 악질적인 것이라는 것을 모르시오!" 황제의 질책에 아스트로 공작은 황급히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폐하, 망극하옵니다. 저는 그저 폐하의 기분을 오랜만에 덜어드리려고 하 였을 뿐이옵니다. 농담이 좋지 않다고 하시니 지금 즉시 오늘 처리할 서류 를 대령하겠사옵니다. 통촉하시옵소서." 황제는 제국의 모든 사람의 생사여탈권을 가지고 있었지만 신기하게도 지금 칼자루를 쥔 사람은 라딘이었다. 아칸 1세는 급히 말을 바꾸어 둘러대기 시작했다. "허허허,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시오. 태사가 농담을 하시기에 짐도 한번 장단을 맞춰본 것 뿐이오. 그럼, 오늘 일은 없다고 하니 이만 가 보리라, 황후, 오랜만에 후원의 꽃밭에 들려봅시다. 해가 떠 있을 때, 그곳에 가본 적이 얼마만인지 모르겠소." 생각지도 않았던 해방에 황후의 기분은 이미 마법에 걸려 있었다. 그는 오늘 처음으로 아스트로 공작이 사람이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고, 그녀와 같이 놀러가자고 꼬시는 아칸 1세가 세상에서 가장 늠름한 남자로 보였다. 그러나, "잠깐! 폐하, 황공하오나 폐하와 황후마마께서는 할 일이 계시옵니다." ---------------------------------------------- ------------------------------------------- 1-5 로얄 패밀리 (라딘, 황제와 그 가족을 가르치다 -------------------- ----------------------- -우뚝- 희희락락해서 나가려던 두 사람의 발걸음이 멈추었다. 라티누 황후의 몸에 서 상급기사의 살기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분노한 황제의 살기도 결코 만만하지 않았다. 마치 8분의 1속도의 슬로우 비디오처럼 천천히 뒤를 돌 아본 황제의 입에서 이를 악 문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설마, 서류처리 하라는 소리는 아니겠지요? 태사." 그런 살기를 조금도 아랑곳하지 않는 이계의 은자 라딘은 과연 소문대로 레 벨 900의 소드 마스터 일지도 몰랐다. 그는 태연하게 황제의 협박성 질문에 대답했다. "일단 서류처리는 없다고 했습니다만, 단지 오늘은 황후 마마께 부탁할 일 이 조금 있습니다. 물론 황제 폐하께서도 계셔야 합니다. 마침 잘 됐군요. 두 분께서 후원의 꽃밭을 구경하고 싶으시다니 저도 같이 그곳에 가지요. 그럼 가실까요?" 영문을 모르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떨며 후원으로 들어간 두 사람에게 라 딘은 일단 두 개의 목검을 꺼내었다. 그리고 한 자루는 아칸 1세에게 한 자 루는 라티누 황후에게 건네는 것이었다. 난데없이 목검을 건내 받은 아칸 1 세는 불안한 마음을 숨기지도 않고 라딘에게 물었다. "태사, 이 목검은 무엇이오?" 라딘은 불안한 듯이 목검을 꼭 껴안고 라딘의 눈치를 보며 물어보는 황제를 한번 보고, 그 옆에서 오랜만에 목검을 쥐어 왠지 기분이 좋아 목검을 붕 붕 휘둘러보는 황후를 한번 바라보았다. 역시 자신이 생각한 데로 황제는 아직 레벨도 낮고 검에 대한 깨달음도 없 었다. 능력치로만 보자면 의외로 평범한 사람이 바로 아칸 1세였다. "폐하, 이제 폐하는 전략과 정치에 대해 어느 정도 성취를 이루셨습니다. 앞으로는 시간과 경험이 필요할 뿐이지요. 그러나 세상일은 아무도 모르는 법, 사람은 자기 자신을 스스로 지킬 수 있어야 매사에 자신감이 생기는 것 입니다. 그러하오니 오늘부터 매일 오전은 황후 마마께 검술을 배우시옵서소. 내일부터 폐하와 황후 마마는 오전 중에는 검술을 중식을 취한 다음부터 서 류처리를 하시게 되올 것입니다. 물론 서류처리는 7일에 한번은 쉬시옵고, 그 날은 오후를 자유롭게 보내셔도 됩니다. 황후 마마, 아무쪼록 폐하께서 최단 시일 내에 확실하게 검에 대한 실력이 향상 될 수 있도록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럼 시작 해 주시지요." 일단 아스트로 공작의 선언이 떨어지자, 황후는 오히려 기뻐했고, 아칸 1세 도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두 사람은 다정하게 검술지도를 베풀고 받았다. 그러나 잠시 후 아스트로 공작이 두 장의 서류를 꺼내며 다시 부연 설명을 하자, 황제의 안색이 급변했다. "아, 제가 설명이 부족했군요. 황후마마 제가 원하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 옵니다. 그리고 제가 빠뜨린 게 있군요. 두 분은 일단 여기에 서명하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라딘이 내민 두 장의 서류 중 한 장은 황제의 사인이 필요한 것으로 그 내용은 오전 검술 훈련에서 황후가 자신을 직접 가격하는 것을 허락하 고 이것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그것을 읽어 본 아칸 1세 의 손이 벌벌 떨리기 시작했다. 두 번째 서류의 내용은 만약 황후가 아칸 1세를 지도하는 중, 실수로 황제 를 크게 부상 입히는 경우나 그 이상의 사태에 대하여 황후의 책임은 일절 묻지 않으며 그 책임은 오로지 참관자이자 태사인 아스트로 공작이 진다라 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그 서류의 사인란에는 이미 황태후와 라이아 공주와 아스트로 공작의 사인이 들어가 있었다. "이것은 무엇이요? 태사." 아칸 1세가 떨리는 목소리로 묻자 라딘은 마치 후원의 꽃이 아름답군요라고 말하는 듯 한 어조로 설명을 시작했다. "황후마마께서도 아실 것이옵니다. 실전을 방불케 하는 훈련이 아니면 사실 죽은 검술 밖에는 얻을 수 없는 것이지요. 행정은 오직 실무에서 경험이 쌓이고, 검술도 실전으로만 진짜 실력이 쌓이는 법입니다. 그러나 폐하께서 는 사실 상 실전을 겪으실 위치가 아니옵니다. 그러니 훈련이라도 실전같이 하지 않으면 안 되지요." 라딘은 안색이 변해 떨고 있는 황제와 졸지에 자기의 남편을 후드려 패야 할 운명에 처한 황후를 한번 바라보았다. 역시 그녀도 황제를 정말로 목검 으로 때려도 되는 것인지 불안해 하고 있었다. "원래 대로라면, 제가 직접 황제 폐하의 교육을 담당해야 합니다. 그러나, 행정 업무나 전쟁의 전략은 제가 직접 가르쳐 드릴 수 있지만, 검술만큼은 제가 가르쳐 드릴 수 없습니다." 그제서야, 자신이 왜 황제에게 검술을 가르쳐야 하는지 의문이 생긴 라티누 황후가 아스트로 공작에게 물었다. 소문에 의하면 이 이계의 은자는 검성 의 경지에 오른 자가 아니겠는가? "아! 정말 어째서 태사께서 폐하를 직접 가르치실 수 없는 것인가요? 제가 비록 검술에 조그마한 깨달음이 있지만, 그래도 태사께는 못 미칠 것 입니다. 그런데도 제가 폐하를 지도해야 한다는 것이 조금 이상하군요?" 황후의 질문에 라딘은 잠시 아침 햇살이 들어와 꽃잎이 머금은 물방울에 모 여 찬란한 보석과 같은 광채를 내는 황궁의 후원 꽃밭을 의식 없이 바라보 다 한숨을 한번 쉬고 설명을 시작했다. "제가 어려서 학문과 무공을 배울 때, 제게 있는 곳에서는 나이와 인간의 한계를 무시한 학문의 전수를 시행했습니다. 지금 폐하께서 하시는 공부량 은 제가 12살 때 하던 양정도겠군요. 12살이 돼서 새벽 5시에 일어나 2시간 동안 무술을, 7시부터 학문을 시작해 서 오후 4시까지 한 다음에 1시간동안 식사와 휴식을 취한 후에 다시 11시 까지 학문을, 그 후 2시간 동안 무술을 배운 후에야 잠들 수 있었지요. 저는 12살 이후로 하루 4시간 이상을 자본적이 거의 없습니다. 제가 있던 곳의 많은 소년, 소녀들은 그런 교육을 받았지요. 그렇게 6년을 수련하고 나면 그 중 상위 10%만이 최상급 단계의 다음 단계의 수련과정으로 진급할 수 있습니다. 50%정도는 결국 따라가지 못하고 심각한 정신적 신체적인 고 통으로 좌절을 경험하지요.때에 따라서는 자살하거나 도망가는 사람도 많았 습니다. 그러나 그런 것은 그들의 교육방침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사람들은 인간의 한계를 초월하기를 강요받았던 것입니다. 저를 가르친 사람들은 그중에서도 가장 독하고 강력하게 저를 교육 시켰습 니다. 정말로 많이 울었지요. 그러나 지금은 그런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존경합니다. 인내는 쓰지만 그 열매는 달다라는 것을 깨달았으니까요. 여기서, 제가 왜 폐하께 직접 검술을 지도 할 수 없는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전략, 전술이나 행정에 대한 교육은 아무리 심해도 죽지는 않습니다. 정말로 한계다 싶으면 약간 강도를 줄일수도 있지요. 그러나 검술은 다릅니다. 한계를 초월하지 못하면 살아남기 힘들고, 아차 하는 순간에 이미 사람이 다칩니다. 하물며 한계를 초월하지 못하면 당연히 죽어야 된다는 교육이 뼈속까지 스며들어 있는 저로서는 폐하의 안전을 보 장하면서 검술 교육을 하는 것이 불가능 한 것입니다. 황후마마, 저의 그런 심정을 헤아리셔서 아무쪼록 폐하께 실전 검술을 가르 쳐 주시옵서소! 마마가 아무리 심하게 하셔도 기본적으로 폐하를 생각하는 마음이 있으시니 만큼 그만큼 폐하께서 사고를 당하실 확률이 줄어듭니다. 물론 제가 보고 있으니 적당한 교육은 안 됩니다. 마음을 굳게 가지시고 폐 하를 위해 고생해 주십시오." 라딘은 정말로 한국의 그 엄격한 교육체제에 대해 한탄했다. 수백년이 지나 도 한국의 교육열은 가라앉지 않았고, 그것은 자라나는 청소년에게 커다란 벽으로 남아있었다. 그러나 그 덕분에 한국이 발전하지 않았는가! 역시 세상은 모든 일에 빛과 어둠의 양면이 존재하는 것이다. 황제와 황후는 그의 설명을 들으면서 눈앞의 아스트로 공작에 대하 약간이 나마 이해 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는 아마 최상급 귀족가문에 태어나 어렸을 때부터 초인이 되기를 강요하 는 지극히 비인간적인 교육을 받았을 것이다. 그가 그렇게 비정하고 엄격한 성격을 지니게 된 것을 이제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황제는 절대로 태사에게는 검술 교육을 받지 않겠다고 굳게 결심했 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황후는 자신을 죽일 마음이 없지만, 저 냉혈마는 일단 교육이 시작되면 황제인 자신도 때려죽일 수 있을지도 몰랐다. "하하, 태사에게 그런 아픈 과거가 있었다니! 그대의 배려를 잘 알겠소. 황후, 시작합시다. 내 기꺼이 그대의 가르침을 받겠소. 태사의 마음을 생각 해서라도 사정 봐주지 마시오." 잽싸게 황후에게 가르침을 청하는 황제에게 고개를 끄덕여 승낙한 황후는 일단 시선을 재상에게 돌려 그에게 물었다. 마음속에 한 가지 의문이 남아 있는 것이다. "잠깐만요. 폐하, 태사께 여쭈어 볼 것이 있습니다. 우선은 여기 서명란에 공주 전하와 황태후 전하의 사인이 들어 있는데, 두 분도 폐하의 실전 검술 교육에 동의 하신 건가요? 황태후 마마께서 폐하의 옥체에 상처를 남길 수 있는 교육을 찬성하셨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군요. 그리고 만약 폐하께서 큰 부상을 당하셨을 경우 태사께서 모든 책임을 지신 다는 데, 어떻게 그런 결심까지 하시게 되셨는지요?" 아스트로 공작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황후에게 대답했다. 그로서는 꼭 질문 받고 싶었던 내용의 질문을 드디어 황후가 한 것이다. "다행히 두 분께서는 허락을 해 주셨습니다. 정말로 감사한 일이지요. 음, 사실 실전 검술이라는 것은 절대로 100% 안전을 장담할 수 없는 것입니 다. 그렇기 때문에 황후마마께서도 사실 상 폐하의 안전을 고려하게 돼서 오히려 교육에 차질이 생길 수 있을까 우려되옵니다. 마마! 저는 이 교육을 실행하면서 저의 목을 걸었습니다. 그러하오니 마마 께오서도 굳게 결심을 하시고, 가능한 한 폐하의 실력 향상에 주력하시옵서 소. 모든 책임은 소신이 지겠습니다." 사실 공주와 황태후는 그의 제안에 바로 승낙했다. 두 사람은 황제가 죽지만 않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검술 훈련이 계속되는 동안 두 사람은 오전 업무가 사라지는 것이다. 오전의 꿀 같은 늦잠과 여유로운 산책을 위해서라면 두 여자는 어떠한 희생 도 치를 각오가 되어 있었다. 하물며 자신이 아닌 황제의 검술 교육이라니! 두 여인은 태사의 교육에 대한 열의를 신의 이름까지 들먹여가며 칭송하고 는 얼른 서류에 싸인하고는 각자의 거처로 도망갔던 것이다. 황제와 황후는 그의 배짱과 충의에 감동했다. 그리고 공포에 떨었다. 세상에 교육에 목숨까지 걸다니! 황제는 결국 마음을 비웠다. 황후도 그의 굳은 결의에 감화되어 조금 심하더라도 상당한 강도의 훈련을 시키겠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그 위에 철혈재상의 채찍질이 더해졌다. "아, 그리고 제 예상만큼의 교육 효과가 안 나올 경우 어쩔 수 없이 폐하의 검술 지도는 다른 분께 부탁드리게 될 것입니다. 그 경우 죄송스럽지만, 마마께서는 폐하께서 검술을 수련하시는 동안 서류업무에 열중해 주시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그 말이 끝나자 황후의 목검에 실린 힘과 속도는 두 배 이상 빨라졌고, 황 제는 그날부터 매일 같이 생사를 넘나들며 처절한 검술 훈련에 돌입하였다. 두 사람의 훈련을 즐겁게 감상하면서 라딘은 속으로 자신의 배째라 교육이 확실한 효과를 발휘하고 있음을 느꼈다. 사실 진검도 아닌 목검의 수련에서 황제가 회복불능의 상태에 빠지는 상황이라는 것이 만분의 일의 확률도 안 되는 것이다. 그 만분의 일의 확률을 튀겨서 자신의 충의와 배짱을 과시하는 데 성공한 라딘은 이미 황제와 황후의 절대적인 신임을 얻을 수 있었다. 물론 절대적인 공포심도 얻을 수 있었다. ------------------------------------ ------------------------------------------- 1-5 로얄 패밀리 (라딘, 황제와 그 가족을 가르치다 -------------------- ---------------- 현실세계, 이곳은 어스라 불리우는 상급 플레인이다. 드디어 클로즈 베타를 시행한지 9개월이 지나고, (주)세기창조사는 본격적 인 오픈 베타를 위한 서버 증설과 선전에 착수했다. 신마대전은 클로즈 베타원들이 인터넷에 흘린 정보로 인해, 이미 전 세계 게임 시장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었고, 한 클로즈 베타 테스터의 유저보 다 NPC가 훨씬 더 많은 이 브리시아에서 이계인으로의 생활담을 기록한 '또 하나의 인생'이란 게임 소설이 베스트 셀러로 팔리기 시작했다. 개발부 담당과장 장 인호는 지금 3일 만에 작성 할 수 있었던 비장의 무기 '제3분기 클로즈 베타 테스트 보고서'를 들고 그의 생사여탈권의 소유자인 선 지은 팀장의 팀장실 앞에 있었다. -똑똑- "누구세요?" "장 인홉니다." "들어오세요." 장 인호 과장은 문을 열고 들어가 책상에 앉아 있는 선 지은 팀장에게 인사 했다. 선 지은 팀장은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그를 바라보며 그의 보고가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3분기 신마대전 클로즈 베타 분석 결과 보고하러 왔습니다." 일단 보고를 시작하면서 장 인호 과장은 자신이 준비 해 온 보고서와 데이 터가 들어있는 파일을 선 지은 팀장에게 건냈다. 선 지은 팀장은 그 보고서를 가볍게 흩어보며 물었다. "흐응, 뭐 새로운 거 있나요?" "악령기사 마 인호가 드디어 3차 전직 퀘스트를 얻었습니다. 남부의 강국 레디안의 상급 전사 시험을 받았다고 하더군요." 그녀가 보고서에서 시선을 이동시켜 장 과장을 쳐다봤다. 예상외의 보고에 약간 놀란 것이다. "아! 빠르네요. 그럼 레벨이 얼마나 된거죠? 500이 넘었나요?" "네, 500이 넘었다는 군요. 이대로라면 계약기간 안에 상급전사가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장 과장의 예상평에 약간 골치 아프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의자에 몸을 기 댄 선 지은은 약간 심각한 어조로 다시 말을 꺼내었다. "흐응, 가능하면 상급전사 까지는 정보를 유출 시키고 싶지 않은데, 그리고 레벨업이 너무 빠르군요. 1년 만에 500이라니, 이런 식이면, 5년, 아니 4 년이면 1000렙까지 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죠? 아마." "네, 그것 때문에 지금 운영자 회의에서는 경험치 습득을 50%로 줄여야 되 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최소한 최고렙까지 10년은 울궈 먹어 야 되니까요. 처음에 설계할 때, 한국 게이머의 폐인도를 너무 얕잡아 본거 죠." "음, 그 안건은 채택하는 게 좋겠네요. 브리시아 타임으로 20년 정도 생활 하지 않으면 최고렙은 무리라고 해 놔야, NPC와의 밸런스가 맞을 테니까요. 다른 사항은 없나요?" 일단 주요 보고를 들은 선 팀장이 보고서를 내려 놓으며 클로즈 베타 테스 터의 근황을 물어봤다. 경험치 습득률을 줄인다는 해결책이 마음에 든 것이 다. "예, 2차 보고 때 올린 낚시 마스터 라딘군 같은 경우 왕궁 도서관에서 근 무하면서 잘 지내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 친구 같은 경우는 레벨은 낮 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브리시아 생활에 완전히 동화되었다고 말 할 수 있겠 지요. 역시 왕궁 근무시간에 맞게 하루 3시간씩 4번 접속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제는 밤이 아니라 낮에 접속하는 것이죠." "호호. 대단하군요. 악령기사팀 같은 프로도 아닌 아마추어가 그 정도의 몰 입도라니. 흠, 그 신 현진군을 위해서라도 클로즈 베타 계약기간 마감 후에 있을 캐릭터 초기화 때, 완전 초기화가 아닌 모험 레벨과 스킬만 초기화 하는 것이 좋겠네요. 역시." "네, 모험자 레벨이야 다시 키우는 맛이 있지만, 생산스킬은 다시 키우라면 못 키우니까요. 만약 초기화 한다면 그건 신 현진군 같은 경우 심각한 패 널티 일겁니다. 게임 밸런스에도 큰 문제가 없을 거 같으니 생산 스킬은 그 대로 나두는 게 좋겠습니다." "네, 그럼 그쪽으로 추진하세요. 이제 3개월 남았으니 이쪽도 힘내서 완벽 하게 끝내도록 하세요." "넷" -------------------------------------- 화창한 초여름의 오전 일과(황제 가족 업무 감시)도 끝나고 본업인 도서관 의 정리업무를 평소와 같은 시간인 5분에 끝낸 라딘은 심각한 표정으로 망 치를 들고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의 대장장이 스킬은 현재 99, 마스터까지 1이 남은 것이다. 뭔가 좋은 일 이 있을 것 같은 오후였다. -땅-땅- [띠링, 미쓰릴 비피를 완성했습니다] "우씨~, 또 안 오르네, 미스릴 플레이트 메일로도 안 오르면 어떻게 하라는 거야!" 이제는 특수 금속 중 최상급인 미스릴로 작업을 하는 라딘이지만, 어제 99 가 되면서부터 미스릴 비피를 20개나 만들었는데 마스터가 안 되고 있었다. 라딘은 고민했다. '이제 미스릴이 별로 남지 않았네. 그럼 선택은 두 가진데, 미스릴 건틀렛 을 20개 만드는 방법하고, 미스릴 풀 플레이트 메일을 1개 만드는 방법하고 , 작은 거 연타하고 큰 거 한방! 상대는 어느 것에 약할 것인가?' 한참을 고민하던 라딘은 큰 거 한방이 사내답다는 결론을 내렸다. 다시 말해 여러 개 만들기 귀찮다는 의미다. "풀 플레이트 제작" [재료는 무엇으로 하시겠습니까? 재료 창에 재료를 넣어 주세요.] "미스릴 올인!" -땅, 땅- '제발, 제발~~~' [띠링, 미스릴 풀 플레이트를 완성했습니다.] -휘~잉- 5분 경과 10분 경과 "으아아아아아~~~~." -콰콰쾅, 빡~ 깡-깡- 라딘은 미친듯이 망치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자신이 쌓아놓은 미스릴 아머 시리즈를 향하여, 그러나 튼튼하게도 만들어진 그의 아머들은 레벨 0인 라 딘이 아무리 두들겨도 흠집하나 나지 않았다. -깡-깡-깡-깡-, "헉헉, 이놈들까지도 날 놀리네." "......" "......" "으아아아아아~~~~~." -깡-깡-깡-깡-깡-깡- 세상에는 기적이란 것이 있는 법이다. 라딘이란 0레벨 캐릭이 크리티컬로 때린다고 해도 이 스킬 99의 장인이 제작한 미스릴 아머의 내구도를 손상 시킬 수는 없는 법이다. 그러나 라딘이 든 무기는 최고급 대장장이의 해머! 바로 금속의 천적이고, 라딘의 대장장이 스킬은 99.9999%. 즉, 금속의 주인인 것이다. 그의 신들린 듯 한 몸놀림은 마침내 신의 감동을 불러 일으켰고, 기적을 일으키고야 말 았다. -깡, 철컹- "엇! 이음세가 부서졌네. 역시 나에게 불가능이란 없어. 하하하하" ..... ..... ..... "휴, 니들에게 무슨 죄가 있겠냐. 다 내가 부덕한 탓이지. 고쳐주마, 그래 도 내가 만든 것 중에 제일 비싼 건데 써먹어야지." "[수리]" [띠링, 수리할 아이템을 넣어 주십시오.] -깡-깡-깡- [띠링, 수리가 성공적으로 끝났습니다.] [띠링, 대장장이 스킬이 올랐습니다. 금속의 혼을 느끼는 자의 칭호! 대장인의 칭호를 얻으셨습니다.] "얼라라??!" 황당함이 라딘의 뒤통수를 세차게 가격했다. 사실 라딘이란 놈은 무한에 가 까운 물자로 스킬을 올렸는데, 그러면서 생긴 문제점이란 한,번,도, 수리를 안 한 점이다. 마지막에 수리한 미스릴 풀 플레이트의 이음세는 그러한 문제점을 한번에 해결할 고급 아머였다. 즉, 그의 소원대로 큰 거 한방이 맞은 것이다. 라딘이 자신이 대장인이 되는데 지대한 공헌을 한 미스릴 풀 플레이트를 멍 하니 보고 있는데(아직 황당함에서 못 깨어났다) 갑자기 그곳에서 빛이 나 기 시작했다. 삐까뻔쩍의 미스릴에서 나는 그 휘황찬란한 빛은 점차 형태를 갖춰서 마침 네 사람의 형태-물론 이쁜 요정의 형태-를 이루었고, 그 요정은 라딘을 보 고 웃으면서 인사를 하는 것이다. "안녕하세요. 라딘님. 저는 미스릴에 속한 금속의 혼 미스티아에요." "에? 에! 아, 안녕." 예상외의 상황전개에 당황한 라딘이 그답지 못하게 어리버리한 목소리로 미 스티아에게 인사했다. "다름이 아니라요. 저를 느끼신 라딘님에게 한 가지 선물을 드리려고요. 마지막으로 저를 깨우신 드와프 대장인 도린님의 비술 [금속 압축 강화]의 스킬을 가르쳐 드릴께요. 이것은 잊혀진 대장인의 7대 비술 중 하나에요. 대장인이 되시는 분들만 익 혀서 쓸 수 있는 기술이거든요. 아! 근데 이 비술을 익히시면 다른 비술은 못 익히세요. 혹시 다른 비술을 배우시고 싶으시면 거절하세요." 뜻밖의 횡재와 같은 보상에 라딘이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물었다. "오옷. 비술? 다른 비술은 어떻게 얻는데?" "그거야 라딘님이 찾으셔야죠. 호호" "윽, 그럼 그냥 그거 배울래." "넹, 그럼 갑니다. 비술전수!" 그녀의 몸에서 은은한 빛이 나기 시작하고, 조금 지나자 점점 강력하게 변 한 그 빛은 하나의 덩어리를 이루어 라딘의 몸속으로 들어갔다. [띠링- 마스터의 비술 [금속 압축 강화]를 익히셨습니다] "!!!! 오오오옷!!!!!" 새로운 스킬의 습득에 흥분한 라딘을 보며 미스티아는 까르르르하고 웃었다 . 모처럼 나타나서 기술을 전수해준 보람을 느낀 것일까? "그럼 저는 이만 가 볼게요. 다시 찾지 마세요. 호호호." 미스티아가 사라진 후, 라딘은 역시 주인공은 다르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비술을 공자로 얻은 것에 행복해 했다. 그런 라딘이 누구나 대장인이 되면 무조건 최후의 작품에서 요정이 튀어나 와 7대 비술 중의 하나를 랜덤하게 준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5년 뒤의 일 이었다. -------------------------------------------------- ------------------------------------------- 1-6 새로운 계획(라딘, 떠나기로 결심하다.) 1-6 새로운 계획(라딘, 떠나기로 결심하다.) 파스트 제국이 새로 얻은 영토를 안정시키고, 뒤바뀐 권력구조가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는 데는 거의 1년이라는 세월이 요구되었다. 그동안의 혼란기의 그 수많은 정치적 행정 업무를 매일 쉬지 않고 처리하여 '행정의 철인'이라는 새로운 별명까지 얻은 아스트로 공작은 자신이 왕과 약속한 시기가 1달 정도 밖에 안 남은 것을 깨닫고, 앞으로의 일을 대비하 기 시작했다. 그동안 쉬지 않고 올린 조각과 연금술 스킬은 수 많은 제국 보석과 희귀 재 료를 소비하면서 무사히 마스터까지 올라가서, 조각 마스터의 칭호인 예술 가(아티스트) 칭호와 비기 [마법 아이템 합성]을 주었다. 또한 연금술도 그가 익힌 최고의 연금술책 '현자의 돌 탐구록'의 모든 합성 실험을 끝내자, 연금술사의 칭호를 그에게 줌과 동시에 마지막에 숨겨진 페이지가 열려서 그 안에 쓰여져 있는 금단술 [마약 제조] 의 기술을 익힐 수 있었다. 현재 그의 스탯과 스킬은 다음과 같다. 라딘 직업 무직 레벨 0 스탯 힘 120 지력 110 의지 140 민첩 140 체력 10 마력 40 HP 100 MP 400 보너스 스탯 0 방어 2 공격 5-10 +120 전투스킬 생 산스킬 낚시 100 은자 - 퀘스트 : [등룡문] 완 대장장이 100 대장인 - 비 술 : [금속 압축 강화] 100 방직 0 조각 100 예술가 - 비 기 : [마법 아이 템 합성] 0 연금술 100 연금술사 - 금단술 : [마약 제조] 50 요리 72 주방 장 [금속 압축 강화] : 금속을 압축하여 합치는 기술, 2개의 금속을 합치게 되므로 강도와 특성 등이 올라간다. 단 두께는 줄어도 무게는 못 줄인다. 스킬이 올라가면 한번에 합칠 수 있는 금속 수도 올라간다. [마법 아이템 합성] : 2개의 마법 아이템을 합성하여 더 좋은 아이템을 만 든다. 단 그중 한 개는 보석계 아이템이어야 하며 더 좋은 단계의 아이템은 만들 수 없다. 즉, 매직+매직=매직이다. 이 기술의 특징은 저급 매직 아이 템을 합성하여 상급 매직 아이템을 만들 때 유효하다. 스킬이 올라가면, 레어나 유니크의 합성도 가능 해진다. [마약 제조] : 연금술사로써 만들면 안 되는 부작용성 포션을 만들 수 있다 . 단 이 약은 판매나 증여가 불가능 하다. 즉 판매나 증여를 할 경우 범죄자 로 수배된다. 강력한 효능과 그에 따른 강력한 부작용이 특징이다. 스킬이 올라 갈수록 점점 더 독하고 오래가는 마약을 만들 수 있다. 라딘은 남은 금속을 이용해서 [금속 압축 강화] 스킬을 올리는 데 주력했다 . 스킬 100이 된 지금 그가 압축할 수 있는 금속 수는 7개, 즉 7중 압축 강화 판금의 제조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만약에 미스릴로 7중 압축 강화 플레이트 메일을 만든다면? 최상급의 방어 력과 마법방어력(미스릴에는 마법방어력이 붙어있다.)을 가진 보통(매직이 아닌) 미스릴 플레이트 메일이 나올 것이다. 무게는 일반 아머보다는 조금 무겁겠지만,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재 미스릴을 모두 다 소모한 상태여서 그것은 상상속의 산물일 뿐이었다. 이 브리시아 세계에서는 한번 만든 아이 템은 뽀개서 다시 재료로는 못 돌리는 것이다. [마법 아이템 합성] 정말 좋은 스킬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라딘은 이 스 킬을 올릴 수 없었다. 합성할 마법 아이템이 없는 것이다. 애초에 횡령 할 때 재료류만 열심히 날랐기 때문에 미처 마법 아이템 종류 는 집어올 수가 없었던 것이다. 황궁 보물 창고에는 유니크 아이템도 다수 존재한다. 생각 해 보면 땅을 치고 통탄할 일이었지만 이미 상황은 끝나 있 었다. 사실 그런 고급 아이템을 집어 왔다면 라딘은 마법 추적에 의해 이미 모든 비리가 들통 났을 것이다. 재료가 아닌 마법 아이템은 아이템 탐지로 추적 이 가능 했다. [마약 제조] 이것도 라딘은 열심히 올렸다. 주로 제작에 힘을 기울인 것은 '환상수라'라는 마약인데, 이 마약은 복용자의 능력치중 힘, 덱스, 체력을 2배로 올려준다. 스킬 50이 된 지금은 지속시간 5분, 부작용 시간 1개월이 라는 순도 높은 포션을 제작할 수 있었다. 참고로 부작용은 올라간 수치가 모두 원래의 반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그 외에도 히드라의 순간 재생능력을 주는 '히드라의 목' (부작용 : 1달간 회복계 포션의 효과 무효)같은 긴급 회복약도 제조 할 수 있었다. 물론 이 약들은 연속으로 복용할 경우, 효과와 지속시간은 절반, 휴유증은 2배라는 중독성도 있었다. 이제 라딘은 자신의 앞날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야 했다. 놀랍게도 저번에 개발 팀장이라는 아줌마(본인 앞에서는 누님이라는 표현을 썼다.)한테 생산스킬은 초기화 안 하니까. 잘 해보라는 이야기를 들은 것 이다. 물론 라딘이 낚시 마스터에 조각과 요리 스킬을 올리고 있다는 소문에 입각 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4개 스킬 마스터라는 것을 알았으면, 절대로 초기 화였을 것이라는 것이 라딘의 분석이다. 그럼 이제 조심해야 한다. 운영자도 라딘의 또 하나의 신분을 모른다는 것 이다. 일단 클로즈 베타가 끝날 때 까지는 죽은 듯이 지내야 한다고 생각한 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무엇을 할 것인가? "역시 모험인가? 훗" 현실로 1년, 게임 상에서 4년을 규칙적인 업무생활에 시달린(?) 라딘이었다 . 이제는 부담 없는 독고다이의 생활이 필요했다. 처음 한국에 올 때의 심정 이 다시 살아났다. "자유다! 모험이다! 좋았어!" 목표가 잡힌 라딘은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현재의 그의 권력, 기술을 가능 한 한 최대한 활용하여 지존의 지위와 자유의 꿈을 성취하기 위하여. ------------------------------------------- 동대륙의 새로운 패자 아칸 드 파스트 1세는 오늘도 검술훈련을 하고, 가벼 운 식사 후에, 서류업무를 무사히 끝내고 드디어 저녁을 먹고 휴식의 시간 을 보내고 있었다. 아스트로 공작의 말대로 이제는 4-5시간에 서류업무를 끝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그의 반려자인 라티누 황후는 아직도 울면서 서류를 정리하고 있다. 이제는 요령이 생겨서, 처음에 서류를 분배할 때, 척 봐서 어렵고 시간 걸 릴 거 같은 서류를 모아서 다른 사람 쪽에 슬쩍 올려놓는 기술도 생긴 황제 였다. 물론 그의 누이와 모친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제일 짠밥이 없는 그의 반려 자는 다른 사람이 4-5시간에 끝내는 서류를 12시간 이상 걸려서 처리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그 많은 서류를 너무나도 빠르게 처리하는 다른 사람들의 능력에 존경심을 품고 있으니 모르는 게 약이라고 할까. 아는 게 힘이라고 할까. 라딘의 교육은 참으로 무서운 데가 있었다. -똑, 똑- "폐하, 아스트로 재상이 면회를 요청하고 있사옵니다." 시종이 들어와서 그에게 전했다. "오! 재상이? 들라고 그러시오." 잠시 후 황금용의 휴게실에는 황제와 재상의 단독면담이 이루어졌다. "무슨 일이시오? 사부" 시종이 모두 나가자 황제가 친밀하게 그를 사부라 불렀다. 태사나 재상같은 격식에 겨운 칭호는 공적인 자리에서 주로 쓰고, 사적인 자리에서는 꼬박 꼬박 사부나 스승 같은 칭호로 불러서 조금이라도 라딘의 기분을 좋게 하려 는 것이다. 라딘의 기분이 나쁜 날은 거의 확실하다 할 정도로 황제와 황후 가 고생의 나락으로 빠지는 사건이 일어나게 된다. "폐하, 다름이 아니오라 제가 처음에 약속드린 2년이 이제 1달 앞으로 다가 왔사옵니다." "!! 사부, 이 나라는 아직 그대를 필요로 하고 있소. 물론 그대가 처음 2년 이라고 말한 것은 짐이 기억하고 있지만, 이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조 금 더 수고해 주실 수 없겠소?" "폐하, 저 하늘에 떠있는 달도 한번 차면 기우는 것처럼 세월은 흐르고, 사 람은 자라는 법이옵니다. 폐하는 이미 훌륭한 황제이시옵니다. 이제 저를 원래의 자리로 보내 주시옵서소." "그대는! 안될 말이요. 다시 한 번 생각해 주실 수 없겠소?" 황제는 당황했다. 자신은 아직 17세이고, 혼자서 이 넓은 제국을 다스리기 에는 자신이 없는 것이다. 이 대륙 최고의 모사이자 철혈의 재상인 아스트 로 공작은 그와 그의 아내인 라티누 황후가 가장 무서워하는 제자 괴롭히는 것을 최고의 도락으로 삼는 엄한 스승이지만 곁에 있음으로 그에게 얼마나 정신적인 기둥이 되었었던가? "폐하, 지난 2년간은 제가 있으므로 폐하와 이 나라에 득이 되었사오나, 이 제부터는 제가 있으면 오히려 독이 되옵니다. 통촉하여 주시옵서소." "무슨 소리요! 그대가 이 나라의 독이 된다니. 짐은 이해 할 수가 없구려." "폐하, 저는 이계인입니다. 만약에 그 사실이 밝혀진다면, 앞으로 이계인들 이 공작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례가 생기옵니다. 또한 저의 권력이 사실상 폐하를 넘볼 정도 이옵니다. 제왕은 2인자를 만들지 않는 법이옵니다. 현재 라딘의 국가공적치는 100만으로 80만이 넘으면 왕위 찬탈이 가능해진 다. 이제는 폐하가 6부를 통설하여 모든 것을 주관 하실 때이옵니다. 저의 후임 으로는 행정 관리형의 인재를 등용하시어 안정을 도모 하시옵고, 앞으로 이 나라의 모든 개혁은 폐하의 손으로 이루셔야 하옵니다. 저는 이제 본래의 신분으로 돌아가 재야에 묻혀 자유롭게 폐하가 이루시는 세상을 돌아보고 싶사옵니다. 허락하여 주시옵서소." 라딘의 충심에 겨운 간언을 들은 아칸 1세는 감격에 겨워 그의 손을 잡으며 고개를 끄덕여 허락을 표시했다. "......사부, 그대는! 알겠소. 그럼 뒤처리가 되는 데로 그대가 떠나는 것 을 허락하겠소. 하지만 기억하시오. 그대는 나의, 아니 이 나라의 영원한 스승이라는 것을, 그대의 가르침을 잊지 않고, 꼭 그대에게 영광의 제국을 보여 드리겠소." "성은이 망극 하옵니다." ------------------------------------------------- ------------------------------------------- 1-6 새로운 계획(라딘, 떠나기로 결심하다.) 일단, 유일한 상관한테 퇴직 허락을 받은 라딘은 자신의 본 직장인 도서관 에서 여유롭게 책을 정리하고 있었다.(나중에 떠날 때 익힐 스킬북을 고르 고 있었다.) "일하고 계시네요." "아! 공주님 어서 오십시오." 라딘의 한쪽 무릎을 꿇고 그녀의 손등에 가볍게 키스를 하여 왕녀에 대한 인사를 끝내자 그녀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었다. "황제 폐하께 말씀 들었어요. 곧 떠나신다고요." "하하, 네, 이제 떠나야죠. 대충 할 일은 한 거 같으니까요. (스킬 대충 익혔으니까요)" "네......라딘님. 저요." "네?" 라이아 공주의 얼굴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이성과 감정의 충돌에 의 한 과열현상으로 해석될 수 있는데, 소위 '부끄러움'이라는 현상이다. 이윽고 잠시간의 침묵으로 마음을 결정한 라이아 공주는 약간 촉촉한 눈빛 으로 라딘의 눈을 정시하며 서서히 말을 이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이 왕궁 때부터 자랐지요. 그때는 사실 재상의 눈치를 보느라 어바마마와 아바마마도 괴로운 시기였지만, 어린 소녀인 저에게는 너무나 괴로운 시기였답니다. 저는 10살 이전부터 제 운명이 머나먼 외국에 정략결혼으로 보내지거나, 아 니면 죽을 운명이라는 것을 알았거든요. 지금 폐하가 즉위하지 않았다면 아 마도 제 운명은 그런것이었을 거에요. 그래서 저와 어바마마는 라딘님께 정 말로 감사하고 있답니다." "하하(왜 이러시나 새삼스럽게), 전하, 그것은 소인의 의무였으니 특별히 생각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니요. 사실 전 저의 운명이 바뀔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어요. 또한 대공파의 세력이 모두 폐하께 충성을 맹세하리라고도요. 라딘님, 여자는......성에 갇힌 여자는 자신을 구출해 줄 백마의 왕자님을 꿈꾼답니다." 라이아 공주가 한발 앞으로 다가와서 그를 올려다 보았다. 소위 말하는 '남 자와 여자의 거리'에 들어온 것이다. 라딘의 머리는 고속회전을 시작했다. '아아. 이런 죄스러운 일이! 다 나의 능력과 인물이 너무나도 잘난 탓이로 다. 으~, 비록 내 경험은 없지만, 아무리 가상현실이래도 이런 미인의 유혹 을 참을 순 없지. 라딘 용기를 내라! 일단 키스부터 시작해서 가볍게 페티 쉬 애무를......에~또 그다음엔...... !!!!' "라이아 공주님!" 라딘의 두 눈이 강렬한 빛을 띄우며 공주의 눈을 사로잡았다. 그와 동시에 그의 두 팔이 그녀의 등 뒤로 돌아 감싸고 두 사람의 눈은 점점 접근하기 시작했다. 다가오는 서로의 강렬한 빛을 견디지 못한 두 사람의 눈은 가볍게 감겼고, 그와 동시에 두 사람의 입술은 서로의 촉감을 확인했다. 환상의 키스였다. "사랑해요. 라딘님." 문제가 발생한 것은 그 다음이었다. 라딘은 가벼운 키스에서 프렌치 키스와 애무의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마음 의 준비 중 자신의 신체적인 이상을 발견한 것이다. 신마대전은 15금 가상현실 게임이다. 그런데 문제는 성인이 되는 만 20세부 터는 성인 서비스도 지원되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여기서 15세부터 19세는 어떻게 되느냐? 라는 의문이 나온다. 과거 가상현실 게임이 나온 뒤 이 문제는 여러 가지 트러블을 야기하였으나 , 몇 년 전에 나온 연애 가상현실 게임 [두근두근 추억]이라는 게임에서 소 년용 연애와 성인용 연애를 같은 서버에서 구현하기 위하여, 뇌파에 의한 성호르몬 제어의 연구에 성공, 유저의 나이에 의하여, 미성년자는 성호르몬 을 가상현실에서 제어하게 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쉽게 말하면, 미성년자인 신 현진은 브리시아에서는 성,불,능,자,라는 얘기 이다. '흑, 망했다. 이런 절호의 기회를! 지금 내가 18세, 20세까지는 2년, 브리 시아 타임으로 8년. 흑흑' 라딘의 눈이 떠져서 이제 기대와 불안과 흥분으로 가득 찬 표정의 라이아 공주를 바라보았다. 그와 동시에 라딘은 감싸 안았던 두 팔을 풀어 공주의 두 팔을 가볍게 잡으며 뒤로 한걸음 물러났다. "......? 라딘님?" 공주의 두 눈이 떠지고 의문의 표정이 떠올랐다. "라이아 공주님, 그대는 정말로 사랑스러운 여성입니다. 저는 당신을 사랑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당신을 사랑할 수 없습니다. 저는 이계인입니다. 이계인인 저로써는 공주님을 행복하게 해 드릴 수가 없 군요. 공주님! 비록 제가 공주님을 행복하게 해 드리지는 못하지만, 공주님이 이 브리시아에서 훌륭한 사람을 만나 행복하게 사시는 것을 바랄 뿐입니다. 저 는 그것으로 만족하겠습니다. 아무쪼록 저를 용서하여 주십시오." "라딘님! 그대는......" 라이아 공주의 두 눈에서 두 줄기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와 동시에 공주는 라딘의 품안을 파고들며 그를 안고 울면서 외쳤다. "행복한 일생 따위는, 저는 지금이 소중해요! 누가 저를 책임지라고 그랬나 요. 흑." "공주님, 당신을 사랑하는 저의 마음을 모독하지 말아 주십시오. 저에게 사 랑하는 사람의 일생을 지켜볼 수 있는 조그마한 행복을 선물해 주십시오." "흑흑, 너무해요." -다다다, 콰앙(문 닫는 소리) 공주가 울면서 달려 나가자, 그녀가 나간 문을 잠시 멍하니 바라보던 라딘 은 몹시 아쉽다는 듯이 손가락을 팅기며 속으로 한탄했다. '우씨, 내가 2년만 더 나이를 먹었으면, 쩝, 우째 미성년자가 18세가 아니 고 20세다냐.(왜냐하면 작가가 체질적으로 야한 얘기를 잘 못쓰기 때문이다 )' 그렇게 왕궁의 하루는 흘러갔다. ------------------------------------ ------------------------------------------- 1-6 새로운 계획(라딘, 떠나기로 결심하다.) ------------------------------------ 2078년 10월 말, 드디어 클로즈 베타 테스트가 끝났다. 10월에 끝나는 수험 생을 겨냥해서, 11월부터 오픈 베타 없이 바로 상용화로 서비스 되는 신마 대전은 앞으로 2주 후 정식으로 오픈 될 것이다. 이미 5백만 이상의 신청자를 받고 있는 신마대전은 10개의 서버를 구축하여 , 한 서버 당 100만 명의 한계를 두고 운영 될 방침이라고 한다. 인구 2억의 세계에 영웅 급 이계인 100만이 넘으면 세계의 밸런스가 붕괴될 수 있기 때문이라나? 물론 7개의 신들은 모든 서버의 공통이지만 대륙과 N PC등은 모두 틀리단다. 7개의 신들은 각각의 서버를 시간을 초월한 개념, 즉 브리시아 세계가 1시 대, 라티칸 세계를 2시대, 이런 식으로 인식한다고 한다. 지금 세기창조사 신마대전 개발부의 전용 테스터 연구소에는 클로즈 베타 테스터 30명이 모여서 가벼운 다과회와 함께, 앞으로의 일정을 듣고 있었다 . 개발팀장 아줌마의 말에 따르면, 클로즈 베타 테스터의 캐릭은 일단 그대로 상용화 때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다른 서버로의 이전도 인정한다고 한다. 즉 브리시아에서 사고를 많이 친 사람은 다른 세계로 떠나서 새 생 활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좋은 일 많이 한 사람은 그대로 생활 해도 된단다. 문제는 레벨과 스킬인데, 레벨은 0으로 다시 돌아가고, 직업과 스킬도 모두 사라진다고 한다. 단 생산스킬은 그대로 인정한다나? 이유는 생산스킬은 게임의 밸런스에 크게 영향을 못 미치기 때문이란다. (그때 현진은 속으로 광소했다.) 아이템과 돈 등은 모두 없어지는데, 클로즈 베타 테스터에 한해서 매직 아 이템을 2개 준다고 한다. 테스터 생활 중에 얻은 것을 골라도 되고, 없는 사람은 무작위로 준다고 한다. 신 현진은 이제는 브리시아의 생활이 자신의 제2의 인생이라고 생각하고 있 었다. 자신의 내성적 성격이 브리시아에서의 4년간의 생활 속에서 바뀌었기 때문이다. '2주 동안 접속을 못 하는구나. 매일 접속하다 접속을 못하게 된다니까 좀 이상하네. 게임 중독 증상인가? 하기야, 현실 시간보다 브리시아 시간이 더 길었지. 이번 1년은 말이야. 훗, 그럼 브리시아 세계의 라딘이 나 현진의 진짜 모습이 되는건가? 현실의 현진은 라딘의 꿈이고 말이야.' 현진이 한참 상념에 잠겨 있을 때, 두 사람이 다가와서 그에게 말을 건내었 다. "호호, 현진아. 이제는 잠시 동안 이별이네." 현진의 영원한 정보통 수희 누나였다. 수도 도둑길드의 꽃(자칭) 셰도우로즈의 유저, 그녀의 옆에는 역시 전설의 대한남아 성철형(도끼바바) 이 서 있었다. "아, 누나, 형, 정말 당분간은 못 만나겠네요. 뭐 그래도 2주 후면 다시 접 속할께요." 현진의 대답에 이 수희가 귀엽다는 듯이 머리를 한번 쓰다듬었다. 현진은 속으로 무지 욕했지만 겉으로는 쑥스럽다는 듯이 머리를 흔들며 귀 여운 포즈를 취했다. "그래, 리얼에서도 심심하면 전화하렴. 이번에 대학 들어간다며? 누나가 술 사줄게. 전화번호는 7124-****이야." "앗. 감사합니다. 꼭, 연락할게요." 뒤에 서있던 민 성철이 어른스럽게 분위기를 잡으며, 지갑을 열어 명함을 한 장 꺼내서 현진에게 건냈다. "시간나면 들려라. 여기 내 명함." "엇, 성철형. 헬쓰 클럽 사장이세요?" "응, 근데 지금은 게임에 빠져서, 거의 다른 사람이 운영하고 있어. 그래도 혹시 몸이 허해지면 우리 집에서 같이 운동하자고." "넵." '케케, 어쩐지 떡대더라니.' 그렇게 현진은 1년간 정들은 연구소 숙소를 나와서 봉천동에 있는 조그마한 원룸 아파트에 새로운 거처를 마련했다. 2주후에 열릴 새로운 브리시아 세 계를 기대하면서.....라고 현진은 희망에 불타오르고 있었지만, 그가 모르 는 곳에서 약간의 트러블은 일어나고 있었다. ---------------------------------- 여기는 한국 사람이 쉽게 호주라고 말하는 오스트레일리아다. 그리고 그 호주에서도 한국 대사관이라는 곳이다. 신 현진의 아버지 신 무혼씨는 오늘 자신의 연말 결산을 위하여, 컴퓨터에 서 모든 정보를 관람 정리하고 있었다. 단순한 금액의 결산이 아니라, 자신 의 업무 성과를 모두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한 가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자신이 이용한 기억으로는 태백의 접속 회수가 323번이었는데, 금년 태백의 이용회수가 332번으로 나타난 것이다. 물론 신 현진도 스파이 교육을 받았 던 만큼, IP경로를 조작하여 이 건물 안에서 로그인 한 것으로 기록 되었다 . 그러나 다른 사람이라면 애초부터 기억하지도 않을 접속 회수를 일일이 기 억하는 신 무혼씨에게는, 적다면 적은 차이지만, 글자 하나의 차이로 수많 은 부하들이 위험에 빠지는 것을 과거 10여년의 정보부 부장 생활에서 보아 왔던 그의 눈에는 이 9회라는 접속 회수의 차이가 심히 거슬렸던 것이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신 무혼씨는 한숨을 푹 쉬며 속으로 생각했다. '자식이 원수라더니, 그놈을 붙잡아다 20년 쯤 콩밥을 먹일 수도 없고, 내 년에 들어가면 다시 정신 교육을 시켜야 하겠군.' 그렇게 그날로 신 무혼씨의 태백 접속 암호는 변경되었다. 며칠 후, 여행에 대한 앞으로의 계획을 짜기 위하여 현진은 태백에 접속했 다. -삑- 패스워드가 잘못 입력되었습니다. 다시 한 번 입력해 주십시오. 3번 미스 할 경우 보안과에 연락해서 확인 한 후에 접속 하실 수 있습니다. - 현진은 자신이 입력한 패스워드가 잘못 되었다는 경고에 안색이 변했다. 한참 동안 멍하니 있던 그는 한숨을 내쉬며 혼잣말을 했다. "에효, 걸렸나보네. 아버지 어머니가 올해 가을에 귀국하시겠지? 어버이날 선물이나 정성들여서 보내야겠네. 그래야 살아 날 확률이 조금이라도 생기 지." 그렇게 현진은 자신을 최고의 모사로 만들어 준 최고의 뒷배경을 잃어버리 고야 만 것이다. --------------------------------------------------- 1장 끝 ------------------------------------------- 빈칸(냉무) 수정하고 올리니까 한칸이 남네요. 나중에 설정으로 대채할게요. 빈칸(냉무) 수정하고 올리니까 한칸이 남네요. 나중에 설정으로 대채할게요. ------------------------------------------- 0. 설정_마법_속성 1. 마법 1-1 마법의 대부분은 기술의 경우와 비슷하다. 역시 연계기 같은 경우도 적용되고, 크리티컬도 존재한다. 1-2 마법의 단독적인 기술로는 중첩술이 있는데, 중첩술이란 같은 속성의 마법을 연속으로 발동하여 한번에 쏟아 붙는 기술로, 스킬의 상승에 따라 최고 10개의 마법을 유지하여 한번에 발사할 수 있다. 물론 딜레이는 중첩 하는 마법의 수에 따라 늘어난다. 1-3 단, 중첩술을 펼치는 도중에 충격이나 대미지등 어떤 이유로든 중첩술 이 중단되면, 그때까지 발현된 마법은 그 자리에서 터진다. 1-4 대규모 전투중 가장 조심해야 될 기술이 바로 이 중첩술이고, 궁수는 자신의 특유의 시력으로 중첩술을 펼치고 있는 상급 법사를 볼 경우 바로 저격하는 것이 최우선 의무로 되어있다. 2. 소환 - 소환술은 자신의 소환물을 이계에서 불러오거나, 아공간에서 불 러오는 마법이다. 2-1 대표적으로는 소환사의 소환이 있는데, 이 경우 미리 어떤 방법(계약이 나 테이밍 등)으로든 소환을 맺은 소환물은 그에 상응한 마나를 요구(소환 시 마나와 유지마나)하면서 소환된다. 2-2 그리고, 일단 소환된 몹은 소환자가 얻는 경험치를 나누어 가지게 되는 데, 소환자의 결정에 따라서는 소환된 존재에게 경험치를 나누어 주지 않아 도 된다. 2-3 사실상 대부분의 소환사는 경험치를 독점하고, 레벨이 오르면, 더 강한 소환수를 새로이 구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왜냐하면, 소환된 소환수는 여 러 마리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소유주의 성장 속도를 따라 오기 힘들기 때문 이다. 2-4 예외적인 소환수로 팰러딘의 마운트를 들 수 있는데, 이는 마법이 아닌 스킬로 분류되며, 소환시 마나도 지속시간도 없는 신급 소환술이다. 그러나 소환하지 않아도 강제적으로 경험치의 반을 소환수가 가져가고, 일 단 소환수가 죽으면, 아주 힘들고 특별한 퀘스트를 수행해야만 소환수를 다 시 살릴 수 있다. 3. 펫 시스템 3-1 펫이란 소환물 처럼 아공간이나 다른 세계가 아닌, 현실 공간(물론 가상 현실 공간)에서 같이 존재하는 생물이다. 그들은 기본적으 로 먹어야 살고, 주인과 어떤 마법적인 연결도 없기 때문에 그들이 취한 행 동에 따라 경험치를 얻어서 성장할 수 있다. 펫은 종류에 따라 충성심이 다 르지만 대부분 일단 펫이 되면 주인을 배반하지는 않는다. 3-2 펫의 가장 큰 장점은 주인보다 레벨이 높을 수도 있다는 것인데, 사실 상 펫의 레벨이 높을 경우 주인에 대한 충성심이 점차로 떨어져서 결국은 주인의 곁을 떠나기 때문에, 자신의 레벨보다 더 높은 펫을 가지는 것은 장 기적인 안목에서 좋지 못하다. 3-3 주인이 이계로 떠나면 필드나 던젼에 남겨진 펫은 충성도에 따라서 최 고 1개월까지 그 자리에서 스스로 생활하며, 주인을 기다리지만, 그 후에는 떠난다. 펫 보관소에 맡겨진 펫은 1년까지 주인을 기다린다. 3-4 펫이 죽으면, 신전이나 신성마법으로 살릴 수 있지만, 역시 1개월의 능 력치와 경험치 패널티를 받으며, 주인에 대한 충성심이 떨어진다. 4. 속성 4-1 원소 속성 땅 ->물 ->바람 ->불 ->땅 이 원소 마법의 써클이다 . 땅은 물을 강화하고, 물은 바람을 강화하고, 바람은 불을 강화하고 불은 땅 을 강화한다. 땅과 바람은 서로 상반되고, 불과 물도 서로 상반된다. 4-2 여기서 강화와 상반은 대상의 속성과 연계기에 적용되는데, 가령 불의 정령을 공격할 경우, 불속성은 대미지 무효, 바람속성은 50%, 땅속성은 100 %, 물속성은 200%의 대미지를 주게 된다. 연계기의 경우, 불 다음에 땅의 속성의 연계를 가하면, 대미지의 30% 강화 효과가 있고, 상반속성인 물의 속성의 연계를 가하면, 대미지의 90%가 감소된다. 4-3 광암(성마) 속성 빛(성) <-> 어둠(마) 으로 나뉜다. 서로 상반 속성이고, 광암 속성의 최대 특징은 원소속성을 함유한다는 것이 다. 즉 광화(성화)나 암화(마화)등 다른 속성을 함유하여 2중 속성을 지닐 수 있게 된다. 4-4 2중 속성의 특징은 상위 속성인 광암속성이 우선하는데, 즉 불의 악마 의 경우를 성화로 공격하면, 200%의 대미지 증가가 적용된다. 거기다가, 불 의 악마를 성수속성으로 공격하면, 300%의 대미지 증가라는 증폭효과가 있 다. 반대로 불의 천사인 솔로네를 성수속성으로 공격하여도, 90%의 대미지 감소 효과가 있다. 즉 하위 속성은 증폭효과 딱 하나에만 적용된다. 4-5 선천적인 속성이외에도 마법속성에는 저항이 존재하고 저항은 보통 0% 에서 시작하여 최고 200%이며, 공격강화는 100%에서 시작하여 250%까지 올 릴 수 있다. 공격강화 보다 저항수치가 낮은 경우는 그 사람의 공격은 크리티컬 이외에 는 대미지가 없다. 5. 물리속성 5-1 일반적인 물리공격은 방어력에 의해 대미지가 줄어든다. (기본 무기 공격력+힘, 때에 따라서는 다른 수치도 더해질 수 있다.)의 수 치에 레벨과 기술에 따른 증감이 이루어지고, 이 대미지가 공격력이 된다. 5-2 반대로 상대의 방어력과 기술에 따른 증감(일부 무공의 경우 능력치에 따른 방어력 상승도 있다.)의 결과가 방어력이 되는데, 전투가 벌어지면, 공격력이 1만인 경우 랜덤으로 1~1만까지의 수치가 정해지고, 방어력이 3천 인 경우 1~3천까지의 수치가 랜덤으로 정해져서 공격력에서 뺀 것에 레벨차 에 따른 대미지 증감을 계산한 것이 실제 대미지이다. 만약 대미지가 마이 너스인 경우 대미지는 0이다. 5-3 기술에 따라서는 대미지 최소치와 방어력 최소치를 높여주는 기술도 있 다. 5-4 물론 이것은 명중시의 이야기이고, 회피에 성공하면 대미지는 없다. 6. 무속성 6-1 이것은 순수 마나속성이라고 불리는 것으로 매직미사일이나, 검강 등의 강기가 이에 속한다. 마법과 같은 속성이지만 같은 무속성의 방 어망 이외에는 일반적인 저항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가장 강력한 속성 중 에 하나이다. 단 순수 마나인 만큼 강화 능력이 극히 적고, 스킬 자체도 대 미지가 조금 약하게 설정되어 있다. 단 소드 마스터의 강기는 강하다. 7. 천속성 7-1 천속성은 최고의 속성으로 같은 천속성의 방어망 이외에는 모든 저항이나 대미지 감소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즉 2 공격레벨의 천속성 이라도 마왕에게 대미지를 줄 수 있는 것이다. 7-2 이 속성은 신급 기술 이외에는 단일스킬로는 존재하지 않으며, 유저가 이 속성을 쓰게 되는 경우는, 반대 속성의 크리티컬 뿐 이라고 할 수 있다. 7-3 연계를 하게 될 때, 처음의 속성이 크리티컬이 터지면, 그 다음에 반대 속성의 기술을 넣으므로써 비로써 천속성의 기회가 생기는 데, 이 때 두 번째로 넣은 반대 속성의 기술마저 크리티컬이라면, 이 두 속성이 상반되지 않고 융합되어 최고의 속성인 신 속성으로 변화되고 공격레벨이 1 올라가 며, 융합 추가 상승효과(더블 속성 상반 효과)를 받는다. 7-4 이 경우 대미지 계산은 처음 공격의 대미지 +다음 공격의 대미지에 공 격레벨 상승효과, 크리티컬에 의한 상승효과, 더블 속성 상반(즉 2배의 2배 )효과를 받게 되어 9배에서 12배의 대미지 업 효과를 받는다. 물론 모든 대 미지 경감의 효과는 없는 순수 대미지 이기 때문에 잘못 걸리면 용도 한방 에 가는 수가 있다. 7-5 단일 유저로써 천 속성을 발동시킬 수 있는 가장 가능성 높은 클레스는 배틀 마스터이며, 그런 이유로 배틀 마스터는 네크로맨서에 이은 최강의 클래스라 할 수 있다. ------------------------------------------- 0. 설정_기본 0. 로그인 제한과 가상현실에서의 시간 인간의 뇌는 수백년 의 수명을 가지고 있다. 가상현실에서는 이것을 이용하여, 사람이 성장과 정신적인 안정에 큰 지장 이 없는 시간을 도출해 내고, 이것이 15세 이후의 사람에게는 하루 16시간 의 가상현실시간, 그리고 가상현실시간의 흐름은 현실의 4배까지가 제일 안 정적 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순간적으로는 20배까지 올릴 수 있지만, 그 경우 뇌의 피로도가 심하여 노 화를 촉진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게임상에서는 보통 4배로 진행하고, 스킬사용시 필요에 따라 순간 적으로 10배정도까지 올리는 경우도 있다. 물론 가상현실에서도 잠을 자야 하고, 안타깝게도 그 잠은 현실의 피로와는 무관하다. 즉, 현실에서도 자야 한다. 15세 이전에는 성장과 시간관념에 영향이 크기 때문에 하루 2시간 제한이 있고, 그 이전에는 육체적인 운동을 권장하게 된다. 가상현실 진입기는 현 재 세계 공통이고, 개인 전용이며, 그 개인이 어떠한 기기로든 16시간 이상 로그인 상태로 있는 것을 금지하는 시간제한 서버와 연결 되어 있다. 해킹 은 거의 불가능 하지만 없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가상현실은 주로 학습용, 오락용으로 나누는 데, 특히 육체학습이 어느 정 도 가능하기 때문에, 효용이 높다. 가령 어느 사람이 검도를 가상현실에서 연습한다면, 현실에서도 그 동작을 기억하게 된다. 그러나 실제 근육이나 신경이 그 동작에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현실에서 노력을 해야 한다. 사실상 가상현실이 실용화 된 이후, 사람들의 육체적 능력은 그 전의 절반 정도로 떨어진 상태이지만, 현실시간 8시간을 잘 이용한 사람들은 오히려 체계적인 운동으로 육체능력이 향상된 경우도 있다. 학교 수업도 고등학교 부터는 대부분 가상현실상에서 이루어진다. 1. 죽음에 대한 룰 유저의 죽음 1) 아이템 드롭 : 유저는 죽으면 5%의 확 률로 장비하고 있는 아이템을 떨굴 수 있다. 또한 아공간 주머니에 있는 아이템은 30% 확률로 떨어진다. 2) 사망 패널티 : 유저는 죽으면 5분 후에 가까운 마을의 부활 포인트 중 한군데에서 되살아나고, 이때, 체력과 마나는 1인 상태이다. 또한 모든 능 력치의 10%가 다운되고, 그 후 얻게되는 경험치도 10%의 패널티를 받는다. 즉, 90%의 경험치만 받는다. 또한, 경험치는 현 레벨업을 위한 경험치의 절 반이 깎인다. 만약 절반이상의 경험치가 없을 때에는 레벨이 다운된다. 3) 패널티의 지속시간 : 죽어서 10% 깎인 능력과 경험치 패널티 10%는 현실 시간으로 한달 동안 지속되고 한달이 되면 다시 돌아온다. 그러나 만약 그 사이에 다시 사망할 경우, 최종 사망일로부터 한달 동안의 기간 동안 패널 티를 받으며, 패널티는 죽은 회수당 10%이다. 즉 연속으로 5번 죽으면, 모 든 능력치가 50% 깎인 상태로 1개월을 보내야 한다. 4) 캐릭터의 소멸 : 패널티 지속시간 동안 연속으로 10번을 죽으면 그 캐릭 터는 영구히 소멸되고, 그의 모든 소지품(은행 보관 포함)은 소멸되어, 마 나의 법칙에 의해 마나로 돌아가거나 다른 곳으로 랜덤 이동된다. 5) 부활 : 부활 스크롤이나 성직자의 부활 마법에 의하여 부활하는 경우, 레벨업 경험치의 50% 손실이 없어지며, 체력과 마나가 꽉 찬 상태로 죽은 자리에서 부활한다. 단 부활은 캐릭터의 시체가 마나로 환원되기 전(사망 후 30분)까지만 할 수 있다. 6)NPC의 사망 : 브리시아인들은 한번 죽어서 몸의 구성요소가 전부 마나로 환원되면 절대로 다시 살리지 못한다. 그와 함께 그의 소지품도 마나화 되 거나, 다른 곳으로 랜덤 이동된다. 즉 NPC를 죽인다고 아이템이 우수수 떨 어지는 것이 아니다. 단지 5%의 확률로 소지품이 땅으로 떨어질 수 있다. 7) NPC의 부활 : 죽은 후 회색 몸이 사라지기 전인 30분안에 부활을 시전 받으면, NPC도 다시 살아나게 된다. 물론 사망 페널티 10%도 받게 되는데, NPC의 경우 브리시아 시간으로 1달이면 페널티가 없어진다(유저는 지구타임 으로 1달), 단, 페널티 기간동안 죽으면, 다시 부활 시킬수 없다. 즉 소환 수나 펫이나 NPC동료의 경우 일단 부활 시키면 1달 동안은 절대로 위험을 요하는 일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만약 전쟁중이거나 위험한 장소라는 등의 이유로 30분 안에 살리기 힘들거 같으면, [시체보존]이라는 마법으로 회색시체를 보존할 수 있고, [심령술] 로써 죽은 자의 영혼과 대화하여 허락을 받는 다면, 회색시체를 개인의 아 공간 주머니에 넣어 옮길 수 있다. 물론 살아 생전에 허락을 받아 놓을 수 도 있다. [시체보존]과 [심령술]은 성직자 마법이다. 물론 스크롤도 있다. 2. 경험치와 파티 2-0) 어떠한 몹을 잡아도 한번에 2렙이 오를 수는 없다. 2-1) 몹은 자신과 같은 레벨의 몹한테 지정 경험치(몹마다 틀림)의 100%를 받는다. 그보다 높은 몹과 낮은 몹은 당연히 1%렙당 2%경험치 보너스와 패널티를 받 는다. 즉 자신보다 20% 저렙의 몹은 40%의 경험치 밖에 못 얻고, 20%높은 몹은 40%의 경험치를 더 받는다. 2-2) 몹을 죽일 때, 자신보다 렙이 20%이하인 몹부터는 경험치가 안들어 오 고, 카르마가 떨어진다. 참고로 카르마는 국가공적치나 신성공적치등으로 나눌 수 있고, 이것이 올라야 좋은 일이 많다. 어쎄신 같은 어둠의 직업도 이것이 올라야 된다. 즉 어둠의 카르마가 올라야 된다. 또한,몹의 레벨이 자신보다 20% 이상인 경우는 40%의 경험치 보너스 밖에 받을 수 없다. 2-3) 파티는 자신과 레벨차가 상하 20%이하인 사람과 맺을 수 있다. 물론 그 이상가는 사람과 맺을 수도 있지만, 경험치가 안 들어온다. 파티시 경험치는 파티원이 나누어 가지는 데, 레벨 %당 1%의 경험치의 차이 가 있다. 2-4) 자신이 펫이나 소환수랑 경험치를 나누어 가지는 경우 그들은 자신에 게 분배되는 경험치의 절반에 해당하는 몫의 경험치를 받는다. 즉 어떤 유 저가 자신에게 50% 두 마리의 펫에게 25%씩 경험치를 분배하기로 설정했는 데, 다른 펫 없는 유저와 파티를 맺으면, 펫 있는 유저와 없는 유저의 경험 치 분배는 125대 100이다. 그 경우 125의 경치를 받은 유저는 그중 반을 펫에게 주게 되므로 실제로 6 2.5의 경험치를 받게 되고, 펫들은 31.25의 경험치를 받게 된다. 2-5) 펫에게 나누어 줄 수 있는 마리당 경험치는 자신에게 돌아오는 경험치 보다 높을 수 없다. 즉 1마리일 경우 50%, 2마리일 경우 자신이 34% 펫 2 마리에게 33%까지 설정 할수 있다. 2-6) 펫이나 소환수는 레벨에 관계없이 설정된 %의 경험치를 받을 수 있다. 즉 1000렙의 소환사는 1렙의 소환수를 아주 빨리 키울 수 있다. 그러나 그 소환수는 렙에 상응하는 스킬을 가지지 못하기 때문에 아주 약할 것이다. 3. 스킬 숙련도 3-0) 스킬숙련도는 쓰면 쓸수록 올라간다. 3-1) 일부 마법이나 스킬을 빼고는 허공에 대고 쓴다고 올라가는 것이 아니 다. 전투 스킬은 살아있는 생명체에게 전력을 다해 펼쳐야 올라간다. 3-2) 스킬의 최고 숙련도는 100이다. 3-3) 상급 강화 스킬은 하급 스킬의 숙련도보다 높을 수 없다. 그러나 일단 마스터 하면 하급 스킬을 지워도 관계없다. 3-4) 모든 유니크 스킬은 최상급 스킬의 진화 스킬이거나 같은 계열 최상급 스킬의 마스터를 전제로 한다. 단 모든 최상급 스킬이 유니크 스킬을 가지 는 것은 아니며, 최상급 스킬을 마스터 때 상급 유니크 스킬이 존재하는 스 킬은 그 유니크 스킬의 이름을 알 수 있다. 단 그 스킬이 어디 있는지는 모 른다. 알아서 구해야 한다. ------------------------------------------- 0. 설정_스킬_공격레벨 기본적이 시스템 1. 모험기술 1-1 기술은 기본적으 로 하급->중급->상급->최상급->유니크 의 5단계가 있다. 1-2 그 중 하급, 중급, 상급 까지는 누구나 익힐 수 있고, 최상급은 2차 직 업을 한 사람부터 익힐 수 있으며, 유니크는 검성계, 신궁계, 닌자계, 트렙 마스터계만 익힐 수 있다. 1-3 검성계는 직접공격계 유니크를, 신궁계는 장거리 공격 유니크를, 닌자 계는 암살 유니크를, 트렙마스터계열은 유니크 트렙기술을 각각 배울 수 있 다. 1-4 각 기술은 직업, 힘, 덱스, 무게 등의 제한이 있으며, 특히 무공은 대 부분 무게의 제한이 심한 편이다. 물론 도둑기술은 덱스 제한, 전사 기술은 힘 제한 등이 있다. 상급으로 갈 수록 제한이 높아진다. 1-5 전사계와 도둑계는 처음 직업으로 최고 5개 까지의 스킬을 익힐 수 있 는데, 6번 째의 스킬을 익히려면, 하나의 스킬을 잊어야 한다. 1-6 2차 직업으로 전직하면 다시 5개의 스킬을 익힐 수 있고, 이때 최상급 의 스킬을 익힐 수 있게 된다. 1-7 그 후 순수 3차 직업을 선택하면 다시 5개의 스킬을 고르게 되어 합계 15개의 스킬을 가지게 된다. 어떠한 이유로도 그보다 더 많은 스킬을 가질 수 없으며, 예외라고 한다면 아이템에 특수 능력으로 스킬이 딸려있는 경우 이다. 그 경우에는 아이템 스킬을 사용할 수 있지만, 아이템에 부여되어 있는 스 킬은 숙련도를 요구 안하는 스킬에 한한다. 즉 스킬 숙련도는 오르지 않는 다. 물론 연계기에 포함 될 수는 있다. 1-8 혼합 3차 직업을 선택한 경우 스킬과 마법은 무지하게 늘어난다. 일단 혼합 기본직으로 전직할 때, 법사나 성직자로 전직하면, 마법을 5개 익힐 수 있다. 그 후, 무사히 혼합 3차 직업으로 전직하게 되면, 새롭게 상급마법 5개와 스킬 5개를 익힐 수 있다. 즉 합계 마법 10개, 기술 15개를 익힐 수 있는 것이다. 마검사 계열(전사나 도둑에서 법사나 성직자로 전직한 경우나 그 반대의 경 우의 총칭)의 경우는 이렇지만, 혼합 밀리 3차인 경우에는 약간 틀리게 적 용된다. 1-9 일단, 혼합 기본직으로 전직할 때, 혼합직 쪽 기본 스킬 5개를 익힐 수 있게 된다. 그 다음, 무사히 혼합 밀리 3차로 전직하면, 다시 새롭게 스킬 을 5개 익힐 수 있다. 합계 20개의 스킬을 배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마검사 계열보다 수가 작다고 불평할 지는 모르지만, 마검사 계열이 스탯의 분산도가 심한 한편, 혼합 밀리 3차는 그래도 스탯이 집중되어 있기 때문 에 상대적으로 강하다. 또한 저급 스킬을 지우고 상급스킬로 20개를 채웠을 경우의 유용도는 마법 10개와 스킬 15개의 유용도에 비하여 결코 약하지 않다. 오히려 순수 3차 직업과 마찬가지로 스킬의 숙련도 문제에서 비교적 마검사 계열보다 높이기 쉽기 때문에 마검사 계열보다는 쉽다고 할 수 있다 . 1-10 법사나 성직자의 경우는 기본적으로 기술을 익힐 수 없다. 그 대신 기 본직 때 마법을 5개 선택 할 수 있고, 2차 직업 때, 상급 마법을 포함하여 다시 5개, 순수 3차인 경우는 마법사 전용 스킬 5개와 마법 15개를 익힐 수 있다. 법사계열은 아무래도 나중에는 전사계열보다는 조금 유리하게 되는 것이다. 1-11 혼합직인 경우 전직 기본직이 밀리 계열인 경우 스킬 5개 추가, 다시 3차 혼합 전직을 하면 스킬 5개 추가, 마법 5개 추가로 마검사 계열과 비슷 해진다. 스킬 10개 마법 15개로 되는 것이다. 1-12 혼합 마법 3차 직업인 경우는 혼합 기본직 전직시 마법 5개, 혼합 마 법 3차 직업으로 전업시 마법 5개 스킬 5개를 가진다. 도합 스킬 5개 마법 20개를 가질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단, 이중 5개는 혼합 기본직쪽의 마법이 다. 즉 법사->성직자->현자라면 신성마법 5개이상을 포함한 마법을 20개 가지게 되는 것이다. 궁극의 마법사인 대마도사는 마법만을 20개 가지므로써 혼합 마법, 중첩마법 등에 최고의 어드벤티지를 가지게 된다. 2. 강화 기술과 진화 기술 2-1 강화 기술이라는 것은 하나의 기술을 응용 하여 개발된 상급 이상의 기술이다. 이것은 전제 조건으로 기본기술의 습득이 들어가고, 이 기술의 숙련도는 그 기본 기술의 숙련도 이상으로는 오르지 않는다. 라딘의 기술의 예를 들면, [차지]를 습득하면 강화 기술인 [실드 차지]를 익힐 수 있는데, 이 실드 차지는 차지의 숙련도 이상으로는 오르지 않는다. 즉 실드 차지를 마스터(스킬 100)하기 위해서는 차지도 마스터 하여야 한 다. 2-2 진화 기술은 하나의 기본 기술을 마스터 했을 경우 익힐 수 있는 상급 이상의 기술이다. 이 기술은 주로 기본 기술을 대신하여 스킬칸을 채울 수 있게 되고, 기본기술의 마스터 능력을 처음부터 가지고 있게 된다. 2-3 신마대전의 최고급 스킬들은 거의 다 이 진화 기술이고 그만큼 레어하 다. 주로 무공서에 이 진화 기술이 많고, 유니크 기술은 모두 진화기술의 마지막 단계이다. 물론 진화기술이 자동적으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따로 구해야 한다. 예를 들어 라딘이 익힌 [경신술]은 하급 무공으로 익히면 발동시 무게가 10 %줄고, 스킬 10마다 10%씩 줄어서 40에 무게가 반으로 준 다음 다시 10마다 3분의 1, 4분의 1,로 줄어서 마스터 시 무게가 10분의 1로 줄어드는데, 이 스킬을 마스터하면 상급 진화 스킬인 [초상비]를 익힐 수 있게 된다. 초상 비는 일단 익히면 발동 시 몸무게를 10분의 1로 줄이고, 마스터 하게 되면 100분의 1로 줄일 수 있게 되고 함정발동 회피확률이 오르게 된다. 그 후 다시 최상급 진화 스킬인 [등평도수]를 익히면, 물위를 마음대로 걸을 수 있게 되고 함정발동 회피기술이 더더욱 오르게 된다. 여기서 검성의 경우 다시 유니크 진화 스킬인 [능공허도]를 익힐 수 있다. 이것은 가변익이 가능한 유일한 비행술로 마나만 유지되면 최고의 이동기술 이라고 할 수 있다. 3연계기 - 연계기는 개인 연계기와 집단 연계기로 나눌 수 있다. 3-1 개인 연계기란 기본적으로 '매크로'를 뜻한다. '매크로' 란 여러 가지 스킬과 마법 등을 한가지의 명령어를 외침으로써, 연속적으로 발동하게 하 는 명령어로써, 편리한 인터페이스와 약간의 시간절약을 제공한다. 즉 성직자가 [축복], [방어강화], [마법방어강화]를 [버프]라는 매크로로 등록하면, 성직자가 타겟을 지정하고 [버프]라고 외치는 순간, 3개의 마법 이 순서대로 걸리게 된다. 물론 스펠 간 딜레이타임은 자동으로 최소시간으로 되고, 때에 따라서는 약 간 더 줄어들 수도 있다(주로 같은 계열이나 상승효과 있는 속성 등, 이로 써 잘만든 개인 연개기는 한 단계 더 강한 기술의 위력을 나타낼 수 있다.) . 3-2 집단 연계기란 두가지 이상의 공격 스킬이 1초 이하의 간격으로 명중할 경우 두 번째부터의 스킬이 명중률 업과 속성 조합에 따라서는 대미지 업 의 효과도 얻을 수 있는데, 이 집단 연계기의 무서운 점은 잘 연계되는 경 우 공격 레벨이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다. 보통 단독스킬의 경우 1단계부터 9단계까지가 공격레벨을 가지게 되는데, 공격레벨 1단계 당 50%의 대미지 증가가 있다. 연계기는 이론상 10단계의 공격레벨을 가지게 되는데, 이 때, 9단계의 2배에 해당하는 대미지 증가가 이루어 진다. 3-3 스킬 당 해당 기술 급수 -------------------------------- 레벨 1 1차 직업의 보통 공격. 레벨 2 2차 직업의 보통 공격. 1차 직업의 하급 스킬 레벨 3 3차 직업의 보 통 공격. 2차 직업의 하급 스킬, 1차 직업의 중급 스킬, 레벨 4 3차 직업의 하급 스킬, 2차 직업의 중급 스킬, 1차 직업의 상급 스킬, 레벨 5 3차 직 업의 중급 스킬, 2차 직업의 상급 스킬, 1차 직업의 상급+크리티컬 ------- ------------------------- 레벨 6 3차 직업의 상급 스킬, 2차 직업의 최상급 스킬 레벨 7 3차 직업의 최상급 스킬, 2차 직업의 최상급+크리티컬 레벨 8 3차 직업의 최상급 + 크 리티컬, 3차 직업의 유니크 스킬 --------------------------------- 레벨 9 3차 직업의 유니크 + 크리티컬, 3차 직업의 유니크 연계기, 레벨 10 3차 직업의 유니크 연계기 + 크리티컬 * 레벨 9부터는 신급 존재(마왕이나 최상급 천사)에게 대미지를 입힐 수 있는 이모탈 적용 스킬로 다른 용어로 '신멸기' 라고 부른다. 3-4 당연히 몹에 따라서는 저 레벨의 공격을 무효화 하는 능력을 가진 몹이 존재하고, 법사나 성직자의 경우는 저 레벨의 마법을 무효화 하는 '마법방 어막' 이, 소드 마스터 계열의 무공 중에는 저 레벨의 물리 공격을 무효화 하는 ' 호신 강기' 계열의 무공이 존재한다. 3-5 위의 표에서 보면 알 수 있듯이, 기존의 스킬레벨을 올릴 수 있는 요소 는 직업과 크리티컬, 연계기의 경우인데, 사실은 숨겨진 공격레벨 업 요소 가 또 하나 존재한다. 그것은 연계기의 결과로만 나타나는 궁극의 변화속성 '천'속성이 생성 될 경우인데, 이 경우 다시 1레벨이 올라간다. 단독 스킬 로 '천'의 속성을 가지는 기술은 신급 기술 뿐이다. 3-6 물론 유저는 스킬의 딜레이(발동 지속시간)가 1초 이하의 스킬의 경우, 단독으로도 집단 연계 기술을 발동시킬 수 있으며, 이것은 잘 짜여진 개인 연계기술에서 주로 나타난다. 4. 기본 전투술 4-1 스킬 중 필살기 이외에 기본 전투술로 구분되는 검술이 나 권술 창술등의 무공이 있다. 이것은 일반적인 전투술을 자동으로 시행하여 주는 기술로써, 일단 이 기술 을 발동하면, 유저는 그저 전투를 구경하듯이 보고만 있어도 자동으로 아바 타가 싸우게 된다. 필요시, 필살기만 외치면 되는 것이다. 때문에 대부분의 유저는 전투시 이 기술을 발동시키고 온몸에 힘을 빼고 전투를 구경하면서 , 타이밍에 따라 필살기만 사용하여, 연계기 등을 발동하게 된다. 4-2 반대로 자신이 이 무술을 적극적으로 익히게 되는 경우, 동작을 따라 하려고 시도 할 수 있다. 이 경우 동작이 컴퓨터가 실행하려는 동작과 같거 나 더 유용한 경우, 그 싱크로 률에 따라 최고 30%의 대미지 보너스와 명중 , 회피 보너스를 받을 수 있으며, 이것은 실재 사회의 가상현실을 이용한 각종 춤이나 무공전수의 프로그램으로 많이 쓰이는 패턴이다. 4-3 즉, 이 무공등은 [백보신권], [태극권], [매화검법], [태권도] 등 실존 하는 무공의 동작으로 이루어 진 경우가 많으며, 이 때문에 현실에서 무술 의 조예가 깊은 사람은 아무래도 어드벤티지를 받게 된다. 하지만 현실에서 둔한 사람도 자동전투를 통해 물리전투를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꼭 무술 가만 전사를 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4-4 기본 전투술도 하급, 중급, 상급, 최상급, 유니크가 있으며 역시 유니 크는 진화를 통해 이루어진다. 5. 필살기 - 크게 일격계(일명 한방계)와 연타계(일명 다굴계)로 구분된다. 5-1 일격계는 대미지 증가가 주를 이루고, 딜레이가 큰 대신 상당한 대미지 증가를 부여하는 것이 메리트라 할 수 있다. 힘에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 다. 5-2 연타계는 연속공격과 연계기 발동에 초점을 맞춘 기술로, 연계에 의한 점진적 대미지 증가와 레벨의 상승이 메리트라고 할 수 있다. 민첩에 영향 을 받는 경우가 많다. ------------------------------------------- 2-1 선택의 이유 2-1. 선택의 이유 이계인이 자취를 감추고 한달이 지난 지금 브리시아에는 새로운 사건이 일어났다. 그것은 수 많은 이계인이 새로이 이 브리시아에 나타난 것이다. 동대륙과 서대륙의 주요 왕국들은 물론 미리 신탁을 받았기 때문에 그들이 이 세계에 와서 어느 정도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준비를 할 수 있 었고, 특히 파스트 제국은 가면의 재상 아스트로 공작의 정책에 따라 1년에 걸쳐 이계인용 숙소, 모험 아카데미 등 무지막지한 투자를 통한 환상의 시 설을 완비 하였기 때문에, 수많은 이계인이 이 나라를 선호하고 있었다. [신마대전 브리시아 서버에 어서 오세요.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로그인, 아이디 라딘 크러쉬볼트." [띠링, 클로즈 베타 테스터는 2개의 매직 아이템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무엇을 고르시겠습니까? 소유하신 매직 아이템 중 선택하지 않으시면 랜덤 으로 주어집니다.] "선택, 은신의 망토, 선택, 메사이아 이어링." [은신의 망토와 메사이아 이어링을 선택 하셨습니다. 그럼 브리시아의 세계 에서 새로운 인생을 즐기세요~] 밝은 빛과 함께 라딘이 도착한 곳은 2주전에 로그아웃한 황궁도서실장의 침 실이었다. "웃후~. 돌아왔다. 이곳 시간으로는 2달만이넹. 아이템창!" 무한의 주머니 빵 * 5 10실버 은신의 망토 메사이아 이어링 "오홋, 있구나 앙. 나의 보물들아~." 라딘이 가장 처음 얻은 매직 아이템 은신의 망토, 그리고 황궁 보물창고를 털다가 슬쩍 집어온 재료 아닌 유일한 매직 아이템 메사이아 이어링이 당당 하게 아이템 속에 섞여 있었다. 메사이아 이어링 매직아이템, 저주 방어 0 무게 0 특성 : 직업 중요 능력치 의 3분의 2 다운, 모든 대미지를 1.5배로 받음, 획득 경험치 100%업 설명 : 빛의 신 사이아의 축복과 암흑의 신 메사아드의 저주를 같이 가진 귀걸이. 폭렙을 위해서라면 이것을 써라! 단 목숨은 보장 못한다. 폭렙이라는 단어는 라딘이 가장 좋아하는 단어 중 하나였다.. "장비창" 나무막대 공격력 5-10 무게 2 셔츠 방어 1 무게 0.5 바지 방어 1 무게 0.5 "음 일단.... 장비 [은신의 망토]" [은신의 망토를 장비하셨습니다.] "오키, 그담에는...." 라딘은 옷장을 열고 왕궁 전용 근무복(상급자용)을 꺼내서 다시 입고 나무 막대를 쓰레기통에다가 버렸다. 일단 구색을 갖춘 그는 문을 열고 자신의 근무지인 도서관으로 향했다. "앗. 라딘님 돌아오셨네요!" "안녕~. 데이지양." 외궁의 하녀들도 오랜만에 보니 반가운 라딘이었다. 이윽고, 도서관에 도착 하여 밀렸던 약간의 일을 끝마친 라딘은 한쪽 구석에 챙겨 놨던 스킬북 덩 어리를 정리하면서 자신의 계획을 되새겼다. '일단 전사로 전직하고, 그 담에 기사, 그리고 성직자를 거치면 성기사가 되는 거였지?' 라딘은 재상을 지내면서 파스트 제국의 실력자를 많이 만나봤다. 즉 상급직 을 상대한 경험이 많고, 거의 대놓고 그들의 전업 경험을 물어봤던 것이다. 그리하여 자신의 목표인 팰러딘의 전직 코스와 전직 자격을 자세히 상세히 완벽히 알아내어, 필요한 모든 준비를 끝마쳐 논 상태였다. 일단, 라딘은 전사로 전업을 해야 했다. 이것은 걍 직업을 고르기만 하면 된다. 그담에 기사가 되는 자격은 전사기술 중 5개 습득, 왕국에 공헌도 1000 이 상, 영광의 신전에서 레벨 200이상을 검증, 이 3개이다. 전사기술 5개는 지금 스킬북을 익히기만 하면 된다. 왕국의 공헌도? 훗, 라딘의 지금 현재 왕국의 공헌도는 100만이다. 한마디 로 설정 상 최고 수치라고 할 수 있다.(참고로 재상과 왕이 합의하면 왕국 의 공헌도를 조정 할 수 있다. 거기에 라딘은 아칸의 사부로써 섭정 수준의 권력이양을 받았었다. 물론 일시적이지만....그리고 그 권력을 모두 황제 가 된 아칸에게 돌려줌으로써 현재 황제의 신용도는 100이다. 이것도 설정 상 최고 수치이다.) 문제는 레벨 200이라는 것이다. 영광의 신전이라는 곳에서 자신의 레벨을 검증하면, 그 자격은 모든 사회적 대외적인 능력치로 인정된다. 즉 주요한 직업 같은 경우 거의 영광의 신전 에서 일정 능력치 검증이 필요하단 이야기다. 물론 레벨이 높으면 높을수록 명성치도 올라간다. 또한, 영광의 신전에서 받은 검증은 바로 랭킹에 기록되어 1분기마다 한번씩 순위 1천위까지는 소 정의 상금이나 상품이 지급될 예정이라고 한다. 즉 영광의 신전에서 검증을 받으면 그 렙을 운영진이 알게 되고, 안 받으면 명성이나 퀘스트 등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사실상 라딘은 기사가 될 수 없다. 그러나 세상에는 예외가 있 는 법이고 항상 부정과 뒷구멍 입학이 사라지지 않는 법이다. 기사의 임명권은 세 부류의 사람에게 있다. 첫째 왕이다. 거기에 왕 직계가족은 자신의 기사를 임명할 수 있다. 둘째 국무대신 즉 대장군도 기사임명을 할 수 있다. 셋째, 공작의 직위를 가진 사람은 3명까지 자신의 기사를 임명 할 수 있다. 즉 공작은 왕의 직계가족 대우이다. NPC라면 절대로 규정에 어긋난 저렙의 라딘을 기사로 임명 안한다. 그러나, 라딘은 자기 스스로에게 기사 작위를 내릴 수 있는 엽기캐릭이었던 것이다. ------------------------------------------- 2-1 선택의 이유 "그럼 일단 [직업선택 전사]" [띠링-레벨 1이 되셨습니다. 보너스 스탯 1점을 얻으셨습니다.] [전사로 전업하셨습니다.] [전사 전업 보너스 스탯 힘 10 체력 10점을 얻으셨습니다.] "오케~바리~, 그 다음엔 스킬인가유~." 라딘이 그 동안 고른 스킬 5개는 상급 기본 무술 [라디안식 타격술]-이 교 본에 따라서 연습하면 해머의 명중과 일반공격 대미지가 200%까지 올라간다 . 중급 돌격술 [차지]-전신의 체중을 이용하여 돌격하면서 적을 공격하는 기 술, 숙련도가 올라갈 수록 자신의 무게가 대미지에 가산되고 차지에 명중된 적이 넉백(뒤로 밀려남)될 확률이 올라 간다. 초급 [방패 이용술]-방패를 들 경우 방패의 효과적인 이용으로 방패의 방어 력이 올라간다. 최고 300%까지 올라간다. 무술중 장비의 영향을 안 받는 극소수의 무공 중 하나인 중급 무공 [경신술 ]-몸을 가볍게 하는 무공, 특별히 회피력이 올라가거나 이동 속도가 빨라지 는 것은 아니나, 자신의 몸무게가 최고 90%까지 줄어든다. (익히면 10%, 이후 스킬 10당 5%추가 경감, 마스터시 90%경감) 단 지속적인 사용은 마나를 소비한다. 마스터하면 상급 진화 무공인 [초상 비]를 익힐 수 있고, [등평도수]-[능공허도]의 최상급, 유니크 무공으로 이 어진다. (유니크 스킬은 무사계열의 최상급자, 즉 소드마스터만 익힐 수 있다.) 그와 반대 개념의 무공인 중급무공 [천근추]-순간적으로 무게를 최고 300% 까지 늘려주는 무공, 단 이동시는 발동이 안 된다. 마스터시 상급 진화 무 공 [만근추]를 익힐 수 있다. 여기서 라딘이 선택한 기술에 대한 의문점을 풀어 보도록 하겠다. 라딘은 팰러딘으로써 최고 선호도 무기인 롱소드를 왜 안 쓰는가? 그것은 지난 2년이란 생활동안 라딘이 사용한 연장이 무엇인가로 설명된다. 라딘이 무기를 고를 때, 롱소드-생전 처음 느껴보는 생소함(마치 실수하면 자신을 벨 거 같은), 단검-손가락이 하나 더 늘어난 듯 한 자유로움(조각 마스터의 휴유증), 메이스나 워해머-팔의 일부분인 듯 한 그 손맛!(대장장 이 생활 2년의 휴유증)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할 수 있었다. 그다음으로 나오는 선택으로 방패는 팰러딘의 필수품이니 그렇다고 치고, [ 차지], [경신술], [천근추] 이것은 왜 나왔느냐? 라딘이 처음에 왕궁창고의 각종 귀금속 재료들을 횡력할 때, 주로 훔친것은 뽀대의 상징 미스릴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마스터까지 거의 모든 재료를 소모해 버리고, 막상 자신의 비술인 [금속 압축 강화]의 기술을 사용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재료는 거의 다 하급 재료라고 할 수 있었다. 그나마 있는 재료는 물론 금속 압축 강화 스킬의 재물로 다 사라졌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남은 최상급 금속이 있었으니~ 그 이름하여 ' 아다만타이트' 이다. 이 금속의 특징은 '더럽게 튼튼하고 더 더럽게 무겁다 ' 였는데, 초기에 스킬업 시 힘 10의 라딘으로써는 이것을 자유자재로 다루기 는 커녕 보너스 스탯 10점을 모두 힘에다 쏟아 부은 집념이 없었다면 왕궁 창고에서 꺼내지도 못했을 것이다. (자기 힘의 5배 이상은 움직이지 못한다 .) 판 하나에 무게가 100인 것이다. 이 금속은....수레를 이용하지 않았다면 들지도 못하는 무게...그리하여 라딘은 가벼운 금속인 미스릴을 이용하여 마스터에 올랐고, 이놈의 아다만타이트는 처음 가져온 수량 그대로 한쪽구 석에 쌓여 있었다는 것이다. 마스터가 되어 힘이 110이 된 라딘은 비술을 완성한 뒤, 심각하게 고민에 빠졌다. 최상급 금속이 틀림없는 이 아다만타이트를 이용하여 풀-플레이트 아머를 만들 경우 그 아머의 무게는 100이다. 판 하나가 통째로 들어가니까, 그런 데 비술의 최상급 경지인 7중 압축을 사용할 경우 그 풀-플레이트 아머의 무게는 700이다. 700KG짜리 갑옷을 입고 사람이 싸울 수 있을까? 아니 입고 죽지 않을 수 있 을까? 심각하게 고민하던 라딘은 결국 결단을 내리고야 만다. '못 먹어도 고' 하 기로..... 그리하여 지금 라딘의 도서관 비밀 방에는 사상 최고의 중갑옷(사상 최고로 무겁다는 뜻이다.)인 7중 아다만타이트 풀-플레이트 아머와, 내친김에 세 트로 만든 7중 아다만타이트 카이트 실드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힘이 무게보다 높아야 겨우 싸움을 할 수 있고, 2배가 되야 자유롭게 움직 일 수 있는 이 브리시아의 무게 시스템에서 그 7중 아머 세트를 사용할 날 이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언젠가는 꼭 장비하여 자신의 필생의 역작을 세상 에 알리리라 결심한 라딘이었다. 그리하여 자신의 최고의 장점이자 단점인 무게를 극복하기 위한 기술이 이 3개, 무게를 이용한 공격-[차지], 여관이나 건물을 올라가다 건물이 무너지 거나 걷다가 땅이 파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기술[경신술], 최후의 비장의 공격술 [천근추], 이것이 라딘의 선택이었다. ------------------------------------------------------- ------------------------------------------------------- 7중 세트는 3장부터 겨우 입게 될듯 하네요. 힘이 2500은 되야 입어라도 볼 수 있다는... ------------------------------------------- 2-2 최고의 위기 2-2. 최고의 위기 "스킬 습득 완료! 이제는 기사가 될 차 례인가 봐~~" 한참 라딘이 스킬을 익히고 즐거워 하고 있을 때, 도서관의 문이 열리면서 한 여성이 도서관에 들어왔다. 플라티나 블론드와 비취색의 눈동자를 가진 전형적인 인형의 미모를 가진 라이아 공주였다. "라딘님 돌아오셨군요. 하녀가 알려줬어요." "아! 라이아 공주님 어서 오십시오.....앗!" "풋, 바로 알아보시네요. 역시 라딘님이세요." 도서관에 들어온 라이아 공주는 평소의 드레스가 아닌 하얀색의 비단에 가 운데 황금색의 태양이 새겨진 로브를 입고 있었다. 바로 빛의 신 '사이야' 의 성직자가 입는 로브였다. 물론 라딘이 라이아 공주가 빛의 신의 클레릭 이 되든 공포의 신의 암흑기사가 되는 놀랄 이유는 없었다.(암흑기사였음 좀 놀랐을라나,,) 문제는 공주가 로브 위에 걸친 망토가 황금색 바탕에 하얀 은색의 태양이 새겨진 '고귀한 영혼의 증표'였기 때문이었다. 그 사이야의 신전에서 여성에게 그 증표를 내리는 경우는 단 한가지, 자신 을 신에게 바쳐 평생 독신으로 지내겠다는 맹세를 한 고위 귀족의 여성에게 만 내리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라이아 공주님, 어째서......." "호호, 저도 고집이 있다구요. 사랑을 찾지 못할 바에야 평생 홀로 지내겠 어요." '으윽. 이 아가씨가 사람 부담스럽게 막 나가네.' "공주님 아무리 그래도....폐하께서 허락 하셨습니까?" "그럼요. 제가 폐하의 허락을 안 받고 일을 저지르겠어요? 설마, 사실 저는 다른 나라로 팔려가거나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하고 결혼할 바에는 죽겠다 고 생각했거든요. 뭐 폐하도 제 기분을 자~~알 알아주시더군요(아직까지 아칸1세는 라티누 황 후에게 바가지를 긁히고 있었다). 그리고 아직 놀라기는 이르다고요." "헉, 아직도 제가 놀랄 이유가 남아있습니까? 저는 이미 심장이 멈추기 직 전인데요." "짜잔~." 그러면서 라이아 공주는 라딘이 클로즈 베타 끝나는 날 황제에게 반납한 물 건을 등 뒤에서 꺼냈다. 재상의 인(도장)이였다. "허-헉, 재,재,재상의 인!!" "호호, 잘 부탁드려요. 전임 재상님. 폐하와 황후께서는 앞으로 재상부의 모든 서류를 제가 처리하겠다고 말씀드렸더니 바로 허락하시더군요. 뭐 지금이야 6부에서 서류의 90%를 처리하고 최 중요 서류 10%와 정보기관 '라르고의 눈'의 중요 정보 보고만 처리하고 있지만요. 좋은 스승을 만나서 아랫사람에게 효율적으로 일의 역할을 분담시키는 것은 아주 익숙해 졌거 든요." "헉, '라르고의 눈' 까지 장악하셨습니까?" "그거야 뭐 재상이 같이 맡는 거잖아요. 아닌가?(갸웃) 전임재상이 그랬으 니 앞으로도 그럴 거에요. 아마...호호" ".....공주님(땀 삐질삐질)." "라딘님, 저는 라딘님에게 감사하고 있답니다. 여자인 제가 한나라의 재상 까지 되는 것이니까요. 첫사랑에 실패한 지금 저는 저의 정렬과 재능을 모 두 일에 쏟아 부을 거에요. 그 기회를 주신 라딘님에게는 항상 감사할거구요." '으, 여자가 한을 품으면.....애고, 후환이 두렵네. 공주님 한번만 봐줘요. 흑' "참, 라딘님, 그거 아시죠? 영혼의 프리스트(고귀한 영혼의 소유자)는 제도 상 결혼을 절대로 할 수는 없자나요. 신에 대한 모독이니까요. 그런데 연애 는 자유래요. 뭐래더라? 빛이 신이 원래 바람둥이라서 맞바람은 허용된다나요. 호호. 기 다릴께요. 언제라도 좋으니 저를 찾아주세요~~~." 라이아 공주는 영구 빙결 마법으로 라딘을 꽁꽁 얼린 체 웃으면서 도서관을 나갔다. 얼음 속에 갇힌 라딘은 만 하루를 굳어 있다가, 겨우 풀려나 약 한 시간을 고민한 다음, 도서관을 나가서 공주의 방을 찾아 갔다. "공주님." "어맛, 빠르기도 하셔라. 벌써 오셨어요?" "......공주님. 저기요. 저 어제 하루 종일 굳어 있었거든요. 조금만 더 하 심 저 그냥 죽어버릴 거에요." "아아~. 기뻐요. 세계 최고의 모사이자 철혈의 재상인 당신을 말 한마디로 죽일 수 있다니~" "...살려 주십시오. 공주님. 흑" "호호, 근데 왜 오신 거에요?" 라딘은 다시 한 걸은 나아가 공주 앞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가볍게 고개를 숙인 후 평소 그가 가면을 썼을 때 쓰던 한 옥타브 낮은 느끼한 목소리로 엄숙하게 말했다. "공주님께 마음의 상처를 입힌 저를 용서하시고, 저를 공주님의 기사로 임 명하여 주십시오. 저는 공주님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라딘의 비장의 필살기에 크리티칼을 먹은 공주의 얼어붙은 심장은 다시 용 광로처럼 타오르기 시작했다. 완벽하게 감동한 것이다. "흐흑, 라딘님.......라딘경, 그대를 저의 기사로 임명하겠습니다. 아무쪼 록 저를 보살펴 주세요." "넵. 비록 저는 지금 떠나지만 언젠가는 꼭 공주님의 곁으로 돌아오겠습니 다. 이제 저는 공주님의 기사이니까요." [띠링-기사로 승급하셨습니다. 기사전용 스킬과 전사 상급 스킬을 배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전직 보너스로 힘이 50 체력이 50 올라가셨습니다.] '휴~. 애초의 계획과는 조금 틀리지만, 이것도 나쁘진 않군. 공주님, 감사 합니다.' 이리하여 라딘은 '권력 있는 여자의 한'이라는 최고의 위기를 무사히 극복 하고 동대륙 최고의 국가의 현 재상을 잠정적 애인으로 끌어 들이면서 무사 히 기사로 전직 할 수 있었다. ---------------------------------------------------------- ---------------------------------------------------------- 자신의 직장인 황궁 도서관으로 무사히 귀환한 라딘은 한쪽에 있는 책을 정 리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기사의 스킬을 익힐 차례였다. 기사의 스킬로 선택된 5가지는 최상급 [아머 패리] - 패시브 스킬, 전제조 건 : 기사, 입고 있는 갑옷을 이용하여 방어한다. 보통 방어 체크가 0%에서 100%랜덤이지만, 이 스킬을 익히면 최하가 10%가 된다. 완전히 익히면(마스터 하면) 최하가 50%, 급소 공격 방어 50%로 된다. 기사 필수 스킬이라고 할 수 있다.(기사는 방어특화, 검사는 공격특화 전사라고 할 수 있다.) 상급 [라이딩 배틀] - 패시브 스킬, 말이나 그리폰 같은 마운트를 타고 싸 울 수 있는 기술이다. 이 기술이 없으면 마운트를 탄 상태에서는 기술이나 마법을 쓸 수 없다. 상급 [실드 차지] - 액티브 스킬, 전제조건 : 차지 스킬 보유, 기사 전용, 실드를 앞세우고 차지를 하는 것으로, 차지에 따른 방어력 감소가 없어지며 , 적중시 넉백의 확률이 올라간다.-최상급 진화 스킬 [무한 폭주 차지]-실 드차지의 위력으로 타겟이 아닌 거리로 스킬이 발동, 넉백 실패까지 계속 차지 걸리는 연속기-로 진화가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상급 [스마이트] - 액티브 스킬, 전제조건 : 방패 이용술 보유, 방패를 이 용한 전투술로써 순간적으로 방패로 적을 가격하여, 적에게 대미지를 입힌 다. 적중시 스턴의 효과가 발동 할 수 있다. 스턴 발동확률과 지속시간은 대미지와 스킬 숙련도에 비례한다. 상급 [강격(풀 스윙)] - 액티브 스킬, 전제조건 : 중급이상 타격무기술 보 유, 힘을 모아서 적에게 강력한 일격을 가하는 것으로, 발동 딜레이 타임이 있고, 명중률이 낮으나, 힘에 의한 대미지 증가가 2배로 늘어난다. 연타계 와 일격계로 나누어 지는 필살기 중 일격계의 대표적 기술. 힘 몰빵 기사의 길을 결심한 후 라딘이 심혈을 기울여서 연구한 기술은 바 로 차지 짤짤이와 스마이트 풀 스윙 컴보라고 할 수 있었다. 고대의 여러 가지 게임을 참조해서 만든 기술이었다. "룰루~, 드디어 황성을 떠날 때가 됐구만. 그럼 방랑신의 신전으로 가볼까 나~." 그리하여 라딘은 2년에 걸친 황궁 생활을 끝내고 기사로써(레벨1 기사..) 당당히 황궁의 뒷문을 나섰다. 목표는 수도 북쪽 언덕에 위치한 작년에 건 설된 중립신의 대신전 '자유의 바람'의 성당이었다. ------------------------------------------- 2-3 방랑신의 성기사 탄생 2-3 방랑신의 성기사 탄생 브리시아는 3명의 선 신과 3명의 악신, 그리고 한명의 중립신에 의해 이루어진 세계이다. 그중 중립에 위치한 신인 나티크는 여행자의 신으로 자유와 방랑을 상징하고, 예 술의 신이기도 하다. 빛의 신과 암흑의 신이 세력을 넓히기 위해 각각 두 명의 동료를 더 만들어 냈을 때도, 그는 아무 생각 없이 신계와 마계를 여행하면서 즐겼다고 한다 . 즉 남들이 고생하면서 창조해 놓은 것을 구경하는 것이 이 자유와 방랑의 신의 역할인 것이다. 현재 브리시아 대륙에서 대부분의 왕국이 선의 신을 받들고 있다. 어둠의 신 중 공포의 신을 받드는 나라도 있지만, 어둠과 음모는 기본적으로 왕국 에서 장려하는 덕목이 아니기 때문이다. 파스트 왕국도 과거에는 용기의 신을 주로 신봉했다. 기사의 나라이기 때문 이다. 그러나 아칸 1세가 황제로 등극하고 제국을 선포할 때, 아스트로 공작의 건 의로 빛의 신, 자비의 신의 대신전도 세워지게 되었다. 즉 모든 신을 골고 루 받드는 것이다. 앞으로 제국의 확장에 대비해서, 종교적인 트러블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아 스트로 공작의 포석이라면 포석이라고 할 수 있다. 알게 모르게 과거 대공 의 편을 많이 든 용기의 신전의 대신관에 대한 조그마한 경고라고도 할 수 있다. 문제는 그 당시 아스트로 공작이 자유와 방랑의 신인 나티크의 대신전도 건 설하였다는 것이다. 그와 동시에 수도 북쪽에 위치한 과거 왕의 소유였던 파스트 최대의 삼림 지대인 '푸른 산호의 숲'을 '자유의 바람' 성당에 영구 기부해서 그들의 상급 프리스트인 드루이드 들이 자유롭게 지내게 했던 것 이다. 많은 드루이드들과 자유신의 신자들인 바드, 그리고 숲의 친구인 엘프등에 게 호감을 사서 이 나라의 풍요를 확보한다는 아스트로의 의견은 모든 사람 의 적극적인 지지(아스트로 공작의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은 황제의 저주를 받는다는 전설이 있었다. 그 당시 만약에 일이 꼬이면 그것에 관련된 모든 서류가 누구한테 가는가를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즉 아스트로 공작의 의 견에 반대하는 자는 사실상 역적이라 할 수 있었다.)를 받으며 전격적으로 시행되었다. 그로 인해, 뜨내기 취급을 받으며 때로는 근거지 없는 부랑아로 납치되어 노예로 팔려가는 상황도 자주 겪어 왔던 자유신의 신자(주로 집시)들은 파 스트 제국 에서의 생활이 더 이상 최하층의 생활이 아니게 되어, 아칸 황제 와 아스트로 공작을 칭송하기에 이르른 것이다. 문제는 역사에는 표면적인 실록과 어둠에 파묻힌 야사라는 것이 있다는 것 이다. 그 당시 라딘은 팰러딘이 되기 위한 자격을 조사하고 있었다. 그를 위하여 빛의 신전의 상급 팰러딘과 자비의 신전의 아름다운 여사제와도 접촉하였으 나, 결과는 절망이었다. 팰러딘이 되는 조건은 나이트의 기술 5가지 습득, 신전에 전 재산의 반을 기부, 신전이 명한 퀘스트를 신전 업적 1만까지 수행, 영광의 신전에서 레 벨 500이상 확인, 이 4가지였다. 그러면 팰러딘이 되기 위한 성직자 훈련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 후, 성직자 마법 5가지를 습득하고, 신전 업적을 5만 까지 올리면 영광 의 팰러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거기다가 일단 팰러딘이 되면, 신전에 소속되어, 신의 영광을 위하여 악신 의 소유물과 싸워 이겨야 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신전에 목이 메이고, 악 신과는 굴구대천의 원수지간이 되는 것이다. 라딘은 일단, 레벨 500에서부터 막혔다. 만약에 그것을 어떻게 한다고 해도 , 그는 팰러딘의 능력을 원하는 것이지 팰러딘의 의무를 원하는 것이 아니 었다. 참으로 도둑X 심보라고 아니 할 수 없었다. 악신과의 전쟁이라니, 그런 만수무강에 심각한 지장을 끼치는 의무는 절대 사절이라고 결심한 라딘은 팰러딘의 꿈을 접어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했다. 그러나 뜻이 있으면 길이 있는 법, 세상에는 선신만이 신이 아니었던 것이 다. 물론 악신의 경우 다크 팰러딘이 되므로 일단 안 된다. 범죄자로 숨어다니 는 것은 싫었다. 문제는 중립성향의 신이 있는 것이다. 라딘은 재상 아스트로 공작의 권위를 이용하여, 하이 드루이드의 면담을 성 사시켰다. 그리고......역사의 뒷거래는 이루어졌다. --------------------------------------- "어서 오시오. 아스트로 공작. 경을 기다리고 있었소." "쉿, 하이 드루이드 에크샤 라티칼 님, 저의 이름은 라딘입니다." "하하. 그랬었지요. 라딘경, 요전에는 정말 감사할 따름이었소. 덕분에 늙 그녁에 편히 쉴 보금자리가 하나 생겼구려. 형제 드루이드들도 모두 경에게 감사하고 있소이다." "하하하. 제가 뭐 한게 있습니까. 다 황제폐하의 은총이지요." "물론입니다. 당금 황제는 성군이라 아니 할 수 없소이다. 신자들도 모두 이 나라를 크게 의지하고 있소이다." "다 위대하신 나티크 님의 은혜입니다. 음, 그런데,,,,준비는 다 되셨습니 까?" "물론이요. 형제들이 자발적으로 경을 위해 협력해주기로 해서 일이 아주 쉬었소. 나와 6명의 형제들이 이미 한달 전부터 마법진을 만들고 기다리고 있었소이다. 지금이라도 당장 시작 할 수 있소." "아아, 저를 위해 일부러 신경을 써 주시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허허, 다 받은 만큼 돌려주는 것 아니겠소? 자자 그럼 어서 시작하지요. 따라오시오." "눼이~~." 하이 드루이드 에크샤의 안내로 들어간 숲의 한 가운데는 상당히 거대한 공 터로써 그 한 가운데는 복잡한 마법진과 심상치 않은 오라를 풍기는 6명의 사람, 또는 엘프가 서 있었다. 그들이 바로 에크샤와 함께 자유신의 최고 신관인 7명의 하이 드루이드였다. "오, 왔구려, 조금 전에 연락 받고 모여 있었소. 바로 시작합시다." "허허, 그럽시다. 그럼 라딘경. 일단 라딘경에게 성직자의 직위를 내리겠소 . 승인 하시겠소?" "네. 저는 성직자의 길을 걷기를 원합니다." [띠링- 성직자로 전업하셨습니다. 성직자용 초급 신성마법을 배우실 수 있 습니다.] [전직 보너스로 의지 50 체력 20 마력 30이 올라가셨습니다.] "허허, 한 형제가 된 것을 축하하오. 그럼 여기 경의 부탁으로 준비한 신성 마법 5개가 있소. 지금 익히도록 하시오. "넵,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신성마법 [힐링]을 익히셨습니다.] [신성마법 [신력 부여]를 익히셨습니다.] [신성마법 [저주 해제]를 익히셨습니다.] [신성마법 [독 치료]를 익히셨습니다.] [신성마법 [축복]을 익히셨습니다.] 마법진 안으로 들어가시오." 라딘이 정중하게 앞으로 자신의 상급자가 될 예정인 6명의 하이 드루이드한 테 인사를 하고 마법진 안으로 들어가자, 안내한 하이 드루이드와 기다리던 6명의 하이 드루이드들이 7각형을 이루고 서서 각자 마나를 모으며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최상급 성직자 7명과 마법진으로 이루어진 이 궁극 신성 마법의 정체는 아,바,타, 소,환 이었다. ------------------------------------------- 2-3 방랑신의 성기사 탄생 라딘이 하이 드루이드 에크샤와의 면담으로 알 게된 정보는 두 가지였다. 첫째는 중립신의 신자가 되기 위해서 영광의 신전의 증표따위는 필요 없다 는 것, 또 다른 한 가지는 중립신은 팰러딘을 두지 않는 다는 것이다. 즉, 팰러딘 제도 자체가 없으니 선발 기준이 없는 것이다. 왜 팰러딘이 없냐하면, 팰러딘을 둘 만한 재정적 여유도 정치적 이유도 없 다는 것이다. 즉 자유신에게는 적이 없는 것이고, 팰러딘이 져야할 의무도 없기 때문에 팰러딘이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보통 유저라면 좌절하고 포기할 것이라고 생각 할 수도 있다. 그러 나 이미 권력과 정치구조에 대한 어두운 면을 뼈속까지 파악하고 있는 라딘 에게는 불가능이란 있을 수 없는 단어였다. 막대한 이권과 자유의 신의 권위 상승 등을 대가로 하이 드루이드는 그의 동료들과 합심하여 그들의 신에게 탄원했고, 마침내 아바타를 소환하여, 공 작과 면담을 한 후 합당한 이유와 의무를 가진다면 팰러딘의 권능을 허락하 겠다는 신탁을 얻어내고야 만 것이다. -윙---윙---- "지금, 7명의 형제가 모여 위대하신 분의 의지를 소망합니다." "궁극 신성마법 [아바타 소환] 발동!" 순간적으로 라딘이 서있는 주위의 공간에서 빛이 흘러나오며, 그것은 바닥 에 그려진 마법진에 반응하여 서서히 공간에 구 모양의 입체 마법진을 형성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라딘은 자신이 이상한 공간(마치 무중력 같은)에 들 어 왔음을 알았다. 그 순간 누군가가 그의 목 아래의 셔츠를 감아쥐었다. 소위 말하는 멱살을 잡힌 것이다. "너냐? 우리 아이들 꼬셔서 날 귀찮게 한게?" "아, 하하, 안녕하십니까. 위대하신 분이시여." "보면 모르냐? 너 때문에 안녕치 못하잖아. 귀찮게 있지도 않은 팰러딘을 요구하다니 너 그렇게 빽이 좋냐?" '흐미~, 성격하고 입이 걸레네. 신이냐 양아치냐.' "....(식은 땀), 신이시여. 저는 팰러딘이 되어 세상을 돌아보고 싶사옵니 다. 저의 소망을 이루어 주십시오." "헛소리 하네. X마! 팰러딘이 부랑아처럼 돌아다니는 직업인줄 알아? 그건 바드 같은 애들이 하는 거야. 팰러딘은 죽어라고 수련하고 적하고 목숨걸고 싸우는 거고! 어디서 헛된 망상을 하고 와서 게기다니, 너 신급 신성 마법 안 맞아 봤지! 좋게 예기 할 때 걍 바드해, 내가 특별히 바드까지는 허락 해줄게. 아님 걍 성직자로 하면 하이 드루이드도 허락해주지." '아저씨. 저 기사라니까요. 기사. 왠 바드에요. 바드가~ 으그' "위대하신 신이시여. 선신의 팰러딘은 악을 물리치는 의무가 있고, 악신의 다크 팰러딘은 악을 퍼뜨리는 의무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중립의 존재 이자 자유의 존재인 당신의 팰러딘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의무! 저에게 자유 와 방랑의 의무를 내려 주십시오. 저는 당신의 사도로써 세상을 돌아 보겠 습니다." "....음, 말발이 꽤 세구만, 너 정말로 자유와 방랑의 팰러딘 하고 싶냐?" "물론 이옵니다. 저의 결심은 용의 비늘보다도 튼튼하옵니다." "흠, 좋다. 그럼 너는 팰러딘이 되도록 해라. 악을 멸하거나 퍼뜨리는 그런 의무는 물론 없고, 자유롭게 세상을 떠돌아도 좋다." 라딘은 흥분했다. 드디어 일이 성사되는 것이다. 깡패같았던 나티크의 아바 타의 뒤에서 휘광이 보이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 그가 갑자기 성자처럼 보 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나티크는 기쁨에 젖어가는 라딘을 보면서 조용 히 웃고만 있었다. ----------------------------------------- ----------------------------------------- '오예~~~.' "감사합니다. 위대하신 분이시여." "그 대신!" "네?" "넌 앞으로 모든 업적치가 적용 안 된다. 물론 지금까지 쌓아 논 업적치도 없어지는 거고..." "허헉, 뭐라고요!! (내 국가 공적치 100만!!, 신성 공적치 20만!!) 그, 그 건 너무 하자나요!" 역시 신은 신인 것이다. 세상에 공짜란 없는 것일까? "자유와 방랑이라며~(씨익) 후회해도 소용없어. 안 물러 줄 거니까. 흐흐, 국가 공적치 100만하고 신성 공적치 20만이면 이게 카르마 수치로 얼마냐. (하이드루이드 20명을 만들 수 있는 카르마 수치입니다.) 험험, 그래 너의 열성에 감탄하여 이 나티크가 특,별,히, 팰러딘의 권능을 인정하도록 하겠다. 감동해도 좋다. 너는 자유신의 첫 번째 팰러딘이니 긍 지를 가지도록! 이상." "크헉~~~~, 흑흑, 안되는데... 내 공작..." "잔말 말고 스킬이나 골라라. 가능하면 원해는 데로 맞춰 줄테니까." "흑흑..뭐가 있는데요?" "음 일단 신이 내리는 능력으로 홀리웨폰, 아! 나는 중립신이라 언홀리웨폰 도 줄 수 있어. 이거 마법인건 알지? 아이템이 아니당~. 그담이 신의 손 아 님 죽음의 손, 그리고 마운트 소환, 방어오라 이정도군. [홀리 웨폰]하고 [ 신의 손]은 선쪽이고, [언홀리 웨폰]하고 [죽음의 손]은 악 쪽이야. [마운 트 소환]하고, [방어오라]는 기본으로 줄 테니까. 한쪽 선택해봐! 어느 쪽 할래?" "우웅~~, 저기요. 둘 다 가지면 안 되나요?" "헛소리 한번만 더하면 신급 마법 [다굴 언틸다이]의 체험을 하게 해주겠다 ." "헉, 그 그럼요. 저기 어느 쪽을 선택해도 짝퉁 소리 듣자나요.. 그러니까 요." "음. 그것도 그러네. 그래서?" "그럼 걍 [홀리 웨폰]하고 [언홀리 웨폰]을 쓰게 해줘요(이미 경건모드는 해지되었다.) [신의 손]하고 [죽음의 손]은 말고요." "호~, 카르마 수치 적으로 그건 가능하지. 근데 그럼 오히려 안 좋을 텐데? [신의 손]하고 [죽음의 손] 무지 좋은 거 알지?" "알긴 아는데요.... 그래도 짝퉁은 싫어요. 그렇다고 [홀리 웨폰] 포기하고 손만 두 개 가지기도 좀 그렇고요." "음. 알았다. 나름대로 신경 쓰며 세상 사는구나. 그럼 그렇게 하기로 하고 , 마운트는 뭐 줄까?" "오옷! 마운트, 그럼 드," "드래곤 달라고 하면 신급 검술 [살뜨기 언틸다이]를 체험하게 해주겠다." "컥, 험험, 그런데 뭐뭐가 되는데요?" "일반 동물은 일단 다 되고, 그리폰이나 페가수스, 와이번 정도의 중상위 몬스터도 봐주겠다." "동물이 다 된다고요?" "그럼. 동물이야 다 되지. 암" "그럼 고래로 할래요!" "그래 고래....뭐! 고래?" "넵, 저는 수중양용 팰러딘이 되고 싶거든요. 마운트가 수중에서 활략하고 저는 육지에서 활략하면 멋있을 거 같아요." "큼큼, 알았다. 일단 꺼낸 말이 있으니, 고래를 마운트로 주도록 하지. 마 침 영수가 되고 싶어 하는 고래 한 마리가 동쪽 바다에 있으니 그 넘을 쓰 도록 해라. 그 놈 이름은 설산이다. 영수의 후손이고 하얀색 고래로 상당히 크고 멋진 놈이지." "오오. 흰 고래~~. 감사합니다." "그럼 다 결정 했으니까. 이만 가봐라. 다른 스킬은 알아서 익히는 거니까. " "눼~~~." 다시 빛이 공간을 채우고, 라딘이 땅의 감촉을 발에 느끼고 돌아보니 지친 표정으로 주저 앉은 7명의 하이드루이드들이 보였다. [띠링- 팰러딘으로 전업하셨습니다. 팰러딘 기술과 속성에 따른 상급 성직 자 신성마법을 익히실 수 있습니다.] [전직 보너스로 힘 100 민첩 50 의지 50 체력 50 마력 50 이 오르셨습니다. ] "오오~, 축하하네. 나티크의 영광이 그대에게 내렸구만." "핫핫핫, 덕분에 제 소원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허허, 드디어 우리 교단에 팰러딘이란 존재가 생겼구만." ... ... ,,, 그리하여 라딘은 자신의 꿈인 팰러딘이 될 수 있었다. 역시 꿈이란 포 기하지 않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추구하다 보면 이루어 지는 법이다 . ------------------------------------------- 2-3 여행의 목적 2-3 여행의 목적 이제 팰러딘이 되었으니 신성마법 5개와 기술 5개를 새롭게 익힐 수 있다. 일단 [홀리 웨폰], [언홀리 웨폰]은 마법으로 분류되고(마나를 사용한다). [마운트 소환]하고 [마법방어오라]는 기술로 분류 되니까, 마법 3개, 기술 3개를 익힐 수 있었다. "기술은 이 신전에는 준비해 놓은 게 없다네, 원래 팰러딘이 존재하지 않았 으니까. 하지만 드루이드 마법은 금주법 빼고는, 왠만한 거 다 있지. 한번 골라보게 나." 사람 좋은(약발 잘 받은) 하이드루이드 가 내민 '상급 드루이드 마법 목록' 을 열심히 살펴 본 라딘은 머리카락을 쥐어 뽑으며 고민하기 시작했다. 너 무나도 탐나는 마법이 많아서, 욕심을 이성으로 제어 할 수 없기 때문이었 다. "클클클, 자네도 역시 고민하는구만, 내가 하이 드루이드 되고 스펠 고를 때, 만 3년을 고민했었네. 신이 허락하신 마법은 5개 뿐인데, 이 수 많은 스펠 중 뭐가 좋은지 어케 알겠나. 잘~ 골라 보시게....(사람의 인간성을 알라면 같이 고스톱을 쳐보고, 성직자의 인품을 측정하려면 스펠북 목록을 보여주라더니, 너도 어쩔 수 없는 속물이구만, 끌끌~.)" "으~~악, 이것은 시련이에요. 흑, 제 이성으로는 더 이상 판단이 불가능 한 것 같아요~~." "그럼 걍 제비로 뽑을 텐가?" "......그래도 제가 쓸 건데, 골라야지요. 저는 복권을 별로 안 좋아하거든 요." "호~, 그래도 세상을 생각하면서 사는구만, 그럼 천천히 골라보게." '누가 성직자 아니랄까봐, 자기네 신이랑 똑같은 표현을 쓰는구만.' "네~,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꾸벅)" 약 3일을 고민하던 라딘은 한 가지 문제점을 발견해냈다. 이 스펠목록에 있 는 마법은 기본적으로 중급, 상급, 최상급 드루이드 마법인데, 상급 마법의 대부분이 공통적으로 가지는 특징은.....마나소모량이 아~주 크다는 것이 다. 애초에 라딘의 마나량으로는 1회도 쓰지 못하는 것이 절반 이상이라는 것이 다. 앞으로도 마력에 보너스 수치를 넣을 생각이 없는 라딘으로써는(이유는 7중 아다만타이트 아머 세트, 라딘은 힘 몰빵 팰러딘이다.) 눈물을 머금고 마 나 소모량이 비교적 적은 보조계 마법을 주로 선택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선택한 마법은 [워터 워크] : 물위를 걸을 수 있게 된다. 발동 후 지속시간이 지나면, 유지에 마나를 소모한다. (중급 드루이드 마법) [레이-븐] : 마나의 날개를 소환하여, 하늘을 날을 수 있다. 마법사 중급마 법 [플라이]보다 좋은 점은 소환형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디스펠이 안된다 는 것이다. 활강, 부유는 가능하나 가변익 움직임은 불가능하다. 역시 지속시간이 지나 면 유지에 마나를 소모한다. (최상급 드루이드 마법) [전격 소환](call lightning) : 구름을 소환하여, 적에게 낙뢰를 떨어뜨린 다. 필드 전용이고, 딜레이가 심하기 때문에 실제 전투에서 많이 사용되지는 않 지만, 마법사의 [라이트닝 볼트]와 거의 비슷한 마나로 상급 마법에 필적하 는 라이트닝 볼트의 5배 이상의 대미지가 보장된다. 일단 구름을 소환하면, 딜레이 타임이 반으로 줄어든다. (중급 드루이드 마법) 이 3가지이다. 의외로 화려하지는 않지만, 자신의 마나와 육체적인 공격능 력을 생각할 때, 나중까지 도움이 되리라고 기대하는 라딘이었다. 이제 남은 것은 기술이었는데, 사실 상급직 기술이 그렇게 발에 채이는 것 이 아니다. 빛의 신전이나, 어둠의 사원이었다면 팰러딘 전업 축하 선물로 한가지의 상 급 기술서를 받았겠지만, 여기는 자유의 사원, 일단 축하 선물로 마법서를 3개나 받았으니, 공평하다면 공평하다고 할 수 있었지만... 과거 라딘이 구할 수 있었던 팰러딘 용 최상급 기술서는 단 한권, [쇼크 웨 이브]였다. 그런데 이 기술은 전제조건이 [강타]스킬 마스터라는 것이다. 즉 [강타]스 킬의 진화 상급 스킬인 것이다. 지금은...익힐 수 없었다. 물론 진화 상급 스킬이니 만큼 따로 스킬칸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강타]스킬과 대체하여 익히면 될 것이다. 결국 팰러딘 용 상급 스킬은 아무것도 익힐 수 없다는 것이다. 라딘이 한참 자신의 비운(?)에 좌절하고 있을 때, 갑자기 머릿속에 들어오 는 소리가 있었다. '주인이여. 나를 소환하라.' '누구세요?' '나는 영수 설산. 그대의 동행자이다.' '오옷! 이제보니 내 마운트씨 아니십니까. 첨 뵙겠습니다아.' '....주인이여. 팰러딘의 체면을 돌보기 바란다. 나를 소환하라. 그럼 나는 아공간에 들어가서 주인과 경험을 공유하며 언제든지 그대의 부름에 답하 여 도움이 되리라.' '오오! 알겠소. 그럼 지금 소환하겠소.' "스킬 [마운트 소환]" [삑- [마운트 소환]에 실패 하셨습니다. 충격으로 30초간 스턴, 3일간 소환 계마법 사용불가능이 되셨습니다.] ---------------------------------------------------------- ---------------------------------------------------------- "크헉, 뭐라고라고~~~!" '아니! 팰러딘의 [마운트 소환]은 실패율 0%, 딜레이 0의 궁극 소환술로 구 분되는데 실패하다니! 어떻게 된 것인가? 주인' '우웅~. 나도 모르겠는데? 전혀 짐작이 안가.' '으음.....이상하군. 소환술이 실패 하는 경우는 대부분 마나 부족이나 자 기보다 상급의 존재를 무리하여 소환하는 경우에 한한다. 나는 이제 겨우 레벨 500이라서 팰러딘이 나의 소환에 실패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된다...' '아! 저, 저기 말이야. 나 아직 레벨 500이 안 되거덜랑(히죽).' '허헉! 어떻게 500이 안된 존재가 팰러딘으로 임명될 수 있는 거지?' '응, 어쩌다 보니 (뒷구멍으로) 팰러딘이 됐어.' '음~. 그럼 당분간은 소환이 불가능 하단 것이군. 주인의 현재 레벨은 몇인 가? 그래도 400은 넘었겠지?' '아~~니, 나 아직 100도 안되.'(차마 1이라고는 말 못했다.) '크헉, 메라고! 야 이 쉐리야! 너는 뭘 믿고 레벨 100도 안된 놈이 팰러딘 씩이나 된거냐. 아 띠바. 모처럼 모험이나 한번 해 볼까하고 기대했는데... . 이눔아, 니가 날 소환 할라면 최소 10년은 걸리겠다. 아니지, 너 같은 바부 팅이는 그전에 죽어서 소멸 될거다. 이 멍충아!' '메~야! 이게 주인한테 게기네! 야 이눔이 누가 너보고 확인도 안하고 마운 트 되래! 시켜준다고 덥석 된 니가 잘못이지. 내가 잘나서 저렙에 팰러딘 된게 그렇게 배 아프냐?' '어허, 렙도 안 되는 허접이 이 영수 설산님한테 까부냐? 너 앞으로 나한테 설산 할아버지라고 불러. 반말하면 뒤~진다.' '이눔이! 감히 마운트 주제에 주인한테 게기다니! 니가 맞아야 정신을 차리 겠구나! 마운트는 주인을 못 패도 주인은 마운트를 팰 수 있다는 것을 모르 는 것은 아니겠지? 내 나의 워해머로 너를 물속에서 먼지 나도록 패주겠다. ' '잉? 왠 워해머? 너 롱소드 안쓰냐?' '...남이사 독바른 단검을 쓰던 워해머를 쓰던. 난 파워풀한 타격기가 더 좋다. 암튼 너 만나면 좀 맞아야겠구나. 세상의 위계질서를 위하여.' '쿠헬헬헬. X랄하고 있구만, 마! 내가 바로 영수 고래야. 고래. 고래 특징 이 뭔지 모르지? [타격계 방어 특화]란다. 아가야. 나말이지~ 타격계 대미지는 기본이 1만까지 걍 씹고, 급소공격, 크 리티칼 공격 무효 기능까지 있단다. 니가 아무리 때려봐라. 내가 대미지 1 점이라도 받나. 자폭식 [몸통박치기]가 메인스킬인 고래를 뭘로 보는거냐? 차라리 꼬챙이로 찌르면 가렵기라도 하지, 끌끌~.' '크헉~~~~. 이 이눔이 기다려라. 내가 꼭 가서 죽지 않을만큼 패줄테다. 너 어디 살어? 전번하고 주소 까!' '케케케, 너도 참 상황판단 못 하는구만. 그래 올수 있음 와봐라. 여기는 ' 레테해'다. 파스트의 수도에서 쭈~~욱 동쪽으로 오면 걸리는 바다가 바로 여기니까. 찾기는 어렵지 않을 거다. 근데 니렙으로 여기까지 올수나 있겠 냐? 나 혹시 5년쯤 기다려야, 니 얼굴이나 볼 수 있는거냐?' '빠득, 1년 안에 거기까지 못가면 내가 니 마운트 한다. 기다려라!' '쿠헬헬. 1년이라고라~, 알아쓰~. 니가 1년 안에 오면 우리 아버지가 남겨 준 유산 너 다주지. 빨리 와라잉~. 아아~, 허접 팰러딘 따까리 하나 생기겠 구만, 내가 잘 키워줄게. 빨리 와라잉~~.' '뿌득, 두고보자' '이야~. 니가 드디어 파이널 필살기 [두고보자]를 쓰는구나~. 그럼 기한 잊 지마라~ 1년이다. 아그야~. 찰칵(수화기 놓는 소리)' 그날 새벽, 라딘은 동쪽 하늘에 떠오르는 해를 보며, 스스로에게 맹세했다. 1년 안에 '레테해'에 도착하지 못한다면 게임을 접기로.... 그리하여 여행은 시작되었다. -------------------------------------------------------- -------------------------------------------------------- 설산 종족 흰고래 분류 영수(동물계 3레벨 직업) 레벨 500 힘 3000 체력 200000 마력 40000 신장 60m , 몸무게 200t(즉 무게 200000) 스킬 [몸통박치기] [차지] [워터브레스] [점프] [고래의노래] 특징 [타격계방어특화], [물, 냉속성 방어특화], [프리액션] 성장- 800렙에 신수로 성장 한다. 솔직히 말해 라딘보다 강하다. 단 바다생 물이기 때문에 육지에서의 활략은 그다지 크지 않다. 던젼에서는 아예 소환 이 안되는 경우가 많다. 최고 필살기는 [대설산 붕괴]이다. (이게 어디서 나왔는지 아시는 분!!) ------------------------------------------- 3-4 최초의 만남 2-4 최초의 만남 파스트 제국의 수도 파스트의 동쪽에 있 는 레이안 영지, 이곳은 왕국의 상급 기사이자, 백응기사단의 단장인 레이 안 백작의 영지로써, 수도를 보호하는 4대 성채 도시의 하나이다. 수도에서 이곳까지는 그야말로 몬스터는 일부러 돈을 주고 구하기 전에는 구경할 수 없었고, 이곳을 지나서 좀 더 변경으로 가야 최초의 마굴 '광암 의 무저갱'이 나온다. 마물들은 이 브리시아 곳곳에 뚤려 있는 아비스 게이트, 속칭 마굴에서 끊 임없이 쏟아져 나온다. 물론 토벌대나 모험자의 모험에 의하여 어느 정도 정복된 마굴에서는 당분간 안 나오지만 역시 안쪽에서 서서히 번식하여 마 침내는 바깥 세상까지 나오게 되는 것이다. 즉 변경으로 갈수록 오래되고 강한 마물이 많다는 이야기다. 라딘은 일단 이 영지까지 와서 약간 고민한 뒤에 일단 이곳에서 기본적인 훈련과, 약한 동물들을 잡으면서 레벨을 올리기로 하였다. 일단 레이안의 남쪽에 있는 자유 수렵의 산(특별히 병사 지망생이나 기사 지망생이 수련할 수 있도록 개방된 산-즉 초보자 구역)에 들어가서 약한 여우나 너구리 등 을 사냥하면 레벨이 10까지는 오른다고 들었다. 현재 라딘의 능력치는 라딘 직업 팰러딘 레벨 1 능력치 힘 291 (- 194) 지력 110 의지 210 (+30) 민첩 160 (+30) 체력 140 마력 90 (+30) HP 5200 MP 3600 (+1200) 보너스 스탯 0 방어력 510 마법방어력 불 20 바람 20 물 20 땅 20 광 20 암 20 장비 미스릴 워해머 (오른손) 미스릴 카이트 실드 (왼손) 미스릴 풀 플레이트 (상의) 미스릴 풀 플레이트 (하의) 은신의 망토 (등) 메사이야 이어링(왼쪽귀) 이다. 미스릴 시리즈는 황궁에서 나올 때, 슬쩍 황제에게 자신의 원래 소유 갑옷이라고 사기 치고 겨우 가지고 나올 수 있었던 미스릴 세트 한 개와 아다만타이트 7중 세트중 아다만타이트 7중 세트는 은행금고에 넣어 놓고, 미스릴 세트는 조각기술 중 하나의 [아이템 위장변형] 기술로 반쯤 녹슨 무 쇠 풀 플레이트 메일세트로 바꿔서 입고 다니는 중이었다. 만약에 미스릴 이라는 것이 들키면, 라딘은 그 날로 PK 당한다고 장담할 수 있었다. 또한 등에는 자신의 보물 제 1호인 은신의 망토를 입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 도 라딘을 팰러딘이라고 알아보지 못했다. 결정적으로 폭렙을 위한 귀걸이인 메사이야 이어링! 이것을 장착 함으로써 라딘의 힘은 현재 97로 계산된다. 사실 상 레벨 300과도 싸워서 이길만한 수치를 가지고 있지만, 순진한(꾸엑 ) 라딘은 자신을 초보라고 굳게 믿고 있었고(사실 유저는 초보다. 태권브이를 조정하는 깡통 로봇을 상상하면 된다.) 그의 목표는 초보자 존의 황제인 붉은꼬리 여우의 레어 드롭 아이템인 붉은 여우 꼬리라고 할 수 있었다. "자자~, 나오세요. 너구리 오빠, 여우 언니~, 이 라딘이 살포시 즈려뭉게 드릴께요~~." -부스럭- '오옷, 개시손님!' 끼잉~, 수풀 속을 헤치고 나타난 동물은 라딘의 기대대로 오동통하게 생긴 너구리였다. 그는 라딘을 보고 킁킁대다가 자신보다 낮은 레벨이라는 확신이 서자 가장 으로써의 의무(식량조달의무)를 다하기 위해 그에게 정면 듀얼을 신청했다. 동물계는 선천적으로 레벨탐지 기능이 있어서, 자신보다 약한 놈한텐 강하 고, 강한놈한텐 약한 속성이 있다. "옷 이놈이! 훗 너구리 주제에 덤비다니! 고래 똘만이도 소유한 나에게! 받아라~~ [차~~지]" 다다다다, -펑- 라딘의 정면 돌격을 받은 너구리는 그 자리에서 북 터지듯이 터졌다. 3차 직업의 팰러딘의 차지는 3레벨 몹인 너구리에게는 넘을 수 없는 벽이었다. 이로써 단란한 너구리 가족은 붕괴대고, 그를 기다리는 가족들은 가혹한 환 경을 이기고 살아가야 할 것이다. 적자생존, 자연의 법칙이었다. [띠링-레벨이 올랐습니다.] [힘이 1 체력이 1 올랐습니다. 보너스 능력치 3점을 얻었습니다.] "오~예~, 한 마리에 오르넹, 메사이야 니가 정말 이름값을 하는구낭낭." "오케바리~. 이렇게만 가는거야! 오늘내로 레벨 10을 만들게쓰~." 약 3시간의 광렙의 결과 라딘은 8렙이 되었다. 예상외로 빠르게 오르는게 너무 기뻤다. 그동안 라딘은 항상 [경신술]을 작동하고 다니면서, 몹을 보 면 [차지], 피하면 [라디안식 타격술]로 싸웠는데, 결국 모든 너구리(3-6렙 )와 여우(5-8렙)들은 두방을 견디지 못하여 라딘에게 힘기사의 기쁨을 다시 한번 안겨 주었다. 이제는 학살에 조금 식상한 라딘은 이 존의 보스몹인 붉은 꼬리여우를 잡게 되면 그냥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하기에 이러렀다. 드디어 어렴풋이 자신의 힘을 자각하는 라딘이었다. "이쪽으로 가면, 산의 계곡 한 가운데니까, 이쪽에서 잘 나타난다고 들었는 디~." 약 1시간을 계곡에서 헤맨 라딘은 몇 마리의 여우를 더 잡으며, 주위를 살 펴보았다. 가끔 만나는 유저들도 붉은 여우를 찾고 있는 것 같았다. 이윽코 , 수풀에 가려진 직경 50cm의 구멍을 발견한 라딘은 이것이 붉은 여우의 소 굴일 것이라고 확신하고, 나뭇가지를 모아서 불을 피우기 시작했다. "룰루~, 낚시 할 때 생각나네에~. 오랜만에 불피워 보는구만. 나와라. 나와 라 레드 테일 폭스야~." 불을 피워 연기를 구멍에 흘려 넣기 약 10분, 드디어 붉은꼬리 여우는 등장 했다. -끼앙~- "옷 나왔구나! 얼라라?!" 문제는 라딘이 불 피우는 구멍이 아니라 약 30미터 떨어진 계곡 중간에서 튀어 나왔다는 것이다. 여우굴은 구멍이 하나가 아니라는 상식을 라딘은 미 처 몰랐다. 거기에 일이 꼬일라고 작정했는지 마침 그 구멍 앞에는 한사람 의 유저가 여우를 찾고 있었다. 이것을 소위 '재주는 곰탱이가 넘고 돈은 마수사가 챙긴다'라고 한다 '꾸엑 저넘의 여우가 날 배신하네. 이봐여, 그 거 제 몹이에요~. 라고 말해봤자 씨알도 안 먹히겠지? 흑흑. 망했다.' 절망하면서도 끝까지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그쪽으로 뛰어 가는 라딘이었다 . "[홀드]!" 붉은 꼬리 여우가 정지했다. 초급 신성마법의 꽃이라는 [홀드]가 성공한 것 이다. '윽 성직자였군. 홀드에 걸렸으니 무조건 명중에 크리티컬 확률 50%(평소 5 %)자나. 쩝' 그러나 그 유저는 [홀드]를 성공한 후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연기가 나 오기 시작하는 구멍을 바라 보다, 헐레벌떡 뛰어오는 라딘을 발견하고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가까이서 보니 얼굴에 풀-페이스 헬멧을 쓰고 판금 갑옷 을 걸친 성직자였는데, 놀랍게도 여자였다.(여자는 풀-페이스 헬멧을 잘 쓰 지 않는다.) "안녕하세요. 구멍에 연기를 피우신 분이신가봐요?" "헉헉. 아 예, 제가 피웠습니다." "아, 역시 그렇군요. 머리 좋으시네요. 그런 생각을 다 하시고, 그럼 이 여 우는 님이 잡으세요. 저는 다음에 잡을께요." 그녀는 1900년대 초반에 멸종했다고 알려진 천사표 왕매너 유저였다. 라딘 은 악마가 빛을 바라보지 못하듯 그녀의 눈빛을 마주보지도 못하고 인사했 다. 아직은 양심이 조금이나마 살아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될까요?" "물론이죠. 님이 아니셨으면, 굴속의 여우는 밤이 돼서야 겨우 나왔을 거에 요. 그러니 님이 잡는게 옳죠. 그럼 안녕히 계세요." 입만 드러난 그녀의 얼굴에 미소가 어린것을 발견한 순간, 그녀는 되돌아서 뛰어가기 시작했다. 다른 여우를 찾으러 간 것이다. "앗 저기요~. 윽, 아닙니다." 라딘은 무의식중에 그녀를 부르려다, 불러 봐도 자신은 이 몹을 양보할 마 음도 아이템을 나누어 먹을 양심도 없다는 것을 자각하고 스스로를 제어했 다. '음, 저런 아가씨가 많아야 세상이 좀 더 살기 편해 질텐데, 나도 언젠가는 저런 매너 플레이를 할 수 있을까?' 홀드 된 붉은 꼬리여우를 가볍게 [스마이트]로 때려 잡으면서 아주 순간적 으로 생각하는 라딘이었다. ------------------------------------------------------- ------------------------------------------------------- 일단은 히로인이라는....예정대로라면 사악한 라딘의 재산과 기업을 가장 크게 말아먹는 게임의 진짜 주인공이자 브리시아 서버의 최고 영웅(영웅문 의 곽정의 여자판이라는 설정입니다.) ------------------------------------------- 2-5 붉은 번개 아아~ 비축분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제가 한번 글을 쓰면 5 -6장이 한곈데, 전에는 3장씩 올려서 대충 비축분이 유지가 가능 했거든요. (흑흑) 그런데 요즘 5-6장씩 올리다보니, 글을 하루안쓰면 비축분 하루치가 날라가네요. 에고, 저의 필력이 조금 더 늘도록 자유의 신 나티크님에게 기원을 부탁합니다. 한번에 10장 정도는 써야 유지될듯..) ------------------------------------------------------------- ------------------------------------------------------------- 2-5 붉은 번개 드디어 레벨 10이 된 라딘은 그 날로 레이안 시티로 내려가 서 말과 마차를 구입했다. 이제는 여행을 떠날 때가 된 것이다. 게임에 접 속한지 현재 4시간, 아직 현실 시간으로 12시간의 시간 여유는 있었다. 이 제는 하루 16시간의 제한 접속시간을 브리시아 타임에 구애받지 않고 즐길 수 있는 것이다. 현실에서나 이곳에서나 라딘은 백수였다. 내년 3월까지는, "내 배는 살같이 ~~, 바다~~를 지~난다~~~. 산~타루~치이아~~~," 레이안의 영지를 벗어난 라딘은 새로 구입한 2두 마차 '유성호'를 타고 관 도(포장된 도로, 몬스터가 나올 확률이 적다)를 가고 있었다. 그가 황궁에 서 배껴온 파스트 제국 군사 지도와 전국 몬스터 분포도(1급 비밀 문서 중 하나, 한 마디로 불법이다.)에 의하면, 앞으로 도시 3개를 지날 동안은 관 도가 있기 때문에 큰 위험이 없다고 한다. 그담에 산 하나를 넘는 것이 조금 위험하다는 기록도 있다. 산적이 출몰한 다나 뭐래나? 암튼 지금은 아~주 안전한 것이다. 그러나 없던 위기도 만들어야 되는 것이 작가이자 GM의 의무이다. -꺄아~~악- 라딘이 한참 마차를 몰고 있는데, 옆쪽 나무 숲 언덕 쪽에서 여자의 애절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라딘은 급히 마차를 세우고 비명이 들려온 곳을 바 라봤다. -꺄악~~~, 살려주세요~~~- '음, 위기에 빠졌나 보내. 여자가, 불쌍하게도...쯔쯔' 머리를 한번 긁적이고, 다시 앞을 보며 마차를 모는 라딘, 앞에서도 말했듯 이 그는 미성년자이고 브리시아에서는 호르몬 제어 피체험자-성불구자-였다 . 그는 여자의 유혹도 양심의 부르짖음도 모두 완전 무효의 마인드 바리어 를 가지고 있었다. -꺄~~~악........꺄~~~악..... 살려~~~~주세요. 꺄~~악- 간간히 들려오는 비명은 점점 더 애절하고 길어졌지만 이미 라딘은 설백을 만나면 어떻게 패야 물속에서 먼지가 날까에 대한 연구에 몰두 해 있었다. '일단 그 놈은 크니까 때릴 부위를 잘 선정해야 되, 암암, 최소노력의 최대 효율! 이것이 프로가 지양해야할 길이지. 일단 코에다가 [차지]를 걸고, 콧등에 [스마이트]를 한방 먹인후, [라디안 식 타격술]로 코를 연타하다가, 때가 무르익으면, [홀리 웨폰]을 발동하여 강격을 먹이는 거야. 물론 코에다. 그러면 그 놈이 콧물을 흘리면서 빌겠지 ? 그 때 맘이 약해지면 안 돼, 일단 왼손으로 또 다시 [스마이트]를 먹인후, 오른손에 [언홀리 웨폰]을 발동한 워해머로 연속으로 강격을 먹이면? 그 놈 이 아마 성속성이었지? 영수니까. 오케이, 그 작전으로 가자. 타격 집중(깐데 또 까기) 작전, 이 작전의 이름 을 '루돌프 설산 제작 프로젝트'라 하고, 루돌프 코가 된 설산에게 배를 한 척 사서 끌라고 하는 거야. 그리고 세계 일주를 해야지! 캬~. 역시 남아는 호연지기를 키워야 돼! 암 세계일주 정도는 해 봐야 사나이라고 할 수 있지 .' 한참을 즐겁게 상상하고 있는데, 갑자기 왼쪽 언덕 숲 쪽에서 3명의 사람이 뛰어나와 마차를 막았다. "야! 마차 안에 너 이리 나와!" "얼라? 저~ 누구세요? 저 아세요?" 마차를 막은 3명은 두명의 장비표 수염을 단 신장 190, 몸무게 100kg정도의 거한 2명과 적당히 잘 빠진 붉은 머리의 여자였다. 지금 소리치고 있는 여 자는 분명히 처음 보는 여자인데, 목소리는 어딘가 들어본 기억이 있는 것 같았다. 그것은 한번 본 사람의 인상과 얼굴은 절대로 잊지 않도록 엘리트 외교관 ( 스파이)교육을 받아온 라딘으로써는 상당히 당황스러운 일이었기에 그는 되 도록 정중히 물었다. 그의 안목을 속일 정도면 마스터 닌자 정도는 되야 하 는 것이다. "띠바, 내가 너 같은 X끼를 어떻게 알아 잔말 말고 안내려와? 편하게 죽기 싫으냐?" "호오~~, 모르는 사이가 맞는 거지? 근데 무슨 일이냐? 아가야?" 마차에서 내리면서 자신이 모르는 사람이란 걸 확인한 라딘의 말투와 태도 는 완전히 바뀌어있었다. 그의 말투는 붉은 머리의 여자의 건강미 넘치는 살색을 (약간 검다는 표현) 그녀의 머리색보다 약간 더 진하게 변색시켰고, 결국 그녀는 꼬붕A와 꼬붕B를 사용하기에 이르렀다. "얘들아! 저 새X를 가능한 한 많이 패서 죽여라. 칼같이 한방에 가는 거 말 고 몽둥이류를 사용해. 아님 칼등으로 패서 전신의 뼈를 조각내던지!" "헉! 이봐? 내가 멀 어쨌길래 그런 잔혹한 짓을..?" "니 죄를 아직도 모르다니! 여자가 애절하게 살려달라고 부르는데 도망가 는 놈은 온몸의 뼈다귀가 바스라지도록 맞고 거기서 2대 더 맞아도 모자라! 그 위에 이 누님을 모독한 죄는 그것의 30배에 해당하는 국가 반역죄! 잔 말 말고 뒤X라. 너의 마차와 가진 거는 다 압수다!" 1111111 "아하~ㅇ, 그러니까 아줌마하고 저기 똘만이들이 그 강도라는 3D직업에 종 사하는 사람들이었구만. 하루 종일 수고가 많네 그려~." "아,아,아줌마?" "똘,똘,똘만이?" "크아~~~악, 위대한 산적 트루먼의 친위대에서도 수위를 다투는 우리를 똘 만이라고 부르다니! 너에게 최고의 비기 [집단 다굴] 연계를 맛보여 주겠다 ! "스킬발동 [집단 다굴]!" "스킬발동 [집단 다굴]!" 두명의 사내는 허리에서 칼이 아닌 몽둥이를 꺼내들고, 동시에 달려와 라딘 을 양옆에서 포위했다. [집단 다굴] - 이 스킬은 여러 명이 한명을 둘러싸서 공격하기 좋게, 주로 위에서 아래로 내려치는 동작과 낮은 자세의 사람에게 가하는 발기술 '밟기 '가 주를 이루는 하급 타격기 스킬이다. 특히 키와 덩치가 큰 사람에게 유 리하고 힘이 약한 사람은 일단 이 기술에 걸리면 반격이 상당히 힘들어져서 꼼짝없이 밟히게 된다. -깡-깡-깡-깡-깡-깡-깡-깡~~~ 얼떨결에 방패를 위로하고 열심히 [방패 이용 술]을 펼쳐서 몽둥이를 막는 라딘, 거의 대미지가 없었지만(방어가 몇인데. .) 몇 번 맞다보니 슬슬 가슴에서 뜨거운 것이 올라와서 목을 거쳐, 머리 위 상반부 골벽을 덥히기 시작했다. "[스마이트]!" -쾅- "[강격]!" -쾅- 잠시 동안 신나게 내려치던 두 산적중 한명은 방패에 얼굴을 얻어맞고 뒤로 넘어갔고, 다른 한명은 바로 워해머에 머리가 적중되어 회색빛으로 변해 쓰러졌다. 급소가격에 크리티컬인 것이다. 이 브리시아는 생명을 잃은 자는 30분 동안 회색빛의 시체를 남기고, 30분 후 몸에 남아있던 마나가 전부 빠져나가면, 소멸되어 사라진다. 그래서 이 세계는 무덤도 없다.(참고로 음식의 소화율이 100%이기 때문에 화장실도 없 다.) "헉! 왕팔이가 한방에!" "[라디안식 타격술]!" -바-바-바-바-박- 땅에 쓰러진 산적B는 기절한 채로 세상을 떳으니 그나마 고통 없는 최후라 고 할 수 있을까? "우~씨, 난 10대도 넘게 맞았는데 이넘들이 한두방에 가네. 야! 거기 너! 안서!?" -후다닥- 다,다,다,다,다,다- 그 순간 붉은 머리의 여자는 숲속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마스터 급에 다다 른 [쾌속도주]의 기술이라고 라딘은 순간적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레이- 븐]!" 순간, 그의 등 뒤에 반투명의 날개가 생기기 시작했다. ------------------------------------------- 2-5 붉은 번개 석가 탄신일 잘 보내셨습니까? 이제 여름이네요. ---------------------------------- -슈~~웅- "어이~. 조용히 멈출래? 아님 머리에 워해머 맞을래?" "헉헉, 뛰는데 말 시키는 게 누구야? 급한 거 안 보여?, 꺄~악~" 한참을 전력 질주하던 붉은 머리 아가씨는 뒤통수에 강렬한 느낌이 오며 앞 으로 고꾸라졌다. 뒤에서 날라 오던 라딘이 살포시 방패를 그녀의 뒤통수에 가져다 댄 것이다. 물론 그녀가 뛰는 속도의 2배 속도로 날으며, 공중에서 멋지게 한 바퀴를 선회하고 쓰러진 그녀의 머리 앞에 착지한 그는, 뒷머리 를 움켜잡고 비틀대면서 일어나려는 그녀의 목을 가볍게 잡고 상냥하게 물 었다. "워해머로 맞아 죽을래? 방패로 맞아 죽을래? 너 렙 몇이야? 그걸 알아야 힘 조절해서 여러대 패서 죽이지. 최소 40대는 맞아야 내가 본전을 찾는 거 자나. 그치?" 한 대 맞으면 4대는 때려야 본전이라고 생각하는 라딘이었다. "기사님! 한번만 살려 주세요. 저는 원래 선량한 농사꾼 집 딸인데 아까 그 놈들이 절 납치해서 강제로 바람잡이 시킨 거에요. 흑흑. 한번만 살려주시 면 고향에 돌아가서 조용히 농촌 후계자랑 결혼해서 열심히 살아 갈께요. 흑흑흑." "아니! 세상에 그런 나쁜 놈들이! 레이디, 그넘들은 이미 죄값의 만분의 일 을 치르고 저세상으로 갔습니다. 염려 마십시오. 제가 레이디의 앞날을 신 께 물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훗, 역시 기사란 놈들은 하나같이 순둥이란 말이야, 잘~하면 돈도 약간 뜯 어낼 수 있겠네. 내 이 자리만 모면하면 너 같은 세상물정 모르는 기사놈은 꼭 암살하고야 만다. 감히 내 꼬붕을 둘이나 죽여?' "흑, 감사합니다. 저는 기사님만 믿겠어요. 아,아니 근데 왜 제 발을 묶으 세요? 서,설마?!" "안심하십시오. 이것은 레이디의 미래를 신에게 묻기 위한 의식의 준비입니 다. 절대로 레이디한테 불경한 마음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정말 없단다. 아그야, 가지고 싶어도 못 가지거들랑.' 쓰러져 있는 여자의 두 발을 밧줄로 묶은 라딘은 그녀를 중심으로 반경 5m 정도의 원을 그렸다. 그리고 영문을 몰라 그대로 앉아 있는 그녀에게 최대 한 정중하고 다정하게 말했다. "조금만 참으십시오. 곧 끝나거든요." "아! 네." "[전격 소환]!" -구르릉-구르릉-콰쾅~~~~ "끼야~~~~~~~악." "에구 빗나갔네. 역시 스킬이 낮아서 명중률이 형편 없구만, 기본이 20%명 중률 이랬던가?" "다시 한번! [전격 소환]!" -콰콰광~~~~~ "꺄~~~~~~~~~~~~~악. 엄마~~~" "아까비~~, 맞출 수 있었는데, 쩝, 뭐 아직 8발정도 더 쏠 수 있으니까. 확 률상 어케 되겠지." -도,도,도,도- 철푸덕~ 그 순간, 양발이 묶인 그녀가 무릎과 두 팔을 이용 하여 믿을 수 없는 속도로 그에게 돌진 해 왔다. 그것이야 말로 [쾌속도주] 가 어떤 상황에서도 적용된다는 증거였다. 순간 이동(텔레포트)와 착각할 정도로 빠르게 라딘에게 다가온 그녀는 그의 다리를 붙잡고 늘어지기 시작 했다. "한번만 봐주세요. 한번만 봐주세요. 한번만 봐주세요. 한번만 봐주세요. 흑흑." "니 같으면 길가다 갑자기 몰매 맞았는데, 그걸 봐주겠냐? 넌 기사 물품 탈 취 미수죄. 기사 살인 교사죄, 도주로 인한 공무 집행 방해죄, 그리고 마지 막으로 위증죄 까지 저질렀고 그에 대한 판결은 바로 사,형, 이다. 한마디 로 넌 벼락 맞아 죽을 천고의 죄인이라니까~." "흑흑, 정말로 뉘우치고 있다니까요. 시키는 데로 다 할께요. 제발 한번만 봐주세요." "후~(먼산) 정말로 뉘우치고 있다고? 그럼 레이,, 아 너 이름이 뭐냐? 어디 사는 누구야?" "저 애니에요. 울 아빠가 저 미르던 산에 사는 산적 두목이거든요. 근데 제 가 이번에 성인이 돼서, 사람은 큰물을 겪어봐야 한다고 수도로 유학 가는 중이었어요. 아까 걔들은 아빠가 딸려 준 호위구요. 전 그냥 조신하게 수도가서 유학생 활 4-5년 하다 돌아올 생각이었는데, 자꾸 걔들이 꼬셔서,,,,헉, 아니에요. 제가 시킨 거에요. 제가 잘못했어요." 들어 올렸던 워해머를 다시 내리며 라딘이 물었다. "아~, 그 산적 많은 산에 두목이 니네 아빠야? 근데 산적두목 딸이 왠 수도 유학? 뭐 배우로 가는데?" "아, 그게요. 아무래도 첨단 기술은 수도에 제일 먼저 퍼지니까요. 저희처 럼 지방 도둑들은 한세대에 한두명씩 수도로 유학을 보내요." "아하, 그러니까. 수도에 있는 도둑길드로 유학을 가는 거구만, 신기술 배 우러~" "네, 속이지 않고 다 말했으니 제발 용서해 주세요. 흑흑흑" "흐~, 말하면서도 안 될거라는거 너도 알고 있지? 벼락한방이 좋니? 아님 워해머 다굴이 좋니?" "흑흑흑흑" "흠흠, 뭐 상황에 따라선 없었던 일로 해줄 수 있지만,,,나도 기사의 위신 이 달린 문제라서리..." "시키는데로 할께요. 말씀만 하세요. 울 아빠한테 편지 쓰면 돈도 보내 주 실 거에요. 호~옥시, 애인 필요하세요? 아악" -깡- "얘가 끝까지 반성을 못 하네. 성질나게. 그리고 너 머리가 뭘로 되있길래 워해머로 때렸는데 깡소리가 나냐? 너 혹시 골렘아냐? 스톤골렘." "흑흑흑~~" "울지 마라~. 맘 약해진다. 자꾸 울면 짜증나서 봐줄라는 마음이 생기다가 도 없어지자나~." -뚝- "헤헤, 저 안 울어요. 그저 용서만 해주세요. 저 돌머리 마자요. 그래도 칼 질도 좀 하고 달리기도 빠르고 몸매도 잘 빠져서 영업하고 시집가는 데는 지장이 없을 거래요(히죽)." 라딘의 눈이 빛났다. 눈앞의 여자는 숨겨진 보석의 원석이었다. 그 빠른 발 과 바퀴벌래보다도 질긴 생존의욕, 거기에 순식간에 변하는 천면의 술! 상 황에 따라서는 어떠한 굴욕도 웃으며 넘기는 고무줄 같은 자존심!, 잘만 키 우면 도둑계의 신성이 될 수 있는 인재인 것이다. "음, 그럼 이렇게 하자." "네? 네, 어떻게 하면 되요?" "너 내 종자해라!" "허헉, 종자요?" "응, 내가 팰러딘이 되고 얼마 안되서, 지금 종자가 없거든, 사실 종자없는 기사는 방자 없는 이도령이자나, 아 이도령하고 방자 몰라? 고대의 유명한 기사와 그 종자야. 그래서 하나 구할까 했는데, 너는 발도 빠르고 왠지 괴 롭혀도 잘 안 죽을 거 같은 생명력을 느끼거든~. 니가 내 종자하면 이번 죄는 기사의 특권으로 모두 사면 해 줄게. 어? 아 괜찮아, 괜찮아. 확실히 여자종자가 있다는 말은 못 들어 봤는데, 여자를 종자로 삼으면 안 된다는 규칙도 확실히 없거든. 전례에 너무 구애받으면 새로운 발전을 못 하는거야. 암! 혹시 싫으니? 그럼 걍 벼락형 받을래? 오! 한다고? 그래, 잘 생각했어. 내 가 그래도 설마 자기 종자를 때려 죽이겠냐. 말 잘 듣는 종자는 장수한다고 기사학회 통계에서도 나와 있어. 아! 참 여기에 니 이름 쓰고 그 위에 피한방울만 떨굴래? 이게 뭐냐고? 맹 세의 증서라고, 여기에 맹세하고 어기면 신의 저주를 찐~~하게 받는 그런 마법 스크롤이야. 비싼 거니까 영광으로 생각해. 이게 하나에 100골드라고( 물론 난 신전에서 공짜로 집어왔지만) 어? 왜 갑자기 우니? 아직 들 맞았나 ? 아! 감동해서 우는 거라고? 그래그래, 내가 나중에 세상에 이름을 떨치면 너도 방자처럼 이름을 남기게 될 거야. 힘내자고 우리~." 그리하여 청운의 꿈을 안고 수도로 상경하던 붉은 번개 애니는 악마에게 영 혼을 저당 잡히게 되었다. ------------------------------------------------------- 붉은번개 애니......라딘의 영원한 따까리 도둑->전문가->트랩마스터 라딘 때문에 결혼도 못하고 이계인 수준의 모험과 그에따른 성장속도를 보여 결 국 전국 도둑길드 최연소 고문의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그 후 라딘의 직접 적인 그늘에서는 벗어나지만, 그 대가로 그녀의 부하들이 고생하게 된다. 알고보면 백작가의 후계자이나 자신도 그 사실을 모른다. 나중에 알았을 때 는 뼈속까지 물들은 천직을 버릴 수 없어 후계자 자리를 포기한다. ------------------------------------------- 2-6 특훈시작 2-6 특훈시작 애니와 영구 종속 계약을 맺은 라딘은 서로 한 통의 편지를 써서 교환하고 각자 정반대의 길을 향해서 떠났다. 애니가 라딘한테 준 편지는 아빠한테 보내는 편지로 이 편지를 가져가는 사 람은 사람이 아니라 악마니까, 절대로 자극하지 말고 식사 대접하고 선물 들려서 걍 통과 시키라는 내용이었고, 라딘이 애니한테 준 편지는 수도 도 둑길드의 세도우로즈 누나한테 보내는 편지로 자신이 목숨을 구해주자 감동 하여 스,스,로, 종자가 되기로 맹세한 아가씨를 어쩔 수 없이 거두었는데, 아직은 약해서 당분간 혼자 수련해야 되니까, 레벨도 높고 매력적인 누나가 그녀를 당분간 맡아서 보살펴 달라는 내용이었다. 물론 누나에게 종자로써 가져야할 기본적인 소양과 행동양식을 직접 하녀처 럼 부림으로써 철저하게 교육시켜 달라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품속에 편지를 소중히 간직하고 (밀봉하여 이거 뜯거나 잊어버림 벼락형 5대라고 경고했다.)처량한 애니를 보며 라딘은 격려했다. "오늘의 고생이 내일의 성장의 거름이 된단다. 그리고 너의 성장이 나의 이 익에 직결되니까. 열심히 해봐. 죽을 각오로 하면 다 되. 암." 그렇게 애니와 석별의 정을 나누고 다시 라딘은 1차 관문인 미르던 산맥을 향하여 출발했다. 파스트 제국의 3대 산맥의 하나인 미르던 산맥은 그 높이과 험한 지형으로 유명하며, 이로 인해 수도에서 지리적으로 가장 거리가 가까운 동쪽의 바다 를 무역항으로 개발하지 못하고, 그 2배의 거리를 가진 남쪽 해안을 개발하 게 한 주범으로써, 산맥의 북쪽과 남쪽은 각각 그린 드래곤과 블루드래곤의 서식지로 알려져 아무도 다가가지 못하고 있고, 그 사이의 조그마한 틈새 로 겨우겨우 동쪽 해안의 도시들과 수도 주위의 도시의 교역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문제는 이곳의 지리적 특성상 대규모 군사 활동이 불가능하여(용을 자극할 까봐) 동서의 교역을 시도하는 수많은 상인들을 노리는 산적이 많이 존재한 다는 것인데, 이들의 존재로 인하여 동쪽의 특산물과 서쪽의 문화적 물품의 교환이 활발하지 못하여, 많은 동해안의 지구가 낙후되어 있는 상황이었다 . 그로 인해, 동해안쪽에 위치한 마굴에서는 점점 더 강한 마물이 범람하게 되어, 미르던 산맥을 경계로 대륙 중심부와 서부의 위험도 차이는 하늘과 땅의 차이라고 할 수 있었다. 두 개의 도시를 거쳐, 유람도 해가면서 한달 만에 미르던 산맥의 입구에 다 다른 라딘은 그 사이 열심히 길에서 튀어 나오는 강도성 코볼트와 고블린 등을 잡아서, 현재 레벨 30에 다다르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미르던 산맥을 넘어야 하기 때문에 관도도 없고, 마차를 끌고 가다가 잘못하면 길 이 막힐 수 있기 때문에 이곳부터는 걸어서 가야했다. "애효, 그동안 너무 편했나~. 걷기가 싫어지내 그려. 그래도 경신술이 많이 올라서 좀 편하구만~. 에~라 저기 바위에 앉아서 밥이나 먹고 다시 출발해 야 겠다." "음하하하하하하~." "헉! 누, 누구세요?" "우리는 미르던 산맥의 유쾌한 주인들이다. 자! 너도 매뉴얼대로 가진거 싹 놓고 조용히 용서를 빌어라!" "아하! 아저씨들 혹시 빨간 머리 앤, 아, 아니던가? 암튼 그거 비슷한 애랑 아는 사이 아니에요?" "오옷! 애니님의 명성이 이런 허접한 여행자한테도 알려졌단 말인가! 이야~ 역시 애니님은 큰 그릇이었어(끄덕 끄덕)." "허, 허접?! [저주 해제]." -파앗- 라딘의 왼쪽귀에 있는 귓불을 감싸는 원통형의 귀걸이가 빛을 내며 깜박였 다. 메사이아 이어링의 저주가 해제되어 라딘의 힘이 3배로 올라간 것이다. 그러나 메사이아 이어링은 영구 저주 아이템이기 때문에 그대로 장착하고 있을 경우 3분후에는 다시 저주가 되살아난다. "[강격]!" -콰앙- 라딘의 메이스가 허공에 아름다운 원을 그리며 그가 앉아 있던 바위에 떨어 지자, 그 바위는 수박 쪼개지듯 절반으로 갈라지는 것이었다. 아직은 힘이 부족해서 산산조각까지는 안 났지만, 산적 아저씨 1개 소대의 얼굴을 탈색 시키는 데는 충분한 퍼포먼스였다. "니들, 허접한테 대X리 한번 깨져 볼래? 니들 머리는 이 바위보다 더 튼튼 한가 보지?" "허헉, 저 누구세요? 저희는 애니님의 아버지인 트루먼님의 산하 5개 산채 중 하나인 '흑랑채'소속 영업부 직원인데요..?" "허~, 애니의 아버지도 아니고, 그 직속산채도 아니고, 그 산하산채라고라? 그럼 쓸어버려도 크게 문제 되는 거는 없는거지?" "헉, 아니어요. 일단 산하산채로 들어가면, 트루먼님의 보호아래로 들어가 는 거래서 저희가 다치면, 트루먼님의 체면에 걸리거든요. 헤헤(비빅 비빅) ." "음, 어쩔 수 없군. 그래도 모르는 사이는 아니니, 한번만 봐주마. 근데 애 니네 집이 어디냐? 아니지, 너! 니가 먼저 뛰어가서 손님 맞을 준비하고, 나머지는 안내해라. 너 빨리 안 뛰어가? 내가 갔을때, 한상 잘 차려져 있지 않으면 니 대X리 최고 경도를 산채사람들이 다 알게 해주겠다." -후다닥, 다다다다다다다~. 산적의 특징은 임기응변에 강하고, 분위기를 잘 보는 것인가 보다. 지목된 그 산적은 순간적으로 [쾌속 도주]의 스킬로 산위를 향해 뛰어갔고, 나머지 는 모두 '비빅비빅'모드로 라딘을 안내하기 시작했다. 일단, 뭔가 있어 보이는 손님은 상급자에게로 바톤을 넘기는 것이 바로 요 즘 유행인 '눈높이 영업'의 요결인 것이다. 하물며 상대가 어쩌면 윗사람의 손님일 경우에는 최대한 비벼야 했다. 이빨은 상급자가 깔리고, 가짜임이 들어난 다음에 드러내도 늦지 않는 것이다. "다 왔습니다. 저기만 넘어가면 되거든요. 헤헤 아! 마중나왔나 보네요." "웅, 그래도 본채답게 꽤 한가닥하는 애들이 많은가보네?" "그럼요. 본채 입단 자격이 레벨 100이라구요. 산적영업하면서 레벨 100이 얼마나 힘든데요. 거기에 두령급 7명은 200이 넘는데요. 저희 같은 말단한 테는 꿈의 경지라고 할 수 있죠." '호곡, 무슨 산적이 평균렙 100이냐...완전 정예 군대 레벨이자나. 거기에 7명은 2차 직업이란 예기? 이거 혹시 반란군 아냐? 음 몸을 조금 사려야겠 군.' 상대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직감한 라딘은 애초에 계획했던 산적토벌로 인 한 경험치와 재물획득의 계획을 수정할 수 밖에 없었다. 그는 순간적으로 엄숙한 얼굴(여태까지는 양아치성 얼굴)과 숙련된 기사와 같은 제어된 동작을 쓰기 시작하면서, 조용히 [마법방어오라]를 펼쳐서 은 은한 광채가 그의 몸을 감싸게 했다. 이미 해가 서산에 걸려 어둑어둑해지는 산의 언덕위에는 젊은 얼굴에 엄숙 한 기도, 그리고 온몸에서 은은한 광휘가 우러나오는 뽀대만빵의 신성기사 가 주위의 산적들의 경외감을 불러 일으키고 있었다. 라딘의 절정에 다다른 [허장성세] 기술에 걸린 마중 나온 소두목 칼바스와 그의 8명의 직속부하는 이 인물의 접대는 대두목이 담당해야 한다는 판단을 하기에 이르렀다. "어서 오십시오. 이런 누추한 곳을 일부러 찾아주셔서 영광입니다. 성기사 님." "하하. 미르던 산맥의 패자이신 트루먼님의 산채를 누추한 곳이라니요. 저는 이름 없는 수행중인 기사일 뿐입니다." "어허~, 기사의 최고봉인 성기사님이 수행이시라니요. 너무나도 겸손하십니 다. 저희 같은 산적을 보고 바로 정의사회구현 등을 부르짖지 않으시는걸 보면, 이미 고수의 경지에 들어가신 분 같은데요.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트루먼 님이 기다리고 계시니 어서 오르시지요." "그럼, 염치 불구하고 신세 좀 지겠습니다." ---------------------------------------------- ------------------------------------------- 2-6 특훈시작 트루먼이 이끄는 본산채 '화이트타이거(백호채)'는 가파른 절벽이 3면을 감싸고, 정면에는 3중으로 된 방어벽이 설치되어 있는, 척 봐 도 '난공불락' 의 레떼르가 붙은 특A급 산채였다. 그 안을 들어가서 보니, 치밀하게 구성되어 있는 입체 구조의 주거 및 훈련 공간과, 심지어는 마법방어 진까지 적당히 설치되어 있어서, 산채라기 보다 는 군사요새의 느낌이 강했다. 뿐만 아니라, 왠만한 산적들은 기사급(200레벨)은 안되도, 훈련된 정규군 병사수준은 되어 보였다.(약 100레벨 전후) '음 이정도 규모면 3천명 이상이 생활 가능한 구조니, 전투요원은 약 1천명 전후,,, 이거 산적이 이래도 되는거야? 완전 양산박이네. 쩝, 몸 사리자 라딘. 이런데서 죽으면 개 값도 안 나온다.' "저 집입니다. 트루먼님의 숙소는, 어서 가시지요." "아, 알겠습니다. 안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서 오시오. 내가 트루먼이요. 애니와 아는 기사분이 방문하셨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었소. 혹시 무슨 소식이라도 있습니까?" 애니의 아버지이자 이 동네의 대두목인 트루먼은 의외로 수수한 얼굴을 한 중년 남자였다. 건장한 체격은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지만, 라딘이 상상했던 산적두목의 트 래이드 마크인 장비표 수염같은 것은 없었고, 약간의 콧수염을 기르고 평범 한 하드레더아머를 입고있는 평범한 중년 전사의 모습이었는데, 단지 그의 옆에 놓여진 라딘의 키만한 그레이트 액스가 그가 평범하지 않은 존재임을 주장하고 있었다. "애니양의 아버님이시군요. 처음 뵈겠습니다. 애니양과는 여행 중에 약간의 인연이 있어서 아는 사이입니다. 여기 애니양의 편지가 있으니 읽어 보시 지요." "오오, 딸아이가 신세를 졌나 보군요. 흠흠,,,,음 라딘 경, 이 편지에는 당 신에게 신세를 졌으니 은혜를 갚아 달라고 써있군요. 흠, 경이 무서운 사람 이라는 내용도...." "아! 하하, 별거 아닙니다. 애니양이 약간 위기에 빠졌을 때, 제가 도움이 좀 됐지요. 그래서 나중에 수행이 끝나면 같이 여행도 하기로 했고요. 하하 , 제가 좀 다혈질이라서, 손을 쓰면 좀 심하게 쓰기 때문에...." "오 내 딸이 구함을 받았다니, 아비인 내가 빚을 갚아야지요. 동쪽 지역으 로 넘어 가신다는데, 불편한 곳이지만 이곳에서 좀 지내다 가시지요. 동쪽 지역이 워낙 무서운 동네라서 라딘 경의무위를 가지고도 쉽지는 않을 거요. 이곳에서 단단히 준비하고 가시는 것이 좋을 듯 하오." "역시 동쪽 지역은 상당히 위험한가 보군요. 음 그럼 이산에서 당분간 수행 할 수 있도록 신세 좀 지겠습니다. 아! 혹시 근처에 마굴이 있습니까? 아 무래도 수행에는 마굴탐사가 좋을 듯 한데...." "하하, 천하의 미르던 산에 마굴이 없겠소? 우리도 때때로 정예를 모아 마 굴 청소를 한다오. 안 그러면 마물들이 많아져서 살기에 불편해 지니 말이 요." 마굴의 마물들은 점점 성장하고 수가 증가하여, 지하로부터 점점 올라와서, 마침내는 밤에 지상으로 나오게 된다. 필드의 방황하는 마물들은 대부분 마굴에서 나온 놈들인데, 이놈들은 밤에 는 낮보다 1.5배의 체력을 가지게 된다. 즉 마굴 안에서도 1.5배의 체력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물론 경험치도 1.5배이다. "친절에 감사드립니다. 그럼 당분간 신세 좀 지겠습니다." "하하하, 이쪽이야말로 말이 통하는 성기사를 만나서 반갑소. 그럼 편히 지 내도록 하시오." 그리하여 라딘은 트루먼의 백호채에서 숙식하면서 미르던 산의 중턱에 위치 한 '비스트 게이트' 던젼에서 수련을 하게 된다. 6개월 동안 레벨 200을 만 들어서 남은 5개월 동안 레테해를 찾아가기로 결심한 라딘은 '특훈폐인모드 '로 하루 접속 제한시간 16시간을 꼭꼭 지켜가며 금광을 파듯 던젼을 파 내려가 는 것이었다. 1개월간의 특훈으로 레벨 60이 된 라딘은 오늘도 마굴의 짐승계 마수들을 족쳐서 얻은 소량의 마정석(1%~0.01%의 확률로 나오는 마수의 생명석, 소환 사들은 이것으로 마수를 소환 할 수 있고, 일부는 마법 아이템의 재료로 쓰 인다.)을 가지고 산채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산채위에는 뭔가 사람들 의 기척이 많고, 평소보다 불을 많이 밝히고 있었다. '오오, 또 한탕 했나 보네? 연회를 하고 있자나! 오늘 고기 좀 먹겠구먼. 흐~' 아니다 다를까, 산채에서는 한쪽에 짐같은 것을 쌓아 놓은 체, 중앙에서 캠 프파이어를 벌리고 있었다. 규모로 봐서 대박이었나 보다. "오! 라딘경, 어서 오시게. 오늘 맘좋은 상인이 우리 마을에 또 기부를 해 주셔서, 그분의 상업 번창을 위해 기원 파티를 열고 있는 중일세. 자네도 그분의 행운을 위해 이 자리를 빛내주게나." "오오! 그런 맘 좋은 분이 계셨군요. 물론 저도 같이 행운을 빌어 드려야죠 . 고기는 다 익었습니까?" 한참을 맛있게 먹다 보니, 짐 옆쪽에 뭔가 이상한 것이 눈에 띄였다. 처음에는 보충용 통돼지 인줄 알았는데, 잘 보니 옷을 입고 있었다. 더 자 세히 보니, 꽁꽁 묶여 있는 드와프였다. "트루먼 님, 조~기 묶여있는 드와프는 먼가요?" "아하, 저놈 말인가? 이번에 상인 호위단에 섞여있었는데, 드와프는 원래 대장장이 기술이 좋지 않은가? 그래서 잠시 초빙해 왔다네. 한 2-3년정도 산채 무기 보강에 협력해 줄거라 믿고 있네만," "아항! 그렇군요." 그렇게 한참을 즐기고 있는데, 짐쪽이 시끄러워 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그 드와프가 깨어난 듯했다. "으아~, 젠장~, 첫 모험에서 산적한테 사로잡히다니~~이, 캐릭 날리고 다시 시작할까보다~~아." '얼라? 저 쉐리, 유저 아냐?' "저기~, 트루먼 님." "응? 왜 그러는가? 라딘 경." "저 드와프, 아무래도 이계인 같습니다." "으응? 아! 라딘경하고 같은 이계인인가?" "넵, 그런 셈이죠. 음~, 잘 됐네요. 트루먼님 이 기회에 저랑 상담 좀 하시 겠습니까?" "음~, 중요한 얘기인듯 하군. 그럼 내 숙소에서 얘기 해 보도록 하지." 트루먼의 손짓에 소두령 하나가 가볍게 그 드와프를 다시 기절시키는 동안, 라딘과 트루먼은 조용히 숙소에 들어가 진지하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 ------------------------------------------- 2-6 특훈시작 산적두목답지 않은 검소한 환경의 숙소에서 두 사람이 마주 보고 앉았다. "트루먼님은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가지고 계십니까? 이대로 미르던 산맥의 주인으로 계실건가요?" "음, 무슨 뜻인가? 라딘경," "제가 알기로 트루먼님은 파르시아 가문의 후계자로 원래 백작의 작위를 가 지고 계신분이 아니십니까?" "!! 허! 이제 나도 잊은 사실을 어떻게 알았는가? 음~, 그렇네. 나는 분명 트루먼 폰 파르시아 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지. 작위는 백작이었고, 그러 나 그것은 옛날 이야기라네. 내 나이 13살 때, 우리 가문의 작위와 영지는 박탈당했거든, 지금의 나는 평민이자 산적인 트루먼일 뿐일세." "물론 30년전 파르시아 백작가문은 역적 혐의와 국가 반역죄로 선대 백작님 은 처형, 나머지 가문 사람들은 작위와 재산박탈과 추방 등을 선고 받았지 요. 하지만 그것이 진실이 아니라는 것은 왠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는 사실 아 닙니까? 당시 골수 국왕파였던 파르시아가문을 재상이었던 카스트로 대공이 본보기 로 누명을 씌워서 몰락시킨 것이지요. 멍청한 선선대 국왕은 자신의 목을 조르듯 그것을 인정했고요." 트루먼의 두 눈에 붉은 빛이 돌며, 분노의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잘 알고 있구먼, 그래서 나는 이제는 이 나라와 가문과는 상관없는 사람이 라네. 성도 버리고 안 쓴지 오래지. 아마 애니는 자신의 성이 없는 줄 알고 있을 걸세." "꼭 그렇다고 할 수는 없지요. 트루먼님을 산적의 두목까지 끌어 올리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이 바로 그 버린 가문의 비전 검술이 아닌가요? 뿐만 아니라, 산적이면서 여자를 납치하지 않고, 전문적인 군사 훈련을 시키고, 수하들을 분배식이 아닌 급여식으로 재물을 주는 등, 트루먼님은 어렸을 때 배우셨던, 영지 경영법을 무의식중에 착실히 시행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 음,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가? 그대를 그동안 겪은 바에 의하면, 우리가 평민이나 천민 출신의 산적이라고 멸시했던 적이 없었네. 그런 그대 의 의견이라면 심사숙고해볼 가치가 있을테니, 생각하고 있는 바를 말 해보 게나." 라딘의 눈이 빛나기 시작했다. 산채의 비정상적인 상황을 보고 귓말로 수도 에 있는 쉐도우로즈에게 트루먼의 뒷조사를 의뢰, 그의 과거를 알고 열심히 기회를 엿보며 신뢰도를 올린 보람이 나타난 것이다. 이미 트루먼은 최상급 기사인 팰러딘이면서도, 서슴없이 자신들과 어울리는 라딘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고, 대부분의 산적들도 자신들의 대신해서 위 험한 마물들을 상대해주는 라딘에게 어느 정도 존경심을 표시하게 된 것이 다. 물론 라딘의 X같은 성질로 인해 얻어터진 산적들의 공포심도 그의 위상을 높이는 데 한몫했다. 이제 라딘은 때가 왔음을 느꼈다. "아시다시피 지금 황궁은 아칸 1세가 등극하여, 과거의 간신인 카스트로 공 작을 제거하고, 북부의 대적 바이가스의 영토 중 곡창지대에 해당하는 절반 을 점령하여, 마침내 대국으로써의 밑거름을 마련한 셈입니다. 지금은 바이가스의 완전 점령과 새로운 공신의 구성등으로 제국의 동쪽지구 까지는 손이 미치지 못하지만, 앞으로 3년 이내에 나라가 안정되면 본격적 으로 이 미르던 산맥의 동쪽의 개발에 집중하리라 생각 되는군요." "허! 왕국 건국 이래 거의 버려진 땅이었던 동부 해안을 개발한다고? 믿기 어렵구만. 그곳의 수많은 마굴은 수천년동안 거의 방치되어 서부와는 비교 도 안되는 흉악한 괴물들이 돌아다닌다네. 그런 그곳을 개발하려면 군사 수 십만이 죽어 나갈걸세. 그런곳을 어떻게 개발하겠나?" "사실 왕국의 힘이 최고조에 달했다고는 하지만, 아직 달성해야할 위업이 많이 남아 있으니, 병력을 그런 곳에 소비할 수는 없겠지요. 그러나 지금은 방법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저희 이계인이지요." "이계인이?" "네. 저희 이계인은 이 세계에 백만명 정도가 있습니다. 지금은 다들 강한 편이라 할 수 없지만, 이계인은 죽지를 않습니다. 죽어도 약해질 뿐이고 4달 정도 휴양하면 다시 원래데로 돌아오지요. 거기에 솔직히 말해 저희 이계인 중 많은 사람들은 생명보다 재물이나 아이 템을 좋아합니다. 즉, 죽지 않으니, 한두번 죽더라도 좋은 아이템을 얻기를 원하는 것이지요. 또한 이 세계는 저희에게 있어서 고향이 아닌 타계이기 때문에, 이 세계가 어떤 위험에 빠지더라도 저희에게는 절실하지가 않습니다. 즉 저희에 의해 이 브리시아가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죠." "흐음,......" "황제는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마 2-3년 후면 상당 한 재물을 걸고 동부 해안의 개발을 이계인들에게 맡길 것입니다. 그럼 대략 5년 안에는 동부가 개발되겠죠.(이것이 바로 라딘이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황제에게 간언한 제 1차 동부개발 5개년 개획이다.) 그때 문제 가 되는 것이 바로 이 미르던 산의 산적들입니다. 트루먼님께서는 불사의 군대와 끝없는 싸움을 하고 싶으십니까?" "!!. 으음, 그런것인가? 이계인에 의한 개발이라. 그런 방법이 있었군. 물론 방해가 되는 우리도 이계인에 의해 토벌되겠군. 그래.......그래서 어 떻게 하면 좋겠는가? 우리는." '말을 잘 알아듣는군. 아저씨 염려 말아요. 아무래도 내 종자네 가문인데 내가 망하게 나둘거 같아요?' "불법영업이 힘들어지면, 합법영업으로 바꾸면 됩니다." "?? 합법적인 산적질이란 것도 있는가?" "만들면 있습니다. 일단은 제가 나중에 수도로 돌아가서 약간의 뒷공작을 하게되면, 아마 파르시아 가문의 죄가 벗겨질 것입니다. 그럼 그때, 트루먼 님께서 황제에게 충성을 맹세하십시오. 그러면 작위를 되찾으실 수 있을겁 니다. 문제는 영지입니다만, 이미 파르시아 가문의 전 영지는 여러 귀족가문이 나 누어 가졌기 때문에 되찾기가 어려우실 겁니다. 그러니 영지문제가 나오면, 이 미르던 산을 영지로 가지게 해달라고 탄원하시는 겁니다." "아니! 그게 가능한가?" "물론 되지요(씨익~). 버려진 땅인 미르던 산을 영지로 주는 것에는 파르시 아 가문의 영지를 소유한 모든 귀족들이 쌍수를 들고 찬성할 것입니다. 그러면 이 산은 트루먼님의 정식 영지가 되고, 부하분들은 영주의 병사가 되는 것이죠. 거기에 다시 약간의 공작을 하게 되면, 미르던 산의 광산 개발권과 통행이 용료 -이건 험난한 산과 근처의 마굴을 항상 토벌하여 안정되게 군사요충로 로 이용하게 하니까 당연한 권리라고 봅니다-를 주 수입으로 영지를 꾸려나 갈 수 있는 거죠. 트루먼님이 도시의 화려한 생활을 포기하시고 산속의 군사요새를 지키시는 것을 모든 귀족들이 칭송할 것입니다. .....칭송안하면 영지 바꾸자고 하면 되고요(씨익)." "오오! 과연~. 음 그럼 라딘경, 내 그대에게 부탁하겠네. 부디 우리 가문의 누명을 벗겨주게. 나와 산채의 가족들은 경을 은인으로 생각 할 걸세." "넵, 맡겨 주십시오. 꼭 2년 안으로 트루먼님을 백작으로 복귀시켜 드리겠 습니다." [띠링~, 파르시아 가문의 누명 퀘스트를 얻으셨습니다.] '얼라! 이게 퀘스트로 등록 되는구만. 헐~' ---------------------------------------------------------------- ---------------------------------------------------------------- 트루먼 폰 파르시아 직업 용병대장->장군 레벨 500->800 작위 백작 미르던 산맥의 산적이었다가 후일 백작으로 복귀한다. 동부개발 후, 중요 무역로의 관세와 중계무역등으로 거대한 부를 쌓고, 미르던 산맥에 강력한 레인져부 대를 보유한 세력가로 성장한다. 정식 후계자인 아나스타샤 파르시아(붉은 번개 애니)가 후계자권한을 포기함에 따라 양자를 들여 후사를 잇게하나 그 것은 먼 훗날의 이야기이다. 서대륙->동부해안-> 수도 로 이어지는 라딘 무역주식회사의 대주주중 한명 으로 라딘의 주요 빽이자 밥줄의 한사람이다. ------------------------------------------- 2-7 또 하나의 폐인 2-7 또 하나의 폐인 그렇게 트루먼에 의해 파스시아 가문의 운명을 의탁받은 라딘은 일단 그 드와프를 풀어줄 것을 건의했다. 이계인은 함부로 취급하면 후환이 상당히 두려워 진다고 설득한 것이다. 성공적으로 트루먼을 자신의 백그라운드의 한명으로 추가한 라딘은 지금쯤 깨어났을지도 모르는 드와프를 만나기 위해서 앞마당으로 다시 나갔다. "이놈들아 날 풀어줘~, 니들이 날 묶어 놓고 만수무강 할 수 있을 것 같으 냐~." '오! 깨어났구만.' 라딘은 서둘러서 술취한 산적들이 막대기로 콕콕 찌르며 놀고 있는 드와프 한테로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혹시 유저세요?" "헉, 유저세요? 님도 잡혀 오셨나요?" "아뇨, 설명하기가 좀 복잡한데요. 어쩌다보니 이곳에서 조금 신세지고 있 어요. 퀘스트 중이거든요." "오옷! 퀘스트, 흑 부럽네용. 전 첫 퀘스트라고 상인 호송 일거리 맡았다가 , 이렇게 됐거든요. 무슨 산적이 그렇게 센지...제가 이래뵈도 레벨이 50이 거든요. 근데 산적하고 1대1로 붙었다가 기절했어요. 흑" "아, 이쪽 산적들이 좀 세요. 보통 레벨 100정도래요. 저도 지금 60이라서 대충 아부하면서 지내고 있어요. 하하" '근데 레벨 50이 왠 호위 퀘스트냥냥. 거 보통 200은 되야 하는거 아닌감. 초보구먼~' 같은 유저를 만나서 약간은 기분이 풀린 듯한 드와프 청년의 밧줄을 풀어주 면서 슬쩍 물어본다. "근데 젊어 보이시는데,,, 혹시 올해 수능 치셨어요?" "앗! 그럼 님도 올해 대학 들어가세요? 예, 저 이번에 수능치고 맘잡고 놀 아볼라고 이겜 시작했거든요. 이제까지 도시 근처 던젼에서 렙업하다가 심 심해서 한번 여행이나 다녀 볼라고요. 근데,,,, 첨부터 좀 꼬였네요. 하하" "아~ 넹, 저도 얼마전까지 수도쪽에서 있다가 이번에 여행시작했는데요. 동쪽 해안으로 가는 퀘스트를 얻었는데, 동쪽이 무지 고렙존이래요. 그래서 이 근처 던젼에서 다시 렙업하고 있어요. 죽어라 하고 200까지 키울 라고요. 사실 알아보니까, 100안되면 길가다 객사하는 확률이 높다고 그러 더라고요." "오잉, 그런가요? 하하. 겜이라고는 이 겜이 첨이라서요. 음~, 그럼 저도 님하고 같이 렙업해도 되나요? 산적이 100이라니...무서워서 더 못 돌아다 니겠네요. 당분간 렙업해서 200만들어야징." "하하, 그러세요. 200레벨 되면 2차 직업 퀘스트도 얻을 수 있자나요. 그때까지 저랑 같이 키워요. 근데 게임 처음이신데 드와프를 하시네요?" "아, 예, 사실은 첨에는 전사하라고 누가 그래서요. 캐릭만들때 전사하기 젤 유리한 스탯가진 종족이라고 그랬더니 드와프가 되더라고요." "아~, 그렇죠. 드와프가 처음에 체력하고 힘이 5씩 더 높죠? 아마." "넵, 근데 숏다리라서 뛰는게 넘 느려요." ...... ...... ...... 혼자 놀기 질린 라딘은 이렇게 한사람의 친구를 얻게 되었다. 물론 같은 나 이라서 바로 말도 놓고 친구하기로 했는데, 놀랍게도 장 명헌이라는 그 드 와프는 같은 대학교 합격생이었고, 그와는 오랜 인연을 가지게 된다. 그 드와프의 이름은 [뭉치], 전사였고, 하급 도끼술과 점프공격을 주기술로 가지고 있었다. 다음날 라딘은 뭉치와 함께 산적 지정 마굴인 '비스트 게이트' 던젼에 들어 갔다. 1층은 20레벨대의 저렙 몬스터인 일각 토끼와 송곳니 너구리의 소굴이었는 데, 보스가 지정 단골인 라딘을 알아보고 잽싸게 도망가자 일반 몹들도 부 지런히 보스의 뒤를 따랐다. 2층은 30대 몹인 트랩여우들의 소굴이었는데, 저레벨의 트랩만 몇 개 있을 뿐 3층 까지 가는 길목엔 전혀 몹이 보이질 않았다. 확실히 여우라 매일 들 어오는 학살자인 라딘의 기척을 느끼고 그가 지나갈 때까지 숨어서 안나올 계획인 듯 했다. 다시 말하지만 짐승계 마물은 자신보다 아주 강한 상대를 본능적으로 알아 본다. 3층을 내려가니 40대 레벨 몹인 광견들이 덤벼오기 시작했다. 이놈들은 버 서커 몹인 것이다. 얼마전까지 이 층에서 광렙을 한 사람이 라딘이지만, 지 금은 레벨 60이 돼서 이놈들에게는 별로 흥미를 못 느끼게 되었다. 신마대전에서는 자신의 레벨의 20%이하인 몹들은 죽여도 경험치를 얻지 못 하기 때문이다. "오이~, 뭉치아찌~, 손님 받아요~~오." "잉? 너는?" "난 지금 60이야. 내가 한쪽 막아줄게, 니가 다 죽여. 이 층 다 쓸면 레벨 2개는 오를걸?" "우우오오오오카이~. 쓸어주마. 미친 강아지들아! 아쵸오~, [드와프 기본 전부술]!" -퍽, 깨갱~ 약 3미터 정도의 통로에 절반을 라딘이 방패를 들고 열심히 막 고 있고, 남은 절반의 약간 뒤에서 뭉치가 한 마리씩 들어오는 광견을 정면 에서 열심히 때려잡고 있었다. 물론 라딘이 정면쪽의 대부분을 막고 그 공격을 다 방어력으로 때우고 있기 때문에 뭉치는 바로 정면의 한 마리씩만 상대하면 되는 상황이었고, 그나 마도 옆에서 슬쩍 슬쩍 방패로 미는 라딘에 의해 광견들은 한 마리씩 뭉치 의 도끼에 머리를 들이미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었다. "우와. 여기 죽인다. 벌써 레벨이 올랐어." "그치? 특히 이 층에서는 애들이 다 맛이 가 있어서, 무조건 공격하거든, 내가 마침 풀 플레이트 아머를 하나 얻어서 방어력이 좋으니까, 염려말고 패, 이거 다 쓸어버릴 때까지 버틸 수 있거든." "오오, 오빠~~, 사랑해요. 이게 소문에 듣던 쩔이란 것이구만~." "우엑~, 너 엘프라도 선택하고 그 대사 하면 내가 이해하는데...., 또 한번 만 친구에게 그런 치사한 공격하면 미친개한테 물려 죽는다. 바로 여기서!" "헤헤, 농담에 뭘 그렇게 과잉반응 하시나~. 친구 몸빵 잘서게, 지금 두 마 리 들어올 뻔 했어. 웃차! [점프 공격]!" 다시 틈사이로 슬금슬금 들어온 광견 한 마리가 뭉치의 점프공격에 머리에 정통으로 도끼를 맞고 회색빛으로 변하여 구석에 쳐 박혔다. 그런식으로 2시간을 싸우자, 몰려온 광견 100여 마리들이 모두 회색으로 변 하게 되었고, 두 사람은 1개의 광견마정석과 이빨 50여개를 수집하면서 포 션으로 빠진 체력을 회복하였다. 성직자의 치료마법이 아닌 포션으로는 약 5분간 서서히 체력이 차오르게 되 는 것이다. "이야~, 라딘 너 피전산가 보다. 어떻게 2시간을 두들겨 맞았는데 버티냐? 아무리 중장갑에 포션을 빨면서 버틴다고 해도 장난 아니네?" "흐흐, 그런거지 뭐~, 친구 자네는 스탯을 어떻게 분배하고 있나?" "나야 머, 착한 학생이니까 홈피에 뜬 추천 스탯이지. 힘2덱스 1 체력 2 꼴 로 올리고 있어. 지금 레벨이 3 올랐으니 스탯이 9점 더 올랐거든 흐흐, 아 무래도 당분간 광렙을 해야 할까봐~." "그렇지. 일단 입학식까지는 절대백수 아니겠나. 우리가! 입학식까지 2개월 약간 더 남았으니, 그때까지 200까지 올리세나. 그리고 천천히 전업 퀘스 트를 하는거야!" "오~~케이~, 200까지 앞만 보고 광렙 고! 자 또 가자고, 아미고!" 4층을 뒤지는 것 보다는 5층의 60레벨대 몹들을 잡자고 합의한 두 사람은 5 층으로 내려갔다. 그곳은 거대쥐(자이안트랫)의 서식지였는데, 쥐 한 마리 가 보통 50센티 정도 크기로 10마리 정도가 뭉쳐 나오는 잘못하는 사망하기 딱 좋은 레벨에 비해선 고난이도 던젼이었다. "음냐, 이놈들이 숨어있다 기습을 하네. 우리 살아남을 수 있겠냐?" 광견과는 틀리게 구석에 있는 구멍에 숨어 있다가, 라딘과 뭉치가 지나간 후 앞뒤로 포위공격을 하는 거대쥐를 보며, 뭉치는 약한 소리를 하기 시작 했다. 자신과 비슷한 몹이 앞뒤로 덤비면 사실 왠만해선 이기기 힘든데다가, 한 마리 죽여도 뒤에는 4-5마리씩 대기하고 있었기 때문에 거의 절망적인 상황 이라고 보였기 때문이다. "으갸~, 역시 도둑이나 마법사가 없으니, 이런 기습에도 다 걸리는구만, 염 려마. 일단 앞뒤로 등지고 싸우면 어케 되겠지, 한번 해보자고! 먼저 치면 남는다 [차지]!" -쾅, 찌직~ 라딘이 뒤쪽의 7마리를 향해 돌진했다. 한 마리가 미쳐 못 피하 고 라딘의 워해머에 의해 피를 흘리며 뒤로 튕기자 나머지 쥐들이 바로 라 딘을 향해서 달려들기 시작했다. 사실 이런 경우 혼자라면 저주를 해제하고, 각종 강화마법을 걸고 싸워야 되겠지만, 다른 사람이 보는 상황에선 팰러딘이란걸 숨겨야 하기 때문에 그 냥 전사로써의 싸움 밖에 하지 못하는 라딘이었다. "조아~쓰, 나도 간다. [점프 공격]! 아쵸오~~~." -퍽, 찌직~ 일단 선방으로 선두의 한 마리의 머리를 직격한 뭉치의 도끼는 뒤에 달려오는 쥐들을 향해 요란하게 휘둘러졌다. 그러나 역시 동렙 2마리에게 공격받는 것은 치명적인 불리함이었고, 뭉치의 피는 이제 반도 남지 않았다. 쥐는 첫 번째 점프 공격에 치명상을 입은 놈 만 집중공격으로 죽였을 뿐, 나머지 4마리는 뭉치의 피맛을 보기 위해 붉은 눈에 더욱 붉은 광채를 띄우며 공격에 전념하고 있었다. 뭉치는 절망을 느꼈다. '에고, 그래도 한 마리 죽였으니 본전인가...한 마리만 더 죽임 이득일지도 ...흑' "뭉치야! 자리 교환, 이쪽 환경 조성 끝냈어! 니가 이쪽 맡아서 버텨. 그럼 그쪽 놈들 내가 잽싸게 처리할게!" 놀란 뭉치가 뒤를 돌아보자, 뒤에는 라딘이 한쪽 벽에 3마리의 쥐 시체를 쌓아 놓고 그 위에 방패로 간이 바리케이트를 설치하고 있었다. 그로인해 쥐들은 한쪽으로 밖에 공격해 오지 못하는 것이다. "몹 잡을 생각 말고, 틈나면 물약 마시면서 버텨! 내가 뒤쪽 처리할 때까지 꼭 살아 남아야 돼!" "오오!!! 오~~케이~, 1대1이면 3박 4일도 싸울 수 있어. 덤벼라 쥐새끼들아 !" 그리하여 약 30분 뒤, 뒤쪽 4마리를 처리한 라딘의 합세로 앞쪽의 4마리를 무사히 죽인 두 사람은 살아서 포션의 포도맛을 즐길 수 있었다. "이야~, 넌 천재야. 어떻게 방패로 방어벽을 설치할 생각을 다 했니?" "흐흐, 날 형님이라고 불러라. 사실은 이층에서 방금처럼 몇 번 죽을뻔 하다가, 혼자서 2마리는 너무 불리하다고 생각되서 만든 간이벽 설치 기술 이다. 방금 전처럼 소형 몹은 잘 못 뚤더라고, 이 던젼이 애들이 짐승계라서, 피 도 많고 힘도 세긴 한데, 지능이 낮고 마법을 안 써서 우리 같은 전사 파티 가 놀기엔 딱 좋은 거 같아." "그렇구만, 흐흐. 그럼 갈데까지 한번 가보자고, 이 던젼 끝이 몇층인지.." "꿈 깨라. 500은 넘어야 클리어 될거다. 전에 클로즈 베타하던 악령기사란 사람 글 보니까, 던젼은 최하 30층이란다. 그 사람도 딱 한 개 클리어 해봤 다더라." "호곡, 30층? 장난 아니네? 그럼 우린 15층 정도까지가 한계겠지?" "응. 일단은, 나중에야 무조건 클리어하면서 돌아다니는 날이 있겠지. 뭐" "카카, 오케이. 그럼 그날까지 잘해보자고," 그렇게 5층의 쥐들과 사이좋게 놀면서 30시간을 더 사냥하니, 라딘의 레벨 이 4개, 뭉치의 레벨은 5개가 올랐다. 뭉치의 경우 4층에서 거의 3렙을 올 렸기 때문에 그날 하루에 8렙을 올린 것이다. 처음 격어보는 광렙에 흥분하여 접속제한 시간만 지나면 바로 다시 접속하 자는 뭉치를 보며, 라딘은 진한 동지애를 느꼈다. 드디어 또 하나의 폐인이 탄생한 것이다. -------------------------------------------------------- 쇼트가 나서 컴터가 꺼졌는데.....윈도우 시스템 파일이 깨졌다고 부팅이 안되더군요. 비축분 백업 받아 놓은 걸로 일단 다른 컴터로 올리긴 올렸는데.....백업 받은 비축분은 딱 1주일 분량....위기입니다. 아아, 만약 내일도 컴터복구가 안되면 글 올리는 시간이 오후 9시에서 10시 사이로 변경될듯 합니다. 지금까지는 2시에서 4시 사이에 올렸는데, 조금 늦어지게 되겠네요. 그럼 처녀작이고 변변찮은 글이지만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 2-8 기연 2-8 기연 다음 날, 접속시간 제한이 풀리자마자 접속한 두 사람 은 다시 던젼에 침입하여, 6층으로 직행했다. 6층은 라딘도 한번 왔다가 다시 5층으로 후퇴한 경험이 있는 층으로, 크기 50센티 정도의 괴물 날다람쥐의 서식처였는데, 이놈들의 특징은 박쥐처럼 날아다닌다는 것이다. 여기서 도출된 문제는....라딘은 그럭저럭 천정에 붙은 날다람쥐를 때릴 수 있는데 키가 작은 뭉치는 날라다니는 날다람쥐는 공격이 불가능 하다는 것 이다. "장거리 무기는 없어? [던지기] 라던가..." "없는디요. 사나이가 도끼 한 자루면 되지. 뭘 장거리 무기씩이나.." "쯔쯔, 너도 거지로 살아왔구나. 내가 돌아가면 돈 좀 줄게. 단검이라도 몇 개 사라." "흥! 그래도 나에겐 점프 공격이 있다고, 아자! [점프 공격]!" "그래그래. 너도 고생 많이 했구나. 그래 나중에 점프 공격 상위 스킬 나오 면 너 먹어라." (여담이지만 나중에 뭉치는 점프공격 상상위 스킬인 비월각 -서머솔트킥-을 마스터하게 된다. 집념의 소산이라고 할 수 있겠다.) 결국 주로 라딘이 공격해서 떨어진 몹을 뭉치가 밟는 식으로 한 마리 한 마 리씩 처리해가며 던젼을 탐사하기 시작했는데, 다행히 이놈들은 무리를 지 어서 덤비지를 않기 때문에 크게 위험하지는 않았다. 그런식으로 5시간 정도 싸우자, 한쪽에 벽이 갈라진 곳이 보였는데 그곳에 서 계속해서 날다람쥐가 기어나오는 것이었다. "오! 여기가 소굴인가봐. 요기서 죽치고 틈사이로 나오는 놈을 계속 족치자 ." "구~~우ㄷ; 아이디어~, 머리만 내밀면 바로 까는거야." 갈라진 틈은 약 30센티미터 정도의 크기였기 때문에, 날다람쥐는 기어나올 수 밖에 없었다. 기다리고 있는 라딘과 뭉치는 머리만 보이면 바로 그 무식 한 워해머와 그레이트액스를 내려 찍었고, 그런 식으로 10여 마리를 죽이자 , 약 10분간 구멍 속에서 더 이상 날다람쥐가 나오지 않았다. "다 죽었나?" "좀만 더 기다려 보자. 안에서 소리가 계속 나자나." "오키, 그럼 5분만 더 기다려 보자." -그륵, 그륵, 콰르릉~ "꾸엑~~~" 안에서 나는 이상한 소리에 기대하면서 무기를 들고 대기하던 두 사람은 날 벼락을 맞았다. 벽이 통째로 무너지며, 안에서 약 20마리의 날다람쥐가 뛰 쳐 나온 것이다. "튀어~~~~!" -다다다다다다,.......!(오잉?) 뭉치, 그는 숏다리의 대명사 드와프였다. '으그, 내가 미쳐요.' "이얍! [실드 차지]!" -펑- 뒤에 쳐진 뭉치에게 덮친 날다람쥐 더미를 향해 실드 차지를 날리자, 몰려 있던 날다람쥐가 한번에 무너지고, 그 안에서 반쯤은 생을 포기한 듯 한 뭉 치의 얼굴이 튀어 나왔다. "손 잡아! 이여~~~업. 먼저 입구로 뛰어가! 곧 뒤따라 갈테니까. 뭐해! 뒤돌아 보지 말고 뛰어!" "그럼, 먼저 뛸게. 너도 빨리 따라와." -도도도도- "휴. 갔구만. 그럼 시작해 볼까나. [봉인 해제]!" -핑, 번쩍 - 순간 그의 왼쪽귀의 귀걸이이서 밝은 빛이 나고, 다시 그의 온몸에서 휘광 이 나면서 빛의 가루 같은 것이 머리부터 쏟아져 내렸다. 남겨진 먹이를 향해 돌진하던 날다람쥐들은 갑작스런 사태에 잠시 상황분석 과 퇴로차단을 계획하고 실행했다. 둘러쌌다는 예기다. [봉인 해제], 이것은 라딘이 만든 메크로 명령으로써 [저주 해제], [마법방 어오라], [축복], [신력 소환]을 연속으로 걸게 해주는 명령이다. 같은 강화마법 계통의 명령으로 이루어져 딜레이 감소, 영창속도 감소의 효 과가 만빵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따로따로 거는 것의 절반의 스피드로 모든 마법이 걸린다. 이 명령을 시행할 때의 라딘은 봉인된 힘의 회복, 모든 마법 레지 50% 증가 , 명중과 회피 그리고 방어 20%업, 마지막으로 힘의 50%증가의 효과를 가진 다. 지금 라딘의 힘은 약 750....750Kg을 두손으로 휘두르고, 3.75톤의 무게를 움직일 수 있는 힘이다.(환타지 가상현실 세계의 특권!), 단 3분후면 [저주 해제]의 효과가 사라지기 때문에 힘이 3분의 1로 줄어들게 된다. "와라! [홀리웨폰]!, [라디언식 타격술]! 일격필살이 뭔지를 보여주마!" -퍽~찌직-퍽~찌직, 깔린게 몹이라는 말이 있다. 그야말로 타겟을 잡을 필요 없이 휘두르면 뭔가 걸리고 걸린 놈은 바로 사망으로 직결된다. 3분 만에 20여 마리의 날다람쥐를 처리하고, 라딘은 무너진 구멍 속을 조사 했다. 이미 사람이 충분히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무너진 것이다. "얼라? [파티귓말], 뭉치야 살아있냐?" "응, 지금 5층 입구야. 약 먹고 있다. 넌 괜찮아?" "대충 따돌리고 나머지는 죽였어. 근데 아까 무너진 곳 말야. 지금 그 앞인 데 비밀방 같다. 뭔가 있는 듯한 분위기야. 적당히 회복하면 이리로 와봐." "오옷! 정말? 오키 10분만 기다려. 피차면 바로 갈게." 시체를 치우면서 10분쯤 기다리니 뭉치가 낮은 포복 자세로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역시 죽을 고비를 넘기면 별 생쇼를 다 하게 된다고 라딘은 생각했다. "이제 오냐? 저기 봐. 저안에 문 있지? 멋있게 생긴 문." "오, 정말. 벽속에 또 문이 있다니. 빨리 들어가 보자." -그르릉- 문은 돌문으로 앞으로 미는 문이었는데, 그 문을 열고 들어가자, 안에는 적 당한 넓이의 방이었고, 한쪽 구석에 마법진과 상자가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한 마리의 5cm정도 크기의 다람쥐가 있는 둥지가 있었다. "오옷, 저것은 대 마물 결계 마법진, 그럼 저 상자는 말로만 듣던 보물상자 ? 우와~ 역시 주인공에게는 기연이 뒤따르기 마련인가?(물론입니다. 주인공의 특권)" ----------------------------------------------------------------- ----------------------------------------------------------------- 퀴즈 1 보물상자의 내용물은? 1) 유니크 무기 2) 최상급 무공서 3) 갇혀있는 소원을 들어주는 이프리트 4 ) 열면 폭발하는 함정이었다! 5) 궁극의 금주(술끊는 금주가 아님) ------------------------------------------- 2-8 기연 전편의 마지막 장면 : 라딘과 뭉치는 비밀문을 찾아서 그안에 있 는 보물상자를 발견한다. 전편의 퀴즈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대박이었네요(히죽). 그게,,,,사실은 중간에 자르려니 괜히 찔려서 시선을 돌리려고 끼워 넣은건 데,,,(퍼퍽) 죄송합니다. (꾸벅) ------------------------------------------------------------ "야, 근데 저기 봐라. 되게 귀엽다. 던젼에 다람쥐라니~. 용케도 살아남았 네?" -찌직- 다람쥐는 둥지위에서 고개를 들어 이쪽을 바라봤다. 그리고 고개를 갸웃거 리다가 뭐라고 웅얼웅얼 소리를 내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우와~~. 진짜 귀엽네! 우리 저거 데려다 키워볼까?" "찬성~. 그렇잖아도 펫을 가지고 싶었어. 저놈 키우면 여자 꼬시기도 좋겠 다(히죽)." ".......드와프 여자 꼬셔서 뭐할라고?" "으윽....(본인이 드와프라는 것을 잊고 있었음)" 그 순간, 다람쥐의 눈이 반짝이며 이상한 빛을 띄기 시작하자, 뭉치의 눈에 라딘이 오크로 보이기 시작했다. 자신을 향해 와해머를 들고 뛰어오는 오 크, 상당히 맛있어 보이는 놈이었다. "오옷, 오크! 죽어라! 디러운 넘!" "헉, 얌마, 니 미친나?" -깡-깡- 방패를 이용하여 몇 번 막다보니 슬슬 열이 받기 시작했다. 일단 당하면 당 한만큼 돌려주고 사정을 살피는 것이 라딘의 생활패턴인 만큼, 지금은 한가 지에 집중할 때였다. "[스마이트]! 이 노~옴, 형님한테 게기는 놈은 다구리가 묘약이다! 맞아라! [라디안식 타격술]!" -쾅(스마이트 효과음)-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퍽-(스턴된 드와프 패는 소리) "음~, 기절했군. 근데 예가 갑자기 왜 그런거지?" "훗훗훗, 내 현혹마법을 견디다니, 너는 꽤 정신력이 강한 녀석이구나!" "헉! 너, 사람 말 할 줄 아니?" "크크, 나는 날다리오스, 이곳 날다람쥐의 보스이자 마법 다람쥐다. 너희들이 나의 겉모습에 방심한 틈에 이미 모든 마법을 준비 할 수 있었지. 현혹마법은 견뎠지만 이건 어떨까? [포스 셀], [인페르노]!" -화악- "앗! 뜨거." 라딘이 서있는 자리의 바닥에서 둥그런 원이 쳐지면서 불길이 치솟기 시작 했다. 라딘은 불길을 피하려고 했지만, 둥그런 원위로는 보이지 않는 막이 쳐져 있어서 걸어서 나올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카카카, 안에서 통구이가 되면 오늘 밤 내 부하들과 같이 기념회식에 써주 마. 포스 셀을 못 벗어나는 한 너는 끝장이다. "으윽. [레이-븐]" 라딘의 등뒤에서 두장의 날개가 솟아나며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위쪽에는 포스 셀이 없었고, 라딘은 여유롭게 포스 셀을 넘어서 건방진 표정으로 웃고 있는 다람쥐에게 날라가 가볍게 [스마이트]+[강격]을 먹였다. 안타깝게도 육체적 능력이 약했는지, 다람쥐 보스 날다리오스는 워해머와 땅바닥의 사이에 껴서 한 장의 가죽포가 될 수 밖에 없었다. "휴, 잘못했으면 화형 당할 뻔 했네. 세상이 말세다보니 이런 다람쥐도 사 람을 업신여기는군. 어라? 이봐요 뭉치군, 이런데서 자면 어떻게 해요? 일어나요~~오." "으윽, 아! 나 살아있는 거지? 아까 무지하게 흉악한 오크한테 맞아서 죽었 는 줄 알았는데, 니가 때마침 날 구해줬나 보네? 고마우이 친구~." "핫핫핫(땀 삐질), 뭘 그런거 가지고..우린 친구자나~~아. 서로를 돕고 잘 못을 덥어주는 치~~인구." "찡~~한 감동을 느끼게 해주는 말이구만. 근데 상자는 열었어? 다람쥐는?" 그렇게 사태를 좋게 해결한 두 사람은 일단 상자를 살펴보기로 했다. 대마물 마법진 안에 놓여진 상자는 역시 잠겨 있지도, 함정이 걸려 있지도 않았고 그 안에는 한 장의 편지와 3권의 책이 놓여 있었다. "오옷! 이, 이것은?! 스킬북 아냐? 우와~~" 상급 권술서 [열화권] 상급 권술서 [빙염장] 최상급 권술서 [음양쌍마공] 황당한 일이었다. 중급 스킬북도 레어로 떨어지는 이 던젼 6층에 왠 상급과 최상급이란 말인 가? 편지에는 일단 그 사연이 적혀있었다. 이 상자를 남긴 사람은 300년전의 음양신권 철무득이란 사람으로, 이 산을 지나던 중 암살자의 공격으로 치명상을 받고, 겨우겨우 피해서 이 던젼안으 로 들어 왔다고 한다. 그러나 자신이 회복불능의 상태임을 자각한 철무득은 자신의 필생의 무공이 담긴 음양쌍마공과 그 무공을 익히기 전단계의 무공인 두권의 권술서를 마 물의 손에 회손되지 않게 대마물 마법진 스크롤을 사용하여 보관하니 연자 가 잘~ 써먹길 바란다라고 적혀있었다. 오리지날, 원단, 표준 규격의 기연이었다. "라딘 엉아~." "헉, 이눔이 갑자기 왜 그러는데? 너 드와프가 애교떨면 얼마나 심적쇼크를 받는지 알기나 아냐?" "아잉~~~, 엉아, 이거 나 주라~~~." "메~~라고!!! 이눔의 쉐리, 최상급 권법서를 걍 통째로 먹겠다고? 그것도 상급 2권까지 덤으로!!" 뭉치가 라딘의 허리를 붙잡고 공포의 부비부비 공격을 시도했다. 크리티컬 100%의 스턴효과 무한 정신공격이었다. "너는 기사 지망생이라며, 그럼 권법서는 필요 없자나~~아. 나말이야, 전부 터 권법가(권법 특화 검사)가 되고 싶었어. 권성 뭉치! 이 얼마나 멋있는 이름이니~~이(히죽)." "꾸엑,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너 전사로 키운데며! 갑자기 왠 권법가? 그리고 드와프가 권법가가 가당키나 한거 같냐!" "드와프가 권법가 하면 안된다는 법이 어디 있는데! 난 누가 뭐래도 권성이 될거야!" 이제는 눈에서 눈물을 흘려가면서 인종차별의 문제성에 대해 거센 항의를 하는 뭉치였다. 라딘은 한참을 생각하다 결국 권법서를 넘기기로 했다. 결국, 그는 품속에서 한 장의 스크롤을 꺼내게 되었다. "자, 여기다 사인하고 피 한방울 떨궈. 그럼 권법서 너 가져도 되." "오오! 정말? 근데 이게 뭔데?" "엉. 별건 아니고, 맹세의 증서라고 여기에 써서 계약하고 어기면 신의 저 주를 화끈하게 받게 되는 마법 스크롤이야. 응, 우연히 구했어. 요기 계약 내용이 뭐냐고? 그거야 앞으로 니가 얻게 되는 모든 재물의 30% 는 내 소유로 넘긴다는 계약이지. 염려마. 니가 일일이 계산 안 해도 자동 으로 분배된다더라, 마법아이템도 30%확률로 나한테 날아오고 말이야. 싫어? 너 말이야. 미래의 수표보다는 눈앞의 현금이 최고라는 거 알지? 너 정상적으로 최상급 권법서를 500레벨 전에 얻을 수 있을 거 같아? 그때 익혀도 아마 숙련도가 낮아서 무지 고생할 걸? 지금부터 상급 최상급을 익히면 나중에 유니크도 꿈이 아니자나~. 그래 짜 샤~ 사나이가 한번 죽지 두 번 죽냐, 화끈하게 이거 익히고 고수되서 나 뽀 찌 준다고 생각해. 그럼 맘이 편하자나. 사실 5대5라고 할라다가 그래도 친구라고 3대7한거라고, 싫어? 그럼 내가 걍 권법가로 갈까?(물론 구라) 거봐~. 눈앞에 현금은 천하장사도 못 이긴다 고 울 엄마가 그랬거든. 응~ 확 찍어, 피 지장. 물론 이거 신전에 가서 협박이나 부당 계약이면 취소시킬수는 있지만, 이 경우는 해당 안될걸? 누가 뭐래도 최상급이자나~아. 오키~. 언제나 감사합 니다. 손님. 다음에 또 이용해 주세요~오." 그리하여 미래의 파스트 제국 동부 연합의 수장이자 동해 최고의 항구도시 의 영주인 권성 뭉치는 스스로를 주식회사로 변경, 그의 최대 주주로 기사 지망생 라딘을 영입하게 되었다. 브리시아의 미래는 라딘의 그늘에 가려있었다. ------------------------------------------------------------------ ------------------------------------------------------------------ 장 명헌 :통일 한국대학 정치 외교 학과 신입생 캐릭 : 권성 뭉치 종족 : 드와프 직업 : 전사 -> 검사(권사) -> 검성(권성) 주요스킬 [열화권], [빙염장], [음양쌍마공] -> [혼원일기공] [점프공격] [날라차기] [비월각] [경신술] -> [비선보] -> [추혼신법] , [연대구품] [소림기본권법] -> [나한십팔권] -> [백보신권] [던지기] [적엽비화] [만천화우] 한국대학 신마대전 동호회 회장, 브리시아서버 최강길드 '아도'의 초대회장 제 1,2회 전서버 대항 신마대전 2년 연속 우승자(캐릭만 아공간에 소환하 여 전투하는 이벤트로 1년에 한번 열린다.) 세계 최강 드와프, 동부연합맹 주. 동부 최대의 항구도시 '카리브'의 영주, 뭉치 폰 몬테크리스트 백작, 라딘 대륙 무역 주식회사 제 2 주주. 대인대덕, 심모원려 등등 한 집단의 장으로써의 자질을 타고 태어났다는 평 가를 들으며, 한국대학 신마대전 동호회를 정식 동아리로까지 키워낸 인물 이다. 그러나 사실은 라딘에 의해 꾸며진 얼굴마담의 요소가 다분히 있으며, 역사 의 앞무대에 등장할 수 없는 라딘의 대리만족을 위해 키워진 인물이라고 보 면 된다. 이 소설이 정상적인 설정이었다면 당연히 주인공이 되었어야 할 인물. (물론 라딘은 최후보스 뒤에 나오는 진,최후보스로 나와야 된다.) 스킬묘사 [음양쌍마공] - 다이의 대모험의 프레이자드를 상상하면 된다.(화 , 수 속성) [혼원일기공] - 게타로봇의 샤이닝 스토나를 생각하면 된다.(무 속성, 유니 크) [비월각] - 스트리트 파이트의 가일의 서머솔트킥 [연대구품] - 순간적으로 8개의 분신을 만드는 기술(유니크) [추혼신법] - 이동속도를 순간적으로 5배로 늘려주는 기술, 드와프의 한을 풀어준 무공이다. [만천화우] - 당가의 대표적인 암기술로 108개의 표창을 한번에 뿌린다.(유 니크) 설정의 세밀함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무지 중요한 인물입니다. 어쩌면 라딘보다 중요할지도.... ------------------------------------------- 2-9 수련! 수련! 2-9 수련! 수련! 일단 상자안을 확인한 두 사람은 다람쥐가 있었던 둥지를 털기 시작했다. 약간의 돈과 다람쥐 꼬리, 그리고 하나의 알이 있었다. "오잉! 알이다." "알이 좋은거니?(뭉치)" 이 세계의 펫 시스템에서 대표적인 펫 획득 방법은 3가지이다. 주로 쓰이는 방법이 몬스터를 신나게 패다가 맛이 가면, 갑자기 먹을 것을 주면서 삶의 우환에 대하여 토론하는 일명 테이밍, 돈있을 때 쉬운 방법은 펫 상점이나 보관소에서 걍 돈주고 사는 쇼핑, 그리고 마지막이 바로 마정 석의 10분의 1 확률로 떨어지는 알을 특수 포션인 부화수로 부화시키는 것 이다. 테이밍의 경우 재수 좋으면 몬스터가 가지고 있는 아이템까지 모두 장비한 상태로 오게 되지만, 성격이나 충성도에 문제가 있고, 쇼핑의 경우 어느 이 상 강력한 펫은 구하기 힘들지만, 성격이 길들여져 있고, 충성도도 60%정도 로 시작하기 때문에 편하다. 물론 취향에 맞는 펫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좋다. 마지막으로 부화는 알에서 태어나는 몹은 1레벨로 처음엔 무지 약하지만, 키우다 보면 본능적인 특수 능력과 더불어 새로운 기술을 전수할 경우 그것 을 익힐 확률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또한 부화시킨 유저를 혈육으로 생각(주로 아빠, 엄마)하기 때문에 충성도 가 100%이다. 즉 알이라는 것은 마정석의 10배 가격으로도 사기 힘든 초 레어 아이템인 것이다. 특히 그 알이 레어 몬스터의 경우에 말이다. 지금 이 알은 10중 8,9 그 날다람쥐의 보스 '날다리우스'의 새끼다. 마수는 무조건 란생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놈은 그 특유의 귀여움과 마법을 가진다는 것이다. 라딘의 눈이 빛나기 시작했다. "엉. 좋은 거야. 이 속에서 몹이 태어나면 펫으로 삼을 수 있거든(최대한 간략하고 별거 아닌듯한 설명). 음, 이번에 난 건진게 없으니까, 이거나 가 질게(걍 먹을게 없어서 먹는다는 말투). 펫이나 한번 키워 봐야겠다." "응. 그래라. 난 무도가 되려면 당분간 스킬업에 집중해야 될 거 같으니까, 당분간 펫을 키울 여력이 없을 거 같아. 잘 키워봐. 혹시 알아? 드래곤으 로 진화할지." "이봐, 이건 '디지몬(가,현)'이나 '포케몬(가,현)' 같은 몬스터 육성 게임 이 아니라구, 알에서 나온 놈은 부모하고 같은 종족일걸? 진화같은 것도 없 고....." "잉! 그럼 그 알에서 날다람쥐 나오는거야? 케케, 잘 키워보게 친구." "엉, 날다람쥐도 키우면 무서울 수 있다는 걸 보여주겠어!" 그렇게 그날 하루를 마감하고 일단 산채로 돌아온 라딘은 산채 사람들한테 부화수를 하나 얻어 자신의 방에서 알을 꺼내고 엄숙한 자세로 부화수를 들 이부었다. -쩌적, 퍽- 알에 서서히 금이 가고 마침내 알 한 부분이 깨지면서 조그만 동물의 머리 가 튀어나왔다. 잠시 후 마찬가지로 앞발과 뒷발이 튀어 나오고 사지를 버 둥거리자 남은 알 부스러기가 떨어져 나가며 5cm정도의 새끼 다람쥐가 눈도 못 뜨고 버둥거리며 옹알거렸다. -끼잉, 끼잉, 배고파요.- "옷, 태어나면서부터 말을 하다니! 역쉬~ 마법사 몹은 틀려~. 아가야 기다 려라. 여기 아빠가 우유줄게~." 그날 라딘은 피 같은 경치를 포기하고 다람쥐의 시중을 들었다. 그 사이 뭉치는 두 개의 상급 권법서를 익히고, 기본적인 동작을 익히고 있 었고 다시 하루가 지나자, 두 사람은 어느 정도 익숙해진 권법과, 이제는 마유식(마수용 베지밀)을 먹지 않아도 되는 다람쥐 몽몽이를 데리고 다시 던젼에 진입할 수 있었다. "아참, 이거 줄게." "옷, 그게 뭐야?" 라딘이 뭉치에게 내민 것은 하나의 목걸이었다. 그것은 광견의 이빨 50개와 광견의 마정석으로 만든 마법 목걸이 [광견의 이빨목걸이]였는데, 방어력 10, 힘10의 증가치가 있는 하급 마법 아이템이었다. "오옷! 이거 어디서 났어?" "응, 그때 잡은 광견이빨 가지고 내가 조각 기술로 만든거야. 우연히 크리 티컬 성공이 돼서 마법아이템이 되버렸나봐. 일단 너 써~." "오오! 친구~, 그대는 사람을 감동시키는 재주가 있구려~. 고마우이. 사양않고 받겠네." "응, 난 나중에 또 만들면 되니까." 차마 그것이 라딘이 만든 [광견의 이빨 목걸이] 제 10호라는 것은 말할 수 없었다. 그리고 먼저 만든 9개가 [마법 아이템 합성]스킬 수련의 재물로 모 두 뽀개졌다는 것도....참고로 '쥐꼬리'는 중급 연금술 시약중 하나로써 연 금술 길드에 팔면 30배의 가격으로 거래된다. 물론 라딘은 파는 척 하고 자신의 돈을 뭉치에게 건네면서 조용히 쟁이는 중이다. 6층 날다람쥐 던젼에서 다시 몇 시간을 수련하자 마침내 라딘이 70레벨이 되었다. 드디어 7층에 내려갈 때가 된 것이다. 라딘도 모르는 미지의 영역, 두 사람 은 긴장을 유지하며 입구서부터 서서히 걸었다. 조금 가다보니, 쥐가 한 마리 보였다. "얼라? 거대쥐가 또 나오내? 7층이면 80렙대 몹이 나와야지 왠 60렙 몹?" "글게, 그것도 딸랑 한 마리네. 뭐 일단 잡자." -퍽,퍽- 찌찍~~~, 어리버리하게 서성대다 두사람의 다굴에 도망도 못가고 죽은 거대쥐는 마지막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며 회색으로 변해갔다. 두 사람 은 흐믓한 표정으로 회색빛의 시체에서 쥐꼬리를 챙겼다. 그러나 그 순간 저쪽 통로에서 5마리의 거대쥐가 뛰어왔다. 문제는 선두의 2마리였는데, 그들의 크기는 다른쥐의 3배인 1.5m정도였다. "너냐? 우리애를 건드린게?" 큰 쥐 중 한 마리가 말했다. "얼라? 비만 거대쥐는 말도 하네?" "으그~, 이봐 뭉치야 몬스터 정보란 좀 보고 다녀. 저게 바로 랫맨이자나. 웨어랫이라고도 하는.." 그렇다. 그 커다란 두 놈은 바로 두 발로 서더니 하체가 약간 길어지며 다 리가 되고, 빈약한 앞다리도 약간 굵어지며, 손톱 5개가 튀어나와 2족 보행 의 자세를 취하기 시작했다. "얘들아! 우리 패밀리의 쓴맛을 저 침입자에게 보여주자. 돌격~" "헉, [열화권]! [소림기본권법]!" 뭉치가 도끼를 포기하며 새롭게 산적들에게 구입한 초급 기본 권법서인 [소 림기본권법]을 상급 무공인 몸안의 마나를 열로 바꾸어서 장심에 모으는 [ 열화권]에 의해 불타오르는 두 주먹으로 펼치기 시작했다. 그러자 역시 짐승계라서 불을 두려워 하는 듯 거대쥐들이 추춤댔고, 그 사 이 뭉치는 2마리의 거대쥐에게 따끔한 일격과 함께 몸에 불이 붙는 경험을 선사할 수 있었다. 한편 라딘은 랫맨들과 2대 1 이지만 보스전답게 서로를 노려보며 분위기를 잡고 있었다. ------------------------------------------- 2-9 수련! 수련! 흑, 이거 2회분인데....중간에 자르기가 마땅치 않아서 걍 올립니다. 절단신공을 더 쌓아야 되는데.... -------------------------------------------------------- "받아라! 우리 형제의 비기 [천지쌍격]!" 한 마리의 랫맨이 돌격하기 시작하자, 다른 한 마리가 그 뒤로 숨었다. 그리고 돌격하는 랫맨의 머리위로 숨었던 랫맨이 뛰어 올랐다. 위로부터 머리를, 아래로부터 다리를 노리는 필살 합격 스킬인 [천지쌍격] 은 [차지]와 [점프 공격]을 절묘히 조합한 연합기술로, 타격 타이밍이 같기 때문에 방어하거나 피하기가 무지 힘든 검사나 무사들이 선호하는 간단 합 격술 중 하나이다. 그러나, "한놈만 노려 깐다. 필살 [차지]! [차지]! [차 지]! [차지]! [차지]! 오 5연속 넉백 성공~" 힘과 체중의 차이는 엄격히 존재하는 법, 라딘은 상대가 1.5m정도의 소구임 을 노려서 위에 뜬놈의 일격은 몸으로 때우고 밑에서 돌격하는 놈에게 맞차 지를 걸었다. -맞차지는 몸무게와 힘센놈이 때린걸로 치고 약한놈이 양쪽 대미지를 몰아 서 받는다, 즉 크로스카운터 효과- 당연히 라딘의 승리로 끝나고 뒤로 튕긴 랫맨은 한번도 땅을 밟아 보지 못하고, 계속 튕기다가 벽에 박혀 회색으로 변해갔다. 뒤에서 착지한 후 멍한 표정으로 보던 랫맨2는 뒤늦게 분노로 몸을 떨며 다 시 몸을 날렸다. "독한놈, 동료의 복수를 갚겠다. [점프 공격]!" -휘익~~,땅~~~~, 찌직~, 멋지게 몸을 날려 한번에 라딘이 있는 곳까지 날아 가 손톱을 라딘의 목에 밖아 넣으려던 랫맨은 안타깝게도 라딘의 방패에 막 혀 추락했다. ...[스마이트]에 걸린 것이다. "훗, 서로 빙빙 돌면서 빈틈을 노려도 맞아 줄까 말까 한데, 정면 직선 공 격을 하다니, 니들이 기사를 물로 보는 구나. 조아쓰, 7층은 랫맨 소굴, 랫 맨도 전술이 바보수준이니 확실하게 밀어 버리자고!" "오오! 그럼 또 광렙하는거야? 나 오늘 80렙 되고 싶어~." "시작해보자고~~" 그렇게 2박 3일, 즉 현실시간으로 16시간을 열렙한 두 사람은 드디어 랫맨 손톱 200여개와 랫맨의 대형 꼬리(연금술 재료) 50여개를 모아서 던젼을 나 올 수 있었다. 제한시간이 다가온 것이다. "우후~, 그래도 레벨 5개나 올렸다. 이렇게 가면 서버 1위가 우리가 되는거 아냐?" "후~. 그럴지도, 거의 던젼을 독점하면서 한계까지 잡고 있으니까 말이야. 아! 그리고 이 손톱은 내가 대장장이 스킬로 표창 만들어 줄게. 너 [던지기] 익혀라. 대신 이 꼬리는 내가 가질게.(랫맨의 쥐꼬리는 연금술 레어 재료로써 금보다 10배 비싸다. 단 그 사실을 아는 유저는 현재 유일 한 연금술 60이상의 유저인 라딘 뿐이다. 잡화점에 팔면 그냥 쥐꼬리의 3배 가격 ..한마디로 밥 한끼 값)" "오옷, 대장장이 스킬도 익혔단 말이야? 오케이~, 그럼 난 산채 사람들한테 던지기 기술 있나 물어봐야겠다. 그럼 낼 보자. 푹 쉬어~." "구래~." 쥐꼬리를 쟁이고 로그아웃한 라딘은 어느덧 새해가 다가온다는 것을 느끼고 , 신년 인사 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저번에 전화했을 때, 올해도 작년처럼 호주로 부모를 만나러 가지 않고 그 냥 신년에는 한국에서 혼자서 보내겠다고 했기 때문에, 신년인사 전화만 하 면 되지만, 그래도 친척들에게 인사는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친척이라고 딱 두 집인데, 1년에 2번은 인사를 가는 것이 예의가 아닌가? 통신백화점에 신년 선물 2세트를 주문하고, 신년 대청소를 시작한 라딘은 거의 8시간만에 청소를 끝마칠 수 있었다. 생각해보니 이사한 후, 짐정리도 거의 안하고 게임에 몰두한 것이다. 한쪽에 쌓여 있는 짐을 분류하고, 옷을 옷장에 넣고 하는 사이, 접속제한이 풀려버린 것이었다. 즉, 24시간 동안 잠을 못 잤는데, 다시 16시간을 플레 이 해야 하는....스스로 생각해도 폐인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죽을지도....아니야! 아직은 멈출수 없지! 기다려라 뭉치! 이 엉아가 이 한몸 희생해서 너를 키워주마. [로그 인]" ...... ...... ...... 죽음(과로사)을 각오한 라딘과 뭉치의 폭렙은 그해 말까지 100렙 달성, 던 젼 10층 진입이라는 성과를 얻고 성공적으로 신년 계획을 짜게하는 위업을 달성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눈밑에 짙은 반달이 생긴 라딘은 새로운 메이 크업 화장품을 바르고서 친척집에 인사를 가야 되는 해프닝이 있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의욕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 늦게 배운 도둑질이 무섭다는 말이 있다. 그 말은 이 두 폐인에게 딱 어울 리는 말로, 신년의 모든 일정을 현실 타임 8시간 안에 끝내고, 제한시간을 정확히 지키면서 광렙에 도전하는 이 두 사람은 어느덧 150레벨을 넘어서서 , 던전 13층을 헤메고 있었다. 13층은 160레벨대의 다크 타이거가 살고 있는 어둠의 밀림으로 타이거 이외 에도 여러 가지 100~150레벨대의 몬스터들이 있었다. 상당히 넓은 층으로 두 사람은 이곳에서 거의 보름을 지내며, 다크타이거 6마리와 수 많은 마수 들을 잡았다. 현재 뭉치의 레벨은 155로 열화권과 빙염장의 스킬도 60%에 달하여 이제는 불과 얼음의 장풍을 쏘아 낼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 또한 라딘도 레벨 144로 펫인 몽몽이에게 20%의 경험치를 분배하고, 또한 원래 팰러딘은 전사의 4배 경험치가 필요하기 때문에 메사이아 이어링을 껴 도 2배의 경험치가 필요했기에 결국 뭉치보다 레벨이 쳐지긴 했지만, 실드 차지와 스마이트, 라디안식 타격술도 50%의 숙련도를 자랑하고 있었다. 현재 서버 1위는 어둠의 프로게이머인 악령기사인데, 그는 초기의 아이템과 5명의 동료들의 몰아주기를 이용해 178이라는 레벨을 달성할 수 있었고, 남부에 위치한 사이칸 왕국의 남쪽사막에 대규모 길드를 계획하고 있었다. 정식 길드는 2차 직업부터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뭉치는 대략 서버 100위 정도의 레벨로 상급 스킬을 익히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는 서버 최강 자라고 억지를 부릴 정도의 실력이다. 물론 라딘은 예외이다. 라딘은 현재 봉인해제하면 500레벨도 상대할 수 있 다. "근데 14층으로 내려가는 길이 안 나오네, 이제 슬슬 다크타이거도 껌으로 보이는데 말이야." "글게, 다시 한번 뒤져 보자. 워낙 넓고 정글 환경 던젼이라서 찾기가 쉽지 는 않지만 말이야." 그렇다. 두 사람은 보름째 이 13층에서 지내고 있는 결정적인 이유는 14층 으로 내려가는 통로나 계단을 못 찾았기 때문이다. 덕분에 다크 타이거를 6 마리나 잡아서 그 가죽을 3개나 얻긴 했다(물론 라딘이 챙겼다.) 두 사람은 다시 12층 계단 앞까지 와서 지금까지 지내온 통로들을 다시 한 번 세세히 살피기 시작했다. 한참을 찾던 두 사람은 드디어 무엇인가 이상 한 점을 깨달을 수 있었는데, 그것은 몹이 한 마리도 안 나오고 있다는 것 이다. "이상하네. 애들이 왜 안 나오지?" "글세, 우리 소문이 퍼져서 다 숨어있나?" 그 순간, 던젼 중앙쪽에서 밝은 빛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혹시 무슨 좋은 일이 있나 하고 뛰어간 두 사람이 본 것은 던젼 중앙에 위치한 바위가 투명 하게 빛나며 흔들리고 있는 것인데, 점점 흔들림이 심해지던 바위가 어느 순간 두 쪽으로 갈라지며 열렸다. -그르릉-,,,, 크왕~ "헉, 이놈은 뭐야?" "[차지]! 일단 치고 나서 말해 뭉치야!" 바위 밑에서 기어 나온 몹은 다크타이거의 2배의 몸집을 가진 샤벨타이거였 는데, 여태까지 나온 적이 없는 몹으로 상황이나 호랑이의 기도(오라)로 보 건데, 다크타이거는 상대도 안 되는 놈이 틀림없었다. 추정레벨은 최소 200레벨, 아니 250은 되어 보였다. 팍! 하고 직감이 왔다. 보스다! -쾅~, "으헉, 내 차지가 막히다니!" 라딘의 필살 차지는 안타깝게도 샤벨타이거의 앞발에 막혔다. 앞발치기와 차지가 상쇄된 것이다. 즉 샤벨타이거의 한쪽 앞발의 힘이 라딘의 힘과 맞먹는 다는 이야기다. "나한테 맡겨! [열화장]! 먹어라 화염장풍~" 불이 뭉치의 왼손을 감싸고, 그 안에서 한 개의 불덩이가 마치 파이어볼 마 법처럼 샤벨타이거의 얼굴을 향해 날라갔다. 그러나 샤벨타이거는 날라오는 불덩이를 향해 표호했고, 그 표호에 불덩이는 생일 축하 케익에 꼿힌 초불 처럼 사그러지는 것이 아닌가! "오~에~, 내 필살 장풍이~! 좋다. 니가 그렇게 나온다면 직접 손맛을 보여 주는 수밖에! [빙염장]! [소림기본권법]! " 뭉치의 오른손에 하얀 서리가 끼며 빛나기 시작했다. 한손엔 불, 한손엔 냉기를 머금고 돌진하여 소림권을 펼치는 뭉치는 4m에 달하는 샤벨타이거에 당당하게 맞서 싸우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달인의 위 풍당당함이 엿보이는 기세였다. 물론 약 1분 만에 샤벨타이거의 뒤돌려 뒷발차기에 차여 구석에 쳐박히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 사이 라딘은 호랑이의 뒤로 돌아가 필사적으로 스마이트와 강격을 펼쳤 다. 몇방은 명중하여 확실히 샤벨타이거를 아프게 하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 샤벨타이거의 제1목표를 라딘으로 변경하게 함과 동시에 뒷발로 뭉치를 날 리고, 머리로 라딘의 방패를 들이받아 라딘마저 날라가 구석에 쳐 박히게 되었다. '우씨, 이걸 봉인해제하고 화끈하게 죽여버릴까? 그래도 뭉치에게 안 들키 고 잘 해 왔는데, 호랑아 호랑아 뭉치쪽으로 가라. 그럼 그 사이에 봉인해 제하고 안 들키게 뒤에서 한방에 보내줄게~.' 그러나, 일단 장비빨이 있어 보이는 라딘이 먼저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보 였는지, 샤벨타이거는 죽은척하고 있는 라딘에게 다가왔다. 물론 입맛을 다 시고 있었다. 라딘이 어쩔 수 없이 최후의 한방을 노리고 있는데, 갑자기 샤벨타이거가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어느 틈에 뭉치가 불타는 손으로 타이거의 꼬리를 잡은 것이다. "캬캬. 이눔아! 나의 낮은 포복을 못 알아차린 순간 너는 이미 끝장난 목숨 이다. 죽어라! [빙염장]!" 꼬리를 지글지글 익히며 다른 한 손으로 호랑이의 엉덩이부분을 빙염장으로 무차별 난타하는 뭉치, 이미 소림 기본권법의 흔적은 간데 없었지만, 중요 급소(?)가 상당히 모여 있는 엉덩이에 가해지는 냉기의 장풍은 호랑이의 정 신을 빼놓기에 충분했다. -벌떡- "나도 간다~. [강타]!" -쾅- 될 때는 된다더니, 크리티컬이 터졌다. 라딘의 해머가 호랑이의 코를 정통 으로 가격한 것이다. 일단 코에 해머를 명중시키자 라딘의 특별기가 발동되 었다. ...이름하여 깐데 또까기, "[스마이트], [강타], [스마이트], [강타], [스 마이트], [강타], [스마이트], [강타] 어 이놈 벌써 죽었네?" 역시 다굴의 힘은 무서웠다. 꼬리가 반쯤 익고, 엉덩이가 얼어서 갈라지고, 코가 3배쯤 부풀어 오른 회색 샤벨타이거의 시체는 왠지 처량해 보였고, 그 옆에는 샤벨타이거의 이빨 2개(소검이나 창날 재료, 비싸다.)와 가죽(가 죽갑옷 재료, 상급 재료)을 주운 두 행운아가 포션으로 축배를 들고 있었다 . "근데 말이야. 이 바위가 14층으로 내려가는 비밀 통로였었네. 이놈이 안 나왔으면 전혀 모를 뻔 했다." "글게 말이야. 이제보니 이 호랑이가 신이 우리에게 내린 안내자인가 봐." 사실 14층의 통로는 비밀문으로 도둑계의 탐색스킬이 없으면 발견하기가 거 의 불가능한 통로였다. 그것을 깨닫자 라딘은 지금쯤 수도에서 열심히 기술 을 익히고 있을 자신의 종자 애니를 떠올렸다. '그래, 나중에는 꼭 걔를 데리고 와서 부려먹어야지. 이런데서 삽질할 순 없자나, 음~ 수도에 돌아가면 좀 더 확실하게 애니를 훈련 시켜야겠군. 애니야 기다려라. 이 주인이 너를 위해서 이 바쁜 시간을 쪼개서 몸소 교육 을 시켜주마. 황제와 그 가족밖에 받아보지 못한 특별 교육을~...' 수도의 애니는 그 순간 몸이 경직되며, 이유를 알 수 없는 몸살기를 느끼고 , 그 뒤 3일간을 왠지 모를 악몽에 시달렸다고 한다. -------------------------------------------------------- 몽몽이는 조금 더 자라야 제 역할을 합니다. 아직은 라딘 품속에서 경험치 먹으며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것이죠. ㅅ 받침있는 글자는 무조건 깨지네요. 왜 그럴까요? ------------------------------------------- 2-10 궁지에 몰린 인간의 행동패턴 결국 윈도우를 다시 깔았습니다. 비축 분이 몇개 날아가서 드디어 비축분 압박이라는 중병에(흑흑), 오늘 밤에 열 심히 보충해야겠습니다. -현재 비축분 : 딱 1주일분.. 방법 1 : 1주일분을 한번에 올린뒤 잠수한다. 방법 2 : 침식을 전폐하고 3-4일 동안 작업에 들어간다. 방법 3 : 그야말로 일기쓰는 기분으로 매일 작업한다. 방법 4 : 한달동안 리메이크라고 연중한다(호호) 방법 5 : 다른 소설의 재밌는 부분을 오려내서 덧붙이기 작업을(퍼퍽) 윽 죄송합니다. 5번은 취소입니다. 흑 지금 계속 고민중이에요. 2-10 궁지에 몰린 인간의 행동패턴 ------------------------------------- ----------------------- 14층에서 나오는 웨어 타이거를 잡으며 다시 170레벨을 만들고 15, 16층을 클리어 하는 사이 어느새 한달 보름의 시간이 지나고, 뭉치의 레벨이 200이 되었다. 라딘 또한 165레벨이 되었고, 펫인 몽몽은 120레벨이 되었다. 몽몽은 90레 벨이 넘어가자, 종족의 본성 특수기인 [점프 비행], [포스실드], [인페르노 ], [정신현혹]를 쓸 수 있게 되었는데, 문제는 몽몽을 귀여워하는 산적들에 게서 [쾌속도주]의 기술을 전수 받았다는 것이다. 뒤늦게 그것을 안 라딘은 펫한테 쓸데없는 도둑계 기술을 전수한 산적들에 게 그에 상응한 보답을 하였지만, 이미 자신에게 맞는 신기술에 마음을 빼 앗긴 몽몽이를 설득하여, 다른 기술을 익히게 할 수는 없었다. 아빠는 아이에게는 약한 것이다. 그리하여, 대마법사 날다람쥐 육성 계획을 열심히 세우던 라딘 아빠는 슬픔 을 삼키며 도둑법사 날다람쥐의 미래를 축복해 줄 수 밖에 없었다. 뭉치의 경우 [소림기본권법] [점프공격] [열화장] [빙염장] 그리고 [던지기 ]의 기술을 꾸준히 올려서 이제는 전부 스킬 숙련도 90을 넘겼고, 소림기본 권법은 마스터하기까지 되었다. 이제 2차 직업으로 전업할 준비가 된 것이다. 드디어 이별의 순간이 다가왔다. 뭉치가 권사가 되기 위해서는 수도에 있는 무도가의 총본산(뭉치의 경우 소림사)에 가서 퀘스트를 수행해야 하는 것 이다. 물론 영광의 신전에서 레벨 200 등록도 해야 된다. 라딘은 떠나는 뭉치를 보며 둥지를 떠나 나는 새끼새를 보는 어미새의 심정 이 되었다. 그 후, 뭉치는 무사히 수도로 도착해서 전업하고, 후일 그가 동료들과 레테 해로 떠날 때까지 중급 기본무술인 [나한십팔수]를 수련하게 된다. 이제는 라딘 자신이 200렙이 될 차례였다. 그러나.... '어~~이, 바보 팰러딘. 살아있냐?' '얼라? 누구냐 너?' '헐~, 어린놈이 벌써 치매냐? 나 설산이잖나. 너 지금 어디냐?' 잠시 기억을 더듬던 라딘은 자신의 전용 마운트 이름이 설산이었던것을 기 억해냈다. '아! 너 내 자가용 설산이었지. 맞아. 여기 미르던 산맥인데? 왜?' '쿠헬헬. 역시 사내답게 포기했구나. 그래 설마 내가 널 막 부려 먹겠냐. 그냥 가끔 한번씩 등 목욕이나 시킬게. 설렁설렁 유람이나 하면서 와라. 괜히 오다가 죽어서 겨우 얻은 쫄다구 하나 잃게 하지 말고...' '잉? 뭔 소리여? 니가 내 쫄다구지, 내가 왜 니 쫄다구냐?' '헐~, 정말로 치매였던 거냐? 너 1년 안에 여기 온다며? 지금 1년이 딱 10 일 남은 거 아냐? 니가 여기까지 날아서 와도 10일 쯤 걸릴거다. 케케, 맘 비우고 천천히 와~(찰칵)' -띵~~~, 뭉치와의 만남, 두사람의 파티 플레이, 광렙, 펫 육성, 스킬 숙련 도 연습, 폐인 생활,,,,,,제일 중요한 여행의 목적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기억 안나시는 분은 소제목 '여행의 목적'을 참조하세요.) 라딘은 당황했다. 심하게 당황했다. 어찌하여 게임 인생을 걸기까지 한 맹세를 그렇게 쉽게 잊을 수 있단 말인 가! 한달만, 아니 20일만 일찍 깨달았어도 무슨 수가 있었을 것이다. 절망이라 는 단어가 라딘의 머리를 채우기 시작했다. 그러나, 궁지에 몰린 쥐는 고양이 앞에서도 발악하는 법, 이대로 끝낼 수는 없었다. 날아갈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산맥 저쪽에는 하피나 와이번도 많다. 그들의 영역을 날아서 지나간다는 것은 그들에게 정면 도전하거나, 재물로 스스로를 바치는 경우에만 한한다. 그들의 영역을 날아서 지나갈 수 있는 존재는 이 브리시아에 존재하지 않는 다. .....아니다! 있다. 당당하게 날아서 지나갈 수 있는 존재가! ------------------------------------------------------------- 라딘은 산채로 뛰어 갔다. 그리고 산채 사람을 붙잡고 물었다. "이봐요. 짝코, 여기 남쪽이 그린드래곤의 레어지 아마?" "엉, 그렇지. 그린드래곤 카이시아드의 레어야." "레어까지 어느정도 거리야?" "잉? 그건 왜? 한 3일 걸릴걸? 남쪽 비르계곡 중간이니까. 그래서 우리가 대규모 토벌대가 뜨면 비르계곡 쪽 바로 밑으로 피난 가자나. 거기는 토벌 대가 수색 못하거든. 캬캬" "오, 비르계곡 중간, 3일 거리, 오키, 땡규~" "어? 어이~, 갑자기 어딜 뛰어 가는 거야?" 뛰어서 산채를 벗어난 라딘은 일단 주위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레 이-븐]을 시전하여 저공으로 날라가기 시작했다. 날라서 가면 반나절도 안 걸리는 것이다, 용이 사는 비르계곡까지는. ------------------------------------------------------- 판타지의 최고 인기물중 하나인 드래곤, 쓸까말까 무지 고민했지만 결국 쓰 기로 했습니다. 아아~ 저도 세속의 굴레를 벗어나지는 못하나봐요. 1) 카이시아드를 때려잡아서 유니크 아이템 드래곤 스컬크러셔(워해머)를 얻는다. 2) 라딘의 하렘에 카이시아드가 취직한다.(애인설) 3) 카이시아드와 결혼해서 애낳고 잘 산다.(부부설) 4) 무뇌 드래곤 카이시아드를 새로운 마운트로 삼고 설백을 잡아 고래통구 이를 하여 요리 마스터를 한다.(뉴 마운트설) 5) 가자마자 바로 카이시아드한테 잡아먹히고 고래똘만이라는 새로운 인생 을 시작한다.(뉴 라이프설) 뭘로 할까요? 정답은 0번입니다. 소설을 읽어주세요.(아아 죄송합니다. 또 땜방입니다. 여기서 안자르면 10장을 올려야 되요(흑흑) ------------------------------------------- 2-10 궁지에 몰린 인간의 행동패턴 ---------------------------------- 반나절을 열심히 날아서 비르계곡 입구까지 온 라딘은 일단 땅에 내려서 마 나를 다시 채우며 자신의 계획을 정리했다. 일단, 용을 만나야 한다. 그린드래곤 카이시아드는 비교적 온화한 성품이라 고 한다. 한마디로 보이는 순간 죽이지는 않고 그냥 심심할 때만 죽인다고 할 수 있다. 아무튼 일단 만나면, 흥정을 해야한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약간의 보물(그 순간 라딘의 손이 떨렸다. 역시 아까운 것이다.), 그리고 그것으로 모자라다면 자신이 입고있는 미스릴 풀 플레이 트도 벗을 용의가 있다(그 순간 라딘의 안면근육이 떨렸다. 심각한 심적 부 담으로 인한 안면 경련이었다.). 하지만 드래곤은 드래곤이다. 기분이 나쁘거나 귀찮다면 라딘을 태우거나 발로 잡고 레테해까지 날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그 때는,....... 라딘은 자신의 아공간 주머니에서 한병의 포션을 꺼냈다. 이것이야 말로 연금술사마스터의 증거인 '라히나의 사랑'이었다. 500년 전, 위대한 마법사이자 연금술사 마스터인 라히나는 그 당시 제국의 황태자를 사랑하게 되었다. 90먹은 반노환동 노파의 16살 먹은 미소년에게의 원조교제성 사랑이었지만 나름대로 순수했었다. 태어나서 마법을 익히는데 일생을 보낸 라히나에게는 그것이 첫사랑이었던 것이다. 그 당시 황태자는 어머니의 황후의 사망과 그 뒤를 이은 황후의 권력에 밀 려, 황태자 자리에서 폐위될 위기에 있었는데, 라히나의 개입으로 수 많은 위기를 넘기고 무사히 황제의 60세 생일날 왕위를 이양 받게 되어 있었다. 그러나 대관식에는 무서운 마법함정이 설치되었고, 라히나는 그 사실을 사 전에 알게 되었지만, 아무런 작위도 없는 그녀의 말을 믿고 즉위식을 중지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뿐만 아니라, 그 당시 제국의 관습으로는 만약 어떤 이유로든 즉위식에 황 태자가 나가지 않는다면, 황태자는 황위에 관심이 없거나 인연이 없는 것으 로 간주되어, 제2 황위 후계자인 2황자에게 선택권이 돌아가게 된다. 죽어도 왕관을 쓰고 죽겠다는 황태자의 말에 라히나는 어쩔 수 없이 약간 과한 수단을 쓰게 된다. 그녀가 개발한 그 포션은 쉽게 말해서 물감으로 어떠한 방법으로도 7일간 지워지지 않는 마법 물감이었는데, 그녀는 그것을 60세의 황제의 얼굴에 뿌 린 것이다. 황위 양위식(즉위식) 하루전에..... 그녀는 물론 황제 모독죄로 사형에 처해졌다. 그리고 얼굴에 핑크빛 물감을 덮어 쓴 황제는 차마 그 얼굴로 황위 양위식 을 할 수 없어 식을 연기하고 말았다. 물론 그사이 황태자가 간헌하여, 즉 위식 장소를 옮겨 무사히 양위식을 치르게 된 것이다. 즉, 얼굴 문제로 양위식을 연기하기는 그러니까 그 장소가 저주받았다는 이 유를 대서 다른 장소에서 양위식을 거행하게 하면 그 준비가 보름은 걸리게 된다는 설득에 황제가 넘어갔다. 물론 라히나가 죽기전에 황태자에게 건낸 쪽지에 쓰여진 내용이었다. 그 후, 자신의 정권을 확립한 황제는 자신을 위해 희생한 라히나를 위해 신 전을 짓고, 그녀의 연금술서와 마법서를 마법사 길드에 기증했는데, 그 연 금술서의 마지막 장에 쓰여 있는 연금술 마스터만이 만들 수 있는 그 마법 물감은 연금술 마스터의 증거로 쓰이며, '라히나의 사랑'이라고 불리우기 시작했다. 라딘은 물론 연금술 마스터였고 이 물감도 만들었다. 기념으로 가지고 다니 던 것인데, 지금 쓸 기회가 온 것이다. 일단 그 빌어먹을 드래곤이 거절하면, 이 물감을 드래곤의 얼굴에 던지는 것이다. 초록색 얼굴에 핑크빛의 꽃이 필 것이다. 물론 라딘은 그 순간 열심히 날아서 도망갈 것이다. 잡히면 안 된다. 자신이 알기로 [레이-븐]은 최상급 마법답게 속도가 최고이다. 드래곤의 비 행속도에 뒤지지 않는다. 그리하여 도망가고 또 도망가서 레테해까지 도망가는 것이다. 제한시간 강제 종료시는 순간적으로 안전한 아공간으로 들어가니까, 그때까 지만 버티면 된다. 그럼 다시 8시간 후, 드래곤과의 스릴 넘치는 추격전을 펼칠 수 있을 것이다. 와이번이나 하피? 훗, 누가 미쳤다고 드래곤이 노리는 먹이를 건드릴 수 있 을 것인가! 요는 잡히지만 않는다면 무사히 레테해까지는 날라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일단 도착하면 물론 한번은 죽어야겠지만, 그래도 게임을 영원히 접는 것 보다는 낫지 않겠는가? 포션을 든 라딘의 손이 필살의 각오로 떨렸다. -크앙- "잉? 뭐냐? 어른이 생각하는데 떠드는 게 누구야?" 계곡 입구에서 나무가 쓰러지며 약 4m의 키를 가진 힘과 무식의 대명사 오 우거가 걸어 나왔다. 한손에는 막대기(라딘에게는 통나무)를 들고 라딘을 보며 오우거는 오랬만에 보는 특별식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달려왔다. "헉, 오거다. 젠장 바빠 죽겠는데...[봉인해제]! [홀리웨폰]!" 변신모드가 끝나고 (이제는 귀에서 섬광이 나고, 머리에서 빛가루가 떨어지 고, 몸에서 광휘가 뿜어져 나오는 순서에 맞추어서 1)해머를 든 오른손을 머리위로 올려 반대방향으로 반바퀴를 돌리며 2)등 뒤쪽으로부터 머리위로 방패를 돌려서 가슴에 내린 후, 3)방패와 워해머를 십자로 교차하여 양팔을 벌리는 변신모드 동작을 자연스럽게 시행하는 라딘이었다.) 라딘은 오우거가 휘두르는 몽둥이를 방패로 가볍게 막고, 미리 시행하였던 [강타]스킬의 딜레이 타임이 끝나자 워해머로 오우거의 무릅을 때렸다. 비르계곡 입구에 이주하여 3년째 살고있는 오우거A는 황당한 일을 체험하게 되었다. 맛있어 보이는 인간을 하나 발견하여 열심히 달려가 몽둥이로 때린 것까지 는 여태까지의 패턴과 다름없었는데, 그 인간이 몽둥이에 맞고 몸이 부서지 는 것이 아니라, 한팔에 낀 방패로 가볍게 자신이 휘두른 몽둥이를 막는 것 이 아닌가? 뿐만 아니라 당황해서 잠시 멍해있는 사이, 다른 손에 든 쇠망치로 자신의 무릅뼈를 뽀겠다. 너무 아파서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면서도, 감히 먹이주제에 반항한 인간에 게 오우거의 쓴맛을 보여주겠다는 의지로 인간위로 덥친 오우거A였지만, 그 인간답지 않은 인간은 그를 두 손으로 들어 올렸다. 몸무게 5t을 상회하는 자신을! 그리고는 옆에 있는 뾰족하게 생긴 바위위로 자신을 떨구는 것이 아닌가, 척추에 심각한 손상을 입은 오우거A의 머리위로 이제는 인간으로 보이지 않 는 그 인간이 점프하여 그의 머리위로 떨어지며 외치는 소리를 끝으로 오우 거A는 파란만장한 일생을 끝마쳤다. 그가 마지막 들은 소리는 [천근추]였다. "5, 4, 3, 2, 1 변신 해제~. 쯔쯔, 감히 파~워~ 라딘님한테 덤비다니. 불쌍한 놈~ 헉! 이것은!!!!!" 회색이 된 오우거의 배꼽에 유일하게 색을 띤 구슬이 하나 보였다. 그것은 바로 소문에만 듣던 오우거의 마정석이었다. 오우거는 일단 레어 몹으로 분류된다. 절대로 무리 짖지 않고, 최대 2마리 까지만 같이 다니며, 400렙이라는 레벨대의 몹 중 최강의 힘을 가진 이 몹 은 500렙의 3차 직업의 영웅도 1대 1로는 꺼리는 깡패몹이라고 할 수 있다. 단지 라딘의 힘이 약,간, 아,주,약,간, 더 셌을 뿐이다. 문제는 이 오우거란 놈은 숫자도 적은 놈이 마정석도 레어 드롭으로 분류되 어, 클로즈 베타 시절에 악령기사팀이 우연히 하나를 얻었을 뿐이다. 그 악령기사는 그것으로 만든 아이템인 OPG를 아직도 최고의 보물로 취급하 고 있다고 한다. 즉 오우거의 마정석은 OPG의 재료이자 소환사에게는 오우 거를 소환하게 해주는 환상의 고급 아이템인 것이다. 라딘은 망설였다. 그는 지금 바쁜 것이다. 그러나, 한숨을 내쉰 라딘은 자 신의 대장장이 망치와 모루를 꺼내고 작업 준비를 했다. OPG(오우거 파워 건틀렛)를 만드려는 것이다. 왜 그가 당장 OPG를 만들어야 하는가? 라딘이야 말로 내일 지구가 멸망해도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는 철학자인 것인가? 천만의 말씀이다. 만약에 마정석을 그대로 아공간 주머니에 보관할 경우 그의 사망시 떨굴 확 률이 30%였다. 사실상 죽으러 가는 라딘에게는 참을 수 없는 일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일단 OPG로 만들어 장착하게 되면, 떨굴 확률이 5%로 줄게 된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할 수 있었다. 물론 약간의 작업을 통해 드래곤이 이 아이템을 알아보지 못하게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드래곤은 천원짜리와 만원짜리가 떨어져 있는데 만원짜리만 줍는 바보가 아닌 것이다. [띠링, 오우거 파워 건틀렛이 완성되었습니다.] OPG 마법아이템 방어 50 무게 1.0 힘100, 스킬 : [오우거분노]- 10분간 힘 을 200 상승시킨다. 하루 한번 사용 특징 : 오우거의 경우 이것을 본능적으 로 알아보고 이것을 착용한 상대를 최우선적으로 죽이려 하게 된다. "우후~ 완성, 자 그럼 준비도 끝났으니 서둘러서 계획을 시행해 볼까나~." 일단 한건 한 라딘은 무거웠던 마음을 덜어 버리고 모든 일이 잘 될거라고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면서 노을이 지서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비르계곡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 2-11 동병상련 감동입니다. 드디어 조회수가 10만을 넘었네요. 비록 비축 분은 없지만, 이런 때 무리해야죠. 딱 한개만 연참할께요. 효효~ 부족한 작 품이지만 계속 읽어주세요~오. (선작수도 계속 증가중..기뻐요오오.) ----------------------------------------------------------- 2-11 동병상련 비르계곡은 드래곤이 서식하는 곳답게 수천년간 사람의 발길 이 안 닿은 처녀지가 대부분이다. 즉, 나무가 장난아니게 크게 자라있어서 하늘이 안보일 정도였다. 라딘은 일단 건너편에 있는 드래곤의 레어라고 생각되는 곳을 향해서 올라 가기 시작했다. 역시 드래곤의 영역이라서 다른 몬스터는 보이지 않았다. '아아~, 그 카이시아드라는 드래곤이 무뇌충 드래곤이어야 할텐데,,, 모든 유저들의 꿈인 힘만 세고 순진한 드래곤 만나서 사기쳐서 계약 맺고 드래곤 라이더가 되는거야. 카카~. 휴~ 그만두자. 현실도피는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일시적으로 막을 수 있지만 , 그 만큼 뒤에 더 큰 스트레스로 다가오니까...조신하게 싹싹 비는거야... . 안되면 어쩔 수 없지만. 흐 ~~.' -바삭- "잠~~깐!" "헉! 누구세요?" "하하하하. 겁도 없는 놈. 이곳이 위대한 카이시아드의 영역인 줄 알면서도 감히 침입하다니! 살아서 나갈 수 있을 것 같으냐?" ".....야! 어린놈이 나무위에서 X랄하지 말고 내려와라. 목 아프다." "크악~. 뭐라고!! 네놈이 정녕 죽고 싶은 것이로구나." 라딘의 정면에 있는 나무에서 한사람이 뛰어내렸다. 나이 16살 정도의 초록 색 장발을 한 미소년이었는데, 10m정도의 높이에서 가볍게 뛰어내리는 것이 보통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자신보다 어려보이는 사람한테는 반말로 상대하는 것이 예의인 한 국인의 후손답게 그는 가볍게 그 소년을 대했다. "야. 너 혹시 이 근처에 카이드시아라는 그린드래곤의 레어가 어디있는지 아니? 참, 근데 넌 왜 여기 있는거니? 혹시 길 잃었어? 부모님은?" 참고로 라딘은 게임이 처음이다. 드래곤이 나오는 환타지 소설도 거의 읽지 못했다. 즉 드래곤이라는 존재는 그림으로 몇 번 봐서 알지만, 대표스킬인 브레스와 날개가 달려있어서 난다는 것 빼고는 자세한 특징은 모른다. 우리는 알고있다. 드래곤은 기본적으로 폴리모프라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그러나.....안타깝게도 라딘은 몰랐다. ------------------------------- ------------------------------- "......황당하군. 설마 너 정말 내가 인간으로 보이는 거냐?" "잉? 그럼? 너 혹시 엘프냐?" 카린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엄마의 밑에서 교육받으며 500년의 세월을 보냈 지만, 이 계곡에 들어온 사람은 100명이 안 된다. 그 중 95%는 사망했고, 3명은 죽다 살아서 도망갔고, 2명은 엄마에게 아부 를 잘해서 약간의 뇌물과 물물교환으로 뭔가를 이룬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여기 또 한명의 인간이 오긴 왔는데, 뭔가 모자란 듯 한 인상이다. 어떻게 용의 계곡에서 사람이 있으리라고 생각할 수 있는가? "음. 나는 위대한 카이드시아의 아들 카린이다! 미천한 인간놈아 어서 무릅 을 꿇고 죽음으로 너의 무례를 사죄해라!" "오잉! 저 정말로 드래곤이세요? 근데 왠 인간 모습을??" "크악~, 이 무식한 눔아! 너는 폴리모프도 모르냐?" "모르는데요(삐직, 한번 참음)." "이 천하에 멍청한 놈아! 폴리모프도 모르는 밥팅이가 왜 용의 계곡씩이나 들어오냐? 너같은 놈은 먹었다가 치매 걸릴까봐 함부로 먹지도 못하잖아!" "(삐지직, 두 번 참음) 저 그럼 카이드시아님은 어디 계세요?" "크하하하하. 너 같은 미천한 놈이 우리 엄마를 만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 냐?" 솔직히 라딘은 죽기 싫었다. 그래서 가능하면 좋게 끝내려고 자신의 미스릴 풀 플레이트까지 벗어서 바 칠 각오를 했었다. 저 싸가지 없는 드래곤의 아들이라는 놈한테도(자기보다 어려보임에도 불구하고) 정중히 존대하고, 욕도 참았다. 하지만, 대한의 남아가 모욕을 당하고 어떻게 3번이나 참는단 말인가! 라딘은 주머니에서 핑크빛 포션을 꺼내며 소리쳤다. "야이. X탱이야! 척 들어보니 니내 엄마가 카이드시아인거 같은데, 너같이 어린놈이 그렇게 싸가지 없어도 된다고 생각하냐! 너는 좀 혼나봐야 쓰것다 ." 바람도 없는데 카린의 초록색 머리카락이 휘날리기 시작했다. 카린은 그동안 엄마의 극성교육에 시달린 스트레스를 풀 기회가 온 것임을 깨달은 것이다. 가장 잔인하게 죽이고 말겠다는 의지를 굳히면서 최대한 차 가운 인상을 쓰며 저음으로 말했다. "후후, 겁도 없이 나한테 게기다니. 좋다. 너같이 세상에 드래곤 무서운 줄 모르는 하룻강아지는 내가 친히 처형해 주지! 덤벼라!" '변신상태에서 묻은 물감이 변신해제 상태에서도 그대로 있을까? 음~ 일단 저놈이 변신한 다음에 던져야겠군. 그럼 지금은 싸우지 말고 시간을 끌면서 화나게 해야겠지?' "잠~깐! 네가 너 같은 어린애하고 싸워봤자 너희 엄마보기 남사스러우니, 이번만은 그냥 넘어가주지. 좋은 말 할 때, 니네 엄마 데려와라~." "크~헉, 이놈아 나는 해츨링도 아니고 올해 502살의 신체건강한 성인용이란 말이다. 자꾸 어린애, 어린애 할래?" "잉? 성인용이 왜 엄마하고 같이 사냐? 너 마마보이냐?" "크~~악, 감히 그런 말을 꺼내다니! 이로써 너의 죽음은 운명으로 결정났다 . 정해라! 마법으로 타죽을래? 칼에 토막나 죽을래? 아님 그냥 몽둥이로 맞아 죽을래? 난 전천후 드래곤이라서 마법하고 무술 둘 다 잘하니 니가 원하는 걸로 죽 여주지~(훗! 역시 난 잘났어라는 표정)" "웅~, 너 정말 마법하고 무술 둘 다 잘하냐? 힘도 세고?" "당연하지. 내가 500년간 울 엄마 밑에서 얼마나 열심히 수련했는데, 덕분 에 잠도 부족해서 키가 약간 작아졌을 정도로 열심히 했기 때문에! 지금 난 전사, 도둑, 마법사, 성직자의 기술과 마법을 80개정도 마스터 한 상태다!" "헉, 그걸 다 익혔다고?!(음 조금 딸리는군). 하기야 오래 살았으니 스킬은 좀 익혔겠군(끄덕 끄덕). 그래도 힘은 나한테 안될걸~." "크하하하하하. 너 같은 허접이 드래곤의 힘을 얕보다니. 좋다. 내가 친히 너를 힘,으,로, 등뼈를 부려뜨려 죽여주지." 그리하여 두 사람(한사람은 드래곤)은 힘겨루기를 시작했다. 방법은 통나무 하나를 베어서 서로 끝을 잡은 후 밀어서 중앙에 있는 선까지 밀어내면 이 기는 일명 '통나무 밀기' 시합이었다. (통나무 밀기는 파스트 전통경기중 하나이다.) ------------------------------------ 카오스팰러딘 라딘 (파워 골드) 마법전사 카린 (파워 그린) NPC 권성 뭉치 (파워 블랙) 성녀 미리네 (파워 화이트) 해적법사 크로키 (파워 블루) 붉은번개 애니 (파워 레드), NPC 이들이 바로 브리시아의 돈을 지키는(싹쓰 는) (주)파~워~ 라딘스의 실전 맴버입니다. ------------------------------------------- 2-11 동병상련 너무 기쁩니다. 그야말로 하루아침에 스타된 기분이네요. 오늘 점심먹고 유조아에 들어와 보니 제가 1위더군요. 50위 안에도 못들었 었는데.. 부담도 생기고...성원해 주신만큼 열심히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어제 밤에 드디어 맘잡고 복구작업에 들어갔습니다. 가능한한 연재는 중단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처음에 일부러(정말이에요.) 통신어체와 이모티콘을 조금 썼는 데요. 안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가능한 한 표준어 연재를 하기로 결정했습니 다. 단, 이것은 지금 비축분 쓸때 적용되는 것으로 처음 부분을 고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 ------------------------------------------------------------ 카린은 긴장했다. 자신은 드래곤이다. 비록 해츨링을 벗어난지 얼마 되지는 않지만, 현재 그의 힘은 1500을 상회한다. 그런데 저놈은 드래곤인 자신을 상대로 한치도 밀리지 않고 밀어부치고 있었다. 인간이 힘이 1500이상이라니! 아무래도 그냥 힘으로는 승부가 쉽게 나지 않 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바로 그 순간! -빠직- 쾅~, 양쪽의 힘을 못이긴 통나무가 부려졌다. 약간 휘어진 듯 한 나무여서 힘을 제대로 받지 못했던 것 같다. "헉헉, 감히 레어까지 올 마음을 먹은 놈답게 그래도 한가락 하는군. 하지만 아직이다. 좀 더 두껍고 곧은 나무로 승부를 내자!" "흥, 아까 보니 비계기름까지 흘려가며 힘쓰던데, 버틸 수 있겠냐? 너무 무 리하지 마라(휴~ 30초만 더 길었어도 변신제한에 걸릴 뻔 했네~)." "흥! 나의 진짜 힘을 보여주지." 카린이 더 튼튼한 나무를 골라 다듬을 동안, 라딘은 진지하게 생각했다. 카린이 저번 나무를 고르는 동안 조용히 변신하여, [신력부여]로 겨우 1500 을 넘긴 힘으로 평수를 이룬 상태이다. 그런데 지금 가만히 보니 저 어린 드래곤은 아직 한수가 남아 있는 것 같았 다. 다시 변신한다고 해도 힘들 것 같은 예감이 뇌리를 스쳤다. 애초의 계획대 로 포션을 사용할 때가 된건지도 모른다. 그러나,,,,힘몰빵 기사의 자존심은 어디에서 찾는단 말인가? 결국 라딘은 분홍색 포션을 다시 주머니 속에 집어넣고 만다. 이번만은 꼭 힘으로 이겨야 하는 것이다. '후~ 어쩔 수 없군. 이 방법만은 쓰고 싶지 않았지만.' 그는 주머니에서 붉은색 물약을 꺼냈다. 카린은 나무를 깍으면서 생각했다. 저 인간 같지 않은 인간은 힘이 무지 세 다. 즉 레벨도 무지 높을 것이다. 물론 자신이 싸운다면 지지는 않겠지만, 상당히 고생하고 잘못하면 무지하 게 아플지도 모른다. 결국 정면대결보다는 약간의 재치를 발휘하기로 했다. 저놈처럼 자신도 성직자 마법중에 있는 [신력부여]마법을 걸게되면, 자신은 힘이 2300에 달하게 된다. 가볍게 이길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씨 익). 드래곤이 인간을 상대로 마법까지 써가면서 힘대결을 한다는 것은 조금 자 존심이 상하지만 그래도 지는 것 보다는 나았다. "야! 거기 인간." "뭐냐? 드래곤?" "너 지금 보니까. 그래도 꽤 쓸만한 기사 같은데, 내 하인으로 취직해라." "흥, 뭔 헛소리냐? 나보다 힘도 약한 놈한테 내가 굴복할 것 같냐?" "쿠헬헬, 내가 사정 봐준 것도 모르고 끝까지 발악하다니. 좋다. 그럼 다시 해서 지면 내 하인해라!" 라딘은 상당히 심각하게 고민했다. 일단 최악의 경우는 지는 것인데,,,,하인이 되고 레테해까지 보내달라고 부 탁한다...일단 가능성은 있는데, 자존심상의 문제가 있고, 이길 경우 하인 이 되라고 한다? 그 말 잘못했다가 맞아 죽을 가능성이 99%일 것이다. 저놈이 미쳤냐? 인간의 하인으로 취직하게.... 그럼 최선의 결과는 이기고 적당한 요구로 적당히 뜯고 레테해로 보내달라 는 것인데....결국 해보고 지면 그 다음에 생각해보는 것이 좋을 듯 했다. 일단 이겼을 때를 상정하고 시나리오를 짠 후 라딘은 호쾌하게 외쳤다. "좋다. 니가 나를 힘으로 이기면 내가 하인이 되주지! 단 나중에 다시 힘을 겨뤄서 내가 이기면 그때는 하인에서 벗어나는거다. 그럼 내가 이기면 뭐 줄래?" "흥. 그럴리는 없지만, 내기는 공정해야 하니까. 니가 이기면 엄마한테 데 려다 주고, 니 소원을 엄마가 들어주도록 최선을 다해서 같이 빌어주지. 만약 내선에서 처리할 수 있는 거면 들어주도록 하지." "좋다!. 그럼 제대로 한번 겨뤄보자!" 두 사람(한 사람은 드래곤)의 자존심을 건 한판 승부가 시작되었다. 전보다 2배는 두꺼운 통나무를 든 두 사람은 서로 한번 노려보고 조용히 주문을 외웠다. "[신력부여]" "[봉인해제],[오우거분노]" -꿀꺽, 꿀꺽- 라딘은 일단 봉인을 해제하고, 나무 뒤에서 조용히 포션을 마셨다. 그리고 시합이 시작되었다. -으랴~~~~ -끄아~~~~ 카린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분명히 자신의 힘이 1.5배 로 세지고 지금의 힘은 2300을 상회한다. 그러나,,,,밀리고 있었다.(라딘 기본힘 1000, 마약으로 1000, 신력부여로 5 00, 오우거 분노 200, 합계 2700) 한걸음 한걸음 밀릴때마다. 그는 자신의 자존심이 무너지는 것을 느꼈다. 다시 한걸음 밀렸다. 카린은 급했다. 지금 여기서 지게 되면, 자신은 인간에게 힘으로 밀린 허약드래곤으로 드래 곤사회에서 영원한 왕따가 될 것이다. 아니, 그전에 엄마한테 맞아 죽는다. 500년 동안 엄마가 레어의 보물까지 털어가면서 모은 각종 최상급 스킬들을 정신없이 익히던 나날들, 강한 드래 곤이 훌륭한 드래곤이라고 얼마나 자신을 볶아댔는가? 자존심 강한 엄마는 죽으면 죽었지, 드래곤 사회에서 허약드래곤의 부모라 는 명함을 들고 다니지는 않으실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건 엄마가 죽기 전에 내가 먼저 죽는다는 것이다. '어쩔 수 없다. 조금 비겁하지만!' "[매직미사일](최대한 조그만 목소리로)" -콰직- 카린의 손가락에서 조용히 매직미사일이 발사되어, 통나무 중간을 때렸다. 힘의 균형을 잃어버린 통나무는 당연히 부러졌고, 두 사람은 힘의 영향으로 나뒹그러졌다. "쿠엑, 젠장, 이 나무도 못 견디고 부러지다니!" -뭔가 비리가 있다!- 라딘은 뒹굴면서 생각했다. 분명히 뭔가 야료가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자 신이 이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무가 부러지는 것도 이상했다. 그러나,,,,이 경우 비밀을 모른 척 해주는 것이 득이 된다고 판단했다. 괜히 진실을 파해치다가 역사의 뒷길로 사라지기는 싫은 것이다. 또한, 자신은 다시 시합을 하게 되면 무조건 진다. 지금 그의 힘은..... 500정도로 줄어 있었다. 복용자의 힘, 민첩, 체력을 2배로 뻥튀기 해주는 [환상수라]의 지속시간은 5분인 것이다. 앞으로 한달은....힘, 민첩, 체력 반으로 살아야 한다. "이야~, 카린님 대단하시네요. 제가 그래도 힘으로는 이 세계에서 한가락 하는 편인데~, 저 두꺼운 통나무가 못 견디고 부러질 정도라니~. 그냥 비긴걸로 하죠. 사실 저같이 힘에 집중된 기사가 모든 능력을 골고루 올리신 카린님하고 비 긴건 조금 쇼크지만, 그래도 카린님은 드래곤 아닙니까~아. 대단하시내요. 그럼 다른 능력치도 힘만큼 높은 겁니까? 거의 무적이네요~오." "응? 응. 음하하하하! 물론 난 모든 능력치가 무지하게 높은 전천후 드래곤 이지. 그래도 인간인 니가 드래곤인 나하고 거의 힘이 비슷하다니 대단한데 , 그래 비긴걸로 하자. 특별히 내가 봐줄게. 그냥 소원이나 말해봐. 왠만하면 들어 줄테니.(휴~ 다시 하자면 어떻게 하 나 했네. 짜~식, 역시 기사답게 호쾌하구먼.)" 자존심을 지키는데 성공한 카린의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앗! 정말입니까? 맘이 넓으시네요. 하기야 이정도 기량을 가지신 분이니 당연히 영웅의 기상을 가지고 계시겠죠.(으~ 갑자기 힘이 줄어서 그런지 몸 에 힘이 안 들어가네. 다행이다. 저놈이 눈치못채서...)" 라딘은 겉모습 16살 정도의 미소년 드래곤한테 필사적으로 아부했다. 자기보다 어려보이는 놈은 다 자기 밑이라는 평소의 소신은 [드래곤 예외] 라는 꼬리표를 달고 순식간에 수정되었으며, '나는 잘난 인간인데, 너는 잘 난 드래곤이니 우리 잘난 사람끼리 한번 잘나보자'라는 주제의 대화를 꺼내 었다. 물론 카린은 힘이 2000을 훨씬 상회하는 인간으로써 거의 최고 레벨에 다다 랐을 것이 틀림없는 영웅으로부터, 거의 노골적인 아부를 받으며, 점점 더 라딘에게 친밀감이 높아지는 것을 느꼈다. 그렇게 시작된 대화는 어느덧 두 사람의 신세 한탄으로 진화했다. 어렸을 때부터 환상적인 무차별식 엘리트 교육을 받아온 라딘과, 극성 부모 드래곤한테 500년간 시달리고, 이미 성인드래곤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모 든 스킬과 마법을(드래곤은 최고 100개) 익힐때까지 독립을 안 시킨다는 그 의 엄마의 그늘아래서 고생하고 있는 카린은 마치 형제와 같은 정을 느끼게 된 것이다. 사람들은 이것을 [동병상련]이라고 한다. ------------------------------------------------------------ ------------------------------------------------------------ 음, 카린이 무뇌드래곤이라는 생각은 안 드시죠? 약간 그런 느낌이 드는.....찔리네요. 그냥 재미로 읽어주세요. 핫핫핫. ------------------------------------------- 0-1선작1000회 돌파기념 연참 순식간에 선작 1000회를 넘어가네요(어머낭) 자꾸 연참하면 엄마한테 혼나는데....그래도 원래 선작 1000회에 연참하려 고 했으니까 기념연참하고 오늘 무리해서 다시 복구작업을... 독자분들이 성원해 주시니 진짜 힘이 나네요. 아 그리고 힘이나 레벨등의 수치를 NPC가 어떻게 아냐고 지적해 주신 분이 계십니다. 이 기회에 잠깐 말씀드리는데요. 이 브리시아 세계의 NPC는 자신의 레벨, 힘, 스킬등을 다 인식합니다. 디지털 세계의 주민이거든요. 그들에게는 그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해 주십시요. 신뢰도같은 숨겨진 수치는 몰라도, 국가공적치나 신성공적치, 신 같은 경우 카르마 수치까지 인식합니다. 그래서 전업 기준에 영광의 신전에서 레벨 확인을 받는 절차도 있는 것이고 요. 자세한 설정은 AI설정에 있는데 그건 나중에 때봐서 올릴께요. 아직 변덕이나 내용상 손보게 될지도 몰라서 안올리고 있어요. 그럼 첫 작품이라 부족하고 빈틈도 많지만 계속 애독해 주시고 날카로운 지 적 부탁 드립니다. ---------------------------------------------------------- ---------------------------------------------------------- "근데 엄마는 왜 만나러 온거야? 너정도 되는 고수가 목숨걸고 엄마를 찾아 온데는 상당한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 라딘은 해가 지는 계곡 건너편을 지긋이 바라보며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 "약속이 있다. 나는 1주일 이내로 레테해로 가지 않으면 안돼. 드래곤이라면 그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했을 뿐이지..." "하~, 너 정말 그런 이유로 드래곤을 찾아온거냐? 국가를 뒤집어 달라던가, 유니크 아이템을 달라던가, 그런 이유가 아니고?" "약속이 있다. 약속은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하니까....죽어도 어쩔 수 없지. " 그곳에는 신의를 위해 목숨을 건 한사람의 숭고한 성기사가 석양을 받으며 서 있었다. 카린은 눈앞의 고지식한 기사에게 점점도 호감을 느끼고 있었다. 인간이 그 정도로 약속을 지키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좋아! 내가 널 레테해로 데려다 주지! 내가 널 태우고 날면 1주일이면 레 테해까지는 갈 수 있어! 조금만 기다려, 준비하고 올 테니까." "오잉? 너 아까 엄마 명으로 이 계곡 못 나간다고 하지 않았냐?" 이제는 반말하는 사이가 된 라딘이 놀라서 되 물었다. "흥! 친구를 위해서라면 그 정도는 상관없어! 아니, 이 기회에 그냥 나도 유희나 떠날란다. 엄마의 그늘에서 벗어나도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 겠어! 가자고~." 라딘은 왠지 불안했지만, 일단 소정의 목적은 달성한 것으로 보고, 대충 짐 을 싸온 카린의 등에 올라탔다. 본체로 돌아간 카린은 약 20m정도 크기의 그린드래곤이었는데, 라딘이 등에 타자 바로 떠올라 동쪽으로 날라가기 시작했다. 드디어 레테해를 향하여 나아가기 시작한 라딘은 가능한한 레테해에 도착해 서 카린하고 헤어진 후에 엄마드래곤이 나타나기를 기원하면서 조용히 카린 의 등에 매달려 있을 뿐이었다. ---------------------------- ---------------------------- 낮에는 날고 밤에는 근처에서 야영하면서(로그아웃한다.) 한 사람과 한 드 래곤은 열심히 동쪽을 향해 날라갔다. 카린은 오랜만에 전력으로 나는데서 오는 쾌감과 독립한다는(가출한다는) 자유감을 맛보며 열심히 날았고, 라딘 은 밤마다 그 화려한 말빨로 카린의 날개힘을 칭찬했다. 결국 카린은 6일 만에 동해바다가 보이는 해안까지 날라 갈 수 있었고, 두 사람은 해안에 서서 앞으로의 일을 상의하기 시작했다. 카린은 일단 전사가 될 계획이었다. 급하면 마법을 쓰는 마법전사가 될 계획인데, 문제는 나오면서 엄마 소유의 상급 갑옷을 못 집어와서 쓸만한 갑옷이 없는 것이다. 엄마의 보물들에는 왠만하면 알람마법이 걸려 있었던 것이다. 적당한 갑옷 을 사서 입으려고 해도, 일반 금속으로 된 갑옷을 입으면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가죽갑옷정도 밖에 입지 못한다. 뽀대가 생명이라고 생각하는 드래곤한테는 참으로 곤란한 일이 아닐 수 없 었다. "쩝, 어쩔 수 없지 뭐, 급작스럽게 나와서 칼밖에 못 챙겼으니.... 당분간은 용병같은 것이나 하는 수 밖에....아~ 마법전사 카린이 마을 경비 병이나 입는 레더아머나 입어야 한다니~." 라딘은 심각하게 고민했다. 지금 눈앞에는 갑옷이 없어서 괴로워하는 드래곤이 있는 것이다. '후~, 그래 선행투자라고 생각하자. 때로는 마음을 비워야 음덕이 쌓이고 나중에 비빌 언덕이 생기지.' "카린. 잠깐만 기다려 줄래?" "응? 왜?" 라딘은 자신의 갑옷을 벗었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에메랄드 몇 개를 꺼내며 말했다. "[아이템 위장 변형]!" -변형할 아이템을 넣어 주십시오- 그는 앞에 보이는 공간에 자신의 아머를 집어넣고, 미리 도안해서 기록해 놓은 모델 중에 초록색 에메랄드가루로 로브를 입은 천사가 검과 방패를 들 고 있는 무늬를 새겨 넣은 초호화 디자인의 그림을 골랐다. -땅-땅- [띠링, 아이템이 무사히 변형 되었습니다.] "이거 선물이야. 도와준 기념으로 줄게. 받아줘." "엉? 아, 나 금속갑옷은 쓸 수 없다니까.....음~ 내 맘에 꼭 드는 디자인인 데 아깝넹. 나도 그냥 성기사나 할까....." "후후. 카린. 드래곤답지 않게 물건 보는 눈이 없네. 잘 살펴봐." "응?.........헉, 이,이것은 통짜 미스릴!!!" 카린의 초록색 눈이 3배쯤 커지며 눈에서 살기와 같은 안광을 뿜어대기 시 작했다. 통짜 미스릴 풀 플레이트 아머는 자신의 모친인 카이드시아도 딱 1개 밖에 없는 것으로, 카이드시아는 그 갑옷을 어떤면에서 자신보다도 소중히 하고 있었다. (설정상 드래곤보다는 왕국이 훨씬 부잡니다. 혼자서 모으는 것 하고, 수천 만이 모으는 것의 차이입니다. 또한 신이 존재하기 때문에 드래곤도 인간세 계에 와서 함부로 하면 하이드루이드의 아바타 소환이나 성전선언, 또는 왕 국의 운명을 건 토벌대 등에 의해 당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건 그걸 횡령한 라딘의 스케일이랄까...뭐 그런거죠.) 적어도 매일 한번씩은 닦으니까... 눈앞에 갑옷은 최상급 미스릴 재료에 에 메랄드 가루로 예술적인 멋을 낸 그야말로 세상이 놀랄 보물이었다. "이,이거 정말로 나 주는거야?" "응, 사실 내가 왕국에 있다가 자유를 얻고자 떠날 때 입고 나온건데, 나는 미스릴 아니어도 별로 상관없거든, 그냥 갑옷도 방어력은 비슷하니까 말이 야. 마법저항이야 조금 떨어져도 상관없으니까, 이거 입으면 마법 쓸수있지? 마법금속이니까. 너 덕분에 내가 신용을 지키게 되었으니까, 이걸 보답으로 줄게. 내 성의를 생각해서 사양하지 말아줘." 눈앞의 기사가 전설의 영웅으로 보이기 시작한 카린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 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원자탄 밑밥에 견디는 장사는 없는 법이다. 이놈은 드래곤인 나의 친구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는 놈이다. 이놈이야말로 내가 처음으로 사귄 친구다. 이놈이야말로 되로 받고 말로 퍼주는 인간봉이 다. 이놈이야말로 드래곤급으로 신용있는 놈이다. 이놈이야말로........, 순식 간에 신용도가 마구마구 올라가는 것을 눈으로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누가 뭐래도 도금이나 합금이 아닌 미스릴 통,짜, 풀 플레이트 아머인 것이다. "너의 성의를 잊지 않겠다. 친구여. 너는 나 드래곤 카리나이저의 첫 번째 인간친구다." '후~, 역시 큰 고기를 낚을 때는 밑밥이 커야 해. 한방이군.' "세상에 퍼지는 그린파이터의 명성을 듣는 날을 기대하고 있겠네. 친구!" 두 사람은 두 손을 서로 꼭 잡으며 강렬하게 쳐다보았다. 이제 두 영웅의 헤어짐의 시간이 다가온 것이다. 그러나 그 순간, "흥. 겨우 여기까지 밖에 못 왔니? 카린." ------------------------------------------- ------------------------------------------- 라라라~, 살아남아라 라딘! 카린! ------------------------------------------- 2-12 (주)라딘 해외 무역 회사 2-12 (주)라딘 해외 무역 회사 "!! 헉!!" "크~~~악" 어느새 한쪽에는 늘씬한 키에 완벽한 몸매, 그리고 1.5m에 달하는 녹색의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특급 미녀가 서 있었다. 두 사람은 그녀를 보는 순간 안타깝게도 그녀의 미모를 감상할 여유도 없이 비명을 지르고 벌벌 떨기 시 작했다. '우~씨, 아까 바로 헤어져야 하는건데, 괜히 한번 죽어야 되네. 쩝' "어,엄마.........후잉~, 잘못했어요~~." 두 사람의 영웅은 순식간에 마마보이와 도주기회를 노리는 양아치로 변신했 고 그런 그들을 무심한 눈으로 바라보던 그녀는 라딘을 향해 말을 꺼냈다. "너냐? 우리 아들을 꼬신게." "예? 아, 아, 그게요....." "죽어라. [포이즌 오브]." 나직한 그녀의 말이 끝나자 그녀의 1m앞에서 사람 머리만한 녹색의 구가 형 성되어 라딘을 향해 날아갔다. 폴리모프 시 자신의 브레스의 10분의 1을 뭉 쳐서 쏘는 '오브'였다. "안돼요~~~~." 그 순간 울면서 벌벌 떨던 카린이 그 오브를 향해 몸을 던졌다. 그리고 그 의 몸에 맞은 오브는 터지면서 그의 몸을 삼켰고, 잠시 후 녹색 연기가 가 신 그곳에는 배를 움켜쥐고 주저앉아 있는 카린이 있었다. "에고, 내 배야.. 무지하게 아프네. 흑" "아니! 카린. 괜찮니? 얘야. 인간을 위해서 엄마의 오브를 막다니. 저 인간은 너를 속인거야. 다행이 같은 그린드래곤에게는 효과가 없는 오브 였으니 망정이지, 헬파이어 같은 거였으면 어쩔 뻔 했니." "으윽, 엄마, 쟤는 날 속이지 않았어요. 저 라딘이란 기사는 힘도 세고, 성 격도 좋아요. 또, 나한테 선물도 줬어요." 카린은 필사적으로 라딘을 위해 변명했다. 그를 딱한 눈으로 쳐다보다 틈틈이 라딘을 어떻게 잡아죽일까하는 눈으로 노려보던 카이시아드는 카린이 보여주는 미스릴 아머를 보고는 약간 놀란듯 한 눈빛을 내기 시작했다. 역시 밑밥이 크면 입질이 좋은 법이고 뿌릴 때는 뿌려야 인생에 막힘이 줄 어드는 이치이다. 카이시아드는 라딘을 바라보며 나직한 목소리로 카린에게 물었다. "너 저 녀석이랑 힘 겨룰 때, [신력부여]사용했니?" "....네, 썼어요. 근데도 비슷하더라고요." 카이시아드는 조용히 생각했다. 아들이 [신력부여]를 사용했을 때의 힘은 약 2300, 인간이 그 정도 힘을 지니려면 적어도 레벨 800은 넘어야 했다. 어쩌면 한계레벨인 1000에 가까울 지도 모른다. 거기에 자신도 하나밖에 없는 초 호화 미스릴 풀 플레이트 아머! 그렇다면 저 라딘이란 기사는 왕자이거나 공작급의 지위와 부를 가지고 있기가 쉬웠 다. 사실 아들이 조금 있으면 독립을 하고 첫 유희를 떠나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던 그녀는 아들을 보살펴줄 인간 가디언으로 그가 괜찮을지 모른다는 생 각을 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경험이 적은 첫 유희는 실패할 확률도 많고 위험하기까지 한 것이 다. 그러니 저 정도 기사의 호위를 받는 것이 아들을 위해 좋을지도 모른다. 또한 아들의 감시를 핑계로 자신이 가끔 그를 방문하면! 설마 죽기 싫어서 라도 빈손으로 자신을 보내진 않을 것이다. (이것이 주요 목적이다. 드래곤이 인간을 죽이고 드워프를 협박해서 보물을 얻는 것은 이 브리시아에서는 용납되지 않는다. 적당한 물주를 잡아서 적 당히 챙기면서 오래 살면 보물이 쌓이는 것이다.) 카이시아드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새로운 물주가 하나 생긴 것이다. "흠~, 그래. 아들아. 네가 저 기사를 친구로 삼겠다면 이 엄마도 너를 존중 하여 그를 해하진 않겠다. 하지만! 나는 분명히 기술 100개를 모두 마스터 할 때까지 계곡을 벗어나면 안 된다고 말하였는데, 네가 그것을 어겼으니 그 벌로 너의 그 갑옷을 압 수하여, 네가 기술을 모두 익힌 후에 돌려주겠다. 이번일은 그걸로 봐 줄테니, 이만 돌아가자꾸나. 그리고 거기 인간!" "넵!" 눈치만 보던 라딘이 차렷자세를 취하며 씩씩하게 대답했다. 상황이 좋은 방 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내 아들은 아직 수련을 해야 된다. 아마 몇 년을 걸리겠지만 조만간 세상 에 나오겠지. 그때 너는 내 아들의 친구로써 이 아이의 편의를 봐주길 바란 다. 알겠니?" "넵! 맡겨만 주십시오." "그래. 넌 드물게도 신용이 있는 인간이라고 하니까 믿겠다. 가끔 내가 가 서 약속이 잘 이루어지는지 확인해도 되겠지?" "넵! 물론입니다. 언제든지 방문해 주시면 영광이겠습니다!" "그래, 카린, 그럼 이만 돌아가자." "아! 잠깐만요. 엄마" 카린이 다행이라는 표정으로 라딘에게 다가와서 건낸 것은 한권의 책이었다 . "응? 이건?! 헉, 최상급 스킬북 [낭뜨전추술]!!!" [낭뜨전추술] : 최상급 기본 전추술, 전제 : 상급 타격술 마스터, 일격필살 위주의 기존 타격술에서 탈피하여 화려한 변화와 부드러움을 함유한 강함을 요체로 하는 최상의 무기술(워해머 같은 서양 타격기계통은 최상급 무술이 아주 귀하다.) "응, 이거 우리 엄마가 나 배우라고 가져왔던 스킬북 중 하나인데, 난 둔기 는 별로라서 주로 칼을 익혔거든, 그래서 나한텐 필요 없어. 둔기 스킬북이 상당히 구하기 어렵다고 하던데, 혹시 최상급 기본전투술 안 익혔으면 이거 익히라고. 그래봤자 미스릴 아머보다는 싼거니까 부담 없이 너 가져. 나 앞으로 4-5년 안에 스킬 모두 익히고 나올게, 그때 같이 놀러 다니자. 그럼 잘 지내. 친 구야." 뜻밖에 횡재에 어쩔 줄을 몰라 하는 라딘을 뒤로 카린은 엄마에게 돌아갔다 . "가요. 엄마." "그래. 음, 집에 가면 이 미스릴 아머부터 마법아이템으로 개조하자. 마침 엄마에게 고르곤킹의 마정석이 있거든, 또 하이메두사의 마정석도 있으니까 , 그걸 여기에 위, 아래로 밖아 넣으면 최상급 유니크 풀 플레이트 아머가 될거야. 호호, 어서 가자꾸나." 그리하여 아직 약간 멍한 기분의 라딘을 뒤로 모자는 떠났다. 라딘은 손에 들린 스킬북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잠시 후 제 정신을 차리고 그것을 아공간 주머니에 넣고 레테해의 리누만을 향해 저공으로 날기 시작했다. 그 후 카린이 스킬을 모두 익히고 엄마의 품에서 나와서 라딘과 함께 세상 의 재물을 쓸어담는 시기까지는 아직 몇 년의 기한이 남아 있다. 이계인과 드래곤이라는 물욕에 어두운 두 존재의 만남이 브리시아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아직 신도 모르고 있었다. 이제 자신을 고생시킨 설산을 만나서 약간의 교훈을 주고, 그의 아버지의 유산을 압수할 일만 남았다는 생각에 마법으로 생성된 날개조차 힘이 들어 가고 있었다. -------------------------------------------------------- -------------------------------------------------------- 라딘을 삥뜯을 수 있는 존재는 인간에 없죠. 신 아님 드래곤 정도는 되야~ ------------------------------------------- 2-12 (주)라딘 해외 무역 회사 음 작업시간을 늘려서 이제 작업 끝난 후 바로 한편씩 올리기로 했습니다. 밥먹고 올리는 것 보다는 이렇게 하는게 시간절약이 되겠더군요. 즉, 앞으로 12시를 넘긴 밤에 올리게 될 예정이니 양해해 주시기 바라겠습 니다. ----------------------------------------------------------- ----------------------------------------------------------- 대륙의 동쪽 중앙에 위치한 레테해, 그곳은 험악한 미르던 산맥에 막혀 수 천년간 거의 개발이 안된 몬스터의 땅으로 인간이 살기에는 상당한 애로사 항이 있는 지역이라고 할 수 있었다. 물론 사막이나 극지방같은 환경상의 문제가 아닌 인간과 마물과의 친밀도 관계에 따른 환경으로, 오히려 이 지역은 그만큼 인간의 손에 의해 오염되 지않은 지역으로, 광산도 상당히 많고 땅도 비옥한 편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서대륙과의 거리가 오히려 서해보다 가깝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한 때 밀무역의 항로까지 개발될 정도였으나, 역시 마물은 개인 상선과 해적의 밀무역선을 평등하게 보이는 데로 뽀겠고, 그 결과, 현재는 동부해안 쪽에 는 해적조차도 거의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다. 미르던 산맥너머의 반대편 산맥쪽의 광산은 그래도 비교적 안전하고 광물이 나오기 때문에 도시도 몇 개 있지만, 무역로로서의 가치가 없어진 동부해 안의 하나인 리루만은 사실 상 버려진 지역이라 할 수 있겠다. "야~~~이. 버릇없는 고래새X. 후딱 뛰어와라~~~~. 10초 주겠다~~~~." 어느 날 새벽 리누만에 떠오르는 태양의 일출광경을 보며, 우렁찬 목소리로 고함을 치는 한사람의 유저가 있었다. 기한을 딱 2일 남기고 드디어 라딘 은 레테해안에 도착한 것이다. '........독한 놈, 왔냐? 기다려라. 지금 갈테니....' 잠시 후, 해안가에 크기 60m정도의 거대한 하얀 고래가 떠올랐다. 설산이 온 것이다. 라딘은 그를 보자마자 반가운 표정을 지으며 소리쳤다. "[봉인해제], [워터워크], [차~~~지]!" 순간적으로 달려나가 몸통에 워해머로 [차지]를 한방 먹이고 이어서 [라디 안식 전추술], [언홀리 웨폰], [강타]를 연속으로 써서 숨쉴틈도 없이 패기 시작한 것이다. 라딘이 자신의 미스릴 풀 플레이트를 얼마나 아깝게 생각했는지 여실히 들 어나는 광경이었다.(주긴 자기가 줬다...) "우헤헤헤, 이봐~ 바보 팰러딘. 좀 더 힘줘서 잘 때려봐~. 한군데 집중해서 때려야 안마의 효과가 있지. 근데 너 힘 무지 약하다~~아. 그 정도 가지고 어떻게 여기까지 왔냐? 혹시 팰러딘의 탈을 쓴 성직자냐?" "크아아악, 아직도 뉘우치지 못하고 있다니! 도저히 용서가 안 되는 놈이군 ! 맛 좀 봐라! [전격 소환]!" -우르릉 , 쾅!- "우갸갸갸~, 임마. 따겁자나~." "오호! 역시 번개는 먹는구만~, 받아라! [전격 소환]! [전격 소환]! [전격 소환]! [전격 소환]!......" -콰쾅~, 콰쾅~ "우갸갸갸갸. 이 바보 팰러딘아 그만두지 못 해! 에잇 [고래 의 노래!]" 표적도 크기 때문에 라딘의 전격 소환은 한발도 빗나가지 않고 설산의 등에 명중했고, 착실히 대미지를 받던 설산은 어쩔 수 없이 회복률 증가(대)의 효과가 있는 치유노래인 [고래의 노래]를 시전했다. 단, 최대 볼륨으로....... -꾸~~~~웅, 꾸~~~~~웅 수십미터의 크기의 관현악 악기(예를 들면 파이프오 르간)의 소리를 바로 옆에서 집중해서 듣는 기분이 어떤 기분일까? 라딘은 두손으로 귀를 잡고 뒹굴었다. "이놈아! 감히 주인을 시해하려 들다니! 니가 그러고도 성수냐?" "??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시오. 주인! 나는 단지 상처를 회복하려고 했을 뿐이요. 내가 언제 공격했다는 것인지 이해가 안 가는구려~ (씨익)" "윽 이놈이 발뺌을...." "훗, 그것보다 계속 할거요? 그러면 나도 살아야 되니까. 노래를 계속 해야 되는데...." "......그만두자..." 라딘은 솔직하게 자신의 패배를 인정했다. 재승부는 자신이 사일런트 마법 을 배운뒤 해도 늦지 않는 것이다. 일단, 한 가지를 대충 넘긴 라딘은 두 번째 업무를 시작했다. 약속의 이행이 그것이었다. "내놔." "무엇을 말이요? 주인." "발뺌해도 소용없어. 내놔, 니네 아버지가 남긴 유물, 없다고 그러면 사기 죄로 신전에 고소한다." "아~~ 그거 말이요~! 음 내기에 졌으니 주는 것이 당연하지요. 그런데 말이 요. 그전에 조금 복잡한 사정이 있어서 말입니다." 라딘의 얼굴이 불규칙적인 혈관 확장을 보이기 시작했다. 울그락 불그락한 안색과 두 눈에는 핏발이 선 그의 인상은 돈을 띠어먹고 달아난 자를 만난 악질 고리대금업자의 그것이라 할 수 있었다. "흐~, 헛소리 말고 내놓는 것이 신상에 좋을 것이다. 이 탈색고래야." "허~ 누가 안 준다고 그랬소? 글쎄 물건을 가져도 전후 사정을 잘 알아야 나중에 뒤탈이 없을 것 같아서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 것이니 일단 들어보시 오." "음~. 좋다. 그럼 말해봐." 등에 난 콧구멍으로 물을 한번 뿜은 설산은 설명을 시작했다. "아버지의 유산이란 다름 아닌 아버지의 마정석이요. 아버지는 돌아가시기 직전 천이백 레벨에 달하는 당신의 마정석을 스스로 뽑아서 이 리누만 중앙 에 묻었소." 1200레벨의 영수의 마정석! 라딘의 눈에서 눈동자가 사리지며, 하얀색 나선 형 소용돌이가 뜨기 시작했다. 한마디로 눈이 돌아간 것이다. "우~~와! 1200레벨의 영수의 마정석!!! 그거 바로 최상급 유니크 아이템을 제작할 수 있는 재료잖아! 빨리 내놔!" 500레벨이하의 몬스터의 마정석은 매직아이템의 재료이고, 500~900레벨의 마물의 마정석은 레어아이템의 재료가 된다. 900레벨이상의 마물은 기본적으로 보스급이고, 이들이 1만분의 1의 확률로 떨구는 마정석이야말로, 대장장이의 꿈인 유니크 아이템의 재료가 되는 것 이다. 라딘은 이성은 이미 100% 마정석이라는 단어에 침식되었다. -------------------------------------------------- -------------------------------------------------- 겨우 메인 스토리를 시작하게 되는 군요. 1부의 배경적인 - 프롤로그 -와 2부 초반의 에피소드식 캐릭설명이 끝나면 드디어 이 소설의 메인 스토리가 나갑니다. 이제 주요 캐릭 소개는 2명만 더 하면 되네요. 스토리 진행상 진지한(?) 내 용도 나올수 있다는 것을 이해해 주시고, 이 소설의 작품성을 위하여 많은 조언을 바랍니다. 주제는 어떻게 하면 라딘이 좀더 사악한 기업인이 될 수 있는가? 입니다. 이 게임은 한 청년이 어둠의 세계에 살기를 결심하고 가상현실기업을 건립, 운영하면서 생긴 삶의 우환과 애정을 표현한 기업경영소설입니다. ------------------------------------------- 2-12 (주)라딘 해외 무역 회사 설산은 어디까지나 느긋하게 설명을 이어나 갔다. 보통의 정상적인 인격체라면, 지금 라딘의 눈빛을 보고는 도저히 유지가 안 될 것 같은 명경지수의 심경을 500년 묶은 영수답게 지키고 있는 것이다. "물론! 내기에 졌으니 주인이 가져야 되겠지만! 여기서 한가지, 왜 아버지 가 일부러 마정석을 빼서 이곳에 묻었겠소?" 그러고 보니 조금 이상하다고 할 수 있었다. 아무리 이성을 잃은 라딘이라도 몹이 자신의 마정석을 뺀다는 것은 일종의 자살로, 아무리 자신의 수명을 깨달았다고 해도 미리 자살하는 경우는 없다 고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호기심이라는 최고의 괴물이 라딘의 이성의 약 30%를 장악하기 시작했 다. "왜 묻었는데?" "일단! 그때 내 레벨이 400정도라서 영수가 아니었다는 것! 그리고 조~~기를 보시오" 설산의 눈이 리누만 안쪽 한가운데 있는 조그마한 마을을 가르켰다. 인구 200명 정도가 살만한 조그마한 마을이었다. "저 마을은 아버지의 성력에 보호를 받으며 살던 인간의 마을이오. 그들은 아버지를 수호신으로 모셨고, 아버지는 그들을 받아들여 300여년을 보호했었소. 아버지가 살아 계실 때는, 이 레테해역이 모두 아버지의 구역이었고, 저들 은 레테해에서 어업을 하여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오. 물론 육상으로도 아버지의 성력을 느낀 마물들은 거의 접근을 못했으니까, 내륙쪽으로 들어가지만 않으면 그들은 안전했던 것이오. 그러나!" 설산의 눈이 빛나며 라딘을 직시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가 되자, 아버지는 당신이 죽은 뒤를 걱정하기 시작 했소. 일단 성수의 성력이 사라지면 이곳에도 마물이 침입하기 시작 할 것이 분명 하고, 그러면 아직 어린 나와 저들 마을의 인간들도 절대로 살아남지 못할 것을 예상하신 것이요. 그리하여 이 리누만 중앙에 신성결계를 치시고 당신의 마정석을 빼서 보관 하게 된 것이요. 덕분에 레테해 전역은 마물들이 들어왔지만, 이 리누만 안 쪽으로는 그들도 들어올 수 없는 것이오. 만약에 그 마정석이 없으면! 저 마을의 주민 200명은 1주일도 버티지 못하 고 전멸하게 될 것이오!" "그래서.....내가 마정석을 빼가면 마을사람이 다 죽는다 이 말이냐?" 사기에 말린 것이 99% 확실하다는 느낌을 온 몸으로 받으며, 이을 악문 목 소리로 라딘이 물었다. "물론이오. 뿐만 아니라 아직 나를 소환 못하는 것 같은데, 마정석의 결계 가 없으면! 나도 현재 레테해를 장악하고 있는 마물의 보스 크라켄에게 잡 아 먹힐 가능성이 아주 크다고 할 수 있소. 설마 마운트가 죽었을 때의 팰러딘이 당하는 패널티는 알고 있으리라 믿소. (히죽, 배 째!)" 마운트는 팰러딘의 또 하나의 생명이자 분신이다. 마운트가 일단 죽으면 팰 러딘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를 부활 시켜야 되는데, 죽은지 30분 이 지나서 시체가 사라지면, 소원 퀘스트로만 부활이 가능하다. 부활시키기 전까지는 팰러딘의 능력과 신성마법은 쓸 수가 없고, 일반 육체 적인 전투기술만 쓰게 된다. 즉 2차 직업의 기사 수준이 된다는 것이다. 소원퀘스트는....최고 난이도의 퀘스트로 하급 유니크 보상 퀘스트와 비슷 한 정도라고 알려져 있다. 눈앞의 고래와의 동반자살의 유혹을 겨우 넘기고 냉정한 마음으로 돌아간 라딘은 당금의 이 사태를 정리, 분석하여 자신이 그 보물을 얻기 위해서는 2가지의 관문이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첫째, 자신이 500레벨이 넘어야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이 너구리같은 설산 을 소환하여 아공간에 넣을 수 있으니, 설산이 죽는 문제는 해결된다. 둘째, 이 마을의 주민이 스스로 마물을 물리치고 레테해에서 어업을 계속 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보물에 목숨을 건 라딘이라도 차마 뒷소문이 무서워서라도 200명의 죽음을 무시하고 보물을 가져가진 못하는 것이다. (쥐도 새도 모르게 가져갈 수 있으면 가져갔을지도 모르지만 불멸의 증언자 인 설산 땜에 포기했다.) 한참을 고민하던 라딘은 위기야 말로 기회라는 부친의 가르침을 떠올리고, 드디어 적극적인 방향의 계획을 수립하기 시작했다. 결국 이곳을 개발하면 되는 것이다. 개발하고 또 확장하여 도시가 되면, 이 도시는 자체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 을 것이다. 그 위에 잘만 하면 자신이 재상에서 물러나기 바로 전에 세운 동부개발 5개 년 계획이라는 파스트 제국의 차후 5년간의 주요 개발정책과의 시너지 효과 에 의해 이 지역은 최고의 항구가 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만약 그렇게만 된다면, 물론 그 도시의 실권은 자신이 가지고 있다면, 마정 석도 마정석이고 이 도시 자체가 보물이 되는 것 아닌가! 드디어 라딘의 생각이 하나로 이어졌다. 그리하여 게임세계의 영원한 전설 (주)라딘 해외 무역 회사의 구상이 시작 되었다. --------------------------------------------------- --------------------------------------------------- 팰러딘과 마운트는 일심동체. 적과의 동침. 사악함과 음흉함도 막상막하, 용호상박. 서로를 속이고 속으면서 진정한 우정이 싹트는 법. 이것이 바로 500년 묵은 영수를 마운트로 결정한 작가의 사상입니다. 기서 한가지, 왜 아버지가 일부러 마정석을 빼서 이곳에 묻었겠소?” 瀏??보니 조금 이상하다고 할 수 있었다. ------------------------------------------- 2-13 신성 기사 식당(해산물 전문 프렌치 식당) 2-13 신성 기사 식당 (해산물 전문 프렌치 식당) 드디어 꽃피는 3월이 되고, 신 현진(오랫만에 나오는 본명)은 무사히 통일 한국대학의 경영학과에 입학했다. 통일 한국대학은 2040년, 한국이 통일되면서 남북의 최고 대학을 하나로 합 병하여 생긴 대학으로 여전히 최고의 엘리트를 배출하는 학교이다. 약간 지루한 듯하던, 입학식을 끝내고, 친구가 된 장 명헌(뭉치)과 점심을 먹으며 둘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하여 의논하기 시작했다. 주제는.....'통일 한국대학 신마대전 동호회의 발족'이었다. "일단 대자보는 6장 붙여 놨어. 성철형(헬스클렙 사장) 쪽 하고도 이야기가 됐고, 이대로 사람을 모아서 브리시아 서버 내에서 길드를 만들면 될 것 같아." 현진의 설명을 들으며 열심히 대학특선 김치볶음밥을 먹던 명헌은 별 말 없 이 현진의 설명을 경청했다. 그는 지금 수도에서 권사(권법 특화 검사)로 전업을 하는 중으로 아마 이번 주 내로는 권사가 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에 그 후의 계획을 세워야 했 던 것이다. 역시 그도 라딘과 같이 광렙하던 때가 제일 재미있었다고 생각 하고 있었다. "지금 내가 퀘스트 때문에 목숨을 걸고 어찌어찌 해서 레테해의 리누만이라 는 곳에 와 있거든. 문제는 퀘스트는 일단 해결했는데, 연속 퀘스트가 발생 했다는 것이야. 거기에 더 큰 문제는.....혼자 힘으로 당분간 이쪽 안전지대에서 못 나간다 는 거지. 여기는 300렙대 몹이 필드에서 돌아다니더라 ...그것도 몰려서.." "흐미~, 우쩌다가 그런 험지에 들어갔냐? 무슨 퀘스트였는데?" "응, 지금 이쪽 바다에 설산이라는 영수 고래가 있는데, 그 놈을 돕는 퀘스 트야. 그놈하고는 친해져서 결국 나중에 내가 렙이 되면 테이밍을 해도 될 정도이긴 한데...." "우와~~~, 그런 영수를 테이밍! 라딘 끝내주네~." "훗훗훗, 형님이 한건 했지비~. 암튼 문제는 그 고래의 보호 하에 있는 인 간마을의 개발을 해서 스스로 자신의 마을을 보호하도록 도와주는 퀘스트야 ." "우와~, 무지하게 방대한 퀘스트네. 그거 나도 껴도 되는 거야?" "물론이지 친구! 안 그러면 내가 왜 이 비싼 김치볶음밥까지 사주면서 열심 히 설명하고 있겠나.(현진이 밥을 샀다. 이것도 밑밥이다. 일단 부탁할 땐 습관적으로 밑밥이 나간다.) 사람이 많이 필요해! 그 마을을 항구도시로 만들고 주변의 마굴을 청소해서 우리가 그 도시를 장악해야 되니까!" "오옷! 좋았어! 그걸 우리 브리시아 인생목표로 삼아보자! 드디어 뭉치가 대의를 얻게 되는구나!" "그래. 자세한 설명과 계획은 일단 내가 세울테니까. 명헌이 네가 사람을 좀 모아봐. 동호회 회장은 네가 하라고, 나는 부회장해서 총무역활을 할게. " "잉? 네가 회장하는 거 아니야?" "나는 성격상 집단의 장을 못해. 사람이 소심해서 손익을 조금 따지거든. 그러니 네가 명성을 얻으라고, 나는 돈을 얻을게." 친구의 앞이라고 그나마 허심탄회 해질 수 있는 현진이었다. "쿠~. 알았어. 그럼 내가 회장할게. 그 대신 회장의 권위는 세워줘야 한다! " "물론이지. 너는 지금부터 우리 모임의 간판스타가 되는거야! 뭉치도 팍팍 밀어 줄테니까, 열심히 키우라고. 서버 최강을 목표로 말이야. " "오~~~카이. 이제 곧 음양쌍마공을 익히게 될거니까. 염려 말라고!" "좋아. 그럼 이번 달의 목표는 일단 동호회를 조직해서 사람을 모으는 것으 로 하자. 4월의 목표는 단체로 열렙해서 2차 직업이 되고 250정도를 만들어서 다들 내가 있는 쪽으로 오는 것으로 하고, 부활 스크롤 돈 되는 데로 사고, 모여 서 낮에만 이동하면 아마도 괜찮을 거야." "알았어. 기다리라고! 혼자서 쓸쓸해도 참아~." 이제 명헌과 헤어진 현진은 자신의 원룸 아파트로 돌아와 규정 가상현실 접 속 헬멧을 썼다. 계획이 잡혔으니 실행에 한시의 머뭇거림도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 라딘이 다시 접속한 곳은 리누만의 이름없는 마을로 200여명의 마을사람들 이 근해어업으로 근근이 하루하루를 먹고 사는데 집중해야 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깡어촌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들의 말에 의하면 50년 전만 해도, 설산의 아버지 백산이 살아있어서, 레 테해 전역에서 어업 활동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때는 마을 주민도 거의 500명에 가까웠었고, 사람들도 조금 여유가 있어서 가끔 육지의 마물 소탕 의견도 나왔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백산이 죽고, 그의 구역이었던 레테해가 괴물 크라켄의 구역이 되고 , 사람들은 이 조그마한 리누만 밖으로는 감히 나가지 못하게 되었다. 마을에 몇 개 없던 중형 어선은 이미 과거의 추억에만 존재하고, 각 집마다 한 개의 나룻배로 낚시 수준의 어업을 하는 60가구 200여명의 마을사람의 눈에는 더 이상 생기라고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단지 생존본능에 위해 움직이고 있을 뿐. 그런 그곳에 어느 날 한명의 기사가 나타났다. 라딘은 우선 마을의 촌장집을 찾아갔다. 촌장집은 그나마 2층의 벽돌집으로 이 마크라는 촌장은 젊었을 때 한가닥 한 사람이라는 소문을 촌장집을 안내해준 마을 청년에게 들을 수 있었다. 여기서 한가닥은 과거 이름난 해적이었다는 얘기다. -똑,똑- "누구시오?" "사정이 있어 수행하는 기사 라딘이라고 합니다. 상의 드릴 일이 있어서 찾 아 뵈었는데, 마크 촌장님 계십니까?" "오, 이런 벽지에 기사분이 오시다니! 어서 들어오십시오." 문이 열리면서 나이 70이 넘은 노인이 한명 나왔다. 키 190이 넘고 허리가 꼿꼿하고 몸무게가 90은 되어 보이는 사람이 얼굴 인 상만으로 70이 넘어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을 라딘은 처음 알았다. "어떻게 이런 곳까지 오셨습니까? 기사양반?" 라딘은 일단 마크 촌장이 내주는 의자에 앉아 한번 마음을 가라앉히고 조용 히, 그리고 엄숙하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역시 첫인상이 중요한 것이다. "제가 이번에 수도에서 이 레테해까지 목숨을 걸고 오게 된 이유는 이곳의 수호영물인 설산과의 인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솔직히 말해 그와 싸우기 위해서 온 것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러나 일단 와서 보니, 그것이 오해였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이곳까지 목숨을 걸고 왔 다는 데에 허탈감도 느끼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래도 그와의 관계가 좋아져서 서로 본심을 털어 놓을 수 있게 됐으니 나 쁜 것은 아니지요. 설산의 말에 의하면 이 마을이 지금 상당히 안 좋은 상황이고, 앞으로 몇 년이 지나면 큰 위험이 닥칠 것 같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일단 그런 사정을 알게 된 이상 그냥은 지나칠 수가 없을 것 같아서 찾아뵙게 된 것입니다. 가능하다면 제가 이 마을을 위해 할 일이 있을까요?" 촌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지만 무슨 이야기인지 잘 이해를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아, 설산님의 친구분이시군요. 환영합니다. 그런데 몇 년 후의 큰 위험이 라니요? 지금 확실히 사정이 좋지 못하긴 합니다만, 그래도 설산님의 부친 이셨던 전대 성수 백산님의 성력으로 마을의 안전은 유지되고 있습니다만?" 라딘의 눈빛이 마크의 눈에 정면으로 부딪치며 소리 없이 부서졌다. "바로 그겁니다. 그 백산님의 성력이 앞으로 몇 년 안으로 사라질 것이라더 군요, 사라질 것이라더군요, 사라질 것이라더군요.(라딘이 의도적으로 흘린 에코효과) 그래서 이 마을은 몇 년 후에는 스스로를 지키지 않으면 안 된 다고 설산이 걱정하고 있습니다!" -------------------------------------------------- 오늘치 비축분 복구하고 1장 오타와 표준어 수정작업을 하고나니 2시가 다 되었네요. 에고 집에가서 자야징 ------------------------------------------- 2-13 신성 기사 식당(해산물 전문 프렌치 식당) 전편의 마지막 주요 대사 "몇년후에는 성력장이 없어진다고 합니다, 성력장 이 없어진다고 합니다, 성력장이 없어진다고 합니다. ------------------------------- -쿠쿵- 라딘의 선언은 촌장에게 몇 년 뒤에 휴거(세계종말의 시초)가 일어난다는 예언으로 들렸으리라! "헉! 그,그런! 설산님은 어떤 방법이 없으시답니까?" 라딘은 침통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는 아직 성력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전대 성수님의 성력을 발휘하려면 앞으로 몇백년이 필요하다고...." "아, 그,그런, 라딘경! 저희는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사실 저도 젊었을 때는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세계의 바다를 돌아 다녔지 만, 저의 고향인 이곳은 정말로 세상의 끝과 같은 곳이오. 백산님의 성력장이 없다면 이 마을은 1주일도 못가서 마물에게 전멸할 것이 확실하오." 마크촌장의 눈이 절망과 좌절의 눈물로 침식되기 시작했다. 이 희망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는 마을이 생존의 권리조차 박탈당하게 된다니 ! 그야말로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이었다. 몇 년 후 백산의 성력장이 없어지게 되는 주요 원인인 라딘은 숭고하고 엄 숙한 얼굴과 목소리로 촌장에게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이미 승기는 잡은 것이다. "저는 설산의 부탁으로 이 마을에 왔습니다. 비록 부족하지만 제 말을 한번 들어 주시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기사분께서 일부러 이곳까지 오시다니! 정말 설산님의 저희를 위한 배려에 감사드릴 뿐입니다. 라딘경. 무슨 좋은 의견이 계십니까?" '이봐요. 할아버지. 설산도 좋지만 나한테 감사하는 게 신상에 좋을 텐데. 흠흠, 라딘아, 괜히 질투하지 말고 일이나 처리하자.' 이미 일이 성사되었음을 직감한 라딘은 자신의 계획을 마크촌장에게 설명하 기 시작했다. 이름하여 '새마을 어촌개발 계획'. 주제는 '우리도 한번 인간답게 잘 살아보자'였다. 다음 날, 마을사람을 모은 임시 집회에서 촌장의 소개로 단상에 올라간 수 호영물의 대리인이자 대륙의 자유기사 라딘 크러쉬볼트는 마을사람들에게 ' 마을 주민의, 마을 주민에 의한, 마을 주민을 위한 개발' 이라는 이름의 연설을 하였고, 이 연설을 들은 마을 주민들은 모두 그에게 감동하여, 일치단결하여 새마을 운동을 펼칠 것을 수호영물의 이름에 대고 맹세하였다. 200여명의 이름 없는 마을의 주민들의 마음이 하나로 합쳐진 것이다. (후일 이 명연설은 동부 최대의 항구도시인 이곳 '카리브'시의 시민홀의 주 춧돌에 조각되어 이 도시과 역사를 같이하며 수 많은 사람들의 개발, 개척 정신의 이념의 초석이 되었다. 표절마왕 라딘. 만쉐이!) 라딘은 일단 리누만 쪽 해안에 마을 사람들의 도움으로 한 채의 벽돌집을 지었다. 그 건물은 크기 200평이 넘는 홀을 가지고, 바다의 일출을 보면서 즐길 수 있는 조망창, 그리고 건물 전용의 비치를 소유한 호텔식 해산물 전문 프렌 치 식당 '신성 기사 식당'이었다. 일단 건물이 완성되자 설산의 부탁을 받은 그 기사는 특이하게도 스스로 주 방을 관리하면서 6명의 보조요리사를 고용하고, 또한 10명의 주방보조 아줌 마(마을 아줌마들이 교대로 일한다.)와 10명의 홀 서빙(마을 아가씨들이 교 대로 일한다)을 써서 매일매일 설산이 잡아다 주는 각종 해산물을 요리하여 마을 사람에게 제공하기 시작했다. 마을 주민들은 요리스킬 80이 넘은 프로 주방장이 최고 신선도의 해산물로 정성껏 만든 음식을 하루 두끼씩 외상으로 배급받으며 기존의 어업활동시간 을 모두 마을개발시간으로 돌릴 수 있었다. 여기서 잘 봐야 하는 것은 외,상,이라는 것이다. 절대로 공짜가 아니다. 일단 식생활 문제를 해결하게 되고, 잘못하면 몇 년 후에 마을이 전멸한다 는 위기감이 더해진 마을 사람들은 라딘의 비인간적인 개발계획을 군말없이 따랐다. 그렇게 마을은 하루하루 변해갔다. '이봐, 설산! 좀 더 싱싱한 재료를 가져와야지. 매일 잡어만 잡아오면 요리 하는 사람이 힘이 나겠어?' '...... 주인. 주인이 직접 요리까지 하면서 마을 사람들을 위하여 일하는 것은 솔직히 기대도 못한 일이었고 고맙게 생각하고도 있소. 그러나 지금 리누만에서 이 이상의 크기의 해산물은 사실상 구하기 힘들다 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좋겠소. 역시 레테해에 나가지 못하니 마을 사람들에게 풍족한 식량을 공급해 주지 는 못하는 것 같구려.' 사실 설산이 열심히 잡아다 주는 물고기는 양이 모자란 것이 아니다. 단지 그동안 매일 200여명의 식단을 책임진 라딘의 요리스킬이 급속도로 성 장하여 현재 요리스킬이 95인데, 요 며칠간 전혀 스킬이 오르지 않는 것으 로 보아 나머지 5점의 요리스킬을 올리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고급 식재료가 필요하다는 라딘의 판단이 설산을 재촉하게 하는 것이다. '음~. 그럼 역시 레테해로 나가야 될까? 그 크라켄이라는 놈 레벨이 어느 정도 되는지 혹시 알아?(혹시 둘이서 다굴 까면 어떻게 안 될까?)' '900레벨이 넘는 것으로 아뢰오~~.(꿈 깨시오~~)' '음, 그럼 어쩔 수 없지. 마침 오늘이 그믐이지? 이봐. 조금 있다가 해가 지면 내가 그쪽으로 갈게. 기다리고 있어봐.' '음. 어떤 생각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레테해로 들어가 미끼나 유인 역활을 맡는 것이 아니라면 따르겠소.(이것이 현재 설산의 라딘에 대한 평 가이자 신뢰도이다)' '얌마! 아무리 그래도 그 정도는 아니야! 아무튼 기다려 봐.' 해가 지고, 컨티뉴얼 라이트 등(타운이 되서 마법사 길드가 들어오면 생긴 다)도 없는 깡어촌이 어둠에 잠겼을 때, 라딘은 마을에 남아 있던 가장 큰 그물을 들고 레테해 쪽으로 날아갔다. ------------------------------------------------ 아아, 그래도 오늘은 어제보다 많이 복구했네요. 역시 비축분이 많아야 여유도 생기고 글도 써지는데, 빨리 안정권에 진입해 서 글을 즐기면서 쓰고 싶네요. 지금은 독자분들 댓글읽는 것하고, 선작수 와 추천수 느는것 보면서 재미를 찾고 있습니다. - 글쓰다가 문득 연재한 내용을 읽어 봤는데, 제가 쓴글이지만 재밌었다는. .....욕하지 말하주세용. ------------------------------------------- 2-13 신성 기사 식당(해산물 전문 프렌치 식당) 제 직장 상사가 토요일이라고 빨리 올리라는군요... 흑, 이거 오늘 밤 2시에 올릴 분이에용. -------------------------------------- 달도 없이 오로지 흐미한 별빛만이 동해의 바다에 반사되는 초여름의 레테 해를 라딘은 묵묵히 날아갔다. 약속장소인 리누만의 입구에는 설산이 위로 물을 뿜으며 기다리고 있었다. 일단 그의 등에 올라탄 라딘은, 가지고 온 그물을 펴서 설치하면서 불안한 눈으로 그를 쳐다보고 있는 설산에게 설명을 시작했다. '잘 들어. 나는 [은신자의 망토]를 끼고 있으니까, 오늘 같은 그믐에는 왠 만하면 괴물 크라켄에게 안 걸린다고 봐야하거든, 물론 날개도 있으니까 걸 려도 튀면 되고 말이야. 일단 내가 레테해로 가서 큰 놈을 하나 유인해 올테니까, 네가 여기에 있다 가 이 그물을 끌라고, 즉, 내가 미끼고 네가 어부야! 됐지?' -띠링- 설산의 신용도가 1점 올라갔습니다. 라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신용도는 숨겨진 수치입니다.) '오옷! 라딘경! 그대가 그런 인간적인 면이 있다니! 알겠소. 일단 데리고만 와서 그물에 걸리기만 하면 내가 확실하게 처리할 수 있소.' 그리하여 라딘은 달도 없는 한 밤중에 도둑 낚시를 시작했다. 확실히 레테해는 한류와 난류가 엇갈려 지나가는 황금어장이었고, 그곳에서 크라켄의 눈치를 보며 열심히 살던 크기 4-5m의 대형 괴물 다랑어는 어디 선가 나타난 라딘에게 가볍게 [전격 소환]을 한방 먹은 후, 마치 물위의 오 리처럼 [레이-븐]의 날개를 펄럭이며 [워터워크]로 뛰어서 리누만으로 도망 가는 라딘의 뒤를 추적하다가, 설산의 수중 [차지]에 의해 그물에 갇힌 채 로 짧지 않은 다랑어생을 마감하게 된다. 환상의 바다낚시라고 할 수 있었다. 그 날부터 이름 없는 마을에 축제가 시작되었다. 마을 한 가운데에는 크림을 발라 통째로 요리한 길이 5m의 괴물 다랑어 훈 제 요리가 자리 잡고, 각종 각갑류의 사시미와, 바다연어의 마리네, 해초 샐러드, 그리고 축제에 절대로 빠질 수 없는 그 전설의 음료수마저도 마을 광장에 등장하였다. 틈틈이 라딘이 담가 놓은 해초 꼬냑(연금술+요리)이 통째로 제공된 것이다. 마을의 벽돌집 50채 완공과 주요도로의 포장, 그리고 왼쪽 벽돌 방벽의 완 성을 축하하는 [제 1차 개발개획 목표 달성 기념 축제]는 3일에 걸쳐 계속 되었고, 그동안 라딘은 매일같이 크림을 발라서 요리한 괴물다랑어 통 훈제 구이 요리를 마을 사람들에게 제공하였다. 그 축제는 그동안 정말로 목숨을 걸고 미친 듯이 일한 마을 사람들에게 마 음에 새로운 희망과 여유를 선물해 주었고, 그 후 매년 첫여름, 달이 안 뜨 는 그뭄 3일 동안 통째로 구운 괴물 다랑어 구이를 마을 광장에 전시하며 벌이는 [다크문 기념 축제]는 이 마을(후일 카리브 항구 도시)의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그리하여 마침내 축제 마지막 날, 라딘은 대망의 '마스터 쉐프'의 칭호를 얻게 된 것이다.(즉, 마스터 쉐프의 칭호를 얻게 되서 더 이상 목숨을 건 낚시를 안 해도 되는 라딘이 축제를 끝냈다.) ------------------------------- 그렇게 한달이 지났다. 신마대전(가.현)이 발표 된지 5개월이 되고 10개였던 서버는 24개로 늘었다 . 인구 2억의 가상세계에 100만 명의 유저들의 새로운 인생이라는 컨셉은 세 계적으로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 일으켰고, 특히 미국 같은 경우는 자신들의 사회 생활 공간을 모두 가상 현실세계에서 누리게 할 수 있는 초 거대 프 로젝트 '매트릭스(가.현)'의 개발에 세기창조사의 합류를 요청할 정도였다. 몇 천년 후, 인류 멸망 후 세상을 지배하게 되는 매트릭스는 아직 개발단계 에 있었던 것이다. 이제 가상현실 게임의 세계의 주도권은 최초의 가상현실 체험 게임인 '어나 더 판타리아'에서 이세계 생성시스템의 '신마대전'으로 넘어오게 된 것이다 . 물론 제 1 서버이자 최고의 고수들이 모였다는 '브리시아 서버'는 전담 뉴 스 방송시간까지 있을 정도로 통일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음이 틀림없었다. 한편 통일 한국 대학 신마대전 동호회 회장으로 임명된 장 명헌은 현진이 꾸며 놓은 초 방대 퀘스트 시나리오에 감동하여 사나이의 야망을 품고 정치 외교학과 생도의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했고, 결국 동호회의 회원은 20명을 넘어섰다. 그들은 하루를 꽉 짜여진 스케줄에 의하여 1분의 여유시간을 아껴서 리얼라 이프와 게임라이프를 양립하는 것을 목표로, 하루 8시간의 수업(물론 가상 현실)과 8시간의 공부시간(역시 가상현실)이외의 나머지 48시간(현실로 12 시간)을 모두 브리시아 서버에서 보내기로 합의보고, 시간대에 맞춰서 5인 1파티의 고정 그룹으로 끊임없이 열렙을 하였다. 목표는 부회장이 갇혀 있는 동부해안으로의 이주인데, 부회장이 우연히(?) 얻은 마을 개발 퀘스트는 대자보로 학교 전체에 알려져서 학교 내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중간 중간에 밝혀지는 200여명의 마을 주민들의 살아남기 위한 생존투쟁담을 적은 대자보는 그달의 대자보 베스트 3에 들어갈 정도의 인 기와 함께 학생들과 심지어는 교수들에게까지도 잔잔한 감동을 안겨 주었다 . 그 대자보에는 라딘은 브리시아 서버시간으로 4개월 동안(현실 시간 1개월) 혼자서 마을을 위해 '신성 기사 식당' 이라는 해산물 전문 프렌치 식당을 차려 마을사람들이 어업을 일단 중지하고, 앞으로 들어올 이주민과 마물들 에 대비한 방벽과 새로운 집의 건설을 하도록 하였고, 성수 설산이 매일 매 일 잡아다 주는 대량의 생선과 해초들을 모두 요리하여 (외,상,으로) 200여 명의 마을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다는 내용이 모두 미,화,되어 적혀있었다 (다시 한번 말합니다. 잘 봐야 합니다. 공짜가 아닙니다.) 이에 당분간 식생활에 걱정이 없어진 모든 마을 사람들이 일치단결하여 방 벽을 강화하고, 50여 채에 달하는 벽돌집을 짓고 벽돌 길을 새로 깔고 다시 벽돌로 마을 왼쪽에 방벽을 쌓는데 성공하였다는 내용은 완전히 감동 다큐 맨터리 '인간승리'의 내용을 윗도는 생동감을 보이는데 성공하였다. 이제 사람이 들어오고 빌리지에서 타운이 되면 은행과 마법길드가 들어서고 , 방벽에는 마법방어진이 새겨지게 될 것이라고 한다라는 내용이 대학내에 알려졌을 때는 교수들조차 현진을 칭찬하며, 도시 개발 계획과의 교수는 현 진이 경영학과에서 자신의 과로 전과하거나 부전공을 그쪽으로 하라고 권하 였을 정도였다. 타운은 인구 1천명이 넘는 마을로 일단 타운이 되면 제국과의 계약에 의해 마법길드의 지부가 들어와서 아공간 은행을 경영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집고 넘어가야 하는 진실은 외상으로 깐 음식값으로 인해, 새로 지 은 집 중 20채는 라딘의 소유라는 것이다. 라딘으로서는 마을의 60%를 마을사람들의 재산으로 인정한 것이 정말로 설 산의 면목과 미래의 민심유지를 위한 최대한의 양보라고 할 수 있었다. 물론 라딘이 요리기술을 마스터함에 따라서 체력이 100이 올라가고, 새로운 생산스킬인 비전 [약선 요리]를 그 마을의 100살 먹은 할머니에게서 배울 수 있었다는 점도 빼먹으면 안 될 것이다. [약선요리] : 특수한 재료를 사용하여 하루 동안 능력치와 회복력을 올려주 는 음식을 만들 수 있다. 단 약선 요리는 하루에 하나 이상의 효과는 생기 지 않는다. 또한, 재료 레시피는 알아서 연구하거나 레시피 아이템을 찾던 가 해야 한다. 물론 요리법은 사람들마다 달라서, 개인의 요리법은 다른 사람에게 적용이 안 된다. 즉 같은 재료로 만들어도 다른 사람이 만들면 보통 요리가 된다. 라딘이 할머니에게서 받은 약선요리 레시피에는, 하루 동안 체력소모를 50% 줄여주고(피가 아닌 체력, 스킬을 쓰면 소모된다), 체력을 100올려주는 자 양강장식 요리 '용봉탕'이 적혀있었다. 그렇게 다시 브리시아 서버의 4개월이 지나가고, 5월을 열흘 남긴 어느 날, 드디어 제 1차 동부해안 원정대는 수도를 떠났다. --------------------------------------------- --------------------------------------------- 아아, 드디어 기사식당 에피소드가 끝내고 이 게임의 가장 큰 메인 에피소 드 중 하나인 라딘의 생산스킬 마스터 에피소드도 딱 2개 남았습니다. '앙드레 신' 에피소드와 '그랜드마스터 퀘스트' 에피소드. 3장 처음과 후반 에 위치한 에피소드니까 당분간은 잊고 살아야 겠네요. 아아 그쪽을 빨리 끝내야 속이 후련할텐데. ------------------------------------------- 0-2 선작 2000회 돌파 기념 연참 자는 동안 돌파하라는 심정으로 하나 올 립니다. 안올리고 자려니까 왠지 허전하다는.... ------------------------------------------------- 원정대 구성 대장 : 뭉치 (250레벨, 권사) 그 외 : 200레벨 이상 2차 직업 캐릭 24명. 부활 스크롤 : 40장(성철형네 그룹에게서 돈을 꾸었다.) 그들은 4월동안 주로 낮 타임을 이동하는데 주력하여 최소한의 피해로 리누 만으로 진입하는 사명을 가진 결사대였다. 새로 가입한 60여명의 동호회 회원 중 브리시아 서버가 아닌 회원은 혼쾌히 브리시아 서버로 이주하여 새로 캐릭을 키우고 있는 중이고, 그들은 수도 체대 유도학과의 대 선배인 성철형과 이번에 성철형의 권유로 신마대전을 시작한 유도학과 학생들과 합숙으로 광렙을 하고 있었다. 참고로 성철형이 베타테스트가 끝나고 대학에 찾아가 후배들에게 한 권유의 대사는 '아그들아! 형님 결혼 한번 해 보자.' 였고,(멀쩡한 헬스클럽 사장이 왜 클로즈 베타에 지원했는가를 생각해 봐야 한다) 그 한마디에 현역 졸업생 할 것 없이 30여명의 유도부 학생이 브리시 아 서버에서 게임을 시작하여, 지금 수도의 도둑길드는 수십 명의 떡대 용 병전사가 육성되고 있는 중이다. 수도 체대! 의리의 대명사라 아니 할 수 없었다. 여기서 약간 문제되는 것은 도둑이나 성직자나 마법사는 아예 없고, 전원 전사로 시작, 군대와 같은 집단전과 다굴성 파티 플레이를 집중적으로 훈련 한 가상현실세계에서의 떠오르는 조폭같은 인상을 숨길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는 것인데, 본인들은 '영웅본색'에 심취하여 조금의 신경도 쓰 지 않고 있었다. 그들이 바로 멀지 않은 미래에 '아도'길드의 주축이 될 것임을 라딘은 확신 했다. '아도'길드란 뭉치가 길드 마스터, 라딘과 민 성철의 캐릭인 도끼바바가 부 길드 마스터로 등록한 브리시아 서버의 모험길드 (용병단으로 시작)로써, 그 이름의 뜻은 판쓸이를 노리는 선언이다. 라딘의 야망이 이미 굳어 졌음을 알 수 있다. 이제는 6명의 보조 주방장에게 모든 요리를 맡기고, 하루하루를 마을 근처 의 마굴(던젼) '죽음의 홀'에서 광렙을 하고, 다시 남는 시간을 설산을 상 대로 스킬 훈련을 하는 라딘은 오늘도 설산을 상대로 [차지]와 [실드차지], [강타]의 연습을 하고 있었다. 버그성 설정이지만, 자신이 최고의 힘으로 때린 스킬은 유저나 자신의 펫한 테 명중한 경우에도 스킬이 올라갈 수 있다. 물론 보통 경우라면 그런 경우 살인이 나겠지만, 아니면 펫이 죽거나 도망 을 가겠지만, [타격계 방어 특화]의 특성에 의해 타격계 공격에는 대미지 1 만까지 무효, 급소공격, 크리티컬 무효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 설산은 이 얍 삽한 주인이 왠일로 매일 안마를 해주나 하며 즐거워했다. 뿐만 아니라 라딘은 매일 설산이 마을 사람들을 위해서 생선을 잡는 것을 도와준다고, 설산이 생선을 몰고 오면, [전격 소환]으로 생선을 몰아서 잡 는 방법을 써서 설산을 도우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피나는 수행의 결과로 [전격 소환]마법도 숙련도 70을 넘어섰다. 현재 설산의 라딘에 대한 신뢰도는 0인 도저히 팰러딘이라고는 믿을 수 없 는 양아치 사기꾼에서 30인 사람은 조금 많이 편협해도 신용을 지키고,(진 짜다. 라딘은 신용은 잘 지킨다) 그나마 마을 사람들을 위하여 자신의 이익 을 잠시 희생할 수 있는 최소한의 성기사의 양심을 가진 인간으로 향상된 수준이다. 자꾸 말해서 미안하지만, 라딘은 현재 마을에 대한 40%의 소유권을 가지고 있다. 주민 200명은 사실 상 라딘의 채무자이고, 미래의 (주)라딘 해외 무 역 회사에 영구 취직 할 예정이다. 마을 주민들은 자신들의 수호신 성수 설산의 친구로 자신들을 구원하러 온 기사 라딘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었고, 이를 이용한 라딘의 사원 교육과 마을 발전에 따른 주민의 의식 개혁 교육(한마디로 세뇌교육, 나를 따라서 뭉치면 살고 아니면 너희들 나중에 일용직 노무자로 슬럼가에서 살 가능성이 무지 높다! 라는 주제의 의식교육)을 아무런 의심 없이 받아 들였다. 사실 빌리지에서 타운이 되고 시티가 되면, 기존의 사람들은 땅부자가 돼서 타락하거나, 도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라딘은 그것을 미리 방지하 고, 마을 사람 200명에게 새로운 교육과 일에 대한 기술을 전수하여, 애사 심으로 투철하게 무장된 그들을 이 도시의 근간으로 삼을 계획인데, 이것이 바로 이익과 명분이 일치하는 최고 수준의 사기술, [정치]라는 것이다! 물론 이 일단의 사업의 최고 수익자는 모든 일의 뒷부분을 장악하고 있는 라딘임에 틀림이 없었다. 그리고 4월이 끝나가는 어느 날, 드디어 라딘은 [라디안식 타격술], [차지] , [실드차지], [강타], [스마이트]를 마스터 하게 된다. 500렙의 고렙 몹인 설산한테 스태미너 회복포션을 하염없이 마시며 한번 접속 시 12시간 정도 씩 수련했으니 마스터는 시간문제였다고 할 수 있다. 참고로 라딘은 축복마법과 해독마법, 그리고 연금술로 각종 치료, 회복 포 션을 자체 제작하는 무한 광렙 캐릭이다. 이것은 스킬 성장이 지력에 영향을 받는 연금술을 올린 팰러딘의 특권으로 보통 포션은 연금술로 마법사 길드에서 연금술로 정제한 재료를 신전에서 구입하여 축복을 내려서 만들게 된다. 재료는 마을사람들이 알아서 바친다. 그는 이 마을의 왕이자 수호신의 친구 인 종교 지도자, 즉 교주인 것이다. 감동의 스킬 마스터의 순간이 지나고, 라딘은 드디어 최상급 스킬북인 [쇼 크 웨이브]와 [낭뜨 전추술]을 꺼내었다. 은행이 없어서 혹시라도 떨어뜨릴까봐 집안 바닥에 파 묻어 놓고, 또 그걸 누가 알고 몰래 집어 갈까봐, 현실에서도 마굴 안에서도 얼마나 불안에 떨 었던가! 이제는 이 책들은 영원한 라딘의 재산으로 라딘의 몸속에 흡수되는 것이다. "습득 [쇼크 웨이브]!, 습득 [낭뜨 전추술]!" 책에서 빛이 나며, 점점 투명한 가루가 되어 사라지기 시작했다. [강타] 스킬란에 [강타] 대신 [쇼크 웨이브]가 생겼고, [라디안식 타격술] 란에는 세상에 몇 개 없는 워해머 전용 무술 [낭뜨 전추술]이 생겨났다. 최상급 [쇼크 웨이브] : 강타의 공격력의 최종 대미지의 10%가 충격파로 변 하여 주위에 전달된다. 물론 몸 안쪽으로도 10%의 충격파(무속성)이 전달되 므로, 대미지 10%업의 효과도 있다. 숙련도가 올라가면, 강타의 대미지가 최고 100%까지 증가된다. 마스터하면 모든 공격에 순간적으로 쇼크 웨이브-물론 강타의 공격력 증가 는 없지만-효과를 작용할 수 있다. 현재 라딘의 레벨은 240, 몽몽이는 184로써 이제 스킬도 업그레이드를 했기 때문에 라딘은 스스로를 감히 무적이라고 생각 할 정도였다. "[스탯창]" 라딘 팰러딘(나티크) 레벨 240 힘. 1390(-927) 지력. 122 의지. 288 민첩. 288 체력. 350 마력. 216 HP. 14000 MP. 8640 보너스 스탯. 0 공격력. 850+468 방어. 5800 무게. 212 여기서 공격력은 그 냥 때리면 1300정도가 맥스 대미지지만, 낭뜨 전추술을 쓰면 기본이 200%업 , 마스터하면 다시 100%업이다. 물론 명중률도 200%~300%업이다. [낭뜨전추술]같은 경우 연타속도 업이라는 특수 효과도 있다. 필살기인 강타를 쓰면 가볍게 10000에서 12000대미지가 나올 것이다. 이제 는 설산을 상대로 한 연습이 힘들어진 것이다. "[스킬창]!" 전투스킬 [낭뜨 전추술]. : 0 [차지]. : master [실드 차지]. : master [쇼 크웨이브]. : 0 [스마이트]. : master [천근추]. : 40 [경신술]. : master [마운트 소환]. : ---- [아머 패리]. : 30 [마상 전투술]. : 0 [방패 이용술]. : 75 [마법방어오라 ]. : ---- 생산스킬 낚시. 100. 은둔자(허밋) : [은자의 등용문](완) 대장장이. 100. 대장인 : 비술 [금속 압축 강화] 방직. 0. 조각. 100. 예술가 : 비기 [마법 아이템 합성] 연금술. 100. 연금술마스터 : 금단술 [마약제조] 요리. 100. 마스터 쉐프 : 비전 [약전 요리] "[마법창]!" 마법 신성마법 [힐링]. : 40 [독 치료] . : 25 [저주 해제]. : 25 [신력 부 여]. : 30 [축복]. : 80 [홀리 웨폰]. : 25 [언홀리 웨폰]. : 15 [레이-븐] . : 20 [전격 소환]. : 74 [워터 워크]. : 54 "[장비아이템]!" 머리 - 흑강 풀 페이스 헬멧 상부 - 흑강 풀 플레이트 아머(상) 하부 - 흑강 풀 플레이트 레깅즈(하) 오른손- 미스릴 워 해머 왼손 - 미스릴 카이트 실드 왼쪽귀- 메사이야 이어 링 : 매직 아이템 오른쪽귀- 왼손가락 - 스컬 마정석 반지 :매직 아이템 마력 30업 오른손가락 - 스컬 마정석 반지 :매직 아이템 마력 30업 등 - 은신의 망토 : 매직 아이템 의지 , 민첩, 마력 30업 벨트 - 흑강 벨트 양손 - 오우거 파워 건틀렛 : 힘 100 업 양손목 - 흑강 브레이서 신발 - 흑강 부츠 흑강 시리즈는 카린에게 자신 의 갑옷을 벗어준 라딘이 이곳에서 나오는 사철로 스스로 만들 수 있는 최 고의 방어력을 가진 상급철로 정제하여 만든 아이템이고, 그밖에 해골을 잡 아서 나온 마정석 3개를 좀비의 뼈를 깍아서 만든 고리에 밖아 넣은 스컬 마정석 반지도 만들 수 있었다. 물론 두개 빼고 나머지는 모두 [매직아이템 합성]스킬을 올리다 뽀개 먹었 다. 오랜만에 자신의 상태를 확인한 라딘은 만족했다. 이제 100레벨 정도만 더 올리면, 잘 하면 자신의 7중 세트를 입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물론 봉인한 상태에서다. 지금도 은행만 이용할 수 있다면, 방패정도는 바꿔들고 싶지만, 아직은 이 마을이 빌리지라서 은행도 없는 것 이다. 은행이 들어설 시기가 되면 자신은 새로운 갑옷으로 꽃단장을 하리라! 그리고, 저 전설의 마정석을 자신의 갑옷에 박아 넣으면~! 우후~, 생각만 해도 즐거운 라딘이었다. (오랫만에 라딘의 파워 스탯 공개입니다. 혹시 숫자 계산 틀렸을 수도 있는 데 대충 양해해 주세요. 계산기로 계산하시면 미워할거양~) 어스 타임으로 라딘 원정대가 떠난지 3일, 이제 브리시아 시간으로 한달에 서 두달 정도면 새로운 동료들이 이곳에 도착하게 될 것이고, 그때까지 라 딘은 광렙을 한 후, 대륙 중앙으로 떠날 예정이었다. 수도로 가서 [파르시아 가문의 누명] 퀘스트를 완료해야 되는 것이다.(기억 하세요?) 그때까지 혼자서 광렙을 한 후, 사람들과 약간 호흡을 맞춘 후에 자신의 본 직업이 탄로나기 전에 떠나서 500레벨 정도까지 혼자서 기업을 키우면서 레벨을 올리는 것이 일단 예정된 계획이므로, 뭉치일행이 오면 이곳은 그들 이 관리하게 될 것이다. ------------------------------------------- 라딘이 먼치킨인지 아닌지 잘 판단이 안서고 있다는....먼치킨 수치가 20을 넘었을까요? 20 넘으면 안되는데. 물론 배경말고 개인능력만 쳐서요. 먼치킨 수치란? 100. 장난 한방에 신도 죽이는 투드 80. 창세신의 화신 60. 3X3 아이즈의 베나레스 40. 무협지 주인공. 필살기면 사람으로 만명, 드래곤도 한방 20. 궁극의 히든키. 운영자가 밸런스 무시하고 맘잡고 만든 캐릭 10. 최상급 아 이템과 스킬을 맘대로 골라잡을 수 있는 주인공 캐릭 ------------------------------------------- 2-14 버드나무 카페의 도원결의 주말 잘 보내셨나요? 흐흐, 전 예상대로 선작 2000명을 넘어서 무지 행복했다는(히죽). 음, 이제부터 약간 진중한 분위기의 현실파트가 나갑니다. 조금 심각하더라도 이 작품의 작품성과 개연성을 위한 부분이니 이해를 부 탁 드립니다. ------------------------------------------- 이제 라딘은 새로운 시대를 위하여 준비를 시작 할 때가 되었음을 느꼈다. '어이, 설산 어디 있냐?' '음, 누구야. 낮잠 자는 데 깨우는 놈이?' '큭, 아침 사냥한지 2시간도 안 됐는데 벌써 자고 있어?' '주인이었군. 동물의 왕국도 못 봤소? 나 같은 먹이 사슬의 최고위는 사냥 하면 무조건 자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 것이오.' '으그~, 그래 알았다. 그럼 계속 자.' '이보쇼. 자는 고래 깨워 놓고 그냥 자라니? 궁금하지 않게 왜 깨웠는지 말 해줘야 할 것 아니오?' '아, 다름이 아니라. 수도에서 내 친구들이 이쪽으로 떠나서 이제 한두달 있으면 도착할 것 같거든. 그 후의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아서.' '옷, 드디어! 라딘경의 친구분들이 이 마을로 떠났구려. 음, 그럼 이제 어떻게 되는 것이오?' '기본적으로 난 방랑신의 팰러딘이니까, 자유와 방랑의 의무가 있거든, 그 래서 일단 마을이 안정되면 떠나려고 해. 친구들 중에 뭉치라는 권사가 아마 이 마을을 맡아서 발전시키는 것으로 이 야기가 되 있고, 이번에 인간의 나라인 파스트 제국에서 이 동부해안의 개 발을 시도하게 될 것 같으니까, 그것에 편승해서 국가공적치도 올리고 그러 려고 한다는 것이지. 문제는 설산 너의 거취 문제잖아. 사실 나 아직 500레벨이 못 됐거든, 역시 올리기가 쉽지 않더라고.' 설산이 이해한다는 음성으로 대답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겠소? 라딘경은 이번에 수행보다는 마을 발전을 위 해 수고했으니까, 험험, 사실 내가 라딘경에게 약간의 오해를 했었던 것 같 아서 조금 미안해하던 참이었소.(오해는 개뿔이) 뭐라고 해도 첫인상이 첫인상이었으니까..' '크험~, 이봐. 지나간 이야기보다는 앞으로의 일을 상의하자고, 그래서 내 말은 당분간 뭉치에게 협력하면서, 해안 쪽을 관리해 달라고, 물론 기사식 당에 생선도 계속 보급해 주고.(현재도 기사식당은 끊임없이 라딘의 재산을 불려주고 있었다)' '흠~, 알았소. 아무쪼록 주인이 나를 소환할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하겠소. 또한 이 마을이 발전하는 것도......' '아아, 염려마. 커질거니까. 이 마을. (내가 투자한 것이 얼만데)' 그렇게 설산에게 뒷일을 의탁한 라딘은 마을 촌장에게 앞으로의 발전을 위 한 개발 계획표를 맡기고 일단 로그아웃을 하였다. 명헌과의 약속이 있는 것이다. ---------------------------------------------- 장 명헌(뭉치)은 수능 후에 게임을 시작한 왕 초보 게이머라고 할 수 있다 . 그런 그에게 선망의 대상이자 수능 후 게임을 시작하게 한 한명의 친구가 있었는데, 그의 이름은 유 진철이다. 그는 게임광 부모의 무녀독남으로 태어나 2살 때부터 아버지의 무릅 위에서 아버지가 하는 게임 '히어로즈 오브 판타지 월드'의 전투장면을 보며 유아 학습을 하였고, 어머니의 등 뒤에 업혀, '은하 창세기'의 인물의 대화내용 을 들으며 잠들었다고 한다. 그 후 5살이 되서는 드디어 현역에 데뷔하여, 전국 유아 격투 전설 게임 ' 스트리트 유치원자'의 통일 한국 챔피언으로 2년을 보내다가 드디어 초등학 교에 연애 시뮬레이션에 도전, 두근두근 초등 추억 [접속제한 2시간의 소년 대상 가, 현]에서 부동의 초등학교 연애왕의 자리를 지킨 천재 게이머였다. 한마디로 아케이드, 전략 시뮬, 격투, 연애 시뮬, 어드벤처, RPG까지 두루 섭렵한 무적의 절세고수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 그가 15세가 되었을 때, 가상현실 게임계가 얼마나 비상한 관심을 쏟 았는지 그 업계에 조금이라도 관련된 사람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그가 처음으로 발을 들인 가상현실게임은 그 당시 최고의 인기작 인 '어나더 판타리아'로서 스탯이나 직업, 레벨이 없이 리얼리티만을 추구 하여, 수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20년째 받아온 가상현실게임 초기로부터의 명작이었다. 20년이나 된 게임답게 수많은 고수가 존재하는 복마전에서, 유 진철은 처절 한 투쟁을 시작했다. 그것은 현실과 판타지의 조율에 대한 투쟁이었고, 그 는 결국 2년 만에 서버 1000위 안에 진입할 수 있었다. 사실 15세에 가상현실 게임에 빠지면, 대학이 힘들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유 진철은 그야말로 정진정명 천재였던 것이다. 17세에 전국 청소년 프로그래머 경진대회에서 유 진철은 '어나더 판타리아 버그 발생기'란 프로그램을 발표하여 학계와 업계를 경악시켰다. 단순한 게 임소년이 아닌 천재 프로그래머였던 것이다. 단, 게임시스템에 관하여서만 ...... 학술 프로그램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된 다는 것이 밝혀진 것은 1년 뒤였다. 하지만 그가 발표한 버그발생기는 그 후 모든 가상현실게임에 적용되어 반 대로 버그 제어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였으며, 경진대회 우승자인 유 진 철은 통일 한국 최고의 공대인 한강공대의 전산프로그램과에 무시험 합격되 었던 것이다. 돈도 많이 벌었다고 한다. 수십억이 넘었다고 하니까, 그러나 인생은 세옹 지마인 법. 유 진철이 번 돈은 그의 부모에 의해 관리 되었는데, 그의 부모는 사실 선 량한 일반시민이자 순진한 게임 3세대의 유저였던 것이다. 수억의 돈도 구경해 보지 못한 그들 부부에게 그 많은 프로 사기꾼들로부터 수십억의 돈을 지킬 수 있는 능력이란 애초부터 없었다. 오히려 그 돈으로 자신들의 게임 가게를 확장한 것이 실패하여 원래 있던 재산까지 모두 날리고, 이제는 몇 억의 부채를 떠안게 된 것이다. 지금 불운의 천재인 유 진철은 학교를 휴학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었다. 일단 무시험 합격이기는 한데, 대학 내에서 장학금을 탈 정도로 모든 과목 의 성적을 관리할 성격도 못 되고, 이미 학비를 낼 여유도 없기 때문이다. 현재 그의 가정의 사정은 심히 어두웠다. ------------------------------ 천재게이머 유 진철 한강공대 전산 프로그램학과 신입생 연합 동아리 신마 대전 연구회 한강공대 동아리 회장 캐릭 해적법사 크로키 (마도사 -> 환술 사 -> 원소법사 -> 대마도사) 일인 마법군단, 해왕, 냉혹의 군주 카오스 팰러딘 라딘과 함께 브리시아의 역사의 뒷면을 장악하는 대마도사, 금주 [메테오]를 사용할 수 있는 파괴신 으로 얼음과 같은 냉혹함을 가진다. 게임으로는 누구에게도 양보할 생각이 없지만, 라딘의 선천적 사악함에는 일종의 경외심을 품고 있다. 습득마법과 아이템 예상도는 당연히 비밀 (주)라딘 해운 의 사장이고 서대 륙 무역 담당자. 캐릭이 정식으로 등장하는 시기는 2장 중반이고 3장 부터는 뭉치의 출현빈 도를 넘어설 예정입니다. 설정에 가장 고심한 인물, 잘 먹혀야 하는디.... ------------------------------------------- 2-14 버드나무 카페의 도원결의 라딘은 자신의 과거와 미래를 생각했다. 사실 신마대전 게임을 계속하게 된다면, 자신의 빛의 세계에서의 미래는 상 당히 힘들어 진다고 할 수 있었다. 외교관이나 상급 회사원이란 현실 8시간과 가상현실 64시간을 모두 일에 사 용한다고 해도, 무한한 경쟁을 하면서 10년 이상을 앞만 보고 뛰어야 겨우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폐인을 의미하는 신마대전 게임유저는 대학입학시의 한순간 의 추억으로 남기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라딘은 그동안 자신의 길지 않은 인생에 제일 재미있었던 기간이 언제냐고 묻는다면, 바로 1년 전부터 지금까지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 다. 그렇다! 자신은 어둠의 생물이었던 것이다. 선천폐인지체! 이것이야 말로 신이 내린 라딘의 체질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 라딘은 빛의 세계로 돌아가지 못하게 되었다. 이미 어둠에 물들었기 때문에 빛은 그에게 독이고, 게임이 없는 세상은 아 무런 자극이 없는 허무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신이 이대로 어둠의 세계에서 한명의 이름 없는 폐인으로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지는 것은 라딘이 지금까지 뼈에 사무치도록 받은 무차별식 나치식 엘리트교육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일! 라딘은 보여주고 싶었다. 자신이 단순한 폐인이 아니라 폐인의 제왕임을! 폐인으로써, 어둠의 주민으로써 빛의 주민에 뒤지지 않는 명예와 재산을 축 척할 수 있음을! 로그아웃하고 나서 문득 바라본 창문으로 새벽의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5월의 해였다. 라딘은 손을 뻗어 마치 태양을 움켜쥐듯이 주먹을 쥐었다. 그리고 어둠의 프로게이머로써 폐인지왕의 자리에 오르기로 떠오르는 태양에게 맹세했다. -------------------------------------- 일단 어둠의 프로게이머는 혼자만의 힘으로는 안 된다. 대전게임의 테스트 플레이어나, 실시간 전략 전쟁게임 파이널 크래프트(가,현) 같은 회사 소속 의 양지의 프로게이머가 아닌 것이다. 신마대전 브리시아 서버의 지하경제를 주무르는, 월 200억(2만원, 유저 100 만, (주)세기창조사 월 매출액 4800억원!)의 시장의 흑막으로 자리를 굳히 기 위해서는 사람이 필요한 것이다. 장 명헌이나 성철형 같은 아마츄어가 아닌 진짜 파트너가! 그런 그에게 세기의 천재 유 진철의 존재는 참을 수 없는 유혹이자 처리대 상 제일번의 과업이라고 하였다. 전쟁 시뮬 삼국지(가,현)의 승자가 되기 위한 최우선 사항이 NPC 조운이나 공명의 충성을 얻는 일인 것처럼 그에게는 최고의 인재가 필요했다. 이제 명헌의 소개로 진철을 만나러 가는 현진의 눈은 필살의 각오로 굳어 있었다. ---------------------------------------- 5월의 한국은 즐거운 시기이다. 학생들의 그 해 첫 관문인 중간고사가 4월 말에 끝나기 때문이다. 4월을 충실히 보낸 학생들에게 5월은 축제를 동반한 최고의 휴식기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도 보통 사람의 상식에 불과할 뿐, 어둠의 세계에 속하여 폐인 의 경지에 들어간 라딘 같은 인종에게는 시험도 축제도 거울속의 풍경이나 다름없었다. 축제 같은 것은 자신과는 관계 없는 사건이기 때문에 가상 현실 세계에서 마법 아이템이 하나 떨어지는 것 만큼의 실감도 안 나는 것이다. 여기 먹이를 구하는 비둘기마저도 소란스럽고 즐거운 강남의 한 쇼핑몰에 어둠에 둘러싸인 카페가 하나 있다. 그 카페의 이름은 [류향], 버드나무의 향기라는 뜻이다. 고상하고 수수한 이름에 안 어울리게 검은색 색유리로 감싸고, 간판마저 검 어 범죄자가 아닌 사람은 가까이 가기에도 무서운 분위기의 카페였다. 이런 곳이 왜 안 망하고 아직까지 존재하고 있을까하는 생각을 지나가는 수 많은 사람들이 하고는 했지만, 사실 이 카페는 의외로 성업 중 이었다. 그만큼 세상은 빛의 밝음와 같이 어둠의 적막함을 사랑하는 사람도 많은 것 이다. 어두운 카페의 한쪽 구석에는 세명의 대학생이 모여 심각한 음모를 꾸미는 분위기로 모든 사람의 접근을 거부하며 조용히 대화하고 있었다. 진철은 말했다. "그래서, 현진이 네가 정말로 장래 프로 게이머가 될 테니까, 같이 일해보 자고?" 눈앞의 인재를 바라보는 현진의 눈빛에는 숨길 수 없는 욕심이 떠올라 있었 다. 이것은 표리부동심공의 달인인 현진으로서는 상당히 예외적인 일로써, 처음 명헌의 소개로 인사하고 서로 반말로 게임에 대하여 이야기를 주고받 던 중 받은 느낌이 너무나도 강렬했기 때문이었다. 역시 태어나서 처음으로 게임 세계에 빠진 현진으로써는 한마디 대사와 간 단한 손동작 하나도 모두 게임을 생각나게 하는 이 천재 게이머의 모습이 경외로 느껴지는 것이었다. 겨우 그 정도에 욕망이 눈으로 나타나는 것을 못 숨기는 것에 스스로를 책 망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납득하는 현진이었다. "응, 이 이야기는 사실 명헌이 너도 처음 들어 볼거야." 현진의 폭탄선언에 놀라서 패닉 상태에 빠져있던 명헌이 그의 말에 정신을 차리고 대답했다. "응, 난 현진이 네가 진철이를 소개시켜 달라고 할 때, 무슨 일인가 했는데 , 설마 네가 프로게이머가 되기를 결심했다니, 상당히 황당하다." "사실 갑자기 이런 심각한 얘기를 꺼낸 것은 나도 조금 미안해하고 있는데, 절대로 순간적인 감정으로 결정하거나 무책임하게 일을 벌린 것이라고 생 각하지는 말아줘. 일단 내가 제대로 된 계획이 있다면 진철이 네가 가담 할 것인지를 알아야 되니까. 먼저 가부를 결정 해 주고." "훗, 난 어차피 게임을 떠나서는 살 수 없는 몸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집이 지은 빚이 10억 정도이고, 최우선 체납 의무자 판정으로 인해 년 5%의 이 자만을 지불하면 된다고 해도, 년 5000만원, 한달에 600만원 돈이지. 우리 집 현재 한달 수입이 400만 정도니까 3명 식구의 최하 생활비 120만원 을 뺀 280만원을 원천징수 당하고 있는 중이지. 내가 아무리 일해도 수입이 320만원을 넘을 때까지는 우리 집 전체의 수입은 120만원이라는 말이야. 평생! 큭, 이런 나에게 게임을 할 여유가 있다고 보나?" 최우선 체납 의무자 판정이란 일단 국가에서 채무자가 제대로 원금과 이자 를 갚을 수 없다는 판정이 나게 되면, 최저금리인 년 5%를 적용, 이자도 복 리가 아니기 때문에 년 5%를 못 채워도 원금이 늘어나지 않게 하는 제도이 다. 그러나 그런 이익과 반대로 채무자는 1일당 최저 생활비인 한달 40만원 이 상의 수입은 모두 최우선적으로 채무이행을 위해 원천징수 하는 의무가 있 어서, 채무자는 그 빚을 모두 갚기 전까지 모든 재산권에 대한 자유가 없는 그야말로 잠정적 사회적 매장을 유도하는 제도이다. 혹자는 차라리 파산선언을 하라고 권하겠지만, 모든 기록이 수 백년간 지속 되는 현대사회의 파산선고란 자신뿐만 아니라 자신의 가족들도 도시속의 집 시가 되겠다는 선언이나 다름 아니었기에 되도록 기피하는 실정이었다. 이는 끝까지 본전은 받아 먹겠다는 은행과 정부의 야합의 결과였지만, 빚을 진자는 약자이고, 빌리면 갚아야 되는 것이 사회의 통념이기에 어쩔 수 없 는 일이라 하겠다. 결국 유 진철의 가족은 몇 십년이 걸리더라도 10억의 빚을 갚기 전까지는 사실 상, 사회 최저레벨의 생활을 강요받아야 하는 처지인 것이다. "유 진철, 너는 네 입으로 게임을 떠나서는 살 수 없다고 말하면서도 수십 년간 게임을 떠나서 일만 해서 빚을 갚을 수 있다고 말하고 있구나. 과연 대학 중퇴의 네가 10년을 일한다고 해서 빚을 갚을 수 있을 것 같니?" 진철의 눈이 절망으로 물들었다. 그도 역시 불가능 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잘 들어봐. 난 게임도 처음이고 하물며 프로게이머라는 존재에 대해서도 생각해 본적이 없어. 난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 어머니의 극히 엄격한 교육 을 받아왔을 뿐이야. 그래서 원래대로라면 난 경영학과에서 열심히 공부해서 졸업하면 좋은 회사 에 취직하는 것이 나의 인생의 경로라고 할 수 있었겠지. 그러나 지금은 아니야! 인생이 바뀐 거라고. 난 이미 결정했어! 끝까지 가보기로. 그러니까 너도 같이 가자. 명헌이, 너는 아니야. 너는 이대로 학생시절에 게임을 즐기다가 나름대로 즐거운 추억으로 삼고, 졸업 후 외교관이 될 생각이지? 너는 정말로 신마대전을 즐기지만 그래도 현실을 잃어버리지는 않았어. 그만큼 현실과 너의 본래의 인생목표가 너에게 즐겁고 보람 있는 일이라는 뜻이지. 나는, 여태까지 별로 즐거운 인생을 살아오지 못했어. 지난 1년 이외에는 말이야. 그리고, 본래의 나의 미래에 아무런 감흥을 느끼지 못하고 있어. 게임세계를 알기 전에도 그랬다고!" 현진이 퍼 부은 마음속의 진실이 명헌과 진철에게 스며들었다. 그것은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는 인생을 살아온 한 소년의 절규였기 때문이 다. 소년은 부모에 의해 설계되어진 즐겁지 않은 자신의 인생을 피하지 않고 받 아들여 부모의 뜻대로 엘리트의 인생을 걸어 최고의 대학에 들어왔지만, 이 제는 자신의 길을 가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다. "아무튼, 아버지, 어머니가 일단 대학을 가면 내 인생은 내가 책임지라고 그랬으니까. 나는 프로 게이머가 되겠어. 어둠의 프로게이머가!" ------------------------------------------------ 역시 무겁군요. 분위기가.... ------------------------------------------- 설정-4 기각설정 본편진행이 심각하니 이거라도 보시면서 긴장을 풀어주세 용. ---------------------------------------------- 설정단계에서부터 작가의 마음을 설레이게 만든 수많은 기술과 아이템, 그 리고 그것들 중 몇몇은 안타깝게도 '먼치킨 수치 제한 심의'에 걸려 이제는 역사의 겉무대에 등장할 수 없게 되었다. 하나하나가 친자식과 같은 애정과 정성으로 신중히 설정된 이들 [어퍼 먼치 킨 설정]이 빛을 보지 못하고 영원히 어둠속에 묻혀 사라지게 하는 것은, 본 작가의 가슴을 라딘의 해머로 후려치는 듯 한 아픔을 주는 작업이었지만 , 예술은 희생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는 법, 이 소설이 단순한 코메디 말장 난이 아닌 정식 변칙 판타지 게임 소설로 남기 위해 그들은 희생되었다. 이제 이 자리를 빌어 모든 설정의 밑거름이 되어 쓸쓸히 사라져간 그들이 새로운 판타지 세계에서 환생하여 빛을 보기를 기원한다. ------------------------------------------------------ 1. [초전자 홀리볼트] : 설산이 800레벨이 되면 신수가 되는 이벤트가 있다 . (요기까지 진짜 설정) 설산이 길이 50m의 날개 6장을 달고 하늘을 날게 되면서, 그 때 공중에서 신성력을 폭주시켜 전장 200m 의 전신에 홀리 오라를 온 몸에 감싸고, 라딘 의 엡솔루트 전격 소환을 몸에 받아들여 성-뇌전 오라로 바꾼 후(성,암 속 성은 원소속성을 흡수하여 복합속성으로 변화한다), 마물, 성수 전용 유니 크 기술인 [회전 차지]의 기술을 사용하는 초 필살기가 바로 [초전자 홀리 볼트]이다. [쇼크 웨이브] 효과로 인해 중급 도시 하나는 그냥 날아간다. ------------------------------------------------------- 2. [대지의 해머] : 라딘이 얻는 아이템 중 최종 메인 웨폰으로 설정 되었 었던 무기가 바로 이벤트 아이템 [대지의 해머]이다. 이 해머는 라딘의 주문에 의해 언제든지 크기 20m, 무게 50t의 본래 모습으 로 돌아오는데, 라딘은 거신족의 신전에서 이 본래 모습의 해머를 자신의 힘으로 들어 올렸으며, 그 후 평소에는 봉인된 상태인 길이 1.2m 무게 70의 유니크 워해머에서 유사시 라딘의 주문에 의하여 본래의 힘을 100% 발휘할 수 있는 이벤트 워해머로 돌아오게 되는 것이다. 라딘이 이 해머를 각성시켜 [파워 브레이크]의 최종형인 [다크 썬더 브레이 크]를 사용할 경우, 방어등급 A급 이하의 성 하나가 통째로 무너진다. ------------------------------------------------------- 3. 초룡거신 [다이오가] : 4장에서 새롭게 라딘 파티에 합류하는 재미교포 2세 마티가 얻는 용전사형 이벤트 골렘 [다이오가] (크기 3.4m, 무게 12t), 이 최강의 골렘은 원래 이벤트 소환물답게 3단계의 구성이 있었다. 1단계로 공룡형 최상급 골렘 [빅왕], 그리고 2단계로 익룡형 최상급 비행 골렘 [천익], 3단계로 유저 탑제형 최상급 인형 골렘 [그룬]이 그것이다. 일단 1단계와 2단계를 한 사람이 얻게 되면 드래곤형 유니크 골렘 멸신석룡 [다이오류]로 합체 할 수 있고, 다시 3단계의 퀘스트를 성공시켜 [그룬]을 얻게 되면, 마티가 그룬에 탑승한 후, 파이널 퓨전에 의해 용전사형 이벤 트 골렘 [다이오가]로 변신한다. 이때, 참룡도 [그란투]를 소환할 수 있게 되는데, 이 크기 34m, 무게 120t 의 [다이오가]야 말로 드래곤을 한방에 양단할 수 있는 이벤트 필살기 [멸 혼참룡단]의 소유자(소유 골렘?)인 것이다. -------------------------------------------------------- 4. 다중 이기어검술 [멸혼검망] : 유니크 검술인 [이기어검술], 그리고 마 찬가지로 유니크 무공인 [분심신공], 유니크 암기 투척술인 [만천화우], 이 세 유니크 무공을 익힌 무사가 펼칠 수 있는 다중 이기어검술이 바로 [멸 혼검망]이다. 뭉치의 초기 직업은 검성(드와프 검성)이었고, 그가 12개의 검으로 펼치는 이 [멸혼검망]은 한번에 12명의 고렙을 도륙할 수 있고, 만약 뭉치가 [연대 구품]을 펼치면서 이 기술을 사용하게 되면, 허공에는 강기에 휩싸인 108의 검이 공간을 난도질하는 환상에 휩싸이게 된다. 최후의 최후까지 심의대상에 남아 있었다가 [혼원 일기공] 에피소드 설정에 의한 뭉치의 권성 전직으로 인해 아깝게 기각된 기술. 역사의 희생자라고 할 수 있다. ---------------------------------------------------------- 5. 초시공 신수 요새 [블랙 터틀] : 4장의 최고 하이라이트 에피소드 중 하 나인 '발진 현무도'의 그 현무도, 그때 설정에 의하면 최후 보스의 위치는 바로 블루문 '시아'였고, 라딘 일행은 전장 3km의 전설의 초시공 신수 요새 블랙 터틀을 발진시켜, 드디어 달나라로 최후의 모험을 떠난다. 그리고 블루문 '시아'에 도착하기 바로 전, 감히 우주공간에 나온 브리시아 의 모탈들을 공격하는 시공관리 괴수이자 어둠의 여신 메사아드의 애완동물 우주오두룡 '티아메트'! 절대절명의 위기에서 드디어 블랙 터틀이 공격 포 메이션으로 변신을 완료하고, 최강의 적 '티아메트' 에게 날린 그 필살기! 그것이 바로 터틀형 [흉부 입자포]였다. (가메라 극장판 2부 엔딩을 보신 분은 상상이 가능 하실 듯, 둥그런 거북이 배에서 통째로 타키온 포가 발사된다는..) 두께 3km의 광 속성 브래스는 티아메트의 전신을 삼키기에 충분한 범위였고 , 암속성인 티아메트는 그 공포의 전설로 전해온 힘을 사용하지도 못하고 소멸하게 된다. 그렇게 푸른 빛의 달 '시아'에 도착한 라딘 일행이 최후 보 스가 사는 마굴에 진입하는 것을 바라보면서 초시공 신수 요새는 다시 기나 긴 잠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 6. (주)라딘상사 수사 괴수 울트라 몽몽 : 몽몽이가 500레벨이 되면 다시 진화하고 새로운 본능 마법을 익히게 된다. 그때 생기는 마법 중 하나가 다름 아닌 [둔갑술], 이 둔갑술은 자신이 원하 는 모습으로 변하게 해 주는 마법인데, 놀랍게도 모습 뿐 아니라 질량과 크 기의 변화도 가능하다. 여기까지는 당연한 설정이다. 왜냐하면 그렇지 않다 면 크기 15cm의 몽몽이가 둔갑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는 자라나는 아이의 심리를 파악해야 한다. 자신이 작은 것에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던 우리의 귀염둥이 몽몽은 자신의 마나를 폭주시켜 최대 크기이자 최고 무게의 분신을 창출해 내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신장 1 2m의 웨어날다람쥐 괴수 울트라 몽몽이다. 그리하여 브리시아 대륙에는 (주)라딘의 직원이 위기에 처했을 때, 어디선 가 혜성같이 등장하여 상대를 모두 때려 부수고, 3분 만에(몽몽이의 마나폭 주 한계 시간)바람처럼 사리지는 수사괴수(회사를 지키는 수사) 울트라 몽 몽의 전설이 시작되는 것이다. --------------------------------------------------- 이렇게 필자의 마음을 무념공상의 세계에 빠뜨린 지금은 환상으로 남겨진 이 설정들! 그러나 세상일은 알 수 없는 것! 만약 필자가 본편을 모두 완결 할 수 있다면! 그리고 그리고도 글쓰는 데에 질리지 않는다면! 세상은 그들을 만나게 된다. 바로 '가공무투전 SD 신마대전(방랑신의 성기사 편)'에서! (기대하지는 마시라!) ------------------------------------------- 0-3 추천 4000회 기념 연참(도원결의편 완결) 조용히 현진의 결심을 듣던 진철이 드디어 긍정적인 어투로 물어왔다. "어떤 계획이 있는데? 어둠의 프로게이머라면 아이템 사냥을 하겠다는 것이 지? 일반적인 몹 사냥으로 아이템을 얻어서 팔겠다는 유치하고 게임 노무자 같은 발상은 아니겠지? 혹시 PK전문으로 가겠다거나," 상대의 마음이 기울은 것을 느낀 현진의 마음에는 승리의 미소가 떠올랐다. 이제 비젼만 제시하면 저 최상급의 인재는 자신의 파트너가 되리라. 그는 드디어 자신의 비밀의 일부를 공개해야 될 시간이 됐다고 느꼈다. "사실 너희들에게 말 안 한 것이 있어. 나는 재작년 겨울에 한국에 들어와 서 1년간 신마대전 클로즈베타 테스터를 했었다는 사실이야. 성철형하고도 그때 만난거고." 명헌의 눈이 커졌다. "오잉? 그럼 너 학교 1년 꿀었냐? 혹시 지금 20살?" "훗훗훗. 천재 신 현진은 1년 일찍 대학입학 시험에 합격했었다는 전설이 있지. 사실은 외국 애들하고 놀기 싫어서 맨날 집에만 쳐 박혀서 공부하다 가 1년이라도 먼저 한국에 들어와 놀고 싶다는 생각을 고1때 했었거든, 덕 분에 1년간 잘 놀 수 있었지." "우~~와. 너 이제 보니 정말 천재였구나! 1년 월반이라니!" "얘기 옆으로 세지 말고 본론 진행에 신경을 집중 해 주겠어?" 얼음과 같은 진철의 딴지에 과연 정상적인 신경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스럽 게 느끼며, 현진은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했다. "그러니까. 내가 클로즈베타에서 여차여차 해서 낚시를 마스터 했거든, 그 랬더니 [은자의 등용문]이라는 퀘스트가 떠서 결국 왕국에 관료로 취직하게 된거야. 알아보니까, 국가 공적치를 한번에 올려서 귀족급으로 올라가는 거더라고. 거기서 내가 일한 부서가 어디인 줄 알아?" "어딘데?" 새로운 퀘스트 정보와 자신이 몰랐던 비사에 점점 몰입됨을 느끼며 두 사람 의 청중은 되물었다. "바로 왕,궁,도,서,관,이라고." "!!" "??" 여기서 두 사람의 게임경력과 아이큐가 차이가 갈렸다. 명헌은 왜 별것도 아닌 일 가지고 현진이 스타카토 액센트까지 써가며 말하 나 궁금하다는 표정이었지만, 게임에 관한 일과 정보에 관해서는 아이큐가 300도 넘어간다는 진철은 바로 모든 상황을 유추해 낼 수 있었던 것이다. "도서관에 있는 왕궁하고 게임 시스템에 대한 정보를 얻었구나! 그렇지?" "삥뽕~. 잘 들어. 나는 모든 생산스킬에 대한 재료 테이블, 대부분의 각종 상급직에 대한 전직 패턴과 전제 조건, 브리시아의 각종 마굴에 대한 마물 분포도와 최상급 귀족이나 군대장급 이외에는 관람이 금지된 초 정밀 대륙 지도, 지금은 제국이 된 파스트 왕궁의 모든 귀족계보와 대부분의 가문에 대한 조사표, 상급 마법, 레어, 유니크 아이템 제조에 대한 레시피 등을 대 부분 가지고 있다고(약간의 뻥도 섞였지만)!" -콰콰쾅- 두 사람의 청중은 순식간에 돌이 되었다. 현진이 가지고 있는 정보의 가치 는 아직은 구체적으로는 예상이 되지 않지만 무상의 가치가 있다는 것만큼 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아직 말이 끝나지 않았어. 나는 그래도 왕궁 도서실 관장이야. 왕궁 도서 실은 왕족하고 로얄 가드, 그리고 최고 고위 귀족만 이용할 수 있거든. 그곳에서 이계의 은자인 내가 어떻게 했을 것 같아? 나는 파스트 최고 귀족 들과의 파이프를 가지고 있는 거야!" -우르릉, 콰쾅- 이제 두 사람의 머리에 먹구름이 생겨 번개와 함께 폭우를 쏟아 붇기 시작 했다. 황당이라는 폭우를 맞은 두 사람의 뇌는 익사 상태에 빠지고 있었다. "알겠어? 진철 네가 [어나더 판타리아]에서 2년 만에 고수로 성장하여 이 게임 세계에 이름을 날렸지만, [어나더 판타리아]는 300만 명의 유저가 5만 명의 NPC속에서 생활하는 게임이잖아. 그곳에서도 어둠의 프로게이머가 있었다고 들었지만, 그 사람들은 PK를 이 용한 고급아이템 유통과 아이템 판매 사이트를 통한 중간 수수료가 주 수입 이라고 들었는데 맞지?" 자신의 전공분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그의 눈이 다시 차갑게 가라앉았 다. "아아. 그 당시 나도 제법 벌어서 몇천만원은 벌은 것 같아. 그래서 이번에 그냥 계속해서 나도 아이템 헌터로 나서는 것이 빚을 갚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 적도 있어. 결국 게임 때문에 망한 셈이라 그때는 게임을 끊을 생각까지 했던 시기라서 포기했지만." "이봐, 게임 때문에 망했으면 게임으로 흥해야지! 한번 망했다고 포기하면 안 된다고! 아무튼, 내가 신마대전을 해보고 느낀 건데, 이 게임은 그런 식 으로 단순하지가 않다 이 말이야. 이곳은 하나의 세계로 봐야 돼. 판타지 세계 같은 세계." 자신이 느끼던 감정을 그대로 현진에게 들은 명헌이 바로 동의했다. "맞아! 완전히 세계였어. 인구 2억이면 중세시대의 전 세계 인구잖아!" "그런 것이지. 여기서 내가 생활하면서 느낀 건데, 이곳의 주체는 누가 뭐 래도 NPC라는 것이야. 왕도 백성도 NPC. 우리 유저들은 그들에게는 이계인 이거든. 일종의 스쳐지나가는 여행자 같은 것이지. 사실 이계인은 그들처럼 매일같이 규칙적인 일을 할 수는 없는 것이니까, 모험이나 발굴같은 비정규 특별직에 종사할 수밖에 없어.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건! 이 세계에는 시장과 무역이 존재한다는 것이야. 물론 물가도 NPC에 의해 유지되는 것이잖아." "!! 그렇다면, 너는 신마대전에서 무역을 할 계획인 것이군! 놀라운 발상이 야! 만약 현진 네가 세계적인 대 상인이 된다면, 그 이익은 현금으로도 천 문학적인 액수가 될 거야!" 이제는 현진보다도 진철이 난리였다. 잘만하면 수십억의 이익이 날 수도 있는 것이다. 사실 상 현재 신마대전 브 리시아 서버의 100만 유저에 의한 이용비는 월 200억, 현거래 현황 통계에 의하면 월 이용 총액의 3분의 1정도가 그 게임의 현거래 총액에 해당한다고 한다. 즉, 지금 현진은 월 70억의 시장을 장악하자고 하는 것이다. 그것도 세금과 밑천 없는 사업으로! 그 후에는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세 사람의 대학 신입생은 의기투합하여, 미래를 설계했고, 두 사람의 신생 어둠의 프로게이머와 한사람의 후원자는 세상을 모두 얻을 때까지 변하지 말자고 굳은 우정을 맹세를 하기에 이르른 것이다. 이것을 훗날 게임계에서는 '버드나무 카페의 도원결의'라고 하여 제2 세대 가상현실 게임에 등장한 새로운 재벌, 현진의 게임 인생 시발점으로 보게 된다. ------------------------------ 휴~ 이 소설의 유일한 현실 이벤트인 '사나이의 야망' 에피소드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일단 소설 개연성의 주축이 되는 부분이지요. 하지만, 내용은 전체의 10%도 안될 것입니다. 어디까지나 브리시아 서버 안 에서의 생활이 주가 되니까요. 이 소설은. 요즘 문장 묘사에 한계를 느끼고 있습니다. 역시 전 글쓰는 재질이 없다는 것을 뼈져리게 느끼네요. 제가 봐도 천박한 수준의 묘사라는.... 하지만! 제 묘사는 천박해도 제 구상은 천박하지 않다고 자신합니다. 남들이 수려한 문체로 읽는 이의 마음을 빠져들게 한다면, 저는 끝없은 에 피소드로 끝없는 자극을 시도하여 독자분들의 마음을 꼬셔보겠습니다. 질보다 양! 그것이 바로 신마대전 구성의 요결입니다. 그럼 유치한 글이라도 계속 찾아 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 2-15 방랑의 시작 2-15 방랑의 시작 어느덧 5월의 봄 축제가 끝나고 중순 으로 접어들어 세상은 여름과 장마라는 인류의 시련에 대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는 레벨 260이 된 라딘이 낮마다 마을 근처의 필드에서 성력장 주위로 접근하는 마물들의 엔트로피를 줄이는 데 열중하는 사이에, 필살의 의지로 1달 반이라는 여정을 거친 최고의 희망, 뭉치 선발대가 마을에 도 착하였다. 그동안 사용한 부활 스크롤이 무려 32장! 최고 사망회수 5번의 희생자를 포 함한 사망경험자 수 22명, 뭉치와 2사람의 성직자만 살아남은 하피의 계곡 에서의 사투는 제 1차 원정대 25명의 마음을 하나로 이어주는데 부족함이 없었을 정도로 치열했다. (하피의 계곡 에피소드는 생략합니다) 라딘은 귓말로 그들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는 혼쾌히 목숨을 걸고 괴물 다랑 어를 낚아왔다. 그리고 그 다음날 마을사람 200명이 한 사람도 빠짐없이 나와 마을 입구 좌 우에 나열하여 3일 전부터 만든 각종 플랜카드와 환영 깃발을 흔들며 그들 을 환영했을 때, 1차 원정대 대원들은 이곳을 제2의 고향으로 삼을 것을 신 과 대지에 선포했다. 그리하여 이제는 100여 채로 늘어난 벽돌집 중 25채가 그들에게 배급되었고 ,(물론 라딘의 소유가 아닌 집으로 배급되었다) 이제 사람들은 약속된 안정 과 새로운 발전을 기대하면서 그날을 즐겼다. "수고했네! 길드 마스터!" "수고했네! 부길드 마스터!" -와아~~~~~~~~~- 한 기사와 한 드워프의 뜨거운 포응과 그것을 보는 모든 사람들의 감동의 환호가 끝나고, 두 사람은 기사의 거처에서 차를 마시며 앞으로의 일을 상 의했다. "일단 기사식당 덕분에 마을사람들 굶어 죽는 상황은 일어나지 않을테니까, 이대로 개발계획을 계속 진행해 줘. 설산하고는 이미 이야기가 되어 있거 든." "네네~, 어련히 알아서 하시겠어요. 그런데 그럼 우리는 뭐를 해야 하지?" 험난한 여정으로 이제는 290렙에 달한 비공식 서버 18위 고렙 뭉치가 물었 다. "물론! 레벨을 올려야지! 우선, 이 마을 근처의 몹들을 쓸어야 돼. 내 생각에는 인원을 반으로 나누어서 반은 필드 사냥을 하고, 나머지는 3그 룹으로 나누어서 마을 근처의 마굴 6개를 2일에 한번씩 진입하는 방향으로 하자고." "흐미~, 무슨 마을근처에 마굴이 6개나 있냐. 여기 인간이 살 수 있는 지역 맞아?" -끄덕,끄덕- 라딘이 동감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인간이 살 수 없는 동네야. 성력장만 아니면, 하지만, 앞으로 브리시아 시 간으로 1년이 지나면, 아마도 이쪽이 개발되기 시작할 걸? 그리고 다시 1년이 지나면 개발이 이곳까지 진척 될 것이고." 이제는 라딘의 비밀을 알고 있는 뭉치가 동의했다. 사실 라딘이 도서실에서 황제가 보던 비밀문서를 슬쩍 봤다고 해서 넘어갔 지만, 동부 개발 5개년 계획은 라딘이 직접 짠 것이다. 자신의 사부인 아스트로 공작을 세상에서 가장 무서워 하는 아칸황제의 성 격상 그 계획은 파스트 제국이 멸망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는 한, 허용 오차 치 하루 이하의 정밀도로 실행 될 것임을 라딘은 확신하고 있었다. "아무튼, 계속 마을을 확장하고, 주변의 몹들을 정리해야 돼. 그래야 나중에 커질 때 힘을 받아서 한번에 커지지." "알았어. 그러면 길드원들 시켜서 계속 렙업하라고 할게." "응, 그리고 중요한 건 길드의 규칙과 이익분배에 대한 것을 정해야 될 것 같아. 친목길드의 성격으로는 사실 상 한계가 있잖아." "웅~. 근데 말이야. 지금 사람들은 너의 선동에 넘어와서 거의 뜨거운 가슴 을 불태우는 분위기잖아. 경험상 이럴 때, 법이나 그런 냉정한 일을 꺼내면 사람들의 정렬이 식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까닥,까닥- 미소를 지은 라딘의 손가락이 허공을 좌우로 흔들었다. 라딘은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으며, 순진한 뭉치가 상황을 잘 못 판단하는 것이 귀엽다는 표정 으로 친절하게 부연설명을 했다. "후후, 뭉치야. 사람들의 가슴이 뜨거우니까 지금 정하는 거야. 일단 의리와 우정을 내세워서 강력한 중앙집권체제를 확보하면 사람은 귀찮 아서라도 타성에 젖어 법에 순응하게 된다고 배웠거든, (우리 엄마한테) 만약 모두 냉정해지면 모두 자신의 손익을 계산하게 되니까, 사공 많은 배 가 산으로 가는 것처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이치지." "크헉, 라딘 사부, 사부님으로 모실테니 그 정치철학 좀 전수해 주세요. 정치외교학과 졸업논문으로도 써먹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라딘은 의자에 비스듬히 앉아 옆에 있던 차를 한 모금 마셨다. 결코 흔하지 않은 뭉치의 아부에 기분이 좋아진 것이다. "한번에 모든 규칙을 만들 수는 없지만, 길마 명에는 목숨 걸고 따른다라는 규칙은 정해야 돼. 그다음에 제일 시급한 것이 아이템 분배문제고." "음, 아이템 분배. 그거 상당히 예민한 문제네." 사실 공평한 아이템 분배란 것이 어디 있겠는가? 사람은 이기주의적 동물이 고, 그와 함께 물욕의 화신인 것이다. 하지만 인간이 사회를 이루고 이익 활동을 하는 이상 꼭 정해야 하는 것이 이익 분배룰이라고 할 수 있다. "일단은, 당분간 나온 마법 아이템은 모두 압수해서 분배하자고, 단, 내가 모든 아이템 수령 현황을 기록해서, 그것을 획득 그룹으로부터 길드가 외상 으로 구입 한 것으로 하고, 나중에 다 돈이나 아이템으로 분배해 준다고 하 면 될 거야. 어차피 이곳은 아직 은행이 없어서, 개인이 장착할 것이 아니면 이쪽에서 수거한다고 해도 불만이 없을 거야. 외상으로 사는 것이라고 잘 설명해야지 . 일단 2차 원정대가 올 때 까지는 원시 공산주의 체제로 가자고, 2차 원정대 가 올 때쯤이면 아마 타운으로 발전해 있을 테니까, 새로운 이익분배 법을 정해야지." 탁자 위에 책상다리로 앉아 있던 뭉치가 훌쩍 뛰어내리며 라딘에게 대답했 다. 그로써는 이런 대화보다 마굴에 들어가 사냥하는 것이 더 성격에 맞는 것이다. "알았어. 그럼 내가 이번 정모(정규모임)때 사람들한테 말할게. 2인 회의는 끝내고 오랜만에 둘이서 사냥이나 가자고! 사람들 더 붙일까?" 사냥 캠프를 사양하면 폐인이 아니다. "좋았어! 그럼, 성직자하고 마법사 도둑 붙여서 들어가 보자. 내가 몸빵 설게! 너희들 오는 동안 내가 '죽음의 홀' 개발 해 놨어. 오늘 너희들 광렙 한번 해봐라! 그럼 레츠 고~." 10분간의 회의는 끝나고, 드디어 폐인들의 48시간 연속 캠프가 시작되는 5 월의 중순이었다. --------------------------------------- ------------------------------------------- 2-15 방랑의 시작 ---------------------------------------------------- ---- 빛의 신의 축복의 공간이 아닌 어둠의 신의 저주의 공간, 허공에서 마기가 뭉쳐 마물이 태어나는 곳, 마물의 고향이라고 불리우는 곳이 바로 마굴(던 젼)이다. 마굴은 이 브리시아 세계에 1만개가 존재한다는 신의 가르침이 있는데, 그 가르침에 의하면 창세기에는 마굴이 대륙에 골고루 퍼져 있었다고 한다. 처음 이세상이 창조된 후, 인간이 빛의 신의 사랑을 받고, 그 당시 가장 큰 세력을 가진 엘프의 주장으로 여러 아인종들과 힘을 합쳐, 자신들의 영역 을 확보하여 점차 그것을 넓혀 나갔을 때, 세상에 존재하던 수 많은 마굴은 하나씩 파괴되어 사라져 갔다는 것이다. 그러나 빛과 어둠은 공존하는 법, 인간들의 영역이 전 대륙의 반을 넘어갔 을 때, 그들은 남은 절반의 대륙이 마물로 가득 찬 것을 알고 경악했다. 그 리고 받은 하나의 신탁, 그것은 바로 '마굴 보존의 법칙' 이라는 어둠의 신 메사아드의 저주였다. 즉, 마굴은 세상에 1만개가 존재하며 만약에 어떤 존재가 마굴의 최하층에 있는 마굴의 생명석을 파괴하면, 그 마굴은 붕괴되어 사라지지만, 그 대신 에 이 세상 어딘가에 새로운 마굴이 다시 생겨난다는 것이다. 인간들과 엘프, 그리고 드와프들은 그런 사실을 모르고 수 많은 생명의 희 생 위에 대륙에 존재하는 마굴의 절반을 파괴하였고, 나머지 절반의 대륙에 마굴의 수가 2배로 늘어나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절반의 대륙에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마물들은 이 브리시아 의 패권을 놓고 인간과 엘프와 드와프, 그리고 하프링들에게 도전했다. 제 1차 신마대전의 발발이었다. 빛의 종족의 희생은 막대했다. 초기에 가장 번성했던 엘프는 전체 인구의 10분의 1도 살아남지 못했을 정 도의 타격을 입었다. 한명도 빠지지 않고 개개인이 모두 뛰어난 전사라는 드와프도 마물의 수와 본능에 충실한 집단 습격에는 밀릴 수 밖에 없었다. 하프링들은 싸움을 포기하고 다른 종족들 사이로 숨거나 미처 도망가지 못 하고 죽어갔다. 그때, 인간은, 새로운 발상을 시작했다. 마물을 무조건 죽이는 것이 아니라 , 지능이 낮은 놈은 잡아서 길들이는 모험을 시도한 것이다. 그렇게 마수사가 생겨났다. 의외로 인간이란 사이야드의 어둠의 속성을 함 께 가지고 있는 혼돈의 존재로써, 마물들은 자신들끼리도 약육강식의 법칙 에 순응하면서 살고 있는 만큼, 자신보다 강한 인간에게는 굴복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마수사-마수 테이밍-은 인간만 할 수 있다) 그리하여 수 많은 마수사에 의해 마물들은 하나씩 인간의 편으로 돌아섰다. 그리고 자신의 동족들의 멸망을 막기 위해 초대 엘프 여왕 에르라실이 빛의 신에게 구원을 요청하면서 스스로의 몸을 마나로 돌려 정령계의 물의 정령 왕으로 재탄생함으로써, 이 세상은 정령계와 연결되고 또한 엘프들은 뛰어 난 정령 소환술을 가지게 되었다. (엘프는 정령 테이밍이 된다) 뿐만 아니라, 작은 거인이라고 스스로 자존하며 다른 종족과 교류하지 않던 드와프들이 자존심을 버리고 다른 종족들에게 자신들이 심혈을 기울여서 만든 마법 무구들을 제공하고 또한 원하는 자에게는 그 뛰어난 기술과 비술 마저도 전함으로써(인간이 제일 열심히 배웠다) 이 세상의 모든 종족은 한 단계 뛰어난 무기의 발전을 이룩할 수 있었다. 역시 전쟁은 비참해도 전쟁으로 인하여 세상이 발전한다는 가설도 무시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게 힘을 모은 빛의 세력에 일원화 되지 못한 어둠의 세력은 하나하나 각개격파 되어 결국 백여년에 이르는 대전쟁은 막을 내렸다. 그러나 그것은 어둠의 패배가 아니라 어둠이 승리하지 못한 것일 뿐, 세상 에는 여전히 1만개의 마굴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비록 대륙의 표면에서 마물의 존재는 줄어들었지만, 마물만 줄은 것 이 아니라, 모든 종족이 심각한 타격을 입어, 수백년에서 수천년의 시간을 소비해서야 겨우 전쟁의 상처를 전설이라는 과거의 추억으로 생각할 수 있 게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인간이 자신들이 빛의 신 사이야의 전유물이 아니라 메사아드 의 은총도 받은 혼돈의 존재라는 것을 자각하면서, 세상에는 메사아드를 받 드는 세력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가장 피해가 적은 것이 인간이었지만, 어떻게 보면 인간이 가장 큰 피해자 이고 어둠의 세력은 나름대로의 성공을 거둔 것인 줄도 몰랐다. 적어도 현재 대륙의 가장 큰 세력을 가진 인간의 절반을 가지게 되었으니까 . 인간이 마수를 테이밍 하듯 어둠은 인간의 욕망을 테이밍 한 것이다. 그렇게 모든 종족에게 수많은 상처를 남긴 제 1차 신마대전이 끝난 후, 마 굴에 대한 인간의 대처법은 변했다. 무조건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지리적으로 마굴이 있으면 곤란한 곳만 골라 서 파괴하고, 있어도 되는 경우는 마물이 필요 이상으로 세상에 나오지 않 게 일정기간마다 청소하며 유지하는 '마굴 유지 관리' 정책을 펼치게 된 것 이다. 그렇게 대륙의 마굴은 수 천년에 걸쳐 유지 관리되어, 이제 대륙에는 9천 8 백여개의 마굴이 확인되어 각 왕국과 신전에 그 존재와 위치가 기록되어져 있다. 또한, 새롭게 숨겨진 마굴을 찾는 것도 비록 초기처럼 활발하지는 않더라도 각 신전의 주도하에 끊임없이 시도되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대륙의 모든 장소에 인간의 손길이 닿아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동대륙의 동부 해안이나 서대륙의 대 사막, 마물의 대륙이라고 불리우 는 크로노스 섬같이 아직까지 마물의 소유라고 할 수 있는 지역도 존재하지 만, 그곳들은 과거의 대륙의 절반에 해당하는 지역에 비하면 그리 넓다고 할 수 없다. 그런 이유로 제 2의 신마대전은 일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하겠지만, 세 상은 요지경이고 어둠은 결코 망하지 않는 법, 모든 빛을 사랑하는 존재는 결코 방심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마굴의 역사와 제 1차 신마대전에 대한 기록- 역사학자 비스마르크 저 라딘은 책을 덥으며 의자에서 일어났다. 안타깝게도 책임자가 한사람은 대기해야 한다는 이유로 뽑은 제비에 라딘이 뽑혀서 이번 캠프에는 참가를 못한 것이다. 그래도 그동안 뭉치를 비롯한 '아도' 길드원들과 함께 열심히 이 지역의 필 드에서 돌아다니는 마물을 청소하고, 근처의 6개의 마굴을 열심히 관리하여 , 이제는 성력장이 미치는 곳 밖에서도 간단한 밭을 만들고 있을 정도였다. 외부로부터 고립된 곳이라 마을 인구가 늘지는 않았지만, 장래의 대도시를 목표로 건축과 길드원에게 부탁하여 과거의 인구 10만 정도의 신도시 개발 계획 구조도를 하나 얻어 그것에 맞추어 성력장이 미치는 범위 내에서 모든 도시설비 개발을 진행하는 중이었다. 현재 건설된 벽돌 건물은 모두 200여개, 한개 한 개가 상당한 크기로 정성 들여 지은 이 집들은 장래 도시의 중심부에 가장 가까운 주거지역에 위치하 고 있었으니, 이른바 비버리 힐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이 건물 중의 50 여개가 라딘 소유이고, 30 여개가 길드원에게 지급 된 주택과 길드 관련 건물이다. 안타깝게도 길드원들 눈치 보느라 더 이상 기사식당에서 유료로 식사를 배급 못하는 라딘이었다. 벽돌이외에는 대형석재 같은 재료가 모자라서 대형건물은 지을 수 없지만, 그것은 차후 이곳이 정식으로 개발된 다음에 지어도 되는 것이다. 라딘은 이곳의 일이 일단락 지어졌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제는 자신이 없어 도 뭉치가 길드원들을 이끌고 잘 유지해 나갈 것이다. 그동안 길드원들과 시간마다 파티로 마굴을 청소하면서 생긴 유대감은 그에 게 있어서 또 새로운 게임의 매력을 느끼게 해 주었다. 이제 라딘은 독고다 이가 아닌 것이다. 이 마을에서는 길드원들 모두가 언제 어디서나 파티를 구해 서로 호흡을 맞 추어 사냥을 하고, 경험치와 아이템 획득의 기쁨을 나눌 수 있는 것이다. "마치 고향과 같이 말이지." 라딘은 조용히 중얼거렸다. ---------------------------------------------------------- 캬~ 드디어 설정을 본편에 융합시키는 [설정삽입신공] 연성에 성공! ------------------------------------------- 2-15 방랑의 시작 "끼잉~. 아빠, 사냥가는 거에용?" 책을 읽던 라딘의 머리위에서 낮잠을 자던 몽몽이가 라딘이 일어나서 머리 가 움직이자 잠에서 깨어나 물었다. 몽몽이의 현재 레벨은 203, 몽몽이의 귀여움에 빠진 라딘은 몽몽이의 경험 치 분배를 30%로 늘렸고, 얼마 전 드디어 몽몽이는 200레벨을 달성하게 되 어 기존의 쥐색 다람쥐형 꼬리를 가진 날다람쥐에서 온몸이 밍크 같이 부드 럽고 윤기나는 검은털에 흰 털 줄무늬를 가진 모습(그래도 역시 날다람쥐) 으로 변형되며, 그와 함께 새로운 기술과 마법을 얻었다. 새롭게 얻은 마법은 놀랍게도 [화염 방사]와 [미러 이미지]였는데, 이제는 마굴에 들어가서 전투가 벌어지면 라딘의 어깨위에 앉아 있다가 날라 올라 공중에서 4개의 그림자를 퍼뜨리며 입으로 불을 뿜는, 크기만 천배로 확대 하면 괴수라는 느낌을 줄만한 몽몽이었다. 안타까운 것은 그동안 구한 마법서를 아무리 익히라고 권해도 익히지 않고, 결국 아빠 몰래 마을을 돌아다니며 놀다가 구석에 숨겨둔 스킬북을 귀신같 이 찾아내서 [숨기]와 [열쇠따기]를 익혔다는 것이랄까? 수도로 돌아갈 때 몽몽이에게 [쾌속도주]를 가르친 그 산적 졸개 놈을 때려죽이겠다고 결심하고 있는 라딘이었다. "아니, 아니, 우리 귀염둥이야. 아빠는 잠깐 마을 돌아보러 갈 테니까, 조 금 더 자렴." 레벨은 높아도 아직 태어난지 얼마 안 된 몽몽이는 잠이 많고 응석이 심했 다. "끼잉-, 그럼 계속 잘게용." 라딘의 풀 플레이트 사이로 기어들어가는 몽몽이를 참을 수 없는 감동의 눈 으로 바라보던 라딘은 문을 열고 마을로 나가서 기사식당의 수익현황 장부 를 검토하면서 뭉치의 귀환을 기다렸다. 이제는 수도로 떠날 때가 된 것이다. -------------------------------------- "그래서 이제 수도로 떠나는 거냐?" 캠프에서 돌아온 뭉치가 라딘이 떠난다는 이야기를 듣고 되물었다. "응, 수도로 가서 그쪽 사람들하고 인사도 하고, 일도 처리해야지." "혼자서 갈 수 있겠어? 뭣하면 사람들 10명 정도 데리고 갈래?" 여전히 습관대로 책상위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서 그 모습과는 어울리지 않게 걱정스러운 얼굴로 뭉치가 물었다. 이 근처 지역은 어느 정도 안정 되 었지만, 수도로 가기 위해서는 정말로 험난한 지역을 거의 보름간 지나야 되는 것이다. "걱정하지 마! 지금 내 레벨이 280이잖아. 몽몽이도 있으니까 어떻게 될거야. 설마 낮에만 이동하는 데 죽겠냐?" "죽을걸~. 너는 죽어도 되는데 몽몽이가 죽을까봐 그러지." "케케, 하기야 몽몽이가 죽으면 안 되지. 뭐, 그래도 나름데로 살아서 돌아 갈 자신은 있어. 저번에 너희들이 오면서 발견한 하피의 계곡의 개구멍도 이용하고 말이야." 하피의 계곡의 사투 후, 3명 남은 뭉치와 2명의 성직자 길드원들이 죽은 동 료들을 부활시키며 이대로라면 며칠 못가서 전멸할 것이라고 암담해 하던 때 신의 도움으로 발견한 개구멍! 그것은 계곡사이의 크레바스 중간에 난 1.5m 정도의 구멍으로 사람하나가 허리를 숙이고 지나갈 수 있는 크기이다. 미르던 산맥에서 동쪽해안으로 오는 가장 큰 난관인 하피의 계곡을 거의 안 전하게 지날 수 있는 그 개구멍이라면, 집단 마물 서식처를 모두 피해서 무 사히 미르던 산맥에 진입할 수 있으리라! 뭉치가 생각하기에도 이 바퀴벌레도 질려서 도망갈 라딘이라는 기사는 집단 다굴만 아니라면 왠만한 몬스터는 극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동안의 캠프에서 라딘이 얻은 칭호는 피 몰빵 기사, 좀비 기사, 사기 몸 빵 기사였고 라딘은 이미 길드 메인 몸빵으로서의 자리를 굳힌 상태였다. 물론 그것이 라딘의 사기적인 방어수치 덕분이라는 것을 눈치 챈 길드원은 없다. 라딘은 흑강 풀 플레이트 아머 풀셋에 기사 최상급 방어 스킬 [아머 패리] 를 거의 숙련도 50까지 익히고, [방패 이용술]을 마스터 직전까지 익혀, 방 어특화 전사전직인 기사의 장점을 최대한 끌어낸 캐릭이라 할 수 있었다. "그래, 그럼 행운을 빌어줄게. 이쪽은 우리에게 맡겨!" "응! 그럼 부탁할게." 다음 날 아침, 수업이 끝나고 로그인 한 라딘은 마을 사람과 길드원들의 배 웅을 받으며 자신이 떠나도 자신의 영혼은 이곳에 남겨둔다는 등 약간의 헛 소리로 순진한 마을 사람들의 마음속에 자신의 그림자를 남겨둔 채 새롭게 만든 마을 입구의 정문을 벗어나 서쪽을 향해 떠났다. 그동안 라딘에게 쇄뇌된 모든 마을 사람들은 그런 라딘의 떠남을 진심으로 슬퍼했으며, 그를 성력장 경계선까지 배웅하면서 지평선 너머로 사라지기까 지 그의 뒷모습을 지켜보는 것이었다. 이리하여 마을 개발의 아버지이자 자유의 의지와 숭고한 신념의 기사 라딘 은 이제는 활기로 가득 찬 이름 없는 마을사람의 환송을 받으며 수도를 향 해 떠났다. ------------------------------------------------------ ------------------------------------------- 2-16 봉 2-16 봉 ----------------------------------------------------- ------ "젠장, [스마이트]!" -쾅- -끼룩- 한 마리의 하피가 라딘의 머리를 노리고 하강하다 방패에 막혀 추락했다. 그러나 아직 30여마리의 하피가 남아 구름 낀 하늘을 날면서 라딘을 어떻게 나누어 먹으면 공평할까 의논하고 있는 지금, 아무리 라딘이라도 생존을 보장받을 수는 없으리라. "끼잉~, [화염 방사]. 아빠, 새들이 너무 많아용." -화르륵- 이제는 너무 많이 뿜어서 반은 연기가 섞인 불을 뿜어 라딘의 등 뒤 사각을 노리는 새들의 집요한 접근을 저지하며, 몽몽이가 아빠한테 두렵다는 눈빛 으로 소리쳤고, 그 눈빛을 본 라딘의 가슴은 찢어지는 듯했다. "몽몽아! 아빠 가슴속에 들어가서 쉬어! 아빠가 다 처리할 수 있으니까!" "끼잉~. 싫어용. 몽몽이도 아직 싸울 수 있어용." 아빠 혼자 싸우게 나둘 수 없다는 몽몽이의 기특한 발언에 라딘은 이런 기 분에 아이를 키우는구나! 하는 감동을 느끼며 갑자기 체력이 늘어나는 듯 한 기분까지 느꼈다. 그러나, 아무리 280레벨에 달하고 팰러딘이라는 혼합 3차 직업을 가지고, 봉인을 해제하여 힘이 2000에 달하는 라딘이라도, 280레벨~ 300레벨의 비행 형 몬스터 50마리에게 둘러싸이면 살아나기가 힘든 법이다. 과거 240레벨의 뭉치와 200레벨이상의 동료 25명이 15마리의 하피에게 걸려 최고의 팀플레이를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단 3명만이 살아남았던 것에 비교 하면, 라딘의 현재의 분투는 역사에 남을만한 투쟁이었지만, 그래도 수의 차이는 어쩔 수 없는 법이다. 현재 그의 포션은 단 2개만이 남고, 피는 반도 남지 않았으며, 아직 죽인 하피는 20마리도 되지 않는 것이다. 라딘은 슬슬 몽몽이를 어떻게 도망시키고 자기만 죽을 수 있을까 하는 고민 을 할까 생각하기 시작했다. "우씨, 개구멍 믿다 골로 가게 생겼네. 쩝." 그렇다. 마을을 떠난 라딘은 험난한 동부 해안로의 여정을 무사히 극복하고 , 미르던 산맥으로 진입하는 최후의 관문인 하피의 계곡에 진입하는 것에는 성공했다. 그러나 1차 선발대가 발견한 개구멍을 통과하여 미르던 산맥 근처까지 무사 히 나왔을 때, 원래대로라면 하피 계곡의 초입으로 기껏해야 척후하피만 몇 마리 있으리라고 생각한 그 장소가 어떻게 된 일인지 하피의 공공집회장으 로 변해 있었던 것이다. 거의 3일을 1.5m의 구멍을 허리를 굽혀서 통과한 라딘이 허리를 펴며 모처 럼 자신의 몸을 비추는 태양의 빛을 반기기 위해 위를 쳐다보았을 때, 라딘 은 50마리의 하피와 눈이 마주치는 황당한 경험에 잠시 판단력을 상실, 약 30초를 멍하니 서 있는 실수를 하게 된 것이다. 하피란 마물은 거대쥐나 해골, 좀비 같은 본능만 있는 저급 몬스터와는 질 적으로 틀린 중급 인텔릭 몹이다. 집단을 이루며, 조직의 여왕도 선출하고, 나름대로의 문화(?)도 가지고 있는, 오크보다도 아이큐가 높은 존재인 것 이다. 그런 하피의 둥지 한가운데에 라딘이 나타났을 때, 모처럼의 별식을 환영하 는 하피의 첫 행동은 바로 개구멍 막기였다. 순간의 뼈아픈 판단미스로 퇴로를 잃어버린 라딘은 현재 준비해온 50개의 회복포션을 하염없이 마셔대며 2시간 동안 처절한 생존투쟁을 계속하여 20 마리의 하피를 처치하며 버티는 그야말로 좀비 몸빵의 명성에 누가되지 않 은 질김을 보였지만, 이제는 한계에 다다른 것이다. -끼룩-끼룩- 생각지도 않게 별식에게 사랑하는 동료들을 많이 잃어버린 하피들은 별식의 살기가 줄어드는 것을 느끼며 환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드디어 상대가 전의를 상실하기 시작한 것이다. 가능한 한 목숨이 끊어지지 않게, 그리고 아프게 최대한 야금야금 한점씩 나누어 먹으리라! 그것이 환성을 지르는 하피의 공통된 합의사항이었다. 이 비상시기에는 한점의 고기도 소흘히 할 수 없는 것이다. 드디어 몽몽이의 마나가 고갈되고, 라딘의 스태미너가 바닥을 찔렀다. '용봉탕'이 아무리 영양이 높아도 5백년 묶은 '백사탕'(최고의 약선요리 중 하나로 하루동안 스태미너 무한, 힘, 민첩, 체력 100업 효과)이 아닌 이상 에야 2시간을 전력으로 발악한 라딘의 스태미너를 끊임없이 채워 줄 수는 없는 법인 것이다. 이제는 필살기도 쓸 수 없는 라딘을 보며 드디어 하피들은 3열 횡대로 전열 을 가다듬기 시작했다. 필살다굴 [다중 제트 스트림 어택]을 사용할 계획인 것이다. [제트 스트림 어택]이란 비행형 마물 3마리가 차례로 [강습돌진]을 사용하 는 차륜전법의 일종으로 3마리째가 [강습돌진]을 사용할 시기에 처음 낙하 한 마물이 원래의 자리로 돌아와 다시 돌진 할 수 있는 연속 차륜 공격법이 다. 이것은 서로가 서로의 그림자에 숨는 은신기술과 쉬지 않고 공격이 끊기지 않게 계속 강습 할 수 있는 타이밍 감각, 미묘하게 계속 낙하 경로를 바꾸 어 상,하,중,상,하의 공격 포인트를 자신의 순번에 반사적으로 계산할 수 있는 삼육구 고수 수준의 계산 순발력이 그 생명으로, 간단하면서도 마스터 하기는 힘든 합격술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합격술을 한번에 여러 팀이 펼치는 것을 공포의 [다중 제트 스트림 어택 ]이라고 하는데, 편대 숙련도와 서로간의 연합 훈련도에 의해 최대 6개의 [ 제트 스트림 어택]을 동시에 펼치는 이 기술이야말로 바로 진정한 무한 강 습 폭격 다굴의 극의라고 할 수 있다. 그 쉬우면서도 어려운 공중전 합격술을 태어날 때부터 공중전을 익힌다는 공중전의 스폐샬리스트 하피 일족은 부족의 기본 공격술로 지정, 지금 자신 들의 한가운데에 나타난 침입자에게 훈련 성과를 시험하고자 하는 것이다. 하피일족의 당대 큰언니이자 훈련교관인 '진홍의 날개' 키피의 그 화려한 붉은 날개가 올라가고, 제 1차 공격대인 6마리의 하피가 드디어 편대장의 지시에 의하여 강습을 시작했다. ------------------------------------------------------- ------------------------------------------- 2-16 봉 -깡-깡-깡-퍽-깡-깡- -깡-퍽-깡-파팍-깡-깡-(파팍은 크리티컬) -끼악! (아자! 한건 했어!) -깡-깡-퍽-퍽-깡-깡- 이제는 공격도 포기하고 오로지 방패를 이용해 최대한 하피의 그 악의에 찬 발톱을 막으며 한 손으로 포션을 꺼내 든 라딘에게는 더 이상 반격의 기회 란 주어지지 않을 것이다. 크리티컬이 터지고 피가 한번에 4000이 줄었다. 라딘은 죽기 싫다는 생존본 능에 의해 무의식적으로 2개 남은 회복포션 중 하나를 마셨다. 그것이 비록 자신의 생명을 5분 더 연장시켜 줄 뿐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단 1분이라도 더 살기위해 발악하는 인간의 본능이 라딘의 머릿속을 장악하 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라딘의 머릿속이 죽음에 대한 공포에 잠식되어갈 무렵, 드디어 절망 만이 남아서 선택되어졌던 운명에 변화가 일어났다. - 슈~웅~~ - -퍽, 끼이이익!- 길이 1.8m의 그레이트 액스가 100m를 날라 가는 광경을 본 적이 있는가! 그것은 절망의 눈으로 방패를 치켜들고 패닉의 상태로 하늘을 바라보는 라 딘의 눈에는 천공을 둘로 가르는 검은 유성으로 보였다. 그리고 그 유성의 끝은 자신의 최후를 확신하는 냉정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 보며 계곡위에서 하피들을 지휘하던 진홍의 날개를 가진 하피의 등으로 이 어졌다. "거리 100m, 방향 3시, 각도 15도, 제 1대, 사격개시!" -피,피,핑- -퍼퍽, 퍼퍽- -끼아아악- 100여개의 화살이 어둠에 물들어 가는 하피계곡의 하늘을 갈기갈기 찢었다. 그리고 난데없이 지대공 공격을 당한 하피 편대는 심각한 타격을 입고 추락 하기 시작했다. "3조, 탄막이 불균형하다. 똑바로 정신 차려서 쏴! 거리, 각도, 방향 고정, 제 2대, 쏴라! 연속하여 제 3대 준비!" 이제 라딘은 하피 일족의 관심대상이 될 수 없었다. 계곡 입구에 있는 300여명의 인간들이 30열종대로 진을 치고, 3열마다 일어 나서 화살을 날리고 다시 앉아 화살을 장전하는 식으로 한번에 100발의 화 살로 하늘에 화망을 형성하였고, 그 중심에는 자신들 하피 일족이 몰려 있 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지대공 세력을 상대할 때의 기본 편대 진형인 '완전 산개 진형'이 아닌 주요 거점 집중 강습 파괴를 목적으로 한, '군집 정렬 진형'을 이루 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피해는 몇 배로 가중되었다. 별식의 처리에 마음을 뺏겨 자신들의 최대 적의 접근을 허용한 대가를 치르 는 것이다. 자고로 작전의 실패는 용서받을 수 있지만 경계의 실패는 용서받을 수 없는 법이다. 라딘은 감격했다. 밀림에 고립되어 전멸해가던 해병대가 최후의 순간 후속 부대의 집중 포격 지원을 동반한 구원헬기를 보는 그 심정을 이해할 것 같 았다. 생존 하피 2마리만을 허용하고 섬멸작전이 종료 되었을 때, 붉은 날개의 하 피등에 꼿힌 도끼가 마치 실을 달아서 당긴 것처럼 다시 허공을 날아 궁병 들의 옆에 서 있는 한 사내의 손으로 돌아갔다. 도끼와 함께 시선을 이동시 킨 라딘의 눈에 미르던 산의 제왕 트루먼 두목의 모습이 들어왔다. "두목~~~~, (아, 아니지), 트루먼님, 목숨의 빚을 졌군요." -척-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뛰어가려던 라딘이 퍼득 자신의 위신을 생각하고, 어 깨에 힘을 주고 의젓하게 걸어가 트루먼에게 샬루트(경례-주먹을 쥐고 무기 를 든 손을 가슴에 댄다)를 취했다. 그곳에는 단신으로 하피 무리와 사투를 벌이다가 자신을 위기에서 구해준 산적에게 명예를 잊지 않으면서도 솔직하게 감사하는 한사람의 성기사가 석 양을 받으면서 서 있었다. "아! 누가 하피에게 공격을 받고 있나 했더니 바로 라딘경이었구려. 라딘경이 레테해의 생존자들을 돕기 위해 떠났다는 소문은 듣고 있었소. 혼자서 그 험난한 동해 해안로를 횡단하다니 과연 대단하시오." 라딘은 쑥스러운 듯 손을 좌우로 흔들며 웃었다. "부끄럽습니다. 트루먼 경이 아니었다면, 이번에 이곳에서 죽었을 텐데요. 지금 제 친구들이 마을을 살펴주기로 해서 이제 수도로 가는 도중이었지요. 제가 마음이 바빠서 무모한 여정을 계획했나 봅니다. 하하." 트루먼과 인사를 나누고 그들의 호위를 받으며 미르던 산으로 진입하면서 라딘은 왜 자신이 그런 험난한 일을 겪게 되었는지에 대해 알 수 있었다. 트루먼의 말에 의하면 라딘이 떠난 후, 몇 달이 지나고 제 1차 원정대가 산 채를 지나갔다고 한다. 물론 뭉치를 알아본 영업직원이 바로 접대모드로 전환하여 별 일은 없었지 만, 뭉치의 일행을 본 트루먼과 산채의 소두목들은 상당한 충격을 받게 되 었다. 그들이 뭉치 일행을 접대하면서 들은 바에 의하면 이 일단의 이계인들은 1 년 전만 해도 일반 병사 수준에도 못 미치는 레벨이었다는 것이 아닌가! 그런 그들이 지금은 최소 기사나 용병대장, 혹은 전업 마법사 (원소마법사 나 환술사 등)의 수준인 것이다. 과연 이계인 성기사 라딘의 충고는 틀림이 없었다. 이대로라면 만약 황제가 동부 개발의 의지를 발표하고 산적토벌을 구체적으 로 진행하면 자신들의 안전이 위험했다. 사실 지금까지는 자신들의 특 A급 산채의 방어력과 산이라는 지리적 특성을 믿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산채의 지휘부를 심각한 고민에 빠뜨린 체, 제 1차 원정대는 동부 해안을 향해 떠났다. 그리고 긴급 대책회의를 연 트루먼의 화이트타이거 산채는 그날 모든 산채 의 소두목들의 만장일치로 특별 강화 유격 훈련의 장기간 실행을 결정하게 된 것이다. -to be continued- ---------------------------------------------------- 라딘이 엄하게 죽을 고비를 넘긴 이유는 다음편에~~~ -------------------- --------------------------------- 라딘은 아직 300레벨도 안되기 때문에, 사실상 600레벨의 파워를 가지고 있 기는 하지만, 역시 남 앞에서 팰러딘의 능력을 숨겨야 하기 때문에, 2장에 서는 크게 활약을 못합니다. 특히 이번 전투 같이 비행 몬스터들이 조직적으로 공격하는 경우에는, 마법 사의 지원없이는 사실상 기사 혼자서는 힘듭니다. 레벨이 높다고 해도 말이죠. 물론 나름대로 활략은 하지만, 지금의 라딘의 레벨이나 장비, 그리고 완성되지 못한 스킬로는 혼자서 통쾌하게 적들이나 마물들을 쓸어 버리기에 는 무리가 있는 것이지요. 3장부터는 아마 2장에 활략하는 주변 NPC들과 버금가는 파워를 가지고 라딘 패밀리가 주로 활략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4장이 되면, 드디어 리미터(제어기)를 해제할 것입니다. 2장에서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을 가볍게 상회하는 먼치킨 수치 20이상의 판 타지 게임 주인공과 세계의 운명을 좌우하는 게임 시스템 상 최고급의 퀘스 트 진행을 보시게 될 것입니다. 최후 보스를 상대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아무튼 엔딩까지 무사히 연재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2-16 봉 산적의 특기는 바로 다굴과 도망이다. 될 것 같은 상대는 다굴로 최소피해와 최대효과를 노리고, 안 될 것 같은 상대는 일말의 미련도 없이 바로 [쾌속도주]를 극한으로 펼친 후, 안전한 곳에 가서 두목에게 보고를 하던 다시 동료를 모으던 뒷일을 생각하는 것이 바로 요즘 유행하는 눈높이 영업의 요결인 것이다. 쓸데없는 자존심은 트루먼의 지시에 의해 입단 초기에 바로 포기하는 서약 서를 쓰게 된다. -나는 이제 유쾌한 산의 주민이 되어 과거의 욕망과 명예와 자존심을 모두 버리고, 오직 의리와 돈과 실리를 위해 살 것임을 맹세합니다. 세상이 우리를 어떻게 보던지, 역사가 우리에 대하여 뭐라고 평가하던지 전 혀 상관하지 않겠으며, 세속의 모든 규범에 얽매이지 않으며, 오직 같은 유 쾌한 주민의 도리만을 따라 두목에게 충성하고, 형제와의 의리를 지키며, 이익을 분배하고, 스스로의 생명을 소중히 지켜서 이 산의 수호신이 될 날 까지 결코 변심하지 않을 것입니다. - 이것이 바로 산적업계에 차후 수백년을 전해 내려가는 '트루먼의 산적 전업 선서'이다. 그런 그들을 목숨 걸고 수련(레벨업)에 전념하라고 시키는 것은 오리에게 두 날개로 물구나무 서기를 가르치는 것만큼 힘들다. 기본적으로 산적은 생명이 위험하면 바로 도망치게 훈련되어져 있는 것이다 . 그것도 바로 최고 두목의 지시에 의해서. 한참을 고민하던 트루먼과 그 직속 부하들은 그나마 가장 생명의 위험이 적 은 궁술이야말로 산적들을 납득시키는 유일한 방법임에 동의했다. 산채의 비축자금 중 상당한 부분이 투입되어 새롭게 컴포지트 롱 보우를 대 량 입하하였고, 새롭게 전직 궁수 사원도 훈련교관으로 초빙 되었다. 그리하여 화이트타이거 산채의 1천 실전 영업사원 중 그나마 젊고 용기있는 300명의 사원이 새로 생긴 부서인 전술 사격과의 신병으로 보직 이동하여, 수도와의 반대편인 동부해안의 마물들을 상대로 나름대로 열렙을 시작한 것이다. 처음에는 불평도 많고 힘들었지만, 점차 손발을 맞추게 된 전술 사격과의 대원들은 점차 자신들의 장거리 무기의 위력에 매혹되어, 약 한달만에 미르 던 산맥에서 하피의 계곡까지 이르는 산길의 모든 마물의 씨가 마르는 상태 에까지 이르렀다. 그리하여 트루먼은 산채의 흥망을 건 새로운 부대원의 정예화를 위하여 장 기 유격 캠프의 설치를 결심, 하피의 계곡 입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장 소에 전망대를 포함한 보조 기지를 설치하게 된 것이다. 일단 기지가 설치되고 방벽이 생기자, 트루먼이 직접 이끄는 궁수부대 '데 스 레인' 부대는 하피를 상대로 대대적인 훈련을 시작했다. 자신들의 마을에서 평화롭게 왕 잡고 살고 있던 하피 일족에게는 날벼락이 라고 할 수 있겠다. 그 후 처절한 전쟁이 시작되었다. 아무리 300레벨에 달하는 하피가 수백마리가 있더라도, 그들은 계곡 전체에 골고루 분포되어 각자 자신의 생활을 영위하고 있었다. 또한 서로의 생사고락에 대하여 별다른 간섭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산속에 위치한 기지에 숨어 있다가 빈틈만 보이면 때로 나타나서 수백발의 화살을 일순간에 날리고 도망가는 유격 대원들에게 한 마리 한 마리 희생자가 발 생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약 한달이 지났을 때, 그들 하피 일족은 수백에 달하던 자신들의 총 수가 두자리 수로 줄었음을 처음 깨닫고 경악했다. 밀리터리 밸런스가 깨진 것이다. 그렇게 '데스 레인' 부대가 전문 유격 궁수 부대로 성장하고 그에 맞서 이 제는 종족의 흥망을 건 전면전을 선포한 하피일족 또한 자신들의 거처를 모 두 계곡의 입구 쪽으로 이동시키고, 비상 대기 상태로 서로에게 치명적인 일격을 가할 기회만 엿보는 대치상태로 있는 상황에서 어느 날, 절벽 중간 에서 난데없이 한사람의 기사가 튀어나온 것이다.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는 말이 바로 이 경우에 해당하는 것이 아닐까 하 고 라딘은 생각했다. "핫,핫,핫, 전망대의 파수병이 하피 무리가 갑자기 날뛴다고 해서 급히 부 대비상을 걸고 방어준비를 하는데 우리 쪽으로는 오지 않더라 이 말이오. 그래서 한 시간쯤 있다가 수색대를 파견해서 살펴보니 한 사람의 기사가 하 피 50여 마리를 상대로 싸우고 있는데 어디선가 많이 본 기사라고 그러지 않겠소. 아무튼 덕분에 기습이 성공하여 하피를 소탕하게 되었으니 이것도 다 라딘경의 덕분이오." '으, 아무래도 액땜이라도 해야 될라나, 하필 그런 때 사이에 끼다니, 에고 , 라딘아. 그 상황에서도 안 죽고 살아남았으니 오히려 재수가 좋았다고 생 각하자. 모처럼 광렙한 셈 쳐야지. 하아~.' 속으로는 자신의 배드럭에 한숨을 내쉬면서도, 두 눈을 부릅뜨고 안광을 내 뿜으며 트루먼을 바라보는 라딘의 입가에는 호탕한 사내의 웃음에 가까운 미소가 어려 있었다. "그런 것이었군요. 대단하십니다. 1년도 안 된 사이에 최정예 궁수부대를 창설해 내시다니요. 아까의 공격은 마치 하늘 전체에 범위 마법을 시전한 것처럼 빠져나갈 빈틈도 없이 촘촘 하더군요." 트루먼의 돌같은 인상의 얼굴에 흐미한 미소가 어렸다. 역시 자신이 인정한 기사로부터 인정받는 것이 그를 기쁘게 하는 것이다. 그가 생각하기에도 자신이 이번에 창설한 궁수 부대는 예상을 뛰어넘는 파 괴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원, 천만의 말씀이오. 하피 50마리를 상대로 홀로 2시간을 당당히 싸우신 라딘경에게 그런 말씀을 들으니 부끄럽기만 하구려. 아무튼 모처럼 이곳 미르던 산맥까지 오셨으니 다시 산채에서 몇 달 푹 쉬 다 가시는 것이 어떻소?" "하하, 호의는 고맙습니다만, 수도에서 처리해야 할 일이 상당히 급한 일이 라서요. (작은 목소리로)이번에 빨리 파르시아 가문에 대하여 왕국에 인정 을 받아 내지 못한다면 시기적으로 늦을 수 있으니까요. 죄송합니다. 레테 해의 약속이 아니었다면 벌써 끝내었어야 할 중요한 일인데......" 트루먼이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라딘에게 대답했다. "허허, 나는 이미 라딘경에게 모든 것을 맡겼소. 신이 그대를 돌보는 이상 그대는 충분히 문제가 생기기 전에 수도로 가서 뜻대로 일을 해결해 줄 것이라고 믿고 있소이다." '역시 늙은 호랑이답게 은근히 압력을 넣는군. 알았어요, 아저씨. 이번엔 내가 빚을 졌으니까. 순순히 처리해 드리죠. 어차피 아저씨는 장래 에 두고두고 뜯어 먹어야 할 많지 않은 유한자원이니까요.' 그렇게 두 사람과 300명의 대원들은 임시 기지를 거쳐 다시 그 다음날 본 기지로 출발하여 1주일 후에 전원 무사히 귀환할 수 있었다. 부대원들에게는 3개월만의 귀환이었다. ----------------------------------------------------- ------------------------------------------- 2-16 봉 에공, 피곤해서 오늘은 일찍 자야겠네요. 이거 내일 올릴 분량입 니다. -------------------------------------------------- 환영 파티가 벌어졌다. 산적 두목과 성기사는 신분을 초월한 친구처럼 웃으면서 술과 음식을 교환 했고, 그러던 중 라딘이 붉은 날개의 하피를 한방에 보낸 트루먼의 그레이 트 액스 투척술을 칭찬했고, 그 기술이 전설의 이기어검의 바로 전단계인 비검술의 일종으로 파르시아 가문에 대대로 전해오는 최상급 무기 투척술 [ 파워 브레이크]라는 기술임을 듣게 되었다. 그렇게 파티가 끝나고 다음 날 아침이 밝았을 때, 수도로 떠나는 라딘에게 트루먼은 하나의 조그만 상자를 건냈다. "이게 뭔가요? 트루먼 님?" "허허허, 라딘 경, 별것 아니오. 그냥 수도로 가시다가 심심하실 때 보시도 록 하시오. 라딘경이 무사히 수도에 도착하기를 신에게 기원하고 있겠소이 다." 막무가내로 건내는 트루먼의 손길을 차마 거절하지 못하고 상자를 아공간 주머니에 넣은 채, 며칠을 걸어 마침내 미르던 산맥을 벗어난 라딘이 마을 숙소에서 그 상자를 열었을 때, 라딘은 두 눈에서 감동의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다. -라딘경에게- 그대가 숭고한 정신을 가진 성기사임을 감안할 때, 나의 이 보잘것 없는 성 의가 그대의 고귀한 정신을 더럽혀 그대의 기분을 상하게 할까봐 두렵지만, 그래도 조야한 산적이 생각 할 수 있는 것이 이런 것 밖에 없다는 것을 이 해하고 마음을 생각해서 용서해 주기를 바라겠소. 이것들은 한때 내가 가문 재건의 미련을 버리지 못 했을 때, 수도의 더러운 대공파 귀족에게 바치려고 20년간 필사적으로 모았던 깨끗지 못한 재물이 오. 그러나 40이 넘어 세상을 알고 난 후, 일단 산적이 되면 산적이었다는 사실 은 결코 지울 수 없다는 것과 나의 죄업이 가볍지 않은 것을 깨닫고, 가문 재건을 포기하여 이것들을 여태까지 나의 침대 밑에서 10여년을 묵혀 왔던 것이오. 이제 그대의 도움으로 포기했던 나의 유년의 소망을 다시 가지게 된 지금, 이 부정한 물건들은 나에게 있어 과거의 죄를 증명하는 족쇄임이 틀림이 없 소. 그러니 그대가 나를 도와주는 셈 치고 이 죄업의 결과물을 세상의 유익한 일에 대신 써 주기를 부탁드리고 싶소. 혹시 기분이 상하였다면, 이것들을 가까운 자비의 신의 신전에 기부해서 자 비의 신전의 보살핌을 받는 수많은 고아들이 자신들을 먹여 살리는 기부금이 산적에게서 나온 더러운 돈이 아니라 성기사의 숭고한 의지에 의 한 돈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게 해 주시오. 같이 들어 있는 기술서는 우리 가문의 비전서로서 내가 젊었을 때 마스터하 고 10년에 걸쳐 틈틈이 제작한 것이오. 나의 유일한 후계자인 애니는 이미 귀족으로의 삶을 살기에는 늦었다고 생 각되어지고, 또 그녀는 전사가 아닌 도둑으로서의 재능이 탁월하기에 아마 도 이 기술서가 필요 없을 것 같으니 그대가 익혀 사용하거나 필요 없다면 이 기술에 적합한 인재에게 전해주면 고맙겠소. 자꾸 번거롭게 해서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있지만 같은 산적동료 의외에는 별로 아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 것이니 이해하기를 바라오. -제국력 3년 트루먼- 삶의 보람을 가슴 한가득 느끼며 라딘은 울었다. 상자 속에는 트루먼이 20년간 산적으로 명성을 떨치며 얻은 재물 중 핑크빛 다이아몬드나 스타 사파이어, 10캐럿이 넘는 핏빛 루비 등 최상급 보석만 골라서 들어있었고, 황궁에서 보물의 수량과 가치를 측정하는 데 많은 경험 을 얻은 전문 보석 감정가 라딘의 눈에 의하면 그 보물들의 가치의 총 합은 가볍게 50만 골드를 상회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참고로 라딘이 황궁에서 횡령한 보석과 귀금속, 각종 희귀재료를 합치면 약 600만 골드의 가치가 있었다. 그리고 지금 도서관의 비밀방에는 그것들이 가공되어 쌓여 있는데, 그 아이템의 가치는 약 500만 골드에 달한다. 하지만 이 금액은 동대륙 3강국중 하나인 파스트 왕국이 수백년간 모은 재 물 중 왕궁의 소유재산 총액의 10%에 해당하는 것으로 개인이 모은 재물이 50만 골드라는 것은 정말로 대단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거기에 그 위에 놓여 있는 스킬북에는 [파워 브레이크]라는 제목이 황금빛 으로 빛나고 있었다. 황금빛은 최상급 스킬이나 마법서의 색깔이고, 이 [파 워 브레이크]는 파르시아 가문의 비전 무기 투척술로써 스킬의 마스터인 트 루먼이 10년을 소비하여 제작한 진품임이 틀림없었다. NPC가 일단 스킬을 마스터 하면, 하급은 1년, 중급은 3년, 상급과 최상급은 10년을 꾸준히 스킬북 제작에 시간을 소모하여 새로운 스킬북을 생성할 수 있게 된다. 단, 한 사람이 생성할 수 있는 스킬북은 하급은 10권, 중급은 5권, 상급은 3권, 최상급은 오로지 한권만 생성이 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유명한 무가의 가주들은 비전의 최상급 무공을 대대로 전수하며 그 들의 최우선 임무는 비전 스킬의 마스터와 다음 대를 위한 새로운 스킬북 제작에 있는 것이다. "습득! [파워 브레이크]" [띠링, 최상급 무기 투척술 [파워 브레이크]를 익히셨습니다.] 이제 파르시아 가문의 비전 스킬북 [파워 브레이크]는 이계인인 라딘의 몸 속에 흡수되어, 라딘이라는 캐릭이 이 브리시아 세계에서 소멸될 때, 지금 형성된 스킬의 마나가 다시 세상 어느 곳엔가 재구성 되어 마물이나 마법 보물 창고 속에 스킬북으로 생성 될 때까지, 같은 스킬북은 세상에 나오지 않을 것이다. [파워 브레이크] 최상급, 전사 상급직 전용, 자신의 무기를 투척하여 상대 를 공격한다. 투척가능 거리는 투척자의 힘에 비례하고, 무기의 크기와 무게에 반비례한 다. 일단 투척된 무기는 특별한 대미지 보너스는 없지만, 마치 투척자가 손에 무기를 들고 공격하는 것처럼 모든 힘 보너스와 무게에 의한 보너스를 받으 며, 상대를 공격한 무기는 투척자의 영혼과 연결된 마나의 끈에 의하여 틀 림없이 투척자의 손으로 되돌아온다. 또한 의지를 이용해 투척 경로를 조정하는 비검술과 같은 원리의 무기술이 기 때문에 회피가 극히 힘들어서(마법이나 판넬과 같은 이치) 명중률 보정 500%의 특성과 크리티컬 확률 업의 효과가 있다. 되돌아오는 타이밍은 공격 시도 즉시부터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지만, 일단 땅에 떨어지거나 해서 상대가 그것을 들고 도망간 다면 투척자의 의지력과 상대의 힘과의 대결에 의해 무기를 상대에게 빼앗 길 수 있다. 스킬 발동 타임은 순간이라고 할 정도로 짧기 때문에 기습에도 상당히 유용 하게 사용된다. 조금의 망설임이나 머뭇거림도 없이 바로 스킬북을 습득한 라딘은 자신의 소중한 사업자금이 될 상자안의 보물을 감상하면서, 역시 잘 잡은 봉 하나 면 사람 팔자 고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라는 인생철학에 새삼 확신을 느끼 고 있었다. -------------------------------------------------- 이렇게 (주)라딘 상회는 초기 사업 자금을 확보하게 되는 것입니다. 라딘의 영원한 밥줄 트루먼 만쉐이! ------------------------------------------- 2-17 두 여자 2-17 두 여자 감동의 순간이었다! 2년이 넘는 긴 기간 동안 제국의 동부의 탐사를 마치고 드디어 우리의 신성 기사 라딘이 수도의 성문을 넘은 것이다. 자신이 처음 레이크사이드 타운에서 은자로서 이곳에 들어 온지 어언 4년, 웅장하고 화려한 느낌의, 그러면서도 기사의 나라답게 견고한 수도의 성문 은 변함없이 라딘의 눈을 즐겁게 해주고 있었다. 2년 전, 그는 레벨 1로써 배웅해 주는 사람도 없이 쓸쓸히 이 문을 지나 레 테해로 떠났지만, 이제 레벨 290이 되어 다시 돌아온 라딘에게는 100명이 넘는 길드원들의 환영이 기다리고 있었다. 통일 한국대의 동호회 회원 32명, 수도 체대의 유도부 34명에 이어 새로운 사업 파트너 유 진철이 한강공대 동기와 자신의 게임 동료들 40여명을 새롭 게 이 브리시아 세계로 끌어들인 것이다. 그리고 고맙게도 성철형이 산간벽지에서 1년이 넘게 마을을 위해 고생하고 온 부길마를 위해 모든 길드원을 소집하여 성문에 대기시킨 것이였다. - 와~- "라딘 부길마의 귀환을 축하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지잉- 평생 처음으로 사람들의 환영을 받아본 현진의 가슴이 과열되어 갔다. 그것을 보면 아직 현진의 심장은 완벽히 얼음으로 변화되지 않은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어서와라. 수고했다." 무뚝뚝한 대한 떡대 남아 도끼바바가(성철의 캐릭이름) 사나이 표 미소를 지으며 라딘의 어깨를 두드렸다. 돈 만이 끌어 낼 수 있으리라 믿어졌던 라 딘의 눈물을 그는 말 한마디로 끌어내는 것이다.(크로키는 뒤쪽에서 차가운 얼굴에 약간의 미소를 띄우며 조용히 서있을 뿐 이었다) "형, 고마워요." 두 사람은 뜨겁게 포응했다. -와~~~아- 그 장면은 지켜보는 100여명의 길드원들에게 감동이라는 감정을 이끌어 내 는데 충분하였고, 그렇게 그들은 그날부터 벌어진 파티에서 3일을 함께 먹 고 마심으로써 마치 가족과도 같은 친밀감과 유대감을 형성하는 데 성공하 였다. 감동의 대면이 끝나고, 며칠을 길드원들과 함께 같이 수도근처의 마굴 '끝 없는 미궁' 과 '광전사의 고향'에서 사냥하며 친목을 다진 라딘은 이제 슬 슬 수도에 온 공적인 업무를 처리해야 할 때가 되었음을 느꼈다. 아마도 황궁의 그녀(공주+재상)와 링크가의 그녀(비월전 전주)는 그가 수도 에 들어온 첫 날에 그의 귀환을 보고 받고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1주일이 넘게 지난 지금, 그 두 사람의 여자를 만나지 않으면, 자신의 생명 은 보장 받을 수 없다는 것이 라딘의 판단이었다. 차분히 일의 순번을 생각하여 스캐줄 표를 만들고, RL(real life)에서의 모 든 일과를 끝마치고 로그인 한 라든은 '아도' 용병단 수도지부의 건물을 나 와 '라르고의 눈' 소유의 고급 살롱 '공작의 날개'를 찾아 갔다. (혈월문, 사월당, 비월전, 라르고의 눈으로 이어지는 삼월천하 에피소드는 세트로 한꺼번에 생략 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기사 각하. 예약이 있으십니까?" 부드러운 미소와 풍요로운 턱수염을 가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풍요롭 게 해주는 산타 아저씨 스타일의 현관담당 그레이그씨가 나와 인사했다. 단순한 호 인상의 현관담당 책임자인 이 사람이 이곳 '공작의 날개'의 부 지배인이자 '라르고의 눈'의 7명의 상급관리 중 한 사람임을 아는 사람은 수도에 5명 밖에 없으리라. 하물며 이 사람이 20년째 지각한번 없는 근속의 현관담당 총 책임자로 이곳 을 드나드는 모든 사람의 얼굴을 기억하는 사진 기억술의 소유자임을 아는 자는 자신과 현 '비월전'의 전주인 미세스 링크 이외에는 없는 것이다. "마담 미스티와 예약이 되어 있소만." 표정의 변화는 전혀 없이 여전히 사람 좋게 웃고 있었지만, 두 번 정도 평 소 페이스보다 빠르게 눈을 깜박이며 그레이그는 대답했다. "아! 이제 보니 라딘 경이셨군요. 미처 몰라 뵈서 죄송합니다. 들어가시지요. 마담 미스티가 기다리고 계십니다." '몰라뵈긴 뭘 몰라뵈, 나 처음 보잖수, 아저씨. 쩝 역시 비상체제로 대기하 고 있었나 보네. 혹시 하루만 늦었으면 잡혀 가는 분위기였나?' 속으로 투덜대면서 라딘은 그레이그가 이끄는 데로 3층에 있는 특빈실로 안 내되었다. 그리고 약간의 다과가 나오고 잠시 후, 연보라색 머릿결을 가진 20대 후반 정도라 해도 믿을 만한 미모의 여인이 들어와 웃으며 라딘에게 인사했다. 그녀가 바로 이 살롱의 여 지배인이자 '라르고의 눈' 수도 책임자인 마담 미스티이다. "라딘경, 오랜만에 뵙네요. 호호. 모처럼 오셨으니 편하게 쉬시다 가세요." 최고급의 가죽 물소파에 앉아도 깃털이 떨어진 듯 거의 출렁이지 않는 그녀 의 몸놀림은 가히 상류사회 예의교실의 선생도 울고 갈 정도였고, 다시 라 딘의 술잔에 포도주를 한잔 따라주는 그녀의 손동작은 한번도 속력의 변화 나 각진 움직임이 포함되지 않은 세련의 극치였다. "오랜만이오. 맨 얼굴로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그러게요. 이렇게 젊은 미남이신 줄은 몰랐어요. 산드라님에게 말은 들었 지만요." 산드라는 라이아 공주의 암호명이다. 현재 라딘이 아스트로 공작임을 아는 존재는 황제와 태후, 라이아 공주, 다른 두 공작과 미세스 링크, 그리고 눈 앞에서 웃고 있는 마담 미스티로 모두 7명이었다. 원래 델로스 공작과 뮬러 공작, 그리고 마담 미스티는 이 파스트 제국 최고 의 기밀을 몰랐지만, 라딘이 수도를 떠나게 되고, 만약을 위해서라도 공작 과 첩보부 총 책임자는 아스트로 공작의 정체를 아는 것이 좋다는 판단에 황제의 허락 하에 라이아 공주가 그들에게는 정체를 알린 것이다. 물론 라딘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 국가 공적치도 직위도 작위도 없는 라딘 으로서는 황궁에 들어 갈 수가 없기 때문에 수도에 오면 이곳 살롱에 들르 기로 되어 있는 것이다. 웃으면서 마담 미스티에게 요즘 제국의 사정과 귀족들의 뒷소문에 대한 재 미있는 진실에 대해 듣고 있다 보니 어느덧 4시간이 지나고, 그레이그가 들 어와서 마담 미스티에게 귓말을 했다. "어머, 손님이 오셔서 저는 이만 나가봐야겠네요. 라딘님, 다음에 또 한번 들려주세요. 오늘은 라딘님을 노리기에는 쟁쟁한 경쟁자가 너무 많아서요. 호호호." 그렇게 인사하고 나가는 마담 미스티와 바톤터치 하듯 들어온 사람은 갈색 빛의 망토로 온 몸을 감싸고 후드를 머리에 뒤집어 썼는데, 마담 미스티가 나가고 문이 닫히자 그녀는 후드와 망토를 벗어 옷걸이에 걸었다. 하얀색의 비단에 가운데 황금색의 태양이 새겨진 로브를 입고 '고귀한 영혼 의 증표'를 걸친 그녀는 바로 현 재국 재상 라이아 공주였다. --------------------------------------------- 마담 미스티는 두 여자에 안 들어 갑니다. 중요한 캐릭이긴 하지만요. 지금 이 소설이 연재이기 때문에, 라딘이 오랬동안 나오지 못하는 에피소드 는 무조건 생략을 해서 약간 어색한 부분이 있을 수 있는 데, 이해하시고 독자 여러분께서 나름대로 상상력을 발휘 해 주세요. 소설 진행상 너무 긴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는 장기 서브 에피소드는 나중에 출판을 한다던가 할때 집어 넣을 계획이거든요. 연재에는 매편 주인공이 나와야 한다는 생각이 드네요. 비축분을 친구에게 보여줬는데, 역시 구성이나 인물 대화 쪽은 그런데로 좋 은데, 묘사가 어설프다고 그러네요.(훌쩍) 그래도 열심히 쓰겠습니다. 계속 찾아주세용. 6월 21일 자유팰러딘 ------------------------------------------- 2-17 두 여자 "아니! 공주님, 이런 곳까지 직접 오시다니요! 제가 지금 찾 아뵈려고 절차를 밟는 중이니 황궁 안에서 기다리시면 되실 텐데요." 라딘이 놀라서 벌떡 일어나 나직하게 외쳤다. "호호, 그게요, 권력이라는게 좋은 것이더라고요. 그러다보니 참을성이 점 점 사라지고 성격도 조금씩 나빠지지 뭐에요. 전 나쁜 학생이었나 봐요. 2년도 안돼서 언제나 침착하라는 스승의 가르침을 모두 잊었으니 말이에요. 사실 여기 미스티 언니랑은 꽤 친해져서 가끔씩 몰래 나와서 칵테일도 마시 면서 노는 편이에요." -버~엉- 일일신우일신이라는 말이 있다. 볼 때마다 성장하는 천재 형 무협지 주인공에게 주로 쓰이는 표현인데, 라 딘이 보기에는 바로 눈앞에 여우같은 웃음을 띄우고 그 속을 알 수 없는 깊 은 눈동자를 소유한 이 여자가 그랬다. 라딘의 머릿속에는 처음 전대 왕을 알현하던 날, 약간 슬픈 눈으로 자신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소녀티를 벗어나지 못한 순진한 아가씨의 모습이 지 나갔다. 그리고 다시 자신이 떠 맡긴 서류를 울면서 읽고, 도장을 찍거나 소견서를 작성하던 사회 초년생 여 사무원 같은 순수함을 간직한 레이디의 모습도 지 나갔다. 지금 눈앞에는 정진정명 한 나라의 재상으로 부족함이 없는, 경력 20년은 되어 보이는 캐리어 우먼이 서 있는 것이다. 무엇이 그녀를 이렇게 성장시킨 것인가! 라딘은 자신이 깨우지 말았어야 할 존재를 각성시켰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했다. 왕국 건국이래 최초의 여자 재상이자 후일 제국 초기의 명재상으로 역사에 기록되는 라이아 드 파스트 공주는 이미 라딘의 손을 벗어나 자신의 재능을 완벽하게 각성시켜 스스로의 영역을 확보한 것이다. 순간적으로 무념공상의 세계에서 필사의 탈출에 성공한 라딘은 기적적인 순 발력과 생존의욕으로 타이밍에 그리 늦지 않게 라이아 공주의 손을 잡고 한 쪽 무릎을 꿇고 그 손에 키스를 함으로써 기사의 인사를 마치고 라이아 공 주를 소파에 앉혔다. 기사가 인사도 안하고 공주를 세워두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이 최고의 실례인 것이다. "일이 즐거우신 듯 하군요. 점점 더 젊고 예뻐지시는 것을 보면요." 라딘의 [철면아부신공]이 자연스럽게 펼쳐졌다. 그것은 이미 본능이었다. "풋, 황제 폐하가 가장 무서워하는 사람이 바로 라딘 경인데, 지금 하시는 말씀을 들었다면 얼마나 놀라 하실지 짐작이 안 가네요." "황제 폐하께서는 저를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저의 체면을 세워 주고 계 신 것이지요. 부족한 저라도 명분상 태사였으니까요." 라딘이 그런 말을 듣는 것이 송구스러운 듯 고개를 저었다. 이런 말은 자꾸 나오면 곤란하기 때문에 가능한 한 막고 싶은 것이다. "뭐, 그렇다고 해 두죠. 그런데 라딘 경, 소문은 들었어요. 동부의 난민 마 을을 구제 하셨다면서요? 그것 때문에 수도를 떠나신 거였나요?" 라딘이 허리를 펴고 약간 고개를 들어 지긋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대 답했다. 비장함이 오라로 변하여 특빈실 안을 채우고 있었다. "사실은 다른 일이 있어서 위험을 무릅쓰고 동부 해안으로 간 것입니다. 또한 제가 떠나기 전에 폐하께 건의한 그 계획(동부 개발 5개년 계획)도 사 실 제가 동부지역을 직접 확인하고 올린 것이 아니라서 그쪽 지역의 실태를 눈으로 확인해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고 할 수 있었지요. 그러던 중 마물의 무리 한 가운데 고립된 그 인간의 마을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이지요. 차마 못 본 척 할 수 없어서 그곳에 있다 보니 어느덧 1년이 넘 게 지나더군요. 다행히 새롭게 사귄 동료들이 돌봐 주기로 되었기 때문에 이제야 겨우 공주 님을 뵐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기사까지 되어서 2년이나 소식도 없던 저를 용서해 주십시오." 공주가 아무리 지난 2년간 정치 뉴타입으로 각성하였다 하더라도 아직 독심 술까지는 터득하지 못했나 보다. 라딘의 비장한 어조에 드디어 감동이라는 인간의 감정을 끌어낸 공주의 눈 빛에 사랑과 동경의 눈물이 어렸다. 그녀가 임명한 그녀의 기사는 황제와 자신을 위해 2년을 신분도 드러내지 않고 충성하고, 모든 권력과 명성을 자신의 존재가 제국에 좋지 않은 전례 가 될 수 있다고 미련 없이 버리고 방랑신의 사도가 되었으며, 자신의 사랑 조차 이계인이라서 책임 질수 없다고 거절하고 떠났다. 그리고 이제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산간벽지의 버려진 마을 사람들을 돕 기 위해 1년을 고생하다 왔다는 것이다.(이것이 라딘의 본마음과 속사정을 모르는 사람이 보는 라딘의 행적이다. 중요 참고 사항) "그대의 숭고한 의지를 언제나 존경하고 있습니다, 라딘 경. 그대가 저에게 2년이나 소식 없이 지낸 것이 저의 좁은 가슴으로는 섭섭하지만 그대의 고 결한 의지에 비하면 보잘 것 없는 응석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으니 염려마 세요. 라딘경, 그대는 저의 가장 소중한 기사입니다." "공주님! 저를 이해해 주시는 공주님의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 이렇게 라딘은 공주와 함께 닭살 돋는 분위기를 연출하여 다시 한번 재상을 여자로 되돌려 놓는데 성공하였고, 그 다음에는 꿈 많은 23살의 소녀(?)에 게 환상속의 기사의 모험담을 장장 3시간에 걸쳐 늘어놓음으로써, 평생 수 도를 벗어나 보지 못한 그녀의 상상이 제국의 반을 여행하게 하였다. 이것은 상당히 중요한 작업으로써, 차후 제국의 모든 중요 계획을 주관하는 그녀에게 그가 지나온 곳의 지리와 특색, 그리고 그가 고생하여 개발한 리 누만의 그 마을에 대한 환상을 무의식중에 가지게 함으로서 차후 모든 제국 의 계획이 그 지역에 대해 호의적으로 시행되게 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라딘은 절,대,로, 자신이 개발하는 그 마을을 제국 직할시로 바꾸는 신도시 계획을 세워 달라던가 하는 노골적인 청탁을 하지 않았다. 단지 알아서 잘 봐주십시오라고 무언의 호소를 하는 것이고 그것은 그녀에 게 있어서 어떠한 청탁보다도 우선시 되는 사랑의 속삭임과 거의 같은 의미 라고 할 수 있었다. "참! 폐하께서도 라딘 경을 만나기를 원하세요. 내일 황궁으로 들어오셔서 한 번 알현하도록 하세요." '으, 역시 재상 2년차 답게 명령어가 입에 배었군. 험난한 세상이 순진한 아가씨하나 타락시켰네. 쯔쯔.' "아! 폐하께서 저를 찾으시다니요? 저는 폐하께 더 이상 나아가지 않을 계 획입니다만." 고고한 은자의 배짱을 한번 보이는 라딘에게 라이아는 부드러운 미소를 띄 우며 다시 부탁했다. "라딘경의 고결한 절개는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정말 폐하께서 요즘 고민 거리가 하나 있으셔서 상의 드리려고 하는 것이니까, 저를 봐서라도 사양하 지 말고 이번만 폐하를 알현 해 주세요." "음, 이 라딘, 한번 말하면 목숨을 걸고 지키는 것이 신조이지만, 공주님의 체면을 봐서라도 이번은 제가 뜻을 꺽어야겠군요. 저는 이미 역할이 끝나 사라진 몸, 이제 폐하께서는 충분히 스스로 모든 일 을 처리하실 수 있으시리라 믿고 있습니다만, 아마도 이번에도 저의 체면을 살려 주시려는 것이겠군요. 그럼 내일 제가 찾아 뵙겠습니다. 공주님." "호호, 저도 폐하도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라딘 경에게는요." ------------------------------------------- 2-17 두 여자 그렇게 공주와의 면담을 끝내고, 잠시 후 살롱을 나온 라딘 은 이미 어두워진 수도의 밤거리를 지나 황궁 오른편에 위치한 귀족가 중 한 곳인 링크 백작가로 향했다. 라딘이 링크 백작가의 정문에 도착했을 때, 그의 차림은 검은 후드가 달린 로브를 뒤집어 쓴 사교의 사바트 참가자의 모습으로 아무도 그가 기사라는 것을 알아볼 수 없었지만, 신기하게도 링크 백작가의 정문은 그런 그에게 아무런 제지도 없이 스스르 열렸다. 그리고 이미 정문에 나와 대기하던 집사가 그를 안내하여 이 집안의 현 당 주인 링크 백작 부인에게 안내하는 것이었다. 자연스럽게 안내를 받아 들어간 방은 링크 백작 부인의 서재였는데, 그곳에 는 30대 중반의 키가 약간 작고 귀여운 인상의 여인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가 300백년 전부터 이 동대륙의 정보를 장악하고 있는 비월전의 당대 전주임을 아는 사람은 그녀 본인 이외에는 라딘 뿐이리라. "어서 오세요. 아스트로 공작님. 2년 만인가요?" 집사가 인사하고 나간 후 남녀유별에도 상관없이 서재의 문은 굳게 닫혔고, 책을 읽던 그녀가 고개를 들어 웃으면서 인사했다. 저 귀엽고 푸근한 아줌마 웃음에 속으면 안 된다고 굳게 마음을 다지면서 라딘은 후드를 벗으며 대답했다. "그 칭호가 나오는 것을 보니, 이곳은 기밀 유지가 확보 된 곳인가 보군요. 페이 원 님." 자신의 본명을 직접적으로 들어본지 3년이 넘은 그녀의 얼굴이 갸웃거리더 니 다시 새삼스럽게 웃음이 번졌다. "3년 전에 솔직히 아스트로 공작님께 그 이름으로 불리었을 때는 그 자리에 서 기절 할 뻔 했는데, 지금 다시 들으니 감회가 새롭네요. 300백년 전 페이 룽께서 스스로의 이름을 페이 원으로 고치시고 이 비월전 을 창립하신 후, 대대로 내려온 후계자의 이름은 모두 페이 원이었지만, 그 이름을 전대 전주 이외의 사람에게 불리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저 뿐이 라고 알고 있어요. 참으로 조상님 뵙기 부끄러운 일이죠." "후후, 그러는 당신은 내가 찾아 왔을 때, 라딘이라는 내 본명을 부르며 웃 지 않았소? 사실 레이디의 비밀을 함부로 폭로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짓이란 것을 알고 있소만, 그때 나도 너무 당황해서 그만 실수를 한 것이지 요." 그렇다. 그녀는 아스트로 공작이 라딘이라는 것을 자력으로 알아낸 유일한 사람으로 과연 대륙 최고의 정보 조직의 장이라 할 수 있지만, 비장의 카드 로 가지고 있던 아스트로 공작의 정체는 영원히 어둠속에 묻힐 수 밖에 없 었던 것이다. 왜냐하면 눈앞의 이 괴물같은 아스트로 공작은 300년간 누구도 잡아내지 못 한 비월전의 실체를 단 3개월 만에 잡아내고 수장인 자신에게 접근 해 온 것이다. 그녀는 지난 3년간 이 아스트로 공작이 흘렸다는 모든 정보에 숨겨진 암호 에 대해 연구했지만 아직도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만약 눈앞의 이자가 이계인이 아니었다면, 죽지 않는 이계인이 아니었다면, 조직의 사활을 걸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제거 했으리라. 그러나 이자는 이계인, 살인멸구라는 창세 이래의 최고 비밀 유지 수단이 통하지 않는 괴물이었다. 결국 비월전은 이 아스트로 공작의 비위를 거스릴 수 없는 것이다. 물론 아스트로 공작도 이 브리시아에서의 삶을 포기하기 전에는 비월전을 건드릴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그렇게 두 사람은 어쩔 수 없는 밀 월관계의 상대로 서로를 인정하게 된 것이다. "이번에 수도로 돌아 온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최대의 목적은 한 가지라고 할 수 있소." 눈앞의 여자가 절대로 먼저 용건을 꺼내지 않는 성격임을 잘 아는 라딘은 바로 본론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비월전의 상급직 사람을 만나면 무조건 적용되는 시간당 1천 골드의 개인 상담료를 농담 따먹기로 허비하기는 싫은 것이다. "흠, 아스트로 공작이 가지는 최대의 목적이라면, 제가 직접 다루어야 할 특급 비밀이겠군요. 뭔가요? 좋은 정보라면 정보료를 지불할게요. 물론 제가 아직 모르는 정보라면요. 호호호." 마치 자신이 모르는 정보는 없다는 자신감이 넘쳐 있는 얼굴을 하면서 페이 원은 말했다. "흠 별거 아니요. 정보라기보다는 개업신고라고나 할까요? 이번에 조그마하 게 상회를 하나 차리기로 했다오. 라딘 상회라고 하지요. 상호는." -벙- 드디어 한건 했다고 라딘은 속으로 광소했다. 이 너구리 아줌마의 얼굴에서 진짜 속마음의 감정인 황당함을 드러내게 했기 때문이다. "상회를 차린다고요? 아스트로 공작님이? 아니, 성기사이자 1년간이나 난민 을 위해 헌신적으로 봉사하던 라딘님이? 장사꾼이 된다고요?" "어허, 직업에 귀천은 없는 법이요. 그리고 자세히 안 알아 봤나 본데, 내 가 이 브리시아에서 처음 2년간 한 일이 바로 낚시와 생선 장사라오. 그런데 그 난민 어쩌고 저쩌고 하는 스토리는 도대체 누가 퍼뜨린 거요?" 순간적으로 자신의 흐트러짐을 바로 잡고 다시 여유로운 푸근한 미소의 얼 굴로 되돌아간 페이 원이 대답했다. "그거야! 당연히 제가 퍼뜨린 거지요. 아아, 역시 기사이신 라딘님은 다르 구나! 하고 모두 감탄하고 있답니다. 공주님과 높으신 여러 분들께서도요. 특히 공주님은 거의 2년을 매일같이 라딘님의 정보를 요구하셔서 저희가 상 당히 곤란해 했을 정도니까요." 라딘과 페이 원은 서로에 대한 비밀 보장과 정보 제한 서비스를 영구 계약 한 상태이다. 공주가 아무리 원해도 함부로 라딘의 속옷 사이즈나 팬티 색 깔같은 라딘의 사생활을 알려 주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험,험, 아무튼, 이번에 내 친인들과 라딘 상회라는 상회를 하나 건립하기 로 했소. 이미 알겠지만, '아도'용병단의 수뇌부가 상회의 중요 요원들이요 . 그리고 여기." -슥- 라딘이 내민 것은 최고급 양피지에 보존 강화 마법이 걸린 한 장의 서류였 다. 그 서류의 맨 위에는 '지분 양도 인정서'라는 글씨가 써 있었다. "라딘 상회의 지분 5%가 이 서류를 가진 사람의 소유라는 것을 증명하는 서 류요. 평소 신세진 것도 많으니 이거라도 받아 주시오." 페이 원의 손이 초속 10cm의 속력으로 서류를 향해 나아가면서 그녀의 머릿 속은 400 megabyte/s의 속도로 맹렬이 회전을 시작했다. 그리고 나온 결론은 이 서류는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일단 받으면 매년 라 딘 상회가 벌어들이는 이익의 5%를 배당금으로 받게 될 것이다. 그리고 물론 자신이 지분을 가지는 이상 이 상회는 대륙 최대의 정보 조직 의 비호를 받게 될 것이고, 마찬가지 이유로 아마도 제국의 모든 최고 권력 자들의 비호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스트로 공작이라는 괴물은 절대로 적으로 삼아서는 안 되는 인물인 것이 다. 슈퍼 컴퓨터 '태백'의 분석력에 한번 크게 당한 그녀는 이미 눈 앞의 사람 을 비월전 조사 페이 룽에 비견되는 천재로 결론짓고 있었다. 그렇게 비월전 전주는 (주)라딘 상회의 지분 5%를 얻고 상회의 주주 중 한 명이 되고야 말았고, 정확히 58분 동안 페이 원과 한담을 빙자해 현재 수도 의 상황과 황제가 자신을 찾는 이유를 전해들은 라딘은 1천 골드짜리 루비 하나를 레이디의 미모와 친절을 위해 바치며 링크 백작가를 나와 용병단 숙 소로 향했다. 그날의 일과를 모두 마친 것이다. ---------------------------------------- 아아, 정략 스토리가 독자분들에게 어떻게 보이는지가 궁금합니다. 1) 재미없다. 그냥 넘겨라. 2)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 3) 정략이 유치하다. 4) 정략도 재미있다. 5) 이런것을 원했다! 앞으로 소설구성의 10%정도가 정략 스토리로 되어있거든요. 이걸 가능한 한 생략해야 하는가 마는가로 지금 고민중이라서 여러분의 의견을 구하고 싶 네요. 활극이나 전쟁쪽을 조금 더 강화 하는가? 아니면 그대로 틈틈히 배경과 정 략이 들어가야 하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리얼라이프의 사나이의 야망 시나 리오는 최대한 기름을 뺀 상태라서 더 이상은 빼기 힘들고요. 개인적으로는 모험 쪽을 더 많이 다루고 싶기는 한데, 그럼 스토리가 조금 약해질것 같아서 고민이네요. 그럼 진솔한 의견을 부탁드립니다. ------------------------------------------- 2-18 전쟁전야 많은 의견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격려에 힘입어 그냥 글가는 내로 쓰기로 했네요. 성원해 주신데 해 드릴 거라고는 연참 밖에 없네요.(물론 딱 한개) ---------------------------------------------------------------- 2-18 전쟁전야 새로운 아침이 찾아 왔다. 라딘이 로그아웃해서 밥을 먹고 온 사이 브리시아에서는 하룻밤이 지난 것이다. 일단 라딘은 은행에 들러, 자신의 방패를 대망의 7중 아다만타이트로 바꿔 장착하고(아직 아머는 무거워서 못 입는다), 아이템 정리를 끝마쳤다. 그래도 상급자를 만나러 가는 자리이니 마음과 의관의 정제가 필요한 것이 다. 아직 이른 새벽녘에 조용히 황궁의 서쪽 소문으로 나아간 라딘을 황궁의 집 사 중 한명인 그리아 남작이 안내했다. "폐하께옵서는 청룡의 집무실에서 경을 기다리고 계시오. 이른 아침부터 신 하를 알현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니 영광으로 생각하시도록." 라딘의 정체를 알았다면 절대로 보이지 않을 집사의 거드름을 라딘은 늙은 영감의 애교로 생각하고 친절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황제의 은덕을 칭송한 후, 자신도 익히 알고 있는 길을 조용히 따라갈 뿐이었다. 이윽고 청룡의 집무실에 도착하였다. "이렇게 소인을 불러 주시니 실로 황공무지로소이다." 라딘이 한쪽 무릎을 꿇고, 기사가 주군에게 드리는 인사를 하고 그 자세로 가만히 대기하였다. 집사가 나간 후, 황제의 손짓에 따라 양 옆의 철갑옷 덩어리 2명도 나가고 두 사람이 남았을 때, 황제는 친히 자리에서 일어나 라딘을 일으켜 세우며 그의 어깨를 가볍게 잡고 말했다. "그대는 나의 충성스러운 신하요. 고결한 의지의 소유자로다. 내 그대의 지 난 행적을 모두 보고 받았소. 그대와 같은 은자가 이 브리시아에 나타난 것 은 모두 빛의 신 샤이아의 은총임에 틀림없소." 보통 사람이라면 이럴 때, 감격에 몸을 떨고 황제에게 재차 충성을 맹세 했 으리라. 그러나 라딘은 오히려 화가 나는 것을 느꼈다. '아니, 이 꼬마가 내가 풀어 준지 얼마나 됐다고 이렇게 삭은 거야? 벌써부터 [철면아부신공]을 연성하고 있다니! 이놈아! 어린 놈이 솔직하고 순진한 구석이 있어야 어른들이 좋아하는 거 몰라? 그냥 부탁 할 거 있으면, 사부! 도와주시오. 이러면 되잖아. 에잉~, 세상이 어지러워서 애들이 나쁜 버릇만 빨리 배운다니까......' 황제의 누나에게는 차마 여자이자 자신의 잠정적 애인이라 불평을 가질 수 없었던 라딘은 아칸 1세마저도 황제로서 자신의 길을 걷기 시작하자 약간 열이 받았던 것이다. 물론 자신이 순진한 애들에게 일 떠넘기기, 아부하기, 자신에게 관대하고 타인에게 엄격하기 등등의 인간 행동의 심리적 이해에 관하여 아주 좋지 않 은 영향만을 골라서 끼친, 주요 공해 인간이라는 것은 절대로 인정하지 않 았다. "황공하옵니다. 폐하, 그러나 소신은 이미 폐하의 곁을 떠나 다시 은거의 신분으로 돌아간 몸, 어찌하여 그런 소신을 다시 찾으셨습니까? (얌마! 계약기간 끝나고 떠난 사람을 왜 불러? 귀찮게) 황제인 자신의 [철면아부신공]조차 전혀 통하지 않자, 역시 고결한 은자답 게 성격이 더럽다고 속으로 투덜대면서 황제는 다시 부드럽게 말했다. "그대의 약속을 내 잊거나 무시하는 것이 아니오. 그러나 지금 짐이 결정해 야 하는 것은 수십만의 생명과 생활이 걸린 일, 황제이지만 아직 스무 살도 안 된 짐에게는 약간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소. 내 이 자리는 그대를 신하로서가 아니라 스승으로서 조언을 구하기 위한 것 이니, 아직 어린 제자를 위하여 지혜를 나누어 주기를 간청하는 바이오." "황공하옵니다.(그러게 처음부터 그렇게 알아서 기면 좋잖아, 히죽)" 이렇게 재차 펼쳐진 황제의 [철면아부신공]에 넘어간 라딘은 기분이 좋아져 서 그의 설명을 천천히 경청하였다. 황제가 지금 결정해야 할 일이란 다름 아닌 '바이가스의 완정 정복'이라는 역사에 남는 대업으로, 쉽게 말해 바이가스를 침략하여 완전히 그 나라를 잡아먹겠다라는 이야기였다. 사실, 3년 전, 파스트 제국에게 자국의 최고 식량 생산지인 유로카 평원을 빼앗긴 바이가스는 그 후 3년에 걸쳐서 급격한 국력의 쇄퇴를 가져 왔고, 올 해에는 흉년까지 겹쳐서, 대부분의 백성이 굶어 죽어가고, 대규모 난민 과 폭동마저 발생하고 있을 정도였던 것이다. 반면에 한번의 전쟁으로 식량 생산량이 1.8배로 늘어난 파스트 제국은 전 국토의 1백만 군세를 150만으로 증강하고도 식량에 여유가 있어, 올해의 흉 년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전쟁을 치를 수 있는 비축 식량이 남아 있는 것이 다. 이번 정벌에서 저 300년 이래의 숙적 바이가스를 완전 정복하여 파스트 제 국에 합병 시킬 수 있다면, 아칸 1세는 건국왕 이래의 성왕으로 국민에게 인정받을 수 있으리라! "그러나, 역시 한나라의 운명을 결정하는 대 전쟁이라서 일이 단순하지 않 다는 것 아니겠소?" 잠시 옆에 있는 음료수를 한 모금 마시며 휴식을 취한 황제가 이야기를 재 기하기 시작했다. 제국의 남부에는 과거 바이가스, 파스트와 더불어 동대륙 3대 강국이라고 불리우는 레디안 왕국이 있다. 남부의 정글과 바다의 다도해에서 자라 난 거친 전사들과 뛰어난 마법사를 고루 소유한 그 나라는 군사, 사회, 예술 삼박자를 고루 발전시킨 강대국이 다. 그런 전통적인 강대국 레디안은 3년 전, 드디어 3대 강국의 균형이 깨지고, 파스트가 제국을 선언, 동대륙 최고의 대국임을 선포했을 때부터 심히 배 가 아팠던 모양이다. 그리고 이제 바이가스가 완전 점령당하면, 파스트의 국력은 흔들릴 수 없는 거함의 그것이 되고, 그 후에는 자신의 왕국이 위험해질 지도 모른다는 지 극히 상식적인 판단도 내리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지금 바이가스가 쇄락의 위기에 빠졌을 때, 순망치한의 도리를 내 세워 동맹의 사자를 보내려 한다는 정보가 '라르고의 눈'을 통해 파스트 왕 국에 들어 왔다는 것이다. "그렇게 두 왕국이 동맹을 맺게 돼서 남, 북 양쪽으로 전쟁이 일어나면 심 히 불편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 짐의 생각이오. 스승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의견이 있으면 허심탄회하게 말씀해 주시기를 요청하는 바이오." 어제 링크 백작 부인의 정보대로라는 것을 확인한 라딘은 속으로 역시 전문 가는 틀리다는 생각을 가지며, 밥을 먹으면서 생각한 결론을 말하기 시작했 다. "폐하, 사실 양 국이 손을 잡는 것은 막기가 힘든 상황이옵니다. 그러나 저 바이가스는 이미 왕국이라고 부르기도 힘든 무정부 상태, 폐하의 정예군이 델로스 공작의 총 지휘 아래 100만정도의 군세로 진공해 들어간 다면, 적어도 3개월 안에는 왕성을 함락하여, 다시 6개월이 지나면 바이가 스의 전 국토는 완전히 우리 파스트의 손에 들어올 것입니다. 문제는 이 9개월 간, 어떻게 레디안의 침략을 막는가 하는 것이지요." "스승의 말이 심히 맞소이다. 어떤 수가 있겠소?" 아칸 1세의 머리가 약 10cm쯤 앞으로 나왔다. 자신의 스승의 의견에 집중하 겠다는 의사표명이다. "소신이 과거, 폐하에게 주청한 정책을 폐하께서 크나큰 은덕으로 받아들이 시어 시행하셨습니다. 이에 우리 파스트 제국에는 30만에 달하는 수많은 이 계인들이 생활하고 있는 실정이옵니다. 그리고 그들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10만의 인원이 현재 레벨 100을 넘어서 일반 정예병이상의 능력을 보이고 있사오며, 약 2만의 이계인은 레벨 200 을 넘어서 기사급이나 전업 마법사의 능력을 보유하고 있사옵니다. 이제 폐하께오서 각각의 이계인 용병단에게 충분한 보답을 약속하시어 그들 을 남부의 국경에 배치시킨다면, 현재 있는 50만의 국경 수비군과 더불어, 충분히 70만에 달하는 레디안의 군세를 막아낼 수 있을 것이라 사료 되옵니 다. 단, 그들은 항상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상급 플레인 어스의 일과도 있기 때문에, 근무지 이탈죄와 같은 기존의 군대에 적용되는 몇 가지 규율을 고 쳐, 특별 이계인 용병대용 군율을 적용 할 필요가 있사옵니다. 여기 소신이 생각해온 이계인 용병대 용 군율이 있사오니 참조 하시옵서소. 그들은 비록 생활의 반 이상을 이계에서 보내야 하는 몸이지만, 보수만 충 분하면 목숨을 아끼지 않는 용맹한 자들이오니, 계속해서 이동해야 하는 공 격에는 조금 문제가 있어도 한자리에 진을 치고 방어하는 데에는 충분히 자 신들의 역할을 해 낼 수 있을 것이옵니다." "오오! 이계인이 이미 그렇게 성장하고 있었다니 짐이 미처 몰랐구려. 역시 그대와 같은 대현자를 만난 것이 이 파스트 제국의 가장 큰 축복임에 틀림없소." "황공하옵니다. 그리고 소신이 이번에 동쪽 지방을 여행하던 중에 만난 자 들 중, 저 미르던 산맥의 산적두목 트루먼이라는 자가 있사온데......," 황제의 고개가 약간 갸웃하며 얼굴에 의문의 표정이 서렸다. 열심히 전쟁 대책을 말하다 갑자기 왠 산적 이야기가 나오냐는 표정이었다. "그 트루먼이라는 자는 미르던 산맥 일대의 산적의 대두목이라고 할 수 있 는 자로서, 그의 부친은 과거 선선대 국왕폐하의 치세시절 저 카스트로 대 공의 음모에 말려 역모로 가문을 멸문당한 파르시아 백작가의 유일한 생존 자이옵니다. 소신이 보기에 비록 그가 대공의 손을 피해 스스로의 몸을 더렵혀 산적으로 떨어졌지만, 아직 그의 마음속에는 제국에 대한 충성심이 남아 있사오니, 폐하계오서 성은을 내리시어 그의 작위를 복위하시고, 미르던 산맥일대의 버려진 지역을 정식으로 영지로 하사하시기를 청원하옵니다. 아마도 그는 차후, 동부일대의 개발에 크나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되옵니다. 그리고, 지금은 어차피 한사람의 병사도 아쉬운 시기! 저 산적왕 트루먼은 뛰어난 전사이니 그을 거두시어 과거의 죄업을 씻는 의 미에서 남부 국경 수비군에 참가를 명하신다면, 그와 그의 부하들 3천여명 은 하나같이 산악전에 익숙한 자들이라 필히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되오니 폐하께서 은총을 내리시기를 간청 하옵니다." '훗, 아저씨 저는 밥값은 했어요. 황제에게 직소까지 했으니 이보다 확실한 상소는 없을걸요?' 역시 (주)라딘 상회의 공인 제일 투자자 트루먼의 호의가 라딘의 마음속에 한줌의 부담으로 계속 남아 있었던 것이다. "오오! 경의 몸은 황궁과 짐을 떠나 있으나, 경의 마음은 여전히 이 제국을 보살피고 있구려. 그런 인재를 천거하다니! 알았소. 경이 모처럼 인재를 추천했는데 내 어찌 무시할 수 있겠소. 하물며 그가 선선대 국왕 시절 왕가에 충성을 바치다 대공에게 제거당한 충 신의 후손이라면 내 그에게 친히 사죄하지 않으면 안 될 터, 앞으로도 그런 자를 발견하면 머뭇거리지 말고 짐을 위해 천거해 주시기를 부탁드리겠소, 태사." 그렇게 트루먼의 복위와 영지문제까지 일사천리로 해결한 라딘은 황제와 더 불에 전쟁 시작시기를 현실에서 학교들이 방학을 시작하는 3개월 후로 합의 보았다. 또한, 그 전쟁의 남부 방위군에 자신이 직접 참가하여 이계인 용병을 대책 으로 내세운 자신의 발언에 책임을 지겠다고 선언하여 황제를 다시 한번 감 동 시켰다. 그렇게 공적인 상담이 끝난 후에 황제가 물어보는 라딘의 그간 행적에 대하 여, 그는 자신이 직접 살펴본 동부 지역의 실태에 대해 약 2시간에 걸쳐 여 행담 방식으로 설명하였다. 물론 그 내용은 동북부 전반에 펼쳐진 와이번 황야의 위험성과 그에 따른 동쪽 방면 미르던 산맥 기슭에 있는 광산지역(현재 유일하게 개발된 지역) 의 한계성, 그리고 트루먼에 의한 하피계곡의 변화에 걸쳐 그에 따른 동부 해안 레테해까지의 안전이동경로의 확보, 그리고 차후 레테해를 이용한 서 대륙과의 신 무역로 개발 가능성까지 빈틈없이 표시 안 나게 황제의 무의식 속의 공간에 심어 놓는 것을 진짜 목적으로 한 것임을 의심할 여지가 없었 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다시 현실에서 1학기 기말 고사라는 하나의 관문이 끝난 후, 여름방학의 시작과 더불어 브리시아 세계의 동 대륙에서도 본격적 인 전운이 감돌기 시작하였다. -------------------------------------------- 황제가 태사가 아니라 스승으로 칭하고 존대말을 쓰는 아스트로 공작의 숨 은 권력의 힘은? 이제 드디어 전쟁 스토리가 나가는 군요. 하지만 전쟁이라고 전술이나 전략이 광대하게 펼쳐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한 에피소드에 불과할 뿐이지요. ------------------------------------------- 2-18 전쟁전야 브리시아의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왔다. 3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크로키(유진철의 캐릭)는 드디어 레벨 200을 달성하 여, 2차 직업으로 전업을 하게 되었는데, 그는 신기하게도 원소 마법사가 아닌 환술사를 선택하여 사람들의 의문을 끌어내었다. 환술사는 언데드나 골렘같은 마음이 없는 마물이나, 마인드 바리어 같은 기 술이 있는 고위 무사 계급에는 거의 효력을 발휘 할 수 없는 절름발이 마법 사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유저가 기피하는 직업이었다. 그러나 그의 설명에 의하면, 자신은 던젼(마굴)탐사나 마물퇴치보다는 사람 을 상대로 마법을 더 많이 사용하게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대미지 위주 의 원소 마법사보다, 인격체의 정신과 시각에 영향을 미치는 환술사를 골랐 다는 것이다. 또한 단순히 대포 역할의 원소 마법사보다 활용이 까다로와도 다채로운 전 술을 구사할 수 있는 환술사가 자신에게 맞다는 이유도 있다고 한다. 라딘은 그동안 수도에서 길드원들과 열렙을 하는 한 편, 착착 자신의 사업 을 전개해 나갔다. 일단 델로스 공작과 뮬러 공작을 만나서 자신이 상회를 열었음을 알린 후, 역시 그동안 신세진 보답이라며 5%의 지분을 인정하는 양도서를 건내었다. 물론 아스트로 공작과 얼굴을 붉힐 마음이 추호도 없는 두 공작은 웃으면서 반갑게 그것을 받았고, 이로써 (주)라딘 상회는 군부와 재무부의 은근한 비호를 받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후 추진한 사업이 운송회사의 설립이었다. 라딘의 조사에 의하면 과거 1차 바이거스 정벌 때 이용한 수레와 짐말들 중 , 처음에 각 로얄 나이트의 가문에서 개개인으로 구입한 것들은 대부분 그 때까지 로얄 가드들의 가문에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다. 이에 라딘은 델로스 공작의 소개서를 가지고 그들 가문을 방문하여, (주)라 딘 상회의 운송 사업부에 그들의 재산인 수레와 짐말을 이익금의 절반을 그 들 가문에 지급하는 조건으로 임대 해 줄 것을 요청, 새롭게 수도 운송 사 업을 장악할 수 있었다. 그 당시 카스트로 대공파의 이목을 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운송 사업을 가장 하기 위하여 만든 조직과 인원이 아직 완전히 없어지지 않고 살아있는 것이 다. 그런 그들을 다시 규합하는 작업은 파스트 제국의 상급기사들의 비호를 받 는 라딘으로서는 쉽다면 쉬운 일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차후 동대륙 최대의 택배 회사인 (주)라딘 운송이 탄생하였다. NPC 사원수는 약 300명, 아직은 수도 근교의 운송업을 주로 도맡아 하지만, 머지않은 미래에 동부 해안으로 이어지는 무역로의 정기 운송을 담당하는 대형 운송회사로 성장하게 되리라 예상되고 있었다. 라딘의 공식적인 첫 회사인 것이다. --------------------------------- 그리고 마침내 4월이 되었을 때, 황제의 칙령이 대륙을 뒤흔들었다. 파스트 제국의 위대한 황제 아칸 1세는 작년의 흉년에 의해 굶주리고 있는 자국의 백성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아직도 공포의 신을 신봉하고 공포정치 를 포기하지 않는 바이가스의 왕과 그 신하들을 세상의 적으로 공표하고, 3 개의 빛의 신의 신전의 지지를 얻어 드디어 파스트 제국력 4년 4월에 바이 가스 정벌전을 선포했다. 그에 따라 동대륙의 모든 중,소 국가는 긴장의 침을 삼키고, 각각 자신의 국익에 따라 파스트와 동맹을 하기도 하고, 남부의 강국 레디안에 의지하기 도 하는 등 살아남기 위한 필사의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레디안 왕국은 이에 평화로운 동대륙을 힘을 앞세워서 전쟁의 재앙에 휩싸 이게 하는 파스트 제국을 성토하고, 바이가스 왕국과의 동맹을 선포, 자국 군 100만 중 수비군 30만을 뺀 나머지 70만 전군을 동원하여 파스트 제국을 공격할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왜 아칸 1세와 라딘이 작년에 흉년이 든 올해의 봄을 정벌 시기로 잡았겠는가? 미리부터 부지런히 식량을 비축한 파스트 제국은 100만을 1년 간 유지할 군량이 비축되어 있다. 그러나, 레디안 왕국은 70만을 3개월 유지할 식량도 없는 것이다. 즉, 말이 70만이지 사실 상 장기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군대는 10만이나 20 만에 불과하다는 것이 파스트 제국 국제 정세 분석과의 분석결과였다. 그 분석결과에 의하면 올해 추수가 될 무렵인 9월에는 이미 무정부 상태에 가까운 바이가스 왕국의 왕성의 함락을 완수하고, 주둔군과 지방 정벌군 50 만 정도를 남기고, 50만 군대는 철수를 완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9월부터는 추수를 통해 레디안 왕국이 식량을 확보하여 총 군세로 침략해 온다고 해도, 기존의 방어군 50만과 합류하여 합계 100만의 군세로 막을 수 있다는 계산이 서 있는 것이다. 잘만 하면, 역공세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의견도 나오고 있지만, 라딘은 전쟁의 장기화와 목적의 이원화는 좋지 않다는 의견으로 황제의 폭주를 막 았다. 그로서는 전통 있고 강력한 레디안 왕국은 그렇게 단순히 기세를 통한 전쟁 으로는 제압하기 힘들다는 판단이 서는 것이다. 또한, 전쟁이 길어지는 것 보다 영토 확장과 자국의 발전을 균형 있게 실행 하여야 제국이 진정으로 강해질 수 있다는 의견을 황제에게 말했고, 황제는 역시 태사의 안목이 대륙을 덥는다고 다시 한번 [철면아부신공]을 펼치며 라딘의 의견에 동의했다. 물론 라딘의 심중에는 전쟁보다는 빨리 동부 해안 5개년 계획이 실행되어 자신의 사업이 번창하기를 원하는 마음이 있었다는 것을 부인하기 힘들다. 그렇게 대륙의 군세는 급격히 이동을 시작했고, 델로스 공작을 총 사령관으 로 한 파스트 동맹군 120만은 바이가스 국경을 향해 출발했다.(20만은 동맹 군) 그리고 황제의 칙령에 의하여 막대한 보수를 약속받은 이계인 용병단들은, 이 기회에 국가 공적치를 올려 귀족으로 승급하기 위한 자들과 매직아이템 과 돈을 원하는 자들이 모두 참가하였다. 물론 그들 중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학생들은 방학이라는 최고의 휴식시간 을 투자하여 6개월에서 9개월간의 방위군 참가 계약서에 사인을 하게 된 것 이다. 그리하여 그 총수는 무려 7만, 레벨 200~300대의 기사급 이계인만 해도 5천 명 이상이 참가하여 13개의 레디안 국경 방위 성채의 방위군에게 든든한 아 군이 되었다. 라딘이 속한 용병단 '아도'도 물론 방어군에 참가하였다. 도끼바바를 임시 대장으로 하여 기사급 56명을 포함한 총 136명의 정예부대 로서 그들은 다른 길드에 비하여 평균 레벨이 상당히 높았기 때문에 특수 유격 독립대라는 부대 분류와 함께 상당히 좋은 계약을 할 수 있었던 것이 다. 1개월이 지났을 때, 라딘의 연락을 받은 트루먼 폰 파르시아가 2천명의 부 하들을 이끌고 와서 황제를 알현하고, 정식으로 작위와 영지를 하사 받았다 . 새로 백작이 된 트루먼이 자신과 자신들의 부하들의 죄를 사하여 주신 황제 의 은총에 감사하며, 방위군에 참가하게 되었다는 것은 세월이 흐르는 것과 같이 당연하다고 할 것이다. 물론 자신이 백작가의 후계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애니는 라딘에게 반항했 다. 귀족의 영애인 자신이 종자같은 직업을 가질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라딘의 마수를 벗어나기에는 애니의 능력이 아직 모자랐다. 라딘은 애니에게 높이 15cm의 하이힐과 둘레 56cm의 강철 코르셋을 포함한 드레스 풀셋을 7일간 입는 '벌'을 내렸고, 7일 후 걷지도 못할 정도로 고생 한 애니는 죽어도 귀족 영애는 안 할테니 제발 계속 종자로 있게 해달라고 라딘에게 애원했다. 이 이야기는 소란스런 전쟁 전야에 묻힌 조그마한 소동일 뿐이었다. 그리하여 레디안 총군 70만이 파스트와의 국경에 집중 배치될 무렵, 이계인 용병 7만을 포함한 파스트 방어군 57만은 효과적으로 13개의 성채를 이용 한 방어진을 구축할 수 있었다. 그렇게 동대륙의 대륙 전쟁은 시작되었다. ----------------------------------------------------- 레디안 왕국의 군세는 기존 90만+동맹군 10만+ 이계인 용병대 2만정도입니 다. 대충 100만이라고 썼는데, 나중에 조금 수정해야 할 것 같네요. ------------------------------------------- 2-19 중부의 호랑이 2-19 중부의 호랑이 델로스 공작의 120만 대군이 열심 히 바이가스 왕국을 잡아먹고 있을 무렵, 대 레디안 방위군 총 사령관으로 임명된 디젤 후작은 머리를 싸매고 참모들과 의논을 하고 있었다. 일단, 수도에서 전체적인 방어 전략은 완성되어서 효과적으로 실행된 상태 라고 할 수 있다. 일단 방어 전략에 따르면, 13개의 성채는 모두 유기적으로 연합하여 만약 레디안군이 70만 대군을 한군데로 모아서 진격해 온다면, 3개의 성채의 군 세가 그들을 막아 시간을 끌고, 그 사이에 나머지 10개의 성채 중 5개의 성 채의 병사가 뒤를 돌아 그들의 후방을 공격할 수 있게 되어있다. 만약 그들이 쌍두사의 진격경로를 선택한다면, 이쪽은 3대 7로 나누어진 군 세로 3의 군세는 레디안의 한쪽 군대를 방어, 다른 7의 군세는 다른 한쪽 군대를 역격으로 대처할 것이다. 즉, 70만과 57만이라는 군대의 수자 차이라는 것은 공격은 힘들어도 방어 하는 데는 지장이 없다는 계산이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막상 전쟁이 시작되고 보니, 레디안 군은 놀랍게도 자신들의 군세 를 5만씩 14개로 나누었다. 그리고 그렇게 나눈 군세를 각 성채의 5일 거리에 대기시키고, 5만의 후방 지휘군을 남긴 채, 현재 디젤 후작이 지키는 칼디안 성채에 선봉 5만의 군 대가 진격해 오고 있다는 보고가 들어 온 것이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가는 전략이라고 할 수 있겠다. 70만의 군대를 그렇게 여러 개로 나누어 단지 5만만을 운용한다는 것은 상당히 위험할 수도 있는 전략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델로스 공작의 추천으로 참군 참모로 참가한 라딘은 대충 그 전략의 의미를 짐작하고 있었다. 레디안 군은 역시 식량이 모자란 것이다. 아마도 지금 대기하고 있는 대부 분의 군대들은 식량을 자급자족 하다시피 하면서 아군의 빈틈을 노리고 있 을 것이다. 전면전이 시작되서 70만 대군 전체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그들은 3개월이면 굶주린 군대가 될 수 밖에 없다. 즉, 빈틈을 노려 아군의 허점을 파고들어 3개월 안에 이 파스트 제국 방어 군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지 않으면 오히려 그들이 무너질 위험이 있는 것이 다. 앞으로 추수 시기까지는 6개월, 그들은 5만 단위의 군대 운용으로 식량을 아끼며 아군의 군세를 무너뜨리기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그리고 결국 그들의 승부처는 방어군 총 사령관이 있는 이곳 칼디안 성채일 것이다. 다른 성채가 지원을 보내지 못하도록 근거리에 자신들의 군대를 배치하고, 물론 그들은 알아서 식량을 조달하면서 버티게 하면서, 5만의 선봉과 5만 의 중앙 지휘군으로 이 칼디안 성채를 공략하려는 것이다. 라딘은 그가 짐작한 사실을 사심 없이 디젤 후작에게 얘기했다. 그리고 그의 의견을 들은 디젤 후작은 크게 웃으며 자신만만하게 소리쳤다. "후하하하, 식량이 모자라다는 말이지! 이 전쟁은 시작하기도 전에 이긴 셈 이군. 5만이라! 좋아! 우리 성채의 방어군은 8만, 후방군 5만이 도착하기 전에 역격한다면 적들은 손도 못쓰고 무너지는 셈이로군. 다수의 군대를 맞이하여 성에서 초라하게 농성할 것만 생각했었는데, 국지 적인 군세의 우위라니, 이것이야말로 위대하신 샤이아 신의 가호가 이 디젤 에게 내린 증거가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제군들, 우리는 바로 출격하여, 국경의 메기아 평원에서 그들의 선봉군 5만 을 역격하도록 합시다. 보고에 의하면 레디안군의 후방 지휘군은 그곳에서 10일 거리에 있다고 하니, 앞으로 이틀을 전진하여 그들의 선봉군과 결전을 한다면, 그들을 각개격파 할 수 있을 것이오. 서두릅시다. 괜히 그들이 선봉군과 합류한다면, 우리는 8만으로 10만을 상 대하여야 하오. 물론 우리 파스트의 정병들이라면 8만으로도 저 간악한 레 디안 군 10만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것이지만, 황제폐하의 소중한 병사 를 크게 희생시킬 우려가 있으니 역시 수의 우위를 지켜서 각개격파 하는 것이 좋을 것이오." '음, 괜히 말했다가 야전까지 하게 생겼네, 그냥 성안에서 놀고먹으면서 조 금씩만 거들라고 했는데, 쩝.' 이미 배는 떠난 셈이라, 라딘의 마음속의 불평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고, 그날로 칼디안 성에 대기하던 중앙 방어군 8만은 메기아 평원으로 진군을 시작하여, 2일 후, 마찬가지로 메기아 평원까지 진격해온 레디안 선봉군 5 만의 군대와 대치하기에 이르렀다. 5만의 레디안 군대와 8만의 파스트 군대가 진을 형성하고 대치하고 있는 메 기아 평원에는 신기하게도 죽음과 같은 적막이 흘렀다. 서로 물러설 수 없 는 일전이 곧 벌어진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양군의 긴장은 점점 고조되었다. 그러던 중, 적의 진 한 가운데의 방패망을 지나서 한 사람의 기사가 말을 타고 나왔다. 검정색의 풀 플레이트 바딩(말 갑옷)을 씌운 말인지 하마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의 거대한 전투마에, 그런 말이 오히려 왜소해 보일 정도의 거구의 몸 집을 한 기사였다. 한 손에 2m가 넘어 보이는 할버드를 걸치고 있는 그 기사의 등장은 우리 편 의 사기에 별로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음이 확실했다. 조용한 긴장감이 흐르는 가운데, 이윽고 양 진영의 중앙에 멈춰선 그 기사 가 소리쳤다. "나는 레디안의 흑풍 기사단 단장 다리알이다! 파스트의 들쥐 새끼들 중에 감히 나와 맞서서 싸울 수 있는 자가 있느냐! 내 나의 이 애창 '가리온'의 공격을 다섯 번만 막아 내도 너희의 용맹을 인정하여 살려서 보내 주겠다!" -웅성 웅성- 아군의 진형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흑풍 기사단의 살인거인 다리알이다." "몰살 기사단의 살인기사......" 레디안에는 수 많은 기사단이 있다. 그러나 그 중 가장 대륙에 악명을 떨치고 있는 기사단은 황궁 근위 기사단 인 금응 기사단도 아니고, 사막전의 최고 정예로 이름 높은 적랑 기사단도 아니다. 100년 전, 레디안의 폭군 카르스 2세가 자신에게 반역하는 자를 가장 잔인 하게 제거하기 위해 창단한 파멸의 기사단, 바로 흑풍 기사단이다. 카르스 2세가 말년에 그의 손자에게 왕의 자리를 빼앗겨 비참한 최후를 마 치고 다음 왕인 마이오스 3세가 즉위하였을 때, 신기하게도 그들은 해체되 지 않았다. 흑풍 기사단은 의외로 그 폭력성과 잔인함 의외에는 욕심이나 명예욕 등도 없이 오히려 타 기사단에 비하여 왕가에 대한 충성심이 강했고, 또한 그들 이 수 십년 동안 쌓아 올린 그 저주받을 공포의 명성은 왕의 권위의 강화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마이오스 3세는 오히려 그들 흑풍기사단을 강화하기 에 이르른 것이다. 그들은 주로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은 죄인과, 불명예로 기사의 자격을 빼앗 기고 기사단에서 쫓겨난 자들로 구성된다. 즉, 실력은 인정받아도 성격이나 신분에 문제 있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오직 왕가에 대한 충성심만을 의무로 가지는 그들은 레디안 왕국에서 왕의 직속 기사단으로 굉장한 권한이 보장된다. 자신의 포악함을 살리는 데에 지 장이 없을 정도로, 그리고 그만큼 위험한 일이나 세상에 손가락질 받을 더 러운 일에 투입되는 것이다. 그렇게 각종 반란 진압, 타국과의 전쟁에서의 선봉 등을 도맡아 수행 해가 며, 흑풍기사단은 지금 대륙 최악의 기사단의 명성을 확고부동한 것으로 굳 히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대대로 가장 강한 자가 단장을 맡는 흑풍기사단의 현 단장이 바로 저 신장 2m 20의 천하장사, 레벨 800대의 살인거인 다리안이었다. -------------------------------------------- 이제 겨우 2장의 중반으로 접어들었군요. 마음은 벌써 3장에 가 있는데, 작 업량을 늘려서라도 빨리 진행시키고 싶은 욕망이 하루에도 몇번씩 생기는데 현실이 용납하지 않네요. 일단 이번에 쓰는 부분은 전쟁의 묘사가 들어갑니다. 산만하거나 진행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주의했습니다만, 이상하 거나 재미없는 부분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은 날카로운 지적 부탁드립니다. 음, 그리고 지금 원본의 리메이크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계획은 100회 연재와 함께 리메이크 한 부분을 앞에 다시 올릴 계획이고요. 일단은 리메 연중은 계획에 없습니다. 100회 정도 연재가 쌓여서, 선작과 조회수가 어느정도 된 상황에서 리메로 단번에 부상해 보겠다는 소박(?)한 꿈이 있습니다. 하하. 여러분들의 많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꾸벅) ------------------------------------------- 2-19 중부의 호랑이 ---------------------------------------------- "으음, 헤리온 공작님이 직접 오시기 전에는 저 살인마를 막기 어려울 것 같소." 상당히 말하기 껄끄러운 듯 목에서 걸리는 목소리를 겨우 내면서 대장군 디 젤이 말했다. 지휘부의 분위기가 더욱 무거워 졌다. "흥, 저 덩치만 큰 곰이 얼마나 대단하다고 여러 장군들이 이렇게 겁을 먹 는지 모르겠소! 내가 나가서 저놈의 목을 베어 오리다!" 서부의 맹장 가스티스가 나섰다. 190m를 넘는 키에 자신의 키 만한 투 핸드 소드를 한손으로 풍차처럼 휘두르는 그는 아직 헤리온 공작이외에는 자신 보다 강한 인간이 없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오오! 가스티스 장군! 그대만이 희망이오! 어서 가서 저 기사라고 부르기 에도 부끄러운 살인마의 목을 베어오시오. 그럼 이 전쟁의 승부는 끝난 것 이라고 봐도 될 것이오!" 레벨 700대의 가스티스 장군이라면 어쩌면 이길 수도 있다고 생각한 디젤 후작이 얼른 그의 사기를 진작시키며 재촉했다. 사실 가스티스야 말로 레디 안과의 일기토 용 비밀병기로 황제가 안배한 맹장 아니겠는가! 군대 지휘능력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가스티스지만, 이런 쪽에는 신뢰 가 가는 것이다. "그럼, 5분 이내에 저놈의 목을 가져오겠소!" 자신의 전투마에 타서 성직자와 마법사의 축복과 강화 마법을 받으며 자신 있게 선언한 가스티스가 먼지를 일으키며 돌진을 시작했다. 지휘부의 한쪽 구석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는 라딘의 마음은 솔직히 불안했 다. '음, 레디안이 겨우 5만의 군세로 이 파스트 제국의 국경을 넘었다길래, 이 쪽을 만만하게 보는 것이 아닌가하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군, 오히려 당한 것은 우리 쪽이야. 우리 쪽 군세는 약 8만, 충분히 숫자로는 유리하다고 할 수 있지만, 흑풍기 사단을 비롯한 정예가 숨어있었던 것이군. 우리가 유인당한 셈이야. 어쩌면 그들은 5만으로 우리 8만을 유인 섬멸하여 지휘부의 괴멸을 노리고 있는 것일 지도 모르지. 그렇다면 그쪽에는 상당한 전략가가 있다는 얘기가 되는군. 이 싸움, 상당히 불리해 질지도......, 저 다리알이라는 놈을 이기는 자가 없을 경우, 우리는 이곳에서 미련 없이 후퇴해서 농성이나 산악 유격전 같 은 지리를 이용한 국지 소모전을 하지 않으면 틀림없이 패하고 말거야.' 라딘의 머리속에서는 전면전은 필패라는 계산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양 진영이 긴장해서 지켜보는 가운데, 드디어 두 맹장이 맞붙었다. 먼저 공격을 시도한 것은 돌격하던 속력을 이용하여 [차지]와 함께, 그대로 자신의 필살기를 사용하는 가스티스였다. 제자리에 서 있는 다리알로써는 [차지]를 맞받을 수 없을 터이니, 피하거나 흘리는 그에게 다시 한번 강력한 일격으로 중심을 흐트려뜨려서 낙마 시키 려는 속셈인 것이다. "[차지]!, [팔진 강룡섬]!" 돌진하는 말위에서 갑자기 3m가 넘어 보이는 투 핸드 소드의 그림자가 8개 나타났다. 바로 무게 200의 초 대형 중병기인 투 핸드 소드를 순간적으로 8 번 찌르는 사기성 최상급 검기인 [팔진 강룡섬]이 펼쳐진 것이다. -와~~아!!!- 파스트 군의 진형에서 환성이 일어났다. 그러나, "훗, [대진파]! 죽어랏! [ 광신단]!" -쾅!!!!!, 슈각- 가만히 서있던 다리알이 갑자기 할버드를 옆 땅에 박아서 앞으로 휘둘렀다. 그러자 놀랍게도 지름 2m정도의 땅덩이리가 파여서 통째로 가스티스의 앞다 리를 향해 날라가는 것이 아닌가! 원래 [차지]란 기술은 공격력에 무게가 추가되는 장점에 비하여, 방어력과 회피력이 감소되는 단점이 있는 것이다. 미처 피하지 못한 가스티스의 전투마의 앞 몸뚱이가 뭉그러지며 위로 튕겨 졌다. 물론 말위에 타고 있던 가스티스의 몸은 그 위로 튀어 올랐고, 중심을 잃은 그에게 보내진 다리알의 선물은 애마와 함께 뛰어오르며 펼쳐진, 최고급 필살기 중 하나로 알려진 일도양단 형 최상급 스킬인 [광신단]이었다. -와~아, 다리알 장군 만세- 다리알의 할버드가 두배로 늘어나면서 핏빛 강기에 휩싸여 1m가 넘어 보이 는 할버드의 도끼날이 허공에 떠 있는 가스티스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양단 한 것이다. 상대의 중심을 잃게 한 후 필살기로 급소를 노려 크리티컬을 유도하는 최고 의 전투센스에 레디안 군은 광란의 환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사기가 만땅으로 오른 것이다.(물론 사기 수치는 숨겨진 수치입니다) "크하하하하! 어리석은 돼지들아! 너희의 빈약한 [차지]는 이 다리알 님에 게는 통하지 않는다. 보았느냐! 나의 비장기술인 [대진파]의 위력을!" -씨잉- 죽음과 같은 적막이 파스트 군의 진형을 뒤덥었다. 파스트 병사들은 조금 있으면 시작될지도 모를 저 악마의 화신 같은 거인의 돌격을 상상하며 떨기 시작했고, 지휘부도 역시 이 전쟁의 승리는 참으로 어려운 것이라는 판단 이 자꾸 머릿속을 잠식 해 들어가는 것에 괴로워하며 억지로 생각을 지우려 고 노력하는 중이었다. 기사의 나라인 파스트 제국은 대부분의 기사가 [마상돌격기술], 즉 [마상전 투술]을 익혀서 [차지]를 익힌 훈련된 전투마의 돌격과 더불어 마상에서 동 시에 펼쳐지는 가문 전래의 비기가 그들 대부분의 비장의 수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제 [차지]의 약점을 정통으로 찌르는 기술이 나타난 것이다. 그 것도 적성국가의 선봉장에게서 말이다. "저 맹장 가스티스 백작마저도 안 되다니, 이 일을 어떻게 하면 좋단 말이 오?" 디젤 후작의 한탄에 한 사람의 늙은 숙장이 나와서 조심스럽게 의견을 내놨 다. 40년을 국경에서 보냈다는 베테랑 기사인 미리안 남작이었다. "이곳에 진을 계속 유지하는 것은 상당히 불리합니다. 약간의 피해를 감수 하더라도 즉시 전격적으로 후퇴하여, 소모전과 시간끌기를 목적으로 한 국 지 유격전과 농성으로 전환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호오, 저 할아버지 뭘 좀 아는군. 이봐요 디젤 후작, 빨리 군대 뺍시다. 뭘 망설일 이유가 있나요?' 자신과 같은 의견을 내는 미리안 남작에게 마음속으로 환호를 던지며 동의 하는 라딘이었지만, 세상에는 그렇게 이치대로만 흘러가지 않는 경우도 많 은 법이다. 디젤 후작은 괴로웠다. 자신의 가문은 지난 60년 동안 끊임없이 서서히 약화되어 왔고, 결정적으로 20년 전 대공파에 가담하여 그나마 조금 과거의 세력을 되찾나 했더니, 결 국 대공은 죽고, 자신의 가문은 크게 이득을 보지 못한 체로 파스트는 제국 으로 커져갔다. 다시 말하여 상대적으로 약화된 것이다. 그렇게 세력이 약화되고 발언권도 축소되어 12개의 후작가 중 최약이라는 평가를 스스로도 부인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결국 생기는 것 많고, 뒤만 졸졸 따라가도 공이 저절로 굴러 들어오 는 바이가스 정벌전에는 참가하지도 못하고, 후방교란을 목적으로 침략해온 레디안군을 방어하는 국경방어 지원군의 총 사령관으로 임명되기에 이르른 것이다. 그러나 오히려 그는 이것이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의 가문은 다른 가문처럼 남들만큼만 하면 되는 처지가 아니다. 남들이 걸을 때 뛰어야 하고, 남들이 쉴 때 일을 하여서 과거의 위상을 되 찾아야 하는 것이다. 그런 그에게 비록 방어군이라고 해도 총사령관의 지위는 한번 목숨 걸고 뛰 어볼 만한 매력이 있는 자리였던 것이다. 아직은 젊지만 위대한 황제 아칸 1세는 만약 자신이 저 레디안 군을 통쾌히 물리칠 경우 능력우선주위라는 젊은 패기에 가득 찬 인사정책에 의하여 자 신에게 막대한 포상과 명예를 안겨 줄 것임이 틀림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심히 암담했다. 후퇴를 하여, 시간을 끌면서 소모 전을 하면서 전장을 진흙탕의 몸싸움 상태로 이끈다는 것은 아무리 좋게 생 각하려고 하여도 별로 멋있거나 화려하지 않아 보였고, 그렇게 시간을 끌어 적이 물러간다고 하여도, 자신의 실력은 인정받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그가 이 자리에서 바로 후퇴했다면, 차후 그의 가문은 가면의 대공과 황제 의 전격적인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는 것을 모르는 것이 바로 디젤 후작의 비운이자 능력의 한계였다. "커흠, 우리는 영광스러운 아칸 1세 폐하의 명으로 저 간악한 레디안의 침 략군을 섬멸하기 위해 이 자리에 나온 것이오! 기사의 명예를 걸고! 이 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물러설 수는 없소. 제장들도 배수의 진이라는 마 음가짐을 단단히 가지고, 다시 의견을 내주시기를 바라오!" ----------------------------------------- ------------------------------------------- 2-19 중부의 호랑이 -------------------------------------------------- -------- -띵~- '아니! 저놈의 영감이 갑자기 더워 먹고 알츠하이머병에 걸렸나! 비싼 밥 먹고 왠 헛소리야!' 다급한 라딘이 살짝 앞으로 나와 디젤에게 멱살을 잡고 두들겨 패면서 욕하 고 싶은 자신의 본심이 가능한 한 들어나지 않게 정중히, 그리고 천천히 힘 있게 말했다. "후작 각하, 이 경우는 역시 모험보다는 안전하게 미리안 남작의 의견에 따 라 시간끌기로 전국을 이끄는 것이 제국을 위해 좋을 듯 하옵니다만." 디젤 후작은 자신의 속사정도 모르고 튀어나와 비위를 살살 긁는 애송이 기 사놈을 보면서 속으로 이를 박박 갈았다. 하지만 상대는 저 군무장관이자 프라임 나이트 델로스 공작이 참군 참모 자 격으로 딸려 보낸 인물로 추측하건데 델로스 공작의 심복 중 한 사람임이 틀림없었기에, 그는 좋은 말로, 그러나 확고부동한 의지로 그의 의견에 반 박하였다. "핫, 핫, 핫, 라딘 경, 그대는 아직 젊어서 기사의 명예와 주군의 명을 목 숨을 걸고 지켜야 하는 군인의 의무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군. 어떻게 황제의 명으로 나온 우리 파스트 군이 저 악한 레디안 군을 상대로 약한 모습을 보일 수 있겠소. 기사된 도리로써 목숨을 걸고 싸워 적을 물리 치는 것이 유일하게 남겨진 길이라는 것을 명심하시오!(애송이는 잠자코 어 른이 시키는 데로 해!)" 라딘의 코에서 불이 나오는 환상을 곁에 있던 종군 마법사 크로키는 보았다 . 그러나 역시 [소리장도]심공의 마스터인 라딘답게 부드럽게 웃으며 다시 한 번 디젤 후작에게 충고하는 것이었다. "하오나 후작 각하, 폐하의 명은 8만의 군대로 저 바이가스 국의 정벌이 끝 날 때까지 레디안의 침략을 막으라는 것이었지, 레디안 군을 물리치라는 것 이 아니었던 것으로 압니다. 아마 후작께서 지금 후퇴하여 확실하게 시간을 끌어 그들의 침략을 저지한 다면, 폐하께옵서는 절대로 후작을 책망하지 않으실 것입니다. 오히려 임무를 충실히 완수한 공로를 치하하실 지도 모르지요." 사실 라딘이 만약 나이가 지긋한 50대의 숙장이었다면, 이정도 노골적인 의 견에 디젤 후작이 귀를 귀울였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디젤 후작은 대대로 내려오는 대 귀족 중 한 사람으로 젊은 모습의 이계인 애송이 기사의 말을 들을 마음은 처음부터 없었던 것이 다. 그에게는 오직 목숨을 걸고 이 전투를 화려하게 이겨 가문의 영광을 되찾는 것 이외에는 선택 사항이 없는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흥! 아무리 젊은 나이지만, 적에게 뒤를 보이자는 의견을 끝까지 내세우다 니, 부끄러움을 모르는 자로구만, 나는 폐하로부터 대장군의 직위를 하사받 아 이 자리에 서 있다! 이제 폐하께서 내리신 당연한 나의 권리를 내세워 더 이상 부끄러운 의견은 받아들이지 않겠다. 제군들은 오로지 어떻게 하면 저들 간악한 레디안의 침략자들을 한 놈도 남 김없이 섬멸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만 의견을 제시하라. 지금부터 후퇴를 입 밖으로 꺼내는 비겁자는 군령으로 다스리겠다!" -으득- 라딘은 속으로 이를 갈았다. 저 미친놈 때문에 꼼짝없이 자신과 자신의 길 드원들이 죽음을 경험하게 생긴 것이다. 일단 사망하면 바로 수도로 돌아가서 디젤 후작가문을 풍지박산 내겠다고 라딘이 결심하고 있을 때, 파스트군의 사기가 (20이하로) 내려가서 자체붕괴 하기를 기다리는 다리알이 다시 분노 상승, 또는 때에 따라서 사기저하의 효과가 있는 지휘기술, [도발]을 사용하였다. 물론 장군 과 상급기사 전용 스킬인 [음성 확대]기술을 병행해서였다. "으하하하하! 이 버러지같은 파스트 들쥐들아! 정녕 너희는 이 다리알님의 단 3격도 받을 자가 없다는 것이냐! 너희 같은 겉멋만 든 돼지 기사들은 이 다리알이 40년을 살면서 처음 만나본다. 나를 봐라! 파스트 병사들아! 너희들의 저 쓸모없는 지휘관들이 너희를 보 호해 줄 수 있을 것 같으냐! 무기를 버려라! 그리고 진형에서 나와 좌측 평 원에 엎드리고 있다면 내가 우리 자비로우신 레디안의 군주 마이오스 5세의 이름으로 너희의 생명을 보장할 것을 약속하겠다! 그렇지 않고 우리 흑풍기사단의 앞을 막는 자들은 한 놈도 남겨두지 않겠다 . 명심하라! 우리 흑풍기사단이 일단 쓸고 지나가면 너희들은 절대로 살아 남을 수 없다는 것을! 자, 나의 최후의 자비를 받아들여라! 무엇을 망설이는가!!!" -웅성, 웅성- 다리알의 폭탄선언이 끝나자 파스트의 진영은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사실 인간은 연약한 존재이다. 지금처럼 죽을 확률이 상당히 높은 위기 상 황에서는 일단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어지는 것이다. 파스트 병사들의 눈길이 자꾸 좌측의 빈 공터로 향해가는 것을 소대장급 기 사들은 엄격히 질타하며 막으려고 했지만 이대로라면 누군가 방아쇠를 당기 는 순간 사태가 겉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이 아주 높았다. "크윽, 저놈이, 정녕 저자의 도발을 막을 수 있는 인재는 우리 군에 없는 것이오?" '미친 영감아! 맘 비우고 군대 빼자고 그러잖아! 너 말 안 들을래! 으그, 내가 왜 재상 시절 저 영감을 제거 안하고 놔뒀지. 맘이 약한 게 죄 다. 죄.' 라딘이 가증스럽게도 자신의 너무 선량하고 모질지 못하여 이런 댓가를 받 게 된다고 한탄하고 있을 때, 구석에 조용히 서 있던 트루먼 백작이 앞으로 나와 나직하게, 그러나 자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나가서 저놈을 상대하겠소." "!!!!" "!!!!" '헉, 이봐요, 아저씨! 아저씨 목숨은 하나뿐이잖아요. 음냐, 라딘 무슨 수 를 생각해 내라. 귀중한 빽 하나를 이렇게 허무하게 날릴 수는 없잖아.' 그러나, 이 상황에서 뾰족한 수란 있을 수 없었고, 라딘은 드디어 디젤 후 작이 전생으로부터 이어온 철천지 원수로 보이기 시작했다. "크하하하하하, 산적 나부랭이가 감히 폐하의 은총을 받아 작위를 얻더니 눈에 보이는 것이 없는 모양이로군! 그대가 감히 제국의 숙장들도 나서지 못하는 선봉의 자리를 감당할 수 있다고 보는가?" 참모 중 한 사람인 피겔 백작이 웃으면서 그를 조롱했다. 사실 트루먼은 산 적 출신이라서 아무리 과거에 파스시아 백작가문의 적손이라고 하여도, 제 장들은 인정을 하지 않았다. 국가 공적치가 0인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피겔 백작의 조롱에도 아랑곳 없이 트루먼 백작은 디젤 후작 을 바라보며 그의 명을 기다렸다. 자신감에 가득 찬 눈빛이었다. 디젤 후작은 그런 그의 눈빛을 바라보며, 역시 상인이나 털어 먹고 살던 산 적출신이라 하룻강아지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라고 결론을 내렸지만, 지금 은 한명이라도 내보내서 이쪽의 전의가 아직 시들지 않았음을 보이며 시간 을 끌어 사기를 되살려야 한다고 판단했다. 눈앞의 겁 없는 산적 출신의 애송이도 다 나름대로 쓸 데가 있는 것이다. 바로 사석으로 말이다. "하하하, 좋소. 그대의 용맹을 높이 사서 내가 친히 그대의 분투를 기원하 는 술을 권하겠소. 이 술을 마시고 한번 용감히 싸워 보시오. (가다가 쫄아서 도망가지 말고, 술기운으로 조금이라도 버텨봐라, 애송아)" -벌컥,벌컥- 원샷이 기본예절인 산적답게 단숨에 술을 들이키는 트루먼을 바라보며, 피 겔 백작이 여전히 그에게 시비를 걸어왔다. "그런데 트루먼 백작은 타고 갈 말이나 있으시오? 산에서 살아서 기마에는 익숙하지 못하실 텐데요. 전용 전투마도 당연히 없을 것이고." 피겔 백작의 빈정거림과 비웃음이 드디어 주위의 참모들에게로 전염되기 시 작되었지만 여전히 트루먼은 돌 같은 그의 얼굴표정을 유지하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음, 사실 산적에게는 기마술이 별로 필요 없지요. 걱정해 줘서 고맙소, 피 겔 백작. 하지만 본인은 용병시절부터 말 타는 것을 좋아하여 틈나는 데로 연습을 했으니 낙마하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오. 개인용 말도 한 마리 이번에 끌고 왔지요. 그럼" -탁- 술잔을 탁자에 내려놓고, 이제는 호기심의 눈으로 바라보는 라딘의 얼굴을 한번 보면서 거의 드러나지 않을 정도로 웃은 다음, 트루먼은 군막을 나섰 다. --------------------------------------------------- 눈치를 채신 분도 계시겠지만, 이번 장은 라딘에게 거금을 희사한 트루먼을 위한 장입니다. 이 소설의 전체에 적용되는 법칙중 하나로 라딘에게 도움 을 많이 줄수록 인생이 핀다라는 주인공 특권 분배의 법칙 (주인공에게 가 까울 수록 주인공의 럭이 옮는다)이 있는 것이죠. 그리고 라딘은 지금 500레벨 이상의 3차 직업 NPC와 싸우면 이기기 힘듭니 다. 왜냐하면 스킬의 연계가 어린아이 단계이기 때문입니다. 단발성이죠. 그가 자신이 대륙의 절정고수들과 비교해서 약하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부터 그는 강해질 것입니다. 스킬에 대한 전술, 전략적 연구와 수련을 하게 될 테니까요. 돈과 처세술(사기술)의 라딘, 게임센스의 크로키, 단순함과 의리의 도끼바 바, 순수한 게임폐인 뭉치, 인간애의 미리네, 생존의욕의 애니, 아무 생각 없는 카린 이렇게 7명의 주요 캐릭의 성격을 서로 개성있게 살리고 싶은 것 이 작가의 희망이고요, 어떻게 하면 일관된 성격 묘사를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이 작품을 쓰면서 계속 고민하는 화두인 것입니다. ------------------------------------------- 2-19 중부의 호랑이 윽, 액션 중간에 끊을 수가 없네용. 2회분인데.... -------------------------------------------------- 막사 밖으로 나온 트루먼이 명하자 그의 부하 두 명이 트루먼의 궁수 부대 로 달려갔다. 그리고 잠시 후, 그다지 크다고 할 수 없는 말을 한 마리 끌고 왔다. 그런데, 그의 말은 크기는 크지 않았지만, 조금 생김새가 이상했다. 온몸이 털이 아닌 검은 윤기가 나는 비늘로 덥혀 있는 것이다. 오로지 갈기 만이 털로 구성되어 유일하게 그 말의 신체 중 하얀 색을 띄고 있었다. "케르피닷!" "오오, 투마 케르피!!!" 케르피란, '드래곤의 피가 흐르는 말'이란 엘프어로 서대륙에 극히 소수 존 재하는 특수 돌연변이종 전투마에게 붙여진 이름으로, 이 케르피의 비늘은 물론 드래곤의 비늘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왠만한 무기나 화살은 튕겨낼 정 도로 견고했다. 또한 그다지 크지 않은 몸집에 비해, 훈련에 훈련을 거듭해 기술을 습득하 고 레벨을 올린 전투마와는 달리, 야생일 때부터 호랑이를 발로 차 죽일 정 도의 힘과 레벨을 보유하고 있는 일종의 마물인 것이다. 서대륙의 유명한 장군도 소유하기 힘든 이 케르피를 동대륙의, 그것도 산적 출신의 트루먼이 가지고 있다는 것에 그의 최후를 구경하며 속으로 조롱하 기 위해 나온 디젤 후작과 참모 장군들이 보고 경악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라 할 수 있겠다. "내가 젊었을 때, 서대륙을 여행하다 우연히 인연을 맺게 된 애마요. 이름은 '나이트메어'라고 합니다. 현실속의 최고급 스포츠카인 훼라리 10보다 3배는 잘빠진 몸매의 케르피를 보며 라딘이 감탄하고 있을 때, 다시 한번 라딘을 보며 미소 지으며 말하고 는 성직자와 마법사의 강화마법을 받자마자 바로 진을 벗어나 자신의 목표 를 향해 돌진하는 트루먼이었다. -두두두두- "이 벌레같은 파스트 병사들아! 아직도 결정을 못 내리고 있느냐! 좋다! 이제 나의 인내심과 자비심은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으니, 열을 세고 너희들을 모두 지옥으로 보내주겠다. 하~~~나, 두~~~울, 오, 새로운 상대인가? 좋아. 이번엔 몇 번 버티나 봐주 지. 다섯 번만 버티면 살려서 보내주마." 다리알이 자신 있게 선언하는 동안, 트루먼을 태운 캐르피 '나이트메어'는 다리알의 약 100m 앞까지 다가갔고, 갑자기 트루먼은 자신의 그레이트 액스 를 들어서 던졌다. 최상급 무기 투척술인 [파워 브레이크]가 펼쳐진 것이다 . -위이~~~잉- -캉- "윽, 이놈 비겁하게 기습을!!!! 죽인다~~~아. [대진파]!" 한참 여유롭게 소리치다 기습적인 한방을 겨우 자신의 할버드로 막은 다리 알이 분노에 빠져 소리치며, 다시 땅에 자신의 할버드를 박아 땅덩어리를 떼어냈다. 약 1m정도의 땅덩어리가 그의 할버드에 박혀 하늘로 올라갔고, 놀랍게도 그의 애마는 그런 상태로 돌진을 시작하는 것이다. 그리고 두 사람은 순식간에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두두두두두두두두- -80m-...... -70m-...... -60m-......-50m- "끼야아압! 받아라!" -슈웅- 양군이 침을 삼키며 지켜보는 가운데 마침내 50m까지 접근한 두 사람 중 먼 저 기술을 사용한 자는 다리안이었다. 그가 하늘로 치켜 올린 그의 할버드 를 맹렬하게 휘둘렀고, 할버드에 달려있던 지름 1m정도의 땅덩어리는 그대 로 트루먼이 타고 있는 애마의 다리를 노리고 날라 갔다. 애초에 2m정도까지 파낼 수 있는 땅덩어리를 일부러 1m정도만 파낸 이유는 돌진 속도와 자신의 힘을 이용하여 돌진 중에 상대에게로 날리기 위한 속셈 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저놈은 다리가 뭉개진 전투마에서 낙마하여 자신의 애마에 밟혀 죽으 리라. 아니 혹시 저 일격을 피한다 하더라도, 지금 최고 속도에 다다른 기 마돌격 상태에서는 좌우로는 절대 못 피한다. 오직 점프하여 피할 수 있을 뿐이다. 일단 점프하면 허공에서 방향을 바꾸지 못하는 이상, 저 당돌하게 자신을 놀라게 한 전사놈도 자신의 필살기 [광신단]의 제물이 될 것임을 다리안은 확신했다. 보통 전투마의 3배에 달하는 자신의 애마의 체중이 실린 [차지]와 자신의 필살기 [광신단]이 융합된 [마상돌격기술]이야말로 저 파스트의 돼지 기사 들은 감히 꿈도 꾸지 못하는 데미지를 가할 수 있는 최강의 공격기술인 것 이다! -슈웅- 다리알이 순간적으로 긴 생각을 하는 동안 그가 던진 [대진파]는 나이트메 어를 향해 날라 갔고, 모든 사람이 피떡이 되어 튕기는 케르피의 모습을 상 상하고 있을 무렵, 양군을 경악하게 하는 광경이 목격되었다. -파지지직, 슈웅, 콰쾅- "헉, 저, 저럴수가!!!! [라이트닝 블래스트]다." 나이트메어의 입에서 뇌전이 일어났다. 그리고 그 뇌전이 덩어리를 형성하 여 쏘아진 것이다! 그의 입에서 나간 뇌전덩어리는 대진파의 땅덩어리와 부딪쳐 그것을 산산히 부숴 흙으로 되돌렸고, 그 공중에 퍼진 흙먼지가 아직 가라앉기도 전에 흙 먼지를 헤치고 여전히 돌격하는 트루먼의 신체가 갑자기 뿌옇게 흐려지며 앞으로 쏘아지기 시작했다. "[이형환위]!!!!!!" "시,신수닷!" 양군의 모든 병사와 장군들이 거품을 물면서 소리쳤다. ------------------------------------------------- 공격계 이동 기술 중 최고의 기술은 누가 뭐래도 전설의 유니크 스킬인 [이 형환위]이다. 순간적으로 이동 속도를 10배로 늘려주는 그 기술은 일단 발동되면 너무나 빠른 시술자의 모습이 오직 잔상으로만 남게 된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검성만이 익힐 수 있다는 최고의 유니크 공격계 이동 무공 [이 형환위]의 명칭의 유래인 것이다. 그런 이 세상에 숨은 기인까지 모두 합하여 익힌 사람이 10명도 안 될 것이 라는 이 전설의 유니크 기술이 나타난 것이다. 여기에 더 황당한 것은 지금 트루먼이 자신의 다리로 움직이고 있는 상태가 아닌 말을 탄 상태라는 것이다. 즉, 이 기술은 지금 트루먼이 아닌 그의 애마 나이트메어가 사용한 것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인간과 여러 지성을 가진 아인종 들은 상급의 짐승계 마물을 크게 3가지로 구분한다. 신성력을 가진 성수, 마성을 소유한 인간의 적인 마수, 그리고 그냥 나름대 로 오래 살거나 돌연변이 등 특이한 이유로 일대에만 나타나게 되는 중립 성향의 괴수, 이렇게 인간에게 끼치는 해와 이익에 의해 구분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 3종류의 상급 마물이 성장하여 다시 진화하면 명칭은 하나로 통일된다. 그것이 바로 전설의 영물 '신수'로서 일단 신수가 된 영물은 능 력이 장난이 아니게 향상되는데다, 선천적인 오라까지 소유하게 되고, 지성 이 급격히 발달한다. 날 때부터 신수의 직위로 태어나는 드래곤에게는 못 미치지만, 그래도 어떤 면에서는 그 이름에 걸맞게 신격화 되는 것이다. 여기서 상급 마물이 신수로 진화하게 되는 자격이 무엇인가 하는 의문이 생 기는데, 그 대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바로 '유니크 기술이나 마법의 습득'인 것이다. 즉 자신의 상급마물로써 가지는 종족 본능 능력중의 최상급 기술이나 마법 을 마스터 하고, 어떤 계기로든 (도를 닦던, 왕궁을 습격하여 자신이 익혀 야 하는 스킬북을 약탈하던) 유니크 스킬을 익히게 된다면, 그 마물은 신수 라는 환상속의 직업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여기 13만의 병사들 앞에 한 신수가 그 정체를 들어냈다. 종족 본능 기술인 순간 가속계의 기술을 모두 마스터 하고 마침내 최강의 공격계 이동기술을 익힌 신수 케르피 로드, 그의 이름은 바로 [나이트메어] 였다. 라딘은 속이 매우 아팠다. 자신이 처음에 무지하고 순진하여 방랑신 나티크에게 저런 신수 캐르피를 요구하지 못하고, 음흉하고 성격 더러운 고래를 얻게 되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사실은 보통 3차 직업에 요구되는 카르마의 24배에 해당하는 카르마 수치를 강탈한 방랑의 신 나티크가 일말의 양심을 가지고 성수씩이나 되는 신수의 후예인 흰고래를 그에게 내렸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불평만 하는 라딘이었 다. --------------------------------------------------- 설명은 길어도 트루먼과 나이트메어가 이형환위로 다리알에게 다가가는 데 걸린 시간은 0.5초밖에 흐르지 않았다. 괜히 유니크 스킬이 아닌 것이다. 그렇게 약 0.5초 동안, 모든 사람들을 경악하게 만드는 사이, 바람과 같은 속도로 달려 당황하여 빈틈을 보이고 있는 다리알의 바로 앞까지 다가간 트 루먼의 잔영은 그의 거대 도끼를 치켜들고 소리쳤다. "[대----마----신----참-----]!" (아음속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음이 울려서 퍼진다) "안~~~~~돼!!!" -쿠앙- 치켜든 그레이트 액스가 갑자기 크기 5m이상의 검은 그림자로 변했다. 그리고 그 그림자는 마치 헬리 혜성과 같이 긴 잔상을 남기며, 다리알의 머 리위로 떨어졌고, 다리알과 그의 애마는 약 반은 흔적도 찾을 수 없게 그 자리에 파인 깊이 1m, 넓이 3m정도의 구덩이 속으로 사라졌고, 오직 그의 할버드를 든 팔 같은 부품만 옆으로 튕겨서 땅에 떨어지는 것이었다. -휘잉- 양군은 모두 패닉상태에 빠졌다. 그들의 머릿속에는 방금의 거대한 검은 그림자 형태의 도끼의 움직임과 그 에 따라 패이는 땅의 구덩이의 광경이 끊임없이 재방송되고 있었고, 그들의 귓가에는 에코효과로 볼륨을 200% 증폭시킨 트루먼의 신멸기 [대마신참]의 이름이 요동치고 있었다. 그리고, 일단 멈춰서 자신의 애마를 한번 쓰다듬은 트루먼은 장군(제네랄) 의 지휘 특화 기술인 [사기 진작]기술과 [음성 확대]기술을 사용하여 외쳤 다. "파스트의 용감한 남아들이여! 나에게 힘을 다오! 돌~~~~격!!!!" "!!!!!!" -와아~~~~- 이미 정상적인 냉정한 이성을 모두 잃어버린 파스트의 병사와 기사들에게 그의 목소리는 군주의 절대명령과도 같이 들렸으리라! 자신들이 명령체계를 무시하고 단독으로 행동을 일으키고 있다는 판단은 이 미 그들에게 할 수도 없었고 할 필요도 없었다. 지금 그들의 지휘관은 저 뒤에서 입을 벌리고 멍하니 서있는 디젤 후작이 아니라 그들의 앞에서, 그들의 공포를 제거하고, 그들의 적을 향하여 앞장 서서 돌격하는 트루먼 백작인 것이다. "우와, 아저씨, 최고다! 아, 이럴 때가 아니지, 크로키! 어서 블링크해서 군의 맨 앞으로 나가!" "??, 무슨 일이지? 마법사보고 진군하는 군의 맨 앞에 나가라고 하는 이유 는?" "이봐, 저기 저 다리알이라는 적장이 죽으면서 떨군 할버드 안보여? 저거 최소한 레어 아이템이야! 빨리 가서 잽싸게 장비하고 죽어도 죽으라고 , 한번 죽는 게 아까워? 아니면, 레어 아이템 눈뜨고 놓치는 게 아까워? 빨리 가! 늦기 전에." 그 상황에서도 냉정하게 자신의 수익을 챙기는 라딘을 놀랍다는 눈으로 보 며, 크로키는 죽음을 전제로 한 [블링크]를 시전 했다. 그렇게 라딘만이 차가운 머리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뜨거운 가슴만이 남아 서 전신을 컨트롤 하는 열혈 파스트군의 진군은 시작되었다. 반면에, 사기 만땅에서 순식간에 자체 붕괴 수치인 20으로 하락한 레디안군 은 결국 그날의 싸움에서 총 붕괴하여, 5만의 군세 중 1만 2천명의 생존자 만이 그들의 국경에 생명을 부지한 채 도착 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대륙은 중부의 호랑이 트루먼의 이름과, 그의 필살기인 신멸기 [ 대마신참]의 존재를 알게 된다. ------------------------------------- ------------------------------------------- 2-19 중부의 호랑이 전장이 정리되고 즐거운 승리자의 휴식시간이 돌아왔 다. 여담이지만 초반에 용감히 적장에게 돌진했다가 두 방에 쓰러진 가스티스 백작도 아군의 승리에 의해 무사히 시간 내에 부활 마법을 시전 받을 수 있 었다. 승리하는 군대의 장교급 인사들이 가지는 특권인 것이다. 그렇게 따지면, 다리알은 참으로 불쌍하다고 아니 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전투에서 크로키는 목숨을 걸고 자신에게 내려진 특명 '먹자'의 임무를 완성하였다. 뿐만 아니라 그 후 양군의 사이에 낀 그는 그 전투에서, 마법사이면서 전군 돌격의 선두에 서서, (차마 블링크로 혼자서 도망가지는 못하고) 이판사판이라고 마음을 비우고 용맹하게 최전선에서 적들에게 정신계 마법 [피어]를 마나가 거덜 날 때까지 써 댔다. 그렇게 크로키는 마침내 적군의 궁병에게 발견되어 화살의 먹이가 될 때까 지, 엄청난 공적을 세우는 데 성공한 것이다. 그야말로 자신의 생명을 도외시 한 이계인 마법사의 분투에 모든 지휘부의 참모들은 크로키에게 '버서커 메이지'의 영광스러운 칭호를 부여하고 전리 품 중 한 개의 매직 아이템을 포함한 푸짐한 포상을 내리는 데 주저하지 않 을 정도였다. 그렇게 꿩먹고 알먹고의 전투가 무사히 끝나고, 라딘과 크로키는 자신의 막 사에서 '감정 스크롤'을 사용한 후, 30분간 행복에 겨워 바닥을 뒹굴면서 광분하고 있는 중이었다. 마창 가리온 종류 : 할버드, 등급 : 유니크, 속성 : 땅, 제한 : 전사, 기사 , 무사계 기본 공격력 2800, 무게 30, 보너스 스탯 : 힘 100, 체력 100, 민 첩 50, 마력 50, 저항 : 땅 50 특기 : 최상급 공격술 [대진파] 기술 사용 가능, 대진파는 땅의 정령의 힘을 이용하여 땅덩어리를 대지로부터 때어 내 어 던지는 기술로, 마나와 체력을 같이 소모하고, 소유주의 힘이 1000이상 이어야만 한다는 제한이 있는 반면, 그 위력은 보증된 기술이다. 대지로부터 때어낼 수 있는 땅덩어리의 크기는 자신이 투자한 마나의 양과 그 무게를 들 수 있는 힘에 비례한다. 유니크, 유니크, 유니크, 유니크...... 두사람의 머릿속에는 유니크란 글자가 30여분동안 흘러내리고 있었다. 감동의 눈물에 젖어 있는 그들의 눈동자를 자세히 살펴보면, 유니크란 글자 가 5열 종대로 하강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 "이거 팔면 얼마 쯤 할까?" 마창 가리온을 껴안고 뒹굴면서 라딘이 크로키에게 물었다. "글쎄, 유니크 아이템이 거래된 전례가 별로 없으니 나야 모르지, 라딘, 네 가 더 잘 알지 않아?" 평소의 냉정한 얼굴표정을 찾아보기 힘든 크로키의 반쯤 웃음 섞인 대답이 었다. "웅, 이게 말이야. 유니크 중에서도 보너스 스탯을 꽉꽉 300점을 채운 최상 급 유니크거든, 거기에 무기야. 그리고, 할버드라는 것이, 도끼 유저와 창 유저가 같이 쓸 수 있는 검 다음으로 범용성 높은 종류잖아. 거기에 무엇보다도 대단한 건 최상급 스킬 [대진파]가 들어 있다는 것이지. 그때 봤지? [대진파]의 위력! 이건 그야말로 초 하이퍼 울트라 캡숑 대박이 란 말이야. 음, 내가 판단하기에 이놈은 30만, 아니지, 50만 골드의 가치는 충분히 있다고 봐!" 50만 골드! 라딘은 요즘 하늘이 자신의 야망에 감동하여 맘 잡고 밀어준다 는 확신을 팍팍 받고 있었다. 저 (주)라딘 상회의 영원한 봉 트루먼 아저씨가 회사의 창립을 위하여 자금 을 희사한 것을 시작으로, 세상이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가기 시작하더니, 위기를 기회로 바꾼 트루먼 아저씨의 위명과 더불어, 이제는 먹자로 주운 무기가 레어도 아닌 유니크라는 것이다. 그것도 최 정상급 유니크! 이 무기를 주은 것을 목격한 사람은 아마도 없으리라, 물론, 이 무기의 원 래 소유권을 주장 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인 트루먼 백작은 일말의 미련도 가지고 있지 않으리라! 아니, 이 무기가 땅에 떨어졌다는 사실조차 모를 것 이라고 확신 할 수 있었다. 그런 이유로 이 무기는 먼저 줍는 자가 임자인 것이다. 즉, 라딘과 크로키 의 합법적인 소유물인 것이다. 그러나 세상의 일이라는 것이 처음부터 끝까지 뜻대로 잘 될 수는 없는 법 이다. 라딘은 한참 이성을 잃고 마창과 함께 뒹굴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예리한 감각으로도 악마의 손길이 다가오는 것을 미처 감지하지 못하는 실수를 하 였다. 역시 경계란 언제 어느 상황에서도 소흘히 하면 안 되는 것인가 보다. "라딘, 안에서 뭐하냐?" 막사가 열리고 한사람의 거구의 전사가 들어왔다. 용병단 '아도'의 전투부 대 총 지휘관인 도끼바바, 성철 형이었다. "허헉! 형, 어쩐 일이세요?" 라딘은 급했다.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공기를 흡입한 후, 이처럼 당황 한 적이 있었던가? 마음속으로 중요한 순간에 경계를 소흘히 한 자신에 대 한 책망에 자살 충동을 강하게 느끼고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아무리 후회해도 이미 역사는 돌아가기 시작했다. "어쩐 일이긴, 막사 안에서만 있지 말고 같이 모여서 술이나 마시자고 온 거지. 옷, 그 할버드는 뭐냐? 오우! 멋있는 데? 좀 보자." 라딘과 크로키의 장점은 머리가 좋다는 것이다. 상황 분석도 빠르다. 크로키는 이미 뒤돌아서 소리 없이 울고 있었고, 라딘은 약 0.5초의 시간여 유속에 수십만 가지의 생각을 하며, 이성과 욕망이 세계대전을 벌이고 있었 다. 그러나 결론은 한가지였다. 여기서 저 의리의 떡대 집단인 수도체대 조직과 안면을 그을 수는 없는 것 이다. 현실속의 조직 다굴이 무서워서라도 그들에게 의리는 지켜야 하는 것 이다. 속으로는 통곡을 하고 있지만, 역시 [표리부동]심공의 달인인 라딘은 싱긋 미소를 지으며, 호쾌히 마창 가리온을 도끼바바한테 건냈다. "형, 이거 보세요. 이거 그때 적장이 쓰던 무기인데, 땅에 떨어진 걸 크로 키가 주워 왔어요. 형 도끼 전사니까 할버드도 쓸 수 있죠? 이거 유니크 할버드에요. 이거 쓰세요(히죽)." "오옷! 유니크 무기!!!! 이,이거 내가 받아도 되냐?" 라딘은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 웃음은 의리의 대명사 민 성철의 마음을 감동으로 씻어 내리기에 충분할 정도로 맑고 깨끗했다. "에이, 아무리 유니크라도 저는 둔기 쓰고, 크로키는 마법사잖아요. 뭉치도 권법 쓰고요. 그러니까 형이 쓰세요. 나중에 둔기나 마법서 좋은 거 구하시면 그때 저희가 얻어 쓸게요.(싱긋)" "우오오오오, 그래, 역시 내가 동생 하나는 잘 뒀구나. 라딘, 크로키, 너희 들의 의리는 잊지 않겠다." 술 마시다가 동생 챙겨준다고 괜히 라딘을 찾아온 도끼바바는 그렇게 자신 의 선심에 대가를 얻어 자기 후배들에게 새로운 무기를 자랑하러 잽싸게 사 라졌다. 그리고 다시 두 사람만 남은 막사에는 어둠의 오라를 동반한 침묵이 찾아왔 고, 두 사람의 흐느낌 소리만이 막사 안을 채우고 있을 뿐이었다. "로그아웃 하자. 내가 현실에서 술 한 잔 살게." 조금은 더 냉정한 크로키가 먼저 일어나서 아직도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앉 아서 눈물을 흘리고 있는 라딘의 어깨를 잡고 말했다. 그리고 여전히 얼이 나간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라딘에게 시간과 장소를 말하고는 먼저 로그아웃을 하였다. 약 5분쯤 있다가 뒤따라서 로그아웃한 라딘은 현실에서 유진과 만나 난생 처음으로 맥주로 과음이라는 경험을 하고, 겨우 숙소로 돌아와 유니크를 얻 는 꿈과 마왕에게 유니크를 빼앗기는 악몽을 번갈아 꾸며 하루를 소비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악몽은 며칠 후, 전 서버 최초로 유니크 아이템을 획득한 도끼바 바가 게임 전문 방송 GBS의 신마대전 특별 방송의 게스트로 초대되어, 전 세계의 게이머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대진파]를 펼쳐 보임으로써 더욱 악화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져 온다. 그렇게 전쟁 중의 조그마한 희비극의 현실세계의 1주일은 지나가고 새로운 국면이 시작되었다. ------------------------------------------- 2- 20 스파운 방어전 2-20 스파운 방어전 첫 전투를 승리로 끝내 적의 군 사를 3만 정도 줄일 수 있었던 파스트 제국군의 지휘부는 요즘 상당히 좋은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었다. 이미 적의 3대 기사단 중 하나인 흑풍 기사단을 괴멸 상태로 몰아넣는데 성 공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왕궁을 지키는 로얄 기사단인 금응 기사단이 이 전쟁에 참전하지 않은 이상, 현재 레디안의 군세에는 흑풍 기사단 이상의 강력한 정예 부대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미 적의 최고 예봉을 꺽은 것 이다. 물론 이곳이 평지나 사막이었다면, 저 사막의 절대군주라고 이름 높은 적랑 기사단이 남아 있다. 그러나 이곳은 산악지대, 그것도 성채 방어전이라고 한다면 적랑 기사단은 일반 기사단과 다를 바가 없었다. 물론 디젤 후작도 기분이 좋았다. 저 시골 산적 출신의 트루먼이라는 놈이 1등 공신이 되었다는 것이 배가 아 프기는 했지만, 일단 최고 지휘관은 자신이 아닌가! 저 트루먼이라는 놈은 기회를 봐서 조용히 실각시키면 될 것이다. 아직 전쟁은 시작단계이다. 계속되는 전쟁 중 총사령관인 자신이 견제하는 한 트루먼은 분명히 실수를 할 것이고, 그 한 번의 실수는 주위 배경이 없 는 그에게는 치명적인 상처로 남을 것이다. 살아남을 수만 있어도 그의 운 이 좋다고 해야 할지도 모른다. 결국 이 전쟁이 끝난 후, 승리의 모든 영광과 업적은 자신의 것으로 기록될 것임을 디젤 후작은 확신했다. 안타깝게도 그는 유한의 존재인 인간이기 때문에 타인의 마음속과 미래를 결코 엿볼 수 없는 것이다. 그렇게 양군간의 대치 상황이 약 2주 정도 흘렀을 때, 후방의 스파운 타운 에서 몇몇의 병사가 10여명의 상처 입은 사람들을 데리고 방위군의 본대가 있는 칼디안 성채로 찾아 왔다. 그리고 그 선두에는 얼굴에 풀 페이스드 헬멧을 쓰고, 몸에는 플레이트 메 일을 입은 검은 생머리의 여자 사제가 있었다. 메일에 새겨진 문양으로 보 아서 자애의 여신 라시에나의 사제임을 알 수 있었다. 성문에서 신분을 확인하고 무사히 성안으로 들어온 그들은 방위군의 장군을 만나기를 요청하였고, 그들과 면담한 미리안 남작이 놀라서 디젤 후작에게 로 그들을 인도한 것은 한참 디젤 후작이 자신의 계파 장군들과 함께 담소 를 빙자한 트루먼 헐뜯기에 열중하고 있을 때였다. "디젤 장군님, 큰일 났습니다! 적들의 유격대가 후방의 마을들을 무차별 학 살하고 있답니다." -벌떡- "뭐라고! 미리언 남작, 자세히 말해보게." 즉시, 잡담을 멈추고 이 놀라운 정보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 디젤 후작 이 미리언 남작을 재촉했다. 그와 함께 담소를 나누던 제장들도 긴장 속에 침을 삼키며 남작의 자세한 보고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 성안에 스파운 타운의 용병들이 학살당한 그린록, 헬린의 생존자들 과 함께 와 있습니다. 그들의 말에 의하면 500여명의 이계인들로 구성된 정 예 유격부대가 이미 그린록 타운과 헬린 타운을 무차별 학살하고 마을을 불 태웠답니다. 자세한 것은 그들의 대표인 여신 라시에나의 사제 미리네라는 여성이 설명 하겠다고 밖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음, 어서 나가세. 적의 의중이 무엇인지 궁금하군." 그렇게 지휘관 숙소의 장군들이 나가보니, 부상당하고 얼굴에는 절망의 기 색이 역력한 10여명의 사람들이 한쪽 구석에 서 있었고, 그들의 주위에는 다시 10여명의 용병으로 보이는 남자들이 그들을 보호하듯 둘러싸고 있었다 . 그리고 그 앞에 서 있던 사제의 표식이 들어간 여자가 장군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우르르 나오자 급히 한쪽 무릎을 가볍게 굽히고 인사를 하였다. "저는 스파운 타운에서 마을 사람들과 함께 생활 하던 자비로우신 라시에나 님의 사제 미리네라고 합니다. 지금, 주변의 두 마을이 잔인하게 학살당하 고, 저희 마을과 주변의 마을들이 아직 그들의 위협에 거의 무방비로 남아 있습니다. 부디 저희들의 안전을 고려하셔서 그들 레디안의 특수 유격 부대 를 막을 군대를 지원해 주시기를 청원합니다. 장군님." 그녀의 말이 끝나자 디젤 후작이 앞으로 나와 그녀에게 질문을 시작했다. "나는 방위군 총 사령관 디젤 후작이다. 라시에나님의 사제여, 자세히 설명 하라. 적들의 구성과 총 인원수는 아는가? 언제 그린록과 헬린이 공격을 당 했는지, 어느 마을부터 당했는지는 아는가?" 그의 질문이 끝나자 무릎과 허리를 피고 그를 바라보며 미리네가 대답했다. "그린록 타운이 처음 공격을 당했습니다. 10일 전에 일어난 일로 알고 있습 니다. 밤이었고, 기습이었기 때문에 하룻밤 사이에 마을이 거의 몰살당하다시피 했다고 합니다. 그 후, 5일 후에 그들은 옆 마을인 헬린을 공격 했습니다. 헬린은 그 전날 도착한 그린록의 생존자들에 의해 그들의 존재를 알고 있었 기 때문에 그런대로 방어를 시도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들은 총 인원이 약500명으로 하나 같이 정예병사 수준이었답니다. 그리고 그 중에는 기사급의 존재가 100명이상 포함되어 있었고,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전업마법사가 50여명 섞여 있다고 합니다. 헬린은 2일을 필사적으로 저항 했지만, 3일째 되던 날, 기사급의 부대의 전 격 돌진에 의해 마을의 마법방어 방벽이 파괴되고, 그 후에는 마법사 부대 의 합동마법에 2시간도 안 되서 마을 전체가 약소(불에 탐)되었다고 하였습 니다. 또한 생존자의 말에 의하면, 적군의 지휘관은 악령기사라는 이계인으로 그 들 부대는 전원 이계인으로 구성되어 있는 듯 한 느낌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들은 전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그것이 바로 2일 전입니다. 위치적으로 볼 때, 그들의 다음 목표는 저희 스파운이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을 것으로 마을에 고용된 용병들이 말하더군요. 저희 스파운의 병력은 용 병과 자위단을 합쳐 100명을 겨우 채울 수 있을 뿐입니다. 물론 그들 중의 대부분은 한사람의 병사의 역할도 힘든 사람들이지요. 이에 그들의 횡포를 막기 위해 기마로 2일을 쉬지 않고 달려서 감히 총 사 령관님에게 도움을 청하러 찾아뵈었습니다. 제발 저희들을 보호해 주십시오 ." 장군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기사급 100여명과 전업마법사 50명을 포함한 정예병 500명이라니! 정규 기사단의 3분의 일에 해당하는 인원이 아닌가! "즉시, 장군들에게 연락을 취하여 모두 모이게 하시오. 30분 뒤에 회의를 시작하겠소. 미리네 사제, 그대도 30분 뒤에 지휘관 회의에 참석하도록 하 시오. 그럼." 이렇게 성안에는 비상이 걸렸고, 약 30분 후, 지휘관 회의실에는 라딘과 트 루먼을 포함한 83명의 장군들이 집합했다.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이오. 제군들은 저 간악한 레디안의 속셈이 무엇이라 고 생각하는지 의견이 있으면 발언 해 주시오. 물론 이 상황을 어떻게 대처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도 부탁하겠소." 디젤 후작의 주제로 사제 미리네의 증언설명이 끝나자 디젤 후작이 각 장군 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각 장군들은 각자 자신의 생각을 말하였고, 지원을 나가자는 의견과 적의 유인책이라는 의견이 엇갈려 서로 결론을 내리지 못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렇게 1시간이 흐르자, 마침내 디젤 후작은 회의를 중단 시켰다. 갑자기 생긴 일이라 모두 냉정한 판단이 결여되어 있으니, 내일 새벽에 다 시 회의를 열어 결론을 내린다는 것이다. 그동안 심사숙고하여 대책을 강구 하라는 말을 끝으로 디젤 후작은 숙소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날 저녁, 크로키와 도끼바바, 그리고 라딘은 한 자리에 모여 악령 기사의 행동에 대한 분석을 하기 시작했다. "음, 무차별 약탈이라니, 악령기사는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크로키가 먼저 화두를 꺼냈다. 한때 같은 어나더 판타리아에서 이름을 떨치 던 사람으로써 그의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다. "군으로 부터의 명령이겠지. 후방교란이라고 하잖아. 아무리 악령기사라도 용병계약을 한 이상, 군의 명령을 위반하지는 못할 거라고 보는데." 도끼바바가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확실히 그들의 후방 교란은 효과를 거두 고 있느니 만큼 무시할 수 없는 의견이었다. "아니에요, 형. 지금 후방으로 들어온 유격대는 사실 살아서 돌아가기 힘든 자살부대잖아요. 물론 그 때문에 죽지 않고 죽어도 자국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이계인들로 구성된 부대를 보낸 거겠지만, 그래도 죽는 것을 좋아 하는 사람은 없으니, 그냥 군으로부터의 명령 때문에 악령기사가 자신의 길 드원을 모두 자살부대로 끌고 왔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어요. 물론 막대한 포상이 약속되었다면 모르지만요." 크로키의 분석을 절반쯤만 알아들은 도끼바바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그런가? 쩝, 나는 그런 복잡한 거 잘 몰라. 그냥 악령기사란 놈이 우리 편 애들 학살한다니까 괜히 열 받는다. 그놈 때려잡으러 가자." 도끼바바의 명쾌한 결론에 크로키가 감탄하고 있을 때, 라딘이 인상을 찡그 리며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먹자로군." "먹자?" "먹자?" "응, 잘 생각해 봐. 만약 이계인이 자국에서 마을을 불태우고 사람을 죽이 고 사람들의 물건을 빼앗는다면 그는 바로 수배되고, 빛의 신의 저주에 의 해 그의 죄업이 풀릴 때까지 온몸이 붉게 물들게 되지. 그렇기 때문에 PK나 약탈 등이 제한되는 거잖아. 그런데 이게 국가의 전쟁에 의한 작전이라는 퀘스트로 변하면, 마을을 불태 우고, 사람을 죽이고, 물건을 빼앗는 일이 모두 국가에 대한 충성으로 변한 단 말이야. 악령기사는 그 점을 알아차린 거야. 그는 아마 이 파스트에서 자신들이 모 두 전멸할 때까지 마을을 무차별 학살하고 마을의 재물을 약탈할거야. 그리고 그것은 그들의 재산을 불려줌과 동시에 국가 공적치를 높이는 데 지 대한 역할을 하겠지. 그야말로 일석이조잖아, 부득." 라딘이 이를 갈았다. 확실히 악령기사의 발상은 일리가 있다. 그러나, 그것이 먼 대륙 건너의 서대륙의 일이라면 몰라도, 자신의 나라에 서 벌어지는 일이라면 이야기가 틀려진다. 이 파스트 제국은 자신의 구역인 것이다. 남에게 자신의 밥그릇을 빼앗기는 것은 절대로 용납 못하는 라딘 이었다. "당장 가서 그놈들을 때려잡자, 말이 필요 없어. 지금 길드원들 다 집합 시 킬게." 도끼바바도 이를 갈며 소리쳤다. 그는 이미 이 파스트 제국을 통일 대한민 국 다음으로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악령기사도 갈 때까지 갔군. 눈앞의 이익을 위해 이 브리시아 대륙에서 이 계인의 인식을 나쁘게 하는 행동을 하다니, 그는 아직 NPC를 단지 게임의 도우미나 몹의 일종으로 밖에 못 여기는 건가? 구시대의 망령이군." 크로키가 냉정하게 비판했다. 사실 이런식으로 자살 특공대의 역할을 이계인이 담당하게 된다면, 이 세계 의 주민들은 이계인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강도나 흉악범으로 인식하게 될 것이다. 이곳의 NPC들은 여태까지의 게임과 달리 인생이 있고, 가족이 있고, 친척과 친구가 있는 것이다. 이계인이 한 사람의 무고한 브리시아인을 죽이면, 그 와 관련된 수십 수백의 브리시아인이 이계인을 살인자로 인식할 수도 있는 문제였다. "아아,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야 돼. 하지만 형, 길드원을 모아서 지원 나가는 것은 조금 기다려 줘요. 내일 새벽에 회의가 끝나면 정식으로 출군 할 수 있으니 그때 같이 나가자고요, 그래야 우리 길드도 국가 공적치가 쌓 이죠. 괜히 지금 소란 떨다가 군령위반이니 계약위반이니 하고 말나오면 곤 란하니까요." 이 상황에서도 이익을 챙기려 드는 라딘을 놀랍다는 눈으로 바라보며 크로 키가 말했다. "라딘, 정말로 요즘 내가 자주 느끼는 건데, 넌 분명히 성공할 수 있을 거 야. 어떤 상황에서도 손익계산을 멈추지 않으니까. 내가 존경하는 사람 3명 중에 널 집어넣게 될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기 시작한다." "지금 존경하는 사람 3명은 누군데?" "어나더 판타리아 개발자 박 지훈 박사, 슈퍼 철권 파이터(가,현) 세계 대 회 7년 연속 우승자 가르시아 그레이스, 파이널 크래프트 세계 플라티넘 프 로리그 120게임 연속 승자인 임오원씨. 현재 이 3사람이야. 내가 이루고 싶었던 경지를 구축한 사람들이지. 나의 인생목표이기도 하고. " "오호, 그럼 내가 이 브리시아 세계에서 그들처럼 유명한 사람이 될 거라는 얘기네? 짜식, 너 의외로 사람 띄워주는 재주도 있구나!" 크로키의 새로운 재능을 발견한 라딘이 그를 칭찬했다. 조금 전의 삭막한 분위기가 약간 맑아지는 것 같았다. "아니, 난 네가 내가 도저히 이룰 수 없는 사기꾼 구두쇠의 경지에 다다를 것이라고 느끼고 있어. 너야말로 내가 평생을 노력해도 따라가지 못하는 악 마의 화신이야." -쿠당- 라딘이 크로키의 어깨를 두드리며 호쾌히 웃다가 의자에서 미끄러졌고, 도 끼바바는 두 후배의 귀여운 재롱을 보며 열 받았던 그의 가슴에 약간의 신 선한 공기를 섞어 넣을 수 있었다. 그렇게 긴장에 휩싸인 칼디안 성채의 밤은 지나갔다. ---------------------------------------------- 당분간 전쟁이야기가 나갑니다. 소설 전반에 2번 있는 전쟁 묘사이기 때문 에 조금 내용이 들어가고요, 나름대로 진지하게 구성 했습니다. 전쟁 스토리는 처음이기 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다른 사람들이 보고 괜찮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약간 자신감을 가지고 10회정도 밀고 나가기로 했습니다. 생략없이 전부 묘사합니다. 물론 라딘에게 직접적인 전투만 묘사되는 거죠. 혹시 내용이 지루하거나 이 상하다 싶으시면 날카로운 지적 부탁드립니다. 고쳐야 되니까요. ------------------------------------------- 2- 20 스파운 방어전 사람이 살다보면 꼭두새벽부터 눈이 뒤집히는 상황을 경험하게 되는가 보다. 그날 새벽에 벌어진 레디안 군의 후방 침투 유격대에 대한 대책회의에서 라 딘과 아도 용병단의 지휘관 자격으로 참가한 도끼바바는 그것을 뼈저리게 실감할 수 있었다. 그날 날이 밝기도 전에 정규군 7만의 천인장과 만인장 등 지휘관급 장교 84 명과 100인 이상의 이계인 용병단의 지휘관 78명이 모인 대책 회의에서, 여 러 지휘관들의 의견과 대책을 들은 디젤 후작이 내린 결정은 아주 편리하고 실행하기에 전혀 어려움이 없는 간편한 대책이었다. "적의 후방 교란대에 우리가 당황하여 수색대를 내보낸다는 것은 별로 좋은 계책이 아니라고 할 수 있소. 적은 이계인으로 구성된 정예 부대 500명, 그들을 수색하여 효과적으로 제 압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같은 수준의 병사 1500명, 아니면 적어도 정규군 5 000명이 필요하다는 제군들의 분석에 나도 동의하오. 그러나, 한명의 병사도 아쉬운 지금, 그처럼 병사를 소모하다가 만약 적의 계책에 넘어가기라도 한다면 이는 본인을 믿고 지휘를 맡기신 폐하에 대한 불충! 지금은 굳게 수성에 전념하며 적에게 우리 군의 흔들리지 않는 굳건 한 방어력을 확인시켜줄 때라고 보고 있소. 그러므로 우리 군은 외부의 조그마한 혼란에 동요하지 말고 굳은 마음으로 수성에 전념 해 주기를 제군들에게 요청하는 바이오." 디젤은 그대로만 있으면 당연히 이기는 싸움을 괜히 적과 신경전을 해가며 혼란을 야기시키기 싫었다. 그의 공적은 이미 전일의 전투에서 승리함으로 써 확보되었고, 그것은 나름대로 화려한 미래를 약속하고 있다고 그는 생각 했다. 이제는 가능한 한 무리하지 않고, 애초 작전대로 적의 본대의 움직임 에 따라 농성과 역격을 시행하면 되는 상황인 것이다. 이제 제장들의 의견이 이 후방 교란대가 대세에는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는 의견으로 굳어지자, 그의 마음속은 귀찮은 일을 피하고 만약을 대비해서 라도 안전제일 위주로 가겠다는 욕망으로 가득 찼다. "장군! 그러면, 장군께서는 우리 스파운의 주민들이 그들에게 학살당하게 내버려 두겠다는 것입니까?" 장군의 선언이 끝나자 라시에나의 사제 미리네가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어허, 사제는 흥분하지 마시오. 그들 흉악한 레디안의 악적들이 선량한 우 리 파스트의 양민을 해치는 데 어찌 방관할 수 있겠소! 하지만 지금 섣불리 군대를 움직여 만약 적에게 허를 찔리기라도 하는 날에 는 돌이킬 수 없는 사태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니, 우리 군이 적극적으로 그 들을 대응하지는 못할 뿐이오." "그럼 어떤 대책이 있으십니까? 군대를 움직이지 않고도 적들을 물리칠 수 있다면 저희는 그 결정에 감사히 따르겠습니다." 흥분했던 미리네가 약간 진정하며 다시 대답했다. 그러나 그녀의 기분은 디 젤 후작은 웃으며 그 대책이라는 것을 말하는 순간 다시 최악으로 나빠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말 해주니 고맙소. 그 대책이란 다름 아니라, 이미 후방에 잠복하 여 교란작전을 펼치는 적의 유격대를 단 시일 내에 처리하기는 힘드니, 스 파운의 주민들은 후방에 있는 보겐 영지의 성으로 잠시 피신하여 달라는 것 이오. 이 권고는 스파운의 주민들뿐만 아니라, 전선에 근접한 인근마을 23 개 마을에 모두 내릴 계획이오. 그들은 모두 이번 전쟁이 끝날 때까지 안전 한 후방의 성이 있는 도시에 피난 해 있는 것이 좋을 것이오." 미리네와 스파운의 용병들은 기가 막혔다. 지금 내일이라도 적들이 공격해 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믿었던 제국의 군대 는 병사를 보내주지 않겠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들이 알아서 자신들의 마을에서 도보로 2주는 걸리는 도시로 피난가라고 하는 것이다. '피난가면 되지 않나?' 라고 생각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5월이다. 그리고 그들은 가난한 사냥꾼업과 조그마한 산간의 밭을 일구며 사는 사람 이 대부분이다. 그런 그들에게 파종하고 추수도 하지 못한 밭을 그대로 나 두고 전쟁이 끝날 때까지 다른 도시로 피난가라는 것은 2년을 거지로 굶주 림과 싸우면서 버티라고 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마을 주민들의 3분의 1은 굶어 죽으리라. 다시 말해서 지금 저 군대의 총사령관 디젤 후작이라는 자는 인근 마을 3만 여명의 주민에게 난민이 되라고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후작! 그것은 인근 마을의 주민들에게 너무도 가혹한 처사입니다. 우리군은 약간의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그들을 위해 병사를 보내서 그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트루먼 백작이 일어나 소리쳤다. 그의 상식으로는 3만 명의 난민을 만드는 것은 나라에 대한 심각한 불충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생각은 어디까지나 평민이었던 시절의 상식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제장들은 디젤 후작의 결정에 나름대로 납득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3만 명의 난민은 이런 대규모 전쟁의 승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지 도 몰랐다. 그들은 디젤 후작이 친절하게 인근 성채에 그들을 받아들이도록 전갈을 보 내겠다는 것도 상당한 호의로 보이는 것이다. "트루먼 백작, 그대는 전일의 전투에서 조그만 공을 세웠다고 이제는 총사 령관인 본인의 권위를 침범하는가! 나는 이미 선언했다. 그대가 폐하께 충 성을 맹세한 군인이라면, 폐하께 정식으로 지휘권을 인정받은 나의 결정에 복종하라. 전쟁은 언제나 참혹한 것이다. 비록 3만 명의 주민들의 생활이 가벼운 것은 아니나, 만약 우리 군대가 저 레디안 군에게 밀리기라도 한다면 3만으로는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모르는가! 3만 명의 민간인이 학살당하는 것을 보고 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그들이 약간의 어려움을 겪는 것까지 우리가 일일이 신경써줄 수는 없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전쟁 중이라는 것을 명심 하라!" 디젤 후작은 엄하게 트루먼을 질책했다. 트루먼은 이를 악물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런 트루먼을 보며 라딘은 이 귀족 사회에 끝까지 남지 않고 적 당히 발을 뺀 것이 얼마나 잘한 일이었던가를 실감했다. 하지만 저 얄미운 디젤 후작이라는 놈은 나중에라도 꼭 손을 보고 말리라! 그러나 지금은 자신들의 거취를 냉정하게 생각해야 될 때였다. "잠깐, 정규군이 움직이지 못한다면 우리 이계인 용병단이라도 움직이게 해 주시오. 어차피 적들도 이계인이니 우리가 해결하겠소!" 도끼바바가 일어나 소리쳤다. 그 역시 이 귀족들의 생각을 납득 할 수가 없 는 것이다. "불가하다! 그대 이계인 용병단들도 일단 계약한 순간 우리 파스트 군의 일 부분임을 잊지 말라. 우리의 작전에는 그대들의 전력도 모두 계산되어 있으 므로 그대들이 마음대로 중간에 빠져나간다면 군율위반으로 처리하겠다." 디젤이 강하게 거절했다. 그러나 이미 흥분한 도끼바바가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일 리가 없다. "흥, 군율위반이 대수요? 나는 우리나라 양민들이 적에게 학살당하는 꼴은 눈뜨고 못 보겠소. 무조건 출동하겠으니 그리 아시오!" 일개 용병 대장에게 모욕을 당하고 화가 나지 않는다면 이 파스트 제국에서 도 20위 안에 드는 귀족가문의 수장이 아니리라. "뭐라고! 여봐라. 위병 저자를 군율위반으로 체포하여 감금하라. 다른 이계인 용병단 대장들도 경거망동하여 전군의 군기를 해치는 자는 용 서하지 않겠다!" 위병들이 뛰어와 도끼바바를 둘러쌌다. 도끼바바는 이번에 얻은 할버드를 꺼내들고 저항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렇게 일촉즉발의 사태로 치닫는 상 황에서 드디어 라딘의 딴지가 들어갔다. "잠깐! 모두 진정해 주십시오, 디젤 후작 각하.(디젤을 지휘관으로 인정 안 하는 라딘은 절대로 디젤을 대장군으로 부르지 않았다) 제가 알기로 이계인 용병용 군율은 보통의 군율과는 조금 다르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 군율에는 이계인 용병단이 만약 개인적인 사정으로 전선을 이탈해야 하 는 경우 그들의 이탈을 지휘부는 가능한 한 인정해 주기로 되어 있을 겁니 다. 그러니 저 도끼바바의 부대가 우리 성채를 떠나겠다면 그의 전선이탈을 인정해 주시기 바랍니다." 디젤이 같은 이계인이라고 저 버릇없는 용병 나부랭이를 비호하는 라딘을 노려보며 비웃음을 섞어가며 빈정댔다. "호오, 저 무례한 용병을 위해 기사인 그대가 나서다니, 같은 이계인이라는 것인가? 좋다. 그대의 말에도 일리가 있으니 그가 만약 계약을 해지하고 떠나겠다면 특별히 인정하겠다. 단, 계약서에 의하면 계약의 중도해약은 계 약금의 3배를 배상하게 되어 있으니 저 용병단도 계약금의 3배를 배상하여 야 이곳을 떠날 수 있다. 다른 용병단도 마찬가지! 계약금의 3배를 배상한 다면 이곳을 떠나는 것을 허락하지, 핫,핫,핫." 도끼바바는 단순하다. 그런 그의 결정은 이미 내려진 상황이고, 계약금 같 은 소,소,한, 내용은 그의 머릿속의 0.1%도 차지할 수 없었다. "흥, 잘됐군. 그깟 잔돈푼은 당장 지불하고 우리는 떠나겠다. 역시 이런 성벽 뒤에 숨어서 지내는 것은 내 성격에 안 맞으니 나는 죽더라 도 화끈하게 싸우다 죽을 것이다!" 라딘은 속으로 울었다. 아도 용병단이 이번에 받기로 한 금액은 기본급이 1만 골드이다. 라딘의 입김이 알게 모르게 들어가 다른 용병단에 비해 후한 금액이었던 것 이다. 그리고 그중 절반인 5천 골드를 선금으로 받았다. 그러니 지금 도끼바바의 한마디로 1만 5천 골드를 배상해야 하는 것이다. 다른 용병단들은 확실히 3배의 위약금이 부담이 되는 듯 섣불리 계약을 파 기하겠다는 말을 못하고 있었다. 그들로서는 그 정도의 자금이 아예 없는 것이다. 라딘으로서는 자신의 살을 떼어내는 것과 같은 아픔을 주는 행위였지만, 지 금은 대세를 거스릴 때가 아니다. 자금은 날려도 인심은 잃으면 안 되는 것 이다. "디젤 후작 각하, 저는 이 전쟁에 단지 참군 참모로 따라 왔을 뿐이니, 저 도 그들과 같이 가겠습니다. 이곳은 명 지휘관인 각하의 지휘아래 안전하게 전쟁을 수행할 수 있으리라 생각되는군요. 전쟁 중에 임의로 진을 이탈한 죄는 저의 직속상관이신 델로스 공작에게 직접 받겠습니다. 그럼." "흥, 맘대로 하게나. 어차피 그대는 필요 없었으니, 적의 유격대를 막아보 겠다면 말리지는 않겠네." 디젤의 비웃음에 가득 찬 허락을 뒤로 하고, 이제는 정진정명 디젤 후작과 불구대천의 원수지간이 된 라딘과 도끼바바 그리고 미리네 사제가 이끄는 스파운 마을의 주민들은 회의장을 나섰다. 떠나기 전, 라딘은 아공간 은행에서 1만 5천 골드를 찾아 군비과에 납입하 면서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로써 디젤 후작과의 인과율은 완성되었어. 디젤 후작, 이제 나는 그대를 상대하는 데 인간의 심성을 버릴 것이오. 지금 내가 느끼는 이 아픔을 인 과율에 따라서 그대가 4배로 느낄 때까지, 나에게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 고 있다고 하는 측은지심을 기대하지 마시오.' 이리하여 아도 용병단의 단원 136명과 기사 라딘은 그날 동이 트는 태양을 바라보며 적들의 습격 예상 제 1 순위의 스파운 타운으로 그들의 비장한 발 걸음을 옮기게 된 것이다. --------------------------------------- ------------------------------------------- 2- 20 스파운 방어전 스파운에서 약 하루 떨어진 숲, 그곳에는 일단의 사 람들이 모여 있었다. 그리고 그들 중 가운데에 위치한 회색의 갑옷을 입고 검은 망토를 걸친 사 람에게 갈색의 하드레더 아머를 걸친 여자엘프가 다가가서 말을 건냈다. "3번째 표적을 찾았어요, 악령기사님, 예상대로 이곳에서 동쪽으로 하루거 리에 있더군요. 레디안의 지도가 의외로 정확하네요, 적국의 지도인데도." 그녀의 나직한 목소리의 보고를 받은 악령기사는 빙그레 웃으며 즐거운 듯 이 말했다. "다행이군, 세이렌. 당신의 활 솜씨와 표적 찾기 능력은 언제나 기대를 저 버리지 않는데? 그럼 내일은 다시 즐거운 전쟁놀이를 시작할 수 있는 거지? " "호호호, 그런 거지요. 저번까지의 획득자금은 약 5만 골드에요. 이렇게 나간다면 5,60만 골드는 벌 수 있다는 계산이네요. 남은 마을이 23 개죠?" "응, 이 게임은 NPC가 많고 돈도 가지고 있으니 이런 식으로 전쟁에 참여하 면 자금 모으는 것은 금방이겠어. 게임 초기에 자금을 많이 모으는 사람이 게임을 장악하기 쉬운 법이니까, 부지런히 뛰자고, 아직 칼디안 성에서 대 규모 수색대가 나왔다는 보고는 없었으니까, 그놈들이 나오면 좋을텐데, 그 래야 그리안 장군으로부터 특별 보상금을 받을 수 있으니까." "그러게요. 아까 매머드(캐릭 이름)가 자기 쪽 그룹원 중 비교적 저 레벨인 사람에게 그동안 모은 돈을 다 들고 죽어서 레디안 쪽 은행에 맡겨 놓으라 고 해 놨어요. 이제 언제 죽어도 그 돈은 우리 돈이죠." "아아, 그럼 이제 새롭게 돈을 벌러 가 볼까? 길드원들에게 연락해서 내일 3시에 모두 다 로그인 하라고 연락 해 줘. 그때 저 스파운이라는 마을을 치 자고." -------------------------------------------- 스파운과 칼디안 성채까지는 걸어서 5일 이상 걸리는 거리에 있다. 만약 사제 미리네가 말들에게 매일 3-4번씩 피로회복 마법을 걸면서 2일을 달리지 않았다면, 결코 그들이 2일 만에 칼디안 성채까지 도착할 수 없으리 라. 그리고 지금 아도 용병단은 전원이 말을 가지고 있지 않으니만큼 스파운 타 운까지 가는데는 최소한 5일이 걸리리라 예상되었다. 그렇다면 시간이 모자란 것이다. 첫 번째로 희생된 그린록과 두 번째로 희 생된 헬린이 공격당한 시간의 차이는 약 5일, 잘못하면 스파운이 소멸된 후 에나 도착할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그들의 발걸음을 조금도 쉬지 못하게 하 였다. 그렇다고 밤에 산길을 이동할 수는 없는 법, 아도 용병단은 스태미너 회복 포션을 마셔가며 최대의 속도로 행군을 계속하고, 밤이 되면 로그아웃하여 정확히 시간을 지켜 로그인 하는 라딘의 전성기 시절(?) 보여 줬던 브리시 아 낮타임 맞추기를 전원이 시행하는 의지를 보이며, 단 4일 만에 스파운이 가시거리에 들어오는 언덕에 도착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언덕을 넘었을 때, 역시 스파운은 공격당하고 있었다. "젠장, 늦은건가? 저놈들이 벌써 공격하고 있잖아!" 도끼바바가 흥분하고 있을 때, 전장의 상황을 잠시 살펴보던 크로키는 고개 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에요, 형. 오히려 딱 좋아요. 아직 스파운의 마법 방어벽이 멀쩡하네 요. 전투가 시작 된지 얼마 안됐나 봐요. 지금 이곳에서 바로 공격을 시작하면 뒤치기로 적들에게 어느 정도 타격을 입힐 수 있을 거에요." "오옷, 그렇단 말이지! 얘들아, 준비해라." "옙, 형님!" 14명의 분대장이 소리를 모아 대답하고 전투 진형을 갖추기 시작했다. 그런 그들을 보며 크로키는 다시 말했다. "이대로 저들의 뒤를 공격하세요. 주로 궁사와 마법사를 노리시고요. 일단 저들의 허를 찌르게 되면, 저들이 어떻게 대응하던 신경 쓰지 마시고 바로 마을 안으로 뛰어 들어가세요. 악령기사는 제가 옛날부터 조금 아는데, 프로입니다. 기습이 통하는 것은 순간이니까요. 절대로 머뭇거리지 마세요. 미리네님, 일단 저희가 진격을 시작하면, 마을 사람들에게 신호해서 마을 문을 열어달라고 하실 수 있죠?" 마을 용병들과 같이 불안한 듯 마을의 전투를 바라보던 미리네가 대답했다. "예, 일단 제가 신성마법으로 마을 사람들의 주목을 끌면, 여기 커크씨가 우리가 지원군이라고 소리치실 거에요. 커크씨, 부탁드릴게요." "옙, 미리네님, 염려 마십시오. 이 커크가 레벨은 높지 않아도 목소리는 큽 니다. 아마 마을녀석들은 제 목소리만 들어도 환호하며 우리들을 맞아들일 겁니다." 커크를 바라보며 고개를 한번 끄덕거린 크로키가 다시 도끼바바를 보면서 말했다. "좋아요, 형. 시작하죠. 라딘, 너도 돌진할거지?" 옆에서 전문가(크로키)의 용병술을 감상하던 라딘이 그의 시선을 받자 고개 를 끄덕였다. "아도 길드 메인 몸빵의 위력을 보여주겠어. 악령기사가 걸리면 좋겠는데, 흐." 세 사람의 시선이 한 곳에서 부딪쳤다. 그리고 그들의 시선은 전장을 향했 다. "돌격!!!!!" -와아- -슈슈슝- -콰쾅- 악령기사가 이끄는 유격부대 500명은 오늘 드디어 제 3의 마을인 스파운 타 운에 대한 작전을 개시했다. 시작은 계획대로 평온하게 진을 짜고 마을 사람들을 불안에 빠뜨린 다음, 가벼운 화살 세례와 위시용 마법으로 마법이라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마을 자경단원들의 사기를 떨군 후, 드디어 본격적인 전사, 기사들의 돌진에 들 어가는 단계까지 진척시켰다. 이 마을은 저번에 쓸어버린 헬린에 비해 방어병 수도 적어 보였고, 방벽도 그다지 튼튼해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하면 2일 이내로 끝내고 싶었다. 그래야 한 번에 끝내고 전원 로그아웃해서 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참 전사와 기사들이 돌격하여 마을의 방벽을 부수려고 할 때, 뒤 쪽에서 함성과 함께 화살, 마법, 짱돌(?)이 날라 오는 것이 아닌가! "적인가? 설마 칼디안 성에서 벌써 지원군이 나왔나? 대규모 수색 지원군이 나오면 벌써 보고가 들어왔을 텐데? 세이렌!" 한쪽에서 궁수 부대를 지휘하던 세이렌이 적의 갑작스런 기습에 당황해 하 다 악령기사의 부름을 듣고 얼른 다가왔다. "어떻게 된 거에요? 적인가요? 수는 많지 않아 보이네. 한 150명 정도?" "아아, 적인가 봐. 즉시 진형을 후퇴하여 적들의 돌격을 회피하자고, 그리 고 세이렌과 멀린은 이 주위를 살펴서 적의 지원군이 이 근처에 더 있는지 좀 살펴봐 줘. 멀린! 마법사 부대를 5시 방향으로 100m정도 후퇴 시켜 줘! 진형을 다시 짠 다. 매머드, 이 멍청아! 전사가 뒤로 빼면 어떻게 해! 서둘러! 몸빵은 몸빵답게 몸으로 때우라고! 그래! 마을은 나중에 공격하고 지금은 일단 후퇴한다. 진형을 90도 돌려서 유지하면서 뒤로 후퇴시켜!" 악령기사의 지휘에 따라서 마을을 공격하던 매머드의 전사부대가 우측으로 후퇴하는 마법사의 뒤를 맡아 돌격하는 도끼바바와 라딘의 일행을 막았다. 그리고 역시 세이렌의 궁병부대도 그녀가 사라지기 전 외친 명령에 따라, 마법사의 좌측으로 이동 후 전열을 가다듬으며 후퇴하기 시작했다. 아도 용병단의 진형을 지휘하던 크로키는 그 광경을 보며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후방을 공격당한 상태에서 적들은 궁수, 마법사, 전사부대를 마치 3개의 손 가락으로 피아노를 치듯이 조금도 머뭇거리거나 부딪치지 않고 유기적으로 방향을 90도 틀어서 후퇴하는 것이다. 상대가 500명이라는 사람들을 그렇게 효율적으로 제어한다는 것에 같은 게 이머로서 투지를 느끼고야 마는 크로키였다. '바바 형, 라딘, 전사부대와 맞서서 뚫을 생각 말고 어서 마을 안으로 들어 가요. 적이 완전히 전열을 가다듬으면 반격이 시작될 수 있어요. 우리는 적의 3분의 1밖에 안 된다고요! 문 열렸으니까 빨리 들어가요.' 크로키는 급히 귓말로 외쳤고, 한참 신나게 땅을 퍼 던지던 도끼바바를 라 딘이 방패로 한번 쳐서 이성을 되찾게 한 다음에야 겨우 아도 용병단은 마 을 안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그래도 기습이라고 적의 궁수와 마법사를 30 명 정도 죽일 수 있었던 짭잘한 초전이었다. 일단, 아도 용병단이 모두 마을로 들어가자, 마을 문은 다시 굳게 닫혔다. 악령기사의 부대가 약간 후퇴했기 때문에 이미 전투는 정지된 상황이었고, 마을사람들은 아도 용병단을 인도한 커크와 미리네를 둘러싸고, 눈물을 흘 리며 만세를 불렀다. 단순한 그들은 일단 지원군이 오면 자신의 마을이 안 전하다고 믿었던 것이다. 그러나 커크와 미리네의 설명을 듣고, 아도 용병단이 150명도 안 되는 인원 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그들의 눈빛이 다시 절망으로 물들어갔다. "절망하기에는 이릅니다. 저분들 아도 용병단원들께서 여러분을 위해 목숨 을 걸고 이곳까지 왔습니다. 여러분, 우리에게는 방벽이 있어요. 여러분과 아도 용병단원들이 필사의 각오로 방어에 임한다면, 우리는 살아 남을 수 있을 거에요. 여러분, 이곳은 우리의 고향입니다. 우리들이 살아오고 살아가야 하는 곳입 니다. 절망은 최후까지 하지 않아도 되는 감정입니다. 이제 마음을 다지고 같이 싸워 주세요. 라시에나께서 도와주실 겁니다." 미리네가 마을사람들에게 외쳤다. 스파운까지 오면서 들은 미리네의 2년 동안의 행적은 그야말로 자원봉사 사 제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는 봉사활동의 정화였다. 그녀는 수도에서 이 산간 농촌마을까지 여행을 하던 중, 이 근처의 마을에 는 의사나 사제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인근 마을을 순회하면서 신성마법과 성직자 전용 생산스킬인 [의술]로 치료와 축복을 병행한 의료 활동을 하여 왔다는 것이다. 그로인해, 이 근처 마을 사람들은 이계인에 대한 인상이 상당히 좋았다. 그리고 미리네는 라시에나의 축복을 받은 사제로써 인근 마을에 막대한 신 뢰를 얻고 있었다. 옆에 있던 커크가 다시 소리쳤다. "나는 다들 알다시피 이곳 출신이 아니오. 떠돌이 용병이지. 하지만 마물에 게 당하여 극심한 상처와 독에 중독되어 죽어갈 때, 그녀에게 구함을 받았 고, 그 후 그녀를 호위하면서 인근 마을을 전전했소. 내가 말하겠소. 이 스파운이라는 마을은 가난해도 살기 좋은 마을이오. 아마 제국에서 열손가락 안에 들어갈 정도로 말이오. 뿐만 아니라 이곳에는 성녀도 있소. 나는 이곳을 지킬 것이오. 그러니 그대들도 그대들의 마을을 지킵시다. 아직 우리는 지지 않았소!" -와아!!!!- "음, 미리네님이 이 동네에서 꽤 인망이 있나보네?" 부대를 방벽에 배치 시키면서 미리네와 커크의 선동을 지켜보던 도끼바바가 말했다. "네, 그녀는 원래 초 레어 왕 매너 유저에요. 옛날에 한번 만난 적이 있었 죠." 자신의 과거에서 한 조각의 기억을 되찾는데 성공한 라딘이 대답했다. "옷, 라딘, 그럼, 아는 사이였단 얘기? 그동안 서로 말도 잘 안했잖아? 혹시 보통사이가 아니라서 쑥스러웠다던가 그런거냐? 아니면 지금부터 작업 들어가는 거냐? 밀어줄까?" 도끼바바가 갑자기 흥분하면서 말했다. 그는 의외로 이런 쪽에 관심이 많은 것이다. 라딘이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면서 대답했다. "아니요. 그저 스쳐 지나간 사이에요. 그녀와 나는 속성차이가 너무 심해서 서로 접근하기가 힘들어요." "속성차이?" 도끼바바가 말뜻을 이해 못하고 되물었다. "훗, 저 미리네님하고 라딘하고는 빛과 어둠의 속성차이가 있어서 가까이 가면 폭발할지도 몰라요." "아항, 과연~." 크로키의 친절한 설명에 크게 고개를 끄덕이는 도끼바바였다. ---------------------------------------- 아, 그리고 이 소설에 어디선가 많이 본 장면이나 내용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고 생각하시는 독자분은 제 작가명을 받침없이 한번 읽어 주세요. 저는 이미 대놓고 선언했으니 죄 없습니다.(씨익) ------------------------------------------- 2- 20 스파운 방어전 ------------------------------------------------- ----------- "호호호, 이봐요, 악령기사님, 적들이 화살에 전혀 동요를 안 하는데요. 화살 공격만으로는 소용없네요. 전사부대 돌격 시켜줘요. 그럼 방벽 위에서 맞서 싸우는 놈들 요격할게요." 몇 번을 쏴도 별 피해를 못주고 있다고 생각한 세이렌이 화살 값을 아끼기 위해 악령기사에게 제안했다. 악령기사도 화살만으로는 역시 훈련된 용병단 을 동요시키기 힘들다고 판단, 매머드에게 돌격 명령을 내렸다. "이봐, 매머드, 대중의 의견이 너에게 집중되고 있다고, 어서 나가봐. 팬들의 기대에 부응해야지." 한쪽에 쭈그리고 앉아 심심하다는 듯이 마을을 바라보던 매머드가 벌떡 일 어나 소리쳤다. "오오! 돌격이다. 부대원 전원 돌격 준비! 신나게 놀아보자!" 그리고 약 10분 후, 매머드를 선두에 세운 전사부대 200명은 돌격을 시작했 다. 그 뒤에는 150명의 세이렌의 궁수부대가 화살을 활에 먹인 체 그들의 뒤를 걸어서 따라가고 있었다. "앗, 전사부대가 돌격을 시작했네. 이제 어떻게 하지?" 전투 지휘는 절대로 자신 없는 라딘은 이미 성을 나서면서 지휘권을 크로키 에게 넘긴 상태였다. 한명의 병사의 위치로 돌아와 마음이 편해진 라딘은 이제 열심히 방벽 틈 사이로 전장을 구경하다가 적들이 대규모 돌격을 시작 하자 당황한 마음을 감추며 태연하게 크로키에게 물었다. "돌격이군, 일단 전사와 궁수들로만 구성 되어 있어. 그렇다면 성에서 가지 고 나온 물건이 도움이 될거야. 준비해주세요, 바바 형." 크로키가 방벽 뒤에 몸을 숨긴 채로 명령 신호 깃발을 흔들며 도끼바바에게 귓말을 보내자, 도끼바바가 방벽 방어 부대원에게 소리쳤다. "모두 준비해라. 적이 가까이 오면 일제히 뿌린다." 그러자 방벽 뒤에 숨어있는 100여명의 부대원들이 일제히 품에서 머리보다 약간 작은 주머니를 2개씩 꺼내는 것이었다. "준비, 5, 4, 3, 2, 1, 지금이다. 1번 투척!" 도끼바바의 호령과 함께 100여개의 주머니가 하늘을 날았다. 그리고 허공에 서 풀어진 주머니 속에는 아도 용병단이 성을 나올 때, 다른 용병단들에게 서 싹 쓸다시피 구입해 온 '캔트롭(철질려)'이 들어 있었다. 캔트롭, 초급 간이 함정의 재료로 많이 쓰이는 이 4개의 바늘이 삼각 피라 미드형으로 박힌 구슬은 의외로 돌격하는 부대원들을 골탕 먹이는 효과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제작비에 비하여 사용 효율이 좋은 이 작은 암기는 후 퇴 시에도 상당히 유용하며 대부분의 용병단은 이 캔트롭을 소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라딘은 크로키의 권고로 위약금 때문에 군을 이탈하지 못하고 미안 해하던 여러 용병단에게 이 캔트롭을 거의 원가에 싹 쓸어 온 것이다. 돌격하는 매머드의 전사부대 앞에 2만 개의 캔트롭이 깔렸다. "으악, 이게 뭐야." "아윽, 내발!" 돌격하던 매머드를 필두로 전사부대원들이 발을 움켜잡고 제자리에서 뛰기 시작했다. 재수 없게 넘어진 사람들은 그야말로 전신 부상이라는 참혹한 상 태에 빠지기도 하는 것이다. "걸렸다. 제 2탄 발사!" 다시 100여개의 주머니가 하늘을 날았다. 그리고 그 안에는 라딘의 지휘 하 에 떠나기 바로 전에 칼디안 성채의 주방을 급습, 주방장과 주방 인원들을 묶어 놓고 있는 재고를 모두 쓸어온 합계 30푸대의 고춧가루와 후춧가루가 들어 있었다. 지금쯤 칼디안 성채에서는 디젤 후작을 비롯한 모든 병사들이 건강에 좋은 선식위주의 식사를 하며 치사하게 한 푸대도 남기지 않고 고춧가루와 후추 가루를 약탈해 간 아도 용병대를 저주하고 있으리라. "후엣치, 으악, 후엣치, 아악." "크악, 이게 뭐야, 엣취, 아악." "콜록, 콜록, 으악, 살려줘!!" 매머드는 신나게 돌격을 하다 갑자기 적이 던지는 이상한 물건들을 보고 급 히 걸음을 멈췄지만, 안타깝게도 전력질주를 하다가 단번에 멈추기는 불가 능했다. 그리고 그가 내딛은 한걸음의 발에 격렬한 통증이 오기 시작했다. 가상현실게임에서 이정도의 통증을 느끼게 하다니! 펄쩍 펄쩍 뛰고 싶은 충 동을 그는 억지로 눌렀다. 자기는 대장인 것이다. 대장은 부하가 배고파 할 때도 속으로는 주린 배를 움켜쥐면서도 부하에게 자신의 식량을 웃으면서 건낼 수 있는 인덕과 인상 관리가 필요하다. 그는 꿋꿋하게 버티고 서서 결코 서두르지 않고 한쪽 발을 들어 금계독립의 자세를 취했다. 들어 올린 왼쪽 발바닥에는 3개의 캔트롭이 박혀 있었다. 하나를 뽑았다. 뽑은 캔트롭을 한쪽에 버리고 다시 하나를 뽑았다. 이제 하나만 뽑으면 통증은 사라지리라. 그 후에는 발로 땅을 흩으면서 이 캔트롭 지뢰지대를 벗어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일단 벗어나기만 하면 다 시 진형을 짜서 돌격하면 된다. 수는 자신의 부대가 압도적으로 많고, 적들 은 방벽 밖으로 나오지 못한다. 그의 손이 마지막 하나의 캔트롭을 향해 나아갈 때, 죽음의 사자가 봉인되 어 있는 주머니가 그의 옆에 떨어졌다. 그리고 그 주머니가 터지면서 검붉 은 죽음의 사자가 풀려나기 시작했다. "엣취, 엣취, 으악!" 금계독립의 최고 고수인 백학이라고 하더라도 재채기를 하면서 자세를 유지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눈물과 콧물을 펑펑 쏟으며 매머드는 들 어 올렸던 왼발로 다시 힘차게 대지를 디뎠고, 즉시 비명을 지르며 다시 발 을 들었다. 눈물에 가려 흐려진 그의 눈에 6개의 캔트롭이 박힌 발바닥이 뿌옇게 비추였다. 아비규환이라는 것은 과연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발을 움켜쥐고 한발로 서 있다가, 재채기를 하면서 다시 중심을 잃는 바람 에 들었던 발로 힘차게 땅을 디디고, 다시 펄쩍 뛰며 발을 들었다가 다시 재채기를 하는 그런 것이 바로 아비규환이 아닐까? 이제는 포기한 듯, 마음 놓고 뒹굴면서 비명과 재채기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엇, 저 앞에 있는 저 녀석, 대장인가? 버티네! 에엣! 받아랏! [파워 브레 이크]!" 라딘의 워해머가 공간을 가르고 날았다. 한참을 고통 때문인지 최류탄 때문인지 모르게 울던 매머드는 그의 눈물어 린 시야에 하나의 워해머가 날라오는 것이 보였다. 그것은 맹렬한 속도로 그의 머리를 향해 날라 왔고, 그는 그것을 피할 수 없었다. 아니, 피하기는 커녕 혹시 기침을 하다 빗나갈까봐 순간적으로 이를 악물고 자신의 머리를 워해머를 향해 내밀었다. -슈웅- -퍽- 둔중한 타격음과 함께 하얗게 변해가는 광경을 보면서 사라져가는 고통에 게임을 시작하고 처음으로 죽음을 반기는 자신을 발견하는 매머드였다. [띠링, 파워 브레이크 스킬이 1 올랐습니다.] "오옷, 크리티컬! 나이스!" "좋았어, 다음 단계! 소환사, 바람의 정령 소환해서 풍향 조절 시작! 전사부대 방독면 착용하고 돌격대기!" 크로키의 지휘아래 5명의 엘프 소환사가 바람의 정령을 소환, 기침하는 악 령기사 전사부대원들을 괴롭히던 분말들을 그들에 뒤로 날려 보내기 시작했 다. 그들이 사람이 좋아서 전사부대를 구원해 주는 것이 아니다. 전사부대 뒤에는 궁사부대가 있는 것이다. "아앗, 싫어! 가까이 오지마!" "안돼, 물러나! 엣취, 엣취." 상황판단이 늦었던 궁사부대에게 검붉은 안개바람이 덮쳤다. 기침하는 그녀 들의 활시위에 걸린 화살들은 그녀들의 손을 떠나 하늘로, 땅으로, 또는 동 료들의 등으로 날라가 박혔다. "이때다! 전원 돌격!" -와아아아아- 준비하는 자는 아름답다. 아도 용병단원은 전원 오늘의 이 순간을 위해 힘겨운 행군 속에서도 틈틈이 자신들의 신발밑창에 여러 겹의 가죽을 대어 밑창 두께 5cm의 '대 지뢰용 군화'로 변형 시켜왔고, 몇몇의 여성 마법사와 사제들이 최고급 천으로 정 성들여 만들어 준 콧구멍 마개를 코에 장착하고 있었다. 전사부대의 강력한 주장에 의해 그 콧구멍 마개의 제작에는 남자 마법사나 사제의 참가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100% 여성 핸드 메이드 콧구멍 마개였 다. 이제 사랑과 우정, 그리고 두 개의 콧구멍 마개로 완전 무장한 100명의 전 사들의 돌격이 시작되었다. "으하하하, 받아라! [대진파]! 이야, 이거 완전히 허수아비 베기구만, 오늘 경치 좀 하네." "아자! 아자! 아자! 아다다다다다! 캬~, 역시 낭뜨 전추술은 자세도 우아하 고 아름다워! 워해머를 이렇게 우아하게 휘두를 수 있다니!" 그렇게 모든 단원들이 신나게 무방비 상태의 적을 학살 할 때, 드디어 이 황당한 사태에 빼앗겼던 정신을 되찾은 악령기사의 반격이 시작됐다. -휘잉- 전장 한가운데에 돌개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실피드의 파워 싸움으로 부딪 친 공기가 상공으로 올라가는 것이다. -휘릭, 휘릭, 휘릭- 공간에 불덩어리가 뭉쳐 그 안에서 도마뱀이 3마리 기어 나왔다. 불의 정령 샐러맨더가 소환된 것이다. -크왕- 그리고 한쪽에는 10여 마리의 머리 두 개 달린 늑대가 공간을 열고 나타났 다. 레디안 남부에 서식하는 트윈헤드울프였다. -끼아악, 꺅, 꺅- 다시 하늘이 일렁이며 4마리의 하피가 나타났다. 악령기사의 마법부대 중 소환사들로 이루어진 쿠키 부대의 활동이 시작된 것이다. 샐러맨더나 하피, 그리고 트윈헤드울프는 캔트롭이 통용되지 않는 다. 몸이 날렵하여 캔트롭을 안 밟기 때문이다. 혼전중이라 마법은 아군까 지 피해를 입힐 수 있지만 소환수는 그렇지 않은 것이다. "칫, 조금만 더하면 궁수부대랑 전사부대를 쓸어버릴 수 있었는데! 바바 형, 부대 빼요. 아직 우리 수가 적어서 야전은 안 돼요. 야! 라딘, 아 이템 적당히 줍고 빨리 들어와! 전원 평소 훈련대로 3인 일조로 2명이 가드 , 1명이 대형 아이템 수거하면서 신속히 후퇴하세요. 서둘러요! 최류탄 가루 다 빠져나가면 저쪽이 유리하다고요." 소환사들의 소환물에 의해 약간의 틈을 보인 아도 용병단원들에게 크로키는 냉정하게 후퇴 명령을 내렸다. 자고로 한방 먹이면 잽싸게 도망가야 당하 는 쪽이 열 받는 법이라는 것을 그는 그동안의 경험으로 알고 있는 것이다. "이야~, 역시, 우리는 잘났어. 지금 우리가 죽인 적들이 도대체 몇 명이냐? " 마을 안으로 무사히 후퇴한 라딘이 크로키한테 물었다. "쿠쿠, 150명 정도야. 전사부대는 100명도 넘게 죽였고, 궁수부대도 50명 가까이 죽였을 걸, 우리 편 피해는 전무하고 말이야. 악령기사가 지금 미쳐 서 날뛰고 있을 거야." "카카카카, 이렇게 남이 불행하다는 소리를 듣고 행복해지면 안 되는데, 라 딘아, 라딘아, 마음의 수양을 하여라. 사람이 착하게 살아야지, 자꾸 그러 면 점점 나쁜 사람이 된단다." '넌, 이미 늦었어.' 크로키와 도끼바바가 동시에 마음속으로 외쳤다. "아! 그리고 라딘 네가 주운 아이템이 32개지? 한 개도 빼돌리지 말고 모두 뱉어." 가가대소하던 라딘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헉, 그걸 다 셌단 말이야?" 크로키가 라딘의 전매특허인 음모를 꾸밀 때 짓는 어둠의 미소를 흉내 내며 말했다. "너에겐 전담 감시원이 항상 붙어 있다는 것을 명심해. 돈과 아이템에 대해 선 세상에서 제일 믿을 수 없는 사람이 너니까.(씨익)" 쓰러지는 라딘을 보며, 도끼바바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 ------------------------------------------- 2- 20 스파운 방어전 --------------------------------- "젠장, 이게 무슨 꼴이지! 완전히 당했어." 악령기사는 정말로 미쳐 날뛰고 있었다. 자신의 게임인생 30년에 이보다 더 큰 치욕이 있었던가? 15세 이후로 승리에 익숙해져 있던 그에게 이번 전투 는 평생의 상처로 기억될 지도 몰랐다. "도대체, 피해가 얼마인거지?" "전사는 107명, 궁수는 45명이에요. 처음 저들의 기습에 죽은 사람이 마법 사 12명, 궁수 17명이니까, 181명이네요. 아, 매머드는 부활 스크롤로 살렸 으니까, 180명인가요?" 세이렌이 침울한 어조로 대답했다. 그녀가 생각해도 너무 황당한 패배인 것 이다. 그녀의 궁수부대는 62명이나 죽었다. "부활 스크롤이 지금 얼마나 남았지?" "23장 남았어요. 쓸까요?" "응, 3장 남기고, 마법사 12명하고 고렙 전사 8명을 살리자고, 으득, 내일 아침에 쿠키하고 멀린이 작업을 끝내면 바로 공격한다. 한 놈도 남기지 않 겠어!" 그렇게 악령기사의 저주가 어둠이 깃드는 하늘로 울려 퍼지는 가운데, 라딘 일행은 마을사람과 짧은 승리감에 취해 즐거운 밤을 보내고 있었다. -------------------------------------------- 두 개의 달이 뜨는 브리시아의 밤이 왔다. 이제 감시할 사람을 남기고 모두 로그아웃하여 2시간의 휴식 후에 다시 전투를 위해 돌아올 예정이다. 물론 야습이 있다면 바로 로그인 할 수 있게 대기상태의 휴식이다. 지휘자로서 라딘이 남았다. 라딘과 크로키가 번갈아 가면서 쉬기로 한 것이 다. 도끼바바에게 지휘권을 넘기는 순간 용병단이 전멸 할 수도 있다고 두 사람의 의견이 일치했기 때문이다. 도끼바바는 사랑과 우정, 그리고 단순, 무식이 인생관인 것이다. 두 개의 달을 감상하며 라딘은 방벽 위에 서 있었다. 그리고 문득 뒤쪽에서 한 사람의 오라가 느껴졌다. 뒤를 돌아보니, 미리네 가 밤참을 들고 서 있었다. 야식 시간인 것이다. "이거 좀 드세요. 이 마을 특산 호떡이에요." 달빛에 반사되어 은은히 빛나는 그녀의 미소 앞에, 왠지 모르게 뒷머리가 간지러워지며 목이 껄끄러워지는 라딘이었다. "아, 고,고마워. (윽, 내가, 이 내가 말을 더듬다니!) 근데, 미리네도 말 놓지? 같은 대학 1년생이라며, 그때 말 놓으라고 그랬잖아." 라딘이 뒷머리를 긁으며 얼른 한 손으로 나무 그릇을 받아들자, 미리네가 다시 웃으며 말했다. "아, 응, 그럼 나도 말 놓을게. 그리고 고마워, 너희 용병단이 와줘서 위기 를 넘길 수 있었어." "그건 바바 형에게 말하는 게 좋겠어. 그 형이 결정한 거니까. (난 반대였다고, 돈이 드니까) 그리고 아직은 위기가 사라진 게 아니야. 적 은 아직 350명 정도 남았고, 우리는 150명도 안 되니까." 라딘이 쪼그리고 앉아서 호떡을 하나 집으며 설명하자, 미리네도 옆에 쪼그 리고 앉아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응, 그렇구나. 하지만 잘 될 거라고 믿어. 무엇보다 파스트의 자유기사 라 딘이 있잖아." 미리네를 가능한 한 마주보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정신을 눈앞의 호떡에 집 중시켜서 열심히 먹으려던 라딘이 막 식도를 넘어가던 호떡을 다시 배출하 며 벌떡 일어났다. "컥, 켁,켁, 화흐흐의 아유이아?(파스트의 자유기사?)" "라딘, 괜찮아? 여기 물 있어, 자." 미리네가 라딘을 따라서 얼든 일어나 자신의 물주머니를 내밀었다. -벌컥, 벌컥- "컥,컥, 아, 살았다, 고마워, 그런데 파스트의 자유기사라는게 무슨 소리야 ?" 겨우 숨을 돌린 라딘이 정확한 발음으로 다시 물었다. 그러자 미리네가 더 욱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어머, 너를 가르키는 말이잖아. 라딘이라는 기사가 마물로 가득 찬 동부 해안에 고립된 한 이름 없는 마을을 위해 1년이나 혼자서 고생하면서 마물 과 싸우고 마을을 개발하는 얘기를 얼마나 감동 깊게 읽었는데, 내 친구는 그 대자보를 몰래 뜯어서 집에다 코팅해서 붙여 놨다고." "헉, 그럼 미리네 너 우리학교였어?!" 라딘이 경악해서 묻자, 미리네는 고개를 끄덕여 긍정을 표시했다. "응, 통일 한국 대학 의학부 신입생이야. 사실 나도 너네 동호회에 들까 하 다가 창피해서 안 들었거든, 그런데, 이번에 다른 사람들이 다 모른 척 하 는데 너희 길드만 손해를 보면서도 도와준다고 그래서 무척 기뻤어. 이 근 처 마을 사람들하고는 지난 2년간 이웃으로 지내서 이 사람들이 남이라고 생각되지 않거든, 게임 속의 사람들인데 말이야." 라딘이 미리네의 그런 감정을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두 개의 달을 바라보고는 말했다. "이해할 수 있어. 나도 이곳이 또 하나의 고향같이 느껴지니까. 그런데, 무슨 사연으로 이쪽에서 생활하게 된거야?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보 니까, 거의 서버 초기부터 쭉 이 근처에서 사람들의 상처 치료와 축복 등을 하면서 지내왔다면서? 심지어는 가끔씩 생긴 돈으로 가난한 사람 식량도 사주고 말이야. 성녀라던데? 커크가 말이야." 미리네의 얼굴이 빨개졌다. 고개를 약간 숙여 방벽 밖의 대지를 바라보며 그녀는 말했다. "그런 대단한 게 아니야. 그저 우연히 이 근처를 지나다 부상당한 사냥꾼을 치료하면서 이곳과의 인연이 시작됐어. 그런데 이 브리시아의 사람들은 인 간성이 너무 좋은 거야. 순박하고, 자기 생활을 소중히 하고, 어려워도 절 망하지 않고 다들 협심해서 노력하고, 지구의 사람들과는 틀렸어. 왠지 나는 그런 그들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이 기뻤거든, 그들과 함께 있다는 것이 말이야. 다행이야. 그들이 절망에 빠지지 않게 돼서......" '역시, 천사표로군. 음, 멸종된 것으로 알려진 천사가 아직 존재하다니, 이 봐, 미리네, 내가 말해 주는 건데, 이 게임은 말이야, 농민은 순박하고 열 심히 살게 마인드 콘트롤 되어 있다고, 물론 돌연변이 수치도 있다고 하지 만 말이야. 이상한 변태나 정신병자는 없다는 거지, 게임 속이니까. 아! 라딘 괜한 말해서 꿈꾸는 여자의 환상을 깨뜨리지 말자. 에~, 또, 이런 때 쓰는 접대용 맨트가 뭐였더라?' 라딘이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려서 맨트를 찾는 동안 분위기가 무르익어갔다 . 라딘의 머릿속의 요란함을 들여다 볼 수 없는 미리네는, 두 개의 달빛이 은 은하게 비추는 조용한 방벽위의 분위기에 빠져 감성의 바다 속을 헤엄치고 있는 것이다. "확실히 이곳은 현실보다 순수하지. 그리고 너도 그렇고 말이야." 라딘이 습관적으로 눈에 힘을 주고 미리네를 바라봤다. 전직 첩보원인 엄마 의 조기 교육에 의해 하나의 대사를 말하면 자동적으로 최적화된 동작과 오 라가 몸에서 나오게 훈련되어 있는 것이다. 그 후, 미리네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성,력,장,에 급히 눈을 돌리려다 필사적인 노력으로 눈을 부릅뜨고 미리네를 내려다보느라 눈에 눈물이 고여 축축해질 정도였다. 미리네는 완전히 넘어갔다. 여자는 역시 무드에 약한 것일까? 나직한 라딘 의 목소리와 자신을 바라보는 뜨겁고 촉촉한 라딘의 눈을 한번 바라보고, 그녀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서 약간 내밀었다. 라딘이 반사적으로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잡고 이제는 아파서 더 이상 뜰 수 없게 된 자신의 눈을 감고 가볍게 그녀의 입술을 훔쳤다. 단 한번이었지만, 그래도 경험자라고 완벽한 테크닉을 구사하는 라딘이었다 . "아, 나 이만 들어가 볼게. 나중에 학교에 가면 나도 너희 동호회에 들게. 그때 보자. 내 이름은 이 미리야. 의학부 1학년 이 미리." 그렇게 라딘의 마수에 빠진 이 시대의 마지막 천사표 이 미리는 환상 속을 걸어서 자신의 숙소로 돌아갔다. 달빛이 수천이나 되는 별빛을 모두 삼킬 정도로 무척이나 밝은 전장의 한 밤이었다. -------------------------------------------- ------------------------------------------- 2- 20 스파운 방어전 -------------------------------------------- 드디어 결전의 날이 밝고 밖에서 진을 치고 있던 악령기사의 부대가 정렬을 시작했다. 이에 맞서서 마을을 지키는 아도 용병단의 사기는 높았다. 대원들의 절반 이상이 충분한 휴식을 취했기 때문이다. 첫날의 기책으로 적의 전사부대는 거의 박살이 났고, 이제는 전사부대의 수만큼은 아도 용병단이 많았다. 또 한 마을의 마법방벽이 깨지지 않는 한, 적의 마법사들은 무용지물이나 다름 없다. 궁수부대가 무섭긴 해도, 역시 방벽을 깨뜨릴 수는 없는 것이다. 크로키도 적의 전사부대가 돌진하여 방벽 바로 앞까지 오면 전사부대의 출 동으로 혼전을 유도하고, 아닌 경우에는 조신하게 방벽에 의지하여 장거리 무기와 마법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작전을 세웠다. 단순하지만 수성에는 제일 효과적인 방법인 것이다. 그러나, 일단 전쟁이 시작되자, 모든 예상은 깨졌고, 전황은 최악으로 치닫 기 시작했다. "전사부대! 돌격준비!" -와아아아- 매머드의 호령소리는 마을 안까지 들려왔다. 그리고 그의 호령에 따라 전사 부대가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 뒤에는 전날과 같이 궁수 부대가 버티고 있었다. "어제랑 같은 밀어붙이기 작전인가? 크로키 화살부대가 뒤에 있는데 나가서 육박전을 해도 괜찮을까?" 라딘이 걱정스러운 듯이 물었다. 이 마지막 전투라는 긴장감이 라딘의 표리 부동심공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아아, 걱정 마. 일단 적들이 방벽 바로 앞까지 오면 바로 방벽에서 뛰어내 려 혼전으로 들어가면 궁수는 별로 소용없거든, 물론 약간의 피해는 있겠지 만 말이야. 뭐 적이 신궁이라서 [곡사]같은 최상급 스킬을 익혔다면 몰라도 , 우리가 만약 궁수가 많았다면 전사가 가까이 오는 것을 두려워 안 했겠지 . 우리에게는 방벽이라는 방어막과 적들이 가까이 오는 동안의 시간이 주어지 니까. 그게 수성의 이점이잖아. 궁수가 거의 없는 전사 집중 길드라서 무지 고민했지만, 이제는 괜찮을 거 야. 그리고 우리 편 전사는 죽어도 이 마을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지만, 적들은 한번 죽으면 끝이야. '근처마을에서 시작'같은 것은 감히 선택하지 못할걸 ? 쿠쿠, 이 마을 안에서 HP하고 능력치가 절반인 상태로 시작하면 그야말로 바라는 바이지만, 아마 죽으면 자국 내의 세이브한 마을에서 시작하는 것 을 선택해야 할 걸? 다시 말해 방벽이 깨지지 않는 한, 우리 부대는 좀비 부대라고." 크로키의 분석에 라딘은 마음의 긴장을 풀고 전진해오는 적의 전사부대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라딘과 크로키의 마음의 평화는 단지 5분을 유지하지 못했다. 악령기사 부대의 뒤쪽에서 빛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마법사 부대가 있는 장 소였다. 그러고 보니 마법사 부대의 배치가 이상했다. 처음에는 궁수부대 뒤라서 가려서 잘 보이지 않았었지만 궁수부대가 전진을 시작한 지금 자세 히 보니, 마법사 부대에는 두 개의 커다란 마법진이 그려져 있는 것이다. 그리고 50명의 마법사가 그 두 개의 마법진에 일정한 배열로 서서 일제히 주문을 외우는 것이다. "앗! 저것은! [마력 집중진]! 당했다!" 크로키는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그 마법진은 마법사의 마법력을 한 사 람에게 밀어주는 [마력 집중진]이었던 것이다. [마력 집중진] : 하급마법사도 모이면 전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중요한 마법진이다. 이 마법진 속에서 각각의 마법사가 하급마법 [마나 부 여]를 시전하게 되면, 마법사 레벨 10레벨 당 1레벨만큼의 마나를 중앙에 선 지휘 마법사에게 보낼 수 있게 된다. 지금 평균레벨 200레벨의 마법사 50명의 마나가 중앙의 쿠키와 멀린에게 모 이려 하고 있었다. 이로써 소환사 쿠키와 원소 마법사 멀린은 각각 거의 70 0레벨에 달하는 마법사의 마나를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지금 마법진이 빛을 내면서 공간에 보라색의 마나 덩어리들이 중앙 에 선 소녀 취향의 여자 마법사와 늙은 마법사에게 모였다. -쿠쿠쿵- 천천히 전진하는 전사부대의 앞의 땅이 솟아 올라오며 두 개의 언덕이 생겼 다. 그리고 그 흙 언덕이 무너지며 나온 것은 신장 3.5m, 무게 12t의 스톤 골렘 2기였다. "으악, 비겁한 놈들 신성한 병사들의 야전에 탱크를 투입하다니!" 도끼바바의 경악에 찬 농담을 반격할 여유도 라딘에게는 없었다. 골렘을 앞세운 적의 전사부대가 돌진을 시작한 것이다. "막아야 돼! 저 골렘이면 이정도 방벽은 얼마 못 버틴다고!" 크로키의 외침에 라딘이 벌떡 일어나서 외쳤다. "망치로 부숴주지! [파워, 큭!" 벌떡 일어난 라딘에게로 10개 정도의 화살이 날라 왔고, 그중 2개는 라딘의 어깨와 팔에 박혔다. 그리고 화살이 비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대기하고 있던 미리네가 뛰어와 라딘의 화살을 뽑고 치료마법을 걸었다. "윽, 이런, 골렘이 가까이 올 동안 우리를 가둬 둘 계획인가! 젠장." 미리네의 치료를 받으면서 라딘이 크로키에게 소리쳤다. "손쓸 방법은? 절망적인가?" "없어. 안타깝지만, 결정적이야. 스톤 골렘은 적어도 레벨 600이잖아. 고레벨의 소환물을 소환하기 위해서 마력 집중진을 쓴 거야. 지금의 병력으 로 궁수 100명과 전사 70명이 호위하는 레벨 600의 스톤 골렘 2기를 부술 수 있는 방법은 내 상식으로는 없어. 하늘에서 트루먼 아저씨 같은 고수가 떨어지기 전에는 말이야." 라딘이 이를 갈면서 옆에서 막 치료마법을 시전한 미리네에게 말했다. "젠장, 미리네, 마을 용병들에게 마을 사람들 피신시킬 준비 하라고 그래. 안타깝지만 질것 같아. 바바 형! 방벽이 깨지면 방벽 안으로 들어오는 골렘 과 병사를 막아 줘요. 그러면 궁수들한테는 공격 안 당할 거에요. 시간을 끌어야 되요." "알았어, 으득, 악령기사놈, 두고 보자. 언젠가 이 빚은 갚고 말겠어." 악령기사에게 미래를 기약하며 도끼바바는 부대원들에게 방벽 뒤에서 대기 할 것을 명했다. 그리고 잠시 후, 드디어 스톤 골렘의 공격이 시작됐다. -쿵, 쿵- -깡, 깡, 깡- 2기의 골렘과 70명의 전사들의 공격에 의해 마을 방벽은 요란하게 흔들렸다 . 아무리 마법으로 강화된 방벽이라도, 성벽이 아닌 벽돌 방벽인 것이다. 마법이 아니었다면, 일반 전사의 공격에도 몇 번 못 버티고 무너졌으리라. -쾅, 우르르르- 드디어 스톤 골렘이 방벽의 한 부분을 부쉈다. 그리고 곧 이어 다른 한 곳 도 무너졌다. 그리고 그 사이로 전사들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왔다! 한 놈도 남기지 말고 다 죽여 버려! 들어온 걸 후회하게 해 주라고! " -우오오오오- "죽어랏! [강격]" -챙,챙- 도끼바바의 우렁찬 지휘에 대기하던 아도의 전사들이 그들에 맞섰다. 그러나 전투는 밀리지 않아도, 한번 부서진 방벽이 계속 부서지는 것은 막 을 수 없었다. "후후, 방벽이 거의 깨졌군, 이제는 마을의 마력장도 모두 사라졌을 거야. 어이, 폭염마법사! 기다리느라 지루했지? 이계인 유일의 최상급 마법을 보 여 달라고." 악령기사의 콜을 받은 마법부대 부대장 폭염마법사가 웃으면서 마법진 중앙 에 있는 쿠키와 멀린에게 말했다. "들었지? 소녀취향 아줌마와 할배는 나오라고, 일단 소환하면 유지하는 데 는 마법진이 필요 없잖아. 이제는 내가 화끈한 불의 비를 보여 줄게." "누가 아줌마라는 거야! 난 세이렌과 달라서 영원한 소녀라고!" 할배라는 말에 조금도 신경 쓰지 않고 나오는 멀린에 비해 소환술이 안 깨 지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 펄펄 뛰었다. 확실히 정신 연령은 소녀라고 할 만 한 쿠키였다. 그리고 폭염마법사는 턱을 좌우로 흔들어 쿠키를 약올리면서 마법진의 중앙으로 들어갔다. "자, 위대한 우리 악령기사 마법병단 여러분! 시작합시다." 폭염마법사의 신호에 따라 다시 마법사들은 일제히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고 , 잠시 후, 다시 보라색 마나가 폭염마법사를 향해 모이기 시작했다. 50명의 마나를 모두 받아들인 폭염마법사의 전신이 보라색의 오라로 빛났다 . 그리고 불의 마법사를 지향하던 그에게 멀린이 양보한 폭염마법사의 비장의 최상급 마법 [플레임 레인]이 시전 되었다. -------------------------------------------- ------------------------------------------- 0-4 추천 8000개 기념 연참(스파운 방어전 완결) -------------------------------------------- "유키아 오빠, 엄마는 나랑 놀아주지도 않고 맨날 아빠랑 밖에서 있어, 힝, 나쁜 사람들이 쳐들어 왔다고 해도 메이랑 조금 놀아 줘도 될 텐데......" 아직 5살인 메이에게는 지금 이 상황이 얼마나 위험하고 사람들이 얼마나 필사적인지를 이해할 수 없으리라, 12살의 유키아는 그저 그런 옆집의 미리 를 엄마와 아빠가 방벽 강화에 나가 있는 동안 보살 펴 주는 역할 밖에는 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 때, -콰콰쾅- -끼약- 밖에서 굉음이 나며 유키아의 집이 요란하게 흔들렸다. "방벽이 부서졌군, 이 마법은? 플레임 레인인가?" 유키아가 약간 심각하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집안은 유키아가 뿜어내는 투 명한 오라로 가득차기 시작했다. "오, 오빠, 이게 뭐야? 뭐? 방벽이 부서졌다고? 그럼 아빠, 엄마는?" 메이는 나이에 비해 똑똑했다. 그런 그녀가 유키아의 오라에 압도되어 긴장 하다가 유키아의 혼자말을 듣게 된 것이 신의 뜻이라면 그것은 너무 가혹했 다. 그녀는 아빠, 엄마가 방벽을 보강하러 나갔다는 것을 어린 나이에 알고 있는 것이다. "엄마, 아빠를 보러 갈거야, 꺄악." -파직- 메이가 문을 열고 나가려고 했다. 그러자, 허공에서 유키아의 투명한 오라 의 일부가 뭉쳐 빛을 내며 메이가 잡으려는 문고리를 부수는 게 아닌가? "나가지 마! 지금 밖에는 이천도 이상의 불꽃이 비처럼 내리고 있어. 메이야, 이곳에 있으면 안전해. 메이야!" -콰당- "꺄아아아!!!" -화르륵- 갑작스럽게 변한 유키아의 분위기에 겁먹은 메이는 아빠, 엄마에 대한 걱정 에 유키아의 말이 귓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몸으로 문을 밀치 고 밖으로 뛰어나갔고, 그녀는 그렇게 불에 타서 재로 사라져 갔다. "아!" 메이를 저지하려고 무의식중에 내민 자신의 손을 돌려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 막으려면 막을 수도 있었다. 단지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했을 뿐이다. 그 러나 그것이 이제 빈 허공과 같은 그의 마음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집안에 가득 찬 그의 오라가 엷어져서 그의 1m주위로 모여들고, 이제는 집 에 불이 붙어서 타오르기 시작했다. 유키아는 자신의 오라막에 튕겨서 흘러 내리는 집의 파편과 불꽃을 보았다. 마침내 집의 지붕이 모두 타서 무너지고, 불비가 내리는 하늘이 보였다. 비록 불비로 인해 붉게 물들었지만 하늘은 광활하고 끝없이 높았다. 그러나 여전히 유키아에게는 276년 전과 같이 마치 좁은 상자 같은 답답함 만을 줄 뿐이었다. 사람들의 비명이 들려온다. 그들의 생의 마지막 절규도 유키아에게는 마치 백지에 검은 펜으로 '으악'이라고 써 있는 듯, 아무런 감정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탈태환골하여 반노환동 할 때마다 신분을 감추고 세 번의 생을 살 아온 그였지만, 자기 자신이 존재 하는가에 대한 확신도 없는 유키아에게 타인의 죽음은 지난 276년 동안 아무런 자극이 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런 그에게도 메이의 최후의 모습은 가슴속에 이상한 감정을 불러 일으키게 하였다. 기억도 안 날 만큼 오래된 기억속의 감정, 이제는 생소하 다고 말해도 될 것 같은 감정이었다. "감정인가?...... 감정을 느끼는 나는 존재하는 것인가?" 12살의 소년의 입가에 허무속의 조소가 어렸다. 그리고 유키아는 쏟아지는 불꽃 속을 걸어 방벽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 라딘은 고민하고 있었다. 악령기사의 비장의 카드는 너무나도 강력했다. 레벨 600의 스톤 골렘 2기라니! 그가 이번 전투에 특수 후방 교란 임무를 받는 댓가로 레디안 왕국으로부터 무엇을 받았는지 이제 알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스톤 골렘의 위력에 방벽은 무너지고,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마법부대의 합성 범위 마법 '플레임 레인'이 마을의 3분의 1을 태우고 있었 다. 저 멀린이라는 자는 50명의 마법사를 마치 하나처럼 다루는 것이다. '우, 어쩔 수 없군. 봉인 해제하고 한번 해보는 수밖에, 봉인을 해제해도 이기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그냥 당할 수는 없지. 악령기사, 멀린, 내가 비 밀을 밝히는 이상 너희 둘은 죽이고 죽겠어!' "미리안, 마을 사람들을 피신시켜 줘. 뒤는 우리 용병대가 막을게. 크로키, 바바 형, 졸병은 놔두고 저기 악령기사 잡으러 갑시다. 화끈하게 한번 해보자고요!" "알았어, 커크씨, 마을 자경단원과 용병들은 마을 주민들을 인도해서 마을 을 빠져나갑니다. 미안해, 라딘, 난 마을사람들을 보호할게." 미리네가 눈물을 글썽이며 커크에게 말한 후, 고개를 끄덕이는 라딘을 한번 본 후 커크를 따라 갔다. "후, 어쩔 수 없군, 진건 진거지. 그래, 나도 그냥 죽긴 싫으니 최후의 돌 격이라도 한번 해 보자." 크로키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그동안 필사적으로 악령기사와 대적하던 크로키도 이제는 내밀 카드가 없는 것이다. "젠장, 저놈을 못 죽이면 내가 라딘보다 나쁜 놈이다. 얘들아! 준비하자. 무한 폭주 돌격 모드다!" -우오오- '이봐요. 거기서 내가 왜 나오는데?' 물론 라딘이 이 말을 소리 내어 할 정도로 바보는 아니다. 그리고 라딘과 도끼바바가 선두에 서서 방추진을 형성하고 안쪽에 크로키와 몇몇의 마법사가 포진했다. 그리고 마침내, 최후의 돌격이 시작, 될 뻔했다. "어? 야, 라딘, 저기 좀 봐!" "어디요?" 도끼바바의 할버드 끝을 따라서 뒤를 돌아본 라딘의 눈에 들어온 광경은 불 바다가 된 마을 지역에서 오라에 감싸여 걸어오는 한 소년이었다. "마나 배리어(호신강기)?" 크로키가 외치는 것과 걸어오던 소년이 뛰기 시작한 것은 거의 동시였다. 그리고 몇 걸음 뛴 소년의 모습이 꺼졌다. "블링크?" "앗! 저기야! 골렘 옆." -슉- 스톤 골렘의 바로 옆에 나타난 그 소년은 골렘의 거센 주먹 공격을 가볍게 허리를 굽혀 피하고 스톤 골렘의 팔을 붙잡고 다시 사라졌다. 그러나 이번 에는 혼자가 아닌 그가 붙잡고 있는 스톤 골렘과 함께였다. "그룹 블링크!!!!" 다른 사람은 몰라도 라딘과 라딘에게 마법에 대한 정보를 이어 받은 크로키 는 지금의 마법에 대해 알고 있다. 그것은 최상급 단거리 이동 마법인 [그룹 블링크]였다. 여기서 중급 마법인 [블링크]에서 한 단계 발전한 그룹 블링크가 어째서 상 급 마법이 아니라 2단계나 올라간 최상급 마법인가에 대한 의문이 나오게 된다. 그 해답은 바로 [그룹 블링크]는 공격에도 쓰이는 마법이기 때문이다. 상대방을 붙잡고 [그룹 블링크]를 사용하여 납치나 유인 등에도 유용하게 쓰이는 마법이 이 블링크의 상위 마법인 것이다. 그러나 적에게 사용할 때에는 상대의 의지력과 수, 그리고 무게에 따라 기 하급수적으로 많은 마나를 소모하게 되므로 조심하여야 한다. 크로키의 팔에 닭살이 돋았다. 무게 10t에 달하는 스톤 골렘과 같이 블링크 를 하다니! 자신의 판단과 계산에 의하면 인간이라면 절대 불가능한 마나가 소모될 것이다. 그것을 순간적으로 성공시키는 저 소년은 대체 누구인가? "어디지? 어디로 이동한 거야?" 크로키의 상념을 깨고 라딘이 외치는 소리가 들어왔다. 어디지? 크로키도 그의 생각에 동조했다. "위닷!" 누군가의 외치는 소리에 모든 사람의 시선이 허공 30m지점을 향했다. 그리고 그곳엔 스톤골렘과 함께 떨어지는 소년의 모습이 보였다. "공간 블링크! 맙소사. 저 소년은 인간이 아니야!" 인간이라면 블링크는 자연히 땅위에서만 이루어진다. 인간은 중력에 묶여 평면인 대지 위에 사는 존재인 것이다. -쾅- 두 개의 스톤 골렘의 머리가 부딪쳐 가루로 변해 터졌다. 소년이 블링크 한 위치는 또 하나의 스톤 골렘의 바로 위였다. "크헉, 콜록." "켁,켁, 콜록, 콜록." "저, 저럴 수가!!!" 멀린과 쿠키가 소환물의 파괴에 의한 충격에 기침을 하며 쓰러졌고, 잠시 상황 판단을 못하던 악령기사가 스톤 골렘이 부서지는 소리에 제 정신이 들 어 소리쳤다. 전장의 모든 존재는 소년에게 시선을 모은 채 멈췄다. 소년은 자신들의 마을을 습격한 자들을 바라보더니, 그들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달려가는 소년이 서 있던 자리에는 반투명 상 태의 또 한명의 소년이 서 있었다. 그리고 그 반투명의 소년은 또다른 자신 이 달려가고 있는 악령기사 부대를 바라보며 이상한 손동작과 함께 주문을 영창하기 시작했다. "천공을 집으로 삼고 자유의 의지를 가진 존재여, 바람의 정령이여, 이제 나의 의지에 따라 그대의 힘을 나에게 빌리노라. 그대 바람의 최상급 정령 실피드여, 이제 나의 마나를 받아 그대의 창으로 나의 적을 멸하라. [썬더 스톰]!" 반투명 상태의 소년의 주문이 끝나자 악령기사의 부대 위 공간이 일그러지 며 바람이 일기 시작하고 곧 이어 그 바람은 수많은 번개로 변해서 대지를 유린하기 시작했다. -콰쾅, 콰쾅, 콰콰쾅- -으악, 으아악-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저기 달려가는 소년은 뭐고, 저기 주문 외는 소년 은 뭐야? 그리고 왜 최상급 마법 [썬더 스톰]이 보통의 10배 규모로 펼쳐지 는 거지?" 라딘이 이성을 잃고 춤을 추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브리시아의 이계인 중 가장 많은 마법을 알고 있다고 자신하는 라딘과 크로키지만, 배틀 마스터 전용 유니크 마법스킬 [영체 분리]까지 알아보지는 못 했다. 그리고 한참 벼락이 치고, 마법사와 성직자들이 방어막으로 벼락을 방어하 면서 어떻게든 그 지역을 벗어나려고 할 무렵, 드디어 유키아는 그들이 서 있는 지역에 도달했다. 그리고 그의 손에서 길이 3m의 빛으로 된 검이 생겨 났다. -슈각- -파파파팟- 유키아의 일검에 악령기사가 두 동강이 났다. 유키아는 순식간에 블링크를 하여 악령기사 바로 앞에 나타나 그의 빛으로 된 검을 휘두른 것이다. 블링크 베기였다. 그리고 전장은 유키아의 학살장으로 변모했다. "[심검]이다! 저게 바로 심검이야! 유니크 검술이라고! 이제 알았어, 크로 키, 저 녀석은 바로 배틀마스터야! 이야, 내가 이 게임을 하면서 배틀마스 터를 보게 되다니!" 브리시아 최강의 직업, 300년 전 천하제일고수인 혈월신마 이후로 나타나지 않았다던 배틀마스터, 검기와 마법을 모두 마스터할 수 있는 최강의 직업! 배틀마스터란 타이틀은 여태까지 보았던 모든 사기성 기술과 마법들을 납 득시키기에 충분하다고 라딘은 판단했다. 배틀마스터란 호칭은 바로 천하제 일고수을 뜻하는 것임에 다름없다. 그렇게 라딘이 흥분해서 더욱 더 격렬하게 떠들어 대는 동안 500명의 악령 기사 부대원들은 벼락에 맞아서, 또는 유키아의 칼에 두 동강이 나서 모두 회색으로 변했다. 그런 그들의 시체더미에서 홀로 서서 주위를 둘러본 유키 아는 마을을 한번 바라본 후, 조용히 반대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오우, 쟤 정말 멋있다. 야, 라딘, 쟤 그냥 보낼 거냐? 붙잡고 감사하다고 인사하고 기분 띄워준 다음에 우리 편으로 스카웃하던가, 무공이나 마법하 나 가르쳐 달라고 매달리는 게 네 패턴 아니었어?" 환상의 액션에 취해있던 도끼바바가 상황이 끝나자 라딘의 옆구리를 찌르며 말했다. 그러나 라딘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형, 쟤는 이대로 보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옆에서 듣던 크로키는 라딘을 바라보며 눈빛을 빛냈다. 라딘의 의견이 자신 의 판단과 같은 것이다. '놀랍군, 게임에 대해서 초보라는 라딘이 이 정도로 감이 좋을 줄이야. 지금 저자는 영문을 모르겠지만, 게임의 밸런스를 크게 초과하는 강함을 소 유하고 있어. 버그일까? 아무튼 지금 저자와 관계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나의 게임 감각 이 속삭이고 있거든, 자신의 역량을 넘어서는 존재와 준비 없이 접촉하는 것은 크게 흥하거나 크게 망하거나 둘 중의 하나의 결과로 나타나는 법, 그 리고 이번 경우는 크게 망하기가 쉽다고 나의 감각이 가르쳐 주고 있는데, 너도 이런 감각을 가지고 있나? 너야말로 나와 비견되는 뉴타입 게이머인가 ?' 크로키가 속으로 라딘의 게임 뉴타입으로서의 재질에 대해 생각 할 때, 라 딘의 설명이 이어졌다. "저기를 봐요, 쟤가 쓸고 지나간 자리요. 봤죠? 썰렁하잖아요. 어떻게 잡템 하나 안 떨어 질 수 있지? 쟤가 바로 전설의 저주캐릭이라고요. 아무리 세 면 뭘 해요. 저주캐릭인데, 가까이 가면 옮는다구요. 얼라? 크로키 왜 갑자 기 쓰러지냐? 너 그동안 너무 긴장해서 어지러웠나 보구나? 그래, 우리도 일단 로그아웃해서 좀 쉬자. 형 그럼 내일 봐요." 그렇게 스파운의 위기는 넘어가고 라딘은 그동안 쌓였던 피로를 풀기위해 현실에서 샤워와 운동을 즐기며 제한 시간이 지나기를 기다리게 되었다. 현진의 첫 대학 여름방학은 아직 초반이었다. ---------------------------------------------- (주)세기창조사의 개발기획팀 개발과 과장 장 인호는 요즘 인생의 참맛을 즐기고 있었다. 신마대전이 발표된 지 6개월 만에 서버는 증설되고, 드디어 그동안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던 어나더 판타리아의 등록유저수를 거의 따라잡게 된 것이다. 이제 가을이 돼서 제 2차 서버증설이 시작되면 신마대전은 세계 1위의 게임 으로 세계 게임시장에 크나큰 일획을 남길 수 있으리라. 25년 만에 어나더 판타리아의 아성을 깨뜨리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제는 버그나 서버 문제등도 거의 해결되었고, 제2분기 보고 서도 무사히 끝마치고 사상 최고액이 될 거라고 선 지은 팀장이 장담하는 여름 보너스를 기대하면서 현실 속에서 탱자탱자 놀고 있는 것이다. 이 가 상현실 시대에서 가상공간이 아닌 현실 속에서 늘어지는 짓은 진짜 백수가 아니면 감히 못하는 행위이다. 작년의 하루 20시간 대기근무 체제의 고생이 이제야 결실을 맺는다고 생각 하니 하루하루가 즐거운 장 인호 과장이었다. 그러나, 자신의 책상위에 다리를 올리고 게임 잡지를 뒤적이던 그의 평온한 오후는 컴퓨터에서 흘러나온 붉은 신호와 함께 알람이 울리면서 깨졌다. 놀라서 컴퓨터를 바라본 장인호의 눈이 약 2.5배정도 커졌다. 그의 눈알이 빠져나왔을 때의 크기도 지금의 크기에 비하여 결코 크다고 할 수 없을 것 이다. 그의 손이 바빠졌다. 키보드와 마우스를 하염없이 두드리며 데이터를 뽑은 장 인호는 즉시 뛰어서 선 지은 팀장이 있는 개발 기획 팀장실로 뛰 어갔다. -똑, 똑- "장 인홉니다." "들어오세요." '다행이군. 그녀가 가상현실 속이 아니라서.' 장 인호는 급히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리고 문을 닫았을 때, 선 지은 팀장 이 물었다. "무슨 일이죠? 지금은 별로 일이 없을 텐데요?" 그녀의 호기심어린 물음에 장 인호는 즉시 사태를 설명했고, 그것은 간이 안마 듀얼백 의자에 앉아서 안마를 즐기던 그녀를 벌떡 일어나게 하는 효과 를 발휘했다. "이머전시 알람(긴급 경보)입니다. 서버 감시 컴퓨터가 유키아 코드의 움직 임을 알려 왔습니다." "뭐라고욧! 피해는요? 국가가 붕괴했나요? 대륙에 영향은 없는거죠? 아아, 하필이면 한참 사람들이 성장하기 시작할 때 말썽이라니. 자세히 보 고하세요." "유키아 코드가 움직인 시각은 20분 전인 오후 2시 20분입니다. 서버는 제 1서버인 브리시아 서버입니다. 데이타에 의하면 큰 피해는 없다고 합니다. 단지, 지금 브리시아 서버 동대륙에서 벌어진 전쟁 중 레디안 쪽에 소속된 악령기사 용병단 350여명이 유키아 코드에 의하여 학살 되었습니다. 그로인한 영향은 브리시아 서버 카르마 수치 5만4천 포인트의 하락입니다. 유키아는 배틀마스터의 능력을 사용했고, 각성 수치의 증가와 같은 심각한 변동사항은 없습니다."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당장이라도 장 인호 과장을 잡아먹을 듯이 눈을 부 릅 뜬 선 지은의 인상이 풀어지며 다시 덜덜거리는 안마기에 몸을 실었다. "호호, 그럼 나쁜 건 하나도 없고, 좋은 일만 생긴 거잖아요. 카르마 수치 5만 4천 포인트 하락이라니, 유키아가 왠일로 그렇게 귀여운 짓을 했데요?" 선지은의 인상이 풀어지자 장 인호도 역시 긴장을 조금 풀면서 다시 말했다 . "그러게 말입니다. 그래도 일단 보고는 해야 할 것 같아서 데이터를 뽑아 왔습니다. 여기 데이탑니다." "책상위에 올려놓으세요. 물론 일단 이머전시 알람이 울리면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즉시 보고해야 하는 것을 잊지는 마세요." "넵,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장 인호 과장이 인사를 하고 나가자, 선 지은 팀장은 책상 밑에서 자신의 취미 중 하나인 봉제인형을 집어 들었다. 그 인형은 붉은 머리의 소년의 모 습을 하고 있었는데, 바로 선 지은이 손수 만든 유키아의 봉제인형이었다. "유키아야, 유키아야, 더도 말고 딱 100년만 그대로 은거해 있으렴, 그럼 이 누나가 이쁘다고 뽀뽀해줄게. 아니지, 지금 해줄게, 나중에 또 해주고." -쪽- 브리시아 세계 속의 유키아가 알았다면 비명을 질렀음이 틀림없으리라. 브리시아라는 세계에서는 절대무적의 칭호를 가지는 고금제일고수 유키아도 상급 플레인 어스에서는 하나의 봉제인형과 같은 위치인 것인지도 몰랐다. 선 지은은 인형을 껴안고 가끔씩 키스를 하던가 쓰다듬으며 안마기에 몸을 맡겼다. --------------------------------------------------- 배틀마스터 유키아 고금제일고수....등등등 먼치킨 수치 제한과 주인공 라 딘의 카리스마 초과에 의한 심의에 걸려 이 소설에서는 두번다시 안나옴, 이 장에서의 등장은 고금제일 고수의 파워를 보여 줌으로써 게임 밸런스의 대략적 비교와 이 브리시아 세계가 라딘을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증명 하기 위해서임. 다시 말해서 라딘이 절벽에서 떨어지면, 유니크 무공이 보관되어 있는 전대 기인의 거처가 나오고, 주인공이 부상을 당하면 길에 만년삼왕이 떨어져 있 고, 주인공 부대가 마을을 지키다가 위기에 빠지면 그 마을에 은거하는 고 금제일고수가 나온다는......주인공은 어디까지나 주인공이닷! 사실은 상당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는 캐릭이지만, 설정으로만 존재하는 캐릭. ------------------------------------------- 2-21 명장 그리안 2-21 명장 그리안 마을의 피해는 상당히 심했다. 마지막 의 대규모 마법으로 인해 약 100여명의 사상자가 나고 마을의 3분의 1이 전 소된 것이다. 부모, 형제, 자식을 잃고 오열하는 주민들을 달래며, 아도 용병단원과 마을 자경단들은 마을의 복구를 시작했다. 그렇게 브리시아의 한 달이 지났다. 이제 겨우 불에 탄 마을의 복구가 일단 락 지어지고, 이제는 마을사람들도 안정되어갔다. 마을 개발과 민심 안정은 이미 라딘의 전공분야인 것이다. 그러나, 라딘이 이 스파운의 복구에 전념할 때, 대륙의 역사는 쉬지 않고 급격히 흐르고 있었고, 드디어 그 파편이 라딘이 있는 스파운에도 튀었다. "헉,헉, 문을 열어주시오. 우리는 칼디안 성채의 병사들이오." 어느 날, 30여명의 병사들이 지친 기색으로 마을 앞에 나타나 소리쳤다. 급히 그들을 받아들인 용병대의 커크가 놀라서 라딘에게 뛰어왔다. "라딘님, 큰일 났습니다. 칼디안 성이 함락 되었답니다!" -벌떡- "뭐라고요!!!" 자리에 앉아 장부정리를 하던 라딘이 놀라서 일어났다. 멀쩡한 칼디안 성채 가 한 달 만에 함락되다니!! 8만의 병사면 적이 총 공격을 한다고 해도 한 달은 버틸 수 있는 난공불락의 요새가 바로 칼디안 성이 아닌가? 라딘은 즉시 비상연락을 하여 로그아웃한 도끼바바와 크로키를 불렀다. "자세히 얘기 해 주세요. 스미스 경." 사람들이 일단 다 모이자 패잔병 중 가장 레벨이 높은 기사 스미스 남작을 불러서 자초지종을 묻기 시작했다. 그의 설명에 의하면, 라딘이 떠나고 약 2주일 후, 트루먼과 디젤의 사이는 최악으로 변했다. 디젤은 트루먼을 끊임없이 조롱하고 그의 산적시절을 빗대어 트루먼을 모욕 했고, 트루먼은 침묵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그것을 견디었지만, 라딘을 군수 품을 약탈해간 범죄자로 수배한다는 디젤의 말에 크게 화를 내며, 민간인을 괴롭히고 군 통솔도 제대로 못하는 돼지귀족이라고 대놓고 디젤의 면전에 서 말한 것이다. 그리고는 자신의 말에 불만이 있다면 언제든지 결투를 받아주겠다고 선언하 면서, 그런 모욕을 받으면서 결투도 신청 못하는 디젤 후작을 귀족의 자존 심도 없는 타락귀족이고 그렇게 자존심도 없으니 남들이 디젤 가문을 무시 하는 것이라고 다시 놀려댔다. 문제는 트루먼을 결투로 이길 수 있는 장군은 아마도 파스트 제국에서도 델 로스 공작정도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론 무력이외에도 욕과 주량이 사나이 의 능력의 척도로 생각하는 산적 집단의 두목이니만큼 대놓고 욕하기 시작 하면 라딘도 당하기 힘들 것이라는 소문도 있다. 평소의 과묵한 인상에 속으면 안 되는 것이다. 디젤 후작은 그야말로 트루먼을 잡아 죽이지 못해 위장병이 생길 정도였지 만, 이미 군부의 강력한 지지세력을 형성한 트루먼을 아무렇게나 잡아 죽일 수는 없었다. 그렇게 한번 시작된 트루먼의 인신공격은 그야말로 귀족들의 상상을 초월한 신세계의 언어였다. 처음에는 디젤 후작의 편을 들던 수많은 귀족들도 조 금의 사정이나 체면을 생각하지 않는 트루먼의 인신공격에 혹시라도 자신이 표적이 될까 슬슬 피하기 시작했고, 처음에는 후작가의 자존심을 걸고 트 루먼에게 대항하던 디젤도 일단 전쟁이 끝나 수도로 귀환하게 될 때까지 자 신은 트루먼을 당할 수 없음을 그의 측근에게 고백하기에 이르렀다. 질린 것이다. 그리하여 디젤은 총 지휘관이라는 자신의 지휘권을 이용하여, 14개 성채 중 가장 구석에 위치한 마룬 성의 책임자로 트루먼을 임명하게 되었다. 그 전까지 마룬 성의 책임자는 하이젠 백작으로 디젤 후작 쪽의 사람이었는 데, 구석에 박혀서 거의 공을 세울 기회가 없을 그를 중앙 성채로 불러들여 공을 세울 기회를 주게 하는 마음도 있었다. 디젤 후작은 전쟁동안 보기 싫은 트루먼 백작을 구석에 박아 두고, 수도로 귀환하면 암살을 하거나 사교계에서 매장할 속셈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트루먼과 그를 지지하는 소장파 무장 5천명이 떠나고, 하이젠 백작 이 이동해 오기를 기다리던 디젤 후작은 황당한 일을 겪게 된다. 며칠 후, 적의 기습으로 인사불성이 된 하이젠 백작과 2천여 명의 패잔병이 칼디안 성까지 겨우 도망 와서 그에게 구원을 요청하는 것이다. 놀라서 급히 성문을 열고 부대의 지휘관에게 자초지종을 물어보니, 적군 5 천여 명이 후방에 잠복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후작은 놀랐다. 5천명의 적 부대가 후방으로 들어간 것도 몰랐다니! 500명하고는 상황이 틀 린 것이다. 즉시 1만 명의 토벌대를 구성하여 그날로 출동을 시켰다. 그리고 그날 저녁, 성의 곳곳에 불이 일어나고 정문이 파괴되었다. 그리고 잠을 자던 지휘관들 중 디젤 후작을 비롯해 수많은 장교들이 공격당 해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죽었다. 인사불성이 된 하이젠 백작을 데리고 온 2천명의 군사는 레디안 군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날 새벽, 토벌대를 보낸다고 야단법석을 떠느라 전 방 경계를 허술히 한 탓일까? 적의 선봉 1만이 접근한 것을 몰랐던 칼디안 성채의 군대는 깨어진 정문으로 돌격해 들어오는 그들과 맞서서 싸우게 된 다. 그리고 그 다음날에는 사막과 평야의 최고 정예라고 대륙에 이름 높은 적랑 기사단을 위시한 레디안의 본대 6만이 들어 닥쳤다. 이미 지휘부가 붕괴되 어 6만 5천의 군사로도 1만 2천의 선봉 침투군과 싸워 우세를 점하지 못하 던 파스트군은 결국 4만 명의 사상자를 내고 2만 5천 명 정도만이 탈출에 성공할 수 있었을 뿐이었다. -쾅- "젠장, 그 디젤이라는 놈은 뭐하는 놈이야! 같은 수의 군사에게 성을 빼앗 기다니! 바보 아냐? 내가 지휘해도 그 정도면 성은 안 빼앗기겠다." 화가 난 도끼바바가 책상을 내려치며 소리쳤다. 쌓인 게 많은 것이다. 그러나 크로키의 의견은 달랐다. "음, 아니에요, 바바 형, 그 놈이 바보긴 바본데, 이번에는 그 디젤 후작이 못나서 그랬다기 보다는 적의 계략이 뛰어났던 것 같아요. 문제는 어떻게 후방에 위장병이 있었냐는 거죠. 그것도 하이젠 백작의 5천 군대를 섬멸하고, 하이젠 백작을 잡을 수 있는 군대가요. 그 이유를 잘 모르겠네요." 크로키가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동안 라딘은 세상이 빙빙 도는 어지러움 속 에 가까스로 버티고 서 있었다. 도끼바바의 말과 크로키의 말은 심한 노이 즈에 걸린 것처럼 그의 귓가를 자극하고는 잠시 뇌를 거쳐 다른 귀로 흘러 갈 뿐이었다. 그는 무엇인가 정체를 알 수 없는 공포가 자신을 엄습하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이 상황이 상당히 익숙한 어떤 상황과 데자뷰 되는 환상을 보았다. 필사적으로 자신의 기억과 전쟁 발발 후의 상황의 흐름을 분석했다. 그리고 그의 생각이 정리되고 마침내 그의 공포는 실체화 되었다. "으악, 젠장, 콜롬비아 마약 조직 소탕 때의 '죽음의 꽃다발' 작전! 망했다 !!!!" ---------------------------------------- 라딘에게 원한을 사면 라딘이 친히 손을 쓰지 않아도 알아서 다른 사람들이 손을 씁니다. 황제, 공주 같은 사람이 다 알아서 그 사람을 깨끗하게 처리하게 되죠. 아스트로 공작을 잃는 것보다는 그쪽이 훨씬 나으니까요. 페이 원 같은 경우는 그 사람의 온갖 치부를 세상에 퍼뜨립니다. 라딘이 열 받으면 뭔가 문제가 생기는데 그것은 자신이 제어 할 수 없거든요. 그러니 그녀의 성격 상 자신이 처리해서 라딘의 환심을 사려고 하게 되는 겁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우선해서 작가가 알아서 처리합니다. 왜냐하면 라딘이 음 모를 꾸며서 사람을 헤꼬지 하는 에피소드는 작가가 라딘의 최소한의 이미 지 관리상 배제하려고 하니까요. ------------------------------------------- 2-21 명장 그리안 ---------------------------------------- 라딘의 돌연한 비명에 방안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그에게로 모였다. 잠시 후, 크로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라딘, 괜찮냐? 진정해, 어려운 상황이지만 그래도 우리라도 냉정해야지. 그런데 그 꽃다발 작전이라는 게 뭐냐?" 크로키의 물음에 안색이 파랗게 변한 라딘이 물을 한 모금 마시며 신중하게 설명을 시작했다. 설명하는 그의 어조는 유래 없이 심각했다. "20년 전에 말이야. 미국의 마약 강력 단속 조치에 COLMI, 속칭 콜미라는 콜롬비아 최대의 마약 조직의 간부 몇몇이 체포되어 사살 됐거든. 그때, 콜롬비아 마약조직에서 보복이랍시고 한 테러가 바로 워싱톤에 있는 한국대사관 점거였어. 미국을 망신시키겠다는 거지. 우리나라가 만만하게 보였던 것도 있고 말이야. 그 당시에 미국의 SWAT에서 자신들의 매뉴얼대로 침투 섬멸 작전을 펴겠다 고 했는데, 한국 정보부에서는 그것을 거절했어. 그들의 방식은 인질의 30% 희생을 전제로 한 강압 돌격 진압 작전이었거든. 그리고 미국의 특수 요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한국 정보부의 특수 부대가 진입 작전을 시작했지. 물론 진입 부대 50명은 입구에서 콜미의 특수테러 부대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쳐 보기 좋게 실패하고, 미국 요원들의 비웃음 속에 후퇴 할 수밖에 없었어. 그런데 그 진입조는 바람잡이였던 거야. 물론 성공하면 그걸로 좋겠지만,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것을 지휘부는 알고 있었던 거지. 그들이 요란스럽게 진입할 동안, 대사관 비밀 통로로 4명의 진짜 특수 요원들이 들어가서 활 동을 개시했다고 해. 그 때문에 거의 인질구출에 성공할 뻔 했다더라고, 테 러범들도 대부분 제압했고 말이야. 그러나 테러범 지휘관을 비롯한 정예부대원들이 끝까지 대사가족을 인질로 삼고 저항하는 바람에 결국 잡았던 테러범들도 다시 놓아주고, 일반 인질은 구출했지만 대사가족과 테러범들은 한국 정부가 마련한 군용 헬기를 타고 무사히 콜롬비아의 기지로 귀환했거든. 미국 요원들은 한국이 주제도 모르 게 프로 테러범을 상대하다가 망신당했다고 놀려댔데. 그런데, 그 콜미의 본거지인 콜롬비아 비밀기지는 그 다음날, 불바다로 변 했어. 대사가족들은 무사히 구출됐고, 그리고 곧이어 들어 닥친 한국 특수 정보부대에게 콜미의 기지는 초토화되면서 상황이 종료 된 거지. 그 후에 밝혀진 한국 측의 작전은 애초에 4명의 특수요원들도 바람잡이였다 는 거야. 테러범만을 제압해도 수뇌부가 남아 있는 한 언제든지 보복성 테 러가 계속될 수 있으니까 말이야. 그때, 진입 했을 때 들어갔던 사람은 모두 5명이었데. 그리고 그중 한 명이 즉석 고무 가면으로 부상당한 여자 테러범의 얼굴을 카피해서 자신이 뒤집 어쓰고 일부러 피투성이가 된 체로 인사불성이 된 거지. 그렇게 부상당한 채로 무사히 기지로 귀환했고 말이야. 그 여자 첩보요원이 대사일행을 구출하고, 비밀에 쌓여있던 콜미의 본거지 위치를 정부에 알린 거야. 그때, 콜미의 토벌이 미국의 주체로 이루어진 것으로 전 세계에 보도 되었 는데, 그렇게 미국의 대외적인 위신을 세워준 대가로 엄청난 무역이익을 받 았다고 하더라고. 그리고 그때부터 한국 정보부가 세계 첩보 업계에 상당한 위치를 차지했다는 전설도 있어. 이건 원래 대외비인데, 아버지가 미국 대사관에서 근무하는 바람에 들은 정 보야." 라딘은 그때 그 작전에 마지막으로 침투한 암호명 '포이즌 릴리'가 바로 자 기의 엄마라는 사실을 크로키와 도끼바바에게는 말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때, 작전을 세우고 실행하여 세계 정보부의 일급 요주의 대상으로 떠오른 통일 한국 정보부 부장이 아버지였다는 사실 역시 말할 수 없었다. 그 작전 이후, 엄마와 아빠가 연애하다 자신을 가지게 돼서 정보부를 은퇴 하여 대사관 영사로 일하게 되었다는 일화는 가족만의 비밀인 것이다. "오호, 20년 전 마약 조직 섬멸전에 그런 멋진 뒷이야기가 있었단 말이지? 그런데 그게 지금 이 상황하고 무슨 연관이 있는데?" 도끼바바가 뜻밖의 하드 보일드 첩보 스토리에 감탄하면서 자신의 의문을 솔직하게 질문했다. "그게요, 형, 처음에 적이 5만의 선공으로 진군 했잖아요. 그때, 그들은 정 예병으로 구성된 5만으로 우리 칼리언 성채 방위군 8만을 꼬셔 낸 거에요. 공을 세우고 싶어 하는 지휘부의 마음을 날카롭게 찌른 거죠. 그때는 다행 히 트루먼 아저씨의 활략으로 이길 수 있었잖아요. 그런데, 적의 계략은 그게 끝이 아니었던 거에요. 일단 성안에서 수색병을 운영하면서 농성을 하면, 적들은 일정 수 이상의 부대는 절대로 들키지 않 고 후방으로 진입할 수 없어요. 수색병 라인이 형성되어 있으니까요. 그런데, 갑작스런 출성으로 수색라인이 깨진 거죠. 즉, 그 5만은 미끼였던 거에요. 그 사이에 악령기사가 후방으로 침투 할 수 있었던 거죠. 그런데, 그때 침 투한 부대는 악령기사 이외에도 한 부대가 더 있었어요. 그게 진짜 복병이죠. 악령기사가 잔인하게 후방의 마을을 학살하면 칼디안 성에서 5천정도의 수 색토벌대를 보내리라 예상했을 거에요. 그리고 복병은 그 수색토벌대를 공 격하여 섬멸하고, 그들이 수색대로 변장하고 성으로 침투할 작전이었겠죠. 그런데 여기서 디젤 후작이 그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행동을 해서 그들의 작 전이 실패할 뻔 한 거죠. 겨우 150명 정도의 이계인 용병단만 성을 나왔으 니까요. 말하기는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디젤 후작의 대처방식이 옳았다는 것이죠. 문제는 여기서 또 디젤 후작이 상식을 뛰어넘는 행동을 해서 그들의 최후 작전이 실행 된 거에요." 도끼바바가 비틀거렸다. "처음에 5만이 미끼였다, 까지는 이해했어. 그 이상은 무리야. 그럼 이제 어떻게 되는 거야?" 도끼바바에게 친절하게 부연 설명을 하려던 크로키가 도끼바바의 질문에 역 시 같은 의문을 가진 눈으로 라딘을 쳐다봤다. 라딘은 곰곰이 생각을 정리 했다. '적은 아버지와 같은 수준의 책략가로 봐야 돼. 하나하나의 성공 가능한 작 전을 뭉쳐서 서로가 다음 단계의 미끼로 발전시키는 극악 사기 전술을 자유 자재로 쓰는 자! 안 돼. 이대로라면 방어 성채가 모두 각개격파 되고 방어군 50만이 소멸되 는 건 시간문제야. 각각의 성들은 칼디안 성이 함락되었을 때의 상황에 대 한 작전이 없으니까, 지휘부의 괴멸에 의해 모두 분열되어 성에서 어쩔 줄 모르고 있다가 당하겠지! 일단은 방어군을 가능한 한 큰 덩어리로 뭉쳐서 일관된 지휘체계를 갖추게 해야 돼. 그리고 절대로 레디안 군과 전면전을 벌이면 안 되고, 움직이면 망하는 거야. 적에게는 최강의 책략가가 지휘를 하고 있으니까. 그렇다면! 어쩔 수 없군. 이.것.만.은 쓰지 않고 싶었는데......' 드디어 생각의 정리를 끝낸 라딘은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최후 비밀 병기인 '이것만은' 시리즈 중 하나를 사용하기로 했다. 저 드래곤과의 사투(?)이외 에는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는 라딘을 라딘스럽게 만들어주는 비밀 아이템 중 하나를 말이다. "여기서 30분만 기다려 줘요. 아 크로키, 말 잘 타는 사람 30명 정도만 모 아줘. 각 성채에 전갈을 보내야 할 것 같아." 라딘은 생각을 마치고 급하게 크로키에게 부탁을 하고는 회의장을 나와 자 신의 숙소로 뛰어갔다. -------------------------------------------- 아아 라딘의 출생의 비밀을 밝히게 되는군요. 역시 저처럼 초보 작가 지망생은 평범한 출신의 주인공이나 정의의 주인공 은 창조해 낼 능력이 안되나 봅니다. 이것이 바로 작가가 초반에 제일 고심했던 주인공 신 현진의 출신배경입니 다. 위의 꽃다발작전은 놀랍게도 되는데로 쓴 창작입니다! 내용상 헛점이 보여 도 넘어가 주시기를.... 라딘의 아공간 주머니 가장 안쪽에 들어있는 몇개의 물건이 바로 '이것만은 ' 시리즈 입니다. 저번에 나온거는 마약이었죠. 음 소설 전반동안 몇개나 나오게 될지는 아직 미정입니다. 자꾸 쓰면 재미없기 때문이죠. ------------------------------------------- 2-21 명장 그리안 내일은 일이 조금 있습니다. 그래서 연재를 올리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7월 8일 분을 미리 올리겠습니다. ----------------------------------------------------- 라딘의 숙소는 조그만한 통나무 집이었다. 이 스파운이라는 마을은 인구 천 명을 간신히 넘기 그야말로 최소 규모의 산간 타운이기 때문에 마을 전체를 통 털어도 벽돌집은 10채가 안 되는 것이다. 라딘은 문을 열고 들어가서 다시 굳게 문을 잠갔다. 한쪽 구석에 자신의 개 인용 침대가 보였다. 비록 아무런 꾸밈도 없는 무인양품성 침대였지만, 그 의 피곤한 몸을 쉬게 해주는 고마운 침대였다. 그러나 지금은 그 고마운 침대를 이용할 때가 아니었다. 라딘의 시선이 다시 그 옆에 있는 나무탁자로 옮겨졌다. 그리고 라딘은 자 신의 아공간 주머니 가장 안쪽에 있는 한 꾸러미의 서류 뭉치를 꺼내서 몇 장을 골라 탁자위에 올려놓았다. 다시 품속을 뒤적여 펜과 잉크를 꺼냈다. 그 서류는 최상급 재질로 만들어진 종이였는데, 그 속에는 아무런 내용도 없었다. 백지인 것이다. 단지, 오른쪽 밑에 한 개의 도장이 찍혀있을 뿐이 었다. 라딘이 그 도장 자국을 약간 그리운 듯이 바라보았다. 그 도장이야말로 재상이 정책을 결정할 때, 서류에 찍는 '재상의 인'이었다 . 브리시아에서는 위조 공문서란 있을 수 없었다. 도장의 위조도 안 되는 것 이다. 모든 중요 도장은 모두 마법 아이템이고 이 도장으로 찍혀진 서류는 실무자의 손에 들어갔을 때, 감정 스크롤로 확인을 하게 된다. 가짜 도장이 찍힌 서류는 감정 스크롤에 가짜 서류라고 나오는 것이다. 마법의 위대한 힘이었다. 물론 도장이 찍혀진 진짜 서류에 나중에 내용을 고치는 것은 가능 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종이도 마법 종이로 제작된다. 일단 서류를 작성하고 도 장을 찍으면 재상은 그 서류에 대고 시동어를 말하게 된다. 그러면 이 종이는 둘둘 말려서 펴지지 않는 것이다. 일단 펴지면, 다시는 말리지 않는다. 그러므로 누군가가 옆에서 서류를 미리보고 조작하려고 해 도, 실무자는 그 서류가 자신에게 처음으로 전달된 서류인지 누군가의 손을 거쳐서 내려온 서류인지 즉시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라딘이 꺼낸 이 백지 서류뭉치는 가짜가 아니었다. 단지 라딘이 재상시절 만약을 대비해서 빈 마법 종이에 도장을 찍어 보관하 고 있던 것이었다. 물론 라딘이 준비해 놓은 백지 서류는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과거 라딘은 바이가스 정벌전 때, 친정을 한 왕자를 대신해 왕궁의 수비와 수도의 관리 를 맡았었다. 그때 라딘은 놀랍게도 옥쇄의 관리까지 맡았던 것이다. 최고급의 칙령 전용 양피지에 옥쇄가 이쁘게 찍혀진 백지 칙령 5장이 지금 라딘의 아공간 주머니에 고이 잠자고 있었다. 라딘은 자신이 평생 그 백지 양피지를 쓰지 않기를 바랬지만, 그래도 그것 을 조용히 폐기처분하지는 않았다. 라딘은 서류를 펴고 펜을 들어 잠시 망설였다. 차라리 그냥 사태가 이대로 흘러가게 내버려 두는 것이 좋을까? 이 서류의 사용은 마약을 쓰는 것과는 또 틀리다. 한 달 동안만 절반의 능력치 생활하면 되는 마약과는 다르게 잘못하면 라딘 은 수배되어 처형될 수 있는 것이다. 한참을 고민하던 라딘은 결국 결단을 내렸다. 라딘의 마음속에 살아있는 아 스트로 공작의 마음이 파스트 제국의 위험을 모른 척 하지 못하게 하는 것 이다. 설마 황제와 공주가 자신을 잡아 죽이겠는가? 요컨대 자기가 공문서를 위조했다는 사실이 세상에 넓게 퍼지지만 않으면 되는 것이다. 라딘은 펜을 왼손으로 바꿔 쥐고 열심히 서류를 작성했다. 자신의 필적이 들어나면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없었다. 라딘은 최대한 짧은 시간 내에 자신이 정리한 대책을 서류에 써 넣기 시작했다. -긴급 비밀 명령서- 0. 이 명령서는 만약에 칼디안 성이 함락되어 아군의 모든 전략이 무위로 돌아갔을 때를 대비하여 작성되어졌다. 0. 이 서류는 몇몇의 기사의 손에 의해 보관되어져 있다가, 상기한 만약의 사태가 발생했을 경우 남은 12개의 성의 지휘관에게 보내어지도록 되어있다 . 0. 이 서류가 나타났을 때는 이미 국가의 존망에 관계 될 수 있는 비상사태 이므로 모든 지휘관은 기존의 명령에 앞서 최우선적으로 이 명령서의 내용 에 따라 작전을 수행하여야 한다. 0.만약 이 명령서를 받고도 내용에 따르지 않는 자는 국가 반역죄를 적용하 여 차후 지휘여하를 막론하고 처형 될 수 있다. 1. 칼디안 성이 함락되면, 모든 성의 지휘관들은 즉시 각자 100명의 기마병 을 내보내서 인근 마을의 주민들을 대피시킬 것. 2. 모든 성의 지휘관들은 즉시 자신의 성을 포기하고 최대한의 군량과 장비 를 챙겨서 하기의 성으로 집결할 것. 단 이동에 지장이 되는 군장비와 식량 은 과감히 포기하고 모두 폐기처분 할 것. 칼디안 남부 6개성의 군대는 모두 게인 성으로 집결한다. 게인 성의 군대를 차후 남방 수비군이라 명명한다. 칼디안 북부 6개성의 군대는 모두 다인 성으로 집결한다. 다인 성의 군대를 차후 북방 수비군이라 명명한다. 3. 각 성에 모인 군대의 지휘관들은 각 성의 지휘관들 중 최고 레벨의 장군 을 총 지휘관으로 하고 모두 총지휘관의 지휘를 받는다. 비상사태이므로 총 지휘관은 각 지휘관을 포함한 모든 기사와 병사의 생사여탈권을 부여하며, 지휘여하를 막론하고 이에 항명하는 자를 선 처형 후 보고의 형식으로 처 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이 권한은 극히 강력한 것으로 평소에는 있 을 수 없으나 사태의 급박함을 각 지휘관들이 고려하여 따라주기를 요청한 다. 4. 일단 조직이 개편되면 모든 군사는 최선을 다해 농성에 대비하고 별도의 지시가 내려갈 때까지 절대로 다른 군사행위를 하지 않는다. 섣불리 공을 앞세워 후방 기습이나 유격작전 같은 것을 시행하는 것은 만약 성공하더라도 공을 인정하지 않겠으며, 긴급 명령서에 대한 명령 불이행으 로 상기 명시한 죄를 적용한다. 제군들이 서로 협력하여 이 위기를 극복하기를 신께 기원하며 이상의 명령 을 각 지휘관에게 내리는 바이다. -제국재상 인- 30분 후, 라딘은 마침내 12부의 서류를 완성시켰다. 잉크가 마르기를 기다 려 하나하나 정성들여 서류에게 시동어를 영창 했다. 12장의 종이는 이제 둥그렇게 말려서 수신자가 그것에 감정스크롤을 사용하고 열어서 내용을 확 인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서류를 다시 주머니에 넣고 잠긴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아직 해가 하늘 한 가운데 떠 있었다. 라딘은 크로키가 사람들을 모아놓고 기다리고 있을 대기소로 달려갔다. 역시 그곳에는 30명의 용병과 크로키가 서서 그를 기다 리고 있었다. 라딘은 엄숙한 표정을 지으며 그들에게 인사한 후, 품속에서 서류를 꺼내 용병에게 나누어 주었다. 그리고 라딘은 용병들에게 가까운 곳 은 2명, 먼 곳은 3명이서 짝을 지어서 말을 달려서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 에 각 성의 지휘관에게 전달해 줄 것을 부탁했다. "서둘러 주세요. 성이 무너지고 방어군이 전멸하면 파스트 제국 전역이 전 쟁의 불길에 휩싸이게 됩니다." -두두두두- 30명의 용병들은 떠났다. 그들이 무사히 성에 도착하기를 신에게 기원하며 라딘은 조용히 서서 앞으로의 계획을 정리했다. 그때 라딘이 건낸 서류가 무었인지 궁금해 하던 크로키가 그에게 물었다. "저 사람들이 가지고 떠난 서류는 무슨 서류야? 지휘관에게 직접 보이라니? 중요한 내용인가?" 크로키의 질문에 라딘은 악마의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호오, 진실을 알고 싶다 이건가? 말 못할 이유도 없지. 물론 비밀을 공유 한 자의 도의상 차후 생기는 일의 책임도 두사람이 나누어서 지겠다는 각오 는 서 있겠지?" 순간 크로키의 게임 뉴타입으로서의 식스센스가 급격한 강도로 그에게 위험 을 알려왔다. 라딘이 지금 말하려는 진실은 심각한 범죄에 관련 되어 있다 는 것을 본능적으로 탐지한 것이다. 즉시 크로키는 호기심이라는 악마의 유 혹을 떨쳐 버리고 한걸음 뒤로 물러나며 대답했다. "아니! 난 몰라도 상관없어, 그러니까 그런 범죄성 사기는 너 혼자서 알고 있으라고, 책임도 혼자 지고 말이야. 난 소시민이라서 그런 중압감을 버티 기에는 심장에 무리가 간다고, 그럼 잘 해봐." 크로키가 잽싸게 대답하고 사라지자 라딘은 자신의 물귀신 작전이 실패했음 을 깨닫고 뭔가 억울한 듯한 감정에 싸여서 혼자 용병들이 사라져간 언덕을 바라보며 서 있을 뿐이었다. ---------------------------------- 2주가 지났다. 치밀한 전략으로 절대적인 불리함을 극복하고 칼디안 성을 점령한 레디안 군의 총 사령관 그리안은 그 즉시 다음 작전을 시행했다. 그것은 물론 인근 성채에 산재해 있는 파스트 군의 각개격파였다. 칼디안 성을 정리하고 산재해서 각 성과 대치하던 부대를 불러들여 가장 가 까운 성인 디노 성으로 공격해 들어가는 데는 딱 8일이 걸렸다. 70만 대군을 마치 수족처럼 다루지 않으면 도저히 이루어 질 수 없는 스피 드라고 하겠다. 그러나 디노 성으로 진군한 레디안 군은 눈앞에 펼쳐진 황당한 광경에 패닉 상태에 빠지고야 말았다. 저 냉철한 전략가 사막의 늑대라는 적랑 기사단 의 단장 그리안도 그때만은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았다. 디노 성은 이미 성벽이 모두 파괴되어 성의 구실을 할 수 없었다. 뿐만 아니라 성 내부도 모두 파괴되었다. 파스트 군은 한 사람도 찾을 수 없었다. 그 다음 성인 델룬 성도 마찬가지였다. 그리안 장군은 어쩔 수 없 이 회군하여 칼디안 성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다시 1주일이 지나자, 각 성에 풀어 놓았던 첩자들로부터 사건의 전말이 적 힌 보고가 들어왔고, 그것은 그리안 장군을 경악시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그러니까, 파스트 제국의 재상이 칼디안 성이 함락되는 상황에 대비해서 전쟁 발발 전부터 비밀 명령서를 내렸다고? 그래서 칼디안 성이 함락되자마 자 기사들이 비밀리에 지니고 있던 명령서가 각 성의 지휘관에게 전달되었 고?" 한번 들은 보고를 내용을 전부 이해했으면서 다시 되묻는 다는 것은 그리안 후작이 얼마나 당황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라고 하겠다. 그의 심정을 이해한다는 듯 부관인 베독 백작이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보고 했다. 사실 그도 이 보고를 받았을 때는 하늘이 빙빙 도는 환상을 보았던 것이다. "넷, 그 명령서에는 모든 성의 군대가 성을 포기하고 이동하여 남과 북의 가장 험하고 큰 두 개의 성으로 집결하게 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그 성은 바로 게인 성과 다인 성으로 현재 그 두 성의 군대는 각각 25만 명으로 추 정되어 집니다. 현재의 지휘관은 남방의 게인 성의 총지휘관은 전번 전투 때, 흑풍 기사단 장 다리알 장군을 격살한 트루먼 백작이 임명 되었으며, 북방의 다인 성의 총지휘관은 가리온 백작입니다." 그렇다 칼디안 성의 함락이라는 충격적인 비보에 각 성의 지휘관들은 앞으 로의 일을 결정하지 못하고 모두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이제 조금 있으면 레디안의 70만 대군이 4-5만에 지나지 않는 자신들의 성 을 하나씩 각개격파 할 것이라는 불길한 생각이 들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던 중 재상의 비밀 명령서를 받은 각 성의 지휘관들은 하늘을 놀라게 하는 재상의 선견지명과 전략적인 식견을 하늘에 감사하며 초인적인 속도로 모든 군사와 재물을 챙겨서 바로 지정된 성으로 이동하였다. 그리고 라딘이 예상한 대로 남방 수비군의 총지휘관은 트루먼 백작으로 결 정 되었던 것이다. 그리안 후작은 고뇌했다. 적은 이미 두 개의 무시 못 할 군세로 뭉쳤다. 그리고 성에서 농성을 하게 될 것이다. 현재 레디안 군이 70만이라고는 하지만, 적이 농성에 주력하는 동안에는 쉽게 적의 성을 공략하지 못한다. 적은 양쪽으로 흩어져 있지만, 다시 말하자면 양쪽에서 이 칼디안 성을 포위하고 있는 것이다. 최소한 10 만 이상은 성을 지켜야 한다. 아니 아직 칼디안 성의 조사가 끝나지 않았다 . 적만이 아는 비밀 통로가 얼마나 남아 있을까? 적어도 20만의 군대는 남겨놔야 최악의 경우 성문이 열렸을 때에 대등하게 싸울 수 있는 것이다. 그럼 50만의 군세로 성에서 농성하는 25만의 군세를 상대해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리안 후작은 베독 백작에게 명하여 대규모 공성 전투를 위한 새로운 군대 지휘체계를 구성하도록 명령하였다. 베독 백작이 나간 후, 그리안 후작은 참았던 한숨을 내쉬며 전에는 적의 총 지휘관이었던 디젤 후작이 숙소였지 만 지금은 자신의 숙소가 된 이 화려한 방의 한쪽 벽에 걸려있는 전신거울 을 바라보았다. 50이 넘은 자신이었지만 언뜻 보기에는 30대라고 해도 통할 만큼 젊고 건장 해 보였다. 지략과 무략, 그 어느쪽을 말해도 항상 자신이 있었던 그리안 후작은 평생 처음으로 눈앞의 거대한 벽을 느꼈다. '파스트 제국의 현 재상은 황제의 누이인 라이아 드 파스트 공주, 올해로 2 3세라고 했던가? 훗, 23세의 아가씨가 전쟁 전에 미리 패배를 대비한 전략 을 구상할 수 있다고? 누구인가? 그 철모르는 아가씨 재상의 뒤에 있는 자 는? 최악의 상황마저 자신의 전략에 포함시킬 수 있는 자는?' 그리안 후작이 거울 속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거울 속에는 자신이 아닌 다 른 사람의 모습이 있었다. 금낭지계를 사용할 수 있는 최고의 모사! 그의 마음속은 투지로 가득 찼다. '아스트로 공작, 은거 했다고 들었는데, 그대가 아직 그녀의 뒤를 봐주고 있을 줄이야! 천하제일의 모사라더니 과연 명불허전이군. 대륙최강의 강국 파스트 제국! 대륙 최고의 모사 아스트로 공작! 그대들에게 나 그리안 폰 벨로시티가 정식으로 도전하오. 그대들은 나의 모든 재능을 쏟아 붇기에 모 자람이 없는 상대, 나의 재능을 대륙에 알리기 위해, 그대들을 내가 넘어야 할 최대의 벽으로 인정하겠소. 나의 도전을 받아주시오! 아스트로 공작.' 그리안 후작의 두 눈은 이제 자신의 인생 목표를 찾은 20세의 청년과 같은 활기에 차 있었다. 평생을 사막에서 보내며 거친 마물과의 싸움으로 단련된 자신과 자신의 기사단원들이 이제 최강의 적을 맞이하여 생사의 대결을 벌 리게 될 것을 예상하면서 그의 몸은 흥분으로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한편 자신도 모르게 최고의 명장의 도전을 받은 라딘은 그 순간, 아버지와 비슷한 수준의 적의 지휘관으로부터 가능한 한 멀어지겠다는 일념 하에 미 리네를 꼬셔서 인근 마을인 블루베리 타운으로 피난 지휘를 하러 떠나고 있 었다. --------------------------------------- ------------------------------------------- 2-22 단기질주 2-22 단기질주 이곳은 라이너스 계곡, 칼디안 산맥을 벗어 나는 몇 개의 관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약 3km의 협곡 성 계곡인 이곳 은 의외로 계곡 안쪽은 흙과 바위가 적당히 섞여 이동하기에 편한 곳이기 때문에 피난민들이 대규모로 이동하는 루트로 적합한 경로 중 한 곳이다. 지금 약 5천명의 피난민들이 저마다 보따리를 등에 지고, 혹은 달구지에 짐 을 실고 어린아이들과 노인들을 태우기도 하면서 열심히 칼디안 산맥을 벗 어나려고 하고 있었다. 사실 지난 몇 주간 많은 사람들이 각 성에서 나온 기사들의 인솔에 따라 이 미 피난을 떠났다. 그러나 사람이란 쉽게 고향을 버릴 수 없는 법, 적지 않 은 사람들이 행여나 하는 마음에 마을에 남아 있었다. 그런 그들에게 드디어 칼디안 성에서 흑풍 기사단을 위시한 약탈 부대가 나 왔다는 소문은 그야말로 절망의 구렁텅이로 빠뜨리는 비보임에 틀림없었다. 부랴부랴 사람들은 그들의 짐을 싸서 피난길에 올랐다. 목숨은 소중한 것이다. 그런 피난민들을 지켜보는 일단의 무리가 있었다. 라이너스 계곡의 출구 쪽 계곡 위에 포진한 약 5000명의 부대는 바로 아도 용병대였다. 지난 1개월간 총원 137명이었던 아도 용병대는 칼디안 성의 패잔병들과 마 을의 용병들을 규합하여 무려 5000명의 규모로 불어났다. 물론 먼저 나온 1만 명의 토벌대와 패잔병 중 정규군들은 모두 남방과 북방 의 수비대로 보냈지만, 그 당시 살아남은 용병들은 거의 아도 용병대에 임 시 가입하였다. 특히 이계인 용병대는 그 당시 손해를 무릅쓰고 마을을 구 하러 떠난 아도 용병대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길드들 이 아도 길드와 동맹을 맺거나 흡수되었던 것이다. 지금 그리안 장군이 이끄는 레디안 본대 50만은 트루먼 백작이 지휘하는 남 방 수비군이 지키고 있는 게인 성을 공략하고 있었다. 그러나 트루먼 백작의 지휘에 의해 농성군의 사기는 높았고, 성은 튼튼했다 . 결국 그리안 장군은 자군의 희생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공성병기 위주의 전 투로 시간을 들여 성벽을 부수기 시작했다. 아직은 레디안 군에게 시간적 여유가 있는 것이다. 게인 성만 함락하는 데 성공하면, 북방의 다인 성은 칼디안 성에 남겨져 있 는 20만의 수비군도 합류하여 총공격을 퍼 부을 수 있기 때문에 이번 공성 전에서 이쪽의 피해를 최소화 시킨다면 이 게인성을 함락시키는 것보다는 확실히 단시일 내에 게인성도 공략할 수 있다고 그리안 후작은 생각했다. 파스트 제국이 원군을 보내기 전까지 방어군을 괴멸시킬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는 것이다. 그렇게 남방수비군과 레디안 군은 전투를 시작했다. 물론 게인성의 군사들 은 레디안 군이 자신들이 지키는 다인 성으로 진격해 오지 않은 것을 하늘 에 감사하며, 성 안에서 한발자국도 나오지 않았다. 따로 명령이 내려갈 때 까지 절대로 성 밖으로 나오지 말라는 재상의 절대명령을 충직하게 따르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라딘과 아도 용병대는 새로운 지휘관인 트루먼의 제의로 다시 군대와 계약하여, 레디안의 약탈부대로부터 피난민을 보호하는 임무를 수행 하고 있었다. ------------------------------------ "이제 거의 모든 사람들이 산맥을 벗어난 거지?" 라딘이 앉아서 계곡 밑쪽을 바라보면서 크로키에게 물었다. 그들의 헌신적인(?) 노력에 의해 칼디안 산맥 전역에 위치한 26개 마을의 모든 사람들은 대부분 무사히 옆 영지인 보겐 지방으로 피난을 갈 수 있었 다. 이제 지금 지나가는 일단의 피난민들만 산맥을 벗어난다면 아도 용병단의 공식적인 임무는 완료되는 것이다. "응, 이번 사람들만 지나가면 끝일 거야. 미리네와 커크가 남아 있는 사람 들을 찾으러 갔지만 설마 아직까지 남아 있는 사람들은 없겠지." 크로키가 라딘에게 동의하면서 말을 이었다. "그나저나 놈들이 올까? 본대가 여기서 1시간 거리까지 온 것은 알겠는데, 선발대가 떠났다는 정찰병의 보고대로라면 곧 도착할 것 같은데." 크로키가 긴장된 목소리로 라딘에게 묻자, 라딘도 역시 약간 긴장된, 그리 고 약간 흥분된 목소리로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안 오면 곤란하지, 우리가 모처럼 나왔는데, 꼭 올거야! 믿고 기다리자고. " 라딘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언덕위에서 흙먼지가 일어나는 것이 보였다. 대규모 기마병이 움직일 때 생기는 땅의 울림도 느껴지기 시작했다. "온다! 전원 긴장하고 기척을 숨기세요! 다들 준비하시고요." 5천명의 부대원이 숨을 죽이고 긴장했다. 조금 지나자, 언덕너머의 흙먼지 가 더욱 짙어지며 드디어 약 3천 정도의 부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서서히 이동하던 피난민들은 그들을 발견하고는 비명을 지르고 전력을 다해 뛰어서 도망가기 시작했다. 일대 혼란이 일어났다. 뒤에서는 죽음의 사자 가 쫓아오고 있는 것이다. 다시 몇 분이 지나자 이제는 계곡 초입에 레디안 군이 진입했다. 도망가는 난민들의 표정이 공포로 물들었고, 비명을 지르며 필사적으로 뛰기 시작했 다. "야, 크로키, 이거 피난민들 따라 잡히겠는데? 지금 나가야 하는 것 아니냐 ?" 도끼바바가 차마 난민들의 비명을 못 듣겠다는 듯이 크로키에게 물었다. 자신들의 존재를 안다면 피난민들이 얼마나 기뻐하겠는가? "아직 아니에요. 제가 보기에 아슬아슬하게 피난민들이 계곡을 빠져 나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어차피 지금 나가봐야 죽도 밥도 안 되니까. 급해도 조 금만 참자고요." 라딘도 크로키의 의견에 고개를 끄덕여 찬성을 표했다. 사실 지금 자신들이 드러나면 적들은 당연히 추격을 멈추겠지만, 그러면 자신들이 아침부터 준 비하고 기다려온 모든 작전이 무효화 되는 것이다. 헛고생이라니! 그것만은 절대로 사절하고 싶은 라딘이었다. -두두두두두두- "크하하하하, 아직 여기까지 밖에 못 도망가다니! 다 죽여주마! 흑풍기사단 의 위명을 오늘 너희들에게 몸으로 느끼게 해 주마!" "꺄악!, 엄마, 살려줘요!" 약탈선발대가 난민들의 뒤쪽 행렬을 거의 따라 잡았다. 이제 피난민은 1분 도 안 되서 하이에나에게 쫓기는 사슴처럼 한조각 한조각씩 하이에나의 먹 이가 될 것 같았다. "이때닷! 공격!" -와아아아아- -쿠르릉- -콰쾅- 절벽 양쪽에서 대기하고 있던 아도 용병대가 함성을 지르며 일어났다. 그리고 앞쪽에서 대기하던 전사들은 그들이 준비해온 통나무와 돌덩이를 절 벽 아래로 일제히 던지기 시작했다. 돌진하던 레디안 군의 선두가 통나무와 바위에 깔려 소멸했다. 그리고 그들 은 절벽의 앞쪽이 막힘에 따라 아직 상황을 잘 이해 못하는 후방의 군세들 에게 밀려 갇힌 상태로 우왕좌왕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뒤를 이어서 뒤쪽에 대기하고 있던 마법사 부대와 궁수부대가 그 들에게 화살과 마법을 쏟아 붇기 시작했다. "[화이어볼]!" "[라이트닝 볼트]!" "[3연사]!" -슈슈슝, 콰쾅, 파지직- -크아악, 살려줘!- 첫 공격으로 선봉에 있던 지휘관이 사망했기 때문일까? 혼란에 빠진 그들을 제 정신으로 되돌려서 후퇴할 만한 기량을 가진 지휘관은 없어 보였다. 그렇게 하이에나는 사슴이 되었고, 도망갈 길이 없는 사슴은 모두 라딘 용 병대라는 새로운 포식자의 먹이가 될 수 밖에 없었다. 약 30분 후, 계곡안 으로 들어왔던 3천명의 군대는 단 한명도 살아남지 못했다. 글자 그대로 전 멸한 것이다. 눈앞의 먹이에 정신이 팔려, 군사적으로 판단할 때, 절대적으로 불리한 계 곡 속으로 아무런 경계도 없이 진입한 그들에게 내린 공포와 전쟁의 신 카 리만의 저주인지도 몰랐다. "아자! 역시 크로키의 작전은 틀림이 없구만! 아군의 피해는 한 사람도 없 는 거지?" 상황이 끝나고 아이템 수거반이 계곡 안으로 들어가서 아이템을 수거하기를 기다리며 라딘이 기쁨에 찬 목소리로 크로키에게 물었다. "응, 다행이도 발을 헛디뎌서 계곡안으로 떨어진 사람은 없었나봐. 그나저 나 이거 꽤 짭잘하겠는데?" "카카, 그러게 말이야. 세상일은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더니, 이 상황에서 우리가 이렇게 이득을 봐도 되는 걸까?" 라딘이 약간 양심에 찔린다는 표정으로 말했지만, 크로키는 역시 그의 표정 에 넘어가지 않았다. 이익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지 할 수 있는 진정한 냉혈악마가 바로 눈앞의 파트너가 아닌가? 그런 점에서는 믿음이 가는 것이 다. 라딘은 자신이 죽어도 손해는 안 볼 사람이었다. 그렇다. 이 전쟁은 파스트 제국에게 있어서 치명적이라고는 할 수 없어도 상당히 큰 타격을 주고 있었다. 원래 국경선인 메기아 평원일대가 완전히 레디안 군의 세력권 안으로 들어갔고, 칼디안 산맥 전역이 전장으로 변했으 며, 방위 라인이 무너짐에 따라 지리적 이점을 잃은 파스트 제국으로써는 현재 보겐 영지마저도 안전하다고는 할 수 없었다. 만약 지금 남, 북으로 갈려져 있는 방어군이 전멸한다면 파스트 제국의 남 부 평원 일대는 레디안 왕국에 귀속 될지도 몰랐다. 그러나, 이 전쟁은 아도 용병단에게는 수 많은 이득을 선사 해 주었다. 일단 아도 용병단의 이계인 맴버는 현재 1천명으로 늘어난 상태이다. 그야말로 아도 길드의 명성이 전국적으로 퍼졌다고 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브리시아 인 용병단도 아도 용병단에 많은 호감을 가지고 있었 다. 세력적인 이득 뿐만이 아니다. 아도 용병단은 패잔병들을 규합하면서 그들 이 지니고 있는 군수품들을 정리하여 다시 배분하는 과정에서 많은 이익을 남길 수 있었다. 계략에 넘어가서 칼디안 성을 나온 1만 명의 토벌대와 살 아남은 2만 명의 패잔병들 중에 대부분은 방어군으로 다시 돌아갔지만, 그 들이 지니고 있는 물자 중 많은 부분은 아도 용병단에 남겨졌다. 다시 정식으로 군에 소속되어 작전을 수행하는 부대이니만큼 5천명이 쓰는 군수품은 당연히 지급되는 것이다. 이것을 착복하지 않으면 라딘이라고 할 수 없었다. 물론 도끼바바와 미리네 는 그런 사실을 몰랐다. 크로키는 전혀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세상은 이런 것을 바로 묵인이라고 한다. 두 번째로 얻은 수익은 바로 전투마의 획득이었다. 일반 말은 보통 100레벨 전후이다. 그런 말들 중 능력치가 좋은 말을 선별 하여 어릴 때부터 훈련을 시켜 200레벨까지 성장시키면 그 말은 전투마로 성장하고 [차지]와 [밟기]의 기술을 얻게 되는데, 이 전투마야말로 기사와 전사의 최고 파트너인 것이다. 당연히 전투마의 가격은 비쌌다. 칼디안 성 함락 당시, 도망친 것은 사람만이 아니다. 전투마도 살아서 도망 친 수가 꽤 되었다. 아도 용병단은 위험을 무릅쓰고 칼디안 성 근처까지 수 색대를 보내어, 이 전투마를 수거하는 데 전력을 다 했다. 난민 피난보다 이쪽에 더욱더 많은 인원이 투입 됐다는 뒷소문도 있을 정도였다. 그 결과, 아도 용병단은 약 100필 정도의 전투마를 획득 할 수 있었다. 엄청난 수익이었다. 특히, 놀랍게도 디젤 후작이 타던 레벨 300의 최고급 전투마도 얻을 수 있 었는데, 이제 갓 레벨 300이 된 라딘은 그 말을 보고는 즉시 그 말을 자신 의 애마로 지정했다. 기사인 그에게는 역시 전투마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리고 라딘은 죽은 디젤 후작을 마음속으로부터 용서하기로 했다. 이미 본인이 죽었는데 그의 가문까지 몰락시킨다는 것은 너무 비인간적인 처사라는 것이다. 레벨 300의 최고급 혈통의 전투마의 시가는 적어도 3만 골드를 상회 한다. 한 가지 라딘의 마음에 안 드는 것은 그 말의 이름이 '루시난테'라는 것이 다. 루시난테는 전설의 기사 돈키호테가 타는 애마의 이름이었다. 마지막으로 아도 용병대가 얻은 가장 큰 이익! 그것은 바로 전리품이었다. 이번과 같이 피난민을 쫓아온 약탈 부대원을 잠복하여 전멸시킨 것은 이번 으로 2번째였다. 그들이 떨 군 아이템은 엄청난 이득이라고 할 수 있었다. 100명, 200명이 아닌 2천명, 3천명인 것이다. 물론 전리품을 분배해야할 사 람도 5천명이나 되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분배의 주체인 아도 용병단의 이 득이 가장 큰 것이다. "아이템 수거가 모두 끝났습니다. 현재 수거된 아이템은 총 1543개, 금화는 1만5천골드 정도입니다. 그중 매직아이템은 무기 123개, 방어구 상의 62개 , 방어구 하의 42개, 그 외 악세사리 92개입니다. 이것은 마법사의 디텍트 매직으로 확인한 것으로 아직 감정은 하지 않았기 때문에 레어 아이템의 유 무는 아직 모릅니다. 그밖에 살아있는 전투마를 25필 생포했습니다. 그중 레벨 250정도의 상급 전투마가 2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상입니다." 수거반 반장 '득템머신'이 라딘과 크로키에게 다가와 보고를 하였다. 라딘의 어둠으로 가득 찬 머릿속에 한줄기 불꽃이 솟아 올라와 펑하고 터졌 다. 그리고 그 불꽃은 어둠속에 화려한 색으로 '대박'이라는 글씨를 수놓고 서 서히 사라져갔다. 이때만은 라딘도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음하하하하, 좋군요. 일단 감정은 하지 마시고, 원칙대로 그 중 20%는 아 도 용병단이 원천 징수하고, 나머지 80%는 다른 용병단원들에게 공평하게 분배하세요. 전투마도 마찬가지입니다." 라딘의 지시에 득템머신이 아이템 수거반이 있는 쪽으로 가서 각 용병대의 수장들과 아이템 분배를 시행하기 시작했다. 크로키가 라딘을 보고 놀랍다 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오! 왠일이니? 라딘, 이번에도 한 개도 안 빼돌리고 원칙대로 분배하는 거 냐? 너답지 않네?" 라딘이 친구 앞에서만 공개하는 악마표 음모미소를 선보이며 크로키의 질문 에 대답했다. "이런 만인이 다 아는 수량의 아이템을 무슨 수로 빼돌리겠나. 혹 빼돌려도 절대로 뒤탈이 생긴다네. 이런 경우는 최대한 풀어서 인심을 얻어야 하는 법! 무형의 재산도 다 재산이라네. 어쩌면 인심과 신용이야말로 최고의 재산일 지도 모르지. 단지 말이야, 지금 일부러 감정을 안 한 상태로 분배를 하고 있지 않겠나? 그게 제일 공평해 보이니까 말이야. 사람들은 대충 자기가 필요한 부분을 골라서 가지겠지. 하지만 감정을 하면 꼭 그 아이템이 자신에게 필요한 아 이템이 아닐 수도 있지 않겠나? 그러니까 그런 아이템을 우리가 조용히 사들이는 거야. 약간의 수수료를 붙 여서 교환도 해 주고, 전투마도 물론 마찬가지지. 당장 전투마가 필요 없는 사람들에게 우리가 사주는 거야. 지금 아직 사람들의 레벨이 그다지 높지 않아서 전투마의 수요가 적은데 말이야, 앞으로 몇 년 안으로 전투마의 가 격이 몇 배로 뛸걸? 그리고 보석류도 물론 무지하게 가격이 올라 갈거야. 그러니까 다 사들이자 고, 우리에게는 금화가 있잖아. 보석으로 분배받은 사람들은 그것을 나누기 위해 금화로 교환해야 하니까 그것도 다 사들이자고, 그리고 그 보석들로 수도에 보석상을 차리는 거야. 물론 나중엔 전국적으로 분점을 세워야겠지. 몇 년 후에 사람들이 조각스킬 올린다고 난리를 칠 테니까, 그때까지 부지 런히 자리를 잡는거야. 제국의 보석유통시장에 우리가 뛰어드는 거지! 훗, 딱 1년, 브리시아 시간으로 4년이면 가격이 최소 5배는 오른다고 내가 장담하지. 어쩌면 10배 이상으로 오를지도 몰라." 크로키는 라딘의 사업구상 재능과 그 사악함에 기가 질렸다. 그래도 일단 공평하게 나누는 것이니까 사기는 아니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면서도, 역시 마음 한 구석이 아픈것을 느끼면서 자신이 인간임을 확신하는 크로키였다. 그렇게 한참 아도 용병단이 난민들로부터 구해줘서 고맙다고 칭송을 들으며 아이템을 분배하고 한쪽 구석에서 아이템을 교환하는 동안, 구석에서 조용 히 앞으로 시작할 보석상에 대한 사업 전략을 생각하고 있을 때, 그의 귓가 에 다급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라딘! 구해줘! 지금 적들이 쫓아와!" "!!! 어디야? 미리네, 지금 어디야? 적은 얼마나 있어?" 생각지도 못한 미리네의 구원요청에 라딘은 크게 놀랐다. 미리네는 이미 저 번 피난민들과 함께 보겐 영지로 진입해 있을 예정이었다. "여기는 스파운 타운 남서쪽 스네이크 능선 중간이야. 피난민들이 아직 남 은 사람이 있다고 해서 그레이벨리 타운까지 와서 그 사람들하고 같이 피난 하는 중이야. 마을 사람들이 아직 300명 정도 남아있었어. 그래서 사람들을 데리고 왔는데, 지금 적들이 50명정도 쫓아오고 있어!" 라딘의 안색이 변했다. 스네이크 능선은 스파운 옆쪽에 위치한 샛길이다. 미리네가 그곳을 사람들의 도주 경로로 정한 것은 상당히 잘 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그곳은 이곳에서 말을 타고 달려가면 한 시간 안으로 진입할 수 있는 근거리이다. 그러나, 약 두 시간 전, 약탈부대의 본진 1만이 그 입구까지 진군해서 현재 포진해 있는 중이었다. 스네이크 능선은 옆으로부터는 너무 경사가 급하고 나무가 많아서 진입할 수 가 없다. 반대쪽 산 밑 입구 쪽으로 돌아가려면 하루는 꼬박 걸리리라. 날아갈까? 그러나 아직 레벨 300인 기사 라딘이 갑자기 등에서 날개를 펼치 고 날아간다? 사람들이 보는 한, 절대로 신성마법을 펼칠 수는 없다. "알았어! 지금 갈게! 어떻게든 한 시간만 버텨봐!" 귓말이 끝난 라딘은 하늘을 쳐다보았다. 몇 조각의 구름이 하늘 위를 유유 히 떠다니고 있었다. 하늘만을 보고 있으면 이곳이 방금 전 수천 명이 전사 한 전장이라는 것을 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라딘은 고개를 돌려 뒤쪽에 있는 자신의 애마 '루시난테'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루시난테에게 다가가서 그의 갈기를 쓰다듬으며 조용히 말을 꺼냈다 . "루시난테, 내가 너를 내 애마로 삼으면서 사실 약간 걸리는 게 있기는 있 었거든. 아무래도 이름이 이름이니까 말이야. 휴, 그래, 이것이 운명일지도 모르지. 키스 한 번에 사망 한번이면 밑지는 장사는 아니잖아! 우리 한번 갈 데까지 가보자고, 난 지금부터 라딘키호테야!" 자신의 여친이 도움을 요청하는 데, 현실도 아닌 게임에서 안 갈수는 없는 법이다. 그녀 혼자라면 또 모르지만, 300명의 피난민들과 함께라면 더더욱 안 갈 수 없었다. 자신이 여태까지 쌓아온 인심을 지키기 위해서 라딘은 드 디어 죽을 각오를 하였다. 라딘이 루시난테 위에 올라탔다. 투구를 꺼내 머리에 쓰고, 등 뒤에 걸려있 던 방패를 한쪽 손에 들었다. 갑자기 라딘이 말에 올라타자 영문을 모르는 크로키가 다가와서 이유를 물었다. "라딘, 무슨 일이야? 왜 갑자기 말에 올라타는 거지?" 라딘이 그런 크로키를 잔잔한 눈으로 잠시 바라보다가 역시 궁금한 듯 다가 온 도끼바바를 보고는 두 사람에게 말했다. "바바형, 크로키, 나 지금 잠깐 다녀올 데가 있으니까, 두 사람이 상황 정 리되면 사람들 인솔해서 먼저 보겐 영지로 후퇴해 주세요. 그럼 부탁해요. 나중에 봅시다!" 라딘은 자신의 작별인사를 이해하지 못하고 아직도 영문을 몰라 머리위에 물음표 마크를 선명하게 떠올리고 있는 두 사람을 보고 한번 웃어준 후, 마 법사와 성직자에게 부탁해서 [스트랭스] 마법과 [축복], [스태미너] 마법을 받았다. 그리고 라딘은 루시난테에게 박차를 가해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끼럇! 라딘 크러쉬볼트, 나갑니다!" -두두두두두두- 그렇게 라딘과 루시난테의 단기질주는 시작되었다. 그러나 목표는 풍차가 아니라 1만명의 군대가 포진하고 있는 적진이었다. ------------------------------------------------ 흑흑, 어쩌다가 이런 실수를 했지. 도저히 스토리상 끓을 데가 없더군요. 그냥 다 올립니다. 어쩌다가 이런 실수를....흑흑흑. 아 그리고 오늘 1장부분 1차 수정분을 올립니다. 용량이 약 2.5배로 늘어났 습니다. 빠진 에피소드를 대충 넣었거든요. 처음에 소설을 시작할 때는 제가 머리속에 있는 광경을 독자들이 모두 알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중요한 아이디어와 대사만을 적은 부분이 너무 많더 군요. 약 60회가 넘어서야 그것을 깨달았습니다. 아마 약간은 표현이 좋아졌을 것 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바쁘지 않으시면 한번 감상해 주시고 진지한 평가 를 해 주시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럼 신마대전,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을 부탁드리겠습니다. 2004년 7월 9일 자유팰러딘 올림. ------------------------------------------- 2-22 단기질주 -두두두두두두- 라딘은 달렸다. 아니 루시난테가 달리고 라딘은 루시난테 위에 타고 있었다 . 이미 30분이 지났다. 이제 10분쯤 지나면 적의 진형이 나오리라. "[저주해제]." -핑- 라딘의 왼쪽 귀에 끼고 있는 귀걸이가 가벼운 금속성의 소리를 내며 빛났다 . 저주가 풀린 것이다. 그러자 라딘이 왼손으로 그의 마법 아이템 제 2호인 메사이야 이어링을 빼서 자신의 아공간 주머니에 집어 넣었다. '설마, 이 귀걸이를 떨구는 건 아니겠지? 흐, 이 축축캐릭 라딘님이 30%의 확률에 걸릴 리가 없지. 암, 신은 살아 있으니까! 헉, 아니다. 내 XXXX, XX X, XXXXX!!! 이거 하나라도 떨어지면 난 한 달은 잠을 못 자는데, 흑, 라딘 , 아무리 급해도 은행에 들리는 걸 잊어버리다니! 으악, 미치겠네. 지금이 라도 돌아가서 아이템 다 놓고올까? 으윽, 나티크 신이시여. 믿을 분은 당 신밖에 없습니다. 저는 죽어도 좋으니 그것들만은! 아, 지금 게임 속 신에 게 빌고 있을 시점이냐! 아흑." 라딘은 자신의 아공간 주머니 가장 안쪽에 들어있는 XXXX, XXX, XXXXX 등의 아이템에 대한 걱정에 판단력을 잃고 정신이 혼란상태에 빠지기 시작했다. 라딘이 최후의 최후의 순간에만 사용하려고 열심히 꿍쳐 놓은 이 전설의 아 이템! 바로 이것만은 시리즈가 만약 라딘의 사망에 의해 하나라도 떨어진다 면 라딘은 정말로 인생의 깊은 회의에 빠지리라. 그 아이템들은 마법이나 레어 아이템 같은 비싼 아이템은 아니지만, 하나하 나 그의 정성과 사기가 깃든 일회성 구사일생 아이템인 것이다. 물론 하나 도 빠짐없이 일단 사용하면 부작용이 심각하다는 단점 때문에 정말로 최후 의 순간이 닥치지 않는 이상 이 아이템들이 세상에 나올 일은 없다. 이렇게 라딘의 머릿속이 수만 가지 생각으로 아나키 상태에 빠져있는 동안, 명마의 혈통을 타고나서 그 위에 어렸을 때부터 최고의 훈련을 끝까지 받 아온 명마 루시난테는 자신의 새로운 주인이 내린 명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 었다. 전력질주! 이것이 현재 루시난테에게 내려진 사명이었다. 이제는 정상적인 사고가 불가능하게 된 라딘은 무념공상의 세계에 빠져 과 거의 추억 속의 일부분인 그가 아이템을 얻을 때의 회상을 하면서 슬퍼했다 기뻐했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자신의 두 눈이 보내는 신호는 라딘을 강제로 현실세계로 되돌리 게 했다. 어느덧 눈앞에 적의 진지가 보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 "어이, 저기 달려오는 저 기마는 뭐지?" 약탈부대의 진지를 지키는 보초A는 자신의 파트너 보초B에게 물었다. 저 멀리에서 흙먼지가 조그마하게 일더니, 한 개의 점이 점점 커져서 이제 는 하나의 기마병인 것이 확연히 보이는 것이다. "글세? 선발대의 연락병인가? 저번에 추격대 중 일부가 돌아오지 않아서 크 루엘 대장이 혹시 무슨 일 있으면 연락병을 보내라고 그러지 않았나?" "그런가? 그럼 급보일지도 모르겠네? 문을 열자고." 두 명의 보초는 설마 1만 명이 주둔하고 있는 진지에 적이 단기로 돌진해 오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래서 일단 진지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전력으로 달려오는 것을 보아서 상당히 급한 상황일 수도 있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진지의 문을 여는데는 시간이 조금 걸리기 때문에 가능한 한 기마 병이 도착하기 전에 열어놔야 말을 멈추지 않고 계속 달린 수 있는 것이다. "정지! 어느 부대입니까? 급보입니까?" 일단 신분을 확인해야 하므로 달리는 말이 가까이 오자 그 기마병에 대고 소리쳤다. 온몸에 금속제 전신갑옷을 입고 있는 것으로 보아 기사임에 틀림 없으므로 말투도 공손했다. -두두두두- "[쇼크웨이브]!" -퍽- 쾅- 라딘은 자신의 오른쪽에 있는 해머로 보초A의 확인질문에 대답했다. 방심하고 있다가 워해머에 가슴을 정통으로 얻어맞은 그는 그대로 진지 벽 에 날라가서 박혔다. 안타깝게도 레디안의 시골에서 출세하겠다는 청운의 꿈을 가지고 머나먼 이국에 공을 세우기 위해 온 보초A는 자신의 꿈을 펼쳐 보기도 전에 스러져갔다. 세상은 아무도 그의 이름에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다. "앗 적이닷!" 라딘이 지나간 후 약 30초동안 사태를 파악하지 못해 멍하니 있던 보초B가 드디어 적의 침범했다는 것을 인식하고는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는 서둘러 서 자신의 허리에서 진지 보초용 신호 스크롤을 꺼내서 찢었다. -슈웅- 펑- 붉은 빛의 불꽃이 허공을 뚫고 올라가서 엑스자를 그리며 터졌다. '윽, 그냥 무시하고 들어왔으면 저놈들이 몰랐을 텐데, 괜히 습관적으로 공 격했네. 쩝, 망할 확률이 높아졌군.' 라딘은 자신이 쓸데없이 사람을 죽인 것을 후회했지만, 지금 상황은 그런 낭만적인 생각을 하도록 허용하지 않았다. 막사에서 사람들이 하나 둘씩 나 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은 대부분 신호의 소리에 따라 적의 기습으로 예 상하고는 정면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적이 보이자 마자 신호를 날리게 되 어 있으니 3분 안으로 적이 진지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라딘을 태운 루시난테는 죽어라고 달렸다. 그도 주인의 마음에 감응한 것일 까? 루시난테도 멈추면 그 순간이 자신의 생이 끝난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 다. -두두두두두두두- "앗, 누구냐!" "에엣, 비켜라! [낭트 전추술]!" -펑, 펑- 앞쪽 막사에서 일단의 무리가 나왔다. 그들은 자신들이 가려는 반대쪽 방향 으로 달리는 기마병을 보고 소리쳤지만, 그들에게 되돌아온 대답은 기묘한 타원을 그리며 움직이는 워해머의 머리였다. 막사를 나온 병사들은 한쪽에서 미친 듯이 달리고 있는 한 기사를 보았다. 그리고 그 기사는 쉬지 않고 그의 워해머를 휘둘렀다. 워해머는 기묘한 곡 선을 그리며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끊기지 않고 돌아갔다. 그리고 그 곡 선에 아군의 병사들이 부딪칠 때마다 허공으로 4-5m씩 날라 갔다. 장관이라면 장관이었지만 그것은 공포라는 감정을 유발시키는 장관이었다. 겨우 일단의 무리들을 뚫고 간신히 속도를 유지한 체 질주를 계속하는 라딘 이었다. 이제 얼마나 온 것일까? 절반은 왔을까? 적들은 자신의 존재와 자 신의 진로를 알아차렸을까? 생각하는 라딘의 눈에 상당히 큰 막사가 들어왔 다. 위험할까? 저곳을 피해서 돌아가야 할지도 몰라. 하지만 라딘은 방향을 틀 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이다. 1초라도 빨리 이 진지를 벗어나야 살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다. 흑풍 기사단 제 2대 대장인 크루엘 폰 부쳐로드는 낮잠을 자다가 갑자기 들 리는 신호음에 반사적으로 잠에서 깨어났다. 적인가? 그는 얼른 땅에 귀를 대어 보았다. 아무런 진동도 없었다. 그렇다면 대군은 아닐 것이다. "보초! 적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가서 확인해 봐라!" 크루엘이 밖에서 경비를 서고 있는 보초에게 외쳤다. 보초는 얼른 경례를 하고 신호가 들린 곳으로 달려갔다. 보초를 보내고 커다란 막사안에 혼자가 된 크루엘은 일단 옷을 입었다. 그리고 적이 대군이 아님을 이미 알고 있는 그는 서둘러서 갑옷을 걸쳤다. 정식으로 입는데는 10분 이상 걸리기 때문에 체인메일과 헬멧만을 쓰고, 그 의 애병인 삼지창을 들고서야 태연한 표정으로 진지를 나섰다. 어느 정도는 장비를 갖추고 나가야 부하들에게 얕보이지 않는 것이다. -두두두두두두두- 드디어 라딘은 커다란 막사의 30m앞까지 접근했다. 바로 그때, 막사의 문이 열리면서 안에서 한 사람의 거한이 나오려고 했다. "먼저 치면 남는다! [파워 브레이크]!" -슈웅- -퍽- "헉, 뭐냐?, 크아악!" 라딘의 미스릴 워해머는 순식간에 날라가 초속 30m의 속도를 유지하다가 크 루엘에게 적중 속도를 0으로 줄였다. 그리고 막 막사를 나오려는 크루엘은 옆에서 뭔가 다가오는 듯 한 느낌에 고개를 돌렸다가 워해머의 머리를 보는 순간 정통으로 얼굴 한가운데 그 워 해머가 꼿혀서 공중으로 붕 떠오르는 느낌을 받았다. 아니 실재로 190cm의 키와 그 키에 어울리는 몸집을 가진 그의 전신이 약 5 0cm정도 떠 올랐다. "앗! 딱 좋은 위치. 받아랏, [스마이트]!" -펑- 라딘의 7중 아다만타이트 방패가 크루엘의 몸에 정통으로 부딪쳤다. 라딘은 이 순간 그가 최고 난이도의 기마돌격기술을 성공시킨 것을 미처 인 식하지 못했다. 말의 [차지]에 자신의 필살기를 연합해서 펼치는 기마돌격기술은 보통 정면 으로 찌르는 형태의 기술이 대부분이다. 그만큼 차지의 힘을 활용하기 쉽고 , 기마의 엄청난 속도 속에서 적을 명중시키기에도 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상급의 기사는 오히려 타이밍을 맞추기 어려운 특수한 필살기를 연습한다. 대표적인 예로 신검 합일계의 최상급 무공인 [마신참]을 자신의 애마인 케 르피가 [이형환위]를 시전하는 상황에서 펼치는 트루먼의 신멸기 [대마신참 ]이 있다. 마신참이라는 기술은 신검합일에 의해 최고 2m정도의 부강으로 내려찍는 무 공으로 파워는 최고라고 할 수 있지만 동작은 내려찍기라는 단순함의 극치 이다. 고수라면 마신참 같은 단순한 기술은 쉽게 피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이형환위 상태에서 펼쳐지면 말이 틀려진다. 공격 타이밍을 알아차리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다. 또한 케르피의 차지와의 상승 효과에 의해 거의 5m에 달하는 부강이 하늘로부터 내려 찍히게 되는 것이다 . 그러나 이 기술은 사용자 역시 공격 타이밍을 잡는 것이 너무나도 힘들다. 그것을 피나는 수련으로 트루먼은 백발백중의 타이밍으로 사용하게 된 것이 다. 라딘은 지금 자신이 차지의 파워를 받은 상태로 정확하게 순간 타격 기술인 스마이트를 성공시켰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 했다. 그리고 그 기술로 인해서 레벨 650의 저 학살오우거라는 악명으로 이름높은 약탈부대의 총 지휘관 크로엘 폰 부쳐로드를 격살하였음도 미처 모르고 있 었다. 달리는 말 위에서 라딘이 오른손을 뒤로 뻗었다. 그의 무기인 워해머가 날 라와 그의 손에 잡혔다. 이미 크루엘의 죽은은 그의 뇌리에 남아있지 않았 다. 띠링 레벨이 올랐습니다라는 메세지도 귀에 들려오지 않았다. 라딘은 그저 앞만보고 달렸다. 다시 일단의 무리들이 그의 앞쪽에 나타났다. "끝이 없군. [낭뜨 전추술]!" -펑- 펑- 이제 얼마나 남았을까? 절반은 지난 것 같은데, 적들은 아직 조직적으로 자 신을 포위하지는 않고 있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가면 살아남을 수 있 다! 라딘은 스스로를 격려했다. 그러나 계속되는 긴장으로 인하여 라딘의 몸은 점점 굳어가기 시작했다. 만약 스태미나 마법을 시전 받지 않았더라면 이미 체력이 바닥났을 것이다. -저기다, 쏴라- -슈슝- 슝- 오른쪽에서 몇 대의 화살이 날라왔다. 젠장 하필이면 오른쪽이냐! 왼쪽이면 방패로 막을 수 있는데, 라딘은 고삐를 잡고 고개를 숙였다. -팅, 팅- 다행히도 크리티컬이 없었는지 화살은 그의 갑옷에 맞고 팅겨났다. 행운이었다. 라딘은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조금 더 강력하게 가지기 시작했 다. 다시 1분쯤 지났을 때, 드디어 저 쪽에 능선쪽으로 나가는 출구가 보였다. 다 왔다! 라딘은 기뻤다. 이제 자신도 루시난테도 슬슬 한계에 다다른 것이 다. 그러나 라딘은 순순히 기뻐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적이 이미 라딘의 진행방향을 알아차렸는지 30여명의 창병이 입구를 막고 창대 끝을 땅에 박 아 세우고 있는 것이다. 창을 세운 창병한테 돌격하는 기마병을 바로 자살특공대라고 한다. 그 경우 기마병이 죽을 확률은 100%이고, 기마병이 속도를 늦추지 않고 용 감하게 산화 할 경우 창병이 말의 무게에 눌려 죽을 확률이 50%정도 된다. 라딘은 죽고 싶지 않았다. "윽, 멈춰! 루시난테, 멈취!" 라딘의 손과 발이 말을 듣지 않았다. 계속된 긴장 속에 신경이 말을 듣지 않는 것이다. 라딘은 이를 악물었다. 50m - 40m - 30m - 20m "손하고 발이 배반하면 몸으로 때운닷, 으랴!" -히히힝- -좌악- 라딘이 전력으로 몸을 옆으로 기울였다. 그러자 무게가 옆으로 쏠린 루시난 테가 그의 무게와 힘을 이기지 못하고 옆으로 쓰러졌다. 라딘과 그의 애마 는 땅에 쓰러진 체로 20m를 미끄러져 한참 긴장하며 기다리던 창병들 바로 앞까지 다가갔다. "아니, 저럴수가!" "에잇, 적이 돌격을 멈췄다. 얼른 둘러싸고 저 기사를 죽여라!" 지휘관의 호령에 따라 창병들이 얼른 창을 뽑아서 땅바닥에 쓰러져 있는 라 딘을 둘러싸고 찌르려고 했다. "으윽, 제길 루시난테한테 다리가 끼어서 못 움직이겠네. 야! 루시난테, 살 아있냐? 살아있으면 조금 비켜봐! 아앗! 받아랏 팔방풍우!" -푸르르르- !!!히히히힝- (말 살려!!!) 라딘은 루시난테한테 깔려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에서 적들이 자신을 둘러싸 고 공격하려고 하자 무의식중에 어렸을 때 어머니에게 배운 종합격투기의 한 동작인 팔방풍우의 동작을 펼쳤다. 이 기술은 쓰러져 있는 상황에서 주위에 적들이 둘러싸고 밟으려고 하면 두 다리를 마치 풍차처럼 회전시키며 솟구쳐 올라가는 기술로 쿵푸 영화에서 가끔씩 나오는 인지도 높은 기술이라 하겠다. 라딘의 두 다리가 찔러 들어 오는 창을 휘감으며 위로 올라갔다. 문제는 그 다리 사이에 무게 700kg의 전신 갑옷 상태의 루시난테가 있었다는 것이다. 주인의 부름에 겨우 정신을 차리고 대답하며 일어나려던 루시난테는 갑자기 자신이 거꾸로 회전하면서 떠오르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정신이 들어 자신이 허공에 거꾸로 서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는 다시 기절을 하고야 말 았다. 물론 라딘을 공격하려던 선두의 6명의 병사들은 난데없이 무게 700kg의 루 시난테의 발과 몸통에 얻어맞고는 뒤로 튕겨서 뒤쪽의 병사들에게 민폐를 끼치며 추락했다. -쿵- -히히히힝- 마침내 팔방풍우의 동작이 끝나고 라딘은 그대로 몸을 뒤집어 일어났다. 그리고 라딘에 의해 허공으로 떠오른 루시난테가 땅에 떨어진 고통과 충격 으로 기절에서 깨어났다. "얌마, 살아있으면 어서 일어나 달려! 날 따라오라고! [차지]!" -히히히힝- 라딘의 괴력에 질려서 멍해있던 창병들은 라딘의 혼신의 힘이 담긴 차지를 막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 뒤를 아직도 혼이 반쯤 나가있는 루시난테가 쫓 아갔다. 그리하여 마침내 자유기사 라딘은 성녀와 난민들을 구하기 위해 단기로 1만 명의 적군 속을 정면으로 돌파하고 적의 지휘관이자 학살자로 이름높은 크 루엘 폰 부쳐로드 백작까지 격살 함으로써 그의 용맹과 고결한 희생정신을 대륙에 널리 알리게 되었다. ------------------------------------- ------------------------------------------- 2-22 단기질주 ------------------------------------- "워~워, 루시난테 일단 멈춰 봐." 진지를 빠져나와 얼른 루시난테에 올라타고 능선을 타고 열심히 도망가던 라딘은 약 5분쯤 내려가다가 일단 질주를 멈췄다. 그리고 자신이 빠져나온 진지쪽을 바라보았다. 이상한 일이었다. 아무도 쫓아오지 않는 것이다. "무슨 일이지? 적장이 일단 놓친 고기는 미련을 끊는 타입인가?" 잠시 고민하던 라딘은 좋은 게 좋은 거라는 평소 그의 인생관에 입각해 적 의 추격이 없다는 것을 솔직담백하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적에게는 적의 사정이 있는 법이다. 사실 현재 약탈부대 본진은 상당한 혼란에 빠져 빠져있었다. 총지휘관인 크루엘은 회색이 된 체로 부하들에게 발견되어 겨우 시간 내에 부활로 살리기는 했지만, 앞으로 한달 간은 힘을 쓸 수 없었다. 지휘관이 그것도 맹장형 지휘관이 적의 단 2격에 사망했다는 사실은 그들의 사기를 꺾기에 충분했고, 일단 지휘관이 사망한 부대는 안전한 지역까지 후퇴하여 새로운 지휘관을 기다리는 것이 관례이니 만큼 그들은 서둘러서 짐을 꾸리기 시작한 것이다. 라딘은 자신이 단기로 1만의 대군을 물리친 것을 아직 모르고 있었다. 지금 그의 머릿속을 채우고 있는 것은 앞에 있다는 50명의 약탈병이었다. '음, 50명이라, 마법을 써가며 싸우면 가능하지 않을까? 아니지, 50명이면 기사도 2-3명은 있을 거야. 역시 기습밖에는 수가 없군. 어쩐다?' 고민하던 라딘은 이윽고 결정을 내리고 능선 옆에 자라고 있는 두께 20cm정 도의 나무를 하나 부려뜨렸다. -우직- 쿵- -팍,팍- "휴, 끝났군. 그럼 다시 가 볼까? 응차." 쓰러진 나무의 잔가지를 모두 쳐내자 드디어 두께 20cm, 길이 15m의 통나무 가 하나 완성되었다. 라딘은 그것을 짊어지고는 옆에서 새 주인이 하는 일 을 무심한 눈으로 바라보던 루시난테에게로 다가갔다. -히히힝- 루시난테의 갈색 얼굴이 순식간에 백색으로 변했다. 마치 털까지 하얗게 변 할 것 같은 루시난테는 이제라도 탈피를 하여 전설의 페가수스가 되는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급속도로 변해갔다. 라딘이 그 거대한 통나무를 진 체로 자신의 위에 올라 타려는 것이다. 루시난테는 살기위해서 뒷걸음질을 쳤다. 그 통나무는 척 보기에도 무게 1 톤은 가볍게 넘어 보이는 것이다. "얌마! 이리 안 와, 괜찮아. 괜찮다니까!" 루시난테의 그 커다란 눈에서 두 줄기 샘물 같은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 다. 마치 그의 수분을 모두 눈물로 바꾸어 배출하는 듯이 하염없이 흘렀다. 그러나 루시난테는 최고의 혈통을 잇고 철저한 훈련을 거친 명마! 그런 그가 한번 주인으로 인정한 기사의 명령을 거역하기에는 명마의 자존 심이 용납하지 않았다. "웃차, 봐. 괜찮지? 내가 경신술 마스터라서 무게가 원래의 10%밖에 안된다 니까. 그럼 가보자고. 끼럇!" 확실히 죽을 것 같지는 않았다. 비록 1.5톤의 통나무의 10%라 해도 150kg이 나 되지만 레벨 300은 아무 말이나 되는 것이 아니다. 그 정도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었다. 아무리 힘들어도 저 인간 같지도 않은 주인에게 통나무로 두들겨 맞는 것보다는 훨씬 쾌적한 상황이 아니겠는가? 루시난테는 스스로를 위로하며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두두두두두두- 너무 무거웠다. 그리고 내리막길이었다. 기사와 말은 서서히 속력을 더해갔 다. 고의가 아니라 무거워서 점점 가속도가 붙는 것이다. 루시난테의 심장에 부담이 가기 시작했다. 이제는 자신이 달리는 것이 아니 다. 단지 자신의 두 다리가 앞으로 나아가는 자신의 몸을 겨우겨우 지탱하 고 있을 뿐이다. 지옥까지 떨어지는 제트 코스터의 쾌락을 느끼기 시작했다 . 고통인가 쾌락인가? 뇌에 보급되던 산소까지 심장이 독점하고 있는 것일까? 루시난테는 눈앞이 환해져 가는 것을 느꼈다. 이제 얼마후면 그는 완전 연소 되리라. 그리고 그의 한계에 다다른 질주를 보고 신이 감동한 것인지, 드디어 전면 에 50명의 병사가 모여있는 광경이 나타났다. 라딘은 전면에 신장 5m의 천사가 날개를 퍼덕이며 신성 배리어로 50명의 병 사들을 막고 있는 것이 보였다. 기회다! "으아아아아아, 죽어보자!!!" 라딘이 옆에 끼고 있던 통나무를 옆으로 늘어뜨렸다. 다행히 중심을 잘 잡 은 그 통나무는 능선 길을 가로질러서 옆으로 펼쳐졌다. 그리고 그 통나무 와 라딘, 루시난테를 포함한 중력병기는 50명의 인간 쿠션을 향해 떨어졌다 . -아악- -크악, 내몸!- -쿠쿠쿵- 순식간에 절반이 넘는 사람이 사망했다. 나머지 병사들도 전원 부상을 입었 다. 잠시 후, 회색으로 변하지 않았을 뿐이지 거의 사망한 것과 다름없는 루시 난테의 옆에서 라딘이 비틀거리며 일어나기 시작했다. 역시 깨지는 것은 언 제나 볼링 핀이고 볼링공은 멀쩡한 것이다. "으, 죽는 줄 알았네. 순식간에 피가 절반이 넘게 빠졌잖아. 이 짓은 역시 미친 짓이었구먼." 라딘은 겨우 일어나 주위에 공포에 질린 눈으로 그를 주목하는 병사들을 보 았다. 그 순간 라딘의 비틀거림이 사라졌다. 엄청난 살기가 그의 몸에서 뿜 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의 두 눈이 푸른 안광으로 빛났다. 라딘은 옆에 떨어져 있는 통나무를 집었다. -위잉- 퍽- "끄악~." 휘둘러진 통나무에 걸린 한 사람의 병사가 절벽 밑으로 떨어졌다. 병사들은 이미 이 황당한 사태에 판단력을 잃고 공포에 떨고 있을 뿐이었다. -부웅, 부웅- "이 놈들, 감히 선량한 양민들을 괴롭히다니! 다 죽여주겠다!" -히익, 괴물이다! 도망가자!- 다행히 그나마 생존의욕이 높은 한 병사가 정신을 차리고 뒤로 뛰면서 소리 쳤다. 그 말이 바로 다른 병사들에게 구원의 목소리로 들렸음이 틀림없었다 . 모든 병사들은 그 순간 능선위로 전력을 다해 뛰기 시작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도둑이 아닌 전사라서 [쾌속도주]의 스킬이 없는 것을 무 척이나 안타깝게 생각했다. 결국 라딘의 시야에서 그들은 사라졌다. 그러자 라딘이 마치 바람 빠진 풍선처럼 통나무를 떨어뜨리며 바닥에 주저 앉았다. "휴, 큰일날뻔 했네. 스태미나가 떨어진 걸 몰랐다니. 피도 거의 없는데 죽 을뻔 했잖아. 애고 힘들어." 그렇게 [허장성세] 기술로 적병들을 물리친 라딘은 천사의 뒤에서 앉은 체 로 두 눈을 감고 주문을 외우고 있는 미리네를 발견했다. '다행이군. 내가 통나무를 휘두르는 것을 못 봤단 말이지! 그럼 역시 나의 본신의 능력은 아직 들키지 않았다고 봐야겠지? 나의 힘을 본 아군은 없으 니까 말이야, 훗훗.' 라딘은 역시 자신은 신의 가호를 받는 주인공임을 확신하면서 미리네를 소 리쳐 불렀다. "미리네! 이제 괜찮아. 적들은 다 물러갔다고!" 한참 정신을 집중해서 주문을 영창하고 있던 미리네는 아까부터 들리던 라 딘의 목소리가 환청이 아님을 깨달을 수 있었다. 눈을 뜨고 앞을 바라보니 눈앞에 온 몸이 상처 투성이에 먼지를 뒤집어 쓴 라딘의 모습이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라딘! 와 줬구나! 고마워, 고마워!" 미리네가 뛰어가 라딘의 품에 안겼다. 갑작스러운 그녀의 육탄공세에 잠시 당황했던 라딘은 곧 정신을 차리고 가볍게 그녀의 등을 몇 번 두르려 그녀 를 안정시켰다. 그리고 두 손으로 그녀의 팔을 잡아 거리를 띄우며 물었다. "응, 괜찮아? 난민들은? 아, 그리고 저 천사는 뭐야?" "아! 잠깐만." 라딘의 말에 정신을 차린 그녀는 뒤쪽에 서 있는 천사에게 다가가 꾸벅 인 사를 하고 그의 소환을 취소했다. 그리고 남은 마나로 루시난테와 라딘에게 치료마법을 시전하였다. 잠시 후, 루시난테를 끌면서 미리네와 라딘은 능선을 타고 내려가기 시작했 다. 그리고 미리네는 라딘에게 일의 전말을 설명했다. --------------------------------------------------- 맛纛寬?" ------------------------------------------- 2-22 단기질주 ------------------------------------------------------ "그러니까 말이야. 그때 한참 마을사람들하고 산밑으로 내려가고 있는데, 뒤쪽에서 병사들이 쫓아오잖아. 그래서 너한테 귓말 보내고 [기적] 마법을 사용했어. 다행히 성공해서 천사님이 내려와 주셨어. 그래서 사람들이 도망 가는 동안 병사들을 막아달라고 했더니 들어주시더라고. 다행이야, 마나가 거의 떨어져 가는 중이었거든, 아무리 천사님이라도 마나가 떨어지면 소환 이 해제되니까, 고마워, 와줘서. 라딘." "기,기적이라고!!!!" 라딘은 정신이 아득해지는 감각을 느꼈다. 기적이라니! 그것은 단순한 최상 급 신성 마법이 아니다. "어디서 그 마법을 구했어? 그거 최상급 마법이잖아! 그리고 전부터 궁금했 던 건데, 레벨 50부터 이쪽에서 의료 봉사 활동만 했다던 미리네 네가 어떻 게 레벨 200을 넘겨서 라시에나의 사제로 전직 할 수가 있지? 너 지금 레벨이 몇이야?" 라딘이 반쯤 뒤집힌 눈으로 격렬하게 미리네에게 물어보자, 미리네는 그런 라딘에게 약간 겁을 먹고는 황급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라딘, 그렇게 추궁하듯 말하지마, 무섭잖아. 그러니까 내가 이쪽 지방에 처음 왔을 때......" 미리네는 설명을 시작했다. 그녀가 이 지방에 왔을 때, 이 산골 마을에는 변변한 의사도 성직자도 없었 다고 한다. 그래서 그녀는 우연히 다친 사냥꾼을 치료해준 것을 계기로 매 일같이 로그인을 해서 로그 아웃을 할 때까지 마나가 허락하는 한 사람들을 치료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어느덧 그녀는 인근 28개의 마을을 전전하며 치료를 하는 칼디안 산 맥 독점 공용치료사가 되기에 이르른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마물과 싸우지 않아도, 단지 아픈 사람을 정성껏 치료하기만 해도 경험치가 쌓인다는 것을 알았다. 물론 NPC에 국한된 이야기이다. 결 국 엄청난 속도로 레벨업을 하게 된 그녀는 200레벨이 되고 더 효율 좋은 치료마법을 배우기 위해 라시에나의 성당을 찾아가 사제로 전업하게 되었다 . 그리고 어느 날 인근 마을로 이동을 하던 미리네는 숲 옆에 쓰러져 있는 한 할머니를 발견하게 된다. 놀라서 치료마법을 사용하고, 성직자 전용 생산 스킬인 '약초학'을 이용하여 치료를 시도하였으나, 할머니는 깨어나지 않았 다. 커크의 도움으로 그 할머니를 무사히 마을로 옮긴 미리네는 마을 사람 들의 치료를 하는 한 편, 할머니를 치료하기 시작했다. 매일같이 치료마법 과 축복 등은 시전 했으나 할머니는 깨어나지 않았다. 그렇게 1개월이 지나자 그런 사정이 인근 산간 마을에 퍼졌다. 순박한 마을 사람들은 그녀를 돕기 위해 산맥을 뒤져 온갖 희귀한 약재를 구해왔고, 그 녀의 약초학 스킬은 점점 높아졌다. 다시2개월이 흘렀을 때, 그녀는 드디어 마을 사람이 구해온 산삼으로 정성껏 탕약을 끓여 할머니에게 먹였다. 그 녀의 약초학이 마스터에 다다른 얼마 후였다. 결국 그녀의 정성에 하늘이 감동해서인지 할머니는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미리네에게 깊이 감사했다. 그녀의 설명에 의하면 그 할머니는 마법 사인데, 마법 훈련을 하다가 마나가 폭주하여 몸 안의 마나가 제어불능 상 태로 빠졌다고 한다. 그래서 산아래 보겐 영지에 있는 라시에나의 성당을 찾아가다가 중간에 정신을 잃었다고 한다. 치료하기가 결코 쉽지 않았을 텐데 자신을 포기하지 않고 정성껏 치료 해 줘서 고맙다고 하면서 그녀는 한권의 스킬북과 한 개의 써클렛을 미리네에 게 선물하였다. 그 스킬북이 바로 성직자 최상급 마법서 [기적]이었고, 써 클렛은 '라시에나의 축복'이라는 써클렛이라고 했다. 그녀는 이런 보답을 바라고 구해준 것이 아니라며 사양하려고 했지만, 그 할머니는 빙긋 웃으며 자신은 마법사이기 때문에 이런 성직자 전용 아이템 과 마법 책은 필요가 없다고 했다. 어차피 그 물건들은 자신의 치료의 댓가 로 성당에 기증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억지로 미리네의 손에 물건을 쥐어준 할머니는 사라져 버렸다. 미리네는 약간 망설였지만, 역시 상대의 성의를 받아들이기로 하고 마법을 익히게 된 것이다. "...... 사실 내가 한 것은 별게 아니고 마을 사람들이 귀한 약초를 많이 가져다 줘서 치료된 건데, 아, 그리고 지금 내 레벨은 376이야." -콰쾅- 라딘은 머리가 벼락에 맞아 두 쪽으로 갈라지는 충격을 느꼈다. [기적]마법을 익혔다는 것을 들었을 때부터 설마 했었지만 그 설마가 사람 을 무차별 학살했다. 그는 과거 왕궁 도서관장 시절 브리시아의 유명한 기 존의 아이템에 대해 조사한 적이 있었다. 그 결과 대부분의 유명 아이템의 역사와 이름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그, 그 써클렛 감정 해 봤어?" 미리네의 얼굴이 약간 붉어졌다. 창피한 것이다. 고개를 약간 숙이고 조그 마한 목소리로 그녀는 대답했다. "아니, 선물 받은 것을 감정 한다는 게 가격을 따지는 것 같아서 그냥 쓰고 다니고 있었어. 아! 그런데 이 써클렛 조금 이상해, 다른 사람이 보여달라 고 해서 보여주려고 하면, 하얗게 빛을 내면서 다른 사람이 만지는 것을 거 부하거든." "허헉, 역시! 이봐, 미리네, 마법 아이템은 감정을 안 하면 보너스 스탯 같 은 효과가 적용 안 된다고, 여기 감정 스크롤 있으니까 빨리 감정 해봐!" 라딘이 급히 아공간 주머니를 뒤져 꺼낸 감정 스크롤을 받아든 미리네는 그 스크롤을 써서 하얗게 빛나는 손으로 자신의 써클렛을 만졌다. 그리고 그녀는 라딘과 같이 놀라고 흥분한 목소리로 라딘에게 말했다. "어머, 라딘 이 써클렛 스탯이 너무 좋아! 그리고 잘 이해가 안 되는 말도 많이 써있어. 이렇게 좋은 아이템인줄 알았다면 끝까지 사양하는 건데, 어 떻게 하지?" 그렇게 말하며 불러주는 써클렛의 스탯과 내용은 이미 짐작을 하고 있었다 고는 해도 라딘의 입에서 거품이 나오게 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라시에나의 축복 등급 : 이벤트, 제한 : 라시에나의 사제 방어력 200 무게 0.1 보너스 스탯 힘 100, 민첩 100, 체력 100, 의지 200, 마력 200 특징 : 치료마법과 축복마법 사용시 마나 30% 절약, 치료마법 사용시 효과 30%업, 기적마법 사용시 성공확률 100%업. 설명 : 수대에 한번 자비의 신 라시에나가 직접 인정한 성녀에게 내리는 신 물, 이 아이템은 소유자가 라시에나의 가르침을 따르는 동안 그와 함께 하 고, 그의 수명이 다함에 따라 다시 라시에나에게 돌아간다. 이벤트 아이템! 브리시아 역사상 몇 개 나타난 적이 없는 신이 창조한 비보 ! 유니크의 최대 수치 보너스가 300이다. 이벤트 아이템은 500에서 1000점 까지 보너스 스탯이 붙는다. 그리고 이 아이템은 다른 사람에게 인도가 불 가능하다. 대부분이 소유자가 어떤 자격을 지니고 있는 동안 소유자와 같이 존재하다가 소유자가 자격을 잃어버리면 사라지는 것이다. 최상급 유니크 무기의 가격이 라딘의 판단으로는 대략 50만 골드, 그러나 만약 이벤트 아이템이 다른 사람에게 양도가 가능하다면 1천만 골드도 모자 랄 것이다. 지금 라딘의 앞에 이벤트 아이템 라시에나의 축복을 지닌 여자가 있었다. 그녀는 칼디안 산맥 주민 선정 컨트리 명예 성녀 따위가 아니었던 것이다. 전 브리시아 대륙에 뻗어 있는 라시에나 교단이 정식으로 인정하는 세계 유 일의 공인 성녀였다! 그리고 그녀의 레벨은, 서버 최고 레벨이었다. 그녀는 일단 로그인하면 로 그 아웃 할 때까지 쉬지 않고 사람들을 치료했고, 마나가 떨어지는 것이 너 무 안타까워서 모든 보너스 스탯을 마력에 투입하였던 것이다. 그리고 치료를 하다보면 의외로 퀘스트가 많이 발생한다고 한다. 대부분 큰 보상은 없는 약초 같은 소모성 보상품 이었지만 퀘스트 해결 시에 추가 경 험치를 받는 경우도 많다. 그렇게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광렙을 하여 서버 최고레벨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인근 마을에 사는 칼디안 산맥 주민들 전원인 3만 명의 사람 들에게 라시에나의 가르침을 깊이 펼쳐서 그들은 모두 라시에나의 독실한 신자가 되었다. 그녀의 신성공적치는 현재 23만, 상상을 초월한 수치이다. 그 결과 신이 직 접 강림하여 그녀에게 성녀 퀘스트를 내리는 결과가 된 것이다. [기적], 이마법은 교단의 최고 지위의 사제 몇 명과 성녀에게만 허락되는 신이 직접 내리는 특수 마법이었다. 과거 라딘이 나티크 교단의 [기적]마법 을 소유한 하이 드루이드들을 모아서 7중 [기적]마법으로 나티크의 아바타 까지 소환하지 않았던가! "미리네." 라딘의 목소리가 갑자기 나직해지고 그의 얼굴 표정이 진지한 학자풍의 엄 숙한 분위기를 풍겼다. 작업 모드 NO 3번의 표정과 음색이었다. "응?" 갑자기 진지해지고 어쩐지 분위기 있는 목소리로 자신을 부르는 라딘을 바 라보며 미리네는 물었다. "그 마법하고 써클렛 말이야. 가능하면 사람들에게 이름을 말하지 않는 게 좋겠어. 내가 알기로 그거 상당히 귀한 거거든, 인간이란 질투하는 동물이 니까 말이야. 혹시 무슨 일이 있으면 내가 널 지켜 줄게." 상당히 닭살 돋는 말이었지만, 그녀에게는 무척이나 달콤하게 들렸다. 그녀는 자신을 진심으로 걱정해 주는 라딘에게 마음 속으로 감사하며 그의 충고에 따를 것을 약속했다. '카카카카, 이로써 라딘 상회의 이미지 걸은 결정 된 거야! 미리네, 염려마 . 몇 년 안으로 동대륙에 너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게 될 거야. 아, 물론 가능한 한 번거롭지 않게 너를 보호 해 줄게, 암, 성녀에게 날파 리가 꼬이지 못하게 막는 것이야말로 성기사의 본업이 아니겠어?" 그렇게 브리시아의 성녀는 악마의 손아귀에 떨어졌다. 그러나 그녀는 당연 히 그런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그저 이 순간의 분위기에 취해 있을 뿐 이었다. ---------------------------------------- 히로인 답게 라딘과 맞먹는 황당한 설정이.....히로인도 주인공이니까.. ------------------------------------------- 2-23 라 크라일러 2-23 라 크라일러 1주일이 지났다. 난민들을 무사히 보겐 영지까지 인솔하는 데 성공한 아도 용병단은 이제 커 다란 명성을 얻게 되었다. 그러나 명성과 이익이 꼭 같이 다니는 것만은 아 니라는 것을 요즘 라딘은 절실히 느끼고 있었다. 무려 3만 명에 다다른 난민들은 보겐 영지 구석의 한 구릉지에 간이 막사를 짓고 거지나 다름없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 보겐 영지 시내로 들어가지도 못하는 것이다. 이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처사라고 할 수 있다. 영지민 총수가 10만 정도인 보겐령에 3만 명의 난민이 섞이게 되면 이 영지는 얼마 못 가서 대 혼란에 빠지기 때문이다. 보겐 영지의 영주 대리인은 그들에게 난민 수용소 생활을 강요하며 최저 생 명 유지도 불가능 할 정도의 극소량의 최하급 식량을 지급할 뿐이었다. 작년에는 흉년이었고, 올해는 아직 여름으로 소량의 보리로 겨우 살고 있는 그들에게 3만 명의 군식구를 풍족히 먹여 살리라고 하는 것이 어쩌면 가혹 한 처사일지도 몰랐다. 라딘과 크로키는 심각하게 고민했다. 일단, 난민을 모두 인솔하여 내친 김에 생활 구역도 정하고 적당히 치안 유 지도 하게 하였다. 미리네가 항상 그들을 위로하여 아직 그들은 절망에 빠 지지 않았다. 하지만 라딘의 머리에 그들의 미래는 이미 결정된 것으로 보였다. 앞으로 몇 년이 될지 모르는 레디안과의 전쟁이 끝날때까지 그들은 완벽한 부랑자의 신분이 되는 것이다. 아마도 대부분은 굶어 죽을지도 몰랐다. 그 러나 그것은 자신이 책임 질 일은 아니다. 지금도 상당한 자금이 알게 모르 게 빠져나가고 있었다. "떠나야 해, 가능한 한 빨리." 라딘이 심각한 어조로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이곳은 라딘의 숙소로 현재 문은 굳게 잠겨있고, 방 안의 테이블에는 라딘과 크로키만이 앉아 있었다. "응, 나도 동의해. 3만을 먹여 살릴 수는 없으니까. 용병들도 아직은 사람 들을 도우려 하지만 점점 지치고 있는 게 보여. 지금이 딱 적기야. 그런데 어디로 떠나지? 전장으로 돌아갈 건가?" 라딘은 크로키의 물음에 그동안 자신이 생각한 앞으로의 행동사항을 말하기 시작했다. 일단 기본적으로 트루먼 아저씨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좋다. 지 금 한창 치열하게 남방 수비군과 레디안 군과의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다. 그러나 자신들이 50만이 감싸고 있는 성안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불가능 할 뿐만 아니라, 만약 들어갈 수 있다고 해도 좋은 전략은 못된다고 라딘은 생 각했다. 결국 그동안 라딘이 심사숙고하여 생각한 아도 용병단의 전략은 바로 군량 탈취를 목적으로 한 유격대였다. 이쪽은 칼디안 산맥 출신의 용병들이 많이 섞여 있는 것이다. 지리에 대한 이점으로 칼디안 성으로부터 전장으로 이송되는 군수품을 노려 서 약탈할 수만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꿩먹고 알먹고인 것이다. 막대한 국가공적치와 자금획들을 동시에 노리는 이 작전은 라딘이 생각하기 에도 상당히 좋은 작전이었다. "좋은 생각인데! 그쪽으로 추진해 보자고!" 크로키가 라딘의 생각에 동의했다. 두 사람은 의기투합하여 열심히 세부 계 획을 짜고 이틀 후 열리는 용병단 소대장 정규회의에서 이 결정을 발표하여 시행하기로 결정하였다. 이틀이 지났다. 모든 용병대의 지휘관 150여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일단 크로키가 단상 위에 올라가 회의를 진행했다. 각 용병단의 근황보고가 끝나고 드디어 앞으로의 계획을 발표 할 순간이 왔다. 라딘이 단상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자신이 준비해 온 일대 연설을 시작 하려고 했다. 그 내용은 국가의 위기에 우리 용병단이 이런 안전한 위치에 안주하고 있으 면 안 된다, 어서 전장으로 나아가 파스트 제국을 위해 싸우자. 모든 비용은 우리 아도 용병단이 지원하겠다. 등등의 구구절절 애국심을 고 양시키고 자기 용병단이 얼마나 국가에 헌신적인가를 강조하는 내용으로 꾸 며져 있었다. 물론 적의 보급대를 약탈하면 얼마나 자금이 들어오는가 같은 세속적인 내 용은 단 한 마디도 없었다. 그러나 이 명 연설문은 서두도 시작하기 전에 중지되어 영원히 어둠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잠깐만요. 라딘 님, 여기 마을 대표 분들을 대신해서 제가 한마디 부탁드 릴 말씀이 있어요." 때를 맞춰서 마을 대표 30여명과 같이 회의장에 들어온 미리네가 막 연설을 시작하려는 라딘을 발견하고 반가운 기색으로 소리쳤다. 라딘은 심히 불안했다. 이대로 가면 자신의 미래가 돌이킬 수 없는 절벽으로 떨어질 것 같은 예감 을 받았다. 그는 게임 뉴타입은 아니지만 돈과 인간관계에 대해서는 어쩌면 최고의 재능을 넘어선 진정한 초능력자일지도 몰랐다. 그러나 일단 끼어든 미리네의 말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녀는 3만의 난민 대표이자 성녀인 것이다. "뭔가요? 미리네 님. 하실 말씀이 있으면 하세요." 라딘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미리네에게 발언권을 넘겼다. 그리고 역시 미리네의 말은 라딘을 단번에 절망으로 빠뜨리는 치명적인 선언이었다. "라딘 님, 그리고 아도 용병단을 비롯한 여러 용병단 분들께 저희 난민들은 마음으로부터 감사의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저희들의 대부분이 이렇게 안 전 지역까지 무사히 피난 할 수 있었던 것은 여러분의 헌신적인 도움이 없 었다면 불가능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저희 난민들은 심각한 위기에 빠져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잘 아시겠지만, 저희들은 지금 조금의 생계수단도 찾을 수 없습 니다. 이대로는 저희들의 대부분은 좋지 못한 미래를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 여러 용병단 여러분, 이 말이 얼마나 무책임하고 여러분을 곤란하게 하는 말인지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희는 너무나 절박하고 의지할 사 람은 여러분들 밖에는 없습니다. 제발 저희들을 도와 주십시오. 저희들이 이 상황을 극복할 수 있게 저희들을 보호해 주십시오. 저희에게는 식량과 치안을 유지할 무력 등 모든 것이 모자랍니다. 어제 여기 있는 각 마을의 대표 분들이 모여서 앞날에 대해 여러 가지로 상 의하였습니다만, 이 상황은 역시 아도 용병단과 여러 용병단원 분들에게 기 대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저희를 살리실 분들은 여러분 밖에 는 없습니다. 저희들이 미래를 맡아 주십시요. 물론 저희가 여러분들께 해드릴 보답은 없습니다. 단지 여러분의 호의를 영 원히 잊지 않겠다는 약속을 드릴 수 있을 뿐입니다. 여러분, 너무나 뻔뻔스 러운 저를 욕하여 주세요. 그러나 이렇게 뻔뻔스러운 부탁을 여러분께 드릴 수밖에 없는 저희들을 이해해 주세요. 제발 부탁입니다. 저희들을 동정해 주세요." 미리네의 공개 부탁에 모든 용병들의 분위기는 심각하게 변했다. 그녀의 절박한 애원은 그녀의 미모치와 명성에 의한 상승효과를 얻어 모든 용병의 마음속에 스며들었다. 라딘은 하늘이 빙빙 도는 것을 느꼈다. 3만 명을 먹여 살리라고? 물에 빠진 사람 구해 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것 정도는 애교로 봐줄 수 있다.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해 줬더니 왜 자살하 려는 사람 구해 줬냐고 이왕 구했으니 평생 먹고 살 돈을 내놓으라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라딘은 정말로 매몰차게 딱 잘라서 거절하고 싶었다. 사실 이 자리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단지, 이 말을 꺼내기에 는 양심에 찔리기 때문에 반대의견을 못 꺼내는 것이다. 만약 누군가가 반 대의견을 꺼내는 순간 성녀의 애절한 부탁과 3만 명의 난민들을 매정하게 거절한 모든 죄가는 그에게 돌아갈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람은 바로 라딘일 것이다. 라딘은 크로키를 슬쩍 바라봤다. 크로키가 얼른 시선을 외면했다. 혼자서 악역을 맡으라는 크로키의 무언의 압력에 라딘은 심한 배신감을 느꼈다. 그러나 지금 단상에 올라있는 사람은 자기 자신이었고, 모든 사람들의 시선 은 자신에게 쏠려 있었다.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라딘은 속으로 이를 악 물었다. 이왕 이렇게 된 것 딱 잘라서 거절하려고 굳게 결심했다. 그러나 자신을 믿고 있는 미리네의 눈빛을 정면으로 받았을 때, 그는 순간 멈칫했다. 그리고 그의 머리는 고속으로 회전을 시작했다. '아! 미리네와 3만 명의 난민이 문제가 아니다. 이제까지 쌓아온 나의 모든 명성이 바로 이 한마디에 무너질 수 있구나! 나는 지금까지 고결한 은자를 연기해 왔다. 이것만큼은 허물면 안 되는 최후의 보루가 아닌가!' 라딘의 눈앞에 자신을 고결한 성기사라고 굳게 믿고있는 제국재상 라이아 공주의 얼굴이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이름 없는 마을의 주민들의 얼굴도 스 쳐 지나갔다. 그는 자신이 이미 헤어날 수 없는 함정에 빠졌다는 것을 깨달 았다. 이것이 바로 신이 내린 천벌일지도 몰랐다. 일단 마음을 정한 라딘은 표리부동 심공을 펼쳐서 자유기사 라딘의 표정을 연출 해 냈다. 그리고 속으로는 통곡을 하면서도 겉으로는 굳은 결의로 가 득 찬 명분을 얻은 기사의 불타는 눈빛으로 미리네의 마음에 불을 지르면서 호쾌한 어조로 만인 앞에 선언했다. "저는 비록 대단하지 못한 존재입니다만, 이렇게 사람들의 도움을 요청 받 고 물러서지는 않겠습니다. 용병 여러분 여러분들을 제가 모두 고용하겠습 니다. 물론 많은 보수를 드리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저는 제가 지금까지 모은 모 든 자금을 소모하는 한이 있더라도 피난민 여러분들을 위해 끝까지 노력하 겠습니다. 제가 만약 능력이 모자라서 끝까지 여러분을 책임지지 못하게 되더라고 저 는 그 순간까지 노력하겠습니다. 여러분의 감사의 마음이 바로 저의 새로운 사명에 대한 보답입니다. 여러분! 저를 믿고 따라와 주십시오. 여러분의 미래에 밝은 희망이 찾아 올 때까지 저는 최선을 다해 여러분을 돕겠습니다." -와아아아아 자유기사 라딘 만세!!!!- 마을 대표들과 용병 지휘관들은 라딘 의 호기에 감동했다. 용병들은 최소한이라는 접두사가 붙었어도 일단 보수가 나온다는 것에 안도 하며 자신들의 양심을 지키게 된 것을 기뻐했다. 미리네는 완벽하게 감동하여 울고 있었다. 그렇게 많은 사람에게 희망을, 몇 명의 사람에게 절망을 불러일으킨 정기 회의는 끝났다. ------------------------------------------------ 라딘 Vs 미리네, 호랑이 등에 올라탄 라딘, 미리네를 극복하지 못하면 라딘 의 미래는 없다! ------------------------------------------- 2-23 라 크라일러 --------------------------------------- 라딘은 웃으면서 사람들과 인사하며 자신의 숙소로 향했다. 미리네의 사랑 과 흠모에 불타는 눈빛을 마주보고 정이 넘치는 미소로 응답했고, 마을 대 표들이 모두 몰려와 그에게 감사했을 때도 겸손하게 응대하면서 그들에게 힘내자고 격려했다. 그렇게 만나는 사람들과 인사하면서 겨우겨우 자신의 방에 들어온 라딘은 일단 문을 닫고 자물쇠를 채웠다. 아마도 눈치빠를 크로키는 라딘의 마음을 이해하고 당분간 모든 일을 알아 서 처리 해 줄 것이다. 지금 라딘을 자극한다면 라딘이 자살하거나 자극한 사람이 죽는다. 두 가지가 같이 일어날 확률도 무시 못한다. 일단 문에 자물쇠까지 채웠다. 이제 방안은 라딘의 전유물이 되었고, 라딘 의 일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표리부동심공은 해제되었다. -풀썩- "크어엉, 난 망했다!!!!" 라딘은 침대에 몸을 던졌다. 그리고 통곡했다. 세상이 무너져도 이렇게 슬 프지는 않을 것 같았다. 3만 명이다. 3만 명의 거지이다. 라딘의 사업자금 중 남은 것은 현재 약 40만 골드, 물론 수도의 운송사업으 로부터 약간의 이익이 들어오고 있으나 아직은 소규모 중소기업에 불과하다 . 이번에 아도 용병단이 모은 자금이 대략 10만 골드, 이것은 도끼바바를 잘 꼬시면 사용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모두 50만 골드의 거액도 3만 명이라는 밑빠진 독에 흘러 들어가면 1년을 버틸 수 있을지 의심스러웠다. 라딘은 자신이 애시당초 본능을 무시하고 미리네와 사귄 것이 그의 인생에 가장 큰 실패였음을 시인했다. 놀부는 놀부 부인과 살아야 가장 행복한 것이다. 놀부가 흥부같은 성격의 부인을 얻는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것도 자선사업에 굳은 의지를 가진 흥 부를 말이다. 옛날 같으면 소박이라도 놓을 수 있지만 지금은 그게 불가능 했다. 자신이 바로 흥부의 탈을 뒤집어 쓴 놀부이기 때문이다. 라딘은 자신이 필사적으로 만든 라딘상회라는 거대한 장독에 난데없이 짱돌 이 날라와 구멍을 내는 환상을 보았다. 일단 밑이 깨져서 구멍이 뚤리면 그 장독의 생명은 끝이 난다. 구멍이 크건 작건 간에 장독 속의 물은 흘러서 땅속으로 흔적도 없이 사라 질 것이다. 그리고 미리네라는 짱돌이 낸 3만의 난민이라는 구멍은 결코 작 은 구멍이 아니었다. 라딘은 여태까지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여자가 자기 엄마인 줄 알았다. 그리고 그 생각은 평생 변하지 않을 것이라 믿었다. 그의 엄마는 확실히 무 서웠다. 라딘에게 항상 생명의 위협을 느끼게 한 여자인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었다. 미리네! 아니, 이 미리! 이 여자는 사람을 죽이면 서 자신이 살인을 하는지조차 인식하지 못한다. 라딘에게 있어서 진정한 천 적은 특수 부대 출신의 최고급 정보요원인 엄마가 아닌 뼛속까지 박애정신 과 신성속성으로 무장한 성녀였던 것이다. 라딘은 울었다. 침대의 담요를 움켜잡고 소리를 죽여 통곡하는 그의 마음은 이미 죽음을 생각하고 있었다. 도저히 자신은 자신의 돈이 모래가 빠지는 소리를 내며 점점 줄어들어 사라지는 것을 제정신으로 지켜볼 수 없을 것 같았다. 꼬박 하루가 지났다. 크로키의 배려일까? 그때까지 아무도 라딘을 찾지 않 았다. 마침내 라딘의 눈물샘이 말랐다. 그럼에도 그는 한참을 울었다. 눈물이 말라도 사람이 울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그리고 겨우 감정의 바다에서 벗어나 냉정한 정신을 되찾은 라딘은 곰곰이 생각하기 시작했다. 정말 회생의 가능성은 없는 것일까? 아니 회생을 못하고 지금의 자금을 다 날린 후에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지금의 손해는 완전한 손해는 아니다. 정말로 긴 안목으로 말한다면 투자라고 할 수 있다. 단지 돈이 빠져나가는 것을 견디지 못할 뿐이지 라딘은 아직 자신이 모든 것을 잃지는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실 그 때문에 이런 고통이 찾아올줄 알면서도 3만의 난민 을 떠맡지 않았는가! 고뇌에 고뇌를 거듭했다. 수천 가지의 생각을 하나씩 하나씩 모두 차분하게 분석 검토했다. 그리고 새벽이 다가왔을 때, 라딘은 아직 절망하기에는 이 르다는 결론을 내렸다. 돈에 대한 집착이 그의 사고 패턴을 다시 한번 진화 시킨 것이다. 라딘은 드디어 진정한 사업가로 거듭났다. 단순한 장사꾼이 아닌 사업가! 그는 침대에서 내려와 흐트러진 옷과 머리를 가다듬고 탁자에 앉았다. 그리고 종이를 꺼내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그의 운명을 건 이 편지가 과연 성과를 거둘 것인지는 아직 잘 몰랐다. 하지만 충분한 승산이 있었다. 라딘은 생각했다. 독이 깨졌을 때, 물이 모두 땅속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구멍을 막는다? 그것은 좋은 방법이 아 니다. 한번 구멍이 나면 그 구멍은 점점 커진다. 아무리 구멍을 잘 막아도 조금씩 물이 세어 나중에는 다시 깨어진다. 그러면 무슨 방법이 제일인가? 라딘이 생각한 해답은 바로 '더 큰 독 속에 깨진 독을 집어넣는다'였다. 그렇게 그의 미래를 건 편지를 실은 운송마차는 그 날 아침 떠오르는 태양 빛을 받으며 수도를 향해 떠났다. ---------------------------------------------- 한 달이 지났다. 그동안 칼디안 산맥에서 벌어진 양군의 전투는 갈수록 치 열해져 갔고, 이제 트루먼이 지키는 성은 한계에 다다랐다. 매일같이 쏟아 지는 공성 병기의 돌덩이와 통나무는 마법으로 강화된 성벽을 조금씩 조금 씩 부수었고, 이제 보수할 재료도 떨어졌다. 직접적인 공격은 거의 없어서 병사의 피해는 적었지만, 그것은 레디안 군도 마찬가지였다. 그리안 장군은 이제 1주일 안으로 이 성을 함락시킬 자신이 있었다. 트루먼 폰 파르시아라는 적의 지휘관은 상당히 훌륭한 지휘관이라는 것을 그리안 장군은 인정했다. 그러나 결국 자신의 승리인 것이다. 칼디안 성의 함락이후 2개월이 흘렀다. 처음 함락된 후 연락병이 수도로 갈 때까지 보름, 다시 수도에서 바이거스 정벌군에게 연락이 갈 때까지 보름, 바이거스 정벌군이 회군하여 반대편인 남쪽 국경까지 오는데는 꼬박 2 개 월이 걸린다. 그것도 최단 시일 내에 출발한다고 해도 말이다. 즉 이 칼디안 산맥까지 파 스트 제국의 지원군이 오는 시간은 최고로 짧게 잡아도 3개월이 걸리는 것 이다. 아직 1개월이 남아 있었다. 북방 수비군이 지키는 다인 성은 기본적으로 이 성보다는 조금 약하다. 공략할 군세도 50만이 아닌 60만 이상이 될 것이다 . 보름이면 그 성은 무너진다. "훗, 결국 나의 승리군! 파스트 제국, 과연 지원군을 얼마나 보내올지 궁금 하군.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면 그대들의 제국은 크나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오." 그렇다. 일단 현 수비군을 모두 괴멸시킨다면, 만약 파스트 제국에서 바이 가스 정벌을 완전히 포기하고 100만에 이르는 전군이 모두 회군하지 않는다 면, 단지 몇 십만의 지원군을 보낸다면, 내년 파스트 제국 남부 루디아 평 원의 수확은 레디안 왕국이 하게 될 것이다. 아니 그때쯤이면 레디안 제국 이라 불리울 것이다. 그리안 후작은 자신이 평생의 숙적을 극복했음을 확신하고 있었다. 그러나, 모사재인 성사재천이라고 했다. 그리안 후작도 이 전쟁이 레디안의 승리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보겐 영지에서 오늘도 하루하루 뼈를 깎는 아 픔 속에서 자신의 승부수가 성공하기를 기다리는 라딘도 레디안 왕국의 승 리를 예언하고, 트루먼의 신상을 걱정하고 있었다. 그리고 세상의 상식을 다시 한번 뒤집어 없는 황당한 사건이 벌어졌다. ----------------------------------------- 1234"뭐라고!! 파스트 군의 지원군이 보겐 영지까지 진군해 왔다고!" 그리안 장군이 너무나도 놀라서 벌떡 일어나서 소리쳤다. 그 바람에 옆에 있던 탁자가 쓰러지고 그 위에 있던 음료수가 담긴 병이 떨어져 깨졌지만 그런 것을 신경 쓰는 사람은 군막 내에 아무도 없었다. "넷, 놀랍게도 델로스 공작이 직접 12명의 드레이크 나이트를 비롯한 바이 가스에 출정한 로얄 나이트 전원과 6개의 정규 기사단을 포함한 30만의 최 정예군을 이끌고 이미 보겐 영지를 지나고 있다는 전갈이 왔습니다. 진군 속도로 보아 칼디안 산맥까지 1주일 안으로 진입할 것으로 보입니다!" 첩자가 스스로도 억울하고 황당한 듯이 보고했다. 그리안 장군은 마침내 부하들 앞임에도 불구하고 한숨을 내쉬며 한손으로 자신의 이마를 집었다. 그리고 즉시 부장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즉시 철군준비를 시작하라! 칼디안 성으로 퇴각한다. 만약 이곳에서 앞뒤 로 합공을 당한다면 우리가 불리하다. 델로스 공작과 12인의 드레이크 나이 트는 야전이나 이런 산악에서는 최고의 능력을 발휘한다. 대형 병기가 탑재되어 있는 칼디안 성이라면 그들도 별로 힘을 못 쓸 것이 다. 전원 서둘러라! 퇴각 중에 막히면 끝장이다!" 부장 중 한 명이 일어나서 조심스럽게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장군, 지금 이 게인 성은 1주일 안으로 함락 될 것입니다. 차라리 그들을 전멸시키고 남은 병사들로 델로스 공작과 자웅을 결하시는 것이 어떻겠습니 까?" 그의 적극적인 공격론에 다른 부장들도 혹하는 표정이었지만, 그리안 후작 은 고개를 가로 저으며 그의 의견을 기각했다. "만약 델로스 공작이 오지 않았다면 1주일 안으로 분명히 성은 함락된다. 하지만, 이미 델로스 공작이 온 이상, 성의 병사들의 사기가 오른다. 반면에 우리 병사들은 사기가 떨어지겠지. 혹시라도 델로스 공작이 드레이 크 기사들을 이끌고 이곳까지 날라 와서 상공에서 견제만 한다고 해도, 우 리군의 사기는 최악을 달리게 된다. 전쟁에서는 항상 숫자와 시간이 산수처럼 맞아떨어지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 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 서둘러라. 세가 불리할 때, 신속하게 후퇴할 수 있 어야 진짜 정예병이라는 것을 잊지 마라!" 부장들이 모두 그의 명에 따라 각자 자신의 맡은 임무를 수행하러 나가고 이제 그리안 후작은 지휘관 막사에 혼자 남겨졌다. 그리안은 참을 수 없는 갈증을 느끼고 한쪽에 세워진 진열장 속에서 술을 꺼내 병째로 벌컥벌컥 들 이키기 시작했다. 술기운은 조금도 오르지 않았지만, 이상하게도 그의 눈앞에는 한 사람이 나 타나서 크게 웃는 모습이 보였다, 마치 자신은 아직 멀었으니 조금 더 공부 하고 오라는 듯이 웃는 모습이었다. 그리안 후작의 눈빛이 집념과 투지로 불타올랐다. '확실히 나는 그대보다 못하오. 나는 도저히 그대가 어떻게 지원군의 진군 시간을 한달이나 앞당겼는지 짐작도 못하겠소. 아스트로 공작! 그대는 정녕 천하제일의 모사요.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겠소. 이미 난공불락의 칼디안 성은 우리 레디안의 소유, 한번의 기회만, 단 한번 의 허점만 보인다면 그대가 있는 파스트 제국의 남부 평야는 꼭 우리 레디 안의 것으로 만들어 보이겠소. 몇 년, 아니 몇 십년이라도 기다리겠소. 나의 평생의 숙적!' 그리안 후작은 마음속으로 자신의 일생을 건 맹세를 하였다. 그리고 생각지도 못하게 누명을 써서 남부왕국의 최고 명장에게 또 다시 도 전을 받은 라딘은, 급작스럽게 진군해 온 델로스 공작의 군대를 보고 환호 하면서, 자신이 보낸 편지의 답장이 오는 것을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 다. ----------------------------------------------------- ------------------------------------------- 2-23 라 크라일러 --------------------------- 약 보름이 지났다. 그리안 후작은 전군을 칼디안 성으로 후퇴시켜서 삼면에 있는 파스트 군의 공격에 대비해 방어 준비를 시작했다. 70만에 이르는 군세 중 절반인 35만이 칼디안 성에 주둔했다. 그리고 남은 35만의 군세는 원래 레디안 군의 집결지인 후방의 글리오 성까 지 후퇴했다. 35만으로 칼디안 성을 지키면, 파스트 제국의 전군이 몰려와 도 3개월은 버틸 자신이 있는 그리안 후작이었다. 이에 델로스 공작은 보겐 영지와 칼디안 산맥의 경계선에 대규모 진지를 구 성하고 30만의 군대를 주둔시켰다. 이로써 남과 북의 25만과 중앙의 30만이 칼디안 성을 3면 포위한 형국이 되어 양군은 긴장 속에서 서로의 빈틈을 노리며 기습과 국지전을 거듭할 뿐, 큰 전면전은 일어나지 않았다. "어서 오시오, 라딘 경. 그대를 전부터 기다리고 있었소. 그동안 그대의 소 문은 후방에까지 알려져 오더군요. 과연 대단하시오." 델로스 공작이 자신의 숙소에 라딘이 찾아오자 얼른 수하들을 내보내고 라 딘에게 존대하며 그에게 자리를 권했다. 라딘은 그런 그에게 겸손하게 인사 하고 자리에 앉았다. 지금 그는 라딘으로써 와 있는 것이다. "이렇게 환대를 해 주시니 마음속으로 감사 드릴 따름이옵니다. 바이가스 쪽은 잘 되었는지요?" 라딘이 자리에 앉아 그가 따라주는 포도주를 받아 가볍게 한 모금 마시고 북쪽의 전황을 물었다. 최 정예 30만이 빠져나온 바이가스 정벌군이 과연 무사히 수도를 점령하고 왕국 전역을 장악 할 수 있는지 궁금했던 것이다. "아아, 생각보다 그 나라는 허물어져 있었더이다. 거의 대부분의 성이 아군 이 공격을 하기도 전에 반란에 의해 지휘부가 허물어져 항복을 하더군요. 그 덕분에 수도 앞까지 예상보다 빠른 시일 내에 진군할 수 있었소." "하하하, 아군의 진군이 빨랐다면 그것은 바로 델로스 공작의 지휘 덕분이 었을 겁니다. 그나저나, 어떻게 이렇게 빨리 이곳까지 진군할 수 있었는지 궁금하군요? 병사들에게 물어보니, 회군을 시작한 시기가 바로 칼디안 성이 함락된 3일 후였다고 하더군요. 혹시 제가 모르는 마법적인 수단이 있어 이쪽의 정보를 제국의 반대편에서 바로 알 수 있는 겁니까?" 일단 델로스 공작에게 약간의 아부를 하면서 라딘은 자신과 모든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사항을 물었다. 이것은 특급 기밀 사항일지도 모르지만 라딘은 이 사실을 물러볼 수가 있는 것이다. "허허, 라딘경의 칭찬은 감당할 수 없소이다. 음, 그리고 사실은 나도 그 사실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소. 단지, 칼디안 성이 함락된 바로 다음날, 정보부 요원이 본인을 찾아와 재상님의 밀서를 보여 주더군요. 그 안에 칼 디안 성의 함락 소식이 적혀 있었소. 사실 이 작전은 본인의 실수라고 할 수 있소. 다 망해 가는 바이가스를 치 는 데, 왕국 최고의 정예병을 모두 동원하면서도, 파스트와 거의 비슷한 전 력을 가진 레디안의 총력군을 막는데, 디젤 후작 같은 가장 최하위의 후작 에게 총 지휘를 맡기다니! 재상님의 쪽지를 받자마자 그것을 깨달을 수 있었소. 그리안 후작은 내가 전부터 가장 경계하던 자로 아마 그자의 무용은 본인에게 뒤지지 않을 것이 오." 델로스 공작의 말이 끝나자 라딘은 한 가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금낭지계와 같은 사기와는 다른 어떤 획기적인 지략이 공주에게서 나왔다는 것이다. 제국의 정 반대편까지 단 하루만에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란 과연 무엇일까? 유니크 마법인가? 라딘은 무척 궁금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른 일 을 처리해야 하는 것이다. "이번에 진지 구축 공사에 저희 난민들을 고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난민들이 조금은 먹고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라딘이 델로스 공작에게 사의를 표하자 델로스 공작은 얼른 손을 흔들어 사 양하고 라딘에게 말했다. "허허, 모든 것을 희생하면서 난민을 위해 노력하시는 라딘 경에게 그런 말 을 들으니 오히려 부끄럽구려. 죄송하오. 우리 군이 급하게 오느라 최소한 의 보급품만을 지니고 있어서 많은 도움을 줄 수 없구려." 그렇다. 라딘은 지금 자신이 수도에 보낸 편지의 답장이 올 때까지 난민을 먹여 살리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므로 한 푼이라도 절약하기 위해서 델로 스 공작의 군대가 주둔할 새로운 기지 건설에 난민들 중 건장한 성인 남자 들을 투입한 상태였다. 뿐만 아니라 델로스 공작의 소개로 보겐 영지에서도 약간의 구호품이 나왔다. 몇 가지의 일거리도 나와서 그나마 라딘의 지출 을 줄여주고 있었다. 처음 한 달 동안은 무려 4만 골드의 지출을 기록하여 라딘을 신경성 대장증 상에 시달리게 했지만, 델로스 공작이 도착한 다음부터는 보름동안 1만 골 드정도 밖에 소비되지 않았다. 지출이 절반으로 줄어든 것이다. 라딘은 기지건설 공사가 언제쯤 끝나는지 델로스 공작에게 물어보았다. 아 직은 보름은 더 있어야 끝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충분히 시간이 있었다. 전령이 아닌 일반 우편은 수도까지 한 달이 걸리므로 앞으로 보름 만 있으 면 회신이 도착하게 될 것이다. 그 결과에 따라서 라딘은 파산선고를 하고 도망갈 것인지 모든 자금을 쏟아 부을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리라. 한참동안 공작과 한담을 하며 바이가스 정벌군의 근황과 칼디안 산맥의 지 리적인 특성들의 정보를 주고받은 라딘은 공작의 귀중한 시간을 빼앗은 것 을 사과하며 그 자리를 벗어나 난민 캠프로 돌아왔다. 이제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하였다. 운명의 편지가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 보름이 지났다. 그리고 라딘이 그렇게 기다리던 수도로부터의 회신이 왔다. 두 장의 편지와 하나의 소포를 받고 라딘은 긴장을 하면서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역시 문을 잠그고 테이블에 앉아 두 장의 편지를 잠시 바라보다 가 우선 한 장의 편지를 뜯어 내용을 읽었다. -한 소녀가 존경하는 기사님에게- 그대의 행적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대의 박애정신에 감동했습니다. 역시 그대는 이 브리시아에 신이 내린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대가 저의 기사라는 것을 일생의 자랑으로 삼을 수 있습니다. 당신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당시 저의 계략을 칭찬하는 모든 사람들의 말을 듣고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 했지만, 그대의 편지를 받고 겨우 자초지종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대는 나쁜 사람입니다. 오라버니께서도 그대의 행동을 알고 웃으셨습니다. 오라버니의 말에 의하면 그 정도는 그대라는 사람과 알고 지내려면 당연히 각오해야 하는 사소한 장난이라고 말씀하시더군요. 그러나 저는 불안합니다. 물론 그대가 남은 서류를 모두 보내왔지만, 차후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 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대가 나쁜 짓을 하는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그대가 비록 대의를 위해 그렇게 행하였다고 해도 저나 오라버니가 아닌 다 른 사람이 그 사실을 알게 되면 법의 엄정성을 위해 그대를 처벌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그대의 행동이 아무에게도 안 알려진 것을 신 께 감사 드립니다. 제가 보내는 상자에는 저와 오라버니의 조그마한 성의가 들어 있습니다. 그대가 그것을 사양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경우와 같이 급한 일이 언제 생길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암호는 저의 이름입니다. 그리고 나중에 수도에 올라오시면 저에게 당신이 행하신 그 수많은 모험을 직접 이야기해 주시기를 청원합니다. 그대의 입으로 직접 듣고 싶은 소녀의 소망을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수도에서 사랑과 동경을 담아서 -산드라- 그 편지는 제국 재상 라이아 공주로부터 보내진 편지였다. 물론 만약을 대 비해서 그녀의 암호명인 산드라의 이름으로 되어 있었다. "후후, 다행이로군 역시 자진납세는 모든 상황을 부드럽게 넘기는 좋은 해 결책이야. 그럼 그녀와 그녀의 오라버니의 성의라는 것이 뭔가 볼까?" 라딘은 자신이 예상했던 결과에 선물까지 딸려서 오자 역시 세상은 살만한 곳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는 두 달 전 수도로 편지를 보내면서 그녀의 앞으로 보내는 편지에 자신 이 무단으로 재상의 명령서를 보낸 사실을 솔직하게 고백하고, 자신이 가지 고 있던 재상직인 백지를 모두 보내었던 것이다. 물론 황제직인 백지 칙령은 아직도 라딘의 주머니 속에 고이 잠자고 있었다 . 라딘은 그녀의 편지를 곱게 접어 주머니에 넣고, 그녀가 보내온 소포를 뜯 었다. 그 안에는 조그마한 상자가 있었다. 일견하기에 나무 상자였지만, 잘 보면 최고급 향나무로 견고하게 만들어진 고급 상자라고 할 수 있었다. 라딘은 기대감에 차서 상자를 열었다. 그 안에는 하나의 귀걸이가 들어 있었다. "오호! 그녀가 전에 한쪽만 귀걸이를 찬다고 놀리더니 메사이야 이어링하고 거의 비슷하게 생긴 귀걸이를 보내왔네! 설마 마법아이템이겠지? 어디 능력치를 확인해 볼까나." 라딘이 아공간 주머니에서 감정 스크롤을 꺼내어 사용했다. 대공의 증표 등급 : 레어 제한 : 없음 무게 0 보너스 스탯 : 힘 50, 체력 5 0, 의지 50, 마력 50, 마법저항 : 불 50 특징 : 귀걸이를 손에 쥐고 중앙의 보석을 돌린 후, 마나를 주입하면 귀걸이의 중앙의 보석으로부터 빛이 나 와 종이나 양피지에 대공의 표식을 나타내는 도장을 찍는다. 단 마나를 주입할 때, 특정 암호를 말해야 마나가 주입된다. 라딘은 갑자기 행복해지는 것을 느끼며 귀걸이 중앙의 보석을 돌려 조그만 목소리로 '라이아'라고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약간의 마나가 그 귀걸이로 들어가며 보석에서 빛이 나기 시작했다. 한 장의 종이를 꺼낸 라딘은 그 빛을 종이에 대었다. 그러자 제국에서 공작 만이 쓸 수 있는 문장과 그 문장의 주인의 이름이 새겨지는 것이 아닌가! 그 이름은 바로 황제의 누이동생이자 현 재국 재상인 라이자 폰 파스트 공 작부인임에 틀림없었다. '후후후, 말하자면 그녀의 이름으로 무슨 일이든지 처리하면 그녀가 뒷감당 을 해주겠단 말이지? 공주 고마워요. 이거 나중에 급할 때 꼭 요긴하게 써 먹을게요. 흐, 그나저나 이거 생각지도 않은 횡재네, 레어 아이템이라니! 역시 사람은 착한 일을 하면 다 보답을 받게 되어 있나봐.' 얼른 귀걸이를 오른쪽 귀에다 장착하면서 라딘은 공주의 호의에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했다. 이제 사적인 일은 무사히 처리되었음을 확인하였으므로 자신의 사업에 대한 중요한 사항을 확인해야 했다. 라딘은 조심스럽게 편지를 뜯고 내용을 읽어 내려갔다. 그리고 점차 라딘의 긴장된 얼굴이 풀어지면서 웃음이 떠올랐다. 그의 미래 는 그에게 밝은 미소를 보내며 어서 오라고 손짓하고 있었다. 라딘이 제국의 재무부 장관인 밀러 공작에게 보낸 편지에는 이계인 전용 여 관의 장기 임대에 대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 과거 라딘의 건의로 파스트 제 국은 전국적으로 이계인 전용 여관을 설치하여 그것이 많은 이계인들이 이 파스트 제국을 선택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사실 그 여관의 운영 자체는 적자였다. 아직은 여행하는 이계인이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에 여관의 운영에 공무원 을 쓰면 수익보다 지급해야하는 월급이 더 많기 때문이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라딘은 밀러 공작에게 그 여관을 20년 간 장기 임 대 해줄 것을 부탁하였고, 밀러 공작은 혼쾌히 그것을 허락하였다. 계약조건은 만약 흑자 전환 시 이익의 50%를 국가 예산에 귀속시킨다는 간 단 명료한 것이었다. 사실 지금 공무원 월급으로 여관을 운영하면 분명히 적자라고 할 수 있었다 . 그러나 라딘이 보내려는 사람은 바로 먹여주고 추위만 피할 수 있으면 만족 하는 난민들이 아니겠는가! 그들에게 운영을 맡기는 한 적자란 있을 수 없었다. 그리고 지금은 사람들의 레벨이 아직 낮아서 여관의 실적이 저조하지만, 앞 으로 브리시아 시간으로 3년 안으로 사람들의 레벨이 어느 정도 오르면 슬 슬 이곳 저곳으로 여행을 다니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다. 그때가 되면 틀림없이 흑자로 전환 될 것이라고 라딘은 판단했다. 뿐만 아니라 다시 몇 년이 지나면 이제는 많은 이계인들이 고렙이 될 것이 분명했다. 그때가 되면 라딘 여관 체인은 라딘 호텔 체인으로 불리게 되리 라! 이렇게 (주)라딘 상회의 두 번째 회사인 라딘 호텔 체인은 시작되었다. 3일 후, 정기 난민 대표 회의가 열렸다. 150명의 난민 대표와 용병 부대장 들은 이번 달에 해야할 일에 대하여 논의하기 위해 모였다. 그리고 일단 지난달의 보고가 모두 끝나자 드디어 라딘이 단상 위에 올라가 후일 역사에 남는 명 연설 '라 크라일'을 시작하였다. --친애하는 칼디안 산맥의 주민 여러분, 그리고 저를 믿고 도와주시는 용 병 여러분, 여러분이 저와 저희 아도 용병단을 믿고 따라주신 덕분에 지난 2개월 동안 큰 사고 없이 무사히 여러분들의 생활에 도움이 되어 드릴 수 있었습니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도 혼란에 빠지지 않고 저희의 지시에 따 라주신 여러분께 감사 드립니다. 그러나 여러분, 지금 우리는 사실 큰 수익이 없고 지출만 있는 실정으로 이 대로 간다면 언젠가는 좋지 않은 결말을 각오해야 할 지도 모릅니다. 또한 지금은 8월이기 때문에 식량에만 신경 쓰면 되고, 앞으로 1개월만 있 으면 추수철이 되기 때문에 어떻게든 먹고 살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3개월이 지나서 11월이 되면 식량뿐만 아니라 추위를 피할 곳이 필 요합니다. 이곳에서 천막을 치고 생활하는 것은 앞으로 3개월이 한계라고 하겠습니다. 이에 저는 두 달 전, 수도에 한 통의 편지를 보냈습니다. 그 편지는 바로 현 제국의 재무부 장관이신 밀러 공작 각하께 보내는 편지로, 과거 제가 왕 궁에서 일을 할 때 약간의 인연이 있어서 감히 그러한 부탁을 드릴 수 있었 습니다. 다행히도 밀러 공작께서는 저의 청원을 들어 주셨습니다. 이는 파스트 제국 이 여러분을 버리지 않고 구원해 주려는 의지임이 틀림없습니다. 황제 폐하의 은덕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리고 지금 제가 드리는 말씀은 그것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밀러 공작 각 하의 허락에 의해 제가 대표로 있는 라딘 상사는 이계인 전용 여관에 대한 운영권을 위임받았습니다. 여러분들중 어린아이나 늙은 부모님을 모시는 분을 우선적으로 선별하여 이 전용여관의 관리인으로 고용할 것입니다. 지금 전국에 산재해 있는 이계인 전용 여관은 모두 3천 개가 있습니다. 이 여관은 차후 라딘 여관 체인으로 이름을 바꿔 여러분들의 도움으로 운영 하게 될 것입니다. 여기 제가 그동안 작성한 명단이 있습니다. 여러분들 중 약 1만 명은 여관을 경영하며 생활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수도에 저희 라딘 상회가 운영하고 있는 라딘 운송이라는 운송 회사가 있습니다. 여러분들 중에 용병 경력이 있으신 분이나 현역 용병들 중 지원자, 그리고 젊은 분들 중 약간의 모험과 단기간에 재물을 모으고 싶 으신 분들이 계시면 이곳에 지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곳은 새롭게 2천명의 인원을 뽑아 각 여관의 물자 수송을 위주로 제국 전 역의 운송회사로 발전시킬 계획입니다. 여러분, 아직 많은 분들이 생활의 기반을 찾지 못하고 계십니다. 그런 분들께 저는 한가지 제안을 드리고자 합니다. 지금 저 마물의 대지라 일컬어지는 동부 해안지역은 이번 레디안 전의 영웅 트루먼 백작님과 많은 모험자들의 노력으로 사람이 살수 있는 곳으로 변하였습니다. 물론 아직 안전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제는 과거의 마물의 대지가 아닙 니다. 여러분 저는 여러분들이 그곳으로 가셔서 저와 함께 새로운 마을을 개척하자고 제안하는 바입니다. 친애하는 여러분! 지금 칼디안 산맥 전역은 전장으로 변하여 앞으로 몇 년이나 그 전쟁이 계 속 될지 예측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저는 현 상황을 냉정하게 여러분께 말씀드 릴 수밖에 없습니다. 앞으로 짧게는 몇 년, 길게는 몇 십 년 동안 여러분은 고향으로 돌아가실 수 없습니다. 자신이 태어난 고향에 돌아갈 수 없는 그 슬픔을 저는 감히 이해하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오히려 여러분께 현실을 이야기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여러분들께서는 칼디안 산맥을 당분간 마음속에 묻어 두시지 않으면 안 됩 니다. 지금 3만 명에 달하는 여러분들 중에 약 1만2천 명은 장기적인 피난민 생활 에 적응하기 힘든 노약자와 어린 아이들입니다. 여러분 여러분들께는 당분간 새로운 생활을 영위할 새로운 고향이 필요합니 다. 이제 여러분들이 마음만 먹으신다면 저 동부해안의 대지는 여러분들의 새로 운 고향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저희들이 여러분들이 마을을 건설하시는 동안 최선을 다해 보호해 드리고 도와 드리겠습니다. 제국을 가로지르는 긴 여정이 힘들거라 망설이는 분도 많으실 겁니다. 사실 어린아이나 노약자는 두달이 넘게 걸리는 여정을 이겨내기 힘들지도 모릅니다. 저는 이번에 수도에 있는 라딘 운송의 모든 마차를 이곳으로 소 환했습니다. 아마 다음주에는 도착 할 것입니다. 그 마차를 이용하여 여러 분들의 부담을 최대한 덜어드리고 싶습니다. 친애하는 여러분 이제 저희는 1주일 후 동부 해안을 향해 떠날 것입니다. 마음을 굳게 먹고 결심을 해 주십시오. 저를, 아도 용병단을 믿어 주십시오. 여러분을 끝까지 새로운 고향까지 안 내할 것입니다. -- -와아아아아!!! 자유기사 라딘 만세- -아도 용병단 만세- 사람들은 열광했다. 절망 속에 굶어죽을 날만을 기다리던 그들에게 새로운 희망과 목표가 생겨났기 때문이었다. 사실 이대로 겨울이 된다면 그들 중 대부분은 끝장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이제 그들은 제 2의 고향을 향해 떠날 결심을 하였다. 그리고 언젠가는 꼭 살아서 그들의 고향인 칼디안 산맥으로 돌아오리라! 1주일 후, 라딘 운송의 마차 300대가 보겐 영지에 도착했다. 그리고 미리 모든 준비를 끝마친 3만 명의 난민들은 대 이동을 시작했다. 제국을 가로질러 가면서 제국 구석구석에 있는 이계인 전용여관을 관리하러 사람들은 떠났다. 그리고 2개월이 지났을 무렵 마침내 2만 명의 피난민들 과 4천명의 용병들은 하피의 계곡 앞까지 도달하였다. 그곳에 있는 트루먼 산채의 임시 훈련소를 기점으로 사람들은 마을 건설을 시작했다. 4천명의 사람들과 4백 명의 용병들을 남겨두고 다시 사람들은 떠 났다. 그렇게 다시 1개월이 지나 겨울이 다가왔을 때, 동부해안까지 5개의 지역에 마을을 건설하기 시작하면서 드디어 최후의 4천명의 난민들과 500명 의 용병들은 이름없는 마을에 도착하였다. 그들은 벽돌로 이루어진 마을 방벽과 치밀한 계획 하에 꾸며진 아름다운 마 을의 구조를 보고 감탄하였다. 결국 그들의 새로운 고향으로 이 마을을 지목했다. 그렇게 그 날 이름 없는 마을은 정식으로 타운으로 발전하였으며, 마을 이름을 '카리브'로 명명, 새롭게 이주한 사람들과 힘을 합쳐 대규모 항구 건설에 착수하기 시작했다. 2만 명의 난민들은 이제 새롭게 정착할 땅을 얻었다. 지금은 힘들지만, 라 딘이 계속해서 공급하는 식량과, 용병들의 보호아래 아직은 마물이 돌아다 니는 대지에 그들의 집과 밭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은 이후 시행된 파스트 제국의 동부해안 개발 5 계획에 힘입어 최초의 이주민으로 많은 이득을 얻게 된다. 사람들은 이들을 가르켜 라딘의 최초의 연설의 제목에서 따온 이름인 '라 크라일러'라고 불렀는데, 그 고대어의 뜻은 '두 개의 고향을 가진 사람'이 다. 이렇게 현진의 첫 여름방학은 끝났다. 방학동안 현진의 라딘 상회와 아도 길드는 엄청난 성장을 이룩했다. 대학내 게임 동아리였던 아도는 회원 1천명을 상회하는 정식 연합 동아리로 성장하였다. 그리고 라딘 상회는 두 개의 사업채와 1만 3천명의 사원, 그리고 6개의 마 을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종합상사로 탈바꿈 할 수 있었다. 한 여름밤의 꿈 같은 현실이라 할 수 있었다. -2장 완결- -------------------------------------------- ------------------------------------------- 2장 완결 후기(나중에 설정으로 바꿀예정) 드디어 2장이 끝났습니다. 정말 2장은 사고가 많았습니다. 처음에 100페이지를 날렸습니다. 그리고 포기하려다가 투베에 오르는 바람에 힘을 얻어 보름만에 날린 부분 을 복구하고 마침내 완결까지 올리게 되었습니다. 아실 지금까지의 내용은 원래 계획된 2장의 절반 분량입니다. 쓰다보니 2장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내용을 몇개 더 추가한 후 두개로 나누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어제와 오늘에 걸쳐 시행한 무한 연참에 대해 설명 드리겠 습니다. 저에게 한명의 친구가 있습니다. 좋은 친굽니다. 소설연재한다니까, 연참은 절대 하지 말고 무조건 일일 일연재 하라고 충고 해준 친구입니다. 그리고 친구의 연재를 돕기위해 한번이라도 성실연재 빼먹거나 연중하면 전 번 공개 하겠다고 협박한 것도 그 친구입니다. 사실 저번에 100페이지 날려서 거의 일주일간 글을 안쓰고 있을때 그 친구 의 협박도 큰 위로가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저는 또 다시 사고를 쳤습니다. 2장을 끝내놓고, 1장을 수정 했습니다. 그러면서 3일 정도 3장의 인트로 부 분을 생각하고 있었죠. 마침내 1장 수정을 끝내고 3장 인트로의 구상도 끝났습니다. 그리고 한숨 자고 일이 끝난 다음에 그날 분량을 올리기 위해 2장의 두번째 파일을 열었을때, 150페이지에 해당하는 그 파일이 날라간 것을 알았습니 다. 5시간정도 살리려고 노력하다. 마침내 포기하고 연재한 것을 다시 다운 받 아서 정리하니 100페이지 분량이더군요. 50페이지가 날라간 겁니다. 그게 언제냐 하면 명장 그리안 마지막 편 연재 하는 날입니다. 악에 받쳐서 명장 그리안 에피소드를 끝냈습니다. 악에 받친 저의 오라가 여러분들을 자극했는지 많은 추천을 받더군요. 그러나 역시 마음은 이미 3장에 가 있는데, 아직 45페이지가 남은 겁니다. 그때 그 친구 격려를 해 줬습니다. 죽었다 생각하고 복구하라고.... 그래서 어제 그 친구집에 왔습니다. 둘다 휴일이었던 겁니다. 여러분들중 글써보신분은 지금부터 제 말을 잘 읽으셔야 합니다. 사람은 하루에 A4 40장을 쓸 수 있습니다. 단 그것에는 몇가지 갖추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일단 하루종일 작업 할 수 있는 시간, 작업 할 수 있는 컴퓨터, 이것은 대 부분의 분들이 어떻게든 조달할 수 있으실 겁니다. 그러나 마지막은 정말 구비하기 힘드실 겁니다. 그것은 게으름을 필 때마다 파리채로 때리며 감시하는 감시자입니다. 가끔씩 파리채로 등을 맞으며 글을 써 보십시오. 능률이 끝발나게 오릅니다. 그렇게 저는 40장을 썼습니다. 그리고 2장을 끝냈습니다. 물론 그 감시자는 하루종일 게임하고 애니매나 영화보며 놀았습니다. 가끔씩 심심하면 불쌍한 노예작가 자유팰러딘을 약올렸습니다. 아! 신마대전의 영향이 이런식으로 사회에 악영향을 끼치면 안되는데 하는 우려가 듭니다. 현재 비축분은 당연히 없습니다. 지금 마지막으로 올린 것이 일요일 분량이라 치고, 이제부터 다시 비축분을 조금씩 모아가며 연재하겠습니다, 연참은 없습니다. 이제는 파리채가 싫습 니다. 백업도 열심히 할 겁니다. 일일 일참! 성실연재! 오직 이것만이 있습니다. 그럼 월요일에 3장으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무더운 여름에 혹시라도 감기 안걸리게 조심하시고, 월요일까지 안녕히 계 십시오. 2004년 7월 11일 자유팰러딘 올림 ------------------------------------------- 3-1 뭉치 폰 몽테크리스트 자작 방랑신의 팰러딘 3장 -동부 해안 개발 5개 년 계획 편- 3-1 뭉치 폰 몽테크리스트 자작 "뭐라고! 몽테크리스트!!!!" 라딘이 기가 막혀서 소리쳤다. 그는 이미 이곳이 황궁의 대기실이라는 것조 차 잊어버리고 있었다. "응, 난 전부터 그 이름이 무척 마음에 들었어. 그걸로 할래." 뭉치가 왠지 모르게 자랑스러운 듯이 대답했다. "이눔아! 아무리 그래도 뭉치란 이름에 몽테크리스트가 말이나 되냐! 좋게 말할 때, 다른 성으로 안 할래!" 라딘이 눈에서 살기를 발하며 다시 으르렁거리는 목소리로 뭉치를 협박했다 . 그러나 뭉치는 자신이 한번 정하면 하늘이 두 쪽 나도 실천에 옮기는 진 정한 쇠고집이었다. "안 되는 이유는 뭔데! 나라에서 기존의 후작, 백작, 공작의 성 이외에는 아무거나 정해도 된다고 그랬잖아. 누가 뭐래도 난 내일부터 뭉치 폰 몽테크리스트야! 이야~, 내가 말해도 멋 있네, 뭉치 폰 몽테크리스트 자작! 음, 사나이의 야망에 불이 붙는구나! 나는 꼭 백작이 되고야 말겠어!" 라딘이 드디어 자신의 이마에 손을 대고 비틀거리며 의자에 털썩 앉았다. 이미 뭉치의 폭주를 멈추게 하기에는 늦은 것이다. 그는 자기가 뭉치를 아 도 용병대의 대장으로 추대했다는 것을 후회하기 시작했다. 뭉치는 평소에는 상당히 순하고 멍청해 보이면서 만인을 편하게 해주는 성 격이다. 그러나 가끔 이렇게 자신의 욕심이 나오게 되면, 그는 순수한 욕심 쟁이로 탈바꿈하게 된다. 절대 자기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 것이다. 그것도 이런 말도 안 되는 주장을 말이다. 결국 라딘은 뭉치가 정한 자신의 성을 인정하고 말았다. ---------------------------------- 라딘은 왠지 모르게 허탈감에 빠져 뭉치에게 신경을 끊고 지난 6개월간의 과거를 돌이켜보았다. 정말로 즐거운 겨울 한철이었다. 지구에서 여름방학이 끝날 무렵, 라딘은 난민들을 이끌고 드디어 리누만에 도착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곧 그 마을은 타운으로 성장하여 정식으로 카리 브라는 이름도 얻게 되었다. 그 후, 겨울동안 마을 사람들은 항구의 건설에 힘을 쏟았다. 그리고 라딘과 크로키를 비롯한 여러 이계인들은 그곳에서 주로 레벨 업에 전력을 다했다. 왜냐하면 그들이 그 마을에 도착 했을 때, 그 마을에 남아있던 제 1차 동부 해안 원정대의 성장에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브리시아 시간으로 지난 9개월간,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쟁에 참가하여 국가 전공치를 올렸다. 그러나 그만큼 레벨을 올리는 데 소흘히 하였다고 하겠다. 전쟁에서 경험치를 얻기는 얻었지만, 그래도 마굴에서 수행하는 것 보다는 적은 것이다. 그 위에 주로 난민을 보살피느라 전투도 별로 치르지 못한 라 딘 일행은 사실상 그동안 레벨 업을 포기했다고 보아도 될 것이다. 그러나 이곳 카리브에 남겨져 있던 26명의 이계인들은 달랐다. 그들은 고립 된 지역인 이곳에서, 6개의 마굴을 독점하고 매일같이 광렙을 하였던 것이 다. 지금 뭉치의 레벨은 385, 라딘이 그 전까지 서버 최고레벨이라 생각했던 미 리네의 레벨을 초과해 있었다. 미리네 또한 지난 3개월 동안 그들과 같이 이동하느라 거의 경험치를 얻지 못했던 것이다. 뭉치뿐만 아니라 1차 원정대 전원의 평균레벨은 342, 그들이야말로 현재 아 도 용병대의 최고 정예부대원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날부터 라딘과 아도 용병대의 처절한 레벨 업이 시작됐다. 라딘의 자존심상 이렇게 레벨 차이가 나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는 것이다. 어차피 동부해안의 마굴은 넘쳐나고 있었고, 그들은 가능한 한 마물들을 많 이 잡아서 평원에 마물들이 돌아다니지 않도록 하는 사명도 있었다. 크로키도 자기 대학 쪽 멤버들과 옆 마을인 나라크 타운에서 광렙을 시작했 다. 그렇게 3개월이 흘렀다. 봄이 왔다. 겨울 내 계속 됐던 레디안과 파스트의 전쟁은 드디어 휴전 협정을 맺고 일 시 정지되었다. 파스트 제국은 정식으로 칼디안 성과 메기아 평원을 레디안의 소유로 인정 하고, 레디안도 동맹국이었던 바이가스의 멸망을 받아들였다. 과거 대륙 3대 강국이 이제는 남과 북의 2대 제국으로 바뀐 것이다. 파스트 제국군은 과거 바이가스와의 국경선에 있던 12개의 기사단을 칼디안 산맥을 3면으로 포위하는 3개의 기지에 새롭게 배치하였다. 그리하여 전장에 투입되었던 델로스 공작과 트루먼 백작 등은 무사히 자국 의 영지로 귀환 하게 되었다. 이제 새로운 시대가 왔다. 아칸 드 파스트 1세는 바이가스 정벌의 성공을 선언하고, 그 다음 정책으로 동부 해안 개발 5개년 계획을 정식으로 선포하였다. 그 마물과의 전쟁 선포는 수많은 이계인들의 피를 끓게 하였다. 왜냐하면 그 개발계획이라는 것에는 만약 이계인들이 동부 해안으로 들어가 서 그곳의 마물을 제거하고 사람이 살 수 있는 마을을 건설하게 되면, 그 개발자에게 작위를 수여하고 그 마을을 개발자의 영지로 내린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개척의 시대가 온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이미 동부 해안에 6개의 마을을 건설한 아도 용병단은 어떻 게 되었나 하는 의문이 생긴다. 물론 아도 용병단은 6개의 마을의 소유권을 정식으로 인정받았다. 아도 용병단이 지난 전쟁에서 세운 공적은 결코 적지 않다. 물론 라딘의 숨 은 공적을 포함하지 않는다고 해도 말이다. 그리고 용병단의 공적은 바로 용병단 단장의 공적이 된다. 아도 용병단의 단장은 뭉치이다. 부단장은 현재 도끼바바와 크로키이다. 라딘은 자신이 아 도 용병단에 정식으로 소속되면 오히려 안 좋은 점이 많다는 판단 하에 크 로키에게 부단장의 자리를 양보하고 물러난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 도끼바바와 크로키에게는 남작의 작위가, 용병단 단장인 뭉 치에게는 자작의 칭호가 내려왔다. 공이 있으면 상을 내린다는 시범 케이스 로 뽑힌 것이다. 단지, 크로키는 남작의 지위를 포기하였다. 그들의 계획에 의하면 크로키는 머지않은 미래에 서대륙으로 떠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뭉치는 카리브를 비롯한 동부의 4개 마을의 영주로 임명되었고, 도끼바바는 하피의 계곡 양쪽의 2개 마을의 영주로 임명되었다 . 일단 작위를 받게 되면, 정식으로 황제폐하를 알현하러 수도로 상경해야 한 다. 결국 3월이 되자 도끼바바와 뭉치, 크로키, 그리고 라딘은 수도로 상경하기 로 하였다. 미리네는 여전히 마을 사람을 돌보기 위하여 이제는 동부 해안 을 횡단하면서 그들을 돕고 있었다. 그들의 현재 레벨은 뭉치가 드디어 400대의 고지에 올라섬으로써 서버 최고 레벨의 영광을 차지하였고, 도끼바바와 라딘은 350을 넘길 수 있었다. 놀라운 것은 크로키였다. 3월이 되어 그들이 만났을 때, 크로키의 레벨은 3 00을 넘어 있었다. 인간의 렙업 속도가 아니었다. 어떻게 그렇게 빨리 올렸냐는 라딘의 물음에 크로키는 웃으면서 너도 5살 때부터 게임에 목숨을 걸면 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 그리하여 제국력 4년 3월 12일 기사 라딘과 도끼바바, 뭉치, 크로키는 수도 로 상경을 시작했다. 작위를 받은 귀족답지 않게 수행원 하나 없는 초라한 일행이었지만, 그들은 그것을 전혀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그동안의 대규모 이동등에 지쳐있던 그들이었기에 일부러 당사자들 만의 상경을 계획했던 것이다. 여행을 떠나는 그들의 마음은 희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 ------------------------------------------- 3-1 뭉치 폰 몽테크리스트 자작 ----------------------------------- 하나의 이두마차에 4명의 인원, 여자가 없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 네 사람 의 여행자들은 만족했다. 상급 전투마의 신분으로 선두에서 마차를 끄는 루 시난테와 도끼바바의 애마 불도저의 불평은 도끼바바의 대진파 시범 한번으 로 가볍게 해소되었다. "훗 , 이것으로 나의 일위는 결정이군. 4 석장!" 4장 남은 카드 중 3장을 내리며 라딘이 말했다. "헉, 그런 비장의 무기를 감춰두다니! 라딘 넌 선배에게 양보할 줄도 모르 냐?" 라딘의 옆에 앉아있던 도끼바바가 경악하여 소리쳤다. 이대로라면 또 꼴찌 인 것이다. "훗훗훗, 지금 이 곳에는 선후배라는 관계는 존재하지 않지요. 오직 왕과 농노만이 존재할 뿐입니다. 도끼바바 농노님~." "크어억, 이럴 수가! 세상이 아무리 거꾸로 돌아간다고 해도 선배가 농노하 고 후배가 왕을 하다니!" 도끼바바가 아무리 세상이 말세임을 호소해도 원래 게임에는 부모자식도 없 는 법이다. 라딘은 그의 특유의 야비한 승자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것이 게임의 법칙이지요. 후후후, 자 그럼 아직도 제가 선이죠? 마지막 한 장을 버리겠습니다~~~." "잠깐, 아직 난 패스 안 했어. 라딘." 주교인 크로키가 라딘의 행동을 막았다. 그리고는 그의 손이 자신의 카드에 서 3장을 뽑아 기묘한 곡선을 그리며 탁자위로 내려졌다. "가랏! 궁극 필살기 쓰리쓰리 마쓰리!" "크아아악! 이런 사기가!!!!" 라딘이 거품을 물고 쓰러졌다. 그의 마지막 남은 카드는 바로 퀸, 이로서 꼴찌는 결정되었다. 어제의 왕은 오늘의 농노가 된 것이다. 그렇다. 4명의 여행자들은 매일같이 불꽃 튀는 카드놀이 계급투쟁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마부? 그들은 루시난테와 불도저를 믿었다. 가끔씩 방향을 확인하여 길이 틀리면 그들은 또 다시 도끼바바의 시범을 구 경하게 될 것이다. 물론 그 시범 대상은 불도저와 루시난테 중 한 마리가 제비로 결정하게 될 것이다. 오늘도 예외는 아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최대한 빨리 식사를 마친 후, 주먹 밥을 만들어서 점심시간까지 아껴가며 그들은 투쟁했다. 그런 그들에게 때때로 만나는 마물들은 게임 분위기를 흐트러뜨리는 방해자 로 밖에 인식되지 않았고, 불쌍한 마물들은 3명의 권사, 전사, 기사와 한명 의 마법사에게 처절한 응징을 당하여 생에 종지부를 찍을 뿐이었다. 카드게임에 미친 지금의 그들이라면 500레벨의 마수나 괴수도 잡을 수 있을 지 몰랐다. -히히힝!- "아~ 씨, 또 마물이야? 모처럼 왕 한번 해보나 했는데!" 뭉치가 카드를 던지며 투덜거렸다. 일단 마물이 나타나면 그 판은 무효로 치는 것이다. 3일 만에 모처럼 잡은 왕을 빼앗길 뻔 한 도끼바바는 카카카카하고 소리 내어 웃으며 얼른 카드를 던지고 옆에 세워둔 자신의 애병인 마창 가리온을 움켜쥐고는 뛰어 나갔다 . 크로키는 이제는 마물이 나타나도 아무런 긴장감을 느끼지 못하는 그의 일 행들을 보면서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그러면서도 마차 안에서 가장 느긋 하게 나가는 사람은 다름 아닌 크로키였다. "와! 왠일로 트롤이 5마리나 나왔지? 이 근처에 트롤 나오는 마굴이 있나?" 라딘이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소리쳤다. 트롤의 피는 바로 회복 포션의 재 료로 쓰이는 것이다. 이제는 마물을 돈으로 밖에 못 보는 라딘을 보며 언젠 가는 그 돈에게 먹히는 사태가 올 거라고 속으로 생각하는 크로키였다. "자자, 그럼 바바 형은 빈 술통을 가져오세요. 저하고 뭉치가 처리할게요." 라딘이 워해머를 붕붕 휘두르며 다가오는 트롤에게 전진하려 하자, 도끼바 바가 심히 불만이 많은 듯 투덜댔다. "왜 내가 술통을 가져와야 되는 거냐! 내가 트롤을 잡고 너희들이 술통을 가져와야 되는 거 아냐?" 라딘이 아주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바바 형, 제가 선배를 무시하는 그런 놈으로 보이십니까? 단지 형의 무기 는 할버드잖아요. 할버드로 트롤을 공격하면 트롤이 상처입고 피를 흘리잖 아요. 그게 다 돈이에요! 뭉치랑 제가 피 한 방울 안 떨어지게 때려잡을 테 니까 형이 대의를 위해서 희생하세요. 그럼 가자, 뭉치야." "[실드차지]! [낭뜨 전추술]!" --크왕- 일단 라딘이 방패를 앞세우고 돌진했다. 그의 돌진에 한 마리의 트롤이 얻 어맞고 약간 밀렸다. 남은 트롤들이 화가 난 듯 라딘을 둘러싸고 집중적으 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라딘의 방어력은 너무나도 높았다. 레벨 350의 트롤의 돌도끼도 크리티컬이 터지지 않는 한 라딘에게는 약간의 타격밖에 못 주는 것이다. "좋았어! 나를 무시한 것을 후회하게 해주지, [음양쌍마공]! [나한십팔장]! " 뒤에 있던 뭉치의 몸이 몸의 중간을 경계로 좌측은 붉은 기운을, 우측은 파 란 기운을 뿜어대기 시작했다. 그리고 점점 그 기운은 강해져서 이제는 불 길과 냉기로 변하였다. 음양쌍마공이 7성의 경지에 다다른 것이다. 완전히 기공을 끌어올린 뭉치가 앞으로 달려 나갔다. 크로키가 타이밍을 맞춰서 뒤쪽의 트롤에게 [블라인드]의 마법을 걸었다. -크엉- 한 마리가 갑자기 눈앞이 어둠에 감싸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자 당황하여 그 가 들고 있던 돌도끼를 마구 휘두르기 시작했다. 곧이어 크로키는 남은 4마 리를 향하여 환영마법을 걸었다. 결국 머리가 나쁜 트롤 4마리 중 3마리가 환영마법에 걸렸고, 그들은 자신 을 향해 달려오는 뭉치와 라딘 이외에 옆에서 무작위로 돌도끼를 휘두르는 그들의 동족 한 마리를 거대한 체격의 인간 전사로 착각하기 시작했다. 그 리고 눈이 보이지 않는 트롤도 자신을 공격하는 놈이 인간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4대 3의 격돌은 치열했다. 그러나 결국 4개의 빈 술통을 들고 온 도끼바바 가 대진파를 펼쳐 한 마리의 트롤을 생매장함으로써 대세는 기울었고, 남은 트롤은 전신의 뼈가 부러지고 살이 얼고 불에 탄 채로 쓰러졌다. 잠시 후 그들의 모습은 흡혈귀한테 최후의 한 방울까지 피를 빨린 미녀의 모습처럼 빈껍데기만 남게 되었다. 어쩌면 마물보다 더 잔인하고 악한 존재 가 인간일지도 몰랐다. "오, 5마리를 잡으니까 술통 4개가 꽉 차네. 이야, 알고 보면 동부해안이 무척 좋은 곳이라니까. 여기 지도에 표시해놨다가 나중에 근처 마굴을 체크 해보자고, 트롤 같은 희귀 마물이 나오는 마굴은 꼭 우리가 먼저 발견해야 돼!" 물론 라딘은 이 트롤피를 마법사 길드에 판다고 하고는 자신이 직접 회복 포션을 제조할 계획이다. 이정도 양이면 최고급 회복 포션을 200개는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오후의 위기(?)를 넘긴 네 사람은 다시 루시난테와 불도저에게 가던 길을 계속 가도록 명령하고 마차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다시 마차 안 에서 열기에 휩싸인 네 사람의 고함 소리가 세어 나오기 시작하였다. 루시난테와 불도저는 마물에게서 산채로 피를 뽑는 그들의 주인의 모습에 벌벌 떨다가 그들이 마차 안으로 사라지자, 서로를 바라보면서 형제와 같은 우정을 느끼며 같이 고개를 한번 좌우로 흔들고는 갈 길을 재촉하기 시작 했다. 세상은 이것을 동병상련이라고 한다. 이렇게 4명의 여행자는 2개월 동안 인간이 할 수 있는 카드놀이에 대해 심 도 있는 고찰을 하면서 수도로 향했다. 그들에게 있어 바로 이 순간만이 대륙의 정세와 세속의 손익다툼, 권력의 행방 등을 잊을 수 있었던 유일한 시간이었다고 후일 그들은 말한다. ----------------------------- 계급투쟁 모르시는 분께는 사과드립니다. 이 에피소드는 본 스토리와는 상관없지만 꼭 집어넣고 싶은 에피소드였습니 다. 판타지 세계에서 모든 흐름을 잊고 게임을 즐기는 4사람의 마음이 바로 바 쁜 직장 생활 중에 간신히 휴가를 얻은 회사원의 마음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1장과 2장 동안 바쁘게 뛴 라딘 일행에게 작가가 주는 휴가라고 생각해 주 십시오. 募? 라딘 넌 선배에게 양보할 줄도 모르냐?” ------------------------------------------- 3-1 뭉치 폰 몽테크리스트 자작 --------------------------------- 동대륙 최고의 강국 파스트 제국의 수도 파스트의 성벽 정문은 새벽 5시에 문을 열어 저녁 7에 문을 닫는다. 그 시간이외에는 국가적인 긴급 사항이 아니면 수도의 출입이 금지되는 것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수도의 문은 열렸다. -따각, 따각- 새벽안개를 헤치며 나아가는 한 대의 마차가 있다. 신기하게도 그 마차에는 마부도 없었다. 오직 두 마리의 말이 길을 따라서 일정한 속도로 마차를 끌고 있을 뿐이었다. 사신이 망자의 혼을 담는 마차일까? 새벽이 되었음에도 사라지지 않는 것을 보니 그것은 아닌 것 같았다. -덜컹- 마차 문이 열렸다. 그리고 그 안에서 상당한 거구의 남자가 나왔다. 열혈 떡대 도끼바바였다. "오옷, 다들 일어나라! 드디어 도착했다. 수도야!" 도끼바바의 감동에 젖은 함성이 안에서 잠자고 있는 세 사람을 잠에서 깨어 나게 하기는 하였다. 그러나, 무한의 스태미너를 자랑하는 도끼바바와는 달 리 세 사람은 원래 평범한 남자였다. 새벽 4시까지 카드놀이를 하다가 잠에 든 사람보고 5시에 일어나라면 그 사람이 과연 멀쩡히 일어날 수 있을까? 마차 안에서 세 사람의 좀비가 기어 나왔다. "아아, 드디어 수도구나, (쿨~)" "그래 수도야. (음냐, 음냐)" "근데 수도가 뭐야? 우리가 왜 일어나야 되는 데?" 마지막으로 뭉치가 수도와 자신들의 인과관계에 대한 의문을 제시했다. 그리고 라딘과 크로키는 뭉치의 의문에 고개를 끄덕여 동의했다. 그들도 역시 아직 반 정도는 꿈나라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90%정도 졸고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그러나, 한 아이의 외침이 선 채로 졸고 있는 라딘을 현실세계로 소환했다. "끼잉~, 아빠~." "아앗, 우리 아기! 몽몽아, 어디 있니?" 라딘이 고개를 들고 주위를 살폈다. 새벽안개가 아직 짙어서 앞이 잘 보이 지 않았다. 그러나 앞쪽에서부터 안개가 갈라지면서 몽몽이 날라와 라딘의 어깨에 착지하여 라딘과 얼굴을 비비며 웅얼거렸다. "끼잉, 아빠! 보고 싶었어요. 몽몽 놔두고 어디 갔다 오신 거에요?" "아아, 그래그래 내 새끼, 아빠가 잘못했다. 이제는 우리 꼭 같이 다니자!" 라딘은 몽몽이를 보면서 눈물을 글썽거리며 말했다. 근 1년만의 상봉인 것 이다. 그렇다. 1년 전, 바이가스 정벌전이 벌어지고 레디안의 침략으로부터 후방 을 지키러 갈 때, 아직 어린 몽몽에게 전쟁을 보이기 싫었던 라딘은 수도의 셰도우로즈에게 몽몽을 부탁한 것이다. 펫은 완전 양도이외에도 이처럼 임시 양도도 가능하다. 전 소유주에 대한 충성심이 보존되는 것이다. 물론 공동 소유도 가능하다. 한참 라딘과 몽몽이 감격의 부자상봉을 하고 있을 때, 몽몽이 날라 온 방향 으로 달려간 도끼바바는 셰도우로즈와 새벽부터 닭살 돋는 광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지난 세월간의 헌신적인 노력의 결실로 드디어 도끼바바는 셰도우로즈의 정 식 애인으로 등록될 수 있었던 것이다. 뭉치와 크로키는 그런 두 사람의 진 한 키스신을 감상하면서, 미녀와 야수라는 테마에 대하여 진지하게 생각하 고 있었다. 키스신이 두 사람의 잠을 깨운 것이다. 이렇게 아도 용병단의 단장과 부단장은 무사히 수도로 상경했다. 일행은 일단 아도 용병단 수도 거처로 들어가 자신의 짐을 풀었다. 크로키와 뭉치는 일단 모자란 잠을 자러 들어갔고, 도끼바바와 셰도우로즈 는 행방을 감췄다. 몽몽에게 그동안의 생활에 대해 열심히 이야기하던 라딘 은 어느덧 자신 혼자 남았다는 것을 깨닫고, 무엇을 할까 잠시 생각하기 시 작했다. 역시 제일 하고 싶은 일은 애니를 깨워서 괴롭히는 것이었다. 그러나 아무 리 악독한 라딘이라도 역시 첫날부터 종자를 괴롭히는 것은 마음에 걸렸다. 양심이 찔린다기보다, 애니가 못 견디고 자살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역시 수도에 온 첫날에는 그녀를 만나봐야 한다. 그래야 그녀가 감동하지 않겠는가! 라딘은 마음을 굳히고 조용히 숙소를 나갔다. -------------------------- "오셨군요! 그대가 그리워서 저 천공의 골드문 파이를 얼마나 바라보았는지 몰라요." 라이아 공주가 라딘이 들어오자마자 그의 품으로 뛰어들어 속삭였다. '으윽, 이 아가씨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되다니, 이봐요. 제국재상답게 위엄 을 보이라고요!' 라딘은 아직 19세, 성 호르몬 제어에 걸린 몸이다. "공주님, 저도 어서 공주님을 뵙고 싶었습니다. 아! 전쟁이 끝났음에도 불 구하고 바로 공주님은 뵈러 오지 못한 저를 용서해 주십시오." 라딘이 그녀를 살짝 때어내며 정식으로 예를 차려서 한쪽 무릎을 굽히고 인 사했다. 그녀도 얼른 라딘의 어깨에 가볍게 한 손을 올리고 자신의 기사를 맞는 인사를 하였다. 그리고 두 사람은 소파에 앉아 가벼운 포도주를 마시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물론 라이아 공주는 라딘의 바로 옆에 딱 붙어 앉아 팔짱을 끼고 라딘의 모 험담을 들었다. 어린 나이로 거대한 제국의 재상이 된 라이아 공주에게 있어서 지금 이 순 간이야말로 순수한 소녀로 돌아갈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일지도 몰랐다. 그래서 그녀는 더욱 이 눈앞의 기사가 좋았다. 라딘은 열심히 레디안의 명장 그리안 장군에 대해 그가 적이지만 얼마나 대 단한 지략가인지에 대해 설명했다. 그리고 자신이 그에게서 얼마나 필사적 으로 난민을 구출해 냈는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 분위기가 무르익어갈 때, 때마침 라딘의 망토 안쪽 주머니에서 잠자고 있던 몽몽이 깨어났다. "끼잉, 아빠, 여기가 어디에용? 검은 색의 보드라운 털의 다람쥐가 라딘의 망토를 헤치며 고개를 쏙 내밀고 말하자 공주는 그 깜찍한 다람쥐의 애교에 이성을 잃었다. "어맛! 너무 귀여워요, 이 다람쥐 라딘님이 키우시는 건가요? 몽몽은 잠이 들깬 얼굴로 아빠에게 얼굴을 부비부비하다가 곁에 왠 여자가 자신을 바라보며 탄성을 지르자, 역시 라딘의 아들답게 몸을 꼬아 최대한 귀여운 모습을 선보이며 라이아 공주에게 물었다. "끼잉, 누나는 누구에용? 디땅 이쁘네용." 선수다! 라고 라딘은 생각했다. 그의 아들은 이미 어린 나이에 자신이 십수 년에 걸쳐 몸에 익힌 작전 포즈와 대사를 자연스럽게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 역시 공주는 그런 귀여운 몽몽의 포즈에 단숨에 넘어가서 손을 부들부들 떨며 라딘을 쳐다보았다. 안아보고 싶은 것이다. "자, 몽몽아, 인사하렴, 라이아 공주님이란다." 라딘이 웃으면서 몽몽을 라이아 공주에게 건내었다. 그녀는 마치 자신과 라 딘의 아이를 안아보든 듯 한 느낌을 받으며 몽몽을 건내 받았다. "끼잉, 그럼 이 누나가 아빠가 맨날 이야기하던 그 이쁜 공주님이에용?" 라이아 공주는 감동했다. 그의 기사가 그의 애완동물에게 자신에 대해 이야 기했다고 하지 않는가! 그것도 매일이란다! 거기다가 이쁘다는 수식어까지 들어갔다! 라이아공주는 몽몽을 부드럽게 껴안고 쓰다듬으며 사랑스러워 죽 겠다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런데 말입니다, 공주님." "네? 말씀하세요, 라딘 경" 공주가 몽몽에게 시선을 고정한 체 반쯤 넋이 나간 목소리로 대답하자 라딘 은 약간 질투를 느꼈다. 그러나 자신의 자식에게 질투할 수는 없는 법, 일 단 그가 그동안 가지고 있던 의문을 푸는 것이 중요했다. "그때, 델로스 공작이 말하기를, 칼디안 성이 함락되자마자 바이가스 수도 를 포위하고 있던 델로스 공작에게 공주님의 사자가 와서 그 사실을 알렸다 고 하더군요. 아무리 빠른 전령도 한 달은 걸리는 그곳에 말입니다. 어떻게 그런 것이 가능한 것인지 저는 아직도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극비가 아니라면 저를 위해서 가르쳐 주실 수 없을까요?" 라딘의 물음에 라이아 공주는 어머 하고 가볍게 놀라고는 큭큭 대며 웃기 시작했다. 라딘은 영문을 몰라 열심히 머리를 굴려 생각하다 마침내 포기하 고는 다시 공주에게 물었다. "극비인가요?" 공주는 여전히 웃고 있다가 잠시 숨을 고르고 기분을 진정시키기 위해 포도 주를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는 라딘에게 웃으면서 친절하게 설명을 시작했 다. "극비랄 것도 없어요. 사실 그대가 이 방법을 몰랐다고 해서 잠시 놀랐을 뿐이에요. 그 방법은요." 라딘이 침을 꿀꺽하고 삼켰다. 최고의 명장 그리안을 물 먹이고, 파스트 제 국을 위기에서 구한 방법은? "귓.말. 이에요." "에~엑, 귓말!!!!" 그렇다. 그녀는 항상 자신이 사랑하는 연인 라딘을 생각했다. 그리고 그가 자신과 같은 브리시아인이 아닌 이계인이라는 것에 신을 원망하기까지 했다 . 그리고 이계인에 대한 동경과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능력과 특징을 연구 하게 된 것이다. "이계인들은 아무리 거리가 떨어져 있어도 서로 대화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 . 저는 그것이 얼마나 부러웠는지 몰라요. 제가 이계인이었으면 매일같이 라 딘님과 대화할 수 있었겠죠." 라이라 공주는 자신이 이계인이었으면 라딘을 놓치지 않았을 거라고 말하고 싶은 것을 참았다. "그래서 저는 라르고의 눈에 지시해서 이계인 도둑들을 고용하게 했어요. 그들 중 몇 명은 칼디안 성에 가서 전황을 보고하게 했었죠. 물론 그 보고 는 수도에 있는 그들의 동료가 귓말로 받아서 서류로 작성해서 올리는 거에 요. 운이 좋았다고 할까요? 칼디안 성이 함락되기 전까지 이 귓말에 대한 효용 성을 저도 미처 인식하지 못했어요. 이제는 이계인을 이용한 연락체계가 거 의 제국 전국에 깔리고 있지만요." 물론 라이아는 그녀의 그 발상이 라딘의 생활을 매일같이 생방송으로 중계 받고 싶어서 생긴 것이라는 것은 말하지 않았다. 라딘은 감탄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감정을 주체할 수 없어 그녀를 와락 껴안았다. "공주님!" "어맛!" "끼이잉, 아빠, 숨 막혀용." 라이아 공주는 순간적으로 놀랐지만, 곧 얼굴을 붉히면서 그에게 몸을 맡겼 다. 잠시 후, 라딘이 그녀에게 떨어져 그녀를 진정으로 존경한다는 눈빛으 로 그녀에게 말했다. "공주님! 그대야말로 진정한 가면의 재상입니다. 이 라딘은 그대의 재능에 경의를 표합니다." 라딘은 이 눈 앞의 아가씨가 세상의 고정관념에 빠지지 않고 사물의 본질을 파악하는 재능이 있다는 사실을 지금에서야 깨달았다. 그의 아버지의 말에 의하면, 상식과 관념에 억매이지 않아야 비로써 전략가 로서의 자격이 있다고 하지 않았는가! 이 여자야말로 전략가의 재질을 가지 고 있었던 것이다. 라이아 공주는 라딘의 진심어린 칭찬에 더욱 더 얼굴을 붉히면서 다소곳이 얼굴을 숙이고 있을 뿐이었다. ----------------------------- 몇 시간 후, 황궁의 후문으로 한 사람이 걸어 나왔다. 두터운 로브로 얼굴 을 가리고 있었지만, 그의 정체는 라딘이었다. 몇 분을 걸어서 드디어 시가 지 쪽까지 나왔을 때, 라딘의 주머니에서 몽몽이 고개를 내밀고 물었다. "끼잉, 아빠 저 잘했지요?" 라딘이 너무나도 사랑스럽다는 눈빛으로 몽몽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그래그래, 우리 아기 똑똑하기도 하지. 다음에도 부탁한다. 몽몽아~." 아빠에게 칭찬받은 몽몽은 아빠의 허리에 얼굴을 부비며 좋아하다가 평소에 이상하게 생각하던 것을 물었다. "근데용, 아빠, 왜 셰도우로즈 누나하고 라이아 공주 누나한테는 그 대사를 쓰고 애니 누나한테는 안 쓰는 거에용? 같은 여자잖아용." 역시 아직은 어린아이구나 하는 생각에 라딘은 웃었다. 그리고 친절하게 자 신이 깨달은 인생의 처세술을 몽몽에게 전수하기 시작했다. "몽몽아, 세상에는 적재적소라고나 할까? 아무튼 사람이든 일이든 대사까지 도 꼭 써야 할 때에 써야 그 효과가 좋단다. 당장 셰도우로즈 누나에게 그 대사를 써서 몽몽 네가 그동안 그 누나한테 귀여움을 받으며 레벨도 250까 지 오르지 않았니?" 몽몽은 라딘의 설명을 고개를 끄덕여가며 열심히 듣고 있었다. 라딘의 가르침이 뼈속까지 스며들어 몽몽의 유전자에 기억되기 시작했다. 적절한 상황에서 적절한 대사 한마디는 때때로 그 천배에 해당하는 힘을 발 휘하는 거란다. 물론 이번에 라이아 공주님에게도 그 효과가 있었지 않니? 하지만 애니는 아니란다. 걔는 이 아빠의 종자거든. 이쁘든 이쁘지 않든 상 관이 없는 거야." 그렇다. 라딘의 교육에 의해서 라딘이 일단 몽몽을 여자 앞에서 꺼내서 소 개를 하면, 몽몽은 항상 이렇게 말하게 되어 있다. '이 누나가 아빠가 맨날 이야기 하던 그 이쁜 ***이에용?' 이라고 말이다. 자식마저도 도구로 이용할 수 있는 이 시대의 진정한 선수! 그가 바로 라딘 크러쉬볼트였다. "너도 앞으로 평소에 작업용 대사를 모든 상황에 대비해서 연구해 두고, 가 장 적합한 상황에서 습관적으로 쓸 수 있도록 노력하거라. 그래야 나중에 커서 이쁜 날다람쥐 아가씨한테 장가를 가지." 몽몽이 부끄러운 듯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싫어용. 몽몽은 평생 아빠랑 살 거에용! 끼잉." 아아, 몽몽의 아부신공의 성취가 이미 라딘의 성취를 넘어서고 있었단 말인 가! 세상은 새로운 사기사의 탄생을 축하해야 하는 것인가! 아무런 사건도 없는 수도의 하루는 그렇게 지나갔다. ---------------------------------- 6개월 후, 대륙에는 신종 직업이 생겨났다. 그것은 이계인 전용의 직업으로써, 바로 무전병이라는 직업이었다. 물론 그리안 장군과 악령기사는 이미 몇 개월 전, 귓말이라는 것에 대해 생 각이 미쳤다. 그리안 장군은 자신이 이계인이라는 특이한 존재에 대해, 단지 죽어도 되살 아날 수 있는 특수병이라고만 생각했던 것을 반성하고, 악령기사의 용병단 을 정식으로 기사단으로 임명하였다. 그렇게 최초의 정식 이계인 기사단인 악령기사단은 탄생했다. 그리고 새롭게 그리안 장군의 파트너가 된 악령기사는 이계인의 특징과 자 신이 생각하는 이용방법에 대해 설명했고, 두 사람은 그 후 이계인과 브리 시아인의 복합부대의 운용에 대해 연구하기에까지 이른다. 레디안의 두 영 웅이 하나로 뭉쳐진 것이다. 평화롭게 보이는 개척시대에 이미 남쪽의 위험 은 자라나고 있었다. ------------------------------- 아아, 100회입니다. 흑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두말 할 필요 없습니다. 기념 외전 하나 올리겠습니다. 시간이 조금 걸릴지도 모릅니다. 지금부터 제작해야 하니까요. ------------------------------------------- 백회기념외전-NeVer Say NeVer AgaiN 시대적인 배경은 4장 후반입니다. 현 재 본편의 약 9년뒤인 셈이죠. NeVer Say NeVer AgaiN 파스트 제국력 14년, 파스트 제국과 레디안 제국의 동대륙의 패권을 쥔 싸움이 절정에 달하였다. 모든 군사력이 칼디안 산맥 에 집중되고 각국의 최고의 영웅들이 자신의 재간을 자랑하며 서로 치열한 전략과 용맹한 무용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물론, 파스트 제국 최대의 이계인 기사단 아도 자유 기사단은 역시 레디안 제국 최고의 이계인 기사단인 악령기사단과 상상을 불허하는 혈투를 계속하 고 있었다. 그러던 중, 자유기사 라딘이 종적을 감췄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필요로 하 고 그의 행방을 쫓았으나 그는 마치 처음부터 이 브리시아 세계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과거 그들의 동료들이었던 아도 자유기사단원들조차도 그의 행방을 알지 못했다. 자유기사 라딘이 행방을 감추고 1개월이 지났다. 그리고 파스트 제국의 후 방인 오파엔 영지에 한 사내가 들어섰다. "휴, 이곳에는 있으려나? 정말 어디 간 거지? 라딘은." 검은 망토로 온 몸을 두르고, 검은 모자를 쓴 그는 왼 손에 검은 가죽으로 된 사각형의 가방을 들고 있었다. 바람이 불어 그의 망토와 길게 늘어뜨린 그의 검은 머리를 휘날리게 했다. 날리는 망토사이로 들어난 그의 복장은 하드 레더 아머에 약간 긴 레이피어 였는데, 역시 모두 검은 색이었다. 정말로 검은 색을 좋아하는 사람임에 틀 림이 없었다. 오파엔 시티의 주막 겸 여관 '여행자의 안식처'에 문이 열리고, 검은 복장 의 사내가 들어섰다. 그리고 적당히 비어있는 탁자에 앉아 모자를 벗었다. 의외로 칙칙한 복장과는 다르게 하얗고 갸름한 미소년의 얼굴이 여관 안에 모습을 들어냈다. 이제는 사내라기보다는 소년으로 칭해야 할 것 같았다. "어서 오세요. 식사는 뭘로 하시겠어요? 술은요? 자고 가실 건가요?" 카운터에 있던 아가씨가 얼른 다가와서 그 소년에게 메뉴를 건내며 말했다. 여행자의 안식처의 하나밖에 없는 홀 직원인 리사였다. 리사는 올해 17세의 소녀에서 처녀로 가는 길목에 있는 아가씨로, 귀여운 인상과 미모, 그리고 연두색 빛깔이 나는 특이한 머리색으로 이 근처에서 젊은이들의 표적 best 5안에 항상 들어가는 아가씨이자 이 주막의 후계자였 다. 소년은 그를 한번 바라보고, 가볍게 미소를 한번 지었다. 상큼한 미소였다. 리사는 오랬만에 보는 정장한 미소년의 맑은 미소에 가볍게 얼굴을 붉혔다. "기름기 적은 것이라면 어느 것이든 괜찮습니다, 레이디. 술은 사양하겠습 니다. 이 도시에서 1주일정도 머물 계획이니까, 방이 있으면 숙박하고 싶군 요." 소년이 아주 정중하고 세련된 발음으로 리사에게 말했다. 말투로 보아 정식 교육을 받은 귀족일 가능성도 매우 컸다. 마치 백마를 탄 왕자님을 보는 듯 한 느낌을 받은 리사는 더욱 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여 주문을 받고는, 얼른 주방의 아빠한테 그 집의 최고 요리인 '가볍게 불에 그을려 기름을 뺀 훈제 오리 구이'를 주문하고는 최고 로 전망 좋은 2층의 세 번째 방을 그를 위해 준비했다. 그리고 카운터에 앉아 혹시 들킬까봐 가끔씩 겉눈질로만 그 소년의 얼굴을 감상하기 있었다. 요리가 나오고, 소년은 나이프와 포크를 아주 부드럽고 능숙하게 구사해서 오리구이를 먹기 시작했다. 이런 하급의 숙박소가 아닌 최상급 전문 식당에 나 어울릴 듯 한 동작이었다. 리사는 어느덧 자신이 넋을 잃고 대놓고 그를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물론 그 소년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고, 마침내 리사는 부끄러움을 떨쳐버리고 계속 그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저렇게 멋있는 소년이 있다니, 아아, 이렇게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아.' 그렇게 카운터의 소녀는 사랑에 빠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녀가 즐기고 있 는 조용하고 분위기 있는 오후는 5분도 가지 못했다. -콰당- 문이 열리고 5명의 사람이 뛰어 들어왔다. 그녀는 놀라서 그들을 바라보았 다. "아리사 다크라인! 틀림없겠지?" 선두에 있던 음침한 얼굴을 한 남자가 양 허리에 있는 두 개의 단검을 양손 으로 동시에 뽑으며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리사의 얼굴이 급속도로 하얗게 변했다. "아! 누,누구세요? 꺄악" 그녀가 당황해서 대답하는 동안 5명의 남자들은 그녀를 둘러싸고 한 남자가 그녀의 팔을 잡아 뒤로 꺾었다. "후후후, 현상금 천 골드! 겨우 찾아냈군. 가자! 브리안 남작님이 기다리고 계신다."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저항하기 시작했다. 브리안 남작, 그에게만은 절대로 가면 안 된다. 그녀는 5년 만에 다시 자신의 행적이 들어난 것과 이 순간 의 위기를 넘길 수만 있다면 이 집을 포기하고 다시 다른 지방으로 달아나 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슈웅--퍽- "크악!" 리사의 팔을 꺽은 남자의 등에 한 자루의 식칼이 날라 와서 박혔다. 그 남자는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아리사 아가씨! 이쪽입니다!" 마을 사람들이 리사의 아버지로 알고있던 라문 씨였다. 그가 주방에서 나와 식칼을 던진 것이다. 겨우 그 남자에게서 벗어난 리사는 얼른 다른 남자들 의 포위를 벗어나 2층으로 뛰어 올라가기 시작했다. 라문은 그녀가 올라가자 2층으로 올라가는 층계를 막고 버티고 서서 다시 등 뒤에서 두 개의 식칼을 꺼내 자세를 잡기 시작했다. 그의 몸에서 날카로운 기세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살기였다. "칫, 놓치면 안 돼! 저 자식을 죽이고 어서 그 여자를 잡아!" 처음 들어온 그 남자가 양손의 단검을 겨누면서 소리쳤다. 그러자 두 사람 이 차고 있던 검을 꺼내 라문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남은 한 사람은 기묘 한 손동작을 취하면서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칫, 마법사도 있었나? 하지만 내가 죽기 전에는 아리사 아가씨를 데려가진 못한다!" 그렇게 4대 1의 싸움은 시작됐다. 조금 전까지 소녀의 동경하는 눈빛을 받으며 즐겁게 식사를 하던 소년은 기 분이 나빠진 듯 얼굴을 약간 찡그리며 뭔가를 생각하더니 조용히 일어나 밖 으로 나갔다.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는 그들은 아무도 소년의 행동에 주의 를 기다리지 않았다. ---------------------------------------- 리사는 2층으로 올라가자마자 자기의 방으로 들어가서 침대의 매트리스를 뒤집었다. 그 안에는 그녀가 언제라도 도망갈 수 있도록 소중한 물건을 모 두 정리해서 준비해놓은 가방이 숨겨져 있었다. 얼른 그 가방을 등에 맨 그녀는 무척이나 슬픈 듯이 문 쪽을 한번 바라보고 는 한쪽 벽에 붙어있는 사다리를 통해 지붕으로 올라갔다. 전문적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어쌔신 훈련을 받았던 그녀는 날렵한 몸놀림 으로 옆집들의 지붕 위를 뛰어서 그녀의 집으로부터 멀어지기 시작했다. 지붕에서 지붕으로 한참을 달려가던 그녀는 이제 안전하다고 느꼈는지 한쪽 골목으로 내려와 고개를 숙이고 훌쩍이며 울기 시작했다. 그동안 그녀를 보호하고 숨겨준 라문은 죽었을까? 만약 살았다면 약속의 장 소에 나타날 거야. 그곳으로 가야해! 그녀는 생각했다. 지금은 맘 놓고 울 수도 없는 것이다. 그녀는 눈물을 훔치고 일어나서 다시 움직이려고 했다. 그러나, "아리사 아 가씨, 집으로 돌아가시지요. 브리안 남작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 어느새 골목길에는 두 사람의 사람이 서 있었다. "그,그 용병들은 미끼였군요!" 리사가 속았다는 것이 억울한 듯 소리쳤다. "역시, 다크라인 가문의 마지막 후계자답게 영민하시군요. 아리사 아가씨, 그동안 2번이나 실패했던 경험을 살려 이번엔 조금 신중하게 했지요, 홀홀. " 두 사람 중 왼쪽에 있는 키 작은 사람이 웃으며 대답했다. 자세히 보면 그 의 키가 작은 것이 아니라 늙어서 허리가 굽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녀의 얼굴이 절망으로 물들었다. 뒤는 막다른 골목, 앞에는 불량배보다 1 00배는 무서운 전문 암살자 2명, 태어날 때부터 계속 되어온 그녀의 도망 생활은 이것으로 끝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미녀가 위기에 빠졌을 때에는 신기하게도 틀림없이 구원의 사자가 나타나는 법이다. "이걸 잡아요. [포스 월]!" 리사의 등 뒤의 막다른 골목 벽 위에서 한줄기 밧줄이 내려왔다. 그리고 그 위에는 검은 망토를 입은 소년이 서 있었다. "방해하지 마랏! 차핫, [산화전]!" -파파파팟- -팅팅팅팅- 왼쪽의 노인의 양손이 흔들리자, 그의 손목에서 13개의 비수가 쏟아져 나왔 다. 당가의 암기술 중 하나인 [산화전]의 수법이었다. 그러나 그 비수는 그 노 인의 바로 1m지점에서 벽에 부딪친 듯이 튕겨져 땅에 떨어졌다. 포스 월(투명방어막)이 이미 쳐져있는 것이다. "앗, 마법사였나!" 당황한 두 사람이 발을 동동 구르며 포스월을 부수고 그들에게로 가려고 했 지만, 포스월은 상급 방어 마법이다. 쉽게 깨질 리가 없었다. 소년은 밧줄을 잡은 리사를 끌어올려 부축해주고, 포스 월 반대편의 두 사 람에게 한손으로 눈밑을 잡아 늘리면서 혀를 낼름 내밀어 약간의 인사를 한 후, 골목 반대편으로 뛰어넘어 사라져 갔다. 물론 리사도 그와 같이 사라졌다. 두 자객은 자신들이 5년간이나 뒤를 쫓아 겨우 잡을 뻔 했던 아리사 다크라 인을 전혀 상관없는 한 소년의 장난에 의하여 놓치고 말았다. ---------------------------------------- 이 소설에 거의 등장 안하는 하드보일드(?) 첩보물입니다. 이런 전개는 어떤지 감상을 좀 들려주시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아, 모험, 정략, 연애, 무협,전쟁, 결국 첩보물까지......신마대전은 도대 체 무슨 장르로 봐야 할까요? ------------------------------------------- 백회기념외전-NeVer Say NeVer AgaiN ---------------------------------- ------ "이정도면 안전한 것 같군요, 레이디." 소년은 도시 반대편까지 그녀와 함께 뛰어왔다. 잠시 주위를 둘러보던 그는 아무도 쫓아오지 않는 것으로 판단하고 숨을 몰아쉬고 있는 리사에게 말했 다. "헉헉,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저, 성함이......?" 리사는 숨을 고르면서 고맙다고 인사를 하려다가 자신이 아직 그의 이름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에게 이름을 물었다. "제임스라고 불러 주십시오. 그런데, 괜찮으시다면 어째서 저런 불손한 무 리가 레이디를 쫓아 다니는지 사정을 물어도 될까요?" 제임스는 부드럽게 웃으며 그녀에게 물었다. 도시를 빙 돌아서 30분 이상을 전력으로 달렸는데도 그의 숨결은 조금도 거칠어지지 않았다. 사실 전력으로 달린 것은 리사뿐이고, 이미 [쾌속도주]를 마스터 한 제임스 는 이 정도는 아침 산책보다도 가벼운 것이었다. "아, 저는 아리사에요. 그냥 리사라고 불러주세요. 레이디는 저한테 별로 안 어울리네요." 그녀가 얼굴을 붉히면서 말하자 제임스는 또 다시 빙그레 웃으며 그녀를 리 사 양이라고 불렀다. 리사는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눈앞의 이 소년은 우연히 자신의 일에 휘말 려 타고난 정의심으로 자신을 구했다. 어린 나이에 상급 마법까지 쓰는 것 을 봐서는 어쩌면 대단한 명문 마법사 집안의 후계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가 가진 비밀과 위험을 알게 되면 그에게도 커다란 위험이 닥칠 것이 틀림없다. 그녀의 정체는 세상이 알아서는 안 되는 극비중의 극비가 아닌가! 눈앞의 이 착하고 정의를 실천하는 순수한 소년을 자신과 같이 죽음의 위험 속에 평생을 보내게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죄송해요, 구해주셨는데 별다른 보답도 해 드릴 수 없네요. 저의 일은 이 제 잊어주세요. 그럼." 갑자기 리사가 그에게 인사를 하고 달려서 길 저쪽으로 사라지자, 제임스는 그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머리를 긁적이며 서 있다가 처음 자신이 묵 으려던 '여행자의 안식처'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 "칫, 그 년은 결국 도망갔나?" "어쩔 수 없지, 이 놈이라도 잡아가자고, 그럼 그년도 곧 찾을 수 있을 거 야." 네 사람의 용병은 그들이 거의 전력을 다해 간신히 잡은 라문을 밧줄로 묶 었다. 처음 등에 칼을 맞은 동료는 죽어서 이미 마나로 화했다. 그런 희생을 치른 이상 꼭 그녀를 잡아서 천 골드의 상금을 받아야 되는 것이다. "호, 사로잡았나? 그래도 라문은 꽤 뛰어난 자였는데, 의외로 실력이 있는 용병들이었군." 어느새 문에는 두 사람이 서 있었다. 자객이다! 라고 용병들은 생각했다. 발소리도 없이 문 안쪽까지 들어올 수 있는 것으로 보아 상당한 자객이 분 명했다. "누구요? 우리에게 용무가 있소?" 리더격인 쌍칼의 위크가 신중하게 물었다. 물론 두 손에는 단검을 쥐고 있 는 상태였다. "아, 우리 말인가? 바로 우리가 의뢰주야. 아리사 다크라인을 데이몬 남작 가령까지 잡아오는 자에게는 천 골드를 지불하겠다고 용병길드에 의뢰했지. " "호, 그런가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 여자는 놓치고 말았소. 그 여자의 보 호자는 잡았지만 말이요." 위크가 안타깝다는 듯이 말했다. 그러자 두 사람의 자객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들에게 새로운 제안을 했다. "그자도 현상금을 걸도록 하지. 300골드네. 물론 따로 아리사 다크라인을 데려오면 천 골드를 지불하지. 어떤가?" 위크가 잠깐 생각을 했다. 이 남자는 그 여자를 잡기위한 열쇠가 될 수 있 다. 그러나 역시 300골드는 작은 돈이 아니다. 천 골드의 가능성보다는 300 골드의 현금이 더 가치가 있지 않겠는가? "그럽시다. 그럼 돈을 주시오. 우린 다시 그 여자를 찾아보겠소." 두 자객으로부터 돈을 받은 4명의 용병들은 동료의 희생은 이미 잊은 듯 사 라졌다. 역시 용병은 생명을 돈으로 바꾸는 직업인가 보다. 용병들이 사라지자 남은 두 사람은 쓰러져 있는 라문을 짊어지고 길 옆에 세워놓은 마차로 가서 그를 태웠다. 그리고 그 마차는 서서히 움직이기 시 작해 몇 시간 후에는 오파엔 영지를 벗어나 데이몬 남작령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그들은 이미 제임스가 그들의 마차밑에 숨어 있었다는 것을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 "흑, 라문 아저씨도 없는데, 이제는 어떻게 하지?" 리사는 슬펐다. 끝까지 자신을 보호해준 라문 아저씨도 이제는 없는 것이다 . 죽어버릴까? 죽어버리면 이 슬픔도 외로움도 모두 잊을 수 있을거야. 아 니야, 내가 죽으면 다크라인의 혈통이 끊어지는 거야. 그러면 원수 데이몬가가 그들의 지휘권을 가지게 돼! 절대로 죽을 순 없어! 리사는 마음을 굳게 먹었다. 그러나 역시 17살의 소녀에게 세상을 홀로 살 아가라고 한다면 그것은 너무 가혹한 처사일수도 있었다. 이미 일 주일이 지나고 급하게 나오느라 따로 돈을 챙기지 못했던 것이다. 가방 안에 있는 비상금도 다 써버렸다. 이제 그녀가 할 일은 몇 가지 없었 다. 그것이 그녀를 절망 속으로 빠뜨리고 있었다. "여기 계셨군요. 리사 양." "어멋, 제임스 님. 어떻게 저를 찾으셨어요?" 리사는 놀랐다. 어느새 그녀의 등 뒤에 검은 망토를 두른 제임스가 서 있는 것이 아닌가? 일단 자객 훈련을 받은 그녀가 모르게 그녀의 등 뒤로 다가 설 수 있다니! 눈앞의 제임스란 남자는 단순한 마법사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아, 예, 데이몬 영과 정 반대의 길을 오면서 만나는 사람에게 리사양의 행 방을 물었더니 가르쳐 주더군요. 원래 도망을 갈 때는 쫓아오는 사람과 직 각이 되게 도망가는 것이 좋습니다. 이렇게 반대로 오시면 행적을 들키기가 쉽지요. 제임스는 일단 그렇게 둘러댔다. 그러자 역시 혼자서 도망가는 것이 처음이 었던 그녀는 그런가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제임스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아가씨, 아무리 도망가도 안 돼요. 라딘이 만들어 놓은 연금술 마스터의 천리추종향은 한 달 동안 향기가 유지된다고요. 이런 재미있는 사건을 내가 포기할 것 같아요? 잘해보자고요, 우리.' 속으로 생각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말을 태연스럽게 꺼내는 제임스는 역시 라딘의 교육의 산물이라고 할 만 했다. "아, 그런데 사실 리사 양에게 말씀드릴 것이 있어서 찾아 왔습니다." "무슨 일이신가요? 처음 보는 저에게 할 말이란?" 리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녀는 지난 15년간 자신을 보호해준 라문과 헤 어져 무척 불안해하고 있었다. "식당에서 리사 양이 아빠라고 부르던 그 라문이라는 사람 일입니다. 그분께서는 살아있는 체로 잡혀서 데이몬 영지로 잡혀가더군요. 그때 쫓아왔던 두 사람이 데려갔습니다." 리사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라서 소리쳤다. "라문 아저씨가 살아 계시다고요! 아,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그녀는 눈물을 흘리면서 라문의 생존사실을 기뻐했다. 이미 라문은 그녀에 게 있어서 아버지와 같은 존재인 것이다. "도와주세요! 라문 아저씨를 구하러 가야겠어요." 리사가 갑자기 제임스의 두 손을 잡고 말했다. 이제 그녀가 도움을 청할 사 람은 눈 앞의 이 소년 밖에는 없는 것이다. 물론 그에게는 미안한 일이다. 하지만 그녀는 도저히 라문의 죽음을 견딜 수 없었다. '카카카, 이래야지! 모처럼 재미있는 사건에는 모두가 얽혀서 화끈하게 풀 어야 뒤끝이 안 남지 않겠어! 리사 양, 이 제임스가 도와 드릴테니 우리 저 악당 데이몬가를 부수러 갑시다!' 제임스는 역시 자신의 생각대로 사건이 전개해 가자 속으로 광소를 했지만, 여전히 그의 표정은 부드러운 미소와 숙녀를 보호하는 기사의 굳은 결심을 보이고 있었다. "염려 마십시오. 리사 양을 제가 꼭 보호해 드리겠습니다." 그의 믿음직스러운 미소와 대답은 불안에 휩싸여 있던 그녀의 마음을 녹이 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데이몬 영지를 향해 떠났다. ----------------------------------------- 데이몬 남작가의 당대 가주는 브리안 폰 데이몬이라는 40대 중반의 남자였 다. 그는 요즘 자신의 결혼 상대인 아리사 다크라인이 아직도 자신의 곁에 없다 는 것에 크게 화가 나 있는 상태였다. 그나마 두 사람의 심복이 다크라인 가의 최후의 가신인 라문을 잡아왔기에 참고 있는 것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벌써 그의 눈 밖에 난 사람 몇 명은 잔인하게 살해당했을 것이다. "흥, 아직도 아리사의 행방을 못 찾았나? 일급 자객의 칭호가 울겠군, 그레 이." "죄송합니다. 그녀는 불린 영지로 가는 도중 신기하게도 자취를 감췄습니다 . 불린 영지에서도 그녀의 행방은 나타나지 않더군요. 어쩌면 여행 도중에......" 그레이는 말을 끝맺지 못했다. 그녀가 죽었으면 죽었다는 증거를 가져와야 되는 것이다. 그래야만 그나마 20년 후에라도 사월당의 후예들의 충성이 눈앞의 브리안 남작에게로 돌아가 는 것이다. 사월당의 그 독종들은 300년이 지난 지금에도 다크라인 가문의 후계자에게 만 충성을 맹세한다. 물론 다크라인 가문의 후계자라도 닌자나 환영살객의 경지에 들어가지 못한 자는 그들에게 명령을 내릴 수 없다. 눈앞의 이 브리안 남작는 닌자다. 그런 그가 만약 다크라인의 혈통을 이은 아리사와 결혼을 하게 된다면 300 년간 숨어서 지낸 사월당의 독종들은 이 남자에게 충성을 맹세할 것이다. 그러나 그녀가 죽으면 20년이 지난 후에야 제2 당주 가문인 데이몬 가에게 지휘권이 넘어올 것이다. 브리안 남작은 성격이 급해서 20년을 기다릴 마음 이 전혀 없었다. "흥, 어차피 제대로 자객 훈련도 받지 못한 그녀가 도망가봐야 오래 못 가 겠지. 한달이다! 한달 이내로 그녀를 잡아오지 못하면 그레이 너의 능력을 의심하게 될 것이다!" "존명." 그레이는 브리안 남작의 명을 받들고 나갔다. 이제 자신의 오랜 파트너인 묵음과 함께 다시 떠날 것이다. 그리고 이곳에 다시 돌아올 때에는 그녀도 같이 오게 될 것이다. --------------------------------------- 으윽, 한계...나머지는 내일 연재분 올리기 전까지 올리겠습니다. 제임스...새로운 인물 아니라 2장부터 정규연재에 나오는 인물입니다. ------------------------------------------- 백회기념외전-NeVer Say NeVer AgaiN ---------------------------------- ----- "저곳인가요?" 리사가 눈앞의 조그만 건물을 가리키며 제임스에게 물었다. 제임스가 그녀를 데리고 온 이곳은 데이몬 성 뒤쪽 숲 한가운데에 있는 건 물이었다. "예, 저 건물은 겉으로는 조그만 사원 같은 형태지만, 지하에 감옥이 있더 군요. 라문씨는 그 감옥 안쪽에 갇혀 있습니다." 그녀는 어떻게 제임스가 그런 사실까지 알아냈는지 궁금했다. 그러나 그에게 그것을 묻기 위해 쳐다보면, 그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바라본다. 마치 아무것도 묻지 말라는 듯이, 리사는 이상하게도 제 임스의 얼굴을 마주보면 얼굴에 열이 오르고 말문이 열리지 않는 것이다. "안쪽에 지키는 사람이 몇 명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경계가 심한 편은 아니니 조금 있다가 제가 먼저 들어가서 처리하도록 하지요." "네, 부탁드릴게요. 제임스 님." 그녀가 간절하게 부탁한다고 말하자 그는 다시 그녀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 덕여 그녀를 안심시켰다. 그리고 가방을 열어 몇 장의 스크롤을 꺼내고 그 가방을 땅에 묻었다. "인비지블(투명) 마법 스크롤입니다. 일단 한 장 가지고 계세요. 먼저 들어 가 보겠습니다. 제가 신호를 보내면 안전하다는 것이니 그냥 들어오셔도 됩 니다." 그렇게 그녀에게 말 한 제임스는 스크롤을 사용했다. 검은 망토로 감싼 그 의 모습이 투명해지더니 모습을 감추기 시작했다. 그럼 기다리고 계십시오 라고 허공에서 조용한 말소리가 들려오고는 다시 숲속은 정적에 휩싸였다. 30분이 지났다. 그는 어떻게 되었을까? 경계가 심하지 않다고 해도, 그 안에 있는 자들은 적어도 레벨 200은 넘긴 자객들일 것이다. 그녀는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목 이 말라 침을 삼켰는데, 침이 넘어가지를 않았다. 이미 입안도 말라 있었던 것이다. 다시 5분쯤 지났을 때, 그 건물의 문이 열리고 제임스가 나와 손을 흔들었 다. 그러고 보니 제임스는 어떻게 건물 안으로 들어갔을까? 문도 열지 않고 들 어가다니, 마법일까? 리사는 머릿속으로 여러 가지 생각을 하였지만, 일단 그가 안전한 것이 기뻤다. 순간, 방금 전까지 자신을 키워준 라문이 아니라 제임스를 걱정하고 있었다 는 것을 깨닫고 그녀는 소스라치듯 놀랐다. 리사는 이미 제임스를 사랑하고 있었던 것이다. 건물 안에는 네 명의 사내가 쓰러져 있었고, 그들의 두 손과 두 발은 등 뒤 로 꺾여 하나로 묶여 있었다. 그것은 마치 만두를 빚은 듯 한 모습이었다. 리사의 긴장으로 굳어진 몸이 약간 떨리며 그녀는 가볍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 사이에 제임스는 한쪽에 있는 제단을 밀었다. -그르릉- 재단이 밀려나자 그 밑에 지하로 내려가는 층계가 나타났다. "안쪽에는 감시인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조심하십시오." 제임스는 그녀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원래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이 혼자 들어가서 라문을 데리고 나오는 것이지만, 그는 그것을 원하지 않았다 . 일단 재미가 없지 않은가! 항상 사건의 중심인물은 자신의 주위에 있어야 했다. 리사는 긴장을 유지하면서 제임스의 뒤를 따라서 지하감옥으로 들어갔다. 감옥이 20개정도 늘어서 있고, 가장 안쪽에 벽에 쇠사슬로 매달린 라문의 모습이 보였다. "라문 아저씨!" 리사가 급히 그를 불렀다. 그러나 라문은 정신을 잃은 듯 그녀의 부름에 대 답하지 않았다. 제임스는 1층의 간수에게서 빼앗은 열쇠꾸러미를 들어서 감 옥의 문을 열었고 리사는 문이 열리자마자 뛰어 들어가 라문을 흔들며 깨우 기 시작했다. "라문 아저씨, 정신 차리세요! 저 리사에요. 아저씨!" 리사의 간절한 마음이 라문의 정신 속까지 전달되었나 보다. 라문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기운이 하나도 없는 목소리였다. "리사 아가씨?" "그래요! 시간이 없어요. 제임스님, 어서 이 쇠고랑 좀 풀어주세요!" 리사는 기쁨과 흥분에 겨워 제임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 라문아저씨를 구해서 도망가면 당분간은 평온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것이다. "풀어줄 필요는 없습니다. 아가씨," "꺄악!!!!" 라문의 목소리가 갑자기 변하고, 그의 팔을 묶고있는 쇠고랑이 열쇠도 없는 데 열렸다. 그리고 그의 두 팔이 리사의 목을 감아 그녀를 도망가지 못하게 했다. 그의 등 뒤에 숨겨져 있던 한 자루의 단검이 그녀의 목에 닿았다. "크크크, 리사 아가씨, 저는 브리안 남작님의 수하인 머독이라고 합니다. 인사드리지요. 브리안 남작님께서 곧 오셔서 아가씨를 모셔갈 것이니 안심 하십시오." 리사는 공포와 절망에 떨었다. 함정이었다니! "크크크, 이봐, 거기 정의의 마법사 소년, 항복하지 그래? 아니면 불쌍한 아가씨의 얼굴에 상처가 생기게 될 걸? 그녀가 아름답건 흉악하건 자비로우 신 브리안 남작님은 상관하지 않으시겠지만, 그녀에게는 일생의 상처가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나?" 제임스는 아무런 표정변화가 없었다. 그의 얼굴만 보고 있으면, 이곳이 여 자동료가 악당에게 사로잡힌 지하 감옥인지 아니면 화창한 봄날의 후원의 정원인지 구별이 안 갈 정도였다. "흐음, 그런데 당신이 라문 아저씨의 행세를 하는 것으로 보아, 라문 아저 씨는 이미 돌아가셨나 보지?" 제임스는 자신이 결국 찾아내지 못한 라문의 행방을 슬쩍 물었다. 사실 그는 이미 이곳이 함정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것을 모른 척 했다. 일부러 그녀까지 데려와 함정에 빠져든 것이다. 적으로써는 완벽한 작전의 승리였지만 제임스에게 있어서 그것은 짜고 친 고스톱이었다. 물론 그들은 그 사실을 모른다. 리사도 모른다. 여기서 왜 일부러 적의 함정에 빠졌냐는 의문이 나온다. 그 이유는 바로 라 문의 행방을 알기 위해서였다. 제임스가 일단 라문이 이곳에 갇히는 것을 확인하고, 데이몬 성에 잠입해서 사건의 진실을 조사한 후 이곳에 다시 돌 아왔을 때는 이미 라문이 사라진 뒤였다. 라문에게 천리추종향을 사용하지 않은 제임스의 실수였다. 그의 행방을 찾기 위해서는 적을 완전히 방심에 빠뜨리게 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유는 그것만이 아니다. 적이 완전히 승리에 취해 있고, 히로인이 완전히 절망에 빠져 있을 때, 언 제나 제임스는 나타나서 모든 것을 한순간에 뒤집는다. 라딘이 이야기 해준 제임스란 인물은 항상 그랬다. 자신은 그런 제임스란 사람을 존경했다. 라딘 다음으로 존경하는 사람이 바 로 제임스이다. 그러므로 자신이 제임스란 이름을 사용하는 한 고대 상급 플레인 어스의 최고의 자객 제임스의 명예를 더럽힐 수는 없는 것이다. "크하하하하, 드디어, 드디어 내 앞에 나타났군! 아리사 다크라인 양, 사월 마객 데쓰문 다크라인의 최후의 후손이여!" 감옥 입구 쪽에 몇 사람이 나타났다. 그중 한사람은 바로 이번 사건의 최후 보스인 브리안 폰 데이몬 남작이었고, 그 뒤에 몇 사람의 자객으로 보이는 남자들이 온몸을 쇠사슬로 묶인 라문을 데리고 있었다. "라문 아저씨!" 리사가 슬픔에 빠져 외쳤다. 너무나도 애절한 그녀의 외침에 제임스는 순간 적으로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그러면서도 너무나도 감동적인 이 전개에 자 신의 재능이 이미 상당한 성취를 이루었구나 하는 기쁨도 같이 느꼈다. "크크크, 아리사 아가씨, 그만 포기하는 것이 좋지 않겠소? 본인도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오. 그대는 일단 내 아내가 될 몸이니 그대가 순순히 나를 따른다면 나쁘게는 하지 않으리다. 사실, 평생을 도망 다니는 것 보다는 남작인 나의 부인이 되어 호강하는 것 이 더 행복할 것이오." 브리안 남작은 그녀를 회유하기 시작했다. 이미 상황은 자신의 완벽한 승리 로 굳어진 것!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 "누가 당신 같은 냉혹한 남자에게! 아버지를 암살한 것도 당신이지요!" 리사가 외쳤다. 그것은 이미 절규였다. 그러나 브리안 남작은 여전히 능글 능글하게 웃으며 무슨 소리냐는 듯이 대답했다. "무슨 그런 심한 누명을! 본인은 그런 적이 없소. 그것보다 말이요. 그대가 순순히 굴지 않으면, 그동안 그대를 보살핀 이 라문과 저 정의의 마 법사 소년은 어찌 될지 생각해 보았소?" 브리안 남작의 협박에 리사의 마음을 절망으로 물들었다. 눈물이 흘러 그녀 의 창백해진 볼을 타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럼, 제가 당신에게 시집가면, 두 사람을 살려 주겠다고 약속할 수 있나 요?" "물론이지요. 일단 그대가 나와 결혼하면 이들이야 나와 아무런 관계가 없 는 사람들 아니겠소? 바로 석방할 것이오." 브리안 남작은 호탕하게 그녀의 물음에 대답했다. 물론 남작은 결혼식이 끝 나면 그들을 풀어줄 생각이었다. '단지 그레이 형제가 자신을 몇 년이나 고생시킨 라문과 결정적인 순간에 골탕 먹인 저 소년을 가만히 놔둘지는 나도 장담할 수 없지요. 저번에 들어보니 특별히 사로잡아 고문하면서 죽인다고 그러던 것 같던데 말이오.' 브리안 남작은 결코 그것을 입 밖으로는 내지 않았다. 일단 결혼식을 올리 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그렇게 리사는 브리안 남작의 손아귀에 들어갔다. 지하 감옥에는 이제 진짜 라문이 쇠고랑을 차고 벽에 묶여 있었고, 제임스 도 마법사에게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마법 구속구를 차고 라문의 옆 방에 투옥 되었다. 모든 것이 절망으로 가득 찬 순간이었다. -털컹- 감옥 문이 닫혔다. 조그마한 등불 하나만이 흐미하게 빛을 발하고 있는 지 하감옥은 죽음과 절망이라는 단어에 너무나도 어울리는 장소였다. 라문은 절망에 빠져서 울었다. 이제 저 사월당의 후예들은 브리안 남작의 손에 들어가리라. 그리고 공포의 사월당은 부활 할 것이다. 자신이 평생을 충성한 다크라인 가문은 그녀를 마지막으로 존재하지 않게 된 것이다. "어이, 라문 아저씨, 지금 상태가 나쁘지 않다면, 일의 전말이나 좀 설명해 줘요. 궁금함이라도 풀어야 죽어도 조금은 들 억울하죠." 옆방에서 제임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신기하게도 이런 상황에서도 제임스 의 목소리는 평온했다. 마법사는 언제나 냉정하다더니 과연 틀림이 없구나 하고 라문은 생각했다. 그리고 라문은 이야기를 시작했다. 300년 전, 삼월천하의 최후의 날, 당대 최후의 자객인 사월마객은 그의 부 하들 전원과 함께 사망했다. 그렇게 사월당은 멸망한 것으로 세상에 알려졌 다. 물론 멸망한 것은 맞다. 그러나 그들의 후손이 이곳에서 300년이나 숨 어 살고 있다는 것은 그들 이외에는 아무도 모른다. 사월당의 후손들은 약 200여명이고 하나같이 뛰어난 살수들이다. 그들은 5개의 살수길드를 운영하여 그들만의 독립된 규칙으로 생활한다. 그러나 그들의 수장인 5명의 닌자들은 과거 사월당의 5명의 장로의 후예로 써 맹약에 억매여 있는 자들이다. 맹약이란 다크라인 가문에서 레벨 500을 넘겨 닌자와 같은 상급 살수의 경 지에 이르른 사람이 나온다면 그들은 모두 그 사람에게 충성을 맹세한다는 약속이다. 그러나 다크라인 가문은 300년 동안 상급 살수를 배출하지 못했다. 신의 장난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상급 살수가 되지 못한 다크라인 가의 사 람은 그들에게 명령을 내릴 수 없는 것이다. 브리안 남작도 5명의 장로 중 한명이고 사월당에서의 서열은 2위이다. 그는 야심에 가득찬 남자였다. 5개의 살수집단의 통합과 사월당의 부활! 그것이 그의 꿈이었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저 위대한 전설의 자객 사월마객의 핏줄이 필요했다. 물론 다크라인 가문이 완전히 멸절되면, 서열 2위인 브리안 남 작에게로 지휘권이 넘어온다. 그러나 그것은 최후의 생존자가 죽은 20년 뒤 이다. 15년 전에 전대 다크라인 가의 가주가 암살당하고, 그녀에게도 살수가 찾아 왔을 때, 라문은 구사일생으로 그녀를 데리고 도망쳤다. 10년을 숨어 지냈다. 그러나 결국 행방이 들통 나고, 다시 살수가 찾아왔다 . 그런데 이제는 그녀를 죽이려는 것이 아닌 사로잡으려는 것이다. 지난 5년간의 도망 생활 중에 라문은 고민 끝에 브리안 남작이 그녀와 결혼 하려는 속셈임을 알아차렸다. 15년 전이라면 몰라도 이미 40을 넘긴 남작이 다시 20년을 기다리기에는 너무 시간이 없는 것이다. 결국 남작의 야망을 이루어졌다. 이미 2일이 지났다. 이제 내일이면 사월당 의 다른 4명의 장로는 모일 것이고, 그날 결혼식이 끝나면, 브리안 남작은 새로운 사월마객으로 등극할 것이다. 제임스는 드디어 모든 사건을 전말을 들을 수 있었다. 상황도 자신이 원하 는 바로 그런 상황이었다. 이제는 자신의 능력으로 모든 것을 뒤집어 업으 면 되는 것이다. "흠, 그럼 일단 이곳을 벗어나야겠군요." "크크, 어떻게 벗어나지? 자네가 나이에 비해 뛰어난 마법사인줄은 알지만, 마법 구속구에 양 손이 묶인 이상 마법을 못 쓰지 않나?" 제임스는 그런 라문의 비관론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그는 그의 검고 긴 머리카락 안쪽에서 하나의 머리핀을 빼냈다. 그리고 그 머리핀으로 마법 구속구의 자물쇠의 구멍을 이리저리 쑤시기 시 작했다. -찰칵- "흠, 의외로 자물쇠 자체는 별로 정교하지 못하네. 이것들이 나를 껌으로 보나." 너무나도 쉽게 마법 구속구를 벗은 제임스는 몸을 이리저리 비틀어 잡힌 척 하느라 굳어있던 몸을 풀고 다시 그 핀으로 감옥의 열쇠도 열었다. "헉, 어,어떻게 벗어났지?" 묶여있던 라문이 기겁해서 물었다. 자신의 감옥 문 앞에 제임스가 서 있는 것이다. "바로 이렇게요." -찰칵- 역시 30초도 안 되서 감옥 문이 열렸다. 그리고 1분 뒤에는 라문의 쇠고랑 도 모두 풀렸다. "이럴 수가, 마법사가 도둑의 기술까지 가지고 있다니! 너, 너는 도대체 직 업이 뭐지? 그리고 레벨은?" 라문은 경악했다. 두 가지의 서로 다른 계열의 특기를 가지려면 기본적으로 레벨 500이 넘어야 되는 것이 아닌가! 눈앞의 이 소년은 어쩌면 소년이 아 닐지도 몰랐다. "그런 것보다 서두르죠. 빨리 이곳을 벗어나서 성으로 잠입해야 하니까요. 일층에 있는 놈들을 처리하죠." 두 사람은 일층에 있는 네 명의 가드를 무사히 처리했다. 레벨 500이 넘은 마법사인 제임스에게 그들 중 세 명이 순식간에 불에 타서 재가 된 것이다. 그리고 제임스는 자신이 파묻어 놓은 가방을 파내 그 안에서 돈을 꺼내서 라문에게 건내며 말했다. "만약을 대비해서 마을에 가서 말을 구해 대기해 주세요. 저는 성으로 잠입 해서 리사 양을 구출해 오겠습니다." 라문은 놀라서 말했다. 그가 생각하기에 지금 데이몬 성은 특급 살수들이 우글대는 용담호혈이 틀림없기 때문이었다. 제임스는 웃었다. 처음 여관에 나타났을 때와 다름없이 그의 미소는 사람의 기분을 맑게 하는 싱그러운 미소였다. 그리고 그는 괜찮다는 듯이 라문의 어깨를 한번 치고 노을에 붉게 물든 데이몬 성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 차회가 외전 마지막 편! ------------------------------------------- 백회기념외전-NeVer Say NeVer AgaiN ---------------------------------- ---- 아침이 밝았다. 수 백명의 살수가 모인 데이몬 가의 메인 홀에도 빛의 신의 은혜는 차별 없이 빛을 보내주고 있었다. 홀에 꾸며진 꽃과 비단이 빛을 받아 더욱 화려하게 보였다. 정면의 단상에는 브리안 폰 데이몬이 신랑의 복장을 하고 서서 그의 25살 연하의 신부의 등장을 기다라고 있었다. 음악이 울려 퍼졌다. 파이프 오르간의 음률을 신의 영광을 기원하고 새로운 부부의 행복한 미래 를 축복하고 있었다. 마침내 문이 열리고, 하얀 신부 복장을 한 아리사가 홀에 들어섰다. 그레이의 안내를 따라 음악에 맞춰 한걸음 한걸음씩 앞으로 나오며 그녀의 정신은 죽어갔다. 이제 5m만 더 가면 그녀의 원수가 있다. 그러나 그녀는 조금 있으면 원수의 소유물이 될 것이다. 면사포로 가려진 그녀의 눈에서 두 줄기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걸음을 멈추 지 않았다. 그녀를 키우고 보호해준 라문, 그녀가 처음으로 이성으로 사랑 한 제임스, 그들의 안전을 위해서 그녀는 자신의 일생을 포기해야 했다. '다시 한걸음, 이제 2m인가? 음, 저 브리안이라는 남자가 레벨 500이 넘는 닌자랬지? 그렇다면 결정적인 기회를 노려야 하는데, 역시 그 순간 밖에 없 나? 좋았어. 단 한순간에 끝장을 내주지. 그렇지 않으면 이 많은 살수들에 게 당하고 말거야. 유성 자금비! 레어 단검다운 위력 있는 한방을 부탁한다. 한 번에 끝내고 도망가는 거야, 제임스!' 제임스는 바로 리사의 웨딩드레스 치마 속에 숨어 있었다. 물론 그녀는 그 사실을 모른다. 아무도 모를 것이다. 그가 이곳에 숨을 수 있다는 사실을. -신랑, 신부는 서로를 아끼며 사랑하여 평생을 함께 할 것을 맹세하는가?- -예- -......예- -장내의 모든 사람들은 이 맹세를 들었습니까? 여러분들은 이 두 사람의 결 혼을 인정하십니까?- 주례의 질문에 앞쪽에 앉아있던 네 명의 장로가 일어나 두 사람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며 말했다. -맹약에 따라 이제 두 사람을 주인으로 모시겠습니다.- -주군과 주모님을 뵙습니다.- 브리안 남작이 크게 고개를 한번 끄덕이자 주례는 마지막 순서로 이 결혼식 을 성공리에 끝마치려고 했다. -이제 두 사람은 부부가 되었습니다. 그 증표로 두 사람은 만인 앞에서 맹 세의 키스를 할 것입니다.- 브리안 남작은 기분이 좋았다. 너무나도 좋아서 지금 만약 혼자 있었다면 환성을 지르며 뛰었을 것이다. 그의 일생의 야망은 바로 지금 이 순간 이루어졌다. 이제 맹약에 의한 충성 의 맹세를 받았으니 그녀가 죽던 말던 상관이 없다. 물론 고분고분 말을 잘 듣는다면 그녀의 아이가 자신의 후계자가 될 수도 있다. 아무리 뭐라해도 다크라인 가문의 혈통이니까 말이다. 그러나 그녀가 저항 한다면, 이제는 평생을 가두어 두는 것도, 그냥 죽이는 것도 모두 그의 마 음대로 할 수 있었다. 브리안 남작이 웃으며 그녀의 면사포를 벗기고 울고 있는 그녀에게 키스를 하기 위해 고개를 숙였다. 바로 그때, -푹- 브리안 남작의 목에 단검이 박혔다. 신부의 웨딩드레스가 들쳐지며 그 속에 서 검은 망토를 두르고 검은 머리를 늘어뜨린 미소년이 튀어나와 그의 목에 그의 무기인 유성 자금비를 박아 넣은 것이다. 극독까지 바른 살수용 레어 단검 유성자금비로 목을 꽤 뚤리면 아무리 레벨 500이라고 해도 살아남기 힘든 것이다. "[파이어 월]!" 제임스는 너무나도 놀라서 아무런 말도 못하고 있는 리사를 안고 뒤로 물러 서며 주문을 외웠다. 브리안 남작이 쓰러진 위로 불로 된 벽이 치솟아 올랐 다. 브리안 남작의 시체는 순식간에 타서 재가 되기 시작했다. 이로써 브리안 남작은 부활도 허용되지 않는다. 시체가 타버린 것이다. "주군을 암살하다니! 잡아랏!" 그때서야 네 명의 장로는 경악해서 소리쳤다. 뒤쪽에 앉아있던 살수들이 명 에 따라서 일어나 불의 장막 너머에 있는 제임스에게로 달려갔다. 그러나 제임스는 이미 다음 주문을 성공시키고 있었다. "[그룹 블링크]." -슉- 순식간에 제임스와 리사는 홀에서 사라졌다. 네 명의 장로는 그 순간 부하 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당황하지 마라! 어차피 지금 성에는 마법 장벽이 펼져졌다. 블링크로는 절 대로 성을 벗어날 수 없으니 어서 찾아라! [마법 탐지] 주문이 있는 마법사 는 지금 주문을 사용하라. 꼭 잡아야 한다! 주군으로 모신 사람이 암살당했다고 하면 사월당은 앞으로 살수업계에서 비 웃음을 받게 될 것이다. 그리고 주모를 구해라. 주군이 돌아가신 지금 주모 가 우리의 주인이라는 것을 잊지 마라." 그러면서도 그들 장로의 얼굴은 결코 밝지 않았다. 그들은 생각했다. 상대는 도저히 숨을 수 없는 공간에서 갑자기 튀어나와 최고의 암살자인 닌자를 단 일격에 암살했다. 도저히 숨을 수 없는 공간에 숨는 비법, 그것은 전설의 자객 사월마객이 익 힌 유니크 기술 [그림자 숨기]일지도 몰랐다. 그리고 그는 마법을 사용했다. 그는 바로 환영살객이었던 것이다.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최고의 살수, 그들의 선조 사월마객이 바로 환영살 객이었지 않은가! 어쩌면 그들은 방금 전 대륙 최고의 살수의 살행을 목격한 것일지도 몰랐다 . 물론 그런 생각을 할 수 없는 수백 명의 살수가 성안에 퍼져 그들의 주군 암살범이자 주모 납치범을 찾기 시작했다. 인간이라면 이 삼엄한 경계망을 빠져나갈 수 없다! 그들은 자신했다. 한 시간 안으로 그들의 주군을 죽인 원수를 갚을 수 있다고. "약간 좁기는 하지만 일단은 안전한 것 같군요." 제임스는 그가 어제 미리 봐 놓은 성의 다락방으로 리사와 함께 블링크 했 다. 천장이 1m밖에 안 되기 때문에 웨딩 드레스를 입은 리사는 반쯤 누운 상태 로 앉아 있었고, 제임스는 그녀의 등을 팔로 부축하여 그녀가 편하게 있도 록 배려했다. 그녀는 반쯤 제임스에게 안겨있는 상태인 지금이 너무나 행복했다. 절망에 빠진 5분 전과는 달리 이제는 이 남자와 함께 있을 수만 있다면 죽 음도 두렵지 않았다. 잠시 후, 리사는 일생의 용기를 발휘해서 제임스에게 자신의 마음을 밝히려 고 했다. "제임스 님, 저,저는 처음 본 순간부터 그대를," 갑자기 그녀의 말이 막혔다. 제임스가 한 손가락으로 그녀의 입술을 막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제임스는 고개를 흔들며 너무나도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그 내용은 너무나 도 슬펐다. "리사, 그 말은 하지 말아 주세요. 저는 다시는 당신 앞에 나타나지 않을 것입니다. (Risha, Please never say it. I will never be again to you.) 리사의 두 눈에서 다시 눈물이 흘렀다. 그녀는 최후의 용기를 발휘해서 다 시 물었다. "그대의 풀-네임을 가르쳐 주세요. 그것만은 가르쳐 주세요." 그녀의 눈물을 잔잔한 눈으로 바라보는 제임스의 입이 마침내 열렸다. "저는 제임스 폰 몽몽, 자유기사 라딘의 숭고한 의지를 따르고자 하는 자입 니다. 지금은 행방을 감춘 그를 찾아 그와 함께 하는 것이 제 여행의 목표이지요. " 말을 끝낸 제임스의 입술이 그녀의 이마로 다가가 가볍게 닿았다. 그녀의 눈이 감겼지만 여전히 그녀의 감긴 두 눈 사이로 눈물은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눈을 떴을 때, 이미 제임스의 모습은 사라지고 없었다. 그녀는 약 30분 후, 그녀가 발견될 때까지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떠나간 자신의 첫사랑을 생각했다. 수백 명이 삼엄한 경비망을 친 데이몬 성의 외부 성벽, 사람이라면 절대로 빠져나갈 수 없는 지름 10cm의 배수로 틈새로 귀여운 날다람쥐 한 마리가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본 모습으로 돌아온 몽몽이었다. "끼잉, 저런 살수들이 쫓아오는 이상, 당분간은 제임스로 못 다니겠넹. 끼잉, 그래도 재미있었당." 몽몽은 중천에 떠있는 해를 바라보았다. 해는 여전히 밝게 빛나고 있었다. 한 조각의 구름이 흘러 감히 해를 가리려고 하다가 역시 해의 빛을 감당하 지 못하고 도망가는 모습이 보였다. 몽몽은 그 광경을 잠시 아무 생각 없이 바라보다가 다시 얼굴을 내민 태양 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끼잉~, 아빠 어디가신거에용~. 미리네 엄마가 걱정하잖아용. 돌아오세용~. " ----------------------------------------- 사월당의 자객들은 끝내 제임스란 남자를 찾아내지 못했다. 그리하여 그들 은 자신들의 조직력을 총 동원하여 그 검은 복장의 미소년을 찾기 시작했다 . 제임스라는 이름으로 활동 직업 환영살객으로 추정 레벨 800 전후로 추정되 며 유니크 기술 [그림자 숨기]를 익힌 것으로 보여짐 천하제일살수라고 생 각되어지므로 발견 시 절대로 혼자서 처리하려 하지 말고 즉시 조직에 보고 할 것. 그들이 찾는 남자는 이런 남자였다. 그리고, 새롭게 부활한 사월당의 주모로써 새로운 지도자가 된 리사는 사월 당의 조직을 정리하여 '신월의 검'이라고 개명하고 아도 신성기사단에 협력 할 것을 네 명의 장로들에게 명했다. 그녀는 자유기사 라딘이 언젠가는 다시 세상에 나타날 것이고 그 옆에는 틀 림없이 제임스가 있으리라 믿었다. 그렇게 닌자 4명을 비롯하여 상급 살수 500명으로 구성된 살수조직 '신월의 검'은 아도 신성기사단에 합류하게 되었다. 얼마 후, 세상에는 천하제일살수 제임스의 명성이 퍼지기 시작했다. 그의 이름과 행적을 들은 이계인 들은 모두 놀라며 007이라고 부르짖었다. 물론 브리시아 인들은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 이 설정과 에피소드는 사수괴수 울트라몽몽이 폐지되고 새롭게 채택된 제임 스 몽몽의 설정입니다. 이 아이디어의 출처는....바로 파리채를 든 제 친구 입니다. 삼선 짬뽕 한 그릇으로 산 아이디어 치고는 꽤 좋은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 3-1 뭉치 폰 몽테크리스토 자작 ------------------------------- 크로키는 아도 용병단의 새로운 부단장이다. 버서커 메이지의 위명을 얻고 있는 그는 3개월 전, 자신의 귀족 작위 수여 에 대한 전령이 수도에서 내려왔을 때, 그것을 거절할 것을 결정했다. 그리고 지금 수도에서 그것을 정식으로 국가에 알렸을 때, 많은 사람들은 그런 그를 이해하지 못했다. 작위란 것은 일단 받으면, 엄청난 이득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곤란했다. 왜냐하면 황제와 재상의 명에 의해 아도 용병단은 시범케이스로 그 지휘부가 많은 포상을 받도록 배려하게 되어 있 었기 때문이다. 행정부 관료들은 크로키를 무지하게 욕했다. 줄때 감사히 먹어야 주는 사람도 기분이 좋은 법인데, 그걸 거절한 것이다. 물론 안주면 안 되는 상황이라서 더욱 열이 받는 것이다. 라딘은 요 며칠간 그런 행정부의 분위기를 라르고의 눈 수도 관리 지부장 미스티로부터 들을 수 있었다. 참고로 라딘은 파스트 제국 최고의 회원제 살롱 '공작의 날개'의 플라티넘 회원카드의 소유자이다. 그 카드의 주인은 언제든지 공작의 날개를 공짜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참고로 현재 플라티넘 카드의 소유자는 딱 두 사람이다. 자유기사 라딘과 산드라, 즉 아스트로 전 공작과 현 재상이다. "이봐, 소문에 의하면 이러이러 하데, 너 혹시 원하는 거 없어? 네가 소원 성취를 해야 행정부 직원들이 시말서를 안 쓴다잖아. 잘 생각해 봐. 행정부 관료들에게 잘못 보이면 두고두고 괴롭단 말이야." 라딘이 크로키와 단독면담에서 크로키에게 사정을 설명했다. 크로키도 역시 라딘의 의견에 동의했다. 자신은 뭔가 아쉬운 것이 있어야 하고, 행정부 관료는 그것을 특별히 처리해 줘야 했다. 세상인심이 참 신기해서, 원하는 사람에게는 냉정해도 이처럼 원하지 않는 사람에게 후한 경우도 있는 법이다. "음, 돈을 달라는 것은 너무 천박하고 말이야. 사실 작위를 받아도 되는데, 지금 다시 달라고 하면 실없는 사람이 되잖아. 은근히 어렵네. 내 체면도 세우고 행정부 관료 체면도 세울 수 있는 소원이 뭘까? 물론 그 소원은 작위도 팽개친 내가 염치불구하고 원할 정도로 가치 있는 것이어야 하잖아." 물론 라딘이 크로키의 소원을 생각 할 수는 없는 것이다. 크로키는 한참을 고민했다. 그리고 약 30분 후, 그는 손뼉을 딱 하고 치며 약간 큰 목소리로 말했다. "아! 맞아. 있다, 내가 꼭 원하는 소원이 있어." "오옷, 뭔데?" 라딘이 궁금한 듯 물었다. 사실 이 난제는 상당히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했 던 것이다. "저번에 네가 보여줬던 고등마법 해설이라는 마법의 종류와 그 효과를 기록 한 책 있잖아! 그 책을 저술한 마법사가 현재 최고의 마법사라고 했지? 메이노스 후작 말이야." 라딘이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사실 마법사의 탑의 당대 마스터인 메이 노스 후작이야 말로 마법 불모지였던 파스트 제국의 마법 수준을 다른 왕국 에 뒤떨어지지 않는 수준까지 끌어 올린 최고의 마법사가 아니겠는가! "그 책을 보면, 그 사람이 얼마나 마법에 대해 깊게 이해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거든, 나는 그 사람의 제자로 들어가고 싶어!" 크로키의 신념에 찬 결의에 라딘은 감탄했다는 듯이 두 손을 부딪치며 말했 다. "오오, 과연, 마법을 배우는 몸에게는 작위 따윈 소용없다. 스승이 필요할 뿐이다 라는 시나리오군! 대단해 크로키 네가 이정도로 사람들의 존경을 받 을 수 있는 시나리오를 생각해 내다니!" 크로키가 황당하다는 듯이 말했다. "이봐, 난 네가 아니야. 정말로 순수하게 그 사람의 제자가 되고 싶다고, 그러니까 행정부에게 메이노스 님에게 소개장을 써달라고 해봐. 물론 네가 말한 시나리오를 써서 내 명성도 좀 높여주고 말이야." 라딘은 어차피 한통속이면서 자기만 나쁜 놈으로 모는 크로키야말로 정말로 나쁜 놈이라고 투덜대면서도 그를 위해서 행정부에 그 사실을 알리러 갔다 . 그 후 3일이 지났다. 그리고 드디어 크로키는 행정부의 피나는 노력에 의해 메이노스 후작과의 개인 면담을 허락 받고, 마법사의 탑으로 불려갔다. ------------------------------ "그대가 나의 제자가 되고 싶다는 이계인인가?" 여전히 짧은 머리에 박력 있는 모습을 한 메이노스 후작이 크로키에게 물었 다. 이미 80을 넘긴 노인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기운에 찬 모습이었다. 크로키는 혹시 전설상의 소드마스터 처럼 마법사도 경지에 다다르면 탈태환 골 하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예, 그렇습니다. 메이노스 후작 각하." "흠, 마법사가 되는 데 작위는 오히려 방해가 된다고 거절 했다던 데? 정말 인가?" 크로키는 역시 라딘이 확실하게 포장 선전을 했다는 것을 느끼고 그에게 마 음속으로 감사했다. 이런 사기성 광고는 라딘에게 맡기는 것이 가장 확실한 것이다. 크로키의 긍정어린 대답을 들은 메이노스는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 잠시 생 각에 잠긴 후 다시 크로키에게 물었다. "흠, 사실 작위가 마법을 익히는 데 방해가 되는 것은 사실이지. 멍청한 놈 들은 귀족의 의무가 마나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마법사의 정신세계에 얼 마나 악영향을 끼치는지 모르고 있지만 말이야. 그런데 한 가지만 더 물어보겠네. 크로키군. 그대는 무슨 이유로 환술사가 되었나? 최상급의 공격마법을 익히지 못하는 마법사는 결국 크게 대접을 못 받는다는 것을 모르나? 환술사라니, 최상급 환술은 말이 최상급 환술이지 결국은 아무런 물리적 힘 도 발휘 못하지 않나? 그대가 그런 것을 모르리라 생각되지는 않는구먼, 환 술사를 선택한 이유를 물어도 되겠나?" 사실 환술사라는 직업은 말이 마법사이지 사기꾼에 가깝다고 하겠다. 왜냐하면, 최상급 마법에 있는 환술은 거의 쓸모가 없기 때문이다. 즉 원소마법사가 되어도 피어나 현혹같은 중급 상급의 환술은 익힐 수 있다 . 그러나 환술사가 되면, 강력한 대인 공격 마법이나 범위 마법등을 익힐 수 없기 때문에 사실 상 1차직업의 보통 마도사와 크게 다를바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라딘은 크로키가 환술사를 선택한다고 했을때 가장 열심히 말렸다. 최상급 마법목록까지 있어서 환술사가 얼마나 허접한 지 뻔히 아는 상황에 서 그것을 선택하는 크로키가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라딘이 보기에 환술사란 전 직업 중 최악, 최약의 직업임에 틀림없었다. 그러나 크로키는 그런 라딘에게 웃으며, 자신이 환술사를 선택한 이유는 바 로 환술사가 자기가 생각하는 마법사이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웃었었다. 크로키는 메이노스에게 자신이 생각하는 마법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 다. 그것은 게이머로써가 아닌 자신의 꿈에 대한 얘기였다. "마법이란 무엇일까요? 손에서 불덩이를 만들어 날리는 것이 마법일까요? 아니면 하늘에서 번개를 치게 하는 것이 마법일까요? 마계에서 마물을 소환 해 부리는 것은 어떨까요? 그러나 제가 생각하는 마법은 그것이 아닙니다. 제가 생각하는 마법은 바로 환.상.을. 실.체.화.시.키.는.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환상을 좀 더 연구하기 위해 환술사를 선택한 것입니다. 저의 환상은 단순한 불덩이나 번개보다 훨씬 복잡하니까요." 메이노스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그가 20살이 되어 사랑에 빠지고 그것이 왕궁의 왕비였던 기억을 떠올 렸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그리고 죄악인 사랑, 그는 미치기 직전까지 몰렸다. 이제라도 왕이 그 사실을 알고, 자신과 자신의 가문을 멸할까 두려 웠다. 자신이 아무리 천재 마법사라고 해도 20세의 나이로 왕궁의 로얄 가드들을 이길 수 없는 것이다. 그는 매일같이 꿈을 꾸었다. 그리고 깨어 있을 때는 환상을 보았다. 그녀와 둘이서 행복하게 사는 환상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자신의 환 상이 자신을 죽이고 있는 것을 알았다. 그의 가문에 대한 걱정이 그의 일생 의 목표인 마법에의 길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 순간 그는 깨달음을 얻었다. 마법 앞에서는 모든 것이 환상이고 모든 것 이 실체라는 것을, 그는 떠났다. 사랑도 가문의 직위도 모두 버렸다. 그리 고 10년 만에 그는 환상과 실체를 구분하지 않게 되고, 눈에 보이는 힘과 눈에 보이지 않는 힘을 모두 느끼게 되었다. 몸으로 마나를 느끼는 자, 대 마도사의 경지에 이르른 것이다. 지금 눈앞에 자신이 20살 때 가진 생각을 가지고 있는 청년이 있었다. 그는 이계인이다. 그러나 마나를 다루는 데, 이계인이든 브리시아 인이든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인연이란 말인가? 메이노스, 너는 80이 넘어서야 처음으로 너와 인연이 닿 는 사람을 만나는 구나.' 여태까지 그는 수십 명의 제자를 받아들였다. 그가 받아들인 것이 아니다. 마법사의 탑의 수장의 의무나 다름없는 것이었 다. 그 제자들은 사실 그에게 방해거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물론 그들 중 몇 명은 무사히 원소 마법사를 마스터 하고 마도사인 워록의 경지에까지 이르렀다. 그중에는 최연소 마도사이자 마법사의 탑 7인의 현자 중 한명인 마이너 린 도 있었다. 하지만 그녀도 마도사이다. 대마도사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메이노스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영문을 모르겠다는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크로키를 무시하고는 자신의 방으로 가서 한쪽 벽을 채우고 있는 책장의 책 중 한권의 책을 꺼냈다. 그가 25년 전, 깨달음을 얻을 때 결정적인 단서가 되었던 최상급 환술서 [ 그림자 하인]이었다. "이것을 주겠네, 이것을 마스터하고 레벨 500이 되면 다시 찾아오게. 그리고 가는 중에 1층 마법무구 구입처에서 푸른색 바탕에 세계의 별이 새 겨진 로브를 달라고 하게, 내 제자는 모두 그 로브를 입도록 되어 있네." 크로키의 눈이 감사의 감정으로 가득 찼다. 자신의 마법관을 이해해주는 사 람이 나타난 것이다. 물론 그가 환술사를 택한 이유는 그것만이 아니다. 최악, 최약의 직업, 그 것도 마법사, 그의 본능이 환술사를 맹렬하게 지목했기 때문이었다. 가장 냉정하고 이성적인 직업인 마법사를 그는 본능에 쫓아서 선택한 것이 다. 그리고 이제 그 선택이 어쩌면 진짜 대박이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 작했다. 아무리 쓸모없기로 모든 마법 중에 3위안에 드는 [그림자 하인]이었지만, 그는 마스터까지 쉬지 않고 그림자 하인을 키울 것이다. 아무런 힘도 없고, 능력도 없고 전투적인 능력도 없는 그림자 하인, 그러면 서 마나 소모량이 크고, 잘못하면 그림자에게 먹혀 사망까지 할 수 있는 이 마법을 마스터 하려면 얼마나 고생할 것인지 아직 모른다. 하지만 일단 메이노스 후작을 스승으로 모신 이상, 그를 절대적으로 신뢰하 지 않으면 안 된다. 그는 결심했다. 레벨 500이 될 때까지 꼭 이 마법을 마 스터하여 메이노스 후작에게 당당히 찾아오기로. 이렇게 버서커 메이지 크로키는 파스트 제국 유일의 대마도사 메이노스 후 작의 제자가 되어 최상급 마법 [그림자 하인]을 얻게 되었다. 그가 후일 그림자 하인의 비밀을 밝혀 대마도사 메이노스 후작을 다시 찾게 되기까지는 아직 3년이란 세월이 남아있었다. --------------------------------------------------- ------------------------------------------- 3-1 뭉치 폰 몽테크리스토 자작 --------------------------------------- ----- 크로키가 대마도사의 제자가 되어서 돌아오고, 뭉치와 도끼바바가 귀족 작 위식에 대비해 가정교사를 초빙해 궁중예절과 식순에 따른 행동에 대한 과 외공부를 하고 있을 때, 아무런 일도 없을 것처럼 보였던 라딘은 의외로 무 척이나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이번에 그가 벌이는 사업은 작년에 전쟁을 하면서 벌어들인 보석을 처리하 기 위한 보석 상점이었다. 상당한 자금과 유통라인을 필요로 하는 사업이었 지만, 이미 수백 개의 보석을 소유하고 있는 아도 용병단으로부터 라딘 상 회는 모든 보석을 구입하여 마침내 수도에 '라딘 티파니'라는 가게를 낼 수 있었다. 보석 상점을 신설해서 성공한다는 것은 사실 상당히 힘든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보석은 일반 잡화나 무기, 갑옷 같은 생필품과는 다른 것이다. 보석의 이용고객들은 주로 각 귀족가문의 영애들이나 부인들이다. 그리고 그녀들은 보통 주로 이용하는 단골 보석 상인이 있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보석 장신구라도 보석상인은 귀족이 아니기 때문에 귀족에게 직접 찾아가 팔수도 없다. 어스에서처럼 텔레비전에 광고를 할 수도 없다. 그냥 수도에 가게를 얻어 문만 열고 있으면, 어중이떠중이가 들어와서 금 가락지나 은 목걸이 같은 싸구려 귀금속을 사가게 되는 것이다. 일단 그런 하급 귀금속 가게로 판결이 나면, 이 가게의 물건은 절대로 상류 사회의 귀족부인이나 영애들에게는 이용되지 않는다. 생필품이 아닌 허영의 상징인 귀금속 장신구를 누가 시장에서 사겠는가? 그런 이유로 이계인이 비록 보석을 얻는다고 해도, 그 보석은 보석 상인에 게 팔 수 밖에 없다. 그러면 그 보석을 산 보석상인은 몇 배의 가격으로 귀 족가에 팔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이 이계인의 한계이다. 귀족가의 상류사회에는 직접 접근할 수 없는 이 상, 그들은 영원히 모험가라는 직업에 만족하며 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라딘은 달랐다. 그는 파스트제국의 최고 귀족들을 두루두루 알고 있었다. 면회 같은 것은 2 4시간 허용된다. 물론 가면을 쓸 경우에 말이다. 그리고 그에게는 최고의 선전모델 두 사람이 있었다. 아니 세 사람이었다. 그녀들이 존재하는 이상, 그의 사업은 성공률 100%의 국가보증 국익사업이 나 다름없었다. 라딘 티파니가 개점한 후, 처음 2일간은 한 사람의 귀족도 그 가게에 발을 들이지 않았다. 아무리 조각 마스터가 만든 여러 가지 보석이 전시된 최고 급 보석상점이라고 해도, 선전을 전혀 안하고 역사도 없기 때문에 콧대 높 은 귀족가의 여인들이 이곳을 일부러 방문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개점 이틀 후에 열린 황궁 무도회에서 황실의 2대 미녀인 라티누 황후와 라이아 공작부인이 그녀들의 아름답고 가녀린 목에 초호화 루비 목 걸이를 걸고 등장함으로써 이 라딘 티파니라는 보석상점은 하루아침에 모든 귀족여성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라이아 공주는 물론 애인이 선물한 목걸이와 장신구 등을 항상 걸고 다녔고 , 라티누 황후도 기본적으로 중요한 무도회에는 항상 라딘 티파니의 작품을 애용하였다. 후환이 두려운 것이다. 뿐만아니다, 사교계의 최고의 섹시심볼인 '공작의 날개'의 메인 마담 미스 티가 화려한 검은색 이브닝 드레스에 150개의 보석으로 장식된 크기 15cm의 나비 브로치를 달고 살롱에서 그 아름다움을 더욱 빛내었을 때, 모든 살롱 의 일급 마담들은 라딘 티파니의 보석 예술품을 자신들의 애인들로부터 선 물받기를 원했다. 보석상이 정상화 되자 라딘은 조각가 길드와 장인 길드를 찾아가 브리시아 인 장인들을 새롭게 고용하여, 그들과 대량 생산 계약을 맺고 각종 생필품 과 여행용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물건들은 라딘 운송의 정기 운송마차에 의해 전국의 라딘 여관 체인으로 운송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라딘의 네 번째 사업인 라딘 아웃렛이 창립되었다. 라딘 아웃렛, 그것은 이계인 전용 여관의 옆에 부설된 24시간 영업 잡화점 체인으로서 이계인이 한 밤중에 로그인하여 여행을 하거나 한 밤중에 물건 을 처분하고 로그아웃할 때 애용되었다. 이로써 라딘의 초기 사업자금 50만 골드는 모두 소비되었다. 물론 자금이 필요하면 파스트 제국 재무부에 신청해서 융자도 받을 수 있지 만, 제국의 비호를 받는 다는 이미지가 장기적으로는 좋지 않다고 라딘은 판단했다. 이제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했다. 4개의 사업과 6개의 도시들은 아직 시작단계이고 지금은 커다란 이득을 남 기지 못하지만, 기존에 거대 재벌이 전혀 없는 이 브리시아 세계에 라딘의 문어발식 기업 확장은 상당히 획기적인 것으로 제국 내에 커다란 파문을 일 으킬 것이 틀림없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났다. 드디어 작위 수여의 날이 되었다. 황궁의 태양의 홀에 문무백관이 모이고, 황제가 그의 반려자인 라티누 황후 와 함께 자리에 앉아 있었다. 라딘과 크로키는 작위를 받은 귀족이 아니기 때문에 원래는 황제의 앞에 정 식으로 나갈 수 없는 몸이지만, 자유기사라는 라딘의 명성과 대마도사 메이 노스의 제자라는 타이틀로 인해 특별히 작위 수여식에 참여할 수 있었다. 라딘은 골치가 아팠다. 결국 뭉치가 행정부에 자신의 성을 올리고 말았던 것이다. 그것만이 아니다. 또 한명의 문제아, 아니 문제선배인 도끼바바는 귀족이니 까 성이 있어야 한다는 말에 3일을 고민하더니 마침내 자신의 성을 결정했 다. 그게 라딘을 미치게 했다. 영웅본색이라니......이게 무슨 영화선전도 아니고 3류 코메디 프로도 아닌 데 귀족의 성이 영웅본색이 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열심히 말리던 라딘의 모든 대사는 도끼바바의 단 한마디에 의해 무효화 되었다. 그 한마디란 '너는 내가 그 명칭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는 거냐? ' 였고 거기서 만약 라딘이 한 소리만 더 했다면 라딘은 지금쯤 도끼바바의 영웅본색 조직원들에 의해 땅에 묻혔으리라. -둥둥둥~- 북이 울리고 드디어 식이 시작됐다. 한명의 드와프와 그보다 딱 2배는 큰 거인 전사가 황좌의 앞쪽으로 걸어가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오늘의 이 자리를 위해 3 주일간 식의 순서에 따라서 궁중 예절을 연습한 보람이 있다고나 할까? 긴장 속에서도 두 사람은 보조를 맞춰 같은 타이밍 으로 걸어가 같은 타이밍으로 앉을 수 있었다. 사실 드와프와 거인 전사가 걸음을 맞추면서 진행속도를 같게 한다는 것은 뱁새와 황새수준의 격차가 있는 것이지만, 뭉치는 그것을 해냈다. 이것을 위해서 상급 보법인 [비선보]까지 구해 익힌 것이다. 축지법 계 공격이동 보법인 비선보에 의해 뭉치의 이동 속도는 평소의 2배 에 달하는 것이다. 물론 그래봐야 도끼바바의 평소 이동속도와 거의 비슷하 다. -둥둥둥~- 다시 북이 울리고, 황좌에 앉아있던 아칸 1세가 일어났다. 그리고 신하들 중 맨 앞에 서 있는 자신의 누이이자 재상인 라이아 공작부인으로부터 한 자루의 칼을 받아 뭉치의 머리와 양 어깨에 대었다. 이어서 도끼바바의 머 리와 양 어깨에도 황제의 검이 지나갔다. 이로써 제국에는 두 명의 새로운 귀족이 탄생했다. 그 이름은 뭉치 폰 몽테크리스토 자작, 그리고 도끼바바 폰 영웅본색 남작 이었다. 이계인 중 첫 귀족인 이 두 사람은 차후 5년간 동부 해안 개발 5개년 계획 에 의한 이계인 개척자들의 선두 주자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물론 라딘은 절대로 그들의 이름이 역사에 남기를 원하지 않았다. 쪽팔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시 세상이 항상 라딘의 맘대로 움직이지만은 않는 법, 두 사람의 이름은 브리시아 전역과 어스의 전 세계 게이머들에게 퍼져나갈 것이다. ---------------------------------- ------------------------------------------- 3-2 베르키우스 ---------------------------------- 이제 수도에서 할 일은 모두 끝났다. 라딘과 그 일행들은 이제 수도를 떠나 자신들의 거점으로 돌아가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다음에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라딘과 크로키는 곰곰이 생각했다. 자신들과 아도 용병단에게 과연 어느 정 도 파워가 있는가 하는 것이 주제였다. "그래도 300레벨 넘는 사람이 200명은 되지?" 문을 굳게 걸어 잠그고 창문마저 커텐으로 모두 가린 어두운 방안에 라딘과 크로키, 그리고 뭉치는 모였다. 왜 그런 음침하고 폐쇠된 공간에서 회의를 하냐고? 음모일까? 아니다. 단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한 회의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들은 어둠을 찾는다. 이유는 어둠이야말로 그들의 고향과 같은 것이기 때문 이다. 밝고 화려한 분위기의 장소는 그들에게 어울리지 않는 것이다. "응, 240명이 조금 넘어, 우리가 돌아갈 때쯤이면 350명은 될 걸?" 크로키가 인물명부를 확인하며 말했다. 조직화 되어있는 아도 용병단은 각 파티장이 매주 레벨을 백인장에게 보고하고, 백인장은 지휘부에 10레벨 당 인원표를 보름에 한 번씩 제출하게 되어 있는 것이다. "그럼 마을의 보호와 유지에 150명 정도는 필요하다고 보고, 실제로 투입될 인원은 200명 정도군?" 라딘이 잠시 계산을 해보고 크로키한테 물었다. "오옷, 그럼 우리 길드에 실전 전투부대가 200명이 넘는 거야? 와! 그럼 완전 정규 기사단 병력이네? 훗훗훗, 뭉치 폰 몽테크리스토 자작은 개 인 기사단까지 소유한 잘 나가는 실세 귀족이란 말이지?" -퍼퍼퍽- 뭉치가 잽싸게 끼어들어 엄숙한 회의를 한 편의 개그로 만드려고 하자 라딘 과 크로키가 양쪽에서 뭉치를 후드려 팼다. 잠시 후, 절대로 회의를 방해 안하겠다는 맹세를 하고서야 뭉치는 퉁퉁 부은 얼굴을 하고 다시 의자위에 앉을 수 있었다. '아무리 그렇다고 발로 밟다니, 라딘 나쁜 놈......난 길만데.' 뭉치는 나름대로 억울했지만, 법보다는 주먹이 가깝고, 2대 1이라는 파워의 열세에 의한 약자라 조용히 때를 기다리기로 했다. "에, 또, 어디까지 했더라?" 한참동안 드와프를 패는 즐거움에 빠져 있던 라딘이 다시 회의를 진행하기 위해 그 전에 한 마지막 대사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투입될 인원이 200명 정도라는 것까지 나갔어. 내가 생각하기에도 그 정도 인 것 같아." 크로키가 라딘의 기억회복을 도왔다. 그의 뒤에 있는 그림자 하인이 고개를 끄덕여 주인의 말에 동의했다. 그림자 하인은 기본적으로 물리적인 능력을 가지지 못하지만, 엄연히 소환물의 일종으로 자아를 가지는 것이다. "그럼 충분하겠지? 내가 알기로 카리브에 남은 중형 선박이 딱 세 척이야. 조금 모자라기는 하지만 그 배를 보수하면 70명 정도 타도 가라앉지 않고 운행 할 수 있을걸?" 라딘이 잠시 카리브의 어선들 중 가장 큰 배들을 생각해 보고는 말했다. "호, 그럼 따로 준비할 것은 [숨 참기]스크롤 밖에 없는 것이군? 그럼 한번 도전해볼 가치가 있지." "좋았어! 그럼 결정이다. 우리가 돌아가는 데로 시작할 수 있도록 날을 잡 자고, 바로 중간고사 끝나고 가을 축제 시작하는 시기니까 말이야!" 라딘의 말하자 크로키가 고개를 끄덕여 동의했고, 삐져있던 뭉치도 신이 나 서 동의했다. 그렇게 아도 용병단의 첫 레이드인 크라켄 레이드의 일정은 어스의 10월 중순인 대학 가을 축제 기간으로 결정되었다. 과연 무사히 레벨 900을 넘는 마수 크라켄을 잡아 레테해의 패권을 인간이 쥘 수 있을까? 그것은 아직 결과를 알 수 없는 미래의 이야기일 뿐이다. ------------------------------------ 일단 계획이 잡히면 실행은 잠시의 여유도 두지 않고 타이트하게 밀어붙이 는 것이 라딘의 습성이다. 물론 뭉치와 크로키도 이점에서만큼은 라딘을 신뢰한다. 라딘은 즉시 마법사 길드를 찾아가 200장의 [숨 참기]스크롤을 주문했다. 하급 주문 스크롤이기 때문에 한 장당 2골드, 합계 400골드의 자금이 소모 되었다. 뭉치는 귓말로 카리브 도시의 백인장들에게 연락을 하여 레이드 결정의 소 식을 알리고 모든 주요 요원들의 스케줄을 그 기간 동안 확보하도록 지시했 다. 또한 카리브의 촌장에게 그 사실을 알리고 마을의 중형 선박 3척을 새로 건 설 중인 항구의 조선소에서 보수 개조 할 것을 부탁했다. 이로써 준비는 일단락 지어졌다. 라딘 일행이 카리브로 돌아가면 바로 레이 드가 실행될 것이다. 이제는 수도를 떠날 준비를 해서 주문한 스크롤이 완 성되는 1주일 후에 카리브로 떠나면 될 것이다. 올 때는 딱 4명이서 왔지만 돌아 갈 때는 50명이 넘는 부대가 이동하게 된 다. 왜냐하면 새로운 신입 길드원들과 수도에서 모집한 조선 기술자등 여러 명 의 브리시아 장인들을 인솔해서 이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바쁜 하루하루가 지나갔고, 그 덕분에 떠나기 3일전, 그들은 모든 준비를 끝마칠 수 있었다. 남은 3일 동안 그들은 무엇을 할까 생각했다. 그러나 역시 결론은 모험 밖 에 없었다! 그리하여 라딘과 뭉치, 도끼바바, 크로키, 애니, 셰도우로즈는 수도 근처의 마굴 중 하나인 '이형의 마물의 집'을 탐사하게 되었다. 아, 빠뜨릴 수 없는 멤버가 또 있었다. 바로 라딘의 정식 후계자인 몽몽이었다. ----------------------------------------- 으윽, 토요일인데 왜이리 힘이 없을까요? 어제 하루종일 비와서 기분도 꿀꿀했는데, 이번주는 계속 비가 와서 기운이 없네요. 비를 싫어하는 팰러딘은 별로 매력적인 설정이 아닌데...... 음, 라딘이 비를 무지 싫어한다는 설정으로 고칠까, 그래서 비오는 날 모든 것을 땡까고 노는 시나리오를...... ------------------------------------------- 3-2 베르키우스 ----------------------------------- 슬라임, 슬라임, 슬라임, 라딘 파티는 지겨웠다. 30층을 내려오면서 그들은 슬라임, 포이즌 슬라임, 레드 슬라임, 파이어 슬라임 등 이 던젼의 몬스터 가 모두 슬라임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았던 것이다. 어째서 이곳이 수도근처에 있으면서도 이렇게 사람들이 없는지 이제 이해할 수 있었다. "으음, 이번 층에서는 제발 다른 몹이 나왔으면 좋겠다. 이제는 푸딩도 못 먹을 것 같아." 뭉치가 몸을 부르르 떨면서 말했다. "야야, 그래도 너는 불로 감싼 주먹으로 싸우기라도 했지. 나는 제대로 싸 워보지도 못했어. 둔기라는 무기가 이런 약점이 있을 줄이야! 쩝." 라딘이 자신의 워해머를 바라보며 말했다. 슬라임 같은 부정형 몬스터는 라 딘의 워해머에 아무런 타격도 받지 않는 것이다. 그나마 베는 무기였다면 슬라임을 두 쪽 낼 수 있지만 둔기나 찌르는 무기는 그야말로 이 던젼에서 는 무용지물이라고 할 수 있었다. "크로키, 일단 모르니까, 정찰병 한번 보내봐. 그 그림자 하인 그래도 꽤 쓸만하네. 전투에는 쓸모가 없어도 말이야." 크로키가 한숨을 내쉬며 그림자 하인을 정면으로 보냈다. 그림자 하인은 물 리적인 힘을 쓰지 못하는 대신 물리적인 대미지도 받지 않는 것이다. 잠시 후, 그림자 하인이 돌아왔다. 그리고 크로키의 귀에 대고 뭐라고 말하 는 시늉을 했다. 사실 그림자 하인은 말도 할 수 없지만, 주인의 몸과 접촉 하면 그의 생각을 전할 수 있다. 말하는 시늉을 하는 것은 단지 습관일 뿐 이다. 그는 주로 인간의 행동을 그대로 흉내내려고 하는 것이다. "앞쪽에 문이 있다는데? 그리고...... 슬리임 같은 것이 있데, 6마리 정도. " -털썩- "난, 안가! 뭐 이런 지저분한 마굴이 다 있지? 수도에서 6년을 살았지만, 모든 동료들이 이 마굴만큼은 가지 말라고 해서 이번에 처음으로 들어 와 보는 건데, 그냥 영원히 안 들어 왔어야 하는 거였네, 쳇." 셰도우로즈가 주저앉았다. 도끼바바가 얼른 그녀를 달래기 시작했다. 라딘도 열심히 그녀에게 아부했다. 고생 끝에 낙이 있다고, 이런 마굴이 안 쪽으로 들어가면 무지무지하게 이쁜 보석이 있을 거라는 라딘의 이야기에 셰도우로즈의 기분이 풀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니까요. 원래 슬라임이라는 놈이 투명하잖아요. 그게 일설에 의하면 수정에 고인 물이 마기의 영향으로 태어난 놈이 바로 슬라임이래요. 수정이라니까요. 원래 수정이란 옥이고, 붉은 옥이 바로 홍옥, 영어로 말하 면 루비고, 파란 옥이 바로 사파이어고, 녹색 옥이 바로 에메랄드잖아요. 틀림없이 조금만 더 들어가면 그런 보석들이 있을 거라고요. 그것도 주먹만 한 크기로요." 물론 완전 사기다. 슬라임이란 놈이 수정에 고인 물에서 태어난다는 것부터 가 라딘의 순수한 창작사기인 것이다. 그러나 셰도우로즈는 일단 라딘의 입 에서 보석의 이름이 줄줄 나열되는 순간부터 정상적인 판단력을 잃었다. 상대는 보석의 전문가이자 수도에서 최고 잘나가는 보석상의 주인이 아니겠 는가! 그녀의 눈이 욕망으로 불타기 시작했다. "가요! 도끼바바 오빠, 우리 커플 반지로 10캐럿짜리 루비반지 하나 장만해 요. 원석만 찾으면 라딘네 가게에서 알아서 세공해 줄 거에요! 그렇지 라딘?" 라딘이 씨익 웃으며 호쾌히 대답했다. "물론이죠. 우리 보석상점에 주요 원석 공급원이자 제 몇 명 안 되는 보호 자 중 한 사람인 누님에게 그렇잖아도 조금이라도 보답을 하고 싶었다니까 요." 그렇다. 라딘 티파니에서 거래되는 보석의 일부분은 바로 셰도우로즈와 수 도의 도둑길드가 영업의 결과 얻은 보석인 것이다. 라딘은 이미 수도의 7대 장물아비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셰도우로즈가 장 물아비이고 라딘은 셰도우로즈로부터 보석을 사고 있었다. 물론 때때로 이 쁜 장신구가 도끼바바의 손에 의하여 셰도우로즈에게로 건내어 지고 있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아무튼 셰도우로즈는 새로운 활력을 얻어 파티원을 밀어 붙이며 어서 가자 고 성화였고, 그런 그녀를 보면서 모든 파티원들은 라딘의 사기술에 다시 한번 마음속으로부터 감탄하는 것이었다. 그들이 통로를 통해 나아가 약간 넓은 홀 안에 들어섰을 때, 홀 바닥 군데 군데에는 슬라임이 있었다. 그리고 통로의 반대편에는 그림자 하인이 말한 것처럼 약간 화려한 문이 보이고 있었다. "자자, 그럼 빨리 저 슬라임들을 처리하자고요. 물론 난 뒤에서 응원할게요 ." 라딘의 신호에 따라 뭉치와 도끼바바가 앞으로 나섰다. 뭉치의 몸이 불과 냉기로 쌓이기 시작했다. 셰도우로즈가 채찍을 꺼냈다. 애니는 라딘의 뒤에 숨어 있었다. 그녀의 목숨은 하나밖에 없는 것이다. 그 순간, 이변이 일어났다. 슬라임이 점점 솟아 오르더니 인간의 형상을 만 드는 것이다. 그리고 잠시 후, 홀 안에는 또 하나의 라딘 일행이 나타났다. "오옷, 이제보니 저놈들 도플갱어 슬라임아니야? 오, 정말로 있었네. 무지하게 레어한 마물이라던데." 라딘이 자신이 본 세계 몬스터 도감이란 책에 나온 그들의 정체를 기억해내 고 소리쳤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워해머를 붕붕 휘두르며 앞으로 나섰다 . 일단 변신한 놈들에게는 자신의 워해머가 통하는 것이다. "자자, 그럼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합시다. 모두 힘내세요! [실드차 지]!" 라딘이 또 하나의 자신에게 돌진했다. 도끼바바도 씨익하고 웃으면서 할버 드를 위로 올려 붕붕 돌리며 나아갔다. 뭉치의 도플갱어는 사실 불과 냉기 를 뿜어낼 수 없었기 때문에 뭉치의 모습에 겁을 먹고 뒤로 물러나기 시작 했다. 전세는 사실 절대적으로 우세하다고 할 수 있었다. 문제는 셰도우로즈였다. -짝- "이익, 이것이 나를 채찍으로 쳤어! 받아랏, [장미의 춤]!" 장미의 춤이라는 것은 셰도우로즈가 설정한 연속기로써 [이단 치기]라는 중 급 연속계 공격에 이어 그녀가 가진 상급 채찍기술인 [교룡패미]의 일격이 들어가는 명중성과 대미지가 효율적으로 조합된 좋은 개인연속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너무나 멋에 치우친 그녀가 그 사이에 몇 가지 쓸데없는 동 작을 집어넣어서 위력이 반감된 상태이기도 하다. -짜짝, 짝- "호호호호, 어떠냐? 내 채찍 '장미 가시 덩굴'의 맛이." 모습만 닮는 것이 아니라 성격마저도 닮는 것일까? 그녀는 몹시 분한 듯 채 찍을 휘둘러 반격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두 여자의 사투는 시작되었다. "하아, 형, 그냥 우리가 죽이면 안 될까?" 뭉치가 한숨을 쉬며 도끼바바한테 물었다. 이미 셰도우로즈의 모습을 한 슬 라임 이외에는 모두 처리가 된 상황이었다. "호, 뭉치 너는 형수님의 모습을 한 마물에게 감히 주먹질을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냐?" 도끼바바가 뭉치의 뒷목에 손을 얹고 말했다. 은은한 살기가 던젼을 채우기 시작했다. "헉, 서,설마요. 제가 어찌 형수님의 아름다우신 자태에 공격을 할 수 있겠 어요? 저의 실수를 너그러우신 형님께서 용서해 주세요." 뭉치가 그제서야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황급히 도끼바바에게 아부를 했다. 도끼바바는 자신의 어금니를 드러내며 한번 씨익하고 웃고는 뭉치의 등을 툭툭 치고 다시 두 여자의 사투를 관람하기 시작했다. 그도 저 싸움에는 끼 여들 수 없는 것이다. 약 10분후, 드디어 셰도우로즈는 자기 자신과 너무나 닮은 그 슬라임과의 사투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쳐서 주저 앉아있는 그녀에게 도끼바 바는 다가가서 라딘에게서 얻은 최고급 회복포션을 건내며 대견하다는 듯이 웃어 보이는 것이었다. 어디선가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듯 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마굴속의 위기를 통해 깊어지는 사랑이었다. "끼잉, 아빠! 저 문 함정이 설치되어 있어용. 제가 해제해도 되죵?" 전투동안 공중을 날으며 불을 뿜어 애니의 모습을 한 슬라임을 처리한 몽몽 은 어느새 문에 다가가 문에 설치된 함정을 파악하고 있었다. 참으로 대견스러운 모습이었지만 라딘은 두 눈이 튀어나올 듯이 놀랐다. "뭐라고! 몽몽아, 너, 너 언제 함정 해제 스킬을 익혔니? 누가 가르쳐 줬어 ?" 라딘의 분노에 찬 질문에 몽몽은 자신의 앞발로 귓가를 긁적긁적 거리며 아 무 생각 없이 대답했다. 그 대답이 바로 한 사람의 인생에 얼마나 큰 영향 을 미칠 수 있는지 아직 어린 몽몽은 몰랐다. "끼잉, 함정 해제 스킬은 애니 누나가 작년에 가르쳐 줬어용. 같이 모험하 면서 함정은 거의 다 제가 해제 했는걸용? 얼마나 재미있는데용, 함정해체. " 순간, 라딘의 몸이 불길로 휩싸이기 시작했다. 뭉치의 불길에 전혀 뒤떨어 지지 않는 불의 상급정령 이프리트와 비견될 정도로 거센 분노의 불길이었 다. "애~~~~~~~니, 네가 가르쳐 줬다고? 내가 없는 사이 한 모험에서 함정은 모 두 몽몽이가 해체했다고~~~~~~?" 의도하지도 않았는데 라딘의 목소리가 마굴안에 울려 메아리가 되어 퍼지기 시작했다. 애니는 즉시 셰도우로즈의 등뒤에 숨어 벌벌 떨면서 빌기 시작했다. "흑흑흑, 라딘 님, 제가 가르쳤다기 보다는요. 몽몽이 배운거에요. 저는 그저 시범을 한번 보였는데, 자꾸 스킬북 있으면 달라고 하잖아요. 그리고 위험하다고 하는데도 하겠다는 데 어떻게 해요? 아,아니에요 제가 잘못했어요. 그냥 살려만 주세요. 언니 언니도 좀 말려주세요. 저는 연약해 서 저 워해머에 한 대라도 맞으면 바로 죽어버릴 거라고요!" 애니의 애걸신공은 이미 완숙의 경지에 달해 있었다. 물론 그것이 완벽한 마인드 배리어를 가진 라딘에게는 통하지 않을지라도 인간의 감정을 가진 다른 파티원들에게는 통했다. 드디어 셰도우로즈의 주선으로 라딘은 이번만 은 애니를 용서할 것을 약속했다. '흐, 애니. 염려마라. 세상일은 일견하기에 불공평하고 나쁜 짓도 잘하면 오히려 더 좋은 결과를 나타내는 것 같지만 의외로 넓게 보면 인과응보의 법칙이 살아서 숨 쉬고 있단다. 네가 내 아들을 가르친 것처럼 나도 너를 가르치마. 이제 우리는 함께 여행을 떠나게 될 거다. 셰도우로즈 누나가 없는 상황에 서 대륙에서 함정이 많고 험하기로 유명한 모든 마굴을 돌파한 천재 도둑으 로 성장시켜주마. 기대하라고, 내 교육을 받으면 각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 가가 된다는 것이 이미 황제와 재상이라는 두 사람에 의해 증명되었으니까. 물론 끝까지 살아남는다면 말이야.' 라딘은 훗날을 기약했다. 이렇게 대륙의 최연소 도둑길드 연합의 여자장로 애니의 모험기는 시작되었다. ---------------------------------------- ------------------------------------------- 3-2 베르키우스 ---------------------------------------------- 라딘이 무념공상의 세계에서 애니의 성장을 시뮬레이션하고 있을 때, 아빠 가 말리지 않는 것을 본 몽몽은 그것이 묵인이라고 판단했다. 몽몽은 자신의 등 뒤에 매고 있는 시프-툴(도둑의 도구)을 펼쳐 놓고 문에 있는 함정을 해체하기 시작했다. 약 5분 뒤, 찰칵하는 소리와 함께 문에 걸 린 자물쇠가 풀렸다. 이제는 열어도 안전한 것이다. -끼익- 문은 약간 빡빡한 듯 했지만 도끼바바와 라딘이 한쪽씩 밀자 바로 열렸다. 그리고 그 안에는 적당한 크기의 방이었는데, 반대편에 밑으로 내려가는 계 단이 보였다. 그러나 문제는 계단이 아니었다. 그 앞에 있는 반투명 형태의 기사였다. "헉, 고스트 나이트다!" 보통사람이 고스트에게 죽으면 그대로 고스트가 된다. 그러나 간혹 살아있을 때 의지가 높은 사람이 강한 원념을 품고 죽었을 때, 간혹 그 사람의 원념이 마기를 불러 형태를 이루게 된다. 그 경우 그 사람 은 유령으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이렇게 스스로 유령, 즉 고스트가 된 사람은 살아생전의 직업과 능력을 그 대로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이 원조고스트이다. 원조고스트는 생 전의 직업에 따라 고스트 워리어, 고스트 나이트, 고스트 닌자, 고스트 메 이지 등으로 불리어지게 된다. 고스트 나이트는 레벨 500정도의 상급 몬스터로 구분된다. 6명과 한 마리의 파티원은 긴장했다. 400레벨대의 중상급 몬스터와 500레벨 이상의 상급레벨 몬스터는 하늘과 땅 의 차이가 있는 것이다. 레벨이 아닌 클래스의 차이라는 것은 순식간에 2배 이상의 파워를 보여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물론 500레벨이 넘으면 레어 아이템이 떨어질 수 있으므로 위험이 큰 만큼 얻는 것도 많다고 하겠다. "크아아악, [풀 스윙]!" "헉, [방패 이용술]!" -쾅- 고스트 나이트가 그들을 발견하고 들고 있던 워해머를 들어 크게 휘둘렀다. 그의 팔이 갑자기 2m정도 늘어나서 앞에 있던 라딘까지 늘어났다. 라딘이 놀라서 급하게 방패를 들어 막았다. 라딘이 몸이 붕 떠서 날라가 한 쪽 벽에 쳐 박혔다. "우엑, 살벌한 놈일세. [음양쌍마공], [비선보], [나한십팔수]!" "우오오, 내 후배를 건드리다니! 받아랏, [회전 베기]!" 뭉치와 도끼바바가 달려들었다. 역시 뭉치의 불길과 냉기에 휩싸인 주먹은 고스트에게도 통하였다. 물론 유니크 할버드의 회전 베기 또한 위력이 만만치 않았다. "끼잉, 아빠를 때리다닝, [미러 이미지], [점프 비행], [화염 방사]!" -화르르륵- -끼아아악- 몽몽이 위로 날아올라 고스트 나이트의 머리 위를 빙빙 돌며 불을 뿜어대기 시작했다. 그러자 유령의 머리가 불길에 의해 일그러지기 시작하면서 비명 소리가 방안에 울려퍼졌다. "젠장, 유령한테는 정신공격이 전혀 쓸모가 없잖아! 이거나 먹어라. [매직 미사일]!" 크로키가 초보 공격마법인 매직미사일을 발사했다. 그러나 비명을 지른 고 스트의 하반신이 연기로 변해서 자신의 상반신을 감싸자 매직미사일이 그 연기에 들어가 피식하고 꺼지는 것이 아닌가! "앗, 고스트 배리어다! 조심해요, 저 연기에 닿으면 몸이 마비된다고요." 크로키가 급히 외쳤지만, 접근전을 하다가 갑자기 밑에서 나오는 연기에 닿 지 않을 수는 없는 법! 뭉치와 도끼바바는 몸이 마비되는 것을 느끼며 풀썩 하고 쓰러졌다. "끼잉, 위험하당!!" -휘익- 몽몽이 잽싸게 공중회전을 하여 애니의 머리 위까지 날라가 앉았다. 물론 애니는 셰도우로즈의 뒤에 숨어있었다. 하나밖에 없는 목숨은 무엇과 도 바꿀 수 없을 정도로 소중한 것이다. "아니, 저놈이 누구를 건드려! 오빠, 조금만 기다려요. 받아랏 [장미의 춤] !" -짜짝, 짝- 고스트 나이트의 양 뺨에 상혼이 생겼다가 없어졌다. 그리고 본능에 의해 자존심이 크게 상한 고스트 나이트는 괴성을 지르며 셰도우로즈에게 달려들 기 시작했다. -꺄악- 순간적으로 셰도우로즈가 놀라서 뒤에 숨어있던 애니를 앞으로 떠밀었다. 기습에 당한 애니는 너무나 놀라 비명을 지르는 것도 잊은 채 고스트 나이 트를 향해 밀렸다. 그러나 그녀의 강력한 생존의욕은 이 긴급 상황에서 그녀에게 마치 검성과 같은 순발력을 발휘하게 했다. "꺅, [순간 점프]! [비도탈명]!" 애니의 몸이 순식간에 거의 천정에 닿을 정도로 뛰어올랐다. 그리고 그녀의 허리춤에 있는 4개의 비도가 위에서부터 고스트 나이트의 머 리 쪽으로 뚫고 들어갔다. 도둑의 암살콤보 중 하나인 천중 급소 노리기가 적중된 것이다. 크리티컬이었다. -끄아아악- 고스트 나이트가 참을 수 없는 듯 비명을 질렀다. 유령이 되었어도 아픈 감 각이 남아있는 것일까? 단지 습관일까? 그때였다. 그림자 하인이 움직였다. 그림자 하인이 괴로워하는 고스트 나이 트의 등 뒤로가서 그를 껴안았다. 놀라운 일이었다. 물리력이라고는 전혀 없는 그림자 하인이 고스트 나이트 를 못 움직이게 껴안고 있는 것이 아닌가! "!!!!! 그런가, 같은 영체라서 서로를 잡을 수 있는 것인가!" 그림자 하인의 한 가지 비밀을 깨달은 크로키가 놀라서 소리쳤다. 그리고 그가 외치는 목소리의 뒤를 이어 방심하다 선빵을 맞은 라딘의 기합 이 이어졌다. "[파워 브레이크]! 치사하게 선빵치는 놈한테는 뒤통수 때리기가 묘약이닷! " -슈웅, 퍽- -끼아아아악- 자신의 평소 지론이 먼저 치면 남는다라는 사실을 까맣게 있고 있는 라딘이 었다. 그의 미스릴 워해머는 고스트 나이트의 뒤통수를 정확히 가격했고, 드디어 고스트 나이트의 머리가 퍽하며 터져 연기처럼 흩어졌다. 그리고 서서히 그 의 몸이 붕괴되어 연기로 변해 사라지는 것이다. ".......누구인가 나를 이 영원한 고통에서 해방시킨 자는?" 고스트 나이트가 연기로 화해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거의 보이지 않을 정 도의 사람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사념이 아직 남아 있었던 것일까? "그대는 누구요? 나는 기사 라딘이라고 하오." 순발력 좋게 라딘이 대답했다. 적이 제 정신으로 돌아온 것을 느낀 것이다. "나는 듀레인, 용기의 신의 팰러딘이다. 나의 아내와 어린 아들의 원수가 이 동굴 안에 들어 왔다는 것을 안 나는 원수를 갚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 그렇게 시작한 듀레인의 사정은 라딘에게 있어서 참으로 남의 일 같지 않은 애절한 것이었다. 듀레인은 550레벨의 팰러딘이었다. 그는 오랜 시간의 노력 끝에 그의 원수인 소환사 블레틴이 마족을 소환하기 위해서 이 마굴의 40층에 마법진을 만들고 있다는 정보를 얻었다. 그리하여 그는 이 마굴에 들어오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곳에 들어와 서 생각지도 못한 곤경에 빠졌다. 이곳의 몬스터는 모두 슬라임이었던 것이 다. 그의 무기는 워해머, 라딘과 같은 타격기였다. 물론 타격기로는 슬라임을 죽이지 못한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신성마법인 [홀리 볼트]와 마나를 사용하는 필살 기 [파이어 봄]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일단 나갔다가 다시 들어와도 될 것 을 복수에 눈이 먼 그는 절대로 후퇴하지 않았다. 전업 마법사도 아닌 팰러딘이 마나가 있어봐야 얼마나 있겠는가? 그렇게 30층까지 내려온 듀레인은 결국 마나를 모두 소모하고 말았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문 앞의 도플갱어 슬라임 무리한테 죽음에 이르는 상처 를 받게 된 것이다. 가까스로 이쪽 문까지 도망 온 듀레인은 문을 걸어 잠 그고 치료를 하려 했지만, 이미 마나도 다 써버린 그에게 있어서 한계를 넘 어선 상처는 죽음에 이르는 카운트다운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는 울었다. 원수인 블레틴이 바로 밑에 있는데, 이제 조금만 더 내려가면 그를 만나 복수를 할 수 있는데, 그러면서 그의 생명은 꺼져갔다. 그 원념이 마기를 불러들여 자신의 혼이 떠나지 못하고 유령이 되었던 것이 다. 이제 자신은 신의 품으로 돌아갈 것이다. 다행히 자신은 유령이 되어서 다 른 사람을 죽이지 않은 것 같다. 인기 최하위의 이 마굴에는 그가 죽은 이 후로 아무도 30층까지 내려 와서 이쪽 통로를 이용하지 않았던 것이다. 다른 통로를 이용했는지, 아니면 정말 아무도 오지 않았는지는 모르지만 덕 분에 자신은 신의 구원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고맙소, 나는 먼저 바로스님의 곁으로 가겠소. 내가 죽었을 때, 내 가 가지고 있던 물건 중 마나로 환원되지 않은 물건은 바로 이 워해머 뿐이 오. 이제 나에게는 필요 없는 것이니, 그대들이 가지도록 하시오. 사양할 것 없소. 혹시라도 미안하면 40층에 있는 블레틴을 죽여주면 감사하 겠소." 그렇게 듀레인은 성불했다. 라딘은 너무나도 기분이 좋았다. 이미 듀레인에게 한방 얻어맞은 사실은 그 의 기억 속에 남아있지 않았다. 얼른 주머니에서 감정스크롤을 꺼내 사용하 고는 땅에 떨어진 워해머를 집었다. ---------------------------- 미티어샤워 종류 : 워해머, 등급 : 레어, 속성 : 불, 제한 : 전사, 기사, 성직자계 기본 공격력 1400, 무게 10, 보너스 스탯 : 힘 50, 체력 50, 민첩 50, 마력 50, 저항 : 불 30 특기 : [파이어 봄] 스킬 사용가능 [파이어 봄 ]은 미티어샤워의 머리 부분을 불길에 휩싸이게 해서 타격 시 그것이 터짐 으로써 추가 속성대미지를 얻게 하는 기술로 사용 때마다 마나를 소비한다. 타격대미지가 크면 클수록 추가 속성대미지도 증가한다. ---------------------------- "오호! 레어 워해머, 벌었다~." 라딘은 환성을 질렀다. 지금 이 자리에 워해머를 쓸 사람이 자신밖에 없기 때문에 더더욱 기뻤다. 라딘의 파티원들은 그런 그를 아주 솔직담백하게 축하해 주었다. "받아랏, 축하 빵이닷. [날라 차기]!" 드와프가 하늘을 날았다. "훗, [매직미사일], [매직미사일], [매직미사일], [매직미사일], [매직미사 일], 난 역시 질보다 양이 좋아." "아니 얘들아, 너무 심하잖아 그러다 라딘 잡겠다. 그냥 나처럼 밟아!" 도끼바바의 제안에 사람들은 기술사용을 자제하고 5분정도 라딘을 자근자근 밟았다. "끼잉, 우리아빠 죽어용, 그만 해용." "으흑, 형, 이럴 수가 있어요. 유니크 할버드까지 먹어놓고서......" 몽몽의 애원에 의해 겨우 사람들의 발밑에서 벗어난 라딘이 원망스럽다는 듯 도끼바바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도끼바바는 자기는 대세를 따른 것뿐이 다, 나도 후배를 밟는 것은 괴롭다 라고 말하면서 휘파람을 불었다. '도끼바바형, 형마저도......' 라딘은 그 단순 무식 의리의 도끼바바마저 이렇게 사악한 면을 보이자 세상 에 믿을 놈이 하나도 없다고 한탄했다. 역시 근묵자흑이라고 라딘의 옆에 있으면 기본적으로 사악해 지는 것 같다. "그런데 어떻게 할 거야? 40층에 그 블레틴이라는 소환사 잡으러 갈 거야?" 크로키가 일단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라딘에게 물었다. 마족을 소환하려는 악의 소환사 블레틴, 라딘은 일단 신중하게 생각했다. 그리고 그 결과 한 가지 깨달음을 얻었다. "이봐, 이 기사가 여기 들어와서 죽은 지 얼마나 됐을까?" 뭉치가 고개를 갸웃하고는 라딘의 말을 받았다. "글세, 그래도 한참 되지 않았을까? 셰도우로즈 누나, 혹시 성기사가 이 던젼에 들어갔다는 소식 들은적 있어요?" "없는데? 흐응, 그렇다면 최소한 7년 이상 지났다는 얘기네." 그렇다. 라딘이 깨달은 것은 바로 세월이었다. 유령에게는 세월이 정지해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밑에 있는 소환사는 이미 마족을 소환했을 것이 다. 그런데 문제는 마족을 소환했으면 이곳을 나갔어야 한다. 그렇다면 그는 무 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마족소환에 실패하고 죽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 다면!!! "40층까지 내려가자!" 라딘이 확고부동한 목소리로 파티원들에게 제안했다. 크로키의 눈이 빛났다 . 라딘의 목소리에서 재물의 냄새를 맡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호, 라딘, 네가 그렇게 말하는 데는 확실한 이익이 보장되는 일이 있다는 것이겠지? 설명해주겠어?" 라딘은 역시 크로키라는 듯이 그를 한번 바라보고 자신이 생각한 바를 설명 했다. 다시 말해서 소환사는 죽었을 것이고, 죽었다면, 그가 준비한 물건과 죽었 을 때 떨어뜨린 아이템이 40층에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결국 40층에 내려가서 먼저 발견한 사람이 임자인 것이지. 잘하면 레어 아 이템이나 최상급 마법서를 얻을지 모르잖아! 그러니까 일단 내려가자고, 가 서 없으면 포기가 되는데, 안 내려가면 절대로 미련을 못 버릴 것 같아." 라딘의 말에 모든 사람은 동의했고, 드디어 사람들은 목숨을 건 마굴탐사에 도전했다. 330-400레벨 파티에 마굴 40층은 정말로 목숨을 걸지 않으면 안 되는 지역인 것이다. 제발 보스급은 나오지 말라고 모든 파티원들은 제각기의 신에게 기원하면서 밑으로 내려가는 층계를 이용하는 그들이었다. ---------------------------------- ------------------------------------------- 3-2 베르키우스 ---------------------------------- 30층에서 40층까지 내려가는 길은 그야말로 한 층 한 층이 하나의 관문이라 고 할 정도로 힘겨웠다. 현재 파티의 최고레벨인 뭉치의 레벨은 410, 최저 레벨인 크로키의 레벨은 337이다. 이 파티는 350~400레벨 파티라고 할 수 있는데, 39층의 나오는 마물들은 450이 넘는 것이다. 그러나 의외로 그림자 하인이 큰 역할을 했다. 그림자 하인은 사람들을 대 신하여 던젼을 탐사하고 그 결과 가장 최단로와 마물이 적은 경로를 파티원 들에게 제공할 수 있었다. 전투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되는 그림자 하인이 탐 색에는 최고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크로키는 왜 그림자 하인이 최상급 마법인지 이제야 납득을 하게 되었다. "휴, 이제 여기를 내려가면 40층인가? 이곳에 블레틴이라는 놈이 있을 거란 말이지?" 뭉치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말했다. 밑으로 내려가는 계단을 지키고 있는 킹슬라임 한 마리를 겨우겨우 처치한 뒤였다. 이제 파티원들은 이 던 젼 끝까지 내려가 보고 싶은 충동까지 느끼고 있었다. 도대체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종류의 슬라임이 존재할까? 그들이 그동안 내 려오면서 가진 새로운 호기심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블레틴이라는 놈의 시체겠지. 제발 뭔가 남은 게 있어야 하 는데, 그래야 목숨까지 걸고 내려온 보람이 있지." 라딘이 역시 거칠어진 숨을 진정시키며 말했다. 이제 라딘은 파티의 주요 공격원 중 한명이다. [파이어 봄]이 슬라임한테 상당히 잘 먹히는 것이다. 파이로슬라임 이외의 슬라임은 기본적으로 물의 속성이었고, 불의속성 공격 에 상당히 약한 면을 보였다. 또한 라딘은 이 파티의 메인 힐러였다. 이 파티는 지금 성직자와 같은 힐러가 없다. 이 불균형 파티를 여태까지 지 탱하고 있는 것은 바로 포션공장 라딘의 최상급 포션이라고 할 수 있었다. 라딘은 자신이 만든 포션이 마구 소모되는 것을 무지하게 억울해 했다. 그러나 자신이 레어 아이템까지 먹고, 자신이 내려가자고 주장한 상황에서 포션 값을 받을 순 없었다. 물론 달라고 해도 줄 사람들도 아니다. 라딘은 다시 밟히기 싫었다. 그 때, 크로키가 내려 보낸 그림자 하인이 와서 크로키의 귀에 대고 자신이 본 것을 전하기 시작했다. 크로키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빙고! 라딘 너의 추측이 맞았나 봐. 문이 있데, 그리고 간판이 있는데, 블 레틴의 연구실이라고 써있다는 거야." 사람들은 환성을 지르며 기뻐했다. 상급소환사의 시체를 찾으러 왔는데, 그게 그냥 시체가 아니라 연구실이라 고 한다. 상급 마법사의 연구실이면 던젼 중 최고의 보물창고 던젼으로 구분된다. 마법사가 모은 마법서와 마법 아이템 같은 것이 그 안에 고스란히 남겨져 있을 가능성이 무지 높았기 때문이다. "자자, 그럼 최후의 최후까지 긴장을 풀지 말고 유종의 미를 거두자고요. 준비 됐으면 슬슬 내려갑시다." 라딘이 역시 기쁨을 감추지 못한 목소리로 사람들에게 말했다. 모든 사람들 은 이제 곧 보물창고를 구경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씩씩하게 2 열종대로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애니! 함정체크!" 무사히 연구실의 문 앞까지 도착했을 때, 라딘이 얼른 애니에게 함정체크를 명했다. 애니는 역시 라딘이 자신을 그냥 놔둘 리 없다고 마음을 비우고 신중하게 문을 살피기 시작했다. 역시 문에는 상당히 복잡한 함정이 설치되어 있었다 . "저기요, 함정이 있는데요, 근데......조금 복잡한 함정이에요." 사실 애니의 레벨은 지금 340, 왠만한 함정은 웃으면서 해결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애니는 그동안 모든 함정 해체를 모험심에 불타는 몽몽에게 일임해 왔다. 그 결과 애니의 함정해체기술의 숙련도는 현재 40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참고로 레벨 260인 몽몽의 함정해체기술은 89이다. 그동안 몽몽이 자신도 모르게 얼마나 혹사당했는지를 알 수 있는 단적인 증거이다. "호, 그래서?" 라딘이 미소를 지으며 애니의 말을 받았다. 애니는 라딘의 미소를 한번 보 고는 마음을 비웠다. 자신의 함정해체 스킬은 40, 이 함정을 해제할 확률이 30%에 불과하다는 판단을 했다. 하지만 여기서 몽몽이라는 단어를 꺼내면 자신이 살아날 확률은 0.01%도 안 될 것이다. 그리하여 애니는 자신이 여태까지 해체한 함정 중 가장 난이도 높은 함정의 해체에 도전했다. 애니는 문 앞에 가서 자신의 도둑질 도구를 모두 내려놓았다. 문에 걸린 함정은 독이 묻은 화살발사와 파이어 볼 폭파 함정이 이중으로 걸린 상급 함정이었다. 일단 화살이 발사되는 장치를 부수지 않으면 안된다 . 그러나 그것을 잘못 건드리면 파이어 볼이 터지는 것이다. 손이 떨려왔다. 정교한 함정을 다루는 데 손이 떨리다니! 자살이나 다름없 지 않은가! 그녀는 크게 심호흡을 하고 잠시 눈을 감으며 긴장을 풀려고 노 력했다. 그러나 눈을 감자 왜 자신이 이런 위험한 일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회의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동안 생명의 위험이 되는 모든 함정은 죽음을 인식하지 않는 모험심의 화 신 몽몽이 해결해왔다. 자신이 생각하기에 자신은 원래 도둑이 아닌 산적이었다. 산적의 특성상, 함정해체 같은 위험한 일은 절대로 하면 안 되는 것이다. 애니는 왠지 모를 설움에 눈을 떠서 뒤를 돌아보았다. 항의하고 싶었던 것 이다. 그러나 뒤에서 조용히 입가에 미소를 지으면서 서 있는 라딘의 얼굴을 보고 는 다시 마음을 비울 수 있었다. 그녀는 라딘이 인간이 아니었다는 것을 잠 시라도 잊은 자신을 원망했다. 상급 트랩보다도 더 무서운 존재가 바로 라 딘이 아니겠는가? 그녀의 눈이 안정되고 손이 정교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찰칵- 첫 번째 관문을 통과했다. 이제 독화살은 발사되지 않을 것이다. 독화살이 발사되는 스프링의 연결고리를 아교로 고정하고, 그 발사시위를 끊는데 성 공한 것이다. 이제 2분만 있으면 아교가 완전히 굳는다. 스프링은 절대로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파이어 볼 함정이었다. 애니의 눈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벽을 약간 긁어내서 파이어볼 문양이 새겨 진 마법진 석판의 옆면을 발견하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석판이 두 개였다. 어느 것이 진짜지? 한 개는 더미임에 틀림이 없 어! 애니는 망설이기 시작했다. 파이어 볼의 마법진에 용해액을 흘려 넣어서 마 법진을 지우면 함정은 완전히 해체된다. 그러나 가짜 마법진에 용해액을 흘려 넣는다면? 분명히 가짜 마법진은 파이 어볼 마법진의 보조 장치의 역할을 하고 있을 것이다. 즉, 가짜 마법진이 녹으면 그 즉시 터지는 것이다. 살아날 확률은 50%이다. 삶과 죽음의 도박 인 것이다. 애니의 정신은 다시 흔들리기 시작했다. "애니야~, 아직 멀었니? 벌써 10분이 지났단다." 애니가 약 1분간 아무런 행동도 안하고 앉아 있자 드디어 라딘이 독촉을 시 작했다. 사람의 영혼을 빼앗는 악마의 협박이 이보다 더 잔인할까? 애니는 애초에 라딘을 털려고 한 자기 자신은 그때 이미 헤어날 수 없는 불행의 구렁텅이 로 빠졌었다는 것을 느꼈다. 이제는 그녀의 정신력이 한계에 다다랐다. 눈물이 앞을 가렸다. 이런 고통을 느끼려고 살고 있는 것일까? 차라리 죽고 싶어! 아니야, 이대로는 억울해서 못 죽어! 끝까지 살아서 보란 듯이 성공할 거야 . 저 악마가 날 함부러 할 수 없을 정도로! 그녀는 이를 악물고 뒤쪽에 있는 마법진을 선택해서 용해액을 흘려 넣기 시 작했다. 그녀에게 1년보다 더 긴 것 같은 10초가 흘렀다. 그리고 파이어볼은 발동하 지 않았다. 신이 애니를 동정한 것일까? 애니는 결국 살아남을 수 있었다. 스킬도 올랐 다. 그러나 애니는 기뻐할 수가 없었다. 마지막 장치를 해체하면서 그녀의 기력 이 다했기 때문이다. 이계인이라면 함정 해체 기술을 발동시키면 확률에 의해서 자동적으로 해제 방법이 표시되어 그것을 따라하기만 하면 된다. 그런 간단한 작업이 이처 럼 브리시아 인에게는 자신의 판단력과 기술을 전제로 한 작업이 되는 것이 다. 역시 목숨이 여러 개 있는 이계인에게 있어서 함정해체는 하나의 유희이지 만 그녀와 같은 브리시아 인에게는 생명을 담보로 한 도박일 수밖에 없었다 . '나는 결국 살아남았어!' 애니는 그렇게 함정해체를 성공시키고 긴장이 풀리면서 정신을 잃었다. 라딘은 그런 그녀를 고개를 끄덕이며, 역시 아직은 정신단련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리는 것이었다. 애니가 기절했던 말던, 일단 함정은 제거되었다. 다시 도끼바바가 나서서 문을 열었다. 그 문은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손님을 맞이한다고 주장하듯 끼익 하는 소리를 요란하게 내며 서서히 열렸다. 문 안에는 두세 개의 공간으로 나누어진 연구실이 있었다. 그리고 그 가운 데에는 지름 3m정도의 복잡한 마법진이 흐린 빛을 발하며 빛나고 있었다. 문제는 그 마법진이 아니다. 한쪽 공간에는 책이 가득 차 있는 책장과 침대 가 보였다. 그리고 반대편 공간에는 이상한 시약과 몇 가지 아이템이 보였다. 그리고 그 한쪽에는 블레틴이라고 생각되어지는 해골만 남은 시체가 놓여있 었다. 실험실인 것 같았다. 그런데 왜 블레틴은 죽었을까? 사람들은 궁금해 했다. 그러나 일단 과거의 진실보다는 현재의 현금이 중요한 법이다. 저 책들중에 과연 마법 북이 몇 개나 될까? 저 아이템에는? 특히 해골이 입고 있는 로 브는 그 오랜 세월동안 먼지도 쌓이지 않은 것을 보아 마법로브일 가능성이 100%였다. "저 로브는 크로키 네가 입어라. 나중에 모양은 바꿀 수 있거든, 지금 네가 입고 있는 로브랑 똑같이 바꿔줄게." 라딘이 말하자, 크로키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땡큐~, 사양하지 않겠네. 친구." 뭉치는 왜 자기가 가질만한 아이템이 안 나오냐고 투덜댔지만, 역시 진심으 로 크로키의 득템을 축하해 주었다. 모든 파티원들은 자신들의 모험이 성공적인 대박엔딩으로 끝나는 것을 기뻐 하며 서둘러서 물건을 챙기려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들이 기뻐서 방심한 순간에 위기는 찾아들었다. "호,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손님이 오셨군요. 하지만 모처럼 온 손님이 도둑이라니 조금 서운하네요." -------------------------------------------- 다. ------------------------------------------- 3-2 베르키우스 ---------------------------------- "!!!! 누구냐!" 라딘이 뒤를 돌아보며 소리쳤다. 그리고 나머지 동료들도 황급히 전투태세 를 취하며 자신들이 들어온 문을 쳐다보았다. "꺄악" 문에서 나타난 것은 붉은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린 한명의 소년이었다. 그리고 그의 손에는 문가에 남아 있던 셰도우로즈가 목을 잡혀 매달려 있는 것이었다. "너,너 이자식 그 손 놓지 못해!" 도끼바바가 두 눈에서 불길을 일으키며 소리쳤다. 셰도우로즈는 목이 졸리 자 괴로운 듯 두 손으로 그 소년의 손을 풀으려고 노력하면서 버둥거리고 있었다. "크크크, 놓으라고요? 그럼 놓아 드리지요." -휘익, 퍽- "아악!" 그 소년이 셰도우로즈를 집어 던지자 그녀는 마치 새가 날라 가는 것처럼 일직선으로 벽에 날라가 부딪쳤다. 그녀의 비명소리가 방안에 울렸다. "너! 이 자식, 죽어랏! [회전 베기]" 이성을 잃은 도끼바바가 할버드를 공중에서 붕붕 돌리면서 돌진했다. 그러나 그 소년은 웃으면서 그것을 보고만 있었다. 그리고 할버드가 자신의 바로 앞에 다가왔을 때, 그의 모습이 흐려지면서 사라지는 듯이 보였다. 그리고 어느새 도끼바바의 등 뒤로 돌아온 소년은 팔꿈치로 도끼바바의 등 을 찍었다. "크헉!" 등뼈가 부러지는 것 같은 충격을 받은 도끼바바는 입으로 피를 토하며 앞으 로 고꾸라졌다. 순식간에 두 사람이 당하자 라딘과 그 일행들은 긴장하기 시작했다. 상대는 겉모습과는 다르게 엄청난 고수인 것이다. "너는 누구지? 내가 보기에는 인간이 아닌 것 같은데?" 크로키가 냉정한 얼굴로 물었다. 15세 정도의 소년이 사람을 마치 공 던지 듯이 던지고 잔상이 남을 정도로 몸놀림이 빠르다는 것을 믿을 수 없는 것 이다. "아, 이런, 제 소개가 늦었군요. 저는 마계의 투마일족 중 상급 투마일족인 쌍각혈익족의 베르키우스라고 합니다. 그대들은 누구인가요? 소환술사 블레틴을 찾아오신 거라면 그는 바로 저기에 누워있습니다." "!!!! 마족이었나!" 라딘과 크로키는 경악했다. 블레틴이 마족소환에 성공했구나! 그들은 절망 에 가까운 위기감을 느꼈다. 마족은 기본레벨이 1000이 넘는다고 알려져 있 는 것이다. 물론 이 브리시아 세계에 소환될 경우 소환자의 능력과 소환에 따른 제물 등에 따라 능력치가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레벨 1000의 마법 전사인 마족은 능력치가 떨어져도 기술은 유니크 급의 기술이나 마법을 같 이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눈앞의 존재는 그들이 자신들의 전 길드원을 동원해서 도전하려고 하는 크 라켄보다도 더 강할 수 있는 존재인 것이다. "그렇습니다. 저는 마족이지요. 블레틴이 저를 소환한 것도 맞습니다. 단지 그는 제 기분을 거슬렸기에 그 댓가를 받게 되었지요. 물론 그의 모든 재산을 저한테 넘기고 말입니다." 베르키우스가 웃으며 대답했다. 마치 음유시인이 악기를 타면서 한 잔의 맥주를 위하여 고대의 영웅담을 노 래하는 듯 감미로운 목소리였다. 그의 눈에는 이 파티원들이 장난감으로 보 일지도 몰랐다. 드래곤조차 본신이 아닌 폴리모프 상태로는 상대하기 어렵 다는 존재가 바로 마족이 아니겠는가? "그런 저의 물건을 훔치려고 한 그대들은 목숨을 버릴 각오가 되어 있겠지 요? 마족은 힘이 없는 자가 자신의 물건을 가져가려는 것을 절대로 용서하지 않 는답니다. 자비심이라는 것이 별로 없거든요." 그렇게 말을 마치자마자 베르키오스의 몸이 다시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신형이 뭉치의 앞에 나타났다. 라딘은 뭉치가 당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뭉치는 베르키우스의 손이 자신의 머리를 향해 뻗어오자 그에 반응하여 한 손으로 막고 다른 한 손으로 베르키우스의 가슴을 때렸다 . 나한십팔수의 한 초식이었다. 뭉치는 그동안 자신이 익힌 무공을 단순히 익 혀서 스킬명에 의해 자동 발동되는 단계에서 만족하지 않고 완벽하게 스스 로 그 기술을 펼칠 수 있도록 연습한 것이다. 일단 스킬이 습득한 상태라면 스킬 씽크로률이 90%이상일 경우 스킬명을 말 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발동된다. 그 경우 대미지와 명중률이 최고 30%까지 올라가고 스킬 숙련도가 올라갈 확률이 100% 증가하는 보너스도 있는 것이 다. -퍼억- 베르키우스의 가슴이 움푹 패였다. 크리티컬인가? 그러나 라딘의 바램과는 달리 패인 가슴은 바로 원상태로 회복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베르키우스의 발이 뭉치의 배에 꽂혔다. -퍽- 으헉- 뭉치의 몸이 1m정도 떠올랐다. 그러나 베르키우스의 손이 뭉치의 한쪽 팔을 잡고 있어 뭉치는 날라가 박힐 자유조차 잃었다. 다시 베르키우스의 발이 뭉치의 배를 차려고 했다. "이놈! 주인공을 무시하지 마라! [쇼크웨이브]!" -위잉, 턱- 라딘이 분노와 함께 터뜨린 쇼크웨이브는 정확하게 그 마족의 머리를 향해 나아갔다. 그러나 베르키우스가 웃으면서 오른손을 들어 라딘의 혼신의 힘 이 실린 워해머의 머리를 잡는 것이 아닌가! "후후후, [봉인귀수]라는 거다. 우리 일족의 특징으로 모든 기술이 이 손안 에서는 무효화 되지, 너의 힘이 나보다 약한 이상 너의 모든 공격은 나에게 아무런 효력을 발휘할 수가 없다는 뜻이지." 친절하게 라딘이 확실하게 절망하도록 설명까지 해가면서 베르키우스는 뭉 치를 차려고 했던 발로 라딘을 찼다. 라딘은 급히 방패를 들어 막았지만 그 발에 실린 힘에 의해서 뒤로 날라가 벽에 부딪쳤다. 놀라운 힘이었다. '으윽, 저놈은 거의 모든 능력을 보존한 상태로 소환 된 건가? 너무 세잖아 !' 라딘은 절망했다. 자신이 느끼는 그의 힘은 자신이 봉인을 해제했을 때에 비해 그리 차이가 없는 것 같았다. 그 위에 저 민첩함이라니! 어쩌면 정말 로 저 놈은 레벨 1000이 넘는 괴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음양쌍마공]! 받아랏, [나한십팔수]!" -화륵- 펑펑펑- 라딘의 희생은 헛되이 되지 않았다. 베르키우스가 라딘에게 정신이 팔린 틈 을 타서 뭉치가 음양쌍마공을 일으켜 자신이 잡힌 팔에서 불길이 솟아오르 게 했기 때문이다. 깜짝 놀란 베르키우스가 자신도 모르게 그 손을 놓자 바로 소림 나한십팔수 가 베르키우스에게 쏟아졌다. 드와프는 팔, 다리가 짧은 대신에 안으로 파고들면 연타가 무지하게 빠른 것이다. 특히 단순하면서도 연환공격을 주로 삼는 나한십팔수는 그런 드와프의 특성 과 잘 어울리는 것으로 베르키우스는 순간의 방심으로 불과 얼음에 휩싸인 뭉치의 주먹과 팔꿈치에 연속으로 네,다섯 방을 얻어맞고 뒤로 튕겼다. 그의 모습은 뭉치가 때린 곳이 모두 구멍이 난 듯 일그러져 있었다. "오옷, 뭉치 나이스! 저놈 완전히 걸레가 됐네. 마족도 별게 아니구만!" "아직 몰라! [매직 미사일]!" -파파팍- 기회를 엿보던 크로키가 뭉그러진 베르키우스의 몸을 향해 그가 아는 유일 한 공격마법인 매직 미사일을 시전 했다. 투명한 화살이 연속으로 3개 날라 가서 다시 그의 몸에 3개의 구멍을 내었다. 죽인 것일까?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놀랍게도 뭉그러진 베르키우스의 몸이 다시 원래대로 돌 아가기 시작했다. "크크크, 방심하다 한방 먹었군. 너희들 의외로 상당히 강한 놈들이었네? 이제 진심으로 상대해주지!" 놀라서 대사를 잊어먹은 라딘과 뭉치, 그리고 크로키를 보면서 완전히 회복 한 베르키우스는 말했다. 그와 동시에 미소년이었던 그의 모습이 변하기 시 작했다. 머리카락 속에서 두 개의 뿔이 솟아 올라왔다. 길이 20cm정도의 뿔은 중간 이 약간 굽어 있었는데, 마치 송곳처럼 끝이 날카로웠다. 뒤쪽에서 등이 갈라지며 불쑥하고 붉은 물체가 나왔다. 서서히 커져서 완전 히 펴진 그것은 길이 1.5m정도의 붉은 박쥐 날개였다. 10cm정도의 손가락이 두배 이상 길어지며 그 끝에서 역시 손가락의 길이와 비슷하게 손톱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손톱은 마치 금속이 울리는 소리를 내 며 연구실에 있는 등잔불에 날카롭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몸 색깔이 짙은 갈색으로 물들면서 눈이 완전히 검게 변하였다 . 상급 투마인 쌍각혈익족이 본 모습을 들어 낸 것이다. "자! 그럼 이제 제대로 놀아볼까?" 마족의 모습으로 변한 베르키우스가 즐겁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 역시 슬럼프입니다. 저같은 초보작가는 원래 비축분을 쌓아놓고 계속 생각하고 수정하면서 글을 올려야 원래 생각하고 있는 감정과 모습을 그나마 제대로 묘사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 다시 3장부분을 읽어보니 전체적으로 내용이 산만하고 분위기도 원래 생각했던 것과는 틀리더군요. 특히 100회 기념으로 올린 외전이 흐름을 조 금 흐트려놓은 것 같습니다. 비축분 없이 바로 써서 바로 올리는 것이 저에게 있어서 얼마나 좋지 않은 것인지 뼈저리게 느끼게 되는군요. 열심히 글을 써서 비축분을 벌어야 겠습 니다. 그래야 맘 편하게 쓰고싶은 것을 쓰고 맘에 안들면 수정하고 그럴 수 있는 것이지요. 일단 110회 부분을 조금 수정했습니다. 다른 부분은 나중에 손보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처음 써보는 글이라서 그런지 문법도 많이 이상하고 표현도 유치하지만, 나 름대로 노력하고 배우고 있습니다. 그래도 처음 1장 쓸때보다는 많이 늘은 것 같아서 조금 기분이 좋아지고 있기도 하고요. 앞으로도 제 글을 읽어 주시고 날카로운 지적을 부탁드립니다. -초보작가 자유팰러딘 올림- ------------------------------------------- 3-2 베르키우스 ---------------- "제길, 저 놈은 불사신인가?" 뭉치가 식은 땀을 흘리면서 중얼거렸다. 땀은 나오자 마자 수증기가 되어 증발하던가 얼음덩어리가 되어 땅에 토톡소리를 내며 떨어졌지만, 그 모습 을 보고 웃기에는 상황이 너무 심각했다. 크로키는 냉정하게 생각했다. 자신이 생각하기에 레벨 500대의 소환사 블레 틴이 레벨 천의 마족을 제대로 소환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러나 저놈의 힘과 민첩성은 조금도 떨어지지 않은 것 같았다. 그렇다면 무엇이 그의 약 점일까? 크로키는 라딘에게 귓말을 보냈다. 너의 사기성 유도심문에 우리의 미래가 달렸다! 라딘, 저놈의 약점을 캐내라! 라딘이 크로키의 분석과 요청을 듣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저놈이 움직이기 전에 말싸움으로 넘어가야 된다. 그의 머리가 이 위기의 순간 초 고속 회전을 시작했다. 그리고 드디어 한 가지 의문점을 도출하는 데 성공 했다. "이봐, 베르키우스, 싸우기 전에 한 가지만 물어도 될까?" 한참 분위기를 잡아 인간들을 공포 속에 몰아넣고 잔인하게 죽이려던 베르 키우스는 의외로 평온한 라딘의 말투에 기분이 상했다. 당장 찢어 죽이고 싶은 충동을 느낄 정도였다. 그러나 이 상황에서도 물어 봐야 하는 인간의 질문이 과연 무엇인가 하는 호기심이 조금 더 강했다. 어차피 천천히 죽이나 빨리 죽이나 그로써는 크게 차이가 없는 것이다. "호오, 무슨 질문이지요? 살려달라는 애걸이 아니라 질문이라니, 저도 궁금 하군요. 무슨 질문인지?" 마족의 대답에 라딘은 속으로 걸렸구나! 하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저런 자신감에 찬 놈들은 호기심과 자존심을 이용하면 성격상 거의 확실하 게 걸리는 것이다. 드래곤인 카린도 바로 저런 식이 아니었는가! 머리가 좋 고 나쁜 것과는 상관이 없는 것이다. 아니, 머리가 좋을 수록 잘 걸린다고 봐야했다. 머리가 좋고 자만심이 센 놈일수록 알면서도 걸려주는 법이다. "마족은 모두 마법전사잖아, 그런데 넌 왜 마법을 안 쓰지? 너 혹시 마법 못 쓰는 것 아니야?" 라딘의 천진난만한 어투의 질문은 베르키우스를 상처 입게 했다. 그의 갈색 얼굴이 파랗게 물들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면 마족의 피는 파란 색이라는 것이 사실인 것을 알 수 있었다. "크크크, 무슨 질문인가 했더니, 그것이었군요. 이것으로 당신의 죽음은 가 장 잔인한 것으로 확정되었습니다. 가장 마지막에 아주 시간을 들여 천천히 찢어 죽여 드리지요." 마족의 살기에 가득 찬 검은 유리 같은 눈도 라딘을 공포로 몰아붙이지는 못했다. 라딘은 지금 베르키우스가 라딘에게 전하고 싶은 협박의 내용보다 도 그의 말에 포함된 마법을 쓰지 못한다는 긍정의 표현에 집중했다. 드디어 이놈이 자신의 말에 넘어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나씩 하나씩 약점 을 드러내는 거야! 이제는 속성을 말해줘, 착하지? 바둑아. 아니, 베르키우 스. "쿠쿠쿠, 역시 마법을 못 쓰는군. 그렇다면 너의 정체는 이미 나에게 드러 났다! 블레틴이 무슨 재주로 너를 소환했겠어. 아니, 하필이면 왜 여기서 너를 소환했겠어! 그렇지? 베르키우스." 솔직히 라딘이 정말로 베르키우스의 정체를 아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라딘 은 소환사가 상위의 존재를 소환하려면 기본적으로 제물과 그 상위 존재가 들어갈 몸이 필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다시 말해서, 마족은 자신의 육체를 가지고는 절대로 물질계로 들어올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소환사는 마족을 소환 할 때, 성직자나 왕족의 심장 같은 제물과 같이 타락한 고위 기사의 시체나 아인종의 몸 같은 것을 준비 해야 한다. 그럼 마족이 그 제물에 만족할 경우 그 몸에 빙의하여 물질계에 현신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빙의한 몸의 원래 능력과 속성에 따라서 마족의 능력과 속성이 변화한다. 물론 마족과 몸체의 능력과 속성이 비슷해야 마족의 능력이 조금 이라도 더 올라가게 된다. 라딘이 생각하기에 저 베르키우스의 본신은 절대로 인간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일단 뭉개졌다가 순식간에 다시 회복하는 것은 인간의 몸으로는 힘들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베르키우스를 도발해서 자신의 본 신을 알아내는 것이 그의 약점을 캐내기 위한 최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라딘의 생각은 문제 해결의 핵심에 가장 가까운 것이었다. "!!!!! 이놈, 기사답지 않게 머리가 좋은 놈이었구나! 그래, 나의 몸체는 바로 슬라임이다. 그 빌어먹을 블레틴이라는 놈이 주제도 모르게 나를 소환 하면서 인간도 아닌 슬라임을 모아서 나의 몸체를 구성했지, 제물을 받고 모처럼 물질계에 나온 나를! 슬라임 따위로! 그는 죄가를 받았다. 그리고 이제 너희들도 나를 화나게 한 죄가를 받을 것이다!" 순식간에 베르키우스의 살기가 공간을 팽팽하게 메웠다. 조금 전까지의 살 기가 마치 봄날의 부드러운 산들바람이라고 느껴질 정도의 강한 살기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의 살기는 아무도 공포에 떨게 하지 못했다. "쿠헬헬헬헬, 슬라임이었어, 슬라임! 역시 이 마굴은 슬라임 밖에 없는 마 굴이었어!" 뭉치가 마치 공처럼 구르면서 발광했다. "푸훗, 푸하하하하, 불쌍하다. 어떻게 슬라임에 빙의할 수가 있지? 쟤 바보 아냐? 바보." 그 냉정한 크로키도 결국 웃음을 참지 못하고 배를 잡고 웃으며 베르키우스 에게 손가락질을 했다. "카카카카카, 난 역시 천재야. 자자, 들었지? 저놈은 슬라임이야. 속성은 물이고, 마법은 못써, 보나마나 체력도 꽝일 거야. 조금만 힘내자고 , 내 생각에 저놈이 저렇게 살벌한 모습을 하고 있어도 사실 아까 얻어맞은 게 꽤 아팠을 거야. 이제 딱 5대만 더 때리면 죽을 걸? 내기해도 좋아! 카 카카카, 그런데 슬라임이라니 정말 불쌍하다." 라딘이 대놓고 베르키우스를 놀렸다. 그 때문에 베르키우스의 안색은 이제 파랗다 못해서 검푸른 빛을 발하기 시작했고, 그 모습에 공포에 질려 기절 한 애니의 밑에 숨어있던 몽몽도 참지 못하고 끼잉끼잉 대고 웃어서 자신의 종적을 들어냈을 정도였다. "죽어랏!" 베르키우스의 몸이 움직였다. 아니 움직이는 듯 보였다. 라딘의 몸이 그 순 간 반응했다. 도발에 넘어가기를 얼마나 기대했던가! "[스마이트]!" -쾅- 자신을 향해 직선으로 날라 오는 그림자를 향해 방패를 휘둘렀다. 정통으로 베르키우스와 부딪친 라딘이 다시 뒤로 날라 갔다. 그러나 준비하고 있다 가 노려서 때린 스마이트에 베르키우스도 당했다. 그는 순간적으로 스턴이 되어 비틀거렸다. "나이스! 그럼 화끈하게 해드릴게요. [음양쌍마공] 화력집중!" 뭉치의 전신이 불로 타오르기 시작했다. 뭉치의 음양쌍마공이 숙련도 90에 이르러 이미 불과 냉기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불타는 드와프는 비틀거리는 마족의 등을 껴안고 매달렸다. 베르키우스의 날개와 등이 치지직하고 타오르기 시작했다. "오오, 뭉치 파이팅! 나도 거들어 줄게. [매직 미사일]!" 크로키는 역시 환술사였다. 그런 그에게 강력한 공격마법을 기대하기는 어 려운 법, 그러나 크로키는 최초의 공격마법인 매직 미사일을 아주 정교하게 컨트롤 했다. 세 발의 마나로 된 화살이 베르키우스의 얼굴에 가서 박혔다 . 베르키우스가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이놈들! 다 죽인다!!!" -파악- 펄썩- 역시 베르키우스의 힘은 뭉치가 감당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의 날개가 펄 럭이자 그 힘을 이기지 못한 뭉치가 나가 떨어졌다. 그리고 베르키우스는 자신의 머리를 향해 연속적으로 매직미사일을 날리는 크로키에게 달려갔다. 얼굴이 일그러지면 앞이 잘 안 보이기 때문이었다. "[미러 이미지]!" 크로키의 몸이 5개로 불어났다. 그러나 베르키우스는 너무나도 빨랐다. 그의 양팔이 번개같이 휘둘러지자 환영들은 금방 사라지고야 말았다. 미처 블링크를 외우기도 전에 베르키우스의 손톱이 크로키의 가슴을 관통했 다. -푸욱- "크크크, 한 마리 잡았군. 잘가라!" "이익, 이놈이 내 친구를!!!" 튕겼던 뭉치가 벌떡 일어나 베르키우스에게 달려왔다. 베르키우스는 웃으며 뭉치가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이렇게 이성을 잃고 공격하는 인간이야 말로 가장 처리하기 쉬운 상대인 것이다. 라딘은 크로키의 죽음을 보고 오히려 몸이 차갑게 식는 것을 느꼈다. 아무리 슬라임이라고 해도 저놈의 힘과 민첩성은 진짜다. 도플갱어 슬라임 처럼 자신이 변신하는 존재의 힘과 민첩성을 그대로 이어받는 습성이 그대 로 적용된 것 같았다. 이대로라면 이기기 힘들다! 라딘은 어쩔 수 없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마 음을 비우고 품 속에서 한 개의 포션을 꺼내 마시기 시작했다. 포도색의 회복포션과는 다른 핏빛의 마약, 환상수라였다. -벌컥,벌컥- 라딘의 힘과 민첩, 그리고 체력이 2배로 늘어났다. 그때, 뭉치는 불에 타는 자신의 몸이 베르키우스의 손톱에 의해 관통당하는 고통을 맛보고 있었다. 그러나 뭉치는 그것에 굴하지 않고 베르키우스를 껴안았다. 베르키우스의 얼굴과 몸이 불타기 시작했다. "[봉인해제]!" 라딘이 드디어 봉인을 해제했다. 이로써 그의 힘은 단숨에 3000을 넘어갔다 . 힘으로는 스톰자이안트와 팔씨름을 할 수 있을 정도가 된 것이다. 뭉치의 몸이 회색으로 변했다. 역시 심장을 관통당한 몸으로는 오래 못가는 것이다. 불에 타서 얼굴과 몸이 반쯤 일그러진 베르키우스는 화가 난 눈으 로 라딘을 바라보았다. 이제 저놈, 저 제일 얄미운 놈만 죽이면 천천히 회 복하면서 쉴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가 라딘을 보았을 때, 라딘은 이미 몸에서 오라를 풍기면서 서있 었다. 저주를 해제하고 신력부여와 마법방어오라, 축복의 3대 강화마법까지 걸은 것이다. "쳇, 조금 늦었나? 잘 된 건지, 못 된 건지. 베르키우스, 너는 내가 꼭 죽 여주마! [홀리 웨폰], [파이어 봄], [쇼크 웨이브]!" 라딘의 워해머가 신성한 광채에 쌓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해머의 머리 부분 에서 불길이 일어났다. 놀랍게도 그 불길은 백색의 광채와 서로 섞여 하얀 백화로 변해갔다. 라딘이 전혀 생각지도 몰랐던 일이지만 성속성과 화속성 이 합쳐져서 성화속성이 된 것이다. "흥, 이제 보니 성기사였나? 하지만 소용없다! [봉인귀수]!" 베르키우스가 오른손으로 라딘의 워해머를 잡아갔다. 자신의 봉인귀수는 모 든 기술과 마법속성을 봉인하는 최고의 귀수! 자신의 힘으로 그의 해머를 잡고 왼손으로 그의 팔과 다리부터 조각조각으로 잘라 내리라! -퍼억- "크아아아악, 이럴수가!!!" 베르키우스의 봉인귀수는 그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라딘의 홀리 웨폰과 파이어 봄, 쇼크웨이브의 기술을 모두 제거하였다. 그러나 그가 생각지 못했던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라딘의 힘이었다. 3000을 상회하는 라딘의 힘에 의한 파괴력은 베르키우스의 오른손과 상반신 의 반을 뭉개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어서 라딘의 특기가 나왔다. 단순무식 깐데 또 까기! "[홀리 웨폰], [파이어 봄], [쇼크 웨이브], [파이어 봄], [쇼크 웨이브], [파이어 봄], [쇼크 웨이브]." -쾅-쾅-쾅-쾅-쾅-쾅- 불길이 치솟고, 다시 치솟았다. 라딘이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이미 베르키 우스의 모습은 없었고, 단지 돌로 된 땅이 1m쯤 파여 있을 뿐이었다. 약기운이 빠져 힘이 떨어지는 것이 느껴지면서 약간 지친 라딘은 구덩이에 걸터앉았다. 그리고 그는 구덩이 한 가운데에 놓여 있는 검은색의 책을 발 견하게 되었다. 베르키우스가 떨군 것이다! 라딘은 흥분하면서 얼른 그 책을 주어 들었다. 그 책에는 붉은 글씨로 '네크로노미콘'이라고 쓰여 있었다. 네크로노미콘? 붉은 글씨? 처음 보는 책이었다. 그래도 마족이 떨군 아이템이니까 싼 물건 은 아닐 것이다. 라딘은 주위를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지금 자신 이외에는 모두 사망했다. 애니는 기절해 있다. 아! 몽몽은? "몽몽아, 어디 있니?" 라딘은 잽싸게 책을 아공간 주머니에 넣으면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러자 끼잉끼잉 하는 소리와 함께 애니의 몸 밑에서 몽몽이 기어 나왔다. "끼잉, 아빠! 너무 무서웠어용. 몽몽, 마족은 처음 봐용." "그래, 그래, 그 놈은 아빠가 혼내줬단다. 이제 안 나올 거야." 라딘이 아직도 약간 몸을 떨면서 자신에게 응석부리는 몽몽을 쓰다듬으며 달래기 시작했다. "끼잉, 그런데요. 아빠는 성기사잖아용. 왜 다른 사람들에게는 성기사라고 말 안 하세용?" 몽몽은 궁금했다. 아빠가 그 멋있는 성기사였다니! 그런데 왜 아빠는 자신 이 성기사라는 사실을 숨기고 그냥 기사로 행세하는 것일까? 라딘은 순간적으로 말이 막혔다. 이 아이가 자신이 성기사라는 것을 알았으니, 잘 달래서 입을 막지 않으면 다른 사람에게 자신이 성기사라는 것이 들통나게 되는 것이다. 잠깐 곤란한 듯이 웃으며 몽몽을 쓰다듬던 라딘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몽 몽에게 작은 소리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음, 어쩔 수 없구나. 이건 원래 비밀인데, 원래 아빠는 상급 플레인 어스 에서 특수 첩보원이란다." "첩보원이 뭐에요?" "응 그러니까 말이야. 국가 소속의 살수 같은 거란다. 그래서 평소에는 자 신의 능력과 신분을 숨겨야 하거든, 그러니까 아빠가 성기사라는 사실은 당 분간은 아무에게도 알리면 안 된단다. 물론 아빠가 어스에서 첩보원이라는 사실도 비밀이지. 우리 몽몽은 착하니까 아빠의 비밀을 지켜줄 거지?" 아빠의 비밀을 들은 몽몽은 아빠가 자신에게 그런 중요한 것도 속이지 않고 말하는 것에 감동했다. 몽몽은 자신의 앞발로 가슴을 통통 두드리며 아빠 에게 약속했다. "끼잉, 물론이에용, 몽몽은 착한 아이니까 아빠의 비밀은 아무에게도 말 안 할거에용." 그 후, 몽몽은 라딘과 같이 모험을 하면서 시시때때로 어스의 첩보원에 대 해 물었고, 라딘은 근대의 최고 첩보원인 제임스 본드의 활략상을 몽몽에게 모두 이야기 해 주게 되었다. 그런 이유로 몽몽은 라딘을 제임스 본드와 같은 레벨의 첩보원이라고 생각 하게 되었고, 그런 모험과 사랑에 가득 찬 아빠와 제임스 본드의 생활을 자 신의 장래 희망으로 결정하기에 이르렀다. 한편, 그렇게 두 부자가 서로 애정을 확인하고 있을 무렵, 기절 상태에서 깨어나서도 그대로 엎드려서 상황을 살피던 붉은 번개 애니는 라딘의 본 직 업을 듣고 가볍게 몸을 떨며 울고 있었다. '흑흑흑, 저 인간이 어째 성기사이면서 저렇게 악랄한가 했더니 본직이 살 수래, 엄마, 나 어떻게 해요. 저 인간이 제가 이 사실을 들을 걸 눈치를 채 는 날에는 저는 바로 사,살인멸구......엄마 살려줘요!' 이렇게 한 사람이 오해하는 지도 모르고 라딘은 성공적으로 몽몽을 꼬셨다 고 좋아하면서 자신이 가진 부활 스크롤로 죽은 사람들은 부활시켜서 연구 소의 물건을 챙기는 것이었다. ------------------ ------------------------------------------- 3-3 크라켄 (라딘, 첫 레이드를 하다.) 3-3 크라켄 (라딘, 첫 레이드를 하다.) -환술의 길을 가는 자여! 그대들은 환상과 영혼이 가지는 인과관계를 아는 가! 저 빛의 신 샤이아가 왜 환술을 싫어하는지 아는가! 힘을 가지지 못하는 것이 괴롭고 억울하지는 않는가! 이제 그대는 힘을 얻 을 수 있다. 어둠과 영혼을 지배하는 메사아드를 받아들여라. 위대하신 메사아드의 힘이 그대를 최고의 마법사 네크로맨서로 이끌 것이다 !- 라딘은 덜컹거리며 움직이는 마차 안에서 자신이 슬라임의 소굴인 '이형의 마물의 집'에서 가지고 나온 네크로노미콘을 살펴보고 있었다. 돌아가는 여정은 서로 번갈아 가면서 지휘를 하고 나머지 사람은 로그아웃 을 하거나 공부를 하기로 한 것이다. 지금 라딘은 혼자다. 그래서 지금 마 차 안에 홀로 앉아서 그 때 빼돌린 아이템들을 정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라딘이 마족 베르키우스를 죽이고 얻은 이 네크로노미콘이라는 책은 놀랍게 도 전업을 위한 마법책으로써, 환술사를 메사아드의 성직자로 귀의하게 하 는 방법이 적혀 있었다. 숨겨진 최상급 직업 네크로맨서의 전업 퀘스트가 담긴 책이었던 것이다. 그 책에 의하면 레벨 500에 달한 환술사가 책에 있는 마법진을 그려서 어둠 의 신 메사아드의 휘하 마족을 소환하여 그와 계약을 맺으면 그자는 마족의 비호를 받는 어둠의 성직자가 되게 된다. 그 후, 네크로노미콘에 적힌 실험을 모두 끝마치고 듀라한이나 데스나이트 등 상급 언데드 중 하나를 제조하게 되면 네크로맨서로 전직하게 된다는 것 이다. 물론 마법진을 발동 시키거나 상급 언데드를 제조하는 과정에는 이 네크로 노미콘의 마력이 필요하게 된다. 즉, 이 검은 표지에 붉은 피로 글이 써진 불길한 책은 네크로맨서로 가는 참고서이자 필수 아이템인 것이다. 라딘은 다시 한권의 책을 꺼내서 읽었다. 그것은 블레틴이 남긴 연구일지였다. 블레틴은 30년 전에 악명을 떨쳤던 어 둠의 소환사였다. 그는 힘을 숭상했고, 네크로맨서가 되기 위해 평생을 노 력했다. 그러나 그가 천신만고 끝에 네크로맨서가 되는 결정적인 열쇠인 네 크로노미콘을 입수했을 때, 그는 절망과 분노에 울부짖을 수 밖에 없었다. 환술사라니! 어째서 환술사라는 것인가! 언데드 소환이 트레이드 마크인 네 크로맨서라면 당연히 소환사에서 전직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는 절대로 그럴 리가 없다고 부정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모든 능력을 동원하여 마기가 성한 마굴 중에서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곳을 골라 자신 의 연구소를 만들었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의 심장을 제물로 마족 소환을 강행하기에 이르렀다. '흠, 결국 환술사가 아니라서 마족이 그와 계약을 하지 않았던 것이로군. 음냐, 이거 고민이네. 이 책을 크로키에게 넘겨야 돼나?' 그렇다. 라딘의 동료인 크로키는 공교롭게도 환술사이다. 브리시아 최악의 직업인 환술사에게 이런 비밀이 숨어 있을 줄이야! 한참을 고민하던 라딘은 결국 크로키에게도 이 책의 존재를 비밀로 하기로 했다. 아까워서가 아니다. 아무리 이 책이 아까워도 만약 크로키가 그만한 파워를 얻는다면 투자할 가치는 있었다. 그러나, 네크로맨서는 모든 인류의 적이다. 극강의 마법사인 네크로맨서가 세상에 나타날 경우 모든 국가는 그 네크로맨서를 척살하기 위해 군대를 파 견한다. 물론 각 교단에서는 성기사단을 파견하기로 되어있다. 라딘과 크로키가 맘먹고 세계정복을 꽤한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네크로 맨서라는 직업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라딘은 생각했다. '어디엔가 쓰일 곳이 있을지도 모르지, 정 없으면 나중에 교단에 바치면 되 지. 암, 미리네한테 줘서 자비신의 교단에 이 책을 바치면 미리네는 최소한 레 어급 아이템 정도는 보상으로 받을 수 있을 거야. 어쩌면 유니크를 받을지도 모르지.' 이렇게 라딘은 또 하나의 비장의 아이템을 입수할 수 있었다. 그는 이 책이 영원히 세상에 나오지 않기를 바랬지만, 그 바램이 이루어 질 것인지는 아 직 아무도 모른다. ------------------------- 브리시아의 시간은 어스의 시간보다 4배나 빨리 흐른다. 현진과 명준의 중 간고사가 끝나고 드디어 10월 말이 되어 가을 축제마저 끝나갈 무렵, 라딘 일행은 2개월의 여정 끝에 카리브에 도착할 수 있었다. 거의 반년 만에 돌아온 카리브는 영주인 뭉치와 그 일행들에게 신선한 감동 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할 정도로 발전해 있었다. 애초에 인구 10만을 목표 로 건설한 마을이다. 지금의 인구는 5천 정도지만, 이제 카리브까지의 행로 는 거의 안전하다고 할 수 있었다. 갈수록 인구가 불어날 것이다. 중심가가 될 지역에는 이제 천 채가 넘는 벽돌집이 들어섰다. 은행과 마법사 길드는 물론이고 마을 회관 같은 대형 건물도 5채나 생겼다. 그중 가장 좋은 집은 뭉치에게 돌아갔다. 그래도 영주라고 뭉치가 떠날 때 부터 마을 촌장과 건축책임자가 상의하여 영주 저택을 건설한 것이다. 라딘은 아무것도 안하고 거저 저택을 얻은 뭉치에게 약간 질투를 느꼈지만, 친구가 잘되면 자신도 잘되는 법, 솔직담백하게 축하해 주기로 했다. 아직 뭉치와 자신의 계약이 살아있는 것이다. 뭉치가 얻는 재물의 30%는 자 신의 소유였다. 아무튼 이제라도 곧 인구 1만을 넘겨 도시로 승격할 만한 분위기인 카리브 타운은 지금 전에 없는 활기로 가득 차 있었다. 이계인 용병대가 모여들어 200명의 용자들이 드디어 그들의 최대 적인 크라 켄을 잡으러 가는 것이다. 그들은 그동안 각자 동부 해안의 6개의 마을에 흩어져서 필드의 마물을 사 냥하고 주변의 마굴을 정리하는 등 바쁜 시간을 보내며 레벨을 올렸지만, 이제 최고의 이벤트인 크라켄 레이드를 위해 엄선한 강자들이 이곳으로 모 인 것이다. 예정보다 한 달 정도 늦어졌지만, 아직 기말고사 기간까지는 여유가 있었다 . 거의 모든 멤버들이 참여해준 것이다. 항구에 200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세척의 중형 선박이 보였다. 강목과 철판 으로 보강하고 대형어용 작살까지 장비한 크라켄 사냥용 선박이었다. 길드 마스터이자 카리브의 영주인 뭉치가 그중 한척의 위에 올라가 밑에 있 는 사람들에게 말했다. -여러분, 이처럼 저희 길드의 큰 행사에 힘을 빌려주시기 위해 모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우리는 저 레테해의 폭군인 크라켄에게 도전하기 위하여 바다로 나갑니다. 저 강력한 마수 크라켄에게 인간의 무한한 다굴을 확실 하게 보여줍시다!- -와아아아아! 때려잡자, 크라켄!- 그들의 사기는 벌써 크라켄을 잡아 그 시체를 중앙 광장에 전시라도 해 놓 은 듯이 아주 높았다. 사실 이미 크라켄을 잡고 그의 소굴에서 나오는 아이 템을 어떻게 분배하느냐에 대한 논의도 끝나서 마을 벽보에까지 붙여 놓은 상태였다. 20%는 길드 재산으로 원천징수하기로 하였다. 50%는 그 레이드에 참석한 사람들이 제비를 뽑아 랜덤하게 나누어 가질 것 이다. 그리고 나머지 30%는 그동안 각종 길드의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사람들 이 받은 포인트를 사용하여 경매를 하게 된다. 물론 감정은 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루어지므로 잘하면 대박이 있을 수 있는 것이다. 라딘과 크로키가 나와 멤버들의 조직을 편성했다. 그들은 자신의 분대와 소 대를 지정받고는 각자가 속한 부대로 가서 정렬했다. 그리고 각 대원들이 모두 라딘 일행이 수도에서 준비해 온 [숨 참기] 마법 스크롤을 배급 받았 다. 이로써 모든 준비는 끝났다. 200명의 대원들은 각기 직업에 따라서 선박에 승선했다. 1호 선박에는 라딘 과 도끼바바를 비롯한 전사부대가 승선했다. 그들의 배는 미끼이다. 크라켄이 배를 노리고 휘감으면 그들은 배를 포기하고 물속으로 뛰어 들어 서 크라켄과 싸울 것이다. 2호 선박에는 도둑출신의 궁수와 치료를 위한 성직자가 승선했다. 물론 레테해에 다다르면 성직자는 일단 1호선으로 건너가 전사들에게 각종 강화마법을 걸어주고 다시 이 배로 돌아올 것이다. 일단 전투가 시작되면 그들은 보트를 타고 바다로 나가 체력이 떨어져 물위 로 떠오르는 전사와 기사들에게 치료마법을 걸어줄 것이다. 물론 각종 신성 공격마법도 마수인 크라켄에게는 적지 않은 위협이 되리라. 궁수는 그대로 배위에서 장거리 공격을 가하면 될 것이다. 3호 선박에는 마법사가 뭉쳐있다. 그들은 크로키의 지휘아래 마법사의 공격 마법의 위력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증명해 줄 것이다. 물론 물속에서 소환할 수 있는 각종 소환수도 그들의 전력에 보탬이 되리라 . -부~웅- 출선을 알리는 고동이 울리고 드디어 200명의 결사대를 태운 3척의 배에 탄 크라켄 레이드 부대는 카리브의 항구를 떠났다. ----------------------------------------- 아, 드디어 판타지 최고의 운문인 투명드래곤이 완.결.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섭섭함을 금할 수 없군요. 투드는 49화로 완결인줄 알았는데, 단어 하나하나 글자 하나하나에 날카로운 풍자와 비판이 살아 숨쉬는 투드 를 읽고, 저는 절대로 먼치킨 만들지 말고, 공지로 조회수 벌지 말고, 연중 하지 말자고 결심 했었더라죠. 이제 언제나 그런 명작이 나오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단 50화, 40kb의 시집이 2백만의 조회수와 그 수많은 사회현상을 불러 일으 킨 투드. 자유팰러딘은 언제나 그런 패러디의 명인이 될 수 있을까요? ------------------------------------------- 3-3 크라켄 (라딘, 첫 레이드를 하다.) ----------------------------------------- 레이드(Raid)! 원래의 뜻은 습격이나 공습을 의미한다. 그러나 게임 세계에서 그것은 바로 박멸을 의미한다. 사냥캠프와 같이 대충 표적을 찾아 걸리면 사냥하고 안 걸리면 다른 표적을 찾는 단순한 것이 아 니다. 이번의 표적은 바로 크라켄이다. 이 부대는 바로 크라켄의 박멸을 목표로 한 부대이다. 그리고 일단 출동한 이상 꼭 크라켄을 죽여야 한다. 라딘과 200명의 부대원들은 육지가 보이지 않는 곳까지 오자 이제부터 시작 이라는 생각에 다시 한번 필사의 각오를 다지고 있었다. '이제 곧 성력장 지역을 벗어나니 준비하시오 라딘 경.' 배를 타고 바다로 나와 2시간 정도 지났을 때, 바닷 속에서 선박들을 호위 하며 따라오던 설산이 라딘에게 말했다. 영혼이 연결된 마운트라서 귓말이 가능한 것이다. 라딘은 즉시 그것을 크로키에게 알렸고, 일단 레이드 진행자인 크로키는 각 배의 지휘자들에게 긴장 할 것을 명했다. 설산은 성수다. 그렇기 때문에 약하긴 해도 성스러운 오라를 몸에서 발하고 있는 상태이다. 그런 설산이 자신의 구역에 들어서는 것을 못 알아차릴 크 라켄이 아니었다. 물론 크라켄은 레테해에 설산이 진입 하자마자 그 사실을 알았다. 저 보기 싫은 신수 백산의 새끼가 일부러 자신의 구역으로 나오다니! 자살 시도인가? 레테해의 가장 깊은 곳에 자신의 레어를 만들고 어서 빨리 신수가 되기 위해 자신의 최상급 기술인 [소용돌이]를 연습하던 크로켄은 드디어 기회가 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마물은 기본적으로 신수와 같은 성력이 깃든 생물을 죽이면 카르마가 쌓이 는 것이다. 뿐만 아니다. 마물은 레벨이 오르면 각종 능력치의 상승뿐만 아 니라 자신의 본능적 능력인 기술 숙련도도 올라가게 된다. 물론 기술을 열심히 수련해서 숙련도가 올라가면 레벨이 올라가는 경우도 있다. 크라켄은 흥분했다. 자신의 현재 레벨은 998, 앞으로 2 레벨만 올리면 레벨 천이 된다. 또한 자신의 [소용돌이] 기술의 숙련도는 96, 마스터까지 4가 남았을 뿐이다. 자신이 과거 이곳에 자리를 잡기 전에 대양을 여행하며 여러 선배 마수들로 부터 얻은 정보에 의하면, 마수과 레벨이 천이 넘으면 그 순간 기술 숙련도 가 크게 성장하고, 상위 기술에 대한 깨달음을 얻게 된다고 한다. 그러므로 마수의 꿈은 레벨 천이라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일단 레벨 천이 되면, 십중팔구는 신수로 진화할 수가 있다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온다. 이제 저 설산이라는 어린 성수를 잡아먹으면 자신 의 레벨이 하나는 오를 것이라고 크라켄은 확신했다. 정상적으로 수련을 통해 올리려면 아직 20년은 걸릴 기간을 단 숨에 절반 이상을 단축시킬 수 있는 것이다. '크크크, 그동안 나의 구역 한구석에서 부친의 그림자에 숨어 살아온 설산, 드디어 그 구석진 곳에서 참지 못하고 나오는 것인가? 살아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지 말아라! 내가 널 잡아먹고 꼭 신수가 돼서 네 아비의 성력장을 부숴주마!' 크라켄의 몸이 심해 밑바닥의 틈새로부터 나와 소리 없이 떠오르기 시작했 다. ------------------------------- "2호선 전망대입니다. 표적은 아직 보이지 않습니다!" 2호선의 전망대에서 바다를 관찰하던 도둑 하나가 소리쳤다. 도둑의 기술 중 하나인 [매의 눈]은 시력을 엄청나게 향상시켜 주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도둑은 장거리 공격을 매우 정확하게 시행하는 궁수의 자질을 가지게 된다. "음, 되게 안 나타나내요. 이놈이 우리를 보고 겁먹은 게 아닐까요?" 역시 초조한 듯 라딘이 옆에 있는 도끼바바에게 말했다. 도끼바바도 그의 말에 동의 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기야, 2백명이나 왔는데, 아무리 크라켄이라도 겁을 먹지 않겠어? 그런데 정말 끝까지 안 나타나면 어쩔거냐? 라딘." 도끼바바가 드디어 걱정이 되기 시작하는 듯, 심각한 표정으로 라딘에게 물 었다. 그러나 라딘은 크라켄은 꼭 나타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크라켄은 자존심이 강한 마수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구역에 성수와 인간의 배가 지나가는 데, 크라켄이 나타나지 않는다 면 그것은 크라켄이 아니다. 단순한 비만 오징어일 뿐이다. 라딘은 그 사실을 도끼바바에게 설명했다. 옆에서 듣는 여러 전사들에게도 그 사실을 말했다. 약간은 지루해 하던 사 람들의 눈에 다시 전의가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크라켄은 꼭 온다! 그리고 우리는 크라켄을 잡아 세계에서 가장 큰 마른 오징어 포를 제작할 것이다! 크라켄은 라딘 일행의 바로 밑의 바다 바닥에 있었다. 이처럼 바닥에 붙어 있으면 보호색에 의해 설산에게도 발견 되지 않는다. 지금 레테해는 온통 마기로 쌓여 있어서, 크라켄을 그 마기로 탐색하는 것이 불가능 한 것이다. 역시 자신의 구역이라 한 끗발 먹고 들어가는 크라켄이었다. '크크크, 이제 보니 설산이라는 하룻강아지가 인간과 손을 잡은 것이군! 이 마수 크라켄을 인간 따위가 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하다니, 역시 어린 놈 은 어쩔 수 없어. 중형 배가 세척이라, 그럼 인원이 100명에서 200명 정도 인가? 설마 해적 나부랭이는 아니겠고, 잘하면 오늘 카르마 수치 좀 오르겠는걸!' 크라켄은 설산의 속셈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기뻐했다. 감히 자신의 구역인 이 마의 바다 레테해에서 자신에게 도전하다니! 자신이 지난 백년간 이 바 다에 얼마나 많은 마기를 뿌려 놓았는지 모른단 말인가! 자신이 왜 저 보기 싫은 설산을 죽이러 그의 아비가 쳐 놓은 성력장 안으로 들어가지 않는지 모른다는 것인가? 성력장 안에서라면 900레벨이 넘는 자신이 오히려 500레벨의 설산에게 당할 수도 있는 것이다. 자신의 속성에 맞는 특정지역 안에서는 회복력이 몇 배 로 강화된다. 물론 잘 지치지도 않는다. 반대로 자신의 속성과 정 반대의 지역에서는 그 반대속성 특별기는 전혀 사 용이 불가능하다. 그 위에 회복력이 제로로 되고, 속성이 아주 강한 지역에 서는 능력치마저 떨어진다. 피로도도 몇 배로 증가하는 것이다. 저 신수 백산의 성력장 안이라면 당연히 크라켄은 최고의 패널티를 받게 된 다. 일단 들어가는 순간부터 기분이 극도로 나빠질 것이다. 물론 신수가 되면 이야기가 틀려진다. 일단 신수가 되면 그 모든 패널티를 감안해도 500레벨의 성수 한 마리 정도는 웃으면서 죽일 수 있다. 신수가 되는 순간 지금보다 2배는 강해질 테니까. 크라켄은 웃었다. 지금 이 마기에 가득 찬 레테해에서는 자신은 거의 드래 곤에 필적할 정도의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어리석은 인간과 아직 어 린 설산은 그런 사실을 모르고 자신을 위해 저렇게 때로 자살하러 나온 것 이다. 이것은 모든 마수의 어머니인 어둠의 여신 메사아드의 은총이 틀림없다고 크라켄은 확신했다. 이제 자신은 신의 은총을 겸허히 받아들여 저들을 한 마리도 빠짐없이 잡아먹고 신수가 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이제 충분히 그들이 리누만으로부터 멀어져 완전히 자신의 구역으로 들어왔 다는 확신이 생겼다. 드디어 크라켄은 참아왔던 욕망을 분출하며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했다. ---------------------------------- ------------------------------------------- 3-3 크라켄 (라딘, 첫 레이드를 하다.) ---------------------------------- '라딘 경, 놈이 옵니다. 그 놈은 바로 우리 밑쪽 바닥에 있었소! 아마도 우리가 레테해에 깊숙이 들어올 때까지 기다린 것 같소.' 설산의 다급한 목소리가 라딘의 머릿속에 울렸다. 라딘은 급히 크로키에게 그 사실을 알렸고, 곧이어 모든 사람들이 긴장 속에 각자 자신이 맡은 일을 수행하기 위해서 일어섰다. 드디어 실전상황으로 돌입한 것이다. "배를 돌립니다! 혹시 모르니 리누만 쪽으로 진행하면서 싸웁시다!" "자자, 설산의 위쪽으로 1호선이 나아가세요. 크라켄은 일단 설산을 노릴테 니까, 그때 1호선의 전사들이 설산과 힘을 합쳐 싸우는 겁니다!" 리더인 크로키의 명령에 따라 각 분대장들이 자신들의 분대를 지휘하여 각 자의 위치에 대기했다. 잠시 후, 선두에 있는 설산의 하얀 몸 밑쪽으로 검은 그림자가 보이기 시작 했다. 설산은 속도를 높였다. 역시 본능적인 두려움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약간 속도를 높여야 크라켄이 완전히 자신을 감싸지 못하기 때문이 다. 자신을 잡기 위해 속력을 내면 크라켄은 어쩔 수 없이 떠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럼 그 순간부터 인간들의 공격이 시작 될 것이다! 점점 속도가 빨라져서, 이제는 설산과 선박들이 거의 최고의 속도에 가까워 졌을 때, 드디어 설산의 약간 뒤쪽으로 크라켄이 떠올랐다. 그리고 설산의 꼬리 지느러미 부분을 크라켄의 검은 다리가 감아 가는 것이 었다. 그것을 본 크로키의 오른손이 올라가고 그의 입에서 커다란 고함이 터져 나 왔다. "레이드 스타트!" 드디어 기다리던 시간이 오고, 인간과 마수와의 결전은 시작되었다. ------------------------------------- "작살 발사!" -펑,펑,펑- 슈~웅- 팅팅팅- "헉! 저럴 수가!" 라딘은 경악했다. 바다괴물이나 고래를 잡기 위한 대형 작살은 미리 연습한 대로 세발 모두 한꺼번에 날라 가서 크라켄의 거꾸로 반쯤 솟아 오른 몸에 명중했다. 역시 도둑은 장거리 공격의 스폐셜리스트 임이 증명된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생각한 결과와는 틀린 상황이 벌어졌다. 그 커다란 작살이 크라켄의 몸에 맞아 박히는 것이 아니라 모두 팅겨 나오는 것이 아닌가! 모든 사람들은 크라켄을 상상 할 때, 단순히 대왕 오징어를 연상하게 된다. 오징어, 다리를 칼로 숭숭 썰어서 가볍게 삶아 초고추장을 찍어 먹으면 아 주 맛있다. 그 오징어가 보통 크기의 천배쯤 커진다고 해도 오징어는 오징 어가 아니겠는가! 그러나 그런 선입견은 아주 위험할 수도 있다는 것이 지금 판명되었다. 사실 그런식으로 말하면 드래곤이야말로 약간 큰 도마뱀이 아니겠는가! 도마뱀을 잡듯 드래곤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그것이야 말로 망하는 지 름길일 것이다. 크라켄은 일단 오징어의 생김새를 하고 있었다. 마물 사전에 나온 그대로였 다. 그러나 그의 피부는 검은 돌덩이와 같이 우둘투둘하고 강했다. 물론 안쪽은 흡판이 있어서 오히려 부드러웠다. 크라켄은 과거 천년에 가까운 세월동안 깊은 심해에 살면서 자신의 바깥부 분의 피부를 마치 드래곤의 비늘처럼 딱딱하게 바꾸는 데 성공한 것이다. 물론 드래곤의 비늘보다는 약해도, 정통으로 명중하지 않는 한, 작살 따위 는 가볍게 팅겨 내기에 충분했다. -꾸웅- -펑- 꼬리가 잡힌 설산이 자신을 구속하는 크라켄의 다리 힘을 거꾸로 이용해 물 속에서 몸을 뒤집어 크라켄을 들이 받았다. 그도 500년이나 묶은 성수답게 미리 이 상황에 대비한 반격을 생각해둔 것이다. 예상치 못한 저항에 크라켄이 잠깐 충격을 받고 물위로 떠올랐다. 밑쪽을 받혀서 상대적으로 올라온 것이다. "나이스! 설산 그대로 밑쪽에서 크라켄을 잠수하지 못하게 방해하고 있어! 자 크로키, 전사부대 준비 완료야!" 설산의 선전에 조금 전의 충격에서 벗어난 라딘이 크로키에게 출동명령을 독촉했다. 80여명의 전사들의 눈길이 하나같이 크로키의 손에 집중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크로키의 손이 크게 한 바퀴를 돌아 위로 올라갔다. 출동명령 신호였다. -와아아아아아!!!!- -첨벙, 첨벙, 첨벙- 설산의 바로 뒤에까지 다가간 1호선이 크라켄에게 부딪쳤다. 그와 동시에 8 0명의 전사 기사 무사들은 [숨 참기]스크롤을 사용하고 일제히 물속으로 뛰 어 들었다. 라딘은 물속에 들어가서 잠시 물에 익숙해지고는 앞에 있는 크라켄을 바라 보았다. 역시 컸다. 신장 60m인 고래 설산보다도 더 큰 놈이었다. 그놈의 커다랗고 파란 눈이 힐끗 라딘을 쳐다보았다. 아니 쳐다본 것처럼 보였다. 좋았어! 라딘은 열심히 헤엄을 쳐서 그 눈으로 접근하기 시작했다. 눈이야 말로 모든 생물의 공통적인 급소가 아니겠는가! 수중에서는 설산과 크라켄의 전투가 벌어지고 있고, 수십 명의 인간들은 크 라켄에 매달려 각자 자신의 무기로 열심히 크라켄의 다리와 몸통, 머리, 그 리고 라딘처럼 독한 인간은 눈을 공격하고 있었다. -퍼엉- 설산의 몸통박치기가 다시 크라켄을 향해 사용되었다. 그리고 크라켄은 그 힘에 몸통의 일부분이 물 밖으로 솟아 올라왔다. "이때다! 발사! [파이어 볼]!" "[체인 라이트닝]!" "[연속 사격]!" -퍼퍼펑- 슈슈슝- 자신이 낼 수 있는 모든 마나를 중첩마법으로 바꾸어서 대기하고 있던 마법 사들이 드디어 자신들의 힘을 세상에 과시했다. 수십발의 화염속성과 바람 속성의 번개마법등이 물 위로 드러난 크라켄의 몸통에 작열했다. 도둑들과 궁수의 장거리 공격도 만만치 않았다. 그들의 공격의 대부분은 크 라켄의 외피의 단단함을 극복하지 못하고 팅겼지만, 세상에는 크리티컬이라 는 시스템이 존재하는 것이다. 10발에 한발 20발에 한발은 확실히 크라켄의 몸통 구석구석으로 날라가 박 혔고, 그것들의 대미지는 역시 무시할 수준은 아니었다. '크윽, 이놈들이 예상외로 강력한 저항을 하는군, 좋아좋아. 그렇게 열심히 바둥대라고, 그래야 죽어도 후회가 없지, 크크크크.' 크라켄은 이번 공격에 의해 단번에 자신의 최고 체력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대미지를 입었지만 어찌된 일인지 전혀 두려워하거나 분노하지 않았다. 아직 인간들과 이 꼬마 고래는 이 마의 바다 속에서의 자신의 힘을 모른다. 그들이 아무리 반항하더라도 자신을 이길 수는 없다는 사실을 알게 하면 안 되는 것이다. 눈앞에 절망만이 존재하는지도 모르고 발악하는 인간들을 보 며 크라켄은 즐거워하고 있었다. -------------------------------------- 물 밖에서는 설산의 몸통박치기에 떠밀려 크라켄의 몸이 부상할 때마다, 대기하고 있던 마법사와 도둑, 궁사들이 중첩 파이어 볼과 특제 강철화살들 을 퍼 붇고 있었다. 아도 용병단은 희망과 전의에 불타오르고 있었다. 할 수 있다! 저 거대한 괴물을 우리 손으로! 그들은 점점 흥분하기 시작했 다. 그러나 크로키는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이미 전투가 벌어진 지 10분이 지났다. 자신이 보기에도 아도 용병단은 잘 하고 있었다. 그러나 저 크라켄의 행동이 조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전투가 시작한 후, 크라켄은 한 번도 자신의 필살기를 쓰지 않았다. 그저 발로 전사들을 팅겨면서 주로 자신을 들이받는 설산을 다른 다리로 확실하게 붙잡으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크로키는 생각했다. 리누만에는 성력장이 있어서 크라켄이 들아가지를 못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혹시 이 크라켄의 본거지인 레테해에는 성력장의 반대 개념인 마력장이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어쩌면 불의 정령계에 들어가서 이프리트랑 싸우는 우를 범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지금 설산의 꼬리 지느러미는 크라켄의 다리에 잡혀 있다. 그리고 설산의 몸에는 하나 둘씩 상처가 늘어나고 있는 중이다. 그에 비해 자신들이 10분간이나 총 공격을 퍼 붇고 있는 크라켄의 상처는 오히려 그다지 심해 보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자신의 감각이 저 크라켄이 전혀 당황하거나 분노하지 않고, 오히려 즐거워하고 있다고 경계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크로키는 만약을 대비해서 약간의 전술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라딘, 크라켄을 공격하기 전에 설산을 붙잡고 있는 크라켄의 다리를 먼저 끊어야 될 거 같아. 지금 뭔가 이상해.’ 한참 신나게 크라켄의 한쪽 눈을 박살내고, 그 주변을 열심히 두드리던 라딘은 크로키의 급작스러운 귓말을 받고 약간 당황했다. 지금 분명히 자신들이 이기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라딘은 크로키의 판단력을 믿었다. 지금 크로키는 200명을 지휘하고 있는 레이드의 리더인 것이다. 지시가 내려오면 이해를 하기보다는 일단 따라야 했다. ‘이봐, 설산, 너 크라켄하고 싸우는 거 잠깐 멈추고, 꼬리 지느러미에 감긴 그 다리부터 풀어 봐. 우리가 도와줄게.’ 라딘의 말을 들은 설산은 스스로도 약간 불안했었는지 라딘의 명령에 얼른 대답하고 크라켄의 주위를 빙빙 돌면서 다리를 풀려고 노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크로키의 지휘에 따라 4명의 분대장이 자신의 분대원들을 지휘하며 크라켄이 설산의 꼬리 지느러미를 감고 있는 다리를 집중적으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크흑, 이놈들이! 감히, 나의 다리를 끊으려 하디니, 안 된다, 이놈들, 이 새끼 성수는 너희들 100명의 카르마와 맞먹는 최고의 식사란 말이다!’ 크라켄은 드디어 때가 왔음을 알았다. 여태까지 상처를 참아가면서까지 자신에게 덤비는 인간들을 가만히 놔둔 이유는 사실 그들의 쓸모없는 버둥거림을 보면서 즐기는 의미도 있었지만, 그들에게 너무 간단하게 당했다는 인식을 주지 않으려는 의도도 있었다. 처음부터 전력으로 그들을 상대했다가 그들이 순식간에 전멸을 하게 된다면 , 인간은 의욕을 잃고 두 번 다시 자신에게 덤비지 않을 것이다. 물론 평상시 라면 그것도 좋다. 번거럽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리고 앞으로 당분간은 자신은 싸워야 했다. 일단 신수가 되면, 그 이후 얼마동안은 신수의 힘과 기술에 익숙해지기 위한 수련이 필요한 것 이다. 그리고 그 수련에는 역시 실전이 최고라고 할 수 있었다. 물론 그럼으로 인 해서 다시 카르마 수치를 쌓아서 성장하는 것도 노릴 수 있으니 그야말로 일석이 조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제는 슬슬 자신의 진실 된 힘을 발휘할 때였다. 괜히 다리 하나가 끊어져서 겨우 잡아 놓은 성수가 눈치를 채고 도망가면 안 되는 것이다. 찌그러져 감겨져 있던 크라켄의 눈이 갑자기 떠졌다. 이미 그이 눈은 재생 되어 있었던 것이다. 감히 바다 속에서, 그것도 마기로 가득 찬 마의 바다 속에 서 자신에게 도전하다니! 크라켄의 두 눈이 푸른 안광을 뿜어내며 날파리처럼 자신에게 달라붙어 있는 인간들에게 살기를 보내기 시작했다. 크라켄의 머리 부분이 약간 부풀어 올랐다. 인간으로 치자면 심호흡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잠시 후, 크라켄의 다리 사이에서 검은 물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먹물이었다. “쿠엑, 이거 뭐야! 쿨럭쿨럭.” “으악, 앞이 안 보여!” 순식간에 바다가 검게 물들기 시작했다. “이,이런, 크라켄이 기술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안 돼! 역시 마력장이 존재하는 것이 틀림없어! 전원 저 설산을 감고 있는 다리를 집중 공격해요! 잘못하면 설산이 죽어요!” 크로키의 비명과 같은 집중공격 명령이 떨어졌다. 이미 크로키는 이 레이드 가 실패라는 것을 감지한 것이다. 이제는 자신들이 크라켄을 잡는 것이 아니라 , 크라켄이 자신들을 잡을 것이다! ‘설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도망가! 어서!’ 라딘도 급했다. 먹물로 인해 앞이 거의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그 먹 물의 효과는 단순한 시각장애의 효과만이 아니었다. “흐흑, 괴,괴로워. 몸이 마비되!” 뭉치가 검게 물든 자신의 몸이 점점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는 것을 느끼며 황급히 수면으로 떠올랐다. 그 위에는 보트를 탄 성직자 치료조가 대기하고 있는 것이다. “아앗, 이것은! 독이에요. 이 먹물에는 독성분이 있어요! 피부에 닿은 채 로 오래 있으면 몸이 마비되고 체력이 줄어든다고요.” 뭉치에게 치료마법을 걸던 여자 성직자가 뭉치의 마비 증세를 보며 소리쳤 다. 그렇다. 마수 크라켄의 먹물은 보통 먹물이 아닌 독 먹물인 것이다. “젠장, 어서 저 다리를 집중 공격해! 일단 끊으라고!” 크로키가 다시 큰 소리로 외쳤다. 다행히 설산이 라딘의 명령을 받고 물위 로 부상하여 배의 주위를 빙빙 돌고 있었기 때문에 크라켄의 다리도 물위에 떠 있는 상태였다. “[윈드 캇터]!” “[파이어 볼]!” 수백발의 마법이 크라켄의 두 번째 다리에 집중되었다. 역시 집중 다굴은 만국 공통의 묘약임에 틀림이 없다. 매초 단위로 급격히 재생하는 크라켄의 몸도 그것을 상회하는 대미지를 받으면 견디기 힘든 것이다. -투툭- 드디어 크라켄의 두 번째 다리가 끊겼다. 사람들은 환성을 질렀다. 그러나 그것이 이 레이드의 성공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크라켄은 정말로 분노했다. 지금 자신의 주위에는 죽음에 대한 공포도 없이 끝까지 저항하는 인간들이 달라붙어 있었다. 자신의 실수였다. 이들은 죽지 않는 존재, 즉 이계인이었던 것이다. 크라켄이 아무리 열 받아서 날뛰어도 이미 설산은 라딘의 명령과 자신의 의지에 따라 뒤로 돌아보지 않고 태어나서 가장 빠른 속도로 자신이 본거지인 리누만을 향해 도망가고 있었다. 성수답게 헤엄치는 속도가 무지하게 빠른 것이다. ‘크크크, 좋다. 저 어린놈은 나중에 천천히 먹어주지. 너희들의 집념을 봐서 말이야. 하지만 너희들은 이제 끝이야. 왜냐하면 내가 더 이상 저 어린놈한테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니까 말이야, 죽어랏! 너희 놈들 모두 죽어랏!’ 크라켄의 다리가 바다 속을 휘졌기 시작했다. 10개의 다리가 마치 풍차처럼 휘졌자 물은 그 힘에 의하여 점점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 속도는 갈수록 빨 라졌다. 크라켄의 최고의 기술인 [소용돌이]가 발휘된 것이다. “으아아악, 젠장.” 자연의 힘 앞에는 라딘도, 도끼바바도, 뭉치도 모두 무력했다. 그들은 이제 물살에 휘말려 점점 바다 속으로 가라앉을 뿐이었다. 독에 중독 된 채로 가라앉는 그들의 생명은 이제 10분도 남지 않았다고 확신할 수 있다. 크로키는 크라켄의 다리를 끊는데 성공하자마자, 2호선과 3호선의 전선이탈 을 명했다. 서로 90도 각도로 전 속력으로 달리면 한척은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바다가 움직이기 시작하고 크라켄이 있던 자리에서 소용돌이가 일어 나자, 일단 정지해 있었던 배들은 쉽게 속력을 얻지 못했다. 이계인들로만 이루어 진 이 선박의 승무원들은 이런 상황에서 배를 다룰 정도로 익숙한 선원이 못 되는 것이다. 그리고 5분이 지나서 겨우 그 소용돌이의 범위를 벗어나려고 했을 때, 도둑들과 성직자가 주로 승선한 2호선이 크라켄의 다리에 휘 감겼다. 성직자의 탑승으로 성력의 기운이 강하게 느껴지는 2호선이 먼저 크라켄의 목표가 된 것이다. 2호선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의 전장이 되었다. 크라켄은 배를 다리로 감아 부수기 시작했고, 이미 그것을 저지할 능력은 2호선의 승객들에게는 없었다. 크로키는 이를 악물고, 3호선을 전 속력으로 운행 할 것을 명했다. 자신들만이라도 살아야 했다. 다 죽는 것보다는 3분의 2만 죽는 것이 들 억울할 것이기 때문이다. 상큼하게 전멸하고 다시 시작하자? 그런 헛소리는 크로키의 상식에는 없었다. 망할 때 조금이라도 덜 망해야 재기의 기회가 조금이라도 생기는 것이다. 모든 돛이 최대로 펼쳐졌고, 3호선은 리누만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세상일이란 안 될 때는 안 되는 것이다. 지금은 초가을이다. 바람이 서에서 동으로 부는 시기인 것이다. 다시 말해 리누만으로 가는 것은 역풍이다. 역풍 때는 순풍 때의 3분의 1의 속도도 안 나오는 것이 배라는 운행 수단의 최고 단점이라고 할 수 있었다. 30분이 지났다. 살아남은 것일까? 크로키는 약간 안심이 되는 듯 했다. 그러나 그 기분은 전망대의 감시자가 외친 소리에 최악으로 떨어졌다. -뒤쪽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쫓아옵니다!! 크라켄으로 보입니다.- 크로키는 두 손을 꾸욱 쥐었다. 아직 30분은 더 가야 리누만으로 들어갈 수 있다. 이미 전망대에서 보인다는 것은 저 크라켄의 속도가 상상외로 빠르다는 것을 알려준다. 이대로는 10분 안에 잡히는 것이다. 그리고 그의 예상대로 크라켄은 약 10분 후에 크로키와 아도 용병단의 마법사들이 탄 3호선을 자신의 다리로 감을 수 있었다. 아무리 마법사들이 그 다리를 향해 마법을 쏟아 부어도, 마의 바다 속에 있는 크라켄의 재생력을 따를 수는 없었다. 이미 전에 잘렸던 두 번째 다리도 완벽하게 재생되어 있었다. 그리고 다시 10분이 지났을 때, 레테해에는 3호선이 약간의 잔해만을 남기고 심해로 가라앉고 있었다. -------------------------- 크라켄 레이드 결과 보고 참가자 : 200명 참가 성수 : 1마리 지원 물품 1. 중형 선박 3척 2. [숨 참기]스크롤 200장 결과 사망 : 200명 생존자 : 0명 생존 성수 : 1마리 재산 피해 1. 중형 선박 3척 2. [숨 참기] 스크롤 120장 3. 희생자가 사망 시 떨군 아이템 127종류, 그중 마법 이상 아이템 46종류. 이상 총 피해액 약 6만 5천 골드 이것이 라딘과 아도 용병단의 첫 레이드의 결과 보고이다. 처절한 패배라고 아니 할 수가 없었다. ------------------------------ 크라켄은 기뻤다. 저 보기 싫은 인간 놈들의 배를 뽀개고 그 안에 있는 인간들을 모두 죽이니 그동안 수련하느라 쌓인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것 같았다. 역시 마수는 폐관수련 같은 것하고는 어울리지 않는다. 화끈하게 부수고 죽이면서 성장하는 것이 마수인 것이다. 보라! 이제 자신이 마지막 세 번째 배를 부수고, 그 안에 있던 인간 마법사들을 모두 죽였을 때, 드디어 자신의 레벨이 1000에 다다르지 않았는가! 그 순간, 모든 기술 수치도 10에서 5점 정도가 상승했 다. 드디어 자신의 최고 기술인 [소용돌이]를 마스터 하게 되었다. 이제는 깨달음을 얻어 [소용돌이]를 진화시키기만 하면 된다. 저 모든 해양 마수의 꿈인 [메일스트림]! 그 전설의 유니크 기술이 이제 곧 자신의 기술이 될 것이다. -쿠오오오오- 크라켄의 환성에 레테해 전체가 진동했다. 그리고 크라켄이 심해에 있는 자신의 레어로 들어가고 얼마 후, 레어에서는 붉은 빛이 흘러 나와 레테해를 붉게 비추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그다지 강한 빛이 아니었는데도 그 넓은 레테해 전체가 붉게 빛나는 것이다. 크라켄이 그동안 뿌려놓은 마기가 그 붉은 빛에 반응하고 있었다. ------------------------- ------------------------- 라딘과 크로키는 사망 후, 카리브에 나타났다. 그리고 수 많은 사람들이 주위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전부 죽은 것이다. “에효, 망했다. 그놈이 그렇게 세다니, 바다에서 크라켄은 무적이었나?” 크로키가 나타나자 라딘이 한탄을 시작했다. 자신의 장래 계획에 커다란 차질이 생긴 것이다. 이제 당분간 레테해의 길은 막힌 상태로 유지될 수 밖에 없다. 그러면 항구 도시로 개발하고 있는 카리브의 가치는 10분의 1로 하락될 것이다. 그 점이 현재 라딘을 가장 괴롭히고 있는 문제점이었다. 크로키도 고개를 끄덕이며 라딘의 의견에 동의했다. 저 레테해는 아마도 마력장이라고 할까? 아무튼 마물에게 유리하게 되어 있다. 물론 성력장처럼 절대적인 강함을 보이지는 않겠지만, 최소한 크라켄을 저 레테해에서 죽이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판단이 서고 있었다. 역시 어떤 존재든 자신의 집에서는 한 끗발 먹고 들어가는 것이 진리였던 것이다. 다른 사람들도 모두 의기소침 해 있었다. 그 순간, 뭉치가 근처에 있던 집의 지붕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많으니 드와프인 뭉치가 사람들에게 보이기 위해서는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뭉치는 [음성 확대]기술도 없는 권사답지 않게 마치 마이크를 쓰는 것처럼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목소리로 연설을 시작했다. -아도 용병단 여러분! 우리는 패배했습니다. 패배에는 어떤 수식어도 필요 없는 법입니다. 하지만 여러분, 우리는 아직 지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계인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죽지 않습니다. 우리가 10번을 도전해서 한 번만 성공하면 저 크라켄은 영원히 죽습니다. 바로 우리의 승리가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여러분, 지금 우리는 약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약한 아도 용병단이지만, 내년에는 약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이계인입니다. 우리의 성장은 어떤 브리시아의 생명체보다 빠릅니다 . 제가 약속드립니다. 1년 뒤! 1년 뒤에 우리는 다시 모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본거지인 이 카리브의 안전과 발전을 위협하는 저 크라켄에게 다시 도전합니다! 그리고! 그 때는 성공 할 것입니다! 우리가 한번 죽었으니 공평하게 내년에 저 크라켄에게도 죽음을 경험하게 해 줍시다!- “!!!!!!” -우오오오오오- 죽음에서 돌아온 모든 사람들은 지붕위의 한 드워프의 부르짖음을 들었다. 비록 키는 인간의 반밖에 안되는 드워프이지만 자신들의 용병단 대장이자 이 마을의 영주인 뭉치 폰 몽테크리스트였다. 그리고 그들은 그 드워프의 투지에 반응했다. 그렇다. 우리는 이계인이다. 죽지 않는 불사의 모험가이다! 내년이다. 내년에는 이 설욕을 갚을 수 있다 . 모든 용병단원들은 이 순간 하나같이 생각했다. 열렙을 하겠다고, 마굴을 파고 또 파서 1년 이내로 100레벨 이상을 올리겠다고, 내년에는 자신들이 바로 영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그들은 확신했다. “많이 컷다, 뭉치. 이제는 알아서 선동을 하네. 역시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길드 마스터 생활 반년 만에 완전히 정치가로 변신하다니, 크크. ” 라딘이 자신이 하려던 일을 뭉치가 알아서 처리하자 무척이나 대견한 듯이 박수를 치며 옆에 있던 크로키에게 말했다. 사실 지금같이 사기가 죽었을 때, 잘만 선동하면 엄청난 도약의 기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로써 아도 용병단원들은 앞으로 1년간 죽어라고 열렙을 할 것이다. 1년 뒤에는 물론 크라켄을 죽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도 용병단은 진정한 최강의 용병단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것을 라딘은 확신했다. 목표가 있는 이상, 인간은 얼마든지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이봐, 저 뭉치란 놈은 네가 생각하는 그런 정치가가 아니야. 지금 저놈은 자기가 뭘 하고 있는지도 모를걸? 뭉치가 지금 저렇게 필사적으로 연설을 하는 것은 바로 크라켄을 잡고 싶기 때문이라고, 순수한 게임폐인으로써의 욕망이랄까? 부럽군, 나도 15살 때에 처음 어나더 판타리아에 도전했을 때는 저렇게 순수했었는데.” 크로키가 라딘의 말에 틀린 점을 수정해 주었다. 그렇다. 지금 뭉치는 모든 손익과 인기, 조직에 대한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있었다. 한번 당하니까 더더욱 불타는 것이다. 그는 크라켄을 잡고 싶었다. “헉, 그,그럼 저게 의도한 연설이 아니라, 그냥 크라켄 잡아 죽이자는 순수한 호소였다는 말이야!” 라딘은 퍼뜩 자신이 그동안 얼마나 게임으로부터 멀어져 있었는지를 깨달았 다. 처음 한국에 와서 클로즈베타를 시작하던 시절, 하루하루가 얼마나 즐거웠는가!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자신에게 있어서 이 브리시아의 세계는 단순한 직장일 뿐일까? 라딘은 깊이 반성했다. 이것은 게임이다. 게임을 하면서 돈을 버는 것은 좋다. 자신은 그렇게 성공하고 싶었고 그래서 그런 계획을 세웠으니까, 그러나 게임을 하면서 재미와 흥분을 못 느낀다면? 단지 돈벌이에만 흥미를 느낀다면? 그것은 애초에 자신이 어둠의 세계에 빠진 의의와는 상반되는 것이다. 돈 때문이라면 차라리 경영학과를 졸업하여 회사에 취직하거나 다른 사업을 하는 것이 더 좋으리라! 게이머는 게이머로써의 마음가짐을 잃으면 안 된다. 게임은 즐거워야 하고, 그 속에는 도전과 성취와 그에 따른 인간관계와 드라마가 존재하는 것이다. 라딘은 지금까지 자신이 얻은 것과 잃은 것에 대하여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라딘의 모처럼의 자아성찰은 오래가지 못했다. ‘라딘 경, 큰일 났소.’ 라딘의 머릿속에 설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참 생각에 잠겨있던 라딘은 약간 짜증이 났지만 일단은 무슨 용무인가를 물었다. ‘응? 큰일? 무슨 일이지?’ ‘동쪽 바다를 보시오. 레테해 말이오.’ 라딘은 설산의 말에 따라 무심코 동쪽의 해안을 바라보았다. 붉은 노을이 아름다운 레테해의 정경은 방금 전까지 수백명의 용사와 마수가 사투를 벌였다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조용하고 신비로운 분위기 를 보이고 있었다. 응? 잠깐, 붉은 노을? 동해 바다인 레테해에 왠 붉은 노을? 라딘은 자신의 감상에 치명적인 오류가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동해에 왠 붉은 노을이 끼어 있지? 설산 무슨 일이야?’ ‘노을이 아니오. 저 붉은 빛은 레테해 전역에서 나오는 빛이오. 내가 알기 로 저런 빛은 마수나 성수가 깨달음을 얻어 신수로 진화할 때 나오는 빛이라고 알고 있소. 크라켄이 신수로 진화하려는 모양이오.’ “뭐라고!” 라딘은 경악했다. 너무 놀라서 귓말을 하다가 그냥 입으로 소리를 지를 정도였다. 신수라니, 마수 크라켄도 그렇게 강했었는데, 신수라니! 라딘은 겨우겨우 제정신을 유지한 체로 설산에게 물었다. ‘그놈이 왜 하필이면 지금 진화를 하는데? 사기아냐? 그놈 신수되면 어떻게 되는지 설산 너 아냐?’ 설산이 약간 우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크라켄이 신수로 진화하면 킹 크라켄이 된다고 들었소. 그 놈이 진화하는 이유는, 바로 이번에 인간을 많이 죽여서 레벨이 올랐기 때문인 것 같소. 마물들은 생물을 죽임으로써 힘을 얻고 레벨이 올라가는 것이오. 킹 크라켄은 수중전의 최고 필살기중 하나인 [메일 스트림]을 사용할 수 있다고 과거 아버지가 말씀하셨소. 그것은 거대한 소용돌이를 일으키는 기술로써, 해류를 이용하면 해일까지 발생시킬 수 있는 대형 기술이오. 물론 작동 시간이 길어서 개인 전투에는 잘 사용되지 않지만, 그가 레테해에서 해일을 일으키면 카리브 타운까지 영향이 미칠 수 있소.’ -콰콰쾅- 라딘은 절망의 사신의 환상을 보았다. 이제 저놈이 신수가 되면 이 마을은 정말로 끝이라고 한다. 자신의 모든 자금과 노력의 중심지인 이곳이! 라딘은 이를 악 물었다. 그리고 설산에게 여러 가지 신수 진화에 대한 질문을 했다. 그 결과 크라켄이 킹 크라켄으로 진화하는 시간은 적어도 1년은 걸린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신수로 진화하기 1주일 전쯤에 저 붉은 빛이 사라지리라는 것도 알았다. 앞으로 1년이 남았다. 공교롭게도 뭉치가 다짐한 1년이 정말로 최후의 마지노선이 된 것이다. 그리고 지금부터 1년간은 레테해의 이용이 자유롭다는 것도 알았다. 크라켄은 나올 수 없는 것이다. 라딘은 이 사실을 모두 크로키에게 말했다. 크로키도 자신들의 희생을 발판으로 크라켄이 진화 한다는 사실에 신음을 흘리며 억울해 했다.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앞으로 1년간, 카리브는 배를 건조하여 레테해에 어업을 하게 된다. 그와 함께 대형 선박을 건조하여 서대륙과의 무역을 준비할 것이다. 그리고 전투선도 다시 건조하여 크라켄과 싸울 준비를 하게 될 것이다. 1년이다. 딱 겨울방학이 시작되고 끝나는 기간인 2월이 될 것이다. 그때 크라켄과 아도 용병단, 둘 중의 하나는 끝장이 날 것이라고 두 사람은 생각했다. 그렇게 마수와 인간은 각자 1년 후를 기약하며 미래를 대비하기 시작했다. ------------------------------------------- 3-4 성장

------------------------------ 브리시아의 한 달은 무척 빠르게 지나간다. 어스 시간으로 8일도 안 되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한 달은 평소와는 다르게 무척이나 어렵고 복잡한 한 달이라고 할 수 있다. 드디어 동부 해안에 사람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물론 아도 용병단의 영지라고 할 수 있는 6개의 마을은 그 덕택에 엄청난 성장을 기록했다. 이계인 용병단들이 새롭게 들어와서 자신들의 마을을 개발하기 위해 준비하는 거점이 바로 이 6개의 마을인 것이다. 그 덕택에 6개의 마을에 정착한 라 크라일러들은 이계인 용병들을 상대로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 정착한지 8개월 만에 기반을 잡을 수 있었다. 그동안 동부 해안의 6개 마을이 사람이 살기에 의외로 좋은 것이라는 평판이 파스트 제국의 전역에 퍼지자 과거 바이가스 왕국의 난민들까지도 제국을 횡단하여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한 달 동안 각 마을의 인구는 약 1.5배로 늘어났다. 물론 문제도 많이 발생했다. 역시 난민이라서 가진 것이 없다는 것이 마을에 있어서 큰 부담이 되었다. 그러나 라 크라일러들은 얼마 전까지 난민이었던 사람들이다. 그들은 각 마을에 주둔하는 용병들과 협력하여 치안을 엄격하게 유지하는 한편, 약간씩이라도 힘을 모아서 새로 온 주민들을 도왔다. 그들에게는 정이 있었다. 그렇게 왕국이 멸망하고 새로운 영주에게 땅과 재산을 빼앗긴 바이가스 왕국의 평민출신 난민들은 이 동부 해안에서 새로운 인간의 정을 맛보고, 짧지 않은 난민 생활에 종지부를 찍게 되는 것 이다. 개척의 땅! 그곳에는 노력만 하면 삶의 보람을 찾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 카리브, 이곳은 모든 난민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는 이주 희망지역 0순위의 항구도시이다. 애초에 인구 10만을 목표로 어스의 소도시 도시 개발 지도를 참고로 하여 건설되기 시작한 주거지역과 중앙의 대 광장, 그리고 항구건설까지 한참 진행되고 있는 이 준도시는 아직도 수 많은 주민을 필요로 하고 있었 고, 5개의 마을에 정착하지 않고 이 최후의 해안도시까지 온 대부분의 난민들은 이곳에 정착하는 것에 주저하지 않았다. 현재 이 준도시의 인구는 8천을 넘고 있었고, 몇 달 안으로 1만을 넘겨서 도시로 승격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었다. 레테해 전역에서 어업을 할 수 있게 된지 한 달이 지났고, 추수철이 되어 그동안 개발한 땅으로부터 첫 수확을 얻을 수 있었다. 사람들은 희망에 넘치고 있었다. 그러나 지휘부의 몇몇 사람들은 사실 지난 한 달간 절망과 고민에 빠져 있 었다. 역시 신수가 된 킹 크라켄을 대적할 뾰족한 수가 없는 것이다. 지금 라딘 일행은 크라켄의 신수 진화를 극비로 붙이고 있었다. 붉은 바다 의 현상도 우리와 싸우다가 크라켄도 많은 부상을 입어서 치료하고 있을 것이 다라고 둘러댔다. 지금 아도 용병단원들 대부분은 자신들의 마을로 돌아가 투지를 불사르며 한참 열렙을 하고 있을 것이다. 마을 경영과 개발의 대부분은 이제 NPC기술자와 관료들에게 일임한 상태였 다. 다행히 수도에서 고용한 사람들이 이곳에 잘 적응하고 있는 것이다. 라딘 일행도 지난 한 달간 틈만 나면 만사제치고 마굴을 탐사했다. 라딘은 과거 뭉치와의 광렙 시절을 회상할 수 있었고, 크로키의 엄격한 지도아래 진정한 고수의 레벨링을 배우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레벨을 올려도, 불안감은 점점 커지고 있을 뿐이었다. 1년이면 주요 열성 멤버들은 100레벨이상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즉 그때가 되면 주요 멤버 200명은 400레벨대가 될 것이라고 예상된다. 몇몇 사람은 500레벨을 넘겨 3차 직업이 되지 않을까하는 크로키의 예상도 있었다. 물론 그 몇몇 사람들이란 라딘과 크로키의 파티원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마수 크라켄도 그렇게 강한데, 신수 킹 크라켄은 얼마나 강할까? 라딘은 불안했다. 저번엔 그래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매직아이템 수준의 장비밖에는 없었다. 레어는 몇 개 안되는 상황이니까, 그리고 물속에서 싸워야 되기 때문에 갑옷류는 벗고 들어갔다. 그래서 그 사람들이 떨군 매직 아이템을 보상해 줘도 몇만 골드의 손해로 끝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1년 후라면 얘기가 틀려진다. 그때 사람들의 레벨이 400대가 된다 면, 보나마나 레어 아이템 한 두개 정도는 장비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즉, 이번처럼 전멸한다면, 손해는 이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확산될 것임에 틀림없었다. 물론 다음번에 진다면, 이 마을은 끝장이다. 잘 나가는 항구도시 하나가 그냥 유령도시로 바뀔 것이다. 그것은 바로 (주)라딘 상회의 도산을 의미 할지도 모른다. 라딘은 요즘 머리가 아팠다.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킹 크라켄은 못 이길 것 같았다. 크로키도 라딘의 의견에 동의했다. 물속에서, 그것도 마기가 넘치는 레테해 안에서 크라켄과 싸우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승산이 없다고 크로키는 판단했다. 그래서 요즘 라딘과 크로키, 그리고 뭉치는 광적으로 마굴을 파고 있는 것 이다. 가만있으면 불안하기 때문이다. 도끼바바는 일단 수도로 돌아갔다. 셰도우로즈와 너무 오래 떨어져 있어서 더 이상 참을 수가 없다는 닭살 발 언을 하면서 유유히 돌아가는 그를 잡을 사람은 없었다. 그나마 후배들을 자신의 영지에 남겨두고 갔다는 것이 위안이라고 할 수 있 었다. 라딘은 오늘도 수업이 끝나자마자 신마대전에 접속했다. 자신의 숙소에 나타난 라딘은 문을 열고 옆집이자 영주관사에 들어가 뭉치가 있나 확인했다. 일단 로그인 하면 이곳에서 모이는 것이다. “애니야, 아직 아무도 안 왔니?” 라딘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애니가 잽싸게 튀어 나왔다. 이상하게 몇 달 전 부터 라딘의 말을 잘 듣는 애니였다. 그리고 애니의 어깨에 앉아 있던 몽몽이 끼잉하는 소리를 내며 날라와 라딘의 어깨에 앉았다. “끼잉, 아빠 오셨어용? 오늘도 마굴에 가는 거에용? 몽몽, 빨리 300레벨이 넘고 싶어용. 그래야 아빠한테 도움이 되죵.” 라딘이 몽몽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래그래, 오늘은 우리 몽몽 레벨이 오를 때까지 하자, 애니야, 너도 빨리 400이 넘어야지?” 애니는 속으로 신음 소리를 내었다. 나이 26세에 레벨 400이라니! 이 남자는 자기를 세기의 천재로 착각하고 있는 것일까? 하기야 지금 370이 니 이대로라면 올해 안으로 400이 될지도 몰랐다. 물론 살아남는다는 전제하에 얘기다. 한번만이라도 이 파티가 전멸하면, 자신은 영원히 사망한다. 이계인과는 달리 자신은 일단 죽으면 30분 안으로 부활을 시전 받지 못하면 영구히 사망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 애니는 라딘의 교육에 어느 정도 적응한 상태였다. 당연히 표리부동심공의 성취도 만만치 않았다. 애니는 화사하게 웃으며 라딘에게 신경 써 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였다. 라딘은 그런 애니를 보고 자신의 교육열에 애니가 감동해서 드디어 자신을 존경하기 시작했구나라는 착각에 빠지고 있었다. -덜컥- 뭉치가 자신의 방문을 열고 나왔다. 로그인 한 것이다. “엇, 라딘, 벌써 와 있었네? 다른 사람은?” “아직이야, 미리네는, 내가 들어오기 전에 전화했는데, 금방 들어온다고 했고, 크로키도 아마 곧 오겠지, 뭐.” 라딘의 대답에 뭉치는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신이 고용한 메이드를 불러서 간단한 식사와 도시락의 준비를 부탁했다. 이제는 영주답게 사람 부리는 것에 익숙해지고 있는 뭉치였다. 잠시 후, 미리네도 로그인하고 모두 샌드위치를 먹으며 오늘 들어갈 마굴인 ‘라이칸스롭의 고향’에 대한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을 때, 드디어 마지막 멤버인 크로키가 들어왔다. “오, 크로키 어서 와. 조금 늦었네? 일단 이 샌드위치나 조금 먹어봐. 이거 맛있다. 오늘은 ‘라이칸스롭의 고향’에 들어갈 차례니까, 크로키 사부께서 알아서 잘 인도해 달라고.” 뭉치가 크로키를 보고 빈 의자를 가리키며 샌드위치가 담긴 접시를 살짝 밀 었다. 요즘 주방장이 만든 음식에 매우 만족하고 있는 뭉치였다. “아아, 고마워. 그런데 말이야. 그보다 오늘 상의할 일이 조금 있어, 이걸 봐줘.” -좌락- 크로키는 샌드위치가 담긴 접시를 한쪽으로 치우고 아공간 주머니에서 한 장의 커다란 스크롤을 꺼내 테이블 위에 펼쳤다. “이,이것은!!!” 스클롤 안을 살펴본 라딘이 놀라서 외쳤다. 다른 사람도 우와하는 탄성을 지르며 크로키를 놀랍다는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흐흐흐, 이게 내 결론이야. 어때?” “음, 그런데 이게 가능은 한 거야?” 라딘이 다시 자세하게 내용을 살피면서 크로키에게 물었다. 그는 이런 것이 과연 게임 속에서 구현 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던 것이다. “아아, 물론이야. 라딘 네가 준 자료에 의하면 이 정도는 충분히 가능해, 물론 이 브리시아의 기술이 총 동원 되야겠지만 말이야. 어때? 이거 추진해 볼까?” 모든 사람이 라딘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들은 이 황당한 설계도가 실현화 되는 것을 보고 싶었다. 라딘은 잠시 생각하다가 신중한 목소리로 크로키에 게 물었다. “제작비는?” 그렇다. 지금 이 계획의 최고 문제는 제작비였다. 그래서 아무도 감히 하자 는 소리를 못하는 것이다. 돈이라는 괴물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은 이 자리에서 다름 아닌 라딘인 것이다. “예상은 25만, 어쩌면 30만까지!” 크로키는 딱 부러지게 말했다. 어차피 이 계획은 실행될 수밖에 없다. 라딘의 눈치를 볼 것도 없는 상황이다. 그는 솔직담백하게 자신이 계산한 제작비를 공개했다. “크헉! 이봐. 그런 돈이 지금 우리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무,물론 지 금 한참 상회가 흑자로 전환하고는 있다고, 그래도 솔직하게 말해서 아직은 단 10만 골드도 없어!” 라딘이 입에 거품을 물면서 소리쳤다. 그의 눈에는 지금이라도 눈물이 나올 것 같이 축축해져 있었다. 30만이라니! 그 돈이 어디 있는가? 아니 있어도 알고 보면 다 자신의 라딘 상회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겠는가! 회수도 못할 버리는 돈이 30만이라는 크로키의 선 언에 라딘의 심장은 지금이라도 멈출 것 같이 불규칙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아, 염려 마, 일단 5만 골드만 있으면 제작에 착수는 할 수 있다고, 그 다음에 매달 3만 골드정도만 투입하면 되, 8개월 정도면 완성 될 거야 아마, 물론 사람들 모으는데 2개월은 걸리니까, 10개월 후에 완성 되겠지. 서둘러야 돼, 미래는 모르는 거니까, 한 달의 여유는 있어야지.” 크로키의 할부 가능 선언에 라딘은 좌절했다. 이 계획은 막을 수 없는 것이다. 잠시 후, 라딘은 크로키의 로브자락을 붙잡고 사정했다. 단 1만 골드라도 좋으니 제작비를 깍아 달라고, 그러나 크로키는 냉정했다. 예술 작품을 만드는데 제작비를 아끼다니! 예술가의 혼이 용납하지 않는 것이다. 결국 라딘은 울면서 그 계획을 승인하고야 말았다. “엇, 뭉치야. 그 설계도에 낙서하면 안 돼! 그거 다른 기술자들에게 보여야 하잖아.” 라딘과 크로키가 진지하게 이야기를 진행하는 사이 어느새 뭉치가 자신의 펜을 가져와서 스크롤에 뭔가를 쓰고 있었다. 놀라서 크로키가 뭉치를 말렸 다. “낙서라니! 무슨 섭섭한 말씀을, 그저 이 작품의 명칭이 없어서 내가 정해 주기로 했을 뿐이야, 봐!” 뭉치가 보여준 설계도의 상단을 보고 미리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깔깔대 며 웃기 시작했다. 라딘과 크로키는 살기를 띄우며 뭉치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뭉치는 라딘과 크로키에게 사정없이 밟히기 시작했다. 아니 이번에는 정말 죽기 직전까지 밟히고 있었다. “이눔아! 안 돼! 이런 명칭은 허락할 수 없어!” “왜 안 되는데! 누가 뭐래도 이놈은 이 이름이 제일 어울리잖아. 안 그러 니? 미리네야.” “킥킥킥, 난 몰라. 알아서 해. 그런데 역시 뭉치는 범인을 초월한 감성을 가지고 있는 거 같아!” 미리네가 아직도 웃음을 멈추지 못한 체 자신을 끌어들이지 말라는 듯이 손 을 흔들었다. “들었지? 이야, 역시 난 천재야! 으악, 이봐 라딘, 그 워해머는 치우라고! 싫어, 그래도 이 놈의 이름은 이미 결정난거야. 내가 먼저 정했으니까!” 라딘과 크로키는 그렇게 다시 30분 동안 뭉치를 밟으며 협박했다. 그러나 뭉치는 이미 진정한 드워프의 마음가짐을 숙지하고 있었다. 바로 쇠고집이었다. 결국 그렇게 크로키가 심혈을 기울여서 생각해내고 설계한 대 킹 크라켄 용 최종병기의 이름은 결정되었다. 그 정식 명칭은 바로 ‘메카 크라켄’이었다. ---------------------------------------- 열렙하는 사람에게 브리시아 시간으로 5개월은 한 순간이다. 그들에게 시간은 정지한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겨울 방학이라는 절대적인 해방의 시간에 그들은 뛰었다. 그해 크리스마스는 화이트 크리스마스였다. 현진은 물론 크리스마스의 이브에 현실에서 미리와 데이트를 즐겼다. 그래도 양심이 있고 남의 눈도 있기 때문에 여친에게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 하는 것이다. 1월 1일에는 같이 새해를 맞이했다. 현실에서도 미리는 게임과 거의 다름없는 모습이었고, 이뻤다. 오히려 현진의 브리시아 세계의 모습이 약간 바뀐 모습이었다. 두 사람은 정식으로 사귄지 반년도 안 되었고, 한참 재미있는 시절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거의 가상현실 시간제한에 걸려 신마대전에 접속할 수 없을 때에 만나고 있었다. 물론 이 미리는 아니지만, 현진은 이 미리를 만나면 수면 시간이 2시간 안쪽으로 줄어드는 것이다. 그래도 젊은 현진은 이 생활이 즐거웠다. 브리시아 세계에서 라딘의 레벨은 450을 넘겼다. 크로키는 430, 뭉치는 480 이다. 미리네는 오히려 레벨업 속도가 느려서 이제 450으로 라딘에게 따라잡힌 상 태였다. 그래도 성직자인 그녀가 있어서 파티 플레이가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 놀라운 것은 애니었다. 애니의 현재 레벨은 420이다. 26세에 420이라니! 애니도 자신의 성장을 믿을 수 없었다. 애니는 그동안 생명의 위험을 느끼 지 않은 날은 하루도 없었다. 이 미친 이계인 파티는 언제나 한계 이상으로 보 이는 위험한 곳까지 진입한다. 이제는 500레벨의 상급 마물이 있는 50층이하의 마굴에서 생활하다시피 하 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 사람들은 그래도 상관이 없을지 모른다. 죽어도 마을 에서 다시 살아나니까, 그러나 자신은 아니다. 파티 전멸은 바로 자신의 생의 끝을 의미한다. 하루하루가 긴장감에 쌓인 생활! 애니는 자신이 이런 상황에서 미치지 않을 정도로 정신력이 강하다는 것을 처음으로 깨달았다. 사실 애니가 미치지 않 는 가장 큰 이유는 살고 싶다는 생존의욕이라고 할 수 있었다. 몽몽도 성장했다. 몽몽의 레벨은 현재 370, 라딘이 미리네와 몽몽을 공동소유로 바꾸었기 때 문에 몽몽은 라딘과 미리네의 경험치를 각각 30%씩 얻어먹고 있었다. 그리고 몽몽은 미리네를 엄마로 부르기 시작했다. 척 보고 분위기를 파악한 것이다. 물론 처음부터 “아빠가 매일같이 말하던 그 이쁜 성직자가 바로 이 누나에 요?”라는 필살 대사를 완벽한 타이밍으로 구사하여 미리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역시 배움이란 위대한 것이다. 항구는 절반이상 건설되었다. 그리고 한구 안쪽에 가장 큰 도크에는 천막으로 가려진 체 무엇인가가 만들 어지고 있었다. 조선 기술을 가진 장인과 드워프 대장장이들이 수십 명이나 동원되 었다. 얼마 전부터는 수도에서 마법사들도 몰려와서 작업에 동참했다. 사람들은 그것이 무엇인지 궁금해 했지만, 라딘과 뭉치의 명에 의해 NPC경 비병들이 24시간 6교대 체재로 그것을 지키고 있어서 관계자 이외에는 아무도 들어갈 수가 없었다. 물론 그 외에도 중형 전투선 10여척과 대형 무역선 2척도 새롭게 건설되고 있었다. 예상외로 라딘 이계인 여관 체인이 빠르게 흑자로 전환했다. 그리고 수도의 라딘 티파니는 처음 라딘이 생각했던 이익의 몇 배를 상회하는 수익을 얻고 있었다. 귀족 여성들의 소비성향을 라딘이 과소평가한 것이다. 그러나 그런 수익도 현재의 라딘에게는 모자랐다. 들어오는 족족 다 나가는 것이다. 물론 그 상황에서도 끝까지 아끼고 또 아껴서 라딘은 자금을 축척했다. 5개월 동안 10만 골드를 모을 수 있었던 것이다. 라딘은 기뻤다. 이제 이 10만으로 조그마한 사업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것 이다. 라딘은 요즘 그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그러나 한번 경영난에 빠졌었다고 운명의 신도 라딘을 버리는 것일까? 어느날 라딘의 한참 막간을 이용해 새로운 사업의 구상을 하고 있을 때, 크로키가 들어왔다. 그의 손에는 한 장의 커다란 스크롤이 들려 있었다. 라딘의 안색이 마치 색소결핍증 환자인 것처럼 하얗게 변했다. 지금 라딘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라딘의 얼굴에 실핏줄이 몇 개인지도 셀 수 있으 리라. “이,이봐, 그거 혹시 설계도 아니야? 설마, 지금 그걸 들고 나한테 온 이 유가 그 이유 때문은 아니겠지?” 라딘은 혹시라도 부정 탈까봐 그 이유를 정확히 표현하지 못했다. 그러나 크로키의 입가에는 웃음이 어리고 있었고, 그런 그의 표정은 평소 라딘의 표정과 어딘지 닮아 있었다. “네가 말하는 이유가 내가 생각하는 그 이유가 맞다면 바로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 밖에 없군. 라딘, 내 말을 잘 들어봐.” 이제는 손발을 떨며 마치 알코올 중독자와 같은 증세를 보이는 라딘의 상태 를 완벽하게 무시하면서 크로키는 천천히 힘있게 말했다. “우리가 앞으로 6개월 뒤에 킹 크라켄을 처치하지 못하면 말이야. 이 마을은 끝이야. 이미 인구 일만 이천에 다다른 이 카리브 시티가 말이야 . 이 도시는 완벽하게 파괴되고, 동해 해안지방에 새롭게 1만 2천명의 난민이 생길걸? 아니지 6개월 뒤에는 1만 5천 명 정도는 되겠지! 그러니까 말이야. 킹 크라켄을 죽이지 못하면 라딘 너는 끝이라는 거야. 라딘 상회가 끝나는 것으로는 부족할 거야. 왜냐하면 너는 우리가 크라켄을 거의 빈사 상태로 만들었지만 아깝게 졌다 고 사람들에게 말했잖아. 그래서 큰 상처를 입은 크라켄이 당분간 레테해에 나타나지 못하는 거라고, 저 레테해의 붉은 빛은 크라켄의 피와 원념이라고 말이야. 사람들은 그 말을 철썩같이 믿고 있어. 이계인도 브리시아인도 모두 말이야 .” 크로키는 거기까지 말하고 한걸음 더 앞으로 나가서 라딘이 앉아 있는 탁자 위에 두 손을 얹고 라딘의 얼굴 바로 앞까지 얼굴을 들이밀고 이야기를 계속 했 다. 이것이 바로 협박의 기본 자세 1번인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패하고, 크라켄이 킹 크라켄이 되어 마을을 파괴한다고 생 각해봐. 너의 사기는 만 천하에 공개되고, 사람들은 너를 원망하게 될 거야. 물론 우리가 패배하면 끝까지 우리를 믿고 있는 1만 5천명의 도시 주민들은 대부분 도망 도 못가고 크라켄이 일으키는 해일의 제물이 될 가능성도 적지 않잖아. 그럼 너는 물론 게임을 접게 되겠지. 그러나 그걸로 안 끝날거야. 너 뿐만 아니라 그때 있던 아도 용병단 이계인 200명도 같이 사기를 친게 되니까, 그들도 게임을 접을 가능성이 아주 크다고 할 수 있지.” 라딘의 얼굴이 공포로 물들었다. 항상 남에게 협박과 사기를 치던 라딘이 이렇게 당하는 날이 오게 될 줄이야! 크로키는 요즘 들어 사람을 협박하고 괴롭히는 것이 의외로 재밌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만약 그렇게 되면 말이야.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가 같이 도매금으로 넘어 간 200명의 길드원들이 너를 가만히 놔둘까? 아마 현실세계에서 너를 PK하겠다 고 찾아 다닐걸?” 현피! 현실PK! 현실PLAYER KILLING! 라딘은 무지하게 억울하다는 듯이 말했 다. “으윽, 그래서 어쩌란 말이야? 다 같이 합의해서 사기를 쳤으면 같이 책임 을 져야지, 나한테 모두 미루다니!” -좌악- 어쩌란 말이야! 크로키는 라딘의 그 대사를 애타게 기다렸다. 크로키는 자신이 들고 들어온 설계도를 탁자에 펼쳤다. 그리고 그 도면의 한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바로 이거 말이야! 이거 아무리 생각해도 불안해. 메카 크라켄의 최고 무 기인 이 하이퍼 랜스가 아무래도 크라켄이면 몰라도 킹 크라켄에게는 통하지 않을 거 같단 말이야.” “그,그래서?” 라딘이 엄청난 위기감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그래도 설마하는 심정으로 크로키에게 물었다. “10만 골드! 미스릴이 필요해! 요기를 미스릴로 바꾸면 아무리 킹 크라켄 이 아니라 킹 크라켄 할아버지라도 소용없어! 한방이라고!” “크헉, 크로키 선생님!!!!” 라딘이 갑자기 바닥에 철퍽하고 주저앉아 크로키의 로브와 바지를 붙잡고 매달렸다. 그의 눈에는 두 줄기 눈물이 마치 샘물처럼 흐르고 있었다. “그냥 하자! 원래대로 해도 충분히 통할거야. 무엇보다 10만골드라니! 지금 나한테 그런 돈이 어디 있다고 그런 무서운 말을 하는거야!” 크로키는 냉정하게 말했다. 그의 두 손은 라딘의 필사적인 바지 벗기기를 열심히 저지하고 있었다. “만약 안 통한다면?” “그,그건......” “흐흐흐, 거 봐. 만사에 만전을 기해야 그나마 성공할 가능성이 늘어나지. 그리고 사실 내가 그동안 내가 딱 하나 너의 행동 패턴을 파악하는 데 성공한 것이 있는데 말이야.” “행동 패턴?” 라딘은 갑자기 궁금해졌다. 크로키는 자신의 어떤 행동패턴을 알게 된 것일 까? 자신이야 말로 천부적인 재질에 후천적인 교육이 융합하여 탄생된 이 시대 최고의 사기, 아니 첩보 외교관이 아닌가? 그런 그에게 사각이 있다니! 그는 일단 크로키의 대답을 진지하게 기다렸다 . 이것은 가장 중요한 문제인 것이다. “그것은 말이야. 만약 네가 정말로 10만 골드가 없으면 너는 무지하게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정말로 돈을 내주고 싶은데 아깝게도 없다고 한탄하는 거야. 그런데 만약 자금이 있다면 이렇게 절대로 없다고 하면서 바지가랑이를 붙잡고 울부짖는 거지. 즉 네가 이렇게 저 자세로 나오는 것 은 돈이 있다는 증거야! 내 놔! 10만 골드!” “크헉!” -콰당- 라딘은 순간적인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기절했다. 완벽하리라고 믿었던 자 신의 표리부동심공에 그런 허점이 있었다니! 그렇게 라딘은 자신의 표리부동심공 의 완성을 위해 결국 10만 골드를 소비하게 되었다. ------------------------------------ 오늘도 라딘 일행은 카리브 근처에 있는 마굴 ‘라이칸스롭의 고향’에서 모험을 하고 있었다. 크라켄 레이드로부터 7개월이 지난 지금 그들은 모두 레벨 500을 바라보고 있었다. 겨울 방학이라는 기간이 그들에게 하루 64시간이라는 열렙 시간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현실의 8시간과 가상의 64시간 중 가상의 시간을 모두 신마대전에서 보내는 그들의 집념은 하늘이 감동할 정도였다. 뭉치의 현재 레벨은 499, 이제 1레벨만 더 올리면 500레벨이 된다. 500레벨이면 뭉치는 수도로 떠나야 한다. 파스트의 수도에는 동대륙의 최고 무도집단중 하나인 동소림이 있는 것이다. 뭉치는 그곳의 제자였다. 500레벨이 되면 드디어 뭉치는 3차직업인 권성이 되는 시험을 받을 자격이 생긴다. 일단 권성이 되면 권사보다 2배 정도 강해지고 문파로부터 최상급 무술 한 가지를 배울 수 있게 되어있다. 그래서 오늘따라 뭉치의 걸음에 더욱 힘이 들어가고 있었다. “조심하자고, 53층이면 상급 마물이 몰려나올지도 몰라. 처음이니까 익숙해 질 때까지 조심조심 한 마리씩 잡아가며 마물의 특성을 살피는 거야 .” 크로키가 처음 내려온 53층의 입구에서 모두에게 주의를 주었다. 역시 뭐가 나올지 모르는 상태이기 때문에 불안한 것이다. “흐흐, 이 뭉치님이 이제는 초보는 벗어났지 않겠나, 염려 말라고, 크로키 .” 뭉치가 웃으며 크로키를 안심시키자 크로키가 뭉치를 보며 웃었다. 많이 컷다 뭉치! 라는 웃음이었다. 잠시 후, 크로키가 그림자 하인을 불러내어 정찰을 보냈다. 50층부터 52층까지는 라이칸스롭의 대명사 웨어울프의 소굴이었다. 지난 보름동안 그들은 이 3층을 누비며 구석구석에 있는 웨어울프를 열심히 사냥했다. 그리고 어제 드디어 웨어울프의 보스인 웨어울프 엘더 웨어울프를 만나 고생 끝에 그 놈을 잡을 수 있었다. 그 놈의 레벨은 600은 되어 보였는데, 늑대인 주제에 발톱에서 전기 스파크 가 튀기는 살벌한 놈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결국 라딘의 방패에 코가 찍히고, 뭉치가 온몸을 불로 감싸고 껴안아 조이는 상황에서 다시 라딘의 파이어 봄과 쇼크 웨이브의 연타를 허용한 웨어울프 엘더는 회색으로 변해 다시 마굴의 마기로 환원될 수 밖에 없었다.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바로 ‘치사하게 다굴을!’이었다. 웨어울프는 모두 자존심이 센 전사이기 때문에 혼자서 다니고 혼자서 싸우는 습성이 있다. 정면으로 보낸 그림자 하인이 돌아와서 크로키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크로키는 그림자 하인이 전하는 말을 듣고는 약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사람들에게 말했다. “앞쪽에 닭이 두 마리 있다는데?” “어머, 닭? 그 꼬꼬댁 하고 우는 닭 말이지?” 미리네가 신기하다는 듯이 물었다. 크로키는 고개를 끄덕였다. “호, 닭이라고? 어떤 놈일까? 한번 가보자고.” 라딘이 방패를 들고 앞장서며 말했다. 뭉치가 그 옆에 서고, 미리네와 크로키가 그 뒤를 따랐다. 애니는 몽몽을 머리에 태우고, 언제라도 도망갈 수 있도록 가장 뒤에서 조심스럽게 따라갔다. “옷, 정말이다! 닭이네.” 조금 앞으로 나아가자 약간 넓은 홀이 나오고 길이 사방으로 뚤려 있었다. 기본적으로 돌로 된 마굴이지만 이곳은 바닥이 정체를 알 수 없는 풀이 나 있는 흙바닥이었고, 그 풀을 모아 만든 둥지 비슷한 풀 더미 위에는 졸고 있는 닭 두 마리가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언제나 크기였다. 그 닭은 딱 보기에도 사람보다 크면 컷지 작지는 않았다. “음, 저거 이름이 뭔지 아니? 라딘아.” 뭉치가 신기한 듯 라딘에게 물었다. 자이안트 치킨일까? 뭉치는 궁금했다. “음, 저런 놈은 나도 모르겠는데? 상당히 레어한 몹인가 봐. 몬스터 도감 에 없었어.” 라딘이 인간 크기의 닭 형태의 마물은 자신이 황궁에서 베껴 온 몬스터 도 감에 없었다는 것을 주위사람들에게 말하자 사람들이 긴장하기 시작했다. 정체불명의 마물인 것이다. 속성은? 레벨은? 공격방법은? 아무 정보도 없는 마물이 바로 눈앞에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긴장과는 너무나도 대조적으로 닭들은 아무 생각 없이 졸고 있었다. “선빵 깔까?” 라딘이 뒤를 슬쩍 돌아보며 크로키에게 물었다. “까!” “오케이, [파워 브레이크]!” -슈웅-퍽- -끼악!! 꼭끼오~ 졸고있던 닭의 머리에 라딘의 해머가 날라가 박혔다. 그와 동시에 뭉치의 양손에서 불덩어리가 튀어 날라 갔고, 크로키의 손에서도 매직미사일이 날라 갔다. 집중 다굴로 한 마리를 처리해야 나머지를 처리하기가 쉬운 것 이다. -파파팍, 퍽- -끼악-끼악-꼭끼오~ 왼쪽에 있는 닭은 순식간에 몸이 걸레처럼 너덜너덜 해졌다. 그동안의 합숙 훈련으로 라딘 파티의 파워집중력은 남다른 성취를 이루었던 것이다. “꼭꼭, 왠 놈이냐!” 오른쪽에 있던 닭이 잠에서 깨어나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 놀랍게도 그 닭은 사람 말을 할 줄 알았다. 그러나 라딘과 그 일행은 그 질문을 묵살했다. 말할 사이에 한 대라도 더 때려서 이놈을 잡아놔야 저 놈과 맘 놓고 싸울 수 있는 것이다. ‘바보군, 역시 닭이야. 나 같으면 질문보다 먼저 공격부터 하겠다. 쯔쯔. ’ 라딘은 열심히 왼쪽 닭을 두들겨 패면서 순간적으로 생각했다. 이제 왼쪽 닭은 안타깝게도 라딘의 망치와 뭉치의 발에 뭉개져 회색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끼익! 나를 무시하고 내 동료를 죽이다니! 꼭끼오~.” 닭이 일어나 천장을 바라보며 목을 길게 빼고 울었다. 그리고 그의 다리가 점점 굵어져 마치 사람의 다리처럼 변했다. 날개 끝의 깃이 오그라들어서 뭉쳐지더니 사람의 주먹처럼 변해갔다. 가슴이 약간 들어가고 허리가 펴지며 닭의 체형에서 깃털 달린 사람의 체형으로 바뀌었다. 닭이 인간형 마물로 변한 것이다. “아앗, 저 놈 이제 보니 라이칸스롭이잖아?” 라딘이 놀라 소리쳤다. 라이칸스롭이란 동물과 인간의 중간형 마물을 말한다. 수인족이라고도 한다 . 대표적인 라이칸스롭이자 흡혈귀의 영원한 파트너인 늑대 인간을 비롯하여 맷돼지 인간, 곰 인간, 쥐 인간 등등 많은 동물이 인간형 마물의 형태로 존 재한다. 포유류뿐만이 아니다. 뱀 인간처럼 파충류도 존재한다. 그리고 지금 라딘 일행은 처음으로 조류 라이칸스롭을 만날 수 있었다. 그의 마물명은 웨어치킨이었다. “이야~, 이 게임 정말 마물 디자인이 참신하네. 어떻게 웨어치킨이 다 있 지? 저놈 구워 먹을 수 있을까?” 뭉치가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뭉치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프라이드치킨 이었다. “저놈 죽이지 말고 사로잡아서 데려갈 수 없을까? 우리에다 가둬 놓고 동물원처럼 사람들 관람료 받아가며 구경시키면 돈 좀 될 것 같은데?” 라딘이 자신의 워해머를 빙빙 돌리면서 말했다. 그는 여전히 자금에 쪼들리 고 있었다. “어머, 라딘, 그럼 저 닭이 너무 불쌍하잖아. 아무리 동물이라도 구경거리 로 삼으면 좀 그렇잖아.” 마음착한 미리네가 라딘을 말렸다. 크로키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사람들에게 말했다. “이봐 잡담은 그만하고 빨리 잡아. 저놈 고함소리 듣고 무리가 몰려오면 어떻게 할래? 빨리 해!” 크로키의 말에 겨우 원래의 목적을 상기한 그들은 웨어치킨을 포위했다. 집단다굴 체제로 가려는 것이다. “꼭꼭, 그냥 당할 것 같으냐! 받아랏, [선풍각]!” -부웅- 웨어치킨이 공중으로 붕 떠올라 자신의 다리를 마치 야구배트처럼 한 바퀴 휘둘렀다. 놀란 사람들이 얼른 뒤로 물러나자 놀랍게도 웨어치킨이 팔로 변한 날개를 퍼덕여서 공중에서 2m쯤 이동하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다시 웨어치킨의 다 리가 번개처럼 움직였다. “꼭꼭, [원앙각]!” -파파파팍- 웨어치킨의 두 다리가 연달아 4번이나 휘둘러졌다. 그 바람에 놀란 뭉치는 얼굴과 머리에 고스란히 4방의 발길질을 허용하고 뒤로 날라가서 바닥에 쳐 박혔다. “크헉, 순식간에 체력이 반이 빠지다니! 조심해, 저놈 무지 세다.” “에잇, 아무리 세도 닭은 닭이야! 받아랏! [파워 브레이크]!” -슈웅- 라딘의 워해머가 공중을 날았다. 그러나 그의 성의를 무시하든 웨어치킨은 고개만 약간 옆으로 돌려서 워해머를 피하는 것이 아닌가! “꼭꼭, 붉은 벼슬족의 일급 권사인 나 치카오가 이런 단순한 공격에 맞을 것 같으냐? 비겁하게 자는 사람을 공격하다니! 내가 너희에게 천벌이란 것이 무엇인지 가르쳐주겠다!” 웨어치킨 치카오는 살기를 띄운 체 두 팔을 약간씩 휘저으며 라딘 일행을 향해 다시 다가갔다. 긴장감이 홀 안을 메우기 시작했다. “잠깐!” 쓰러져 있던 뭉치가 품속에서 최고급 회복포션을 마시며 일어나며 소리쳤다 . 그 소리에는 내공이 실려 있었나보다. 라딘 일행은 물론이고 치카오까지도 걸음을 멈추고 뭉치를 돌아보았다. “너! 권사였냐?” 뭉치가 포션을 마시고 땅에서 구르느라 옷에 묻은 먼지를 손으로 툭툭 털었 다. 그리고 평소의 뭉치답지 않게 날카로운 눈빛으로 치카오를 쳐다보며 외쳤다 . “꼭꼬, 그렇다. 나는 일족의 상급 권사 치카오다! 곧 지하에 내려가 권성 이 되는 자격시험을 받을 것이다.” 뭉치의 눈이 투지로 불타기 시작했다. “나도 권사다! 난, 딴 놈이면 몰라도 같은 권사에게는 안 진다, 한판 붙자 !” --------------------------------------------- “꼭꼬꼬꼬꼬꼬, 한 방에 나가떨어진 놈이 나하고 엉기겠다고? 너희 놈들이 모두 덤벼도 안되는 나에게?” 치카오가 가소롭다는 듯이 웃음을 터트리면서 뭉치에게 말했다. 라딘과 다른 사람들도 갑자기 뭉치가 왜 이러나 하는 눈치였다. 이놈이 꽤 세긴 해도 다굴로 처리하면 가볍게 죽일 수 있을 것 같았던 것이다. 이놈의 레벨 은 아직 500대 초반 같았다. 거기에 3차 직업도 아닌 2차 직업의 몬스터라니! 이 층의 마물들 중 그다지 강하지 않은 놈임에 틀림없었다. 그렇다면 답은 단 하나, 더 강한 놈들이 몰려오기 전에 이놈이라도 죽여야 일이 풀릴 것 같았다. 그러나 뭉치의 결의는 확고부동했다. “이봐, 모두들! 혹시 내가 져서 맞아 죽더라도 이놈한테는 손 대지마, 내가 권사의 자존심을 걸고 저놈을 꺽어야 되니까!” 뭉치는 흥분해 있었다. 아직까지 마물 중에서 권사의 기술을 쓰는 놈은 못 보았다. 하다못해 늑대인간조차도 긴 손톱과 이빨을 이용한 마수 특유의 기술을 쓴 것이다. 그러나 저놈은 다르다. [선풍각]에 [원앙각]이다. 자신이 제일 부러워하는 발기술이 바로 선풍각이다. 이건 다리가 길어야 쓸 수 있다. 자신이 현재 익히고 싶어 하는 기술 1번이 바로 원앙각이다. 점프 공격 차 기의 최상급 기술인 원앙각! 그 기술에 당한 이상 절대로 물러설 수 없다고 뭉치는 생각했다. 뭉치의 결의가 치카오에게 통했나보다. 치카오는 웃음을 멈추고 자세를 가다듬어 똑바로 섰다. 정식 대련 포즈인 것이다. 그리고 치카오는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꼭꼬꼭, 좋다. 그래도 너는 권사로서의 자존심이 있는 놈이구나! 정식으로 결투신청을 받아들이겠다. 준비가 되었으면 덤벼라!” 라딘 일행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그들이 들어왔던 통로 쪽으로 물러났다. 홀 안에는 한 명의 드워프와 웨어치킨이 투기를 일으키며 서서 대치하고 있 었다. “[음양쌍마공]! [나한십팔수]! 준비 다 됐다, 덤벼랏!” 뭉치의 몸이 반은 불길로 반은 냉기로 감싸였다. 그리고 뭉치는 소림사 권 법의 기수식을 펼치고 치카오에게 말했다. “꼭꼬꼬, 불과 얼음으로 전신을 감싸다니! 평범한 놈은 아니었구나, 그러 나 나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권사로써 수련을 통해 불에 대한 저항력을 최대한 키웠지, 꼬꼬꼬.” 두 사람(?)사이의 긴장감은 점점 더 높아지기 시작했다. 그 기세에 구경하 던 라딘 일행도 아무런 소리도 내지 못하고 조용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얍! 받아랏! [날라 차기]!” 선공을 한 쪽은 뭉치였다. 뭉치는 순간적으로 뛰어올라 치카오의 가슴을 차려고 했다. 그러나 치카오는 그런 뭉치의 몸놀림에 반응해서 오른쪽 다리를 들어 올려 허리를 비틀며 찼다. 옆차기였다. -퍽- 웨어치킨과 드워프의 결정적인 차이가 무엇일까? 지금 나타난 차이는 바로 다리길이의 차이였다. 길이 50cm의 드워프의 다리길이는 1.2m의 치카오의 다리길이를 극복하지 못했다. 치카오의 옆차기는 정확하게 뭉치를 향해 뻗어갔고, 뭉치는 급하게 두 팔을 가슴 앞에 크로스 상태로 만들었다. 십자 막기였다. 그렇게 겨우 치카오의 옆차기를 막을 수 있었지만, 역시 힘이 실린 옆차기 를 공중에서 맞은 뭉치의 몸은 뒤로 튕겼다. 놀랍게도 뭉치는 공중에서 한 바 퀴 재주를 넘으며 무사히 바닥에 착지했다. “꼭꼬, 제법이군. 이거나 받아랏! [원앙각]!” 이번에는 치카오가 날아올랐다. 땅의 종족인 드워프와는 다르게 비록 닭이 라도 새는 새이다. 치카오의 점프는 우아하고 그만큼 체공시간이 길었다. -파파파팍- 다시 치카오의 다리가 연속으로 4번을 찼다. 그러나 이번에는 뭉치도 만만 치 않았다. 상체의 움직임만으로 두 번을 피하고 다시 팔로 두 번을 막은 것이 다. 그리고 땅에 떨어지는 치카오를 향해 뭉치는 양손에서 불덩이와 냉기덩어리 를 쏘았다. 음양쌍마공의 8성 경지에 다다른 사람이 쓸 수 있는 음양장이었다. -퍼펑- 이번엔 치카오가 두 팔을 교차하여 막았다. 깃털이 달린 두 팔을 교차하면 마치 망토처럼 전신을 가리게 되는 것이다. 깃털은 뭘로 되어 있는지 불에 도 타지 않고, 냉기에도 얼지 않았다. “젠장, 진짜 강하군. 하지만 승부는 이제부터다. 간다! [나한십팔수].” 뭉치가 뛰어들었다. 역시 드워프는 접근전으로 싸워야 제 실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순간적인 객기로 공중전을 시도했지만 현실을 인정하고 일단 자신의 장점을 발휘하기로 했다. “꼭꼭, 좋다. 덤벼랏. [비천산화수]!” 치카오의 두 팔이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며 돌아가기 시작했다. 아미파의 무공 중 하나인 비천산화수는 현란한 환초 속에 강맹한 살수가 숨어있는 실전 권법이었다. “와, 뭉치가 저렇게 강했었나? 상급의 마물하고 싸우는데 전혀 안 밀리잖 아?” 라딘이 감탄했다는 듯이 말했다. 아무리 성직자의 축복과 강화마법을 받은 상태라고 해도 같은 인간도 아닌 마물을, 그것도 레벨이 높은 마물을 상대 로 싸울 수 있다는 것은 정말로 강하다는 증거로 볼 수 있었다. 레벨 400이 넘어서부터 마물들이 급격히 강해지고, 500이 넘은 상급마물은 더더욱 강해지는 것이다. 레벨 400부터는 같은 레벨의 마물을 1대 1로 이기는 것은 상당히 힘든 일이라고 하겠다. “뭉치는 강해. 저 놈은 자신이 초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거 든, 처음 우리가 만났을 때부터, 우리가 레디안과의 전쟁에 참여했을 때도 저 뭉치라는 녀석은 틈만 나면 나한테 귓말로 스킬운용에 대해 나한테 물어 봤었지. 그리고 매일같이 초식 훈련을 한 거야. 물론 초식은 스킬명만 외치면 자동적으로 펼쳐지지. 그러나 뭉치는 그것에 만족하지 않았어. 끊임없는 수련으로 동작을 완전히 소화했지.” 크로키는 잠시도 눈을 떼지 않고 뭉치의 동작을 보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 도 크로키의 말에 다시 새로운 눈으로 뭉치를 보고 있었다. 확실히 뭉치는 스킬명을 일일이 외치지 않고도 기술을 시전하고 있었다. 저런 접근전에서 0.1초의 차이가 얼마나 긴 시간인지를 알려주는 싸움이었 다. “차앗!” “흥, 어림없다!” 그때 뭉치가 두 손으로 치카오의 다리를 낫이 풀을 베듯 베었다. 치카오는 얼른 점프하여 다시 [원앙각]을 펼쳤다. 방어와 공격이 일원화된 멋진 동작이었다. 상대인 드워프는 자신의 하체를 공격했다. 당연히 낮은 자세에서 원래 자세로 돌아와야 하는 것이다. 그 순간에 생기는 빈틈을 공격하면 이 질긴 땅딸보도 당할 수 밖에 없으리 라! 그러나 낮은 자세로 두 손을 휘저었던 뭉치의 몸이 조금 더 빠르게 위로 솟 구쳤다. 신기하게도 낮은 자세의 뭉치가 치카오보다 먼저 떠오른 것이다. 원앙각은 점프하여 땅에 있는 사람을 공격하는 동작이기 때문에 자신보다 위쪽에 있는 적은 공격하기 힘들다. 뭉치는 치카오가 점프하는 타이밍을 미리 알아서 한 템포 빠르게 먼저 [점프공격]을 시전 한 것이다. -퍽- “꼬꼭꼭, 이럴수가!!” “지금 저 동작을 봐. 저것이 뭉치가 개발한 초식인 [천붕지영]이야. 키가 작은 드워프는 낮은 자세로 상대의 다리를 공격하는 데 적합하지, 하지만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다리를 공격하면서도 사실은 드워프는 허리를 굽힐 필요가 없다는 거야. 하체를 공격하면서도 다리는 이미 점프를 위한 동작을 취할 수 있더라고. 그러니까 상대보다 빠르게 점프할 수 있는 거지. 뭉치는 언제나 저렇게 드워프로써 가지는 동작의 이점과 허점을 생각해서 자신만의 기술조합을 개발하고 있어. 나도 놀랄 정도로 위력적인 기술을 말 이야!” 그렇다. 뭉치는 그동안 드워프 권사의 자존심을 걸고 피나는 수련을 해왔다 . 드워프는 팔과 다리가 짧다. 권사에게 있어서 그것은 치명적인 단점일 수 있었다. 과연 드워프는 권사로써 어울리지 않는가? 무기로 단점을 보완하는 수밖에 없는가? 그러나 뭉치는 그것을 부정했다. 그렇게 따진다면 창을 든 전사가 가장 강해야 했다. 그러나 세상에서 제일 인기 있는 무기는 검이다. 물론 뽀대가 검의 인기의 90%를 차지한다고 봐도 좋다. 하지만 기능적인 면에서도 검은 훌륭한 것이다. 드워프는 팔과 다리가 짧고 이동속도가 느린 대신, 순간적인 몸놀림과 정교한 움직임은 생긴 것과는 다르게 무척 빠르다. 그렇다면 일단 접근전으 로 들어가면 오히려 강할 수 있다고 뭉치는 생각했다. 상승권법의 요체 중 하나는 접근전으로 상대의 기술을 봉쇄하고 역이용하는 것이다. 한치가 가까우면 한치만큼 더 위험해진다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드워프에게는 딱 좋은 거리가 된다. 즉, 진정한 고수가 되었을 때 드워프는 더욱 강해진다는 논리가 성립될 수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다. 권투의 명언 중 하나로 ‘왼팔이 세계를 제패한다’라는 말이 있다. 원래는 권투의 기본기인 잽을 잘 써야 된다는 얘기지만, 가끔씩 변칙복서를 격려하기 위한 표현으로도 쓰인다. 왼손잡이는 오른손잡이를 상대하는데 익숙하다. 그러나 오른손잡이는 왼손잡이를 상대하는데 익숙하지 않다. 현실세계나 기존의 가상현실 격투게임은 사람크기의 상대와 싸우거나 큰 괴물과 싸우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조그만 드워프와 바짝 붙어서 싸워본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뭉치는 인간과 괴물을 상대하는데 조금도 위화감을 느끼지 않지만, 상대는 무척 당황할 것이 틀림없었다. 뭉치는 믿었다. 자신이 최고의 권법가가 될 수 있음을, 그리고 지금 드워프 권사의 진정한 위력이 치카오라는 계인족 권사를 상대로 발휘되고 있었다. ----------------------------------------- 한참 뭉치와 치카오의 대결이 진행되고 있었다. 라딘 일행은 이제는 한편의 쿵푸 영화를 관람하듯 편한 자세로 앉아서 그 광경을 지켜보며 나름대로 관전평을 하고 있었다. 뭉치가 영주관의 메이드에게 주문해서 싸온 쿠키는 정말 달콤했다. 치카오가 돌려차기를 시도했다. 그러나 뭉치는 그것을 고개만 숙여 피했다. 아직 치카오는 뭉치의 신장에 적응하지 못하여 가끔씩 치명적인 실수를 하게 되는 것이다. 치카오의 옆구리에 빈틈이 생겼다. 뭉치가 치카오의 품안으로 뛰어들었다. -펑- 뭉치가 치카오의 배를 장으로 쳐냈다. 치카오가 비틀거리며 물러났다. 그러나 한번 잡은 기회를 단발로 끝낼 뭉치가 아니다. 다시 뭉치의 발이 치카오의 정강이를 찼다. 치카오가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이제는 뭉치의 공격을 가까스로 막고 있을 뿐이었다. 그때였다. 통로 저쪽에서 한 때의 무리가 나타났다. 그들은 소리도 없이 이곳을 향해 다가왔으며, 놀란 라딘 일행이 벌떡 일어나서 경계태세를 취했을 때는 이미 홀 바로 바깥쪽에 도착해 있었다. 30여 마리의 웨어치킨이었다. ‘젠장, 망했다. 30마리를 무슨 수로 이기지?’ 라딘은 싸움 구경에 정신을 뺏겨서 경계를 소흘히 한 것을 후회했다. 원래 이런 경우는 크로키의 그림자 하인을 보내 경계를 시켜야 했다. 그러나 후회해도 때는 늦은 것, 라딘은 애니를 슬쩍 돌아보며 만약의 경우 도망가도 좋다는 신호를 했다. 물론 몽몽을 데리고 도망가야 한다. 사람들은 긴장했다. 그러나, 그들은 라딘 일행을 보고도, 자기 일족과 싸우고 있는 드워프를 보고도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 그저 두 사람(?)의 결투를 묵묵히 지켜 보고 있을 뿐이었다. -파파파팍- “꼬끽, 이럴수가!!!” -털썩- 뭉치의 불과 냉기의 두 주먹이 다시 치카오의 가슴을 연타했다. 드디어 체 력이 바닥으로 떨어진 치카오가 버티지 못하고 벽으로 날라가 쓰려졌다. 치카오는 전력을 다해 일어나려고 했으나 그동안 쌓인 대미지가 너무 많았 다. 체력이 이미 죽기 직전의 상태까지 떨어진 것이다. “끼끽, 아직이다. 아직 지지 않았다!” 치카오가 절규했다. 그러나 그 절규조차 힘이 들어가지 않는 듯 마굴 안에 그다지 큰 울림도 만들어 내지 못했다. “꼬꼬, 그만!” 통로에 있던 웨어치킨 중 맨 앞에 있던 자가 한손을 들어 올리며 외쳤다. 그 계인은 두꺼운 부리에 양 볼을 20cm이상 늘어뜨리고 벼슬이 다른 계인들 보다 3배정도나 큰 자였는데, 자세히 보면 약간 나이가 들어 보이는 엄숙한 인상 을 하고 있었다. 치카오와의 결투에 열중하던 뭉치는 그때 겨우 그들의 존재를 알았다. 승리의 기쁨은 한 순간에 죽음에의 공포로 변했다. 드디어 제 정신을 차린 것이다. 뭉치는 슬금슬금 라딘 쪽으로 물러났다. 계인족 노인은 홀 안으로 들어와 쓰러진 치카오의 앞에 한쪽 무릅을 꿇고 앉았다. 그리고 그의 머리에 한 손을 얹고 자상한 목소리로 말했다. “꼬꼬, 넌 졌다. 치카오, 패배를 받아들여라. 그러나 멋진 승부였다. 계인 족의 이름에 부끄럽지 않구나.” 치카오는 그런 노인의 얼굴을 한 번 보고는 들었던 고개를 떨구었다. 기절한 것이다. 그의 입가에는 웃음이 어려 있었다. 노인이 일어나자 두 명의 계인이 다가와 치카오를 뒤쪽으로 옮겼다. 그리고 노인은 라딘 일행을 향해 포권을 하며 말했다. 살기라고는 전혀 없 는 시골노인과 같은 평온한 목소리였다. “꼭꼬꼬, 우리 일족의 치카오를 교육시켜 주신 것을 감사드리오. 그는 지금까지 실력은 있으나 자신 속에 스스로를 가두고 상대에 맞는 무공을 펼치지 못하고 있었소. 그러나 이번 싸움으로 그도 뭔가를 느꼈을 것이오. 그가 권성의 경지에 오르게 되면 그것은 다 그대들의 가르침 덕분이라고 할 수 있소.” 그가 정중히 말하자, 라딘이 얼른 앞으로 나가 마주 포권을 하며 인사했다. 세가 불리하니 친선외교 정책을 써야 할 때였다. “천만의 말씀입니다. 오히려 저희 쪽 권사가 강한 상대를 만나 호기를 참지 못하고 결투를 하게 된 것을 사과드립니다.” 노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뭉치를 바라보았다. 그동안 라딘의 행동을 보고 느끼고 배운 점이 많았던 뭉치는 얼른 두 어깨를 펴고 짧은 허리지만 꼿꼿하게 세우고 두 눈을 부릅뜬 무공에 목숨을 건 무도가의 자세를 하고 있었다. “꼭꼬, 정말 대단히 유망한 젊은이군, 그대의 이름은 무엇인가? 나는 투계인의 붉은 벼슬족의 장로 타카키라고 한다네.” 뭉치가 얼른 포권을 하며 타카키 장로에게 자신의 소개를 했다. “저는 드워프 권사 뭉치라고 합니다. 낮은 공부를 보여 부끄러울 따름입니 다.” “꼬꼬꼬꼬, 그대가 낮은 공부라고 한다면 저 치카오는 어찌 되겠는가? 겸손은 좋은 것이지만 때때로 겸손하지 않아야 할 때도 있다네.” 타카키 장로가 웃으면서 뭉치에게 말하자 뭉치는 한 손으로 머리를 긁적거 리며 미안한 듯 말했다. “그런 뜻이 아니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뭉치의 순박한 모습에 타카키 장로는 다시 웃더니, 그를 인정한다는 듯이 부드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것을 본 라딘은 이대로 조용히 끝나게 될 것 같은 희망에 약간 기운이 나는 듯 했다. 역시 죽는 것은 기분이 나쁜 것이 다. 라딘은 조용히 미리네의 손을 꼭 잡았다. 기쁨을 나누는 신호였다. 미리네 도 라딘의 손을 한번 잡았다가 놓았다. 결투 끝에 서로를 인정하고 친구가 된다! 이것이야말로 사나이의 세계가 아 니겠는가? 그러나, 세상은 그렇게 만만한 것이 아니었나 보다. 타카키 장로가 뒤를 보 며 깃털이 변한 손가락을 한번 튕기자, 계인족 무리 중에서 체격이 우람한 계 인이 한 명 걸어 나왔다. 키가 2m가 넘는 그 계인의 눈은 닭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날카로웠 고, 그의 주먹은 흐미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권강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꼬꼬, 우리 일족의 권성 중 한명인 투키오일세. 그가 이번에 일족을 대표해서 그대를 상대하게 될 걸세.” “꼭꼬, 투키오라고 한다. 저승에 가는 길에 선물로 우리 일족의 권법을 확실하게 보여주겠다.” 타카키 장로의 청천벼락과 같은 선언이 떨어지자 투키오의 몸에서 투기가 쏟아져 나왔다. 이제는 독수리인지 닭인지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날카로운 투기를 전신에 서 뿜어대며 서서히 뭉치를 쳐다보았다. 뭉치의 안색이 하얗게 변했다. -------------------- 라딘은 긴장했다. 아무리 봐도 저놈은 이 닭들 중에서 최고의 강자 중 한명이 틀림없었다. 도망가는 것이 나을까? 라딘은 옆에 있는 크로키를 슬쩍 쳐다보았다. 때 마침 크로키도 라딘을 쳐다보고 있었다. 이심전심! 세불립이면 36계가 최고라는 것은 고대로부터 내려온 최고의 진리 중 하나이다. 그러나 역시 마굴은 가고 싶으면 가고 오고 싶으면 오는 그런 편한 장소가 아니었다. -스슥- “엇, 이런!” 라딘이 지나온 길에서 네 마리의 계인이 나타났다. 하나같이 우락부락한 몸매를 자랑하는 척 보기에도 상급의 계인인 것을 알수 있었다. 그들 역시 날카로운 투기를 내뿜으며 라딘과 그 일행을 노려보고 있었다. 팔짱을 끼고 길을 막고 있는 것이 너희는 이제 끝장이다 라고 주장하고 있 는 것처럼 보였다. ‘망했다. 비밀 문이 있었나? 퇴로를 막히다니!’ 라딘은 애니를 한번 바라보았다. 애니는 뒷길이 계인들에 의해 봉쇄당하는 순간부터 안색이 변해 벌벌 떨고 있었다. 이런 상황일수록 태연한 척 해야 하는 법이거늘! 라딘은 자신이 애니를 잘못 교육시켰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 했다. 일단 이곳까지 오면서 비밀통로도 발견 못한 것은 애니의 잘못이 아니겠는 가! 죽어도 할 말이 없는 대 죄를 저질러 놓고 저렇게 벌벌 떨고만 있다니! 그러나 라딘은 한숨을 한 번 내쉬고 그래도 종자라고 애니를 살려야 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래야 나중에도 계속 부려먹을 수 있을 테니까. 시간을 끌어야 했다. “잠깐! 이것은 불공평하지 않습니까? 뭉치는 이미 혼신의 힘을 다해 치카 오와 대결을 한 상황입니다!” 라딘이 얼른 소리쳤다. 그 소리에 살기를 띄우며 다가오던 투키오가 정지했 다. 그리고 어떻게 하냐는 눈빛으로 타카키 장로를 쳐다보았다. “꼭꼬, 과연 그렇군. 그럼 다른 사람이 나와서 먼저 투키오와 대결하게나. 그동안 저 뭉치라는 드워프는 얼마든지 치료해도 좋네. 어차피 그대들은 모두 우리와 대결해야 하지 않겠나?” 속으로 공포에 떨던 뭉치가 구원자 라딘에게 감동의 눈길을 보냈다. 라딘은 괜히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망했다라는 생각이 뇌리를 지배하는 것 을 느꼈다. 저 타카키라는 닭은 우리를 살려서 보낼 생각이 없구나! 라딘은 깨달았다. 그리고 지금 뭉치를 대신해서 자신이 첫 타자로 저 거대 닭하고 싸워야 하는 것이다. ‘미리네, 만약 내가 지면, 기적을 사용해서 애니하고 몽몽을 상층으로 순 간이동 시켜줘. 아마 천사에게 부탁하면 들어줄거야.’ 라딘이 비장한 모습으로 앞으로 나가며 미리네에게 귓말을 보냈다. 순간이동은 엄청난 마나를 소비하는 마법이기 때문에 강력한 마법진이 없으면 시전이 불가능 하지만, 기적이라면 장거리는 몰라도 같은 좌표의 상부로는 순간이동이 가능 할 것이다. 과거의 예에도 기적으로 순간이동이 가능하다는 것이 이미 알려져 있는 것 이다. 미리네가 침을 삼키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도 이 공간을 가득 채우는 살기에 목이 마를 정도인 것이다. “좋소! 그대들이 이렇게 명예를 알고 우리와 일대일의 결투를 하겠다면 우리도 물러서지 않겠소!” 이판사판이었다. 그들이 때로 덤비지 않는 것만 해도 얼마나 다행인가! 라딘이 전면으로 나서서 버티고 섰다. 미리네가 얼른 축복 주문을 걸어주었 다. 계인들은 그런 것 정도는 신경도 쓰지 않는 눈치였다. 사실 투키오는 타카키 장로 다음가는 강자였던 것이다. “꼭꼬, 준비가 되었나?” 투키오가 거만하게 라딘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라딘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아무도 눈치 못 채게 아주 조그마한 소리로 저주해제의 주문을 외웠다. 라딘의 귀에서 순간적으로 하얀 빛이 빛나고는 꺼졌다. 두 사람이 서로를 노려보며 기회를 노렸다. 투키오는 역시 고수답게 자신보 다 하수임에 틀림없는 라딘을 대하면서도 조금도 방심하지 않았다. 라딘은 속으로 무지하게 투덜대기 시작했다. 이놈은 그 전의 바보 마족과는 그 수련의 정도가 틀린 놈이었다. 그래도 좋 다! 한 대만 때리자! 한 대면 역전이 가능하니까. 라딘의 희망은 바로 한방이었다. “꼬꼬, 먼저 안 오겠다면 이쪽에서 가 주지. [난화불혈수]!” -슈욱- -파파파파팡- 투키오의 몸이 땅을 스치며 미끄러졌다. 순식간에 라딘의 앞으로 다가온 투키오의 양 주먹이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라딘을 공격했다. 라딘은 그저 방패를 앞세우고 대충 기세가 느껴지는 방향을 막을 뿐이었다. 실력의 차이가 너무 확연하게 드러난 것이다. ‘이 놈은 대체 몇 레벨인거야?’ “[실드 차지]!” -다다다 쾅- 라딘이 막고 있던 자세 그대로 밀어붙였다. 그러나 투키오는 가볍게 옆으로 움직였다. 라딘은 그대로 달려 나가 그 힘을 주체 못하고 벽에 부딪쳤다. 별로 멋있지 못한 상황이었다. “꼬꼬꼬, 나는 이쪽에 있다. 애송아.” 라딘은 다시 실드차지를 사용하여 투키오를 향해 돌진했다. 투키오가 다시 가볍게 피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라딘의 등을 발로 차서 라딘이 땅바닥에 쓰러지게 만들었다. “꼭꼬꼬, 마치 황소같구나. 차라리 저 뭉치라는 권사를 다시 내보내는 것이 어떻겠느냐? 너같은 무식한 기사를 나의 옷자락도 스칠 수 없다. “라딘! 힘내! “끼잉, 아빠 힘내세용.” 한쪽에서 미리네와 몽몽의 응원소리가 들려왔다. 미리네, 몽몽, 조금만 기 다려! 저놈은 곧 이 라딘의 무서움을 알게 될 거야. 라딘이 다시 실드 차지를 사용했다. 이번에는 투키오가 피하지 않았다. -쾅- 투키오의 앞발차기에 돌진하던 라딘이 뒤로 튕겼다. 힘에서 밀린 것이다. “꼬꼬꼬, 그만해라. 너의 돌진은 나에게 재롱과도 같은 것이다.” “아, 저런.” 미리네가 이제라도 울 것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라딘은 이제 때가 온 것을 알았다. 드디어 투키오의 마음에 빈틈이 생긴 것 이다. 자신의 실드차지를 정면에서 발로 막다니! 그동안은 기술을 발동하면서 힘을 다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허초를 펼친 것이다. 방금 뭉치의 싸움을 보고 느낀 바로 이 한수! 허초와 실초의 배합, 이것으로 저 바보 닭은 자신의 힘을 얕잡아 보게 되었다. “이익, 웃기지 마라! 열혈 [실드차지]!” -다다다다- “꼭꼬, 포기를 모르는 놈이군, [진앙각]!” 투키오가 이제는 끝을 보겠다는 듯이 자신의 차기 기술인 진앙각을 펼쳤다. 투키오의 왼발이 한걸음 앞으로 나가 진각을 펼쳤다. 땅이 울리며 약 10cm정도 패였다. 그리고 그 반동으로 몸을 한 바퀴 돌리며 오른쪽다리 가 크게 원을 그렸다. 그리고 그 종착점은 바로 돌진하는 라딘의 방패였다. 자신의 파워와 기술로 라딘의 방패와 그것을 지탱하는 라딘의 팔을 부수려 는 것이다. -쾅- “꼭끼이이, 이,이럴수가!” 투키오의 몸이 뒤로 튕겼다. 그의 다리가 이상한 방향을 꺽여 있었다. 라딘의 파워에 다리가 부러진 것이다. 같은 힘이라면 전신의 힘과 무게를 이용한 차지계의 기술이 압도적으로 강하다. 하물며 힘을 위주로 키우는 기사와 민첩을 위주로 키우는 권사가 힘으로 부딪쳤을 때, 누가 유리한가는 말 할 것도 없다. 그 특유의 무공과 회피력으로 한 대도 안 맞고 기사를 제압하는 것이 기본 적인 상급 권사가 기사를 상대하는 방법인 것이다. “아자! 걸렸구나 생각되면, [쇼크웨이브]!” 라딘의 워해머가 크게 원을 그리며 쓰러진 투키오를 향해 나아갔다. “꼬끅, 이놈이!” 투키오가 급하게 몸을 옆으로 굴려서 피했다. 무공을 익힌 자들이 가장 쓰기 싫어하는 동작인 뇌려타곤이었다. 뇌려타곤을 왜 싫어하냐고? 그 효과적인 회피 방법을? 그 해답은 인생은 뽀대이다 라고 할 수 있겠다. “어엇, 피했어? 이 봐, 기다리라고! [스마이트]!” -펑- “꼭끄,” 공격해오는 라딘의 방패를 미처 피하지 못하고 주먹으로 방어한 투키오의 몸이 다시 튕겨서 벽에 부딪쳤다. 투키오의 주먹 또한 이상한 방향으로 꺽 였다. 왼팔마저 부러진 것이다. “받아랏 [낭뜨 전추술]!” 한번 승기를 잡으면 끝까지 몰아치는 것이 라딘이다. 그는 얼른 투키오에게 달려가며 자신의 무술인 낭뜨 전추술을 펼쳤다. 적은 이미 한 다리와 한 팔 을 못쓰는 상태! 이겼다고 생각했다. “꼭꼬꼬, 아직 끝나지 않았다! [선풍각]!” -퍽- 투키오의 눈빛은 아직 죽지 않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패배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한 팔과 다리가 말을 듣지 않았 지만, 자신의 무공은 아직 무용지물이라고 할 수 없었다. 그의 눈이 차갑게 식었 다. 그의 정신이 라딘에게 집중되었다. 라딘이 달려오는 모습이 마치 슬로우 비디오처럼 천천히 보였다. 라딘의 팔이 들렸다. 워해머가 자신의 머리를 노리고 휘둘러졌다. 그러나 투키오는 워해머를 보고 있지 않았다. 라딘의 오른발, 오른발이 드디어 투키오의 사정거리 안으로 들어왔다. 그의 몸이 갑자기 솟아올랐다. 그리고 그의 몸이 벽을 박차고 앞으로 나왔 다. 그의 부러진 왼쪽 다리가 허공을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한 바퀴 돌아 라딘의 오른쪽 머리에 정통으로 명중했다. -쿵- -털썩- 라딘이 옆으로 날라가 쓰러졌다. 관자놀이를 정통으로 가격당한 그는 한 방 에 체력의 90%가 달아있었고, 쇼크로 일어나지도 못하고 있었다. 투키오도 마찬가지였다. 부러진 다리로 혼신의 힘이 실린 선풍각을 시전했 다. 그의 다리는 완전히 부서졌다고 할 수 있었다. 뒤 늦게 찾아온 고통에 투키 오의 몸은 중심을 잃고 허공에서 떨어졌다. 두 사람 다 전투불능에 가까운 상태 였다. “꼭끼이, 투키오! 이놈들 대단한 놈들이었구나!” 타카키 장로가 놀라서 소리쳤다. 그는 설마 자신의 후계자인 투키오가 저 기사와 양패구상을 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렇게 놀라서 소리치는 타카키 장로의 등 뒤에 검은 그림자가 생겼다. -푸욱- “꾹꾸, 누구냐!” 뒤에는 한 마리의 계인이 있었다. 타카키 장로의 오른손이 푸르게 빛나기 시작했다. 권강인 것이다. -휘익- 타카키 장로의 일장이 그 계인에게 펼쳐졌다. 그러나 그 계인은 순간적으로 뒤로 5m정도를 점프해 물러섰다. “꼭꼬, 티크, 네놈이 어째서?” 타카키 장로가 옆구리에 단검을 꽂은 체 주저앉으며 믿기지 않는다는 목소 리로 물었다. 종족이 자신을 공격하다니! “냥, 과연 타카키 장로다냥, 3일동안 기회를 노렸는데, 이제야 겨우 빈틈 을 보이다니!” “꼭꼬꼬! 너는 티크가 아니구나! 흑묘족의 닌자인가!” ----------------------------------- “꼭꼭꼬! 장로님!” 주변에 있던 계인들이 장로를 둘러 싸 보호했다. 그러나 타카키 장로의 상태는 엄중했다. “냥, 이미 늦었다냥, 지속성 극독이 발려있는 흑묘독조비에 당하고 살아날 것 같으냥?” 티크라는 계인의 몸이 허물어졌다. 그리고 그 속에서 한 마리의 검은 고양이 인간이 튀어나왔다. 신장 1.5m의 체격에 날카로운 손톱을 가지고 있는 고양이 인간, 묘인족, 웨 어캣이었다. 그리고 그의 뒤쪽통로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며 불빛과 같은 빛이 여러 개 빛나기 시작했다. 자세히 보니 그것은 고양이들의 눈빛이었다. -냐~~~~앙- 어둠이 빛을 덥치듯 묘인족들은 계인들을 공격했다. 그들의 손톱은 마치 비수와 같이 날카로웠고 독을 바른 듯 검게 빛나고 있 었다. “꼭꼬덱~, 꼭꼬!” 계인들은 자신들의 기술을 총 동원해서 열심히 흑묘족의 닌자들과 싸웠다. 역시 전원 권사답게 상당한 몸놀림을 보이며 흑묘족의 손톱을 피하고 반격 도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미 투계족의 최고수인 타카키 장로와 그 후계자인 투키오가 전투불능에 빠져있는 상황에서, 상급 닌자들을 상대로 싸우는 것은 중과부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특히 티크를 죽이고 그의 껍질을 뒤집어 쓰고 있던 흑묘족의 두목 냥이시는 닌자중에서도 최고의 닌자임에 틀림없었다. 타카키 장로가 움직이지 못하는 지금 그의 열 개의 손톱을 막을 계인족 권사는 없다고 봐야했다. “꺄악, 라딘, 정신차려, [파워힐링]! 어떻게 해. 계인들이 당하고 있어!” 미리네가 얼른 쓰러져 있는 라딘에게 다가가 자신의 최고 회복마법을 쓰며 소리쳤다. 순진한 미리네는 일대일 결투로 정정당당하게 싸우는 계인들이 암습을 하는 닌자 고양이들에게 당하자 마치 계인들이 자신들의 동료인 것처럼 안타까워 하는 것이다. “아저씨, 어서 일어나세요, [파워힐링]!” 미리네는 곧 이어서 반대쪽에 쓰러져 있던 투키오에게 다가가 그에게도 회복마법을 시전했다. 투키오가 정신을 차리고 아직 회복이 들 된 자신의 왼쪽 다리를 조심하며 벽을 집고 일어섰다. 투키오는 미리네에게 감사의 말을 했다. “꼭꼬, 회복마법인가? 고맙다. 인간 성직자여.” 그리고는 그는 절뚝거리면서 자신의 동료들이 싸우고 있는 통로로 걸어갔다 . 그의 시선은 선두에서 동료들을 죽이고 있는 냥이시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꼭꼬꼬, 냥이시, 내가 상대다! [난화불혈수]!” 투키오의 두 손이 하얀 빛으로 감싸였다. 권성의 증표인 권강인 것이다. 그의 절기인 난화불혈수는 부드러운 움직임속에 화경과 암경이 숨어있는 최상급 권법이다. 그는 자신의 그 억센 깃털로 냥이시의 손톱을 막아내며 강력한 권풍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냥냥, 다리에 부상을 입었구냥, 정상 상태에서도 나한테 안 되는 놈이 부상을 입고도 덤비다니! [섬뇌작산]!” 냥이시의 몸이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고양이 족의 비술인 섬뇌작산은 최고의 풋워크 기술로 이동파정의 묘리를 담고 있었다. 다리를 부상당해 기동력이 떨어지는 투키오에게는 치명적인 기술이라고 할 수 있었다. -파싯- 투키오의 옆구리가 갈라졌다. 그 사이에서 검붉은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투키오의 움직임은 아직 둔해지지 않았지만 이대로 출혈이 계속 된다면 치명적일 것이 분명했다. 라딘은 생각했다. 지금 뒤쪽을 지키던 계인족 전사들도 흑묘족과의 전투에 뛰어들었다. 퇴로가 뚤린 것이다. 라딘은 급하게 뭉치와 크로키에게 귓말을 보냈다. “이봐, 이만 튀자고, 퇴로가 뚤렸어!” 한참 정신없이 구경을 하던 뭉치와 크로키가 얼른 뒤를 돌아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기회인 것이다. 애니도 그들의 행동에 눈치를 채고 열광적인 시선으로 자신이 모시는 기사를 바라보았다. 저 인간은 그래도 생존을 위한 판단력 하나는 믿을 만 한 것이다. 라딘의 도주 결단 타이밍은 크로키도 인정한 것으로써 전투와 사냥 전반은 크로키가 결정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싸울것인가 도망갈 것인가는 이미 라딘의 결단에 맡기고 있었다. 크로키의 표현에 의하면 라딘은 마족보다도 더 질긴 생명력을 가진 좀비기 사였다. 애니가 몽몽을 안아들었다. 몽몽도 사태를 파악하고 조용히 숨을 죽이고 있 었다. 괜히 들키면 곤란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그들의 결정을 눈치재지 못하고 있는 사람이 한명 있었다. 라딘은 미리네에게 급히 귓말을 보냈다. ‘미리네, 서둘러 지금이야!’ 물론 라딘은 도망가자는 의미였다. 그러나 투키오가 비틀거리면서도 끝까지 쓰러지지 않고 냥이시와 싸우고 있는 모습과, 이제는 바닥에 쓰러져 있으면서도 정신을 잃지 않고 일어나려 고 하는 타카키 장로의 모습을 바라보고 정신없이 바라보고 있던 미리네는 그 뜻을 다르게 받아들였다. ‘맞아, 지금이 아니라면 돌이킬 수 없게 될거야.’ 미리네의 두 팔이 허공을 향해 들렸다. 그리고 원을 그리며 그녀의 가슴에 모였다. 최상급 마법을 시전하기 위한 동작이었다. “자비의 여신 라시에나님, 그대의 뜻을 따르는 사제 미리네가 기원합니다. 이제 저에게 자비의 힘을 빌려주셔서 그대의 뜻에 합당한 일을 하게 도와주시옵소서. [기적]!” -파악- 미리네의 두 손과 머리에 쓰고있는 써클렛에서 눈부신 광휘가 일어나기 시 작했다. 미리네가 있는 곳으로부터 등지고 싸우는 계인들은 등뒤에서부터 엄청난 빛이 쏟아지자 놀라서 뒤를 돌아보려고 했지만, 너무 눈이 부쳐서 돌아볼수 가 없었다. 그리고 그녀쪽을 바라보고 싸우던 흑묘족 닌자들은 갑자기 터진 빛에 의하 여 순간적으로 시야를 잃어버린 체 두 눈을 감싸고 물러나기 시작했다. 아무리 고양이라도 한계를 벗어난 급격한 명암차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이다 . -샤라라라랑- 그녀가 있던 곳의 상공에 신비한 빛의 테두리가 생겨났다. 그리고 상쾌한 실로폰과 하프의 합주와 같은 소리가 들리며 그 속에서 천사가 나타났다. -라시에나의 축복을 받은 자여, 나는 천사 미르시엘, 이제 그대의 소원을 말하라.- 미르시엘의 목소리는 마치 그녀의 입이 마치 공간이 말하듯이 통로 안을 돌 아다녔다. 미리네는 두 손을 교차하여 자신의 가슴에 댄 체로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장로님과 투키오님을 치료해 주세요! 그들이 그들의 적을 맞이하여 자신의 힘으로 동료들을 구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미르시엘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미리네를 바라보며 말했다. 마치 음악과 같 은 목소리였다. - 자신을 해하려 한 존재에게도 자비심을 잃지 않는 그대는 여신의 축복을 받기에 충분한 자격이 있다. 여신의 뜻에 어긋나지 않는 그대의 소원은 이루어지리라!- 그녀의 말이 끝나고 천사의 날개가 펴졌다. 홀 안에 가득 찰 정도로 커다란 날개였다. 그리고 그 날개가 빛나기 시작했다. -[회복의 빛]!- 그녀의 날개의 빛이 계인들을 비추었다. 그리고 그 빛에 닿은 계인들의 상처가 아물기 시작했다. 투키오의 옆구리에서 흐르던 피가 멎었다. 그의 다리가 민활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쓰러져 있던 타카키 장로의 옆구리에 꽂혀있던 비수가 스스로 빠져나와 땅에 떨어졌다. 재생하는 살에 밀려서 빠져나온 것이다. 타카키 장로의 몸속에 있던 독도 모두 타서 없어졌다. 천사전용 유니크 회복마법인 회복의 빛은 일정범위안에 있는 존재를 모두 완벽하게 치료하는 능력이 있는 것이다. 미리네는 온몸을 덜덜 떨며 앉아 있었다. 마법은 천사 미르시엘이 사용해도 그 마나는 미리네의 몸에서 빠져나간다. 원래대로라면 2차직업의 성직자가 유니크 마법의 마력과 마나를 감당할 수 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미리네는 그것을 견디고 있었다. 워낙 마나량도 많은 데다가, 라시에나의 축복이라는 이벤트 아이템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미리네라도 미르시엘의 마법시전이 끝나자 견뎌내지 못하고 기절하고야 말았다. 마나가 고갈된 것이다. 미르시엘은 그런 미리네를 따뜻하게 미소지으며 바라보면서 점점 흐려져서 사라져갔다. ----------------------------------------- “미리네! 괜찮니? 정신 차려!” 라딘이 얼른 미리네에게 다가가 스태미너 회복포션을 꺼내 먹이며 그녀를 깨웠다. 마나가 고갈되면 스태미너가 바닥으로 떨어져 기절하게 되는 것이다. “으응, 아, 어떻게 됐어? 장로님은?” 미리네는 자신이 기절한 시각이 순간인 것을 몰랐다. 그녀는 걱정이 가득찬 눈으로 라딘에게 물었다. “후우, 직접 봐. 아직 안 끝났어.” 라딘의 말에 그녀는 고개를 돌려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곳을 보았다. 타카키 장로는 역시 강했다. 냥이시와 일대일로 싸우면서 전혀 밀리지 않고 오히려 몰아붙이고 있었다. 죽어가던 계인들도 모두 회복되어 일어나 싸우고 있었다. 무엇보다 투키오 가 그들을 도와 흑묘족 닌자들에게 치명적인 일격을 가하고 있었다. 상황은 투계일족에게 유리한 쪽으로 전개되고 있었다. 라딘은 미리네를 바라보며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었다. 이미 상황은 자신의 뜻과 조금 다르게 변했다. 물론 지금 도망가도 된다. 그러나 지금은 도망갈 때가 아니었다. 라딘은 마음을 굳혔다. “모두들, 비겁하게 기습을 일삼는 저 흑묘족을 처리하자고! 투계인과의 일 은 일단 묻어두기로 하는거야!” -오우- 뭉치와 크로키가 대답했다. 미리네도 웃으며 대답했다. 라딘이 워해머를 들고 달려나갔다. 뭉치도 두 주먹에서 불과 냉기를 뿜어대 며 달려나갔다. 몽몽은 미러이미지를 사용하여 허공에 4개의 분신을 만든체로 흑묘족을 향 해 날아가 입에서 화염을 뿜어 댔다. 작고 민첩한 몽몽의 입에서 1m가 넘는 불 길이 뿜어지자 고양이들은 머리에 불이 붙어서 비명을 지르며 뒹굴었다. 크로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공포와 블라인드 등의 마법을 사용하여 흑묘 족의 닌자들을 하나하나씩 무력화 시켜갔다. 정신마법이 통하는 이상 크로키의 마법도 무시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애니는 물론 뒤쪽에서 심심할 때마다 비수를 던졌다. 안전한 곳에서의 애니 의 비도술은 상당한 경지에 이르러 있었다. “냥냥, 이럴수가! 인간들이 닭들을 돕다니, 인간의 자존심도 없는 놈들! 두고보자냥냥.” 냥이시가 드디어 세가 불리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후퇴명령을 내렸다. 그리 고 그는 두고보자라는 말을 남기고 어둠속으로 사라져갔다. 역시 닌자마스터다운 신 속한 후퇴였다. -꼭꼬꼬꼬!!! 흑묘족이 물러갔다!- 살아남은 닭들은 기쁨의 환성을 질렀다. 부족이 멸망할 절대적인 위기에서 벗어난 것이다. 타카키 장로가 라딘 일행을 바라보았다. 라딘은 순간적으로 타카키 장로의 눈빛을 보고 그의 심경을 헤아리려고 노 력했다. 그의 눈빛은 흔들리고 있었다. ‘옷, 이놈의 영감이 아직 우리를 죽이려는 마음을 완전히 못 버렸구만, 여 기서 결정타를 날리지 않으면 지금까지 한 일이 도로아미타불이 되잖아! 라딘, 뭔가 좋은 수를 생각해 내라!’ 라딘의 머리가 풀-스피드로 회전했다. 그리고 역시 라딘답게 결론을 내렸다 . 라딘은 장로의 시선을 무시하며 서둘러서 상처를 입고 쓰러져 있는 계인에 게 다가갔다. 그래도 아까 회복의 빛에 의해 한번 상처를 회복했기 때문에 치명적인 상처 를 입은 계인들은 별로 없었다. 라딘은 품속에서 한 병의 포션을 꺼냈다. 라딘표 최고급 회복포션이었다. “이것을 마시세요. 상처가 회복됩니다.” 라딘이 건낸 포션을 마신 계인들은 자신들의 상처가 급속도로 회복되는 것 을 느꼈다. 처음 느껴보는 감각이었다. “꼭꼬, 신기하군, 그것이 인간들이 쓰는 회복포션이라는 것인가?” 지켜보던 타카키 장로가 말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라딘이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우리 인간들은 이 포션과 성직자의 회복마법으로 자신들보다 강한 자들을 극복합니다. 아까 그대들과의 대결이 정당한 대결이었기 때문 에 전투 중에 이것을 쓰지 않았을 뿐입니다. 물론 회복마법도 사용하지 않았지 요.” 타카키 장로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사실 아까와 같이 천사소환에 의해 극심한 상처를 순간적으로 치료하는 것 을 보면 이들이 정말로 자신들과 생사를 다투게 된다면 자신들의 피해가 적지 않을 것 같았다. 타카키 장로는 그런 기적마법은 한 번에 성직자의 대부분의 마나를 소모하 게 한다는 것과 지금 미리네가 보통 회복마법도 쓸 수 없을 정도로 마나가 고 갈된 상태라는 것을 미처 몰랐다. “꼭,꼭, 아까는 그대들을 오해해서 미안하네, 그대들이 우리 부족을 도왔 으니 우리도 그대들과 적대할 수가 없구먼, 그대들을 우리 부족의 손님으로 받아 들일 테니 잠시 머물다 가시게나.” 라딘은 역시 세상은 자신을 중심으로 돌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그들의 허실을 따져서 친구로 사귈지 적으로 삼을지를 결정할 수 있 게 된 것이다. 물론 만약 적이 된다면 다음에는 길드원들을 대거 동원하여 싹 쓸어버리게 될 것이다. 아무튼 지금은 살아남았다는 것이 중요했다. 라딘 일행은 투계인들과 같이 그들의 기지 안쪽으로 들어가며 투계족과 흑묘족의 전쟁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흑묘족은 모두 닌자였다. 그들은 독과 단검, 손톱을 자유자재로 사용했으며 암살에 능했다. 이런 던 젼에서는 최고로 껄끄러운 상대라고 할 수 있겠다. 그와 상대하는 붉은 벼슬 일족은 모두 권법을 수련하는 권사와 권성이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흑묘족보다는 약한 편이었다. 역시 닭보다는 고양이가 강한 것인가 하고 라딘은 생각했다. 흑묘족은 투계족을 잡아먹는다. 가장 선호하는 음식이 바로 투계족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외에도 흑묘족 이 집요하게 투계족을 노리는 이유가 또 있었다. 바로 투계족의 자랑인 철우였다. 철우란 계족 특유의 날개 깃털을 말한다. 이 날개깃털은 일반 깃털처럼 가 볍고 부드러우면서도 마치 강철처럼 강하고 그 끝은 어떠한 침보다도 날카로웠다 . 그러면서 불에도 타지 않았다. 최고의 표창이라고 할 수 있었다. 물론 권법을 수련하는 투계족은 자신들의 깃털을 표창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 그들이 익히는 권법은 주로 아미파에서 파생된 정통 권법으로 암기술이 없 는 것이다. 그러나 닌자인 흑묘족은 달랐다. 단검과 손톱, 그리고 표창이야말로 닌자의 상징이 아니겠는가? 그들은 투계족의 날개깃털을 노렸다. “흠, 그럼 투계족이 죽으면 날개깃털이 떨어진다는 말이군요?” “꼭꼬, 그렇다. 보통 10개정도 떨어지지. 그런 이유로 흑묘족은 우리를 노 리는 것이다.” 라딘은 조용히 지금 같이 있는 투계족의 머릿수를 세었다. 34마리였다. 340개의 깃털, 역시 길드원들을 동원해서 쓸어버리는 것이 좋을까? 라딘의 머릿속이 수지타산으로 가득 찼다. 역시 깃털 340개를 얻자고 길드원들을 동원하는 것은 손해인 것 같았다. 라딘의 얼굴 표정이 변했다. 이런 나쁜 놈들이 있나하고 비분강개하는 모습이었다. “깃털을 얻기 위해 무고한 생명을 해치다니! 그런 잔인한 놈들은 가만 놔 두면 안됩니다!” 라딘의 분노에 찬 목소리를 듣고, 타카키 장로는 고개를 끄덕이며 라딘에게 감사했다. 그렇게 열심히 장로의 환심을 산 라딘은 결국 그들의 생활 습관과 생태계의 구조등을 들을 수 있었다. 새로운 투계족이 마굴에서 생성되면 그들은 그 새로 태어난 투계족을 데려 다가 교육을 시킨다. 권사로써의 혹독한 훈련이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면 재능 이 있는 투계인은 권성의 경지에까지 다다르게 된다. 권성의 경지에 다다른 자는 이 마굴의 최하층을 장악하고 있는 흑묘족과 당 당히 맞서 싸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흑묘족은 기본적으로 무리를 짓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아까처럼 냥이시같 은 특이한 성격의 묘인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따로따로 생활했었다고 한다. 그러므로 일단 집단으로 뭉친 투계인들은 그다지 흑묘족을 두려워하지 않아 도 됐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얼마 전, 닌자 마스터를 자칭하는 냥이시가 흑묘족들을 굴복시켜 지휘하에 두고는 조직적으로 자신들의 거점을 습격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아직은 지리적 잇점을 이용하여 어떻게든 막고 있지만, 지금처럼 허를 찔리 면 위험하다는 것을 타카키 장로는 솔직하게 말했다. 라딘은 그런 장로에게 인간의 기술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인간이 어떻게 자신들보다 강한 자들을 극복하고 지상에서 가장 큰 세력을 형성할 수 있었는가! 그것은 집단전과 회복포션의 덕분이라고 주장했다. 타카키 장로는 라딘의 말에 끌려 들어갔다. 결국 타카키 장로는 라딘과 거래를 하게 되었다. 라딘은 매달 일정량의 포션을 투계일족에게 보급하게 되었다. 그 밖에 집단 전을 위한 무술서를 구해다 주기로 하였다. 투계일족은 그 보답으로 자신들이 털 갈이를 할 때마다 나오는 철우를 모두 라딘에게 양도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자신들을 구해준 보답과 앞으로 가져올 무술서에 대한 댓가로 그들 이 가지고 있는 몇 개의 무술서를 라딘 일행에게 주었다. 그 무술서에는 라딘이 그렇게도 원하던 [만근추]가 들어있었다. 그 외에도 뭉치가 원하던 회피계 보법인 [은영보]도 포함되어 있었다. 둘 다 상급 기술이었다. 크로키는 그런 라딘을 보며 마물과도 거래를 하는 것을 보면 역시 라딘은 마족의 화신이 틀림없다고 열심히 주장했고, 뭉치도 이에 동의했다. 그렇게 라딘은 최고의 표창인 투계철우를 정기적으로 확보하게 되었다. 뭉치는 그 투계철우를 이용하여 자신의 던지기 기술을 더더욱 연마하기 시 작하였으며, 36개의 투계철우로 특별 제작한 길이 50cm의 섭선을 자신의 트레이드마크로 지정하고 항상 들고 다녔다. 신장 130cm의 드워프가 50cm의 깃털섭선을 펼치면 머리를 포함한 상체가 아 예 안보이게 된다. 라딘과 크로키는 다시 뭉치를 열심히 밟으며 설득했지만 결국 뭉치는 최후 의 최후까지 이 투계철우선을 항상 지니고 다녔다. 후일 권성이 된 뭉치는 세상에 이름을 떨치게 된다. 그때 뭉치는 바로 이 투계철우선에서 딴 이름인 철선단혼권이라고 불리우게 된다. ------------------------ 3-5 수련 드디어 뭉치가 500레벨이 돼서 떠났다. 권성이 돼는 시험을 받으러 자신의 문파인 동소림으로 떠난 것이다. 그곳에서 뭉치는 소림 18관문의 수련을 통과한 후 권성의 칭호를 받아 돌아오게 될 것이다. (소림 18방 에피소드는 생략합니다.) 그 후에도 라딘 파티는 여전히 렙업에 열중했다. 그리고 얼마 후, 미리네가 레벨 500이 되었다. 간발의 차로 라딘을 다시 추 월한 것이다. 라딘은 웃으면서 미리네에게 축하했다. 이제 미리네도 상급 프리스트로 전직을 하러 가야 했다. 라딘은 알고 있었다. 이번에 미리네가 라시에나의 대신전에 가게 되면 그녀의 정체는 세상에 알려지리라. 대신전에 있는 하이프리스트들이 전설의 아이템 ‘라시에나의 축복’을 알아보지 못 할리가 없는 것이다. 라딘은 그런 사실을 미리네에게 설명했다. “그럼, 어떻게 해야 돼? 난 그런거 별로 안 좋아 하는데......” 미리네가 약간 걱정스러운 얼굴로 라딘에게 물었다. 보통 신경을 가진 여자라면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이 라시에나 교단에 100년 만에 나타난 정식 성녀이고 그 지위가 교황과 같은 위치에 있으며, 일단 교단에 들어가면 성녀전담 호위 기사단 한 부대가 따라 올 거라는 설명을 들으면 놀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건 이미 어쩔 수 없는 일이야. 그리고 내가 생각하기에도 미리네 네가 한 일은 성녀가 되기에 충분한 일인걸.” 라딘이 미리네의 손을 가볍게 잡으며 말했다. 놀라서 두근거리던 미리네의 가슴이 이번에는 감동으로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그냥 담담하게 받아들이면 돼, 그리고 말이야......” 라딘은 약간 나직한 목소리로 본론을 말하기 시작했다. “이 마을과 이곳까지 오는 5개의 마을이 그동안 많이 발전하기는 했어도 아직 제대로 된 신전이 하나도 없잖아. 그러니까 미리네 네가 이 카리브 시 티에 머물겠다고 하면 아마도 대신전에서는 이곳에 신전을 하나 지어줄 거야. 결과적으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거지. 약간 귀찮아도 사람들을 생각해 서 참아 봐.” 라딘의 격려에 드디어 미리네가 용기를 얻었다. 사실 겁이 조금 나기는 해도 자신이 성녀가 된 것이 이곳의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것도 좋은 일이 아니겠는가? 그녀는 웃는 얼굴로 라딘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드디어 대신전으로 떠날 준비를 했다. 미리네가 떠나는 날이 왔다. 라딘은 미리네에게 자신의 애마 루시난테를 선물했다. “너는 마차를 싫어하잖아. 혹시 모르니까 그냥 말보다는 루시난테같은 전투마를 타고 가는 게 좋을 거야.” 미리네는 좋아하면서도 라딘에게 미안한 듯 말했다. “그래도 루시난테는 라딘의 애마잖아. 기사가 타는 말을 나 같은 성직자가 타기도 조금 그렇고......” 라딘은 웃으며 미리네의 어깨를 한번 가볍게 두드렸다. 그리고 미리네의 손을 잡아 루시난테의 고삐를 쥐어주었다. “어디선가 들은 말인데, 명마는 미녀한테 선물하는 거래. 봐! 루시난테도 좋아하는 눈치잖아. 대신전까지는 아주 먼 길이고 중간에 마물도 나올 수 있으니까, 그냥 루시난테를 타고 가. 사실은 내가 같이 가고 싶지만, 나도 빨리 500레벨이 돼서 전직을 해야 그 크라켄하고 싸울 때, 조금이라도 힘을 쓰지.” 미리네는 라딘의 닭살 돋는 아부에 얼굴이 빨개졌다. 이미 거절할 타이밍도 놓쳐버렸다. 거기에 루시난테는 제발 저를 데려가 주세요하는 눈빛으로 미리네에게 머리 를 부비고 있었다. 그도 무지막지한 라딘보다는 예쁜 미리네가 좋았던 것이다. 결국 미리네는 루시난테를 타고 떠났다. 라딘은 웃으면서 미리네를 배웅했다. 지금 미리네는 혼자 떠나지만 올 때에 는 최소한 기사단을 대동하고 수십 명의 프리스트와 같이 오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카리브 시티에는 라시에나의 신전이 들어서게 될 것이다. 성녀가 머무는 도시! 이 카리브 시티의 미래는 아주~아주 밝았다. -------------------------------------- “후, 이제는 내가 떠날 차례인가?” 라딘은 하늘을 한번 바라보며 심호흡을 했다. 그동안 로그인을 하면 그대로 마굴로 직행하여 제한시간이 될 때까지 열렙을 하느라, 이 맑은 브리시아의 하늘을 올려다 볼 기회도 없었다. 지금 라딘의 레벨은 498레벨, 미리네와 같이 떠나려면 떠날 수 있었다. 그러나 라딘은 일부러 그러지 않았다. 사실 라딘은 이미 팰러딘이라 전직 퀘스트를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라딘에게는 다른 계획이 있었다. 얼마 전 투계일족과의 사건이 있었을 때, 라딘은 뭉치의 성취를 느낄 수 있 었다. 그리고 상급의 직위가 되면 될수록 원래의 단순한 방식의 기술로는 이 브리 시아 세계에서는 그다지 인정을 못 받게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라딘은 지금까지 자신이 같은 레벨대에서는 무적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은 이미 팰러딘이라서 생명력과 마력이 남들의 1.5 배이다. 생명력과 마력은 1차 직업에서 체력과 지력의 10배, 2차 직업이 20배, 그리고 3차 직 업이 되는 순간 30배로 계산되는 것이다. 또한 자신은 1레벨부터 3차직업의 보너스 스탯을 받았다. 500레벨이 된 지 금 남들보다 수치가 약 700 점정도 높다고 할 수 있다. 거기에 생산스킬이 5개 나 마스터이다. 그것으로 다시 500점이 높아진다. 합계 1200 점의 스탯! 3차 직업으로도 240레벨이 필요한 스탯 포인트이다. 즉, 라딘은 보통 유저 740레벨에 해당하는 능력치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라딘은 처음부터 대부분의 스킬과 마법을 조사하여 좋은 스킬을 골 라서 익혔다. 그 덕분에 최상급, 상급 스킬의 숙련도가 무지 높았다. 기사라면 누구나 꿈에서라도 얻고 싶어하는 갑옷방어술도 이미 마스터 단계 까지 수련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라딘은 절대무적의 사기 캐릭인 것이다. 그러나 라딘이 지금까지 곰곰이 생각해서 내린 자신의 강함에 대한 평가는 힘만 센 바보캐릭이었다. 자신은 지금까지 능력치와 스킬만을 믿고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던 것이 다. 2차 직업인 권사 뭉치와 비교해도 라딘이라는 캐릭은 그다지 강하지 않은 것 같았다. 정말로 대결하면 이긴다고 장담을 할 수 없는 것이다. 이제는 초급레벨때처럼 수치와 기술로만 승부하는 단계가 지나 기술의 조합 과 기본기로 강약이 갈리는 것이다. 라딘은 이 신마대전이라는 게임의 무서운 점을 이제 깨달았다. 이 게임은 절대로 레벨만 높이고 장비만 좋으면 강해지는 단순한 게임이 아 니다. 오히려 레벨에 따른 유저의 수련이 없으면 상대적으로 바보가 된다. 레벨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삽질을 할 때 생기는 데미지가 큰 것이다. 라딘이 생각하기에 지금 자신이 팰러딘이라는 직업과 그 기술과 마법에 대 한 연구와 수련을 하지 않으면 머지않은 미래에는 모든 사람의 짐이 될 것이 틀림없었다. '크로키에게 상담을 해야 할까? 뭉치도 언제나 크로키에게 묻잖아.' 하지만 라딘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라딘의 마음속에는 어느새 크로키에 대 한 라이벌의식이 자라있는 것이다. 크로키는 게임에 대해서는 천재라고 할 수 있다. 어쩌면 장래에는 저 지존 악령기사와 비교할 수 있는 프로게이머가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신도 지고 싶지는 않았다. 비록 게임을 시작한지 2년 밖에 안 됐 지만, 자신도 게임세계에 인생을 건 몸이다. 스스로 일어날 필요가 있었다. 라딘은 그동안 자신이 본 고수들의 스킬과 전투를 회상하며 천천히 분석하 기 시작했다. 황궁에서 라티누 황후가 아칸 1세를 가르치던 광경을 다시 떠올리려고 노력 했다. 그때 라티누 황후가 한 말들을 그때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이제 다 시 생각하니 한마디 한마디가 마음에 와 닿았다. 상대가 나를 공격하는 거리가 내가 상대를 공격하는 거리보다 멀어야 합니 다. 공격타이밍을 읽고 공격 방향을 느끼는 것이 방어의 처음이자 끝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공격타이밍을 읽히지 않고 상대가 자신이 공격하려는 곳을 알아차리지 못하게 하는 것이 공격의 요체입니다. 이것을 위해서 안력과 심력을 기르고 쾌와 변의 요결이 생기는 것입니다. 힘은 상대를 가격한 다음에 필요한 것입니다. 일단 자신의 공격이 상대에게 명중할 수 있게 수련하십시오. 힘은 받아내는 것이 아니라 흘리는 것입니다. 받는다는 것은 막는다는 것이고, 막는다는 것은 방어를 의미합니다. 그러나 흘린다는 것은 상대의 공격방향을 바꾼다는 것이고 이것은 바로 상 대의 자세를 깨뜨리는 것을 의미합니다. 바로 공격이라고 할 수 있지요. 공방일체! 이것이 바로 상급 검술이 말하는 가장 중요한 비결입니다. 라티누 황후는 확실히 검의 천재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여자답게 힘보다는 기술을 중시하는 검술을 익혔고 그 결과 쾌와 변이라는 검의 무리에 깊은 깨달음을 얻었다. 힘과 잔머리에 의거한 기습공격으로 모든 위기를 해결 해온 라딘은 지금까지 그녀의 말을 생각하려고도 하지 않았지만, 지금 생각하니 그녀의 말은 구구절절 라딘의 허점을 지적하는 말이었다. 자신도 알고 보면 아칸 1세와 같은 검술의 초보였던 것이다. 라딘은 레디안 전에서의 전투를 생각해 보았다.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트루먼 아저씨가 그런 고수였다니! 만약 처음 만났을 때, 괜히 산적을 토벌한다고 날뛰었다면 자신은 그 1.8m 의 도끼에 맞아 두 조각으로 갈라졌을 것이다. 아니, 그 아저씨의 도끼에 맞으 면 몸통이 통째로 부서지던가? 레벨 800이라니......괴물이 아닌가? 라딘은 그때 적장이었던 다리알의 전투방식과 트루먼의 전투방식에 대해 곰곰이 생각했다. 다리알은 적의 공격을 봉쇄하고 상대의 전투마를 무력화 시켰다. 상대가 회피하지 못하게 한 상황에서 자신의 필살기를 펼치는 것이다. 트루먼 아저씨는 어떤가? 이형환위! 그것도 기마 차지 상황에서의 이형환위! 트루먼 아저씨의 공격타 이밍에 반응할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몇 명 안 될 것이다. 그리고 뭉치, 정말로 인정하기는 싫지만 뭉치는 이미 고수의 반열에 들고 있었다. 자신의 체격에 대한 깊은 이해와 그것을 이용한 움직임, 단점이 장점으로 바뀌어 자신의 장점을 더더욱 살리는 그의 무공조합은 이미 크로키도 인정한 새로 운 시도였다. 라딘은 궁리했다. 자신의 단점과 장점은? 팰러딘이라는 직업이 가지는 단점과 장점은? 그리고 마침내 라딘은 자신이 낭뜨 전추술이라는 최상급 기본 무기술을 가 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선 이것을 완벽하게 수련하여 단순한 기술이 아닌 자신만의 낭뜨 전추술로 만들어야 했다. 기본 무술이 자유로워야 자연스러운 필살기를 구사 할 수 있는 것이다. 팰러딘이라는 직업에 대해서도 생각하기 시작했다. 팰러딘이라는 것은 알고 보면 마법전사와 같다. 신성마법을 쓰는 기사인 것 이다. 자신은 지금까지 팰러딘이라는 것을 숨겨야 했기 때문에 남들 앞에서는 신성마법을 거의 쓰지 않았었다. 알고보면 지금까지의 기술도 팰러딘의 그것이라기 보다는 기사로써의 기술 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틀리다. 이번에 떠나면 자신은 성직자로 전 업했다고 사람들에게 말을 할 수가 있는 것이다. 이제는 신성마법과 기술의 연계에 대해서 생각해야 할 것이다. 문득 정신이 들어 주위를 돌아보니 어느새 해가 지고 있었다. 크로키는 오늘은 못 들어오는 것일까? 라딘은 일단 자신의 숙소로 가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날이 밝아 동이 터 올 무렵 드디어 라딘은 자신의 기술에 대한 생각 을 끝냈다. 이제는 그 생각과 구상을 수련을 통해 실체화 하는 것만 남았을 뿐이다. 물론 그중 몇 가지나 실제로 가치가 있는지는 아직 몰랐다. 그러나 라딘은 이런 것들을 연구하여 수련하는 것도 의외로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있었다. 라딘의 가슴이 기대감으로 두근두근 뛰기 시작 했다. ----------------------------------------- 며칠이 지나고 드디어 라딘도 500레벨을 달성했다. 크로키는 라딘이 500 레 벨이 되었다는 말을 듣고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다. “축하해, 결국 너도 500레벨이 되었네. 나는 염려 마. 다른 애들하고 같이 하면 되니까, 너희들이 상급 직업이 돼서 돌아 올 때까지 이 마을을 지키고 있을게.” 크로키가 떠나려는 라딘을 격려했다. 라딘은 오랜만에 느끼는 우정이라는 인간적인 감정에 마음이 부드러워지는 것을 느꼈다. 역시 친구란 상대가 잘 되면 같이 기뻐해 주고 못 되면 같이 슬퍼해주는 존재를 의미하는가 보다. “안녕히 다녀오세요. 라딘 님, 라딘 님이 무사히 돌아오시기를 기원하고 있을게요.” 옆에 있던 애니가 말했다. 그녀는 지금 자신의 자식과 생이별하는 듯 무척 이나 섭섭하고 슬픈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것이야 말로 특훈의 성과였다. 애니는 그동안 레벨만 올린 것이 아니라 라딘의 표리부동심공을 훔쳐 배울 수 있었던 것이다. 애니는 지금 거의 기뻐서 미칠 지경이었다. 드디어 저 극악무도한 껍질만 기사 라딘이 자신의 곁에서 사라지는 것이다. 비록 몇 개월이지만 그것만으로도 애니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기간이 될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 그것은 바로 자유였다. “잉? 뭔 소리야, 애니야? 너는 왜 짐 안 싸고 여기서 이러고 있냐?” 라딘이 애니에게 무슨 자다가 봉창 뜯는 소리냐는 듯 말했다. 애니의 안색 이 변했다. “지,짐을요? 왜요?” “당연히 기사가 길을 떠나면 종자가 따라가는 거잖아. 그리고 네가 안 가 면 여행중에 밥짓고 몽몽 돌보는 거는 누가 하는데? 저번에는 네가 레벨도 낮 고 전쟁이라서 한번 봐준거고, 그때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데!” 애니의 얼굴이 사형선고를 받은 범죄자의 표정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절망! 절대로 헤어날 수 없는 자신의 삶의 끝을 언도받은 그녀는 그래도 끝까지 저항했다. “아,안돼요, 절대로! 저도 지금 레벨 470이라고요. 빨리 500레벨이 되야 상급직으로 전업하잖아요. 라딘 님, 라딘 님이 여행을 가신 사이에 제가 열심히 렙업해서 500레벨이 될게요. 이번만은 그냥 혼자서 떠나주세요.” 라딘은 애니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애니의 눈에는 눈물이 어리기 시작했다. 라딘은 반성했다. ‘아, 내가 애니에게 이렇게 만만하게 보이고 있었다니, 역시 여자라고 마음이 약해서 그동안 너무 편하게 해줬나 보구나!’ 애니가 알면 그야말로 삶을 포기할 그런 생각을 한 라딘은 조용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애니에게 말했다. “애니야, 양자택일을 할 기회를 주겠다. 나랑 같이 떠날래? 아니면 내가 돌아올 때까지 500레벨 만들고 전업을 한 후, 그때 있을 크라켄 레이드에 참가할래?” 애니는 그 말을 듣는 순간 물론 혼자 남는다는 말을 하려고 했다. 그러나 잠깐 크라켄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자, 이전 레이드의 결과가 기억 속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200명 참가에 200명 전원 사망, 애니는 아직 죽고 싶지 않았다. 애니의 자신도 모르게 두 눈에서 두 줄기 눈물이 흘렀다. 그러나 절망이라 는 감정에 빠진 애니는 그것을 느끼지 못했다. 눈물이 흐르는 체로 억지로 표리부동심공을 펼쳐 웃는 얼굴로 ‘물론 종자 인 제가 라딘님의 여행에 따라가지 않으면 안 되겠죠.’라고 말하는 애니를 보 며 크로키는 정말로 동점심이 울어나는 것을 감출 수 없었다. 역시 라딘은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악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말릴 수도 없었다. 이 일은 라딘과 애니의 일이니만큼 자신이 참견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귀찮기도 했다. 알고 보면 라딘이나 크로키나 다 그 인간성이 그 인간성인 것이다. 다음 날, 라딘과 애니, 그리고 몽몽이 탄 마차는 카리브 시티를 출발했다. 목적은 라딘의 전업, 목표는 오직 라딘만이 알고 있었다. 그렇게 떠날자는 떠나고, 남을 자는 남았다. --------------------------------- 동부 해안에서 미르던 산맥쪽으로 가다가 하피 계곡을 지나 남쪽으로 진입 하면 바로 그린드래곤 카이시아드의 영역이 나온다. 산적소굴에서 진입할 수 있 는 경로의 반대편인 것이다. 당연히 이곳은 인간은 커녕 숲의 요정인 엘프도 들어오지 않는 절대 위험 지역이다. 한쪽은 마물의 지대이고 한쪽은 드래곤 의 구역인 것이다. 이 경계선 바로 바깥쪽에는 절벽이 있고 그 절벽 한 가운데는 폭포가 있다. 이것이 바로 높이 120m의 프로넨 폭포이다. 지금 이 폭포의 위에는 한 사람이 서 있었다. 햇빛이 그가 입고 있는 검은 색 광택의 풀 플레이트 아머에 반사하여 검은 빛인지 하얀 빛인지 모르게 부서 졌다. 약간 붉은 색이 도는 카이트 방패와 워해머를 든 기사! 그의 이름은 라딘이 었다. 라딘의 표정은 전에 없이 진지했다. 여태까지 남의 앞이 아닌 혼자 있을 때 이렇게 진지한 표정을 지은 적은 없 었다. 그러나 절벽 밑을 바라보는 라딘의 표정은 정말로 비장감이 넘쳐 흐르고 있 었다. -후웁- 라딘은 심호흡을 한번 했다. 그리고 그대로 절벽에서 뛰어내렸다. “으아아아아아아아~” 120m라는 거리는 결코 짧은 거리가 아니다. 아무리 달리기가 빠른 사람도 이 거리를 완주하는 데 13초는 걸리는 것이다. 그러나 낙하 가속도가 붙은 지금 이 거리를 움직이는 데 걸리는 시간은 5초 도 걸리지 않았다. 그것도 점점 빨라지기 때문에 최후의 스피드는 정말 시속 100km/h로 달리는 스포츠카의 그것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 것이다. 라딘의 입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비명이 나왔다. 그러나 그 눈만은 전방을 보며 부릅떠져 있었다. 절대로 감으면 안 된다. ‘넷---셋--둘-하나, 지금!’ 라딘의 눈에는 폭포 밑의 호수 면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곳에는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너무나도 빠르게 자신의 투영된 모습이 가까워졌다. “[스마이” -풍덩- 라딘의 모습이 수면 속으로 꺼졌다. 높이 20m의 물보라가 수면위로 솟아올 랐다. 잠시 후, 등에 반투명한 날개를 단 라딘이 물속에서 떠올라 다시 절벽위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우씨, 또 실패했네. 정말 타이밍 잡기가 너무 어렵잖아!” 그렇다. 라딘은 트루먼이 기마위에서 자신의 기술인 마신참을 사용하는 것 을 보고 차지를 하는 동안에도 다른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보통은 기마차지 중에 사용되는 기마돌격기술을 혹시 자신의 다리로 돌격하는 동안에도 사용 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그 결과 생각해 낸 것이 바로 실드차지의 최후 순간에 스마이트를 펼쳐 데미지의 상승효과와 스턴의 추가효과를 얻는 것이었다. 그러나 생각 외로 차지 중간에 스마이트를 사용하는 것은 어려웠다. 기본 공격술 중에 스마이트를 사용하면 그 타이밍이 자동으로 적용되어 시행되어진다.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자동으로 몸이 움직이는 것이다. 그러나 일단 기술인 차지를 사용하는 동안에 스마이트를 쓰려면 자신이 그 타이밍을 잡아서 정확한 끊어치기를 구사해야 했다. 적과 급속도로 가까워지는 순간에 반응해서 끊어치기를 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어쩌면 불가능 할 지도 몰랐다. 이미 이곳에서 수련한지 보름이 넘었는데, 떨어지는 가속도에 적응해서 수면에 정확히 스마이트를 사용하는 것을 성공시킨 적은 10번도 되지 않는 것이다. 성공확률 5%도 안 되는 기술은 기술이라기 보다는 복권이라고 할 수 있다. ‘불가능 한 기술일까? 아니야, 아직 보름밖에 지나지 않았잖아! 넌 할 수 있어, 라딘.’ --------------------------------------- 라딘은 다시 날아서 절벽위로 올라갔다. 그러나 역시 새벽부터 3시간 동안 낭뜨 전추술의 동작을 익히고, 5시간동안 230회나 다이빙을 하면 지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라딘의 체력은 이미 거의 바닥으로 떨어졌고, 착지하는 동작에도 무릎이 휘청하는 것이 느껴졌다. 라딘은 잠시 절벽위에 앉아서 휴식을 취했다. 약간 기운이 돌아온 듯 했다. 이번에야 말로! 라딘이 기운차게 일어나 절벽위로 다가갔다. -흐읍- 심호흡을 했다. 하나, 둘, 셋, 라딘의 무릅이 서서히 굽혀졌다. 다이빙을 하려는 순간이었 다. “끼잉, 아빠 애니 누나가 점심 드시래용.” “엇, 몽몽이구나!” 라딘이 순간적으로 몽몽의 말에 반응했다. 그의 머리가 90도 정도 돌아갔다 . -미끌- “어어어!! 으아아아악!!” 폭포의 위의 바위는 항상 물에 젖어 있어서 미끄러웠다. 그리고 이 장소는 매일 같이 라딘이 밟고 뛰어서 그런지 그 중에서도 유난히 반질반질했다. 결국 라딘은 추락하기 시작했다. 마음을 가다듬고 다이빙을 한 것이 아니다. 라딘의 마음은 평정심을 잃고 당황으로 가득차고 있었다. -슈우우우우웅- 마음을 먹고 뛰어내리나 미끄러져서 떨어지나 중력은 공평하게 작용한다. 미처 레이 븐을 펼칠 사이도 없이 수면이 가까워 오기 시작했다. 밑에는 물인가? 겨우 약간 정신이 든 라딘은 고개를 들어 떨어지는 정면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라딘의 눈에는 평소와 같이 자신의 물에 비친 모습이 들어오지 않았다. 다이빙을 하게 되면 절벽 면으로부터 어느 정도 떨어져 수면위로 낙하하게 된다. 그러나 지금 라딘은 절벽위에서 미끄러진 것이다. 지금 라딘의 눈에는 절벽면으로부터 튀어나와 있는 바위가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바위는 급속도로 라딘과 가까워지고 있었다. “으악! 안 돼에에에에! [스마이트]!” 순간 라딘의 온 몸의 신경이 팽팽하게 조여지기 시작했다. 목숨의 위기가 너무나도 무방비 상태에서 갑자기 다가오자 가상현실 시스템에서 제어하는 뇌파의 한계를 넘어 긴장과 공포가 극에 달한 것이다. 그의 정신이 백지 상태로 비어졌다. 순간적으로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는 완벽한 무념의 경지에 그는 도달했다. 갑자기 그는 자신이 마치 깃털과 같이 느린 속도로 떨어지는 듯 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눈에도 보이지 않을 정도의 스피드로 떨어지는 동안 긴장으로 굳어 있던 라딘의 팔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라딘의 방패는 마치 자신이 그 맹렬한 추락 속도와는 무관하다는 듯,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바위를 향해 내밀어 졌다. 마치 과거 레디안의 진 지를 돌파할 때 루시난테의 위에서 사용한 스마이트와 같이 100분의 1초의 타이 밍이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쾅- -풍덩- 바위가 가루가 되어 산산히 부서졌다. 라딘의 몸은 그 가운데를 통과하여 무사히 살아서 수면 속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 잠시 후, 다시 날개를 단 라딘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그의 얼굴은 의문의 표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뭐였지? 방금 그 기분은? 아니 기분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나는 분명 스마이트를 사용했어. 하지만 아무런 움직임도 하지 않았잖아. 그런데 자연스럽게 팔이 움직이며 바위를 파괴한 거야. 자동공격? 아니야. 이건 자동공격 스마이트와 틀려! 분명히 내가 한 거야. 이거야! 방금 이 현상을 이해할 수 있다면, 이 움직임을 내 의지에 의해 제어하게 된다면, 나는 차지중에서도 스마이트를 사용할 수 있게 될 거야! ’ 라딘의 마음이 흥분으로 가득차기 시작했다. 아직은 자신이 겪은 이 경지가 무슨 경지인지 몰랐지만, 그 기분과 움직임만큼은 기억하고 있었다. 이제는 재현해 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단번에 그 큰 바위를 가루로 만들어 버릴 수 있는 그 파괴력! 라딘은 언젠가는 꼭 이 기술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겠다는 결심을 하고 있었 다. 정적, 집중력이 극에 달했을때, 온몸의 신경이 극한까지 긴장되어 뇌파의 명령이 없어도 외부의 자극으로부터 말단의 신경이 직접 반응하는 이 무공 의 최고 단계에 이르면 사람들은 마치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처럼 주위가 천천히 움직이는 듯 한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뇌파로 자신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이 가상현실세계에서 과연 정적의 경지는 존재하는 것일까? 아직 라딘은 그런 경지가 있는지조차도 모르고 있었다. ------------------------------------ 1개월이 지났다. 라딘은 쉬지 않고 수련에 전념했다. 새벽에 일어나면 바로 낭뜨 전추술의 동작을 연구한다. 그러다가 아침밥을 먹은 후, 폭포로 가서 점심시간까지 스마이트를 연습한 다. 점심을 먹으면 파워 브레이크와 전격소환의 조합을 연구하게 되는데 이것도 정말 불가능에의 도전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어려웠다. 그 후, 저녁이 되면 다시 낭뜨 전추술의 동작을 연구하면서 하루를 끝마치 는 것이다. 애니의 하루도 라딘의 생활에 의해 일정하게 조정되었다. 새벽에 일어나면 아침 식사를 준비한다. 아침을 먹은 후, 설거지를 하고나면 하루 중 가장 즐거운 시간인 자유시간 이 온다. 그리고 약 두 시간의 자유시간이 끝나면 점심식사를 준비해야 한다. 점심식사가 끝나면 다시 자유시간이냐고? 천만에 라딘이 그렇게 사람이 좋았으면 이미 애니는 라딘에게 시집을 가도 갔을 것이다. 라딘은 친절하게 오후시간에는 애니의 수련을 도와주었다. 애니는 라딘이 파워브레이크와 전격소환을 연습하는 사이 그 옆에서 단검 던지기 수련을 하기로 했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농땡이를 부리면 라딘의 파워브레이크의 목표가 잠깐 바뀌게 된다. 물론 비도의 명중률이 나빠도 전격이 애니의 근처에 떨 어지게 된다. 몽몽도 애니를 도왔다. 애니가 나무로 만든 단검을 몽몽에게 던지면 몽몽은 날라서 그것을 피하는 것이다. 애니는 지난 2개월간 자신이 카리브를 떠나기 얼마 전 새로 익힌 [무지개던 지기] 기술을 거의 마스터 경지까지 익힐 수 있었다. [무지개던지기]는 양손으로 7개의 비도를 한 번에 던지는 기술로 7개의 비도가 각기 다른 방위를 목표로 다른 속도로 날아가기 때문에 회피하기가 극히 어려운 상급 비도술이다. 그동안 라딘 파티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가능한 한 전투에는 참가하지 않았던 애니는 이번 수련으로 무력이 상당히 증가하게 된 것이다. 물론 수련에 의한 숙련도이기 때문에 실전에서 얼마나 통할 것인지는 아직 미지수라고 할 수 있겠다. 이른 새벽, 산속이라서 해도 뜨지 않은 시각에 한 사람의 기사가 언덕 위에 서 있었다. ‘후우, 마음을 안정하고, 동작의 흐름을 읽어야 돼, 움직임에 몸을 맡기고 , 마음은 그 움직임을 관조하고, 다시 그 움직임에 따라 마음이 움직이면 결국 마음이 움직이는 데로 동작이 따라가는 거야.’ 약 5분간 눈을 반개하고 마음을 가다듬은 라딘의 팔이 기묘한 곡선을 그리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위에서 아래로, 다시 뒤로 돌아가서 멈추지 않 고 한 바퀴를 돌아 아래에서 위로, 그가 워해머로 그리는 원은 마치 뫼비우스 의 띠처럼 끊임이 없이 돌아갔다. 그 동작은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았다. 신기한 일이었다. 원래 보통 일반 전추술이나 타격기의 무리(武理)는 일격필살에 있다. 무겁고 균형이 잡히지 않은 도끼나 메이스, 워해머 같은 무기는 역시 변화 가 약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타격기는 대부분 화려한 동작과 정교한 움직임보다 힘의 집중과 공격타이밍의 확보로 적의 화려한 동작을 일격에 깨뜨리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 좋게 말하면 이정제동이요 나쁘게 말하면 단순무식이었다. 그러나 지금 라딘이 연습하고 있는 낭뜨 전추술은 틀렸다. 이 낭뜨 전추술이라는 타격기는 마치 중국권법의 하나인 태극권과 같은 곡선의 움직임을 포함하고 있었다. 둥글게 둥글게 원을 그리며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상대를 공격하는 것이 다. 이 무술을 익히기 위해서는 워해머라는 중병기를 마치 세검처럼 정교하고도 가볍게 다룰 수 있어야 했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다름 아닌 힘이었다. 낭뜨 전추술은 압도적인 힘을 가진 전사가 그 힘으로부터 오히려 부드러움 을 찾는 무술인 것이다. 라딘의 힘은 현재 2500을 상회한다. 신력부여 마법을 사용하면 3700까지 올라가는 것이다. 그런 라딘에게 있어 서 자신의 애병인 미티어스웜은 가벼운 젓가락과도 같았다. 물론 메사이야 이 어링을 착용하면 힘이 800대까지 떨어지기는 하지만 그래도 가볍긴 마찬가지였다. 라딘의 수련은 이제 절정에 다다르고 있었다. ‘이제야 겨우 이 기술의 동작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것 같아. 역시 난 지금까지 이 브리시아 세계에서 하수였던 거야.’ 라딘은 그동안의 꾸준한 수련으로 낭뜨 전추술이 가지는 의미를 어느 정도 깨달을 수 있었다. ‘이제는 이 무술이 포함하고 있는 실초와 허초를 모두 알 수 있어, 역시 신마대전은 단순한 게임이 아니야! 이 게임의 기술은 모두 가상현실을 이용한 무술 지도 프로그램이 함유되어 있는 거였어, 단순히 스킬북을 사용해서 무공의 사용법을 알게 된다고? 라딘, 여태까지 넌 그 아줌마의 함 정에 빠져 있었던 거야.’ 라딘은 이 게임의 메인 디자이너인 선 지은 팀장 아줌마를 생각했다. 이 게임은 초보자가 접근하기 쉽게 모든 스킬과 마법을 그냥 스킬북과 마법북을 사용함으로써 익힐 수 있게 한다. 초보자는 자동으로 싸우는 자신을 신기하게 생각하면서 무의식적으로 그 움직임을 따라서 흉내 내려고 할 것이다. 그들은 단지 이 게임을 가볍게 즐기기만 하는 것이다. 그러나 몇몇의 매니아들이 흉내의 단계를 지나서 정말로 진지하게 그 기술의 동작이 가지는 의미를 이해하고 정식으로 수련하게 되는 것이다. 라딘이 생각하기에 이 게임은 사실 그런 매니아를 위해 만들어진 게임이라 고 할 수 있었다. 매니아만 할 수 있는 게임은 아니지만 매니아를 위한 게임임에 틀림없는 것 이다. 라딘은 드디어 자신이 진정한 신마대전 유저로써 거듭난 것을 알았다. 낭뜨 전추술은 아름다운 무술이다. 그리고 이 하나의 완벽한 춤과도 같은 무술을 펼치면서 중간에 아무 생각 없이 스마이트 같은 필살기를 펼쳐 춤의 리듬을 깨뜨리는 것은 지금의 라딘이 생각하기에 죄악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것을 깨달은 라딘은 자신이 가진 필살기중 기본전투술과 같이 사용할 수 있는 스마이트와 파워브레이크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어떤 초식 중에 기술을 사용해야 낭뜨 전추술의 아름다움을 해치지 않고 필살기를 사용할 수 있을까? 그것이 지난 1개월 동안 폭포에서의 스마이트 타이밍에 대한 것과 더불어 라딘의 머릿속을 채우고 있는 과제였다. 그리고 지금 라딘의 손이 부드럽게 원을 그렸다. 정면에 있는 가상의 적을 가격하고 뒤로 돌아간 라딘의 워해머를 든 손이 갑자기 움직였다. 팔은 그대로 낭뜨 전추술의 동작에 따라 원을 그리고 있었지만, 손목위로부터의 탄력만으로 워해머가 던져진 것이다. “[파워 브레이크]!” 나직한 목소리였다. 그러나 힘 있는 목소리였다. 미티어스웜이 정면을 향해 날아갔다. 상식적으로는 보통사람이 팔을 휘둘러 던져야 날라 가는 워해머가 라딘의 손목 스냅만으로 맹렬한 속도로 날아가 는 것이다. 잠시 날아가던 워해머가 라딘의 의지에 의해 다시 돌아와 라딘의 손에 잡혔 다. 비검술의 일종인 파워 브레이크는 정교한 움직임은 힘들지만, 언제든지 날 렸던 워해머를 다시 불러들일 수 있는 것이다. 워해머를 잡은 라딘의 팔이 앞으로 나왔다. 그리고 딱 맞는 타이밍으로 다시 가상의 적을 가격했다. 아름다운 원의 곡 선과 그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스피드에 조금의 오차도 없었다. 이제 낭뜨 전추술은 공격과 공격 사이에 또 다른 공격이 가능하게 되었다. 상대는 초식의 사이를 노리고 들어오다가 순간적인 공격에 꼼짝없이 당하게 될 것이다.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공격! 라딘은 그것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잠시 후, 라딘이 초식을 완전히 끝내고 언덕위에 섰다. 아직은 어두운 하늘이었지만 점점 밝아지는 듯 했다. 하늘에 보이는 별들이 점점 흐려져가고 있었다. 이제 잠시 후면 태양이 떠오르리라. “기술은 사용할 때와 사용하지 못하는 때가 있는 거였어. 이제 나는 그것 을 알아.” 라딘이 자신도 모르게 마음속의 말을 입 밖으로 꺼내었다. 그는 진정으로 기뻤다. 뭉치가 자신이 드워프라는 점을 알고 그것의 장단점 을 파악하여 자신의 무공에 이용한 것처럼, 라딘도 자신의 특징을 이용해 자신만의 기술연계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라딘이 현재 가지고 있는 최고의 특징은 바로 그 레벨의 상식을 초월한 힘 이었다. 그런 그에게 파워 브레이크는 단지 손목의 힘만으로 시전이 가능하고, 낭뜨 전추술의 동작 중 타격시가 아닌 화경을 위한 동작 중에는 언제든지 파워브레이크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방패를 이용한 공격인 스마이트를 사용하는 것은 낭뜨 전추술을 펼치는 동 안 단 5번의 기회가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파워브레이크는 이미 낭뜨 전추술에 완전히 융합되어 각 초식의 연계점마다 자유롭게 펼칠 정도로 익숙해져 가고 있는 것이다. 드디어 태양이 산 너머의 언덕위로 솟아오르고 있었다. 라딘은 눈이 부시는 것을 참고 태양을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점점 산위로 완전한 모습을 드러내는 태양을 보며 라딘은 자신의 가슴에 하나의 커다란 불덩이를 만들고 있었다. 그 불덩이는 세상을 모두 태울 듯 뜨거웠다. 그렇게 라딘의 첫 번째 독문무공 [낭뜨 유성탄]은 브리시아 세계에 새롭게 탄생하였다. --------------------------------------------- 아침을 먹고 점심을 먹으니 오후가 되었다. 라딘과 몽몽 그리고 애니는 각자의 무기를 들고 언덕 위로 올라갔다. 오후의 정식 훈련이 시작된 것이다. 몽몽은 라딘이 선물해 준 마법 비수 ‘스팅’을 들고 상급 단검술인 [청명단검술]을 수련하고 있었다. 아빠인 라딘의 직업 첩보원! 그것을 위해서 암살을 비롯한 함정해체, 열쇠따기 등의 도둑의 기술과 자신의 선천적인 능력인 환술과 화염술을 모두 마스터까지 익히고 말겠다고 몽몽은 결심했다. 매일같이 몽몽은 숲속을 뛰어다니며 혼자서 사냥을 하고 오후가 되면 아빠의 옆에서 공중을 날면서 [미러이미지]를 펼치고 단검술을 사용하는 연습을 하고 있는 것이다. 보통 마물은 일단 펫이 되면 상당히 게을러진다. 먹이를 주인이 주기 때문 에 따로 사냥을 하려고도 안 하고, 선악의 개념에서 약간 벗어나 주인의 지시 에 따르기 때문에 자기 스스로 어떤 행동을 안 하려는 습관이 생기는 것이다. 주인이 시키기 전에는 그저 놀고먹는 것이 바로 펫이라는 상팔자 마물이라 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몽몽은 달랐다. 그에게는 꿈이 있었다. 인생의 목표가 있었다. 천하제일의 첩보원! 수백 년 이 지나도 그 명성이 떨어지지 않는 전설의 첩보원! 아빠와 같은 최상급의 첩 보원! 태어난 지 3년밖에 안된 어린 몽몽이었지만 이미 스스로의 꿈을 가지고 그것을 위해 전진하는 그는 이미 세월이라는 무한궤도에 올라 달리기 시작 한 은하철도라고 할 수 있었다. 몽몽은 아빠가 얼마 전 가르쳐 준 기술과 마법의 조합에 대해 진지하게 생 각하고 있었다. 아빠는 말했다. “몽몽아, 너는 상급 단검술인 청명단검술을 익히지 않았니? 그러나 청명단검술을 단순한 보통의 청명단검술로 끝내면 안 된단다. 세상에 청명단검술을 익힌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러나 그들이 익힌 청명단검술이 다 같은 것일까? 몽몽아, 이 아빠도 최근에야 깨달은 것이지만, 기술은 하나라도 그 사용법 은 무한하단다. 그것이 바로 일기변무한(一技變無限)이라는 이치란다. 이 말에는 두 가지 뜻이 있는데, 첫 번째는 한 가지 기술이 상황에 따라서 무한한 변화를 보이며 다른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으로 다른 표현으로 초식은 죽어 있어도 수법은 살아있다 라고 한단다. 그리고 두 번째 뜻은 같은 초식이라도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위력이 천차만별이라는 뜻이거든. 몽몽아, 너는 너의 청명단검술을 다른 사람보다 못한 청명단검술로 만들면 안 된단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는 이 무공을 너만의 무공으로 만들어야 하는 거지, 일단 네가 할 수 있는 기술과 마법에 대해서 잘 생각 해 보렴, 그리고 너의 무기와 검술을 잘 분석하면 너만의 장점과 단점을 알게 될 거 야. 진짜 수련은 그때부터 시작된단다.” 라딘이 자신의 수련에 약간의 성과를 얻은 후, 기분이 좋아져서 밥을 먹으 며 괜히 몽몽에게 한 헛소리를 몽몽은 100% 진심으로 받아들였다. 이래서 어른은 애들 앞에서 함부로 자신의 개똥철학을 펼치면 안 되는 것이 다. 몽몽은 자신의 조그마한 몸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했다. 이 스팅이라는 비수는 그 크기가 매우 작아서 자신이 쓰기에 적당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자신에게 단검이라기보다는 롱소드에 가까웠다. 차라리 장검술을 배울걸 그랬나? 그러나 몽몽은 현실에 적응하기로 했다. 자신은 이미 어린애가 아닌 것이다. 몽몽은 계속해서 생각했다. 날다람쥐인 자신은 보통사람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크기가 작고, 힘도 약했다. 그래도 430레벨이 돼서 일반 전사정도의 힘은 가지고 있지만, 힘을 위주로 싸울 수는 없는 것이다. 그 위에 자신의 팔과 다리의 길이는 인간의 단검술을 사용하기에는 너무 짧 았다. 길이 5cm의 팔길이로는 단검을 돌리기는커녕 두 손으로 잡아야 하는 것이다 . 그러고 보면 롱소드도 잘못된 표현일지도 몰랐다. 투핸드소드나 바스타드소 드 정도라고 해야 할지도 몰랐다. 하지만, 투핸드소드나 바스타드소드는 힘을 이용한 검술이 주를 이룬다. 이 스팅이라는 단검을 그런 식으로 쓸 수는 없었다. 몽몽은 고민했다. 일단 익힌 기술이 전혀 쓸모가 없는 것이다. 라딘은 글자 그대로 낑낑대며 고민하는 몽몽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자상하게 말했다. 너는 아직 어리고 시간은 많다고. 아빠의 자상한 격려에 몽몽은 기뻤다. 하지만 그 말은 몽몽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몽몽은 자신이 이미 다 자랐다는 것을 아빠에게 증명하고 싶었다. 그렇게 일주일을 고민한 몽몽은 어느날 갑자기 아빠가 폭포를 향해서 파워 브레이크를 펼쳐 워해머를 날리는 광경을 보고 머리에 환한 불이 들어오는 듯 한 환상을 보았다. “끼잉, 바로 저거양! 난 날 수 있잖앙!” 몽몽은 비수를 들고 날았다. 기묘하고 재빠른 움직임을 보이며 비수는 허공에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한 달이 지날 무렵 그 곡선은 때로는 뒤집히고 때로는 회전하면서 점점 빨라지기 시작했다. 어느덧 비도는 잔상을 남길 정도로 빨라졌고, 바람을 가르기 시작했다. -씨잉-씨잉- 맑은 소리가 폭포의 소음을 뚫고 허공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전혀 크지 않은 소리가 폭포의 소리에 잡아먹히지 않는 것이다. [청명단검술]최고의 경지인 청명지천(맑은 소리가 하늘에 닿는다.)의 소리 였다. 스팅은 몽몽과 함께 마치 이기어검술처럼 공중을 움직여 상대를 공격하게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몽몽의 미러이미지에 의해 4개의 분신이 같이 움직이는 청명단검술은 환검의 경지와도 통하고 있었다. 그렇게 몽몽은 자신의 독문단검술인 [몽몽청명비검]을 탄생시켰던 것이다. ------------------------------------ 애니는 요즘 우울했다. 식순이 생활은 그래도 참을 수 있었다. 사실 그동안 라딘이라는 악마에게 걸린 자신을 스스로도 얼마나 원망했는지 몰랐다. 불행은 정말로 한순간에 온다더니 처음 수도로 상경할 때, 길에서 지나가는 마차를 보고 괜히 욕심을 부린 것이 이렇게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줄이야 ! 그러나 요즘 들어서 애니는 라딘을 그다지 원망하거나 남몰래 저주하지 않 게 됐다. 인간은 환경에 적응하는 생물이라고 그동안의 고생도 시간이 지나자 다 추 억의 일종으로 변하기 시작한 것이다. 애니가 그렇게 심경의 변화를 일으킨 것은 갑자기 애니의 마음이 미리네에 게 전염되어 천사가 되었거나 공포에 미쳐서 세상이 모두 사랑스러워 보이는 것이 아니다. 애니의 레벨은 지금 480이다. 나이 26세에 레벨이 480이라니! 어찌됐든 자신은 아직 살아있다. 한 번도 죽지 않은 것이다. 이제 20레벨만 더 올리면 애니는 수도에 있는 전국 도둑길드 총본산으로 가 서 정식으로 3차 직업인 트랩마스터로 전직할 수가 있었다. 트랩마스터! 모든 함정에 대해 정통하고 최고의 도둑기술을 익힐 수 있는 모든 도둑들의 최고의 꿈! 그것도 27세에 트랩마스터인 것이다. 전국 최연소가 아닐까? 애니는 생각했다. 일단 트랩마스터가 되면 왠만한 도시의 길드장 자리는 차지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일단 도시 길드장 자리를 얻게 되면 상당한 이권과 권력이 생기게 된다. 하급 도둑은 법을 어기고 경비병을 피해 도망가지만, 길드장 정도의 위치가 되면 귀족과 대낮에 상담하고 경비병도 아닌 기사계급이 정중하게 인사를 하게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길드장 자리를 차지하게 되면 라딘의 손에서 벗어나 게 될 가능성이 아주 높았다. 상당한 이권! 이것도 길드장이 자리를 지킬 때 생기는 것이다. 길드장이 일 년내내 자리를 비우면 그것은 길드장이라고 할 수 없었다. 라딘이라는 자가 돈이 되는 것을 마다하고 억지로 자신을 데리고 여행을 다 닌다? 그것은 지금까지 겪은 라딘이라는 사람의 성격상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 었다. 결국 자신은 도둑길드의 장으로 이후의 인생을 화려하게 보내게 될 것이다. 물론 자신이 벌어들이는 돈의 많은 부분은 라딘이라는 자신의 마스터가 징 수해 가겠지만 그것도 자신의 자유와 라딘이라는 악마의 비호를 위해서라면 결코 아깝지 않았다. 결국 20레벨만 올리면 자신은 종자에서 길드장이라는 상상을 초월한 신분의 수직상승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애니의 요즘 심정은 제대를 한 달 앞둔 병장의 그것이었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즐거워야 할 애니가 왜 요즘 우울할까? 그것은 다름 아닌 몽몽 때문이었다. 요 며칠 전부터 몽몽이 깨달음을 얻고 수련을 시작했다. 몽몽은 하늘을 날며 단검술을 펼치는 연습을 시작했다. 하루가 다르게 몽몽 의 단검술은 늘어갔고 이제는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정말 대단한 위력이라고 느껴지는 것이었다. 애니는 인간이었다. 애니는 자신이 여자라고 다른 사람보다 못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그래도 산적시절부터 남자들과 비교해서도 자신은 뛰어난 편이었던 것이다. 물론 힘이 강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애니는 산채의 소두령도 놀랄 정도로 몸놀림이 빨랐다. 그녀는 미처 모르고 있었지만 그녀의 어머니는 서대륙의 이름난 협녀인 비화선자인 것이다. 비록 그녀가 케르피의 새끼를 구하다 죽은 후, 트루먼 이 한 살밖에 안된 그녀를 데리고 이 동대륙으로 와서 서대륙의 기억이 없다고 해도 모친의 재능은 확실하게 애니에게 이어져 있었다. 뿐만 아니다. 한 살밖에 안 돼서 아직 모유를 먹어야 되는 애니에게 엄마의 젖을 줄 수가 없는 트루먼은 자신의 부인이 구한 새끼 케르피를 낳은 나이트메어의 젖을 먹였다. 나이트메어는 자신의 아이를 구하다 죽은 비화선자를 대신해서 트루먼을 따라온 것이다. 나이트메어의 아이인 케리시는 아빠를 포함한 케르피무리와 같이 서대륙의 황야를 질주하고 있을 것이다. 마물의 젖을 먹고 자란 애니는 범인과는 약간 다른 모습을 보였다. 일단 젖을 먹기 시작한 뒤 3개월이 지났을 때, 애니의 머리카락이 타는 듯 한 붉은 색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애니의 성장은 나이에 비해 무척 빨랐으며, 때때로 위급한 상황에서는 인간의 한계를 벗어날 정도로 뛰어난 반사신경을 보이게 되었다. 극도로 긴장을 하면 그녀의 뼈와 근육조직 속에 포함된 마물의 기운이 그녀의 민첩성을 두 배로 신장시키는 것이다. 물론 그녀는 그 사실을 몰랐다. 자신이 어렸을 때, 누구의 젖를 먹고 자랐는지 별로 관심이 없는 것이다. 애니는 그런 생각을 할 정도로 감수성 풍부한 여자가 아니었다. 아무튼 애니는 의외로 자존심이 세고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다. 지금까지 라딘에 의해 생존의욕 속에 눌려있었던 그 자존심이라는 괴물이 몽몽의 발전에 자극을 받아 다시 부활한 것이다. 여태까지 항상 자신이 불릴 때 몽몽 다음에 불리는 것도 불만이라면 불만이 었다. 그런 애니가 실력으로도 몽몽보다 못하다는 것은 스스로도 참을 수 없는 일이었던 것이다. 그날부터 애니는 변했다. 여태까지의 게으른 애니는 사라지고, 미르던 산맥의 붉은 번개 애니가 다시 세상에 나타났다. 무지개던지기를 마스터하기 위해서 매일같이 비도를 던졌다. 그런 애니를 바라보던 라딘이 어느 날 갑자기 수련을 멈추고 그녀에게 다가 왔다. “그래, 네가 드디어 정신을 차렸구나. 이런 경우를 생각해서 준비해 둔 것이 있단다. 너는 내 종자니까 너를 가르치는 것도 기사인 나의 의무중 하나가 아니겠니?” 라딘은 자신의 아공간 주머니를 뒤져서 한권의 책을 꺼냈다. 스킬북이었다. 갑자기 급변한 라딘의 말투와 행동에 놀라 굳어있는 애니에게 라딘이 쥐어 준 그 스킬북은 바로 상급단검술 [생사박]이었다. “헉, 이건 생사박아니에요? 생사투명 웨이 트루메탈의 비급을 어떻게?” 생사투명 웨이 트루메탈은 50년 전의 살수이다. 그는 특이하게도 어떤 기사 의 살인청부를 맡은 후, 그 기사에게 정식으로 도전하여 대결로 그를 죽여 세상에 이름을 날렸다. 그 때 웨이가 쓴 무술이 바로 이 생사박이라는 단검술로, 이 무술은 단검술 이라기 보다는 서브미션을 특화시킨 격투술에 가까운 무서운 무공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름도 생사단이 아닉 생사박인 것이다. 초근접 기술이라서 사용자도 까딱하면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살기 짙은 무술 이라서 상급으로 구분되지만 그 위력과 정묘함은 최상급무술에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무공이다. “이거? 수도에서 떠날 때 구한거야. 애니 네가 정말로 강해지겠다고 수련 을 하면 주려고 했거든.” 애니의 두 눈에서 한 줄기 눈물이 흘렀다. 눈앞의 이 기사는 악마가 아니었던 것이다. 결국 그의 엄격한 교육아래 게 을렀던 자신이 스스로의 재능을 최고로 개발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자 그도 자신을 인정하고 진지하게 가르침을 베푸는 것이다. “고,고맙습니다. 열심히 익힐게요. 흑.” 라딘은 그런 애니의 등을 가볍게 툭툭 두드리고는 다시 자신의 수련을 하러 갔다. 뒤돌아 선 그의 얼굴이 진지한 성기사의 표정에서 다시 악마의 미소를 한 사기꾼의 표정으로 돌아왔다. ‘흐흐흐, 역시 인간은 죽어라고 부려먹다가 한번 잘해주면 알아서 착각해 주는 경향이 있단 말이야. 크로키와 상의해서 애니에게 맞는 기본무기술을 구해 놓기를 잘 했지. 어차피 멀지 않은 미래에 카리브 시티의 도둑길드를 맡겨야 하는 애니니까 지금부터는 조금 풀어줘야 하지 않겠어?’ 애니는 안타깝게도 뒤돌아선 라딘의 얼굴표정을 볼 수 없었다. 물론 라딘의 마음속을 들여다 볼 수도 없었다. ------------------------------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이었다. 바람도 없이 화창한 날, 그러나 그런 창공에 갑자기 먹구름이 생성되기 시 작했다. 어디서 생겨난 것일까? 아무리 봐도 자연현상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전격 소환]!” 계곡 속에서 외침이 들리자 신의 파워로 생성된 먹구름에서 번개가 흘러 계곡을 향해 떨어졌다. 언덕위에 있는 라딘이 들어 올린 미티어스윔은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홀리웨폰을 사용하고 있는 증거였다. ‘셋, 둘, 하나, 지금!’ -우르르릉, 쾅- “차앗! [파워 브레이크]!” 그의 손에서 워해머가 날았다. 그리고 그 미티어스웜이라는 워해머가 라딘의 손에서 떠나는 순간, 하늘에서 떨어진 전격이 미티어스웜에 명중되 었다. -파싯- 하얀색 오라가 전격을 흡수해서 하얀 뇌전으로 변했다. 성 속성의 홀리 오 라가 전격을 흡수해서 성뢰속성으로 변한 것이다. -슈웅- -콰콰쾅- 하나의 작은 번개로 변한 워해머가 폭포를 향해 날아갔다. 전기의 힘이 폭 포에 부딪쳐 폭발했다. 놀랍게도 그 충격에 폭포의 흐름이 잠시 정지되고 있었다 . “휴우, 성공이다. 이제는 세 번에 두 번은 성공을 하는군.” 라딘이 손을 뻗어 돌아오는 워해머를 받으며 중얼거렸다. 그는 이 단순해 보이는 기술이 실제로 사용하는 것이 이렇게 힘들 줄은 미 처 몰랐었다. 처음에는 워해머를 하늘로 뻗친 채로 번개를 소환했다. 그리고 그는 전격소환에 정통으로 맞아 약 3분 동안 주위에 스파크를 팅기 며 헤롱헤롱 거릴 수밖에 없었다. 그 다음에는 던진 다음에 날아가는 워해머에 전격을 소환하려 했다. 그러나 그런 서커스 묘기 같은 정교한 전격소환이 가능 할 리가 없었다. 1주일을 고생고생하며 겨우 우연에 가깝게 날라 가는 워해머에 전격을 적중 시켰을 때에 그는 드디어 절망에 빠지고 말았다. 전격에 맞은 워해머가 튕겨서 땅에 떨어진 것이다. 날라 가던 해머가 옆에 서 힘을 받으면 방향이 틀어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다. 라딘은 자신이 생각한 기술이 전혀 실현 불가능인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 다. 손에 든 상태로 전격을 받으면 자신이 당하고, 던진 후에 전격을 받으면 방 향이 틀어진다. 전설속의 썬더 브레이크는 환상 속에만 존재하는 기술이란 말인 가? 하루를 꼬박 고심하던 라딘은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기 위해 목숨을 걸었다. 하늘로 쳐들려진 미티어스윔이 가볍게 떨린다. 역시 무서운 것이다. -와르릉 쾅- 하늘에서 번개가 떨어진다. 라딘은 이를 악문다. -쾅! 파지지직- “아아아악!” 겉이 검게 탄 한 사람의 기사가 땅에 털썩하고 쓰러진다. 옆에서는 한 사람의 여자 도둑과 날다람쥐가 벌벌 떨면서 그 광경을 지켜보 고 있다. 이것이 바로 라딘이 수련 시작 후 1개월동안 겪은 시련이다. 그는 매일 체력과 마력이 허락하는 만큼 전격을 소환했고, 생명력이 허락하 는 한 그것을 몸으로 받았다. 라딘은 하늘이 무심치 않다면 자신에게 전격 내성이 생기거나 전격을 흡수 하는 능력이 생길 것이라고까지 생각했다. 그러나 역시 신마대전은 유저에게 냉혹했다. 한 달이 지나도 라딘의 몸에 닥치는 고통은 사라지지 않았다. 애니는 감히 라딘을 함부러 쳐다보지도 못했다. 본업이 전설의 살수라더니 과연 독종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몽몽은 아빠의 목숨을 건 수련을 보고 눈물을 흘리며 결심했다. 자신도 아빠를 본받아 어떤 수련도 견뎌 내겠다고, 그렇게 다시 며칠이 지나고 이제는 라딘의 머리가 천연 파마의 기운을 띄우 기 시작할 무렵, 드디어 라딘은 한 가지 열쇠를 찾아 낼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홀리웨폰이었다. 홀리웨폰은 팰러딘 전용 최상급 마법으로 팰러딘의 무기에 성속성의 강화마 법을 걸게 해준다. 이 강화마법이 걸린 무기는 기본적으로 데미지가 1.5배로 향 상됨과 동시에 암속성의 마물이나 직업을 가진 자에게는 두 배의 데미지를 약속한 다. 또한 마법의 방어벽에 대해서는 자동적으로 마법제거 마법의 효과를 가지기 때문에 성기사는 마법사의 천적이기도 하다. 방어도 통하지 않고 특기인 마법공격도 성기사의 또 하나의 전용 기술인 마법방어오라에 의해 그 파워 가 반감되는 것이다. 라딘은 이 홀리웨폰을 사용한 상태에서 전격을 받는 시도를 해 보았다. 그러나 혹시나가 역시나로 변했다. 전격의 데미지는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데미지가 늘어났다. 전격이 신성력과 융합하여 성뢰속성으로 변하면서 그 파워가 1.5배로 늘어난다는 것을 라딘은 그때 처음으로 알았다 . 홀리웨폰의 무기강화특성이 전격소환에도 영향을 미칠 줄이야! 라딘은 새로운 발견에 기뻐했지만, 그 성뢰를 자신의 몸으로 때워야 한다는 사실에 순수하게 기뻐할 수 없었다. 그러나 역시 세상은 라딘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어느 날, 라딘이 생명력과 마나의 부족으로 홀리웨폰을 끄고 전격을 맞았을 때, 그는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다. 전격이 홀리웨폰을 사용한 상태보다 약간 빠 르게 워해머를 타고 내려와 라딘을 감전시켰다. ‘착각일까? 아니야, 내가 번개 한두 번 맞아보는 것도 아니고, 이것은 확 신 할 수 있어!’ 라딘은 새로운 발견에 희희낙락하며 자신의 거처로 내려갔다. 푹 쉬고 내일부터 다시 수련을 시작할 생각이었다. 자신의 생각이 틀리지 않는다면, 전설의 썬더 브레이크는 실현되리라! 한참 비명을 지르며 번개를 맞다가 갑자기 히죽히죽 웃으며 언덕을 내려가 는 라딘을 보며 애니와 몽몽은 벌벌 떨었다. 드디어 정신이 이상해진 것이 아 닌가 하고 생각했다. 남들이야 어떻게 생각하던 라딘은 새롭게 발견한 희망에 들떠서 하루를 보 냈다. 새벽과 오전의 수련을 마치고 오후가 되었다. “[홀리 웨폰]!” -파앗- 라딘의 워해머에 하얀오라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장엄한 광경이었다. “[전격 소환]!” -우르릉,쾅- “이때닷! [파워브레이크]!” 전격이 소환되어 라딘이 머리위로 치켜든 워해머로 떨어졌다. 그리고 그 순 간 라딘의 손이 휘둘러졌다. 번개가 워해머로 떨어지는 것과 워해머가 라딘의 손에서 떠난 것은 그야말로 동시라고 할 수 있었다. -슈우우웅- -콰콰쾅- 놀라운 파워였다. 그 큰 폭포의 중간이 폭발하듯 터져나갔고, 물이 사방으 로 수십 미터씩 튀었다. “하하하하하! 성공이닷! 썬더 브레이크가 성공했어!” 라딘은 주저앉아 감동의 비명과 눈물을 흘리며 소리쳤다. 계곡의 폭포는 그의 집념을 칭찬하듯 우렁찬 소리를 내며 떨어지고 있었다. 번개가 홀리오라와 융합되는 시간은 약 0.2초, 떨어진 다음에 기술을 펼치 면 이미 늦는다. 그러나 떨어지는 순간 기술이 시전 되고 있다면 그 0.2초 사이에 워해머는 라딘의 손을 떠나 목표물을 향해 날아가게 된다. 성뢰의 파워를 더한 막강한 파워 브레이크인 썬더브레이크의 이론은 바로 이렇게 완성되었다. 물론 그 타이밍은 라딘이 새벽수련시간에 연습중인 차지 상황에서의 스마이 트와 비슷할 정도로 어렵다고 할 수 있었지만, 라딘은 확신했다. 언젠가는 이 기술을 자신이 원하는 순간에 100%의 확률로 성공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 계곡에 들어와 수련을 한 지 3개월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이제 두 달 후면 크라켄이 움직일 시기이다. 라딘은 슬슬 돌아가야 한다고는 생각하고 있었다. 돌아가는 데에만 한 달은 걸리므로 적어도 한 달 이내에는 이곳을 떠나야 했다. 그러나 지금 그는 돌아갈 수 없었다. 기본무기술인 낭뜨 전추술에 대한 깨달음은 얻었다. 어떤 상황에서라도 낭뜨 전추술을 자연스럽게 펼칠 수 있었다. 썬더 브레이크는 어떤가? 이제는 90%의 확률을 자랑한다. 스마이트도 이제는 성공률이 70%까지 늘었다. 그러나 라딘은 만족할 수 없었다. 라딘이 욕심쟁이라서가 아니다. 물론 욕심이 하늘을 찌르는 라딘이 할 말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번만큼은 좀 더 순수한 이유가 있었다. 라딘이 스스로 생각하기에 자신은 스피드를 극복하고 있었다. 썬더 브레이크의 타이밍도, 시속 180km/h에 가까운 스피드에서 펼치는 스마 이트의 시전순간도 정확하게 잡아낼 수 있었다. 인간승리였다. 지속적으로 벼락을 맞은 라딘의 신경이 이상 발달하여 뮤턴트화 된 것일지 도 모른다고 생각 될 정도로 라딘의 적응 능력은 뛰어났다. 사실 그의 어머니인 송 현화씨는 지금은 철혈여왕이라고 불리우는 라딘을 상회하는 무대뽀 교섭신공을 지닌 궁극의 외교관이지만, 그녀의 숨겨진 과 거는 통일한국이 낳은 천재 특수부대요원이었다. 그 피를 이은 라딘이 드디어 죽음을 각오한 특훈을 통해 자신의 재능을 개 화시킨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라딘은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고 있었다. 지금까지의 모든 움직임은 신마대전에서 지원되는 자동동작 시스템에 라딘 의 동작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의 움직임이었다. 이번 수련에서 라딘은 고민 끝에 자신이 무술의 초식의 의미를 깨닫지 못하 는 이상 결코 자동동작과의 씽크로율을 높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초식의 연구를 하였다. 그리고 그것은 정확한 판단이었기에 지금 라딘의 씽크로율은 98%에 달하고 있었다. 그러나 일단 의지와 동작이 어느 정도 일치되는 상황까지 오게 되니, 자동 동작의 움직임이 오히려 미묘한 허점을 유발시킨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썬더 브레이크도 그렇다. 그는 이미 완벽한 타이밍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스마이트는 말할 것도 없었다. 0.1초의 차이! 라딘의 뇌파가 시스템에 명령을 내리는 시간과 그것이 이 세 계에서 구현되는 데에는 약 0.1초의 딜레이가 있었다. 라딘은 지금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슈욱- 현진이 오랜만에 현실 세계로 귀환했다. 어스의 시간으로는 16시간이지만, 브리시아에서는 3일이 된다. 잠시 자신이 라딘이 아닌 현진이라는 생각을 해서 정체성을 확보한 현진은 자리에서 일 어나 몸을 풀었다. 가상현실 시대인 요즘은 보통 사람도 하루 6시간 이상은 잘 자지 않는다. 최소한의 뇌 휴식시간만을 제공하는 것으로 생활이 유지되는 것이다. 늦잠을 자고 싶으면 가상현실세계 안에서 자도 된다. 실제로는 전혀 뇌의 휴식이 되지를 않지만, 심리적인 여유는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현진은 하루 4시간을 잔다. 13세 이후로 하루 4시간의 수면시간은 이미 정해진 규칙이었다. 이제는 그 이상을 자려고 해도 잘 안 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보통은 그 이외의 시간에는 운동을 한다. 근육의 보존은 현실의 시간에서 꼭 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였다. 100년 전에 비해 사람들의 평균 근력이 50%정도로 떨어진 현대이지만, 현진과 같이 지속적인 운동을 유지해온 사람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였다. 오히려 기술적인 문제를 가,현 세계에서 차분히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현실의 운동은 그 강도와 숙련도에 있어서 더욱 밀도가 높다고 할 수 있다. 하루 16시간의 가,현 시간과 식사 30분, 운동 1시간 반, 수면 4시간, 다시 운동 1시간 반, 식사 30분, 이것이 바로 이번 겨울 방학 동안의 현진의 평일 스캐줄이었다. 주말에는 당연히 여자친구인 미리네와의 시간이 있었기에 가,현에서의 유원지 데이트와 현실에서의 여러 가지 데이트 코스를 열심히 연구하여 준비해 두지 않으면 안 된다. 어떻게 생각하면 하루하루가 바쁜 일상이었다. 그러나 오늘은 조금 틀린 작업을 해야 했다. 현진은 컴퓨터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음성명령이 편하기는 한데 자신만 있는 방안에서 혼잣말을 하는 것이 싫어 서 키보드를 선호하는 현진이었다. -가상현실 시스템의 구동원리와 뇌파의 전달속도에 따른 동작의 반응속도- 이것이 지금 현진이 원하는 데이터의 주제였다. 잠시 후, 수만 건의 정보가 반 입체 공간 모니터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으, 역시 무지하게 많군. 일단 정리 좀 하자.” 현진은 어렸을 때부터 받은 정보처리 교육에 의해 데이터를 능숙하게 몇 가지 방법에 의해 분류했다. 약 두 시간이 흘렀을 때, 드디어 현진은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가,현의 세계에서 움직임은 오히려 현실세계에서의 근육신경이 반응하는 속도보다 빠르다. 그렇기 때문에 가,현의 세계에서 시스템은 유저가 원하는 자연스러운 움직 임을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뇌파를 받아서 그것을 명령어로 바꾸어 실행하는 시간이 아 니라, 뇌가 보내는 뇌파를 분석하는 시간이다. 이것도 물론 0.01초 이내에 이루어지지만, 복잡한 동작의 경우는 분석시간 이 길어질 수 있다. 그 이유는 반사신경의 존재와 그 구현의 문제에 의한 것도 있지만 결국은 사람의 뇌파는 여러 가지 생각에 한꺼번에 뭉쳐서 흘러나오는 복합신호이기 때문이 다. 무의식중에 나오는 명령어를 배제하고 정확하게 유저가 원하는 동작을 시행 하는 방법론은 과거 50년간 끊임없이 연구되어온 뇌파제어 시스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뇌파제어 학계의 사람들은 이 복합신호들 중에서 무의미한 뇌파를 뇌파 노 이즈라고 명명했는데, 사람에 따라서 이 노이즈가 심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 이것은 또한 뇌파의 안정성에 따라 틀려지는 경향이 있는데 알파파가 베타 파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사람은 이 노이즈가 상당히 적다는 학계의 보고가 있다. 이에 따라 마인드 콘트롤에 의한 뇌파 노이즈의 감소에 대한 학술보고도 한 때 상당히 성행하고 있다.] “바로 이거야! 뇌파 노이즈, 이것 때문에 나의 의지가 실제로 시행되는 데 딜레이가 걸리는 거였어!” 현진은 자신도 모르게 손으로 책상을 두드리며 소리쳤다. 아무도 들어주는 사람이 없는 외침이었지만 그런 것은 지금의 현진에게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 그 날부터 라딘의 수행방법은 바뀌었다. 매일같이 자신의 미티어샤워를 던지던 그 프로넨 폭포의 밑에는 라딘 자신 이 들어가 있었다. ‘으윽, 120m의 높이에서 떨어지는 수압이 정말 살인적이네. 죽겠다.’ 자신의 체력이 점점 감소되는 것을 느끼는 라딘이었다. 그러나 그는 그 자리를 벗어나지 않았다. 폭포 밑의 바위에 앉은 라딘은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폭포의 압력에 머리가 부서질 것 같았다. 그러나 그는 결코 움직이지 않았 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라딘의 체력은 이미 바닥을 기고 있었다. 죽지는 않는다고 해도 이제는 일어날 기운도 없어 보였다. 그러고 보니 밥도 먹지 않았다. 체력이 바닥나고 한참 지나자 이제는 생명 력이 깍이기 시작했다. 밥도 굶고 체력도 없으니 무리도 아니다. 그래도 라딘은 그 자리를 벗어나지 않았다. 이제는 머리에서 느껴지는 압력에도 어느 정도 적응이 되었다. 귓속을 요란하게 진동시키던 그 큰 폭포소리도 이제는 견딜 만 했다. [삐삐삐, 제한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로그아웃하여 현실에서 8시간 후 다시 접속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제한시간 메시지가 들려왔다. 그때서야 라딘은 폭포에서 나왔다. 걷기도 힘들 정도였다. 그러나 라딘의 얼굴은 미소 짓고 있었다. 겨우 물에서 나와 언덕위에 털썩하고 쓰러진 라딘은 힘없는 목소리로 로그아웃이라고 말했다. 폭포 밑에서 3일을 버틴 것이다. 역시 정신수련의 최고봉은 폭포명상임에 틀림이 없다. 20일이 지났을 때, 라딘은 이미 폭포의 압력과 그 굉음을 느끼지 않고 있었 다. 외부의 자극에 몸이 동요하지 않는 경지였다.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놀라운 성과였다. 보통 3년은 꼬박 수련해야 되는 경지라고 알고 있었다. 라딘은 스스로는 느끼지 못하고 있었지만, 어렸을 때부터의 극도의 훈련과 공부, 그리고 이 브리시아 세계에서의 2년간의 낚시 생활은 그의 정신세계를 상당 히 높은 경지에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밑바탕을 형성해 주었다. 그리고 이제 몇 개월간의 수련과 폭포의 정신수행에 의해 그의 정신세계는 화려한 진화를 성공시킬 수 있었다. -콰콰콰콰콰- 요란한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프로넨 폭포의 위에는 한 사람의 기사가 서 있었다. 여느 때와 같이 심호흡을 하지도 않았다. 밑을 보지도 않았다. 어느 순간 기합도 없이 그는 폭포 밑으로 뛰어내렸다. “[홀리 웨폰], [실드차지].” 그의 입에서 조용한 소리가 흘러 나왔다. 신기하게도 왼손에 든 그의 방패에 하얀 오라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와 함 께 그는 자신의 가슴 앞으로 실드를 내 세웠다. 엄청난 낙하 가속도에 의해 하얀색 오라는 잔상을 남겨 라딘의 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마치 밝은 빛을 발하는 유성이 떨어지는 듯 한 모습이었다. ‘셋, 둘, 하나, 지금!’ “[스마이트]!” -쾅- -촤아아아아- 물은 어떤 힘에도 결코 부서지지 않는다. 그러나 그 상식은 지금 이 광경을 보면 의심받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라딘의 스마이트를 받은 폭포 밑의 호수는 자신의 물을 모두 밖으로 토해 낼 것 같은 기세로 물을 튀기기 시작했다. 30m도 넘는 물보라! 밑에서 그 광경을 보는 몽몽과 애니는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드디어 라딘이 수련의 목적을 달성하는 순간이었다. [딩동뎅동, 축하드립니다. 당신은 성기사의 개발되지 않은 신기술, 홀리 웨 폰 상태에서의 실드차지와 스마이트의 조합에 성공하셨습니다. 성기사 전용 최상급스킬인 이 기술은 아직까지 아무도 익힌 적 없는 기술로 당신의 노력에 의해 이 브리시아 세계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제 이 기술의 이름을 명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물속에서 자신의 성과를 기뻐하고 있는 라딘에게 시스템 메시지가 떴다. 라딘은 놀라서 말을 잊었다. 숨겨진 기술이라니! 라딘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홀리 코멧! 이 기술의 이름은 홀리 코멧이야!” [띠링, 최상급스킬 [홀리 코멧]이 라딘 님에 의해 개발 되었습니다.] 라딘은 자신의 스킬창을 확인했다. 실드차지가 사라지고 [홀리 코멧]이라는 기술이 생겨 있었다. [홀리 코멧], 최상급, 제한 : 팰러딘, 실드차지 마스터, 스마이트 마스터. 최고의 팰러딘은 자신의 방패에 모든 것을 걸고 돌진하는 순간에도 순간의 빈틈을 놓치지 않고 상대방의 허점에 스마이트를 사용할 수 있다. 효과 : 데미지에 무게 보너스, 데미지에 방패의 방어력과 무게 보너스, 스 마이트의 공격력 추가, 넉백, 스턴 동시효과, 스마이트의 치명타 성공률 적용. 홀리 웨폰을 방패에 사용한 상태에서 이 기술을 쓸 경우 모든 데미지 보너 스를 적용한 수치에 1.5배의 홀리 웨폰 보너스가 적용된다. “으하하하하하하!! 다 죽었어! 나는 왕이다!!!” 광란의 웃음소리가 프로넨 폭포의 계곡 전역에 울려 퍼졌다. ----------------------- 3-6 킹크라켄 라딘이 카리브로 돌아왔을 때, 이 도시는 외부로부터의 방문자들에 의해 붐비고 있었다. 왜냐하면 두 달 전부터 현실세계의 신마대전 브리시아 서버 사이트에 하나의 광고가 올라 왔기 때문이었다. - 인간의 자연과 마물에 대한 도전- 지금 카리브 시티는 큰 위기에 직면 해 있습니다. 이 도시의 앞바다인 레테해에는 강력한 마수 크라켄이 살고 있기 때문입니 다. 마수 크라켄은 이미 900레벨 후반의 해양괴수로써, 인간을 증오합니다. 앞으로 2개월 후에 카리브의 영주인 뭉치와 그의 용병단인 아도용병단은 크 라켄에게 도전합니다. 사실은 이미 한번 도전해서 전멸이라는 슬픈 결과를 맛보았습니다. 지난 10개월간 아도 용병단은 많은 준비를 했습니다. 왜냐하면 크라켄이 진화하여 신수 킹크라켄이 될지도 모른다는 정보를 입수 했기 때문입니다. 신수 킹크라켄! 이 최강의 해양괴수가 존재하는 한 카리브의 미래는 암울합 니다. 아도 용병단은 이 위대한 도전을 위해 모든 것을 쏟아 부었습니다. 막대한 자금이 들어간 비밀병기도 완성했습니다. 총 제조비 50만 골드를 상회하는 비밀병기 메카크라켄! 이제 2개월만 있으면 여러분은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인간의 힘을 직접 확 인하시게 됩니다! 그리고 그 광고의 밑에는 킹크라켄 레이드의 특별관람 여객선에 대한 선전이 들어있었다. 대형 범선을 호화롭게 개조하여 여객선으로 꾸민 그것은 레이드를 바로 앞에서 생생하게 관람할 수 있는 특권과 함께, 2박 3일 동안 카리브의 주변 해안과 레테해를 여행하며 일류 요리사의 요리가 제공되는 이벤트 관 광여객선이었다. 아도용병단 전용 홈페이지에는 여객선에 대한 문의가 쇄도했다. 승선권은 한명당 100골드로 정해졌다. 300명 정원의 여객선이 2척이니, 6만 골드였다. 적지 않은 돈이었다. 물론 그 외에도 그들이 이 카리브로 오는 데는 꼭 그전의 5개 마을을 지나쳐 와야 하고, 다시 돌아갈 때도 5개의 마을을 지나쳐 가야 했다. 전국 각지로부터 동부해안 튜어에 대한 프로그램이 신설되어 시행되기 시작 했다. 물론 그 튜어를 실행하는 운송회사는 바로 (주)라딘 운송이었고, 그들은 여행 중 대부분, (주)라딘 호텔 체인에 숙박하게 된다. 라딘이 예상하기에 이 레이드로 인해 발생하는 수익은 30만 골드를 가볍게 초과할 것으로 보였다. “에효, 그래도 아직 30만 골드는 적자네. 이거 어떻게 만회할 수 없을까? ” 라딘은 카리브에 도착하자마자 자신의 숙소로 돌아가 각 사업체의 고용사장 들이 보고해온 수익 예상포를 분석하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겉으로는 카리브의 안전을 위해 돈을 아끼지 않는다. 나는 이런 때를 대비 해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라고 큰 소리를 치는 라딘이지 만 그것이 얼마나 허무한 사기성 발언인지는 라딘의 주위에서 라딘을 격은 몇 사람이라면 잘 알고 있었다. “역시, 메카크라켄에 들어간 50만 골드는 너무 큰 지출이었어. 덕분에 지난 1년간의 수익이 전부 날라갔으니까. 쩝” 라딘은 책상을 손으로 가볍게 두드리며 안타깝다는 듯이 말했다. 옆에서 침대에 앉아 오랜만에 맛있는 쵸코맛 쿠키를 바삭바삭 소리를 내며 먹고 있던 몽몽이 아빠를 위로했다. “끼잉, 아빠, 너무 걱정하지 마세용. 돈은 곧 다시 벌릴 거에용.” 라딘이 그 소리를 듣고 자상한 웃음을 지으며 몽몽에게 자신의 철학에 대해 설명했다. “얘야, 물론 돈은 앞으로도 계속 벌릴 거란다. 하지만, 너무 많이 쓴 돈이 랑 앞으로 벌리는 돈은 아무런 관계도 없다고 할 수 있단다. 가장 좋은 것은 어디까지나 돈은 계속 벌리고 있는 돈은 하나도 낭비를 안 하는 것이거든, 필요할 때는 아낌없이 써야 하지만, 그래도 잘 벌린다고 방심하면 돈이 그 사람을 버리게 되는 법이니까, 우리 몽몽이도 나중에 재산을 모으게 되면 절대로 낭비하지 말고 꼭꼭 저축 을 생활화해야 하는 거다. 알겠지?” “끼잉, 물론이에용. 몽몽은 절대로 낭비 안 해용.” 몽몽이 가슴을 쑥 내밀며 말했다. 라딘은 그런 몽몽이 귀여워서 참을 수 없다는 듯, 손을 내밀어 몽몽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었다. 그리고 다시 돌아앉아서 생각을 계속했다. ‘그래, 메카크라켄의 제조는 어쩔 수 없는 거였어. 마음을 비우자 라딘, 사실 킹크라켄이 제거되면 그 후에 돌아올 이익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잖 아! 서대륙과의 무역! 이 카리브는 동대륙 최대의 항구도시가 될 거야!’ 라딘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자신의 모든 능력과 노력이 이 도시를 중심으로 뭉쳐지고 있다. 건곤일척의 승부란 이런 것이다. 이 킹크라켄과의 사투에서 승리하게 된다면 자신의 명성과 사업은 흔들리지 않는 거대한 산맥이 될 것이다. 그리고 또한! 라딘의 얼굴에 있던 미소가 점점 더 사악한 미소로 변해갔다. ‘백산의 마정석! 천이백레벨의 신수 백산의 마정석, 가치로 따지면 100만 골드 정도인가? 흐흐흐, 라딘, 드디어 너의 첫 번째 야망이 이루어지는구나! 그래! 이제 진짜로 지존의 길을 걷는 거야!’ 라딘은 드디어 자신의 오랜 계획이 이루어지는 순간이 다가왔다고 생각했다 . 킹크라켄이 제거되면 이 도시에 있어서 성력장이라는 보호망은 더 이상 필 요가 없었다. 이제 2 개월만 있으면 성력장은 자신의 할 일을 완수하고 세상에서 사라질 것이다. 성력장의 주인인 백산은 이 카리브의 영원한 수호영물로 기억되리라! 며칠이 지났다. 드디어 카리브의 입구에 검은 도복을 입은 드워프가 모습을 드러냈다. 짧은 머리에 장비표 수염을 기르고 한 손에는 자신의 상징인 투계철우선을 펼쳐든 그 드워프는 바로 이 마을의 영주인 권성 뭉치였다. 그와 같이 도끼바바와 셰도우로즈도 같이 도착했다. 수도로부터 동행했다고 했다. 다시 며칠이 지났다. 여행객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이 도시의 아름다움과 아도용병단의 모습에 마음을 빼앗긴 많은 이계인들이 용병단의 가입을 신청 했다. 이 동부해안은 정식으로 개발되기 시작한 지 이제 겨우 1년이 되었을 뿐이 고, 사람은 아무리 많아도 부족했다. 라딘의 크라켄 레이드 관광사업에는 이렇게 사람을 끌어 모으기 위한 계획 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미리네가 카리브에 도착했다. 문제는 미리네와 같이 온 사람 들이다. -빰빠라밤- -와아!!!!- 카리브 시티는 이제는 대륙전체에 알려진 성녀의 방문을 맞이하여 정식으로 환영식을 치루었다. 얼마 전, 미리네의 당황에 섞인 상담을 받은 라딘이 속 으로 광소하면서 잽싸게 그녀를 위로하는 한편 전격적으로 추진한 행사였다. 그녀의 옆에는 자비의 대성당의 7명의 하이프리스트 중 최연소 프리스트인 맥시밀리안 추기경이 있었고, 그 뒤로는 추기경 전담 호위 기사단 200명, 성녀 전담 호위 기사단 200명, 일반 사제 600명과 그의 가족 2400명, 그리고 성녀의 연설에 호응하여 그녀의 뒤를 따라온 난민 7000여명이 걸어 오고 있었다. “어서 와, 미리네, 오느라고 수고 했어. 맥시밀리안 추기경님, 추기경님 같은 분이 이런 대륙의 벽지에까지 찾아주시니 신의 영광에 감복하옵니다. 자유의 신 나티크의 성직자용 로브를 입은 라딘이 그녀를 맞이하면서 추기 경에게 정중히 인사를 했다. 42세로 레벨 700에 달해 차기 교황의 재목으로 거론되는 맥시밀리안 추기경 은 자연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겸손의 말을 했고, 두 사람은 이 모든 경사를 신의 축복과 은혜로 돌렸다. “성녀님이 계시는 장소에는 원래 하이프리스트가 같이 거주하게 되어 있습 니다. 성녀는 신의 축복으로 직접 임명되는 것이니만큼 가능한 한 세속의 일에 번거러움을 당하지 않도록 보살피는 것이 우리 사제들의 사명이지요.” 라딘은 미리네가 부끄러워 얼굴을 붉히는 것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맥시밀리안 추기경에게 자비의 여신의 은혜에 의해 이곳의 주민들이 얼마나 구원을 받았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그리고 이제 추기경과 사제분들이 오신 일은 그들에게 더할 수 없는 기쁨이라고 말했다. 추기경과 몇몇 고위 사제들은 라딘의 그런 겸손하면서도 자신들을 은근히 추켜세우는 말에 진심으로 기뻐했다. 이미 자유기사 라딘의 명성은 동대륙 전역에 퍼져 있었다. 사제들과 기사들은 성당부지에 성당이 완공될 때까지 마을의 여러 집에서 신세를 지기로 했다. 그들은 기뻐했다. 마을 촌장을 비롯해 여러 마을 사람들이 그들의 숙박을 눈물을 흘리면서 부탁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제 곧 수만 명의 새로운 자비의 여신의 신도 가 생길 것이라고 예상했다. 추기경은 물론 미리 준비된 마을에서 뭉치의 집 다음으로 큰 집에 기거하게 되었다. 참고로 라딘의 집은 그야말로 초라한 일반 주택이었다. 그리고 그들을 따라온 난민들 역시 임시로 묶는 막사에 인도되어 그곳에서 생활하면서 자신들이 거주할 집을 짓게 되었다. 이제 반년만 있으면 이 카리브 시티의 도시계획 설계의 50%가 완수될 것으로 보였다. 그렇게 그날 하루 만에 카리브의 인구가 3만에서 4만으로 증가했다. -------------------------------------------- 드디어 레테해에 변화가 생겼다. 레테해 전역에서 흘러나오던 붉은 빛이 사라진 것이다. 뭉치는 즉시 레테해에서의 어업활동 중지 명령과 용병단의 출동대기 명령을 내렸다. (주)라딘 운송의 사람들은 항구에 정박해 있던 호화관람여객선의 최종 점검 에 들어갔다. “드디어 크라켄이 자신의 상처를 모두 치료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성수 설산의 제보에 이하면 그가 이미 킹크라켄으로 진화하는 데 성 공했다고 합니다. 3일입니다. 우리는 3일후에 전 병력을 이끌고 레테해로 떠납니다. 그리고 여러분은 킹크라켄과 아도용병단의 사투를 목격하시게 될 것입니다. ” 몇몇 사람들이 길에 나와 외치기 시작했다. 아도 용병단의 NPC단원으로 레이드에는 참가하지 못하지만, 자신들의 이계인 동료들의 승리를 기원하며 마을에 그들의 선전을 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외침소리를 들은 도시 사람들 은 긴장하기 시작했다. 이 일전에 도시의 미래가 걸려 있었다. “드디어 내일이야. 모든 준비는 완벽한 거지?” 라딘이 최후로 묻자 방안에 있는 사람들이 각자 자신이 맡은 부대의 인원과 장비의 수량이 써있는 서류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먼저 수도에서 온 뭉치가 말했다. “일단, 워터워크 스크롤은 인원수만큼 확보됐어. 물속에 들어가면 독먹물 에 당한다는 것을 안 이상 이제는 물 밖에서 싸워야 하니까.” 미리네가 이어서 말했다. “응, 성직자는 모두 준비된거 같아. 모두 나가서 내일 아침에 로그인하기 로 했어. 부대표도 다들 확인했으니까, 이상 없을거야.” 도끼바바와 셰도우로즈가 고개를 끄덕였다. “염려 마, 내 할버드 맛을 이번에야 말로 확실하게 보여줄 테니까!” 그리고 라딘의 시선은 마지막으로 크로키를 향했다. 크로키가 자신만만한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이미 시험가동은 성공리에 끝났어. 이제 실전만 남은 셈이야. 단, 잊지마 ! 이거 실제 가동하면 그 마력이 하루 동안만 유지되는 거니까, 한번 실패하 면 다 날리는 거야. 다시는 못써! 일회용이라고!” 라딘이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사람도 장비도 비밀병기도 다 완벽하게 준비가 끝난 거야. 내일 확 실하게 한번 놀아봅시다.” 라딘이 그렇게 선언하자 사람들이 각자 가볍게 탁자를 한번 두들기며 오우 하고 대답했다. 그렇게 회의는 끝나고 사람들은 모두 내일을 위해 로그아웃을 하였다. 아침이 밝았다. 라딘은 로그인 하자마자 은행에 가서 자신의 금고를 열었다 . 그곳의 가장 안쪽에는 하나의 풀-플레이트 아머가 장식되어 있었다. 라딘의 눈이 잠시 흔들렸다. ‘이거 입고 죽어서 혹시 아이템을 떨구면 어떻게 하지? 정말 이것을 입어 야 할까?’ 라딘은 자신의 필생의 역작인 7중 아다만타이트를 눈앞에 두고 섣불리 손을 들어 그것을 집어 들지 못 하고 있었다. 막상 입으려니 겁이 났다. 5%의 확률! 죽으면? 떨어뜨리면? 그러나 라딘의 얼굴은 곧 평정을 되찾았다 . ‘쓰지 않는 아이템은 죽은 아이템이니까, 안 죽으면 되잖아! 꼭, 꼭 킹크 라켄을 죽이고 말겠어!’ 라딘은 자신의 흑강 세트를 벗어서 금고에 넣었다. 그리고 드디어 그의 7중 세트를 모두 장비했다. 그리고 나서 라딘은 조용히 저주해제를 시전하여 자신의 왼쪽 귀에서 메사 이야 이어링을 빼내 금고의 한쪽에 넣었다. 이번 전투에는 전력을 다 할 생각이었다. 결국 메사이야 이어링은 필요가 없었다. 오히려 만에 하나 죽게 됐을 때, 떨어뜨리지 않으려면 은행에 넣어두는 것 이 좋았다. 라딘은 그 밖에도 자신이 소지하고 있던 대부분의 아이템을 금고에 넣었다. 이제 준비는 끝났다. 라딘은 금고를 닿고 암호를 외우자 금고는 아공간 속으로 사라졌다. 라딘의 캐릭의 음성과 암호 양쪽이 구비되지 않고는 이 금고는 열리지 않는 다. 금고실을 나오려고 라딘이 걸음을 옮겼다. -빠직- “헉, 이런! 초상비를 시전하는 것을 잊었네. [초상비].” 7중 아다만타이트를 입은 라딘의 현재 몸무게는 약 800kg에 달한다. 바닥에 있던 돌판이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부서졌다. 라딘은 얼른 몸무게를 가볍게 해주는 상급 경신술 [초상비]를 시전했다. 라딘의 몸무게가 20분의 1로 줄었다. 초상비를 마스터하면 몸무게가 8kg정도까지 줄어들 것이다. “음, 이제 괜찮겠지. 항상 초상비를 펼쳐야 된다니, 이 갑옷 의외로 상당 히 귀찮네.” 라딘은 마나의 회복량과 소모량을 잘 조절해야 하기 때문에 함부러 마법을 사용하면 안 되겠다고 투덜대면서 밖으로 나갔다. 라딘이 항구에 도착했을 때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총 참가 인원 300명, 그들은 각자 30명씩으로 나뉘어져 8척의 중형 쾌속선 에 탑승하게 된다. 남은 60명은 바로 메카크라켄의 탑승요원이다. 라딘과 도끼바바도 바로 이 메카크라켄에 탑승하기로 했다. 뭉치의 필승연설이 끝나고 미리네와 추기경의 축복의 인사가 끝나자, 드디어 사람들은 자신들의 배에 탑승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모두 탑승하자, 8척의 배가 항구를 떠났다. 그리고 한쪽에 있는 거대한 간이 칸막이 안에서 모든 사람들이 그 정체를 궁금해하던 메카크라켄이 나왔다. "나온다!" "오옷, 정말 사람 기대하게 하고! 이제야 보게 되는군. 메카크라켄!&q uot; 사람들의 기대를 보란듯이 배반한 이 메카크라켄의 정체는 바로 대형의 배 였다. 길이 50m의 이 대형 선박은 3개의 돗대를 가진 대양용 범선으로 보였다. "뭐야? 배잖아?" "에이, 배면 배라고 하지 왜 사람을 기대하게 하는 거야?" 사람들은 기대가 무너지자 허탈함이 온 몸을 감싸는 것을 느끼며 투덜대기 시작했다. "아니야, 몰라! 저건 변신기능이 있을 거야!" 한 전사가 외쳤다. "오옷, 변신? 정말?" "옷, 변신! 정말일까? 하기야 그렇게 선전을 때려놓고 그냥 배였습니 다 하지는 않겠지?" "만약 정말로 변신이라도 하지 않는다면 나는 관광요금 환불하라고 항 의할거야!" 사람들은 이제 다시 약긴의 기대감을 가지고 자신들의 앞을 지나가는 대형 선박 메카크라켄 호를 보았다. -부웅- 배의 출항을 알리는 뿔고동이 울리고, 드디어 메카크라켄호와 8척의 전투선 , 그리고 두척의 호화관람여객선은 항구를 떠났다. ----------------------------- -쿠오오오오- 레테해의 가장 깊은 심해계곡속에서 굉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드디어 진화에 성공했다! 이제 이 레테해뿐만 아니라 동부의 모든 해역은 이제 나의 것이다! 크하하하하하- 계곡에 나 있는 심해동굴 속에서 몇 개의 촉수 같은 것이 뻗어 나왔다. 아니, 그것은 촉수라기에는 너무나도 거대했다. 두께 2m가 넘는 그것은 바로 킹크라켄의 다리였다. 잠시 후, 진화에 의해 크기 120m의 거대신수로 변한 킹크라켄의 모습이 들 어났다. -크크크, 이제 성력장 안에서도 그 보기 싫은 성수고래 꼬마를 잡아 죽일 수 있다는 확신이 서는군! 우선 북부한류와 남부난류의 순환점에 가서 나의 신기술인 [메일스트럼]을 시험해보자! 인간 놈들! 너희들의 소굴이 육지에 있다고 안심하고 있겠지? 이제 바다의 공포를 맛보여 주겠다. 기다려라!- 킹크라켄은 마치 장난처럼 다리를 휘저에 바다에 소용돌이를 일으키면서 부 상했다. 주위에 있던 작은 물고기들이 놀라서 도망가려 했지만, 급격히 발생한 소용 돌이는 그들이 저항하기에는 너무나도 큰 힘이었다. 물살에 몸이 찢겨진 바다의 주민들은 죽어서 물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킹크라켄이 한참 해류의 틈으로 가던 중이었다. 그는 기분 나쁜 감각이 서쪽으로부터 전해져 오는 것을 느꼈다. 자신의 영역에 성력을 지닌 존재가 들어온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쪽으로 신경을 집중하자, 적지 않은 인간의 기척이 느껴졌다. 배였다. -쿠쿠쿠, 내가 레어에서 수련하는 동안 이곳이 안전해졌다고 생각하게 된 건가? 잘 됐군, 일단, 저놈들을 잡아먹어서 영양을 보충해야겠어. 저놈들 중에 강한 놈이나 성력이 강한 놈이 있었으면 좋겠군. 아직 나는 더 강해질 수 있을 거야!- 크라켄은 일단 눈앞의 먹이를 처리하기 위해 방향을 바꿨다. 1년간 굶주린 그의 눈은 맛있는 육지생물의 고기로 배를 채울 수 있다는 욕 망에 검게 충혈 되어 있었다. ------------------------ 라딘은 메카크라켄 호의 간판에 서서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사방이 바다였다. 사방이 수평선이었다. 이곳에서는 라딘이 좋아하는 하늘 바라보기를 굳이 고개를 쳐들지 않아도 할 수 있었다. 수평선 위로 몇 개의 구름이 흘러가고 있었다. 평화로운 한 때였다. 라딘은 항구에 두고온 자신의 아들인 몽몽을 생각했다. 몽몽이 익힌 몽몽청명비검은 정말 위력적이다. 허공에 5마리의 날다람쥐가 칼을 쥐고 날라다닌다. 그 칼은 청명단검술의 검로에 따라 상대를 공격한다 . 하지만 상대는 그 검을 정확히 맞춰 떨어뜨리기 전에는 절대로 검초를 막을 수 없다. 그리고 때때로 뿜어져 나오는 몽몽의 화염방사! 이 불꽃속에 가려진 체 날 라오는 단검을 막을 수 있는 존재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라딘 자신이 생각하기에 도 그것은 힘든 일이었다. 검성의 유니크 기술인 이기어검의 이점을 지닌 단검술! 몽몽이기에 가능한 몽몽만의 검술이었다. 몽몽은 이 레이드에 참가하겠다고 라딘을 졸랐다. 그러나 라딘은 허락하지 않았다. 몽몽은 불만이 많았지만, 아버지의 결정에 순순히 따랐다. 자신을 걱정하는 아버지의 마음에 거역할 수는 없었다. 지금 애니와 몽몽은 항구에서 이 레이드의 결과를 눈이 빠져라하고 기다리 고 있을 것이다. 라딘은 문득 시선을 돌려 항구가 있는 서쪽 리누만을 쳐다보았다. 사람들이 긴장하고 기다리고 있겠지? 쾌속선에서 대기하고 있는 미리네에게 귓말이나 보내볼까? 아니야, 지금은 혼자이고 싶어, 미안해 미리네. 킹크라켄을 성공적으로 잡으면 우리 주말에 어스에서 데이트하자. 라딘이 한참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전망대 위에 있던 대원이 소리쳤다. “우측의 바닷 속에 검은 그림자가 드리웠습니다! 크기로 보아 크라켄으로 생각됩니다!” 올 것이 왔구나! 라딘은 긴장했다. “선박 풀 선회! 라누만으로 돌아간다! 선회가 끝나는 동시에 풀 노트로 전 속력 전진하라!” 라딘이 소리쳤다. 각 부서를 맡아 그동안 훈련해온 선원들은 그의 명령을 충실히 수행했다. “드디어 나타났냐? 이놈의 크라켄 새끼, 이번에는 꼭 잡고 말겠다!” 선실에 들어가 있던 도까바바가 나오며 소리쳤다. 뒤이어 뭉치도 나왔다. 순식간에 갑판위에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끼익- 배가 기울었다. 급선회를 시작해서 관성을 못 이기고 옆으로 힘을 받았다. 배가 그 힘을 견디기 위해 비명을 질렀다. “당황하지 마! 아무거나 잡고 버텨! 지금 바다 밑으로 떨어지면 개 값도 안 나온다고!” 뭉치가 라딘의 다리를 붙잡고 늘어지며 주위에서 중심을 잃고 비틀거리는 사람들에게 소리쳤다. 다행히 바다에 떨어진 사람은 없었다. -휘익, 펑- 세 개의 돗대에 묶여있던 돗이 내려와 선원들의 손에 의해 고정됐다. 바람 을 받은 돗이 지금이라도 찢어질 듯 팽팽하게 펴졌다. 그 큰 덩치임에도 불구하고 메카크라켄 호는 쏜살같은 속도로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크크크, 공포에 질려 도망가는 것인가? 소용없다. 빠르긴 해도 이 레테해 를 벗어나지는 못한다. 설사 벗어난다고 해도 지금의 나는 성력장을 두려워하 지 않는다. 인간들이여 너희들의 죽음은 이미 운명이다.- 바다속에서 접근하던 킹크라켄은 배가 갑자기 선회하여 리누만 쪽으로 도망 가자 자신도 속력을 내기 시작했다. 전보다 더 빨라진 킹크라켄이었다. 이제 20분정도면 저 배를 자신의 다리로 감을 수 있으리라! “에잇, 저놈 저거 왜 이리 빨라? 분명히 크라켄의 속도에 맞춰서 강화설계 했다고 그랬는데! 진화하면서 더욱 빨라진 건가?” 라딘이 초조한 듯 말했다. 아직 30분은 더 가야 했다. 이대로라면 대기장소 에 도착하기 전에 잡히게 될 것 같았다. 10분이 지났다. 크라켄은 이제 배에서 200m의 거리까지 접근했다. 이대로라면 10분안에 따 라잡힐 것 같았다. “젠장, 10분, 10분이 필요해! 누가 저놈을 10분만 막아줘!” 라딘이 소리를 쳤지만 저 괴수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 듯 했다. 사람들이 신음소리를 내며 긴장했다. 작전은 실패인가? 자신들의 새로운 고 향 카리브는 이대로 최후를 맞이하게 되는가? 그때였다. 뭉치가 앞으로 나서서 말했다. “내가 막을게. 나에게 생각이 있어! 제 3 부대! 나를 도와 줘! 같이 죽어 달라고!” -오옷- 사람들이 웅성대기 시작했다. 길드 마스터의 명에 제 3 부대가 앞으로 나와 그의 명령을 기다렸다. 과연 10명의 인원으로 킹 크라켄을 저지할 수 있을까? 라딘은 뭉치가 어떻 게 저놈을 저지할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다들, 안에서 담요를 가져 와! 넓은 천이라면 무엇이라도 상관없어! 아니 지! 지금 쓰는 돗중에 전진을 위한 것 말고는 필요 없잖아! 그것을 쓰자, 서둘러, 시간이 없어!” 뭉치의 명령에 모든 사람이 힘을 합하여 담요를 가져오고 필요 없는 돗을 내렸다. 그리고 5분 뒤에는 그 모든 천을 짊어 진 10명의 자살특공대가 후미에 서 있었다. “뭉치야, 10분이야! 10분만 막아 줘! 아니, 일단 속력이 조금만 줄어서 거 리가 벌어지면 되는 거야. 200m야, 부탁해!” 라딘이 진심으로 간절하게 뭉치에게 부탁했다. “응, 염려 마, 나는 게임의 고수는 아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확실히 해 낼 테니까. 그럼 뒷일을 부탁해.” 뭉치는 가볍게 웃으며 라딘에게 대답했다. 라딘의 마음은 고마움으로 가득 찼다. “칫, 이번에는 화끈하게 싸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자살저지 특공대라니. 왜 우리가 그런 일을 해야 하지?” 한 명의 기사가 조용히 투덜대었다. 바다의 파도 소리에 그것은 다른 사람들에게 들리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와 어렸을 때부터 같이 놀아온 죽마고우인 친구의 귓가에는 들렸다. 친구는 그 기사의 손을 가볍게 잡았다. “그래도 누군가는 해야 되니까.” “나도 알아.” 기사의 힘없는 대답을 들은 친구는 가볍게 웃었다. 이 기사는 옛날부터 솔 직하고 좋은 친구였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면서도 그로 인해 자신의 할 일을 잊 지 않는다. “준비! 하나, 둘, 셋! 뛰어!” “으랴!” -풍덩, 풍덩, 풍덩- 뭉치의 신호에 대기하던 특공대 대원들은 일제히 바다로 뛰어들었다. 그들에게 살아남을 기회는 전혀 주어지지 않았다. --------------------------------- 부글부글- “푸하.” 물에 뛰어든 뭉치가 수면위로 올라왔다. 곧 이어 다른 대원들도 수면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시간이 없었다. 크라켄의 속도로 보아 200m정도의 거리는 30초도 걸리지 않을 것 같았다. “센, 카르, 철벽, 너희들은 모두 잠수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수면에서 기다려줘! 크라켄의 앞에 돗으로 막을 친다!” -오우!- 뭉치와 3명의 대원들은 돗의 한쪽 면을 잡고 물속으로 잠수했다. 물속에 두꺼운 천으로 된 막이 쳐졌다. -쿠와아아! 그런 것으로 나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다니!- 크라켄은 그런 인간들을 비웃었다. -퍽- “아아악!” 크라켄의 머리가 천으로 된 막을 들이받았다. 그 충격으로 대부분의 대원들이 견디지 못하고 떨어져 나갔다. 그러나 천은 아무리 강한 망치로 때려도 찢어지지 않는다. 크라켄의 머리 끝부분이 돗으로 된 막이 씌워졌다. -쿠오오, 귀찮군.- 천에 대한 저항력 때문에 속력이 약간 늦어진 크라켄이 자신의 다리중 하나 를 앞으로 내밀어 자신의 머리를 가리는 천을 걷어냈다. 한 편, 뭉치는 물에 뛰어들어 물속에 천으로 된 막을 치고는 크라켄의 충격에 대비했다. 그 충격은 예상보다 무척 강력한 것이어서 모두 그것을 견디지 못했지만, 원래 체질이 강하고 고집이 센 그 드워프만은 정신을 잃지 않고 끝까지 버 텼다. 일단 크라켄의 머리에 몸을 붙이자 뭉치는 품속에서 하나의 부채를 꺼냈다. 자신의 독문무기인 투계철우선이었다. 크라켄의 돌진에 의한 물의 압력이 너무나도 강했다. 고통이 느껴졌다. 뭉치는 이를 악 물고 투계철우선의 부챗살을 모두 뽑았다. 최고의 암기중 하나인 투계철우 36개가 그 속에서 나왔다. 뭉치는 그것을 모두 두 손으로 움켜쥐었다. -푸욱- 뭉치는 드워프 권성인 자신의 혼신의 힘을 다해 투계철우를 킹크라켄의 그 견고한 피부에 박아 넣었다. 그 덕분에 약 20cm정도는 들어갔지만, 120m크기의 킹크라켄에겐 모기에 물 린 정도일 것이다. “훗, 킹크라켄, 내가 뭉치다! 맛 좀 봐라! 으아아아아아아, [음양쌍마공] !” 물속에 있는 뭉치의 몸에서 불길이 솟아 오르기 시작하면서 엄청난 량의 열 기가 투계철우를 통해 킹크라켄의 뒤통수(?) 피부 속으로 흘러들어가기 시작했다 . 신기하게도 물속임에도 불구하고 뭉치의 몸을 감싼 불길은 사그러들지 않았 다. 뭉치의 집념에 자연의 힘마저도 굴복한 것일까? 한참 배의 뒤를 쫓아 돌진하던 킹크라켄의 뒤통수(?)가 갑자기 따끔거리기 시작했다. -쿠아아악, 뭐냐?- 처음에는 따끔하기만 하던 그 느낌이 이제는 불에 지지는 듯 한 고통으로 발전했다. 크라켄은 참지 못하고 몸을 비틀었다. 돌진하던 속력과 반응하여 크라켄의 몸이 수면 위로 치솟아 올랐다. -푸악, 쿠오오오오오!- “아앗! 저것을 봐!” 메카크라켄 호의 후면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크라켄을 쳐다보고 있던 사람들 이 소리쳤다. 갑자기 크라켄이 물위로 수십미터를 치솟았다. 그리고 그 크라켄의 머리부분과 다리부분이 이어지는 곳에 한 명의 드워프 가 붙어 있었다. 그 드워프는 두 손에 뭔가를 잡은 상태로 크라켄의 머리위에 서 불타오르고 있었다. “뭉치야! 뭉치가 크라켄에게 불침을 놓고 있는 거야!” “오옷! 불침, 크라켄 무지 아프겠다.” “맞아, 저거 정말 아프지.” 갑자기 긴장감이 풀어지며 사람들은 완벽한 관람모드로 변하여 나름대로 자신의 과거 수학 여행때 겪은 불침의 위력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하기 시작 했다. 크라켄이 이미 한번 정지한 이상 거리는 충분히 벌어질 것임을 그들은 알았 다. -퍽- 크라켄의 다리가 분노의 념을 싫고 뭉치를 가격했다. 방어를 도외시하고 자신의 힘을 모두 열기로 바꾸는 데만 집중했던 뭉치는 결국 한방에 회색으 로 변했다. 그러나 크라켄은 이미 멈췄고, 이제 눈앞의 배는 무사히 성력장까지 도망갈 수 있을것이다. -크아아아아아, 감히 나에게 저항하다니, 어리석은 놈들, 성력장 안으로 도 망가면 살 수 있을것 같으냐! 모두 죽여주마!-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 눈이 뒤집힌 크라켄의 집념의 추격이 다시 시작됐다. “오옷, 저놈이 정말로 열받았나봐. 아까보다도 빨라진거 같은데?” “그래봐야 배 떠난 항구야. 역시 길마는 위대한 거야. 뭉치의 희생 장면은 모두 동영상으로 잡았지? 이거 이번 달 신마대전 베스트 동영상은 우리 길드가 휩쓰는 거 아니야?” “흐, 당연하지! 신수를 아무나 잡나? 나는 이 길드에 소속된 것을 평생의 명예로 생각하기로 했다고!” 역시 영웅의 희생은 사람들의 피를 끓게 만드는 마약이다. 아도 용병단의 마음은 지금 하나로 뭉쳐지기 시작했다. --------------------------------------- 관광선의 승객들은 긴장과 초조함을 가지고 동쪽바다를 주시하고 있었다. 이미 해가 져 어둑어둑해지고 있었지만, 그들은 하늘에 하나 둘 씩 나타나 는 별빛도. 황금색의 찬란한 빛을 비추는 달 시아와 푸른 빛의 파이도 바라보 지 않았다. 지금 한쪽에는 바드 지망생 선원이 음악을 연주하며 메카크라켄의 대원이 보내오는 귓말에 따라 실황중계를 하고 있었다. 앞으로 10분 후면 킹크라켄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후, 저 아도 용병단이 어떻게 그 거대신수와 싸울 것인가? 메카크라켄 호의 비밀은 무엇일까? 그것이 그들의 최대 관심사였다. 이미 3일전부터 관광선 내부에서 정식으로 승부 예상 내기가 벌어지고 있었 다. 이길 것인가? 질 것인가? 이긴다면 메카크라켄을 제외한 8척의 전투선 중 몇 척이 희생될 것인가? 그들 중 대부분은 이미 이 전투의 단순한 방관자가 아니었다. 5분이 지났다. 누군가가 외쳤다. “온다!” 드디어 수평선 끝에 하나의 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점은 점점 커져서 결국 배의 형상을 만들었다. 메카크라켄 호였다. 그리고 그 바로 뒤에는 거대한 물보라가 쫓아오고 있었다. 킹크라켄이 거의 배를 따라잡은 것 같았 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사람들은 열심히 응원했다. 그들의 응원이 시작되는 것과 동시에 대기하고 있던 8척의 전투선이 산개하 기 시작했다. 그들은 메카크라켄 호가 도착할 예상지점을 포위하는 학인진 형 태를 구성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마치 마스게임과 같이 일정한 속도와 정확한 방향으로 확산되는 전투선들을 보며 환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드디어 킹크라켄은 저 얄미운 배의 밑으로 들어왔다. 이제 발을 들어서 저 배를 감싸고 밑에 있는 방향타를 파괴하기만 하면 된 다. 공포에 질린 인간들은 이 도망갈 것 없는 넓은 바다의 공포를 충분히 맛보 며 어둠의 여신의 세계로 들어갈 것이다. 킹크라켄의 다리가 드디어 메카크라켄호의 선체를 감아가기 시작했다. ---------------------------------------- “킹크라켄이 드디어 메카크라켄호를 붙잡았습니다. 메카크라켄호는 서서히 정지하고 있습니다. 앗! 지금 연락이 들어왔습니다. 메카크라켄호의 방향타 가 부서진 모양입니다. 보십시오. 킹크라켄의 다리가 메카크라켄호의 갑판까지 올라와 돗대를 휘감고 있습니다. 위기입니다! 메카크라켄, 메카크라켄 이대 로 침몰할 것인가?” 여객선의 전용 중계역을 맡은 바드지망생 라키의 목소리는 선내에 울려퍼졌 다. 사람들은 눈앞에서 벌어지는 광경과 라키의 실황중계를 들으며 점점 긴장감 이 높아지고 있는것을 느꼈다. 메카크라켄호의 주위에는 거대한 오징어의 다리가 올라오고 있었다. 이미 2-3개는 갑판위로 올라와 돗대를 감고 갑판위를 때리고 있었다. 갑판위의 전사들은 필사적으로 그 다리를 공격하고 있었다. 그러나 킹크라 켄의 다리는 예전의 다리와는 또 달랐다. 그 다리는 예전의 그 딱딱하고 우둘투 둘한 바깥쪽표피가 변해 지금은 수 많은 칼날과 같은 가시로 변해있었다. 길이 50cm이상의 가시였다. -휘익, 퍽- “아아악, 이놈의 다리가!” 하나의 다리가 또 올라와 갑판 위를 때렸다. 밑에 있던 전사가 그것을 피하려 했지만, 완전히는 피하지 못하고 표피에 나 있는 가시에 등을 베였다. 깊은 상처였다. -파파팍- “앗! 피해!” “으아악!” -풍덩- 직경 2m의 어징어다리가 갑판 위를 횡으로 흩었다. 미처 피하지 못한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물속으로 떨어졌다. “하앗! [파이어 봄], [쇼크웨이브]!” 라딘이 자신의 미티어샤워로 그 다리를 때렸다. 불길에 휩싸인 워해머의 머리가 다리에 맞고 화려하게 터졌다. 그제서야 움 찔한 다리가 멈추고 다시 허공으로 올라갔다. “제길, 역시 이대로는 안 돼! 전원 선실대기실로 들어가요. 메카크라켄을 작동시킵니다!” -오우!- 라딘의 말에 열심히 다리를 공격하며 크라켄의 다리가 배를 부수는 것을 저 지하던 모든 선원들이 반응했다. 그들은 신속히 갑판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쿠쿠쿠쿠, 공포를 이기지 못 하는가? 배 안으로 피한다고 해서 살아남을 가능성이 있을까? 잘됐군, 배를 통째로 끌고 나의 영역으로 가서 천천히 부 숴주지, 아무래도 성력장 안에서는 기분이 나쁘니까.- 킹크라켄은 갑판위에서 저항하던 인간들이 모두 배 안으로 도망간 것을 알 았다. 그렇다면 서두를 것이 없었다. 이 배를 끌고 레테해에 가서 천천히 배를 부 수며 공포와 절망에 떠는 인간들의 비명을 즐기면 되는 것이다. 킹크라켄은 몸을 배에 딱 붙이고 자신의 다리 중 6개를 써서 배를 칭칭 감 았다. 그리고 남은 4개의 다리로 물을 밀어 배의 방향을 돌리기 시작했다. 일단 배안에 있는 대기실로 피신한 라딘은 물의 정령을 소환한 엘프정령사 로부터 배 밖의 상황 설명을 듣고 있었다. “크라켄이 배를 완전히 휘감았습니다. 그의 몸은 메카크라켄호에 완전히 붙었습니다. 예상했던 지점과 거의 일치합니다.” 라딘의 눈이 빛났다. 역시 크로키의 계산은 틀림이 없었다. 물론 그놈의 오 징어괴물이 예상보다 거대하게 성장하기는 했지만, 이정도라면 거의 계획대로라고 할 수 있었다. 이제 때가 되었다. 라딘이 특유의 웃음을 띄우며 말했다. “여러분, 여러분의 연기에 저 오징어대가리가 완전히 넘어갔습니다. 이제 시작해 봅시다. 메카크라켄 작동 개시!” -넷, 메카크라켄 작동 개시!- 담당 요원들이 복창하고 급히 대기실 한쪽에 있는 금속 판넬에 달려있는 레 버를 모두 당기기 시작했다. -텅텅텅텅텅텅텅텅- 배 전체에서 금속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가벼운 진동이 시작됐 다. “오옷! 드디어 시작인가?” 도끼바바가 흥분해서 자신도 모르게 말했다. “관광객 여러분, 드디어 아도용병단이 메카크라켄을 작동시키고 있다고 연 락이 들어왔습니다. 주목해 주십시오!” 아나운서인 라키의 흥분된 목소리가 선상위에 울려퍼지자, 그렇잖아도 손에 땀을 쥐고 킹크라켄의 웅대한 위용을 보던 승객들이 침을 꼴깍 삼켰다. 저 거대한 괴수에 대비한 비밀병기라니? 무엇일까? 그와 동시에 산개해 있던 8척의 전투선이 선채를 돌려 메카크라켄호와 킹크 라켄이 싸우는 장소의 반대방향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마치 그 자리를 도망가려는 듯 한 모습에 승객들의 고개가 갸웃갸웃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작동 준비 완료, 카운트 다운 후 작동합니다!” -10, 9, 8, 7, 6, 5, 4- 라딘의 얼굴이 긴장으로 굳어지기 시작했다. 얼굴에서 한줄기 땀방울이 흘 렀다. 이번 한번에 그들의 1년간의 고생이 들어가 있었다. 아니 이 게임의 생활 전부가 걸려있었다. -3, 2, 1, 메카크라켄 가동!- -쾅-펑펑펑펑펑펑- 갑자기 메카크라켄 호의 선채가 모두 부서지기 시작했다. 외벽에 붙어있던 강목으로 된 판이 튕겨 바다로 떨어졌다. 그리고 그 안쪽의 골조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그 골조는 강화 금속인 흑강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그리고 흑강으로 된 골조의 표면에는 빽빽하게 룬 문자가 새겨져 있는 것이 보였다. “오옷, 뼈대가 모두 철로 되어 있어!” “와! 저거 어떻게 물에 떠 있지?” 신기한 일이었다. 외벽이 모두 떨어져 나가 뼈대만, 그것도 금속으로 된 뼈 대만 남은 메카크라켄 호는 침몰하지 않고 그대로 물 위에 떠 있었다. 이제는 그 뼈대와 안쪽에 있는 선실의 벽만이 남아 있었다. 킹크라켄은 갑자기 배가 부서지자 놀라서 그 남은 부분을 움쳐잡았다. “메카크라켄 오메가 크로 작동!” 라딘이 소리쳤다. 그와 동시에 대기원들은 라딘의 말을 복창하며 다시 남은 레버를 당기기 시작했다. 오메가 크로, 이것이야말로 킹크라켄을 잡기 위한 메카크라켄의 주요 제조 목적이 되는 무기였다. 물론 이것의 이름도 뭉치가 지었다. -콰콰쾅- 메카크라켄의 뼈대가 엄청난 소리를 내며 반대로 휘기 시작했다. 각 부분이 판 스프링으로 구성되어 있던 뼈대가 고정된 지지대가 풀어지자 요란한 소리를 내며 원래의 모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 뼈대들은 킹크라켄을 감싸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킹크라켄과 메 카크라켄은 서로 껴안고 있는 상황이 되었다. -크아아아아, 이게 뭐냐!- 킹크라켄이 괴성을 질렀다. 배가 파괴되며 그 골조가 자신을 휘어 감다니! 그리고 그 뼈대에는 마치 자신의 다리에 나 있는 날이나 가시와 같이 수백 개의 갈고리가 돋아나 있었다. “걸렸다. 1차 작업조 출발!” -우와아아아- -풍덩, 풍덩- 선실의 옆면이 열리며 몇몇의 도둑들이 잠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도둑들은 요리조리 움직이며 뼈대에 달려있는 쇠사슬로 킹크라켄 의 다리를 묶기 시작했다. 킹크라켄의 몸과 다리는 점점 메카크라켄의 몸체에 구속되기 시작했다. 어스의 상식으로는 철은 물에 가라앉는 다고 되어있다. 그러나 그 당연한 상식이 이 브리시아세계에서는 절대적인 법칙에 속하지 않았다. 메카크라켄의 뼈대를 이루는 흑강의 표면에는 아도 용병단이 1년전 수도에 서 초빙하여 일년간 근무한 80명의 마법사들의 마법주문이 새겨져 있었다. 그 주문의 정체는 [워터워크], 물위에 뜨는 마법이었다. 그리고 그 마법은 지금 그 뼈대의 안에 들어가 있는 수백개의 마정석의 마 력으로 하루동안 유지되게 되었다. 이 마법진과 마정석을 위해 라딘은 25만 골드를 투자했다. 이제 메카크라켄의 다리에 완전히 잡힌 킹크라켄은 물속으로 가라앉지 못하 게 되었다. “됐어! 이제 킹크라켄은 절대로 도망을 못 갈거야! 킹크라켄! 뭉치의 원수 를 갚아주마! 하이퍼 랜스 발사 준비!” 드디어 라딘의 최후병기 사용명령이 떨어졌다. 이 한방으로 킹크라켄에게 인간의 복수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알게 해 주겠다. 레버를 쥔 대원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발사!” ----------------------------------------- “아앗! 저것 좀 봐!” 관광객중 한명이 메카크라켄의 돗대를 보며 외쳤다. 하늘로 뻗어있는 3개의 돗대의 윗부분이 빨갛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펑, 퍼펑- 3개의 돗대의 윗부분이 요란한 굉음을 내며 터졌다. 그와 함께 돗대의 안쪽에 있던 길이 50m, 두께 1m의 강철봉은 밑으로 꺼졌 다. -팍, 팍, 팍- -크와아아아아악- 한참 뼈대만 남은 배를 계속 조여서 부숴버릴까 아니면 일단 풀고 물러날까 를 고민하던 킹크라켄이 비명을 질렀다. 자신의 몸통 안쪽으로 날카로운 꼬챙 이가 꽂혔다. 그것도 한 개가 아닌 3개였다. 킹크라켄은 자신이 태어나서 이런 고통은 처 음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다. 그의 몸이 고통으로 꼬이기 시작했다. 하이퍼 랜스, 그것은 미스릴로 두부가 코팅된 길이 50m, 두께 1m, 무게 130 톤의 거대 강철 꼬챙이였다. 그것은 돗대에 감싸여 숨겨져 있다가 돗대의 끝에 장치되어 있는 마법력에 의하여 고속으로 메카크라켄의 하부를 향해 발사되게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거대 랜스는 크로키의 계산에 의하면 정확히 킹크라켄의 다리 사 이의 연약한 부분을 노리게 되어 있었다. 이 하이퍼 랜스는 그야말로 사상최대의 똥침이었다. 이 세 방의 똥침을 위해 라딘은 20만 골드를 날렸다. 이제 킹크라켄은 3개의 강철봉이 약 30m이상 몸에 박히고, 몸과 다리 주위 는 메카크라켄호의 오메가 크로에 감겨 옴짝달싹 못하게 되었다. 그는 이미 전의를 상실했다. 이 성력장안에서는 자신의 상처가 전혀 회복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이곳에 오래 있으면 상처가 썩어 들어갈 것이다. 크라켄은 메카크라켄을 껴안은 채로 자신의 영역인 레테해를 향해 도망가려 고 했다. 하이퍼 랜스가 킹크라켄에 박히자 전투선에서 그것을 지켜보고 있던 크로키 가 커다란 깃발 두 개를 동시에 들어 올렸다. 그리고 온 힘을 다해 소리쳤다. “오징어가 드디어 낚시 바늘에 물.렸.다! 전원 낚시 줄 발사!” -와아아아아아아- 함성과 함께 8척의 전투선 후미에 설치된 작살발사대에서 대형의 작살이 발 사됐다. -슈슈슈슝, 슈슈슈슝- -팡, 철컹- 발사된 8개의 작살에는 상당히 굵은 쇠사슬이 걸려 있었다. 그리고 작살은 메카크라켄에 가서 걸렸다. 대기하던 작업조가 얼른 주위에 있던 쇠사슬로 작살을 고정시켰다. -슈슈슈슝, 슈슈슈슝- 다시 작살이 발사 됐다. 역시 그 작살에도 쇠사슬이 달려 있었다. 8척의 전투선은 각기 두 줄의 낚 시 줄을 낚시 바늘에 걸었다. “걸렸다~~~~. 당겨~~~~~.” 크로키의 양손에 들렸던 깃발이 크게 원을 한번 그리며 내려왔다. 그와 동시에 8척의 전투선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풀 노트, 전속력으로 전진!” -펄럭, 펑- 부채꼴 모양으로 전진하기 시작하는 전투선의 후미에 달려있던 쇠사슬은 순 식간에 팽팽하게 당겨졌다. 그리고 그것은 열심히 레테해를 향해 나아가려던 킹크라켄에게는 재앙이었 다. “완전히 걸렸어. 가자, 전사부대 출동!” -우오오오- 메카크라켄호의 선실에서 대기하던 전사부대가 드디어 안전벨트를 풀고 일 어났다. 그리고 제각기 소지하고 있던 워터워크 스크롤을 쓰고는 사방으로 열려진 문을 통해서 바다위로 뛰어나갔다. “앗, 사람들이 바다 위를 뛰어다닌다!” “오옷, 워터워크 마법! 이야, 아도용병단 단단히 준비했네. 바다위에서 야 전을 벌이다니!” 여객선의 관광객들은 환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곧이어 8척의 전투선에 탑승하고 있던 전투요원들도 모두 바다위로 내려와 킹크라켄을 향해 뛰어가기 시작했다. 약 200명의 전사와 도둑들이 바다 위 를 뛰어서 돌진하는 모습은 상상을 초월하는 장관이었다. -쿠와아아아, 이놈들이! 감히 인간 주제에 나 신수 킹크라켄에게 도전하다 니, 크악- 킹크라켄이 비명을 질렀다. 자신의 물위로 나와 있는 다리가 엄청난 타격을 입기 시작했다. 그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이미 자신의 생명력의 30%가 깍였다. 고통이 너무나도 심했다. 바다는 그가 뿜어댄 독먹물로 검게 물들기 시작했지만, 물위에 있는 사람들 에게는 전혀 효과가 없었다. 킹크라켄의 기술은 지난 일 년간 철저하게 분석되었다. 메카크라켄에게 잡힌 이상 킹크라켄이 쓸 수 있는 기술은 없다고 할 수 있 었다. 오직 다리로 인간을 쳐내는 수 밖에 없는데, 그것도 메카크라켄에 묶여있 는 상태이기 때문에 생각처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었다. 킹크라켄은 자신이 인간의 계략에 완벽하게 걸린 것을 알았다. “반항하는군, 저 정도 당하고도 버티다니 역시 대형신수의 생명력은 100만 을 넘어간다는 정보가 사실이었어.” 크로키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눈앞의 괴물오징어는 그 끝을 알 수 없는 생명력을 소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명력이 많아도 소용없다는 것을 보여주지! 아도 마법병 단, 공격마법 준비.” 크로키가 소리치자 옆에 있던 연락 담당병이 붉은 색 깃발을 쳐들었다. 이어서 다른 전투선에서도 붉은 색의 깃발이 올라왔다. 그리고 전투선에 남아있던 모든 마법사와 성직자들이 제각기 자신의 마법을 날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목표는 물속에 있는 킹크라켄이 아니라 물 밖으로 나와 있는 메카크 라켄의 돗대였다. -우르릉, 쾅- 드루이드용 신성마법인 전격소환이 돗대에 떨어졌다. -번쩍, 파지직- 수십발의 강화전격마법도 돗대에 명중했다. -슈슈슝, 퍼퍼펑- 화염계 마법인 파이어볼과 파이어블래스트는 어떤가? 역시 가장 인기 있는 불 계열 마법답게 백발도 넘게 돗대에 부딪쳤다. -쿠아아아악- 킹크라켄은 자신의 몸속에 박혀있는 철봉으로부터 엄청난 량의 전기가 흘러 들어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곧 그 철봉의 끝이 새빨갛게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고열을 내뿜기 시작한 철봉은 킹크라켄의 몸속을 태우기 시작했다. 하이퍼랜스의 구조는 삼중구조이다. 일단 끝부분은 미스릴 도금의 흑강이다. 그러나 그 안쪽에는 나무로 된 부 분이 있다. 그리고 다시 그 안에는 전도율이 좋은 구리로 되어있다. 그리고 그 구리심 의 끝은 바로 하이퍼 랜스의 발사대인 메카크라켄호의 돗대와 연결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크로키를 비롯한 마법병단 일행이 쏜 전격마법은 그대로 그 구리심을 통해 킹크라켄에게 흘러 들어간다. 거기에 불마법이 구리심을 달구어 그 끝에 있는 미스릴부분은 진은이라는 미스릴임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열기를 뿜어대며 새빨갛게 달구어지는 것이 다. 이제 마법병단은 맘 놓고 자신의 최고 전격마법과 화염마법을 사용할 수 있 었다. 그리고 그 마법은 효과적으로 킹크라켄을 죽이는 데 일조하고 있었다. ------------------------------------------------ -바밤--바밤- 리누만의 바닥에 낮은 포복자세로 대기하고 있던 설산은 라딘으로부터 킹크라켄이 완전히 걸렸다는 말을 듣고 드디어 부상하기 시작했다. 그의 입에서는 고대로부터 내려온 해양괴수 등장배경음이 흘러나오고 있었 다. 킹크라켄이 완전히 메카크라켄에 걸리기 전에 설산의 존재가 들통 나면 곤 란했다. 킹크라켄이 배를 포기하고 설산에게 덤벼들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설산은 킹크라켄에게 절망이라는 감정을 가르쳐주러 가야했다. 500년간 좁디좁은 리누만에 갇혀 지낸 설산은 알고 보면 쌓인 게 많았다. -크와아아악, 고래 새끼인가! 하필 이런 때에 나오다니!- 여전히 계속되는 고통속에서 킹크라켄은 바다 밑에서 급격한 속도로 올라오 고 있는 거대한 생물체의 기척을 느꼈다. 이 근처 바다에서 자신의 다음으로 거대한 생명체, 바로 설산임에 틀림없었 다. -슈르르르릉- 설산이 바로 밑에서부터 물살을 가르며 돌진해오고 있었다. 부상하는 속도 그대로 수중돌진을 시행하고 있었다. 성수답게 급격한 수압 의 차는 전혀 신경도 쓰지 않고, 마치 로케트가 발사되는 듯 수면을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끝에는 크라켄의 머리가 있었다. -쿠아아아악, 안돼~에!- -펑- -푸악- 수면 위로 킹크라켄과 메카크라켄이 20m정도 솟아올랐다. 그 힘으로 박혀있던 하이퍼 랜스가 다시 5m정도 킹크라켄의 몸속으로 파고 들었다. 신기하게도 킹크라켄은 설산이 들이받은 자신의 머리보다 자신의 다리사이 부분이 더욱 아팠다. 오히려 그 고통 때문에 다른 곳의 고통을 느끼지 못할 정도였 다. 바다 위는 이제 킹크라켄의 검은 피에 의해 물들기 시작했다. 킹크라켄은 죽음을 느꼈다. -쿠오오, 안 돼, 이대로는 죽을 수 없어!- 킹크라켄은 위기 중에서도 천년이나 살아온 자신의 마력에 의지해서 정신을 가다듬기 시작했다. 이대로 죽을 수는 없었다. 그는 자유로운 4개의 다리의 힘을 한 곳으로 모았다. 지금까지 그 다리로 육지에 있는 인간들을 때려죽이기에 전념했던 그는 지금 이 순간부터 모든 반격을 포기했다. -크아아아악- -푸악- 네 개의 다리가 메카크라켄에게 엮여있던 자신의 다리를 잡아 뜯었다. 그 다리는 그 힘을 버티지 못하고 중간이 끊어졌지만, 그래도 남은 반쪽은 자유로워졌다. -푸악, 푸악- 킹크라켄은 비명을 지르면서도 구속되어 있던 자신의 다리를 하나하나 뜯어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반쪽도 남지 않은 그 다리 힘을 다시 하나로 모아서 몸체 에 엉겨 붙어 있던 하나의 강철고리를 뜯어내기 위해 힘을 모았다. -슈르르륵- -펑- 다시 설산의 몸통박치기가 킹크라켄의 몸을 때렸다. 이제는 자신의 생명력 도 20%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그러나 킹크라켄은 설산에게 반격을 하지 않았다 . 이제라도 고통에 정신을 잃을 것 같았지만, 지금 정신을 잃으면 자신은 영 원히 깨어나지 못하리라! 천년을 살아온 자신이! 인간들에게! 그 분노가 킹크라켄에게 힘을 주고 있었다. -철컹- -아아앗, 꺄아아악- 드디어 메카크라켄의 다리중 하나가 끊어졌다. 그리고 그곳에 쇠사슬을 걸 고 있던 3호선은 그 반동에 순간적으로 앞으로 튀어나갔다. 갑판에서 마법을 쏘던 사람들이 균형을 잡지 못하고 뒹굴기 시작했다. “앗, 저놈이 낚시 바늘을 부수기 시작했다! 서둘러, 빠져나가기 전에 잡아 야 돼!” 크로키가 대경해서 소리쳤다. 한 개라도 부서진 이상, 나머지 다리가 부서지는 것은 그다지 시간이 걸리 지 않을 것이다. 두께 50cm의 강철판을 끊어내는 힘이라니! 크로키는 자신이 거대해양신수의 힘을 얕보고 있었다는 것을 시인할 수밖에 없었다. -철컹- -철컹- 다시 두 개의 다리를 끊었다. 이제 자신의 몸의 반이 자유로워진 것을 알았다. 설산이 미친 듯이 몸으로 자신을 들이받고 있었다. 철봉은 지금이라도 녹아버릴 듯이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었다. 전기도 끊임없이 흘러 들어온다. 물 위에서는 전사들이 자신의 행동을 저지하려고 열심히 공격하고 있었다. 그나마 성했던 4개의 다리 중 두 개는 이미 잘려나갔다. 그러나 이제는 이 지긋지긋한 쇠덩어리를 빠져나갈 자신이 있었다. 킹크라켄은 자신의 모든 다리로 쇠덩어리의 중심을 잡고 밀어올리기 시작 했다. -쿠오오오오오, 나는 아직 죽지 않는다!- -푸식, 푸식- 킹크라켄의 몸속에 박혀있던 철봉이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막혀있던 혈관이 터지면서 그 구멍에서 검은 피가 바다로 흘러 나갔다. 바다는 더더욱 검게 물들었다. -푸악- 드디어 철봉이 자신의 몸에서 빠져 나갔다. 킹크라켄은 자유의 몸이 되었다 . 설산의 돌진이 다시 명중했다. 상처에서 계속해서 피가 나왔다. 그러나 지금 나는 자유다! 레테해로, 레테해로 돌아가기만 하면 나는 회복 될 것이다! 킹크라켄은 필사적으로 레테해쪽으로 헤엄쳐 가기 시작했다. “앗, 저 놈이! 안 돼!” 라딘이 소리쳤다. 킹크라켄이 메카크라켄의 다리를 끊고 다시 하이퍼 랜스 를 빼내려 하고 있었다. 이미 킹크라켄의 몸은 물속에 거의 가라앉아 있었기 때문에 전사들은 공격할 곳이 없었다. 검은 바다를 바라보며 전사들이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이대로 놓칠 순 없어! [워터 워크]해제!” -풍덩- 라딘의 몸이 바다 속으로 꺼지자 사람들은 크게 놀랐다. 갑옷을 입은 채로 마법을 해제하다니! 절대로 살아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 바다는 지금 킹크라켄의 독 먹물로 가득 차 있는 것이 아닌가? 그들은 차마 워터워크를 해제할 수 없었다. 눈도 보이지 않는 독 먹물로 가득 찬 물속에서라면 제대로 공격한번 못해보 고 자신들만 죽을 것이 확실했다. “안돼! 신이시여 저를 도와주세요, [기적]!” 보고 있던 미리네가 기적을 시전 했다. 그러나 아무런 현상도 일어나지 않 았다. 미리네의 머릿속에는 한 가닥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자비의 신의 힘은 구원과 자비의 힘, 적을 쳐부수는 힘이 아니니라, 미리 네여.- “그,그런, 흑.” 미리네가 비틀거리며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라시에나의 힘은 아군을 보호하는 데는 상상을 초월하는 힘을 발휘하지만, 적을 쳐부수는 데는 별로 효능이 없다는 것을 지금 알았다. 사람들은 킹크라켄이 완전히 물속으로 가라앉자 허탈한 듯 그 자리에 주저 앉았다. 놓친 것일까? 수면위에는 메카크라켄의 잔재와 200여명의 사람들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아직 끝나지 않았어!” 크로키가 소리쳤다. 사람들이 놀라서 그를 바라보았다. “라딘이 킹크라켄에게 매달려 있대, 설산도 아직 물속에서 싸우고 있다고! ” -오옷- 사람들이 기쁨의 환성을 질렀다. “방금 들어온 정보입니다. 자유기사 라딘이 물속에서 킹크라켄과 싸우고 있다고 합니다. 이 카리브 시티의 수호성수 설산도 같이 싸우고 있는데, 킹크라켄은 거의 죽기 직전이랍니다. 라딘, 라딘, 과연 킹크라켄을 죽일 수 있을 것인가?” 여객선 전담 아나운서 라키가 신이 나서 떠들기 시작했다. 허탈 해 있던 사람들은 다시 긴장해서 라키의 중계를 듣기 시작했다. -------------------------------------- -펑- -크아아악, 이제 조금, 조금만 더!- 다시 설산의 몸통박치기가 킹크라켄에게 박혔다. 킹크라켄은 비명을 지르면서도 멈추지 않았다. 이제 200m만 더 가면 성력장을 벗어 날 수 있었다. 라딘은 킹크라켄의 몸에 나 있는 가시를 잡고 있었다. 물속에서 독해제의 마법을 써 독 먹물의 독기를 몰아내자 그는 킹크라켄의 몸을 잡고 하이퍼 랜스가 박혀있던 구멍으로 기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설산의 몸통박치기가 2-3번 명중했을 때, 결국 라딘은 킹크라켄의 몸에 나있는 구멍 속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구멍 속에서 발로 몸을 지지한 라딘은 두 손으로 워해머와 방패를 움켜쥐었 다. 그리고 자신의 워해머에 홀리웨폰을 시전했다. 이제는 정말로 남의 눈을 의식할 필요가 없었다. “죽어봐랏, [쇼크웨이브], [쇼크웨이브], [쇼크웨이브], [쇼크웨이브], [ 쇼크웨이브]!” -퍽, 퍽, 퍽, 퍽, 퍽- 기술이고 뭐고 없었다. 사방이 바로 킹크라켄의 내부가 아니겠는가? 성력이 뿜어져 나오는 워해머 는 라딘의 그 강력한 힘을 받아 킹크라켄의 내부를 부수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악, 뭐냐!- 갑자기 내부에서 밀려오는 고통에 킹크라켄은 몸을 비틀었다. 저 설산의 공 격에 못지않는 데미지가 몸속에서 발생하고 있었다. 물론 한방 한방은 설산 쪽이 강하지만 안에서는 난도질을 하는 듯 끊임없이 내부를 부수고 있었다. 순식간의 킹크라켄의 생명력은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제는 10%도 남지 않았 다. -펑- 다시 설산의 공격이 들어왔다. 킹크라켄의 몸이 버티지 못하고 크게 흔들렸 다. 내부의 고통에 설산의 힘에 맞대응하지 못하고 있었다. -크오오, 안 돼......이제 바로 앞이 나의 영역인데......- 킹크라켄은 눈앞의 바다가 약간 검은 빛을 띄우고 있는 것을 느꼈다. 자신의 마기가 섞인 레테해의 바다였다. 이제 조금이었다. 단 한 호흡의 전진만, 한번만 앞으로 나가면 자신의 재생능력이 급증할 것 이다. 살아남을 수 있었다. 살아만 남는다면 언제든지 복수는 할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이 자신의 필살기인 메일스트림을 써서 인간의 도시를 파괴하는 광경을 상상했다. 저 하얀 고래를 자신의 다리로 휘어감고 천천히 살점을 뜯어 먹는 모습도 눈에 보였다. 그때 저 고래가 지르는 비명은 세상에서 가장 감미로운 음악일 것이다. 킹크라켄의 눈은 희열로 가득 찼다. 그렇게 킹크라켄은 자신의 유니크 스킬인 매일스트림을 세상에 선보이지도 못 한 채 회색으로 변해갔다. “귓말이 끊긴지 5분이 넘었어, 혹시 죽은 건가? 킹크라켄은?” 크로키가 초조한 듯 중얼거렸다. 라딘의 귓말이 끊긴지 5분이 지났다. 죽으면 10분간 리스타트를 위해 아공간의 세계에 머물러야 하기 때문에 귓말을 할 수 없다. 라딘은 죽은 것일까? 설산은? 킹크라켄은 잡았을까? 설마 놓친 것일까? 크로키의 얼굴에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사람은 물속에서 웃을 수 있을까? 물속에서 소리 내어 웃는다면 물이 입안으로 쏟아져 들어온다. 그렇기 때문에 웃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숨 참기 스크롤을 사용한 라딘 은 그것이 가능했다. 그는 회색이 된 킹크라켄의 시체 속에서 몸을 뒹굴면서 광소하고 있었다. 그의 앞에는 푸른색 구슬이 놓여 있었다. 킹크라켄의 몸속에 반쯤 박혀있는 그 구슬은 다름 아닌 킹크라켄의 천년의 생명력이 담긴 신수의 마정석이었다. ‘이렇게 좋을 수가! 100분의 1의 확률이 당첨되다니, 엄마, 나 복권 맞았 어! 신수의 마정석! 100만 골드! 난 부자야!’ 라딘은 잽싸게 손을 내밀어 그 마정석을 집었다. -스슥-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었지만 라딘은 잽싸게 그것을 자신의 아공간 주머니 에 넣었다. 혹시라도 사라질까 두려웠다. 그리고 마음을 진정시키고 냉정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걸 들키면 난 끝장이야. 할버드 사건을 생각하자, 라딘, 이런 때일수록 진정해야 해, 킹크라켄에게서 나온 아이템은 레이드 참가자가 공평하게 나 누게 되어 있잖아. 절대로 마정석이 나왔다는 것을 들키면 안 돼!’ 라딘은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일단 이것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럼 된 것 아닐까? 그러나 안심할 수 없었다. 크로키라면 분명히 뭔가 있 다는 것을 눈치 챌 것이다. 그놈은 정말 조심해야 했다. 일단 의심을 받기 시작하면 끝장이다. 자신이 가지는 그 수많은 비리 아이템의 출처를 설명할 바에야 차라리 마정 석을 넘기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 ‘퍼포먼스가 필요해, 사람들의 이목을 다른 곳으로 돌려야 하거든, 아무도 킹크라켄의 아이템을 생각하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사건이 일어나야 해. 그래, 그게 좋겠어. 나도 언제까지나 실력을 감출 수는 없으니까. 이 기회에 당당하게 나서는 거야.’ 일단 마음의 결정을 한 라딘은 설산에게 귓말을 보냈다. ‘이봐, 설산.’ 한참 회색으로 변한 킹크라켄을 보며 기뻐하던 설산은 라딘의 목소리가 들 려오자 얼른 대답했다. ‘오, 라딘 경, 살아있었소? 킹크라켄은 죽었소. 이제 카리브 시티는 안전 하오.’ ‘응, 정말 잘 됐어. 그런데 말이야. 그 마정석 말이야.’ ‘헉, 그,그 마정석 말이요?’ 설산은 자신이 잊고 있었던 백산의 마정석의 소유권 문제를 라딘이 꺼내자 당황했다. ‘응, 이제 성력장 없어도 전혀 상관없지? 빨리 가져와. 나도 그동안 고생 한 보답을 받아야지.’ 잠시 침묵을 지키던 설산은 체념했다는 듯이 말했다. ‘음, 어쩔 수 없구려. 그래도 다른 사람보다는 그대가 가지는 것이 좋을지 도 모르겠소. 그래도 그대는 성기사니까, 알았소, 지금 가서 가져오겠소. 마정석은 그대 의 것이오.’ ‘당연하지, 그건 원래 3년 전부터 내거였어. 얼른 가져오라고.’ 설산은 백산의 마정석을 가지러 리누만의 한 가운데에 있는 마법진으로 갔 다. 그리고 라딘은 킹크라켄의 시체에서 기어 나와 수면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 ------------------------- 해는 이미 저물고 어둠이 드리우고 있었다. 천공에는 두 개의 달이 떠 있었고, 수 많은 별이 저마다 자신들의 존재를 자랑하듯 빛나고 있었다. 아름다운 밤하늘이었지만, 지금 누구 하나도 그것을 감상하지 못하고 있었 다. 그들의 시선은 바다에 꽃혀 있었다. 어떻게 됐을까? 라딘과 설산의 생존조 차 불분명했다. “대체 어떻게 되가는 거야? 이봐 아나운서, 확실하게 중계를 해야지.” 승객 중 한 명이 항의했다. 라키는 곤란한 듯 두 손을 들어 보이며 어깨를 으쓱 했다. 모르는 건 모르 는 거다. 그 때였다. “아앗, 저기 좀 봐!” 한사람이 손으로 바다 한가운데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모든 사람의 시선의 그 지점에 집중되었다. 어둠에 물들어 속이 보이지 않는 바다의 밑쪽에서 하나의 빛이 보이기 시작 했다. 그리고 이윽코 그 빛은 수면위로 올라왔다. -출렁- -샤아아아아- 한명의 기사가 수면을 뚫고 공중으로 떠오르고 있었다. 그의 몸 주위에는 반투명한 막이 형성되어 있었고, 그가 하늘로 들어 올린 손에는 하얀 빛이 뿜어져 나오는 워해머가 들려있었다. 그리고 그의 등 뒤에는 길이 3m의 날개가 달려 가볍게 펄럭이고 있었다. “[파이어 봄].” 라딘이 아무도 듣지 못할 정도로 조용하게 말했다. -파악, 화르르르- 라딘의 워해머에서 불길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불길은 곧 신성력과 융합하여 길이 1m의 성화로 변했다. 라딘은 최대한 느린 속도로 날아올랐다. 어두운 바다 한 가운데에는 신성오라로 빛나는 한사람의 성기사가 날아오르 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어두운 밤 한가운데에 떠오르는 태양과 같았다. “성기사야, 라딘이 마을을 구해서 성기사가 된 거야.” 미리네가 감동에 겨워 울면서 말했다. 주위에 있던 마법사들과 성직자들도 황홀한 듯 성기사라고 중얼거리기 시작 했다. “성기사랍니다. 자유기사 라딘이 킹크라켄을 죽이고 드디어 마을을 구해 성기사로 전직할 수 있었답니다. 킹크라켄은 죽었습니다. 카리브 시티는 구원받았습 니다!” 라키의 목소리가 밤하늘을 찢고 리누만에 울려 퍼졌다. 라키는 자신의 멘트에 실린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울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날의 레이드에서 인간의 힘과 성기사의 탄생을 목격할 수 있었 다. 그렇게 파스트의 자유기사 라딘은 이계인 중 최초로 팰러딘이 되었고, 그의 팰러딘 전직 장면이 담긴 동영상은 전 세계적으로 퍼져나가게 되었다. -------------------------------------------------- http://ujoa.com/reading/reading.php?category=game&vcode=102808&vpart=1 42&vid=chitak71&fsize=&bookdb=1 4-1 내 꿈은 신마대전 4장 동대륙통일 편 4-1 내 꿈은 -땅-땅-땅-땅-땅-땅 -땅- 그다지 밝지 않은 방안, 한 사람이 해머를 들고 모루위에 있는 갑옷을 열심 히 두드리고 있었다. [띠링, 갑옷의 개조 준비가 다 되었습니다. 아이템에 마정석을 넣으시겠습 니까? 일단 아이템과 일치화 된 마정석은 다시 꺼내서 사용할 수 없습니다.] 메시지가 뜨자, 그 사람은 자신의 가슴속에서 천으로 칭칭 감싸여 있는 두 개의 덩어리를 꺼냈다. 이곳은 라딘의 숙소 지하에 비밀리에 건설된 비밀 작업장이다. 라딘의 숙소는 그야말로 신분에 어울리지 않는 초라한 일반 1층 주택이었지 만, 그의 집의 구조는 지상 1층 지하 3층의 구조로 이루어진 비밀 던젼의 설계방식을 따르고 있었다. 지하 1층은 라딘의 수련장, 2층은 각종 작업장, 3층이 바로 라딘의 재료창 고였다. 물론 가장 귀중한 아이템은 은행에 넣어 두지만, 작업에 필요한 재료들은 대부분 이 3층에 보관된다. 물론 각 층에서 층으로 내려가는 통로에는 최상급 함정들이 빽빽하게 설치 되어 있는 것은 말 할 필요도 없다. 라딘은 자신이 손에 들고 있는 두 개의 마정석을 다시 한 번 바라보며 깊은 감동을 느꼈다. 신수의 마정석, 그것도 해양신수의 마정석이 두 개다. 그는 다시 모루 위에 놓여 있는 자신의 7중 아다만타이트 풀-플레이트 아머 를 바라보았다. 풀-플레이트 아머, 보통 전신 갑주라고도 말하는 이 최고의 중갑옷은 사실 두 개의 파트로 나뉘어진다. 상반부와 하반부가 그것이다. 그러나, 이 갑옷의 경우 그 두 개의 파트가 세트로 이루어져, 사용자에 딱 맡게 만들어 진다. 즉, 풀-플레이트 아머는 보통 주문 생산에 의한 핸드매이드 특제 갑옷이라 할 수 있다. 물론 다른 사람이 그것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사이즈 개조를 해야 하고, 그것도 체격 차이가 너무 큰 사람은 아예 사용할 수도 없는 것이다. 이 7중 아다만타이트 갑옷은 라딘이 자신의 사이즈에 맞게 만든 갑옷으로, 현존하는 모든 갑옷 중에 최고의 방어력과 무게를 자랑한다. 그리고 지금 이 갑옷의 상반부와 하반부에 두 개의 최고급 마정석이 장착되 려고 하고 있었다. '흐흐흐, 어떤 특성이 붙을까? 신수 백경의 마정석과 신수 킹크라켄의 마정 석, 양쪽이 모두 물 속성의 마정석이지, 이것이 한 벌의 갑옷에 같이 장착 되는 것이니만큼, 상당한 상승효과가 나타날 거야. 사상최고의 아이템! 라 딘아, 너 이렇게 비싼 아이템을 입고 다녀도 되는 거니? 음하하하하하하하 하하' 라딘은 떨리는 손으로 천에 쌓여 있는 마정석을 꺼내어 갑옷위에 생긴 틈에 올려놓았다. 긴장으로 얼굴에서 땀이 흘러 내렸다. "[마법 갑옷 제조]." 상급 대장장이 만이 만들 수 있는 마법 갑옷 제조, 그것은 바로 일반 아이 템에 마정석을 장착하는 기술이다. 물론 유니크 아이템은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대장장이만 만들 수 있는데, 바로 라딘이 그 대장장이 마스터였다. -땅-땅-땅-땅-땅- '설마 실패하지는 않겠지? 이거 실패하면 나에게는 자살밖에 남은 길이 없 어!' [딩동뎅동, 유니크 아이템이 탄생했습니다. 이 아이템의 이름을 지어 주시 기 바랍니다.] "얏호, 성공이닷!" 라딘은 환성을 지르며 기뻐했다. [이 아이템의 이름을 [성공이닷] 으로 지으시겠습니까? 예/아니요] "헉, 아니요. 이 갑옷의 이름은 [소울 오브 오우션]이야!" [띠링, 유니크 풀-플레이트 아머가 탄생했습니다. 이름은 [소울 오브 오우 션]입니다. 라딘은 떨리는 손으로 모루위에서 푸른빛을 발하며 빛나고 있는 자신의 갑 옷을 들어올렸다. 무게 700kg의 갑옷이 라딘의 팔힘 만으로 들어 올려졌다. 라딘이 품속에서 감정스크롤을 꺼냈다. 아직 손도 목소리도 약간씩 떨리고 있었다. "[감정]!" 그의 손이 하얗게 빛나고 눈앞에 갑옷의 능력치가 표시되기 시작했다. 그의 약간 갈색을 띤 눈동자가 급격히 확산되었다. 인간이 흥분하면 눈동자가 확대된다는 학설이 지금 다시 증명되었다. 소울 오브 오우션(상하 일체형) 종류 : 풀 플레이트 아머 등급 : 유니크, 제한 : 용병대장, 기사, 또는 그 상위직업 방어 : 14000, 무게 700 보너스 스탯 : 힘 200, 민첩 100, 체력 1 50, 마력 100, 의지 50, 마법저항 성 50, 암 50, 화 100, 수 100, 풍 50, 지 50, 스킬 : [블링크] 눈에 보이는 장소로 순간이동이 가능하다. 마나 사 용, 원래는 마법사의 주문이나 갑옷의 능력으로 소유자의 직업에 관계없이 사용이 가능하다. [워터프리액션]: 수중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수압에서도 자유로워 지고, 갑옷을 입고 있어도 가라앉지 않는다. 물론 숨도 쉴 수 있다. 설명 : 성 속성의 수중 신수 백경과 암 속성의 수중 신수 킹크라켄의 마정 석이 장착된 최고의 갑옷, 성과 암이라는 반대 속성의 반발작용과 수 속성 이라는 일치성에 의한 상승작용이 어우러져 전설로 일컬어질 정도의 능력을 끌어내게 된 아티팩트 급의 갑옷. "맙소사, 이,이거 너무 좋은 거 아냐? 사기잖아~, 으하하하하하" 라딘은 갑옷을 두 팔로 껴안은 채 뒤로 넘어갔다. 바닥에 누운 그는 그 상 태로 데굴데굴 구르기 시작했다. 그의 눈에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이 게임을 시작해서 정말 좋았어! 그는 자신이 여태까지 살면서 가장 기뻤 던 순간이 지금 이순간이라고 장담할 수 있었다. 이렇게 라딘의 전용 갑옷 소울 오브 오우션은 세상에 태어났다. 추정 가치는 400만 골드, 라딘 상회의 전 자산의 두 배에 해당하는 가치였 다. 이제 이 유니크 아머는 라딘과 그 생을 같이 할 것이다. ------------------------------------------------- =+=+=+=+=+=+=+=+=+=+=+=+=+=+=+=+=+=+=+=+=+=+NovelExtra(novel@quickskil l.com)=+= 4-1 내 꿈은 ------------------------------- 어스에서의 시간은 빠르다. 방학을 한지 엊그제 같은데, 이미 2월도 1주일밖에 남지 않았다. 학생들은 이제 새로운 학년에 대비해 저마다 나름대로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물론 일부 학생들은 방학 휴유증이라는 근대 청소년들의 가장 심각한 병중 하나를 겪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가,현 게임 팬사이트의 신마대전 전용 동영상 코너에 3개 의 동영상이 올라왔다. 이 신마대전 동영상 코너는 (주)세기창조사가 매월 인기투표를 통해 신마대 전 1년 무료 이용권 등 각종 상품을 주는 이유로 상당히 많은 동영상이 매 일같이 올라오기 때문에 그 경쟁이 아주 치열했다. 그러나 이번에 올라온 3개의 동영상은 업로드 당일날부터 수십만의 조회수 를 기록하여 결국 1주일도 되지 않아서 2월의 동영상 순위 1,2,3위를 모두 차지했다. 3위 제목 : 드워프와 바다 - 크라켄이 쫓아오는 부분에서 라딘이 10분이 필 요해 라고 부르짖고, 다시 뭉치가 나서는 것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물속으 로 뛰어든 특공대! 긴장의 시간이 흐르고, 수면위로 치솟아 오르는 킹크라켄의 그 거대한 몸체 와 그것에 매달려 불타오르는 한 드워프의 모습! 사람들은 그 동영상에서 단 10분의 시간을 위해서 자신의 혼을 불태우는 드 워프의 포스를 느꼈다. 2위 제목 : 메카크라켄 발진 - 킹크라켄이 배를 감싼다. 전사들이 저항하다 결국 선실 속으로 후퇴한다. 그리고 꼼짝없이 킹크라켄의 먹이가 되는 줄 알았던 그 대형선박이 변신하여 오히려 킹크라켄을 구속한다, 그리고 결정 적인 그 한방! 하이퍼 랜스! 메카크라켄호의 지휘관인 라딘의 하이퍼랜스 발사! 라는 명령 과 함께 시동되는 그 위대한 무기의 발사모습은 사람들의 심장을 급가동시 키기에 충분할 정도의 박력이 있었다. 1위 제목 : 성기사 탄생 - 킹크라켄이 드디어 자신의 다리를 스스로 뜯어내 메카크라켄의 구속을 벗어나 도망치기 시작한다. 물속에 사라진 킹크라켄, 허탈한 표정으로 물위에 주저앉은 사람들, 그리고 마법사 크로키의 한마디 , 아직이야! 라딘과 설산이 물속에서 싸우고 있다고! 사람들은 환성을 지른다. 그리고 어둠이 찾아와 사람들이 불안과 초조로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을 때 , 물 한가운데서 떠오르는 그 찬란한 빛! 그것은 어두운 밤바다에 떠오른 하나의 태양이었다. 이 장면을 보며 사람들은 신마대전이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 진정한 가상현 실 판타지임을 깨달았다고 한다. 지금 (주)세기 창조사에서는 긴급 회의가 벌어지고 있었다. 회의의 참가자들은 대부분 회사의 중역과 부장이상의 간부들이었고, 회의의 진행자는 신마대전 기획팀장 선 지은씨였다. "제가 이번 회의를 요청한 것은 한 유저의 행동이 신마대전에 미치는 영향 때문입니다." 선 지은 팀장의 서두가 시작되자, 재미교포인 스티븐 전무는 손을 들어 질 문을 했다. "한 사람의 유저 때문에 전 간부가 모여야 할 이유가 뭔지 궁금하군요? 그 가 신마대전 서버를 폭발시킨다고 선언이라도 했습니까?" -와하하하- 스티븐 전무의 농담섞인 질문에 사람들은 웃었다. 선 지은 팀장은 일부러 회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해서 자신의 브리핑을 도우 려는 스티븐 전무에게 마음속으로 감사의 인사를 했다. 개발 초기부터 아직 어리다고 할 수 있는 자신을 전폭적으로 신뢰하고 밀어준 사람이었다. "폭발 협박이라면 회의를 할 것이 아니라 사건 대책반에 처리를 의뢰했을 겁니다. 이번 회의는 신마대전 게임의 차후 선전전략의 대폭적인 수정에 대한 것입 니다." 그녀의 대답에 다시 사람들이 가볍게 웃었다. 전무가 아니기 때문에 일부러 크게 웃어줄 필요는 없었다. 그리고 사람들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그녀가 업무에 대한 일을 말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제가 여태까지 신마대전의 주요 선전전략으로 내세운 기획은 저 지존이라 는 별명으로 알려진 프로게이머 악령기사를 회사의 선전모델로 삼아 그가 이 판타지 세계에서 세력을 잡는 모습을 모니터링하여 사람들에게 자신도 그렇게 되고 싶다는 꿈과 야망을 불러 일으키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계획은 지금 착실하게 진행되어, 이미 악령기사와 그 간부진들은 이미 3차 직업을 획득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그들이 세운 길드인 하이 드래곤 용병단은 이미 회원수 2000명을 넘 겨 현 브리시아 서버의 최고 길드의 자리를 차지했음과 동시에 전 서버 최 초로 국가 정식 기사단으로 임명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가,현 게임 팬사이트에서 신마대전의 인기는 이미 어나더 판타 리아를 제치고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며 지금도 2위와의 차는 벌어지고 있습니다." 선 지은 팀장이 일단 현재까지의 선전 전략과 그 성과에 대해 말하고 숨을 가다듬자, 그 사이 영업부 최 부장이 질문을 했다. "영업부에서도 아직도 나날이 늘어가는 신마대전 가입자들 때문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는 실정입니다. 특히 이번 주는 대단했지요, 그런데 그렇 게 선전 전략이 효과를 거두고 있는데 왜 선전 전략을 바꾸어야 한다는 것 인지 이해할 수가 없군요?" 그의 질문에 참석자들은 모두 호기심에 찬 눈빛으로 선 지은 팀장을 쳐다보 았다. 최고의 효과를 거두고 있는 선전 전략을 바꿔야 한다니? 무슨 이유일까? "그 이유는 바로 이번 주의 가입희망자 증가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번 주의 가입희망자 수는 무려 80만에 이르고 있습니다. 주간 5만 명 정도의 가입희망자수가 이번 주만 80만이라는 수를 기록한 것이 이상하지 않습니까 ?" 선 지은 팀장의 말에 모든 사람의 시선은 영업부장에게로 향했다. 1주일에 80만이 증가하다니? 서버 시작 초기도 아니고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그러나 영업부장은 고개를 끄덕여 그녀의 말이 사실임을 시인했다. 그도 아직 왜 이렇게 가입희망자가 급증했는지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 의 설명을 무척 듣고 싶어했다. "화면을 바라봐 주시기 바랍니다. 이것이 지난 주, 가,현 게임 팬사이트에 올라온 동영상입니다." 그녀의 말에 모든 사람들은 문제의 동영상을 보기 시작했다. 킹크라켄이 솟 구쳐 오르고, 불타는 드워프의 모습이 보였을 때, 이들 4.50대의 사회적으 로 출세했다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질렀다. 장관이 었다. "이 동영상은 브리시아 서버의 파스트 제국에 있는 아도 용병단의 신수 킹 크라켄 레이드를 기록한 것입니다. 이 동영상을 보고 사람들이 신마대전에 환상을 품기 시작했습니다. 어나더 판타리아의 유저 수십만이 신마대전으로 넘어오고 있습니다. 그들은 모두 이 인간승리적인 동영상을 보고 감동하여 그 감동에 동참하기 위해 몰려오고 있습니다. 현재 아도 용병단은 이 레이드의 성공적인 승리로 인해 그 회원수가 급증하 고 있어, 이대로라면 같은 서버의 최고 길드인 하이드래곤 길드의 회원수를 상회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 기획부 전원의 예상입니다." -꿀꺽- 사람들이 침을 삼켰다. 이 동영상을 보기만 해도 그들은 알 수 있었다. 그들이 선전 심볼로 쓰려는 악령기사는 게임세계에 있어서 최고의 스타라고 할 수 있다. 그런 그가 이 세계에서 자리를 잡고 세력을 떨쳐 모든 사람의 꿈의 대상적 인 위치에 오른다는 것은 상당히 좋은 선전전략이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그의 인기와 지위가 독보적인 것으로 되어야 했다. 그가 있는 왕국은 그로 인해 최강의 왕국으로 성장해야 했고, 그는 그 왕국 에서 최고 기사의 지위정도는 올라야 했다. 그리고 그들의 바램대로 악령기사는 그 일을 착착 진행시켜서 사람들에게 끝없는 화제거리를 제공했다. 그런데 지금 그에게 뒤지지 않는 영웅이 나타났다. 그는 브리시아 세계의 사람들에게 진정한 영웅이었고, 신마대전의 유저들의 새로운 스타였다. 이것이 화인가 복인가? 사람들은 긴장어린 표정으로 선 지은 팀장의 설명을 기다렸다. 그녀는 목이 마른 듯 옆에 있는 컵을 들어 가볍게 물을 마시고 다시 설명을 시작했다. "이것은 상당히 중요한 일입니다. 일단 이 사건은 우리 세기창조사에 있어 상당히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상징적인 존재가 회사의 콘트롤을 벗어나 있다는 것은 장기적인 안목에서 보면 상당히 위험할 수 있 습니다. 만약 이 길드가 하이드래곤 길드의 파워를 넘어서고 파스트 제국이 동대륙 을 통일하게 될 경우, 이 길드가 신마대전의 심볼이 될 소지가 있습니다. 그 경우 이 길드의 행동과 발언이 이 게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그리고 만약 그것이 신마대전에 유해한 움직임일지라도 우리 회사는 그것을 제어할 능력이 없게 됩니다. 심할 경우 이 길드의 수뇌진이 이것을 이용해 회사에 압력을 가해 올 수도 있습니다." 그녀의 설명은 과연 날카로웠다. 이 신마대전은 하나의 독립된 세계이다. 그리고 이계인의 행동은 회사에서 컨트롤이 불가능하다. 시스템에 의한 자동 제어밖에는 안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계인의 행동에 따른 신마대전의 NPC의 반응도 그들이 통제할 수 없다. 기껏해야 신에게 부탁해서 신탁을 내리는 정도이다. 알고 보면 이 신마대전 의 가장 큰 장점인 자유도가 신마대전의 가장 큰 약점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현재 상황으로는 이 길드의 행동이 신마대전에 너무나도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일단, 인기가 높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기존의 유저들도 모두 이들의 개척 정신과 도전정신, 그리고 마을을 구하기 위해 수십만 골드를 투자하는 희생 정신에 감탄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선과 정의의 실천이 이계인들에 의해 실현화되면 예상했던 신마대전 의 게임 수명이 더욱 늘어난다는 것이 기획부의 분석입니다."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 게임은 유저도 중요하지만 NPC도 중요했다. NPC가 유저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정말 큰 문제 중의 하나였다. 사실 클로즈 베타도 유저의 바이오닉 버그의 테스트보다도 이계인이 NPC에 게 어떤 인상을 받고 이계인이 나타났을 때의 NPC들의 대응과 심리적 버그 에 대한 모니터링이 더 큰 목적이라고 할 수 있지 않았는가? 정의를 실천하는 이계인이라는 것은 상당히 좋은 현상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저희 기획팀은 새로운 선전 전략을 제안하려고 합니다. 그것은 라딘이라는 성기사를 심볼로 가지는 아도용병단의 주요 간부들을 새 롭게 스카웃해서, 그들 또한 선전 심볼로 삼자는 것입니다. 힘과 정의, 그렇게 두 분류의 심볼을 내세움으로 인해 사람들이 각자 원하 는 길을 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입니다. 물론 그들과의 계약에 예산이 들 어가야 하겠지만, 그들이 현재 가진 가치에 비해 그 자금은 오히려 적다는 것이 저희 기획부의 결론입니다." -짝,짝,짝,짝- 사람들이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확실히 한명의 카리스마를 내세우는 것도 좋지만, 이런 경우 두 명의 성격 이 다른 카리스마를 내세우면 또 다른 효과가 있다. 프로의 파워와 아마의 순수함! 어쩌면 신마대전의 성공은 지금부터일지도 모른다고 사람들은 생각했다. 그렇게 (주)세기창조사의 긴급회의는 아도용병단의 스카웃이라는 결론으로 막을 내렸다. 이를 위해 그들은 3년간 10억이라는 계약금을 준비했다. 악령기사 팀과 같 은 금액이었다. 경쟁을 시키려면 금액부터 비슷하게 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고, 그들을 신 데렐라로 만들겠다는 의도도 있었다. 그들은 아도용병단의 간부들을 그야말로 횡재한 게임폐인들이라고 생각하면 서 각자의 부서로 돌아갔다. 선 지은 팀장은 그 날 즉시 신 현진과 유 진철, 장 명훈, 민 성철에게 연락 을 했다. 그리고 2일 후 그들은 (주)세기창조사의 접객실에서 선 지은 팀장과 면담을 하기에 이르렀다. ------------------------------------------------------ 비가 옵니다. 누가 게임하는 나를 10억원에 스카웃 했으면 좋겠습니다. 흑, 이미 늦었습니다. 소설 쓰느라 게임을 접어서, 지금은 게임을 안하고 있습니다. 언제일지 모르지만, 신마대전이 무기한 연중을 하는 날이 있다면 아마도 자 유팰러딘이 10억의 유혹에 넘어가 다시 게임세계에 복귀하는 날일 것입니다 . =+=+=+=+=+=+=+=+=+=+=+=+=+=+=+=+=+=+=+=+=+=+NovelExtra(novel@quickskil l.com)=+= 4-1 내 꿈은 ----------------------------------------- "어서 오세요. 그쪽에 앉으시지요." 선 지은 팀장이 자리를 권하자 네 사람의 방문객은 선 지은 팀장의 맞은 편 소파에 앉았다. 비서가 마실 것을 놓고 나가자 접객실에는 선 지은 팀장과 장 인호 과장, 그리고 현진 일행 네 명만 남았다. 잠시 인사가 오간 후, 선 지은 팀장은 천천히 본론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 했다. "이번에 여러분을 만나자고 한 이유는 미리 말씀드렸듯이 여러분을 회사의 이미지맨으로 고용하기 위함입니다. 여러분이 만든 아도 용병단의 이번 킹 크라켄 레이드는 전 세계적으로 신마대전의 선전이 되고 있거든요. 여러분 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일단 그녀가 본론을 꺼내자, 신 현진이 일행의 대표로 그녀의 말에 대답했 다. "저희는 하고 싶은 일을 한 것 뿐입니다. 그 일이 신마대전에 좋은 영향을 미쳤다니 정말 기쁜 일이군요. 그런데, 이미지맨으로써의 일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인가요? 간략한 연락만 받아서 잘 이해를 못하고 있습니다만." 그의 물음에 옆에 있던 장 인호 과장이 대답했다. "이번 사건으로 신 현진님의 캐릭인 성기사 라딘은 전 세계적으로 그 이름 이 알려졌습니다. 물론 아도 용병단도 그렇지요. 여러분의 일은 판타지의 정의의 용사의 업적에 비유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이 얻은 그 이미지를 살려 신마대전의 모범 플레이어로써 선전을 하고 싶습니다."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함을 느끼며 장 과장은 업무 설명을 시작했다. "여러분이 만약 이 제의에 응하실 경우 해야 하는 일은 기본적인 선전모델 과, 지속적인 정의 사업, 가,현 게임 팬사이트에서의 활동 등이 있습니다. 물론 여러분과 여러분의 길드가 최대한 커나갈 수 있도록 회사에서 지원하 게 될 것입니다." 장 인호 과장은 현진에게 설명을 하면서 그들이 아도 용병단에게 줄 수 있 는 여러 가지 정보를 말하기 시작했다. 상급 전직 표, 상급 아이템 목록과 무공, 스킬, 마법 목록 등, 보통 500레 벨 전후의 사람들이라면 목에서 손이 나올 정도로 필요한 모든 정보가 그 속에 있었다. 장 인호 과장은 이 청년들이 1분 안으로 회사에 충성을 맹세할 것이라고 확 신했다. 그리고 드디어 선 지은 팀장이 네 장의 서류를 꺼내 탁자위에 놓으며 최후 의 결정타를 날렸다. "이것은 여러분의 계약 서류에요. 이 서류를 보시면 알겠지만, 계약 기간은 3년입니다. 계약금은 지금 팀의 리더격인 신 현진군은 4억, 나머지 세분은 2억씩이에요. 합해서 10억이지요. 물론 이 금액 이외에도, 신마대전에서의 활동 중 얻어지는 이익도 모두 여 러분의 몫입니다. 우리 회사가 여러분들에게 제공하는 이 자료들은 잘 이용 하면 적어도 지금의 계약금만큼의 수익은 올릴 수 있을 거에요." "헉, 10억!" 4명이서 10억! 현진을 제외한 나머지 세 명은 순간적으로 숨을 멈췄다. 아직 20살도 안된 장 명헌이나 유 진철에게 있어서 2억은 정말로 큰돈이었 다. 물론 헬스클럽 사장인 민 성철에게 있어서도 2억이라는 돈은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금액이었다. 아니, 오히려 사회를 겪은 민 성철이기에 그 돈의 얼 마나 큰돈인지 실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신 현진의 눈빛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차분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질문했다. "제가 알기로 세기창조사는 이미 신마대전의 공식 모델로 악령기사 마 인호 씨를 고용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그리고 그 악령기사 팀의 하이드래 곤 길드는 저희 길드가 있는 파스트 제국의 적성국가인 레디안 왕국에서 활 략하고 있지요. 만약 저희가 계약하게 되면, 악령기사 팀과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현진의 날카로운 질문에 선 지은 팀장은 가볍게 한번 미소를 지었다. 처음 클로즈 베타 시절부터 브리시아 서버에서 생활을 하는 신 현진의 모습 은 인상적이었다. 그녀는 그가 진정으로 게임에 몰입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 고, 그의 게임 스타일에 호감을 느꼈다. 그녀가 디자인 한 게임은 이런 사람들을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 다시 그를 만나보니 그는 단순한 게임 폐인이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별 상관을 안 하셔도 됩니다. 물론 전면적인 대립을 하거나 두 길드가 아 주 사이가 좋지 못하면 곤란하지만, 각자 자신이 활략하는 국가가 다르니만 큼, 차후에는 전쟁터에서 만날 수도 있을 거에요. 우리 회사에서는 그것에 대해 크게 관여를 안 하고 여러분의 실력과 운에 맞길 생각입니다. 단, 이긴 팀은 계속해서 우리 회사의 선전모델로 활략해 주셔야겠지요." 그녀의 설명이 끝났다. 옆에서 지켜보던 장 인호 과장은 서류에 싸인 할 펜을 준비하려고 했다. 그가 생각하기에 자신이 눈앞의 청년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이 계약 조건은 좋았다. 그냥 게임 활동만 하면 3년에 10억을 준다니! 그의 3년 연봉을 다 합해도 신 현진이 받는 4억에 못 미친다. 그 때, 현진이 대답했다. 그의 말은 결코 크지 않았지만 발음이 정확하고 힘이 있었다. "죄송합니다만, 이 계약에는 응하지 못 하겠군요. 아무리 생각해도 같은 회 사에 고용된 두 팀이 서로 싸운다는 것은 인위적인 쇼라는 비난을 받게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희들과 아도 길드의 대부분의 멤버들은 학생입니다. 신마대전을 즐기는 사람들이지요. 만약 저희가 돈을 받고 활동을 시작하게 되면 그것은 이미 게임을 즐기는 영역을 벗어나게 될 것 같은 느낌이 듭니 다. 일단 악령기사 팀과의 싸움에도 진심이 들어가지 않을 것 같고요." 그의 거절에 모든 사람이 숨을 멈췄다.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나 고 있었다. "저희는 아직 학생입니다. 물론 성철 형은 아니지만, 그래도 저희는 아직 게임을 순수하게 즐기고 싶습니다. 모처럼의 제의는 감사드립니다만, 아직 저희 스스로가 프로가 될 마음가짐이 안 된 상황이라 제의를 거절할 수밖에 없는 것을 이해해 주십시오. 물론 앞으로 세기창조사가 요청하는 일은 돈에 관계없이 신마대전을 즐기는 유저로써 가능한 한 협조 하겠습니다. 하지만, 돈을 받는 것은 아직 저희 에게 과분한 일인 것 같습니다." 선 지은 팀장은 눈을 약간 가늘게 뜨고 신 현진의 눈을 노려보았다. 그의 진심을 읽고 싶었다. 순수한 게임에의 애정 때문에 4억을 찬다? 그녀는 그런 판타지를 도저히 인 정할 수 없었다. 판타지 디자인의 최고봉인 그녀에게 어울리지 않는 생각이 었지만, 15세부터 이미 어른들의 세계에서 프로로 뛰어온 그녀의 인생은 그 녀를 현실주의자적인 몽상가로 만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그녀는 그의 눈동자 깊은 곳에서 타오르는 거대한 불길을 보았다. 23년 전, 학계의 모든 지위를 버리고 게임계에 몸을 담은 박 지훈 박사의 눈빛이 바로 저런 것이었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호호호, 이 꼬마가? 내가 20년만 젊었어도 당장 프로포즈 할 만 한 눈빛을 하네? 그래 꼬마야, 너의 뜻대로 해 줄게, 한번 날아보렴. 어쩌면 신마대전은 또 다른 전설을 탄생시킬지도 모르겠네.' 그녀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그녀는 즐거운 듯 한 목소리로 말했다. "신 현진 군의 말뜻은 잘 알겠어요. 여러분의 순수한 의지가 언제까지나 계 속되기를 신마대전의 메인 디자이너로써 기원하고 있을게요." 그녀는 자신의 오른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얼떨결에 악수하는 세 사람과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으며 악수하는 신 현진 을 보면서 그녀는 다시 한 번 마음속으로 웃었다. 그렇게 결국 계약은 성사되지 않았다. ------------------------------------------------ =+=+=+=+=+=+=+=+=+=+=+=+=+=+=+=+=+=+=+=+=+=+NovelExtra(novel@quickskil l.com)=+= 4-1 내 꿈은 -------------------------------------- -딸칵- 문이 닫혔다. 사람들이 나가자 옆에 있던 장 인호 과장이 황당하다는 듯 말했다. "세상에, 아직 애들이라고 해도 너무 하군요. 아무리 게임이 좋다고 해도 4 억 아닙니까? 4억이 애들 장난입니까? 저런 애들과 계약하려던 제가 한심해 집니다." 장 인호 과장의 한탄에 선 지은 팀장이 웃으며 그에게 말했다. "장 인호 과장님, 조금 더 안목을 키우지 않으면 차장이나 부장 승진은 어 려우실 거에요. 지금 과장님은 4억이라는 돈속에 갇혀 있는 거나 마찬가지 에요. 저 청년과는 반대로 말이에요." "네?" 그가 무슨 소리냐는 듯이 반문하자, 그녀는 친절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만약에 저 사람들이 우리 회사와 계약해서 그 상태로 3년이 지나면 과연 어떻게 될까요? 그들이 악령기사팀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그녀의 질문에 장 인호 과장이 약간 심각한 말투로 대답했다. 그도 뭔가를 느끼는 것이다. "물론 3년 후에 악령기사팀에게 이길 수 있는 확률은 거의 없다고 봐야겠죠 ......" "바로 그거에요. 그들은 자신들의 게임 생명을 3년으로 끝낼 생각이 없는 거에요. 놀라운 것은 바로 이 사실을 저 신 현진이라는 청년이 예측한다는 것이죠." "아무리 그래도 10억이 아닙니까? 신 현진 군에게는 4억인데, 그 돈을 포기 하다니요?" "4억은 보통 사람에게는 평생을 좌우할 큰돈이지만, 일부의 사람에게는 그 리 큰 금액이 아니에요. 저 신 현진이라는 청년은......거물입니다. 최고가 될 때까지 앞만 보고 뛰는 성격이에요. 출세하고 싶으시면 저런 사람을 알 아보는 안목을 키우세요." 그녀는 자신의 충고에 약간 얼굴을 붉히며 생각에 잠겨있는 장 인호 과장을 보며 눈앞의 자신의 부하와 아까 나간 거물후보생의 미래를 상상하고 있었 다. "그럼, 두 길드의 대결로 인한 선전계획은 폐지되는 겁니까? 회사의 정보와 도움 없이 그들이 악령기사팀에게 상대가 될까요?" 잠시 동안의 침묵 끝에 현실의 업무로 눈을 돌린 장 과장이 그녀에게 묻자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에요. 그가 이 제안을 거절했기 때문에 비로소 그가 악령기사와 대등 하게 맞설 수 있는 힘이 생겼다고 봐야 해요. 모든 선전계획을 그대로 진행 하세요. 앞으로 3년 동안 세계의 이목은 바로 이 두 길드에 집중 될 것입니다." 선 지은 팀장의 단호한 선언에 아직 영문을 모르는 장 과장은 그녀가 자세 히 설명을 해주기를 기다렸지만 그녀는 자신의 자동안마 듀얼백 의자에 몸 을 기대었다. 장 과장은 어쩔 수 없이 그녀에게 인사하고 자신의 집무실로 향했다. ------------------------------ 일단 (주)세기창조사의 건물 밖으로 나간 현진 일행은 잠시 걸음을 멈춰 자 체 회의 상태로 돌입해 있었다. 민 성철이 자신의 팔뚝으로 가볍게 신 현진의 목을 감아 조르며 말했다. "자! 신 현진 군, 이제 우리밖에 없으니 슬슬 해명을 부탁하겠네. 이 내가 2억이라는 현금을 포기해야 하는 이유를 아주 자세히 설명해 주게 나, 아니면 지금이라도 돌아가서 그 아줌마의 치맛자락을 붙잡고 늘어지며 그냥 계약하게 해 달라고 사정하는 것도 인정해 주겠네." 신 현진의 몸이 약간 공중으로 떠올랐다. 그의 얼굴이 검게 변하기 시작했 다. 현진은 흐려져가는 의식 속에서 킹콩에 잡혀있는 미소년의 환상을 보았다. 사람들은 이것을 자아도취라고 말한다. "형, 현진이 입에서 거품이 나오고 있어요. 이대로라면 뇌에 전달되는 산소 가 모자라서 3분 안으로 뇌사 상태에 빠질 위험이 있어요. 그러니까 딱 2분 후에는 내려 놓으셔야 해요." 옆에서 유 진철이 열심히 말렸다. 장 명헌은 매달려 있는 현진을 보면서, 저항 불능일 때, 현진의 바지를 벗 겨서 사진을 찍으면 나중에 협박의 자료로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 각하고 있었다. 이 일행이 현진과 같이 지내면서 얼마나 물들었는지를 잘 알 수 있는 광경 이었다. 잠시 후, 겨우 대지에 땅을 디디고 설 수 있었던 현진은 거의 죽다 살아난 얼굴을 하고 지금이라도 그를 밟으려고 하는 사람들 앞에서 필사적으로 설 명을 시작했다. 아무리 그의 수단이 좋다고 해도 일단 눈앞의 주먹은 피해 야 했다. 그의 앞에 서있는 사람들의 현재 얼굴 표정은 2억의 빛을 떼어먹힌 빚장이 의 그것이었다. "그러니까요. 지금 몇 억의 돈은 알고 보면 저희들의 몸값이에요. 그런데 그 몸값이라는 것이 앞으로 3년 동안만 유효한 것이거든요. 즉, 3년 후에는 저희는 전혀 쓸모없는 사람이 되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거죠." "잉? 그게 무슨 소리야?" 민 성철이 놀라서 물었다. "지금 저 회사하고 계약하게 되면요, 3년 뒤에는 결국 악령기사 팀에게 먹 힌다고 봐야 해요. 아마 레디안 왕국이 동대륙을 통일하게 되겠죠. 파스트 제국은 망하고요. 생각 해 보세요. 이 신마대전이라는 게임을 3년 간 돈 벌고 그만 두고 싶으 세요? 이대로 있다가 악령기사 팀에게 당하고 싶으세요?" "뭐라고! 악령기사 팀에게 우리 파스트 제국이 망한다고? 그건 안 돼지! 그깟 돈이 대수야? 악령기사한테는 절대 질 수 없어!" 현진은 성철 형의 말에 웃음을 지었다. 왜 이 형이 그렇게 많은 후배들의 존경(?)을 받을 수 있는지 알 것 같았다. 그는 아직도 스파운 마을의 방어전을 잊지 않고 있었다. 그 때의 빛을 갚기 위해 2억을 그깟 돈으로 단번에 하락시키는 남자, 그는 바로 이 시대의 낭 만주의 떡대 민 성철이었다. "물론 저도 지고 싶지 않아요, 신마대전도 좀 더 오래 즐기고 싶다고요. 그리고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에요. 우리는 그 이상의 돈을 벌 수 있다고요 . 지금도 사실 진철이 아버님의 게임 가게를 통해서 만든 현거래 사이트로부 터 조금씩 수익이 들어오고 있잖아요. 이제 1년만 더 있으면, 완전히 사업 이 흑자로 전환되고 그러면 막대한 이익이 날 거라고요. 저를 믿으세요. 3년 후에 결산하면 우리의 수입은 10억을 넘어갈 거라고요. 그리고 당당히 악령기사와 싸워서 살아남을 거고요." 사람들은 현진의 말에 납득하기 시작했다. 사실 세기창조사의 사람들은 모르고 있었지만, 그들이 현진 일행이 계약을 할 경우 제공하려고 했던 각종 상급 정보들은 이미 그들도 가지고 있었다. 오히려 세기창조사의 사람들이 모르는 국가 정책과 군사정책까지도 모두 알 고, 그것에 맞추어 지금까지 일을 진행해온 그들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브리시아 서버에서의 대권이었다. 그들은 결심했다. 10억, 그 10억을 포기하는 대가로 꼭 하이드래곤 길드를 꺾고 브리시아 최 강의 자리를 차지하자고, 신 현진은 하늘을 바라보았다. 2월의 기온은 차가왔지만, 대륙성 고기압이라는 이 대기의 흐름은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은 그에게 선사했다. 가을 하늘처럼 짙은 푸른색은 아닐지라도 역시 나름대로 상쾌했다. 현진은 문득 생각했다. '내 꿈은, 3년에 10억이 아니라 한 달에 10억, 아니 그 이상이니까......' ---------------------------------------------- 며칠 후, 게임 세계에 하나의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킹크라켄을 잡아 세상에 이름을 떨친 아도 용병단의 리더들에게 (주)세기창 조사에서 스카웃 의 제의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놀라운 것은 그들이 1 0억이라는 계약금에도 불구하고 자유로운 게임생활을 위해서 그것을 거절했 다고 한다. 그들은 말했다고 한다. 이미 세기창조사에 고용되어 있는 지존 악령기사와 그의 하이드래곤 길드는 자신이 소속되어 있는 파스트 제국에 적대하는 레디안 왕국의 세력, 그들 과 같이 한 회사에 고용되는 것은 게임의 순수성을 해치고 브리시아의 역사 를 조작하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말이다. 사람들은 그런 그들은 바보라고 욕했다. 게임을 위해서 10억을 차다니!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도 없는 바보라고 했다 . 그러나 세상은 바보를 좋아 했다. 특히 스스로 낭만주의자이고 싶은 전국의 대학생들은 신 현진을 비롯한 아 도 용병단의 수뇌부의 그 비현실적인 게임세계에의 몰입도를 찬양하기 시작 했다. 세상은 영웅을 원했다. 이 영웅부재의 시대에 자신의 취미를 위해 현금을 외면할 수 있는 배짱을 사람들은 좋아했다. 자신들이 결코 선택할 수 없는 것을 선택한 사람들에 대한 경외였다. 그리고 그 움직임은 곧 전국으로 퍼져 나갔다. '신즐사', 신마대전을 즐기는 사람들이라는 말의 준말이다. 이 신즐사라는 모임은 전국의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퍼져 나갔다. 그리고 각 대학에는 신마대전 동호회와 동아리가 생기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브리시아 서버에서 라딘을 만나기를 원했고, 이 삭막한 경쟁 사회 의 생활 속에서 가상현실 게임인 신마대전 안에서라도 손익을 생각하지 않 는 정의의 기사를 연기하기를 원했다. 그리고 3월이 되어 새로운 신입생이 들어올 무렵, 드디어 연합 대학 동아리 신즐사는 정식으로 발족했다. 회원수는 10만 명, 그중 2만 명은 브리시아 서버의 사람이었다. 이 신즐사가 바로 전 세계 게임계에 절대적 영향을 끼치는 세계 가,현 게임 연맹 PWEG (People Who enjoy Game, 속칭 페그)로 발전하게 되리라는 것을 아직 사람들은 모른다. 그렇게 라딘과 아도 용병단은 정의와 낭만이라는 이름아래 2만 명의 회원을 확보할 수 있었다. 아도 용병단은 현재 그 회원수에 있어서 명실공히 브리시아 서버 최고의 길 드라고 할 수 있었다. --------------------------------------------- 사나이의 야망 시나리오 4장분은 이걸로 끝, 이제부터 다시 브리시아 세계 속으로~ 라딘의 야망은 심히 창대합니다. 그에 비해 글을 써서 그 돈을 모아 호화유람선을 타고 세계일주 여행을 떠 나겠다는 자유팰러딘의 꿈은 참으로 소박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NovelExtra(novel@quickskil l.com)=+= 0-7 추천 2만5천개 기념연참 4-2 수도로 킹크라켄의 위험이 사라진 후, 사 람들은 여전히 각자 자신들의 마을로 돌아가 일단 렙업에 전념하고 있었다. 지금 전 대륙에서 수 많은 이계인들이 이 동부 해안을 향해 몰려오고 있었 다. 그들의 목적은 다름 아닌 아도 용병단, 전설의 주인공인 아도 용병단에 가 입하기 위해서이다. 라딘의 지휘아래 사람들은 각 마을을 도시로 승격시키기 위한 개발과, 새로 운 마을의 개척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동부해안은 전에 없이 호황을 누리고 있었다. 크로키는 요즘 우울해 있었다. 지난 레이드가 끝나고 그는 계속해서 레벨업에 전념을 해서 결국 레벨 500 이 될 수 있었다. 뭉치나 라딘은 이미 3차 직업으로 전업을 했기 때문에 같 은 레벨이라도 경험치를 많이 필요로 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뭉치와 라딘, 그리고 미리네의 레벨은 530 정도이다. 거의 따라잡은 것이다. 그러나 크로키는 기뻐할 수 없었다. [그림자 하인], 이 대마도사 메이노스 후작으로부터 받은 주문이 마스터의 경지에 오르지 않고 있었다. 지금의 스킬 숙련도는 99, 딱 1포인트 남은 상 태였다. 그러나, 98에서 99로 오른지 이미 두 달이 지났지만, 남은 1포인트가 전혀 오르지 않았다. 크로키는 결국 느꼈다. 이대로라면 평생 그림자 하인을 마스터 할 수 없다는 것을, 뭔가 다른 발상 이 필요했다. 그는 생각했다. 그림자 하인은 그림자다. 그렇기 때문에 물리력을 행사 할 수 없다. 환상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자신 의 스승인 메이노스가 이 마법을 마스터 하고 찾아오라고 한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크로키가 생각하기에 이 그림자 하인의 마스터에는 그림자 하 인의 물리력 행사에 그 열쇠가 있었다. 그림자는 그림자다. 이제는 크로키와 더불어 탱고도 출 정도로 동작이 부드 러워지고, 심심하다고 크로키에게 최근 유행하는 유모어를 가르쳐 달라고 조르는 이 그림자 하인은 결국 어떠한 물리력도 행사하지 못했다. 아무리 크로키가 힘주고 저 벽을 때려 부수라고 부탁해도, 문을 발로 차서 부수면 엄청나게 기분이 좋다고 꼬셔도 돌아오는 대답은 한가지였다. 그것은 바로 바랠걸 바래라 라는 냉소 섞인 한마디였다. 이제는 거의 하나의 자아를 가지고 스스로 소꿉장난을 하고 크로키가 무의 식중에 부르는 어스의 최신 유행가도 따라 부르는 이 그림자 하인을 어떻게 하면 물리력을 행사하게 할 수 있을까? 2%가 모자랐다. 매일같이 크로키는 생각했다. 고스트는, 유령은 그림자 하인과 같은 네거티브 플레인의 주민이면서도 여 러 가지 물리력을 행사한다. 하다못해 그림자 마물인 셰이드도 필요에 따라 서는 사람들을 주먹으로 쳐서 기절시킨다. 그런데 왜 이놈의 그림자 하인은 못하는가? 크로키는 결국 비현실적인 현상에 대한 자료를 모아 분석하기 시작했다. -유령은 사실 상 물리력을 행사하지 못한다. 그러나 유령이나 악령이 일으 키는 여러 가지 초자연적 현상은 바로 정신력에 의한 초능력과도 같은 원리 이다. 강력한 사념은 물리력을 일으키게 할 수 있다.- "바로 이거야!" 그 다음 날부터 크로키는 숟가락을 들고 그림자 하인에게 시범을 보이기 시 작했다. 매일같이 크로키는 숟가락을 문질렀다. 그리고 3일 째 되던 날, 그는 깨달았다. 그림자 하인이 자신을 불쌍하다는 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으으, 이곳은 게임 세계였어. 초능력이 구현되지 않는 이상 어스에서의 초 능력자도 이 브리시아 세계에서는 일반인일 뿐이잖아, 쳇." 그는 마치 자신이 현실 세계였다면 숟가락을 엿가락처럼 구부릴 수 있다는 듯 말했다. 자신의 그림자를 속이려고 하는 크로키의 현실은 비참하다고 할 수 있었다. 다시 크로키는 고민에 빠지기 시작했다. 주인의 고민을 덜어주려는 듯, 그림자 하인은 크로키에게 배운 최신 유행가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잖아'를 부르고 있었다. 5시간동안 그 노래만 을 들은 크로키는 드디어 고민하기를 멈추고 그림자 하인을 향해 주먹을 휘 두르기 시작했다. "자신의 그림자를 향해 주먹을 휘두르다니, 이런 주인을 가지고 있는 내가 불쌍하다." 그림자 하인은 고개를 흔들면서 처량한 목소리로 말했다. 크로키는 왠지 울 고 싶어졌다. "에효, 네놈이 사람이었다면 벌써 저 물에 빠뜨려 버렸거나, 절벽위에서 던 져 버렸을 거다. 그림자 하인이라는 놈이 이런 성격파탄자였을 줄이야." "절망하지 마, 원래 그림자 하인은 주인의 성격을 그대로 닮게 되어 있다고 , 네가 성격을 천사표로 고치면 나도 착한 하인이 될 수 있어." 크로키는 절망에 빠졌다. 그러던 중, 그는 뭔가 빠뜨린 듯 한 느낌을 받았다. 자신도 모르게 중요한 말을 한 것 같았다. 뭐였지? 그는 반나절동안 자신이 한말에 대해 생각했다. "맞아! 절벽! 야, 그림자 하인, 너 절벽에서 떨어질 수 있냐?" "무슨 소리냐? 주인, 내가 왜 미쳤다고 절벽에서 떨어지냐? 난 오래오래 검 은 그림자가 하얗게 될 때까지 살 거다." 크로키는 드디어 이상한 점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바로 그거야! 넌 네커티브 플레인의 주민이면서 어떻게 땅위에서 걸어 다 니지?" "그럼 사람 그림자가 걸어 다니지 날라 다니냐? 네 등 뒤를 잘 관찰해봐라, 날개 깃털이라도 하나 있나, 바랠걸 바래라." 이제는 습관화 된 그림자 하인의 게김도 지금의 크로키에게는 아무런 느낌 을 줄 수 없었다. 그는 이미 한 가지 진실에 집중해 있었다. "유령은 다리가 없어, 모두 공중에서 떠다닌다고! 생각해 봐, 네가 걸어 다 닌다는 것은 중력의 영향을 받는 다는 얘기잖아!" "중력이 뭐냐? 가운데 힘? 그림자는 다른 건 다 인간 흉내가 가능한 데, 그 쪽 방면은 불가능하다. 그림자에게는 성이 없거든." 그의 저질스러운 대답에 크로키는 잠깐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지금 그것에 대해 지적하면 그림자는 주인의 인격 어쩌고 하는 대답이 들려 올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무시하고 계속해서 본론을 진행했다. "중력이란 말이야, 땅이 모든 물체를 끌어당기는 힘을 말하는 거야. 자 봐, 사과도 이렇게 손에서 놓으면 땅으로 떨어지잖아." 크로키는 때 마침 테이블 위에 있는 과일 바구니에서 사과를 꺼내 바닥으로 떨어뜨리며 열심히 설명했다. 그러나 그림자는 뉴튼이 아니었고, 판타지 세계에서 사람도 아닌 그림자 하인에게 중력이라는 것에 대해 설명하고 이 해시킨다는 것은 전사에게 핵폭탄의 원리에 대해 설명하는 것과 크게 다르 지 않았다. 결국 크로키는 작전을 바꿨다. 그는 그림자 하인을 데리고 해안가에 있는 언덕으로 올라갔다. 언덕의 반대 쪽으로는 절벽이 있었고, 그 밑은 리누만의 바닷물이었다. "자, 뛰어 내려!" "싫다." "너! 주인의 명령을 안 들을 테냐?" "너 같으면 누가 죽으라면 죽겠냐?" "으윽." 그림자 하인은 숙련도 99가 된 이후로 거의 크로키의 통제를 벗어나고 있었 다. 보통은 주인의 명을 따르지만, 지금처럼 이상한 명령은 가볍게 무시했다. 또한 주인의 명령이 없을 때에는 가만히 서 있기만 하던 그 얌전한 하인이 지금은 최신 팝송과 댄스를 즐기는 펑키 그림자로 변해 있었다. 크로키는 어째서 저 놈이 저렇게 타락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한숨을 한번 푹 쉰 후 말했다. "안 죽어, 내가 보증할게, 알았어, 내가 먼저 뛰어 내릴게, 그 다음에 네가 뛰어, 알았어?" "오, 숙달된 조교의 시범이 있겠습니다. 일동, 관람모드!" 그림자 하인은 양반다리를 하고 바닥에 앉아 턱을 괸 상태로 크로키를 바라 보았다. 어서 뛰어 내리라는 무언의 압력이 느껴졌다. 크로키는 체념했다는 듯 고개 를 흔들며 절벽 끝으로 가서 심호흡을 하였다. 그리고는 기합을 지르며 점 프했다. -으아아아아악, 첨벙- "오옷, 정말로 뛰어내리네, 큰일이군, 저 주인이란 놈이 죽으면 나도 죽는 건데, 이걸 말려야 돼? 말아야 돼?" 그림자 하인은 정말로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그 때, 절벽 밑에서 사람 의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야! 너 빨리 안 뛰어? 얼릉 뛰어!" 크로키의 처절한 고함 소리에 그림자 하인은 절벽 끝으로 가서 밑을 내려다 보며 말했다. "그냥 내가 안 뛰고, 네가 올라오면 안 될까?" "야, 임마! 너 처음에 소환 될 때, 주인님의 명이라면 무엇이든지 따르겠다 고 맹세한 거 어디다 팔아먹었어? 빨리 안 뛰어!" 크로키의 고함 소리에 살기까지 배어나오기 시작하자 그림자 하인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젠장, 사람이 철없을 때, 자신도 모르게 한 얘기를 끝까지 물고 늘어지다 니, 역시 인간은 믿으면 안 돼." 그러면서 결국 그림자 하인은 뛰었다. 과연 그의 몸은 물위를 향해 자유낙하 했으며, 곧 수면위로 떨어졌다. 단지 크로키와 틀린 점이라면 물이 튀지 않고 그냥 그림자 하인의 몸이 물속으 로 들어갔다 나왔다는 것이다. 크로키는 생각했다. 그림자 하인은 확실히 중력의 영향을 받는다. 그렇다는 것은 질량이 있다는 것일까? 그런데 질량이 있다면 물위로 떨어졌을 때 물이 튀었어야 했다. 물에 조금 의 파랑도 일어나지 않은 것을 보아 그림자 하인은 질량이 없었다. 이유는 무엇일까? 한참을 생각한 크로키는 드디어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림자 하인의 성격은 주인을 닮는다. 그렇다면 습관과 상식은? 그림자 하 인은 자신이 걷는 다는 것과 절벽에서 떨어진다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마치 자신이 걷고 절벽에서 떨어지는 것처럼, 그 다음날부터 크로키는 그림 자 하인에게 물리에 대해 가르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보면 손가락을 자신의 관자놀이 주위로 빙빙 돌리게 될 것 같아, 자신의 숙소에서 문을 걸어 잠그고 준비한 여러 가지 기구로 그에게 하나씩 하나씩 질량과 밀도, 그리고 부피에 대한 이론을 설명해 나갔다. 풍선도 준비하고 열을 이용해 공기보다 가벼운 기체를 발생시켜 공기 중에 서 떠오르게 하는 실험도 해 보였다. 처음에는 주인이 과연 마법사답게 이해할 수 없는 마법 실험을 한다고 생각 하던 그림자 하인은 점점 그의 강의에 귀를 기울였다. 하루 12회 반복 강의가 그의 머리에 새겨졌다고 하는 표현이 옳을지도 모른 다. 아무튼 그림자 하인은 질량과 부피, 그리고 밀도에 의해 자신처럼 무게가 없는 존재는 공중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알았지? 너는 중력에 사로잡힌 존재가 아니야. 저 자유로운 창공을 마음대 로 날아다닐 수 있는 존재라고, 너에게는 날개 같은 것은 아무 필요도 없어 , 그냥 떠 있기만 하면 돼." 크로키의 설명에 그림자 하인은 말도 안 되는 사기라고 크로키를 비난 했다 . 그는 자신이 한번이라도 크로키의 말을 믿고 하늘을 날려고 팔을 퍼덕이거 나 한다면 평생 바보 소리를 듣게 될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그러나 지성이면 감천이고, 반복 세뇌 교육에 견디는 장사는 없다는 말과 같이 결국 그림자 하인은 자신이 하늘을 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약 보름이 지난 새벽, 그림자 하인은 자신의 몸이 떠오르는 것을 느 꼈다. 실재로 그의 몸은 공중으로 1m정도 떠올라 있었다. 하늘을 날다니! 그는 기 뻤다. 지금 자신은 주인이 하지 못하는 일을 하나 하게 된 것이다. 그림자 하인은 웃었다. 그 웃음소리와 함께 그의 몸이 변하기 시작했다. 그의 몸은 둥글게 뭉쳐졌다. 검은 그림자가 뭉쳐져 새롭게 변한 그 모습은 허공에 떠 있는 검은 공과 같은 기운이었다. 그것은 가볍게 회전하고 있었 다. [띠링, 스킬이 올랐습니다. [그림자 하인]이 100이 되었습니다.] [띠링, 그림자 하인이 자신의 벽을 깨고 진화하여 고대로부터의 숨겨진 힘, [중력]으로 변화하였습니다. 이 중력을 받아들이시겠습니까? 예/아니요] "얏호, 성공이닷! 물론 예!" 크로키의 환성과 함께 그 검은 덩어리는 크로키의 몸 안으로 흘러 들어갔다 . 그리고 크로키의 눈 앞에 다시 메시지가 떠 올랐다. [딩동뎅동, 당신은 대마도사의 수련을 시작할 자격을 얻었습니다. [중력]의 상위 유니크 마법 [그래비트]를 찾으십시오. 당신이 성공적으로 대마도사 로 성장한다면 그 마법은 당신의 최고의 힘이 되어 줄 것입니다.] "으하하하하하하, 드디어! 드디어!" 새벽의 조용한 도시의 거리를 속옷만 입은 한 젊은이가 뛰어 지나갔다. 사 람들은 왠 미친 놈이 저런 테러를 하는가 하고 창문을 열고 쳐다보다가 아 도 용병단의 간부 중 한 사람인 것을 확인하고 모른척하며 다시 창문을 닫 았다. 봄이 시작되는 어느 날 아침의 조그마한 소동이었다. ----------------------------------------- 전회의 내용을 보면 라딘의 동료들이 악령기사 팀과의 대결을 비관적으로 생각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이 연재 소설의 특성상 약간 이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사실 연재를 하면서 주인공 라딘이 장기간 출연하지 않는 부분은 모두 생략 한 상태입니다. 그 생략한 부분중 사실 중요한 부분도 섞여 있는데, 그것이 바로 지존이라 는 칭호를 가지는 악령기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자연스럽게 악령기사의 강합을 여러분께 보여야 되는데, 결국 모두 생략한 것이지요, 제 미숙함으로 설정을 연재에 살리지 못한 상황이라 하겠습니다. 악령기사는 현 게임계의 살아있는 전설입니다. - 프롤로그 -에서 나오죠. 그 팀과 정상적인 승부를 해서는 절대로 이길 수 없다는 것이 보통사람들이 가지는 상식입니다. 결국 회사에서는 그 악령기사의 라이벌역으로 라딘 일행을 지정한 것이고, 현재 신마대전 게임의 선전용 주인공은 악령기사입니다. 이제 라딘 일행이 전국 대학 연합을 만들어 수적으로 하이드래곤 기사단을 압도하기 때문에 나름대로 해 볼만 하다고 하겠습니다. 그 다음 문제로 현실 파트의 비율 문제가 있습니다. 이것이 상당히 예민한 문제인데, 그 이유는 연재본과 출판본이라는 소설 구 성의 차이에 있습니다. 연재본은 한달동안 브리시아 얘기만 나오고 2-3일정도 현실 얘기가 나옵니 다. 독자분들이 현실 파트의 인물명을 헷갈릴 정도지요. 그런데 이 소설이 기본적으로 출판을 하고 싶다는 욕망하에 쓰여진 것이기 때문에, 구성 자체가 출판본으로 되어 있습니다. 책으로 나온 신마대전은 두시간이면 한권을 읽게 됩니다. 그리고 그 두 시 간동안 읽는 사람을 하나의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여 안 놓아주는 배려가 필 요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한권의 분량속에 현실과 게임속을 여러번 오가게 되면 상당 히 산만해 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 자유팰러딘의 판단이었습니다. 여태까지 나온 게임소설을 읽고 느낀 점입니다. 결국 저는 현실파트를 거의 설정속으로만 남기고 게임속의 이야기에 무게를 두기로 했습니다. 현실파트는 각 권에서 한번 정도씩 나오게 될 것입니다. 사실은 신 현진의 사업확장 이야기를 상당히 자세하게 쓰려고 했습니다만, 1장이 끝난 시점에서 모두 다 생략했습니다. 이게 바로 그 기름이라는 내용 입니다. 하하, 결국 이 소설중에는 현실 파트는 약 10%정도만 나올 것입니 다. 한번 롤플레잉 게임을 손에 잡으면 적어도 두세시간은 게임속에서 나오 지 않는 기분으로 구성된 소설입니다. 독자분들의 이해를 부탁드립니다. -2004년 8월 19일 자유팰러딘- =+=+=+=+=+=+=+=+=+=+=+=+=+=+=+=+=+=+=+=+=+=+NovelExtra(novel@quickskil l.com)=+= 0-8 선작 5천개 돌파 기념 연참 레테해의 바다 한 가운데, 다른 곳보다 더 욱 깊은 심해 크레바스가 하나 존재했다. 아마도 그 깊이는 인근 바다에서 최고일 것이다. 그리고 지금 그 바다속에 있는 계곡사이로 한 마리의 하얀 고래가 헤엄쳐 내려가고 있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거대한 고래의 등에는 인간의 모습이 있었다. 심해 3000m의 지점에 인간이라니!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그런데 브리 시아 세계에서는 그것이 가능했다. "흠, 정말 조금도 수압이 느껴지질 않네? 역시 유니크 아머의 능력은 뭐가 틀려도 틀려." 라딘은 중얼거렸다. 그는 지금 마치 신선한 공기로 가득찬 언덕위에 산보나온 듯 호흡이 상쾌했 고, 몸도 가벼웠다. 그의 몸 주위에는 파란 빛이 나고 있었다. 그 빛이 라 딘의 주위를 압박하는 수압을 산들바람과 같은 부드러운 기운으로 바꾸고 있었다. '라딘 경, 내가 알기로 이 계곡 밑에 킹크라켄의 레어가 있소. 이제 곧 눈 에 보일 것이오.' 설산의 말이 들려왔다. 라딘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에게 대답했다. "응, 계속 잠수하라고, 나는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아." 라딘의 말에 설산은 망설임을 버리고 어두운 계곡 사이로 계속해서 잠수해 들어갔다. 아직 이 레테해에는 킹크라켄이 백년에 걸쳐 뿌려놓은 마기가 남아 있어 약 간 기분이 나빴다. 그러나 이제 이 해역은 자신의 영역, 당분간은 부지런히 돌아다니면서 신성력을 뿌리지 않으면 안 된다. "오, 저곳이군, 설산, 저 앞으로 들어가 줘!" 거의 계곡의 밑바닥이 보일 무렵, 라딘은 계곡 옆에 난 거대한 구멍을 발견 할 수 있었다. 아직도 짙은 마기가 남아 불빛의 접근을 거절하고 있는 곳, 바로 킹크라켄 의 레어였다. 설산은 킹크라켄의 레어로 들어갔다. 신장 60m인 설산도 그 구멍에 비하면 오히려 작아 보일 정도로 큰 구멍이었 다. "대단한데? 나중에 이곳을 네 레어로 삼아도 되겠다. 그렇지?" 라딘이 말하자 설산은 웃으며 대답했다. '고래가 동굴에서 산다는 말을 누구에게 들었는지 모르지만, 그 사람을 사 기죄로 고소하거나 무식이 탄로나지 않으려면 조용히 암살 할 것을 권하겠 소.' 라딘은 아차 하고 손가락을 팅기며 가볍게 웃었다. 생각해 보니 고래는 자 신의 소굴 같은 것이 없이 그냥 바다 속에서 헤엄치며 생활하는 존재였다. "아, 그렇지, 미안미안, 그럼 이곳은 당분간 주인없는 집이 되겠군. 하하" 그러면서 라딘은 레이-븐을 펼쳐 생긴 날개를 마치 지느러미처럼 이용하여 앞으로 헤엄쳐 나갔다, 그의 레이-븐 마법의 숙련도가 거의 마스터에 다다 른 증거였다. 설산을 입구에 대기시킨 체, 라딘은 계속해서 동굴 속으로 들어갔다. 설산은 좁은 곳을 싫어하기 때문에 라딘이 기다리라고 하자 두말없이 그 주 위를 헤엄치며 계곡 밑바닥의 지리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동굴의 바닥에는 거대한 괴어들의 뼈다귀가 군데군데 떨어져 있었다. 크기가 30m도 넘는 놈들도 있었다. 저 뼈다귀도 무슨 재료로 쓰이지 않을까 ? 라딘은 생각했다. 나중에 저것도 인양해 가야지, 암, 아무리 적은 금액이라 도 길에 떨어진 걸 그냥 지나치면 복이 달아나니까. 라딘은 뼈다귀의 생김새를 기억하며 앞으로 나갔다. 나중에 몬스터 도감을 찾아 그 가치를 계산해야 했다. 한참을 들어가자 동굴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이 어둠으로 가득 찬 동굴안에서 유일하게 빛이 나고 있는 곳이 보였다. 라딘의 얼굴에 희열의 감정이 떠 올랐다. "저곳이군, 역시 있었어!" 라딘은 자신이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는 상급 몬스터 생태연구 라는 책에 쓰여져 있는 내용을 생각했다. -일반적으로 레어를 가지고 그 속에서 생활하는 거대 생물은 모두 재산 개 념을 가지고 있다. 드래곤으로 대표될 수 있는 이들은 자신의 레어 안에 있 는 것은 자신의 소유물이라고 생각하고, 자신들이 사냥한 물건 중 자신의 맘에 드는 것을 레어로 가져와 쌓아 놓게 된다. 그리고 그 물건들은 대부분 마법의 속성을 띤 물건이나, 인간들이 좋아하는 보석종류이기 쉽다. 마법 아이템이 은은하게 발하는 마나의 힘은 그들에게 따뜻한 봄날의 햇살과 같으며, 보석의 빛과 그 견고함은 마물들이 자신의 거친 표피를 자극하는 좋은 재료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레어소유 대형 생물은 드래곤 이외에는 해양 마물에 많으며, 그 종류는 다음과 같다. ...... , ....... , 크라켄, 킹크라켄, ...... - 라딘은 킹크라켄에 대해 연구를 하기 위해 그 책을 보다가, 이 대목을 찾아 내고는 얼마나 기뻐했는지 모른다. 그리고 킹크라켄이 죽고, 카리브 시티를 보호하던 성력장이 그 할 일을 다 하고 사라지고 한 달이 지난 지금, 라딘은 팰러딘의 기술 연구와 수련을 핑 계로 마을을 떠났다. 그렇게 그는 한 달이라는 기간 동안 킹크라켄의 재보 인양작업이라는 특수 임무를 띠고 잠적한 것이다. 킹크라켄은 의외로 정리정돈을 좋아하는 청결 오징어였나 보다. 그의 레어 안쪽은 동굴벽도 매끄럽게 다듬어져 있었고, 바닥은 고운 모래가 깔려 있었다. 그리고 그가 모은 보물들은 한쪽에 종류별로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일단 가장 왼쪽에는 여러 가지 금속이 쌓여 있었다. 철, 구리, 금, 은, 킹크라켄이 마치 드래곤처럼 오랜 기간에 걸쳐 자신의 표피에 금속의 기운을 흡수한다는 학설이 정말일지도 몰랐다. 그 오른쪽에는 친절하게도 보석이 담겨있는 보물상자가 놓여 있었다. 아마도 킹크라켄이 모래 바닥에 파묻혀 사라지지 않도록 상자를 구해 그 속 에 넣어 두었나 보다. 마지막으로 가장 오른쪽에도 역시 상자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 속에는 검과 갑옷 같은 여러 가지 아이템이 들어가 있었다. 라딘이 판단하기에 그것들은 모두 마법아이템일 것 같았다. 라딘은 자신에 게 이런 막대한 유산을 남겨준 킹 크라켄에게 5분간 감사의 묵념을 하였다. 그 후, 라딘은 약 보름에 걸쳐서 킹크라켄의 레어 안에 있는 모든 보물을 인양하여, 누구도 눈치 못 채게 변장한 모습으로 카리브 시티가 아닌 옆 마 을의 은행을 이용해 조금씩 조금씩 자신의 창고에 넣을 수 있었다. 라딘이 계산한 그 물건들의 가치는 약 30만 골드, 모두 라딘의 비자금이었 다. --------------------------------------- 한 달이 지났다. 라딘이 팰러딘의 기술 수련을 끝내고 카리브 시티에 돌아 왔을 때, 카리브 시티의 동료들은 모두 라딘에게 용건이 있었다. 크로키는 말했다. 자신이 드디어 마나의 꼬리를 잡았다고, 그 말을 들으면서 라딘은 카리브 시티의 시민들 사이에 퍼지고 있는 매드메이지의 소문에 대해 생각했다. 뭐 일단 깨달음을 얻었다고 하니 축하를 해 주었다. 애니도 말했다. 드디어 레벨 500이 되었다고, 자신이 레벨을 올릴 수 있도 록 이번 수행에 데리고 가지 않아서 고맙다고 그녀는 감사했다. 그리고 뭉치는 드디어 [음양쌍마공]을 마스터 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 기술을 마스터 하자, 무혼이라는 영이 나타나 음양쌍마공 의 상급 진화 유니크 무공인 혼원일기공을 찾으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들은 라딘은 너무나도 놀라 소리를 질렀다. "뭐? 혼원일기공이라고?" "응, 혹시 아는 무공이니? 뜬금없이 이름만 가르쳐 주다니 너무한 것 같아, 기왕이면 스킬북 있는 장소라도 가르쳐 주지, 쩝." 뭉치가 라딘이 놀라하자 망망대해에서 하나의 섬을 발견한 조난자와 같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나 라딘의 반응을 처절했다. "죽어랏! 이 놈, 감히 혼원일기공을 탐내다니!" -퍽퍽퍽퍽퍽- "크아아아악, 갑자기 왜 이러는 거야?" 뭉치가 라딘의 몰매를 견디지 못하고 쓰러지면서 외쳤다. 라딘은 그의 질문을 묵살하고 쓰러진 뭉치의 위에 앉아서 말했다. "[만근추]!" -뿌득, 뿌득- "으아아아악, 살려 줘~" 바닥이 소리를 내며 뭉치를 삼키기 시작했다. 뭉치는 정말로 라딘이 자신을 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옆에 애니가 벌벌 떨면서 드워프가 산 채로 생매장 당하는 광경을 보고 있 었다. 결국 크로키가 보다 못해 라딘에게 말했다. "라딘, 나도 같이 패야 되는 거니? 그렇다면 그렇다고 말을 해 줘야 뭉치를 확실하게 묻어 버리지." 크로키의 말에 자신이 자초지종도 설명하지 않고 뭉치를 죽이려고 했다는 것을 깨달은 라딘은 잠시 만근추 시전을 멈추고 크로키에게 말했다. "혼원일기공이라는 무공은 바로 300년 전 천하제일 고수이자 고금 3대 고수 인 배틀마스터 혈월신마의 독문무공이야." "헉, 그 혈월신마?" "응, 참고로 혼원일기공은 천하제일의 기공이라고 알려져 있어." --------------------------------------------------- =+=+=+=+=+=+=+=+=+=+=+=+=+=+=+=+=+=+=+=+=+=+NovelExtra(novel@quickskil l.com)=+= 4-2 수도로 ------------ "으하하하, 천하제일기공이라고? 난 역시 주인공이야!" 라딘에게 깔려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뭉치가 그 상황에서도 광소를 터트 리며 스스로가 신마대전 게임의 주인공임을 주장했다. 그 말을 듣자 라딘이 그래도 친구라고 유지하고 있었던 [초상비]를 해제하 고 다리에 주고 있던 힘도 풀어 자신의 1톤에 달하는 무게의 몸을 완전히 뭉치의 등위에 실었다. "크아아아악!" 뭉치가 비명을 질렀다. 아무리 내공의 힘을 가진 권성이라도 1톤의 무게는 무시 할 수 없었다. -파싯- 크로키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천하제일기공! 이유를 알 수 없는 분노가 그의 아랫배에서부터 서서히 올라 왔다. 사람들은 이런 감정을 질투라고 말한다. 그는 조용히 손을 들어 앞에 있는 테이블을 들어 올렸다. "나는 갑옷도 없이 가벼우니까, 별로 도움은 안 될거야, 라딘." 크로키는 그대로 테이블의 다리를 뭉치의 허리위로 가게 올려놓았다. 그리 고 그는 그 위에 올라탔다. 마법사답게 무게의 가벼움을 힘의 집중으로 극 복하려는 것이다. "어억, 내 허리!!!" -풀썩- 한계를 초월한 고통에 결국 뭉치는 기절모드로 들어갔다. 신마대전에서는 일정이상의 고통을 느끼면 기절하게 되어있었다. 일단 뭉치가 기절하자 라딘은 다시 [초상비]를 펼치고 그의 등에서 일어나 혀를 차며 말했다. "에잇, 내가 살인자 될까봐 죽이지도 못하고, 이놈을 3년간 감옥에 가둬 놓 고 음양쌍마공을 만들어 내라고 해야 하나?" 두 사람은 한참동안 뭉치를 연속으로 10번 죽여서 캐릭의 완전삭제를 하면 음양쌍마공이 떨어지지 않을까하고 의논도 했지만, 결국 신외지물과는 달리 기술과 공부는 몸 안의 것이기 때문에 빼앗을 수 없는 것이다. 한참 후 깨어난 뭉치는 다시 두 사람의 압력에 의해 탁자위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두 손을 들고 회의에 참가해야 했다. "결국 수도에 가긴 가야겠네. 너도 스승을 만나야 하고, 혼원일기공에 대한 정보도 수집해야 하니까 말이야, 음, 그리고 애니도 수도에 있는 도둑길드 에 가야 3차 직업이 될 수 있었을 거야." 라딘의 말에 크로키가 동의했다. "응, 꼭 가야 돼, 사실 너는 안 가도 되지만, 뭉치 혼자서 혼원일기공에 대 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불가능하니까 라딘 네가 도와줘야 할 거야." -찌릿- 라딘이 크로키의 말에 뭉치를 노려보았다. 뭉치는 두 손을 번쩍 들고 라딘의 시선을 피했다. 그저 살려만 주십시오 라 고 하는 얼굴표정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결국 혼원일기공을 구하기만 하면 그것은 자신의 것이라는 것을 뭉치는 이미 알고 있었다. 천하제일기공! 자신의 게임인생은 지금부터 라고 할 수 있었다. 결국 라딘은 한숨을 쉬었다. "그래, 가자, 가야지 뭐, 뭉치 네가 왕 해라, 좋겠다. 미래의 천하제일고수 ." 옆에서 듣고 있던 크로키도 같이 한숨을 내쉬었다. "어쩔 수 없는 거지 뭐, 저놈이 그런 복을 타고난 거니까, 그저 우리는 천 하제일고수를 패는 재미로 살자고." "응, 응." 뭉치의 안색이 살짝 변했지만, 그래도 그날은 무사히 회의가 끝날 수 있었 다. 며칠이 지났다. 라딘은 수도에 다녀오면 서대륙과의 무역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전일 관광여객선으로 사용했던 두 척의 대형선을 무역선으로 개조하는 일을 추 진했다. 한편, 과거 이름난 해적선장이었다가 마수에게 배를 파괴당해 이 마을에 표 류했던 촌장 마티씨의 도움으로 새로운 해도를 작성하여 서대륙으로 가는 항해를 계획할 수 있었다. 놀랍게도 촌장인 마티씨는 라딘 일행이 서대륙으로 떠날 것이라는 것을 알 자 자신도 동행하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와 함께 이름 없는 마을의 주민 중 30여명이 마티씨와 같이 떠나겠다고 나섰다. 그들이 바로 과거 캡틴 마티와 그 선원들이었다. 결국 길안내가 필요하고 장거리 항해경험이 있는 선원도 필요했던 라딘은 그들의 참여를 받아들이고 마티씨에게 캡틴의 자리를 양보했다. 캡틴 마티는 40년만의 대륙횡단 항해라고 눈물을 글썽거리며 좋아했다. 그리고 그들은 신이 나서 자신의 새로운 배를 손보기 시작했다. 이제 5개월 이 지나 라딘 일행이 수도에서 돌아오면 그들은 40년 만에 자신들의 고향에 돌아가게 될 것이다. 드디어 수도로 떠나는 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들의 일로 바빴고, 애니도 역시 라딘과 자신의 짐을 싸느라 바빴다. 몽몽은 미리네와 함께 이곳에 남아 계속 수련을 하기로 했다. 몽몽은 어서 빨리 자신도 500레벨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아빠와 같이 있고는 싶지만, 그보다도 아빠의 힘이 되고 싶다는 것이다. 라딘은 몽몽의 말에 감동하여, 몽몽을 껴안고 울었을 정도였다. 미리네도 그 광경을 보며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지금 라딘은 마지막 점검을 하고 있었다. 이곳에서의 일처리는 대충 끝났다. 브리시아인 대리 경영자인 피터슨 씨는 정말 유능한 상인이었고, 성실하고 신용이 있었다. 그는 이미 라딘 상회의 총지배인의 지위에서 유사시 라딘의 모든 업무를 대 신 처리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라딘이 남겨놓은 일은 바로 맥시밀리안 추기경과의 정기면담이 었다. 영주인 뭉치가 종교적인 일을 별로 안 좋아하기 때문에 라딘이 대신 이 일 을 처리해야 했다. 수도로 떠나는 날이 내일로 잡힌 이유가 바로 이 정기면 담 때문이었다. -달칵- 문이 열리고 맥시밀리안 추기경이 들어왔다. 그 뒤로는 상급 프리스트 두 명과 라시에나의 팰러딘 두 명이 따라 들어왔 다. 라딘의 숙소의 그다지 크지 않은 거실에 라딘과 미리네를 포함한 6명의 사 람들이 테이블을 마주하고 앉았다. 애니가 얼른 그들에게 최고급 홍차를 대접하고 자리를 비우자 그들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서로 인사를 했다. "어서 오십시오, 맥시밀리안 추기경님, 지난달에는 제가 외유를 하고 있어 서 사제 여러분들의 편의를 보아드리지 못했습니다. 사죄를 드리겠습니다." 라딘이 먼저 엄숙한 얼굴을 하고 이야기의 서두를 꺼냈다. 맥시밀리안 추기경은 웃으면서 손을 가볍게 흔들어 라딘의 사죄가 당치도 않다는 표시를 했다. "천만에 말씀입니다. 이 도시의 사람들은 저희에게 매우 호의적입니다. 라 딘 경과 아도 용병단분들도 친절하시더군요. 호의에 감사드릴 따름입니다." 그렇게 그들은 인사를 한 뒤, 현재 건축하고 있는 신전의 건축 현황과 그것 에 따라 필요한 재료에 대해 약식으로 슬쩍 이야기를 한 후, 차후 이 동부 지대에 자비의 여신의 신의 신앙을 어떻게 퍼뜨릴 것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상담을 했다. 자유의 신의 팰러딘인 라딘은 이곳에 자유와 방랑을 장려하는 자신의 신의 신앙을 퍼뜨릴 생각이 별로 없었으므로, 순종적이고 성실과 인정을 강조하 는 자비의 여신의 신앙이 필요했다. 이곳은 아무래도 아직 인간이 살기에 여러 가지 난관이 있는 곳이라고 할 수 있었고, 사람들이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종교가 필요했다. 여러 가지 상담이 끝난 후, 면담 시간이 거의 끝나갈 무렵 옆에서 조용히 듣고 있던 미리네가 주저주저하면서 라딘에게 말을 꺼냈다. "저, 라딘, 사실은 말이야." "응? 뭔데? 중요한 일이야?" 라딘은 갑자기 이유 없는 한기를 느끼며 미리네에게 물었다. 미리네가 자신에게 이렇게 주저하면서 말을 꺼내는 경우는? 갑자기 라딘은 그 자리를 벗어나 도망가고 싶었다. 추기경과의 면담이고 뭐고 어제 떠났어야 했다 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그러나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는 법, 미리네의 말은 이미 시작되었다. "사실은 말이야, 전 바이가스 왕국의 백성들 말이야, 몇 년 전부터 많은 사 람들이 거의 식량이 없어서 고향을 버리고 떠돌아다니고 있잖아, 아직까지 나라에서도 그 사람들을 구제하지 못하고 있데, 그래서 말인데, 우리가 그 사람들을 어떻게 해줄 방법이 없을까? 아직 이 카리브 시티랑 주변 도시에 도 사람이 많이 필요하잖아. 그러니까 우리가 조금만 도와주면 그 사람들도 이곳에 정착할 수 있을 거야." -쿠쿵- 미리네의 말을 들은 라딘은 이 아가씨가 드디어 자신에게 사형을 언도하는 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라딘은 슬쩍 고개를 돌려 맥시밀리안 추기경을 바라보았다. 추기경은 얼른 라딘의 시선을 피해 창문밖에 보이는 나무의 이파리가 참으로 무성하구려라 는 얼굴로 열심히 이파리의 수를 세고 있었다. 사실 북부의 난민들이야말로 현재 파스트 제국이 처리해야 할 가장 큰 골칫 거리였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 난민들의 구제에 가장 앞장서고 있는 곳이 바로 자비의 여신을 받드는 라시에나 교단이었다. 그러나 그 때문에 2년이 지나자 라시에나 교단은 파산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 그들이 먹을 최소한의 식량만 해도 년 간 100만 골드를 상회한다. 라시에나 교단의 교황은 이일 때문에 잘못하면 교황직을 물리고 은퇴해야 할지도 몰 랐다. 인심이란 참으로 이상해서 도와주다 말면 오히려 원한이 되는 법이다. '너냐? 이 사기꾼 사제야, 네가 이 바보 아가씨를 구워삶은 거지? 너 말이 야, 인간이 양심이 있으면 최소한 그 난민들의 수가 몇 명 정도인지는 얘기 해 줘야 하는 거 아니냐? 미치겠네. 무슨 수로 30만의 난민을 먹여 살리나, 국가 예산으로도 안 된다 고 황제도 포기한 일을 왜 나보고 하라는 거야, 거절하자! 이일만큼은 거절 해야 돼!' 라딘은 굳게 결심했다. 그런데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무엇인가가 그의 가슴속에서 울어나는 그 처절한 진심의 절규를 목구멍에서 막고 있었다. 그것은 미리네의 눈빛이었다. 그녀의 눈빛은 슈퍼맨을 바라보는 여기자의 눈빛이었다. 너는 무엇이든 할 수 있어! 라딘으로서는 절대로 얻고 싶지 않은 신뢰였지 만, 이것이 바로 성녀를 꼬신 라딘이 짊어지고 가야할 업보였다. '침착하자 라딘, 그건 내 능력 밖이야, 절대로 안 돼, 이런 말은 내일 제대 하는 행정병이나 일주일 후에 시집가는 동사무소 여직원이라도 할 수 있는 대사잖아. 너는 적어도 사업가야! 생각해내라! 라딘, 너만의 꽁수가 분명히 존재하고 있어, 단지 네가 찾지 못하고 있을 뿐이야!' ---------------------------------------------- 構? 다리에 주고 있던 힘도 풀어 자신의 1톤에 달하는 무게의 몸을 완전히 뭉치 의 등위에 실었다. 거㈍틴틴틴?” 뗑“?비명을 질렀다. 아무리 내공의 힘을 가진 권성이라도 1톤의 무게는 무시 할 수 없었다. 파싯- =+=+=+=+=+=+=+=+=+=+=+=+=+=+=+=+=+=+=+=+=+=+NovelExtra(novel@quickskil l.com)=+= 4-2 수도로 찰나와도 같은 짧은 시간동안 라딘은 자신의 두뇌를 최고의 스 피드로 회전시키고 있었다. 그는 일단 평온한 얼굴을 유지한 체, 자신의 홍 차를 들어 가볍게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는 미소를 지으며 맥시밀리언 추 기경과 미리네를 바라보았다. 이 일련의 우아한 동작으로 그는 약 20초를 벌수 있었다. 그 시간은 평소에는 아무런 일도 할 수 없는 시간이라고 할 수 있지만, 지 금의 라딘에게는 황금 같은 시간이었다. 물론 라딘은 년 간 100만 골드 이상의 지출은 할 수도 없었고, 할 마음도 없었다. 라딘은 결국 교단을 걸고 넘어가기로 했다. "음, 사람이라면 마땅히 최선을 다해 그들을 도와야 하지." "아! 정말?" "응, 그런데 문제는 지금 우리 아도용병단의 이름으로 그들을 도우면 약간 문제가 생겨, 그것만 아니면 어떻게 될 텐데 말이야." "응? 무슨 문제가 있는데? 그냥 도우면 되는 거 아니야?" 미리네가 사람을 돕는데 무슨 문제가 있냐는 얼굴로 물어보았다. 그런 미리 네를 바라보면서 라딘은 무척 곤란하다는 듯이 맥시밀리안 추기경에게 말했 다. "맥시밀리안 추기경 님, 지금 라시에나의 교단에서 북부 난민들을 2년 동안 총력을 다 해서 구제하고 있다고 알고 있는데 사실인가요?" 라딘의 단도직입적인 질문에 맥시밀리안 추기경은 어쩔 수 없이 대답했다. "험, 그렇소, 우리 교단은 그런 난민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니까요." 그의 약간 자부심이 섞인 대답에 라딘은 약간 기분이 좋아졌다. 스무 살도 안 된 아가씨를 이용하려는 아저씨는 천벌을 받아도 싸지만, 미리네의 얼굴 을 봐서 가볍게 끝내리라! "역시 그렇군요. 사실 그렇게 헌신적으로 난민들을 위해 힘쓰신 라시에나 교단의 여러분들을 세상은 존경하고 있지요. 정말 대단하십니다." 라딘의 칭찬에 맥시밀리안 추기경은 고개를 저의며 겸양의 말을 꺼내었다. "수많은 난민을 구제한 라딘 경이 그런 말을 하시다니, 쑥스러울 따름이요. 이 모든 것이 라시에나 님의 은혜가 아니겠소!" 라딘은 그의 대답에 갑자기 한숨을 내쉬며 다시 말했다. "하아, 정말 부끄럽습니다. 생각 같아서는 저도 아도 용병단과 저희 교단의 사람들을 설득해서 난민구제에 뛰어들고 싶습니다만 결국 그것이 불가능하 게 되었군요." "어머, 라딘, 그게 무슨 소리야? 잘 이해를 못 하겠어." 라딘의 갑작스러운 딴 소리에 미리네가 놀라서 물었다. 그녀는 지금까지 라딘의 대사에서 이제라도 곧 그럼 저희도 구제 사업에 참 여하게 해 주십시오 라는 말이 나올 줄 예상하고 있었다. 추기경 역시 이놈 이 그냥 싫으면 싫다고 할 것이지 왠 헛소리야 하는 눈빛으로 라딘을 쳐다 보았다. "지금까지 라시에나 교단에서 2년간 난민들을 적극적으로 구제해서 많은 명 성을 얻었잖아, 그런데 내가 자유의 신의 교단 사람을 데리고 그 일에 뛰어 들어 봐. 사람들이 뭐라고 그러겠어, 라시에나 교단의 인기를 시기한 나티크 교단이 괜히 인기를 노리고 뒤늦게 난민 구제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그럴 것이라는 말이야." -꿀꺽- 옆에서 듣던 맥시밀리안 추기경이 침을 삼켰다. 라딘이 나티크 교단을 걸고 넘어지자 그로서는 함부로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교단과의 이해관계는 극 히 예민한 것으로 절대로 가볍게 처리할 수 없는 문제였다. 라딘의 설명은 계속됐다. "거기에다가 만약 우리가 뛰어들어서 난민이 사라지면 사람들이 나티크 교 단이 난민을 구제했다고 오해할 소지도 있잖아. 그러면 정말로 헌신적으로 난민들을 구제해 온 라시에나 교단의 사람들은 어떻게 되지? 물론 맥시밀리안 추기경님 같은 분이야 명성에 연연해하지 않는 분이시니 상관없지만 아무래도 일반 신도들은 나티크 교단을 원망하게 될지도 몰라, 물론 원망을 안 한다고 해도 역시 착한 일을 한 사람이 그 댓가를 받아야 하는 것 아니겠어? 이제 거의 다 된 일에 내가 나서서 괜히 공만 나누는 것 은 내 양심이 도저히 허락하지를 않아. 맥시밀리안 추기경님! 그렇지 않습 니까?" 라딘의 기습적인 질문에 추기경은 거의 사래가 들릴 뻔 했다. 급하게 헛기 침을 두어번 하면서 결국 추기경은 라딘의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험, 험, 듣고 보니 라딘 경의 말씀이 심히 옳군요." 그의 동의가 끝나자마자 라딘이 다시 말을 꺼냈다. 이제는 결정타를 날릴 차례였다. 내 능력을 보여 주마, 미리네, 맥시밀리안, "이제 라시에나 교단이 3년만 더 그들을 도와주면 그들도 나름대로 살 길을 찾을 수 있을 거야, 그러면 라시에나 교단은 30만이라는 사람들에게 신의 자비를 몸소 보여주게 되는 것이지. 이제 얼마 남지 않았어. 3년이 길다면 긴 시간이지만, 그들에게 있어서는 신의 은혜를 가장 가까이서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되니까, 아주 절망적이지 만은 않아, 충분히 버틸 수 있을 거야." 아주 절망적이었다. 그렇게 맥시밀리안은 소리치고 싶었다. 3년이라고! 1년 에 최하 100만 골드씩 3년? 지금 라시에나 교단은 완벽한 재정 적자로 이미 100만 골드의 여유도 없는 상황이었다. 얼마나 급했으면 성녀를 이용하면서까지 이계인에게 그들을 떠넘기려고 했 을까? 그는 지금이라도 세간의 소문이나 이목은 다 필요 없으니 그냥 난민을 떠맡 아 달라고 사정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런 식으로 말을 꺼내면 라시에나 교단은 앞으로 평생 나티크 교단 에 머리를 숙여야 할 것이다. 라딘은 하얗게 질리고 있는 맥시밀리안 추기경의 얼굴을 보며 자신이 20초 동안 준비한 대사의 효과에 만족했다. 미리네도 그런가? 하며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사실 미리네는 그냥 난 민이 있으니 돕자는 말을 했을 뿐이지 그들이 몇 명이고 그들을 먹여 살리 려면 얼마가 드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다. 그런 손익 계산을 할 정도면 애초에 게임을 하러 들어 왔다가 산간벽지에서 3년이나 봉사활동 같은 일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라딘은 다시 한 모금의 홍차를 마시며 눈앞의 아저씨의 절망의 오라를 음미 했다. 최고급 홍차의 향기가 너무나도 좋아서 이대로 한 시간쯤 향기를 음미하고 싶을 정도였다. 그러나 역시 대화에는 적절한 타이밍이 필요한 법, 라딘은 슬슬 자신의 카 드를 보여야겠다고 생각했다. 약 20초의 시간이 눈앞의 아저씨에게는 몇 시간의 고문과도 같은 시간이었 으리라. "음, 그러나 역시 그들을 3년이나 난민 상태로 있게 하는 것도 사실 안 좋 은 일이긴 해." "역시 라딘 경도 그렇게 생각하시오?" 맥시밀리안 추기경이 얼른 라딘의 말을 받았다. 어떻게든 해결책을 찾지 않 으면 그는 끝이었다. "음, 사실 약간 복잡하기는 해도 라시에나 교단의 여러분들이 이해를 해 주 신다면 그들을 약간이라도 빨리 정착하도록 도와줄 방법이 있기는 있습니다 ." "오, 그들이 정착 할 수만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여신님이 원하는 일이 아니 겠소? 라딘 경의 생각은 무엇이오?" 라딘은 맥시밀리안 추기경의 질문에 자신이 구상한 사업계획을 설명했다. 일단 이 모든 난민 구제 사업은 라시에나 교단의 이름으로 시행되어야 한다 . 그러나 사실 라딘 상회의 사람들 중에는 정착에 대한 여러 가지 노하우를 가진 사람이 적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까 결국 가장 좋은 방법은 라 시에나 교단이 라딘 상회를 고용하는 것이다! 이것이 라딘의 설명이었다. "일단 정식으로 고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면 저희가 하는 일이 모두 라시에나 교단의 업적으로 평가 될 것이니까요." 라딘의 설명에 그들은 집중했다. 라딘은 말했다. 난민들을 이 동부 해안까지 이동시키는 것과 그들에게 일자 리를 알선하고 스스로 먹고 살 수 있게 하는 모든 일을 라딘 상회가 책임지 고 처리하는 조건으로 고용하게 되는 것이다. "일단 이곳까지 이동시키는 실비 80만 골드정도만 지불하시면 저희가 그 후 의 일자리와 생활터전을 모두 제공하겠습니다." 그리고 라딘은 은근한 목소리로 설명을 계속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난민을 먹여 살리는 데는 막대한 금액이 들지만, 사람들은 그 돈이 얼마인지 잘 모르게 된다. 라시에나 교단이 올해 난민의 식량 값으로 얼마가 들었습니다 라고 선전할 수도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일단 상회에 의뢰하고 그 의뢰비를 지불하면, 사람들은 그 액수를 알 수밖에 없다. 한 번에 목돈이 움직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소문이 날 것 이다. 그것으로 사람들은 라시에나 교단이 얼마나 필사적으로 난민들을 위해 희생 했는지를 깨닫게 될 것이다. 라딘이 다시 말했다. "일단 80만 골드면 대외적인 지출은 어떻게든 해결됩니다. 사실 내부적으로 그와 비슷한 자금이 필요하겠지만, 그것은 저희가 어떻게 해 보지요. 그렇게라도 약간의 도움이 된다면 라시에나 교단 분들과 오해를 사지 않고 도 저희도 난민을 도우는 기쁨을 느낄 수 있을 테니까요." 라딘의 설명을 들은 맥시밀리안 추기경은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라딘의 손을 꼬옥 잡고 말했다. "경의 호의에 감사드리오! 절대로 잊지 않겠소이다. 지금 곧 무전사를 통해 교단의 허락을 받도록 하겠소. 그 후 바로 의뢰계약서를 작성하도록 합시 다. 라시에나 교단은 정식으로 라딘 상회에게 난민 정착 사업을 의뢰할 것이오! " 그는 라딘이 혹시라도 말을 바꿀까봐 얼른 인사하고 교단에 연락을 하러 나 갔다. 1년에 100만 골드로 3년의 지출이라면 파산 할 수밖에 없는 라시에나 교단 으로써는 라딘의 이 제의가 신의 구원으로 들릴 것이다. 80만 골드의 지출로 이 상황이 끝난다면 충분히 감수할 수 있었다. 앞으로3년 후면, 아니 1년 안으로 라시에나 교단에 새로운 신자 30만이 생 길 것이다. 그리고 이 일을 무난히 해결한 자신은 차기 교황으로 추대 받게 될 것이다! 미리네도 라딘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라딘은 그런 그녀에게 앞으로 그런 부탁은 복잡한 일이 발생할 수도 있으니 까 자신과 단 둘이서 먼저 진지하게 토의를 하는 것이 좋겠다고 주의를 주 었다. 미리네는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미리네를 보면서 앞으로는 이런 황당한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미리 네의 교육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맹세하는 라딘이었다. 잠시 후, 미리네도 돌아가자 혼자 거실에 남은 라딘의 얼굴에 악마의 미소 가 떠 올랐다. '흐흐흐, 80만 골드 벌었다. 거기에 라시에나 교단의 적극적인 지원이라! 라시에나 신의 축복이 나에게 내렸어! 이제 수도에 가서 일을 처리하면 나 는 재벌이 되는 거야! 역시 나만의 꽁수는 존재했어, 라딘, 넌 천재야!' 라딘은 순간적으로 라시에나 교단이 부담할 수 있는 금액을 계산해 낸 자신 의 능력이 자랑스러웠다. 그렇게 라딘의 수도 상경의 이유가 하나 더 추가되었다. ----------------------------------- 수도로 가는 이유 뭉치 -> 무공 크로키 -> 마법 애니 -> 전업 라딘 -> 돈 음, 제가 연재를 하면서 뭉치는 두 파트나 생략을 했기 때문에 캐릭이 죽을 수 밖에 없었지요. 문제는 미리네네요. 흑, 소설을 쓰다보니, 순수한 마음으로 대가를 바라지 않고 사람을 돕는 미리네의 얘기를 무의식적으로 회피하게 되네요. 히로인 이라고 설정해놓고 잘 나오지도 않고 욕만먹는 불쌍한 미리네....그런데 정 말 순수하게 남을 돕는 이야기를 쓰려고만 하면 몸에 거부반응이 일어나요 ㅜㅜ 미리네 알고보면 똑똑하고 착하게 설정했는데, 안 좋은 부분만 대충 나와서 바보 다 됐네요. 라딘하고 크로키하고 도끼바바는 글 쓰기가 쉬운데..... 날 잡아서 목욕재개하고 미리네 이야기나 다시 정리해야 겠습니다. 쩝, 그냥 라딘을 상회하는 초마녀 히로인을 쓸걸 그랬나.....라딘이 벌어놓 은 돈을 사기쳐서 도망가는 '미네 후지꼬'같은 캐릭 설정도 있었는데..... 그래도 한번 탄생한 캐릭인데 출판본에서라도 살려야죠. ㅜㅜ 캐릭 성격 살 리기 너무 힘드네요. 일단 6명중 4명 성공 2명 실패중...... 그래도 줄거리 전선은 이상없으니까 연재는 계속됩니다! =+=+=+=+=+=+=+=+=+=+=+=+=+=+=+=+=+=+=+=+=+=+NovelExtra(novel@quickskil l.com)=+= 4-2 수도로 일단 난민을 인수하기로 한 라딘은 하루라도 빨리 일을 처리해 야 할 필요를 느꼈다. 하루에 2천5백 골드! 라딘은 매일 아침 일어날 때마다 말했다. 난민이 하루 에 소비하는 식량 값이다. 사람들은 조금도 쉬지 않고 죽어라고 움직였다. 결국 라딘 일행은 정상적인 마차속도로 2개월이 걸리는 수도까지의 여정을 40일로 단축할 수 있었다. 근 2년 만에 돌아온 수도는 여전히 화려했다. 제국의 수도로서 부끄럽지 않은 웅장함, 그리고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의 활 기, 아직 인구 4만의 중형 항구 도시인 카리브에서는 느낄 수 없는 분위기 였다. 일단 도끼바바와 셰도우로즈에게 인사를 한 라딘 일행은 수도에 있는 자신 들의 숙소에 짐을 풀고 각자 자신들의 할 일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일단 애니가 도둑길드로 떠났다. 그녀는 이제 자신의 힘으로 트랩마스터가 되는 시련을 받을 것이다. 그때가 언제인지는 몰라도 그녀가 새로운 직업을 얻게 되면 그녀는 자신의 본거지로 찜해놓은 카리브 시티로 돌아올 것이다 . 뭉치는 일단 수도 외각에 있는 동소림으로 떠났다. 그곳에서 자신이 권성 칭호 취득때 얻은 반야장과 비월각을 익히면서 가지게 된 동작상의 의문점 을 해결하고 더욱 더 수련하기 위해서이다. 라딘은 정보를 얻기 위해 어디론가 가버렸다. 혼자 남은 크로키는 자신의 성취를 스승에게 보이기 위해 마도사의 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17층으로 이루어진 파스트 제국의 자랑 마도사의 탑, 이곳의 가장 최상층전 체가 바로 대마도사 메이노스의 연구실이다. 지금 크로키는 메이노스의 연구실 가장 안쪽 방에서 이 파스트제국이 자랑 하는 마법사와 단 둘이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래, 그림자 하인 마법을 마스터 했다고? 그럼 깨달음을 얻었나?" 메이노스 후작이 자신이 후계자로 점찍은 제자의 귀환을 환영하며 물었다. 여전히 노인, 그것도 마법사답지 않게 언제나 딱딱하게 본론만을 이야기하 는 메이노스 후작의 말에는 왠지 모를 박력이 숨어 있었다. "네, 스승님, 저는 그림자 하인을 마스터 했습니다. 그러자 그 마법이 다른 마법으로 변하더군요." 크로키가 대답하자 메이노스 후작의 얼굴에는 웃음이 떠올랐다. 드디어 이 세계에 자신 이외의 또 다른 대마도사가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 불, 물, 바람, 땅, 빛, 이런 것들은 눈에 보이거나 직접적으로 사람 이 느낄 수 있는 힘이지, 순수한 마나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것은 가공되 지 않은 힘, 대마도사가 되기 위해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힘에 대한 깨달음 이 필요하다는 것을 나는 27세에 깨달았네, 마치 환상이 실제로 힘을 쓰는 것처럼 말이야." 메이노스 후작은 마치 자신의 젊었을 때를 회상하며 독백하듯 말했다. 과거를 회상하는 것은 아직도 마나의 연구와 자신의 발전에 전념하는 그로 써는 매우 드문 일이었다. 잠시 생각에 잠겨 침묵하던 메이노스 후작은 고개를 들어 크로키를 쳐다보 며 말했다. "나는 그림자 하인 마법을 얻고 그 마법으로 만들어 낸 하인과 같이 생활을 했었네, 그는 그림자에 불과했지만 그 당시의 나는 나 자신이 환상이 아닐 까하고 생각했을 정도로 자아의 혼란에 빠져 있었지, 오늘이라도 미치는 것 이 아닐까 하고 매일같이 생각 했었다네. 그런 나에게 있어 그림자는 항상 나에게 '너는 그림자가 있잖아, 그림자인 나는 환상이지만 그림자를 가지는 너는 환상이 아니야' 라고 말해주는 듯 했다네, 그리고 그와 생활하고 2년 이 지나자 그림자 하인의 숙련도가 99까지 올랐지, 놀라운 것은 그 다음이 었네." 메이노스 후작은 자신의 손자에게 자신의 경험과 깨달음을 모두 전수하겠다 는 듯이 말했다. 크로키는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마법사가 어떻게 깨달음을 얻는가에 대해 배우려고 했다. 메이노스 후작의 그림자 하인 마법이 숙련도 99까지 오르자 그림자 하인은 스스로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크로키도 그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놈 이 부르는 노랫소리에 크로키가 얼마나 고생했던가? 하지만 자신의 그림자를 마치 분신처럼 생각하고 있던 메이노스 후작은 그 사실이 너무나도 기뻤다고 한다. 이제는 그에게만 들리는 소리로 속삭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말을 할 수 있다. 자신의 그림자가 마침내 새로운 능력을 얻었다! 그러나 그게 끝이었다. 더 이상 숙련도가 오르지 않았다. 물론 그림자 하인이 물리력을 행사할 수 도 없었다. 메이노스 후작은 생각했다. 왜 마스터를 하지 못하는가? 마스터를 하면 나의 분신과 마찬가지인 그림자 하인에게 좀 더 좋은 능력이 생길지도 모르는데, 왜 안 되는가? 매일같이 고민했다. 신기하게도 그 생각에 여태까지 메이노스 후작의 머릿속을 채우고 있던 다 른 모든 잡념이 사라졌다. 역시 그에게는 마법의 연구가 스스로에게 가장 소중했던 것이다. 그리고 어느 날, 그는 깨달았다. 자신의 그림자가 말을 하게 된 것이 마스터를 하기 위한 열쇠라고, 그리고 그 날부터 메이노스 후작은 자신의 그림자에게 발성과 화법을 가르쳤다. 노래와 웅변, 외국어와 고대어까지, 그림자는 열심히 배웠다. 그의 그림자 답게 공부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무엇이 모자란 것인가? 말을 할 수 있는 것이 무슨 힘을 발휘할 수 있을까? 그러던 중,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메이노스 후작은 수련을 위해 마굴에서 리자드맨 전사들과 싸우고 있었다. 아무리 강해도 마법사 혼자서 마굴에 들어가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었다 . 결국 메이노스의 빈틈을 노려 한 마리의 리자드맨이 메이노스의 뒤로 숨어 들어와 메이노스의 등을 도끼로 내려치려고 했다. 그 순간, 그림자 하인이 리자드맨을 물리치고 메이노스를 구했다. 그림자 하인은 얼른 리자드맨의 옆으로 다가가 그의 귀에 대고 '왁'하고 고 함을 질렀다. 귀가 예민하여 인간이 들을 수 없는 소리까지 듣는 리자드맨 은 그 소리에 고막이 터져 고통스러워하며 쓰러졌고, 그 순간 메이노스는 벼락을 맞은 듯 온 몸이 부르르 떨리는 것을 느꼈다. 소리도 힘이 될 수 있다! 그 이후, 메이노스는 그림자 하인에게 고함치는 것을 가르쳤다. 신기하게도 그림자 하인의 목소리는 점점 커졌다. 그리고 어느 날, 그의 목소리가 너무 커서 오히려 들리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그림자 하인의 몸이 투명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그 마법을 마스터하고 결국 나의 그림자는 초음파라는 힘으로 변했네, 그리고 3년의 여행 끝에 결국 초음파의 유니크 마법을 얻어 대마 도사의 경지에 오를 수 있었지. 크로키 군, 그대는 그대의 그림자로부터 어 떤 힘을 얻었나? 나와 같은 초음파인가? 아니면 다른 어떤 힘인가?" 메이노스는 궁금한 듯 눈을 빛내며 물었다. 크로키는 이 대마도사가 자신의 힘의 비밀을 드러내면서까지 자신의 힘의 정체를 알고 싶어 하는 것에 속으로 고소를 지었다. "저는, 중력을 얻었습니다." "중력?" 당연히 메이노스는 중력을 모른다. 크로키는 가능한 한 알기 쉽게 중력에 대해 설명했다. 놀랍게도 메이노스는 뉴튼이었다. 그는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는 크로키의 설명을 이해했다. 그는 감탄했 다. "허, 그런 힘이 있었다니, 어스에서는 이 힘에 대해서 모든 사람들이 배운 다고? 대단하군, 이것이 바로 상급 플레인의 지식이라는 것인가?" 그리고 그는 설명을 끝낸 크로키에게 새로운 지식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상 급 마법책 다섯권을 선물했다. 모두 시중에서는 쉽게 구하기 힘든 레어 마 법이었다. 새롭게 원소마법사의 수련을 쌓아야 하는 제자 크로키를 위해 메이노스 후 작이 2년 전부터 모아놓은 전업 선물이었다. "정진하게, 마나의 길은 너무나도 길어서 평생을 걸어도 그 끝을 보지 못한 다네, 그대에게 마나의 가호가 함께하기를 기원하겠네." 크로키는 마음속 깊이 스승의 사랑을 간직하며 그에게 정중히 인사하고 자 신의 숙소로 돌아왔다. 꼭, 대마도사 전용 유니크 마법 [그래비트]을 얻어 대마도사의 경지에 오르 리라! 크로키의 눈에는 굳은 결의의 빛이 서려 있었다. ------------------------------- =+=+=+=+=+=+=+=+=+=+=+=+=+=+=+=+=+=+=+=+=+=+NovelExtra(novel@quickskil l.com)=+= 4-3 모든 길은 파스트로 통한다. 4-3 모든 길은 파스트로 통한다. 일단 라딘이 수도에 오면 가장 빨리 해야 할 일이 있다. 그것은 바로 그를 기사로 임명한 페어 레이디를 만나는 일이다. 보나마나 그녀는 라딘이 수도로 오기 1주일 전부터 그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황궁안의 재상부로 안내된 라딘은 재상부실에 있는 라이아 공주를 보자마자 약간 빠르게 걸어가 그녀가 내민 손등에 가볍게 키스를 했다. 작위가 없는 라딘이 이곳까지 오면서 한 번도 자신을 저지하는 사람을 만나 지 못했다는 것은 라이아 공주가 황궁의 궁내부원들을 완벽하게 장악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녀의 나이 26세, 이제는 소녀가 아닌 성숙한 레이디의 품격을 지니고 있 는 그녀였다. "변함없이 아름다우시군요. 공주님." 일단 라딘이 아부성 인사를 했다. 그녀는 가볍게 웃으며 라딘의 손을 잡은 채 소파에 앉았다. 라딘도 그녀를 따라 앉았다. 그녀가 가볍게 그에게 기대었다. "당신이야말로 처음 뵈었을 때와 조금도 변하지 않았어요. 라딘님." 라딘은 그녀의 말속에 슬픔의 감정이 섞여 있는 것을 느꼈다. 세월인가? 라딘은 왠지 모르게 자신도 슬픔의 감정이 드는 것을 느꼈다. 자신이 1년의 나이를 먹는 동안 그녀는 4년의 나이를 먹는다. 처음 19살의 그녀와 만나고 1년이 지나 그녀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 때는 얼떨결에 그녀를 고백에 이계인과 브리시아인의 결코 행복해질 수 없는 관계를 핑계로 대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 말이야말로 진실이었다 . 그녀도 그것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이제 몇 개월이면 자신의 20세 생일이 되고, 그 이후는 당당한 성인으로 이 게임에서도 성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지만, 그때 이 라이아 공주는 27살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 해에는 31살, 다시 35살, 자신과 라이아 공주 가 정말로 사랑하는 관계가 되었다면, 과연 자신은 그녀의 변화를 참을 수 있을까? 라이아 공주도 그것을 참을 수 있을까? 결국 두 사람은 이루어질 수 없는 관계였다. 라딘은 자신도 라이아 공주도 이제는 감정만으로 서로를 대하기에는 너무 성숙해졌다는 것을 알았다. 공주의 표정에서 그녀도 그것을 깨달았다는 것 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변함없이 그를 자신의 애인으로 대했다. 정신적인 사랑인가? 라딘은 갑자기 라이아 공주의 잔잔한 감정이 자신의 가 슴속으로 스며드는 느낌을 받았다. 오늘따라 공주가 너무나도 사랑스러워 보였다. 하지만 그 감정은 마음속에 가두어 두어야 했다. 끝까지 그녀 앞에서 고결 한 성기사를 연기하는 것, 그것이 지금 라딘이 할 수 있는 최대의 배려였다 . "2년 만에 뵙는군요. 정말 이 파스트 제국은 너무나도 넓습니다. 그러나 거 리는 멀어도 공주님의 정책이 많은 사람들에게 칭송을 받는다는 소문은 대 륙의 끝인 동부해안까지도 들려오더군요." 라딘이 그녀를 칭찬하자, 그녀는 애잔한 눈빛을 거두고 즐거운 듯 웃으며 대답했다. "호호호, 라딘 경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면 스스로를 칭찬하는 것이 되지 않 나요? 지금 실행하는 정책은 모두 라딘 경이 떠나시기 전에 세워놓은 정책이잖아 요." "제가 세워놓은 정책은 그저 의견서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것을 훌륭하게 실현화 시키는 것이 어려운 일이지요. 공주님은 자신의 재능에 좀 더 자신 을 가지셔도 될 것 같습니다." 라딘이 딱 잘라서 그녀를 칭찬하자 결국 그녀는 기분이 붕 뜨는 느낌을 받 고야 말았다. 사실 눈앞의 남자는 자신의 평생의 사랑이자 가장 존경하는 정치가가 아니 겠는가? 그가 이렇게 자신을 인정하는 한 마디의 말에 지난 2년간의 고생이 모두 사 라지는 느낌까지 받고 있었다. "그나저나 저번에 라딘님이 결국 동해의 그 신수 킹크라켄을 퇴치하셨다고 들었어요. 그 이야기 좀 해주세요." 그녀는 지난 1년 동안 자신이 가장 듣고 싶었던 사건에 대해 말해달라고 라 딘에게 요청했다. 거대 해양 신수와의 사투! 그녀는 가끔 꿈에서 킹크라켄에게 납치되어 바다 위의 바위에 묶여있는 자신을 구하기 위해 그녀의 기사가 킹크라켄과 싸우 는 것을 보곤 했다. 동료들과 같이 잡았다고는 해도 결국 최후에 킹크라켄과 싸워 이긴 사람이 바로 눈 앞의 이 남자라고 하지 않던가? 결국 라딘은 그녀의 기대에 부응하여 장장 세 시간에 걸쳐 사건의 발단서부 터 메카크라켄의 제조, 그리고 최후의 사투에 대해 200%의 과장을 포함하여 묘사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결국 그 괴물을 처치하고 이제는 카리브 시티도 안전을 확보했습니 다. 현재 카리브 시티의 인구는 4만을 넘어섰습니다. 이대로라면 동부 해안 지 방은 3년 안에 남부 평원지대와 유로카 평원지대에 뒤떨어지지 않는 곡창지 대가 될 것입니다." 마침내 라딘이 이야기를 끝내자 그녀는 아직도 아쉬움이 남는 듯 그에게 기 대 있던 머리를 그의 가슴에 가볍게 비비고 자세를 바로 잡고는 말했다. "그렇군요. 이제 3년만 지나면 파스트 제국의 국력은 두 배가 되겠네요. 정말 그 때가 기다려져요." "그렇지요, 그런데 요즘 바이가스 쪽의 난민들의 사정이 어렵다고 하던데, 역시 그쪽은 아직 정리가 안 되고 있나보네요?" 일단 분위기가 무르익고 슬슬 시간이 되었다고 생각한 라딘이 은근 슬쩍 본 론을 꺼내었다. 그녀는 그 말을 듣자 약간 어두운 표정을 하며 한탄하듯 말 했다. "네, 역시 작년의 흉년이 타격이 커요. 그 왕국이 백성들을 너무 심하게 다 룬 것도 있고요. 지금 그나마 영지에 남아있는 일반 농민들은 어떻게든 내 년까지 세금을 감면하고 구호식량을 풀어서 해결하고 있어요. 그러나 난민들까지는 여력이 미치지 못 하거든요. 정말 문제가 심각할 정도 에요." "그렇군요. 저도 소문을 듣고 안타까워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격변기에는 어떻게든 희생자가 나오기 마련이지만 이성은 알아도 감정이 납득을 해주지 않는군요." 라딘의 말에 그녀는 자신도 그렇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이에요. 황제 폐하께서도 그것 때문에 걱정하고 계시거든요. 적어도 내년 가을까지는 난민을 먹여 살릴만한 여유자금이 없어요. 그렇다고 귀족들에게 특별 세금을 걷을 수도 없고요." 그녀의 호소에 라딘은 심각한 표정으로 잠시 침묵했다. 두 눈을 지긋이 감고 고뇌하는 표정의 라딘에게는 그야말로 불행한 자를 구 하기 위해 평생을 노력하는 성기사의 엄숙한 오라가 사정없이 뿜어져 나오 고 있었다. 라이아 공주는 감히 라딘의 사색을 방해하지 못하고 존경의 눈으로 그를 조 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약 3분간 뜸을 들인 라딘이 마침내 무엇인가 생각난 듯 눈을 뜨고 공주를 바라보고 말했다. 도도레미도의 중저음 버터성 어조였다. "공주님, 저에게 한 가지 방안이 있습니다. 죄송합니다만 황제폐하와의 면 담을 주선해 주실수 있을까요?" 라딘을 바라보는 라이아 공주의 눈이 동경의 눈빛으로 바뀌었다. 어떠한 난제라도 3분 안에 최적의 해결책을 낸다는 이제는 전설이 되고 있 는 아스트로 공작이 지금 그녀의 눈 앞에 있었다. "호호호, 물론 라딘 경이 원한다면 폐하께서는 언제라도 최우선적으로 경을 만나주실 거에요. 음, 이 일은 하루라도 빨리 처리해야 되는 일이니까, 지 금 제가 폐하를 뵈고 올게요.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그녀는 말이 끝나자마자 얼른 일어나 라딘에게 인사하고 재상부를 나갔다. 라딘은 소파에 앉아서 그녀가 돌아오는 동안 그녀의 책상위에 놓여있는 비 밀 정책 서류를 뒤적이면서 시간을 보냈다. 아직까지는 그가 세워놓은 정책에 거의 어긋남이 없이 모든 일이 진행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약 30분이 지나자, 그녀가 돌아왔다. 그녀는 들어오자마자 그에게 황제폐하께서 지금 즉시 만나기를 원하고 계신 다고 말하고 라딘을 안내해 황제의 서재로 데려갔다. 자단목으로 만들어진 넓은 책상에는 서대륙의 최고급 비단으로 만든 황제 전용복을 걸친 한 청년이 앉아 있었다. 이제는 라딘보다 나이가 들어 보이는 23살의 아칸 1세였다. ----------------------------------------- =+=+=+=+=+=+=+=+=+=+=+=+=+=+=+=+=+=+=+=+=+=+NovelExtra(novel@quickskil l.com)=+= 4-3 모든 길은 파스트로 통한다. -------------------------------------- "어서 오시오, 태사, 레테해의 거대 신수와 싸웠다는 소문은 듣고 있었소, 정말 대단하시오." 황제의 말에 결국 라딘은 속으로 투덜대면서 약 한 시간 동안 그와 동료들 의 처절한 사투에 대해 재방송할 수 밖에 없었다. 라딘은 점심도 굶고 공주랑 얘기했는데 같은 얘기를 또 하느라 저녁도 재 시간에 못 먹는다고 속으로 아칸 1세를 무지하게 욕했지만, 그런 속마음은 결코 얼굴에 나타낼 수 없는 비밀이었다. 결국 본론을 꺼내기 시작한 것은 그날의 해가 대지 속으로 숨은 후였다. "경이 난민을 구제할 방법이 있다고 재상에게 들었소, 과연 경은 이 파스트 제국에 신이 내린 축복이오. 그래, 그 방법이 무엇인지 설명을 조금 해주 시겠소?" 라딘은 아칸 1세의 말에 자신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라이아 공주를 한 번 보았다. 지금 제국의 최고 권력자 두 명이 자신의 설명을 바라고 있다. 이제 20분 안으로 이 두 사람은 자신에게 매료당할 것이다. 그는 지난 한 달 동안 정리하고 또 정리한 내용을 말하기 시작했다. "지금 제가 듣기로는 북부 바이가스의 난민이 약 30만 명 정도 있다고 하옵 니다. 그러나 지금 이 파스트의 재정 상태로는 바이가스 영지의 안정화 정도가 한 계라고 할 수 있사옵니다. 결국 난민들에게 돌아갈 자금이 없는 것이지요." "그렇소, 난민의 사정이 딱하긴 하지만, 그들을 지금 살려도 내년에도 그들 이 스스로 식량을 생산할 수 없는 이상 상태는 점점 악화될 뿐이오. 차라리 지금 바이가스 영지를 안정시키면 내년에는 수확량이 늘어나 그때는 그들을 도울 수 있을 것이오." 라딘은 속으로 드디어 이 황제라는 놈이 눈 하나 깜박 않고 사람 수십만이 죽는 것을 놔둘 정도로 타락했구나 하고 욕했다. 지신은 사업가로서 난민이 살고 죽는 것에 아무런 관련이 없으니 그래도 되지만, 황제에게는 난민도 자신의 백성이 아니겠는가? 라딘은 그렇게 생각했다. "폐하, 내년까지 그들을 방치해 두시면 30만의 난민 중 10만도 살아남지 못 하게 될 것입니다. 결국 내년에는 10만 명의 난민만 구제하시면 되겠지요." 라딘의 비꼼에 황제는 약간 얼굴을 붉혔다. 그도 사실 내년까지 난민의 삼 분의 이 이상이 굶어 죽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황제로써 제국을 위해, 4천만의 제국민을 위한 어쩔 수 없는 희생이라고 스 스로에게 말해도 역시 기분이 더러운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휴, 태사의 예상이 심히 옳소이다. 가르침을 베풀어 주시오." 라딘이 황제의 요청에 웃음을 지으며 부드럽게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 시작 했다. "난민이 굶어 죽기 시작하면, 결국 길에 시체가 생겨나고 민심이 흉흉해 집 니다. 아직 점령한지 몇 년 되지 않은 바이가스 지방에 그런 일이 벌어지게 하면 안 되지요. 결코 그들만의 죽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폐하, 사실 소신이 보기에 이 일은 위기이기도 하지만 기회이기도 합니다." 황제는 라딘의 말에 정말로 긴장했다. 바이가스의 민심안정! 이것이야말로 라딘이 떠나기 전에 파스트 제국이 차 후 10년간 가장 정성을 들여서 지속적으로 시행해야하는 정책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삼키는 것은 한 순간이지만, 소화에는 시간이 걸린다. 특히 영양가가 많은 음식일수록 체하기 쉽다는 비유를 들어가며 라딘은 신 신당부를 했다. "경의 말이 맞소, 그런데 기회라니? 그것은 무슨 소리요?" "폐하께서 이 난민들을 훌륭히 구제하여 그들에게 살 길을 마련하여 주신다 면 이 일은 폐하의 은덕으로 남게 됩니다. 그들은 진심으로 폐하를 칭송하 게 될 것입니다. 결국 넓게 보면 제국 전체의 안정에 도움이 되지요. 그리 고!" 라딘은 마치 연극배우처럼 최후의 단어에 액센트를 주며 말을 끊었다. 황제와 공주가 침을 삼킬 시간을 주기 위해서이다. "지금 제국은 과거의 왕국과는 다릅니다. 폐하, 왕국과 제국이 틀린 점은 바로 도로의 정비에 있사옵니다. 모든 길은 파스트를 통해야 하옵니다." 모든 길은 파스트를 통한다! 그 말에 황제는 엄청난 매력을 느꼈다. 자신도 모르게 몸이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공주도 눈도 한번 깜박하지 않 고 라딘의 말을 단어 하나도 빼 놓지 않고 기억하려 하고 있었다. 나중에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면 일기장에 써 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바이가스의 주요 영토와의 새로운 도로가 필요합니다. 동부해안지방과의 도로도 시급히 건설해야 합니다. 전 국토에 통일된 도로 계획에 의해 모든 주요 지방과 이 수도가 연결되야 비로소 파스트 제국은 하나의 유기적인 흐 름으로 녹아 들어간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대 공사에는 막대한 자금뿐만 아니라, 수많은 인력이 필요합니 다. 만약 평상시라면 이 인력은 각 영지의 젊은 사람들을 차출해서 진행하게 됩 니다. 강제부역이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국가에서 큰 공사를 잘못하면 민심이 흉흉해지고 나라가 기울어지게 됩니다. 그러나 지금이라면!" 라딘은 다시 약간의 뜸을 들이며 탁자 위에 놓인 차를 한 모금 마셨다. 그런 여유 있는 동작을 보며 황제는 이 태사라는 작자가 빨리 말하지 않고 괜히 분위기 잡느라고 사람을 답답하게 한다고 속으로 투덜대었다. 물론 라딘의 제자답게 얼굴에는 전혀 그 감정이 들어나지 않고 있었다. "난민들에게 그냥 구호 식량을 주면 안 됩니다. 그들은 얼마 안 있어서 모 든 희망과 생존의욕을 버리고 구호식량만을 바라보며 살게 될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그들에게는 일자리가 필요합니다. 일을 하면 먹고 살 수 있다! 이것이 바로 그들이 가져야 할 최고의 희망입니다. 폐하! 그들에게 일자리 를 주십시오. 대규모 토목공사에 이들을 고용하십시오. 폐하께서는 제국의 발전을 위해 전국에 도로를 건설하면서 오히려 난민을 구제했다는 칭송을 받게 될 것입니다." 아칸 1세는 무릎은 탁 하고 치며 감탄한 목소리로 라딘의 정견에 동의했다. 그러나 곧 그의 얼굴에 그늘이 생겼다. 가장 중요한 문제가 남아있었다. "태사의 말씀은 심히 옳소이다. 그러나 문제는 자금이 아니겠소? 지금 이 국가의 재정은 그야말로 절벽위에서 외줄타기 하는 상황과 다름이 없소, 짐도 태사의 가르침을 받아 그런 토목공사에 드는 자금에 대해서 대 충 감이 오지만, 나라에 여유가 있을 때도 힘든 것이 바로 대규모 공사가 아니겠소?" --------------------------------------- 문제는 언제나 돈입니다! 에 없었다. 捉遲?점심도 굶고 공주랑 얘기했는데 같은 얘기를 또 하느라 저녁도 재 시간에 못 먹는다고 속으로 아칸 1세를 무지하게 욕했지만, 그런 속마음 은 결코 얼굴에 나타낼 수 없는 비밀이었다. 할 마음도 없었다. =+=+=+=+=+=+=+=+=+=+=+=+=+=+=+=+=+=+=+=+=+=+NovelExtra(novel@quickskil l.com)=+= 4-3 모든 길은 파스트로 통한다. 라딘은 황제의 한탄을 듣고 가볍게 미소 지으며 생각했다. 자금이 없어서 못한다, 다시 말하면 자금만 있으면 한다 라는 말이다. 자금, 결국 문제는 돈이다. 라딘은 약간 목소리를 낮추어 마치 고대로부터 내려온 비밀을 전하는 듯이 말했다. "폐하, 소신이 처음 전 국왕폐하의 부름을 받고 이 왕궁에서 근무하게 되었 을 때, 왕궁도서관장으로 근무했다는 것을 기억하십니까? 혹시 제가 왜 도 서관장으로 일하게 되었는지 선왕폐하로부터 들으셨는지요?" "흠, 왕궁도서관장이라는 직함이 왕궁에서 가장 한직이기 때문이 아니었소? 태사의 또 다른 신분을 위해 아바마마께서 그렇게 하셨다고 들었소." 황제는 라딘이 갑자기 자신의 전 직업에 대해 물어보자 이 사람이 남은 심 각하게 돈 얘기를 하는데 왠 과거 타령이냐는 듯이 말했다. 라딘은 황제와 공주의 그런 눈빛을 받고도 전혀 동요함이 없이 오히려 감탄 했다는 표정으로 자신이 준비한 대사를 말했다. "아! 역시 선왕폐하께서 소신에게 보여주신 그 두터운 신뢰에는 정말 감복 할 수밖에 없군요. 폐하, 사실 제가 왕궁도서관장으로 임명된 것에는 다른 이유가 있사옵니다." 아칸 1세의 눈이 빛났다. 자신도 모르는 이유라니? 그는 어서 빨리 말하지 않으면 황제가 미치는 꼴 을 보게 될거다 라는 무언의 압력을 보냈다. 그러나 라딘은 꿋꿋하게 자신만의 여운을 남기며 속으로 천천히 다섯을 세 었다. 적절한 기다림은 감동을 심화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것은 그의 부친인 신 무 혼씨가 라딘이 다섯 살에 유치원에 들어가기 전부터 계속해서 강조한 대화 법 중 하나였다. "사실은 그 당시 상황이 그다지 좋지 않고, 만약 잘못하면 내란이 발생하여 왕궁이 대공파에게 점거 당할 수 있다고 선왕폐하께서는 만약을 대비해 아 무도 모르게 왕궁의 보물 중 일부를 다른 곳으로 옮기셨습니다." "뭐라고요! 그런 일이 있었단 말이오?" "그렇습니다. 그 재물들은 바로 왕궁도서관의 도서관장실 뒤쪽 비밀의 방에 있습니다. 저는 그것을 지키고 만약의 경우 폐하를 위해 그것을 사용하게 되어 있었지 요." -쿠쿵- 아칸 1세는 벼락을 맞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의 두 눈에는 두 줄기의 눈물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옆에 앉아서 조용히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라이아 공주의 눈에도 눈 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미래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친 부친의 배려와 희생을 가슴속 깊이 느끼고 있었다. 약 10분 후, 겨우 마음을 진정시킨 황제와 공주는 라딘과 같이 왕궁 도서관 으로 가서 비밀창고에 있는 재물을 확인했다. 그들이 살펴본 재물의 가치는 약 500만 골드, 막대한 자금이었다. "제가 생각하기에 평상시 그 정도의 대규모 토목공사를 하게 되면 년간 약 500만 골드의 예산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인건비를 절약할 수 있으 니 1년에 300만 골드의 예산으로 공사를 진행하면 3년이면 완공할 수 있습 니다. 지금 제국의 발전 상태로 볼 때 충분히 시행할 수 있을 겁니다." 라딘은 눈앞의 재물에 시선을 빼앗기고 있는 황제에게 조용히 말했다. 황제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파스트 제국의 뉴-로드 3년 계획이 시작되었다. ------------------------- 제국의 재무부장관 밀러 폰 라트로스 공작은 한 젊은 기사와 같이 점심식사 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눈앞의 기사는 젊은이가 아니다. 그의 정체는 제국 최후의 카드라는 아스트로 공작이었다. 파스트 제국 전통 음식인 약초를 곁들인 산양 갈비구이는 최고의 손님을 맞 이하는 정식 메인 요리였다. 재료를 준비하는데 딱 3일이 걸리고, 3일째 바 로 요리하지 않으면 그 풍미가 떨어지기 때문에 국빈이나 최고 귀족가의 정 말 중요한 손님만 맛 볼 수 있는 최고급 요리였다. 두 사람은 산양 고기인지 고기 맛 크림인지 모를 정도로 부드러운 그 맛을 즐기며 요즘 실행하고 있는 정책에 대한 의견과 국제 정세에 대해 진지한 의견을 나누었다. 식사를 마치고 라딘이 일어나서 성대한 대접에 대한 사의를 표하면서 말했 다. "이번에 라딘 상회가 마을 개발을 한 사람들의 경험을 살리기 위해 라딘 토 목이라는 회사를 새로 건립했습니다. 주로 대규모 도로 공사와 다리 건축이 주요 업무가 될 예정이지요." 라딘이 지나가는 투로 말을 했고 밀러 공작도 그런가보다 하고 일종의 주주 에 대한 업무보고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그 다음 날, 재상과 황제의 부름을 받고 황궁으로 들어간 밀러 공작 은 황제로부터 직접 제국을 관통하는 대규모 도로 공사 계획과 선황이 남긴 자금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밀러 공작은 생각했다. '아, 아스트로 공작의 권력이 하늘을 찌르는구나! 역시 그 사람이 황궁을 떠난 것이 제국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었어.' 밀러 공작은 라딘이 자신의 권력이 강함을 스스로 우려하여 황궁을 떠난 것 을 새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의 그러한 점에 황제가 매료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밀러 공작은 정말로 순수하게 라딘을 존경하고 있었다. 자신은 결코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1 주일 후, 황제의 칙령이 제국 전역에 선포되었다. 황제는 선왕이 남긴 재물을 털어서 난민들을 위해 대규모 도로공사를 거행 한다고 했다. 모든 사람들이 그 선포문을 듣고 자신들의 제국이 신의 도움으로 성군을 모 시게 됐다고 감격해 했다. 놀라운 것은 그 선포문에 자극 받은 밀러 공작이 약 10만 골드의 자금을 그 공사를 위해 기부했다는 것이다. 연이어 델로스 공작도 10만 골드를 기부 했다. 결국 수도의 모든 귀족들은 난민 구제와 제국을 관통하는 이 역사적 도로 공사를 위해 자신들의 재산 중 일부를 기부할 수밖에 없었다. 이 상황에서 기부를 하지 않으면 왕따가 된다는 것을 그들은 바로 깨달았다 . 황제가 민생을 생각하지 않는 타락귀족의 명단을 작성하고 있다는 소문이 은밀하게 퍼지고 있었다. 아칸 1세와 라이아 공주는 라딘의 제자답게 여론형성에 대해 어느 정도 깨 달음을 얻고 있었던 것이다. 순식간에 400만 골드가 모였다. 그렇게 황제는 제국의 재정난과 난민 문제를 해결했고 제국은 나날이 발전 하고 있었다. 라딘 상회가 새로 건립한 라딘 토목 회사는......제국 최초의 도로 전문 토 목 회사로써 뉴-로드 개발 계획의 전 공사를 위임 받았다. 라딘은 계약서에 자신의 인장을 찍는 순간 속으로 광소했다. '으하하하하, 1년 총공사비 3백만 골드! 3년간 9백만 골드! 라딘, 적어도 절반은 남겨야 돼! 이제 라딘 상회의 앞날은 탄탄대로야!' 그렇게 전 바이가스 왕국의 영지에서부터 시작되어 파스트제국의 수도를 거 쳐 동부해안 지방의 끝까지 이어지는 도로 공사는 시작되었다. 바이가스 영지의 전 난민들은 이 공사를 진행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이동하 여 3년 뒤에는 라딘이 이 공사로 인해 벌어들인 자금으로 새롭게 건설하는 동부해안의 여러 도시들에 안주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결국 그 이익은 국가의 재산과도 비견할 수 있을 정도로 막대한 것 이 될 것이라고 라딘은 믿었다. 라딘 상회의 거대한 행보는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할 수 있었다. ------------------------------------ =+=+=+=+=+=+=+=+=+=+=+=+=+=+=+=+=+=+=+=+=+=+NovelExtra(novel@quickskil l.com)=+= 4-4 서대륙으로 4-4 서대륙으로 가장 중요한 일을 순조롭게 자신의 계획대 로 처리할 수 있었던 라딘은 이제 슬슬 뭉치의 무공에 대한 단서를 얻기 위 해 정보를 구하러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유니크 무공에 대한 정보, 그것도 과거 천하제일 고수의 진산절학에 대한 정보라면 특급 정보에 속할지 모른다. 과연 그 여자는 단서를 가지고 있을 까? 라딘은 비월전이 과거 혈월문과 연수 했었다는 데 희망을 걸었다. 수도에 온 지 1주일째 되는 날, 드디어 라딘은 링크 백작가를 방문하여 라 이자 백작부인의 서재에서 그녀와 면담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그녀의 서재는 변함없이 수수하고 안정된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조그마한 서재였고, 데이지 색의 벽에는 몇 가지 그림이 걸려 있었다. 그리고 그 그 림 옆에 이번에 새로 걸리게 된 액자에는 라딘의 친필 사인이 들어있었다. 라딘은 왠지 모르게 쓴웃음이 나오는 것을 참았다. "오랫만이네요. 라딘 경, 그대의 활략은 항상 듣고 있었습니다. 이번에 또 큰일을 하셨다고요. 정말 라딘 경의 사인을 받아 두기를 잘 했어요. 자유기 사 라딘의 친필 사인이 귀족가의 여성들에게 100골드에 팔린다고 하더군요. " "허, 당장 제 사인을 대량 제작해서 사업자금으로 쓰고 싶어지는군요. 오랜 만입니다. 라이자 백작 부인, 만나 뵐 때마다 점점 더 아름다워지시는군요. 라이자 부 인의 피부관리법은 당연히 특급 정보겠지요?" "호호호호, 아줌마를 놀리지 마세요. 그래도 라딘 경 같은 사람에게 그런 농담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정말 기쁘군요." 일단 라이자 백작부인의 노골적인 아부에 그에 합당한 아부로 대응한 라딘 은 이대로 저 아줌마의 페이스에 말리다가는 정보를 얻기까지 몇 시간이 걸 릴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라딘은 모든 호흡과 흐름을 무시하고 단도직입 적으로 물었다. "아름다우신 페이 원, 혹시 혼원일기공의 소재에 대해서 아시는 것이 있으 신가요?" 미소를 띤 페이 원의 얼굴이 약간 굳어졌다. 그녀는 목소리를 나직하게 낮 추어 천천히 물었다. "흠, 라딘 경, 경이 그 무공을 찾으시는 이유를 물어도 될까요?" '옷, 설마 했는데 정말 알고 있잖아! 비월전 정말 장난 아니네.' 라딘은 페이 원의 반응이 긍정의 그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속으로 놀랬다. 이 비월전에는 도대체 얼마나 많은 정보가 축척되어 있을까? "아, 다름이 아니라, 내 동료인 뭉치라는 드워프가 이번에 음양쌍마공을 마 스터 했는데, 그 상위 유니크 스킬이 바로 혼원일기공이라더군요." 라딘은 솔직하게 설명을 했다. 이런 일은 숨겨봐야 남는 것도 없었다. "아! 음양쌍마공, 그 무공은 어떻게 얻었는데요?" 페이원이 다시 약간 놀라면서 묻자 라딘은 어쩔 수 없이 자신들이 마굴에 들어가서 철 무극이라는 사람이 남긴 비급을 얻은 이야기를 최대한 빠르게 설명했다. 라딘은 초조했다. 이미 시간이 40분이나 지났기 때문이다. 1시간이 넘어가면 바로 1천 골드의 요금이 추가되지 않는가! "아! 음양신권 철무극이 그런 곳에서 최후를 맞이했다니! 그는 혈월신마의 4명의 제자중 한 사람이에요. 아도 용병단의 단주 뭉치 폰 몬테크리스트 자 작은 혈월문의 무공을 익혔군요." "흠, 페이 원 님, 그 사실은 가능한 한 정보제한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만. " 라딘은 약간 심각한 어조로 그녀에게 말했다. 과거의 혈월신마는 전 대륙의 공적이었기 때문에 비록 3백년이 지나고 혈월 문에 공포도 사라진 지금이지만, 그래도 그쪽 무공을 익혔다는 소문이 알려 지면 별로 좋은 말은 듣지 못 한다. 그래서 라딘도 뭉치에게 만약 혼원일기공을 익히게 되면, 매크로로 모든 동 작과 시동어를 바꾸어서, 절대로 혼원일기공이라는 것을 들키지 않도록 하 겠다는 약속을 받아 놓은 상태였다. "호호호, 물론이지요. 그럼 라딘 님께서 제 질문에 성의로 응해주셨으니 저 도 제가 아는 사실을 말씀드리지요. 그런데......" 역시 그렇군 하고 라딘은 생각했다. 그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얼마요?" "어머, 사업을 하시더니 이제는 성기사답지 않은 대화법을 사용하시는군요. 음, 10만 골드면 되겠네요. 정확한 정보라고 할 수도 없으니." "으윽, 10만 골드!" 라딘은 자신의 가슴 속에서 욕이 목구멍을 통해 튀어 나오려는 것을 이를 악물고 참았다. 그리고 눈을 지긋이 감고 속으로 참을 인자를 세 번 그려 마음을 진정시켰 다. 마음이 안정되자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라딘은 조용히 뭉치에게 귓말을 보 냈다. '뭉치 지금 바쁘냐?' '아니, 지금 밥 먹고 있어, 무슨 일인데?' 다행히 뭉치가 대화를 할 수 있는 상태였다. '너 혼원일기공 포기하면 안 되겠냐?' '뭐! 안 돼! 싫어! 절대로! 구해 준다고 그랬잖아, 갑자기 왜 그러는데?' 라딘은 뭉치의 결심을 느낄 수 있었다. '다름이 아니라,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을 만났는데, 정보료로 10만 골드를 달래, 그냥 우리 포기하자.' '헉 10만 골드! 그래도 안 돼, 난 꼭 익혀야 돼, 최강의 드워프가 바로 내 게임인생목표란 말이야! 내가 내면 되잖아, 10만 골드건 20만 골드건 내가 돈 모아서 지불할 테니까 그 정보 사!' '알았어, 그럼 나중에 수입 분배할 때 네 몫에서 10만 골드 뺀다.' '어.' 라딘은 순간적으로 자신이 너무 착하고 양심적이어서 20만 골드를 부르지 않았구나 하고 후회했다. 역시 나는 착한 놈이었어! 라고 스스로에게 위로를 하면서 라딘은 고개를 들어 페이 원을 바라보았다. "그 정보, 10만 골드에 사지요. 그럼 관계 서류와 정보를 제 숙소로 보내주 시기 바랍니다." 라딘은 그 말을 하자마자 의자에서 일어나 그녀의 손을 잡아 손등에 가볍게 키스하고 서재를 나왔다. 정확히 59분이 지나고 있었다. 페이 원은 이 작자가 원래부터 독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사업을 시작하면서 정말 치사해졌다고 생각하면서도 그의 작별인사를 받고 라딘을 배웅했다. 다음 날이 되었다. 라딘의 숙소로 보내진 상자에는 한권의 얇은 책자와 한장의 지도가 들어 있 었다. 그 지도에는 '혈궁도해'라고 쓰여 있었는데, 전체가 아니라 처음 보는 산의 지형과 미로와 같은 건물의 2층 기관도해라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그 밑에는 한 구절의 말이 적혀 있었다. -불 속에 불이 없고, 보물 속에 보물이 없다- "뭔 소리지? 꼭 옛날 사람들은 말을 돌리기를 좋아한단 말이야. 사람 고생 하라고 해놓고 좋아하는 거지." 라딘은 투덜대면서 상자에 같이 들어있는 책자를 살피기 시작했다. '혈궁에 대한 정보-특급' 이라고 쓰여진 책자였다. ----------------------------------- =+=+=+=+=+=+=+=+=+=+=+=+=+=+=+=+=+=+=+=+=+=+NovelExtra(novel@quickskil l.com)=+= 4-4 서대륙으로 그 책자에는 그동안 비월전이 혈월신마에 대해 얻은 수많 은 정보가 적혀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는 혈궁도해에 대한 정보도 적혀 있었다. 라딘은 천천히 그 책을 읽어 내려갔다. 혈월신마는 과거 구 제국 시절, 단신으로 황궁에 침입하여 로얄가드 200명 과 궁정마법사 30명을 전멸시키고 황제와 그 일가족을 모두 몰살한 희대의 마두였다. 그 바람에 구 제국이 붕괴되지 않았는가? 그는 그 후 자신의 강함을 무기로 구 제국에 불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모아 혈월문이라는 조직을 만들었 다. 그리고 이 혈월문과 당시 최고의 살수 조직인 사월당, 동대륙의 정보를 장 악하고 있는 비월전과 연수하여 삼월동맹이라는 이름하에 전 대륙의 통일 사업에 나섰다. 그러나 대의명분이 없는 힘만으로 인한 정복사업으로는 대륙을 삼키기에 무 리가 있었다. 결국 자신의 힘을 과신한 혈월신마는 스스로가 이끄는 직속 부대가 주둔하 는 지역 이외의 거의 모든 지역의 지배권을 상실했다. 그리고 마침내 최후의 날, 혈월문과 사월당, 그리고 비월전의 주력들이 집 결한 삼월성에 대륙연합군이 총 공격을 시도했다. 삼월동맹 최후의 날이었 다. 여기까지는 역사책에도 나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그 다음부터 쓰여진 말 은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야사였다. 놀랍게도 그 책자에는 그 당시 혈월신마가 죽지 않았다고 한다. 비월전이 혈월신마로부터 가신 취급을 받기 시작하면서 자신들의 진짜 후계 자들을 지하로 잠적시킬 무렵, 혈월신마도 자신의 4명의 제자들을 이용해서 상당한 물자를 서대륙으로 빼돌려 무엇인가를 했다는 정보를 입수할 수 있 었다. 그리고 삼월성이 불타는 날, 13명의 당대 최고의 고수들에 의한 합공을 견 디지 못하고 죽은 혈월신마는 본인이 아닌 그의 대제자라는 것을 그 당시 그 옆에서 싸우다 같이 죽은 비월전 5대 전주가 알아차리고 그 사실을 돌기 둥에 피로 적어놓았다. 물론 암호였기 때문에 보통 사람에게는 단순히 피가 튄 자국으로 보였다. 수십 년 후, 돌기둥에서 그 암호를 발견해 낸 비월전의 후인들은 경악했다. 비월전은 그 이후, 서대륙에 수많은 사람을 보내 혈월신마의 행적을 추적했 다. 그러나 혈월신마의 행적은커녕 과거에 그들이 이 서대륙에서 무엇을 했는지 도 알아낼 수 없었다. 그렇게 100여년이 흘렀다. 혈월신마는 백년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았고 그에 관계된 어떤 세력도 나타나지 않았다. 혈월신마는 죽은 것이 틀림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러던 중 그들은 세상에 떠도는 한 장의 도해를 얻을 수 있었다. 혈궁도해, 단 한 글자의 유사성이지만 두 가지 점에서 그들은 그 지도를 주 목했다. 첫 번째는 이 지도의 재질이 동대륙의 최고급 양피지라는 것, 두 번째는 이 지도가 나온 출처를 십년에 걸쳐 조사해도 결국 알아낼 수 없었다는 것이 다. 결국 비월전은 한 가지 추측을 하게 된다. 혈궁, 그곳이 바로 혈월신마의 무덤일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는 세상을 뒤집어 업을 혈월신마의 모든 무공이 잠들어 있을 것이다! 라딘은 책을 덥고 투덜댔다. "뭐야, 결국 확실한 정보는 하나도 없잖아? 이거 사기 당한 거 아니야?" 라딘은 곰곰이 생각했다. 비월전이 100년을 찾아도 찾지 못 했다면 사실상 자신들이 몇 년 안으로 찾 는 것은 불가능했다. 아무리 서대륙이라 조직의 손길이 닿지 않는다고는 해 도, 그들은 정보처리의 전문가이다. 모두 1급 자격증을 소유하고 있는 프로들이 100년을 찾아도 찾지 못하는 정 보를 누가 찾아 낼 수 있을까? 한참을 생각하던 라딘은 손가락을 딱! 하고 튕기며 말했다. "그 수를 써야겠군! 시카고의 비밀결사 팬텀 스나이퍼 사건! 역시, 역시 아 버지가 쓴 '신 무혼 씨의 사건기록'은 첩보 지망생이라면 꼭 읽어야 할 최 고의 사기지침서야!" 라딘은 잠시 후, 자신의 숙소를 나가 자신이 어제 방문했던 링크 백작가를 향해 걸어갔다. "어머, 또 오셨네요? 무슨 바람이 불어서 이렇게 자주 오세요?" 라이자 백작 부인은 다시 찾아온 라딘에게 놀란 어투로 물었다. 라딘은 조용한 어조로 말했다. "백작 부인의 부드러운 분위기가 저에게 자꾸 무례를 범하게 하는군요. 용 서하여 주십시오." "호호호, 라딘 경이 맘 잡고 사교계에 데뷔한다면 젊은 아가씨들의 대부분 은 그대의 사랑의 포로가 될 것이라고 제가 보증하지요." 두 사람은 서로를 보며 가볍게 웃었고, 그녀의 안내로 어제 상담을 나누었 던 서재로 들어갔다. 문이 닫히고, 라이자 백작 부인은 페이 원이 되었다. "페이 원님, 오늘 보내주신 그 정보 말입니다." 문이 닫히자마자 말을 꺼내는 라딘을 보며 약간 얼굴을 찡그린 페이 원은 냉정하게 말했다. "낙장불입이에요. 그 정보는 원래 20만 골드의 가치는 있는 것인데, 라딘 경의 체면을 생각해서 깎아준 거라고요." 라딘은 고개를 흔들며 천천히 말했다. 전혀 화가 나지도 조급하지도 않은 어조였다. 페이 원이 그런 그를 보면서 역시 이 남자는 일류의 정치가이자 사업가야 라고 생각했을 정도였다. "확실히 그 정보는 특급 정보더군요. 그런데 문제는 제가 요구한 정보와의 연관성이 너무 적다는 것입니다. 저는 혈월신마에 대한 정보가 아닌 혼원일 기공에 대한 정보를 요구한 것으로 기억합니다만." 페이 원의 얼굴이 살짝 찌뿌려졌다. 한번 버릇이 들리자 이 남자의 앞에서는 자꾸 자신의 감정이 얼굴로 나타나 고 있었다. 스스로에게 반성하라고 속으로 말하면서 페이 원은 라딘에게 대답했다. "흠, 그러고 보니 그렇군요. 하지만 그 정보가 혼원일기공에 전혀 관계가 없는 정보는 아니었을 텐데요?" 라딘이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를 보며 페이 원은 자신이 실수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실, 만약에 라딘이 혈월신마의 행적을 찾고 있었다고 해도 그 정보는 정 확한 정보가 아니었다. 왜냐하면 혈궁도해가 혈월신마와 관계가 있다는 증 거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혈월신마라는 인물의 비중상 그 정도의 추측과 억측이 섞인 정보라 도 이 비월전의 분석능력과 정보의 미씽링크를 추론하는 추론능력이 혈월신 마의 무덤지도라고 말하는 이 혈궁도해는 사실 10만 골드의 가치는 있다고 할 수 있다. 가치가 없다고 하면 그것이 바로 비월전을 모독하는 일이 된다. 감히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은 비월전의 명예를 걸고 그 사람이 5살 때 어느 귀족집 담벼락에 오줌을 싸고 도망갔는가까지 모두 세상에 알려지게 될 것 이다. 그러나 라딘이 의뢰한 것은 혼원일기공이라는 무공의 정보였다. 만약에 혈월신마의 거처를 비월전이 알고 있어서 그곳을 가르쳐 주었다면 그것은 정확하고 가치 있는 정보를 제공한 것이 된다. 아니면, 혈월신마의 무덤에 그 무공이 있다는 증거를 제공해도 그것은 정보 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혈궁도해를 라딘에게 제공한 것은 정보의 특성상 두 단계의 간 접 정보였다. 혈궁도해가 혈월신마의 무덤의 지도가 맞는가? 혈원신마의 무덤에 혼원일기공이 있는가? 두 번이나 증거가 없는 추측이 섞인 정보는 비월전에서는 제대로 된 정보가 아니라고 할 수 있었다. 페이 원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며 라딘에게 물었다. "저희 쪽의 정보가 부적절 했다는 것을 시인하겠어요. 정보의 환원을 원하 시나요?" 페이 원이 바로 그녀의 잘못을 시인하자 라딘은 오히려 속으로 놀랐다. 과연 최고의 정보조직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비월전이었다. "아닙니다. 이 정보는 확실히 제가 원하는 정보를 포함하고 있지요. 그러므로 완전히 잘못된 것은 아니지요. 단지 그 가치에 대해서 약간의 불 만이 있는 것입니다." 페이 원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정보비는 깎을 수 없어요. 사실 이 경우 정보 자체는 저희의 실수에 대한 보상으로 인정하고 그 혈궁도해만 되돌려 받으면 되지요. 혈궁도해는 마법 지도이기 때문에 복사를 해도 그 비밀을 다 알 수는 없으니까요. 규칙상 한 번 정한 정보비는 절대로 바꿀 수 없답니다." 그녀의 말에 라딘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말했다. "정보비를 깎아 달라는 뜻이 아닙니다. 단지 이것만으로는 정보가 약간 부 정확하니까 추가 정보의 수집을 위해 약간의 서비스를 해 달라는 것이지요. " 추가정보의 수집? 100년이 넘게 비월전이 찾아도 못 찾은 정보를 갑자기 추 가로 더 찾겠다고? 페이 원은 눈을 날카롭게 뜨고 라딘을 바라보았다. 라딘은 여전히 그 속을 읽을 수 없는 미소짓는 청년의 얼굴을 유지하고 있 었다. 그러나 그녀는 라딘의 눈 속에서 자신감을 읽을 수 있었다. 뭔가 수가 있다 ! 그녀는 라딘의 머릿속에 든 그 서비스라는 것이 못 견디게 알고 싶어졌다. "물론 혈월신마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저희는 총력을 다해 시행하겠어요. 어디 대륙 최고의 모사 아스트로 공작의 고견을 한번 들어볼까요?" 그녀의 도전적인 말에 라딘은 웃으면서 자신이 세운 계획을 설명했다. 그의 설명을 들은 페이 원은 감탄과 존경의 눈으로 라딘을 바라보기 시작했 다. "라딘 경, 혹시 저희 비월전의 고문으로 취직하실 마음은 없으신가요? 정말 라딘 경이 이계인만 아니었다면 최음제를 써서라도 제 딸과 맺어주고 싶군요. 정말 사악하고 악랄한 계략이에요." '이봐요. 그게 딸 가진 어머니가 할 말이요? 그리고 사람의 면전에서 사악, 악랄은 또 뭐요? 쳇.' 속으로는 투덜댔지만, 일단 그 계획의 모든 경비를 비월전이 대기로 합의를 보았기에 라딘은 웃으면서 그녀에게 감사를 표했다. "아! 라딘 경, 말씀 드릴 일이 있었는데, 잊고 있었네요." 용무를 끝마친 라딘이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자 페이 원이 갑자기 그에게 말했다. "무슨 일인가요?" 그녀는 약간 진지하고도 심각한 목소리로 라딘에게 새로운 정보를 제공했다 . "남쪽의 레디안 제국에서 새롭게 정보조직을 결성했습니다. 아직은 저희가 보기에 어린아이 수준이지만, 그 조직을 결성한 사람은 다름 아닌 적랑기사 단의 단장 그리안 후작이에요. 저희 쪽에서 열심히 이중 첩자를 심고는 있지만, 조직의 구성에서부터 그 요원들의 성장속도를 볼 때, 머지않은 장래에 만만치 않은 세력으로 자라날 것이 틀림없어요. 조심하세요." "음, 그리안 후작이 직접 조직한 것이라면 정말로 위험하겠군요. 머릿속에 넣어두고 있겠습니다. 친절에 감사드립니다." 라딘은 페이 원에게 정중하게 인사하고 라딘 티파니에서 제작한 시가 1천 골드짜리 에메랄드 귀걸이 한 쌍을 그녀의 부드러운 환대에 대한 답례로 바 치고 링크가를 나왔다. 이제 모든 일이 끝나고 자신의 거점인 카리브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 수정에 시간을 빼앗기다보니 일정한 시간에 올리지 못하고 자꾸 불규칙적으 로 올리게 되네요. 연재량도 적어지는군요. 죄송합니다. 杉? =+=+=+=+=+=+=+=+=+=+=+=+=+=+=+=+=+=+=+=+=+=+NovelExtra(novel@quickskil l.com)=+= 4-4 서대륙으로 ---------------------------------- 밝고 따뜻한 느낌의 벽에 그다지 화려하지는 않아도 나름대로 분위기가 있 는 명화를 장식하고, 항상 라벤더의 향기가 풍기는 조그마한 서재에 두 사 람의 여인이 마주 앉아 있었다. "이번에 너를 부른 이유를 알고 있니? 세리나야." 약간 둥근 얼굴의 자상하고 따뜻한 인상의 중년 부인이 앞에 있는 젊은 여 성에게 물었다. 그녀의 친딸인 세리나 폰 링크는 올해 18살의 꽃다운 처녀 로, 친 엄마인 라이자 부인의 눈에도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질 정도로 무 척 아름답고 젊음의 활기가 넘쳐흐르고 있었다. "글쎄요. 제 짐작이 맞는다면 파스트의 자유기사님 때문이 아닌가요?" 그녀는 약간 자신이 없다는 투로 말했지만, 라이자 백작 부인은 그녀의 눈 속에 감추어져 있는 자신감을 읽을 수 있었다. 그녀는 이미 비월전의 전반적인 정보흐름의 중추에 위치해 있는 것이 틀림 없었다. 라이자 백작 부인, 아니 페이 원은 그런 그녀의 모습에 속으로 약간 인상을 찡그렸다. 아직 그녀는 자신이 짊어져야 할 일의 무게를 모른다. 정보를 얻는 것이 자 신의 힘이라고 착각하면 안 된다. 그녀가 비록 재능이 있고, 어렸을 때부터 교육을 받아 나름대로 이 조직의 상급자로서의 일처리에 적응하고는 있다 고 하지만, 그것은 다른 장로들이 이 눈앞의 철부지를 차기 전주라고 여러 가지 편의를 봐주고 있기 때문이다. '늙은이들이 애를 버려 놨네. 이 아이한테 대륙 최고 비밀 조직의 수장을 맡기는 것은 조직이 얼마나 빨리 무너질 수 있는가 실험 하는 것 밖에는 안 돼, 역시 이 아이를 단련시킬 수 있는 사람은 그 사람 밖에는 없어.' 속으로 자신의 결정에 다시 한 번 확신을 가지며 페이 원은 부드럽게 미소 를 지었다. 그녀를 아는 사람이라면 너무나도 무서워하는 세상에서 가장 부드러운 소리 장도의 미소였다. "과연, 내 딸이구나! 세리나야, 그 사람은 내가 보기에 조사인 페이 룽에 비견되는 천재란다. 그리고 그는 이계인이니 수명도 보통 사람의 몇 배나 되지 않니? 향후 이 세상의 흐름의 중심에는 그 사람이 밀접하게 관계하고 있을 것 같 은 느낌이 드는구나." 그녀의 칭찬에 세리나는 기분이 좋아졌다. 자신의 어머니는 좀처럼 사람의 칭찬을 하지 않는다. 그녀는 아직 그녀의 어머니가 사람 앞에서 그 사람의 칭찬을 할 때는 그 사람을 함정과 음모에 빠뜨릴 때 뿐이라는 것을 몰랐다. "무슨 일이든지 맡겨만 주세요. 저는 어머니의 딸이잖아요! 완벽하게 해 낼 수 있어요." 페이 원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속으로 다시 한 번 한숨을 쉬었지만, 겉으 로는 여전히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번에 들어온 정보에 의하면, 라딘 경의 종자인 애니라는 아가씨가 27세 의 나이로 500레벨이 되어 트랩마스터가 되기 위한 시험을 치르기 위해 수 도의 도둑길드에 나타났다고 하는 구나. 대단한 성취라고 할 수 있지 않니? 아마 최연소 트랩마스터라고 하더구나." 페이 원의 말을 들은 세리나는 약간 기분이 상한 듯 쳇 하고 혀를 한 번 차 고는 말했다. "저는 18세인데 벌써 400레벨이에요. 5년 안으로 저도 트랩마스터가 될 수 있다고요!" 그녀의 말을 들은 페이 원은 약간 냉정한 목소리로 다시 말했다. "그 애니라는 아가씨가 처음 라딘의 종자로 된 것은 6년 전인 21살 때라고 하더구나. 그 때 그녀의 레벨은 120정도였다지? 5년 만에 100레벨에서 500레벨이 된 거지." 페이 원의 말에 세리나는 신음소리를 흘릴 수밖에 없었다. 자신은 5살 때부터 피나는 훈련을 해 왔다. 13년이 지난 지금 400레벨이 되 어, 스스로의 성장속도에 만족하고 있었다. 그러나 6년 전 120레벨이었던 여자가 지금 자신을 앞지른 500레벨이라니! "세리나야, 그 뿐만이 아니란다. 그는 최고의 모사이자 사업가이니 그의 주 위에 있으면 의외로 세상의 거물들을 많이 만날 수 있을 것이란다. 그러니 너는 내일 라딘 경이 수도를 떠나기 전에 그에게 가서 그의 종자로 들어가거라. 애니라는 종자가 이미 그의 곁을 떠난 이상 그도 새로운 종자 가 필요 할 테니까, 분명 방법이 있을 거야. 세리나야. 이번에 네가 라딘 경의 종자로 3년을 지내고 500레벨이 넘어 트 랩마스터가 된다면 정식으로 너에게 페이 원의 자리를 물려주겠다. 역사상 21살의 나이로 페이 원이 된 사람은 너의 고조 할머니 밖에는 없단 다." 세리나의 눈빛이 빛났다. 철이 들어서부터 오로지 자신의 목표였던 페이 원! 그 자리가 바로 가까이 에 있었다. "호호호호, 염려 마세요, 어머니, 그 사람도 남잔데 저 같은 미녀가 종자가 되겠다고 하면 승낙하지 않을 수 없을 거에요. 이 기회에 장래 저희 조직 을 위해 거물 애인이나 만들어 둘께요!" 세리나는 자신 있었다. 그 남자를 유혹해서 자신의 추종자로 만든다면 앞으로 두고두고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누가 뭐래도 파스트의 자유기사 라딘은 최고의 성기사중 한 명이자 제국에 새롭게 떠오르는 재벌이 아니겠는가? 그녀의 말에 페이 원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어미 앞에서 할 말은 아닌 것 같구나. 아무쪼록 네가 이번 수행에서 좋은 경험을 얻기를 바란다. 여기 너를 종자로 추천하는 추천장이 있다. 이것을 가져가면 너는 우리 비월전의 연락원이자 라딘 경의 종자로 임명될 것이다. " -슥- 그녀는 탁자위에 두 장의 밀봉된 편지를 올려놓았다. 세리나는 고개를 갸웃 거리며 페이 원에게 물었다. "또 한 장의 편지는 뭐에요? 어머니." 그녀의 물음에 페이 원은 가볍게 미소 지으며 친절하게 설명을 했다. "그 편지는 네가 가지고 있다가 혹시라도 라딘 경이 네가 나의 친 딸이라는 것을 알아차리면 그에게 전해 주거라. 그 안에는 정식으로 비월전 후계자 의 교육을 의뢰하는 내용이 써 있단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너의 미래는 극 히 안 좋아질 수 있으니까." 세리나는 라딘의 본성에 대해 페이 원에게 들어서 알고는 있지만, 직접 격 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아직 그의 다크 포스를 실감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밀봉된 편지에는 교육비는 확실하게 지불할테니 죽이지만 말아 달라고 쓰여 있었다. 더불어 죽거나 완전한 불구가 되면 교육비는 지불 할 수 없다는 내용도 쓰 여 있었다. 이로서 딸의 목숨은 보장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페이 원은 믿었다. ----------------------------------------- 1기 따까리 애니의 졸업을 축하합니다. 제 2기 따까리 세리나 홧팅! 삶이 너를 속여도 너는 살아야 한다! 역시 종자 없는 기사는 뭔가 초라해 보이는... =+=+=+=+=+=+=+=+=+=+=+=+=+=+=+=+=+=+=+=+=+=+NovelExtra(novel@quickskil l.com)=+= 4-4 서대륙으로 ---------------------------- 라딘은 숙소로 돌아와 한참 카리브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뭉치에게도 귓말로 이미 연락을 끝냈고, 크로키는 요 며칠 전부터 마도사의 탑에서 이것저것 조사를 하고 있었지만 이제는 대충 볼일이 끝났기 때문에 언제든지 돌아가도 된다고 했다. 일단 카리브로 돌아가면, 라딘은 크로키와 그의 대학 친구들과 함께 서대륙 으로 떠날 계획이었다. 자신의 장대한 꿈을 위해서 서대륙에 새로운 세력을 일으킬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서대륙의 책임자는 크로키가 맡게 되어 있었다. 지금 서대륙의 유저들 중 많은 수가 아도 용병단에 가입을 희망하고 있었다 . 그들은 대륙의 이동마저도 감수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에게 서대륙은 고향과 같은 곳이다. 다른 여타 게임과는 달리 이 신마대전은 자신이 성장한 지방의 여러 NPC들과 마치 이웃과 같은 정을 가지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서대륙과 동대륙은 문화의 차이도 크다. 결국 라딘은 서대륙과 동대륙의 인원을 따로 구성하는 것이 가장 트러블이 적고 모든 사람들을 납득 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아도 용병단은 동대륙뿐만 아니라 서대륙에도 그 세력을 뻗게 될 것이 다. -똑, 똑- 라딘이 한참 자신만의 세계에 들어가 있을 때, 문에서 들린 노크 소리가 그 를 현실 세계로 귀환 시켰다. "누구십니까?" 자신이 아는 사람 중에는 저렇게 얌전하게 노크하는 사람이 없다. 뭉치라면 -쿵, 쿵-이다. 그것도 문의 밑쪽에서 소리가 난다. 크로키는 절대 노크를 하지 않는다. 단지 귓말로 나 앞으로 1분후에 도착하 니까 문 열어 라고 얘기할 뿐이다. 누구지? "여기가 라딘 경의 집인가요? 링크 백작가의 심부름으로 왔어요." '흠, 그 너구리 아줌마가?' 라딘은 설마 자신의 계획을 실행하는 중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닌가 하고 약 간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 계획은 아주 치밀하게 실행되어야 했다. -딸칵- 문이 열리고, 약간 녹색의 빛이 나는 물이 흐르는 듯 한 머릿결의 아가씨가 들어왔다. 라딘은 갑자기 웬 미녀가 생글생글 웃으며 들어오자 약간 당황했지만, 상대 는 비월전! 첩보계에 가장 위험한 함정이 바로 미인계가 아니겠는가? 즉시 마음을 냉정 하게 가라앉히고 그녀를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라이자 백작 부인이 보냈다고요? 무슨 일인지 물어도 될까요?" 전혀 액센트가 없는 사무적인 라딘의 말에 세리나는 약간 긴장했다. '이 사람, 남자 맞아? 나 같은 미녀가 최상급 접대성 애교 미소를 하고 있 는데 저렇게 차가워도 되는 거야? 정말 강적이네. 아니야, 저 정도 거물이 얼굴에 감정이 나타난다면 그게 이상한 거지, 속으로는 음흉한 생각을 하고 있을 거야, 틀림없어.' 세리나는 즉시 이런 표리부동성 거물이 가장 좋아한다는 여자상인 순진한 사회초년생 여자 회사원의 연기를 하기 시작했다. 차가운 그의 말에 그녀의 얼굴에 있던 미소가 사라지고 약간 굳은 얼굴에 나 불안해요, 긴장했어요 라고 말하듯 두 볼이 붉어졌다. 그리고 그녀는 약 간 더듬더듬거리는 말투로 자신이 온 이유를 말했다. "저, 저는 리나라고 합니다. 이번에 라이자 백작부인께서 라딘 경과 링크 백작가의 여러 가지 사업에 대한 중계 보조역으로 저를 보내셨어요. 이런 일은 처음입니다만 열심히 하겠습니다." -꾸벅- 그녀는 정말로 온 몸이 긴장으로 굳은 듯 뻣뻣하게 서서 허리를 90도로 굽 히며 인사했다. 가벼운 웨이브를 하며 그녀의 등 뒤로 길게 늘어뜨려져 있 던 그녀의 머리가 고개를 굽힘에 따라 양 어깨 사이로 흘러 내렸다. 그 사이로 희고 가는 그녀의 뒷목이 들어났다. 라딘의 눈이 차갑게 빛났다. '전문 교육을 받은 프로다. 하지만 실전 경험은 없다고 보이는군. 이봐요 아가씨, 애교 모드에서 긴장 모드로 바뀔 때는 그렇게 가면을 바꿔 쓰듯 확 바뀌는 것이 아니라 처음에는 두 눈동자부터 떨면서 서서히 물에 젖듯이 얼굴부터 어깨, 허리에서 다리 순으로 차례로 굳어야 자연스러운 거에요. 흠, 어쩐 일이지? 그 아줌마가 이런 경험도 없는 아가씨를 나에게 보낸 이 유는? 혹시 말로만 듣던 접대? 아니지, 그렇다면 더더욱 프로를 보내겠지.' 라딘은 일단 가볍게 미소지으며 그녀에게 약간 안심하라는 듯한 따뜻한 목 소리로 말했다. "아, 그런가요? 그럼 일단 들어오세요." 그가 일부러 그녀를 안심시키려 한다는 행동을 보이자 세리나는 이 남자가 단번에 걸려들었구나 하고 속으로 웃었다. 일단 탁자에 앉은 세리나는 친절 하게 라딘이 홍차를 따라주자 그것을 가볍게 들어 입술에 물기를 묻히듯 약 간 기울였다가 내려놓았다. 물에 젖은 그녀의 입술이 은근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이야~, 정말 어스나 브리시아나 첩보 매뉴얼은 똑같나 보내. 어떻게 엄마 가 내가 14살 때 외우라고 시킨 [프로가 쓰는 미인계]에 써 있는 기법하고 이렇게 같을 수가 있냐? 나중에 라이자 부인에게 가서 이쪽 매뉴얼 한번 보여 달라고 해야겠다. 혹시 어스에서 안 나온 기술이 개발 되었으면 가서 정보부에 신기술로 등록 하고 보상금 타먹어야지!' 라딘이 속으로 감탄하고 있을 때, 세리나는 얼른 품속에서 한 장의 편지를 꺼내 두 손으로 공손하게 라딘에게 건냈다. "라이자 백작 부인의 친서입니다. 라딘 경께서 괜찮으시다면 제가 라딘 경 의 종자로 따라 다니면서 여러 가지를 배우고 싶습니다." 라딘은 천천히 그녀의 편지를 받아 우아하게 편지를 펼쳐 읽어 내려갔다. 그 안에는 가문과의 연락과 라딘 경의 의뢰에 가능한 한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전용의 어시스턴트를 보내니 잘 부탁한다고 써 있었다. 라딘은 그 편지를 보며 잠시 생각하다가 그녀에게 물었다. "리나 양, 지금 직업과 레벨이 어떻게 되지요? 제가 가는 길은 상당히 위험 할 수 있기 때문에 어느정도 자신을 지킬 수 없는 사람은 동행 할 수가 없 습니다. 그리고 종자라는 것은 어떤 때는 기사를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직업입니 다. 그것을 알고 계십니까?" 세리나는 이 남자가 드디어 신입사원 길들이기를 시도하는구나 라고 속으로 욕했다. 그러나 그녀는 얼른 고개를 들어 라딘을 열렬하게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 며 말했다. "물론 평소부터 존경하던 자유기사 라딘 경의 곁에서 수련할 수 있다면 어 떤 고생도 감수할 각오가 되어 있어요! 아, 그리고 제 레벨은 현재 413입니 다. 도둑이기 때문에 전투에 크게 도움은 안 될지라도 폐는 끼쳐드리지 않을 것 입니다." 라딘은 그녀의 저는 당신을 존경하고 있어요 라는 느낌의 눈빛이 아주 마음 에 들었다는 듯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품속에서 한 장의 스크롤을 꺼내 그 안에 무엇인가 글을 써서 그녀에게 내밀었다. "리나 양이 그 정도로 각오가 되어 있다면 저도 승낙하지 않을 수 없군요. 자, 여기 서명하세요." -스윽- 책상위에 펼쳐진 스크롤을 보자 그녀의 안색이 변했다. 그것은 바로 각 신 전에서 하이 프리스트가 제작하여 고가에 판매하는 맹세의 증서였다. 애니가 바로 이 증서에 싸인 함으로써 죽음을 껴안고 6년간 생활하지 않았 던가? 그 안에는 앞으로 5년간 라딘의 종자로써의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맹 세와 그것을 어길 시에는 신의 저주를 받아 오크로 변하게 될 것이라는 말 이 쓰여 있었다. "아, 이,이 서류에 싸인 해야 하나요?" 세리나는 왠지 모를 위기감을 느꼈다. 그러나 라딘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 "맹세는 형식적인 것입니다만, 이정도 각오가 없다면 생명이 걸린 위기 상 황에서 상대를 완전히 믿을 수가 없으니까요. 만약에 서명 하실 수 없다면 이 이야기는 없던 것으로 하지요. 일단 종자가 되면 최소 5년은 있어야 저도 나름대로 가르칠 것도 가르치고 그럴 수 있으니까요. 전의 종자였던 애니는 6년을 충실히 봉사하여 지금은 나름대로 자립하게 되었지요." 세리나는 애니의 말을 듣고는 약간 감정이 상했다. 지금 그냥 돌아갈 수도 없었다. 페이 원의 자리가 걸려 있는 것이다. '칫, 3년만 하면 된다고 했는데, 꼼짝없이 5년은 해야 되네, 그래, 어차피 이 남자의 성격은 파악했으니까, 비위를 맞춰주면서 5년만 고생하자, 세리 나야, 너의 미래는 페이 원이잖아. 이정도 고생은 감수해야 해!' 세리나는 결국 마음을 정하고 라딘을 보며 말했다. 그녀의 눈은 신념으로 빛나고 있었다. "물론 라딘 경의 신임을 얻기 위해서라면 이정도 일은 아무것도 아니에요. 종자가 되기로 한 이상 라딘 경의 제자나 다름 없는 것이니까요." 그렇게 상대를 감동시키는 대사를 말하고 그녀는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펜 을 들어 그 스크롤에 싸인을 했다. 라딘은 그 모습을 잔잔한 미소와 함께 지켜보았다. "여기 있어요." 그녀가 내민 맹세의 증서를 받아 둘둘 말아서 자신의 품속에 넣은 라딘은 그녀에게 말했다. "그럼, 오늘부터 세리나 폰 링크 백작 영애는 정식으로 저의 종자입니다. 본인의 희망에 따라 애칭인 리나로 부르기로 하고 종자의 신분이므로 레이 디를 위한 존칭은 생략하고 반말을 쓰겠습니다. 알았니? 리나야." -콰콰쾅- 그녀의 얼굴에 있던 모든 색소가 사라졌다. 백설공주도 울고 갈 만한 하얀 색의 얼굴에 급격히 확산된 초록색의 두 눈 동자만이 색을 지니고 있을 뿐이었다. "어, 어떻게 아셨죠?" 라딘은 천천히 자신의 앞에 있는 홍차를 들어 마시고는 그의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이제는 자신의 종자가 된 그녀에게 친절하게 설명했다. "다른 사람이야 링크가를 잘 모르니까, 라이자 백작 부인의 병약해서 사교 계에 나오지 못하고 별장에서 요양하는 병약소녀 세리나에게 별로 신경을 안 쓰겠지. 하지만, 나는 다르잖니, 내가 너네집 식구들의 얼굴을 확인하는 데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 너는 모를 거다. 그러니 너도 마음을 비우고 내 방에 가서 내가 싸던 짐이나 마저 싸렴, 참 밥은 지을 줄 알겠지? 카리브까지 두 달은 걸리니까, 그 동안의 숙소와 먹 는 것 같은 것을 모두 준비해야 한단다. 여기 지도가 있으니까 계획을 잘 세워 보렴. 야영을 하게 될 것 같은 지점에서는 알아서 식량을 준비해야 하 고, 식수나 말에게 먹일 풀과 콩도 알아서 준비할 줄 믿겠다. 나는 신상은 몰라도 필벌은 꼭 지키는 사람이니 처음에는 약간 긴장을 하는 것이 만수무강에 도움이 될 거다. 열심히 하면 설마 내가 종자를 때려죽이 겠니? 말 잘 듣는 종자가 장수한다고 기사 협회 통계에도 나와 있거든."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실 페이원이 조직의 미래를 맡길 후계자의 얼굴을 그 렇게 쉽게 노출 시킬 리가 없었다. 라딘은 속으로 생각했다. '흐흐흐, 그거야 당연히 네가 네 엄마랑 닮았기 때문이지, 아무튼 링크가의 사람들은 오랫동안 의심을 받아본 적이 없어서인지 엄마도 딸도 유도심문 에는 상당히 약한 구석이 있단 말이야. 뭐, 이 경우 시인 안 했으면 생명을 부지하기 어려웠지만 말이야. 카카카카카.' 한편 라딘의 말에 비로소 자신이 이미 헤어날 수 없는 암흑의 구렁텅이에 빠진 것을 안 세리나는 울면서 라딘에게 엄마가 준 또 한 장의 편지를 건낼 수밖에 없었다. 그날부터 리나의 모험은 시작되었다. --------------------------------------------- =+=+=+=+=+=+=+=+=+=+=+=+=+=+=+=+=+=+=+=+=+=+NovelExtra(novel@quickskil l.com)=+= 4-4 서대륙으로 --------------------------------- 며칠 후, 라딘 일행은 수도를 떠났다. 두 달 후에 카리브에 도착하면 라딘 상회의 새로운 사업인 라딘 해운을 시 작해야 했다. 라딘은 이번에 브리시아인인 피터슨을 라딘 상회의 정식 총 매니저로 임명하고, 그의 주도아래 10명의 지역별 매니저를 선발하여 각 지 역을 자체운영하도록 했고 총 매니저인 피터슨은 제국 규모의 사업의 경우 에만 지방 매니저의 활동을 조율하도록 했다. 라딘의 명성에 힘입어 각 지방의 중소 상회들은 라딘 상회와의 연계를 적극 적으로 수용했고, 현재 파스트 제국의 상권의 20%이상이 알게 모르게 라딘 상회의 영향력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완벽한 문어발식 기업 확장이었다. 라딘이 생각하기에 앞으로 5년 안으로 제국의 상권의 50%는 라딘 상회의 절 대적 영향을 받게 될 것이었다. 상식적으로 말도 안 되는 성장 속도이자 시 장 점유율이었지만, 황제와 재상이 밀어주고, 재무부 장관과 국방부 장관이 주주인 이 라딘 상회는 충분히 그럴 역량이 있었다. '라딘 해운! 이것이야말로 대박이지, 전설이 탄생할 거야. 운행 첫날부터 승객이 꽉 차는 기적을 보여주마!' 라딘은 마차의 창밖으로 보이는 들판과 하늘의 구름을 바라보면서 마음속으 로 결심했다. ------------------------------ 동대륙 파스트 제국의 무술가들의 연합이 바로 동대륙무술연맹이다. 동소림과 당씨세가, 그리고 몇 개의 문파들이 주축으로 만든 이 연맹의 중 앙회의실에는 지금 10여명의 사람이 모여있었다. 무술연맹의 대표 간부들이었다. 정기회의 기간도 아닌 지금 그들이 모여있 다니? 지금 그들의 얼굴은 심각하게 굳어 있었다. 동소림의 방장인 소월대사가 먼저 말을 꺼냈다. "여러분들도 들으셨겠지만 요즘 세상에는 혈궁도해라는 지도가 나돌고 있소 이다. 이것이 바로 그 지도이오." -슥- 책상위에 펼쳐진 양피지는 최고급의 재질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은은한 청광이 서린 것으로 보아 마법으로 인해 그 내구력이 극도로 강화된 물건임 에 틀림없었다. 그 지도 안에는 한 건축물의 내부구조와 기관에 대한 설명이 적혀 있었는데 , 그 옆에는 지하 2층이라고 쓰여 있었다. 그리고 가장 밑부분에는 두 구절의 문구가 쓰여 있었다. -물 속에 물이 없고, 검 속에 검이 없다.- "으음, 이 지도가 바로 그 소문속의 지도로군요. 용케 구하셨소이다, 그려. " 철권문의 문주 대권단악 문 인혼이 감탄했다. 그러나 소월대사는 고개를 저 었다. "이 혈궁도해는 소승이 확인한 것만도 50장 이상이 존재하고 있소이다. 아 마 동대륙 전체에 적어도 100장은 있다는 것이 소승의 소견이오." -으음- 사람들이 일제히 신음 소리를 흘렸다. 100여장이라니! 보물지도가 100장이나 나도는 경우란 딱 한가지 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것은 음모겠군요." 당씨세가의 당대 문주인 당 청표가 신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중인들이 서로 를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렇소이다. 소승이 생각하기에도 이것은 대단히 사악한 음모가 틀림 없소, 그리고 문제는 이 지도를 퍼뜨린 자들이 누군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는 것이오." 그들은 모두 긴장하고 있었다. 현재 세상에는 혈궁도해라는 지도가 퍼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와 함께 혈궁 도해는 바로 혈월신마의 유산이 담긴 장소라는 소문도 퍼지고 있었다. 무공에 뜻을 둔 사람이라면 이 말을 듣고 절대로 가만히 있을 수 없을 것이 다. 그들은 지도를 구하기 위해 혈안이 되었고, 그들의 기대에 부응하듯 세상에 는 수많은 혈궁도해가 나타났다. 몇몇 사람들은 지도를 얻었다. 그리고 지도를 구경도 못해본 대부분의 사람 들도 그 혈궁의 장소가 서대륙이라는 소문에 의지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서대륙으로 향하려 하고 있었다. 그런 그들에게 이 지도는 함정이라고 아무리 설명해봐야 소용이 없었다. 천하제일고수! 이 말은 사람의 이성을 잃게 하는 최고의 마약이었다. 결국 동대륙 무술연맹의 간부들은 이 음모를 꾸민 자들에 대해 추측하다가 서대륙의 사교조직인 암흑마교의 소행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들이 동대륙에 새롭게 세력을 뻗치기 위해 기존의 동대륙의 무술가들을 서대륙으로 유인하여 거대한 함정으로 제거하려는 음모임에 틀림없소. 우리 동대륙 무술연맹은 이들의 음모를 총력을 기울여서 막아야 하오!" 소월대사의 선언에 결국 그들은 그들 문파의 장로급 인사와 후지기수들을 서대륙으로 보내기로 결정했다. 혈궁이 나타날 경우, 혈궁의 배경을 감시하 고 많은 무도가들이 함정에 빠지지 않게 경계, 보호한다는 취지에서 결정된 일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마음속에도 혹시라도 혈궁이 정말로 혈월신마의 무덤이라면 그 유물의 행방을 조사해야 한다는 의도가 숨어 있었다. ---------------------------------- 레디안 왕국의 수도에 위치한 적랑기사단의 단장실에는 두 사람이 마주 앉 아 있었다. 한 사람은 전 대륙에 위명을 떨치고 있는 적랑기사단장 그리안 후작이었고, 그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은 이계인중 최초로 기사단의 단장으로 임명된 하 이드래곤 기사단 단장 악령기사 백작이었다. "경도 소문을 들었을 것이라고 믿소이다. 다름 아닌 혈궁도해의 소문 말이 오." 그리안 후작이 먼저 자신이 악령기사를 부른 이유를 말했다. 악령기사는 고 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저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정상적이지 못 하더군요. 지도가 한 장이 아니라 수십 장이라면서요. 분명히 그것은 가짜이고 혈궁따위는 존재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의 자신에 찬 분석에 그리안 후작은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물론 그 지도가 어떤 자들에 의한 음모라는 것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오. 그러나, 혈궁이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오. 이것을 보 시오." -사락- 그리안 후작은 품속에서 두 장의 양피지 스크롤을 꺼내었다. 그것을 살펴본 악령기사의 눈이 놀라움으로 인해 약간 커졌다. "이것은, 서로 다른 지도이군요. 세상에 나타난 혈궁도해는 한 장 뿐이라고 알고 있습니다만?" 그리안 후작은 고개를 끄덕이며 악령기사의 질문에 대답했다. "그렇소, 이 지하 2층이라고 쓰여진 지도가 바로 세상에 나도는 혈궁도해요 . 그리고 다른 한 장은 내가 몇 년 전에 우연히 얻은 것이오. 이것을 볼 때, 혈궁도해는 분명히 존재하고 몇장의 지도가 합쳐지면 그것이 완성되리라고 예측 할 수 있소. 이것은 음모이오. 하지만 혈궁은 존재하오 . 그리고, 본인이 생각하기에 그 혈궁이라는 곳은 혈월신마의 무덤이 맞을 것 같소." -쿠쿵- 악령기사의 충격의 표정이 떠오르고 있었다. "음, 그렇다면 이 지도를 퍼뜨린 자들의 의도는 한 장이나 두 장의 지도를 가진 어떤 자가 남은 지도를 찾으려고 이런 음모를 꾸민 것이라고 할 수 있 겠군요!" "그렇소, 그래서 본인은 악령기사 경을 부른 것이오. 그대가 우리 레디안의 미래를 위해 서대륙으로 떠나 주었으면 하오. 경의 능력이라면 남은 지도 를 모아 혈궁의 비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오! 본인이 직접가고 싶지만, 군부의 총 책임자중 한명인 본인이 지금 레디안을 비울수는 없소. 그러니 이 레디안을 위해 경이 수고해주시기를 바라겠소!" 그리하여 며칠 후, 레디안의 남쪽 항구인 미나토스 항구의 대륙 운행선에는 악령기사와 그의 파티원들이 탑승하게 되었다. ---------------------------------- =+=+=+=+=+=+=+=+=+=+=+=+=+=+=+=+=+=+=+=+=+=+NovelExtra(novel@quickskil l.com)=+= 4-4 서대륙으로 ------------------------- 서대륙의 팡슈 지방을 장악하고 있는 서문세가, 이 세가는 전국시대 상태인 서대륙의 수많은 나라 중 그래도 강력한 힘을 자랑하는 13개의 국가 중 세 나라에 자신들의 문하 제자들을 보급하여 서대륙 전반에 이미 100여년 동 안 명성을 떨치고 있었다. 그리고 30년 전, 서대륙 최고의 고수 중 한명인 서문기검이 40세의 나이로 검성의 깨달음을 얻어 출도 한 이래, 현재 이 가문의 명성은 절정에 달해 있다고 하겠다. 서문세가에서 서문기검이 머무는 거처는 청향각이다. 지금 그곳에는 서문기검과 현 가주인 서문철, 그리고 그가 귀여워하는 조카 손자인 서문월이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가주, 본 장로가 가주를 뵙자고 한 것은 다름이 아니고 요즘 동대륙에서 퍼지고 있다는 혈궁도해라는 지도에 대한 것이오." 서문기검이 말을 꺼내자 서문철도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조카도 그 소문을 들었습니다. 지금 많은 사람들이 이 서대륙으로 건너오 려고 하고 있다는 군요." 그러자 옆에서 서문기검의 앉아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던 서문월이 물었다. "할아버지, 그러나 그것은 아무래도 음모가 아닐까요? 지도가 100장이나 된 다고 합니다. 보나마나 마교의 소행일 것입니다." 그의 분별력 있는 의견에 두 사람은 기꺼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머지않은 장래에 이 서문세가를 짊어지고 갈 인재였다. "그렇단다, 월아야, 이일은 누가 보더라도 음모임에 명백하단다. 그러나 그 음모가 어디까지가 음모고 어디까지가 진실인지도 무척 중요한 사항이란다 . 문제는 그 지도가 혈월신마의 무덤이라는 소문이거든." 서문월의 표정이 어둡게 변했다. 할아버지의 말씀을 듣고 보니, 아무리 음모라는 말을 들어도 혈월신마라는 이름이 나온 이상 나 몰라라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고 이 일에 뛰어든다는 것은 너무나 위험했다. "아무리 그래도 이 일은 너무나 위험해요. 또 단서도 없구요. 동대륙에서 나돈다는 그 지도를 구해도, 결국 그것은 함정에 스스로 뛰어드는 행위라고 요." 그의 말에 가주인 서문철도 고개를 끄덕여 긍정을 표시하고 서문기검을 보 며 말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일은 그 전개상황을 분석해 볼 때, 전 대륙에 영향력이 미치는 거대 세력이 관여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정도 세력이라면 현재 암흑마교 이외에는 없지요. 그들이 관여한 이상 좋은 결말은 안 나올 겁니다. 오히려 피바람이 불겠지요." 서문기검은 역시 혈월신마의 유산이라는 유혹에도 냉정하게 앞뒤를 분석하 는 현 가주를 보며 믿음직스럽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는 그가 가진 비밀을 말하기 시작했다. "가주의 말씀이 심히 올소이다. 그러나 사실 본인이 그대들을 부른 것은 또 다른 단서가 있기 때문이오. 이것을 봐 주시오." -슥- 서문기검은 품 속에서 한 장의 양피지를 꺼내 펼쳤다. 그 안에는 희미한 선과 진한 선이 하나의 산맥을 나타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위에는 혈궁도해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이것은! 이것이 바로 동대륙에 나돈다는 그 혈궁도해입니까? 은거하신 장 로님께서 어떻게 이것을 얻으셨는지요?" 가주의 놀람에 가득찬 물음에 서문기검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이 지도는 그것과 틀린 것이오. 아직 동대륙의 지도는 서대륙에는 넘어오 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소." -쿠쿵- "그, 그렇다면 이것은 또 다른 지도라는 말씀인가요? 할아버지." 역시 젊은이답게 서문월이 의문을 참지 못하고 바로 물었다. 서문기검은 고 개를 끄덕였다. "그렇단다. 내가 검성의 경지에 오르고 처음 세상을 떠돌다가 우연히 얻게 된 것이지. 나도 그때 나름대로 이 지도에 대해 조사했는데, 내가 생각하기에도 이 지 도는 혈월신마의 무덤을 가리킨 것일 가능성이 높단다. 아마도 지금 지도를 퍼뜨린 사람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것 같구나. 나는 혼자서 이 지도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자는 세상에 퍼뜨려 기어코 혈월신 마의 유산을 얻으려고 하려는 모양이다. 상당히 야망이 크고 적극적이고 머리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되는구나." -으음- 서문철이 자신도 모르게 신음소리를 흘렸다. 당금의 세상에서 그 정도로 대 규모 음모를 꾸미고 실행시킬 수 있는 조직은 암흑마교 밖에는 없었다. 어둠의 신 메사아드를 신봉하는 무리들! 그런데 지금 자신의 백부인 서문기 검이 이 음모를 꾸미는 자를 야망이 크고 적극적이고 머리가 좋다고 평가하 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머지않아 마교에 의해 세상이 더욱 더 혼란스러워 질지도 몰랐다. 서문철의 얼굴이 긴장과 초조로 굳어갈 무렵, 드디어 서문기검이 선언하듯 말했다. "며칠 후, 본인이 직접 이 지도를 가지고 진상을 조사하기 위해 떠나겠소. 그리고 이번에는 월아도 같이 데리고 가서 견문을 넓혀 주고 싶소이다. 이 정도의 큰 사건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으니, 조금 위험하기는 해도 여러 가지 경험을 쌓을 수 있을 것이오." 서문기검의 말이 끝나고, 가주인 서문철이 그것을 승낙하자 서문월은 드디 어 가문을 나서서 세상을 돌아볼 수 있다는 기쁨에 들뜨기 시작했다. 하물며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사숙조와 같이 하는 여행이었다. 며칠 후, 천하 4대 고수중 하나이자 서대륙의 검왕이라고 칭송받는 920레벨 의 검성 서문기검은 10년간의 은거를 깨고 그의 조카손자와 함께 무림에 재 출도했다. --------------------------------------- 어두운 방 안에는 오직 은은한 핏빛을 발하는 야명주 네 개가 빛나고 있을 뿐이었다. 그 곳에는 하나의 거대한 태사의가 있었고, 그 화려한 의자에는 곤룡포를 걸친 중년인이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의 앞쪽의 홀에는 여러 명의 사람들이 나열해 있었고, 한 사람의 노인이 오체투지의 자세로 엎드려 있었다. "흠, 그러니까, 혈궁도해라는 지도가 동대륙에 퍼졌다고? 그리고 그 일이 우리 암흑마교의 소행이라는 추측이 나돌고?" 그 중년인의 말은 신기하게도 돌로 된 홀 안이 흔들릴 정도로 심하게 울렸 다. 그의 말속에 담긴 마기는 범상한 것이 아니었다. 엎드려 있던 대외당주 천목도귀의 몸이 공포로 떨렸다. 이미 30년간이나 이 암흑마교를 위해 일해 왔지만, 저 교주의 마기는 언제나 그의 몸을 굳어지 게 만들 정도로 강력했다. 그는 가능한 한 떨리는 목소리를 제어하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지존이시여! 소문에 의하면 혈궁도해는 바로 혈월신마의 유물 이 있는 장소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사실일지 아닐지도 불확실하고, 이미 지도가 100여장이나 풀린 것으로 보아 음모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소신의 우둔한 머리로는 도대체 누가 그런 일을 벌일 수 있는지 짐 작할 수가 없습니다. 저희가 지금까지 알고 있는 모든 조직 중에는 그렇게 동대륙 전역에 골고루, 그것도 은밀하게 지도를 퍼뜨릴 수 있는 힘을 가진 곳은 없습니다." "으음, 알았다. 그대는 그 소문에 대한 조사를 더욱 강화하고 어떠한 단서 라도 생기면 그 즉시 보고해라! 마영장로, 그대는 나중에 내 방으로 와주시 기를 바라오, 상의할 것이 있소이다." 그렇게 암흑마교의 회의는 끝났다. 그리고 암흑마교의 수석장로이자 현 교주의 삼촌인 마영신장 서화극은 교주 의 거처를 방문했다. "어서 오십시요, 삼촌." "허허허, 교주님께서는 말씀을 낮추시지요. 제가 비록 장로이기는 하나 암 흑신교의 교주는 만인지상의 지위! 교주의 존대를 감히 감당할 수 없소이다 ." 서화극이 웃으며 손을 흔들어 사양하자, 교주는 다시 부드럽게 그에게 자리 를 권했다. 두 사람은 자리에 앉아 차를 마신 후 진지하게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허어, 그러니까 우리 교에 그 혈궁도해가 한 장 있다는 말씀이오?" 서화극이 놀란 목소리로 교주의 설명을 재촉했다. "그렇소, 전전대 교주께서 우연히 얻은 지도로 아직까지 그것이 무엇을 위 한 지도인지 모르고 있었소이다. 혈궁이라는 이름이 들어있는 관계로 아무 래도 전대의 비밀세력의 유산이 아닌가 생각하고 보관해 왔다고 들었소. 그런데 소문에는 그것이 혈월신마의 무덤이라고 하더이다." 서화극은 잠시 생각에 잠겨 상황을 분석한 후 말했다. "알았소이다. 본 장로가 직접 가서 그 일의 진상을 확인해 보겠소. 만약 그 것이 정말이라면 우리 교만이 혈월신마의 유물을 가질 자격이 있을 것이오! 세상의 모든 물건은 그것을 가장 잘 쓸 수 있는 사람이 소유해야 하는 법 아니겠소? 하하하하" "천하 4대 고수 중 한명인 장로께서 직접 나서 주신다면 틀림없이 일이 좋 게 풀릴 것이오. 그럼 우리 암흑신교의 미래를 위하여 장로께 부탁드리겠소 이다." 교주가 정식으로 청원하고, 평소부터 혈월신마라는 고금에 그 유래를 찾아 볼 수 없는 마두에 관심이 많았던 910레벨의 마교 최고 고수 마영신장 서화 극은 즉시 그의 직속수하인 살혼쌍영을 데리고 강호로 나갔다. 한 사람의 구라가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었다. --------------------------------------------- 한 이래, 현재 이 가문의 명성은 절정에 달해 있다고 하겠다. =+=+=+=+=+=+=+=+=+=+=+=+=+=+=+=+=+=+=+=+=+=+NovelExtra(novel@quickskil l.com)=+= [공지]출판과 삭제에 대해. 안녕하세요. 자유팰러딘입니다. 오늘 드디어 서점에 신마대전이 나왔습니다. 총판에서 대여점에 들어가는 날은 9월 2일이 될 거라고 합니다. 오늘 3권 분량을 삭제합니다. 그동안의 통계를 보면, 1,2 권 출간 후, 3권을 연재에서 보고 3권의 판매가 적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하네요.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9월 중순에 3권이 나올 예정입니다. 4권은 추석이 지나야 나오겠죠. 일단 3권까지 판매되는 것을 보고, 조기 종결로 갈지 정상 종결로 갈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안 먹힌다 싶으면, 아마 5권이 완결로 될 것 같습니다. 다음 작품 써야죠. 팔린다 싶으면 끝까지 한번 밀어붙여 보는 것입니다. 이 소설의 최고 스릴은 바로 작가의 긴장감입니다. 여기서 라딘이 한 번만 바보짓을 하면 소설 전체의 분위기가 완전히 망가지 겠죠? 무적 사기 신화! 완결까지 절대로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야 하는 고공활강같 은 진행이 바로 이 신마대전을 쓰는 작가를 괴롭히는 최고의 프레셔입니다. 2004년 8월 31일 자유팰러딘 올림 [공지]출판과 삭제에 대해. 홰聆究셀? 자유팰러딘입니다. 오늘 드디어 서점에 신마대전이 나왔습니다. 총판에서 대여점에 들어가는 날은 9월 2일이 될 거라고 합니다. 윱?3권 분량을 삭제합니다. 그동안의 통계를 보면, 1,2 권 출간 후, 3권을 연재에서 보고 3권의 판매가 적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하네요.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월 중순에 3권이 나올 예정입니다. 권은 추석이 지나야 나오겠죠. 求?3권까지 판매되는 것을 보고, 조기 종결로 갈지 정상 종결로 갈지를 결 정해야 합니다. 안 먹힌다 싶으면, 아마 5권이 완결로 될 것 같습니다. 다음 작품 써야죠. 팔린다 싶으면 끝까지 한번 밀어붙여 보는 것입니다. ?소설의 최고 스릴은 바로 작가의 긴장감입니다. 여기서 라딘이 한 번만 바보짓을 하면 소설 전체의 분위기가 완전히 망가지 겠죠? ダ?사기 신화! 완결까지 절대로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야 하는 고공활강같 은 진행이 바로 이 신마대전을 쓰는 작가를 괴롭히는 최고의 프레셔입니다. 004년 8월 31일 자유팰러딘 올림 =+=+=+=+=+=+=+=+=+=+=+=+=+=+=+=+=+=+=+=+=+=+NovelExtra(novel@quickskil l.com)=+= 4-4 서대륙으로 -------------------------------------- 수도를 떠나고 약 두 달이 지날 무렵, 드디어 라딘 일행은 자신들의 본거지 인 카리브 시티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동안 카리브에서는 라딘의 대리인인 피터슨 총 매니저를 중심으로 라딘 해운의 첫 대륙간 항해의 운항준비를 끝내놓고 있었다. 지금 라딘 해운의 선박은 여행객 200명을 태울 수 있는 대형선이 3척, 50명 을 태울 수 있는 중형선이 8척이다. 과거 킹크라켄 레이드 때의 선박들을 개조하고, 다시 대형선 한척을 건조했다. 중형선들은 기본적으로 쾌속 전투선이기 때문에 만일의 경우 대형선을 호위 하면서 전투를 시행할 수 있게 선원수를 줄이고, 장비를 강화했다. 이로써 한번 항해에 천 명의 승객을 서대륙으로 나를 수 있게 되었다. 승객이 꽉 찼을 경우, 20만 골드의 매출이 발생하고, 순 이익은 10만 골드 에 달한다. 두 달에 한번씩 1년에 6번 운행하기 때문에 이 라딘 해운의 1년 매출액은 약 120만 골드에 달한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것은 편도의 이용금액이다. 서대륙에서 이 동대륙으로 오는 사람은 계산에 넣지 않고 있었다. 물론 그 쪽에서 오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라딘에게는 또 다른 계획이 있었다. 라딘은 이 동서 대륙 정기 운행선이 라딘 토목과 더불어 라딘 상회 최고 주 력 사업이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단 한 달간의 항해로 서대륙으로 갈 수 있는 동부해안 항로의 소문을 듣고 이미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다. 서부나 남부해안 항로는 두 달이 걸린다. 그 덕분에 카리브 시티는 활기에 차 있었다. 지금 예약을 못한 사람들은 어 쩔 수 없이 다음 항해인 2개월 후까지 이 도시 근처에서 생활해야 한다. 이렇게 항구도시는 여러모로 발전하게 되는 것이다. ---------------------------------------------- 라딘은 카리브 시티로 돌아오자마자, 자신의 숙소로 달려갔다. 며칠 전, 미 리네에게서 친구가 카리브로 찾아 왔다는 귓말을 받았기 때문이다. -덜컥- 라딘이 문을 열고 자신의 집으로 들어가자 그 안에는 바로 조그마한 거실이 있었다. 거실에는 4명이 앉을 수 있는 탁자와 의자가 놓여 있었고, 안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하나의 액자가 걸려 있었다. -역애불이(力愛不異)- 사랑과 힘은 서로 다르지 않다 라는 뜻이다. 이 액자는 명필로 소문난 맥시밀리언 추기경이 직접 써서 라딘에게 선물한 것으로써, 자비의 신의 가르침중 하나이다. 라딘이 문을 열고 들어가자, 안쪽 방에서 문이 열리며 한 사람의 전사가 나 왔다. 녹색의 생머리를 길게 늘어뜨리고, 은은한 광택의 은색에 초록색 에메랄드 의 가루로 용의 문양을 새긴 풀 플레이트 아머를 입고 있는 미소년이었다. "카린! 드디어 세상에 나왔구나!" "오옷, 라딘, 잘 있었니?" 두 사람은 열렬하게 포응했다. 마치 수십 년간 헤어져 있던 친 형제를 만난 분위기였다. 잠시 후, 라딘은 리나에게 홍차를 끓여 오라고 시킨 후 카린과 탁자에 마주 앉아 그동안의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라딘의 마을 개발, 라딘 상회의 건설, 여러 가지 회사로의 확장과 킹크라켄 의 격퇴, 이런 모든 이야기들은 이제 겨우 세상에 나온 카린의 마음을 흥분 으로 들뜨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래서 결국 나는 깨달았어, 세상을 위해 무슨 일을 하던지 간에 자금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래서 라딘 상회를 세웠지! 카린, 잘 왔어, 나랑 같이 자금을 모으자, 그래야 정말로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을 거야." 라딘은 자기가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이 돈을 버는 일이라고는 말하지 않았다 . 카린도 모험을 위해서 돈을 모으는 것인지 돈을 모으기 위해서 모험을 하는 것인지를 굳이 따지지 않았다. 카린에게 중요한 것은 이 친구가 돈이 많다는 것이고, 이 친구랑 같이 놀다 보면 자신도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었다. 명분과 실리를 같이 충족시켜주는 이 라딘이라는 친구는 정말로 좋은 친구 였다. "그래서 지금부터는 무슨 일을 할 건데?" 카린이 라딘에게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해 달라고 물었다. "응, 일단 서대륙으로 떠날 거야. 그런데 그 후가 문제야. 사실 나는 이 대 륙 운행선이 완전히 안정화 될 때까지 당분간 배위에서 생활해야 할 것 같 아. 그런데 이런 일은 사실 별로 재미가 없으니 너에게 같이 있자고 하기에 조 금 그렇거든, 모처럼 나왔는데 처음부터 지루한 일을 하면 안 되잖아, 그러 니까 카린 너는 서대륙에서 모험을 하는 것이 좋을까 해." "어떤 모험?" 카린이 얼른 물었다. 물론 그도 배위에서 조용히 지내고 싶지는 않았다. "응, 그건 몇 가지 생각해 봤는데, 아무래도 일단 서대륙에 가서 상황을 본 후 결정하자고, 바람직한 모험이라는 것이 재미도 있고 실력도 늘리고 돈 도 벌어야 되잖아! 그러니까 현장을 보고 결정해야 나중에 트러블이 안 날 것 같아. 염려 마, 꼭 좋은 모험을 소개해 줄게." 라딘이 선언하듯 말하자, 카린이 탁자위에 있는 라딘의 손을 꼬옥 잡았다. "믿겠네, 친구!" 그렇게 카린은 라딘 패밀리의 일원으로 합류하였고, 서대륙 항해의 요원으 로 참가하게 되었다. 카린이 자신의 방으로 들어간 후, 라딘은 리나에게 피터슨에게 가서 여태까 지의 보고 서류를 받아오라고 시킨 후,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의 방은 그다지 크지 않은 소박한 침대와 그 옆에 조그마한 개인용 탁자 가 놓여 있을 뿐, 아무 장식도 없었다. 그야말로 수행에 전념하는 팰러딘의 방이라는 분위기였다. 라딘은 일단 문을 잠갔다. 겉보기와는 다르게 최고급 자물쇠였다. 그의 방은 방음처리까지 되어 있었다. 라딘은 다시 마법 함정인 알람을 가 동 시켰다. 누군가 방안으로 들어오면 알람이 울리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나서야 그는 자신의 개인 탁자를 들어 그 밑에 있는 비밀 스위치를 눌렀다. 2톤 이상의 압력이 가해져야만 눌러지기 때문에 라딘만이 그것을 작동시킬 수 있었다. -그르릉- 침대의 중간이 열렸다. 그 밑에는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었다. -저벅저벅- 라딘은 천천히 계단을 내려갔다. 잠시 후, 침대는 조용한 기관음을 내며 원상태로 복귀 되었다. 계단의 끝에는 하나의 홀이 있었다. 그리고 그 홀에는 세 개의 문이 있었다 . 라딘의 재료 창고와 작업장으로 통하는 문이었다. 홀에는 하나의 액자가 걸려 있었다. -금력불이(金力不異)- 돈과 힘은 다르지 않다, 즉 돈이 곧 힘이다 라는 뜻이다. 이 액자야말로 라 딘이 자신의 마스터 조각 스킬을 이용해 금으로 된 판에다 새겨 넣은 자신 만의 신조였다. 라딘은 그 액자를 한번 보고는 자신의 창고로 가서 이번 항해에 필요한 물 건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비월전이 조직의 힘을 이용하여 세상에 퍼뜨린 100장의 가짜 지도의 힘으로 이제 세상은 움직일 것이다. 아니 이미 움직이고 있다고 봐야했다. 그리고 일단 혈궁의 위치가 나타나고 혈월신마의 물건이 나오기만 하면, 비 월전의 힘으로 그 유물의 행방을 쫓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물론 자신이 직접 얻으면 더 좋겠지만, 만약 그렇지 않다고 해도 결국 뭉치 가 원하는 혼원일기공은 뭉치의 손으로 넘어갈 것이다. 왜냐하면 혼원일기공을 익히기 위한 전단계 무공을 이미 뭉치가 익히고 있 기 때문이었다. 음양쌍마공을 익히지 않으면 혼원일기공을 익힐 수 없는 것이다. 뭉치가 혼원일기공을 익혀 최강의 고수 중 한명이 된다면, 이 동부 해안의 최고 권력자는 뭉치가 될 것이다. 자신이 뒤를 밀고, 뭉치 특유의 카리스마와 인망을 생각한다면 거의 확실하 다고 봐야했다. 동부연합의 최고 수장 권성 뭉치! 그의 화려한 미래와 그에 따른 막대한 금 전적 이익은 이미 한발 한발 현실화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이제는 기다리기만 하면 돼. 남은 지도가 세상에 나타나고 혈궁이 나타날 때까지 몇 년이 걸릴까? 언젠가는 나타나겠지, 그리고 말이야. 흐흐흐" 라딘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진짜 혈궁도해를 펼쳤다. 세상에 퍼진 100장의 가짜지도에 쓰여 있는 그 문구, -물속에 물이 없고, 검속에 검이 없다.- 이 문구는 바로 라딘의 심술이었다. 오직 자신만이 진짜 문구를 알고 있었다. 라딘의 마음은 이미 완벽하게 어둠에 물들어 있었다. -------------------------------------- 정치 음모 파트 끝~, 이제는 조금 활동적인 파트로 갑니다. 아아, 라딘 나쁜 놈이긴 한데 너무 미워하시면 안돼요~. =+=+=+=+=+=+=+=+=+=+=+=+=+=+=+=+=+=+=+=+=+=+NovelExtra(novel@quickskil l.com)=+= 4-5 해적 ---------------------------------- -부웅- 드디어 라딘 해운의 대륙 간 운행선은 첫 항해를 시작했다. 승객은 당연히 만석이었다. 오히려 이번 배를 놓치면 2개월을 기다려야 하 기 때문에 암표가 팔릴 정도였다. 라딘과 몽몽, 리나, 뭉치, 카린, 그리고 크로키와 그의 친구들도 모두 이 배에 타고 있었다. 직접적인 항해는 바로 마크 선장과 그의 과거 부하들이 하고 있었지만, 이 험난한 동부해안 항로에서 수시로 만나는 각종 마물들의 처리는 라딘과 지 금 배 밑에 따라오고 있는 설산이 맡게 될 것이다. 얼마 전, 설산은 정식으로 라딘에게 소환되어 그와 경험치를 공유하게 되었 다. 라딘은 자신의 경험치의 절반인 50%나 빼앗기는 것 때문에 끝까지 설산을 소환하지 않으려 했지만, 결국 서대륙까지의 항로 개척을 위해서 그를 소환 할 수밖에 없었다. 라딘과 크로키는 오늘도 캡틴 마크에게 항로와 배의 운항에 대해 배우고 있 었다. 배 위에서는 할 것도 별로 없기 때문에 두 사람은 무척 심심했다. 몽몽은 배와 배 사이를 날아다니며 놀고 있었다. 검은 색 밍크털 날다람쥐 가 맑은 하늘을 가르며 나는 모습은 꽤 멋있다고 할 수 있었다. '라딘 경, 마수가 접근하고 있소.' 설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전 내내 계속된 운항 수업이 무척 지겨웠던 라딘은 벌떡 일어나 갑판위로 달려가며 설산에게 귓말로 말했다. '어떤 놈이야? 몇 놈인데?' 해양 마운트를 소유한 팰러딘의 기쁨을 느끼고 있었다. '루갈라이아요. 두 마리고 크기는 약 30m정도는 되어 보이오.' '잉? 루갈라이아? 그게 뭔데?' 라딘은 자신이 모르는 마물의 이름이 나오자 놀라서 물었다. 역시 해양마물 은 세상에 알려진 마물보다 알려지지 않은 마물이 더 많다. 그리고 알려지 지 않은 마물의 공통점은 성질이 더러워서 목격자를 남겨두지 않는다는 점 일 것이다. -휙, 풍덩- 라딘은 지체없이 바다 속으로 뛰어 들었다. 물속에 들어가자 라딘의 풀플레 이트 아머에서 파란색 광택이 강해지기 시작했다. 소울 오브 오션의 파워인 워터프리액션이 발동하고 있었다. 그의 호흡도 행 동도 육지에서의 활동과 전혀 다름없었다. 바다 속에는 설산이 헤엄치고 있었고, 설산이 바라보는 쪽에는 거대한 뱀장 어가 두 마리 다가오고 있었다. '헉, 뱀장어 아냐? 아, 이봐 저놈들 혹시 전기 내뿜냐?' 라딘이 뱀장어를 보고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불길한 느낌에 얼른 설산에게 물었다. '루갈라이아가 전기를 뿜는 것은 당연한 상식이 아니겠소? 저놈은 배에 구 멍을 뚫고 배에 물이 차오르면 전기를 흘려보내서 사람들을 전멸시킨 후 잡 아먹는 흉악한 놈이오.' '으윽, 알았어.' 라딘은 자신이 썬더 브레이크를 수련할 때 느꼈던 고통을 떠올렸다. 그 후, 그의 머리는 아직까지도 자연스러운 웨이브를 유지하고 있었다. "[파워 브레이크]!" -슈웅- 그의 애병인 미티어샤워가 물살을 가르며 앞으로 쏘아졌다. 워해머는 마치 어뢰와 같이 나아가 루갈라이아의 머리를 정통으로 가격했다. 역시 큰 놈은 생명력이 높은 만큼 회피력은 약하다. -퍽- -쿠류루루루루- 루갈라이아가 화가 난듯 전신에서 방전을 하기 시작했다. 라딘의 몸에 짜릿 한 과거의 그 맛이 느껴졌다. '설산, 뭐해? 어서 처리하자고! 설마 너 이런 자극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겠 지?' 설산은 난데없이 자신을 XX취급하는 라딘을 좋지 않은 눈길로 한번 쏘아보 고는 앞으로 돌진하기 시작했다. 수중차지의 기술이었다. -우우웅- 거대한 고래의 돌진에 물이 요동을 치며 소용돌이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주 위에 있던 모든 물고기들은 이미 거물의 싸움에 피해를 받지 않기 위하여 안전지대까지 피신해 있었다. -퍼억-쿠류루루루루- 루갈라이아의 몸이 설산의 머리에 부딪쳐 급격히 뒤로 튕겼다. 보기만 해도 엄청난 충격을 받은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사이 또 한 마리의 루갈라이아가 설산의 꼬리지느러미 쪽을 둘둘 감았다. 그들도 500레벨에 다다른 마수답게 고래의 사각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파지지지직- 루갈라이아의 방전은 확실히 강력했다. '우갸갸갸갸, 라딘 경, 뭐 하시오? 어서 이 놈 좀 치워 주시오!' 설산이 비명을 지르며 얼른 라딘에게 외쳤다. 그러나 라딘은 주저하고 있었 다. '나보고 저 전기 속으로 뛰어들라고? 그냥 네가 몸으로 때우면 안 될까?' 라딘의 대답에 설산은 다시 자신의 머리에 받혀 비틀거리고 있는 루갈라이 아를 재차 들이받으며 말했다. '어서 오지 않으면 내가 그쪽으로 가겠소!' '칫, 물귀신같은 놈.' 그렇게 오히려 설산을 원망하면서 라딘은 어쩔수 없다는 듯이 자신의 방패 를 앞으로 세웠다. "[홀리 웨폰], 전기는 싫어, 한방에 끝내자고." -부웅- 라딘의 방패가 하얀 성광을 내뿜기 시작했다. 그러자 라딘이 다시 외쳤다. "받아랏, [홀리 코멧]!" -슈아악- 라딘의 전력을 다한 돌진이 시작되자 방패에 있던 성광이 흘러 라딘의 전신 을 감쌌다. 무서운 속도로 쏘아져 나가는 라딘의 모습은 하얀 빛의 덩어리로 밖에 보이 지 않았다. -콰앙-꾸류루루루루- 설산의 꼬리지느러미를 감고 있던 루갈라이아의 머리가 터져나갔다. 그의 몸이 회색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한방에 즉사한 것이다. "훗, 역시! 이제 한 마리 남았나?" 라딘은 남은 한 마리를 향해 다시 홀리 코멧을 사용하려다가 생각을 바꿨다 . '설산 저 놈 죽이지 말고 도망 못 가게 기절만 시켜 봐.'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저 놈은 이미 기절했소.' '오, 잘 됐군.' 라딘은 얼른 배 위로 올라가 배 위에 있는 대형 작살을 가지고 내려왔다. 기절한 루갈라이아의 입에는 작살이 꿰어졌다. '됐어, 크로키! 당겨!' 배 위에 대기하고 있던 선원들이 작살에 달린 줄을 도르레에 걸어 당기기 시작했다. "오옷, 저것 좀 봐!" "우와, 저런 커다란 전기뱀장어가 있다니!" 사람들은 경악했다. 오랜 항해로 심심해하던 승객들에게는 더할 나위없는 구경거리였다. 그날 저녁, 선상에서 연회가 벌어졌다. 라딘은 오랜만에 자신의 마스터쉐프의 솜씨를 발휘해 1천명 분의 싱싱한 장 어구이를 요리해 내었다. 사람들은 역시 라딘 상회는 서비스 정신이 투철하 다고 칭찬하면서 이 새로운 거대장어의 요리를 즐겼다. 지루한 항해 중의 즐거운 한 때였다. ------------------------------------ =+=+=+=+=+=+=+=+=+=+=+=+=+=+=+=+=+=+=+=+=+=+NovelExtra(novel@quickskil l.com)=+= 4-5 해적 ----------------------- 며칠이 지났다. 이제 일주일만 있으면 서대륙에 도착할 것이라고 한다. 라딘과 크로키는 여전히 항해술에 대해 배우고 있었다. 해류와 풍향, 계절에 따른 여러 환경의 변화, 그리고 항해중 만나게 되는 마물들에 대한 일반적인 대처법, 바다에서의 생활은 마치 말이 통하지 않는 다른 나라에 와서 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처럼 한 가지 한 가지가 다 새롭 고 힘들었다. 역시 이 동부항로는 항해 기간은 짧아도 쉬운 항해라고는 할 수 없었다. 며칠에 한번씩 만나는 그 대형 마물들은 대부분 500레벨의 마수였고, 만약 성수 설산과 수륙양용 팰러딘 라딘이 아니었다면 그들의 배들은 적지 않은 타격을 입어 항해가 불가능 해졌을 것이다. 라딘과 뭉치, 그리고 크로키는 한참 서대륙에서의 계획을 점검하고 있었다. 어떻게 서대륙에 자리를 잡을 것인가? 무엇을 할 것인가? 지금 갑판 위에는 한참 바다낚시에 맛을 들인 카린이 열심히 괴물 다랑어를 낚기 위해 특수 낚시대를 뱃전에 걸고 바다를 노려보고 있을 것이다. 이 핵폭탄급 NPC를 어떻게 해야 할까? 라딘은 고민하고 있었다. 자신은 이 항로가 완전히 안정화 될 때까지 배위에 머무르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나마 항해술의 습득에 덜 지루하게 보내고 있다고는 해도 앞으로의 항해는 그야말로 지루함의 연속일 것이 틀림없었다. 무엇보다 아무 일도 안하면서 시간을 소비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라딘은 결국 배에 남아야 하는 거지?" 뭉치가 상당히 안됐다는 듯한 얼굴 표정으로 물었다. 라딘은 그렇게 내가 불쌍하면 네가 남아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드워프에게 물속에서 헤엄쳐가며 싸우라고 할 수는 없었다. "그래, 내가 남을게, 그래도 가끔씩 마물이 나오니까 아주 죽을 정도로 심 심하지는 않을 거야. 경험치도 조금 되고 말이야." 크로키가 옆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열심히 살아, 이게 다 먹고 살자고 하는 거니까, 열심히만 하면 언젠가는 밝은 미래가 현실로 다가 올 거야." 라딘은 그 격려가 이 상황에서 맞는 표현이냐 라고 따지고 싶었지만 이미 상황은 끝나 있었고, 굳이 말꼬투리를 잡고 싶지도 않았다. 뭉치가 다시 말했다. "리나만 불쌍하다. 걔 그래도 피부도 하얗고 고운걸 보면 곱게 자란 아가씨 같은데 어쩌다가 라딘에게 걸려서 선원 생활을 하게 됐냐? 쯔쯔." "걔 인생은 끝난 거라고 봐야겠지.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서 끊임없이 방황 하게 될 거야. 그때가 되면 선상 생활을 오히려 그리워하게 될지도 모르지. " 크로키가 역시 불쌍하다는 듯이 말했다. 사실 애니와 같은 생존본능의 화신도 라딘과의 생활에 거의 한계 상황까지 갔었다는 것을 두 사람은 잘 알고 있었다. 라딘은 사람을 부릴 때 사정을 봐주는 성격이 아니다. 불쌍한 리나는 오늘도 주방에서 울면서 감자를 깎고 있을 것이다. 라딘은 그녀가 앞으로의 항해에서 요리 마스터가 되지 않을까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최소한 설거지 마스터는 될 것이다! 잠깐, 요리 마스터? 마스터? "바로 그거야!" -벌떡- 라딘이 함성을 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갑작스런 그의 행동은 다른 사람 들을 놀라게 했지만 크로키와 뭉치는 불쌍한 라딘이 앞으로의 지루한 선상 생활에 대한 상상을 하다가 드디어 방안에서 할 수 있는 마니아적인 놀이를 찾아냈구나 하고 짐작하고는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참 그렇게 선실에서의 회의를 빙자한 시간 죽이기가 계속되고 있을 때, 설산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라딘경, 무엇인가 다가오고 있소. 그런데 느낌으로는 느껴지는데 보이지는 않소. 조심해야 할 것 같소.' '응? 안 보인다고? 도대체 어떤 마물이지?' 라딘은 긴장했다. 항해 시작 이후 최고로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여태까지는 어떤 마물도 선단에 접근하기 전에 설산과 같이 싸워 퇴치할 수 있었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적이 나타난 이상, 적의 접근을 허용할 수밖에 없 었다. '설산, 아직도 보이지 않아? 어떤 마물인지 짐작도 안가고?' '그렇소, 마기가 점점 다가오고 있는 것은 느껴지오. 음, 지금 라딘 경이 타고 있는 배 쪽으로 가고 있소.' 라딘의 뺨에 긴장으로 한줄기 땀이 흘렀다. 무엇일까? 설산의 느낌에 걸리 는 마물이라면 일단 400레벨은 넘는다고 봐야했다. 자신은 몰라도 배에 손 상이 가거나 승객에게 희생자가 생기면 그것이야말로 큰일이었다. 배상을 해 줘야 하기 때문이다. 완전배상책임! 그것이 바로 라딘 해운이 내 세운 선전의 중요 요점이고 그것 때문에 사람들이 서부 해안 대륙 운행선의 두 배에 해당하는 요금을 두말없이 지불하지 않는가? 단 한사람의 피해도 라딘은 용납할 수 없었다. 라딘에게는 만 골드도 돈이지만 백 골드도 돈이었다. 라딘은 얼른 크로키와 뭉치에게 마물이 나타났다는 것을 알리고 뛰어서 갑 판위로 나갔다. ------------------------------------ 카린은 한참 배의 뒷전에서 거대 해어용 특수 강화 낚시대를 드리우고 온 신경을 바다에 집중하고 있었다. 라딘의 말대로 이 낚시라는 놀이는 한번 시작하면 멈추기가 힘든 최고의 중독성을 자랑하는 고대로부터의 유서 깊은 놀이임에 틀림없었다. 그때였다. 소리도 없이 한 사람의 선원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으악! 살려줘!" "누구야? 내가 낚시하는데 떠드는 놈이? 고기 다 도망가잖아!" 카린은 신경질적으로 소리치며 뒤를 돌아보았다. "앗, 저런!" 카린은 그때서야 선원의 위기를 알아차렸다. 자세히 보니 그의 몸 주위로 투명한 촉수가 감겨 있었다. 어느새 마물이 배위로 촉수를 뻗어 한명을 감 아 올린 것이다. "[발도검강파]!" -슝, 슝- 카린이 양쪽 허리에 있는 두 개의 장도를 뽑아 휘둘렀다. 음속을 초과하는 속도로 뽑힌 두 자루의 장도로부터 카린의 검강과 충격파 가 섞여 반월모양의 날을 형성하며 앞으로 날아갔다. "[파이어 휩]!" -휘릭, 화르르르- 연이어 카린은 그의 손에 들린 두 자루의 도를 마치 채찍을 휘두르듯 허공 에 대고 휘둘렀다. 놀랍게도 칼로부터 불길이 일어나 두 개의 불의 채찍의 형상을 띄우기 시작했다. -파파파팍- 역시 물의 생물에게는 불의 공격이 유효했다. 순간적으로 검강에 촉수가 잘 리고 옆에서 계속해서 뻗어오던 다른 촉수들도 불의 채찍에 맞아 터졌다. 촉수에 감겨 있던 선원은 갑판위로 떨어졌지만 온몸을 부르르 떨면서 잘 움 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마치 마비당한 것 같은 상태였다. "젠장 무슨 일이지? 투명한 촉수라니, 혹시 크라켄의 망령 아냐?" 그때 갑판위로 나온 뭉치가 자신도 음양쌍마공으로 불덩어리를 날리며 소리 쳤다. 배 밑으로부터 계속해서 여러 가닥의 촉수가 올라와 선원들을 노리고 있었 다. "크라켄은 발이 10개라고! 지금 이놈은 30개도 넘잖아! 도대체 뭐지?" 라딘은 열심히 생각했다. 선원들이 견디지 못하고 감겨서 바다 속으로 딸려 들어가는 것을 필사적으로 막고는 있지만 이대로라면 희생자가 나오는 것 은 시간문제였다. 겨우겨우 풀려난 선원들이 온 몸이 마비된 듯 갑판위에 쓰러져 있었기 때문 이다. 수십 개의 투명한 촉수, 마비, 눈에 보이지 않는 몸...... "아! 이놈은 고스트 해파리야!" "헉, 해파리?" "유령 해파리?" 고스트 해파리, 이 바다에서 아주 레어하게 나오는 마물은 온몸이 투명하기 때문에 물속에서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 점을 이용하여 거대 괴물 다랑 어에 붙어 산채로 몸의 피를 빨거나, 지나가는 배를 습격하여 선원들을 마 비시킨 채로 몸에 집어넣어 해골만 남을 때까지 먹는 잔인한 괴물이다. "크앗, 해파리 따위가 나의 낚시를 방해했다고? [플라이]!" -와아- 카린이 소리를 지르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주변의 배에서 구경하던 사람들 이 환성을 질렀다. 녹색 머리를 늘어뜨린 미소년이 양손에 두 자루의 장도 를 들고 마법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말로만 듣던 미소년 마법전사였다. "구워주지! [플레임 필드]!" -화르르륵- 그의 주문이 끝나자, 카린이 쳐다보는 바다위에 불길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퍼져나간 불길은 이제 배주위의 바다를 문자 그대로 불바다로 만 들고 있었다. 신기한 것은 그 불이 배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카린의 그런 마력에 경악했다. -팅, 팅, 팅- 불의 바다속에 투명한 생명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물속에서는 보이지 않는 고스트 해파리지만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는 그 모습을 들어낼 수밖에 없었 다. "잘 됐군! 오늘의 전채는 해파리 냉채로 하겠어! [레이-븐]!" 라딘의 등 뒤에서 마나로 구성된 날개가 나와 펄럭이기 시작했다. 그는 일 단 하늘로 떠서 해파리의 촉수가 닿지 않는 높이까지 오르자 다시 주문을 외워 전격을 소환하기 시작했다. -우르릉, 콰쾅- "[썬더 브레이크]!" -파지직, 슈웅- 그의 신성 오라로 뒤덮인 워해머가 전격에 맞아 하얀 성뢰를 발산하는 순간 , 라딘의 손에서 떠나 쏜살같이 배의 바로 밑의 수면을 향해 날아갔다. -퍼펑- -시이이이잉- 신가하게도 유리가 떠는 듯한 맑은 소리가 수면에 울려 퍼졌다. 해파리가 저런 소리를 내던가? 라딘은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지식을 열심히 뒤졌지만 아직 해파리가 우는 소리를 들어보지는 못 했다. "에엣, 아무렇게나 울면 어때, 곧 요리될 처진데, 다시 한방! [썬더 브레이 크]!" -파지직, 슈웅- -퍼펑, 시이이이이잉- 카린에 의해 통째로 구워지는 상황에서 라딘의 필살기를 두 방이나 얻어맞 은 고스트 해파리는 거의 죽어가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그의 몸은 완전히 수면위로 떠올라 햇빛에 의한 반사로 마치 거대한 콘택트 렌즈처럼 빛나고 있었다. 반 기절 상태로 보였다. "훗, 그럼 최후의 마무리! [썬" "잠깐, 죽이지 마!" 배위에 있던 크로키가 급하게 소리쳤다. 라딘은 얼른 시전하려던 기술을 취소하고 크로키에게 무슨 일이냐는 듯 그 를 쳐다보았다. 카린도 라딘의 일행인 크로키의 말에 자신의 강대한 마력으 로 물위에서 타오르던 불길을 없앴다. 크로키는 얼른 워터워크 스크롤을 사용하고는 배에서 뛰어 내렸다. -철썩- 마치 진흙탕위에 뛰어내린 듯 물이 튀었지만 크로키는 가라앉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천천히 수면위에 떠 있는 고스트 해파리에게 다가가 자신이 이 번에 새로 익힌 상급 마법을 쓰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소환사들을 위한 상급 마법인 [계약]이었다. "나 마법사 크로키는 지금 태고로부터 내려온 신성한 맹약에 의해 그대와의 새로운 인연을 신청한다. 그대가 만약 나의 마력을 느낀다면 나와 계약하 여 나의 힘이 되리라. [계약]!" 크로키는 해양 생물이 좋아하는 청정식염수를 품에서 꺼내 고스트 해파리에 게 뿌렸다. 청정식염수라는 선물과 함께 정식으로 주문까지 외워가며 주문을 시전하는 크로키의 성의에 고스트 해파리는 갈등하기 시작했다. 원래 상급의 계약 마법으로는 500레벨 이상의 마물은 절대로 계약을 할 수 없다. 최상급 마법인 [맹약] 마법에 의해서만 계약이 가능한 것이다. 물론 고스트 해파리는 아직 450레벨이므로 크로키의 계약마법에 응할 수는 있다. 그러나 말이 그렇다는 것이지 400레벨이 넘은 마물이 상급의 계약 마법 따 위에 응한다면 그 마물은 바보일 것이다. 일단 계약을 하면 그는 마정석 상태와 비슷하게 바뀌어 크로키와의 계약에 의해 생성된 아공간에서 생활하게 된다. 자유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죽음이 눈앞에 다가온 마물이라도 어느 정도 이상의 레벨과 마법이 없는 마법사와는 계약을 맺지 않는다. 고스트 해파리가 보기에 눈앞의 이 마법사는 그야말로 자신보다 아주 약간 높은 레벨에 겨우 납득할 수 있는 마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 위에 [계약]마법이라니! 일반 마법사도 익힐 수 있는 이 계약 마법은 맹 약마법의 구속력의 20%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상하게 크로키의 행동에는 매력이 있었다. 승낙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딱 거절할 이유도 없었다. 결국 해파리는 청정 식염수 한 병에 넘어갔다. 겉보기와는 다르게 양심적인 해파리였던 것이다. -핑핑핑- 고스트 해파리의 몸에 희미한 파란 불빛이 마치 신호인 듯 떠올랐다 사라졌 다. 그리고 그 순간, 고스트 해파리의 몸이 급격히 축소하여 아공간으로 사라졌 다. 이제 고스트 해파리는 환수로써 크로키의 소환에 응하여 그의 마나의 힘에 의지해 세상에 나타날 것이다. "오옷, 크로키 방금 그놈 테이밍 한 거야?" 뭉치가 놀라서 물었다. "응, 상당히 쓸만해 보여서 시도해 봤는데 성공했네, 다행이야, 이놈이 최 후의 발악이라도 했으면 난 그냥 죽는 건데, 하하하." 크로키가 웃으면서 대답했다. 라딘도 감탄했다는 듯이 하늘에서 내려와 크 로키에게 물었다. "오, 그 해파리가 무지하게 레어한 마물이니까, 크로키가 탐을 낼만도 하지 . 그런데 크로키, 이름은 뭘로 지을 거야? 우리 몽몽 이름을 본 따서 밍밍이 라고 지을래?" "헉, 그 해파리 암놈이었던 거야?" 뭉치가 다시 놀라서 물었다. "아저씨, 해파리에 암수가 어디 있나요? 정치 외교학과라고 생물시간에 놀 았지? 음, 이름은 스텔스라고 지을래, 그 이름이 제일 어울리는 것 같아!" 크로키가 선언하자 라딘이 박수를 쳤다. "오오, 스텔스, 과연! 뭉치보다는 훨씬 네이밍 센스가 좋네, 크로키 너도 드디어 해양 소환수를 얻었구나, 축하해." 그렇게 마법사 크로키는 자신의 첫 소환수를 얻었다. 고스트 해파리 스텔스, 차후 서대륙의 해안지방에 절대적 공포로 남는 보이 지 않는 사신의 탄생이었다. ------------------------------ 고스트 해파리가 레벨 500이 되서 괴수로 진화하면 무슨 이름이 붙을까요? =+=+=+=+=+=+=+=+=+=+=+=+=+=+=+=+=+=+=+=+=+=+NovelExtra(novel@quickskil l.com)=+= 4-5 해적 ------------------------------ 서대륙의 서부해안의 가장 큰 항구도시는 유클리드 항구이다. 남쪽과 북쪽 의 여러 국가들과의 해상무역에 가장 중요한 지점에 위치한 이 항구는 서부 의 군소국가중 하나인 자토스 국의 최중요 도시이다. 국가의 수입 중 대부 분이 이 항구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부웅, 부웅, 부웅- 해도 뜨지 않은 새벽에 선박의 기항을 요청하는 뱃고동이 두 번 울렸다. 10척정도의 대규모 선단의 기항을 알리는 신호이다. 항구의 직원들은 놀라 서 뛰어나왔다. 이 서부해안에 10척 규모의 선단이라니? 군선이 아니면 그 런 일은 있을 수 없었다. 적의 침략일까? 그러나 정식으로 기항을 요청하는 고동을 울린 것으로 보아 그렇지는 않을 것 같았다. 잠시 후, 새벽의 바다안개를 헤치고 대형선 3척과 중형선 8척의 모습이 나 타났다. 직원들은 그 수를 확인하고 얼른 비어있는 도크로 그들을 유도하는 신호를 보냈다. -덜컹- 선착장으로 통하는 계단이 설치되고 드디어 사람들이 내리기 시작했다. "이야, 정말 한 달도 안 걸리네! 25일 만에 오다니 말이야." "그러게요. 서부항로는 두 달이나 걸린다고 하잖아요. 인간이 어떻게 바다 위에서 두 달이나 살겠어요?" 사람들은 예상외로 빨리 서대륙에 도착하자 다들 좋아했다. 그 뿐만 아니다. 내리는 승객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얼굴에 생기가 넘쳤다. 장기 항해를 한 사람들이라고는 믿을 수 없었다. 이것이 다 라딘이 틈틈이 바다의 가장 신선한 재료들로 요리한 마스터 쉐프 의 요리를 제공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심히 만족했다. "수고하셨습니다. 캡틴 마크, 정말로 한 달 만에 대륙을 건너올 수 있는 항 로가 존재했군요!" 라딘이 진심으로 마크 선장에게 감사의 말을 건냈다. 이 항로와 돌아갈 때 이용하는 북해 한류 항로만 숙지하면 상당히 안정적인 정기 순항을 계속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허허허, 이 항로로 운행이 가능한 것도 다 라딘경과 설산님이 주변에 있는 마물들을 막아주었기 때문이 아닙니까?" 캡틴 마크는 웃으며 라딘에게 대답했다. 두 사람의 힘이 이 항해를 가능하 게 하였다. 그때였다. 일단의 무리들이 캡틴 모자를 쓰고 있는 마크 쪽으로 다가왔다. 그들은 약 20명의 창과 검으로 무장을 한 사람들이었는데, 정규 병사용 제 복을 입고 있지 않는 것이 국가에서 정식으로 고용한 병사는 아닌 것 같았 다. "이 봐! 신법에 의해서 이 항구에 정착하는 선박들은 모두 항구 이용료를 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겠지? 대형은 1천 골드, 중형은 200골드다. 어서 지불하도록!" 맨 앞에 있는 얼굴에 붉은 반점이 있는 사내가 거칠게 캡틴 마크에게 말했 다. 라딘은 그 말을 듣자 눈빛이 차가워지며 그 사내와 그 뒤에 위협적으로 서 있는 무리들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캡틴 마크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이 유클리드 항구는 3백 년 동안 관세가 없는 자유항구였는데, 그것이 언 제 변했는지 모르겠군, 클리터 일가는 이미 이 항구에서 손을 떼었나?" 그는 일단 자신이 40년전 이 서대륙을 떠날 때 이곳을 장악하고 있던 해적 두목의 이름을 대었다. 클리터 일가는 백년이나 내려온 유서 깊은 해적일가 로 서대륙 전역에 나름대로 명성이 있는 가문이었다. "하하하하, 클리터의 이름으로 세금을 줄여보시겠다? 안 됐군, 늙은이답게 잔꾀를 부렸는데 소용이 없다니! 클리터 일가는 1년 전에 이계인 용병들에 의해 무너져 이 항구를 떠났다. 이제 이곳은 우리 마크오 가문의 영역이다. 잔말 말고 어서 내놔라, 그렇지 않으면 배를 압수하겠다." 캡틴 마크는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그 오래동안 사람들에게 사랑받던 클리터 일가가 이곳을 떠나다니, 클리터 일가가 이곳을 장악하고 항구의 질서를 잡았기 때문에 이 항구가 최고의 항 구로 성장할 수 있었지 않았던가? 이런 양아치 같은 무리들이 이 항구를 통제한다면 유클리트 항구의 미래는 보지 않아도 뻔했다. "뭘 고개를 젓고 있나? 그 가문에 아는 사람이 있었나보지? 아무튼 어서 세 금을 내놔라!" 옆에서 보고 있던 라딘이 슬쩍 나서서 말했다. 그로써는 웬만하면 그냥 세 금을 지불하고 넘어가도 좋지만 이런 규율도 없는 양아치들과 상대하기 보 다는 두목급을 만나고 싶었다. "흠, 그래도 우리는 대 선단을 이끌고 대양을 건너 온 사람들인데, 그대들 선에서 해결하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겠소? 가능하면 대두목을 만나 뵈고 싶 소만." "뭐라고! 이 적면수님이 피라미로 보이나? 이놈 아무래도 맛 좀 봐야 겠구 만!" 적면수가 그렇게 말하며 뒤를 슬쩍 돌아보자 뒤에 있던 20여명의 사내들이 라딘과 마티를 둘러쌓다. 라딘은 한숨을 내쉬며 조용히 자신의 워해머를 들 어 올리며 기술을 시전했다. "[쇼크웨이브]!" -쾅- -휘링, 파파파팍- -아앗! 억, 크앗- 땅에 내려친 워해머에 의해 돌판으로 된 부두의 바닥이 깊게 갈라졌다. 그와 함께 쇼크웨이브의 충격파에 의해 앞쪽에 있던 자들이 상당한 충격을 받고 뒤로 튕겼다. 대미지의 10분의 1만으로도 그들은 뒤로 튕겨나는 것이 다. 라딘은 비틀거리고 있는 적면수라는 놈에게 다가가 그의 뒤통수 머리카락을 잡고 가볍게 조이며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뿌득하는 소리와 함께 적면 수의 뒤통수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했다. "이봐, 네가 피라미가 아니면 내가 피라미냐? 너 정말 피라미답게 머리가 터져 죽어볼래? 어른끼리 조용히 얘기하겠다면 애들은 얼른 인사하고 안내 를 해야 서로서로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잖아! 딱 한번만 봐 줄 테니까 잘 해라, 미리 애들 한명 보내서 우리가 먹을 아침 도 준비하게 시키고, 보스에게 의관을 정제할 시간도 주고 그래야 윗사람에 게 사랑받는 거야. 알겠지?" 순식간에 주변머리가 반쯤 사라진 적면수는 고통과 공포에 휩싸여 얼른 고 개를 끄덕이고는 옆에 멍하니 보고 있던 자신의 부하 한명을 발로 차서 자 신의 보스인 마크오에게 보고하게 했다. "자, 우리 마크오라는 항구의 보스에게 인사하러 가자고요. 카린 너도 갈거 지?" 카린은 배 위에서 라딘이 손을 쓰는 것을 보고 자기도 같이 놀려고 내려왔 다가 상황이 그렇게 평화롭게 끝나자 섭섭해 하고 있었다. 그러나 라딘이 카린을 보고 말하며 한쪽 눈으로 윙크를 하자 그는 그 순간 엄청나게 기운 이 나는 것을 느끼며 말했다. "물론이지! 항구에 와서 보스에게 인사도 안하고 그냥 가면 예의에 어긋나 잖아. 가자고!" 결국 적면수는 군데군데 맨살이 들어나 있는 뒷머리를 문지르며 그들을 안 내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보스에게 가기만 하면 보스가 이들의 머리카락을 모두 뽑아 자신에게 가발을 만들어 줄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 =+=+=+=+=+=+=+=+=+=+=+=+=+=+=+=+=+=+=+=+=+=+NovelExtra(novel@quickskil l.com)=+= 4-5 해적 일단 안내자가 생기자 라딘과 카린, 그리고 캡틴 마크는 그를 따 라서 그의 보스인 마크오의 거처로 가기로 했다. 뭉치와 크로키는 선원들과 함께 배를 지키면서 기다릴 것이다. 적면수라는 자는 라딘과 카린, 그리고 캡틴 마티를 데리고 유클리드 항구도 시의 북쪽에 있는 부유상인들이 사는 지역에서도 가장 큰 집으로 들어갔다. 이 집은 아도 용병단의 단주이자 카리브의 영주인 뭉치 자작의 저택보다 몇 배나 더 크고 화려했다. 라딘은 왠지 모르게 기분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캡틴 마크는 혀를 끌끌 차 면서 말했다. "해적이 이런 집에서 살고 있다니! 국가에서 토벌대가 오면 언제라도 바다 로 도망갈 수 있게 절대로 제대로 된 집을 가지지 못하게 되어 있을텐데? 내가 없는 사이 무슨 변화가 있었던 것일까?" 캡틴 마크의 말을 들은 라딘은 뭔가 이상한 것을 느꼈다. 사실 해적이라는 존재는 국가에서 보면 범죄자이기 때문에 이렇게 도시 한 가운데에 정식으로 큰 주택을 가지기는 불가능하다. 도둑길드장도 물론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도둑길드장은 아무도 모르게 이중 신분을 가지고 생활하는 사람도 많다. 그 경우 다른 신분으로 저택을 소유할 수는 있지만, 그 신분을 다른 사람들 에게 비밀로 해야 한다. 그래야 만약의 경우에도 저택을 나라에 빼앗기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이,이곳입니다." 적면수가 집안의 현관에 서서 말했다. 현관에는 상당히 단련된 느낌의 사람이 대기하고 있었다. 약 200레벨의 검 사의 경지에 오른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어서 오십시오. 보스가 기다리십니다. 안까지 저희가 안내하겠습니다." 왼쪽에 있는 얼굴에 흉터가 있는 검사가 말했다. 라딘 일행은 그에게 약간 고개를 끄덕여 사의를 표하고 따라가기 시작했다. 안쪽은 바깥에서 보는 것보다 더욱 화려했다. 통로에는 수십 장의 그림까지 붙어 있었다. 과거에는 귀족이나 부유상인이 살던 집이 아니었을까? 라딘은 생각했다. "하하하하하, 어서 오시오. 내가 바로 마크오 가문의 수장인 마크오 그레이 핸드요." 홀에는 십여 명의 사람이 대기하고 있었는데, 그들의 가운데에 앉아 있는 나이 50정도의 사내가 호탕하게 웃으며 그들을 맞이했다. 장비수염을 기르고 있는 키가 2m정도의 그 남자는 척 보기에도 나는 해적이 라고 굳게 주장하는 인상의 소유자였다. "내 수하가 실수를 했다고 들었소. 모처럼 오셨으니 화를 푸시고 같이 식사 나 하십시다." "아!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정말 감사할 따름입니다. 밑에 분에게 무례를 범한 것을 사과드리겠습니다." 라딘이 웃으면서 그의 말에 대답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카렌이 라딘에게만 들리도록 조용히 말했다. "이봐, 라딘, 벽 뒤에 말이야." 라딘이 여전히 웃는 얼굴로 마크오를 쳐다보면서 조용히 대답했다. "나도 알아, 10분 쯤 있다가 시작하자." 라딘의 말에 그의 옆에 서있던 캡틴 마크도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얼굴도 가볍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세 사람은 마크오의 권유에 따라서 홀에 있는 식탁에 앉았다. 마크오와 그 의 부하들도 반대편에 앉았다. 잠시 후, 여자 하인들이 신선한 샐러드와 기 름을 뺀 닭고기를 내오기 시작했다. 해적답지 않게 무척이나 우아한 아침 메뉴였다. "그런데 여러분은 동대륙에서 대양을 건너 오셨다고요? 대단하십니다. 라딘 경, 카린 경, 캡틴 마크, 그대들의 용기를 위하여!" 마크오가 옆에 있는 포도주 잔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부하들도 같이 잔을 들며 '위하여' 라고 따라서 외쳤다. 라딘 일행도 분위 기상 같이 잔을 들며 말했다. 홀 안의 사람들은 모두 한 번에 잔을 비우고 탁 소리가 나게 빈 잔을 식탁 위에 내려놓았다. "흠, 정말 좋은 와인이군요. 아침의 상쾌한 공기에 어울리는 맛입니다." 라딘이 고상하게 와인을 품평하자 마크오는 다시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당연하지요. 최고급 와인에 최고급 독이 섞였으니 어찌 맛이 없을 수 있겠 소! 정말 해적의 집에 와서 그렇게 호탕하게 한 번에 잔을 비우는 사람도 오랜 만에 보는 것 같소. 내 그대들의 배짱을 봐서 그대들의 배는 우리 마크오 가문의 전투선으로 잘 써 주겠소." 그는 그 말을 하면서 이 겁 없는 무리들이 분노에 떨며 자신에게 달려들 것 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들이 만약 이성을 잃고 달려들면 식탁위에 있는 마법 함정이 발동되어 그 들을 막을 것이다. 그들 중에 이계인이 있다고 해도 그들이 여기서 죽으면 이 도시에서 다시 살아나거나 그들의 본거지에서 부활해야 한다. 이 도시에는 이미 자신들의 부하가 깔려있다. 그가 알기로는 부활을 하게 되면 체력이 반도 되지 않는 상태라고 한다. 그들은 결국 자신들의 본거지 에서의 부활을 선택할 때까지 끊임없이 암살당할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그들의 본거지는 동대륙일 것이다. 저 대형선 3척과 중형선 8척은 오늘부로 마크오 일가의 소중한 재산이 될 것이다. 그러나 라딘 일행은 누구 한 사람도 분노하거나 절망하지 않았다. 그저 이 샐러드는 재료는 좋은데 요리를 만든 사람의 기술이 아직 부족하군 하는 라딘의 품평에 열심히 귀를 귀울이며 어서 닭고기도 맛을 보고 전문 가로써 한번 평가해 봐라 라고 권하고 있을 뿐이었다. 주인인 마크오가 열심히 준비한 대사는 완벽하게 무시당하고 있었다. -휘잉- 어디선가 한 줄기의 바람이 불어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마크오는 그 바람이 전혀 시원하지 않았다. 오랜 해적 생활의 본능이 움직이고 있었 다. 그의 목 뒤로는 한줄기 식은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눈앞의 이 세 명의 사람들만 처치하면 저 열한 척의 배는 자신의 것 이었다. 이미 준비는 완벽하게 끝낸 상황이었다. 설사 저들이 500레벨이 넘는 고수 라고 하더라도 이 정도의 함정을 이겨내지는 못하리라! 그는 애써 태연을 가장하며 말했다. "핫,핫,핫, 과연 대단하시군, 내가 실수를 한 것 같소. 역시 이런 치졸한 수는 하수에게나 통하는 법, 그대들에게는 좀 더 성대하게 환영을 했어야 하거늘, 얘들아!" -파파팍, 덜컹, 덜컹- 마크오의 신호와 함께 의자에 앉아 있던 그의 수하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 나 무기를 뽑았다. 그와 동시에 사방의 벽이 열렸다. 그 뒤에는 약 50명의 무리들이 손에 크로스보우를 들고 라딘 일행을 겨누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옆에는 5 명의 마법사까지 서 있었다. "어떠냐? 이 정도라면 환영에 부족함이 없겠지? 쏴라!" 마크오는 바로 사격 명령을 내렸다. 이자들같은 경우 사로잡을 필요가 없이 바로 죽여 버리는 것이 제일 산뜻한 일처리였다. 괜히 시간만 끌다가 실수 라도 하는 날이면 이런 고수들에게 어떤 봉변을 당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고수면 다냐! 여유부리다가 다굴에 당해 죽는 너희들을 두고두고 비웃어주 마! ---------------------------------------------- 윽, 오늘 거 올리러 들어왔는데 추천이 3만개가 넘었네요^^. 추천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기념 연참은 조금 나중에 할께요. 일요일은 너무 바빠요 ㅜㅜ. =+=+=+=+=+=+=+=+=+=+=+=+=+=+=+=+=+=+=+=+=+=+NovelExtra(novel@quickskil l.com)=+= 0-9 추천 3만개 기념 연참 --------------------------------------- "[파워 샷]!" -슈슈슈슈슈슈슈슝- "[어스 콜]!" -스르르르륵- 마크오 일파의 정예 궁병들은 자신들의 기술인 파워 샷을 사용하여 그들의 앞에 있는 세명의 적들에게 크로스보우를 쏘았다. 그와 동시에 마법사들은 땅의 힘으로 상대의 발을 움직이지 못하게 잡아 놓는 어스 콜을 시전하였다 . 이렇게 되면 전사 계통의 인간들은 손도 못쓰고 당하게 되는 것이다. 그들은 스스로 이것이야말로 성공률 100%의 환상의 콤비 플레이라고 확신하 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미처 알지 못하고 있는 사실이 있었다. 그들의 눈앞에 앉아 있는 세 사람 중 두 사람은 결코 단순한 전사나 기사가 아니었다. 대 전사, 기사용으로 완벽하게 세팅된 이 함정은 반대로 이야기 하면 마법 전사 카린과 블링크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사기 갑옷의 소유자인 라딘에게는 아무런 쓸모도 없다고 할 수 있었다. "[블링크]!" "[그룹 블링크]!" -슈슉- -파파파파파파파팍- 화살이 발사되는 순간 그들은 이미 그 자리에 없었다. 그들을 노리고 날아 간 크로스보우의 볼트는 애꿎은 벽만 벌집으로 만드는 데 이용됐을 뿐이다. "헉! 막아랏!" 마크오는 그들이 블링크를 써서 사라지는 순간 모든 상황을 이해했다. 그는 절대 머뭇거리지 않았다. 그들의 위치를 확인하지도 않고 바로 부하들 에게 명령을 내리며 최대한의 속도로 자신의 뒤쪽에 있는 문으로 달려 들어 가려고 했다. 그러나 문 앞에는, 아니 정확히 문 밑에는 한 마리의 날다람쥐가 대기하고 있었다. 몽몽은 처음에 라딘이 식탁에 앉았을 때부터 그의 품속에서 조용히 기어 나 와 식탁 밑을 지나서 적의 퇴로라 생각되는 뒷문을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 "끼잉, 이쪽은 출입금지에용, 아빠 허락 받고 오세용. [화염방사]!" -화르르르륵- "으아아악!" 마크오의 장비 수염에 불이 붙었다. 몽몽은 그저 위협만 하려고 했는데, 술 에 쩔은 수염이라서 인화성이 강했나 보다. "카린아, 나는 저 궁수들 데리고 놀고 있을게, 몸이나 풀자, 참, 웬만하면 죽이지는 말자, 개똥도 약에 쓸데가 있다고 쟤들도 찾아보면 어디엔가 팔아 먹을 데라도 있을지 아니?" 라딘은 가볍게 자신의 워해머를 흔들며 무척이나 곤란한 표정으로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 궁수들에게 다가갔다. 크로스보우는 화살의 위력이 매우 강한 대신 한번 발사하면 다시 발사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라딘이 그 들의 바로 앞까지 다가오자 궁수들은 모두 자신의 크로스보우를 땅에 버리 고 바닥에 엎드리며 외쳤다. "항복이요! 살려만 주세요!" "얼라? 이놈들 상황판단이 무척 빠르네? 의외로 잘 훈련된 도둑들이었잖아? " 라딘은 곤란하다는 듯이 말했다. 아무리 자기가 스트레스가 쌓여 있어도 살 려만 달라고 엎드려서 비는 놈들을 팰 수는 없지 않겠는가? 팰러딘이라는 직업의 윤리 상으로도 그것은 좋지 않은 일에 속했다. 그러나 카린은 그런 것을 잘 몰랐다. 일단 자신에게 덤빈 놈은 바로 죽여버리거나 죽기 바로 전까지는 패야 자신 의 위엄이 손상되지 않는다고 굳게 믿었다. 그런 상황에서 불쌍한 보디가드 검사들은 그래도 자신들은 무인이라는 생각이 약간 남아 있었고, 그 약간 의 자존심이 그들에게는 심각한 인생의 페널티로 작용했다. "칼등으로 쳐주지, [뇌룡출해]!" -파지직- 카린이 뽑아든 두 자루의 장도로부터 뇌전의 기운이 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뇌전의 기운을 머금은 검을 든 카린의 검무가 시작 되었다. "[천락 환무]!" -챙, 챙, 퍽, 퍽, 퍽, 퍽- "크아아악!" 1대 20의 싸움이었지만, 그들은 다수의 이점을 별로 살리지 못했다. 카린의 도에 자신의 무기가 닿기만 해도 엄청난 고통이 그들의 몸속으로 침입했다 . 전기가 무기를 타고 흘러 들어오기 때문이다. 이 녹색의 머리를 한 미소년이 이렇게 무서운 존재일 줄이야! 그들은 자신 들의 순간적인 판단미스의 대가를 몸으로 때우고 있었다. -퍽, 파지직- "으아아악!" -털썩- 또 한사람의 무사가 카린의 도에 맞아 쓰러졌다. 그는 기절하면서 전기 몽 둥이로 맞는 것 보다는 그냥 칼에 두 동강이 나는 것이 덜 아프지 않을까하 고 생각했다. 약 5분이 지났을 때, 홀 안에서 서 있는 사람은 라딘 일행뿐이었다. 궁수들 과 마법사들은 모두 라딘의 명에 따라 한쪽 구석에서 2열 횡대로 앉아 두 팔을 들고 앉아 있었다. 캡틴 마크는 그래도 자신의 해적 후배들인데 이렇게 심하게 괴롭혀도 되나 하고 혀를 끌끌 차면서 쓰러진 보디가드들을 한쪽 구석으로 치우고 있었다. 그들의 머리카락은 하나같이 곱슬곱슬하게 꼬여 있었다. 카린은 마크오를 데리고 놀고 있었다. "한쪽 다리 똑바로 못 들겠어! 너 원산폭격하나 제대로 못하는 놈이 어떻게 해적두목씩이나 하고 있는 거냐?" -퍽- 카린이 머리를 박은 채로 한쪽 다리를 들고 비틀거리고 있는 마크오의 허리 를 발로 찼다. 크헉 하는 소리와 함께 마크오가 옆으로 굴렀다. 허리가 끊 어지는 듯한 아픔에 그는 바닥에 엎드려 잘 움직이지도 못했다. "아니! 이놈이 원위치도 안하고 누워서 게으름을 피워? 그래 너는 편하게 누워 있어라, 내가 수고할게."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퍽- 보다 못한 라딘이 카린을 말렸다. "이봐, 허약한 해적을 그렇게 패면 죽어버리잖아. 조금 진정하고 이제 대화 로 상황을 해결하자고." 키가 2m가 넘고, 몸무게 120kg인 마크오는 태어나서 처음 허약하다는 소리 를 들었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는 그 단어가 너무나도 반갑게 들렸다. 카린의 발길질이 멈추자, 그는 최후의 힘을 발휘해 얼른 일어나 무릎을 꿇 고 앉아 말했다. "헤헤헤, 뭐든지 말씀만 하세요. 고수를 몰라보고 실수한 죄를 만회할 기회 만 주신다면 최선을 다해 보답하겠습니다." 마크오가 저자세로 나오자 라딘은 감탄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말했 다. "음음, 역시 그 정도로 얻어맞고도 웃을 수 있는 너는 보스의 자격이 있어. 처음부터 이렇게 좋게 웃으면서 대화하면 서로 편했을텐데. 뭐, 우리가 레 벨하고 직업을 이마에 써 붙이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실수는 누구나 있기 마련이니까. 캡틴 마크, 마크오씨가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하네요. 혹시 물어볼 말 이 있으면 어서 물어보세요." 라딘은 일단 제일 연장자인 캡틴 마크에게 대화권을 넘겼다. 그는 이 상황을 한쪽에서 조용히 구경하다가 라딘이 권하자 앞으로 나와 마 크오에게 자신이 가졌던 여러 가지 의문점에 대해서 질문하기 시작했다. --------------------------------------------- =+=+=+=+=+=+=+=+=+=+=+=+=+=+=+=+=+=+=+=+=+=+NovelExtra(novel@quickskil l.com)=+= 0-9 추천 3만개 기념 연참 ----------------------- 캡틴 마크는 마티오에게 여러 가지를 물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40년 만에 이 서대륙에 돌아온 그로서는 궁금한 것이 너무나도 많았다. 결국 라딘 일행은 이 서대륙의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게 되었다. 역시 홈페이지에 올라온 정보와 현장 정보는 조금씩 차이가 난다는 것을 느 낄 수 있었다. 홈페이지에 있는 서대륙의 정보로는 현재 서대륙은 이렇다 할 강국이 없이 수십 개의 국가가 마치 전국시대처럼 서로가 서로를 견제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중 그나마 제대로 힘을 발휘하는 국가가 13개국정도 되는데, 이 유클리드 항구도시를 소유하고 있는 자토스 국은 그 13개국에 들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문제는 자토스의 국왕인 사론 3세가 욕심이 많고 야심도 있는 사람이었다는 데서 시작한다. 그는 일단 이 유클리드 항구도시를 장악하고 있는 클리터 일가를 이계인을 고용하여 도시에서 추방하는 데 성공했다. 역시 이계인들은 보물과 공적을 위해서라면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 최고의 용병이었다. 결국 클리터 일가는 이곳의 모든 재산을 정리하여 바다로 나가고야 말았다. 대부분의 이계인들은 바다에서는 별로 힘을 못 쓰기 때문에 그들은 그나마 자신들의 가족들을 보호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와 함께 사론 3세는 과거에 잔인하기로 이름 높은 해적 서해흑염 캘도스 에게 백작의 작위를 수여함과 동시에 자토스 왕국의 해안 방위를 일임했다. 사론 3세의 목적은 남북 무역의 완벽한 통제와 해안도시들의 장악에 의한 세금의 인상이었다. 해적은 범죄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계인들이 해적을 죽이고 그들의 보물 을 빼앗아도 아무런 페널티도 받지 않는다. 오히려 현상금을 받거나 국가공 적치도 오르게 된다. 이계인들은 열심히 해적들을 사냥했다. 해적들은 순식간에 해안에 있는 항구도시에서의 거점을 모두 잃고 바다로 쫓겨났다. 아무리 평생을 바다에서 살아온 그들이라도 일단 육지의 보급이 막히면 그 들은 먹고살기가 힘들어진다. 물론 해적들뿐만 아니라 해적의 가족들까지 있기 때문에 더욱 더 힘든 것이 다. 서해 일대의 무인도에는 해적들의 가족이 살기 시작했다. 그러나 역시 무인 도는 식수도 있을까 말까 할 정도로 척박한 곳이 대부분이었다. 그 때, 캘도스는 자신의 밑으로 들어온 해적들은 사략함대로 인정하고 정식 으로 항구의 관리를 맞기겠다고 해적들을 회유하기 시작했다. 유서 깊은 서부해안의 해적 동맹은 결코 국가와 타협하지 않는다. 완전한 자유민이라는 신분에 긍지를 가지고 스스로의 규율에 따라 바다의 질서를 만들어 온 그들의 자존심은 결코 만만히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가족들이 평생 동안 무인도에서 반 짐승 같은 생활을 하게 된다는 것이 그들의 마음을 괴롭혔다. 결국 많은 해적들이 자토스 왕국의 해안 방위군 사령관인 캘도스에게 굴복 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자토스 왕국의 해군력은 몇 배로 강력해졌고, 각 항구의 주민들은 급증한 세금으로 고생하기 시작했다. 정식 세금도 늘었지만, 캘도스가 갈취 해가는 비정규 세금이 그보다 더욱 많았다. 거기에 엎친데 덮친 격으로, 자토스 왕국이 그렇게 국력을 강화하자, 주변 의 해안 왕국들도 자토스 왕국의 흉내를 내서 자신에게 충성을 맹세한 해적 들에게 바다의 방위와 해적의 토벌을 명하고 이계인들을 이용하여 항구에 자리 잡은 해적들을 사냥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왕국에 충성을 맹세한 해적이라는 것이 제대로 된 해적일 수가 없다는 사실이다. 그들 대부분은 과거 해적의 규율을 어겨 해적 동맹에서 추방된 자들이었다. 잔인한 약탈을 일삼았던 자, 동료를 배신한 자, 그들은 해적들에게도 인간 취급을 받지 못하는 짐승 이하의 악인들이었다. 물론 자토스 왕국의 서해흑염 캘도스도 과거 해적동맹에서 추방당한 자로써 그는 배를 약탈한 후, 약탈한 배를 통째로 불태우는 것을 즐겨한 자였다. "헤헤, 저도 부하들과 가족들의 생활을 책임지고 있는 몸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캘도스에게 굴복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가족 문제만 아니었다면 누 가 캘도스 같은 인간말종의 밑으로 들어가겠습니까?" 마크오는 그렇게 변명과 함께 자신의 설명을 끝냈다. 그 말을 들은 라딘이 물었다. "그래서 너는 몇 번째로 캘도스란 놈에게 항복했는데? 이곳을 관리하고 있 는 것을 보면 첫 번째로 항복한 것 같은데? 맞지?" 라딘이 날카롭게 추궁하자 마크오는 너무나도 억울하다는 듯이 눈물까지 흘 려가며 말했다. "무슨 말씀을! 저는 세 번째라고요! 첫 번째 굴복한 싸움개 커크하고 두 번 째로 캘도스에게 들어간 철갑랍스터 나치는 멋모르고 바다에 나갔다가 다른 해적들에게 배신자라고 공격당해서 죽어서 제가 후임으로 이곳에 온 것이 라고요, 이 집도 다 그놈들이 남긴 거고 저는 별로 한 것도 없어요." 까맣게 탄 수염에 군데군데 멍이든 얼굴의 사내가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억울하다고 호소하는 모습은 정말 사람의 감정을 움직이기에 충 분할 정도였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앞에 서 있는 라딘과 카린은 인간이라고 하기에는 약간 문제가 있는 존재들이었다. 카린이 가볍게 발을 들어 무릎을 꿇고 있는 마크오의 한쪽 무릎을 밟았다. 그리고 가볍게, 그로서는 정말로 가볍게 힘을 주었다. -부드드득- "끄아아아악!" "엄살 피우지 마라, 아직 안 부서졌어. 그리고 해적 두목은 원래 한쪽 다리 가 없는 것이 전통이잖아." 얼음처럼 차가운 목소리가 카린의 입에서 나왔다. 그 냉기에 질린 마크오는 비명을 멈췄다. 계속해서 비명을 지르다가는 정말로 자신의 왼쪽 무릎이 가루가 될 것 같았다. "으음, 캘도스 같은 놈이 귀족이라니, 끝까지 해적의 자존심에 먹칠을 하는 놈, 그 때, 그놈을 추방할 것이 아니라 죽여버렸어야 했어." 캡틴 마크는 이를 부드득 하고 갈며 마치 신음하듯 말했다. 그런데 필사적 으로 고통을 참고 있던 마크오는 그의 말을 듣고 너무나도 놀랐다. 눈앞의 이 늙은 사내가 서해흑염 캘도스를 추방했다고? "아, 방금 뭐라고 하셨죠? 당신이 캘도스를 추방했다고 하셨습니까? 당신은 도대체 누구십니까?" 마크오의 분위기가 약간 바뀌자 카린이 발에 힘을 뺐다. 무릎이 자유로워진 마크오는 벌떡 일어나 절룩거리는 다리를 끌면서 캡틴 마크의 앞에까지 급 히 다가갔다. 그리고 그는 다시 물었다. 그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대답해 주십시오! 당신은 누구십니까?" 마크오의 말에 캡틴 마크는 눈을 들어 그를 똑바로 쳐다보며 힘 있는 목소 리로 똑똑히 말했다. "나는 한번도 나의 이름을 속이거나 바꾼적이 없다. 너도 알고 있을 텐데! 내가 바로 묵강해경 마크 아이언애로다!" -콰콰쾅- 마크오의 얼굴이 벼락을 맞은 듯 떨리기 시작했다. 그는 캡틴 마크 앞에 무 릎을 꿇고 그의 다리를 붙잡았다. 그리고 그는 진짜 감정에서 울어나오는 눈물을 흘리며 외쳤다. "아버지!!!! 왜 이제야 오셨어요!" ------------------------------------------------- 돌아온 해적왕! 그와 그의 자식들은 과연 이 험난한 시련을 극복할 것인가? =+=+=+=+=+=+=+=+=+=+=+=+=+=+=+=+=+=+=+=+=+=+NovelExtra(novel@quickskil l.com)=+= 0-9 추천 3만개 기념 연참 흑, 요즘 시간 문제로 짧은 글을 올리는 경우가 많아져서 추천 기념 연참이라도 길게 올리려고 했는데요, 버그를 발견해서 수정하느라고 결국 시간을 많이 잡아 먹었네요. 이번에 나오는 캡틴 마크는 처음 이름없는 마을때부터 나오는 마을 촌장 마 크씨인데요. 이 캐릭을 라딘 레져의 사장이자 7대 매니저중 한명인 잡화상 주인 마티와 헷갈려서 계속 마티로 쓰고 있었네요. 마티는 라딘에게 은신의 망토를 희사한 잡화상 주인이고요. 원래 이 사람이 결국 라딘과 손을 잡고 엘프 머리카락 미스릴 강화 낚시줄 을 주 상품으로 하는 라딘 레져를 세우는 시나리오가 있었어요. 너무 늘어 지는 것 같아서 생략된 에피소드구요. 한참 그거 쓸가 말가 하다가 결국 머리속에서 캡틴 마크와 섞여 버렸나 보 내요. 수정하겠습니다. 캡틴 마크가 올바른 이름입니다. ------------------------------------ "헉, 아버지?" "음냐, 이산가족?" "끼잉, 부자지간?" 라딘과 카린, 몽몽이 놀라서 소리쳤다. 그러고 보니 키 190이상의 헤비급 노익장인 캡틴 마크와 마찬가지로 2m이상의 거구를 자랑하는 마크오는 어딘 지 모르게 닮은 곳이 있었다. 일단 험악한 인상부터가 비슷하다고 할 수 있 었다. 장본인인 캡틴 마크역시 놀라서 그의 팔을 잡아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음, 너는 누구냐? 너의 본명을 말해라." 캡틴 마크의 목소리도 약간 떨리고 있었다. 그러자 마크오는 얼른 대답했다. "저 막내 루키입니다! 아버지의 네 번째 부인인 매기의 두 번째 아들이에요 . 생각 안 나세요?" "아! 네가 바로 루키냐? 많이 컸구나! 그러고 보니 머리카락 색이 매기와 똑같구나, 네가 해적이 되다니! 고생이 많았나 보구나." 캡틴 마크가 드디어 생각이 난다는 듯이 그를 껴안고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도 약간의 울음이 섞여 있었다. 세 관객은 40년만의 부자 상 봉을 보면서 감동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아니, 관객은 세 명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한쪽 구석에서 무릎을 꿇을 체 자신의 두목과 자신들을 제압한 사람들의 눈치만 보던 궁수들이나 겨우 기 절상태에서 깨어난 무사들도 그 장면을 보며 감동과 안도의 눈물을 흘렸다. 두목의 아버지라면 일단 죽지는 않을 것이 분명했다. 약 30분 후, 라딘 일행은 정말로 마크오 두목에게서 아침을 얻어먹을 수 있 었다. 정말 아침답지 않은 호화 식탁이었다. 물론 부하들은 모두 풀려나 각자 자 신의 상처를 치료하러 갔고, 라딘은 크로키에게 귓말을 해서 라딘이 이곳에 있는 동안 그들의 배를 공격하려고 시도한 마크오의 별동대들을 풀어주라 고 말했다. 마크오의 별동대들은 200여명이나 되었는데, 안타깝게도 그 배에는 크로키 의 대학 동아리 친구들이 모두 타고 있었기 때문에, 도망도 못가고 딱 죽지 않을 만큼 얻어맞고 모두 붙잡힌 상태였다. 크로키의 대학 동아리 친구 40여명은 거의 400 레벨 전후의 캐릭의 소유자 였다. "음, 그런데 루키야, 너는 왜 이름을 바꾸었느냐? 그리고 어째서 해적의 긍 지를 버리고 캘도스 같은 놈의 밑에서 일하는 거지? 대답하려무나." 일단 열심히 아침을 먹고 배가 불러오자 캡틴 마크는 슬슬 자식의 교육에 임하기 시작했다. 마크오의 안색이 약간 창백하게 변했다. 그의 어릴 적 기억에는 이 아버지라는 사람은 일단 화가 나면 그 순간부터 는 이성보다는 감정적인 대인관계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었다. 얼른 아버지를 납득 시키지 못한다면 친 아들인 자신이라도 바다 속의 철갑 상어의 별식으로 제공될 가능성이 있었다. "아, 아니에요! 아버지, 저는 가짜로 항복한 거에요!" 그는 얼른 말했다. 그리고는 아버지가 이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가능한 한 빠르게 자세한 설명을 시작했다. "그러니까요, 저는 클리터 일가로부터 부탁을 받고 이 항구를 관리하는 것 이라고요! 캡틴 마크의 아들이라는 배경은 캘도스에게 바로 먹히니까요. 자신을 추방 한 자의 아들이 자신에게 충성한다는 것에 그놈이 무지하게 좋아하면서 저 를 간부취급 해주고 있으니까요. 저보다 서열 높은 두 놈을 총력을 기울여 서 죽여 버린 것도 다 그 이유 때문이거든요. 정말이에요! 마크일 형을 만 나보시면 다 아시게 될 거에요." "마크일?" 캡틴 마크가 물어보자 마크오는 다시 대답했다. "아, 루파 형 말이에요. 아버지의 첫 번째 부인인 데이지 큰엄마의 첫째 아 들이잖아요. 아버지의 자식 중 아들이 모두 9명이고 우리는 모두 해적이 됐다고요. 그리 고 지금 살아 있는 사람은 5명인데, 다행히 아버지의 명성도 있고 그래서 이제는 한 가닥씩 하거든요. 그래서 아버지를 기리는 마음에서 다들 이름을 바꿨어요. 마크일, 마크이, 이렇게요. 헤헤헤, 사실은 아버지의 이름을 들고 나오면 웬만한 원로 해적들은 대접을 해주니까 바꾼 것도 있고요." 옆에서 듣고 있던 라딘이 끼어들었다. "저 캡틴 마크, 아까부터 궁금했던 건데요, 부인이 몇 명이세요? 이분의 말 씀으로는 네 번째 부인까지 있으신 것 같네요?" 그러자 한참 말하던 마크오가 크게 웃으며 자랑스러운 듯 말했다. "으하하하하, 라딘 경, 해적계의 슈퍼스타 마크 아이언애로와 7명의 미녀 부인의 이야기는 아직도 이 바닥의 전설로 내려오고 있다오! 해적은 삼처사 첩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말을 몸소 실천하신 분이시오. 아버지는 30이 될 때까지 7명의 부인들로부터 아들 9명, 딸 6명을 낳았는데, 안타깝게도 대륙 간 항해에 도전했다가 소식이 끊겨서 모두들 아버지가 돌아가신 줄 알았다 는 것 아니겠소?" "허헉, 부인이 7명에 자식이 15명!" "끼잉, 캡틴 마크 아찌, 대단해용!" 사람들은 경악했다. 그런 그들의 앞에서 이제 80을 바라보는 캡틴 마크는 쑥스러운 듯 웃으며 젊은 날의 혈기라고 변명했다. 마크오의 설명은 계속 됐다. 캘도스와 사론 3세의 횡포에 대항하기 위해 해적동맹에서는 몇 가지 일을 추진하고 있는 중이었다. 일단 몇 명의 평소에 소문이 좋지 않게 난 해적이 캘도스의 밑으로 들어갔다. 마크오는 이 말을 하면서 뒷머리를 긁적긁적 긁었다. 자신이 뽑힌 이유가 바로 망나니였기 때문이다. 캘도스는 일단 그들을 받아들여 여러 가지 시험을 했지만, 첩보의 세계는 비정한 것, 몇 명의 희생양이 해적 업계의 미래를 위해서 희생됨으로써 그 들은 신임을 얻었다. 특히 마크오는 자신들의 형제에게 공격당해 부상을 입었을 정도였다. 그렇게 1년이 지나자, 드디어 자신이 이 항구를 관리하게 되었다. 바다로는 절대로 나가지 않겠다 라고 캘도스에게 선언하고 육지에서 열심히 캘도스 의 충견 역할을 하는 마크오는 캘도스의 눈에 부를 탐하고 죽음을 두려워하 는 겁쟁이로 보였음에 틀림없다. 결국 마크오는 이 서부해안 최고의 무역항인 유클리드 항구의 암중 지배자 로 성장했다. "그러니까요. 제가 알고 보면 대의를 위해 일신의 명성을 희생한 지사(志士 )라니까요!" "그런데 왜 우리 배를 빼앗으려 했는데?" 마크오의 자랑을 아니꼽다는 눈으로 보던 라딘이 냉정한 목소리로 물었다. 마크오의 얼굴에 한 방울의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아,하하하하하, 그거야 뭐, 나도 먹고 살아야 할 것 아니겠소?" 라딘은 자신의 워해머를 들었다 한숨을 내쉬면서 내렸다. 결국 이자는 사명 감과 성격이 절반 정도씩 섞여 있는 변칙 첩자라고 할 수 있었다. "흠, 그래서 이제부터 어떻게 할 거냐? 해적동맹이 꾸미는 일은 무엇이지?" 캡틴 마크가 심각한 얼굴로 물었다. 자신의 아들들이 아직 다섯 명이나 살 아서 해적업에 종사하고 있다니! 이미 해적을 그만두고 라딘 해운의 선장으 로 남은 여생을 보내려고 했는데! 이대로 해적들의 위기를 두고 볼 수는 없 다고 마크는 생각했다. "사실은 얼마 안 있어 남북부의 해로를 막고 무역봉쇄를 시행할 계획입니다 . 물론 캘도스의 함대와 일전을 벌여야 겠지요. 자토스 왕국의 전 해군을 상 대해야 하는 셈이지만, 이쪽도 해적연맹의 모든 해적들이 참가하기로 되어 있기 때문에 승산은 있습니다." 마크오가 고개를 가까이 하고 약간 나직한 소리로 대답했다. 음모를 전달할 때의 암묵적 룰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으로 보아 과연 이런 일에 익숙한 자가 틀림없었다. "거기에 이제 아버지가 돌아왔다는 사실만 알리면! 저희 쪽의 사기는 최고 로 올라갈 겁니다. 누가 뭐래도 아버지는 40년 전 해적연맹의 최연소 맹주 셨으니까요!" 마크오의 목소리는 확신에 차 있었다. 그는 여러 가지 주변의 상황을 설명 했다. 자신이 지난 일년간 이 때를 대비해서 해적들에게 무기와 식량을 공급한 것 을 특히 자세하게 힘을 줘가며 설명했지만, 그래도 중요한 일은 하나도 빼 먹지 않았다. 라딘은 잠시 동안 고민에 잠겨 이 상황을 분석했다. 그러나 그의 예상은 마 크오의 그것과는 틀린 비관론 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쉽지 않아요. 아마 계획대로 나간다면 해적연맹은 위기에 빠질 겁니다." "음, 라딘 경의 의견을 듣고 싶소이다." 캡틴 마크가 신중한 목소리로 물었다. 이에 라딘은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일단 해상을 봉쇄한다면 캘도스의 함대와 일전을 벌이게 될 것이다. 그런데 승산이 반반이라고 하는 것으로 보아, 캘도스라는 자의 능력과 그의 함대의 전력은 만만한 것이 아니라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결국 압도적인 승리나 패배는 있을 수 없다. 이겨도 수 많은 배가 침몰당하고 많은 해적들이 죽을 것이다. "일단, 해적연맹의 힘이 어느 이하로 떨어지면 다시 회생하기 어렵다고 보 여 지는군요. 왜냐하면 저들은 정규군이라서 다시 배를 건조하고 병사를 모집하면 되지만 , 이쪽은 해적이고 육지에 오르지 못하는 상황이니만큼 지금 있는 전력이 전부 아닌가요? 만약 캘도스가 조금 더 악랄한 놈이라면 전면전이 아닌 반 소모전으로 서로 의 전력을 절반정도만 줄이고 시간을 끌면서 자신의 함대를 보강할 수도 있 습니다. 그렇게 되면 2년 정도면 해적들은 이 서해해안에서 자취를 감추게 되겠죠." "으음!" 사람들은 라딘의 분석을 듣고 신음했다. 사실 해적인 그들이 대규모 군사 행동과 보급에 대한 지식이 있을 리가 만 무했다. 이기면 이기는 것이고 지면 지는 것이라고만 생각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근본적인 문제는 하나도 해결이 안 되고 있어요. 자토스 왕국이 해 적을 육지에서 몰아낼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이지요? 바로 이계인이 아닌가요 ? 이계인 현상금 사냥꾼을 처리하지 않으면 캘도스에게 승리해도 절대로 육 지에는 오르지 못 할 거에요." -쿠쿵- 그들은 그때서야 이 사건의 가장 중요한 핵심에 대해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 라딘의 말대로 이계인 현상금 사냥꾼들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그들의 미래는 없었다. "라딘, 네가 그렇게 말할 때에는 이미 해결책이 있다는 말이겠지? 네가 바 로 파스트의 자유기사이니까 말이야." 듣고 있던 카린이 호기심에 찬 얼굴로 물었다. 확실히 500년간 수련만 하다 이렇게 세상에 나오자 재미있는 사건이 줄을 지어서 일어나고 있었다. 역시 유희라는 것은 드래곤의 필수 수업중 하나야! 카린은 생각했다. "으음, 사실은 이런 일은 상당히 민감한 문제야, 이계인들에 대한 인식도 있고, 왕국의 정식으로 소속된 군대와 싸워야 되잖아, 사실 이 경우 해적들 이 범죄자라는 것은 사실이니까." "우리는 뒷골목의 양아치와는 틀리오! 우리는 명예를 아는 해적이오! 결코 사람을 함부로 죽이지도 않고, 나름대로 항구를 발전시켜 온 것도 우리들이 오! 우리가 목숨을 걸고 미지의 바다를 항해하여 새로운 항로를 찾아내지 못했 다면 남북 무역로가 생길 수나 있었을 것 같소?" 듣고 있던 마크오가 억울하다는 듯이 열변을 토했다. 라딘은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여 동의하고는 다시 말했다. "마크오 두목이 말을 하지 않아도 잘 알고 있어요. 이계인들이 생업에 종사 하는 해적들을 자신의 욕망을 위해 박해하는 것은 분명 옳지 못한 일이라고 할 수 있지요. 염려 마세요. 저와 제 동료들도 해적 연맹을 돕겠습니다!" --------------------------------------------------- =+=+=+=+=+=+=+=+=+=+=+=+=+=+=+=+=+=+=+=+=+=+NovelExtra(novel@quickskil l.com)=+= 4-6 서해 국가 연합 서대륙에 도착한지 5일이 지났다. 라딘 해운의 선박들은 이미 모든 준비를 끝내고 출항할 날만 기다리고 있었 다. 돌아가는 길은 예상했던 것처럼 승객이 거의 없었다. 라딘 일행은 그동안 서대륙의 특산품인 최고급 비단을 구입해서 배에 선적 했다. 동대륙의 보석, 서대륙의 비단, 이것이 양 대륙이 자랑하는 주력 생산품이 다. 라딘 상회는 동부 해안로를 통해 미르던 산맥에 있는 보석과 귀금속 광산으 로부터 적지 않은 물건을 구입해 배에 싫고 왔다. 보석은 당연히 부피가 작 으므로 승객들이 만석이 되도 전혀 상관없는 것이다. 미르던 산맥의 광산으로부터 파스트 제국의 서부 무역항까지는 두 달 반이 걸리는 거리이다. 그곳에서 다시 서대륙까지의 항로는 두 달이 걸린다. 합 계 4달 반이 걸리는 이 장거리 무역이 동부해안의 카리브 시티를 이용하면 두 달 밖에 안 걸리는 것이다. 라딘은 서대륙의 절반은 라딘 상사가 제공하는 보석과 귀금속을 이용하게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뭉치와 카린, 그리고 크로키 쪽의 멤버들은 계획에 따라 이대로 서대륙에 남게 되었다. 라딘은 그들을 위해서 두 척의 중형 선박을 이번 항해에서 제외했다. 카리브에서 건조하고 있는 중형선중에는 다음 달에 완성하는 배가 몇 척 있 었기 때문에 그것으로 다음 항해의 선단수를 보충할 계획이었다. "크로키, 뒷일을 부탁해. 카린 그럼 두 달 후에 보자, 다녀올게." 라딘은 그들에게 앞으로의 모든 계획을 일임했다. 크로키에게 서대륙을 맡 겨야 하기 때문에 이곳에서는 크로키가 자리를 잡아야 하는 것이다. -부웅- 출항을 알리는 기적이 울리고, 드디어 서대륙 특산 최고급 비단을 가득 실 은 라딘 해운의 선단은 유클리드 항구를 떠났다. -------------------------- -덜컹, 덜컹- [띠링, 남자 무도복이 완성되었습니다. 방직스킬이 23점으로 올랐습니다.] "휴, 다섯 번 만에 한번 성공했네. 그래도 스킬이 잘 오르니 좋군, 역시 재 료가 고급이면 스킬이 잘 오르게 되어 있어." 라딘은 완성된 옷을 잘 개서 옆에 있는 상자에 집어넣고는 반대편에서 옷감 을 집으려고 했다. 그러나 방금 작업한 옷감이 마지막 옷감이었는지 옷감을 마는 뼈대만 놓여 있었다. "리나야! 비단이 떨어졌잖아, 내가 떨어지기 전에 미리미리 창고에서 가져 다 놓으라고 말했었지? 너 또 바다에서 헤엄치면서 놀고 싶어서 꾀부리는 거지?" 라딘이 소리치자 한쪽에서 열심히 천을 모양에 따라 알맞은 크기로 자르던 리나가 놀라서 말했다. "아니에요. 라딘 경, 지금 바로 가져올게요.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도망갈 데도 없는 바다 위의 생활은 냉혹했다. 라딘은 드디어 리나가 난 이런 일 못한다고 반항하기 시작하자, 리나를 들 어다가 바다 속에 집어 던져 수영 훈련을 시켰다. 물론 마물과의 전투에도 참가 시켰다. 3일도 안 되서 리나는 그래도 배 밑보다는 배 위가 인간이 살 수 있는 곳이 라는 것을 뼈져리게 느꼈다. 이곳은 라딘이 새로 만든 방직 작업장이다. 드디어 라딘은 배에 실려 있는 비단을 이용하여 방직기술 마스터의 대업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생산기술은 현재 방직기술을 빼고 나머지는 모 두 마스터인 상태였다. 이제 이 최고급 비단을 이용하여 열심히 수련을 하면 1년이 지나기 전에 마 스터가 될 수 있지 않을까하고 그는 생각하고 있었다. 값비싼 비단이 마구 소모되는 것이 무척 마음에 걸렸지만, 처음에 재료가 약간 손상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돈도 중요하지만 생산스킬 마스터야 말로 자신이 이 신마대전에 빠져들게 된 주요 원인이 아니겠는가? 모든 생산스킬의 마스터! 드디어 라딘의 목표 중 한 가지가 마지막 결승점 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오늘도 라딘은 최고급 미싱을 이용하여 여러 가지 의복을 만들고 있었다. 그러나 역시 아직 스킬이 낮기 때문에 대부분의 비단은 천조각으로 변하여 선실 청소용 걸레로 재활용 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대륙간 운항선은 걸레마저 비단으로 되어있는 초호화 여객 화물선인 것 이다. 라딘이 그렇게 마물과 싸우는 시간 이외에는 자신의 작업실에 처박혀 방직 기술의 수련에 집중하면서 리나의 생활에도 변화가 생겼다. 불행하게도 별 로 좋지 못한 변화였다. 이제는 새벽에 일어나 주방의 일을 돕고, 그 일이 끝나면 라딘의 주문에 따 라 같이 옷을 만들던가 재료를 운반하던가 하는 보조 역할을 해야 했다. 그리고 다시 점심과 저녁 식사의 준비, 결국 리나의 하루는 노동으로 시작 되서 노동으로 끝나게 되었다. 수련을 해서 레벨을 올릴 시간은 주어지지 않았다. 리나는 완전히 강제노동 수용소의 죄수나 다름없었고, 이제는 삶의 희망도 잃어가고 있었다. 그녀 는 그저 살아남기 위해서 하루하루를 발악할 뿐이었다. 사람이 무엇인가에 열중하게 되면 그의 시간은 다른 사람보다 몇 배로 빨리 가게 된다. 라딘은 자신의 거의 대부분의 브리시아 생활시간을 옷을 제작하는 데 투자 했고, 그런 그에게 있어서 한 달이라는 시간은 무척 짧은 시간이었다. -부웅- 카리브 항구는 오랜만에 축제를 시작했다. 항구에서 처음으로 떠난 대륙간 항해선이 무사히 되돌아 왔기 때문이다. 대륙간 항해선이 오가는 항구! 그들은 이 카리브가 동대륙 최대의 항구로 성장할 것이라고 믿기 시작했다. "잘 지냈니? 미리네." "응, 라딘이 많이 보고 싶었어." 두 연인은 두 달 만에 만난 기념으로 축제기간 중 데이트를 즐겼다. 현실에서도 매주 만나는 두 사람이지만, 가상현실 세계의 시간은 현실의 4 배인 만큼 상당히 오랫동안 서로를 보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역시 잠들기 전에 귓말로 대화하는 정도로는 만족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번에 계획한 마을 복지 시설은 잘 운영되고 있니?" 라딘이 물었다. 미리네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흔들었다. "으응, 자금이 너무 모자라, 처음에는 월 2만 골드면 충분할 줄 알았는데, 일단 시작하니까 급하게 자금이 필요한 곳이 너무 많았어." 라딘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떠나기 전에 심혈을 기울여 계획한 미리네 의 돈 개념 인식시키기 교육이 효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응, 내가 여태까지 이곳에서 여러 가지 일을 벌이면서 느낀 건데 아무래도 돈이라는 괴물은 쓰려고 하면 자꾸 그 쓰임이 커지는 경향이 있거든, 그래 서 처음에 계획을 잘 세워야 하고, 두 번째로는 적당한 곳에서 냉정하게 절 제할 수 있어야 어느 정도 예산에 맞는 진행이 가능한 것 같더라고, 너무 심각하게 고민하지 마, 점차 나아 질 거야." 라딘은 물론 그와 함께 너의 돈에 대한 상식도 달라질 것이라는 말은 입밖 으로 꺼내지 않았다. 미리네는 영원히 착해도 된다. 단지 현실을 벗어나지 만 않는다면 라딘은 그 정도는 얼마든지 참고 이해할 용의가 있었다. 아니, 라딘으로써는 미리네가 이렇게 열심히 복지를 위해 헌신적으로 봉사 하며 자기 회사의 돈을 써주는 것에 감사해야 했다. 라딘이 이렇게 이익금의 5%정도를 미리네에게 운영하게 함으로써 라딘 상회 의 기업 이미지는 구름위의 태양과 같은 극상의 그것이 되고 있었다. 사람을 성의와 자비로 대하는 성녀 미리네는 어쩌면 라딘 상회의 가장 큰 이익을 가져다주는 존재일지도 몰랐다. 물론 라딘을 제외하고 말이다. 미리네는 상냥하게 위로해주는 라딘이 너무 고마웠다. 그 위에 라딘이 이번 항해의 이익금 중 얼마를 미리네와 자비의 여신의 성당에 기부할 테니까 마을의 복지를 위해 써달라고 하자 완전히 기분이 풀어져서 그의 팔에 매달 려 축제에 나온 여러 가지 음식을 먹으러 다녔다. 라딘으로서는 정말로 오랜만에 즐기는 축제의 하루였다. ----------------------------------------------------- =+=+=+=+=+=+=+=+=+=+=+=+=+=+=+=+=+=+=+=+=+=+NovelExtra(novel@quickskil l.com)=+= 4-6 출항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라딘은 영주인 뭉치의 저택에서 그동안 밀린 서류를 보면서 계획의 최종 점 검을 하느라 눈코뜰새 없이 바빴다. 영주인 뭉치도 수련과 혈궁도해의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서대륙으로 떠난 이상, 이곳은 라딘 상회의 주도하에 거의 모든 행정과 개발이 이루어질 것이다. 이제 카리브와 동부해안의 대부분의 사업은 피터슨의 주도하에 진행되고 있 기 때문에 라딘은 서대륙과의 교역 문제를 해결하는데 전력을 기울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 서대륙과의 교역에 가장 중요한 열쇠가 바로 라딘이 해적연맹과 같이 꾸민 이 계획이었다. 라딘은 다시 한 번 자신의 의도대로 모든 것이 움직이고 있는가에 대해 차 분히 하나하나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번 계획은 상당히 정밀한 움직임을 필요로 한다. 세상을 속이고 나 자신까지 속일 수 있을 정도로 모든 일이 자연스럽게 맞 아 떨어져야 한다. 매일같이 크로키와 귓말로 일의 진척에 대해 토론했다. 아직까지는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서대륙의 해적연맹과 자토스 왕국의 해 군사이의 긴장은 점점 더 깊어지고 있었다. 근일내로 큰 해상전투가 벌어질 것이라는 소문이 인근 왕국에 퍼지고 있었 고, 이 일전에서 자토스 왕국이 승리한다면 자토스 왕국이 서부해안 최대의 강 국으로 부상할 지도 모른다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상당한 설득력을 발휘하여 주변 왕국을 불안에 빠뜨리고 있었다. 이제는 대의명분이라는 방아쇠만 있으면 모든 일이 동시에 움직이게 될 것 이다. -똑, 똑, 똑- “누구십니까?” “라딘 경, 맥시밀리언 추기경과 성녀 미리네 님께서 오셨습니다.” 하녀가 들어와 손님이 찾아 왔다는 사실을 라딘에게 알렸다. 라딘은 의외라는 듯이 서류를 정리하면서 의자에서 일어났다. “아니? 맥시밀리언 추기경이 갑자기 무슨 일로 오셨을까? 알았어요. 바로 나갈 테니 차와 다과를 준비해줘요.” 라딘이 약간 놀란 투로 말하자 하녀는 허리를 굽혀 알았다고 인사하고는 차 와 다과를 준비하러 주방으로 갔다. 벽에 걸려있는 전신거울을 보면서 의복을 단정히 한 라딘은 부드러운 미소 와 함께 정의심에 가득찬 엄숙한 눈빛을 겸한 기사 표정 제 3번을 지으며 거실로 들 어갔다. 뭉치의 취향에 맞게 형이상학적인 그림과 조상이 장식되어 있는 거실은 그 래도 영주의 저택이라는 이름에 부끄럽지 않을 정도의 넓이는 확보하고 있었다. 거실의 가운데 있는 소파에는 라시에나 교단의 최고 성직자중 한 사람임을 나타내는 푸른색에 세 그루의 나무와 양이 그려져 있는 로브를 입고 있는 사람과 하 얀색 갑옷을 입고 있는 긴 검은 생머리의 여자가 앉아 있었다. “아, 어서 오십시오. 기별을 주셨으면 제가 찾아뵈러 갔을 텐데 일부러 오 시다니, 죄송할 따름입니다.” 라딘이 들어가자 두 사람이 일어났다. 라딘은 얼른 맥시밀리언 추기경에게 겸허하게 인사를 했다. 추기경은 손을 가볍게 좌우로 흔들며 당치도 않다고 말했다. 그는 상당히 기분이 좋은 듯 그림자 없는 순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다시 정식으로 인사를 하고 세 사람은 소파에 마주 앉았다. 때마침 하녀가 쟁반을 들고 들어와 홍차와 다과를 놓고 나갔다. 라딘은 홍 차를 들어 가볍게 한 모금 마시고는 맞은편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미리네는 약간 부끄러운 듯 미소 지으며 비스켓을 한 개 들어 바삭하고 깨 물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무슨 일로 오셨는지 물어도 될까요? 아, 물론 맥시 밀리언 추기경께서 언제든지 저를 방문해 주시면 저로써는 더없는 영광입니다만.” 라딘이 일단 그들의 방문 이유를 묻자 맥시밀리언 추기경은 가볍게 한번 웃 고는 차분한 목소리로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다름이 아니라 그동안 성녀 미리네님께서 솔선수범하여 헌신적으로 난민 의 구제에 힘을 기울이시지 않았습니까? 그 결과 라시에나의 은혜가 땅에 드리워 많은 난민들이 자신들의 살아갈 길을 찾을 수 있었지요.” 맥시밀리안 추기경의 설명에 의하면 결국 교단이 주도한 난민구제 사업은 미리네의 명성과 라딘 상회의 협력에 힘입어 위기를 극복하고 애초에 예상했던 것보 다 몇 배나 큰 사회적 반향을 불러왔다고 한다. 그 덕분에 현재 파스트 제국에서는 빛의 신인 사이야나 용기의 신인 바로스 보다 오히려 자비의 여신인 라시에나의 신도가 더 많게 되었다고 한다. 기사의 국가인 파스트 제국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고 할 수 있 겠다. 그런데 세상에는 사건이 일어나면 원인과 결과가 있는 법이고, 공이 있으면 상이 있는 법이다. 이 난민구제 사업의 가장 큰 공로자는 바로 성녀 미리네와 맥시밀리언 추기 경이라고 할 수 있었다. 맥시밀리언 추기경은 이번 일로 인해서 동부 해안 지역에 대한 총 권한을 임명받았다. 기존의 구역까지 합치면 파스트 제국의 절반에 해당하는 광대한 구역이었고 추기경 중에서 가장 넓은 구역이었다. 아마도 차기 교황은 맥시밀리언 추기경이 될 것이라는 소문이 교단 내에서 은밀히 퍼질 정도였다. 그런데 문제는 미리네였다. 결국 교황을 비롯한 교단의 장로들은 미리네의 공로를 치하하는 마음에서 신께 주청하여 한 가지 선물을 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들이 미리네에게 무엇이 필요한가를 물었을 때, 미리네는 그런 것은 받을 수 없다며 강력하게 사양 했다. 그러나 성녀는 사양해도 교단은 꼭 상을 수여해야 했다. 세상의 이목도 있기 때문에 이렇게 커다란 일을 한 주역이 아무런 댓가도 받지 않았다고 하면 어떤 사람들은 감동하겠지만 어떤 사람들은 교단을 욕하게 되는 것이 다. 사람들은 고민했다. 어떤 선물을 하면 미리네가 거절하지 않을까? 그러나 아무것도 필요 없다는 성녀에게 강제로가 아닌 자연스러우면서도 가능한 한 비싸고 화려한 선물을 받게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약 한 달이 지났다. 여전히 사람들은 고민하고 있었고, 미리네는 아무 생각 없이 마을 복지 시설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미리네는 이 신마대전에 접속하면 거의 모든 시간을 다른 사람들을 돕는데 사용한다. 그런 그녀가 자신만의 시간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잠들기 전에 라딘과 귓말 로 이야기 하는 순간 뿐 일 것이다. 결국 교단의 사람들은 그것을 깨달았고, 그녀에게 줄 상은 결정되었다. “사실 라딘경이야말로 우리 교단의 은인이라고 할 수 있는 분이 아니겠소? 다행히 라시에나께서 교황 폐하의 청을 승낙하시고, 친히 이 한 쌍의 반지를 내려 주셨다오.” 설명을 끝내면서 맥시밀리언 추기경은 품속에서 두 개의 반지 상자를 꺼내 어 열었다. 그 상자 안에는 각각 하나씩의 반지가 들어 있었는데, 신비한 금속의 테에 사각형의 루비와 에메랄드가 장식되어 있는 화려하면서도 품격이 있는 반지였다. 물론 보석과 반지의 크기만 다를 뿐 모양과 장식이 똑같은 한 쌍의 페어링 이었다. “라시에나 여신께서 직접 내리신 유니크 페어링, ‘언약의 링’이오. 두 분께서 하나씩 받아 주셨으면 하오.” 라딘의 두 눈이 순간적으로 광채를 뿜었다가 사라졌다. 유니크 링이라, 미 리네야! 네가 드디어 너의 기사를 위해 밥값을 하는구나! 라딘은 자신이 구사할 수 있는 최고로 부드럽고 달콤한 극상의 미소를 지으며 미리네를 바라보았다. 미리네의 두 볼이 약간 붉어지며 그녀가 조그마한 목소리로 말했다. “원래 거절해야 되는데, 너랑 같이 끼라고 주는 거니까 내 맘대로 거절할 수도 없고 해서, 음, 사실은 이거는 별로 사양하고 싶지도 않았어, 헤헤.” 미리네가 가볍게 혀를 내밀며 웃자, 라딘은 그녀가 사랑스럽다는 듯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얼른 두 개의 반지 중 에메랄드가 박혀 있는 반지를 꺼내어 그녀의 손에 끼워주며 말했다. “초록색의 보석은 마음을 안정시켜 준데, 너의 분위기와 어울리는 것 같아 , 라시에나 여신님이 의외로 액세서리에 대해 보는 눈이 있네? 아, 이렇게 말 하면 신성모독이 되는 건가요?” 맥시밀리언 추기경이 이 청춘남녀의 닭살 대사를 나름대로 감상하다가 라딘 의 위트성 질문에 껄껄대며 웃으며 신의 이름으로 라딘경의 무례를 용서한다고 말하고 일어나서 자신의 숙소로 돌아갔다. 자리를 비켜준 것이다. 라딘과 미리네는 얼른 일어나 그를 배웅하고는 다시 소파에 앉았다. 부드러운 발라드가 흐르는 듯한 무드에 미리네는 잠시 해야 할 말을 잊고 멍하니 앉아 있었다. 결국 참다 못한 라딘이 자신의 왼손을 가볍게 미리네의 앞에 흔들자 미리네가 아! 하고 반지 상자 안에 있는 루비로 장식된 반지를 꺼내어 라딘 의 왼손의 약지에 끼웠다. 그녀의 볼이 더욱 더 붉게 물들었다. “사랑해.” 라딘이 그녀에게 말하며 아주 자연스럽게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키스를 하였다. 미리네의 두 눈이 감겼다. 다음날, 드디어 새로운 해가 뜨고 배에는 승객이 탑승을 완료했다. 라딘은 잠시 동안 미리네와 항구의 이별을 즐긴 후, 이 선단의 기함인 타릭 스 호에 승선했다. 물론 그의 작업장에는 그가 한 달간 작업할 비단이 쌓여 있었다. 이번 항해는 대형선 3척과 중형선 10척으로 저번 항해에 비해 중형선 두 척 이 늘어난 규모였다. 증가된 두 척의 배에는 승객이 타지 않았다. 전투요원만 탑승한 호위 전투함이었기 때문이다. 사고에 대한 책임 보상을 내세우는 라딘 항해였기 때문에 만약의 경우를 대 비해 호위함을 늘리기로 결정했다. -부웅- 출항을 알리는 뱃고동이 울리고 드디어 13척의 대륙간 운항선은 바다로 나 갔다. 아직은 붉은 기운을 완전히 없애지 못한 태양빛이 그들의 항로를 인도하듯 비추고 있었다. 배가 완전히 리누만을 벗어나 이제는 육지가 보이지 않았다. 1년 전이었으면 이곳에 배가 지나가면 거대한 오징어가 나타나 어둠의 신에 게 식전기도를 하는 모습을 구경할 수 있었을 테지만, 이제는 바닷물에 스며들 어있는 마기마저도 많이 약해졌다. 마의 바다라는 별명은 이제 레테해에는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었다. 라딘은 캡틴 마크와 선단의 여러 가지 일의 점검을 마치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왔다. 이제 조금 있으면 저녁 식사 시간이기 때문에 일단 약간의 휴식을 취하기로 한 것이다. -딸칵- 라딘은 문을 잠갔다. 이상하게 요즘은 습관적으로 문을 잠그게 된다. 조그 마한 방이었다. 작업장을 최대한 넓게 확보하기 위해 자신의 숙소는 간이침대와 조그만 벽 장, 그리고 반쪽짜리 테이블이 겨우 옹기종기 모여 있는 두 평 크기의 침실이었다. 라딘은 일단 침대에 걸터 앉았다. 그리고는 아공간 주머니 속에서 한 장의 스크롤을 꺼내었다. 감정 스크롤이었다. “[감정]!” -파앗- 라딘의 손이 하얗게 빛났다. 라딘은 그 빛나는 손으로 왼손에 끼어져 있는 반지를 만졌다. 그의 눈 앞에 반투명의 화면이 나타나 반지의 정보를 보이기 시작했다. 언약의 반지(남) 종류 : 반지 등급 : 유니크, 제한 : 남자 방어 : 500, 무게 0 보너스 스탯 : 힘 50, 민첩 50, 의지 100, 체력 50, 마력 50, 마법저항 화 20, 수 20, 풍 20, 지 20, 스킬 : [하트 커넥션] 언약의 반지(여)의 소유자의 생명력과 마나의 10%가 보너스로 주어진다. 물론 상대도 이 반지를 낀 사람의 생명력과 마나의 10%를 보너스 로 받는다. [언약의 족쇄] 이 반지를 낀 사람은 언약의 반지(여)의 소유자 이외에는 사 랑할 수 없다. 이 언약은 육체적인 모든 생리적 현상을 제어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반지 의 소유자는 어떤 매혹주문에도 걸리지 않는다. 설명 : 자비의 라시에나 여신이 교단에 큰 공훈을 세운 성녀와 그의 애인에 게 내린 한 쌍의 반지중 하나, 강력한 신성 언령마법에 의해 인챈트 된 이 반지는 오리하르콘의 금속에 루비와 에메랄드로 장식된 최고급의 예술품이기도 하다. 이 반지의 효능은 사랑하는 두 사람이 같이 반지를 끼고 있을 때 나타난다. 물론 언약에 의해 이 반지는 한번 착용하면 절대로 벗을 수 없다. “오옷, 상대의 생명력과 마나의 10%라고! 그럼 미리네의 그 황당한 마나가 !” 라딘은 놀랐다. 10%라는 수치는 결코 작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생명력과 마나는 체력과 마력에 의해 결정되므로 이 말은 체력과 마력의 10%의 보너스가 주 어진다는 것과 같은 뜻이라고 할 수 있었다. 라딘이 아는 미리네의 마력은 2천을 넘어간다. 체력은 별것 없었지만 마력 만큼은 최고 수치 소유자 중 한명임에 틀림없었다. 라딘은 흥분해서 외쳤다. “[스탯창]!” 라딘 팰러딘(나티크) 레벨 550 힘 3240 지력 160 의지 590 민첩 560 체력 900 마력 550 HP 37000 MP 32000 보너스 스탯 0 공격력 4640 방어 18320 무게 825 “헉, 마나가 1만점이나 올랐네! 그럼 미리네의 마력이 2500이라는 얘기잖 아!” 라딘은 자신의 기분이 급격히 상승하는 것을 느꼈다. 생명력이 1000, 마나가 10000점 올랐다. 이것은 체력 25, 마력 250이 오른 것과 같은 효과이다. 이 언약의 반지는 사실 상 보통 유니크 아이템의 최고 보너스 스탯 수치인 300점보다 훨씬 높은 보너스 수치를 두 사람에게 제공한다. 물론 한 사람이 데미지를 입어 생명력이 깎이면 다른 사람의 보너스 수치도 깍이기 때문에 두 사람은 서로 가 위기에 처해 있는지 안전한지도 알 수 있다. 지금 미리네의 레벨은 라딘과 비슷한 정도인 550레벨 수준이었다. 그렇다면 앞으로 두 사람이 성장하면 성장할수록 서로에게 주는 보너스 효과도 증가하게 될 것이다. 대박이었다! -똑, 똑- “누구십니까?” 라딘이 한참 기분이 좋아 침대 위를 뒹굴고 있을 때, 문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 라딘은 얼른 침대에서 일어나 흐트러진 옷을 단정히 하면서 물었다. “저, 리나에요.” “응? 리나? 무슨 일이지?” 라딘은 궁금했다. 지금 그녀는 그야말로 황금과 같은 자유시간을 즐기고 있 어야 했다. 하루에 약 1시간의 자유시간인 만큼 그녀가 이런 시간에 일부러 자신을 찾 아 올 이유는 아무리 생각해도 없었다. -딸칵- 라딘은 잠겨있던 문을 열었다. 문 앞에는 가슴이 깊게 패인 녹색 이브닝 드 레스를 입은 리나가 서 있었다. 그녀는 문이 열리자 생글생글 웃으며 라딘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라딘의 방안으로 들어왔다. -딸칵- 다시 문이 닫혔다. 그녀는 정말로 오랜만에 아주 정성들여 화장을 한 것 같았다. 머리에는 상 당히 화려한 보석으로 된 핀이 장식되어 있었고, 그녀의 두 손은 자신도 모르게 꼬옥 쥐 어져 있었다. 무엇인가 굳은 결심과 나름대로의 각오를 한 인간의 모습이었다. 라딘은 순간적으로 모든 것을 이해했다. 이 아가씨가 드디어 육탄공세로 인생역전을 꾀하고 있구나!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는 라딘이었다. 리나는 이 몇 달간 그야말로 그 전에는 상상도 해보지 못한 인생의 고통을 겪을 수 있었다. 트랩마스터가 되기 위한 고된 훈련은 그래도 자신의 발전과 영광된 미래를 상상하면서 기꺼이 감수 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다지 힘들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는 스스로의 인생에 절대적인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만큼 그녀의 성장은 빨랐고, 스스로가 보기에도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일단 이 라딘이라는 악마에게 자신의 영혼을 저당 잡힌 후부터, 그 녀의 모든 자신감은 사라졌다. 이 타릭스 호에서 그녀의 생활은 주방보조와 재단 보조, 그 이상의 아무것도 될 수 없었다. 평생 동안 자신과 전혀 관계없으리라 생 각했던, 아니 생각도 하지 않았던 일들을 그녀는 해야 했다. 백작가의 무남독녀이자 동대륙 최고의 비밀조직 비월전의 후계자인 자신이! 무엇보다 라딘의 밑에서 수행한 이후, 예상과는 다르게 전혀 레벨이 오르지 않았다. 그녀의 레벨은 아직 410에 불과했다. 이번에 항구에서 그녀는 그녀의 전임자인 붉은 번개 애니를 만났다. 그녀는 결국 트랩마스터가 되어 이 카리브 시티의 도둑길드장이 되어 돌아 왔다. 리나는 그런 그녀가 너무나도 부러웠다. 애니는 리나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마음을 비워, 살겠다는 의지 이외에는 모든 것을 포기해! 그렇게 지내다 보면 언젠가는 성공한 너를 볼 수 있게 될 거야. 라딘 경은 인간의 감성을 가지 고 있지 않아. 그게 내가 지난 몇 년간 그를 따라다니면서 얻은 결론이야. 그래서 그런지 다른 사람도 항상 한계까지 몰아붙이거든. 아마도 그 한계는 스스로가 생각하던 한계를 훨씬 넘어서는 것이겠지만, 그래도 살아만 있으면 꼭 빛을 볼 수 있어. 절대 자살만은 하지 마, 자살하면 모든 것이 끝이니까, 이렇게 말하는 나도 속이 뒤집히지만 그를 믿어!” 물론 리나는 라딘을 믿을 수 없었다. 그리고 정말로 앞으로 몇 년간을 이런 식으로 지내기도 싫었다. 결국 그녀 는 믿을 것은 자신의 미모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애초에 라딘이라는 거물을 자신의 첫 남 자로 결정하고 그를 유혹하려는 속셈이 있었지 않은가? 더 늦기 전에 결판을 봐 야 했다. 그녀는 그녀가 라딘의 애인으로 등록되고 라딘이 그녀를 위해 또 다른 일 잘하는 종자를 들이기를 희망하고 있었다. 리나는 지금 자신의 미모를 가장 돋보이게 하는 의상과 화장을 완벽하게 끝 마치고 내숭도 애교도 없이 라딘 앞에 서 있었다. 정면 승부였다. 라딘은 눈앞의 이 미녀를 보며 생각했다. ‘미리네야, 미안해, 남자는 다 도둑놈인가 봐, 이런 미녀가 마음먹고 찾아 왔는데, 거절할 수 있는 남자가 있을까? 으음, 그래 라딘, 양심을 속이고 현실에 집 중하자. 자, 일단 그녀를 가볍게 껴안고 키스를 하고는...!!!“ 드디어 자신의 욕망을 실행에 옮기려던 라딘은 무엇인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은 얼마 전에 생일이 지났기 때문에 만 20세가 되어 성인 서비스를 받 을 수 있는 나이였다. 이제는 더 이상 뇌파에 의한 성호르몬 제어의 대상자가 아닌 것 이다. 그러나 지금 라딘은 이상하게 리나에게 성욕을 느낄 수 없었다. 몸이 자신의 정신의 욕망을 외면하고 있었다. 어째서? 그 순간 라딘은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과연 그는 머리가 좋았고, 그만 큼 상황 판단력은 빨랐다. -[언약의 족쇄] 이 반지를 낀 사람은 언약의 반지(여)의 소유자 이외에는 사랑할 수 없다. 이 언약은 육체적인 모든 생리적 현상을 제어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반지 의 소유자는 어떤 매혹주문에도 걸리지 않는다. - 이 기능을 처음 보았을 때, 라딘은 어떤 매혹주문에도 걸리지 않는 정신배 리어라는 것으로 이해했다. 그러나 이 기능은 일종의 저주였다. 언약의 반지는 그야말로 사이버 정조대라고 할 수 있었다. 라딘은 자신이 유니크 반지 하나 때문에 코가 꿰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망했다! 남자의 로망이! 하렘의 꿈이! 으흑, 이럴 수가~.’ 라딘의 마음속은 왠지 모를 억울함에 가득 찼다. 그러나 이미 상황은 끝나 있었다. 속으로야 통곡을 하던 춤을 추던 라딘의 얼굴표정은 여전히 포커 페이스였 다. 그리고는 불안해하고 있는 리나를 바라보며 드디어 라딘은 한숨을 내쉬며 말을 꺼냈다. “휴~, 리나야. 네가 나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마땅히 기뻐해야 하 겠지만, 나는 조금도 기쁘지 않구나. 지금 너는 나를 모욕하고 있는 거란다. 너는 분명 아름답다. 지금 이렇게 꾸미기까지 하니 정말로 나를 시험에 빠뜨리게 할 정도구나. 하지만 너는 나의 종자란다. 내 밑에서 수행을 하러 온 너를 내가 안을 수 있을 것 같니? 오늘 일은 없었던 것으로 하자. 오늘 하루는 자유 시간을 줄 테니, 좁은 배 안이지만 휴식 시간을 즐기도록 하고 네가 나에게 온 이유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 으면 한다.” 리나는 자신의 정면 승부가 패배로 끝났음을 알았다. 그리고 리나는 눈앞의 이 성기사를 다시 보게 되었다. 그는 자신이 생각했 던 모든 남자들과는 틀렸다. 진정한 성기사였다. 라딘의 엄숙한 눈빛에 왠지 모르게 초라한 느낌을 받는 리나였다. 그녀는 울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참으며 가볍게 인사를 하고 자신의 방으 로 돌아갔다. 혼자 남은 라딘은 그대로 뒤에 있는 자신의 침대 위로 쓰러졌다. -털썩- 라딘이 습관적으로 초상비를 사용하고 있지 않았더라면 침대는 물론이고 바 닥까지 깨졌을 것이지만, 지금 라딘의 무게는 60kg도 되지 않았다. “망했다. 세상이 나를 안 밀어주네. 쩝.” 그렇게 라딘은 한 마디의 불평으로 자신의 욕망에 이별을 고했다. -------------------------------------------- ---------------------------- 서대륙의 서해안의 중부에 위치한 여러 왕국은 요즘 상당히 살벌한 분위기 에 휩싸여 있었다. 자토스의 국왕인 사론 3세가 해군강화에 주력한 결과 해상 지배력이 향상된 자토스 왕국이 남북의 교역에 대한 관세를 20%정도 인상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그의 정책에 의해 캘도스라는 전직 해적출신의 해상 군무 장관 이 해적들을 항구로부터 몰아냄에 따라 거의 모든 해적들과 그 가족들은 바다 에 있는 많지 않은 무인도에서 괴로운 생활을 강요받게 되었다. 이에 해적연맹은 캘도스를 해적의 배신자로 규명하고 그와 그가 이끄는 자 토스 왕국의 해군을 상대로 근 시일내에 일전을 벌일 생각이라는 소문이 퍼지고 있었다. “흥, 해적따위는 어차피 오합지졸에 불과한 법, 정규 해군의 전투선이 300 여척이 있는데 그들이 덤빈다고? 덤벼보라지, 아마도 그날이 바로 그들의 제삿날이 될 거 다!” 이것이 캘도스 백작의 입장표명이었다. 캘도스 백작은 자토스 왕국의 영해에 해적선이 들어오는 순간 그 해적선은 절대로 무사히 이 서대륙의 바다를 항해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그러므로 해적을 만나면 바로 자토스 왕국의 영해로 들어오면 안전이 보장되고, 그런 안전 보장비로 관세를 인상하였기 때문에 남과 북의 여러 나라들도 할 말이 없었다. 실제로 여태까지는 자토스 영해 내에서의 해적 행위는 일어나지 않았다. 라딘 상회의 대륙간 운항선이 카리브를 떠난지도 어느덧 2주가 지나가고 있 었다. 이제 열흘 안으로 자토스 영해내로 진입하게 될 것 같았다. 그동안 라딘은 여전히 자신의 작업장에 틀어 박혀서 출항할 때 가져온 비단을 80%정도 천 조각으 로, 나머지 20%를 옷으로 변신시키는 데 몰두했다. 드디어 방직 스킬도 30을 넘겨서 견습 디자이너의 칭호가 생겼다. 아직 스킬이 낮아서 그런지 하루가 다르게 스킬이 올라가고 있었다. 숙련도 를 50만 넘기면 드레스 종류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하고 생각하는 라딘이었다. 생산스킬이라는 것은 일단 일을 벌이면 도저히 중간에 그만둘 수 없는 매력 이 있었다. 라딘은 이제 해양의 마물들이 나타나서 자신의 경험치를 올려주는 것도 귀 찮게 여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취미는 취미고 일은 일이니 만큼 2-3일에 한 번씩 나타나는 마물들의 처리는 여전히 라딘과 설산의 몫이었다. “후, 이제 일주일도 남지 않았나?” 라딘은 하나의 남성용 무도복의 제작에 성공하고는 작업대에서 일어나 허리 를 펴며 중얼거렸다. 그러고 보니 이번 일주일간은 마물도 나타나지 않아서 줄곧 이 작업장에서 하염없이 옷만 만든 것 같았다. 라딘은 고개를 한번 좌우로 돌려 몸을 풀고는 문을 열고 갑판위로 나갔다. 푸르른 하늘에 군데군데 구름이 떠 있었다. 너무 선실에서만 지낸 탓인지 라딘은 눈이 약간 부시는 것을 느꼈다. “애고, 정말 생산스킬 폐인이 다 됐네, 이거 정말 작업시간하고 휴식시간 을 정해야지, 너무 장기간 작업만 하니 하늘의 구름을 감상할 시간도 없네.” 라딘이 그렇게 오랜만에 하늘을 보며 구름의 생김생김에 의미를 부여하며 인생을 즐기고 있을 때, 크로키의 귓말이 들려왔다. ‘라딘, 바쁘냐?’ ‘아니, 지금 쉬고 있어. 무슨 일인데?’ 라딘은 크로키는 미리네가 아니기 때문에 용건이 없으면 귓말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용건을 물었다. ‘어디까지 왔어? 계획대로라면 거의 다 왔어야 되는데?’ ‘응, 열흘 안으로 도착할 것 같아, 그쪽은 준비 다 됐어?’ 생각해 보니 이제 슬슬 계획을 발동시킬 타이밍이었다. 그렇다면 크로키가 맡은 일이 과연 계획에 맞게 시간 내로 끝낼 수 있는지를 확인해야 했다. ‘아니, 해면의 공사와 쇠사슬의 설치가 늦어지고 있어서 말이야, 생각보다 지반이 튼튼해서 공사가 많이 늦어졌어.’ ‘흠, 그럼 큰일인데.’ 라딘이 걱정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이 계획은 타이밍이 생명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준비가 완벽하게 끝나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말인데, 지금 서대륙에 거의 다 왔다면 이제는 바다도 안전하다고 할 수 있잖아? 그러니까 설산 좀 빌려주라.’ 크로키가 자신이 귓말을 건 용건을 말했다. 라딘은 과연! 하고 손으로 무릎 을 쳤다. ‘알았어, 설산이 가면 해면 공사는 확실히 끝나겠군, 쇠사슬을 끄는 데도 도움이 될 거고, 지금 보낼게, 삼일 후면 아마 그쪽까지 갈 수 있을 거야, 카린은 잘 있지?’ 라딘은 최후로 카린의 근황에 대해 물었다. 걸어 다니는 핵폭탄, 라딘의 비 장의 카드중 하나인 카린의 행동은 항상 주의 깊게 관찰하여 바람직한 방향으로 인도해 야 했다. 어떻게 보면 카린이라는 존재도 자신들 이계인과 같다. 인간들의 세상에 대 해 아무런 도의적인 정의나 양심이 없이 유희를 즐기기 위해서 세상에 나왔을 뿐만 아니라 죽음에 대한 공포도 없기 때문이다. 단, 그 파워에 대해서라면... 사실 드래곤은 인간이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드래곤이 아니겠는가? ‘응, 카린은 요즘 마굴에서 놀면서 작전이 실행되는 날만 기다리고 있어, 세상에 나온지 1년도 안 되서 대규모 전쟁에 활약하게 된다고 요즘 상당히 흥분해 있다고, 아마 계획대로 일이 실행되지 않으면 가장 실망하는 사람이 바로 카린일걸?’ 라딘은 크로키의 말을 듣고서야 안심했다. 카린이 적극적으로 나서 준다면 일의 성공률은 거의 100%에 가까워진다고 할 수 있었다. 라딘은 즉시 설산에게 귓말을 보냈다. 설산은 이제 마물도 나오지 않을 것 같아 심심해하던 차에 잘됐다고 하면서 최고 속도로 헤엄쳐 자신의 힘을 필요로 하는 라딘 경의 친구에게로 향했다. 이제 계획은 완벽하게 준비될 것이다. ---------------------------------------------- 3일이 지났을 때, 드디어 해적연맹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3대 거두를 필두로 바다로 쫓겨 났던 모든 해적 가문이 일치단결하여 남과 북의 항로를 봉쇄하기 시작했다. 물론 자토스 영해 안에서의 일이다. 자토스 왕국은 해적에게 정식으로 도전받은 것이다. 캘도스 백작은 대소했 다. “으하하하하하, 그 놈들이 드디어 죽으려고 발악을 하는구만! 250척이란 말이지? 우리 자토스 왕국이 서해의 해적을 모두 일망타진하면 어떤 나라도 우리의 해군에 대항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가자, 전 선단에게 총 출동의 명령을 전달해라! 오합지졸 해적들에게 우리 자토스 왕국의 정규 해군의 힘을 보여 줄 때가 왔다!” 그는 즉시 부관들을 모아 작전회의를 열었다. 그리고 작정회의에 참석한 모든 참모들의 의견도 캘도스와 비슷했다. 해적들은 일을 벌이지 않았어야 했다. 해적들이 이렇게 정면승부를 걸어온 다면 오히려 이 일대의 해역을 장악하는 시기가 빨라진다. 패배는 있을 수 없다. 약간 불리해지면 소모전으로 이끌면서 가능한 한 상 대의 배에 타격을 입히며 물러서는 것만으로 해적들은 힘을 잃게 될 것이다. 저들은 새롭게 배를 건조할 항구와 조선소가 없기 때문이다. 비기기만 해도 이긴다! 이것이 해전에서 얼마나 큰 장점인지 해전 경력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절실하게 느낄 것이다. 이기기 위해서라면 상대의 배를 공격하면서 아군의 배는 맞지 않아야 하지 만, 비기기 위해서라면 방어는 생각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캘도스 백작은 전군에게 배가 침몰 되도 상대의 배를 같이 침몰시키기만 한 다면 배를 버리고 탈출해도 선장과 병사들에게 벌이 아닌 상을 내리겠다고 선포 했다. 군의 사기는 최고였다. -부웅, 부웅, 부웅- 총 출동을 알리는 고동소리가 자토스의 해군기지인 칼스틴, 리토, 크로마 항구 전역에 울려 퍼졌다. 그와 동시에 항구의 왼쪽부터 오른쪽까지 정박해 있던 모든 전투선들이 차례로 줄을 지어 항구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각 항구에서 70척씩 총 200여척의 배가 줄을 지어서 바다에 정렬하는 모습 은 수십만의 대군이 진군하는 위용과는 또 다른 박력이 있었다. 캘도스 백작을 이미 이 대규모 함대를 한 부대에 10척씩 20개의 함대를 구 성하고, 3개의 함대가 한 조로 지휘 함대와 2개의 보조함대를 구성하도록 편성했다. 이로써 그의 명령에 따라 200척의 배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게 될 것이다 . -둥-둥-둥-둥-둥- 그의 기함인 블루데빌에서 다시 다섯 번의 북이 울렸다. 그것을 신호로 이미 정렬을 끝내고 대기하고 있던 모든 함선들이 일제히 전 진을 하기 시작했다. 한척 한척이 상당한 훈련을 받은 정예 해군선이라는 것을 보기만 해도 알 수 있을 정도로 통일된 움직임이었다. ------------------------------------ 음, 왕국의 해군이 300척이면 조금 많을까요? 200척으로 해야 되나 고민중 입니다. 어쩌면 나중에 미리터리 밸런스를 보고 참조하여 수정할 수도 있겠습니다. 숫자만 300에서 200으로 바꾸면 된다는... 하하. “전방에 대규모 함대가 보입니다! 해적연맹의 깃발이 확인되었습니다!” 전망대에 올라가 있던 척후병이 혼신의 힘을 다해 외쳤다. 사람들 사이에 긴장감이 돌기 시작했다. -둥, 둥, 둥- 북의 소리에 맞추어 선진의 다섯 함대 50척의 전투선은 풀-노트로 돌진하기 시작했다. 적의 진형을 뚫고 반대편으로 나가기만 하면 전투는 압도적으로 유리하게 진행될 것이다. 그들의 전투선은 전방에 철갑을 씌우고 강화마법으로 배의 내구력을 극도로 강화한 돌격선이다. 단, 건조비가 비싸고 조정성이 나쁘기 때문에 일단 배가 난전으로 들어가서 옆쪽에 적의 함선이 붙게 되면 돌격선은 상대에게 가장 유리한 위치를 양보 할 수밖에 없다. 돌격선이 앞으로 나아감에 따라서 양쪽에 있던 함선들은 진로를 약간 바꾸 어 돌격선이 있던 자리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좌우에 각각 50척씩 100척의 함선들은 해군에서 가장 많이 쓰이고 있는 프 리킷 3번 모형으로 돌파력과 내구력보다는 조정성과 좌우의 공격력에 중점을 두고 있 었다. 일단 돌격선이 정면을 뚫으면 이 프리킷 3번 함에 달려있는 좌우의 대함선 용 작살 16문이 절대적인 파괴력으로 적의 내부를 찢어 놓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일단 상대의 진형을 돌파하면 그 뛰어난 조정성으로 급선회하여 적 의 후미를 잡고 좌우로 퍼지면서 그들의 배를 부상 불가능한 잠수함으로 만들어 주게 된다. 캘도스 백작은 중앙함대의 가장 큰 기함용 대형 전투선인 불꽃악마(Flame D evil)호의 지휘실에서 이 모든 전개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가 있는 이 중앙함대는 적 의 전방에서 다시 좌우로 산개하며 공격을 시작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해상 전투의 가장 기본적이자 가장 효과적인 전술진형의 하나 인 어린진이다. 배의 무장도와 지휘와 통제의 우위, 그리고 전체적인 병력의 수마저도 우위 에 있는 자토스 왕국의 정규 함대는 오합지졸들의 모임인 해적연맹의 함대를 상대로 어린진을 통한 포위섬멸전을 펼치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어린진을 상대하는 상극의 진은 학익진이다. 그러나 말이 상극이지 만약 학익진을 펼쳤는데 적의 돌격함에 진이 뚫리면 진은 완전히 무너지고 산개해 있는 함대는 의지할 곳도 없이 각개격파 당하게 된 다. 그만큼 학익진이라는 것은 퍼져 있는 함대 전체의 세밀하고도 정교한 유기 적인 통제를 요구하는 고급 진이라고 할 수 있다. 평소에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여 독자적인 영업만을 한 해적연맹의 각 해적 선들은 국지전적인 전투에는 뛰어날지 모르지만 이런 대규모 함대의 군사 행동에 있어 통제된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고는 아무도 기대하지 못할 것이다. 그들에게 있어서 어린진에 대항한 학익진이라는 것은 이상과 현실사이에 존 재하는 꿈의 전법일 뿐이다. 그들이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정말로 산개한다면 오늘 이 바로 해적연맹 최후의 날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일까? 캘도스 백작은 자신의 전직이 해적이었기 때 문에 해적의 힘과 전술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70평생을 바다위에서 지내면 서 아직까지 살아 있다는 것은 그의 능력이 뛰어나다는 확실한 증거라 할 수 있다. 그가 생각하기에 해적이 가장 잘하는 일은 바로 돌격이다. 즉, 이 어린진이야말로 해적연맹이 좋아할 만한 작전이라고 할 수 있다. 캘 도스는 해적연맹이 자신의 함대의 돌격에 대해서 같은 어린진을 이용한 돌격으로 대응해 올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일명 박치기! 과거 전격적 해전에서 가장 많이 나타난 양상이다. 이 경우 선두의 돌격함의 수와 성능, 그리고 기백으로 승부가 결정난다. 기백은 몰라도 수와 성능이 우수한 만큼 자신의 함대가 조금 더 유리할 것 이다. 물론 승부는 예측할 수 없는 것! 밀릴 수도 있다. 그러나 밀려도 상관없다. 어린진에 의한 박치기의 결과는 항상 양군에 대한 막대한 피해로 나타난다. 적을 70%부수고 아군은 60%부서졌으니 승리이다 라는 식이다. 결국 아무리 생각해도 오늘로써 해적연맹은 최후를 맞이할 것이라고 캘도스 백작은 확신했다. -둥, 둥, 둥, 둥, 둥- 돌진을 재촉하는 북소리가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 북소리의 간격은 교묘할 정도로 조금씩 빨라졌으며 그에 따라 사람들이 심 장의 고동도 빨라졌다. 죽느냐? 사느냐? 육지와는 다르게 이곳에서는 어중간한 결과를 기대하기는 상당히 힘들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미 마음을 굳게 먹고 다가오는 운명에 모 든 것을 맡기려 하고 있었다. 그러나 역시 다리가 떨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적이 산개한다~!” 척후병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캘도스 백작과 그의 옆에 대기하고 있던 4명의 참모들은 서로를 쳐다보았다. 그들의 얼굴에는 승리의 확신에 의한 기쁨의 웃음이 그려져 있었다. “생각보다 바보 같군, 설마 학익진이라는 것인가? 30분만 있으면 이 전투 는 전투가 아닌 사냥으로 바뀐다.” 그의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해적들이 택한 길은 학익진도 어 린진도 아니었다. “이상합니다. 적의 중앙군이 없습니다. 산개가 아니라 적의 전군이 좌우로 이동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혹시 좌우군의 분리에 의한 양면협공일까요?” “상관없다. 우리 함대의 중앙군이 왜 이곳에 있는가? 만약 적이 그런 바보 짓을 한다면 우리 중앙군이 한쪽을 막는 사이 뒤로 돌아간 돌격선과 모든 군선이 다른 한쪽을 포위 공격할 수 있게 된다. 양면협공은 적의 수가 이쪽의 거의 두 배에 달했을 때만 효과를 발휘하는 포위진이기 때문이다.” 그때서야 참모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사론 3세가 이 악명 높은 해적을 해군 총사령관으로 임명한 이유가 있었다. 그의 악명만큼 수많은 실전 경력은 그를 최상의 해전 전문가로 만들어 주었 다. 실력만으로 따진다면 캘도스 백작은 이 서해해안에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 의 명제독이었다. -둥, 둥, 둥, 둥- 돌격함은 돌진을 계속하고 뒤따르는 공격선은 약간 속도를 늦추라는 신호가 보내졌다. 이에 따라 캘도스 해군선단은 약간 길게 늘어진 형태를 취했다. 언제라도 한쪽을 포위할 수 있는 상황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해적들의 반응은 캘도스 백작의 예상과는 조금 달랐다. 좌우로 산개 했으면 선회하여 이쪽을 앞뒤로 포위하려고 해야 했다. 그런데 그들은 선회하지 않 았다. 오히려 돛을 모두 펴고 전투 중에서는 돌진할 때 이외에는 금기시 되어있는 풀-노트 가속을 하고 있었다. “제독, 저놈들의 행동이 이상합니다.” 참모가 다시 제독의 의견을 구했다. 잠시 그들의 움직임을 노려보던 캘도스 백작은 지휘봉으로 지휘대를 탁하고 때리며 말했다. “도망가는 거다. 저놈들은 양쪽으로 흩어져 전속력으로 도망가고 있는 거 야!” 36계, 세가 불리하면 튀어라! 이것이 바로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유서깊은 해적의 작전이었다. ------------------------------------------------------------ 캘도스 제독의 지휘에 따라 자토스 왕국의 해군은 다시 진형을 형성하며 남쪽으로 도망가는 해적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처음부터 해류를 타 고 최대속력으로 도망간 해적함대와의 거리는 상당했다. 해군 함대가 완전히 속도를 올렸을 때 이미 그들은 수평선에서 사라지고 없 었다. “어떻게 할까요? 제독님.” 부관이 약간 걱정스럽다는 듯 물었다. 그러나 냉정한 얼굴을 한 캘도스 백 작은 별 것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상관없다. 바다는 육지와는 다르다. 사방이 탁 트여진 곳에서 매복이나 기습은 생각할 수조차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대로 진형을 유지하면서 서서히 추 적한다. 또한 가는 길에 그들의 본거지인 각 섬들을 불태운다. 이 기회에 해적 놈들 에게 우리 자토스 왕국을 건드리면 얼마나 잔혹한 보복을 받는지 보여주는 것이 다.” 그의 지시에 모든 참모들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해적의 가족들이 사는 모든 섬을 불태우겠다니! 이 지대는 큰 섬이 거의 없 고 대부분의 섬이 조그만 무인도였기 때문에 섬을 통째로 불태우면 안에 있는 사람들은 한명도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다. 역시 이 남자는 바다위의 방화마라 불리는 최악의 해적이었다. 그때 캘도스 제독이 다시 주의를 환기시켰다. “단, 밤에는 조심해라! 어둠을 이용해 저들이 올지도 모른다. 각 함대에 배치된 마법사와 성직자들은 주기적으로 사방에 광원이 될 수 있는 마법을 시전해 서 경계를 철저히 하게 하라, 그에 대비해서 마법사와 성직자들은 지금부터 취 침에 들어가도록!” “옛!” 참모들이 서둘러 각 함대에 제독의 명령을 하달하는 동안 캘도스 백작은 해 적들이 사라진 정면의 수평선을 바라보며 특유의 잔인한 미소를 지었다. ‘해적연맹이여, 해적의 본질에 충실한 나를 추방하고 의리와 인정을 아는 의적이라는 말도 안 되는 주장으로 세상을 속이는 너희들은 이제 곧 사라진다. 이 넓은 바다위에서 오직 믿을 것은 자신의 힘뿐! 항구의 기반을 잃고, 지금 이 함대의 무력을 극복하지 못하는 너희들은 이 미 죽음을 기다리는 사형수와 같다고 하겠지, 너희들의 가족이 있는 섬을 하나씩 태워 주마! 몇 개의 섬을 태웠을 때 너희들이 나타날지 궁금해지는군, 내일은 부관들과 그 내기를 해도 되겠지, 큿, 크크크크크크크.’ 그는 자신이 28살의 젊은 나이로 선장이 되어 해적 일가를 세웠을 때, 자신 의 능력을 솔직하게 인정하지 않고 자신을 질투했던 그때의 해적연맹의 해적들을 증오 했다. 자신이 열심히 세력과 명성을 넓히자 그들은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트집을 잡았다. 해적이 사람을 죽이고 배를 불태우는 것이 무엇이 이상한가? 지나치게 잔인 한 영업은 왕국들의 분노를 사서 대대적인 토벌군을 부르게 된다고? 겁쟁이들, 바다의 법은 오직 한가지! 무력뿐이다. 이제 자토스 왕국은 자신의 힘에 의해 5년 안으로 서대륙의 바다를 점령하 게 된다. 모든 선장과 선원들은 자신의 이름만 듣고도 공포와 경외로 벌벌 떨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위대한 신화는 바로 너희들 해적연맹의 괴멸과 함께 시작되는 것 이다! 추적을 시작한지 약 세 시간이 흘렀다. 캘도스 백작은 함대의 진행방향의 좌우 30도로 이계인 무전병을 태운 쾌속 정찰선을 보내 해적들이 방향을 틀었는지 확인하면서 그대로 앞으로 전진 하고 있었 다. 그들이 만약 방향을 틀어 다른 곳으로 이탈하려고 해도 앞서간 정찰선의 눈 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만약 그들이 정찰선의 눈에 뜨인다면 그만큼 그 들과의 거리는 가까워진다. 직선으로 도망가면 거리를 좁히기 어렵지만, 방향을 틀면 이쪽은 그보다 빨 리 그곳으로 향할 수 있기 때문에 추적이 쉬워지는 것이다. 일단 눈에 보이는 거리에 들어오면 그들의 운명은 끝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정찰선으로부터 그들을 발견했다는 보고를 받지 못했다. 그들은 곧장 남쪽으로 향하고 있다고 봐야 했다. 대륙 끝까지라도 쫓아가 한명도 남김없이 처리 해 주마! 캘도스 백장은 굳게 결심했다. 짧은 노을의 시간이 지나 드디어 해가 완전히 수평선 밑으로 가라앉자 이미 하늘위에 떠 있는 두 개의 달이 자신의 아름다움을 자랑하듯 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하나하나가 사람들의 운명과 연관되어 있다는 수많은 별들도 제 각기 자신들의 빛을 이 브리시아의 세계에 보냈다. 수많은 별자리들이 대륙의 곳 곳에서 음유시인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있을 것 같은 맑은 밤하늘이지만, 지금 배위 의 선원들은 여유롭게 하늘의 달과 별을 감상할 기분이 아니었다. 10분 간격으로 여러 마법이 사방으로 날려졌다. 가끔씩 빛의 정령도 주인과의 거리가 한계에 달할 때까지 수평선을 향해 날 아가다가 자신들의 세계인 정령계로 돌아갔다. 적의 어둠속의 접근을 경계한 함대 전속 마법사들과 정령사, 성직자들의 마 법 퍼레이드는 의외로 그 본래 목적과는 다르게 상당히 아름다워서 사람들의 긴장감을 약 간씩이나마 해소시키고 있었다. 바다 위를 운행하는 배에게 있어서 밤은 그 자체만으로도 두려운 것이다. 그리고 상황이 전쟁 상황이라면 더욱 긴장될 수밖에 없었다. 선원들은 아무 일 없이 이렇게 저 마법들을 감상하면서 밤이 지나가기를 신께 기원했다. 그러나 신은 무심했다. “세시 방향에 일단의 함대가 나타났습니다! 기함급 대형선 3척과 전투선 1 0척으로 보입니다!” -벌떡- 전망대의 감시원의 외침이 밤하늘을 찢고, 그 소리를 들은 캘도스는 지휘실 에 구비되어 있는 지휘관용 간이침대에서 자다가 바로 일어났다. 그는 즉시 옆에 서 있 는 야근 참모에게 지령을 내렸다. “해적들 중 기함급 대형선을 가지고 있는 세력은 해적연맹의 3대 대표들 이외에는 없다! 선두, 그들을 추적하라! 기함급 대형선 3척 이외에는 모두 격침시켜도 좋다 . 좌, 우군은 그대로 사방을 경계하라, 어쩌면 소규모 함대의 산발적인 포위 공격이 있을 수도 있다. 대군을 상대로 하는 해적의 교란작전 따위에 넘어가서는 안 된다! 오직 저 대형선을 포획하는 데 집중하라!” 캘도스 백작의 명에 의해 선두의 돌격선들은 방향을 틀어 서쪽에 지나가고 있는 함대를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그대로 돌진하면서 전투선들을 모두 격침 시키며 대형선을 포위하면 뒤에 있는 중앙함대가 대형선을 불에 태우던 그냥 작살 로 벌집을 만들던 입맛대로 요리 할 것이다. “우현 60도 선회, 풀-노트! 돌격!” -팡, 팡, 팡- 어두운 밤에 50여척의 돌격선의 돛이 모두 펴지고 방향을 틀어 방향을 잡은 그들은 최고 속도로 돌진을 시작했다. --------------------------------------- 비가 옵니다. 몸상태 최악입니다. 약먹고 자러 갑니다. -비가 싫은 팰러딘은 광합성이 안되자 전지가 떨어져 동작을 멈췄다. 오직 태양만이 그의 바닥난 에너지를 다시 채워줄 수 있을 것이다. 팰러딘은 자신의 몸체를 구성할 때, 왜 원자력이나 시즈마 드라이브가 아닌 광자력을 메인 에너지로 지정했는지 후회했지만, 이미 그의 몸체는 완벽하 게 융합, 구성되어 폐기처분하고 새로 제작하기 전에는 부분적인 보강이나 개 조가 불가능했다. 비만 오면 그만의 필살기인 광자력 패러디도 쓰지 못하는 고물! 그것이 바로 절대무적(패러디) 자유팰러딘의 최대의 약점이었다.- --------------------------------------- 라딘 해운의 대륙간 운항선에 탑승한 승객들은 슬슬 자신들의 짐을 정리하 고 있었다. 오늘 낮에 선장이 이제 이틀정도만 있으면 서대륙 중앙의 유클리드 항구에 도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내일은 최후의 날을 기념하는 파티가 벌어진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날 맘 편하게 놀기 위해서는 오늘 밤에 하선할 정리를 끝내 놓는 것이 좋다. 새로운 대륙에서의 모험! 지존의 꿈! 이 모든 것들이 승객들의 가슴을 뜨겁 게 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갑자기 갑판 위가 소란스러워 지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지? 이 밤중에 안자고 떠들다니, 대형마물이라도 나타났나?” 캘돈 블루스카이가 짜증난다는 듯 말했다. 파스트 제국의 이름난 검호 중 한 사람인 그는 배틀마스터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서대륙으로 가는 중이었다. 생의 대부분을 산속에서 지내서인지 모르지만 그는 조용한 것을 좋아했다. 이런 밤중에 소란스러우면 잠을 잘 수가 없잖아! 그러면서 그는 문을 벌컥 열고 무슨 일인가 하고 갑판으로 나가는 문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한명의 선원 이 서 있었다. “대규모 함대가 나타났습니다! 승객여러분은 혹시 모르니 잠에서 깨어 비 상 대피의 준비를 해 주시기 바랍니다!” “뭐라고!” 그는 얼른 자신의 짐 중에서 검을 꺼내어 갑판위로 달려갔다. 갑판 위에는 이미 대부분의 선원들과 몇 명의 승객들이 나와 있었다. 캘돈은 좌측에서 다가오 는 검은 그림자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자세히 보니 그것은 엄청나게 많은 수의 선단이었다. 그리고 그 함대들은 이 배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정지신호를 보내! 수로 보아서 해적은 아닌 것 같은데!” 캘돈은 해군의 경험이 있었다. 그의 경험으로 볼 때 저들의 전진 속도는 바 로 전투 중 전속력 돌진속도임에 틀림없었다. 그는 선원에게 소리쳤다. “이미 보냈습니다. 듣지 않아요! 저들은 우리를 격침시킬 작정입니다!” 선원의 비명에 가까운 대답에 캘돈은 왼손으로 이마를 집었다. 이 어두운 밤중에 배가 격침당하면 일단 살아날 가망은 없다고 봐야 했다. “전 함 우회전! 이탈한다! 최후까지 희망을 버리지 말고 전속력으로 선회 하라!” 지휘실에서 선대의 총 지휘선장인 캡틴 마크의 명령이 들려왔다. 그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배가 급격히 기울었다. -끼이이이익- “우왓!” -쿠당탕탕- 배가 내구력의 한계점에 가까운 압력을 받아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그대로 배가 뒤집혀지지 않는 것이 신기할 정도의 급선회였다. 선실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갑자기 바닥이 일어나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모두 뒹굴기 시 작했다. 다행히도 모든 배가 무사히 남쪽을 향해 선회할 수 있었다. 그리고는 다시 캡틴 마크의 호령에 따라 설치된 모든 돛을 펴고 최고 속력으로 도망가기 시작했다. 뒤에는 수십 척의 배가 따라오고 있었다. 일단 따라잡히면 이 선단은 얼마 못가서 산산조각이 나리라! “저쪽은 이미 완전히 가속되어 있습니다! 최고 속도에 다다르기 전에 사정 거리에 들어올 것 같습니다!” 전망대의 선원이 외쳤다. 그의 목소리에는 처절한 비장감이 배어나오고 있 었다. 지휘실에 모인 선원들의 얼굴에 절망의 감정이 떠올랐다. 사정거리에 들어오면 저들은 쇠사슬이 달린 작살을 발사하기 시작할 것이다 . 대형 화살 발사기인 밸리스터로 돛을 찢길지도 모른다. 그때 옆에 서있던 라딘이 이를 악문 목소리로 캡틴 마크에게 말했다. “어쩔 수 없습니다. 12, 13호선을 희생시킵시다. 캡틴.” 그의 목소리는 마치 신음과 같았다. 한척에 수만 골드나 하는 전투선을 침 몰시키자고 선주가 말하다니! 선원들은 그의 목소리에서 자신의 배에 자식과 같은 애정 을 느끼는 선주의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음, 어쩔 수 없군요. 만약을 대비해서 준비한 희생 작전을 쓰도록 합시다 . 12호! 13호, 연환 방어진을 사용한다! 최종 선원만 남고 모든 선원은 10호 11호로 대피하도록!” 캡틴 마크의 목소리가 밤하늘에 울렸다. 그와 함께 12호, 13호에 타고 있는 선원들은 옆에 나란히 있는 10호와 11호선에 줄사다리를 걸고 황급히 이동하기 시작 했다. 잠시 후, 12호, 13호에는 이계인 선원 10명이 남아 배를 조종하기 시작했다 . 그들은 안타깝게도 이 항해를 위해 희생될 것이다. “거의 따라잡혔습니다! 앞으로 1분 안으로 잡힐 것 같습니다!” 다시 전망대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한시가 급했다. “연환 방어진 가동! 12호, 13호 부탁한다!” -푸슝, 푸슝, 팍, 팍- 캡틴 마크의 목소리가 다시 밤하늘을 찢으며 울려 퍼지자, 12호, 13호는 서 로를 향해 쇠사슬이 걸린 작살을 쏘아 두 함 사이에 쇠사슬을 걸었다. -촤라라라라라라- 작살이 고정되자 두 배는 돛을 내리고 속력을 줄이며 옆으로 벌어졌다. 그와 함께 도르레에 감겨있던 쇠사슬은 빠른 속도로 풀려나고 있었다. “적의 수가 너무 많다! 전체를 막을 수는 없으니 선두의 10척을 목표로 하 라!” 캡틴 마크는 마지막으로 뒤로 멀어져 가는 12호, 13호에게 소리쳤다. 배 위 에서 횃불로 크게 동그라미를 그리는 것이 보였다. 맡겨달라는 신호였다. 선원들은 그들을 보며 지금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촤라라라라라- 쇠사슬은 여전히 풀리고 있었다. 두 배의 거리가 약 100m에 다다르자 두 배 는 쇠사슬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좌우로 기울었다. 그리고 그들의 바로 뒤쪽에 다가온 함대들이 대 선박용 작살을 쏘아 왔다. -슈웅, 퍽, 슈웅, 퍽- “으윽, 억울하네, 서대륙에 거의 다 왔는데, 카리브로 돌아가야 하다니. 저놈들 누군지만 알면 나중에라도 꼭 복수할거야.” 한 선원이 중얼거렸다. 그는 대륙 간 항해는 이번이 처음이었기에 나름대로 서대륙의 특산물을 사가 자신의 여자친구에게 선물할 계획에 들떠있었다. 옆에 있던 친구가 말했다. “염려 마, 네가 복수를 안 해도 라딘이 꼭 해 줄 거야. 소문에 의하면 그 친구가 알고 보면 성질이 조금 있어서 당하면 당한만큼 꼭 되돌려 준다고 하더라고 .” “흐, 그 자유기사가 그런 성격도 있었다고? 어쩐지 맘에 드는데? 그래 자 유기사 라딘, 너를 믿고 화끈하게 복수했다는 소식만 기다리고 있겠다! 으아아아아아!” 그는 이미 침몰 직전까지 간 배에 미리 준비되어 있던 기름통의 기름을 뿌 리고 불을 질렀다. 순식간에 배는 화염에 휩싸였다. -철컹- 드디어 선두의 돌격선들이 12호와 13호의 사이에 있는 쇠사슬에 걸렸다. 순간적으로 압력을 받은 배들은 약간씩 방향이 틀어지기 시작했고, 화염에 휩싸인 두 척의 배가 그들의 시야를 가림과 동시에 몇 척의 배 위로 불이 옮겨 붙 었다. 아주 약간의 흔들림이었지만 일단 쇠사슬에 돌격용 충각이 걸린 이상 그들 의 배는 서로가 서로를 묶는 형상이 되어 배의 속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마법으로 쇠사슬을 끊어라!” 돌격대장의 명령이 떨어지고 그것은 어김없이 이행되었다. 그러나 이미 속 도가 약간 떨어진 그들 돌격함은 다시 가속할 때까지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고, 그 동안 라딘의 선단은 무사히 최고 속도까지 가속하는데 성공했다. 이제 멈추지 않는 이상 쉽게 잡히지 않게 되었고, 도망가는 무리와 쫓아가 는 무리는 팽팽한 추격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 자러 갑니다~ 낼봐요~ 내일은 비가 좀 그쳤으면 좋겠네요. -쏴아~철썩- 밤하늘에는 골드문 파이와 블루문 시아가 사이좋게 지상을 비추고 있고 해 안에는 파도가 모래사장을 침범했다가 결국 자신의 힘이 다하여 다시 본거지인 바 다로 돌아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청춘 남녀가 서로 팔짱을 끼고 맨발로 모래사장을 걸으며 천공에 떠있는 달 빛을 찬양하는 시를 짓다가 분위기에 빠져 서로를 확인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낭 만적인 분위기의 밤의 모래사장이었다. 이곳은 탈룬섬, 자토스 왕국의 영해에 있는 무인도중 가장 큰 섬이다. 이곳에는 그동안 자토스 왕국의 해적 토벌에 의해 바다로 쫓겨난 해적들의 가족이 다수 살고 있다. 그리고 지금 그들은 아무도 잠들지 못하고 숲의 안쪽에 숨어서 북쪽 수평선 을 지켜보고 있었다. 섬의 반대편에는 그들의 남편과 아버지, 즉 해적들이 자신들의 배에 타고 대기하고 있는 중이다. 반대편 쪽은 가파른 절벽이었고, 절벽의 그림자에 숨어있는 1 00여척의 전투선들은 지금 담뱃불 하나 키는 것도 엄하게 금지된 상태로 대기 중이었 다. 이제 적들이 오면, 그들이 와서 우리가 두 달 동안 필사적으로 준비한 이 함정에 빠져 준다면 해적연맹은 승리할 것이다. “언니, 정말 그놈들이 계획대로 섬 동쪽을 지나갈까?” 엘린이 불안한 듯 옆에 있는 언니 메를린의 소매를 흔들며 물었다. 대해적 마크가문의 막내손녀인 엘린은 올해로 17살로 아직 항구에서 축제에 같이 놀러갈 남자의 신청을 기다리며 즐거워 해야 할 나이었지만 지금 거의 반 년째 이 섬에 갇혀 매일같이 조개를 주우며 생활하고 있었다. 그녀는 이 지긋지긋한 탈룬섬에서 벗어나 육지의 항구로 돌아가게 해 달라 고 신께 매일같이 기도했으며, 오늘 밤에 그 기도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 메를린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한번 꼴깍 삼키고는 동생을 위로하기 시작했 다. “잘 될 거야, 아버지가 삼촌들하고 얘기하는 걸 엿들었는데, 이번에 목숨 을 걸고 적 함대를 유인하기로 한 사람은 동대륙에서 아주 유명한 기사래, 그리고 이 작전을 세운 그 크로키라는 사람 말이야, 그 사람도 보통 사람이 아니라나 봐, 사 실 너도 보면 알겠지만 이번 작전은 정말 대단하잖아! 캘도스란 나쁜 놈도 일단 걸리면 절대로 벗어날 수 없을거야, 그러니까 조 용히 여기서 기다리다가 우리를 괴롭힌 나쁜 놈들이 당하는 걸 구경하면 되는 거 야. 혹시 이 해안으로 상륙하면 우리가 막아야 되겠지만 말이야.” 그녀가 자신의 불안함을 감춘 체 상냥하게 자신의 막내 동생을 위로하자 엘 린은 그제서야 안심이 되는 듯 웃으면서 말했다. “맞아, 그 캘도스도 걸리면 끝장이지! 그런데 그 크로키라는 사람은 어떻 게 이런 작전을 생각해 냈을까?” 그녀가 다시 묻자 메를린은 약간 귀찮아졌지만 동생이 불안한 마음에서 벗 어나 평소의 호기심을 되찾은 것을 무시할 수는 없었기에 가능한 한 친절한 어조 로 자신이 아는 것을 설명해 주었다. “나도 하도 신기해서 아버지한테 물어봤는데, 그 크로키란 이계인은 그가 사는 상급플레인의 전설적인 명제독의 작전을 참조했데, 불멸의 명제독이라는 별 명을 가지는 사람인데 해전에서는 완전히 신적인 존재였다나 봐, 그러니까 그런 사람의 작전에서 따온 이 작전도 틀림없이 성공할 수 있다고!” 그녀는 단정하듯 말했다. 어쩌면 그녀는 그 사실을 자기 자신에게 말하고 싶은 것일지도 몰랐다. 올해 23살인 그녀는 말하자면 노처녀였는데, 그녀가 16살에 결혼을 약속했 던 남자가 드디어 8년 동안의 수행을 마치고 여행에서 돌아와 지난봄에 결혼하려고 했 었다. 그러나 결혼식을 한 달 남기고 자토스 왕국의 해적 토벌이 시작되는 바람에 결혼은 연기되고 그 남자와 자신은 이 탈룬 섬까지 도망오지 않으면 안 되었다. 지금 그는 섬 뒤에 있는 해적선에 자신의 아버지와 같이 있었다. 그녀는 기 원했다. 이 작전이 성공하게 해 달라고, 그리고 자신의 아버지와 그이가 무사히 살 아남게 해 달라고, “온다!” 조용하면서도 힘 있는 탄성이 누군가의 입에서 흘러 나왔다. 수평선 위로 몇 개의 그림자가 보였다. 이제 그 그림자는 점점 커져서 이제는 11척의 선단이 전 속력으로 질주하고 있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선단의 뒤에 수많은 그림자가 다시 새롭게 나타났다. 엄청난 수 였다. 항구에서 태어나 그동안 바다만을 보며 살았던 그녀들이었지만 이렇게 100 척이 넘는 대 함대가 전속력으로 돌진하는 광경을 본적은 없었다. 마치 죽음의 신이 밤하늘을 덥듯 수평선 끝으로부터 배들이 바다를 메워나 갔다. 수평선 뒤로부터는 아직도 배들이 끊임없이 나타나고 있었다. “언니...” 엘린이 겁이 난듯 그녀를 부르며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 메를린도 아무런 소리도 내지 못하고 그저 동생의 손을 잡고 신에게 기원할 뿐이었다. ------------------------------------ 라딘은 자신들의 진행 방향의 약 2km서쪽에 탈룬섬이 보이는 것을 확인했다 . 그는 그 즉시 섬 반대편에 대기하고 있을 크로키에게 귓말을 보냈다. ‘크로키, 준비는 다 됐지? 우리 선단이 보이지?’ ‘응, 염려 마, 딱 그 방향이 맞아, 그대로 전진하라고, 수고 했어, 역시 라딘이야! 용케 안 따라 잡히고 여기까지 유인해 왔네.’ 라딘은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흐흐흐, 처음부터 도망갈 준비 다 해놓고, 막을 배도 다 준비해서 왔는데 못 도망가면 그게 이상한거지. 장사 하루 이틀 해 본 것도 아니고 이 정도 는 이제 별로 긴장도 안 되더라고.’ ‘크, 역시 너에게 걸린 캘도스와 자토스 왕국을 동정해야 하는 거였군. 아 무튼 직진하고 내가 신호하면 설산에게 바로 당기라고 말해 줘.’ ‘오케이, 승리를 위하여!’ ‘승리를 위하여!’ 라딘은 귓말을 끊고는 옆에 있는 캡틴 마크에게 고개를 한번 끄덕였다. 캡 틴 마크도 같이 고개를 한 번 끄덕여 알았다는 신호를 하고는 선원들에게 그대로 전진 할 것을 명했다. 이 긴박한 상황에서 어째서인지 캡틴 마크의 입가에는 웃음의 흔적이 드러 나 있었다. 선단은 여전히 필사적으로 도망치고 있었다. 이미 두 시간동안이나 계속된 추격전이었다. 30분 전에는 라딘이 직접 나서서 승객들에게 꼭 필요한 것 이외에는 모두 바다에 버리도록 부탁했다. 배를 가볍게 해야 조금이라도 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이다. 승객들은 그들을 쫓아오는 저 함대들을 저주하며 자신들이 가져온 짐들 중 대부분을 바다에 버릴 수밖에 없었다. 배에 실려 있던 식수와 식량도 거의 바다로 던 져졌다. 누가 보아도 이 라딘의 선단의 선원들은 성심성의껏 도망가고 있다는 것을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사실 선원들은 정말로 필사적이었다. 이 배에서 진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라딘과 캡틴 마크 뿐이기 때문이다. 배가 탈룬섬을 완전히 지났을 때, 드디어 크로키의 신호가 들려왔다. ‘지금이야! 라딘, 부탁해!’ 라딘은 얼른 바닷속의 바닥에 배를 대고 잠복 대기하고 있는 설산에게 신호 를 보냈다. ‘설산, 지금이야! 당겨!’ ‘오, 알았소, 염려 마시오.’ -꾸웅~꾸웅- 설산은 리드미컬한 효과음에 맞추어 자신의 머리를 이용해 앞에 있는 정말 로 무식하게 생긴 초대형 쇠사슬을 밀기 시작했다. 그러자 바닥에 가라앉아 있던 쇠사슬 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탈룬 섬의 동쪽에는 원래 두 개의 바위섬이 있었다. 좀 더 정확하게 위치를 말하자면 탈룬섬의 동동남쪽 4km 지점과 동쪽 2km 지점이다. 해적연맹은 지난 두 달 동안 저 동대륙에서 온 기사 라딘과의 협약에 따라 이 두 바위섬을 파괴하여 수면 위로 올라온 부분을 없애고 그 밑 부분에 두께 10cm의 쇠사슬을 걸었다. 그것은 무척이나 힘들고 어려운 작업이었지만, 일주일 전쯤에 설산이라는 거대한 고래가 와서 섬을 부수는 것과 그 무겁고 긴 쇠사슬을 끄는 작업을 도와주었기에 겨우 3일전에 작업을 완수할 수 있었다. 지금 탈룬섬과 첫 번째 돌섬사이에는 쇠사슬이 팽팽하게 쳐져 있는 상태였 다. 나룻배라면 몰라도 중형선 이상은 절대로 이곳을 통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라딘이 지나간 첫 번째와 두 번째 돌섬의 사이에 새롭게 쇠사 슬이 쳐지기 시작했다. 설산은 자신의 힘으로 그 쇠사슬을 끌어 돌섬을 세 바퀴 돌아 미리 연습했던 대로 바위에 그 쇠사슬을 끼웠다. 손과 발이 없이 이마로 모든 것을 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히 불편했지만, 이미 500년을 넘게 살아온 설산에게 그 정도는 과거에 리누만에 갇혀 살 때 심심해서 연습한 거대 해초 넝쿨을 이용한 해저 실뜨기 장난에 비하면 오히려 쉽다고 할 수 있었다. 이렇게 새롭게 설치된 쇠사슬을 향해 지금 200척의 대 함대가 전속력으로 돌진을 하고 있었다. -------------------------------------------- 요즘 드라마 재밌나요? 바빠서 보지를 못 하니...자꾸 뭔가를 봐야 나중에 써먹는데...쩝. ----------------------------------- “이잇, 저 놈들 정말 끈질기게 쫓아오네! 벌써 두 시간째 아냐!” 라딘 해운 선단의 기함인 타릭스 호에는 수십 명의 사람들이 그들의 뒤를 쫓고 있는 대함대을 보면서 욕하고 있었다. 이미 밤이 깊어 조금만 더 있으면 새 벽이 올 것이다. 하룻밤을 꼬박 쫓기는 상황이 벌어지면 누구라도 기분이 나쁠 것이다. 그때 라딘이 소리쳤다. “조금만 있으면 암초지대가 나타납니다! 우리 선단은 그곳 지리에 익숙하 니 그곳까지만 가면 무사히 도망칠 수가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모두 선실로 들 어가 주십시오. 지금부터 급격한 방향전환과 암초들과의 가벼운 접촉에 의한 충 격이 있을 것입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겠습니다. 갑판위에 있으면 떨어질 위험이 있으니 모두 선실로 들어가 주십시오!” 라딘의 말에 사람들은 과연!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라딘 해운은 그냥 무작정 도망친 것이 아니라 착실하게 자신이 살 수 있는 길을 찾아서 온 것이었구 나! 그들은 감탄하면서 선원들의 지시에 따라 전원 선실로 들어갔다. 잠시 후, 갑판 위에는 몇몇의 이계인 선원과 라딘, 그리고 캡틴 마크만 남 게 되었다. “됐군요. 자, 그럼 슬슬 구경을 해 볼까요?” 라딘이 웃으면서 말했다. 캡틴 마크도 허허허 하고 웃으면서 라딘에게 고개 를 끄덕였다. 목숨을 걸고 암초지대로 들어가는 사람들답지 않은 평화로운 표정이었다. ----------------------------------------------- -파파팍- “으아아아악” 전속력으로 돌진하던 배가 갑자기 급정거 했다. 전망대에서 앞에 가는 선단 을 지켜보며 계속해서 보고를 하던 선원이 관성의 법칙에 의해 바다위로 떨어 졌다. 세상을 모두 부수며 나아갈 것 같았던 50척의 돌격선은 바로 그 순간 바다 속의 무엇인가에 걸려 정지했고, 그 충격에 선실에서 대기하고 있던 해군병사들 도 지휘실에서 키를 잡고 있던 조타수들도 뒹굴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을 제어하던 주인의 손에서 벗어난 키들은 자유롭게 자신이 원하는 방 향으로 돌기 시작했고, 그 결과 배들은 서로 얽히고 부딪치며 부서지기도 했다. “앗! 저게 뭐냐! 전 함대 정지!” 캘도스는 비명을 질렀다. 불과 50m앞에 지금 바로 생긴 대규모 선박의 묘지 가 있었다. 물론 함대의 다른 선장들도 눈이 있었기 때문에 눈앞의 이 황당한 광경에 얼이 빠져 있다가 그 넓은 바다 위를 쩌렁쩌렁 울리는 캘도스 제독의 비명에 가까운 명령에 전원 반사적으로 키를 틀었다. 그러나 전속력으로 달리던 배가 방향을 틀며 속력을 줄인다고 해도 그 즉시 정지할 수는 없는 법이다. 그런 중력과 관성의 법칙을 무시한 움직임은 세상을 다 뒤져도 두 가지 밖 에는 없다. 검성만이 익힐 수 있는 최강의 유니크 경공법인 능공허도와 사기스킬의 대 명사인 델로스 공작의 환룡무가 바로 그것이다. 물론 배는 무공을 익힐 수 없기 때문에 그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행동은 한계에 다다른 압력에 비명을 지르며 옆으로 미끄러져 가는 것 밖에 없었다. “에잇! 이런 악랄한 계략에 빠지다니! 전 함대는 당황하지 말고 우측으로 선회하라! 서둘러라!” 캘도스 백작은 일단 배가 멈추자 얼른 자세를 바로잡고 큰 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역시 백전노장다운 판단과 지휘였다. 그러나 이미 모든 함대는 정지해서 서로가 서로를 방해하고 있는 상황이었 고, 이런 대규모 혼란에서 배라는 존재가 육지에서 병사가 헤쳐모여 명령에 반 응하듯 뛰어서 줄을 설 수는 없었다. 그때였다. “적이닷!” 한 선원의 비명이 밤바다에 울려 퍼졌다. 그의 목소리에는 경악과 울음이 섞여 있었다. 사람들은 긴장한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섬 뒤쪽에서 수많은 불꽃이 나 타나고, 그와 함께 검은 그림자들이 슬금슬금 기어 나오고 있었다. 그들의 안색이 더할 나위 없이 창백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 아름다운 달빛도 외면하는 섬그늘에서 해적들은 자토스 왕국의 함대가 라딘 의 선단을 쫓다 자신들이 걸어놓은 쇠사슬에 걸리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걸렸군요!” “걸렸군, 정말 대단한 전술이야!” “어서 시작하죠. 한 시라도 빨리 덮치는 것이 유리할 것 같습니다. 반대편 의 함대가 빠져나가서 정렬하기라도 하면 곤란해질 수 있으니까요.” “후후, 아무리 숙련된 선원이라도 저 상황에서 빠져나가는 것은 쉽지 않겠 지, 하지만 자네의 말도 틀린 것은 아니니 바로 시작하세.” 함대의 총 지휘관 중 한명인 마크원이 자신의 사위가 될 예정인 길버트와의 대화를 끝내고 들고 있던 도끼로 자신의 옆에 있는 철로 된 판을 쳤다. -까아아아앙, 화르르르륵- 마치 징이 울리는 소리처럼 쇠가 울리고 도끼에서 튄 불꽃이 판위에 놓여져 있던 기름먹인 심지에 옮겨 붙었다. 순식간에 3m가 넘는 불꽃이 피어오르기 시작 했다. -깡, 깡, 깡, 깡- 그것을 신호로 모든 배에서 전진을 알리는 소리와 함께 불꽃이 피워 올랐다 . 100개가 넘는 불꽃이 오르자 섬의 뒤쪽은 일시적으로 대낮과 같이 밝아졌다 . 마크원은 자신이 오른손의 도끼를 하늘로 들어 올렸다가 앞으로 휘두르며 외쳤다. “전 함대 전속력 전진! 배신자 캘도스와 자토스 왕국의 함대를 쳐부숴라! ” -와아아아아아- 요란한 함성과 함께 그들은 일제히 돛을 모두 올리고 전진을 시작했다. 앞쪽의 30척은 이미 두 달 전부터 정면의 충각에 철갑을 씌우고 오늘만을 위해 대기한 해적들의 돌격선이었다. 돌격선의 뒤를 쫓아 공격선들이 전진하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뒤쪽의 배들은 마치 부채가 펴지듯 자토스 해군의 뒤를 향해 퍼 져나갔다. 중거리 포격선이었다. 몇 시간 전, 자토스 해군이 펼쳤던 어린진이 지금 해적연맹의 손에 의해 다 시 펼쳐지는 것이다. 캘도스가 이미 예상했던 바와 같이 해적들이 가장 좋아하는 전법은 바로 투지와 기백으로 밀어붙이는 이 어린진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미 적의 함대는 멈춰 있었고, 그들의 돌격은 적의 바로 뒤쪽 45도 각도였 다. 짜고 싸워도 이렇게 완벽한 위치를 차지하기는 힘들 것이다. 그들은 이미 승리라는 마약에 취한 버서커와 같은 기분을 느끼고 있었고 그 기분은 살기로 변해 해적선을 다크오라로 덮고 있었다. 죽음을 부르는 사신의 접근! 이것이 바로 해적연맹의 돌진을 보는 자토스 해군들의 공포의 감정이었다. -콰콰콰쾅- -콰직, 으아아아악- 하늘과 땅이 뒤집히는 굉음과 함께 양 함대는 충돌했다. 머리와 옆구리의 충돌이었다. 단번에 캘도스 해군의 중앙 함대는 돌격선에 의해 파괴되어 침몰하기 시작 했다. 그리고 그 뒤로 공격선의 작살과 불화살이 마치 비 오듯 쏟아졌다. “이익, 이놈들! 동쪽의 함대는 선회를 멈추고 그들을 막아랏! 서쪽의 함대 만 전속력으로 선회한다! 일단 방향만 잡으면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 살 고 싶으면 서둘러라!” 캘도스 백작은 이를 갈며 소리쳤다. 그의 명령에 따라 해적연합의 배가 돌격해온 반대쪽의 배들이 혼신을 다해 자신들의 배를 제어하려고 노력하며 서쪽으로 방향을 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미 해적연맹의 중거리 포격선이 그들의 앞쪽까지 전진하고 있었다 . “쏴라!” -슈슈슈슈슝- 서쪽에서도 수많은 작살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정지한 배를 선회시켜 다시 전진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런 자토스 해군들은 원거리 포격선의 입장에서 보면 실전 사격훈련의 표 적이상의 그 무엇도 아니었다. 함대는 여전히 대 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캘도스 백작은 이미 이 해전이 자신들의 패배라는 것을 인정하고 있었다. 이제는 살아서 도망가는 데 전력을 다해야 했다. 50척이라도 살려서 돌아가 야 한다. 일단 돌아가면 패전의 책임을 지고 사형 당해야 하는 것이 원래 법이었지만 , 지금 자토스 왕국에는 자신의 뒤를 이어 해군을 통솔할 인재가 없다. 결국 사론 3세는 자신에게 공을 세워 죄를 감면하도록 명할 것이다. 해적들 에게 육지가 봉쇄된 이상, 지금 패했어도 반년 안으로 다시 함대를 재구성해서 복수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그나마 후방에 있는 자신의 기함과 호위함들을 위주로 아직 여유가 있 는 50여척의 배들을 재구성하려고 했다. 이 상황에서 그 정도의 지휘력을 발휘 할 수 있다는 것은 캘도스 백작의 해전 능력이 최상급이라는 부인할 수 없는 증거 라고 하겠다. 그러나 죽음의 사자는 보이지 않는 곳에 이미 대기하고 있었다. “제 12, 13, 14, 15 함대는 전열을 가다듬고 본 기함의 뒤를 따르라! 앗, 저,저런?” 명령을 내리던 캘도스 백작이 비명을 질렀다. 신기하게 선원들이 픽픽 쓰러 지고 있었다. 아차하는 사이 이미 갑판위에 서 있는 사람은 지휘실에 있는 자신과 참모뿐 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참모들도 쓰러지기 시작했다. “으윽, 살려줘!” -풀썩- 한 참모가 신음소리를 내다가 몸을 한번 부르르 떨면서 쓰려졌다. 다른 참모들이 놀라서 검을 뽑아들고 경계를 했지만 역시 또 한 사람이 쓰 러졌다. “[마법탐지]!” -팟- 마법사 참모의 눈이 파랗게 빛났다. 마법적인 힘일지도 모른다고 그는 생각 했다. 그러나 그의 눈에는 오직 캘도스 제독의 허리에 있는 레이피어와 몇몇의 물 건들이 파랗게 보일 뿐이었다. 그때 갑자기 다리가 따끔 하면서 몸이 마비되어 왔다. 그 마법사는 신음도 지르지 못하고 쓰러졌다. “바닥이다!” 그때서야 캘도스 백작은 이상한 것을 발견하고 소리쳤다. 낮도 아니고 어두 운 밤이었기에 원래부터 투명한 고스트 해파리 스텔스의 촉수는 정말 발견하기 어려웠다. 보이지도 않는 촉수에 감기면 몸이 마비되어 쓰러졌기 때문에 방어는 불가 능에 가까웠다. 참모들은 드디어 피할 수 없는 죽음의 사자가 이 배를 덮쳤다는 것을 깨달 았다. “크악, 이대로 당할 순 없다! [회풍섬]!” -슈슈슈슉- 캘도스 백작이 바람과 같은 스피드로 허리의 레이피어를 뽑아 정면의 바닥 을 향해 연속으로 9번이나 찔렀다. 역시 고수다운 한 수였지만, 상대와의 상성이 좋 지 않았다. 거대 해파리를 상대로 찌르기 공격이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그것도 몸체가 아닌 촉수를 상대로? 캘도스 백작은 갑자기 몸이 마비되려 하는 것을 느꼈다. 그는 백전노장답게 정신을 가다듬고 마비독에 저항하려고 했다. 그러나 다시 몇 개의 촉수가 캘도스를 휘어 감았고, 그는 결국 마비당해 쓰러졌다. 이제 배위에 서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쓰러진 사람들은 마치 유령에 의해 옮겨지듯 스르르 움직여 바다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렇게 캘도스 제독이 비명도 제대로 지르지 못하고 제거되었다. 지휘부를 잃은 자토스 해군은 그 후 어떤 조직적인 대응도 하지 못하고 혼란에 빠져 한 척 씩 한 척씩 바다 속으로 침몰하고 있었다. 이제는 유령선이 된 자토스 해군의 기함 불꽃악마호의 바닥에는 스텔스가 붙어 있었다. 수 많은 사람들이 물속으로 떨어지고 있었고, 이미 주인이 내린 특명을 완 수한 스텔스는 지금 자신의 욕망이 시키는 대로 맛있고 싱싱해 보이는 먹이들만 골라서 촉수로 감아 자신의 몸속으로 흡수하고 있었다. -피피피핑- 해파리의 표면에 희미한 푸른 불빛이 몇 개 깜박였다. 해파리 언어로 해석하자면 ‘오늘은 레벨업 하는 날’ 이라는 뜻이다. 그날 밤, 자토스 해군은 전멸했고, 스텔스는 단번에 30레벨을 올렸다. ---------------------------------------------- ----------------------------- -쏴아, 철썩- 파도가 밀려와 타릭스호의 옆에 부딪쳐 거품처럼 부서졌다. 그 위 난간에는 한 사람의 기사가 슬픈 표정으로 기대어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2일째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이 장소에서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선원들은 이 라딘이라는 기사의 마음을 이해했다. 난데없이 공격을 당해서 소중한 배 두 척을 잃은 슬픔이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애절한 그것이리라! 때때로 승객 중 라딘의 슬픔을 보다 못한 사람들이 나 와 그를 달랬지만 라딘은 그때마다 웃으며 그에게 고맙다고 할 뿐, 결국 이 자 리를 벗어나지 않았다. “제이슨이라는 친구지요. 그가 12호에 남아 있었습니다. 결국 죽어서 카리 브 항구에서 다시 살아났다는군요. 그 친구는 이번 항해가 처음이었습니다. 이 서대륙으로 와서 이곳의 특산물을 구해 자신의 애인에게 선물하겠다고 들떠 있었지요. 다음 항해에는 꼭 그 친구를 데려와 서대륙의 땅을 밟게 할 것입니다.” 라딘은 황혼이 깃들 무렵 와인을 들고 라딘을 위로하러 온 캘돈 자작에게 그렇게 말했다. 와인을 연거푸 두세잔 들이키자 자신의 감정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모양 이었다. 캘돈 자작은 그런 라딘을 부드러운 말로 위로하고 자신의 선실로 돌아갔다. 옆에서 그런 두 사람을 지켜보던 리나는 캘돈 자작이 돌아간 뒤 라딘이 다 시 밤바다를 노려보며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하는 말을 들을 수 있었 다. “자토스 왕국! 용서하지 않겠다!” 그것은 상처 입은 맹수의 으르릉 거리는 신음소리와 같았다. 라딘의 몸에서 어둠보다 더 두려운 살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리나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고는 서둘러서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리나마저 돌아가고 라딘 혼자 남자 라딘의 얼굴에 약간의 웃음이 떠올랐다. ‘리나도 들어갔으니 이제 오늘의 연기는 대충 끝난 거군, 모레에는 항구로 돌아가야 하니까 두 시간만 있다가 방으로 들어가야겠다. 이거 이틀이나 밤낮으로 연 기를 하려니 체력적으로 지치는구만, 빨리 들어가서 로그아웃 안하면 항구에 도 착했을 때에 맞출 수 없으니까, 오늘은 로그아웃해야지.’ 밤이 지나고 라딘이 없는 아침이 왔다. 라딘은 자신의 숙소에 지정 마법진을 그리고 로그아웃했다. 32시간 후 들어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그때까지 캡틴 마크에게 선단의 일을 일임했다. 그가 돌아올 때까지 라딘 선단은 유클리트 항의 정황을 살피면서 항구에 들 어가도 되는가를 알아볼 계획이었다. 이미 전투선중 한 척의 승객을 모두 다른 배로 이동시키고 이계인 선원만 남은 그 11호선이 항구의 상황을 알아보러 갔다. 이틀 후에 11호선이 돌아와야만 라딘 선단이 애초의 목표대로 유클리트 항에 기항할 것인지 아니면 남쪽으 로 내려갈 것인지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라딘이 자신의 플레인인 어스로 돌아간 이후 불안과 초조의 32시간이 지났 다. 리나마저도 라딘이 빨리 돌아오지 않을까 하고 기다릴 정도였다. -딸칵- 라딘의 숙소의 문이 열리고 라딘이 나왔다. 드디어 브리시아로 돌아온 것이 다. 그의 표정은 떠날 때와 다름없이 심각했다. 그런 그가 어스에서 여자친구인 미리네와 토요일 정기 데이트를 즐기고 왔 다는 사실을 누가 짐작할 수 있겠는가? “상황은? 정찰선은 돌아왔나요?”그는 문을 열고 나오자마자 캡틴 마크에 게 물었다. 캡틴 마크는 약간 긴장된 목소리로 유클리트 항구에는 군대가 없으며 이대 로 입항해도 될 것 같다는 의견을 말했다. 라딘은 역시 늙은 생강이라 연기도 리얼하게 하는군 이라고 생각하면서 약 간 안심한 목소리로 유클리트 항구를 향해 배를 움직일 것을 명했다. 모든 사람들의 안도의 환성과 함께 드디어 라딘 선단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라딘 선단이 급작스런 습격으로부터 필사적으로 벗어나 유클리트 항 구에 입항할 때까지 6일이란 시간이 소모되었다. 도망갈 때 배를 가볍게 하기 위해 대부분의 식량과 식수를 버렸기 때문에 그들은 지난 6일 동안 반찬도 거의 없는 철저한 배급제 식량과 최소한의 식 수로 버틸 수 밖에 없었다. 몸을 씻을 물은 물론 없었기 때문에 하선하는 승객들은 모두 꾀죄죄한 모습 으로 배에서 내리면서 한결같이 자신들을 습격한 자토스 왕국의 해군을 저주했다 . 물론 라딘은 배에서 내리자마자 자토스 공관을 찾았다. 라딘과 캡틴 마크, 그리고 승객중 기꺼이 증인이 되어주겠다는 사람 3명이 라딘과 같이 행동했다. -덜컥- 문이 열리며 영주관 옆에 있는 공관에 5명의 사람들이 들어왔다. “나는 이번에 선단을 이끌고 이 항구를 향해 오던 선단의 주인이오! 책임 자를 만나고 싶소!” 라딘은 들어오자마자 약간 화가 난 듯이 소리쳤다. 안쪽에서 약간의 소리가 들리고 드디어 귀족인 듯 한 옷차림의 사람이 한명 나왔다. “나는 이 영지의 영지관리인인 크루토 남작이오. 무슨 볼일이오?” 영지관리인이면 영주의 전권대리인이나 다름없는 사람이다. 보통 영주는 수도에서 왕과 권력자에게 아부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 에 영지에는 이렇게 실무자가 한명씩 존재하게 된다. 라딘은 제대로 만났구나 하고 생각하며 몹시 흥분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와 내 동료들은 이번에 선단을 이끌고 이 유클리트 항구를 향해 항해하 고 있었소, 그런데 갑자기 일단의 함대가 우리를 습격했소! 그들은 당신네 자토스 왕국 의 해군기를 달고 있었고, 정찰선을 보내 조사한 바에 의하면 틀림없이 캘도스 백작이 이끄는 자토스 해군이라고 했소! 그 바람에 우리 상선단의 중형선이 두 척이나 침몰했고, 우리는 속도를 높 이기 위해 많은 물자들을 바다에 던져버릴 수밖에 없었소! 언제부터 그대들 자토스 왕 국이 해적영업을 시작한 거요? 우리는 솔직한 해명과 사과, 그리고 적절한 손해배상을 요구하겠소!” 라딘의 말에 크루토 남작은 놀라서 그들을 쳐다보았다. 사실 요 며칠간 자토스 왕국은 발칵 뒤집힌 상태였다. 몇 년간 사론 3세가 심혈을 기울여 키운 해군이 해적들에 의해 전멸을 한 것이다. 생존자도 없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해적들이 기상천외한 전술로 해군의 배들을 모두 움 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지금 이 왕국에는 비상 계엄령이 선포될 정도로 혼란되어 있었다. “흠, 우리 해군이 그런 일을 하리라고는 믿을 수 없소. 그대들은 우리 해 군을 가장한 해적들에게 당한 것이 틀림 없는 것 같소이다.” 크루토 남작은 일단 상식선에서 말을 꺼냈다. 그러나 그의 말을 들은 라딘의 일행들은 무척 흥분하기 시작했다. “뭐라고! 200척의 전투함이 해적선의 변장함이라고! 그걸 말이라고 하는 것이오? 모든 승객들을 대표해서 우리 세 사람이 같이 왔소. 그 대규모 함대들은 바 로 자토스 왕국의 해군이 틀림없었소!” 캘돈 자작이 화가 나서 소리쳤다. 그의 말을 듣고 크루토 남작은 아차했다. 200척의 대선단이라면 자국의 함대가 틀림없었다. 물론 그들은 이미 이 세 상에 남아있지 않았다. 크루토 남작은 눈앞의 사람들을 차분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기사 차림의 남자가 한명, 그러나 갑옷과 얼굴이 지저분한 것이 그다지 강 한 기사라고 생각되지 않았다. 덩치는 컷지만 늙은 선원이 한명, 이자가 선장이리라. 평범한 복장의 사람이 세 명, 이들이 승객 중에 증인이라고 따라온 사람들 인가? 옷차림이 더럽고 얼굴도 거친 것이 절대로 힘 있는 귀족이나 세력가라고는 보기 어려웠다. 크루토 남작은 결론을 내렸다. ‘북쪽에서 변변치 않은 승객과 화물을 실고 남쪽으로 향하는 3류 무역선이 군!’ 그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상대를 파악한 이상 이제 그의 대응은 매뉴얼대로 시행되어야 했다. “흥, 그걸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이 어디 있소? 그리고 지금까지 해안은 해 적에 의해 봉쇄되고 자토스 왕국에는 계엄령이 선포되어 있는데, 함부로 전쟁지역으로 들어온 그대들의 잘못이 아니겠소? 승객 몇 명을 증인으로 손해배상을 타먹으려고 하다니! 이렇게 뻔뻔스러운 사기꾼은 처음 보겠군. 당장 나가시오! 그대들의 배가 암초에 걸려 침몰했는지 해적에 당해 침몰했 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니 그 배가 존재했었는지도 모르겠지만 우리 자토스 왕국의 명예와 재산을 손상시키는 행동을 한다면 그대들을 국가모욕죄로 감금하겠소!” “뭐라고!” 캘돈 자작이 눈에 살기를 띄우고 말했다. 파스트 제국에서도 알아주는 검객 중 한명인 그가 이렇게 황당한 일을 당한 적이 있었겠는가? 그는 당장이라도 자신의 검을 뽑아 이 파렴치한 자토스 왕국의 공관을 산산조각 내려고 했다. 그러나 라딘은 오히려 눈빛을 차갑게 빛내며 캘돈 자작을 막았다. “캘돈 경, 이곳은 우리나라가 아니오. 그대는 앞으로 이곳에서 생활해야 하니 이번에는 참는 것이 좋겠소. 본인의 일은 스스로 해결하겠으니 오늘은 이만 돌아갑시다. 여러분들도 오늘 이렇게 우리 상회를 위해 일부러 같이 오신 것을 감사드립 니다. 이만 돌아가지요.” 라딘의 말을 들은 캘돈 자작은 이를 악물고 참았다. 사실 당분간 이 서대륙에서 생활해야 하는 만큼 지금 범죄자가 되는 것은 곤란했다. 라딘 일행은 그렇게 공관을 나섰다. 다시 말해서 쫓겨났다. 밖으로 나온 라 딘은 세 사람의 증인들에게 일부러 같이 와 주셔서 감사하다고 다시 인사를 하고 앞으로 곤란한 일이 있으면 라딘 상회를 찾아 달라고 말하면서 그들과 작별 했다. 그들은 파스트 제국의 최고 상회와 좋은 인연을 맺게 된 것에 기뻐하며 그 와 함께 자토스 왕국을 저주했다. 사람들이 사라지자 라딘의 얼굴에 악마의 미소가 떠올랐다. 사실 라딘이 자신들이 동대륙에서 온 대륙간 항해 선단이라고만 말했어도 크루토 남작의 대응은 전혀 달랐으리라. 하다못해 그들이 새 옷을 입고 얼굴만 씻고 왔어도 크루토 남작은 캘돈경이 나 자신이 보통 사람이 아닌 상당한 실력자임을 알아차렸을지도 모른다. 라딘은 이 순간을 위해 지난 6일간 세수도 못하게 대부분의 식수를 버렸다. 그와 함께 배를 가볍게 해야 한다고 말해서 사람들이 자신들의 의복상자와 같은 당장 필요 없는 물건들을 바다 속에 버리게 했다. 그리고 하선하자마자 항의하러 간다는 그의 말에 증인으로 같이 가주겠다는 수많은 사람들 중, 나름대로 명성과 실력이 있으면서도 갈아입을 옷이 없는 사람만 선출해서 이곳을 찾았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라딘은 세상 인심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고 이런 차 림을 한 사람이 국가를 상대로 제대로 손해배상을 받을 수 없다는 사실도 예상하고 있었다. 크루토 남작은 자신이 얼마나 악랄한 음모에 당했는지 절대로 모를 것이다. 라딘의 머릿속에는 자토스 왕국의 미래가 확실하게 보이고 있었다. ----------------------------------------------------- ------------------------------------ 3일이 지났다. 라딘은 지금 자토스 왕국의 옆 나라인 스마우그 왕국에 와 있었다. 전 세계에 이름이 알려진 파스트의 자유기사 라딘이 찾아왔다는 말에 이 왕 국의 외무부 장관이 직접 나와서 접대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넓은 접대실에 푸른색 오라가 뿜어져 나오는 풀-플레이트 아머를 입은 청년 이 앉아 있었다. 길게 늘어뜨린 다크블루의 머리가 갑옷의 광택에 의해 은은하 게 빛나고 있는 것이 한편의 동화 속에 나오는 호수의 기사와 같은 고귀한 품 격을 자아내고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저는 스마우그 왕국의 외무부 장관인 머드릭 백작입니다. 대륙에 이름 높은 성기사께서 우리 스마우그 왕국에 찾아주신 것을 감사드 립니다. 동대륙에 계시다고 알고 있었는데 언제 이 서대륙으로 건너 오셨는지 모르 겠군요.” 머드릭 백작은 최대한 밝은 웃음을 지으며 눈앞의 성기사의 환심을 사려고 노력했다. 사실 스마우그 왕국은 그렇고 그런 서대륙에 산재해 있는 수십 개의 소국 중의 하나였고 이 라딘이라는 성기사는 동대륙의 양대 제국중 하나인 파스트 제 국의 떠오르는 실세이기 때문에 그로써는 조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환대에 감사드립니다. 저는 이번에 제가 개발한 동대륙의 동부해안의 항 구인 카리브 시티로부터 대륙간 운항선을 타고 이 서대륙에 건너왔습니다.” 라딘의 설명에 머드릭 백작의 눈이 커졌다. “아니! 동대륙의 동부해안으로부터 대륙간 운항선이 왔다고요? 그것이 가 능합니까?” “이미 두 달 전 첫 항해가 끝나고 이번이 두 번째 항해이지요. 카리브로부 터 자토스 왕국의 유클리트 항구로 이어지는 정기 대륙간 항해선단입니다.” 머드릭 백작의 눈이 자신도 모르게 가늘어졌다. 그는 이 서해 바다를 통한 대륙간 운항선이 국가에 얼마나 큰 이익을 가져 다 줄 것인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자토스 왕국은 완벽한 대박 횡재를 했다는 것을 의심할 수 없었다. 근래에 자토스 왕국의 야심에 찬 군세 확장 정책에 인근의 왕국들은 긴장속 의 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며칠 전, 해적에 의해 해군이 전멸했다는 소식을 듣고 얼마 나 기뻐했는지 모른다. 당분간은 자토스 왕국을 두려워 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 다. 하지만, 만약 대륙간 운항선이 자토스 왕국의 유클리트 항구를 통해 이 서 대륙과 연결된다면 자토스 왕국의 수입은 몇 배로 증가할 것이다. 소국의 재정으로 는 도저히 얻을 수 없는 수익이다. 야심 많은 자토스 왕국은 보나마다 그 자금을 모두 자국의 군세확장에 투자 할 것이 틀림없었다. “흠, 안타깝게도 저는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군요. 어쩐지 몇 달 전부터 이 지역 일대에 수많은 동대륙 출신의 사람들이 나타났다고 하더니 그들도 그 정기 운항선을 타고 왔다고 봐야 겠군요.” 머드릭 백작의 말은 거의 신음과 같았다. 외무부 장관으로서는 해서는 안 되는 내면감정의 외적인 표현이었지만 상황 은 너무나도 심각했다. 라딘은 그런 그를 보면서 역시 그동안의 뒷소문에 의한 여론형성 작전이 알 게 모르게 영향을 나타내기 시작했구나 하고 좋아했다. “사실 이 대륙간 운항선은 제가 세운 라딘 상회의 자회사인 라딘 해운의 소유입니다. 세척의 대형 여객선과 8척의 중형 여객 화물선, 그리고 두 척의 호위함으로 이루어진 선단이지요. 이들은 두 달에 한번 운항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번 운항할 때 마다 천명의 승객과 동대륙 특산의 각종 상급보석을 실고 이 서대륙으로 오게 됩 니다. 그리고 돌아갈 때는 승객과 함께 서대륙의 특산인 최고급 비단을 가능한 한 배에 가득 실고 돌아가게 되는 것이지요.” 라딘의 설명에 머드릭 백작은 헉 하고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내었다. 두 달에 한번 항해에 1천명의 승객이라고? 거기에 보석과 비단의 교역까지? 이 선단은 그야말로 황금알을 무더기로 낳는 전설의 봉이었다. 그의 배가 급격히 고통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목 뒤로는 식은 땀까지 흘렀다. 라딘은 역시 잘 먹히는군 하고 속으로 웃었다. 사돈이 땅을 사도 배가 아픈 것이 당금의 인심인데, 하물며 잠정적 적성국 가가 막대한 이익을 얻게 되었다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없던 병도 생기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병을 주었으니 이번에는 약을 주어야 할 차례였다. 상대편이 단번 에 삼킬 영양도 만점이고 맛도 있는 그런 약이어야 했다. “그러나, 이번 항해에서 저는 자토스 왕국에 크게 실망했습니다! 그 왕국 은 왕국으로서의 기본적 자존심도 없는 악적들의 무리임에 틀림없습니다!” 라딘의 비분강개한 한마디가 머드릭 백작의 속을 완벽하게 뚫어주었다. 그는 즉시 라딘의 장단에 맞추어 자토스 왕국이 근래 보이고 있는 비인도적 인 군세확장 정책과 야심적인 외교 정책을 비판하며 은근슬쩍 그런 자토스 왕 국의 유클리트 항구보다는 약간 작은 항구이기는 해도 자국의 피나트 항구가 외 부인들에 대해 더 관대하다는 부가 설명까지 친절하게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라딘은 고개를 저으며 대륙간 운항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해류와 대형 마물들의 서식처 사이의 해로 때문에 유클리트 항구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말했다. 이 중부에는 유클리트 항구가 가장 적합하고, 아니면 다른 경로를 이용하여 남부쪽으로 가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매우 안타까워 하는 머드릭 백작에게 다시 한탄을 하면서 이번 항 해에 겪은 일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뭐라고욧! 대륙간 운항선을 상대로 해군을 동원해서 해적행위를 했다는 말씀입니까?!” 머드릭 백작은 기가막히다는 듯이 탁상을 주먹으로 부술 듯이 치며 소리쳤 다. 신기하게도 그렇게 세게 내리쳤는데도 조금도 주먹이 아프지 않았다. 그의 마음속은 자토스 해적해군 만세라고 만세삼창을 외치고 있었다. “그렇습니다. 제가 알기로 해적연맹의 해적들도 대륙간 운항선은 건드리지 않는 것이 지금까지 내려온 관례라고 알고 있습니다만, 자토스 왕국은 보석 몇 상자에 눈이 어두워 그것을 무시하더군요. 저는 이번 일 때문에 두 척의 중형선과 그 배에 실려 있는 보석 두 상자를 잃었습니다. 피해도 막심하지만 왕국으로서 그런 파렴치한 행위 를 하고도 항의도 받아주지 않는 자토스 왕국의 태도에 더욱 분노하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국가가 아닌 악적들의 집단입니다. 신이 그들을 용서하지 않으실 겁 니다!” 라딘은 그렇게 약 10분간 자토스 왕국의 비행을 성토하고 보름 뒤에 비밀리 에 열리는 대책회의에 책임질 수 있는 국왕의 대리인을 보내 달라고 요청했다. 머드릭 백작은 즉시 국왕폐하께 알리고 꼭 그날의 모임에 왕국의 명예를 걸 고 참석하겠다고 약속하기에 이르렀다. 그렇게 라딘은 그날의 일을 끝마치고 다음 왕국인 소암 왕국을 향해 떠났다 . 그렇게 보름 동안 자토스 왕국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스마우그, 소암, 노 스페란, 윌가드, 레오니드, 이네이븐, 이 6개 왕국은 라딘의 방문을 받았고 그들은 라딘이 떠난 이후 즉시 긴급 왕궁회의를 열어 자국의 재상을 파견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라딘이 6개국을 방문하고 유클리트 항구에 돌아온 지 3일 만에 6국의 재상들이 전원 참석한 서대륙 국가 연합회의가 열리게 되었다. --------------------------------------------------- 목감기가 잘 안 낳는군요. 4권 수정도 해야되는데 작업량이 떨어지고 있네 요. 그래도 머리가 아프거나 기침이 나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하면서 오늘도 일을 하고 있는 자유팰러딘입니다. 감기 조심하세요~. 가을은 좋다. 그러나 환절기는 싫다. 회의는 라딘이 처음으로 찾아간 스마우그 왕국에서 벌어졌다. 머드릭 백작 이 잽싸게 라딘에게 자국에서 준비하게 해 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라딘이 6개국을 돌 동안 이미 완벽하게 모든 준비를 끝낸 스마우그의 비밀 회의장에는 지금 6개국의 대표와 라딘이 앉아있었다. 라딘이 다시 한 번 전후 사정을 설명했다. “...그렇게 우리는 긴장과 분노가 함께하는 1주일의 시간을 거쳐서 유클리 트 항구에 정박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자토스 공관에 가서 이 사실을 항의했 습니다. 3명의 증인을 대동하고 정식으로 항의를 했지만, 그들은 오히려 저희를 왕 국을 모독하는 행위를 하면 잡아 가두겠다고 협박하면서 내쫓더군요. 하하하, 비 록 대륙은 틀려도 이렇게까지 무시를 당할 줄은 몰랐습니다.” 허탈하다는 듯한 라딘의 대사에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그래도 파스트 제국의 자유기사 라딘을 그런 식으로 푸대접하다니! 만약에 대양이 가로막고 있지 않았더라면 파스트 제국에서는 자국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대규모 전쟁을 감행했을 것이다. 아니, 대양이 가로막고 있는 지금이라도 정예 기사 수천 명을 동원해서 쳐 들어 올 가능성도 없다고 할 수 없었다. 그만큼 이 눈앞의 성기사가 파스트 제국 의 난민들을 위해 한 여러 가지 일들은 사람들의 인망을 얻고 있다는 소문이다 . “저는! 이렇게 국가로써의 최소한의 자존심을 잃고 해적행위를 일삼는 악 마의 국가를 절대로 용서할 수 없습니다! 또한, 자토스 왕국이 존재하는 한 이 서대륙의 중부지방과는 교역할 수 없다고 결심하고 있습니다. 1주일쯤 더 걸리더라도 다른 항로를 이용해 남부까지 내려가는 것을 심각하 게 고민하고 있는 중입니다. 약간의 시간과 이익의 감소로 안정적인 무역을 할 수 있다면 저희 라딘 상회는 그것을 택할 것입니다!” 라딘의 선언에 다른 참석자들은 심각하게 고민하며 의견을 나누기 시작했다 . 라딘이 직접적으로 말을 하지 않아도 라딘이 원하는 것을 그들은 알 수 있 었다. 그것은 바로 자토스 왕국의 멸망임에 틀림이 없었다. 그는 신의 가르침을 충실히 따르는 헌신적인 성기사이지만, 이렇게 불의와 자신의 명예에 관련된 일에는 조금의 양보도 없는 엄격한 성격일 것이다. 6개국의 대표들은 협의 결과 이 자토스 왕국의 멸망이 자국에 대해 엄청난 이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실 명분이야 어떻든 간에 실익이 없으면 국가는 움직이지 않는다. 그런데 지금 완벽한 대의명분과 최고의 실익이 보장되는 초대박이 저절로 굴러들어왔다. 그들로서는 도저히 이것을 사양할 수 없었다. 만약 그들이 라딘의 제안을 거절한다면 라딘은 그의 선언대로 남부지방으로 대륙간 운항선의 항로를 바꿀 것이고, 그렇게 되면 이 서부의 중앙소국들은 영원히 시골국가로 남게 될 것이다. 그들의 눈빛이 허공의 한 지점에서 부딪쳤다. 6개국은 지금 이 순간 하나의 운명공동체로 뭉쳐졌다. 그러나 아직 한가지 껄끄러운 점이 있었다. 스마우그 왕국의 재상 소마 공작은 라딘을 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라딘경의 뜻을 잘 알겠소. 사실 우리도 이 악마의 왕국이 더 이상 이 서 대륙에서 만행을 저지르는 것을 참고 볼 수 없던 참이었소. 그러나 사실 자토스 왕국 은 최근 몇 년간의 군세확장 정책으로 지금은 인근 왕국중에서 가장 강력한 군 사력을 보유하고 있는 군사강국으로 성장한 상태이오. 물론 우리 6개국이 협력하면 그들의 군사력을 압도할 수는 있소이다. 그런데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자토스 왕국의 사론 3세가 새롭게 구성한 청 사자 기사단이오. 그들의 주요 멤버200명은 전원 300레벨 이상의 기사나 전사로 이루어져 있 고, 간부들은 400레벨이 넘소이다. 특히 단장인 헥터 폰 빅소드 후작은 레벨 65 0의 상급기사로 그의 부관 3명 역시 500레벨이 넘는 상급기사들이오. 이들의 무력에 인근의 모든 왕국들이 위협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외다. 그리 고 우리가 자토스 왕국을 공격할 경우, 다른 왕국은 몰라도 이 청사자 기사단이 지휘 하는 부대와 싸우는 왕국은 엄청난 피해를 볼 것이 확실하오. 6분의 일의 확률이지만 왕 국의 미래에 커다란 위험이 되는 그런 도박은 사실 왕국을 이끌어가는 우리들로써는 피 해야만 하는 상황이오.” 라딘은 소마공작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기본적으로 정치가는 나라를 위해서는 조금의 위험도 감수해서는 안 된다. 비록 그것이 이길 확률이 높은 도박일지라도 질 경우에 잃어버리는 것은 나 라의 미래 그 자체인 만큼 조심에 조심을 거듭해야 하는 것이다. 라딘은 사람들을 한번 바라보았다. 6명의 사람들이 지금 자신의 말을 기다리며 자신의 눈을 뚫어지게 노려보고 있었다. 그들은 무엇을 원하고 있을까? 그들은 과연 진정으로 자신에게 무엇인가를 원하고 있을까? 아니면 그런 위험부담을 안고 쳐들어가는 것이니만큼, 차후의 이익 분배와 앞으로의 교역에서 라딘 상회의 양보를 요구하고 있는 것일까? 물론 라딘 상회와의 무역을 약간만이라도 유리하게 진행해도 이 6개의 왕국 들이 얻는 이익의 폭은 엄청나게 상승할 것이다. 그것도 안정적인 무역을 위해서라면 상관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라딘은 그런 양보를 원하지 않았다. 세상의 인심이라는 것이 묘해서 이쪽이 양보하면 상대는 더 욱 욕심을 부리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국가 간의 일인 외교에서 양보는 바로 항복을 뜻한다는 것을 라딘은 철들기 전부터 그의 부모의 일처리를 보며 유전자 레벨까지 철저하게 배울 수 있었다. 결국 라딘은 자신이 가진 카드를 꺼내기로 했다. 양보보다는 힘을 보이는 것이 외교에서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니겠는가? 라딘은 이를 악문 목소리로 아주 조그맣게 말했다. “저도 그 청사자 기사단에 대해 들었습니다. 정보에 의하면 그들이 이번의 계엄령과 차후의 군사활동에 대비해서 훈련기지인 밀턴성에서 나와 수도로 이동하게 될 것이라더군요. 수도에 도착하면 정규군의 총 지휘를 맡아 주변 왕국과의 갈 등이 해소될 때까지 국경에 상주하게 될 것이라더군요.” 라딘의 말이 끝나자 사람들은 긴장했다. 왕국 최강의 기사단이 국경에 상주 한다는 것은 언제라도 전면전이 벌어질 것을 대비한다는 것으로 해군을 잃은 사론 3세가 주변국과의 외교에 우위에 서기 위해 시행한 무력시위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일단 그들이 자토스 왕국의 정규군 7만을 통솔하게 되면 전쟁이 벌어져도 이쪽의 피해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사실 이런 소국에 650레벨의 상급기사가 이끄는 300레 벨 이상의 기사 200명이라는 무력은 감당하기 힘든 무력임에 틀림없었다. 물론 파스트 제국과 같은 대제국의 로얄 기사단은 주요 멤버가 전원 500레 벨이상의 상급기사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것은 150만 대군을 운영하는 대제국에나 어 울리는 힘이었다. 라딘은 자신의 정보에 더욱더 망설이며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6개국의 대표 자들에게 힘주어 말했다. 약간 어두운 회의실에서 푸른 안광을 빛내며 입가에는 보일락 말락하는 특 유의 미소를 지으며 신음하듯 말하는 그의 목소리는 마치 운명을 관장하는 사신의 선언 과도 같았다. “그러나 제가 장담하건데, 그들이 호위부대도 없이 정규기사 200명만으로 이동하는 이상, 청사자 기사단은 단 한명도 살아서 수도에 도착하지 못할 것입니다!” 라딘은 그렇게 청사자 기사단이 모르는 사이 그들에 대한 죽음의 선고를 내 리고, 경악해 하는 6개국의 대표를 뒤로 하고 회의장을 나왔다. -탈칵- 회의장의 문이 닫히고 라딘은 드디어 자신의 동료들이 기다리는 유클리트 항구로 향했다. --------------------------------------------------- ----------------------------------- 항구에는 이미 뭉치와 크로키가 라딘의 연락을 받고 청사자 기사단과 싸울 대원들을 모아 놓고 있었다. 레벨 350이 넘는 사람들로만 약 20명의 이계인들이 모여 있었다. “어서 와, 네 말대로 지금 있는 사람들 모아 봤는데, 20명 정도밖에 없네. 역시 긴급 소집으로 사람을 모으는 것은 조금 힘든 것 같아.” 크로키가 푸념하듯 말했다. 그의 말에 라딘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아도 용병단은 결집력이 강한 편이라고 할 수 없었다. 이렇게 갑자기 사람을 모으면 총 인원의 절반정도밖에 모으지 못하는 것이다. 머지않은 미래에 다가올 하이드래곤 길드와의 싸움에서도 이런 식이면 상당 히 불리하게 전개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라딘은 다시 고개를 저었다. 이쪽은 어디까지나 게임을 즐기는 대학생이 주축이 된 길드이다. 거의 프로 들의 모임인 하이드래곤 길드의 결집력과 파워를 생각하는 것은 어불성설이 아니 겠는가? 하지만 그동안의 노력에 의해 지금 길드원의 수만큼은 이쪽이 거의 두 배에 가깝게 커진 상태였다. 앞으로도 더더욱 커질 것이다! 인해전술! 다다익선! 이것이 대 하이드래곤용 아도용병단의 전략이었다. “어떻게 할 거야? 20명으로는 조금 힘들지 않을까? 그놈들은 200명이라며? ” 뭉치가 걱정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말이 10대 1이지 한 대 때리면 10대 맞는다. 아니 한 대 때리면 9대 맞고 저쪽은 1명이 치료하게 된다. 상대가 될 리 없었다. 그러나 라딘은 웃었다. “뭉치야, 착각하지 마. 지금 모은 사람들은 어디까지나 우리의 힘을 보고 증인이 되어줄 사람들이야. 청사자 기사단 200명은 너랑 나, 크로키, 그리고 카린 이렇게 4명이서 쓸어버리는 거야!” “뭐!” 뭉치가 황당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러나 라딘의 말을 들은 크로키는 그 순 간 라딘의 심중을 보았다. “정확하게 말하면 카린이 다 쓸고 우리는 생색만 내는 거군! 멋진 작전이 야. 뭉치야, 가자. 이 싸움은 싸움이 아닌 학살이야. 조금이라도 위험하면 카린 뒤로 피하면 돼. 물론 다른 구경꾼들이 눈치 못 채게 해야겠지만.” “오홋, 그런 방법이!” 뭉치는 그때서야 라딘의 최종병기인 카린의 존재를 상기했다. 카린의 레벨은 현재 600, 하지만 말이 600이지 카린의 스탯은 힘, 민첩, 지 력, 의지 1500에 체력 3천, 마력3천, 생명력30만, 마력 30만이다. 태어날 때부터 기본 능력치도 틀리고 처음부터 4차직업인 신수 그린드래곤 으로서 성장하는 것이다. 거기에 500년간 50개의 마법과 50개의 스킬을 익힌 카린이 맘 잡고 날뛰면 누가 막을 수 있겠는가? 카린을 상대하려면 최소한 900레벨 파티정도는 와 야 승산을 점칠 수 있을 것이다. “크로키, 그동안 카린은 잘 지내고 있지?” 라딘이 묻자 크로키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응, 매일같이 항구에서 낚시를 하거나 마크오의 부하들 정신교육 시키면 서 지내고 있어, 저번에 해전에 자기만 빼놓고 놀았다고 약간 삐져 있는 거 빼 고는 잘 지내는 편이야. 500년이나 수련만 해서 그런지 재미있는 일이라면 목숨 을 걸고 하려고 하더라고.” 크로키의 대답에 크게 만족한 라딘은 웃으면서 뭉치에게 말했다. “뭉치야, 사람들 떠날 준비하라고 해줘, 내가 가서 카린 데려올게.” 그리고는 라딘은 즉시 숙소를 나와 카린이 낚시를 하고 있다는 항구 옆으로 갔다. 과연 카린은 긴 낚시대를 바다에 드리우고 하늘에 날아다니는 갈매기를 감 상하고 있었다. 라딘이 반가운 목소리로 카린! 하고 말하자, 카린이 뒤를 돌아보고 는 벌떡 일어나 라딘에게 다가왔다. “어이, 라딘, 오랜만이다. 동대륙에는 잘 다녀왔어? 자토스 왕국이 너네 선단을 공격했다며? 넌 그걸 역으로 이용해 해적들이 진치고 있는 곳으로 유인했다 고 들었어. 나는 까맣게 모르고 있었잖아. 칫, 나도 거기에 가서 화끈하게 놀았어야 하 는 건데...” 카린이 그렇게 반가움의 인사와 더불어 한탄을 했다. 역시 젊은 드래곤이라 싸우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 라딘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린 드래곤인 카린은 땅의 속성이기 때문에 물을 별로 안 좋아한다. 불의 속성이 아니기 때문에 그래도 낚시도 하면서 지내는 것이지만, 선천적 으로 땅과 숲을 좋아하게 되어 있는 것이다. 슬슬 질릴 때도 됐지, 하고 라딘은 생각했다. “아, 카린, 그일 때문에 말이야. 지금 자토스 왕국 기사단하고 싸우러 가 는데 너도 같이 안 갈래? 저번 해전에는 상황이 급해서 너한테 말을 못했다고 크 로키가 미안해 하더라고.” “오옷, 자토스 왕국의 기사단? 그놈들 강하니?” “인근에서는 최고로 강하데, 그래서 이번에 가서 확 쓸어주려고, 그래야 앞으로 이 지역에서 일하기가 편하지.” “굳! 가자! 사실 낚시는 이제 질렸어, 역시 나는 활동적인 놀이가 좋아!” 역시 카린은 드래곤답게 이런 전투를 유희의 가장 중요한 놀이로밖에 인식 하지 못한다고 라딘은 생각했다. 정말로 드래곤과 이계인은 그 생각방식에 닮은 곳이 많았다. -척- 라딘이 손을 내밀자 카린이 라딘의 손을 잡아 주먹을 쥐었다. 두 사람의 눈빛이 허공에서 만나 가벼운 불꽃을 만들어냈다. 그때였다. 라딘의 귓가에 설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라딘경, 싸우러 가는 것이오?’ 설산은 해전이 끝난 이후 이 항구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그동안 상당히 심심했던 모양인지 그의 목소리는 왠지 모르게 기대감이 들 어가 있었다. ‘응, 우리를 공격한 자토스 왕국하고 한판 하러 가려고, 너는 항구에서 기 다리고 있어, 좋겠다. 가만히 있어도 경험치가 들어오고, 쳇.’ 라딘이 푸념하듯 대답했다. 그런데 설산이 의외의 말을 하기 시작했다. ‘나도 따라 가겠소.’ ‘잉? 뭔 소리야? 우리는 육지에서 싸우러 간다니까. 해전이 아니야.’ ‘그러니까 나도 같이 가겠다는 것 아니겠소? 잠시만 기다리시오. 지금 나 갈테니.’ 무슨 소린지 이해하지 못하는 라딘을 무시한 채 설산은 대화를 끊었다. 그리고 잠시 후, 라딘과 카린이 있는 항구의 바다 속으로부터 한 마리의 백 마가 기어 올라왔다. 잡티 하나 없이 그야말로 눈처럼 하얀 털과 가볍게 웨이브를 지면서 길게 늘어뜨려진 목뒤의 갈기가 햇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다. 그 말의 등에는 역시 무슨 재질인지 알 수 없는 안장이 올려져 있었는데, 그 색 역시 하얀 색이었다. 신기하게도 물에서 나왔지만 전혀 물에 젖어 있지 않았다. ‘히히힝, 어서 타시오, 갑시다.’ ‘헉, 이 백마가 설산 너야? 너 말로 변신도 할 줄 알았니?’ 라딘이 놀라서 묻자 설산이 한심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이보슈, 지금까지 성수를 뭘로 보고 있었던 거요? 그럼 내가 폴리모프도 못할 줄 알았소?’ 사실 폴리모프가 뒷골목 떡볶기도 아니고 아무나 익힐 수 있는 마법은 아니 다. 그러나 수륙양용 팰러딘을 부르짖는 라딘에게 방랑의 신 나티크가 설산을 줄때, 최후의 선심으로 설산에게 전투마로 변하는 폴리모프 마법을 내렸다는 것을 설산은 비밀로 했다. 이유는 왠지 이렇게 말해야 멋있어 보일 것 같기 때문 이다. ‘오오, 미안, 미안, 역시 넌 내 마운트야! 그럼 일단 사람들 있는데 까지 가서 탈게, 지금 타면 카린이 걷는데 나만 말을 타는 게 되니까, 가자!’ 라딘은 그렇게 말하며 설산의 고삐를 손으로 잡았다. 카린은 그런 라딘을 보며 부러운 듯이 말했다. “음, 그 고래가 변한 모양이네? 부럽다. 생각해보니 나는 아직 탈 게 없네 .” “하하하, 뭔 걱정이야? 그냥 나중에 나랑 같이 가서 드레이크나 한 마리 잡아서 타고 다니자, 드레이크 나이트 카린! 멋지잖아!” 라딘이 그렇게 카린을 위로하자 카린의 눈빛이 번쩍였다. 드레이크 나이트! 카린은 마음속으로 자신에게 어울리는 포이즌 드레이크 한 마리를 타고 다 니는 자신을 상상했다. 결국 그는 마음속으로 자신의 마운트를 결정했다. 일단 모든 준비가 끝나자 라딘은 카린과 함께 뭉치 일행이 기다리고 있는 항구의 입구로 갔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그럼 출발합시다. 앞으로 2일은 꼬박 가야하니까, 시간을 잘 맞추어야 합니다. 아시죠? 우리 길드 특제의 낮타임 맞추기! 낮에는 달 리고 밤에는 로그아웃해서 쉬는 겁니다. 그럼 출발합시다.” 그렇게 라딘은 일행들과 함께 유클리트 항구를 떠나 청사자 기사단이 지나 갈 것으로 예상되는 화양산으로 향했다. 라딘 파티와 종자인 리나, 길드멤버 18명, 그리고 6개 왕국에서 보낸 스카 우트 몇 명이 이 부대의 구성인원이었다. 스카우트들은 이 인원수로 200명의 기사와 싸우러 간다는 사실에 황당함을 느꼈지만, 임무가 임무인 만큼 그들을 따라갈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상황이 여의치 않 으면 바로 도망칠 것을 굳게 결심하고 있었다. -------------------- -------------------- 3일이 지났다. 하늘은 흐린 구름으로 가득 차 있었고, 약간의 부슬비까지 오고 있었다. 정말 상쾌하지 못한 날씨였다. 화양산 기슭의 숲속에는 지금 라딘 일행이 잠복해 있었다. 대원들의 얼굴은 그렇게 밝지 않았다. 비록 길드마스터의 명에는 목숨을 걸 고 따른다 라는 가입맹세를 했지만, 200명의 기사집단에 이 인원으로 덤비라는 것은 무리가 있는 주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라딘은 그런 그들을 한번 흩어보고는 웃으면서 말하기 시작했다. “여러분, 여러분들은 이곳에 잠복하고 있다가 적들 중에 도망가는 자가 있 으면 그들을 처리해 주시기 바랍니다. 꼭 세분이서 한 놈씩 확실하게 상대하셔서 한명의 사상자도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라딘의 말에 대원들은 영문을 알 수 없다는 듯 머리에 물음표 마크를 띄우 기 시작했다. “저기요. 그럼 우리 말고 다른 부대가 오기로 했나요?” 한 마법사가 손을 들고 질문하자 다른 대원들은 그럼 그렇지 따로 전투부대 원들을 전원 소집해 놨나 보다 하고 납득하기 시작했다. 라딘은 다시 웃으면서 질문을 한 마법사에게 말했다. “아, 그거는 좀 있다 전투가 시작되면 자연히 아시게 됩니다. 여러분은 이 쪽을 확실하게 지켜 주시고, 도망가는 놈들만 처리해 주시면 됩니다. 리나야, 너 도 여기 있어라, 뭉치, 크로키, 카린, 우리는 나가자고.” 라딘의 호명에 그들이 앞으로 나갔다. 사람들이 긴장 속에서 지켜보는 가운 데, 라딘 일행은 수풀을 헤치고 청사자단이 지나갈 길 쪽으로 나섰다. 라딘은 설산을 타고 있었고, 어깨에는 어느새 몽몽이 앉아 있었다. 뭉치와 크로키, 그리고 카린은 말이 없기 때문에 그냥 걸어서 나갔다. 네 명의 용사들이 넓은 대로를 막고 지키기 시작했다. 부슬비가 그들의 머리를 촉촉하게 적시고 있었지만, 그들 역시 흥분한 상태 였는지 별로 신경 쓰는 눈치가 아니었다. 잠시 후, 길 저쪽에서부터 따각따각하는 말발굽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약 10분이 지나자 산의 구루터기를 넘어서 일단의 무리들이 다가오 는 모습이 보였다. 전원 갑옷으로 무장을 하고 전투마를 탄 기사들이었다. “멈춰라! 나는 자유기사 라딘이다!” -따각, 따각- -워, 워- 청사자 기사단은 열심히 화양산을 넘어 한참 수도로 향하는 도중에 길을 막 고 있는 무리를 만났다. 비가 와서 미끌미끌한 산을 하루 만에 넘으면 사람이 얼마나 지치고 짜증이 나는지 등산을 해본 사람이라면 잘 알 것이다. 그것도 자신이 산을 좋아해서 넘는 것이 아니라 완전무장 행군으로 넘는 것 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경사가 급한 곳은 말을 타고 있을 수도 없다. 오히려 그들이 말이 미끄러지 지 않게 끌어줘야 했다. 현재 그들의 불쾌지수는 250%였다. 부관인 무사투가 헥터의 얼굴을 한번 바라본 후 소리쳤다. “너희들은 뭐냐? 정규 기사단의 행군을 막는 것은 반역행위라는 것을 모르 는가? 제 1 소대, 저들을 제압하여 끌고 오라!” 기마부대는 10명을 한 소대로 친다. 이미 산을 넘어서 평야지대로 들어섰기 때문에 그들은 10열 종대로 진군하고 있었고, 제일 선두의 열은 제 1 소대였다. 무사투의 명령을 받은 선두의 1소대가 돌진을 시작했다. 제압인지 처형인지는 별로 구별할 필요가 없었다. 이미 저들은 죽을죄를 지 었기 때문이다. 운이 좋아서 살아남은 사람만 데리고 가서 길을 막은 이유를 물 은 후 처리하면 끝나는 일이었다. -두두두두두- “헐, 역시 고향이 좋다더니, 서대륙에 오니까 자유기사 라딘의 이름도 모 르는 놈들이 많네. 카린, 우리 당분간 신경 좀 써서 명성을 퍼뜨리자, 지금은 몰 라도 나중에도 이런 식이면 귀찮잖아.” 라딘이 웃으면서 옆에 있는 카린에게 농담을 걸었다. 카린도 씨익 웃으며 오늘이 지나면 싫어도 우리 이름을 기억하게 될 거야 라고 대답했다. 50m앞에서 기마부대가 돌격해 오고 있는 상황이 그들에게는 아무런 감흥도 주지 못하는 듯 했다. “차앗, 나 먼저 간다! 끼럇!” -두두두두두- 라딘이 갑자기 고함을 치며 설산의 목을 손바닥으로 쳤다. 신호를 받은 설 산은 돌격을 시작했다. “아앗, 라딘, 선수를 치다니! 나도 간닷, [플라이]!” 카린이 무척 억울하다는 듯이 외치며 라딘의 뒤를 따라 하늘을 날아 돌진하 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뭉치와 크로키도 열심히 카린의 뒤를 쫓아 뛰었다. “이야야압! [홀리코멧]!” 돌진하던 라딘의 왼손에 들려있는 방패에서 하얀 빛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홀리 오라는 돌진하는 라딘의 마법방어오라에 반사하여 마치 라 딘의 전신이 하얗게 빛나는 느낌을 주고 있었다. 하나의 거대한 성광이 마치 혜성처럼 쏘아져 나가는 듯한 광경이었다. 그 아름답고 장엄한 광경에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환성을 질렀다. 카린이 그 광경을 보고 약간 놀랐다. 자신의 친구라는 저 성기사가 원래 대 단한 기사인줄은 알았지만 저렇게 화려한 기술을 소유하고 있었다니! 카린은 라 딘의 홀리 코멧이 최근에 개발된 기술인줄 미처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그는 자신 이 라딘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라딘이 저 기술을 사용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 척 보기만 해도 저 기술에 얻어맞으면 뼈 속까지 아플 것이 틀림없었다. 역시 저놈은 내 친구 자격이 있어 라고 생각하면서 카린은 자신도 지기 싫 은 듯 최고로 화려한 기술을 사용했다. “[만파쇄월쌍검무]!” 하늘을 나는 카린이 등 뒤에 십자로 묶여 있는 자신의 쌍도를 뽑아 눈에 보 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 속도는 명백히 음속을 초월하고 있었고, 그 결과 수많은 진공검날이 청 사자 기사단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그 진공검날은 하나같이 녹색의 빛을 발하고 있었는데, 이것이 바로 카린이 지난 100년간 연습해서 만든 만파쇄월이라는 기술이다. 만파쇄월은 진공검날을 만들면서 자신의 마나와 그린 드래곤 특유의 독 속 성 오브를 그 진공검날에 태워서 날리는 기술이다. 절대적인 절삭력과 함께 무속성의 추가 데미지, 그리고 독 속성의 폭발 데 미지까지 있기 때문에 이 기술은 막아도 막을 수 없는 사기 기술이다. 대응법은 극상에 이르는 독 내성으로 독에 대한 데미지를 최소화 한 검성수 준의 검사가 검강으로 진공검날을 부수는 수밖에 없다. 아니면 전속력으로 피하 는 것도 방법 중 하나라고 하겠다. 카린은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 그동안 너무 얌전하게 지내서 상당히 쌓인 것이 많았다. 사람들을 괴롭히면서 풀려고 해도, 자신이 친구로 인정한 라딘의 동료들이 기 때문에 참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 그의 앞으로 날아가는 수십 개의 진공검날이 현재 카린의 심정을 대변 해주고 있었다. -파파파팍- 콰콰콰쾅- 기사단의 뒤쪽에 있던 궁수들과 전업마법사들은 앞쪽의 괴한들 중 한명이 플라이 마법을 써서 떠오르자 웃으면서 그놈을 고슴도치 내지는 참새구이로 만들려고 마법 을 영창하거나 화살을 활에 걸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공격한번 해 보지 못했다. 수십 개의 반월형의 녹색 검날이 날아와 그들을 두 쪽으로 갈랐다. 뿐만 아니라 한 사람을 관통함과 동시에 그 검날 은 폭발했다. 그리고 맹독성의 녹색의 가스가 그들 주위로 퍼졌다. “으아아악, 살이! 살이 녹는다!” 적을 눈앞에 두고 방심해서 배리어도 치지 않은 마법사들의 최후는 비참했 다. 아니 그들은 카린이 공격하는 순간 이미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었다. 마법전사는, 그것도 최상급에 다다른 마법전사는 이동 중에 마법을 쓰는데, 그 속도가 전사의 공격속도와 비슷하다. 방심하고 있던 마법사들이 그것에 대응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크아! 역시 대단하군, 질순 없지, 이얍!” -쾅- “아악, 내팔!” 라딘은 바로 앞까지 다가온 적들 중 한명의 랜스에 대고 자신의 방패를 휘 둘렀다. 그 순간 랜스는 가루가 되었고, 그 랜스를 들고 있던 기사의 팔이 통째로 날아갔다. 그리고 라딘을 태우고 돌진하던 설산이 그대로 상대 기사의 전투마를 들이 받았다. -쾅-히히히힝- 이미 타고 있던 기사가 한쪽 팔을 잃은 충격에 중심을 잃고 있었기 때문에 밑에 있던 전투마의 중심도 흔들린 상태였다. 그 상황에서 설산의 무대뽀식 박치기를 정통으로 얻어맞은 전투마는 그대로 공중으로 3m쯤 떠올랐다 떨어졌다. 말도 사람도 살아있지 않았다. 라딘과 설산은 그대로 정지해 있는 본진을 향해 달렸다. “아앗, 우리만 두고 가면 어떻게 해! 에잇, [중력]!” 크로키가 비명을 지르며 앞쪽의 한 기사에게 중력마법을 걸었다. 갑자기 그 기사와 전투마의 무게가 3배로 늘었다. -히히히힝- 급격한 무게로 인해 전투마의 다리가 꺾이며 주저앉았다. 기사가 관성에 의 해 앞으로 굴렀다. 그리고 그 앞에는 전신이 불길에 휩싸인 뭉치가 대기하고 있었다. “받아랏, [반야장]! 반야바라밀!” 신기하게도 불길에 휩싸인 뭉치의 두 손에서 냉기로 뭉쳐진 공이 생겨 기사 들에게 날아가기 시작했다. 화기와 냉기가 완벽하게 제어되어 서로 영향을 받지 않 고 있었다. 음양쌍마공이 10성의 경지에 다다른 사람만이 보일 수 있는 경지였다. -퍼퍼퍼퍼퍼퍼펑- 양장음권과 강진유퇴의 묘리를 가진 소림 상승권 반야장과 음양쌍마공은 무 척 상성이 좋았다. 부드러운 움직임에 따라 사방으로 화기가 퍼지는 가운데 벼락같은 찌르기와 동시에 쏘아져 나가는 강력한 냉기가 창처럼 기사들의 갑옷을 부수고 있었다. 크로키는 서둘지 않고 한 명씩 한 명씩 중력마법을 걸었다. 전신갑옷을 입은 기사에 전신마갑까지 쓴 전투마가 3배로 급증한 무게를 견 딜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비록 범위마법이 아니라 단위마법이지만, 대마법사용 마법답게 그 효과는 지대했다. ‘잘 하고 있군, 적이 방심해준 덕분에 기선을 제압할 수 있었어, 자식들, 나 같으면 200명의 기사단이 행군하는데 4명이서 길을 막으면 일단 긴장하고 대화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노력 할텐데, 쯔쯔, 맹룡과강이라는 말도 모르나.’ 라딘은 뒤를 슬쩍 돌아보고 뭉치와 크로키가 잘 싸우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는 만족한 듯 자신만의 세계로 빠져 들었다. 비록 경악해하고 있는 적의 본진까지 도달하는 데 2, 3초의 여유만이 있을 뿐이었지만, 이미 고수의 대열에 진입한 라딘에게는 앞으로 카린이 저놈들을 다 쓸어버 릴 동안 자신이 몇 명 정도를 상대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계산까지 끝낼 수 있었 다. 최대한 화려하게! 최대한 잔인하게! 라딘은 마음을 굳게 먹었다. 전투에서 동정심은 독이라고 할 수 있었다. ---------------------------------------------- 라딘은 한참 낭트전추술을 펼쳐 기사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그의 머리 위 공간에는 하나의 단검이 날아다니며 라딘의 등 뒤를 노리는 적들의 목에 구멍을 뚫고 있었다. -씨잉~ 씨잉- 백명이 넘는 사람들이 고함을 치는 소란의 와중에서도 신기하게 그 단검이 바람을 가르는 소리는 흐려지지 않았다. “이익, 이 놈의 단검이!” 한 기사가 하늘을 나는 단검을 노리고 자신이 들고 있던 추가 3개 달린 프 레일을 휘두르려 했다. 그러나 그보다 조금 빠르게 단검이 5개로 분리되기 시작했 다. “끼잉, [미러이미지]! [화염방사]!” -화르르륵- “아악” 5개로 분리된 단검이 일제히 자신을 향해 불을 뿜어대었다. 그는 순간적으로 너무 놀라서 자신의 팔로 얼굴과 머리를 감쌌다. 그 순간 그의 목에 화끈함이 느껴졌다. 당했나? 그는 그 생각과 함께 말에서 떨어졌다. 공중을 장악당해 혼란에 빠진 그들은 조직적인 공격능력을 상실했다. 저렙은 힘을 모아 다굴을 치지 않는 이상 절대로 고렙을 이길 수 없는 법이 다. 그들은 라딘의 공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었다. -빡- 또 한명의 기사가 타고 있던 전투마가 라딘의 워해머에 맞아 쓰러졌다. 땅에 떨어진 기사는 설산의 발에 밟혀 그대로 세상을 떠났다. 기마전에서 가장 효과적인 공격방법은 전투마를 노리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사는 자신의 말을 이용해서 땅에 떨어진 상대를 공격하는 것과 자신의 전투마를 보호하는 방법을 익히지 않으면 안 된다. 라딘이 지금 기습적으로 워해머를 날려 한 기사의 말을 격살하는 순간 반대 편에 있는 기사는 라딘의 전투마를 노렸다. 그들도 레벨 300에 다다른 자답게 상대의 빈틈을 정확하게 노릴 줄 알았다. 동료의 희생으로 만들어진 기회였다. 그의 혼신을 다한 일검이 설산의 몸에 적중했다. -파악- 검이 설산의 목옆을 가르고 지나갔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설산은 쓰러지지 않았다. -히히히힝- 퍽- “크악!” 설산의 분노의 뒷발차기가 그 기사의 전투마에 정통으로 박혔다. 기사와 전투마는 설산의 힘에 의해 2m쯤 공중으로 떠올라 땅에 떨어졌다. 설산이 얼른 그들에게 다가가서 발로 그들을 사정없이 밟았다. “설산! 갑자기 난동을 부리면 어떻게 해! 떨어질 뻔 했잖아!” 라딘이 겨우 중심을 잡고 설산에게 항의했다. 급해서 귓말로 말하는 것도 잊고 있는 라딘이었다. ‘저놈이 나를 공격하지 않았겠소? 지금 갚아주지 않으면 이 난전 중에서 언제 다시 그와 마주칠 수 있겠소?’ “어차피 다 쓸어버릴 건데, 싫어도 다시 만나게 되어 있다고! 그리고 너 생명력이 30만이라는 걸 내가 아는데 그거 조금 맞았다고 아프기나 하겠냐?” 폴리모프를 하게 되면 기본적으로 스탯과 생명력은 그대로이다. 단, 방어력과 속성, 기술등의 제한이 생기게 된다. 설산은 힘 3000, 생명력 30만짜리 사기 전투마였고, 라딘은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설산을 보호하 기는커녕 설산을 몸빵으로 생각하며 싸우고 있었다. 그때였다. “잠깐! 뭔가 오해가 있는 듯하다. 일단 휴전하고 대화를 하는 것이 어떤가 ?” 청사자 기사단의 단장인 헥터 후작이 얼른 자신의 음성확대 기술을 사용해 가며 소리쳤다. 아무래도 상황이 이상했다. 잠깐 동안에 이미 자신들의 기사단원 중 30명이 넘는 단원이 사망했다. 저들이 사용하는 기술과 마법은 그가 레벨 650까지 수련하면서 한 번도 보 지도 못한 것들이었고, 놀랄 만큼 위력적이었다. 크로키는 라딘에게 얼른 귓말을 보냈다. ‘휴전하자는데?’ 라딘은 0.1초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대답했다. ‘씹어.’ 물론 카린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아니, 신경을 쓰기는 썼다. 카린은 깨달 았다. 아! 저놈이 대장이구나! “[뇌룡출해]! [천락환무]!” -파지지직, 슈웅- -파파파팍- “끄아아아악!” 카린의 쌍도에서 뇌전이 일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카린은 쌍도로 기묘한 곡선을 그려 사방의 기사들을 베면서 방금 소리를 친 거대한 기사를 향해 날아가기 시작 했다. “헛, 막아랏! [베어 크래쉬]!” 헥터는 경악하는 와중에도 번개같이 자신의 글레이브를 크게 휘둘러 카린을 노렸다. 전격의 데미지를 감수하는 대신 강한 일격을 먹이려는 시도였다. -챙-파지직- “크악!” 헥터는 온몸을 가로지르는 듯한 전기 충격에 자신도 모르고 비명을 질렀다. 그와 동시에 그의 몸이 카린의 힘에 밀려서 전투마에서 낙마하고야 말았다. 사실 이 천락환무는 환무 속에 붕도의 이치를 감추고 있어서 겉으로 보면 환도계 도법으로 보이지만 알고 보면 세상에서 손가락 안에 꼽히는 중도술 이었다. 절대로 이름에 속으면 안 되는 것이다. 이 도법은 강력한 완력과 정교한 움직임을 기본으로 하는 최상급 중도술이 다. 그러나 역시 헥터도 상급 기사의 경지를 이룬 자답게 카린의 일격을 받을 수는 있었다. 카린은 아깝다는 듯 혀를 한번 차면서 아직도 자신이 퍼뜨린 독무 속에서 죽어가고 있는 후방까지 일직선으로 날아갔다. 물론 그 경로에 있는 대부분의 기사들은 카린의 쌍도에 걸려 머리가 날아가 고 있었다. “옷, 길이다!” 한참 싸우던 라딘은 적진의 중앙까지 일직선으로 길이 나 있는 것을 깨달았 다. 카린이 쓸고 지나간 자리였다. 그리고 그 길의 끝에는 말에서 떨어진 적의 대장인 듯한 기사가 비틀거리며 일어나고 있었다. “이얍! [썬더브레이크]!” 라딘이 미리 만들어 놓은 매크로 기술을 발동시키자, 하늘에서 벼락이 떨어 졌다. 이미 번개구름이 하늘에 떠 있었고 비가 오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전격소환 의 시전속도가 단축되었다. -번쩍, 우르르릉, 파앗- 번개는 그 순간 라딘이 위로 들어 올린 워해머 미티어샤워에 정확하게 떨어 졌다. 그와 동시에 라딘의 팔이 아래로 휘둘러지며 성뇌에 감싸인 워해머가 공간 을 찢으며 날아갔다. -슈웅- “앗, 에잇” 자신의 전투마에 다시 올라타려던 헥터가 갑자기 날아오는 워해머를 발견하 고는 반사적으로 막았다. 역시 상급기사다운 무공실력이었다. 그러나 이 기술 역시 막는다고 끝나는 기술이 아니었다. -캉--파지직- “크아아악, 하필이면 또 전기냐!” 헥터의 전신에 하얀색의 전격이 흘렀다. 그는 자신의 말에 기댄 체로 몸을 부르르 떨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워해머를 던진 라딘은 이미 헥터를 향해 돌진하 고 있었다. “바다괴수도 한방에 보내는! [홀리코멧]!” -두두두두-화악- 무서운 기세로 돌진하는 라딘과 설산의 몸이 다시 하얀 광채로 뒤덮였다. 연속적으로 전기에 당해 일시적으로 몸이 마비된 헥터는 자신을 향해 하얀 빛의 덩어리가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그의 눈동자에 비친 그 하얀 빛은 점점 커져서 마침내 눈동자 전체를 덮었 다. -쾅- 비명도 지르지 못했다. 헥터와 헥터가 기대고 있는 전투마가 동시에 뒤로 튕겼다. 헥터의 모습은 아예 보이지도 않았다. 그렇게 자토스 왕국의 최고 기사인 헥터 폰 빅소드는 마나로 돌아갔다. “앗, 라딘! 네가 새치기를! 그 놈 내가 찍었단 말이야!” 하늘에서 선회해서 헥터를 향해 날아오려던 카린이 그 모습을 보고는 억울 하다는 듯이 소리쳤다. 라딘은 미소를 지으며 카린에게 소리쳐 대답했다. “미안, 미안, 나도 모르게 손이 가더라, 다음부터는 조심할게.” 라딘의 미소와 명랑한 말투에 주위에 있던 청사자 기사단을의 안색이 공포 로 물들었다. 이자들은 지금 전투가 아닌 학살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학살의 대상은 바로 자신들이었다. 그때, 전장의 분위기를 정확히 파악한 크로키가 기사들을 향해 [피어] 마법 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중급 마법이기 때문에 기사정도 되면 마법이라는 것을 아는 이상 쉽게 걸리지 않는다. 그러나 하급의 저지능 마물용 마법인 이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마법이 신기 하게도 모든 기사들에게 빠짐없이 걸렸다. 그들은 이미 적이 펼치는 마법이 단순한 [피어]마법이라고 믿지도 않았다. 전설의 유니크 마법중 하나인 [의형살인]으로 느끼고 있는 지도 몰랐다. 공포로 사람을 죽이는 최강의 정신마법은 검성이나 고위성직자가 아니면 저 항하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강력한 마법이다. 그들은 피할 수 없는 공포가 자신들을 잡아먹고 있는 환상을 보았다. “괴물이다!” “살려 줘!” -히히히힝- 그들은 기사로서의 명예와 자부심마저 버리고 말을 돌려 도망가려고 했다. 그러나 도망갈 곳이 없었다. 뒤쪽에는 녹색의 마법전사가 하늘을 날아다니 며 뇌전이 깃든 검으로 사람과 말을 동시에 두동강 내고 있었다. 정면에는 온몸이 불타오르는 마신과 같은 존재와 그 정체를 파악할 수 없는 마법사가 자신들을 마치 장난감 부수듯 하나하나 부수고 있었다. 하늘에는 눈에도 잘 보이지 않는 속도로 씨잉씨잉하는 이상한 소리를 내며 단검이 날아다니고 있었고, 그들 가운데는 자신들의 대장을 가루로 만든 마왕의 화 신과 같은 기사가 사람을 학살하는 것이 통쾌하다는 듯 웃고 있었다. 그런데 그 마왕과 같은 기사의 무기에는 하얀 성광이 일어나고 있었다. 성기사임에 틀림없었다. 그렇다면 혹시 우리가 악의 무리였단 말인가? 우리 자토스 왕국이 최근에 행한 여러 가지 일들이 신의 분노를 사서 신이 자신의 사자를 내려 보내 우리들을 벌하는 것이란 말인가! 그들은 공포와 절망에 빠져 몸이 굳어가는 것도 몰랐다. 마치 구석에 몰린 생쥐가 고양이의 살기에 몸이 굳듯 그들은 이미 저항도 포기하고 멍하니 서 있을 뿐이었다. 10분 뒤, 청사자 기사단의 정규 기사단원 200명은 한명의 생존자도 남기지 못하고 화양산 기슭에서 전멸했다. ------------------------------------------------- ---------------------------- -쏴아아아아 어느덧 부슬비는 소나기로 바뀌어 대지를 때리고 있었다. 숲속에서 대기하고 있던 사람들의 머리와 옷이 급격히 젖기 시작했지만, 누 구 한명도 비를 피하려고 움직이지 않았다. 그들은 방금 전까지 전장이었던 길목에 4 명의 사람이 서 있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리나의 몸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비에 젖은 몸이 추워서 그런 것일까? 아니다, 리나는 지금 공포에 떨고 있었다. 저 젊은 미남 성기사가 그렇게 강했었다니! 압도적이지 않은가? 그들은 너 무나도 강했고, 그만큼 잔혹했다. 그녀는 자신이 얼마나 무서운 사람의 종자로 있는 것인지 지금에서야 깨달을 수 있었다. “리나야.” 라딘이 갑자기 손짓을 하며 한참 공포에 떨고 있던 리나를 불렀다. “네,넷!” -후다다다닥- 리나가 놀라서 반사적으로 뛰어나갔다. 신기한 것은 라딘이 리나를 불렀는 데, 리나가 뛰어나가자 그 뒤에 대기하고 있던 사람들이 모두 따라갔다는 것이 다. 그들도 지금 반쯤 패닉 상태에 빠져 있어서 라딘의 손짓을 보고 무의식중에 나간 것이 틀림없었다. “아, 여러분들도 오셨군요. 죄송합니다. 상황이 끝났는데, 그들이 떨어뜨 린 아이템과 살아남은 전투마를 회수해야 될 것 같아서요. 이왕 오셨으니 조금 도와주십 시오.” 라딘은 웃으면서 사람들에게 그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기합이 팍팍 든 목소리로 우렁차게 대답하고는 열심히 크로키와 뭉치의 지시에 따라 아이템을 줍기 시작했다. 이에 라딘은 다시 몇몇의 사람들과 함께 취침용 천막을 모아 비를 피할 수 있는 막사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윽코, 아이템 회수가 끝났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공포로 인한 긴장이 흐 려지고, 눈앞의 아이템에 기쁨의 감정이 찾아오고 있었다. 사람들은 막사 안에 아이템을 쌓아놓고, 라딘이 대충 피워놓은 횃불에 몸을 말리고 있었다. 한 사람의 마법사가 [마법탐지]를 시전하고는 마법이 걸린 아이템을 따로 구분하고 있는 중이었다. “끝났습니다. 마법 아이템은 43개 나왔습니다. 전투마는 21필이 살아 있더 군요. 그 외 금화나 보석은 대략 6천 골드 상당이 나왔습니다.” 계산을 마친 마법사가 라딘에게 보고하자 그것을 듣고 있던 길드원들이 탄 성을 질렀다. 그들로써는 상당한 금액이었다. 라딘은 일단 43개의 마법 아이템중 22개의 아이템과 보석 3천 골드를 따로 모아 카린에게 내밀었다. “카린, 여기 네 몫이야. 도와줘서 고마웠어.” “옷, 내가 이렇게 많이 가져도 되니?” 카린이 상당히 좋아하면서도 체면상 물었다. 여기서 안 돼 라고 말하면 살 인이 난다는 것을 라딘은 잘 알고 있었다. “물론이지, 이번에 네가 안 도와줬으면 사실 힘들었을 거야. 마음 같아서 는 다 주고 싶은데, 다른 사람들도 있으니까 절반만 받아줘.” 라딘이 다시 한번 말하며 그 물건들을 내밀자 카린은 결국 마지못해서 받았 다. 그렇게 일단 최후병기의 사용료를 지불한 라딘은 다른 사람들에게 말했다. “나머지 아이템과 돈은 여러분들이 공평하게 나누어 가지세요. 저하고 크 로키하고 뭉치는 빠지겠습니다.” “헉! 정말요?” 한 대원이 놀라서 물었다. 라딘은 당연하다는 듯이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 다. 모든 대원들은 기뻐하며 각자 원하는 물건을 집었고 심지어는 각 왕국들의 보고원으로 따라온 스카우트들도 아이템과 돈을 배당받았다. ‘오, 라딘, 너답지 않게 왠일이야? 아이템을 다 나누어 주다니?’ 드디어 크로키가 참지 못하고 귓말로 조용히 물었다. 라딘은 역시 막사 밖을 바라보는 척 하며 크로키에게 조용히 대답했다. ‘우리가 얻는 이득은 이런 눈앞의 보물이 아니니까 말이야. 요즘 와서 그 런 것을 느끼고 있어, 정말로 크게 먹으려면 작은 이익은 포기하는 것이 좋다는 이 치를 말이야. 이렇게 사람들에게 아이템을 뿌리면 소문이 날거야. 라딘 상사의 일을 구경 하기만 해도 팥고물이 떨어진다! 이 소문 하나에 얼마의 가치가 있을까? 민심을 장악해야 돼. 개인적인 힘으로 악령기사를 상대하는 것은 쉽지 않거 든.’ 크로키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야말로 악령기사의 힘을 절실하게 느끼는 사람이니만큼 라딘이 드디어 악 령기사를 인식하고 있는 것에 나름대로 안도감을 느끼게 되었다. 악령기사는 힘으로 상대할 수 없는 존재! 그것이 크로키의 솔직한 느낌이었 다. 비록 라딘이 카린이라는 최종병기를 활용한다고 해도, 승리는 장담할 수 없 다. 휴먼드래곤과 같은 존재감을 가진 그를 상대하려면 아무리 많은 준비를 해 도 모자라는 것이다. 한참 크로키가 나름대로 다가올 미래의 일전에 대해 계산을 하는 동안, 드 디어 사람들의 아이템 분배가 끝났다. 신기하게도 그 사이에 비가 멎었다. 역시 소나기는 한 번에 쏟아 붓고 상큼하게 개는 것이 매력인가 보다. “자! 이제 돌아갑시다! 스카우트 분들은 자국으로 돌아가셔서 보고해 주시 기 바랍니다.” 라딘이 말하자, 스카우트들은 라딘에게서 받은 전투마를 타고 떠났고, 대원 들은 유클리트 항구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들은 불안과 함께 왔다가 아이템과 함께 돌아가고 있었다. 라딘은 슬쩍 뒤를 바라보았다. 기대에 찬 얼굴로 각자의 아이템을 감정하고, 가끔씩 대박이다! 레어야! 라 고 함성을 지르며 자랑하는 대원들이 보였다. 그러던 중, 자신의 바로 뒤에서 고개를 숙인체 묵묵히 따라오고 있는 뭉치 를 발견하게 되었다. 라딘은 다시 앞을 바라본 체, 뭉치에게 귓말을 보냈다. ‘오늘의 영웅이 왜 그런지 기운이 없어 보이네? 무슨 걱정이라도 있어?’ 그러자 잠시 후 뭉치의 귓말이 들려왔다. 정말로 힘이 들어가지 않은 목소 리였다. ‘으응, 사실은 아까 싸울 때는 흥분해서 잘 몰랐는데, 전투가 끝나니까 이 래도 되나 해서... 그들도 사람인데 200명을 학살하니까 별로 기분이 안 좋아.’ 라딘은 고개를 끄덕였다. ‘뭉치야, 우리가 만약 정상적으로 유클리트 항구를 통해서 자토스 왕국과 독점무역을 했으면 몇 년 안으로 주변국가들은 자토스 왕국에 의해 망했을거야.’ ‘알아, 아는데...’ 라딘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사실 감정을 가진 NPC를 200명이나 죽인 것이 기분이 좋을 수는 없었다. 라딘은 문득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확실히 비온 뒤의 하늘색은 아름다웠다. 조금씩 흩어져가는 비구름 사이로 태양이 고개를 내밀어 소나기에 젖은 땅을 조금이라도 빨리 말리려는 듯 열심히 햇 빛을 대지에 드리우고 있었다. 라딘은 생각했다. ‘정의를 위해서라고 말하지는 않겠다. 자토스 왕국이 멸망하는 이유는 나 의 이익에 반하기 때문이니까...스스로를 선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 ------------------------------------ 권선징악이라고는 말하지 않겠다. 작품성도 따지지 않겠다. 하지만 나는 내 가 쓰고싶은 글을 쓰겠다. 비록 그것이 다크판타지라고 하더라도....ㅋㅋㅋ 라딘이 동료들과 함께 유클리트 항구에 도착했을 때에는 미리 귓말로 연락 을 받은 해적들의 배가 유클리트 항구를 점거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시점에서 이미 스카우트들에게서 라딘 일행의 활략과 그에 따른 청사자 기사단의 전멸 소식을 접한 6개의 왕국에서는 동원 가능한 모든 병력을 이 끌고 자토스 영내로 진군을 시작했다. 6개의 왕국들의 눈에는 해군과 최고 기사단이 사라진 자토스 왕국이 아무리 급하게 먹어도 체하지 않는 피자로 보였다. 머뭇거리다가 한 조각이라도 덜 먹으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이라는 확신이 그들의 머릿속을 채우고 있었다. 라딘은 급히 자신의 길드원들을 총동원하여 그들 왕국의 예상진입로의 사이 사이로 파견했다. 서로 싸우지 않게 길잡이를 하게 한 것이다. 결국 그들은 최대에 가까운 효율적인 경로를 이용해 최속에 근접한 스피드 로 자토스왕국의 수도를 포위했고, 수도를 포위한지 3일 만에 수도의 방어성벽 을 부수고 왕궁을 점거할 수 있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이냐! 내 야망이! 내 야망이!!" 사론 3세는 그렇게 최후의 대사를 남기고 죽었다. 6개의 왕국이 자토스를 침범한지 딱 9일만에 자토스 왕국은 멸망했다. 역사상 가장 빠르게 결판이 난 전면전이라고 기록될지도 모르는 전쟁이었다 . 그리고 3일이 지났다. 라딘이 구 자토스 왕국의 수도에 도착했다. 이미 각국의 대표들은 회의실에 모여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이 라딘이라는 성기사를 마치 한 나라의 왕처럼 취급했다. 사실 대륙은 다르지만 라딘은 거대한 제국에서 알아주는 성기사이자 자비의 여신의 성녀와 공인된 커플이다. 대접을 받아도 크게 이상하지는 않는 명성의 소유 주인 만큼 그들도 마음의 부담이 없었다. "여러분, 여러분이 정의를 위해 과감하게 궐기하신 덕분에 악의 나라인 자 토스 왕국은 멸망했습니다. 이제 역사는 이후의 수많은 나라들에게 대의를 저버린 왕국 의 최후에 대해서 적절한 교훈으로 이 이야기를 전해 줄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이 다 귀국의 국왕폐하의 결단 덕분입니다. 일개 팰러딘인 저의 요청을 받아들여주신 여러분께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라딘은 정중하게 고개를 숙여 사람들에게 사의를 표했다. 사람들은 얼른 웃으면서 라딘의 악을 용납치 않는 단호한 결의에 대해 칭찬 했다. 그리고 서로가 서로를 높이는 분위기가 일단락 되었을 때, 드디어 라딘은 자신이 세운 모든 계획의 최종단계를 시행했다. "여러분, 제가 이렇게 말씀드리면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 만, 사실 여러분들의 왕국은 그렇게 강대한 국가가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자토스 왕국같은 야심을 가진 나라가 세상에 나타날 수 있었던 것이라는 생각이 드 는군요. 여러분, 여러분의 왕국은 세상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입니다 . 그러나 세상의 현실은 엄격합니다. 이제 제가 유클리트 항구를 통해 무역을 시작하면 막대한 이권이 움직이게 되고, 이 유클리트 항구를 소유한 왕국은 주변에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것은 그만큼 주변왕국들에게 그 왕국 이 위험한 존재로 인식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라딘의 말에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실재로 한 나라가 그 이유로 망하지 않았는가? 그리고 바로 그 왕국을 멸망시킨것이 바로 주변국인 자신 들이었다. "결국 저희 라딘 해운의 존재가 여러분의 평화에 돌을 던진 결과가 되었습 니다. 그것을 생각하면 저는 지금이라도 이 정기운항을 멈추고 싶을 정도입니다. 그러나 동대륙의 동부와 이 서대륙의 서부의 발전을 위해서라면 저희 라딘 해운의 대륙간 운항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여러분, 여러분들께 제가 한 가지 제안을 드리겠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이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느낍니다만, 만약 저의 제안보다 더 좋은 의견이 있으시면 말씀해 주시기를 청원합니다. " 이렇게 라딘은 자신의 계획을 사람들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라딘이 내민 카드는 다름아닌 6국 합종책, 즉 6국의 연합이었다. 라딘은 이 자토스 왕국의 영토를 가능한 한 공평하게 6등분 하되 그 중심부 분을 유클리트 항구로 하고 유클리트 항구는 6국 공통의 영구 자유항으로 하여 그곳에서 나온 관세는 6국에서 나누는 것을 제안하였다. 그리고 그와 함께 현재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해적들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이번 해전에서 해적연맹이 얼마나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가를 알수 있게 되 었다. 그리고 사실 이 서해바다에서 해적들의 존재는 어쩌면 필요악일지도 모른다 . 그러니까 차라리 그들을 6국 연합의 정식 사략함대로 인정하고 각 항구의 운영을 그들에게 맡기자, 물론 해적들에게 일정한 세금이외의 약탈 행위를 하지 못 하도록 맹세를 시켜야 한다. 만약 그들이 맹세를 하지 않거나 맹세를 하고도 어긴다면 6국이 연합하여 그들을 몰아내야 하겠지만, 그들의 무력을 공짜로 얻을 수 있다는 것은 큰 메리트 가 있다 라딘은 그렇게 사람들을 설득했다. 사실 그들도 그 강대한 자토스 해군을 전멸시킨 해적연맹의 무력을 경계하 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그들을 회유한다는 라딘의 생각을 환영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사람들은 라딘의 계획에 만장일치로 찬성하였고, 즉시 대기하고 있던 이계인 무전병을 통해 자국의 국왕의 승인을 얻었다. 세부적인 조정이 끝난 2일 후에 드디어 각 왕국의 대표가 조약서에 서명하 고 신의 이름으로 최선을 다해 이 조약을 지킬 것을 맹세했다. 최후로 6국 연합의 증인란에 파스트의 자유기사 라딘이 서명하고는 그 자리 에 있는 사람들을 쳐다보며 말했다. "저는 보잘것 없는 일개 팰러딘입니다만, 여러 왕국 여러분들의 호의로 이 조약의 증인이 되었습니다. 일단 증인이 된 이상, 이 라딘은 조약을 유지시키기 위 해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만약! 누군가가 이 조약을 어기거나 이 조약의 엄숙함을 더럽히는 행위를 할 경우! 그 배신자에게 철퇴를 가하는 일에는 제가 책임지고 제일 선두에 나서겠습 니다." 그의 엄숙한 맹세에 사람들은 약간 눈을 내려깔고 라딘의 호기를 칭찬했다. 이렇게 서대륙의 서부 해안 연합은 탄생했다. 그들은 이 조약에 서명한 그 들을 총칭하여 청해연맹(Pure Ocean Association, 약칭 포아)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포아의 가맹국인 스마우그, 소암, 노스페란, 윌가드, 레오니드, 이네이븐, 이 6개의 왕국은 구 자토스 왕국의 영토를 병탄하여 더욱 부강해졌고, 후방 경계군의 부담도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그들은 라딘과 그 동료들의 무력을 알게모르게 두려워했고, 그런만큼 이 조 약을 신용했다. 그리고 라딘 해운은 이 6개 왕국을 상대로 자유로운 무역을 할 수 있게 되 었다. 동대륙에서 가져온 보석들은 6개 왕국에서 좋은 가격으로 구입하고, 그들 왕국의 최고급 비단을 알맞은 가격으로 원하는 수량만큼 구입할 수 있다. 해적들은 당연히 관례대로 대륙간 운항선을 절대로 건드리지 않았다. 사실 그런 관례가 없었다고 해도 누가 감히 라딘 해운의 배를 넘보겠는가? 결국 그렇게 라딘 해운의 영업은 순식간에 최적화 되었다고 할 수 있었다. 이렇게 서대륙의 서부 해안지대로부터 동대륙의 동부해안지대로 연결되는 무역로는 완성되었다. 라딘은 자신의 야망중 하나가 이루어졌음을 알았다. 처음 설산에게 사기를 당해 이름없는 마을에서 생활하면서 꼭, 절대로, 무 슨 일이 있어도 서대륙으로부터 동부해안을 거쳐 수도까지 연결되는 무역로를 개척 하고 그 이득을 독점하겠다고 몇번이나 결심했던가! 그는 지난 몇년간의 노력이 드디어 결실을 맺었다는 사실에 스스로를 대견 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라딘은 곧 고개를 저었다. 그는 다시 하늘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하늘은 넓고 당연히 세상도 넓었다. '아직이야!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라딘! 힘내자!" ----------------------------------------------------- 전반부 완결입니당~. 안녕하세요. 자유팰러딘입니다. 186회로 5권 분량이 끝납니다. 소설전체의 내용으로 보면 전반부가 끝나게 됩니다. 이 전반부의 내용은 라딘의 야망과 그 사업의 전개 내용이 주를 이루게 됩 니다. 젊은 청소년이었던 라딘이 사업을 하면서 점점 사업가적인 마인드와 경험을 가지면서 성장하게 된다는 것이 저의 구상이었습니다. 잘 됐는지 모르겠군요. 1권에서 라딘은 그 배경을 얻게 됩니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 가장 큰 문제 가 있습니다. 사실 처음 부분에 17세의 소년이 어느 정도의 능력을 가질 수 있는가에 대 해 상당히 심각하게 생각했었고, 그 결과 태백이라는 슈퍼컴퓨터 도우미와 정 보부 출신의 부모라는 배경을 설정했지만, 약간 무리가 있는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그래도 다시 읽어보니 생각했던 것 보다 위화감이 덜 한것 같아 안심하고 있는 중입니다. 2권에서 라딘은 인생의 중대한 결심을 하게 되고 자신의 야망에 따라 행동 하게 됩니다. 3권에서는 드디어 라딘이 돈과 아이템을 모으는 단계에서 벗어나 투자와 민 심에 대한 정치적 사업적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 시점에서부터 라딘의 사업가적인 성장이 시 작되는 것이죠. 4권에서 드디어 라딘 상회가 힘을 얻습니다. 중소기업이 아닌 대기업으로의 발전입니다. 그리고 5권에서 드디어 라딘의 처음의 계획인 동서 무역항로를 완성시킵니 다. 이것이 바로 제가 구상한 신마대전 전반부입니다. 사실 이 전반부까지의 내용만으로는 왜 이 소설의 제목이 신마대전인지 도 저히 알 수 없을 것입니다. 이제 신마대전 후반부가 시작됩니다. 사실 전반부는 거의 독립된 내용이지만, 이 후반부의 개연성을 얻기 위한 배경이기도 합니다. 라딘이 학생에서 사업가로 변하면서 성격과 수단의 발전하는 모습을 나타내 고, 그의 게임인생의 성공과 현실세계의 성공이 다른 것이 아님을 독자 여러분 에게 설명해야 했습니다. 후반부에서의 라딘은 파스트 제국의 대륙통일을 위해 노력해야 하고, 심지 어는 세계의 위기를 구하기까지 해야 합니다. 그 라딘이! 세계의 위기를 구해야 합니다. ... 전반부를 읽어 주신 여러분께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후반부의 연재도 계속 읽어주시기를 감히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럼 2004년 9월 23일 목요일부터 신마대전 6권 연재 시작하겠습니다. ----------------------------------------- 3권이 출판되었습니다. 이에 따라서 4권 분량을 삭제하겠습니다. 4권은 아마도 한달 쯤 후에 나올 것 같습니다만, 모든것은 출판사 마음입니 다. 하하하. 지금 삭제하면 한달정도 지나면 독자 여러분이 4권을 다시 보고 싶어지지 않을까 하는 약간 사악한 바램도 있습니다. 너그럽게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쏴아~ 고요한 밤에 오직 파도 소리만이 조용하게 들려오고 있었다. 이미 하늘에는 수많은 별들과 두 개의 달이 떠있었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잠들어 있는 시간이었다 . 그러나 지금 라딘 해운의 대륙간 운항선의 갑판에는 한 사람의 여성이 난간 에 기대어 어둠으로 속이 보이지 않은 바다와 하늘의 별들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고 있 었다. 그녀의 녹색의 머릿결이 달빛을 받아 신비하게 빛나고 있었고, 그녀가 하늘 을 쳐다볼 때마다 수많은 별들이 그녀의 푸른 눈동자 속에 담겼다가 사라져갔다. 그야말로 월하미인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광경이었지만, 그녀는 무엇인가 근 심이 있는 듯 다시 어두운 바다를 내려다보며 한숨을 쉬었다. 리나는 요즘 좀처럼 잠을 잘 수가 없었다. 하루하루가 체력의 한계를 느낄 정도로 피곤한 생활이었지만, 이번에 서대 륙을 떠나오면서 이상하게 한 번도 숙면을 취하지 못했던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어떤 환경 에서도 적응하도록 교육받아온 자신이 불면증에 시달리게 될 줄이야! 과거에 자신이 일차적인 수업을 끝내고 비월전의 실무 수업을 받게 되었을 때, 어머니인 페이 원은 말했다. “세리나야, 우리 비월전은 세상에는 그 힘과 규모가 알려지지 않은 비밀조 직이지만, 사실 우리 조직의 힘은 세상의 어떤 조직과 비교해도 결코 뒤처지지 않는단 다. 이것도 다 300년동안 페이 가문의 조상들이 노력한 덕분이지, 그러니까 너는 결코 다른 사람을 대할 때, 기죽을 필요가 없단다. 백작도, 후작도, 심지어는 공작일지라도 우리 비월전의 힘을 동원하면 모두 처리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비월전의 황금비록 안에 적혀있는 사람들만큼은 절대로 조심해야 한단다. 그들은 적어도 비월전에 맞먹는 힘을 가지고 있거나 동원할 수 있는 대륙 최고의 거물들이란다. 그들의 비위를 잘못 건드리면 비월전이 흔들릴 수 있으니까 항상 조심하거라, 그리고 그 비록에 적혀 있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최고의 인재 이니까, 그들을 대할 때는 사람이 아닌 맹수나 마수라는 생각과 경각심을 잊으면 안 된다. 사람의 모습을 한 맹수! 이것을 절대로 잊지 말아라.” 리나는 그때 어머니의 말씀을 각골명심하겠다고 맹세했다. 그러나 지금 그녀는 그동안 자신이 비월전에서 일하면서 그 말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매사에 자신이 있었고, 자신의 재능으로 비월전을 능히 이끌어 나갈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지금 그녀는 모든 자신감을 상실하고 있었다. 황금비록에 가장 최근에 적힌 인물인 파스트의 자유기사 라딘, 그녀는 그를 운이 좋아서 사업에 성공한 기사로만 보고 있었을 지도 몰랐다. 속아서 종자가 되는 계약서에 피의 도장을 찍었을 때만해도 그를 단지 사악한 이계인 사기꾼이 라고만 판단했었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그녀는 라딘의 분노를 보았다. 그가 자토스 왕국의 해군에 의해 공격받고, 복수를 결심한지 한 달도 지나 지 않아서 자토스 왕국은 멸망했다. 그녀는 유클리트 항구를 떠나고 보름이 지난 지금도 가끔씩 청사자 기사단 을 전멸시키고 쏟아지는 소나기 속에 서 있는 라딘의 환상을 보며 자신도 모르 게 몸을 떤다. 그녀는 처음으로 인간의 모습을 한 맹수를 보았다. 그리고 만약 자신이 비월전을 계승하게 된다면, 그런 맹수들과 상대해야 한 다는 것을 깨달았다. 과연 나는 라딘 경과 같은 사람들과 당당히 상대하게 될까? 그녀는 지금에서야 자신을 라딘경의 종자로 보낸 엄마 페이 원의 심중을 알 아차렸다. 이 시험은 결코 쉬운 시험이 아니었다. 그야말로 정확하게 비월전의 후계자 의 자격을 시험하는 극악의 시련이었다. 어머니는 가장 독한 인간 맹수의 곁으로 자신을 보낸 것이다. 이제 그녀는 이 라딘이라는 기사가 황금비록 안에 적힐만한 능력이 있다고 믿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가 비인간적인 천재라는 사실도 인정하게 되었다. ‘과연 나는 라딘 경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만약 내가 스스로 라 딘경과 대등하다고 생각할 수 없다면 나는 절대로 비월전을 이을 수 없어! 그런데 그것이 가능한 일일까?’ 그녀는 문득 너무나도 감성적이 된 자신을 발견하고는 놀랬다. 태어나서부터 항상 이성적인 판단을 행동으로 옮기도록 훈련받은 자신에게 이런 감정이 남아있다니! 그러나 그녀는 이 감정이 결코 기분 나쁘지 않았다. 공포와 좌절, 슬픔, 불안, 이렇게 그녀가 지금까지 잃어버리고 있었던 감정 들이 그녀의 가슴속에 다시 찾아왔다. 그것만으로도 무언가 형용할 수 없는 감동 과 기쁨이 느껴지고 있었다. 정말로 감정은 이성으로는 절대로 설명할 수 없는 모순일 지도 몰랐다. 하늘이 지니고 있는 두 개의 빛은 골드와 블루, 아름다운 두 개의 빛이 있기에 너는 어둡지 않구나. 어둠이여, 어두운 나 삶의 색이여! 어찌하여 네가 나를 밝혀줄 하나의 빛마저 가져갔는지, 욕심으로 하나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너는 더 이상 슬픔을 느끼지 않겠구나. 어두운 하늘아, 너마져 나를 조롱하듯이, 반짝이는 별들과 함께 빛나는 너의 눈은 생긋이 웃고 있구나. 그녀는 천공에 떠있는 파이와 시아를 바라보다가 자신도 모르게 노래를 불 렀다. 애처로운 리나의 목소리는 밤하늘의 파도소리와 섞여 어둠속에 흩어지고 있 었다. -짝짝짝짝 갑자기 등 뒤에서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리 넋을 놓고 있었다지만 레벨 400의 도둑인 자신이 알아차리지 못하게 다가오다니! 리나는 소스라치게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그녀의 감성은 오랜만의 외출을 끝마치고 그녀의 가슴속으로 돌아갔고, 차가운 밤바람과도 같은 싸늘한 경계심만이 그녀의 머릿속에 남았다. “누구시죠? 처음 뵈는 것 같네요. 이번에 승선하신 승객이신가 보죠?” 그녀는 급하게 머릿속을 회전시키며 태연한 어조로 눈앞의 남자의 신원을 확인하려 했다. 지금 그녀의 앞에서 박수를 치고 있는 남자는 40대로 보이는 남자였는데, 코에는 콧수염을 멋있게 기르고 화려한 깃털이 달린 모자를 쓰고 손에는 서대륙의 전통 악기중 하나인 만도린을 들고 있었다. 만도린이라는 악기는 속이 빈 호리병모양의 나무통에 6개의 줄을 연결하여 그것을 손가락으로 튕기며 연주하는 악기인데, 라딘이 보았다면 앗! 이것은 클래식 기타! 라고 소리쳤을 것이다. “죄송합니다. 숙녀를 놀라게 했군요. 저는 서대륙에서 방랑하던 음유시인 아젤 렉스라고 합니다. 밤하늘을 보며 별들을 찬양하는 시를 짓던 중에 그대의 노랫소리에 이끌려 나오게 되었지요.” 리나의 얼굴이 약간 붉어졌다. 그녀는 약간 조그마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 죄송합니다. 주제넘게 음유시인님의 작품 활동을 방해했군요. 저의 무례를 너그럽게 용서해 주십시오. 저는 이만 숙소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그녀는 프로 가수라고 할 수 있는 음유시인 앞에서 자신이 노래를 불렀다는 것을 창피하게 생각했다. 정말 올해 들어서 하나부터 열까지 재수가 없다고까지 생각했을 정도였다. “제발 이대로 들어가지 말아 주십시오. 숙녀의 감성공간을 깨뜨린 저는 음 유시인의 자격도 없는 놈입니다. 그대야말로 저를 너그럽게 용서해 주시기를 간청합 니다.” “저의 이름은 리나입니다. 리나라고 불러 주십시오.” 아젤의 부드러운 목소리는 신기하게 리나의 마음을 풀어주는 효과가 있었다 . 약간 기분이 좋아진 그녀는 아젤에게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상대가 정식으 로 자신을 소개했으니 그녀도 퍼스트 네임을 밝히는 것이 예의였다. 그렇게 두 사람은 대화를 시작했다. 여전히 두 개의 달이 떠 있었고, 파도 소리가 잔잔하게 들려왔다. 아젤 렉스는 리나의 노래를 칭찬했다. “리나양의 목소리에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마력이 있습니다. 노 래와 함께 평생을 살아온 제가 아직까지 들어보지 못한 마성의 목소리입니다. 어떻습 니까? 노래 수업을 한번 받아보시지 않으시겠습니까?” 그녀는 예상치 못한 아젤의 제안에 놀랐다. 그녀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도둑기술과 정보처리에 필요한 수련 말고는 어떤 공부도 해 본적이 없었다. 물론 사교계에서 활동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문학과 시, 그리고 음악에 대한 교육은 받았다. 그러나 그것은 정말로 사교계를 위한, 교양을 목적으로 한 그것이었다. “제가 정말로 재능이 있나요?” 그녀는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동안 라딘의 압박에 이미 그녀의 스파이로서의 마음가짐은 거의 깨져가고 있었고, 그녀는 가벼운 감정 하나하나마저도 자 신의 행동과 말투로 들어내고 있었다. 아젤은 여전히 신비스러울 정도로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밤의 분위기에 어울리는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저는 바드입니다. 평생을 음악과 함께 살아온 저에게는 음악이 이 세상에 서 유일한 친구이자 가족입니다. 자유와 방랑과 예술의 신인 나티크의 이름에 걸고 말 합니다. 당신은 평범하지 않은 음악의 재능이 있습니다!” 리나는 아젤의 말에 왠지 모르게 감동했다. 그녀는 지금이라도 그에게게 고 개를 숙이고 음악을 가르쳐 달라고 부탁하려고 했다. 그러나 곧 현실에 눈을 돌린 그녀 는 약간 슬픈 표정으로 서서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의 재능을 그렇게 높게 봐주시니 정말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러나 저는 성기사인 라딘 경의 밑에서 수행중인 몸, 그의 허락이 없이는 아젤님의 가르침을 받 을 수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녀가 그렇게 거절했지만 아젤은 포기하지 않았다. 눈앞의 재목을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었다. 아젤은 다시 웃으면서 리나에게 말했다. “당신이 싫어서 거절하는 것이 아니라면, 제발 제가 라딘경에게 부탁할 기 회를 주십시오. 라딘경은 나티크 교단에서 유일하게 인정한 성기사이니만큼, 꼭 예술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계실 것입니다.” 예술을 사랑한다고? 그 악마가? 리나는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눈 앞의 바드의 호의를 거절하기는 싫었다. 결국 그녀는 날이 밝으면 아침 식사 후에 라딘 에게 아젤을 소개하기로 약속하고는 자신의 숙소로 돌아갔다. 그녀의 미래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 ------------------- 카리브를 향해 운항하는 라딘 선단의 뒤쪽에 태양이 떠오르고 다시 바쁜 하 루가 시작되었다. 리나는 물론 날이 밝기도 전에 일어나 주방에서 각종 식재료를 다듬고 있었 다. 감자 깍기로 요리스킬이 30까지 오를 수 있다는 것을 리나는 이 배에 타기 전에는 꿈에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물론 파와 콩나물 다듬기도 적지 않 은 도움이 되었다. 매일 아침마다 스스로가 처량해지는 리나였다. 드디어 재료 다듬기가 끝나자, 라딘이 와서 주요 요리 몇 개를 얼른 완성하 고 갔다. 나머지는 다른 주방장들이 준비하게 될 것이다. 아침 식사가 끝나자, 하루 중 3번밖에 없는 식후 휴식시간이 돌아왔다. 라딘은 리나에게 작업 시간을 엄수하도록 다시 말하고는 자신의 방으로 들 어와 밀크를 넣은 홍차를 마시며 오늘의 작업일정을 체크했다. 그러던 중 문 밖에서 노크소리가 들렸다. -똑,똑 “누구십니까?” “아, 저, 리나에요.” 라딘은 얘가 무슨 일로 또 왔나 하고 생각했다. 혹시 저번과 같은 용건으로 찾아왔다면 이번에는 따끔하게 혼내야지 하면서 문을 열었다. 문 밖에는 리나와 한 사람의 중년 남자가 서 있었다. 그 순간 라딘의 얼굴 표정이 무척 부드럽게 변했다. 그는 자상한 목소리로 리나에게 물었다. “리나, 이 분은 누구신지 소개해 줄 수 있을까?” 리나가 얼른 나서서 아젤을 소개하려고 했지만 이미 아젤은 라딘에게 정중 하게 인사하며 스스로 소개를 시작했다. “저는 음유시인인 아젤 렉스라고 합니다. 나티크 신의 성기사인 라딘경을 뵙고 싶어서 찾아왔습니다. 괜찮으시다면 시간을 조금 할애 받을 수 있을까 요?” 그 순간, 라딘의 기억저장고가 맹렬하게 회전을 시작했다. 아젤 렉스, 그 이름은 라딘이 과거에 기억해야할 브리시아의 인물 천 명 중에 들어있었던 이름이 틀림없었다. “아! 바드길드의 3대 트루바드이자 대작곡가이신 아젤 렉스 선생님이 아니 십니까? 선생님이 저희 선단에 타고 계실 줄 미처 몰랐군요. 저는 선생님의 명곡을 듣고 선생님을 흠모하게 된 사람 중의 한명입니다.” 라딘은 갑자기 호들갑을 떨며 두 손으로 아젤 렉스의 손을 붙잡고 열렬하게 악수했다. 그의 얼굴 표정은 완전히 대작곡가를 만난 음악가 지망생의 그 것이었고, 아젤 렉스는 그런 그의 환대에 솔직하게 기뻐하면서 라딘과 함께 그의 방으로 들어갔다. 리나는 그제서야 자신이 데려온 사람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음악가중 한 사 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확실히 아젤 렉스라는 이름은 교양 시간에 들어본 기억이 있었다. 아젤은 성기사 라딘의 방에 들어서서 그의 방을 살펴보았다. 침대하나에 탁 자 하나, 그리고 의자 하나에 붙박이 옷장이 시설의 전부였다. 벽에는 조그 마한 그림이 하나 걸려 있었다. 그야말로 서민의 숙소와 다를 바 없는 간소 하고 좁은 방이었다. 과연 이 사람은 성기사로서 존경을 받을만 하구나! 아 젤은 속으로 감탄했다. 라딘은 그에게 의자에 앉기를 권하고 손수 끓는 물을 가져와 홍차를 타서 아젤에게 대접했다. “다른 것은 몰라도 홍차에 대한 욕심만은 버릴 수 없더군요. 제가 먹는 것 중에 이 홍차가 가장 비싼 것입니다. 하하하.” 라딘이 웃으면서 가벼운 농담을 꺼냄으로서 두 사람의 대화는 시작했다. 아젤은 어제 우연히 리나 양의 노래를 들은 것을 라딘에게 말했다. 그리고 그때 느낀 충격과 감동을 바드답게 예술적으로 표현했다. 그는 리나의 음성 이 리듬을 타고 나왔을 때 보통 사람보다 훨씬 그 파장이 뚜렷하다고 설명 했다. 그리고 그녀는 노래소리에 자신의 감정을 진실 되게 담아 표현하는 재주가 있다고 했다. 그렇게 자신의 감정이 실린 노래는 다른 사람의 마음 을 움직이게 하는 마력이 있다는 것이다. 그의 말을 들은 라딘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암, 다른건 몰라도 그녀의 노래에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진실성이 담겨 있다는 것은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지, 그나저나 정말 의왼데? 리나가 노래 에 재능이 있다고?’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라딘의 머릿속은 겉보기와는 다르게 엄청난 속도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는 아젤의 말이 끝나고 자신이 그렇습니까? 하 고 말하며 감탄하는 몇 초 사이에 그녀의 미래와 자신의 손익에 대한 모든 계산을 끝마쳤다. 지금 라딘은 사업가로서 완숙의 경지에 다다른 것일지도 몰랐다. “음, 아젤 선생님께서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는 것을 보면 확실히 그녀가 재 능이 있는 모양이군요. 원래대로라면 예술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그녀 가 자신의 재능을 꽃피울 수 있게 모든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하겠지만... ” 라딘은 일단 말을 끊고 손을 턱에 대면서 잠시 고민하는 듯 뜸을 들였다. “사실 그녀는 어떤 가문의 후계자입니다. 그 가문은 여성위주로 가업을 계 승하기 때문에 현 가주께서 저에게 그녀의 교육을 맡겨 주신 상황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당분간 이 배에서 제가 계획한 여러 가지 수업을 하 지 않으면 안 됩니다.” 라딘의 설명이 끝나자 아젤의 표정도 심각하게 변했다. 가문의 후계자로써 교육을 받고 있다면 음악가로서의 교육을 받기에는 적합 하지 못하다. 기본적으로 바드라는 존재는 방랑하면서 자유롭게 살아가는 것이 그 당시의 상식이었기 때문이다. 그때, 라딘이 다시 아젤에게 리나의 생활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리나양은 앞으로 5년 동안 이 대륙간 운항선의 경영을 맡길 계획입니다. 뱃사람들은 단순합니다. 자신이 전혀 모르는 상대가 갑자기 윗사람이라고 나서도 절대로 인정해 주지 않지요. 바다라는 곳이 절대로 안전한 곳이 아 니기 때문에 그들은 능력을 모르는 사람을 절대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렇 기 때문에 그녀는 지금 배와 항해, 그리고 이곳에서의 생활에 대해 가장 밑 바닥부터 하나씩 배우고 있는 것이지요.” 라딘의 설명에 아젤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 성기사는 자신이 부탁받은 한 가문의 후계자를 최선을 다해 키우려 하고 있었다. 아젤의 뒤에 서 있는 리나도 나름대로 감동하고 있었다. 이 라딘선단을 자신에게 맡기려고 했다니! 설마 이 라딘이라는 자는 사람의 고통에서 마력을 뽑아내는 악마가 아니었 다는 것인가? -------------------------------------------- 사실 라딘의 말은 거의 사실이었다. 라딘은 확실히 머지않은 장래에 그녀에게 이 라딘 해운의 운영을 일임할 생 각이었다. 라딘은 결코 이유 없이 사람을 괴롭히는 새디스트가 아니다. 단지 돈이 되 는 경우에만 그의 비인간적인 매니지먼트가 나오는 것이다. 그리고 라딘의 경험상, 보통 사람을 그냥 나두는 것보다는 혹사시키는 쪽이 돈이 된다. 결론적으로 라딘의 밑에 있으면 극한까지 시달리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 다. 이 라니라는 새로운 종자는 단순한 도둑이 아니다. 그녀는 비월전이라는 조직에서 어렸을 때부터 후계자 교육을 받아온 진짜 엘리트였고, 당연히 조직의 운영과 경영에 대한 교육도 받았다. 그런 그녀 의 능력을 극한까지 살리는 직업이 바로 이 라딘 선단의 매니저라는 것이 라딘의 판단이었다. 사실 라딘은 이 항로의 대형 해양마수를 모두 처리하게 되면 이 배에서 내 릴 계획이었고, 그런 그를 대신해서 여객선의 운영을 하고, 무역도 할 수 있는 전문 경영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고급 인재는 주로 일가를 이루고 자신이 활동하는 지역도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이 리나라는 인재는 하늘이 내린 라딘 선단의 매니 저라는 것이 바로 라딘의 생각이었다. 그러나 지금 리나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또 다른 가치를 입증했으 며, 그것은 그녀에게 있어서 지옥 속에서 가까스로 붙잡은 생명줄이라고 할 수 있었다. 라딘의 설명은 계속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앞으로도 이 배에서 수업을 해야 합니다. 적어도 1 년 동안은 배와 항해에 대해 배우고, 그 후부터는 저를 대신해서 이 선단을 이끌어야 하는 것이지요. 선생님, 만약 선생님께서 그녀에게 음악을 가르 치시겠다면 그것은 저에게도 그녀에게도 영광된 일입니다, 하지만, 만약 선 생님만 괜찮으시다면 이 배 안에서라도 그녀가 음악을 공부할 수 있는 시간 과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의 설명에 아젤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이 라딘이라는 기사는 성심성의껏 자신과 리나를 위해 배려하고 있 었다. 사실 아젤은 그녀를 자신의 후계자로 기를 마음이 있었고, 그것을 위 해서라면 장소 따위는 상관이 없었다. 물론 라딘도 바드의 성격과 생활방식을 잘 알고 있었고, 이 제안은 서로에 게 합리적인 결론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젤이 동의하는 득 한 눈치를 보이자 라딘은 다시 자신이 세운 계획을 구 체적으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지난 몇 달간 리나양은 선원들이 항해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식사의 기초 를 배웠습니다. 원래대로라면 앞으로 6개월 정도는 더 시켜야겠지만, 만약 그녀가 음악 수업을 하게 되면 그냥 다음 단계로 넘어가도 될 것 같습니다. 그녀가 식재료를 준비하던 새벽 4시부터 6시까지의 시간과 설거지를 하는 오후 8시부터 11시까지의 시간동안 음악을 가르쳐 주십시오. 이번에 카리브 항에 도착하면 이 배를 약간 개조해서 음악 수업을 하기에 적당한 방음실을 하나 만들겠습니다. 어떻습니까? 그 이상의 시간이나 준비 가 필요하시다면 저의 성의를 봐서라도 가볍게 이야기에 주십시오.” 리나는 라딘의 설명을 듣는 순간 정신이 멍해지면서 세상이 너무나도 아름 답게 변하는 환상을 보았다. 지난 6개월간의 고통이 추억으로 변해가고 있 었다. 그녀가 느끼는 기쁨의 강도는 5년간의 복무기간이 6개월로 단축된 신 병의 그것과도 같았다. 복권에 당첨 되도 이렇게 기쁘지는 않을 것 같았다. “흑흑흑, 라딘 경, 저는 그런 줄도 모르고 라딘 경을 오해하고 있었어요. 죄송해요.” 그녀는 결국 참지 못하고 울면서 라딘에게 사죄했다. 그런 그녀를 보며 라 딘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그녀를 위로했 다. 이렇게 한 사람의 바드와 소녀는 라딘의 사기에 말려 라딘 선단의 기함인 타릭스 호의 장기 승객과 지배인 후보로 등록되었다. 며칠 후, 카리브 항에 라딘 선단이 무사히 도착할 무렵에는 이 대작곡가와 신인 아이돌 가수를 이용한 향후 5년간의 사업계획과 그 후의 진행 예상도 까지 모두 라딘의 손에 의하여 설계가 끝나고 있었다. 라딘 엔터테인먼트의 탄생은 이렇게 아주 우연한 사건을 계기로 이루어졌다 . 일단 카리브 항에 라딘 선단이 도착하자, 라딘은 그가 약속한대로 기함인 타릭스호를 개조했다. 그는 타릭스 호의 외부의 색을 다시 하얀색으로 칠하고, 그 위에 다시 연금 술을 동원한 마법 물감으로 예술적인 디자인으로 봉황의 무늬를 그리게 했 다. 정면의 천사상에도 금칠을 했다. 그야말로 화려함의 극치였다. 내부도 향목으로 다시 디자인을 바꾸고, 모든 선실에 최고급의 가구와 함께 예술적인 벽걸이 그림 같은 장식품을 설비했다. 이 모든 작업은 미리 귓말로 연락해서 대기하게 한 각 기술자들의 적극적인 작업에 의해 2주 만에 완벽하게 끝났다. 호화유람 대륙간 운항 여객선 타릭스 호는 일반 여객선의 3배의 승선료를 받았지만, 지금 서대륙으로 건너가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나름대로 세상에 이름을 떨친 무인이나 귀족들이 많았기 때문에 순식간에 200명의 특급 선실 이 모두 예약되었다. 리나는 그동안 열심히 음악의 기초를 배우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만약 노력이 부족해서 사람들의 인정을 받을 정도의 실력을 쌓지 못한다면, 이렇게 겨우 잡은 행복이 순식간에 사라질 수 있음을 무의 식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그녀도 그동안 라딘의 곁에서 수행한 만큼, 세상이 그렇게 만만한 것이 아 니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고, 라딘이 좋은 얼굴을 할 때에는 자 신이 그에게 도움이 될 때 뿐이라는 것도 어렴풋이 깨닫고 있었다. 리나는 오늘도 하루 종일 음악 수업을 받고 잠시 쉬는 동안에 자신을 대신 해서 주방보조를 할 선원 3명을 새롭게 뽑는 모습을 구경하고 있었다. 너무 나도 행복했다. 그리고 그녀는 알 수 있었다. 그녀가 지금까지 한 일들이 보통 사람 3명분 의 일량이었다는 것을! 하지만 그녀는 절대로 그것을 라딘에게 항의할 수 없었다. 페이 원의 의도 대로 리나는 이미 시세를 파악하는 눈치를 기르고 있었다. -부~웅, 출항을 알리는 고동이 울리고, 항구의 갈매기들의 배웅을 받으며, 완전히 변신한 호화유람선 타릭스 호와 두 척의 대형 여객선, 8척의 중형 화물여객 선, 그리고 그동안 새롭게 건조한 두 척의 호위 전투선은 카리브 항을 떠나 세 번째 대륙간 운항에 나섰다. 타릭스 호의 1급 선실에는 대작곡가 아젤 렉스가 타고 있음은 말 할 필요조 차 없었다. ----------------------------------------------- 추석이 다가왔습니다! 즐거운 추석을 보내시기를 기원하겠습니다. 사실은 추석에는 연중을 할까 했지만, 그동안 계속 연재를 한 것이 아까워 서 그냥 연재를 계속하기로 했습니다. 물론 시간적인 문제가 있어서 분량이 조금 짧아질 수가 있습니다. 미리 양해를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럼 즐거운 추석을! 먹자! 놀자! 쉬자! -------------------------------- -덜덜덜덜덜덜 최고급 미싱이 열심히 돌고 있었고, 그와 함께 보라색 비단천이 이어져 여 성의 드레스로 변해갔다. [띠링, 이브닝 드레스가 완성되었습니다. 방직스킬이 올랐습니다. 현재의 숙련도는 87입니다.] “휴, 기술이 또 하나 올랐네. 정말 이제는 며칠에 한 포인트가 겨우 올라 갈까 말까군. 힘들어, 힘들어.” 라딘이 기지개를 켜며 한탄하듯 말했다. 호화유람선이 첫 항해를 떠나고 이 미 3개월이 지나고 있었고, 라딘 선단은 지금 유클리트 항을 떠나 카리브 항으로 향하고 있었다. 선실에는 최고급 비단이 꽉 채워져 있었고, 이제는 숙녀용 드레스도 만들 수 있게 된 라딘에 의해 그 비단들은 하루에 몇 개씩 옷으로 변하고 있었다 . 이번 항해를 시작하면서 라딘은 자신이 수입해가는 비단의 판매로를 개척하 기 위해 여러 가지 판촉활동을 벌이도록 라딘 상회 전체에 지령을 내렸다. 그와 함께 라딘 상회에 협조적인 여러 조직에도 나름대로 이 최고급 비단에 대한 정보를 흘리고 있었다. 지금 동대륙에는 하나의 소문이 퍼지고 있었다. 그 소문의 내용은 라딘 해운의 대륙간 운항선에서 생활하는 한 디자이너에 관한 것이었다. 그는 결코 라딘 선단을 떠나지 않는다고 한다. 한 번 항해에 수백 명의 사 람을 만나고 그들을 관찰하면서 얻은 영감으로 자신의 작품을 제작한다는 것이다. 인재를 발굴하여 키우는 라딘 상회는 그의 재능을 알아보고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이번에 그가 만든 작품이 황궁에 납품되어 라티누 황후와 재국제상 이자 공주인 라이아 폰 파스트 공작의 눈에 들었다는 것이다. 이 두 명의 황궁을 대표하는 미인들은 즉시 그를 자신들의 전속 디자이너로 임명하고, 이번 항해에서 만든 작품으로 수도에서 전시회를 열도록 후원해 주기로 했 다는 것이다. 전시회 까지는 앞으로 두 달이 남았다. 전시회장은 사교계의 최고인기 살롱인 공작의 날개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이미 이 전시회의 티켓은 100% 예약이 끝난 상태이고, 표를 구하지 못한 귀 족가의 영애들은 자신의 가문의 인맥을 총 동원하여 티켓을 구하려고 노력 하는 중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이 바다에서 벗어나지 않는 이름모를 예술가를 ‘선상의 디자이너 ’라고 부르며 그의 정체를 궁금해하고 있었다. 결국 라딘은 전시회에 제출할 100여점의 드레스를 제작하기 위하여 오늘도 작업장에서 하루 종일 드레스와 그에 어울리는 장신구를 제작하고 있는 중 이었다. 리나는 오늘도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을 것이다. 새벽에 일어나서 음악 수업을 하면 이제는 라딘 대신 음식을 만들어야 했다 . 물론 라딘이 신성기사 식당에서 자신이 처음에 키운 6명의 주방장 중 한 명을 데려왔기 때문에 대부분의 호화 요리는 그가 만들었지만, 라딘의 명에 의해 리나도 열심히 요리를 만들어야 했다. 올해 안으로 요리마스터가 되 어야 한다는 것이 라딘의 주문이었다. 아침 식사가 끝나면 라딘의 옆에서 재봉보조를 해야 했다. 지금 그녀의 재 봉기술은 32, 어쩌면 리나야말로 라딘의 진정한 수제자가 될 지도 몰랐다. 라딘은 이 선상의 디자이너라는 브랜드를 자신이 배에서 내린 후에는 그녀 가 이어가기를 희망하고 있었다. 라딘 선단의 총지배인이자 요리장, 디너쇼의 메인 가수, 그리고 선상의 디 자이너, 이렇게 리나는 앞으로 1년 정도 후에는 1인 4역을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게 성장해야 하는 운명을 가지고 있었다. 확실히 라딘은 인재의 재능을 극한까지 끌어내서 그것을 모두 자신의 이익 으로 바꾸는 천부적인 재질이 있었다. 지금 그녀는 점심 이후의 소중한 1시간 동안의 휴식시간을 즐기고 있을 것 이다. 하루 4시간의 취침시간과 아침, 점심, 저녁 3시간의 식사 시간, 그리 고 점심 이후의 1시간의 휴식시간이 그녀에게 주어진 개인시간이라고 할 수 있었다. 라딘은 지금 그녀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하고 생각하면서 자신의 오른쪽에 쌓여 있는 비단 두루마리를 집어 어스에서 입력시킨 드레스의 디자인에 따 라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라딘 경, 마물이오. 거대 외뿔상어 세 마리가 접근하고 있소.’ 설산의 말이 들려왔다. 오! 오랜만에 마물인가? 라딘은 모처럼 기분전환을 할 기회가 왔음에 기뻐하며 얼른 문을 열고 배의 끝으로 걸어가 바다를 향 해 뛰어들었다. -풍덩, ‘유클리트 항을 떠나서 처음으로 만나는 마물이군, 역시 그동안 주변의 마 물들을 모두 처치한 보람이 있어.’ ‘대형해양괴수가 땅에서 솟아나는 하급 마물이 아닌 이상, 그동안 처치한 만큼 이 항로는 점점 안정적으로 변하고 있는 것 같소. 몇 번만 더 이 항로 를 오가면 아마도 이 근처에서 대형 마수는 남아나지 않을 것이오.’ 설산도 라딘의 의견에 동조했다. 선단의 밑 부분에 조용히 헤엄치고 있는 설산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설산의 머리가 향하고 있는 방향에서 길이 10m정도의 상어 3마리가 오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신기하게도 상어의 머리에는 길이 2m정 도의 뿔이 달려 있었는데 검은 색의 그 뿔 주위에는 마치 드릴처럼 균열이 가 있었다. ‘저놈들의 뿔에 있는 균열에서는 맹독이 묻어 있소. 조심하시오, 그들의 이빨도 강하지만 최고의 무기는 뿔이라는 것을 잊으면 절대로 안 돼오.’ 설산이 친절하게 자신의 주인을 위해 충고했다. 물론 라딘도 마물도감에서 그 사실을 읽어서 알고 있었지만, 자신의 마운트 가 모처럼 충고해주는 것에 솔직하게 감사의 말을 건내었다. “[파워 브레이크]!” 라딘이 물속에서 워해머를 던지자 워해머가 마치 어뢰와 같이 물살을 헤치 며 날아갔다. 그 뒤로 라딘의 돌진이 이어지고 있었다. -팅, 외뿔상어는 450레벨짜리 마수답게 날아오는 워해머를 자신의 뿔로 튕겨냈다 . 그리고 뒤에서 돌진해오는 라딘을 통째로 삼키기 위해 입을 쩍 벌렸다. -파파파팍, 상어의 이빨은 한 줄이 아니라 4개에서 5개의 줄로 이루어져 있다. 지금 이 빨 중 대부분이 산산이 부서졌다. 라딘의 몸은 상어의 입과 목 사이에 박혔 다. 화가 난 상어는 남아있는 이빨을 이용해 이 먹이를 부수려고 자신의 턱 뼈에 힘을 주었다. 그러나 쇠덩어리도 씹어 삼킬수 있는 자신의 입에 끼인 이 먹이는 끄떡하지 않았다. “이익, 이놈이 반항을? 으아아아아!” 라딘은 이 상어가 자신의 홀리코멧에 맞고도 죽지 않고 반항하자 화가 난 듯 두 팔과 다리에 힘을 주어 상어의 입을 벌리기 시작했다. -바긱, 상어의 턱뼈가 빠졌다. 라딘은 콧방귀를 뀌며 이제는 흐물흐물 해진 상어의 입에서 헤엄쳐 나왔다. 그 사이에 설산이 다른 두 마리를 상대로 몸통박치기로 싸우고 있었다. 외 뿔 상어는 필사적으로 자신의 뿔로 설산을 찔렀다. 그러나 설산의 그 막대 한 생명력은 상어의 공격에 크게 타격을 받지 않았다. 오히려 설산은 근육 에 힘을 주어 뿔이 빠지지 않게 했다. 그리고 상어가 당황해서 버둥대는 사이에 라딘의 워해머가 그들을 난타했다 . 마운트와 성기사의 연계플레이는 역시 강했다. -퍼퍼퍼퍼퍽, ‘흐, 끝났군. 역시 설산, 너의 생명력은 장난이 아니야.’ 라딘은 상처 입은 설산에게 약간 아부성 칭찬을 했고, 기분이 좋아진 설산 은 고래의 노래로 재생을 하기 시작했다. 모처럼 경험치를 올린 사람과 고 래는 오랜만에 스트레스를 풀어 기분이 좋았다. “[레이-븐].” 라딘은 마나로 된 날개를 소환하여 타릭스 호의 갑판위로 올라갔다. 그런데 라딘이 올라오자 리나가 선실에서 뛰어 나왔다. “라딘 경, 큰일 났어요! 몽몽의 상태가 이상해요!” “뭐라고!” ------------------------------------------- 어제 오랜만에 친구들과 만났습니다. 한 친구의 집이 집결 장소였습니다. 열심히 놀다가, 한 친구가 목이 마르다며 물을 찾기 위해 냉장고 문을 열었 습니다. 그 안에는 5병의 생수 페트병이 있었습니다. "어느걸 마셔야 돼?" 친구가 물었습니다. 그때 신마대전을 쓰던 자유팰러딘이 말했습니다. "잘 골라, 4개는 접대용 수돗물이야." 뒤지게 맞았습니다. 역시 라딘에 대한 이야기를 쓰다보면 라딘의 인격이 자유팰러딘에 들어오게 되나 봅니다. 전편의 마지막 장면 “라딘 경, 큰일 났어요! 몽몽의 상태가 이상해요!” “뭐라고!” ------------------------------- 라딘의 두눈이 커지고 그의 입에서 고함이 터져 나왔다. -후다다닥 라딘은 즉시 리나가 나온 선실 안으로 들어갔다. 방 안에 있는 침대에는 한 마리의 검은 날다람쥐가 몸을 웅크리고 괴로운 듯 신음 소리를 내고 있었 다. "몽몽아! 어디니? 어디가 아프니?" 반쯤 이성을 잃은 라딘이 침대로 다가가 무릎은 꿇고 몽몽에게 물었다. 배와 배 사이를 자유롭게 날아다니며 놀고 있어야 할 몽몽이 이렇게 아파서 괴로워하고 있다니! 내 몽몽이! 라딘은 하늘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그는 애처로운 눈빛으로 자신의 자식이나 다름없는 몽몽을 바라보았다. 그때였다. 아빠의 애절한 눈빛에 신이 감동한 것일까? 몽몽이 문득 정신을 차리고 아빠가 온것을 깨닫자 괴로워하면서도 필사적으로 말했다. "낑낑, 아빠, 몸이 변하려면 불이 필요해용." 거의 신음과 다름없는 조그마한 소리였지만 온정신을 몽몽에게 집중하고 있 었던 라딘은 몽몽의 말을 확실히 들을 수 있었다. 그는 깨달았다. 몽몽이 진화하려 하고 있음을! 몽몽은 요 몇달간 라딘의 경험치를 나누어 먹으면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 다. 얼마전에 화양산에서의 대혈투때도 상당한 레벨업을 했었다. 사실 라딘은 설산에게 절반의 경험치를 빼앗기는 것이 상당히 억울했기 때문에 몽몽에게 돌아가는 경험치의 비율을 최대로 올린 상태였다. 다시 말해서 라딘과 설 산이 벌어들이는 경험치는 셋이서 공평하게 나누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상대적으로 레벨이 낮은 몽몽의 레벨업은 빨랐고, 얼마전에 라딘 은 몽몽이 아빠인 자신에게 자랑스럽게 곧 500레벨이 될 것 같다고 말하는 것을 들은적이 있었다. 아마도 방금의 전투에서 경험치를 얻은 몽몽이 드디어 500레벨이 되서 상급 괴수로 진화하려는 모양이었다. 라딘은 황급히 설산에게 귓말을 보내 이 상황을 설명하고 조언을 구했다. 아무래도 마물의 일은 마물이 잘 알것 같았다. 과연 라딘의 말을 들은 설산 은 자신이 아는 전직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모든 마물은 상급마물로 진화하려면 자신의 속성에 따른 마나 를 흡수하게 되어 있소. 아마도 라딘경의 양자인 몽몽은 화의 속성을 가진 듯 하오. 그렇다면 몽몽이 변화하려면 많은 화기가 필요할 것이오, 나같은 경우 성수로 진화할 때 바닷물을 끊임없이 마시고 다시 토해내면서 수의 성 질을 몸안에 축척했었소.' 화기라고? 라딘은 얼른 설산에게 다시 물었다. '어느 정도의 화기가 필요한데? 주방에 있는 불 정도면 될까?' 라딘의 물음에 설산은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다. '200레벨의 마수가 처음으로 진화할 때에도 그보다는 많은 화기가 필요할 것이오. 하물며 500레벨의 마수가 흡수하려는 화기의 양이 그렇게 적을 수 있겠소? 서두르지 않으면 안될거요. 진화에 필요한 원소의 힘을 충분히 구 할때까지 몽몽의 고통은 계속 될거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결국 고통에 의 해 죽을 것이오.' -쿠쿵 몽몽이 죽는다? 내 아들이! 라딘의 얼굴은 충격으로 일그러졌다. 그로써는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오 랜만에 보이는 감정의 표출이었지만 그런것을 따질 때가 아니었다. 그는 고민하기 시작했다. 상당한 량의 화기가 필요했다. 그러나 이곳은 망망대해의 한 가운데이고 수기는 넘치고 흐를 정도로 많았 지만 그와 반대로 화기는 정말로 주방의 아궁이 이외에는 찾아볼 수 없었다 . 라딘은 일단 몽몽을 조심스럽게 들어 주방으로 달려갔다. 주방의 불 옆에 몽몽을 내려놓자 몽몽은 고통이 약간 가시는 듯 천천히 아 궁이 속으로 기어 들어갔다. 그러나 몽몽이 가까이 가자 아궁이 속의 불꽃이 몽몽의 몸속으로 급격히 스 며들기 시작하면서 곧 불이 꺼져 버렸다. 몽몽은 굉장히 목이 마른 사람처 럼 낑낑 대며 장작에 몸을 부비기 시작했지만 이미 화기는 조금도 남아 있 지 않았다. "아! 몽몽이 너무 급격하게 화기를 빨아 들여서 아궁이의 불이 살지 못하는 구나!" 라딘은 무척이나 안타까운듯 무릎을 치며 소리쳤다. 자신의 아들인 몽몽이 식어가는 장작에서 화기를 얻기 위하여 몸을 부비는 그 모습이 너무나도 애 처로워 보였다. "이제는 어떻게 하죠?"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리나가 물었다. 그녀도 이 귀여운 날다람쥐를 좋아하고 있었다. 새벽에 일어나 울면서 감자를 깍고 있을 때, 어느새 나타나 등에 맨 단검으 로 같이 감자를 깎아 주면서 힘내용 누나 라고 위로하던 몽몽이었다. 항상 배와 배 사이를 날아다니며 놀다가 리나가 비단을 가지러 갑판위로 나 가면 그녀의 어깨에 내려앉아 그 부드러운 털로 자신의 목을 부비며 인사하 던 몽몽이 지금 죽을것처럼 괴로워하며 신음하고 있었다. 그녀의 눈에서는 눈물마저 비치고 있었다. "끼잉, 불, 불이 필요해용." 신음 소리와 함께 몽몽이 거의 들리지도 않을 정도로 계속해서 중얼거리고 있었다. 거의 정신을 잃은 상태에서도 아빠가 자신의 옆에서 지켜보고 있다고 믿고 있는듯 했다. 몽몽의 애원은 라딘의 가슴을 날카롭게 찌르고 있었다. 라딘은 계속해서 고민했다. 그는 이런 중요한 때에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는 자신의 머리를 원망했다. '뭐가 천재냐! 몽몽이, 내 아들이 괴로워하는 이 때에 아무런 해답도 내지 못하는 멍청아!' 그는 괴로웠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바다 위에서 강력한 화기를 얻을 수 있 는 방법이 없었다. '아, 이곳이 육지였다면, 산불을 내서라도 몽몽에게 화기를 줄 수 있을텐데 ...잠깐, 산불이라고? 그렇지!' 순간적으로 핑! 하고 떠오른 생각에 라딘은 급히 고개를 들었다. "방법이 있어! 리나야! 캡틴 마크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선원들을 모아 줘!" "앗, 라딘 경, 좋은 방법이 있나요?" "응, 시간이 없어. 몽몽이 1초라도 더 괴로워하지 않게 서둘러야 되!" 라딘이 자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하자 리나는 마음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 며 뛰어나갔다. 라딘은 여전히 신음소리를 내며 괴로워하는 몽몽을 바라보며 두 주먹을 꾸 욱 쥐었다. '몽몽아, 염려 마. 이 아빠가 꼬옥 너를 편하게 해 줄께!' 그의 눈은 생사의 결전을 맞이하는 무사와 같이 비장함으로 빛나고 있었다. --------------------------------------- --------------------------------------- 잠시후, 갑판 위에는 마크 선장과 선원들이 모였다. 라딘은 그 때까지 신음하던 몽몽을 애처로운 눈으로 지켜보다가 리나가 다 모였다고 그에게 알리자 얼른 갑판으로 나갔다. 라딘은 이를 악 물고 이빨 사이로 새어 나오는 소리로 선원들에게 말했다. "리나에게 자초지종을 들어서 상황을 아시리라 믿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몽 몽이 위험합니다. 진화를 하기 위해 대량의 화기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13 호를 희생시키겠습니다. 저의 심정을 이해해 주셔서 아무런 말도 하지 말아 주십시오. 그냥 저의 지시에 따라 주셨으면 합니다." 라딘의 짧은 연설에는 그의 굳은 결심이 배어 있었다. 선원들 역시 이 선단의 마스코트화 되어 있는 몽몽을 잃고 싶지 않았다. 그 들은 즉시 다른 배에도 이 사실을 알리고 13호에 실려있던 비단들을 옮기기 시작했다. "서둘러 주십시오! 한시가 급합니다." 라딘은 이 상황에서 재촉을 해 봐야 별로 좋아질 것도 없다는 것을 알면서 도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미 선원들은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마음은 더욱 급해졌다. 냉정해야 해! 냉정하면 할 수록 빠르게 끝낼 수 있어! 라딘은 마음을 가다 듬었다. 이윽코 비단을 모두 다른 배에 옮기는 작업이 끝났다. 이제는 빈 배에 불에 탈 만한 재료를 실어야 할 순간이었다. "당장 필요한 것 이외에는 모두 실으세요! 가구도 부수어 13호에 실는 것입 니다!" -오오우! 선원들이 우렁차게 대답하며 각자 자신들의 방에 있던 의자와 탁자를 부수 기 시작했다. 어느 새 13호에는 나머지 12개의 배에서 급조된 나무장작이 산처럼 쌓였다. 이미 13호의 돗대도 모두 잘려 잘게 부수어 배에 쌓여있는 상황이었다. 비상용 작살과 쇠사슬이 13호에 걸렸다. 대형선인 1, 2, 3호가 13호를 끌고 있었다.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반나절? 만약 그동안에 몽몽이 진화하지 못 한다면 ? 그가 더욱 더 많은 화기를 필요로 한다면? 또 한척을 태워야 하나? 저거 한척에 몇만 골든데.... 그 순간 라딘은 의식적으로 생각을 멈췄다. '라딘! 지금은 그따위 계산을 할 때가 아니지 않니? 이 함대를 전부 태우더 라도, 몽몽만큼은 구하고야 말겠어! 몽몽은 내 분신이니까!' 라딘은 자신이 아직 인간의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무한한 희열을 느꼈 다. 자신은 아직 돈의 노예가 아니다! 아버지도 말했었지,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항상 기억하고 있으면 인간 은 자신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고! 라딘이 자신의 생각을 정리했을 때, 모든 준비는 끝나 있었다. 13호의 중심에는 몽몽이 놓일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고, 사람들은 지금 비상 용 기름을 13호에 전부 부은 체, 라딘의 명령만 기다리고 있었다. 라딘은 아궁이로 가서 몽몽을 조심스럽게 들어 올렸다. 이미 신음을 낼 기 력도 남아 있지 않은 듯, 몽몽은 가쁜 숨을 쉬며 몸을 동그랗게 웅크리고 있었다. 라딘은 얼른 13호로 가서 몽몽을 자리에 놓았다. "몽몽아, 곧 화기를 얻을 수 있을 거야. 건강하게 깨어나서 만나자." 라딘은 정신을 잃은 몽몽에게 자상한 목소리로 말하고는 타릭스 호로 돌아 와 손을 들어 한바퀴 돌렸다. 그의 신호에 따라 각 배에서 불화살이 쏘아졌 다. 순식간에 13호는 거센 불길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화르르르 13호의 불길은 다행히도 생각보다 오래 갔다. 사람들은 조마조마한 심정으 로 불타는 13호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미 반나절이 지났지만 몽몽은 나타나 지 않았다. 라딘의 옆에 서 있던 캡틴 마크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제 한 두 시간만 있으면 13호가 침몰 할 것 같습니다만..." 라딘은 13호를 바라본 체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캡틴 마크의 말에 동의했다 . "12호를 부수죠. 배를 통째로 부셔서 집어 넣으면 앞으로 하루는 불태울 수 있을 거에요." 그의 말에 캡틴 마크는 조용히 알았다고 대답하고 선원을 불러 라딘의 명을 전했다. 다시 12호의 선적물들이 다른 배로 옮겨졌고, 30분 쯤 지났을 때에는 12호 의 돗대가 도끼로 베어져 적당한 크기의 장작으로 변하여 불타는 13호 위로 던져지게 되었다. 다시 반나절이 지났다. 예상보다 불길이 강했는지도 몰랐다. 이미 12호는 배의 중심 뼈대인 용골마저 모두 장작으로 변해 13호의 불길 속으로 사라졌다. 13호 자체도 원래대로라면 침몰해야 정상이겠지만, 설산 이 13호를 받치고 있었다. 이미 밤이 깊어 어두운 대양에 불타는 캠프파이어와 같은 13호의 모습은 오 히려 화려할 정도였지만, 지금까지 13호를 잠시도 쉬지 않고 지켜본 라딘에 게는 그런 것을 느낄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이제 다시 한 시간 정도면 불 이 꺼질 것 같았다. 라딘은 조용히 고개를 돌려 옆에 서 있던 캡틴 마크를 바라보았다. 차마 말 을 할 수 없는 것 같았다. 지금 모든 배에는 거의 한계라고 할 정도로 사람과 물건이 채워져 있었다. 12호와 13호의 승객과 화물이 나머지 11척의 배에 옮겨져 있는 것이다. 만약 다시 한척의 배를 부수어 장작으로 쓰려고 한다면 이제는 화물을 버려 야 했다. 그 화물이란 다름아닌 최고급 비단이었고, 이로써 이번 항해는 크 나큰 적자로 기록될 것이다. 캡틴 마크는 한 숨을 쉬며 선원을 불렀다. 그리고 조용한 목소리로 11호의 물건을 13호에 던져 넣도록 지시했다. 13호를 뚫어지게 바라보는 라딘의 눈 에는 두줄기의 눈물이 하염없이 흐르고 있었다. 그때였다. -끼이이이이이이잉 맑은 탄성 소리가 대양위에 울려 퍼졌다. 그와 함께 불타는 13호 속에서 한개의 불덩어리가 날아 올랐다. "오오! 불속에서 태어나다니! 혹시 피닉스?" 한 선원이 자신도 모르게 허풍성 농담을 말했지만 아무도 그에 호응해 웃어 주지 않았다. 불덩어리는 13호를 한 바퀴 돌고는 타릭스 호로 날아왔다. 정확하게는 라딘 을 향해 그의 머리위로 날아온 것이다. 그리고는 그의 머리위에서 멈춘 그 불덩어리 속에서 한 마리의 하얀 날다람 쥐가 나타났다. "끼잉, 아빠, 저 변신 끝냈어용, 근데 너무 속상해용, 키가 오히려 줄었어 용. 끼잉." 지금까지 근심한 라딘의 마음도 모르는 듯 몽몽은 라딘의 얼굴에 이제는 하 얗게 변한 털로 덥힌 몸을 부비며 응석을 부렸다. 정말로 몽몽의 키가 15cm 정도에서 이제는 10cm정도로 줄어 있었다. 라딘은 기분이 좋은 듯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몽몽아, 키가 크던 적던간에 너는 내 아들이다! 아우, 내 새끼." "끼잉, 물론이에용." 이렇게 두척의 배의 희생위에 몽몽은 불다람쥐로 진화했다. 그리고 라딘은 이 게임을 시작한 뒤 처음으로 돈을 버는 것보다 더 기쁜 일이 있을 수 있 다는 것을 알았다. 훗날 크로키가 라딘의 과감한 결단에 대해 칭찬했을 때, 라딘은 그때의 소 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그때의 기쁨의 대가로 배 두척이면 비싼 것은 아니었어! " ---------------------------- 상당히 많이 늦은 감이 있지만 라딘의 이미지 개선을...쿨럭. -------------------------------------- -부웅 리누만의 수평선위로 몇개의 검은 점이 보이더니 점점 커져서 11척의 배로 변했다. 카리브 항에서는 대륙간 운항선이 도착하는 것을 알리는 고동소리가 울려 퍼졌고, 사람들은 얼른 항구로 나와서 선적한 물건을 내리고 다시 물자를 보급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이미 3번의 항해를 무사히 마친 라딘 선단은 완전히 안정화 된 운행선으로 인정을 받았다. 대륙간 운항이라는 것이 강을 건너는 나룻배와 같이 아무 생각없이 안전하 게 운행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역시 무사히 일정을 끝마쳤다는 기쁨이 선 원들의 마음속을 들뜨게 했다. 드디어 예인 신호에 마추어 차례대로 배가 카리브항의 도크에 정박하고 승 객들이 내렸다. '그래도 적자는 면했군. 다행이야.' 라딘은 하선하는 승객들을 보며 미소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배 두척이 날아갔다. 막대한 손해라고 할 수 있지만, 보석과 비단으로 얻은 무역수익은 배 두척 보다 적다고 할 수 없었다. 라딘은 자신의 허리춤에 새롭게 만든 몽몽의 휴대용 둥지를 쳐다보았다. 그 안에는 몽몽이 잠들어 있었다. 기본적으로 몽몽은 야행성이기 때문에 낮시 간에는 대부분 잠들어 있는 것이다. 지난번 진화에서 몽몽은 검은 털이 하얗게 변하고 털끝이 붉은 빛을 띄우게 되었다. 오히려 크기가 작아졌다고 본인은 속상해 했지만, 설산의 말을 들은 라딘은 무척 기뻤다. 마수가 진화하면서 크기가 작아지는 것은 그 마수의 구성원소가 불순물을 배제하여 더욱 순수한 속성을 띄우게 되는 경우뿐이라고 한다. 설산의 말에 의하면 이제 몽몽의 몸은 거의 순수한 화기로 구성되어져 있을 것이라고 한다. 그렇게 되면 해당 속성에 대해서는 완전하게 무적상태가 된다고 한다. 마치 레드드레곤이 화염에 대해 아무런 타격도 받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리고 라딘을 더욱 더 기쁘게 한 것은 이번에 몽몽이 진화하면서 새롭게 깨달은 두개의 최상급 능력이었다. 원래 저레벨이지만 보스급 마물인 날다 리우스의 새끼라서 환(幻)과 염(炎)의 두가지 마법에 능통한 몽몽은 진화를 하면서도 각각의 마법계통에서 하나씩의 마법을 자동적으로 깨달은 것이다 . 하나는 원래 가지고 있던 [인페르노]기술이 바뀌어서 생긴 [플레임 레인]이 다. 하늘에서 불비를 내리는 범위마법 플레임 레인! 과거 스파운타운에서 그 마법한번에 마을의 4분의 1이 잿더미가 되지 않았던가? 라딘은 솔직히 무척 기뻤지만 몽몽에게는 엄한 얼굴로 불장난 하면 자면서 오줌싸니까 함부러 사용하지 말라고 타일었다. 두번째 마법은 놀랍게도 [폴리모프]였다. 몽몽의 말에 의하면 자신은 이전 부터 아빠처럼 인간이 되고 싶었고, 몸이 변하는 고통속에서도 계속 그 생 각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어제 라딘은 자신의 방안에서 16세 정도의 초절 정 미소년으로 변한 몽몽을 보고 거의 기절할 듯이 놀랐다. "아빠, 나 어때요?" 라고 말하는 인간형 몽몽은 그 특유의 날다람쥐 말투도 섞이지 않은 완벽한 표준어를 구사해서 라딘을 다시 한번 놀라게 했다. 몽몽은 인간으로 변한 자신의 이름을 제임스로 하게 해 달라고 라딘에게 졸 랐고, 라딘은 유쾌하게 웃으면서 그것을 승락했다. 세상에 그 명성을 떨친 신비의 인물 제임스 몽몽은 이렇게 탄생했다. 일단 하선 정리가 끝나고 이틀이 지났다. 라딘은 카리브에 온 첫날에 쉬지도 않고 여러 주요 인사들을 방문하고 저녁 에는 피터슨 총매니저의 사업보고를 받았다.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을 확인한 라딘은 미리내가 운영하는 복지 시설에 방문해서 미리내 와 놀고 있었다. 리나도 모처럼 자유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도 요즘은 살만해졌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리나는 카리브 항의 다운 타운에 위치한 도둑길드를 찾아갔다. 그곳에는 리나의 선배(?)인 애니가 길 드장으로 있었다. "안녕하세요, 애니언니. 잘 지내셨어요?" 도둑길드장실로 안내된 리나가 얼른 인사하자 서 대륙산 대나무 파이프로 담배를 피우며 자리에 앉아 있던 애니가 일어나서 리나에게 말했다. "그래, 리나야, 고생이 많지?" 애니는 다 안다는 듯이 애처로운 눈빛으로 리나를 위로했다. 부하직원인 당 번 도둑이 커피를 내왔다. 리나는 소파에 앉아서 여유롭게 담배를 피우며 커피를 마시는 애니를 부러 움과 동경의 눈으로 쳐다보았다. 그녀는 저 라딘의 밑에서 무사히 살아서 독립한 애니를 존경하기로 굳게 마 음먹고 있었다. 두 여자는 커피를 마시면서 자신들의 인생에 있어서 최대의 악몽이라고 장 담 할 수 있는 라딘의 종자생활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이기 시작했다. 한마 디 한마디에 한이 맺혀 있었다. "그 때, 그 인간이 말이야, 나보고 최상급 2중 마법 함정을 해체하라고 하 잖아. 너도 알다시피 나는 산적 출신이라서 함정해체는 거의 못했거든, 거 의 죽었다고 생각했지 뭐니? 그때 용케 성공하지 못했으면 지금 이렇게 너 랑 수다도 못 떨고 있겠지. 호호" "흑, 그래도 이번에 겨우 식당보조는 벗어나서 이제는 주방장보조로 승격했 어요. 정말 살면서 그렇게 죽고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 적은 없을 거에요." 그렇게 두 여자는 자신의 경험담과 그 경험을 하게한 주인공인 라딘에 대한 악담으로 시간을 보냈다. 비록 피는 통하지 않았지만 두 여자사이에는 핏 줄보다 진한 유대감이 형성되고 있었다. "리나야, 그래도 너 많이 자연스러워졌다. 처음에 봤을 때는 연극지망생이 난생처음 무대에 선 것처럼 동작 하나하나가 딱딱했었는데. 하기야 그 인간 밑에서 있으면 허세를 부릴 여력같은 것은 남아있지 않겠지." 애니의 말을 들은 리나는 깜짝 놀랬다. "저, 제가 처음에 그렇게 부자연스러웠나요?" 리나가 묻자 애니는 호호호하고 웃으면서 리나에게 손가락 하나하나의 움직 임마저 의식하면서 움직이는 인형이라는 표현을 써서 놀렸다. 리나는 크게 깨달을 수 있었다. '아! 과연 나는 여태까지 보통의 생활과 감정을 가진 적이 없었구나, 그러 다가 이렇게 고생하면서 감정이 살아나고 이제는 감정에 따른 자연스러운 동작이 나오고 있는 거야, 어떻게 하지? 이제 나는 정보원으로써는 쓸모가 없어진 것일까?" 갑자기 얼굴에 그늘이 진 리나에게 애니는 왜 그러냐고 물었다. 물론 진실을 말 할 수 없는 리나는 자신이 가문을 이끌어가야 하기 때문에 이렇게 감정을 들어내는 생활과는 어울리지 않는데 큰일이라고만 대답했다. 그녀의 말을 듣자 애니는 정말로 우습다는 듯이 크게 웃었다. 한참을 웃던 그녀는 약간 목소리를 낮추어 리나에게 자신이 웃은 이유를 설 명하기 시작했다. 애니의 설명에 의하면 세상에서 가장 완벽하게 이중 생활을 하는 사람이 바 로 저 성기사 라딘 경이라고 한다. 그녀는 라딘이 바로 상급플레인인 어스에서 최상급 살수라는 사실을 리나에 게 말했다. "넷!? 라딘 경이 살수라고욧?" 리나는 기가 막혔다. 지금까지 비월전에서는 모든 정보와 추측을 동원하여 라딘의 성격과 어스에 서의 생활에 대해 추적해왔다. 소문에 의하면 그는 어스에서 천하에 이름을 떨치는 검성이라고도 하고, 어 느 나라의 왕자라고도 했다. 하지만 여태까지 라딘이 살수일 것이라는 예상 만큼은 나온 적이 없었다. "알겠어? 그의 밑에서 생활하면서 그런것을 배우라고, 그는 완벽하게 성기 사의 생활을 하고 있어, 그러면서도 놀랍게도 사업도 하잖아, 성기사와 사 업가가 어울리는 조합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그런데도 그는 전혀 위화감이 없어. 항상 자연스럽지. 내가 그의 밑에서 있으면서 느낀 건 데 만약 그에게 악마를 하라고 하면 그는 마음까지 악마를 연기할 거야. 천 사를 하라고 하면....음, 이건 정말 상상이 안된다. 아무튼! 그는 어떤 역활이던지 마음까지 연기를 하고 그 마음 속에 비밀을 감추는 것이 바로 라딘 경의 무서운 점이라니까! 너도 그거 하나 배우면 가 문으로 돌아가서 잘 먹고 잘 살수 있을 걸? 물론 라딘 경이 놔준다는 전제 하에서 얘기지만 말이야. 호호호." 역시 눈앞의 이 여자는 아무 생각없이 라딘 밑에서 5년간이나 생활한 것이 아니었다! 리나는 느꼈다. 그리고 감동했다. 자신이 여태까지 얼마나 세상물정 모르는 하룻강아지였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그래! 나도 노력하겠어, 이 자연스러운 인간의 감정과 움직임은 정보원으 로써의 장애물이 아니라 최고의 무기인 것이야! 이 속에 진짜 비밀을 숨길 수 있게 될때, 나는 라딘경과 대등한 위치에서 말 할 수 있을거야!' 리나는 지금 마음속으로 결심했다. 라딘의 연기력을 배울 것이다! 그것을 배울 때까지는 나는 라딘의 종자로 남을 것이다! 리나의 모험은 계속되고 있었다. ----------------------------------- --------------------------------- 한 달이 지났다. 라딘 해운의 호화유람선 타릭스호는 무사히 마수의 바다를 항해하여 서대륙 의 거점인 유클리트 항에 입항 할 수 있었다. 이번 항해에서는 마수의 공격이 한번밖에 없었다. 이제는 항로주위의 마물 이 거의 사라졌다고 봐도 될 듯 했다. 라딘은 요즘의 생활과 환경에 만족해하고 있었다. 확실히 노래 수업이 리나 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한 것인지, 요즘 리나는 인상도 좋아지고, 행동도 적극적으로 변했다. 이제는 라딘이 작업하고 있으면 가끔 씩 웃으면서 홍차와 과자를 가지고 와서 쉬면서 하세요 라고 말할 정도였다 . 음악 수업도 상당히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모양이었다. 아젤 선생의 말에 의하면 올해 안으로 무대에 세워도 부끄럽지 않을 정도의 실력을 쌓게 될 것이라고 한다. 이제 4개월이 남았을 뿐이다. 이계인 중에서도 바드를 지망하는 사람들이 타릭스 호에 타서 아젤 렉스에 게 배움을 청했다. 그들 역시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수업을 한다. 모두 레 벨 400대의 사람들이니만큼, 마수와의 싸움에도 참여하고 있었다. 이제 라딘은 조용히 자신의 작업장에서 방직 스킬만 올리면 되는 것이다. “카린! 오랜만이다. 요즘 잘 지내고 있니?” 라딘이 카린을 보고 웃으면서 물었다. 이곳은 카린의 저택이다. 지금 유클리트 항구는 과거에 이곳에 자리 잡고 있었던 클리터 일가가 돌아와서 다시 정식으로 지배권을 행사하고 있었다. 마크오는 자신들의 형제들에게 돌아갔고, 그들은 남부의 항구 몇 개를 장악 하고 있었다. 카린은 마크오가 사용하던 그 저택을 선물 받았다. 마크오는 아직 스스로 젊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젊은 나이에 외다리 해적이 되기는 싫었다. 그런데 문제는 자토스 왕국이 멸망하고 이 지방에 평화가 찾아온 다음에 생 겼다. 라딘은 며칠 전에 항해 도중 크로키의 귓말을 받았다. 그 내용은 다름아닌 카린이 심심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심심한 드래곤이다. 라딘은 이 일이 현재 처리해야 할 가장 시급한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카린과 같이 서대륙으로 건너올 때부터 자신이 구상한 카린의 사업을 추진할 때가 왔다고 생각했다. “응, 잘은 지내고 있는데, 너무 심심해. 마크오 자식이 이 항구에서 안 살 겠다고 떠났잖아. 집까지 주고 갔는데 쫓아갈 수도 없고 말이야.” 카린은 그래도 자신이 친구인 라딘에게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몇 개월 동안 성질을 죽이고 놀고 먹었더니 젊은 혈기가 끓어오르고 있었다. 몇 달 전에 라딘과 화끈하게 기사단을 쓸었던 추억이 꿈으로 변해 나타날 정도였다. 라딘이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사실은 말이야, 내가 너에게 부탁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지금까지 미안 해서 말을 못하고 있었거든...” 라딘이 말을 흐리자 카린이 답답하다는 듯이 말했다. “너와 나 사이에 미안은 무슨! 말해 봐! 잘 됐네, 심심해 죽겠어.” 카린이 재촉하자 라딘이 조용히 창문 밖에 보이는 가을 하늘에 흐르는 조각 구름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번에 이 해적 사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 이계인들이 자신의 레벨과 명예, 그리고 돈을 위해서 브리시아 인 범죄자들을 공격하는 경우가 늘어 나고 있거든, 내가 보기에 이것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은 사회현상인 것 같 아. 우리 이계인들은 이 세계에서 생활하고 브리시아 인들과 동화하지 않으 면 안 돼! 그런데 이렇게 현상금 사냥꾼 노릇을 하기 시작하면, 살인자라는 인상을 얻 게 될 거야. 나는 브리시아 인들에게 이계인이라는 존재가 그들을 대신해서 마물과 싸워주는 용사들의 무리로 인식되게 되었으면 하거든, 그러나 현실 은 엄격하니까...마물보다는 사람이 사냥하기 쉽잖아.” 라딘이 엄숙한 어조로 자신들 이계인들의 도덕성과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하자 카린은 자신도 모르게 라딘의 의견에 집중하면서 이해했 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확실히 이 남자는 사람들이 모르게 정의를 실현하는 진짜 성기사임에 틀림 없었다. “음, 확실히 이계인들과 브리시아 인들의 문제는 여러 가지 복잡한 점이 있는 것 같더라.” 카린의 말에 라딘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해서 설명을 하기 시작했 다. “응, 나는 생각하고 있어, 브리시아 인은 마물이 아니야! 비록 그들이 범 죄자라고 할지라도 그들을 우리 이계인이 벌해서는 안 되는 거야.” 라딘의 말은 진리를 포함하고 있었다. 그의 말은 대의명분을 완벽하게 따르 고 있는 정론이었다. 물론 라딘의 가장 크고 진실된 법칙 제 1번은 돈은 모든 대의명분에 우선한 다 이기 때문에 이런 정론도 라딘이 급하지 않을 때에만 적용되는 법이었다 . 그러나 평상시의 라딘은 진정한 성기사의 포스를 사정없이 뿜어대는 최고 등급의 위선자이니만큼 그의 진면목을 엿보는 것은 독심술의 대가가 아니면 불가능 했다. 잠시 말을 멈추고 구름을 뚫어지게 쳐다보던 라딘은 갑자기 돌아서서 카린 을 직시하며 말했다. “카린, 부탁인데, 산적이 되어 주라!” -콰쾅 갑자기 진전한 라딘의 말은 드래곤인 카린조차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 이었다. 황당하다는 표정의 카린은 말까지 더듬으면서 물었다. “사,산적? 갑자기 산적은 왜?” 라딘의 표정은 더없이 진지했다. 그는 무겁고 신중한 어조로 설명을 시작했 다. 그의 설명에 의하면 이 서대륙에서 남부 사막지대와의 경계선인 루브 산맥 에는 수많은 산적들이 살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산적들이 요즘 수난 시대를 맞이하고 있 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이계인 현상금 사냥꾼 때문이라는 것이 다. 그들은 죽여도 죽여도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바퀴벌레와 같다. 그리고 이 바퀴벌레는 계속해서 강해지는 뮤턴트 바퀴벌레이다. 결국 산적들은 하나씩 하나씩 산채를 털리거나 거점을 이동하는 수밖에 없 었다. 산적의 두목이라는 존재는 동대륙의 트루먼처럼 사연이 있어 800레벨의 전 사가 두목으로 있는 경우가 아닌 이상에야 끽해야 300레벨 정도의 용병대장 정도가 대부분이다. 이제는 조금 잘나가는 이계인들은 400레벨이 넘은 상태이기 때문에 이들이 비록 수십 명이 뭉쳐 있다고 해도 이계인들 10여명이 팀을 조직하고 산적을 토벌하겠다고 나서면 도망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말이야, 지금 산적업계에는 카리스마적인 대두목이 필요해, 4,5백 레벨의 이계인 현상금 사냥꾼들이 몰려와도 그들을 물리치고 산적들을 보 호해 줄 진정한 강자가 말이야.” 라딘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고 있었다. 그러면서 그는 계속 말했다. 자신은 이미 성기사이기 때문에 산적이 될 수는 없다. 자신들의 동료들도 마찬가지이다. 무엇보다도 이계인을 증오하기 시작한 서대륙의 산적들이 이 계인 두목을 진심으로 따를 리가 만무하다. 여기서 카린이라는 브리시아의 마법전사가 등장한다. 그는 압도적인 힘으로 산적을 장악하고 그들을 이계인으로부터 보호한다. 산적들은 열광할 것이다. 물론 산적두목은 전통적인 관례에 의하면 산채의 수입의 절반을 차지하게 되어 있다. 산적 업계가 다시 활성화 되면 수익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라딘의 연설에 카린의 귀가 마치 먹이가 걷는 소리를 들은 호랑이의 귀처럼 움직였다. 처음의 대의명분도 그럴 듯 했지만 마지막 세 줄의 대사가 카린 의 머릿속에 조각하듯 새겨졌다. “흐음, 넓은 시각에서 보자면 이계인들을 위해서라도 산적들을 보호하지 않으면 안 되겠군! 역시 라딘이야. 대국적인 시각에서 세상의 흐름을 볼 수 있다니! 네가 그렇게 부탁하는데 내가 거절할 수는 없지, 알았어! 나에게 맡기라고, 내가 루브 산맥으로 가서 산적 애들을 구제할게! 그런데 말이야. ..관례대로라면 두목이 절반을 가지게 된다고? 그거 꼭 절반은 애들 나눠줘 야 하니?” 호쾌하게 말하던 카린이 마지막에 약간 목소리를 낮추어 라딘에게 물었다. 라딘은 속으로 혀를 끌끌 하며 찼다. 역시 드래곤은 욕심의 화신이구나! 그는 순수하게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라딘의 표정은 여전히 더할 나위없이 진지했다. 그는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보통 산적 두목이라면 그래야 해, 그런 것을 잘 지켜야 부하들이 진심으 로 따르거든, 하지만 너는 보통 산적 두목이 아니잖아. 시대가 낳은 대두목 ! 갓파더가 바로 너잖아. 그러니까 말이야...” “오옷, 그런 멋진 방법이! 라딘, 너는 정말 천재야!” 카린은 라딘의 계략에 진심으로 감탄했다. 그가 어떤 면에서는 드래곤과도 비할 수 있는 천재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다음 날, 카린은 유클리트 항구를 떠났다. 그는 조금이라도 빨리 루브 산맥에 도착해서 산적들과 현상금 사냥꾼들을 상대로 스트레스를 풀고 싶었다. 하루를 빨리 도착하면 하루를 더 영업할 수 있다! 재물이 카린보고 어서 오라고 손짓하고 있었다. 카린이 살던 저택은 라딘의 소유가 되었다. 카린이 친구인 라딘에게 선물한 것이다. 라딘은 돈을 주고 사겠다고 했지만, 친구인 라딘에게 무엇을 파는 것은 드 래곤의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게 라딘은 직업을 소개한 대 가로 저택을 한 채 얻었다. 라딘은 카린이 루브 산맥의 산적들을 규합하여 강대한 세력을 일으키면 이 브리시아 세계에서 3대 마물의 지역이라고 말하여지는 동대륙의 동부 해안 지대, 서대륙의 남부 사막지대, 그리고 마물의 대륙이라는 크로노스 섬, 이 세 곳 중 두 곳을 자신의 영향력 아래 둘 수 있게 된다는 것에 만족했다. 마물과 싸우는 이계인! 이제 몇년만 있으면 이계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장 소가 다름 아닌 이 3대 마물의 지역이 될 것임을 라딘은 확신하고 있었다. ------------------------------------------------ ----------------------- 세월은 유수와 같은 것! 라딘 해운이 첫 항해를 시작하고 어느덧 1년이 지 났다. 대륙간 운항선은 5번의 항해를 무사히 마치고 완전히 안정적이고 정기적인 운항선으로서의 이미지를 굳히게 되었다. 동부해안지대의 개발은 순조로웠고, 라딘 토목이 주관하는 뉴-로드 사업도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었다. 동부해안에는 이미 10개가 넘는 마을이 새롭게 생겼고, 카리브 이외에도 남 쪽으로 항구도 하나 더 생겼다. 당연히 카리브 항과 이 새로운 항구인 뉴론 항과의 정기선도 새롭게 생겼고 , 이에 따라 동부해안의 남부는 거의 완벽하게 인간이 살 수 있는 대지로 탈바꿈하게 되었다. 아직 와이번들이 떼를 지어 몰려다니는 북부 쪽은 인간 의 발길을 허락하지 않고 있지만, 몇 년 안으로 그쪽에도 개발의 손길이 뻗 치게 될 것이다. 구 바이가스의 수도에서 출발한 도로공사는 이미 파스트 제국 영내까지 공 사가 진척 된 상황이었고, 라딘은 항해에서 돌아올 때마다 맥시밀리언 추기 경으로부터 감사의 인사를 받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이런 대로에는 신성수로 성직자들이 나와 정기적으로 축복을 내 려 마물들이 접근하지 못하게 하여야 했다. 물론 처음 도로를 건설할 때 절대로 빠지지 않아야 하는 작업이 바로 이 축 복 작업인데, 이 대규모 공사의 전체 공사비의 약 10%가 이 성직자들의 헌 신적인 도움에 대한 감사 헌금으로 바쳐지게 된다. 이번 공사에서 도로의 대부분은 난민들을 구제하던 자비의 여신의 성직자들 이 도맡아 축복을 내렸고, 그런 라시에나 교단에 라딘 토목이 올해 헌금한 금액이 30만 골드를 웃돌고 있었다. 라딘 상회가 헌금을 하면 할수록 성녀 미리네와 맥시밀리언 추기경의 위상 은 높아졌고, 이 두 사람이 현재 라시에나 교단의 상징적, 실질적 카리스마 임을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이렇게 모든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 되고 있는 지금 아이러니컬 하게도 라딘 의 관심사는 사업이 아닌 다른 곳에 집중되고 있었다. -덜덜덜덜덜 [띠링, 파티 드레스가 완성되었습니다.] “아흑, 이번에도 안 올랐네. 이거 도대체 어떻게 해야 오르는 거야?” 라딘은 미싱에서 완성된 드레스를 자신의 왼쪽에 놓고는 그대로 뒤로 누웠 다. 6번째 항해를 떠난지 1주일이 지났다. 이제는 이 항로에서 마물은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오히려 심심할 때는 설산을 타고 멀리까지 나가서 새로운 요리감을 잡아 와야 할 정도였다. 지난 항해에 라딘의 방직스킬은 99로 올랐다. 이제 1 포인트만 올리면 된다 ! 라딘의 눈은 불타고 있었다. 그러나 그 후, 수십 벌의 최고급 파티 드레스가 완성 되었지만, 최후의 1포 인트는 기별이 없었다. 어째서일까? 라딘은 누운 체로 곰곰이 생각하기 시 작했다. 재료는 최고급이다. 물론 드래곤 가죽 같은 유니크 재료를 이용해서 천을 뽑아낸다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기본적으로 그런 재료는 보통 사람은 평 생동안 구경조차 할 수 없는 것이다. 최고급 비단에 연금술을 이용해서 금과 은을 가늘게 뽑은 마법의 금속실로 수를 놓은 초호화 원단이다. 만드는 옷도 미리네에게 선물할 정식 의례용 성직자 의복이나 레이디용 파티 드레스이다. 무엇이 모자란 것일까? 한참 고민하던 라딘을 보던 리나가 조용히 차를 끓여서 라딘의 옆에 내려놓 고 부드럽게 위로하기 시작했다. 노력하는 소녀 리나는 이제 라딘의 비위를 맞출 줄 알았다. 고민할 때 그냥 놔두면 언제 히스테리로 변해 옆 사람에게 민폐를 끼칠지 모르는 그를 그녀는 정말로 열심히 위로했다. 그녀는 이미 1년 전의 하룻강아지가 아닌 기사 라딘의 비서 역할을 능숙하 게 해 내는 민완의 캐리어 우먼이었다. “힘드실 텐데 조금 쉬었다 하세요. 저도 이제 방직 스킬이 70정도 되니까, 남은 물량은 제가 해 볼게요.” 리나는 아직 라딘의 목적이 방직스킬 마스터라는 것을 몰랐다. 그냥 그가 사업상 수도에서 주문한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밤낮을 안 가리고 일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 리나를 누운 체로 한번 바라본 라딘은 한 숨을 한번 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리나에게 드레스를 만들어 볼 기회를 주었다. 스킬이 70정도면 최고급 드레스를 완성시킬 확률이 50%정도 된다. 하지만 이제 자신이 방직 마스터가 되면 그녀가 자신을 대신해서 이 선상의 디자이 너라는 브랜드를 이끌어 가야 하는 만큼 약간의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그녀 의 스킬을 올려야 했다. -덜덜덜덜덜덜덜 리나는 정말로 긴장해가며 열심히 미싱을 돌렸다. 실수를 하게 되면 라딘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가능하면 성공하고 싶었다. 그러나 긴장하면 긴장 할수록 일이 안되기 마련이다. 리나가 아차하고 방심 한 사이 파티 드레스의 레이스 부분의 선이 비뚤어졌다. “아앗, 죄송해요.” 일단 바느질 자욱이 생긴 천은 더 이상 고급 의복에는 사용할 수 없다. 리 나는 정말로 울 것같은 표정을 지으며 라딘에게 사과했다. 이제는 자연스럽 게 ‘울기 직전의 소녀’의 연기를 할 수 있는 리나였다. 그러나 라딘은 눈앞의 울먹이는 소녀를 보고 있지 않았다. 눈은 뜨고 있어도 그의 정신은 자신만의 세계로 들어가 새로운 발상을 하기 시작하고 있었다. 라딘은 자신이 파스트 제국의 황궁에서 대장장이 스킬을 마스터 할 때의 기 억을 되살렸다. 혹시? 라딘의 머리에 번개와 같은 섬광이 스쳤다. 확실히 이번에도 자신은 이 최고급 비단으로 옷을 만들기만 했고, 옷을 수 선하거나 실패한 옷감으로 걸레를 만든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언제나 걸레 를 만드는 일은 방직보조인 리나의 일이었다. ‘확인해 보지 않으면 안 돼. 그렇다면!’ 라딘은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네가 성공할 확률이 절반 정도라는 것은 이미 각오하고 있는 일이야. 실 패한 옷감은 이리 주고 다시 새롭게 만들도록 해. 이제부터는 아무리 실패 해도 화를 내지 않을 테니까 안심하고.” 리나는 갑자기 악마가 천사로 변하는 기적을 보고 놀라서 연기하는 것 마저 잊었다. 그러나 라딘은 그런 리나를 보지도 않고 조용히 실패한 옷감을 들고 리나가 작업하던 조수석으로 갔다. 멀쩡한 부분으로 손수건 같은 것을 만들고 나머지 부분으로는 걸레를 만들 어야 했다. 금실로 수놓은 최고급 비단걸레는 초호화 여객선의 위상을 높이 는 데 한몫하고 있었다. -덜덜덜덜덜덜덜덜 [띠링, 걸레가 완성 되었습니다. 스킬이 올랐습니다. 현재 스킬은 100으로 당신은 아티스트의 칭호를 얻었습니다.] “오옷 역시! 으하하하하하, 나는 최고다!” 몇 번째의 걸레였을까? 드디어 라딘은 자신의 눈앞에 떠오른 메세지에 완성 된 걸레를 끌어안고 미친 듯이 웃었다. 자신이 생각해도 자신의 머리와 눈 치가 무서울 정도였다. 결국 라딘은 걸레를 만들어서 아티스트가 되었다. ---------------------------------------- 196회를 약간 수정했습니다. 뭔가 약간 부족한 것 같더군요. 어제 오후 10시 이전에 보신 분들께는 죄송합니다^^. ------------------------------------ 그 때였다. “아앗, 뭐야?” -화륵 라딘의 주위로 검은 그림자가 생기더니 라딘을 그대로 삼켰다. “으윽,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라딘이 순간적으로 잃었던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니 그곳은 하나의 조그마한 공간이었다. 아무런 장식도 심지어는 색깔도 거의 없는, 마치 별 도 없는 우주 공간에 자신이 있는 것 같았다. 상황을 인식하기 위해 주위를 돌아보던 라딘의 귓가에 장엄한 목소리가 들 려오기 시작했다. “장하도다. 예술의 길을 완주한 자여. 그대 6개의 기술을 모두 마스터한 자에게 축복이 있으리라.” 라딘은 머리 위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얼른 그쪽을 바라보았다. 그곳에 는 한 사람이 서 있었다. 그런데 어디서 많이 본 모습이었다. 라딘은 고민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한번 본 사람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하다 니? 이자는 대체 누구인가? “그대에게 이 예술의 신 나티크가 그랜드마스터의 칭호를 내리노라. 그와 더불어 그대의 예술품중 하나에 이 내가 친히 축복을 내리겠노라. 그대는 사양 말고 그대가 만든 가장 소중한 물건을 나에게 바칠지어다.” 헉, 나티크? 라딘은 드디어 눈앞의 사람이, 아니 눈앞의 신이 누구인지 알 아보았다. 처음 팰러딘의 직업을 얻을 당시에는 멱살을 잡혀 좌우로 흔들리고 있었기 때문에 이 신을 제대로 보지 못했던 것이다. 라딘은 조용히 나티크 신에게 말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위대하신 나티크시여.” “그래, 오랜만...응? 그대는 나를 본 적이 있는가?” 한참 분위기를 잡으며 말하던 나티크가 고개를 숙여 눈앞에 있는 기사를 살 피기 시작했다. 곧 이어 나티크는 손을 앞으로 뻗었다. 그러자 라딘의 몸이 저절로 떠올라 그의 목 부분이 나티크의 손에 잡혔다. “야 임마! 너 왜 여기 있는 거냐? 너 또 무슨 사기를 쳤길래, 그랜드마스 터 씩이나 된거야? 빨리 안 불어?” 나티크는 본성을 나타냈다. 라딘은 그런 그를 마음속으로 무지 욕했지만, 목을 잡혀 있는 그로서는 전혀 반항 할 수 없었다. “큭,큭, 신이시여, 이 손좀 놔 주십시오.” 라딘이 목이 졸리는 가운데 겨우겨우 말하자, 괜히 흥분했었다고 생각한 나 티크는 라딘의 목을 놓았다. 겨우 풀려난 라딘은 잠시 콜록거리며 기침을 한 후, 억울하다는 듯이 항의하기 시작했다. “사기라니요! 제가 얼마나 열심히 생산스킬을 올렸는데요! 나티크 신께서 저의 카르마를 모두 빼앗아 가는 상황에서 저에게 남은 것이 무엇이 있었겠 어요? 저는 그야말로 필사적으로 (돈을 벌고) 생산스킬을 올렸다고요!” 물론 라딘은 돈을 벌고라는 말은 입 속에서만 말하고 소리로는 바꾸지 않았 다. 그의 애절한 항의를 들은 나티크는 그제야 자신이 이 사기꾼의 카르마 수치 를 빼앗고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해 내었다. “잠깐만 있어 봐라. [소환]! 카르마 명부.” -슉 나티크의 손에 황금색의 두루마리가 나타났다. 그것을 펼친 나티크는 그 안 에서 라딘의 이름을 찾기 시작했다. “리온, 로운, 라딘, 여기 있군. 어디 보자, 헉! 카르마 수치 110만!” 나티크는 경악했다. 자신은 분명히 라딘이 성기사가 될 당시 120만의 카르마 수치를 빼앗은 기 억이 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라딘이라는 자신의 사도는 새롭게 110만 의 카르마 수치를 벌어들인 것이다. 물론 그것은 애초의 계약대로 자신에게 자동 헌납되어 자신의 힘을 증가시 키는데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나티크의 눈빛에 아주 약간이지만 양 심의 가책을 느끼는 흔들림이 있었다. 그는 가볍게 몇 번 헛기침을 하고는 라딘에게 말했다. “험, 험, 내 그대가 이렇게 예술의 길을 걷도록 하기 위하여 일부러 카르 마 수치를 압류한 것이노라. 이제 그대가 이렇게 그랜드마스터가 된 것을 보니 이 나티크는 심히 기쁘구나! 이제 그대가 만든 아이템 중 하나를 나에 게 바치도록 하여라! 내 친히 그것에 축복을 걸어 그대에게 돌려주리라.” 나티키의 대답에 라딘은 신을 죽이고 싶은 분노를 느꼈다. 그러나 신은 신이고 자신은 그 신의 사도인 팰러딘이었다. 억울함에 눈물이 앞을 가려도 절대로 감정의 폭포에 휩쓸려서 인생을 실패의 구렁텅이로 밀 어 넣을 수는 없었다. 라딘은 속으로 자신이 사용 가능한 모든 단어를 구사해가며 나티크의 욕을 했지만, 역시 그답게 겉으로는 그다지 감정을 드러내지는 않고 품속을 뒤지 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라딘은 자신의 방패를 나티크 신에게 바쳤다. 나티크 신이 다시 손을 내밀자 방패가 저절로 떠올라 그의 손으로 날아갔다. -척 방패를 든 나티크는 그것을 살피기 시작했다. 약간 짙은 청동색의 그 방패는 앞쪽이 매끄럽게 손질되어 있었고 주변에는 갖가지 신수가 양각되어 있는 예술적인 디자인의 방패였다. “흠, 역시 마스터의 작품답게 훌륭하군, 헉, 이,이것은! 아다만타이트!” 어느 순간 나트크는 여유를 잃고 방패를 두 손으로 잡고 열심히 그 7중 아 다만타이트 방패를 살피기 시작했다. 미스릴보다도 희귀한 금속인 아다만타이트가 방패로 있다니! 그것도 자세히 살펴보니 금속압축강화기술로 7겹의 아다만타이트 압축 방패였다. -슉 라딘의 몸이 다시 떠올라 나티크의 손에 잡혔다. “야! 너 이거 어디서 훔쳤어? 너 기껏 팰러딘 씩이나 하라고 허락해줬더니 이렇게 물건이나 훔치고 다녀도 돼?” “켁켁, 훔치긴 뭘 훔쳐요?” “오잉? 그럼 훔친 게 아니라 빼앗은 거냐? 아님 사기?” 겨우겨우 다시 나티크의 손에서 벗어난 라딘은 정말로 화를 내며 항의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국가 공적치도 신성공적치도 올릴 수 없게 된 후, 자신에게 남은 것 은 별로 없었다. 그래서 자신은 여행을 하고 사업을 하고 생산스킬을 올렸다. 자신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이제는 알아주는 부자가 되었고, 생산스킬도 마 스터 하였다. 그런 자신을 칭찬은 못해줄 망정 도둑이나 강도로 몰다니 이래도 되는 것이 냐? 라딘은 절규했다. 사실 라딘이 이렇게 강력하게 반발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그가 사업을 해서 부자가 된 것도 사실이고, 열심히 생산스킬을 올린 것도 사실이었지만, 이 아다만타이트는 황궁의 보물창고에서 훔친 것이기 때문이 다. 뒤가 캥기는 만큼, 더욱 거세게 반발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일지도 모른 다. 그러나 신인 나티크라고 해도 인간의 마음을 읽을 수는 없었다. 그는 약간 미안한 감정을 느꼈다. 아! 이래서는 안 돼. 신은 어디까지나 냉 정해야 돼. 인정에 휩쓸리면 안 돼지. 나티크는 얼른 마음을 안정시켰다. “크험, 고생이 많았구나. 알았다. 내 특별히 너에게 이 방패에 축복을 받 을 수 있는 퀘스트를 내리겠노라. 이 퀘스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한다면 이 나티크 신이 직접! 이 방패에 축복을 내리겠노라!” 나티크의 선언에 라딘은 계속 항의했다. “아니? 방금 전까지는 그냥 축복을 해 주겠다고 하지 않았나요? 갑자기 무 슨 퀘스트입니까?” 라딘의 신성모독에 가까운 불량한 태도에도 나티크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 다. 원래 그런 것을 따지는 성격도 아니었고, 라딘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 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방패를 그냥 축복해 줄 수는 없었다. “험험, 네가 나의 팰러딘이니까 그냥 허심탄회하게 말하마. 사실 축복을 하는 데는 카르마 수치가 필요한 것이니라. 그리고 그 카르마 수치는 축복 을 하는 아이템의 기본 바탕이 얼마나 훌륭한 것이냐에 따라 틀려지는데, 설마 이런 사기 방패가 나올 줄은 몰랐느니라. 이 정도 아이템이면 일반 마스터 아이템의 10배에 해당하는 카르마 수치가 들어가는 데, 그 정도의 카르마 수치를 그냥 사용하면 다른 신에게 항의가 들어오게 되느니라.” 나티크는 결국 다른 신에게 욕먹기 싫어서 그냥은 못해주겠다고 선언했다. 내가 벌어준 카르마 수치가 얼만데...라딘은 정말로 억울했다. 그러나 나티크는 억울하면 너도 신해라 라는 눈빛으로 라딘을 쳐다보고 있 었고, 라딘은 결국 더 이상 항의하는 것을 포기했다. 신이 싫다는데 팰러딘이 강요할 수는 없는 법이다. 결국 라딘은 새로운 그랜드마스터의 퀘스트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바로 자신이외에 금속압축강화의 비술을 익히고 있는 또 다른 대장 장이 마스터를 찾아서 이 방패를 강화하라는 것이었다. 인간의 한계를 벗어 난 8중 압축 기술! 라딘은 한 장의 스크롤을 받았다. 이 스크롤을 사용하면 두 사람의 기술을 하나로 합쳐서 인간의 한계를 벗어난 아이템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알겠지? 이건 오히려 너에게 좋을 수도 있는 것이니라. 그러니까 알아서 잘 해 보도록, 물론 그 방패가 강화되면 자동적으로 내가 알 수 있으니까 나를 찾아올 필요는 없느니라. 그럼 이만 가 보도록 해라~.” “아! 잠깐만요. 방직스킬 마스터하면 새로운 마스터스킬 안 생기나요?” 라딘이 떠나려는 나티크를 잡았다. 아무리 상황이 좋지 않아도 챙길 것은 챙겨야 했다. “오잉? 마지막 작품에서 요정 안 나왔냐? 방직 담당 요정인 아라크레이가 나왔을 텐데?” 라딘은 아라크레이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차라리 신벌을 받으면 받았지 요정 사회에서 걸레의 요정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싶지는 않았으리라. “저, 방직 마스터 하자마자 이곳으로 불려 왔거든요. 나올 틈이 없었던 것 이 아닐까요?” “아, 그럴 수도 있겠군. 알았다. 내가 곧 보내주도록 하지. 그럼 정말로 이만 가 보도록 해라~.” 나티크의 말이 끝나자마자 라딘의 눈앞이 빛으로 뒤덮였다. 정신을 차려보 니 자신의 작업실이었다. “앗, 라딘 경! 무사하셨군요. 갑자기 사라지셔서 어떻게 된 것인가 하고 걱정했었어요.” 옆에서 리나가 호들갑을 떨며 라딘의 귀환을 기뻐했다. 잠시 후, 허공에서 빛이 생기며 아라크레이라는 요정이 나타났다. 그녀는 라딘에게 자신의 실수를 감싸준 것에 대해 감사하다며 비술 [미스릴천 제작 ]을 전해주었다. 미스릴천 제작 : 신비의 금속인 미스릴에서 실을 뽑아서 마법의 미스릴천을 만드는 방법이다. 이 미스릴천으로 만든 옷은 옷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방 어력과 미스릴의 효능에 의해 각종 속성의 저항력을 가지게 된다. “방직 마스터 기술 중에 가장 좋은 거에요.” 아라크레이는 그렇게 말하고 웃으면서 사라졌다. 역시 착한 일을 하면 다 돌아오는 것이 있는 법이다. 한참동안 이 새로운 기술에 대해 여러 가지 상상을 하며 기뻐하던 라딘은 현실로 돌아와 이제부터 해야할 퀘스트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지금 세상에는 몇 명의 대장장이 마스터가 존재하고 있을까? 그리고 그중에 과연 금속압축강화 기술을 익힌 자가 있을까? 라딘은 두 주먹을 꾸욱 쥐고 작업장의 천정을 바라보았다. ‘두고보자, 나티크! 내가 세상을 모두 뒤져서라도 꼭 찾아내고야 만다. 그 때 이 방패가 최고급 유니크 아이템으로 안 바뀌면 너의 신도들은 지옥의 고통을 맛보게 될 것이다!’ 라딘은 자신의 몸이 투지로 불타오르는 것을 느꼈다. 꼭! 절대로! 무슨 일이 있어도 이 방패를 역사에 남는 아티팩트로 만들고야 말겠다! 생산스킬 매니아의 집념이 어린 결심은 소리 없이 브리시아의 세계에 퍼지 고 있었다. ---------------------------------------- -------------------------------------- 한 사람의 남자가 손에 서류철을 들고 문앞에 서 있었다. 그는 침을 한번 삼켜 마음을 안정시키고 손을 들어 눈앞의 문을 두드렸다. -똑,똑- “누구신가요?” “장인홉니다. 하반기 정기 보고서를 가져 왔습니다.” “들어오세요.” 장 인호 과장은 문을 열기 전에 자신의 넥타이가 제대로 메어져 있는지 다 시 한 번 확인했다. 선 지은 팀장은 이런 조그만 일에도 민감하기 때문에 그녀를 만날 때는 항상 조심해야 했다. “어서 오세요. 무슨 변동사항이 있나요?” 그가 들어오자 마자 선 지은 팀장이 물었다. 그녀의 머리맡에는 두께 50cm정도의 서류가 쌓여 있었고, 그녀의 손은 쉬지 않고 움직이고 있었다. (주)세기창조사의 최고 주력 상품인 신마대전의 거의 모든 진행을 통괄하는 그녀는 매년 하반기가 되면 몸무게가 5kg씩 빠진다고 한다. 회사의 모든 부서의 보고를 받아 그것을 다시 정리하여 중역들에게 일일이 보고하고 각 파트가 요구하는 사항들을 조율해야 했다. 확실히 요 며칠간 장 인호 과장은 그녀가 쉬고 있다는 정보를 들은 적이 없 었다. 1개월간의 마라톤, 개발과의 사람들은 그녀의 12월을 이렇게 불렀다. “가장 중요한 것부터 보고를 드리겠습니다. 2일 전에 드디어 제 1 서버인 브리시아 서버의 총 카르마 수치가 100억을 넘었습니다. 이에 따라 브리시 아 서버의 신들로부터 제 1차 파워 진화 코드의 개방이 요청되었습니다.” 절대로 멈추지 않을 것 같던 그녀의 손이 멈췄다. 서류에 고정됐던 그녀의 시선이 장 인호 과장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대단하네요. 벌써 100억을 넘었다니! 예상보다 반년 이상 빠른 것 아닌가 요?” 그녀의 반응에 장 인호 과장은 약간 긴장감이 더 해지는 자신을 느끼며 가 능한 한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브리시아 서버가 정식 서비스 된지 이제 2년입니다. 원래 처 음 발족할 때, 1차 파워 진화까지 보통 서버는 3년, 브리시아 서버처럼 포 스트 플레이 서버는 2년 반을 예상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2년간 신마대전에 대한 사람들의 몰입도는 예측을 크게 웃도는 것으로 특히 브리시아 서버에 서 아도 용병단이 신수 킹크라켄의 레이드를 성공적으로 끝낸 다음부터는 카르마 수치가 급격한 상승률을 보였습니다.” “흐음,” 그녀는 오늘 처음으로 듀얼백 자동안마 의자의 등받이에 몸을 기대었다. 센 서가 압력에 반응해서 그녀의 굳어진 등근육을 풀기 시작했다. 그녀는 곰곰 이 생각했다. 파워 진화 코드라는 것은 세계의 주 구성원인 마물과 NPC의 유전인자 속에 포함되어 있는 레벨 리미트의 한계 수정을 의미한다. 신마대전의 세계의 마물과 NPC는 자신들은 느끼지 못 하지만, 일단 전투 유 전자가 함유된 NPC나 마물들은 자신의 레벨 리미트에 도달할 때 까지 스스 로 레벨을 올리도록 노력하게 되어 있다. 물론 그 레벨에 달할 때 까지는 레벨업도 빠르다. 그리고 일단 한계 레벨에 도달한 마물은 그 이상 레벨을 올리려고 적극적으 로 활동하지 않는다. 그저 그 다음부터는 종족 특성에 맞게 활동하게 되는 것이다. NPC도 물론 마찬가지이다. 어떤 NPC가 천재로 태어난다면 그의 유전자 속에 있는 레벨 리미트는 800정도가 될 것이다. 물론 초기 능력치도 범인보다 뛰어나기 때문에 성장이 무척 빠를 것이다. 그가 만일 드물게 보는 천재라면 리미트가 900이 넘을 수도 있다. 예를 들 어 대륙의 최강자들은 레벨 900이상의 리미트 수치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이계인들이 들어가 생활을 하면 세계의 카르마 수치가 급 격히 상승하게 된다. 이계인들의 카르마 수치는 사라지지 않는다. 불사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계인들의 레벨은 오를 것이고, 그렇게 되면 신마대전의 주민들의 위 상은 점점 낮아지게 된다. 그것을 최대한 막기 위해 존재하는 프로그램이 바로 파워 진화 코드이다. 지금 브리시아 서버의 총 카르마 수치가 100억이 넘었다. 서버 공개 이전의 카르마 수치가 약 80억이었다. 2년 만에 20억이 오르다니! 이제 제 1차 파워 진화 코드를 개방하면 브리시아 서버의 모든 마물과 NPC 의 레벨 리미트가 10%씩 오를 것이다. 500레벨의 마물은 550레벨까지 성장하려 할 것이다. 900레벨의 대륙 최정상 급 고수는 드디어 그의 꿈인 1천 레벨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물론 이런 레벨 리미트 코드는 1천 레벨 이하의 존재에게만 적용된다. 드래곤이나 상급 신수 같은 존재는 변하지 않는다. 2천5백 레벨의 드래곤이 2750레벨이 된다면 인간은 영원히 드래곤에게 도전할 수 없을 것이다. 아무튼 신은 자신의 분신인 마물과 NPC들의 힘이 강화되면 자신의 힘이 강 해지는 것과 마찬가지이므로 파워 진화 코드의 개방을 원하고 있을 것임에 틀림없다. 결국 올해가 끝날 무렵에는 브리시아의 대부분의 존재는 레벨의 10%가 상승 하게 될 것이고 총 카르마 수치는 110억 정도까지 상승하게 될 것이다. 선 지은 팀장은 한숨을 한번 쉬고는 장 인호 과장에게 제 1차 파워 진화 코 드의 개방을 시행하라고 말했다. 하이드래곤 길드와 아도 용병단의 활동으로 신마대전이라는 게임은 가상현 실 게임 세계에서 부동의 자리를 차지 할 수 있었지만, 그들의 경쟁에 의한 급격한 유저의 성장을 환영할 수만은 없었다. 결국 만사가 좋을 수는 없는 것이다. 이렇게 가장 중요한 안건의 보고를 무사히 마친 장 인호 과장은 형식적인 서버 문제와 하반기 유저의 요구 사항 중 개발팀이 채택한 것들의 리스트, 그리고 신년 행사를 위한 이벤트 개발과 관련 상품 개발에 대한 보고를 끝 내고는 자신의 보고 서류와 관련 데이터를 그녀의 책상에 쌓여 있는 서류 더미의 위에 올려놓았다. 일에 치여 죽어가는 여자에게 결정타를 날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약간 미안했지만, 15년간이나 매년 11개월 동안 5kg의 체중을 불리고 12월에 그 것을 원상태로 돌리는 기적을 보였다는 그녀에게 섣부른 동정심은 금물이었 다. 장 인호 과장은 다시 서류의 처리에 집중하는 그녀를 한번 바라보고는 고개 를 숙여 말없이 인사하고 팀장실을 나섰다. ----------------------------------------------------------- 흐, 외전 때문에 늦게 올리게 됐네요. 죄송합니다. ----------------------------- 라딘이 청진 지방에 도착해서 약 보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일대에는 정체 를 알 수 없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몰려오고 있었다. 지금 청진 지방에 몰려온 기사와 전사 마법사 등 모험자와 무사들의 수는 약 3만 명이다. 하나같이 뛰어나지 않은 자가 없었고, 그런 만큼 매일같이 분란이 일고 있었다. 라딘은 전씨세가에 머무르고 있었다. 그는 함부로 움직이지 않았다. 전씨세가에 오는 무림맹의 요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그들의 후지기수와 사귀 는 데 주력할 뿐이었다. 산에 들어가면 산 전체를 볼 수 없다! 라딘은 그렇게 생각했다. 지금 마운봉 일대에는 카린의 영향아래 있는 루블십팔채의 소두령들이 산의 질서유지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마운봉 역시 루블산맥의 일부이기 때 문에 루블십팔채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었고, 만약 그것을 무시하면 무림계 에 새롭게 떠오르는 강자인 녹림마제 카린의 체면을 돌아보지 않는 것이 된 다. 반노환동을 했다고도 하고 엘프의 피가 섞여 있다고도 하는 마법전사 카린 의 레벨은 아직 아무도 모른다. 소문에 의하면 5번째의 900레벨대 고수라는 말도 있었다. 결국 그 누구도 카린과 원한을 맺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그 나마 대규모 혈사는 일어나지 않고 있었다. 산에서 내려와 평야지대로 나오면 전씨세가의 영향권 안이다. 하지만 7대 세가중 하나인 전씨세가의 힘으로도 이 사태를 완벽하게 주도할 수는 없었 다. 지금 전씨세가는 무림맹의 이동기지화 되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무림맹이 아닌 사람이 더 많았고, 이 지방은 점점 혼란스럽게 변해가고 있었다. 보물에 눈이 어두운 사람들의 마음에는 여유가 있을 수 없고, 그들에게는 참지 않아도 되는 실력과 명성이 있었다. 매일같이 이곳저곳에서 분란과 다툼이 일어났고, 천진 지방의 양민들은 그 들의 필살기에 말려 가재도구와 사람이 다치는 수난을 격고 있었다. 그때 라딘이 무림맹의 사람들에게 한 가지 주장을 하기 시작했다. 동등분배조약! 그것은 바로 보물이 나오면 그것을 무림맹의 주도하에 이곳 에 온 사람들이 모두 공평하게 나누어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모든 무림맹의 실력자들은 전혀 현실성이 없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고 라 딘을 비웃었지만, 무림맹의 군사역활을 하는 제갈 선은 라딘이 무엇을 노리 는 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 제갈 선의 강력한 주장으로 인해 이 동등분배조약은 알림표지판으로 변해 마운봉 일대의 모든 길목에 설치되었고, 그 결과 소규모의 문파나 개인적으 로 몰려온 사람들이 무림맹으로 몰려오기 시작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보물을 얻어도 결코 무사히 이 지방을 빠져나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무림맹의 동등분배조약에 가입하기만 하면 발견자에게 무조건 한가 지의 보물이나 무공서를 선택하게 하겠다는 선언을 하자 그들은 만족했다. 발견하기만 하면! 그들도 보물을 얻을 수 있었다. 며칠 후, 녹림마제 카린이 이 무림맹의 평화를 위한 조약에 적극 지지를 표 명하면서 스스로 이 조약에 가담할 것을 선포했다. 동등분배조약은 이미 대세였다. 드디어 이 청진지방에 모인 세력들의 80%가 무림맹의 조정에 응하게 되었다. 쓸데없는 혼란이 줄어들고 사람들의 감정이 이성을 되찾자, 청진일대의 상 업은 때 없이 찾아온 3만 명의 고객들로 인하여 크게 부흥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하나같이 나름대로 실력과 그에 따른 명성이 있는 자들로 그들의 씀 씀이는 적지 않았다. 무림맹은 조약에 가담한 사람들을 7개의 조로 구분하여 청진지방의 마운봉 일대를 7구역으로 나누고 각 조에게 한 구역씩 담당하여 탐색하도록 했다. 물론 7대 세가가 각 조에 끼어서 그들의 탐색을 보조하고 보물이 나왔을 때 공평하게 나누도록 주도하게 했다. 이로써 보물이 발견되기만 하면 그 보물은 밝은 세상에 나와 최대한 안정적 으로 소유자를 찾게 될 것이다. 가능한 한 이로 인해 혈풍이 불어 세상에 새로운 원한 관계가 생성되는 일은 막아야 할 것이라는 것이 라딘의 설명이 었다. 라딘의 민심조작과 세력형성에 대한 감각은 그야말로 타고난 다이아몬드의 원석에 그동안의 실전적 경험으로 가장 정밀한 세공이 가미된 예술품과도 비견될 수 있었다. 무림맹의 사람들은 라딘의 이런 인도주의적인 사상에 크게 깨달음을 얻었다 . 무엇보다 이 방법을 쓰게 된다면 저 암흑마교가 보물을 차지할 확률이 거의 없어지고, 보물의 상당부분은 확실하게 무림맹의 세력이 차지하게 된다는 것이 그들의 마음에 들었다. 그들은 라딘이 최후의 양심으로 최대한 희생자가 적은 방법을 고안했다는 사실을 꿈에서도 알 수 없었다. 라딘은 이렇게 지극히 짧은 기간 내에 무림맹의 요인들에게 인정을 받았다. 사실 그는 자신이 직접 혈궁의 보물을 찾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물론 직접 찾는다면 그야말로 대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라딘은 복권보다는 현 금을 좋아했다. 서대륙의 실력자들과의 교류, 이것이야말로 장기적인 안목으로 볼 때, 혈궁 의 보물보다도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동등분배 조약에 의해 보물들의 목록은 세상에 공개되게 된다. 혼원일기공 이 나오면 그 사실도 바로 알게 될 것이다. 그 무공이 일단 세상에 나오기 만 하면 뭉치의 이익배당금으로 사기만 하면 된다. 무엇보다도 라딘의 목표는 무림맹에 있는 대장장이 마스터였다. 그들 속으 로 완전히 들어가 그들에게 인정을 받고 신임을 얻어야 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무림맹의 대장장이 마스터가 누구인지, 그가 가진 특수 기술이 무엇인지를 확인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사실 현재 라딘의 가장 큰 관심사는 혈궁의 보물보다도 대장장이 마스터의 소재라고 할 수 있었다. 라딘은 틈만 나면 7대세가의 최고 고수인 서문기검에게 무술의 묘리에 대해 가르침을 청했고, 그의 손자인 서문월에게는 동배처럼 대했다. 서문월은 그것에 대해 약간 부담스러워했다. 그는 이계인, 인간보다 4배의 수명을 가진 이계인이다. 20대로 보이는 라딘 의 나이는 이미 80정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라딘은 웃으면서 말했다. “그렇게 말하면 엘프는 모두 서문 월 공자의 조부이신 서문기검 장로님보 다 나이가 많은 것 아니겠소? 나는 확실히 공자보다 나이가 많지만, 어스에 서는 그대의 배분과 거의 비슷할 뿐이오.” 라딘은 스스로를 낮추어 서문기검을 선배로 대했고 십팔 세인 서문 월에게 친구처럼 지내자고 제의했다. 사람들은 그렇게 대륙에 명성을 떨치고도 겸 손할 줄 아는 라딘에게 호감을 가지게 되었다. 라딘은 생각했다. 사실 아직 어리다고 할 수 있는 자신이 늙은 고수들과 너무 오래 접촉하면 언제 자신의 본성이 들어날 지 모른다. 그리고 그들은 경륜이 있으니만큼 자신의 사기에 잘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결국 아직 경험이 없는 후기지수를 상대하고 그들로부터 정보를 빼내는 것 이 자신의 목적을 이루는 데 가장 주요할 것이다! 자신도 어스에서는 젊은 후기지수라는 라딘의 주장에 아직 세상의 음험함을 절실하게 느껴보지 못한 후지기수들이 넘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라딘은 그 특유의 말발로 7대세가의 대부분의 후기지수들과 친목을 다 지는 데 성공했다. 무림맹은 서서히 라딘의 암흑에 물들어가고 있었다. ----------------------------------------------------- 크윽, 어제 무리했더니 글의 효율이 안 오르네요. 거의 죽음입니다...ㅜㅜ 5-4 혈궁 ------------------------------------ 시간이 지나, 대부분의 지역들이 사람들에 의해 샅샅이 뒤져졌지만 혈궁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진척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사람들은 결국 한 가지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땅 위에 혈궁이 없다면 혈궁 은 바로 땅밑, 그러니까 마굴 속에 있을 것이다! 드디어 그들은 자신이 맡 은 구역의 마굴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이 지역의 마굴은 하나같이 험악하고 마물들의 레벨이 높았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마물들에 의해 희생되었지만, 사실 평화롭게(?) 살고 있는 마물들 이 밀려온 인간들에 의해 학살 당하고 있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몰랐다. “크흠, 이 마굴도 아니군, 이제 남은 곳은 두 군데인가?” 마영신장이 심각한 어조로 말했다. 그는 지금 마굴 중 하나인 ‘불의 신전’ 최하층에 있었다. 가증스럽게도 만리추종객이 죽기 전에 비밀을 밝히는 바람에 그들의 거동은 심히 불편했 다. 아쉬운 대로 변장을 하고 마굴을 하나씩 하나씩 뒤져 이제 두 개만이 남았 을 뿐이다. 여태까지는 아무런 기관도 발견하지 못했다. 얼마 전까지는 사람들이 많았어도 그들이 변장을 하고 마굴을 탐색하는데는 크게 지장이 없었다. 단지 정체가 들어나지만 않게 주의하면서 모든 마굴 을 마음대로 돌아다니며 조사할 수 있었다. 그러나 며칠 전부터 무림맹의 주도하에 적극적으로 시행된 동등분배조약이 라는 말도 안 되는 정책이 실행되었다. 그 조약에 의해 사람들은 이 지역을 모두 7개의 구역으로 나누었다. 그리고 한 구역의 사람이 다른 구역으로 들어가려면 철저한 신분조사를 받지 않으 면 안 되게 되었다. 이것이야말로 라딘이 무림맹에 설명한 동등분배조약의 또 다른 효력, 즉, 마영신장색출 작전의 묘수이다. 무림맹 뿐만 아니라 보물에 눈이 어두운 모든 사람이 자신들의 구역에 함부 로 들어오는 사람을 엄격하게 막았다. 이렇게 마영신장은 자신도 모르게 음모에 빠져 행동에 심각한 제한을 받게 되었다. 그는 고민했다. 남은 두 곳의 마굴은 제 6구역에 있다. 제3구역인 이곳에서 그곳까지 가려 면 두 개의 경계선을 통과해야만 했다. 과연 아무도 모르게 경계선을 통과 할 수 있을 것인가? 그의 가슴속에 열불이 나기 시작했다. 이대로라면 자신의 정체가 들통 나는 것은 시간 문제다! 그리고 혈궁의 보 물이 무림맹의 손으로 들어갈 확률도 높을 것이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것만은 막지 않으면! 마영신장은 결심했다. “잘 들어라. 내일 밤 경계선을 통과하여 제 6구역으로 넘어간다. 만약에 들키면 그대로 목표 마굴인 ‘생명이 없는 지역’으로 강행돌파를 하기로 한다. 그리고...” 마영신장의 명령과 설명을 들은 살혼쌍영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한번 삼켰 다. 생과 사를 가름할 수 없는 미래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 라딘은 오늘도 서문 월과 전씨세가의 3대 장손인 전 진혼과 함께 좌담을 나 누고 있었다. 뭉치와 크로키는 지금쯤 카린을 도와 제 2구역을 탐색하고 있 을 것이다. 라딘은 결코 전씨세가를 벗어나지 않았다. 그는 이곳에서 사람들을 만나면서 인맥을 넓혔다. 또한 비월전의 첩자들을 이용해 전씨세가에 머물고 있는 무림맹의 실력자들의 거동을 살피게 했다. 무슨 일이 벌어지면 이곳이 가장 먼저 움직인다! 자신은 그것을 놓치지 않 고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라딘도 지금이라도 마굴에 들어가 사냥을 하면서 직접 혈궁의 위치를 찾고 싶은 욕망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먹이를 기다리는 맹수는 바위와 같이 무거워야 한다고 항상 스스로 에게 말하며 참고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기다림의 보답이 왔다. 한참 서문월과 무림맹의 고수들이 사 용하는 무기에 대한 토론을 하고 있을 때, 하인이 와서 서문기검이 찾는다 는 말을 전했다. 라딘의 머릿속에 핑하고 섬광이 일었다. 동등분배조약이 시행되고 2주가 지난 지금, 이제 뭐가 나와도 나와야 했다. 서문월이 안채로 들어가자, 라딘은 즉시 크로키에게 귓말을 전했다. “이봐, 크로키 지금 바빠?” “아니, 이쪽은 아무것도 안 나와. 사냥을 하려고 해도 마굴에 마물보다 사 람이 더 많은 것 같아.” “음, 역시, 그런데 이쪽에서 변화가 있어. 혹시 모르니까, 준비하고 대기 해 줄래?” 라딘의 말에 크로키는 드디어 때가 왔다고 환성을 질렀다. 그도 슬슬 이 기 약 없는 수색에 질리고 있던 참이었다. 잠시 후, 서문기검을 비롯한 무림맹의 사람들이 나왔다. 그들은 바깥쪽에서 마치 지키듯이 서 있는 라딘을 보고는 흠짓하고 놀랬다. “아니, 라딘 경, 무슨 일로 이곳에 홀로 나와 계셨소?” 대응신조 전문호가 물었다. “하하하, 한참 재미있게 이야기하던 상대가 갑자기 사라져서 그저 쓸쓸함 을 달래기 위해 근처를 산책하고 있었을 뿐이지요.” 라딘이 말을 돌려서 대답하자 군사인 제갈선이 한숨을 푹 쉬고는 말했다. “휴, 과연 라딘 경은 속일 수가 없소이다. 지금 수상한 자들이 신분을 밝 히지 않고 6구역으로 들어갔다고 하오. 같이 가시겠소?” 역시! 라딘의 눈이 빛났다. 이 상황에서 신분을 밝히지 않는 자는 자살희망 자 아니면 마영신장일 것이다. 그는 제갈선의 호의에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 고 얼른 그들의 뒤에 있는 서문월의 곁으로 붙어서 아는 척을 했다. 서문월은 쑥스러운 듯 띄엄띄엄 라딘의 말을 받았고, 그들이 수상한 자가 들어간 ‘생명이 없는 지역’ 으로 향했다. 그들이 그곳에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크로키와 뭉치, 그리고 카린이 대기하 고 있었다. 무림맹의 무리들은 다시 한숨을 한번 쉬고는 카린에게 같이 들 어가자고 권했다. 사실 수상한 자가 마영신장이 맞다면 서문기검 이외에는 그의 상대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카린의 존재는 오히려 환영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그 들은 생각했다. 검은 마굴이 그들 앞에 입을 벌리고 있었다. 언데드들의 마굴, 물론 그들은 이 마굴의 최하층까지 진입해도 충분히 살아 남을 수 있는 실력자들이다. 그러나 마영신장을 비롯한 암흑마교의 무리들이 이곳에 잠입한 이상, 언제 어디서 그들의 암습이 있을지 몰랐다. “일단 다섯 무리로 나눕시다.” 군사인 제갈선이 말을 꺼냈다. 사람들이 일제히 귀를 기울이는 가운데 그는 자신이 생각한 탐색계획을 설명했다. “중원검왕과 녹림마제께서는 중군을 담당하셔서 아래로 내려가는 입구를 지키고 있어 주십시오. 그리고 나머지 분들께서는 수고스럽겠지만 조를 짜 서 마굴 안을 탐색하는 것입니다. 각 세가의 장로님들이시니 만큼 마영신장이라고 할지라도 짧은 시간 내에 사람을 해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일단 마영신장을 발견하면 즉시 신호를 주십시오. 그러면 나머지 3개조는 중군이 지키고 있는 입구로 달려가서 중군을 대신하여 입구를 지키고, 중군 인 중원검왕과 녹림마제께서 신호한 조에게로 달려가 마영신장을 상대하시 면 되겠습니다.” 제갈선의 제안에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한다면 마영신장은 절대로 이 마굴을 빠져나갈 수 없을 것이다. 일 단 발견하기만 하면 그의 최후가 확실하다고 봐야했다. 결국 사람들은 그의 제안에 따라 5개조로 나뉘었다. 중군에는 중원검왕과 그의 손자, 녹림마제 카린, 성기사 라딘과 크로키, 뭉 치, 이렇게 6명이 남았다. 중군은 입구를 지키고 남은 4개조가 1층으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과연 마영신장을 잡을 수 있을까? 그가 무리를 하면서 이곳으로 들어간 이 유는 무엇일까? 사람들은 흥분과 함께 불안감이 몸을 감싸는 것을 느끼며 죽음의 기운이 흐르는 ‘생명이 없는 지역’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5-4 혈궁 라딘과 무림맹의 일행들의 들어간 지 약 30분 쯤 지났을 때, 악령기사와 그 의 4명의 동료들이 마굴 입구에 도착했다. -부스럭 숲 한쪽에서 한명의 도둑으로 보이는 사내가 나왔다. 레디안 정보부 '사막 의 모래'의 일원이었다. "그들이 들어간지 얼마나 됐나요?" 악령기사가 거두절미하고 물었다. "약 30분쯤 지났습니다." 그말을 들은 악령기사는 정보부 요원에게 수고했다고 치하하고 동료들을 돌 아보았다. 악령기사는 처음 소문이 퍼지고 그들이 이 근처에 도착하자마자 동원가능한 모든 정보부요원을 투입하여 각 마굴의 입구와 중간 지점을 지키게 했다. 그 역시 이 정도로 사건이 커지게 되면 절대로 아무도 모르게 일이 마무리 되어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런만큼 모든 정보가 모이는 무림맹 의 움직임에 주의했다. 보통 보물이 눈앞에 있다고 하면 이성을 잃게 되는 것이 사람의 본성이지만 이미 수십년을 이 게임업계에서 살아온 악령기사는 보물과 기연에 대해 익 숙했다. 수십년동안 수 많은 전투와 세력싸움에서 그는 항상 이기지는 않았지만, 일 단 승기를 잡으면 절대 그것을 놓치지 않았고, 그 결과 최후에 이기는 자는 언제나 그였다. 동료인 세이렌이나 머린 등도 그것을 알고 있었기에 악령기사의 능력을 믿 었다. 만약 보물이 그의 앞을 지나가기만 하면 결국 악령기사는 그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900레벨의 고수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비록 레벨 750의 악령기사지만 이제는 누구와 싸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 었다. 몇년전 정체불명의 배틀마스터에게 당한 뒤, 악령기사의 수련은 언제 나 그를 목표로 한 것이었고, 그는 과거 어느 때 보다도 강했다. "갑시다." 악령기사의 말에 동료들은 소리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마굴 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 마굴에 들어온지 3 시간이 지났다. 각 층을 샅샅이 뒤지며 모든 사람들을 내보내고 있었다. 마영신장이 나타났 다는 말은 보물에 눈이 어두운 그들에게 현실을 돌아보게 하는 마력이 있었 다. 각 문파의 장로들답게 대부분의 무림인들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미 25층까지 내려왔다. 중간중간 쓰러진 사람들도 보였다. 마영신장을 알 아보고 대항하려다 당한 것일까? 그렇다면 마영신장은 더욱 밑쪽에 있을 것 이다. 하지만 제갈 선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급한 길도 돌아가는 법입니다. 가장 확실한 것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렇 게 한층씩 확실하게 탐색하는 것이오. 결국 마영신장과는 이 마굴의 최하층 인 44층에서 만나게 되겠지요." 과연! 사람들은 그의 말에 동의했다. 결국 그들은 모든 사람들을 하나하나 확인하며 내려갔다. 어느덧 40층에 도착했다. 역시 몇몇 사람이 쓰러져 있었다. 이 마굴은 상당히 강한 언데드들이 나타 나는 곳이기 때문에 40층정도 되면 레벨 600은 넘어야 들어올 수 있는 곳이 다. 이제는 사람들도 몇명 없었다. 서문기검이 검을 뽑았다. 각 장로들도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살기가 점점 짙어지고 있었고, 가끔씩 나오는 마물들도 방심하 면 당할 수 있을 정도로 강했다. 라딘과 카린등은 굉장히 심심했다. 괜히 중군에 끼어서 몇 시간째 멍하니 서서 입구만 지키고 있는 중이었다. 저쪽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신호는 오지 않았다. 마물인가 보다. 카린의 인내지수가 점점 한계에 달하고 있는 듯 했다. 약간 위험하네. 카린이라도 돌아다니게 할까? 그러나 라딘은 혼자서 고개를 저 으며 생각했다. 지금 라딘 일행은 카린의 무력에 의지하고 있었다. 서문기검과 각 문파의 장로들! 마교의 마영신장! 그들의 무력은 장난이 아 니다. 천하 4대 고수인 것이다. 라딘은 결코 자만하지 않았다. 자신이 비록 사기적으로 강하다고 해도 아직 650이다. 900이 넘은 고수와는 사실 자신 이 없었다. 하지만 카린은 다르다. 카린의 등장에 의해 지금 무림은 천하 4대 고수에서 천하 5대 고수라는 말로 바뀌고 있었다. 녹림마제 카린! 그의 무력과 마력 은 900레벨대의 고수만이 낼 수 있는 힘이었다. 라딘은 카린에게 농담을 건내 그의 지루함을 풀어줄 생각으로 그를 보았다. 그때, 옆에 있던 서문월이 서문기검에게 조용하게 말을 했다. "할아버지, 이 마굴..." 서문기검은 아무렇지도 않게 검을 쥔 손의 검지 손가락을 한번 폈다 접었다 . 그러자 서문월이 하려던 말을 멈추고 입을 다물었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 지만 우연히 그쪽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던 라딘은 그것을 보았고, 그 순간 그의 머리속에 스파크와 같은 강렬한 섬광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들은 무엇인가 알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다른 사람이 알면 안 되는 일이 다. 그렇지 않다면 서문기검이 서문월의 말을 막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라 딘은 즉시 크로키와 뭉치에게 귓말을 보냈다. "뭉치, 크로키, 절대로 서문기검과 서문월의 곁에서 떨어지지 마, 그들이 뭔가 알고 있는 것 같아." 그의 귓말에 영문을 모르는 두 사람은 무슨 일인지 궁금했지만, 이런 면에 서 라딘의 눈치가 삼국지의 조조와 같다고 굳게 믿고 있는 그들로써는 라딘 의 말에 따를 수 밖에 없었다. "이 층에도 없는 듯 하오." 제갈선이 서문기검에게 다가와 말했다. 서문기검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음 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제 3층 남았군요. 마영신장의 생명도 이제 30분이면 끝날 것이오!" 대은신조 전문호가 호쾌하게 웃으며 말했다. 늙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의 성격은 조금도 변하지 않은 것 같다고 서문기검은 속으로 생각했다. "마영신장! 나타나기만 하면 녹여버리겠다. 감히 나 카린을 이렇게 지루하 게 만들다니!" 카린이 마치 이를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역시 이자도 성질이 급하군, 서문기검은 발걸음을 옮기며 생각을 계속했다. 확실히 이 마굴은 자신이 지니고 있는 혈궁도해의 구조와 똑같다. 그렇다면 이 마굴에 혈궁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을 것이다. 마영신장이 그 것을 찾아 냈을까? 자신의 혈궁도해에도 입구가 어디라는 말은 없었다. 단 지 한 구절의 문구가 써 있을 뿐이었다. -지옥이 무너질 때, 또 다른 지옥이 열린다- 그 말의 뜻은 무엇일까? 서문기검은 속으로 계속 궁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이곳이라는 것을 알았으니 나중에 아무도 모르게 이곳을 찾기 만 하면 된다. 서두를 이유가 없다고 그는 속으로 스스로를 타일렀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모르게 찾는 것이지 보물을 찾는 것이 아닌 것이다. 천하 4대 고수인 서문기검이라도 자신이 찾을 수 있는 보물을 다른 사람과 나누기는 싫었다. 한 시간이 지나고 다시 30분이 지났다. 역시 42, 43층은 사람들이 거의 없었고, 그런만큼 마물들이 많았다. 그들은 때아닌 마물 소탕을 하느라 예상외로 시간을 잡아 먹을 수 밖에 없었지만 이제 마지막 층이 남았을 뿐이었다. "갑시다!" 제갈선이 다시 말하자 사람들은 크게 심호흡을 하고 마지막 층으로 내려가 기 시작했다. 삶과 죽음! 그것이 바로 이 마굴 '생명이 없는 지역'의 44층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 "그들이 마지막 층으로 내려갔어요." 세이렌이 말했다. 악령기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결국 마영신장은 최하층에 있다는 말이군. 수고했어, 세이렌, 역시 탐색 , 감시에는 당신이 최고야." 세이렌이 당연하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호호호, 그럼 다음 층에서도 바로 윗층에 숨어서 대기할까요?" "음, 일단은 그렇게 하고, 마영신장이 나타나는 순간 끼어들도록 합시다. 그럼 사람이 나오던 귀신이 나오던 결과가 나올테니까." 그의 말에 대기하던 머린, 매머드, 아비게일이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나 다음 층을 향해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이제 조금만 있으면 결판이 난다! 그들은 그렇게 생각하며 필승의 각오를 다지고 있었다. 5-4 혈궁 ------------------------- 44층은 차가운 돌에 이끼가 끼어 있는 벽으로 된 미로로 되어 있었다. 바닥에 고인 얇은 진흙탕이 사람들의 기분을 가라앉히고 있었다. “음, 발목까지 오는군요. 장기간 움직이면 체력 소모가 심할 것 같소이다. ” 위문 세가의 장로인 대우 선사가 첨벙거리는 소리가 귀에 거슬린다는 듯 말 했다. 레벨 850인 대우 선사는 서문기검을 제외하면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 중 가 장 고수라고 할 수 있었다. 철두공과 횡련공을 극성까지 익혀 몸이 기사의 전신갑옷과 같이 단단해진 그는 외공의 제 일인자라고 할 수 있었지만, 그 의 무공과 함께 단순 무식함으로 세상에 이름을 떨치고 있었다. “무엇보다 바닥이 보이지 않으니 함정이 있어도 발견하기 힘듭니다. 모두 들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제갈선이 사람들에게 주의를 주었다. 4개조의 사람들은 각자 자신이 맡은 방위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첨벙첨벙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무기로 바닥을 두드리며 나아갔다. 일단 이것으로 함정에 빠질 염려가 줄어들어서 좋지만 소리가 요란하기 때 문에 마영신장이 이쪽의 움직임을 알아차리게 될 것이다. 하지만 어차피 빠 져나갈 구멍이 없는 이상 그는 쥐가 쫓기듯 구석으로 몰려 결국 잡히게 될 것이라고 제갈선은 생각했다. 약 30분이 지났다. 마지막 층답게 넓고 복잡한 구조로 되어 있는 듯 했다. 카린의 눈에 광기가 서리기 시작했다. 그의 인내심에 한계가 오기 시작했다 . 성격이 급한 레드드래곤 같았으면 이미 본체로 현신해서 사방에 브레스를 뿜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미칠 듯이 지루했다. 사방으로 뻗어가는 카린 의 살기에 라딘이 눈치를 채고 카린에게 말을 걸려고 했다. 그때, 남쪽에서 첨벙첨벙하고 물소리가 들려왔다. 사람들은 긴장했지만 나 타난 것은 남쪽으로 간 제 2조였다. 제 2조 조장인 제갈선이 말했다. “이쪽은 외길이오. 마영신장은 보이지 않더이다.” “크윽, 그놈이 도대체 어디 숨은 거지?” 카린이 이를 갈며 말했다. 조금 있자 다시 서쪽의 제 3대가 돌아왔다. 그쪽에도 마영신장은 보이지 않 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구역은 북쪽과 동쪽이다. 사람들은 긴장 과 함께 기다리고 있었다. -첨벙첨벙 동쪽에서 물소리가 들렸다. 혹시? 그러나 역시 돌아온 사람들은 제 4대였다 . “흐음, 이제 북쪽만 남았군요. 제 1조의 조장은 대우선사입니다만...” 제갈선이 제 1조가 돌아오지 않자 불안한 듯 말했다. 대우선사는 무공은 강 해도 계략에는 약하다. 그의 불안한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3조 조장인 대응신조 전문호가 고개를 흔들면서 말했다. “1조에는 전 가주가 동행하고 있소이다. 제 자식이지만 머리가 뛰어나지요 .” 전씨 세가의 현가주인 구크로 전호악은 확실히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부러 제 1조에 넣지 않았는가?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여 동 의했다. 그때, 라딘이 말했다. “흠, 일단 남동서 세 방향에 마영신장이 없다면 북쪽에 있을 가능성이 크 다고 봐야 합니다. 이 미로가 서로 다른 곳으로 통하지 않는다면 이렇게 기 다릴 것이 아니라 북쪽으로 나아가 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라딘은 이곳에서 앞으로 10분만 더 서 있으면 카린이 폭발할 것 같은 느낌 을 받았다. 일단 이동을 하는 것이 안전했다. 제갈선은 라딘의 제의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라딘 경의 말이 틀리지 않소이다. 그러나 입구를 비워두면 만약의 경우 놓칠수도 있으니 중군만 이동하는 것이 좋겠소. 저희 2,3,4조는 입구 를 지키도록 하지요.” 마영신장과의 싸움을 직접 구경하지 못하는 것이 불만이지만 제갈선의 말에 는 빈틈이 없었다. 모든 사람들이 동의하자 서문기검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북쪽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카린과 라딘 일행도 그 뒤를 따랐다. 결전 이 다가오고 있다는 생각이 그들의 심장이 조금씩 빨라지기 시작했다. -------------------------- “그들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살혼쌍영 중 형인 화영이 말했다. 그의 동생인 빙영은 지금 앞쪽에 잠복하고 무림맹의 인물들이 오는지 살피 고 있었다. 쌍둥이인 그들 형제는 신기하게도 조그만 손짓 하나로도 서로의 뜻을 거의 완벽하게 전달할 수 있었다. 마영신장은 신음소리를 내며 이를 갈았다. “크윽, 결국 발견하지 못 하는가! 화영, 너도 찾지 못했나?” 화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는 살수이기 때문에 함정과 기관에 대한 지식은 그다지 깊지 못했다. 마영신장은 트랩마스터를 데려오지 않은 것을 후회했지만 이미 상황은 막바지까지 치달리고 있었고, 혈궁은 발견할 수 없 었다. “어쩔 수 없지, 암흑신교가 얻지 못하면 천하의 그 누구도 얻을 수 없다! 화영 그들이 오면 계획대로 실행해라!” 마영신장의 명에 화영은 침을 한번 삼키고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이마에는 땀이 흐르고 있었다. 잠시 후, 첨벙첨벙 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들이 지척까지 다가온 것을 알 수 있었다. 빙영이 소리도 없이 물위를 달려 마영신장의 옆으로 다 가왔다. 경공이 특기인 그는 등평도수의 경신술을 마스터의 경지까지 익히 고 있었다. 그들은 그들이 있는 장소인 마굴의 심장석이 있는 홀 입구 좌우에 매복했다 . 세가 불리하니 일단 기습을 해서 열세를 만회할 수 밖에 없었다. 천하의 마영신장이 기습을 해야 하다니! 마영신장의 얼굴이 치욕감으로 붉게 물들 었다. “앗, 저기 있다!” 누군가가 소리쳤다. ‘화영을 발견했군, 그는 통로 앞쪽에 서 있으니 금방 발견할 수 있겠지.’ 마영신장은 속으로 생각하며 가볍게 웃었다. -삐익, 삑 호각 소리가 마굴의 미로 안에 울려 퍼졌다. 아차, 역시 포위망을 구축하고 조이는 중이었나? 마영신장은 속으로 이를 갈았다. 예상하고 있는 일이었 지만 막상 현실로 닥치자 괜히 억울하게 쫓기는 것 같은 느낌이 들고 있었 다. 하지만 너희들의 뜻대로는 안 될 것이다! 마영신장이 반대편에 있는 빙영을 보며 차갑게 웃었다. 빙영의 얼음과 같이 굳은 얼굴도 왠지 모르게 웃고 있는 듯 한 느낌이 들고 있었다. ------------------------------- “앗, 할아버지 신호에요!” 서문월이 놀라서 외쳤다. 그와 동시에 서문기검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의 몸 이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카린의 쌍도에는 이미 전격이 뿜어져 나오고 있 을 정도였다. 지난 몇 시간의 스트레스를 풀 기회가 드디어 온 것이다. 그들이 신호가 울린 곳까지 달려갔을 때, 상황은 심각하다고 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이 부상을 입은 듯 쓰러져 있었다. 그리고 대우선사와 전호악이 정 체를 알 수 없는 자들과 싸우고 있었다. 놀랍게도 레벨 850의 대우선사가 밀리고 있었다. 그렇다면! “마영신장, 여기 서문기검이 왔소이다. 본인과 승부를 겨뤄봅시다!” 서문기검이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우렁찬 목소리로 외치며 마영신장 쪽으로 달려갔다. 카린도 그의 뒤를 따라 달려가고 있었다. 남은 사람은 전호악 가주 쪽으로 갔다. 이제 곧 결판이 날 것이라고 그들은 생각했다. 그때였다. 마영신장이 자신의 장으로 대우선사를 한번 가격하여 그를 뒤로 물러나게 한 후, 크게 웃으며 소리쳤다. “크하하하하, 서문기검! 때로 몰려 와서 겨루자고 하니 본 장로가 웃을 수 밖에 없구려, 기회가 있으면 단 둘이 있을 때 결판을 내 봅시다. 화영, 지 금이다!” 그가 한쪽을 돌아보며 말하자 사람들은 그쪽을 바라보았다. 홀의 안쪽에는 이 마굴의 심장석이 있었고 그 앞에는 한 사람이 서 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의 검이 심장석을 향해 찔러가고 있었다. “안 돼! 이 악도들!” 서문기검이 소리쳤지만 검은 멈추지 않았다. -파캉 심장석 중앙에 검이 박히고 돌이 깨지는 소리와 함께 심장석이 부서졌다. 화영은 산산히 부서진 심장석 조각이 마치 허공에 녹듯 사라지는 광경을 보 며 마영신장이 명한 말을 생각했다. “알겠나? 신교가 얻지 못하면 아무도 얻을 수 없다. 만약 우리가 경계선을 넘다가 들키면 즉시 마굴 속으로 가서 최하층까지 내려간다. 그리고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추적대가 오면, 그때는 마굴의 심장석을 부숴라! 마굴 속에 혈궁의 입구가 있다면 마굴이 파괴됨으로써 아무도 혈궁에 들어가지 못하 게 될 것이다! 잊지 마라, 지금부터 우리의 임무는 우리가 탐색하지 못한 두 개의 마굴을 부수는 것이다!” ------------------------------- 4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지키고 있던 사람들은 삐익 하는 신호를 들을 수 있었다. “오! 드디어 발견했나 보오. 과연 중군이 일찍 들어간 것이 다행일 수도 있겠구려.” 전문호 태상장로가 제갈선을 보며 말했다. 그도 마영신장을 발견 한 후 중 군이 투입될 때까지 시간을 잡아먹어 자신의 아들이 위험에 빠질까봐 걱정 하고 있었다. 제갈선도 다행이라는 듯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였다. “[데들리 포그]!” -펑 “헛, 독무다! 모두 숨을 쉬지 마시오!” 제갈선은 급히 소리쳤다. 최상급마법 데들리 포그가 날아오다니! 뒤쪽의 경 계를 소흘히 한 것이 뼈아픈 실수였다. 설마 마교의 잔당이 또 있었단 말인 가? 최상급 범위 독마법이라고 해도 대부분이 700레벨을 넘긴 각 세가의 장로들 을 한 번에 제압할 수는 없었다. 그들은 신속히 숨을 멈추고 눈을 감은 채 사방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휘익, 휙 무엇인가가 지나갔다. 신호가 울린 북쪽으로 몇 사람의 인영이 들어가는 것 이 보였다. 그들은 혼비백산해서 쫓아가려고 했다. 그러나, 선두에 있던 전 문호가 비명을 지르며 물러섰다. “크핫, 바닥에 함정이 있소!” 그의 발에는 몇 개의 캘트롭이 박혀 있었다. 마법으로 날카롭게 강화된 특 제 캘트롭이었다. 그리고 그 캘트롭에는 독이 발려 있었다. 사람들은 이를 갈았다. 그러나 이런 진흙속에 캘트롭이 깔리면 급하게 쫓아 가는 것은 불가능 했다. 그들은 심호흡을 하여 마음을 안정시키고는 발로 조심스럽게 바닥을 흩으며 걸었다. 그들은 미쳐 몰랐을 것이다. 앞쪽에는 서문기검과 녹림마제 카린이 있었다. 지금 지나간 자들이 아무리 강해도 이 두 사람이 있는 중군과 대우선사가 있는 제 1조의 무력을 감당할 수는 없다! 그들은 확신했다. -------------------- “나이스 트랩!” 맨 앞에서 달리는 악령기사가 힐끗 뒤를 보며 말했다. 그 바로 뒤에 달리는 매머드가 말을 이었다. “어떻게 그렇게 상황에 딱 맞는 극악, 비겁한 함정을 항상 지니고 있지?” 그는 아직도 캘트롭이라면 치를 떨었다. “비겁이라니! 트랩마스터가 그럼 트랩하고 암기를 써야지 너처럼 투핸드 소드를 쓰니?” 맨 뒤에서 아직도 캘트롭을 뿌리며 달리고 있는 세이렌이 말했다. 매머드와 세이렌은 어릴적부터 친구였고, 지금도 성별을 초월한 친구 사이다. 물론 각자 다른 가정을 가지고 있다. 세이렌의 바로 앞에서 달리고 있는 멀린이 숨을 헉헉 내쉬면서도 말했다. “헉헉헉, 마법을 쓰자마자 전력으로 달리라는 무지막지한 작전을 도대체 누가 세운거야? 이거 마법사가 무슨 초인인줄 알아?” “말할 기력이 있으면 조금 더 빨리 달리시지요. 멀린 님.” 그의 옆에서 멀린의 손을 잡고 같이 달리고 있는 아비게일이 냉정한 목소리 로 말했다. 확실히 멀린은 반쯤 그에게 딸려가고 있었다. “헉헉헉, 이거 보라고! 성직자라고 자신에게 무한체력 강화마법을 건 사람 이 그렇게 말하면 듣는 마법사가 얼마나 열받는 지 아나? 늙은이라고 놀리 는 거지?” 아비게일은 조용히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이 마법사가 계속해서 떠드는 것을 보면 아직 체력이 많이 남아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떠들면서도 다리는 쉬지 않고 움직이고 있었고, 드디어 호각 소리가 들린 장소까지 접근할 수 있었다. 그리고 홀 안으로 들어왔을 때, 그들은 화영이 검을 들어 생명석을 부수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5-4 혈궁 ---------------------------- -구그그그그 마굴안이 요란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생명석이 깨진 이상 마굴은 붕괴되고 마굴 안을 채우고 있는 마기는 모두 사라지게 된다. 그리고 그때의 마력으로 마굴 안에 있는 모든 사람과 마물 은 근처의 지상으로 순간이동하게 될 것이다. 최고급 마법진을 사용해야 겨우 시전 될 수 있는 순간이동 마법이 수많은 생명체에게 동시에 걸릴 정도로 마굴을 구성하는 마나는 막대한 것이다. 신 의 저주가 아니면 이정도의 마나가 모이기는 불가능하다. 서문기검은 흔들리는 바닥위에 서서 자세를 바로 잡고 마음을 안정시켰다. 이럴 때 일수록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그의 평생에 걸친 경험이 말해주고 있었다. 그의 눈이 자신의 코를 보고 그의 마음이 사방을 살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좌측에 있던 벽이 소리없이 열린 것을 알았다. 역시 혈 궁의 입구가 나타났구나! 그는 즉시 자신의 손자인 서문월의 팔을 잡고 그 안으로 뛰어들었다. 마영신장은 자신을 향해 달려오던 서문기검이 갑자기 좌측으로 방향을 틀자 무심결에 그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는 즉시 행동에 옮겼다. “빙영, 가자!” 평생 동안 마영신장을 따라다닌 빙혼은 그의 짧은 명령에도 어김없이 반응 했다. 그는 즉시 마영신장이 뛰어든 곳으로 같이 뛰었다. “이놈들! 어디를 가느냐!” 마영신장에게 어깨를 얻어맞고도 투지를 잃지 않은 대우선사가 호통을 지르 며 마영신장의 뒤를 따랐다. 역시 빙혼과 대치하고 있던 전호악도 늦지 않 게 새로운 출구를 발견하고 뛰어들 수 있었다. “뭉치, 크로키!” 서문기검이 움직이는 순간 그들에게 집중하고 있던 라딘 역시 그곳으로 뛰 어들었다. 크로키와 뭉치 역시 서문기검만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에 라딘과 거의 동시에 그쪽으로 뛰어들 수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곳까지 달려온 악령기사 일행이 그 광경을 보았다. “나이스 타이밍! 달려!” 악령기사가 동료들에게 외치며 달려오던 속도 그대로 그쪽으로 돌진했다. 마굴의 진동은 점점 심해지고 있었고, 부분적으로 붕괴가 시작되고 있었다. ------------------------------- “크아아악, 이놈이, 감히 마굴의 생명석을 부수다니!” 카린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 그의 머리가 요란하게 휘날리고 있었다. 전신 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나에 공기가 흔들리고 있었다. 그는 마영신장을 향해 달려가다가 마굴의 생명석을 부수는 화영을 보고 이 성을 잃었다. 드래곤의 앞에서 마굴의 생명석을 부수다니! 고대의 비극인 제 1차 신마대 전이 끝난 후, 모든 종족이 모여 가능한 한 마굴을 부수지 않고 유지하겠다 고 굳게 맹세하지 않았던가? 피치 못할 사정으로 마굴을 부숴야 하게 되면 신전의 허락을 받아야 했다. 그리고 그 맹약의 조율자로 들어간 것이 바로 드래곤이라는 절대 무력이었 다. 영원히 산다는 드래곤이야말로 이 마굴유지 조약의 가디안으로 적합했 다. 물론 그것이 완벽하게 지켜질 수는 없다. 제 1차 신마대전 이후, 심심치 않게 마굴은 붕괴되었고, 그 중에는 신전의 허락을 받지 않은 것도 많았다. 드래곤은 기본적으로 게으르기 때문에 마굴 하나 무너졌다고 세상을 뒤집어서 그 범인을 찾기 위해 노력하지는 않는 것 이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달랐다. 드래곤인 그의 바로 눈앞에서 마굴의 생명석 이 부서졌고, 이 마굴은 붕괴될 것이다. 이것은 치욕이었다. 드래곤인 자신이 무시당했다! 비록 신분을 감추고 유희 중이었다고는 해도 분노로 이성을 잃은 드래곤에게 그런 이성적인 생각이 통할 리가 없었다. 자신의 앞에서 마굴을 부수는 것은 드래곤 전체를 무시 하는 것과 같다고 카린은 생각했다. “[만파쇄월]! [뇌룡출해]! [추혼뇌룡]!” 그의 쌍도가 음속을 넘어서는 속도로 교차하면서 그로인해 생긴 진공파가 카린의 브레스의 일부인 포이즌오브의 기운을 싫고 날아갔다. 경악한 화영이 즉시 몸을 날려 피했지만 연이어서 카린이 쌍도를 위아래로 휘두르자 그의 도에서 발산되는 뇌전의 기운이 용의 형상을 띄우며 화영을 쫓았다. 뇌룡신공의 최후단계인 추혼뇌룡의 일초였다. -콰쾅, 파지지직 “크아아악!” 화영이 서 있던 자리의 뒤쪽 벽이 진공파에 맞아 깊은 흠이 생겼다. 그리고 그곳에서 살을 녹이는 독무가 터졌다. 겨우 독기를 피해 몸을 날린 화영의 몸에 두 개의 뇌룡이 덮쳤다. 화영은 온몸이 찢겨지는 것 같은 고통을 느끼며 비명을 질렀다. 살수로 고통을 참 는 훈련을 받은 그로써도 참을 수 없는 절대적인 고통이었다. 그리고 그 순 간 카린의 도가 그의 몸을 향해 날아들었다. 카린은 조금도 쉬지 않고 화영을 공격했다. 일단 눈으로 마굴을 파괴하는 자를 본 이상 자존심을 걸고 죽여야 했다. 그 런데 시간이 지나 지상위로 무작위적인 텔레포트를 하게 되면 이놈을 찾기 위해 고생해야 할 것 같았다. 결국 카린은 최선을 다해서 이 자리에서 죽여 버리기로 굳게 결심하고 그의 능력을 극한까지 끌어올렸다. “[대도무극]!” 카린의 쌍도가 하나로 합쳐지며 길이 2m정도의 거대한 칼로 변했다. 그리고 그 대도전체에 도강이 뿜어져 나오다가 도극에 모여 둥그런 환으로 변했다. 어머니가 끝까지 망설이다가 자식이 원수다라고 투덜거리면서 그에게 물려 준 유니크 쌍도인 천환마도! 이 쌍도가 가지고 있는 최후의 비기가 바로 대 도무극이라는 합일의 기술이었다. -슈각 10만의 마나가 주입되어 전설상의 도환을 형성하는 천환마도의 고유기술인 대도무극은 보통 무인이라면 마나가 부족해서 펼칠 수조차 없지만 드래곤인 카린이 사용했을 때 그 힘은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750레벨의 화영은 자신의 무기와 자신의 몸이 동시에 두 조각으로 나는 것 을 느끼며 영원히 정신을 잃었다. “크하하하, 역시 최고야! 마영신장! 이제 네 차례다, 각오해랏!” 카린은 호탕하게 웃으며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나 그곳에는 이미 아무도 없 었다. 그 순간이었다. 마굴속에 있던 마나가 제어력을 잃고 드디어 회오리를 형성하며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카린은 자신의 몸이 거역할 수 없는 마나의 흐름에 의해 어디론 가 날려지는 것을 느끼며 외쳤다. “다들 어어디디디로로로로 가가가가간거거거거거야야야야야야!” -휘익 -구그그그그긍 그렇게 청진지방의 언데드 전용 마굴 ‘생명이 없는 지역’은 이 브리시아 세상에서 사라졌다. 물론 마굴보존의 법칙에 의해 세상 어느 곳에 새로운 마굴이 나타날 것이다. 세상 사람들은 아직 혈궁이 열린 것을 모르고 있었다. 5-4 혈궁 ------------------------- -구르르르르릉 마굴이 붕괴되려는 듯 진동이 극에 달했을 때, 마지막으로 혈궁 안으로 들 어온 악령기사가 즉시 통로 옆쪽에 있는 돌판을 눌렀다. 그와 함께 열렸던 통로가 돌 굴러가는 소리를 내며 닫혔다. 라딘은 악령기사를 알아보고 경악했다. 그가 이곳까지 들어오다니! 예상외 였다. 그는 눈을 돌려 안쪽을 바라보았다. 안쪽은 약간 넓은 홀이었으며 그 안에는 여러 명의 사람들이 있었다. 서로가 서로를 경계하며 이 새로운 장소에 대한 것을 조금이라도 파악하고 자 집중하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그 때, 라딘은 한 가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카린은?” 라딘은 크로키를 돌아보면서 물었다. 크로키는 그때서야 당황한 듯 주위를 둘러보고는 말했다. “안...들어왔나 본데?” 라딘의 얼굴이 확 구겨졌다. 아무리 그라도 이 순간에 감정을 숨길 수는 없 었다. ‘망했다!’ 그는 생각했다. 눈앞에는 900레벨대의 인간들과 800레벨대의 대우선사, 그 리고 악령기사 팀이 있었다. 카린만 있었으면 자신들이 우세하겠지만, 그가 빠진 이상 자신이외에 그들 과 대적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아니, 비록 스탯만은 900레벨에 비교해 도 떨어지지 않는 자신이지만 기사인 자신이 마운트도 없이 대인전 전문 직 업인 검사들을 상대로 싸워서 덕을 볼 것 같지는 않았다. 물론 싸울 일이 일어나도 곤란하겠지만 자신들의 레벨이 650정도인 이상 이 무리들로부터 그다지 좋은 대접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쩝, 어쩔 수 없이 당분간 무림맹 쪽에 붙어 있어야겠군. 그래도 정파니까 .’ 라딘은 보물을 눈앞에 둔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남아 조금이라도 보물을 많 이 차지하기 위해 열심히 궁리했다. 무림맹의 고수들을 선동하여 마영신장과 악령기사 쪽을 처리할 수 있을까? 만약 그렇게 된다고 하면 무림맹의 고수들이 자신들에게 보물을 얼마나 나 누어 줄까? 좋은 것 다 가져가고 남는 것 몇 개 줄 가능성이 상당히 높을 것 같았다. 그때였다. “마영신장! 이놈, 마굴을 부수다니, 네놈이 정녕 암흑신에 인간의 본성마 저 팔아버린 것이냐?” 대우선사가 소리쳤다. 사실 암흑마교의 사람이라도 함부로 마굴을 파괴하지는 않는다. 세상이 혼 란에 빠지는 것은 괜찮다고 해도 자신들의 본거지 한 가운데 마굴이 생겨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영신장은 크게 웃으며 말했다. “으하하하, 대우선사, 본좌가 마굴을 부수지 않았다면 어떻게 이곳을 찾을 수 있었겠소? 그리고 궁지에 몰린 쥐는 고양이를 문다고, 사람을 무리지어 서 핍박하는 데 어찌 본좌가 살길을 찾지 않을 수 있겠소?” 그가 놀리듯 말하자 대우선사는 크게 기합을 지르며 몸을 날렸다. 그의 몸 이 일직선을 그리며 마영신장에게 날아갔다. 대우선사의 상반신에 청광이 어리기 시작했다. 철두공의 최후경지인 철두강포의 비술이었다. “어딜! [묵철장]!” -휘익. 쾅 마영신장이 자신의 오른손으로 날아오는 대우선사의 머리를 때렸다. 그의 장이 흑강처럼 검게 물들어 빛나고 있었다. 대우선사가 2m쯤 튕겨 공중에서 한 바퀴를 돌아 멈췄다. 마영신장도 대우선 사의 경력을 이기지 못하고 뒤로 1m쯤 물러섰다. 한 손의 힘으로 대우선사 의 전신포탄을 막아낸 것이다. “과연 신장이라고 할 만 하군, 본인이 상대하겠소.” -챙 서문기검이 허공에 검을 한번 튕기며 앞으로 나섰다. 신기하게도 허공에 보 이지 않는 벽이 있는 듯 그의 검이 공기를 때려 소리를 냈다. “흥, 역시 정파의 위선자들답게 때로 몰려오는군. 와랏!” 마영신장이 비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그의 속셈은 따로 있었다. 어차피 이곳에서 싸우면 세가 불리한 만큼 당할 수밖에 없다. 그는 서문기 검과 맹렬하게 일초를 교환하고 안쪽으로 도망갈 속셈이었다. 그의 구명절 초인 탈명무음장이라면 서문기검을 격살하지는 못해도 그를 순간적으로 물 러나게 할 수는 있을 것이다! 살기가 공기중에 팽팽하게 퍼져 나가고 있을 때, 갑자기 악령기사가 앞으로 나오며 소리쳤다. “잠깐! 이곳에서 싸우는 것은 좋지 못하오!” 그때서야 사람들이 악령기사를 바라보았다. 여태까지 암중에 경계는 하고 있었지만 마영신장의 일이 급하기에 모른 척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가 끼 어든 이상, 적인지 아군인지를 가려야 했다. “험, 본인은 전씨세가의 가주인 구크로 전호악이라고 하오. 서대륙의 무림 맹에 속한 분은 아닌 듯 한데 성명을 물어도 되겠소?” 전호악이 앞으로 나와 정중히 포권하며 물었다. 상대는 만만치 않은 자들로 보였고, 그 수가 5명이었다. 그것도 마법사까지 섞여 있었다. 서대륙은 강대국이 없고 소국들이 난립하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무사가 많고, 국가에 충성하는 기사는 적었다. 그리고 숭무사상이 심해서 마법사 는 더욱 더 희귀했다. 기사나 마법사는 주로 동대륙에 많은 것이다. 그러나 일가의 가주인 그는 마법사와 기사가 제 역할을 하는 그룹이 얼마나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지 알 고 있었다. 저들은 기사, 전사, 도둑, 마법사, 성직자의 가장 균형 잡힌 그룹으로 그들 의 힘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것이 틀림없었다. “본인은 동대륙의 레디안 제국의 상급기사인 악령기사라고 하오. 죄송합니 다만 잠시 손을 멈추고 제 말을 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악령기사는 일단 사람들의 주의를 끌자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기 시작했 다. “저기 있는 마영신장은 레벨 900이 넘은 천하 4대 고수 중 한명으로 알고 있소. 그렇다면 여러분이 만약 그를 협공하려고 해도 그는 능히 몸을 빼서 도망갈 수 있을 것이오.” “흥, 도망가면 쫓아가면 그뿐 아니겠소? 그가 이곳의 지리를 모르는 이상 쉽게 우리의 손을 빠져 나갈 수는 없을 것이오.” 대우선사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마굴에서 얻어맞은 어깨가 아직도 아팠 다. 그러나 악령기사는 고개를 흔들며 설명을 계속했다. “이곳의 지리는 여러분도 모를 것입니다. 그러나!” 악령기사가 갑자기 말을 멈추고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그의 박력에 사람들 은 자신도 모르게 긴장했다. “솔직하게 말하겠소. 나는 한 장의 혈궁도해를 가지고 있소이다. 그 혈궁 도해는 바로 이 1층의 구조를 나타낸 부분이오!” -쿠쿵 사람들은 경악했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지금 이 상황에서 가장 유리한 자는 바로 저 악령기사일 것이다. “흠, 그렇다면 그대는 왜 그 사실을 우리에게 밝히는 것이오? 설명을 듣고 싶소만?” 서문기검이 한 발 물러나서 검을 든 팔을 내리며 물었다. 마영신장도 역시 한 걸음 물러나 두 팔을 내렸다. “저는 그동안 이 1층의 구조를 나타낸 혈궁도해를 철저하게 연구했소. 그 리고 마찬가지로 세상에 나도는 2층의 구조가 그려진 혈궁도해도 연구를 해 왔소. 그리고 한 가지 깨달은 점이 있소. 그것은 세상에 퍼진 혈궁도해는 중요한 함정이나 기관이 모두 빠져 있다는 것이오!” “뭐라고? 그럼 이 지도는 쓸데없는 물건이란 말이냐?” 마영신장이 품속에서 혈궁도해를 꺼내며 물었다. 그가 가지고 있는 가짜 혈 궁도해였다. 악령기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소. 그리고 본인이 가지고 있는 1층의 구조를 보면 이곳에는 그야말 로 혈궁이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최악의 함정과 기관이 곳곳에 설치되어 있 소이다.” 사람들은 악령기사의 말을 듣자 가짜 혈궁도해를 퍼뜨린 존재를 저주하기 시작했다. 가장 열심히 저주를 퍼부은 것은 라딘이었다. 그러면서 라딘은 속으로 생각했다. ‘맞아, 내가 생각해도 2층의 함정과 기관은 좀 심하게 위험했지. 차마 그 걸 그냥 내보낼 수 없어서 다 지웠는데, 하필이면 악령기사가 그걸 알아차 리네, 쩝.’ 악령기사는 잠시 사람들이 진정하기를 기다리다가 설명을 계속했다. 그의 설명에 의하면 1층의 도해를 가진 자신들도 조심하지 않으면 당할 정 도로 이곳의 기관은 복잡하다. 그런데 이곳에서 추격전 같은 것을 벌여 봐라. 워낙 고수들이니 전멸을 안 당할지 모르지만 그래도 대부분 죽거나 다칠 것이다. 그리고 문제는 2층이다. 한두 명이 살아남아도 2층의 기관도해가 없는 상황 에서 그곳을 무사히 지나 혈궁의 비보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으냐? 자신은 이계인이라 죽어도 다시 살아나지만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살아서 이곳을 나갈 수 있는 확률은 그다지 크다고 할 수 없다. 그는 그렇 게 사람들을 설득했다. 무엇보다 지금 이 자리에 트랩마스터는 자신의 파티원인 세이렌 밖에는 없 다. 그 많은 기관과 함정을 몸으로 때우고 살아서 나갈 수 있을 것 같으냐? “그렇기 때문에 본인은 여기서 다시 말하겠소. 무림맹이 주장한 동등분배 조약! 그것을 이곳에 있는 사람들끼리 다시 계약합시다. 무림맹, 라딘 경, 마영신장, 그리고 우리가 공평하게 보물을 4등분하는 것이오. 그것이 싫다 고 해도 최소한 싸움은 물건을 보고나서 합시다!” 악령기사의 말을 들은 서문기검은 냉정하게 손익을 계산하기 시작했다. 안 타깝게도 군사인 제갈선이 이곳에 없었다. 그라면 최선의 방법을 생각할 수 있을텐데, 그는 고개를 들어 한쪽에 있는 전호악을 슬쩍 바라보았다. 전호악이 고개를 흔들었다. 자신도 이렇다 할 의견이 없다는 표시였다. 서문기검은 다시 라딘을 바라보았다. 라딘은 자신은 그 제안에 찬성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세가 약한 그로서는 찬성할 수밖에 없었다. 악령기사는 아마 자신을 염두에 두고 자신의 일행에게 한 부분을 약속했을 것이다. 4등분이라, 그것 도 나쁘진 않지, 하고 라딘은 생각했다. 서문기검은 마지막으로 자신의 손자인 서문월을 보았다. 생각해보니 지금 이 상황에서 난전이 벌어지면 무력이 가장 떨어지는 손자 가 위험했다. 자신은 마영신장을 상대해야 하기 때문에 그를 보호할 여력이 없을 것 같았다. 데려오지 않았어야 했다고 후회해도 이미 늦었다. “좋소. 마영신장만 동의하면 무림맹은 혈궁을 벗어날 때까지 무력을 행사 하지 않겠소. 물론 보물도 동등하게 나눕시다.” 서문기검이 결심했다는 듯 말하자 마영신장이 큰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크하하하하하하, 내가 80년을 살았지만 무림맹과 연수하리라고는 생각도 해본 적이 없는데, 좋다. 휴전이다!” 그가 동의하자 사람들은 일단 살기를 거두었다. 그도 천하 4대 고수중의 한 명이니 만큼 자신이 한 말의 신의는 지킬 것이라고 믿었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생각을 가슴속에 품은 체, 악령기사의 인도 에 따라 혈궁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0-10 추천 4만개 기념 연참 ------------------------------------ 통로를 따라 들어가다 보니 앞이 막혀있고 두 갈래의 길이 나왔다. 일행은 악령기사를 쳐다보았다. 악령기사는 왼쪽으로 통하는 길을 가리켰다 . 세이렌이 오른쪽 통로에 엑스표시를 했다. “조심하시오. 이 앞에 첫 번째 기관이 있소. 물론 무슨 함정인지 알고 있 으니 크게 긴장할 필요는 없소.” 악령기사가 앞장서며 주의를 주었다. 그들은 묵묵히 따라갔다. 통로의 중간에 바닥이 없고 검푸른 물이 채워져 있었다. 약 10m의 거리였다 . 척 보기만 해도 건강과 피부미용에 그다지 좋은 물이 아닌 것 같았다. “흠, 독수인가?” 대우선사가 중얼거렸다. 그 말을 들은 악령기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물론 독수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오. 이곳을 뛰어서 지나가거나 날아서 지 나가려고 하면 양쪽 통로와 천정에서 강력한 자동화살과 전격마법이 발사되 게 되어 있소. 절대로 쉽게 지나갈 수 없을 것이오.” 사람들은 그 말에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특히 대우선사는 아무 생각 없이 건너편으로 뛰려고 무릎을 굽히고 있었던 만큼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흠, 그럼 해제방법은 무엇이오?” 전호악이 물었다. 세이렌이 그 말에 대답했다. “수면으로부터 1m위까지는 물건이 지나가도 함정이 발동되지 않는다고 되 어 있어요. 밧줄을 걸고 허리를 숙이고 지나가면 무사히 지나갈 수 있을 거 에요.” 그녀의 설명에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라딘이 나서서 자신이 반대편에 밧줄을 걸겠다고 말하고는 워터워크를 사용하고 허리를 숙인 체 반대편으로 걸어갔다. 밧줄이 하나 걸리자 모든 사람이 차례로 건넜다. 마영신장은 서문기검이 통 로를 건널 때, 암습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지만 이런 함정이 곳곳에 설치되 어 있다면 다른 사람들의 합공을 받으면서 이곳을 살아서 나갈 자신이 없었 다. 기회를 노려야만 했다. 사실 그는 세상 사람들에게 마교인답지 않게 정정당 당하게 승부를 내는 승수사로 알려져 있었다. 물론 그의 성격도 그쪽을 좋 아했다. 그러나 암흑신교의 영광 앞에 개인의 감정과 가치관은 무의미 한 것이다. 서문기검같은 자는 죽일 기회가 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죽여야 했 다. 물론 자신이 죽으면 신교의 큰 손해인 만큼 자신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살아남아야 했다. 사람들이 모두 건넜다. “이 밧줄은 어떻게 하지요? 회수할까요?” 라딘이 물었다. 전호악이 그냥 놔두자고 말했다. 밧줄은 아직 여유가 있다.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는 이상 퇴로는 확보해 놔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다시 전진했다. 이곳에는 몇 개의 함정이 있을까? 라딘은 자신이 가진 진짜 혈궁도해에 적힌 함정의 수를 생각했다. 중앙까지 가는데 12개의 함정을 돌파해야 한다. 그렇다면 1층에도 그 정도의 함정이 있다고 봐야 했다. 이제부터 시작인가? 그가 한참 생각에 잠겨 있을 때, 다시 독수로 채워진 통로가 나왔다. “흥, 같은 구조인가? 라딘 경, 이번에도 수고를 하셔야겠소.” 대우선사가 말하자 라딘은 고개를 끄덕이며 앞으로 나섰다. 그러나 악령기 사가 라딘을 저지했다. “이번에는 전과 틀립니다. 같은 방법으로는 지나갈 수 없소. 이 독지 밑에 는 식인식물인 파리시크가 살고 있소.” “파리시크!” 서문기검이 놀랐다는 듯이 소리쳤다. 파리시크는 독지에 기생하는 식인식물이다. 그는 독지 근처로 접근하는 동 물이나 그 위를 날아서 지나가는 새들에 반응하여 자신의 촉수를 뻗어 그들 을 독지 속으로 끌어들인다. 그 촉수의 움직임은 무림 고수라 해도 피하기 힘들 정도로 빠르고 교묘하다 고 알려져 있다. 그리고 일단 촉수에 감기면 그곳에 달려있는 수많은 작은 가시에 의해 몸이 중독되어 마비된다. 서대륙에서도 내륙의 정글지대에 극 소수 자생한다고 알려져 있는 희귀식물이 이곳에 있다는 것이 믿기질 않았 다. “음,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이오?” 전호악이 묻자 이번에도 세이렌이 나서서 말했다. “파리시크는 불을 싫어합니다. 저희 마법사인 멀린이 파이어 월 마법으로 이 늪지 위를 불로 뒤덮을 거에요. 그때 지나가시면 됩니다.” -끄덕끄덕 과연 저자들은 모든 대책을 세워서 들어왔구나. 사람들은 악령기사 일행이 이 혈궁 1층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 이 자신들과 연수하려는 의도를 이해할 수 있었다. 2층부터는 이런 함정을 몸으로 부딪쳐 해결해야 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대처할 수 있는 고수의 힘이 필요할 것이다. 확실히 이 혈 궁 내에서 경거망동 하는 것은 지혜로운 행동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통로는 계속 되었고 함정도 끊이지 않았다.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최단 경로 를 알고 있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고 무작위로 탐색했다면 3배나 많은 함정을 만나야 했을 것이다. 갈림길이 나왔다. 악령기사가 멈춰서 설명을 시작했다. “왼쪽 길은 2층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할 수 있소. 그러나 그곳은 해제할 수 없는 기관이 있고, 그것을 건드리면 청동고렘 3기가 움직인다고 되어 있소. 오른쪽은 상당히 돌아가야만 하오. 어떻게 하시겠소?” 청동고렘! 고렘중에 가장 제조하기 힘든 최강의 고렘이다. 레벨 800인 이 인형병기는 몸 전체가 금속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방어 력이 극히 높고, 왠만한 마법은 통하지 않으며 정신계의 마법은 더더욱 소 용이 없다. 원래대로라면 당연히 오른쪽 길로 돌아서 가야 했지만 지금 이 집단의 구성 원을 생각하면 오히려 자잘한 함정보다는 고렘쪽이 편하지 않을까 하고 악 령기사는 생각했다. 마영신장이 차갑게 웃으며 대답했다. “흐, 당연히 왼쪽 길이지. 본좌랑 서문기검이 한 대씩 맡고, 남은 한 대는 알아서 처리하면 되지 않겠나?” 서문기검이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800레벨의 고렘을 장난하듯이 처리하겠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 확실히 마영신장은 무림 최고의 고수 중 한 명이라고 할만 했다. -그르르릉 드디어 기관을 작동시켰다. 벽이 돌아가면서 청동고렘 3기가 벽 뒤에서 나타났다. 신장 3m! 청색으로 빛나는 금속의 신체, 머리위로 뻗어있는 뿔과 한쪽 손에 들려있는 도끼인지 칼인지 구분할 수 없는 저 무기와 반대팔에 장착되어 있는 네모난 방패를 보면 마치 어스의 애니매이션에 나오는 한 로봇이 연상 되었다. 고대어로 탈로스라고 말하는 최강의 고렘은 쿵쿵거리며 그들을 향해 달려왔 다. 고렘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재빠른 속도였다. “카앗! [묵철장]!” -깡 마영신장이 왼쪽에 있는 고렘을 향해 쏘아져 나가며 외쳤다. 그의 신영이 고렘이 도끼를 들어 내려치기도 전에 고렘의 품속으로 파고들 었다. 그의 장이 검게 변해 있었다. 그리고 고렘의 가슴에 정통으로 장력을 날리자 놀랍게도 돌진하던 고렘이 오히려 1m쯤 뒤로 튕겼다. 신기하게도 사람의 장으로 때렸는데 금속이 부딪 치는 소리가 나며 고렘의 가슴이 30cm정도 패였다. “허허, 과연 마교가 자랑하는 묵철장이오. 차앗, [유혼기검]!” 마영신장의 신위를 보고 무인의 혼이 가열되어 가볍게 흥분한 서문기검이 오른쪽에서 달려오는 고렘의 다리쪽을 향해 검을 찔렀다. -슈슈슈슉, 쿵 신기하게도 검이 고렘의 다리에 부딪치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연 속으로 네 번 찌르자 갑자기 고렘이 한 바퀴 돌아 뒤집어지면서 요란한 소 리와 함께 바닥에 쓰려졌다. 사량발천근의 묘리를 극성까지 살린 유혼기검의 화경에 의해 달리던 고렘의 힘이 한쪽다리를 밀어낸 것이다. 마영신장 역시 과연 서문기검은 만만치 않다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마영신장은 마교의 인물이면서 신장의 칭호를 얻은 자답게 청동고렘 한 대 를 단독으로 처리했다. 그의 장력에 맞은 청동고렘은 일부분은 움푹 패이고 , 어떤 부분은 터졌다. 심지어는 거미줄처럼 찢어진 곳도 있었다. 장력에 실린 기운을 둥글게 뭉치고, 튕기고, 날카롭게 만드는 등 자유자재로 제어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흠, 저런 것은 이계인은 불가능 하겠군, 그렇다면 천하 4대 고수쯤 되면 이계인이 얻기 힘든 심오한 경지의 기술을 습득하고 있다고 봐야 하는가?’ 라딘은 왠지 모르게 납득할 수 있었다. 이계인은 죽지 않는다. 그리고 스킬만 익히면 자동으로 기술이 나간다. 물 론 자신은 그런 편리성의 함정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수련을 쌓았다. 그러나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걸고 평생을 수련해온 브리시아인 고수의 깨 달음은 남다른 데가 있었다. 결국 고수가 되면 될수록 이계인보다 상대적으 로 강하다고 봐야 될 것 같았다. 역시 함부로 경거망동 안하길 잘 했지. 라딘은 아직 자신이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았음을 어렴풋이 깨달을 수 있었다. 0-10 추천 4만개 기념 연참 ----------------------- 그때 마지막 남은 한 대의 청동고렘이 라딘쪽을 향해 달려왔다. 대우선사가 막아서서 그 고렘의 몸에 정권을 내질렀다. -깡, 깡 과연 외문기공의 일인자답게 그의 주먹에 청동으로 된 고렘의 몸체가 움푹 움푹 패였다. -쉬익, 퍽! 고램이 들고 있던 도로 대우선사를 노리고 내려쳤다. 놀랍게도 대우선사는 그 도를 피하지 않고 자신의 두 팔을 십자로 돌려 막았다. 뼈와 살로 된 대 우선사의 팔이 그 거대한 도를 막았는데 베이거나 부러지지 않았다. “크윽, 역시 힘이 세군.” -휘익 반대편 주먹이 날아오자 대우선사는 감탄하며 몸을 날려 피했다. 그 순간, 옆에 있던 서문월이 검을 뽑아 청동고렘의 팔을 내려쳤다. -깡~ 그의 검이 고렘의 팔에 절반정도 박혔다. 금속의 몸체에 검을 박아 넣다니! 라딘은 저 소년검객의 무공이 그렇게 높 았나 하고 감탄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그의 검이 특이했다. 그의 검은 날이 거의 투명하다고 할 수 있었고, 은은한 청광을 내뿜고 있었다. ‘헉, 오리하르콘!’ 라딘은 경악했다. 투명한 금속이라면 오리하르콘 밖에는 없다. 그 오리하르콘으로 된 검이라 니! 그러나 그의 눈이 커지면서 그 검을 자세히 노려보게 되자 조금 이상한 것 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오리하르콘이라면 유리보다 투명해야 하는데 저 검은 완전히 투명하지가 않았다. 그때, 자신의 팔을 공격당한 고렘이 다른 팔로 서문월을 공격했다. 무척 위 맹한 공격이었고, 예상과는 달리 고렘의 팔을 완전히 자르지 못해 동작이 멎은 서문월은 놀라서 검을 놓고 피했다. -쾅 고렘의 주먹에 벽이 움푹 패였다. 그러나 라딘은 그 고렘의 힘과 파괴력에 는 전혀 신경쓰고 있지 않았다. 저정도는 자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의 신경은 검에 집중되어 있었다. 고렘의 팔에 박혀 있는 검이 점점 투명 도를 잃고 있었다. 이제는 보통의 강철장검과 같이 변해 있었다. ‘무공인가? 흠, 하지만 아까 그 빛과 색에는 오리하르콘의 특징이 그대로 나타나고 있었는데...’ 라딘은 곰곰이 생각했다. 대장장이 마스터인 자신이 모르는 뭔가가 있는 것 같았다. 마스터의 위신을 걸고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 그는 결심했다. -휘익, 콰쾅 고렘이 다시 도를 휘둘러 서문월을 계속 공격했다. 대우선사가 여전히 주먹 으로 고렘의 몸체를 변형시키고 있었지만 고렘은 자신의 팔을 자르려던 서 문월이 더 미웠는지 그만을 집요하게 쫒고 있었다. “크아아악, [봄바드]!” -쾅 매머드가 자신의 투핸드소드를 크게 휘두르며 소리쳤다. 놀랍게도 그의 검 이 고렘의 팔에 명중하자 그곳에서 폭발이 일었다. 절반정도 잘려있던 고렘 의 팔이 완전히 부서져서 땅에 떨어졌다. “다리를 노려요! [스마이트]!” -펑 라딘이 얼른 고렘의 왼쪽다리를 자신의 방패로 공격하면서 소리쳤다. 사람 들이 그말을 듣고 과연이라는 듯 고렘의 다리를 집중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때 라딘은 또 깨달은 점이 있었다. 자신은 지금 홀리코멧을 쓸 수 있는 상황에서 단순한 스마이트를 사용했다. 자신의 필살기를 다른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쓰는 것을 꺼린 것이다. 언제 싸우게 될지도 모르는 사람들앞에서 수를 보이면 그만큼 불리하다고 생각했 다. 그런데 자신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것이 다. ‘다들 3푼의 실력을 숨기고 있는 것인가? 과연!’ 실력을 감추고도 이정도의 파괴력이라니! 라딘은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 중 만만히 볼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마음속에 새길 수 있었다. 그때 라딘의 허리에 있는 주머니가 조금 움직였다. 몽몽이 같이 싸우고 싶어서 라딘의 허리를 톡톡 두드린 것이다. 그는 자신 의 허리춤에 있는 몽몽을 상기했다. 몽몽은 자신이 남들과 있을 때는 함부 로 나오지 않게 되어있다. 지금도 마치 없는 존재인 것처럼 허리에 있는 휴대용 침낭 속에서 조용히 외부의 눈치만 보고 있을 것이다. 첩보원의 가장 기본이자 가장 중요한 임 무인 잠복에 대해 몽몽은 잘 이해하고 있었고, 결정적인 순간까지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라딘은 아무도 모르게 허리에 있는 주머니를 두 번 두드렸다. 나오지 말라 는 신호이다. 이로써 몽몽은 자신과 같이 있는 자들을 적으로 인식하고 라 딘이 공격을 당할 때 기습을 시도하게 될 것이다. 라딘의 또 다른 비장의 한수! 그것이 바로 몽몽이었다. 싸움이 끝났다. 청동고렘은 800레벨이라는 강함과 그 튼튼한 금속의 몸체를 가지고도 아무 런 성과도 올리지 못한 채 고철로 돌아갔다. 사람들은 과연 천하를 집어 삼 키려던 혈월신마의 무덤답게 이런 막강한 놈들이 나오는군 하며 납득하는 눈치였다. 800레벨의 고렘이라면 인간의 손으로 제작할 수 있는 최강의 고 렘이었다. “앗, 저것봐요!” 서문월이 소리쳤다. 서문기검이 상대한 고렘의 잔해 속에서 둥그런 금속구가 하나 나왔다. 고렘 의 생명석이었다. 고렘을 제작하는 데 꼭 필요한 고렘의 생명석은 마물의 마정석과 거의 같은 물건이라고 할 수 있다. 단 고렘의 생명석은 아이템에 박아 넣는 것은 불가능하고 오직 다른 고렘의 제작에 사용될 수 있을 뿐이다. 연금술 마스터만이 고렘의 생명석을 만들 수 있고, 그 생명석을 이용하여 고렘을 제작할 수 있다. 800레벨의 청동고렘의 생명석이라면 최상급의 물건이라고 할 수 있고, 못해 도 스톤고렘이나 제작비만 충분하다면 능히 청동고렘도 제작할 수 있다. “호, 고렘의 생명석이라, 이것 또한 귀중한 것이지요.” 구크로 전호악이 감탄한 듯 말을 꺼냈다. 그리고 그는 라딘과 악령기사를 바라보았다. 라딘은 그의 말뜻을 알 수 있었다. 사실 고렘을 제작하는 것은 서대륙의 문파에게는 힘든 일이라고 할 수 있었 다. 일단 연금술사를 구하기가 힘들고, 그 정도 대규모의 금속을 구하기도 힘들다. 청동고렘이라고 청동만 있으면 되는 것이 아니다. 관절부에는 상당 한 양의 미스릴이 들어간다. 그런 고액을 들여서 고렘이 완성 되도 강력한 고수를 만나면 어이없게 부숴 질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금속이 귀한 서대륙에서는 800레벨의 청동고 렘이라고 할지라도 그렇게 전력을 기울여 만드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동대륙은 틀리다. 일단 연금술사가 각 국가에 한두 명은 있다고 할 수 있다. 마법사는 대부분 연금술을 이용하여 자신의 마법에 신비함을 더하 려고 하기 때문이다. 동대륙은 금속도 풍부하다. 무엇보다 고렘이라면 황궁 같은 성의 방어 호위 병으로 유효하게 쓰일 수 있다. 전호악은 지금 라딘이나 악령기사 둘 중 한명이 이것을 가지는 것이 어떻겠 냐고 묻고 있었다. 물론 이것을 가지면 다음에 나오는 것을 가지지 못할 것이다. 혈월신마의 물건이 나왔을 때, 다른 사람이 물건을 고른 후 최후에 고르는 자가 될 것 이다. 악령기사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고렘도 좋지만 혈궁에서는 혈월신마의 유물을 봐야겠소.” 역시 그는 목표를 정하면 주위를 돌아보지 않는 성격인 것 같았다. 라딘은 전호악이 자신을 바라보는 순간부터 열심히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 ‘어차피 혈월신마의 물건이 나오면 무슨 일이 생길지 아무도 모르겠지? 음 , 소탐대탐 작전이다!’ 그는 눈앞의 이익을 중시하기로 했다. 나중의 큰 것을 위해 지금의 작은 것을 포기하는 것 보다 일단 을 얻고 나 중에 진짜가 나왔을 때 그것도 얻는 것이 진정한 게이머의 마음가짐이 아니 겠는가? 그는 즉시 웃으면서 말했다. “아, 저희 파스트 제국에 꼭 필요한 물건이군요. 여러분들께서 양보하신다 면 감사히 받겠습니다.” 그렇게 라딘은 웃으면서 고렘의 생명석을 챙겼다. 그의 얼굴은 어차피 이 상황에서 다른 고수들을 제치고 혈월신마의 유물을 얻기 힘드니 다른 것이라도 많이 챙기는 게 남는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도 역시 이 기사가 시세를 볼줄 알아서 적당히 이익을 챙기고 물러설 줄 안다고 기뻐하는 것 같았다. 수십 년을 강호에서 살아온 서문기검이나 마교 최고의 고수인 마영신장도 아직 인간의 가장 독한 욕심에 대해서는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0-10 추천 4만개 기념 연참 ------------------------- 몇 개의 함정을 더 넘어서자 갈림길이 나왔다. 악령기사는 좌측에 있는 글 이 바로 2층으로 내려가는 길목이라고 했다. 그리고는 오른쪽을 보며 말했 다. “이쪽으로 가면 밖으로 나갈 수 있다고 써 있소. 그러나 본인이 가지고 있 는 혈궁도해의 끝에는 -지옥을 벗어난 자는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라고 쓰 여 있었소. 그러니까 일단 나가서 다시 사람들을 데리고 돌아오는 것을 불 가능하오.” 사람들은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부터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기관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서문기검이나 마영신장조차도 긴장감에 침 을 삼켰다. 라딘이 불안감을 해소하려는 듯 옆에 있던 서문월에게 말을 걸었다. “서문공자. 아까 보니 검법의 조예가 대단하더군요. 청동고렘의 팔을 거의 반이나 자르지 않았습니까? 거의 검강을 구사하는 경지에 다다른 듯 보이 더군요.” 서문월은 방패로 고렘의 무릎을 부순 라딘이 자신을 칭찬하자 쑥스럽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레벨 400을 겨우 넘은 제가 어떻게 검강을 다룰 수 있겠습니까? 사실 이 검 덕분이지요.” “호오, 아까 언뜻 보니 검신이 투명하던데 혹시?” 라딘이 흥미롭다는 듯 말하자, 서문월이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순수한 오리하르콘 검이 아닙니다. 그런 보물을 제가 가지고 다닐 순 없 지요. 제가 15세 생일때, 할아버지 친구분께서 생일 선물로 한 조각의 오리 하르콘을 주셨지요. 할아버지께서 그 오리하르콘으로 무림맹의 친구 분에게 부탁하여 오리하르 콘 도금 장검을 한 자루 만들어 주셨지요. 이게 도금이긴 한데, 마나를 주입하면 순간적으로 오리하르콘의 성질을 나 타내니 참 좋습니다. 날카로움도 금석을 자를 수 있을 정도로 변하더군요. ” -쿠쿵 라딘은 서문월의 오리하르콘 도금 장검이라는 대사에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 그의 뒷말은 그의 머릿속에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도금, 이것은 바로 그가 알고 있는 바에 의하면 대장장이 마스터의 비술중 하나이다. 그렇다면 이 검을 만든 사람은 바로 무림맹의 대장장이 마스터일 것이다. 라딘은 절망했다. 주위의 풍경이 마치 슬로우비디오처럼 천천히 흘러가고 있었다. 모든 희망 이 사라지자 세상을 다 부수고 싶을 정도의 분노가 그의 가슴속에서 불처럼 일어나고 있었다. ‘결국 또 다른 대장장이 마스터를 새로 키워야 한다는 말이냐! 내가 대장 장이 마스터가 되는데 들어간 재료비가 얼마였지? 100만? 아니야 그보다 더 들었어. 그것도 마스터가 돼서 비술을 얻었을 때, 그것이 금속압축강화가 아니면? 비술의 종류가 7개였지? 크아아아악’ 그는 폭발하기 일보직전이었다. 눈앞의 사람들을 함정에 밀어 넣어 다 죽여버릴까? 그의 눈동자 속에서 소 리 없는 살기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곧 그 계획이 실현 불가능하다 는 것을 깨닫고 고개를 저었다. 이자들을 한명한명 죽이는 것은 몰라도 한 번에 몰살시키는 것은 불가능하 다. 만약 자신이 그런 행동을 하게 되면 살아남은 자들은 즉시 자신을 집중 공 격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자신이 진짜 2층의 지도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채고 자신의 비리가 세상에 알려질 것이다. 만약 브리시아인만 있다면 어떻게든 가능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집단에 는 같은 이계인인 악령기사 그룹이 있다. 결국 그들 때문이라도 자신은 수 상한 짓을 할 수 없다. 라딘은 자신의 분노의 폭발을 막고 있는 악령기사가 미워졌다. 이유를 말 할 수 없는 분노였기 때문에 더욱더 악령기사가 미웠다. 그는 어 차피 적국의 기사이니 만큼 언젠가는 부딪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혈궁 안에서도 차라리 마교의 마영신장이 보물을 얻으면 얻었지 악령기사가 보물 을 얻으면 안 될 것이다. 왜냐하면 악령기사가 자신이 필요 없다고 해서 혼원일기공 같은 최고의 유 니크 무공을 적대세력인 자신들에게 넘길 리가 없기 때문이다. 라딘은 결심했다. 이 장소에서 자신의 원수는 바로 악령기사다. 내가 못 먹으면 악령기사도 못 먹는다! 아니 나는 먹어도 악령기사는 못 먹는다! 그의 눈빛은 소리 없 는 살기로 더욱 짙어지고 있었다. 그때 라딘의 귓가에 귓말이 날아왔다. ‘여기는 프레쉬맨, 라딘 경 대답하라. 오버.’ 크, 역시 아직도 말투는 그대로군, 라딘은 밀리터리 매니아 프레쉬맨의 철 학과 고집에 감탄하며 귓말을 받았다. ‘여기는 라딘, 무슨 일입니까? 오버.’ ‘지금 즉시 라딘 경의 위치를 밝히길 희망한다. 오버.’ ‘여기는 비밀 장소입니다. 무슨 일입니까? 오버’ ‘카린이 날뛰고 있다, 그의 산적 부하들이 죽을 듯이 두들겨 맞고 있다. 오버.’ 카린이? 라딘은 놀랐다. 그가 흥분해서 날뛰면 사실 말릴 사람이 누가 있겠 는가? 그는 얼른 물었다. ‘카린이 날뛰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오버’ ‘중계하겠다. 크악, 아직도 라딘이 어디 있는지 못 찾았다고? 일단 맞아랏 , 내가 이계인들에게 당하는 너희들을 위해 오늘까지 얼마나 고생했는데 이 놈의 쉐리들이 그 은혜를 모르고 라딘 하나 못 찾아와? 1시간이다! 앞으로 1시간 후에도 못 찾으면 이제는 칼등이 아니라 칼날로 패겠다! 1시간 1분도 필요 없다. 딱 1시간 기다려준다! 알았으면 빨리 뛰어, 이 쉐리들아! 그의 도에서 전격이 뿜어져 나오고 있다. 18채의 두령들이 땅에 머리를 박은 채 두드려 맞고 있다. 상황이 심각하다. 오버.’ 라딘은 모든 상황을 이해했다. 그는 즉시 프레쉬맨에게 자신이 혈궁에 있다는 것을 카린에게 몰래 알리고 사람들을 모아 인근에 있는 수상한 자들을 제압하라고 시켰다. 그와 함께 주위에 천라지망을 치고 대기하다가 혹시 악령기사를 발견하게 되면 카린이 직접 나서서 척살할 것을 부탁하게 했다. 라딘은 말했다. 혈궁에서 발견되는 보물은 당연히 카린의 몫이 있지만, 만약 악령기사가 보 물을 들고 레디안까지 도망가면 손가락만 빨게 될 거라고, 그말을 하면서 라딘은 드래곤의 보물을 훔친 자의 말로에 대해 생각했다. 일단 혈궁의 보물중 일부분이 카린의 것이라고 자신이 선포한 이상, 카린은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이유는 필요 없다. 자신은 드래곤이 인정한 친구이고 드래곤이 찜하면 그 보물은 드래곤의 것이라고 봐야 했다. ‘이로써 준비는 완료된 거야. 악령기사 두고 보자!’ 그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미지의 함정이 기다리고 있는 2층의 계단을 내려 가면서 소리 없이 미소를 지었다. 절망에 빠진 라딘은 오늘따라 더더욱 짙은 어둠을 세상에 뿌리고 있었다. 0-10 추천 4만개 기념 연참 ---------------------------- 미지의 영역 혈궁 2층,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 사람들의 목에 흐르는 땀을 식혔다. 눈앞에는 세 갈래의 길이 뻗어 있었다. “음, 일단 이 지도에 의하면 가운데 길이 중앙으로 가는 길인 것 같소이다 . 그런데 이 지도를 믿어도 될지 모르겠소.” 전호악 가주가 지도를 살피며 말을 꺼냈다. 악령기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구조는 믿어도 될 것 같소. 지금까지 이 지도를 분석해본 결과, 기관과 함정을 지운 것은 사실이지만 구조자체를 바꾸지는 않았다는 결론이 나왔소 . 전문가에게 분석을 의뢰한 결과니까 믿어도 될 것이오.”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제국에서 나올 때 그런 것들은 빈틈없이 조사했을 것 같았다. “그럼 갑시다.” 서문기검이 말하자 사람들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서문기검의 뒤에는 서문월이 있었고, 그 옆에는 라딘이 있었다. 그는 가끔 씩 서문월에게 말을 걸어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상 당히 갈등하고 있었다. ‘음, 이 길이 최단거리는 맞는데, 그만큼 함정이 무섭다는 것 아니겠어? 원래대로라면 오른쪽 길로 돌아가야 하는데, 미치겠네! 말할 수도 없고... ’ 이 길로 가면 2층에서 가장 위험한 함정들이 도사리고 있다. 그리고 그 함 정이라면 틀림없이 이 괴물과 같은 사람들도 위험에 빠뜨릴 수 있을 것 같 았다. 한편으로는 기뻤다. 사람이 줄면 몫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음 한 구석에 2%의 양심이 그를 괴롭혔다. 이러면 안 되는데, 이 익을 위해서는 모든 것을 희생하는 것이 바로 자신의 인생철학이자 지금까 지 살아오면서 얻은 깨달음 아니겠는가? 그는 할 수만 있으면 자신의 심장 을 돌로 된 차가운 심장으로 바꾸고 싶었다. 지금처럼 얼굴과 말투는 제어할 수 있어도 가슴속에 있는 심장을 제어할 수 없다면 결국 자신은 완벽한 사기사업가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라딘이 한참 내면속의 싸움에 빠져 있을 때, 그들은 드디어 첫 번째 기관이 있는 지점에 도착했다. 군데군데 이끼가 끼어 녹색으로 물든 돌벽 사이사 이로 미세한 균열이 가 있었다. 악령기사가 세이렌을 바라보자 그녀가 나와 신중히 그곳을 살피기 시작했다 . “균열 속에서 뭐가 튀어 나올 것 같아요. 구멍이 아니니 화살이나 표창이 아닐 거에요.” ‘원형칼날이 튀어나오지.’ “아마도 칼날 같은 것이 튀어나올 것 같아요.” ‘바닥과 천정의 돌을 순서대로 건드리면서 한명씩 지나가는 수밖에 없지. ’ “여기 바닥과 천정을 보면 약간씩 움직이는 부분이 있어요. 이곳을 어떤 순서대로 건드리면 함정이 발동되지 않을 것 같군요. 단, 한 번에 한사람씩 건드려야 하나 봐요. 마지막 돌을 건드리면 다시 다음 사람이 지나갈 수 있도록 기관이 원상태로 돌아가는 구조에요.” 그녀는 확실히 최상급 트랩마스터 임에 틀림없었다. 상급 복합 기관의 해제법은 쉽게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 그녀는 완벽하게 그것을 설명하고 있었다. 이 정도라면 라딘이 우려하지 않아도 하나씩 함정 을 통과할 수 있을 것도 같았다. 왠지 모르게 서운한 감이 드는 라딘이었다 . “그럼 본좌가 먼저 가겠다. 차앗!” 다른 사람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마영신장이 뛰었다. 마치 토끼가 뛰듯 세이렌이 말한 순서대로 바닥과 천정에 있는 18개의 돌판 을 건드리며 건넜다. 과연 그는 20m에 달하는 거리를 무사히 지나갔다. “날아서 가면 안 되나요?” 라딘이 물었다. 마영신장이 뛰는 것을 보니 왠지 우스꽝스러웠기 때문이다. 세이렌은 고개를 저었다. “중간에 빛에 반응하는 장치도 있는 것 같아요. 방금 마영신장이 지난 것 처럼 하는 것이 좋을 거에요.” 그녀의 말을 듣고 전호악 가주가 뛰었다. 이어서 대우선사가 뛰었고, 차례 대로 한 사람씩 지나갈 수 있었다. 드디어 라딘의 차례가 되었다. “차핫!” -파파파팍 그는 다른 사람처럼 정확히 돌판을 건드리며 뛰었다. 마법사인 크로키마저 무사히 지나간 곳을 실수하면 창피할 것 같았다. -텅,텅,텅 금속덩어리인 전신갑옷을 입고 있는 그가 통로를 펄쩍펄쩍 뛰면서 지나가자 돌과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에 통로가 울렸다. 그러고 보니 악령기사는 기 사면서도 이상한 가죽갑옷을 입고 있어서 움직일 때 소리가 거의 나지 않았 다. 이제 서문월과 서문기검 두 사람만 남았다. “월아, 먼저 지나가거라.” “예” 서문월은 자신이 움직여야 할 지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는 뛰었다. -파파파팍 확실히 후기지수중 가장 뛰어난 성취를 이루고 있다는 서문월다운 날렵한 몸동작이었다. 사실 이번 함정은 함정의 파해법을 찾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찾아내기만 하면 마법사인 크로키나 멀린이라도 무사히 건널 수 있을 정도 로 쉬운 함정이었다. 그런데 세상일이라는 것이 알 수 없는 것인지, 아니면 서문월이 전생에 무 슨 업보가 남아 있었는지 서문월이 중간지점을 지났을 때 일이 생겼다. 통로 반대편에서 생물의 생존력을 자랑하듯 300년간 꿋꿋하게 이 혈궁 속에 서 살아온 박쥐들은 오늘도 조용히 낮잠을 자다가 통로 저쪽에서 텅텅텅거 리는 소리에 잠이 깨었다. -찌직(누구야? 대낮부터 시끄럽게) -찌지직(침입잔가? 조직의 쓴맛을 보여주자) -찍(출동!) -파라라라라라라락 수백 마리의 박쥐 때가 일제히 날아 소리가 들려온 곳을 향해 몰려갔다. 라 딘이 일으킨 금속성 소음에 귀가 예민한 박쥐들이 놀란 것이다. “앗, 저런!” -찌지지지지지지직 통로 뒤쪽으로부터 새까맣게 몰려온 박쥐들은 함정지대를 건너온 라딘 일행 을 지나 한참 천정에 있는 돌판을 건드리던 서문월을 향해 날아갔다. “안 돼! 월아!” -팟, 휘휘휘휘휙 서문기검이 순간적으로 함정지대를 넘어 뛰었다. 그 순간 통로의 균열에서 부터 원형으로 된 수백 개의 칼날이 튀어나와 통로 안을 갈기갈기 찢었다. 서문기검의 몸에 투명한 막이 생겨 그것을 튕겨내려 했으나, 기관의 힘에 의해 움직이는 칼날의 힘은 너무나도 강했다. -채채채챙 서문기검이 자신의 검으로 칼날을 밀어내려 했지만 결국 힘에서 밀렸다. 고수다운 몸놀림으로 그것들을 피하다 보니 어느새 자신이 있었던 통로입구 로 밀려나오게 되었다. 자신도 뚫고 지나가지 못하는 칼날의 함정 속에 자 신의 손자인 월아가 들어가다니! 그의 눈이 비통함으로 인해 떨렸다. “차앗!” 박쥐가 자신들을 지나가는 순간, 라딘은 앞으로 몇 초 후에 벌어질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 서문월이 죽는다! 라딘은 앞뒤 생각 없이 서문월 쪽으로 뛰었다. 이 순간 반사신경이 이성을 누르고 라딘을 지배하고 있었다. 서문월은 함정의 경계선에서 5m지점에 있었다. 라딘이 전력으로 몸을 날리자 서문월이 있는 지점까지 순간적으로 다다를 수 있었다. 그리고 벽에서 수많은 칼날들이 튀어나왔다. “이얍!” 라딘은 즉시 서문월을 감쌌다. -카카카카캉 그 많은 칼날이 라딘의 몸을 때렸다. 그 와중에서도 라딘은 벽을 차서 몸을 돌려 자신이 왔던 곳으로 몸을 날리고 있었다. -카카카카카카카캉 다시 수많은 칼날이 라딘의 몸을 베고 지나갔다. 칼날에 실린 힘은 장난이 아니었고, 라딘의 몸이 마치 공이 튀듯 튀었다. 그러나 그는 끝까지 서문월을 껴안고 자신이 있던 함정의 경계선까지 도착 할 수 있었다. -풀썩, 충격이 심한 듯 라딘과 서문월이 쓰러졌다. 사람들은 경악했다. 저 칼날에 수십 번을 베이고도 아직 라딘은 살아있었다 . 회색의 라딘이 아닌 천연색의 라딘이 바닥에 누워 급해진 호흡을 가다듬 고 있었다. “아도 용병단 메인 몸빵이라더니, 과연 체력기사였군.” 악령기사가 감탄했다는 듯 말했다. 라딘은 누운 체로 생각했다. ‘주죽을뻔 했다! 생명력이 10%도 안 남았잖아. 이거 이 갑옷입고 이렇게 생명력이 빠져 보기는 처음이네, 그런데 내가 왜 뛰어들었지?’ 라딘은 눈을 뜨고 주위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함정은 멈춰 있었고, 서문기검도 건너와 있었다. 사람들이 감탄 했다는 듯이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특히 서문기검과 서문월은 무한한 감사의 기분을 담은 눈이었다. 라딘은 당황했다. 이 게임을 시작하고 정말로 처음으로 사심 없이 남을 도왔다. 그는 왠지 몇 분 전의 자신이 라딘이라는 자기의 자아와 틀린 존재 같은 느 낌까지 받았다. 순간적으로 쑥스러워진 라딘은 벌떡 일어나 말했다. “누구야? 뒤에서 민 사람이!” “푸하하하하하하, 라딘 경, 대단하시오!” 대우선사가 감탄했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그들은 그들의 눈으로 라딘이 스스로 뛰어든 것을 보았다. 과연 이 성기사 는 사례 받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구나! 그들은 오늘 진정한 성기사의 행동을 보았다. 5-4 혈궁 ---------------------------- 함정, 기관, 마법, 이 혈궁은 그야말로 기관진학의 천재가 건설한 최고의 걸작이 틀림없다고 모든 사람은 생각했다. 구조도가 있어 길을 헤매지 않는 상황에서도 이렇게 위험하다니! 결국 함정 해제에 실패한 세이렌이 죽었다 부활했다. 브리시아 인이라면 죽었다 부활하면 한 달 동안 거의 거동도 못하게 되지만 이계인은 불사신답게 바로 일어나서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라딘은 무림맹의 사람들에게 말했다. “죽지 마세요. 우리 이계인은 죽어도 되지만, 만약 여러분이 죽으면 부활 을 해도 거의 움직이지 못하니 함정을 무사히 빠져나갈 수 없게 됩니다.” 라딘은 솔선수범해서 사람들의 위기에 빠질 때마다 몸을 던져서 그들을 구 했다. 물론 그는 이곳의 기관들을 모두 알고 있었다. 넘어져도 그냥은 안 일어나는 라딘은 자신이 서문월을 구한 것에 하나의 깨 달음을 얻고, 진정한 성기사로서의 행동을 적극적으로 취하기 시작했다. 그는 속으로 함정의 위험도와 자신의 방어도를 비교 분석하여, 죽지만 않는 다고 생각되면 언제나 주저 없이 몸을 날렸다. 그러면서 라딘은 새로운 재능에 눈을 떴다. 그가 사람을 도우면 약간 위험 했던 사람도 매우 위험했던 것처럼 착각하게 되는 것이다. 방금 전에도 대우선사의 머리위로 떨어지던 독액을 라딘이 몸을 던져 대신 막았다. 부식성 독이었기에 치지직 하고 타는 소리와 함께 라딘의 피부가 녹아들어 갔다. 라딘은 얼른 독 해독 마법을 써서 그것을 치료했고, 아비게일이 와서 상급 회복마법으로 라딘의 상처를 회복시켰다. 사실은 피부가 약간 눌었다가 치료된 정도였지만, 대우 선사의 눈에는 자신 이 녹아 죽을 뻔 한 위기를 라딘이 구한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을 정도였 다. 그만큼 살이 타는 소리와 함께 통로 안에 울려 퍼진 라딘의 비명소리는 처 절했다. 저 칼날이 온몸을 난도질 하는 상황에서도 신음소리 몇 번 내고 참아내던 라딘이 비명을 지르다니! 그 자신이 마법이나 독에 강한 성기사이고, 즉시 스스로에게 독치료 마법을 사용해서 겨우 살아난 것이라고 믿을 수밖에 없는 비명이었다. 라딘이 새롭게 눈뜬 재능! 그것은 바로 비명이었다. 첩보 교육에는 웃음, 울음, 심각한 얼굴, 부드러운 음성 등 수 많은 행동패 턴에 대한 매뉴얼이 있다. 라딘은 엄마에게서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태연하 게 버티는 훈련도 받았고, 고통이 심해지면 일부러 기절하는 훈련까지 받았 다. 아직도 왜 엄마가 그런 것까지 자신을 교육시켰는지 라딘은 이해하지 못하 고 있었다. 다만, 어머니로써의 삶을 별로 생각해보지 않았던 일급첩보원 포이즌릴리가 아이를 가지게 되자 본능적으로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자식에게 전수하려 고 했던 것이 아닐까 하고 추측할 따름이었다. 몽몽을 기르게 되면서 부모의 마음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 라딘 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어렸을 때부터 현실과 가상공간에서의 시간을 극한까지 활용 하며 첩보원으로서의 교육을 받은 라딘도 일부러 처절하게 비명을 지르는 훈련은 받아본 적이 없었다. 이것은 그야말로 재능이었다. 나는 역시 천재였던거야! 라딘은 스스로에게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이번 모험이 끝나면 한국 정보부에 가서 비명을 지르는 패턴에 대한 리포트 를 제출해야겠다. 잘하면 신기술로 등록되고 보상금을 탈 수 있을 거야! 상처가 회복되고 체력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면서 라딘은 잠시 현실의 신현진 으로서의 생각을 할 수 있었다. 그 생각이 일종의 기분전환이 된 것 같았다 . 자신감이 생기자 마음이 안정되면서 라딘은 자신이 혈궁에 들어오면서 가졌 던 긴장감과 믿었던 카린의 부재 때문에 생긴 불안감 때문에 감정적으로 변 해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역시, 나는 아직 완벽한 무념무상의 경지에 도달하지 못한 거야. 하지만 언젠가는 아버지와 같은 무심지경으로 계략을 꾸미는 레벨까지 성장하게 될 거야. 꼭 그렇게 되고야 말겠어!’ 소년이 청년이 되고, 이제는 과거에 그렇게 저주했던 아버지와 어머니의 성 격과 능력을 이어받으려고 스스로 결심하게 되었다. 인생이라는 긴 마라톤 에 사람의 가치관은 몇 번의 변화를 거치게 되는 것일까? 라딘은 자신이 이 미 어른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좀 괜찮소? 라딘 경.” 대우선사가 걱정스럽다는 듯이 물었다. 라딘은 약간 힘없는 듯 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확실히 살이 타고 뼈가 녹는 경험만큼은 두 번 다시 하고 싶지 않군요. 정신적인 충격이 약간 있었나 봅니다. 이제는 괜찮습니다. 대우 선사님.” 라딘이 일어나자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전진하기 시작했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지도에 표시된 혈궁의 중심부였다. 그곳에 혈월신마의 유물이 있을 것이다! 사람들 사이에 은근한 긴장감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커다란 문이 앞에 전면에 있었다. 그 곳이 바로 중앙으로 통하는 문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문 앞에 있는 늪지대였다. 늪! 지름 20m정도에 불과한 늪에 는 무엇이 있을까? 세이렌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이건 함정이 아니에요. 단지 늪이 있으니 그 안에 뭐가 있을지 아무도 모 르겠지요.” “흠, 그럼 결국 마지막엔 몸으로 부딪쳐야 한다는 말이군.” 악령기사가 말을 이었다.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서로를 한 번씩 돌아보고는 서서히 늪으로 접근하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악 그들이 늪의 경계선에 거의 다 왔을 때, 드디어 늪 안에서 수백 년 만에 찾 아온 새로운 종류의 먹이를 환영하는 환성이 울렸다. “앗! 히드라!” 서문월이 참지 못하고 외쳤다. 그는 아직 히드라를 본 적이 없었다. 머리가 5개나 있는 히드라였다. 신기하게도 마치 카멜레온처럼 각각의 머리 가 화려한 원색을 하고 있었다. 보통의 히드라는 머리가 3개이다. 머리가 3개인 히드라의 평균레벨은 800이 다. 그러나 눈앞의 히드라의 머리는 5개! 마영신장이 경악해서 소리쳤다. “이런 곳에 엘더히드라가 있다니!” 엘더히드라는 레벨 1000의 중형 신수이다. 대형신수보다는 약하지만 크기 10m가 넘는 중형신수중 가장 강하고 흉악한 보스급 괴물이었다. 그들이 비록 900레벨이 넘는 고수가 섞인 초강력 무력집단이라고 해도 중형 신수를 상대로 승리를 장담할 수는 없었다. -화르르륵 히드라의 머리 중 붉은 색을 하고 있는 머리가 그들을 향하고 입을 벌리자 놀랍게도 그 속에서 불길이 뿜어져 나왔다. 마물전용의 기술인 화염방사였 다. “조심하시오. 엘더히드라는 5개의 머리가 모두 다른 속성을 가지고 있소! ” 마영신장이 얼른 몸을 날리며 소리쳤다. 일반의 히드라가 가지는 한 가지 속성이 아니라 화, 수, 풍, 지, 물리의 모든 속성을 가지고 있다니!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파란색의 머리가 전격을 뿜었다. 라이트닝 블레스트였다. -파지지직, 콰쾅 “으윽, [실드차지]!” 라딘은 얼른 자신의 방패를 앞에 세우고 앞으로 돌진했다. 늪도 물이기 때 문에 소울 오브 오우션의 힘으로 수면 위를 달릴 수 있었다. -펑 -크아아아아악 히드라의 몸통에 라딘의 실드차지가 명중하자 녹색의 머리가 아프다는 듯이 비명을 지르며 라딘과 자신의 몸통 쪽에 가스를 내뿜었다. “헉, 독가스!” -파파파팍 라딘이 워해머로 계속 공격하려던 것을 멈추고 뒤로 뛰었다. 반응이 조금이 라도 늦었다면 가스 속에 갇혀서 엄청난 타격을 받았을 것이다. -쿠오오오오 엘더히드라가 이 무리들이 만만치 않은 자들이라는 것을 깨달았는지 일시적 으로 공격을 멈추고 다섯 개의 머리를 모두 천정가까이까지 세우고 그들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긴장감으로 굳어 있었다. 5-4 혈궁 ------------------------------------ -쿠오오오오오(다섯 개의 힘을 하나로 모은다! 오두연환진!) 눈앞의 상대들이 만만치 않은 실력을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된 엘더히드라가 처음부터 자신의 최고 필살기를 사용했다. 힘이 있을 때, 적의 수를 줄이고 남은 자들을 천천히 상대할 생각인 것 같았다. -파지지직 -화르르륵 -푸샥 -슈슈슈슈 네 개의 머리에서 각각 뇌전, 화염, 독무, 냉기가 뿜어져 나왔다. 통로 앞 쪽에 있던 일행들은 경악했다. 4개의 속성 공격이 마치 파레트에 묻어 있는 그림물감과 같이 공간을 화려하게 채색하며 그들에게 몰려오고 있었다. “하압, [패사령진]!” -파파파파팍 마영신장이 앞으로 한 걸음 나오며 양손을 번개같이 휘둘렀다. 놀랍게도 검 게 변한 그의 쌍장이 빛을 내기 시작했다. 장에서 강기가 뿜어져 나와 수백 개의 장영이 허공을 메웠다. “저럴 수가! 장막이다!” 대우선사가 눈앞에 닥친 위기에도 불구하고 놀라서 소리쳤다. 유니크 기술 에서만 볼 수 있는 장력의 최후 단계중 하나인 장막이 지금 눈앞에서 펼쳐 지고 있었다. -콰콰콰콰쾅 엘더히드라의 그 맹렬한 연합공격도 강기막중 최고의 방어력을 자랑하는 장 막을 뚫을 수는 없었다. 수백 개의 장영에 부딪친 엘더히드라의 공격은 모 두 반사되어 허공에 흩어졌다. 사람들은 과연 신장이라는 그의 명성에 걸맞는 신위라고 감탄했다. 결국 급 한 상황이 되자 마영신장이 본신의 무력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엘더히드라의 공격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다. 마지막 남은 가장 크고 강력한 머리가 앞으로 쏘아져 나왔다. -슈욱 신기하게도 그 머리는 마치 고무가 늘어나듯 평소 길이의 약 두 배로 늘어 나 일행이 있는 곳까지 돌진해왔다. -크아아아, 푸욱 전호악 가주가 놀라서 피하려 했으나 그 머리의 움직임은 너무나 빨랐다. 전호악 가주의 몸에 히드라의 이빨이 박혔다. -으아아악 그의 비명소리가 즐거운 듯 엘더히드라의 머리는 그를 입에 문 채로 몸통 쪽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고개를 들어 한번 삼키기만 하면 전호악 가주의 운명은 끝이라고 할 수 있었다. “어딜! [육맥신검]!” -슈슈슈슈슉 -크오오오오 옆에 있던 서문기검이 급히 쏘아져 나오며 자신의 왼손을 내밀었다. 그의 다섯 개의 손가락 끝으로부터 각각 검강이 쏟아져 나와 줄어드는 엘더 히드라의 머리를 조였다. 엘더히드라의 목이 다섯 개의 검강에 베어져 깊은 상처가 나면서 엘더히드라의 머리가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 그 순간, 서문기검의 왼손장심에서 하나의 검영이 나타나 엘더히드라의 머 리를 꾀뚤었다. 다섯 개의 검강에 목이 잡힌 머리는 손바닥에서 나온 강기 의 검을 피할 수 없었다. “서문세가 최후의 무공 [육맥신검]!” 마영신장은 서문기검의 신위를 보고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손가락으로부터 동시에 다섯 개의 지검강을 일으켜 상대의 움직임을 묶고 장심에서 심검을 발출하는 최고의 검기 육맥신검! 서문세가의 수백 년 역사 속에 이 무공을 익힌 사람은 세 사람 밖에는 없다 고 한다. 과연 서문세가를 대표하는 유니크 무공이로구나 하고 마영신장은 감탄했다. “[단철검]!” -부웅, 팍 그 상황에서 매머드가 자신의 투핸드소드로 늘어진 엘더히드라의 머리를 내 려쳤다. 강력한 힘에 의한 일격이 단번에 엘더히드라의 그 질긴 가죽과 뼈를 잘랐다 . 서문월이 얼른 뛰어가 잘려진 머리에서 전호악 가주를 빼내었다. 아비게일 이 파워힐을 시전했다. 다행히 죽지도 않았고, 사지가 잘려지지도 않았다. 시간만 조금 지나면 완치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서문기검이 소리쳤다. “머리를 모두 죽여야 하오! 몸은 아무리 공격해도 금방 재생할 것이오. 히 드라는 가장 재생이 늦은 머리를 모두 자르거나 부숴야 완전히 죽는다고 알 고 있소. 서두릅시다. 늦으면 지금 자른 머리도 재생할 것이오!” “헉, 머리도 재생한다고?” 뭉치가 놀라서 말했다. 서문기검의 말을 들은 모든 사람들이 각자 엘더히드 라의 머리를 향해 공격해 들어갔다. 뭉치의 몸에서 거센 불길이 일었다. 마치 불의 상급정령 이프리트의 난장이 모습과 같았다. 그것을 본 엘더히드 라의 붉은 머리가 뭉치의 몸을 통째로 삼키려는 듯 입을 벌리고 돌진해왔다 . 엘더히드라의 붉은 머리는 화기를 흡수할수록 더욱 강해지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뭉치의 지금 모습은 마치 ‘나는 맛있어요!’ 라고 선전하는 것과 같았다. “걸렸군. 받아랏, [산화전]!” -슈슈슉 뭉치가 품속에서 자신의 부채를 꺼내 휘둘렀다. 부채 속에서 12개의 투계철 우전이 빗살같이 쏘아져 나갔다. -크아아아아 입속에 12개의 가시가 박힌 엘더히드라가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눈앞의 먹 이를 절대로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듯 엘더히드라의 돌진은 멈추지 않았다. “[비월각]!” -스스스스, 부웅 사실 뭉치의 전신은 불길에 싸여 있었지만 그의 내부는 이미 냉기를 담고 있었다. 음양쌍마공을 극성으로 익힌 뭉치는 음양의 기운을 완벽하게 제어해서 서로 간섭하지 않게 할 수 있었다. 불에 싸인 그의 몸 안쪽에 감추어진 냉기가 그의 오른발을 통해 밖으로 표 출됐다. 어느새 그의 오른발이 냉기를 뿜어내는 청광을 발하고 있었다. 그 와 함께 그의 몸이 뒤로 한 바퀴 돌며 엘더히드라의 턱을 정통으로 찼다. -쾅, 크아아아악 난데없이 상대의 필살기가 반대 속성인 수속성으로 변하자 엘더히드라는 두 배의 데미지를 받았다. 뭉치보다 더 큰 머리가 충격에 위로 떠올랐다. “에잇, [중력]!” -드드드득, 쿵 크로키가 정확한 타이밍으로 그 머리에 중력마법을 걸었다. 세배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엘더히드라의 머리가 땅에 떨어졌다. 그리고 그 머리에 라딘의 홀리코멧이 작렬했다. “이것으로 끝이닷 [홀리코멧]!” -우우웅, 쾅! 엘더히드라의 붉은 머리가 완전히 부서졌다. 드디어 터진 라딘의 진짜 필살기에 사람들이 잠시 놀라서 동작을 멈췄다. 대단한 위력이었다. 저 성기사는 결코 자신들에 비해 약한 존재라고 할 수 없었다. 방금 전의 기술에 정통으로 당하면 인간의 몸으로는 견뎌낼 수 없 으리라! 그들은 각자 자신들이 싸우고 있는 엘더히드라의 머리를 처리하면서도 라딘 의 필살기에 대한 분석으로 고민했다. 역시 상황이 급해서 그런지 거의 모든 사람이 자신의 비장의 수를 내보이기 시작했고, 그들의 수 또한 하나같이 위력적이었다. 약 10분이 지났을 때, 엘더히드라는 머리 없는 몸뚱이만 남아 자신이 3백년 간 갇혀 지내온 늪속으로 가라앉았다. ‘아앗, 늪속으로 가라앉으면 무슨 아이템이 나오는 지 알 수가 없잖아! 망 했다!’ 라딘은 속으로 무척 안타까워했지만 사람들 앞에서 그런 티를 낼 수는 없었 다. 그는 잠시 고민하다 자신의 마운트인 설산에게 귓말을 보냈다. ‘이봐 설산, 너 혹시 지름 30m정도의 늪지대라면 소환이 가능하지 않아?’ 설산이 늪지대에 들어가서 조용히 엘더히드라의 시체에서 떨어진 아이템을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라딘은 생각했다. 자신은 반대편 방으로 들어 가야 하기 때문에 이곳에서 앞이 보이지 않는 늪을 뒤지고 있을 수는 없었 다. 라딘이 지금까지 설산을 소환하지 못하던 이유는 바로 설산의 크기 때문이 다. 소환할 때는 본체인 고래로 소환된다. 말로 변하려면 소환 된 후에 변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마굴에서 신장 60m의 설산을 소환하는 것은 거의 불가 능하다고 할 수 있다. 오직 말로 변한 설산과 같이 들어오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라딘이 묻자 전씨세가에서 놀고 있던 설산이 대답했다. ‘늪의 깊이가 60m이상이라면 가능하오. 하지만 그전에 한 가지 물어도 되 겠소?’ ‘응? 뭔데?’ ‘혹시, 상급플레인인 어스에 민물에 사는 고래가 있소?’ ‘커흠, 없어.’ ‘다행이군, 주인이라는 자가 미친 것보다는 바보인 게 그래도 삶의 희망이 있다고 할 수 있지. 덕분에 좌절하지 않고 살아갈 희망이 생겼소.’ ‘크아아악, 뭐라고?’ ‘일 없으면 이만 끊읍시다. 낮잠 자고 있던 참이오. (찰칵)’ 라딘은 속으로 설산을 무지하게 욕했다. 그러나 사실 자신이 실수 한 것이 틀림없었기 때문에 어디 가서 하소연 할 수도 없었다. 무식이 탄로날까봐 두려웠다. 라딘이 이렇게 암중에 바쁠 때, 남은 사람들은 늪에 또 다른 마물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줄사다리를 놓아 건너려고 하고 있었다. 잠시 후, 일행들은 중앙으로 통하는 문 앞에 모여 있었다. 이 문 뒤에 무엇이 있을까? 그들은 저마다의 상념에 잠긴 체 서서히 문을 열었다. 5-4 혈궁 ---------------------- 문은 사람 6명이 나란히 서서 들어가도 될 정도로 넓었다. 마영신장의 수하 인 빙영과 대우선사가 그 문을 밀자 의외로 부드럽게 문이 열렸다. 사람들이 시선이 문 반대쪽에 집중되었다. 안쪽은 지도에 그려져 있었던 것처럼 넓이 20m정도의 넓은 원형 홀이었다. 그리고 그 주위에는 약 3m 정도의 간격이 있어 그 사이에 용암이 끓어오르 고 있었다. 용암에서 나오는 유황 냄새가 그들의 코를 찔렀다. 별로 호흡하 기에 좋은 공기는 아니었다. -쏴아 주위로부터 열기가 올라와 방안에 더운 기류가 형성되어 있다가 그들이 문 을 열자 밖으로 쏟아져 나오면서 300년만에 방문한 사람들을 환영했다. 일단 사람들은 안쪽으로 들어갔다. 문을 열기 전에 세이렌이 문에 함정이 없다고 한 것으로 보아 방금 전의 엘더히드라가 최후의 관문이 틀림없을 것 이라고 생각했다. 홀 안에 흐르던 열기가 어느 정도 가시고 공기가 조금 맑아지자 사람들이 모두 안으로 들어가서 주위를 살피기 시작했다. 지도에서 이곳이 중앙이었 고 강력한 신수가 지키고 있는 것을 보아 이곳에 무엇인가가 있어야 했다. 홀 안의 사방에는 고대에 신을 도와 세상의 창조를 위해 일했다는 4대 신수 인 청룡, 백호, 주작, 현무의 동상이 있었다. 재질을 살펴보니 평범한 청동 으로 되어 있었다. “흠, 이 4대 신수의 동상에 비밀이 있을 것 같소.” 대우선사가 놀라운 비밀을 발견했다는 듯이 말했다. 모든 사람이 그걸 누가 모르겠냐? 라고 생각했지만 그 말이 입 밖으로 나올 정도로 생각이 없지는 않았다. 이윽고 세이렌이 나와 동상들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확실히 기관장치가 되어 있네요. 네 군데의 동상을 차례로 돌리면 기관이 작동하게 되어 있어요.” “흠, 그 기관이 무엇인지 알 수 없소?” 전호악 가주가 물었다. 그러나 세이렌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트랩마스터 라도 한계가 있는 것이다. “설마 이것마저 함정은 아닐 것이오! 작동시킵시다.” 마영신장이 단호하게 말했다. 사람들도 과연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 면서 그것에 동의했다. 이것마저 함정이라면 보물이 어디 있는지 짐작할 수 가 없기 때문이다. 라딘이 가지고 있는 지도에도 이 기관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아니, 홀 안 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나타나 있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라딘도 이곳에 보물이 있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긴장한 가운데 4성수의 동상이 하나씩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르르릉 청룡의 동상이 파란 빛을 발하며 한 바퀴를 돌았다. 세이렌이 고개를 갸웃하더니 다시 함정조사를 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그 녀는 돌아서서 말했다. “이 네 개의 신수상은 사람의 능력치에 반응하는 것 같아요. 청룡의 상이 민첩에 반응하는데, 어느 이상의 수치가 아니면 움직이지 않는 것 같군요. ” “흠, 그렇다면 이 혈궁의 주인은 여러 사람이 들어올 것을 알고 있었던 것 인가?” 악령기사가 말하자 사람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나름대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왜 이 혈궁을 만든 자는 이런 함정과 기관을 만들었을까? 침입자를 막기 위해서? 하지만 이런 기관들을 보면 그는 침입자를 무조건 막으려는 의도만 은 아닌 것 같았다. “큼, 이유야 어쨌던 간에 보물만 나오면 되니까, 계속합시다.” 마영신장이 말했다. 두 번째 동상인 백호의 상은 힘에 반응했다. 대우선사가 그것을 돌리자 하 얀 빛을 발하며 돌아가기 시작했다. 세 번째의 주작의 동상은 지력에 반응했다. 멀린과 크로키가 서로 육체적인 일을 하기 싫은 듯 눈치를 보다가 결국 나이가 어린 크로키가 한숨을 쉬며 돌렸다. 마지막 현무의 동상은 역시 의지에 반응했다. 성직자인 아비게일이 묵묵히 다가가 그것을 돌렸다. -그르르르릉 4개의 신수상이 모두 돌아가자 밑에서 기관음이 들리며 신수상이 모두 바닥 으로 가라앉았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홀의 중앙에 하나의 둥그런 돌 제단 이 나타났다.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돌 제단에 집중되었다. 그 위에는 길이 사람의 머리 두 배 정도 크기의 상자가 놓여 있었다. 그리 고 그 상자 양쪽에 한 자루의 검과 투구가 놓여 있었다. “오오, 드디어!” 대우선사가 감탄의 환성을 질렀다. 모든 사람의 정신이 그 보물상자와 아이 템에 쏠려 있었다. 그러나 라딘은 그렇지 않았다. 지난 몇 년간의 게임 생활에서 겪었던 경험 이 라딘의 심장 속에 녹아서 그가 보물에 정신을 빼앗기는 것을 막고 있었 다. 어떤 상황에서도 경계를 소흘이 하면 안 된다! 특히 보물이 눈앞에 있을 때 는 호랑이 앞에 있을 때보다 더욱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하는 것이다. 라딘의 정신은 명경지수와 같이 맑았다. 그리고 그의 신경은 극도로 긴장되 어 바늘이 떨어지는 소리만 들려도 반응 할 수 있을 정도였다. 눈앞의 보물이 오히려 그의 모든 잡념을 제거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었다. 그 때, 라딘은 보았다. 처음에 움직인 것은 마영신장의 수하인 빙영이었다. 그의 소매 속에서 소리 없이 세 갈래의 날을 가진 아미자가 나왔다. 검은 날의 아미자는 보기만 해도 극독이 발려진 암살용 단검임에 틀림없었다. 그 리고 그것을 쥔 빙영은 자신의 옆에 있던 서문월의 왼쪽 가슴사이를 노리고 아미자를 찔렀다. 심장이 있는 장소였다. “이 놈! 어딜!” -슈각 서문기검의 검이 날아와 빙영의 팔을 잘랐다. 과연 중원검왕이라는 칭호에 걸맞게 그 상황에서 빙영의 움직임을 파악해 눈에도 보이지 않는 비검으로 그의 팔을 자른 것이다. 그러나 그 때문에 서문기검의 등에 아주 작은 허점이 생겼다. 무기인 검을 던진 상태였기 때문에 방어를 할 수 없는 부분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리 고 그 빈틈으로 마영신장의 비장의 절초인 탈명무음장이 파고 들었다. 너무나도 큰 소리는 오히려 들리지 않고, 너무나도 강한 기세는 오히려 느 낄 수 없다는 무리를 가지고 있는 탈명무음장이야 말로 마영신장이 자랑하 는 유니크 필살기였다. 서문기검은 검을 던지는 순간 마영신장이 손을 쓰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지금 자신은 마영신장에게 등을 보였고, 마영신장은 가장 독한 수로 자신을 공격하고 있으리라! 1초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시간동안 서문기검은 갈등했다. 자신이 전력으로 등에 기를 모으며 앞으로 뛰어 나가면 아마도 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부상을 당하는 것은 확실했다. 아마 상당히 큰 부상일 것이고, 그렇게 되면 이곳에서 마영신장과 상대할 자가 없게 된다. 만약에 저 악령기사라는 자가 마교와 계략을 꾸몄다면 자 신들은 이 곳에서 뼈를 묻게 될 것이다. 서문기검은 거기까지 생각하자 마음을 굳게 먹었다. 자신이 당해도 마영신장만 무력화 시키면 무림맹과 라딘 일행의 힘이 더욱 큰 만큼 이 상황을 처리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그렇게만 된다면 자신은 부 활하게 될 것이 틀림없었다. “간악한! [육맥신검]!” -퍽, 슈슈슉- “크헉, 지독한 놈!” 서문기검이 방어를 포기하고 몸을 돌려 가슴으로 마영신장의 장을 받았다. 서문기검의 가슴에 조용한 폭발음이 났다. 신기하게도 그 강맹한 장력에 얻 어 맞았는데도 그의 몸은 뒤로 튕기지 않았다. 장력에 실린 힘이 완전히 그 의 몸속에 머물러 내부를 부수고 있는 증거였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서문기검의 왼손에서 6개의 검강이 뻗어져 나가 마영신 장의 배를 휘저었다. 마영신장 서화극은 이 중원검왕이라는 자가 설마 이 상황에서 동귀어진의 수를 쓸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순간적으로 두 사람은 서로에게 치명적인 일격을 교환했다. -푸욱 그 순간, 서문기검의 가슴으로부터 롱소드의 날이 튀어 나왔다. 서문기검의 등에는 악령기사가 있었다. 빙영이 움직이는 순간 악령기사 역시 마영신장의 행동을 짐작하고는 서문기 검을 합공한 것이다. 무림맹의 무리들을 다 처치하면 마영신장은 충분히 처리할 자신이 있었다. 750레벨의 악령기사였지만 평생을 게임계의 최고 고수들과 싸워온 악령기사 는 900레벨이 넘는 마영신장과 싸워도 이길 자신이 있었다. 그 위에 자신과 호흡을 맞춰 온 동료들과 함께라면 사실 서문기검과 마영신 장이 합공하지 않는 한 이 안의 사람들 전체와 싸워도 밀리지 않을 것이라 고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기회가 온 이상 이자들을 제거해야 했다. 라딘 역시 사건이 발생하는 순간 자신의 최고 기술인 홀리 코멧을 발동시켜 홀 반대쪽에 있는 악령기사를 향해 뛰었다. 악령기사만 죽이면 된다! 그는 굳게 믿고 있었다. -위이이잉 하얀 성광이 라딘의 몸을 감싸고 라딘은 순식간에 6m정도를 뛰어 악령기사 의 등 뒤로 접근했다. 라딘은 정확한 타이밍으로 자신의 방패로 스마이트를 먹이려 했다. 그러나 그 순간 악령기사의 몸이 3개로 늘어났다. -팍 라딘이 공격한 악령기사가 사라졌다. 순간적으로 만들어진 허상에 라딘의 홀리 코멧이 무위로 돌아갔다. 뒤인가? 라딘은 급히 뒤를 돌아보며 자신의 워해머인 미티어샤워를 휘두르려 했다. “반응이 빠르군.” -퍽 등 뒤에서 악령기사의 말소리가 들렸다. 그와 동시에 라딘은 악령기사가 발 로 자신의 등을 찼다. 라딘의 몸이 그 충격에 앞으로 날아갔다. ‘과연, 힘도 장난이 아니군, 하지만!’ 라딘은 허공에서 몸을 한 바퀴 뒤집었다. 그의 눈에 악령기사가 검을 휘둘 러 비틀거리고 있는 마영신장을 공격하려고 하는 것이 보였다. 마영신장이 그 상황에서도 악령기사를 향해 장을 휘둘러 반격하고 있었다. -슈웅 허공에 거꾸로 떠 있는 상태에서 라딘의 팔이 휘둘러지고 워해머가 날아갔 다. 이미 라딘은 어떤 상황에서라도 순간적으로 파워 브레이크를 쓸 수 있 었다. 악령기사는 마영신장의 장을 교묘히 피해 검으로 그의 목을 찔렀다. 끄륵 하는 소리와 함께 마영신장 서화극의 눈이 악령기사를 노려보다 서서히 풀 렸다. 그와 동시에 악령기사는 자신의 왼손으로 라딘이 던진 워해머를 쳐내려 했 다. 왼손에 낀 철장은 마법방패와 같이 특별한 기술이 없이도 무기공격을 효과 적으로 막아준다. 그러나 그 순간 라딘의 품 안에서 하나의 단검이 튀어나왔다. 아무런 기미 도 없이 발휘된 일초였다. -씨잉 단검은 너무나도 빨랐다. 먼저 출발한 워해머를 앞질러 악령기사의 목을 노 리고 날아왔다. “헛!” -타앙 악령기사가 순간적으로 왼손을 휘둘러 단검을 쳐냈다. 그 속도에 순간적으로 반응할 수 있다는 것이 악령기사가 최고의 고수, 아 니 그 이상의 존재임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퍽 “커헉!” 고수건 지존이건 악령기사의 팔은 세 개가 아니었다. 파워 브레이크가 악령기사의 왼쪽 어깨에 적중했다. 그는 상상 이상의 충격 에 어깨가 부서지는 것을 느꼈다.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비틀거리기 시작했 다. “좋았어!” 라딘은 만족했다. 서문기검과 마영신장이 죽었다. 악령기사는 어깨가 부서졌으니 이제 그 실력도 제대로 발휘 할 수 없을 것 이다. 저런 심각한 부상은 일반적인 회복마법으로 단번에 회복하지 않는다. 그의 손으로 워해머가 돌아왔다. 단검과 함께 튕겨진 몽몽이 그대로 크로키 의 로브 속으로 몸을 숨기는 것이 보였다. 이미 신검합일의 경지에 도달했 는지 몽몽은 그저 한 자루의 단검으로만 보였다. 라딘은 몸을 한 바퀴 돌려 바닥에 착지하려 했다. 착지하자마자 다시 홀리 코멧을 펼칠 계획이었다. 승리는 눈앞에 있었다. 그러나 라딘이 몸을 돌려 바닥에 착지하려고 했을 때, 라딘의 눈에 들어온 바닥의 색은 붉은 색이었다. 그리고 그 붉은 색의 바닥은 부글부글 끓고 있 었다. “으아아아악!” -풍덩 라딘이 용암 속에 빠졌다. 제단위에는 어느새 세이렌과 매머드가 올라가 상자와 검, 그리고 투구를 집 어 들고 있었다. 세이렌이 소리쳤다. “가요!” “[파이어 블래스트]!” “[월 오브 포스]!” -콰콰쾅 멀린이 아직 반응하지 못하고 있는 나머지 사람들을 향해 파이어 블래스트 를 시전 했다. 그와 거의 동시에 크로키가 반사적으로 일행들 앞쪽으로 방 어마법인 월 오브 포스를 쳤다. 폭음과 함께 불덩어리가 폭발해 사람들의 시선을 가렸다. 그리고 불꽃이 사 라졌을 때,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악령기사 일행은 모두 사라졌고, 보물도 없었다. 폭발에 휘말려 중원검왕 서문기검과 마영신장 서화극의 회색 시체 마저 용암 속에 떨어져 버렸다. “할아버지!” 서문월이 바닥에 무릎을 꿇고 비통하게 울부짖었다. 마영신장과 서문기검, 악령기사 일행, 라딘과 몽몽 그리고 크로키, 이들 이 외의 사람들은 지난 2초 동안의 시간이 흐르는 사이 아무 것도 할 수 없었 다. 2초, 고수들만이 공유한 시간이었고, 그들이 결판을 내기에 충분한 시간이 었다. 5-4 혈궁 ---------------------------------- 악령기사와 그 일행들은 열심히 뛰었다. 어느새 그들은 2층에서 1층으로 올 라와 마지막 갈림길에서 나가는 출구 쪽으로 이동했다. “뒤쫓는 사람은?” 악령기사가 세이렌을 돌아보며 물었다. 세이렌이 고개를 저었다. 악령기사가 알았다는 듯 고개를 한번 끄덕였다. 그들은 전력을 다해 뛰면서 도 늪지대의 줄사다리를 끊고 해제했던 각종 함정을 다시 작동시켰다. 함정 의 위치와 종류를 알아도 트랩마스터가 없기 때문에 다시 그것을 해제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 틀림없었다. 그 때, 아비게일이 조용히 말했다. “밖에 천라지망이 쳐졌다는군. 녹림마제 카린이 주도하는 모양이야.” 그의 평범한 어조와는 다르게 그것은 결코 좋은 소식이 아니었다. 그러나 악령기사는 가볍게 웃었다. “뭐, 처음부터 동대륙 출신인 우리가 서대륙에서 보물을 들고 조용히 나갈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잖아. 뚫고 나가야지.” 사람들이 악령기사의 말과 웃음에 전염된 듯 같이 웃기 시작했다. 십 몇 년 을 같이 활동해온 그들답게 서로가 서로의 의중을 잘 알고 있었다. 통로의 끝에 다다르자 조그마한 방이 있었다. “이 뒤에 탈출 마법진이 있을 거에요.” 세이렌이 말하며 문에 함정이 있나 체크했다. 지도에는 없다고 되어 있지만 , 세상일은 모르는 것이기 때문에 그녀는 문마다 함정을 체크하는 버릇이 있었다. 잠시 후, 그녀가 고개를 저어 함정이 없다는 것을 알리자, 사람들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마법진이군.” “마법진이네요.” 멀린이 중얼거리자 세이렌이 따라했다. 멀린이 세이렌을 한번 노려본 후, 마법진의 특성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했다 . 과연 최상급의 이동마법진이었다. 강력한 마법력이 그 안에서 느껴졌다. “흠, 놀라운 마법진이야. 이 마법진은 도착지점이 한 군데가 아니라 여러 군데로 되어 있는 것 같군, 거기에 일방통행이야. 이정도 복잡한 마법진을 만들려면 천문학적인 제작비가 소요될걸? 역시 혈월신마는 부자야.” 멀린이 감탄했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이윽코 모두 사람들이 마법진 위에 모였다. 멀린이 마법진의 한쪽에 있는 시동석을 건드리지 마법진에서 빛이 나기 시작했다. -웅~웅-파앗! 빛은 점점 밝아져서 이제는 그들을 완전히 삼키고 있었다. 그 순간 그들은 사라졌다. 이동이 끝난 후, 악령기사는 말했다. “부숩시다.” 그들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즉시 자신들의 무기로 바닥에 있는 마 법진을 부수기 시작했다. 악령기사는 혈월신마가 마법진의 도착지점을 여러 곳으로 만든 것을 보면 의외로 인간적일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만약 출구가 하나였다면 안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죽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 다. “끝났어요. 이제 이쪽 마법진으로는 아무도 못 나와요.” 세이렌이 말하자 악령기사는 고개를 끄덕이고 밖으로 나가는 문을 열었다. -그르르릉 비밀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나왔다. 가만히 보니 그곳은 마운봉 주위의 또 다른 마굴인 ‘악마의 별장’이었다. “다행히 아무도 없군, 어서 이동하자고.” 악령기사는 사람들에게 말했다. 천라지망이 쳐지면서 마굴속의 사람들에게 혈궁이 열렸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 같았다. 그들은 모두 협력하여 인근에 개미도 빠져나가지 못할 정도로 무식한 인해 전술식 천라지망을 쳤다고 첩자가 알려왔다. 상대적으로 마굴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세이렌이 다른 사람들이 있나 없나를 살피며 앞에서 그들을 인도했다. 몇 층을 더 내려가서 통로의 한쪽부분을 건드리자 비밀 문이 소리도 없이 열렸 다. “어서 들어가요.” 세이렌이 약간 급하다는 듯 말했다. 들키면 끝장이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모두 들어가자 비밀문은 다시 닫혔다. 통로 한가운데 이런 비밀문이 있다 는 것은 아무도 모를 것이다. 사실 악령기사 일행이 소문을 듣고 이 지방에 와서 한 일은 혈궁을 찾는 것 이 아니었다. 그들은 수만의 사람들이 찾고 있는 상황에서 5명의 사람이 늘 어났다고 더 빨리 찾아지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서대륙에 있는 레디안 제국의 첩보조직을 이용하여 인근에 감시망을 구축했다. 사건이 일어나면 언제라도 달려갈 준비가 되었다. 그리고 기다리는 동안 그들이 한 일은 인근의 마굴마다 비밀의 방을 만드는 작업이었다. “중요한 것은 물건을 얻는 것이 아니라, 물건을 얻은 후 무사히 서대륙을 빠져나가는 거야!” 악령기사는 이렇게 말했다. 그의 경험과 연륜이 이 한마디에 담겨 있었다. 일행들도 보물이 나타나기만 하면 악령기사가 그것을 얻을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보물을 얻은 후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에 대해 논의했다. 장기간 로그아웃 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이드래곤 길드의 수뇌부인 그들이 이 브리시아 세계에 몇 개월 동안이나 나타나지 않는다면 길드에 크나큰 흔들림이 있지 않겠는가? 무엇보다 그렇게 되면 악령기사가 도망갔다는 이미지를 가지게 된다. 악령 기사는 자신을 카리스마적인 존재로 만들 줄 아는 사람이었다. 모든 사람이 노리는 보물을 최후에 얻는 사람은 악령기사다. 온 대륙이 그 를 추적해도 그는 유유히 빠져 나온다. 그런 하나하나의 사건이 전설이 되어 지존 악령기사의 신화를 만들어 냈다. 그는 일단 보물을 얻고 이곳에서 지내면서 사람들에게 축하 귓말에 일일이 대답하며 자신의 명성을 더욱 더 높이려 했다. 하이드래곤 길드는 더욱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이 계획한 전략은 성공적인 결실을 보려고 하고 있었다. “일 주일 후에 3조에게 귓말을 넣으라고, 우리는 당분간 여기서 지내야 할 거야.” 악령기사가 방 안을 둘러보며 말했다. 움직이면 틀림없이 걸리는 천라지망을 벗어나는 방법은 딱 두 개다. 하나는 압도적인 힘으로 천라지망 자체를 완전히 부수는 방법, 두 번째는 바로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이 두 번째 방법에는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인내심이 있어야 한다. 보물에 눈이 먼 사람들이 보물을 포기하기에는 얼마의 시간이 필요할까? 그들은 결국 최소 3개월 정도는 이곳에서 살아야 했다. 비밀거처의 안쪽은 그다지 넓지 않았다. 5사람이 지내기에 쾌적한 환경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보통 사람에게 이런 곳에서 3개월을 갇혀 살라고 하면 절대로 불가능하다고 말 할 것이다. 그러나 악령기사일행은 그것이 가능했다. “자 그럼, 시작해 봅시다. 일단 자리를 잡고 며칠정도 쉬면 결과가 나오겠 지요.” 악령기사가 방 중앙에 담요를 깔며 말했다. 사람들이 제각기 자리를 잡고 앉았다. 멀린이 품속에서 화투를 꺼내며 말했다. “5명이니까 두 명이 광파는 거지?” “그렇지요. 나중에 한사람씩 번갈아서 자고 로그아웃은 당번만 남기고 다 같이 하는 것으로 하고요.” 악령기사가 대답했다. 그때, 매머드가 품속에서 트럼프를 꺼내며 조그맣게 말했다. “여기, 카드도 가져왔는데...요즘은 카드를 더 많이 하더라고.” 그 순간 멀린이 고개를 획하고 돌려 매머드를 노려봤다. 그의 눈에는 살기 가 흐르고 있었다. “그래서 지금 53살의 늙은이에게 원카드를 하라고 말하는 것인가? 매머드 군!” “원카드가 아니라...포카...죄송합니다.” 매머드는 더듬더듬 말을 하다가 아비게일마저 자신을 노려보자 잽싸게 트럼 프를 다시 넣으며 멀린에게 사과했다. 학교 선배인 아비게일은 악령기사와 나이가 같은 친구로 그들을 프로게이머 의 길로 인도한 게임계의 원로인 멀린을 은근히 존경하고 있었다. 세상은 때때로 법보다 주먹이 가까웠고, 특히 선후배 사이에는 법이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종목이 결정되자, 그들은 얼마 가지 않아 판에 집중했고, 그들이 뿜 어내는 열기는 점점 더 높아졌다. 악령기사와 그 일행들은 30년이 넘는 인생을 사는 동안 한 번도 의심한 적 이 없었다. 통일한국인이라면 도구만 있으면 3개월 정도는 골방에 갇혀서 지내도 전혀 상관이 없는 것이다! 그렇게 그들은 오늘도 골방에서 서로간의 인간관계를 다지며 귓말로 다른 길드원들에게 100% 순도의 허풍으로 필살의 탈주극을 생중계하고 있었다. 5-4 혈궁 ------------------------------- “당했다...” 정신이 들고 가장 먼저 입에서 나온말은 바로 이 말이었다. 아무도 듣는 사 람이 없었지만 지금의 라딘에게는 상관없었다. 바닥에 큰대자로 누운 체 라 딘은 생각했다. 자신의 반응은 완벽했다. 빙영이 움직이고 그와 동시에 서문기검, 마영신장, 악령기사가 움직이는 것 과 동시에 자신도 필살기를 펼쳐 악령기사에게 돌진할 수 있었다. 이것으로 자신이 그동안 수행한 모든 것이 확실히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다음에 상황을 다시 한 번 돌이켜 볼 때, 자신의 무력은 아직 악 령기사의 그것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통감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상황이 상황이었다지만 악령기사는 900이 넘는 고수 둘을 죽였다. 그와 동시에 자신의 필살기인 홀리 코멧을 보지도 않고 피했다. 차지중에 스마이트를 치는 필살기 홀리 코멧, 절대적인 위력과 동시에 순간 적으로 스마이트의 타이밍이 바뀌기 때문에 피하기가 극히 힘들다. 악령기사가 그의 최상급 회피기인 마혼환을 펼치는 타이밍이 조금이라도 빠 르거나 늦었다면 절대로 그의 공격을 피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완벽하게 스마이트가 발동하는 순간 세 개의 분신을 만들고 본 신은 은닉 상태로 라딘의 뒤로 돌아갔다. 보지도 않고 밀려오는 기색만으로 그것이 가능하다니! 과연 그는 지존이라는 칭호가 어울리는 최고의 강자였 다. 결국 라딘은 자신의 최고 필살기인 홀리 코멧이 대형 마물과의 전투나 마상 전투에서는 절대적인 위력을 발휘할 수 있지만, 대인전에서 어느 정도 고 수를 만나면 그다지 실전적이지 못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공격이 너무 정직 해서 타이밍만 잡으면 회피기나 반격기를 먹기 쉬운 것이다. 그는 어째서 델로스 공작의 환룡무가 최강의 사기 기술인지 이해 할 수 있 었다. 돌격 중에 방향조정이 자유롭다면, 상대는 그것을 피하거나 회피하기가 몇 배로 힘들어진다. 다시 말해서 기술이 아무리 강해도 맞추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뿐만 아니다, 악령기사는 마혼환을 펼쳐 라딘의 공격을 피하고 그의 등의 허점을 잡았을 때, 그에게 기술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의 기술은 마영신장 에게 사용되었다. 라딘에게는 그저 그가 달리는 힘을 역이용하여 발로 등을 한번 찼을 뿐이다. 그것만으로 자신은 중심을 잃고 허공으로 날았다. 결국 라딘이 악령기사에게 득수한 것은 허공에서 반격을 할 때, 자신의 펫 인 몽몽이 정확한 타이밍으로 합공을 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몽몽은 정말로 최고의 살수의 재질을 타고 났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만약 다시 싸우게 되면 이제는 더 이상 그 수도 통하지 않을 것이다 . 악령기사는 몽몽의 존재를 알던 모르던 이제는 라딘의 품속에서 튀어 나오 는 단검에 대해 주의를 기울일 것이다. 결국 지금 자신이 악령기사와 정식 으로 싸우면 그의 공격을 악령기사에게 통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온다. 마지막으로 악령기사와 라딘과의 차이는 바로 실전에서 지형의 이용이 가능 한가 아닌가의 차이였다. 라딘이 비록 수련을 통해서 반응속도도 빨라지고 무공의 동작을 이해하고 필살기의 타이밍을 잡을 수 있게 되었지만, 그는 실재로 고수와 싸운 경험 이 없었다. 평생을 게임계의 수많은 강자들과 싸워온 악령기사는 상황에 따라 주위의 지형을 완벽하게 이용하는 적절한 기술과 동작을 펼칠 수 있다. 실제로 그 는 단 한 번의 평범한 발차기로 라딘을 용암 속에 빠뜨렸다. “경륜에서 오는 절대적인 강함인가?” 라딘은 문득 피식하고 웃었다. 어머니와 아버지의 그 처절한 훈련에 의해 초보가 아무리 노력해도 완벽한 훈련을 받은 첩보원을 속일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라딘이었다. 그런 자신이 수십 년 동안 게임계의 최고 고수들 사이에서 싸워온 악령기사를 얕보다니! 라딘은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그는 강해, 어떻게 하지?” 라딘이 여태까지 악령기사가 강하다고 생각했던 것은 단순히 막연한 추측에 불과했다. 간접적인 비교이기 때문에 스탯이 뛰어난 자신은 그에 비해 크 게 뒤떨어지지 않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 라딘은 직접적인 강함의 비교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실전 경험 과 경륜, 그것은 잔머리로는 넘기 힘든 벽이었다. “훗, 라딘, 답은 정해져 있잖아. 단지 실행만 하면 돼.” 라딘은 여전히 혼자말로 스스로에게 말했다. 감정이 음파에 실려 다시 돌아 와 가슴속으로 파고 들었다. 라딘은 생각했다. 혼자 있다는 것이 좋을 때도 있구나! 결국 지금 그에게 필요한 것은 실전경험이었다. 악령기사와의 차를 좁히는 방법은 싸우고 또 싸우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일단 스탯과 아이템 만큼은 자신이 유리한 만큼, 최후에는 그를 앞지를 수 있을 것이다. 정말로 게임계의 정상에 서기 위해서라면 본신의 강함, 세력, 지략중 하나 라도 떨어지면 안 된다는 결론이 나왔다. “강해지겠어! 일대일로 그를 이길 수 있을 때까지! 세력이나 계략은 그 후 의 문제야!” 라딘은 벌떡 일어나 허공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의 눈은 새로운 길을 찾은 모험가와 같이 빛나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는 어디지? 나는 죽은 것이 아니었나?” 문득 라딘은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으면 10분간 아공간에 갇혀 서 있어야 한다. 과거 크라켄에게 죽었을 때, 그것을 경험한 라딘은 그 아공간이 사방이 빛으로 쌓인 공간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그가 있는 곳은 하나의 석실이었다. 위를 올려다보니 놀랍게도 위에는 용암이 허공에 뜬 체로 끓고 있었다. “환상이었군!” 라딘의 두 눈의 눈동자가 놀람으로 인해 급격히 확산되었다. 그리고 그의 머릿속에 하나의 섬광이 스쳤다. -불 속에 불이 없고, 보물 속에 보물이 없다. 혈궁도해에 써 있던 그 말의 뜻이 이런 것이었나! 그렇다면!! 그는 석실의 한쪽에 있는 문을 보았다. 그 문 위에는 붉은 간판이 하나 걸 려 있었다. 그리고 그 간판에는 글이 쓰여 있었다. -혈월신마지묘, 연자를 환영한다.- 라딘은 갑자기 배를 움켜잡고 그대로 앞으로 쓰러졌다. 그리고 바닥을 데굴 데굴 구르며 웃기 시작했다. 대박이다. 대박이다. 대박이다. 대박이다. 그의 머릿속은 오직 이 네 글자만이 남아 돌아다니고 있었다. 언제나 느끼 는 거지만 세상이 자신을 중심으로 돌고 있었다. 약 10분간을 그렇게 기뻐한 라딘은 서서히 그 문을 열고 혈월신마의 무덤으 로 들어갔다. 5-4 혈궁 -------------------------- -밤새 걸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우리가 가진 보물을 노리고 주변을 뒤지고 있을 것이다. 세이렌이 극도로 긴장한 체 우리를 인도했다. 들키면 끝이다. 아무리 악령기사와 우리가 강하다고 해도 수천의 사람들과 싸울 수는 없다 . 이제 얼마 후면 새벽이 되고 해가 밝으면 이렇게 멀린의 안개 마법을 사 용하면서 이동할 수도 없다. 드디어 악령기사가 말했다. 여기서 하루를 지냅시다. 서둘러서 거처를 만듭 시다. 우리들은 주변의 지형을 살폈다. 바위가 하나 있었다. 매머드가 바위를 들어 올리고 다른 사람들이 합심하여 그 밑에 구멍을 팠다 . 다섯 명이 겨우 들어가 누울 공간이 생겼다. 차례대로 사람이 들어가 눕 자 마지막으로 매머드가 바위를 들어 올린체로 들어왔다. 그의 덩치는 무척 컸고 우리는 상당히 갑갑함을 느꼈다. 마침내 바위가 구멍을 막았고, 구멍 안은 완전한 어둠으로 뒤덮였다. 이제 해가 질 때까지 우리는 잠들 것이다. 차라리 로그아웃을 했으면 좋겠 다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러나 그럴 순 없다. 그렇게 되면 우리가 돌 아왔을 때, 하루 종일 이동한 피로가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쉴 수 있을 때 쉬지 않으면! 오늘도 무사히 이동했다. 우리는 끝내 성공하여 이 물건들을 들고 우리의 자랑스러운 레디안 제국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때까지 어떤 괴로움도 모두 이겨낼 것이다.- -바위 밑에서 잠들기 전에- -작성자 : 아비게일 “아비게일님, 뭐하세요? 안 끼실 거에요?” 판에 열중하던 세이렌이 물었다. 글을 쓰던 아비게일이 그녀를 보니 그녀는 약간 피곤한 것이 잠을 자고 싶은 모양이었다. 대신 들어갈 선수로 아비게 일이 지목되고 있었다. “음, 가상현실 팬 사이트에 오늘 올릴 탈출기록 쓰고 있었어. 조금 있다 로그아웃 하는 사람이 나 대신 올려 줘.” 그의 말을 들은 매머드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구라쟁이. 또 무슨 말을 올리려고.” “악령기사, 오우거 파워 건틀렛 좀 빌려줘.” “응, 여기.” 악령기사가 웃으며 자신의 건틀렛을 벗어 아비게일에게 건냈다. 그것을 받 아 자신의 손에 낀 아비게일은 가볍게 주문을 외웠다. “[오우거의 분노], [신력부여], [라이온하트].” -팟, 파앗, 팟 그의 몸이 빛나고 신성한 빛이 그의 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용기의 신인 바 로스의 고위성직자인 아비게일은 최강의 강화마법인 라이온하트를 비롯한 각종 강화마법에 능했다. 순간적으로 그의 힘이 1000을 넘겼다. “일단 맞아라!” -퍽, 퍼퍽, 퍽, 바바바바 “으아아아악, 아비게일 형, 잘 못했어요!!” 30이 넘은 거한 매머드가 땅을 구르며 선배인 아비게일의 자비를 구걸했다. 한참을 사정없이 패던 아비게일은 조용히 말했다. “감히 선전부장인 내가 하는 일에 한번만 더 문구를 붙이면 너에게 원고지 100장분의 선전용 수기를 쓰게 하겠다.” 그의 냉정한 선언에 매머드의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이 아비게일이라는 선 배는 한번 말한 것은 어떤 짓을 해서라도 실행하기로 유명했다. “형! 그것만은 제발!” “더 이상의 자비는 없다. 조용히 침묵하며 검을 수련하는 것이 너의 생명 유지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명심해라.” 그 때, 멀린이 웃으며 말했다. “음, 음, 100장의 선전용 수기라, 정말 건설적인 벌칙이야. 매머드 군, 너 무 걱정말게, 그날이 오면 내가 대신 써주지. 물론 수고비는 한 장에 만원 이라네. 참, 그리고 이번 판은 판이 뒤집혔으니까 무효지?” 그 판은 악령기사가 투고를 한 상황이었고, 멀린의 피가 한 장이었다. 악령 기사가 상큼하게 웃으며 아비게일을 보며 말했다. “많이는 안 바랄게, 50점만 보상해.” 그의 말을 들은 아비게일은 잠시 악령기사를 바라보다가 세이렌이 앉았던 자리에 털썩 앉으며 말했다. “판 돌려요. 악령기사, 벌어서 갚을게.” 어느새 매머드도 일어나 자리에 위치하고 있었다. 5분후, 마치 조금 전의 소동이 원래부터 없었다는 듯 사람들은 불길과 같은 오라를 뿜어대며 판에 집중했다. 편한 자세로 반쯤 누운 채 쉬고 있는 세 이렌이 그 모습을 보면서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 문을 열고 들어가자 방안의 가운데에는 제단이 있었다. 그리고 그 주위에 세 개의 상자가 놓여 있었다. “헉, 상자가 하나도 아닌 세 개씩이나!” 라딘은 감동했다. 갑자기 혈월신마라는 상고의 기인이 시공을 초월한 신적 인 존재가 되어 자신에게 복을 내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는 체면상 주위를 한번 살펴보았다. 혹시 함정이 있지 않을까 걱정되어 워해머로 제단으로 올라가는 층계를 툭툭 건드려 보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 런 이상이 없었다. 라딘은 깨달았다. 용암속으로 떨어진 것으로 자신은 모든 시련을 극복한 것 이다. 이제 수확만이 남았다. 사람들은 자신이 죽었을 것이라고 믿고 있을 것이다. 동등분배조약? 훗, 역시 세상은 독식이 최고야! 그는 만족했다. 천천히 계단을 통해 제단으로 올라갔다. 위로 올라가니 세 개의 상자 뒤에 하나의 비석이 보였다. 라딘은 서두르지 않았다. 일단 조용히 비석을 살펴보았다. 비석은 깨알만한 글씨로 빽빽하게 채워져 있었다. 그것은 혈월신마의 이야 기였다. -나는 서대륙 출신이다. 부친은 상현 지방에 자리 잡고 있는 유씨세가의 가 주이고 나는 그의 장자였다. 작지만 그래도 한 고을에 명성을 떨친 우리 유 씨세가에서 나는 소가주였고, 유년시절을 나름대로 행복하게 보낼 수 있었 다. 어느 날, 동대륙에서 한 사람의 기사가 찾아와 아버지에게 비무를 요청했다 . 아버지는 그를 정중하게 대접했고, 그 다음 날 아침, 두 사람은 검을 들 고 비무를 했다. 그 기사는 강했다. 하지만 일대일 전투에서 기사가 무사에 게 이기기는 쉬운 것이 아니다. 아버지는 유씨세가의 비전 최상급 무공인 회류검으로 그의 어깨를 찔러 승 리를 얻었다. 그는 어깨에 부상을 입었다. 물론 정당한 비무였기 때문에 아 버지는 그의 생명을 빼앗지 않고 즉시 손을 멈추었다. 그러나 그는 험악한 인상을 지으며 소리쳤다. “감히, 짐에게 상처를 입히다니!” 그 말과 함께 그는 유씨세가를 벗어나 사라졌다. 아버지는 불길한 생각이 들었는지 나를 불러 비밀방에 숨어 하루를 보내라고 명령하셨다. 그리고 그날 밤, 하늘에 두 개의 달이 떴을 때, 수십 명의 정체불명의 괴한 들이 우리 유씨세가에 침입해 사람들을 무차별 학살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하나같이 믿기 힘들 정도로 강했고, 오히려 아버지보다 강할 정도였다. 모두 죽었다. 하늘에 뜬 황금의 달이 붉은 빛으로 보였다. 나는 복수를 맹세했다. 1년을 유랑하여 거의 죽을 지경에 이른 나는 산속에 들어가 사냥을 하다 부 상을 당했다. 그리고 사부인 일진장 허무군을 만났다. 그는 쓰러진 나를 데 려다 회복될 때까지 보살펴 주었다. 그의 집은 산에 있는 조그만 초가집이었는데, 사모인 피넬리아 시스코와 단 둘이서 30년을 그곳에서 살고 있다고 했다. 놀랍게도 사부는 레벨 800의 검성이었다. 세상에는 기인이사가 많다고 하지 만 이런 산속에 이름 없는 검성이 은거하고 있었다니! 더욱 놀라운 것은 서 대륙 출신의 사모는 레벨 780의 마도사였다는 것이다. 나는 그때 마도사를 처음 보았다. 사부와 사모는 나를 귀여워했다. 그때 나의 나이는 12세, 어렸을 때 익힌 기본무공 몇 개 이외에는 아무것도 익힌 것이 없었다. 그들은 내가 그 깊은 산까지 들어가 자신들과 만난 것이 인연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들이 가진 비술을 나에게 아낌없이 전수했다. 그리고 나는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보통 사람은 무공이면 무공, 마법이면 마법, 도둑기술이면 도둑기술 등 한 가지 종류의 기술 밖에는 익히지 못한다. 대가의 경지에 이르러서 새로운 깨달음과 혹독한 수련을 거치면 다른 계통의 기술을 익힐 수 있다고는 하지 만 그때의 나는 그런 사람도 보지 못했었다. 그런데 나는 사부가 전해주는 무공과 사모가 가르쳐주는 마법을 모두 익힐 수 있었다. 그들은 경악했다. 알고 보니 그들이 그 산속에서 은거한 이유는 마법과 무 공 중 어떤 것이 더 강한가라는 가장 유치한 주제의 토론을 하다가 부부싸 움을 하고, 결국 끝장을 보자는 약속을 하고 이곳에 들어와 서로의 기술을 연구 연마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30년 동안 서로의 자존심을 건 연구와 수련이 그들의 레벨을 800레벨까지 끌어올렸지만 어느 한쪽도 자신의 기술이 상대를 압도한다는 결정적인 논리 를 입증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들은 결국 죽기 전에 부부싸움의 끝을 맺기 위해 나를 제자로 맞 이했다고 한다. 각자 무공과 마법을 전수해서 내가 무공을 선택하면 사부가, 마법을 선택하 면 사모가 이기기는 것으로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두 가지를 모두 익히자 그들은 절망에 빠진 것처럼 한숨 을 쉬었다. 그들은 죽을 때까지 승자를 가리지 못했다. 지금도 사부와 사모 를 생각하면 웃음이 나온다. 나에게 있어 무공과 마법은 다른 것이 아니다. 이 두 가지 기술은 서로 전 혀 통하지 않고 완전히 다른 것처럼 보여도 이치를 따져보면 결국 같은 것 이다. 인간의 몸은 결국 마나로 이루어져 있고, 그런 인간의 몸을 단련하여 내부 의 힘을 이용하는 것이나 외부의 마나를 이용하는 것은 결국 마나를 이용한 다는 점에서 같은 것이라 할 수 있다. 마법으로 불덩어리를 만들어 내듯이 몸속에서 양강지기를 모으면 능히 불을 일으키는 것이 한 가지 예라고 할 수 있다. 체력은 마력과 같고 생명력은 마나로 바꿀 수 있다. 그 반대도 가능하다. 결국 나는 두 분의 모든 것을 이었다. 그리고 그 때 나는 알았다. 내가 바 로 전설로 내려오는 배틀마스터라는 것을! 10년이 지나 내가 22살이 되었을 때, 두 분은 돌아가셨다. 평생을 같이 지 내오신 두 분답게 거의 동시에 돌아가신 것이다. 나는 세상에 나왔다. 그리고 10년간 내 가슴속에 묻어두었던 원한을 갚기 위해 세상을 떠돌며 그자의 행방을 찾았다. 5-4 혈궁 ------------------------------------ 3년이 지나 동대륙으로 건너온 나는 한 사람의 여자를 만났다. 그녀는 놀랍게도 비월전이라는 비밀 정보 조직의 수장이었다. 나는 그녀에게 내가 그동안 얻은 보물 중 일부를 주고 그자의 정체를 의뢰 했다. 그리고 그녀가 가져온 정보는 정말로 세상이 놀랄만한 것이었다. 동대륙의 통일 제국인 나칸드라 제국의 현 황제 피드로 8세는 20년 전 황태 자 시절에 자신의 무용을 시험하기 위해 신분을 감추고 서대륙으로 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여러 사람들과 비무를 해서 많은 성과를 올리고 귀국할 수 있었다. 물론 호위로 뒤따라간 로얄나이트 들이 황태자인 그에게 그보다 조금씩 약한 상대를 소개하여 그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했기 때문에 그는 대부분의 비무에서 승리를 맛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예외는 있었다. 그 중 하나가 우리 유씨 세가이고, 황태자에게 부상을 입힌 자는 부친이 유 일했다. 황태자는 자신에게 부상을 입힌 자를 용서하지 않았다. 결국 나칸드라 제국의 상급기사들로 이루어진 로얄나이트들과 제국 의 살수들에 의해 우리가문은 멸문한 것이다. 나는 절망했다. 원수가 황제였다니! 그러나 나는 포기 할 수 없었다. 신이 라도 용서하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나는 기회를 노렸다. 한 사람의 동료를 만났다. 처음 그는 나를 암살하려고 했다. 황제가 나의 존재를 알아낸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의 존재를 감지하고 그의 암습을 막 아냈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사월마객이라고 했다. 동대륙 최고의 암살조직의 수장 이라고 했다. 나는 그의 암습을 막았기 때문에 영원히 그의 친구가 될 수 있었다. 비월전의 페이 원이 정보를 제공하고 사월마객이 빈틈을 만들어 주었다. 나는 결국 황궁에 침입할 수 있었다. 로얄기사단의 절반은 사월마객의 계략에 빠져 황궁 밖으로 출동한 상태였다 . 남은 기사 200명과 황제의 일족을 모두 죽였다. 그가 나의 가문을 멸문시 켰듯이 나도 그의 가문을 멸문시켰다. 제국의 왕위계승권자가 모두 죽어 제국의 정통이 끊어지자 결국 제국은 무 너졌다. 그만큼 나칸드라 제국은 썩어 있었다. 나는 나의 강함에 끌려 모여든 사람들을 모아 혈월문이라는 조직을 만들었 다. 비월전과 사월당이 우리에게 합세했다. 곧이어 우리는 동대륙에서 가장 강 한 무력집단이 되어 세상을 뒤집어엎을 수 있었다. 그러나 평생 복수와 무공만을 생각하며 살아온 나는 새로운 왕국을 세울 수 있는 그릇이 아니었다. 결국 나는 나의 힘에 도취되어 나의 진정한 친구들 인 그녀와 사월마객마저 무시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 개인의 힘으로 세력의 힘을 이길 수 없고, 군대의 힘만으로는 천하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나는 나의 잘못을 깨달을 수 있 었다. 둑이 터져 물이 넘치듯 후회가 넘쳤다. 그러나 세월은 돌이킬 수 없었다. 나에게 남은 것은 오직 하나, 무공이었다. 마법이었다. 최고의 경지에 도달했지만 나의 목마름은 아직 꺼지지 않았다. 나는 더욱 강해지고 싶었다. 결국 내가 진정으로 원했던 것은 제국의 황위도 연인도 명성도 아닌 오직 하나! 절대적인 강함이었다. 나는 가장 믿을만한 부하들과 제자들에게 명해 이곳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곳이 완성되자마자 수제자인 화룡천에게 혈월문을 물려주고 이곳 으로 들어왔다. 그는 자신이 마법과 무공을 같이 쓰는 것에 만족했다. 하지만 그는 단지 마 법전사일 뿐이다. 나름대로 뛰어나고 양쪽의 가장 훌륭한 기술들을 익혔지 만 결국 그는 마법과 무공이 같은 것임을 깨닫지는 못했다. 결국 배틀마스 터는 타고나는 것일까? 내가 이곳에 와서 생각한 것은 하나다. 1천 레벨의 한계를 가진 인간은 과 연 유한한 존재인가? 결국 한계를 벗어날 수는 없는가? 세상을 진동시키고 평생 적수를 찾아보지 못한 나의 혼원일기공은 과연 최 강의 무공인 것인가? 이곳에 앉아서 10년을 보냈다. 마나를 재구성해서 몸을 젊게 만드는 것도 포기했다. 한 줄기의 깨달음이 그것을 막고 있었다. 죽음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나의 몸 안의 마나는 조금도 약해지지 않았다. 오히려 나의 몸속에 쌓인 마나가 끓어올라 육체를 파괴하려 하고 있었다. 그것을 이용해서 젊음을 되찾으면 다시 백년이라는 세월을 살 수 있다는 유 혹이 점점 심해졌다. 하지만 인간으로 백년을 더 살면 무엇 하겠는가? 혼원일기공을 초월한 무엇인가를 깨닫는 것 이외에는 모든 것이 허무과 같 았다. 인간의 힘, 절정에 다다른 인간의 힘을 초월한 힘, 그것이 내 몸속에 있었 다. 사부가 익힌 소림무공 중 기공계의 최후 비술이라는 역근경이 나에게 단서 를 주었다. 결국 무공은 상대적인 것이다. 모든 초식과 필살기는 장점과 함께 단점이 있다. 형태가 있는 것은 깨지기 마련이다. 혼원일기공을 얻을 당시에도 내공을 이용하여 마법의 불과 물을 초월한 힘 을 얻으려 했고, 다시 그 두 가지 힘이 결국 마나에서 나왔으니 마나로 되 돌릴 수 없을까 하는 생각에서 시작하여 최강의 기공인 혼원일기공을 깨달 았다. 그러나 그 강력한 마나의 힘도 결국은 몸 밖의 기운일 뿐이다. 이제 나는 인간을 초월한 힘에 대한 정의를 내린다. 연자여! 나는 말한다. 인간의 힘은 무한하다! 나는 이제야 만족할 수 있다. 이제 나는 자신의 비석에 글을 남기고 내가 익힌 무공 중 내가 스스로 깨달 은 두 개의 무공을 남긴다. 그중 첫 번째는 한 번도 패배를 경험하지 않은 기공, 혼원일기공이다. 그대 가 검성이거나 배틀마스터라면 이 유니크 무공을 익힐 수 있다. 위층에 있는 보물 상자 속에는 내가 세상을 뒤흔들었을 때 얻은 무공 중 쓸 만한 것들이 들어있다. 그러나 그것들은 한번 이상씩 패한 무공들이다. 혼 원일기공보다 강한 무공은 찾지 못했다. 그리고 두 번째는 내가 방금 깨달은 기술이다. 이것은 무공도 마법도 아니다. 그저 인간을 초월하기 위한 깨달음이다. 나 는 이것에 혈월금강신공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것은 어떤 직업을 가진 자도 익힐 수 있다. 마법으로도 기술로도 구분된 다. 연자여! 그대가 어떤 자인지는 모른다.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의 사부와 사모가 아무 연관도 없는 나에게 모든 것을 전했듯 나 와 인연이 닿은 그대에게 나의 모든 것을 전한다. 지도의 단서를 풀어 이곳까지 왔다면 무력과 지혜가 남다를 것이다. 그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든 그것을 이루기 바란다. -혈월신마 유세옥- “혈월금강신공이라고!” 라딘의 눈동자가 더 이상 확장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그의 심장이 1초 에 180번 이상 뛰고 있었다. 심장에 걸린 과부하가 그의 생명에 심각한 위 협을 하고 있었지만 그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천하제일의 기공 혼원일기공! 혈월신마의 최후의 심득 혈월금강신공! 그는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행복감에 몸을 떨었다. 그러나 곧 그의 얼굴이 절망과 좌절의 감정으로 인해 일그러졌다. “으악! 내가 왜 팰러딘을 했지?” 그렇다. 라딘은 팰러딘이다. 기사 계급인 팰러딘은 유니크 무공을 익힐 수 없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무공이 지금 그의 앞에 있다. 그러나 그것은 그림의 떡 이다. 혼원일기공을 뭉치에게 양보하는 것도 억울한데 그보다 더욱 강한 무공이라 니! 혈월신마의 최후의 심득이라니! 약 3분간 좌절모드로 세상을 원망하던 라딘은 이렇게 멍하니 있으면 안 된 다고 스스로에게 채찍질을 가했다. 그는 아직 비급을 손에 넣은 것이 아니 다. 물건이 자신의 아공간 주머니에 들어가기 전에는 절대로 안심할 수 없 었다. 그래, 익히지는 못해도 팔아먹을 수는 있으니까, 라딘은 스스로를 위로하면 서 눈앞에 놓인 상자를 보았다. 떨리는 손으로 가운데 있는 상자를 열었다. 그곳엔 두 권의 책과 하나의 부 츠가 들어있었다. 라딘은 일단 두 권의 책을 들었다. 혼원일기공, 혈월금강신공. 과연 비석에 쓰여진 두 권의 책이 있었다. 라딘은 일단 혼원일기공을 자신의 아공간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그 속에 서 한 장의 스크롤을 꺼내 사용했다. 감정 스크롤이었다. 하얗게 빛나는 손으로 혈월금강신공을 만지자 라딘의 눈에 반투명의 상태창 이 떠오르고 이 책에 대한 내용이 나타났다. 스킬북 (혈월금강신공), 등급 : 이벤트, 제한 : 없음 이벤트 기술인 혈월금강신공을 익힐 수 있는 책 혈월금강신공은 일단 익히면 몸의 잠재력을 끌어 올리는 효능이 있다. 처음 이 기술을 익히면 모든 능력치가 10% 상승한다. 그와 함께 모든 공격 에 대해 10%의 데미지 감소 효과가 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서 히 숙련도가 올라가면서 능력치도 같이 상승하여 마스터가 되면 최후에는 3 0%까지 상승한다. 물론 데미지 감소 효과도 30%까지 상승한다. “크허허헉, 이,이,이벤트 기술! 사기닷!!” -쿵- 라딘은 그대로 뒤로 넘어갔다. 그의 눈에는 감동의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유니크가 아니라 이벤트 기술이라니! 분명히 제한이 없다고 쓰여 있었다. 이 기술을 익히고 자신이 1천 레벨이 된다면 그의 능력치는 1300레벨에 해 당하는, 아니 그 이상의 수치를 기록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모든 공격에 대해 30%의 데미지 감소가 된다면 사실상 그의 생명력 이 1.42배로 늘어난 것이 된다. 1300레벨의 능력치와 거기서 1.42배로 늘어 난 생명력! 과연 혈월금강신공은 인간의 한계를 초월하기 위한 기술이라고 할 수 있었 다. “혈월신마, 당신은 진정한 고금제일 고수입니다. 이 라딘이 인정 할게요! 으하하하하하하하” 라딘은 자신이 최강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 그는 기연을 얻었다. 5-4 혈궁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정신차리자, 라딘.” 라딘은 곧 바닥에서 일어나 자신의 뺨을 양 손으로 때리며 말했다. 아직 살펴 볼 물건이 남아 있었고, 그것들을 취할 때까지 절대로 방심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는 아무도 없다고 이렇게 쉽게 자신의 감정을 표출 하는 것을 반성하고 마음을 가다듬었다. 즉시 스킬습득으로 혈월금강공을 익혔다. 이제 어떤 일이 있어도 이 스킬은 자신의 것이다!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신외지물이 아니라 자신의 몸이라고 할 수 있었다. 다시 맑은 정신으로 상자 안을 살폈다. 상자 안에는 부츠가 하나 놓여 있었 다. 그는 부츠를 들었다. 부츠 옆에 한 장의 종이가 붙어 있었다. 혈월신마가 쓴 글이 있었다. 그는 이곳에서 자신의 유물들을 정리하면서 생각날 때마다 하나씩 설명을 붙인 것 같았다. -환영의 부츠다. 나는 기공과 강력한 파괴마법에 능하지만, 단 하나, 경공 은 최강이라고 할 수 없다. 안타깝게도 배틀마스터라도 익힐 수 있는 기술 과 마법의 수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회피계 경공만큼은 익히지 않았다. 이 부츠는 유니크 중에서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회피계 경공이 없는 자에게는 도움이 될 것이다.- “오옷, 회피계 경공!” 라딘은 얼른 품속에서 감정 스크롤을 꺼내 부츠를 조사했다. 환영의 부츠 등급 : 유니크, 제한 : 전사, 기사, 무사계 3차 직업, 도둑계 3차 직업. 보너스 스탯 : 힘 50, 민첩 100, 체력 100, 마력 50 저항 : 땅 50 특징 : 마나를 이용하여 [블러]의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 블러는 잔상을 만들어 몸을 흐릿하게 하는 회피 보조용 마법이다. “우와, [블러]를 사용할 수 있는 부츠라니! 이게 뭐가 최고 수준의 유니크 가 아니야! 최고 수준 맞고만.” 라딘은 감격했다. 잔상을 남기는 마법 블러는 의외로 강력하다. 적이 싸울 때 그를 명중하기 힘들 뿐만 아니라, 공격 할 때도 동작의 움직임이 잔상 때문에 타이밍을 알 기 힘들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10분의 1초를 다투는 고수들의 싸움에서 이렇게 몸이 흐릿해 보인다는 것은 엄청난 위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 라딘은 즉석에서 환영의 신발을 신었다. 아공간 주머니보다는 자신이 착용 하는 것이 더욱 안전했다. 심호흡을 한번 하고 다시 좌우에 있는 상자를 바라보았다. 상자 하나를 열 었을 뿐인데 이렇게 행복하다니! 이제는 두려움조차 생기는 라딘이었다. 천천히 좌측에 있는 상자를 열었다. 가장 큰 상자였다. 그 안에는 하나의 투핸드소드와 지팡이, 그리고 두 권의 책이 놓여 있었다. “크헉, 이번엔 4개가! 신이시여. 두렵습니다. 어찌하여 저를 이렇게 밀어 주시는 겁니까? 크하하하하하.” 상자 속에는 한 장의 종이가 붙어 있었다. -나의 사부와 사모의 유물이다. 라딘은 일단 책을 집어 들었다. 그 책에도 설명서가 있었다. -사부가 돌아가시면서 남긴 소림기공 중 최강이라는 역근경이다. 사부가 돌 아가시면서 나에게 이것을 익히라고 했지만 나는 그 때 이미 혼원일기공에 대한 깨달음을 얻었기에 여태까지 보관만 하고 있었다. 만약 그대가 이것이 필요 없다면 동대륙에 있는 동소림에 전해 주길 바란다. “헛, 역근경!” 소림의 무공은 방대하여 모든 분야에 걸쳐 최고의 무예가 존재한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소림이 자랑하는 유니크 기공이 바로 역근경이다. 그러 나 역근경은 오래전에 실전되어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확실히 혈월신마의 사부가 이것을 남기고, 그것을 혈월신마가 지니고 있었 다면 적어도 4,5백년은 세상에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다. 유니크 무공은 오직 하나만이 존재한다. 최상급 무공은 경우에 따라서 익힌 사람이 두세 명이 될 수도 있지만, 유니 크는 오직 한명만 익힐 수 있다. 같은 경지의 무공은 있지만 모두 틀린 기 술인 것이다. 유니크 무공은 전수 할 수 없다. 유일한 방법은 소유자가 죽을 때, 죽음과 함께 소멸하면서 전수하던가 유니 크 북으로 재구성해서 남기는 수밖에 없다. 2억 명 중에 오직 나 한명만이 익힐 수 있는 유니크 무공에 대한 사람의 열 망은 가히 짐작하기도 힘든 것이 아닐 수 없다. 그는 다시 한 권의 책에 있는 설명문을 보았다. -마법서이다. 그러나 이 마법은 원소의 힘이 아닌 새로운 힘을 다루는 마법 서이다. 사모는 이것이야말로 마법이 무공보다 뛰어나다는 증거라고 주장하 셨지만 결국 익힐 수 없는 마법이었기 때문에 그 실효를 증명하지 못했다. 나도 이것을 익히지는 못했다. 연자에게 만약 연이 닿는다면 이것을 익힐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응? 혈월신마도 못 익힌 마법이라고? 도대체 무슨 마법이길래?” 그는 감정스크롤로 마법서를 조사했다. 마법북 (그래비트) 등급 : 유니크, 제한 : 대마도사, 대마도사 전용마법 그래비톤을 익힐 수 있는 마법서, 그래비톤은 일정한 범위내의 중력을 제어할 수 있는 강력한 마법이다. “으악, 그래비트!” 라딘은 전에 크로키가 자신이 서대륙에 가는 이유가 그래비트라는 마법을 찾기 위해서라고 한 것을 기억했다. 대마도사 전용 유니크 마법이라니! “크로키~~~, 100만 골드만 받겠다!” 라딘은 마치 크로키가 눈앞에 있는 것처럼 크게 관용을 베푸는 듯 한 얼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끄덕 했다. 확실히 이 마법책은 부르는 게 값이요. 소 유자가 깡패라고 할 수 있었다. 그는 연이어 투핸드소드와 지팡이를 감정했다. 그의 스승이 쓰던 무기인 투핸드소드 역시 유니크였고, 그 검을 들면 자동 적으로 ‘만월의검무’라는 기본 검술을 사용할 수 있었다. 라딘은 얼른 아공간 주머니에 그 검을 넣었다. 공교롭게도 자신의 주위에는 검을 쓰는 사람이 없다. 이 검 역시 비자금인가? 아니면 혹시 모르니 보관 을 해 둘까? 라딘은 행복한 고민에 빠져드려는 자신을 겨우 추스리고 나머 지 지팡이를 확인했다. 사모가 썼다는 마법지팡이는 불의 마법을 더욱 더 강화하는 이프리트의 지 팡이였다. 이것도 마땅히 쓰는 사람이 없었다. 지팡이 역시 즉시 라딘의 아 공간 주머니 속으로 들어갔다. -두근, 두근 심장이 뛰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직 완전히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해서 심장 박동이 조금 빨랐다. 하기야 이정도 보물을 보고도 흥분하지 않을 수는 없 겠지. 라딘은 납득했다. 마지막 상자가 남았다. 그 안에는 무엇이 있을까? 몇 개가 있을까? 라딘은 혈월신마가 정말로 통이 큰 사람이라고 감탄했다. 과연 세상을 뒤집어엎은 사람의 무덤에는 이정도의 물건은 있어야지!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조심스럽게 마지막 상자를 열었다. 5-4 혈궁 상자를 열자 공기 중에 은은한 약향이 퍼졌다. 청량한 향기를 한번 들이쉬자 기분이 좋아지며 정신이 맑아지기 시작했다. “오잉? 이게 뭐지?” 마지막 상자에는 검은 환약이 가득 담겨 있었다. 라딘은 상자의 뚜껑 안쪽 에 붙어있는 설명서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 환약은 최고의 영약인 만년삼왕과 유니콘의 뿔을 주재료로 만든 최고의 단약 ‘삼왕보심단’이다. 연자의 레벨이 아직 1000이 아니라면 이것을 먹 고 수련을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얼라? 단약? 의술로 만들 수 있다는 그것인가?” 단약은 약선요리와 마찬가지로 먹을 수 있는 아이템이다. 약선요리처럼 이것을 먹으면 약효가 지속되는 동안 여러 가지 특전이 있다. 능력치가 오를 수도 있고, 독이나 마법에 강해질 수도 있다. 기본적으로 하나 이상의 단약을 먹어도 효력이 중복되지는 않는다. 단약은 성직자 전용기술인 의술의 마스터 기술 중에 하나이기 때문에 라딘 은 익힐 수 없었지만, 과거 파스트 제국에 있을 때 얻은 정보에 이 단약에 대한 정보도 있었기 때문에 단약이라는 아이템의 존재에 대해서는 알고 있 었다. 약선요리는 요리를 먹어야 하기 때문에 먹고 나면 배가 부르지만 단약은 언 제든지 가볍게 먹을 수 있다. 그리고 효력기간도 약선요리처럼 하루로 정해 진 것이 아니라 더 긴 경우도 있다. 단지 재료를 구하기가 너무 어렵고 약선요리처럼 재료만 있으면 간단히 만 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매일 꾸준히 일정량의 마나를 주입하여 짧게는 몇 개 월, 길게는 몇 년 동안 빠짐없이 계속 정성을 들여야 완성할 수 있다고 한 다. 라딘은 그 중 한 알을 집어 들고 감정스크롤을 사용했다. 삼왕보심단 종류 : 단약 효력기간 : 삼일 효능 : 1) 모든 수치가 50씩 오른다. 2) 복용자는 경험치를 두 배로 얻을 수 있다. 3)복용기간동안 체력의 소모가 절반으로 줄어든다. 설명 : 최고의 단약재료인 만년삼왕을 주재료로, 모든 병을 치료한다는 유 니콘의 뿔가루를 부재료로 하는 궁극의 약, 복용자의 잠재력을 일깨우고 그 의 정신과 몸을 일깨워서 육체적, 정신적 성장을 촉진한다. “앗, 경험치 두 배!” 라딘은 경악했다. 이 단약을 먹으면 삼일동안 얻는 경험치가 두 배로 늘어 난다. 단약의 수는 약 100개, 그렇다면 거의 10개월 동안 남들보다 두 배의 성장 속도를 보이게 되는 것이다. 아니, 로그아웃하는 시간을 빼면 1년 이상의 기간 동안 약효가 지속된다고 볼 수 있었다. 라딘은 악령기사의 레벨을 생각했다. 그의 레벨은 약 750정도라고 했다. 대단한 레벨 업 속도이다. 비록 자신이 여러 가지 일들을 처리하느라고 완벽하게 수련에 몰두하지 못 했다고는 해도 자신의 레벨인 650은 이 브리시아 서버에서 1000위 안에는 들 만한 것이다. 실제로 악령기사는 브리시아 랭킹 1위의 레벨러이지만, 2위인 사람은 아직 700에 불과하다고 한다. 1위와 2위의 차가 50레벨이나 나는 것이다. 그렇다고 악령기사가 혼자서 매일같이 수련만 하는 것도 아니다. 그는 하이 드래곤 길드를 운영하며 생기는 여러 가지 일들을 처리하고, 이번에는 이 서대륙까지 왔다. 그런데도 그의 레벨은 750이다. “이것은 기회야! 1년, 1년 안에 그의 레벨을 따라잡아야 해!” 라딘은 이번 1년 동안 모든 것에 우선해서 수련과 실전경험을 쌓는 것에 주 력할 것을 결심했다. 그러나 문제는 싸워줄 상대였다. 수련은 마굴 속에 들어가서 하면 되니까 별 문제가 없다. 그러나 실전경험이라는 것은 상대가 있어야 한다. 그것도 낮은 레벨이 아닌 자신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자신보다 높은 레벨의 상대여야 했다. “으음, 역시 레디안 제국에 들어가는 수밖에는 없나?” 라딘은 고민했다. 이번에 악령기사가 보물을 얻었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은 악령기사 를 노릴 것이다. 여기서 자신이 약간만 수를 쓰면 악령기사를 천하의 악적 으로 몰아붙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서대륙 안에서만 통하는 일이다. 동대륙은 서대륙처럼 국가를 초월하는 문파들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레디안 제국은 어디까지나 제국이고, 결국 악령기사가 보물을 얻어 그중 일 부를 황제에게 바친다면 그는 국가에 커다란 공적을 세운 것이 된다. 자신이 그를 몰아붙여도 기껏해야 레디안 제국의 서대륙 무역이 약화되는 정도의 효과 밖에는 없다. 그리고 그가 레디안 제국에 들어간다면 보나마나 무한척살의 대상이 될 것 이다. 과연 몇 번이나 죽을 것인가? “흠, 신분을 감추고 활동하면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라딘은 열심히 계산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워해머를 들고 들어가 성기사의 기술을 쓰기 시작하면 오래가지 못하고 신분이 들통 날 것이다. “으윽, 어쩔 수 없잖아, 목숨을 걸고 해보는 거야!” 라딘은 결심했다는 듯 주먹을 쥔 채 허공에 보며 말했다. 악령기사의 얼굴이 보였다 사라졌다. 신분을 감추고 하이드래곤 길드의 강 자와 싸워 실전경험을 쌓는다! 그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 브리시아인 실력자들과 싸우는 것은 그가 여태까지 쌓아온 인망을 일거에 허무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그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혈월신마의 무덤 밖으로 나갔다. 그곳에서 환 영의 용암을 뚫고 밖으로 나갈 계획이었다. “어라? 저게 뭐지?” 문 밖으로 나온 라딘의 눈에 몇 개의 물건이 보였다. 라딘이 있던 자리보다 더욱 구석에 한권의 책과 브레이서 하나, 그리고 이 상한 패가 하나 떨어져 있는 것이 보였다. 라딘은 얼른 그쪽으로 가서 그것들을 집었다. “헉, 이,이것은!” 라딘은 책을 집어 그 제목을 보고는 경악했다. 놀랍게도 그 책에는 육맥신검이라고 쓰여 있었다. 서문세가의 유니크 검술 육맥신검의 스킬북이라니! 그 순간 라딘은 한 가지를 깨달았다. “육맥신검은 서문기검이 익히고 있었잖아!” 유니크는 세상에 오직 하나만이 존재하고 그런 유니크 기술이 스킬북으로 여기 존재한다는 것은 서문기검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유니크 기술이나 마법을 익힌 사람은 자신의 생명이 다하는 순간 그것을 남 길 수 있다. 몸속에 들어간 유니크 스킬의 마나를 다시 스킬북으로 재구성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유니크 무공을 보유한 무림세가에서 그것을 익힌 자가 나오 게 되면 그자는 필히 자신이 죽었을 때 그 책이 떨어지도록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마나로 환원돼 세상 어느 곳인가에서 다시 재구성 될 때까지 실전되 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자는 절대로 혼자서 돌아다니는 법이 없다. 대부분 문규로 정해져 철저하게 지켜진다. 서문기검도 무림에 나올 때 서문월을 데리고 나왔다. 서문월에게 강호의 경험을 쌓게 해 주겠다는 의도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혼자서 돌아다닐 수 없게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라딘의 손안에는 서문기검이 남긴 육맥신검이 있었다. 물론 서문세가의 검법을 익히지 않으면 익힐 수 없겠지만, 이것을 사용할 곳은 얼마든지 있었다. 라딘은 아무도 없는 이곳이지만 혹시 모른다는 생각 에 얼른 그것을 자신의 아공간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다시 다른 물건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기묘한 문양이 새겨진 하나의 패였다. 흑강에 적당한 마정석을 넣어 내구력 강화 마법을 건 철패였다. 그 앞에는 ‘암흑신교 천하웅패’ 라는 말이 쓰여 있었고, 다시 ‘수석장로 ’ 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음, 마영신장의 신패인가? 그렇다면 역시 마영신장도 죽었다는 얘기네. 후.” 그는 인생무상을 느끼는 듯 고개를 들어 허공에서 끓고 있는 용암을 바라보 았다. 그들이 양패구상하는 것은 자신도 보았다. 악령기사가 그런 그들에게 결정 타를 가하는 것도 보았다. 그러나 라딘은 그들이 그냥 그렇게 죽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최소한 서 문기검이라도 부활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 잘 생각해보면 그들의 시체가 이곳으로 떨어진 것 같았다. 위 쪽에 있던 사람들은 시체가 용암 속에 빠지자 소멸했다고 여기고 그대로 떠 났을 것이다. “음, 그렇다면 내가 저곳에 들어가기 전에는 시체가 남아있었다는 얘기가 되나?” -긁적긁적 라딘은 괜히 서문기검에게 미안한 감정을 느끼며 뒷머리를 손으로 긁었다. 사실 시체가 남아 있었다고 해도 이곳의 비밀유지를 위해서 부활을 시켜줄 수는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잠시 자신에게 무공서와 아이템을 남기고 희생된 무림고수를 위해 묵념을 한 라딘은 마지막으로 남은 브레이서를 들고 감정스크롤을 꺼내면서 중얼거 렸다. “이거 한 번에 이렇게 많은 무공과 아이템을 얻어도 되는 거야? 그러니까 지금 유니크 무공이 5개, 단약이 100알, 유니크 아이템이 3개 나온 거지? 이 브레이서가 유니크면 4개가 되는 거고.” 라딘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기대감에 찬 얼굴로 감정 스크롤을 사용했다. 눈 앞에 뜬 브레이서의 상태창을 본 라딘의 얼굴에 실망의 기색이 떠올랐다. “애개, 겨우 레어야? 쳇.” 라딘은 기대해서 손해 봤다는 듯 혀를 차다가 한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강 하게 몇 번 때리며 자신에게 말했다. “라딘 이게 무슨 짓이냐. 네가 언제부터 돈을 천시하게 된 거지? 마법이 나와도 기뻐하고 레어가 나오면 더 기뻐하고, 유니크가 나오면 더더욱 기뻐 해야 할 네가 레어가 나왔다고 실망하다니! 돈과 아이템은 크건 작던 간에 목숨과 같이 소중한 것! 마법 아이템 하나에 목숨을 걸던 옛날을 잊으면 넌 끝장이야!” 라딘은 보물에 현혹된 자신을 심하게 꾸짖고 잠시 눈을 감은 채 명상에 들 어갔다. 처음 이 게임을 시작하여 낚시를 할 때, 물고기를 잡아 100골드를 모으고 얼마나 기뻐했던가! 최상급 낚시대인 고래수염 강화피버5를 가진 돈을 탈탈 털어서 겨우 사고는 이제 낚시대가 부러져서 월척을 놓칠 염려가 없다고 즐거워하던 그때가 그림처럼 떠오르고 있었다. 잡화점 주인인 마티를 협박해서 지금 등에 걸치고 있는 은신의 망토를 얻었 을 때도 그 옆에 있던 100골드까지 빼놓지 않고 들고 나오지 않았던가! 그는 지난 세월동안 자신이 한 일을 다시 한 번 천천히 되새겨 보았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의 자신은 경험이 적었고 실수도 많았다. 지금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더욱 완벽하게, 더욱 사악하게 해 먹을 수 있 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도 지금의 생각일 뿐이다. 미래의 자신이 지금을 생각하면 다시 그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끝장이지. 발전하지 않으면 퇴보하는 거니까.’ 라딘은 마지막으로 자신에게 말하며 눈을 떴다. 그의 눈은 아주 깊은 호수 처럼 맑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는 이제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철학을 잊지 않을 것을 결심했다. 눈앞에 10개의 유니크가 있고 그 옆에 1골드가 떨어져 있다고 해도 반드시 그 1골드까지 모두 챙기리라! 할 수만 있다면 아무리 작은 이익이라도 놓치 지 않으리라! 라딘은 갑자기 뒤로 돌아 혈월신마의 무덤으로 들어갔다. 제단위에는 혈월신마의 비석과 속이 텅텅 빈 세 개의 상자가 있을 뿐이었다 . 라딘은 얼른 올라가 상자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역시 이 상자도 최고급품이었군! 100% 금으로 되어 있는 금상자였어.” 그는 상자를 들어 자신의 아공간 주머니에 넣었다. 빠뜨린 것은 없나? 그는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꼼꼼하게 체크했다. 이제는 정말 완벽하게 챙긴 것 같았다. 그는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아까 품속에 넣었던 브레이서를 다시 꺼냈 다. 아까는 실망해서 그 능력을 자세히 확인해 보지도 않았던 것이다. -파앗 라딘이 하얗게 빛나는 손으로 브레이서를 집자, 다시 그 브레이서의 스탯창 이 라딘의 눈앞에 생겨났다. 항마의 브레이서 종류 : 팔찌, 등급 : 레어, 제한 : 없음, 무게 : 0.1, 방어 : 300, 보너스 스탯 : 힘 50, 민첩 50, 체력 100 저항 : 광 50, 암 50, 화 50, 수 50, 풍 50, 지 50, 설명 : 기본적으로 마법저항능력을 가지고 있는 미스릴을 7중으로 압축하여 마법 저항을 극대화 한 브레이서. “오, 저항력 정말 좋네, 레어 팔찌가 모든 속성이 50이라니! 쓸만한데? 내 가 껴야겠군. 응, 잠깐...아앗!” 의외로 자신에게 필요한 아이템이었다는 사실에 기뻐하던 라딘은 갑자기 비 명을 질렀다. 브레이서의 설명에 7중이라는 말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는 숨을 죽인 채 그 브레이서를 열심히 살폈다. 정말로 금속압축강화기술로 7중으로 압축된 미 스릴이 이 브레이서의 원재료였다. -꿀꺽 라딘은 침을 삼켰다. 심한 갈증이 느껴졌다. 이 브레이서는 누가 만든 것일까? 설마 수백 년 전에 만들어져서 제작자가 죽은 것은 아니겠지? 그는 열심히 그 브레이서를 살폈다. 그리고 마침내 브 레이서의 안쪽에 대장장이 마스터만이 알아볼 수 있는 희미한 균열을 발견 했다. 그는 품에서 잉크를 꺼내어 그곳에 발랐다. 잉크가 묻자 브레이서의 균열이 더욱 확실해졌다. 그것은 글씨였다. -나는 드워프 장인 도린이다. 마교에 잡혀 있다. -쿠쿵 라딘의 눈이 더 이상 확대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그의 전신에서 검은 오라가 뿜어져 나와 공간을 뒤흔들고 있는 것 같았다. “감히! 마스터 대장장이를 납치해? 그것도 금속압축강화기술을 가진 대장 인을?” 라딘은 이를 부드득 갈았다. 여태까지 자신이 한 고생이 모두 마교의 탓인 것처럼 느껴졌다. 이미 그의 머릿속에서 레디안 제국에의 목숨을 건 침투 같은 위험한 계획은 흔적도 없이 지워졌다. “마교! 뒤집어 버릴테다, 다 쓸어버리겠어!” 두 팔을 들어 올리며 허공에 대고 맹세하는 라딘의 눈에는 광기가 흐르고 있었다. 라딘은 대의명분을 얻었다. 서대륙을 진동시킨 정사대전은 알고 보면 브레이서 하나 때문에 일어난 것 이다. 세상일이라는 것이 때로는 알 수 없어서 작은 구멍에서 흐르는 물줄기가 거 대한 댐을 무너뜨리고 세상을 물로 덮는 큰 힘이 되기도 한다. 다 그런 것 이다. 5-5 서문세가. Chap 6. 서문세가 혈궁에서 전호악 가주와 크로키 등의 사람들이 나오자 드디어 악령기사가 혈월신마의 비보를 얻었다는 사실이 세상에 알려졌다. 물론 녹림마제 카린의 명으로 이미 인근에 엄청난 규모의 천라지망이 펼쳐 져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악령기사가 아직 이 지방을 벗어나지 못 했을 것 이라고 확신했다. 그리고 그날부터 가상현실 팬사이트에 악령기사의 서대륙탈출기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보물에 눈이 어두운 모든 사람들로부터 몸을 숨긴 채 매일 밤 은밀 하게 이동하는 악령기사팀의 처절한 수기였다. 바위를 들어 올리고 그 밑에 구멍을 파고 숨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루블 산맥의 수많은 바위들이 부서지고 파해쳐졌다. 다음 날, 이번에는 나무를 뽑아 그 밑에 숨었다는 글이 올라왔다. 나무는 너무나 많아서 모두 뽑지는 못하고 긴 창으로 나무 밑에 빈 공간이 있나 찌 르면서 확인했다. 그들은 매일 같이 신출귀몰한 작전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피해 이동했다. 그들은 루블 산맥의 산적들이 입고 있는 유니폼도, 각 문파의 표식도 가지 고 있었다. 결국 사람들은 5명씩 짝을 지어 서로를 확인하며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수만 명의 사람이 끊임없이 그들을 찾아도 악령기사는 발견되지 않 았다. 그들의 행보는 전설이 되어가고 있었다. 선전부장 아비게일의 의도대로 사람들은 환상을 만들어내기 시작했고, 수기 에 달리는 리플중에는 악령기사를 응원하며 이렇게 도망가세요 하고 말하는 좋은 의견들이 많았다. 이제는 그 중에서 좋은 아이디어를 골라 쓰기만 하 면 되는 단계까지 갔다. 1 주일이 지났다. 루블 산맥에서 백 킬로미터정도 떨어진 곳에서 드디어 악령기사 일행의 행 적이 드러났다. 놀랍게도 그들은 천라지망을 뚫고 외각의 지역까지 무사히 이동한 것이다. 사람들은 필사적으로 그들을 쫓았다. 귓말로 사람들을 동원해 그들의 앞을 막으며 고수들로 구성된 추적대가 맹렬한 속도로 그 장소로 달려갔다. 이주일 동안 그들은 수 많은 사람들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동쪽으로 향했다. 그들은 비록 다섯명이지만 모두 상급직의 최고고수였고, 그런 그들이 산길 을 통해 도망가면 천라지망이라도 치지 않는 한 그들의 움직임을 막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악령기사는 결국 서대륙의 동쪽 해안 지방인 파이뚱 지방까지 도망 칠 수 있었다. 그곳에는 대륙간 운항선이 정박하는 서대륙의 3대 항구중 하나인 씨굴 항구 가 있었다. 대륙간 운항선을 타면 모든 것이 끝이다! 추격대는 필사적으로 씨굴항구로 향했다. 그들이 항구에 도착했을 때, 아직 악령기사 일행은 항구에 도착하지 않았고 , 대륙간 운항선은 항구에 정박한 그대로였다. 그들은 기뻐했다. 이제 악령기사를 잡기만 하면 그를 무한척살해서 모든 아 이템을 토해내게 하면 되는 것이다. 서대륙의 모든 왕국에서 악령기사를 일 시 수배하여 그들은 은행을 이용할 수 없었다. 그러므로 그들을 죽이면 그들이 가지고 있는 보물이 떨어질 확률이 30%나 되는 것이다. 참으로 야비한 짓이었지만, 혈월신마의 보물을 혼자 가로채서 도망가려는 그들에게 자비를 베풀 필요는 없다는 의견에 모든 사람이 동의했다. 그러나 악령기사와 그 일행은 씨굴 항구가 아닌 그 북쪽에 위치한 사이푼 항구로 갔다. 놀랍게도 어느새 사이푼 항구에는 대륙간 운항이 가능한 대형 선박이 정박해 있었다. 레디안 제국은 그들을 위해 대륙간 운항선을 준비해 두었던 것이다! 때 늦게 그것을 안 모든 사람들이 땅을 치며 억울해 했으나, 이미 그들은 서대륙을 떠났고, 보물은 레디안 제국의 소유가 되었다고 할 수 있었다. 카린은 당장이라도 본체로 현신해서 바다 한가운데까지 그들을 쫓아가고 싶 었지만, 유희의 규칙상 그것은 불가능했다. 자신의 보물을 눈뜨고 빼앗긴 카린은 애꿎은 부하들만 들볶으며 악령기사를 발견해 내지 못한 무능한 부하를 둔 자신의 팔자를 한탄했다. ------------------------ “3조가 무사히 사이푼 항구를 떠났다고 하네요.” 세이렌이 귓말로 받은 길드원의 보고를 악령기사에게 알렸다. 그들의 위장그룹인 3조가 외각 지점에 대기하고 있다가 움직이기 시작한 지 도 이미 20일이 지났다. 길드원 중에서도 가장 믿을 만한 실력을 지닌 그들 은 어둠속의 보조자이자 보이지 않는 프로게이머였다. “오오, 굳, 잘 됐군. 고!” -딱 “아아악, 어떻게 3구째 날 수 있는 거야! 악령기사 형~.” 옆에 있는 매머드가 비명을 질렀다. 멀린도 혀를 끌끌 차며 조금이라도 피 해를 줄이기 위해 방어전으로 돌입하기 시작했다. 세이렌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과연 이 사람들은 대단했다. 한 달이 지난 지금도 그들은 전혀 지치지 않고 아직도 맹렬하게 판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그 상황에서도 세이렌의 보고를 놓치지 않고 듣고 있었다. 가끔씩 경기용 언어가 섞이기는 했어도 그들은 다음 행동에 대한 의견을 나 누기 시작했다. “3조가 떠난 이상, 이제 모든 사람이 마음을 비우게 될 거야.” -딱 “그렇지, 이제 천라지망은 의미가 없으니까.” -딱 “그럼 이제 움직여도 되는 겁니까? 오옷, 쌍피.” -딱 매머드가 필사적으로 피박을 면하며 말했다. 그러나 악령기사는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아직은 아니야. 만약을 위해서 1주일은 더 이곳에서 기다려 보자고 , 완전히 경계가 풀린 다음에 움직여도 늦는 거는 아니니까. 투고!” -딱 “이보게, 악령기사군, 혹시 그 말속에 1주일동안 우리 돈을 더 따먹겠다는 의지가 들어가 있지는 않은가?” -딱 “으윽, 내가 앞으로 형하고 이 짓을 또 하면 사람이 아니에요.” 매머드가 우는 소리로 그에게 말하는 것을 들으며 세이렌은 차갑게 말했다. “너는 14년 전부터 사람이 아니었어. 매머드, 그리고 그 말을 한건 이번이 76번째야.” “그럼 다들 노는 데, 나만 구석에서 웅크리고 있으란 말이야?” 하기야 이곳에서 지내면서 경기에 참여하지도 않으면 할 일이 없을 것이다. 세이렌도 매머드의 항의에 나름대로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자자, 말싸움은 그만하고 유종의 미를 거두자고, 앞으로 1주일이니까, 조 금만 참아.” 악령기사가 사람들을 다독였다. 그리고 다시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부터 판돈을 두 배로 올릴까?” 그의 제안에 모든 사람이 동시에 말했다. “싫어!” 5-5 서문세가. ---------------------------------- 가상현실 오피스, 이것은 현대사회를 움직이는 가장 중요한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사무업무의 90%를 처리한다. 회의나 면담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의 가장 중요한 점은 이동에 소모되는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자 신의 방에서 문을 열고 나가면 바로 맡은 편에 목적의 방이 나타난다. 상황 에 따라서 오피스가 이동되기 때문이다. 물론 본인의 희망에 의해 가상의 전원주택에서 출근하면 산책로를 따라 30 분쯤 새소리를 들으며 걸어서 자신의 가상현실 오피스로 들어갈 수도 있다. 렌탈 오피스 4032호실에는 한 사람의 청년이 소파에 앉아 누군가를 기다리 고 있었다. 그는 사무실의 옵션중 하나인 가상 여비서가 타다 준 얼그레이 홍차의 향을 음미하며 느긋한 시간의 여운을 즐기고 있는 중이었다. -탈칵 “어, 미안, 내가 좀 늦었나 보군, 라딘 군.” “아니요. 제가 일부러 조금 일찍 왔습니다. 홍차를 마시고 싶었거든요.” 문이 열리고 들어온 사람은 선그라스를 끼고 검은 자켓을 입은 스포츠맨 스 타일의 사람이었다. 도저히 35살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몸매와 얼굴, 그리고 반쯤 금발로 물들 인 머리색을 하고 있었다. “과연 인기 스타답게 복장과 헤어스타일이 화려하시군요. 악령기사님.” “하하하, 이 일도 알고 보면 얼굴을 파는 직업이니까 말이야. 그런데 갑자 기 이렇게 날 부른 이유는 무엇이지?” 악령기사 마인호는 가볍게 웃으며 그에게 물었다. 이 눈앞의 청년이 자신에게 귓말을 보내 만나자고 했을 때, 그는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 그러나 만나지 못할 이유는 없었다. 시간과 장소가 정해지고, 그들은 아무도 모르게 이 가상현실 사무실에서 만 났다. 브리시아 서버의 패권을 다투는 그들이 만났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사 실 별로 좋은 소문은 나지 않을 것이다. 신현진이 다시 홍차를 한모금 마시고 천천히 말을 꺼냈다. “이번에는 완전히 당했습니다. 혈월신마의 유물을 얻으신 것을 축하드릴 수밖에 없군요.” “하하하, 일부러 축하까지 해 주다니, 사실 기대했던 것처럼 혈월신마의 무공은 나오지 않았네. 그 상자 안에는 혈월신마가 세상을 장악했을 때 얻 은 무공 몇 개와 아이템이 들어 있더군, 일단 거의 유니크니까 적은 수확은 아니지만 말이야.” 마인호는 마치 약을 올리듯이 신현진을 보며 씨익 웃었다. -탁 “설마요. 혈월신마의 무덤에서 그의 유물이 나오지 않았다면 누가 믿겠습 니까? 레디안 제국의 황실에 밀고하지 않을 테니 솔직하게 고백 하시지요. ” 라딘이 찻잔을 내려놓으며 은근히 마인호에게 압력을 가했다. 그러나 마인호는 여전히 웃으며 어깨를 으쓱하며 자신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주장했다. “다행히도 구 나칸드라 제국의 황제의 상징이었던 ‘황금용의 검’이 그 속에 있었네. 모르긴 몰라도 황제에게 이 검을 바치면 무척 좋아할걸?” “오옷, 그 검이 거기에 있었다고요?” 현진은 갑자기 배가 아파지는 자신을 느꼈다. 그는 솔직하게 나는 지금 배 가 무지무지 아픕니다 라는 감정을 얼굴에 들어내며 소리쳤다. 실제로 현진은 무지 배가 아팠다. 아무리 자신이 쓰던 것이 아니라고 해도 그렇지 황금룡의 검을 그 위에 놓았다니! 갑자기 혈월신마가 원망스러워지 기까지 하고 있었다. 황금룡의 검, 정식 이름은 [골드 드라군]이다. 초기에 나칸드라 제국의 건 국황제가 동대륙 최대의 산인 극운봉 정상에 올라 그곳에 살고 있는 황금의 드래곤로드 ‘아르고시우스’ 에게 직접 받은 이 유니크검은 동대륙의 패 자를 상징하는 물건이라고 할 수 있다. 성능도 최고지만 상징적인 의미에서 레디안 제국이 나칸드라 제국의 정통을 이어받았다는 대의명분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두 주먹을 부들부들 떨면서 아까워하는 현진을 보면서 마인호는 가볍게 웃 었다. 사실 유니크 아이템 네 개, 유니크 무공 세 개면 그의 짧지 않은 게 임인생에서도 유래가 없었던 대박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때, 겨우 마음을 안정시켰다는 듯, 현진이 다시 테이블 위에 있는 찻잔을 들어 차를 한 모금 마신 후, 천천히 본론을 말하기 시작했다. 그는 서대륙의 모든 사람이 동등분배조약을 무시하고 보물을 들고 도망간 악령기사를 원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악령기사는 확실히 그렇지 라고 솔직하 게 동의하면서 고개를 가볍게 한번 끄덕였다. “그로 인해 앞으로 레디안 제국과 하이드래곤 길드는 서대륙에서 활동하기 어려울 겁니다. 아마도 서대륙과의 무역에도 별로 좋지 않은 영향이 미치 겠지요.” “그건 처음부터 감수하려고 생각하고 있었던 사항이지. 무엇보다 황제의 검 아니겠나?” -치익 마인호가 품속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다시 주머니에서 지포라이타 를 꺼내 손으로 튕기자 뚜껑이 열리며 불이 붙었다. 가상현실공간의 개발자인 라이노 프리먼 박사가 말하길 ‘담배의 맛을 재현 할 수 있게 됨으로써 가상현실공간은 완전해졌다.’라고 했을 정도로 그가 피우는 담배에서 나오는 회색의 연기냄새는 그럴 듯 했다. 현진은 역시 상대가 겉으로는 태연한 척 해도 그 부분을 마음에 걸려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다시 말했다. “그리고 이건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건데, 그 가짜지도는 레디안 제국이 퍼뜨린 것이 아닌가요?” “헛,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마인호가 현진을 노려보며 대답했다. 확실히 그는 감이 좋았다. 말을 끝까지 듣지 않아도 현진이 하고 싶은 말을 바로 추론할 수 있었다. 사실 아직까지도 누가 가짜지도로 음모를 꾸몄는지 세상에 밝혀지지 않았다 . 그런데 문제는 이 사건이 벌어져서 이익을 본 집단은 단 한 집단이라는 것 이다. 바로 레디안 제국의 악령기사 일행이었다. 단순히 보물을 들고 도망간 것이라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람들도 잊어버 리게 된다. 사실 그들도 보물을 나누는 것이 억지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 이다. 그러나, 음모를 꾸민 것이 레디안 제국이라고 한다면 그들은 결코 잊지 않 을 것이다. 이 일에 휘말린 모든 사람은 레디안 제국을 악의 무리로 몰아붙 일 것이고, 이 일 때문에 죽거나 다친 사람들의 가족이나 친구들은 레디안 제국을 원수로 생각할 것이다. ‘후후후, 역시 이 정도까지는 아직 생각하지 않았나 보군, 그럼 거래를 시 작해 볼까?’ 라딘은 속으로 자신이 가진 어둠의 천재성에 경의를 표했다. 그러나 겉으로 는 마인호를 의심스럽다는 눈초리로 바라보며 그가 놀라는 것이 정말인지 아닌지 가늠하려는 듯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마인호의 표정의 변화를 살피 고 있었다. 긴장 속의 시간이 흘렀다. 바늘 하나가 떨어져도 들릴 듯 한 정적이 방안에 드리웠다. -째깍, 째깍 오직 시계의 초침 소리만이 남아 시간의 흐름을 알리고 있었다. 약 1분 동안 마인호를 보던 현진은 드디어 한숨을 내쉬며 말을 꺼냈다. “역시 천하의 마인호씨가 그런 악랄한 음모를 꾸밀 리가 없지요. 당신이 아니군요.” 5-5 서문세가. 그의 말에 마인호도 참았던 숨을 내쉬며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한번 빨았 다. 1분 동안 털지 않아 길게 남아있던 하얀 재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는 손 으로 담배를 잡아 테이블 위에 있던 재떨이에 꽂았다. 어느새 그의 등에는 식은땀이 배어 있었다. “인정해 주니 고맙구만, 그래, 어떻게 할 생각이지?” 마인호가 솔직하게 의견을 묻자 현진의 기분이 좋아졌다. 역시 이렇게 거래 는 솔직담백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서로를 위해 좋은 것이다. “음, 사실 제가 곰곰이 생각해본 결과, 몇 가지를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 현진은 자신이 생각해 낸 것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첫째, 그들이 지하 2층에 내려가서 함정을 해체하고 기관을 부술 때, 라딘 과 무림맹, 그리고 악령기사 일행들은 수많은 위기를 넘기고 부상을 당하거 나 죽기까지 했다. 그러나 마교의 일당들은 아무도 죽거나 다치지 않았다. 다시 말해서 마교의 일당들은 이곳의 함정을 알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둘째, 보물이 나왔을 때, 가장 먼저 손을 쓰기 시작한 사람이 바로 마교의 일당들이다. 다시 말해서 그들은 애초부터 약속을 지킬 마음도 없었다. 신 용할 수 없는 무리들이다. 셋째, 사실 동대륙 전체에 흔적 없이 지도를 뿌릴 수 있는 조직은 마교 이 외에는 없다. “다시 말해서 결국 마교의 짓이란 겁니다!” 현진은 테이블을 쾅하고 내려치며 단정하듯 말했다. “흐음, 현진군의 말에 빈틈은 없군.” 현진의 설명에 마인호는 손을 턱에 괴면서 조용히 동의했다. 사실 현진의 말처럼 그들이 이 음모를 꾸몄을 가능성이 가장 높았다. 그렇 기 때문에 세상에 소문도 그렇게 나지 않았던가! 그러나 사실 마인호는 마교가 아닐 가능성도 높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딱 잡아서 말할 수는 없지만, 만약 마교가 2층의 지도를 가지고 있었다면 함정에 걸리지 않는 소극적인 방법이 아니라, 함정을 이용해서 사람들을 해 하려고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함정에 걸리지 않은 것은 소수였기 때문에 그만큼 조심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마인호는 구태여 그런 의문을 현진에게 제시하지 않았다. 마교가 아니라면 누구일까?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할 때 나올 답은 십중팔구 뻔했다. 결국 보물을 얻은 것은 레디안 제국이기 때문이다. 이 눈앞의 순진한 청년이 그렇다고 한다면 자신은 그저 동의만 하면 된다. 그는 서대륙에서 무림맹의 사람들과도 친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었고, 녹림 마제 카린과도 개인적인 친분이 있다고 하지 않는가! 정말 라딘의 그 인맥만큼은 부럽다고 생각되어지는 마인호였다. 그때, 현진이 다시 말하기 시작했다. “저는 마교의 그 비열한 음모를 만천하에 밝힐 계획입니다! 명예를 걸고 약속한 동등분배조약을 어기고 보물이 보이자마자 손을 쓴 그자들의 행동을 무림맹에 가서 증명하겠습니다. 무림맹의 사람들앞에서 마교와 싸울 것을 맹세할 것입니다!” -짝, 짝, 짝 “과연, 파스트의 자유기사라고 할 만 하군. 훌륭해.” 하겠다는 사람을 말릴 이유가 없는 마인호였다. 그는 박수까지 치며 그를 칭찬했다. 그러자 현진이 마음을 가라앉히려는 듯 차를 한 모금 마시며 약간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그런데 문제는 녹림마제 카린입니다. 그 친구, 사실 보물을 좋아해서... ” ‘아니, 이 쉐리가!’ 마인호는 그 순간 현진이 생략한 말의 의미를 깨닫고 속으로 욕하기 시작했 다. 겉으로는 정의니 뭐니 해도 결국 결론은 하나였다. 카린의 핑계를 대고는 있지만 그것이 어디까지 진실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결국 그가 지금까지 한 말의 결론은 나눠먹자가 아니겠는가! 마인호는 다시 담배를 하나 꺼내 물고는 불을 붙였다. 차분하게 한 모금 빨면서 속으로 맹렬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과연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독식인가? 아니면 분배인가? 그러나 결국 마인호는 독식을 포기하기로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음모의 주모자로 소문이 퍼지면 별로 뒤끝이 좋지 못할 것 같았다. 사실 운이 어느 정도 따라서 그 보물을 독점할 수 있었지만 끝까지 욕심을 부리는 것보다는 이쯤에서 조금 양보하고 좋게 끝내는 것도 나름대로 좋은 방법이 아니겠는가? 그는 담배를 입에 문 채로 신음하듯 말했다. “유니크 아이템 하나.” 그의 급작스러운 본론에 현진이 약간 고개를 숙이고 생각하더니 결심한 듯 대답했다. “유니크 하나에 레어 두 개, 저도 떨어지는 게 있어야지요.” “유니크 하나, 레어 하나.” “좋습니다. 마교 토벌이라는 좋은 일을 하려는 거니까, 그냥 레어 하나에 만족하지요.” 이렇게 거래는 끝났다. 그 후 약 30분 동안 두 사람은 어떤 종류의 아이템인가와 언제 어떻게 건네 는 가에 대한 상세한 결정을 하고 서로 웃으면서 앞으로의 일을 상의했다. 현진은 그에게 레디안 제국의 서대륙 담당 첩보망이 가지고 있는 의심스러 운 지역에 대한 데이터를 요청했고, 잠시 고민하던 마인호는 호쾌히 그것을 승낙했다. 이별을 아쉬워하는 두 사람의 악수를 나눌 때, 악령기사는 생각났다는 듯 물었다. “참, 현진 군, 혹시 가상현실에서 정신수련을 했나?” 그의 물음에 현진은 속으로 움찔 했지만 순간적으로 이것은 이미 속일 수 없다는 판단을 하고 그렇다고 대답했다. “과연 그렇군, 혈궁에서 우리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것을 보고 설마 했는데 , 대단하네, 20세의 나이로 프로게이머의 자격을 얻다니!” “프로게이머의 자격?” 현진이 무슨 소리냐는 얼굴로 반문하자 악령기사는 웃으면서 설명했다. “우리 게이머 세계에서는 정신수련으로 반응 속도를 높인 사람만을 프로게 이머라고 인정해 준다네. 사실 이것은 의외로 힘들어서 보통 3,4년 동안 계 속 수련해야 하기 때문에 20세에 그것을 이루기는 거의 불가능하지. 음, 나 는 19세에 수련을 끝냈지.” -쿵 현진은 머리를 망치로 내려치는 듯 한 충격을 받았다. 자신이 깨달음을 얻어 폭포수련을 통해 반응속도를 높였을 때, 그는 자신만 이 그런 경지에 다다른 줄 알았다. 그런데 그의 말을 들어보니 프로라면 기 본적으로 정신수련을 끝내야 한다는 것이 아닌가! 그는 잠시 생각하다 갑자 기 떠오른 생각에 다시 물었다. “그럼 크로키, 아니 유진철은요?” 그는 게임계의 신동이라고 불리고 있는 진철에 대해 물었다. 만약 그의 말 대로라면 진철이 아무리 강해도 프로게이머보다 약하다는 말이 되기 때문이 다. 그러나 마인호는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 친구는 정말 천재라고 할 수 있지. 그는 처음부터 뇌파 노이즈가 거의 제로에 가까웠다고 하네, 게임에 접속하면 잡념이 사라지고 완전히 게임에 동화된다는 얘기지,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그를 게임 뉴타입이라고 부르는 거고.” 과연 그럴수도 있구나! 라딘은 납득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난 이만 가야겠군, 프로게이머가 된 것을 축하하네, 혹시 우리 팀에 낄 생각 있으면 연락하라고, 자네정도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으니까.” 마인호가 작별인사를 하면서 다시 손을 내밀었다. 라딘도 손을 내밀어 그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손을 위아래로 가볍게 흔들며 말했다. “아마 제가 마인호씨를 스카웃하게 될 겁니다. 몇 년 만 기다리십시오.” “하하하하하, 기다리지.” -탈칵 마인호가 나가자 현진은 그대로 소파에 털썩 앉아서 찻잔에 남은 홍차를 들 이켰다. 그의 입가에는 본성이 드러나는 특유의 미소가 나타나 있었다. ‘후후후, 악령기사님, 아직 실력으로는 당신에게 이길 수 없지만, 음모와 거래는 제 전공이니까요. 아이템 두 개 벌었다!’ 이렇게 역사의 뒷거래는 이루어졌다. 브리시아 시간으로 약 한달 후, 레디안 제국의 첩보원으로부터 라딘에게 하 나의 서류뭉치가 전해졌다. 그 속에는 레디안 제국의 첩보부가 조사한 서대 륙의 모든 수상한 지역과 상점, 조직에 대한 기록이 쓰여 있었다. 물론 그 기간 동안 라딘의 요청에 의해 비월전과 도둑길드, 바드 길드에서 도 그들이 알고 있는 수상한 곳에 대한 정보가 들어왔다. 라딘은 생각했다. 어떤 조직도 자신들의 거점은 의심스럽다고 기록하지 않는다. 결국 모든 조직이 공통적으로 의심스럽다고 생각하고 있는 곳은 다시 말하 면 어떤 조직에도 속하지 않은 곳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그런 곳은 단 하나! 마교의 비밀사원이 있는 곳일 것이다. 1천 년 간 지켜져 온 마교의 비밀이 한 사람의 집념에 의해 그 모습을 드러 내고 있었다. 0-11 조회수 3백만 기념연참 ---------------------------------- 서문세가는 요즘 세가전체가 암울한 슬픔에 젖어 있었다. 서문세가가 낳은 최고의 고수인 중원검왕 서문기검이 있었기에 지난 20년간 서문세가는 비약적인 발전을 할 수 있었다. 비록 서문기검이 전면적으로 나서서 일을 처리하지는 않았지만, 무림맹은 서문기검을 태상장로로 임명했고, 현 가주인 서문철은 차기 무림맹의 맹주 로 내정되어 있을 정도였다. 그런 서문기검이 이번 혈궁도해 사건에 휘말려 마영신장과 동귀어진했다는 사실은 맑은 하늘을 걷다가 벼락을 맞은 것 보다 더 큰 사건이었다. 무엇보다 그가 익힌 서문세가의 유니크 검법 육맥신검을 회수하지 못했다는 것이 큰 일이었다. 기본적으로 서대륙에서 대륙을 대표하는 세가인 7대 세가에 들기 위해서는 유니크 무공을 보유하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 아무리 세력이 커도 최상급 무공이 그 문파의 최고 절기라고 한다면 결국 숭무사상이 만연한 서대륙에서는 최고의 대우는 답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서문세가를 대표하는 유니크 무공이 실전되었다. 서문세가를 7대세가의 위치로 끌어올린 가장 결정적인 것은 사실 이 육맥신검의 존재 라고 할 수 있었다. 서대륙에서는 아이템보다는 무공을 더 중시하기 때문이다. 이제 서문세가는 총력을 기울여 세상 어느 곳엔가 나타날 육맥신검을 찾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육맥신검을 되찾기 전에는 세가로써의 자존심도 내 세우기 힘들게 될 것이다. 서문월이 세가로 돌아와 할아버지의 사망을 알린지 보름이 지났다. 사람이 죽은 뒤 49일 동안 그 사람의 제사를 지내는 것이 바로 이 지방의 관습이다 . 그러나 서문월은 돌아온 그 날부터 마굴에 들어가 목숨을 건 수련을 시작했 다. 순진하고 웃기 좋아하는 서문월은 사라졌다. 그는 할아버지가 죽는 그 순간에 손가락 하나도 까닥하지 못한 자신을 책망 했다. 아니, 자신이 마교의 졸개에게 암습을 당했기 때문에 할아버지가 돌 아가셨다고 생각했다. 대우선사나 전호악 가주는 그 일전에 끼지도 못했다. 그때 서문월은 깨달았다. 레벨이 전부가 아님을! 레벨 850의 대우선사는 정면대결이나 비무라면 무림 최고 수준의 강함을 자 랑하지만 어떤 일이 일어날 지 모르는 실전에서는 결국 도움이 되지 못했다 . 수단이 좋다고 소문난 전호악 가주도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자신을 친구로 대하며 항상 부드럽게 사람을 대하던 이계인 라딘이 그 상황에 대처했다. 레벨 650이라는 그가! 그는 움직이지는 못했지만 눈으로는 보았다. 마영신장의 그 음험한 장력을! 그리고 악령기사의 그 절묘한 공격을! 최고 고수의 격돌이 그의 가슴속에 새겨졌다. 그 힘을 극복할 때까지 그는 멈추지 않을 계획이었다. 멈출 수도 없었다. 몸이, 머리가 그를 끊임없이 수련하라고 명령하고 있었다. 그는 검귀가 되었다. --------------------------------------------------- 뭉치와 크로키, 그리고 라딘은 서문세가의 객실에 묶고 있었다. 그들은 무림맹의 동료이자 서문월의 친구로서 이곳에 왔다. 앞으로 한 달 뒤에 벌어질 중원검왕 추모식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몽몽이 망을 보고 있었다.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오직 방안에는 세 사람이 앉아서 서로를 마주보고 있을 뿐이었다. “자.” -슥, 턱 라딘이 품속에서 두 권의 책을 꺼내 바닥에 놓았다. 뭉치와 크로키는 조심 스럽게 그 책을 집어 내용을 살피기 시작했다. “어억, 이것은!”“웃, 라딘, 이거 어디서 났어?” 두 사람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낮게 비명을 질렀다. 그들의 눈이 호기 심의 안광을 발하며 라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이 들고 있는 책은 바로 자신들이 꿈에서도 찾아 헤매던 무공과 마법, 혼원일기공과 그래비트의 스킬북이었다. 라딘은 매우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처절한 정치적 뒷거래가 있었어. 내가 익힐 무공이었다면 차라리 포기하 고 싶었지. 잘 들어, 우리는 이제부터 레디안 제국의 결백을 무림맹과 서대 륙의 무림 사람들에게 증명하지 않으면 안 돼. 으윽, 적대 세력인 레디안 제국을 비호해야 하다니!” 라딘은 주먹을 쥐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크로키와 뭉치는 그런 라딘을 이해한다는 듯 자신의 스킬북을 가슴에 꼬옥 껴안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그들에게는 이 스킬북이 소중했다. “참, 가격은 하나당 백만 골드야. 그리고 이거 원래는 적대세력인 우리에 게 넘기면 안 되는 건데 넘기는 거니까 절대 비밀로 해달라고 하더라.” “헉, 100만 골드!” 그들은 다시 비명을 질렀다. 아무리 유니크 무공이 비싸다고는 해도 100만 골드라니! 그러나 곧 뭉치가 납득했다는 듯 그에게 대답했다. “음, 백만 골드, 조금 비싸긴 하지만 어쩔 수 없지, 다른 무공도 아니라 혼원일기공이니까.” 명품은 값을 따지지 않는다 라는 말을 뭉치는 떠올렸다. 이것은 보통의 유 니크가 아니라 유니크 중의 유니크라고 알려진 혼원일기공이 아닌가? 사실 100만 골드의 돈이면 현금으로도 장난이 아닌 액수가 되지만, 어디까 지나 게임을 게임으로 즐기는 뭉치에게는 최강의 기공이라는 혼원일기공을 익힐 수 있다는 사실에 만족했다. 물론 자신이 현금을 주고 사야 한다면 느낌이 틀리겠지만, 라딘 상회의 주 주이자 카리브의 영주인 뭉치에게 매월 돌아가는 배당금은 적은 금액이 아 니고, 그것을 원천징수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에게 다가오는 부담은 사실 별로 크지 않다고 할 수 있었다. 크로키 역시 이 마법 북이 있어야 대마도사로 전직이 가능하기 때문에 꼭 이것을 구해야 했다. 100만 골드면 정말로 그에게 있어서 피 같은 돈이기는 하지만 미래를 위해 투자할 줄도 알아야 하는 것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당장 익히라고, 누가 보기 전에.” 라딘이 재촉했다. 뭉치와 크로키는 얼른 대답하고 스킬습득 명령으로 자신 들이 들고 있는 책을 사용했다. “스킬 습득 [혼원일기공]!” -파앗 뭉치의 몸에서 빛이 나며 스킬북이 가루가 되어 허공중에 흩어졌다. “스킬 습득 [그래비트]!” -파앗 역시 크로키의 몸에서도 빛이 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 크로키에게는 또 다른 메시지가 들려왔다. [딩동댕동, 대마도사 전용 유니크 마법을 익힘으로써 당신은 대마도사의 직 업을 얻었습니다. 지력 50, 체력 50, 마력 100 이 상승했습니다.] “하하하하, 나 드디어 대마도사가 됐어!” “오옷, 축하해!” “오, 드디어 크로키의 시대가 오는 건가?” 크로키의 선언에 뭉치와 라딘은 솔직하게 축하의 말을 건냈다. 혼합직 중 가장 되기 어려운 직업중 하나라는 대마도사! 그만큼 그 위력은 강할 것이 라고 그들은 믿었다. 그렇게 흥분의 스킬 습득 시간이 지나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한 회의가 끝나 자, 라딘은 잠시 산책을 하고 오겠다고 말하고는 문을 열고 방을 나섰다. 어느덧 해가 지고 천공에는 두 개의 달이 떠 있었다. 금색의 달과 푸른 달은 서로 떨어지지 않겠다는 듯 가까이 붙어서 부드럽게 빛나고 있었다. 주위에는 작은 별들이 하나씩 하나씩 나타나 이제부터는 밤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쉬임 없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라딘은 잠시 문 앞에 서서 하늘을 바라보았다. 멍한 표정으로 달을 응시하는 라딘은 정말로 감성에 젖어 있었다. 그는 생각했다. ‘인간의 욕망과 욕망, 그 사이에 나는 존재한다.’ 며칠 후, 카린은 라딘에게서 하나의 유니크 지팡이를 받을 수 있었다. 라딘은 카린에게 사과했다. 결정적인 순간에 악령기사에게 뒤치기를 당한 것은 자신에게 아직 빈틈이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네가 빠지니까 맥없이 당하고 말았어. 하하하.” 그가 그렇게 말하자 카린은 라딘의 등을 한번 툭 치고 그를 위로하기 시작 했다. “어쩔 수 없잖아. 그자도 상당한 실력자라고 하더라고, 사실 너에게 이런 것까지 받을 수는 없는데...” 카린이 미안하다는 듯 말을 흐렸다. 그러나 라딘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 이건 내가 약속한 네 몫이니까. 사실 악령기사하고는 언젠가는 결 판을 내야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내가 조금 더 수련해서 꼭 스스로의 힘 으로 그를 극복할 테니까. 카린은 당분간 이곳에서 유희를 즐기고 있으라고 .” 카린은 그런 라딘의 마음을 잘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이 자존심 강한 친구가 스스로 빚을 갚기 위해 모든 도움을 거절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친구의 의견을 존중하기로 했다. 자신이 소유한 유니크 아이템까지 주면서 오히려 도움을 거절하다니! 이번 에 어머니가 찾아오시면 이것을 그녀에게 선물할 생각이었다. 드래곤용 유 니크 쌍도를 받았으니 적당한 선물을 해야 나중에 뒤탈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가 이 루블 산맥을 장악하고 얻은 재물! 그것은 스스로도 믿을 수 없을 만큼 대단한 금액이었다. 자신도 이정도 성장해서 단기간 내에 이 정도의 재물과 유니크 아이템까지 모았다고 하면 어머니도 다른 드래곤들에게 체면이 설 것이다. 그리고 물론 이 친구의 얘기를 해야겠지, 인간 중에서도 이정도의 자존심을 가진 자가 있다는 것을! 카린의 눈에는 설명할 수 없는 만족감이 나타나고 있었다. 결국 라딘은 유니크 아이템을 사용해서 드래곤의 완벽한 신용을 얻을 수 있 었다. 0-11 조회수 3백만 기념연참 ----------------------------------------- -딱, 딱, 딱 목패가 세 번 울렸다. 서문세가의 대청에는 지금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다. 그들은 서대륙이 낳은 위대한 검왕 서문기검의 49일제에 참석하고 있었다. 대청의 중앙에는 커다란 제단이 세워졌고, 그 중심에 서문기검의 위패가 놓 여져 있었다. 그의 몸은 이미 마나로 돌아갔지만, 그의 영혼은 아직 사라지지 않고 자신 이 태어난 이 서문세가로 돌아왔을 것이다. 그런 서문기검이 마음 놓고 윤회의 세계로 들어가도록 기원하는 것이 바로 이 49일제의 의의였다. 제단 위에는 서문가주가 상복을 입고 서 있었다. 그리고 제단으로 올라가는 계단 양 옆에는 서문세가의 직계 가족들이 나열해서 울고 있었다. 순서에 따라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한 명씩 제단 위로 올라가 분향하고 그 를 보내는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다. 중원검왕 서문기검, 그는 역시 서대륙이 낳은 위대한 고수라고 할 수 있었 다. 무림맹의 맹주인 삼현신검 남궁진이 올라와 그의 애석한 죽음에 대해 말하 고, 비겁하게 그를 공격한 마교의 마영신장 서무극과 레디안 제국의 상급기 사 악령기사를 비판하는 말을 꺼냈다. 장내의 분위기는 더욱 숙연해지고 그와 함께 마교와 레디안 제국에 반감이 높아져 가고 있었다. 사람들은 이 의문에 쌓인 혈궁도해 사건의 주모자를 레디안 제국으로 지목 하고 있었다. 이유와 증거는 필요 없었다. 이익을 얻은 자가 바로 범인인 것이다! 그것이 바로 절대부동의 증거라고 할 수 있었다. 시간이 흘러 무림맹의 요인들이 모두 분향하고 외부객의 차례가 왔다. 라딘은 천천히 제단으로 올라가 분향을 하고 서문기검의 위패 앞에서 자신 이 준비한 추모문을 읽기 시작했다. 그 추모문에는 서문기검의 인품에 대한 찬사와 기습을 당했으면서도 초인적 인 무공으로 비열한 마영신장에게 부상을 입힌 그의 무공에 대한 감탄이 들 어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능력이 부족하여 결국 도움이 되지 못한 것에 대한 한탄, 마 교의 음모를 좀 더 일찍 깨닫지 못한 우둔함에 대해 스스로를 자책하고 있 었다. 이 모든 비극이 마교의 음모에 의해 벌어진 것이라는 그의 자세한 설명이 추모문에 들어 있었다. 라딘은 그 추모문에서 맹세했다. 동등분배조약을 깨고 보물이 보이자마자 비열하게 암습한 마교의 무리를 결 코 용서하지 않겠다고! 그는 자신의 평생을 걸고 마교와 싸울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 안에는 마 교의 본거지가 밝혀져 마교가 완전히 섬멸될 때까지 절대로 멈추지 않는다 는 말까지도 들어있었다. 물론 그 안에는 악령기사에 대한 이야기는 조금도 들어있지 않았다. 오직 마교! 마교만이 나쁜 자이고 꼭 싸워야 할 자들이라는 의견이 확고부동하게 들어있을 뿐이었다. 그의 추모문이 끝나자 모든 사람들의 가슴에 불이 붙었다. 확실히 마교는 나쁜 놈들이다. 라딘의 동료와 대우 선사, 전호악 가주도 라딘의 추모문을 듣고 과연 마교 의 마영신장이 의심스럽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악령기사는 마영신장과 서문기검이 무력을 드러내자 동등분배조약이 깨진 것으로 판단하고 최선을 다해 보물을 노렸음이 틀림없다. 그가 보물을 얻은 것이 배가 아프긴 해도 진실을 왜곡해서는 안 된다. 자신 들은 한 세가의 중심이 되는 인물이니 만큼 흑과 백은 정확히 해야 하지 않 겠는가? 지금 이 서대륙도 아닌 동대륙 출신의 이계인 성기사가 자신의 명예를 위해 마교와 싸우겠다고 만인 앞에 선언했다. 서대륙 최고의 조직인 암흑마교와 싸우겠다고 대놓고 말할 수 있다니! 마교의 암살대가 두렵지 않단 말인가? 하지만 혈궁도해 사건이 마교의 음모임이 분명해진 이상 무림맹이 아무짓도 하지 않는 다면 사람들은 무림맹이 마교를 두려워한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았다. 결국 그들은 마교와의 전면전을 무림맹의 정식 의제로 선정해서 차기 회의 에서 정식으로 다룰 것을 결정했다. -딱, 딱, 딱, 죽은 자의 혼을 위로하는 목패가 세 번 울리고 사람들이 울고 있는 가운데 서문기검의 위패가 가문의 분묘 속으로 들어갔다. -딱, 딱, 딱, -쿵 다시 세 번이 울리고 분묘의 문이 닫히자 사람들은 분묘를 향해 세 번 절하 고 돌아서서 세가의 회장으로 돌아갔다. 이제 서문기검의 영혼은 윤회의 사슬에 따라 새로운 생명으로 태어날 것이 지만, 그의 정신과 무공은 사람들의 가슴속에 남아 있으리라! ------------------------ 보름 후, 레디안 제국의 황실에서 정식으로 세상에 발표를 했다. 그 내용은 동대륙 전체에 퍼진 혈궁도해의 음모를 밝히기 위해 레디안 제국 에서 상급기사인 악령기사를 서대륙으로 파견했다는 것, 그리고 악령기사가 황제의 명을 충실히 이행하여 결국 혈궁에 들어가 혈월신마가 남긴 유물을 얻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중에는 동대륙의 패자를 상징하는 ‘황금룡의 검’을 포함하는 몇 개의 아이템과 무공이 있었다고 한다. 레디안 제국에서는 그 물건들의 진원지를 조사했고 대부분 원래 동대륙에서 나온 아이템들이라는 사실을 증명했다. 사실 혈월신마가 세력을 떨친 곳이 바로 동대륙이니 만큼 이것은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그리고 그 중에서 유일하게 서대륙의 무공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의 이름은 [광각비검]이었다. 이것은 7대세가 중 가장 큰 세력을 떨치고 있는 남궁세가의 실전된 검법이 었다. 남궁세가의 세 개의 유니크 기술 중 하나로 4백 년 전 실전되어 아직까지 행방을 알 수 없었는데 혈궁에 있었던 것이다. 놀랍게도 레디안 제국은 이 비급을 원주인인 남궁세가에 돌려주겠다고 선언 했다. 남궁세가의 가주는 현 무림맹주인 만큼 이것으로 서대륙의 불만을 막으려는 계책이 틀림없었지만, 남궁세가는 당연히 쌍수를 들고 환영할 수밖에 없었 다. 불만을 가지는 것보다는 유니크 무공을 되돌려 받는 게 여러모로 이익 이었다. 그리고 끝으로 레디안 제국은 자신들이 그동안 조사한 결과 이 혈궁도해의 음모는 암흑마교에서 나왔다고 단언했다. 역시 그들도 사람들의 원한의 창끝을 돌릴 희생양이 필요했고, 라딘과 말을 맞춘 악령기사의 조사결과는 그 진위성과 관계없이 그 상황에서 가장 바람 직한 결과였다. 결국 서대륙의 모든 사람들은 암흑마교가 꾸민 비열한 음모와 신용을 저버 리고 사람을 암습하는 행동을 한 것에 대해 격렬하게 비판하기 시작했다. 그들에게는 원한을 풀 대상이 필요했다. 이렇게 진실은 어둠속에 묻히고 마교척결의 의지는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고 있었다. 5-5 서문세가 ----------------------------- 보름이 지나고 드디어 마교와의 전면전 선포에 대한 무림맹 정식 회의의 날 이 3일 앞으로 다가왔다. 지금 무림맹의 주축인 7대세가 사람들은 의견이 분분했다. 지금 세론은 마교척결이 대세이다. 하지만 정작 작정을 하고 전투를 벌이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문제점이 있다. 일단 가장 중요한 것은 마교의 거점이 어디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지금 마교와의 전쟁을 선포해 봤자 당장 실전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반대로 생각하면 전면전을 선포함으로써 아무것도 안하면서 명성을 얻을 수 도 있지만, 그것도 잠시일 뿐이다. 결국은 아무 실적도 없으면 사람들은 무 림맹의 무능을 비난하게 될 것이다. 결론을 말하자면 일을 벌이면 결과가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로는 물자의 확보라고 할 수 있다. 일단 전쟁이 벌어지면 부상자가 생긴다. 그렇다면 그를 위해서 회복포션과 부활 스크롤이 많이 필요하게 되는데, 이 서대륙에서는 마법사와 성직자가 동대륙에 비해 적기 때문에 소모전이 벌어지면 지금 생산되는 회복포션과 부활 스크롤의 수량으로는 틀림없이 부족하게 될 것이다. 무기도 마찬가지다. 금속이 귀중한 서대륙에서 무기의 파손이 심해지면 그 것을 보충해야 하는데, 보나마나 금속 값이 몇 배나 뛸 것이 틀림없었다. 마지막으로 꼭 필요한 것은 선봉에 설 세력이었다. 단일 세력으로는 최고의 힘을 가지고 있는 암흑마교! 그들의 가장 무서운 힘인 암살단의 위력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그런 그들과 싸우면서 전쟁의 선봉에 선다는 것은 엄청난 명예를 얻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지만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을 받을 수도 있는 문제였다. 무엇보다 그들은 천년간 존재하면서도 한번도 본거지가 들어나지 않은 비밀 세력이다. 가끔씩 분타가 발견되면 물론 무림맹은 그 분타를 부순다. 하지만 그때마다 선봉에 선 조직이나 세가는 두고두고 마교의 보복을 받은 것이 진실이다. 결국 그들은 모두 자신들의 세력권 안에서 마교의 분타가 발견되지 않도록 기원하는 수밖에 없었다. 세력권 안에 마교분타가 발견되면 체면 때문에라 도 앞장서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과거 7대 세가 중 하나였던 언씨세가도 세력권 안에서 마교분타가 발견되는 바람에 토벌군의 선봉을 담당했다가 그 후 30년간 수많은 암살 때문에 세 가의 중진이 죽고 무공이 소실되어 결국 힘을 잃고 말았다. 이런 상황에서 마교와의 전면전을 선포한 후, 실재로 전투가 벌어지면 누가 선봉에 서려고 할 것인가? 서문세가? 그들은 분명 대의명분이 있다. 그러나 서문기검이 죽은 지금, 그 들이 이 전쟁에서 선봉에 선다면 결국 7대 세가의 자리에서 물러서게 될 것 이다. 가능성이 있는 것은 7대 세가의 수좌를 지키고 있는 남궁세가이다. 그러나 최고의 너구리 가문으로 이름난 남궁세가가 이런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일을 맡을 리가 없었다. 결국 이 세 가지가 해결되지 않으면 이 문제는 흐지부지 해질 수밖에 없다 는 것이 대부분의 무림명숙들의 견해였다. 안타깝게도 이해와 명분이 얽힌 이 서대륙에서는 마교란 멸망할 수 없는 조 직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한 사람의 집념은 이미 이 모든 문제를 초월하고 있었다. 라딘은 이미 전쟁이 벌어지면 자신이 선봉에 서겠다고 모든 사람들 앞에서 선언했다. 물론 혼자서 선봉에 선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은 라딘을 어떻게 할 수 없을 정도로 고지식한 진짜 성기 사로 대접하고 있었고, 지금 무림맹에서 라딘의 명성은 상당히 높았다. 제갈 세가, 대륙최고의 모사집안인 제갈세가는 지금도 현 가주인 제갈선이 무림맹의 군사를 담당하고 있었다. 선향각, 제갈선은 평소 이곳에서 지낸다. 서예의 대가인 그는 일이 없을 때 에는 소나무숲속에 위치한 이곳에서 매일같이 글을 쓰는 것이다. 지금 그는 한 사람의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전신에 푸른기운이 도는 풀 플레이트 아머를 입고 있는 이국의 기사, 바로 파스트 제국의 자유기사 라 딘이었다. 라딘은 제갈선이 직접 낸 차를 받아 정중하게 한 모금을 마셨다. “향이 정말 좋군요. 솔잎의 향이 물속에 섞여 있군요.” 라딘이 차향을 칭찬하자 제갈선은 은근히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겨울에 이 숲에 눈이 오지요. 그 눈을 녹여서 보관하면 찻물로는 최고의 것이 됩니다.” “과연, 정성이 없으면 이런 향은 나오지 않지요.” 두 사람은 조용히 차의 품위에 대해 품평했다. 확실히 이 기사는 겉모습과 는 달리 인생에 대한 깊은 경험을 가지고 있다고 제갈선은 생각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때, 드디어 라딘이 자신이 온 용건을 말하기 시작했다. “음, 이번에 무림맹이 마교와 전쟁을 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거점을 파악하 지 않으면 안된다고 들었습니다만.” 라딘이 가장 큰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오자 제갈선은 다시 차를 들어 한모금 마시고는 신중하게 대답했다. “흠, 아무래도 그렇지요. 솔직하게 말해서 아주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만, 이번 같은 경우는 분타 한두 개 부수고 끝낼 수도 없는 문제지요.” 라딘도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제갈세가의 정보력을 가지고 논한 다면 작정만 한다면 몇 개는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스윽, 턱 라딘은 아무 말 없이 품속에서 하나의 상자를 꺼내 제갈선 앞에 놓았다. “이것은 무엇입니까?” 제갈선이 의아한 얼굴로 묻자 라딘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제가 아는 사람들에게 부탁해서 얻은 정보입니다. 각 조직이 의심스러운 지점과 의심을 가지게 된 이유가 이 안에 적혀 있지요.” -쿵 제갈선의 얼굴에 충격의 표정이 떠올랐다. 소요자라고 불리는 그답지 않은 반응이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상자를 열었다. 그리고 그 안의 서류를 살펴보면서 점점 놀람을 금치 못하겠다는 얼굴로 라 딘을 쳐다보았다. “이 자료들을 모두 라딘 경이 모으셨다고요?” “그렇습니다. 모든 분들이 마교와 싸우겠다는 저의 뜻을 알아주셔서 큰 희 생을 하신 거지요.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제갈선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눈앞의 이 팰러딘은 단순한 기사가 아니었다. 그가 가져온 정보는 그야말로 마교와 자신이 가주로 있는 제갈세가 이외의 모든 조직의 정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심지어는 레디안 제국 첩보부와 파스트 제국 첩보부의 정보마저 그 안에 들 어 있었다. 이 정보는 사용하기에 따라서 자신들의 조직에도 피해가 갈 수 있는 극비 정보이다. 그런데 라딘은 이것을 모았다. 이는 라딘이 마음만 먹으면 전 세 계에 걸쳐 힘을 쓸 수 있다는 증거였다. “무림맹과 제갈세가의 정보분석력이라면 아마도 마교의 소굴 중 대부분을 가려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만.” 라딘이 다시 차분하게 가라앉은 눈으로 제갈선을 지긋이 바라보며 말했다. 제갈선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이 정도의 정보가 모이면 자신으로서는 무조건 이것을 취해야 했다. 지금은 마교의 소굴을 찾아내기 위해 이 정보를 사용하게 되겠지만, 그 후 에도 두고두고 무림맹과 제갈세가에 정보적인 이익을 가져다 줄 귀중한 것 이었다. “라딘경의 의기에는 감탄할 수밖에 없군요. 이런 정보까지 제공하신 이상, 꼭 마교에게 음모를 꾸민 대가를 받아내고 말 것이오!” 그답지 않게 장담까지 하는 것을 보고 라딘은 역시 정보조직에게는 정보를 먹이는 것이 가장 효력이 좋다고 생각하며 속으로 웃었다. 그러나 겉으로는 여전히 무심한 얼굴을 하고 있는 라딘은 조심스럽게 말했 다. “음, 그리고 이 일은 사실 저에게 있어서 오해를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으 니, 비밀로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라딘의 말을 들은 제갈선은 그의 말뜻을 바로 깨달을 수 있었다. 사실 라딘이 무림맹에 정보를 제공했다고 하면 정보를 준 쪽이 곤란해진다. 물론 그쪽에서는 그것을 감수하고 있다고는 해도 이렇게 소문이 나면 차후 에 그 조직에 원한이 있거나 볼일이 있는 사람은 무림맹을 찾을 것이다. 결국 이 사실은 비밀로 하고 무림맹은 그동안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정보를 분석하여 마교의 소굴을 찾아냈다고 발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것이 무림맹과 제갈세가의 이름을 높이는 데에 크게 기여한다는 것을 아 는 제갈선은 절대로 사양할 마음이 없었다. 제갈선은 실익과 명분을 모두 가지고 온 라딘에게 마음으로부터 감사했다. 과연 이자가 모든 사람들에게 대접받는 이유가 있다고 그는 생각했다. 결국 그날, 서대륙 7대 세가중 하나이며 대대로 무림맹의 군사를 역임해온 제갈세가는 라딘의 편에 서서 무림맹의 회의에서 마교토벌에 한 표를 던지 기로 굳게 약속할 수밖에 없었다. -------------------------------------------- 5-5 서문세가 -------------------------------------------- 서문월은 어제까지 마굴에서 목숨을 건 실전 훈련을 했다. 그는 지난 한 달간 거의 대부분을 마굴에서 보냈다. 서문세가에서는 가문의 적자인 그의 안전을 염려했지만, 그는 검성이 되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죽 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제 그의 레벨은 440, 정말로 다른 사람 이 그의 성취를 안다면 놀랄 것이다. 그는 오늘도 마굴에 들어가려고 했다. 그러나 내일 있을 무림맹의 회의에서 증언을 서야 될지 모르니 대기하라는 아버지 서문철의 말에 할 수 없이 목욕을 하고 의관을 정제한 채, 자신이 말해야할 사항을 하나씩 검토하고 있었다. “서문공자 계시오?” 밖에서 그를 찾는 소리가 들렸다. -덜컥 문을 열자 그의 눈에 라딘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희미하게 웃으며 일어나 서 갑자기 찾아온 손님을 맞이했다. 라딘이 들어와 의자에 앉았다. 시비가 들어와서 과일과 차를 놓고 물러나자 서문월이 그에게 차를 권했다. 서로 한모금의 차를 마시면서 무림맹에 있는 여러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나 누다 보니 어느덧 한 시간이 지나갔다. 이 라딘이라는 인물은 이상하게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하는 구석이 있었다. 항상 그의 말을 귀 기울여 들어주며 그에게 친근하게 대한다. 이제 자신은 변했다. 과거의 철없던 서문월이 아니다. 검! 검만이 자신의 동반자라고 맹세하지 않았는가! 하지만 이렇게 그와 대화를 나누면 긴장했 던 마음이 약간의 휴식을 취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쁜 기분은 아니 었다. 그때, 라딘이 갑자기 얼굴에서 미소를 지우며 조용히, 그리고 진중하게 말 을 꺼냈다. “서문공자.” “무슨 일인가요?” 분위기가 바뀌자 서문월도 다시 긴장하며 물었다. 라딘은 잠시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이 약간 떨리고 있었다. 서문월은 라 딘이 갈등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무슨 일이기에 저렇게 망설이고 있는 것일까? 그의 호기심은 더욱 커졌다. -턱 이윽고 라딘이 품속에서 하나의 물건을 꺼내 탁자에 내려놓았다. 비단으로 소중하게 싼 그것은 크기와 모양으로 보아 책인 것 같았다. “이것은 무엇입니까?” 서문월은 라딘을 보며 물었다. 라딘은 진지한 얼굴로 대답했다. “조부님께서 남기신 물건입니다.” -쿵 서문월의 얼굴이 놀람으로 인해 떨렸다. 그는 라딘의 눈빛에 따라 조용히 비단꾸러미를 헤치고 그 안에 있는 한권의 책을 꺼냈다. 그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그 책에는 황금색의 글씨로 ‘육맥신검’ 이라고 쓰여 있었다. 육맥신검의 무공서가 틀림없었다. “하,할아버지께서 이것을 남기셨다고요?” 서문월이 떨리는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 라딘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한스럽다는 얼굴로 말했다. “본인이 발견했을 때에는 이미 그 책만 남아있었소. 그 책은 서문세가의 것이니 돌려드리리다.” -쿠쿵 서문월은 라딘의 말에 포함되어 있는 세상이 놀랄만한 비밀을 깨달을 수 있 었다. 그는 지금 그 용암에 빠져 죽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었다. 용암 밑에는 뭔가 가 있었다! 라딘은 거의 숨도 쉬지 않고 서문월의 눈을 직시하고 있었다. 그 눈에는 네 가 짐작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라고 말하고 있었다. 레디안 제국의 발표로는 혈궁에서 나온 유물에는 혈월신마가 평생을 모은 아이템과 무공이 들어 있었다고 했다. 혈월신마 자신의 물건은 없었다는 얘 기가 된다. 그렇다면 라딘은 혈월신마의 진전을 이었다는 것인가? 서문월은 이 라딘이라는 성기사에게 감동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가문의 유일한 유니크 무공을 돌려주기 위해 가장 중요한 비밀을 자신 에게 밝혔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 크게 번거러울 것이 뻔하다. 모든 사람이 동등분배조약 을 내세우며 라딘에게 모든 진실을 밝히고 물건을 나누자고 핍박할 것이 분 명했다. 그런데도 그는 비밀을 말했다. 자신을 진짜 친우라고 생각하고 있었단 말인 가! 그는 눈물이 나오려는 것을 억지로 참았다. 숨을 멈추고 마음을 안정시키기 위해 눈으로 코를 보며 숫자를 세었다. 라딘의 뜨거운 시선이 느껴졌지만 그것을 보기만 하면 눈물을 참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잠시 후, 겨우 마음을 안정시킨 서문월은 조용히 라딘에게 고개를 한번 숙 여 인사를 하며 말했다. “서문세가가 그대에게 크게 빚을 졌습니다. 이 비급의 값을 얼마나 드리면 되겠습니까? 아니면 원하시는 일이 있으시면 무엇이라도 말씀해 주십시오. ” 그는 이 비급이 없으면 서문세가가 7대 세가로서 유지될 수 없게 되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서문세가의 역사는 다른 세가에 비해 그렇게 길지 않고, 유니크 무공도 아 직 하나뿐이다. 세력으로 치자면 7대 세가 중에서 상위라고 할 수 있지만 그것도 서문기검이 마나로 돌아간 지금 따지자면 5위나 6위정도일 것이다. 어쩌면 가장 약할지도 모른다. 만약 이 상황에서 이 육맥신검이 오랜 기간 동안 실전된다면 서문세가는 점 점 약해지게 된다. 결국 7대세가의 자리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 무공만 있다면! 서문세가는 얼마든지 견딜 수 있다. 가문 최고의 무공이 가지는 존재가치란 그런 것이다. 서문월은 자신에게 이 비급을 가져다 준 라딘에게 무슨 일이든지 해 줄 마 음이 있었다. 설사 10년간 자신의 수하가 되라고 요구를 한다고 해도 기꺼 이 승낙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라딘은 약간 쓸쓸한 얼굴을 하면서 서서히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그는 말했다. “서문공자. 본인은 친구와는 거래를 하지 않소.” 그 말을 끝으로 라딘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문월의 귓가에는 라딘의 말이 끊임없이 울리고 있어서 라딘이 떠남에도 불구하고 배웅인사도 하지 못했다. 서문월의 거처를 나온 라딘은 문득 하늘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구름이 뭉쳐 아버지의 얼굴로 보였다. 그 얼굴은 웃고 있었다. 살아오면서 거의 볼수 없었던 아버지의 웃음, 자신을 칭찬하고 있는 것일까? 신현진은 20세에 드디어 아버지 신 무혼씨가 자신이 한국에 입국하기 전에 최후로 전수한 진심을 보이고 마음을 훔치는 기법을 이해하고 사기술의 최 후단계를 얻었다. 그는 자신이 겨우 아버지와 같은 레벨에서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에 기뻐할 수 있었다. ------------------------------------------- 5-5 서문세가 --------------------------------------------------- 그러나 라딘은 곧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렸다. “아니지, 자식으로써 최대의 효도는 바로 아버지의 성취를 뛰어넘는 것, 아!” 그는 다시 하늘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알고 있는 사기술, 처세술은 다섯 단계로 나뉘어 진다. 첫 번째는, 약육강식 축생도라고 표현한다. 상대의 무지와 무력을 이용하여 재물을 갈취하는 방법이다. 가장 하급의 사기술로써 주로 비합법적이고 사회적으로도 많은 비난을 받게 된다. 사회적으로 사라져야 할 수법이고 범죄자가 되기 싫으면 절대로 발 을 들이면 안 되는 방법이다. 두 번째는, 이물조욕(以物釣欲, 물질로써 욕심을 낚는다.) 이라는 수법이다 . 일종의 낚시사기라고 표현하는 이 수법은 인간의 본성인 욕심을 자극하여 함정에 스스로 빠지도록 유인하는 기법이다. 대부분의 상급 사기술은 이것에 속하는데, 근세에 가장 대표적으로 개발된 수법이 바로 피라미드식 다단계 판매법이다. 대부분 합법적인 수단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법적으로 처벌하기 어려워지고 당한 사람도 쉽게 가해자를 욕하지 못하게 된다. 자업자득이라고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단 사기이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양지에 나가기는 힘들다. 세 번째부터는 이미 사기라기보다는 처세술의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조직결성에 의한 이익분배법이다. 대의명분을 만들어 조직을 만들고 그 중 심에 서는 방법이다. 일단 조직이 결성되면 사람들은 이것이 사기라는 것을 알아도 절대로 벗어 나려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것은 사람을 모아 잉여이익을 남기는 방법이 기 때문에 여기서 벗어나면 그나마 나오는 이익이 완전히 사라지기 때문이 다. 대의명분을 만들고 그것에 따르기 때문에 이것은 일종의 윈-윈 전략(Win-Wi n System)이라고 할 수 있고, 100% 합법적이다. 그리고 놀라운 것은 이 단계부터는 일을 벌이면 벌일수록 사회적으로 도움 이 된다. 물론 존경을 받을 수도 있다. 주로 성공한 사업가들은 이 경지에 올라서 항상 사람을 모으고 이익을 창출 하여 그 분배에 있어 자신이 중심에 선다. 신현진은 자신이 카리브 시티를 개발하면서부터 이 경지에 올랐다고 스스로 생각했었다. 네 번째가 바로 사기, 처세술의 최종단계라고 하는 진심을 보이고 마음을 훔치는 단계이다. 혹은 물질을 베풀어 사람을 통째로 얻는 것도 이 경지와 통한다고 할 수 있다. 진심과 사기가 섞여서 스스로도 구분하기 힘든 경지! 투자 중에서 가장 확실하고 이익이 큰 것이 바로 사람에게 투자하는 것이라 고 말하는 옛날 중국의 상인들이 목표로 하고 정립하려 한 처세술 최후의 경지! 전국시대의 대 상인인 여불위가 바로 이 경지에 올라 천하를 장악하지 않았 던가? 삼국지의 주인공인 유비는 무에서 시작하여 민심을 얻어 결국 한 나 라를 일으키지 않았던가! 기본적으로 이 기법에 당한 사람은 아무리 사기에 당했다고 말해도 믿지 않 는다. 이미 그의 마음까지 완전히 자신도 모르게 남의 소유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 경지에 이른 사람은 적게는 정치가부터 한 나라의 수장까지 할 수 있다. 최소한 사이비 종교의 교주정도는 할 수 있다. 첩보계의 카리스마인 아버지 신무혼 씨는 현진에게 자신이 여론형성과 민심 조작에 있어 다년간에 걸쳐 일을 처리하면서 근래에 이 경지에 이르렀다고 들었다. 그는 자신이 지금 이 경지의 문턱에 다다랐다는 것을 깨달았다.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는 것을 자꾸 느끼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방법에 대해 연구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다섯 번째 단계! 하늘이 내린다는 천재의 경지! 그것이 바로 무위자연 군림천하(無爲自然 君臨天下)의 경지이다. 세상을 속이고 자신마저 속일 수 있다. 내가 행하는 일이 바로 천하가 원하 는 일이고, 천하의 움직임이 바로 내가 원하는 움직임이 된다. 이 경지에 이른 사람은 항상 말한다. “나는 일개의 사람일 뿐이다. 그런 내가 무슨 일을 할 수 있는가? 내가 하 는 일은 세상이 시키는 일이고, 세상이 원하는 일에 나는 언제나 따른다.” 이것은 이미 처세술이 아니다. 도의 경지이다. 그렇기 때문에 보통 이쪽 업 계의 사람들은 네 번째를 사기술의 최종단계라고 단언한다. 역사상 이 경지에 이른 사람은 대 정치가나 독재가가 되었다. 중국을 집어 삼킨 모택동, 전국시대를 종식시키고 일본을 통일한 토요토미 히데요시, 삼국지의 조조 등이 바로 이 경지에 이르렀다고 평가되는 인물이 다. 라딘은 조용히 흘러가는 구름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자신이 과연 하늘이 내렸다는 그 경지에 이를 수 있을 것인가? 이 경지는 수련으로는 불가능하 다고 알려져 있다. 깨달음! 오직 깨달음을 얻어야 겨우 엿보기라도 할 수 있는 그 경지를 라딘 은 바라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좌우로 흔들었다. 노력해도 안 되는 경지를 억 지로 바라는 것은 스스로를 망치는 행위이다. 그저 순간순간에 충실하다 보 면 언젠가는 인연이 닿을지도 모른다 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는 굳게 결심했다. 언젠가, 무슨 계기로든 그런 깨달음에 도달하여 도를 깨우칠 기회를 얻게 되면 절대로 놓치지 않으리라! 꼭, 그 전설의 경지에 올라 세상위에 군림하 리라! 그의 가슴은 위대한 포부로 가득차기 시작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비웃기라도 하듯 하늘의 구름은 정처 없이 흐르고 있었다 . ----------------------------------------- 5-5 서문세가 ------------------------------- 해가 지고 두 개의 달이 떴다. 밤이 되었다. 서문철은 무림맹에 있는 서문세가의 거처에서 내일 있을 회의에서 주장해야 할 서문세가의 입장표명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도의적으로 말하자면 서문세가는 마교와의 전쟁을 가장 격렬하게 주장해야 할 것이다. 가문의 최고 어른이자 서문세가를 부동의 7대 세가의 위치에까지 올린 태상 장로 서문기검이 마교의 음모에 휘말려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도 가장 존경하는 숙부의 원수를 갚고 싶은 서문철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았다. 자신은 가주인 만큼 항상 가문의 영광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여야 한다. 만약 마교와의 전쟁이 결정되면 누군가는 선봉에 서야한다. 그리고 보나마나 현 맹주인 남궁세가의 가주 남궁창현은 그 선봉으로 서문 세가를 지목할 것이다. 피할 수는 없다. 일단 지목됐는데 거절하면 모든 사람이 서문세가를 비웃을 것이다. 세가의 최고 어른이 희생됐는데도 몸을 사리고 발뺌을 한다는 것 은 체면을 중시하는 이 서대륙의 무림계에서 도저히 씻을 수 없는 치욕인 것이다. 결국 서문세가는 선봉에 서야한다. 누구보다도 격렬하게 싸우고 크나큰 명 성을 얻게 된다.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허명이라고 할 수 있다. 전쟁이 끝났 을 무렵에는 서문세가는 더 이상 7대 세가가 아닐 것이다. 그리고 그 후 마교의 보복에 얼마나 시달리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쩌 면 가문이 멸절될 수도 있다. 가문이 일어선 이후 최대의 위기라고 할 수 있었다. 차기 무림맹주까지 거론되던 서문세가가 이대로 몰락해야 하는가? 결국 말 이 7대 세가지 다른 가문은 결코 자신들을 돕지 않을 것이다. 약육강식, 빈틈을 보이면 당한다! 이것이 바로 무림의 법칙이다. 결국 그는 아침에 일어나서 지금까지 책상에 앉아 고민했지만 해가 진 지금 까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 때였다. “아버님, 월입니다.” 문 밖에서 서문월이 인사를 했다. 무슨 일일까? 그는 자신의 아들이 요즘 거의 미친 듯이 수련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말리고 싶었다. 이대로 가면 몸이 망가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들의 눈빛을 보고 그것을 포기했다. 지금 그를 막으면 오히려 그 의 정신이 붕괴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아무튼 모처럼 아들이 찾아오자 그는 내심 기뻤다. 얼른 대답하고 문을 열 자 서문월이 들어와 인사하고 자리에 앉았다. 두 사람은 대화를 시작했다. 가문의 일은 잠시 미루고 아들과 부드럽게 대화를 하려고 작정하고 웃던 서 문철의 얼굴이 점점 심각하게 변해갔다. 서문월이 품속에서 한권의 책자를 꺼냈을 때, 그는 결국 참지 못하고 신음 성을 낼 수밖에 없었다. “으음, 그러니까, 라딘 경이 너에게 이 책을 주었단 말이냐? 숙부님이 남 기셨다고 하면서?” “네, 그렇습니다.” 서문철은 쪽창으로 보이는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동자는 끊임 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하늘이 우리 서문세가를 버리지 않았다! 이제 나는 결심이 서는구나.’ 그는 고개를 돌려 미래에 서문세가를 이어나갈 그의 아들을 바라보았다. 믿음직한 아들이었다. 그는 이미 18세에 레벨 400을 넘겼다. 이대로 간다면 20이 되기 전에 검성이 될지도 모른다. 약관의 나이에 검성이라니! 상상을 초월한 성취가 아닌가? 어쩌면 20년 후에는 서문세가가 7대 세가의 중심에 설지도 모른다고 생각했 다. 그렇다면 지금 중요한 것은 명예였다! 세가의 사람들이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한다. 세상 사람들이 서문 세가가 얼마나 강한 혼을 가지고 있는지 깨달아야 한다. 새로운 도약을 위한 움추림, 서문철은 미래의 서문세가를 위해 자신이 밑거 름이 될 것을 결심했다. “아버님, 어서 이 비급을 익히시지요.” 서문월이 다시 말했다. 레벨 700인 아버지가 이 비급을 익히면 세가는 당당히 7대 세가의 자리를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의 눈은 오랜만에 기쁨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러나 서문철은 서서히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그는 잔잔한 눈으로 아들을 보면서 말하기 시작했다. “월아, 이것은 네가 보관하거라.” “넷?” “잘 들어라. 이 아비는 50이 넘어서 겨우 레벨 700이 되었다. 그리고 최상 급 무공인 강진패검도 아직 마스터 하지 못했다. 그런 이 아비가 유니크 무 공인 육맥신검을 익혀봐야 얼마나 효용을 가질 수 있을지는 결과를 보지 않 아도 능히 짐작할 수 있느니라. 그러니 이 무공은 네가 보관했다가 검성이 되면 그때 익히도록 해라!” 그의 말에는 설명할 수 없는 힘이 들어 있었다. 자신의 후계자에게 미래를 의탁하는 자의 기쁨이 어려 있었다. “아버님, 소자가 어찌 그럴 수 있겠습니까?” 서문월은 당황한 어조로 말했다. 그러나 서문철은 조용히 손을 들어 아들의 손을 잡았다. 이 손이야말로 미 래의 천하제일고수의 손이다. 서문세가는 2대에 걸쳐 천하제일고수를 배출 할 것이다! 나는 비록 무림맹주가 되지 못하지만 내 아들이나 손자는 틀림없이 무림맹 의 중심에 설 것이다. “가문을 위해서다. 내일 우리 서문세가는 무림맹의 모든 사람들 앞에서 대 마교토벌에 선봉에 설 것을 선언할 것이다. 이 아비는 살아서 그 전쟁을 끝 낼 생각이 없다. 미래는 너의 것이다. 할 말이 있어도 지금은 무조건 이 아 비의 말을 따르거라. 너에게 서문세가의 미래를 맡기는 나의 심정을 알아다 오.” 아버지의 손과 눈빛은 따뜻했다. 서문월은 결국 말을 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눈물이 나오려는 것을 억지로 참았다. 그런 그를 보며 서문철은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밤, 서문세가의 가주인 서문철은 긴급 장로회의를 열어서 가문의 5대 장로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정사대전의 선봉에 설 것을 선언했다. 이에 장로들은 전원 유서를 써서 자신의 후계자에게 전하고 다가올 격전에 대비하기 시작했다. 서문세가는 그날, 다가올 미래를 위해 일대의 희생을 각오했다. ----------------------------------- 7_1 서원분타 Chap 1. 서원 분타 제갈 세가에서 총력을 기울여 분석한 마교의 거점 중 가장 처음으로 처리해 야 할 곳이 바로 서원지방의 거점이었다. 왜냐하면 동대륙의 물자가 유클리트 항구로 도착 한 후 무사히 무림맹까지 운반되기 위해서는 그 사이에 있는 경로를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곳이 제갈세가의 영향권 안이었기 때문에 가장 먼저 지목되었다는 점도 무시할 수는 없었다. -두두두두두 2천명의 척마멸사대가 무림맹을 나와 서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대부분 말을 타고 있었고, 몇몇 사람들은 마차를 타고 있었다. 실전 부대로만 2천명이면 군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서대륙의 모든 국가가 무림맹의 통지를 받고 이 척마멸사대의 자유이동을 허락한 상태였기 때문에 그들의 앞을 가로막는 자는 아무도 없 었다. 1주일이 지나고, 그들은 드디어 서원지방에 도착하여 제갈세가의 가병들과 합세했다. 세가의 장로인 제갈소운이 직접 나와 서문철을 맞이했다. “어서 오시오. 기다리고 있었소이다.” 제갈소운이 먼저 포권을 하자 서문철이 얼른 말에서 내려 마주 포권하며 대 답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제갈노사.” 그의 인사가 끝나자 두 사람은 서로를 보며 웃었다. 과거 서문철은 무사수 행 시절 이 제갈소운에게 비무를 요청한 적이 있었다. 그들은 잠시 웃으며 과거의 추억에 대해 이야기 하다 곧 이제부터의 일을 상의하기 시작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아무도 빠져 나가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겁니다.” 서문철이 말하자 제갈소운이 고개를 끄덕이며 제갈세가의 사람들과 인근 왕 국의 기사들이 약 천 명 정도 나와 주위를 막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람들은 그의 설명을 듣고 납득했다는 듯이 웃었다. 다시 부대가 이동을 시작했다. 2천명의 사람들이 숲속으로 진입하니 숲에서 생활하던 동물과 마물들이 놀라 도망을 갔다. 새도 둥지에서 졸다가 병장 기가 햇빛에 반사되는 빛에 놀라서 푸드득하며 날아갔다. “인간 때문에 미물이 고생을 하는군.” 라딘은 문득 그 광경을 보며 중얼거렸다. 옆에서 뭉치가 너답지 않게 너무 감상적이지 않느냐는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폼 한번 재봤어. 나도 이제 지위가 있으니 가끔씩 의미 불명한 말을 해야 지.” 라딘이 알아서 설명을 하자 반대편에 있던 크로키가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 어느덧 부대는 숲 안쪽까지 진입하여 거대한 분지가 있는 곳까지 들어왔다. 분지 안쪽에는 하나의 마을이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산골마을이 었다. “저 마을 전체가 마교의 서원분타라는 말이지요?” 서문철이 확인하듯 제갈소운에게 물었다. 제갈소운은 그에게 고개를 끄덕이 며 다시 설명했다. “저 마을은 과거 20년에 걸쳐서 외부와의 접촉이 거의 없었소. 물론 사람 들이 오가는 것은 괜찮지만, 외부인이 정착하려고 하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았지요. 과거에 우리 제갈세가도 이곳에 거점을 만들려고 하다가 실패한 적이 있지요. 그때는 토착민이라서 텃세가 심한 걸로 생각했었는데 설마 마교의 비밀분타였다니, 그저 놀랄 수밖에요.” 서문철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과연 마을 하나를 통째로 분타로 삼으면 비밀을 유지하기가 쉬울 것이다. 그는 곧 뒤를 돌아보며 소리쳤다. “들었나? 저 마을 전체가 마교다! 제 11대에서 20대까지는 계곡 주위를 돌 아 천라지망을 쳐라. 1대부터 10대까지는 준비되는 대로 공격을 시작하기로 한다!” 이미 이정도의 인원이 이동했기 때문에 저 마을에서도 자신들의 정체를 대 충 짐작하고 있을 것이 틀림없었다. 그렇다면 기습은 통하지 않는다. 그저 정공법으로 나아가 마교의 악적들을 무찌르는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두두두두두 등선을 타고 말을 탄 척마멸사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을 안은 조용했다 . 사람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지하에 비밀 사원이 있을 것이오. 땅 밑에서 싸워야 하니 조심하 시는 것이 좋겠소.” 제갈소운이 다시 주의를 주었다. 서문철은 고개를 숙여 그의 충고에 감사하 고는 오른손을 번쩍 들어올렸다. 천명의 시선이 그의 오른손에 집중되었다. 그리고 이윽고 그의 팔이 힘차게 앞으로 휘저어졌다. “가자! 척마멸사! 의기천추!” -와아아아아 1대부터 10대는 일제히 소리를 지르며 계곡 밑으로 달려서 내려갔다. 200명 정도가 사는 마을에 2천명의 고수가 공격을 가했으니 이미 승부는 결 정 났다고 봐도 될 것이다. 그러나 척마멸사대가 마을 안까지 들어갔을 때, 그들은 놀라운 광경을 보았 다. -콰콰쾅 마을에 있는 집들이 허물어지며 그 안에서 100여구의 붉은 몸을 한 시체가 뛰어나왔다. -크와아앙 시체들은 전면에 있는 척마멸사대를 발견하고는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기 시 작했다. “앗, 저것은 혈강시!” 제갈소운이 놀라서 소리쳤다. 혈강시, 그것은 마교가 자랑하는 특유의 강시제조술에 의해 나타난 강화 언 데드이다. 마굴에서 나타나는 구울(Ghoul)이라는 마물을 사로잡아서 각종 약물로 피부 를 강화하고 저주마법으로 그 흉성을 높여서 만드는 것이 강시이다. 그러나 이 혈강시는 구울 중에서도 가끔씩 나오는 구울로드로 제작되어진다 . 구울로드는 기본적으로 300레벨이 넘는데, 이것을 어둠의 마력으로 5년 이상 강화해서 600레벨까지 끌어올리게 되는 것이다. 방어력과 마법저항력이 아주 강하고, 손톱과 이빨에는 맹독이 함유되어 있 으며, 늑대보다도 빠른 몸놀림으로 산자를 공격한다. 무엇보다 혈강시는 언데드답게 고통을 느끼지 않기 때문에 몸이 반토막나도 여전히 상대를 공격하기 때문에 어떤 고수라도 그 지독한 동귀어진의 공격 수법에는 치를 떨 수 밖에 없는 극악의 언데드였다. 그런 혈강시가 무려 100여구나 있다니! 제갈소운이 경악한 것도 무리는 아 니었다. 그때, 마을 중앙에 있는 약간 큰 3층집에서 한 사람의 노인이 나왔다. 검은 턱수염을 50cm이상 기르고 몸에는 어둠의 여신의 프리스트들이 입는 검은 달과 피묻은 낫이 그려진 로브를 입고 있었다. 로브의 색이 갈색인 것 으로 보아 메사아드의 하이프리스트임에 틀림없었다. “크하하하하, 너희들이 어떻게 이곳을 알아냈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암흑 신교가 지난 100년간 준비한 혈강시들의 위력을 맛보게 될 것이다. 가랏! 저 무력한 자들에게 우리 어둠의 힘을 보여주어라! [사천봉암]!” -파아앗 그의 주문과 함께 검은 안개가 땅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마을 전체가 어두운 안개로 뒤덮였다. 서문철은 이 서원분타가 마 교의 중요 거점 중 하나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을 전체에 마법진을 설치하고 혈강시를 제조하고 있었다니! 이대로 몇십 년만 모르고 방치했다면 세상은 혈강시로 인해 크게 흔들렸을 것이다. 상황을 보건데 마을의 지하에는 지하사원이 있고, 그곳에서 마을주민으로 가장하고 있었던 마교의 교도들이 마법진을 구성하고 저자의 마법을 증폭하 고 있음에 틀림없었다. 저 검은 안개속에서 혈강시와 싸우는 것은 자살행위와 다름없었다. 자신들 은 아무래도 눈에 의지하지만, 혈강시는 산자의 생기에 반응하기 때문이다. “일단 후퇴하라! 검은 안개 속에는 절대 들어가지 마라!” 그는 서둘러 명령을 내렸다. 물론 각 대의 대주들도 절대로 안개속에서 혈 강시와 싸울 마음이 없었다. 그들은 대열을 유지하며 마을 입구까지 후퇴했 다. 단순한 안개를 발생시키는 마법을 마법진으로 강화했으니 거의 마나의 소모 가 없을 것이 틀림없었다. 이대로 장기전으로 가게 되는 것일까? 모든 사람 들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그들의 명령에 따르지 않은 사람이 한명 있었다. 모두가 후퇴하는 상황에서 홀로 돌진하는 자! 그의 주위에는 투명한 오라의 막이 생겨 태양빛에 반사되어 빛나고 있었다. “척마멸사! 의기천추! [홀리코맷]!” -파앗, 위이잉 그의 방패로부터 하얀색의 빛이 뿜어져 나와 돌진하는 그의 전신을 감쌌다. -쾅 -크와아아악 그에게 달려들던 혈강시 한 마리가 그의 방패에 얻어맞고 그대로 분해됐다. 검은 안개는 그의 마법방어오라에 막혀 주위로 접근하지 않았다. “언데드, 홀리웨폰에 대미지 2배, 거기에 회피도 안 하고 하염없이 달려드 는 강시, 아자, 오늘 최소한 3레벨은 올린다!” 그날 척마멸사대의 대원들은 하얀 성광을 내뿜으며 악과 싸우기 위해 용감 하게 검은 안개 속으로 돌진하는 성기사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 7_1 서원분타 “앗, 저런!” 서문철은 안타까운 듯 탄성을 질렀다. 언데드를 보고 용감하게 뛰어든 라딘 경의 행동은 과연 성기사구나 하고 칭 찬 할 만 하다. 그러나 그의 모습이 어두운 안개 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보 면서 그는 결코 기뻐할 수 없었다. 아무리 언데드에게 강한 팰러딘이라고 해도 앞이 거의 보이지 않는 어둠의 안개 속에서 600레벨의 혈강시와 싸우는 것은 자살행위라고 볼 수밖에 없다 . 그러나 그를 구하기 위해 저 안개 속으로 부대를 진격시킬 수는 없었다. 그 는 안타까운 듯 안개 속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이계인이기 때문에 영원히 죽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마음에 유일한 위안이었다. --------------------- -캬아아아 -휘익, 팍, 어둠속에서 한 마리의 혈강시가 튀어나와 라딘의 어깨를 붉은 손톱이 10cm 는 자란 손으로 후려쳤다. 보통 인간이라면 단번에 팔이 떨어져 나가고 손 톱에 있는 독에 온몸이 마비되기 시작했으리라! “엇, 이놈이 반항을! [낭뜨 전추술]!” -퍽, 퍽, 퍽 라딘의 애병인 미티어샤워가 사정없이 혈강시를 공격했다. 첫 공격에 이미 머리가 날아간 혈강시는 그대로 서서 해머가 부딪칠 때마다 몸의 일부분이 분해될 수밖에 없었다. -캬아아아 -푸악, 캭 다시 몇 마리의 혈강시가 어둠속에서 나타나 라딘과 라딘이 타고 있던 설산 을 공격했다. “히히히힝, 이놈들이 엉덩이를 무네.” -퍽 설산의 뒷발차기가 한 마리의 혈강시를 어둠속으로 튕겨버렸다. 그 사이 다 시 라딘이 미티워샤워의 파이어봄을 사용하여 한 마리를 폭파시켰다. 그러 나 혈강시는 너무나도 많았다. 사실 라딘은 믿는게 있었다. 혈강시라면 그도 몬스터 도감을 봐서 그 특징 을 잘 알고 있는 마물이었다. 빠른 몸놀림과 강력한 체력과 방어력, 집요한 공격본능, 이 모든 것이 600 레벨의 마물로써 손색이 없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었다. 특히 체력과 방어 력은 보통 인간형 마물의 두 배 이상 더 높기 때문에 이놈들을 상대하는 것 은 정말로 쉬운 일이 아니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혈강시들은 이성이 없다. 그리고 특별한 기술이나 특별기도 가지 지 못하고 있다. 오직 육탄돌격만이 이들의 유일한 무기인 것이다. 상급 마 물인 600레벨치고는 상당히 단순하다. 그렇기 때문에 라딘은 이 안개 속으로 서슴없이 뛰어들 수 있었다. 그들의 공격력이 아무리 강해도 라딘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강해봐야 소형마물인 인간형 언데드이다. 공격력이 1만도 안 된다. 결국 이놈들은 크 리티컬이 터지기 전에는 라딘의 몸은커녕 갑옷에 기스 하나 낼 수 없다. 거기에 라딘은 설산이라는 구축전차 마운트를 탑승하고 있기 때문에 혈강시 가 덤벼봐야 대부분 설산에게 덤비지 자신에게는 가끔씩 몇 마리만 덤빌 것 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은 설산을 물고 늘어지는 혈강시들의 머리를 하나씩 부수면 되는 것이 다. 자신의 힘이라면 홀리웨폰이 걸린 레어 무기로 한 두 대만 때려도 이 혈강시들을 완전히 보낼 수 있다는 계산이 이미 끝나있었다. 그런데 막상 이 안으로 들어오니 생각하던 것 하고 사정이 조금 달랐다. 물론 지금까지 열 마리 정도를 처치했지만, 시간이 만만치 않게 걸렸다. 어 두워서 사방 2m정도 밖에는 안 보이는 것이다. 그리고 혈강시들도 생각하던 것과는 달리 점프를 해서 자신을 직접 공격하는 놈들이 많았다. 가끔씩 독 해제 마법도 써 줘야 하기 때문에 더욱 귀찮았다. 라딘은 고민했다. 이대로 시간이 들더라도 혈강시들을 하나하나 처치할 것 인가? 아니면 다른 방법을 모색할 것인가? 그때, 크로키의 귓말이 들어왔다. “라딘, 안에서 헤매지 말고 아까 그 대빵 같은 놈이나 잡아! 그놈만 처치 하면 마법진이 깨질거야.” “오홋, 알았어.” ‘이봐, 설산, 아까 그 고위사제가 어느 방향에 있었는지 기억해? 그놈을 잡아야 이 안개가 사라진다는데?’ 라딘은 즉시 대답하고 설산에게 아까 그놈이 어느 방향에 있었는지를 물었 다. 자신은 신나게 싸우다가 방향 감각을 잃어 버렸기 때문이다. ‘그놈이라면 지금 마기를 풀풀 뿜어대고 있기 때문에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있소. 바로 앞쪽이오.’ ‘오오, 역시 성수야. 마기탐지 능력이 있단 말이지? 바로 앞쪽?’ ‘그렇소.’ 라딘은 설산이 머리로 가리키는 방향을 노려보며 워해머를 든 오른손을 위 로 들어올렸다. “[썬더 브레이크]!” -우르르릉, 콰쾅 검은 안개가 퍼져 있던 계곡의 마을 위에 갑자기 먹구름이 생성되어 번개가 그 한가운데로 떨어졌다. -슈웅 “하앗, 가자! 설산.” -두두두두 라딘은 번개를 받은 워해머를 설산이 가리킨 쪽으로 던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설산에게 돌진을 명했다. 사람과 말은 맹렬한 속도로 마기가 뿜어져 나오는 곳으로 돌진하기 시작했다. ---------------- “크윽, 저럴수가!” 암흑신교의 서원분타의 총책임자인 어둠의 대사제 마제스트는 눈앞에서 벌 어지는 광경에 신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마을 전체가 어둠의 안개에 휩싸여 있지만, 어둠의 세례를 받은 그는 죽은 자의 시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혈강시들과 그 가운데서 싸우고 있는 한 사람의 성기사를 볼 수 있었다. 그는 그 성기사가 안개 속으로 뛰어들 때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역시 성기 사라는 놈들은 하나같이 미친 바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뭔가가 달랐다. 혈강시의 그 강력한 이빨이 그의 몸을 뚫고 들 어가지 못했다. 정통으로 가격한 것으로 보이는 일격을 웃으면서 반격했다. 저 정도라면 청 동고렘도 견디지 못하고 파괴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전혀 타격을 받지 않은 듯 자신이 평생을 들여 제조한 혈강시 들을 하나씩 파괴해 나갔다. 그가 타고 있는 말도 이상했다. 분명히 그 말에도 이미 수십 번의 공격이 들어갔다. 그러나 저 전투마는 무한의 생명력을 가진 듯 계속해서 다가오는 혈강시들을 몸으로 들이받고 뒷발로 차고 있었다. 오히려 그의 몸에 들이받힌 혈강시들이 몸이 반쯤 부서진 체 바닥에 쓰려져 저 전투마의 발에 밟혀 파괴되고 있었다. 그때였다. 갑자기 성기사가 무기를 하늘로 치켜들었다. 번쩍이는 섬광과 함께 번개가 그에게 내리 꽂혔다. 오옷, 천벌인가? 그가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번개가 그의 워해머에서 뿜어져 나오는 하얀 빛과 섞 이는 것 같은 느낌과 함께 이쪽으로 날아왔다. “핫, [패사령진]!” -쾅, 파지지직 반사적으로 상급성직자 전용 최상급 방어마법인 패사령진을 펼친 덕분에 마 제스트는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워해머에 실린 힘은 너무나 도 강했다. 그의 몸이 마법진의 중앙을 벗어나 뒤에 있는 지하 사원으로 들어가는 건물 벽까지 튕겨서 부딪쳤다. -쿵 “크윽. 이럴 수가!” 그는 온몸의 뼈가 어긋나는 고통을 느끼며 겨우 일어설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런 그를 향해서 거대한 빛의 덩어리가 다가오고 있었다. “으아아아악!” -쾅, 쿠르르르르 마제스트의 몸은 빛의 덩어리에 삼켜졌다.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그리고 그 뒤에 있던 벽이 통째로 붕괴되어 3층집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흐, 역시 일단 명중하면 파워는 보증하는데 말이야.” 라딘은 자신의 방패를 들여다보며 뭔가 아쉽다는 듯 중얼거렸다. 품속에 있 던 몽몽이 쪼르르 뛰어나가 마제스트가 떨군 목걸이를 주워 돌아왔다. 마법진이 깨져 안개가 걷히기 시작했다. 라딘의 몸에는 그가 썬더브레이크를 사용할 때 달라붙었던 혈강시들이 돌격 할 때도 떨어지지 않고 여전히 붙어 라딘과 설산을 공격하고 있었다. 안개가 완전히 걷히자 밖에 있던 척마멸사대 대원들은 환성을 지르기 시작 했다. 마을의 중앙에는 한 사람의 기사가 10여 마리의 혈강시에게 거의 파 묻힌 상태로 싸우고 있었다. “저럴 수가! 목숨을 걸고 돌진해서 마법진을 깨다니!” 제갈소운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완전히 목숨을 건 돌진이 아 닌가? 실제로 지금 저 라딘이라는 성기사는 수많은 혈강시에게 집중 공격을 당해 죽기 직전이었다. 서문철이 자신의 검을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 “저것을 보라! 저것이 바로 마를 멸하는 자의 의지이다. 전원 돌격하여 혈 강시와 마교의 잔당들을 남김없이 섬멸하라!” -와아아아아 척마멸사대의 사기는 최고에 도달했다. 그들은 이미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서문철과 서문세가의 5대 장로가 그들의 앞에 서서 혈강시들과 싸웠다. 온몸이 불길에 휩싸인 뭉치라는 권성과 크로키라는 이계인 마법사도 그들 사이에서 혈강시들을 하나씩 하나씩 처치하고 있었다. 부상자는 바로 후방으로 이송되어 회복포션을 아낌없이 마셨다. 재수 없게 죽은 자도 곧 부활했다. 그들은 마교를 이 땅에서 완전히 몰아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고 있었다. 그날 밤이 끝나기 전에 믿었던 혈강시들과 자신들의 지도자인 어둠의 고위 성직자를 잃은 마교의 무리들은 지하사원에서 필사의 항전을 시도했으나, 결국 2천명의 척마멸사대에 의해 전멸하고 말았다. 라딘은 순간적으로 크로키의 말에 따라서 혈강시를 독식하지 못한 것에 속 이 무척 아팠지만 결국 척마멸사대의 정신적인 기둥이 될 수 있었다. 전투가 끝나자 사람들은 라딘에게 달려왔다. 오늘의 영웅은 바로 그였기 때 문이다. 그러나 라딘은 그대로 설산을 타고 말머리를 돌려 반대편 계곡으로 가려고 했다. “라딘 경, 어디 가시오? 모든 사람들이 라딘경의 무용에 감탄하여 그대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하고 있소.” 서문철이 웃으며 다가와서 말을 건냈다. 그러나 라딘은 조용히 고개를 저었 다. “뒷정리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건너편에 있는 마굴에서 수련을 하려고 합 니다. 마교와의 싸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한시도 쉴 수 없으니까요.” -따각, 따각 모든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라딘은 언덕을 넘어 반대편 계곡으로 건너 갔다. 사람들은 쉬지 않고 수련에 힘쓰는 라딘을 보며 과연 고수는 저래야 된다고 감탄하고 있었다. ‘으윽, 내 삼왕보심단. 앞으로는 마교와 싸울 때는 안 먹어야지. 괜히 먹 었다가 혈강시도 다 못 죽이고 이게 뭐야. 쩝, 지금부터 제한시간 다 될 때 까지 폐인캠프다. 다행히 고레벨 용 마굴이 근처에 있었으니 망정이지 비싼 단약 하나 생으로 날릴 뻔했네.’ 라딘은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 쉬며 마굴이 있는 계곡 속으로 내려갔다. -------------------- 7_1 서원분타 -------------------------- 무림맹의 척마멸사대가 마교의 소굴중 하나인 서원분타를 공격해서 완벽한 승리를 거둔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서대륙 전체에 퍼졌다. 그리고 서원분타에서 등장한 혈강시의 존재는 모든 사람을 경악시키기에 충 분했다. 무림맹은 이것을 널리 알리고 마교가 얼마나 위험한 존재인지를 인식시키는 증거로 삼았다. 그 결과 대륙의 모든 크고 작은 세력과 왕국들까지 더욱 마교를 경계하게 되었다. 이미 서쪽 해안의 유클리트 항과의 보급로를 확보했기 때문에 물자의 보급 은 순조로웠다. 주요 보급로의 확보는 아도용병단의 서대륙 지부가 맡았다. 서대륙 지부장 인 크로키는 새롭게 가입한 1만 명의 서대륙 거주 회원들 중, 300레벨이 넘 은 3천명의 회원들을 중심으로 하여 10군데에 이르는 주요도시에 지점을 세 우고 거주하게 했다. 무림맹은 그때서야 이 아도 용병단의 힘을 알고 약간씩 경계를 하기 시작했 지만, 이미 라딘이라는 최고의 카리스마를 앞세운 아도 용병단의 지부 건설 을 대놓고 저지할 수는 없었다. 서문세가와 제갈세가, 남궁세가와의 인맥을 이용한 그들의 세력확장은 상당 히 획기적이고 교묘했다. 결국 아도 용병단은 7대 세가에 버금가는 힘을 가진 용병단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보름이 지났다. 무림맹에서는 두 번째의 공격지점을 산출해서 척마멸사대에 알렸다. 그 지점은 바로 기창지방이었다. 사람들은 놀랐다. 기창지방은 서대륙 제일의 곡식생산량을 자랑하는 평야지 대이다. 산속도 아니고 그런 평야에 마교의 분타가 있었다니! 만약 그들이 기창지방의 중앙을 통과하고 있는 코우강을 장악하기라도 한다 면 서대륙은 당장에 식량난에 빠지고 말 것이다. 식량에 의한 혼란이야말로 가장 극심한 것이 아닐 수 없다. 무림맹에서도 그것을 염두에 두고 가장 우선적으로 확보해야 할 지점으로 선정한 것 같았다. 척마멸사대는 즉시 움직였다. 2천명의 무림고수들로 이루어진 무력집단. 그 들을 막는 자들은 아무도 없었다. 약 일주일이 지나자 그들은 기창지방에 도착했다. 그리고 라딘을 비롯한 이계인들이 자신들의 세계에 돌아가서 휴식을 취하고 오는 시각에 맞추어 공격을 시작했다. 정보에 의하면 놀랍게도 지난 100년간 기창지방의 곡물창고를 총괄하고 있 는 광씨세가가 바로 마교의 화신이었다. 7대세가에 끼지는 못했어도 한 지방을 장악하고 있는 광씨세가가 바로 마교 의 분타였다니! 그들은 마교의 저력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광씨세가가 있는 주위 일대를 포위함과 동시에 주변의 왕국들에게 이 광씨세가가 마교의 지부가 변한 것이라는 것을 알렸다. 당연히 주변왕국들은 이 사실에 대해 크게 분노했다. 또한 그들은 광씨세가가 무너지면 기존에 그 세가가 보유하고 있던 넓은 평 야와 수많은 곡물창고들이 주인없는 재산이 된다는 것에 크게 만족해 했다. ------------------------ “크윽, 무림맹의 놈들이 이곳을 알아차리다니!” 기창지부의 지부장인 염화랑군은 갑자기 2천명의 무림맹 고수들이 이곳을 포위하자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그 정체를 들어내지 않고 서대륙의 곡물상권을 장악하기 위해 얼마 나 노력했던가! 다가올 미래에 독이 함유된 곡식을 풀어 세상의 혼란을 극대화시키려는 그 의 야망의 꽃은 미처 피어보기도 전에 봉우리채 떨어져 버렸다. 한 달 전 무림맹이 마교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서원분타를 공격했을 때에는 비밀유지도 못하고 거점을 들킨 서원분타의 멍청이들을 비웃은 그였지만, 지금 그의 지부가 같은 상황에 처하자 억울하기 그지없었다. “샤크투쓰!” “복명.” 염화랑군은 자신의 부관인 닌자 샤크투쓰를 불렀다. 한쪽에 있던 샤크투쓰 가 한걸음 앞으로 나와 고개를 숙이고 포권했다. “어쩔 수 없다. 최후의 방어진인 독염지옥을 시행하라!” 그의 명령에 닌자인 샤크투쓰의 눈동자가 잠시 흔들렸다. 독염지옥을 펼친 다는 것은 이 광씨세가를 포기한다는 말과 같은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긴 세월에 걸쳐 그 수량을 서서히 늘려온 독곡물을 일거에 태워 독염을 발 생시키는 죽음의 진! 이제 10여년만 있으면 대륙 전체에 독을 함유한 곡물의 종자를 퍼뜨릴 수 있는데 그것을 아무런 미련도 없이 포기하다니! 과연 눈 앞의 지부장인 염 화랑군은 마교에서도 가장 존경받는 십대 장로에 걸맞는 결단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즉시 허리를 조금 더 굽히며 염화랑군의 명령을 받았다. “존명!” 샤크투쓰가 대전을 나가자 염화랑군은 다시 조직원들에게 일일이 명령을 내 렸다. 2천명이나 되는 고수들이 왔다. 아무리 독염지옥의 필살진이라고 해도 그들 을 전멸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결국 그들은 세가로 공격해 들어오게 되는 척마멸사대에 맞서 싸울 각오를 굳혔다. 지난 100년간 지하에 건설한 수많은 통로와 함정! 저 척마멸사대는 이 기창지부가 서대륙의 4분의 1을 총괄하는 대외 4당 중 하나라는 것까지 는 모를 것이다. 어떻게 정보를 얻어 이곳을 공격했는지는 몰라도 지하에 그들을 유인해 게 릴라전으로 핵심요원을 척살하면서 적의 피해를 극대화 시키리라! 물론 그 후에는 교의 간부들은 무려 20km나 되는 지하탈출로를 이용하여 이곳을 벗 어나게 될 것이다. 염화랑군은 치밀하게 부하들을 배치했다. 저들이 의심을 사지 않을 정도로 요소요소에 전력을 분산시킴과 동시에 가장 강력한 간부들은 따로 대기하다 가 국지적인 전력의 우위를 장담할 수 있는 곳으로 투입될 것이다. 안타깝게도 힘의 차가 너무 심해서 그들을 이길 수는 없지만 지의 리는 이 쪽에 있는 만큼 최대한의 반격을 고려한 작전을 시행하기로 했다. 잠시 후, 7백에 달하는 광씨세가의 무인들은 모두 염화랑군의 명에 따라 자 신이 맡은 구역으로 향했다. ------------------------- 정말로 지평선이 보이는 넓은 평야였다. 사방을 둘러봐도 곡식이 자라고 있 는 밭과 논밖에 없었다. 이미 두 시간을 들어왔지만 풍경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이런 평화로운 평야지대에도 마교의 손길이 뻗어 있었다니! 척마멸사대의 대원들은 하나같이 분노했다. 이윽고 광씨세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100명으로 구성된 각 소대는 서서히 산개하여 광씨세가를 포위해 나갔다. 사방을 완전히 둘러싸기는 힘들다. 하지만 2천명의 인원이 있는 만큼 전면의 진세는 넓고 두꺼웠다. “저들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군요. 어쩌면 함정이 있을지도 모르겠 습니다.” 제갈세가에서 나온 고수들로 구성된 제 5 소대의 지휘하던 제갈소운이 약간 우려되는 얼굴로 말을 꺼냈다. 그 말에 서문철도 표정을 약간 굳히고 각 부대원들에게 최대한 조심스럽게 접근하라고 명했다. 그러나 숲도 아니고 논과 밭에 무슨 함정이 있을 수 있겠는가? 대원들은 괜 히 허리높이까지 자란 풀과 곡식들을 검으로 베거나 땅을 막대기로 쿡쿡 찌 르며 전진했다. 땅이 꺼지는 함정 같은 것도 없었고, 매복 또한 없었다. 그들은 아무런 공격도 받지 않고 무사히 세가에서 약 300m정도 앞까지 전진 할 수 있었다. 일단 각 소대들은 전진을 멈추고 전열을 가다듬었다. 이제 공격해 들어가기 만 하면 된다. 광씨세가는 기본적으로 무가가 아닌 상인 가문이기 때문에 안쪽의 구조가 전투에 적합하지 않게 되어 있다. 일제히 돌격해서 그 문을 부수기만 하면 적들에게 지리적인 이점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서문철이 서서히 검을 든 오른손을 들어올렸다. 최종 진격명령을 내리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순간 이변이 발생했다. -팍팍팍팍, 화르르르륵 뒤쪽에서 커다란 불길이 치솟았다. 그리고 그 불길은 논과 밭에서 자라는 곡식들을 태우며 순식간에 거대한 불의 장벽을 만들어 내었다. “당황하지 마라! 각 대는 즉시 최선을 다해 땅을 뒤집어 부대가 불길에 싸 이지 않게 방어하라!” 서문철이 얼른 제갈소운의 조언을 듣고 명령을 하달했다. 불길은 무서운 속도로 이쪽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하지만 이곳은 숲속이 아니라 평야였고, 불에 탈만한 것은 오직 곡식밖에는 없다. 땅도 부드러워 각 대가 전력으로 땅을 뒤집자 곧 그들이 있는 장소는 불길이 침범할 수 없는 지대로 바뀌었다. “계속해서 흙을 뒤집으며 서서히 전진한다. 풍향은 광씨세가 쪽으로 향하 고 있다. 전진하라!” 과연 땅을 뒤집어 불길을 막으며 바람방향으로 전진하면 안전해질 것이다! 그들은 계속해서 전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광씨세가가 바보가 아닌 이상 평야에 불을 지르면서 아무런 생각도 없을리는 없다. 척마멸사대의 전면에서 갑자기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 -퍼퍼퍼펑, 화르르르륵 순식간에 그들의 전면이 불바다로 변했다. 뒤쪽에는 불길이 몰려오고 있었 고, 앞쪽에서는 거센 불의 벽이 형성되었다. 수색대가 미처 함정을 탐색하 지 못한 전면에는 수많은 기름통이 매몰되어 있었고, 지금 그것에 일제히 불이 붙은 것이다. “으윽, 이런 일이!” 서문철이 한탄을 했지만 제갈소운은 고개를 저으며 그를 위로했다. “그래도 우리의 대응이 빨라서 불길이 우리를 완전히 삼키지는 못할 것이 오. 조금 덥기는 해도 이곳에서 버티면서 불길이 사그러들 때까지 참읍시다 .” 확실히 그의 말을 듣고 보니 전진이나 후퇴는 어려워도 이곳에 있는 한 불 에 타서 죽지는 않을 것 같았다. 결국 척마멸사대는 불과 불 사이에 갇혀 양쪽으로 타오르는 불길을 감상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적의 안배는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콜록, 콜록, 으윽 눈을 뜰 수가 없어!” 대원들이 연기를 들이쉬고는 끊임없이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눈에서도 눈물이 나오고 있었다. 뭔가 이상했다. 그들은 전원 300레벨이 넘 는 고수로 구성된 집단이다. 일반적인 연기에는 이정도로 심하게 반응하지 않는다. “아, 연기에 독이 섞여 있다!” 누군가가 소리쳤다. 그 말을 들은 모든 사람들은 급히 숨을 멈추고 내공을 운기하여 독기를 몰아내려고 시도했다. 다행히 먹는 독이 아닌 연기에 섞인 독이라서 그렇게 강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이 중독되어 눈과 호흡기에 타격을 받았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 최악의 사태가 벌어졌다. -크악 “저, 저런! 좀비다. 불속에서 좀비가 걸어나온다!” 뒤쪽에서 다가오는 불길 속에는 수많은 좀비가 섞여 있었다. 불에 타오르는 좀비는 마치 불의 악마처럼 보였다. 눈을 뜨지 못하던 몇몇 의 대원들이 미처 반응하지 못하고 그들에게 끌려 불길 속으로 사라졌다. “에잇, 받아랏 [반야장]!” -펑, 펑 뭉치가 얼른 뒤쪽으로 달려가며 자신의 무공인 반야장을 펼쳤다. 그의 전신에서 냉기가 뿜어지기 시작했다. 파란 한기에 휩싸인 드워프의 권과 장은 좀비들을 부수기에 충분한 힘이 실 려 있었다. 하지만 몸이 부서져 뒤로 날아간 좀비들이 불길 속에서 다시 복귀되어 달려 드는 것이 아닌가! 저들은 일반 좀비가 아니었다. 최강의 좀비라고 알려진 파이로좀비가 수백 구나 있었다니! 모든 사람들의 안색에 공포의 감정이 나타났다. “당황하지 말로 맞서 싸워라! 좀비를 죽이려 하지 말고 우리편이 그들에게 끌려 불속에 들어가지 않게 최대한 방어하라!” 서문철이 정신을 차리고 다시 명령을 내렸다. 독에 중독되지 않은 대원들은 전원 방어진을 형성하고 끊임없이 다가오는 좀비들을 막기 시작했다. 뒤쪽에서 이미 독에 중독된 사람들의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한 곳이라도 뚤 리면 그들의 생명을 보장하기는 힘든 상황이 되었다. -쿠오오오 “에잇, 척마멸사!” -퍽, 파팍 전투는 치열했다. 광씨세가 사방 20리 안에 있는 모든 논과 밭에 자라는 곡식에는 독이 섞여 있었다. 그곳에 불을 질렀으니 연기에 독이 섞여 있는 것은 당연했다. 그런 상황에서 불붙은 좀비들이 끊임없이 공격한다. 이것이 바로 광씨세가 가 최후의 순간을 대비해서 설치한 살진 ‘독염지옥’의 실체였다. 파이로좀비, 그들의 힘과 레벨은 결코 무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불의 힘을 흡수하여 몸을 재생시킨다. 사방이 불길에 휩싸인 지금 그들은 불사의 군대라고 할 수 있었다. 7_1 서원분타 이윽고 해가 지고 악몽의 밤이 찾아왔다. 논밭에 붙은 불길은 저 마교가 무슨 수를 썼는지는 몰라도 전혀 그 기세가 사그러들지 않았다. 좀비들의 수는 거의 줄지 않았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좀비를 안으로 끌어 들여서 죽였으면 지금쯤 거의 파괴할 수 있었을 테지만 그만큼 사망자도 늘 어났으리라. 그것은 이미 인내의 싸움이었다. 검은 하늘에 높게 치솟은 불길에 달빛마저도 핏빛으로 물들었다. 꼬박 하룻밤을 싸우고 날이 밝았을 때, 겨우 불붙은 논과 밭이 모두 타서 재가 되었다. 파이로좀비들은 더 이상 재생이 되지 않았다. 결국 해가 완전히 떠올랐을 때 척마멸사대는 광씨세가의 비장의 무기인 파 이로좀비를 모두 파괴할 수 있었다. 하루를 꼬박 싸운 것이다. 그러나 척마멸사대의 피해도 만만치 않았다. 이미 100여명의 사람들이 좀비에 의해 죽었다. 그들은 죽은 시체마저 좀비 에 의해 불길 속으로 삼켜졌기 때문에 부활조차 불가능했다. 많은 사람들이 독에 중독되어 괴로워하다 죽었다. 다행히 그들은 부활스크 롤로 살릴 수 있었다. 그러나 척마멸사대의 사기는 상당히 떨어진 상태였다 .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쳐서 더 이상 무리하게 전투를 수행하지 못할 것 같았 다. “어떻게 할까요?” 라딘이 서문철을 보며 물었다. 장로 중 한사람이 서문세가의 문도들을 구하다가 죽어서 겨우 부활할 수 있 었다. 서문철의 안색은 별로 밝지 못했다. 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한숨을 내 쉬며 말했다. “400레벨 이상의 고수들만 모여서 진입합시다. 더 이상 사상자가 늘어나면 앞으로의 사기에 영향을 미칠 것이오.” 그의 마음의 고통을 이해했다는 듯이 라딘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완전사망 100명을 초과하고, 전체 사망수는 300명을 넘었다. 물론 대부분이 평대원이고 고수는 그렇게 많이 죽지 않았다. 하지만 결과 보고를 할 때, 이 이상 사망자가 늘어나면 앞으로 활동할 때 문제가 된다. 첫 전투에서 척마멸사대가 적은 피해로 큰 공을 세웠기 때문에 이곳에 들어 오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그러나 이처럼 피해가 크다고 하면 그들도 다시 생각하게 될 것이다. 어떤 전쟁이든 인명손실은 생길 수밖에 없고, 그것을 보충해서 부대의 정족 수를 채우는 것은 가장 중요한 사항 중 하나였다. 고수의 사망도 1명이고 하수의 사망도 1명이다. 전체 전력으로는 거의 10배 에 해당하는 차이가 있지만 발표는 같다. 이것도 평등이라고 할 수 있을까? 라딘은 문득 그 생각이 들어 속으로 웃었 다. 그 웃음에는 씁쓸함이 배어 있었다. 400레벨 이상의 사람은 약 400명이다. 과연 각 세가의 정예들답게 전체적으 로 레벨이 높았다. 웬만한 소국의 기사단보다는 훨씬 강한 무력이다. 그들 앞에는 광씨세가가 버티고 있었다. 마교의 거점답게 위험한 함정과 악 한 자들이 지키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레벨 500이 넘는 고수들이 앞장을 서고 400이 넘는 준고수들이 뒤를 바쳐준다면 큰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확신 할 수 있었다. 드디어 서문철의 손이 들렸다 내려가고 대원들은 서서히 광씨세가를 향해 전진하기 시작했다. ------------------------------- -쾅, 와아아아 세가의 정문이 깨어지고 척마멸사대에서 가려 뽑은 특공대가 안으로 달려 들어갔다. 마교의 무리들은 보이지 않았다. 지하로 숨은 것일까? 수십 개의 건물을 각 조별로 하나씩 하나씩 점거하고 마법탐지와 함정탐색 으로 건물의 비밀 통로를 찾기 시작했다. 몇몇의 건물에서 지하로 통하는 비밀 문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역시 이곳에 서도 지하에 사원이 있었던 것이다. 어차피 주위에는 완벽하게 천라지망이 쳐져 있어 마교의 무리들이 도망을 가려 해도 빠져나갈 수는 없다. 서문철은 특공대를 둘로 나누어 절반의 인원은 그대로 외부에 남아 계속해 서 탐색하도록 명했다. 그리고 나머지 사람들은 최대한 조심스럽게 지하로 진입했다. 라딘과 뭉치, 그리고 크로키도 진입조 중에 끼어 있었다. 그들은 제 3대에 속해있었다. 주로 7대 세가에 속하지 않은 중소문파와 세가의 고수들이 모 인 곳이 제 3대였다. 지하의 각 방마다 마교의 무리들이 대기하고 있다가 결사적으로 항거를 했 다. 그러나 그들도 설마 이곳이 무림맹에게 들키리라고는 믿지 않았는지 대응이 그다지 철저하지는 못했다. 한참을 나아가니 길이 세 갈래로 갈렸다. 이 지하 사원은 전체적으로 미로 로 되어 있는 듯 했는데, 아직까지 다른 대와 만나지 못한 것을 보면 위장 출입구가 존재하는 것이 분명했다. 결국 제 3대는 다시 세 무리로 나뉘었다. 지금 3대의 대원이 모두 60명 정 도였기 때문에 각 조는 20명씩으로 구성했는데 그중 한 조를 라딘 일행이 지휘하게 되었다. 레벨 650이면 서문세가의 장로와 몇몇의 고수를 빼고는 가장 높은 레벨이었다. “피해가 적어야 되는데.” 크로키가 걱정스럽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라딘은 염려 말라는 듯이 그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그들의 앞에는 도둑 길드에서 지원 나온 트랩마스터들이 함정이 존재하고 있는지 철저하게 조사 하고 있었다. 이 정도로 조심스럽게 전진하는 이상 큰 피해가 날 확률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었다. “아직은 마교가 이렇다 할 대응책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 같지?” 뭉치가 약간 분위기를 바꾸자는 듯 갑자기 말을 꺼냈다. 라딘 또한 너무 긴장으로 굳으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고 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응, 아무래도 그들은 무림맹이 어느 정도 분타의 위치를 파악하고 있는 지 모를테니까, 저번에는 어쩌다 한 개 정도라고 생각하고 있었겠지. 하지 만 지금부터는 틀릴지도 몰라. 연속으로 두 개의 지부가 날아가면 그들도 뭔가 대책을 세울테니까. 싸움은 이제부터지.” 그의 말에 두 사람도 동의했다. 아직은 기습의 단계에 속한다. 하지만 마교도 바보가 아닌 이상 세 번째 부 터는 뭔가 대책을 세울 것이다. 각 지부단계가 아닌 마교 총단으로부터의 대책, 그것에 무림맹이 얼마나 능숙하게 대응하는가에 따라서 이 정사대전 의 향방이 갈린다. 잠시 후, 길이 두 갈래로 나뉘었다. 뭉치가 은근히 화가 난다는 듯 말했다. “이게 뭐야. 이놈들 베트콩도 아니고 완전히 개미굴이잖아!” 서원분타와는 또 다른 환경이 이곳에 있었다. 서원분타는 일단 지하로 내려가면 바로 넓은 공간이 있고, 그곳 전체에 마 법진이 그려져 있었는데, 이 광씨세가는 지하에 마치 마굴처럼 여러 층으로 굴을 판 모양이었다. “어쩔 수 없지. 얘들도 다 살아남으려고 노력한 거니까. 어떻게 할까?” 라딘이 아무렇지도 않게 뭉치의 불평을 받아주며 앞으로의 행동에 대해 크 로키에게 묻자, 잠시 고민하던 크로키는 자신과 뭉치가 왼쪽을, 라딘이 오 른쪽을 탐색하자고 제의했다. “괜찮을까? 그러면 겨우 10명으로 움직이는 건데. 각개격파 당하는 거 아 니야?” 뭉치가 다시 묻자 크로키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우리는 귓말이 되니까. 만약 가다가 조금이라도 이상한 것이 발견되는 즉 시 전진을 멈추고 상의하자고.” “오케이. 그럼 무운을 빈다.” 결국 별 다른 수가 없다는 것을 깨달은 라딘은 9명의 대원들을 이끌고 오른 쪽 통로로 향했다. 군데군데 함정이 설치되어 있는 것이 아무래도 앞쪽에 무엇인가 있을 것 같았다. -화르르륵 한쪽에서 불길이 일었다. 결국 수색대원이 실수로 함정을 건드린 것 같았다 . 라딘이 얼른 그를 밀쳐내며 몸으로 그 불길을 막았다. 불에 대한 내성이 강한 라딘이지만 이런 식으로 불의 함정을 몸으로 막으니 확실히 데미지가 심했다. 하지만 딱 한명 남은 수색대원을 잃으면 전진하 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무슨 일이 있어도 그를 보호해야 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실수하는 바람에...” 수색대원이 라딘에게 사과를 했다. 생명의 구함을 받은 셈이기 때문에 감사 의 감정이 그속에 섞여 있었다. “아니요. 오히려 혼자서 앞에 서서 함정을 해제하시는 데, 크게 도움을 드 리지 못해 제가 죄송할 따름입니다.” 라딘은 맑은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리고는 치료마법을 사용하여 불에 당한 데미지를 회복했다. 수색대원과 대원들은 라딘이 그들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기 시작하자 더욱 용 기를 얻었다. 확실히 회복마법도 사용가능하고 전신에 강력한 방어구를 입 고 있는 성기사는 이런 좁은 지역의 탐사의 방패로 아주 유용했다. 그들의 진입 속도가 점점 빨라지기 시작했다. 크로키에게서 귓말이 왔다. 자신들이 간 곳은 창고였다고 한다. 그 앞을 지키고 있는 자들과 접전이 벌 어졌는데, 뭉치가 나서서 대 활략을 하는 바람에 아무런 피해 없이 모두 처 치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오! 그래서 창고 안에 뭐가 있었는데? 조금 쓸 만한 거 나왔어?” “아니, 그냥 식량 종류하고 잡스러운 제사도구가 쌓여 있어. 일단 모르니 까 대원들에게 이것들을 지상으로 운반하자고 하려고.” 크로키의 말에 라딘은 알았다고 대답하고 대원들에게 그 사실을 알렸다. 다른 쪽으로 간 대원들이 밖으로 나가야 될 것 같으니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었다. 그들은 서로의 눈치만을 보았다. 확실히 10명의 인원으로 더 이상 들어가면 위험이 닥쳤을 때, 최악의 결과가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우리도 돌아가는 것이 어떻겠소?” 한 사람이 조용히 의견을 말했다. 나이가 50정도 되어 보이는 중년인이었다 . 라딘도 그 의견에 별다른 이견이 없었다. 그러나 수색대원인 녹목단구가 그의 의견에 반박했다. “일단 함정을 완전히 해제하면서 전진하기 때문에 언제라도 물러서는 것은 가능하오. 우리가 만약 어떤 흔적을 발견하고 물러난다면 그나마 괜찮지만 이렇게 통로 중간에서 물러선다면 다른 동도들이 우리를 겁쟁이라고 놀릴 까 두렵구려.” 라딘은 그의 말에 속으로 고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확실히 지금 후퇴하는 것이 안전하고 현명한 판단이지만 이 무림이라는 곳 은 체면이 목숨보다 중요한 때도 있다. 그의 말대로 아무것도 없는데 뒤로 물러난다면 누군가는 틀림없이 그들을 비웃을 것이다. 라딘은 마음을 굳히고 말했다. “저는 이계인이라서 완전히 죽지 않습니다. 이대로 전진하다가 만약 무슨 일이 벌어지면 저를 상관하지 마시고 바로 후퇴하십시오. 제가 길을 막겠습 니다.” 그의 선언에 모든 사람들이 안심을 하고 전진할 것에 동의했다. 확실히 저 성기사가 있으면 최악의 결과는 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라딘이라는 기사가 혼자서 죽음을 각오하고 혈강시들이 우글거리는 검은 안개 속으로 뛰어들었던 것을 기억했다. 그는 그 상황에서 수십 마리 의 혈강시에게 공격받으면서도 마법진을 깨었다. 그의 생명력과 방어력이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지만 그 정도라면 그들이 후 퇴할 시간은 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생명만 보장되면 앞으로 나아 가지 못할 이유도 없었다. 10명의 대원들은 천천히 함정을 수색해가며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검은 굴속이 마치 죽음의 세계로 들어가는 통로처럼 그들에게 어서 오라고 손짓하고 있었다. ---------------------------- “말씀하신 성기사가 속한 무리가 17번 통로를 통해 들어오고 있습니다.” 검은 두건과 로브로 전신을 감싼 수하가 들어와 보고를 했다. ‘17번 통로라, 잘 됐군.’ “같이 행동하고 있는 무리는?” 붉은 머리가 마치 불꽃처럼 위로 치켜 올라간 마교의 10대 장로 중 서열 7 위 염화랑군의 목소리는 그의 성격을 대변해주는 듯 두꺼운 쇠를 도끼로 긁 는 것처럼 대전 안에 울려 퍼졌다. 그러나 그런 그의 목소리를 비웃을 자는 없으리라. 레벨 780인 어둠의 고위사제의 앞에서는 공포에 절은 표정이 어울린다. 이미 5년간 그의 밑에서 암살과 정보처리를 맡아서 한 닌자 샤크투쓰도 그 의 앞에서는 긴장으로 얼굴이 굳어지는 것을 피할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의 얼굴이 검은 두건으로 가려져 나타나지 않는 것에 안도했다. “레벨 400에서 500사이 8명, 워로드 1명이 그와 같이 있습니다. “크크, 최상급직이 단 두 명이라고? 그러면서도 아직 물러나지 않고 들어 오고 있단 말이지? 정말 마교가 얕보여도 이건 너무 심하지 않은가? 샤크투 쓰.” “복명!” 염화랑군의 눈에는 그의 머리보다 짙은 화염의 불길이 일고 있었다. 고위사제가 되면서 불꽃의 마족과 계약을 했다는 것이 과연 사실이었구나! 샤크투쓰의 등에서는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가주 광천맹과 세가의 6대 장로들에게 모두 준비하라고 일러라! 내 직접 그 라딘이라는 애송이 성기사를 처단하고 11번 통로로 접근하고 있는 서문 세가의 가주놈까지 죽여 마교가 결코 호락호락 한 곳이 아닌 것을 세상에 알리겠다. 일단 서문철까지만 죽이면 무림맹의 위선자들의 사기는 바닥으로 떨어질 것이다. 그 사이 비밀통로를 통해 교의 중요 인물들은 이곳을 탈출 한다. 서두르도록!” “존명.” -사삭 그의 모습이 잔상을 남기며 뒤로 사라졌다. 어쎄신의 3차 직업인 닌자다운 몸놀림이었다. 그가 사라지고 이제는 혼자 남은 염화랑군이 의자의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조용히 웃었다. 과연 무림맹 놈들이 그동안 철저하게 준비한 것이 틀림없었다. 저 어둠의 여신의 저주를 받아 마땅한 제갈세가 놈들의 정보력이 이 정도였다니! 전전대 암흑신교의 장로가 평생을 노력해서 이룩해낸 이 광씨세가가 120년 만에 야망을 펼쳐보지도 못하고 그 생명을 끝내려 하고 있다. 너무나도 억울해서 눈에서 피눈물이 날 정도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끝낼 수 는 없다. 이곳은 언제라도 무림맹에 그 정체가 들어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세워졌 다. 그렇기 때문에 지하의 사원은 이곳의 규모에 걸맞지 않게 조그마하다. 그 대신 어둠의 여신에게 바칠 수많은 제물들을 유인할 지하미로가 존재한 다. 그리고 통로 천정에 나 있는 작은 구멍을 통해 언제라도 침입자의 위치 와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무림맹의 척마멸사단이라고? 400레벨 이상의 고수가 400여명이나 이 광씨세 가에 들어왔다고 방심하고 있겠지. 그래, 우리가 비록 힘이 모자라 여기서 는 너희들에게 복수 할 수 없지만, 그대로 물러나지는 않겠다. 버릇없는 성기사와 단주인 서문철! 너희들의 목만큼은 꼭 어둠의 여신에게 재물로 바쳐 이곳을 잃는 죄의 백분의 일이라도 보상하리라! 그의 눈은 여전히 글자그대로 분노의 불길로 타오르고 있었다. ------------------------ 통로는 좁고 길었다. 갈수록 함정도 많아졌다. 지금 라딘은 자신의 방어력을 최대한 활용하며 전진하고 있었다. 수색대인 녹목단구가 창이나 표창이 튀어나오는 물리적 데미지의 함정을 찾아내면 그 것을 해제하지도 않고 라딘이 몸으로 때웠다. 대원들은 수십 개의 창에 찔리고도 살아남는 그의 생명력과 그의 품속에서 끝없이 나오는 최상급 회복포션에 경악했다. 그는 마치 어제 밤새 싸운 파이로좀비와 같았다. 절대로 죽지 않는 불사신! 이것이 신의 의지를 따르는 팰러딘의 힘이란 말인가? 지금까지 일검에 목숨을 걸던 무림인들은 오늘 기사라는 직업의 매력을 충 분히 느끼며 살아있는 방패 라딘 경에게 자신들의 생명을 의탁했다. 다시 말해서 사람들은 일렬로 서서 라딘의 뒤를 졸졸 따라갔다. 한참을 전진하니 드디어 하나의 문이 나타났다. 제법 화려한 금속으로 장식 된 문이었다. 경험상 이 안은 창고 같은 곳이 아닌 무엇인가 중요한 장소일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들은 모두 긴장어린 시선으로 서로의 눈치를 보았다. 녹목단구가 문에 함 정이 있느니 살펴보고 고개를 저었다. 문에는 아무런 기관장치도 없다는 표 시이다. -덜컥 일단 문을 열었다. 그러나 안으로 들어가지는 않고 그대로 밖에 서서 안쪽 을 관찰했다. 그 안에는 몇몇의 사람들이 저마다 무기를 들고 서 있었다. 수십 명이 화살 을 들고 이쪽을 겨누고 있다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3대의 대원들은 안쪽에 있는 사람의 수는 8명이었다. 일단 자신들의 수가 더 많다는 것을 확인한 그들은 용기를 내서 천천히 안으로 들어갔다. 그 안은 넓은 홀이었다. 바닥은 대리석으로 되어 있는데, 신기하게도 그 대 리석은 붉은 빛을 띠우고 있었다. 남쪽 지방에서 아주 희귀하게 채석된다는 붉은 대리석이었다. 사방에는 약 3m정도 크기의 악마의 동상이 세워져 있었다. 어둠의 여신을 받드는 상위마왕들의 동상인 것 같았다. ‘으음, 이곳은!’ 라딘은 안쪽의 경관을 살펴보자마자 이곳의 용도를 알 수 있었다. 여신에게 제물을 바치는 제단, 이곳이야 말로 죽음의 격투장이 틀림없었다. -쿵 모든 사람들이 들어오자 갑자기 문이 닫혔다. 대원들이 움찔 하면서 녹목단 구를 보았다. 녹목단구도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크흐흐흐, 어서 와라. 여신의 기분을 풀어드리기 위한 제물들이여.” 가운데 서 있는 붉은 머리의 사제가 말했다. 복장을 보니 암흑의 고위사제 임에 틀림없었다. 쇠를 긁는 듯 한 그의 목소리는 그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정신공격 효과가 있었다. 그의 옆에는 단정한 얼굴에 하얀 수염을 늘어뜨린 문사차림의 중년인이 있 었다. 도저히 마교인으로 보이지 않는 대인대덕한 얼굴표정을 소유하고 있 었다. 그러나 그의 눈빛은 흉악한 살기를 띠우고 있었다. 한 대원이 그를 알아보고 소리쳤다. “앗, 광천맹! 광씨세가의 가주다!” “흐흐, 그렇다. 너희들이 나를 찾고 있기에 이렇게 직접 나왔지.” 라딘의 등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그들의 음흉한 웃음을 보고 상황을 파 악할 수 있었다. 지금 이곳에는 암흑의 사제와 세가주가 있다. 주위에 있는 사람들도 그 기 도를 보건데 모두 500레벨이 넘는 상급직이 틀림없다. 그렇다면 이자들이 바로 이 기창분타의 핵심인물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공교롭게도 자신이 들어온 곳에 모든 고수들이 모여 있다? 그런 판타지적인 전개는 있을 수 없다. 결론은 단 하나, 이자들은 자신들의 행적을 모두 파악하고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각개격파! 이자들은 이 좁고 복잡한 지하통로 속에서 척마멸사대의 핵심세력을 골라 척살하려는 속셈일 것이다. 그리고 지금 가장 깊이 들어온 첫 번째 제물이 바로 만인 앞에서 마교와의 전쟁을 선포한 자신인 것이다! “하압, [홀리웨폰]!” 생각은 길어도 행동은 짧다. 라딘이 방패를 앞쪽으로 들어 올리며 주문을 외웠다. 그의 방패가 하얗게 빛나기 시작했다. 광천맹은 저 버릇없는 성기사 녀석이 통성명도 하지 않고 다짜고짜 덤비려 는 것에 분노하며 공격 자세를 취했다. “받아랏, [홀리코맷]!” -파앗 그의 방패의 빛이 약간 더 짙어졌다. 강력한 필살기임에 틀림없다! 마교의 사람들은 모두 긴장하며 저 성기사의 최후의 발악이 시전 되는 것을 보았다. 그러나 라딘은 마교의 인물들이 포진하고 있는 전면이 아니라 뒤를 향해서 뛰었다. -다다다다, 콰콰쾅 “저,저럴수가!” 염화랑군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질렀다. 그의 목소리와 감정이 너무나도 어울려 홀 안에 있는 사람들이 그의 경악에 전염될 수밖에 없었다. 라딘 일행이 들어온 문은 보기에는 나무로 만들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 에는 흑강으로 된 심이 마치 철장처럼 들어가 있다. 그 위에 강화마법이 걸 려있어 보통 사람이라면 절대로 그것을 부술 수는 없었다. 어둠의 마력으로 문을 잠근 이상 이 쥐새끼들은 한 마리도 빠져나갈 수 없 다고 이곳에 대기하고 있던 모든 사람은 확신했지만, 저 성기사의 필살기 한방에 그 믿음이 깨어지고 말았다. “빨리 뛰어요! 이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려야 합니다!” 라딘의 다급한 한마디는 살아있는 대의명분이었다. 모든 대원들이 뒤도 안 보고 뛰기 시작했다. “어림없다! [다크포스]!” -슈웅, 펑 염화랑군의 손에서 검은 강기가 일어나 그들을 덮쳤다. 그러나 라딘은 아무 생각 없이 방패를 들어 그 강기를 막았다. 마치 뽀빠이의 품에서 끊임없이 시금치가 나오듯 그의 품속에서는 최상급 회복포션이 나온다. -벌컥, 벌컥 “음, 이제 조금 포도맛이 질리는데, 사과 맛 포션 있나 찾아봐야겠군.” 라딘이 단번에 포션을 비우고 입을 닦으며 중얼거렸다. 마치 음료수 선전모델과 같은 그의 얼굴표정만을 보면 이곳이 마교의 함정 한가운데라는 것을 믿을 수 없을 것이다. 사람들이 모두 홀 밖으로 빠져나갔다. 마지막으로 라딘이 뒤쪽에서 지금이 라도 공격하려는 마교의 고수들을 경계하며 빠져나가려고 했다. 그때, 마교의 고위사제가 손을 들어 부하들을 저지했다. “잠깐! 라딘이라고 했던가? 너에게 결투를 신청하겠다. 성기사의 명예를 걸고 나와 정정당당하게 싸우자!” “뭔 소리냐!” 라딘은 저 고위성직자라는 놈이 유치원도 넘어가지 않을 유치한 계략을 꾸 미는 것에 코웃음을 쳤다. 이대로 후퇴하면 무사히 모든 사람들을 이끌고 지상으로 나갈 수 있다. 자 신은 목숨을 걸고 대원들을 보호한 헌신적인 성기사로 사람들의 기억에 남 을 것이다. 그런데 뭐가 아쉬워서 저자와 결투를 하겠는가? 그것도 말이 일대일이지 일 단 수락했다가 자신이 이겨도 그 다음에는 퇴로를 차단한 자들에게 다굴 당 해서 꼼짝없이 죽을 것이다. 보나마나 자신들이 도망가려는 것을 보고 저자가 다급한 김에 자신이라도 죽이려고 하고 있다는 것을 그는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라딘이 막상 그를 놀리면서 거절하려고 했을 때, 그의 눈앞에 뜨는 메시지 창이 있었다. [띠링, 라딘 님은 결투를 신청 받았습니다. 교단의 무력을 상징하는 성기사 로서 적대세력으로부터의 결투는 절대로 피하지 못하게 되어 있습니다. 만 약 결투를 피하시면 성기사의 자격이 박탈되어, 특수한 퀘스트를 수행할 때 까지 그 능력을 쓸 수 없게 됩니다.] -띵 라딘의 머리에 무엇인가가 강력한 충격을 가했다. 그의 눈앞에 뜬 메시지는 ‘너는 죽어야 한다’ 라는 사신의 판결문과 같은 것이었다. 라딘은 지금까지 스스로 성기사라는 의무감을 가진 적이 없었다. 그에게 있어서 팰러딘이라는 직업은 하나의 도구였고, 가장 편리한 대의명 분이었다. 그런 그에게 지금 드디어 팰러딘으로서의 의무가 주어졌다. 라딘은 속으로 절규했다. 도대체 중립신의 팰러딘에게 이런 규율이 있는 거냐! 그러나 중립신의 팰러 딘도 팰러딘이다. 적이 없기 때문에 의무를 시행할 일이 전혀 없었을 뿐, 이렇게 전투에 참여 하면 모든 의무가 적용된다. 이것이 소위 말하는 팰러딘 코드이다. 라딘은 지금에서야 그것을 알았다. 완벽하게 망했다. 후회해도 이미 기차는 떠났다. 라딘의 얼굴이 엄숙하게 변했다. 한 사람의 대원이 도망가려다가 걸음을 멈 추고 그를 보고 있었다. “먼저 가십시오. 저는 걱정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신께서 저를 도우실 겁 니다.” 그의 눈빛에서 성광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죽음으로 걸어 들어가는 자의 목 소리는 마음속까지 파고들어 가장 깊은 곳에 자리 잡는다. 그 대원은 비장한 얼굴로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는 다시 달려서 후퇴하기 시 작했다. 그런 그의 모습을 조용히 지켜본 라딘은 서서히 고개를 돌려 염화랑군을 보 았다. 염화랑군도 과연 이자는 성기사답게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한걸음 한걸음 앞으로 나왔다. 성기사답게 화끈하게 최후를 맞이하게 해줄 속셈이었다. 라딘의 몸은 아주 천천히 대전 가운데로 걸어가고 있었지만, 그의 속은 그 어느 때보다도 바빴다. “야, 크로키, 뭉치, 빨리 와! 10분 내로 안 오면 나 죽는다! 애들 때로 끌 고 와. 여기 다 있어!” 그의 귓말은 이미 전해졌다. 이제는 가능한 한 천천히 분위기를 잡으며 시간을 끌면 된다. 팰러딘의 기 상을 보여주마! 앞으로 10분간 무슨 일이 있어도 살아남는다! 라딘의 눈과 마음은 어떻게든 싸움을 피하면서 버텨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투지로 불타오르고 있었다. 7-2 대결 라딘은 게임을 시작한지 그렇게 오래 되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누구보다도 선방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다. 먼저 치면 남는다! 이것이야 말로 게임에 국한되지 않은 인생의 진리중 하나가 아니겠는가? 이렇게 일촉즉발의 상황에서도 그 진리는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 라딘은 즉시 손을 썼다. -착 그는 방패를 세우고 오른손에 든 워해머를 거꾸로 든 채 오른손 주먹을 자 신의 가슴에 대었다. 마법방어 오라안에서 기사의 정식 인사인 샬루트를 취한 그의 모습은 그야 말로 생사의 대결을 벌이는 순간에도 예의를 잊지 않는 노블나이트의 모범 이라고 할 수 있었다. “본인은 동대륙의 기사이자 자유와 예술의 신 나티크의 첫 번째 검 라딘이 라고 하오. 이제 그대와 생과 사를 나누게 되었으니 그대의 이름을 위대하 신 나티크의 앞에 바칠 수 있게 허락해 주시오.” 간단히 말하자면 ‘나는 라딘인데 네 이름은 뭐냐?’ 라는 표현이다. 역시 귀족의 인사법은 시간을 버는데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필살기라고 할 수 있다. 상대 성기사가 정식으로 예를 취하는 데 결투를 신청한 자로서 그것을 무시 할 수는 없었다. 염화랑군 역시 포권을 하며 말했다. “흐흐흐, 본좌는 어둠의 여신 샤이아드의 사제 염화랑군이다. 현재 이 기 창지부의 지부장이자 암흑신교의 10대 장로중 서열 7위에 자리하고 있지.” 마교의 장로! 그렇다면 저자는 레벨 750이 넘은 초 강자라고 할 수 있다. 거기에 암흑의 고위사제라면 보통 사제와는 다르게 악랄한 한수가 있을 것 이다. 기본적으로 비전투 직업이라고 할 수 있는 사제이지만 암흑이 그 앞에 달리 면 상황이 틀려진다. 라딘은 자신이 드디어 고수와의 목숨을 건 일전을 경험하게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시간을 벌어야 했다. “결투를 하기 전에 묻겠소. 방식은 무엇이오? 본인은 기사이기 때문에 아 무래도 이 워해머를 사용하게 될 것이오. 신성력의 양을 겨루자거나 신성마 법으로만 결투하자고 한다면 따를 수 없소.” 라딘이 다시 결투 방법에 대해 규칙을 물었다. 일반적으로 카드놀이를 해도 지방마다 규칙이 틀리는 세상이니 만큼 그의 제의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단지 생명을 건 결투의 전에 그런 것을 따지는 자체가 웃기는 얘기라고 할 수 있겠다. “크하하하, 이제보니 애송이가 아닌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상대를 죽이면 되는 것이다. 그것이 생사결의 유일한 규칙이 아닌가?” 염화랑군은 크게 광소하며 대답했다. 과연 성기사라는 존재는 이해하기 힘 들 정도로 고시직하다. 그때 라딘이 약간 화를 내며 그를 비난했다. “그런 잡배들의 싸움은 결투가 아니오! 본인이 무엇 하러 목숨을 걸고 이 곳에 남았겠소? 내가 그대의 신을 비웃기 전에 그대는 나에게 예의를 지키 는 것이 좋을 것이오!” 속으로 ‘뭐하러 남았긴 시스템 제약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남았지’ 라 고 자문자답하는 라딘의 마음속은 외부인은 알 수 없다. 그의 비난은 노골적이었고 상대를 잡배라고 욕하고 있었다. -팟, 화르르르륵 염화랑군의 눈에서 불길이 일기 시작했다. 저 버릇없는 성기사가 위대한 어 둠의 여신과 자신을 모독하려 하다니! “크크크, 미안하군. 알았다. 너를 꼭 잔인하게 죽여주지!” -쿠오오오오 갑자기 염화랑군이 입을 벌리고 크게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그것은 인간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그의 몸속에 살고 있는 괴물이 지르는 소리라고 할 수 있었다. 그의 머리가 하늘로 치솟았다. 그리고 그 붉은 머리에 정말로 불길이 일어 타올랐다. 손톱에서 피가 나와 그 끝에서 다시 붉은 손톱으로 변했다. 그렇게 늘어난 손톱이 어느새 20cm정도까지 길어졌다. 고함을 지르는 입이 점점 찢어져서 귀밑까지 이어졌다. 그의 입은 마치 뱀 과 같이 컷고 속에 있는 혓바닥마저 두 갈래로 갈라지고 있었다. 그곳엔 이미 사람은 없었다. 단지 불붙은 뱀인간이 어둠의 사제의 로브를 걸치고 라딘을 통째로 삼키겠다는 듯이 혀를 날름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라딘은 경악했다. “마족빙의! 염화랑군,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마족에게 몸을 팔았구나!” “크하하하, 암흑신교의 영광을 위해서는 이따위 미천한 인간의 몸은 필요 없다. 오직 강한 힘만이 어둠의 여신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다.” 그의 목소리는 이제 두 갈래의 겹쳐진 목소리로 들렸다. 인간과 마족이 같 이 말하고 있었다. 선신의 프리스트에게 기적이 있다면 악신의 프리스트에게는 마족빙의가 있 다. 악신이 직접 선택한 사제에게만 내린다는 마족빙의! 마계에서만 존재하는 마족의 그림자를 자신의 몸에 받아들여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힘을 낼 수 있는 궁극의 암흑마법! 지금 라딘의 눈앞에는 불꽃의 마전사 인페르노 알시크를 빙의시킨 어둠의 고위사제가 있었다. 라딘은 자신의 시간끌기 작전이 실패로 돌아갔다는 것을 깨달았다. 역시 이 자도 대조직의 장로답게 그의 의도를 눈치 챈 것이다. -캬아아 -푸욱, 화르르륵 염화랑군이 왼손의 손톱으로 오른손바닥을 찔렀다. 놀랍게도 그 안에서 불 꽃의 피가 쏟아져 나와 하나의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그것은 거대한 시미터였다. 불꽃으로 이루어진 시미터는 세상에 나오자마자 모든 것을 갈라버리겠다는 듯이 거세게 타오르고 있었다. “[파워브레이크]!” -슈웅 작전이 실패로 돌아갔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그것을 대신할 다음 작 전을 시행하는 것이다. 평가는 모든 일이 끝난 다음에 천천히 해도 된다. 라딘은 즉시 자신의 워해머를 던졌다. “어림없다!” -챙 불의 시미터가 날아가는 워해머를 정확히 가격했다. 숙련된 전사라고 해도 날아가는 무기를 중간에서 쳐내는 것은 힘들다. 그는 이미 고위 사제인 염화랑군이 아니라 마족전사인 알시크라는 것을 확 인 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알시크가 시미터를 크게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콰쾅 방패로 시미터를 막았다. 그런데 그 순간 시미터가 폭발했다. 엄청난 열기 가 라딘을 덮쳤다. 그나마 방패로 막았기 때문에 라딘은 전신이 꺼지지 않는 화염에 휩싸이는 것을 면할 수 있었다. 부서진 검신대신 그의 불의 피가 새롭게 날을 만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역 시 알시크의 지옥의 불길로 이루어진 시미터는 강력했다. 과연 이길수 있을까? 라딘은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대 로 당할 수는 없다! “[스마이트]!” 라딘은 다시 방패를 휘둘러 알시크의 머리를 노렸다. 그러나 상대는 너무나도 쉽게 그것을 피했다. 그리고 다시 시미터가 날아들 었다. 방패는 이미 공격을 해서 막을 수 있는 위치가 아니었고 워해머는 던 져서 손에 없었다. 몸으로 받을 수는 없다! 물리 데미지는 문제가 아닌데 화염폭발 데미지가 너무나도 강했다. 거기에 지옥의 불꽃답게 일단 붙으면 일정시간동안 절대로 꺼지지 않는다. 라딘은 그 순간 앞으로 점프하면서 공중에서 몸을 웅크려 한 바퀴 회전시켰 다. -휘익 간일발의 차이로 시미터가 그의 옆을 스치고 지나갔다. 상당한 열기가 그곳 에서 느껴졌다. “크흣, 전신갑옷을 입은 기사가 공중회전을 하다니! 보통은 넘는 놈이었구 나!” 뒤쪽에서 알시크가 경탄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라딘은 공중에 뜬 상태로 돌아오는 워해머를 받아 그대로 낭트전추술을 펼 쳤다. 워해머에서 하얀 성광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홀리웨폰! 성기사 의 증표이다. -파팍, 쾅 다시 시미터가 터지며 라딘의 전신으로 엄청난 화염이 쏟아졌다. 그의 화염 저항력이 최고 수치인 200에 달하지 않았다면 라딘은 절대로 그 화염에서 살아남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는 즉시 뒤로 물러나며 스스로에게 힐링을 걸었다. 회복포션은 마신 뒤 약 5분에 걸쳐 서서히 생명력을 회복시키기 때문에 이 런 급박한 상황에서는 힐링이 주효했다. 알시크도 자신의 시미터가 재생할 동안 공격을 멈추고 라딘을 노려보고 있 었다. “크크크, 대단한 놈이군, 얼마나 생명력이 높기에 그 화염 데미지 속에서 도 죽지 않을 수 있지? 과연 소문에 듣던 대로 최고의 체력기사였군.” 나 힘기사라니까! 라딘은 속으로 그렇게 소리쳤지만 역시 자신은 대외적으 로 체력기사로 소문이 난 상태였다. “[파이어봄]” -화르르륵 라딘의 워해머에서도 불길이 솟구쳐 오르기 시작했다. 그것은 성속성을 띤 하얀 불꽃이었다. 한방이다! 이걸로 제대로 맞으면 마족이라도 무시할 수 없는 데미지를 입힐 수 있다! 라딘은 자신의 힘과 홀리웨폰의 효능을 믿었다. 상대도 직감적으 로 그것을 느꼈는지 섣불리 공격을 하지 못하고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한방이다! 라딘은 다시 속으로 말했다. 상대와의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려 고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었다. 그러나 라딘은 자신 역시 저 시미터에 정통으로 한방만 맞으면 무사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대전은 이미 화염에서 나오는 열기로 가득 차 무더운 여름처럼 사람들의 숨 을 막히게 했다. 하지만 그 열기도 생사를 걸고 싸우는 두 사람의 가슴속보 다는 뜨거울 수 없었다. --------------------------------------- (7-2 대결) ‘라딘 조금만 기다려! 지금 특공대 조직 끝냈어. 서문가주랑 다 가니까 그놈들 놓치지 말고 잘 잡고 있어!’ 크로키의 귓말이 들려왔다. 5분이 지났는데 지금 출발한다고? 라딘은 애초의 10분이라는 시간이 자신의 꿈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기야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진입했던 사람을 찾아서 모아 야 하니 5분 만에 모은 것도 무지하게 빠르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10분은 더 버텨야 한다. 가능할까? -휘익 시미터가 그의 머리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라딘은 얼른 방패로 그 시미터를 흘리며 옆으로 한걸음 이동했다. 그러나 알시크는 마족중에서도 검사로 알려진 존재, 그의 시미터가 허공에 서 방향을 틀어 라딘의 머리 뒤로 날아들었다. 알시크는 앞에 있는데 시미터가 뒤통수를 노릴 수 있다니! 라딘은 반사적으 로 허리를 숙였다. -파파팍 “끝이다!” 허리를 지난 시미터는 다시 급선회를 하며 그의 몸을 두동강 내겠다는 듯이 수직으로 하강했다. 피할 수 없다! 그러나 라딘에게는 꽁수가 남아 있었다 . “[블링크]!” -팟 -콰콰쾅 “이럴수가!” 라딘이 갑자기 사라졌다. 끝을 내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전력으로 휘두른 시미터가 허무하게 허공을 가르고 지나가 바닥에 내리쳐졌다. 그와 동시에 또 다시 시미터가 폭발하며 바닥에 1m정도의 흠이 파였다. 놀 라운 파괴력이었지만 상대에게 명중하지 못한 이상 아무 쓸모도 없었다. -슉 라딘은 알시크의 뒤쪽에 나타났다. 블링크를 사용하고 나면 갑자기 바뀌는 주변의 광경을 인식하기까지 영점 몇 초의 시간이 걸린다. 그렇기 때문에 접근전 중에 블링크를 사용하는 것은 그다지 현명한 선택이 라고는 할 수 없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틀렸다. 라딘이 주변을 인식하는 시간보다 알시크가 새로 시미터의 날을 생성하는 시간이 더 길기 때문이다. “기회! [스마이트]!” 라딘이 알시크의 몸쪽으로 접근하며 방패를 휘둘렀다. 워해머가 아니라 방패다. 알시크는 자신이 위기라는 것을 알았고 그만큼 라 딘의 워해머의 움직임에 집중하여 경계하고 있었다. 그런데 라딘이 방패로 공격을 가하자 그는 크게 놀랐다. 미처 피할 수 있는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자신은 마족이다. 그것도 홍염사 일족이다. 그의 피부는 천연적인 방어구로서 인간의 전신갑 옷보다 오히려 튼튼하다. 홀리웨폰도 걸리지 않은 방패정도로는 자신에게 크게 타격을 가하지 못하리 라! 알시크는 전사답게 순간적으로 판단하고 오히려 라딘의 방패를 향해 돌 진했다. -쾅 “크윽” 알시크가 비틀거리며 뒤로 튕겼다. 싸움이 시작된 후 처음으로 직격탄에 맞 았고, 그것의 충격은 알시크의 상상을 몇 배나 초월한 것이었다. “으윽, 이,이놈 팰러딘답지 않게 간악한 수를! 최상급 기술을 상급기술인 스마이트라고 속여서 펼치다니!” 알시크는 무척 억울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는 자신이 모르는 강력한 기술을 이 사기성기사가 기술명을 바꿔서 펼친 것이라고 생각했다. 라딘은 물론 가볍게 그 말을 씹었다. 그가 게임을 시작할 때부터 써온 가장 큰 특기가 바로 패고 또 패서 죽을 때까지 패는 것이 아니겠는가? -쾅, 파파파팍 “크아아악!” 낭트전추술의 동작에 의해 홀리웨폰이 걸린 워해머가 그의 몸 위로 떨어졌 다. 알시크는 다급하게 자신의 팔로 그것을 막았다. 파이어봄에 의한 폭발이 일었다. 서로 섞일 수 없는 두 개의 불속성이 부딪 쳤다. 알시크의 왼팔이 완전히 사라졌다. 그리고 연속해서 라딘의 워해머가 그의 몸을 노리고 공격해 들어왔다. 하얀 성광이 저주스럽게 빛나고 있었다. 그러나 알시크는 수많은 세월동안 싸움만을 위해 존재한 투마족이다. 고통은 언제나 그와 함께 했었고, 그로인해서 전투를 포기하지는 않는다. 그는 오히려 앞으로 나서며 한쪽 다리를 들어 라딘의 워해머를 막았다. 그 결과 왼쪽 다리 역시 부서졌지만 그는 한 다리로 버티고 서서 겨우 생성 시킨 지옥불꽃의 시미터로 라딘의 다리를 노렸다. -위잉 시미터가 알시크의 혼신의 힘을 실고 땅을 스치며 움직였다. 절대로 피할 수 없다! 알시크는 확신했다. 그러나 라딘은 아무생각 없이 다시 명령어를 말했다. “[블링크]!” -팟 -쾅, 화르르르륵 “크아아악, 또!” 땅에 부딪친 시미터가 다시 터졌다. 약간 뒤쪽에 나타난 라딘이 고개를 갸웃하며 웃었다. “이거 자꾸 쓰다가 버릇되겠네. 완벽한 회피기군. 물론 연속공격에는 약하 겠지만 말이야. 하하하. [파워브레이크]!” 라딘은 웃다가 갑자기 자신의 워해머를 던졌다. 기겁한 알시크가 얼른 바닥으로 몸을 날렸다. 다리하나가 없는 자라고는 믿 을 수 없을 정도의 움직임이었다. 그러나 라딘은 이미 그것을 예상하고 있었다. -휘익, 퍽 “크악!” 아무런 기술도 시전하지 않았다. 그저 바로 달려들면서 땅에서 한 바퀴 구르고 일어나려던 알시크를 발로 찬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알시크의 몸은 크게 요동치며 뒤쪽으로 날아가 벽 에 박혔다. 이것이 바로 실전이다! 라딘은 생각했다. 혈월신마가 말하던 인간을 초월한 힘! 기술을 쓰지 않아도 힘이 보통사람의 두 배라면 비슷한 데미지를 줄 수 있다. 신력부여까지 쓴 자신의 현재 힘은 5천을 상회한다. 기술 없이 그냥 공격해 도 5천의 데미지가 나온다. 그리고 기술은 이렇게 상대가 절대로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쓰는 것이다! “[스마이트]!” -쾅 “크아아악” 완전히 공중에 떠있는 알시크가 라딘의 공격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란 없었 다. 벽에 큰 균열과 함께 패였다. 그리고 알시크의 몸은 그 속에 박혔다. 그의 신체는 거의 부서진 상태였다. 이제 알시크가 사라지고 인간인 염화랑 군의 몸으로 돌아오면 그는 즉사할 것이다. 지금은 마족의 힘으로 살아있는 셈이었다. 알시크와 공존하고 있는 염화랑군은 그것을 깨달았다. 물론 시체가 있으면 부활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이 이자에게 패배했다 는 사실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지금 부하들이 이자를 죽여도 그는 다시 살아난다. 그리고 암흑신교의 장로와의 대결에서 이긴 성기사로 사람들에게 추앙받을 것이다! 부활을 받지 않아도 살아난다니, 이계인이란 정말로 저주스러운 존 재가 아닌가? 결국 그는 죽기 전에 그와 동귀어진을 하기로 결심했다. “[빙의해제]!” -파앗 그의 몸에서 붉은 빛이 나며 피가 굳어져서 생긴 손톱과 불타는 머리카락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어느새 입도 작아졌다. 그러나 그 순간 그는 빠른 속도로 생기를 잃어갔다. 보통 사람이라면 그 순 간의 고통을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지르며 죽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780레 벨의 어둠의 대사제였다. “[혈액폭발]!” -퍼퍼펑 그의 전신에서 크고 작은 폭발이 일어났다. 그의 피가 거센 불꽃이 되어 라 딘을 덮쳤다. 알시크와 계약을 맺고 얻은 최후의 수법! 유니크 자폭마법이 지금 그의 몸 에서 펼쳐졌다. “아아악!” 벽에 박힌 알시크에게 최후의 일격을 가하기 위해 방패를 휘두르려던 라딘 이 지옥의 불길에 휩싸인 채 뒤로 날아갔다. 그나마 방패가 앞을 막고 있어서 즉사는 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불길에 의 한 고통과 데미지는 조금밖에 남지 않은 그의 생명력을 급격히 빨아먹고 있 었다. “이익, 대사제님이 저놈과 양패구상하다니! 쳐라!” 이제는 이곳에서 가장 높은 지위가 된 광씨세가의 가주 광천맹이 장로들에 게 명했다. 얼른 그를 죽이고 대사제의 시체를 수습하여 부활시켜야 했다. 시체의 손상이 심하여 바로 부활이 안 된다. 그는 급히 염화랑군의 시체로 가서 시체보존스크롤을 사용했다. 그리고 그 사이에 광천맹의 명령을 받은 6명의 장로들은 아직도 불길에 휩 싸여서 신음하고 있는 라딘의 숨통을 끊기 위해 무기를 들고 접근했다. --------------------------------------------- (7-2 대결) ------------------------ “크윽. [힐링]!” 이미 최상급 회복포션은 마셨다. 라딘이 품속에서 회복포션을 꺼내 마시는 속도는 미국의 개척시대에 활약하 던 전설적인 보안관 와이어트 어프가 그의 롱매그넘을 뽑는 속도와도 비견 될 수 있다. 하지만 포션은 생명력을 순간적으로 회복시켜 주지는 못한다. 그의 몸에 붙 은 불길은 최상급 회복포션의 치유속도보다도 빠르게 그의 생기를 빼앗아가 고 있었다. 힐링으로 치료를 했다. 약간의 여유가 생겼다. 그러나 한쪽에서 5명의 적이 다가오고 있었다. 이제 다시 힐링 마법을 쓰려고 한다면 그들은 바로 공격해 올 것이다. 절대절명인가? 라딘은 마침내 죽음이 그의 바로 앞까지 접근했다는 것을 깨 달았다. -툭, 툭 허리에 숨어있는 몽몽이 자신에게 신호를 보냈다. 이 아이도 지금 나의 상태를 알고 있구나. 그는 몽몽이 자신을 걱정하는 마 음을 느낄 수 있었다. 대신해서 싸우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 다. 몽몽은 기본적으로 마법사 생물이다. 물론 도둑의 능력도 가지고 있지만 그 것도 암살이 적합할 뿐 정면결투에는 큰 힘을 발휘하진 못한다. 물론 몽몽의 무공인 [몽몽청명비검]은 충분한 힘을 발휘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도 대등한 상대와의 싸움에서나 통할 말이지 이렇게 상급고수 5 명을 상대로는 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자신은 죽어도 몽몽은 죽을 수 없다! 몽몽을 도망시키지 않으면! 라딘은 서서히 일어나서 다가오는 자들을 노려보았다. 불길에 휩싸인 그의 모습은 마치 마족과도 같았다. 라딘의 살기에 그들은 잠시 움찔했다. 라딘은 조용히 방패를 들어 몸을 가리면서 손으로 허리의 주머니를 가볍게 세 번 두드렸다. 도망치라는 신호다. 그러나 몽몽에게서 다시 신호가 왔다. 같이 싸우고 싶어 하고 있었다. 라딘은 고민했다. 하지만 몽몽의 생명은 무엇보다도 중요했다. 그는 다시 손가락으로 주머니를 세 번 두드리려고 했다. 이번에 신호를 보내면 몽몽은 두말없이 따를 것이다. 평소에 두 번 같은 말 을 들으면 절대로 따르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그 순간, 라딘의 머릿속에 한 줄기 섬광이 스쳐 지나갔다. 아직 자신에게는 수가 남아 있었다. 그는 워해머를 크게 휘두르며 다가오는 사람들을 위협했다. 그들의 놀란 얼굴이 볼만했다. 거의 죽었다고 생각했던 자가 일어나서 무기를 기운차게 휘두르면 놀랄 수 밖에 없겠지. 순간적인 시간이었다. 그러나 라딘이 방패를 든 손으로 품속에서 한 병의 포션을 꺼내 마시는 시간은 0.5초도 걸리지 않았다. 아공간 주머니에서 정확하게 원하는 포션을 꺼내 그 뚜껑을 엄지 손가락으 로 따며 그대로 입속에 들이 붓는 훈련을 얼마나 열심히 반복했던가? 혼자서 다수의 마물과 싸우다가 생명력이 떨어지면 전투 중에서도 포션을 마시며 워해머를 휘두르는 그의 포션마시기 기술은 이미 전설의 유니크 무 공인 양심신공과 비슷한 경지에 이르러 있다고 할 수 있었다. -벌컥, 벌컥 라딘의 허장성세에 넘어가 한걸음 물러난 광씨세가의 장로들은 이자가 회복 포션으로 보이는 물약을 마시자 과연 그의 생명력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 을 알아차렸다. 물론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체력도 얼마 남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라딘이 지금 마신 물약이 결코 회복포션이 아니라는 것을 몰 랐다. 라딘은 드디어 결단을 내리고 비장의 마약중 하나인 ‘히드라의목’을 마셨 다. 히드라의 순간 재생능력을 주는 마약이다. 라딘의 생명력은 급속도로 회복 되고 있었다. 물론 1달간 회복계 포션의 효과 무효라는 부작용이 있지만 지금 죽는 것보 다는 한 달간 포션없이 사는 것이 100만 배는 좋았다. “죽어랏, [흑사마조]!” “[파워크러쉬]!” “[삼연사인도]!” -파파파팍, 사사삭, 그들은 일제히 자신들의 기술을 펼쳤다. 대사제의 마족강림에도 버틴 자이 다. 도저히 레벨 700도 안 되는 성기사라고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인간인 이상 한계는 있다. 그들은 더 이상의 시간을 낭비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한 번에 끝낼 속셈이 었다. -퍼퍽, 퍽, 깡. “아악!” 라딘은 방패를 들어 최선을 다해 그들의 공격을 막았다. 그러나 역시 한 번에 다섯 개의 필살기를 막을 수는 없었다. 그의 몸에 세 개의 공격이 적중되었고 그 힘으로 뒤로 세차게 튕겼다. 라딘의 단말마 소리가 허공에 울려 퍼졌고 공격을 한 자들은 그것이 그의 최후의 비명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는 자신들의 공격에 당하는 순간 즉사했을 것이다! 그런데 다음 순간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뒤로 튕긴 라딘이 공중에서 한 바퀴 돌아 땅에 착지하며 그대로 자신의 방 패를 앞세우고 소리쳤다. “[홀리코맷]!” -파앗, 다다다다 “아앗, 피해라!” 하얀 빛의 덩어리가 다가오고 있었다. 5명의 장로들은 기겁해서 모두 피했다. 저 기술은 확실히 믿을 수 없는 파 괴력을 가지고 있지만 직선공격이기 때문에 피하기는 쉬웠다. 그러나 라딘이 노린 표적은 그들이 아니었다. -위잉 그들이 있던 자리를 그대로 지나친 라딘은 그대로 광천맹 쪽으로 달려갔다. “핫!” 광천맹 역시 놀라서 비명에 가까운 고함을 지르며 그것을 피했다. 그리고 라딘의 홀리코맷은 그대로 땅에 쓰러져 있던 염화랑군의 시체를 덮 쳤다. -쾅 그의 시체는 하얀 빛의 덩어리에 삼켜져 가루가 되었다. 그리고 라딘은 그 순간 출구 쪽으로 뛰었다. “결투는 끝났다. 복수 신청은 나중에 받을 테니 또 보자!” -다다다다다다다 퇴로를 막고 있던 장로들이 놀라서 피한 지금 그를 저지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는 무사히 출구 쪽으로 접근할 수 있었다. 뒤쪽에서 맹렬한 공격이 날아 오는 것이 느껴졌지만 무시하고 그대로 달렸다. 차지의 돌진속도를 그대로 받아서 도망가는데 그들이 자신을 공격해봐야 얼 마나 강하겠는가? 지금 자신의 생명력은 거의 절반이나 회복된 상태이다. 저들의 필살기 정도 로는 일격에 자신을 죽일 수 없다! -파팍, 펑 역시 뒤에서 적지 않은 충격이 느껴졌다. 그러나 그 힘만큼 라딘의 몸은 앞 으로 더 나아갔다. 살았다! 그는 문을 통과하며 그렇게 생각했다. -슉 그러나 문을 나서는 순간 한 자루의 검이 그의 목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어느새 문 반대편에 대기하고 있던 샤크투쓰가 그의 주군을 죽인 자에게 필 살의 암습을 가한 것이다. 적의 걸음을 정확히 세어 방패를 든 팔이 뒤로 약간 처진 순간을 정확하게 찌르고 들어왔다. 과연 암살자의 3차 직업인 닌자에게 어울리는 한수였다. “아앗!” 라딘이 반사적으로 자신의 워해머로 눈앞의 검은 복장의 암살자를 향해 휘 둘렀다.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전력으로 달리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블 링크도 사용할 수 없었다. 마법은 특별한 수업을 쌓은 마법전사나 배틀마스터가 아니면 급격한 이동 중에는 사용할 수 없다. 목에 정통으로 찔리고 살 수 있을까? 급소공격은 방어력이 무시된다. 그리고 닌자와 같은 암살자 상급직은 급소 공격 시 데미지를 두 배가 아니라 네 배로 강화하는 기술이 있다. 급소공격 강화! 암살자의 필수스킬이다. 샤크투쓰의 단검은 라딘의 목에 거의 20cm까지 접근했다. 아직 라딘의 워해 머는 그와 떨어져 있었다. 완벽한게 타이밍을 포착한 암살자의 승리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순간 라딘의 허리에서 하나의 단검이 튀어나왔다. 기척도 없었다 . 그리고 너무나도 빨랐다. -푹 그 단검이 샤크투쓰의 검이 라딘을 찌르는 것 보다 먼저 그의 목을 찔렀다. 순간적으로 샤크투쓰의 검이 움직임을 멈췄다. 그리고 그 순간 라딘의 워 해머가 샤크투쓰의 몸을 가격했다. -뻑 샤크투쓰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회색으로 변해갔다. 뒤쪽의 사람들은 그가 라딘의 해머에 맞아서 당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그 는 라딘의 해머에 당하기 전에 이미 회색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의 목에 박힌 단검이 저절로 뽑히며 라딘의 허리춤에 있는 주머니로 들어 갔다. 소리 없는 일격, 그것은 무엇보다도 날카로운 일격이었다. 통로를 따라 필사적으로 달리는 라딘이 왼손가락으로 주머니에 조그마하게 원을 그렸다. 참 잘했어요 라는 신호였다. ------------------- (7-2 대결) ------------------------------ 사기와 무공은 비슷한 데가 많다. 일단 둘 다 술로 시작해서 도로 끝난다는 점에서 그것을 주장할 수 있다. 사기술에서 발전해서 사기도로, 무술에서 발전해서 무도로 되는 것이다. 둘째로 둘다 처음에는 남을 상하게 하는 데 쓰이지만 나중에는 스스로를 완 성시키기 위해 쓰인다. 검은 사람을 죽이는 도구이지만 나중에는 자기완성 을 목적으로 수련한다. 사기술도 남을 속이는 데 쓰이지만 결국은 자기 자신의 처세술의 완성을 목 적으로 삼게 된다. 마지막으로 이 두 가지의 공부는 책이나 도장이 아닌 실전에서 그 진가를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는 실전공부라는 데 있다. 임기응변! 무공과 사기술은 둘 다 이 임기응변의 능력이 뛰어나지 못하면 대성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라딘은 사기술 분야에서는 이미 완숙의 경지에 다다랐다고 할 수 있었다. 포위망을 뚫고 통로를 따라 달리던 라딘은 크로키의 귓말을 받았다. ‘아직 살아있지? 다 왔어, 1분만 버텨!’ 그 말을 듣는 순간 달리던 라딘은 다리에 힘이 빠진 듯 비틀거리더니 앞으 로 고꾸라졌다. 머리로 생각하고 한 일이 아니었다. 몸이 상황에 따라 저절로 반응한다. 마 음은 단지 그것에 따를 뿐이다. “크흑,” -털썩 도망가던 라딘이 신음을 흘리며 쓰러지자 뒤에서 도망갈까 쫓아갈까 망설이 던 광천맹과 5명의 장로들은 바로 마음을 굳히고 통로로 뛰어들었다. 과연 그러면 그렇지, 아무리 체력기사라고 해도 그렇게까지 공격을 당하고 멀쩡할 수는 없다. 저놈은 지금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눈은 살기로 빛나고 있었다. 사실 그들도 다른 자들이 도망간 이상 추가로 추적대가 올 것을 알고 있었 다. 어서 탈출로로 들어가서 입구를 파괴해야 안전하게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곳의 수장인 염화랑군이 죽었다는 사실이었다. 수장이 죽었는데 부하로써 시체도 건지지 못하고 도망 가면 크게 문책을 당 하게 된다. 교주의 기분여하에 따라서 죽을 가능성도 아주 높았다. 하지만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염화랑군의 복수라도 하고 가면 그만큼 정상 이 참작될 것이고 살아날 확률도 높아진다. 결국 그들은 저기 체력이 바닥나서 쓰러진 팰러딘을 목을 따기로 결심했다. “죽어라! [흑옥마수]!” 광천맹의 손이 검게 물들어 갔다. 마교가 자랑하는 3대 마수인 소수마공, 혈영마조, 흑옥마수 중 가장 살상력이 뛰어나다는 흑옥마수였다. 독성을 함유한 강기가 그의 손을 덮어 마치 흑요석과 같이 빛났다. -슈욱 그러나 그의 마수가 라딘을 공격하려할 때 라딘은 이미 자신의 연기가 소정 의 목적을 달성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광천맹과 5명의 장로들이 모두 통로 안으로 들어선 순간, 비틀거리며 일어 나려고 버둥거리던 라딘의 움직임이 멎었다. 그의 입에서 쉴 새 없이 흘러나오던 신음소리도 그치고 그의 입에는 팰러딘 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사악한 미소가 나타났다. “[블링크]!” -팟 “어헛, 이 놈이!” 광천맹은 이 성기사가 얄밉게도 또 다시 사라지자 욕이 저절로 나왔다. 어 떻게 성기사가 블링크를 사용할 수 있을까? 세상에 이런 사기가 존재하다니! 그러나 세상에는 여러 가지 불가사의 한 일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런 황당한 일을 만나면 어디가서 하소연을 해도 소용이 없다. 라딘이 나타난 곳은 그들의 뒤쪽이었다. 그는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 전신에서 마법방어오라를 뿜어대고 있었다. 조 금 전의 죽기 직전의 사람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모습이었다. “[홀리웨폰]! [파이어봄]!” -팟, 화르르르륵 그의 오른손에 든 워해머에서 하얀 성화가 일어나서 타오르기 시작했다. 하얀 성화의 빛이 마법방어오라에 반사해서 더욱 화려하게 빛났다. 뭐라고 말할 수 없는 장엄한 광경이었다. 그리고 라딘은 천천히 입을 열어 그의 변신에 놀라하고 있는 자들에게 선언 했다. “아무도 못 지나간다!” 라딘의 생명력은 이미 완벽하게 회복되어 있었다. 그때서야 광천맹은 자신들이 속을 것을 알았다. “이놈! 네놈이 정말로 성기사냐? 이 극악한 놈아!” “감히 신의 뜻을 따르는 나를 모욕하다니! 역시 마교의 간악함은 이루 말 할 수 없구나!” 말끝마다 액센트를 넣어 가면 말하는 라딘의 정의의 팰러딘 대사는 당하는 당사자에게는 이미 재앙이었다. 말발신공으로는 이미 브리시아 최고의 고수라고 스스로 자부하고 있는 라딘 에게 걸린 것이 죄라면 죄였다. “이익, 네놈만큼은 꼭 죽인다. 쳐라!” 광천맹의 말이 없어도 5대 장로 역시 화가 머리끝까지 나 있었다. 그들은 각자 자신의 필살기를 펼쳐 라딘에게 돌진했다. 그러나 이곳은 넓은 대전이 아니라 좁은 통로이다. 한 번에 기껏해야 2명이 공격할 수 있을 뿐 이다. 그것도 두 명이 나란히 서며 회피가 힘들어진다. 라딘이 지금처럼 같이 때리기 작전을 쓰면 피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스마이트]!” -퍼퍽, 쾅 그들의 필살기는 분명히 라딘에게 적중했다. 완벽하게 들어간 것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5-6천의 데미지는 충분히 나올만 한 일격이었다. 그러나 라딘은 그것을 몸으로 받고도 끄덕없었다. 오히려 그의 방패에 맞은 왼쪽의 장로가 뒤로 날아갔다. 치명적인 충격을 받았음에 틀림없었다. “으윽, 저럴수가!” 광천맹은 경악했다. 저자가 저렇게 강했다니! 그리고 눈치를 보건데 지금 저자는 허장성세로 버 티고 있는 것이 아니다. 정말로 그의 생명력은 무한이란 말인가? “하하하, 너희들 위대하신 나티크 신을 뭘로 보는 거냐? 내가 팰러딘이라 는 것을 잊은 것은 아니겠지?” “헉, 그,그럼 신의손!” 광천맹은 드디어 팰러딘의 능력인 ‘신의손’을 기억해 낼 수 있었다. 이 서대륙에서는 팰러딘의 수가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에 한 가문의 수장으로 지내던 그라도 팰러딘을 몇 번 보지 못했다. 하물며 싸우는 것을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하지만 그 능력만큼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다. 일시에 모든 생명력을 회복 시키는 기적의 치유기술 [신의손]! 그것을 잊고 있었다니! 결국 저자는 지금 완전히 회복한 상태라고 할 수 있었다. 물론 라딘은 신의손을 쓰지 못 한다. 하지만 그의 말에 모든 적들이 스스로 넘어가서 라딘이 회복한 것을 알아차려다. 그들의 사기는 급격히 떨어졌다 . 그리고 그런 그들에게 확실하게 절망을 맛보여 주려는 운명의 신의 배려인 지, 통로 저쪽에서 누군가가 뛰어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곧 이어 크 로키와 뭉치를 앞세우고 서문철과 몇몇의 고수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광천맹의 안색이 하얗게 변했다. 저 라딘이라는 팰러딘이 왜 자신들을 통로 로 유인했는지 이제는 알 수 있었다. “뚫어라!” “하앗!” “죽어랏” -파파팍, 우웅 그들은 일제히 라딘 쪽으로 돌진했다. 그러나 라딘은 웃으면서 그들을 막으며 한 명씩 한 명씩 차분하게 공격했다 . 뒤쪽으로 서문철과 뭉치가 뛰어드는 것이 보였다. 크로키가 마법으로 그들 에게 블라인드 마법을 거는 것도 알 수 있었다. 결국 얼마가지 않아서 그들 은 모두 최후를 맞이했다. 일망타진이었다. “라딘 경, 마교의 대사제가 그대에게 결투를 신청했다고 들었소. 그대를 걱정했는데 무사했구려.” 전투가 끝나자 서문철이 다행이라는 듯이 말을 건냈다. 라딘은 조용히 웃으면서 그에게 대답했다. 마치 과거의 추억을 말하듯 차분 했다. “염화랑군이라고 하더군요. 거의 죽을뻔 했습니다. 이렇게 도우러 와주셔 서 살았지요.” 그는 말을 마치며 고개를 숙여 정중하게 감사의 표시를 했다. 그러나 서문 철은 라딘의 인사를 받을 수 없을 정도로 놀랐다. “염화랑군! 마교의 장로중에 한명인 그가 이곳에 있었다는 말이오?” “아, 그렇다고 하더군요. 놀랍게도 그 자는 인간임을 포기하고 마족에게 몸을 팔았습니다. 죽어서도 마계에 떨어질 것입니다. 정말 마교의 죄악이 하늘에 달했습니다.” -쿠쿵 그 장소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굳었다. 레벨 780의 마교 장로가 마족빙의까지 썼는데 그것을 이겼다고? 도대체 이 자의 강함은 어느 정도란 말인가? 그들은 라딘을 선망의 눈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약육강식이 바로 강호의 기본법칙이기 때문에 강하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존 경을 받을 수 있는 것이 무림이라는 사회이다. 그 날, 마교의 대외 4대 거점중 하나인 기창의 광씨세가는 무림맹에 의해 그 최후를 맞이했다. 무림맹의 척마멸사단은 그들의 악랄한 저항에도 불구 하고 불굴의 투지로 그들을 쳤으며, 결국 수뇌부를 모두 척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세상은 700레벨도 되지 않은 라딘이라는 팰러딘이 저 악명 높은 마 교의 10대 장로중의 한명인 780레벨의 염화랑군과 정식대결을 해서 승리했 다는 것을 알았다. 라딘의 명성은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고 있었다. (7-2 대결) Chap 3. 수련 두 번째의 마교 분타를 파괴하고 라딘의 명성이 세상에 퍼지자 모든 사람들 이 이 척마멸사대의 움직임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무림맹의 주축을 이루는 7대세가도 이들의 활략이 당초의 예상보다 훨씬 뛰 어나다는 것을 인정하고 더욱 적극적인 지원을 하기로 합의를 보았다. 이에 세가의 주축이 되는 많은 고수들이 사망한 자들을 대신해서 들어왔다. 일단 죽은 자는 부활을 해도 한 달간은 거의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약 40 0명의 새로운 고수가 보충된 셈이다. 그리고 그들은 이전의 대원보다 훨씬 평균레벨이 높았다. 거의 400레벨이 넘는 자들이었고, 그중 20명 정도는 500레벨을 넘어 3차 직 업을 가지고 있는 자들이었다. 본격적으로 7대 세가의 주력이 투입되기 시 작한 증거라고 할 수 있겠다. 새롭게 부대를 정비하는 데 거의 한 달이 걸렸다. 그동안 크로키와 뭉치는 척마멸사대를 벗어나 서부해안의 새로운 거점을 관 리하기 위해 떠났다. 아무래도 조직에는 그 수장과 참모가 있어야 제대로 돌아가는 법이다. 라딘은 그동안 ‘마계의 그늘’ 이라는 고 레벨용 마굴에서 맹렬하게 수련 을 했다. 다른 대원들이 같이 가자고 청했지만 그는 승낙하지 않았다. 오직 혼자서 목숨을 건 훈련에 도전하여 생사를 걸고 실력을 쌓겠다는 그의 의 지에 모든 사람들은 감탄 할 수밖에 없었다. 라딘은 오늘도 혼자서 마계의 그늘로 들어갔다. 오직 그의 전투마인 백마 설산만이 그와 함께 하고 있었다. 지하 30층, 옅은 안개가 이곳의 불쾌지수를 계속해서 높이고 있었다. 바로 앞도 안 보이는 정도는 아니지만 약 20m앞쪽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라딘과 설산은 조심스럽게 전진했다. 이제부터는 레벨 600이 넘는 마물이 나올 것이다. 레벨 600의 마물이면 절 대로 방심할 수 없다. 때로 나오면 생명의 보장도 할 수 없다. -샤악 안개가 움직였다. 말과 사람은 동시에 걸음을 멈추고 긴장했다. -둥, 둥 직경 1m정도의 둥그런 물체가 허공에 떠서 접근하고 있었다. 그것은 거대한 눈이였다. 그리고 그 눈 주위에는 10여개의 작은 촉수가 달려 있었다. “앗, 괴물눈이다!” 괴물 눈은 최하급 마족으로 구분된다. 말이 최하급이지 마물이 아닌 마족이 기 때문에 마법을 사용할 수 있고, 최면술에도 능하다. 라딘이 놀라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괴물 눈들이 나타났다. 전부 7마리, 조심 하지 않으면 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봉인을 해제할까? 라딘은 순간적으로 망설였다. 마교와의 전투가 있을 때에는 메사이야 이어링을 빼고 들어가기 때문에 라 딘의 그 초인적인 힘이 그대로 사용된다. 하지만 마굴에서 경험치 캠프를 할 때에는 아직도 메사이야 이어링을 끼는 라딘이었다. 현재 라딘이 얻는 경험치의 33%는 설산이, 33%는 몽몽에게 돌아간다. 결국 라딘은 보통 무인의 3분의 1밖에 경험치를 얻지 못한다. 그런데 라딘이 일단 메사이야 이어링을 끼고 삼왕보심단을 먹으면 경험치를 4배로 얻을 수 있게 된다. 결과적으로 136%의 경험치를 얻게 되는 것이다. 그만큼 라딘의 파워가 줄어들기 때문에 손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의 라딘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설산과 몽몽은 훌륭한 전투요원이었고 이들 세 사람이 얻은 경험치의 136% 라면 정말로 장난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결국 라딘은 그동안의 캠프에서 메사이야 이어링을 끼고 사냥을 하는 것이 조금 더 레벨 업이 빠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처럼 목숨이 위험할 때에는 조심해야 한다. 라딘은 지금 마약의 부작용으로 회복포션을 마시지 못하기 때문에 더욱 위험했다. 그때, 설산이 가장 앞쪽의 괴물눈을 향해 돌격하기 시작했다. 전투마로 변해도 사용가능한 유일한 최상급 기술 [몸통박치기]를 시전 했기 때문에 그의 어깨의 데미지는 전투마의 몸무게와 돌진속도를 그대로 더한 것이다. -히히힝, 다다다다 -펑 갑자기 돌진한 설산의 공격에 동작이 느린 괴물눈이 미처 피하지 못하고 얻 어맞았다. 공중에 뜬 풍선을 주먹으로 후려친 것처럼 괴물눈이 뒤로 튕겼다. 상당한 타격을 입었음에 틀림없었다. “에잇, [파워브레이크]!” “끼잉, [몽몽청명비검]!” -슈웅, 퍽, 파파팍 라딘은 봉인해제의 타이밍을 놓치자 마음을 비우고 잽싸게 그 괴물눈을 향 해 워해머를 던졌다. 그리고 라딘이 워해머를 던지는 것과 동시에 그의 어깨에 앉아있던 몽몽도 같이 날아갔다. 이것이 요즘 설산, 라딘, 몽몽이 같이 연습한 연속기 [전탄발사]다. 연속으로 세 번의 공격을 받은 괴물눈A는 결국 몽몽의 단검에 눈동자를 정 통으로 찔려 땅으로 떨어졌다. 서서히 회색으로 변해가는 괴물눈의 모습은 마족도 결국은 죽는다는 사실을 대변하고 있었다. -파지지직 -슈슈슉 -펑 동작이 느린 괴물눈이지만 결코 약하지는 않다. 뒤쪽의 괴물눈들이 선제공격을 당한 것이 억울하다는 듯 자신들의 눈에서 제각기 전격과 얼음덩어리, 그리고 불덩어리를 생성해서 발사했다. 괴물눈이란 놈은 싸워보기 전에는 그 속성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의외로 번 거로운 마물이라고 할 수 있다. “끼잉, 설산 아저씨!” 몽몽이 얼른 설산의 뒤로 피했다. 전투마인 설산은 통로를 거의 가로막고 있었고, 6개의 각종 속성공격은 모두 설산에게 적중될 수밖에 없었다. -콰콰쾅 “히히히힝, 이놈들이! 받아랏” 설산이 분노에 이성을 잃고 날뛰기 시작했다. 그는 평소에는 과묵한 인상의 고래지만 의외로 성질이 급했다. 자신의 말로는 어렸을 때 좁은 곳에서 갇혀 지내다 보니까 갑갑해서 성격이 조금 거칠어 졌다고 한다. 좁은 곳이란 리누만 전체를 의미한다. -퍽, 퍼퍽 설산의 3단 연속 뒷발차기에 두 마리의 괴물 눈이 타격을 받고 뒤로 튕겼다 . 다시 몇 개의 속성공격이 그의 몸에 화끈한 충격을 선사했다. “설산 잘한다. 완전히 뭉개버려!” “끼잉, 역시 설산 아저씨는 강해용.” 라딘과 몽몽은 열심히 설산을 응원했다. 완전히 작전대로였다. 설산은 거의 대부분의 공격을 혼자서 받아내고 있었다. 몽몽과 라딘은 그런 설산의 뒤에 숨어서 한 마리씩 확실하게 처리하면 되는 것이다. 완벽한 몸빵과 공격수의 역할분담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약 10분이 지났을 무렵 드디어 7마리의 괴물 눈이 모두 회색으로 변했다. 그러나 설산의 하얀 갈기는 이미 불에 타서 까만 재로 변했고, 그의 눈은 벼락을 수십 번 얻어맞은 후유증으로 초점이 어긋나 있었다. “잘했어, 설산. 역시 너의 생명력은 괴물눈이 감당하기 힘든 벽이야. 최고 의 몸빵! 네가 없으면 우리 파티는 절대로 유지될 수 없을 거야.” 라딘이 설산에게 연속으로 힐링 마법을 걸어주며 칭찬했다. 설산의 입에는 최상급 회복포션이 물려 있었다. “끼잉, 설산 아저씨의 몸통박치기는 너무 멋있어용. 괴물 눈이 한방에 날 아가서 정신을 못 차리네용.” 몽몽도 열심히 설산의 등 뒤에서 갈기를 정리해주며 아부했다. 그러나 설산은 뭔가 이상하다는 듯 라딘에게 물었다. 인간의 말을 할 수 없 기 때문에 귓말로 물어야 했다. ‘라딘경, 계속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이 기회에 물어보고 싶소만.’ “응? 뭔데?” 라딘은 초롱초롱한 눈빛을 발하며 설산의 질문을 기다렸다. ‘보통 마굴에서 모험을 할 때는 팰러딘이 가장 앞장서서 파티원들을 보호 해야 하는 것 아니오? 어째서 전투마인 내가 마물들의 공격을 모두 받아내 야 하는지를 잘 이해할 수 없소.’ “아, 그거?” -짝 라딘은 양손으로 손뼉을 치며 이제야 생각났다는 듯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생글생글 웃으면서 이유를 설명했다. “물론 원래는 내가 맨 앞에 서야겠지. 그런데 말이야. 내가 몸빵 서면 너 나 치료할 수 있어?” -푸르르륵 설산은 기가 막혔다. 그러나 딱 잘라서 그의 말에 항의할 근거를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니까 파티 플레이를 할 때는 역할 분담이 아주 중요해. 각자 자신이 맡은 일을 철저하게 수행하면 즐거운 마굴 탐험이 보장되지. 효율도 무지하 게 올라가고 말이야. 이것은 저 게임 뉴타입 크로키가 한 말이니 믿어도 될 거야.” ‘히히히힝, 그래서 어쨌단 말이오?’ 설산이 퉁명스럽게 라딘의 말을 받았다. 확실히 뭔가가 이상한데 이상하게 도 그의 말은 아주 합리적이고 허점이 없었다. “그러니까, 설산 네가 몸빵, 내가 치료, 몽몽이 함정제거와 각종 마법으로 서포트, 이렇게 기본 역활을 맡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거든. 물론 설산 네 가 조금 힘들긴 하지만 치료나 함정제거도 빼 놓을 수는 없으니까. 너무 심 각하게 생각하지 마. 사실 네가 아니었으면 이렇게 깊숙하게 들어올 수도 없었을 거야. 나도 몽몽도 너에게 감사하고 있다고.” 라딘의 결정타에 설산은 백기를 들었다. 몽몽의 이름이 나오면 설산도 거절할 수가 없다. 매일같이 자신의 털과 갈기를 빗으로 빗겨주는 몽몽은 설산에게 있어서도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정도로 소중한 가족과 같이 생각되고 있었다. 그리고 확실히 자신은 치료도 함정제거도 할 수 없었다. 결국 밥값을 하려 면 몸빵을 해야 했다. “자자, 그럼 결론이 나왔으니 계속 전진하자고! 몽몽아, 너도 설산 아저씨 처럼 남에게 의지가 되는 남자가 되어야 한다.” “넹, 물론이에용.” 뭐라고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상황이 정리되었다. 설산은 차마 몽몽 앞에서 몸빵을 못하겠다고 거절할 수도 없었기 때문에 그 후부터 완벽한 샌드백으로 변신하고 말았다. 30만의 생명력을 자랑하는 설산이야말로 정말로 라딘 파티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고 할 수 있었다. 그렇게 그들은 쉬지 않고 마굴에서 수련을 했고, 한 달이 지날 무렵, 라딘 은 드디어 700레벨의 고지를 넘어설 수 있었다. 모든 사람들의 상상을 초월한 그의 성장은 비밀리에 진행되고 있었다. ---------------------------------------------- 7_3 수련 ------------------------------------ 세 번째의 마교의 소굴은 당씨세가가 자리 잡고 있는 창현 지방에 위치하고 있었다. 50여 년 전 당씨세가와의 세력싸움에 져서 몰락한 백씨세가의 폐허 밑에 위 치하고 있었다. 당씨세가로부터 겨우 40 km 떨어진 곳이었다. 당씨세가는 크게 당황했다. 바로 옆에 위치한 마교의 거점을 알아차리지 못했다니? 체면이 크게 손상되 었다. 당가의 가주인 당사원은 굳은 얼굴로 척마멸사대를 찾아와 말했다. “창현의 일인 당씨세가에게 맡겨 주시오! 내 친히 장로들을 이끌고 가서 그 놈들을 한 놈도 남기지 않고 쓸어버리리다.” 세가의 자존심을 건 선언이었다. 결국 원래의 작전이 바뀌어 척마멸사대가 주변에 천라지망을 치고 당씨세가 의 고수들이 그곳에 진입하기로 결정되었다. 그러나 그 날의 전투는 예상과는 달리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치열했다. 백씨세가의 후예들은 원수 당씨세가에게 복수하기 위해 그들의 암기를 50년 간이나 연구해왔다. 대륙의 남동쪽에 위치한 정글지대에서 특수한 나무줄기의 껍질을 벗겨 그들 의 갑옷을 만들었다. 가벼우면서도 암기의 침투를 허용하지 않을 정도로 질 긴 나무줄기였다. 뿐만 아니라 마교에게 충성을 맹세한 대가로 그들의 수많은 독을 지원받은 백씨세가는 스스로를 독인으로 만들었다. 당씨세가의 거의 모든 독은 그들 앞에서 무력했다. 그리고 한때 당씨세가와 쌍벽을 이룰 정도로 위력적이었던 그들의 암기에 마교의 독이 발려졌다. 즉효성 독으로 격전 중에는 미처 치유할 사이도 없 이 죽어가는 맹독이었다. 마교로부터 유사시 당씨세가를 습격해서 그들을 멸문시키도록 명령받은 백 씨세가의 후예! 그들에게 당씨세가가 스스로 공격해 들어간 것은 결코 현명 한 일이 아니었다. 독이 묻은 모래가 모든 지하 통로에 뿌려졌고, 요소요소마다 공간을 메우는 수백 개의 암기가 날아왔다. 암기 대 암기! 고수의 수도 무공도 당씨세가 가 유리했지만, 50년간 원수를 갚겠다는 집념은 그것을 무시했다. 결국 당씨세가의 고수 중 약 300명이 죽고 나서야 가주인 당사원이 총퇴각 을 명했다. 후퇴한 후에 사망자를 조사해보니 부활도 못한 자가 150명이나 되었다. 죽은 자들중 절반이 시체도 건지지 못한 것이다. 그 중에서는 당씨세가의 7 명의 장로들 중 3명이 포함되어 있었다. 일패도지라는 말이 너무나도 어울 렸다. “이,이럴수가!” 당사원은 결국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오열했다. 무적당가의 500년 전통 이 자신의 대에 와서 더럽혀지다니! 그런 그의 모습에 모든 사람이 인생무상을 느꼈다. 서대륙에서 남궁세가에 이어 두 번째로 강한 세가가 이번 한 번의 싸움으로 크게 기운 것이다. 앞으로 2,30년 동안 당씨세가는 과거의 성세를 회복하 기는 어려우리라! 결국 척마멸사대가 당씨세가의 뒤를 이어 공격을 시도했다. 이미 상대의 수법이 모두 알려진 이상 제갈세가는 완벽하게 대응책을 세우 고 있었다. 동대륙에서 라딘 상회의 배를 타고 건너온 강철방패가 전위공격대에게 지급 되었다. 무겁기는 해도 암기와 같은 가벼운 무기는 그 방패를 통과하지 못한다. 그 들은 사각의 강철방패를 앞세우고 돌진했다. 물론 그래도 피해는 있었다. 방패가 아무리 커도 쏟아지는 암기를 모두 막 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혼신의 힘을 다한 당씨세가와의 전투가 끝나서 기력이 쇄진한 백씨 세가의 후예들은 이번 전투에서는 거의 힘을 쓰지 못했다. 결국 최소한의 피해로 적들의 방어막 바로 앞까지 전진한 전위공격대의 육 탄공세에 암기와 독에는 능하지만 이렇다 할 접근전 기술이 없는 백씨세가 의 후예들은 서서히 허물어져 갔다. 50년 전에도 암기와 독으로는 당씨세가에게 뒤지지 않았지만 접근전에서 우 열이 났었다. 당가의 무공은 암기만이 아니라 길이 6m의 채찍을 마치 손발 처럼 다루는 편법도 뛰어났다. 그것이 바로 백씨세가와 당씨세가의 차이였다. 그리고 이번 전투에서도 같은 이유로 백씨세가, 아니 마교의 창현 분타는 무너졌다. 전투가 끝났다. 복수를 위해 어둠으로 들어간 한 가문은 영원히 멸문되었다 . 사람들은 전투가 끝난 다음에도 승리의 환성을 지르지 않았다. 당씨세가의 위신을 배려한 것도 있지만 50년 전까지 같은 무림맹 소속이었 던 백씨세가가 이렇게 적으로 나타나 그들과 싸우다 멸문된 것에 운명의 장 난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척마멸사대는 세 번째 마교분타를 괴멸시켰다. 그리고 그들의 명성은 전 대륙에 진동했다. 아이러닉하게도 당씨세가가 공격했다가 크게 당한 것이 그들의 명성을 몇 배나 크게 만들었다. 7대세가중에 두 번째로 강대하다는 당씨세가가 마교의 분타 하나를 이기지 못해 물러났다는 것은 큰 충격이었다. 그리고 그런 곳을 큰 피해 없이 세 곳이나 부순 척마멸사대는 이제 전 무림 인의 선망의 대상이라고 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척마멸사대를 무림을 구원할 희망이라고 서슴없이 말했다. 그리고 각 가문에서 누가 척마멸사대에 참여하고 있는지도 세세하게 알려지 기 시작했다. 결국 척마멸사대를 이끌고 있는 서문세가의 사람들은 오히려 서문기검이 살 아있을 때보다 더욱 유명해지고 말았다. 후대의 부흥을 위해 일대를 희생하겠다는 애초의 계산과는 달리 서문철이 가주로 있는 서문세가는 당대에 부흥을 하고 있었다. 운명이란 알 수 없는 것이라고 모든 사람들이 입을 모아 말했다. 그러나 그들은 몰랐다. 당씨세가가 당하고 척마멸사대가 창현 분타를 괴멸 시켰을 때, 라딘이 크로 키에게 귓말로 서대륙 전체에 이 소문을 퍼뜨리라고 지시했다는 것을! 아도 용병단에 소속된 모든 이계인들이 가상현실 팬사이트에 실린 아주 약 간 편집된 동영상을 보고 척마멸사대의 강함을 노래했다는 사실을! 남의 실수는 곧 나의 기회라는 고대로부터 내려온 격언을 라딘은 철저하게 지켰다. 기회가 있으면 놓치지 않는다는 라딘의 신념에 의해 서문세가는 전 대륙에 그 저력을 알렸고, 서문세가와 이미 20년 장기 거래 계약을 맺은 라딘 상회 와 아도 용병단은 서문세가와 더불어 나날이 성장하고 있었다. ------------------------------------------------ 7_3 수련 -------------------------------------- 이미 세 번의 큰 전투를 경험한 척마멸사대 대원들은 크나큰 성장을 했다. 전투가 끝나자마자 마굴로 수행하러 떠나는 라딘의 각오는 그들에게도 전해 졌다. 생사를 건 전투! 평생 한번 경험할까 말까 한 그런 전투를 경험한 자들의 눈빛은 세가 내에서 안전하게 수련하던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다. 그들은 자신들의 미숙함을 절실하게 깨달았다. 7대 세가의 힘은 결코 무적이 아니었다. 마교의 분타중에 용담호혈이 아닌 곳이 없었고, 만약 그들이 준비를 끝마치 고 세상에 일제히 세상에 나왔다면 서대륙 전체가 어둠의 힘에 크게 흔들렸 을 것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자신들보다 훨씬 강한 라딘경조차 조금이라도 강해지지 않으면 안 된다고 수련을 멈추지 않는데 자신들이 쉴 수는 없다! 결국 그들도 쉬지 않고 수련했다. 한 번의 전투가 끝나면 그 때 얻은 경험을 토대로 한 단계씩 강해진다. 레 벨이 문제가 아니다. 그들은 실전무예로 성장하고 있었다. 라딘이 로그아웃 해서 미리네와 주말 데이트를 마치고 다시 브리시아 세계 에 돌아왔을 때, 척마멸사대의 본진에 무림맹의 군사인 제갈선이 직접 찾아 왔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즉시 본부회의소로 갔다. 간이건물이었기 때문에 그다지 내부가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적당한 크기의 탁자와 주위에 있는 12개의 의자에 앉아 있는 인물들은 서대륙 전체에서도 이름 높은 고수들이었다. 라딘이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자 제갈선이 바로 회의를 진행했다. 그가 직 접 온 것을 보면 상당히 중요한 용건이 있을 것이다. -좌락 “네 번째의 공격 목표가 확정 되었소.” 제갈선이 지도를 펴며 말했다. 사람들은 그의 말에 일제히 탁자위에 펼쳐진 지도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그 들은 다시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제갈선을 쳐다보았다. “세르겐 왕국전도가 아닙니까? 이 왕국에 마교의 거점이 있다는 얘깁니까? ” 서문철이 사람들을 대표해서 궁금한 것을 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왕국 은 비록 소국이지만 제법 탄탄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고 치안도 확실했다. 왕이 직접 국가의 발전을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하고 백성들은 그런 국왕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모범적인 정치체제를 가진 나라이다. 이런 곳에 비밀세력을 구축한다는 것은 정말로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제갈선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안타깝게도 그렇소. 그리고 더욱 놀라운 사실은 세르겐 왕국자체가 바로 마교의 거점이라는 것이오!” -쿠쿵 사람들은 순간적으로 제갈선의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잠시 후, 서문철이 다시 제갈선에게 물었다. “왕국이 마교의 거점이라는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하겠군요?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해 주실 수 있습니까?” 그의 물음에 제갈선은 더욱 얼굴을 굳히며 설명을 시작했다. 세르겐 왕국의 역사는 100년에 이른다. 당시 두 개의 왕국이 서로 전쟁을 벌일 때, 세르겐이라는 자가 나타나 두 왕국을 설득하여 그 국경 사이에 완충지대의 개념으로 공국을 세웠다. 그는 자신의 나라가 두 왕국 공통의 공국인 것을 이용, 절묘한 중립정치로 조금씩 세력을 키워나갔다. 그가 바로 세르겐 1세이다. 그리고 30년 후, 그의 아들인 알카작이 왕위를 이었을 때, 결국 독립을 선 언, 정식으로 왕국이 되었다. 물론 두 왕국에는 거액의 뇌물이 들어갔다. 하나의 공국을 통째로 살 만한 금액이다. 전쟁의 폐해로 인해 국력이 쇠퇴하기 시작한 두 왕국은 별로 나올 것도 없 는 중립공국보다는 현금을 선호했기 때문에 결국 세르겐 왕국은 지금까지 무사히 존속 되어 왔다. 이 왕국은 조그마한 왕국인 만큼 국민과 귀족이 힘을 합치지 않으면 살아남 기 힘들다. 결국 그들은 수십 년 동안 노력했고, 이제는 주변국들에게 무시당하지 않을 정도까지 성장했다. 그런데 제갈 세가는 이 모범적인 왕국의 건국 스토리에서 하나의 의문점을 가졌다. 처음에 세르겐 1세는 어디서 나타났는가? 그의 과거는 아무도 모른다. 물론 나름대로 신분이 있지만, 그 당시 제갈 세가의 조사에 의하면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왔다. 그리고 공국에서 왕국으로 독립을 선포할 때 사용된 그 막대한 자금은 어디 서 나왔는가? 국가 예산이 하늘에서 떨어질 수는 없다. 혈월신마의 무덤이라도 발견하지 않으면 개인으로는 얻을 수 없는 금액이다 . 만약 그런 기연을 얻었다고 해도 그 물건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세상에 알려 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제갈 세가는 그 자금의 출처를 전혀 알아낼 수 없었다. “으음, 그렇다면 세르겐 1세가 마교의 인물이라는 것이오?” 서문철이 신음을 흘리며 제갈선에게 확인하듯 물었다. 제갈선은 더없이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세르겐 왕조가 바로 마교가 변신한 세력이오!” ‘으음, 장난이 아니군, 결국 제갈 세가는 세르겐 왕국의 비밀을 밝히는 데 성공해다는 얘기잖아?’ 라딘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사실 자신이 전해준 정보 중에 레디안 제국의 첩보부와 라르고의 눈의 자료 에서 세르겐 왕국의 건국상의 의문점에 대한 기록이 있기는 있었다. 하지만 그들조차 이 자금이 어디서 나왔는지 알 수 없다고 되어 있었는데, 제갈세가가 결국 밝혀낸 모양이었다. 사실 제갈세가는 동대륙의 제국이 서대륙의 거점을 마련하기 위해서 자금을 투입한 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하고 있었는데 양 제국의 정보에서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고 다시 전력을 투입하여 전후 사정을 캐낸 것이다. 그리고 그 자금 중의 일부가 척마멸사대가 전멸시킨 광씨세가에서 나왔다는 것을 알았을 때, 평생을 정보처리에 몸바친 그들도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으음, 그렇다면 사태가 심각하군.” 서문철이 고개를 들어 천정을 바라보며 독백하듯 말했다. 사실 한 나라의 왕이 마교의 인물이라고 한다면 섣불리 그자를 공격할 수는 없다. 확실한 증거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확실한 증거라는 것은 그 왕국의 백성들을 납득시킬 수준이 아니 면 안 된다. 그렇지 않다면 왕국의 모든 병사들이 자신의 나라를 지키기 위해 그들을 공 격할 것이다. 잘못하면 다른 왕국들도 무림맹이 음모를 꾸며 나라를 세우려 한다고 오해 할 수도 있다. 사람들은 마교의 저력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나라 하나를 통째로 만들다니! 그들의 힘이 그 정도까지 강하다는 것에 모 든 사람들이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그럼 어떻게 되는 것인가요? 이번 목표가 세르겐 왕국의 왕궁이라면 제갈 가주께서 계획이 있으실 것 같습니다만.” 라딘이 날카롭게 질문을 했다. 과연 이번 목표가 그것이라면 어떤 작전이 있다는 말이리라!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제갈선을 향했다. 무림맹의 군사의 실력을 직접 견식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 제 목 신마대전 [249 회] 날 짜 2004-11-07 조회 / 추천 9439 / 285 선작수 5649 공지 공지가 없습니 다 옵 션 글자 크기 8 9 10 11 12 13 14 15 <<< 이전 이후 >>> 7_3 수련 ---------------------- 제갈선의 얼굴은 더 없이 심각했다. "한 나라의 수뇌부가 마교의 화신이라는 것은 정말로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소. 아주 민감한 상황이니 만큼 신중에 신중을 기해도 모자랄 것이오. 그러나 이미 세르겐 왕국에서 일이 벌어졌소." 제갈선은 비분강개한 얼굴로 좌중의 사람들에게 지금 세르겐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설명했다. 모든 사람들이 그의 말에 경악하며 마교의 죄악을 용 서할 수 없다고 소리쳤다. 라딘마저도 놀랐다. 정말로 마교라는 존재는 세상에서 사라져야 하는 존재 였단 말인가? 그의 설명에 의하면 지금 세르겐의 수도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왕국의 병 사들에게 잡혀가서 무차별 학살을 당하고 있다고 한다. 왕국의 병사들은 이 미 대부분 좀비로 변해있고, 수도는 이미 사람의 도시가 아닌 좀비의 도시 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은 세르겐 왕국의 전 국민 30만을 모두 좀비로 바꿀 계획임에 틀림없 소. 그동안 마교의 소굴을 소탕하면서 얻은 정보를 분석하면 마교는 이미 천하를 뒤집어엎을 준비를 거의 끝낸 상태였음을 알 수 있었소." 제갈선은 다시 마교가 머지않은 미래에 세상의 표면에 나와 일거에 시행하 려고 했던 작전들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광씨세가의 장부에서 그들이 세상에 독이 든 곡식을 퍼뜨리려고 했다는 것 을 알았다. 보통사람이라면 꼼짝없이 병들어서 거동이 불가능 해 질 것이다 . 그와 동시에 세르겐 왕국의 전 국민을 좀비로 변하게 해서 주변왕국을 치면 , 병들어서 도망을 갈 수 없는 백성들은 결국 좀비가 될 것이다. 수백만의 좀비가 발생하게 된다. 그런 상황에서 7대 세가는 마교의 기습을 받을 것이다. 서대륙은 일거에 대 혼란에 빠지게 되고 마교의 무리들은 세상을 어둠에 물들이는 것에 성공할 것이다. -쾅 "저런 흉악한 놈들이! 사람의 생명을 무엇으로 생각하는 건가?" 서문철이 결국 화를 참지 못하고 탁상을 주먹으로 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든 사람들이 상상을 초월하는 마교의 악랄한 음모에 치를 떨고 있었다. "다행히 우리가 약간 빠르게 그들을 치는 바람에 그들의 계획이 수포로 돌 아갔소. 그러나 그 간악한 놈들이 결국 일을 벌인 것이오." "으음, 그렇다면 이미 수도의 사람들은 모두 좀비로 변한 겁니까?" 라딘이 조용히 물었다. 세르겐 왕국의 수도에는 약 3만 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그렇다면 3만 마리 의 좀비와 싸우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사람들의 얼굴에 그늘이 졌다. "아직은 전부가 아닐지 몰라도 우리가 그곳에 갈 때쯤이면 이미 수도는 완 전히 죽음의 도시가 되었다고 봐야 할 것이오." 제갈선이 침통한 음성으로 단언했다. 사람들은 기가 막힌듯 한숨을 내쉬며 당장 출발하자고 일어섰다. 하루가 늦으면 그 하루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될지 모른다. 일단 수도의 사람들이 모두 좀비가 되었다면 그들은 다시 전국의 30만 백성 을 공격하기 시작할 것이다. 좀비의 수가 10만이 넘어가면 일국의 무력으로는 제어가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좀비에게 죽은 자는 다시 좀비가 되기 때문에 병사들로 좀비를 잘못 공격하다가는 그들조차 언데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제갈선의 말에 의하면 이미 무림맹에서 세르겐 왕국의 주변국인 다이칸 왕 국과 파이럴 왕국에 사자를 보내 그 사실을 알렸다고 한다. 군대가 움직일 것이다. 하지만 양국의 군대가 같이 그곳을 친다고 해도 결국은 그들은 자국을 방어 하기 위한 움직임이 주가 될 것이고 그 사이에서 얼마나 희생이 불어날지 아무도 상상할 수 없다. 라딘은 굳은 얼굴을 하고 일어나 자신이 속한 3조로 갔다. 그는 3조의 조장 은 아니지만 이미 그 조에서 최강자로 인정받고 있었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 이 라딘을 반겼다. 그러나 그는 웃을 수 없었다. 이것은 아니다. 이런 무차별 학살로 죽음의 군대를 만들다니! 정말로 마교 는 용서받을 수 없는 자들이다! "가죠." 설산에 올라탄 라딘은 3조 조장인 서문세가의 3장로 파검풍사에게 말했다. -두두두두두 척마멸사대는 하나같이 굳은 얼굴로 어제까지 살아있는 인간이 었던 자들의 시체를 구원하기 위해 세르겐 왕국으로 향했다. ------------------------ -크아아아악 "아악, 살려줘요!" 거리에는 회색의 좀비들이 산자들을 찾아 헤매고 있다. 얼마 남지 않은 사람들은 저마다 살길을 찾아서 지하실에 숨거나 필사적으 로 말을 타고 도망가려고 했지만 이미 수도의 외각은 마교의 무리들에 의해 봉쇄되고 암흑의 사제들은 좀비들에게 쉬임없이 저주마법을 걸고 있었다. "크크크, 무림맹 놈들 이곳의 비밀을 알아내다니! 하지만 그냥 당할 수는 없지, 우리 암흑신교의 무서움을 세상에 알리는 것이 바로 이 신호 지부의 사명이 아니던가? 적어도 100만의 인간을 좀비로 만들어야 한다! 이 세르겐 왕국의 모든 살아있는 자들과 주변왕국까지 죽음의 세례를 내리리라! 으하 하하하하하." 성 위에서 얼마 전까지 자신이 가장 아끼던 수도의 백성들의 비명소리를 들 으며 광소하는 한 사람이 있었다. 그가 바로 세르겐 왕국의 제 3대 국왕 세르겐 2세이다. 그의 정체는 마교의 제2 장로인 발리듀스, 암흑신의 다크팰러딘이다. 그는 이 세르겐 왕국에서 왕이자 기사로서 모든 백성들의 존경을 받으면서 군림했다. 그러나 이제 자신들의 정체가 들어난 지금 그들의 모든 계획은 수포로 돌아 갔다. 결국 완전하지는 못해도 시작할 수밖에 없다. 무림맹! 그 여신의 저주를 받아 마땅한 놈들에게 진정한 마교의 힘을 보여 주리라! 대외 4대 지부중 하나인 신호지부 세르겐 왕국! 백만의 좀비군단을 양성하 기로 되어 있는 이곳의 힘이 드디어 세상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시간 이 없다. 300명의 어둠의 사제들이 필사적으로 사방에 저주를 걸고 있지만, 아직 수 도의 사람들도 다 좀비로 만들지 못했다. 하지만 내일 밤이면 드디어 수도를 벗어나 전국으로 퍼져 나갈 수 있다. 3만에서 6만으로, 6만에서 다시 12만으로, 그리고 결국 30만 100만으로 기 하급수적으로 불어날 것이다. 1천년을 준비해온 마교의 야망은 이곳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발리듀스는 웃었다. 그것은 죽음의 사자의 웃음이었다. =+=+=+=+=+=+=+=+=+=+=+=+=+=+=+=+=+=+=+=+=+=+NovelExtra(novel@quickskil l.com)=+= 제 목 신마대전 [250 회] 날 짜 2004-11-08 조회 / 추천 9455 / 262 선작수 5649 공지 공지가 없습니 다 옵 션 글자 크기 8 9 10 11 12 13 14 15 <<< 이전 이후 >>> 7_4 세르겐 왕국 ------------------------------------ 세르겐 왕국에서 일어난 사태는 제갈세가의 재빠른 대응에 의해 주변 왕국 과 서대륙에 위치한 샤이야 교단의 대성당에 알려졌다. 이에 다이칸 왕국과 파이럴 왕국에서는 4개의 기사단과 6만의 군대를 파견 했다. 이들은 세르겐 왕국을 좌우에서 동시에 치기 시작해서 가능한 한 빠 른 속도로 진군을 했다. 늦으면 좀비의 수가 얼마나 늘어날 지 아무도 모른다. 정말 이런 끔찍한 음 모를 꾸민 마교의 무리들은 저주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일단 세르겐 왕조가 마교의 화신이라는 것이 밝혀진 이상, 다이칸 왕국과 파이럴 왕국은 과거 자신들의 영지를 되찾아야 했다. 세르겐 왕국은 이제 존재하지 않는 나라이다. 그런 만큼 그곳에 사는 백성들은 자신들의 왕국의 백성이 될 것이다. 그들은 그런 제갈세가의 말에 상당히 기뻐하며 정말로 최선을 다해 그들을 보호했다. 그러나 아무리 빨리 움직여도 군대의 진군 속도는 한계가 있다. 1 주일이 지나 수도 근경까지 그들이 진군했을 때, 이미 수도 근처에는 10 만의 좀비가 있었다. 나라의 주민 중 3분의 1이 희생된 것이다. 그들은 망연자실 할 수 밖에 없었다. 10만의 좀비라니! 6만의 병사들로 그들을 막기는 쉽지 않다. 그놈들은 일단 공격을 시작하면 마치 해일처럼 병사들에게 쏟아질 것이고, 그들에게 희생된 병사는 얼마 안가서 그들의 동료로 되살아날 것이다. 이곳은 대마교 연합군의 작전회의 막사이다. 다이칸 왕국의 미세프 후작, 파이럴 왕국의 배린 후작, 그리고 샤이아 교단 의 성기사단장 파이든 경을 비롯한 10여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다. 아직 척마멸사대는 도착하지 않았다. 그들이 주둔하고 있던 지역은 이곳에 서 상당히 떨어진 곳이기 때문에 2,3일 후에나 도착 할 것 같았다. "으음, 어떻게 했으면 좋겠소?" 다이칸 왕국군의 사령관인 미세프 후작이 다른 사람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일단 그가 좌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았고, 왕위 계승권을 가지고 있을 만큼 서열도 높았기 때문에 잠정적인 총지휘관으로 인정된 상태였다. 샤이아 교단의 파이든 경이 앞으로 나서서 말했다. "좀비도 문제지만 좀비를 지휘하는 암흑사제들이 더욱 큰 문제입니다. 그들 은 좀비를 강화하고 병사들에게 치명적인 저주를 걸 것이오." 사람들은 약간 질린 듯 혈색이 빠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수천의 좀비 사이에 섞인 암흑사제들이 마법을 사용하기 시작하면 손 쓰기가 무척 힘들어진다. 그들은 주로 언데드 환상으로 자신들을 좀비와 똑 같이 보이게 만들기 때문이다. 다시 샤이아의 대사제인 밀턴 추기경이 나서서 말했다. "제갈 세가에서 전해온 정보에 의하면 세르겐 국왕으로 변해 있는 자의 정 체는 바로 마교의 제 2 장로인 발리듀스라고 하오." "으음, 발리듀스, 그자가...!" 사람들은 모두 놀랄 수밖에 없었다. 850레벨의 다크팰러딘 발리듀스! 그는 바로 어둠의 기사단 블랙팬서의 기사단장이다. 그가 세르겐의 국왕이라면 세르겐의 기사단은 저 공포의 암흑기사단 블랙팬 서임에 틀림없다. 총 200명의 기사로 구성된 블랙팬서는 그 10부장 20명이 모두 다크팰러딘이다. 기사단원들도 거의 400정도의 레벨이기 때문에 현재 알려진 마교의 최강 무 력 중에 하나로 손꼽힌다. "저들의 힘은 충분히 알았소. 그러나 우리가 지금 논의해야 할 일은 저들에 게 어떻게 대응하냐는 것이오. 대응책을 말씀해 주시기 바라오." 미세프 후작은 다시 주위를 돌아보며 신중하게 말했다. 사람들은 모두 침묵했다. 확실히 이 문제는 간단하지가 않았다. 어쩌면 마교의 발호는 두 개의 왕국의 힘만으로는 감당하기 힘들지도 모른 다는 생각이 그들의 머릿속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때 밀턴 추기경이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일단 낮이 되면 좀비들은 땅을 파고 들어가서 숨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들과의 싸움은 주로 밤에 일어나게 되겠지요." "그렇다면 낮에 좀비들이 없을 때 왕성으로 쳐들어가는 것이 효과적이 아닐 까요?" 밀턴 추기경의 말에 배린 후작이 제안을 했다. 지금 좀비들은 부대를 이루고 진형을 유지하면서 움직이고 있다. 그들은 암 흑마법에 의해 저주받아서 한 사람의 영향력아래에 놓여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좀비들을 공격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정말 10만의 군대와 싸우는 것보다도 오히려 힘들다. 그러나 좀비들이 통제성을 잃고 제멋대로 움직인다면 그것은 오합지졸과 마 찬가지이다. 6만의 군대로도 쉽게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배린 후작이 계속해서 말을 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자신도 모르게 힘이 들 어가고 있었다. "중요한 것은 좀비를 통괄하는 자를 죽여야 한다는 것이오. 통솔이 되지 않 는 좀비는 어떻게든 처리할 수가 있소. 하지만 강력한 어둠의 힘으로 부대 를 형성한 좀비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불사의 군대이기 때문에 대응하 기가 몇 배나 더 힘들어 집니다. 발리듀스를 처치하면 우리는 승리할 수 있 소!" 사람들은 혹시 그럴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모두 밀턴 추기경을 보았다. 그러 나 밀턴 추기경은 고개를 저었다. "낮 동안에 왕성을 함락시키지 못한다면 우리 군은 땅에서 기어 올라오는 좀비들의 한가운데에 위치하게 됩니다. 밤에 좀비와 난전을 벌이는 것은 피 해야 하지요." 사람들은 결국 마음을 비우고 밀턴 추기경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역시 좀비나 암흑마교와 같은 어둠의 무리들은 그들과 싸우는 빛의 교단의 의견에 따르는 것이 현명하다. "결국 우리는 수도 주위의 살아남은 사람들을 모두 피난시키고 가능한 한 전열을 유지하며 서서히 후퇴해야 합니다." 밀턴 추기경이 제시한 전술은 바로 유인 확장책이다. 좀비는 움직임이 둔한 만큼 이동이 느리다. 그렇기 때문에 밤마다 왕국의 병사들이 장거리 공격과 방어에 주력하면서 서서히 후퇴하면 결국 좀비들과 의 접근전을 피할 수 있을 것이고, 최소한의 피해로 전열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침이 되면 땅을 파고 숨은 좀비들을 찾아 파괴해야 한다. 상당히 번거러운 작업이지만 그렇게라도 수를 줄이는 것이 좋다. 그렇게 며칠을 후퇴하면 좀비들은 자연스럽게 넓게 퍼질 것이다. 안이 비는 것이다. 그 때, 특공대를 조직해서 왕성을 친다. 강력한 기사단과 신성사제들, 그리고 무림맹의 고수들이 일제히 돌격해 들 어간다면 좀비들의 무리를 뚫고 상대적으로 비어있는 세르겐의 왕성을 공격 하면 적의 괴수를 처치할 수 있을 것이다. "과연 좋은 의견이오. 그런데 특공대의 힘만으로 왕성을 함락시킬 수 있겠 소?" 뜻밖의 좋은 의견에 미세프 후작이 약간 기운을 차린 듯 승산이 있냐고 물 었다. "왕국의 기사들 중에 300레벨을 넘긴 사람들과 2천의 척마멸사단, 그리고 우리 신성사제 100명과 성기사 20명이 모두 힘을 합치면 가능할 것입니다. 저쪽도 성 안쪽에는 암흑기사단인 다크팬서 이외에는 거의 병력이 없을 것 이오. 암흑사제들은 좀비들을 통솔해야 하니 아무래도 성 바깥쪽으로 나와 있겠지요. 그렇기 때문에 그들을 유인해야 합니다." 밀턴 추기경의 말은 합리적이었고, 이 상황에서 가장 쓸 만한 전략이라고 할 수 있었다. 피해를 최소화 하면서 강력한 소수정예로 적의 심장부를 치 는 작전은 위험도가 높은 반면에 성공을 했을 때의 효과도 크다. 그날의 회의에 의해 양국의 군대는 수도 주위의 모든 민간인을 후방으로 피 난 시켰다. 하루가 지날 때마다 좀비들의 영역은 넓어졌고, 그로인해 피난민은 점점 더 많아졌다. 척마멸사대가 그곳에 도착한 것은 3일 후였다. 그 때에는 이미 10만에 달하 는 난민이 발생한 후였다. 그들은 그동안 이곳에 오면서도 마교의 악행을 들어왔지만, 직접 수만의 좀 비 무리를 보고는 더욱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드디어 반격의 날이 왔다. 돌격시기는 좀비의 공격이 시작되는 저녁 이다. 정면에서 좀비와 싸워 그것을 뚫고 나가야 날이 밝았을 때, 성에 도착하여 전투를 할 수 있다. -둥, 둥, 둥 드디어 좀비의 공격을 알리는 북소리가 울렸다. 해가 산 저쪽 으로 넘어가고 땅에서는 좀비들이 기어나오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모두 자신들이 지켜야 할 것들을 가슴에 담고 서서히 군대의 앞으 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 음, 이부분은 나중에 조금 수정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약간 이상한 부분도 많고 글이 조금씩 끊기네요. 출판 수정할 때 대폭 변경할 지도 모르니 미리 양해를 부탁드리겠습니다. =+=+=+=+=+=+=+=+=+=+=+=+=+=+=+=+=+=+=+=+=+=+NovelExtra(novel@quickskil l.com)=+= 제 목 신마대전 [251 회] 날 짜 2004-11-09 조회 / 추천 10076 / 279 선작수 5649 공지 공지가 없습 니다 옵 션 글자 크기 8 9 10 11 12 13 14 15 <<< 이전 이후 >>> 7_4 세르겐 왕국 ------------------------------- 달이 뜨고 어둠이 세상에 드리웠다. 빛의 신의 시간은 지나가고 어둠의 여 신의 축복받은 밤이 온 것이다. 성벽에는 한 명의 기사가 마치 동상처럼 굳건하게 서 있다. 피처럼 붉은 전신갑옷과 풀-페이스 헬름을 쓰고 거대한 도끼를 땅에 세우고 서 있는 그는 검은 하늘에 두 개의 달이 떠서 빛나는 밤하늘의 축복을 받 으려는 듯이 하늘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그 기사의 뒤에는 몇몇의 기사가 약간 허리를 굽히고 전황을 보고하고 있다 . "크크크, 저 척마멸사대라는 놈들과 샤이아의 노예들이 진격을 시작했다고? " "옛, 척마멸사대 2천, 다이칸과 파이럴 왕국의 기사단 400명, 샤이아 신성 기사단 400명, 신성사제 100명, 총 2900명입니다. 최소 레벨 300이상, 평균 400이상의 초정예 군단입니다." "과연 적은 수는 아니군, 이 성의 전력은 500명 정도에 불과하지, 성의 이 점을 생각한다고 해도 그 정도의 정예부대라면 하루 안에 충분히 이 성을 함락할 수 있으리라 생각할 수 있겠지." -부웅 붉은 전신갑옷의 기사, 발리듀스는 자신의 애병인 그레이트 액스를 들어 허공을 베었다. 팔근육이 부풀며 심장의 고동을 더욱 빠르게 했다. 이곳을 알아내다니! 무림맹의 정보망은 확실히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결국 서대륙을 완전히 점령할 수 있는 대 계획이 미처 실현되기도 전에 크 게 꺾였지만, 아직 완벽하게 실패한 것은 아니다. 이제 이곳을 향해 오는 무림맹과 주변국의 정예들을 모두 처리하기만 하면 저들의 무력은 절반이하로 깎인다. 그렇게 되면 마교 총단에서 결단을 내릴 것이다. 아니, 자신의 지휘 하에 있는 동부 대외 분타만 모두 일어나도 인접국인 다 이칸 왕국과 파이럴 왕국정도는 완전히 장악할 수 있다. 100만의 좀비를 생 성하게 된다. "준비는 완벽하겠지?" "넷, 이미 최고급 강화 좀비 1만을 성 주위에 묻어 놨습니다. 그리고 이번 에 총단에서 들여온 와이트와 고스트들도 300마리 정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 한쪽에 있던 기사가 급히 대답했다. "마법진의 준비는 완벽합니다. 이곳에 있는 암흑사제단과 환영술사단 50명 이 마법진을 펼칠 경우, 하루정도는 낮이라도 태양을 완벽하게 가릴 수 있 습니다. 특수 독액으로 강화된 강화좀비라면 태양빛을 직접 받지 않는 한 완전히 자유롭게 싸울 수 있습니다." -끄덕,끄덕 발리듀스는 만족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 신호지부는 서대륙의 동부지역을 총괄하는 대외지부 중 최고의 분타이다 . 그리고 지난 100년간의 준비가 거의 끝나감에 따라 앞으로 10년 안으로 일거에 세상을 뒤집어엎기 위해 암흑신교의 제 2 장로인 자신이 직접 이곳 으로 왔다. 신교에서 두 번째로 강한 자신이! 아니, 마영신장이 죽은 지금 가장 강한 자는 바로 자신이다. 다시 말해서 이 신호지부에는 마교의 절반에 해당하는 힘이 모여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만큼 이곳의 힘은 두 개의 왕국과 저 척마멸사단이 감당하기 힘든 것 이다. 적어도 무림맹 전체가 힘을 모으고, 빛의 교단이 총 출동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처음에 이곳의 정체가 발견 되었을 때, 발리듀스는 분노에 자신의 몸이 타 버리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냉정하게 현 상황에서 최선의 결과를 나타내는 것 이다. 결국 그는 선수를 쳐서 죽음의 해일 계획을 발동시키기로 결정했다. 일 주일도 되지 않아서 수도의 3만 명의 인간이 좀비로 변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안 왕국과 빛의 교단, 그리고 무림맹의 힘이 이곳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들은 전력을 투입하지는 않았다. 오직 3만의 좀비만을 상대하기 위한 전력만이 떠났다. 발리듀스는 그들이 움직이자 마자 바로 총력을 동원하여 수도 주위를 공격 하기 시작했다. 이계인 무전병을 이용한 정보망은 정말로 효율적이었다. 그들이 출동하고 이곳에 오는 1주일 동안 좀비의 수가 10만으로 늘었다. 그 리고 그들이 이곳에 도착할 무렵 발리듀스는 다시 전력을 성 안으로 감추었 다. 그들은 자신들이 상대하는 좀비들과 그것을 제어하는 다크프리스트들이 수 만 많을 뿐 거의 최하급의 존재들이라는 것까지는 알아채지 못했으리라! 기사나 전사들이 변해 생성된 좀비들은 대부분 독액을 발라 성 주위에 묻어 두었다. 물론 어둠의 사제들도 10만의 좀비들을 조정하기 위한 최소한의 수만 남기 고 강력한 암흑 사제들은 이곳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무엇보다 상급 언데드인 와이트와 고스트, 1주일 만에 수도 주변을 초토화 시킨 주력인 그들도 다시 성안에 모였다. 허허실실 전법! 적의 주력을 일거에 쓸어버리고 남은 병사들을 각개 격파하 여 좀비의 수를 늘릴 계획이었다. 이제 며칠만 있으면 백만의 좀비가 세상 을 어둠으로 덮을 것이다! 2천 9백명이라고? 훗, 지옥을 보여주마. 발리듀스는 웃었다. 얼굴을 가린 악마의 가면에 가려 그의 웃음은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았 지만, 그의 몸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어둠의 마법방어오라는 달빛을 받 아 요요롭게 빛나고 있었다. --------------------------------- -두두두두 -캬아아아 사방을 둘러봐도 오직 좀비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정면에서는 성기사들이 랜스에 홀리웨폰을 건채로 일렬로 서서 기마돌격을 감행하고 있다. 하급의 좀비는 절대로 막지 못할 힘이었다. 그 뒤를 마치 시가지 가두 행진을 하듯 30열종대로 전진하는 기사들과 안쪽 의 성직자들은 주변에서 달려드는 좀비들을 보며 질린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래도 생각보다는 쉽게 길이 열렸다. 이미 밤이 깊은 지금 어둠과 좀비 속에 숨어 있는 다크 프리스트들의 기습 적인 저주마법은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런 피해를 각오한 돌진이었지만 막상 적들 사이로 뛰어들고 보니, 의외로 저주마법이 거의 날아들지 않고 있었다. 그들은 지금 10만의 좀비를 제어하고 있는 암흑사제가 100명 정도에 불과하 다는 사실을 몰랐다. 그들은 자신들의 마력을 총동원해서 쉴 새 없이 언데드 제어 마법을 반복해 서 사용하고 있는 중이었다. 다른 저주 마법을 펼칠 여력이 없는 것이다. 기사단의 돌격은 집단전에서 엄청난 힘을 발휘하지만 그래도 그 힘의 한계 는 있다. 끝없는 좀비의 물결속에 드디어 전면의 돌격이 멈췄다. 위험했다. 일단 속력을 잃은 기마병은 그 힘의 3분의 1도 발휘하지 못한다. "죽지 못하는 자들이여! 영원의 안식을 얻으라! [홀리 라이트]!" -파앗 샤이아의 대사제인 밀턴 추기경이 두 손을 하늘에 들고 주문을 시전 했다. 그가 가진 유니크 신성마법인 홀리 라이트는 언데드에게 가장 강력한 효력을 발휘한다. -끼야야약 좀비들이 그 빛을 피해 뒤로 물러났다. 가까이 있던 좀비들은 그 대로 하얀 성화에 타서 재로 변한다. 순간적으로 좀비들의 진열이 흐트러지고 그 앞으로 다시 기사들의 돌진이 감행되었다. 군대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조금만 더 힘을 냅시다! 이제 거의 다 뚫고 나온 것 같소. 일단 좀비들의 방어진만 뚫고 안으로 들어가면 좀비의 이동속도로는 우리를 따라잡을 수 없소." 밀턴 추기경이 사력을 다해 외친다. 사람들은 그 말에 기운이 나는 것을 느꼈다. 이 구역질 나는 좀비와의 싸움 을 끝나고 이제 그 뒤에 있는 암흑신의 기사들과 싸울 수 있다. 인간 대 인 간의 싸움이다! 그들은 다시 말에 박차를 가하며 계속해서 돌진했다. 아직 태양이 뜨려면 두, 세 시간이 남아 있었다. 달이 한쪽으로 기울어 밤하늘이 한층 어두워보였다. -------------------------------------------- =+=+=+=+=+=+=+=+=+=+=+=+=+=+=+=+=+=+=+=+=+=+NovelExtra(novel@quickskil l.com)=+= 제 목 신마대전 [252 회] 날 짜 2004-11-10 조회 / 추천 9375 / 243 선작수 5649 공지 공지가 없습니 다 옵 션 글자 크기 8 9 10 11 12 13 14 15 <<< 이전 이후 >>> 7_4 세르겐 왕국 ------------------------------ 세르겐 왕국의 왕성은 기본적으로 전략적인 성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 본적인 방어 시설이외에는 특별히 강화된 성벽은 없다. 드디어 시야에 수도의 외성 벽이 들어왔다. "랜스 시즈 러쉬를 시작한다!" 다이칸 왕국의 기사단장인 맥스웰 백작이 외쳤다. 그에 따라서 다이칸 왕국의 기사단원들이 전면으로 나아가 방추진을 형성하 기 시작했다. 그들은 하나 같이 랜스를 앞에 겨누고 수도의 서쪽 성문을 향해 돌진했다. -두두두두두 랜스로 돌격하여 성벽을 부술 계획인가? 그것이 가능할까? 라딘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다이칸 왕국의 기사들은 성문의 약 10m전 방에서 양쪽으로 갈라졌다. 그와 동시에 그들은 일제히 자신의 랜스를 던졌다. 목표는 다름아닌 성문이 었다. -슈슈슈슝 -콰콰콰쾅 마치 미사일처럼 공기를 가르며 200개의 랜스가 일제 히 날아갔다. 그리고 그 랜스들은 성문에 부딪쳐 화려한 폭발음을 내며 터 져나갔다. 과연 그 파괴력은 놀라왔다. 이미 서쪽의 성문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하하하, 이것이 바로 다이칸이 자랑하는 랜스 시즈 러쉬의 위력이다!" -와아아아아 맥스웰 백작이 호탕하게 웃으며 외쳤다. 기사들은 일제히 검을 뽑아 그의 호령에 대답했다. 차지의 힘을 랜스에 담아 던지는 [랜스러쉬]를 집단으로 펼쳐 건물을 파괴 하는 집단기 [랜스 시즈 러쉬]는 다이칸에서 개발하여 주력으로 삼고 있는 기사단 전용 기술이다. 전략 방어성채라면 몰라도 이정도의 형식적인 성벽의 문이라면 한방에 파괴 할 정도의 강력한 공격이었다. 단지 이것을 사용하면 랜스가 파괴되기 때문 에 일단 사용하면 그 전투에서는 랜스를 이용한 돌격이 불가능 해진다. 사람들은 과연 이 왕국이 13대 강국에는 들지 못해도 동부에서 무시할 수 없는 군사국가로 불릴 만한 실력이 있다고 수군거렸다. -두두두두 군대는 무사히 수도 안으로 진입했다. 이미 좀비는 보이지 않았다. 하늘이 점점 푸른색을 띠는 것을 보니 이제 곳 해가 뜰 것 같았다. 드디어 성공이다! 이제는 오늘 안으로 왕성을 공격하여 어둠의 무리들을 무찌르기 만 하면 된다! 곳곳에 부서진 가옥들이 보였다. 그래도 일국의 수도인데 이 정도까지 파괴 되어 있다니? 그들은 한층 분노하며 정면에 보이는 왕성을 향해 돌격했다. 왕성이 가까이 다가왔다. 그들은 일단 그 앞에 멈춰서 전열을 가다듬었다. 생각보다 희생자가 적었다. 역시 작전이 유효했기 때문인가? 물론 성기사들의 정면 돌파와 신성사제들의 힘이 컸다. 이제 성의 정문을 파괴하면 3천의 정예군으로 안쪽으로 돌격하게 된다. 왕성의 성문은 파이럴 왕국의 기사단이 맡기로 했다. 그들도 다이칸 왕국과 과거에 치열하게 군사적 대립을 할 정도로 강력한 기사단이었다. -둥, 둥, 둥 북이 울리고 파이럴의 기사들이 전면으로 나섰다. 그들은 자신 들이 지니고 있던 작은 몽둥이를 한군데로 모았다. 신기하게도 그 몽둥이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길이뿐만 아니라 굵기도 굵어졌다. "호오, 파이럴 왕국의 보물인 조립식 공성추군요." 제갈선이 감탄했다는 듯 말했다. 조립식 공성추는 수백 개의 조각으로 나누어지는 마법의 공성추를 말한다. 파이럴 왕국은 이 공성추를 기사단이 나누어 옮기게 함으로써 공성병기의 느린 이동력에서 벗어나 바람과 같이 빠른 진격으로 적의 성을 공략하였다 고 한다. 이윽고 길이 15m의 공성추가 완성되었다. 그 추에는 50개 정도의 밧줄이 달 려 있었고, 기사들은 정해진 진열에 따라 그 줄을 들었다. 공성추가 공중으 로 떠 올랐다. "돌진! 위대한 파이럴 왕국의 힘을 이 기회에 대륙에 알린다!" -와아아아아 -두두두두두 그들은 다이칸 왕국에 질 수 없다는 듯 크게 함성 을 지르며 전원이 돌진하기 시작했다. 과연 그들의 돌진 앞에는 왕성의 성 문 따위는 종이로 된 미닫이문과 같이 발길질 한 번에 통째로 날아가 버릴 것 같았다. -두두두두두 성문까지 약 50m가 남았다. 그들은 이제 자신들의 전투마에 박 차를 가해 최고속력을 유지하기 시작했다. 연합전술은 호흡이 생명이다. 그 들이 이런 속도로 공성추를 돌격시킬 수 있는 것을 보면 상당히 단련된 기 사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던 일이 벌어졌다. -덜컹, 끼르르르륵 갑자기 전방의 성문이 열렸다. 쇠사슬이 긁히는 소리와 함께 성문이 위에서 아래로 내려왔다. 그리고 그 안에는 수십 명의 기사들 이 대 기마용 강화석궁을 겨누고 있는 것이 보였다. -슈슈슈슈슉 -파파팍 -히히히힝 "아아악!" 화살이 공기를 가르고 파이럴 기사단을 전열로 날아갔다. 그 강화석궁은 기 사가 아닌 말을 노렸다. 십여마리의 전투마가 두께가 3cm는 될 것 같은 석 궁의 볼트에 맞아 앞으로 쓰러졌다. 당연히 위에 있는 기사들도 땅에 떨어 졌다. 그리고 돌격을 바로 멈추지 못한 그 뒷열의 기사들이 말에서 떨어진 기사들 위로 지나갔다. 처절한 현실이었다. -쿠쿵 진열이 흐트러지자 결국 공성추는 땅에 떨어졌다. 기사들은 균형이 기우는 순간 미련없이 공성추와 연결된 줄을 끊었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들 도 낙마하기 때문이다. "멈추지 마라! 그대로 성안으로 돌격해 들어간다!" -우오오오오 -두두두두두 그들은 여전히 최고의 속도를 유지한 채 성문을 향해 돌진했다. 사실 화살공격은 기마병에게 효율적이기는 하지만 일단 기 마병이 돌격을 시작하면 한두발 쏘는 사이에 거리가 줄어버린다. 그렇기 때문에 성벽이나 언덕 위 같이 높은 곳이 아니면 궁병도 기마병에게 효율적으로 대처하기가 힘들다. 그들은 성문 바로 앞까지 들어갔다. 이제 성문만 돌파하면 안쪽을 그대로 유린하면서 순식간에 성을 장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그들이 성문을 지나가려고 할 때, 다시 한 번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 -콰쾅, 쿠르르릉 "아악!" "저,저럴수가!" 사람들은 놀라서 자신도 모르게 신음 소리를 내었다. 성벽이 통째로 무너졌 다. 그 밑을 지나가던 파이럴 기사단원들의 선두는 바로 깔려버렸다. 너무 나도 황당한 사태에 그들은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무너진 성벽너머로 붉은 그림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전신을 피로 칠한 것 같은 검붉은 전신갑옷을 걸치고 온몸으로 살기를 발하 는 자들, 그들이 바로 마교가 자랑하는 어둠의 기사단 블랙팬서이다! "다 쓸어버린다. 돌격!" -히히히힝 전면에 있는 자가 외치자 그들은 일제히 자신들의 무기를 위로 치켜 올리며 무너진 성벽 위를 뛰어넘어 돌격하기 시작했다. 전투마마저도 검붉은 마갑으로 무장한 그들은 마치 세상을 삼키려는 피의 구름과 같았다. 후방에 대기하고 있던 사람들은 그 광경에 놀라 서둘러 파이럴의 기사단을 구원하기 위해 나아갈 준비를 했다. 그러나 마교의 안배는 상상을 초월했다 . -위이이잉 "웃, 엄청난 마나의 흐름이!" 샤이아의 대사제인 밀턴 추기경이 약간 움찔하며 전면을 보았다. 그리고 그 의 시선을 쫓아 같이 왕성의 하늘을 본 사람들은 하늘에서 벌어지는 이변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엄청난 양의 먹구름이 왕성 위를 중심으로 해서 생성되기 시작했다. 그 구 름은 순식간에 하늘을 뒤덮었다. 태양이 가리고 마치 밤인 것처럼 주변이 어두컴컴해지기 시작했다. 일정 범위를 검은 안개 마법으로 가리는 것이 아니다. 하늘을 완전히 먹구 름으로 덥기 위해서는 몇배나 많은 마나가 필요하다. "마교의 술책이오! 그들이 먹구름을 소환하여 태양을 가리고 있소!" 밀턴 추기경이 소리쳤다. 어둠의 무리들과 싸워본 경험이 있는 그는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불쑥, 푸스스스 아니다 다를까, 땅의 곳곳이 부풀어 오르며 그 밑에서 좀 비가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아직 낮인데 그들은 전혀 신경 쓰 지 않는 듯 완전히 지상으로 나와 살아있는 자들을 찾아 몰려오기 시작했다 . 그 좀비들의 피부는 하나같이 녹색의 광택을 띠우고 있었고, 눈에서는 붉은 빛이 나고 있었다. "강화좀비다! 피부에 독이 있으니 모두 조심하시오!" 누군가가 외쳤다. 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 안색이 변했다. 강화좀비는 일반 좀비와는 전혀 틀리다. 살아있을 때에 병사였던 자들은 일단 뼈대가 튼튼하다. 그런 자들이 된 좀 비에 독액을 발라 몇 가지 저주를 걸면 강화좀비가 탄생되는데, 이놈들은 힘도 강하고 피부에 독이 있어서 상대할 때 잘못하면 시독에 중독된다. 뿐만 아니라 빛에 대한 내성도 강해져서 태양빛을 직접 받지 않는 한 어중 간한 빛은 무시한다. 단 일일이 독액을 바르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일반 좀비에 비해 그 생산 의 편이성이 너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그들은 수도 곳곳에서 나오는 좀비들을 목격할 수 있었다. 수천은 넘어 보 였다. 그리고 성쪽에서는 파이럴의 기사단을 중앙돌파해서 본진을 향해 오 고 있는 다크팬서 기사단의 모습이 보였다. 뿐만 아니다, 그들의 뒤쪽에서 하얀 연기간은 그림자가 나타났다. 그것도 수백이나 되는 수였다. 아무리 눈을 씻고 봐도 고스트였다. 상급언 데드인 고스트가 수백이나 되다니! 그리고 그들과 함께 달려오고 있는 갈색 의 마물들! 그것은 와이트가 틀림없었다. 닿기만 해도 사람의 기력을 흡수할 수 있는 와이트는 고스트와 거의 비견될 정도로 강한 상급 언데드이다. 대낮에 유령을 비롯한 언데드 무리에게 포위당하는 사람의 심정은 당사자가 아니면 절대로 이해할 수 없다. 사람들은 그때서야 이 어둠의 무리들이 함정을 파고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 었음을 깨달았다. 그들의 안색에서 핏기가 급속도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 =+=+=+=+=+=+=+=+=+=+=+=+=+=+=+=+=+=+=+=+=+=+NovelExtra(novel@quickskil l.com)=+= 제 목 신마대전 [253 회] 날 짜 2004-11-11 조회 / 추천 9405 / 291 선작수 5649 공지 공지가 없습니 다 옵 션 글자 크기 8 9 10 11 12 13 14 15 <<< 이전 이후 >>> 7_4 세르겐 왕국 ----------------------------------- "에잇, [낭뜨 전추술]!" -파파팍 라딘의 워해머에 실린 힘은 거인의 힘을 가볍게 상회한다. 좀비들 은 워해머에 걸리기만 해도 뒤로 튕겨져 날아갔다. 하지만 그런 무용을 보이는 당사자인 라딘의 얼굴표정은 결코 밝지 못했다. 그는 끝없이 밀려오는 좀비의 무리를 보고 기가 질렸다. 앞쪽에서는 적의 기사단이 이쪽으로 돌격해오고 있다. 그러나 좀비에 둘러 싸인 그들은 맞서서 돌격을 할 수 없다. 속도를 얻은 기마병은 그렇지 않은 기마병보다 3배는 강하다. -퍽 다시 한 마리의 좀비가 허공을 날았다. 하지만 좀비의 물결이 계속해서 밀려오고 있었고, 대열이 흐트러져서 좀비에게 쌓이게 되면 끝장이라고 할 수 있다. 라딘은 절망하기 시작했다. 전투는 지금 시작되었을 뿐이지만 그는 힘을 낼 수 없었다. 절망은 최소한의 무력마저도 빼앗은 마물이란 말인가? 그는 억 지로 기운을 내며 계속해서 워해머를 휘둘렀다. 자신은 수십만 명의 난민을 구하고 제국의 정책을 좌우했다. 무력을 말해도 나름대로 자신이 있다. 그동안 쉬지 않고 수련을 해서 이미 720레벨에 도달했다. 자신의 아이템과 이벤트 무공인 혈월금강공의 힘으로 적어도 800레벨대의 고수들과 싸워도 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대규모 군대의 전투에서는 어떤가? 과연 자신이 이 전황에 어 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지금 자신은 이곳에서 한명의 고레벨 기사 이상 의 역할을 할 수는 없다. 그는 능력의 한계를 느꼈다. 사실 이런 것은 그 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렇 기 때문에 뭉치를 길드의 마스터로 세우고, 크로키에게 전략적인 대부분의 일을 상의했다. 수도는 의리의 대명사인 도끼바바의 조직이 관리하고 있다. 자신은 어디까지나 인맥을 관리하고 조직의 전체적인 흐름을 조율하게 된다 . 그것을 잘 이해하고 지키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라딘은 이번에 마교와의 전투에서 자신이 자만하고 있었다는 것을 지금 깨달았다. 마교는 절대로 뒷골목의 3류 조직이 아니다. 그들의 무력은 오히려 7대세가가 합친 무림맹보다 강할지도 모른다. 서대륙 전체와 전쟁을 벌일 수 있는 초국가적 조직! 그것이 바로 마교였다. 결국 마교와의 전쟁은 서대륙의 모든 국가와 무림맹이 힘을 합쳐서 임해야 되는 문제이다. 일을 벌이기는 했지만 겨우 2천명의 척마멸사대로 마교의 분타를 하나하나 부수는 것 만으로 마교를 토벌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자신은 멍청이나 다름 없었다. 그리고 이제 이런 계산착오가 지금 치명적인 결과로 들어나고 있었다. 이제 이곳의 특공대가 전멸하면 저들은 주력을 이동시켜 주변의 병사들을 공격할 것이다. 그 후, 주력인 기사단이 사라진 깨어진 다이칸과 파이럴의 군대는 결국 대부분 좀비로 종족변환을 하게 될 것이고, 후방에 있는 이 세 이런 왕국의 백성들도 같은 운명에 처할 것이다. 정말로 이곳에서부터 마교의 천하뒤집기가 시작될지도 모른다. 이것이 마교 의 저력인가? 라딘은 고개를 저었다. 날아서 도망가고 싶었다. 비록 공중으로 뜨면 온갖 마법과 화살이 집중적으로 날아온다고 해도 자신의 방어력이면 어떻게든 될 것 같았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여태까지 쌓아온 자신의 명성은 모두 무효 가 된다. 결국 자신은 여기서 죽어야 한다. 라딘은 드디어 죽을 결심을 했다. 이곳에서 적을 하나라도 더 죽이고 끝까지 싸우다 죽으면 된다. 다시 살아 나면 그 즉시 후방으로 물러나서 서대륙에 있는 모든 이계인들에게 마교의 간악함을 호소해서 대규모 군대를 조직해야 한다. 서대륙에서 활동하는 이계인들은 약 40만명, 그중 10만 명을 모으면 마교의 발호에 대항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인근의 왕국들도 총력을 기울여 그들을 막겠지, 그 상황에서 죽어도 좀비가 되지 않는 이계인들의 군대가 저돌적으로 좀비의 수를 줄여나가면 결국은 이 사태를 진정시킬 수 있을 것이다. 10만 명을 모은다! 라딘은 결심했다. 이것이야말로 최선의 선택이다. 그는 마음을 비우고 열심히 워해머를 휘두르면서 제발 죽었을 때, 중요한 아이템만 떨구지 말아라 라고 빌었다. 살고 싶다는 욕망을 포기하니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모든 일이 라딘의 생각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좀비의 대부분이 척마멸사대가 있는 곳으로 다가오고, 다크팬서의 돌격이 그들의 100m앞으로 다가왔을 무렵, 중앙에 있던 제갈선이 등에 메여져 있던 두 개의 깃발을 꺼내어 크게 휘두르며 외쳤다. "팔진무극도를 펼친다! 개진!" -휘르르륵, 팍 두 개의 깃발은 그의 손에 들리자마자 감겨있었던 기가 저절 로 펴지며 허공중에 자신들의 모습을 드러냈다. 하나는 파란 바탕에 푸른 신룡이 그려져 있고, 다른 하나는 붉은 불꽃의 바 탕에 화려한 주작이 그려져 있다. 그 깃발들은 신기하게도 제갈선의 내력을 받아 약 3m정도의 크기로 커졌다. -와아! 제갈세가의 풍운번이다! 팔진무극도를 펼쳐라! 척마멸사대의 모든 대원들이 함성을 질렀다. 그와 동시에 제갈세가의 무사들로 이루어져 있는 제 10대가 9개의 무리로 나누어지며 각각 다른 조의 선두로 달려가서 정렬했다. 그와 동시에 1대부터 9대까지의 척마멸사대의 대원들은 사방으로 달려 나가 1대부터 8대는 팔방에 10열로 정렬하고 9대는 그 뒤에 원을 그리며 섰다. 중앙에 있던 샤이아의 성직자들과 영문을 모르고 어리둥절해 있는 다이칸의 기사단원들이 자연스럽게 그 안에 모였다. -둥, 둥, 둥 "개화진향!" 다시 제갈선이 풍운번을 세차게 휘두르며 외치자 1대부터 8대가 서서히 좌 로 움직이며 둥글게 진형을 바꿨다. 마치 중앙의 꽃술을 보호하는 8장의 꽃잎처럼 서로가 약간씩 겹쳐지며 서서 히 회전하는 그 모습은 화려하면서도 그 안에 현기를 품고 있었다. "오! 이것이 바로 제갈세가가 자랑하는 팔진무극도인가? 과연 최대의 방어 진인 이 진세가 발동하면 아무리 적이 강해도 쉽게 당하지는 않겠군!" 라딘의 옆에서 싸우던 샤이아의 성기사단장 팔콘 경이 중얼거렸다. 라딘은 그때서야 자신이 과거에 조사했던 진법에 대한 지식을 떠올릴 수 있 었다. 군대의 진형과 마찬가지로 무사들 사이에도 자신의 무공을 다른사람에게 방 해받지 않고 효과적으로 발휘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진형이 있다. 적게는 세 명이 펼치는 삼재진부터 수백, 수천 명이 펼칠 수 있는 진형도 존재한다. 그리고 이것이 발전해서 다수로 소수를 확실하게 제압하는 나한진, 소수로 다수를 방어하기에 적합한 팔쾌진, 여러 가지 상황에서 크게 현묘한 힘을 발휘하는 칠성진 등이 개발되었다. 그리고 지금 라딘의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제갈세가의 팔진무극도야말로 최고의 팔쾌진으로 전 세계에 인정받고 있었다. 사실 라딘은 전투가 끝날 때마다 이들을 벗어나서 혼자 수련했기 때문에 잘 모르고 있었지만, 그동안 척마멸사대는 이 팔진무극도를 비롯한 각종 진세 를 연습했다. 평소에 소수로 활동하는 무림인들이 대규모 전투에서는 그 힘을 충분히 발 휘하기 힘들다고 판단한 제갈세가의 판단에 따라 서문철이 적극적으로 이 훈련을 시행한 것이다. -두두두두두 진세가 발동되기 시작한 것과 다크팬서의 돌진이 그들에게 도 달한 것은 거의 동시였다. 진세고 뭐고 모두 짓밟아 버리겠다는 기세가 다 크팬서의 돌진에서 느껴졌다. 그러나 척마멸사대는 그들과 맞서지 않았다. 꽃잎의 사이로 다크팬서의 창과 같은 돌진이 들어갔다. 그리고 척마멸사대 는 그들의 옆쪽에서 각종 암기와 병기를 이용해 공격해 들어갔다. "하압, 받아랏!" -슈슈슈슉, 휘익 어느새 그들의 진형은 나선형으로 변해 마치 소용돌이처럼 다크팬서의 진형을 휘말려들게 하고 있었다. "앞쪽의 돌진만 막으시오! 그러면 다크팬서는 힘을 잃게 됩니다!" 제갈선이 소리를 질렀다. 그 말을 들은 다이칸의 기사들과 샤이아의 성기사단은 용기백배하여 정면에 방패와 창으로 벽을 쳤다. 피해가 심하다고 해도 일단 돌진만 멈추면 진 안으로 들어온 그들은 몸성히 나가기가 힘들 것이다! 라딘도 그 방어벽의 가장 선두에 섰다. 옆에는 설산이 버티고 섰다. 벽은 두꺼울수록 좋고 지금은 말도 사람도 벽이 되는 수밖에 없다. 땅이 흔들리고 있었다. 역시 기마돌격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박력이 있다. 언제나 돌격하는 쪽에 서고 싶었던 라딘이지만 안타깝게도 지금은 방어벽을 구성하는 하나의 벽돌에 불과했다. "에잇, 죽어보자! [만근추]!" -푸욱 라딘의 발밑이 그의 몸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꺼지기 시작했다. 무릎 까지 꺼져 땅에 그의 몸이 박혔다. 라딘은 방패로 앞을 가리고 다가올 충격에 대비했다. 과연 가능할까? 자신의 지금 힘이라면 말의 돌격을 받고도 뒤로 밀리지 않 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데미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기마돌격이라면 잘못하면 한 방에 죽을 수 있다. 만이 넘는 데미지가 나오는 데, 크리티컬이 터지면 즉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아주 높다. 그리고 만약 한방에 안 죽는다고 해도 뒤를 이어 계속 공격당 하면 끝까지 버틸 수는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피하지 않는다. 나는 벽이다. 그 무엇으로도 뚫을 수 없는 가장 단단한 벽이다! 그는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속삭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속삭임은 소리 없이 옆으로 전염되어 모든 사람의 마음을 하나로 이어지게 하고 있었다. -두두두두두 그들의 눈앞에 드디어 다크팬서의 기마들이 가득차기 시작했다 . 랜스가 태양도 보이지 않는데 붉게 빛나고 있었다. -------------------------------------------- =+=+=+=+=+=+=+=+=+=+=+=+=+=+=+=+=+=+=+=+=+=+NovelExtra(novel@quickskil l.com)=+= 제 목 신마대전 [254 회] 날 짜 2004-11-12 조회 / 추천 8719 / 305 선작수 5649 공지 공지가 없습니 다 옵 션 글자 크기 8 9 10 11 12 13 14 15 <<< 이전 이후 >>> 7_4 세르겐 왕국 ------------------------------- -콰콰쾅 "아아아악!" 수백 개의 창이 튀어나온 인간의 벽에 붉은 강철갑옷을 입은 인마가 부딪쳤 다. 개인이 아닌 집단의 싸움에서 인간은 하나의 부속품에 불과한 것인가? 양쪽이 동시에 지르는 비명소리는 먹구름이 깔린 하늘까지 퍼져서 대기를 울린다. 확실히 다크팬서의 돌격은 무섭다. 그러나 후열이 진세의 영향을 받아 그 뒷심이 절반 이하로 떨어진 그들의 돌격은 결국 다이칸의 기사들이 친 벽을 뚫지 못했다. 안쪽에서 진을 지휘하고 있는 제갈선과 척마멸사대의 총대장인 서문철을 비 롯한 각 집단의 수장들은 지금 하나의 기적을 보고 경악하고 있었다. 사실 700레벨에 가까운 성기사는 굉장한 전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 문에 그들은 기사들과 함께 벽을 형성하는 라딘을 보고 뒤로 물러서라고 말 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 말을 소리내서 할 수는 없다. 다른 기사들이 뭐라 고 생각하겠는가? 그들은 결국 적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한숨을 쉬며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라딘도 그렇고 그 옆에 같이 벽을 형성하고 있는 샤이아의 성기사 팔콘도 그렇고 팰러딘이라는 자들은 저렇게도 고지식한 것일까? 그들은 묘한 감동 마저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결국 창과 방패가 부딪쳐 어느 한쪽이 부서지는 충돌이 일어나면서, 그들은 라딘이 갑자기 자신의 몸을 땅에 박아 넣고 방패로 앞쪽을 가리며 허리를 숙여 충격에 대비하는 것을 보았다. 기마가 돌격하는 힘을 인간이 견뎌낼 수 있으리라 생각하다니! 당랑거철이라는 말이 이것과 딱 어울리는 표현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세상 에는 마차를 뒤집어엎는 사마귀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그들은 오늘 깨달았다 . -쾅 라딘의 방패에 하나의 랜스가 부딪쳤다. 엄청난 파괴력이리라! 그런데 놀랍게도 라딘의 자세는 변하지 않았다. 오히 려 랜스가 그 충격에 부러져 나갔다. 랜스의 주인은 그 충격에 몸이 뒤로 날아가려는 것을 겨우 지탱했다. 그리고 그의 애마가 라딘의 몸에 부딪쳤다. 놀라운 일이었다. 돌격하는 힘 까지 받은 자신과 자신의 애마의 파괴력을 그는 몸으로 받았다. 산산조각이 나리라! 그는 확신했다. 그러나 라딘의 몸은 마치 거대한 바위와 같이 그 충격을 그대로 받아서 버 텼고, 기마와 사람은 바위에 전속력으로 들이받은 자의 최후를 맞이했다. "아아악" -히히히힝 사람과 말이 공중을 난다. 말의 몸은 이미 반쯤 부서져 있다. 말 의 주인은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뒤쪽의 기사들이 들고 있는 창에 몸이 찔 려 죽는다. 뒤쪽에 대기하고 있던 기사들도 이 황당한 사태에 환성을 지르는 것조차 잊 고 있다. 그들은 자신들이 살 수 있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지만, 알고 보면 이 지점은 최고로 안전한 방벽의 바로 뒷자리였다. -쾅 다시 하나의 랜스가 그의 방패를 때렸다. 라딘은 이를 악물고 버텼다. 이번에는 전투마가 부딪치겠지! 힘을 주었다. 이미 다리는 허리까지 땅에 파묻히고 있다. 그의 몸무게는 현재 약 8톤! 몸이 땅속으로 파묻히는 것도 당연하다. -퍽, 히히히힝 충격과 함께 머리위로 말이 날아가는 것이 보인다. 다시 생명력이 급격하게 감소했다. 이제 한 두 번이면 죽을 것 같았다. 그 러나 사실 라딘은 빨리 전사하여 뒷일을 처리할 생각으로 일부러 앞으로 나 왔다. 그는 무리의 맨 앞에서 생명을 도외시 하고 싸우다 전사해야 했다. 어차피 죽음을 피할 수 없다면 뒤에서 대기하다 나중에 죽나 지금 죽나 마 찬가지다. 아니 빨리 죽어야 조금이라도 빨리 사람들을 모을 수 있다. -쾅, 퍽, "크윽." 역시 기마돌격은 장난이 아니다. 이제 죽을 때가 된 건가? 눈을 들어 앞을 보니 다시 다음 기마가 다가오는 것이 보인다. 저놈 재수가 좋군. 이 라딘 을 죽이는 영광을 얻다니! 그는 마음을 비웠다. 그러나 아직 이곳은 라딘의 힘을 필요로 하고 있었나 보다. 갑자기 옆에서 하얀 말이 나와 라딘의 몸을 막았다. '라딘 경, 나에게 맡기시오!' "오옷! 설산!" 옆에서 같이 기마들을 막던 설산이 아무래도 라딘이 한계에 도달한 것 같자 급히 앞을 막은 것이다. 설산은 다가오는 기마를 노려보다가 갑자기 고개를 앞으로 숙였다. 앞다리 를 약간 굽히고 코끝이 거의 땅에 닿을 정도까지 숙여진 설산의 몸 위로 랜 스가 박혔다. -푸욱 -히히히힝 설산이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그의 눈은 여전히 투지로 불타오르며 계속해서 돌진해오는 그 기사와 전투마를 노려보고 있었다. "히히히힝, [몸통박치기]!" 설산의 몸이 갑자기 1m쯤 늘어나는 것처럼 앞으로 튀어나가며 숙여졌던 머 리가 전투마의 가슴에 부딪쳤다. 그와 동시에 설산의 앞발이 땅을 박차며 그의 머리가 위로 올라갔다. -펑 전투마는 그 한방에 몸통이 부서지며 공중으로 떠올랐다. 전투마로 폴 리모프한 설산이 쓸 수 있는 유일한 최상급 스킬 [몸통박치기]! 이 기술은 순간적으로 차지의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거대 마물 중 선택받은 존재만이 소유하는 최고의 한방기술이다. 설산의 본채로 이것을 쓰면 성벽이라도 부술 수 있을 정도이다. 비록 전투 마로 변해 있다고는 해도, 이 마물전용 최상급 기술의 위력은 무시할 수 없 었다. "우와! 역시 최강 몸빵 설산!, [힐링]!, [힐링]!" 라딘은 감격해서 열심히 설산에게 힐링 마법을 썼다. 레벨업을 알리는 신호음이 들렸다. 방금 그놈은 레벨 600을 넘은 대장급 기 사였나 보다. 잽싸게 손으로 몽몽에게 신호를 보내자 몽몽이 달려나가 아무도 모르게 그 놈이 떨군 반지를 주워왔다. 무기나 갑옷이 아니라 다행이라고 라딘은 속으 로 생각했다. 다시 두 번의 충돌이 끝나자 기마의 돌격은 더 이상 없었다. 옆쪽은 이미 다크팬서의 돌격을 막느라고 희생된 다이칸의 기사들의 시체가 즐비했다. 안타깝게도 성기사단장 팔콘경도 전사한 것이 보였다. "이얍!" -불쑥 라딘은 땅으로부터 몸을 뽑아 올려 그대로 설산의 등에 올라탔다. 이 미 회복포션을 마시고 자신의 몸에도 힐링 마법을 걸었다. -히히히히힝 설산이 앞발을 들며 크게 울부짖었다. 붉은 갑옷의 기사들 사이에 유일하게 하얀 성광을 발하며 존재하는 백마와 성기사의 모습은 절대로 꺼지지 않는 정의의 불길을 상상하게 했다. "[낭트전추술]!" -퍽, 퍽, 퍽 그의 워해머가 사방의 적들을 사정없이 후려쳤다. 한방 한방에 믿을 수 없는 힘이 실려 있다. 막아도 그 충격으로 말에서 떨 어진다. 이런 필살기도 있다니! 그의 워해머에 맞은 다크팬서들의 공통적인 감상이었다. 약 10분간을 열심히 싸우자 이제는 살아있는 다크팬서도 거의 없었다. 뒤쪽의 성직자들이 와서 아군의 시체에 '시체보존마법'을 거는 것이 보였다 . 지금 부활해도 힘을 쓸 수 없으니 살릴 수 없다. 안전하지 못할 때 살렸 다가 다시 죽으면 두 번 다시 부활도 못하게 된다. 안쪽이 정리되고 바깥쪽은 진의 위력이 완전히 살아나서 좀비들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다. 진에 휘말린 좀비들은 수백 개의 병장기에 의해 산산조각 나게 된다. -부웅, 부웅 뿔나팔 소리가 들리며 좀비들이 물러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완 전히 물러난 것이 아니고 그들을 둘러싸고 대기하는 상황이었다. 좀비들 사이로 반투명한 고스트들과 길이 30cm의 손톱을 자랑하는 와이트들 의 모습이 보인다. 검은색의 로브를 입은 어둠의 사제들이 보였다가 사라졌 다 하면서 그들을 현혹한다. 라딘은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지금 자신들은 어느 정도 안전하다. 파이럴의 기사들 중 살아남은 자들도 무사히 안으로 수용되었고, 진의 위력은 놀랄 만큼 강하다. 그러나 그것뿐이다. 이쪽이 저들을 공격할 수단이 없다. 시간은 아군의 편이 아니다. 아직 낮이지만, 시간이 흘러 해가지면 좀비들 과 고스트들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 아니 그 전에 이쪽이 지칠 수도 있다. 자신들은 사실 어제 밤부터 쉬지 않고 싸워왔기 때문이다. 결정적으로 외곽의 그 10만의 좀비가 다시 이쪽으로 몰려올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결국 좀비의 시체를 진 안으로 집어던져서라도 이 진을 깨버릴 것이다. 약 5천의 좀비만 이 안으로 들어와도 이곳은 시체가 언덕이 되어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게 될 것이다. 라딘은 급히 뒤를 돌아보았다. 제갈선과 서문철이 무엇인가 할 말이 많은 얼굴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 그들은 어쩌면 자신이 땅에 몸을 박고 최강의 방어기술이라고 알려져 있는 [궁극 강철벽]을 펼쳤다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의지로 자신의 몸을 강철로 바꾸는 그 기술은 기사의 꿈중의 하나이긴 하지만 몸을 움직일 수 없다는 점에서 라딘은 별로 원하지 않는다. 라딘은 소리쳤다. "서문가주! 돌격합시다!" "돌격? 무슨 의견이 있으시오?" 서문철이 놀라서 되물었다. "어차피 이대로라면 우리는 전멸합니다. 그럴 바에야 최고 정예 수십 명으 로 저 성을 칩시다. 저들이 스스로 정면의 성벽을 무너뜨렸기 때문에 성안 으로 들어가기는 쉽게 되었소. 최소한 좀비들을 제어하는 구심점인 적의 수 장이라도 죽이거나 이 먹구름을 유지하는 마법진을 깨야 그나마 살 가능성 이 있습니다!" 라딘의 말에 서문철은 심각한 표정으로 제갈선을 바라보았다. 제갈선은 비 장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이곳에서 죽으면 부활이 가능하지만 일단 돌격하면 죽는 순간 끝이다. 좀비들에 의해 시체가 갈기갈기 찢길 것이다. 하지만 이대로 전멸하면 어차피 끝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은 결국 생존확률이 거의 없어 보이는 최후의 돌격을 감행하기로 결심 했다. -------------------------------------- =+=+=+=+=+=+=+=+=+=+=+=+=+=+=+=+=+=+=+=+=+=+NovelExtra(novel@quickskil l.com)=+= 제 목 신마대전 [255 회] 날 짜 2004-11-13 조회 / 추천 8836 / 320 선작수 5649 공지 공지가 없습니 다 옵 션 글자 크기 8 9 10 11 12 13 14 15 <<< 이전 이후 >>> 7_4 세르겐 왕국 ----------------------- 라딘과 살아남은 성기사 3명, 그리고 다이칸의 상급기사 2명, 서문철, 서문 세가의 장로 4명과 샤이아의 고위사제 2명, 그리고 척마멸사대의 고수 7명, 이렇게 20명의 고수들이 성 안으로 돌입하는 200명의 특공대를 지휘하기로 했다. 200명 중 몇 명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아무도 그것을 예측하지 못했다. 단지 무슨 일이 있어도 성의 마법진을 깨고 우두머리인 발리듀스를 죽여야 한다는 신념만이 남아 죽음의 공포로부터 그들을 지켜주고 있었다. 일단 모든 준비가 끝나자 서문철이 제갈선에게 신호를 보냈다. 이제 이곳은 제갈선이 지휘할 것이다. 제갈선이 자신의 풍운번을 좌우로 크게 휘두르며 외쳤다. "무극팔진도의 최후변화를 펼친다! [천지번복]!" -와아아아아 그의 명령에 모든 대원들이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앞으로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8개의 꽃잎은 화살의 촉으로 변해 팔방의 적들을 뚫고 거세게 나아간다. 적 들은 갑자기 변한 그들의 기세에 당황하여 뒤로 주춤주춤 물러날 수밖에 없 었다. 그러나 곧 정신을 차린 어둠의 사제들이 좀비들에게 명령을 내리자 좀비들 은 거세게 그들에게 반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때에는 이미 화살촉의 끝부터 다시 원래의 꽃잎으로 복귀하면서 뒤쪽에 있던 무리들이 성 쪽으로 뻗어나간 제 6대에 가세했다. 일곱 방향은 모두 허장성세였고, 오직 한곳만이 진짜 돌격이다. 일시에 그 수가 3배로 불어난 제 6대는 정면의 좀비들을 유린하며 앞으로 수십 미터를 돌파했다. "이때다! [홀리 라이트]!" 밀턴 추기경이 성 쪽을 바라보며 자신의 최대 주문인 홀리 라이트를 시전했 다. 마치 태양빛과 같이 강력한 빛이 그의 손 주위로부터 빛나기 시작해 그의 로브에 반사되어 전면으로 쏘아져 나갔다. 마치 빛으로 된 길이 수백 미터나 이어진 것 같은 강력한 신성광이 제 6대 를 지나쳐 그 앞을 막고 있는 언데드들을 비추었다. -키아아아악 -끼륵 좀비를 비롯한 언데드들은 그 빛을 견디지 못하고 비명 을 지르며 좌우로 갈라졌다. 그리고 다른 성직자들도 각자 자신들의 신성마법을 펼쳐서 언데드들을 집중 공격하기 시작했다. "어서 가시오! 오래는 못 버팁니다!" 밀턴 추기경이 외쳤다. 유니크 마법은 확실히 강력한 힘을 발휘하지만 마나의 소모도 엄청나다. 이 제 밀턴 추기경은 마나의 고갈로 이번 전투에서는 거의 힘을 쓰지 못하게 될 것이다. "갑시다! 끼럇." 서문철이 말에 박차를 가하며 외쳤다. 정면에 기사들이 서서 앞을 뚫고, 그 뒤를 무인들이나 사제들이 따른다. 그 들은 말을 탄 상태에서는 싸울 수 없다. -두두두두두 신성광이 꺼지면 언데드들이 몸을 던져 그들을 막을 것이다. 일단 진에서 나온 이상 멈추는 것은 곧 죽는 것을 의미한다. 방해자가 없으니 말은 전속력으로 달릴 수 있다. 신성광 속이라서 암흑마법의 저주도 크게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순식간 에 수백 미터를 달려 이제 성이 거의 눈앞에 있다. 그러나 결국 홀리 라이트의 불빛은 사라지고 말았다. 인간의 힘은 역시 유 한하다. "아아아악! 눈이 안보여!" "으윽, 몸이! 몸이 안 움직인다!" 좌우의 기사들이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말에서 낙마했다. 그들을 향해 사방 에서 저주마법이 집중적으로 날아오고 있었다. "계속 달리시오! 얼마 안 남았소!" 서문철이 비명에 가까운 명령을 내린다. 방금 장로중 한 사람이 말에서 떨 어졌다. 레벨 700에 가까운 장로라고 해도 잘못하면 저주에 걸릴 수 있다. 그리고 지금 저주에 걸리면 그 후의 결과는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라딘은 당연히 뒤도 안돌아보고 달렸다. 가장 전면에서 달리고 있다. 이놈의 설산은 말로 변해도 명마로 변한 것인지 무리 중에 섞여 적당히 달 리는 것이 아니라 전력으로 가장 앞에서 달린다. 요령도 없는 놈, 줄을 설 때는 튀지 않게 안쪽에 서야 죽지 않을 확률이 높 잖아! 라딘은 속으로 설산을 원망했지만, 정의의 백경인 성수 설산에게 그 것을 대놓고 요구할 수는 없다. 물론 가장 전면에서, 그것도 워해머에 파이어 봄을 켜고 홀리 웨폰을 걸어 길이 1m가 넘는 성화를 뿜어대며 달리는 라딘에게는 가장 많은 마법이 날아 들었다. 그러나 라딘은 성기사다. 그리고 그야말로 범인은 하나 얻을까 말까한 유니 크 아이템으로 몸을 뚤뚤 감싼 궁극의 아이템 지존 기사다. 그 위에 팰러딘답게 마법 방어 오라가 그의 주위에 펼쳐져 마법 저항이 50 이나 올라가 있다. 지금 라딘의 마법, 속성 저항치는 대부분 최고수치인 20 0이라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거의 모든 마법이 16분의 1밖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저항 50마 다 마법의 효력을 반으로 줄인다. 오직 3차 직업에 도달해 캐스터용 기술인 마법력 강화를 익힌 마도사나 고 위 성직자의 마법만이 그나마 어느 정도의 효력을 발휘할 뿐이다. 그는 설산에게 매달려 죽어라 하고 달렸다. 공격마법은 몸으로 때운다. 이미 최상급 회복포션을 마셨다. 어쩌다 걸린 저주마법은 즉시 [저주 해제] 마법으로 풀어버린다. 그는 가장 선두에 서서 가장 거센 저항을 받으면서도 조금도 굴하지 않고 계속해서 성을 향해 나아갔다. 원래는 이런 돌격은 앞쪽부터 집중공격을 당해 희생당하게 되어 있는데 라 딘이 버티자 그 집중공격이 계속해서 그를 향해 쏟아졌다. 그 덕분에 뒤쪽의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적은 공격을 받으며 나아갈 수 있었 다. 그들이 수십 개의 마법에 당하고도 끝까지 성화가 피어오르는 워해머를 하 늘로 치켜든 채 달리는 라딘의 의지에 감탄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 겠다. -히히히힝 드디어 성벽이 무너진 곳까지 도달했다. 설산이 크게 울부짖으며 앞으로 뛰었다. 마치 하늘을 나는 페가수스처럼 그의 몸이 공중으로 떠올 라 성벽위로 훌쩍 뛰었다. "막아랏!" 성의 중앙 쪽에서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거친 목소리였다. 그와 동시에 반 대편에서 두 명의 기사가 나타나 라딘을 공격했다. "어딜, [스마이트]!" -쾅 말위에서 방패로 머리를 내려치면 피하기가 상당히 힘들다. 한 기사가 그대로 고꾸라지며 쓰러졌다. "발리듀스! 직접 나와라. 나와 승부를 겨루자! 나 나티크의 팰러딘 라딘이 너에게 결투를 신청하겠다!" 라딘은 성 중앙의 건물위에 서 있는 거대한 기사를 보고 외쳤다. 팰러딘이라면 결투를 신청 받으면 절대로 거절하지 못한다! 다른 사람이 열심히 싸우는 동안 자신은 이 발리듀스랑 상대하면 된다. 그 를 죽이기만 하면 1차적인 목적은 달성되는 것이다. 그것이 돌진을 감행할 때 생각한 라딘의 계획이었다. 그러나 발리듀스는 크게 웃었다. "으하하하, 애송아! 군대를 지휘하는 내가 너 같은 놈하고 결투를 하리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냐? 거절한다!" -띵 라딘은 황당했다. 뭔가 무지하게 억울한 기분을 느꼈다. "교단의 무력을 대표하는 자로써 정식 대결을 거절하다니! 네가 그래도 팰 러딘이냐?" 그는 진심으로 분노를 담아 소리쳤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여전히 차가운 냉소와 조롱이었다. "어둠의 여신은 자비롭다! 절대로 자신의 종에게 무리한 것을 요구하지 않 지. 불리할 때도 상대를 보고 피하지 않는 그런 고지식한 규율이 다크팰러 딘에게 있다고 생각하다니! 으하하하하." 라딘은 울고 싶었다. 다크팰러딘을 할 걸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불리할 때는 결투를 거절해도 된다니! 그런 좋은 시스템을 왜 중립신은 도 입하지 않았을까? 맞아, 불리할 때도 결투를 거절 못하는 것은 정말로 바보 같은 짓이야! 라딘은 속으로 그렇게 소리쳤다. 그러나 그는 이미 중립신의 팰러딘이다. 갑자기 라딘의 눈에서 푸른 안광이 뿜어져 나왔다. 그것은 분노가 절정에 달한 자가 발하는 안광, 즉 귀화였 다. '저놈만큼은 꼭 죽이고 말겠다! 결투를 피한다고 네놈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으냐!' 라딘은 속으로 맹세했다. 과거 설산에게 당해 수도에서 레테에까지 여행을 떠나게 된 이후로 처음으 로 이성을 잃었다. 그것은 자신이 가지지 못한 자유를 소유한 자에 대한 질 투일지도 몰랐다. "끼럇! 가자! 설산, 저 간악한 놈을 신의 이름으로 처치한다!" -히히히힝 설산이 앞다리를 치켜들며 크게 울부짖었다. 과연 이자는 성기사다! 아무리 평소에는 그렇게 안 보여도 일단 악과 만나 면 절대로 피하지 않는 진정한 성기사다! 설산의 가슴은 웅풍으로 가득 차 거세게 두근거리고 있었다. -두두두두 성의 중앙까지는 많은 기사와 성직자, 그리고 상급 언데드인 고 스트가 버티고 있다. 그러나 그곳에 도착한 모든 사람은 나트크의 성기사 라딘이 용감하게 그 무 리들의 정면으로 뛰어드는 모습을 똑똑히 목격할 수 있었다. "가자! 적의 괴수는 바로 앞에 있다!" 서문철이 자신의 검을 들어 앞으로 휘두르며 외쳤다. 그들은 크게 용기를 얻어 앞으로 돌진했다. 이미 죽음의 공포는 그들의 머릿속에서 사라지고 없 었다. ---------------------------------------- 라딘은 진정한 성기삽니다! 물론 속사정을 다 빼고 겉으로만 평가했을 경우 ...쿨럭. =+=+=+=+=+=+=+=+=+=+=+=+=+=+=+=+=+=+=+=+=+=+NovelExtra(novel@quickskil l.com)=+= 제 목 신마대전 [256 회] 날 짜 2004-11-14 조회 / 추천 9386 / 331 선작수 5649 공지 공지가 없습니 다 옵 션 글자 크기 8 9 10 11 12 13 14 15 <<< 이전 이후 >>> 7_4 세르겐 왕국 -크아아아아 -끼아아아악 머리위로 고스트들이 달려든다. 치사하게 날아서 오다니! "[스마이트]!" -펑 방패로 마치 어퍼컷을 치듯 고스트의 배를 때린다. 그러면서도 워해머 는 멈추지 않고 설산의 몸을 물어뜯고 있는 와이트의 머리를 부순다. 그러나 적의 수는 너무나 많았다. 와이트의 공격에 당할 때마다 점점 힘이 감소되는 것을 느낀다. 이것은 저주도 아니기 때문에 고위 성직자의 신성마법인 재생이 아니면 치 료가 불가능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로 힘이 되돌아 올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아직은 힘이 3천이 넘지만, 이대로라면 당할 것 같았다. 쉴 새 없이 손을 움직이지만 이미 설산은 조금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설산의 몸에도 20마리가 넘는 와이트가 달라붙어 있는 중이다. 설산의 힘은 얼마나 남았을까? 무적의 몸빵이라고 생각되던 설산도 이런 약점이 있었다니! 설산의 힘이 자 신을 태우지 못할 정도로 떨어지기 전에 무슨 수를 써야했다. 그러나 이 상황에서 무슨 수가 있을까? 멀리서는 어둠의 사제가 주문을 외우고, 사방은 좀비도 아닌 와이트가 가로 막고 있다. 거기에 공중에 떠서 입체적인 공격을 해 오는 이 고스트는 너무 나도 성가시다! -퍽 "으윽." 잠시 한눈을 판 사이에 고스트의 주먹에 뒤통수를 제대로 얻어맞았다. 몸의 중심을 잃고 낙마하려다가 겨우 버텼다. 일단 낙마하면! 와이트에게 밟힌 다. 라딘은 슬쩍 뒤쪽을 바라보았다. 동료들이 거세게 와이트들을 몰아붙이고 있다. 역시 공포를 느끼지 않는 자들은 강하다. 하지만 문제는 자신이다. 너무 앞으로 나왔다. 좀비도 아니고 상급 언데드 에게 이런 식으로 둘러쌓이면 죽을 수밖에 없다. 물러날까? 그러나 라딘은 고개를 저었다. 지금 자신이 물러나서 동료들과 합세하면 그 순간 동료들은 생명의 소중함 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될 것이다. 지금 느끼는 거지만, 자신이 이성을 잃고 여기까지 뛰어든 것이 절대적으로 불리한 전황에 한줄기의 희망을 제시했다. 물러서면 그 순간 승산은 0이 되어버린다. 안타까운 일이었다. 그는 눈을 들어 정면에 있는 발리듀스를 노려봤다. 저 놈 때문에! 다시 분 노의 불길이 타오르는 것을 느꼈다. 라딘은 이를 악 물었다. 어쩔 수 없다. 이 짓만은 정말로 하고 싶지 않지만 , 이대로라면 저놈에게 다가가기 전에 와이트에게 힘을 모두 빨리게 될 것 이다. "설산 나를 원망하지 마라. 나도 똑같이 당하는 거니까!" 라딘은 설산에게 소리쳤다. 한참 뒷발차기와 몸통박치기로 와이트를 부수던 설산이 무슨 소리냐는 듯이 고개를 돌려 자신의 주인을 보았다. 라딘은 맹렬하게 휘두르던 워해머를 하늘로 번쩍 치켜들었다. 그리고 스스 로를 지옥으로 빠뜨리는 처절한 외침소리가 대기를 울렸다. "[전격소환]!" -우르르릉, 콰콰쾅 이미 하늘에는 먹구름이 깔려있었다. 구름을 생성할 시 간은 전혀 필요가 없었다. 하늘에서 벼락이 떨어져 라딘의 워해머에 직격했 다. 신성력이 떨어지는 번개와 융합하여 성뢰의 힘으로 변했다. 사실 이때 바로 워해머를 집어 던지면 썬더 브레이크가 된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렇게 하 지 않았다. -파지지직 "으아아아악!" "히히히히히힝!" -끼아아아아아악 -파파팍, 후드드득 라딘과 설산의 전신에 하얀 전광이 흘 렀다. 말과 사람은 고통을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고통이 강한만큼 효과도 좋았다. 설산에게 달라붙어 있던 20여 마리 의 와이트는 단번에 온몸이 터지며 까맣게 타서 땅에 떨어졌다. 이 황당한 사태에 언데드인 와이트들조차 질린 듯한 얼굴로 아직도 전기가 흐르고 있는 말과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라딘 경! 미쳤소?' "시끄러, 생명력이 빠지는 게 힘이 빠지는 것 보다 나아! 버티라고, 계속 간다! [전격소환]!" 라딘이 악을 쓰며 다시 주문을 시전 했다. -우르르릉, 콰콰쾅 다시 와이트들이 나가 떨어졌다. 라딘은 설산에게 말했 다. "몸이 자유로워졌으면 어서 앞으로 돌진하라고! 저기 도착하거나 죽을 때까 지 계속 벼락 맞을 각오를 하고!" -히히히히힝!(정말 독한 놈이군!) 설산은 갑자기 입에 거품을 물으며 미친 듯이 돌진하기 시작했다. 몸이 자유로워진 지금 한 걸음이라도 앞으로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박 관념이 그의 머릿속을 채우고 있었다. 사실 라딘과는 달리 설산은 성 속성을 가진 성수이기 때문에 성뢰가 그에게 미치는 데미지는 그다지 크지 않았지만, 설산이 개인적으로 가장 싫어하는 것은 불로 지지는 것이 아닌 바로 이 전격 데미지이다. -우르르릉, 콰콰쾅 다시 벼락이 그들을 때렸다. 설산이 움직이지 못하게 달 라붙어 있던 와이트들이 마치 파리가 떨어지듯 후드득 떨어졌다. 앞쪽에서 어둠의 사제들이 이 너무나도 무식한 전법에 얼이 빠져 마법을 던 지는 것조차 잊고 그들을 구경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그러나 보통 사람이라면 몰라도 라딘과 설산은 이 벼락을 버틸 저항력과 생 명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결국 그들은 2백 마리의 와이트가 지키고 있는 성안 방어막을 뚫고 발리듀 스와 그의 부하들이 서 있는 중앙 성탑에 무사히(?) 도착 할 수 있었다. "발리듀스! 도망가지 마라!" 라딘은 성탑에 오르며 소리쳤다. "크하하하하, 과연 쓸만한 놈이구나!" 그 말을 들은 발리듀스가 가소롭다는 듯이 크게 한번 웃으며 손을 들어올렸 다. 라딘과 설산에게 달려들던 와이트들이 고개를 돌려 뒤쪽에서 달려들고 있는 척마멸사대의 특공대쪽으로 몰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발리듀스의 옆에 서 있던 자들 중에 세 명의 기사들이 라딘 쪽으로 나와 검과 도끼를 뽑아 들었다. -부웅, 웅, 웅 그들의 무기에서 검은 오라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다크팬서의 친위대인 세 명의 다크팰러딘들은 단장의 명예를 위해 이 버릇 없는 팰러딘을 난도질하기로 합의 봤다. 그들의 눈이 날카로운 살기를 띠우며 빛나고 있었다. "치사한 놈, 팰러딘이라는 놈들이 다굴이나 하다니! 네놈들은 뒷골목의 양 아치만도 못한 놈들이다!" 라딘은 워해머와 방패를 들고 자세를 취하며 중얼거렸다. 그러나 마음속으 로 부러운 생각이 드는 것만큼은 감출 수 없었다. =+=+=+=+=+=+=+=+=+=+=+=+=+=+=+=+=+=+=+=+=+=+NovelExtra(novel@quickskil l.com)=+= 제 목 신마대전 [257 회] 날 짜 2004-11-15 조회 / 추천 7917 / 267 선작수 5649 공지 공지가 없습니 다 옵 션 글자 크기 8 9 10 11 12 13 14 15 <<< 이전 이후 >>> 7_4 세르겐 왕국 "[불크러쉬]!" -위잉, 쾅 도끼가 라딘의 머리를 내리고 떨어져 내린다. 그러나 라딘도 이 미 고수의 대열에 들어선 자, 그 정도는 피할 수 있다. 그러나 땅에 부딪친 도끼가 바닥을 부수며 돌의 파편을 날린다. 신기하게도 그 파편은 하나같 이 불타고 있다. 최상급 도끼 기술 불크러쉬는 알고 보면 격산타우의 효과를 함유하고 있어 직접 도끼에 얻어맞는 것 보다 파편이 더욱 데미지가 크다. -파파팍 "으윽!" "크크크, 아직이다! [라운드 슬라이서]!" -쉬리리링 옆에 있던 자가 기합을 외치자 검이 단번에 6개로 불어나 일제히 라딘의 허리를 베어온다. 라딘의 몸을 김밥 썰듯이 썰어버리겠다는 의지가 그 안에 들어있다. "이얍, 어딜!" -팍, 휘익 놀랍게도 라딘이 한쪽 성벽을 차며 2m정도 뛰어 올랐다. 전신갑 옷을 입고 무공의 고수처럼 뛰어오르다니! 그러나 초상비에 의해 몸무게가 원래의 20분의 1인 40kg정도로 줄어든 라딘은 그것이 가능했다. -파파파팟 네 개의 강기의 검이 성벽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그러나 두 번 의 공격은 허초에 불과했다. "받아랏! [타이거 램패지]!" -우우웅, 슈우우웅 뒤쪽에 있던 자가 자신의 투 핸드 소드를 머리위로 들어 올렸다가 앞으로 던졌다. 그런데 팔뿐 아니라 자신의 몸까지도 그 검의 움 직임에 동조했다. 거대한 투핸드소드와 사람의 몸이 마치 하나인 것처럼 허공에서 회전하면서 공중에 뜬 라딘을 향해 날아왔다. -콰콰콰콰 신검합일계의 필살기중 가장 강력하다고 평가받는 타이거 램패지 ! 이것이 투핸드소드 사용자의 로망이다. 돌격하는 전투마와 기사를 그대로 양단할 수 있다는 최강의 기술 중 하나가 지금 공중에 떠 있는 라딘에게 시전되었다. "아앗!" 라딘은 그 순간 당했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저기에 맞으면 절대로 무 사할 수 없다! 하지만 이미 공중에 떠서 자유로운 움직임이 불가능한 라딘으로는 회피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라딘은 이를 악물고 방패로 몸을 가리고 충격에 대 비했다. 7중 아다만타이트 방패의 견고함은 저 기술의 막강한 절단력을 견뎌 낼 수 있을 것이다. 크리티컬이 터져 몸이 양단 되지만 않으면 살아날 지도 모른 다. 그 때였다. -히히히힝(몸통 박치기)! 페가수스인가? 날개도 없는 전투마가 허공으로 떠올랐다. 설산이 주인을 구 하기 위해 필살의 몸통박치기로 날아오는 검을 들이받았다. -쾅 -히히히히힝(으갸갹, 내 머리)! "커헉, 이놈의 말이!" -쿵 안타깝게 완벽한 찬스를 성공시키지 못한 적이 욕을 하며 땅으로 떨어 졌다. 충격이 큰 듯 그는 땅에 무사히 착지 하지 못하고 거꾸로 바닥에 처 박혀 버렸다. 라딘은 그 순간 설산의 충성심에 감동했다. 그리고 자신의 애마가 당한 고 통에 가슴아파했다. 복수를 하지 않으면! 적은 지금 자신의 밑쪽에 쓰러져 있다. 그의 몸이 빙글 하며 공중에서 회전했다. 어느새 머리가 아래쪽으로 향하고 있고, 방패로 그 앞을 가린 상태다. "[만근추]!" -슈욱, 콰직 땅이 패이고 라딘과 땅 사이에 끼인 자의 몸은 완벽하게 부서 졌다. 사실 만근추라는 기술은 전신의 힘을 집중하여 몸무게로 바꾸는 기술이기 때문에 이 기술을 펼칠 때에는 다른 기술을 전혀 사용할 수 없다. 심지어는 몸을 심하게 움직이면 그만큼 몸무게가 가벼워진다. 그래서 라딘은 지금까지 이 만근추를 활용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지금 이렇게 임기응변을 발휘해 그 효과를 보니, 역시 이 기술은 절대로 포 기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순간적으로 몸무게를 8톤으로 늘이는 기술! 라딘은 이 기술을 계속 연구 발전시켜야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아니, 이놈이!" -위잉, 슝 동료가 순식간에 회색으로 변하자 다른 두 명의 다크팰러딘들은 놀라서 다시 라딘을 공격했다. 그러나 땅에 거꾸로 떨어진 라딘을 보호하는 하얀 수호마가 존재했다. 설산 은 몸으로 두 기사의 공격을 아무 생각 없이 받았다. 그리고 그의 뒷발차기 가 한 명의 다크팰러딘에게 작렬했다. -펑 "어억! 보통 전투마가 아니었구나!" 그때서야 그들은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이 라딘이란 팰러딘은 전 대륙에 명성을 떨치고 있는 만큼 어느 정도 강함 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일반 전투마가 저 와이트의 공격과 연속적인 벼 락을 맞고도 멀쩡히 살아서 이곳까지 올 수 있을 리가 없다. "나이스! 역시 대륙 최강의 전투마다와!" 라딘이 일어나서 전투자세를 취하며 설산을 추켜세웠다. 설산은 타이거 램패지에 정통으로 당한 머리가 무지하게 아팠지만 자존심 하나로 500년간을 살아온 그인 만큼 코를 크게 벌려 히힝 대며 고개를 뻣뻣 하게 편다. 이제 둘이 남았다! 라딘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뒤쪽에 있던 발리듀스 가 가볍게 손을 흔들자 뒤쪽에 있던 다크팰러딘 중 두 명이 앞으로 나와 라 딘을 노리기 시작했다. "으윽, 이놈들이 죄를 뉘우치지 못하고 끝까지 수로 밀다니!" 라딘은 이를 갈았다. 그러나 발리듀스는 이미 이쪽을 쳐다보지도 않고 있었 다. 마치 라딘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고 비웃는 것 같았다. -쿵 그 순간 라딘은 온몸이 통째로 얼음물에 빠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 거지?' 라딘의 머리가 급속도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분노가 자신의 이성을 잠식했 었다! 그의 머리는 차갑게 식었고, 드디어 자신이 여태까지 해온 행동을 냉정하게 분석, 비판하기 시작했다. 발리듀스는 자신에게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 자신은 그에게 있어서 두려움을 모르고 적진 한가운데로 뛰어든 바보 팰러 딘에 불과하다. 그는 군대를 지휘하고 있고, 자신은 그의 졸병들과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다! 라딘은 워해머와 방패를 들고 정면의 네 기사를 노려보면서도 계속해서 주 위의 전황을 살피기 시작했다. 뒤쪽에서 돌진해오고 있는 아군의 피해는 상당히 컸다. 물론 죽음의 공포를 잊고 용감하게 돌진하고 있는 그들의 광기어린 투지에 와이트와 고스트도 밀리고 있다. 그러나 뒤쪽에 있는 다크 프리스트들이 차분하게 언데드들을 조정하고, 또 한 아군에게 저주를 걸고 있다. 이대로 가면 얼마 가지 않아서 아군의 투지도 한계점에 다다를 것이다. 결 국 수도 많고 진형을 짜서 수비하는 적이 유리한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은 눈앞의 네 기사와 싸울 생각만을 하고 있었다. 나는 졸병인가? 전황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그저 정면에 맞닥트린 적과 싸움이나 하는 말단의 병사인가? 그는 자신의 미숙함을 깊이 반성했다. 머릿속에서 무엇인가 변화가 일어나 고 있었다. 사업가로써, 외교관으로써의 교육을 받아오고 스스로를 성장시 킨 그가 처음으로 전장의 전체적 전황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자신의 뒤쪽에는 여전히 150명이 넘는 동료들이 있다. 전력이 있다! 자신이 이들을 다 죽이지 않아도 그들이 죽이도록 하면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가 잘 싸우는 것 보다 지금 살아남은 150명의 전투원 들이 최고의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라딘의 가슴은 여전히 뜨거웠다. 저 자식만큼은 죽인다! 그의 눈은 불타고 있었다. 그러나 방금 전까지와는 달리 머릿속은 아주 차갑게 변해 마치 싸움 구경을 하는 사람처럼 사방을 살피며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정했다. 그의 머릿속은 이미 자기 자신의 몸마저도 전쟁에 쓰이는 하나의 도구로 취급하고 있었다 . 그리고 눈앞의 적과 서로 대치하고 있는 그 10여초의 사이 그는 변했다. 그는 이미 지휘관이었다! ------------------------------------ 라딘이 악령기사와의 대결에서 견딜 수 있게 업그레이드 시켜야 합니다! 설정상 악령기사의 강함- 무적, 지존, 사방불패.... =+=+=+=+=+=+=+=+=+=+=+=+=+=+=+=+=+=+=+=+=+=+NovelExtra(novel@quickskil l.com)=+= 제 목 신마대전 [258 회] 날 짜 2004-11-16 조회 / 추천 9561 / 406 선작수 5649 공지 공지가 없습니 다 옵 션 글자 크기 8 9 10 11 12 13 14 15 <<< 이전 이후 >>> 7_4 세르겐 왕국 라딘의 판단으로 볼 때, 자신들의 전력은 그렇게까지 절 대적으로 약하지는 않다. 아군은 고수들로 추린 150명, 적은 와이트와 고스트로 구성된 상급 언데드 250마리, 그리고 성 쪽의 다크 프리스트 20여명, 다크팰러딘 7명, 그리고 몇 명의 화살과 석궁을 들고 있는 어쌔신들이다. 물론 이 성 안에서의 전력만을 비교했을 때의 말이다. 특공대의 돌격작전은 유효했다. 국지적인 전력의 균등! 우세는 아니더라도 싸울 수 있는 기회는 얻은 셈이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그렇게 좋지 않다. 적은 균형적인 진세를 이루고 효 과적으로 아군을 공격하고 있다. 와이트와 고스트가 정면을 막고, 암흑사제가 끊임없이 언데드를 치료하고 강화하며 그들을 제어한다. 여유가 있으면 저주마법도 시전한다. 어쌔신들은 열심히 화살과 석궁을 날린다. 혼전 중에 날아오는 저격은 정말 로 피하기가 어렵다. 결국 아군은 힘으로 와이트의 벽을 밀어붙이고는 있지만, 계속해서 전력이 소모될 수밖에 없다. -부웅 다시 도끼가 그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방패를 들어 막는 라딘, 설산이 옆쪽에서 공격하려는 자를 몸으로 막는다. 4대 2의 싸움은 쉽게 마무리 될 것 같지 않았다. 그리고 이자들을 이긴다고 해도 아직 몇 명의 다크팰러딘이 대기하고 있다. 그리고 그 뒤에 발리듀스 도 있다. 라딘은 갑자기 입을 열어 크게 소리쳤다. "서문 가주! 왼쪽이오! 왼쪽을 집중적으로 뚫으십시오. 목표는 언데드가 아 니라 사람입니다!" 무슨 소리일까? 무리의 전면에서 싸우던 서문철은 그 소리를 듣고 무슨 의 미인지 잘 이해할 수 없었다. 목표가 언데드가 아닌 사람이라는 말은 이해 할 수 있다. 하지만 왼쪽을 공격하라니? 지금 자신들은 진형을 형성하고 전면의 적을 상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진형을 포기하고 왼쪽으로 치우치게 되면 와이트들이 뒤쪽으로 돌아 포위 공격을 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들은 거의 모두가 근접전을 위한 전사와 무사, 그리고 기사이기 때문에 지금처럼 일렬로 진을 형성하고 전면의 적을 공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뭉치면 안쪽이나 뒤쪽의 사람들은 그다지 힘을 쓰지 못하기 때문이다. 설마 라딘 경은 전투의 기본적인 상식도 모른단 말인가? 왼쪽으로 뭉치면 포위를 당한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고 한곳으로 뭉치면 힘을 집중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그러나 서문철은 고개를 저었다. 저 라딘이라는 기사는 그렇게 호락호락한 자가 아니다. 그의 말에는 언제나 뼈가 있고, 심사숙고하여 그 말을 소화하 면 그야말로 뼈가 되고 살이 되지만, 무심코 삼키면 목에 걸린다. "전원 좌측으로!, 좌측을 집중적으로 공격한다!" -와아아아 서문철이 크게 고함을 질렀다. 특공대는 크게 함성을 지르며 밀 집하기 시작했다. 좌우로 길게 늘어뜨려져 싸우던 진형을 포기하고 좌측으 로 밀집하기 시작했다. 발리듀스는 이 이해할 수 없는 변화를 보고 웃어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 적이 밀집했다. 이제 어둠의 성직자들이 그들에게 범위 저주를 뿌리기도 쉽고, 와이트들도 비어있는 오른쪽으로 돌아가 저들의 뒤를 공격할 것이다. 포위공격으로 더 욱 그들을 밀집시키면 마법의 효과가 몇 배나 커진다. 바보인가? 그가 손을 들어 올리자, 오른쪽의 와이트들이 그들을 둘러싸기 시작했다. 와이트들은 지금 성직자들의 언데드 제어 마법에 의해 완벽한 군대처럼 유 기적인 움직임을 보이며 적들을 조이고 있는 것이다. -크아아아 "에잇! 옆쪽을 방어해! 저 놈들이 안쪽으로 들어오면 끝장이다." 돌진하는 동안에는 공격을 하고 있다는 흥분에 죽음의 공포를 잊을 수 있다 . 하지만 옆과 뒤쪽에서 공격을 받으면 방어를 해야 한다. 당연히 잊고 있 었던 공포심이 되살아난다. 특공대의 사기가 감소되기 시작했다. 라딘은 드디어 때가 되었음을 깨달았다. 완벽하게 자신의 생각한 데로 되고 있다. 그는 즉시 자신의 워해머를 하늘로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 "[전격 소환]!" -우르르릉, "헛. 이놈이 또!" 공격해 들어가려던 한 기사가 라딘이 전격을 소환하는 것을 보고 잽싸게 뒤 로 물러섰다. 이 기사는 정말로 생명력이 얼마나 되는지 짐작도 되지 않는다. 자기 자신 에게 전격을 떨어지게 해서 상대를 물귀신처럼 물고 늘어지다니! 소문에 의하면 동대륙 최고의 체력 기사라고 했는데, 그와 직접 싸워보니 명불허전이라는 말이 너무나도 가슴에 와 닿았다. -콰쾅, 파지지직 아니다다를까 라딘의 워해머에 벼락이 떨어졌다. 홀리웨폰이 걸린 워해머는 전격을 흡수하여 성뇌속성의 하얀 스파크를 튀기 기 시작했다. 이제 저 전격은 워해머를 들고 있는 라딘이라는 매조키스트 기사의 몸으로 흘러 들어갈 것이다. 모든 사람이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라딘은 만인의 희망을 보기 좋게 배반했다. "[썬더 브레이크]!" -슈웅 "으헉!" 라딘이 크게 고함을 지르며 자신의 워해머를 앞으로 던졌다. 그들은 이 썬더 브레이크라는 기술을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다. 라딘이라는 자의 홀리코멧이라는 기술은 이미 정보가 들어와 있다. 하지만 이런 황당한 워해머 투척기술까지 지니고 있었다고는 아무도 짐작하지 못했 다. 정면에 있던 다크팰러딘은 너무나도 몰라 비명을 지르며 몸을 땅으로 던져 그것을 피했다. 살았다! 그는 생각했다. 과연 고수답게 비장의 한 수를 숨기고 있었지만 자 신의 능력으로 그것을 피했다. 비장의 한수면 다냐! 맞지 않으면 다 헛거다 ! 그러나 그는 착각하고 있었다. 애초부터 라딘은 그를 노리지 않았다. -슈우우우웅 -빡, 파지지지직 "끄아아아아악!" 암흑의 고위사제 드라카는 수하 사제들과 열심히 와이트들을 조정하고 있었 다. 적들이 스스로 무덤을 파서 한쪽으로 몰린 이상 이 전투는 30분 내로 끝난다. 그는 웃고 있었다. 그런데 난데없이 옆쪽에서 하나의 짱돌이, 아니 워해머가 날아와 그의 머리 를 정통으로 가격했다. 그리고 그 워해머에 갇혀있던 성뢰속성이 드디어 출 구를 찾아 그의 몸을 타고 땅까지 달렸다. 한방이었다. 성직자는 원래부터 그다지 생명력이 높지 않다. 그 대신 강력 한 방어마법을 구비하고 전선에서도 직접적인 전투에는 참가하지 않는다. 그런 성직자가 라딘의 필살기에 뒤통수를 맞고 견딜 수 있을 리가 없다. 그 는 그대로 회색으로 변했다. "아앗, 드라카 대사제님!" 옆쪽에 서 있던 사제들이 대경실색해서 소리를 질렀다. 그들은 그들이 서있 는 이곳이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 바람에 그들이 펼치던 언데드 제어가 깨졌다. "쯔쯔, 전시에는 언제나 유탄을 조심해야지." 라딘이 방패로 열심히 눈앞의 적들의 공격을 막으며 중얼거렸다. 그의 입가 에는 특유의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일순간이지만 언데드들은 자유를 찾았다. 본능이 그들을 지배했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에게 가장 가까운 생명체를 찾아 공격해 들어갔다. 성곽 쪽에는 특공대가 타고 온 말들이 방치되어 있었다. 그들 중 대부분이 무사들이라 말을 타고는 싸울 수가 없다. 기사나 전사 이 외에는 성에 들어서자마자 모두 말에서 내려 뛰어서 돌격한 것이다. 그리고 이 죄 없는 말들은 난데없이 벼락을 맞았다. 수십의 와이트들이 그들을 덮 친 것이다. -키아아아아 -히히히히힝 서문철의 눈이 빛났다. 이런 것이었던가! 후방으 로 돌아서 공격해오던 와이트들이 말들을 공격하는 바람에 적의 포위망에 구멍이 생겼다. 전면의 언데드들도 일사분란하던 통제를 잃어 공격력이 약 해졌다. 이때다.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다! "가자!" -휘익 그는 즉시 앞으로 내달렸다. 마찬가지로 서문세가의 살아남은 세 명 의 장로와 경공술에 자신 있는 자들도 최선을 다해 와이트들의 틈새를 뚫고 달렸다. 바늘구멍 같은 틈이었지만 그들에게는 대로와 다름없었다. 순식간에 20여명의 고수들이 중앙성탑의 바로 밑까지 도착했다. 어둠의 사제들이 바로 제정신을 차리고 언데드들을 조정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가라!" -팍, 팍, 팍 서문철은 달려오는 특공대 대원들이 곧바로 성곽으로 뛰어 올 라갈 수 있도록 두 손으로 깍지를 끼고 그들의 발을 지탱해 위로 튕겼다. 과연 고수들답게 발디딤의 도움을 받자 5m이상 되는 성곽을 단번에 뛰어올 랐다. 눈앞에는 그들의 표적인 다크프리스트들과 화살과 석궁을 든 어쌔신 들이 있었다. 그들의 살기는 극에 달해있었다. "막아라!" 발리듀스가 황급히 소리를 치자 뒤에 있던 그의 호위들이 모두 그쪽으로 달 려갔다. 그러나 이미 20명의 고수들이 모두 성곽위로 올라온 지금 전세는 역전되어 다크 프리스트들이 죽어가고 있었다. 서문철은 대원들을 모두 올려 보내자 자신은 얼른 성곽으로 오르는 계단으 로 달렸다. 중앙성탑에는 마법진이 그려져 있어 언데드가 접근을 하지 못하는 것 같았 다. 그는 곧 라딘이 적들과 싸우고 있는 곳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라딘 경, 내가 왔소! 우리는 이길 수 있을 것이오!" "오오, 서문가주. 알아주셨군요! 같이 이놈들을 처리합시다!" 라딘은 반갑게 그를 맞았다. 그리고 약간 뒤로 물러나 서문철이 자연스럽게 이 전투에 참여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다크팰러딘들은 당황했다. 적의 수괴인 서문철이 전투에 가담했다. 레벨 700을 넘긴 무림맹의 고수다! 그들은 긴장해서 약간 뒤로 물러나 방어진을 형성하려 했다. 대장인 발리 듀스가 위쪽에 침투한 자들을 다 처치할 때까지 이자들을 막아야 될 것 같 았다. 그러나 라딘에게는 필살기가 있다. "감히 나에게 거리를 주다니! [홀리 코멧]!" -파앗, 다다다다 "허억, 피해!" 라딘의 방패에서 하얀 성광이 나는 순간 그들은 대경해서 피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라딘은 눈앞의 적들을 노리지 않았다. 라딘의 표적은 처음부터 성탑 위에서 오만하게 서 있는 자, 발리듀스였다! "받아랏! 발리듀스!" -위이이이잉 성광으로 뒤덮인 라딘의 몸이 발리듀스를 향해 쏘아져 나가기 시작했다. ------------------------------------- =+=+=+=+=+=+=+=+=+=+=+=+=+=+=+=+=+=+=+=+=+=+NovelExtra(novel@quickskil l.com)=+= 제 목 신마대전 [259 회] 날 짜 2004-11-17 조회 / 추천 8022 / 262 선작수 5649 공지 공지가 없습니 다 옵 션 글자 크기 8 9 10 11 12 13 14 15 <<< 이전 이후 >>> 7_4 세르겐 왕국 발리듀스의 눈이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하얀 빛의 덩어리 를 향했다. 저주스러운 성속성의 빛! 과연 대륙에 이름을 떨치고 있는 기술답게 위력적 으로 보인다. "[섀도우 배인]!" 그의 눈이 검게 변했다. 그리고 그 색은 점차 그의 몸으로 퍼져 순식간에 그의 몸 전체가 검게 물들었다. 신기하게도 광택도 없었다. 빛을 완벽하게 흡수하는 것일까? 입체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정말로 허공에 그림자가 일어선 것처럼 보였다. -스스슥 그리고 그림자로 변한 발리듀스가 벽을 타고 걸어 위로 올라갔다. 이것이 바로 다크팰러딘 전용 최상급 기술인 섀도우 배인이다. 몸이 그림자 처럼 변해서 무게가 사라진다. 벽을 밟고 옆으로 서서 이동하는 것도, 천정 을 밟고 거꾸로 이동하는 것도 가능하다. 최고급 마법인 스파이더 워크와 비슷하지만 몸이 얇아져서 좁은 곳을 통과 할 수 있는 점에서 더욱 강력하다. 그리고 가장 무서운 것은 이 그림자로 변한 성기사는 여전히 물리력을 행사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콰쾅 라딘의 홀리코멧은 간일발의 차이로 발리듀스가 서 있던 벽을 강타했 다. 강화마법이 걸린 벽이 패이고, 땅까지 흔들렸다. 그러나 빗나간 이상 아무 소용이 없다. "헛, 섀도우 배인까지 익히고 있다니!" 라딘은 경악했다. 과거 황궁에서 읽은 다크팰러딘의 전투기술중에 이 기술 이 적혀는 있었지만, 이미 나타난지 100년도 더 된 기술이라고 했다. "크크크, 받아라! [휠 윈드]! -위이이잉 그림자가 길이 1.5m의 도끼를 마치 회전톱처럼 돌리며 머리위에 서 떨어져 내린다. 도끼계 최상급 기술 중 하나인 휠윈드를 벽을 따라서 수 직으로 돌리다니! 사기가 아닌가? "이얍!" -텅 라딘은 급한 김에 몸을 뒤로 재치며 누웠다. 갑옷이 바닥에 부딪쳐 금속성을 내었다. 그러나 발리듀스의 도끼 그림자는 집요하게 회전하며 그의 몸을 두동강 내려고 떨어져 내리고 있다. 라딘은 죄 없이 모함에 빠져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지는 중세기사의 심정을 이해할 것 같았다. 그러나 그는 순진한 기사가 아닌 시대가 낳은 자유신의 성기사 라딘이었다. "[블링크]!" -슉 -콰콰콰콰콰 "아니! 어떻게 기사가 블링크를?" 발리듀스의 양손도끼가 애꿎은 바닥을 1m정도나 파헤쳤다. 사실 전투 중에 블링크를 쓰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다. 일단 달리거나 헤엄 치는 등 급격한 움직임을 할 때에는 이 마법을 쓰지 못한다. 일단 멈춰야 한다. 그리고 블링크를 사용하면 이동한 순간 약 0.5초 동안 멍한 상태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마법사는 블링크를 긴급히 도망갈 때 주로 쓴다. 그런데 그 경우 잘못해서 적이 단검같은 던지는 무기를 던지면 그대로 당할 수도 있다. 결국 근접거리를 허용한 순간 마법사는 생명을 잃을 가능성이 급격히 높아지는 것이다. 하물며 근접거리에서 바로 옆이나 뒤로 블링크를 쓰면 적의 급소공격을 정 통으로 맞아 한방에 죽기가 쉽다. 물론 급소공격을 받는다고 무조건 죽는 것은 아니지만, 데미지 2배에 방어 력 무시라는 것은 장난이 아니다. 특히 방어력으로 먹고사는 라딘에게는 절 대로 피해야 할 것이 이 급소공격이다. 그러나 라딘은 블링크를 전투에서 활용하는 타이밍을 찾을 수 있었다. 적이 필살기를 치는 순간! 그것도 일발계 필살기가 터질 때, 이 기술을 쓰 면 효과가 지극히 크다. 왜냐하면 일발계 필살기는 대부분 기술 발동 후, 경직시간이 있기 때문이다. 대 일발계 필살기용 완벽 회피기가 바로 이 블링크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뒤통수를 맞을 걱정이 없는 일대일 대결에서만 해당되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이 순간 라딘의 사기성 발상의 전환이 다시 발휘되었다. 블링크는 보통 지면에서 지면으로 밖에 시전 되지 않는다. 인간의 지각 능 력은 어디까지나 평면이고, 공중으로 블링크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만약 하피 메이지라면 공중으로 블링크를 하는 것이 가능하다. 물론 드래곤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로 가능하다. 그런데 지금 라딘은 바닥에 누워있었다. 그의 발은 벽을 디디고 서 있었고, 눈 앞에는 벽을 타고 도끼가 날아들고 있다. 그는 순간적으로 발리듀스의 그림자 위로 블링크를 시전했다. 벽을 바닥으 로 생각하고 위쪽으로 평면의 블링크를 시전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정확하게 먹혔다! -팟 라딘의 모습은 허공 3m의 벽을 밟고 옆으로 선 채로 나타났다. 물론 라 딘은 섀도우 배인을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는 그대로 중력의 힘을 받아 아래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 라딘은 다시 외쳤다. "킬로틴에는 킬로틴! [만근추]!" -콰직 "크아아악!" 밑에 깔린 그림자가 비명을 질렀다. 그림자라고 해서 데미지를 안 받는 것 은 아니다. 얇아지고 벽을 타고 걸을 수 있다는 것이지 무적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발리듀스는 레벨 870에 달한 현 마교 최강의 고수다. 그는 자신의 위에 떨어진 라딘을 발과 손으로 들어 그대로 던졌다. -휘익, 척 라딘은 공중에서 한 바퀴 회전을 하고는 무사히 바닥에 착지했다 . 발리듀스도 비틀거리면서도 일어나는 것이 보였다. "호, 대단하군, 발리듀스 경, 힘이 꽤 높군!" "크윽, 도대체 무슨 기술이냐?" "정의의 철퇴라는 기술이지, 상대의 죄업에 따라 무게가 늘어나게 되어 있 는데, 한 번에 안 죽는 걸 보니 의외로 나쁜 짓을 많이 안 했나 보지?" 라딘의 거짓정보에 발리듀스는 정말로 그런 기술이 있나하고 심각하게 고민 했다. 확실히 무서운 기술이었다. 자신의 생명력이 일거에 절반이상 빠지다 니! 치명타도 아닌 일반 적중에 그 정도의 파괴력이라면 최강의 기술이라고 할 만 했다. "정의의 철퇴라, 기억해 두지. 좋다, 정식으로 상대해주마!" -부웅 그가 자신의 양손도끼를 앞으로 세우자 그림자로 변한 도끼에서 검은 광채가 나기 시작했다. 언홀리웨폰! 라딘은 긴장했다. 발리듀스는 급했다. 자신의 호위기사들은 이미 절반이상 죽었다. 라딘을 막던 네 명의 기사들 중 한명도 서문철의 맹렬한 공격에 의해 죽었 다. 암흑사제를 보호하기 위해 달려갔던 자들도 이미 다섯 명이나 죽었다. 어쌔 신들도 나름대로 싸우고는 있지만 암살이 아닌 정면승부로는 승산이 없다. 암흑사제들도 죽어가고 있다. 그들의 방어마법인 패사령진은 강력하기는 하지만 마나의 소모가 크다. 무 엇보다 그들이 언데드를 제어하지 못하자 무림맹의 떨거지들이 자신이 심혈 을 기울여 키운 와이트와 고스트들을 죽이고 있다. 빨리 이자를 처치하고 자신이 직접 암흑사제들을 보호해서 저들을 무찔러야 한다. 그의 마음은 어둠의 불길로 바뀌어 도끼를 통해 나타나고 있었다. "받아라! [라운드 슬라이서]!" 라딘의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양손도끼를 한손으로 들고 연타계 필살기인 라운드 슬라이서를 쓰다니! 맹 렬한 속도로 무기를 회전시켜 연속으로 다섯 번을 베는 이 기술에 당하면 몸이 얇게 썬 샤브샤브의 고기처럼 변한다. 마음은 놀라도 몸은 막아야 한다. 안 막으면 죽기 때문이다. "[방패 이용술]!" 그는 왼손에 든 방패를 앞으로 들고 전 신경을 집중하여 그의 도끼를 막았 다. 실제로 왠만한 방패라면 양손도끼의 공격을 흘리지도 않고 그냥 막으면 박살이 나겠지만, 라딘은 자신이 만든 예술품의 성능을 굳게 믿었다. -까까까까깡 "으윽, 장난이 아니네!" 방패를 통해 엄청난 압력이 느껴졌다. 생명력이 감소하고 있었다. 방패 이 용술을 적극적으로 펼쳐 성공시켰는데도 방어력을 상회하는 공격력이라니! 그는 이를 악물고 그의 기술이 끝나는 순간 자신의 워해머를 던졌다. "[파워 브레이크]!" 순간적인 동작이다. 손목의 힘만으로 기술이 발동되기 때문에 이것을 알아 차리기는 극히 힘들다. "크헛!" -깡 발리듀스는 과연 고수였다. 그는 완벽하게 허점을 찌르고 들어오는 라 딘의 워해머를 자신의 어깨 보호대로 튕겼다. 그러나 그 워해머에 실린 힘 은 그의 상상을 초월했다. 어깨 보호대가 깨지면서 그의 한쪽 팔은 더 이상 쓸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그의 눈이 살기로 번뜩였다. 그림자의 몸도 빛을 발할 수 있다는 것을 스스 로 증명했다. 그는 순간적으로 생각했다. 자신이 부상을 당하다니! 이 상태라면 이곳에 올라온 무림맹 놈들을 다 잡아 죽이는 것은 힘들다. 실패인가? 그는 억울했 다. 이 라딘이라는 놈만 아니라면! "으아아아아! [죽음의 손]!" 발리듀스가 앞으로 뛰어나오며 외쳤다. 그의 목소리에는 필살의 각오가 들 어있었다. -------------------------------------- 저항 설정에 약간의 변화가 있었습니다. 저항 50당 데미지가 절반으로 줄어듭니다. 맥스 저항치인 200이 되면 일반 저레벨 마법사의 마법은 16분의 1밖에 데미 지를 입지 않습니다. 2차 직업인 원소마법사는 속성공격치가 50이 생겨서 저항 50까지는 최고 데 미지를 가할 수 있습니다. 3차 직업인 마도사는 속성공격치가 100이 생깁니다. 저항치 100 이하는 최 고 데미지를 가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죽음의 손은 속성치 100의 최고급 암흑속성기술입니다. =+=+=+=+=+=+=+=+=+=+=+=+=+=+=+=+=+=+=+=+=+=+NovelExtra(novel@quickskil l.com)=+= 제 목 신마대전 [260 회] 날 짜 2004-11-18 조회 / 추천 10431 / 432 선작수 5649 공지 공지가 없습 니다 옵 션 글자 크기 8 9 10 11 12 13 14 15 <<< 이전 이후 >>> 7_4 세르겐 왕국 다크팰러딘의 최후의 희망인 죽음의 손! 팰러딘이 일시에 한 사람의 생명력을 완전히 회복시키는 신의 손이라는 기 적의 기술이 있다면 다크팰러딘에게는 죽음의 손이 있다. 이 기술은 자신의 최대 생명력만큼의 데미지를 상대에게 입히는 일격필살의 공격이다. 더군다나 이 공격은 암흑속성이기 때문에 방어력을 무시하고 속성의 데미지 로 들어간다. 뿐만 아니라 신의 기술이기 때문에 속성치에 +100의 효과가 있다. 즉, 암흑 속성 저항치가 100이 넘지 않는 자는 최고의 데미지를 그대로 먹는다. 암흑 속성은 웬만하면 저항력이 거의 없기 때문에 대부분 이 공격은 최고의 효과 를 자랑하게 된다. 물론 직접 명중해야 하기 때문에 사용하기가 쉽지는 않다. 그러나 발리듀스는 고수중의 고수, 그는 오른쪽 어깨가 파괴되는 순간 라딘 의 오른손에 워해머가 들려있지 않은 것을 보고 그 빈틈을 파고들었다. 그의 왼손은 검은 빛을 발하고 있었고, 라딘은 그것을 피할 수 있는 여유가 없었다. 그러나 라딘은 자신의 허리에 있는 몽몽을 믿었다. 워해머를 던졌을 때, 절정의 고수라면 틀림없이 그 빈틈을 노려 필살기를 펼쳐 온다. 그러나 그 순간, 생각지도 못한 한수가 그를 노린다. 이것이 바 로 진정한 라딘의 비장의 한수가 아닌가? 이때다 몽몽! 가랏! 라딘은 자신도 모르게 허리춤에 있는 주머니를 슬쩍 보 았다. 그리고 그 순간 라딘은 완전히 망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허리에 있는 주머니는 윗부분이 열려 있었다. 몽몽은? 라딘은 전쟁 중에 아들이 사라지자 너무나도 걱정이 되어 자신이 지금 적의 필살기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도 잊을 지경이었다. -파악 "아아악!" 라딘은 상대의 손이 자신의 팔에 닿는 순간 엄청난 힘이 몸속으로 침투하는 것을 느끼며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물론 일정 이상의 고통은 제어되지만 온몸의 뼈를 자극하는 이 감각은 고통 제한의 한계에 달하는 고통이었다. 라딘은 본능적으로 방패를 든 왼손으로 발리듀스의 팔을 잡았다. 같이 죽자 ! "[전격 소환]!" -우르릉, 콰콰쾅 먹구름은 하늘에 깔려 있다. 그의 부름에 먹구름은 즉시 자신이 감추어 두고 있었던 전기의 힘을 방출했다. "끄아아악! 이놈이 또!" 발리듀스는 이 라딘이라는 자가 자신의 죽음의 손에 얻어맞고도 즉사하지 않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 도대체 이놈의 생명력은 얼마란 말인가? 레벨 700도 안된 자가 이렇게 생명력이 높아도 되는 걸까? 그러나 그는 몰랐다. 라딘은 암흑속성마저도 저항이 최고 수치인200이다. 암흑의 손의 암흑속성치가 100이기 때문에 저항 100이하는 데미지가 100%들 어가지만, 200의 저항치에는 4분의 1밖에 안 들어간다. 물론 그 파워도 라 딘의 생명력을 절반이상 소모하게 할 정도였지만, 그를 한방에 죽일 정도는 아니었다. "흐흐흐, 발리듀스! 나는 죽어도 다시 살아나지만 너는 끝장이지! 같이 죽 자!" 라딘은 조그마한 목소리로 발리듀스만 들을 수 있게 말했다. 그의 눈에는 자살특공대의 광기가 어려 있었다. 발리듀스는 완전히 기가 죽는 것을 느꼈다. 자신의 생명력은 이미 30%도 남지 않았다. 저 지독한 놈이 만약 자신을 껴 안고 방금처럼 벼락을 계속 떨어뜨릴 경우, 몇 방이면 목숨이 위험하다. 즉 , 잡히면 죽는다! 저놈은 좀비보다 질기고, 뱀보다 더 집요한 놈이다! 어째서 저런 인재가 성 기사를 하고 있을까? 우리 암흑신교에 들어왔다면 10대 장로 중에서도 상위 권에 자리 잡고 있었을 것이다. 그는 망설였다. 섣불리 공격해 들어갈 수 없었다. 사실 라딘의 생명력도 이미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마나도 거의 바닥나서 힐링 마법도 시전할 수 없다. 다시 히드라의 목을 마실까? 하지만 라딘은 고개를 저었다. 저번에 마약을 마신 후, 부작용 때문에 한 달 동안 회복포션을 마시지 못했 다. 그 결과 아무래도 레벨업에 지대한 장애가 된 것이 사실이다. 설산이 없었다면 감히 사냥에 나서지도 못 했을 것이다. 그리고 사실 이자를 꼭 일대일로 죽일 필요는 없다. 700레벨도 안되는 것으로 알려진 자신이 1대1로 870레벨의 적을 죽이는 것 은 별로 바람직하지 못할 수도 있다. 적은 이미 자신의 허장성세에 말려 공격의 의지를 상실했다. 그렇다면 자신 은 이대로 시간을 끌면 된다. 봐라, 서문철이 드디어 네 명의 적을 처치하고 나를 돕기 위해 오지 않는가 ? "라딘 경, 합세하겠소. 발리듀스! 너의 이 용서받지 못할 죄업의 대가를 받 을 때가 왔다!" 서문철이 달려오며 소리쳤다. 라딘은 슬쩍 옆으로 이동해서 서문철이 발리 듀스를 공격하기 쉽게 공간을 내 주었다. 빨리 이자를 죽이고 몽몽을 찾아 야 했다. 혹시라도 몽몽에게 무슨 일이 있다면! 30분 내로 찾지 않으면 안 된다. "으윽, 이놈들이 고수의 자존심도 없이 협공을!" 발리듀스가 중얼거리는 소리는 라딘의 기분을 확실하게 풀어주었다. 역시 인생은 세옹지마! 이제는 네가 당할 차례다! 그러나 발리듀스는 그 순간 허공에 도끼를 크게 휘둘렀다. -바앙 도끼가 허공을 가르자 놀랍게도 도끼에 어려있던 암흑의 오라가 라딘 과 서문철을 향해 쏘아져 나왔다. 언홀리웨폰의 오라를 앞으로 쏘는 암흑기 사와 성기사 전용의 기술인 [오라탄강]이었다. "헛!" -파파팍 라딘과 서문철은 급하게 그것을 막았다. 하지만 역시 언홀리 웨폰 의 마력이 그대로 들어간 그 오라강의 위력은 만만치 않았다. 그리고 그 순간 발리듀스가 뒤쪽의 문 쪽으로 뛰며 외쳤다. "두고보자!" 그때서야 라딘과 서문철은 이자가 도망가려는 것을 깨달았다. 지휘관이 전 장을 포기하고 도망가려 하다니! "서라!" 그러나 이미 오라탄강에 밀려난 라딘과 서문철은 발리듀스가 문 안쪽으로 뛰어드는 것을 저지할 수 없었다. 일단 통로로 뛰어들면 어떤 함정이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전력으로 뒤쫓기 가 힘들다. 그들은 다 된 밥에 콧물이 빠진 것 같은 심정으로 발리듀스의 그림자가 통로 안쪽으로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그런데 그 순간, -푸욱 "끄,끄윽, 어느 틈에!" 발리듀스의 목에는 한 자루의 단검이 꽃혀 있다. 그리고 그 단검의 손잡이 를 잡고 있는 사람은 한명의 소년이었다. 검은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미소년! 검은색의 로브를 몸에 걸친 마법사와 비슷한 차림이지만 몸에 딱 달라붙는 로브는 그의 매력을 한층 더 강화하고 있다. "몽, 아니 제임스!" 라딘은 놀라서 소리쳤다. 서문철은 라딘이 그 소년을 알아보자 아군이라는 것을 깨닫고 놀라서 라딘 과 그 제임스라는 소년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어느 틈에 이 소년이 이곳까 지 따라왔을까? 어째서 자신은 그가 있다는 것을 몰랐을까? 그리고 다음순간 그는 너무나도 놀라운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플레임 레인]!" -화르르륵 ,파파파팍 "아아아악!" 방어마법을 치고 겨우겨우 버티던 암흑사제들의 위로 불의 비가 떨어져 내 리고 있었다. 정면의 물리공격에는 절대적인 위력을 발휘하는 패사령진이지만 위에서 떨 어져 내리는 불의 비를 완벽하게 보호해 주지는 못했다. 몸에 불이 붙은 암흑사제들은 비명을 질렀고, 그 바람에 방어마법이 깨졌다 . 그리고 무림맹의 고수들의 암기가 그들을 뒤덮었다. 순식간에 대부분의 암흑사제가 쓰러졌다. 서문철은 그 순간 깨달았다. 환영살객! 전설의 마법살수인 환영살객이다! 통로안에 그가 있었기 때문에 자신과 라딘 경 이외에는 아무도 이 소년이 마법을 쓰는 것을 보지 못했다. 하물며 발리듀스가 그의 암습에 걸려 죽는 것도 보지 못했다. 제임스는 발리듀스가 떨군 아이템을 주우며 라딘에게 말했다. "라딘 경, 이 밑쪽에 대규모 마법진이 있고, 50명의 암흑사제들이 마력을 모아 마법진을 움직이고 있습니다. 가는 길목의 함정은 모두 해체했습니다. " 그는 그렇게 말하고 다시 통로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의 모습이 통로의 꺾여진 부분을 지나 사라졌다. "라딘 경, 그는?" 서문철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라딘은 고개를 가볍게 저으며 말했다. "제임스라고, 저를 돕는 자입니다." 서문철은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이 라딘이라는 자가 보통의 성기사가 아닌 줄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환영살수조차도 수하로 데리고 있다니? 이런 곳 까지 아무도 모르게 침투할 정도라면 그가 침투하지 못할 곳은 없다고 봐야 했다. 천하제일의 살수! 환영살객의 전설은 다시 시작되는 것인가? 도대체 이 라 딘이라는 자의 숨겨진 힘은 어느 정도란 말인가? 그는 공포심마저 느끼고 있었다. 그 때, 라딘이 말했다. "빨리 이곳을 정리하고 밑쪽의 마법진을 부수지요. 발리듀스가 죽었으니 언 데드들은 이미 제어마법이 듣지 않을 겁니다." 사실 자연발생 언데드가 아닌 제조 언데드들은 제조자가 살아있으면 언데드 제어의 마법에 쉽게 반응한다. 그래서 암흑사제들이 평소의 수십 배의 언 데드를 조정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 발리듀스가 죽었으니 10만의 좀비들은 통제력을 잃고 그들 사 이에 있는 암흑사제들을 공격할 것이다. 그리고 본능만을 가지고 방황하는 좀비정도는 그다지 큰 피해 없이 처리할 수 있다. 라딘의 제의에 서문철은 성탑위에 남은 자들을 모두 제거하고 동료들과 함 께 통로를 통해 아래로 내려갔다. 층계를 내려가던 라딘의 다리를 타고 몽몽이 기어올라와 자신의 보금자리로 들어갔다. 사실 몽몽은 라딘이 전격마법으로 자신을 공격할 때, 기겁해서 탈출했었다. 그러나 아빠의 희생적인 돌진을 보며 미안한 감을 지울 수 없었다. 원래 전 투중에는 아빠의 허락 없이 나와서는 안 되는 건데 나왔기 때문에 혼날 것 도 같았다. 결국 몽몽은 아빠에게 조금이라도 칭찬을 받기 위해 필사적으로 적의 소굴 을 탐지하고 적의 대장을 암살할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역시 아빠는 강했다! 척 보기에도 무지 센 것 같은 적의 대장이 결국 아빠 에게 패해서 도망을 친다. 그러나 자신이 이미 퇴로를 막고 있다는 것은 몰랐을 것이다! 그때, 라딘이 몽몽이 들어간 주머니를 주먹으로 가볍게 툭툭 두 번 때렸다. 말없이 돌아다닌 몽몽을 혼내는 것이다. 몽몽은 열심히 두 발로 주머니를 긁었다. -박박박박박 라딘은 웃을 수 밖에 없었다. 몽몽이 열심히 용서해 달라고 아 양을 떨고 있다. 도저히 화를 낼 수가 없다. 그는 손가락을 주머니 속으로 넣었다. 몽몽의 보드라운 털이 만져진다. 머 리군, 라딘은 손가락으로 몽몽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시스템의 한계를 넘어서는 신뢰감이 사람과 날다람쥐 사이에 쌓이고 있었다 . 그날, 무림맹의 척마멸사단과 샤이아 교단, 그리고 두 왕국의 군대는 무사 히 마교의 음모를 분쇄하고 세상에 암흑마교의 음모를 알렸다. ----------------------------------------- =+=+=+=+=+=+=+=+=+=+=+=+=+=+=+=+=+=+=+=+=+=+NovelExtra(novel@quickskil l.com)=+= 제 목 신마대전 [261 회] 날 짜 2004-11-19 조회 / 추천 8608 / 348 선작수 5649 공지 공지가 없습니 다 옵 션 글자 크기 8 9 10 11 12 13 14 15 <<< 이전 이후 >>> 7-6 최후의 반격 이 장의 앞에는 7_5 살수전기가 들어갑니다. 착오 없으시기를 바랍니다^^. ----------------------------- 7_6 최후의 반격 세르겐 왕국의 사투 이후 넉 달이 지났다. 그 날 이후 무림맹은 힘을 얻었고, 마교의 분타를 6곳이나 더 파괴할 수 있 었다. 물론 라딘은 그 때마다 가장 선두에 서서 싸웠다. 지금의 척마멸사단에는 무림맹의 정예가 대부분 모여 있었다. 살아있는 신화! 이 척마멸사단이라는 직함이 무인들에게 있어 얼마나 큰 훈 장이 될까? 7대 세가에서는 가문의 고수와 후기지수들을 모두 투입했다. 그들은 세가에 척마멸사단에 참가한 무사가 얼마나 많은가에 따라 미래의 세력판도에 영 향을 미친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이제 2천의 척마멸사대는 그야말로 용담호혈! 최저 400레벨 이상의 무인들 이 모인 집단으로 변했다. 라딘은 여전히 시간이 날 때마다 마굴에 들어가서 목숨을 걸고 수련을 했다 . 보통 사람의 네 배에 해당하는 경험치를 받는다. 정확히 말하면 2배이지 만, 효율적인 면에서 4배라고 할 만 했다. 그의 레벨은 현재 920, 사람들은 라딘의 레벨을 700정도로 알고 있다. 그야 말로 믿을 수 없는 성장속도였다. 설산과 몽몽의 레벨도 750을 넘었다. 라딘의 4분의 1만의 경험치를 받는 그 들이기 때문에 라딘보다 레벨이 떨어지는 것만큼은 어쩔 수 없다. [띠링,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 921이 되었습니다.] "휴, 레벨이 올랐군. 음,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털석 라딘은 한쪽 구석에 주저앉으며 중얼거렸다. 피로가 거의 한계에 달 했다. 이미 제한시간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마굴에서 나갈 시간이었다. 반상반마 바바드를 죽이자 레벨이 올랐다. 전투가 끝나자 몽몽이 얼른 주변 에 떨어진 아이템을 주워 모은다. 레벨 800짜리 마물 셋을 상대로 싸우는 것은 상당히 위험했지만, 이들의 갈 고 닦여진 파티 플레이는 그것을 무난히 수행한다. "끼잉, 아빠, 피곤하시죵?" 몽몽이 설산의 안장주머니에 아이템을 모두 집어넣고는 와서 아빠의 목에 몸을 부빈다. 라딘은 웃으면서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럼 일단 나갑시다." 그의 선언에 따라 사람과 말, 그리고 다람쥐는 그날의 사냥을 마치고 마굴 을 나섰다. --------------------------------- 어두운 마전, 하나의 여신상과 여섯 개의 상급마족의 상이 공포스러운 분위 기속에 우뚝 솟아 있다. 상급마족의 손에는 각각 붉은 빛이 타오르고 있고, 오직 여신상의 손에 신 비한 검은 불꽃이 타오른다. 빛을 흡수하는 것 같은 검은 불꽃! 이곳이 바로 암흑신교의 대성당이다. 여신상의 앞에 있는 태사의에는 암흑의 황제로 불리는 교주가 앉아 있다. 세상에서 가장 강대한 세력을 가진 자! 40의 나이로 레벨 800이 넘은 암흑 의 여신의 교황! 그러나 지금 그의 안색은 결코 좋지 못했다. "크윽, 벌써 10개의 분타가 무너지고, 10대 장로 중 3명이 여신의 품으로 돌아갔다.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그는 신음하듯 말했다. 마교가 지난 천 년간 준비한 서대륙 정복 계획이 단 한순간에 무너졌다. 천 년간 모은 자금과 세력 중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대외당이 붕괴되고 있었 다. 전 대륙에 독이 든 곡식을 퍼뜨리고 그와 동시에 100만의 좀비군단을 만들 어 왕국들을 치고, 혼란에 빠진 서대륙의 7대 세가를 일거에 쳐서 서대륙에 공포의 제국을 세우겠다는 암흑신교 천년의 야망이 깃들어 있는 '죽음의 해일' 계획! 이 위대한 계획이 시행을 10년도 남기지 않은 채 사그러든 것 이다. 그는 자신의 대에 이 계획이 완성된다는 것에 여신의 가호가 자신에게 내렸 다고 확신했다. 암흑제국의 초대 황제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그러나 이미 모든 계획은 사라지고, 전 대륙은 자신들을 색출해서 괴멸시키 는 데 모든 노력을 쏟고 있다. "천목도귀, 이제 남은 방법은?" 그는 자신의 앞에 엎드려 있는 대외당주 천목도귀에게 물었다. 라딘이라는 이계의 성기사를 암살한다고 흑풍대를 이끌고 나가 혼자서 돌아 온 자, 그가 가져온 정보는 너무나도 놀라운 것이었다. 환영살수라니! 그런 자가 그 라딘이라는 자를 은밀하게 보호하고 있다니! 결국 암흑신교는 라딘의 암살계획을 백지화 시킬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 후에도 계속해서 자신들의 대외분타가 발각되어 괴멸되었다. 이 제는 암흑신교의 근간이 흔들릴 지경이다. 결단을 해야 했다. "위대하신 암흑의 황제이시여, 이제 남은 수는 동귀어진과 와신상담이외에 는 없는 것 같습니다." 천목도귀가 침통한 목소리로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교주도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활동을 중지하고 백년간 잠수하는 방법이 바로 와신상담이다. 발각되 는 분타는 버린다. 살아남은 조직만으로 백년 후에 다시 세력을 확장하게 된다. 그러나 일단 이렇게 되면 다시 몇 년 전과 같은 세력으로 회복되기까 지 몇 백년의 세월이 필요할 지는 아무도 모른다. 반면에 외당과 내당의 남은 모든 무력을 총 동원하여 적에게 반격을 할 수 도 있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적에게 공격해 들어간 자들은 모두 희생될 것 이다. 왜냐하면 적은 서대륙 전체이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대부분 천목도귀가 와신상담의 계를 주장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분타가 발각 된다고 해도 전부는 아닐 것이다. 그리고 내당의 장로들을 비롯한 고수들이 무사한 이상 나중에 다시 일어서는 데에 도 많은 힘이 될 것이다. 그러나 천목도귀의 입에서 나온 말은 그들의 예상을 보기 좋게 배반했다. "암흑의 황제이시여, 우리가 만약 이대로 잠적한다면 저들은 완전히 승리감 에 도취되어 우리를 숨어있는 도둑처럼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차후 아무도 우리 암흑신교를 두려워하지 않게 됩니다. 공포! 이것이야 말 로 암흑신교를 지탱하는 또 하나의 힘입니다. 저들에게 우리의 힘을 보여야 합니다!" "흐음, 그럼 대외당주는 동귀어진의 수를 사용하자는 것인가?" "그렇습니다. 비록 많은 피해가 있겠지만, 저들이 우리를 두려워하기만 한 다면 미래에는 오히려 득이 더 많을 것입니다." -웅성, 웅성 그의 발언에 모든 사람들이 당황하기 시작했다. 모두 죽어야 한다는 말인가? 확실히 지금 자신들은 백년 후에는 살아 있지 않기 때문에 지금 죽어서 적에게 공포를 심어 줄 수 있다면 신교에는 도움 이 된다. 물론 일단 명령이 떨어지면 죽음을 각오하고 나갈 준비는 되어 있다. 그러 나 그들 중 대부분이 죽고 싶어하지 않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니 만큼 어쩔 수 없다. 그 때, 교주가 손을 들어 좌중을 안정시키고 말했다. "과연 대외당주의 말은 정확하다! 우리는 이대로 숨을 죽이고 있을 수만은 없다. 결국 저들에게 우리의 무서움을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된다. 명을 내리 겠다. 7대 장로는 내당의 세력을 이끌고 무림맹을 쳐라! 하지만 척마멸사단 과 정면으로 부딪칠 필요는 없다. 척마멸사단을 유인하고, 그 사이 비어있 는 무림맹을 총력을 기울여 공격한다. 단 한 번의 공격이면 충분하다. 그 후에는 각자 흩어져 지정된 분타로 돌아가 백년간 은거한다!" "존명!" 사람들은 교주의 뜻을 알았다. 빈집을 턴다! 그리고 잠수한다. 과연 이 계 획이라면 자신들의 무서움을 알릴 수도 있고, 살아남을 확률도 높다. 7대세가의 가주들은 무림맹에 머물고 있다. 그런 만큼 이번 습격이 성공한 다면 7대 세가는 엄청난 타격을 입을 것이다! 그들은 앞으로 닥쳐올 살육에 대한 흥분을 가지고 대전을 나섰다. 상세 계 획을 짜고 그에 맞추어 조직을 정비해야 했다. -쿵 문이 닫히고, 대전 안에는 교주만이 남았다. 교주는 태사의에 기대어 앉아 조용히 웃기 시작했다. 수천 명의 병력이 움직이는 작전이다. 무림맹이 이런 움직임을 모를 정도라면 애초에 두려워 할 필요도 없을 것이 다. 문제는 척마멸사단이 부하들의 움직임을 언제 포착하는가에 따라 틀리 다. 그러나 그들이 아는 것이 늦건 빠르건 간에 무림맹은 파괴될 것이다. 그리고, 그 후에는 거의 모든 외단이 파괴되겠지, 이번에 나간 자들은 살아 남을 가능성은 별로 없다. 하지만 세상은 마교의 분노를 알게 된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동귀어진 을 쓰는 마교의 집요함은 전설이 되어 후대까지 전해질 것이다! -------------------------------------- =+=+=+=+=+=+=+=+=+=+=+=+=+=+=+=+=+=+=+=+=+=+NovelExtra(novel@quickskil l.com)=+= 제 목 신마대전 [262 회] 날 짜 2004-11-20 조회 / 추천 7879 / 268 선작수 5649 공지 공지가 없습니 다 옵 션 글자 크기 8 9 10 11 12 13 14 15 <<< 이전 이후 >>> 7-6 최후의 반격 --------------------------------- 라딘이 어스에서 복귀했을 때, 새로운 분타의 장소가 밝혀졌다는 소식을 들 었다. "으음, 그렇군요." 라딘은 고개를 끄덕이고 출동준비를 하러 자신의 숙소로 돌아갔지만, 그리 내키지는 않았다. 사실 이미 10개의 분타를 파괴했고, 그 중에는 정말로 크고 강력한 곳도 있 었지만, 요즘 발견되는 분타는 대부분 그다지 강하지 않은 곳이었다. 사실 지금은 이 척마멸사대에서 빠져 마냥 수행을 하고 싶었다.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궁극의 레벨 1000! 라딘은 이제 그 경지를 경험해 보고 싶었다. 지금 대외적으로 알려진 서버 최고 레벨은 역시 악령기사다. 그의 레벨은 9 10, 과연 그의 성장 속도는 상상을 불허한다. 자신이 귀걸이를 끼고 단약을 먹어가며 7개월을 수련하지 않았다면 그를 절대로 따라잡지 못했을 것이다 . 뭉치와 크로키의 레벨도 800을 넘었다. 자신의 레벨은 약 750정도로 알려져 있다. 라딘은 하늘을 바라보았다. 어느덧 가을이었다. 하늘은 높고 구름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서대륙은 아직도 전쟁 중이다. 중간에 빠질 수는 없다. 처음에 선두에 선자는 끝까지 선두에 설 책임이 있 다. 라딘은 이제는 악령기사와 싸워볼만 하지 않나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동 안 마교의 고수들과 수많은 싸움을 했다. 지휘와 진형, 그리고 조직에 대한 생각도 다시 정리했다. 그러나 크로키는 그에게 말했다. 과거 악령기사는 5천명 이상이 동원된 길 드전을 수차례 경험했고, 그 때마다 길드원들을 수족처럼 부리며 전설적인 용병술을 보여줬다고! 악령기사는 밀리터리 전략 동호회의 고문이라고 한다. 국가에서도 그를 비 상시에 임시 부대지휘관으로 지목하고 있다는 소문도 있다. 결국 그는 사각이 없다는 얘기가 된다. 라딘은 고개를 저었다. 상대는 충분히 강하다. 이제 자신이 강해질 차례이 고, 강해지고 있다. 절대로 이겨 보이겠다! 그는 결심했다. "라딘 경, 제갈 가주의 사자가 도착했습니다." 그가 짐을 정리하고 있는데 척마멸사대 대원이 와서 알렸다. 무슨 일일까? 그는 얼른 서문철이 있는 지휘관 숙소로 갔다. "어서 오시오. 라딘 경." 서문철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반겼다. 탁자에는 그 이외에도 네 명의 사 람이 앉아 있었는데 두 명은 살아남은 서문세가의 장로들이었고, 남은 두 명중 한 명은 부대주인 남궁세가의 남궁원호였다. 그리고 맞은 편에 앉아 있는 자가 복장으로 보아 제갈세가의 사람이라는 것 을 알수 있었다. 물론 그들도 모두 라딘이 들어서자 일어나서 라딘을 반겼 다. "제갈 세가에서 정보가 왔다고 해서 왔습니다. 무슨 일인지 궁금하군요?" 형식적인 인사가 끝나자 라딘은 바로 물었다. 이미 어느 정도 얘기가 진행 된 상황인 것 같기 때문에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으음, 이 일은 상당히 심각합니다." 서문철이 안색을 굳히고 설명을 시작했다. 제갈세가의 정보에 의하면 정체불명의 사람들이 이동을 하는 것이 포착 되 었다고 한다. 그들의 수는 약 6천명, 그들은 수십 명에서 수백 명씩 분산되어 이동하고 있지만, 이동 경로를 분석해 보면 그들의 목표로 하는 지점은 거의 일치한 다고 한다. "으음, 6천 명이라, 적은 수는 아니군요. 그들이 향하는 곳은 어디입니까?" 라딘이 묻자 서문철이 비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북원! 바로 무림맹의 총단이 있는 곳이오." "으음." 라딘은 신음성을 흘렸다. 6천명이나 되는 인원이 무림맹으로 이동하고 있다 . 지금 무림맹의 고수란 고수는 대부분 이 척마멸사대에 모여 있다. 그리고 이번에 발견된 마교의 분타는 북원지방과는 아주 멀리 떨어진 대륙의 구석 에 위치한다. "성동격서로군요!" 라딘의 말에 좌중의 모든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상의해 야 하오." 서문철의 선언에 따라 그들은 척마멸사대의 거동에 대해 상의하기 시작했다 . 처음에 나온 의견은 당연히 전속력으로 무림맹으로 향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 그러나 제갈세가에서 나온 사람의 의견은 조금 틀렸다. "저들의 정체는 마교에 남아있는 거의 모든 힘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는 설명했다. 만약 척마멸사대가 회군한다면 그들은 자신들의 행적이 발 각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면 그들은 오히려 중간에 집결하여 급히 회군하는 이 척마멸사대와 힘을 겨루던가, 아니면 급속도로 이동하여 무림 맹을 공격할 것이다. 지금 그들의 위치는 척마멸사대에 비해 무림맹에 가깝기 때문에 타초경사해 서 그들에게 경각심을 주는 것은 좋지 않다. "지금 그들은 비밀리에 이동하기 때문에 그래도 이동속도가 느린 편입니다. 그러니 우리도 그것에 맞추어 작전을 짜야 할 것입니다."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지금 움직인다고 해도 그들을 따라잡는 것은 쉽지 않다. 결국 의논에 의논을 거듭한 결과 서문철은 척마멸사대의 정예를 따로 추려 서 비밀리에 무림맹으로 회군한다고 선언했다. 1천명의 척마멸사대는 그대로 마교의 분타를 부수러 떠난다. 물론 이쪽 세 가의 도움을 받아 인원수는 맞춰야 한다. 그리고 진짜 정예 1천명은 비밀리에 회군하여 무림맹까지 전속력으로 돌아 간다. 1천명의 정예라면 무림맹의 수비군과 힘을 합하면 6천의 마교무리들 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야 말로 마교의 뿌리를 뽑읍시다!" 서문철은 두 눈을 빛내며 그렇게 말했다. 회의는 끝나고 그들은 서둘러 부대를 편성, 이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라딘은 마음이 편하지 못했다. 아무리 정예고수라고 해도 1천명으로 마교의 무리를 막을 수 있을까? 무림 맹의 수비군도 약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에 나온 마교의 무리는 그야 말로 결사대라고 봐야 한다. 어쩌면 장로급들이 몰려나올지도 모르지, 마교의 남은 힘이 얼마나 될지는 아무도 모르니까. 그는 결국 결단을 내렸다. 이번에야 말로 끝을 봐야 한다. 6천의 적들을 완전히 분쇄하고 껍데기만 남 은 마교의 총단을 찾아내기만 하면 이 전쟁은 끝이 난다! 라딘은 크로키에게 귓말을 전했다. 한참 아도 용병단 서대륙 지부망의 결성 에 힘을 쏟고 있는 크로키와 뭉치, 그들의 힘을 쓸 때가 왔다. 또한 루블 18채의 군사고문으로 있는 프레쉬맨에게도 귓말을 전했다. 그날, 라딘은 데프콘 2를 선언하고 핵폭탄의 사용스위치를 눌렀다. -------------------------------------------- “[섀도우 배인]!” =+=+=+=+=+=+=+=+=+=+=+=+=+=+=+=+=+=+=+=+=+=+NovelExtra(novel@quickskil l.com)=+= 제 목 신마대전 [263 회] 날 짜 2004-11-21 조회 / 추천 8425 / 273 선작수 5649 공지 공지가 없습니 다 옵 션 글자 크기 8 9 10 11 12 13 14 15 <<< 이전 이후 >>> 7-6 최후의 반격 ----------------------------- 복건의 무림맹 총단은 지금 비상이 걸렸다. 제갈세가의 정보망에 걸린 일단의 무리들이 이 무림맹을 목표로 하고 있다 는 것은 이미 맹주를 비롯한 무림맹의 높은 사람들에게 모두 보고되었다. 그들은 경악했다. 이미 무림맹에는 고수들이 얼마 남아있지 않았다. 물론 그래도 고수들이 천 명 정도는 있다. 그러나 보고에 의하면 적의 수는 6천명! 그리고 다시 3일 전에 들어온 보고에 의하면 그 중에 마교 장로들과 마교의 최정예 부대인 묵혼대까지 섞여 있다고 한다. 결국 그들은 마교의 마지막 남은 모든 전력이라는 것이 제갈선의 분석이었 다. "아직 척마멸사대는 오지 않았소?" 무림맹주인 남궁창현은 제갈선에게 물었다. 그의 얼굴은 불안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무림맹의 회의장에는 지금 각 세가의 수장들이 모여 있다. 서문세가를 비롯 한 나머지 7대 세가의 가주들이 모두 집결한 것이다. 그러나 각 세가주들의 얼굴도 그다지 좋지 못했다. 실전병력이 대부분 척마멸사대에 들어간 지금 그들이 오지 않는다면 이 무 림맹이 마교의 결사대로부터 버티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설마 마교가 무림맹을 공격하다니! 그들은 어둠속에 숨어 있는 쥐새끼가 아니었던가? "그들도 곧 도착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미 적들은 이 근방까지 도달했소. 준비가 되는 데로 공격을 시작할 것입니다." "으음, 과연 척마멸사대가 이곳에 올 때까지는 그들을 막아야 하는군." 남궁창현은 신음성을 흘리며 말했다. 마교에게 자신들이 정보를 입수한 것을 알리지 않고 비밀리에 척마멸사대를 회군시켰기 때문에 그들의 진군을 거의 따라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약간 의 차이로 척마멸사대가 늦었다. "어쩌면 이것이 더 좋을 지도 모릅니다. 적들은 우리 무림맹을 공격하다가 뒤에서 척마멸사대의 공격을 받게 됩니다. 척마멸사대만 오면 그들은 쉽게 무너질 것입니다." 전씨세가의 전호악 가주가 의견을 말했다. 다른 사람들도 그의 말에 일리가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제갈선과 남궁창현은 그 의견에 쉽게 동의할 수 없었다. 6천의 수는 적은 것이 아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드러나는 그들의 정 체는 제갈선도 놀랄 수밖에 없을 정도로 화려했다. 정말 마교는 이번 한 번에 전력을 쏟아 부운 것일까? 사실 이번 정사대전을 치루면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마교의 힘은 무림맹 전체보다도 강하다. 그들이 만약 서대륙의 왕국들의 힘까지 고려하지 않았다면 이미 무림맹은 그들에게 괴멸당했을 것이다. 이제 저들이 나온 이상 왕국들의 군세들까지 동원되어 결국 그들을 모두 무 찌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사실은 그들 자신이 잘 알고 있다. 결국 그들은 죽을 각오를 하고 이곳을 친 것이다. 뒤쪽에 척마멸사대가 공격을 가해도, 무림맹을 공격하는 자들은 절대로 멈 추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이 자리에 있는 자들 중 대부분이 죽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사실을 사람들에게 말할 수는 없다. 그들이 동요하면 무림맹은 제대로 된 저항한번 못해보고 통째로 불타버릴 것이다. 결국 그날 무림맹은 마교의 무리들의 공격에 시간을 끌면서 척마멸사대의 도착을 기다리기로 결정했다. ----------------------- -다가닥, 다가닥 먼지가 잃어 구름처럼 하늘에 퍼진다. 수백 필의 말과 마차는 열을 이루고 일제히 달리고 있다. 그 안에는 척마멸사대의 정예들 1천명이 타고 있었다. 어제의 보고에 의하면 이미 적들이 무림맹 앞까지 도착했다고 한다. "약간 늦었군요. 서두릅시다." 서문철이 초조한 듯 말했다. 맹에는 자신의 서문세가의 인원들도 적지 않게 남아 있다. "크게 늦지는 않을 겁니다. 대주." 라딘이 조용히 말했다. 묘하게 사람의 마음을 안정시키는 어조였다. 그 때, 앞쪽에서 선봉부대가 소리를 질렀다. "숲을 벗어났습니다! 곧 무림맹에 도착합니다." 그의 말에 두 사람은 앞쪽을 보았다. 숲을 벗어나자 평야가 나왔다. 그런데 추수가 끝난 논과 밭이 수많은 사람 의 발자국으로 더럽혀져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무림맹이 있는 동운산에서 검은 연기가 솟아 올라오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 이미 공격당하고 있구나!" 누군가가 외쳤다. 서문철은 즉시 검을 뽑아 높이 쳐들며 외쳤다. "마차에서 내려 전투진형으로 정렬한다! 즉시 마교의 뒤를 치고 맹의 사람 들과 협력하여 포위를 하도록 한다!" -와아! 사람들은 의도적으로 함성을 질러 마교의 사기를 떨어뜨리면서 일제히 정렬 하기 시작했다. 1대에 100명씩 10조로 나누어 정렬한다. 그들은 동운산의 지리를 잘 알고 있었고, 10곳의 진입로를 따라 올라갈 예정이었다. "무림의 미래가 이 일전에 달렸다. 가자!" 서문철이 다시 검을 휘두르며 앞으로 달렸다. 그들은 모두 사기가 충천했고, 이번 싸움으로 마교의 뿌리를 뽑겠다고 결심 하고 있었다. ------------------------- "아악!" -쩌쩡 마교의 제 4장로 냉면신군이 스스로의 몸에 얼음의 마족 샤티를 강림 시켰다. 그의 입김은 앞쪽에서 그와 대적하고 있던 무림맹의 고수 중 한명의 몸을 통째로 얼렸고, 그의 손톱이 그 얼음의 동상을 부쉈다. "크크크크, 약하군! 무림맹에 나 샤티를 상대할 자는 없는가?" 얼음으로 된 사마귀 샤티! 그의 팔에 달린 얼음의 손톱에 당한 자는 이미 3 0명을 넘었다. 무림맹의 성벽은 너무나도 쉽게 뚫렸다. 놀랍게도 마교는 이 일전에 7명의 장로 전부를 투입했다! 외성이 파괴되고, 지금 내성의 성벽을 둘러싼 치열 한 공방전이 펼쳐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미 공격을 당한지 하루가 지났고, 마교인들의 사상자가 1천을 넘었지만 그들의 기세는 전혀 사그러들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은 죽은 자신의 동료들 조차 상급 시체 조정 마법으로 일시적으로 되살려 싸웠다. 즉석에서 강시를 만들어 제한 시간동안 살아생전의 힘을 사용할 수 있게 하 는 이 상급 시체 조정 마법은 죽는 자의 동의가 없으면 사용할 수가 없다. 결국 이자들은 죽으면 끝장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싸우고 있는 셈이다. "이익! 악마에게 혼을 판 놈이 내 제자들을! 죽어랐! [뇌진벽력권]!" 결국 참지 못한 금씨세가의 가주 철권단악 금력운이 샤티로 변한 냉면신군 에게 뛰어들며 자신의 권을 뻗었다. 그의 권에서는 뇌전이 일고 있었다. -파파파팍 "크윽, 과연 벽력권의 위력은 만만하지가 않군! 제대로 상대해주 마!" 샤티는 자신의 손톱에 연거푸 입김을 불었다. 그러자 얼음이 점점 커져 길 이 1m가 넘는 두 개의 칼날로 변했다. "크크크크, 받아랏!" -슈슈슈슉 수십개의 칼그림자가 허공을 가른다. 이에 질새라 금력운의 권풍 도 대기를 울린다. 그들의 사투는 쉽게 끝나지 않을 것같았다. 성의 곳곳에서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마교인의 수는 많고, 그들의 장로들은 선두에 서서 싸움을 주도하고 있었다. 남궁창현과 각 세가의 가주 들은 직접 나서야 할지 말지를 결정하지 못하고 고민하고 있었다. 그들은 사실 레벨은 높아도 실전경험을 겪은 지 오래 되었다. 이제는 뒤에 앉아서 사람들을 부리는데 더욱 익숙해져 있었다. 그러나 지금 그들이 나서지 않으면 저 마교의 장로들을 막을 수 있는 사람 이 거의 없었다. 가주가 아닌 자들중의 고수들은 이미 나가서 싸우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대우선사가 천목도귀와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천목도귀는 이미 대우선사의 장에 가슴을 두 대나 얻어맞아 거의 생명력이 다 한 것처럼 보 였지만, 그의 도는 대우선사의 한쪽 팔을 잘랐다. 상황은 점차 악화되고 있었다. ---------------------------------- =+=+=+=+=+=+=+=+=+=+=+=+=+=+=+=+=+=+=+=+=+=+NovelExtra(novel@quickskil l.com)=+= 제 목 신마대전 [264 회] 날 짜 2004-11-22 조회 / 추천 8760 / 404 선작수 5649 공지 공지가 없습니 다 옵 션 글자 크기 8 9 10 11 12 13 14 15 <<< 이전 이후 >>> 7-6 최후의 반격 ------------------------------- -와아아아아, 척마멸사! 의기천추! 함성소리가 울리고 산 밑에서 일단의 무인들이 올라와 마교인들의 뒤를 치 기 시작했다. 수는 1천정도, 6천의 마교부대에 비하면 6분의 1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들 은 하나같이 강했다. "카앗! 저건은 척마멸사대! 어떻게 벌써 저놈들이 이곳에!" 마교의 결사대를 지휘하고 있던 제3장로 반옥만마 궁흑은 뒤쪽에 들이닥친 자들의 복장과 군데군데 있는 깃발을 보고 경악성을 질렀다. 보고에 의하면 지금 척마멸사대는 남쪽에 있어야 한다. 바로 어제 남쪽의 분타 하나가 파괴되었다고 했다. "부대를 둘로 나누었군!" 그는 바로 깨달을 수 있었다. 적의 계략에 당한 것인가? 그러나 궁흑의 입 가에는 웃음이 떠 올랐다. "스스로 무덤 속으로 뛰어든다더니! 전부가 와도 승부를 예측하기 어렵거늘 겨우 절반만 오다니! 7장로, 9장로, 저들을 역격하시오! 남은 자들은 무림 맹 총단을 철저히 부순다!" "명을 받들겠소이다." "크크, 가자 얘들아!" 그의 명령을 받은 7장로 불면신군과 9장로 단구검귀가 즉시 자신들의 부하 들과 함께 옆으로 빠졌다. 뒤쪽에서 막고 있는 10장로의 후군과 연합하여 세 방향에서 협공하려는 속 셈이었다. 그 모습을 보며 잠시 형세를 가늠한 반옥반마는 승리를 확신하고는 남은 3 천의 병력을 격려하여 계속해서 무림맹의 총단을 공격했다. 일단 내성을 부수기만 하면 그때부터는 무차별 학살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 미 적들도 필사적이 되어서 무림맹 맹주를 비롯한 각 세가의 가주와 장로들 이 모두 전선에 들어와서 싸우고 있었다. 반옥반마 궁흑의 흉터진 반쪽의 얼굴이 붉게 변했다. 젊었을 때 남궁세가의 가주에게 패해 얼굴의 반쪽이 망가진 기억은 수십 년 이 지난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 후 옥면마검이라는 그의 별호가 반옥반마로 바뀌지 않았던가? 마교 제일 의 검수라는 자신의 일생에 유일한 패배이자 가장 뼈아픈 기억이다. 궁흑은 현 남궁세가의 가주이자 무림맹주인 남궁창현이 드디어 전선에 나오 자 자신의 얼굴의 흉터가 불이 붙은 듯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크하하하하, 남궁창현! 네놈의 아비에게 진 빚을 갚겠다!" -휘익, 슈슈슈슉 -채채채챙 "핫, 아버님에게 패한 자가 수치도 모르고 아직 까지 살아있었구나!" 궁흑은 순식간에 전장에 뛰어들어 남궁창현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남궁창현 도 지지 않겠다는 듯이 연거푸 검을 날렸다. 순식간에 그 주변은 검광에 휩싸이고 두 사람은 자신의 비기를 총 동원해서 상대를 죽이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 이미 내성의 방어벽은 곳곳이 파괴 되었고, 세가의 가주들이 그곳을 막아 마교의 무인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고 있는 형세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파괴되는 벽은 점점 늘어났고, 무림맹은 예상의 상회하는 마교의 힘에 점점 밀릴 수밖에 없었다. ------------------------ "저들이 좌우로 돌아 공격하려 합니다!" 옆에서 제갈세가의 참모가 말한다. 서문철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들은 무림맹에서도 가장 강한 실전부대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절반인 1 천명으로 이곳에를 왔지만, 가장 강력한 자들을 선정해서 왔기 때문에 실질 적인 힘은 3분의 2 이상이 왔다고 할 수 있다. 지금 자신들은 적의 후방을 공격해서 그들을 밀어붙이고 있다. 그러나 일방 적인 것은 아니다. 후방의 적들조차 이정도로 강하다니! 놀랍게도 적들은 모두 300레벨 이상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으로 보였다. 이제 적의 부대가 좌우로 각각 1천씩 돌아서 접근해오고 있다. 이대로라면 포위를 당해서 자신들이 괴멸하게 된다. 어린진으로 돌격을 해서 적을 뚫지 못하고 포위당하면 그 다음에는 가장 불리한 싸움을 강요당하게 되는 것이 다. 물러나야 할까? 그러나 지금 물러나면 무림맹의 총단은 완전히 붕괴될 것이 다. 그 때, 옆에 있던 라딘이 다가와 서문철에게 말했다. 신기하게도 언제나 군 의 선두에 서서 돌진하던 라딘이 지금은 지휘관인 서문철의 옆에 대기하고 있었다. "서문 대주, 우측입니다. 우측을 공격하면 적을 이길 수 있습니다." 우측? 서문철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라딘을 쳐다보았다. 그러나 라딘은 여유로운 표정으로 웃고 있다. 뭔가가 있다! 서문철은 즉시 고함을 질러 명령을 내렸다. "전원 우측에서 다가오는 적을 공격한다! 돌격 방향을 우측으로 돌린다!" 척마멸사대의 대주인 서문철의 명령은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수많은 마 교와의 싸움을 전부 승리로 이끈 전투의 신! 대원들은 즉시 전면의 적들과의 싸움을 포기하고 우측으로 이동하기 시작했 다. 9장로 단구검귀 단악은 갑자기 저들이 자신들을 향해 공격해 오자 약간 당 황했다. 확실히 척마멸사대의 전력은 강하다. 정면으로 공격을 당하면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지금처럼 3면에서 포위했을 때에는 자신들이 방어를 하 고 버티고만 있으면 10장로의 부대와 7장로의 부대가 저들을 완전히 포위할 것이다. 그는 적이 병력을 바로 후퇴시키지 않을 것을 보고 웃었다. 자살인가? 한 시간도 버티지 못하고 진열이 무너질 것이다! "전진을 멈추고 역방추진을 형성한다! 버텨랏!" -우오오오 9장로의 부대가 즉시 산개하여 오목한 형태로 정렬했다. 방어에 가장 적합한 진! 학익진과는 틀리다. 진이 두껍기 때문에 적을 포위할 정도 로 산개하지는 못하지만 그만큼 튼튼하다. 이미 방어진을 완선한 적의 진세 내로 뛰어드는 척마멸사대의 모습은 불로 뛰어드는 불나방과도 같아 보였다. 그러나 라딘은 1분전에 크로키에게서 귓말을 받았다. '다 왔어! 앞으로 10분 이내에 도착하니까, 오른쪽을 공격해! 앞뒤에서 바 로 쓸어버리자고!' 적들은 모르고 있으리라, 이미 자신들의 절반이 포위당했다는 것을! 원래대로라면 자신들도 뒤쪽의 부대에게 공격을 당해 피해가 막심해야 한다 . 그러나 저들은 척마멸사대를 완전히 포위하기 위해서 진을 벌리고 포위망 을 구축하고 있다. 선수필승! 자신들은 이미 돌격하고 있다. 이제 10분만 있으면 적의 우군은 치명적인 일격을 받아 붕괴될 것이다. 그는 이미 서문철의 곁을 떠나 부대의 선두에 서서 돌격하고 있었다. ----------------------------- =+=+=+=+=+=+=+=+=+=+=+=+=+=+=+=+=+=+=+=+=+=+NovelExtra(novel@quickskil l.com)=+= 제 목 신마대전 [265 회] 날 짜 2004-11-23 조회 / 추천 7637 / 395 선작수 5649 공지 공지가 없습니 다 옵 션 글자 크기 8 9 10 11 12 13 14 15 <<< 이전 이후 >>> 7-6 최후의 반격 ------------------------------- 처음에 그것을 발견한 자는 마교의 7장로 불면신군이었다. 이름도 없이 고 아로 마교에서 자라 장로의 지위에까지 오른 자. 그는 하늘에 나타난 녹색 의 점을 보고 지나치지 않고 그것이 무엇인가를 살폈다. 녹색의 점은 점점 커져 이제 그 정체를 알 수 있게 되었다. "앗! 저것은 포이즌 드레이크!" 그의 외침에 주변의 마교인들도 하늘을 보았다. 동쪽의 하늘로부터 한 마리의 포이즌 드레이크가 맹렬한 속도로 날아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드레이크가 점점 가까워짐에 따라 그들은 그 위에 올라 타 있는 녹색의 소년을 발견했다. "아앗, 녹림마제다!" 누군가가 소리쳤다. 그리고 그 소리에 부응하기라도 하듯 그 포이즌 드레이 크는 급격히 하강하기 시작했다. 그 밑에는 9장로가 이끄는 우군이 방어진 을 형성하고 모여 있었다. -쎄에에에엑 -화르르르르 "[만파쇄월]!" -콰콰콰쾅 방어진의 한 가운데로 포이즌 드레이크의 독무와 녹림마제 카린 의 독속성 검강파가 쏟아졌다. "아아아악!" 갑자기 머리위로 날벼락이, 아니 독벼락이 떨어지자 그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 "하하하하, 마교의 쓰레기들아! 심판의 날이 왔다. 받아랏, [대도무극]!" -쩡 그의 두 개의 쌍도가 하나로 합쳐지면 길이 3m의 검강을 발하기 시작했 다. 그 순간 포이즌 드레이크가 허공에서 몸을 뒤집어 거꾸로 날기 시작했다. 드레이크는 그 상태로 지상에서 약 2m도 떨어지지 않게 저공활강을 시도했 다. 이 역활강을 익히기 위해 자신의 주인인 카린에게 얼마나 얻어맞았던가? 그 야말로 한과 설움이 그 기술 안에 섞여 있다고 할 수 있다. -드드드드드드, 콰콰콰콰쾅 놀랍게도 카린의 도강이 땅을 파고 들어가 땅을 통째로 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에 따라 충격파와 돌무더기가 좌우로 튀어 사람을 공격했다. 물론 도강에 걸리는 것은 무엇이든 둘로 갈렸다. 그가 다시 떠올랐을 때, 땅에는 약 길이 30m의 깊은 균열이 생겼다. 그것은 인간의 힘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강한 힘이었다. "하하하하, 나의 도는 대지를 가른다!" 허공으로 떠오른 포이즌 드레이크의 위에 있는 카린의 음성이 허공에 울려 퍼졌다. 마교인들의 안색이 하얗게 변했다. 그러나 그것은 시초에 불과했다. -와아아아아 함성이 울리며 산언덕 쪽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나타났다. 그들 중의 위쪽 절반은 녹색의 옷을 입고 있었다. 그들의 선두가 들고 있는 깃발에는 녹색바탕에 다섯 마리의 드래곤이 모여 있는 문양이 들어가 있다 . 녹림마제 카린이 이끄는 군룡채의 산적들, 그리고 그들의 옆으로는 차례 대로 루블 18채의 깃발이 섞여 있다. 그리고 그 아래쪽 무리의 선두에는 검과 방패를 든 천사의 모습이 그려진 깃발을 든 드워프가 달려오고 있다. 아도 용병단! 용병단장인 뭉치가 용병단의 고수들을 모두 모아서 직접 참전 한 것이다. "봐라! 저것이 마교를 멸하고자 모인 자들이다. 오늘 이 자리에서 마교는 그들이 저지른 죄의 값을 치른다!" -와아아아아, 척마멸사! 의기천추! 서문철이 정확한 타이밍으로 외쳤다. 그의 말에 모든 척마멸사대 대원들이 승리를 확신하고 함성을 지른다. 9장로의 부대의 뒤를 급습한 자들의 인원은 총 2천명, 모두 고수 아닌 자가 없었고, 그중에서도 이제는 천하 3대 고수라고 불리어지는 900레벨 이상의 초고수중 한명인 녹림마제 카린, 그리고 이상한 빛에 쌓여 마신과 같이 불 과 냉기, 그리고 강기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뭉치, 크로키가 이끄는 아도 용병단 마법병단의 무력은 1천명의 마교인이 막아내기에는 너무나도 강력한 힘이었다. 그들은 성난 파도처럼 9장로의 부대를 집어삼켰다. 그리고 그 여세를 몰아 그대로 7장로와 10장로의 부대를 공격해 들어갔다. 부대의 질, 고수의 수, 사기, 그리고 수적인 우위마저 척마멸사단을 위시한 정파에게 있었다. "이,이럴수가! 어떻게 저들이!" 제 3장로인 반옥반마 궁흑의 얼굴이 분노와 당혹으로 일그러졌다. 방금 그는 자신의 한쪽 다리를 희생하며 남궁창현을 격살했다. 동귀어진의 수법이나 다름없지만 가능한 한 빨리 무림맹을 잿더미로 만들기 위해서는 이런 과감한 수도 필요하다. 이제 적의 방어벽도 거의 뚫렸다. 자신은 지휘 만 하면 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밑에서 척마멸사대가 밀고 올라오고 있었다. 녹림마제라니! 그리고 마법사 부대라니? 저들이 이곳까지 올 줄은 전혀 생 각하지 못했었다. 특히 산적이 재물도 생기지 않는데 이런 곳까지 온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평생을 무공을 닦으며 살아온 궁흑은 라딘 상회의 힘을 잘 모르고 있었다. 돈은 귀신도 부린다! 라딘은 마음을 굳게 먹고 전쟁을 빨리 끝내기 위해 거 액을 들여 정식으로 루블 18채에 의뢰를 했다. 돈을 준다는데 사양할 자들이 아니다. 그들도 알고 보면 마교를 싫어했다. 산 자는 털 수 있어도 좀비는 털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아도용병단 사람들을 움직이는 데도 자금이 소요된다. 그들에게는 크 게 보상을 할 필요까지는 없지만, 그래도 이동하는 동안 드는 돈과 이번 전 투에서 쓰이는 회복물약값 등 적지 않은 액수이다. 비록 라딘 상회 서대륙지부의 반년치 수익금이 이번 일전을 위해 소모됐다 고 해도 전쟁이 끝나면 사업규모가 몇 배로 커지게 된다. 확실하게 이 기회 에 아도 용병단의 힘을 세상에 알려야 한다. 그것이 라딘의 생각이었다. 상황은 극도로 악화되고 있었다. 뒤쪽의 3천은 이미 전멸과 다름없는 상태 가 되었고, 이제는 무림맹을 공격하고 있는 자신들의 후면을 향해 몰려오고 있다. 도망갈 곳도 없다! 궁흑은 이를 악물었다. "파천멸쇄진을 펼친다! 암흑신교 만만세!" 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공격을 하던 모든 마교인들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파천멸쇄진! 이것이야말로 헤어날 수 없는 죽음의 순간 펼쳐지는 암흑신교 의 혼! 생을 포기하고 펼치는 완벽한 동귀어진의 진! 그들은 얼른 주위를 둘러보았다. 역시 3장로의 말대로 이미 살아날 길은 없 어 보였다. -우아아아아 암흑신교 만만세! 그들의 눈이 붉게 타오르더니 정면의 무림맹 사람들을 향해 쏟아져 갔다. 군데군데 있는 암흑신의 사제들이 주문을 외우자 사람들의 몸이 검은 불길 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어둠의 이몰레이션! 검은 불은 고통은 없지만 착실하게 사람의 생명력을 태 운다. 신성마법의 저주해제로만 꺼지는 그 불은 다른 사람에게 옮겨 붙기 때문에 동귀어진의 수법으로 가장 강력한 것 중에 하나다. 물론 시전자도 결국 불에 타서 죽게 된다. "아아악!" 무림맹의 고수들이 검은 불에 타서 죽어간다. 일단 옮겨 붙으면 꺼지지 않 고 더군다나 놀라서 당황하면 빈틈을 찔려 죽는다. "저,저런! 서둘러라! 이대로라면 무림맹이 위험하다!" 방어망을 형성하는 사람들이 뚫리면 뒤쪽에 있는 건물들이 불에 타고 무력 이 약한 자들이 무차별 학살당한다. 서문철의 처절한 명령이 떨어지고 척마멸사대 대원들은 필사적으로 적들을 공격했다.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형제고 가족이다. "으윽, 저 놈들이 끝까지 발악을 하네." 라딘이 이를 갈며 중얼거렸다. 확실히 목숨을 버리고 돌진하는 자들은 강하 다. 라딘은 자신이 실수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적이 빠져나갈 틈이 없다. 과연 저들이 동귀어진을 쓸 만하다. 병법에 이르기를 적을 공격할 때는 항상 3방향에서 해야 하지 4방을 모두 점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하지를 않던가? 결국 저들에게 최후의 힘을 준 것은 다름 아닌 자신들 아도용병단이라고 할 수 있다. 시간이 지났다. 다행히도 라딘과 녹림마제 카린이 드레이크를 타고 날아가 무림맹의 방어막을 사수해서 뒤쪽의 건물들은 불에 타지 않았다. 방벽을 지 키는 데 성공한 것이다. 마교의 특공대는 전멸했다. 완승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승 리의 환성을 지를 수 없었다. 무림맹에 남아있던 각 세가의 가주중 태반이 전사했다. 물론 장로들은 말할 것도 없다. 무림맹에서 전사한 자들의 수는 약 700, 그들은 대부분 시체가 불에 타서 부활도 하지 못했다. 그들이 죽으며 떨군 무공서들도 대부분 소실되었다. 각 세가의 생존자들은 다가올 미래에 대한 걱정에 전장의 뒷정리를 할 생각 도 못하고 망연자실하게 서 있을 뿐이었다. ------------------------------------------------------ 아아, 무림맹의 희생속에 깨달음을 얻는 라딘을 멋지게 표현하고 싶었지만. ... 이번 주는 몸이 계속 안 좋았습니다. 사람이 한번 무리를 하면(술을 마시면 ) 그 다음에는 알아서 몸관리를 해야 하는데, 한번 놀기 시작하니 한계가 올때까지 계속 놀게 되더군요. 역시 일단 시작하면 끝을 봐야..얼라? 이게 아닌데? 아무튼 오늘 푸욱 쉬면서 땀도 빼고 그랬더니 그나마 회복이 되었습니다. 컨디션이 돌아오니 기분이 좋군요. 그럼 좋은 밤 되시기를~. =+=+=+=+=+=+=+=+=+=+=+=+=+=+=+=+=+=+=+=+=+=+NovelExtra(novel@quickskil l.com)=+= 제 목 신마대전 [266 회] 날 짜 2004-11-24 조회 / 추천 7442 / 388 선작수 5649 공지 공지가 없습니 다 옵 션 글자 크기 8 9 10 11 12 13 14 15 <<< 이전 이후 >>> 7_7 첫 걸음(一步) "뭐라고! 결사대가 전멸!" 암흑신교의 교주는 체통을 잊고 고함을 질렀다. 그의 앞에는 신교의 정보원 중 하나인 사야당의 당주가 부복하고 있었다. 이미 모든 고수가 교를 떠나 이곳에는 후일을 위한 후기지수밖에는 없다. 마교의 영광은 앞으로 백년 후에 다시 시작하게 되리라는 것은 이미 모두 각오하고 있는 사항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마교의 주력이 모두 갔음에도 불구하고 무림맹을 괴멸시키지 못했다! 이계 인들과 산적마저 합세해서 결사대를 전멸시켰다는 사야당 당주 흑안불귀의 목소리에는 울음마저 섞여 있었다. "크윽!" 교주는 신음성을 흘리며 태사의에 몸을 기대었다. 순식간에 그의 기력이 모 두 빠져나간 것처럼 얼굴에 주름이 생겨났다. 한참을 고민하던 교주는 조용히 손을 들었다. 장내의 모든 사람이 그의 명 령을 기다린다. "이대로 본교는 잠수한다. 이미 교에는 거의 모든 힘이 남아있지 않다. 하 지만 내당의 삼대거처가 남아 있는 이상, 암흑신교는 무너진 것이 아니다! 수백 년이 지나더라도 신교는 부활한다." 그의 말소리에는 무념의 한이 맺혀 있었다. ------------------------------- 마교의 역습이 있은 지 3개월이 지났다. 그들의 결사적인 동귀어진의 수법 때문에 많은 무림세가들이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가주가 사망하고 그들의 무공이 실전되자 가문을 유지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모든 원한과 분노는 마교에게 향해졌다. 분노 는 사람을 지탱하는 가장 큰 힘일 지도 모른다. 무림맹은 적극적으로 마교의 분타를 밝히기 위해 노력했다. 각 왕국에 협조 를 요청하는 사자를 보내고 특수 정보 대원들이 모든 대륙을 철저하게 조사 했다. 기존의 막대한 정보에 철저한 조사가 더해져 다시 몇 개의 마교의 비밀 거 점이 세상에 밝혀졌다. 그리고 그것들은 어김없이 척마멸사대의 손에 의해 철저하게 파괴되었다. 이제 그들에게는 더 이상 척마멸사대의 분노를 막을 수 있는 무력이 남아있 지 않았다. 날이 갈수록 상승대협 서문철의 명성이 높아졌다. 무림맹주인 남궁창현이 죽은 지금, 차기 무림맹주는 그가 확실시 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것뿐이었다. 아무리 천하를 뒤져도 마교의 총단은 드러나지 않았다. 과연 수천 년을 존 재해온 마교답게 그 총단은 완벽하게 숨겨져 있다고 사람들은 감탄했다. 라딘은 괴로웠다. 전쟁이 끝날 때까지 각종 회복포션과 마법 스크롤, 그리 고 금속과 병장기를 염가로 봉사하고 있다. 물론 이대로도 적지 않은 이익이 나고 있다. 뿐만 아니다. 이런 큰 전쟁이 일어나자 사람들은 무공뿐만 아니라 마법과 신성력 등도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이에 라딘은 잽싸게 동대륙에 있는 나티크 교단의 대성당인 바람의 성당에 연락해서 많은 드루이드들을 이 서대륙으로 이주시켰다. 자유와 방랑을 좋아하는 드루이드와 바드들은 이 동대륙의 무인들에게 큰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져 서대륙의 나티크 교단의 세력은 그 전에 비해 몇십 배로 커졌다. 물론 자비의 신인 라시에나의 사제들도 이곳에 건너와 급속 도로 교세를 확장시킬 수 있었다. 그만큼 양 대륙에 라딘의 영향력은 커졌고, 그의 명성은 이미 상승대협 서 문철과 녹림마제 카린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높아진 상태였다. 그러나 라딘의 욕심은 그것으로 만족할 수 있는 규모가 아니었다. 전쟁이 끝나면! 회복포션과 마법 스크롤, 그리고 병기의 가격이 정상으로 회복된다. 수입이 세배로 늘어난다! 3개월 전에 사용한 자금이 아직 절반도 회수되지 않고 있었다. 거기에 사실 카린에게 따로 선물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물론 루블 18채에 정식 의뢰를 해서 그 총채주인 카린에게도 상당수의 이익이 돌아갔지만, 그 가 일부러 왔는데 친구로서 선물을 주지 않으면 별로 뒤끝이 좋지 않다. 드래곤이라는 존재는 평소에 항상 먹이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또 먹여야 좋 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핵폭탄! 사용과 관리에는 너무나도 큰 노력과 주의가 필요하지만 그 위력은 언제나 보장된다. 결국 라딘은 이 세상에서 마교와의 전쟁이 빨리 끝나기를 가장 원하는 사람 중에 한명이 되었다. 그러나 여기서 그냥 끝낼 수도 없다. 왜냐하면 아직 대장장이 마스터 도린 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무도 모르는 정사대전의 진정한 이유! 이것이 해결되지 않으면 절대로 정 사대전은 끝나지 않는다. 이미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돼서 낙엽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오늘도 라딘은 마굴에서 수행을 끝내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여관으로 돌아 왔다. 반쯤 열려진 창문 사이로 시원한 가을 바람이 들어와 라딘의 목을 식 혔다. 낙엽 한입이 그 바람을 타고 방안으로 들어왔다. 멋지게 공중에서 회전을 하면서 라딘의 가슴에 안기는 낙엽을 보며 라딘은 가볍게 웃었다. 붉은 그 빛깔이 자신의 아들인 몽몽을 연상하게 한다. 몽몽은 가끔씩 온몸에서 화기 를 발산하며 날아다닌다. 평소에도 그의 하얀색 털의 끝에는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붉은 색이 물들어 있다. -휘익 "끼잉, 아빠!" 라딘의 생각을 알아차린 듯 창문 사이로 몽몽이 날아들었다. 멋지게 공중에 서 회전을 하고 라딘의 어깨에 앉아 머리를 부빈다. "그래그래, 아빠는 지금부터 잘 테니까, 너는 설산 아저씨하고 이 근처에서 놀고 있으렴." 라딘은 손을 들어 몽몽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이대로 잠을 자다가 로그아웃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몽몽은 오늘 아빠에게 할 말이 있었다. "끼잉, 아빠, 사실은용, 몽몽이 아빠가 안 계실 때 심심해서 놀러 다니다가 아빠하고 싸우는 놈들이 무지 많은 곳을 찾았어용." "그래그래, 우리 몽몽이 나쁜 놈들을 무지 많이 찾았구나....뭣! 그게 정말 이니?" 라딘은 피곤도 잊고 벌떡 일어나 몽몽에게 물었다. 몽몽은 가슴을 쑥 내밀며 나 잘했죠? 라는 얼굴을 하더니 쪼르르르하고 배 낭 쪽으로 뛰어갔다. -부스럭 몽몽이 배낭 속에서 꺼낸 것은 하나의 지도였다. 서대륙의 지리를 나타낸 전도, 그 지도를 보니 세 곳에 빨간 물감으로 둥그 런 표시가 되어 있었다. 바로 이 옆 지방이었다. 라딘은 몽몽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의 말에는 놀랍 다는 경탄의 감탄이 섞여 있었다. "몽몽아, 네가 얼마 전부터 이쪽 지방으로 오자고 자꾸 주장한 게 이곳을 조사하려고 그런 것이었니?" "끼잉, 에헤헤헤헤." 몽몽이 쑥스러운 듯 앞발로 얼굴을 긁었다. 라딘은 참을 수가 없어 손으로 그런 몽몽의 몸을 마구 간지럽혔다. "끼잉, 아빠, 간지러워용." 몽몽이 몸을 뒹굴며 소리친다. 라딘은 웃었다. 그의 눈은 빛나고 있었다. =+=+=+=+=+=+=+=+=+=+=+=+=+=+=+=+=+=+=+=+=+=+NovelExtra(novel@quickskil l.com)=+= 제 목 신마대전 [267 회] 날 짜 2004-11-25 조회 / 추천 5627 / 286 선작수 5649 공지 공지가 없습니 다 옵 션 글자 크기 8 9 10 11 12 13 14 15 <<< 이전 이후 >>> 7_7 첫 걸음(一步) 무림맹의 정보조직인 비화전은 오늘도 마교의 본거지를 찾아내기 위해 대륙 각처에서 전해져 온 정보 보고서를 분석하고 있었다. 맹의 군사이자 정보 책임자인 제갈선이 직접 그들을 지휘한다. 그러나 이미 파헤칠 곳은 다 파헤치고 부술 곳은 다 부순 지금까지 마교의 총단에 대한 단서는 조금도 나타나지 않았다. 제갈선은 고민했다. 이정도의 정보가 모였는데 본거지를 찾아내지 못하면 사람들은 비화전과 제갈세가의 정보분석 능력을 의심할 수도 있다. 사실 정보라는 것은 단순한 자료에 지나지 않는다. 정보조직에서 말단의 직 원들은 자신들이 올리는 정보가 얼마나 큰 가치가 있는지를 모른다. 예를 들어, 자신의 마을에 온천이 나왔다는 정보를 제공한다고 하자, 그 마 을 사람들에게 있어 그것은 하나의 기쁨이고 즐거운 돈벌이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정보를 전해 받은 상층부에서는 그 온천이 개발 되었을 때 생기 는 유동인구, 그리고 그들이 움직이는 경로 등을 분석하여 새로운 상권을 형성하고 요소요소에 자신의 세력을 심을 수 있다. 결국 온천에서 쓰는 비용보다 그 사람들이 움직일 때 쓰는 비용이 더욱 크 다는 것이다. 그렇게 국지적인 정보를 모아 그것에 얽매이지 않고 시야를 넓혀 대륙적인 관점에서 정보를 취급하고 그것으로 미래를 예측할 수 있어야 대륙규모의 정보조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말할 때, 지금 제갈세가와 무림맹이 보유하고 있는 정보의 양은 엄 청나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을 유기적으로 완벽하게 일관되게 분석할 수 있다면 마교의 총단을 찾 을 수 있다는 느낌이 들고 있다. 그러나 말처럼 쉽게 되면 정보조직이라는 것이 이 세상에서 그렇게 힘을 쓸 수 있을 리가 없다. 제갈선은 능력의 한계를 느끼고 있었다. 평소보다 두 배가 많은 정보량이 들어오면 그것을 분석하는 데는 네 배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지금 무림맹에 쌓인 정보는 평소의 10배에 해당한다. 결국 제갈세가의 정보요원들이 총 동원되어도 그것을 전부 분석해서 하나로 모으지 못하고 있다. 평생을 정보처리로 보낸 자신들이 감당하지 못할 정보량이라니! 그는 기뻐 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제갈 군사, 계십니까?" "오, 라딘 경, 맹에 복귀하셨단 소식은 들었소 어서 들어오시오." -덜컥 문이 열리고 몸에 푸른 빛이 감도는 전신갑옷을 입은 기사가 들어왔 다. 아직 20세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 젊은 청년기사, 그러나 이 자가 바로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 중 하나인 파스트의 자유기사 라딘이었다. 제갈선은 지금까지 고민을 하고 있던 사람답지 않게 웃으며 라딘에게 최고 급 녹차인 설산옥로를 내었다. 홍차를 좋아하는 라딘이지만 제갈선을 찾아오면 언제나 이 설산옥로를 대접 받기를 원한다. 소나무 향이 은은하게 베어 나오는 옥로의 맛은 세속의 더러움을 씻을 것 같은 흥취를 안겨주기 때문이다. "언제나 이런 귀한 차를 대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허허허, 차의 맛을 아는 지인에게 옥로를 대접할 수 있는 것도 문인의 한 즐거움이지요. 라딘경이라면 언제든지 이 옥로를 마실 수 있소이다." 제갈선은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 이미 무림맹의 최고 실세로 자리 잡고 있는 서문세가와 자신의 제갈세가는 이 라딘이라는 자와 적극적인 협조관계에 있다. 듣기에는 서문세가의 다음 대 가주로 내정된 서문월이 이 라딘을 의형으로 모신다고 한다. 창천검룡 서문월! 소문에 의하면 그는 이미 검성이 되어 레벨 600을 넘겼다 고 한다. 이는 무림사를 통틀어도 몇 없는 성취로 10년이 되지 않아서 할아버지인 중 원검왕의 경지에 다다를 것이라고 사람들은 조심스럽게 그의 미래를 평한다 . 이미 실질적으로 무림맹 맹주의 지위를 가지고 있는 서문철과 미래의 초고 수인 그의 아들 서문월, 이들의 힘에 의해 서문세가는 날이 갈수록 번창하 고 있었다. 그리고 그와 함께 이 라딘의 위세도 강해져서 이제는 무림맹에서 라딘의 말 이 통하지 않는 곳은 없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그의 라딘 상회는 이미 이 서대륙에 자리를 잡아 대륙의 상권을 상 당수 잠식해 들어가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최고의 이계인 용병단인 아도 용병단의 힘도 나날이 강해지고 있다. 그런 그의 힘이 두렵기도 하지만 그를 적으로 돌리는 것보다는 친구로 지내 는 것이 확실히 도움이 된다는 것이 현재 제갈세가의 중론이었다. 제갈세가 는 대표적인 친 라딘 세력이었다. -탁 "그런데 아직 총단의 위치는 밝혀지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차를 마시던 라딘이 조용히 탁자에 찻잔을 내려놓으면서 말을 꺼냈다. 나직한 말이었지만 제갈선은 결코 소흘히 할 수 없었다. "하아, 그렇소이다. 정말로 모든 왕국과 세력이 이렇게 헌신적으로 정보를 제공해 주었는데 아직 그것을 모두 분석하지도 못하다니! 이 제갈모는 부끄 러워서 할 말도 없소이다." 제갈선은 솔직하게 자신의 능력이 부족함을 탓했다. 라딘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위로했다. "확실히 그 정도 정보가 쌓이면 정보를 분석해서 하나로 모으는 것이 쉽지 않겠지요. 하지만 제갈세가의 능력으로 볼 때 세월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 지 않겠습니까?" "이번만은 세월이 해결해 준다고 장담을 할 수 없소. 부끄럽게도 제갈세가 의 능력으로도 이 정도의 정보를 하나로 녹여 낸다는 것은 쉽지 않구려." -끄덕끄덕 제갈선의 말에 라딘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수백만 건의 정보의 당위성과 연계성을 일일이 조사하고 분석한다는 것은 수퍼컴퓨터라도 동원하지 않는 한 얼마의 세월이 걸릴지 모른다. 그 리고 문제는 세월이 지나면 신선한 정보도 상한다는 것이다. 근대 정보전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후버 킬리안 박사는 말했다. "정보는 신선한 식재료와 같아서 빨리 가공하여 요리를 해야 그 맛이 좋다. 묵은 정보는 상해서 먹어도 오히려 몸을 망칠 수 있으니 조심하라." 그의 말대로 이대로라면 무림맹에 쌓인 수많은 정보는 결국 대부분 쓸모없 는 쓰레기로 변하고 만다. 물론 그전에 좋은 정보는 나름대로 소화하겠지만, 아직 마교의 총단까지 찾 아낼 정도는 아닌 것 같았다. '그렇다면 내가 나설 때가 된 거군. 아들아! 너의 노력이 싹을 틔워 수확을 할 수 있도록 이 아비가 최선을 다해 노력하마!' 라딘은 몽몽이 열심히 가져다준 이 정보를 가능한 한 멋있게 쓸 수 있는 방 법을 이미 구상했다. 완벽한 이미지 시뮬레이션을 수십 회나 돌려 이제는 스스로도 지겨워 질 정 도였다. 그리고 드디어 실전에 그 작전이 실행된다. "제갈 가주,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제가 그 정보를 볼 수 있겠습니까?" 돌연히 라딘이 눈을 빛내며 말했다. 제갈선은 의외라는 듯이 라딘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라딘은 여전히 진지하 게 말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저는 여태까지 서문철 가주와 함께 항상 그들의 분타를 부수는 데 선두에 섰습니다. 현장을 가장 생생하게 확인한 셈이지요." 라딘은 제갈선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확실히 서류와 현실과는 차이가 있다. 자신은 이미 전 대륙을 돌아다니며 마교를 경험한 만큼 자신이 그 정보를 보면 뭔가 단서가 보일지 모른다는 것이 라딘의 설명이었다. "상회를 운영하자면 아무래도 많은 정보를 취급하고 또 분석해야 하니까요. 미흡하게나마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제갈선은 그의 말을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전세계에 걸쳐 사업을 벌이고 있는 자이니만큼 정보처리의 능력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속으로 라딘을 비웃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자신을 비롯한 제갈세가의 인원이 총 동원해서 몇 개 월이 지나도 완벽하게 정리를 하지 못하는 정보량이다. 현장과의 차이를 확인하는 데 드는 시간이 절약된다는 것은 사실 의미가 없 다. 정보에 마교의 본거지가 발견되었습니다 라고 쓰여져 있는 것이 아닌 만큼, 모든 정보를 모아 제 3의 추론을 해내야 한다. 서대륙 태생도 아닌 동대륙의 기사가 그것이 가능할까? 제갈선은 절대로 불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라딘이 하겠다는데 말릴 수는 없다. 정보의 대부분이 그로 인해 나 온 것이고, 그의 말에도 일리가 있기 때문이다. "라딘경의 마음을 잘 알겠소이다. 괜찮으시다면 내일부터 비화전에 라딘경 의 자리를 마련해 드리겠소." 제갈선의 승낙이 떨어졌다. 라딘은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감사했다. 그리고 그 다음날부터 라딘은 모든 비화각의 요원들이 비웃는 가운데 비화 각의 정보를 하나씩 하나씩 읽어가기 시작했다. ----------------------------------------- =+=+=+=+=+=+=+=+=+=+=+=+=+=+=+=+=+=+=+=+=+=+NovelExtra(novel@quickskil l.com)=+= 제 목 신마대전 [268 회] 날 짜 2004-11-25 조회 / 추천 4997 / 334 선작수 5649 공지 공지가 없습니 다 옵 션 글자 크기 8 9 10 11 12 13 14 15 <<< 이전 이후 >>> 0-13 추천 6만개 기념 연참 -------------------------- 보름이 지났다. 라딘이라는 동대륙의 기사는 그동안 꼼짝도 안하고 비화전에서 정보를 살폈 다. 물론 이계인인 만큼 가끔씩 자신의 세계로 돌아가지만 일단 브리시아에 돌아오면 그는 그대로 자리에 앉아서 비화전에 쌓여있는 정보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내려가는 것이다. 비화전 요원들은 처음에는 나름대로 정리한 정보를 제공하려고 했다. 그러 나 라딘은 그것을 거절했다. "일단 한번 가공된 정보는 정리는 되어 있지만 완벽하게 사실을 전하지는 않지요." 어떻게 생각하면 비화전의 자존심을 사정없이 자극하는 말이었다. 그들은 결국 라딘이 가장 초기의 정보를 보도록 할 수 밖에 없었다. 그 양은 상상을 초월했다. 정보 서류만 해도 서가 몇 개를 채울 수 있을 정 도였다. 전 대륙의 세세한 정보가 다 이 안에 있었다. 확실히 제갈세가가 이것을 일시에 처리 못하고 시간을 끌고 있는 것도 이해가 간다. 그러나 라딘은 조금도 동요하지 않고 처음부터 정보를 하나씩 하나씩 살펴 보았다. 비화전 요원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에게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감탄한 것은 첫째 라딘이 정보를 살피는 속도였다. 이 정보를 개인이 모두 살피려면 적어도 두 달은 걸린다. 물론 숙달된 정보 요원의 경우에 한해서의 말이다. 그런데 보름이 지난 지금 저 라딘이라는 자는 이미 3분의 2의 정보를 살폈 다. 마치 건성으로 책을 넘기듯 쉬지 않고 서류를 넘긴다. 사람들은 과연 저자가 저런 식으로 정보를 얼마나 분석하고 있는지 궁금해 하기 시작했다. 두 번째는 라딘이 정보를 보는 자세였다. 그는 정말로 하루 세 시간도 자지 않고 정보를 살폈다. 밥을 먹으면서도 서 류를 본다. 자신의 세계로 돌아간 시간 이외의 대부분을 그는 완벽하게 정 보서류를 살피는 데 소비하고 있었다. 무서운 집중력이었다. 다시 일주일이 지났다. 그는 드디어 마지막 책장의 서류를 살피기 시작했다. 과연 인간이 30개의 책장에 꽉꽉 채워져 있는 정보를 한 달도 되지 않은 기간 내에 전부 살필 수 있다는 말인가? 이미 그의 기행은 제갈선에게까지 전해졌다. "허허, 어떻소, 라딘 경, 무슨 성과가 있으시오?" 제갈선은 라딘이 모든 정보를 다 살폈다는 전갈을 받자마자 달려와서 그에 게 물었다. 그의 말도 안 되는 정보탐색속도를 보고 혹시하는 마음까지 들 고 있는 제갈선이었다. "음, 글쎄요. 확실히 정보의 양이 장난이 아니군요. 일단 머릿속에서 정리 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라딘이 쑥스러운 듯 조용히 말했다. 그의 말에 제갈선은 그러면 그렇지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인간인 이상 혼자 서 이 많은 정보를 정리할 수는 없는 것이다. 왠지모르게 안도감까지 느껴지는 제갈선이었지만 겉으로는 조금도 그런 티 를 내지 않으며 자연스럽게 웃었다. "허허, 그래야겠지요. 그동안 피곤 하셨을 텐데 며칠 푸욱 쉬시면서 정양 하시지요." 그의 호의에 라딘은 감사했다. 그러나 그는 조용히 그의 제의를 거절했다. "호의에 감사드립니다. 그러나 마교의 척결이 눈앞에 있는 지금 제가 어찌 쉴 수 있겠습니까? 저에게 서대륙과 각 지역의 지도를 한 장씩 주시고, 명 상하기에 좋은 곳을 한 곳 알선해 주십시오. 제갈군사님의 선향각같은 곳이 라면 좋겠군요. 하하." 그의 말에 제갈선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이자는 아직 포기한 것이 아니 다! 정말로 그 정보를 모두 머릿속에 넣었단 말인가? "허허, 그렇다면 멀리 찾을 필요까지 있겠소? 이 제갈모의 거처가 마음에 드신다면 기꺼이 빌려 드리지요." "어찌 그럴 수 있습니까?" "마교의 척결이라는 대의를 앞에 두고 노력하시는 라딘경에게 제 거처가 도 움이 된다면 저는 상관없소이다. 하하하." 두 사람은 그렇게 말을 끝냈고, 파스트의 자유기사 라딘은 드디어 비화전을 나와 선향각으로 향했다. 이미 가을이 지나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향각의 소나무들은 파란 잎을 자랑하며 사방에 그 향기를 선사한다. 라딘은 조용히 그 가운데 정좌하고 사방의 문과 창문을 열어 바람이 통하게 했다. 책상위에는 지도가 펼쳐져 있고 라딘은 그 지도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 다. 밖에서 그것을 보고 있는 비화전 간부들과 제갈선은 침을 꿀꺽 삼켰다. 벌 써 몇 시간째 미동도 안하고 지도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라딘의 모습은 그야말로 경건함을 넘어 신성하다고 까지 말할 수 있을 정도였다. '으으, 참자 라딘, 이제 세 시간만 더 참으면 돼! 모든 일은 최후의 마무리 가 가장 중요한 법! 지난 한달 간의 노력이 이 한순간에 담겨 있다고 할 수 있지. 폭포의 수련을 생각하자. 악령기사! 마교! 이놈들, 너희 때문에 내 가 이 생고생을 하는 거다. 이 고통은 틀림없이 천벌로 변해 너희들을 찾아 갈 것이야!' 라딘은 필사적으로 버티고 있었다. 이미 피로가 극에 달해 쓰러질 것 같았 다. 과거 어머니의 극악 수련에 의해 이렇게 오랜 시간동안 정좌하고 있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겨우 하루가 아닌가? 하지만 확실히 연기를 한다는 것은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를 받게 한다. 모든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명상하는 선비의 표정 2번을 만 24시간동안 유지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라딘은 지난 한달 동안 모든 정보서류를 살폈다. 말 그대로 살폈을 뿐이다. 대부분 제목만 보고 자신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것은 스크린 샷을 찍어 두었지만 그렇지 않은 것은 바로바로 넘겼 다. 물론 스크린 샷을 찍은 정보만 분석하는 데도 한 달은 걸릴 것이다. 인간이 어떻게 그 많은 정보를 머릿속에 모두 넣을 수 있겠는가? 그는 그동안 필사적으로 서류를 전부 살피는 흉내를 내었다. 30개의 책장에 있는 서류들을 자신의 손으로 직접 읽었다. 페이지를 넘기는 데도 한달이 걸리다니! 그러나 이정도도 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쉽게 결과를 믿어주지 않는다. 비리 가 있다고 의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미 자신은 범상하지 않은 모습을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시켰다. 이 미 곡식이 무르익어 추수만을 기다리고 있는 형국이다. 늦가을의 새벽은 좀처럼 찾아오지 않는다. 그러나 기다리면 틀림없이 온다. 해가 떠서 선향각에 부드러운 진홍색의 아침 노을이 드리울 무렵, 드디어 라딘은 손을 들어 붓을 잡았다. 그리고 그는 조용히 지도위에 원을 그렸다. 그 후 그는 잠시 생각하다. 지도위의 세 곳에 점을 찍었다. 라딘을 밤새 지켜보던 비화전 간부가 얼른 뛰어가 제갈선을 깨웠다. 이성적으로는 보고할 필요도 없는 일이라고 생각되어졌지만 라딘이 움직이 면 무조건 보고하라는 명이 있었던 것이다. 제갈선도 라딘이 마음에 걸려서 잠을 못 이루고 있었는지 사람이 부르자마 자 의관을 정제하고 바로 밖으로 나왔다. 제갈선이 급히 선향각에 갔을 때, 라딘은 이미 선향각에서 나와 있었다. 그 의 손에는 그가 밤새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던 지도가 들려있었다. "아, 이런, 오셨군요. 죄송합니다. 새벽에 번거롭게 해드려서." "아니오. 어찌 이일에 번거로움을 논할 수 있겠소? 그보다 뭔가 수확이 있 으셨소?" "다행히 하나의 단서를 잡을 수 있어서, 그로부터 여러 가지를 얻을 수 있 었습니다." 라딘은 웃으면서 대답했다. 새벽 햇살이 그의 웃는 얼굴에 반사되어 신비한 느낌을 주었다. -쿵 제갈선은 믿을 수 없다는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어,어떤 단서인지 물어도 되겠소?" "음, 일단 제가 각 분타를 쳤을 때, 각 분타에는 어둠의 여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제기와 소모용 물품이 쌓여 있었지요. 그런데 그 수량과 제기의 손 상도가 모두 틀렸습니다." 라딘은 조용히 제갈선에게 자신이 얻은 단서를 설명했다. 제기는 분명히 각 분타에서 임의로 만들 수 없는 것이 틀림없었다. 자신이 보기에 그것은 한곳에서 제작된 것으로 보였다. 그렇다면 그 제기를 만든 곳이 바로 마교의 총단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그 수량과 손상도에 대한 정보를 보고 저는 지도위에 하나의 원을 그릴 수 있었습니다. 그 안에 총단이 있다고 보게 된 것이지요." -탁 "어허, 그럴 수가!" 제갈선이 감탄했다는 듯 손으로 자신의 무릎을 쳤다. 확실히 듣고 보니 그 럴 수가 있었다. 그리고 라딘의 설명은 계속 되었다. "그 후 저는 그 안에서 이상한 지역을 찾으려고 했지만, 역시 그것은 불가 능 했습니다." -끄덕,끄덕 확실히 아무리 원을 그렸다고 해도 그것도 몇 개의 왕국이 포함 된 범위이다. 그것을 일거에 파악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그 뒤에 이어진 라딘의 말에 제갈선은 자신의 등이 찬바람에 오싹해 지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래서 저는 반대로 전혀 의심스럽지 않은 장소를 찾았지요. 수천 년이나 그 장소가 비밀로 내려온 마교의 총단이라면 조금의 허점도 없지 않을까 하 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이 세상에서 조금도 의심스럽지 않 은 장소가 가장 의심스러운 장소가 아니겠습니까?" -좌락 라딘은 지도를 폈다. 그 지도 안에는 라딘이 말한 대로 둥그런 원과 세 개의 점이 찍혀 있었다. "이곳과 이곳, 그리고 이곳이 의심스럽습니다. 그리고 주위 분타의 배치를 생각할 때, 적의 총단이 있는 곳은 아마 이곳이 아닐까하고 생각되는군요." -쿠쿠쿵 라딘의 말의 단어 한마디 한마디가 제갈선의 머릿속에 조각을 새기 듯 새겨졌다. 그런 생각이 있을 수 있다니? 마치 자신을 보고 '너는 아직 정보에 대해서는 어린애다!' 라고 꾸짖는 조부의 음성과도 같았다. 그리고 아무리 그런 생각을 했더라도 어떻게 그 많은 정보 속에서 전혀 의 심스럽지 않은 장소를 찾아낼 수 있을까? 이미 비화전의 모든 정보는 이 자 의 머릿속에 완벽하게 정리되어 있다는 말인가? 그는 눈앞의 성기사를 다시 바라보았다. 약간 피곤한 듯 힘없는 미소를 지 으며 서 있다. 마치 자신이 이것을 찾은 것이 당연하다는 듯 전혀 의기양양 해 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 때, 라딘이 말했다. "아, 저는 이제 어스로 돌아가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수고스럽겠지만 그 장 소에 대한 확인은 제갈군사님께 부탁드리겠습니다." 라딘은 조용히 그에게 인사하고 몸을 돌려 자신의 거처로 향했다. 제갈선은 그저 라딘에게 푹 쉬시라고 말할 수 밖에 없었다. 그의 손에는 라 딘이 건낸 지도가 들려 있었다. 제갈선은 그것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보 물인 것처럼 두 손으로 꼬옥 쥐었다. 숙소로 돌아가는 라딘은 자신의 완벽한 연기가 성공적으로 끝난 것에 만족 을 느끼며 조용히 웃었다. 아직 누가 볼지 모르기 때문에 특유의 웃음을 지 을 수는 없다. 사실 무중생유는 힘들어도 있는 것에 살을 붙이기는 의외로 쉽다. 그는 자신이 알고 있는 마교의 거점에 대한 정보를 살폈다. 제기에 대한 이 야기는 이미 이곳에 오기 전에 생각해 두었다. 그러나 자신이 세 곳의 지점 을 정확하게 찍을 수 있는 이유에 대한 나름대로의 설명이 필요했다. 그리고 라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비화전의 정보는 그에게 이 세 곳의 지점이 전혀 의심받고 있지 않다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 '흐흐흐, 완벽해.' 라딘은 조용히 자신의 거처로 들어가면서 속으로 웃었다. ---------------------------------------- =+=+=+=+=+=+=+=+=+=+=+=+=+=+=+=+=+=+=+=+=+=+NovelExtra(novel@quickskil l.com)=+= 제 목 신마대전 [269 회] 날 짜 2004-11-26 조회 / 추천 4448 / 357 선작수 5649 공지 공지가 없습니 다 옵 션 글자 크기 8 9 10 11 12 13 14 15 <<< 이전 이후 >>> 0-13 추천 6만개 기념 연참 -다가닥,다가닥 한 마리의 말이 관도를 달리고 있었다. 그 위에 타고 있는 인물은 점잖은 선비의 복장에 창백한 문사의 얼굴, 그리 고 코와 턱에 가느다란 세 가닥의 수염을 기르고 있는 자였다. 무림맹의 군사인 제갈선, 그는 라딘이 자신의 세계로 돌아간 후, 급히 비화 전의 모든 일급요원들을 그 지도에 적힌 세 지점으로 파견했다. 그리고 그 직후, 그는 다른 사람들에게 무림맹의 일을 부탁하고 이렇게 말 을 달리고 있다. 그가 가는 목적지는 바로 자신의 본거지인 제갈세가이다. 무림맹에서 말을 달려 꼬박 일주일은 가야 하는 세가에 가주인 그가 직접 가야할 일이란 무엇일까? 그의 얼굴은 더없이 심각했다. "워~, 워." 해가 지자 그는 근처의 여관 앞에 말을 멈췄다. 이미 제갈세가의 영향권 안 이다. 여관 주인이 뛰어나와 그를 특실로 안내한다. "허허, 고맙소이다. 본 가주는 이만 쉴 테니 신경 쓰지 말고 볼일 들 보시 오." 제갈선은 여유롭게 웃으며 여관 주인과 하인을 방밖으로 내보냈다. -탁 그들이 나가고 문이 닫히자 제갈선의 얼굴이 다시 심각하게 변했다. '과연 가능한 일일까? 그곳에 마교의 본거지가 있건 없건, 라딘 경의 말은 일리가 있다. 하지만 한 사람의 힘으로 그 많은 정보를 분석하는 것이 가능 할까?' 제갈선은 그동안 끊임없이 그 생각을 했다. 스스로 최고의 모사라고 자부하던 그를 어린아이로 만든 라딘의 정보분석력 ! 그는 어쩌면 그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미 말이 나왔고, 정보원은 파견되었다. 흑이던 백이던 라딘의 정 보는 확인할 가치가 있다는 것이 비화전의 모든 간부들의 공통된 의견이었 다. '내일 세가로 돌아가면 그래도 의문이 조금 풀리겠지, 그분이라면 라딘경을 제대로 평가 하실 수 있다.' 제갈선은 그렇게 생각하며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이미 일주일을 계속해 서 말을 달렸더니 확실히 피곤했다. 하늘에는 두 개의 달만이 마치 자신은 비밀을 알고 있다는 듯이 밝은 빛을 드리우고 있었다. 다음 날, 제갈선은 드디어 세가에 도착했다. 세가의 크고 작은 건물들이 자신을 반겼다. 입구에 마중 나온 가신들과 식 구들의 얼굴이 반갑게 자신을 반긴다. 이미 반년동안 세가에 들르지 못했다. 안도감이 그의 몸에 스며들어 피곤한 몸을 쉬라고 속삭인다. 하지만 아직 그는 쉴 수 없었다. 자신의 생애에 가장 큰 당혹과 의문! 이것 을 해결하기 전까지는 잠을 자도 꿈에서 그것을 고민한다. 제갈선은 즉시 내당으로 들어갔다. 가주의 거처인 은허각이 그를 반긴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방을 그대로 지 나쳤다. 내당의 뒤쪽에는 가주직계만이 들어갈 수 있는 화원인 선화원이 있다. 그 화원에는 역구궁만화진이 펼쳐져 있어 보통 사람은 들어가는 즉시 방향 감각을 상실하고 외부에서 꺼내주기 전까지 영원히 헤매게 된다. 제갈세가의 진법과 현혹마법진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역구궁만화진 은 가주인 제갈선이라고 해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신묘한 환혹진이다. "할아버님, 소손 선입니다." 제갈선은 화원의 입구에 공손히 서서 말했다. 할아버님이라니? 제갈세가의 가주인 제갈선의 조부가 아직도 살아있다는 말인가? 그 때, 화원의 안에서 말소리가 들려왔다. "허허, 가주이신가? 온다는 연락은 받았네. 어서 들어오시게." 그 말이 끝나자마자 화원의 기운이 변했다. 사방에서 묘한 아지랑이가 피어 올라 그 안의 모습이 잘 보이지 않게 되었다. 진이 열려 그 안에 감추어져 있던 환혹의 기운이 밖으로 새어나오는 것이다 . 제갈선은 조심스럽게 화원의 중앙에 나 있는 길을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조금 들어가니 정면에 조그마한 집이 나타났다. 정갈하고 깨끗해 보이는 그 집은 크지도 화려하지도 않았지만 그 안에 사는 사람의 품격을 보여주는 기품이 있었다. -덜컥 제갈선은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집 안에 있는 탁자에는 한 노인이 앉아 있었다. 깨끗한 청삼에 하얀 수염과 머리를 기른 노인, 마치 신선과 같은 모습의 노인이었다. 그는 제갈선이 조용히 인사를 하고 맞은편에 앉자 차를 타서 제갈선에게 내 었다. 제갈선은 조심스럽게 그 차를 받아 두어번 차향을 음미하더니 그 차를 한모 금 마셨다. "그래, 무슨 일로 이 노인을 찾았나? 가주, 전에 말한 대로 그 정보를 분석 해서 마교의 총단을 찾아내는 것은 이 노인에게도 힘들다네, 무엇보다도 그 렇게 오랜 시간 세상에 나가 있기도 싫고." "사실은 그일 때문에 왔습니다. 조부님." 제갈선은 사실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라딘이라는 자가 무림맹에 온 일, 그리고 정보를 볼 수 있도록 요구한 일, 한달 동안 비화전의 모든 정보를 살핀 일, 그리고 마침내 마교의 총단이라 고 생각되는 지점을 지적한 일, 이 모든 사건이 차례대로 세세하게 제갈선 의 입에서 나왔다. 확실히 정보계에서 평생을 보낸 그답게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상황을 설명했 다. "으음, 그런가..." 노인은 그의 설명을 듣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 지도를 봐도 되겠는가?" 이윽고 노인이 말을 꺼냈다. 제갈선은 얼른 자신의 품속에서 지도를 꺼내 탁상위에 펼쳤다. 노인은 그 지도 위에 그려진 원과 세 개의 점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제갈선의 손에 땀이 맺혔다. 그래도 그는 믿었다. 조부님이라면, 과거 수백 년간 제갈세가의 인물 중에서 가장 뛰어나다고 평가받았던 할아버지라면 저 라딘의 분석력에 대해 평가하실 수 있을 것이다.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은 그자와 비슷하거나 더 뛰어나다는 얘기가 된다. 순 수한 재능위에 거의 100년에 가까운 경험을 가지고 있는 자신의 할아버지가 라딘보다 못할 리가 없다! 그는 긴장속에 조부의 말을 기다렸다. 눈앞에 있는 제갈선의 조부는 전전대 가주인 제갈소청이다. 그는 이미 죽었 다고 소문났지만 놀랍게도 이렇게 살아있다. 사실 조부가 사랑하던 조모가 돌아가신 뒤 아들이자 전대 가주인 제갈적에 게 가주의 자리를 물려주고 은거한 일은 직계 가족밖에는 모르는 대외비이 다. 그때 제갈소청의 명에 의해 그의 장례식까지 치렀던 것이다. 그의 나이는 이미 98세, 레벨 880의 그는 무공도 정보 분석능력도 제갈세가 에서 발군의 능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었다.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 드디어 제갈소청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놀라운 일이야, 놀라운 일." "무슨 의견이 있으신지요?" 제갈선은 기대에 가득찬 눈으로 물었다. 그러자 제갈소청이 조용히 붓을 들어 그 지도위에 하나의 원을 그렸다. 라딘이 그린 원보다 약 두 배 정도 큰 원이었다. 지름이 두배이면 면적은 네배이다. 라딘이 그린 원에는 세 개의 지방이 포 함되지만, 제갈소청이 그린 원에는 11개 정도의 지방이 들어가 있었다. "확실히 내가 그 전에 살펴본 제기들의 상태를 다시 되새겨 보건데, 이정도 의 원을 그릴 수 있구나." -쿵 제갈선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믿었던 조부가 라딘의 거의 두배의 원을 그리게 되다니? 그것도 제기로 인 한 정보분석이라는 말을 듣고도 그 정도라니? 그가 놀라하는 사이에 제갈소청은 다시 말했다. "그리고 이 세 지점에 대한 의견은...나로서는 할 수 없구나. 도저히 그 정 보에서 이 지점을 잡아낼 수는 없다. 물론 그 전에 그 모든 정보를 모두 살 피는 것도 나에게는 불가능한 일이지." -쿠쿵 "그,그렇다면 라딘 경의 정보분석은 인간이라면 불가능한 것이라는 말씀이십니까?" 제갈선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평생 남에게 자신의 감정을 보이지 않도록 자신을 교육시킨 장본인인 자신 의 조부 앞에서 본색을 드러냈지만 제갈소청도 그것을 탓할 마음이 없는 듯 했다. "그것은 모른다. 과거 이 제갈세가의 시조인 제갈공은께서는 10만개의 정보 속에서 단하나 있는 허위 정보를 정확하게 집어냈다고 한다. 그런데 세가 의 식구가 어떻게 그것을 알았냐고 묻자 그분은 어떻게 라고 설명할 수는 없다고 했느니라. 단지 그것이 틀린 정보라는 것을 알 수만 있다고 하셨다 고 전해진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제갈선은 조부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그러나 제갈소청은 계속해서 말했다. "세상에는 가끔 하늘의 조화로 인세의 상식을 벗어난 천재가 태어난다. 그 런 자는 하늘이 큰일을 하게 하기 위해 세상에 내렸다고 봐야 한다. 선아, 너는 절대로 그 라딘이라는 자와 적대하지 말거라." 조부의 말이 제갈선의 마음속 가장 깊은 곳에 스며들었다. 하늘이 내린 대 천재! 과연 그 말 한마디로 모든 것이 설명된다. 제갈선은 조용히 조부인 제갈소청에게 인사를 하고 선화원을 나섰다. 지난 일주일간 말을 달렸고, 앞으로 일주일 동안 다시 말을 달려 무림맹으 로 돌아가야 했지만 그의 마음은 의외로 편했다. 그는 자신의 마음속에 남아있던 한 움큼의 앙금을 버릴 수 있었다. 확실히 자신은 하늘이 내린 천재는 아니다. 단지 그런 자를 알아보고 그와 적대하지 않을 정도의 지혜는 있다! --------------------------------- =+=+=+=+=+=+=+=+=+=+=+=+=+=+=+=+=+=+=+=+=+=+NovelExtra(novel@quickskil l.com)=+= 제 목 신마대전 [270 회] 날 짜 2004-11-26 조회 / 추천 4057 / 289 선작수 5649 공지 공지가 없습니 다 옵 션 글자 크기 8 9 10 11 12 13 14 15 <<< 이전 이후 >>> 0-13 추천 6만개 기념 연참 보름이 지났다. 이미 제갈선이 무림맹으로 복 귀한지도 일주일이 지났다. 드디어 파견 나갔던 정보요원으로부터 무전사를 통해 보고가 들어왔다. 물 론 암호로 된 보고였기에 무전사는 그 내용을 모른다. 제갈선을 비롯한 비화전의 모든 요원은 놀라서 할 말을 잃었다. 설마가 사 람을 잡는다고 알고 말하지 않는 다음에야 이렇게 정확할 수 있을까? 라딘의 지적은 100% 정확했다. 세군데 중 한군데도 아닌 세군데 전부가 마 교의 본거지였다. 심지어는 그가 마지막에 지적한 이곳이 바로 마교의 총단 일 것이라는 말까지 들어맞았다. 사람들은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한참동안 멍하니 있다가 겨우 기력을 차 리고 서둘러서 무림맹 지휘부에 그 사실을 알렸다. 지금 무림맹에는 맹주가 없다. 사람들은 서문철에게 맹주가 되라고 권했지 만 서문철은 마교가 멸망할 때까지 자신은 척마멸사대를 이끌겠다고 그것을 거절했다. 맹주가 되면 실전부대에서 빠지게 되는 것이다. 결국 마교가 멸망할 때까지 맹은 장로원에서 관리하기로 했다. 7대 세가의 전대 장로들이 일종의 명예직으로 들어가는 장로원이 지금 맹의 실제 지휘 부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은 드디어 비화전이 비밀을 밝혀내자 하나같이 환성을 질렀다. 이미 마교의 전투부대는 모두 사라졌다. 총단의 거처를 알아내기만 하면 수 천년간 서대륙을 위협해 온 마교를 결국 무너뜨릴 수 있는 것이다. 숨겨진 마교의 내단, 그곳은 세 곳으로 나뉘어진다. 교주가 있고 암흑의 여신을 모신 대성당이 있는 총단, 그리고 저레벨의 후 기지수들을 훈련시키는 훈련장, 마지막이 바로 제기와 각종 무기 같은 것들 을 생산하는 작업장이다. 그리고 수천 년 동안 베일 속에 가려져 있던 세 곳이 일거에 무림맹에 의해 밝혀졌다. 물론 라딘은 자신이 이곳을 말한 사실을 비밀로 해달라고 제갈 선에게 부탁했다. 자신이 더 이상 공을 세우면 서대륙 무림맹의 위신이 서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실 이일의 전말이 밝혀지면 비화전의 위신은 땅에 가라앉는다. 그 들은 마음속으로 라딘의 배려에 감사했다. 그런데 문제는 마교의 총단이 밝혀졌다는 보고를 한 다음날부터 발생했다. 이제 마교의 총단을 일거에 쓸어버리기만 하면 된다! 제갈선과 비화전 요원 들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일단 그 사실이 공개되고 총단 토벌의 말이 나오자 마자, 무림맹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마교의 최후의 역습이후 전 대륙에 있는 크고 작은 세가와 심지어는 왕국의 기사들까지 이 무림맹에 와서 마교토벌에 참석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이미 이빨이 모두 빠져 대항할 능력이 없는 맹수인 마교는 무엇보다도 먹음 직한 먹이임에 틀림없었다. 적의 거점은 세군데이다. 총단, 훈련소, 작업장. 이들을 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한날 한시에 세곳 모두를 치는 것이다. 만약 차례로 이곳을 공격하게 되면 뒤에 공격받는 곳은 적이 내단의 위치를 알아차렸다는 것을 알고 도망을 갈 것이다. 아니면 최후의 발악을 위한 준 비를 할지도 모른다. 이쪽의 병력이 충분한 만큼 동시에 급습해서 완벽하게 적을 멸하는 것이 좋 다. 이 사항까지는 모든 세가들이 동의한 사실이었다. 그러나 그다음에 나온 의견, 누가 마교의 총단을 치는가? 그것이 문제였다. 그런데 무림맹에 있는 모든 세가들은 자신들은 총단을 치는 부대에 끼어야 한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아버님이 적의 장로에게 죽음을 당했소! 나 남궁진은 부친의 원수를 갚지 않으면 안 되오!" 남궁세가의 가주인 남궁진은 그렇게 주장했다. 당연한 말이니만큼 반박하기 도 힘들다. 그러나 당씨세가에서도 나섰다. "우리 당씨세가는 이번 정사대전에서 가장 많은 가신들이 희생되었소! 우리 는 꼭 원수를 갚아야 하오!" 그들은 마교의 분타가 된 백씨세가와의 싸움에서 정말로 많은 사람이 희생 되었다. 그들이 나서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사실 따지고 보면 마교와 원한이 없는 세가가 있을까? 그들이 하나같이 총단을 치겠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다른데 있었다. 이번 정사대전으로 인해 많은 세가가 적지 않은 피해를 입었다. 특히 7대 세가는 정말로 큰 피해를 입어 몇몇 세가는 더 이상 7대세가로서 유지가 힘들지도 모른다는 소문도 돌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 만약 마교와의 최후의 결전에 중앙군에 속해서 총단을 치지 못하고 작업장이나 훈련소를 치는 부대에 속하게 된다면? 그것이야말로 전 대륙에 '자신들의 세가는 더 이상 무림맹에서 대접을 받지 못할 정도로 힘 이 없소' 라고 선전하는 꼴이 된다. 또한 체면을 중시하는 서대륙의 습성상, 총단에 쳐들어가서 마교의 교주를 죽이는 데 동참한 가문은 다른 가문과 다툼이 있을 때마다 말할 것이다. "우리가 목숨걸고 총단을 쳐서 마교의 교주를 척살 할 동안 너희들은 마졸 들을 소탕하는 뒤처리만 하지 않았느냐!" 이 말 한마디를 듣는 것보다는 차라리 한 팔을 자르는 것이 그들에게는 덜 괴로울 것이다. 그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총단을 치는 중앙군! 이 부대에 속하냐 속하지 못하냐에 따라 차후 100년간 이 서대륙의 무림계에서 행세를 할 수 있냐 없냐가 갈린다! 그들은 모두 이번 부대 편성을 위해 무슨 일이든 할 각오가 되어 있었다. 마교의 최후의 역습때보다 오히려 더한 살기가 회의장을 뒤덥고 있었다. 말 한마디 잘못하면 지금이라도 이 안에 피바람이 불 가능성이 높았다. 제갈선은 머리를 싸매고 고민했다. 이미 장로들도 자신들의 가문을 비호하 며 다투고 있다. 할 수만 있다면 모든 가문이 참가하면 좋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신청자가 아무리 많아도 부대는 정확하게 편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 결국 제갈선은 선언했다. 군사인 그의 말은 맹주도 없는 이 무림맹에서 사실상 가장 큰 무게를 가진 다. "총단을 치는 일은 우리 무림맹 모두가 참가해야 할 뜻 깊은 일이오! 그러 니만큼 이번에 총단을 치는 인원은 각 세가에서 몇 명씩 차출해서 가도록 합시다." "오오, 그것은 좋은 의견이오!" 모든 사람들이 제갈선을 역시 무림맹의 군사다운 좋은 의견이라고 칭찬했다 . 확실히 그렇게 하면 일이 해결될 것 같았다. 그러나 세상일이라는 것이 그렇게 말한마디로 쉽게 끝나지 않는다. 다시 치열한 다툼이 벌어졌다. 이번에는 각 세가에서 자신의 가문에서 한명이라도 더 많이 참가해야 한다 고 주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오히려 더욱 혼란이 커졌다. 전에는 세가 세 개에서 네 개를 고르면 되기 때문에 일정 이상 힘이 없는 세가는 아예 포기를 한 곳도 있었지만, 이제는 다르다. 심지어는 서대륙의 가장 구석에 위치한 조그마한 세가에서도 자신의 가문의 가주가 참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각 세가의 대표들은 일어나서 자신의 가문에 있는 고수들을 일일이 나열하 며 그들이 왜 중앙군에 참여해야 하는가를 역설했다. 하나같이 명성이 높은 가주나 장로들이다. 그들이 말하는 데 말을 끊기도 힘들다. 잘못하면 크게 원한이 쌓인다. 제갈선은 자신이 묘책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일을 더욱 크게 만들었다는 것 을 깨달았다. 이대로 가면 각 가문들 사이에 엄청난 원한이 쌓이게 된다. 그리고 그 원한 은 결국 이 방법을 제시한 자신들 제갈세가에게도 미칠 것이다. 그러나 그는 확실히 무림맹의 군사라고 할 만 했다. -탕, 탕 제갈선이 손으로 단상을 두 번 쳤다. 사람들은 일단 말을 멈추고 제갈선의 의견을 기다렸다. 확실히 이대로라면 끝이 없다는 것을 그들도 알 고 있었다. "이번에 총단을 치는 중앙군을 지휘하는 실전 책임자는 당연히 서문세가의 상승대협 서문철 가주가 맡아야 합니다." -끄덕, 끄덕 확실히 이 사실만은 부정하기가 힘들다. 자신의 가문에서 지휘 를 하면 더없이 좋겠지만 그것이 말도 안 된다는 것 정도는 그들도 알고 있 었다. 제갈선의 말은 계속되었다. "그런데 실전에서는 무엇보다도 실전지휘관의 의견이 중시됩니다. 당연히! 부대의 인원선정도 지휘관의 책임입니다!" -웅성, 웅성 사람들은 모두 그의 의견에 대해 고민하고 자신의 지인과 상담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확실히 제갈선의 말에는 빈틈이 없었다. 거기에 제갈선의 마지막 일침이 더해졌다. "실전지휘관의 권한은 엄중하게 지켜져야 합니다. 대업을 이루는 데 사사로 운 사정은 잊어야 합니다. 서문가주가 결정한 인선에 의의를 제기하는 사람 은 무림맹의 화합에 해를 끼치는 것으로 간주하여 무림맹에서 탈퇴시켜야 할 것입니다. 우리 모두 이것을 문서화 하여 실전지휘관의 권한을 보장해 줍시다!" 그의 말에 반박하면 사사로운 사정으로 대업을 방해하는 졸부가 된다. 모든 사람들의 입이 막혔다. 심지어는 서문철조차도 제갈선의 말에 반박을 할 수 없었다. 결국 한 장의 종이에 이번 전투의 부대편성 권한이 모두 서문철에게 있다는 내용의 글이 적혀 장내의 모든 사람들의 수결을 받았다. 이로써 부대편성은 척마멸사대 대주인 상승대협 서문철의 손으로 넘어갔다. 제갈선은 이 두고두고 화가 될 만한 난제가 서문가주의 손으로 넘어간 것에 안도의 한숨을 내 쉴 수 있었다. 이것이 바로 모사의 필수 능력 중 하나인 '떠넘기기'라는 기술이다. 자신의 화는 넘기고 남의 복은 나누어 먹는 것이 바로 세상을 사는 지혜라 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 아, 이런 처세술까지 쓰면 사회에 악영향이..... =+=+=+=+=+=+=+=+=+=+=+=+=+=+=+=+=+=+=+=+=+=+NovelExtra(novel@quickskil l.com)=+= 제 목 신마대전 [271 회] 날 짜 2004-11-26 조회 / 추천 3828 / 270 선작수 5649 공지 공지가 없습니 다 옵 션 글자 크기 8 9 10 11 12 13 14 15 <<< 이전 이후 >>> 0-13 추천 6만개 기념 연참 문제의 회의가 끝난 이후 3일이 지났다. 서문철 가주는 그동안 한숨도 자지 못했다. 10년 전에 같이 밥을 한끼 먹은 자까지 모두 친구라고 찾아와서 자신을 꼭 부대에 넣어달라고 하는 것은 무시할 수 있다. 그러나 전대 고수들이 자신이 돌아가신 서문기검과 얼마나 절친한 사이였다 는 것을 역설하면서 자신의 조카나 아들이 꼭 부대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하 면 사실 후배된 도리로 어떻게 말하기도 그렇다. 거기에 한 술 더 떠서 아들인 서문월의 혼담이 요 3일간 수백건도 더 들어 왔다. 이것은 더욱 악질적이다. 일단 혼담을 승낙할 수는 없다. 그러나 거절하면 중매를 선 무림선배의 체 면을 무시하는 것이 된다. 결국 사죄의 의미로 적당한 선물을 해야 하는데 그들이 요구하는 것은 중앙 군의 참여가 된다. 그는 그야말로 사면초가였다. 막대한 이권과 재물, 그리고 권력에 대한 제의가 들어온다. 그러나 그것을 받아들이는 순간 서문세가는 차후 백년간 고생하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은혜는 잊어도 원한은 잊지 않는 것이 사람의 심성이다. 그리고 이 일은 어떻게 처리해도 한명에게 은혜를 베풀면 열명의 원한을 산 다. 가문의 미래가 걸린 일이니만큼 그들도 필사적이다. 체면도, 대의도 지금의 그들은 따지지 않는다. 농담을 잘하기로 유명한 서문세가의 2장로인 투담철검은 수백장의 혼인배첩 을 보고 망연자실해 하는 서문월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좋겠구나, 월아는! 마음만 먹으면 3처 4첩이 아닌 10처 20첩도 가능하겠다 . 카하하하." 웃을 수 없었다. 지금 서문철이 정말로 30곳의 혼담을 일거에 받아드린다고 말해도 그들은 두말없이 자신들의 딸을 보낼 것이다. 다행히 서문월은 무림맹의 회의장에 가서 이렇게 선언했다. "저는 의형인 라딘 경이 허락하지 않으면 결혼하지 않을 겁니다!" 확실히 이 말은 효과가 있었다. 고지식하기로 명성 높은 라딘 경에게 이렇 게 무작위로 혼담을 꺼낼 수는 없다. 잘못하면 개망신을 당할 수 있다. -딱 "맞다!" 서문철은 라딘을 생각하다가 드디어 묘수를 생각해 내었다. -벌떡 "누구 있느냐?" 그는 즉시 일어서며 소리쳤다. "예 아버님, 소자가 여기 있습니다." "오오, 마침 월아 네가 있었구나. 너 혹시 라딘 경이 어디 계신지 아느냐?" 아들과 의형제를 맺은 라딘이지만 서문철은 라딘에게 하대하지 못했다. 사 실 이계인이라는 존재는 엘프와 같이 나이를 초월한 존재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형님은 아마 숙소에 계실 것입니다. 요 며칠간은 중요한 시기이니 수행을 멈추고 대기하신다고 하셨습니다." 서문월이 공손히 대답했다. 사실 자신도 그의 권고로 이렇게 무림맹에 대기 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래, 알았다. 내가 그들 직접 만나봐야겠구나." 그는 즉시 몸을 움직여 자신의 거처를 나섰다. 남겨진 서문월이 무슨 일인 가 싶어서 따라왔지만 상관하지 않았다. 무림맹의 귀빈들이 묵는 옥빈관에는 지금 라딘을 비롯한 아도 용병단의 간 부들이 지내고 있었다. 아도 용병단의 대부분은 마지막 전투 이후로 다시 흩어져서 자신들의 레벨 업과 모험을 즐기고 있지만, 요 며칠 전에 라딘이 귓말로 간부들을 불러모 은 것이다. 확실히 모든 무림세가의 윗사람들이 모여 있는 무림맹은 사람들과 인맥을 쌓을 수 있는 절호의 장소이기도 했다. "라딘 경, 계시오?" "아, 서문대주께서 직접 오시다니오. 전갈만 주신다면 제가 찾아뵈었을 텐 데요." 라딘이 얼른 안에서 뛰어나오며 포권했다. 서문철이 손을 흔들어 그의 인사를 사양하며 말했다. "허허허, 어떻게 그럴 수가 있겠소?" 그들은 인사를 끝내고 같이 안으로 들어갔다. 라딘이 손수 물을 끓여 최고급 오룡차를 내왔다. 사실은 홍차를 좋아하는 라딘이지만 손님이 좋아하는 차를 내는 것이 접대의 기본이다. 두 사람은 조용히 차의 향을 음미했다. 약간 독한 향을 내는 오룡차는 부드 러운 향의 녹차와는 또 다른 흥취가 있었다. 라딘은 이 서문철이 무엇인가 아쉬워서 찾아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곧 그것이 무엇인지도 생각할 수 있었다. 지금 그의 앞에 앉아있는 서문철은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는 듯 망설이고 있다. 그의 입이 끊임없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 다물어진 입 속에서 혀가 말을 하 려고 하지만 입이 열리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확실히 이 일은 큰 문제지. 암, 어쩔 수 없지, 이 라딘이 또 한 번 힘을 쓰는 수밖에!' 라딘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서문철에게 말했다. "서문대주, 하실 말씀이 있으면 하시지요. 이 라딘이 비록 이계인이고 또 동대륙에서 왔기는 하지만 신의를 보이는 친구에게는 저도 신의를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평소 서문대주의 신뢰에 저는 크게 감동하고 있습니다. 무슨 일이든지 하명만 하시면 제 힘이 닿는 한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습니다." 사실 서문철이 라딘에게 잘해주는 것은 아주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 만 라딘은 언제나 그것을 당연하게 받지 않았다. 꼭 황송한 표정으로 감사하다고 사의를 표하고, 때에 따라 적당한 답례를 한다. 그의 성의는 이미 서문철의 마음속에 완전히 전해져 있는 상황이다. 서문철은 라딘이 이미 모든 상황을 짐작한다는 것 같은 표정으로 무슨 일이 든지 말만 하라고 말하자 크게 기뻤다. 확실히 라딘이라면 이 일에 가장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그는 서대륙 사람 이 아니고 동대륙 사람이기 때문에 모든 복잡한 인간관계에서 벗어나 객관 적인 판단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확실히 일을 벌이면 불만이 없을 수 없다. 자신보다는 덜하더라도 앞으로 서대륙에서 라딘 상회가 활동하는 데 조금씩이라도 알게 모르게 불 편한 점이 생길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 모든 것을 감수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확실히 그는 사람을 신의로 대한다! "라딘경이 그렇게 말씀하시니 이 서문철은 감복할 수밖에 없소. 경이 이미 짐작하시겠지만, 본인이 이렇게 온 이유는 부대의 편성문제 때문이오." -끄덕, 끄덕 라딘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복잡하지요. 그들의 심정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그렇소. 경에게 무슨 좋은 의견이 있으시오?" 서문철은 차마 대놓고 부탁할 수 없었다. 이것은 확실히 무리한 부탁일 수 있다. 자신에게 신의로 대하는 자에게 화를 떠넘기는 것은 스스로의 마음을 속이는 것처럼 괴롭다. 그러나 라딘은 서문철의 가장 깊은 마음속에 있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저는 동대륙 출신이고 무림맹의 모든 세가의 어른들과도 깊은 관계가 없습 니다. 부디 저에게 부대의 편성을 맡겨 주십시오. 서문대주의 앞이라 감히 말하지만 저라면 다른 분들도 모두 인정할 것입니다." -턱 서문철은 참을 수 없는 감동에 손을 내밀어 라딘의 두 손을 잡았다. 그 의 눈은 정말로 지금이라도 눈물을 흘릴 듯이 축축해져 있었다. "경의 호의는 이 서문철이 절대로 잊지 않겠소. 본인이 비록 경처럼 큰 인 물은 아니나 기회가 되면 꼭 이날의 은혜에 보답을 할 것이오!" '암, 보답 좋지요. 꼭! 입니다.' 라딘의 마음속은 서문철의 말에 환성을 질렀다. 그러나 그는 오히려 당황한 듯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보답을 바란다면 어찌 친구라 하겠습니까?" 그의 그 한마디가 서문철의 가슴을 깊숙하게 찔렀다. 그 후, 라딘은 담담한 어조로 3일 후에 열릴 회의에서 그 사실을 발표하고 자신이 그때까지 부대편성을 짜겠다고 약속을 했다. 결국 서문철은 조용히 라딘의 호의를 가슴속에 묻어둔 채, 옥빈관을 나와 자신의 처소로 돌아갔다. 이 사건은 그 다음날도 아닌 바로 그날 저녁에 무림맹의 모든 세가들에게 알려졌다. 그 정도로 그들은 서문철의 거동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다. 결국 이렇게 바톤은 또 다시 넘겨지고 모든 사람이 좋게 해결하기는 불가능 하다고 생각한 난제를 라딘이 떠맡게 되었다. ------------------------------- 다음 편이 이장 마지막인데...하나가 모자라네요ㅜㅜ. 다음 챕터를 넣기도 그렇고... =+=+=+=+=+=+=+=+=+=+=+=+=+=+=+=+=+=+=+=+=+=+NovelExtra(novel@quickskil l.com)=+= 제 목 신마대전 [272 회] 날 짜 2004-11-26 조회 / 추천 3968 / 482 선작수 5649 공지 공지가 없습니 다 옵 션 글자 크기 8 9 10 11 12 13 14 15 <<< 이전 0-13 추천 6만개 기념 연참 사람들의 긴장으로 잠을 못 이루는 3일이 다시 지나갔다. 마교토벌군의 부대편성을 발표하는 회의가 열리는 날이다. 가문의 흥망성쇄가 바로 오늘의 발표결과에 따라 좌우된다. 그들은 그야말 로 인생의 진퇴를 건 왕국의 기사자격 시험에 응시하는 견습기사들의 심정 으로 회의장에 향했다. 회의는 아침 10시에 시작된다. 그러나 8시가 됐을 때에는 이미 모든 사람이 회의장에 모여서 자신들의 미 래를 걱정하는 초조한 눈으로 라딘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미 모든 사람들이 이계인 라딘이 명단을 작성하기로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확실히 그 소문이 퍼지자 서문세가는 크게 번거러움을 면했다. 그리고 다른 무림세가들도 어떻게 손을 쓸 방도를 찾지 못했다. 전대의 인 연도 현재의 직접적인 인맥도 그렇게 없다. 그는 이계인이면서도 동대륙의 기사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가 부대를 편성하는 것을 반대할 명분도 없었다. 서문철이 권한 을 그에게 일임한 것도 서문철의 권한이기 때문인 이유도 있지만, 성기사 라딘이 정말로 고지식하고 공정하면서도 마교와의 싸움에서 처음부터 항상 선두에 서서 싸웠다는 것을 그들도 잘 알기 때문이다. 지금도 척마멸사대의 대원들은 그들의 가주인 상승대협 서문철과 더불어 자 유기사 라딘을 이 시대 최고의 영웅으로 추앙하고 있다. 약간의 모험이라는 것을 각오하고 라딘을 찾아간 자들도 있었다. 그들은 라딘의 성격을 우려해 망신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대놓고 무 엇을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라딘이 조금이라도 그 의향을 비추었다면 막대 한 이권을 보장할 생각이 있었다. 그러나 라딘은 그들에게 웃으면서 조용히 차를 대접할 뿐이었다. 사람들이 점점 자유기사 라딘이 이 일의 적임자라는 것을 인정할 정도로 지 난 3일간 라딘은 그 누구와도 거래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공정은 공정이고 현실은 현실이다. 만약 라딘이 자신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 명단을 제출한다면 보나마다 대부 분의 무림세가들은 라딘에게 앙심을 품을 것이 거의 확실했다. 그리고 라딘이 어떤 명단을 제출하던 대부분의 세가에서 불만을 가질 것이 라는 것도 확실했다. "흠, 서문가주, 과연 라딘 경이 어떤 식으로 명단을 작성할 것 같소?" 제갈선이 나직한 목소리로 서문철에게 물었다. "아무래도 그의 성격이 성격이니 만큼 정확하게 부대의 효율만을 중시하여 명단을 작성하지 않겠소?" 서문철이 걱정된다는 어조로 대답한다. "흐음." 제갈선의 심정은 복잡했다. 자신이 서문철에게 떠넘긴 난제가 라딘 경에게 넘어갈 줄은 그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사실 서문세가는 이 서문철이 맹주를 맡고, 그 다음 대에도 서문월이라는 절세기재가 그 기둥이 되면 앞으로 수십 년간은 무림의 실세로 군림할 것이 틀림없다. 그렇기 때문에 서문세가에 원한이 있어도 감히 대놓고 서문세가에게 불평을 말하지는 못할 것이다. 결국 수십 년이라는 세월동안 원한은 흐려지고, 그들도 이성적으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아는 만큼 대부분은 사라질 것이다. 물론 그런 상황에서도 끝까지 원한을 잊지 않는 자들이 서문세가를 괴롭힐 가능성도 있지만,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하지 않겠는가? 남궁세가를 넘어서서 무림제일세가가 되려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제갈선은 생각했었다 . 그러나 이 일이 라딘이라는 자에게 넘어가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원한은 바 로 그의 상회에게 돌아갈 수 있고, 라딘 경은 상황이 안 좋아지면 이 일의 시작점을 생각할 지도 모른다. 제갈선은 라딘이라는 자의 원한을 사고 싶은 마음은 눈꼽만큼도 없었다. 그러나 이미 일은 자신의 손을 떠나 그에게로 넘어갔다. 제갈선은 조용히 이 일이 최소한의 피해로 끝나기를 기원할 따름이었다. -덜컥 문이 열리고 모든 사람이 기다리던 라딘이 들어왔다. 그의 손에는 몇 부의 서류가 들려 있었다. 저것이 부대편성표인가? 사람들 이 그 서류의 안을 투시라도 하듯이 노려보기 시작했다. 회의장은 긴장으로 인한 침묵에 완벽한 정적을 유지했고, 오직 사람들의 몸 에서 나온 열기가 마치 한 여름같이 장내를 덥히고 있었다. "아, 제가 늦었나요?" 라딘이 약간 당황한 듯 말했다.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수백 개의 눈동자 가 일시에 자신을 쳐다보면 누구라도 놀랄 것이다. 제갈선이 얼른 일어나 웃으면서 말했다. "허허, 늦지 않았소. 오히려 약간 이르지요. 라딘 경, 어서 오시오." 그의 말에 안심했다는 듯 라딘은 자신의 자리로 가서 앉았다. 모든 사람의 시선이 그의 움직임을 따라 움직였다. "자, 아직 조금 시간이 있지만, 모두 참석한 것 같으니 바로 시작하지요. 혹시 이견이 있으신 분 계십니까?" 있을 리가 없었다. "이미 모든 분들이 개별적인 통지를 받아 알고 계시겠지만, 이 자리에서 정 식으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마교토벌군의 공정한 선발을 위해 서문철 대 협은 이 정사대전에서 가장 선두에 서서 싸운 자유기사 라딘 경에게 부대의 편성을 일임하셨습니다. 혹시 이 결단에 대해 이견이 있는 분 계십니까?" 몇몇 사람들이 뭔가 말을 하려다가 포기하는 것이 느껴졌다. 확실히 여기서 뭐라고 말을 하면 그 사람만 나쁜 사람이 된다. "그럼 모든 분들이 동의하신 것으로 알고 진행하겠습니다. 라딘 경, 명단을 제출해 주십시오." 제갈선의 선언이 끝나자 라딘이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서류를 제 갈선에게 전했다. 친절하게 라딘은 이미 20여부의 서류를 작성하여 각 열의 사람들에게 모두 배포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체면이 손상되는 것도 잊을 정도로 황급히 그 서류를 살피 기 시작했다. '아앗, 이럴 수가! 우리 가문에서 세 명 밖에 참가하지 못하다니!" "어허, 5백년의 역사를 가지는 우리 가문이 어떻게 스무 명도 참가하지 못 한다는 말인가?" 사방에서 소란이 일기 시작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라딘을 원망스러운 눈 으로 보았다. 역시 그렇군. 제갈선은 자신이 예상했던 것처럼 라딘이 작성한 명단이 완벽 하게 부대의 효율과 각 세가의 객관적인 세력비만을 고려한 고지식의 극치 를 달리는 명단임을 확인하고 속으로 혀를 찼다. 자신이었다면 절반의 세력에게 원한을 사는 한이 있더라도 남은 절반의 세 가의 비위를 맞추었을 것이다. 그럼으로써 서대륙의 절반에서는 크게 영향 력을 행사할 수 없지만, 남은 절반에서는 더욱 큰 이권을 얻을 수 있지 않 겠는가? '하기는 그것도 좋은 방법은 아니지...' 제갈선은 생각했다. 그렇게 명단을 작성할 경우 라딘의 명성은 크게 하락된 다. 결국 저자는 자신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전 서대륙의 원한을 사고 말았 다! 그러나 그때 서문철이 뭔가 이상하다는 듯 라딘에게 물었다. "라딘경, 한 가지 의문이 있소이다. 중앙군의 명단에 라딘경과 아도용병단 간부의 이름이 안 보입니다만?" -웅성 웅성 사람들은 그때서야 그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태까지는 서 둘러서 자신의 세가사람들의 이름만을 확인하느라 정신이 없었던 것이다. 라딘은 서문철의 질문에 결코 크지 않은 목소리로 천천히 대답했다. "정보에 의하면 마교의 작업장에는 간악한 그들의 손에 납치되어 강제로 일 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더군요. 저와 저의 동료들은 그곳으로 가기로 했습니 다. 억압된 자들을 구하는 것이 바로 저의 사명중 하나이니까요." -사아아아아아 시장처럼 소란하던 회의장이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조용해졌 다. 라딘의 말은 무엇보다도 무거운 망치가 되어 그들의 머리에 경종을 울렸다. 라딘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회의장의 창을 보았다. 열기를 식히기 위해 모 든 창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이미 초겨울에 접어들어 창문 밖의 나무에는 낙엽하나 매달려있지 않고 앙 상한 가지만 남아있었다. -휘잉 창문으로 바람이 들어와 라딘의 볼을 스치고 지나갔다. 라딘은 자신에게 말하듯 조용히 중얼거렸다. "오늘은 바람이 차군요." 신현진은 이날 군림천하의 도에 첫 걸음을 내딛었다. 그러나 그는 아직 그 사실을 자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 찬 바람이 느껴지나요? 안 그러면 실팬데... 아무튼 일차 진화 끝임당, 이제 두번 남았습니다. 삼단진화 절대무적 라딘징오의 미래를 위해서! 음, 그런데 6개로 나눠서 써야하는데 쓰다보니 다섯개가 됐네요. 다음챕터 를 쓰는 건 조금 그런데...일단 오늘은 자고 내일 생각해 봐야 겠네요. 하루에 50k를 쓰니 조금 피곤하군요^^. =+=+=+=+=+=+=+=+=+=+=+=+=+=+=+=+=+=+=+=+=+=+NovelExtra(novel@quickskil l.com)=+= 제 목 신마대전 [273 회] 날 짜 2004-11-26 조회 / 추천 1140 / 38 선작수 5656 공지 공지가 없습니 다 옵 션 글자 크기 8 9 10 11 12 13 14 15 <<< 이전 이후 >>> <<외전>> 녹림마제 6만회 기념인데 5개에서 챕터가 끝나는 바람에 고민을 했습니다. 거기에 이번 챕터가 사실 조금 액센트가 강해서 그것을 소화할 시간도 필요 할 것 같구요^^. 그래서 오늘은 외전인 녹림마제를 올리기로 했습니다. 사실 6권에 들어가는 내용인데, 근처 책방에 신마대전이 없는 분들이 계실 것 같아서 그냥 올립니다. 6만회 남은 한개하고 오늘 것 까지 해서 두개로 올리겠습니다. --------------------------------------------- ----------------------- 서대륙의 중앙을 가로지르는 대 산맥, 동대륙의 미르던 산맥과 더불어 세계 에서 가장 큰 두 개의 산맥중의 하나가 바로 루블 산맥이다. 미르던 산맥이 위아래로 길게 뻗어 동대륙을 좌우로 나눈다면 루블 산맥은 남과 북으로 나눈다. 그리고 그 남쪽지역은 대부분 사막지대로 루블산맥의 험한 산세와 사막이라는 척박한 환경 탓에 인간은 거의 살지 않는 지역이다 . 그 결과, 마물들이 창궐하여 이제는 동대륙의 동부해안지역과 마찬가지로 인간이 들어가기 힘든 지역이 되고야 말았다. 동대륙의 와이번 황야, 서대륙의 죽음의 사막, 그리고 마물의 고향이라는 마도(魔島) 크로노스, 이렇게 세 곳이 바로 브리시아에서 가장 험한 지역이 라고 알려져 있다. 그리고 이 루블 산맥은 드래곤과 엘프, 그리고 드워프들의 지역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곳에 전통적으로 자리 잡은 인간들이 있었으니, 그들이 바로 '루블의 산적'들이다. 무려 100여개의 산채가 이 산맥 곳곳에 존재한다. 그들은 무림세가보다는 약해도 나름대로 세력을 가지고 산맥 주변의 마을로 부터 세금을 걷어 생활하고 있다. 그들은 대규모 토벌이 오면 산맥을 넘어 사막 쪽으로 숨는다. 소규모라면 힘을 합쳐서 대항한다. 그렇게 수백 년이 흐르자 모든 왕국들과 무림세가들은 루블 산맥의 산적들 을 인정하고야 말았다. 동대륙처럼 제국이 있다면 몰라도, 소국들이 난립해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들의 안전은 보장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커다란 산맥답게 광물도 풍부하기 때문에 각종 광산이 많다. 그런데 이 산 적들과 타협하지 않으면 광산을 운영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결국 주변의 왕국들도 알게 모르게 이들 산적들과 뒷거래가 있어, 커다란 산채는 천명에 이르는 구성원을 가지기도 했다. 아름다운 경관과 풍부한 자원으로 이름 높은 이 산맥에 수백 년간이나 그런 자들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은 결코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각 왕국의 전 쟁 때마다 생겨나는 난민들이 이곳으로 흘러 들어오는 것이니만큼 그들만을 원망할 수는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근래에 들어 이 루블 산맥의 산적들은 크게 수난을 당하고 있었다. 이계인! 상급 플레인 어스에서 왔다는 이 자들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다 지 큰 관심의 대상은 아니었다. 그런데 그들은 너무나도 빠른 속도로 성장한다. 그들은 죽지도 않고, 거의 나이도 먹지 않고, 오직 수련만을 하는 자들도 많다. 행복과 결혼, 가정 등 개인적인 레벨 업에 지장이 되는 일은 거의 하지 않는다. 거기에 죽지 않기 때문에 항상 목숨을 건 수련을 한다. 죽어도 다시 살아난 다는 것은 정말로 가장 큰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자신의 레벨과 거의 필적한 마물이 돌아다니는 마굴의 깊은 곳까지 용감하 게 진입한다. 보통 사람이라면 한번 전멸하면 그것으로 끝이지만, 그들은 전멸을 당해도 다음날 다시 웃으면서 마굴에 진입한다. 결국 그들이 나타난 지 10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많은 이계인들이 레벨 300 을 넘었다. 이미 레벨 400을 넘긴 자들도 있다. 그리고 그들은 하나같이 재물과 명예를 원했다. 제물과 명예! 이것을 얻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 중에 가장 확실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산적을 토벌하는 것이다. 산적을 토벌하면 그들의 기지에 있는 재물을 강탈할 수 있다. 인근 왕국과 세가에서 현상금도 받고 명성도 올라간다. 결국 그들은 집단을 이루어 루블산맥으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들은 독했다. 수많은 함정과 지리적 이점으로 그들을 상대했지만, 죽어도 죽어도 다시 오는 그자들의 모습은 마치 악마와 같았다. 결국 힘이 약한 산채들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처음에 한 개의 산채가 무너 지고 그 재물이 약탈당했다. 그러자 소문이 나서 더욱 많은 이계인들이 몰 려왔다. 그들에게 있어서 산적들은 돈 많고 실력 없는 하급마물에 지나지 않았다. 산적들은 이계인들을 증오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들은 그늘에 사는 인생, 힘으로 당하면 어디 가서 하소연 할 데도 없다. ---------------- 카린은 오랜만에 산속에 들어오니 기분이 상당히 좋았다. 숲은 언제나 자신 을 반긴다. 잎이 무성한 나무가 끝도 없이 늘어서 있다. 미르던 산맥만큼이나 이곳이 좋아질 것 같은 느낌이 들고 있다. 특히 이곳에는 엄마가 없다! 자신만의 보금자리를 만들 수 있다! 이미 카린 은 이곳에 자신의 레어를 만들기로 결심한 상태였다. 루블 산맥에 들어선지 이미 일 주일이 지났다. 네 개의 산봉우리를 샅샅이 뒤지고, 지금 다섯 개째의 산을 뒤지고 있는 중이다. 그가 알기로 이 루블산맥의 뒤쪽에는 드래곤이 3명 살고 있다. 그러니 자신 은 사막 쪽이 아닌 북쪽 면에 레어를 만들 계획이었다. 인간과 너무 가까워도 안 되고 멀어도 안 된다. 한번 만들면 몇천년을 사용 할지 모르기 때문에 신중하게 만들어야 한다. 크기는? 자신은 자라나는 젊은 용이기 때문에 좁은 곳은 안 된다. 좁은 곳에서 살면 마음까지 좁아진다고 하지 않은가? 최소한 엄마의 레어처 럼 세 개의 봉우리가 둘러싼 넓은 계곡이 아니면 안 된다. 폭포가 있으면 더 좋겠지, 절벽이 있어 중간에 비상이륙용 통로를 만들 수 있으면 최고일 텐데! 한참 카린이 자신의 집에 대한 상상에 부풀어 있을 때, 갑자기 한쪽 언덕에 서 몇 개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나무 뒤에 숨어 있었던 것일까? 그들은 머리에 가죽으로 된 모자를 쓰고 턱 에는 통일한 것처럼 거친 수염을 기르고 있었다. 무기도 어쩌면 저렇게 흉 악하게 보이려고 애쓸 수 있을까 하고 생각될 정도로 크고 무식한 도끼와 거치도 뿐이었다. "으하하하하, 거기 애송이는 잠깐 이 어르신들의 검문을 받아라!" 붉은 수염의 중년 남자가 크게 웃으며 외쳤다. 그들은 녹색의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한 미소년이 혼자서 길을 가는 것을 발견하고 잠시 용돈을 벌어보려고 나온 호용채의 식구들이었다. "애송이?" 카린의 눈이 번뜩였다. 감히 자신들을 구제하러 온 구세주에게 그런 표현을 쓰다니? 그러나 산적들은 카린의 정체를 전혀 몰랐고, 그가 눈을 빛내는 것도 무시 했다. "옷, 이럴 수가! 저 녀석이 입은 갑옷 좀 봐. 최고급품인 것 같은데?" "우오, 용돈 벌러 나왔다가 대박이 맞은 건가? 역시 우리 호용채는 산신령 의 가호를 받은 산채야!" 그들은 카린의 나이가 20도 안 되어 보이는 것을 보고 그가 부자집 철부지 라고 단정 지었다.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도 20도 되기 이전에 고수가 될 수 는 없는 법이다. 카린은 기가 막혀서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세상에는 명성이 중요하다. 라딘이 과거 명성이 없으면 하수들을 일일이 상대해야 하기 때문에 정말로 불편해진다고 했는데 그것이야말로 진실이었다. 그는 이곳에 오기 전에 라딘이 한 말을 회상했다. '그러니까, 가장 중요한 것은 애정이야! 절대로 그들을 죽이면 안 돼, 아무 리 너를 몰라보고 무례하게 굴어도 너는 애정으로 그들을 대해야 하는 거지 , 조금 힘들어도 미래를 위해 참는 것이 좋아. 그리고 그 후에는 의리야. 너에게 기대는 자에게는 철저하게 의리를 지켜야 해, 의리란...'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애정, 정말로 좋은 말이다. 가장 진한 애정으로 이 들을 감화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야, 너 어른의 말씀이 안 들리냐? 꼬마주제에 귀가 먼 것은 아니겠지? 아 니 귀가 안 들려도 분위기를 파악했으면 어서 싹 벗고 한쪽에 무릎 꿇고 대 기해야 하는 거 아니냐?" 다시 붉은 수염의 사내가 소리를 쳤다. 카린이 겁먹은 듯 고개를 숙이고 조 용히 있자 결정타를 먹이고 조용히 일을 끝내려는 속셈이었다. 그러나 그 말 한마디에 카린은 자신이 교육할 첫 상대를 정했다. -휘익, 빠빠빠빠빠빡! "아아아아아악!" 카린의 팔이 6개로 보이기 시작했다. 좌우의 팔이 각기 세 개씩으로 불어나 보이는 것이다. [일기화삼청]! 한번 주먹을 휘두름으로써 세 군데를 때릴 수 있는 권법의 최상급 스킬을 양손으로 동시에 시전 한다. 카린은 이것을 [육합신권]이라 고 이름 붙였다. "허헉, 이놈이! 받아랏!" 루블 산채의 산적들의 특징 중 하나로 시세파악을 잘 못한다는 점이 있다. 미르던 산맥의 산적처럼 언제 제국의 토벌대가 올까하고 눈치를 보며 생활 하는 것이 아니라, 산은 우리의 것이다 라고 믿고 영업하는 그들의 자만심 으로부터 생긴 최악의 단점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것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작용했다. 그들은 7명이나 되는 자신들의 수를 믿었다. 비록 저놈이 특이한 기술을 쓰는 것으로 보아 명가의 자손일지도 모르지만, 자신들도 정예로 소문난 호용채의 일원! 6명이 일제히 자신들의 무기를 들 어 카린의 팔과 다리를 공격했다. 혹시 모르니 죽이지는 않는다. 나중에 조사해 봐서 신분이 있는 놈이면 몸 값을 받아야 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꿈에 불과했다. 현실은 언제나 잔혹하다. 그렇기 때문에 삶이 의미를 가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대자대비천엽수]!" -바바바바바바바바박 "끄아아아악!" "커헉, 큭, 꺽, 끄륵" 카린의 몸이 흐릿한 잔상을 남기면서 엄청난 속도로 움직인다. 그의 팔은 이제 대기 중에 번지는 바람의 정령의 몸처럼 그 형상을 보기도 힘들다. 한계를 초월한 속도로 적을 연속적으로 공격하는 천엽수! 이것이 민첩 1500 의 카린의 손으로 펼쳐지자 그 위력이 상상을 불허했다. 지금 호용채의 산적들은 자신들이 어디를 얻어맞는지도 모르는 상태였다. 온몸이 소나기에 젖듯, 전기가 전신을 관통하는 것 같은 고통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꿇어 엎드려서 용서를 빌고 싶었다. 고수를 몰라보고 건드린 것 을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들의 입은 비명을 지르기도 바빴다. 전혀 다른 소리를 낼 틈이 없 었다. 천엽수! 과연 그 스피드는 명불허전이 아닐 수 없다. 그들은 이 소년의 체력이 바닥나기를 빌었다. 이런 기술은 체력소모가 심하고, 체력이 떨어지면 기술을 중지해야 한다. 체력이란 바로 스태미너를 의미하고 생명력하고는 다른 수치이다. 기술을 사용하거나 심하게 움직이면 떨어지고 쉬면 다시 보충된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소년의 주먹은 멈추지를 않았다. 이미 10분이 지났다 . 그들은 자신들의 뼈가 모두 제자리를 벗어나지 않았나 하는 의문까지 들 었다. 너무 고통스러우니 영혼이 몸을 빠져나와 얻어맞는 자신들의 몸을 구 경하는 환상까지 보였다. 15분이 지났을 때, 드디어 카린의 주먹이 멎었다. 체력 3천인 카린은 아직 주먹을 휘두를 수 있었다. 그러나 그의 느낌에 여 기서 1분만 더 때리면 그들이 죽을 것 같았다. 일부러 힘을 빼고 최대한 생 명력이 소모되지 않도록 때렸지만, 이미 수백 대를 맞았다. 그들은 지금 인간이라고 보기에도 힘들게 원형이 변해 있었다. "알았나? 너희들이 산적이 아니었으면 끝까지 가는 건데, 같은 숲의 식구라 서 이 정도에서 그치는 거다." 카린은 냉정하게 최후의 한마디를 하고는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오 늘 중으로 이 봉우리를 다 살펴야 한다. 루블 산맥에는 수천 개의 봉우리가 있고, 그중 다른 종족이나 드래곤의 영 향권이 아닌 5백 개 정도의 봉우리를 살펴서 자신의 거처를 정해야 한다. 한번 정하면 최하 천년! 이것이 드래곤의 룰이다. 신중하게 정해야 한다. 카린이 고개를 넘어 사라졌다. 그때서야 호용채의 산적들은 손가락을 꿈틀거리며 일어서려고 노력하기 시 작했다. 그가 사라지기 전까지는 하나같이 숨도 거의 쉬지 않고 죽은 채 하 고 있었다. 생전 처음 겪어보는 고통이자 공포였다. 그들은 몸을 일으킬 힘도 없어 엉금엉금 기어서 자신들의 본채로 돌아가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날부터 루블 산맥 전체에 녹색의 공포에 대한 전설이 시작되었다. 카린은 열심히 자신의 레어를 찾아 산맥을 돌아다녔다. 본체로 변해 날아서 찾으면 편하지만, 아직 사람들의 눈에 뜨이는 짓은 참아야 한다. 그는 라딘의 제안대로 보름에 한 번씩 산의 인근 마을로 돌아와 정보를 얻 었다. 정보는 언제나 중요하다. 상대의 움직임을 정확히 알고 있다면 절대 로 실수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는 한 달 반이 지나 세 번째로 인간의 마을에 내려왔을 때, 드디 어 기다리던 정보를 손에 넣었다. 마을의 입구에는 벽보가 붙어 있었다. 사람보다 더 큰 벽보라서 많은 사람 들이 자유롭게 볼 수 있는 벽보였다. -녹랑채를 칠 용사모집함, 협찬 : 푸린 왕국, 주체 : 빛의검 용병단 기존맴 버 : 레벨 520의 빛의검 용병단장 하리드를 비롯 레벨 400이상 10명, 300이 상 60명, 모집인원 : 레벨 300이상 100명. 레벨 200이상 300명. 내용 : 녹랑채는 루블 산맥에서 가장 큰 산채중의 하나로 두 개의 광산을 그 영역 하에 두고 푸린왕국의 정당한 채굴을 방해하며 공공연하게 자릿세 를 요구하는 등 그 해악이 이루 말할 수 없이 큽니다. 이에 우리 빛의검 용병단은 목숨을 걸고 녹랑채를 치기로 결의했습니다. 많 은 이계인 여러분들의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보상 : ....... "훗, 목숨을 걸고?" 카린은 나직하게 웃었다. '확실히 산적은 착한 존재는 아니지. 하지만 너희들에게 당하게 놔두지는 않겠다!' 그는 결심했다. 과연 라딘의 말대로 이자들은 대의명분을 등에 업고 합법적 인 약탈을 하려고 한다. 그가 걱정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이런 식이라면 이계인들은 현상금 사냥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왕국들 은 자신들에게 방해되는 자들을 이계인들을 이용해서 제거하려고 하고, 그 것이 심화되면 결국 이계인은 살육자라는 인상이 고착되고야 말 것이다. '목숨을 건다고 했지? 정말로 걸게 해주지!' 그는 조용히 돌아서서 산맥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가 향하는 곳은 녹랑 채의 산채가 있는 비원봉이었다. 300레벨 이상의 고수들 170여명과 200이상의 2차 직업 소유자 300명 등 총 470명으로 이루어진 산적토벌대가 비원봉으로 떠난 날은 그 후 3일이 지난 후였다. 물론 녹랑채에도 이 사실이 알려졌고, 그들은 비상사태에 돌입하여 산 전체 에 가능한 한 많은 함정을 설치했다. 주변의 산채에서도 응원을 와서 이미 그들의 인원은 1500명에 달했다. 하지만 그들의 안색은 어두웠다. 그들은 대체로 레벨 100정도의 전사나 도둑들이다. 레벨 200이 넘는 사람은 200명도 되지 않는다. 그런 그들에게 있어서 이 지방에 최고의 용병단으로 부상하고 있는 빛의검 용병단의 토벌군은 너무나 큰 짐이었다. "크윽, 이대로 물러나야 한단 말인가?" 녹랑채의 채주인 잔심쾌도 금웅은 한탄을 했다. 이대로 물러나 루블 산맥을 넘어 사막쪽으로 도망가면 그들은 그곳까지 쫓 아오지는 않는다. 그러나 정규군도 아닌 일개 용병단에게 쫓겨 산채를 버리 고 도망갔다고 하면 이제는 더 이상 인근 왕국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한다 . 두 개의 광산에서 나오는 이권도 완전히 포기해야 한다. "이대로 물러날 수는 없습니다! 이번에 물러나면 저들은 시시때때로 올 것 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필사적으로 싸워서 저들을 막아낼 수만 있다면 우리 산채의 명성은 더욱 커지게 됩니다!" 부두령이 강력하게 주장하기 시작했다. 젊은 소두령들도 그 말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사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전 루블 산맥이 이계인 용병단에 의한 산적토벌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는 지금 , 자신들이 승리하기만 한다면 이계인들에게 당한 수많은 산적들이 이곳으 로 몰려올 것이다. 순식간에 산채의 힘이 몇 배로 커질 수 있다. 잔심쾌도 금웅의 눈이 빛났다. 이대로 도망가면 적들은 텅 빈 산채를 불태 울 것이다. 자신들의 위신과 명성은 땅에 떨어진다. "좋다. 함정도 많고 지리적인 이점도 있으니 한번 해보자! 다들 준비시켜라 !" 그의 명이 떨어지자 소두령들이 활기를 얻은 듯 밖으로 뛰어나갔다. 하지만 일단 그렇게 명을 한 잔심쾌도 금웅의 얼굴은 그다지 밝지 못했다. 자신의 레벨은 이제 겨우 430, 타고난 힘도 있어서 수하들보다는 강하지만 이번에 오는 자들 중에는 레벨 400이 넘은 자가 20명이나 있다고 한다. 그 리고 그들은 죽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이 일생일대의 실수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잠시도 마음 을 놓을 수 없었다. ------------------------------ =+=+=+=+=+=+=+=+=+=+=+=+=+=+=+=+=+=+=+=+=+=+NovelExtra(novel@quickskil l.com)=+= 제 목 신마대전 [274 회] 날 짜 2004-11-26 조회 / 추천 982 / 63 선작수 5656 공지 공지가 없습니다 옵 션 글자 크기 8 9 10 11 12 13 14 15 <<< 이전 <<외전>> 녹림마제 ---- -------------------------- -슈슈슈슈슉 "으윽!" -와아아아 나무 끝을 당겨서 줄에 걸어놓은 함정, 연노가 발사되는 함정, 창이 박힌 구덩이 등 수많은 함정이 있었다. 그리고 그것들은 산적들의 기 습공격에 의해 최고의 효과를 발휘한다. 이미 50명도 넘는 이계인이 죽었다. 녹랑채의 사기는 오를 데로 올랐다. "크하하하, 이대로라면 산채에 도착하기 전에 300명 정도는 죽일 수 있을 것이다. 과연 산에서 우리 녹랑채를 당할 자는 없구나!" 산적들은 크게 웃었다. 그러나 그들이 모르는 것이 있었다. 지금까지 당한 자들은 대부분 지원으로 참가한 자들 중 레벨이 낮은 편에 속하는 자들이다. 그리고 이계인은 죽지 않는 존재이다. 녹랑채의 산적들이 그것을 깨달은 것은 토벌대가 산채에 거의 전까지 도착 해서 진군을 멈추었을 때였다. "아앗, 저럴수가!" 그들은 경악했다. 분명히 이곳까지 그들을 유인하면서 수많은 함정과 각종 기습으로 270명에 달하는 이계인들을 죽일 수 있었다. 이 서대륙은 부활스크롤의 가격이 동대륙의 세배나 된다. 웬만한 부자가 아니면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계인들도 죽으면 부활을 하 기 보다는 그냥 인근 마을에서 다시 시작한다. 무공서를 얻기 쉬운 서대륙 이지만 이런 점에서는 동대륙보다 불편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이 서대륙에서 270명의 이계인들을 죽였다. 이제 저들의 남은 수는 20 0명에 불과하다. 이 상태라면 어떻게든 된다. 이길 수 있다! 그들은 모두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그들의 믿음은 두 시간 쯤 지났을 무렵 완전하게 깨졌다. 산채 바로 앞에서 왜 진군을 멈추었나 했더니, 산 아래에서 일단의 사람들 이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놀랍게도 그들은 자신들이 그동안 필사적으로 척살한 이계인들이었다! 그들 은 마을에서 살아나자마자 다시 이곳으로 달려온 것이다. "여러분! 이곳까지 오는데 예상보다 희생이 많았습니다만 이제 최후의 공성 전이 남았습니다. 끝까지 방심하면 안 됩니다. 최선을 다해서 유종의 미를 거둡시다!" 용병단장인 하리드가 크게 외쳤다. -와아아아아 빛의검 용병단이 일제히 함성을 질렀다. 470여명의 인원이 모 두 모였다. 그리고 녹랑채의 산채가 바로 앞에 있다. 그들은 일제히 돌격하기 시작했다. "으윽, 막아랏. 저 놈들이 방벽을 넘으면 끝장이다. 막아!" 채주인 금웅이 크게 소리쳤다. 그의 목소리는 마치 처절한 울부짖음처럼 들 렸다. 녹랑채의 일원들은 정말로 필사적으로 적들 막았다. 방벽에는 그래도 강화 마법이 걸려 있어서 쉽게 부서지지 않는다. 위에서 돌을 던지거나 미리 준 비한 끓는 물을 끼얹는다. 그러나 이계인들은 부상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들 중에는 성직자와 마법사마저 섞여 있다. 한 시간이 지났을 때, 드디어 방벽이 깨어지고 용병단이 안으로 들이닥쳤다 . 녹랑채의 산적들은 황급히 제2 방벽으로 도망쳤다. -쿵 제2 방벽의 문이 닫혔다. 그러나 아직 안으로 도망가지 못한 산적들이 수백 명이나 되었다. 그들의 운명은 이미 결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잔심쾌도 금웅은 비통한 표정으로 부두목을 바라보았다. 이미 남은 것은 단 하나. 뒷길로 도망가는 것뿐이다. 모든 것을 잃었다. 오늘 이후로 녹랑채 는 사라질 것이다. 금웅의 눈이 지금이라도 눈물을 쏟을 듯이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100년 을 내려온 녹랑채가 자신의 대에서 문을 닫게 되다니! 그때였다. "아앗! 저럴 수가!" -콰콰쾅 굉음이 울린다. 비명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제2 방벽을 방어하고 있던 수하들의 감탄소리가 들려온다. -후다다닥 금웅은 잽싸게 달려가서 방벽 밖에서 벌어지고 있는 광경을 살펴 보았다.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슈슈슈슉, 콰콰쾅 "아아악!" 두 개의 검으로부터 수십 개의 녹색반원이 날아간다. 그리고 그것은 방벽너 머에 있는 이계인들을 두 쪽으로 가르면서 화려하게 폭발한다. 녹색의 연기 ! 그것은 사람을 즉사시킬 정도의 맹독임에 틀림없다. 수십 명의 이계인이 그 한수에 죽었다. 이미 이계인들에게 점령당한 방벽위 에는 녹색의 머리카락을 바람에 휘날리며 서 있는 한명의 미소년이 있다. 나이는 20이 안되어 보인다. 17세정도? 허리까지 오는 탐스러운 머리, 그 어떤 조각상보다 매끈한 얼굴생김, 연약하게 보일 정도로 가는 허리와 다리 , 그리고 이렇게 멀리서 봐도 매력적으로 보이는 그의 초록색 눈! 최고의 미녀라도 그의 옆에 서기를 부끄러워 할 정도의 미소년이었다. 그러나 그가 들고 있는 두 자루의 도에서 나오는 힘은 결코 약하지 않았다. 아니, 금웅은 하늘에 맹세코 여태까지 인간의 힘으로 저런 위력을 낼 수 있다고는 상상조차 해보지 못했다. "너는 누구냐? 왜 우리 빛의검 용병단의 산적토벌을 방해하는 것이냐? 이 토벌은 정식으로 푸린 왕국의 의뢰를 받아 시행되는 것이다. 우리를 방해하 는 것이 왕국에 정면으로 반하는 행위임을 아느냐?" 빛의검 용병단의 단주 하리드가 앞으로 나와서 소리쳤다. 푸린 왕국은 인근에서 가장 강력한 강대국이다. 그리고 인근의 8개 왕국이 이 푸린왕국의 영향을 받고 있고, 무림세가도 이 푸린왕국 쪽에 자신들의 문하를 기사로 보낸다. 눈앞의 소년이 어떤 자인지는 몰라도 이 푸린왕국에 대항하는 짓은 하지 않 을 것이라고 하리드는 생각했다. 그러나 카린은 푸린왕국이란 존재를 이곳에 오기 전까지는 책에서 보았을 뿐 한 번 생각해 본적도 없었다. "하하하하하, 왕국으로부터 정식으로 의뢰받은 토벌대라고? 이계인들만으로 이루어진 너희가?" 그는 웃었다. 그리고 웃음을 멈춘 카린은 온몸에서 살기를 발하며 다시 소 리쳤다. "본좌는 카린이다! 숲에서 태어나 숲에서 사는 자이다! 너희들 같은 이계인 하이에나가 내가 사랑하는 숲을 더럽히는 것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나왔 지. 이제 너희들이 사냥을 당할 차례다. 죽어랏!" -파앙 말이 끝나자마자 카린의 주변에서 6개의 불덩어리가 생성되더니 하리 드에게 발사되었다. 연속 파이어볼! 마도사만이 펼칠 수 있는 기술이 검을 든 소년에게서 시전 되었다. -콰콰콰쾅 "크윽, 이,이럴 수가!" 하리드는 주변에서 터지는 파이어볼을 피해 겨우 물러설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불덩어리들은 카린이 블링크를 사용하기 위해 눈속임으로 쓴 것이 불과 하다. -휘익, 슈각 "크악!" 타오르는 불덩어리 속에서 카린이 뛰어 나왔다. 어느새 방벽위에는 그의 모 습이 사라지고 없었다. 그리고 그의 쌍검은 기묘한 곡선을 그리며 파이어볼을 피해 급하게 뒤로 물 러서느라 중심이 흐트러진 하리드를 단번에 베었다. 더블 크로스! 두 개의 도가 동시에 십자가를 그려 그 가운데 존재하는 것을 무엇이든 베어버린다. "앗, 단주!" 주변의 호위대가 놀라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그들이 놀랄 틈도 없이 카린 의 검무가 시작되었다. 전격이 뿜어져 나오는 두 개의 도가 펼치는 죽음의 검무! 월락천검무의 위 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저럴 수가! 전원 공격한다. 저 소년 영웅을 도와 간악한 이계인 용병단을 무찌른다!" 금웅은 소리쳤다. 방벽 밖에 남아 죽을 때만 기다리던 산적들은 갑자기 변 한 상황에 어리둥절했지만, 카린의 말과 그 활약을 보고는 크게 사기가 올 라 싸우기 시작했다. 30분이 지났다. 이계인들 중에 살아있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곳곳에 회색으로 변한 수백구의 시체와 군데군데 떨어져 있는 아이템들만이 남아 카린의 검무가 얼마나 무서운 것이었나를 끊임없이 속삭이고 있다. 카린은 조용히 도를 자신의 검집에 넣고는 조용히 말했다. "떨어진 아이템을 모아라." 그의 말은 나직했지만 사람들이 듣기에는 충분했다. 살아남은 자들이 얼른 땅에 떨어진 아이템을 모아 카린의 앞에 쌓았다. 그 들은 이 소년을 더 이상 소년으로 보지 않았다. 그는 스스로를 본좌라고 칭 했다. 그의 무용을 볼 때, 사람들이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나뿐이다. 반노환동! 그는 최하 레벨 900이 넘는 절대고수이다! 카린은 쌓인 아이템 중 절반을 자신이 가지고 온 배낭에 담았다. 신기하게 도 조그마한 배낭에 그 많은 아이템들이 모두 들어갔다. 백팩 오브 홀딩! 자신의 100배에 해당하는 물건을 담을 수 있는 레어 배낭이다. 카린은 라딘이 말한 것 중 의리에 대한 것을 생각했다. '의리! 그것은 의외로 간단해. 같이 털면 같이 먹는 거야. 분배를 정확히 해. 조직이 완성될 때까지 절대로 절반 이상을 먹지 마. 이것이 가장 중요 해. 물론 조직이 완성되면 최후의 수를 사용해서 지휘권을 굳히고 이익을 불리는 거지.' 최후의 수! 과연 라딘은 믿음직한 친구다. 솔직히 절반을 이렇게 놓고 가는 것은 아깝지만 미래의 수백 배 이익을 위해서라면 이 정도는 참을 수 있다 . 카린은 자꾸 남겨진 아이템 쪽으로 자신의 시선이 가려는 것을 억지로 참았 다. "도망가지 않고 싸운 것이 마음에 들었다. 그럼." 그렇게 최후의 대사를 말한 카린은 녹림채의 산적 전원이 그를 보고 있는 가운데 천천히 걸어서 산을 내려갔다. 그 누구도 감히 그를 불러 그를 돌아보게 하지 못했다. 그 날 이후로 세상에는 반노환동한 마법검사 카린의 존재가 알려졌다. 이계인의 산적토벌이 있을 때면 언제나 나타나 오히려 토벌군을 괴멸시키고 그들이 남긴 소지품을 터는 초고수! 모든 산적들은 그의 출현에 열광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그가 남긴 말이 세상에 알려졌다. 그는 말했다. "산적은 마물이 아니다. 이계인들은 마물과 싸우는 존재여야 하고 산적으로 부터 재물을 빼앗으려는 자는 산적보다 못한 자이다." 이 말은 수많은 이계인들에게 자숙의 계기가 되었다. 확실히 산적을 잡아 재물과 명성을 얻는 것은 장기적으로 볼 때 결코 좋지 못하다는 판단을 하 게 되었다. 몇몇 길드의 주도로 이계인들의 범죄자 사냥이 사라졌다. 그들은 더 이상 산적을 토벌하러 루블 산맥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카린은 전설이 되었다. 그는 반노환동한 초고수! 그것도 마법검사이다. 현 재 천하에 레벨 900이 넘는 사람이 네 명 있다. 사람들은 그들을 가리켜 천 하 4대 고수라고 칭한다. 그리고 이제 5번째의 초고수가 등장했다. 모든 산적들은 카린을 영원한 보스로 추대했고, 그를 녹림마제라고 불렀다. 그 후 카린은 비뢰봉 기슭에 자신의 산채를 열었다. 여태까지 이계인 토벌대에게 당해 산채를 잃은 대부분의 산적들이 이곳에 모였다. 군룡채! 이것이 바로 루블산맥 최고 산채의 이름이다! 그는 루블 산맥의 가장 큰 17개의 산채의 채주를 정식으로 자신의 부하로 받아들이고 자신의 군룡채와 그들 17채를 합쳐 루블 18채로 부르기로 했다. 루블산맥의 산적연합 루블 18채는 이렇게 탄생했다. 그러나 항상 좋은 일만 일어날 수만은 없는 법! 군룡채가 탄생한지 3개월도 되지 않아서 큰 위기가 닥쳤다. -쿠오오오오 산의 모든 생물이 공포로 떨었다. 거대한 그림자가 비뢰봉을 세 바퀴 돌더니 그 기슭에 있는 종유동굴 쪽으로 내려갔다. 그것은 최강의 생명체라고 알려진 드래곤! 그린 드래곤이 비뢰봉을 자신의 영역으로 선포하고 그곳에 레어를 만든 것이다. 군룡채의 산적들은 긴장했다. 자신들의 산채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드래곤이 레어를 만들었다. 아무리 봐도 이것은 드래곤의 영역이다. 자신들은 이곳을 떠나야 한다. 그 렇지 않으면 드래곤이 자신들을 모두 죽일 것이다. "총채주, 이사는 언제 할까요?" 군룡채의 부채주인 달루아가 와서 물었다. 동대륙 혼혈 출신인 그는 겁이 없고 용감하기로 명성이 높았지만 확실히 드래곤을 상대로 용감할 수는 없 었다. "음, 이사할 곳은 있나?" 카린이 심각한 얼굴로 물었다. 그 말에 달루아가 자신의 검은 얼굴을 굳히 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확실히 문제는 산채를 옮길 장소다. 이 비뢰봉 주위에는 두 개의 광산이 있고, 지금 군룡채는 그 두 개의 광산 에서 주변 왕국들이 채굴을 하는 대가로 상당한 이익을 챙기고 있다. 그런데 만약 이곳을 떠나 옆 봉우리로 옮긴다면 그중 하나의 이권은 포기를 해야 한다. 단번에 수입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뿐만 아니라 인근에는 이 비뢰봉처럼 대규모 인원이 산채를 건설할 정도의 장소가 없다. 어쩌면 완전히 이 지역을 포기하고 장소를 옮겨야 할지도 모른다. "으음, 차라리 호혈채를 우리가 차지하고 그들보고 이 옆 봉우리로 옮기라 고 하는 것은 어떨까요?" 옆에 있던 소두목 중 한명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호혈채는 루블 18채 중 16 위에 있는 산채로 그 규모나 실력에 비해 지리적 요건이 좋아 다른 채의 질 투를 많이 받는다. 그곳이라면 카린이 조용히 협박하면 찍소리 못하고 산채 를 옮길지도 모른다. "뭐라고?" 카린의 눈에서 섬광이 일었다. 그 순간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자들이 굳었다 . 이 녹림마제라는 자는 한번 성질이 나면 눈에서 녹색의 안광이 흘러나온다. 그리고 그 후에는 인간이라고 할 수 없는 극악한 성격을 그대로 드러낸다. 그들은 조용히 오늘의 제물인 제6 소두목의 명복을 빌었다. -빠바바바바바바바박 "아악, 살려주세요! 으악, 악, 컥, 끄윽." 첫 한마디 이후에는 말을 할 자유조차 잃었다. 카린의 두 손은 거의 보이지 도 않았다. "이 놈아! 형제들 사이에는 의리를 빼면 남보다 못하다고 그렇게 말했는데 그런 말을 해? 너 날 무시하는 거지? 일부러 내 말을 씹는 거지?" -빠바바바바바바박 이미 그의 혼은 절반이상 육체를 벗어나 있었다. 그러나 녹림마제의 구타는 이미 신묘의 경지에 이르러 귀신같이 상대의 생 명력의 한계를 헤아린다. 그리고 가장 아프고도 생명력의 감소가 적은 방법으로 그의 생명력이 두 자 리 밑으로 떨어질 때까지 쉬지 않고 패는 것이다. 심지어는 생명력이 한자 리까지 떨어진 부하도 있었다. 그의 구타는 이미 예술이었다. 약 10분이 지난 후, 카린은 사람인지 고기 덩어리인지 구별하기 힘든 소두 목을 뒤로 하고 다시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이미 기선을 제압당해 감히 카린의 앞에서 말을 꺼낼 수 없게 된 부채주와 소두목들은 등 뒤로 식은땀을 흘리며 조용히 총채주가 결단을 내리기를 기 다렸다. 한참 후, 카린이 결단을 내린 듯 이를 악문 목소리로 선언했다. "내가 간다." "네?" "내가 가서 드래곤을 만나보겠다. 비뢰봉에 먼저 살기 시작한 것은 바로 우 리다. 아무리 드래곤이라고 해도 내가 알아서 피할 이유는 없다!" "허헉, 총채주! 그것만은!" "그냥 옮깁시다!" 모든 소두목이 사색이 돼서 카린을 말렸다. 이 말도 안 되게 무모한 두목은 성질은 더러워도, 아니 성질은 세상에서 제 일 더러워도 그래도 의리를 챙기고 이익을 공정하게 분배하는 좋은 두목이 라고 할 수 있다. 더군다나 그가 가서 이상한 짓이라도 하는 날에는 화가 난 드래곤이 무슨 짓을 할 지 아무도 모른다. 두목만 죽이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산채까지 불 똥이 튈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그러나 카린은 이미 결심을 했다는 듯이 주위를 살기 띤 눈으로 주변을 둘 러보았다. 모든 사람들이 입을 다물었다. 여기서 숨이라도 크게 쉬면 아직도 구석에 처박혀 있는 제 6 소두목의 옆에 자리 잡게 된다. "내일 가겠다!" 그는 단호하게 선언했다. 다음 날, 산채의 모든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녹림마제 카린은 비뢰봉 중간에 있는 종유동을 향해 떠났다. 물론 그의 등에는 드래곤에게 줄 인사선물, 즉 산채의 보물 중 좋은 것들만 들어있는 상자가 있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날 저녁, 카린은 살아서 돌아왔다. 그는 말했다. "나는 드래곤과 담판을 지어 우리가 먼저 이곳에 살기 시작했다는 것을 인 정받았다. 이 비뢰봉은 이제 우리 군룡채의 것이다! 물론 드래곤과 인간은 서로 그 관습을 주장할 수 없기 때문에 그 드래곤이 우리의 영토를 빌어 사 는 것이라고는 말 할 수 없지만! 반대로 우리가 드래곤의 영토에서 사는 것 은 아니다! 알겠나? 단, 그래도 드래곤은 드래곤이니까 종유동 쪽으로는 내 려가지 말도록!" -와아아아아 군룡채의 식구들은 크게 함성을 질렀다. 드래곤이 인정한 산채! 이것보다 더 큰 명성이 있을까? 그들은 진정으로 자 신들의 총채주인 녹림마제 카린을 존경하기로 결심했다. 드래곤에게 인정받 은 역사상 첫 산적이니 만큼 그들이 자부심을 가지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고 할 수 있겠다. 그 후, 일 년에 네 번씩 군룡채의 모든 수입의 절반이 드래곤에게 바쳐졌다 . 녹림마제의 말에 의하면 드래곤에게도 두 개의 광산에 대한 권한이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한다. 물론 부하들은 아무 이견도 있을 수 없었다. 실제로 군룡채의 수입은 드래곤이 레어를 만들기 전에 비해서 거의 두 배로 상승한 상태였다. 인근 산채와 주변왕국에서 들어오는 돈이 그만큼 늘어난 것이다. 거기에 드래곤은 욕심이 많기는 해도 이렇게 자신이 인정한 자가 지속적으 로 재물을 바치면 결코 완벽하게 입을 씻지는 않는다. 결국 이 군룡채는 그 야말로 왕국도 건드릴 수 없는 난공불락의 요새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카린은 그렇게 자신의 산채에서 나오는 수익의 4분의 3을 얻게 되었다. 드 래곤에게 절반을 바치고, 두목인 자신이 다시 남은 재물의 절반을 취한다. 드래곤은 고대로부터의 규율에 의해 절대로 유희를 떠나 인간세상에서 살 때 역사를 바꿀 정도의 큰 일이나 인간 이상의 힘을 내지는 못하게 되어있 다. 왕이 되어 왕국을 세우거나 제국의 황제를 암살하는 것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은 절대로 불가하다. 그렇기 때문에 드래곤이 유희를 떠나 재물을 얻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린드래곤 카리나이저는 놀랍게도 첫 번째 유희에서 보 통 드래곤이 천년을 모을 양의 재물을 모을 수 있었다. 그의 엄청난 실적은 드래곤의 역사상 최고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였으며, 그 는 엘리트 드래곤으로 불리며 모든 드래곤들의 부러움을 샀다. 그러나 그가 산적의 두목을 하고 재물을 모으는 재미에 시간이 가는 것을 잊어 80년 동안 녹림마제로써의 삶을 유지하자 다른 드래곤들은 그를 걱정 하기 시작했다. 결국 그의 어머니가 그를 찾아갔다. 아무도 없는 곳으로 카린을 불러낸 그녀는 조용히 물었다. "카린, 너 어째서 아직도 유희를 끝내지 않는 거니?" 드래곤은 원래 60년 이상 유희를 계속하지 못하게 되어 있다. 그것이 인간 이 활동할 수 있는 평균 삶의 길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카린은 이미 80년 을 계속했다. 뿐만 아니다. 카린은 아직 천살도 되지 않은 젊은 드래곤이고 이번이 첫 유 희이다. 젊은 드래곤은 유희 중에 드래곤으로서의 정체성을 잃고 인간으로써의 삶에 매력을 느끼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드래곤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 중에 하나이다. 만년을 사는 드래곤이 인간의 시간에 익숙해지면 그의 삶은 엄청나게 고통 스러운 것으로 변한다. "으윽, 엄마, 오셨어요? 저도 이제 유희를 끝내야 된다고는 생각하는데요.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해도 이렇게 많은 재물이 굴러 들어오는데 이걸 어떻게 그만둬요! 으으으." 카린의 말에 그녀의 눈이 차갑게 변했다. 반항을 하다니! 그것도 드래곤의 규칙을 어긴 놈이 잘못을 뉘우치지도 않고! -빠악! 그녀는 자신의 주먹으로 갑자기 카린의 얼굴을 때렸다. 금강신권을 마스터 한 2천5백 레벨의 드래곤의 주먹은 그녀의 아들을 한방에 기절시키기에 충 분한 위력이 있었다. -질질질 그녀는 쓰러진 카린의 발을 잡고 조용히 그의 레어로 갔다. 그리고 그녀는 주문을 외워 그 레어를 봉쇄하고는 본체로 변해 동대륙에 있 는 자신의 레어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녀의 발에는 카린이 잡혀 있었다. 그렇게 녹림마제 카린은 세상에 나온 지 80년 만에 깨달음을 얻기 위해 은 거에 들었다. 루블 18채의 두령들은 그를 녹림의 조종으로 모시고 영원한 총채주로 받들기로 맹세를 했다. 그리고 그린드래곤 카린은 드래곤로드의 벌을 받아 그 후 500년간 엄마의 밑에서 드래곤으로서 지켜야 할 규범과 품위에 대해 배우며 살아가게 되었 다. 물론 이것은 모두 먼 훗날의 이야기이다. ------------------------------------ =+=+=+=+=+=+=+=+=+=+=+=+=+=+=+=+=+=+=+=+=+=+NovelExtra(novel@quickskil l.com)=+= 제 목 신마대전 [275 회] 날 짜 2004-11-27 조회 / 추천 1568 / 110 선작수 5668 공지 공지가 없습니 다 옵 션 글자 크기 8 9 10 11 12 13 14 15 <<< 이전 7_8 도린 7_8 도린 라 딘은 무림맹의 회의가 끝난 후 크로키와 뭉치를 만나 비밀 회의를 시작했다 . 일단 작업장을 치기로 했으니 그 상세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이미 라딘의 명성은 하늘을 찔러 라딘이 본대가 아닌 작업작으로 가는 이상 그쪽 부대의 지휘는 라딘에 의해 이루어 질 것이 틀림없다. "일단 전체 지휘는 크로키가 해, 3천 명 정도의 부대인데, 가능하겠지?" "아아, 편성이 확실한 만큼 지휘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을 거야. 사실 적의 방어능력도 거의 없잖아." 라딘은 크로키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 동의를 표했다. 사실 아무리 쉬운 전 투라도 수천 명의 부대를 지휘하는 것은 결코 간단하지가 않다. 그러나 크 로키의 지휘능력은 과거 몇차례의 전투에서도 증명된 것, 라딘은 그를 믿었 다. "좋아, 그럼 나와 뭉치는 선두에 서서 적을 공격하자고." "오오, 드디어 이 권성 뭉치가 활략을 할 기회가 온 건가?" 뭉치는 지난 몇 개월 동안 매일같이 마굴에서 레벨업만 했기 때문에 상당히 심심해하던 참이었다. 이번 전투에서 선두를 서라는 라딘의 말은 그에게 신선한 자극이 아닐 수 없다. "그래, 확실하게 한번 놀아보자고!" 성기사와 드워프 권성은 서로 웃으면서 두 손을 꼭 잡았다. "참 그런데 말이야..." 라딘이 갑자기 말을 꺼냈다. 뭉치와 크로키는 무슨 일이냐는 듯 그의 말에 다시 집중했다. "정보에 의하면 마교의 작업장에는 대장장이 마스터가 있다고 해." "오옷! 대장장이 마스터!" "호오, 그럼 그놈은 우리가 납치해서 써먹어야 하는 건가?" 뭉치와 크로키의 반응에 라딘은 쓴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 도린 이 마교의 인물이었다면 자신은 그렇게 했으리라. 이 두 친구는 자신의 성 격을 어느 정도 알고 있기 때문에 이미 그들에게는 웬만한 기술은 통하지 않는다. 그러나 라딘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런 상대에게는 그런대로 솔직하게 대한 다. 친구라는 것은 그래서 좋은 것이다. "아, 그게 이번에는 사정이 조금 틀려, 그 사람은 마교의 인물이 아니라 마 교에 납치된 드워프야." "흠흠, 잘 됐군." 크로키가 다시 라딘의 계획을 짐작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어둠 의 프로게이머가 될 자격이 있는 친구라고 할 수 있다. 오직 순진한 뭉치만이 동글동글한 눈으로 라딘의 설명을 기다리고 있다. 정치외교학과의 생도이자 수만 명의 회원을 가지는 아도용병단의 길드마스 터가 순진하다고 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뭉치는 보기에는 순진하고 약간 우둔해 보이기까지 하다. 그러나 라딘은 여태까지 뭉치가 원해서 이루어지지 않은 일을 보지 못했다. 반대로 말하면 그는 이루어지지 않을 일은 절대로 원하지 않는다. "잘 들어, 뭉치야, 우리 라딘 상회의 주력 수입원이 될 수 있는 큰일이니까 , 잡혀있는 자는 도린이라는 드워프야. 동대륙의 한 드워프 마을의 전대 장 로인데, 행방불명 된지 이미 50년이 지났다고 해, 그는 드워프 최고의 장인 이라고 알려진 전설적인 존재! 그를 얻을 수만 있다면 우리는 크게 도약할 수 있어." "음음, 그럼 난 뭘 해야 하지?" 뭉치는 라딘이 자신에게 무엇을 원하는지를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일을 할 때에는 결코 둔하지 않은 자가 바로 이 뭉치라는 친구이다. "도린을 꼬시는 역할! 너는 드워프잖아!" -씨익 라딘과 크로키의 등에 소름이 돋았다. 드워프가 라딘표 미소를 짓다 니? 사신이 눈앞에서 미소를 지어도 이정도로 무섭지는 않을 것이다. "알았 어, 맡겨 두라고!" 뭉치는 힘 있게 말했다. 마치 그 드워프는 이미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라는 것 같은 어조였다. 라딘과 크로키는 믿음직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 후, 세 사람은 작업장에 있을 희귀 금속과 특수한 재료를 챙길 상담을 하기 시작했다. 사실 작업장을 치는데 아도 용병단이 끼어든 정식 이유는 바로 이 재료 때 문이다. 물론 라딘은 아무말도 안 했지만, 뭉치와 크로키가 정식으로 무림맹과 협상 을 해서 아도용병단이 이 전투에 참전하는 대가로 작업장의 재료를 일정량 얻기로 계약한 상태였다. 아도 용병단의 정식 단장은 뭉치이고 서대륙 지부장은 크로키이기 때문이다 . 이유는 용병단 대원들에게 급료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라딘은 고지식해도 그 동료들까지 꼭 그럴 필요는 없다. 물론 무림맹 사람들이 라딘의 얼굴을 봐서라도 이 그다지 무리하지 않은 요 구를 거절할 이유가 없다. 조용히 존재하기만 하는 라딘이라는 자의 그늘은 이제 무림맹의 전체에 드 리우고 있었다. 결국 작업장의 전리품 중 30%는 아도 용병단이 얻기로 정식으로 계약을 끝 냈다. 수천 년간 모은 마교의 작업장의 창고! 그것은 세상에서 몇 안 되는 보물창 고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날 새벽이 올 때까지 세 사람은 우선적으로 챙겨야 할 재료의 명단과 그 운반방법 등을 의논했다. 밤을 세도 전혀 피곤하지 않은 즐거운 회의였다. ------------------ -둥, 둥, 둥 드디어 모든 준비가 끝나고 무림맹에 모인 사람들이 세 개의 부대로 나뉘어 진군을 시작했다. 상승대협 서문철이 이끄는 중앙군은 기존의 척마멸사대 대원을 그 중심으로 하고 각 세가의 장로와 가주들이 참여했다. 자유기사 라딘이 지휘하는 제 2군은 아도용병단 간부와 각 그리고 왕국들의 지원병들을 주축으로 이루어졌다. 샤이아 교단의 밀턴 추기경이 지휘하기로 했다. 각 교단 소속의 기사들이 주축으로 구성되었다. 물론 그들 이외에도 무림세가의 인물들이 대거 참석했다. 그들은 라딘의 명 단에 찍소리 못하고 세 개의 부대에 골고루 들어갔다. 이 세 개의 부대원들의 총수는 1만 2천명! 하나같이 나름대로 고수들만으로 구성된 최고의 정예부대라고 할 수 있었다. 그들은 이번에야말로 마교의 숨통을 끊겠다는 굳은 의지를 가슴속에 지니고 열을 맞추어 자신의 부대를 따라갔다. -둥, 둥, 둥 지속적으로 들려오는 북 소리가 그들의 심장고동에 박차를 가 하고 있었다. ------------------------------- 토요일은 즐겁게 보내셨나요? 늦게 올려서 죄송합니다. 일요일도 즐겁게 보내세요^^. =+=+=+=+=+=+=+=+=+=+=+=+=+=+=+=+=+=+=+=+=+=+NovelExtra(novel@quickskil l.com)=+= 제 목 신마대전 [275 회] 날 짜 2004-11-27 조회 / 추천 4281 / 262 선작수 5671 공지 공지가 없습니 다 옵 션 글자 크기 8 9 10 11 12 13 14 15 <<< 이전 7_8 도린 7_8 도린 라 딘은 무림맹의 회의가 끝난 후 크로키와 뭉치를 만나 비밀 회의를 시작했다 . 일단 작업장을 치기로 했으니 그 상세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이미 라딘의 명성은 하늘을 찔러 라딘이 본대가 아닌 작업작으로 가는 이상 그쪽 부대의 지휘는 라딘에 의해 이루어 질 것이 틀림없다. "일단 전체 지휘는 크로키가 해, 3천 명 정도의 부대인데, 가능하겠지?" "아아, 편성이 확실한 만큼 지휘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을 거야. 사실 적의 방어능력도 거의 없잖아." 라딘은 크로키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 동의를 표했다. 사실 아무리 쉬운 전 투라도 수천 명의 부대를 지휘하는 것은 결코 간단하지가 않다. 그러나 크 로키의 지휘능력은 과거 몇차례의 전투에서도 증명된 것, 라딘은 그를 믿었 다. "좋아, 그럼 나와 뭉치는 선두에 서서 적을 공격하자고." "오오, 드디어 이 권성 뭉치가 활략을 할 기회가 온 건가?" 뭉치는 지난 몇 개월 동안 매일같이 마굴에서 레벨업만 했기 때문에 상당히 심심해하던 참이었다. 이번 전투에서 선두를 서라는 라딘의 말은 그에게 신선한 자극이 아닐 수 없다. "그래, 확실하게 한번 놀아보자고!" 성기사와 드워프 권성은 서로 웃으면서 두 손을 꼭 잡았다. "참 그런데 말이야..." 라딘이 갑자기 말을 꺼냈다. 뭉치와 크로키는 무슨 일이냐는 듯 그의 말에 다시 집중했다. "정보에 의하면 마교의 작업장에는 대장장이 마스터가 있다고 해." "오옷! 대장장이 마스터!" "호오, 그럼 그놈은 우리가 납치해서 써먹어야 하는 건가?" 뭉치와 크로키의 반응에 라딘은 쓴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 도린 이 마교의 인물이었다면 자신은 그렇게 했으리라. 이 두 친구는 자신의 성 격을 어느 정도 알고 있기 때문에 이미 그들에게는 웬만한 기술은 통하지 않는다. 그러나 라딘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런 상대에게는 그런대로 솔직하게 대한 다. 친구라는 것은 그래서 좋은 것이다. "아, 그게 이번에는 사정이 조금 틀려, 그 사람은 마교의 인물이 아니라 마 교에 납치된 드워프야." "흠흠, 잘 됐군." 크로키가 다시 라딘의 계획을 짐작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어둠 의 프로게이머가 될 자격이 있는 친구라고 할 수 있다. 오직 순진한 뭉치만이 동글동글한 눈으로 라딘의 설명을 기다리고 있다. 정치외교학과의 생도이자 수만 명의 회원을 가지는 아도용병단의 길드마스 터가 순진하다고 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뭉치는 보기에는 순진하고 약간 우둔해 보이기까지 하다. 그러나 라딘은 여태까지 뭉치가 원해서 이루어지지 않은 일을 보지 못했다. 반대로 말하면 그는 이루어지지 않을 일은 절대로 원하지 않는다. "잘 들어, 뭉치야, 우리 라딘 상회의 주력 수입원이 될 수 있는 큰일이니까 , 잡혀있는 자는 도린이라는 드워프야. 동대륙의 한 드워프 마을의 전대 장 로인데, 행방불명 된지 이미 50년이 지났다고 해, 그는 드워프 최고의 장인 이라고 알려진 전설적인 존재! 그를 얻을 수만 있다면 우리는 크게 도약할 수 있어." "음음, 그럼 난 뭘 해야 하지?" 뭉치는 라딘이 자신에게 무엇을 원하는지를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일을 할 때에는 결코 둔하지 않은 자가 바로 이 뭉치라는 친구이다. "도린을 꼬시는 역할! 너는 드워프잖아!" -씨익 라딘과 크로키의 등에 소름이 돋았다. 드워프가 라딘표 미소를 짓다 니? 사신이 눈앞에서 미소를 지어도 이정도로 무섭지는 않을 것이다. "알았 어, 맡겨 두라고!" 뭉치는 힘 있게 말했다. 마치 그 드워프는 이미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라는 것 같은 어조였다. 라딘과 크로키는 믿음직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 후, 세 사람은 작업장에 있을 희귀 금속과 특수한 재료를 챙길 상담을 하기 시작했다. 사실 작업장을 치는데 아도 용병단이 끼어든 정식 이유는 바로 이 재료 때 문이다. 물론 라딘은 아무말도 안 했지만, 뭉치와 크로키가 정식으로 무림맹과 협상 을 해서 아도용병단이 이 전투에 참전하는 대가로 작업장의 재료를 일정량 얻기로 계약한 상태였다. 아도 용병단의 정식 단장은 뭉치이고 서대륙 지부장은 크로키이기 때문이다 . 이유는 용병단 대원들에게 급료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라딘은 고지식해도 그 동료들까지 꼭 그럴 필요는 없다. 물론 무림맹 사람들이 라딘의 얼굴을 봐서라도 이 그다지 무리하지 않은 요 구를 거절할 이유가 없다. 조용히 존재하기만 하는 라딘이라는 자의 그늘은 이제 무림맹의 전체에 드 리우고 있었다. 결국 작업장의 전리품 중 30%는 아도 용병단이 얻기로 정식으로 계약을 끝 냈다. 수천 년간 모은 마교의 작업장의 창고! 그것은 세상에서 몇 안 되는 보물창 고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날 새벽이 올 때까지 세 사람은 우선적으로 챙겨야 할 재료의 명단과 그 운반방법 등을 의논했다. 밤을 세도 전혀 피곤하지 않은 즐거운 회의였다. ------------------ -둥, 둥, 둥 드디어 모든 준비가 끝나고 무림맹에 모인 사람들이 세 개의 부대로 나뉘어 진군을 시작했다. 상승대협 서문철이 이끄는 중앙군은 기존의 척마멸사대 대원을 그 중심으로 하고 각 세가의 장로와 가주들이 참여했다. 자유기사 라딘이 지휘하는 제 2군은 아도용병단 간부와 각 그리고 왕국들의 지원병들을 주축으로 이루어졌다. 샤이아 교단의 밀턴 추기경이 지휘하기로 했다. 각 교단 소속의 기사들이 주축으로 구성되었다. 물론 그들 이외에도 무림세가의 인물들이 대거 참석했다. 그들은 라딘의 명 단에 찍소리 못하고 세 개의 부대에 골고루 들어갔다. 이 세 개의 부대원들의 총수는 1만 2천명! 하나같이 나름대로 고수들만으로 구성된 최고의 정예부대라고 할 수 있었다. 그들은 이번에야말로 마교의 숨통을 끊겠다는 굳은 의지를 가슴속에 지니고 열을 맞추어 자신의 부대를 따라갔다. -둥, 둥, 둥 지속적으로 들려오는 북 소리가 그들의 심장고동에 박차를 가 하고 있었다. ------------------------------- 토요일은 즐겁게 보내셨나요? 늦게 올려서 죄송합니다. 일요일도 즐겁게 보내세요^^. =+=+=+=+=+=+=+=+=+=+=+=+=+=+=+=+=+=+=+=+=+=+NovelExtra(novel@quickskil l.com)=+= 제 목 신마대전 [276 회] 날 짜 2004-11-28 조회 / 추천 2170 / 158 선작수 5677 공지 공지가 없습니 다 옵 션 글자 크기 8 9 10 11 12 13 14 15 <<< 이전 7_8 도린 ----------- -------------------- -깡, 깡, 깡 두꺼운 망치가 모루를 향해 규칙적으로 내려쳐지고 있다. 그때마다 그 힘은 불꽃으로 변해 모루위에 있는 금속을 검으로 변화시킨다. 차가운 쇠덩어리에 혼이 실려 사람들의 혼을 빨아들일 정도로 아름다운 선 이 나타난다. -치익 붉게 달구어진 검이 숯물에 담겨져 식어간다. 이제 새로운 검이 세상 에 태어났다. "휴, 이제 또 하나가 완성되었군." 망치를 쥔 드워프가 손으로 땀을 닦으며 중얼거렸다. 머리와 수염이 하얗게 샌 늙은 드와프의 얼굴에는 세월의 흐름이 그대로 나타나 있다. "정말 아름다운 검입니다. 이런 검이 마도의 손에 쥐어져 쓰인다니..." 검을 쥐고 있던 젊은 드워프가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 "음, 아쉬운 일이지. 하지만 어쩔 수가 없지 않은가?" 이미 250년을 살아온 검은 바위 일족의 장로 도린은 체념했다는 듯 말했다. 삼백년을 사는 드워프의 일생 중 기술적, 체력적으로 가장 절정에 다다른 2 00살부터 이곳에 잡혀와 50년을 강제로 일했다. 같이 잡혀온 20여명의 드워프들, 그리고 이미 잡혀온 30여명의 드워프들의 생명은 언제나 위협받고 있다. 그들은 대장장이 마스터가 아니다. 자신이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인질들은 처형되고 다시 새로운 인질들이 잡혀올 것이다. 도린은 눈을 돌려 화로에서 피어오르는 불꽃을 응시했다. 자신의 고향에서 나 이곳에서나 불꽃은 어김없이 타오른다. 항상 자신이 필요로 하는 힘을 주어 모든 재료를 자신의 마음대로 다룰 수 있게 도와준다. 하지만, 온갖 희귀한 금속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이곳에서의 생활은 결코 즐겁지 않다. 이미 수십 개의 레어급 아이템을 만들었고, 유니크도 만 들어 보았지만 그것이 결코 자랑스럽지 않다. 동대륙에서 새로운 병기에 대한 연구를 위해 이 서대륙에 왔다가 잡힌 뒤 이미 50년이 지났다. 아마 앞으로도 30년 정도는 그들의 무기와 갑옷을 만 들어야 할 것이다. 완전히 쓸모없는 노인이 될 때까지. 이제는 희망도 가지지 않기로 했다. 마교는 수천 년간 멸망하지 않았다. "자, 다시 시작하지, 이제 그들이 요구한 수량의 무기는 다 만들었으니, 갑 옷들을 만들 차례야." "예, 그런데 그러고 보니 요즘은 그놈들이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는군요. 항상 마스터의 무구를 얻기 위해 모든 간부들이 난리를 치지 않았습니까?" -끄덕, 끄덕 도린은 그렇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약속한 수량에 새로 누가 진급을 했다느니 공을 세웠다느니 하면서 언 제나 추가로 요구를 하던 그들이다. 그러나 요번 3개월간은 그런 요구가 전혀 없었다. 총단에서 사람이 오지 않 는다. 하지만 그 이유가 무엇인지는 알 도리가 없다. "우리가 상관할 바가 아니지, 그저 그들이 원하는 무구를 만들기만 하면 되 니까..." 도린은 자신의 모루를 바라보았다. 모루가 울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이미 수십 년 동안이나 자신은 전력을 기울여 망치를 휘둘러보지 못했다. 그저 습관적으로 수량을 채운다. 희귀금속이라도 손에 잡으면 그래도 약간의 정열이 되살아난다. 하지만 그 런 귀한 아이템들은 10년에 하나정도 만들까 말까이다. 지금 만든 검도 사실은 겉만 화려한 하급품이다. 자신의 견해로는 그렇다. 그들은 그런 아이템만으로도 좋다고 가져가지만, 망치와 모루에게는 항상 미안해 할 수밖에 없다. 도린은 한숨을 쉬었다. 이미 수십 년 전에 포기했지만 새로 작업을 시작할 때 한숨을 쉬는 습관은 어쩔 수 없다. "자, 그럼 다시 시작하지." "예." 조수인 젊은 드워프의 대답이 들리고 갑옷의 형태로 달구어진 금속판이 모 루위로 올라온다. 도린은 잠시 그 금속판을 바라보다가 망치를 들어서 내려 쳤다. -땅, 땅, 땅 -------------------- 진군을 시작하고 거의 한 달이 되어서야 마교의 총단이 있는 지방에 들어섰 다. 이제는 각 부대가 따로 나뉘어 행동해야 한다. "적은 이미 우리의 진군을 알고 있을 것입니다. 부디 조심하시오." 서문철이 말했다. "허허, 알아도 무슨 일을 할 수 있겠소이까? 이미 우리가 출발할 때 각 왕 국들에게 연락을 해서 이 지방 전체의 경계를 강화했소. 저들은 절대 빠져 나갈 수 없을 것이오!" 밀턴 추기경이 웃으며 대답했다. 어둠의 사도들을 자신의 대에서 멸한다는 데에 그는 최고의 기쁨을 느끼고 있었다. 이미 샤이아 교단에서는 자신을 수석 추기경의 자리에 내정한 상태였다. 세 르겐 왕국과의 전투에서 목숨을 걸고 싸운 그의 실적에 대한 평가는 컸다. 그 뒤로도 수많은 마교분타를 성공적으로 파괴할 수 있었다. 이제 총단까지 부수게 된다. 비록 총단으로 가지는 못해도 한 부대의 지휘 관이다. 그 공적이 결코 적다고는 할 수 없다. "흠, 확실히 마교가 어떤 수단을 쓸지 모르겠군요. 가능한 한 빨리 그들을 쳐야겠습니다." 라딘은 오히려 심각한 듯 얼굴을 굳히며 대답했다. 최악의 경우 그들이 모든 인질을 제거할 수도 있다. 그런 일이 벌어져서는 절.대.로. 안 된다. "그럽시다. 그럼 모두 무훈을 빌겠소." 서문철이 포권으로 짧은 이별인사를 하고 드디어 그들은 각 부대를 지휘하 여 목표지점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라딘은 사람들을 재촉해서 가능한 한 빠른 속도로 전진했다. 그리고 크로키 의 의견에 따라 최고의 고수들로 이루어진 선행돌파조를 따로 구성했다. 물론 그 조는 아도용병단의 간부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아무리 적의 힘이 소진되어 대항할 힘이 없다고 해도 선행돌파조는 목숨을 걸지 않으면 안 된 다. 희생을 각오로 한 조인만큼 이계인들로 구성하는 것이 당연하다. "목표지점이 보입니다!" 순찰대 대원이 와서 보고를 한다. 적의 작업장은 도시 지하에 있다. 놀랍게 도 그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지하에 마교의 작업장이 있다는 사실 을 전혀 모른다. 서대륙의 병기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남궁세가에 병기를 납품하는 병기창 중 하나인 악가병기창이 바로 마교의 작업장이라니! "시민들에게는 아직 알리지 않았지요?" "넷, 하지만 이제 우리 부대가 조금만 더 접근하면 도시 안에서 우리 부대 를 볼 수 있게 됩니다." "부대는 이대로 놔두고 선행돌파조만 진입합니다. 따로 신호가 있은 후에 본대가 급히 악가병기창을 포위하고 시민들을 피신시키도록 합시다." 라딘이 나직하면서도 힘있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자 모든 소대장들이 놀랬 다. 30여명으로 구성된 선행돌파조만으로 진입하겠다니? 본대가 이곳에서 대기 하면 신호가 와도 악가병기창을 포위하는데 한 시간 이상 걸린다.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아무리 저들의 전력이 없다고 해도 본거지중에 하나 를 30명으로 진입하는 것은 무리가 아닐까 합니다." 한 참모가 조심스럽게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그러나 라딘은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물론 위험합니다. 하지만 만약 이대로 시민들을 대피시키고 본대가 악가병 기창을 포위하면 저들은 살길이 없음을 깨닫게 됩니다. 그러면 납치되어 있 는 인질들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라딘의 말에 그때서야 납치된 사람들을 생각하게 된 참모와 소대장들은 고 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정공법으로 나가면 그들은 모두 희생된다. 그러고 보니 눈앞에 있는 이 자유기사 라딘 경이 총단으로 가지 않은 이유가 바로 납치된 자들을 구 하기 위해서라고 하지 않았던가? "선행돌파대는 모두 이계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만약 우리가 전멸을 하 더라도 그것은 완전한 죽임이 아닙니다. 그러니 염려하지 마십시오. 최선을 다하지 않고서 어찌 스스로에게 떳떳할 수 있겠습니까?" 장내의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확실히 이계인은 죽지 않는다. 하지만 라딘이 사람을 구하기 위해 이렇게 죽음을 각오한 강행돌파를 하겠다고 선언하자 그들의 마음속에서 저절로 눈 앞의 기사에 대한 존경심이 우러나오고 있었 다. '암, 목숨을 걸더라도 최선을 다해야지, 성공하면 그야말로 대박이 아니겠 어?' 이런 라딘의 마음속은 그들로써는 엿볼 수 없다. "문제는 방벽입니다." 참모가 다시 말하자 라딘도 약간 얼굴을 굳히고 대답했다. "으음, 좋지 않군요. 악가병기창에는 방벽이 있지요?" 라딘이 확인하듯 묻자 참모가 그렇다고 대답한다. 그들은 이번에 공성병기도 끌고 왔다. 그런데 그 공성병기를 끌고 들어가면 적들이 눈치를 챌 것이다. 그리고 무사히 공성병기를 끌고 악가병기창 앞까지 가더라도 방벽을 단번에 부수기는 쉽지 않다. 시간을 끌면 안 된다. 적은 일단 공격받기 시작하면 죽을 각오를 할 것이다 . 그 경우 인질이 어떻게 될지는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뻔하다. "일단, 선행돌파조가 공성병기를 끌고 갈 수 있도록 준비를 해 주세요." "옛!" 라딘의 명령에 각 참모들이 대답을 하고 자신의 소대로 돌아갔다. 그들은 연락이 올 때까지 이곳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때가 오면 두 부대로 나뉘어 시민들의 대피와 일차포위망의 구성, 그리고 공격을 담당할 것이다. 이제 라딘과 뭉치, 그리고 크로키가 남아 선행돌파조의 작전을 짜기 시작했 다. "으음, 크로키, 어떻게 하지?" 라딘은 크로키를 보고 물었다. 크로키도 라딘의 심정을 잘 안다는 듯 고개 를 한번 갸웃거리더니 잠시 생각을 했다. "공성병기를 그곳까지 끌고 가는 것은 가능해. [투명] 스크롤이 있으니까. 하지만 일단 공성추를 가동시키면 투명 마법이 깨지지." "으음, 역시 방벽을 부수는 데 시간이 걸리나? 좋은 수 없어? 너는 대마도 사잖아. 한방에 방벽을 날려버리는 마법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되는 거 아냐 ?" 라딘은 애꿎은 크로키에게 은근슬쩍 짐을 넘겼다. 그러나 크로키는 냉정했다. "여기가 무슨 판타지 소설 속인지 아냐? 난 도시나 성벽을 한방에 날리는 유저를 허용하는 멀티유저게임은 아직 들어본 적도 없어!" "쳇. 그래도 대마도사라는 건 결정적인 순간에 멋지게 사기를 쳐서 일을 해 결하는 직업이잖아!" 라딘은 포기하지 않고 크로키가 평소에 말한 마법사의 역할을 주장하기 시 작했다. 크로키는 마법사라는 직업이 단순한 공격마법을 시전 하는 대포역 할에 국한되는 것을 가장 싫어했다. "으음, 그렇게까지 말하다니!" 크로키는 다시 고개를 숙이고 심사숙고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억지주문이라 고 해도 그가 자신의 평소 신조를 들어 말을 한 이상, 이대로 넘어갈 수도 없었다. 여기서 넘어가면 자신이 꿈꾸는 대마도사가 아닌 공격마법 발사기 가 될 뿐이다. "아! 단번에 방벽을 부수는 방법!" "오옷! 설마?" "헉, 정말?" 라딘과 뭉치가 동시에 놀라 소리쳤다. 설마 정말로 그런 일이 가능할까? "흐흐흐, 이건 버그라고 해도 되겠는 걸? 물론 정말로 가능하다면 말이야." "무슨 방법인데?" "응, 그건..." 크로키가 극비라는 듯 심각한 표정으로 라딘에게 손가락을 까닥였다. 라딘 은 얼른 크로키에게 다가왔다. 크로키가 조용히 라딘의 귀에 대고 뭐라고 속삭였다. "뭐야! 왜 나한테는 말을 안 해주는데? 라딘, 크로키가 뭐라고 말했어?" "말하지 말라고 그랬는데?" 라딘이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한다. 뭉치의 얼굴이 붉어졌다. "야! 지금 말해주지 않으면 절교야!" 정말로 화난 뭉치를 보며 크로키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다시 뭉치에게도 손 가락을 까닥였다. 뭉치는 언제 화났냐는 듯 웃으며 크로키의 입에 자신의 귀를 댔다. "그것은 무슨 방법이냐 하면 말이야.....왁!" "아악!" 갑작스러운 기습에 뭉치는 치명적인 데미지를 입고 쓰러졌다. 크로키와 라 딘이 웃는다. "정말로 말하지 말라고 크로키가 말했다니까?" "아, 속이 시원하다. 전부터 이거 꼭 해보고 싶었어." 뭉치는 자신도 이미 아는 방법에 당했다는 것이 억울하다는 듯 고개를 저었 다. 하지만 세상에는 알면서도 당할 수밖에 없는 순간이 존재한다. 그 후, 크로키는 진지하게 방벽을 부수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세 사람은 앞으로의 계획을 정리할 수 있었다. 밖으로 나오니 이미 선행돌파조가 대기하고 있었다. 그들의 얼굴에도 긴장 감이 나타나 있었다. "가죠." 라딘은 조용히 말하고 앞에 서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설산은 공성추를 끄는 말의 선두에 있다. 지하로 들어가기 때문에 설산을 타고 갈수는 없기 때문 이다. 그 뒤를 따라서 크로키와 뭉치, 그리고 선행돌파조 30명이 공성추와 같이 걷기 시작했다. 크로키가 가져온 수십 장의 스크롤이 사용되자, 그들의 모습은 투명하게 변 했다. 아직 해가 뜨지 않아서 하늘에는 어둠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33명의 결사대는 묵묵히 악가병기창을 향해 나아갔다. ----------------------------- =+=+=+=+=+=+=+=+=+=+=+=+=+=+=+=+=+=+=+=+=+=+NovelExtra(novel@quickskil l.com)=+= 제 목 신마대전 [277 회] 날 짜 2004-11-29 조회 / 추천 2391 / 158 선작수 5686 공지 공지가 없습니 다 옵 션 글자 크기 8 9 10 11 12 13 14 15 <<< 이전 7_8 도린 ----------- ------------------------------ 날이 완전히 밝았을 무렵, 선행돌파조는 악가병기창의 방벽이 보이는 곳까 지 도달할 수 있었다. "여기서 돌을 발사하면 될 거야." 발석차의 사정거리는 이미 정확히 계산되어 있다. "좋아. 그럼 모두 위치로!" 라딘의 말에 발석차의 바위를 발사할 사람과 크로키를 제외한 모든 대원들 이 방벽근처로 다가가서 대기하기 시작했다. 방벽이 무너지면 바로 진입할 수 있는 거리였다. "준비 오케이. 시작하자." -툭, 팡 -슈우우우웅 발석차의 걸쇠를 건 밧줄이 끊기자 사람 몸만한 바위 가 허공을 날아가기 시작했다. "아앗! 저것은?" 갑자기 아무것도 없는 정면에서 발석차가 뿅하고 나타나고 바위가 자신들을 향해 날아오면 누구라도 놀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악가병기창의 방벽에서 경비를 서고 있던 자들이 놀라서 비명을 질렀다. "이 때다! [그래비트]!" -위잉 공기가 이상한 소리를 내며 진동하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방벽위 에 서 있던 자들이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았다. 순식간에 범위내의 중력을 다섯 배로 늘리는 대마법사 전용의 유니크 마법! 자체적으로는 아무런 데미지도 주지 못하는 마법이지만 보통 사람이라면 몸무게가 다섯 배로 늘어나면 죽을 수밖에 없다. -콰콰쾅 놀라운 일이었다. 비록 사람 몸 만한 바위이기는 하지만 마법으로 강화된 방벽은 충분히 버틸 수 있어야 했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의 예상과 는 달리 그 바위는 단번에 방벽을 파괴하고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구멍을 만들었다. 크로키의 마법에 대해서는 라딘과 뭉치 이외에는 다른 사람들도 거의 모르 고 있기 때문에 그들은 방금 이 현상이 어떻게 생긴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 었다. "발석차도 공격도 크리티컬이 있나?" 한 대원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중얼거렸다. "이때다. 돌격!" 라딘이 즉시 고함을 치며 앞장서서 뛰기 시작했다. 그의 옆에는 뭉치가 나 란히 달리고 있었다. "오오! 가자!" 그때서야 대원들은 방벽이 파괴되는 즉시 돌격하라는 라딘의 말을 기억해내 고는 달리기 시작했다. 확실히 적은 기습을 당해 제대로 방비를 할 수 없었다. 정문도 아닌 옆쪽의 방벽이 일거에 뚫리리라고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으리라! 몇몇의 사람들이 고함을 치며 달려오는 것이 보인다. 하지만 라딘과 뭉치는 그것을 무시했다. 일단은 무조건 달려야 했다. 전면에 있는 건물로 들어가 지하에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비밀 작업장을 찾 아야 한다. 한순간의 여유도 있으면 안 된다! "입구는?" 뭉치가 달리면서 라딘에게 묻는다. 입구는 정문 쪽에 있다. 이쪽으로는 건 물에 접근해봐야 다시 돌아서 입구까지 가야한다. 하지만 그런 상식은 라딘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나에게 맡겨! [홀리코맷]!" -파앗! 새벽의 성광은 그 어느 때보다도 장엄하다. 그의 방패에서 나오는 빛이 아 침햇살과 어울려 신선한 대기 중에 퍼진다. -슈웅, 콰콰쾅 "허헉, 정말 볼 때마다 사람을 놀라게 만드는 기술이네." 뭉치가 질렸다는 듯 중얼거렸다. 자신의 혼원일기공을 극성으로 끌어올려도 저 정도의 위력은 나오지 않는다. 순수 데미지로는 모든 기술 중에 최고가 아닐까? 뭉치는 조심스럽게 추측해 보았다. "어서 들어가! 미션은 잊지 말고!" "알았어. 너도 조심해!" 안으로 들어온 두 사람은 둘로 갈라져 뛰기 시작했다. 양쪽으로 뒤져서 먼 저 발견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귓말로 연락하기로 이미 약속했기 때문이 다. 그들의 바로 뒤로 선행돌파조 조원들이 도착했다. 그들 역시 성공적으로 라 딘이 뚫어놓은 벽의 구멍 속으로 모두 진입할 수 있었다. 정문 쪽에서는 그때서야 사람들이 나와 소란이 일어난 방향인 좌벽을 향해 뛰어가고 있었다. 그들은 좌벽이 무너진 것을 발견했고, 서둘러 안으로 들 어온 세력이 건물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으려고 입구와 방벽을 굳게 지키 기 시작했다. 그들이 건물의 좌측 벽에 난 구멍을 발견한 것은 그 뒤 5분쯤 지난 뒤였다. ---------------------------------- "뭐라고! 적이 공격했다고?" 절혼창 좌궁은 갑자기 건물을 울리는 충격에 잠에서 깨었다. 그리고 수하가 전해온 보고에 비명에 가까운 고함을 지르며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적이 이 지방을 향해 진군해 온다는 정보는 받았다. 주변의 왕국이 군대를 파견해서 이곳에 천라지망을 친다는 소문도 들었다. 하지만 좌궁은 자신이 책임자로 있는 이곳이 들켰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 다. 아마 훈련장이 들켰을 것이다. 그곳의 교도들이 가끔 실전훈련을 위해 외부로 나가니까.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정작 적이 몰려온 곳은 바로 이 병기창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가? "당주님, 명령을 내려 주십시오!" 그가 멍하니 있자 참다못한 부하가 그를 재촉한다. 냉정하기로 이름 높은 내당 당주인 좌궁이 일이 벌어지자 이렇게 쓸모없을 줄이야! 하기야 그는 무공도 높고 일처리도 잘하지만 여태까지 적과 싸워 위기에 빠진 적은 한 번도 없다. 평생 내단에서 지냈기 때문이다. "으음, 일단 모든 병력으로 방벽을 사수하라! 그리고 감독들에게 연락하여 납치해온 장인들을 모두 제거한다. 서둘러라!" 그는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수하에게 명령을 내렸다. 수하가 복명하며 밖 으로 나가는 것이 보인다. "앗, 잠깐! 적의 병력은?" 좌궁은 나가려는 수하를 급히 잡았다. 생각해보니 적의 병력과 공격방향등 을 묻지 않았던 것이다. "적의 수는 잘 모르겠습니다. 단지 일부의 소수 병력이 방벽을 부수고 잠입 한 것으로 보입니다." 수하의 보고를 들은 좌궁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다면 척마멸사대가 아니란 말이냐? 방벽 밖에는 적의 군세가 없다는 말이냐?" "넷!" "으음." 그는 잠시 생각하다 벌떡 일어나면서 말했다. "그렇다면 혹시 우리 병기창을 털기 위한 강도들의 침입일 수도 있다. 일단 사태가 파악 될 때까지 인질들은 죽이지 마라!" 그의 말에 수하들은 얼른 자신들의 할 일을 시행하기 위해 나갔다. 좌궁은 자리에서 일어나 이를 가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만약에 강도들이라면! 네놈들을 죽여서 가장 볼품없는 좀비로 만들어 주마 ." ----------------------------------------- =+=+=+=+=+=+=+=+=+=+=+=+=+=+=+=+=+=+=+=+=+=+NovelExtra(novel@quickskil l.com)=+= 제 목 신마대전 [278 회] 날 짜 2004-11-30 조회 / 추천 2781 / 182 선작수 5695 공지 공지가 없습니 다 옵 션 글자 크기 8 9 10 11 12 13 14 15 <<< 이전 7_8 도린 -콰콰쾅 라 딘은 쉴 새 없이 홀리코맷으로 벽을 부수었다. 일단 중앙으로 가면서 지하로 내려가는 입구를 찾아야 했다. "아앗, 누구냐?" 새롭게 벽을 부수고 들어가니 넓은 방이 하나 나왔다. 몇 개의 화로가 늘어 서 있고 그 위에는 솥이 걸려있다. 사방에는 여러 가지 식재료가 늘어져 있 고, 넓은 도마 위에는 수십 개의 식칼이 걸려있는 이곳은 아무리 봐도 주방 이 틀림없다. 몇몇 사람들이 그들을 보고 놀라 소리를 질렀다. 그들은 즉시 식칼을 뽑아 들고 달려들었다. 놀랍게도 주방에 있던 자들조차 나름대로 고수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상대는 뭉치와 라딘이다. -퍼퍼펑 구멍 밖에서 뭉치가 두 손을 번갈아 뻗자 그의 장에서 몇 개의 화 구가 발사되었다. "아아악!" "오옷, 지하실은 못 찾고 주방을 찾다니?" 뭉치가 라딘의 뒤를 따라 들어오면서 말했다. 코를 킁킁대며 말하는 그의 모습은 영락없이 드워프라고 할 수 있다. 라딘은 그런 그에게 뭔가 말을 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 순간 그의 머릿속에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잠깐, 뭉치야. 주방이란 게 건물 중앙에 위치하던가?" "으응?" 그제서야 뭉치도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즉시 화로 쪽으로 가 서 요리된 음식을 살피기 시작했다. "오오, 라딘! 이것들은 드워프용 식량이야! 내가 처음 시작할 때 많이 먹어 봤지." "빙고!" -딱 손가락을 튕기면서 소리친 라딘은 즉시 주변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러 나 그들의 직업은 성기사와 권성이다. "으윽, 틀림없이 지하로 내려가는 비밀 문이 있을 텐데..." 라딘과 뭉치는 다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몇몇 사람들을 처치하면서 중얼거 렸다. 시간이 없다. 어서 지하로 들어가지 못하면 적들이 무슨 짓을 할 지 모른다 . 그 때였다. -부스럭, 부스럭 라딘의 주머니에서 몽몽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아빠보고 자신이 나서겠다고 하는 것이다. "아차, 몽몽이 있었지?" 그는 얼른 몽몽을 꺼냈다. "끼잉, 아빠, 제가 찾을게용." -휙, 쪼르르르 몽몽이 주변을 돌아다닌다. 라딘과 뭉치는 열심히 그것을 구 경한다. 1분도 되지 않아서 몽몽이 한쪽 화로를 보고 아빠에게 말했다. "끼잉, 이 화로는 벽 안으로 움직여용." 그렇게 말하면서 몽몽이 불에 타고 있는 장작을 하나 당겼다. 놀랍게도 그 장작반대편에는 가는 쇠사슬이 연결되어 있었다. -그그긍 화로가 벽으로 들어가자 계단이 나왔다. "오옷, 역시 몽몽이구나!" 뭉치가 감탄하자 라딘의 어깨에 올라온 몽몽이 자랑하듯 두 발로 서서 가슴 을 쑤욱 내밀었다. 라딘이 반대편 손으로 그런 몽몽을 쓰다듬는다. "서두르자고." 라딘이 다시 말하자 두 사람과 한 날다람쥐는 계단을 뛰어서 내려갔다. 수천 년간 외부인의 발을 허락하지 않은 마교의 작업장이 처음으로 라딘과 뭉치에게 그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 "뭣! 도시 밖에서 수천의 군세가 몰려오고 있다고?" "넷! 깃발로 보아 무림맹 놈들이 틀림없습니다!" 수하가 당황한 듯 보고를 한다. 좌궁은 건물 밖으로 나오자마자 너무나도 놀라운 보고를 받았다. 역시 방금 의 공격은 무림맹의 소행이 틀림없었다. 끝장이다! 좌궁은 절망을 느꼈다. 그러나 이렇게 된 이상 피할 구석을 없다 . 신교의 명예를 위해 최선을 다해 항전할 뿐이다! "즉시, 인질들을 모두 제거해라! 그 후에는 모두 방벽에서 적들을 맞아 싸 운다." "복명!" 수하들도 이미 최후를 예견한 듯 비장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좌궁의 두 주 먹이 꾸욱 쥐어진다. ------------- "무슨 일이지?" 도린은 새벽에 일어나 갑옷을 만들기 위해 작업장에 나와 있었다. 자신을 돕는 드워프들도 당연히 모두 일어나 있다. 이런 곳에 잡혀 왔어도 도린은 모든 드워프들의 존경을 받는 마스터 대장장이이다. 그런데 갑자기 건물이 흔들리는 충격이 느껴졌다. 지하에 있어도 드워프들 의 건축물에 대한 감각은 무척 예민하다. 드워프라는 존재는 그 외모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섬세한 손재주 와 예민한 감각을 지니는 존재이다. -쿵, 쿵, 쿵 다시 몇 번의 진동이 느껴진다. 아직 마교의 감독들은 깨어나 지 않았을 무렵이다. 젊은 드워프들도 그것을 느꼈는지 작업을 멈추고 귀를 귀울인다. 몇몇은 바 닥과 벽에 귀를 대고 그 진동음의 정체를 확인하려고 하고 있다. "누군가가 옵니다. 달려오고 있군요." 바닥에 귀를 대고 있던 젊은 드워프가 고개를 들고 말한다. -덜컥, 우르르르르 문이 열리고 10여명의 사람들이 들어왔다. 자신들을 감 시하는 감독들이다. 그들은 하나같이 무장을 하고 손에 무기를 들고 있었다. 자신들이 만든 무 기였다. "무슨 일이오?" 도린은 침착하게 물었다. 이미 200년을 산 그는 쉽게 놀라거나 동요하지 않 는다. 그러나 감독들의 몸에서 일어나는 살기에 그는 긴장하고 있었다. 좌우로 자 신 다음으로 레벨이 높은 드워프가 슬금슬금 다가온다, "흐흐흐, 오늘까지 우리 암흑신교를 위해 일해준것에 감사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여기서 끝 이다. 쳐라!" "아앗!" 감독들이 무기를 든 채 달려들었다. 젊은 드워프들이 절망의 비명을 지르며 조금이라도 그들로부터 멀어지기 위해 반대편 벽 쪽으로 붙었다. "이 놈들!" -위잉 도린의 손에 들렸던 작업용 해머가 허공을 날았다. 그가 평생을 쓰던 이 해머는 바로 그의 무기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는 레벨 500의 상급전사 인 워로드이기도 하다. 인질로 잡힌 젊은 드워프들만 없었다면 이미 목숨을 걸고 그들과 싸워 이곳을 벗어나던가 그대로 죽었을 것이다. "에잇, 얌전히 죽지도 못하는 놈들!" 감독관이 자신의 얼른 그 해머를 피하며 자신의 도를 들고 도린에게로 달려 들었다. 그도 레벨 500이 넘은 무성이다. 아무 장비도 없는 늙은 드워프는 5분도 지나기 전에 제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챙, 챙, 챙 "아악!" 이미 몇몇의 드워프들이 그들의 손에 쓰러졌다. 그들 또한 레벨 100에서 20 0정도의 전사였기에 자신들의 작업공구를 들고 대항하자 쉽게 당하지는 않 았지만 역시 레벨 300이상인 감독들의 손에서 안전할 수는 없었다. 도린의 눈이 절망으로 물들었다. 결국 이렇게 끝이 나고 마는가? 자신의 생 의 마지막은 절망과 좌절로 점철된 비참한 인생이 아닌가? 그는 자신이 대 장장이 마스터라는 것을 저주했다. 그러나 세상일이란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고, 그렇기 때문에 최후의 순간 기적이 일어날 수도 있다. -콰쾅 "앗! 저런!" 갑자기 왼쪽 벽이 굉음을 울리며 허물어졌다. "이 놈들! 감히 동포들을 억압하고 괴롭히다니!" 구멍 속에서 분노에 찬 고함 소리가 들리더니 한명의 드워프가 뛰어 들어왔 다. 짧은 머리와 수염을 얼굴 전체에 기른 젊은 드워프였다. 신기하게도 그 드워프는 검은 도복을 입고 있다. 손에는 자신의 키의 반 만 한 부채를 들고 있다. 이미 구석에 밀려 가까스로 감독들의 공격을 받아내며 최후의 순간을 기다 리던 드워프들은 모두 갑자기 나타난 그 드워프를 보았다. 그리고 그 드워프의 움직임은 그들의 마음에 새겨져 그대로 전설로 이어졌 다. "[샤인 스파크]!" -파앗 뭉치의 우렁찬 고함 소리와 동시에 그의 전신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 기 시작했다. 최강의 기공이라고 알려진 혼원일기공, 그 이름은 절대로 세상에 나와서는 안 된다. 그래서 뭉치는 혼원일기공을 펼칠 때 매크로 명령을 이용해 시동 어를 바꿨다. 그것이 바로 뭉치가 좋아하는 고대 로봇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기술명인 샤인 스파크이다! "에잇, 방해자가, 쳐라!" 감독관은 뭔가 섬뜩한 느낌을 받자 수하들에게 명령하며 자신은 전력을 다 해 도린을 공격했다. 일단 도린만큼은 꼭 죽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젊은 드워프는 주변에서 달려드는 감독관들을 보더니 그대로 자 신의 부채를 펼쳤다. -촤악 "받아랏! [만천화우]!" -슈슈슈슈슉 그의 손에 들렸던 부채의 살이 모두 정면을 향해 쏘아져 나갔 다. 그가 마교의 최후 역습 때 얻은 당가의 유니크 암기술 만천화우가 최상 급 암기인 철우전으로 펼쳐지니 그 위력이 범인의 상상을 초월했다. 36개나 되는 철우전은 기묘하게 회전하며 무서운 속도로 감독관들을 향해 날아간다. 당가가 소유한 세 개의 유니크 무공 중 하나가 이렇게 이계인 드워프에게 넘어간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아직 라딘과 크로키, 그리고 무공서를 주 워온 몽몽 밖에는 없다. 물론 이 만천화우 수법은 서대륙에서는 가능한 한 써서는 안 되지만 지금은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다. -파파파파팍 "아아아악!" 300레벨대의 감독관 대부분이 그대로 절명했다. 철우전에는 이미 혼원일기 공의 기운이 깃들어 있어 그 위력이 두 배 이상 증가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뭉치는 살아남은 자들에게는 눈도 주지 않았다. 이미 그들도 철우전을 맞았 고, 생명력이 크게 줄었을 것이다. 그의 시선은 자신에게 달려들지 않은 자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머리와 수염 이 모두 하얀 늙은 드워프를 흉악한 기세로 공격하고 있는 자! "이 노오오옴!" 뭉치의 몸이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비선보! 동소림이 자랑하는 전천후 경 신술인 비선보는 궁신탄영의 묘리도 포함되어 있어 순간적으로 5배나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다. "으윽, 이 놈이!" 감독관이 뒤에서 밀려오는 무서운 기세에 무의식적으로 몸을 돌려 그것을 피하려 했다. 그러나 이미 근접거리까지 다가온 그 드워프의 무공은 너무나 도 강했다. "[반야장]!" -파파파팍, 퍽, 현란한 장영이 그의 전신을 뒤엎었다. 그리고 그 사이로 거 대한 암경이 그의 가슴을 정통으로 때렸다. 혼원일기공의 절초인 비탄암공은 전신의 어느 곳에서든 무 속성인 강기탄을 발사할 수 있다. 그것도 일반 강기탄보다 수배나 강한 위력의 강기이다. 수백년 전에 이미 무적의 신공으로 소문난 혼원일기공은 겨우 레벨 500을 넘긴 그에게 넘기 힘든 벽이라고 할 수 있다. "끄윽!" -털썩 감독관의 모습이 그대로 허물어졌다. 그의 모습 뒤로 경악에 찬 늙은 드워프의 얼굴이 보인다. 뭉치는 즉시 그 드워프에게 다가가 그를 부둥켜안으며 울부짖었다. "도린 장로님! 무사하셨군요! 장로님을 찾아 온 대륙을 뒤졌습니다! 이 서 대륙에 계셨다니! 마교의 손에 억압되어 있었다니!" 그의 애절한 외침은 마치 자신이 50년동안 마교에 잡혀 강제노동을 한 드워 프처럼 처절했다. 도린은 그를 껴안고 우는 젊은 드워프의 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그를 진정시 킬 수밖에 없었다. ----------------------------------------- =+=+=+=+=+=+=+=+=+=+=+=+=+=+=+=+=+=+=+=+=+=+NovelExtra(novel@quickskil l.com)=+= 제 목 신마대전 [279 회] 날 짜 2004-12-01 조회 / 추천 5332 / 294 선작수 5698 공지 공지가 없습니 다 옵 션 글자 크기 8 9 10 11 12 13 14 15 <<< 이전 7_8 도린 ----------- ---------------------- 잠시 동안의 감동의 순간이 지난 뒤 가까스로 이성을 회복한 뭉치는 쓰러진 드워프들을 보고 얼른 자신의 품속에서 스크롤을 꺼내 사용했다. 그것은 부활스크롤이었다. 그리고는 다시 부상당한 자들에게 최고급 회복포 션을 아낌없이 먹인다. 모든 드워프들은 이 젊은 드워프에게 감동할 수 밖에 없었다. "시간이 없습니다. 다시 적들이 몰려오기 전에 어서 탈출합시다. 무림맹의 무사들이 곧 이곳을 칠 것입니다." 뭉치가 급한 듯 말했다. 드워프들도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감독관이 돌 아가지 않으면 곧 다른 자들이 올 것이다. "잠깐! 이곳을 탈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서쪽 창고에 있는 재료와 병기들 을 가지고 나가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곳에는 마교가 모은 희귀금속과 우 리 드워프가 만든 무구들이 있어요!" 도린의 옆에 있는 붉은 머리의 드워프가 외쳤다. 놀랍게도 대부분의 드워프 들이 과연 그렇다는 듯 그의 말에 동의하기 시작했다. '대단하다! 과연 드워프들은 예술을 위해 목숨을 거는군!' 뭉치는 속으로 감탄했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희귀 금속도 무구도 자신의 목숨보다 중요하지는 않습니다. 지금은 지체 없이 나갈 때입니다!" 드워프들은 뭉치의 선언에 충격을 받은 듯 일제히 그를 쳐다보았다. 그들의 얼굴에는 너 드워프 맞아? 라는 질문이 나타나 있었다. 뭉치는 다시 말했다. "나는 뭉치 폰 몽테크리스트 자작이오! 동대륙의 동부해안을 개발하고 인간 들에게 그곳이 나의 영지임을 인정받았소. 나의 영지에는 미르던 산맥의 수 많은 희귀금속이 모입니다. 희귀금속의 소중함은 잘 알고 있소! 하지만 그 런 금속보다는 존경하는 드워프 마스터 도린 님이 이곳에서 무사히 나가시 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의 열변에 드디어 드워프들의 안색이 변했다. 그렇다 아무리 금속이 소중 해도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들을 위해 50년이나 고생한 도린 할아버지가 아 닌가? 도린도 이미 200년이나 살아온 드워프답게 눈앞의 욕망보다는 이성을 중요 시했다. 그는 뭉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어서 가자고 말했다. "저를 따라 오십시오!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는 그대로 자신이 들어온 구멍을 통해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1 층으로 통하는 부엌까지 드워프들을 안내했다. 드워프들은 이제 자유를 찾을 수 있다는 감동에 젖어 모두 뭉치의 뒤를 따 라 뛰었다. 다행히 부엌 쪽으로는 사람이 없었던지 일층까지는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 다. "앗! 저놈들이 도망간다!" 벽에 난 구멍을 통해 적들이 나타났다. 일직선으로 뚫려 있는 구멍이 발견 된 것이다. "에잇, 비켜라! [반야장]!" -퍼퍼펑 다시 뭉치의 손에서 여러 개의 불과 냉기의 덩어리가 쏘아져 나갔 다. 상당한 물리력을 동반한 그 덩어리들은 화려한 폭음 소리와 함께 적들 의 가슴에 작렬한다. "으윽, 막아랏!" 확실히 이곳은 적의 본거지 안이다. 비록 대부분의 적들이 방벽 쪽으로 몰 려갔다고 해도 아직 수많은 사람이 남아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이곳에 침투한 사람은 뭉치와 라딘 뿐만이 아니다. "뭉치 대장이 인질을 구했다. 그를 도와라!" 선행돌파대의 요원들이 드디어 뭉치를 발견하고 외쳤다. 그와 함께 사방으 로 흩어져 있던 선행돌파대 사람들이 뭉치를 공격하던 자들을 뒤에서 덮쳤 다. "으윽! 언제 이렇게 많은 침입자가 들어왔지?" 마교의 무사들은 적이 상상외로 많이 들어온 것에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하나같이 고수 아닌 자들이 없다! 어느새 드워프들은 침입자들과 합류하여 빠르게 건물 밖으로 물러서고 있다. 싸워서 적을 뚫으려는 것이 아닌 막으 며 물러서는 자들을 치는 것은 쉽지 않다. 하물며 저들이 자신들보다 더욱 고수일 때에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비록 죽음을 각오했어도 적이 물러나는 것을 목숨을 걸고 공격할 정도로 인 간의 본성은 강하지 않다. 드디어 침입자들이 모두 건물 밖으로 나갔다. 몇몇 사람이 건물에 난 구멍 을 막고 버티기 때문에 뒤쫓아 나갈 수도 없다. "에잇, 정문으로 돌아서 나간다! 나를 따라와!" 한 간부가 소리를 치며 뒤돌아 뛰기 시작하자 모두 그를 따라 뛰었다. 그러 나 그들은 알고 있었다. 정문으로 돌아서 뒤쪽까지 나가려면 5분은 걸린다. 저자들이 바보라도 그때까지 멍하니 기다리고 있을 리는 없을 것이다. ---------------------------- "갔군, 그럼 움직여 볼까? 몽몽아." 드워프들이 지나간 반대편 통로에 숨어 있던 라딘은 몽몽을 불렀다. 몽몽이 밖으로 나와 허공에서 재주를 한 바퀴 넘자 그의 몸이 갑자기 커지면서 검 은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린 미소년으로 변한다. 검은 로브를 입고 한 손에는 호신용의 단검을 든 그는 어린 마법사 같은 느 낌을 준다. "가자. 서쪽에 창고가 있다고 하더군." 라딘은 조용히 몽몽에게 말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라딘과 함께 창고 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 서쪽 통로를 따라 달려갔다. 원래 라딘은 벽을 부수고 숨어 있었다. 뭉치가 혼자서 모든 일을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뭉치는 완벽하게 자신의 임무를 수행했다. 그리고 그 위에 귓말로 창고의 위치까지 라딘에게 알렸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라딘은 속으로 환성을 지르며 당장 뭉치의 뒤를 따라 나 간다는 작전을 전면 수정했다. 세상은 목숨을 걸고라도 해내야 하는 일이 있다. 사업가이자 대장장이 마스 터인 라딘은 희귀금속에 대한 탐욕이라면 드워프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확실히 그는 언제나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비록 그에게 준 만천화 우의 대금은 받을 수 없게 되었지만, 이제 그 이상으로 뽑을 차례이다. -탁, 탁, 탁 "누구냐!" 아무래도 전신갑옷을 입고 조용히 걸을 수는 없다. 서쪽 창고의 입구가 보 이는 곳까지 오자 앞쪽에서 네 명의 보초가 라딘을 보고 소리친다. 라딘은 순간적으로 고민했다. 이대로 강행돌파를 할 것인가? 그러나 그 경 우 망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 보통 보물 창고 같은 경우 기관 장치가 되어 있어 적이 침입하면 창고를 봉인하거나 심지어는 파괴할 수 있는 경우가 많 다. 결국 일순간에 저들 네 명을 처치하지 못하면 혼자서 위험을 무릅쓰고 남은 보람이 날아가 버린다. 생각은 복잡해도 그것이 전혀 동작에 나타나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라딘의 무서운 점이다. 그는 즉시 인상을 썼다. 냉혹한 악당의 얼굴표정은 웬만한 영화에서 모두 써먹을 정도로 그 표정과 분위기가 매뉴얼화 되어 있다. 그와 동시에 라딘 은 조용히 자신의 워해머에 주문을 걸었다. -부웅 검은 오라가 워해머를 감싼다. 언홀리 웨폰! 다크팰러딘의 상징인 검 은 빛이 그의 무기를 완전히 감고 통로의 양쪽에 있는 발광체의 불빛을 흡 수하기 시작했다. "앗, 다크팰러딘!" -척 경비병들은 얼른 차렷 자세를 취했다. 다크팰러딘이라면 최소한 일급간부라고 봐야 한다. 그들은 성질이 고약하기 때문에 밉보인 수하에게는 확실하게 어둠의 여신에게 보내는 직행표를 선 사한다. "적이 침입했다. 이미 드워프들이 도망갔다. 이곳은 아직 이상이 없나?" 라딘은 달려오면서 외쳤다. 그의 목소리에는 진실이 담겨 있었고, 그 진실 은 경비병들의 가슴속에 전달되었다. 경비병들의 안색이 변했다. 지하에까지 적이 침입하다니? 드워프들을 구출 해 나갔다니? 본거지가 밝혀진건가? "이곳은 이상 없습니다!" 얼른 경비조장이 크게 보고를 했다. 라딘은 겨우 경비병들이 있는 곳까지 다가와 안도한 듯 허리를 굽히며 자신 의 뒤를 따라온 몽몽에게 물었다. "제임스, 있니?" "네, 왼쪽에요." -파팍 제임스는 아버지의 말에 대답하면서 기관장치에 가장 가까이 있는 경 비병에게 자신의 유성자금비를 꽂았다. 그와 동시에 기관장치를 막으며 방 어마법인 포스 필드를 시전했다. -부웅 문 앞에는 투명한 막이 생겼고 놀란 경비원들은 순간적으로 몸이 굳 었다. "[낭트전추술]!" -퍽, 퍽, 퍽 레벨 950의 초고수, 그것도 힘기사 앞에서 빈틈을 보인 댓가는 바로 그들의 생명이었다. 경비병이 알람을 울릴 틈도 주지 않고 순식간에 남은 3명을 해치운 라딘은 조용히 제임스가 기관을 해체하기를 기다렸다. -딸깍 "다 됐어요. 그런데 라딘, 한 가지만 물어도 되요?" 제임스가 되었을 때는 아빠라고 부르지 않기로 이미 약속이 되 있다. 가능 하면 말도 잘 안하기로 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제임스는 참을 수 없다는 듯 라딘에게 질문을 했다. "응, 뭔데?" "라딘은 성기사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다크오라를 발할 수 있지요?" 제임스가 말하자 라딘은 그것을 물을 줄 알았다는 듯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 다. "제임스야, 첩보원의 세계에서는 말이다. 항상 전해오는 기술이 있단다." "뭔데요?" 제임스의 눈이 빛난다. "그것은 바로 [비장의 한수]라는 기술이지. 오랫동안 무사히 생활하려면 수 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꼭 준비해야 하는 기술! 남 앞에서 두 번은 쓸 수 없는 기술을 말하는 거란다." "아!" 감탄하는 제임스를 보고 계속해서 웃으며 라딘이 설명했다. "가장 좋은 것은 그 기술을 절대로 쓰지 않는 것이란다. 10년이든 20년이든 , 안 쓰면 안 쓸수록 좋은 거지. 그리고 중요한 것은 누구도 내가 그런 기 술을 쓸 수 있다고 상상할 수 없어야 한단다. 항상 명심 하거라. 이 기술은 10년에 한번을 사용해도 너무 많이 쓰는 거라는 것을!" 제임스는 혼자서 10년에 한번 이라고 중얼거리고 있다. 라딘은 처음에 성기사가 되면서 그 강력한 신의 손이나 죽음의 손을 포기하 고 언홀리 웨폰을 선택한 순간을 떠올렸다. 홀리 웨폰과 같이 사용할 수도 없고, 남 앞에서 쓸 수도 없는 언홀리 웨폰! 그러나 이것이야말로 라딘이 평생을 아껴서 써야하는 [비장의 한수]였다. 지금 아무도 없기에 잠깐 사용했지만 사실은 더욱 결정적인 순간에 쓰지 않 으면 안 된다. 어쩌면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남이 상상하지 못하는 한 수는 꼭 가져야 한다는 것이 부친인 신 무혼씨의 가르 침이 아닌가? "시간이 없구나. 어서 들어가자." "네!" 라딘과 제임스는 문을 열고 창고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들이 다시 창고에서 나온 것은 약 10분이 지난 뒤였다. 그들의 입에는 만족의 웃음이 걸려있었 다. "빨리 원래대로 기관을 움직여 놓으렴. 우리가 이 안에 들른 사실은 비밀이 니까." "네, 염려마세요!" 다행히도 제임스가 창고의 기관을 원상태로 돌릴 때까지 다른 사람들은 오 지 않았다. 그 후, 라딘과 제임스는 보초들의 시체를 모두 처리하고, 무림맹의 사람들 이 무사히 방벽을 깨고 지하에 잠입해 올 때까지 드워프의 작업장 구석에서 편하게 누워서 그들을 기다렸다. 그 날, 무림맹의 제 2부대는 마교의 작업장을 급습했다. 목숨을 건 선행돌 격대의 활약으로 무사히 안에 잡힌 인질들을 구출했다. 그 결과, 목숨을 걸 고 맨 앞에서 돌격해 최후까지 그들과 싸운 성기사 라딘과 아도 용병단 단 장 뭉치의 명성은 더욱 높아졌다. 그리고 그들은 결국 마교가 천 년간 모은 창고를 성공적으로 털 수 있었다. 모든 사람들이 상상을 초월하는 그들의 창고에 쌓인 무구와 금속, 그리고 보석의 양에 놀라했다. 물론 그 중 3할에 해당하는 재물을 아도 용병단이 원천징수했다는 것은 말 할 필요도 없이 당연한 것이라고 하겠다. ----------------------------------- =+=+=+=+=+=+=+=+=+=+=+=+=+=+=+=+=+=+=+=+=+=+NovelExtra(novel@quickskil l.com)=+= 제 목 신마대전 [280 회] 날 짜 2004-12-02 조회 / 추천 3042 / 176 선작수 5705 공지 공지가 없습니 다 옵 션 글자 크기 8 9 10 11 12 13 14 15 <<< 이전 이후 >>> 7_8 도린 ------------------------------ "크윽, 저들이 이곳을 완전히 포위했다고?" 교주의 신음과도 같은 말에는 더할 수 없는 비통함이 섞여져 있다. 어떻게? 어떻게 이곳의 위치를 알아냈단 말인가? 외부와의 모든 연락을 끊 고 100년간 숨어살 계획이었다. 자신의 일생을 그렇게 이 안에서 보내게 되 는 것은 너무나도 억울한 일이지만, 신교의 미래를 위해 기꺼이 희생할 각 오를 다졌다. 하지만 이제는 그것도 불가능하다. 이미 무림맹의 악도들이 완전히 이곳을 포위하고 공격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렇게 된 이상, 어둠의 여신께 부끄럽지 않도록 결사 항전을 한다! 모두 준비하도록!" "존명!" 그의 선언에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자들이 얼굴을 굳히면서 그의 말에 복명 했다. 하지만 다들 알고 있었다. 이미 이곳에는 10대 장로를 비롯한 고수는 남아있지 않다. 오직 후대를 위한 젊은 자들과 교주의 제자들뿐이다. 무림맹과 주변 왕국들이 이 총단의 위치를 알고 쳐들어 온 이상 단 한명도 이곳에서 살아 나갈 수 없을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대전 밖으로 나가자, 안에는 교주만 남게 되었다. 그는 조용 히 눈을 감고 마음의 각오를 다진 후, 한쪽에 있는 줄을 잡아 당겼다. 잠시 후, 대전의 한쪽 벽이 스르르 열리며 그 안에서 한 사람이 나타났다. "부르셨습니까? 교주님." 회색의 로브를 머리 위까지 뒤집어 쓴 그자는 앞으로 나와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목소리를 들어보면 그가 젊은 소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 너를 불렀다. 지후야." 놀랍게도 교주의 말에는 부드러움이 섞여 있었다. 어둠의 황제이자 암흑신 교의 교주가 사람을 부드럽게 대할 수 있다니? "총단이 적에게 발각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 소년은 의외로 평온한 어조로 자신이 알고 있는 바를 말했다. 그의 태도에 교주의 고개가 끄덕여진다. 확실히 그가 가장 총애하는 막내 제자인 나지후는 언제나 믿음직스러워 자신을 실망시키지 않는다. "그래, 수천 년을 이어져 온 우리 암흑신교에 이런 날이 올 줄은 몰랐다. 그것도 나의 대에서! 크흑." "사부님!" 교주는 말을 꺼내다가 너무 원통하다는 듯 신음소리를 내었다. 나지후가 놀라서 자신도 모르게 그를 사부라고 부르며 다가온다. 그러나 교주는 손을 저어 그를 제지하고는 잠시 정신을 가다듬고 말을 계속 했다. 시간이 많지 않았다. 어서 이 일을 처리하고 자신이 직접 그들을 막 아야 한다. "아무도 없으니 사부라 불러도 좋다. 지후야. 잘 들어라. 나는 너를 내 제 자로 받아들이며 나의 다음대가 우리 신교의 최고 전성기가 될 것이라고 확 신했단다. 내가 천하를 뒤집어 업으면 네가 그 뒤에 천하를 집어 삼키리라 고 믿었다." 그는 그가 이 막내 제자를 발견하고 흥분했을 때의 순간을 떠올렸다. 마교사상 최고의 천재! 자신도 인간의 한계를 벗어난 성취를 이루었다고 사 람들이 말하지만 이 제자와는 비교할 수도 없다. "하지만 저는 어둠의 사제가 아닙니다. 사부님의 뒤를 이어 신교를 맡을 자 격이 없습니다." 나지후는 약간 슬픈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자신은 샤이아드의 사제가 아 니다. 사부가 자신을 제자로 삼았을 때, 그는 당연히 사제가 될 줄 알았다. 그러나 사부인 교주는 신기하게도 그에게 마법사의 길을 가기를 명했다. "그렇다. 너는 샤이아드의 사제가 아니다. 단지 환술사일 뿐이다!" 16세의 나이로 이미 레벨 500에 도달했다. 자신이 수련을 멈출 것을 명하지 않았다면 이미 환술사의 최후 직업인 영혼술사의 경지에 도달했을 것이다. 역사상 이런 성취를 이룬 자가 있을까? "잘 들어라 지후야. 우리 신교는 과거 어둠의 여신의 가호로 세 번에 걸쳐 크게 그 힘을 신장시켰다. 그리고 그중 두 번째 시기에 제 15대 교주인 카 로훔께서는 네크로맨서의 비밀을 찾아 전 서대륙을 상대로 전쟁을 벌였다." 교주는 자신의 애제자인 나지후에게 교의 역사와 그 뒤에 숨겨진 비밀에 대 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오직 대대로 교주만이 알고 있는 비밀의 역사였다. 카로훔은 네크로맨서가 되어 마족을 소환하고 수많은 상급언데드를 제조, 그 힘으로 전 서대륙을 뒤흔들었다. 그때 서대륙은 엄청난 피해를 입었고, 그 사이에 암흑신교는 전 대륙에 걸쳐 비밀기지를 건설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결국 카로훔은 각 왕국과 그 당시 대륙에 산재해 있던 수많은 무림 세가들의 연합체에 의해 패하고 말았다. 그 결과 서대륙에는 무림맹이 탄생했다는 것은 서대륙의 모든 사람이 알고 있는 역사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카로훔은 자신이 죽기 전에 자신의 후계자에게 새로운 사실을 알 렸다. 그것은 바로 네크로맨서가 되는 비결이었다. 즉, 자신이 어둠의 사제가 아 닌 환술사였다가 네크로노미콘을 얻어 어둠의 힘을 얻게 되었다는 것을 차 대 교주에게만 알려준 것이다. 이것을 세상에 알려서는 안된다. 그렇게 되면 모든 사람들이 환술사를 경계 하고 그들을 감시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수많은 환술사들이 네크로노미콘을 찾게 될 것이다. 암흑신교 이외의 인물이 네크로맨서가 되면 상당히 많은 문제가 생긴다. 교주는 그자에게 교 주자리를 양보해야 할 지도 모른다. 결국 이 비밀은 교주만의 비밀로 이어 져 내려왔다. "내가 너를 보았을 때, 너야말로 전설의 네크로맨서의 길을 찾을 수 있는 천재라고 생각했느니라. 위대한 신교의 영웅 카로훔의 화신으로 그가 못다 한 대륙정복을 이룰 것이라고!" "사부님!" 나지후는 사부의 마음을 알게 되자 무릎을 꿇으며 사부를 불렀다. 교주의 위를 이을 수 없는 마법사! 교주의 직전 제자이면서도 다른 사형들과 같이 그 지위를 다툴 자격조차 없는 것이 얼마나 괴로웠던가? "지후야. 잘 들어라. 이곳에서 벗어날 수 있는 비밀 통로가 있다. 하지만 나나 다른 자들은 소용이 없단다. 이미 모든 왕국이 우리 총단 주위에 천라 지망을 치고 있는 지금, 비밀 통로로 빠져나가도 어둠의 사제인 나나 네 사 형들은 모두 그 존재를 들키게 될 것이다. 아니, 그렇지 않아도 어둠의 교 단의 교황인 내가 이곳을 버리고 어떻게 떠날 수 있겠는가? 그러니 네가 혼 자 떠나거라. 너는 사제가 아니고 마법사이기 때문에 일단 이곳을 벗어나면 그들도 어린 너를 의심하지는 않을 것이다." "사부님! 어찌 제자가 혼자서 살아남을 수 있겠습니까? 최후까지 신교를 지 킬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이놈! 아직도 모르겠느냐? 너의 두 어깨에 신교의 미래가 걸려 있다!" 교주의 엄한 질책에 그는 고개를 숙였다. "잘 들어라. 그동안 우리가 아무리 네크로노미콘을 찾아도 그것을 찾을 수 없었다. 결국 이 서대륙에는 그 책이 없다는 말이다. 그러니 너는 동대륙으 로 건너가거라. 이미 30년 전에 동대륙에 사람을 보내 비밀 분타를 건설하 도록 했다. 그러니 그곳으로 가서 제 82대 교주가 되어 동대륙에 새로운 암 흑신교를 세우도록 해라." "흑흑흑." 나지후는 결국 참지 못하고 울기 시작했다. 아직 16세에 불과한 자신이 그 런 큰일을 감당해 낼 수 있을 것인가? 교주는 그런 그를 잠시 보다가 품속에서 하나의 영패를 꺼냈다. 세 마리의 악마가 서로 싸우며 엉겨있는 모습의 영패! 바로 암흑신교의 교주의 신분을 나타내는 영패였다. "이것은 지금부터 너의 것이다. 그리고." -파지직 그가 손을 벌리자 손바닥에서 검은 뇌전이 나온다.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그 뇌전은 손바닥위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이것이 샤이아드의 은총인 유니크 무기 암흑마전이다. 교주의 무기이니 이 제 네가 이것을 지녀라." -파지지직 교주가 나지후의 손바닥에 자신의 손을 겹치자 그 뇌전이 마치 집을 옮기듯 나지후의 손으로 들어갔다. "이제 됐다. 가라! 그리고 이제 너는 이 서대륙 사람이 아니니 이름을 바꾸 어라. 위대한 카로훔의 이름을 이어받아 너를 나지훔이라고 칭해라." "알겠습니다. 사부님. 꼭 신교를 다시 세우겠습니다." 나지후, 아니 나지훔이 결심했다는 얼굴로 대답했다. 교주는 그런 그를 믿 는 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신의 태사의의 손잡이를 돌렸다. -그그그그긍 태사의가 뒤로 밀리면서 그 밑에 있던 비밀 통로가 나타나자 교주는 제자에게 어서 내려가라고 눈짓하면서 다시 무겁게 고개를 끄덕인다 . 나지훔은 자신의 사부를 마지막으로 바라보고는 이를 악물고 통로로 들어갔 다. -그그그그긍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오고 이제는 다시 교주 혼자 남았다. 이 기관은 한번 움직이면 다시는 작동하지 않는다. 안쪽의 통로도 서서히 막힐 것이다. "이제 미래는 그의 손으로 넘어갔다. 이놈들, 간악한 무림맹 놈들! 이 묵혈 신마의 힘을 너희들의 영혼에 새겨주마!" 이제는 교주가 아닌 어둠의 대사제 묵혈신마로 돌아온 그가 최후의 전투를 앞에 두고 전신에서 살기를 내 뿜으며 대전을 나섰다. 그 날, 서대륙 최대의 호수인 수미호의 바닥에 위치한 암흑신교의 총단은 무림맹의 총공격을 맞아 교주인 묵혈신마 이하 전 교도가 필사적으로 방어 했지만, 결국 무림맹의 힘에 의해 무너져 완벽하게 괴멸되었다. 묵혈신마는 자신의 몸에 마족인 다크실리엔을 빙의하여 수많은 무림맹 고수 를 죽였지만 결국 7대세가의 고수들의 검진에 갇혀 죽었다. 결국 총단은 붕괴하여 수미호의 물속에 잠겼고, 수천 년을 내려온 암흑마교 의 역사는 그 막을 내렸다. (7권 끝, 8권에서 계속) =+=+=+=+=+=+=+=+=+=+=+=+=+=+=+=+=+=+=+=+=+=+NovelExtra(novel@quickskil l.com)=+= 제 목 신마대전 [282 회] 날 짜 2004-12-03 조회 / 추천 6125 / 243 선작수 5711 공지 공지가 없습니 다 옵 션 글자 크기 8 9 10 11 12 13 14 15 <<< 이전 이후 >>> 8_1 라딘 중공업 신마대전 8권 대륙통일 Chap 1. 라딘 중공업 마교가 멸망하고 무림맹을 비롯한 서대륙의 모든 무림 세가는 그야말로 전 대륙에 걸친 축제를 열었다. 거의 대부분의 왕국에서는 이 날을 국가 공휴일로 지정하고 매년 이 날부터 7일간 축제를 벌일 것을 결정했다. 이렇게 모든 사람들이 즐겁게 먹고 마시고 떠들 때, 라딘과 크로키는 조금 도 쉬지 못하고 앞으로의 일을 의논해야 했다. 어떻게 생각하면 거물이라는 것은 의외로 불쌍한 직업일지도 모른다고 라딘 은 문득 생각했다. "서대륙은 이제 안정적으로 사업을 발전시킬 수 있을 거야." "응, 아무래도 서문철 대협이 무림맹주로 있는 이상 너를 무시하는 사람은 이 대륙에 있을 수 없겠지." 크로키가 조용히 동의를 표했다. "금속과 무기는 그대로 남궁세가와, 각종 포션과 스크롤은 서문세가와 같이 사업을 하면 돼. 그리고 무역을 위한 각 지방의 특산물은 나머지 7대 세가에 알아서 골고루 연합을 하고, 꼭 그들에게 이익 을 분배해야 해." "응, 알았어. 염려하지 마." "그래, 대마도사 크로키에게 맡기는데 무슨 걱정이 있겠어." 라딘이 농담 하듯 말하자 크로키가 헛소리 말라는 듯 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일단 이렇게 기본 방침이 정해지자 그 뒤에는 브리시아인 고용인 문제와 이 계인 회원 문제등 여러 가지 소소한 문제를 일일이 정했다. 이제 라딘은 동대륙으로 건너가야 하기 때문에 이 서대륙의 모든 일은 크로 키가 처리해야 한다. 그러나 그가 모든 것을 직접 관리할 필요는 없다. 결국 영업은 대부분 브리시아인의 손에 의해 이루어진다. 매니저급의 간부 들도 그들이 담당해야 일이 수월하다. 이계인인 크로키는 단지 일종의 투자자와 같은 역할과 정보하고 무력을 장 악하면 되는 것이다. 앞으로 크로키가 이끄는 라딘 상회 서대륙 지부는 서대륙의 자유무역항인 유클리드 항구와 남부 사막지대와 루블 산맥의 경계선에 있는 최남단의 항구인 발뭉 항구와의 정기 교역로를 개발 할 것이 다. 그리고 그들은 아도 용병단 서대륙 회원들이 유클리드 항구를 기점으로 동 대륙의 각종 장비를 얻어 그대로 발뭉항구까지 배를 타고 내려가 남쪽 사막지대에 산재해 있는 고레벨용 마굴을 자유롭게 탐사할 수 있도록 모든 편의시설을 제공할 것이다. 그들은 국가공적치를 올리고 싶으면 유클리드를 공동으로 관리하고 있는 청 해연맹국 중 하나에 들어가 활동하고, 돈을 벌고 싶으면 라딘 상회의 대륙간 무역선의 선원으로 항해를, 레벨을 올리고 싶으 면 남부의 사막에 여행을 떠날 것이다. 회원들에게 최대한 염가로 대부분의 시설을 이용하게 하면 그들로 인해 다 시 새로운 시장이 형성된다. 남부 사막은 그들에 의해 개발될 것이다. 크로키와 라딘은 조용히 그들의 미래를 상상하며 웃었 다. "좋아. 그럼 난 축제가 끝난 후 동대륙으로 돌아갈게. 오랜만에 카리브에 가게 되는데? 하하하." "좋겠다. 미리네랑 잘 놀아라." 두 사람은 그렇게 회의를 끝내고 축제를 즐기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무림 맹의 대청에는 7대세가의 각 가주들과 장로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축제도 축제지만 서문철의 무림맹주 정식 취임을 축하하기 위해서 모인 것 이다. "오, 어서 오시오. 라딘 경." 서문철이 그를 알아보고 얼른 일어나 인사를 한다. 그러자 장내의 모든 사 람들이 일어나서 라딘에게 인사를 했다. "아, 이런, 저는 신경 쓰지 마시고 계속 대화를 나누십시오. 저는 제 동료 들과 즐기겠습니다." 라딘이 쑥스러운 듯 손을 흔들며 말하자 모두가 웃는다. 잠시 후, 라딘은 몇몇 주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눈 후, 한쪽 구석에서 열심히 먹고 마시고 있는 뭉치에게로 갔다. 뭉치는 물론 그가 존경하는 마 스터 드워프 도린과 함께 있었다. 그는 도린을 구출한 뒤 한시도 그와 떨어지지 않았다. 10년을 헤어진 부부 가 만나도 저렇게 정답게 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라딘은 뭉치가 적어도 대인포섭능력에서만큼은 자신에게 뒤떨어지지 않는 스페셜리스트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 라딘 어서와. 도린 할아버지, 얘가 내 친구에요. 내 영지에서 상회를 세워 영지의 물건들을 대륙 곳곳에 팔고 있지요." "오호, 그렇구나. 라딘 경, 손자를 잘 부탁드리겠네." -띵 할아버지? 손자? 라딘은 상당한 충격이 뒤통수에 가해지는 것을 느꼈다 .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손자라니? "하하하, 물론이지요. 그런데 도린 님이 뭉치를 손자로 부르시는군요?" "허허허, 나 도린은 평생 쇠만 두드리느라 결혼도 하지 못 했지. 희귀금속 을 찾으러 이 서대륙까지 올 정도였으니까. 이 아이가 비록 이계인이기는 하지만 자랑스러운 드워프니 내가 손자로 맞아들이기로 했네." 라딘은 웃으면서 도린에게 좋은 손자를 얻은 것을 축하한다고 말했다. 그러 나 그의 등에서는 식은 땀이 흐르고 있었다. 뭉치는 이 도린이라는 드워프의 가치를 정확히 알고 있음이 틀림없다! 손자 라니? 어떤 면에서 그는 자신보다 더한 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 이번 축제가 끝나면 도린 경께서도 동대륙으로 돌아갈 계획이십니까? " 라딘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물론이지, 아! 내 고향인 검은바위계곡은 아직 그대로인지 정말 궁금하구 만." "할아버지 염려마세요. 제가 몇 년 전에 붉은 나무언덕 일족에서 나올 때 그곳을 들렸는데, 다들 잘 살고 있더라고요. 모두 할아버지를 그리워하고 있을 거에요." 뭉치는 드워프로 시작할 때, 붉은나무언덕 이라는 드워프 마을에서 시작했 다. 그리고 그곳은 검은바위 일족의 마을 옆에 위치한다. "오호, 그렇구나! 그럼 이번에 우리 같이 그곳에 돌아가자꾸나." "네, 그래요! 저도 인간 세상에 나와서 영지 개발하고 영주 노릇하느라 한 번도 못 가봤거든요!" "허허, 동부해안을 개발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 장하구나, 뭉치야." ... ... ... 두 사람의 얘기는 끝이 없다. 라딘은 그저 뭉치의 현란한 대사를 들으며 그의 천부적인 외교술에 진한 감 동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축제가 끝난 후, 라딘 일행은 드디어 무림맹을 떠나 유클리드 항구로 향했 다. 약 보름간의 여정 만에 무사히 항구로 도착한 라딘은 대륙간 운항선이 도착 하기를 기다리면서 청해연맹국의 대사들과 만나서 앞으로의 무역 상담을 하는 등 서대륙 사업의 마무리를 위해 바쁘게 보냈다 . 이미 크로키의 명성도 이 서부해안에 넓게 퍼져 있기 때문에 왕국도 무림세 가도 해적도 크로키의 이름 앞에서는 절대적으로 조심을 한다. 크로키는 이곳에서 20척의 전투선을 제조하여 '해원단' 이라는 이계인 해상 보호단를 결성했다. 남쪽 항구와의 정기 교역선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다는 명목 하에 만들어 진 이 전투집단은 레벨 300이상의 이계인 600명이 소속되어 최소 150명 이상씩 교대로 근무하는데, 사실상 서부 해안에서 가 장 강력한 해상 무력집단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 후, 크로키에게는 은밀하게 하나의 별명이 붙었는데, 그것이 바로 '해적 법사'라는 별명이었다. 해적연맹의 3명의 맹주들은 이런 크로키의 움직임에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 지 않고 묵인했다. 그들은 과거 자토스 왕국의 해군과의 결전 때, 크로키의 작전의 위력을 똑 똑히 경험했다. 그런 이유로 이미 크로키는 해적들 사이에 전설적인 존재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럼 이대로 서대륙은 크로키 너에게 맡길게. 프레쉬맨하고 잘 상의해서 카린 쪽도 항상 신경을 쓰고." "응." 이미 카린은 녹림마제의 역할에 푸욱 빠져서 좀처럼 산에 나오려고 하지 않 는다. 별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분기별로 각종 선물을 주고받으며 인간관계를 돈독히 하는 것을 절대로 소흘이 해서 는 안 될 것이다. 그렇게 다시 최후로 모든 일을 점검하고 매일같이 라딘의 동대륙 귀환을 배 웅하는 각 세가의 사람들과 만나는 사이 후딱 일주일이 지났다. -부웅, 부웅, 부웅 드디어 대륙간 운항선의 정박을 알리는 세 번의 고동 소 리가 항구에 울려 퍼졌다. 사람들이 하선하고, 다시 이번에 판매할 물량의 귀금속, 스크롤, 회복 포션 등이 내려져 항구의 관리들의 점검을 받기 시작했다. "어서 오세요. 라딘 경." 타릭스 호에 라딘 일행이 승선하자 운항선 총 매니저인 리나가 와서 인사를 했다. 옅은 녹색의 드레스에 그렇게 화려하지는 않지만 기품 있는 장신구로 치장 을 했다. 머리를 틀어 올려서 긴 나비모양의 머리핀으로 고정을 한 그녀는 이미 대륙 에 이름높은 유명가수이기도 했다. "아아, 리나 양, 그동안 잘 지냈나요?" 라딘은 부드럽게 웃으면서 그녀에게 말했다. 그동안의 보고에 의하면 그녀는 정말로 요 2년 사이에 대륙간 운항선의 수 익을 120%나 신장 시켰다. 라딘이 인수할 때의 수익이 거의 한계상한치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기적이나 다름없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예, 덕분에 무사히 바드로 전직도 하고 이제는 요리와 방직도 마스터 했어 요." "호오, 그럼 체력과 마력이 증가했나요?" 고개를 끄덕이며 라딘이 묻자 리나는 즐거운 듯 웃으며 대답했다. "예, 정말로 힘들었던 것만큼 능력이 오르던데요. 모두 다 라딘경의 배려 덕분입니다." 그녀의 여유로운 대화에 라딘은 이미 그녀가 나름대로 가치관을 확립했음을 느꼈다. 자신을 상대로 눈 속에 공포의 감정이 떠오르지 않는다. 어쩌면 이번 2년간 그녀는 진정으로 귀중한 경험을 했을지도 모른다. "이제 2년 남았습니다. 계속 수고해 주세요." "물론이에요. 호호." 리나는 그 후에도 즐겁게 그 동안 선상에서 있었던 일들을 조리 있게 설명 했다. 어떻게 생각하면 일의 산더미에 파묻힌 처절한 나날들이었지만 이렇 게 익숙해지고 나니 마치 과거의 추억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가볍고 재미있 게 이야기를 진행할 수 있다. "어이, 라딘, 할아버지랑 나는 이쪽 선실을 쓰면 돼?" 저쪽에서 뭉치가 소리를 친다. VIP선실의 입구이다. "저번에 연락한 드워프 마스터 도린 님입니다. 이번 항해에 저분에게 각별 히 신경 써 주세요." 라딘이 웃으며 말하자 리나는 알았다고 대답하고는 그쪽으로 걸어갔다. 조 용하면서도 빠르게 걷는 관록이 엿보이는 걸음걸이였다. 혼자 남은 라딘은 타릭스 호의 갑판을 두 손으로 잡고 하늘을 쳐다보았다. 항구의 전경이 보인다. 몇 마리의 갈매기가 끼룩끼룩하는 소리를 내며 날아 가는 사이로 구름이 흐르고 있다. 평화로운 광경이다. 이곳은 지난 2년 동안 10만의 좀비도 마족빙의를 한 마교의 장로도 전혀 관 계가 없었다. 정사대전이라는 것은 정말로 대륙 전체의 운명을 건 전쟁이었을까? 라딘은 그저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다가 문득 서쪽의 바다를 바라보았다. 저 바다 뒤에는 자신의 제 2의 고향인 카리브가 있다. 얼마 전에 파스트 제국의 뉴 로드 계획이 완료되어 이제 수도에서 카리브까 지 넓고 길게 뻗은 대로가 놓여졌다. 카리브의 인구는 이미 30만에 가까워져, 애초에 계획한 인구 10만의 소형도 시로는 그들을 수용할 수가 없게 되었다. 다시 인구 50만의 중형도시 설계도를 가져다가 새롭게 도시를 확장하는 중 이다. 동부 최대의 도시! 카리브는 정말로 몇 년 안으로 수도 다음가는 대형 도시 가 될지도 모른다고 라딘은 생각했다. "2년 만이군. 보고 싶다. 카리브." 라딘은 조용히 중얼거렸다. -부웅, 부웅 모든 승객이 올라타고, 이번에 구입한 최고급 비단의 선적이 완료되자, 드디어 대륙간 운항선은 출발을 알리는 고동을 울렸다. 각 선실에는 저마다의 사연을 지닌 자들이 대륙을 건너 자신의 목적을 이루 거나 혹은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탑승하고 있었다. 자신의 영지인 카리브에 몇 년 만에 돌아가는 뭉치와 50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가는 도린은 둘 다 그 감정이 가슴을 치고 올라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을 느끼고 있었다. "할아버지, 이번에 동대륙에 가시면 꼭 저랑 살아요. 라딘이라는 친구가 그 곳에 희귀 금속을 무지하게 많이 모아놨을 거에요. 그거 다 사서 할아버지 드릴게요!" 뭉치의 말에 도린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그의 마음은 드워프들 이 생명보다도 중요하게 여기는 희귀 금속이 아닌 50년간 보지 못한 자신의 고향 검은바위계곡으로 먼저 날아가고 있었다. -------------------------------------- 카리브에는 지금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지난겨울에 드디어 뉴-로드 계획이 완성됨에 따라 30만에 가까운 인부들이 모두 이곳에 모인 것이다. 그들은 원래가 바이가스의 농민들이다. 난민이 되어 자신의 고향을 등지고 할 일이 없어 이렇게 토목공사에 동원 되었지만, 그들이 평생을 해온 영농기술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들이 드디어 공사를 끝내고 앞으로의 일을 걱정할 때, 카리브와 인근의 도시들은 3년 전부터 계획한 대로 그들에게 넓은 땅을 제공했다. 그들은 열광했다. 그 땅을 개간만 하면 그곳은 자신들의 땅이 된다. 소작농 도 아닌 자작농이 된다! 거기에 땅을 개간할 동안 들어가는 식량은 라딘 상회에서 무이자로 대여해 주기 때문에 5년 이내에 원래의 양만 갚으면 된다고 한다. 이것은 정말로 유래가 없는 것으로 국가에서 베푸는 구호식량도 다음 해 3 할의 이자를 붙이게 되어 있다. 결국 30만의 난민들은 그대로 카리브와 주변의 도시에 모두 정착하게 되었 다. 결국 이 동부해안은 그동안 파스트 제국의 끊임없는 개발의지에 의해 제국 의 새로운 곡창지대로 성장하게 된 셈이다. -부웅 "오, 드디어 대륙간 운항선이 들어오는군!" 수 많은 사람들이 항구에 모여 있다. 이미 어제 연락사로부터 대륙간 운항 선이 오늘 입항한다는 전갈을 받았다. 이번 운항선에는 이 카리브의 영주인 뭉치 폰 몽테크리스토 자작과 전 세계 에 이름 높은 라딘 크러쉬볼트 경이 타고 있다. 당연히 성녀인 미리네를 비롯해서 교단의 윗사람들과 카리브의 실무진, 그 리고 라딘 상회의 매니저들이 모여 그들을 환영하려 하고 있다. "미리네! 보고 싶었어!" "꺄악!" 라딘은 배에서 내리자마자 미리네에게 달려와 그녀를 껴안았다. 주변의 사 람들의 눈을 아랑곳하지 않은 그의 저돌적인 포응에 미리네는 놀라서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곧 그녀의 입술은 라딘의 입에 뒤 덮여 더 이상 비명을 지르지 못하게 되었다. "오오, 라딘, 확실하게 보여 주는군. 난 놈은 난 놈이야." -짝짝짝짝 크로키와 뭉치가 그 광경을 보고 박수를 쳤다. 그것을 신호로 주 변의 모든 사람들이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몇몇 사람은 휘파람도 분다. 당연히 미리네의 얼굴은 더할 나위 없이 붉어졌고, 라딘은 그런 미리네의 손을 잡고 서둘러 항구를 떠났다. 모든 사람들이 그런 그들을 축복해 주었다. '휴, 저 많은 사람들하고 일일이 인사하려면 오늘 해가 졌을 거야.' 라딘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며 옆에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있는 미리네 에게 잘 지냈냐고 인사를 하면서 그녀에게 열심히 아부와 봉사를 했다. 어스에서 토요일마다 데이트를 하기는 해도 그것은 이 브리시아의 시간으로 는 거의 한 달에 한번이라고 할 수 있다. 시간이 없어 하지 못한 이야기도 많았다. 이제 이곳에서 만났으니 두 사람이 당분간 떨 어지기를 싫어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며칠 동안 라딘은 미리네와 같이 다니며 항구의 발전된 모습을 구경했다. 자신의 예상보다 더욱 화려하게 변한 카리브는 라딘의 마음을 흡족하게 해 주었다. "사람들의 얼굴이 밝네, 미리네가 고생을 많이 했겠는 걸?" 라딘이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인다. 왜 이런 평범한 말까지 일부러 다른 사람이 들을 수 없는 조그마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해야 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으응, 라딘 상회에서 오는 기부금이 정말 대단한 금액인걸, 도시 사람들도 적극적으로 호응해 주고 있고, 덕분에 구호소나 개발지원 사무소도 모두 순조롭게 돌아가고 있어." -끄덕, 끄덕 라딘은 미리네의 미소를 동반한 말에 같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 였다. 사업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그동안 뿌린 씨가 싹을 틔워 이제는 열매 를 맺고 있다. 미리네는 아직 잘 모르고 있다. 물론 그녀도 바보가 아닌 이상 라딘이 수익 중 일부를 현거래 사이트를 통해 판매하고 있다는 것은 안다. 아도 용병단을 운영하기 위해서 각 대학별로 매달 회식을 주선하고 일 년에 두 번 연합 엠티까지 준비한다. 들어가는 유지비가 만만치 않다. 그런 모든 자금을 라딘 상회가 벌어들이는 돈으로 해결한다. 미리네와 용병단의 대부분 멤버들은 이런 아도 용병단의 운영 방침에 크게 만족하고 있어, 적극적으로 라딘 상회의 일에 협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사실 라딘이 버는 돈은 그 정도가 아니다. 이제 대학 2년생인 라딘은 20세의 나이로 웬만한 중소기업 보다 많은 수입 을 얻고 있다. 가히 20세 사업가라고 할 만한 그의 성장이라고 할 수 있다. "미리네는 대학 졸업하면 어떻게 할 거야?" 라딘은 갑자기 그녀에게 현실의 일을 물었다. 지난 번 데이트 때 하다 못한 이야기이다. "으응, 역시 난 아프리카 의료봉사단에 참여해야 할 것 같아." "응, 너라면 잘 할 수 있을 거야." 라딘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녀의 성격상 의사 면허를 따면 그런 식으로 행동할 가능성이 높았 다. 라딘은 별로 불만이 없었다. 이미 전 세계가 하루 생활권이 된 지금, 그녀가 아프리카에 간다고 해도 일 주일에 한, 두 번 만나 데이트를 하는 것은 전혀 지장이 없다. 물론 그 중간에도 이렇게 가상현실에서 만나면 된다. 도끼바바는 이번에 섀도우로즈와 결혼을 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 역시 라딘 상회의 주주이기 때문에 상당한 돈을 벌고 있다. 그는 결혼과 동시에 그동안 모은 자금으로 건물을 세워, 일층은 섀도우로즈 가 관리하는 가상현실 게임센터를, 2층은 도끼바바가 관리하는 헬스 클럽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뭉치, 이 친구는 이미 외무고시에 합격을 했다. 대학 2년생의 나이 로 게임까지 하면서 어떻게 국가고시에 합격을 했을까에 대해 모든 사람이 의문을 가졌지만, 합격을 한 사실은 사기가 아닌 진실이 다. 크로키는 그런 뭉치를 보고 진짜 천재는 어쩌면 뭉치일지도 모른다고 감탄 했다. 그는 대학 졸업과 동시에 외무부에 들어가서 외교관이 되겠다고 말하고 있 었다. 라딘은 그가 어쩌면 세상에 이름을 날리는 외교관이 될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몇 년 후에도 계속 이 게임을 할 사람은 나랑 크로키, 그리고 섀도우로즈 누나밖에 없는 건가?' 라딘은 갈매기의 울음소리에 문득 하늘을 바라보았다. 아름다운 하늘이다. 이제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고 있다. 고개를 내려 들을 보니 파릇파릇한 새싹이 갓 개간한 논과 밭에 자라고 있 다. 끝이 없이 펼쳐진 논과 밭이 라딘의 마음을 풍요롭게 만들고 있었다. 가을이 저 들판에 온통 황금빛 곡식들로 가득 찰 것이다. 엄청난 양의 식량이 새롭게 생산된다. 식량이 늘어나면 군대도 늘릴 수 있 다. 내년이 되면 파스트 제국의 군사력은 1.5배로 늘어날 것이다! 라딘은 내년에는 드디어 아칸 황제가 자신이 남긴 마지막 정책을 시행할 것 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은 바로 대륙통일정책이었다. ---------------------------------- 타릭스호에서 하선한 지 3일이 지났다. 라딘은 첫날 만사를 제치고 미리네 와 하루 종일 데이트를 하고 그 다음날부터 라딘 상회 매니저들의 업무보고를 받았다. 이틀에 걸친 정기보고가 끝나자 이제 그의 로그인 제한시간이 다 되었다. 물론 카리브의 영주인 뭉치도 라딘과 비슷한 일정을 보냈다. 영지대리인들 의 보고는 끝이 없었고, 하선한 지 3일이 지난 지금까지 그 보고는 끝나지 않았다. "일단 로그아웃 하자고, 다음에 들어와서 마무리를 지으면 되니까." 라딘은 뭉치에게 그렇게 말했다. 확실히 이제는 제한시간이 거의 다 되어 더 이상 일을 할 시간이 없다. "좋아. 그런데 정말 3년간이나 영지를 비우니까 할 일이 태산 같다." 뭉치는 투덜대면서도 기분이 좋은 듯 웃었다. 결국 그는 밀린 영지의 일을 절반도 못 처리한 채 로그아웃 할 수밖에 없었 다. 그들이 브리시아를 떠난 16시간 동안 라딘 상회의 매니저들은 드워프들을 만나 인사를 하고 그들에게 카리브 시티의 안내를 했다. 라딘이 미리 지시한 대로 그들은 보통사람에게는 공개하지 않는 무기재료 창고를 드워프들에게 공개했고, 젊은 드워프들은 그 창고에 쌓인 일급 금속의 양에 경악했다. 총 매니저 피터슨은 도린과 젊은 드워프들에게 설명했다. "이것들은 물론 일반 금속이고, 특수 금속은 상회의 주인인 라딘경이 직접 관리합니다." -꿀꺽 그들은 침을 삼켰다. 배 위에서도 말은 들었지만 이정도의 금속이 쌓여 있다니? 정말로 미르던 산맥에 있는 금속광산의 절반 이상이 이 항구를 거쳐 서대륙으로 수출된다는 말인가? 그들은 라딘이 가지고 있는 특수 금속의 양에 대해 상상하기 시작했다. 특수 금속이라는 것이 말 그대로 보통 금속의 100분의 일의 양도 없는 것이 지만, 이 경우 그들의 앞에 쌓여 있는 금속의 100분의 일이라고 해도 웬만한 집을 한 채 지을 양이 될 것이다. 어쩌면 라딘이 가지고 있는 특수 금속이 마교의 그것보다 많을지도 모른다 고 그들은 생각했다. 그렇게 그들이 카리브와 라딘 상회의 부를 실감하고 있을 때, 드디어 라딘 과 뭉치가 돌아왔다. "난 계속해서 영지의 일을 처리할게. 으으, 정말 앞으로 3일은 꼬박 해야 될 것 같아!" 뭉치가 넌더리가 난다는 듯 고개를 흔들며 자신의 관사로 갔다. 라딘은 그런 뭉치를 보고 가볍게 웃다가 피터슨이 보내온 심부름꾼의 연락 을 받고 이제 때가 되었음을 알았다. 도린과 드워프들에게 지금 가장 절실한 일은 고향에 돌아가는 일이다. 그것 을 말릴 수는 없다. 그러나 일단 그들이 고향에 돌아가서 식구들과 만나 지내다 보면, 차츰 현 실적인 문제가 돌아오게 된다. 도린과 그를 따르는 드워프 장인들은 50년 동안 마교에서 온갖 상급 금속들 을 가지고 작업을 해왔다. 그런 그들이 자신들의 마을에서 보통의 금속만 가지고 얼마나 버틸 수 있을 까? 결국 그들은 이곳으로 올 수밖에 없다. 마교에 버금가는 금속을 제공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 바로 이 카리브 시티이기 때문이다. 뭉치의 역할도 크다. 그는 이번에 도시의 일을 모두 처리하면 그들과 함께 떠나기로 되어 있다. 그리고 그는 도린의 마을인 검은바위계곡과 자신의 마을에서 가능한 한 많은 드워프 장인들을 고용해 와야 한다. 전쟁이 벌어지면 결국 무기의 값이 오르게 된다. 지난 2년간 서대륙의 정사대전을 핑계로 끊임없이 금속을 사 모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제 이 금속들을 무기로 만들 장인들만 확보하면 대망의 라딘 중공업이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낸다! '뭐, 그건 그거고. 난 나의 일을 해야지.' 라딘은 조용히 하늘을 한번 바라보았다. 나티크는 과연 어디에 있을까? 보 통 신은 하늘나라에 있다고 사람들이 믿지만, 그에게 천상계는 어울리지 않는다. '나티크! 기다려라! 나는 곧 너를 만나게 된다!' 라딘은 그렇게 생각하며 두 주먹을 꾸욱 쥐었다. -땅, 땅, 땅 확실히 도린은 대장장이 마스터의 자격이 있다. 그는 이 카리 브에 도착하고 나서도 틈만 나면 대장간에 들어가 각종 무기와 방어구를 만들었다. "도린 님, 여기 계셨군요." 라딘은 피터슨이 가르쳐 준 대로 그가 라딘 상회의 대장간에서 무기를 만들 고 있는 것을 보자 괜히 웃음이 나왔다. "오오, 라딘 경, 어서 오게." -치이익 그가 때 마침 검의 날을 완성하여 숯물에 그 날을 넣어 식히며 라 딘에게 말했다. 라딘은 도린과 잠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자연스럽게 금속에 대한 이 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아, 희귀금속은 대부분 제가 은행에 맡겨 두었지요. 적지 않은 양이지만 낭비할 마음은 없기 때문에 그냥 모아만 두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런 금속들은 정말 그 가치를 살릴 수 있는 사람만 취급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요." 그의 말에 도린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라딘은 약간 목소리를 낮추어 다시 말했다. "사실 이번에 아다만타이트를 조금 구했는데..." "오오, 그 귀한 금속을!" "그게 약간 미묘한 문제가 있어서 도린 님에게 상의를 드리고 싶습니다만." 라딘의 말에 도린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그를 쳐다보았다. 금속에 무슨 문제가 있을 수 있을까? "혹시 괜찮으시다면 제 개인 창고를 구경하시지 않으시겠습니까? 그 안에서 도린 님이 고향에 가실 때, 마을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것이 있으면 제가 선물하고 싶군요." 도린은 그의 말에 귀가 번쩍 뜨이는 것을 느꼈다. 이자가 지금 뭔가 원하는 일이 있어서 자신에게 도움을 청하고 있다! 그리 고 그 대가로 희귀 금속을 지불하겠다고 말하는 것이 틀림없다. "허허허, 라딘 경의 개인 창고라면 꼭 보고 싶구려. 그럼 염치 불구하고 부 탁드리겠소." 도린은 웃으면서 호쾌히 대답했다. 사실 이 라딘이라는 자가 자신들을 구하 는 데 결정적인 도움이 되었지 않은가? 웬만한 부탁을 들어줄 용의가 있었다. 아니, 희귀금속을 대가로 지불한다면 정말로 힘든 부탁이라도 들어줄 것이다. 라딘은 도린과 같이 자신의 방으로 갔다. 그의 명성과 부에 어울리지 않은 조그만 집이다. "이곳입니다." 라딘은 그를 데리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한쪽에 있는 단추를 누르자 작은 진동음과 함께 그의 침대가 움직이고 그 밑으로 계단이 드러났다. "허어, 라딘 경의 침실에 이런 비밀 방이 있었다니?" 도린은 문득 라딘을 경계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을 느꼈다. 성기사가 무엇이 두려워서 이런 비밀방을 만들었을까? 사실 상회를 하는 것도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가 아는 성기사란 교단에 소속되어 근 면 성실하게 악과 싸우는 자를 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라딘은 그런 그의 의문을 풀어주지도 않은 채 그대로 계단을 걸어 내려갔다. 도린도 어쩔 수 없이 그를 따랐다. 솔직히 그 안에 무엇이 있는 지 호기심이 일었다. 지하실 안은 그렇게 화려하고 넓지는 않았다. 계단 끝에 하나의 홀이 있고, 삼면으로 다시 세 개의 문이 나 있다. 물론 라딘이 미리 이 안을 정리해 놓았기 때문에 쓸데없는 장신구는 모두 치워져 있었다 . 오직 몇 개의 동상과 벽걸이에 무기와 갑옷이 장식되어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홀 한쪽에는 풀무와 모루가 놓여 있었다. "저의 개인 작업실입니다. 도린 님." "으음, 이제 보니 라딘 경도 대장장이 기술을 가지고 있었군." 도린은 조용히 중얼거렸다. 라딘은 고개를 끄덕여 그의 말이 옳다고 시인했 다. 그리고 그의 사연을 말하기 시작했다. "사실 저는 성기사가 되기 이전에 대장장이 기술을 익히고 있었습니다. 정 말 힘든 수련의 나날들이었지만 결국 마스터의 경지에 이르게 되었지요." "음, 확실히 대장장이 기술을 익히기는 힘들지, 그래도 용케 마스터까지 되 었구만, 뭣! 마스터?" 열심히 라딘의 말을 듣던 도린의 입에서 비명에 가까운 고함소리가 터져 나 왔다. 라딘은 조용히 웃으며 자신이 들고 있던 방패를 그에게 내밀었다. 도린은 조심스럽게 그 방패를 받았다. 순간적으로 그의 다리가 무게를 이기 지 못하고 꺽일 뻔했다. "으윽, 뭐가 이렇게 무겁지?" 그는 상상을 초월하는 방패의 무게에 영문을 알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 거리며 그것을 살피기 시작했다. 마법 아이템은 아니다. 단순한 금속 방패이다. 그런데 이렇게 무거울 수 있 다니? 그의 눈이 날카롭게 빛나기 시작했다. 확실히 마스터의 솜씨라고 할 수 있다. 방패의 겉 부분에 새겨진 정교한 조 각들은 대장장이 마스터가 아니면 불가능한 솜씨를 보이고 있다. "으음, 정교하게 보통의 흑강방패로 위장되어 있지만 사실은 흑강이 아니군 . 헉! 이,이,이,이것은?!" 그는 드디어 아이템 위장 기술로 변화된 방패의 진실을 파악하고 라딘을 바 라보았다. 더 이상 커질 수 없을 정도로 커진 눈과 하고 싶은 말은 많은 데 이상하게 밖으로 나오지 않아 입만 뻐끔거리고 있는 그의 모습이 얼마나 그가 충격 상태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었다. "그렇습니다. 7중 아다만타이트 방패이지요. 제가 제작한 것입니다." "크헉! 이런 보물이!" -털썩 도린은 결국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런 그를 부 드러운 눈으로 보면서 라딘은 계속해서 사연을 말하기 시작했다. "제가 팰러딘이 된 다음에도 저의 마음에는 금속에 대한 열정이 식지 않았 습니다. 하지만 팰러딘은 국가에 충성하여 영지를 얻지 못하기 때문에 부를 축척하지 못하지요. 희귀 금속은 너무나도 귀하고 비싸 일개 팰러딘이 얻을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상회를 차렸지요." 한쪽에 놓여 있는 마스터의 모루를 응시하며 조용히 말하는 라딘의 음성에 는 지난 시절의 고통과 보람이 녹아있었다. 도린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희귀 금속을 원하는 대장장이 마스 터의 마음이 자신의 마음과 동화되는 것을 느꼈다. "뭉치 같은 친구도 만나고 여러 사람들이 도와준 덕분에 돈을 벌고 결국 그 런 방패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저는 나름대로 만족했지요. 그 정도의 물건까지 만들었으니 더 이상 욕심을 부리 지 말자!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꿀꺽 라딘의 눈이 빛을 내며 도린에게 향했다. 도린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무겁고 비장한 분위기가 작업장 안에 가득 차 있다. 그리고 젊은 성기사의 눈에는 광기에 가까운 욕망이 떠올라 있다. 대장장이 마스터이기에 동감할 수 있는 저 욕망! 그러나 무엇일까? 이정도 의 물건을 만든 자가 아직도 자신의 마음을 채우지 못하고 저런 불길을 눈동자 속에 담고 있는 이유는? 이윽고 라딘이 품속에서 하나의 스크롤을 꺼내었다. -좌락 "이것을 보십시오." "흐음...어억, 이것은!" -털썩 도린은 그 스크롤에 쓰여진 내용을 읽다가 다시 한 번 다리에 힘이 빠지며 주저앉았다. 방금 전 7중 아다만타이트 방패를 보았을 때만 해도 평생 그보다 더 놀랄 일은 없으리라고 확실했었다 . 그러나 그 확신은 5분도 되지 않아서 깨졌다. 8중 압축 기술 스크롤! 이런 것이 존재했었다니? 라딘은 그를 보며 조용히 그러나 아주 힘 있게 끊어서 말했다. "나티크 신에게서 받은 세상에서 단 한 장뿐인 스크롤입니다. 일회용이지요 ." -꿀꺽 도린의 눈에서 불길이 일기 시작했다. 역사상 유일한 8중 압축 기술 이 담긴 스크롤! 이것이 지금 그의 앞에 있다. "어떻습니까? 하시겠습니까?" 라딘이 묻자 도린은 열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라딘의 얼굴에 부드러운 미 소가 떠올랐다. 두 사람의 마스터는 이제 마음이 하나로 통했다. ------------------------------------------------ 도린은 한참 그 스크롤과 방패를 바라보다가 다시 물었다. "아다만타이트는? 어디 있나?" 금속압축강화는 합금기술과는 틀린 기술이기 때문에 같은 금속을 압축해야 한다. 이 7중 압축 방패가 아다만타이트로 되어 있으니 이것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아다만타이트가 필요하다. 라딘은 조용히 왼쪽에 있는 방으로 도린을 데려갔다. "이쪽입니다." -덜컥 문이 열렸다. 그리고 도린은 다시 힘이 빠져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세,세상의 모든 희귀금속이 이곳에 다 모여 있구나!" 그는 감동에 겨워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창고에는 미스릴, 오리하르콘, 아다만타이트가 마치 쇠덩이처럼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라딘의 입에 특유의 웃음이 지어졌다. 그가 그동안 모은 희귀금속이 모두 이 창고 안에 모아져 있었다. 은행에서 모두 이곳으로 옮겨 논 것이다. 물론 이 일이 끝나면 다시 은행으로 옮길 예정이다. 만약을 대비해서 이런 곳에 놔둘 수는 없다. 대장장이 마스터인 도린은 이미 이것을 보았다. 이제 그는 꿈에서도 이 금 속들을 보게 될 것이다. 그는 돌아온다! 절대로 돌아온다! 그리고 두 번다시 이 카리브를 떠나지 않을 것이다. 라딘은 조용히 입을 열어 말했다. "일단 도린님이 고향에 돌아가셔서 쓰시도록 한 덩어리씩 따로 싸 놨습니다 . 부디 그것을 받아 주십시오." "어헉, 한 덩어리씩? 나에게 준다는 말인가?" "물론이지요. 나중에 더 필요하시면 말씀하십시오. 마스터가 만드는 무구에 는 그에 상응하는 금속이 필요하기 않겠습니까?" 그는 도린을 보며 우리는 마스터로 통한다 라는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도린은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도린님이 만든 무기는 우리 라딘 상회에서 좋은 값으로 팔아 드리지 요. 후후후.' 이런 마음속의 말은 안타깝게도 도린에게는 전해지지 않았다. 하염없이 창고 안을 바라보고 있는 도린을 대신해 라딘은 안으로 들어가 아 다만타이트 금속판 한 개를 들고 나왔다. "이것으로 충분할 것입니다. 사실 금속압축을 하면 할수록 들어가는 금속의 양이 늘어나지요. 7번째에는 거의 이 금속판의 절반이 들어갔습니다만." "으흠, 그렇지. 8중이라면 그 정도가 들어가도 이상하지 않겠군." 드디어 도린이 제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희귀금속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 한 것은 역사상 유래가 없는 8중 압축의 실현이었다. 라딘은 모루쪽으로 다가가 화로에 불을 피워 풀무질을 하며 말했다. "그럼 시작할까요?" -꿀꺽 두 사람은 망치를 쥐고 동시에 침을 삼키고는 서서히 스크롤을 사용 했다. ------------------------------- -깡, 깡, 깡 드워프의 굵은 팔뚝이 부풀어 올라 그 안에 담긴 힘으로 망치 를 내려친다. 옆에서는 라딘이 집게로 방패와 아다만타이트 판을 잡고 그의 망치질에 따 라 조금씩 위치를 변경시킨다. 벌써 세 시간이 지났다. 아무리 자동 작업모드라고 해도 힘든 일은 힘든 일이다. 라딘과 도린의 몸 은 온통 땀으로 젖어 있었다. "크흑, 대단하군. 세 시간을 두드렸는데도 조금도 변화가 없다니? 정말로 스크롤의 힘이 작용하고 있는 건가?" 도린이 망치를 계속해서 휘두르면서 푸념하듯 말했다. 확실히 세 시간을 연 속으로 작업하면 집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주변에 생긴 이 노란 막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지요. 힘 내세요. 아다만타 이트 압축은 7중 때에도 한 시간 이상 걸렸습니다." "후우, 그렇지 아무래도 최강의 금속 아다만타이트니까. 그래! 내가 쓰러지 는 한이 있더라도 이 8중은 성공시키고야 만다!" -깡, 깡, 깡 두 사람의 눈이 집념으로 빛나고 해머는 쉬지 않고 방패와 금 속판을 때렸다. 다시 세 시간이 지났다. 라딘은 욕이 저절로 나오려는 것을 억지로 참았다. 지금 멈추면 죽도 밥도 안 된다. 도린은 이미 무념무상의 경지에서 아무 생각 없이 해머를 휘두르고 있는 것 같았다. 오직 그의 100년이 넘는 경험이 해 머를 정확한 장소에 떨어지게 할 뿐이다. 그 때였다. -파앗 방패와 금속판에서 검은 묵광이 나기 시작했다. "오오!" -깡, 깡, 깡 탄성을 지르면서도 도린의 해머는 계속해서 움직였다. 빠르지 도 느리지도 않게 일정한 힘을 유지한 동작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심장은 이미 감동으로 인해 급격하게 뛰고 있었다. 금속이 서로 반응하고 있다. 끈질긴 대장장이의 중매에 드디어 두 개의 금속이 마음을 열고 하나가 되는 것을 허락했다. -웅, 웅, 웅 아다만타이트 판이 기묘한 진동음을 내며 방패에 녹아들어가기 시작했다. 마치 영혼이 사람의 몸속으로 들어가는 듯 방패에는 전혀 변화가 없었지만 확실히 조금씩 조금씩 금속판의 양이 줄어 들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모루 위에는 금속판이 사라지고 하나의 방패만 남았다. [띠링, 8중 압축금속방패가 완성되었습니다.] "성공이다!" 사람과 드워프는 서로 껴안고 환성을 질렀다. 머릿속에 수만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사라졌지만 남는 것 오직 하나뿐이었다. 전설은 완성되었다! 한참 둘이 기뻐하고 어느 정도 이성을 되찾았을 때, 라딘이 잔잔한 눈으로 도린을 바라보며 말했다. "도린 님, 방패의 뒷면에 제작자의 이름을 새겨 주십시오." "어허, 이것은 원래 그대가 만든 방패가 아닌가? 어찌 내 이름을 새길 수 있겠는가?" 도린이 사양하자 라딘은 조용히 바닥을 보며 약간 침울한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확실히 이 방패는 저의 필생의 역작입니다. 하지만! 저는 제가 이것을 만 들었다고 사람들에게 말할 수 없습니다. 저는 팰러딘입니다. 세상을 돌아다녀야 할 사명을 가진 방랑신의 성기사입니다. 그런 제가 대장장이 마스터라고 어떻게 세상 사람들에게 밝힐 수 있겠습니까?" -쿠쿵 도린은 그때서야 이 성기사의 아픔을 알았다. 확실히 대장장이 마스 터가 되면 엄중하게 보호를 받으며 지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르기 때문이다.자신이 바로 좋은 예가 아닌가? 장인이 자신의 작품을 세상에 자랑하고 싶어 하는 것은 이미 본능이다. 그 러나 이 눈앞의 기사는 자신의 의무를 위해 그런 본능을 참아내고 있었다! "도린 님이라면 저도 납득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 8중 방패는 그전의 7중 하고는 전혀 다른 방패라고 할 수 있지요." 라딘이 고개를 들어 도린을 직시했다. 그의 눈에는 굳은 결의가 나타나 있 었다. -끄덕, 끄덕 "알았네, 자네의 뜻이 그렇다면 이 방패에는 나의 이름을 새기 겠네." 그는 조용히 대답하고는 다시 해머를 들어 방패 뒷면에 자신의 이름을 새겼 다. 라딘은 그런 그를 바라보며 고개를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드워프 최고의 장인이 생애의 걸작을 선물한 인간 성기사! 그는 이제 모든 드워프에게 인정받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 "으윽, 이곳은?" 라딘은 갑자기 중력이 사라진 듯 몸의 중심을 잡을 수 없게 되자 비틀거리 며 주변을 돌아보았다. 벌써 세 번째인데도 아직 적응이 안 되고 있었다. "그래, 네가 드디어 퀘스트를 완수했구나. 독한 놈." 옆에서 말소리가 들려왔다. 라딘은 급히 그쪽을 바라보았다. 아니다다를까, 나티크의 모습이 보였다. 라딘은 즉시 한쪽 무릎을 꿇고 기사의 예를 취하며 말했다. "위대하신 신이시여. 여기 당신의 검이 임무를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야, 그냥 해. 한두 번도 아니고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격식을 차리는 거냐 ?" 나티크는 확실히 허례허식을 싫어한다. 라딘은 슬쩍 웃으면서 일어나 말했다. "그러죠. 뭐. 방패 만들었어요." -쑥 라딘이 두 손으로 별로 공손하지 않게 방패를 내밀었다. 나티크는 그 방패를 받아 자세히 살펴보더니 감탄성을 내었다. "아! 정말 8중이군, 이 8중은 태고로부터의 계약에 따라 절대로 신은 만들 지 못하지. 정말로 대단하구나!" 신도 만들지 못한다! 라딘은 그 말을 듣고 왠지 모르게 기분이 무척 좋아졌 다. 나티크의 얼굴에는 진정으로 예술품을 보고 감탄하는 기색이 나타나 있었다 . 그렇게 잠시 그것을 바라보던 나티크는 라딘을 바라보며 가볍게 고개를 끄 덕였다. "네가 정말로 마교를 멸망시키고 도린을 구해낼 줄은 몰랐다. 확실히 너는 나의 축복을 받을 자격이 있구나!" -띵 라딘은 갑자기 머리에 충격을 느꼈다. 뭔가 이상했다. 그는 나티크의 말을 다시 한 번 마음속으로 되새기며 단어 하나하나에 내포된 뜻을 분석했다. -피잉, 펑 그의 머릿속에서 섬광이 일어나 화려하게 폭발했다. "아니 그럼, 도린 님이 마교에 잡혀 있는 것을 알고 그런 퀘스트를 내렸단 말입니까?" "응. 당연하잖아. 너 정도 되는 놈이 그런 것도 몰랐냐?" "크헉!" -털썩 라딘은 갑자기 무릎에 아무런 힘도 들어가지 않는 것을 느꼈다. 그 바람에 두 손으로 바닥을 집은 자세로 쓰러졌다. 나티크는 친절하게 설명을 계속했다. 아공간의 천정을 지긋이 바라보며 엄 숙한 말투로 말하는 나티크는 어린 제자를 가르치는 신선의 모습과 비슷했다. "나는 중립의 신이지, 샤이아와 메사아드가 서로 싸우는 것은 나와 관계가 없고 나는 그저 그들을 구경만 하는 것 같지만, 사실 나에게도 사명이 있다. 그것은 바로 그들의 싸움을 계속해서 지켜보는 것이 지." 신들의 비밀! 신의 사명! 나티크는 자신의 유일한 팰러딘에게 아직 어떤 인 간에게도 말하지 않은 비밀을 말하기 시작했다. 빛의 신과 어둠의 여신의 싸움을 구경하는 것이 그의 사명이다. 그렇기 때 문에 그는 두 신 중 어느 누구도 압도적으로 유리하게 전개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균형이 깨지면 싸움이 끝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 암흑마교가 천년에 걸친 준비를 거의 끝내고 일시에 서대륙 을 뒤집어엎을 계획을 시행하려고 했지, 그런 일이 벌어지면 그것은 제 2차 신마대전이라고 불릴 만하다." 서대륙이 완전히 암흑의 세력 하에 넘어가면 세상의 균형이 붕괴된다. 인간이 이미 암흑에 물든 이상 이렇게 표면과 뒷면으로 빛과 어둠이 나뉘는 것이 가장 균형이 맡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티크는 당황했다. 인간의 일을 신이 적극적으로 관여해서는 안 된 다. 샤이아도 심히 곤란해 하고 있었다. 신탁을 내리고 싶어도 신이 개입한 경우가 아니라 인간의 조직인 마교에서 스스로 꾸민 음모이기 때문에 할 수가 없다. 그렇게 고민하던 중, 그랜드 마스터가 탄생했다. 그리고 그 주인공은 놀랍 게도 권력으로 자신에게 팰러딘이라는 직업을 얻은 라딘이었다! 나티크는 순간 생각했다. 이 황당한 놈이라면 혹시 마교의 음모를 깨닫고 부술 수 있지 않을까? 하지 만 중립신인 그가 그런 임무를 내릴 수는 없다. 결국 그는 최고의 핑계를 생각해 내었다. 과거 수천 년에 걸쳐 몇 번이나 대장장이 마스터를 배출해 온 스톤월 가문 의 당대 장인인 도린이 지금 마교에 납치되어 있다. 자신이 총애하던 자였기 때문에 구해주고 싶어도 신의 힘으로 그를 구할 수 는 없었다. 결국 나티크는 라딘에게 퀘스트를 내렸다. 이 퀘스트는 사실 알고보면 마교를 부수고 도린을 구하지 않으면 안 되는 절대극악 난이도의 퀘스트였다. 그런데 정말로 이 라딘이라는 팰러딘은 마교를 멸망시켰다. 그리고 도린을 구출해 내었다! 나티크는 심히 만족했다. "얼마 전에 샤이아가 와서 선물을 놓고 가더군, 메사아드는 자신의 구역에 서 울고 있지. 항의도 못하고 그렇게 우는 것을 보니 조금 미안하더군, 아, 라시에느도 선물을 놓고 가더라." 나티크는 기분이 좋은 듯 활짝 웃는 얼굴로 자랑하듯 말했다. 그러나 라딘은 웃을 수 없었다. 그의 두 주먹은 꾸욱 쥐어져 부들부들 떨리 고 있었다. "그런데, 왜 그걸 저에게 말하는 겁니까?" "응? 당연하잖아. 재미있으니까." -와락 "이 사기꾼아! 그렇게 사람을 괴롭히면 즐겁냐?" 라딘은 나티크의 옷을 잡고 소리쳤다. 키가 닿지 않아서 그의 멱살을 잡을 수는 없었지만 뱃살은 잡을 수 있었다. 이렇게 라딘은 최초로 신의 옷자락까지 움켜잡고 화를 낸 사람이 되었다. "놔라. 더 개기면 안 봐준다!" 나티크가 엄숙하게 선언했다. 결국 라딘은 그의 옷자락을 놓고 바닥에 주저앉으며 흐느꼈다. 그런 라딘의 모습에 나티크는 일말의 동정심을 느꼈는지 부드러운 목소리로 위로했다. "너무 슬퍼하지 마라, 그 대신 내가 이 방패는 최고급으로 만들어 주겠다." -벌떡 라딘이 일어나 나티크를 노려보았다. 당연하지 라는 말이 바로 입 앞까지 나온 것을 억지로 삼켰다. 워낙 심하게 당한 아픔에 잠시 이성을 잃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당연하다 . 상대는 슈퍼컴퓨터! 그것도 신으로 설정된 자이다. 아무리 화나도 드래곤에게 정면에서 덤빌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신인 나티 크에게 팰러딘인 자신이 뭐라고 해도 모든 화는 자신에게 돌아온다.그는 조용히 심호흡을 했다. '한 수 배웠다고 생각하자. 그는 나에게 하나의 일을 시켜서 자신이 원하는 두 개의 일을 해결했다. 이것이 바로 궁극에 다다른 이화접목이 아니겠는가? 오늘의 이 배움을 뼛속에 새겨야 한다. 슬퍼하지 말자. 라딘! 너는 아직 젊다! 지금 배우면 평생 써먹을 수 있어!' 라딘의 얼굴에서 부드러운 미소가 떠올랐다. 방금 전까지 이성을 잃고 소리 치던 자의 모습은 조금도 남아있지 않았다. "사실 마교를 부수는 일도 도린 경을 구하는 일도 저에게 나쁜 일은 아니었 지요. 그런데 이렇게 축복까지 내려주신다니 정말 영광입니다!" 그는 정중히 나티크에게 고개를 숙였다. 겸허하게 패배를 받아드리고 현재 의 이익에 충실하기로 했다. "허, 정말 대단한 놈이군. 그래, 알았다. 이번만큼은 네가 번 카르마 수치 를 그대로 방패에 넣어 돌려주지." 나티크는 그의 상상을 불허한 회복에 감탄하며 말했다. 사실 크게 인심을 쓰는 것처럼 말했지만 이번에 그의 덕분에 드루이드들이 서대륙에서 크게 세력을 넓힐 수 있었다. 나티크의 힘은 유래 없이 강대해진 상태였다. -웅, 웅, 웅, 웅 라딘이 초롱초롱한 눈초리로 바라보는 가운데 드디어 나티 크의 손이 양쪽으로 벌어지며 방패가 허공에 떠서 돌기 시작했다. 그의 손바닥에서 파란 신성력이 나와 방패에 주입된다. 빛의 신의 신성력처 럼 밝은 빛도, 어둠의 신의 힘처럼 절대적인 어둠도 아닌 은은한 파란색의 빛이었다. "이제 그랜드 마스터가 만든 최고의 무구에게 나 예술의 신 나티크가 축복 을 내리노라!" -위이이이이잉 그의 선언이 떨어지자 방패가 빛나며 급격히 회전하기 시작 했다. -두근두근 라딘은 어느새 아무 생각도 못하고 그 광경만을 지켜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심장이 급격히 뛰고 있었다. 나티크의 손에서 나오는 파란 빛은 점점 더 진해졌다. 180만에 달하는 카르 마 수치가 신성력으로 바뀌어 방패 안으로 주입되고 있었다. -파앗 이윽고 힘이 절정에 달했는지 방패에서 섬광이 일었다. "으윽!" 라딘은 너무 눈이 부셔서 자신도 모르게 손으로 눈을 가렸다. 그리고 그가 손을 치우고 다시 그쪽을 보았을 때에는 이미 나티크의 손에 파란색의 방패가 들려 있었다. "완성되었다. 이것을 받아 밖으로 나가면 네가 원하는 이름을 지을 수 있을 것이다." "감사합니다." 라딘은 다시 겸손하게 인사를 했다. 하지만 언젠가 이 자와 대등해질 정도로 성장하겠다는 생각만은 마음속에서 버리지 않았다. 슈퍼컴퓨터와 두뇌를 겨루겠다는 생각은 어떻게 보면 무모할 수도 있지만 20세인 라딘의 가슴에는 세상을 불태울 정 도의 정렬이 있었다. "그래, 그럼 이만 가 봐라." 나티크는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는 오른손을 들었다. 그리고 그의 손에서 섬광이 일어나자 어느새 라딘은 자신의 작업실에 돌아 와 있었다. "오오, 라딘 경, 갑자기 사라져서 놀랐네. 어떻게 된 건가?" 도린이 놀랐다는 눈으로 말했다. 그러자 라딘은 아주 천천히 고개를 들어 도린을 바라보고는 다시 부드럽게 미소지으며 말했다. "위대하신 나티크 신께서 이 방패에 축복을 해주셨습니다." 도린의 눈이 감동으로 가득 찼다. 그의 앞에는 신을 만난 성기사가 서 있었다! [띠링, 새로운 방패가 탄생했습니다. 이름을 지어 주십시오.] 메시지가 뜨며 맑은 소리가 들렸다. 라딘은 말했다. "어스윌(Earth Will, 땅의의지)!" [띠링, 이벤트 방패 어스윌이 탄생되었습니다!] "으아아악, 이,이벤트 방패!" 공동제작자이기 때문일까? 도린도 이 메시지를 들은 듯 입에 거품을 물며 비명에 가까운 환성을 질렀다. 그런 도린을 보고 다시 부드럽게 웃어준 라딘은 조용히 품속에서 한 장의 스크롤을 꺼냈다. 물론 감정스크롤이었다. "사용 [감정스크롤]!" -파앗 라딘의 손이 하얗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는 그 손으로 방패를 잡았다 . 자신도 모르게 손이 가볍게 떨리고 있었다. 옆에서 보던 도린도 두 손을 가슴에 모아 꾸욱 쥐고 침을 삼켰다. 어스 윌 종류 : 카이트 실드 등급 : 이벤트 제한 : 중립신의 성기사 무게 : 1400 방어 : 5000 속성 : 땅 보너스 스탯 : 힘 200, 민첩 100, 체력 200, 의지 100, 마력 100 저항 : 없음 기술 : [월락환무] : 태양이 없는 곳에서 사용가능, 순간적으로 자신의 분 신을 네 개 만들어내는 기술이다. 마법사의 미러이미지와 비슷한 효과를 가지지만 태양이 있는 곳에서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 불리하 다. 그러나 마법이 아닌 기술이기 때문에 급격한 움직임 중에도 사용할 수 있고 마나도 소모되지 않는다. [포스 가드] : 유니크 무공인 포스 가드가 방패 가드 성공 시 자동으로 발 휘된다. 천 속성을 제외한 모든 속성의 데미지가 절반으로 감소된다. 물론 물리 공격은 그 감소된 데미지에서 다시 방어력으로 데미지 가 감소된다. 설명 : 세상에 나타날 수 없는 8중 아다만타이트 방패에 나티크 신이 감탄 해서 직접 축복을 내린 방패, 중립신의 성기사만이 이 방패를 쓸 수 있다. 만약 그렇지 않은 자가 쓰려고 하면 오직 방어력만이 적용되고 보너스 스탯 이나 기술은 쓸 수 없다. "으하하하하! 모든 데미지 절반 감소! 분신 4개! 최고다!" 라딘은 결국 참지 못하고 광소했다. 드디어 자신도 이벤트 아이템을 소유하 게 되었다! 유니크 스킬인 포스 가드가 들어있다니? 옆에서 그런 라딘의 모습을 지켜보는 도린의 얼굴에는 얼마나 좋은 아이템 이기에 이자가 이렇까 하는 호기심이 떠올라 있지만 지금의 라딘으로써는 그것까지 배려해줄 정신이 없었다. ---------------------------------------------- 그날의 감동이 끝난 후, 도린과 라딘은 마치 친형제와 같은 친밀감을 느꼈 다. 도린은 그 다음날도 라딘의 작업장을 찾아왔다. 역시 한번 보면 두 번 보고 싶어지는 것은 인간이나 드워프나 다름이 없었 다. 그는 라딘의 작업장에 있는 다른 문에 쌓여 있는 마정석을 보고 다시 경악 했다. 유니크 마정석은 없었지만 수십 개에 달하는 레어 마정석이 그 방안에 있었다. 그는 잠시 고민을 하다가 오리하르콘과 레어 마정석을 꺼내 무엇인가를 만 들기 시작했다. 라딘이 보니 그것은 하나의 장갑이었다. 건틀렛? 그러나 그것은 기사가 끼 는 건틀렛이라기에는 너무나도 정교했다. 수백 개의 미세한 오리하르콘 조각이 마치 비늘처럼 얇게 만들어져서 연결 되었다. 보통 장갑은 방직 스킬로 만든다. 대장장이가 만든 장갑은 건틀렛으로 보통 기사나 전사밖에는 사용하지 못한 다. 그러나 그가 만드는 장갑은 건틀렛이 아니었다. 금속으로 저렇게 섬세한 장갑을 만들 수 있다니? 라딘은 감동했다. 확실히 이계인이 아닌 브리시아의 장인은 이계인이 상상할 수 없는 작업을 한다. 그들에게 생산스킬은 일생의 노력과 재능이 어우러진 혼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땅, 땅, 땅 "휴, 다 됐군." 3일 째 되는 날, 도린이 마침내 자신의 작품을 완성시키고 해머를 놓았다. 투명한 금속인 오리하르콘의 비늘로 만들어진 장갑은 언뜻 보면 없는 것처 럼 보일 정도로 투명한 모양이었는데, 자세히 보면 빛이 그 비늘에 반사되어 무지개 색으로 퍼지고 있었다. 그리고 손목의 고정대에는 둘로 나뉜 레어 마정석이 붙어 있다. 오리하르콘 으로 만들어진 레어장갑! 왕궁의 보물창고까지 견학한 라딘도 처음보는 예술품이었다. "아, 정말 축하드립니다. 그런데 그것은 장갑이군요? 건틀렛이 아닌 장갑을 대장장이 기술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라딘이 드디어 자신이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 도린은 그의 질문에 웃으면서 말했다. "허허허, 사실은 힘들다고 할 수 있지, 하지만 오리하르콘이라는 금속은 모 든 금속 중에서도 가장 부드럽고 탄력이 있지 않나? 그래서 가능할 거라고 전부터 생각하고 있었네, 물론 그 정도의 오리하르콘 이 있어야 만들 수 있지만 말일세." "정말 대단한 기술입니다!" 라딘은 진정으로 감탄했다. 그때 도린은 만족한 듯 고개를 한번 끄덕이더니 그 장갑을 자신의 품속에 넣었다. 라딘은 그것을 저한테 파세요 라는 말이 입 바로 안쪽까지 나온 것을 억지 로 삼켰다. 예술품을 보고 대뜸 팔라고 하는 짓은 장인의 혼을 무시하는 것과 같다. 때가 있겠지,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이제 자네와 뭉치가 어스에 갔다 오면 우리는 떠나야 겠군." "그렇지요." "그동안 정말 고마웠네, 내 고향에 가서도 자네를 잊지 않겠네." "저도 도린님의 이 신묘한 재주를 잊지 못 할 겁니다." "하하하하." 두 사람은 그렇게 인사를 나누었다. 한계시간이 지난 뭉치와 라딘이 어스에 돌아갔다가 왔을 때는 이미 모든 드 워프들이 고향으로 떠날 차비를 끝낸 상태였다. "할아버지 기다렸지요? 이제 가요." 뭉치가 생글생글 웃으면서 말했다. 도린은 그런 그를 보며 웃으며 6대의 마 차옆에 서 있는 드워프들에게 출발신호를 보냈다. 드워프들은 저마다 환성을 지르며 서둘러 마차에 올라탔다. 역시 50년만에 고향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니 그 기분이 하늘을 찌를 것 같았다. "참, 뭉치야." 도린이 마차를 타려다 멈추고 뭉치에게 말했다. "예, 할아버지." "너는 전사가 아니고 권법가라서 이것을 만들었다. 이제부터 이것을 쓰려무 나." "앗, 이게 뭐에요?" 도린이 내민 것은 하나의 투명한 장갑이었다. 아침 햇살을 받아 은은하게 무지개 색으로 빛나고 있는 그 장갑은 척 보기에도 무지하게 좋은 아이템이 틀림없었다. "응, 요 며칠간 만든 거다. 권법가는 무기를 쓰지 않지만 이 장갑을 끼면 주먹이나 장으로 때릴 때 도움이 될 거다." "흑흑흑, 할아버지 고맙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장갑이 하나 필요했어요." 뭉치는 감격에 겨워 흐느끼면서 한 손으로 감정스크롤을 꺼내 그것을 확인 했다. 수라의 권 종류 : 장갑 등급 : 레어 제한 : 없음 무게 : 0.5 방어 500 속성 : 바람 보너스 스탯 : 힘 50, 민첩 100, 체력 50, 저항 : 바람 50 특징 : 이것을 끼면 권과 장, 그리고 지법에 의한 공격 데미지가 30% 상승 한다. 오리하르콘의 신비한 능력이 사용자의 기와 동화되므로 장풍과 같은 강기 공격도 마찬가지로 상승한다. 설명 : 320개의 극히 조그맣고 얇은 오리하르콘 비늘로 만들어진 장갑 "허헉, 레어 장갑! 주먹 데미지 30%상승! 우와! 할아버지 최고에요!" "허허허, 네가 마음에 든다니 나도 좋구나, 그럼 다른 사람들이 기다리니까 어서 출발하자." 두 드워프는 그렇게 웃으면서 마차에 올라탔다. 그러나 그 모습을 지켜보는 라딘의 마음속에는 분노와 질투의 불꽃이 하늘 끝까지 타오르고 있었다. '으윽, 저 나쁜 놈이 생으로 내 오리하르콘 장갑을 집어 삼키네, 이럴 수가 ! 뭉치이이이!' 라딘의 얼굴은 여전히 웃고 있고, 그의 오른쪽 손은 잘 가라고 마차를 향해 흔들고 있었지만 왼손은 주먹을 쥔 채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그가 들고 있는 부채는 자신이 계인족과 거래해서 얻은 깃털로 만든 것이고 , 그가 입은 검은 도복은 자신이 미스릴 옷감을 뽑아서 만들어준 최고급 레어 도복이다. 그런데 그가 다시 자신의 오리하르 콘으로 만든 장갑을 강탈해 가다니! 라딘은 이미 그것이 도린의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어쩌면 그는 이미 욕망의 화신으로 변해 스스로를 잃어버리고 있는 중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뭉치 또한 자신의 친구, 그가 먹은 아이템을 내 놓으라고 할 수는 없다. 라딘은 조용히 뭉치에게 귓말을 보냈다. '3개월이다. 3개월 안으로 돌아와서 라딘 중공업을 가동시키지 않으면 뭉치 너는 나의 저주를 받게 될 거다. 그 오리하르콘 장갑의 재료가 어디서 나왔는지 짐작하겠지?' '하하하, 염려 말라고! 3개월 뒤에는 검은 바위 계곡과 붉은 나무 마을에 있는 드워프들을 다 끌고 올 테니까, 이 드워프를 믿으라고, 내가 밥값 못하는 거 봤어?' 뭉치는 그렇게 호언장담을 하면서 마차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런 그의 모습에 라딘은 한숨을 쉬며 그들을 배웅할 수밖에 없었다. 태양을 뒤로 하고 마차는 떠났다. 사람과 드워프들은 저마다의 상념으로 주 변을 보며 감상에 빠졌다. 넓은 벌판의 끝에는 지평선이 보인다. 이윽고 마차는 지평선 너머로 사라졌다. 그 후, 3개월이 지나고 뭉치와 드워프들이 다시 이 카리브 시티에 돌아왔을 때, 비로소 라딘 중공업은 정식으로 발족해서 수많은 무구를 생산하게 되었다. ------------------------------------------- 라딘 중공업 Chap 2. 전쟁전야. 화려한 황금색 벽에 새겨진 용의 문양이 지금이라도 꿈틀 거리며 튀어 나올 것만 같다. 중앙에는 자단목으로 만들어진 긴 테이블이 놓여 있고, 역시 최고급 목재로 만들어진 수십 개의 의자가 테이블과 나란히 놓여 있다. 의자는 모두 108 개이다. 넓은 방안에는 방직마스터가 만든 카페트가 깔려 있어 바닥이 마치 잔디밭 처럼 푹신푹신하다. 그러나 지금 이런 넓은 공간에 있는 자는 딱 4명뿐이다. 레디안 황실의 정규회의실인 이곳 비룡의 홀에는 백작 이하의 직위를 가진 사람은 들어오지도 못하게 되어 있다. 그렇다면 이자들은 모두 백작 이상의 고급귀족이란 말인가? 그렇다. 이들이야 말로 레디안 제국의 황제와 각 부처의 최고 핵심 인물이 다. "흐음, 그렇다면 내년이 되면 이미 때가 늦는단 말인가?" 마이오스 3세는 심각한 얼굴로 앞에서 보고를 한 장본인인 그리안 후작을 보고 물었다. "그렇습니다. 이미 파스트 제국의 뉴-로드 정책이 끝나고, 5년에 걸친 동부 해안의 개발도 막바지에 달했습니다. 이번에 그 동부해안에서 생산될 것으로 예상되는 식량은 기존 파스트 제국 의 전체 식량생산의 40%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으음, 40%라, 그 마물의 땅이 그렇게 비옥했다니?" 마이오스 5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신음소리를 내었다. "수천 년간 전혀 농사를 짓지 않았기 때문에 최고의 옥토라고 합니다. 그리 고 그곳은 대부분 평야지대입니다. 지금의 동부해안은 파스트 제국의 남부 평야지대, 북부 평야지대에 이은 최고의 곡창지대임에 틀림없습니다." 확실히 동부해안지대는 비옥한 토지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리고 파스트 제 국은 3년에 걸쳐 도로를 정비했다. 보급이 원활하니 나라의 경제는 더욱 살아날 것이다. 그리안 후작의 보고에 남은 세 사람은 얼굴을 찡그리고 고민할 수밖에 없었 다. 그러나 그리안 후작은 그런 것에 조금도 신경 쓰지 않고 계속해서 보고를 했다. "이번 추수가 끝나면, 겨울 사이 파스트 제국에서는 급격한 증병을 할 것으 로 예상됩니다. 겨울이 지나서 봄이 올 무렵에는 200만을 넘을지도 모른다는 정보부의 분석입니다." -벌떡 "200만! 몇 개월 사이에 50만 이상을 증강시킨다는 말인가?" 결국 참지 못하고 한 사람이 일어나며 소리쳤다. 흰 수염을 가슴까지 길게 기른 노인, 그러나 그의 눈에서 나오는 빛은 불과 같았고, 그의 체격은 거대했다. "그렇습니다. 아리엘 공작각하." 그리안 후작은 정중히 말했다. 상대는 황제 직속 기사단인 금응기사단의 단 장이자 이 나라의 군부 최고 책임자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자신의 스승이다. 비록 지금 레벨은 자신이 높아도 수백 년간 황제에게 충성을 바쳐온 최고의 무가인 아리엘 공작가의 당대 가주는 나라 안의 모든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었다. 그 때, 옆에 앉아있던 사람이 조심스럽게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황제의 밑 에서 국정을 총괄하는 재상 가이넨 공작이었다. "확실히 식량생산이 40%나 증가된다면 150만의 군세를 200만으로 늘리는 것 은 어려운 일이 아니오. 만약 그들이 그 전부터 그런 준비를 해 왔다면 말이오." -끄덕, 끄덕 모든 사람이 그의 말에 납득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 나라를 실질적으로 30년이나 맡아서 다스린 자의 말에는 무시할 수 없는 무게가 들어 있었다. "으음, 경의 말이 맞다고 한다면 파스트 제국은 그 전부터 군세를 확장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봐야 하는군." 마이오스 5세가 혼잣말을 하듯 중얼거렸다. 나이가 40이 되고 왕국에서 제 국으로 나라가 커졌지만, 지금 그의 가슴속에는 오히려 근심 걱정만 가득 차 있었다. 10년 전, 쇠락해 가던 파스트 왕국이 단 1년 사이에 바이가스 왕국의 절반 을 삼켜 북부 평야를 완전히 손에 넣은 후, 그 나라는 너무나도 빠른 속도로 발전해왔다. 아스트로 공작! 전설의 모사이자 천재 정치가인 그의 업적은 불과 2년이라 는 기간에도 불구하고 대륙의 역사를 완전히 뒤바꿔 놓을 정도로 컸다. 정보에 의하면 지금까지 파스트 제국에서 시행한 모든 개발계획도 사실은 그가 남긴 것이라고 하지 않는가? 그리고 그의 그림자가 드디어 레디안 제국에 까지 미치려 하고 있었다. 레디안 제국의 군사력은 약 100만이다. 과거 파스트가 바이가스를 멸망시킬 때, 그들도 파스트 제국의 뒤를 쳐서 계획한대로 남부평야를 얻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칼디안 산맥까지 국경을 옮길 수 있었다. 그 덕분에 광물과 식량 생산이 늘 어 70만의 군세가 지금은 100만까지 늘어난 것이다. 파스트 제국의 총군사수인 150만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그래도 그들의 공격 을 막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전력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만약 파스트 제국이 200만의 병력과 그것을 유지할 식량생산량을 가 지게 된다면, 완벽하게 균형이 깨어진다. 두 배의 군세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결국 파스트 제국은 5년 전에 바이가스 왕국을 정복할 때부터 대륙통일의 야망을 품고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니, 어쩌면 그 아스트로 공작은 10년 전에 이것을 계획했을지도 모릅니다." "으음." 모든 사람들이 몸에서 오싹하고 오한이 나는 것을 느꼈다. 아스트로 공작! 도대체 그의 능력의 한계는 어디까지란 말인가? 한쪽에 앉아 그리안 후작의 말을 듣고 있는 악령기사도 확실히 감탄 할 수 밖에 없었다. 가상현실 세계에 나타난 대 천재! 그의 정책과 계략은 가히 세상을 뒤집어 업기에 부족함이 없는 것이다. 그때, 그리안 후작이 갑자기 힘을 주어 말했다. "확실히 내년이 되면 우리 영광스러운 레디안 제국이라도 저 파스트 제국의 발호를 저지할 힘이 부족해 집니다. 그러나 지금이라면! 지금이라면 가능합니다!" 그의 눈은 강렬한 빛을 발하며 황제인 마이오스 5세를 직시하고 있었고, 말 소리는 가슴속에서 우러나오는 강한 힘이 내포된 소리였다. 마이오스 5세는 정신이 번쩍 드는 것을 느꼈다. "정말인가? 지금도 양국의 군사 차이는 50만에 달하네, 방어는 가능하겠지 만 공격은 절대 무리가 아니겠는가?" "수적인 차이라면 그렇습니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저들도 방심하고 있을 것입니다. 이때뿐입니다. 올해가 지나면 아무리 노력해도 저들을 따라 잡을 수 없습니다!" 그리안 후작의 목소리가 조금 커졌다. 악령기사는 속으로 쓴 웃음을 지었다 . 그리안 후작이 흥분하고 있다. 저 냉정한 지략가가! 확실히 조국의 흥망을 건 전쟁을 주장하는 자리는 그라고 해도 긴장이 될 것이다. 100만으로 150만을 치자고 주장하는 것이다. 과연 마이오스 5세는 이 전쟁 을 승낙할 것인가? 그가 만약 겁을 먹고 머뭇거리거나 파스트 제국에 허리를 굽혀 인내하자는 식으로 나오면 이 레디안 제국은 3 년 안으로 무너질 것이다. 그가 보기에 요 10년간 파스트 제국의 모든 정책은 바로 대륙통일을 전제로 한 움직임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힘을 가졌을 때 레디안 제국을 그대로 놔둘 리가 없다. "으음, 정말로 승산이 있는가?" 마이오스 5세는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들어 그리안 후작을 보고 다시 물 었다. 그리안 후작은 마이오스 5세의 눈을 보았다. 확실히 이 황제는 뛰어나지는 않아도 나름대로 현명한 주군이다. 이런 주군 밑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것도 일종의 행운이라고 할 수 있겠지. 그는 힘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입에는 자신 있는 미소를 띠우고 있었다. "지난 5년간 준비를 한 것은 파스트 제국만이 아닙니다. 폐하." 그러면서 그리안 후작은 악령기사를 보았다. 마침내 자신에게 발언의 기회가 왔다. 최초의 이계인 백작이자 정규기사단 단장인 악령기사는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집중되자 자리에서 일어나 정중히 인사를 했다. "아리엘 공작 각하의 허락을 얻어 그리안 후작 각하와 제가 그동안 준비한 계획이 있습니다. 저 강력한 파스트 제국 정보부의 눈을 피하기 위해 그동안 모든 기사들이 많은 고생을 했지만 그 결과 지금 은 나름대로 결실을 맺을 수 있었습니다. 허락만 해주신다면 단번에 파스트 제국의 수도까지 진군해 보이겠습니다." 그의 자신 있는 발언에 모든 사람이 놀랐다. 악령기사, 이자는 이계인이지만 그 무력과 지략이 그리안 후작에게 결코 뒤 떨어 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1년 전 혈월신마의 무덤으로부터 황금용의 검을 가져와 황제에게 바친 대가 로 그는 백작의 작위를 받고, 황궁에 비장된 특수한 레어무공을 익힐 수 있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지금 그의 레벨은 930, 그리 안 후작과 더불어 레디안 제국의 단 둘뿐인 900대 고수이다. 그런 그가 단번에 적의 수도까지 진군한다고 호언장담을 한다. 그리고 그리안 후작도 동의한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황제는 믿음이 생기는 것을 느꼈다. "만약에 우리가 이번에 그들을 쳐, 추수 전까지 남부평야를 얻기만 해도 저 들은 더 이상 군사를 증강시킬 수 없게 되겠군요. 확실히 좋은 계획이 있다면 실행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입니다." 가이넨 공작이 신중하게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마이오스 5세는 드디어 결심을 굳혔다. "그리안 후작의 작위를 공작으로, 악령기사 백작의 작위를 후작으로 올리고 이번 전쟁의 지휘권을 맡기도록 하겠다. 모든 병력의 지휘권을 그대들에게 줄테니, 올해가 가기 전에 남부평야를 짐에게 바쳐라! " "명을 받들겠습니다!" 두 사람의 장군은 즉시 허리를 굽히고 황제에게 절했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그들의 가슴은 서로 달랐지만, 그 안에서 타오르는 불 꽃은 똑같이 뜨거웠다. -------------------------------------- 혈궁의 모험과 마교와의 싸움! 이 장대한 이야기를 너무나도 듣고 싶어 하 는 사람이 수도에 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녀는 권력자이다. 그것도 이 나라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라딘은 미리네와 1주일을 더 놀러 다녔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났을 때 그는 그녀의 손을 잡고 말했다. 아쉬움의 감정이 그의 말속에 녹아 있었다. "미안, 미리네, 아무래도 수도에 가 봐야 할 것 같아." "으응, 어서 다녀와. 기다릴게." 미리네는 라딘이 기운을 잃지 않게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이 남자는 이 브 리시아에서 평생 수도와 카리브, 그리고 서대륙을 오가며 사업을 하게 될 것이다. 그녀는 그것을 이해하고 있었다. 사실 그녀도 수도에 따라가고 싶었다. 하지만 아직 이 카리브의 복지시설은 손볼 것이 많았다. 교육제도, 의료제도, 개척보조제도, 이 모든 것이 막대한 자금과 수많은 인 력이 소모되는 대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라딘 상회에서 나오는 지원금은 적은 돈이 아니다. 그리고 라시에나 교단에 서의 인력 지원은 그야말로 교단의 전력을 투입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미리네는 이 모든 것도 항상 모자라다고 생각했었다. 당장 괴로움을 당하는 사람을 보면서 그들을 돕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지금의 그녀는 서두르지 않았다. 하나씩 하나씩 주어진 자금과 인력 으로 차분히 처리해 나가고 있었다. "다음에 같이 여행을 떠나자, 이제 나도 조금 세져서 너 하나 정도는 지킬 수 있어, 하하하." 라딘이 가슴을 피며 일부러 웃으며 말했다. 그 모습에 미리네가 참지 못하 고 푸웃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3일 후, 어스에서 돌아온 라딘은 수도로 떠났다. 연락사로 수도에 미리 연 락을 했다. 회답은 '무조건 최단 기일내로 방문해 주기를 희망' 이라고 했다. 라이아 공주, 그녀는 절대로 라딘에게 수도로 오라고 조르지 않는다. 그의 사명을 잘 이해하고 가능한 한 그것을 방해하지 않으려는 배려였다. 그러나 일단 그에게서 온다는 연락이 오자, 그를 보고 싶어서 잠도 잘 수 없었다. 아직 그가 오려면 한 달은 걸린다. 도로가 정비 되서 시간이 단축되기는 했 지만 대륙의 동쪽 끝에서 오는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매일 거울을 보면서 드레스를 갈아 입어가며 자신에게 가장 어울리는 옷을 찾았다. 모두 그가 선물해준 최고급 비단으로 만들어진 드레스였다. 벽에 걸린 전신 거울에 아름다운 미녀의 모습이 비추어진다. 녹색의 비단 드레스가 몸에 달라붙어 완벽한 몸매를 그대로 드러낸다. 가슴이 깊게 패여 상당히 섹시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 이브닝 드레스는 아 직 남 앞에서 한 번도 입어보지 않았다. 그녀는 거울을 보다 문득 한숨을 쉬었다. 제국의 국정은 너무나도 힘들어 세월을 잊고 그것에 매달릴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지금 이렇게 거울을 보니 자신이 이미 30세라는 생각을 떠올릴 수 있었다. 아직은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얼굴, 그러나 아무리 미용에 신경을 써도 가 는 세월을 막을 수는 없는 법, 이제 몇 번이나 그에게 자신의 얼굴을 자신있게 보일 수 있을까?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그러나 그녀는 곧 눈물을 훔치고 다시 거울 을 보고 웃었다. '나는 이미 제국과 결혼했어.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영혼의 애인인 라딘 앞 에서는 당당하게 서 보일 거야!' 그녀는 부드러운 눈으로 거울속의 자신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 름다운 미소였다. 라이아 공주는 라딘 경이 오면 그를 졸라서 한 일주일 동안 수도 곧곧에 놀 러 다닐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아름다운 언덕, 미스티가 마담으로 있는 살롱, 심지어는 교외의 호수가 마 저도 그 스캐줄에 끼어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모든 계획은 취소 될 수밖에 없었다. 라딘이 수도로 떠난다는 연락을 받은 지 약 보름이 지났을 때, 그녀는 충격 적인 보고를 받았다. "바이가스에서 반란이라고요?"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고 싶어지는 것을 가까스로 참았다. 그러 나 그 목소리에 놀라움의 감정이 섞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옛, 구 바이가스 왕실의 유일한 생존자인 퓨리안 왕자가 돌아와 구 귀족들 과 영합하여 성을 차지했습니다." "으음." 퓨리안 왕자, 그는 과거 레디안 왕국과의 동맹조약 때, 레디안 왕국으로 들 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 비밀리에 보내진 볼모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아스트로 공작이 심혈을 기울여 조직한 라르고의 눈은 그런 극비도 빠짐없이 그녀에게 알려왔다. 그런 그가 바이가스로 돌아와 반란을 일으켰다고? -벌떡 그녀는 결국 일어나고야 말았다. "즉시, 토벌대를 보내세요. 바이가스의 치안은 거의 확보되었기 때문에 반 란이 크게 확산되지는 않을 겁니다. 그리고 라르고의 눈의 정보력을 총동원하여 레디안 제국의 동태를 살피세요." "넷!" 보고원은 인사를 하고 물러났다. 혼자 남은 라이아 공주는 불안감에 자신의 드레스 자락을 손으로 꾸욱 쥐었 다. 일년, 앞으로 일년이면 아스트로 공작이 말한 '절대우위'가 성립된다. 그러 나 레디안 제국도 그것을 모르지는 않으리라! '빨리 와요, 라딘.' 그녀는 솔직히 대전쟁을 혼자 치를 자신이 별로 없었다. 대륙의 패권을 결 정하는 대전쟁이다! 그로부터 일 주일 후, 레디안 제국은 과거의 동맹국인 바이가스 왕국의 지 원을 정식으로 발표하고, 전군을 들어 파스트 제국을 공격하여 그들이 바이가스의 왕국 재건을 저지하려는 것을 막겠다고 선언했 다. 그와 동시에 레디안 제국의 모든 영토에 계엄령이 선포되고 13개 정규기사 단과 800여개의 이계인 용병단을 포함한 전군, 그리고 주변 동맹국들의 모든 병력이 북쪽으로 이동을 시작했다. 그 총수는 무려 120만에 달했다. 물론 이미 정보를 입수한 파스트 제국에서도 동원 가능한 모든 병력을 모아 레디안 제국과의 국경인 칼디안 산맥 쪽으로 이동시키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동맹국과 이계인 용병단에게 통지를 보내 제 2차 병력을 모으 기 시작했다. 제 1차 병력은 로얄기사단과 실버 기사단을 비롯한 주력군 80만, 그리고 제 2차 병력은 이계인과 동맹군, 그리고 지방의 주둔군으로 이루어진 80만정도의 병력이었다. 바야흐로 대륙전쟁이 일어나려 하고 있었 다. ------------------------------------ 8-2 전쟁전야 완전히 논과 밭으로 바뀐 동부평원의 모습을 구경하면서 유람하는 기분으로 수도로 향하던 라딘은 미르던 산맥을 넘을 무렵에 전쟁 발발의 귓말을 받았다. "뭣! 레디안 제국의 쳐들어 온다고?" "그래, 그래서 우리 동부의 이계인 용병들도 모두 수도로 집결하도록 명령 서가 전해졌어. 어떻게 하지?" 뭉치가 심각한 목소리로 라딘의 의견을 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지금 검은바위 계곡에서 드워프들과 지내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작위귀족의 의무를 지키기 위해 수도로 떠나면 지금까지 해온 모든 계획을 포기해야 한다. 라딘 상회의 가장 큰 사업 중 하나가 될 라딘 중공업의 발족을 위해서는 드워프들의 힘이 꼭 필요한 것이다. "음, 일단 너는 그대로 그곳에서 지내, 내가 수도에 가서 잘 설명할게. 그 동안은 도끼바바 형이 임시 단장을 하면 되니까." "오케이, 그럼 난 당분간은 전쟁에는 신경을 끊을게." 라딘은 뭉치의 일을 결정하고는 다시 크로키에게 귓말을 보내 주력인원을 이끌고 동대륙으로 건너오도록 말했다. 일단 해야 할 조치를 모두 마친 라딘은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에는 군데 군데 구름이 떠서 흐르고 있었다. 설산은 묵묵히 걸음을 옮기고 있었고, 라딘은 계속해서 하늘을 보았다. 정 말 구름은 무슨 일이 있어서 저렇게 바쁘게 움직이고 있을까? 아침까지는 맑았던 하늘이 이제는 절반이상 구름으로 덮여 있었다. 산 너머 에서 흘러나오는 구름은 점점 더 많아서져 이제는 태양을 완전히 가리려 하고 있다. '앞으로 일 년이면 모든 계획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줄 알았는데, 전쟁이 일 년 먼저 벌어지다니! 악령기사, 그리안 후작, 그대들은 국방 전략 연구 컴퓨터 태백의 계산마저도 극복하려고 하는가?' 그는 문득 몸에서 오한이 나는 것을 느꼈다. 사실 이렇게 적은 군세로 많은 군세에 공격해 들어오는 것은 자살 행위나 다름없다. 오히려 내년이 돼서 파스트 제국이 200만의 군세로 레디안 제국을 쳤을 때, 100만의 군으로 그것을 막는 것이 그나마 승산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남의 나라를 공격하는 측은 최소 2배의 전력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들은 그것을 강행했다. 120만으로 160만을 공격하는 이유는? 그들 의 승산은 어디에 있는가? 라딘은 즉시 수도에 귓말을 넣었다. 라르고의 눈에 연락해 레디안 제국의 전력에 대한 정밀 조사를 요구했다. 그는 자신이 서대륙에서 활동하고 있을 때 받은 비월전의 보고를 기억했다. 그리안 후작이 직접 조직하고 관리하는 레디안 제국의 신 첩보부 '시아의 그림자', 블루문 시아는 그 모습조차 흐려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을 때가 많다. 그런 시아의 그림자라는 이름을 가진 이 조직 은 그 명칭에 어울리게 치밀하고 비밀적인 조직으로 성장했다. 그리고 그들이 최근에 가장 심혈을 기울여서 한 것은 바로 레디안 제국의 정보유출 방지였다. 조금이라도 이상한 사람은 즉시 변방으로 발령이 나서 수도로부터 떠났다. 특히 군부의 움직임은 정말로 베일에 싸여 비월전이라고 해도 쉽게 그 전모를 파악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비월전은 비월전, 그들은 레디안 제국의 주요 군부 세력도, 기사단 명부, 그리고 최근 그들의 훈련상황까지 모두 빼내고 있었다. 그런 그들의 보고에 의하면 악령기사의 하이드래곤 기사단의 주요 멤버와 그리안 후작의 적랑기사단의 주요 멤버들이 상당히 친밀하게 지내고 있다고 한다. 당연한 일이다. 그리안 후작은 과거의 전쟁이후 이계인 적극 등용책을 주장 하고 악령기사에게 백작의 작위까지 내리게 힘을 썼다. 하지만 그 두 기사단이 한 달에 두 번씩 합동훈련까지 한다는 보고를 받았 을 때는 확실히 라딘도 섬뜩한 기분을 느꼈다. 파스트 제국은 이계인들을 우대하여 그들의 힘을 동부대륙을 개발하는 데 사용했다. 그것은 완벽하게 성공해서 제국도 이계인도 그것에 만족하고 있었다. 그러나 만약 전쟁이 벌어지면 이계인들은 정규 기사단이 아닌 용병부대 이 상의 힘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다. 물론 레벨이 있으니만큼 일반 용병과는 틀리겠지만, 적어도 그들에게 기사단과 같이 엄 격한 규율아래 조직적인 전투를 수행하게 하는 것은 아직 어렵다. '하이드래곤 기사단의 멤버는 약 8천명, 그중 500레벨을 넘는 고수는 2천 명 정도이지. 반면에 우리 아도 용병단의 동대륙 멤버는 4만 명, 그중 고수는 3천 명 정도, 음, 이 정도면 전력적으로 밀리는 것은 아니야, 마법사의 힘이라면 몰라도 전쟁의 주력인 기사의 힘이라면 파스트 제국이 강하니까!' 라딘은 조용히 두 제국과 양쪽 이계인 세력의 전력을 비교분석하며 승산을 점쳤다. 확실히 전력의 우위는 파스트 제국에 있었다. '그러나 마음이 놓이지 않아! 뭐지? 이 불안감은?' 그의 얼굴에 고뇌의 표정이 떠올랐다. 남 앞에서는 필요할 때 이외에는 절 대로 보이지 않는 진심이 나타난 얼굴 모습이었다. 이윽고 라딘은 고민을 끝내고 생각했다. '그래, 여기서 고민해도 소용이 없어! 가능한 한 빨리 수도로 가자! 거기서 다시 정보를 확인하고 움직여도 늦지는 않아.' 제국은 넓다. 한번 전투에서 패한다고 제국이 무너지지는 않는다. 그리고 지금 그들이 움직였다고 해도 이동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만큼 정작 전투가 벌어지는 것은 한 달이나 두 달 이후가 될 것이다 적은 침략을 해서 파스트 제국까지 넘어와야 하지만 제국은 방어군을 보내 기만 하면 된다. 일단은 이동거리가 짧다. -툭, 툭, 툭 물방울 몇 개가 라딘의 어깨와 설산의 목 위로 떨어졌다. "아! 비가 오잖아!" 라딘이 급히 하늘을 바라보니 어느새 하늘에는 먹구름이 가득 차 있었다. 봄의 소나기! 아론이 미처 비를 피할 곳을 찾기도 전에 물방울은 굵은 빗줄 기로 변해 라딘과 설산, 그리고 라딘이 메고 있는 배낭을 적셨다. -쏴아, 우르릉 쾅 번개까지 친다. "에잇, 망했다!" 라딘은 포기하고 그대로 설산을 재촉하여 길을 갔다. 자신은 갑옷의 영향으 로 물에 젖어도 금방 물기가 빠진다. 그러나 라딘은 원래 비 맞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어렸을 때 비만 오면 엄마가 그를 끌고 나가 유격훈련을 시켰기 때문이다. 거기에 등에 메고 있는 배낭에 습기가 스며들면 식량이 축축해진다. 그냥 식량도 아공간 주머니에 넣어둘걸! 라딘은 후회했지만 이미 자신의 아공간 주머니는 수도의 사람들에게 줄 선 물들로 가득 차 있다. 그는 그날 저녁 빗물 젖은 빵을 먹으며 축축한 바닥위에 침낭을 깔고 노숙 을 했다. 그렇게 라딘은 비와 바람의 방해를 아랑곳하지 않고 쉬지 않고 이동하여 예 정일보다 일주일 빠른 11일 후에는 파스트 제국의 수도의 서문에 들어설 수 있었다. --------------------------------- 8-2 전쟁전야 수도로 온 라딘은 즉시 황궁으로 향했다. 해가 지고 밤이 가까워 왔지만 밖 에서 하루를 허비할 수는 없었다. 이미 수도로 들어오기 바로 전에 비월전으로부터 모든 정보를 받아 그것을 샅샅이 살폈다. 그러나 알 수가 없었다. 확실히 자신은 전쟁의 전략과 전술에 대해서는 크 로키보다도 재능이 없다. 사람은 완전무결하게 팔방미인은 될 수 없는 것일까? 라딘은 태어나서 처음 으로 자신의 재능이 부족함을 한탄했다. "어서 오세요. 라딘 경." 황궁의 뒷문으로 들어가자 그 앞에서 한 명의 여자가 서 있다가 그를 맞이 했다. 밝은 플라티나 웨이브의 머리를 정성들여서 묶어 올리고 그곳을 두 마리의 나비가 조각된 보석 머리핀으로 고정했다. 자신이 선물한 머리핀이었다. 아직 주름하나 없는 그 조각 같은 얼굴에는 비취빛으로 빛나는 신비한 초록 색 눈이 있다. 그리고 그 눈은 라딘을 만난 기쁨에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녹색의 이브닝 드레스는 몸에 착 달라붙어 있어서 그녀의 몸매를 한층 더 드러나게 하고 있었다. 이미 30살이 된 라이아 공주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20대 중반 이상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생글생글 웃으며 정중하게 라딘에게 말을 건냈다. "너무나도 오랜 시간동안 찾아뵙지 못했습니다. 당신의 이 불충한 기사를 꾸짖어 주십시오." 라딘은 즉시 한쪽 무릎을 꿇고 엄숙하게 말했다. 그러나 라이아 공주는 얼 른 다가가 라딘의 두 손을 잡고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그대의 사명에 대해서는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당신이 세상 어느 곳에 있 더라도 저는 그대의 보호를 받고 있는 셈입니다." 라딘은 조용히 고개를 숙여 그녀의 호의에 감사했다. 서로 손을 잡고 마주선 두 사람사이에 말없는 밀어가 흐르기 시작했다. 그 러나 지금은 한시가 급하다! "아, 이미 폐하와 두 대신들이 그대를 기다리고 있어요. 어서 가시지요." 라이아 공주가 정신을 차리고 말하자 라딘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니? 이 늦은 저녁에 그런 황송한 일이?" 그는 얼른 라이아 공주와 함께 비룡의 관으로 갔다. 기밀이 보장되어야 할 제국 최고자들의 회담에 이용되는 황궁에서도 가장 엄밀하게 방어체계가 갖추어진 회의실이다. 라이아 공주와 라딘이 다가가자 문 밖에 서 있던 근위기사가 문을 열었다. 과거 재상시절에도 몇 번 사용하지 않았던 비룡의 관, 그 안에는 이미 황제 인 아칸 1세, 군무장관 델로스 공작, 재무부장관 밀러공작이 앉아 있었다. 라이아 공주가 들어섬으로써 파스트 제국의 3대 공작이 모두 모인 셈이다. "폐하." -척 라딘은 즉시 황제에게 기사의 예를 취했다. "어서 오시오, 라딘 경. 그대가 온다고 해서 모두 기다리고 있었소." 황제가 직접 자리에서 일어나 따뜻한 웃음을 지으며 그에게 말을 건냈다. 그와 동시에 두 사람의 대신도 자리에서 일어나 라딘에게 정중히 인사를 했다. 잠시 동안 형식적인 인사말이 오가고 라딘과 다른 사람들은 자리에 앉았다. 라딘은 고개를 들어 황제를 바라보았다. 현재 아칸 1세의 나이는 26세, 라 딘보다 훨씬 어른으로 보였다. 이미 소심했던 소년의 모습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젊은 황제로서의 위엄이 자연스럽게 몸에서 배어나오고 있다. 확실히 10년 동안 대륙 최강국의 황제를 했으니 나름대로 얻은 것이 많을 것이다. "이제 라딘 경까지 왔으니 어서 회의를 시작합시다. 라딘 경, 그대는 이 사 태에 대해 정보를 받아 보았소?" "예, 폐하. 이미 보았습니다." "그럼 모두 의견을 들려주시오. 레디안 제국의 침략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 겠소?" 황제의 단도직입적인 물음에 모든 사람이 긴장을 했다. 대륙의 패권이 걸린 일이다. 한마디라도 잘못하면 크게 안 좋을 수도 있다. 잠시 동안의 침묵 끝에 결국 델로스 공작이 말을 꺼냈다. 군사행동이 필요 한 사건이기 때문에 결국 그의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레디안 제국군은 지금 120만의 대군으로 우리 파스트 제국을 향해 이동하 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 제국도 즉각 계엄령을 선포하고 전국의 영주들에게 수도로 집결하도록 명함과 동시에, 수도의 상비군과 왕 국의 기사단, 그리고 동원 가능한 국경 수비군을 모두 모아 이미 국경까지 보냈습니다. 그 수는 약 80만, 저들을 상대로 수비하는 데는 크게 지장이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모이고 있는 병사와 기사의 수도 약 80만입니다. 한달 정도면 우리군은 160만의 군 세로 적을 상대할 수 있게 됩니다. 물론 저도 이 회의가 끝나면 내일은 빙익을 타고 전장으로 갈 것입니다." 델로스 공작의 말은 과연 정보대로였다. 아주 적절하고 기본 대응을 취했기 때문에 전황은 이쪽에 유리하게 흐를 것 같았다. 자고로 소규모 전쟁이라면 몰라도 이렇게 100만 이상이 부딪치는 전쟁에는 기습이란 것이 성립될 수가 없다. 기습으로 적의 군세를 흔들려면 적어도 10만 이상이 움직여야 하는데 적들 이 아무리 바보라도 그런 대군의 움직임을 놓칠 리가 없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레디안 제국이 이렇게 급작스럽게 군을 이동시켰다고 해도 방어 하는 입장인 파스트 제국은 오히려 여유가 있었다. "바이가스 쪽 내란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라딘은 나직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쪽의 내란은 걱정할 것이 없소. 3개월도 되지 않아서 완전하게 제압될 것이오." 델로스 공작이 호언장담을 했다. 3개월이라면 이쪽에서 토벌대를 보내서 그 쪽에 도착한 뒤 한 달 정도이다. 확실히 이미 바이가스의 민심이 파스트 제국으로 돌았기 때문에 구귀족들이 힘을 모아봐 야 별다른 힘을 쓰지는 못할 것이다. 결국 모든 사람들의 논점은 다시 레디안제국의 침략으로 집중되었다. 그들 은 나름대로 전황을 분석하고 대비책을 말했다. 하지만 그것을 듣고 있는 라딘에게는 그것이 다 소용없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고 있었다. "델로스 공작님." 라딘은 조용히 그를 불렀다. 침묵으로 자신들의 의견을 듣기만 하던 라딘 경이 드디어 다시 입을 열었다! 그의 정체를 아는 모든 사람들이 입을 다물고 라딘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무슨 일이 있습니까? 라딘 경." 델로스 공작이 약간 긴장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번 전쟁에서 전군을 지휘하실 분은 바로 델로스 공작님입니다. 그러니 솔직히 말해 주십시오. 이번 레디안과의 전쟁에서 이길 자신이 있습니까?" -쏴아 갑자기 회의실안의 공기가 몇 배나 무거워졌다. 황제와 공주, 그리고 대신들은 모두 입을 다문채 아무 말도 꺼내지 못했다. 이윽고 델로스 공작이 천천히, 그리고 심각하게 말을 꺼냈다. "없소." "아!" 라이아 공주가 참지 못하고 탄성을 질렀다. 그녀도 여태까지 이 회의의 내 용에서 뭔가 빠져 있었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라딘이 그것을 정확히 찌른 것이다. 회의장 안의 모든 사람들은 얼굴에 감추고 있던 불안감을 꺼내 놓으며 침묵 에 잠겼다. 확실히 120만의 군으로 저들이 쳐들어오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이상 승리를 자신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라딘은 오히려 미소를 지었다. 보기만 해도 믿음직스러운 자신감에 찬 웃음이었다. 그런 그의 모습에 모든 사람의 얼굴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지금 그들의 앞에는 '그'가 있지 않은가? 그가 헤아리지 못하는 일은 없고, 그에게 불가능한 일도 없다! 적어도 자신들이 알기에는 그랬다. 그러나 라딘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솔직히 적이 지금 쳐들어온 이유는 저도 모릅니다. 그리안 후작, 악령기사 백작, 이자들은 결코 만만히 볼 수 없지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한 가지는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저들에게 무엇인 가가 있다는 사실이지요." 라딘은 설명을 시작했다. 모든 사람들은 그의 학생이 되어 그의 말을 단 한 마디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필사적으로 귀를 기울였다. 무엇인가가 있다는 것을 안다. 이것은 아무것도 모르는 것보다는 훨씬 좋은 상태이다. 적어도 대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비? 적의 계략이 무엇인지를 모르는데 어떻게 대비를 할 수 있겠소?" 아칸 1세가 잘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 라딘은 정중하게 그를 바라보며 정확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적의 계략에 대비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적의 계략에 당한 다음을 대비하는 것입니다. 즉, 패전의 뒷수습을 준비하는 것이지요!" -쿵 모든 사람이 황당하다는 얼굴로 라딘을 보았다. 패전이라니? 싸우기도 전에 패전을 준비한단 말인가? 그러나 라딘은 아무렇지도 않게 계속 설명했다. 적을 모른다면 이미 패배는 확정 된거다. 어스의 대책략가가 그렇게 말했다 . 그리고 그는 다시 말했다. 한번 패배는 병가지상사라고! "왕국과 제국이 틀린 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것은 왕국의 경우 한 번의 전쟁으로 망할 수 있지만 제국은 충분히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렇게 라딘은 모든 대신들 앞에서 당당하게 패전을 예언하고 그것을 전제 로 한 역전극을 제시하기 시작했다. -------------------------------------- 8-2 전쟁전야 라딘은 우선 델로스를 보며 설명했다. "델로스 공작 전하는 과거 100만의 병사를 이끌고 전쟁을 한 경력이 있으십 니다." 그는 설명했다. 70만으로 50만과 싸우는 것, 그리고 다시 100만으로 바이가스 왕국을 멸망 시키는 것 등은 확실히 대규모 전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델로스 공작의 역량은 의심할 여지가 없고 이번 전쟁도 능히 전군을 이끌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레디안도 마찬가지이다. 그리안 후작은 50만의 레디안 군을 수족처럼 다루어 파스트 제국의 영토를 유린한 경력이 있다. 그리고 그때 변한 국경이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두 사람에게 부족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제국의 장군으로써의 전쟁방법에 익숙하지 않다는 것이다. 과거 역사상 유일한 통일 제국이었던 나칸드라 제국의 역사를 살펴보면 그 들은 변방의 왕국과 전쟁을 할 때에 결코 서두르지 않았다고 한다. 몇 번을 져도 상관없다. 제국은 절대 흔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왕국의 군대는 단 한번만 지면 그 순간 왕국의 위기로 이어진다. "이번에 레디안 제국에서 전군을 이끌고 전격적으로 침략한 이유는 다들 짐 작하고 계실 것입니다. 내년이 되면 우리 위대한 파스트 제국이 군사적, 경제적으로 그들의 우위에 서게 됩니다. 다시 말해 서 우리 파스트 제국은 남는 병사로 10년 동안 전쟁을 해도 상관없지만 그들에게는 전력을 기울여 그것을 막아야 하지요. 5년 이 내로 레디안 제국이 무너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만." 라딘은 잠시 말을 멈추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확실히 슈퍼컴퓨터 태백의 계 획은 무섭다. 국가의 힘을 키워서 자연스럽게 주변의 모든 것을 삼킨다. 그러나 적은 그 마지막 단계에서 반격을 해왔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선공을 했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그들은 우리 파 스트 제국이 국력의 신장에 신경 쓸 동안 최후의 반격을 준비했다는 말이 됩니다!" 라딘의 말에 델로스 공작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들은 지난 5년 동안 이번 전쟁을 준비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라딘의 설명은 계속되었다. 준비하지 않은 자는 준비한 자를 이길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과 전면 전을 벌이는 것은 사실 바람직하지 못하다. 결국 그들은 그들의 싸움방식을 주장하는 것처럼 아군도 아군의 싸움방식을 주장해야 한다. "아군의 싸움 방법? 라딘 경. 그 방법을 좀 자세히 이야기해 주시오." 아칸 1세가 드디어 참지 못하고 라딘을 재촉했다. 쓸 데 없이 서론만 늘어 놓지 말고 결론을 말해라! 그는 은근한 눈빛으로 압력을 가했다. 확실히 황제는 이제 어린아이가 아니었다. 라딘은 그의 황제로서의 위엄이 실린 압력이 상당함을 인정 할 수밖에 없었다. '하기야, 내가 가르쳤는데 저 정도는 해야지.' 라딘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정중하게 말했다. "결국 전쟁은 해야 합니다. 델로스 공작 전하는 원래대로 선발군 80만을 이 끌고 그들과 맞서 싸워 주시면 됩니다. 단, 바뀌는 것은 전하의 마음입니다. 절대로 패배를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패배를 두려워하지 말라! 이것은 지휘관에게 하기에는 너무나 어려운 말이 다. 싸우러 가는 자에게 패배라는 말을 입에 담는 것부터가 원래는 금기이다. 그러나 라딘은 신경도 쓰지 않고 자신의 계획을 상세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번 전쟁의 작전은 단판 승부가 아닌 10전 6승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한 번에 벌어지는 전투가 한군데가 아닌 두 군데 이상이 되어야 한 다. 단판승부라면 불리한 쪽이 이길 확률이 생기지만 승부가 길어지면 그 확률 은 급격하게 줄어든다. 레디안 제국, 그들이 막판 역전승을 노린다면 우리는 제국답게 단체전으로 인한 멀티 시합과 10판 6승제를 노린다! 그것이 라딘의 전략이었다. "선발군 80만으로 레디안 군 120만을 충분히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쪽 이 공격이 아니라 수비이니까요. 그리고 제가 생각하기에 80만으로 패한다면 160만으로도 패합니다." 그는 지금 모이고 있는 2차군 80만을 다른 방법으로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60만의 군을 그대로 후방군으로 삼는다. 그들은 어디까지나 만약을 대비해서 남부평원 뒤쪽의 세 개의 성을 보강하 여 철벽의 성을 쌓게 한다. 델로스 공작이 승리한다고 해도 결국 성은 지어야 한다. 제국의 구조상 수 도를 둘러싼 몇 단계의 방어성채는 필요한 것이다. 오히려 평소에 성을 지으려면 힘들고 민심도 흉흉해 지지만 지금이라면 합 법적으로 성을 지을 수 있다! 또한 델로스 공작이 만약 패배한다고 해도 후방에 방어벽이 생기면 후퇴하 기도 좋다. 그렇게 되면 적어도 2차 방어선에 100만은 모일 것이다. 적은 허탈할 것이다. 다시 백만의 군대가 지키는 성을 공략해 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남은 20만, 라딘은 조용히 황제를 바라보며 말했다. "폐하, 저들에게 수가 있다면 저에게도 나름대로의 수가 있습니다. 미르던 산맥의 트루먼 백작과 저에게 20만의 병사를 맡겨 주신다면 가을이 되기 전에 우회하여 저들의 우측 방어선인 타미닌 성까지 진격해 보이겠습니다!" -쿠쿵 모든 사람들이 경악의 표정을 지었다. 타미닌 성이라면 레디안의 안쪽 경계선을 말한다. 그곳까지 가기 위해서라 면 남동부 산맥에 있는 다섯 개의 성을 지나지 않으면 안 되는데 이 라딘이란 자는 그곳을 3개월 안으로 점령하겠다고 선언한 것 이다. "20만으로 그것이 가능하겠소?" 델로스 공작이 신중하게 물었다. 당대 최고의 모사에게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은 그를 모욕하는 일이 될 지도 모르지만 저들의 중요 방어성 다섯 개를 20만으로 3개월에 공략하는 것은 레디안이 120만으로 파스트 제국을 쳐들어온 것보다 무리한 일이라 할 수 있었다. 아니, 어떤 방법을 써도 불가능 할 것 같았다. "가능합니다." 라딘은 웃으며 말했다. 부드러우면서도 자신만만한 웃음이었다. "또한 우리는 저들에게 기책이 있다는 것을 알고 대비할 수 있지만 저들은 대비를 못 할 것입니다." 라딘은 이미 타미닌 성을 점령한 사람처럼 말했다. "그 작전에 대해 물어도 되겠소?" 아칸 1세가 다시 물었다. 그의 말에 장내의 모든 사람들이 숨도 멈추고 라 딘을 보았다. 그러나 라딘은 자연스럽게 웃으며 속으로 천천히 다섯을 센 후 대답했다. "물론 비밀입니다." "으윽." "헉." "어머." 라딘이 비밀이라는데 더 이상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황제조차 더 이상 조 르지 못했다. 그저 모든 사람들은 한숨을 쉬며 당분간 궁금해서 잠도 못 자게 될 자신들의 신세를 한탄했다. 라딘은 조용히 웃으며 생각했다. '절대무적 공성포 크로키의 존재는 영원히 비밀이거든요. 이해하세요. 여러 분.' ------------------------------------------------ 8-2 전쟁전야 가장 중요한 군사회의가 끝나자 델로스 공작과 밀러 공작은 자신의 업무를 보러 나갔다. 그들은 황제와 공주, 그리고 라딘이 따로 할 말이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자리를 비켜준 것이다. 세 사람만 남자 아칸 1세는 최대한 부드럽게 웃으며 라딘에게 말했다. "태사, 3년 만에 오셨는데 이렇게 바쁜 일 때문에 편히 쉬시게도 못 하는구 려." 그는 외인이 사라지자 즉시 라딘을 태사라 부르며 존댓말을 쓰기 시작했다. 확실히 아칸 1세는 훌륭한 황제라고 할 수 있었다. 그는 거의 10년에 가까운 황제 생활 속에서도 결코 과거를 잊지 않았다. 잊을 수 없는 것일 지도 모른다. 이 눈앞의 아스트로 공작의 교육은 그 정 도로 지독했고, 그 때의 고생은 뼈 속에 사무쳐 황제와 공주에게 절대로 그에게 반항하지 못하도록 무의식의 공간을 장악하 고 있었다. 사실 황제와 공주, 황태후, 그리고 황후는 아직도 기분이 안 좋은 날이면 자신이 아스트로 공작의 밑에서 교육받는 꿈을 꾸곤 한다. 결국 그들은 의식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라딘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것 이다. "황공하옵니다. 폐하, 말씀을 낮추시옵소서. 폐하 제가 불민하여 레디안 제 국의 침략을 예견하지 못하였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라딘은 엄숙하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역시 남이 띄워줄 때는 겸손의 미 덕을 보여야 한다. "하하, 어찌 그대를 탓하겠소. 그래, 모처럼 오셨으니 지로트를 보고 가시 겠소? 라티누 황후도 그대가 온다는 전갈을 받고 내궁에서 지로트와 함께 기다리고 있다오." 아칸 1세는 확실히 전쟁으로 인해 긴장되었던 기분이 조금 풀리는 듯 웃으 며 말했다. 라딘의 존재는 그에게 있어 가장 강력한 카드와도 같았다. 6년 전 라딘은 아칸 1세와 라티누 황후 사이에 첫 아이가 생겼을 때, 황제 의 간곡한 부탁으로 그 아이의 이름을 지어준 적이 있었다. 그가 바로 파스트 제국의 황태자 지로트였다. 라딘은 그 후, 황태자의 대부로서 매년 그를 위해 새로운 옷과 남자 아이용 장신구를 보내는 성의를 보였다. 그러나 얼굴을 본 적은 서대륙으로 떠나기 전에 말고는 아직 없다. 물론 라딘은 지로트 황태자와 라티누 황후의 정보도 모두 받아보고 있었다. 지로트 황태자는 아칸을 닮지 않고 라티누 황후를 닮았다. 그는 무공에 뛰 어나고 낙천적인 성격이었고, 6살 밖에 되지 않았지만 주위 사람들이 감탄할 정도로 총명했다. "황후 전하와 황태자 전하는 꼭 만나 뵈고 싶습니다. 두 분 다 제가 충성을 다해 모셔야 할 분들입니다." 라딘은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 아칸 1세는 그의 말을 듣고 입을 활짝 벌리 고 웃었다. 그들은 즉시 내궁인 백합의 화원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전갈을 받은 황후와 황태자, 그리고 황태후까지 나와서 라딘을 기 다리고 있었다. -척 "귀하신 분들을 알현하옵니다." 라딘은 그들을 보자마자 기사의 예를 취했다. 황후와 황태후가 동시에 일어 나 라딘의 어깨를 잡아 일으켰다. 그는 다시 두 여인의 손등에 가볍게 키스를 하고는 정중히 자리에 앉았다. "다들 여전히 아름다우십니다." 라딘은 웃으며 품속에서 미리 준비해둔 보석상자를 꺼냈다. 황태후를 위한 귀걸이, 황후를 위한 브로치, 그리고 공주를 위한 목걸이가 그 안에 들어있었다. 최고급 보석에 마스터 조각스킬로 만든 장신 구이다. 모든 여인들이 어마 하며 좋아했다. 라딘은 다시 품속에 손을 넣어 하나의 상자를 꺼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어린 아이에게 내밀었다. "황태자 전하, 오랫동안 뵙지 못했습니다. 이것은 제 성의이니 부디 거절하 지 마시고 받아주십시오." 열린 상자 속에 하나의 팔찌가 보였다. 미스릴로 만든 팔찌에 수십개의 보 석으로 장식하고 중앙에 큼직한 마정석이 있었다. 지로트 황태자는 조심스럽게 그것을 받았다. 팔찌의 안쪽에는 기사로서 주군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서약이 새겨져 있었다 . 아칸 1세가 그것을 보고 활짝 웃었다. 라딘이 이 아이에게 충성을 맹세한 이상 파스트의 앞날은 반석과 같으리라! 그러나 지로트 황태자는 속으로 불안함을 느끼고 있었다. 황제인 아칸은 자신의 아들을 사랑했다. 그가 자신과는 다르게 검에 재질이 있는 것을 알고 더욱 사랑했다. 지로트는 아직 6살임에도 불구하고 제국의 황태자답게 언제나 당당했다. 그렇게 만인의 사랑을 받는 지로트가 가장 무서워하는 사람은 황제이자 아 버지인 아칸 1세도 아니고, 검의 천재로 이름 높은 어머니 라티누도 아니었다. 그가 세상에서 무서워하는 유일한 존재는 바로 자신의 대부인 아스트로 공 작이었다. 철이 들기도 전에 단 한번 만났을 뿐인 그를 가장 무서워하는 이유는 바로 부모의 영향이 컸다. 어머니인 라티누 황후는 그가 어렸을 때 울 때마다 어린아이를 잡아가는 마족이나 전설의 호랑이 얘기가 아닌 악마도 울고 가는 극악스승 아스트로 공작의 이야기를 했다. 그녀는 원래 이야기를 잘 못했지만 그 이야기만큼은 어찌나 실감나게 하는 지 어린 지로트가 울음을 멈추고 벌벌 떨게 할 정도의 설득력과 사실감이 있었다. 뿐만 아니다. 황제와 황후가 이야기를 할 때에는 가끔씩 필연적으로 아스트 로 공작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의 정책, 그의 행적, 이 모든 것이 놀라운 정도의 업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어린 지로트는 아이답게 주위의 분위기를 느끼는 감이 좋았다. 아바 마마와 어마마마는 그의 이야기를 할 때마다 알게 모르게 공포에 잠긴다. 때때로 가볍게 몸을 떤다. 그리고 항상 어떻게 하면 이 세기의 천재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를 상의했다. 라딘은 자신이 직접 만든 레어 팔찌를 받고도 진심으로 기뻐하지 않는 아이 를 보고 기분이 나빠졌다. 그러나 그는 바로 깨달았다. 아, 이 아이가 나를 경계하고 있구나! 지배자의 경계를 받는 것은 절대로 좋은 일이 아니다. 아칸 1세는 자신을 두려워하지만 경계하지는 않는다. 그와는 정말로 스승과 제자의 끈끈한 정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황태자는 자신을 두려워하고 있지만 그만큼 자신을 가깝게 생각 하고 있지는 않다. 거의 처음 보는 것과 다름없다. 이렇게 가면 그는 커가면서 자신을 더욱 경계하고 멀리하고 싶어질 것이다! 라딘은 겉으로 계속해서 웃었다. 그러나 속으로는 심각했다. 어떻게 하면 황태자의 마음속으로 들어갈 수 있을까? 모처럼 로얄 패밀리가 모두 모인 자리다. 라딘은 자신이 서대륙에서 겪은 이야기를 재미있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전혀 다른 관습을 가진 서대륙, 그것도 대륙의 운명이 걸린 처절한 전쟁의 이야기이다. 순간 순간이 실제로 손에 땀을 쥐게 할 정도로 긴박했다. 마족으로 변한 마교의 장로와 목숨을 걸고 싸우는 대목에 서는 황태자마저도 아! 하고 탄성을 질렀다. '흐, 역시 아이는 얘기로 꼬시는 게 최고지. 암.' 그는 그날 로얄 패밀리에게 완벽한 성기사의 살아있는 전설을 이야기해 주 었다. 무려 네 시간에 걸친 대하드라마였지만 라딘의 혀에 발라진 침은 전혀 마르지 않았고, 그날 지로트는 라딘의 말발에 완벽 하게 넘어갔다. 라딘은 그날뿐만 아니라, 그 다음날, 그리고 그 다음날도 지로트에게 거품 120%의 환상의 모험담을 들려주었다. 그 작업은 델로스 공작이 전장으로 떠나고 크로키가 배를 타고 동대륙에 도 착한 보름 후까지 계속되었다. 마침내 지로트는 라딘의 보름야화에 완전히 중독되어 그를 자신의 태사로 임명한다고 당차게 선언했고, 라딘은 겸허하게 그것을 받아들였다. 아직 전쟁이 정식으로 벌어지기까지는 한달이란 시간이 남아있 었다. ------------------------------------------------ 8-2 전쟁전야 하루가 지날 때마다 수도에는 점점 더 많은 병사가 집결했다. 대륙의 패권 을 겨루는 일전! 이미 보름 전에 델로스 공작이 자신의 마운트인 빙익을 타고 선발부대를 향 해 떠났다. 로얄 가드들의 대부분과 실버 기사단들까지 포함된 주력군이다. 그들이야 말로 기사의 나라 파스트의 진정한 힘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1 주일 전에는 바이가스의 반란군을 진압하기 위한 토벌군 7만이 떠 났다. 이제 수도에는 30만 정도의 군대가 모여 있었다. 앞으로 보름만 더 지나면 동원령의 기한이 끝나고 그 때까지 50만 정도의 군대가 더 모일 것이다. 크로키가 어제 카리브에 도착을 했다. 이제 보름만 있으면 자신도 출발하여 그와 중간에서 합류하면 된다. 미르던 산맥을 타고 그대로 남쪽으로 내려가는 것이기 때문에 트루먼 백작 과 카리브의 용병들은 이 수도까지 올라올 필요가 없었다. 라딘은 그동안 황궁에 드나들면서 한편으로 수도의 대장장이들을 모아 무엇 인가를 제작하고 있었다. -깡, 깡, 깡 황실에서 직접 인정한 네 개의 대장장이 작업장 중 하나인 타 이간 작업장은 지금 라딘 상회의 주인이자 자유기사인 라딘이 임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 소속된 대부분의 대장장이들은 그의 주문에 따라 이미 보름 동안 거의 잠도 못자고 이 엄청난 물건을 기한 내에 완성시키기 위해 땀을 비처럼 흘리면서도 쉬지 않고 망치질을 하고 있었다. "흐음, 앞으로 일주일 안으로 완성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출발이 늦어 지지요." 라딘은 조용히 그 작업 광경을 지켜보며 작업장의 주인이자 명망 높은 드워 프 대장장이인 타이간에게 말했다. "하하하, 염려 마시오! 도린 아저씨의 소개까지 받았는데 이 타이간이 설마 일을 미루겠소?" 타이간은 가슴을 탕탕 치며 호언장담했다. 그러나 그는 곧 이해를 할 수 없 다는 듯 목소리를 낮추어 라딘에게 물었다. "그런데 이 공성차가 정말 쓸모가 있겠소?" 그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흑강과 각종 금속을 이용하여 기존의 3배 크기의 공성차를 만드는 것을 가 능하다. 물론 이정도의 공성차라면 다른 공성차보다 거의 두 배 이상의 바위를 날리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그 정도로 성벽이 부서진다면 이미 모든 나라에서 이렇게 공성차를 만들었을 것이다. 오랜 역사 속에 얻어진 경험으로 인하여 가장 구하기 쉬우면서도 타격력이 큰 크기의 바위를 날리기 위해 적합한 공성차가 개발되어 왔다. 그런데 이렇게 기존의 세배에 해당하는 공성차라면 그에 걸 맞는 바 위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사실 공성차로 날린 바위 한방에 성벽이 무너지는 경우란 거의 없고, 수십 발, 혹은 수백 발을 날려야 겨우 깨지기 때문이 이런 공성차는 오히려 몇 번 쓰고 바위가 없어서 못쓰게 되는 것이다. 물론 공성 차 제조비도 10배 이상 많이 들게 된다. "하하하, 확실히 이 공성차는 그다지 효율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요. 그러나 이번 전투에서는 크게 그 위력을 발휘할 겁니다." 라딘은 호탕하게 웃으며 타이간에게 장담했다. 타이간을 알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나바론 포! 이 초대형 공성차의 이름이다. 물론 뭉치가 지었다. 도린의 소개를 받기 위해 검은 계곡 마을로 무전사로 연락을 했을 때, 타이간이 받은 내용에 이미 이 이름이 들어 있었다. 뭉치는 나중에 만나면 적당히 손보기로 했다. 그래도 라딘 또한 이 포의 이름이 그렇게 싫지는 않았다. 이 공성차는 전설 이 될 것이다! 크로키의 마법은 가능한 한 비밀에 붙여야 한다. 중력을 다루는 힘! 그것을 이런 식으로 이용하는 것이 알려지면 상대도 나름대로 방어를 할 수 있다. 그래서 크로키와 라딘이 고민해서 생각해 낸 것이 바로 이 초대형 공성차였다. 이제 전 대륙은 한방에 어떤 성벽도 파괴하는 파스트 제국의 비밀병기, 유 니크 공성차 나바론 포의 위력을 알게 될 것이다! ----------------------------- 일주일이 지났다. 레디안 제국의 군세가 칼디안 산맥에 도착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제 보름도 안 돼서 양군의 첫 전투가 벌어질 것이다. 과연 레디안 제국의 전술과 전략은 무엇일까? 악령기사는 어떻게 이 파스트 제국의 대군을 상대할 생각일까? 라딘은 정말로 궁금했지만 이제는 느긋하게 기다리기로 했다. 델로스 공작 은 확실히 뛰어난 인물, 그가 방어위주의 전략을 펴는 이상 어떤 공격도 쉽게 그를 극복하진 못 할 것이다. 라딘은 그를 믿었다. 3일이 지나 드디어 라딘과 트루먼 백작이 이끌기로 되어 있는 20만의 우군 이 완전히 준비되었다. 황제인 아칸 1세는 정식으로 아도 용병단을 기사단으로 임명하고 그 단장인 뭉치에게 백작 작위를, 그리고 부단장인 도끼바바에게 자작의 작위를 수여했다. 또한 이 우군의 총대장으로 임명된 트루먼은 임시 후작의 작위를 받았다. 우군이 성공하면 아마도 정식 후작이 될 것이다. 물론 실패하면 그만큼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라딘은 그 명성으로 인하여 우군의 임시 지휘관 겸 참모로 임명되었다. 아무런 국가 공적치도 없는 그에게 20만의 대군을 맡기는 것은 사실 상 관 례에 없는 일이었지만, 그의 명성이 너무나도 높았고, 전투 상황이 아닌 정식 지휘관인 트루먼 백작에게 이동하는 동안이기 때문 에 사람들도 납득할 수 있었다. 라딘은 또한 전국에서 영업하고 있는 라딘 운행의 마차들과 카리브에 정착 한 사람들 이외의 라딘 토목의 사람들을 모두 수도로 소환했다. 역시 전쟁은 병사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그들은 유사시에 훌륭한 운송부대와 공병대가 될 수 있도록 은근히 훈련받 고 있었다. -둥, 둥, 둥, 둥 마침내 부대의 이동을 알리는 북소리가 울렸다. 정 중앙에 모든 사람이 놀랄 정도로 큰 대형 공성차를 이끌고 라딘과 20만 의 병사들은 수도를 떠나 트루먼 백작과 만나기도 한 미르던 산맥의 남쪽 폴란 산으로 향했다. 황제와 재상인 공주는 황궁의 성탑에서 이 광경을 보며 제국의 운명이 걸린 이 전쟁에서 저들이 크나큰 공을 세우기를 기원하고 있었다. ----------------------------- 하이랜더 기사단 Chap 3. 하이랜더 기사단 봄의 따뜻한 공기가 태양의 분노에 의해 점점 더워지고, 마침내 그것을 식히려는 구름의 뜻으로 한 줄기의 비가 내렸다. 그러나 구름이 태양의 그 장엄한 위엄을 언제까지나 거스릴 수는 없었다. 다시 태양이 뜨고, 태양의 열기는 더욱 강해졌다. 초여름이었다. 드디어 레디안의 정예군이 칼디안 산맥을 넘어 파스트 제국과의 경계선에 도착했다. 이미 근방의 모든 사람들은 피난을 갔고, 이제 그들 앞을 가로막고 있는 것 은 파스트 군의 첫 전략 요새인 벨룬 성, 그리고 그곳을 중심으로 포진해 있는 80만의 파스트 정예병이었다. 레디안 군의 선두에는 지금 두 사람이 서 있었다. 펄럭이는 붉은 늑대의 깃발을 들고 있는 남자, 그렇게 거구는 아니지만 단 단하게 뭉쳐진 체격이 그의 강함을 증명해 보이고 있었다. 붉은 전신갑옷을 입고 양쪽 허리에는 두 개의 거대한 시미터를 차고 있는 남자, 이 남자가 바로 현 레디안의 군사령관이자 최고의 전사인 그리안 폰 벨로시티 공작이 다! 그리고 그 옆에는 검은 가죽 갑옷을 입고 있는 남자가 서 있었다. 얼굴에 악마의 형상을 한 가면을 쓰고 있어 그의 정체를 알 수가 없다. 그러나 그 역시 한쪽 손에 거대한 깃발을 들고 있었다. 거대한 황금의 용이 날개를 펴고 구름 위를 날고 있는 깃발! 바로 최초의 이계인 기사단인 하이드래곤 기사단의 깃발이다. 그렇다면 이 남자의 정체는 명백하다. 바로 하이드래곤 기사단의 단장인 악 령기사임에 틀림없다. 그때, 그리안 공작이 입을 열어 크게 외쳤다. 평생을 사막의 모래를 마시며 산 사람답게 카랑카랑한 목소리였다. 그러나 사기진작 스킬 마스터의 목소리는 100만이 넘는 병사들에게 모두 들릴 정도로 컸다. "제군들, 우리는 이곳까지 왔다. 파스트는 눈앞에 있고, 이제 우리는 전진 만 하면 된다. 물러설 길은 없다. 조국에 영광을!" "조국에 영광을!" "조국에 영광을!" "조국에 영광을!" 모든 병사들이 그의 말을 복창했다. 비장한 눈빛이 그들의 눈동자에서 나오 고 있었다. 그리안 후작은 잠시 그들이 진정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말했다. "여기 내 앞에는 두 개의 기사단이 있다. 적랑기사단! 그리고 하이드래곤 기사단! 이들은 우리 레디안의 정병 중에서도 정예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오늘 이후로 이 두 기사단은 사라진다." -웅성, 웅성 모든 병사들이 놀랐다. 사라진다니? 무슨 말일까? 심지어는 적랑기사단과 하이드래곤 기사단의 단원들조차 놀라고 있었다. 도 대체 무슨 소리란 말인가? 영광스러운 우리 기사단이 사라진다니? 그들의 모습을 보건데 그들조차 사전에 이 사실을 몰랐음을 알 수 있었다. 그때, 악령기사가 조용히 자신의 앞쪽에 있던 장작더미에 불을 붙였다. -화르르르륵 불길은 순식간에 타올라 수 미터나 되는 불꽃이 하늘을 잡아먹 을 듯 치솟았다. 더운 여름의 태양빛 아래 치솟는 불길에 의해 주변의 공기가 일그러져 보이기 시작했다. "보라! 이 순간부터 적랑기사단은 해체된다!" -팍, 화르르르륵 붉은 늑대가 그려진 깃발이 그 불꽃 속에 던져졌다. 깃발 에 바로 불이 붙어 소리를 내며 타기 시작했다. 다시 악령기사가 말했다. "오늘부로 하이드래곤 기사단은 해체한다!" -팍, 화르르르륵 "아앗! 저럴 수가!" 몇몇 간부들이 놀라서 소리쳤다. 이미 10년 동안 이 브리시아 서버에서, 아 니 전 세계적으로 그 모습을 알린 하이드래곤의 깃발이 타고 있다! 그들의 10년 세월이! 그때, 그리안 공작과 악령기사는 뒤쪽에 놓인 상자를 열어 거대한 봉을 들 어올렸다. -팍 바람이 불자 그 봉에 말려 있던 깃발을 휘날리기 시작했다. 붉은 수술이 달린 삼각형의 깃발에는 검을 하늘위로 들어 올리고 고함치는 전사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승리는 나의 것이라고 외치는 듯 그 전사의 모습은 강렬하고 선명했다. "이것이 바로 우리의 새로운 깃발이다! 이제 우리는 이 깃발아래 하나로 뭉 친다! 새로운 기사단의 이름은 바로 하이랜더, 하이랜더 기사단이다!" 그리안 공작이 자신의 모든 힘을 모아 소리쳤다. 대기를 울리는 그의 선언 에 의해 모든 병사의 등에 한줄기 전기가 흘렀다. -와아아아아 하이랜더 기사단! 사람들은 열광했다. 적랑 기사단원들과 하이드래곤 기사단원들도 열광했다. 그들은 이 새로운 기사단에서도 틀림없이 잘 해나갈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안 공작과 악령기사는 이미 5년 전부 터 두 기사단을 하나로 합칠 준비를 시작했다. 단순한 규모의 확대가 아니다. 그들은 본래 목적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은 채 개별적으로 자신들의 기사 들이 협력해서 수련을 하도록 주선했다. 이것은 곧 모든 기사와 전사들 사이에서 넓게 퍼졌다. 기본적으로 이계인 기사나 전사 1명과 적랑기사단의 멤버가 2명이 한조를 이루었다. 그들은 3명이서 같이 마굴에 들어가 수련을 했다. 이계인 기사는 죽어도 다시 살아난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언제나 브리시 아의 조원들을 위해 목숨을 걸고 방패가 되었다. 덕분에 적랑기사단의 멤버들은 상당히 강도 높은 훈련을 하면서 자신의 전 투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었다. 이계인은 죽어도 된다는 마음가짐의 방패 역할을, 적랑의 기사는 오랜 시일 에 걸쳐 수련한 검술로 절대적인 방패를 앞세우고 마음대로 공격에 전념하게 되어 그 날카로움이 몇 배나 강해진 창이 되었다 . 방패 하나에 창 두 개! 이들의 연계플레이는 날이 갈수록 강해졌고, 이제는 3명이 한조를 이루면 보통 사람 5-6명도 상대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해졌다. 그런 3인 그룹이 1700조 정도 탄생했다. 그리고 그들은 애초의 예상대로 모 두 500레벨이 넘어 3차 직업을 얻었다! 최고의 인재들로 구성된 적랑기사단 맴버 3400명, 그리고 하이드래곤의 핵 심멤버 1700명, 그들은 서로 같이 목숨을 걸고 수련하며 형제와 같은 정을 쌓았다. 이제 그들은 셋이 아니라 하나라고 할 수 있었다 . 그리고 각 분기별로 시행된 연합훈련, 그곳에서 그들은 서로 호흡을 맞추어 집단 전에 적응하는 훈련을 했다. 물론 이것은 극비리에 벌어진 일이었고, 적의 첩보세력이 이 사실을 알아도 단지 몇몇 기사와 전사들이 개인적으로 친해서 자발적으로 훈련하는 것으로 생각하도록 심혈을 기울였다. 심지어는 수련하는 사람 본인들조차 그들 모두가 그런 식으로 훈련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리안 공작과 악령기사는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이제 파스트 제국은 상 급기사와 전사 5000명으로 이루어진 최강의 기사단을 만나게 된다! 비록 그들의 상급기사와 전사의 수가 자신들 레디안군의 수보다 적지는 않 다고 해도, 이렇게 완벽하게 이계인과 브리시아인의 장점을 살린 이 최강의 기사단의 발걸음을 막을 수는 없다! 더위가 심해지기 시작한 여름, 레디안 제국과 파스트 제국의 대륙의 패권을 건 전투가 벌어지기 바로 전날, 세상에 정식으로 이계인 혼성기사단 하이랜더 기사단이 탄생했다. 새로운 기사단장은 놀랍게도 이계인 최초로 백작의 지위에 오른 악령기사 폰 다크블레이드 백작! 레벨 950의 고수인 그는 총 사령관인 그리안 공작으로부터 정식으로 이 최강 기사단의 지휘권을 이양 받았다. 핵심 부대원 수 5100명, 이들은 전원 상급기사나 전사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리고 지원부대 5만, 이들 역시 레디안 군에서 가려 뽑은 정예군으로 편성 되었다. 이렇게 총 인원 5만 5천명의 기사단은 그 날 군의 선두에서 80만의 파스트 제국군을 향해 정면으로 돌진했다. 전설이 시작되고 있었다. ----------------------------------- 8_3 하이랜더 기사단 두두두두두 5천 필의 전투마가 5열 횡대로 넓게 진을 짜고 돌진하고 있었다 . 그 뒤쪽에는 5만의 병사가 그들의 돌진을 뒷받침 하듯 전진하고 있는 중이었다. 양 군이 서로 대치한 보겐 영지의 평야지대는 지금 쏟아지는 태양 빛에 의 해 불길 속과 같은 열기를 뿜어대고 있었다. 그러나 양군의 병사들의 가슴속과 같이 뜨거울 수는 없었다. "뭐라고? 레디안 군이 기마병으로 중앙돌파를?" 델로스 공작은 막사에서 작전 회의를 하다가 경계병의 보고에 놀라 소리쳤 다. 아직 진을 친지 하루가 지나지 않았다. 적도 아군도 긴 행군으로 인해 지쳐 있으니 정식으로 전투가 벌어지는 것은 내일이나 모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성질 급한 레디안 놈들은 자리를 잡자마자 공격을 시도하고 있었다. 그리고 초전에 기마명의 중앙돌파라니? 기본적으로 이렇게 대군이 싸울 때 는 초반에 기마병을 가동시키는 것은 금지사항이라고 할 수 있었다. 진세가 튼튼하다. 수십만이 진을 치고 있기 때문에 아무리 강력한 돌진이라 도 그 중앙을 뚫을 수는 없다. 기마병의 돌진은 적의 진세를 뚫지 못하면 실패이다. 속도를 잃고 정지한 기마명은 보병과 궁병의 밥이 될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대규모 전투는 보병의 밀고 당기기로 시작한다. 물론 대표 장수의 일기토에 의한 사기 진작은 예외로 친다. 그렇다면 기병은 어떨 때 쓰일까? 그들은 군의 옆쪽에 대기하다 빈틈이 보 인 곳을 찌르는 창의 역할을 한다. 일단 돌격하면 틀림없이 적의 진을 부수고 그것을 뚫어야 한다. 그러면 기 마병이 지나간 자리에 후속 보병이 침투해 와 깨진 진으로 인해 방어력이 약해진 적들을 각개격파 하던가 서서히 조여 나가게 되는 것이다. 중앙에 보병, 측면에 기병, 후방에 궁병과 마법사, 이것이 바로 대규모 전 투의 세오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레디안 군은 시작하자마자 기마병이 돌격을 감행했다. 델로스 공작은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막사를 걸어 나갔다. 지평선 끝에 보이는 칼디안 산맥을 까맣게 뒤덮고 있는 레디안 군이 보였다 . 확실히 그들은 움직이고 있었다. 총공격이다! 무엇 때문일까? 어째서 저들이 처음부터 이렇게 총공격을 가하 게 되었을까? 앞쪽에서 먼지구름이 일고 있었다. 확실히 수많은 군마가 일제히 달리고 있 는 증거였다. 땅이 미미하게 진동하고 있었다. 아직 보이지도 않는데 땅이 흔들리다니? 대규모의 기마부대임에 틀림없다! "기마병 5천, 호위군 5만입니다. 앞으로 15분 정도면 저들이 도착합니다." 참모가 옆에서 보고를 했다. -꿀꺽 델로스 공작은 침을 삼켰다. 위험하다! 그의 본능이 사정없이 경종을 울리고 있었다. 즉시 군을 후퇴시켜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불가능 한 이야기였다. 한번도 싸우지 않고 적의 진군에 놀라 군을 후퇴시키면 군의 사기가 바닥으 로 떨어질 것이다. 최소한 적과 부딪쳐 적의 계략이 뭔지를 알아야 했다. 델로스 공작은 이를 악물었다. "전력을 다해 방어한다. 중장보병은 즉시 10중의 철벽진을 짜서 저들의 돌 격을 저지하라! 궁병은 양쪽에서 집중사격을 감행하여 저들의 기세를 죽인다! 적의 기병의 돌진을 저지하는 순간 아군의 기병으로 후방에 따라오는 호위군 5만을 향해 돌진하라! 적의 선봉을 최단시일내에 전멸시키고 본대의 전진을 막는다!" 델로스 공작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명령을 내렸다. 중장보병 5만으로 10중의 철벽진을 짠다! 절대로 그것을 뚫을 수 없을 것이 다! 공격하는 기마병의 3배의 중장보병이면 보통 적의 돌격을 막을 수 있는데 이렇게 10배로 막는 것은 그의 본능의 위기의식이 시킨 일이라 할 수 있었다. 참모들이 급히 그의 명령을 전하기 위해 달려갔다. 제국 최고의 정병들이다 . 15분이라는 시간이 긴 시간은 아니지만 충분히 준비를 마치고 저들을 맞이 할 수 있을 것이다. 일단 명을 내린 델로스 공작은 즉시 자신의 마운트인 빙익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드레이크의 숙소에는 이미 14명의 드레이크 나이트들이 서서 델로스 공작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 전쟁에 참가한 드레 이크 나이트 전원이었다. "평원에서 우리 드레이크 나이트의 위력은 절대적이다. 적의 기사단의 후위 를 노려 일제히 공격을 감행한다!" "옛!" "나는 최강이 아니다!" 델로스 공작은 빙익에 올라 자신의 랜스를 들고 드레이크 나이트의 구호를 외쳤다. "나는 최강이 아니다!" "나는 최강이 아니다!" "나는 최강이 아니다!" 모든 기사들이 자신의 드레이크에 올라타 델로스 공작의 구호를 복창했다. 현재의 자신보다 미래의 자신이 더욱 강할 것이라는 의지를 담은, 그야말로 자기 자신 말고는 상대할 자가 없다는 오만한 구호였다. 그러나 그들은 그 구호를 항상 가슴에 담고 그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 었다. -휘익, 팍 드레이크가 힘차게 공중으로 뛰어 오르며 날개를 폈다. 곧이어 1 5기의 드레이크들은 마음껏 날개를 펄럭이며 그들의 고향인 창공을 향해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 -두두두두두두 이미 5분 이상 달려왔음에도 조금도 전열이 흐트러지지 않았 다. 물론 아직 전력으로 달리는 것은 아니다. 말과 사람의 심장이 뛰어 전신으로 피를 보냈다. 몸이 더워지며 이제는 언 제라도 극한까지 기어를 올릴 수 있는 준비가 되었다. "적이 보입니다! 방어진이 이미 짜여 진 것 같습니다!" "훗, 빠른 대응이군. 역시 델로스 공작인가? 계속 돌진한다!" 악령기사는 솔직하게 감탄했다. 그러나 조금도 위기감을 느끼지 않은 듯 차 가운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그의 말소리는 신기하게도 항상 듣는 사람의 마음을 가라앉히면서도 사기를 진작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두두두두두 그들은 계속 돌진했다. 뒤쪽에서 따라오고 있는 5만의 호위군 이 고생할 것이다! 악령기사는 미소를 지었다. 호위군의 대장은 다름 아닌 매머드였다. 자신이 이렇게 전투마를 타고 돌진 할 때 그는 맨발로 뛰어 나오는 셈이다. 그래도 10분쯤 있으면 도착하겠지. 악령기사 속으로 웃으며 그들의 수고에 감사했다. "적이 5만의 중장보병으로 10중의 방어진을 구축한 것 같습니다!" 다시 옆에서 참모의 보고가 들려왔다. "너무 하잖아? 5만으로 10중이라니? 이거 아무리 델로스 공작이라도 이렇게 우리를 경계할 수 있는 거야?" 악령기사는 투덜대기 시작했다. 마치 자신은 학대받는 말단 회사원이라는 듯 한숨을 쉬었다. 날은 덥고 태양은 뜨거웠다. 불쾌지수가 최고로 높았다. 악령기사는 짜증이 난다는 듯 말했다. "계속 돌진한다. 다 부수자!" -우와아아아아아- 5천의 기마병은 악령기사의 그런 기분을 이해한다는 듯 일제히 함성을 질렀 다. --------------------------------------------- 8_3 하이랜더 기사단 ---------------------------- 중장보병들은 파이크의 반대편 끝을 땅에 박아 전투마의 힘을 최대한 버틸 수 있게 만들었다. 길이 3m가 넘는 긴 창대를 가진 기마돌격 저지용 파이크! 확실히 기마의 돌격을 효과적으로 막는 데에는 전 신에 갑옷을 입고 이렇게 파이크를 땅에 박아 벽을 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었다. 5천명이 3열로 서서 파이크를 앞에 겨누고 나열해 있는 모습은 거대한 창의 장벽과 같았다. 3열씩 10중의 방어벽을 쳤다. 이 정도라면 저들은 절대로 이 방어벽을 뚫지 못한다. 그들이 멈추는 순간 주변의 중장보병들은 땅에 박혀 있던 파이크를 뽑아 그들을 공격할 것이다. 수십개의 창날에 의 해 정지한 기마병은 거의 힘을 써보지 못하고 죽을 것이다. 그들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창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아무리 막을 수 있다고 생각을 해도 5천의 기마병들이 돌진해 오는 것을 보 고 있으면 다리가 떨릴 수밖에 없었다. -두두두두두두두두 하이랜더 기사단은 계속해서 파스트 군의 중장보병이 포 진한 방어진을 향해 돌진했다. 여전히 방향도 바꾸지 않고 묵묵히 앞만 보고 달려갈 뿐이었다. 이윽고 그들이 중장보병의 진세에 200m정도 앞까지 다가오자 그들은 서서히 진형을 바꾸기 시작했다. 악령기사를 중심으로 뱅가드를 형성하여 무리를 지어 나는 기러기와 같이 화살촉의 형태가 되었다. 그리고 전 5열 중 앞쪽에 두열은 왼쪽 팔에 장착하고 있던 대형방패를 세워 방어의 준비를 시작했다. 대형방패는 보통의 카이트 방패보다 두 배 이상 크고 두껍기 때문에 방어력 은 발군이지만 그만큼 기동력과 공격력이 떨어진다. 사실 돌진하는 기사가 가장 효율적으로 공격력을 감소시키지 않고 방어력을 극대화 시킨 방패가 바로 카이트 방패가 아니겠는가? 그러나 전 2열의 기사들은 그런 과학적인 상식이 전혀 없는 듯 모두 대형 방패를 들고 있었다. 드디어 하이랜더 기사단이 속력을 높이기 시작했다. 전속력돌진! 이제는 멈출 수 없다. 멈추는 순간 뒷열의 기마병에게 밟혀 죽 는다! "쏴라!" -슈슈슈슈슝 -퍼퍼펑 만여 발이 넘는 화살과 석궁, 그리고 각종 마법이 하 이랜더 기사단을 향해 날아왔다. 중장보병의 방벽 옆에 위치한 장거리 공격수들이 일제히 자신들의 적을 향 해 공격을 감행했다. 적의 예봉을 꺾으면 기마돌격의 힘이 반감된다! -파파파파팍 "아아악!" 비명소리가 들렸다. 화살이나 마법에 맞은 기사들은 비명을 지르며 말에서 떨어졌다. 일단 말에서 떨어진 자들은 동료들의 말발굽에 의해 사망해 버렸다. 죽음을 각오한 전력질주에는 중도탈락이란 바로 생의 끝을 의미한다. 확실히 장거리 병의 공격은 강했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뱅가드의 전면에 2중으로 배치된 대형방패 기사들의 효과는 놀라웠다. 그들 은 그 많은 화살과 마법들을 효과적으로 막아냈다. 물론 비 오듯이 쏟아지는 화살을 모두 막을 수는 없는지 대부분 한두 발의 화살을 몸에 꽂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멀쩡했다. 말에서 떨어진 자들은 극히 일부분에 불과할 뿐이 었다. -두두두두두두 이제는 흙먼지가 시야를 가려 적을 선명히 볼 수조차 없었다 . 그러나 악령기사는 중장보병과의 거리를 정확하게 계산하고 있었다. "훗, 장거리 공격이라." 그는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투창 준비!" 악령기사가 소리치자 모든 기사들이 전투마의 허리에 걸려있는 투창을 잡았 다. 투창! 화살이나 석궁과는 달리 두껍고 무거운 이 장거리 무기는 달리는 말 의 속도를 이용하여 던지는 기사의 공격수단 중 하나이다. 한번 출격에 3개 정도밖에 가지고 나갈 수 없고 손에 든 작은 지렛대를 이 용해 던져야 하기 때문에 결코 편리한 무기는 아니라고 할 수 있지만 한 가지 좋은 점이 있었다. 바로 무겁고 데미지가 좋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깨에 랜스를 걸친 상태로 투창을 던지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상 급기술의 투창술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물론 하이랜더 기사단은 오래전부터 이미 이 훈련을 끝냈다. "투척!" -슈슈슈슈슈슈슉 -파파파파파파파팍 "아아악!" 일시에 5천개의 투창이 80m정도를 날아 중장보병의 몸을 뚫었다. 상급기사 가 던진 투창은 중장보병의 갑옷을 뚫을 수 있는 충분한 힘이 있었다. 순식간에 앞쪽의 2열정도가 붕괴 됐다. 벽에 금이 가 버렸다! "전군 차지!" -우오오오오오오오 -부우우웅 모든 기사들이 함성을 지르며 랜스를 정면으 로 겨누고 집중하기 시작했다. 구름처럼 일어나는 흙먼지도 그들의 살기를 감출 수 없었다. "온다! 쓰러진 자들의 자리를 어서 채워라!" 중장보병대 대장인 홀론 백작의 호령이 이제는 땅을 뒤집어 버릴 듯 흔들고 있는 말발굽 소리를 뚫고 전 부대원의 귓속에 박혔다. 제국에서도 가장 훈련이 잘된 중장보병들, 그들은 지체 없이 다시 진을 형 성하려 했다. 그러나 간일발의 차이로 늦고 말았다. -콰콰콰콰쾅 -파파파팍 5천의 랜스가, 5천의 전투마가 그 위에 태운 기사 의 모든 힘을 실고 그들을 덮쳤다. 일거에 중장보병의 벽이 절반쯤 허물어지며 수천 명의 사람들이 상급기사와 전사들의 복합차지기술에 걸려 사망했다. 물론 파이크의 숲을 향해 정면으로 돌진한 기사들도 무사할 수는 없었다. 거의 300명에 가까운 기사들이 결국 수십 개의 파이크에 찔려 죽었다. 그래 도 그들은 오른손에는 랜스를 들었지만 왼팔에는 방어용 특수 대형방패를 장착하고 있었기 때문에 피해가 적었다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제 2진의 돌격이 남은 중장보병 위로 덮쳐졌다. -콰콰콰쾅 다시 굉음과 함께 수천 명의 사람이 사라졌다. 상급기사들이라고 해서 이런 식으로 정면으로 부딪치면 예외가 될 수는 없 었다. 이번에는 비교적 멀쩡한 후열의 방벽에 부딪쳤기 때문에 더욱 피해가 컸다. 거의 500명에 가까운 하이랜더 기사들이 전사했다. 그러나 확실히 방벽을 깨어졌다. 이미 파이크병의 방벽 중앙에는 구멍이 뚫 렸고, 살아남은 기사들은 그 뒤에 위치하고 있는 경보병들을 덮쳤다. 그리고 다시 그 뒤를 이어 3, 4, 5 진의 돌격이 파도가 치듯 구멍 뚫린 중 장보병들을 유린했다. 그들이야 말로 공격력을 특화시킨 전 적랑기사단 단원들이었다. 순식간에 파스트 제국의 중앙군은 막대한 피해를 입고, 하이랜더 기사단은 파스트 군의 뒤까지 뚫고 나갈 수 있었다. "저럴 수가!" 창공에서 그 모습을 본 델로스 공작은 너무나도 놀라 빙익에서 떨어질 뻔 했다. 한순간이었다! 어떻게 손 쓸 사이도 없이 중앙이 뚫렸다. 단 천여 명의 피해로 5만의 중장보병의 벽을 뚫다니? 적의 기사단이 뒤에서 둘로 나뉘어 선회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다시 속도를 높여 뒤쪽에 있는 경보병들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거의 모든 진형은 뒤를 잡히면 방어력이 급격히 감소된다. 당연 히 경보병들이 저들의 돌격을 저지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안 돼! 전원 하강하여 일제히 적의 돌진을 저지한다! 조금이라도 적의 속 도를 줄여라!" 델로스 공작은 비명을 지르듯 명령하며 즉시 빙익을 조정하여 돌진하는 적 의 전면을 향해 급강하를 시도했다. 이에 14기의 다른 드레이크 나이트들도 델로스 공작을 따라 일제히 하강했 다. 강습 브레스 공격! 드레이크는 드래곤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그 래도 브레스를 뿜는다. 정확하게 말하면 브레스와는 조금 틀린 것이지만 그래도 독이나 화염, 또는 전격을 뿜어대면 그 위력이 놀랍다. 드레이크 나이트가 일제히 급강하 하여 적의 전면에 일시에 브레스를 뿜으 면 확실히 적의 예봉을 꺾을 수 있다! -쐐에에에엑 색색의 드레이크들이 땅을 향해 거의 수직으로 내려오는 모습 은 그야말로 장관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표적인 하이랜더 기사단에게는 별로 보고 싶지 않은 광경이 기도 했다. "투창을 던진다!" 악령기사가 다시 명령을 내렸다. 이제 돌진하는 기사들이 다시 투창을 꺼냈다. "투척!" -슈슈슈슈슝 -화르르르륵 -파지지지직 -펑 드레이크가 브레스를 뿜는 것과 전열의 천여 명의 기사들이 일제히 투창을 던진 것은 거의 동시였다. 기사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조금도 기세를 늦추지 않 은 채 자신들의 투창을 정확하게 던지는 데만 정신을 집중했다. 기겁한 드레이크 기사단들은 즉시 선회하려고 했지만 역시 동귀 어진을 노린 수법을 피하기는 쉬운 것이 아니었다. "아악!" "꺄아아아악!" 두 마리의 드레이크가 결국 수백 개의 투창에 꽂혀 추락했다. 그리고 그들 위로 2천기의 기마가 지나갔다. 무적을 자랑하는 드레이크 나이트였지만 역시 수천기의 상급기사들의 공격 을 일시에 받아낼 수는 없었다. "으윽, 이렇게 강하다니? 저놈들은 보통 기사가 아니다!" 델로스 공작은 신음소리를 내었다. 상식을 초월한 힘이었다. 설마 저런 기 사단이 레디안 제국에 있었을 줄이야? 전혀 사전정보가 없었다. 델로스 공작은 등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전쟁 전에는 적이 숨기고 있는 한 수가 무엇인지 몰랐다. 정말 꿈에서도 생 각할 정도로 궁금했다. 그러나 델로스 공작은 적의 한수가 어떤 비밀스러운 계략이나 마법적인 것 이라고 생각했지, 이렇게 극강의 기사단이라는 것은 상상해본적도 없었다. 확실히 과거 수백 년간 기사의 나라 파스트는 기사의 질과 그 수에서는 다 른 나라들에 비해 언제나 한 걸음 위에 있었다. 그만큼 궁병이나 마법사 등의 수준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그것이 바로 파스 트 제국 사람들의 자긍심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레디안 제국이 자신들이 최고라고 생각했던 기사의 힘에 정면 으로 도전했다. 이것은 상당히 심각한 문제였다. 모든 병사들은 파스트의 기사가 레디안의 기사에 밀린다는 것을 아는 순간 싸울의욕을 크게 잃을 것이다. 기사의 힘에서 밀린다! 그것이야말로 파스트 제국 사람으로써 가장 인정하 기 힘든 일이었다. -꿀꺽 그는 심한 갈증을 느끼며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이미 저 공포의 기사단의 호위병단이 거의 본대에 접근하고 있었다. 이미 궁병들까지 적 기사단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진형을 깨뜨린 상태다. 제대로 싸울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었다. 결국 델로스 공작은 이를 악물고는 허공에서 크게 팔자를 그리며 날았다. 전면후퇴! 그것이야말로 패배를 인정하고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면서 후퇴 하라는 최고 지휘관의 신호였다. -둥둥둥둥둥둥 군악병의 북이 급하게 울리고 드디어 모든 병사들은 사력을 다해 후퇴하기 시작했다. 이미 후퇴의 방법 같은 것은 철저하게 짜 놓은 상태인 만큼 그들은 거의 혼 란 없이 부대별로 뒤를 향해 돌진 할 수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델로스 공작은 라딘, 아니 아스트로 공작의 선견지명에 다시 한 번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어엇! 저놈들이?" 겨우 기사단을 따라잡아 이제부터 신나게 싸우려던 매머드는 황당함에 자신 도 모르게 외쳤다. 억울함이 가슴에서 물밀듯 몰려왔다. "이놈들아! 조금이라도 싸우고 도망가도 도망가라!" 그는 정말 성심성의껏 소리쳤다. 그러나 생명이 걸린 일에 적인 매머드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멈출 수는 없는 노릇이다. 모든 병사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었고, 악령기사 역시 그런 그들을 보 며 기사단을 최대한 이용하여 그들을 저지, 학살하려 했지만 결국 4천의 기사단으로는 100만의 군대를 전멸시킬 수는 없었다. 결국 그날 전투에서 파스트 제국군은 약 14만의 희생자를 내면서도 군이 붕 괴되지 않고 바로 후퇴하여 이웃 영지인 타라스 후작령까지 후퇴하였으며, 그날부터 보겐 영지는 레디안 군의 거점이 되었 다. ------------------------------------------ 8_3 하이랜더 기사단 5천의 랜스가, 5천의 전투마가 그 위에 태운 기사의 모든 힘을 실고 그들을 덮쳤다. 그들 하나하나가 자신만의 기마돌격기를 가지고 있는 상급기사였다. 일거에 중장보병의 벽이 절반쯤 허물어지며 수천 명의 사람들이 상급기사와 전사들의 복합차지기술에 걸려 사망했다. 일반적으로 기마돌격은 제1진을 막으면 2진부터는 그 돌파력이 줄어든다. 시체가 바닥에 깔려 말의 발에 걸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기사들은 자신의 기마돌격기를 만들 때, 가능한 한 파워 를 극대화 시켜 적의 시체를 완전히 날려 보내는 방법을 선호한다. 그래야 후열의 힘이 조금이라도 더 발휘된다. 적의 회피 같은 것 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1대 1의 싸움이 아니다. 열을 지어 일제히 돌격하는 상황이라면 어떤 고수라도 그것을 피할 수는 없 다. 그러나 그들이 아무리 강력한 기술로 수비병의 시체를 날려도 자신들의 시 체까지는 날릴 수가 없다. 결국 후열의 돌진은 그만큼 약해진다. 그러나 지금 이 하이랜더 기사단의 돌진은 그런 상식을 거의 완전히 무시하 고 있었다. 전열의 피해가 거의 없었다. 물론 파이크의 숲을 향해 정면으로 돌진한 이상 기사들도 완전히 무사할 수 는 없었다. 거의 300명에 가까운 기사들이 결국 수십 개의 파이크에 찔려 죽었다. 그래 도 그들은 오른손에는 랜스를 들었지만 왼팔에는 방어용 특수 대형방패를 장착하고 있었기 때문에 피해가 적었다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제 2진의 돌격이 남은 중장보병 위로 덮쳐졌다. -콰콰콰쾅 다시 굉음과 함께 수천 명의 사람이 사라졌다. 2열의 공격으로 인해 중장보병의 방벽은 완전히 깨어졌다. 이미 파이크병의 방벽 중앙에는 구멍이 뚫렸고, 살아남은 기사들은 그 뒤에 위치하고 있는 경보병들을 덮쳤다. 그리고 다시 그 뒤를 이어 3, 4, 5 진의 돌격이 파도가 치듯 구멍 뚫린 중 장보병들을 유린했다. 그들이야 말로 공격력을 특화시킨 전 적랑기사단 단원들이었다. 순식간에 파스트 제국의 중앙군은 막대한 피해를 입고, 하이랜더 기사단은 파스트 군의 뒤까지 뚫고 나갈 수 있었다. "하하하하하, 500레벨 기사단의 돌격을 200레벨이 막으려고 하다니! 꿈도 야무지군!" 말을 선회하여 다시 파스트 제국군의 후열쪽으로 돌진해 들어가려는 악령기 사가 결국 참지 못하고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흙먼지가 입속으로 들어가 목에 걸렸지만 개의치 않았다. 그의 웃음소리는 후열의 모든 기사들의 사기를 올려 잔인한 학살의 의지를 더욱 굳어지게 했다. "으음, 어떻게!" 창공에서 그 모습을 본 델로스 공작은 너무나도 놀라 빙익에서 떨어질 뻔 했다. 한 순간이었다! 어떻게 손 쓸 사이도 없이 중앙이 뚫렸다. 5천명의 상급기사와 상급전사들만으로 구성된 기사단이라니? 그런 일이 있 을 수 있을까? 한명의 상급기사는 100명의 일반병사의 전력으로 취급된다. 그렇게 따지면 지금 저들은 5천명이 아니라 50만 명의 무력으로 생각해야 마땅했다. 기마병과 중장파이크병이라는 병종의 상성이 문제가 아니었다. 마법사와 궁 병의 공격이 크게 힘을 발휘할 수 없었던 것도 지금 이해가 갔다. 그러나 어떻게 5천이란 수를 이룰 수 있었을까? 파스트 제국 최고의 기사단인 로얄 가드의 수는 500정도이다. 실버 기사단은 약 1천이지만 그중 절반은 상급기사가 아니다. 자신이 알고 있던 레디안 제국의 상급기사와 전사의 총수가 약 5천 정도였 는데, 설마 그들이 모두 이 한자리에 모였단 말인가? 지금 그들의 피해는 극단적으로 적었다. 단 몇백 명의 피해로 5만의 중장보병의 벽을 뚫다니? 적의 기사단이 뒤에서 둘로 나뉘어 선회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다시 속도를 높여 뒤쪽에 있는 경보병들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거의 모든 진형은 뒤를 잡히면 방어력이 급격히 감소된다. 당연 히 경보병들이 저들의 돌격을 저지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안 돼! 전원 하강하여 일제히 적의 돌진을 저지한다! 조금이라도 적의 속 도를 줄여라!" 델로스 공작은 비명을 지르듯 명령하며 즉시 빙익을 조정하여 돌진하는 적 의 전면을 향해 급강하를 시도했다. 경보병들이 피신할 시간을 벌어야 한다. 이에 14기의 다른 드레이크 나이트들도 델로스 공작을 따라 일제히 하강했 다. 강습 브레스 공격! 드레이크는 드래곤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그 래도 브레스를 뿜는다. 정확하게 말하면 브레스와는 조금 틀린 것이지만 그래도 독이나 화염, 또는 전격을 뿜어대면 그 위력이 놀랍다. 드레이크 나이트가 일제히 급강하 하여 적의 전면에 일시에 브레스를 뿜으 면 확실히 적의 예봉을 꺾을 수 있다! -쐐에에에엑 색색의 드레이크들이 땅을 향해 거의 수직으로 내려오는 모습 은 그야말로 장관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표적인 하이랜더 기사단에게는 별로 보고 싶지 않은 광경이 기도 했다. "투창을 던진다!" 악령기사가 다시 명령을 내렸다. 이제 돌진하는 기사들이 다시 투창을 꺼냈다. "투척!" -슈슈슈슈슝 -화르르르륵 -파지지지직 -펑 드레이크가 브레스를 뿜는 것과 전열의 천여 명의 기사들이 일제히 투창을 던진 것은 거의 동시였다. 기사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조금도 기세를 늦추지 않 은 채 자신들의 투창을 정확하게 던지는 데만 정신을 집중했다. 기겁한 드레이크 기사단들은 즉시 선회하려고 했지만 역시 동귀어진을 노린 수법을 피하기는 쉬운 것이 아니었다. "아악!" "꺄아아아악!" 두 마리의 드레이크가 결국 수백 개의 투창에 꽂혀 추락했다. 그리고 그들 위로 2천기의 기마가 지나갔다. 무적을 자랑하는 드레이크 나이트였지만 역시 수천기의 상급기사들의 공격 을 일시에 받아낼 수는 없었다. "으윽, 이렇게 강하다니?" 델로스 공작은 신음소리를 내었다. 상식을 초월한 힘이었다. 저들의 결속력 과 전술실행능력을 보건데 하루아침에 이쪽저쪽에서 상급기사들을 모아 급조한 기사단이 아니다. 철저한 훈련으로 완벽하게 하나가 된 최상급 기사단이었다! 설마 저런 기사 단이 레디안 제국에 있었을 줄이야? 전혀 사전정보가 없었다. 델로스 공작은 등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전쟁 전에는 적이 숨기고 있는 한 수가 무엇인지 몰랐다. 정말 꿈에서도 생 각할 정도로 궁금했다. 그러나 델로스 공작은 적의 한수가 어떤 비밀스러운 계략이나 마법적인 것 이라고 생각했지, 이렇게 극강의 기사단이라는 것은 상상해본적도 없었다. 확실히 과거 수백 년간 기사의 나라 파스트는 기사의 질과 그 수에서는 다 른 나라들에 비해 언제나 한 걸음 위에 있었다. 그만큼 궁병이나 마법사 등의 수준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그것이 바로 파스 트 제국 사람들의 자긍심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레디안 제국이 자신들이 최고라고 생각했던 기사의 힘에 정면 으로 도전했다. 이것은 상당히 심각한 문제였다. 모든 병사들은 파스트의 기사가 레디안의 기사에 밀린다는 것을 아는 순간 싸울 의욕을 크게 잃을 것이다. 기사의 힘에서 밀린다! 그것이야말로 파스트 제국 사람으로써 가장 인정하 기 힘든 일이었다. -꿀꺽 그는 심한 갈증을 느끼며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이미 저 공포의 기사단의 호위병단이 거의 본대에 접근하고 있었다. 이미 궁병들까지 적 기사단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진형을 깨뜨린 상태다. 제대로 싸울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었다. 결국 델로스 공작은 이를 악물고는 허공에서 크게 팔자를 그리며 날았다. 전면후퇴! 그것이야말로 패배를 인정하고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면서 후퇴 하라는 최고 지휘관의 신호였다. -둥둥둥둥둥둥 군악병의 북이 급하게 울리고 드디어 모든 병사들은 사력을 다해 후퇴하기 시작했다. 이미 후퇴의 방법 같은 것은 철저하게 짜 놓은 상태인 만큼 그들은 거의 혼 란 없이 부대별로 뒤를 향해 돌진 할 수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델로스 공작은 라딘, 아니 아스트로 공작의 선견지명에 다시 한 번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어엇! 저놈들이?" 겨우 기사단을 따라잡아 이제부터 신나게 싸우려던 매머드는 황당함에 자신 도 모르게 외쳤다. 억울함이 가슴에서 물밀듯 몰려왔다. "이놈들아! 조금이라도 싸우고 도망가도 도망가라!" 그는 정말 성심성의껏 소리쳤다. 그러나 생명이 걸린 일에 적인 매머드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멈출 수는 없는 노릇이다. 모든 병사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었다. 하이랜더 기사단과 그 호위부대는 레디안의 본대가 올 때까지 파스트 군을 잡아놓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기사단이 최선을 다해 퇴로를 막았기 때문에 일부 부대들이 호위군 의 추격에 따라잡힌 것도 사실이었다. 학살의 순간이 지나가고, 한 시간이 지나 레디안 군의 본대 60만과 좌,우군 40만이 전쟁에 도달했을 때, 파스트 제국군은 모두 옆 영지까지 후퇴할 수 있었다. 결국 그날 전투에서 파스트 제국군은 약 14만의 희생자를 내면서도 군이 붕 괴되지 않고 바로 후퇴하여 이웃 영지인 타라스 후작령까지 후퇴하였으며, 그날부터 보겐 영지는 레디안 군의 거점이 되었 다. -------------------------------- 8_3 하이랜더 기사단 "뭣! 3차 직업 5천명으로 구성된 기사단?" "응, 하이드래곤 기사단과 적랑기사단이 합쳤다는데? 이름이 하이랜더 기사 단이래." "으윽, 아무리 그래도 그건 너무하잖아!" 라딘은 어스에서 들어오자마자 뭉치의 말을 듣고 기겁했다. 어떻게 그런 사기적인 부대가 존재할 수 있을까? 그는 즉시 보고서를 살펴보았다. 하이랜더 기사단은 이미 비월전에 의해 그 상세한 정보가 타라스에서 재정 비를 하고 있는 델로스 공작과 우회군 사령관인 라딘에게로 보내졌다. 그 안에는 비월전이 지난 수년간 소흘히 생각했던 이계인과 적랑기사단 단 원들과의 교류에 대한 이야기가 상세히 적혀 있었고, 이로써 그들이 지난 5년간 총력을 기울여 기른 전력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 었다. 방어의 주력이 되는 이계인과 공격의 주축이 되는 두 명의 적랑기사단, 이 들은 그동안의 협력 수련으로 인해 대부분 재능의 한계치까지 그 레벨을 올렸다. 만약 적랑기사단의 단원들이 개인적으로 수련했다면 그들의 레벨이 이렇게 까지 자라지는 않았을 것이다. 생명의 위협이 있기 때문에 쉽게 수련 강도를 높일 수가 없다! 그러나 죽어도 되는 방어기사가 앞에서 막아주면 확실하게 수련강도를 높일 수 있다. 결국 그들은 그들이 40-50세에 이룰 성취를 30대에 이룰 수 있었다. 물론 한계치에 도달한 이상 그들은 앞으로 십년이 지나도 더 이상의 레벨업은 힘들 것이다. 하지만 전쟁은 10년 후가 아니라 지금 일어났고, 레디안은 일시적인 군사우 위를 점할 수 있었다. 물론 라딘은 이런 시스템적인 것 까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그도 한 가지 만큼은 알 수 있었다. 만약에 파스트 제국군이 아군의 모든 상급기사들을 끌어 모아서 5천명의 기 사단을 결성한다고 해도 하이랜더 기사단을 막을 수는 없다. 이미 하나로 뭉쳐 집단적인 움직임을 하기 시작한 기사단은 거 대한 괴물과도 같다. 이 경우 그가 아는 상식선에서 적의 힘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적의 지 휘관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악령기사, 이번에 950레벨이 됐다고 했지? 으윽!' 죽일 자신이 없었다. 그리고 한번 죽인다고 뒤에서 손가락만 빨리도 없다. 그는 이계인이다. 죽지 않는 이계인 지휘관! '휴, 어쩔 수 없지.' 라딘은 결국 한숨을 쉬면서 포기를 했다. 한번 이기기 시작하면 절대로 뒤집히지 않는 사람이 악령기사다. 다시 말해 서 완전히 이길 승산이 있어야 움직이는 사람이다. 하지만! 아직 승부는 끝나지 않았다! 라딘은 고개를 돌려 뒤쪽에서 8개로 분리되어 운반되고 있는 초대형 투석기 '나바론 포'를 보았다. 라딘은 무려 두 개의 레어 마정석과 32개의 보통 마정석을 그 투석기에 설 치했다. 사람들은 경악했다. 마법의 투석기! 도대체 그 위력이 얼마나 되기에 레어 마정석이 두 개나 들어갔을까? 그리고 그들은 이어지는 라딘의 설명에 다시 한 번 경악했다. 심지어는 록패이스(바위얼굴)이라는 별명을 가진 트루먼조차 입을 벌리고 멍하니 서 있었다. 이 투석기는 돌을 한번 쏠 때마다 마정석이 한 개씩 소모된다! 그야말로 돈 을 먹는 기계라 할 수 있었다. "트루먼 경! 성벽을 부수는 것은 맡겨 주십시오!" 라딘은 호언장담했고, 트루먼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힘을 냅시다! 국경 방어선이 무너진 이상 우리도 행군속도를 조금 늘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라딘은 트루먼과 참모들에게 그렇게 역설했다. 평야에서의 싸움에서 밀리면 결국 상대를 물리칠 방법이 없다! 그러나 우리가 뒤를 치는데 성공하면 적은 보급로를 끊기고 수도를 위협 당 하게 된다. 레디안의 군대는 결국 병량이 부족하여 무너질 것이다! 트루먼과 참모들의 눈이 빛났다. 확실히 이제 파스트 제국의 흥망은 이 부 대의 성과에 의해 좌우된다! -팍, 펄럭 강행군을 알리는 깃발이 올라갔다. 진군을 독려하는 북소리도 점 점 빨라졌다. 아직 적의 첫 번째 방어성채인 거본 성까지는 일주일정도의 거리가 남아있 었다. 그들은 그날부터 지옥의 행군을 시작했다. 훗날 기적의 신병이라고 불리 우는 트루먼의 20만 우군은 아직 미르던 산맥 줄기에서 그 모습을 세상에 보이지 않고 있었다. ----------------------------- "좋은 의견이 있으면 말씀하시오." 델로스 공작이 참모들의 의견을 물었다. 보겐영지는 완전히 그들의 손에 들 어갔다. 120만에 달하는 병사가 이미 대부분 그 영지에 진을 치고 이곳을 향해 진군 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계인 기사들이 제한 시간이 되어 자신들의 고향인 어스로 돌아가지 않았 다면 이곳도 위험했을 것이다. 지금 파스트 제국군은 약 66만, 전 전투에서 14만을 잃었다. 사실 이정도의 전력비라면 그 저주받을 하이랜더 기사단이 아니라도 레디안 군을 막는 것이 쉽지는 않다. 그 위에 하이랜더 기사단이 저들의 선두에 선다고 하면 결국 승산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봐야 할 것이다. 참모들은 침묵을 지켰다. 방법이 없었다. 결국 델로스 공작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뾰족한 수가 없으니 애초에 상정한 최악의 경우의 대비책대로 하겠소. 이 제 우리 파스트 군은 10만씩 6개의 부대와 지원부대 6만으로 나눌 것이오. 그리고 각 부대는 거리를 두고 포진하여 적의 진군을 저지하는 역할을 수행하면서 서서히 퇴각합니다. 물론 하이랜더 기사단이 돌진하는 곳은 앞뒤 가리지 말고 전속력으로 후퇴 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겠소." 델로스 공작은 결국 황궁에서 미리 계획해 놓았던 시간 끌기 작전을 시행하 기로 했다. 10만이면 확실히 적은 수가 아니다. 이들이 넓게 퍼져서 파상공격을 가하게 되면 레디안 군의 진군을 상당히 느리게 만들 수 있다. 6개 부대가 전부 공격하는 것이 아니다. 하루에 2개, 혹은 3개 부대가 공격 한다. 유기적인 움직임이 필수인 고급 전술이기는 하지만 이 정도는 충분히 수행할 수 있는 정예병들이다. 적의 진을 얼마나 흐트러뜨리는가가 관건이다. 일단 진이 흐트러지면 그것을 다시 정렬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데, 그렇다 고 저들이 만약 120만의 군을 퍼뜨려서 아군을 각개격파하려고 하면 결국 수도로의 진군은 형편없이 느려지게 된다. 확실 히 제국은 넓다. 수도만 무사하다면 절대로 제국은 망하지 않는다. 저들도 그것을 알기 때문에 일단 모든 군세가 집중하여 수도를 향해 진군하 는 것이 아닌가? 결국 지리적인 이점은 자신들에게 있었다. "알겠소? 이것은 시간끌기요. 절대로 이길 생각은 말고, 적이 지치게만 만 들면 됩니다. 승부는 앞으로 한 달 동안 적이 살로만 영지에 도착하는가 마는가에 따라 제국의 앞날이 크게 바뀌게 되는 만큼 최 선을 다해 주시기 바랍니다." 살로만 영지에는 지금 60만의 병사와 라딘 상회에서 나온 3만의 토목기술자 들이 대규모 성곽 보수 개조 공사를 하고 있었다. 남부평야의 경계선에 위치한 세 개의 대형 성채를 이어 완벽한 방어성채를 구축할 예정이었다. 그리고 앞으로 한 달 정도면 120만이 모두 들어설 수 있는 성채가 건설된다 . 한 달만 그들을 저지할 수 있으면 기마돌격이 불가능한 방어성채에서 적을 맞이하여 싸우게 될 것이다! 참모들은 모두 필사적인 눈빛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새롭게 지정 된 별동대장들은 자신들의 부대를 정비하기 위해서 막사 밖으로 나갔다. 혼자 남은 델로스 공작은 탁자 위에 놓인 지도를 응시했다. 등잔의 불빛이 델로스 공작의 그림자를 지도위에 만들어서 지도위에 어두운 부분이 생겼다. 결국 남부평원이 그들의 손에 들어가고 만다. 올해의 곡물은 모두 베어지거 나 불에 태워질 것이다. 전쟁이 끝나도 남부 평야의 난민들은 1년간 혹독한 생활을 강요당하게 된다 . 무려 300만의 난민이다! "레디안! 이렇게 당하지만은 않는다. 라딘 경, 그대만 믿겠소!" 그는 아무도 들을 수 없게 조용히 중얼거렸다. ------------------------------------ 8-4 나바론 포 -------------------- 산과 산이 만나 그 사이에 계곡이 생기고 물이 흐른다. 수십 개의 봉우리가 시야에 가득 차서 봉우리와 그것과 경계를 이루는 하늘, 그리고 구름들만 보이는 곳이었다. 전략성채인 거본성의 보초는 이곳에 배치된 후 2년 동안 보초를 설 때마다 항상 그런 광경만을 봐 왔다. 하지만 지금 그가 보는 광경은 예전과는 전혀 틀린 광경이었다. 객관적으로 말하자면 장관이라고 할 수 있었다. 수많은 봉우리가 사람으로 인해 꽉꽉 들어차 있었다. 도대체 몇 명이나 되 는 것일까? 비상사태였다. 거본성의 방위군은 약 3만 명, 성이 워낙 튼튼하고 험한 곳에 위치한 곳이 기 때문에 3만 명으로도 능히 10만을 막을 수 있다고 평가되었다. 그러나 잘은 몰라도 눈앞에 있는 대군은 10만도 넘을 것 같았다. 그는 고개를 돌려 옆을 보았다. 자신의 동료들의 얼굴이 보였다. 역시 긴장 된 얼굴을 하고 저들의 움직임을 응시하고 있었다. 겁쟁이 한스는 다리를 떨고 있었다. 자신도 떨고 싶었다. "당황하지 마라! 아무리 수가 많아도 이 성채의 특성상 절대로 한꺼번에 공 격을 가할 수 없다! 약 보름만 버티면 후방에서 지원군이 온다. 레디안 제국의 영광을 위하여!" -와아아아아아 지휘관 크루말 백작의 사기진작 기술로 인해 성의 수비병이 가지고 있던 대군에 대한 공포심이 날아가 버렸다. 확실히 이런 산봉우리 위에 만들어진 성은 한 번에 기껏해야 5만 정도가 공 격을 가할 수 있을 뿐이다. 물론 부대가 돌아가면서 쉬지 않고 공격하는 차륜진으로 24시간 공격을 해 온다면 상당히 괴롭겠지만, 성벽만 무사하다면 보름정도는 어떻게든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그들은 생각했다. 산속에 울려 퍼지는 함성과 함께 그들의 사기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오오, 상당하군. 여기까지 들리네." 라딘이 적장인 크루말 백작의 목소리를 듣고 감탄했다는 듯 중얼거렸다. 이미 트루만 후작이 개전인사와 항복권고를 끝냈고, 적은 정중하게 자신의 소개를 함과 동시에 항복권고를 거절했다. 라딘은 뒤를 돌아보았다. 가장 적합한 지형을 찾아 드디어 힘들게 끌고 온 전략병기 '나바론 포'를 조립하고 있었다. 다른 참모들은 그 공성용 투석기를 불안한 눈으로 보고 있었다. 정말 적의 성벽을 부술 수 있을까? 보겐성은 확실히 최고급 방어성답게 내 구도가 무시무시했고, 그 성을 기존의 방법으로 공략하려면 거의 한 달이라는 시간이 소모될 것이다. 그리고 만약 후방성채 에서 지원군을 보낸다면 그 기간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설치가 끝났습니다!" 드디어 조립반장이 달려와서 보고를 했다.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고 입을 벌리고 감탄성을 내었다. 수도에서 분리된 채 운반해 왔기 때문에 그들은 아직 이 완전체의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최고급 강목에 흑강을 입혀 만든 몸체는 검은 빛을 띠우고 빛나고 있었다. 신기하게도 그 몸체에는 이상한 마법의 문양이 가득 차 있었고, 그것은 마치 불꽃처럼 투석기의 팔끝에 모이고 있었다. 6개의 다리는 완전히 흑강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그 다리에도 역시 마법의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신기한 것은 그 다리 끝에 커다란 마정석이 박혀 있는데, 몇몇 사람들은 그 것이 거대 마물의 레어 마정석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경악을 했다. 육각형으로 자리 잡은 마정석 다리 밑으로 둥근 원이 그려지고 그곳에 마력 집중진이 새겨져 있었다. 이것을 그리기 위해 16명의 마법사들이 하루를 꼬박 소모했다. 라딘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조립반장에게 수고했다고 말했다. 준비가 끝났다! 그는 즉시 대기하고 있던 36명의 마법사들에게 소리쳤다. "시간이 없습니다! 바로 시작합시다!" 마법사들은 그의 지시에 따라 얼른 마력집중진 속에 있는 자신의 자리로 가 서 섰다. 이로써 300레벨 이상 마법사 36명의 마나는 모두 이 마력 투석기에 집중 될 것이라고 그들은 믿었다. "크로키, 시작하자." "아아, 맡겨 두라고." 녹색의 로브를 머리 위까지 뒤집어 쓴 크로키는 투석기 정면에 위치한 자신 의 자리로 갔다. 성의 정문까지 정확하게 산출된 거리였다. 이곳이라면 딱 성벽에 자신의 마 법이 닿는다. 대마도사가 된 후, 마법사용 전용기술을 배웠다. 그중 하나가 바로 이렇게 마법의 사정거리를 1.5배로 늘려주는 기술이었다. "나바론 포, 사격 준비!" -덜컹 라딘이 소리치자 뒤쪽에 있던 조작병이 안전장치를 풀었다. 이미 거 대한 바위가 투석기에 올려져 있었다. 이제 크로키가 발사레바를 당기면 바로 바위가 날아갈 것이다! "마력집중진 가동!" -웅, 웅, 웅 36명의 마법사가 일제히 마법을 영창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몸 이 푸른 빛으로 빛나며 마력이 서서히 모여 나바론 포 속으로 들어갔다. 사실 그들은 잘 모르고 있었지만, 나바론 포에 있는 마법진은 투석기의 내 구력 강화와 여러 가지 효과를 내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물론 복잡한 기계구조에 입체적으로 새겨진 문양으로부터 그런 것까지 눈치 챌 사람은 없었다. 사실 이런 모든 효과는 일반의 마정석 하나만으로 충분히 사용할 수 있었다. 그들이 모은 마력은 이 투석 기의 6개의 다리를 통해 가운데로 모이지만 투석기에 사용되는 것이 아니었다. 솔직히 그것은 크로키에게 모이고 있었다. 유니크 마법은 워낙 마나를 많이 소모하기 때문에 연달아서 몇 번씩 사용할 수가 없다. 그러나 이렇게 마력집중진을 사용하면 크로키는 훨씬 적은 마나의 소모로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마법진을 그리는 데 하루가 걸리고, 그 재료 또한 비싸다. 그러나 이 런 경우에 마력집중진이란 전술상 빼 놓을 수 없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었다. 준비가 끝나자 라딘은 직접 한쪽 구석에 있는 콘트롤 판넬에 가서 마정석을 꺼내 그 안에 넣었다. 일반 마정석이었다. -웅, 웅, 웅 드디어 나바론 포의 마법 문양으로부터 빛이 나기 시작했다. 붉은 색과 파란 색의 빛이 바위를 실은 부분까지 타고 올라가 이윽고 바위까지 빛으로 감싸게 했다. "지금이다! 발사!" 그의 우렁찬 외침이 들리고, 드디어 크로키가 발사 레바를 당겼다. -펑, 슈우우우웅 양군의 모든 병사들이 침을 꿀꺽 삼킨 채, 그 빛나는 바위 를 보았다. 마법으로 바위를 강화하다니? 어떤 마법일까? 아무도 그것이 그냥 칼라라이트 마법이라는 것을 알아차리 지 못했다. 약 5분간 물체가 빛나게 하는 하급마법, 그로 인한 특수한 능력변화는 전혀 없다. -쾅 정확하게 정문 성문탑 바로 위쪽에 바위가 명중했다. 엄청난 굉음과 함 께 바위가 그대로 터졌다. 그러나 성문탑은 그대로였다. "아앗! 저럴 수가!" "하하하하, 역시 저런 것으로 이 성벽이 깨질 리가 없잖아!" 수비병들은 모두 소리를 내어 웃었다. 화려한 효과에 속아 긴장한 자신들이 바보라고 생각될 정도였다. 반면에 파스트 제국군의 병사들은 모두 한숨을 쉬며 라딘을 보았다. 왜 성문이 안 부서지느냐?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할 거냐? 모든 사람이 그 를 보며 원망의 시선을 던지고 있었다. 레디안 군의 사기는 점점 올라가고 있었고, 파스트 군의 사기는 기대가 무 너짐에 따라 급격히 하락하고 있었다. 해가 지면서 생기는 노을 하늘에는 구름이 바쁘게 흐르고 있고, 길어진 그 림자는 검은 투석기를 더욱 크게 만들려는 듯 뒤쪽에 있는 봉우리에 크게 드리우고 있었다. ----------------------------------------- 8-4 나바론 포 --------------------- 라딘은 고뇌하는 표정을 지은 채 묵묵히 서 있었다. 모든 사람들의 원망과 의심의 눈초리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런 그의 심정을 대변해주듯 그림자가 길게 늘어져 있었다. 결국 트루먼 후작이 라딘 에게 다가와 물었다. "라딘 경, 이 투석기로도 성벽을 부수는 것이 힘들 것 같소?" 그는 걱정과 염려가 가득 찬 음성으로 진지하게 물었다. 이대로라면 작전은 완벽하게 실패라고 할 수 있었다. 잠시 침묵하던 라딘은 겨우 입을 열어 말했다. "성벽을 부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애초의 예상과는 달리 일반의 마정석 의 힘으로는 파워가 부족했던 모양입니다." "어허, 그럴 수가!" 라딘은 다시 한 숨을 쉬며 말했다. "레어 마정석을 사용하면 그 파워가 몇배나 강해집니다. 하지만 그만큼 이 나바론 포에도 부담이 가지요. 어쩔 수 없군요." 그는 결심한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품 속에서 하나의 마정석을 꺼냈다. 초 록색의 마정석! 바로 레어 마정석의 색깔 중 하나였다. "탄환을 다시 장전해 주십시오." 주변에서 적당한 바위를 찾아내서 가공한 바위는 모두 6개였다. 마법진을 그리는 데 하루가 걸리기 때문에 그 동안 만든 것이다. -끙차 작업병들이 다시 지렛대를 이용해 바위를 장전했다. 라딘은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다시 나바론 포 속에 자신이 들고 있던 레어 마정석을 넣었다. -꿀꺽 주변에 있던 모든 사람이 침을 삼키며 긴장했다. 이번에는? 이번에 실패하면 만사가 끝장이라고 할 수 있다. 심지어는 트루먼 후작조차 초조한 얼굴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번에는 마법을 쓰는 거지?' 크로키가 작전의 확인을 하기 위해 귓말을 보내왔다. '응. 타이밍 잘 맞춰!' '그런데 라딘.' '왜?' '꼭 이렇게 쇼를 할 필요가 있나? 레어 마정석을 얻기 위해서라지만 너무 노골적으로 사기를 치는 것 같아서 조금 가슴에 걸리네.' 라딘은 크로키의 말에 속으로 한숨을 쉬며 다시 설명했다. '레어 마정석은 일종의 보너스야. 그냥 얻는 거지. 이런 쇼를 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고.' '어, 정말? 무슨 이윤데?' '일단 일이나 진행하자고 나중에 밤에 이야기 해 줄게.' 마력진을 통해 다시 마력이 모이기까지는 5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징, 징, 징 다시 6개의 다리에 장착되어 있는 마정석에서 빛이 나며 보라 색 빛이 나바론 포 속으로 흘러 들어가기 시작했다. 라딘은 그 모습을 바라보다 문득 고개를 돌려 노을을 보았다. 붉은 색이 눈 안에 가득찼다. 세상에서 가장 부드러운 붉은 빛이었다. 라딘은 생각했다. 모든 계략은 실행단계에 이르기 전에 이미 뒤처리 방법을 생각해 놓아야 한 다. 이것은 아버지 신무혼 씨가 정말 너무나도 많이 반복해서 말한 내용이다. 그리고 라딘 또한 이 말이 진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나바론 포는 사실 허울만 좋은 가짜다. 이 포가 작전이 끝날 때까지 남아 있으면 안 된다. 중앙박물관에 전시할 것도 아니고, 국방연구원에 기증할 수도 없다. 오로지 이 나바론 포는 자신의 임무를 완 수하는 순간 사라져 전설로 남아야 한다! 이제부터 나바론 포는 사용할 때마다 레어 마정석의 과부하를 견뎌내야 한 다. 사람들은 항상 나라론 포가 제발 버티기를 기원할 것이다. 연출과 각색! 이것이야말로 계략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다! '라딘, 지금이야!' 크로키의 귓말이 들려왔다. 라딘은 즉시 정신을 차리고 레바를 당겼다. -덜컹 -펑 -슈우우우웅 다시 여러 가지 빛을 사방으로 튕기며 거대한 바위 가 공중을 가르며 날았다. 모든 병사들이 그 광경을 손에 땀을 쥔 채 바라보았다. -팍 -콰콰콰콰콰쾅 -우와아아아아아 "오오, 저럴 수가!" 거대한 바위가 성문위에 부딪치는 순간 5배로 강화된 중력의 힘을 버티지 못하고 마치 폭탄이 터지듯 터졌다. 자체 중력이 5배로 늘어난 성문의 성탑은 결코 그 파괴력을 버틸 수 없었다. 결국 성문은 그 한방에 완전히 파괴되어 수십 명의 병사들의 생명과 함께 가루가 되었다. 순식간에 양군의 사기가 역전되었다. 믿고 있었던 성벽이 허무하게 사라지 고 거대한 구멍이 뚫려 버리자 수비군의 마음속에도 구멍이 뚤렸다. 그리고 그 구멍 속으로 공포가 흘러 들어왔다. 급격한 폭포 물과 같은 공포였다! "다시 장전!" 라딘은 즉시 고함을 질렀다. 품속에서 아낌없이 레어 마정석을 꺼내어 나바 론 포에 넣었다. 작업병이 갑자기 힘이 두세 배로 늘어난 듯 힘을 하나로 모아 바위를 번쩍 들어 올려 즉시 발사대 위에 바위 를 올려놓았다. 마법사들도 미친 듯이 주문을 외워 열심히 마나를 흘려 보냈다. '오케이. 쏴!' 크로키의 귓말과 동시에 다시 라딘이 레바를 당겼다. -텅 -슈우우우우우웅 -콰콰쾅 다시 그 옆의 성벽이 허물어 졌다. 이제는 정 면의 성벽 중 거의 절반이 사라져 버렸다. 수비병의 마음은 이제 절망으로 가득 찼다. 20만의 대군이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몰려 들어올 것이다! -텅 -슈우우우우우웅 -콰콰콰콰쾅 세 번째의 바위 역시 정확하게 성벽을 부 수었다. 확실히 드워프의 기술로 만든 투석기라서 그런지 명중성이 상당히 좋았다. 라딘은 드디어 손을 들어 트루먼에게 신호를 보냈다. 그리고 작업병들에게 신호를 보내 나바론 포를 다시 분해하도록 했다. 트루먼 후작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작전은 성공한다! 적의 성 은 파괴 되었고, 사기는 완전히 바닥이다! "전군! 돌격!" 수 많은 봉우리에 트루먼 후작의 목소리가 어김없이 전달되었다. 선천적인 목청에 상급기술인 [음성 확대]가 가미된 [사기진작] 스킬이었다. -와아아아아아 천지를 울리는 20만의 함성이 울려 퍼졌다. 이미 저항의 의지를 잃은 레디안의 수비병들은 그 함성에 다리가 굳어 벌벌 떨다가 후면의 성문을 열고 도망가기 시작했다. 그날, 진격이 시작된지 단 세 시간 만에 레디안의 전략성채인 보겐성이 파 스트의 우군에 의해 점령되었다. -------------------------- 8-4 나바론 포 "뭐라고! 듀벅 성마저 함락 되었다고?" -탕 그리안 공작은 정보원의 보고를 받고 너무나 놀라 총지휘관의 위신도 잊고 책상을 주먹으로 부수며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확실히 인간의 한계에 가까운 레벨 980인 그답게 주먹의 힘이 강했다. 책상 은 산산조각이 나서 바닥에 흩어졌다. "옛, 트루먼 후작이 이끄는 파스트 제국의 우군은 이미 어제 듀벅성을 완전 히 점령했다고 합니다. 패잔병의 증언에 의하면 이번에도 역시 적의 대형 공성용 투석기 '나바론 포'가 사용되자 마자 성문 이 대파, 방어적인 이점을 상실한 성의 주둔군들은 사기가 저하되어 제대로 된 저항조차 못하고 퇴각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 다." "으음, 이번에도 역시! 설마 그 소문이 사실이었을 줄이야!" -털썩 그리안 공작은 이마에 손을 집은 채 다시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그 대로 생각에 잠겼다. 첫 번째 방어성인 보겐성이 함락 되었을 때, 그는 경악했다. 어떻게 적이 도착한 지 2일 만에 방어성이 함락될 수 있는가? 그러나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일주일 뒤, 다시 그 후방에 있는 성채인 알타잔 성도 함락 되었다. 역시 단 2일 만에 함락되었다. 전군에 비상이 걸렸다. 도대체 어떤 방법을 썼길래? 모든 참모와 전쟁전문분석가들은 도저히 그 이 유를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약 3일 전, 하나의 믿을 수 없는 정보가 들어왔다. 지난 3년간 파스트의 자유기사라고 알려진 라딘 크러쉬볼트라는 자는 서대 륙으로 건너가 그곳에서 크게 명성을 떨쳤다. 그는 혈궁사건이 마교의 음모임을 세상에 밝히고 무림맹의 선두에 서서 마 교와 싸워 결국 수천 년의 역사를 지닌 마교를 멸망시키고야 말았다. 그런데 거기에 하나의 문제가 생겼다. 라딘이 마교의 작업장을 쳤을 때, 그는 그 안에서 드워프들을 구하다 하나 의 스크롤을 발견했다고 한다. 유니크 마법 스크롤! 그것은 마교가 세상을 점령하기 위해 준비한 최고의 유니크 공성포를 만들 수 있는 스크롤이라고 한다. 마법적인 힘으로 단 한번 사용할 수 있는 그 스크롤은 라딘의 품에 들어가 비밀리에 파스트 제국으로 건너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번 전쟁이 벌어지자 그는 드디어 그 스크롤에 있는 설계대로 투석 기를 만들고, 그곳에 그 스크롤을 사용, 마교가 '죽음의 별'이라고 명명하고 제작하려던 유니크 공성포를 만들어 냈다는 것 이다! 그리안 공작을 그것을 처음 들었을 때, 솔직히 믿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 공성용 투석기의 위력은 너무나도 뛰어나, 이제는 믿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는 고뇌했다. 지금 아군은 무적이라고 불리는 하이랜더 기사단을 앞세워 파스트 제국의 남부 평원을 모두 점령하고 적이 제국 중앙에 위치한 세 개의 거대성을 증축, 연결하여 만든 방어장성 기간테스의 공략에 힘을 쏟고 있었다. 그러나 이 기간테스 성은 정말로 엄청난 방어력을 가지고 있었고, 그곳을 지키는 병사는 무려 130만이나 되었다. 아군의 병사는 120만, 전체적인 수는 오히려 수비병인 저들보다 적었다. 비록 하이랜더 기사단이 있는 곳에는 승리만이 존재한다고 해도 그들은 평 야의 독재자이지 결코 성의 공략에도 무적의 힘을 발휘하지는 못했다. 파스트 제국군은 이 넓고 튼튼한 성을 이용해서 다중의 파상공격을 가해왔 고, 그 공격지점은 항상 하이랜더 기사단이 없는 곳이었다. 즉, 하이랜더 기사단이 공격을 가하는 곳에서는 전력을 다해서 방어에 집중 하고 나머지 지역은 오히려 역격을 하는 것이다. 양군의 피해가 커짐에 따라 결국 그리안 공작도 결단을 내려 기간테스 성으 로부터 일정 거리까지 후퇴하여 일시적인 냉전시간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는 사실 이대로 진을 유지하면서 군대를 우회시켜 지금 파스트 제국의 생 명줄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동부평야의 길목을 차단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우회 작전은 보급로가 엄청나게 길어지기 때문에 상당히 위험 도도 커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그리안 공작은 그동안 모든 위험 요소를 철저하게 고려하여 드디어 이 작전 을 실행하려고 생각하고 있을 때, 날벼락을 맞았다. 후방이 역격을 당하다니? 적들이 산맥을 타고 방어성을 깨면서 그렇게 빨리 진격할 수 있을 줄이야! 남부평야의 수확이 사라지고 바이가스의 내란에 의해 북부평야의 절반도 수 확이 불가능해진 파스트 제국은 동부평야의 수확마저 사라지면 내년이나 내후년에는 틀림없이 무너진다! 자신이 지난 5년간 심혈에 심혈을 기울여서 짠 계획이 드디어 결실을 맺으 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파스트 제국의 약점처럼 레디안 제국의 남동부 평야의 수확이 사라져 버린다면 이곳에 있는 레디안 제국의 병사들은 모두 굶을 수밖에 없다. 파스트 제국의 우군이 남동부까지 진군해서 그곳의 최대 방어성인 타미닌 성채까지 함락시킨다면 비어있는 남동부 해안의 곡물은 모두 그들의 차지가 될 것이다! 이미 3개의 전략 성채에 비축해 놓은 군량도 거의 그들의 손에 들어갔다고 한다. 급히 퇴각하느라 식량을 폐기 처분할 여유도 없었다는 것이다. 하기야 공격이 시작되고 10분 만에 성벽이 깨지고 적이 돌격해 들어오면 식 량을 태울 시간 같은 것은 없을 것이다. 이대로라면 앞으로 한 달, 아니 20일 안으로 타미닌 성이 함락 당할지도 모 른다! 그리안 공작은 머뭇거릴 때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우회하여 동부평야 쪽을 막으려다가 후방의 보급이 끊기면 반대 로 이쪽이 당한다! "즉시 제 2, 8, 9, 10 군단은 전속력으로 회군하여 적의 후군이 타미닌 성 을 함락하기 전에 그들을 막아라! 만약 그들의 진군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늦는다면 그대로 각 군단이 미르던 산맥의 남부 를 둘러싸서 방어진을 치고, 그들이 타미닌 성을 벗어나 후방을 공격하지 못하도록 최선을 다해 방어하라!" 그는 결단을 내리자마자 즉시 일어나 명령을 내렸다. 20만의 별동대가 타미닌 성을 점령한다면 적어도 두 배의 군세가 아니면 그 들을 막을 수 없다. 비록 이로써 우회작전도, 적의 기간테스 장성을 점령할 가능성도 사라졌지 만, 아군의 보급만큼은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참모가 즉시 복명하고 지휘관실을 나갔다. 그리안 공작은 자리에 앉지 않고 그대로 지휘관실안을 걸으며 중얼거렸다. "결국, 적들도 우리에게 한방을 먹이는군. 확실히 쉽지 않아. 이렇게 되면 바이가스가 앞으로 1년을 버티는가 2년을 버티는가가 승부의 갈림길인가? 1년을 버티면 3국 체제로 굳어지고, 2년을 버티면 파스 트 제국은 무너진다." 그리안 공작은 지휘관실을 세바퀴 도는 사이 이 새로운 판도의 분석을 모두 끝마쳤다. 그는 확신을 가진 듯 강하게 중얼거렸다. "승부는! 바이가스에서 난다!" --------------------------------------- 8-4 나바론 포 ------------------------------- -슈우우우우우웅 -콰콰콰콰쾅 -와르르르르 -와아아아아아아아 무적의 공성 병기! 초거대 유니크 투석기 나바론 포는 이미 양군 모두에게 전설이 되었다. 4번째 성도 나바론 포의 사격 3번에 전면의 성벽 이 완벽하게 부서지고 그날 하루 만에 성은 함락되었다. 그리고 그들은 계속해서 진격, 훗날 대륙의 사가들이 기적의 우군진격이라 고 말하는 파스트 제국의 20만의 우군은 드디어 최후의 성인 타미닌 성의 공략에 나서고 있었다. 정해진 수순은 언제나 같았다. 하루 동안 나바론 포를 조립하고 그 주위에 마력집중진을 그렸다. 그러나 타미닌 성의 수비군도 만만치 않았다. 수비군 7만 명 중 2만 명의 결사대가 움직일 수 없는 나바론 포를 파괴하기 위해 성문을 열고 역격을 가해온 것이다. 저 포만 부수면! 그들은 살아서 돌아갈 생각이 없는 듯 필사적으로 포가 조립되고 있는 언덕을 향해 진격했다. 그러나 그들이 필사적인 것만큼 파스트 제국군도 필 사적이었다. "[대마신참]!" -쾅 "아아아아악!" 거대한 강기의 도끼가 단번에 기사 한명을 깔아뭉갰다. 트루먼은 군의 전면 에 나서서 직접 적을 맞이하여 싸웠다. "[홀리 코멧]!" -콰콰쾅 라딘의 빛나는 방패는 주변의 나무를 통째로 부러뜨리고 바위를 부 쉈다. 물러설 수 없는 두 힘이 정면으로 부딪쳤다. 그들은 하룻밤동안 쉬지 않고 싸웠고, 결국 타미닌 성의 결사대는 뜻을 이루지 못하고 대부분 사망할 수밖에 없었다. "으으으. 정말 힘든 일전이었습니다." 라딘은 날이 밝고 레디안 군이 겨우 진형을 흐트러뜨려 더 이상 자신들의 진형에 압력을 가할 수 없게 된 것을 확인하자 뒤로 물러나서 한숨을 쉬며 트루먼 후작에게 말했다. "확실히 적도 필사적이오. 하지만 이제는 승리만이 남았소." 트루먼 후작은 굳은 얼굴을 약간 펴면서 말했다. 언덕쪽을 보니 이미 나바론 포의 조립이 완성되어 있었다. "그럼, 저는 나바론 포를 가동시키겠습니다." "아아, 부탁하오." 라딘은 즉시 나바론 포의 발사장치 앞까지 달려와 그 앞에 섰다. 정말 이 투석기 하나 지키기 위해 밤새도록 회복포션을 마시면서 싸웠다고 생각하니 억울한 느낌까지 들었다. 모르는 사람은 그래도 보람이라도 느끼지만 자신은 헛고생을 했다는 생각까 지 들었다. '크로키 빨리 끝내자. 이놈의 포는 더 이상 보기도 싫다.' '크으, 알았어.' "발사 준비!" -우우우우웅 라딘의 호령에 맞추어 역시 마법사들이 마력을 주입하기 시작 했다. 이에 따라 나바론 포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울렸고 부분부분에 있는 각종 장치가 번쩍번쩍 빛나기 시작했다. '지금!' -끼릭 -팡, 슈우우우우우웅 -콰콰콰콰콰쾅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승리를 확정짓는 파괴음과 함성, 라딘은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지금!' -끼릭 -팡, 슈우우우우우우웅 -콰콰콰콰쾅 -와아아아아아아 변함없는 고함 소리! 지난 한 달간 모든 병사들은 성벽이 부서질 때마다 마치 약속을 한 것처럼 함성을 질렀다. 그리고 그들의 함성은 적의 사기를 산산히 부수는 역할을 충실하게 이행해 왔다. "후우웁." 라딘은 심호흡을 했다. 확실히 타미닌 성은 여태까지의 성보다 두 배 이상 큰 대형성채였다. 정문의 문을 부수고보니 다시 그 안에 새로운 벽이 보였다. 2중 구조벽인가? 라딘은 이것은 생각하지 못했었는지 잠시 당황했다. 하지 만 2중 구조면 어떤가? 한두 번 더 쏘면 끝나는 얘기다. "거리 보정 준비!" "예스, 써!" 작업원들이 우렁찬 대답과 함께 일제히 달려들어 공성포의 팔위에 달려있는 바위장전대를 조절했다. 약간의 오차에도 몇m의 차이가 나는 정밀한 기계가 바로 이 투석기라는 물건이다. 하지만 드워프제 는 그런 모든 것을 최소한의 확률로 만들어준다. "준비가 다 되었습니다!" "좋아! 시범발사 준비!" 기본 고정거리가 아닌 변동거리의 발사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라딘은 약간 불안함을 느끼며 그들이 바위를 장치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저기까지 마법거리가 되나?' '으음, 겨우겨우 될 것 같다.' '휴, 다행이군.' 크로키에게 확인하는 것도 끝났다. 라딘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며 작업 병의 작업이 끝나는 것을 기다렸다. -텅, 슈우우우우우웅 -쾅 바위는 정확하게 내성벽에 명중했다. "역시 드워프제야!" -짝짝짝짝 라딘이 감탄한 듯 박수를 치자 모든 사람들이 그를 따라서 박수 를 쳤다. 이로써 승부는 끝났다. "발사준비!" -와아아아아아아 라딘이 손을 들어 올리며 말하자 즉시 바위가 장전되었다. 함성이 울려 퍼졌다. -텅, 슈우우우우우우웅 -콰콰콰콰콰콰쾅 -와아아아아아아아 산이 흔들릴 정 도의 함성과 함께 성벽위에 서 있는 적들의 얼굴에 절망의 감정이 떠올랐다. 결국 이렇게 되는가?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가? 그 들은 이제 20만에 가까운 적의 정예병들과 성벽의 도움 없이 싸워야 한다는 사실을 실감하고 손에 쥔 무기를 꾹 쥐었다. 그러 나 다리에 힘이 빠지는 것만큼은 부정할 수 없었다. 트루먼 후작이 고개를 돌려 라딘을 바라보았다. 라딘은 그가 나바론 포를 한방 더 쏴서 안쪽 성벽을 더 많이 부숴주기를 원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실 이 타미닌 성은 자신들이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너무 부숴서는 안 된다. 이미 지난 4개의 성에서 가져온 적의 군량은 20만의 대군이 1년 이상 충분 히 지낼 수 있는 막대한 물량이었다. 타미닌 성에도 많은 군량이 있을 것이다. 이정도의 보급품이 있다면 적어도 2년 정도는 이 일대를 완전히 장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라딘은 생각했다. 그러나 내성벽은 필요가 없었다. 20만이면 어떤 병력이 와도 충분히 방어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아니 오히려 자신들이 그들을 공격하지 않으면 그들은 좋아할 것이다. -끄덕, 끄덕 라딘은 트루먼 후작에게 고개를 끄덕여 알았다는 표시를 했다. 그리고는 팔을 번쩍 들어올리며 소리쳤다. "한발 더 쏜다! 적의 내성을 완전히 부수어 아군의 진격을 더욱 편하게 한 다!" -와아아아아아아아 한발을 쏠 때마다 참을 수 없는 쾌감을 느끼게 된 파스 트 제국군의 병사들은 일제히 함성을 질렀다. -덜컹 -웅웅웅웅웅웅웅 마력이 다시 나바론 포에 가득차기 시작했다. '알지?' '드디어 운명의 순간이로군. 알았어. 유종의 미를 거둘게.' 크로키의 대답이 들려왔다. 장담은 하지 않아도 언제나 맡은 일을 철저하게 해내는 크로키다운 평온한 어조의 대답이었다. '지금!' -끼릭 라딘은 크로키의 귓말이 들리는 동시에 레바를 당겼다. 그러나 바위 는 위로 발사되지 않았다. -콰직, 쾅, 콰콰콰콰쾅 "아앗! 저럴 수가!" 나바론 포의 발사대가 바위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그대로 부러졌다. 5배 의 자체중력과 5배의 바위의 무게에도 버틸 정도였다면 정말로 유니크 공성포라고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바위는 그대로 투석기의 몸체 위로 떨어지며 그 충격과 자체중력의 힘을 이 기지 못하고 마치 폭발하듯 터졌다. 그리고 강목과 흑강을 섞어서 만든 그 튼튼한 나바론 포의 몸체 역시 그 힘을 이기지 못하 고 산산히 부서지고 말았다. "으윽! 이럴 수가! 결국!" 라딘은 충격을 받은 듯 비틀거리며 비명에 가까운 한탄을 했다. 경악한 트 루먼 후작이 달려와 라딘을 부축하며 물었다. "라딘 경! 어떻게 된 거요?" 라딘은 슬픈 눈으로 나바론 포의 잔해를 바라보다가 겨우 입을 열어 말했다 . "내구력의 한계입니다. 계속해서 너무 무리하게 썼어요!" 그의 말에는 울음이 섞여 있었다. 트루먼 후작은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 다. 확실히 지난 보름간 라딘 경은 행군 중에도 틈날 때마다 나바론 포를 불안 한 눈으로 보며 작업병들에게 매일 내구력 정비를 하도록 간절히 부탁했다. 작업병들은 여전히 튼튼하니 염려하지 말라고 라 딘을 위로했지만 그가 나바론 포를 바라보는 눈빛은 언제나 자식이 위험한 일을 하는 것을 보고도 말리지 못하는 부모의 그것이 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오. 그래도 적의 내성이 어느 정도 파괴되었으니 우리의 승리는 변함이 없소. 경은 잠시 쉬도록 하시오." 트루먼 후작은 그렇게 라딘을 위로하고 돌아서서 전신의 힘을 모아 소리쳤 다. "우리의 위대한 나바론 포는 최선을 다해 스스로의 임무를 완수했다. 이제 는 우리가 임무를 완수할 차례다. 위대한 파스트의 병사들이여! 나바론의 이름을 걸고 돌격하라!" -와아아아아아아, 파스트 제국 만세!, 나바론 포 만세! 전 병사가 눈에서 눈물을 흘리며 함성을 질렀다. 자신들에게 승리를 안겨주 었던 전설의 병기가 결국 파괴되었다. 내구력을 상회하는 힘을 사용했다는 소문을 듣고 있었는데 정말이었구나! 그들은 이미 나바론 포를 물건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우군의 영원한 상징, 그것이 바로 전설의 공성병기 나바론 포였다! 그날, 레디안의 우측 방어선의 최종 마지노선이었던 타미닌 성은 성난 파스 트 제국군의 돌격을 맞이하여 용감하게 싸웠지만 결국 수와 사기의 차이의 법칙을 이기지 못하고 괴멸, 타미닌 성은 파스트 제국 우군의 소유가 되었다. 이로써 레디안 제국의 최고 곡물 생산지인 동남부 평야는 파스트 제국군의 영향권 아래에서 완전히 독립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할 수 있었다. 파스트 황실에서는 그런 우군의 활약을 듣고 트루먼과 라딘을 크게 치하하 고, 라딘이 자비를 들여가면서 심혈을 기울여 만든 나바론 포를 제국의 영광을 위해 희생한 보상비로 200만 골드 상당의 금속 과 보석 등의 물건을 라딘 상회에 지불했다. 이 유니크 공성포는 마법설계도의 마력에 의해 제조되는데 이미 만들어서 사용했기 때문에 누군가가 그 설계도를 다시 찾아내지 못하면 다시는 만들어 낼 수 없다는 것을 모든 사람이 알고 있었기 때문에 사실 200만 골드도 그렇게 많은 액수는 아니라고 말하여 졌다. 그러나 사실 황제와 재상인 라이아 공주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 았다. 황제는 재무부 장관인 밀러 공작에게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스크롤이 일회용이라는 말은 거짓일 겁니다. 내가 그 사람의 성격을 좀 알 죠." 옆에서 듣고 있던 라이아 공주는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나는 그분을 믿어요. 스크롤이 일회용 이라면 일회용이겠지요. 아마도 그 런 스크롤을 여러장 가지고 있을거에요. 유니크라서 안된다고요? 꼭 투석기만 있으란 법이 있나요? 공성차 종류는 많잖아요." 그 말을 들은 밀러 공작 또한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했다. 라딘이 성을 부순 다면 어떤 일이 일어나던 부숴진다! 그것만이 진실이다! 신화는 그들의 마음속에서부터 싹트고 있었다. ------------------------------------------------ 8-5 프라임 팰러딘 타미닌 성의 함락이 의미하는 것은 결코 작은 것이 아니었다. 그들 파스트 제국의 우군이 그곳에 자리를 잡음에 따라서 이제 레디안의 영 토에서 안전한 곳이라고는 수도가 있는 남서쪽지방과 남부사막 밖에는 없다고 할 수 있었다. 물론 타미닌 성에 그들이 있다고 해도 남동부 평야가 완전히 전장으로 변해 버리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경제적인 활동은 여전히 이루어지고 있었다. 다행히 레디안 군의 총사령관인 그리안 공작이 결단을 내려 무려 40만의 정 병을 이쪽으로 보내어 4면 포위진을 짜고 적이 남동부평야의 곡물을 불태우지 못하게 막았기 때문이다. 참으로 빠르고 적 절할 대처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동부 평야의 수확이 약 3할 정도가 줄어들고, 그 식량들의 이동이 이전에 비해 두 배정도의 시간이 걸리게 된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레디안 군의 본대 80만도 결국 파스트 제국군의 방어장성 기간테 스를 공략할 힘을 잃게 되었다. 그들은 일단 그곳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물러나 남부평야에 주둔하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그들은 그 평야에 성을 쌓기 시작했다.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그와 동시에 20만의 병사를 각 지역에 분산 배치하 여 민심의 안정에 주력하기 시작했다. 공격은 몰라도 수비를 하는 데는 60만의 군세면 충분하다! 왜냐하면 그들에 게는 평야의 무적신화 하이랜더 기사단이 있기 때문이다! 파스트 제국의 수뇌부에서는 이 사실을 알고 크게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탕 "적은 남부평야에 농사를 지을 계획이오!" 뷰크 후작이 탁자를 치며 소리쳤다. 그는 남부평야에 영지를 가지고 있던 대귀족 이었는데, 지금은 레디안 제국군에게 남부평야를 먹힌 상태이기 때문에 내년부터 당장 고생을 해야 할 처지였다. "진정하시오. 뷰크 후작." 밀러 공작이 차분한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 현재 최고의 권력자 중 한명 인 밀러공작의 말을 꺼내자 모든 사람이 입을 다물고 그를 보았다. 그는 서늘한 눈으로 좌중을 한번 돌아보고는 천천히 말하기 시작했다. "확실히 저들이 장기전을 각오한다면 내년 봄과 가을에는 남부평야의 절반 정도로부터 수확을 얻을 수 있을 것이오. 하지만 그쪽 영지민의 인심은 아직 우리 파스트 제국군에 있소. 결국 그 수확량은 평년 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양이 될 것이오." "으음, 과연." 모든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공작 각하는 이미 80이 넘었음에도 불 구하고 돈이나 이런 물량의 계산은 누구보다도 뛰어나다. "즉 그들이 남부평야에서 얻을 수 있는 곡물 수확량은 최대로 생각해도 군 대 15만 정도를 유지할 수 있는 양이오." 남부평야의 평소 식량생산량은 군대 50만을 유지할 수 있는 양이다. 그러나 그들이 아직 그곳의 절반정도의 땅밖에는 활용할 수 없고, 면적당 수확량 자체도 떨어진다면 그 정도가 한계일 것이다. 밀러 공작은 계속 말했다. "이번에 우리 제국의 기적의 우군이 적의 남동부 평야를 위협하게 된 덕분 에 그곳의 생산량이 약 3할 정도나 떨어졌다고 하오. 타미닌 성의 주위에 40만의 병사들이 포진을 하는 만큼 그 주변의 평야는 이용을 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오." "오오, 기적의 우군! 그들에게 용기의 신 바로스의 축복이 있으리라!" 사람들은 그들의 속을 확 뚫어준 우군의 얘기가 나오자 일제히 미소를 지으 며 신의 축복을 빌었다. "이것을 잘 계산해보면 그들이 이 남부평야에서 얻는 식량과 거의 비슷한 정도의 물량이 되오. 즉, 그들의 총 식량 생산량은 거의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오." "으음, 그렇다면 그들은 내년에도 지금과 같은 정도의 군세를 유지하겠군요 ." 군부의 일원인 로트 후작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확실히 그렇다면 레디 안 제국의 총군세는 여전히 120만에 머물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우리 파스트 제국의 식량생산량은 떨어지는 것이 아닙니까? 또한 우리 제국에 그들이 침범해서 1년이나 남부평야를 지키고 있는 다면 다른 왕국들에게 어떻게 얼굴을 들 수 있겠습니까?" 성질이 급하기로 이름난 파이파 후작이 결국 참지 못하고 약간 목소리를 크 게 해서 말하자 다른 사람들도 좌우를 돌아보며 웅성대기 시작했다. 확실히 내년에는 남부평야의 소출이 거의 없게 된다. -탕, 탕 "조용히 합시다." 밀러 공작은 즉시 사람들의 시선을 모았다. 여기서 더 떠들게 놔두면 점점 그들은 비관적인 생각을 가지고 조급해 할 것이다. 사실 이 자리에 있는 자들 중 상당수가 남부 평야에 영지를 가지고 있었다. 가장 기름지고 안전한 땅이었던 남부평야에 힘 있는 대귀족들이 많은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의 의견을 모두 들어줄 수는 없었다. 제국의 영광을 위해서 이자들에게 1년 정도는 참으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 "레디안 제국은 지금 우리 제국에 침범해 온 상태이오. 다시 말해서 그들의 병사들은 타지에 나와 들에서 생활하고 있을 뿐이오. 그런 그들이 겨울을 넘기고, 다시 봄을 맞이하면 어찌 사기가 떨어지지 않 겠소?" 밀러 공작은 그렇게 설명을 시작했다. 확실히 우리 파스트 제국의 식량생산량은 떨어져 버렸다. 하지만 그래도 아 직 100만 이상을 먹일 수 있는 식량생산량은 된다. 다시 말해서 아군도 내년이나 내후년까지는 충분히 이 수를 유지하며 버틸 수 있는 것이다. 우군은 이미 2년 정도를 충분히 버틸 수 있는 식량을 확보했다고 한다. 다시 말해서 우리는 수비를 하면서 2년 정도는 버텨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레디안 군은 다르다. 그들은 원정군이다. 2년이나 전쟁이 계속되고, 도시가 아닌 평야에서 생활 을 오래하면 결국 일반 병사들은 완전히 지칠 것이다. 무엇보다 이길 방법이 없다는 것을 그들이 아는 이상, 그들의 사기는 점점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아시겠소? 시간은 우리 파스트 제국군의 편이오! 거기에다가 동부평야의 개발이 이제 거의 끝났기 때문에 그쪽에 있던 이계인 용병단들이 점점 이곳으로 몰려오고 있소. 정보부의 분석에 의하면 내년까 지 300레벨 이상의 이계인 15만 명이 이 전쟁에 추가로 참여할 것이라고 하오!" "오오! 그런 일이!" 이것이 바로 라딘이 그동안 구상, 유지해온 이계인 우대 정책의 결과였다. 파스트 제국에는 그 어느 곳보다 많은 이계인이 있었고, 그들은 파스트 제국을 자신들의 나라처럼 생각하고 있었다. 결국 그들은 하 나둘씩 기간테스 성으로 향하고 있는 중이었다. 뿐만 아니라, 아도용병단의 서대륙지부의 멤버들도 지금 매달 배를 타고 천 명 정도씩 이 동대륙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그들은 지금이 바로 하이드래곤 길드와 아도 길드의 브리시아 서버의 패권 을 다투는 순간이라는 것을 알고 아도 길드의 승리를 위해 대륙을 넘어오는 것이다. 물론 게임을 하는 사람으로서 다른 대륙을 구경하고 대규모 전쟁을 경험하고 싶어 하는 이유도 있었다. 이계인 용병! 그들의 레벨은 높다. 그런 자들이 15만이나 늘어난다면 내년 에는 확실히 좋은 결과가 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지금이 바로 저들의 힘의 끝이고, 우리 파스트 제국은 가장 약한 때라고 할 수 있소." 밀러 공작은 이렇게 끝을 맺었다. 다른 귀족들도 그의 말에 더 이상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다. 결국 그렇게 파스트 제국은 장기전을 결심하게 되었고, 그 날부터 양군은 냉전에 가까운 상태를 유지하게 되었다. 유일하게 싸움이 벌어지는 곳은 바로 바이가스에서 일어난 내전이었는데, 저들은 약 2만에 불과하고 이미 델로스 공작의 명에 의해 10만의 토벌군이 출발했기 때문에 이번 달 안으로는 끝이 나서 내년의 파종시기에는 무사히 농사를 지을 수 있을 것이라고 사람들은 믿었다. 라딘은 그때 타미닌 성의 근처에 있는 최상급 마굴 '마룡의 사생아의 집'에 서 한계레벨을 향해 매일같이 폐인 수련을 하고 있었다. ------------------------------------------ 8-5 프라임 팰러딘 ---------------------------- -쿠오오오오오오 머리가 두 개인 드레이크가 괴성을 지르며 일제히 불을 내 뿜었다. 날개가 없는 대신 머리를 얻은 것일까? 이 마굴에서 나오는 놈들은 하나같이 정상적인 놈이 없었지만, 그것이 오히려 더욱 그들을 강하게 만들고 있었다. "으아아아, 사기다!" -회익, 파파팍 라딘은 즉시 통로 옆으로 뛰었다. 설산도 그대로 몸을 날려 옆으로 굴렀다. 전투마가 아닌 유인원 같은 환상의 몸놀림이었다. "끼잉, 불이당!" 오직 몽몽만이 그 자리에 남아 오히려 쌍두 드레이크의 더블 플레임 러쉬가 반가운 듯 불길속에서 즐거워하고 있었다. "어떻게 된 놈이 동시에 불을 뿜어대는 거야?" 라딘은 투덜대면서 워해머에 홀리웨폰을 걸었다. 물속성인 설산도 질렸다는 듯 코투레를 쳤다. 마룡의 사생아! 온갖 괴형 드레이크가 모여 사는 이곳이야말로 레디안 제국 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 정도의 고난이도 마굴이었다. 낮은 층에도 이상한 와이번이 돌아다니고, 중간층에는 용인족이나 용마수도 살고 있었다. 그러나 라딘은 지금 999레벨, 설산과 몽몽은 830레벨과 824레벨이다. 용마 수 정도는 이제 그들을 보면 꼬리를 흔들며 인사하고 지나간다. 마물은 웬만큼 성질이 더럽고 머리가 나쁘지 않는 이상 절대로 이길 수 없는 상대에게는 선공을 가하지 않는다. 결국 그들은 이렇게 최하층까지 내려와 변형 드레이크를 상대하고 있었다. 레벨 800이상의 드레이크가 마기로 인해 변형되어 더욱 강해진 변형 드레이 크! 이들이 바로 이 마굴의 이름을 마룡의 사생아의 집이라고 지어지게 한 장본인이었다. "[홀리 코멧!]" -파앗 -다다다다다다다 라딘의 방패가 하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나티크 가 방패를 바꿔준 후, 홀리 코멧의 데미지 또한 확실하게 늘었다. 라딘은 그대로 드레이크의 몸통을 노리고 달려들었다. -꺄오오오오 -휘익 "끼이이이잉! 저럴 수강?" 10m정도의 크기인 쌍두 드레이크가 그대로 허공으로 뛰어 올랐다. 날개가 없어졌지만 오히려 점프력은 늘었단 말인가? 그 드레이크는 그대로 몸을 틀어 천정에 자신의 발톱을 틀어 박아 거꾸로 선채 다시 아래쪽을 향해 브레스를 뿜었다. "히히히히힝(망했다!)" 설산은 즉시 뒤로 피하며 울부짖었다. 자신은 날지 못한다. 마지막 층이 이 렇게 넓고 높은 곳이었다는 것을 알고 불길한 예감이 들었었는데 그것이 현실로 다가왔다. 설산의 특기인 몸통박치기는 더 이상 드레이크에게 위협이 될 수 없었다. 그는 페가수스가 아니기 때문이다. "으윽, [레이-븐]!" -파앗, 펄럭, 펄럭 라딘은 어쩔 수 없이 비행마법인 레이-븐을 펼쳤다. 그 의 등 뒤에서 마나로 된 날개가 나와 몸을 공중으로 띄웠다. 사실 인간에게 공중전을 하라는 것은 정말 힘든 요구라 할 수 있었 다. 잘못하면 그대로 추락해서 바닥에 쳐 박히는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런 경우 밑에서 그냥 불벼락을 맞고 있을 수는 없었다. 라딘은 용감하게 천정에 매달려 있는 쌍두 드레이크를 향해 날아올랐다. -팍 -꾸오오오오오오오오 재수가 좋았다. 라딘은 드레이크의 목 중 하나를 잡고 매달릴 수 있었다. 등 뒤에서 날개가 쉬지 않고 펄럭여 라딘이 공중에 머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었다. "좋았어!" 그는 즉시 쌍두드레이크의 비늘을 잡고 두 팔로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라 딘의 힘이다. 쌍두드레이크는 비명을 질렀다. "끼잉, 아빠, 힘 내세용!" -씨이잉, 팍, 파파파파파파 몽몽이 단검으로 드레이크의 목의 비늘을 하나 씩 하나씩 때어내기 시작했다. 이 쌍두드레이크의 비늘은 드래곤의 비늘과 거의 비슷할 정도의 강도였다. 라딘의 워해머가 튕 겨 나올 정도의 방어력! 그러나 800레벨이 넘은 몽몽이 사용하는 예리한 유성자금비는 조금씩 그 방어력을 저하시키고 있었다. "몽몽아! 일단 이 놈을 아래로 떨어뜨려야 돼! 발을 노려라!" 라딘이 목을 조이자 쌍두드레이크는 그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었다. 다른 하 나의 머리는 라딘에게 대고 그대로 화염을 발사했다. 그러나 라딘은 포기하지 않았다. 이렇게 일단 목을 잡았으니 망정이지, 그냥 싸웠다면 두 개의 화염을 받아 야 한다. 천정에 매달려 있는 놈을 상대로는 홀리코멧을 사용할 수도 없기 때문에 꼭 이놈을 바닥으로 떨어뜨려야 했다. "끼잉, 알았어용!" -휘익, 도도도도도도 -크아아아아아 저 작은 체구의 몽몽에게 저런 파괴력 이 있었을 줄은 쌍두드레이크도 미처 몰랐을 것이다. 하지만 레벨로만 따지면 몽몽이나 쌍두드레이크나 비슷했다. 몽몽은 즉시 천장을 거꾸로 달려 드레이크의 발톱을 유성자금비로 열심히 깎아내기 시작했다. 겨우 하나의 발톱을 깎았다. 비늘보다 오히려 더 단단한 발톱을 깎아내려니 정말 힘들었다. 그러나 몽몽은 포기하지 않고 다시 다음 발톱을 향해 다가갔다. -캬오오오오오 -쾅 용서하지 않겠다는 듯 쌍두 드레이크가 갑자기 한쪽 발을 들어 몽몽을 밟으 려 했다. 그러나 몽몽은 발가락 사이로 피했다. "끼잉, 무식한 놈!" 몽몽은 계속해서 발톱을 깎아 나갔다. -화르르르륵 "으으윽!" 다시 생명력이 감소했다. 방패를 들어 막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하지만 이대로 목을 조여야 이놈이 몽몽에게 집중 할 수 없게 된다. 문득 고개를 들어 밑을 바라보았다. 바닥에서 설산이 이쪽을 올려다보고 있 었다. 좋겠다. 설산. 구경만 해도 된다니! 갑자기 기분이 나빠졌다. 절대로 이렇게 설산을 놀게 놔둘 수는 없다! 라딘 의 분노는 그대로 힘으로 변해 쌍두드레이크의 목에 전해졌다. -쿠오오오오오오 "끼잉, 됐당!" 드디어 10개의 발톱 중 6개를 깎는데 성공했다. 쌍두드레이크는 네 개의 발 톱만으로는 그 거대한 몸을 지탱할 수 없었는지 비틀거리다 그대로 땅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쿵, 캬아아아아아아아 상당히 아픈 듯 했다. 목을 조이는 라딘 때문에 제 대로 착지도 못하고 거꾸로 떨어진 것이다. "히히히히히히힝,(수고하셨습니다! 몸통박치기!)" -쾅, 쾅, 쾅 대기하고 있던 설산의 연속몸통박치기가 터지자 그 육중한 쌍 두드레이크의 몸이 계속해서 흔들렸다. 전투마가 되었어도 역시 마물 전용 최상급 스킬답게 위력적인 공격이었다. -끼야아아아아아아아 결국 참지 못하고 쌍두드레이크가 비명을 질렀다. 그 때 쌍두드레이크는 자신의 목이 편해진 것을 깨달았다. 목을 조르던 놈이 사라졌다? -위이이이잉 "이번에는 안 빗나간다! [홀리코멧]!" -콰아아아앙 -풀썩 드레이크의 몸이 크게 흔들리며 약 1m쯤 옆으로 밀렸다. 그의 몸통 한쪽이 움푹 패였다. 드레이크의 뼈로도 라딘의 홀리코멧의 파괴력을 감당할 수는 없었다. "끼잉, 정말 대단해용!" 몽몽이 쌍두 드레이크의 머리 위에 올라탄 채 박수를 쳤다. 라딘은 얼른 몽 몽을 향해 두 손가락으로 브이자를 그렸다. 약 5분 정도를 정신없이 패자 결국 쌍두드레이크는 회색으로 변했다. 대형 마물의 생명력은 확실히 대단했다. 일행은 모두 기력이 다한 듯 그대로 주저앉아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 8-5 프라임 팰러딘 ---------------------------------- "끼잉, 아빠, 드레이크의 뿔이 나왔어용!" -도도도도도도 몽몽이 자신의 열배는 커 보이는 드레이크의 뿔을 머리위로 들어 올린 채 라딘에게 달려왔다. "오옷! 최고의 조각 재료 드레이크 혼!" 라딘은 얼른 그 뿔을 받아 들었다. 세 갈래로 갈라진 약 50cm의 뿔은 은은 한 검은 광택을 뿜어대고 있었다. 그가 알기로 드레이크가 떨굴 수 있는 가장 비싼 물건이 바로 이 뿔이었다. 물론 마정석을 제외하고의 이야기이다. "몽몽아, 수고했다." -쓱쓱 라딘은 부드럽게 웃으며 몽몽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옆에서 설산도 기분이 좋은 듯 뿔을 보며 즐거워했다. 이제는 설산도 사냥 후 나오는 아이템을 수거하는 기쁨을 알기 시작했다. 아무리 괴로워도, 아무리 힘들어도 무엇인가가 떨어지기만 하면 보람을 느 꼈다. "그나저나 이거 언제 레벨이 오르지?" 라딘은 문득 생각이 난 듯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이미 999레벨이 된지 1주일 이 지났다. 어제도 오늘도 이렇게 레벨 800이상의 마물을 잡아 경험치를 얻었지만 마지막 한 레벨이 오르지 않았다. "역시 최종 레벨이라서 다른 때보다 훨씬 많은 경험치가 필요한가 보군." "끼잉, 언젠가는 오를 거에용." 몽몽이 라딘의 어깨까지 타고 올라와 그의 얼굴에 몸을 부비며 격려했다. '죽지만 않으면 경험치는 쌓일 테니까 염려 마시오.' 설산도 혀로 라딘의 머리를 핥으며 귓말로 말했다. -탁 "야, 설산. 침 묻어, 하지 마." 라딘이 설산의 코를 손바닥으로 가볍게 때리며 말하자 설산은 모처럼 재롱 을 떨어 봤는데 괜히 그런다고 투덜대기 시작했다. 아침에 먹은 약전요리 용봉탕이 넘어오고 전신에서 두드러기가 날 뻔 한 라 딘은 즉시 화두를 바꾸었다. "그런데 이 앞으로 나갈까 말까?" "끼잉, 앞에는 뭐가 있는데요?" 몽몽이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바로 물었다. 라딘의 얼굴이 약간 굳었다. 확실히 방금 쌍두드레이크와 싸우고 보니 거대 마물은 장난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적이 천정에 붙으면 설산이 힘을 쓸 수 없다는 것이 치명적이었다. "몽몽아, 이 앞에는 머리가 셋 달린 드레이크가 있다고 했단다." -푸르르르르륵(머리가 셋?) "끼잉, 두 개도 아니고 셋이용? 무슨 드레이크가 히드라도 아니고 머리가 셋씩이나 달렸데용?" 말과 날다람쥐가 동시에 경악해 소리쳤다. 놀라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쌍두드레이크도 이렇게 힘들었는데, 머리가 셋이라니? 혹시 신수인가? 그들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들의 눈빛을 본 라딘은 그 생각을 엿볼 수 있었다. "신수는 아니야. 그래도 거의 신수에 가까운 놈이라고 하더라. 이 마굴이 마룡의 사생아의 집이라고 이름 붙게 한 장본인이 바로 그놈이래, 마굴의 보스지." 라딘은 자신이 들은 정보를 말하기 시작했다. 마굴의 보스! 거의 천 레벨에 가까운 이놈의 종족명은 히드라 드레이크 라 고 한다. 이 마굴에만 나타나는 유니크 마물이고, 신수는 아니지만 그 힘은 신수의 그것에 가깝다고 한다. 세 개의 다른 머리는 마치 엘더히드라와 같이 제각기 불, 전격, 독의 3대 속성을 뿜어낼 수 있고, 날개는 없지만 히드라와 달리 뒷다리가 있기 때문에 몸놀림이 아주 빠르다고 한다. "끼잉, 무지하게 센가 보네용." 몽몽은 자신이 없는 듯 귀를 내린 채 말했다. '음, 내가 본채로 돌아간다면 모를까 조금 힘들지 않겠소?' 설산도 신중론을 펼쳤다. 그러나 라딘은 생각했다. 레벨 천에 가까운 마물이라면, 그것도 대형 마물 이자 보스 마물이라면 확실히 엄청난 경험치가 보장된다. 어쩌면 그 놈을 죽여야 자신의 레벨이 오를지도 모른다!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원래 승산이 70%이하라면 즉시 물러나는 것이 장 기적인 안목에서 빠른 성장을 보이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그러나 이제 한 걸음이라는 생각이 들자 확실히 물러나기 힘들었 다. 그는 정상을 눈앞에 두고 물러날까 말까를 고민하는 등산가의 심정이 되었 다. 순식간에 이성과 욕망이 서로 한 치도 물러나지 않고 머릿속에서 세계대전을 벌이게 되었다. "끼잉, 아빠?" 라딘이 고개를 숙인 채 눈을 감고 약 5분간 자신과 싸우자 몽몽이 라딘의 귀를 쓰다듬으며 불렀다. "휴우, 그래, 일단 물러나자. 나중에 크로키라도 데리고 오면 어떻게 될지 도 모르지." 몽몽의 목소리가 그의 마음을 진정시켰다. 나는 죽어도 된다. 하지만 몽몽 이 죽으면 안 된다! 파티 전멸만큼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라딘이었다. "끼잉, 넹, 크로키 아저씨까지 오면 그 놈은 바로 납작해 질 거에용." 몽몽이 아직도 아쉬운 듯 의기소침한 얼굴을 한 라딘을 위로했다. 설산도 다시 혀로 라딘의 머리를 할았다. -탁 "하지 말랬지? 너, 하지 말라니까 일부러 하는 거지?" '호, 이제 알았소? 생각보다 둔하구려. 라딘 경.' 노골적인 설산의 대답에 라딘의 눈에서 불똥이 튀었다. 그는 자신의 애병인 미티어샤워를 들어 설산의 코를 사정없이 때리려 했다. 역시 체력이 높은 마운트를 데리고 있으니 전력으로 패도 별로 티가 안 나서 좋다고 생각했다. -휘익 쾅 땅이 30cm쯤 패이고 돌이 사방으로 튀었다. 설산은 마치 무림고수처럼 사전 동작도 없이 옆으로 빠르게 이동하여 라딘 의 워해머를 피했다. '후후후, 이제는 말로써의 움직임도 조금 익숙해 진 것 같지 않소?' 그의 웃음소리는 언제나 라딘의 이성을 흔들리게 만드는 마력이 있었다. "죽인다!" -팍, 화르르르륵 미티워샤워의 필살기인 파이어 봄이 시전 되었다. 워해머 의 끝이 붉은 불길로 타오르기 시작했다. 꼭 네놈의 코에 불을 싸질러주마! 라딘은 굳게 결심했다. 그 때였다. -쿠오오오오오오(누가 자꾸 시끄럽게 떠드냐?) -캬아아아아아아(아앗, 내 하인인 쌍두드레이크가?) -그르르르르르르(그런! 머리도 두 개밖에 없는 허약한 애를 괴롭힌 놈이 너 냐?) -쿵, 쿵, 쿵, 쿵, 쿵 반대편 통로 쪽에서 방금 겨우 쓰러뜨린 쌍두드레이크 보다 1.5배쯤 큰 머리 세 개의 드레이크가 뛰어오는 것이 보였다. 그 큰 몸집으로 마치 타이거 랩터처럼 이쪽을 향해 돌진해 오 고 있었다. "우악! 나왔다. 튀어!" 라딘은 즉시 소리를 지르며 반대편으로 뛰었다. 설산도 역시 뛰었다. 몽몽 은 날았다. "출구는 저쪽!" 라딘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출구 쪽으로 뛰었다. 저쪽 통로 끝에 위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였다. -쿠오오오오오(못 도망간다!) -파지지지직, 쾅 파란 색의 드레이크머리가 입을 열더니 그대로 전격을 쏘 아 보냈다. 그 전격은 라딘일행이 아닌 천정과 계단을 향해 날아갔다. 요란한 굉음과 함께 흙먼지가 날렸다. -쾅, 쾅, 쾅 "우악! 이놈이?" 땅이 진동되어 제대로 달리기가 힘들었다. 천정에서 돌덩이가 떨어지고 있 었다. 그리고 마침내 천정의 일부가 무너져 내렸다. -와르르르륵 "으윽!" 계단이 완전히 막혀버렸다. 위로 올라가는 통로가 사라져버렸다. -캬아아아아아아(네놈처럼 약삭빠른 놈들 때문에 평소에 애들 시켜서 계단 쪽에 약간 손을 봐두었지!) 붉은 머리가 웃으며 말했다. 그러나 드레이크의 말이 라딘에게 이해될 리가 없었다. "끼잉, 아빠!" -척 몽몽이 라딘의 어깨위에 착지해 몸에 묻은 흙먼지를 털어내며 약간 겁 이 난 듯 말했다. 설산도 갈기 쪽에서 땀을 흘리며 라딘의 옆에 섰다. 앞에는 이 마굴의 보스 히드라드레이크가 그들을 확실하게 씹어 먹어주겠다 는 듯 입을 벌린 채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오고 있었다. 라딘은 오른손으로 자신의 워해머를 꾸욱 쥐었다. 정진정명 절대절명의 순 간이었다. ----------------------------------------------- 8-5 프라임 팰러딘 ------------------------ -파지지직, 콰콰쾅 땅을 패이게 할 정도의 전격이 라딘이 있던 자리를 강타 했다. 라딘은 가까스로 옆으로 뛰어 피했다. -히히히힝 설산이 용감하게 울부짖으며 그대로 앞으로 나아가 히드라드레이 크의 한쪽 다리를 들이받았다. -다다다다, 쾅 -쿠오오오오오 -팍, 화르르르륵 역시 설산의 몸통박치기는 만만치 않은 위력이 있는지 히드라드레이크는 비 명에 가까운 표호를 하며 그에게 불을 뿜었다. 불! 물속성인 설산에게는 별로 좋지 못한 상성! "끼요요옵!" -부웅, 펑 라딘이 즉시 점프를 해서 그 화염방사를 몸으로 막았다. 방패에 가로막힌 화염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방패 방어 체크에 성공한 것일까? '오옷, 라딘경!' 설산이 감동한 듯 그 큰 말의 눈으로 라딘을 보며 말했다. '아아, 지금 네가 죽으면 정말 황당해 지니까.' 라딘은 별거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으며 다시 집중해서 히드라드레이크를 노려보았다. 크기 30m에 달하는 그놈은 목의 길이만 해도 10m에 달했다. 꼬리의 길이도 약 10m 황금비율이군, 라딘은 생각했다. 등 뒤에 있는 날개는 나타나다 만 것처럼 마디가 하나밖에 없고, 날개의 막 도 없었다. 사생아인가? 티아메트가 낳은 기형아라는 설정인 것이군. 라딘은 그의 별명의 유래를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 브리시아 세계의 창세에 활약한 4대 초신수 북의 현무, 서의 티아메트, 동의 바하무트, 남의 카이저피닉스, 그들은 자신들의 임무가 끝나자 행방을 감추었다고 한다. 그중 어둠의 여신 샤이아드의 애완동물인 티아메트는 다섯 개의 머리를 가 진 드래곤으로 하늘과 바다 속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최고의 전천후 신급 마물이라고 한다. 이 히드라드레이크는 비록 날지는 못하지만 서로 다른 속성의 머리를 세 개 나 가지고 있어 확실히 티아메트의 사생아라는 별명이 붙을 만 했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라딘은 다시 집중하기 시작했다. 처음 공격이 끝나자 상대도 이쪽이 만만치 않다고 생각했는지 세 개의 머리 를 위로 치켜들고 빈틈을 엿보고 있었다. 라딘은 설산의 갈기를 붙잡고 떨고 있는 몽몽을 슬쩍 바라보았다. 확실히 몽몽이 겁을 먹을 만 했다. 마물은 자신보다 압도적으로 강한 적에 게는 공포를 느끼는 것이다. 라딘의 가슴이 아파왔다. "몽몽아, 너는 한쪽으로 피해 있으렴, 너는 조그만 하니까 구석에 숨어 있 으면 저놈도 찾을 수 없을 거야. 나중에 통로가 자동회복 되면 그 때 나오렴." 라딘은 죽음을 각오했다. 이 마지막 층은 상당히 넓다. 자신과 설산이 싸울 동안 몽몽이 숨는다면 저 덩치 큰 놈은 절대로 찾을 수 없을 것이다! 몽몽만 살아남는다면 설산을 역소환 해서 아공간 속으로 넣은 다음 나만 죽 으면 된다! 비록 999레벨의 경험치가 절반이나 깍이는 것은 아깝지만, 그래도 몽몽이 살아남는다면 참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라딘의 말을 들은 몽몽은 갑자기 몸을 떨던 것을 멈추었다. -토토톡 가볍게 뛰어 설산의 머리위로 올라갔다. 그리고는 말했다. "끼잉, 아빠, 아직 안 졌어용! 계속 싸워용!" -푸르르르륵(몽몽!) "몽몽!" 몽몽은 아빠가 죽음을 각오한 것을 알아차리고 다시 전의를 회복한 것이다. 내가 도망가면 확실히 아빠는 죽는다! 그 생각이 지금의 몽몽을 지탱하고 있었다. "좋아! 그럼 끝까지 간다!" 라딘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저놈은 신수가 아니다! 아직 레벨 천이 안 됐 다! 그럼 나보다 저레벨이잖아! 그는 끊임없이 그렇게 자신에게 최면을 걸었다. -캬아아아아아아앙(작전 회의 다 끝났냐? 그럼 2차전이다!) -파스스스스스 공기를 얼어붙게 하는 하얀 냉기가 그들을 향해 쏟아져 왔다 . 그러나 이번에는 라딘도 설산도 피하지 않았다. "가자! [홀리 코멧]!" -파앗 -위이이잉, 콰콰쾅 "히히히힝[몸통박치기]!" -두두두두, 콰쾅 말과 사람이 동시에 달려가 다시 히드라드레이크의 두 다 리를 공격했다. 그 바람에 히드라드레이크의 두 다리가 동시에 밀려 공중으로 떠올랐다. -쿠에에에에엑 -쿠우웅 거대한 몸이 그대로 바닥으로 쳐 박혔다. 상당히 괴로운 듯 그는 몸을 뒤집 으며 계속해서 괴성을 질렀다. "좋았어! 이대로만 가자고!" 할 수 있다! 그들은 환성을 질렀다. 그러나 다음 순간 그 기쁨은 완벽하게 사라져 버렸다. -휘익, 파팍, 쿵 "어억! 이놈이 또! 네놈들은 드레이크가 아닌 거미냐?" 그렇다. 히드라드레이크는 또다시 천정으로 붙어버린 것이다. 라딘의 홀리 코멧도, 설산의 몸통박치기도 땅에서 쓰는 기술이니만큼, 이렇게 되자 정말로 눈물이 앞을 가렸다. -쿠오오오오오 -팍, 화르르르륵 -차지지직, 콰콰쾅 역시 전처럼 공중에서 밑을 향해 화염방사와 전격 등 각종 공격이 쉬지 않 고 발사되었다. 멀리서 누군가 봤다면 레이져 쇼라고 좋아 했을지도 모를 화려한 시각효과의 공격이었다. -팍, 화르르륵 "으윽, 이대로는 끝장이야!" 라딘은 다시 방패를 들어 설산을 대신해서 화염을 막으며 중얼거렸다. 무슨 수가 없을까? 이번에도 몽몽이 저놈의 발톱을 전부 깎아 버릴 때까지 버티는 것이 어떨까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역시 이번에는 힘들 것 같았다. 무엇보다 아까처럼 목을 조를 수 있 을지 확신이 없었다. 잘못하면 그대로 저놈의 입속으로 들어가 껌처럼 씹히게 될 것이다. 물론 방어력이 방어력이니만큼 한번에는 안 죽지만, 입 안에 있는 화염과 입의 압력에 대항하다보면 얼마 버티지 못 할 것 같았다. '으으, 화염만 아니었어도 힘으로 한번 해보는 건데!' 입속에 들어가도 자신의 힘이라면 어떻게든 될 것 같았다. 저놈의 턱뼈를 부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화염이 몰아치면 힘을 제대로 쓸 수 없다. 생각을 하는 사이에도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갔다. 이미 생명력이 3분의 1가 까이 줄어들어 최고급 회복포션을 마신 상태였다. 시간이 없었다. '생각해 내라 라딘! 넌 할 수 있어!' 라딘은 스스로를 격려하며 최선을 다해 머리를 회전시켰다. -핑 "아앗! 그런 수가!" 마치 마법과 같이 정말로 생각이 나버렸다. 라딘의 입에 웃음이 지어졌다. "[레이-븐]!" -파악, 펄럭, 펄럭 그의 등에 또다시 마나로 된 날개가 나타나고 그 날개의 힘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그는 즉시 히드라드레이크의 붉은 머리의 목을 노리고 날아갔다. -캬오오오오오(어림 없다!) -휘익, 콱, 콱콱콱콱 붉은 머리가 정확하게 라딘의 몸을 물고는 사정없이 씹었다. "끼잉, 아빠!" "히히히히힝!" "으으윽! 장난이 아니다!" 라딘은 자신의 피가 다시 주욱 빠지는 것을 느꼈다. 입안은 불바다였고, 날 카로운 이빨이 마치 가시밭길처럼 겹겹이 돋아나 있었다. 그리고 그 입은 끊임없이 엄청난 힘으로 라딘을 씹어댔다. 정말 갑옷과 방 패가 아니었다면 죽어도 벌써 몇 번은 죽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아직 죽지 않았다! 라딘은 속으로 그렇게 말하며 드디어 자신 의 계획을 실행했다. "[만근추]!" -바긱, 히드라드레이크 머리 A는 한참 신나게 먹이를 씹어 삼키려 하고 있었다. 그 런데 이번 먹이는 조금 이상했다. 보통은 한두 번만 씹으면 바로 맛있는 고기 완자가 되는데, 이번 놈은 너무 단단했다. 돌 씹었군.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나의 이빨은 돌을 모래로 만들고 나의 위장은 모래도 소화시킨다! 인생은 근성이다! 그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씹었다. 그러나 그것이 그의 인생 최대의 실패였 다. 어느 순간 그의 머리가 중력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급격히 바닥으로 떨어졌 다. 목뼈는 그 급작스러운 압력에 바로 바긱 하는 소리와 함께 빠져 힘없이 늘 어져 버렸다. -쿵 땅에 떨어지는 충격과 입속의 먹이의 상상을 초월한 무게에 의해 드레이크 머리 A의 아래턱뼈는 그대로 가루가 되었다. 그가 삼키려한 먹이는 돌이 아니라 바위였다. -------------------------------------------------- 8-5 프라임 팰러딘 ---------------------------------- 두꺼비란 놈은 뱀의 천적이라고 한다. 두꺼비의 독이 뱀을 죽일 수 있기 때 문이다. 그러나 진정한 이유는 다른 데 있다. 두꺼비는 산란기가 되어 알을 품게 되 면 괜히 지나가는 구렁이에게 시비를 건다고 한다. "너 나 이겨?" 개구리 사촌 같은 두꺼비가 두 발로 버티고 서서 앞다리로 배를 퉁퉁 두드 리며 그렇게 말하는데 구렁이씩이나 되면서 그것을 참을 수 있을까? 하지만 확실히 구렁이도 바보는 아니기 때문에 눈치를 본다. 소위 말하기를 뱀같이 영악하다 라고 하지 않는가? 구렁이는 머리가 좋다. 그러나 두꺼비 또한 종족의 운명이 걸린 문제, 의지와 끈기로 구렁이에게 끊임없이 도발을 가하게 된다. 결국 이성을 잃은 구렁이는 그 큰 입을 벌려 개구리 사촌인 두꺼비를 한입 에 삼키고 만다. 물론 두꺼비는 죽는다. 그러나 구렁이도 결국 두꺼비의 독에 의해 죽고 만다. 그리고 그 두꺼비의 배에 있는 알이 부화하여 구렁이의 맛있는 갈빗살을 뜯 어 먹으며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지금 머리가 두 개 남은 히드라드레이크의 심정이 바로 두꺼비를 앞에 둔 구렁이의 심정과 같았다. "너 나 이기냐? 꼬우면 덤벼!" -부웅, 붕 마나로 된 날개를 일부러 요란하게 펄럭이며 날아다니는 인간은 마치 가장 귀찮은 한여름의 파리처럼 보였다. 정말로 성질 같아서는 한입에 콱 삼키고 싶었다. 그러나 머리의 절반이 부 서진 채 힘을 잃고 바닥까지 늘어져 있는 불의 머리의 모습이 그들의 이성을 유지하고 있었다. 성격과 속성은 달라도 한 몸에서 태어나 생명을 공유하고 있던 불의 머리! 그의 최후는 정말로 비참했다. 물론 앞으로 천천히 치료를 하면 불의 머리도 다시 살아난다. 그렇기 때문 에라도 죽을 순 없다! "[파워 브레이크]!" -우우우웅, 빡 -캬아아아아아아 파리가 아니라 모기였다! 저놈은 쏜다! 냉기의 머리는 머리에 심각한 통증을 느끼며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었다. 물 론 그래도 한 가닥의 생존본능에 의해 직접 라딘을 삼키지는 않았다. -파사사사사사사 파란 드레이크의 입이 벌어지며 냉기가 뿜어져 나왔다. 웬만한 마물이라면 한 번에 얼어버릴 것 같은 치명적인 냉기였다. 그러나 라딘은 그 냉기를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방패를 앞세우고 그 냉기 를 향해 돌진했다! -파사사사, 팍 -칵, 칵, 카아아악! 한참 신나게 냉기를 뿜어대던 냉기의 머리는 목 속으로 하나의 짱돌이 날아 와 박히는 느낌에 비명을 질르며 얼른 그것을 뱉어내려고 했다. 그러나 이미 상황은 끝난 거나 다름없었다. "내가 바로 라딘이다! 그 정도 냉기는 옷 벗고도 버틸 수 있다고!" 라딘은 끝까지 말도 안 되는 거짓말로 도발을 했다. 일단 도발을 하기로 작 정한 순간부터 그의 입은 가장 무서운 병기가 되었다. 그리고 그 순간, 라딘은 전신을 웅크려 충격에 대비한 채 외쳤다. "[만근추]!" 순간적으로 그의 무게가 10배로 불어나면서 15톤의 바위덩어리로 변했다. 이 기술을 사용할 때는 절대로 움직이면 안 된다. 걸을 수도 없다. 하지만 그만큼 그 효력은 보증되고 있었다. -바긱, 쿵, 파직 -끼아아아아아아 냉기의 머리의 최후의 단말마의 비명은 너무나도 구슬펐다. 내가 삼킨 것이 아닌데! 그는 억울했다. 하지만 지금 라딘의 관점으로 보면 자신의 앞에서 입을 벌린 거대 마물은 전부 자살지망자라고 할 수 있었다. "끼잉, 아빠, 너무 좋아용!" -휘익, 착 드레이크의 입속에서 여유만만하게 힐링까지 쓰고 천천히 웃으면서 걸어 나 오는 라딘의 모습은 너무나도 당당했다. 몽몽이 환성을 지르며 그의 어깨에 내려앉았다. "훗훗훗, 아빠는 초인이란다." -찌릿 라딘은 웃으며 몽몽의 머리를 쓰다듬다가 고개를 돌려 천정에 붙어 있는 히드라드레이크의 마지막 하나 남은 파란 머리를 보았다. -끼이익 그 머리는 질린 듯 한 표정으로 신음소리를 내었다. 입을 벌리고 전격을 발하면? 저 악마 같은 놈이 똑같은 짓을 하겠지? 그는 차마 입을 벌릴 수 없었다. "훗,훗,훗, 이 날지도 못하고 도마뱀처럼 천정에나 붙어있는 드레이크가! 너 이리 안 내려와?" 라딘은 특유의 미소를 띠우며 앞으로 서서히 걸어 나갔다. -쿵, 쿵, 쿵 드레이크는 라딘이 두렵다는 듯 발로 벽을 집으며 뒤로 물러났다. 솔직히 두려웠다. 저놈은 소화불능의 극독물이었다! "살고 싶겠지? 하지만 이미 늦었다. 나에게 대항한 순간부터 너의 삶은 이 미 끝난 것이었지!" 그의 전신에서 엄청난 살기가 일어났다. 마왕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의 기운 이었다. 그것이야말로 라딘의 허장성세 기술이 극성에 달한 증거라고 할 수 있었다. 사실 라딘의 생명력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거의 천 레벨에 달한 드레이 크의 냉기에 정통으로 얻어맞고 살아있는 것 자체가 그의 초사기 아이템이 아니었다면 절대 불가능 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었다 . 저놈이 입을 열어 전격을 사용하면 어마 버티지 못하고 죽을 것 같았다. 하 지만 라딘은 승리를 확신했다. 눈치로 보아 저놈은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다. 그렇다면 이미 모든 상황은 나의 마음대로가 아니겠는가? "야! 너 정말 사람 목 아프게 매달려 있을래? 안 때릴게 내려와!" 이미 라딘의 말투는 동네 꼬마를 대하는 양아치의 그것과도 같았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이런 상황에서는 그의 말이 묘한 강제력을 행사했다. -쿵 드레이크가 땅으로 내려왔다. 그는 정말로 라딘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아, 정말, 확 머리를 뽀개 버릴까?" -찌리릿 -끼이이익 드레이크가 기겁을 하며 머리를 천정 높이 들어 올렸다. 이 머리마저 깨지 면 죽는 것이 아닌가? 평생 한 번도 느껴보지 않은 죽음의 공포가 그의 머릿속을 지배했다. 그러나 라딘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반항을 안 하니까 손쓰기가 좀 그러네, 내가 그래도 명색이 팰러딘인데... " 라딘의 말을 들은 설산은 구역질을 할 뻔 했다. 내장이 뒤집혀 지는 것 같 았다. 그러나 라딘의 다음 대사를 듣고는 눈이 튀어 나올 뻔 했다. "어쩔 수 없지, 야. 너 이놈하고 싸워라. 이기면 살려주지!" 라딘이 크게 선심 쓰는 어투로 말하면서 라딘이 손을 들어 가리킨 것은 다 름 아닌 설산이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은 구경이나 하겠다는 듯 한쪽 구석으로 가서 무너진 바위 위에 걸터앉았다. -끼이이이이(정말?) -푸르르르륵(크헉?) '라딘 경, 그게 무슨 황당한 소리요? 나보고 저놈하고 맞대결 하라는 거요? ' 설산의 거센 항의가 들어왔다. 그러나 라딘은 냉정하게 귓말을 보냈다. '나, 생명력 바닥이다. 머리 두 개나 뽀갰으면 됐지, 뭘 더 바래?' 그리고 그는 마치 부하에게 명령하듯 말했다. "설산, 네 선에서 처리해라!" -히히히히힝(이 악마야!) -쿠오오오오오오오 드레이크는 일단 눈앞의 전투마를 요절내기로 결심했다. 사실 머리 두 개가 죽은 지금 그들이 살아날 때까지는 무리하고 싶지 않았다. 솔직히 머리 두 개가 다시 살아나도 저놈하고는 싸우고 싶지 않았다. 라딘은 다시 허공을 날고 있는 몽몽을 손짓해서 불렀다. "몽몽아, 이리와. 설산 아저씨가 얼마나 잘 싸우나 보자." -휘이익, 착 "끼잉, 넹, 설산 아저씨 홧팅!" 몽몽은 우아한 곡선을 그리며 라딘의 어깨에 앉았다. 800레벨의 해양성수 설산! 비록 머리는 하나 남았지만 980레벨의 보스 마물 히드라드레이크! 좀처럼 볼 수 없는 빅카드였다. 라딘이 품속에서 비스켓을 꺼내 몽몽에게 주었다. 그들은 이미 몬스터 대전 을 관람하는 관객이었다. ------------------------------------ 8-5 프라임 팰러딘 ----------------------------- -쿠오오오오오오오 -파지지직, 콰콰쾅 드레이크의 입에서 전격이 일었다. 라이트닝 블래스트! 마수 전용의 최상급 기술의 파괴력은 땅을 패이게 할 정도의 위력이 있었다. -히히히힝(전격은 싫어!) 설산은 마치 무림고수처럼 잔상을 일으키며 옆으로 피했다. 그리고 다음순 간 앞으로 돌진하여 드레이크의 다리를 공격했다. -쾅 -크아아아악 도저히 전투마라고는 볼 수 없는 파괴력에 드레이크는 자신도 모르게 비명 을 질렀다. 도대체 이놈은 몇 레벨인 것이냐? 히드라드레이크는 사기에 말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러나 이미 싸움 은 시작되었다. -히히히히힝 -퍽 다시 설산의 몸통박치기가 그의 다리에 적중되었다. 다리를 들어 피하려 했 지만 설산의 공격은 보통 전투마의 직선 돌진 공격이 아닌 순간 끊어치기 식의 몸통박치기 기술이었다. -캬아아아아아 -위잉, 퍽 다리가 부러질 뻔 한 히드라드레이크는 얼른 다리를 들어 옆으로 이동하면 서 자신의 꼬리로 설산을 후려쳤다. 설산이 비명을 지르며 날아가 벽에 쳐박혔다. 그러나 그는 조금도 부상을 당하지 않은 듯 즉시 벌떡 일어나 다시 히드라드레이크에게 달려들었다. -------------------------------------- "잘 싸우네." -벌컥, 벌컥 라딘이 마치 음료수를 마시듯 보라색의 물약을 마시며 말했다. 포도색의 상 큼한 맛이 입속에 퍼졌다. "끼잉, 설산 아저씨는 몸으로 들이받는 공격밖에 못하니까 불리해용. 드레 이크의 다리밖에는 공격을 못하잖아용." -바삭, 바삭 몽몽의 예리한 관전평에 포션을 마시던 라딘은 다른 한 손으로 몽몽의 머리 를 쓰다듬으며 고개를 끄덖였다. "아무래도 그렇지, 원래 설산은 해양 성수니까 육지에서 그 힘을 전부 발휘 하기는 힘들거든." "끼잉, 거기에 설산 아저씨는 전격 공격을 싫어하잖아요." "응, 그래서 내가 일부러 그쪽을 남긴 거야." "..." 몽몽은 아빠를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아빠에게 원한을 산 상대를 불쌍하게 생각한다. 설산 아저씨 힘내용! 몽몽은 속으로 그렇게 말했다. 그러면서도 몽몽은 여전히 비스켓을 두 손으로 잡고 갉아 먹고 있었다. 라 딘의 교육 중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견사불구(죽음을 보고도 구하지 않는다.)의 가르침은 몽몽이 모르는 사이 이미 그의 몸속에서 싹을 틔우고 있었다. -벌컥, 벌컥 3번째 포션을 모두 마신 라딘은 자신의 생명력이 거의 다 찬 것을 깨닫고 기지개를 켜며 말했다. "아아, 이제 좀 힘이 나네." 사실 회복포션이라는 놈은 한 번에 여러 병을 마셔봐야 소용이 없다. 한 병 을 마시면 3분 동안 일정 속도로 생명력이 회복될 뿐이다. 그러나 이미 10분에 걸쳐 최상급 포션 3개를 마신 라딘의 생명력은 최고로 회복이 된 상태였다. 그 때였다. -위잉, 쾅 드레이크가 다시 자신의 꼬리로 설산을 공격했다. 그러나 이미 히드라드레이크의 전격 뿜고 뒤돌려 꼬리치기의 공격패턴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는 설산은 즉시 뒤로 점프하며 그것을 피 했다. 땅이 패였다. 그리고 돌이 튀었다. -휘익, 딱 "낑, 아콩." 파편은 라딘과 몽몽이 앉아서 구경하고 있는 곳까지 튀었다. 몽몽이 미쳐 피하지 못하고 머리에 조그마한 돌맹이를 맞고 아픈 듯 앞발로 머리를 문질렀다. "아니! 저 발칙한 놈이?" -벌떡 라딘은 즉시 고함을 치며 일어났다. "[파워 브레이크]!" -슈우우우우웅, 빡 -캬아아아아아아아아 불의의 일격은 그대로 히드라드레이크의 전기의 뒤통수에 적중했다. 크리티 컬에 급소공격! 그는 비명을 지르며 휙하고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엄청나게 화난 표정으로 살기를 뿜어대는 라딘의 모 습이 있었다. "이놈이! 감히 관중석에 민폐를 끼쳐? 그것도 어린애의 머리에 짱돌을 던지 다니?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 이미 생명력이 만땅으로 찬 이상 대의명분은 얼마든지 있다. 라딘은 드레이 크가 뭐라고 생각하는지 조금도 알아주려고 하지 않고 그대로 방패를 앞으로 세우고 돌진했다. "[홀리 코멧]!" -파앗, 위이이이잉, 쾅 -크아아아아아아 -쿵 드디어 드레이크의 한쪽 다리가 부러졌다. 그리고 쓰러진 몸통위로 다시 설 산의 몸통박치기가 들어박혔다. -퍽 -캬아아아아아아 -슈우우웅, 파악 아빠의 뒤를 이어 날아온 몽몽의 단검역시 드레이크의 가장 약한 부분인 목 아랫부분에 가서 박혔다. 3인 합동공격, 전탄발사! 오랜 합숙훈련으로 완벽하게 시행되는 이 연합기 술은 솔직히 말해서 극악의 다굴이라고 할 수 있었다. -끼이이익, 꺄아아악, 꾸오오오오 드레이크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생명력이 급격하게 하락하고 있었다. 한번 당하기 시작하자 적들은 조금의 틈도 주지 않고 자신을 몰아쳤다. 나쁜 놈들! 그는 분노로 이성을 잃었다. -크아아아아아아아 -파지직, 팍, 칵칵 입을 열어 전격을 내뿜으려는 그는 입속에 박히는 하나의 이물질의 느낌에 완벽한 절망을 맛보았다. "글쎄 입 벌리지 말랬지? [만근추]!" -꾸오오오오오오(언제 그랬어?) -바긱, 쿵, 콰직 히드라드레이크의 최후의 단말마에 담긴 말뜻을 알아들은 사람은 아무도 없 었다. 라딘은 묵묵히 드레이크의 파란머리를 들어 올리고 그 입 밖으로 나왔다. "완벽한 필살기군. 드래곤하고 싸울 때도 통하려나?" 그는 진지하게 고민했다. 정말 거대마물을 상대할 수 있는 최고의 필살기라 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지, 브레스를 견딜 수 있어야 되니까 무린가?" 그는 무리해서 드래곤과 싸우고 싶지는 않은 듯 고개를 저었다. 그 때였다. [빰빠라밤, 축하합니다! 라딘 크러쉬볼트 님께서 인간의 한계 레벨인 천 레 벨이 되셨습니다!] "오옷! 올랐다!" 천상의 음악과도 같은 메시지에 라딘은 환성을 지르며 기뻐했다. 확실히 보 스 마물인 히드라드레이크의 경험치는 다른 일반 마물 10마리보다도 컸다. -파앗 공간 중에서 빛이 생겨났다. "앗, 이것은?" 라딘은 그것을 보고 생각난 것이 있었다. 아니다 다를까, 그 빛은 그대로 라딘은 삼켰고, 라딘은 이상한 아공간으로 빨려 들어갔다. "으윽, 또 그 아저씨를 봐야 하는 건가?" 아공간으로 들어온 순간적인 어지러움에서 벗어난 라딘은 일어나며 중얼거 렸다. 너무 자꾸 보면 정이 드는데,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파앗 "어서 오세요, 인간의 한계에 다다른 나티크의 검이여!" "응? 엇, 나티크님이 아니시군요? 저, 누구신지 물어도 실례가 안 되겠습니 까?" 라딘은 잽싸게 예의바른 말투로 물었다. 그의 앞에는 여섯 개의 날개가 달 린 천사가 있었다. 그러나 그 천사는 반투명한 푸른색의 빛을 하고 있었고, 하반신은 마치 실프처럼 대기 중에 녹아 있었 다. "저는 바람의 대천사 시로넬입니다. 위대하신 나티크께서 이번에 저를 창조 하셨습니다." 그녀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자신의 소개를 하기 시작했다. 자유와 방랑과 싸움구경을 좋아하는 나티크, 그는 요즘 상당히 바빠진 자신 을 발견했다. 인간에게 벌써 몇 번이나 현신했고, 이벤트 아이템까지 만들어버렸다. 사실 그는 게으름의 화신이었고, 앞으로 나타날 최고 레벨의 드루이드들에게 일일이 모습을 드러내서 축복을 해 주는 것이 귀찮았다. 이계인들의 성장속도는 너무나도 빨랐고, 그 한계는 없었다. 전에는 몇백 년에 한명씩 나타나던 한계 레벨도 제한 능력 증가에 따라 얼마 후면 더욱 많이 나타날 것 같았다. 결국 그는 자신을 대신해서 잡무를 처리할 비서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바로 바람의 대천사 시로넬이었다. "사실 저는 저번에 빛의 신이신 샤이아님께서 선물하신 천사의 날개를 기본 으로 해서 요 근래에 나티크 신께서 벌어들인 카르마 수치로 만들어진 존재입니다. 아직 만들어진 지 1년도 안 되었지요. 중립의 존재들 중에서는 나티크 님을 제외하고는 가장 높은 지위지만요. 호호호." 그녀는 세상에 태어난 것이 기쁜 듯 웃었다. 그리고는 약간 멍한 표정으로 있는 라딘에게 다시 말했다. "제가 조사한 결과 저의 탄생에 가장 큰 역할을 하신 분이 바로 라딘 경이 시더군요. 무려 저를 구성한 카르마 수치의 10분의 1을 라딘 경 혼자서 얻으셨다고요. 믿을 수 없는 일이에요! 어떻게 한명의 인간 이 수백만에 달하는 카르마 수치를 쌓을 수 있죠?" 그녀의 대사에는 라딘의 가슴에 못을 박는 말이 들어있었다. 그러나 이미 당한 것은 당한 것! 라딘은 웃으면서 시로넬에게 탄생을 축하드린다고 말했다. 그녀는 다시 웃으면서 말했다. 확실히 자신을 탄생시킨 자가 첫 한계레벨 달성자라는 것에 알게 모르게 기뻐하고 있었다. "원래는 천 레벨에 달하는 순간 그동안의 활약을 분석해서 새로운 직위를 내리게 되어 있어요. 물론 레벨은 그대로지만, 일종의 4차 직업이 되면서 보너스 스탯과 보너스 특수스킬이 주어지지요. 이후에는 경험치가 아무리 쌓여도 레벨은 오르지 않는답니다. 단지 생명력하고 마나가 조금씩 상승할 거에요." "오옷! 새로운 직위! 저는 무엇이 되나요?" 생각지도 못한 그녀의 말에 라딘은 너무나도 기뻐하면 물었다. 그녀는 다시 말했다. "아까 말씀드렸듯 원래는 그동안의 활동에 맞는 직위를 내리게 되지요. 하 지만! 라딘경은 저에게 있어서 조금 특별한 분이니까, 특.별.히! 고르실 자유를 드릴게요!" "오오옷! 그런 감사할 데가?" 라딘이 무척 기뻐하자 시로넬도 기쁜 듯 그의 눈앞에 새로운 환상을 보였다 . 그곳에는 새로운 모델의 직위와 그 특징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홀리 가디안 성기사가 숭고한 의지로 동료와 교단을 지키기로 맹세 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직위, 마법 방어 오라가 강화 신성 오라로 바뀌어 마법 방어력뿐만 아니라 기본 물리 방어력까지 상 승시켜준다. 가즈 나이트 신을 대신해서 적과 용감히 싸우기로 결심한 성기사가 얻을 수 있는 직위, 홀리웨폰의 능력이 강화되어 극대성검(엡솔루트 홀리웨폰)으로 바뀐다. 마이티 라이너 성기사가 평생을 같이 싸워줄 자신의 마운트에게 영원한 우 정을 맹세할 때, 신은 그의 마운트에게 축복을 내려준다. 마운트의 힘이 더욱 강해진다. "자, 골라 보세요!" 그녀는 생글생글 웃으며 라딘에게 말했다. "자, 골라 보세요." --------------------------------- 8-5 프라임 팰러딘 ------------------- 라딘은 고민했다. 공격, 방어, 그리고 파트너,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가? '음, 나는 언홀리 웨폰을 사용할 수 있지, 그렇다면 역시 가즈나이트를 선 택하는 것이 이익일까? 그러나 지금의 방어력이 더욱 강화되면 정말로 상상하기도 힘든 방어력을 가지게 되는데? 아니지, 지금 객관적으로 평가하자면 설산이 강해지는 것이 제일 좋아!' 일단 생각을 굳힌 라딘은 고개를 들어 시로넬을 보며 물었다. "저, 제가 마이티 라이더를 선택하면 혹시 설산이 페가수스로 폴리모프 하 게 되나요?" "에?" 라딘의 황당한 질문에 잠시 당황했던 시로넬은 곧 쿡쿡쿡 하고 웃으며 말했 다. "마이티 라이더를 선택하면 마운트에게 새로운 마물전용 최상급 필살기가 하나 생겨요. 물론 체력과 힘도 조금 늘고요. 폴리모프 자체의 능력이 진화되거나 하지는 않지요. 설산님의 경우 폴리모 프가 전투마로 고정되어 있어서 다른 생물로는 변신이 불가능합니다." '우이씨, 그럼 좋은 거 하나도 없잖아.' 라딘은 그렇게 마이티 라이더를 포기했다. 그러나 그 순간 그의 머릿속에 다른 생각이 떠올랐다. "아, 잠깐만요! 혹시 지금 말씀하신 세 직업이 팰러딘 용의 상급직인 건가 요?" "예? 그야 물론이지요. 라딘경께서는 팰러딘이시잖아요?" "아니요, 그게 다크 팰러딘은 다른 직업을 가지게 되는 것인가 해서요." "아! 그건 그래요. 어둠의 신들의 성기사는 일단 명칭이 데스 나이트, 다크 어벤저, 테러 라이더 이렇게 셋으로 나뉘고요. 다크 어벤저는 가즈나이트랑 같은 거고요. 테러라이더는 마이티 라이더랑 같아요. 데스 나이트는 죽음의 손이 흡혈기능으로 바뀌어 자신의 체력을 회복시킬 수 있는 직업이지요." "흐음, 그렇군요." 라딘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홀리 웨폰 강화와 마운트 강 화는 공통이고, 빛의 성기사는 방어력을, 어둠의 성기사는 죽음의 손의 강화를 가질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라딘은 이미 자신의 생각이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확신이 섰다. "그러니까 제가 말하고 싶은 거는요, 제가 바로 선신의 팰러딘도 악신의 팰 러딘도 아닌 중립신 나티크의 팰러딘이라는 겁니다!" 그의 눈은 엄청난 자부심으로 빛나고 있었다. 세상에 오직 하나뿐인 중립의 팰러딘! 그 존재가 세상에 넘치고 흐르는(?) 일반 팰러딘과 같을 수는 없지 않는가? "아! 그,그건 그렇네요?" "생각해 보세요. 시로넬 님은 천사의 날개를 가지고 있으셔서 빛의 신의 천 사와 비슷하게 보이지만 사실은 전혀 틀리지요. 일단 바람의 정령왕과 같은 몸을 가지고 계시고, 또 머리에는 아름다운 은 색의 뿔을 가지고 계시잖아요? 수천이나 되는 일반 천사와는 전혀 다른 고귀하신 존재가 아닙니까?" 라딘의 아부는 이미 노화순청의 경지에 달해 있었다. 그의 입이야 말로 가 장 독한 독이라고 할 수 있었고, 세상에 태어난 지 아직 1년 밖에 되지 않은 시로넬에게 있어서 그 독은 항거가 불가능 했다. 그런 만큼 라딘의 아부가 그녀의 정신세계에 심각한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 당연했다. "네, 맞아요! 저는 천사의 날개와 상급마족의 마력을 상징하는 은의 뿔, 그 리고 정령의 몸을 지닌 나티크 님의 대리인이에요! 일반 천사와는 틀리지요." 그녀는 스스로에게 자부심을 느끼고 있는 듯 했다. 사실 일반 하급천사나 마물, 혹은 마족이 아닌 신의 대리인이다. 거의 준신이나 다름없었고, 게으른 나티크를 대신해서 신의 업무의 대부분을 그 녀가 처리하고 있는 지금 처음으로 만난 인간이 그녀의 마음속에 있는 욕망을 정확하게 찌르자 결국 그녀는 자신의 가슴속에 있는 말을 꺼내고야 말았다. "바로 그겁니다! 시로넬 님이야말로 거의 신격에 가까운 존재! 이제 경험만 쌓으시면 공포의 신이나 용기의 신, 혹은 자비의 신처럼 새로운 신으로 승격하실 지도 모르는 분이 아니십니까?" "어머! 설마요. 호호호호호." 불가능한 일은 아니리라! 태초에는 오직 샤이아와 사이아드, 그리고 나티크 만 존재했다고 한다. 그 후, 세상의 창조 과정에서 세 명으로는 무엇인가 부족하다고 느낀 어둠 의 신과 빛의 신이 두 명의 신을 만들어 냈고, 그 후, 두 신이 싸움을 하게 되면서 다시 두 명의 신이 태어났다고 한다. 이제 중립신의 대리인으로 태어난 자신이라면 정말로 경험과 카르마가 쌓이 면 새로운 신으로 승격될 수 있을 것도 같았다. 다른 것은 몰라도 게으른 나티크가 새로운 신이 필요하게 되면 그냥 자신을 승격시키지 귀찮게 새로 신을 만들지는 않을 것 같았다. 말로는 그럴 리가 없다고 부정하는 시로넬이었지만 이미 그 마음은 찬란한 미래의 분홍빛 환상에 빠져 있었다.라딘은 속으로 생각했다. 이 눈앞의 아가씨는 정말로 순진했다. 아마도 빛의 신의 천사가 가지는 순진한 성품을 그대로 타고난 것 같았다. 그러나 그것을 보완해주는 엄숙하고도 경건한 마음은 없었다. 자유의 신 나 티크와 같은 자유분방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정말로 아직은 세상 물정을 모르고 있구나! 그는 너무나도 깨끗한 정신세계 를 가진 그녀에게 진심으로 감탄했다. 그리고 그는 허심탄회하게 그녀의 그런 성품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의 대 리인으로써 가져야 할 자부심과 그 처세에 대해 충고하기 시작했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고, 그녀는 마침내 자신이 여 태까지 그저 나티크가 정한 매뉴얼대로 모든 것을 무관심하게 처리했을 뿐, 그 의미나 자신의 존재감에 대한 고찰도 하지 않 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결국, 시로넬 님과 같은 존재는 전례가 없기 때문에 시로넬님이 앞으로 역 사를 만들어 가셔야 합니다!" "아! 정말로 그렇게까지 말씀해 주시다니! 라딘 경, 경의 충고는 절대로 잊 지 않겠습니다." 이미 라딘의 독에 완전히 중독되어 공주병 3기까지 한 번에 돌입한 그녀는 라딘을 세상에서 가장 가깝고 의지할 만한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라딘은 다시 지긋한 눈으로 아공간의 한쪽 구석을 응시하며 나직하고 약간 엄숙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도 처음에 성기사가 되고 싶어서 노력을 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러 다가 위대하신 나티크 님과 인연이 닿아 그분의 성기사가 되었지요." 그렇게 나오기 시작한 그의 행적은 확실히 시로넬이 들어도 감탄할 만한 업 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세상에 나타나기 힘든 엄청난 자유의 성기사! 모든 규율과 영광, 그리고 명 예에서 벗어나 오로지 자신의 뜻대로 세상을 돌아다니며 신념대로 모든 일을 처리한 자가 지금 앞에 있었다. 라이아 공주도 한방에 넘어간 라딘의 모험담은 사실 소녀적인 상상력을 사 정없이 자극하는 요소가 너무나도 많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얘기한 라딘이 갑자기 시로넬을 보며 물었다. "그런 제가 지금 어떤 직업을 선택해야 하겠습니까? 선신의 직업이 저에게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아!" 그녀는 감동했다. 확실히 이자는 자신이 말한 어떤 직업도 어울리지 않는다 . 아니 절대로 그에게 그런 직업을 내릴 수는 없다! 눈앞의 팰러딘은 빛의 팰러딘도 어둠의 팰러딘도 아니다! 역사상 오직 하나 뿐인 방랑신의 팰러딘이다! 그녀는 세상에서 오직 하나뿐이라는 것에서 자신과 이 남자와의 동질감을 느꼈다. 아직 그녀는 자신이 무려 세 시간에 걸쳐 세뇌되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 그것은 평생 깨달을 수 없는 최고 수준의 세뇌였다. 너는 무지하게 잘나고 이쁘다. 그런데 나는 너와 동류다! 이런 대화법에서 어찌 상대의 말에 반발을 할 수 있겠는가? 이것이 바로 상급 사기사의 기본 대화법이다. "정말 라딘 경에게는 그 어떤 직업도 어울리지 않는군요! 라딘 경에게는, 아니 중립신의 팰러딘에게는 중립신 만의 직업이 필요해요!" 마침내 그녀는 자신만의 결론에 도달하고야 말았다. 라딘은 그저 그녀의 결 단에 동의할 뿐이었다. 그 후, 시로넬은 라딘과 같이 심사숙고하여 새로운 직업을 만들게 되었다. 물론 기존의 카르마 수치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모든 직업을 다 합친다 라는 사기는 칠 수가 없었다. 그러나 라딘은 말했다. 자유와 방랑은 알고 보면 변화와 변덕이다! 그러나 자신의 능력은 오직 하나로만 국한되면 안 된다! 그의 말은 받아들여졌고, 결국 라딘은 중립신의 팰러딘만의 상급직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프라임 팰러딘 자유의 신 나티크가 직접 지정한 중립의 팰러딘이 최고의 경지에 달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직업 특징 : [프라임 파워] : 태양이 세상을 주관하는 낮에는 홀리 가디안의 강 화 신성 오라를, 달과 어둠이 세상을 주관하는 밤에는 다크 어벤저의 극대 언홀리 웨폰의 능력을 발휘 할 수 있다. 프라임 팰러딘! 모든 팰러딘의 정점이라는 오만한 뜻이 그 직업명 속에는 있었다. "아, 정말 카르마 수치만 아니었다면 모든 능력을 다 쓸 수 있게 하고 싶었 는데, 그러면 안 되거든요. 이해해 주세요. 마운트 강화 능력도 못 드리고..." 그녀는 왜 그런지 모르게 라딘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그렇게 사과하듯 말 했다. 그러나 라딘은 고개를 저으며 그녀에게 대답했다. "제가 고래 마운트를 얻었을 때부터 마운트는 이미 강화된 것이나 다름없습 니다. 나티크 님의 은총이지요. 그리고 이렇게 일부러 새로운 직업을 만들어 주셨는데, 어찌 제가 불만을 가질 수 있겠습 니까? 정말 호의에 감사드립니다." 라딘은 조용히 자신의 팔을 가슴에 대며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기사가 자신의 주군과 페어 레이디에게만 하는 정식 인사였다. 그녀는 조용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시리리링 그리고 그녀의 손이 우아하게 들리자, 어느새 손에 바람이 모여 하나의 목걸이를 생성시켰다. "라딘 경, 그대는 제가 임명한 첫 한계레벨의 기사입니다. 기념으로 이것을 드리지요." "아! 어,어떻게 그런!" 그는 당황한 듯 말까지 더듬으며 말했다. 그의 모습에 시로넬은 다시 입가 에 손을 대며 쿡쿡쿡 하고 웃었다. -시리리리링 그녀의 손에 들린 목걸이가 바람처럼 흩어져 라딘의 목에 자동으로 걸렸다. "시간이 너무 지체되었네요. 그럼 이만 가 보세요. 나중에 또 뵈죠." "아! 정말로..." -팍 그녀는 자신의 날개를 좌우로 펼치며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는 라딘이 뭐라 고 말을 하지 전에 얼른 날개를 휘저어 아공간을 해체하여 라딘을 원래 그가 있던 세계로 돌려보냈다. -파앗 빛과 함께 라딘이 다시 브리시아의 세계로 돌아왔다. 차원이동의 효과 때문 에 약간의 어지러움이 느껴졌다. "끼잉, 아빠! 돌아오셨네용! 갑자기 사라지셔서 걱정했어용!" -착 기다리고 있었던 몽몽이 얼른 라딘의 어깨에 앉아 몸을 부볐다. 그런 몽몽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라딘은 속으로 웃었다. 한건 했다! 그는 기분이 좋았다. 8-5 프라임 팰러딘 --------------------------------------- [딩동뎅동, 라딘 크러쉬볼트 님께서 중립신의 팰러딘 한계직인 프라임 팰러 딘이 되셨습니다.] [띠링, 힘 200, 민첩 100, 체력 100, 의지 100 이 상승했습니다.] [띠링, 마법방어오라와 홀리 웨폰, 언홀리 웨폰이 상급진화기술인 프라임 파워(광), 프라임 파워(암)을 얻으셨습니다.] "오옷, 스탯이 500이나! 거기에 스킬 3개가 2개로 바뀌었다!" 라딘은 급격히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사실 스탯도 스탯이지만 스킬이 하나 줄어든 것은 정말 기뻐할 만한 일이었다. 팰러딘은 기본적으로 기술이 15개, 마법이 10개로 국한되는데 이번에 마법 이었던 홀리웨폰과 언홀리 웨폰이 프라임 파워(광), 프라임 파워(암)으로 진화하면서 자체적으로 스킬인 마법방어오라의 효과를 가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꽉 차 있었던 라딘의 스킬칸이 하나 줄어 새로운 기술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이건 정말 생각 못했던 건데! 음하하하하." "끼잉, 아빠, 축하해용." "응, 응. 우리 돌아가면 축하파티나 하자." 라딘은 그렇게 완전히 기분이 들떠서 계속해서 웃으며 무너진 계단이 자연 회복되기를 기다렸다. 기본적으로 마굴에서 생긴 지형변화는 4시간이면 모두 복구되기 때문에 이 제 약 세 시간 정도를 기다려야 했다. 이미 마굴의 보스까지 죽인 이 상황에서 라딘 일행에게 덤벼들 마물은 없었 다. 그들은 조용히 자리를 잡고 앉아서 멍하니 계단 쪽을 보고 있을 뿐이었다. "끼잉, 아빠, 그 목걸이는 뭐에용?" 몽몽이 라딘의 양쪽 어깨와 머리 그리고 무릎 위를 이리저리 뛰어 놀다가 문득 그것을 발견하고는 물었다. 깃털이 연결된 듯 한 줄에 엄지손톱 두 배만한 녹색의 보석이 박혀있는 목걸이였다. 신기하게 도 보석 속에는 마치 나뭇잎이 들어있는 호박처럼 천사의 조각이 들어있었다. "아! 이제 보니 이 목걸이를 잊고 있었네." 한계직업 전업 메시지에 흥분하여 중요한 사실을 잊고 있었다! 그는 얼른 품속에서 한 장의 감정스크롤을 꺼내 사용했다. 시로넬의 기념품 종류 : 목걸이 등급 : 유니크 보너스 스탯 : 의지 100, 체력 100, 마력 100, 저항 : 화 30, 수 30, 지 30 , 풍, 30 특수스킬 : [천사의 가호] : 순간적으로 몸에 걸린 모든 저주, 독이나 병 같은 상태이상 등을 회복시키고 체력의 30%를 치료한다. 하루에 한번 사용 가능. 설명 : 중립의 대천사 시로넬이 세상에 태어난 것을 기념해서 만든 목걸이. "오옷! 유니크! 성직자 최상급 신성마법 천사의 가호!" 라딘은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질렀다. 어찌하여 행운의 여신은 항상 자신의 편이란 말인가? 그는 새삼스럽게 자신에게 있는 아이템들을 다시 하나하나 살폈다. 이제 천 레벨이 되어 프라임 팰러딘이 되고 보니 그동안의 일들이 그의 머릿속에 하나하나 생생하게 떠올랐다. 이제 자신의 아이템 중 유니크는 헬멧, 상하갑옷, 부츠, 반지, 목걸이 이렇 게 5개, 그리고 이벤트 아이템인 방패가 있었다. 무기인 미티어 샤워는 레어이고, 대공의 증표인 귀걸이와 항마의 브레이서 등도 역시 레어였다. "그 이외에는 모두 매직인가? 음, 돌아가면 신경 써서 모두 레어로 바꿔야 겠군."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그동안 너무 자신이 아이템에 신경을 안 썼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에 다른 사람이 이런 생각을 엿볼 수 있었다면 그야말로 돌이 산더미처럼 날아왔을 것이다. 그러나 라딘은 그렇게 생각했다. 이미 은신의 망토나 메사이야 귀걸이는 거의 필요가 없게 되었다. 장갑인 오우거 파워 건틀렛도 이제는 처분할 때가 된 것 같았다. "음, 음, 그래도 정들었던 아이템들을 처분하려면 마음이 조금 아프겠군." 라딘은 계단이 열리는 3시간동안 그렇게 쉬지 않고 자신의 아이템에 대한 고찰을 했다. 역시 한계레벨에 어울리는 장비로 모든 부분을 갖추어야 할 것 같았다. 그 순간의 라딘의 머릿속에는 전쟁의 행방 이나 파스트 제국의 미래조차도 끼어들 수 없었다. 그 날, 라딘은 자신의 숙소로 돌아오자마자 성채 내에 있는 은행으로 가서 그동안 꿍쳐 놓았던 다수의 레어 마정석을 꺼내었다. 그 후로 그는 요새 내에 자신의 개인 작업장을 만들고 쉬지 않고 아이템을 만들었다. 이미 그의 [마법 아이템 합성]스킬은 75에 달해 있었고, 레어 아이템의 합성이 가능하게 된 상태였다. 그는 자신의 정들었던 은신의 망토와 오우거 파워 건틀렛을 무사히 레어 아 이템으로 변형시키는 데 성공했다. 따로 레어 아이템을 만들면 은신의 망토와 오우거 파워 건틀렛이 남겠지만 이 두 아이템만큼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환상의 망토 종류 : 망토 등급 : 레어 방어력 : 200 보너스 스탯 : 민첩 50, 의지 50, 체력 50, 마력 50, 저항 : 땅 50 특수기능 : [카멜레온 뷰] : 자신의 모든 특성을 자신이 선택한 것으로 바 꾸게 한다. 가령 레벨 1 로그로 셋팅을 하면 다른 사람의 눈에는 그렇게 보인다. 설명 : 은신의 망토가 섀도우 쿠가의 레어 마정석과 미스릴 천에 의해 강화 되어 만들어진 레어 망토. 오우거 로드 건틀렛 종류 : 건틀렛 등급 : 레어 방어력 : 200 보너스 스탯 : 힘 100, 체력 100 저항 : 불 50 특수기능 : [로드의 함성] : 일정 범위에 있는 모든 동료들의 힘을 200씩 올려준다. 효과는 약 10분, 하루 세 번 사용. 설명 : 오우거 파워 건틀렛에 고곤의 레어 마정석과 오르하르콘을 넣어 만 든 강화 건틀렛, 주변의 동료들에게 힘을 줄 수 있는 지휘스킬이 포함되어 있다. "음, 좋군." 라딘은 만족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 후, 그는 계속해서 자신의 벨트, 다른 한 쪽의 귀걸이와 반지를 만들었 고, 한 달이 지날 무렵에는 전신에 최하 레어 아이템으로 도배를 하게 되었다. 그는 이미 궁극의 사기 팰러딘이라고 할 수 있었다. ------------------------------ 8-6 바이가스의 불꽃 성안에는 3만의 병사가 앞으로 1주일 후에 도착할 파스트 제국의 토벌군과 싸울 준비에 한창이었다. 이미 세곳의 영지에 있는 성을 함락시키고 파스트 제국에 충성을 맹세한 변 절자들을 처형했다. 이렇게 훌륭하게 바이가스의 혼이 살아있음을 알린 이들 바이가스 독립군들 은 이제 가장 방어력이 좋은 성 중 하나인 이 가스트 성에서 결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1만이었던 이들 반란군, 물론 자칭 독립군이 이토록 빠른 시일내 에 3만으로 불어난 것은 확실히 바이가스의 구귀족들이 파스트 제국에 완전히 넘어가지 않은 증거라고 할 수 있었다. 아니, 오히려 더 많은 수의 군대가 모이지 않은 것으로 보아 지난 10년에 걸친 파스트 제국의 유화책이 충분히 효력을 발휘했다고도 볼 수 있으리라. "으음, 적의 총 군세는 10만에 달한다고 하는군. 그것도 정규 기사단이 둘 이나 끼어 있다고, 경들은 무슨 대책이 있소?" 새롭게 바이가스의 왕으로 등극한 퓨리안 1세는 시립해 있는 신하들에게 물 었다. 모두 믿음직한 기사들이자 전사들이다. 하지만 정규군이 아닌 지방군 3만으로 기사단을 동반한 정예군 10만을 막기 는 쉽지 않은 일이다. 아무리 방어력이 좋은 가스트 성이라고 해도 3배 이상의 적이라면 함락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신하들 역시 그것을 알고 있는 듯 심각하게 인상을 구긴 채 아무런 의견도 내지 않았다. 퓨리안 1세는 한숨을 쉬었다. 레디안 제국에 큰 소리를 치고 1만의 병사를 빌려 이렇게 다시 왕국을 세웠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겨우 2만의 군사만 더 모였을 뿐이다. 어떻게 자신의 왕국이 망했다고는 해도 10년이 안 되었는데 이럴 수가 있을까? 그는 적어도 10만 이상이 모이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 때였 다. 한쪽에 시립해 있던 뮤크 백작이 앞으로 한걸음 나와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는 퓨리안을 레디안 제국으로 피신시켰던 자인데, 말하자면 레디안 제국과의 연락통이라고 할 수 있었다. "전하, 이번에 제가 받은 전갈에 의하면 우리에게도 아직 승산이 있습니다. " "오! 레디안으로부터 새로 정보가 들어와 있나? 무슨 연락인가? 어서 말해 보게." 퓨리안 1세가 재촉하자 그는 조용히 어전앞으로 나와 자신의 품속에서 한 장의 서류를 꺼내 그에게 바쳤다. 퓨리안 1세는 그 서류를 읽어 내려갔다. 그와 동시에 그의 눈이 점점 흥분 으로 가득차기 시작했다. -좌락, 벌떡 "으하하하하, 저들의 공격으로부터 1주일! 1주일만 버티면 우리는 승리한다 . 모든 장군들은 최선을 다해 적을 막아라!" 그는 결국 흥분을 참지 못하고 서류를 구기며 자리에서 일어나 광소하며 말 했다. 퓨리안 1세의 호언장담을 들은 신하들도 모두 기뻐하기 시작했다. 사실 성이 있는 이상 1주일을 버티는 것은 아무것도 아 니다. 저 파스트의 유니크 공성병기 나바론 포도 이미 파괴되었다고 하지 않는가? 그렇게 그들은 다가오는 일전에 대해 승리 를 확신하며 방어준비에 다시 박차를 가했다. "파스트 놈들이 이제 1주일 후면 가스트 성에 도착한다는군." "음, 그럼 우리도 그때 출발하면 되는 건가?" "시간상으로 그렇게 되겠지, 저들이 한참 공성에 열중해 있을 때, 뒤를 쳐 야 되니까." "크크크, 파스트 제국, 두고 보자고, 아직 우리는 죽지 않았으니까." "암, 지난 10년간의 울분을 이번 1년간에 쏟아부어버리자고!" "그리고 우리는 바이가스 왕국의 공신이 되는거고!" 가상현실 오피스에 모인 8명의 사람들은 커피를 마시며 시간약속을 했다. 지난 10년간의 암흑생활이 얼마후면 보상을 받을 것이다. 위기에 빠진 바이 가스 왕국에서 자신의 노력으로 왕국을 일으켜 세우겠다는 꿈을 안고 그곳의 기사가 되었던 때가 아직도 기억에 새로웠다. 그러나 몇 년만에 파스트 제국은 바이가스 왕국을 쳤고, 결국 왕국은 멸망 했다. 갓 기사가 되었던 자신들은 결국 모든 국가공적치가 무효로 돌아가, 기사로써의 명성을 다른나라에서 다시 쌓아야 할 형편이 되었다. 그러나 그들은 그러지 않았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바이가스 왕국을 떠나 파스트 제국의 기사가 되었지만 공포의 신이 좋아서, 또는 자신들의 왕국을 멸망시킨 파스트 제국에 원한을 품었기 때문에 그들 은 야인이 되었다. 그러나 기사가 야인이 되면 전사보다도 못하다. 지난 몇 년간 그들의 생활 은 정말로 쉽지 않은 것이었다. 정말 악령기사의 아이템과 스킬북 지원이 없었다면 자신들도 자신들의 다른 동료들도 이미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국 지금까지 포기하지 않고 남은 동료들의 수는 1만에 가까웠다. 비밀의 조직을 만들고 브리시아 세계에서는 모르는 사람으로 행동하면서 모 든 정보교환을 이 가상 오피스에서 했다. 비밀은 완벽하게 지켜졌고, 이제 레벨 300이상의 기사급 이계인 1만명의 분 노가 얼마후에 파스트 제국군의 토벌군에게 퍼부어질 것이다! "작전의 성공을 위하여!" "위하여!" 그들은 하나같이 웃으며 자신의 커피잔으로 건배를 했다. 어떤 상황의 나라이던 그곳을 선택하는 유저는 있기 마련이다. 공포의 신을 숭배하는 왕가가 있는 바이가스에는 다크 팰러딘을 희망하는 자들과 어려운 왕국에서 일하겠다는 낭만주의자들이 모였다. 그들 의 수는 많지 않았지만 그래도 3만은 넘었다. 그리고 바이가스는 망했다. 유저들 중 대부분은 포기하고 떠났지만, 어둠의 직업을 원하는 자들, 그리고 낭만주의자들은 떠나지 않았다. 그들은 그들의 독특한 취향만큼 성격도 집요했으며 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레벨을 올렸다. 그런 그들이 악령기사가 이끄는 하이드래곤 길드와 레디안 제국으로부터 보급물자까지 받았을 때, 그들의 미래는 결정되어 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바이가스 왕국이 다시 서면 엄청난 국가공적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그들은 지난 몇 년의 고행 속에서도 그것 하나만을 보며 끊임없이 레벨을 올렸다! 현실시간으로 2년 전, 다시 말해서 브리시아 시간으로 8년전 악령기사가 안 배한 한수, 바이가스의 저항군 길드는 이제 어둠에서 나와 세상을 놀라게 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 8-6 바이가스의 불꽃 ----------------------------------- 화창한 오후였다. 신 현진이 사는 봉천동의 원룸 오피스텔의 창가로 보이는 관악산의 전경은 예전과 다름없이 푸른색의 상쾌함을 그에게 제공하고 있었다. 16시간이나 가상현실세계에 들어가 있었다. 아무 리 360도 회전기능과 자동운동기능이 딸린 전문가용 코크핏에 들어가 있었다고는 해도 몸 이곳저곳에 적지 않은 무리가 느껴졌 다. 일단 현실세계로 돌아오면 신현진은 한 시간 동안 샤워와 가벼운 식사를 한다. 그리고는 두 시간에 걸쳐 운동을 한다. 이것은 장기간 가상현실세계에서 일을 하는 사회인이라면 누구나 준수해야할 사항이라고 할 수 있었다. 운동이 끝나면 4시간의 수면을 취한 후, 다시 일어나서 가볍게 몸을 풀어주 는 운동을 다시 함으로써 8시간의 현실시간을 전부 소비하게 된다. "후, 그러고 보니 이미 나는 가상현실세계의 주민이군." 그는 씁쓸하게 웃으며 중얼거렸다. 토요일, 오직 토요일만이 이런 일상의 굴레에서 벗어나 미리네와 데이트를 즐기는 시간이 된다. 그 때에는 브리시아에서의 시간을 줄이고 현실에서 12시간을 보내게 되는데, 그중 약 6시간을 미리네와 지내는 것이다. "완전히 폐인이야." 그는 다시 고개를 가볍게 저으며 말했다. 학교의 수업도 가능한 한 논문으 로 대신하고 있었다. 경영학과인 그는 교수의 특별허가를 얻어 '가상현실세계에서의 기업경영이라는 논문을 매월 학과에 제출함으로써 학점을 인정받았는데, 이로써 그의 수업은 사실상 3분의 1로 줄어든 상태였다. 브리시아의 생활, 그것은 그의 학교이 자 일터, 그리고 놀이장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미 사회의 일부에서는 인간의 몸을 약간 개조하여 24시간 가상현실세계에 서 생활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었다. 물론 그것은 거의 매드사이언티스트의 주장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정말로 언젠가는 그런 시대가 될지도 모른다고 신현진은 가끔씩 생각했다. 실제로 (주)세기 창조사가 얼마 전에 정식으로 미국의 '메트릭스' 프로젝트 에 참가하지 않았던가? 그 계획은 거의 비밀이기 때문에 잘 모르지만 사회 전반의 시설을 모두 가상현실세계에서 구현하는 것이라는 말을 잠깐 들었었다. 결국 이제부터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일생의 대부분을 가상현실세게의 생활을 위주로 보내게 되고, 현실에서의 생활은 오로지 수면과 체력관리를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이 될 것이다. -드르르륵 "그래도 이 상쾌한 공기의 맛은 현실세계에서 느끼고 싶단 말이야!" 현진은 창문을 열고 크게 숨이 쉬며 말했다. 과거 몇 십 년 전까지만 해도 환경문제가 심각했다고 했지만 이제는 거의 산속이나 도시속이나 그 공기의 청량함은 다름이 없을 정도였다. 가상현실세계에 인간이 빠진 사이 수십 년에 걸쳐 철저한 계획아래 완벽하 게 시행된 자연환경조성이 드디어 결실을 맺은 것이다. 그 때였다. -띠링, 띠링 코크핏에 연결된 비상연락 신호등이 반짝이며 소리가 울렸다. 신마대전 게임에서는 가상현실 내에서 외부의 사람에게 신호를 보낼 수 있 는 서비스를 지원하는데, 이로써 호송임무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현실세계에서 대기하다 유사시 신호를 받고 접속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무척 편리해졌다. "무슨 일이지?" 자신의 콜넘버를 알고 있는 사람은 크로키와 뭉치, 미리내, 그리고 도끼바 바 밖에는 없다. 그는 얼른 연락용 헤드폰을 꼈다. 시간의 흐름이 4배이기 때문에 이 특수 헤드폰을 껴야 안의 사람과 대화가 가능해진다. "무슨 일이야? 크로키?" 연락은 크로키에게서 온 것이었다. 라딘은 호기심에 바로 용건을 물었다. "큰일 났어! 바이가스에 간 파스트의 토벌군이 패했데! 바이가스 출신의 이 계인 용병단이 1만이나 모였다고!" "뭐라고!" "지금 가상현실 팬사이트에 접속해봐, 그들이 동영상으로 올린 길드 선언문 이 있데!" "알았어!" -찰칵 신현진은 일단 크로키와의 접속을 끊고, 서둘러 벽에 내장되어 있는 컴퓨터 의 화면을 켰다. 한쪽 벽에서 은은한 빛이 발해지며 화면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가상현실 팬사이트 접속, 동영상 리스트 표시." 그의 요구에 응해 컴퓨터는 자동으로 화면 가득히 그곳에 있는 동영상 리스 트를 나열했다. 그중 위에서 열 몇 번째에 있는 동영상에 '파스트 제국에 선전포고 by 바이가스의 불꽃'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었다. 그 동영상에는 8명의 사람이 나란히 서서 자신들의 상황을 얘기하고 있었다 . [우리는 그동안 필사적으로 참아왔다. 그리고 이제 드디어 때를 만났다! 그 동안 저 파스트 제국의 야욕에 희생된 바이가스의 자랑스러운 유저들이여! 돌아오라! 이제 우리 플레임 오브 바이가스 길드는 그대들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다!...] "아차!" 신현진은 즉시 상황을 이해했다. 그는 다리에 힘이 풀리는 듯 자신의 침대 에 털썩하고 앉았다. 어떤 곳이든 안티는 있다. 파스트 제국이 아무리 선정을 펴도 그들에게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사실 파스트 제국이 대륙을 통일할 야욕을 품은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그들에게 도덕적 우위성 을 주장할 수도 없다. 이제 그들은 기회와 대의명분을 얻었다. 멸망한 왕국을 제건한다! 틀림없이 사람들은 불타오를 것이다. 바이가스에 서 처음 시작한 사람들의 수는 약 3만, 지금 모인 사람이 1만 정도라고 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얼마가 더 모일지는 아무도 모 른다. 파스트 제국 내에서도 불만을 가진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계인이 2-3만만 모이면 공격은 몰라도 수비에서는 일반 브리시아인 10만 이상의 힘을 발휘한다. 이계인들은 보통 300레벨이 넘고 죽어도 자신들이 수비하고 있는 성에서 바 로 다시 시작하기 때문에 거의 불사의 방어병이라고 할 수 있다. 공격할 때와는 또 틀린 것이다. "으음, 그럼 어떻게 되는 거지?" 현진은 도저히 잠들 기분이 아니었는지 침대에 걸터앉은 그대로 턱을 괴고 생각에 잠겼다. 그의 머리는 대륙의 세력과 현 전황의 분석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미 10만의 토벌군이 패퇴했다. 그렇다면 이제는 이계인을 2-3만 이상 포 함한 토벌군이 가도 힘들다. 적어도 20만의 토벌군이 필요할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저 바이가스의 불꽃이라는 길드는 보통 독한 놈들이 아닐 것 이기 때문이다. 10년에 가까운 세월을 숨어서 힘을 기르다니? 현진은 확실히 자신이 통일 한국의 게이머들의 근성을 과소평가 했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반면에 악령기사는 그런 그들의 존재를 미리 알아차리고 그들과 접촉하여 그들이 힘을 기르도록 도왔을 것이다. "으윽, 내가 계략에서 악령기사에게 밀리다니!" 현진은 신음소리를 내었다. 너무나도 억울했다. 악령기사에게 사기를 쳐서 아이템을 얻고, 정보까지 얻어냈던 자신이 이렇게 결정적인 순간에서 당하다니? 예전에 혈궁에서 그에게 무력으로 패한 것과 는 또 다른 굴욕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곧 그는 고개를 저었다. 프로 게이머 수십 년의 경력에서 나오는 계 략이다. 아직 나는 이 세계에서는 초보일 뿐이야! 그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머리를 식혔다. "일단 자자." -털썩 현진은 마음을 비우고 수면을 취하기로 했다. 어차피 앞으로 5시간은 게임 에 접속하지 못한다. 패한 것은 패한 것, 당한 것은 당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내 차례입니다. 악령기사 마인호 씨." 그는 눈을 감기 전에 이를 갈듯 자신의 눈앞에 환상처럼 떠오르는 한 사람 에게 말했다. ------------------------------------------ 8-6 바이가스의 불꽃 ----------------------------- 확실히 상황은 별로 좋지 못했다. 8개 길드가 모여 발족한 연합길드 바이가 스의 불꽃의 선언문은 많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였고, 지금도 적지 않은 이계인들이 그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정보가 들어왔다. 이대로라면 적어도 올해가 지나기 전까지 2만 명 정도의 이계인이 그쪽으로 모일 것 같았다. 무엇보다 바이가스가 독립에 성공하면 자신들의 국가 공적치가 한 번에 비약적으로 올라간다는 사실이 그들의 결 정에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았다. 바이가스의 독립 퀘스트! 이것은 과거 라딘이 벌인 킹크라켄 레이드나 정사 대전 이벤트와도 비견될 만한 거대 이벤트였고, 그 속에는 낭만이 있었다. 무엇보다 무서운 것은 아도 길드 내부에서도 그들의 독립을 인정하자는 말 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었다. 보통 유저들 중 대부분은 파스트 제국의 현 군대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총 식량의 수량이라든가 안정된 평야지대의 곡물생산량이 전쟁터로 변한 상황과는 많은 차이가 난다는 것까지는 생각하 지 않았다. 식량 생산량이 줄어든다는 호소를 해 봐도 그들은 남의 나라를 치기보다는 우리가 노력해서 동부평야를 더욱 개발하면 되지 않는가? 라고 대답할 뿐이다. 지금이 전쟁 중이고, 식량과 병사가 가장 필요한 것은 앞으로 2-3년이며, 동부평야가 그 정도의 식량을 확보할 정도로 개발되려면 앞으로 5년 이상이 걸린다는 것은 사실 상당히 복잡한 계산이라고 할 수 있 었다. "최악이군. 아도 길드의 약점을 정확히 찔렀어." 아도 길드의 약점, 그것은 바로 유저들 중 대부분이 라딘의 선행(?)에 이끌 려 가입한 순수 유저들이라는 것에 있었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어둠의 프로게이머 집단 하 이드래곤 길드, 이들이라면 이런 문제는 절대로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이미 토벌군이 패한 시점에서 눈치만 보던 바이가스의 구귀족들이 그들에 게 합류하기 시작했어, 요 일주일 사이에 그들의 군대는 5만을 넘었다는군." 크로키가 그동안 들어온 정보를 라딘에게 말했다. 그 역시 심각한 표정이었 다. "으윽, 5만, 거기에 이계인까지 몰려들고 있다는 말이지?" 이정도 되면 10만의 토벌군으로는 도저히 그들을 진압할 수 없다. 적어도 2 0만은 가야 안정적으로 토벌이 가능하다. 이계인들은 웬만하면 그쪽으로는 가지 않으려 하고 있었다. 침략자인 레디안 제국군과의 싸움이라면 몰라도 독립군과의 싸움은 왠지 모 르게 자신이 악역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사실 악역이 아니라고는 할 수 없지.' 라딘은 쓴 웃음을 지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대륙의 패권, 이것은 시행하 는 쪽은 가슴이 불타오르는 대업이지만 당하는 쪽은 생사가 걸린 문제다. 그래도 한다! 라딘은 입술을 가볍게 깨물며 다짐 했다. "올해도 추수를 거의 못했지, 올해의 부족량은 비축식량에서 충당했다고 하 더군, 하지만 내년에는 확실히 군대의 수를 줄여야 할 것 같데, 문제는 20만만 줄여도 저들과의 균형이 깨진다는 거지. " "그렇지." 20만을 유용할 수 있다면 이미 바이가스에 토벌군을 보냈을 것이다. 그리고 만약에 내년을 버틴다고 해도, 내 후년에는 더욱 상태가 악화된다. 왜냐하면 이 기적의 우군이 비축한 식량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후퇴를 하면 그 다음해부터는 레디안 제국의 식량생산량이 늘어난 다. 다시 말해서 병사의 수가 늘어난다. 그러면 끝장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2년에서 3년인가?" "응, 레디안에서는 이미 바이가스에 사자를 보내 2년만 버티면 독립을 보장 하겠다고 장담했다는군. 그들은 지금 이 상태로 3국을 정립하자고 주장하고 있어. 물론 우리 우군은 자국으로 귀환 하라고 하는 거지." "크크크, 그럼 이 동대륙에는 레디안 제국과 파스트 왕국, 바이가스 왕국이 남겠군. 물론 두 대국에 둘러싸인 파스트 왕국은 영원히 힘을 쓸 수 없게 되겠지." "뭐, 그런 거지." 확실히 그들이 전쟁을 일으킬 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안 공작과 악 령기사의 브리시아와 어스를 통틀어 꾸민 전략은 거의 완벽하다고 할 만 했다. 대륙통일까지 마지막 한걸음, 파스트 제국은 거기 서 주저앉을 위기해 처했다. 그 때, 크로키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 "뒤집히지 않는 악령기사, 위험한데." "응? 뭐가?" 라딘도 뭔가 섬뜩함을 느끼며 그것을 확인하듯 그에게 물었다. 그리고 크로 키의 입에서 나온 말은 그의 기분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악령기사는 일단 공세에 들어서면 끊임없이 적을 몰아치는 성격이야, 절대 로 사정을 봐주지 않아, 그의 그 집요한 성격 때문에 여태까지 그가 벌인 수많은 길드전에서 결국 하이드래곤 길드는 최후의 승 리를 거머쥘 수 있었지." "음, 그럼 너의 말대로라면 악령기사의 계략은 아직도 계속된다는 거군?" "응, 그렇다고 봐야겠지." 라딘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확실히 자신이 배운 전략의 방법론에서도 그 것이 정론이었다. "잠깐만, 나 일단 다시 로그아웃할게. 어차피 이제는 한 번에 터질 일은 없 으니까, 뒤를 부탁해." "알았어." 크로키는 라딘이 무엇 때문에 다시 로그아웃을 하는지 굳이 묻지 않았다. 라딘이 자신에게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별로 좋지 않은 방법을 사용하거나, 아니면 정말로 비밀로 처리할 일이기 때문이 다. 그는 어디까지나 프로게이머로써 자신이 할 일만을 완수하는 데 주력했다. -슈욱 일정한 타이밍에 맞추어 불규칙적인 방향으로 회전하던 코크핏이 제 자리로 돌아옴과 동시에 뚜껑이 열렸다. 자동안마와 공기 청정기의 기능까지 달려 있는 이 프로용 코크핏은 비싸긴 해도 확실히 몸에는 좋았다. "휴, 그럼 시작해 볼까?" 라딘은 조용히 자신의 컴퓨터를 켜고 그 안에 있는 파일을 열어 읽기 시작 했다. 파일의 이름은 '신무혼씨의 사건일지' 아버지인 신무혼씨가 첩보계의 일들 과 자신의 경험을 적어놓은 글이었다. 통일한국이 낳은 대첩보원 신무혼씨의 이 파일은 그야말로 대한민국의 정보 부장만이 관람할 수 있는 최고의 지침서로써 이것을 신현진이 가지고 있다는 것은 정말 대외적인 극비였다. 엄마의 극성에 의해 아버지가 특별히 허락하지 않았다면 신현진이라도 이 파일을 소유할 수 없었을 것이다. 물론 만약 이 파일을 미국이나 중국에 팔아먹는다면 상당한 금액을 보장받 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신현진은 절대로 그럴 마음이 없었다. 이 파일이야말로 세상을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무엇인가 를 담은 삶의 지침서와 같기 때문이다. 그는 천천히 그 파일에 쓰여져 있는 글을 정독하기 시작했다. 전문을 암기 하고 있는 그였지만, 머릿속에 들어있는 내용을 모두 비우고 다시 새로운 마음으로 그것을 받아들이려 하고 있었다. -(전략)일단 전력적 우위에 있을 때 공격을 가하는 자가 할 일은 여러 가지 가 있다. 이기고 있는 자의 특권으로 그 전략과 전술의 폭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그중에서 가장 바보 같은 일이 바로 그냥 그대로 밀어붙이는 일이다. 그것은 스스로 이점을 포기하고 적에게 반격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과 같다.- -탁 "맞아! 내가 바로 그랬어!" 그는 무릎을 치며 소리쳤다. 확실히 파스트 제국의 전력적 우세를 확신하고 그것을 굳히려고만 하는 사이 레디안 제국의 반격을 허용하고야 말았다. 이쪽이 몇 년 안으로 절대적인 우위에 선다는 것을 레디안 제국이 짐작할 수 있는 이상, 그들도 무엇인가 수를 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무시했다. 1년 전에 방심하지 않고 레디안 제국에 대한 전격적인 음모와 계략을 꾸며 그들의 내정을 혼란시켰다면 이렇게 당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현진은 계속 파일을 읽었다. -정면에서의 힘의 우위를 얻으면, 그 다음에 할 일은 적의 후방을 교란하는 것이다. 후방교란은 지는 상황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이길 때 해야 더욱 효과가 크다. 이것이 성공하면 적의 붕괴는 가 속화되고 아군의 피해는 적어진다. 시간은 점점 아군의 편으로 변하여 승부의 행방이 완전히 눈에 보이게 되면 결국 사기에도 영향 을 미친다.- 그 파일에는 이런 설명과 함께 국가 전략과 정보부의 역할에 대한 세계각국 첩보원들의 성공적인 사례가 적혀 있었다. 신현진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확실히 이제는 파스트 제국의 승산이 점점 약해지고 있었다. 악령기사, 그는 이런 전략을 수십 년간의 경험으로 인해 본능적으로 배웠단 말인가? -승리가 굳어지는 과정에서 꼭 시도해야 할 일은 바로 적 지휘부의 붕괴이 다. 지휘부를 마비시킬 수만 있다면 적은 이미 대항할 수단마저 잃게 된다. 전투에서 적을 소규모로 고립시켜 각개격파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것의 전례로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쿵 현진은 벼락을 맞은 것과 같은 충격을 느꼈다. 그 파일에 적혀 있는 예라는 것이 하나같이 비슷한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확실히 가장 적은 투자로 가장 큰 일을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 그것은 바 로 요인암살이었다. "젠장, 서둘러야 돼!" 그는 결국 소리를 치며 서둘러서 코크핏에 들어가 신마대전에 접속했다. 세 력과 세력이 균형을 이룬 지금, 그들이 택할 전술은 다름 아닌 암살대의 파견이라는 확신이 그의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 8-6 바이가스의 불꽃 ----------------------------------- 브리시아에 들어온 라딘이 가장 처음으로 한 일은 바로 '라르고의 눈'에 연 락을 하는 것이었다. 파스트 제국의 정보부 라르고의 눈, 이들은 확실히 그 그림자에 숨어 있는 비월전의 힘에 의해 최강의 정보조직으로 화했다고 할 수 있었다. 물론 라딘이 처음에 국가보안 컴퓨터 태백을 이용 해 가장 이상적인 첩보조직 구성을 한 것도 크게 한몫하고 있었다. 사실 이런 조직구성방식에는 비월전에서도 상상하지 못했던 부분이 많았고, 그 덕분에 비월전의 전주인 페이 원은 더욱 라딘을 경외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러니까, 요인암살이 예상된다고요?" "그렇소, 레벨이 높은 델로스 공작각하를 비롯한 장군들의 경우는 어떻게든 막을 수 있다고 해도, 황제 폐하나 몇몇 대신들의 경우 아무래도 우려가 됩니다." 라르고의 눈 전속의 무전사를 통해 책임자 중 한명인 미스티와 대화를 시작 한 라딘은 즉시 본론에 들어가 진지하게 그 사실에 대해 그녀와 토론했다. 그러나 정보계에서 수십 년을 산 미스티는 아직 라 딘의 말을 맹목적으로 신뢰할 수 없었다. "음, 그 정보의 출처를 알 수 있을까요?" "아니요. 비밀입니다." 어떻게 그냥 추측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라딘은 딱 잡아 땠다. "아, 알겠습니다. 그럼 저희가 어떻게 해야 하나요?" 라딘의 정보는 언제나 특급으로 구분되고, 그의 말은 최우선으로 보고하게 되어 있다. 미스티는 더 이상 트집을 잡기가 힘들어지자 일단 그의 의견에 따르기로 했다. 라딘은 서둘러서 설명 을 시작했다. "황제 폐하와 재상 각하, 그리고 재무부 장관 각하는 무슨 일이 있어도 안 전을 지켜야 합니다." 라딘의 말하는 내용은 상당히 심각했다. 일이 진행되는 경과로 보아, 10년 전부터 암살자가 침투해 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니 즉시 그분들에게 설명을 하고, 특별하게 경계를 강화함과 동시에 10년 전부터 8년 전 사이에 황궁에 들어 온 모든 자들의 비밀 조사를 시작해야 한다. 특히 전혀 의심되지 않는 자들을 가장 먼저 조사하고 의심되는 구석이 발견 되지 않으면 이 전쟁이 끝날 때까지 황궁 밖으로 내보내고, 의심되는 자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그들의 정체를 캐내 어야 할 것이다. "너무 심하지 않을까요?" "그분들에게 무슨 일이 있으면 아무리 심한 대처도 모자라다고 후회하게 될 것입니다." 그는 그렇게 엄하게 못을 박고는 계속해서 마담 미스티에게 말했다. "카리브의 도둑길드장인 애니와 라딘 해운의 총지배인인 리나양이 두 달 내 로 수도로 상경할 것입니다. 그녀들이 수도에 도착하면 재상 각하와 상의해서 새롭게 내궁의 호위망을 짜도록 하십시오. 애니양에 게 재상각하의 호위를 일임하시면 될 겁니다. 그 사이에는 마담 미스티에게 부탁드릴 수밖에 없군요." 라딘은 애니에게 공주가 암살당하면 넌 화형이라고 말할 계획이었다. 그녀 라면 절대로 공주를 지킬 수 있으리라! "폐하의 보호는 라티누 황후께 부탁을 드리십시오. 특히 폐하의 후궁들 중 에도 암살자가 있을 수 있으니, 그 조사도 황후께서 하시도록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폐하께는 제가 따로 전갈을 보내겠습니다. 황후께 혹시 의심 가는 사람이 있으면 즉시 궁 밖으로 내보내시고, 아니면 주저하지 마시고 목을 치시는 것이 폐하를 위한 길이라고 꼭 전해 주십시오." 사실 라티누 황후가 시간만 나면 신분을 감추고 궁성을 빠져나가 마굴에서 수련하고 있는 것은 측근들이라면 다 알고 있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황제인 아칸은 그 사이 틈틈이 바람을 피워 이미 6명의 후궁을 두었는데, 라딘은 이 기회에 황후에게 후궁을 길들이 기회를 주려고 했다. 실제로 어떤일이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지금은 황제와 황후 가 협력하지 않으면 안 되고, 그 협력관계의 가장 이상적인 형태는 바로 황후의 무력에 의해 황제가 공처가가 되는 것이라고 라딘은 생각하고 있었다. "알았습니다. 그럼 일단 라딘 경의 명대로 따르겠습니다." 마담 미스티는 정중하게 대답하는 것으로 대화를 끝냈다. 일단 그렇게 응급의 처치를 끝내자 라딘은 불안감이 조금 가시는 것 같은 느낌에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비월전의 정보 분석력이라면 마음만 먹으면 틀림없이 근일내로 모든 암살자 를 판별해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 이 정도면 일단 적들의 계산대로는 흐르지 않게 될 거야."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뭔가 이상했다. 무엇을 잘못 한 거지? 악령 기사와 그리안 공작의 계략을 파악하여 효과적으로 막아내고 있잖아? 그러나 그 순간 라딘은 머릿속에 찬물을 끼얹은 듯 정신 이 번쩍 들었다. "아, 정말 뭐하는 거지?" 바이가스의 불꽃 길드 사건 이후로 적의 공격에 대해 방어와 대처만을 생각 하고 한 번도 반격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분명히 그 소식을 듣고 머리를 맑게 하기 위해 잠들기 전에는 반격을 해야 지 라고 생각했는데, 적의 연속 공격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계속해서 방어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사실 라딘은 마음속으로 악령기사와 그리안 공작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확 실히 그들은 뛰어난 자들이고, 알고 보면 무적의 전략가도 최고의 모사도 아니라 그저 22세의 청년인 자신이 그들의 음모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만족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겨우 그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물론 자신이 정말로 전략으로 그들을 상대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래도 그 들에게 질 것이라고 생각하면 그 순간 모든 반격의 기회는 사라져 버린다. "으윽,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지?" 라딘은 신음소리를 흘리며 정말로 심각하게 고민했다. 방어는 이제 끝이다. 이쪽이 죽는 한이 있어도 저쪽에게 상처를 입히겠다는 각오가 없으면 싸움 자체가 성립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을 이상 억지로라도 반격의 방법을 생각해 내야 했다. 적들의 요인암살 전술을 막아낸다고 해도 이대로라면 1년이나 2년 후에는 레디안이 승리한다. 그때가 되면 파스트 제국은 잘해야 국토가 절반으로 줄어든 왕국이 될 것이고, 까딱 잘못하면 망할 것이다. 라딘의 고민은 오래 지속되었다. 성채의 하늘에 어둠이 드리워지고, 다시 그 검은 하늘이 점점 밝아져도 뾰족한 수가 생각나지 않았다. 적의 공세는 완벽했고, 그것을 뒤집을 방법은 없는 것 같았다. 그 방법만 빼고는! 라딘은 조용히 떠오르는 태양을 보았다. 감히 눈을 뜨고 직시할 수도 없는 찬란한 태양, 그것이 바로 파스트 제국의 미래여야 했다. "어쩔 수 없지, 세상은 망해도 파스트 제국은 망하면 안 되니까!" 그는 결국 마음을 독하게 먹고 양심을 버리기로 결심했다. 이제는 더 이상 선과 악의 틈바구니에서 어중간하게 지낼 수는 없다! 그는 결국 자신이 악당이라고 인정하기에 이르렀다. 나 스스로를 속이지는 않겠다! 하지만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양심이 아니라 독심이다! 그는 이를 악물었다. '그럼, 당분간은 못 만나는 거야?' 미리네가 섭섭하다는 듯 귓말을 보냈다. '응, 아버지가 계시는 호주에 다녀와야 될 것 같아. 2개월? 아무튼 그 정도 는 그쪽에서 지내야 돼. 방학이라고 너랑 놀러 다니고 싶었는데...' '지금 전쟁 중인데 아무리 현실세계에서라지만 즐겁게 놀러 다닐 수는 없지 뭐, 잘 됐다. 네가 게임에 접속을 안 하는 동안 나는 기간테스 성에 가서 다친 병사들을 치료하고 있을게.' '뭐라고! 거긴 위험하잖아! 가지 마!' 라딘은 돌연한 미리네의 폭탄선언에 놀라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미리네는 부드러운 음성으로 그에게 말했다. '전부터 그쪽으로 가려고 했었어. 사실 병사들도 병사들이지만 우리 상회의 사람들도 많이 있잖아. 그분들이 계속해서 성을 강화하고 수리한다며, 그러니까 나도 가서 조금이라도 힘이 되어야지.' '으윽, 그래도 말이야. 미리네.' '괜찮아. 난 이계인이잖아. 안 죽는다고!' 그녀의 그 말에 라딘은 더 이상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라딘은 여전 히 미리네가 전장의 최전선으로 가는 것을 찬성할 수 없었다. 왜 그런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녀는 카리브에서 라딘 상회의 복지 시설 을 통괄하며 안전하고 즐겁게 보내게 하고 싶었다. 약 10분간 모든 수단을 동원한 라딘의 만류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미리네는 여전히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윽고 라딘은 자신의 입심에 자신감을 잃었다. '그래, 그럼 맘대로 해!' '라딘, 화내지 마. 미안해.' 그녀의 조심스러운 사과에 결국 라딘은 자신이 패배했음을 느꼈다. 한숨이 나왔다. '미리네, 내가 당분간 접속을 못하니까, 몽몽을 너한테 보낼게. 몽몽을 맡 아줘.' '응, 몽몽, 정말 오랜만에 보겠다. 헤헤.' '그럼 난 정리되는 데로 떠날게, 틈틈이 전화 할 테니까, 몸조심하고.' '응! 전화 자주해.' 그렇게 미리네와의 대화를 끝낸 라딘은 탁자에 앉아 조용히 앞으로 처리할 일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1주일 정도 후에는 떠나야 할 것이다. 그전에 모든 일을 끝마쳐야 한다. 1 주일 후, 라딘은 떠났다. 설산에게는 카리브와 그 주변 해안의 방어를 부 탁했다. 해군력도 강성한 레디안 제국에서 상륙작전을 통한 후방교란을 할지도 모른다고 설산에게 말했다. 지금부터는 그와 같이 행동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잘 됐구려. 사실 몸통박치기 기술이 마스터에 달해 새로운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소. 이 기회에 그쪽에서 수련을 하고 있겠소.' 설산은 그렇게 대답하며 산을 넘어 떠났다. 아마도 해안까지 가서 폴리모프 를 풀고 카리브로 돌아갈 계획인 것 같았다. 몽몽 또한 떠났다. "미리네를 잘 부탁한다. 몽몽아." "끼잉, 염려 마세용. 엄마는 제가 지킬께용!" 그는 그렇게 말하고 산맥을 따라 북으로 날아갔다. "이제 정리가 된 건가?" 멀어져 가는 몽몽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라딘은 중얼거렸다. 어차피 당분간은 이대로 대치상태가 유지될 것이다. 1년이 지나 내년 가을 의 추수가 끝날 무렵에는 파스트 제국이 힘들어 질 것이고, 다시 1년이 지나면 버티기 힘들어질 것이다. 그때까지 일을 마무리 짖지 않으면! 라딘은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자신의 짐 을 챙기기 시작했다. 동대륙의 패권을 놓고 벌어진 대륙전쟁, 그 대규모 전면전이 발발 한지 약 3개월이 지났을 때, 파스트 제국의 우군 부사령관인 자유기사 라딘은 자신의 고향인 어스의 사정으로 인해 브리시아에서 자취를 감췄다. 황제와 공주는 그 일을 보고 받고, 그 날부터 불면증에 시달리며 파스트 제 국의 앞날을 걱정하기 시작했지만, 무정한 세상은 그들의 그런 노고를 조금도 덜어주지 못했고, 파스트 제국과 레디안 제국의 군사적 대치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 Chap 7. 007. NeVerSay NeVerAgaiN 파스트 제국력 14년, 파스트 제국과 레 디안 제국의 동대륙의 패권을 쥔 싸움이 절정에 달하였다. 모든 군사력이 칼디안 산맥에 집중되고 각국의 최고의 영웅들이 자신의 재간을 자랑하며 서로 치열한 전략과 용맹한 무용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물론, 파스트 제국 최대의 이계인 기사단 아도 자유 기사단은 역시 레디안 제국 최고의 이계인 기사단인 악령기사단과 상상을 불허하는 혈투를 계속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자유기사 라딘이 종적을 감췄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필요로 하 고 그의 행방을 찾았으나 그는 마치 처음부터 이 브리시아 세계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과거 그들의 동료들이었던 아도 자유기사단원들조차도 그의 행방을 알지 못했다. 자유기사 라딘이 행방을 감추고 1개월이 지났다. 그리고 파스트 제국의 후 방인 오파엔 영지에 한 사내가 들어섰다. "휴, 이곳에는 있으려나? 정말 어디 간 거지? 라딘은." 검은 망토로 온 몸을 두르고, 검은 모자를 쓴 그는 왼 손에 검은 가죽으로 된 사각형의 가방을 들고 있었다. 바람이 불어 그의 망토와 길게 늘어뜨린 그의 검은 머리를 휘날리게 했다. 날리는 망토사이로 들어난 그의 복장은 하드 레더 아머에 약간 긴 레이피어였는데, 역시 모두 검은 색이었다. 정말로 검은 색 을 좋아하는 사람임에 틀림이 없었다. 오파엔 시티의 주막 겸 여관 '여행자의 안식처'에 문이 열리고, 검은 복장 의 사내가 들어섰다. 그리고 적당히 비어있는 탁자에 앉아 모자를 벗었다. 의외로 칙칙한 복장과는 다르게 하얗고 갸름한 미소년 의 얼굴이 여관 안에 모습을 들어냈다. 이제는 사내라기보다는 소년으로 칭해야 할 것 같았다. "어서 오세요. 식사는 뭘로 하시겠어요? 술은요? 자고 가실 건가요?" 카운터에 있던 아가씨가 얼른 다가와서 그 소년에게 메뉴를 건내며 말했다. 여행자의 안식처의 하나밖에 없는 홀 직원인 리사였다. 리사는 올해 17세의 소녀에서 처녀로 가는 길목에 있는 아가씨로, 귀여운 인상과 미모, 그리고 연두색 빛깔이 나는 특이한 머리색으로 이 근처에서 젊은이들의 표적 best 5안에 항상 들어가는 아가씨 이자 이 주막의 후계자였다. 소년은 그를 한번 바라보고, 가볍게 미소를 한번 지었다. 상큼한 미소였다. 리사는 오랬만에 보는 정장한 미소년의 맑은 미소에 가볍게 얼굴을 붉혔다. "기름기 적은 것이라면 어느 것이든 괜찮습니다, 레이디. 술은 사양하겠습 니다. 이 도시에서 1주일정도 머물 계획이니까, 방이 있으면 숙박하고 싶군요." 소년이 아주 정중하고 세련된 발음으로 리사에게 말했다. 말투로 보아 정식 교육을 받은 귀족일 가능성도 매우 컸다. 마치 백마를 탄 왕자님을 보는 듯 한 느낌을 받은 리사는 더욱 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여 주문을 받고는, 얼른 주방의 아빠한테 그 집의 최고 요리인 '가볍게 불에 그을려 기름을 뺀 훈제 오리 구이'를 주문하고는 최고로 전망 좋은 2층의 세 번째 방을 그를 위해 준비했다. 그리고 카운터에 앉아 혹시 들킬까봐 가끔씩 겉 눈질로만 그 소년의 얼굴을 감상하기 있었다. 요리가 나오고, 소년은 나이프와 포크를 아주 부드럽고 능숙하게 구사해서 오리구이를 먹기 시작했다. 이런 하급의 숙박소가 아닌 최상급 전문 식당에나 어울릴 듯 한 동작이었다. 리사는 어느덧 자신 이 넋을 잃고 대놓고 그를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물론 그 소년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고, 마침내 리사는 부끄러움을 떨쳐버리고 계속 그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저렇게 멋있는 소년이 있다니, 아아, 이렇게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아.' 그렇게 카운터의 소녀는 사랑에 빠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녀가 즐기고 있 는 조용하고 분위기 있는 오후는 5분도 가지 못했다. -콰당- 문이 열리고 5명의 사람이 뛰어 들어왔다. 그녀는 놀라서 그들을 바라보았 다. "아리사 다크라인! 틀림없겠지?" 선두에 있던 음침한 얼굴을 한 남자가 양 허리에 있는 두 개의 단검을 양손 으로 동시에 뽑으며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리사의 얼굴이 급속도로 하얗게 변했다. "아! 누,누구세요? 꺄악" 그녀가 당황해서 대답하는 동안 5명의 남자들은 그녀를 둘러싸고 한 남자가 그녀의 팔을 잡아 뒤로 꺾었다. "후후후, 현상금 천 골드! 겨우 찾아냈군. 가자! 데이몬 남작님이 기다리고 계신다."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저항하기 시작했다. 데이몬 남작, 그에게만은 절대로 가면 안 된다. 그녀는 5년 만에 다시 자신의 행적이 들어난 것과 이 순간의 위기를 넘길 수만 있다면 이 집을 포기하고 다시 다른 지방으로 달아나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슈웅- -퍽- "크악!" 리사의 팔을 꺽은 남자의 등에 한 자루의 식칼이 날라 와서 박혔다. 그 남 자는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아리사 아가씨! 이쪽입니다!" 마을 사람들이 리사의 아버지로 알고있던 라문 씨였다. 그가 주방에서 나와 식칼을 던진 것이다. 겨우 그 남자에게서 벗어난 리사는 얼른 다른 남자들의 포위를 벗어나 2층으로 뛰어 올라가기 시작했다 . 라문은 그녀가 올라가자 2층으로 올라가는 층계를 막고 버티고 서서 다시 등 뒤에서 두 개의 식칼을 꺼내 자세를 잡기 시작했다. 그의 몸에서 날카로운 기세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살기였다. "칫, 놓치면 안 돼! 저 자식을 죽이고 어서 그 여자를 잡아!" 처음 들어온 그 남자가 양손의 단검을 겨누면서 소리쳤다. 그러자 두 사람 이 차고 있던 검을 꺼내 라문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남은 한 사람은 기묘한 손동작을 취하면서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칫, 마법사도 있었나? 하지만 내가 죽기 전에는 아리사 아가씨를 데려가진 못한다!" 그렇게 4대 1의 싸움은 시작됐다. 조금 전까지 소녀의 동경하는 눈빛을 받 으며 즐겁게 식사를 하던 소년은 기분이 나빠진 듯 얼굴을 약간 찡그리며 뭔가를 생각하더니 조용히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목 숨을 걸고 싸우고 있는 그들은 아무도 소년의 행동에 주의를 기다리지 않았다. ---------------------------------------- 7장. 007 네버세이 네버게인 ---------------------------------------- 리사는 2층으로 올라가자마자 자기의 방으로 들어가서 침대의 매트리스를 뒤집었다. 그 안에는 그녀가 언제라도 도망갈 수 있도록 소중한 물건을 모두 정리해서 준비해놓은 가방이 숨겨져 있었다. 얼른 그 가방을 등에 맨 그녀는 무척이나 슬픈 듯이 문 쪽을 한번 바라보고는 한쪽 벽에 붙어있는 사다리를 통해 지붕으로 올라갔다. 전문적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어쌔신 훈련을 받았던 그녀는 날렵한 몸놀림 으로 옆집들의 지붕 위를 뛰어서 그녀의 집으로부터 멀어지기 시작했다. 지붕에서 지붕으로 한참을 달려가던 그녀는 이제 안전하다고 느꼈는지 한쪽 골목으로 내려와 고개를 숙이고 훌쩍이며 울기 시작했다. 그동안 그녀를 보호하고 숨겨준 라문은 죽었을까? 만약 살았다면 약속의 장 소에 나타날 거야. 그곳으로 가야해! 그녀는 생각했다. 지금은 맘 놓고 울 수도 없는 것이다.그녀는 눈물을 훔치 고 일어나서 다시 움직이려고 했다. 그러나, "아리사 아가씨, 집으로 돌아가시지요. 데이몬 남작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 다." "!!!!" 어느새 골목길에는 두 사람의 사람이 서 있었다. "그,그 용병들은 미끼였군요!" 리사가 속았다는 것이 억울한 듯 소리쳤다. "역시, 다크라인 가문의 마지막 후계자답게 영민하시군요. 아리사 아가씨, 그동안 2번이나 실패했던 경험을 살려 이번엔 조금 신중하게 했지요, 홀홀." 두 사람 중 왼쪽에 있는 키 작은 사람이 웃으며 대답했다. 자세히 보면 그 의 키가 작은 것이 아니라 늙어서 허리가 굽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녀의 얼굴이 절망으로 물들었다. 뒤는 막다른 골목, 앞에는 불량배보다 1 00배는 무서운 전문 암살자 2명, 태어날 때부터 계속 되어온 그녀의 도망 생활은 이것으로 끝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미 녀가 위기에 빠졌을 때에는 신기하게도 틀림없이 구원의 사자가 나타나는 법이다. "이걸 잡아요. [포스 월]!" 리사의 등 뒤의 막다른 골목 벽 위에서 한줄기 밧줄이 내려왔다. 그리고 그 위에는 검은 망토를 입은 소년이 서 있었다. "방해하지 마랏! 차핫, [산화전]!" -파파파팟- -팅팅팅팅- 왼쪽의 노인의 양손이 흔들리자, 그의 손목에서 13개의 비수가 쏟아져 나왔 다. 당가의 암기술중 하나인 [산화전]의 수법이었다. 그러나 그 비수는 그 노인의 바로 1m지점에서 벽에 부딪친 듯이 튕겨져 땅 에 떨어졌다. 포스 월(투명방어막)이 이미 쳐져있는 것이다. "앗, 마법사였나!" 당황한 두 사람이 발을 동동 구르며 포스월을 부수고 그들에게로 가려고 했 지만, 포스월은 상급 방어 마법이다. 쉽게 깨질 리가 없었다. 소년은 밧줄을 잡은 리사를 끌어올려 부축해주고, 포스 월 반대편의 두 사 람에게 한손으로 눈밑을 잡아 늘리면서 혀를 낼름 내밀어 약간의 인사를 한 후, 골목 반대편으로 뛰어넘어 사라져 갔다. 물론 리사도 그와 같이 사라졌다. 두 자객은 자신들이 5년간이나 뒤를 쫒아 겨우 잡을 뻔 했던 아리사 다크라 인을 전혀 상관없는 한 소년의 장난에 의하여 놓치고 말았다. "이정도면 안전한 것 같군요, 레이디." 소년은 도시 반대편까지 그녀와 함께 뛰어왔다. 잠시 주위를 둘러보던 그는 아무도 쫒아오지 않는 것으로 판단하고 숨을 몰아쉬고 있는 리사에게 말했다. "헉헉,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저, 성함이......?" 리사는 숨을 고르면서 고맙다고 인사를 하려다가 자신이 아직 그의 이름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에게 이름을 물었다. "제임스라고 불러 주십시오. 그런데, 괜찮으시다면 어째서 저런 불손한 무 리가 레이디를 쫒아 다니는지 사정을 물어도 될까요?" 제임스는 부드럽게 웃으며 그녀에게 물었다. 도시를 빙 돌아서 30분 이상을 전력으로 달렸는데도 그의 숨결은 조금도 거칠어지지 않았다. 사실 전력으로 달린 것은 리사뿐이고, 이미 [쾌속도주] 를 마스터 한 제임스는 이 정도는 아침 산책보다도 가벼운 것이었다. "아, 저는 아리사에요. 그냥 리사라고 불러주세요. 레이디는 저한테 별로 안 어울리네요." 그녀가 얼굴을 붉히면서 말하자 제임스는 또 다시 빙그레 웃으며 그녀를 리 사 양이라고 불렀다. 리사는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눈앞의 이 소년은 우연히 자신의 일에 휘말 려 타고난 정의심으로 자신을 구했다. 어린 나이에 상급 마법까지 쓰는 것을 봐서는 어쩌면 대단한 명문 마법사 집안의 후계자 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가 가진 비밀과 위험을 알게 되면 그에게도 커다란 위험이 닥칠 것이 틀림없다. 그녀의 정체는 세상이 알아서는 안 되는 극비중의 극비가 아닌가! 눈앞의 이 착하고 정의를 실천하는 순수한 소년을 자신과 같이 죽음의 위험 속에 평생을 보내게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죄송해요, 구해주셨는데 별다른 보답도 해 드릴 수 없네요. 저의 일은 이 제 잊어주세요. 그럼." 갑자기 리사가 그에게 인사를 하고 달려서 길 저쪽으로 사라지자, 제임스는 그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머리를 긁적이며 서 있다가 처음 자신이 묵으려던 '여행자의 안식처'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칫, 그 년은 결국 도망갔나?" "어쩔 수 없지, 이 놈이라도 잡아가자고, 그럼 그년도 곧 찾을 수 있을 거 야." 네 사람의 용병은 그들이 거의 전력을 다해 간신히 잡은 라문을 밧줄로 묶 었다. 처음 등에 칼을 맞은 동료는 죽어서 이미 마나로 화했다. 그런 희생을 치르른 이상 꼭 그녀를 잡아서 천 골드의 상금 을 받아야 되는 것이다. "호, 사로잡았나? 그래도 라문은 꽤 뛰어난 자였는데, 의외로 실력이 있는 용병들이었군." 어느새 문에는 두 사람이 서 있었다. 자객이다! 라고 용병들은 생각했다. 발소리도 없이 문 안쪽까지 들어올 수 있는 것으로 보아 상당한 자객이 분명했다. "누구요? 우리에게 용무가 있소?" 리더격인 쌍칼의 위크가 신중하게 물었다. 물론 두 손에는 단검을 쥐고 있 는 상태였다. "아, 우리 말인가? 바로 우리가 의뢰주야. 아리사 다크라인을 데이몬 남작 가령까지 잡아오는 자에게는 천 골드를 지불하겠다고 용병길드에 의뢰했지." "호, 그런가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 여자는 놓치고 말았소. 그 여자의 보 호자는 잡았지만 말이요." 위크가 안타깝다는 듯이 말했다. 그러자 두 사람의 자객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들에게 새로운 제안을 했다. "그자도 현상금을 걸도록 하지. 300골드네. 물론 따로 아리사 다크라인을 데려오면 천 골드를 지불하지. 어떤가?" 위크가 잠깐 생각을 했다. 이 남자는 그 여자를 잡기위한 열쇠가 될 수 있 다. 그러나 역시 300골드는 작은 돈이 아니다. 천 골드의 가능성보다는 300골드의 현금이 더 가치가 있지 않겠는가? "그럽시다. 그럼 돈을 주시오. 우린 다시 그 여자를 찾아보겠소." 두 자객으로부터 돈을 받은 4명의 용병들은 동료의 희생은 이미 잊은 듯 사 라졌다. 역시 용병은 생명을 돈으로 바꾸는 직업인가 보다. 용병들이 사라지자 남은 두 사람은 쓰러져 있는 라문을 짊어지고 길옆에 세 워놓은 마차로 가서 그를 태웠다. 그리고 그 마차는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해 몇 시간 후에는 오파엔 영지를 벗어나 데이몬 남작 령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그들은 이미 제임스가 그들의 마차밑에 숨어 있었다는 것을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흑, 라문 아저씨도 없는데, 이제는 어떻게 하지?" 리사는 슬펐다. 끝까지 자신을 보호해준 라문 아저씨도 이제는 없는 것이다 . 죽어버릴까? 죽어버리면 이 슬픔도 외로움도 모두 잊을 수 있을거야. 아니야, 내가 죽으면 다크라인의 혈통이 끊어지는 거야. 그러면 원수 데이몬가가 그들의 지휘권을 가지게 돼! 절대로 죽을 순 없어! 리사는 마음을 굳게 먹었다. 그러나 역시 17살의 소녀에게 세상을 홀로 살 아가라고 한다면 그것은 너무 가혹한 처사일수도 있었다. 이미 일 주일이 지나고 급하게 나오느라 따로 돈을 챙기지 못했던 것이다. 가방 안에 있는 비상금도 다 써버렸다. 이제 그녀가 할 일은 몇 가지 없었다. 그것이 그녀를 절망 속으로 빠뜨리고 있었다. "여기 계셨군요. 리사 양." "어멋, 제임스 님. 어떻게 저를 찾으셨어요?" 리사는 놀랐다. 어느새 그녀의 등 뒤에 검은 망토를 두른 제임스가 서 있는 것이 아닌가? 일단 자객 훈련을 받은 그녀가 모르게 그녀의 등 뒤로 다가설 수 있다니! 눈앞의 제임스란 남자는 단순한 마법사 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아, 예, 데이몬 영과 정 반대의 길을 오면서 만나는 사람에게 리사양의 행 방을 물었더니 가르쳐 주더군요. 원래 도망을 갈 때는 쫒아오는 사람과 직각이 되게 도망가는 것이 좋습니다. 이렇게 반대로 오시면 행적을 들키기가 쉽지요. 제임스는 일단 그렇게 둘러댔다. 그러자 역시 혼자서 도망가는 것이 처음이 었던 그녀는 그런가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제임스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아가씨, 아무리 도망가도 안 돼요. 라딘이 만들어 놓은 연금술 마스터의 천리추종향은 한 달 동안 향기가 유지된다고요. 이런 재미있는 사건을 내가 포기할 것 같아요? 잘해보자고요, 우리.' 속으로 생각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말을 태연스럽게 꺼내는 제임스는 역시 라딘의 교육의 산물이라고 할 만 했다. "아, 그런데 사실 리사 양에게 말씀드릴 것이 있어서 찾아 왔습니다." "무슨 일이신가요? 처음 보는 저에게 할 말이란?" 리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녀는 지난 15년간 자신을 보호해준 라문과 헤 어져 무척 불안해하고 있었다. "식당에서 리사 양이 아빠라고 부르던 그 라문이라는 사람 일입니다. 그분 께서는 살아있는 체로 잡혀서 데이몬 영지로 잡혀가더군요. 그때 쫒아왔던 두 사람이 데려갔습니다." 리사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라서 소리쳤다. "라문 아저씨가 살아 계시다고요! 아,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그녀는 눈물을 흘리면서 라문의 생존사실을 기뻐했다. 이미 라문은 그녀에 게 있어서 아버지와 같은 존재인 것이다. "도와주세요! 라문 아저씨를 구하러 가야겠어요." 리사가 갑자기 제임스의 두 손을 잡고 말했다. 이제 그녀가 도움을 청할 사 람은 눈 앞의 이 소년 밖에는 없는 것이다. 물론 그에게는 미안한 일이다. 하지만 그녀는 도저히 라문의 죽음을 견딜 수 없었다. '카카카, 이래야지! 모처럼 재미있는 사건에는 모두가 얽혀서 화끈하게 풀 어야 뒤끝이 안 남지 않겠어! 리사 양, 이 제임스가 도와 드릴테니 우리 저 악당 데이몬가를 부수러 갑시다!' 제임스는 역시 자신의 생각대로 사건이 전개해 가자 속으로 광소를 했지만, 여전히 그의 표정은 부드러운 미소와 숙녀를 보호하는 기사의 굳은 결심을 보이고 있었다. "염려 마십시오. 리사 양을 제가 꼭 보호해 드리겠습니다." 그의 믿음직스러운 미소와 대답은 불안에 휩싸여 있던 그녀의 마음을 녹이 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데이몬 영지를 향해 떠났다. ----------------------------------------- 7장. 007 네버세이 네버게인 ----------------------------------------- 데이몬 남작가의 당대 가주는 브리안 폰 데이몬이라는 40대 중반의 남자였 다. 그는 요즘 자신의 결혼 상대인 아리사 다크라인이 아직도 자신의 곁에 없다는 것에 크게 화가 나 있는 상태였다. 그나마 두 사람의 심복이 다크라인 가의 최후의 가신인 라문을 잡아왔기에 참고 있는 것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벌써 그의 눈 밖에 난 사람 몇 명은 잔인하게 살해당했을 것이다. "흥, 아직도 아리사의 행방을 못 찾았나? 일급 자객의 칭호가 울겠군, 그레 이." "죄송합니다. 그녀는 불린 영지로 가는 도중 신기하게도 자취를 감췄습니다 . 불린 영지에서도 그녀의 행방은 나타나지 않더군요. 어쩌면 여행 도중에......" 그레이는 말을 끝맺지 못했다. 그녀가 죽었으면 죽었다는 증거를 가져와야 되는 것이다. 그래야만 그나마 20년 후에라도 사월당의 후예들의 충성이 눈앞의 브리안 남작에게로 돌아가는 것이다. 사월당의 그 독종들은 300년이 지난 지금에도 다크라인 가문의 후계자에게 만 충성을 맹세한다. 물론 다크라인 가문의 후계자라도 닌자나 환영살객의 경지에 들어가지 못한 자는 그들에게 명령을 내릴 수 없 다. 눈앞의 이 브리안 남작는 닌자다. 그런 그가 만약 다크라인의 혈통을 이은 아리사와 결혼을 하게 된다면 300 년간 숨어서 지낸 사월당의 독종들은 이 남자에게 충성을 맹세할 것이다. 그러나 그녀가 죽으면 20년이 지난 후에야 제2 당주 가문인 데이몬 가문에게 지휘권이 넘어올 것이다. 브리안 남작은 성격이 급해서 20년을 기다릴 마음이 전혀 없었다. "흥, 어차피 제대로 자객 훈련도 받지 못한 그녀가 도망가 봐야 오래 못가 겠지. 한 달이다! 한 달 이내로 그녀를 잡아오지 못하면 그레이 너의 능력을 의심하게 될 것이다!" "존명." 그레이는 브리안 남작의 명을 받들고 나갔다. 이제 자신의 오랜 파트너인 묵음과 함께 다시 떠날 것이다. 그리고 이곳에 다시 돌아올 때에는 그녀도 같이 오게 될 것이다. "저곳인가요?" 리사가 눈앞의 조그만 건물을 가리키며 제임스에게 물었다. 제임스가 그녀를 데리고 온 이곳은 데이몬 성 뒤쪽 숲 한가운데에 있는 건 물이었다. "예, 저 건물은 겉으로는 조그만 사원 같은 형태지만, 지하에 감옥이 있더 군요. 라문씨는 그 감옥 안쪽에 갇혀 있습니다." 그녀는 어떻게 제임스가 그런 사실까지 알아냈는지 궁금했다. 그러나 그에 게 그것을 묻기 위해 쳐다보면, 그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바라본다. 마치 아무것도 묻지 말라는 듯이, 리사는 이상하 게도 제임스의 얼굴을 마주보면 얼굴에 열이 오르고 말문이 열리지 않는 것이다. "안쪽에 지키는 사람이 몇 명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경계가 심한 편은 아니니 조금 있다가 제가 먼저 들어가서 처리하도록 하지요." "네, 부탁드릴게요. 제임스 님." ************************************************** 그녀가 간절하게 부탁한다고 말하자 그는 다시 그녀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 덕여 그녀를 안심시켰다. 그리고 가방을 열어 몇 장의 스크롤을 꺼내고 그 가방을 땅에 묻었다. "인비지블(투명) 마법 스크롤입니다. 일단 한 장 가지고 계세요. 먼저 들어 가 보겠습니다. 제가 신호를 보내면 안전하다는 것이니 그냥 들어오셔도 됩 니다." 그렇게 그녀에게 말 한 제임스는 스크롤을 사용했다. 검은 망토로 감싼 그 의 모습이 투명해지더니 모습을 감추기 시작했다. 그럼 기다리고 계십시오 라고 허공에서 조용한 말소리가 들려오고는 다시 숲속은 정적에 휩싸였다. 30분이 지났다. 그는 어떻게 되었을까? 경계가 심하지 않다고 해도, 그 안 에 있는 자들은 적어도 레벨 200은 넘긴 자객들일 것이다. 그녀는 불안해지 기 시작했다. 목이 말라 침을 삼켰는데, 침이 넘어가지를 않았다. 이미 입 안도 말라 있었던 것이다. 다시 5분쯤 지났을 때, 그 건물의 문이 열리고 제임스가 나와 손을 흔들었 다. 그러고 보니 제임스는 어떻게 건물 안으로 들어갔을까? 문도 열지 않고 들 어가다니, 마법일까? 리사는 머릿속으로 여러 가지 생각을 하였지만, 일단 그가 안전한 것이 기뻤다. 순간, 방금 전까지 자신을 키워준 라문이 아니라 제임스를 걱정하고 있었다 는 것을 깨닫고 그녀는 소스라치듯 놀랐다. 리사는 이미 제임스를 사랑하고 있었던 것이다. 건물 안에는 네 명의 사내가 쓰러져 있었고, 그들의 두 손과 두 발은 등 뒤 로 꺾여 하나로 묶여 있었다. 그것은 마치 만두를 빚은 듯 한 모습이었다. 리사의 긴장으로 굳어진 몸이 약간 떨리며 그녀는 가볍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 사이에 제임스는 한쪽에 있는 재단을 밀었다. -그르릉- 재단이 밀려나자 그 밑에 지하로 내려가는 층계가 나타났다. "안쪽에는 감시인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조심하십시오." 제임스는 그녀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원래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이 혼자 들어가서 라문을 데리고 나오는 것이지만, 그는 그것을 원하지 않았다 . 일단 재미가 없지 않은가! 항상 사건의 중심인물은 자신의 주위에 있어야 했다. 리사는 긴장을 유지하면서 제임스의 뒤를 따라서 지하감옥으로 들어갔다. 감옥이 20개정도 늘어서 있고, 가장 안쪽에 벽에 쇠사슬로 매달린 라문의 모습이 보였다. "라문 아저씨!" 리사가 급히 그를 불렀다. 그러나 라문은 정신을 잃은 듯 그녀의 부름에 대 답하지 않았다. 제임스는 1층의 간수에게서 빼앗은 열쇠꾸러미를 들어서 감 옥의 문을 열었고 리사는 문이 열리자마자 뛰어 들어가 라문을 흔들며 깨우 기 시작했다. "라문 아저씨, 정신 차리세요! 저 리사에요. 아저씨!" 리사의 간절한 마음이 라문의 정신 속까지 전달되었나 보다. 라문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기운이 하나도 없는 목소리였다. "리사 아가씨?" "그래요! 시간이 없어요. 제임스님, 어서 이 쇠고랑 좀 풀어주세요!" 리사는 기쁨과 흥분에 겨워 제임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 라문아저씨를 구해서 도망가면 당분간은 평온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것이다. "풀어줄 필요는 없습니다. 아가씨," "꺄악!!!!" 라문의 목소리가 갑자기 변하고, 그의 팔을 묶고 있는 쇠고랑이 열쇠도 없 는데 열렸다. 그리고 그의 두 팔이 리사의 목을 감아 그녀를 도망가지 못하 게 했다. 그의 등 뒤에 숨겨져 있던 한 자루의 단검이 그녀의 목에 닿았다. "크크크, 리사 아가씨, 저는 브리안 남작님의 수하인 머독이라고 합니다. 인사드리지요. 브리안 남작님께서 곧 오셔서 아가씨를 모셔갈 것이니 안심 하십시오." 리사는 공포와 절망에 떨었다. 함정이었다니! "크크크, 이봐, 거기 정의의 마법사 소년, 항복하지 그래? 아니면 불쌍한 아가씨의 얼굴에 상처가 생기게 될 걸? 그녀가 아름답건 흉악하건 자비로우 신 브리안 남작님은 상관하지 않으시겠지만, 그녀에게는 일생의 상처가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나?" 제임스는 아무런 표정변화가 없었다. 그의 얼굴만 보고 있으면, 이곳이 여 자동료가 악당에게 사로잡힌 지하 감옥인지 아니면 화창한 봄날의 후원의 정원인지 구별이 안 갈 정도였다. "흐음, 그런데 당신이 라문 아저씨의 행세를 하는 것으로 보아, 라문 아저 씨는 이미 돌아가셨나 보지?" 제임스는 자신이 결국 찾아내지 못한 라문의 행방을 슬쩍 물었다. 사실 그 는 이미 이곳이 함정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것을 모른 척 했다. 일부러 그녀까지 데려와 함정에 빠져든 것이다. 적으로써는 완벽한 작전의 승리였지만 제임스에게 있어 그것은 짜고 친 고 스톱이었다. 물론 그들은 그 사실을 모른다. 리사도 모른다. 여기서 왜 일부러 적의 함정에 빠졌냐는 의문이 나온다. 그 이유는 바로 라 문의 행방을 알기 위해서였다. 제임스가 일단 라문이 이곳에 갇히는 것을 확인하고, 데이몬 성에 잠입해서 사건의 진실을 조사한 후 이곳에 다시 돌 아왔을 때는 이미 라문이 사라진 뒤였다. 라문에게 천리추종향을 사용하지 않은 제임스의 실수였다. 그의 행방을 찾기 위해서는 적을 완전히 방심에 빠뜨리게 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유는 그것만이 아니다. 적이 완전히 승리에 취해 있고, 히로인이 완전히 절망에 빠져 있을 때, 언 제나 제임스는 나타나서 모든 것을 한순간에 뒤집는다. 라딘이 이야기 해준 제임스란 인물은 항상 그랬다. 자신은 그런 제임스란 사람을 존경했다. 라딘 다음으로 존경하는 사람이 바 로 제임스이다. 그러므로 자신이 제임스란 이름을 사용하는 한 고대 상급 플레인 어스의 최고의 자객 제임스의 명예를 더럽힐 수는 없는 것이다. "크하하하하, 드디어, 드디어 내 앞에 나타났군! 아리사 다크라인 양, 사월 마객 데쓰문 다크라인의 최후의 후손이여!" 감옥 입구 쪽에 몇 사람이 나타났다. 그중 한사람은 바로 이번 사건의 최후 보스인 브리안 폰 데이몬 남작이었고, 그 뒤에 몇 사람의 자객으로 보이는 남자들이 온몸을 쇠사슬로 묶인 라문을 데리고 있었다. "라문 아저씨!" 리사가 슬픔에 빠져 외쳤다. 너무나도 애절한 그녀의 외침에 제임스는 순간 적으로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그러면서도 너무나도 감동적인 이 전개에 자 신의 재능이 이미 상당한 성취를 이루었구나 하는 기쁨도 같이 느꼈다. "크크크, 아리사 아가씨, 그만 포기하는 것이 좋지 않겠소? 본인도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오. 그대는 일단 내 아내가 될 몸이니 그대가 순순히 나를 따른다면 나쁘게는 하지 않으리다. 사실, 평생을 도망 다니는 것 보다는 남작인 나의 부인이 되어 호강하는 것이 더 행복할 것이오." 브리안 남작은 그녀를 회유하기 시작했다. 이미 상황은 자신의 완벽한 승리 로 굳어진 것!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 "누가 당신 같은 냉혹한 남자에게! 아버지를 암살한 것도 당신이지요!" 리사가 외쳤다. 그것은 이미 절규였다. 그러나 브리안 남작은 여전히 능글 능글하게 웃으며 무슨 소리냐는 듯이 대답했다. "무슨 그런 심한 누명을! 본인은 그런 적이 없소. 그것보다 말이요. 그대가 순순히 굴지 않으면, 그동안 그대를 보살핀 이 라문과 저 정의의 마법사 소년은 어찌 될지 생각해 보았소?" 브리안 남작의 협박에 리사의 마음을 절망으로 물들었다. 눈물이 흘러 그녀 의 창백해진 볼을 타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럼, 제가 당신에게 시집가면, 두 사람을 살려 주겠다고 약속할 수 있나 요?" "물론이지요. 일단 그대가 나와 결혼하면 이들이야 나와 아무런 관계가 없 는 사람들 아니겠소? 바로 석방할 것이오." 브리안 남작은 호탕하게 그녀의 물음에 대답했다. 물론 남작은 결혼식이 끝 나면 그들을 나줄 생각이었다. '단지 그레이 형제가 자신을 몇 년이나 고생시킨 라문과 결정적인 순간에 골탕 먹인 저 소년을 가만히 놔둘지는 나도 장담할 수 없지요. 저번에 들어 보니 특별히 사로잡아 고문하면서 죽인다고 그러던 것 같던데 말이오.' 브리안 남작은 결코 그것을 입 밖으로는 내지 않았다. 일단 결혼식을 올리 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그렇게 리사는 브리안 남작의 손아귀에 들어갔다. 지하 감옥에는 이제 진짜 라문이 쇠고랑을 차고 벽에 묶여 있었고, 제임스 도 마법사에게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마법 구속구를 차고 라문의 옆 방에 투옥 되었다. 모든 것이 절망으로 가득 찬 순간이었다. -털컹- 감옥 문이 닫혔다. 조그마한 등불 하나만이 흐미하게 빛을 발하고 있는 지 하감옥은 죽음과 절망이라는 단어에 너무나도 어울리는 장소였다. 라문은 절망에 빠져서 울었다. 이제 저 사월당의 후예들은 브리안 남작의 손에 들어가리라. 그리고 공포의 사월당은 부활 할 것이다. 자신이 평생을 충성한 다크라인 가문은 그녀를 마지막으로 존재하지 않게 된 것이다. "어이, 라문 아저씨, 지금 상태가 나쁘지 않다면, 일의 전말이나 좀 설명해 줘요. 궁금함이라도 풀어야 죽어도 조금은 들 억울하죠." 옆방에서 제임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신기하게도 이런 상황에서도 제임스 의 목소리는 평온했다. 마법사는 언제나 냉정하다더니 과연 틀림이 없구나 하고 라문은 생각했다. 그리고 라문은 이야기를 시작했다. 300년 전, 삼월천하의 최후의 날, 당대 최후의 자객인 사월마객은 그의 부 하들 전원과 함께 사망했다. 그렇게 사월당은 멸망한 것으로 세상에 알려졌 다. 물론 멸망한 것은 맞다. 그러나 그들의 후손이 이곳에서 300년이나 숨 어 살고 있다는 것은 그들 이외에는 아무도 모른다. 사월당의 후손들은 약 200여명이고 하나같이 뛰어난 살수들이다. 그들은 5 개의 살수길드를 운영하여 그들만의 독립된 규칙으로 생활한다. 그러나 그 들의 수장인 5명의 닌자들은 과거 사월당의 5명의 장로의 후예로써 맹약에 억매여 있는 자들이다. 맹약이란 다크라인 가문에서 레벨 500을 넘겨 닌자와 같은 상급 살수의 경 지에 이르른 사람이 나온다면 그들은 모두 그 사람에게 충성을 맹세한다는 약속이다. 그러나 다크라인 가문은 300년 동안 상급 살수를 배출하지 못했 다. 신의 장난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상급 살수가 되지 못한 다크라인 가 의 사람은 그들에게 명령을 내릴 수 없는 것이다. 브리안 남작도 5명의 장로 중 한명이고 사월당에서의 서열은 2위이다. 그는 야심에 가득찬 남자였다. 5개의 살수집단의 통합과 사월당의 부활! 그것이 그의 꿈이었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저 위대한 전설의 자객 사월마객의 핏줄이 필요했다. 물론 다크라인 가문이 완전히 멸절되면, 서열 2위인 브리안 남 작에게로 지휘권이 넘어온다. 그러나 그것은 최후의 생존자가 죽은 20년 뒤 이다. 15년 전에 전대 다크라인 가의 가주가 암살당하고, 그녀에게도 살수가 찾아 왔을 때, 라문은 구사일생으로 그녀를 데리고 도망쳤다. 10년을 숨어 지냈 다. 그러나 결국 행방이 들통 나고, 다시 살수가 찾아왔다. 그런데 이제는 그녀를 죽이려는 것이 아닌 사로잡으려는 것이다. 지난 5년간의 도망 생활 중에 라문은 고민 끝에 브리안 남작이 그녀와 결혼 하려는 속셈임을 알아차렸다. 15년 전이라면 몰라도 이미 40을 넘긴 남작이 다시 20년을 기다리기에는 너무 시간이 없는 것이다. 결국 남작의 야망을 이루어졌다. 이미 2일이 지났다. 이제 내일이면 사월당 의 다른 4명의 장로는 모일 것이고, 그날 결혼식이 끝나면, 브리안 남작은 새로운 사월마객으로 등극할 것이다. 제임스는 드디어 모든 사건을 전말을 들을 수 있었다. 상황도 자신이 원하 는 바로 그런 상황이었다. 이제는 자신의 능력으로 모든 것을 뒤집어 업으 면 되는 것이다. "흠, 그럼 일단 이곳을 벗어나야겠군요." "크크, 어떻게 벗어나지? 자네가 나이에 비해 뛰어난 마법사인줄은 알지만, 마법 구속구에 양 손이 묶인 이상 마법을 못 쓰지 않나?" 제임스는 그런 라문의 비관론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그는 그의 검고 긴 머리카락 안쪽에서 하나의 머리핀을 빼냈다. 그리고 그 머리핀으로 마법 구 속구의 자물쇠의 구멍을 이리저리 쑤시기 시작했다. -찰칵- "아, 의외로 자물쇠 자체는 별로 정교하지 못하네. 이것들이 나를 껌으로 보나." 너무나도 쉽게 마법 구속구를 벗은 제임스는 몸을 이리저리 비틀어 잡힌 척 하느라 굳어있던 몸을 풀고 다시 그 핀으로 감옥의 열쇠도 열었다. "헉, 어,어떻게 벗어났지?" 묶여있던 라문이 기겁해서 물었다. 자신의 감옥 문 앞에 제임스가 서 있는 것이다. "바로 이렇게요." -찰칵- 역시 30초도 안 되서 감옥 문이 열렸다. 그리고 1분 뒤에는 라문의 쇠고랑 도 모두 풀렸다. "이럴 수가, 마법사가 도둑의 기술까지 가지고 있다니! 너, 너는 도대체 직 업이 뭐지? 그리고 레벨은?" 라문은 경악했다. 두 가지의 서로 다른 계열의 특기를 가지려면 기본적으로 레벨 500이 넘어야 되는 것이 아닌가! 눈앞의 이 소년은 어쩌면 소년이 아 닐지도 몰랐다. "그런 것보다 서두르죠. 빨리 이곳을 벗어나서 성으로 잠입해야 하니까요. 일층에 있는 놈들을 처리하죠." 두 사람은 일층에 있는 네 명의 가드를 무사히 처리했다. 레벨 500이 넘은 마법사인 제임스에게 그들 중 세 명이 순식간에 불에 타서 재가 된 것이다. 그리고 제임스는 자신이 파묻어 놓은 가방을 파내 그 안에서 돈을 꺼내서 라문에게 건내며 말했다. "만약을 대비해서 마을에 가서 말을 구해 대기해 주세요. 저는 성으로 잠입 해서 리사 양을 구출해 오겠습니다." 라문은 놀라서 말했다. 그가 생각하기에 지금 데이몬 성은 특급 살수들이 우글대는 용담호혈이 틀림없기 때문이었다. 제임스는 웃었다. 처음 여관에 나타났을 때와 다름없이 그의 미소는 사람의 기분을 맑게 하는 싱그러운 미소였다. 그리고 그는 괜찮다는 듯이 라문의 어깨를 한번 치고 노을에 붉게 물든 데이몬 성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 =+=+=+=+=+=+=+=+=+=+=+=+=+=+=+=+=+=+=+=+=+=+NovelExtra(novel@quickskil l.com)=+= 제 목 신마대전 [34 회] 날 짜 2005-01-10 조회 / 추천 2127 / 37 선작수 3338 공지 공지가 없습니 다 옵 션 글자 크기 8 9 10 11 12 13 14 15 <<< 이전 이후 >>> 7장. 007 네버세이 네버게인 -------------------------------------- 아침이 밝았다. 수 백명의 살수가 모인 데이몬 가의 메인 홀에도 빛의 신의 은혜는 차별 없이 빛을 보내주고 있었다. 홀에 꾸며진 꽃과 비단이 빛을 받아 더욱 화려하게 보였다. 정면의 단상에는 브리안 폰 데이몬이 신랑의 복장을 하고 서서 그의 25살 연하의 신부의 등장을 기다라고 있었다. 음악이 울려 퍼졌다. 파이프 오르 간의 음률을 신의 영광을 기원하고 새로운 부부의 행복한 미래를 축복하고 있었다. 마침내 문이 열리고, 하얀 신부 복장을 한 아리사가 홀에 들어섰다. 그레이 의 안내를 따라 음악에 맞춰 한걸음 한걸음씩 앞으로 나오며 그녀의 정신은 죽어갔다. 이제 5m만 더 가면 그녀의 원수가 있다. 그러나 그녀는 조금 있 으면 원수의 소유물이 될 것이다. 면사포로 가려진 그녀의 눈에서 두 줄기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녀를 키우 고 보호해준 라문, 그녀가 처음으로 이성으로 사랑한 제임스, 그들의 안전 을 위해서 그녀는 자신의 일생을 포기해야 했다. '다시 한걸음, 이제 2m인가? 음, 저 브리안이라는 남자가 레벨 500이 넘은 닌자랬지? 그렇다면 결정적인 기회를 노려야 하는데, 역시 그 순간 밖에 없 나? 좋았어. 단 한순간에 끝장을 내주지. 그렇지 않으면 이 많은 살수들에 게 당하고 말거야. 유성 자금비! 레어 단검다운 위력 있는 한방을 부탁한다 . 한 번에 끝내고 도망가는 거야 제임스!' 제임스는 바로 리사의 웨딩드레스 치마 속에 숨어 있었다. 물론 그녀는 그 사실을 모른다. 아무도 모를 것이다. 그가 이곳에 숨을 수 있다는 사실을. -신랑, 신부는 서로를 아끼며 사랑하여 평생을 함께 할 것을 맹세하는가?- -예- -......예- -장내의 모든 사람들은 이 맹세를 들었습니까? 여러분들은 이 두 사람의 결 혼을 인정하십니까?- 주례의 질문에 앞쪽에 앉아있던 네명의 장로가 일어나 두 사람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며 말했다. -맹약에 따라 이제 두 사람을 주인으로 모시겠습니다.- -주군과 주모님을 뵙습니다.- 브리안 남작이 크게 고개를 한번 끄덕이자 주례는 마지막 순서로 이 결혼식 을 성공리에 끝마치려고 했다. -이제 두 사람은 부부가 되었습니다. 그 증표로 두 사람은 만인 앞에서 맹 세의 키스를 할 것입니다.- 브리안 남작은 기분이 좋았다. 너무나도 좋아서 지금 만약 혼자 있었다면 환성을 지르며 뛰었을 것이다. 그의 일생의 야망은 바로 지금 이 순간 이루 어졌다. 이제 맹약에 의한 충성의 맹세를 받았으니 그녀가 죽던 말던 상관 이 없다. 물론 고분고분 말을 잘 듣는다면 그녀의 아이가 자신의 후계자가 될 수도 있다. 아무리 뭐라해도 다크라인 가문의 혈통이니까 말이다. 그러 나 그녀가 저항한다면, 이제는 평생을 가두어 두는 것도, 그냥 죽이는 것도 모두 그의 마음대로 할 수 있었다. 브리안 남작이 웃으며 그녀의 면사포를 벗기고 울고 있는 그녀에게 키스를 하기 위해 고개를 숙였다. 바로 그때, -푹- 브리안 남작의 목에 단검이 박혔다. 신부의 웨딩드레스가 들쳐지며 그 속에 서 검은 망토를 두르고 검은 머리를 늘어뜨린 미소년이 튀어나와 그의 목에 그의 무기인 유성 자금비를 박아 넣은 것이다. 극독까지 바른 살수용 레어 단검 유성자금비로 목을 꽤 뚤리면 아무리 레벨 500이라고 해도 살아남기 힘든 것이다. "[파이어 월]!" 제임스는 너무나도 놀라서 아무런 말도 못하고 있는 리사를 안아 뒤로 물러 서며 주문을 외웠다. 브리안 남작이 쓰러진 위로 불로 된 벽이 치솟아 올랐 다. 브리안 남작의 시체는 순식간에 타서 재가 되기 시작했다. 이로써 브리 안 남작은 부활도 허용되지 않는다. 시체가 타버린 것이다. "주군을 암살하다니! 잡아랏!" 그때서야 네 명의 장로는 경악해서 소리쳤다. 뒤쪽에 앉아있던 살수들이 명 에 따라서 일어나 불의 장막 너머에 있는 제임스에게로 달려갔다. 그러나 제임스는 이미 다음 주문을 성공시키고 있었다. "[그룹 블링크]." -슉- 순식간에 제임스와 리사는 홀에서 사라졌다. 네 명의 장로는 그 순간 부하 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당황하지 마라! 어차피 지금 성에는 마법 장벽이 펼져졌다. 블링크로는 절 대로 성을 벗어날 수 없으니 어서 찾아라! [마법 탐지] 주문이 있는 마법사 는 지금 주문을 사용하라. 꼭 잡아야 한다! 주군으로 모신 사람이 암살당했 다고 하면 사월당은 앞으로 살수업계에서 비웃음을 받게 될 것이다. 그리고 주모를 구해라. 주군이 돌아가신 지금 주모가 우리의 주인이라는 것을 잊 지 마라." 그러면서도 그들 장로의 얼굴은 결코 밝지 않았다. 그들은 생각했다. 상대는 도저히 숨을 수 없는 공간에서 갑자기 튀어나와 최고의 암살자인 닌자를 단 일격에 암살했다. 도저히 숨을 수 없는 공간에 숨는 비법, 그것은 전설의 자객 사령마객이 익 힌 유니크 기술 [그림자 숨기]일지도 몰랐다. 그리고 그는 마법을 사용했다. 그는 바로 환영살객이었던 것이다.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최고의 살수, 그들의 선조 사령마객이 바로 환영살객이었지 않은가! 어쩌면 그들은 방금 전 대륙 최고의 살수의 살행을 목격한 것일지 도 몰랐다. 물론 그런 생각을 할 수 없는 수백 명의 살수가 성안에 퍼져 그들의 주군 암살범이자 주모 납치범을 찾기 시작했다. 인간이라면 이 삼엄한 경계망을 빠져나갈 수 없다! 그들은 자신했다. 한 시간 안으로 그들의 원수를 갚을 수 있다고. "약간 좁기는 하지만 일단은 안전한 것 같군요." 제임스는 그가 어제 미리 봐 놓은 성의 다락방으로 리사와 함께 블링크 했 다. 천장이 1m밖에 안 되기 때문에 웨딩 드레스를 입은 리사는 반쯤 누운 상태로 앉아 있었고, 제임스는 그녀의 등을 팔로 부축하여 그녀가 편하게 있도록 배려했다. 그녀는 반쯤 제임스에게 안겨있는 상태인 지금이 너무나 행복했다. 절망에 빠진 5분전과는 달리 이제는 이 남자와 함께 있을 수만 있다면 죽음도 두렵지 않았다. 잠시 후, 리사는 일생의 용기를 발휘해서 제 임스에게 자신의 마음을 밝히려고 했다. "제임스 님, 저,저는 처음 본 순간부터 그대를," 갑자기 그녀의 말이 막혔다. 제임스가 한손가락으로 그녀의 입술을 막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제임스는 고개를 흔들며 너무나도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 다. 그러나 그 내용은 너무나도 슬펐다. "리사, 그 말은 하지 말아 주세요. 저는 다시는 당신 앞에 나타나지 않을 것입니다. (Risha, Please never say it. I will never be again to you.) <(주) :네버세이네버게인 패러디니까 문법에 어긋나도 이해해 주세요.> 리사의 두 눈에서 다시 눈물이 흘렀다. 그녀는 최후의 용기를 발휘해서 다 시 물었다. "그대의 풀-네임을 가르쳐 주세요. 그것만은 가르쳐 주세요." 그녀의 눈물을 잔잔한 눈으로 바라보는 제임스의 입이 마침내 열렸다. "저는 제임스 폰 몽몽, 자유기사 라딘의 숭고한 의지를 따르고자 하는 자입 니다. 지금은 행방을 감춘 그를 찾아 그와 함께 하는 것이 제 여행의 목표 이지요." 말을 끝낸 제임스의 입술이 그녀의 이마로 다가가 가볍게 닿았다. 그녀의 눈이 감겼지만 여전히 그녀의 감긴 두 눈 사이로 눈물은 흐르고 있었다. 그 리고 그녀가 눈을 떴을 때, 이미 제임스의 모습은 사라지고 없었다. 그녀는 약 30분 후, 그녀가 발견될 때까지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떠나간 자신의 첫사랑을 생각했다. 수백 명이 삼엄한 경비망을 친 데이몬 성의 외부 성벽, 사람이라면 절대로 빠져나갈 수 없는 지름 10cm의 배수로 틈새로 귀여운 날다람쥐 한 마리가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본 모습으로 돌아온 몽몽이었다. "끼잉, 저런 살수들이 쫒아오는 이상, 당분간은 제임스로 못 다니겠 넹. 끼잉, 그래도 재미있었당." 몽몽은 중천에 떠있는 해를 바라보았다. 해는 여전히 밝게 빛나고 있었다. 한 조각의 구름이 흘러 감히 해를 가리려고 하다가 역시 해의 빛을 감당하 지 못하고 도망가는 모습이 보였다. 몽몽은 그 광경을 잠시 아무 생각 없이 바라보다가 다시 얼굴을 내민 태양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끼잉~, 아빠 어디가신거에용~. 미리네 엄마가 걱정하잖아용. 돌아오세용~. " ----------------------------------------- 사월당의 자객들은 끝내 제임스란 남자를 찾아내지 못했다. 그리하여 그들 은 자신들의 조직력을 총 동원하여 그 검은 복장의 미소년을 찾기 시작했다 . 제임스라는 이름으로 활동 직업 환영살객으로 추정 레벨 800 전후로 추정되 며 유니크 기술 [그림자 숨기]를 익힌 것으로 보여짐 천하제일살수라고 생 각되어지므로 발견 시 절대로 혼자서 처리하려 하지 말고 즉시 조직에 보고 할 것. 그들이 찾는 남자는 이런 남자였다. 그리고, 새롭게 부활한 사월당의 주모로써 새로운 지도자가 된 리사는 사월 당의 조직을 정리하여 '신월의 검'이라고 개명하고 아도 신성기사단에 협력 할 것을 네 명의 장로들에게 명했다. 그녀는 자유기사 라딘이 언젠가는 다 시 세상에 나타날 것이고 그 옆에는 틀림없이 제임스가 있으리라 믿었다. 그렇게 닌자 4명을 비롯하여 상급 살수 500명으로 구성된 살수조직 '신월의 검'은 아도 신성기사단에 합류하게 된 것이다. 얼마 후, 세상에는 천하제일살수 제임스의 명성이 퍼지기 시작했다. 그의 이름과 행적을 들은 이계인 들은 모두 놀라며 007이라고 부르짖었다. 물론 브리시아 인들은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 =+=+=+=+=+=+=+=+=+=+=+=+=+=+=+=+=+=+=+=+=+=+NovelExtra(novel@quickskil l.com)=+= 제 목 신마대전 [35 회] 날 짜 2005-01-10 조회 / 추천 1925 / 94 선작수 3338 공지 공지가 없습니 다 옵 션 글자 크기 8 9 10 11 12 13 14 15 <<< 이전 8-8 Chap 8. 카프로스 남쪽 지방에서 내리 쬐이는 태양의 열기는 그야말로 불길과 같았다. 비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렇게 더우니 한바탕 쏟아지기라도 했으면 좋겠 다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레디안의 남부 항구도시인 파덱스 시티, 이곳은 대륙간 운항선이 오가는 제 국 최대의 무역항이자 남부 무역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이 도시의 경기는 심각할 정도로 침체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레디안 제국이 파스트 제국을 침략한 이후, 서대륙에서 대부분의 왕국이 무 역중단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서대륙의 왕국과 문파들은은 자신들의 오랜 숙원 중 하나였던 마교의 토벌 에 지대한 공헌을 한 파스트의 자유기사 라딘을 잊지 않고 있었고, 그 때문 에 상대적으로 그의 나라에 침략을 감행한 레디안을 미워하기에 이르른 상 황이었다. 물론 이 기회에 무역적인 우위에 서서 이득을 챙기려는 속셈이 그 뒤에 깔 려 있다고 할 수 있었다. "저곳인가?" 검은 전신갑옷은 신기하게도 태양의 빛을 흡수하듯 반사광이 없었다. 보기 만 해도 서늘해지는 그의 어둠의 색으로 인해 주변에 스산한 공기가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위에 피와 같은 짙은 적색의 망토를 두른 그 남자의 등 에는 거대한 투핸드소드가 매어져 있었다. 풀-페이스 헬멧으로 얼굴을 가려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자, 그는 파덱스 시 티에서 세력을 떨치고 있는 부호 아그마스의 저택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누구십니까?" 수십 개의 철창이 나열해 있는 듯한 모양의 정문은 장미의 조각으로 장식되 어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 서 있던 두 명의 경비원은 그가 다가가자 약간 경계를 하며 신분과 용건을 물었다. "아그마스를 만나러 왔다. 나는 카프로스, 카프로스 폰 문댄서다." "아, 선약이 있으십니까?" "없다." 너무나도 당당하게 말하는 이 남자의 모습에 경비원인 빌리는 잠시 머뭇거 릴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미 20년을 이곳에서 고용되어 일하고 있는 그 는 고용주인 아그마스 씨의 친구나 거래처 사람들을 거의 다 알고 있었고, 그의 기억에는 이런 자는 아그마스 씨의 지인 리스트에 없었다. "예약이 되어 있지 않으시다면 그분을 만나실 수 없습니다. 지금 저쪽에서 신분과 용건을 말씀하시고 예약을 하시면 차후에 연락을 드리지요." 그도 눈치가 있기 때문에 최대한 정중하게 말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상대 는 그것을 무례로 받아들였던 것 같다. -화르르륵 카프로스가 손을 들어올리자 그의 손에서 파란 귀화가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불타는 손이 빌리의 오른쪽 팔을 움켜 잡았다. -부드득 "아아아악!" 무엇인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빌리는 처절한 비명을 질렀다. 동료인 데코 스는 놀라서 얼른 한쪽 옆에 있는 비상벨을 울리기 위해 뛰어갔다. 그러나 그 순간 안쪽에서 말소리가 들려왔다. "그분을 안으로 모셔라!" 어느새 안쪽에는 하얀 머리에 기름을 발라 뒤로 넘긴 한 남자가 서 있었다. 아그마스의 호위대장이자 비서 중 한명인 스리안, 눈이 날카롭고 그의 검 은 그보다 더 날카롭다는 소문이 있다. -끼익 철로 된 문이 소리를 내며 열렸다. 한쪽에는 빌리가 팔뼈가 부서진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계속해서 비명을 지르며 뒹굴고 있었다. 카프로스는 그것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어서 오십시오. 주인님께서는 안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음." 뒤에서 불쌍한 경비병이 저런 손님이 오면 온다고 말을 해줘야 할 것 아니 야 라는 눈빛으로 보고 있는 것은 가볍게 무시했다. 스리안은 정중하게 그 를 안내해서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앞에서 걸어가면서 생각했다. '그것은 분명 다크팰러딘 전용 최상급 기술은 [마화귀수]였다! 순간적으로 손의 힘을 두 배로 늘려주는 최강의 강화기술! 이자는 과연 다크팰러딘이었 구나!' 겉으로는 이미지상 냉정한 채 하고 있어도 그의 등은 땀으로 젖어 있었다. 척 봐도 고수임에 틀림없는 자가 뒤에서 걸어오고 있는데 긴장이 되는 것은 당연했다. 하물며 그것이 다크팰러딘이라면 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동서 대륙의 무역으로 크게 흥한 아그마스의 저택은 과연 웬만한 왕궁과 비 교해도 뒤처지지 않을 정도로 화려했다. 대리석으로 된 벽에 서대륙 특산 최고급 비단으로 장식이 되어 있고, 요소 요소에 명화와 동상이 비치되어 있었다. 바닥에 깔려 있는 것은 발목까지 빠지는 붉은 카페트였는데, 정말로 전신갑옷을 입고 있는 카프로스가 걸어 도 소리가 나지 않을 정도로 푹신푹신했다. 구름위를 걷는 다는 표현이 이 럴 때 쓰는 말인가? 카프로스는 속으로 그 카페트에 감탄했다. "하하하, 어서 오십시오. 제가 바로 아그마스입니다. 문장이 찍힌 편지를 보내신 분이 바로 당신이십니까? 카프로스 경." "그렇다. 내가 바로 그 편지를 보냈지. 그 문장을 알아보는 것으로 보아 이 곳이 그곳임에 틀림없군." 반말을 하다니! 아그마스는 속에서 화가 치솟았지만 그 편지에 찍힌 문장 때문에 아직은 경거망동할 수는 없었다. "다 알고 오셨는데 부인해도 소용이 없겠지요. 다만 그 문장의 원주인은 이 미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신분을 밝혀라! 어차피 죽어나갈 확률이 크겠지만, 아그마스는 그렇게 말하 고 싶었다. 그 때, 카프로스는 품속에서 하나의 영패를 꺼내 아그마스에게 던졌다. -휘익, 턱 얼떨결에 그것을 받아든 아그마스의 눈이 커졌다. 세 마리의 악 마가 서로 엉겨 싸우는 문양! 진품이다! "허허허, 이것을 어디서 얻으셨는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서무극이 맡아달라고 하더군. 설마 그가 그렇게 갈지는 몰랐지만." 그의 목소리는 이 무더운 여름의 더위 속에서도 사람의 영혼을 얼어붙게 만 들 정도로 차가웠다. 그러나 그 속에 언뜻 비친 씁쓸함에서 그가 마영신장 서무극을 친구로 생각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었다. 마교제일장로의 신패를 손에 든 아그마스는 긴장을 하며 조심스럽게 다시 물었다. 어쩌면 이자는 정말로 거물일지도 몰랐다. "그렇군요. 그런데 이곳에는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이 영패를 돌려주신 것 에 대해서는 충분한 사례를 드리고 싶습니다만." 영패가 돌아온 이상 새로운 주인이 그 영패를 소유하게 된다. 그리고 지금 이 영패를 가질 가장 유력한 사람은 바로 자신이 아닌가? 그는 솔직히 기뻐 하고 있었다. 그러나 카프로스는 차가운 눈으로 아그마스를 노려보며 말했다. "너 정도가 나에게 질문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다니, 영패를 보였으니 교주 앞으로 안내해라." "뭐라고! 이놈이 내 집에 와서 나를 무시하다니!" 결국 아그마스는 폭발하고 말았다. 아무리 고레벨의 다크팰러딘이라고 해도 자신 또한 레벨 700대의 마지막 11번째 마교장로가 아닌가? 이 자를 지금 이 자리에서 죽이지 못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어둠의 여신의 가르침을 저버리 는 것이 된다. -위이잉 그가 소리를 치자마자 옆에 장식되어 있던 갑옷이 들고 있던 할버 드를 내리쳤다. 갑옷 안에 전사가 들어가 숨어 있었던 것이다. -팍, 팍 "어억, 저럴 수가!" 중병기 중에 가장 무거운 할버드의 공격을 단지 손을 들어 그 날을 잡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니? 아그마스는 놀라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그 순간 카프로스의 눈에서 파란 귀광이 흐르며 그 입에서 명부에서 흘러나오는 신음과 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정도인가?" -화르르륵, 콰지직 할버드의 날을 움켜쥔 그의 왼손에서 다시 파란 귀화가 일어났다. 그리고 그가 손에 힘을 주자 놀랍게도 할버드의 날이 그대로 부 서져 버렸다. -스윽 "헉!" -쿵 갑옷을 입고 있던 전사는 카프로스가 슬쩍 고개를 돌려 그를 노려보자 신음소리와 함께 뒤로 주저앉고 말았다. 무서운 살기가 거실 안을 가득 채 우기 시작했다. "쳐라!" -파파파팍 사방의 벽이 뒤집히며 다시 창과 도끼를 든 전사들이 튀어나와 카프로스의 전신 급소를 노렸다. 하나같이 사막의 마굴에서 살아남은 마교의 정예들이다. 모두 레벨이 300은 넘는다! 아그마스는 이자가 이번 한번에 죽거나 그에 필적한 상처를 입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순간 카프로스는 오른손으로 자신의 등에 메여진 투핸드소드를 잡았다. ------------------------------------------------ =+=+=+=+=+=+=+=+=+=+=+=+=+=+=+=+=+=+=+=+=+=+NovelExtra(novel@quickskil l.com)=+= 제 목 신마대전 [36 회] 날 짜 2005-01-11 조회 / 추천 1926 / 56 선작수 3370 공지 공지가 없습니 다 옵 션 글자 크기 8 9 10 11 12 13 14 15 <<< 이전 이후 >>> 8-8 ------------------------------- -슈슈슈슉, 까가가강 "아앗, 저럴 수가!" 카프로스는 아주 살짝 몸을 비틀어 급소에 적중당하지 않도록 했을 뿐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많은 암습공격이 마치 강철의 벽을 때린 듯 튕겨나 갔다. 그리고 드디어 검을 잡은 그의 손이 움직였다. -위이이잉 -쾅 길이 2m에 가까운 투핸드소드가 거대한 원을 그리며 움직였 다. 그리고 그 원의 끝에는 아그마스가 있었다. "크악!" 700레벨대의 암흑사제 아그마스는 즉시 뒤로 뛰면서 방어마법을 시전하려고 했다. 그러나 검이 떨어진 바닥으로부터 나온 충격파의 위력은 그와 카프 로스를 공격하던 자들의 예상을 넘어서는 것이었다. -쿠쿠쿵 마치 거대한 파도처럼 모든 사람들을 휘감아 벽에 팽개친 그 충격 파의 데미지는 가볍게 3천을 넘어서는 것이었다. 생명력이 약한 자들은 그 한방으로 정신이 어질어질 할 정도였다. 그리고 다음순간 카프로스가 아그마스가 튕겨진 쪽으로 달려 나가며 소리쳤 다. "[만월의검무]!" -샤아아아, 위이이잉 -튜악 검 끝에서 뿜어져 나오는 요정의 가루와 같은 빛의 조각들은 투핸드소드의 움직임에 따라 거대한 원을 형성했다. 마치 황 금의 달 파이가 이 장소에 나타난 것과 같이. "아아아악!" 그 한방에 물리방어로는 최강이라는 신성계 방어마법 패사령진이 산산조각 으로 깨어졌다. 그 충격에 아그마스는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굴렀다 . 그러나 한번 움직이기 시작한 카프로스의 대검은 잠시도 멈추지 않았다. -위이이이잉, 쾅, 콰콰콰콰 아그마스의 몸을 둘로 쪼개고 그대로 바닥에 박 힌 검은 최고급 카페트와 그 밑에 있는 대리석으로 된 바닥까지도 가르며 완전하게 원을 그렸다. 그의 검은 마치 돌풍처럼 한번 돌기 시작하자 계속 해서 돌면서 걸리는 것을 모두 파괴했다. 벽도, 바닥도, 무기도, 갑옷도 그것을 저지할 수는 없었다. "아아악!" 다시 몇 사람이 검의 궤적에 걸려 비명과 함께 회색으로 변했다. 도대체 얼 마나 강한 힘이 저 안에 들어있을까? 이제는 모든 사람들이 공포에 떨며 벽 과 바닥에 붙어 카프로스가 진정하기를 기다릴 뿐이었다. -샤아아아아 드디어 카프로스의 검이 정지하고 검 끝에서 나오던 빛의 조각 들이 다시 그의 검속으로 들어갔다. 대검의 장점인 파괴력을 최대한 살리면서 원심력을 이용하여 그 스피드와 변화를 강화시킨 최상급 기술 [만월의검무]! 그 위력은 그것을 펼친 장본인 인 카프로스조차 놀라게 할 정도였다. '음, 이거 강하기는 한데, 일단 펼치면 정지하는데 시간이 걸리는군, 뭐 이 런 무식한 검법이 다 있지?' 카프로스는 속으로 혈월신마의 스승이라는 자의 인격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한번 펼치면 원심력을 받아 계속해서 체력이 떨어질 때까지 유지해야하는 검법! 완벽하게 광전사를 위한 검법이라고 할 수 있었다. 물론 검속에 내장되어 있는 기술이기 때문에 그것을 익힐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이런 무기를 사용한 자는 확실히 광전사로 의심을 받을 만 했다. 그러나 카프로스는 일부러 이렇게 홀 안을 파괴했다는 듯 차가운 시선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대리석 가루가 흩날려 바닥에 엎드려 있는 자들의 등과 머리에 내려앉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을 소리 내어 털거나 함부로 몸을 움 직이려는 자는 없었다. 완벽한 정적! 그리고 얼어붙을 정도의 공포가 그 공간을 장악하고 있었다. "교주는?" 이윽고 카프로스의 입에서 말이 흘러나왔다. 검은 헬멧 안에서 나오는 말은 악마의 손톱과 같은 섬뜩함을 실고 사람들의 귀 속으로 파고 들었다. "자,잠시만 기다리십시요!" -벌떡 습격을 한 자들 중에 가장 지위가 높은 자일까? 한쪽에 검은 안대를 한 사내가 벌떡 일어나 즉시 한쪽 문을 열고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남은 자들도 조심스럽게 일어나 그가 들어간 방속으로 따라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제 홀 안에는 카프로스만 남았다. 최고급 향나무로 만든 소파와 테이블도 모두 조각이 난지 오래였다. 처음에 카프로스에게 죽은 아그마스는 이미 그 시체마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그는 잠시 그대로 서 있다가 서서히 자신의 검을 다시 등에 맸다. 공포와 힘을 보였으니 이제는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 "뭐라고? 11장로님이 죽었다고?" "넷, 그 카프로스라는 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강자였습니다. 저희 마살대 의 집중공격을 몸으로 받아내고도 아무런 거리낌이 없는 것으로 보아 인간 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마살대 대장인 독안사도 위영은 공포에 질린 목소리로 보고를 했다. 그의 앞에는 네 명의 암흑사제가 있었는데, 복장으로 보아 하나같이 고위사제임 에 틀림없었다. 그들은 위영의 보고에 자신도 모르게 신음소리를 내며 서로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소? 13장로." 12장로인 탈론은 옆에 있는 자에게 물었다. 사실 그들은 11장로인 아그마스 를 따라 이 동대륙에 온 후 고위사제가 된 자들이다. 원래는 장로의 지위에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할 수 있겠지만, 서대륙의 암흑 신교가 멸망한 다음부터는 아그마스의 허락을 받아 모두 장로의 직을 받았 다. 그러나 그들의 레벨은 이제 겨우 500을 넘긴 정도였고, 600이 안 되었 다. "음, 이일은 심각한 일입니다. 11장로님이 방심했다고는 해도 별 저항도 못 하고 죽었을 정도면 그자는 거의 인간의 한계에 달한 암흑기사라고 봐야 하 지요." 천 레벨에 근접한 암흑기사! 이들은 아직 그런 고수와 대등하게 면담을 할 자신이 없었다. 그때, 한쪽에 있던 15장로인 주욘이 말했다. 레벨은 이제 겨우 500을 넘긴 그였지만, 잔꾀로는 모든 사람들의 인정을 받고 있는 그였다. "음, 이번에는 그를 앞세울 수밖에 없을 것 같소." "뭐라고? 그자를 교주라고 인정하잔 말이오?" "주욘 장로, 제정신이오?" 나지훔, 서대륙에서 건너온 암흑신교의 생존자! 그자는 교주의 영패와 교주 의 독문무기인 암흑마전을 보이며 자신이 차대 교주라는 것을 주장했다. 그러나 아그마스를 비롯한 모든 암흑사제들은 그것을 인정하지 않았다. 사 람들은 그를 비웃었다. 환술사 따위가 감히 위대한 암흑신교의 교주를 칭하 다니? 그러나 교주의 영패는 둘째 치고, 암흑마전은 교주가 자발적으로 전수하지 않으면 절대로 소유할 수 없다. 결국 모든 사람들은 교주가 최후의 순간 자신의 살아남은 제자인 나지훔에 게 차대 교주에게 그것을 넘기라는 유언을 남겼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었 다. 맹세를 저버리고 자신이 교주의 자리를 탐하다니? 그들은 분개했다. 사실 교주의 자리는 자신들 중에서 나와야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자신들이야말 로 자랑스러운 어둠의 고위사제다. 그러나 아무리 나지훔이 음모를 꾸몄다고 해도 교주의 영패와 독문무기를 지닌 자를 공격할 수는 없었다. 교주의 영패가 가지는 신위는 절대적인 것 이다. 결국 아그마스는 나지훔을 격리시켰다. 그리고 그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교주의 영패와 교주의 독문무기를 이 동대륙까지 무사히 가져온 것은 결코 작은 공이 아니다. 그러므로 정식으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지금 고위사 제들 중 한명에게 교주의 위를 넘기면 장로로 임명하겠다! 정말 아그마스로 써는 최선의 양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나지훔은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지독한 놈! 모든 사람들이 인정을 안 하는 데도 끝까지 우기다니? 고위사제들은 모두 그렇게 그를 욕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이번에 그자를 교주라고 저 암흑기사에게 소개하면 어떻게 되겠소? 고위사 제가 아닌 환술사를 말이요." 15장로인 주욘은 웃으면서 말했다. 부드러운 웃음, 그러나 그 말속에 담긴 뜻은 결코 부드럽지 않았다. "오호, 그렇군요. 우리는 절대로 그 나지훔이라는 사기꾼을 죽일 수 없지만 , 카프로스라는 암흑기사는 그런 제약이 없지요." 그때서야 15장로의 말뜻을 이해한 장로들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NovelExtra(novel@quickskil l.com)=+= 제 목 신마대전 [37 회] 날 짜 2005-01-11 조회 / 추천 1419 / 82 선작수 3370 공지 공지가 없습니 다 옵 션 글자 크기 8 9 10 11 12 13 14 15 <<< 이전 8-8 ---------------- -------- "크윽, 이놈들! 감히 교주인 나를 이렇게 가두다니! 용서하지 않겠다." 나지훔은 자신의 영패를 손으로 꾹 쥔 채 그렇게 중얼거렸다. 이미 수천 번 을 반복한 대사! 그러나 그의 가슴속의 불꽃은 조금도 약해지지 않았다. 암흑신교의 교주! 그 지고무쌍의 지위에 올랐지만 이미 교는 멸망했고, 마 지막 남은 동대륙의 비밀지점은 자신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이 실수했음을 깨달았다. 이곳은 네크로맨서가 되기 전에는 와서 는 안 되는 장소였다. 저 간악한 아그마스와 그의 제자나 다름없는 고위사 제들은 자신들 중에 한 사람이 교주가 되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할 것 이다. 떠날 수도 없다. 감금당한 것이다. 솔직히 지금에 와서 느끼는 거지만, 만 약 자신이 그냥 500레벨의 암흑사제로 교주의 영패를 들고 왔다고 해도 그 들이 자신을 인정하지 않았을 것이다. 암살! 암흑의 여신은 힘이 있는 자가 위로 올라가는 것을 막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환술사라는 직업 덕분에 아직 살아있다고 할 수 있었다. 그 들은 자신이 절대로 교주가 될 수 없다고 믿고 있었고, 여유만만하게 자신 을 설득하려 하고 있었다. -덜컹 한참 생각을 하고 있는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이지? 아그마스가 또 나를 설득하러 온 것일까? 그러나 나는 절대로 용납하지 않 는다! 나는 위대한 암흑신교의 교주다! "나지훔, 아직 포기하지 않았나?" 12장로라는 놈이었다. 아그마스에게 아부하는 것이 최대의 장점인 놈! 어째 서 암흑의 여신은 저놈을 고위사제가 되는 것을 인정했을까? 나지훔은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장로라고 인정하지도 않는 자와 교주 가 함부로 대화 할 수는 없었다. 그가 생각하기에 이 동대륙 지부에서 장로 의 자격을 가진 자는 오직 한사람, 인정하기는 싫지만 아그마스 이외에는 없었다. "나지훔, 대답하라. 너는 아직도 스스로를 교주라고 주장하고 있는가?" 옆에 서있던 자가 다시 말했다. 15장로라는 놈이다. 저놈은 잔꾀만 부리고 수련을 등한시 하는 놈이다. "크크크, 여전히 오만하군. 11장로 이외에는 말을 하려고도 하지 않다니, 확실히 우리는 정식으로 교주의 임명을 받은 장로가 아니지." 그들은 속으로 나지훔을 죽여 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끼며 음침하게 웃었다. 살기가 방안에 가득 찼다. 그러나 지금 이자는 할 일이 있었다. "나와라! 교주를 찾아온 자가 있다." -힐끔 12장로라는 놈의 말에 겨우 고개를 돌린 나지훔은 엄숙한 목소리로 말했다. "교주에게 하는 보고는 아그마스 장로만 할 수 있을 텐데? 그는 교의 규칙 을 무시하기로 한 건가?" "뭐라고!" 13장로라는 놈이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다. 전사와 같은 거대한 체구에 걸 맞게 머리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면서 성격만 급한 놈이다. -턱 앞으로 뛰어나가려는 13장로를 잡으며 15장로 주욘은 말했다. "11장로는 그자에게 죽었다. 다크팰러딘 카프로스, 교주를 찾는 자이다. 1 장로의 신패를 가져왔기 때문에 그를 들였지만, 어쩌면 적일지도 모르지." "으음." 나지훔은 심각한 표정으로 나직하게 신음소리를 내며 생각을 했다. 카프로 스? 모르는 자이다. 그런 자가 있다는 얘기는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다. -벌떡 "가지. 나를 만나러 왔다면 만날 수밖에." 어차피 이대로 있어봐야 아무런 변화가 없다! 그는 결단을 내려 그자를 만 나기로 했다. 11장로를 죽인 자! 눈앞의 바보들을 공포에 떨게 하는 자를 만나 자신의 운 명을 시험해 보아 한다. "크크크, 여전히 자신만만하군. 하지만 그자가 과연 너를 인정할까? 환술사 인 너를?" 뒤쪽에서 들려오는 비웃음소리는 나지훔의 가슴을 떨리게 했지만 그는 이를 악물고 계속해서 걸음을 옮겼다. 이자들의 속셈은 바로 알 수 있다. 하지만 비록 죽음을 향해 스스로 걸어 들어가는 것이 될지라도 그와 만나겠다. 나는 암흑신교의 교주다! 나지훔은 속으로 계속해서 그렇게 중얼거리며 떨리는 다리에 힘을 주었다. ----------------------------- 카프로스는 이미 하녀의 인도로 다른 방으로 자리를 옮긴 상태였다. 가벼운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식탁이 놓여있는 그 방은 여전히 화려했지만 그래도 차분한 분위기의 장소였다. 하녀가 벌벌 떨리는 손으로 들고 온 차를 마시며 여유롭게 앉아있는 그의 모습을 보면 방금 전까지 사람을 조각으로 만들던 공포의 암흑기사로는 보 이지 않았다. 창문으로 보이는 하늘에는 구름이 붉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해가 지는군! 카프로스는 시간이 꽤 지났음을 깨닫고 다시 실력행사를 해야 하는가 하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초반에 확실히 기선을 제압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자신이 지금부터 하려는 일은 합리적이라기보다는 힘과 광기에 의한 폭주이기 때문에 절대적인 카리 스마가 필요했다. "찾아가야겠군." 그는 그렇게 말하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스스스스스 마치 안개와도 같은 살기가 방안에 가득 찼고 카프로스는 자신 의 등 쪽으로 손을 뻗어 검을 잡았다. "꺄아아아!" 문가에 서서 카프로스의 눈치를 보던 하녀가 마치 비상벨을 울리듯 비명을 질렀고 그것이 신호라는 듯 거대한 검은 다시 뽑혔다. 그러나 때마침 문이 열리며 사람들이 들어왔다. "잠깐! 이곳은 암흑신교의 지부! 아무리 다크팰러딘이라고 해도 함부로 날 뛰는 것은 용납하지 않겠다!" 선두에 선 검은 로브를 입은 남자가 외쳤다. 카프로스의 살기에도 기죽지 않겠다는 듯 힘있는 목소리였다. -휘익 "그대는 누구인가?" 검이 바닥에 닿을 듯 말듯 한 상태로 그 남자 쪽으로 향했다. 언제라도 그 를 벨 수 있다는 시위일까? 살기는 더욱 강해졌다. "내가 바로 그대가 찾는 자다!" 나지훔은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고 말했다. 대단한 살기였다. 정말로 자신의 사부인 묵혈신마의 그것에 비해 조금도 뒤떨어지지 않았다. 얼음으로 만들 어진 맹수의 기운이 이럴까? 불로 된 악마와 같은 사부와는 전혀 다른 성격 의 살기였다. "으음, 그렇다면 영패를 보여주시오." 카프로스는 약간 살기를 죽이며 말했다. 후드를 뒤집어 써 얼굴을 알수 없 지만 목소리로 보아 나이가 많아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전대 교주가 죽고 서대륙의 기반이 모두 무너졌다고는 해도 마교의 교주를 이런 젊은 사람이 할 수 있을까? 그러나 그의 의심은 나지훔이 자신의 영패를 꺼내 내밀자 곧 사라졌다. 진품이다! 7마리의 마족이 마치 살아있는 듯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는 영패, 전설 속에 남아있는 암흑마교의 교주신패였다. -척 "교주를 알현하오. 나는 카프로스요." 카프로스는 즉시 한쪽 손을 가슴에 대어 기사의 예를 취하며 자신을 소개했 다. "으음, 그대는 어둠의 어머니의 기사는 아니군. 공포가 바로 그대의 힘인가 ?" "적의 비명이 바로 나의 생의 이유, 분노는 나의 힘의 근원." 공포의 신의 다크팰러딘의 구호! 이자는 공포의 신 스샤라자의 기사다. 나지훔은 상대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그렇군. 그런 그대가 무슨 이유로 어둠의 교단에 들어와 11장로를 죽였나? " "나를 공격한 자에게 돌아갈 것은 오직 죽음뿐! 그대는 나에게 그것을 따지 지 않는 것이 좋다." 갑자기 높아진 살기! 확실히 이자는 공포의 신의 기사라고 할 만 했다. 사제의 힘이 가장 강력한 것은 물론 어둠의 주신인 샤이아드쪽이지만 어둠 의 전신인 스샤라자는 상대적으로 다크팰러딘이 강한 것이다. "좋다! 11장로가 그대를 바로 나에게 인도하지 않고 오히려 공격을 가했다 니 이일은 일단 접어두기로 하지. 이제 그대가 나를 찾아온 용건을 말해라! " 그는 기죽지 않겠다는 듯 약간 날카로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자 카프로스 는 조용히 그를 응시하다가 그에게 물었다. "그런데 이상하군. 내 눈이 틀리지 않았다면 그대는 어둠의 여신의 사제가 아닌 것 같은데? 설마 암흑사제가 아닌 자가 교주의 위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인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하는 카프로스의 질문에 모든 사람들이 긴장했다. 뒤쪽에 서 있던 암흑사제들은 속으로 드디어 때가 되었다고 환성을 질렀고, 나지훔은 절망이라는 가장 깊은 어둠속으로 빠져드는 자신을 발견했다. "나는 환술사다! 하지만 전대 교주이신 묵혈신마로부터 정식으로 교주의 위 를 이어받은 후계자는 바로 나다!" 말도 안 되는 소리! 뒤쪽에 있는 모든 암흑사제들은 속으로 그렇게 소리쳤 다. 그리고 그들은 저 암흑기사도 곧 그렇게 외치며 검으로 이 사기꾼을 둘 로 가를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러나 카프로스는 그러지 않았다.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받은 듯 잠시 멍하니 서 있던 카프로스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것도 하늘의 뜻인가?" -턱 "실례했소. 과연 그대는 어둠의 여신이 안배한 암흑신교의 교주가 맞소 ! 위대하신 여신에게 영광이 있기를! 교주, 그대와 둘이서 하고 싶은 얘기 가 있는데 독대를 허락해 주시겠소?" 카프로스는 아주 정중하게 나지훔에게 예를 취하며 정식으로 면회를 요청했 다. 그것이야말로 뒤쪽에 서 있던 모든 암흑사제들의 의표를 찌르는 정신공격이 라고 할 수 있었다. ---------------------------------------------- =+=+=+=+=+=+=+=+=+=+=+=+=+=+=+=+=+=+=+=+=+=+NovelExtra(novel@quickskil l.com)=+= 제 목 신마대전 [38 회] 날 짜 2005-01-12 조회 / 추천 3595 / 118 선작수 3390 공지 공지가 없습니 다 옵 션 글자 크기 8 9 10 11 12 13 14 15 <<< 이전 이후 >>> 8-8 ---------------------------------- 밀실, 그것은 외부와는 단절된 공간을 의미한다. 지금 카프로스와 나지훔이 앉아있는 방은 바로 이 조건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으니 밀실이라고 할 만 했다. 지금은 죽어서 마나로 돌아간 아그마스의 서재, 음파도 새어나가지 않는 방 음의 공간이었고, 그 위에 나지훔이 다시 환상으로 벽을 만들어 혹시라도 외부의 사람들이 엿보는 것을 막았다. "이제 그대가 나를 찾아온 이유를 말해 보시오. 듣자하니 수석장로의 영패 를 가지고 왔다고 하던데, 그대가 그것을 얻게 된 경위도 듣고 싶소." 마영신장 서무극, 암흑신교가 자랑하는 그의 그림자는 너무나도 컸다. 사실 그만 살아있었어도 신교는 저들의 공격을 견디어 냈을지도 모른다. "음, 천하가 넓다고 해도 본좌와 겨룰 수 있는 사람은 몇 되지 않소. 마영 신장은 나와 성격도 비슷하여 세상에서 오직 하나뿐인 친구라고 할 수 있소 ." "아!" 카프로스의 말에는 그가 최소한 900레벨이 넘은 절대고수라는 뜻이 포함되 어 있었다. 조용히 한쪽 공간을 응시하며 나직하게 말하는 그의 말소리에는 절대자의 경지에 오른 자의 고독의 향기가 나타나고 있었다. -쾅 "그가 그렇게 정파의 음모에 희생당할 줄은 몰랐소. 알았다면 그렇게 놔두지는 않았을 것이오!" -부득 그가 이를 가는 소리가 들렸다. 주먹으로 가볍게 내려친 것 같은데 테이블의 한쪽이 그대로 함몰되어 버렸다. "그가 어느 날 본좌를 찾아와서 이 영패와 자신이 숨기고 있던 재화를 모두 맞기며 만약의 경우에 암흑신교에 조력을 부탁한다고 했을 때에 심상치 않 음을 느꼈소. 하지만 나와 그의 평생의 숙원에 대한 단서를 얻어 동대륙으 로 떠나는 순간이었기에 그를 보낼 수밖에 없었소. 크윽, 그가 서문기검 따 위와 동귀어진하다니!" 엄청난 살기가 서재 안을 휘감았다. 당장이라도 서대륙으로 건너가 정파 놈 들을 쓸어버리겠다는 듯 주먹을 부르르 떠는 카프로스의 눈에서는 파란 안 광마저 일어나고 있었다. "으음, 그렇게 된 것이군. 그럼 그대가 이곳까지 찾아온 이유는 수석장로의 영패를 돌려주기 위해서인가요?" 본론을 얘기하자! 나지훔의 눈은 빛나고 있었다. 확실히 이자의 능력이라면 이 썩은 동대륙지부를 변화시킬 수 있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그는 자신을 교주로 인정하고 있었다. 잠시 침묵하던 카프로스는 겨우 냉정함을 찾은 듯 살기를 거두며 자신의 용 건을 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은 나지훔의 상상을 초월하는 내용이었 다. "나는 마영신장이 전해준 정보를 나름대로 조사하여 그것이 사실임을 알 수 있었소." 마영신장은 말했다. 서대륙을 뒤집어엎는 계획이 암흑신교 안에서 계획되어 실행되기 직전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완벽하게 세상을 장악할 수 없다 . 세상을 어둠의 불꽃으로 태우기 위해서는 네크로맨서가 나타나야 한다! -쿵 "네,네크로맨서?" 나지훔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꿈에서도 그리던 단어가 상대의 입에서 나오다니? "그렇소. 네크로맨서! 마영신장은 그것을 위해서는 하나의 물건이 필요하다 고 했소." 네크로노미콘! 전설의 네크로맨서를 탄생시키는 어둠의 신의 축복이 이 세 상 어딘가에 있다고 한다. 그리고 마영신장과 자신이 조사한 바에 의하면 그 물건은 동대륙에 있다고 했다. "결국 나는 동대륙으로 왔소. 바이가스가 멸망한 이후 한 번도 오지 않았던 이곳에!" 힘든 모험이었다. 이 동대륙은 서대륙과는 또 틀리다. 암흑기사라는 것을 들키면 제국의 정규군이 추적을 시작할 것이다. 신분을 감춘 채 수 많은 마굴을 뒤졌다. 도둑길드에 뿌린 정보비만 해도 10 0만 골드가 넘는다. 그렇게 몇 년을 보냈지만 네크로노미콘의 행방은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포기하지는 않았다. 암흑신교마저 멸망한 지금, 세상을 다시 어둠으 로 뒤덮어 모든 사람들을 공포에 빠뜨리기 위해서는 네크로맨서가 탄생하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꿀꺽 "그래서 네크로노미콘의 행방은 찾았소?" 나지훔은 극도로 긴장한 채 겨우 입을 열어 물었다. 그러자 카프로스는 조 용히 품속에 손을 넣어 하나의 비단주머니를 꺼내 탁자에 놓았다. -탁 모양으로 보아 책인 것 같았다. 나지훔은 떨리는 손으로 조심스럽게 그 것을 풀었다. "아! 어둠의 여신이시여!" -주르르륵 검은 표지에 붉은 글씨로 쓰인 네크로노미콘 이라는 자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눈물이 나왔다. 이것이 바로 여신의 뜻이었구나! "과연 전대 교주인 묵혈신마는 그대에게 최후의 희망을 건 것 같소. 아마 그대는 이 비밀을 알고 있을 것이오. 그렇지 않소?" -끄덕, 끄덕 나지훔은 두 손으로 그 책을 꾹 쥔 채 고개를 끄덕였다. 여전 히 두 눈은 그 책에 쓰여 있는 제목을 보고 있었다. "네크로맨서가 되시오! 세상을 암흑을 불꽃으로 태우는 거요!" 그의 목소리는 마치 운명의 신의 선언과도 같이 나지훔의 가슴속에 파고들 어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흉토를 남겼다. 그 때였다. -콰당 갑자기 문이 부서지며 밖에서 수십 명의 사람들이 뛰어 들어왔다. "쳐라! 암흑신교를 배반하고 적과 타협하려는 저 배교자 나지훔의 사지를 찢어라!" 지부의 고수들! 그리고 4명의 어둠의 고위사제들! "이 놈들, 너희가 감히!" 나지훔은 기가 막혔다. 이 카프로스라는 자가 자신을 인정하자 저 12장로라 는 놈부터 15장로라는 놈들이 수를 써서 자신들을 죽이려 하고 있었다. 무려 30명에 달하는 상급직 전사, 기사, 그리고 암살자들이 눈에 보였다. 암흑의 사제가 아니라서 그렇지 저기 뒤쪽에 서 있는 전사 에프라는 레벨 7 00의 고수다. 이 좁은 장소에서 이정도의 고수들의 합공을 받는다면 아무리 900레벨대의 암흑기사라도 무사하기는 힘들 것 같았다. 그러나 카프로스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 문이 부서지는 순간 자리에서 일어나 손으로 한쪽에 내려놓은 대검을 쥔 그는 나직한 목소리로 중얼거렸 다. "마영신장이 이런 떨거지들을 믿고 죽어갔다는 말인가?" 옆에 서 있던 나지훔은 알 수 있었다. 헬멧 속의 카프로스가 웃고 있음을, 분노로 가득 찬 웃음, 그것은 살기로 가득 차 있었다. -우우우우웅, 화르르르륵 그가 조용히 시동어를 외치자 그 큰 투핸드소드에 서 검은 불꽃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일반적인 언홀리웨폰의 효과와는 너무 나도 틀린 거대한 불꽃! 그것은 그의 몸 주위에 쳐진 마법방어오라에 반사 되는 빛마저도 흡수하면서 더욱 거세게 불타오르고 있었다. "저,저것은 극대암흑성검!" 12장로의 입에서 경악성이 튀어 나왔다. 믿을 수 없었다. 극대암흑성검이라 니? 그리나 그의 말에 담긴 뜻은 주위에 전염병처럼 퍼져나가 사람들을 헤 어날 수 없는 공포속으로 빠뜨렸다. 그날, 12장로부터 15장로에 이르는 암흑의 대사제는 1천 레벨의 테러나이트 카프로스 폰 다크플레임에게 모두 제거되었다. 그리고 나지훔이 새롭게 암흑사제가 되어 정식으로 모든 사람의 충성의 맹 세를 받고 암흑신교의 새로운 교주의 자리에 등극했다. 이렇게 자신의 꿈을 이룬 나지훔은 카프로스에게 교주의 스승에 해당하는 태상장로의 권위를 인정함으로써 교의 모든 사람들에게 그의 권위가 교주의 권위와 동등한 위치에 있다는 것을 알렸다. 레디안 제국의 남쪽에 위치한 항구도시 파덱스, 그곳에서 세상을 놀라게 할 마교의 불꽃이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서서히 피어오르고 있었다. ---------------------------------- =+=+=+=+=+=+=+=+=+=+=+=+=+=+=+=+=+=+=+=+=+=+NovelExtra(novel@quickskil l.com)=+= 제 목 신마대전 [39 회] 날 짜 2005-01-12 조회 / 추천 3255 / 116 선작수 3390 공지 공지가 없습니 다 옵 션 글자 크기 8 9 10 11 12 13 14 15 <<< 이전 이후 >>> 8-8 ---------------------------------- 일단 내부를 정리한 나지훔과 카프로스는 새롭게 임명한 다섯 명의 장로와 함께 회의를 시작했다. 가장 시급한 일은 교주인 나지훔이 정식으로 네크로맨서가 되는 일이다. 이 것은 모든 사람들이 동의했다. 그러나 확실히 말해 네크로맨서가 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마족을 소환해야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마족을 소환한 후에 그 마족이 이 곳에서 활동할 수 있는 몸체를 준비해야 된다는 겁니다." 나지훔은 카프로스에게 그렇게 설명을 시작했다. 이미 태장장로로 임명하고 교주의 스승대우를 하기로 했기 때문에 카프로스는 오직 유일하게 교주에 게 존댓말을 듣는 존재가 되었다. "으음, 확실히 쉽지 않은 일이군요." 소환을 하기 위한 의식으로는 몇 가지 방법이 있는데, 그중 대부분이 지금 사용하기 힘든 것이었다. 제물로 쓰기위해 사람을, 그것도 귀족이나 왕족을 무차별로 납치하면 일을 벌이기 전에 정체가 발각될 수 있기 때문에 조심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뿐만 아니라 일단 마족을 소환해도 그 능력을 충분히 살리기 위해서는 충분 히 강력한 몸체를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네크로맨서의 파트너로 그의 일생동안 절대적인 조력이 되는 마족, 그는 강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한참을 고민하던 카프로스는 이윽고 입을 열어 말했다. "제물의 문제는 레벨 500이 넘는 고위 기사 몇 명의 영혼을 타락시켜 데스 나이트로 만드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겠소?" "아니? 그런 타락한 영혼을 가진 자가 있단 말이오?" 기사는 왕국에 충성을 맹세한 자, 그런 자가 암흑신의 세례를 받기로 하고 자신의 영혼이 파괴될 일을 승낙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할 수 있 었다. 하지만 만약 그런 자가 있다면 네크로노미콘이 말하는 네크로맨서의 승급조 건인 최상급언데드의 제조가 가능해진다. 레벨 700의 초강력 언데드 데스나이트! 그것의 재료는 레벨 500이 넘은 상 급기사의 몸이다. 단, 피시술자가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절대로 성공 하지 못한다. 카프로스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내가 아는 이계인들은 욕심을 위해서는 충분히 자신의 영혼을 팔수 있소. 하물며 그들에게 있어서 본래의 몸도 아닌 껍데기를 포기하는 대가로 많은 재물과 아이템, 그리고 무공서나 마법서가 보장된다면 그들 중에서 기꺼이 몸을 포기하는 자가 나올 것이오. 만약 그들의 몸을 이용하는 것이 가능하 다면 한명이 아닌 여러 명의 데스나이트를 생산하는 것도 가능하오." 카프로스는 그렇게 자신이 연구한 이계인들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이계인들은 이 세계를 자신의 세계인 어스처럼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세상이 어떻게 되던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들은 스스로의 몸을 포기해도, 어스에서의 생활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 그리고 신체를 잃더라도 다시 새로운 몸을 만들어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으음, 그런 일이!" 나지훔은 카프로스의 말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그의 말이 정말이라면 이 계인이야말로 암흑의 여신 메사아드의 은총이라고 할 수 있다. 세상에 대한 어떤 미련도 없는 인간, 이보다 더 세상을 어지럽히는 존재가 있을까? 그렇게 모든 사람들이 카프로스의 말에 빨려 들어가고 있을 때, 드디어 때 가 왔음을 느낀 카프로스는 폭탄선언을 했다. "마영신장이 떠나기 전에 나에게 남긴 재물과, 내가 그동안 모은 재물을 합 치면 3백만 골드를 약간 넘소. 이것을 이용하면 그들의 신체를 사는 것도, 세력을 일으키는 것도 가능할 것이오. 무엇보다 지금은 전쟁 중이라서 민심 은 혼란하고 치안을 유지할 병사는 모자라오. 이때가 아니면 기회가 없으니 서두릅시다!" -쿠쿠쿵 "헉, 3백만 골드!" "그런 거금이?" 모든 사람이 헛바람을 들이키며 탄성을 질렀다. 3백만 골드라니? 그런 거대 자금은 과거 암흑신교가 번성했을 때에도 함부로 다룰 수 없었던 금액이 아 닌가? "하하하하, 과연 어둠의 불꽃을 다시 일으키려는 태상장로의 진심은 잘 알 겠소! 합시다! 그 정도의 자금이라면 이 동대륙을 통째로 불태워 버릴 수 있을 것이오!" 나지훔은 크게 흥분하여 웃으며 소리쳤다.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절망 속에 갇혀 살다가 이제는 정식으로 교주가 되었고 그의 꿈을 무엇이든 이루어주 는 마법사와 같은 존재인 카프로스가 옆에 있었다. 네크로맨서가 된다! 그 리고 그 강력한 힘으로 세상을 모두 불태우리라! 이미 나지훔은 자신의 고향이나 다름없는 암흑신교를 멸망시킨 세상을 저주 하고 있었다. --------------------------------- 그 날부터 레디안에 소속된 이계인 기사들 중, 하이랜더 기사단에 끼이지 못하고 후방방어를 맡은 자들에게 은밀한 접촉이 시작되었다. 사실 원래 하이드래곤 길드 소속이 아닌 그들은 당연히 좋은 대접을 받을 수 없었다. 거기에 악령기사와 그리안 공작이 하이랜더 기사단의 육성을 위 해 강력한 기술과 아이템들을 그들에게 우선적으로 지급하기 시작하자 당연 히 소외된 자들의 불만은 높아져 갔다. 나름대로 열심히 캐릭을 키워서 상급기사까지 됐는데 변변한 최상급 스킬도 없고 아이템도 허접하다면 정말 게임을 할 맛이 안 나는 것이다. 그런 그들에게 몸을 포기하는 대가로 평소에 찾아보기 힘든 특수한 최상급 기술과 레어 아이템 세트를 지불하겠다는 자들이 나타났다. "어째서 내 몸이 필요한 거지?" 그들은 물었다. 그러자 그들을 찾아간 자들은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마법실험에 쓸 겁니다. 물론 상당히 사악한 마법이기 때문에 캐릭이 소멸 되어야 하지요." 보통 기사들이었다면 이런 말을 듣는 순간 상대를 죽이거나 붙잡아 정부에 넘겼을 것이다. 그러나 이계인들은 틀렸다. 그들은 마치 비밀의 음모라도 꾸미는 듯 히죽 웃으며 그들에게 더욱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마교에게 포섭당해 일하고 있는 이계인 에이전트들은 그런 그들을 보고 마 주 웃으며 역시 우리는 통한다 라고 말했다. "좋아. 나도 더 이상 허접캐릭은 하기 싫으니까! 물건만 확실하면 이 캐릭 포기하고 새로 키우지, 이번에야 말로 1차 전직만 하면 바로 최상급기술을 익혀 강력한 캐릭을 키워보겠어!" 그들은 그렇게 말하고 에이전트들이 지시하는 대로 마법진안에서 9번을 죽 고 마지막 캐릭 소멸한계인 10번째의 죽음에서 악마에게 몸을 판다는 서약 을 했다. -팍 저주가 걸린 단검이 심장을 뚫고 나가자 마침내 캐릭 소멸의 순간이 왔 다. 이제 그 유저는 이 몸을 영원히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런데 신기하 게도 회색으로 물들어야 할 몸이 검게 물들기 시작했다. "성공이다! 정말로 그들의 몸으로도 데스나이트를 만들 수 있군!" 단검을 손에 든 나지훔이 흥분한 채 소리쳤다. 네크로맨서가 될 수 있다! 그것도 강력한 데스나이트 부대를 거느린 최강의 네크로맨서가! 옆에서 그것을 지켜보는 카프로스는 헬멧 속에 있어서 드러나지 않는 입가 에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한 달이 가기 전, 나지훔은 10명의 데스나이트를 얻을 수 있었다. 비록 50 만 골드에 가까운 자금이 사라졌지만 이제 마족을 소환할 자격을 얻은 나지 훔은 열심히 네크로맨서가 되기 위한 최후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마족소환진이었다. (9권에서 계속) ------------------------------------------------ 에고, 힘들당.. =+=+=+=+=+=+=+=+=+=+=+=+=+=+=+=+=+=+=+=+=+=+NovelExtra(novel@quickskil l.com)=+= 제 목 신마대전 [40 회] 날 짜 2005-01-12 조회 / 추천 3219 / 99 선작수 3390 공지 공지가 없습니 다 옵 션 글자 크기 8 9 10 11 12 13 14 15 <<< 이전 8권 완결후기. 안녕하세요. 김운영입니다. 드디어 8권이 끝났네요. 지난달에는 정말 바빠서 신마대전의 연재가 조금 느렸습니다. 투마왕 1, 2, 3권을 마무리 짓고 그것을 수정해야 했기 때문이죠. 한권 수정하는데 다섯 편에서 열편 올리는 시간이 들어가거든요. 그래도 출 판을 위한 최종원고를 안 만들면 돈으로 바꿀 수 없으니 해야지요. 8권은 대륙의 패권을 놓고 싸우는 전쟁입니다. 가장 북쪽에 위치한 바이가스에서 반란이 나고, 남쪽의 레디안에서 동시에 치고 올라감으로써 전쟁이 시작됩니다. 중앙에서 힘을 키우던 파스트 제국에게는 최악의 사태라고 할 수 있지요. 이것저것 전략을 구상하고 나름대로 게임 속에서 말이 되도록 꾸미기는 했 지만 역시 아직 김운영은 대규모 전쟁을 묘사하기에는 역량이 부족한 듯 싶 습니다. 계속 글을 쓰다보면 많이 나아지겠죠. 그래도 어찌됐든 이렇게 무사히 8권을 완결하고 9권 암흑제국 편으로 넘어 가게 되었습니다. 라딘이 마음을 독하게 먹으면 세상이 조금 어지러워지지요. 이것이 힘을 가 진 자의 숙명일까요? 점점 양심을 잃어가는 것 같습니다.(원래 있었는지는 묻지 않기로 약속합시다.) 새해가 되면서 컴퓨터에 문제가 생겨서 결국 1주일정도 매일 잠도 제대로 못자고 일도 진척이 없었습니다. 복구하는 것이 거의 한계였지요. 그 결과 작업계획에 엄청난 차질이 생겨버 려서, 몸도 좀 맛이 가고, 연재를 약간 줄였습니다. 고의는 아니었습니다. 죄송합니다. 그 결과 8권은 버그도 많아져서 수정에 더욱 시간이 걸리게 되었지요ㅜㅜ. 앞으로도 매일 2연재는 사실상 조금 힘들 것 같습니다. 방학이라서 2시부터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아침하고 밤 밖에는 글을 쓸 시간이 없게 되었거든 요. 투마왕도 올려야 하기 때문에... 하지만 시간이 나는 대로 계속해서 글 을 올리겠다는 말씀은 드릴 수 있습니다. 그럼 내일부터 신마대전 9권 암흑제국을 연재하겠습니다. 연재기간은 아마 도 한 달이 조금 못 될 것입니다. 그 후에는 대망의 10권 신마대전(소제목 이 신마대전입니다.)을 연재하겠습니다. 3월이 되기 전에 연재가 끝나면 좋 겠습니다. 계속해서 읽어주시고 날카로운 지적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아울러 1월 11일에 출간된 투마왕 1,2권의 선전도 감히 부탁드리겠습니다^^ . 그거 안 팔려서 2부 못쓰게 되면 전 정말 슬플 겁니다. 신마대전 해체하면 서 울었는데... =+=+=+=+=+=+=+=+=+=+=+=+=+=+=+=+=+=+=+=+=+=+NovelExtra(novel@quickskil l.com)=+= 신마대전 09권 - 암흑마교 - |차례| Chap 1 . 네크로맨서 7 Chap 2 . 무장 봉기 33 Chap 3 . 최후의 진격 63 Chap 4 . 적과 아군 83 Chap 5 . 파스트 제국 115 Chap 6 . 최후의 만남 171 Chap 7 . 바람의 신전 215 Chap 8 . 노 라이프 킹 ( No Life King ) 279 Chap 1. 네크로맨서 마족을 소환하는 것은 알고 보면 어렵지 않은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네크로 노미콘에 아주 친절하게 마법진이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재물을 구하는 것도 문제이고, 다시 마족이 들어갈 몸체를 만드 는 것도 문제이다. 원래 환술사가 마족을 소환하여 계약을 맺으면 마족이 그 환술사를 암흑사 제로 만들어준다. 그리고 그자의 생이 끝날 때까지 옆에서 보호를 해주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후에 그 암흑사제가 네크로노미콘에 들어있는 실험을 모두 끝내 고 다시 최상급으로 분류된 언데드를 제작하면 드디어 네크로맨서로 전직하게 된다. 그러나 지금 나지훔은 그 순서를 무시하고 최상급 언데드인 데스나이트를 먼저 제작했다. 그 이유는 데스나이트의 기운으로 마족소환의 제물을 대신하려는 것이다. 네크로노미콘이 요구하는 제물 중 가장 어려운 것이 바로 상급언데드의 죽 음의 기운이었지만, 아직 세상에 나타나서는 안 되는 그들로서는 이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었다. 그리고 10기의 데스나이트가 완성되자 드디어 마족소환진을 그리고 마족을 소환할 단계에 왔다. "음, 그럼 일단 마족과 계약을 맺기만 하면 얼마 안 있어 나는 네크로맨서 가 되는 것이오?" "그렇다고 볼 수 있소. 실험준비도 거의 다 끝난 상태니 늦어도 보름 안으 로 될 것이오." 카프로스가 장담하자 나지훔은 상당히 기분이 좋아졌다. 이자를 만난 지 그다지 길지 않은 시간이 흘렀지만, 그의 말에는 항상 무게 가 있었다. 1천 레벨! 그것만으로도 지금 지부의 모든 사람들이 그를 인정하고 경외한 다. 그것은 자신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그가 가져온 300만 골드의 재물! 이것이 가지는 의미는 컸다. 이미 50만 골드를 데스나이트의 제작에 사용했고, 다시 50만 골드를 카프로 스의 의견대로 마족이 사용할 몸을 구하기 위해 쓰기로 했지만, 200만 골드라면 이 일대를 충분히 장악할 수 있는 자금이었다. 지금 레디안 제국은 전쟁으로 인해 최소한의 치안유지를 위한 병력만을 남 긴 상태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전쟁에 소모되는 물자를 충당하기 위해 최대한 끌어낼 수 있는 물자를 국민에게서 끌어냈다. 그 결과 빈민의 수가 늘어나고 백성의 불만도 심화되고 있었다. 카프로스의 주장대로 이런 절호의 기회는 또 다시 없다! 나지훔은 확신하고 있었다. "그런데 말씀하신 마족의 몸은 구했습니까?" 나지훔은 기대에 가득 찬 눈으로 카프로스에게 물었다. 카프로스가 약속한 마족의 몸체! 그것을 정말로 구할 수만 있다면 정말로 강력한 마족이 세상에 나타나게 된다. 일반적으로 세상에 강림하는 마족은 1천 레벨정도라고 한다. 그런데 그 영혼이 1천 레벨이라고 해도, 들어가는 몸이 그에 못 미치기 때문에 사실상 제대로 힘을 발휘하기 힘들다. 암흑사제들의 최후의 비기인 마족빙의도 이런 이유로 마족의 힘을 모두 발 휘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런데 카프로스는 놀라운 제안을 했다. 이것이다! 이것이라면 정말로 1천 레벨의 강함을 살릴 수 있다! 나지훔은 흥분했다. "물론이오. 지금 비밀리에 제작을 착수한 상태인데, 이미 90%가 완성되었다 고 하오. 3일, 3일이면 교주는 그것을 볼 수 있소." -끄덕, 끄덕 역시 믿음직스럽다. 검은 투구 안에서 나오는 나직한 말은 때로는 날카롭게, 때로는 차갑게 사 람의 마음속을 건드리는 마성이 있었다. * * * 3일이 지났다. 드디어 각종 희귀금속과 보석으로 만들어진 마법진이 완성되고 그 주변에 1 0기의 데스나이트가 나열되었다. "몸체는 준비가 되었습니까?" 나지훔은 이제 카프로스에게 존댓말을 쓰고 있었다. 가장 믿음직한 보호자이자 또 하나의 스승이라고 할 정도로 이자는 완벽하 게 조직을 개편하고, 또 자신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고 있었다. "물론이오." -스르르륵 그는 하나의 관을 들고 들어왔다. 일반 관보다는 1.5배정도 큰 관, 그 관은 마법진의 중앙에 놓여 있는 제단위에 놓여졌다. -쿵 무거운 소리와 함께 바닥이 흔들렸다. 얼마나 무겁기에 이렇게 돌로 된 바 닥이 흔들릴까? -끼익 관뚜껑이 열렸다. 나지훔은 참지 못하고 다가와 안쪽에 있는 몸체를 보았다 . 2m30cm정도의 신체, 청색과 적색의 금속이 어우러져 자연스럽게 나타난 몸 체는 도저히 금속이라고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유려한 곡선미를 나타내 주고 있었다. 금속으로 이루어진 골렘! 레벨 800레벨의 청동골렘 타로스를 더욱 강화해서 만들었다는 이 금속의 전 사는 청동의 몸체에 각 공격부위인 주먹, 그리고 팔꿈치등을 아다만타이트로 강화하고 구동부에는 미스릴로 그 내구력을 더했다고 한다. 그 결과 보통 청동골렘보다는 훨씬 작은 크기인 2.3m의 크기가 되었지만 그 파괴력은 오히려 강화되었다고 볼 수 있었다. 골렘을 마족의 몸체로 쓴다! 이것이 가능한지는 아직 모르지만 만약에 성공하기만 한다면 정말 대단한 일이 될 것이다. 마법을 쓸 수 없어도, 그 힘과 생명력, 그리고 방어력은 오히려 왠만한 천 레벨의 중급 마물보다 강하기 때문에 이곳에 마족이 들어와 그 강력한 마족전용의 기술을 사용하게 된다면 충분히 천레벨 마물 이상의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카프로스는 주장했다. 물론 나지훔도 그의 의견에 동의하고 있었다. 마법의 최고봉인 네크로맨서가 최강의 육박전 가디안을 얻게 된다면? 나지 훔의 가슴속을 흥분으로 가득 차 있었고, 지금 이렇게 실제로 그 몸체를 보자 그 아름다움에 더욱 매혹되었다. "아! 정말 대단합니다!" 그것은 하나의 예술품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자는 어떻게 이런 몸체를 구했을까? 이것이라면 정말 자신은 최강의 가디안을 얻게 될 것이다! "시간을 지체하는 것은 결코 좋은 일이 아니오. 바로 시작합시다." 카프로스는 어디까지나 냉정하게 말했다. '당연하지, 내가 얼마나 열심히 만든 건데.' 그가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은 겉으로는 절대로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 다. 이런 예술품을 보고도 조금도 반응이 없다니? 정말 이 자는 인간의 심장을 가지고 있을까? 나지훔은 문득 등골이 서늘해질 정도의 기분이 되었지만 그의 말에 따라 마음을 진정시키고 천천히 걸어서 마법진 안에 가 섰다. -꿀꺽 드디어 자신의 꿈이 이루어지는 시간이 되자 나지훔은 참을 수 없는 갈증에 침을 꿀꺽 삼키고는 드디어 마족소환의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의 주문이 계속됨에 따라 손에 들린 네크로노미콘이 검게 빛나기 시작했 다. -웅, 웅, 웅 드디어 마법진에 새겨진 문양이 화려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나 환술사 나지훔은 이제 어둠의 힘으로 어둠의 일족을 부른다! 그대여 환 상으로부터 나와 현세에 실재하라!" -우우우우웅, 파앗 눈부신 섬광, 그러나 그 빛은 검은색이었다. 마치 극대암흑성검과 같은 검 은 빛이 마법진 전체에서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어느새 그 빛은 하나로 모여 강렬한 인상을 주는 마족의 모습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머리는 사자의 모습을, 몸은 인간의 그것을, 그리고 네 개의 팔을 지니고 약간 긴 꼬리도 있었다. 날개는 없지만 그의 몸은 완벽하게 단련된 전사의 그것과 같았고, 눈은 날 카롭게 빛나고 있었다. 마족 샤루트! 이 물질계에 알려진 마족 중에서도 호전적이라고 알려진 전투 마족이다. <그대, 나를 불렀는가? 나는 마족 볼티오스, 샤루트 족의 전사이다. 어둠의 성전을 소유한 자, 환상을 다루는 데 만족하지 못하고 힘을 필요로 하는 자, 그대는 어둠의 여신의 품안으로 귀의하겠는가?> 확실히 환술사가 자신을 소환하자 마족은 별 불만이 없는 듯 주변을 한번 돌아보는 것으로 재물을 확인하고는 바로 계약의 의식에 대해 말했다. 나지훔은 희열과 광기로 가득찬 눈을 빛내며 말했다. "그렇다, 나는 나지훔, 그대의 몸으로 저 골렘을 준비했다. 받아들이겠는가 ?" <호, 골렘이라? 특이하군. 재미있어! 쿠쿠쿠쿠쿠쿠> 볼티오스는 제단위에 있는 골렘을 보더니 의외로 마음에 드는 듯 웃으며 고 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는 마법보다는 육탄전을 좋아하는 마족이기 샤루트 일족이기 때문에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게 된다고 해도 별 불만은 없었다. 아니,오히려 이 기특한 환술사가 자신의 본래 몸과 거의 비슷할 정도의 힘 과 생명력, 그리고 방어력을 가진 이런 최상급 골렘을 용케도 준비했다고 감탄하고 있었다. "좋다. 이제 그대가 제물과 몸을 받아들이는 것을 승낙했으니 태고로부터 내려온 어둠의 계약을 시행하겠다. 그대는 이것을 승낙하겠는가?" <아아, 승낙하지. 오랜만에 물질계에서 놀아보겠군!> 사실 마족이 이 물질계에 소환 되서 오는 것은 그들의 그림자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서 그들은 죽지 않는 것이다. 마치 정령처럼 현실세계에서 얻은 몸의 생명력이 다하면 마계로 역소환 될 뿐이다. 그래서 마족은 이 물질계에 소환되는 것을 일종의 유희로 생각한다. 드래곤과 같이 전혀 평상시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살면서 일상생활의 따분함 을 해소하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지금 볼티오스는 무척 기분이 좋았다. 네크로맨서의 마족소환! 그리고 자신의 마음에 쏙 드는 몸! 이번의 유희는 최상의 그것이 될 것 같았다. "그럼, 위대한 어둠의 여신의 이름으로 그대 볼티오스는 나의 생이 다하는 날까지 나의 조력자가 된다." <그대 나지훔은 어둠의 여신에게 영혼을 바쳐 평생을 그녀의 품에서 살아가 게 된다.> -파앗, 휘리리리릭 계약이 끝나는 순간, 볼티오스의 검은 그림자는 그대로 자신의 몸체가 될 골렘의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곧이어 골렘의 몸에서 은은한 묵광이 나기 시작했다. -웅, 웅, 웅 서서히 변하기 시작한 골렘, 그 모습이 점점 스스로 변화하여 팔이 네 개 달린 마족 샤루트의 그것으로 변했다. 물론 그 겉모습은 변해도 골렘의 속성과 생명력 등은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역시 몸체가 좋은 탓인지 샤루트의 몸에서 상당히 강력한 힘이 쏟아 져 나오기 시작했다. "으하하하하하하, 성공이다! 나는 다크프리스트다!" 무사히 전직을 한 것일까? 나지훔은 그만 참지 못하고 광소를 터트렸다. 평 생의 한이었던 어둠의 사제의 직! 그것을 드디어 얻었다. 이제는 당당하게 암흑신교의 교주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짝, 짝, 짝, 짝 "축하하오, 교주. 아니 암흑황제여." 한쪽에서 그 광경을 구경하던 카프로스는 손뼉을 치며 그의 성취를 축하했 다. 그런 그의 축하를 나지훔은 솔직하게 감사하며 이제 제단에서 일어나 그의 옆에 선 볼티오스의 전신을 감상하고 있었다. * * * 카프로스는 나지훔이 남은 실험을 모두 끝마치기 위해 실험실에 틀어박힌 사이 암흑신교의 모든 일을 대신 처리했다. 새로운 도약을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이 너무나도 많았지만, 교도들은 한계레 벨 다크팰러딘인 카프로스의 명령에 자신의 삶을 조금이라고 연장하기 위하여 엄청난 속도로 일을 처리해 나갔다. 3일이 지났을 때, 그들은 대부분의 준비를 끝내고 교주가 나오기만을 기다 리고 있는 상황이 되었다. '오늘로써 모든 준비는 끝났다. 저들이 미처 대응하기도 전에 불길은 걷잡 을 수 없이 커질 것이다.' 카프로스는 조금 피로함을 느끼며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이제 밤이 되어 잠을 자야한다. 하지만 자신은 2시간만 자고 어스로 돌아가 지 않으면 안 된다. 낮 타임 맞추기! 브리시아의 낮 타임동안 활동하고 최소한의 수면을 취한 후, 어스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은 사실 과거에도 거의 4년에 걸쳐 했던 일이다. 자신이 어스인이라고 들키면 곤란한 것이다. 자신의 숙소에 돌아온 카프로스는 풀-페이스 헬멧을 벗고 숨을 돌렸다. 확 실히 얼굴전면을 가리는 것은 상당히 갑갑했다. "어쩔 수 없지, 나는 도둑이 아니니까." 도둑이라면 변장술 기술을 쓸 수 있을 텐데, 하지만 그것이 불가능한 카프 로스에게는 결국 자신의 갑옷과 헬멧을 아이템위장변형 기술로 바꾸는 것이 최선이었다. 일단 침대에 누운 카프로스는 볼티오스가 된 자신의 골렘을 회상했다. 솔직히 아까웠다. 800레벨의 청동골렘의 생명석은 정말 구하기 힘든 것이다. 이제 그것이 마족의 몸으로 되었으니 그 골렘을 파괴할 때까지는 볼티오스 를 죽일 수 없게 되었다. "마족의 빠르기는 정말 장난이 아니지." 그는 과거를 회상하며 중얼거렸다. 사실 자신이 정식으로 그와 싸워도 이긴 다고 보장하기 힘들 것 같았다. 강력한 힘, 그리고 방어력과 생명력, 그 모든 것을 상회하는 마족의 민첩성 ! 그 신체조건으로 마족 특유의 전투기술을 사용할 때의 파괴력은 상상하기도 싫을 정도였다. "음, 역시 지금 기술로는 상대적으로 대인전에 약해. 상대가 피하지 못하는 기술이 있어야 되는데..." 그는 한참을 고민하다 결국 지금은 그것을 생각할 때가 아니라고 결정하고 그대로 잠자리에 들었다. "볼티오스, 잘 날뛰어 봐라. 내가 너의 죽음을 허락할 때까지..." 베개에 얼굴을 묻는 카프로스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하루 종일 쌓인 피로를 풀기 위해 잠자리에 들었다. * * * 파스트 제국과 레디안 제국의 전쟁이 극을 넘어서 이제는 냉전형식의 대립 전으로 바뀌었다. 군사전략가들은 이제 이 전쟁의 향방을 레디안 제국의 승리라고 예측하기 시작했다. 레디안 제국군이 파스트 제국의 남부평야에 쌓기 시작한 전략성채 뮤리스, 그것이 완성되면 남부평야는 레디안 제국의 것이 되고 농민들은 안심하고 남부평야에서 농사를 지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미 파스트 제국군의 수의 우위라는 이점도 사라지게 되어, 결국 대륙의 패권은 레디안의 것이 되고 만다. 이렇게 대륙의 모든 소왕국들과 각국의 귀족들이 승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됨으로써 파스트 제국은 더욱 어려워지게 된 셈이다. 그리안 공작과 악령 기사 후작, 그리고 레디안 황실은 모두 다가올 장밋빛 미래를 기다리며 자축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보는 결말은 1년에서 2년 뒤의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귀족들, 그리고 주변의 소왕국들의 왕들은 그것으로 충분하겠지만, 일반 백 성들은 절대 그렇지 않았다. 당장 굶주리고 있다! 경기는 최악이고, 젊은 사람들의 수도 부족했다. 그래도 영지 관리인이 와서 1년에서 2년이면 이 전쟁이 승리로 끝난다는 말 은 현실의 어려움을 참는데 도움이 되고 있었다. 그 때, 각 도시의 빈민굴을 중심으로 하나의 움직임이 일어났다. 빈민굴, 다른 말로는 슬럼가라고 하는 이들은 미래의 희망이 없다. 그들은 오직 도시에서 생겨나는 어두운 이익에 매달려 살아가는 존재들인데 , 이렇게 힘든 시기에는 그나마 나라가 어려우니 굶어죽기에 딱 좋았다. 그런 그들에게 식량과 돈을 베풀어주는 자들이 나타났다. 세상을 원망하는 자들, 암흑마교의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말했다. "레디안 황실은 자신의 정복욕으로 국민을 돌보지 않는다. 전쟁에서 승리한다는 유언비어를 믿고 현실의 굶주림을 참을 수 있는가? 아니, 레디안 제국이 승리한다고 해도 지금의 굶주림을 보상해 줄 수 있는 가? 우리에게로 오라! 신분 같은 것은 어둠의 여신 앞에서는 무의미하다. 그분에게 절하는 자는 모두 평등하다!" 식량과 돈을 동반한 정부의 비판, 이것은 얼마나 무서운 독인가? 그들은 말했다. 힘을 합쳐서 저 풍성한 귀족의 성을 치자고, 그리고 그들이 과연 우리처럼 나라를 위해 굶주리는지 확인해 보자고! 훗날 역사에 남는 동대륙 암흑마교의 발호는 이렇게 레디안 남부의 중요 도 시들의 슬럼가를 중심으로 불같이 퍼져나갔다. 그리고 그들에게 동조한 빈민가의 사람들이 암흑마교의 고수들과 함께 성을 부수고 귀족들을 습격했을 때, 그들이 본 것은 생전 처음 보는 상상하기도 힘든 화려함, 그리고 풍성함이었다. 결국 그들은 완벽한 불길이 되어 주변으로 번져나갔다. 레디안 황실은 우리를 속이고 있다! 그들은 여전히 풍성하고 호화로운 생활을 영위하면서 우리의 피를 빨아 자 신의 야욕을 채우기 위한 놀이를 하고 있다! 전쟁이 레디안의 침략으로 시작된 것을 다 아는 이상, 일단 신뢰가 깨지고 의혹이 불거나오자 그 충격은 정말로 컸다. 일이 터지고 한 달 만에 레디안의 주요도시 10개가 폭도들에게 점거당하고, 그 영향력 아래 있던 농지의 식량이 모두 그들의 손에 들어갔다. 뿐만 아니라 동남부 평원에서 오는 전쟁물자, 즉, 군수품들이 그들의 습격 에 의해 약탈당했다. 이런 급작스러운 사건전개에 레디안 황실은 하늘을 나는 새와 같이 기분이 들떠 있다가 새총으로 얻어맞은 충격을 받고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 * * -쾅 "어찌된 일이오? 사교가 퍼지다니? 경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소?" 황제의 목소리가 대전 안에 쩌렁쩌렁 울렸다. 평소 신하들에게 예의를 잃지 않는 차분한 성격의 그였지만 지금은 그럴 여유가 없었다. "황공하옵니다. 남부의 경제는 확실히 어려웠지만 하필 이럴 때 사교의 움 직임이 생기다니...드릴 말이 없사옵니다." 재상인 가이넨 공작이 정중하게 고개를 숙여 마이오스 5세에게 사과를 했다 . 전대 황제 때부터 이 나라의 정치를 총괄한 그의 사과는 황제를 진정시키는 힘이 있었다. "휴, 사실 이런 일은 예견하기도 막기도 힘들다는 것을 짐도 알고 있소. 너무 충격이 커서 그만 흥분했구려. 그래, 이제 어떻게 하면 좋겠소?" 과연 좋은 주군이다! 대전에 있는 귀족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고개를 돌려 아리엘 공작을 보았다. 금응기사단장이자 군의 최고위에 있는 기사, 현재 레디안 제국의 방어는 그 의 책임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런 일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처리하기가 힘들어집니다. 이것은 일반적인 폭동이 아닌 사교의 움직임이기 때문에 지방의 영지군으로 는 진정시키기 어려우니 즉시 중앙군 중에서 기사단을 포함한 토벌군을 보내야 합니다." "으음, 과연 그렇겠군. 그럼 경이 이 일을 맡아서 조속한 시일 내에 처리하 도록 하시오." "즉시 명대로 거행하겠습니다." 마이오스 5세는 약간 진정이 되는 듯 아리엘 공작을 보고 명했다. 그 후 3일이 지나자, 아리엘 공작의 명에 의해 수도에 남아있던 중앙방어군 중 한 개의 기사단을 포함한 1만의 토벌대가 남부를 향해 떠났다. 이 정도의 전력이라면 영지방어군과 협력해서 충분히 폭도에 불과한 그들을 제압할 수 있으리라고 모든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었다. * * * "호, 1개의 기사단을 포함한 1만 명의 정규군? 확실히 그 정도면 적지 않은 수라고 할 수 있지. 특히 지금처럼 후방의 병 사가 부족한 상황에서는." 보고서를 받은 카프로스는 웃으면서 중얼거렸다. 영지방어군에게 토벌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중앙의 정규 기사단을 바로 내 려 보냈다. 기사단이라면 200레벨의 기사가 최소 300명 이상이 있어야 하고, 제국의 중 앙기사단이라면 300레벨 이상의 인원이 300명 이상이라는 말이 된다. 지휘관은 레벨 700의 슐람 백작이라고 했다. 500레벨 이상의 기사가 10명 정도, 확실히 폭동에 대한 대처로는 강하고 적 극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암흑신교의 이름이 들어갔나 보군. 그렇지 않습니까? 암흑황제폐하." "크하하하, 과연 경의 계략에는 조금의 빈틈도 없소. 그들은 자신들이 지금 불에 기름을 붓고 있다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을 것이오!" "물론입니다. 이제 중앙군을 상대로 완승을 했다는 소문이 퍼지면 주변에서 눈치를 보고 있던 자들도 합류하기 시작할 것입니다. 그리고 적의 병사들을 언데드로 만들어 사용하게 되면 남은 중앙군 전부를 상대로 해도 밀리지 않게 됩니다." 카프로스의 말에 나지훔은 다시 웃었다. 암흑제국! 나는 암흑제국의 황제다 ! * * * 평야에는 풀이 바람에 하늘하늘 날리고, 숲에는 새가 날아다니며 먹이를 찾 고 있었다. 밝은 태양은 사정없이 대지를 내리 쬐어 자신의 빛이 세상에서 가장 강하다 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평화로운 광경을 해치는 것은 언제나 인간이다. -펄럭, 펄럭 부대를 알리는 표식인 부대기가 바람에 날리고 그 뒤에는 수백, 수천 명의 사람이 앉아 있었다. 무려 일만에 달하는 병사들, 그리고 그것을 인솔하는 기사들, 그들은 지난 보름동안 평야에 피어있는 들꽃과 풀들은 가차 없이 밟으며 진군했다. 수풀의 생명은 그들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이 아니다. 자랑스러운 레디안 제국의 영광을 방해하는 자들! 그들은 바로 암흑의 여신 메사아드를 신봉하는 사교집단, 그들을 남김없이 색출해서 전멸시킬 때까지 결코 그들의 진군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정면의 숲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바람 역시 순풍이니 화공의 위험도 없습 니다!" 정찰병이 돌아와 보고를 올렸다. 숲을 지날 때에는 언제나 조심해야 한다. 매복, 그리고 가장 무서운 화공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람은 그들이 진군하는 방향으로 불고 있었다. 다시 말해서 적이 매복하고 있다가 불을 질러도 불길은 아군이 아닌 적군에게 가게 된다. "음, 좋아, 전군 진군을 시작하라!" 슐람 백작은 고개를 끄덕이며 부관에게 명령을 내렸다. 저들은 정규군이 아닌 폭도들이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이런 숲속에 숨어서 매복을 하는 것뿐인데 이 키치 코 숲에는 아무 이상도 없었다. 이곳만 지나면 남부평야가 나온다. 그 후에는 폭도들이 점거하고 있는 도시 들을 차례로 공격하기만 하면 된다. -둥,둥,둥 진군을 알리는 북소리가 들려왔다. 모처럼의 휴식시간이 끝나고 다시 움직 여야 할 순간이 왔다. 병사들은 북소리가 10번 울리기 전에 일어나 자신의 부대에 가서 열을 지어 섰다. "진군!" -척, 척, 척, 척 마치 사열식을 하듯 발걸음을 맞추어 걷는 병사들, 물론 숲속에 들어가면 당연히 대오도 흐트러지고 서로간에 잡담도 하겠지만 시작은 언제나 전부대가 하나처럼 움직인다. 그들이 철저하게 훈련받은 제국의 정예병이라는 증거였다. * * * -휘이익 "그들이 진군을 시작했습니다!" 마수사 중 한명이 자신의 펫이 보낸 신호를 받고 바로 보고했다. "흐흐흐, 숲에 들어서겠군." "숲을 나올 때가 그들이 무덤으로 들어갈 순간이오." "아니, 그들은 무덤으로 들어갈 수 없소. 죽어서도 어둠의 여신을 위해 봉 사해야 하니까!" "하하하하, 과연 그렇군!" 그들은 숲의 반대편 평야에 모여 있었다. 물론 언덕을 앞으로 하여 숲에서 는 이들을 발견할 수 없다. 제국군이 숲에서 나오는 순간, 그들은 모습을 드러낼 계획이었다. 평야에서의 전투, 정규군을 상대로 폭도들이 해서는 절대로 안 되는 일이라 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 폭도들의 지휘관들은 조금도 긴장을 하지 않고 있었다. 이미 준비는 완벽하다. 사람도 언데드도 모두 어둠의 향연을 기다리고 있었 다. 그들은 자신들의 앞에 당당히 서있는 한 남자를 보았다. 검은 투구에 검은 망토, 그리고 거대한 투핸드소드, 태양빛도 그의 갑옷에 흡수되는 듯 갑옷에는 반사광 하나 없이 완벽한 어둠의 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서 있는 흑적색의 로브를 입은 남자, 머리에는 황금으로 된 다섯 개의 뿔장식이 달린 왕관을 써 스스로 황제임을 나타내고 있다. 마지막으로 그 남자의 옆에 팔짱을 끼고 서 있는 사자머리에 네 개의 팔을 지닌 마물, 아니 마족! 카프로스, 1천 레벨의 암흑기사, 그리고 네크로맨서 나지훔, 그를 지키는 마족골렘 볼티오스! 그들 셋만으로도 1만 명중 얼마를 괴멸시킬 수 있을까? 암흑신교의 이름을 듣고도 1만 명밖에 보내지 않은 그들은 바보다. 아마도 사기꾼이거나 서대륙에서 살아남은 잔당들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모 양이다. 적들이 숲을 지나올 때면 해가 지고 어둠이 세상을 장악할 것이다. 그리고 정규군은 단 한명도 살아남지 못한다. -휘이익 다시 휘파람 소리가 들려왔다. 제국군이 완전히 숲속으로 들어왔다는 소리 다. "그럼 준비한다. 전원 정렬하라!" -오우! 카프로스의 지휘아래 암흑신교의 일급전사들이 부대원들을 데리고 돌격준비 를 시작했다. 500레벨을 넘긴 16명의 간부들과 새롭게 키운 300여명의 전사들, 그리고 자 신들에게 호응한 폭도들 1만 5천은 이미 100여명의 암흑사제들에게 강화마법을 시전 받았다. 운이 좋은 자는 교주인 나지훔의 대규모 강화마법 을 받을 수 있었다. 밤에는 더욱 강해지는 어둠의 강화마법 다크블러드! 이제 어둠과 함께라면 그들은 일반병사 이상의 전투력을 발휘할 것이다. 나지훔은 파괴의 충동에 사로잡혀 눈이 붉게 변한 자들을 보며 속으로 흡족 해 했다. 지난 1개월간 차례로 도시를 습격하고 또 볼티오스가 계속해서 마물사냥을 해준 덕분에 이미 레벨이 50이상 오른 상태였다. 그런데 볼티오스의 말에 의하면 휘하 언데드들이 얻은 경험치 또한 자신에 게 돌아온다고 하지 않는가? 그는 왜 네크로맨서가 가장 무서운 직업이고 자신의 사부가 그토록 네크로 맨서를 갈망했는가를 이제 이해할 수 있었다. 아마 이번 전투로 엄청난 레벨업을 하게 될 것 같았다. 1년, 이런 식이라면 1년이 못되어 한계레벨인 1천 레벨에 도달할 수 있다! 과거 동대륙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거대 제국 나칸드라가 무너진 결정적인 이유는 3명의 한계레벨 영웅들의 힘에 의해서였다. 혈월신마! 사월마객! 그리고 비월전주! 그러나 이제 자신이 한계레벨이 되기만 하면 세상에는 새로운 3명의 한계레 벨의 영웅에 의해 뒤집힌다! 암흑황제 나지훔! 마족골렘 볼티오스! 그리고 다크어벤져 카프로스! 나지훔은 다가올 미래를 상상하며 잠시 후 벌어질 살육극에 대한 흥분을 억 눌렀다. -휘이익 시간이 흘러 어느덧 해가 붉은 노을을 퍼뜨리며 완전히 서쪽으로 졌을 때, 드디어 그들은 그토록 기다리던 세 번째 휘파람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것이야말로 전군 돌격의 신호와 같았다. * * * "와아아아아아!" 급격히 퍼지는 함성, 돌격의 흥분이 그 안에 담겨 있어 더욱 무섭게 밤하늘 로 퍼지는 듯 했다. 두 개의 달이 뜬 지 아직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았지만, 세상은 어둠의 여신 메사아드의 주관아래 들었고, 그들의 사도가 내린 축복은 효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마치 만월의 밤에 흥분한 라이칸스롭처럼 핏발선 눈에서 광기가 흐르는 전 사들, 그들은 막 숲을 벗어나려는 레디안의 병사들을 잡아먹을 것 같은 기세로 달려나갔다. "앗! 적이다!" 전방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토벌군 사령관 뮤크 백작은 당황했다. 숲이 아닌 평야에서 적들이 나타나다니? "적의 수는?" "1만 5천 정도입니다. 복장으로 보아 완전무장한 정규군은 아닙니다." "허, 레디안의 정규군이 이렇게 얕보인단 말인가? 폭도 1만 5천이 정면에서 공격 해 올 정도로?" 뮤크 백작은 기가 막힌 듯 혀를 한번 찬 후, 손을 번쩍 들면서 명령했다. "중앙 6대는 방어를! 양 2대씩은 좌우로 퍼져 적을 포위한다!" 반구형의 포위진, 밀려오는 적들을 막으면서 포위 섬멸하는 가장 좋은 진이 다. 뮤크 백작의 명령에 의해 모든 병사들은 일사분란하게 좌우로 퍼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순간 이변이 벌어졌다. -팍, 화르르르륵 "앗! 후면에서 불이? 화공입니다!" 숲의 뒤쪽에서 불길이 일어나더니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빨리 퍼지기 시작했 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나타나는 좀비들, 불길에 휩싸인 좀비! 바로 마교특산 화 이로좀비였다. "당황하지 마라! 숲을 완전히 빠져나가면 불길은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좀비의 수도 그렇게 많지 않으니 양면협공이라고는 할 수 없다, 전군 전진 하라!" -둥, 둥, 둥, 둥 뮤크 백작의 냉정한 판단에 병사들은 곧 정신을 차리고 폭도들이 몰려오고 있는 전면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확실히 군사상식이 없는 놈들답게 이렇게 엉성한 전술을 펼친다고 비웃는 자들까지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모르고 있었다. 숲에 불을 지른 것은 그들이 도망가는 퇴로 를 막기 위한 것이었음을! * * * "사혼의곡!" -끼아아아아아 "아아아악! 유령이다!" 나지훔의 사령마법이 펼쳐지자 죽은 자들의 몸에서 하얀 영혼이 나와 주변 의 인간들을 공격했다. 일시적으로 전장의 원혼을 불러내는 그의 유니크 마법 사혼의곡은 네크로맨 서가 되는 순간 어둠의 여신 메사아드의 축복으로 얻은 궁극의 마법 중 하나였다. -휘익, 퍼퍼퍼퍽 네 개의 주먹이 눈에도 보이지 않을 속도로 움직였다. 말이던 사람이던 그 주먹에 걸리는 것은 원래 형상을 유지하지 못한 채 뒤 로 날아가 버린다. "크크크크크, 즐겁군.이것도 받아랏 「뇌력진해」!" -쾅, 파지지지직 네 개의 팔에서 엄청난 전격이 흘렀다. 그리고 그 주먹으로 동시에 지면을 후려치자 전격은 땅으로 흘러들어가 그 대로 충격파가 되어 작은 지진을 일으켰다. 뇌전이 흐르는 땅, 그 위에 있는 자들은 순식간에 몸이 까맣게 그을려 죽어 갔다. 볼티오스의 그 커다란 체구와 네 개의 팔, 그리고 사자의 머리는 레디안 병 사들의 마음을 공포로 얼어붙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는 학살을 하고 있었다. -위이이잉, 슈각, 퍽 "만월의 검무!" 거대한 투핸드소드에 검은 오라가 불길처럼 타오르고 있었다. 다크팰러딘의 암흑성검! 그러나 그의 검에 걸린 것은 단순한 암흑성검이 아니었다. 길이 2m정도의 투핸드소드가 그로인해 거의 3m에 달하는 크기로 변해 있었 다. 그리고 그 극대암흑성검이 걸린 검은 커다란 원을 그리며 그 안에 들어오는 모든 것을 파괴했다. 돌풍, 그것은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죽음의 돌풍이었다. "저,저럴 수가! 어떻게 저런 자들이?" 뮤크 백작은 전투가 시작되자마자 일이 잘못되었음을 알았다. 저들은 결코 단순한 폭도들이 아니다! 정예군 이상의 힘을 가진 자들, 특히 선두의 2명은 그야말로 믿을 수 없을 정도의 무용을 발휘하고 있었다. 그리고 뒤쪽에 있는 마법사, 그 마법사의 마법은 듣도 보도 못한 절대적인 위력을 지녔다! 위험하다! 그는 즉시 후퇴를 해야 한다고 결단을 내렸다. 조금이라도 많이 병사들을 살려서 돌아가 수도에 이 사실을 알리고 도움을 청해야 한다. 그러나 그의 이런 생각을 비웃듯 후방에서도 비명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아악! 데스나이트다!" -히히히힝 "뭐라고?" 사람과 말의 비명소리에 놀라 뒤를 돌아보니 불타는 숲으로부터 나오는 좀 비들 중에 섞여있는 몇 명의 기사들이 보였다. 타락한 영혼을 간직한 채 죽은 기사! 최악의 언데드인 데스나이트가 있었다 . 좀비를 처리하러 후방을 막은 500여명의 병사들은 그들에게 학살당하고 있 었다. 그럴 수밖에 없다. 지금 이 군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 바로 뮤크 백작인데, 그도 데스나이트와 일대일로 싸워 이기기 힘들 정도다. 뮤크 백작은 그때서야 무엇인가를 깨달은 듯 전면에서 날뛰고 있는 폭도들 을 보며 허탈한 심정으로 중얼거렸다. "네크로맨서다. 네크로맨서가 나타났구나! 신이시여. 어찌하여 지금 이런 재앙을 내리십니까?" 그의 눈에는 절망의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날, 불에 탄 키치코 숲과 그 앞쪽 평야지대에서 레디안의 정규군 1만은 단 한사람의 생존자도 남기지 못하고 전멸했다. 그리고 그들은 대부분 강화좀비가 되어 새롭게 암흑제국의 병사가 되었다. 세상은 그렇게 네크로맨서의 탄생을 알게 되었다. 사중지고, 신무혼의 사건일지 가장 마지막에 써 있는 이 계략은 다른 부분 과 달리 붉은 글씨로 쓰여 있었다. 「적이 무리를 해서 공격을 감행할 때에는 절대로 정면에서 그것을 막으면 안 된다. 그럴 때는 후방의 빈틈을 찔러야 하는데 이 중에서 가장 비정한 작전이 바 로 이 사중지고이다. 사자의 몸속에서 벌레를 키운다는 이 명칭대로 적이 무리했을 때 생기는 불 만 세력을 선동하여 규합, 기존의 정부를 뒤집는 방법이다. 가장 무섭고, 일단 성공하면 국가 하나를 완전히 망하게 할 수 있을 정도로 그 효과가 크다. 하지만 이 계략은 가능하면 절대로 쓰지 않는 것이 좋다. 이 계략을 쓰는 순간 그자는 이미 인간이 아닌 악마라고 할 수 있으니까, 이런 계략 때문에 첩보의 세계는 비정하다고 말해진다.」 Chap 2. 무장봉기 네크로맨서! 이것이야말로 역병보다 더 무서운 재앙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레디안 제국은 일거에 혼란의 도가니 속으로 빠져들었다. 남부에 영지를 가지고 있던 귀족들 중 다수가 쇼크를 받아 기절했고, 황실 에서는 이 꿈에도 생각해보지 못한 사건에 연일 대책회의가 열렸다. 그러나 이미 남부의 영지를 대부분 집어삼키고, 1차 정벌군 1만을 비롯한 각 영지의 방어군마저 언데드로 바꾼 그들의 힘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것이었다. 원래대로라면 즉시 군을 파견하여 초기에 섬멸하지 않으면 안 된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네크로맨서의 힘은 강해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병력이 없다는 것이었다. 수도에 남아있는 수비군은 약 9만, 그런데 이제는 그들 전부가 출군한다고 해도 네크로맨서가 군림하고 있는 암흑마교군을 제압할 수 있다는 확신이 서지를 않고 있었다. 왜냐하면 네크로맨서는 혼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의 부하들은 하나같이 강하여 그들이 애초에 일어설 때 내세웠던 암흑마 교의 이름에 어울리는 것이었다. 어째서 암흑마교의 이름을 듣고도 겨우 1만의 병력을 내려 보냈을까? 그때 5만 이상의 병력을 보냈다면 진압이 가능했을 것이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평민들에게 있어서 이 네크로맨서의 등장이 결코 공 포의 사건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암흑마교는 성을 점령하면 불안에 떨고 있는 평민들에게 말한다. "성으로 가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너희들처럼 굶주리고 있는가를 직접 확인해 보아라! 나라를 위한 전쟁으로 인한 일시적인 빈곤? 정말로 그 말을 믿는 것인가? 우리는 틀리다. 어둠의 여신 앞에는 만민이 평등하다. 우리를 따르는 자는 살아서 영광을 얻고, 따르지 않는 자는 죽어서 우리의 힘이 될 것이다." 그들은 그렇게 평민들을 선동하며 성을 약탈하게 했다. 놀라운 것은 그들의 수뇌부는 성에서 나온 재물을 모두 평민들에게 나누어 준다는 것이다. 아니, 오히려 더 많은 재물을 풀어 굶주리고 있는 평민들을 구제했다. 지금 그들이 점령한 영지의 빈민들은 오히려 적극적으로 몰려와 암흑마교에 입교하고 있는 상태였다. 거절하면 죽음을, 입교하면 식량을 주기 때문이다. 굶주리는 자에게 이보다 더 강한 유혹은 없었다. 평민들 역시 언데드가 되기 싫은 관계로 거의 입교를 할 수 밖에 없었다. 한편, 어스의 가상현실게임 팬사이트에는 새로운 선전용 동영상이 떴다. 「우리는 암흑신교의 교도들이다! 그대, 암흑의 힘을 느껴보지 않겠는가? 세상을 불사르는 이 위대한 업적에 참가하라! 암흑제국의 탄생을 위해 뭉치자! 우리는 그대들에게 최고의 즐거움을 제공 할 것이다!」 암흑신교의 가입을 권유하는 동영상! 그곳에는 강력한 네크로맨서와 죽음의기사들, 그리고 암흑성검을 휘두르는 다크팰러딘의 모습이 있었다. 최고다! 네크로맨서라는 직업이 있었다니? 모든 다크사이드 유저들은 그 모습을 보고 한눈에 반했다. 브리시아의 세계에서 유일하게 양성적으로 어둠의 직업을 가질 수 있는 바 이가스 왕국! 그곳에 있는 연합길드 바이가스의 불꽃은 다크팰러딘이 되고 싶으면 자신에 게 오라고 선전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 암흑제국! 이 얼마나 매력적인 단어인가? 바이가스로 몰려들던 어둠의 직업을 희망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발걸음을 돌렸다. 나도 네크로맨서가 될 수 있다! 네크로맨서의 비밀을 캐내고야 말겠다! 어둠의 파티! 다크팰러딘, 닌자, 다크프리스트, 그리고 네크로맨서! 이 모 든 직업이 바로 암흑제국에 있지 않은가? 그들은 네크로맨서가 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꿈을 꾸는 자는 그만큼 행복한 것일지도 모른다. 네크로맨서의 존재가 알려지고 보름이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수천 명의 이 계인이 몰려들고 있었다. 암흑제국은 텅빈 레디안 제국의 남부를 완전히 집어 삼키고 이제 서서히 북 과 서로 그 세력을 넓히고 있었다. "하하하, 과연 태상장로의 계략은 틀림이 없소! 정말 한 달 만에 남부평야 를 모두 장악하다니? 이미 100만 이상의 교도를 확보했으니 이제는 충분히 두 번째 단계로 들어 갈 수 있겠소이다." 나지훔은 흥분이 가시지 않는 듯 끊임없이 웃었다. 네크로맨서가 된지 한 달 만에 레벨이 600을 넘겼다. 이대로라면 1년도 되기 전에 한계레벨에 도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미 수만의 언데드들이 탄생하여 그를 대신해서 경험치를 벌어주기 때문이 다. "흐흐흐흐, 암흑신교 이계인 지부도 정말 대단하지요. 이미 4천이 넘는 이 계인이 참가하지 않았습니까? 그들은 대부분 고수들이니 만큼 가장 강력한 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새롭게 수석장로가 된 워로드 에프라도 웃으며 말했다. 700레벨의 전사인 그는 카프로스에게서 레어 도끼를 받아 더욱 강해진 상태 였다. 당연히 그는 카프로스에게 공포와 호의를 같이 느끼고 있었다. "이계인들을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합니다. 일단 외형적으로는 그들이 신교에서 브리시아인들과 차별없이 출세할 수 있 다는 것을 보여야 합니다. 외당의 주축이 될 것입니다. 내당은 그 존재조차 극비가 되어야 하지요." 카프로스의 차가운 말이 신기하게도 노래소리처럼 들렸다. 이렇게 암흑제국을 부르짖으며 떨치고 일어나고 그 안에서 비밀리에 거점을 만드는 것은 전대 네크로맨서인 카로훔도 사용한 전략으로써 그때 만든 신교의 총단과 각 지부들이 거의 천년동안 번성하지 않았던가? 카프로스와 나지훔, 그리고 수석장로가 된 에프라는 벌써 세 곳의 적합한 장소를 봐둔 상태였다. "그런데 문제는 자금입니다. 태상장로께서 가져온 300만 골드라는 막대한 자금도 이제는 얼마 남지 않았지요. 한 달 만에 150만 골드를 풀었으니 이렇게 급속도로 사람들을 포섭할 수 있 었습니다만..." 제 3장로인 수들러가 신중하게 말을 꺼냈다. 새로 고위사제가 된 수들러, 지금 교의 재정은 그가 담당하고 있었다. "확실히 그렇습니다. 각 성을 약탈해서 나오는 모든 재물을 약탈에 참가한 자들에게 나누어 주는 것은 역시 조금 무리가 아니었나 하는...컥" 제 2장로인 슈쿠론은 3장로의 말에 동의하다가 갑자기 목을 잡혀 공중으로 떠올랐다. 태상장로인 카프로스의 검은 간틀렛을 낀 왼손이 그의 목을 잡아 허공으로 들어 올리고 있었다. "폐하와 내가 결정한 일에 불만이 있나? 슈쿠론." "컥,컥,컥 어,없습니다!" 마족 볼티오스보다 더 무서운 카프로스의 눈이 자신을 노려보고 있다! 그는 처음 이곳에 왔을 때에도 6명의 장로들을 모두 죽이고 현재 교주를 등 극시키지 않았던가? 목이 그대로 부서져 버릴 것 같은 고통 속에서도 필사적으로 대답하는 슈쿠 론의 눈에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휘익, 쿵 "커억!" 가볍게 손을 흔들었을 뿐인데 슈쿠론의 몸이 수평으로 날아 기둥에 부딪쳤 다. 그는 바닥에 떨어진 후에도 엄청난 고통에 정신을 차릴 수 없는지 벌레처럼 꿈틀거리며 신음소리만 내고 있었다. "폐하는 나처럼 자비롭지 않다, 슈쿠론. 앞으로는 말을 꺼내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도록." 카프로스는 마치 기계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고 암흑황제 나지훔 을 향해 약간 고개를 숙여 예를 포한 뒤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장내에는 차가운 바람이 불고 있었다. 그들은 그렇게 느끼고 있었다. 그때 태사의에 앉아있던 암흑황제가 다시 웃으며 말을 꺼냈다. "하하하, 태상장로, 이제 그만 다른 장로들에게 우리의 계획을 말해줍시다. 재정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말이오." "황공하옵니다." 황제와 태상장로의 말에 모든 장로들이 그를 보았다. 재정문제를 일거에 해 결할 계획? 그것은 무엇일까? 사실 그들은 말이 장로지 이제 겨우 레벨 500을 넘긴 자들이다. 경험도 많지 않고, 힘도 없다고 할 수 있다. 물론 황제와 태상장로에 비해서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실 지금 교의 모든 정책은 황제와 태상장로, 그리고 수석장로 세 명에게서 나오고 있었다. 그들에게 발언권은 없는 것이다. 물론 그들은 얼마 안 있어 계획의 2단계라는 것에 들어간다는 것까지는 알 고 있었다. 그렇다면 지금 황제가 말하는 것은 그 2단계의 계획일 것이다! 모든 사람의 시선이 자신에게 모이자 카프로스는 잠시 뜸을 들이다 결국 입 을 열어 말했다. "우리는 앞으로 열흘 후에 전 병력을 이끌고 레디안의 수도로 진격해 황궁 을 약탈한다." "아!" "수도를 치자는 말씀이십니까?" 모든 장로들이 감탄성을 질렀다. 수도! 9만의 정예군과 황실호위기사단이 있는 곳! 그곳을 치자고 말하다니? 이 카프로스라는 자는 제정신인가? 그러나 카프로스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계속했다. "폐하와 나, 그리고 볼티오스, 이렇게 세 명이면 황실호위기사단 200명 전 원을 상대 할 수 있다. 9만의 병사? 훗, 우리가 일단 군을 일으키면 얼마의 수가 될 것 같나? 적어 도 20만에서 30만은 모인다!" "그럴 수가!" 장로들은 계속해서 놀라며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과연 승산이 있는가? 그런데 생각해보니 말이 되기는 됐다. 일단 밤이 되면 어둠의 축복아래 강력한 강화마법을 걸 수 있게 된다. 약간 만 훈련받은 병사들이라도 일급정병의 힘을 낼 수 있는 것이다. "저들이 낮에 우리를 역격하지 않겠습니까?" 5장로가 신중하게 물었다. 그러나 카프로스는 서서히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 다. "대낮이라도 저들이 우리를 이기려면 9만의 군대를 총동원해야 하지, 그런데 황실에서 그것을 허락할까? 정말로 모든 병력이 수도를 떠나 수도가 완전히 무방비 상태가 되는 것을? 시간은 우리의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시간에 수도의 성벽 안에서 웅크리고 있는 자들을 치 기만 하면 된다." 그때서야 모든 장로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카프로스의 말에 동의했다. 밤에 싸울 수만 있다면 승산은 충분하다. 만약 정말로 수도를 점령할 수만 있다면 세력과 재물, 그리고 병력을 모두 얻을 수 있다. 9만의 수비군이 모두 아군으로 변할 것이기 때문이다. 죽은 자는 모두 어둠의 여신의 소유가 아닌가? "하하하하, 결정이 났으면 바로 준비하라. 이미 1단계를 시작하기 전에 모든 암살자들을 수도로 보냈으니 저들은 결코 우리를 막을 수 없다." 암살자! 과연 그러고 보니 다른 성을 칠 때에 암살자들의 활략이 없었다. 그렇다면 100명에 이르는 암살자들이 모두 수도에 잠입했단 말인가? 그들은 질린 얼굴로 카프로스를 보았다. 이자는 악마의 두뇌를 가지고 있다. 진심으로 세상을 집어삼킬지도 모를 그런 두뇌를! 결국 그들은 카프로스의 명에 따라 수도로 진격할 세부 계획을 짜기 시작했 다. 보름이 지나면 모든 성에 있는 병력을 모아 일거에 봉기하게 될 것이다. * * * -달칵 문이 닫혔다. 방안에는 오직 한사람 카프로스만 존재했다. 완벽하게 밀폐된 공간, 누구도 카프로스의 허락을 받지 못하면 안으로 들어 오지 못 한다. "휴, 힘들군." 카프로스는 투구를 벗어 갑갑했던 얼굴에 찬 공기를 쏘이며 심호흡을 했다. 다크블루의 머리카락이 투구에서 해방되어 자연스럽게 밑으로 흘러내렸다. 오프라인에서 국.제.전.화로 크로키와 미리네에게 들은 바로는 역시 레디안 의 암살자들이 대거 수도에 잠입해 있었다고 한다. 황궁의 의사들 중에서도 그들의 종적이 발견됐다. 그 바람에 라르고의 눈이 발칵 뒤집혀 완전히 비상사태에 돌입했을 정도였 다. 첩보전, 수면위의 오리는 여유롭게 물위를 떠다니지만 물속의 다리는 항상 쉬지 않고 움직인다. 이 진흙탕속의 싸움이 언제 끝날까? 그는 다시 한 번 한숨을 쉬며 그 입김 속에 자신의 마음속에 남아있는 앙금 을 실어 보냈다. "미리네, 보고 싶다." 카프로스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자신의 여자친구의 모습에 가볍게 미소를 지 으며 침대로 가서 누웠다. 밤사이에 현실로 돌아가서 날이 밝을 때쯤 다시 돌아와야 한다. 그래야 저들에게 자신이 이계인이라는 것을 들키지 않는 것이다. "황궁, 확실하게 털어주지." 그는 침대에 누워 자신의 욕망을 부축이듯 중얼거리고는 그대로 잠에 빠졌 다. 현실세계에서 자동적으로 그를 부를 때까지 조금이라도 휴식을 취하려는 카 프로스의 짧은 잠이었다. * * * -쾅 "뭐라고! 네크로맨서!" 단번에 탁자가 산산조각이 났다. 냉정하기로 이름 높은 그리안 공작의 눈에는 핏발이 곤두서 있었고, 그의 목소리는 성난 사자와 같았다. "옛! 이미 남부의 수십 개의 도시가 모두 그들의 손에 들어갔고, 수도에서 출병한 1차 토벌군 1만과 각 도시의 방어군은 모두 언데드로 변했다고 합니 다. 그들은 빈민가의 사람들에게 곡식을 풀어 인심을 샀고, 평민들에게 귀 족의 성을 약탈하게 해서 그 세력을 넓히고 있습니다." "으으으, 그럴 수가!" "이계인들이 그들에게 모이고 있습니다. 이계인들 중에도 악을 신봉하는 자들이 많다고 합니다. 지금 그 암흑제국이라고 자칭하는 자들에게 약 5천명의 이계인이 합류했다 고 합니다." -쿠쿵 이계인들까지 합류하기 시작했다는 보고가 결정적이었다. 그리안 공작은 중 심을 잃고 비틀거렸다. 네크로맨서의 등장, 사교의 확산, 그리고 이계인들의 동조. 이보다 더 나쁠 수는 없었다. "물러가라. 생각할 것이 있다." "옛!" 보고를 하던 수하가 물러나자 그리안 공작은 한 가닥의 힘도 남지 않은 듯 자신의 의자에 털썩하고 주저앉았다. 그는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며 고개를 숙였다. 절망의 머릿속으로 침투해 오고 있었다. "사교가 퍼지다니? 하필 이럴 때 사교가 퍼지다니!" 하늘이 파스트 제국을 편들고 있다는 말인가? 사실 이렇게 갑자기 총력전으로 전군을 이끌고 남의 나라를 치는 것은 모험 이라고 할 수 있었다. 당연히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기고 그중에서도 특히 후방의 민심은 가장 위험 한 것이기는 했다. 하지만 보통 이렇게 이기고 있을 때에는 별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현실적으로는 생활이 어려워져도 이기고 있다는 소식이 국민을 버티게 하는 것이다. 초전부터 계속해서 승전하여 파스트 제국의 곡창지대 하나를 점령한 이상, 민중의 불만은 일단 사그러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1년이나 2년은 충분히 버틸 수 있다! 모두 그렇게 생각했고, 이제는 완전히 승리했다고 믿었다. 그런데 암흑제국이라니! 민중의 불만을 극대화 시켜 단번에 레디안의 3분의 1을 장악하다니? 그들은 악마다. 정말 무서운 악마다! "토벌군을 보내야 하는가?" 스스로에게 묻듯 중얼거려 보았다. 그러나 마음속에 있는 이성이란 놈이 절대로 불가하다라고 대답을 한다. 적어도 10만, 아니 20만은 내려 보내야 한다. 그런데 그럴 수가 없다. 지금 아군의 총수는 약 80만, 그중 20만을 영지안정을 위한 치안군으로 쓰 고 있다. 내년부터 당장 곡식을 얻기 위해서이다. 결국 실제로 전투태세를 갖추고 있는 병사는 약 60만, 이중에서 20만을 내 려 보내면 40만으로 파스트 제국군 120만과 싸워야 한다. 그것은 불가능하다. 아니, 군사적 여유가 생긴 파스트 제국에서 20만의 토벌군을 바이가스제국 에 보내기만 해도 이 전쟁은 레디안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해지는 것이다. "수도의 방어군을 믿을 수밖에 없는 것인가?" 9만의 정병들, 그리고 자신의 스승이자 제국의 프라임나이트인 아리엘공작, 그가 있는 이상 어떻게든 그 암흑제국이라는 자들을 토벌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그들을 토벌하는 것이 힘들지라도 수도는 안전할 것이다. 그렇다면 충 분히 버틸 수 있다! 승부는 1년 이내에 난다! 그리안 공작은 결국 전력으로 전쟁에 집중하여 1년 이내에 모든 일을 끝내 는데 주력하기로 결심했다. 사교의 확산을 단순한 일시적인 위기로 본 것이다. 이렇게 그리안 공작은 적랑기사단의 단장이 되고 20년 만에 치명적인 판단 미스를 했다. 아니 그것은 그에게 있어서 최선이자 유일한 선택이었다. 그는 아직 한계레벨의 다크팰러딘 카프로스의 존재를 몰랐다. 그리고 그의 정체도! * * * 20만의 병사, 그리고 3만의 언데드! 어둠과 함께 전진하는 이들의 눈에는 광기가 흐르고 있었다. 한 달 사이 천여 명의 암흑사제가 새로 탄생했다. 그들은 각 부대의 소대장과 참모가 되어 병사들을 이끌었고, 그들의 축복에 의해 밤눈이 밝아지고 더욱 힘이 강해진 병사들은 낮에 자고 밤에 이동하는데 익숙해졌다. 그들은 그들이 점거했던 모든 성을 일시적으로 포기하고 이렇게 하나로 뭉 쳐 수도를 향해 진군하고 있었다. "과연, 대단하군. 이정도 라면 정말로 수도를 집어 삼킬 수 있겠어." "응, 암흑제국이라, 이런 것이 가능할 줄이야. 신마대전게임을 시작할 무렵에는 상상도 못했었는데, 정말 무슨 일이 일어 날지 모르는 게임이야." 한쪽에서 본대와 같이 행군하고 있는 이계인들 역시 흥분이 되는 듯 서로 웃으며 잡담을 주고받고 있었다. 악이 좋아 마교에 든 자들, 이들을 보면 사람은 절대로 선한 존재가 아니라 는 것을 잘 알 수 있으리라. -부웅, 부웅, 부웅 행군의 정지를 알리는 뿔고동 소리가 울렸다. 그러고 보니 이제 곧 해가 뜰 시간이었다. 언데드들은 땅을 파고 그 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했고, 병사들 또한 두꺼운 천막을 치고 그 안에서 잠을 잘 준비를 했다. 그런 모습을 바라보는 암흑황제 나지훔과 태상장로 카프로스는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앞으로 1주일만 더 가면 수도의 외성벽에 도착합니다. 지금 수도는 난리가 났다고 하더군요." "흐하하하하, 난리가 났겠지! 저들은 설마 우리가 이렇게 전격적으로 진격 할 줄은 몰랐을 테니까." 나지훔은 자신의 검붉은 로브가 거세게 흔들릴 정도로 크게 웃었다. 품위가 없군! 카프로스는 투구 속 얼굴을 약간 찌푸리며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이미 수도에 잠입한 자들이 요소요소에 침투하여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 다. 성문은 쉽게 열릴 것이고, 그들의 예상과는 달리 우리군은 수도를 함락시킬 것입니다." "하하하, 그들의 예상과는 다르게 말이지!" 그들은 모르고 있을 것이다. 이미 봉기를 시작하기 전부터 수도에 진공할 준비가 진행되고 있었다는 것 을! 남부를 모두 먹는 것보다는 수도를 함락 시키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그래야만 제국의 모든 흐름이 정지하기 때문이다. 자고로 수도라는 것은 왕이 사는 도시라는 사전적 의미와는 비교할 수 없는 큰 의미를 지닌다. 모든 경제적 제도적 흐름이 모이는 곳! 그곳이 바로 수도이다. 일단 수도가 적에게 점령당하면 각 지방의 세금이 모두 이동을 멈추게 된다 . 정보도 결국 수도를 통해 각지로 다시 퍼지게 되어 있기 때문에 그것도 크 게 영향을 받는다. 갑자기 황제가 이사해서 옆 도시로 간다고 수도가 이전되는 것은 아니다. 일단 수도를 털어 암흑제국의 힘을 보인 후, 고립되어 유기적으로 통일된 움직임을 하지 못하는 각 영지를 하나씩 하나씩 차례로 집어삼키는 것이 바로 이들의 목표였다. 북으로 진군한 레디안의 주력군은 절대로 남하하지 못한다. 공격하는 것은 어렵지만 후퇴하는 것은 더욱 어렵기 때문이다. 수도만 점령하면 반년 이내에 모든 도시와 마을에 암흑신의 성당이 건설될 것이라고 그들은 믿고 있었다. 완전히 해가 뜨고, 사람들은 잠에 빠졌다. 20만에 해당하는 병사들의 야영지는 그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었다. 나지훔에게 인사를 하고 잠을 자기 위해 자신의 천막으로 들어온 카프로스 는 침대대신에 놓여 있는 검은 관을 열고 그 안에 들어가 누웠다. 모든 사람들이 두려움에 떨게 만든 악마가 새겨진 관, 공포의 다크어벤저 카프로스의 정체는 뱀파이어로드라는 소문이 퍼지게 만든 원흉이었다. 하지만 일단 안으로 들어가면 밖에서는 열 수 없고, 그것을 부수기 위해서 는 상당한 노력을 해야 하는 이 관은 갑자기 들어올 사람을 경계한 카프로스가 심사숙고하여 고안한 것이었다. 해는 점점 천공의 가운데로 떠 오르고 있었다. * * * -둥, 둥, 둥 -와아아아아아아 20만의 병사가 일제히 고함을 지르자 밤하늘에 떠 있는 달이 흔들릴 정도로 대기가 울렸다. 그들은 이미 수도의 외성 중 남쪽에 주력군을 두고, 북문을 제외한 동문과 서문에도 병력을 배치한 상황이었다. 공성전의 세오리에 따라 3면 공성을 하려는 듯 했다. 성문위에 서 있는 병사들은 그런 그들을 보며 질린 듯 하얗게 변한 얼굴로 서로를 보며 이것이 꿈이 아닌가 하고 확인했다. 보름 전부터 저들이 온다는 것을 듣고는 있었지만 정말로 이렇게 수도까지 와서 공격을 감행할 줄이야! 황궁에서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병사들은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눈앞의 현실을 외면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 "이일을 어떻게 하면 좋겠소?" "망극하옵니다." 황제의 한탄에 아리엘 공작은 할 말이 없는 듯 고개를 숙여 대답했다. 설마 저들이 정말로 수도까지 올 줄이야! 보름 전에 그들이 온다는 말을 듣 고 전군으로 역격을 하자는 의견도 나왔지만 그것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수도가 완전히 비게 되는 것은 금기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수도의 외성을 놓고 싸우게 되는 것은 그야말로 최악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저들을 완전히 괴멸시킬 때까지 수도는 고립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후우, 이렇게 된 이상, 외성에서 확실하게 저들을 막으시오. 수도 안으로 저들의 침입을 허용하면 큰일이오." "물론입니다. 외성이 있는 이상 아무리 네크로맨서라고 해도 절대로 성 안 으로는 들어올 수 없습니다!" 아리엘 공작은 힘주어 대답했다. 마법방어진이 완벽하게 쳐진 외성의 안으로는 어떤 마력도 침투할 수 없다. 비록 저들이 20만의 대군이라고 해도 정식으로 훈련을 받지 못한 병사들이 대부분이니 만큼 앞으로 1주일정도면 기력이 떨어지리라! 그 후에는 중앙 정규군의 힘을 보여줄 차례가 될 것이다. 아리엘 공작은 군에서 평생을 보낸 노장답게 비정규군의 약점인 지구력을 이용하여 이 사태를 극복하려 했다. 그러나 일단 일이 틀어지자 모든 일이 완전히 그의 예상을 벗어나기 시작했 다. -콰당 대전의 문이 큰 소리를 내며 열리며 한 사람이 뛰어 들어왔다. 황제가 있는 대전의 문을 그렇게 거칠게 연다는 것은 황실모독죄에 해당하 지만 그 사람은 그것이 문제가 아니라는 듯 즉시 황제와 아리엘 공작의 앞에 무릎을 꿇고 외쳤다. 그의 얼굴은 완벽하게 하얗게 변해 있었다. 그리고 당혹과 절망의 감정이 그의 눈 안에 선명하게 나타나 있었다. "큰일입니다! 북쪽 성문이 열렸습니다! 그리고 그 안으로 적의 특공대가 들 어와 성문을 점거하고 싸우는 중입니다. 그들은 너무나도 강해서 아군의 기사 수십 명이 감당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 "뭐라고?" 보고를 들은 아리엘 공작의 안색 또한 보고를 한 참모에 뒤지지 않을 정도 로 탈색되기 시작했다. * * * "서둘러서 황궁수비 기사를 북문으로 보내라! 적의 본대가 북문 쪽으로 이 동하기 전에 성문을 닫아야 한다! 나도 지금 간다!" 아리엘 공작은 황제의 앞이란 것을 잊은 듯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아무도 그의 무례함을 탓하지 않았다. 문이 열리다니? 적이 남과 동, 그리고 서문에 진을 쳤기 때문에 당연히 북문의 수비가 허술 해 졌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전격적으로 적의 특공대가 안에서 습격하여 문을 열고 북문밖에 숨어 있던 적의 정예기사가 들어올 줄이야! 아직까지 적이 보통의 무장봉기군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문제였다. 적에게는 전략과 전술이 뛰어난 자가 있다! 아리엘 공작은 뛰어서 황궁을 벗어나면서 그런 판단을 내릴 수 있었다. -다다다다 약 50명의 황궁기사가 그의 뒤를 따랐다. 모두 500레벨이 넘은 상급기사이다. 이 정도라면! 아리엘 공작은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다리에 힘을 주 었다. -쾅 "아아아악!" 마족의 손이 기사를 후려치자 그 기사는 비명을 지르며 뒤로 날아갔다. 회색으로 변하는 그의 몸이 마족 볼티오스의 힘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크어어어엉, 정말 맘에 드는 몸이군! 최고야! 「폭열사령」!" -콰콰콰쾅 네 개의 팔이 사방으로 뻗자 거대한 불덩어리가 그 주먹에 생성됐다. 그리고 그 주먹으로 사정없이 사방을 후려치자 화려한 폭발이 일었다. 레벨 300이 넘는 성의 수비기사가 그의 일권에 몸이 터졌다. 마족, 그것도 자신의 힘을 거의 최고로 발휘할 수 있는 마족은 정말로 강했 다. "저,저럴 수가!" 어두운 밤에 허공으로 치솟는 불길은 멀리서도 보였다. 아리엘 공작은 너무나도 놀라 걸음을 멈추고 신음소리를 냈다. 2m가 넘는 마족 볼티오스의 몸은 주변의 모든 병사들에게 공포심을 주기에 충분했고, 지금 성벽 위는 그의 학살무대가 펼쳐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반대쪽 성벽위에는 한 기사가 마찬가지로 엄청난 위용을 보이며 아군을 학살하고 있었다. 그의 거대한 투핸드소드에서 어둠마저 삼켜버릴 것 같은 검은 불길이 치솓 아오르고 있었다. "다크어벤저!" 치명적이었다. 성문을 닫는 것은 성벽 좌우의 사슬을 감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 그 앞에서 지키고 있는 것이 마족과 1000레벨의 다크팰러딘이라니! 뿐만 아니다. 죽은 병사들이 다시 일어나고 있었다. -우오오오오 산자를 원망하는 그들의 울음소리가 방금 전까지 동료였던 자들의 심장을 공포로 물들여갔다. "몽마의 저주!" -끼야아아아악 "아악! 살려 줘!" 병사들이 이성을 잃고 도망가기 시작했다. 검은 그림자가 그들을 삼키고 있 었다. 일단 그림자에 삼켜진 자들은 저주를 이겨내지 못하면 절대로 헤어날 수 없 는 공포에 빠져 앞을 가로막는 모든 것을 공격하며 필사적으로 도망가게 된다. "이,이런, 전원 서둘러라! 마족과 다크팰러딘을 서둘러서 제거하지 않으면 적들이 이 북문으로 들어올 것이다!" 아리엘 공작은 머뭇거리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기사들에게 돌 격 명령을 내렸다. 그들은 일단 공작의 뒤를 따라 성벽의 양쪽으로 달려갔다. 그들의 앞에는 마족과 한계레벨의 다크팰러딘인 다크어벤저가 버티고 있었다. "크크크, 이제 오는군. 그럼 놀아볼까?" 볼티오스는 어느새 수십 명의 상급기사들이 몰려오는 것을 보고도 전혀 긴 장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 앞쪽에 상당히 강해보이는 기사가 보였다. 나이도 많고 갑옷도 화려한 것이 무리의 우두머리처럼 보였다. "크하하하, 이봐! 카프로스, 적의 두목이 이쪽으로 왔군. 아무래도 내가 더 강해보이는 게 확신한 것 같은데?" 그는 반대편 성벽을 보며 소리쳤다. 그러자 반대편 성벽에 있던 다크팰러딘 카프로스가 대답했다. "이쪽은 수가 5명 정도 많다. 아무래도 강한 나를 저지하는 동안에 서둘러 서 그대를 제거하려는 모양이군." "크어엉, 감히 인간 따위가!" 한방 먹은 볼티오스가 치밀어 오르는 화를 자신의 앞에 있는 기사들에게 부 딪쳤다. 사자의 입에서 울려나오는 표호와 네 개의 팔에 담긴 힘에 아리엘 공작의 안색은 완전히 하얗게 변했다. "정말 단순한 놈이군. 마족 중에서 저런 바보가 있을 줄이야." 카프로스는 아무도 듣지 못하게 중얼거리며 앞에 서 있는 상급기사들을 노 려보았다. "죽어라. 「만월의 검무」!" -화르르륵 불처럼 타오르는 거대한 검이 돌풍처럼 회전하며 걸리는 모든 것을 빨아들 여 분쇄하기 시작했다. 불의 수레처럼 모든 것을 태우는 그의 검에는 500레벨의 상급기사들의 힘으 로는 막을 수 없는 거력이 담겨 있었다. "에잇, 빈틈을 노려라! 적의 공격을 맞받지 말고 허점만 노려 공격하는 거 다!" 확실히 최고의 정예로 이름 높은 황실의 수비기사단, 그들은 정확하게 카프 로스의 검무의 허점을 노리려 했다. 그러나 이 만월의 검무는 대검의 파괴력을 극대화시키면서도 의외로 빈틈이 없는 최상급 무공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것 중에 하나이다. 빈틈이라고 생각되어 공격하려던 곳이 함정인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일단 그런 함정에 빠지면 절대로 살아서는 나오지 못한다. 실로 카프로스의 성격에 부합되는 극악의 검법이라고 할 수 있었다. -퍽 "아아아악!" 다시 카프로스의 대검에 허리가 양단된 기사가 비명을 지르며 회색으로 변 했다. 분명히 적에게 자신의 필살기가 명중했는데! 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이,이럴 수가! 천 레벨의 다크팰러딘이 이렇게 강하다니?" 한 기사가 결국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전투 중에 사기가 꺾이면 다시는 싸우지 못한다는 것을 그는 모르는 것일까? 그리고 그 순간 그는 검은 안개가 자신의 머릿속에 침투하는 것을 느꼈다. "아아아악! 살려줘!" 몽마의 저주에 당한 그는 즉시 뒤쪽에 서 있던 자신의 동료들을 검으로 베 며 뛰기 시작했다. 몇몇의 동료들 역시 저주에 당해 도망가는 것을 그는 보지 못했다.. 승부는 이미 났다! 상급기사 100명이 와도 자신들을 상대할 수는 없다. 왜 나칸드라 제국이 망했겠는가? 200명의 상급기사가 혈월신마 한명을 막지 못하고 황가의 사람들이 모두 죽 었기 때문이 아닌가? 비록 혈월신마보다 자신들이 강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마족과 1000 레벨의 다크팰러딘이다. 그리고 네크로맨서다! 성 밖에 숨어있던 전력이 오직 세 명뿐이라는 것을 그들은 몰랐을 것이다. 그리고 그 세 명이면 일단 열린 성문을 지키는 것은 쉬운 일이라는 것도! 나지훔은 성문을 연 어쌔신들에게 둘려 싸여 성 앞에 서서 자신에게는 신경 도 쓰지 않고 양쪽 성벽위로 올라가는 상급기사들을 비웃으며 차례로 저주를 걸었다. 레벨이 오르고 있었다. 한 레벨, 또 한 레벨, 오늘은 도대체 몇 레벨이 오르는 것일까? 다시 한 레벨이 올랐다. 볼티오스가 적의 수장으로 보이는 자를 죽였기 때문이다. 적의 사기가 급속도로 저하했다. 다시 저주를 걸었다. 한 번에 다섯 명이 걸리다니? 공포에 휩싸인 자들에게는 저주가 너무나도 쉽게 걸린다. -부웅, 부웅, 부웅 뒤쪽에서 뿔고동 소리가 들려왔다. 동쪽에서 자신의 부대가 몰려오는 것이 보였다. 왔군! 나지훔은 작전이 완벽하게 성공으로 끝난 것을 깨닫고 웃었다. 이제 수도의 모든 재물은 우리의 것이다! 황궁을 장악하고 1년 이내에 모든 도시를 점령할 것이다! 그는 이 자리에 온 모든 황궁수호기사들을 척살한 카프로스와 볼티오스에게 팔을 흔들어 수고했다고 격려하는 뜻을 전한 후, 다가오는 자신의 병사들의 지휘관과 합류하여 정식으로 성문을 점거했다. 그 후 약 한 시간 동안 동문 쪽에 있던 모든 병사들이 완전히 들어올 때까 지 기다렸다가 서문, 남문의 공격이 시작됨과 함께 내부로 공격해 들어갔다 . 수도는 이미 그들의 손에 넘어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 * * -와아아아 황궁 안에까지 저들의 함성 소리가 들려왔다. 메이오스 5세는 탈색된 얼굴로 보고를 받고 있었다. 화려한 대전의 기둥의 조각들도, 그가 앉은 태사의의 손잡이도 이제는 빛을 잃은 듯 했다. "이미 수도내부에 적이 들어와 성벽의 방어군을 뒤에서부터 공격하고 있습 니다. 아리엘 공작전하는 북문을 탈환하려다 마족으로 보이는 자에게 전사를, 뒤 따른 모든 호위기사들도 운명을 같이 했습니다." "크흑, 아리엘 공작마저!" 그는 결국 눈에서 눈물을 흘리며 손으로 이마를 집었다. 사방이 빙빙 돌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가? 한 달 전만 해도 이 대 륙이 자신의 것이 되리라 믿었었다. "폐하,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곧 그들이 이 황궁으로 몰려올 것입니 다. 어서 피신을 하셔야 하옵니다." "뭐라고! 짐이 어떻게 이곳을 버릴 수 있단 말이오? 이 위대한 제국의 건국 이래 한 번도 수도가 적의 손에 넘어간 일이 없거늘 ! 어떻게?" "폐하!" 재상인 가이넨 공작이 단호하게 메이오스 5세를 불렀다. 얼음처럼 차가운 목소리, 황제는 그의 얼굴을 보았다. "사태가 이렇게 된 것은 소신의 미숙함 때문입니다. 이 죄는 죽음으로도 씻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머뭇거릴 때가 아닙니다. 비록 빈 수도를 적도들에게 일시적으로 빼앗긴다고 해도, 우리 제국에는 아 직 100만의 대군이 있습니다. 옥체를 보중하시옵소서." 그의 처절한 충고에 메이오스 5세는 억지로 울음을 멈췄다. 나는 제국의 황제! 개인의 감정에 빠져 있을 때가 아니다. "알겠소. 어서 갑시다. 내 이날의 아픔을 결코 잊지 않겠소." -벌떡 결단을 내리자 그는 한시라도 빨리 이 수도를 벗어나고 싶었다. 이미 몇 백의 황실 수호기사단만이 남아 황궁을 지키는 상황인 만큼 저들이 몰려오면 얼마 버틸 수 없으리라. "황실보물창고에서 가장 중요한 물건들만 챙기도록 하시오. 수호기사단원들은 모두 폐하와 그 가족을 보호하여 비밀통로로 수도를 빠져 나가 이대로 북으로 향하도록 하시오." 가이넨 재상은 여전히 차가운 목소리로 시립해 있는 자들에게 차례로 명령 을 내렸다. 이로써 레디안 역사상 처음으로 수도를 포기하게 되었다. 그들은 이를 악물 고 재상의 명에 따라 맡은 바 일을 처리했다. * * * -쾅 -와아아아아 볼티오스가 몸으로 황궁의 정문을 산산조각내자 병사들은 다시 함성을 질렀 다. 그리고 곧이어 그들은 황궁 안으로 몰려 들어가 미리 계획한대로 각 건물마 다 일정의 인원을 남겨 수색을 하면서 계속해서 안으로 들어갔다. 물론 그들의 선두에는 암흑성기사인 카프로스가 있었다. "이야아아압!" -쾅 중앙에 있는 가장 큰 건물의 문이 카프로스의 대검에 맥없이 부서졌다. 그들은 즉시 안으로 들어갔다. "틀림없이 이곳에 황제의 집무실과 보물 창고가 있을 것이다! 찾아라!" 카프로스의 호령에 뒤따르던 모든 인원이 신속하게 각 통로를 따라 뛰어 들 어갔다. 카프로스는 일단 멈추어 서서 뒤쪽에 있는 하늘의 달을 보며 심호흡을 했다 . 아마도 황제는 도망갔겠지. 그러나 보물을 모두 들고 도망갈 수는 없다. 파괴하지도 못한다. 아마도 그들은 이 보물들을 다시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테니까. "후우, 진정하자. 마교의 보물창고도 본 내가 아닌가? 절대로 놀라면 안 돼 . 아무리 많은 보물이 쌓여 있을지라도!" 그는 그렇게 완전히 마음을 안정시킨 후, 계속해서 사람들을 지휘하여 재상 의 집무실에 쌓여있는 서류 중 남아있는 것과, 수도의 호구조사에 대한 서류를 흥분한 사람들이 불태우지 못하도록 저지했다. 그것들은 당분간 이곳을 효과적으로 다스리는데 꼭 필요한 것으로, 어쩌면 웬만한 보물들보다 더 가치가 있다고 볼 수 있었다. "지하 2층에서 보물 창고를 찾았습니다!" 한 사람의 수하가 와서 보고를 했다. 드디어! 속으로는 그렇게 함성을 질렀지만 카프로스는 여전히 냉정한 눈빛 을 하며 대답했다. "앞장서라." -저벅저벅 뛰지도 않았다. 오히려 안내하는 자가 조바심을 일으킬 정도로 일정한 속도 로 걸어갈 뿐이었다. 보물은 도망가지 않는다. 그는 속으로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그렇게 말하며 뛰는 심장을 안정시키고 있었다. "저곳입니다!" 여덟 명의 병사가 지키고 있는 문에 다다르자 그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다시 문을 열었다. 보물 창고를 발견하면 즉시 다시 문을 닫고 절대 아무도 들어가지 못하도록 이미 교육을 시켜 놨다. 책임자인 카프로스나 나지훔이 올 때까지는 아무도 그곳에 들어가지 못하는 것이다. 물론 나지훔은 밖에서 열심히 레벨을 올리는데 몰두해 있기 때문에 사실상 자신이 이곳을 관리할 수밖에 없다. -덜컹 문이 완전히 열리고 9명의 사람이 그 안으로 들어갔다. 창고 안은 넓었다. 그리고 그 넓은 창고는 엄청난 보물들로 가득 차 있었다. 벽에 진열된 물건들은 하나같이 마법물건이 틀림없으리라! 벽조차도 금과 은으로 뒤덮여 있는 그 창고는 자체적으로 눈부신 빛을 발하 고 있었다. -꿀꺽 8명의 남자들은 하나같이 눈을 휘둥그레 뜨고 침을 삼켰다. 심한 갈증을 느끼고 있으리라. 그러나 카프로스는 그들의 멍한 정신에 찬물을 붓듯 차가운 목소리로 명령 을 내렸다. "함정을 해제하라!" "힉!" 그들은 살기에 가득 찬 카프로스의 명령에 급히 제정신을 차리고 서둘러서 자신의 할 일을 하기 시작했다. 늦으면 죽는다! 공포가 그들을 덮었다. 이런 보물 앞에서도 여전히 냉정하다니! 그들은 하나같이 카프로스에게 경 외의 눈길을 보냈다. 도둑 출신의 남자 세 명이 차분히 함정을 탐지하기 시작했다. 연속으로 발견되는 가지가지의 함정들! 그러나 그 정도는 어차피 시간문제일 뿐이다. 카프로스는 천천히 그 안의 보물들을 감상하기 시작했다. 과거 파스트 제국이 아직 왕국시절이었을 무렵, 그는 혼자서 그 왕성의 보 물창고에 들어간 적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이렇게 레디안 제국의 창고에 들어와 보니 확실히 왕국과 제국 의 보물창고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역시 인생은 한방이야!' 카프로스는 속으로 광소하며 대기하고 있던 사람들에게 명령하여 이 물자들 을 운반할 자들을 데려오게 했다. 그날, 황궁의 모든 재물은 벽에 걸린 비단 커튼 하나까지 남김없이 암흑제 국의 소유가 되었다. 황궁은 그대로 암흑황제 나지훔의 궁이 되었고, 수도의 모든 민간인은 공포 에 떨며 그들의 미래가 언데드로 끝나지 않도록 신에게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카프로스는 수도의 안정을 위해 자비로운 나지훔 황제는 대항하지 않는 자는 죽지 못하는 저주를 내리지 않는다는 포고령을 내렸다. 그리고 그날 전투에 참가한 9만의 병사들을 언데드로 만들었을 뿐, 수도에 서 사는 백만 명의 민간인들은 언데드로 만들지 않았다. 그로인해 수도는 일단 새로운 황제의 치세아래 들어가게 되었다. 이 무장봉기로 인해 레디안 전역은 완벽한 혼란에 빠졌으며 수도 밖으로 피 난한 황제는 즉시 북쪽의 정벌군에 연락을 해서 전군의 회군을 명령했다. 지금 그들의 가장 큰 적은 파스트 제국이 아닌 10만의 언데드군과 30만의 무장봉기군을 거느린 네크로맨서 황제 나지훔과 카프로스라는 한계레벨의 다크어벤저였다. Chap 3. 최후의 진격 그다지 넓지 않은 간이회의장에는 지금 두 남자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앉 아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얼마 전까지 그들의 눈에 담겨있던 자신감은 이제는 암울한 그늘로 바뀌었 다. 수도에서 온 전갈은 그들에게 최후의 결단을 내리라고 강요하고 있었고, 그 것은 정말로 참기 힘든 굴욕이었다. "지금 군을 빼면 레디안 제국은 영원히 일어설 수 없습니다." 악령 기사가 신중하게 말을 꺼냈다. 그리안 공작 또한 인상을 구기며 괴로운 표정으로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일단 후퇴를 시작하면 저들의 추적이 시작되겠지. 하이랜더 기사단이 지키 는 곳 이외의 모든 부대는 뒤를 공격당해 엄청난 피해를 입을 것이 틀림없 소. 만약에 전군을 무사히 퇴각시킬 수 있다고 해도 내년부터는 파스트 제 국의 침공을 받아야 할 것이오."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일단 군을 빼려고 하면 수적으로 우위에 있는 파스트 제국군은 자신들을 끝 까지 추격하여 최대한의 피해를 입히는 데 주력할 것이다. 살아서 돌아갈 수 있다고 해도 내년부터는 내부를 정비하고 200만의 군대를 보유하게 된 파스트 제국군의 침공이 시작될 것이다. 마교에 의해 완전히 혼란에 빠진 레디안 제국은 결코 그것을 막을 수 없다! "정말로 하늘이 우리 레디안 제국을 버리는 것인가?" 그리안 공작은 결국 눈을 감으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평생 처음으로 입에서 나오는 절망의 말은 그 자신의 가슴속으로 파고들어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었다. 악령 기사 또한 묵묵히 탁자를 응시하며 생각했다. '내 게임인생 30년 동안 이렇게 재수가 없기는 또 처음이군. 적대국에 천재 정치가가 나타나고, 그걸 10년 동안 기회를 봐서 겨우 허점 을 찔렀더니 이번에는 후방에서 사교가 퍼져?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으으윽.' 운명의 여신은 그들에게 조금의 희망도 나누어주지 않았다. 시간이 흘렀다. 황금과 같은 시간, 하지만 지금부터 조금이라도 잘못하면 절망 속에서 더 큰 절망을 맛볼 수 있다.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때였다. 결국 그리안 공작은 이를 악문 채 입을 열어 말했다. "후우, 폐하께서 직접 회군을 명하셨으니 따르지 않을 수 없소. 경은 회군 에 대한 방법에 특별한 계획이 있소?" 회군! 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회군을 하는 순간 모든 일이 끝장난다! 악령 기사는 필사적으로 생 각했다. 황제에 대한 충성심이라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면 맹목적인 요소가 많다. 이 상황에서 가장 좋은 방법은 레디안 본토를 일시적으로 포기하는 일이 있 어도 이대로 전군을 모아 적의 방어선을 뚫어버리는 것이다. 성공확률은 약 30%, 실패하면 전군은 괴멸된다. 레디안 제국은 지도상에서 완전히 사라진다. 그래도 성공하면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절대로 그럴 수 없지.' 악령 기사는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이것은 그들에게 있어서 게임이 아니다. 만약 성공확률이 70%라고 해도 그들은 하지 않을 것이다. 국가가 완전히 멸망할 가능성이 30%인 작전을 시행할 정치가는 없다. 하물며 성공확률 30%라니? 그러나 사실 이대로라면 레디안 제국은 100%망한 다. '미래를 예측하면서도 그곳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이 인간의 삶일지도 모르 지.' 악령 기사는 이 신마대전이라는 게임이 정말로 게임이 아닌 가상현실세계라 는 것을 또다시 느낄 수 있었다. 어쩌면 자신은 이미 이 게임에 중독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그는 두 번 다시 다른 게임을 할 수 없을 것 같은 느낌까지 받았다. 그런데 생전 처음으로 중독된 게임에서 패배를 하다니? 평생을 승리와 함께 해온 내가?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공작 전하, 이렇게 된 이상 효과적인 퇴각 방법은 있을 수 없습니다. 적어 도 전군의 3할은 희생이 되겠지요." "으음, 역시 그런가?" 80만의 3할이면 24만이다. 24만의 병사가 희생된다면 정말 대패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때 악령 기사가 다시 말을 꺼냈다. "그러니 차라리 25만 정도의 군대로 적을 공격하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그 경우 적들은 남은 병사들을 쫒기 보다는 25만의 군대를 포위 섬멸하는데 주력할 것입니다." "흠, 25만을 희생양으로 쓰자는 말인가?" 그리안 공작은 날카로운 눈으로 그를 보며 물었다. 그냥 후퇴를 하다가 희생당하는 것과 희생양으로 남기는 것은 같은 수라도 그 뒷맛이 틀리다. 후퇴하는 자들은 안전해 질지 모르지만 남겨진 자들은 틀림없이 죽는다. 그러나 악령 기사는 여전히 눈을 빛내며 설명을 시작했다. "하이랜더 기사단 중 이계인 단원이 남은 자들의 선두에 서겠습니다. 그리 고 그들로 적의 기간테스 성을 넘어보겠습니다!" -쿠쿵 그리안 공작은 한방 먹은 듯한 얼굴로 악령 기사를 바라보았다. "최후의 역격을 하자는 말이군? 가능하겠나?" 80만으로도 넘지 못한 성을 25만으로 넘을 수 있을까? 거의 불가능하다. 눈 앞에 있는 이자도 그것은 알고 있을 것이다. "가능성이 제로는 아니겠지요. 그리고." -척 악령 기사가 갑자기 일어나 자신의 검을 뽑았다. 그리안 공작 또한 그의 움직임에 따라 즉시 일어나 대응의 준비를 했다. "무슨 짓인가? 검을 뽑다니?" 그리안 공작의 말에 악령 기사는 가볍게 웃으며 검을 들어올렸다. -웅, 웅, 웅 "아! 지휘의 성광!"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질렀다. 상급기사가 한계레벨에 달했을 때 얻는 직업인 아크나이트의 고유기술 지휘 의 성광! 아군의 사기를 높여주고 힘과 정신력을 고양시켜주는 최고의 집단 강화기술 이다. 이것이라면 적어도 10만 명의 병사들의 힘을 최대한으로 이끌어 낼 수 있다 ! "그대는 이미 1000레벨에 도달했군!" 그리안 공작은 정말 놀랐다는 듯 악령 기사를 부러운 눈으로 보며 말했다. 그의 레벨은 아직 970, 한계레벨에 가까워 질 수록 점점 힘들어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영원히 도달할 수 없는 목표인 것처럼 생각될 때도 있었다. 그런데 이자가 벌써 그곳에 도달했다니! "병사들 중에 목숨을 버릴 수 있는 자만 추려 주십시오. 만약에 기간테스 성을 넘을 수만 있다면 그대로 수도까지 진격해서 적의 수 도를 함락시키겠습니다. 뒤가 없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지요." 그의 힘 있는 말에 그리안 공작은 두 주먹을 꾹 쥐고 악령 기사에게 최후의 희망을 걸었다. * * * 2천명의 상급직 대원들, 그들은 어제까지 무적의 하이랜더 기사단의 단원이 었던 자들이다. 그중에서도 이계인 단원들이 모두 이곳에 나열해 있었다. 정면에 서 있는 악령 기사는 그들은 한번 스윽 본 후 비장한 얼굴로 입을 열어 말했다. "이제 회군을 하게 되면 파스트 제국의 반격이 시작됩니다. 그러면 레디안 제국은 오래 버틸 수 없을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이번에는 운명이 우리를 돕지 않았지요. 하지만 여러분, 만약 우리가 파스트 제국의 수도를 불태울 수만 있다면 저 들 또한 앞으로 2년 정도는 레디안을 공격하지 못 할 것입니다. 그 사이에 반격의 기회를 만듭시다!" -웅성, 웅성 악령 기사의 말에는 자신들이 수도를 점령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었다. 저 120만의 파스트 군이 지키는 기간테스 성을 뚫어야만 발이라도 디뎌볼 수 있는 곳이 파스트의 수도가 아닌가? "이제 우리는 며칠 후에 기간테스 성을 공격합니다. 레디안 군에서 목숨을 아끼지 않는 25만의 병사들이 우리와 함께 할 것입니 다. 우리의 목표는 오직 하나! 수도의 철저한 파괴입니다. 점령이 아닌 파괴! 그것이 성공한다면 꼭 역전의 기회는 옵니다." 악령 기사의 말소리가 점점 강해지기 시작했다. 마치 대원들의 머릿속에 자 신의 말을 새겨버리겠다는 듯 힘차고도 맑은 목소리였다. "기간테스 성만 뚫으면 됩니다! 저들도 우리가 이렇게 목숨을 걸고 중앙을 뚫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할 것입 니다. 이번에는 살아서 돌아오는 것을 생각하지 말아 주십시오. 오직 전진! 전진 만이 있을 뿐입니다!" -오오오오오오 그때서야 모든 대원들은 악령 기사가 수도로 가서 죽을 계획이라는 것을 알 았다. 폭주, 그리고 자폭이다! 그들은 흥분하기 시작했다. 이런 각오로 돌진하면 기간테스 성은 뚫릴 것이다. 어차피 기세싸움, 성의 병사 한명을 죽이기 위해 아군 3명을 잃을 각오로 공격하면 된다! 해 보자! 그들은 드디어 마음을 굳히고 죽음밖에 남지 않은 최후의 돌격을 시작하기 로 했다. * * * -와아아아아아아 -쿵, 쿵, 쿵 상급기사 2천명이 진두지휘하는 25만 병사들의 공격은 맹렬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끊임없이 공성추에 매달려 성문을 부수고, 사다리 와 갈고리르 같이 사용하여 성벽을 기어 올랐다. 성의 병사들이 화살을 비처럼 쏟아부어도 병사들은 멈추지 않았다. 살아날 희망은 없다! 오직 이 성을 뚫고 죽느냐 뚫지 못하고 죽느냐 만이 자신들의 최후의 보루라고 할 수 있었다. -위이이이잉 성 중앙에서는 마치 또 하나의 태양이 지상에 나타난 듯 엄청난 빛을 발하 는 기사가 있었다. 지휘의 성광! 아크나이트의 빛은 모든 병사들의 사기를 극도로 끌어올리고 또한 체력과 힘을 높여준다. "이, 이놈들은 미쳤어!" 드디어 성을 수비하는 병사들이 질려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하루도 되지 않아 저들의 사상자가 5만을 넘었다. 그리고 아군의 사상자도 1만정도인 것 같았다. 압도적 승리라고 할 수 있는 차이, 하지만 병사들은 전혀 그런 기분이 들지 않았다. 사기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적의 사기가 저하되기 시작했다! 이제 조금이다. 밀어 붙여라!" -와아아아아아 악령 기사의 목소리가 평원과 성벽을 울렸다. 함성소리가 그의 호통에 반응하듯 뒤따랐다. 성벽의 병사들은 마치 그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듯, 점점 두려운 얼굴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 운명은 악령 기사의 편이 아니었다. "소닉 웨이브!" -파사사사사사사 "아아악!" "귀가!" 한쪽 성벽을 오르던 자들이 귀를 움켜쥐며 후드득 떨어졌다. "아! 대마도사 메이노스 님이다! 메이노스 님이 직접 참전했다!" 한 지휘관이 성벽에 서 있는 노란 로브의 마법사를 알아보고 소리쳤다. 다분히 의식적인 듯 그의 목소리에는 음성확대 기술이 들어가 모든 병사들 의 귀에 파고들었다. -와아아아아, 대마도사 메이노스님 만세! 파스트 제국의 자랑 메이노스! 그의 참전은 단순한 전력 이상의 효과를 가져왔다. 병사들은 자신이 존경하는 대마도사와 함께 싸운다는 것에 흥분하기 시작했 고, 눈앞의 병사들을 하나라도 더 죽이는 것이 자신들의 사명이라는 것을 다시 깨닫기 시작했다. "칫, 역시 적도 만만치 않군." 악령 기사는 아깝다는 듯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이제 곧 적의 사기가 완전히 떨어지는 순간이었는데! 적의 총사령관인 델로스 공작이 있는 곳과 가장 먼 지점을 골라 공격했는데 대마도사가 있다니? 그러나 그는 이를 악물고 다시 소리쳤다. "물러서지 마라! 한 사람의 대마도사로는 우리의 의지를 꺾을 수 없다!" 기세와 기세의 싸움! 양군의 병사들은 서로 환성과 비명을 지르며 계속해서 싸웠다. 그러나 아군의 피해를 두려워하지 않는 악령 기사의 지휘는 점점 메이노스 를 비롯한 모든 병사들과 기사들에게 무거운 짐으로 다가왔다. 해가 졌다. 이제는 어두운 밤하늘에 두 개의 달이 떠서 인간들의 다툼을 지 켜보고 있었다. 이미 8만이 죽었다. 그러나 성의 병사도 2만이 죽었다. 체력은 한계에 달해 모두 지쳐 있었고, 성의 병사들은 그만 쉬기를 원했다. 하지만 악령 기사는 계속해서 공격할 것을 지시했다. "내일까지 성을 뚫지 못하면 우리의 희생은 수포로 돌아간다! 시간이 없다! 예비병력은 모두 공격을 시작하라!" 그의 말에 뒤쪽에 대기하고 있던 레디안 병사들까지 모두 공격에 가담했다. 성의 수비병은 10만, 사실 낮의 전투는 그들의 기력을 빼앗기 위한 것이기 도 했다. 이제 17만의 레디안 병사들이 체력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는 파스트 군의 수비병을 적극적으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들 중 약 5만은 체력이 왕성한 상태였고, 그런 만큼 더욱 강하게 성을 공 격할 수 있었다. "크흐, 정말 대단하군. 앞으로 몇 시간이면 성이 함락될 것도 같은데?" 아비게일이 앉아서 쉬며 악령 기사를 보고 말했다. 쉬지 않고 강화마법을 걸어서 이미 마나가 바닥이 났다. 마나를 회복하는 방법은 오직 시간뿐이기 때문에 새벽이 되어야 그의 마나 가 어느 정도 찰 것이다. "그럴지도. 그때까지 얼마가 살아남을지는 모르지만 10만만 살아도 우리는 성공할 수 있어!" 여전히 무거운 악령 기사의 대답. 비정하다고 욕할 수도 없었다. 아비게일은 조용히 눈을 돌려 성쪽을 보았다. 개미 때처럼 성벽을 기어오르는 아군의 병사들의 모습은 이미 생과 사의 한 계를 초월한 기백이 보였다. 이제는 비명소리도, 함성소리도 서로 섞여 어느 쪽의 것인지 구별하기도 힘 들었다. 그러나 아비게일은 냉정한 눈으로 성벽 위의 병사들의 안색까지 살폈다. "저들의 사기가 다시 떨어지고 있군. 새벽에는 완전히 떨어져 버릴 거야." "음, 그러기를 바래야지." 대답은 시큰둥하게 해도 악령 기사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두 사람의 친구이자 게임 파트너는 긴장감에 휩싸인 채 전황을 주시하고 있 었다. 시간이 흘러 밤은 더욱 깊어갔지만 양군의 공방은 여전히 치열했다. 그러나 사람이 얼마가 죽던 밤하늘에 빛나는 별들은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그들은 오직 그들의 사명인 조그마한 빛을 세상에 뿌리는 것에만 전념할 뿐 이었다. 이제는 달이 한쪽으로 기울고 하늘의 어둠이 점점 흐려지기 시작했다. 새벽, 두 사람이 기다리던 운명의 시각이 다가오고 있었다. * * * "으으으, 저놈들은 완전히 죽음을 각오한 것이었어!" 한 병사가 죽여도 죽여도 밀려오는 레디안의 병사들의 모습에 몸을 떨며 중 얼거렸다. 이미 10만 명 이상의 적이 사망했다고 기운을 차리라고 지휘관이 소리를 쳤 지만 그는 그럴 수 없었다. 저들은 전멸할 때까지 공격을 멈추지 않을 생각이다! 같이 죽기 싫었다. 자신은 살고 싶었다. 전투의 광기에서 벗어나 한 사람의 인간으로 되돌아간 순간 그의 정신은 생 존본능으로 가득 찼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뒤로 주춤주춤 물러났다. 올라오는 적들을 창으로 쉬지 않고 찌르는 것이 그의 의무였는데, 이제는 손을 움직일 수 없었다. "뭐하는 거야?" -팍 "아아아악!" 옆에 있던 동료가 소리를 치며 그가 맡은 구역으로 올라오는 적병을 창으로 찔렀다. 적병은 비명을 지르며 성 밖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맡은 구역이 두 배로 넓 어지면 아무래도 빈틈이 생긴다. -슈욱, 퍽 "아악!" 동료의 허리에 검이 박혔다. 그는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고, 뒤에 있던 병사가 얼른 그 자리를 매꾸며 검 으로 동료를 공격한 레디안 병사를 다시 창으로 찔렀다. "비켜! 방해가 된다!" -퍽 뒤에 있던 병사가 몸이 굳은 그를 밀치고 앞으로 나가 다시 사정없이 메이 스로 올라오려는 적의 머리를 노렸다. 밀려서 땅에 쓰러진 그는 두려움에 질린 얼굴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 * * * "이제 거의 다 됐군." 아비게일이 말했다. "후, 그래도 생각보다 희생이 적었어. 14만 정도는 남았잖아." 악령 기사는 약간 맥이 빠지는 듯 한숨을 쉬며 말했다. 11만의 희생이 났는데도 그는 희생이 적었다고 말하고 있었다. 이제 이곳을 함락하면 그대로 돌진하여 수도를 불태울 것이다. 수도를 함락시키는 것이 아니다. 그냥 시가지를 불태우기만 하면 된다. 그것을 하는 데는 많은 병력이 필요 없는 것이다. 상급직 2000명의 동료들만 있으면 수도에 있는 방어군 정도는 충분히 뚫을 수 있다. 물론 그 뒤에는 파스트 제국의 정병들에게 전멸을 당하겠지.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미소를 지었다. 하늘이 점점 밝아지고 있었다. 30분도 안 돼서 태양이 뜰 것 같았다. 시간 이 많지 않다. 이계인이 브리시아에서 머물 수 있는 시간은 3일, 이제 만 하루가 지났다. 이곳을 뚫고 전진하는 사이에는 마차에 마법진을 그리고 로그아웃을 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그 때에는 전투가 벌어지면 안 된다. "태양이 뜨기 전에 성을 함락시켜라! 승리는 우리의 것이다!" 악령 기사는 크게 고함을 질렀다. 사방에서 함성이 들려왔다. 그들이 보기에도 파스트의 수비병들은 사기가 거의 바닥으로 떨어져 대항의 의지를 잃고 있는 것 같았다. 체력의 한계를 벗어난 자들이 의지의 힘으로 움직이기 시작하고 더욱 거센 공격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 순간 그들은 놀라운 광경을 보았다. -파앗 "앗, 벌써 태양이?" "바보야 저쪽은 북쪽이잖아!" "아, 그렇지? 그럼 저 빛은 뭐지?" 성벽 뒤에서 밝은 빛이 빛나기 시작했다. 너무나도 강렬한 빛, 사람의 몸을 뚫고 지나갈 것 같은 빛은 성의 수비병의 몸을 환하게 비추기 시작했다. 그리고 기적이 일어났다. "아앗, 내 상처가!" "힘이! 힘이 솟는다!" 상처가 아물어 순식간에 생명력이 회복되고, 떨어진 체력이 자동으로 채워 졌다. 빛에 닿는 모든 수비병들의 마음속에는 희망과 용기가 가득차고 그로인해 군의 사기는 급속도로 높아졌다. "저걸 봐라! 천사다!" "아! 저건 기적이야!" 병사들은 성의 중앙 성탑위에 나타난 크기 5m의 천사의 모습을 발견하고 감 격에 찬 소리를 질렀다. 대천사의 빛! 그 빛은 모든 아군의 생명력과 체력을 회복시키는 힘이 있었다. -와아아아아아 수비병들의 함성이 처음으로 레디안 공격군의 그것을 압도했다. 막을 수 있다! 기적이 우리에게 강림했다! 그들은 죽음의 공포를 잊어버리 고 다시 필사적으로 레디안 군과 싸우기 시작했다. * * * "감사합니다. 대천사 아리엘 님." 「아니, 아군의 절망을 구하려는 너의 마음은 나의 의지와 같다. 그럼 계속 해서 라시에나의 자비를 사람들에게 알려라.」 -슈욱 아리엘은 자신의 여섯 개의 날개의 마나를 일순간에 방출해서 성녀 미리네 의 소원을 들어준 다음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기운이 약간 빠진 미리네는 그대로 의자에 주저앉아 심호흡을 했다. "수고했네, 미리네 양." "아니요. 메이노스 님. 아군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게 돼서 기쁘네요." 크로키의 부탁으로 메이노스와 같이 이곳에서 병사들을 치료하던 미리네는 웃으면서 메이노스의 말에 대답했다. 설마 이곳으로 적의 대군이 몰아닥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 사람들은 어서 피신하라고 그녀에게 권유했지만, 메이노스 님도 싸우는 마 당에 자신만 도망갈 수는 없었다. 주저주저하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기적 마법을 시전 했는데, 정말로 수만의 군사를 모두 치료하게 될 줄이야! 그녀는 체력과 마나가 모두 바닥이 나서 서 있을 힘도 없었지만 얼굴만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 * * "으윽, 저건 뭐냐?" -비틀 악령 기사는 다리에 힘이 빠지는 듯 휘청이며 중얼거렸다. 아비게일도 상당 히 괴로운 듯 고개를 숙인 채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기적마법, 성직자용 최고 사기 마법이지. 그 효능은 신의 성격과 사용자의 소원내용의 상성, 그리고 사용자의 마나의 양에 따라 달라지지만, 일단 성공하면 마나효율 최고의 마법이라고 하더군." "마나효율? 단번에 수만 명을 회복시키는 마나효율도 있냐? 으아아악!" 절망에 빠진 악령 기사가 그만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 완벽한 좌절이었다. 아군의 사기가 떨어지는 것이 눈에 보였다. 이 게임을 하고부터는 왜 이렇게 재수가 없을까? 하필이면 최후의 진격장소에 기적마법이라는 사기마법을 쓸 수 있는 사람이 있었다니? 아니, 기적마법이라는 사기마법자체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도 당연히 기적마법의 존재는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상식으로는 분명히 한 번에 수백 명, 혹은 무리해도 수천 명이 지 그 이상은 불가능 했다. 자동생성되는 스킬 이외에 모든 스킬을 다 분석하고 가장 사기성이 짙은 아 크나이트의 최후비술 지휘의 성광을 위해 기사가 되지 않았던가? "어떻게 할 거야?" "계속 공격한다. 어차피 여기서 뒤로 뺄 수도 없어." "그래야겠지." 두 사람은 이를 악물고 군을 독려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미 승부는 나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태양이 뜨고, 그 태양이 하늘로 높이 떠올라 그 빛을 세상에 비출 무렵, 결 국 10만 이하로 줄어든 레디안 군은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그들의 역할은 파스트 제국군의 파상적인 추격으로부터 레디안 본군 5 5만을 지키는 것이 될 것이다. 그들은 완전히 후퇴하여 이계인들이 자신들의 세계로 무사히 돌아갈 수 있 도록 했다. 물론 이미 며칠 전부터 본대는 회군을 시작했기 때문에 악령 기사의 별동대 가 돌아갈 장소에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파스트 제국 수비병의 함성을 뒤로하고 후퇴하는 그들의 얼굴에는 패배한 자의 절망만이 남아 있었다. 이렇게 악령 기사 마인호는 자신의 게임인생에서 처음으로 완벽한 패배를 맛보았다. 연달아 벌어지는 재앙의 힘은 그의 능력으로도 극복하기 힘든 것이었다고 그의 동료들은 위로했지만, 사실 그가 만난 진정한 재앙은 오직 마지막 전투지점에 하필이면 성녀 미리네가 있었다는 것뿐이었다. 아무튼 레디안은 회군을 시작했고, 델로스 공작이 직접 이끄는 파스트 군은 서서히 그들을 추격하기 시작했다. 역사는 흐르고 있었다. * * * -샤라라라랑,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선여사님, 전화 받으세요! (주)세기창조사의 팀장 선지은은 가상현실 사무실에서 업무를 처리하다가 자신의 전화가 울리는 소리에 손을 뻗어 수화기를 들었다. "누구세요? 어머, 마인호씨! 무슨 일이에요? 한참 파스트 제국하고 싸우느 라 바쁘실 텐데?" 그녀는 요 근래 업무에 바빠서 실시간으로 제1서버의 상황을 보지 못했다. 3일에 한 번씩 장과장이 정국의 변화를 보고할 뿐이었다. 「이봐요. 선팀장님! 어떻게 이런 사기 마법이 있을 수 있소? 완전 버그 아 니요?」 이성을 잃은 마인호의 목소리는 처음으로 들어보는 것이다. 그녀는 약간 놀 라서 물었다. "무슨 일인데요? 자세하게 설명해 주세요." 「XX해서 우리가 XX하게 패하지 않았소? 어떻게 한 사람의 마법이 XX하게 X X할 수가 있습니까?」 "넷? 기적 한 번에 수만 명이 회복되요? 설마요?" 「설마? 아니, 선팀장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면 어떻게 합니까? 그럼 상대가 헥킹이라도 했다는 말입니까? 혹시 버그라면 이 사태에 책임을 지셔야 할 거요.」 "음, 잠깐만 기다리세요. 확인해보죠." -저기요, 기다리시는 동안 심심하시면 노래라도 불러드릴까요?.... 수화기속에서 자동응답 비서가 노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수화기를 놓고 급히 자신의 컴퓨터로 제1 서버인 브리시아의 전투 데이터에 접속했다. 유래가 없는 대전쟁이 벌어지는 모습을 선전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중립신 A I 나티크에게 그 중계를 부탁한 파스트 제국과 레디안 제국의 전투 데이터는 상당히 방대했다. 그리고 그곳의 마지막 부분에는 악령 기사가 이끄는 별동대의 최후의 전투 가 담겨 있었다. 처절했다. 선지은은 과연 악령 기사다운 승리만을 위한 냉혈의 지휘라고 생각하면서 그 모습을 관찰했다. 그리고 드디어 파스트의 성벽 뒤에서 찬란한 빛이 나타났다. "아! 저 정도의 힘이? 데이터!" -타타타탁 관련자료가 나타난 화면을 보며 선지은은 경악했다. "아니? 저런 사기적인 마나량이 가능하다니?" 역시 세계는 넓고 인간의 한계는 무한하다. 그녀는 자신의 상상을 초월한 캐릭을 보았다. -척 "악령 기사님?" 「기다렸습니다. 비서의 성격패턴을 조금 바꾸면 어떻겠습니까?」 노래를 싫어하는군. 선지은은 역시 이 남자는 야만인이라고 속으로 생각하 면서 자신이 알아낸 사실을 말하기 시작했다. "기적의 실현당시의 추정마나가 보통 한계레벨 성직자의 몇 배에 해당하더 군요. 그것에 대해 알아봤는데, 지금 라시에나의 성녀로 지정된 미리네라는 유저 는 자신의 모든 수치를 마력에 투입하고 또한 대부분의 아이템을 마력을 높이는 것으로 맞추었다는 소문이 있어요. 그녀가 그렇게 하는 이유는 그 넘치는 마나로 사람들에게 치유마법을 사용 하기 위해서이지요." 「아니? 그렇다면 그녀는 마굴에서 어떻게 경험치를 쌓았다는 겁니까?」 악령 기사는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고 물었다. 힘이나 민첩성은 그렇다고 치고 체력을 하나도 올리지 않았다니? 그렇다면 생명력이 저레벨 수준에 머물러 적의 범위마법 한 번에 죽어버리 지 않겠는가? 그러나 선지은 팀장은 그의 물음에 확실하게 대답을 해 주었다. "그녀는 마굴에서 레벨을 올린 게 아니라 병든 사람들을 치료해 주면서 올 린 거라고 되어 있네요. 그래서 성녀직위도 얻었고요." 「어억, 그런 수도 있습니까?」 "네. 10년간 의료봉사활동만 꾸준히 하면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고 하네요. " 「......알겠습니다. 그럼 버그가 아니군요. 후우.」 -탈칵 전화가 끊겼다. 악령 기사의 좌절의 한숨을 끝으로 전화가 끊겼다. 선지은 팀장 역시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벽에 걸린 그림들을 보았다. 가상현실 사무실의 옵션으로 걸어놓은 명화들을 보니 마음이 깨끗하게 씻기 는 것 같았다. "이래서 세상은 재미있다니까? 악령 기사의 패배를 보게 될 줄이야. 호호호 호호호." 아무도 없는 사무실이었기에 그녀는 자신의 성격을 그대로 드러낸 웃음을 마음껏 지을 수 있었다. Chap 4. 적과 아군 넓은 대전에 아름다운 조각이 새겨진 대리석의 기둥들, 중앙에 깔려 있는 붉은 카페트가 깔려 있었다. 역시 최고급으로 만들어진 대리석의 벽에는 각종 명화와 조각들로 장식되어 있었다. 그리고 대전의 끝에 있는 의자, 이 넓은 대전에 단 하나 있는 의자는 정말 로 크고 화려했다. 레디안의 황성의 옥좌, 원래는 레디안의 황제만 앉을 수 있는 이 신성한 의 자에는 지금 마법사의 로브를 뒤집어 쓴 암흑황제 나지훔이 앉아있었다. 그의 뒤에는 사자의 머리에 팔이 네 개 달린 마족 볼티오스가 당당히 버티 고 서서 황제의 위엄을 더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제국의 귀족들이 시립해 있던 장소는 암흑마교의 장로들이 차지하고 그들의 황제이자 교주에게 보고를 올리는 중이었다. "그렇다면 이미 레디안 군이 회군을 시작했다는 말인가?" "옛, 그렇습니다. 그리안 공작이 이끄는 레디안 군은 현재 약 55만이라고 합니다. 그들 중에는 수천 명의 상급기사와 전사가 섞여 있고, 병사들 또한 정병이 라고 합니다." 보고를 하는 자는 약간 두려운 듯 말이 떨리고 있었다. 확실히 정규군 55만이라면 지금 이들의 힘으로는 벅찬 상대라고 할 수 있었 다. "파스트 제국의 움직임은?" 제 1장로 에프라가 묻자 그는 얼른 대답했다. "델로스 공작이 이끄는 파스트 제국군 120만 중 각 20만의 추격대를 4개 편 성, 합계 80만으로 레디안 군을 쫓고 있습니다. 악령 기사 후작이 이끄는 후방저지군이 그들을 필사적으로 막고는 있지만 적이 4개의 경로에 결쳐 추격해 오는 만큼 레디안 군의 피해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음, 그렇다면 레디안 제국의 미래는 지극히 불투명하다고 할 수 있겠군." 암흑황제 나지훔이 상황을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나 일단 저들은 우리 암흑신교를 치려고 할 것입니다." 제 3장로 수들러가 신중하게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비록 현재 수도에 모여 있는 암흑신교의 병사들의 수가 30만을 넘는다고는 해도 그들은 어차피 빈민들이 변해서 된 병사들, 정규군의 힘에 미칠 바가 못 된다. 물론 밤이라면 저주와 어둠의 강화마법으로 그들을 강화시킬 수 있지만, 적 이 방어하는 상황이 아니고 공격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밤에만 싸울 수도 없다. 그 때문에 모든 장로들의 안색은 별로 좋지 못했다. 그러나 카프로스는 고개를 돌려 황제를 보며 다른 사람들과는 정반대의 의 견을 말하기 시작했다. "좋은 기회입니다. 이때야말로 우리 암흑신교의 힘을 넓힐 수 있지요." "아니? 오히려 우리의 힘을 늘릴 수 있다고? 태상호법의 고견을 듣고 싶소. " 역시 나지훔도 고민하고 있었다는 듯 카프로스의 말에 반색을 하며 되물었 다. 카프로스는 잠시 그를 쳐다보며 생각을 가다듬은 후, 천천히 자신의 생각을 설명했다. "우리 암흑제국의 현재 힘으로는 어차피 레디안 제국의 정예병과는 싸워 이 기기 힘듭니다. 세력을 일으킨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과거 서대륙의 병력만큼의 힘은 없지요." 그는 말했다. 그런데 지금 레디안 제국은 엄청난 위기에 빠져 있다. 이 수도를 되찾기 위해 회군하기는 해도 그 이후의 상황은 그들도 예측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 암흑신교가 레디안 제국의 황제 마이오스 5세에게 사자를 보내 어둠의 신의 종교를 정식으로 승인한다는 허락을 받으면 스스로 수도를 내주고, 전력으로 파스트 제국과의 싸움에 협력한다고 제안 한다면? 그들은 승낙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파스트 제국군의 반격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그것밖에는 없기 때문이다. 암흑제국이 수도를 점령한 것도 사실은 제국을 무정부 상태에 빠뜨려 모든 정보가 마비된 틈을 타서 제국 내에 향후 천년을 갈 비밀기지를 건설하기 위한 것이지 영원히 수도를 점령할 생각은 아니었지 않은가? 싸우는 것보다는 레디안 제국 황실과 결탁하는 것이 세력을 넓히는 데 훨씬 더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병 주고 약 주는 셈입니다만, 그들로서는 멸망보다는 일시적인 굴욕을 택 할 것입니다. 물론 그들은 정국이 안정된 이후에는 약속을 깨고 우리 암흑신교를 탄압하 려는 생각을 할 수 도 있지만, 아마 파스트 제국의 압력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1년이든 2년이든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신교의 세력은 크고 그 뿌리가 깊 어지지요." 설명을 하는 카프로스의 얼굴에는 미소가 어려 있었다. 물론 얼굴을 완전히 가린 풀-페이스 헬멧에 가려져 있어 아무도 볼 수 없었 지만 그것은 악마의 미소였다. 그의 계략이 이제 끝을 향해 달리려 하고 있었다. "크하하하히, 그것 정말 대단한 계략이군. 수도를 빼앗은 우리가 레디안 제 국과 동맹관계가 된다? 걸작이야!" 나지훔은 크게 웃었다. 확실히 재미있는 전략이다! 모든 장로들의 얼굴도 환하게 펴졌다. 그렇게만 된다면 암흑신교의 세력은 이 동대륙의 남부 절반에 깊이 뿌리를 내릴 수 있을 것이다. -벌떡 나지훔은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마법사의 지팡이를 앞으로 내밀어 황제의 명을 내렸다. "즉시 레디안의 황제에게 사자를 보내라! 나 나지훔은 그들이 우리 암흑신 교를 인정하기만 한다면 모든 협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복명! 암흑황제 만만세!" 모든 장로가 일제히 그의 명에 허리를 굽히며 크게 대답했다. * * * 이렇게 파스트 제국은 완벽한 대의명분을 얻었다. 먼저 침략한 곳도 레디안 제국인데, 거기에 레디안 제국이 사교를 인정하게 될 경우 대륙의 수많은 사람들의 대부분은 레디안 제국을 악의 무리로 규탄할 것이다. 사실 카프로스는 바이가스와 레디안이 멸망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 다. 일단 레디안의 곡창지대를 절반이상 빼앗으면 그곳에서 강화를 하도록 조정 할 것이다. 바이가스도 북부의 광산지역에 독립을 인정하고 광산에서 나오는 광물과 식 량을 교역하게 함으로써 그들의 힘을 제어하면 된다. 적이 없으면 발전이 없다. 남과 북에 공포의 신과 어둠의 신을 인정한 왕국이 존재한다면 기사의 나라 파스트 제국은 영원히 방심하지 않고 노력할 것이다. 암흑신교는 레디안 제국 속에 점점 스며들어 레디안이 원하던 원하지 않던 살아남을 것이다. 이제 3년 안으로 동대륙은 단 하나의 제국만이 존재하게 된다! 카프로스는 자신의 침대인 관속에 들어가 잠에 빠지면서 오늘은 그런 꿈을 꿀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 * * 암흑신교의 사자가 레디안 황제 마이오스 5세에게 갔을 때, 마이오스 5세는 당장 사자의 목을 치라고 호통을 지를 정도로 격분했었다. 그러나 재상인 가이넨 공작은 조용히 황제의 곁으로 가서 이렇게 말했다. "쌓인 원한을 갚는 것은 10년이 지나도 늦지 않습니다. 지금은 은원을 계산할 시기가 아니라 살아남아야 할 때, 저들이 만약 수도 에서 농성방어를 한다면 우리 레디안군은 스스로 수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안타깝지만 지금은 그들의 뜻을 이루어 주시옵소서." 약간 가는 톤의 가이넨 공작의 목소리는 여느 때처럼 마이오스 5세의 마음 을 가라앉혀 주었다. 사실 가이넨 공작이야말로 마이오스 5세가 황태자 시절 가르침을 받은 태사 가 아니던가? 황제는 가슴이 아닌 머리로 일을 처리해야 한다고 항상 말하던 사람이 바로 그였다. 일단 마음을 진정시키니 그가 말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수도를 놓고 공방전을 벌이면 안 된다! 그리고 10만의 언데드 군을 보유한 그들과 정말로 싸운다면 아군의 피해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차라리 그들의 힘으로 저 파스트 제국군을 막는 것이 이익이다! 결국 마이오스 5세는 이를 악물고 암흑신교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암흑신교의 전력으로 파스트 제국군을 막는 대가로 그들의 활동을 인정한 것이다. 신성한 계약서가 제작되어 그 위에 황제의 직인이 찍혔다. 황제의 권위를 걸고 약속한 문서! 이것이 있으면 당분간은 아무도 암흑신교를 탄압할 수 없다. 그 후, 암흑신교는 스스로 제국이라 칭하지 않고, 나지훔 또한 황제가 아닌 교주라 불리게 되었다. 그들은 수도를 나와 자신들의 지배하에 있던 각 도시로 퍼져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아직 점령하지 못한 영지에도 당당히 들어가 성당을 세 우고 포교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영지의 영주들은 크게 못마땅했지만 그래도 그들이 쳐들어와 자신들을 언데 드로 만드는 것보다는 낫다고 자위하면서 그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빛의 신들의 성당의 반발이었는데, 네크로맨서가 나타 났는데도 전력으로 그것을 부수기는커녕 오히려 정식으로 포교를 인정하는 레디안 제국 황실의 결정은 그들에게 있어서 인간을 배신하는 행 위로밖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황실의 사자가 필사적으로 그들을 설득했지만 역시 빛과 어둠은 섞일 수 없 는 것! 모든 종군 사제들이 군을 떠나 자신들의 성당으로 귀환했다. 이로써 레디안 제국은 살아남을 수 있는 힘을 얻는 대가로 미래의 대의명분 을 잃었다. 뼈아픈 선택이었고, 가능하면 절대로 하면 안 되는 일이었지만 이미 그들에 게 선택권이란 없다고 할 수 있었다. 가장 무서운 계략이란 상대가 그것에 빠진 줄도 모르게 하는 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숲의 미로처럼 항상 길은 사방으로 뚫려 있지만 알고 보면 모든 길이 막혀 있어서 그곳을 벗어나지 못하게 하여 결국 갇힌 사람을 지쳐 죽게 만드는 계략, 자신이 죽을 때까지 항상 희망을 가지게 하는 이런 계략이야말로 국가의 운명을 바꾸는 것이다. 레디안 제국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한 걸음을 내딛었다. * * * "뭐라고? 레디안 제국이 암흑신교를 받아들이고 그들의 전력과 합류했다고? " 델로스 공작은 기가 막힌 듯 소리를 질렀다. 지금 그들은 남부평야를 완전히 되찾고 옛날 레디안과의 국경인 칼디안 산 맥을 넘어 메기아 평원마저 손에 넣은 상태였다. 악령 기사가 이끄는 결사대의 필사적인 진군저지와 혹시 모를 그리안 공작 의 함정에 빠지는 것을 우려하여 맹추격을 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레디안군 중 뒤쳐진 자들은 여지없이 쳐서 괴멸시키고 있었다. 결국 그들의 남은 병사 수는 약 45만, 이대로라면 단번에 레디안 제국을 멸 망까지 몰아붙일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제 저들에게 새롭게 10만의 언데드와 30만의 병력이 늘어나버렸다 . "추적을 중지하고 이곳에 새롭게 진지를 쌓아야겠군." 델로스 공작은 고민 끝에 그렇게 결단을 내렸다. 이곳은 과거 레디안의 성채가 있던 뭉큰 산맥, 메기아 평원을 끼고 칼디안 산맥과 나란히 있어 레디안은 이곳에 성채를 만들고 그리안 제국은 칼디안 산맥에 성채를 만들지 않았던가? 그러나 그리안 공작의 활약에 의해 칼디안 산맥이 그들의 손에 넘어가는 바 람에 자신들은 평야인 보겐영지에 국경을 만들게 되었었다. 결국 그 때문에 남부의 주둔병의 수를 두 배 이상으로 늘려 심각한 재정의 차질을 빗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하이랜드 기사단이란 괴물집단의 공격에 손도 못쓰고 밀릴 수밖에 없었다. 동부평야와 바이가스의 영지에서 나는 식량이 있었기에 망정이지 잘못했으 면 파스트 제국이 흔들릴 뻔한 위기였다. 그러나 이제는 그들이 괴로워 할 차례였다. 이 뭉큰 산맥에 성을 쌓고 방어 를 하면 적어도 두 배 이상의 군세가 아니면 절대로 이곳을 뚫지 못한다. 설령 이곳이 뚫린다고 해도 제 2차 방어선인 칼디안 산맥의 성채가 있다. 남부 평야는 완전히 안전지역이 되어 그 소출이 늘어날 것이고, 메기아 평 원에서도 수확이 있을 것이다. 바이가스의 독립군도 곧 끝장이다. 이미 20만의 토벌군이 떠났다. 올해는 몰라도 내년에는 200만의 병사를 가지게 된다! 반면에 레디안 제국은 자신들이 과거 했던 것처럼 평야에 방어선을 구축해 야 한다. 방어병도 두 배 이상 필요하고 그들이 주둔하는 공간에는 농사를 짓지 못하 니 식량생산량도 줄어든다. 그들이 비록 일시적으로 다시 100만 이상의 병사를 가지게 됐지만, 올해의 식량생산이 거의 전무하다시피 하고, 내년에도 농사를 지어봤자 50만 이상의 병사들을 먹이기는 힘들다. 굶주린 군대! 가장 약한 군대란 바로 그것이 아닌가? 레디안은 1년 안으로 무너질 것이다. "서두를 것 없지. 이제는 외교전으로 주변의 소왕국들에게 레디안 제국의 악함을 알리고, 네크로맨서의 공격에 대비하면 된다." 델로스 공작은 자신에게 설명하듯 모든 상황을 정리하고는 참모들을 불러 일일이 지시를 내렸다. 그날부터 파스트 제국군 100만은 뭉큰 산맥에 자리를 잡고 과거 레디안 제 국이 쌓았던 성채를 보수, 강화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자유기사 라딘의 동료인 크로키로부터 무전사를 통해 연락 이 왔다. 놀랍게도 그것은 라딘의 전언이었다. -비록 브리시아에 오지는 못해도 틈틈이 그곳의 상황을 듣고는 있습니다. 다행히도 모든 위기를 극복하고 희망적인 미래만이 남았군요. 하지만 지금에야말로 방심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작전을 실행해야 할 때입니 다. 진군을 포기하고 뭉큰 산맥에 주둔하기로 하신 이상 100만의 병사는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약 20만 정도의 병사를 미르던 산맥을 통해 우군에게로 보내 주십시오. 이미 모든 진격로가 뚫린 이상 크게 위험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레디안 제국군은 이미 반격을 할 여력이 없을 테니까요. 물론 그들이 먹을 식량도 같이 가지고 와야 합니다. 우군의 총 병사수가 40만이 되면 저들도 더욱 많은 수로 방어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동남부 평야의 식량생산량은 절반 이하로 떨어질 것입니다. 쌍두룡의 진세! 그것으로 저들의 숨통을 조이면 레디안 제국은 절대로 반격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흠, 과연!" 델로스 공작은 그 말을 듣고 웃었다. 적의 급소에 파고든 단검격인 우군의 병사수가 늘어난다면 저들은 그에 맞 추어 병사를 보낼 수밖에 없다. 오히려 이쪽보다 그쪽에 더 많은 병사가 배치될 것이다. 아니면 동남부 평 야를 포기하게 되는 셈이다. 확실히 적의 군세를 둘로 쪼개면서 적의 식량생산량을 더욱 감소시키는 효 과적인 방법이었다. 우세한 군세는 둘로 나누어도 충분히 강하지만 약세인 곳은 나누면 나눌수 록 더욱 약해진다! 그것이 막지 않을 수 없는 급소이기 때문에 그들은 괴로울 것이다. 전쟁이란 상대의 약점을 찔러 상대가 괴로워하는 것을 보며 즐기는 가장 악 취미적인 놀이일지도 모른다. 델로스 공작은 그날로 명을 내려 20만의 별동대를 우군이 있는 미르던 산맥 의 남부로 보냈다. 전쟁의 주도권을 쥔 파스트 군이 레디안 제국으로의 진군을 멈추고 방어가 용이한 장소에 주둔함으로써 전쟁은 소강상태가 되었다. 그 위에 바이가스로 간 20만의 토벌군이 바이가스의 독립군에 대해 적극적 인 토벌 대신에 항복을 권유함으로써 사실 상 동대륙에서의 대규모 전투는 일단락 지어 졌다고 볼 수 있었다. 파스트 제국은 절망적인 바이가스의 독립군들에게 북부의 산악지대와 일부 의 평야로 만족한다면 독립을 인정한다는 제안을 했다. 과거의 3분의 1정도의 영토였다. 그리고 식량생산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광산의 광물을 파스트 제국으로 수출 하여 식량을 수입해야 하게 될 것이다. 사실 상 반쪽 왕국이라고 할 수 있고, 어떻게 보면 공국이라고도 할 수 있 었다. 그러나 죽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바이가스의 왕인 퓨리안 1세는 이 제안을 받아들였고, 이로써 바이가스는 레디안 제국과의 동맹을 정식으로 파기, 파스트 제국이 이 동대륙에서 유일한 제국이라는 서류에 서명하고야 말았다. 토벌군 20만은 그대로 새로운 국경의 수비군이 되어 성을 쌓기 시작했으며 그럼으로써 혼란에 빠졌던 구 바이가스의 영지는 빠른 속도로 안정되어갔다 . 한편, 트루먼 후작이 이끄는 기적의 우군은 드디어 20만의 증원군을 얻어 레디안 제국의 동남부 평원에 강력한 압력을 가하기 시작했고, 결국 동남부 평야는 60만의 레디안 제국군과 40만의 파스트 제국군의 전장 으로 변했다. 물론 강력한 방어 성채와 산에 군을 둔 파스트 군은 공격받을 위험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만명으로 구성된 부대를 20개 정도 사방으로 보냈는데, 이 작전은 레디안 군에게 치명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들은 미르던 산맥 주위를 3면으로 포위 방어해야 하는 입장이 되어 빈틈 이 생긴 곳은 유격대와 비슷한 만인대의 공격을 받아야 했다. 만약 방어선이 뚫리면 동남부 평야의 곡식이 모두 불타버릴 수 있기 때문에 더욱 힘들었다. 전면전이 아닌 국지전의 양상을 띠고 한 달에 수십 차례의 소규모 전투가 벌어졌는데, 그로인해 동남부 평야의 식량생산량은 평화시에 비해 3분의 1 정도로 떨어져 버렸다. 그것은 20만을 겨우 먹일 식량밖에 안 되었고, 현재 유일하게 안전한 평야 인 남부사막 접경지역의 평야에서도 40만 정도를 먹일 식량밖에는 생산되지 않기 때문에 레디안 제국은 앞으로 1년 이내에 파산하게 될 것이 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아직 그들은 100만이 넘는 병사를 보유하고 있었고, 그런 상태로 세 월은 흘렀다. * * * 서로 간에 영지가 전란에 휩싸여 소출이 거의 없는 가을이 왔다. 전쟁 발발 후 6개월이 흐른 셈이다. 비축된 식량으로 버틸 수 있다고는 해도 앞으로 봄이 되어 보리를 수확하기 전까지 혹독한 겨울을 보내야 할 것이다. 암흑신교는 그런 레디안의 빈민과 난민들 사이에 파고들며 점점 그 세력을 키웠다. 더 이상 언데드를 제조하는 것은 금지되었지만 그래도 기존의 10만의 언데 드들은 여전히 존재했다. 또한 30만의 광신도 병사들은 각 지역의 성당 자치병이 되어 행세를 하게 됨으로써 완전히 암흑신교의 병사로써 거듭났다. 그들은 더 이상 무장봉기군이 아니었다. 레디안에서 가장 큰 세력을 떨치는 종교였다. 그리고 겨울이 다가오는 어느 날, 네크로맨서 나지훔은 남부 사막지대의 고 난이도 마굴 '미친 정령의 왕궁' 에서 수십 마리의 매드 발키리를 잡고 드디어 한계레벨이 되었다! "하하하하하하하, 이제 나는 최강이다! 본 마스터(Bone Master)! 이것이야 말로 인간의 한계를 벗어난 힘이 아닌가?" 그는 한계레벨이 되자 강력한 물리적 공격마법을 쓸 수 있는 본 마스터의 힘을 얻었다. 최강의 소환마물들과 저주마법, 그리고 치료마법까지 쓸 수 있는 자신이 물 리적 공격마법까지 쓸 수 있게 되다니! 이제는 그 어떤 자도 두렵지 않다! 나지훔의 웃음소리를 듣는 볼티오스와 10명의 데스나이트들 역시 붉게 빛나 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주인의 성취를 기뻐하는 듯 했다. "크크크, 이제 교로 돌아가야 하겠군." 레벨을 올리기 위해 그동안 교의 모든 일을 태상장로인 카프로스에게 맞기 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인간이 이룰 수 있는 한계레벨에 도달했기 때문에 직접 모든 일을 처리해도 된다. 그는 천천히 마굴의 계단을 올라 지상으로 나갔다. * * * 어두운 방안, 사방에 두터운 커튼이 쳐져 있어 벽에 구멍을 뚫어도 엿볼 수 가 없게 되어 있다. 그리하고도 안심이 안 되어 서로 고개를 숙인 채 말소리가 새어나가지 않도 록 주의하고 있었다. 이곳은 암흑신교의 대외단 본부, 그러나 내단의 존재는 완벽한 비밀이기 때 문에 장로들도 그 장소를 모른다. 즉, 지금 이곳이야말로 교주대리인 다크팰러딘 카프로스가 있는 암흑신교의 총단인 것이다. "더 이상은 참을 수 없소!" 제 2 장로의 말에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여 동의를 표했다. "그자는 우리 암흑의 여신의 아이도 아니오. 그런데 우리위에서 우리를 노 예처럼 부리고 있소이다!" 며칠 전에 카프로스에게 맞아 사경에 빠졌던 7장로도 말을 꺼냈다. "그러나 그가 우리 신교에 큰 힘이 된 것은 사실이지 않나?" 제 1장로인 에프라가 신중하게 입을 열었다. 그는 카프로스에게 지목받아 1장로가 되었고 레어 무기도 얻었다. 물론 그가 이렇게 신중하게 말을 하는 이유는 그런 의리보다는 카프로스가 두렵기 때문이었다. "수석장로님은 몰라서 하는 소립니다. 그자가 우리 신교에 도움이 됐다고는 해도 그동안 신교가 벌어들인 모든 수 익의 절반이 그자를 통해 어디론가 사라지지 않았습니까? 레디안 제국의 황궁 보물창고의 물건들을 포함해서 말입니다! 그 액수는 거의 1천만 골드에 달합니다. 그자가 더 이상 교의 일을 장악한 채로 있다면 우리는 계속해서 그 많은 이 익을 포기해야 합니다! 신교를 위해 쓰일 그 자금들을 말입니다." 재정을 담당하고 있는 3장로 수들러의 말은 모든 장로를 분노에 빠뜨리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1천만 골드를 당당하게 빼돌리다니? 그럴 수가 있는가? 교주 대리인이라고 해도 교주는 아니다! 그런데 그는 절대권력을 휘두르고 있었다. 장로들의 불만은 거기에 있었다. 그들도 이제 레벨이 오르고 세력이 생긴 이상, 남의 밑에 서기는 싫었다. 그것도 암흑신이 아닌 공포의 신의 팰러딘 밑에는 더욱! "으음, 그렇다고 해도 아직 우리들만으로는 그자를 어떻게 할 수 없네. 교 주님이 돌아오시면 내가 조용히 그 사실을 아뢰어 보지." 결국 에프라도 고개를 끄덕을 수 밖에 없었다. 카프로스만 없다면 자신이 2 인자가 아니겠는가? 사실 그가 생각하기에도 지금 장로들의 사실상의 지위는 카프로스의 참모나 부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날, 결국 10명의 장로는 힘을 하나로 모을 것을 결의하였다. 교주만 허락하면 그를 제거할 수 있다! 이미 교가 완벽하게 성장한 이상 외부인의 도움은 필요 없는 것이다. 토사구팽, 이제 카프로스는 쓸모가 없는 방해자에 불과하다고 그들은 생각 했다. 대륙의 패권을 쥐는 전쟁이 일시적 소강상태에 이른 가을, 아무도 모르게 어둠의 주도권 싸움이 시작되었다. * * * 카프로스는 나지훔이 도착하자 10대 장로를 대동하고 직접 나와서 그를 맞 이했다. 검붉은 로브를 걸치고 왕관을 걸친 그는 이제 완전히 자신감에 차 있었다. 그의 뒤에 서 있는 볼티오스 또한 사자의 눈으로 주변에 위압감을 뿌리며 자신의 공간을 만들었다. 10대 장로는 더욱 강해진 그들의 기세에 공포와 함께 흥분을 느꼈다. "교주님, 어서 오십시오. 한계레벨에 도달하셨다는 연락은 받았습니다. 축 하드립니다." "하하하하, 이제 본좌는 천하무적이오. 그래 별일은 없었소?" "예, 교주의 위엄에 모든 교도들이 어둠의 위대함을 칭송하고 있습니다. 자 , 어서 들어가시지요." 일단 인사를 나눈 10대 장로와 카프로스, 그리고 나지훔은 교의 대전으로 들어갔다. 중앙에 있는 태사의에 나지훔이 앉고 그 가장 앞에 카프로스가, 그리고 뒤 에 장로들이 서열대로 나란히 섰다. 나지훔은 각 장로들의 보고를 받으며 고개를 끄덕여 그들의 활동에 만족을 표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저번에 보고를 받았을 때에 비해 거의 1.5배로 교세가 확장 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한계레벨에 도달하셨으니 교주께서 직접 교의 일을 관장하셔야 합니 다." 카프로스는 마지막으로 정중하게 말했다. 교의 일을 언제까지나 자신이 일임할 수는 없다. 이쯤에서 적당히 물러나야 한다. "하하하, 물론이오. 그동안 수고하셨소. 태상장로." 나지훔은 기꺼이 그의 권유대로 자신이 정식으로 교주의 역할을 수행할 것 을 선언했다. 이제는 이 암흑신교는 완전히 그의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날, 암흑신교의 대외총단에서는 교주의 귀환을 축하하는 잔치가 벌어졌 고, 모든 교도들이 술과 식량, 그리고 고기를 배급받아 잔치를 즐겼다. * * * "음, 태상장로가 그런 짓을 했다고?" "네, 그렇습니다. 1천만 골드에 해당하는 재물을 당당히 빼돌렸지만 교주의 신패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저희들로서는 막을 수 없었지요. 이제 위대하신 교주께서 돌아오셨으니 그에게 죄를 물어야 할 때인 듯 싶습 니다." "으음." 나지훔은 고개를 숙이고 고민에 빠졌다. 그는 자신을 위기에서 구해 네크로맨서가 되도록 도와준 자이다. 300만 골드의 재물로 교의 세력을 확장하게 하고, 결국 이 레디안 제국에 완전히 자리를 잡도록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도 그라고 할 수 있다. 1천만 골드! 그는 무엇 때문에 그런 자금을 빼돌린 것일까? 그에게 해명을 요구해야 하나? 아니다. 어떤 이유든 그것을 용납할 수는 없 다. "교주님,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대부분의 교도들이 그자를 무서워 한다는 것입니다. 교도들에게 있어서 교주님의 존재는 신적인 존재이어야 하는데, 지금 분위 기를 보면 태상장로와 교주님의 지위를 거의 동격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다크어벤저 카프로스야 말로 가장 위대한 어둠의 지배자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래서야 어찌 위대한 암흑신교의 규율이 살아나겠습니까?" 제 2장로가 음침한 목소리로 말을 꺼내자 나지훔의 이마가 찡그려졌다. 그의 마음속에 남아있는 한 가닥의 거리낌을 정통으로 건드린 것이다. "크흐흐흐, 그는 확실히 강하지." 나지훔은 고개를 돌려 자신의 동반자인 볼티오스를 보았다. "무슨 일인가? 주인이여." "그대는 카프로스와 싸워 이길 수 있나?" "하하하, 확실히 그자는 강하지. 한계레벨의 힘은 주인도 잘 알 것이다. 하지만 나는 위대한 마족 볼티오스, 최강의 몸으로 소환된 나는 인간의 한 계를 넘어선 힘을 지니고 있다. 카프로스는 나의 움직임에 따라올 수조차 없을 것이다." 그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이 골렘의 몸체는 의외로 내구성이 강해 그의 빠른 몸놀림에도 충분히 견뎌 주고 있었다. 중장갑을 입은 기사 따위는 절대로 상대가 될 수 없다! 검성이나 권성보다 빠른 자신은 그의 단조롭고 느린 공격에는 몸에 스치는 것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흐음, 그렇단 말이군." 나지훔은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어렸을 때부터 남과 비교할 수 없는 천재로 자라난 그는 사실 자신과 대등 한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다. 카프로스! 확실히 뛰어난 자다. 그가 만약 어둠의 여신의 팰러딘이었다면 당연히 수석장로의 지위를 내리고 신교를 위해 봉사하도록 해야 하겠지만, 그렇지도 않은 이상, 언제까지나 그를 이곳에 있게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다. 자신의 야망을 이루기 위해서는 아직 그의 무력이 필요하고 생각했다. "물러가라." 나지훔은 가능한 한 감정이 드러나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1 0대 장로들에게 명했다. 그러나 장로들은 나지훔의 얼굴표정에서 그가 이미 카프로스에게 좋지 못한 감정을 가졌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아무리 재능이 있어도 살아온 세월이 부족한 나지훔은 자신은 자각하지 못 하고 있었지만 정치에 있어서는 애송이라고 할 수 있었다. * * * "흠, 역시 그렇단 말이지?" 어두운 밀실 안, 검은 갑옷을 걸친 남자는 자신의 앞에 있는 자의 보고를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예, 교주는 이미 다른 마음을 먹은 것 같습니다. 장로들이야 원래부터 그 랬으니 말할 것도 없지요." "알았다. 그럼 물러가라." "옛!" 제 9장로 클라시쿤은 정중하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방에서 나갔다. 카프로스는 그런 그를 보며 속으로 웃었다. 그는 완벽하게 자신의 임무를 수행했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처음 레디안에 포섭된 그의 정체를 발견했을 때, 카프로스는 그것을 밝히지 않고 오히려 모든 빈틈을 없애 그가 완벽하게 이 암흑신교에서 자리를 잡도록 도와주었다. 그리고 그에게 자.신.만.의 심복이 되라고 제안하자 그는 크게 기뻐하며 그 것을 받아들였다. 그의 임무는 보지 않아도 뻔하다. 암흑신교의 분열! 그리고 레디안 제국에 대한 반역행위의 증거 확보! 하지만 일개인으로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손을 뻗어 주었다. 공을 세우게 해서 10대 장로의 지위에도 오르게 해 주었다. 그는 이번에 큰 공을 세웠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자신과 교주와의 사이를 틀어지게 했으니까, 이제 7장로를 불러 그를 다그 쳐 이 정보의 진위를 확인하기만 하면 된다. 그는 레벨은 높아도 겁쟁이이고, 그것이 바로 그가 10대 장로에 든 진정한 이유니까. "세살 때부터 첩보원 교육을 받은 나를 상대로 음모를 꾸미다니, 불쌍한 놈 들. 쯔쯔쯔." 카프로스는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렸다. * * * 일 주일이 지났을 때, 나지훔은 카프로스와 둘이서 회담을 했다. 물론 볼티 오스도 그 자리에 있었다. 그는 교주와 한 몸이나 다름없다. "하하하, 태상장로. 과연 그대는 교를 잘 이끌었구려. 본좌가 직접 일을 해 보니 그대의 능력을 잘 알겠소." "천만의 말씀입니다." 나지훔은 카프로스를 크게 칭찬했다. 자신의 마음속을 들키지 않으려는 듯이, 그런 그의 말에 카프로스는 나직한 목소리로 진중하게 대답할 뿐이었다. 이 교주가 나를 칭찬하는 이유는 뭘까? 무엇을 원하고 있을까? 그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식으로 약 10여분이 지나자 더 이상 칭찬할 말이 없어진 나지훔은 드 디어 카프로스에게 자신의 야망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우리 신교의 힘은 충분히 강해진 것 같소. 그러므로 본좌는 더 이상 레디 안 제국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태상장로의 의견은 어떠시오?" "음, 그 말은 레디안 제국과의 동맹관계를 깨겠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렇소. 이제 우리 신교의 힘으로 암흑제국을 세울 수 있지 않겠소? 본좌 에게 생각이 있소." 그는 그렇게 자신의 계획을 말하기 시작했다. 지금 레디안의 전군은 국경에 밀집해 있다. 물론 암흑신교의 병력도 태반은 그곳에 가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자신과 보르토스, 그리고 카프로스 셋이서 레디안의 황궁을 급습하 여 레디안 제국의 황제와 일가족들을 인질로 잡고 귀족들을 모두 척살한다면 레디안은 손도 못쓰고 무너질 것이다. 황제를 인질로 잡은 이상 레디안 군은 움직이지 못한다. 그야말로 꼭두각시 황제를 내세워 정권을 장악하는 것이다. "어떻소? 과거 혈월신마가 나칸드라 제국의 황실을 부순 것처럼 우리 셋이 서 다시 세상이 놀랄 위업을 세우는 것이오!" 그는 약간 흥분한 듯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카프로스는 여전히 냉정한 목소리를 유지한 채 그에게 물었다. "만약 실패를 한다면 그 순간부터 우리 암흑신교는 레디안의 반역자로 수배 당하게 됩니다. 지금 레디안 제국에서는 우리 암흑신교의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어떻게든 트 집을 잡으려고 하는 상황이지요." 사실 레디안 황실에서 암흑신교를 좋게 보고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러나 일단 황제의 명으로 계약서에 서명한 이상 그들의 활동을 막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만약 암흑신교에서 레디안 제국에 대한 어떤 나쁜 짓을 하고 있다는 증거만 있으면 당장이라도 계약을 파기하고 암흑신교를 탄압할 것은 보지 않아도 확실한 일이었다. "하하하하, 만약 실패를 한다면 과거의 암흑신교처럼 교의 인물들을 데리고 내단으로 들어가면 되지 않소? 이미 모든 내단의 건설이 완성된 이상 무엇을 더 두려워 할 수 있겠소?" 나지훔은 전혀 염려할 것 없다고 큰소리를 쳤다. 사실 아무도 모르는 비밀 의 총단이 완성된 이상, 암흑신교는 절대로 무너지지 않는다. "음, 그럼 이 일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지요." 카프로스는 다시 신중하게 대답했다. 이 정도의 큰일은 자신의 계획에는 없었고, 사실 손익계산을 따져보면 이대 로 시간을 끌면서 조금이라도 더 암흑신교의 뿌리를 깊게 내리는 것이 확실하다고 할 수 있었다. 교주의 계획은 황제라고 불리고 싶은 그의 허영심에서 나온 것이라는 생각 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러니 시간을 두고 천천히 교주를 설득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나지훔은 기다리지 않았다. "태상장로, 본좌는 암흑신교의 교주요. 이 내가 직접 말을 꺼냈는데 거절하 는 것은 교에 대한 충성심을 의심받을 수 있는 일이 아니겠소?" -팟 두 사람의 눈빛이 허공에서 부딪쳤다. "생각할 시간을 주십시오." 얼음처럼 차가운 카프로스의 음성, 그러나 나지훔은 조금도 물러나지 않았 다. "이 자리에서 결정하시오." 많이 컸군. 카프로스는 속으로 쓴 웃음을 지었다. "제 생각으로는 시간을 두고 교의 세력을 확장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습니 다." 드디어 카프로스는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교주의 말에 정면으로 반대하는 말, 나지훔의 얼굴에 수치의 감정이 떠올랐 다. "크크크, 카프로스. 신교의 교주의 말은 모든 것에 우선한다. 너는 그것을 모르나?" 뒤에 서 있던 볼티오스가 웃으며 말을 꺼냈다. 살기가 방안에 가득차고 있었다. 그러나 카프로스도 지지 않고 대답했다. "나는 태상장로다. 교주의 말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고 교주의 입으로 직접 선언했지." "하하하하, 그렇지. 본좌는 분명히 그렇게 선언했었소. 하지만 그것은 네크로맨서가 되기 전의 일, 지금 본좌는 한계레벨의 네크로 맨서! 그때의 말에 무슨 의미가 있는가?" "흠, 신용을 지키지 않겠다는 의미입니까?" 카프로스는 확인하듯 물었다. 그러나 그 순간 나지훔은 자신의 손가락을 튕겼다. -딱 -슈우욱, 쾅 볼티오스의 몸이 잔상을 남기며 카프로스에게 부딪치자 굉음소리와 함께 카 프로스의 몸이 튕겨 벽에 박혔다. "카프로스, 그대를 태상장로의 직에서 해임하네. 본좌를 따르지 않겠다면 이제 사라져 줘야 겠군."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하는 나지훔의 얼굴에는 잔인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 * * * "폭령마권!" -콰콰콰쾅 네 개의 주먹이 단숨에 수십개의 권영을 만들며 카프로스의 전신을 가격했 다. 마족전용기술인 그 권법은 마족 특유의 신체조건과 민첩성에 의해 극강의 위력을 발휘했다. '으윽, 데미지가 상당하군! 정말 내가 만든 거지만 청동골렘의 힘은 장난이 아니야.' 카프로스는 계속 밀렸다. 벽을 부수고 밖으로 튕겨 나가자 시녀들이 그 모습을 보고 비명을 질렀지만 , 공격하는 자가 볼티오스라는 것을 알고는 아무도 그들을 말리지 못했다. 교주와 태상장로가 완전히 사이가 벌어졌다! 그들은 그저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크하하하, 어떠냐? 카프로스! 버틸 수 있겠는가?" "으음, 교주, 이렇게까지 하다니? 「청혼귀수」!" -팍, 화르르륵 그의 왼손에서 파란 불꽃이 타올랐다. -휘익, 팍 "엇!" 카프로스의 왼손이 볼티오스의 주먹 한 개를 그대로 받아 쥐었다. 그리고 그대로 그 주먹을 비틀어버렸다. -우지직 "크윽! 대단하군! 과연 청혼귀수야." -콰콰쾅 청동 골렘의 손목을 한손으로 쥐어뜯을 수 있다니? 순간적으로 팔의 힘을 두배로 늘려준다는 청혼귀수의 위력이라고는 하지만 볼티오스는 경악했다. 그러나 고통은 느껴지지 않는다. 즉시 남은 세 개의 팔로 카프로스를 공격했다. "으윽!" -부웅, 콰콰쾅 검을 뽑아 휘두르자 그것에 걸리는 벽이 그대로 부서져 버렸다. 그러나 볼티오스는 오히려 웃으며 가볍게 그것을 피했다. 투핸드소드처럼 크고 무거운 중병기에 당할 마족은 없다! "크하하하하, 과연, 힘만 센 바보로군!" 벽을 차고 날아올라 허공에서 자유자재로 몸을 틀며 카프로스를 공격하는 볼티오스, 그는 정말로 경공술이 극성에 다다른 무공의 고수와도 같은 움직임을 보였다. 그런 그와 이런 건물 안에서 일대일로 싸우는 것은 가장 어리석은 짓이라고 할 수 있었다. '윽, 정말 빠르네! 하지만 충분히 버틸 수 있지. 이 기회에 연습을 해두지 않으면 언제 하겠어?' 카프로스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그의 움직임을 느끼고 그에 반응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 눈으로 확인하기도 어려운 마족의 움직임에 반응할 수 있다면 악령 기사 와도 싸울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건 타이밍! 자신이 선택한 필살기를 쓸 수 있는 정확한 타이밍을 잡 아야 한다. -휘리리릭, 쾅 "크윽!" 볼티오스의 공중회전 돌려차기에 카프로스는 다시 신음 소리를 내며 벽을 뚫고 튕겨나갔다. 그러나 그는 쓰러지지 않았다. "질긴 놈, 역시 한계레벨의 이름값은 한단 말이지?" -위잉 다시 그의 네 개의 주먹이 동시에 카프로스를 향해 돌진해 들어갔다. 카프로스는 그 주먹을 응시하면서 계속해서 타이밍을 맞추려고 노력했다. -퍼퍼퍼펑 "차앗!" -위잉, 쾅 "그런 느린 공격은 안 맞는다고 그랬지?" -퍽 "커헉!" 무릎으로 정확하게 가슴을 얻어맞자 다시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이 볼티오스라는 놈은 기본적으로 무에타이와 비슷한 동작을 사용하는데, 쉬지 않고 연속해서 공격하는 것이 그의 장기인 것 같았다. 카프로스는 적의 공격에 물러서지 않고 계속해서 반격을 가했지만 청혼귀수 로 그의 한쪽 손목을 부순 것 이외에는 단 한 번도 공격을 성공시키지 못했다. 생명력이 점점 빠지고 있었다. 만약 자신이 아니었다면 이미 전신이 산산조 각이 났으리라! 아직까지는 적의 타이밍을 잡을 수 없었다. 이것이 최고 고수의 움직임이다! 카프로스는 감탄했다. 그러나 포기하지는 않았다. 검을 휘두르며 파랗게 불타오르는 청혼귀수로 상대의 팔과 다리를 붙잡으려 시도했다. 그러나 그들의 움직임의 차이는 쉽게 좁혀지지 않았고, 그렇게 5분간의 시 간이 지나자 카프로스의 생명력에도 한계가 왔다. '으음, 어쩔 수 없는가? 이쯤에서 빠져야 하는가?' 그는 고민했다. 이제는 몸을 피할 순간이다. 저 나지훔이라는 놈이 자신을 배반할 확률은 절반정도라고 할 수 있었다. 은과 원, 그것이 확실한 성격이라면 신의를 지킬 것이고, 자신의 천재성에 빠져 다른 모든 존재를 무시한다면 당연히 동격의 존재인 태상장로는 제거하려 할 것이다. 그런데 결국 결과는 후자로 나타났다. 상당히 기분이 안 좋았지만 이로써 자신도 마음의 앙금 없이 이곳을 빠져나 갈 수 있게 되었다. 마교를 부활시키는 것도 그것을 막는 것도 다 그의 태도에 달려 있다고 결 정했다. 그러나 역시 마교는 세상에 있어서는 안 되는 운명인 것 같았다. 안타까운 것은 아직 이 볼티오스라는 놈과 정상적으로 싸워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이미 손도 재생됐군!' 마족의 힘인가? 원래 골렘은 스스로의 상처를 회복하는 힘이 있지만 저렇게 빠르지는 않다. 5분밖에 안 됐는데 팔이 재생하다니? 트롤이나 히드라와 비슷한 정도가 아 닌가? 움직임을 잡기도 힘들다! 적이 공격하는 지점과 그 순간을 정확하게 포착해야 승산이 생기는데, 그것 이 안 된다. 힘이 강하면 무엇을 하나? 한 번도 공격을 성공시키지 못하는 데! 하지만 그래도 수확은 있었다. 그래도 이놈이 얼마나 빠른가를 알게 된 것이다. 이제 가상 현실 격투기 수련장에 가서 이 움직임의 상대에 맞추어 자신의 필살기를 연습하면 된다! 가장 빠른 존재인 마족에게 공격할 타이밍을 잡을 수 있다면 그 누구도 상 대할 수 있다! 카프로스는 나름대로 납득하기로 하고, 서서히 자신이 원하는 장소로 이동 했다. 공격을 당해 벽을 뚫고 튕겨도, 공격을 하면서 주변의 벽과 장신구들을 부 수는 순간에도 사실은 계속해서 이 방 쪽으로 이동한 것이다. "흐흐흐, 생각보다 별 볼일 없구나. 카프로스. 그래도 내 너를 상대로 최고 의 힘을 발휘했는데, 기술도 움직임도 아직 멀었다. 이제 끝이다!" -휘익 그가 날아오는 것이 보였다. 거의 천정에 붙은 채였다. 아마도 아까처럼 네 개의 팔과 두 개의 다리로 동시에 공격을 가하겠지? 천정을 쳐서 자유자재로 방향을 바꾸면서 말이야. 카프로스는 그 환상적인 몸놀림을 보고 웃었다. 그는 입을 열어 말했다. "그래, 끝이다. 잘 있어라. 볼티오스." -콰직, 철컹 "앗!" 바닥이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카프로스의 몸이 바닥의 구멍으로 꺼졌다. 그와 동시에 바닥에 장치되어 있던 철판이 그 구멍을 매꾸었다. "못 도망간다!" -쾅 볼티오스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철판은 움푹 패일 뿐 파괴되지 않았다. 적어도 두께 20cm는 되는 철판인 것 같았다. "이익! 이놈이!" -쾅쾅쾅쾅 연속으로 주먹으로 철판을 내려치는 볼티오스, 그러나 그 철판을 부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았다. "후후후, 그 철판은 내 만근추로만 열 수 있지. 그리고 일단 닫히면 트랩마 스터가 와서 열기 전에는 어림도 없을 걸? 네놈의 힘이야 만든 내가 잘 아니까. 하하하." 카프로스는 위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그가 무엇을 하는지 알고 웃으며 밑에 뚫려 있는 비밀 통로를 통해 걸어 나갔다. 알고 보면 이 외단도 자신의 주도하에 건설한 것이 아닌가? 비밀통로 몇 개는 당연히 만들어 두었다. 물론 교주도 모르게! "나지훔, 잘 해봐라! 능력이 있으면 레디안 제국을 삼키는 것도 가능하겠지 . 난 이제 모른다." 그는 투구를 벗으며 중얼거렸다. 이제는 자신의 원래 자리로 돌아갈 시간이 었다. 상당히 성격적으로 맞는 역할이었다고 속으로 생각하면서 그는 어둠속으로 사라져갔다. 약 10분 후, 겨우 철판을 부순 볼티오스는 바닥의 비밀통로를 따라 카프로 스를 추적하려 했지만, 또 하나의 철문을 발견하고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 뒤이어 따라온 트랩마스터가 그 문을 열고 들어가니 그곳은 하나의 방이 었다. 알고 보면 카프로스의 방 바로 아래에 위치해, 그의 관에서 들어올 수 있는 비밀의 방, 그곳에 있는 탁자에는 한 장의 쪽지가 있었다. 그리고 그 쪽지에는 이렇게 써 있었다. -마영신장과의 의리는 지켰다.- 그날 이후, 공포의 신의 한계레벨 암흑기사인 다크어벤저 카프로스 폰 다크 플레임을 본 사람은 없었다. Chap 5. 파스트 제국 어스는 지금 한참 겨울이 끝나 봄을 맞이하려 하고 있었다. 지난 2개월 동안 많은 대학생들은 마치 겨울잠을 자듯 밖으로 나오지 않고 자신의 집에서 가상현실게임에 집중할 수 있었다. 겨울방학, 그것은 신이 학생에게 내린 축복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끝나지 않는 잔치는 없는 법, 이제 개학을 하게 되면 모든 학생들은 한 단계 높아진 학년의 학업을 위해 공부라는 두뇌의 간척공사에 동원되어 쉬지 않고 강제노동을 하게 될 것이다. 당연히 가상현실 게임을 할 시간도 줄어든다. (주)세기창조사에서는 새 학기를 맞이하여 가상현실 게임 신마대전의 새로 운 영업 전략과 앞으로의 개발계획에 대한 회의가 한창이었다. "아메리카 정부가 주도되어 5개국이 합동으로 연구, 개발하는 '매트릭스 프 로젝트'는 저희 세기창조사의 참여로 급격한 진척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이에 그들은 이 신마대전을 정식으로 모니터링하자고 신청해 왔습니다." 부사장인 피터슨 장이 직접 브리핑을 하고 있었다. 선지은 팀장은 확실히 이 일은 회사의 사운이 걸린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은 자사의 가상세계구축의 기술을 탐내고 있었다. 인구 2억의 판타지세계를 역사이전부터 시작하여 자연스럽게 발전시킬 수 있는 능력, 그것은 전례가 없던 일로 오직 세기창조사만의 위업이라고 할 수 있었다. 미국, 유럽연합, 중국, 아프리카연합, 그리고 한국, 사실 상 아직 통일한국 은 다른 선직국이나 대륙연합에 비해 힘이 부족하다고 할 수 있지만, 이 가상현실분야에 있어서만큼은 오히려 세계최고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고 할 수 있다. 막대한 이권이 걸린 일이고, 그 개발의 중심에 자신들 세기창조사가 서게 된다면 향후 백년간 세계의 경제는 자신들이 주도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런 만큼 상당한 위험도 동반한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들은 정말로 현재 지구의 모든 인원을 컨트롤 할 수 있는 가상현실세계 의 구축이 가능한가에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기 때문에, 우리 세기창조사가 10년 후에 추진하려고 했던 계획을 앞당기기를 요청했습니다." "으음, 월드서버 말인가?" 회장인 창 리오가 얼굴을 찡그리며 물었다. 그는 한국인이면서 히말리아 산맥에서 30년간 수행한 자로, 히말리아에 있 는 밀교의 고승들을 설득해 이 회사를 차린 사람이다. 고대의 영웅 징기스칸이 남긴 재물을 그들이 숨기고 있었다는 것을 아는 사 람은 없다. 회사 전체를 통털어도 장로들과 회장, 그리고 부회장이외 핵심간부 5명 정 도이다. 선지은도 아버지가 아니었다면 아직까지도 몰랐을 것이다. 사실상 세계에서 가장 재정이 풍부한 회사가 바로 이 (주)세기창조사라고 할 수 있었다. "그렇습니다. 인구 2억이 아닌 10억으로 구성된 세계, 그들은 그것이 가능 하다면 향후 50년 이내로 매트릭스 계획이 실현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 다." 월드 서버! 다섯 개의 서버의 카르마 수치가 극에 다르면 신의 능력이 확장되면서 세계 가 통합된다. 지금 7명의 신들은 그것을 목적으로 쉬지 않고 일하고 있다. 신들도 자신의 힘을 더욱 키우고 싶은 욕망이 있는 것이다. 실재 계획으로는 지금 서비스 중인 다섯 나라의 서버를 통합할 계획이었다. 각 국가간의 갈등과 경쟁심리가 새로운 흥미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그들은 예측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10억의 NPC를 동시에 움직일 수 있는 거 대 서버가 필요하다. 유저의 수도 5백만으로 늘어나는 셈인데, 이것은 산술적으로 단순하게 다섯 배가 되는 것이 아니다. 계산량으로 따지면 약 천배가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의 슈퍼컴퓨터로는 불가능하다. 세기창조사는 그것을 위해 10년에 걸쳐 특수한 서버의 구축에 대해 연구, 개발할 계획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개발한 오메가 타입을 제공하겠다고 합니다. 현 최고기능의 슈퍼컴퓨터이고 자사가 개발하려던 것보다 더욱 뛰어난 성능 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하드개발기술은 아직 미국에 미치지 못한다. 미국도 그것을 알기에 이렇게 강력하게 개발을 서두르도록 요청하는 것이다 . "음, 그렇다면 그들이 노리는 것은 우리의 기술이 되는 것이군. 그것을 위 해서 최고의 카드를 내민 거고." "그렇다고 봐야겠지요." 중역진들의 안색은 별로 좋지 않았다. 잘못하면 먹힐 수 있다! 하나의 회사가 국가를 상대로 어디까지 버틸 수 있 을까? 아니, 하나의 국가가 아니다. 전 세계가 자사의 기술을 원하고 있다. 그들은 이 제안을 받아드리는 것은 너무나도 큰 모험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몇몇 사람들의 생각은 전혀 틀렸다. 창 리오 회장은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 제안을 받아드리는 것이 좋겠군. 세계 최고의 서버를 공짜로 제공하겠 다는데 사업하는 사람이 그걸 안 써줄 순 없지. 추진하시오." 역시, 선지은 팀장은 속으로 웃었다. 이 기술은 절대로 훔치고나 도용할 수 없는 기술이다. 미국은 상상하지도 못할 것이다. 창 회장과 아버지, 그리고 밀교의 고승들이 어떻게 힘을 얻었는가를, 창 회 장의 능력이 없다면 절대로 가상세계 구축이 불가능 하다는 것을! 그날의 회의에서 (주)세기창조사는 세계의 주요국가 5개국과 정식으로 계약 을 하고, 비밀리에 월드서버의 개발에 착수했다. 그 계약으로 인해 신마대전은 더욱 많은 나라에서 서비스되기 시작했고, 세 계의 이목은 이 새로운 가상현실 창조시스템에 집중되었다. * * * 브리시아에는 가을이 다가오고 있었다. 하늘의 푸른색이 점점 더 짙게 변하 고 그만큼 높게 보였다. 햇살은 더 이상 뜨겁지는 않았지만, 그만큼 날카롭게 피부를 찔렀다. 구름 한 점 없는 날씨, 라딘은 한 손으로 태양빛을 가린 채 잠시 하늘을 보 라보다가 크게 숨을 들이쉬며 말했다. "자, 그럼 돌아가 볼까?" 어제 호주에서 돌아왔기 때문에 약간 피곤했다. 하지만 그래도 자신의 할 일을 모두 성공적으로 끝마쳤기 때문에 마음은 상 쾌했다. 이곳은 델로스 공작이 있는 국경의 성채, 미리네도 여기에 있다고 들었다. 성의 보초는 라딘의 신분을 알자마자 크게 놀라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이제 곧 미리네를 만날 수 있겠지. 라딘은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지 었다. * * * "오, 라딘 경. 어서 오시오." 제국군 총사령관인 델로스 공작이 친히 달려 나와 그를 맞이했다. 그는 요즘 정말 살맛이 나는 듯 얼굴도 환해 보였다. 라딘 역시 웃으면서 델로스 공작에게 인사를 했다. "가장 중요한 때에 전하를 돕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아니? 무슨 그런 말씀을! 경 같은 인물이 어스에서라고 어찌 바쁘지 않겠 소?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도 경이 아군을 생각해서 성녀 미리네 님을 이곳으로 보내 주시지 않았소? 그녀의 힘에 우리 파스트 제국은 구원받은 것이나 다름없지요. 하하하." 그는 그 당시의 상황이 지극이 위험했다는 것을 다시 머릿속에 떠올리고는 크게 웃었다. 사실 누가 25만이나 되는 병사를 완전히 전멸할 수밖에 없는 작전에 투입하 겠는가? 하룻 밤 사이 17만의 적이 소모될 정도의 맹공에서 자신도 없이 버틸 수 있 었던 것은 바로 성녀 미리네의 기적 덕분이라고 할 수 있었다. 나중에 들은 첩보부의 보고에 의하면 그곳이 뚫렸다면 그들은 그대로 진군 하여 보급이나 점령들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자신들이 전멸할 때까지 수도를 파괴할 계획이었다고 한다. 그 보고를 들은 델로스 공작은 이 작전을 생각한 사람은 인간이 아니라고 말했었다. 그런 만큼 지금도 그 일을 생각하면 등에서 식은 땀이 흐르는 델로스 공작 이었다. "성녀님께서 그러시더군요. 라딘 경이 안 계시는 동안 성녀님께 이곳에서 사람들을 지켜 달라고 직접 부탁하셨다고요. 정말 경이 우리 파스트 제국을 위해 한 모든 노력은 일일이 그 대가를 따질 수도 없는 일입니다." '오잉? 뭔 소리지?' 라딘은 순간적으로 상당히 당황했다. 아무리 세상의 소문과 진실의 사이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고는 하지만 어떻 게 이런 일이?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의 가슴속에서 일어난 혼란, 여전히 얼굴은 웃 고 있었고, 본능은 그로 하여금 머릿속에 있는 대사 중에 델로스 공작의 말에 최적의 대답을 찾아 입을 통하게 말하도록 하고 있었다. "하하하하, 무슨 그런 당연한 일을 가지고 그러십니까. 전하께서도 아시겠지만, 선대 폐하와 현 황제폐하께서 저에게 베푸신 신뢰 와 은혜가 적지 않지요." "그것은 그렇습니다. 두 분 다 인재를 알아보시고 쓰실 수 있는 혜안을 가 지신 분들이지요." 라딘은 델로스 공작의 소나기 같이 쏟아지는 아부를 적절하게 받아 흘리며 속으로 상황을 분석했다. 미리네가 자신의 부탁으로 이곳을 왔다? 진실은 어디까지나 그 정반대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어째서? '아항, 걔가 쑥스러우니까 내 핑계를 댄 거군. 잘 했어. 미리네.' 바로 깨달을 수 있었다. 미리네 성격에 부상당한 자를 치료하기 위해 일부러 왔다고는 못했을 것이 다. 괜히 티내는 것 같지 않겠는가? 결국 그녀는 자신의 핑계를 댔고, 그것이 생각지도 못하게 이런 즐거운 오 해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는 모양이었다. "미리네는 지금 이곳에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그녀를 만날 수 있겠습니까?" "어허, 어찌 그렇게 말씀을 하십니까? 성녀님은 지금도 성벽의 강화를 위해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축복마법을 걸어주시고 계십니다. 전갈을 보냈으니 아마 곧 이곳으로 오실 겁니다." 착착 죽이 맞아 열심히 서로의 위상을 높이던 두 사람은 적절한 시간에 화 제를 돌려 성녀의 그 놀라운 기적과 헌신적인 희생정신에 대해 말하며 미리네의 도착을 기다렸다. 그렇게 약 10분이 지나자 미리네가 지휘관 실로 들어왔다. "라딘! 돌아왔구나?" "응, 잘 있었어?" "으응." 미리네는 현실시간으로 두 달, 브리시아 시간으로 약 8개월 동안 보지 못했 던 라딘을 보자 너무 반가워서 두 눈에 눈물로 적시며 라딘의 손을 잡았다. 라딘 또한 그녀가 보고 싶었었다. 지난 두 달간은 현실에서의 데이트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매일 밤에 하는 화상전화만이 그들의 시간의 전부였었다. 이제부터 당분간은 그녀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겠다고 라딘은 생각했다. "델로스 공작님, 이제 저는 그녀와 시간을 보내야겠군요. 먼저 물러가는 실 례를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하하하, 두 사람에게 축복이 있기를, 아니, 내가 성녀님에게 축복을 기원 하는 것은 어쩐지 부적절한 것 같구려. 그럼 나중에 시간나면 같이 식사나 합시다." "그러지요." 라딘은 델로스 공작에게 인사를 끝내자 바로 미리네의 손을 잡고 걸어 나왔 다. 이제부터는 두 사람만의 시간이었다. 하늘은 맑고, 바람은 시원했다. 두 사람은 성벽을 따라 손을 잡고 걸었다. 성벽 밑에 있는 연병장에는 병사들이 정렬하여 힘찬 구령과 함께 무술 훈련 을 하고 있었다. "이제는 이곳도 완전히 안정된 모양이군. 처절한 전투였다고 하는데 무섭지 않았어?" 라딘은 그녀를 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전장의 광기는 자신도 미리네도 과거 스파운 타운에서 악령 기사와 싸울 때 에 경험할 수 있었지만, 그 때는 1천명도 안 되는 소규모 전투였다. 그 후, 자신은 그래도 상당한 양의 실전을 거쳐 이제는 전쟁의 참혹함을 어 느 정도 보고 견딜 수 있지만 그녀는 아닐 것이다. 하룻밤 사이에 양군에서 20만 이상이 희생된 전투! 라딘은 그녀가 마음속에 상처를 받지 않았기를 빌었다. "응, 너무 무서웠어. 사람들이 사람들처럼 보이지 않더라. 울기까지 했는걸 ?" "역시, 그래서 가지 말라고 한건데." "헤헤, 그래도 괜찮아. 사실 이곳이 가상현실이라는 것은 항상 인식하고 있 어. 사람의 죽음도 다 허상이라는 걸, 하지만 전쟁은 정말 무서워." "그래." 약간 안심했다. 그녀는 나름대로 현실과 허상을 정확하게 분리하고 있는 모 양이었다. 그것이 잘 안되어 가상현실 중독증에 걸린 사람도 적지 않다. 그 때문에 미성년자는 성인에 비해 가상현실 접속 제한시간이 더욱 엄하게 적용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가상체험이 인류에게 좋은 영향을 미친 것도 있었다. 사람들이 전쟁을 경험하게 되면서 인류의 역사에서 전쟁이 극도로 줄어들었 다. 모든 사람이 전쟁의 참혹함을 현실감 있게 경험하게 되니 전쟁을 일으키려 는 나라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비난하고 그것을 막으려 하는 것이다. 가상현실이 현실 사회에서 대세로 바뀌면서 음성적이던 때의 역기능이 점점 약화되고 스트레스 해소와 체험학습이라는 순기능이 강화되고 있었다. 좋은 것일까? 라딘은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현실적으로 인류는 점점 이 컴퓨터가 만든 세계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쩝, 깊게 생각 할 건 없겠지. 현실에 충실하면 되니까." "응? 무슨 소리야?" "아니, 잠시 딴 생각 했어. 미안. 그런데 우리 어디로 갈까? 오늘은 다른 것 신경 쓰지 말고 나랑 둘이 놀러가자." "응!" 두 사람은 그대로 도시락을 싸들고 성 밖으로 나가 가을의 꽃이 흐드러지게 핀 숲속으로 놀러갔다. * * * "공작, 이제 우리 제국은 어떻게 했으면 좋겠소? 의견을 말해 보시오." 마이오스 5세는 그리안 공작과 가이넨 공작과 함께 앞으로의 제국의 미래에 대해 상의하고 있었다. 지금 제국의 사정은 지극히 암울하다고 할 수 있었다. 비축해 놓은 식량이 떨어져가고 있었다. 내년 여름까지 버틸 수 있을까? 만약 버틴다고 해도 어차피 식량생산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100만의 병사를 유지할 수는 없다. 잠시 동안 정적이 흘렀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그렇게 있을 수는 없다. 가이넨 공작이 먼저 입을 열었다.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더 이상의 무리는 할 수 없습니다. 이대로 가면 우리 그리안 제국이 크게 위험하지요. 이제는 저들과 강화조약 을 추진해야 할 것 같습니다." "허, 강화조약? 저들이 그것을 받아들이겠소? 우리 레디안만 무너뜨리면 저 들은 이 동대륙을 통일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요." "힘든 일입니다. 하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그는 마이오스 5세에게 차분하게 설명을 시작했다. 우선 파스트 제국은 노골적인 점령이 아닌 유화책을 동반한 대륙 통일 정책 을 쓰고 있다. 다른 왕국을 침범해서 영토를 점령해도 민심을 안정시키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레디안은 과거 나칸드라 제국의 멸망 직후부터 내려온 대국, 백성들 은 쉽게 파스트의 지배를 받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만큼 그들을 동대륙 유일의 제국으로 인정하고 레디안 제국이 스스로 왕국으로 내려선다면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허허, 결국 그들에게 고개를 숙이고 왕국이 되어야 한단 말이지? 짐은 짐의 나라가 왕국에서 제국이 되는 기쁨을 누려보고, 또 그 제국이 다 시 왕국이 되는 슬픔도 겪게 되는구려." "황공하옵니다." 마이오스 5세는 기가 막힌 듯 중얼거렸다. 재상인 가이넨 공작도 더 이상 할 말이 없는 듯 입을 다물었다. 그들 또한 일이 이렇게 까지 된 것에 대해 신을 원망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 했다. "그리안 공작." "넷, 폐하." "더 이상의 군사적인 계책은 없겠지?" 마이오스 5세는 아직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듯 그리안 공작을 보고 물었다. 처음에 그가 전격적인 작전을 세우고 그것을 현실화 시켜 파스트 제국의 남 부평야를 손에 넣었을 때, 얼마나 기뻐했던가? "황공하옵니다. 소신이 이번 전쟁의 주동자라고 할 수 있으니 저들과의 타 협에 소신의 머리를 추가하시옵소서." "허허, 그 무슨 말씀을. 나라가 이렇게 됐는데 경 같은 인재마저 없으면 어 떻게 되겠소? 경은 앞으로 수십 년을 와신상담하더라도 이 레디안을 일으켜 세울 책임이 있소." "폐하,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그리안 공작은 감격해서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그들은 결국 당금의 굴욕을 견디고 향후 20년 동안 파스트 제국에게 허리를 굽히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그 전에 해결해야 할 일이 있었다. "그러면 저 암흑마교 놈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겠소?" 마이오스 5세는 이를 갈면서 물었다. 이번 전쟁의 패인은 눈앞에 있는 그리 안 공작의 책임이 아니다. 그는 한번도 지지 않았다. 암흑마교! 저 암흑마교만 아니었다면 아직 남부평야는 자신들 레디안의 것이다. "저들이 계약의 증표를 가지고 있는 이상 쉽게 그들을 제거할 수도 없습니 다. 아직까지는 빈틈을 보이지 않더군요. 그 간악한 자들을 사실상 이끌고 있는 카프로스라는 자는 정말로 만만치 않 은 자입니다. 그런 인재가 마도에 빠진 것이 안타까울 정도지요." 가이넨 공작은 인상을 쓰며 한탄하듯 말했다. 일천 레벨의 다크팰러딘, 그러나 그의 무서움은 무력이 아닌 정치력이었다. 거의 반 년 만에 암흑마교의 세력은 레디안 전역으로 뻗어나가 그 뿌리를 내렸다. "하아, 그럼 전혀 손쓸 방법이 없다는 말이오?" 마이오스 5세도 그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속이 타는 듯 했다. 군사적 문제 때문에 그들을 인정했다. 하지만 그들이 이렇게까지 치밀하게 행동을 할 줄은 몰랐었다. 그러나 그때 그리안 공작이 말을 꺼냈다. "폐하, 며칠 전에 '시아의 그림자'에서 들어온 특급 정보가 있습니다." "오, 무슨 좋은 정보가 있소?" 황제와 재상의 시선이 일제히 그에게로 향했다. "교주인 나지훔이 돌아와서 카프로스를 제거했다고 합니다." -쿠쿵 "그,그것이 정말이오? 그럼 카프로스란 자는 이미 죽었단 말이오?"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그자는 비밀통로를 통해 사라졌다고 하더군요." "허어, 그런 일이!" "그리고." "또 무슨 정보가 있소?" 가이넨 공작은 더 이상 놀랄만한 정보가 있냐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그리안 공작의 말에 정말로 경악하고야 말았다. "네크로맨서 나지훔이 얼마 후에 이 황궁에 잠입해서 폐하를 시해하려 할 것이라더군요." "뭐라고? 그들이 감히!" 그들은 하나같이 분노했다. 감히 또다시 황궁을 욕보이려 하다니? 그리안 공작은 한숨을 쉬며 계속해서 말했다. "확실히 그들은 우리 레디안을 너무 얕보고 있습니다. 이미 저들 내부에 시아의 그림자가 다수 침투해 있어서 모든 정보를 빼내기 시작했습니다. 카프로스가 사라진 이후, 그가 담당하던 정보제한부분이 많이 취약해 졌다 고 하더군요. 그 전까지만 해도 정보를 빼내기가 정말 힘들어서 많은 희생이 있었습니다 만." "으음, 그건 그럴 것이오. 나도 개인적으로 첩자를 침투시켜 보았지만 일정 이상의 정보는 전혀 얻어낼 수 없었소. 카프로스, 그자의 능력은 정말 대단하지만 그를 대신할 수 있는 인재가 마 교에는 없었나 보오." 가이넨 공작도 맞장구를 쳤다. 그리안 공작은 자신의 주도하에 조직한 정보조직 시아의 그림자가 제 역할 을 충실이 해낸 것이 기쁜 듯 얼굴에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이미 10대 장로 중 한사람도 시아의 그림자가 아닌가? 그러나 사실은 카프로스가 미래를 대비하여 오히려 그들의 정체를 가려주고 고속으로 출세를 시키는 한편, 자신이 떠날 때에 보안 체제가 무너지도록 손을 써 놓았다는 것을 그들은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다. "잘 됐군. 이번에야말로 그 간악한 네크로맨서를 제거합시다. 이것으로 우 리 레디안도 숨통이 트일 것이오." 마이오스 5세는 그나마 약간 속이 시원해지는 기분을 느끼며 힘 있게 말했 다. 두 사람의 공작도 웃으면서 그날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할 것을 결의했다. 이후부터 책을 보고 타이핑 했는데 수정을 하긴 했지만 오타도 좀 있을지 모르오니 이해해 주시구 알아서 수정해주세여.. 모니터를 안보고 책만 보고 치려니 글반 오타반이구 팔두 아프구.... ^^;; - Alice * * * 나지훔과 볼티오스는 열 명의 데스 나이트를 이끌고 직접 수도로 잠입했다. 계획이 발각당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이 일은 10대 장로 말고는 아무도 몰랐다. 카프로스는 쫓는 추격대가 그를 찾아내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렸기는 했지 만, 적어도 수도 쪽으로 가지 않았다는 것만큼은 확실했다. 또한 그는 어둠의 성기사, 어둠끼리의 암툰에 있어서 빛의 세력을 이용하는 것은 어둠의 여신이 금하고 있다. 음모의 신도 아닌 공포와 파괴의 다크 팔러딘이라면 당연히 그 규율을 지킬 것이다. 수도는 활기에 차있었다. 비록 전쟁이 불리하다고는 하지만 그것은 일반인에게는 잘 전해지지 않는다 . 때문에 수도가 적에게 포위당하기라도 하기 전에는 수도의 시민들은 아무 걱정 없이 생업에 봉사할 수 있었다. 나지훔은 나르파라는 곡물 상인으로 변해 있었다. 그는 수도의 모습을 구경하며 웃었다. 자신들이 이곳을 점령했을 때에는 그들 모두 공포에 떨며 자신을 경외했다. 이제 곧 다시 그렇게 되겠지. "우리가 이곳에 왔다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군.흐흐흐. 당연한 일 이지." 자신이 고용한 상단의 사람들이 밀가루 부대를 창고에 쌓고 있는 모습을 구 경하면서 나지훔이 나직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곡식을 실어 나르는 상단으로 변장하여 들어왔기 때문에 별 어려움 없이 들 어올 수 있었다. 수도에는 곡식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열대의 수레에는 데스 나이트가 숨어 있었다. 또한 자신이 타고온 마차 바닥에는 볼티오스가 누워있었다. 알고 보면 밀가루 부대를 실은 수레 바닥은 이중구조로 되어 있다. 사람은 그 좁은 곳에서 잠시도 버티지 못하겠지만, 언데드인 데스 나이트와 마족인 볼티오스에게는 답답함 같은 감정은 아예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이곳까지 오면서 한 번도 수레 밖으로 나오지 않을 수 있었다. 물론 상단 일행은 그런사실을 전혀 몰랐다. "나르파 씨, 작업이 끝났습니다. 이제 농업 조합의 계산만 기다리시면 되겠군요." "수고하셨소. 조합에서 돈을 받으면 즉시 임금을 지불할 테니 3일만 기다리 시오." "물론입니다. 저희 노동자 조합 사무실로 오셔서 약정 임금을 지불하시면 됩니다. 그럼, 사업이 번창하시기를." "나중에 또 봅시다." 일꾼들이 모두 자신의 숙소로 가버리자 나지훔음 젊은 상인 나르파에서 벗 어나 즉시 원래 교주의 얼굴 표정을 지었다. 그의 눈에서 새파란 흉광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흥, 감히 본좌에게 극존칭을 쓰지 않다니, 너희들은 모두 가까운 시일 내 에 죽지 않는 자가 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직 낮이다. 네크로맨서는 밤에 비해 낮에는 절반의 힘도 쓰지 못한다. 또한 볼티오스는 몰라도 열 대의 수레 안에 들어 있는 데스 나이트들은 태 양이 떠 있는 동안에는 한 발짝도 활동하지 못한다. "이대로 밤이 도기를 기다려야겠군." 나지훔은 창고 옆에 세워둔 마차 안으로 들어가 편하게 누었다. 해가 지기까지는 약 세 시간, 그 이후에는 자신의 분신이나 다름없는 이들 과 함께 황제를 잡으러 간다! * * * 붉은 노을이 수도의 청춘 남녀와 경비를 서는 보초의 마음을 부드럽게 녹이 는 시간이 지나자, 마침내 두 개의 달이 떠올랐다. 하늘은 점점 어두워지고, 거리에는 마법으로 밝힌 등불만이 규칙적으로 거 리를 암흑으로부터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날이 바뀌는 것을 아쉬워하는 남녀들이 모인 중앙 광장과 화려한 밤을 원하 는 자들이 모인 술집 부근 이외에는 대부분의 거리에서 사람의 그림자가 사라졌다. "이제 사작할 때군." -번쩍. 나지훔의 눈이 뜨이며 그의 붉은 눈빛이 밖으로 새어나왔다. 마치 마족과 같은 눈, 스스로에게 어둠의 강화 마법을 건 증표였다. -두두둑 그와 동시에 마차 바닥이 갈라지며 팔이 튀어나왔다. 굵고 날카로운 손톱과 긴 털이 난 손등, 그것은 모두 네 개 였다. -바득 순식간에 마차 바닥을 모두 뜯고 몸을 일으키는 볼티오스의 눈 역시 붉었다 . 오늘은 황궁의 호위 기사단과 싸워야 한다. 수도 함락때 죽은 그 늙은 기사들의 부하다. 볼티오스는 오랜만에 흥분하는 자신을 느꼈다. -척 나지훔과 볼티오스가 마차 밖으로 나갔을 때에는 이미 열 명의 데스 나이트 들도 수레를 부수고 나와 정렬한 상태였다. "후후후후. 밤에 나와 볼티오스, 그리고 700레벨 데스 나이트 10기로 습격 하면 제아무리 황궁 호위 기사단이라 해도 우리를 막을수 없다. 데스 나이트들은 볼티오스와 나를 호위하다록." -끄덕 아무런 말도 없이 일제히 고개를 끄덕이는 데스 나이트들은 믿음직한 눈으 로 바라본 나지훔은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가자, 황제를 잡으러." * * * -휘익, 휙 이미 한 번 황궁을 점령한 적이 이었던 나지훔은 이곳 지리를 모두 기억하 고 있었다. 호아제의 거처는 가장 안쪽에 있는 비호전이다. 그곳까지 들어가는 진입로는 이미 계획에 있었다. "누구, 큭." 두 명의 경비병은 소리도 지르지 못학로 쓰러졌다. 확실히 마족의 움직임은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빨랐다. "한 시간이면 경비병의 교대 시간이다. 서두르자." "흐흐흐, 한 시간이면 이 황궁의 절반을 부술 수 있지." 열 두개의 그림자는 밤의 얻무에 몸을 순 채 계속해서 황궁 안 쪽으로 진입 했다. 그든리 조사한 바에 의하면 , 황궁의 경비원은 두 시간마다 교대를 하는데, 일제 교대가 아니라 한 시간마다 절반씩 교대한다. 즉, 실제로는 한 시간 안에 일을 끝내야 들키지 않는 것이다. 약 30분이 지나자 , 그들은 황제의 침실인 '와룡의 궁' 앞에 도착할 수 있 었다. 수십 명의 보초가 서 있고, 그중 10여 명은 친위 기사임이 분명했다. "제대로 찾아왔군. 볼티오스. 바로 시작하자." 나지훔의 신호에 따라 10기의 데스 나이트가 주변으로 퍼지며 와룡의 궁을 둘러쌌다. 마치 숙련된 도둑과 같이 기척 없는 움직임. 어둠 속의 데스나이트는 암살자의 능력도 발휘할 수 있다는 소문이 진실이 란 말인가? 어느새 와룡의 궁은 데스 나이트에 의해 둘러싸였다. -스윽 이제 시작이다! 나지훔은 준비가 끝난 것을 깨닫자 자신이 있던 지붕 위에서 일어나 그대로 팔을 들어 주문을 외웠다. "이제 이곳은 위대한 여신의 이름으로 나 나지훔의 절대 공간임을 선언하노 라. 나의 허락 없이 이곳에 들어오는 자가 자기 내면에 있는 죽음의 공포에 의해 스스로를 죽일 것이다! 「어둠의 벽」!" -파앗, 슈르르르르 "아앗, 침입자다!" -쿠아아아~~~ "아앗! 저것은 데스 나이트! 비상종을 울려라. 적을 막아-!" -삐익, 삑! 한바탕 소란이 일어났다. 나지훔의 몸 주위에서 검은 안개가 일어나 사방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가 주문을 외우는 것과 동시에 10기의 데스 나이트들이 일제히 뛰 어나가 자신들의 저주받은 검으로 병사들을 베기 시작했다. 친위 기사들은 당황하여 함성을 지르며 비상 호각을 불었다. 하지만 그곳의 소란은 외부에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어둠의 벽, 지금 이 일대는 밤의 그늘에 가린 검은 벽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 이 벽은 어떤 소리도 통과시키지 않는다. 그리고 이 벽안으로 들어가려는 자에게 죽음의 환상을 보여주어 끝없는 공 포 속에 방황하게 만든다. 네크로맨서의 전용 마법은 대부분 밤에 그 효력을 발휘하는데, 이 어둠의 벽도 그런 마법 중 하나 였다. 밤에만 사용할 수 있는 최상급 마법, 페널티가 심한 만큼 그 효능도 컸다. "크크크, 교주, 빨리 들어갑시다. 황제가 비밀 통로 같은 곳으로 도망가면 곤란하오." "훗, 이 일대의 건물들은 완벽하게 조사를 끝냈지. 그리고 와룡의 궁에 있는 비밀 통로는 중간을 다 막아놨지. 하하하하." 거의 한 달 동안이 황궁을 점거했던 자신들이다. 만일을 대비해 교의 일급 트랩 마스터들이 이곳을 샅샅이 조사해서 적지 않 은 비밀 통로를 찾을 수 있었다. 물론 와룡의 궁에 있는 비밀 통로도 예외가 될수 없었다. 그러나 태상장로였던 카프로스는 그 비밀 통로들을 하나도 막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이 그런 것을 조사했다는 흔적을 모두 지웠다. 그는 단지 비밀 통로 중간에 몇 개의 함정을 설치 했을 뿐이다. 암흑 신교 비전의 아주 은밀한 함정을! "황제가 비밀 통로로 도망가면 그는 꼼짝 못하고 잡힐 것이다. 그가 도망갈 길은 어디에도 없는 셈이지. 가자!" "후후후, 알았소." -후익, 휙 "앗, 저들이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막아랏!" 데스 나이트들과 싸우던 호위 기사들이 경악성을 터뜨리며 나지훔과 볼티오 스가 궁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저지하려 했다. 그러나 그들은 10기의 데스 나이트와 상대하기에도 부족한 전력이었다. 볼티오스는 자신의 앞을 막는 두 기사를 가볍게 밀었다. -퍼펑! "으으윽!" "크크크, 너희들은 데스 나이트들과 놀고 있어라.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궁 안으로 들어가는 나지훔의 비웃음 소리가 기사들의 굿속에 파고들었다. * * * -콰쾅! 앞을 가로막던 호위 기사 두 명이 볼티오스의 주먹에 맞아 뒤로 튕겨났다. 본체가 청동 골렘인 볼티오스의 무게와 힘은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것으로 서, 그들의 사력을 다한 일격도 볼티오스의 걸음을 막지는 못했다. "크윽, 막아라! 절대 안으로 들어가게 해서는 안돼!" "흐흐흐, 이미 늦었다. 「암흑마전」!" -파지지지직 어둠 속에서 퍼지는 검은 뇌전, 그것이야 말로 암흑 신교 교주의 전용 무기 인 암흑 마전이다. 형태가 없는 무기..... 어둠 속에서 펼쳐진 그것은 너무 빠른데다 잘 보이지도 않았다. "아아아악!" 500레벨이 넘는 호위 기사들이라 죽지는 않았찌만 타격이 큰 듯 몸을 제대 로 움직이지 못했다. 그사이 볼티오스와 나지훔은 바람처럼 안으로 들어갔다. 아이오스 5세가 있는 침실까지 들어가는 데는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아무리 500레벨이 넘는 친위 기사 30여 명 정도 지키고 있 다 해도 볼티오스와 나지훔을 막을 수준은 안되기 때문이다. 나지훔은 스스로를 과거 나칸드라 제국을 멸망시킨 혈월신마에 비해 자신이 약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특히 자신의 동반자인 볼티오스가 그 공포의 카프로스를 어렵지 않게 이긴 것을 보고는 그 생각을 더욱 굳혔다. "저곳이다. 뚫어라! 볼티오스." -쿠오오오 -콰콰쾅! "하하하하, 레디안의 마이오스 5세여, 이 암흑의 제국 황제 나지훔이 친히 그대를 만나러 왔다." 수십 명이 들어가고도 남을 만큼 넓은 침실이었다. 과거 나지훔이 황궁을 점령했을 때 그도 이곳에서 잠을 잤었다. 이제 내일부터는 저자를 대신해 다시 이곳을 침실로 쓸 수 있으리라! 나지훔은 침대 위에 있는 사람을 보며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상대의 생각은 전혀 다른 모양이었다. "암흑 제국이라, 감히 레디안 안에서 스스로의 집단을 제국이라 칭하다니? 게다가 그것도 모자라 자신을 황제라 칭한단 말인가?" 침대에 있는 남자가 내려오며 말했다. 그는 마치 잠들지 않은 듯 검은색의 가죽 갑옷을 입고 있었다. 그리고 침대 옆에는 보통 사람이라면 두 손으로 휘둘러야 할 거대한 시어터 두 개가 놓여 있었다. "너는 누구냐? 마이오스 5세가 아니군?" 나지훔은 물론 마이오스 5세의 얼굴을 본 적 이 없다. 하지만 지금 눈앞에 있는 사람이 마이오스 5세가 아니라는 것쯤은 쉽게 알 수 있었다. 황제가 가죽 갑옷을 입을 리는 없다. 그리고 그런 상식을 떠나서라도 그의 몸에 뿜어져 나오는 기세, 그것은 진 정한 강자의 기였다. "폐하께서는 요 며칠간 침실을 옮기셨지. 간악한 자의 얼굴을 보고 싶지 않다고 하시더군. 나는 제국의 기사인 그리안 폰 벨로시티다. 마교의 수뇌 나지훔." "으음, 이미 이 작전이 새어나갔다는 얘기로군." "잘 알고 있군. 네놈의 사악한 음모는 이미 밝혀졌다. 이제는 네놈과 세상에 해악을 뿌리는 마교를 이 땅에 쓸어낼 때지." 자신만만한 그리안 공작의 대답. 레벨 990이 되어 이제 한계 레벨을 목표로 정진하고 있는 그는 네크로맨서 와 마족을 눈앞에 두고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듯했다. 오히려 나지훔쪽이 긴장했다. 눈앞의 이자가 두려운 것은 아니었다. 지금은 밤이고, 밤에 자신을 이길 자는 없었으니까. 하지만 이미 자신이 올 것을 알고 있었다면 만반의 준비를 했을 것이다. 낮까지 시간을 끌면 곤란하다! 이곳에 오래 있는 것은 좋지 않다! "볼티오스!" "알았다." -휘익 나지훔의 명령을 받은 볼티오스는 즉시 입구를 행햐 몸을 날렸다. 일단 밖으로 나가야 했다. 실패한 이상 미련 없이 퇴각한다. 이미 암흑신교는 빛을 드리우는 대지의 밑으로 깊이 뿌리내렸고, 나이훔이 건재하다면 절대 망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볼티오스는 침실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위잉 -파파파팍 "으윽, 누구냐?" 눈앞으로 날라오는 네 개의 검날은 팔로 가까스로 쳐내며 다시 뒤로 물러난 볼티오스는 경악하며 소리쳤다. 이번 공격으로 자신의 팔에 깊은 흠집이 생겼다. 정통으로 맞은 것이 아니라 쳐냈는데도 육체에 손상이 가다니? 문 앞에는 어느새 한 남자가 오른손에 롱소드를 들고 서 있었다. 방패는 들지 않고 왠손에는 금속으로 된 건틀릿을 낀 남자, 그의 눈에서 나 오는 눈빛은 칼날처럼 그들의 전신을 찔렀다. "모처럼 왔으니 끝을 봐야지. 안 그런가? 나지훔." "네놈은?" "악령 기사." -위잉. 파파파팍 선수필승(先手必勝)! 자신의 이름을 말할 때 이미 검이 네 개로 갈라져 나 지훔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그러나 빠르기라면 절대 남에게 질 생각이 없는 볼티오스는 즉시 몸을 움직 이며 네 개의 검영을 모두 튕겨냈다. -휘익, 휙 "성급하군, 악령 기사 후작." 그리안 공작 또한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이미 자신의 기술을 발동시키고 있 었다. 두 개의 시어터가 동시에 나지훔의 몸을 향해 날아들었다. "흥, 비겁한 놈들! 「암흑마전」!" -파지지직 "웃, 마교비전인가? 난 전기는 싫은데." -파파팟! 그리안 공작은 뇌전이 무섭다는 듯 몸을 떠는 시늉을 했다. 그러면서도 여유롭게 뇌전의 그물을 피하며 나지훔을 향해 달려들었다. 마법사를 상대할 때는 무조건 접근전으로 상대해야 한다는 사실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비겁? 이봐, 애송이. 너도 사막에서 몇 년만 마물과 뒹굴어보라고. 먼저 치즞 것은 절대 비겁한 일이 아니지. 물론, 밤에 몰래 남의 침실로 기어 들어오는 것은 조금 비겁한 일이지만." -카카카캉! 쉬지 않고 검을 휘두르면서도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나무 그늘에 자리를 깔고 안생의 즐거움을 논하는 시인처럼 여유가 있다. 이런 것에서부터 악령 기사가 이미 최고의 경지에 다다른 고수라는 것을 엿 볼 수 있었다. "이익, 좋다! 내 네놈들에게 네크로맨서의 무서움을 보여주지. 「데들리 포 그」!" -파사사사사 그의 몸 주위로 검은 안개가 생성되기 시작했다. 강력한 중독성을 가진 안개. 그것으로 이 방 안을 가득 채우면 아무리 강한 자라해도 오래 버틸 수 없다 . 뿐만 아니라 그의 주위를 마치 검은 벽처럼 감쌌다. 죽은 자의 눈을 가진 존재만이 그 벽을 뚫고 반대편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웬만한 공격은 튕겨낸다. 그것은 범위 공격 마법인 동시에 강력한 방어 마법이기도 했다. "내 몸에 갇힌 영혼이여, 이제 나와서 그대들의 동료를 맞이하라. 「스피리 트 콜」!" -카르르르르르르르 다시 나지훔의 몸에서 네 개의 하얀 그림자가 나왔다. 마치 고스트나 섀도우 밴시처럼 투명한 사람의 그림자. 하지만 그것은 언데드가 아니었다. 무속성의 공격 마법 스피리트 콜은 나지훔이 한계레벨이 되고 나서 얻은 네 크로맨서 전용의 최상급 공격 마법이었다. 그러나 이 공격은 또한 강력한 방어 마법이기도 했다. 네 마리의 스피리트들은 즉시 나지훔의 몸 주위를 돌며 그리안 공작의 시어 터 공격을 막아내기 시작했다. "에잇, 역시 사기 직업답게 할 줄 아는게 많군.「폭열참」!" -팍, 콰콰콰콰! 악령 기사는 계속 투덜대며 검을 휘둘렀다. 검에서 나간 검풍이 바닥까지 둘로 가르며 나지훔을 향해 뻗어나갔다. 그는 눈앞에서 버티고 있는 볼티오스가 아니라 나지훔에게 공격을 집중했다 . 반대편에서도 그리안 공작이 그에게 공격을 날리는 것이 보였다. 사실 눈앞에 있는 이 마족이라는 놈을 힘들게 죽일 필요는 없었다. 마족을 소환한 장본인만 죽이면 마족은 사라지기 때문이다. 밖에서 날뛰고 있는 10기의 데스 나이트 또한 그럴 것이다. 그런 이유로 상대가 블링크를 쓰지 못하게 이 좁은 침실까지 유인한 것이 아니었던가? 그러나 집중되지 않은 가병누 공격은 나지훔의 데들리 포그의 벽을 뚫지 못 했다. 악령 기사는 볼티오소의, 그리안 공작은 네 마리의 스피리트들의 공격을 받 느라 정신이 없았다. "받아라 「단경강파」" -위이이이잉~~ -사사사삭 "이놈, 미꾸라지 같은 놈이구나!" "응, 난 원래 공격보다는 방어, 방어보다는 회피를 더 좋아해." 분노한 볼티오스의 공격을 절묘한 동작으로 피하며 농담까지 하는 악령 기 사, 그의 움직임은 결코 볼티오스의 그것에 비해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사실 악령 기사는 내심 긴장하고 있었다. 이 마족이라는 놈의 공격에서 느껴지는 기세로 보건대, 한 방만 제대로 맞 으면 상당한 데미지를 입을 것 같았던 것이다. 그리고 나지훔의 몸 주위에서 계속 퍼지고 있는 독의 안개, 그것은 이미 방 의 바닥에 깔려 무릎까지 차 있었다. 몸이 독무에 닿는 것은 버틸 수 있어도, 그것을 들이마셨을 때에는 어떻게 될지 사실 자신이 없었다. 뿐만 아니라 네 마리의 이상한 영혼 같은 것이 네크로맨서에게 가해지는 모 든 공격이 아니면 나지훔에게 아무런 데미지도 입힐 수 없을 것 같았다. '쳇, 네크로맨서가 강하다고 하더니 헛소문이 아니었군. 정상적으로 이기는 건 거의 불가능하잖아?' 악령 기사는 속으로 혀를 참녀서도 다가오는 볼티오스의 공격을자신의 검으 로 살짝 흘리며 피했다. 체력과 힘을 좋아하는 매머드와는 달리 그는 민첩성을 중요시했다. 보통 기사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지만 악령 기사는 자신의 반응력을 최 대한 살릴 수 있는 민첩 수치가 필요했다. 결국 트랩 마스터인 세이렌과 거의 비슷한 민첩 수치를 가지고 그 때문에 갑옷도 가죽 계열만 입는 그였다. 동료들은 차라리 검성을 하라고 권했지만, 사실 기사의 최고 기술이 '지휘' 라는 것을 안 이상 개인전 중심의 검성보다는 기사가 자신의 목표를 위해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개인전이 약해선 안 된다! 팔방미인이라는 것은 알고 보면 허무하기 그지얺는 것이지만, 악령 기사는 그것을 원했다. 결국 처절한 연구와 노력 끝에 이렇게 지휘, 단체전, 개인전 모두에 있어 마음에 드는 캐릭을 가지게 된 그였다. '그런 내가 저런 애송이 네크로맨서에게 지면 안되지!' "파워 크러시!" -휘익, 쿵! "크흐흐흐, 그 정도 몸통 박치기가 나에게 통하리라고 생각했나?" 볼티오스는 악령 기사가 갑자기 자신에게 공격을 가하자 약간 당황한 듯 했 지만 곧이어 크게 웃으며 그에게 반격을 가했다. 상대는 몸으로 자신에게 부딪쳐왔고, 상당한 파괴력을 가진 공격이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거리를 두고 피하는 것이 아니라 품속으로 들어왔다. 그는 즉시 두 팔로 악령 기사의 등을 치며 남은 두 팔로 그의 다리와 팔을 잡으려 들었다. "차앗. 엎어치기!" "어엇!" -푸웅~ 악령 기사는 즉시 볼티오스의 몸을 잡고 몸을 굽히며 그를 들어 던졌다. 게임 상의 기술이 아니었다. 사실 그는 유도 5단의 실력을 가지고 있었고, 신마대전에서 등록된 기술이 아니라도 실제로 상대를 들어 던지는 것은 쉬운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물론 기술에 따른 공격력이라면 데미지가 몇 배로 증가한다. 그러나 데미지가 아니라 하더라도 집어던지는 것에는 변함이 없었다. -캬르르르르르 나지훔을 향해 날아오는 볼티오스의 몸. 그것을 막는 스피리트! 볼티오스에게 날개가 없다는 것을 안 악령 기사가 그를 나지훔을 향해 집어 던진 것이다. "겅작 각하! 이 때입니다! 「나이트 슬래셔」!" -스팟! 빛을 가르는 쾌검이란 바로 이런 것일까? 나지훔의 주변을 보호하던 안개의 벽이 순간적으로 둘로 갈라졌다. "아아악!" 나지훔이 비명을 질렀다. 자신의 방어 마법이 깨지다니? 충격에 의해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좋아! 「펜릴 러시」!" -크와아아앙! 동시에 그리안 공작의 두 시어터가 푸른 도강을 뿜어냈었다. 그리고 십자 형태로 교차하는 그 시어터에서 마치 늑대와 같은 도강이 튀 어나와 모습을 드러낸 나지훔에게 날아들었다. -크아아앙! "앗! 「암흑마전」!" -파지지직, 콰쾅! 나지훔이 기겁하며 얼른 오른손을 뻗어 암흑마전을 날렸다. 아무리 네크로맨서가 강하다고는 해도 일단 마법사인 이상 맨몸으로 저 펜 릴 러시라는 공경르 받으면 무사하지 모살 것 같았다. 검은 전격은 그의 이지에 따라 공간을 찢으며 날아가는 두 마리의 늑대중 한마리에게 적중했다. 폭발음과 함께 터지는 늑대 모양의 강기. 그러나 늑대는 두 마리였고, 남은 한마리는 마치 살아있는 것 처럼 나지훔 의 목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그런데 그 순간, 옆에서 도움의 손길이 있었다. "크아아앗!" -팍! 허공에 떠 있어 나지훔을 보호할수 없었던 볼티오스가 자신의 한 팔을 잘라 그대로 던졌떤 것이다. -콰콰쾅! "독한 놈!" -휘리리릭! "죽어라, 나지훔!" -슈슈슉 순간적으로 파고들어 맹공격을 펼치는 그리안 공작과 악령 기사! 그들은 한 번 잡은 승기를 놓칠 만큼 어리숙한 자들이 아니었다. "이놈들!" -쾅, 콰콰콰쾅! 겨우 시간에 맞추어 땅에 떨어진 볼티오스가 몸으로 그것을 막았다. -까르르르르 "첫, 끝낼 수 있었는데." 다시 나지훔 주위로 데들리 포그의 독기가 모이고 스피리트들이 나지훔을 보호하면서 그리안 공작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아깝다는 듯 혀를 차고는 조금 전과 같이 방어와 공격을 번갈아 하면서 나지훔을 노렸다. 그러나 이제는 여유가 있었다. 비록 나지훔을 죽이지는 못했지만 그의 가디안인 볼티오스에게 상댕한 피해 를 입혔기 때문이다. 네 개의 팔 중 이미 두개가 파괴되었다. 그리고 몸 중간중간에 파인 대여섯 개의 흠집과 계속해서 비틀거리는 것으 로 보아 이미 생명력의 많은 부분이 소모된 게 틀림없었다. 마족의 가장 큰 장점인 재빠른 몸놀림 또한 이제는 보이지 않았다. "주인보다 늦게 죽을 수 없다는 건가? 알았다." 악령 기사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번에는 목표를 바꿔 볼티오스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가이안만 죽이면 네르코맨서의 힘은 절반이하로 떨어질것이라고 그들은 생 각했다. "주인이여, 머뭇거릴 때가 아니다." -파파팍 볼티오스가 나지훔을 보며 소리쳤다. "으으, 이럴수가! 내가 밀리다니?" 순간적인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나 겨우 정신을 차린 나지훔이 믿을 수 없다 는 듯 중얼거렸다. 사실 그는 그동안 볼티오스의 보호 아래 비교적 안전한 전투만 치렀었다. 짅어한 고수와의 생명을 건 전투를 처음 경험해보는 그는 믿었던 볼티오스 도 거의 죽을 정도의 상처를 입자 그제야 세상이 자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카프로스의 말을 따랐어야 했다. 적은 결코 약하지 않았어.'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아니 무적의 존재라는 생각이 한순간 무너지면 서 마법사인 네크로맨서는 함부로 남의 앞에 나서면 안된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 대가로 자신의 목숨을 바치게 되었다. "안 돼!" -삐익 날카롭게 울려 퍼지는 휘파람 소리, 그것은 자신의 종속들에게 강제력을 행 사하는 신호였다. -팍, 파파파팍! "...." -휘익, 휙 "앗! 이놈들 , 못들어간다!" 밖에서 호위 기사들과 싸우던 10기의 데스 나이트들이 일제히 안으로 뛰어 들었다. 그들은 정면에서 펼쳐지는 적의 공격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몸으로 받으며 들어갔다. 공격을 버티지 못하고 몸이 파괴되는 자들도 있었지만 그들은 신음소리 하 나 내지 않았다. 이미 감각도 영혼도 사라진 자들이기 때문이다. 3기의 데스 나이트가 희생되었지만, 그래도 레벨 700의 언데드인 만큼 그들 의 생명력은 질겼다. -파파팍! "앗, 신성한 태그 매치에 난입하는 놈들은 뭐냐?" 악령 기사가 방 밖에서 밀고 들어오는 검은 기사들을 보며 소리쳤다. 원래 계획엔 데스 나이트들은 호위 기사들이, 나지훔과 마족은 자신들이 맡 아서 처리하기로 했었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나지훔과 마족의 공격에 호위 기사들의 피해가 커 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도 나쁘지 않지. 악령 기사는 그렇게 생각했다. 데스 나이트들 또한 무리한 진입으로 거의 다 죽어가고 있지 않은가? "공작, 둘이서는 위험하오. 방 밖으로 나갑시다. 어차피 이들은 이곳에서 죽을 운명이오!" "그게 좋겠군. 비켜라! 「펜릴 러시」! " -크아아아앙~ -콰쾅! 동시에 2기의 데스 나이트가 그 공격에 튕겨 벽에 부딪혔다. 부상이 심한 듯 잘 움직이지 못했다. 하지만 그들은 천천히 일어났다. 팔과 다리가 떨어져 나가도 끄떡하지 않았다. 알고 보면 데스 나이트도 좀비와 같은 언데드가 아닌가? 몸을 완전히 부수기 전까지는 죽지 않느다. 그리안 공작과 악령 기사는 이제 문까지 갔다. 밖으로 나가서 이들이 나오는 족족 죽이면 된다. 이제 두 시간만 있으면 해가 뜨기 때문에 빠져나갈 구멍이 없는 이상 마교 의 수뇌는 이 자리에서 죽을 것이라고 그들은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나지훔은 일단 데스 나이트들이 들어오자 붉게 변한 두 눈을 더욱 빛내며 외쳤다. "흐흐흐, 이놈들! 내 이 수모는 절대로 잊지 않겠다. 「자폭」!" -휘익, 팍 -콰콰콰콰콰쾅! 놀라운 일이었다. 7기의 데스 나이트가 일제히 폭발한 것이었다. 네크로맨서가 자신이 만든 상급 언데드에게 명령할 수 있는 자폭, 한마리만 터져도 최상급 공격 마법의 위력을 발휘하는 네크로맨서 비장의 수법이다. 그런 7기의 데스 나이트가 동시에 폭발하자 파괴력은 대단했다. 와룡의 궁 전체가 그 폭발에 휘말리면서 사방의 벽이 압력으로 터녀나갔다. "크윽, 저놈이 이런 무식한 수를 쓸 줄이야. 공작, 살아있소?" "으윽, 아직도 확신이 안 서는군." 나지훔이 자폭이라고 외치는 소리를 듣고 순간적으로 엎드려 피해를 최소화 했기 때문일까? 그들은 죽지 않았다. 하지만 통로 밖에 있떤 친위 기사 절반은 사망한 것 같았다. 남은 자들도 심한 부상을 당해 쉽게 움직이지 못하고 회복 포션을 마시고 있었다. "암흑마전!" "「단경강파」!" -파지직, 콰콰쾅! "나지훔!" 폐허 속에서 튀어나온 볼티오스와 나지훔은 그리안 공작과 악령 기사에게 공격을 퍼부었다. 그러나 그들은 놀라면서도 그 공격을 피했다. "아직 싸울 여력이 있는 건가? 대단한 놈들이군. 나중에 보자! 볼티오스." "알았다." -휘익 "앗, 저놈들이 도망간다! 놓치지 마라!" 나지훔을 안고 달아나는 볼티오스를 보며 호위 기사들은 소리를 질렀다. * * * 레디안 제국의 수도에서 벌어진 사건은 전 대륙을 진동시킬 만한 소식이었 다. 마교의 교주가 황궁에 침입해 황제를 시해하려 했다! 비록 실패했다고 하지만 그로 인해 황궁의 호위 기사 17명이 사망하고 그 중 세명은 부활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에 레디안 제국의 황제 마이오스 5세는 마교에 대한 일제 탄압을 명하고, 그들이 국경 부근에 배치했던 5만의 언데드들을 군대를 동원해 모두 파괴해버렸다. 각 도시에 있던 마교의 지부 역시 파괴두었고, 마교에 가입한 자들 가운데 일정 이상의 활동을 한 자는 모두 범법자로 수배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황궁을 탈출한 네크로맨서 나지훔의 행방을 아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마교의 핵심 인물들은 어느새 자취를 감췄으며, 세상에 나와있는 자들은 대 부분 이용만 당한 자들이었다. 사람들은 그때서야 마교가 과거 서대륙에서 처럼 동대륙 남부 전체에 비밀 스런 뿌리를 내리는 데 성공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차후 10000년에 걸쳐 그들의 독기는 동대륙을 위험체 빠뜨릴 것이다! 불안에 떠는 사람들과 이 일을 심각하게 생각하는 레디안 제국의 귀족들은 필사적으로 그들의 비밀 지부를 찾으려 했지만 과거 서대륙에서와 마찬가지로 그 어떤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 * * "찾을 리 없지. 내가 얼마나 심혈을 기울여 만든 곳인데." 라딘은 라르고의 눈이 제공하는 정보 서류를 보면서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역시 네크로맨서는 장난이 아니다. 설마 했느데 살아서 도망차디니? 사실 라딘은 나지훔이 그곳에서 죽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지만, 또 한편으 론 살아서 나오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그래서 첩자에게 마지막 탈출로에 대한 정보는 흘리지 않았다. 나지훔은 아마도 자신이 황궁 외곽에 있는 건물 바닥에 만들어 놓았던 순간 이동 마법진을 사용했을 것이다. 거액을 들여 기존의 건물 바닥 밑에 이중을 만든 뒤 그곳에 이동 마법진을 만들었다. 이동 마법진은 국가 예산에서 할당되어야 할 만큼 막대한 제조비가 들어가 지만, 단 한번의 이동을 위해 만들어진 마법진이기에 다른 마법진의 10분의 1의 가격인 20만 골드에 만들 수 있었다. 바닥을 깨서 그 밑에 있는 마법진을 발동시키면 수도 외부로 순간 이동이 되는 마법진이다. 만약을 위해 나지훔에게만 가르쳐주었던 것이다. 꼭 오늘 일을 예상한 것은 아니지만, 모처럼 황궁을 점거했는데, 그곳에 들 어갈 방법과 도망쳐 나올 방법 정도는 마련해놔야 하지 않겠는가? 보물 창고를 싹 쓸면서 그곳 바닥에 이동 마법진을 만들어놓았다는 것은 나 지훔에게도 비밀로 했다. 물론 외부에서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마버진이고, 보물 진열대 밑 바닥에 만들어 놓아서 철저한 조사 없이는 발견하기가 쉽지 않은 곳이다. 설마 저들이 이미 약탈해간 보물 창고에 거액의 제조비를 들여가면서까지 이동 마법진을 만들어놓았다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거기서 한 5년 후 에 다시 보물이 쌓이면 들어가면 되고....' 그는 열심히 앞으로의 세상 움직임에 대해 생각하고 그 안에 자신이 서야 할 곳이 어디인가를 고민했다. 흐름을 알고 남녀 그 중앙에 서기만 하면 된다. 얼마 전 까지는 그 흐름을 인위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장기적 인 안목에서 볼 때 그것은 결코 자연스럽지 못하다. 민심은 천심이라고, 세상은 언제나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이 다. '그 말이 맞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언제나 정해져 있지. 그것이 바로 내가 원하는 일이고, 세상이 원하는 일익도 하지. 나지훔이 살아난 것은 세상이 그의 죽음을 원하지 않아서일 거야. 그럼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어느새 날이 밝아왔다. 창문 밖이 환하게 밝아오는 것을 느낀 라딘은 한숨을 수며 중얼거렸다. "에고, 한숨도 못 잤네. 미리네가 올 텐데. 어쩔수 없지, 내일까지 강행군하고 내일 떠나야겠군. 일단 길을 떠나면 마차 안에서 바로 자면 되니까." 수면을 취하지 않으면 피곤해진다. 하지만 이미 한계 레벨에 달한 기사인 라딘은 체력이 강하기 때문에 하루나 이틀 정도는 잠을 안 자고 버틸 수 있었다. 지금부터 잘 수는 없었다. 오늘은 이미 미리네랑 몽몽과 같이 놀러 가기로 약속되어 있기 때문이다. 문득 요즘처럼 사냥 안하고 매일같이 노는 것도 즐겁다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제는 떠나야 할 때였다. 보고서에는 레디안 제국 황실에서 정식으로 강화를 요청하는 사자가 파스트 제국을 향해 떠났다고 적혀있었다. 레디안 제국의 재상 가이넨 공작이 직접 황제의 지위를 상징하는 황금룡의 검을 지니고 북상한다는 정보였다. 그것으로 보아 레이단 제국은 아마도 파스트 를 대륙 유일의 제국으로 인정 하고 왕국으로서 제국에 대한 예의를 지킬 것을 맹세한 터였다. 나칸드라 제국이 멸망한 지 300년 이 지났다. 그동안 이 세계에는 제국이 나타나지 않았다. 10년 전, 파스트와 레디안이 제국으로 칭하기는 했지만 그것은 스스로 자신 들의 권위를 주장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제국! 대륙의 모든 왕국이 인정해야 비로소 진정한 제국이라고 할 수 있다! 라딘은 자리에서 일어나 세수를 하고 머리를 빗은 후, 덧창을 열고 쏟아지 는 아침 햇살을 보았다. 밤을 샌 그의 눈을 사정없이 자극하는 햇살에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 찡그려 졌지만 그래도 눈을 감거나 돌리지 않았다. 크게 심호흡을 하자 차가운 새벽 바람이 가슴속으로 들어와 기분을 상쾌하 게 했다. 라딘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완벽하게 생각이 정리되어 더 이상 잡념이 떠오르지 않았다. 세상이 자신을 부르고 있었다. 수도로 가라고! 수도로 가서 위대한 파스트 제국을 건설하는 계획을 마무리지으라고! * * * 태양은 이미 서쪽 언덕으로 진고, 이제는 어두워진 밤 하늘 사이로 별 들이 하나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러나 길을 따라 이동하는 마차는 멈출 줄 모르고 계속해서 다각다각 소리 와 함께 목표를 향해 나아갔다. "아함, 이제 좀 자아겠군. 몽몽아, 일어나야지." 마부석에서 앉아 두 마리의 말 고삐를 쥐고 있떤 라딘은 기지게를 켜면서 옆에 있는 주머니를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렸다. "키잉, 아빠, 벌써 밤이에용?" "응, 이제 아빠는 잘 테니까, 몽몽이가 대신 마차를 몰아주렴." "키잉, 넹, 근데 설산 아저씨는 어디 계세용?" 몽몽은 설산 아저씨가 그립다는 얼굴로 리딘에게 물었다. 사실 설산 아저씨만 있었다면 일부러 마차를 몰 필요도 없을 것이다. 설산 아저씨는 알아서 마차를 끌어주고, 웬만한 마물은 나와도 그냥 처리해 준다. 그런 실용적인 것이 아니더라도 몽몽은 설산 아저씨의 등에 올라타 빗으로 갈기를 빗기는 것과 때때로 그 갈기를 땋는 놀이를 좋아했다. 무엇보다 아저씨는 항상 듬직해서 좋았다. 아, 설산? 설산 아저씨는 수도에서 만나기로 했단다. 서응로 오라고 하려다가, 이렇게 수도로 떠나게 돼서 말이야." "키이잉, 그럼 앞으로 1주일만 있으면 만나겠네용?" "그럼! 어쩌면 이미 도착해 있을지도 몰라. 그러니까 어서 우리도 가야지." "넹." 라딘은 몽몽에게 말고삐를 넘기고 마차 안으로 들어갔다. 크기 10센티미터 정도밖에 안되는 날다람쥐가 마부석에 앉아 말 두마리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모습은 무척 신기하고 귀여워 보였다. '이제 1주일만 더 가면 도착하겠군.' 그는 누워서 모포를 덮으며 그렇게 생각했다. 눈을 감고 잣니이 할 일을 다시 한 번 머리속으로 정리하다가 어느새 잠들 고 마는 라딘이었다. * * * 파스트 제국의 수도는 지금 거의 축제와 같은 분위기 였다. 레디안 제국에서 강화를 요청하는 사자가 출발했다는 정보는 이미 대부분의 귀족들에게 알려진 상태였다. 원래 숨겨야 하는 비밀 정보였지만, 재상인 라이아 공주와 재무부 장관인 밀러 공작은 오히려 이 사실을 퍼뜨리기 바빴다. 라이아 공주의 명을 받은 마담 미스티는 단골 손님에게 '당신만 아세요'라 고 하면서 슬쩍 귀뜸했고, 보름이 지났을 땐 수도에 있는 모든 귀족이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전쟁은 승리했고, 이제는 영광만 남아 그들을 반겨주고 있었다 모든 귀족은 위대한 황제 아칸 1세를 칭송했고, 그에게 대제의 칭호를 붙여 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다. 사실 대륙 유일의 제국을 세운 황제에게는 대제의 칭호가 붙는 것이 당연하 기 때문에 이것이야 말로 가낭 확실한 아부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레디안 제국의 사자가 도착하기 약 보름 전, 수도의 서쪽 문을 통해 한 대의 마차가 들어갔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평범한 이두 마차였지만, 황궁에서는 이미 라딘의 방 문을 알린 보름 전부터 그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여럿 있었다. * * * "폐하를 알현하옵니다." 정중하게 한쪽 무릎을 꿇고 기사의 예를 갖추어 인사하자 라딘을 보며 아칸 1세는 감회가 새롭다는 표정으로 손을 들어 라딘을 일으키며 말했다. "오늘날 짐의 명예는 다 경의 노력에 의한 것이오. 내 오늘 그대를 다시 보니, 그대가 이 파스트 제국을 위해 노력한 모든 수 고가 새롭게 떠오르는구려." "황공하옵니다." 라딘은 몸을 일으켜 자기 자리에 앉으며 대답했다. 청룡의 방. 황제의 집무실인 이곳에는 지금 라이아 공주와 밀러 공작이 함께 있었다. 그리고 아칸 1세의 옆자리에는 일곱 살이 된 지로트 황태자가 앉아 있었다. 회의가 끝나면 바로 태사를 졸라 다시 환상의 모험담을 듣겠다는 집념이 그 를 이 자리에 참석하게 한 것이었다. 라딘은 황태자를 보고 부드럽게 웃으며 준비한 선물을 내밀었다. 날이 서지 않은 모형의 소검. 화려한 장식이 된 검을 받은 지로트 황태자는 아주 좋아했고, 라딘은 고개 를 끄덕이며 황태자 전하가 무공에 재질이 있으니 황후마마가 좋아하시겠다고 농담은 했다. '정식으로 태자를 가르치는 것은 열 살부터면 되지. 암, 나이가 한 자리일때는 그래도 편히 놀게 해줘야지.' 라딘은 자신이 부모님처럼 인정사정 없는 극악의 교육열을 주장하지 않고 이렇게 자라나는 아이의 심성이 밝아지도록 배려해주는 것에 스스로 만족해했다. 아칸 1세와 라이아 공주가 알았다면 입에서 거품을 물었을 테지만, 역시 신 이 인간에게 내린 축복으로 사람은 남의 마음속을 들여다볼 수는 없었다. "그런데 태사는 이번 강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오?" 라딘이 잠시 딴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회의가 시작되어 정식으로 이번 강 화에 대한 토의가 시작되었다. 황제가 가장 처음으로 라딘의 의견을 물었다. 재상인 공주도 귀족 중 정점에 서 있는 밀러 공작도 그 점에 대해서는 별 댜른 불만이 없었다. "음, 모든 것은 폐하의 의지에 의해 결정되옵니다. 소신을 비롯한 제국의 신하와 백성들은 일심으로 그에 따랐을 뿐이지요." 라딘은 일단 뻔한 사탕발림으로 말을 시작했다. 사실 이제는 어떻게 해도 파스트 제국이 흔들릴 일은 없다. "하하하, 경에게 그런 말을 들으니 정말 내가 이 대륙의 황제가 되는 것을 실감할 수 있겠소이다." '쳇, 이놈이 나이를 먹었다고, 이제는 아부도 안 통하는군.' 라딘은 속으로 혀를 끌끌 찼다. 하지만 상대가 아부하는 것을 알아도 아부란 기분 좋은 법이다. 그래서 옛말에 가장 무서운 독이 바로 유치하고 입에 발린 아부라고 하지 않았떤가? 다른 독은 모두 독이라는 것을 아는 순간 경계하게 되는데, 이 독만큼은 알 아도 즐겨 찾게 된다는 것이다. "그나저나, 정말 이 강회를 받아들여야 할지는 의문이군요." 밀러 공작이 신중한 목소리로 자신의 의견을 말하기 시작했다. 이미 전쟁은 파스트 제국의 승리로 굳어졌다. 뿐만 아니라 레디안 제국은 대의명분조차 없다. 침략을 한 것도 레디안 제국이고, 심지어는 마교와 결탁하여 다른 모든 교 단의 공분을 사기까지 했다. 비록 이제 마교와 등을 돌렸다고는 해도 만약 파스트 제국이 마음만 먹으면 이대로 레디안을 멸망시키고 그 모든 영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으음, 그건 그렇군요." 아칸 1세는 밀러 공작의 의견에 구미가 당기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제국이 더 넓어진다는데 싫어할 황제는 아마 세상에 없을 것이다. 밀러 공작이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그러나 그들을 멸망시키려면 결국 그들의 주력군인 하이랜더 기사단을 처 리하지 않으면 안 될 것입니다. 그때 생길 피해가 걱정되는군요." "아, 아직 그들이 남아 있었지요!" 라이어 공주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5000명의 상급기사와 전사들로 구성된 무적의 기사단, 델로스 공작조차 그 기사단을 경계하여 산악 지대의 성채에서 진군을 멈추 고 평야에서 그들을 상대해야 하는데, 수로 밀어 붙이면 결국 이길수는 있겠지만 피해는 말도 못하게 클 것이다. "으음, 그렇다면 일단 강화를 거절하고 계속 이 상태로 유지하면서 내년이 나 내 후년에 공격해 들어가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겠구려?" 아칸 1세는 잠시 고민한 후, 그렇게 말했다. 확실히 레디안을 무너뜨리는 방법으로는 그것이 제일이라고 모두 생각했다. 하지만 라딘은 속으로 고민하고 있었다. '황제는 레디안을 멸망시키고 싶어하는군. 그럼 곤란한데.' 사실 그는레디안을 남기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을 함부로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어덯게 하지? 라딘은 눈을 돌려 라이아 공주를 보았다. 때마침 라이아 공주도 그를 보려고 한 듯, 두 사람의 눈이 허공에서 마주쳤 다. '아! 그녀도 레디안의 멸망을 바라고 있지 않구나!' 라딘은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자신에게 황제를 설득해달라고 눈빛으로 말하고 있었다. 아마도 그동안 공주는 황제의 의중을 열심히 탐색해왔을 것이다. 그건 밀러 공작도 마찬가지이다. 때문에 밀러 공작은 강화를 반대한 것인지도 모른다. 어차피 강화를 찬성을 하든 반대하든 제국의 미래는 변함이 없다. 가장 찬란한 미래만 남아 있을 뿐이다. 그런 상황에서 밀러 공작이 할 일은 황제의 마음속을 짐작하여 그것을 따르 는 일이었다. '어떻게 하지? 라딘, 생각해라!' 라딘은 아칸 1세와 밀러 공작이 점점 의기투합하는 모습을 보면서 필사적으 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 * * "그래, 라딘 경의 의견은 어떠시오?" 이윽고 아칸 1세가 완전히 자신감을 얻기 위해 라딘의 의견을 물어왔다. 이제 라딘만 허락하면 모든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이라고 그는 생각하 고 있었다.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긴장의 시간이 지나갔다. 라이어 공주는 정말 황제를 말릴 수 없는 것인가 하고 반쯤 체념 한 듯 라 딘의 얼굴만 바라볼 뿐이었다. 라딘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의미심정한 웃음을 지으며 아칸 1세에게 말했다. "폐하, 내년에 200만의 군대를 동원해서 일거에 레디안을 쓸어버리는 것은 그야말로 쉬운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비록 저들에게 강력한 하이랜더 기사단이 있다고는 하지만, 내년에는 아군 의 수가 적의 몇 배나 되는 만큼 틀림없이 이길 수 있습니다." "하하하, 역시 그렇지요?" 아칸 1세는 기분 좋은 듯 크게 웃었다. 그 바람에 옆에 있는 공주의 슬픈 표정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때 라딘은 계속해서 말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200만이나 되는 군대를 움직이고도 얻는 것은 너무 적지요!" "허? 레디안을 멸망시키는 것으로 부족하단 말이오?" "그렇습니다. 그러니 일단 레디안 전토를 점령한 다음에는 곧바로 그 옆에 있는 탐린과 델모트 왕국을 치는 것입니다. 그들은 레디안과 동맹을 맺었떤 왕국인 만큼 우리 파스트 제국이 공격해도 할 말이 없을 것입니다." "허어." "그리고 그곳에서 일단 전열을 정비한 후, 다시 주변의 모든 왕국을 쳐서 없애야 하옵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아군의 군대가 회군한 이후 그들이 일어나 레디안의 잔 당들과 결탁할 우려가 있사옵니다." "으음." 아칸 1세는 점점 진행되는 라딘의 말이 부담스러운지 손으로 턱을 만지며 신음소리를 냈다. 지금 이 태사라는 자는 남부의 모든 왕국을 멸망시켜야 된다고 주장하고 있 는 것이다. "그리고!" "아니, 거기에다 또 있단 말이오?" "물론입니다. 이미 우리 제국의 힘이 대륙 최고가 된 이상 무엇을 더 두려 워하겠습니까? 레디안의 편을 들었던 남부의 모든 왕국을 친 이후 일단 국사를 회군시키고 . 사자를 보내 북부의 모든 왕국들에게 우리 제국에 귀속하라고 명을 내리시옵소서. 그렇게 하시면 남부 왕국들의 멸망을 두 눈으로 목격한 이상 저들은 감히 거절하지 못할 것입니다." -쿠쿵! 아칸 1세, 라이아 공주, 그리고 밀러 공작은 크게 충격을 받은 듯 입만 벌 린 채 뭐라고 말을 꺼내지 못했다. 옆에서 듣고 있떤 지로트 황태자도 기가 질린 듯 슬그머니 손을 뻗어 아버 지인 황제의 손을 잡았다. 지금 그가 한 말은 이 동대륙을 완벽하게 통일하여, 유일한 국가를 건설하 자는 것이었다. 어떻게 생각하면 충분히 간으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결코 좋은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아칸 1세는 알 수 있었다. "그, 그것은 너무 강한 방법이 아니겠소?" 겨우 입을 연 밀러 공작의 말에 라딘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5년이면 됩니다. 그 땐 이 동대륙 전체가 모두 폐하의 것이 되지요. 어떻 습니까? 폐하." "흐음." 이상할 정도의 강렬한 기백이 라딘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왔다. 아칸 1세는 악마가 세상에 나타나 자신에게 세상을 다 주겠다고 속삭이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자신도 모르게 등에서 식은 땀이 흘러내렸다. 슬적 눈을 돌려 보니 자신의 누이인 라이아 공주는 아직도 충격에서 벗어나 지 못하고 있었다. 아칸 1세는 고개를 흔들어 라딘의 기에 눌리는 자신의 이성을 지키려고 했 다. 크게 한번 심호흡을 하고 나서 그가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경의 마음을 잘 알 겠지만, 짐은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 앟구려. 대륙 유일의 제국으로 모든 왕국의 인정을 받기만 해도 우리 파스트 제국은 영화를 누릴 수 있을 것이오." "하지만, 대륙을 완전히 점령하는 것보다는 못하겠지요." 라딘의 날카로운 음성이 그의 가슴속에 파고들었다. 마치 그는 너에게 '너는 그정도 그릇밖에 안 되는 황제였나?'라고 꾸짖는 것 같았다. 야망, 욕심, 어쩌면 라딘이라는 자는 무서운 야망을 가진 자가 아닐까? 아칸 1세는 문득 두려움을 느꼈다. 만약 자신이 대륙의 완전한 통일을 하지 않겠다고 말하면 그가 떠날지도 모 른다. 그리고 다른 왕국의 야심찬 왕에게 가서 은밀하게 세력을 일으킬 수도 있다 . 설마? 아니다. 이자는 원래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 그리고 이자의 목적이 완전한 대륙 통일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다! 아칸 1세는 입을 열지 못했다. 밀러 공작도 긴장한 듯 심각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그는 심각하게 고민했다. 절대 이 눈앞의 남자하고는 적이 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곧 이를 악물고 라딘을 보았다. 나는 황제다! "경의 의견에는 따를 수 없소. 만약 짐이 대륙을 완전히 통일하겠다고 결심한 순간부터 수많은 피가 이 동 대록을 적실 것이오!" "아!" 라이아 공주가 탄성을 질렀다. 사실 아칸 1세가 처음으로 라딘의 의견을 정면으로 거부한 것이다. 라이아 공주도, 아칸 1세도 여태까지 라딘의 의견에 반대 의사를 표명한 적 은 한 번도 없었다. 아니, 꿈에서라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이를 악물고 라딘을 쳐다보는 아칸 1세, 불안한 눈으로 라딘을 보는 라이아 공주, 역시 최고의 귀족답게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있지만 흔들리는 눈빛만은 감출 수 없는 밀러 공작이 숨소리도 죽인 채 있었다. 심지어 지로트 황태자까지도 청룡의 집무실 안에 가득찬 기의 흐름을 느끼 고 라딘의 입만 쳐다보고 있었다. '5, 4, 3, 2, 1 지금이군.' 라딘은 속으로 5촐르 세어가며 사람들의 긴장감을 극도로 치솟을 때까지 기 다렸다. 그들은 지금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하고 눈도 깜빡이지 않고 있었다. 완벽한 타이밍을 노린 라딘은 이윽고 시간이 되자 이 긴장감을 단번에 날려 버릴 가장 부드러운 은자의 미소를 지었다. "피를 두려워하는 황제라니? 역시 폐하께옵서는 패왕의 그릇이 아니시옵니다. 패도가 싫다고 하시니 어쩔 수 없이 왕도를 택할 수 밖에 없군요." "왕도?" "세상을 다스리는 이치는 두 가지가 있다고 합니다. 패도와 왕도가 바로 그것이지요." 라딘은 상냥한 음성으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패도, 그것은 가장 강한 자가 되어 모든 것을 취하는 법이다. 사람들은 강한 자에게 굴복하게 되어 있다. 굴복하지 않는 자는 모두 제거하고 완벽한 통일 제국을 건설하는 것이 가능 하다. 그리고 왕도, 이것은 덕으로 세상을 다스린다. 가낭 융성하고 가장 살기좋은 제국을 건설하여 주변의 모든 세력이 이 제국 을 흠모하고 저절로 따르게 만드는 방법이다. "저는 선대 폐하의 유언에 따라 이 파스트를 대륙 유일의 제국으로 만들기 로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폐하의 성품을 보고 왕도를 택했지요. 그런데 이번에 폐하께오서 패도를 원하시는 것 같아서 성심과 성의를 다해 의견을 아뢰게 된 것 뿐입니다." 라딘은 시치미를 딱 떼고 자신은 어디까지나 충심으로 의견을 말한 것이라 고 주장했다. 방금 전까지 전신에서 뿜어대던 무언의 협박은 언제 보였냐는 듯한 태도 였 다. 그러나 갑자기 바뀐 분위기에 아직도 어안이 벙벙한 아칸1세와 라이아 공주 는 그저 라딘의 말에 귀를 기울일 뿐이었다. 라딘은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가로 걸어갔다. 청문가에는 몇 개의 화분이 있었는데, 크고 작은 화분에는 그 크기에 맞는 화초가 피어 있었다. 라딘은 그중 가장 작은 화분에 핀 난을 보더나 두손으로 조심스럽게 흙을 파서 그 난을 꺼냈다. 뿌리가 마르지 않게 두 손으로 흙관 함께 그것을 떠받친 라딘은 다시 아칸 1세 앞으로 걸어와 그것을 황제에게 내밀며 말했다. "이 난을 보십시오. 이것은 황제의 것이옵니다. 하지만 난은 절대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요. 자신의 생명은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입니다." "으음, 경이 생각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오?" 아칸 1세는 용기를 내서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그러자 라딘이 빙그레 웃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이 동대륙은 이미 이런 풀 한포기 하나까지 모두 폐하의 것이옵니다. 폐하께서는 자비로우셔서 자신의 백성을 위하시는 분이시지요. 레디안 왕국 또한 이미 폐하의 것이라고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들은 이미 자신의 나라를 제국에서 왕국으로 내리고, 이 파사트 제국의 자비를 구하고 있습니다." "아!" "폐하, 제국의 황제는 왕국과 전쟁을 하지 않습니다. 왕국이 잘못하면 그들을 꾸짖고 타이를 뿐이지요. 이번에 레디안이 그런 잘못을 했는데도 폐하께서 자비를 보이신다면 남부의 모든 왕국들 또한 폐하의 은덕에 감복하여 스스로 몸을 굽힐 것이옵니다. 이것이 바로 왕도이지요." "으음, 그런 것이오?" "그렇습니다. 만약 레디안이 멸망하게 된다면 남부의 왕국들은 언제 제국이 자신을 벌할까 두려워 할 것입니다. 사실 레디안과 남부왕국들은 이미 수백 년간 지속되어온 왕국, 그들의 왕국 을 멸망시키고 땅을 빼앗는다 해도 두고두고 분란의 싸잇을 될 것입니다." "과연, 경의 말이 옳소." 아칸 1세는 바이가스만새도 10년동안 최선을 다해 민심을 얻으려고 했지만 결국 반란이 일어나고야 말았다. 라딘 경의 의견에 따라서 바이기스 왕국을 독립시키고 그들로부터 정식으로 평지를 얻지 못했다면 올해도 아무 일 없이 농사를 지을 수 있었다고는 확신하지 못했을 것이다. 사실 모든 왕국이 파스트를 대륙 유일의 제국으로 인정하게 되면 그야말로 큰일이 벌어지지 않는 한 제국은 영원히 유지될 것이다. 만약 어떤 왕국이든 신의를 저버리면 주변 왕국들은 절대로 그 왕국의 편을 들지 않는다. 그만큼 계약이란 신성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제야 아칸 1세는 라딘이 왜 그런 말을 꺼냈는지 깨달았다. 그는 자신이 레디안 제국을 숙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었다. 레디안 역시 자신이 다스려야 할 왕국 중의 하나일 뿐이다! 그로부터 보름 후, 아칸 1세는 레디안의 사자인 가이넨 공작이 수도에 도착 하자 즉시 알현을 허락하고, 레디안의 강화 요청을 쾌히 승낙했다. 그 후 아칸 1세는 길일을 택해 정식으로 다시 대관식을 열고 레디안 왕국이 바친 황금룡의 검을 왼손에 든 채 댕대륙 32개 왕국의 사신들 앞에서 이 대륙의 지배자로 부터 세상을 안정과 평화를 수호할 것을 빛의 신 샤이아에게 맹세했다. 그가 바로 역사에 기록된 파스트 제국의 초대 황제 아칸 대제이다. 그로써 브리시아 동대륙에는 300년 만에 모든 왕국의 인정을 받은 유일한 제국이 탄생했다. Chap 6. 최후의 만남 브리시아의 계절은 대한민국과 거의 비슷했다. 물론 북부는 춥고 남부는 더웠지만, 대부분 4계절이 뚜렷하고 세월의 흐름 을 몸으로 느끼게 했다. 첫눈이 오고 다시 얼음이 녹으면서 드디어 봄이 찾아왔다. 들에 피어난 봄꽃과 함께 자연스럽게 돋아난 풀들로 대지는 파란 색으로 치 장했다. 그러나 작년까지 전재으로 인해 수확이 적은 까닥에 많은 사람들은 굶주림 을 참아가며 살아야 했고, 이계인들도 식량 값이 오르면서 모험을 통해 얻는 수익 중 대부분이 식비로 소비되어 괴로운 나날들을 보내 고 있었다. 비록 파스트 제국이 레디안 왕국의 곡창 지대중 하나인 남동부 평야를 얻어 내년부터 기존의 두 배에 해당하는 식량을 생산하게 된다고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내년 이야기이다. 사람은 3일만 굶어도 힘들어 한다. 물론 예외는 있었다. 동부 해안 지방의 작년 농사는 풍년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 때문에 동부 해안 지방에 영지를 가지고 있는 이계인들은 식량을 팔아 상당한 부를 쌓을 수 있었다. 그중 가장 넓은 영지를 가지고 있는 자는 다름 아닌 아도 신성 기사단의 단 주이자 백작의 지위를 가지고 있는 드워프 권성 뭉치 폰 몬테크리스토였다. 그리고 그 모든 식량을 운반하는 운송업을 장악하고 있는 회사가 바로 (주) 라딘 상회였다. "흠흠, 지난 겨울 동안의 이익이 200만 골드를 넘었군. 이 정도면 대륙 상권을 완전히 장악할 수 있는 자금력이 되겠는데?" 라딘은 장부를 뒤적이며 열심히 계산한 후, 그 결과에 만족한 듯 중얼거렸 다. 파스트 제국이 동데륙을 완전히 장악한 이후 (주)라딘 상회의 앞을 가로막 을 존재는 어디에도 없었다. 오히려 이번 전쟁으로 인해 중공업, 토목, 식량 등의 품목까지 완벽하게 자 리를 잡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제는 가만히 있어도 지속적인 이익이 들어오게 될 것이다. 하지만 라딘은 아직도 만족하지 못하고 있었다. 회사 이익이 모자라서가 아니었다. 아직 뿌려놓은 씨앗을 다 수확하지 못하고 남아있는 것이 있어 그것이 항상 마음에 걸리는 것이다. "암흑마교, 이걸 어떻게 처리하지?" 장부 정리를 완전히 마친 라딘은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과거 마교는 레디안 왕국의 보물 창고를 털었다. 그리그 그 후 레디안 왕국과 타협하여 정식으로 세력을 넓히면서 얻은 재물 도 적지 않다. 물론 그중 절반은 이미 얻었지만, 아직 남은 것이 많았다. 1000만 골드! 그것은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남은 것을 포 기할 수 는 없다. 그것이 바로 라딘이 과거 혈월신마의 무덤 속에서 맹세한 철학이지 않은가? "그놈들의 본거지를 쳐들어가야 하는데, 어떻게 사람들을 설득하지?" 본거지에 보물 창고를 만들어 두었다. 나중을 위해서라도 핑계를 댄 후 한 푼이라도 낭비하지 않고 아끼고 아껴서 모두 그곳에 넣어두었다. 물론 라딘이 말하던 그 나중은 자신이 그걸 가지러 가는 때를 의미했다. 본거지 위치는 당연히 알고 있다. 다시 말해 그곳에 쳐들어가기만 하면 보물은 자기 것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마교의 본거지가 레디안 왕국 내에 있다는 것이다! 당연 한 일인가? "으윽, 그런데 어째서 그때는 그걸 생각하지 못했지? 그때 남동부 평야에 본거지를 만들었어야 했는데!" 라딘은 자신이 바보 같았다는 것을 인정했다. 하도 머리를 굴리다 보니 가장 단순한 것 하나를 빼먹었던 것이다. 쳔려일실(千慮一失)! 1000만 골드가 있는 곳을 아는데, 그곳이 남의 땅이라니? 그곳은 여전히 악령 기사가 이끄는 하이 드래곤의 영역이다. 때문에 그곳으로 함부로 들어가서 전투를 벌일 수는 없다. "후후후, 그래도 하이드래곤 길드를 꺾은 거니까!" 하이드래곤 길드를 생각하자 기분이 좋아졌다. 지금 가상현실 팬 사이트에서는 난리가 난 상태였다. 무적 하이드래곤 길드의 패배! 그것은 새로운 신화의 탄생이었다. 신마대전이라는 게임이 단순한 유저의 힘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이 이 로써 확실하게 드러난 것이다. 그리고 왕국과 제국이라는, 역사의 수레바퀴가 현실감 있게 굴러가는 모습 은 모든 유저들의 마음에 또 하나의 꿈을 심어주게 되었다. 결국 브리시아 세계에서는 또 하나의 진짜 세계가 자연스럽게 발전하는 셈 이다. "라딘, 안에 있니?" 미리네다. 오랜만에 카리브로 돌아와 아직까지 인근 복지 시설의 정비에 바쁜 그녀가 무엇 때문에 왔을까? 라딘은 신기하다고 생각하면서 얼른 일어나 문을 열었다. 물론 사업 장부는 금고에 넣은 후였다. "어서와. 그렇잖아도 미리네 너하고 놀러 가고 싶었는데 잘 왔어." "응, 아니, 나도 라딘하고 놀고는 싶은데 사실은 다른 용건이 있어서...... ." 라딘은 그럴 줄 알았다는 미소를 지으며 미안해서 말을 잇지 못하는 미리네 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사실은 말이야. 이번에 교단 쪽으로 들어온 정보에 따르면 레디안 왕국에 숨어 있는 마교의 횡포가 더 심해졌대." "어? 정말?" 라딘은 그에 대한 보고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놀란 얼굴로 미리네에게 확인 하듯 물었다. "응, 글세 왕국에 전염병이 퍼졌는데, 알고 보니 언데드에게 저주 마법을 걸어서 퍼뜨리는 병이래, 그 바람에 각 도시나 마을에서는 주변에 돌아다니는 언데드를 제거하려고 난리라더라. 낮에는 땅속에 숨어있다가 밤에 돌아다니며서 병을 퍼뜨린대." "아니, 그런 나쁜 놈들이?" 라딘은 진심으로 화를 냈다. 그 마법은 자신도 알고 있다. 네크로노미콘 안에 적혀 있는 마법 중 하나 이다. 좀비와 같은 하급 언데드를 이용하여 거는 마법으로, 언데드 한마리당 사람 열 명을 병들게 할 수 있느데, 사실 일정 레벨에 오른 사람에게는 별 효력이 없고, 또한 성직자의 치료 마법으로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에 쓸 만한 마법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지훔이 그 마법을 썼다는 것은 그가 세상을 원망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대도시와 같은 곳에서는 그래도 피하가 적겠지만, 일반 농가처럼 성직자의 수가 적은 곳에서는 피해가 클 것이다. 마교가 잠적할 때 함께 사라진 언데드 수는 약 5만, 그렇다면 50만의 일반 백성을 병들게 할 수 있다! "으윽, 독한 놈들." "응, 너무 심해! 도시 쪽은 그래도 성직자들이 치료해서 큰 피해가 없는데, 사막 부근의 작은 마을은 상당히 안좋대." 미리네 역시 화가 나는 듯 발을 동동 굴렀다. "그래서 말인데, 나랑 이 근처에 있는 사제들이 레디안의 남부로 가려고... ... 이곳 사람들에게 사정을 말하고 당분간 최소한의 인원만 남기고 가면 모두 500명은 되잖아." "뭐? 레디안으로 가겠다고? 안돼!" 라딘은 화를 냈다. 마교가 날뛰는 곳으로 가겠다니? 그녀는 성녀다. 그녀가 가면 마교에서 무슨 일이 벌일지는 보지 않아도 뻔 했다. "라딘......." "너도 알잖아? 마교 놈들은 너를 암살하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할 거라 고! 다른 사람은 몰라도 너는 안 돼!" "으응, 그래도 다들 위험한 건 마찬가지인데, 나만 안 갈 수는 없잖아. 그러지 말고 허락해줘. 이렇게 부탁할게." 미리네는 자신을 걱정하는 라딘에게 고개를 숙이고 부탁을 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라딘은 결국 한 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럼, 나도 간다." "응?" "나도 간다고. 500명이라고 했지? 대륙간 운항선이 곧 도착하니까 그걸 타 고 바로 남쪽으로 내려가는 거야. 그게 제일 빠르니까. 나하고 뭉치하고 그 외 길드 멤버 중에서 레벨 높은 사람 500명이 같이 가 자. 대륙간 운항선에는 1000명까지 탈 수 있으니까." "정말?" "응, 그곳의 사막 지데에도 고레벨용 마굴이 많으니까 사람들도 좋아할 거 야. 하이드래곤 길드에는 내가 나서서 타협해놓을 테니까." "고마워! 그럼 사람들에게 그렇게 알릴게." 미리네는 예상외로 이야기가 잘 되자 무척 기쁜 듯, 웃으면서 말하고는 밖 으로 뛰어나갔다. 라딘은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보다가 못 말리겠다는 얼굴로 고개를 절레절 레 흔들었다. 다시 혼자가 된 그는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을 바라보았다. 그동안 밀린 서류를 처리하느라 바빠 하늘 볼 시간도 없었다. 그래도 역시 하늘은 언제나 라딘이 자신을 봐줄 때까지 기다려준다. 그에 고마움을 느끼는 라딘이었다. 잠시 멍하니 구름을 감상하던 라딘은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역시, 뜻이 있으면 길이 있는 것인가? 리다려라. 1000만 골드. " * * * 확실히 배로 이동하는 것이 육로로 이동하는 것보다는 빨랐다. 대륙간 운항선이 도착되자마자 계획대로 남쪽을 향해 떠났다. 그리고 처음 계획과 달리 열 두척의 배는 지금까지 다른 배가 운항하지 못 했던 최단 항로를 개척했느데, 설산 덕분이라고 할 수 있었다. "끼잉, 설산 아저씨가 커졌어용!" 몽몽은 놀라서 소리쳤다. 지금까지 전투마로만 봐서 아무도 그것을 눈치채지 못했는데, 설산은 어느 새 크키가 100미텨 정도 커져 있었다. 그리고 모습도 약간 바뀌어 있었다. 머리 위에 물을 뿜는 콧구멍에서부터 등까지 하얀 털이 나 있었다. 마치 자신이 전투마였던 것을 기념하려는 듯 몸이 바뀔 때 무의식적으로 그 렇게 된것 같았다. 길이가 2미터 정도 되는 고래의 등갈기(?)라고 할 수 있었는데, 몽몽은 신 이 나서 그 수풀같은 털 사이에서 뛰어놀았다. '어떻게 된 거지? 설마 신수가 된 건가? 설산, 너 아직 1000레벨 이 안 됐 잖아?' '후후훗, 나 같은 천재는 1000레벨이 아니더라도 신수가 될 수 있다오. 라 딘경과 헤어진 후 이 카리브에 와서 1년간 수련했소.' '우와! 그럼 정말 신수가 된 거야?' '그렇소. 지금 나는 신수 대백경(大白鯨) 설산이오!' '이봐, 신수 명칭이 대백경이었어? 백경에서 그냥 대(大)자만 붙인 거잖아? ' '그냥 대(大)자라니? 그게 아무나 붙일 수 있는 건 줄 아시오? 인간도 그냥 왕하고 대왕하고 얼마나 큰 차이가 있소?' '어, 그건 그렇네.' 라딘은 적당히 설산에게 져주면서 신수가 된 그를 축하해주었다. 자신에게 밑질 것은 없다. 기분이 좋아진 설산을 살살 달래서 알아낸 정보에 의하면, 지금 설산의 생 명력은 100만이라고 한다. 과연 거대 해양 신수다운화끈한 생명력이라고 라딘은 감탄했다. 사실 설산은 이제 850레벨로 원래대로라면 신수가 되기에는 모자란 레벨이 었다. 그러나 사실 신수가 되는 조건은 레벨만 있는 게 아니다. 그 조건은 오직 유니크 기술의 습득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것을 위해서는 보통 성수 시절에 가지고 있는 최상급 기술을 마스 터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문제는 보통 그 최상급 기술이라는 것을 사용할 기회가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었다. 특히 거대 마물은 더욱 그랬다. 과거 이 레테 해를 지배하고 있던 크라켄의 경우를 보면 그가 가진 최상급 기술은 바로 소용돌이였다. 큰 기술인 만큼 사용할 기회가 거의 없었고, 결국 1000레벨이 되어 자동적 으로 마스터가 될 때 까지 유니크 스킬을 얻을 수 없었다. 마물 전용 최상급 기술을 마스터하면 1년간의 수련을 통해 진화 유니크 스 킬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설산의 경우도 사실 마찬가지였다. 그가 가진 최상급 기술은 바로 몸통 박치기, 그 거대한 고래가 몸통 박치기 까지 쓸 전투는 사실 많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설산이 나티크의 도움을 받아 전투마로 변신할 수 있게 되면 서 생겨났다. 항상 무리의 전면에 서서 모든 공격을 몸으로 받으며 쉬지 않고 몸통 박치 기와 뒷발 차기를 사용한 설산은 레벨 850이 되었을때 이미 그 기술을 마스터 할 수 있었다. 그 후 레테해로 돌아와 1년간 수련하여 몸통 박치기의 진화 유니크 기술을 터득함으로써 신수가 되었던 것이다. '호, 그럼 그 기술 이름이 뭔데? 킹크레켄은 메일스트럼이었지? 너도 그럼 그렇게 거대한 소용돌이와 해일을 일으킬 수 있는 거야?' '나는 그런 무식한 기술은 별로 선호하지 않소. 컴팩트한 기술을 좋아하는 편이오. 내가 얻은 유니크 기술은 바로 「회전 박치기」요!' '커헉, 회전 박치기?' 라딘은 피를 토하는 심정이 되어 귓말로 외쳤다. 설마 했는대 정말로 회전 박치기 기술이라니? 라딘이 놀라자 설산은 스스로가 자랑스러운 듯 설명하기 시작했다. 전투마로서 몸통 박치기를 마스터한 그는 바다에서 수련하는 둥안 고래러소 의 정체성에 론란을 느꼈다. 몸통 박치기 기술! 고래일 때는 1년에 한두 번도 쓰기 힘들던 그 대형기술 이 전투마가 되면서 하루 100번도 넘게 사용하게 되자 그 기술이 오히려 전투마에게 어울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나는 자랑스러운 고래가 아니겠소? 결국 전투마는 사용할 수 없는 고래만의 박치기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 소. 그것이 바로 회전 박치기! 전신을 회전시켜야 하기 때문에 전투마는 절대 사용할 수 없 소. 하하하하 하.' '이 멍청아! 전투마 모습으로 사용할 수 없으면 아무 소용 없잖아!' 라딘은 이를 바드득 갈았다. 기왕 익히는 것, 10단 연속 몸통 박치기 기술인 「백열두」를 익하면 얼마 나 좋은가? 신수씩이나 되는 설산이 바다 속에서 싸울 일이 얼마나 된다고 그런 쓸모없 는 유니크 기술을 익혔는가 생각하니 속이 타들어가는 리단이었다. '아, 그거야 라딘 경 사정이고, 난 이 회전박치기가 맘에 쏙 들고있소.' 설산은 태연스레 대답했다. 사실 그거 얻은 기술이야말로 해저에서는 거의 무적이라고 할 수 있는 기술 이기 때문이다. 만약 설산이 전력으로 해저 화산에 대고 그 기술을 사용할 경우, 해저 지진 까지 일으킬 수 있었다. 물론 아직 라딘과 설산은 그런 것 까지는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에고, 내가 미치겠다. 차라리 말을 말아양지.' 결국 라딘은 한숨을 내쉬었다. 생명력 100만의 궁극 방어벽을 얻은 것에 만족할 수 밖에 없다고 그는 생각 했다. -휘익, 척 "끼잉, 아빠, 설산 아저씨가 정말 신수가 된 거예용?" 한참 설산의 등 위에서 놀던 몽몽이 라딘의 어깨로 날아와 물었다. 몽몽은 설산과 라딘의 귓말을 들을 수 없기 때문에 라딘은 다시 몽몽에게 그가 들은 내용을 설명했다. "낑! 회전 박치기! 설산 아저씨~ 보여줘용." 이야기를 듣자마자 몽몽은 설산에게 조르기 시작했다. "꾸우우웅(그럴까?)" 몽몽에게는 한 없이 약한 설산, 지금이라도 수중에서 회전 싱크로나이즈 쇼 를 보일듯 꼬리지느러미를 기묘하게 회전하며 말했다. 라딘은 기겁해서 몽몽을 말렸다. "몽몽아, 설산 아저씨는 지금 해류를 보고 알려줘야 하니까 바쁘잖니? 나중 에 도착하면 보여달라고 하렴." "끼잉, 넹." 열심히 말리는 라딘의 말을 거역하지 못하고 몽몽은 김이 빠진듯 귀를 내리 며 대답했다. 설산도 이성을 되찾고 항구에 도착하면 근해로 나가 조용히 보여주겠다고 약속했다. '휴, 큰일날 뻔했네.' 100미터가 넘는 고래가 난동을 부리면 그 여파로 배가 뒤집힐지 모른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참, 그런데 몽몽아, 넌 신수 안되니?" "꾸웅, 그게용, 아빠. 제가 가진 최상급 마법이 바로 플레임 레인인데요. 스킬이 무지 안 올라용. " 몽몽은 풀이 죽어 대답했다. 그러고 보니 원래 몽몽은 마법사 마물이었다. 라딘은 아직까지도 어덯게 이 몽몽이라는 펫이 이렇게 도둑 기술을 좋아하 게 됐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플레임 레인, 그 마법을 마스터하려면 세상은 불바다가 될 것이 뻔하다. "하하하하, 괜찮아. 그냥 그대로 쭈욱 수련하다 보면 1000레벨은 금방이란다. 아빠가 도와줄 테니까. 열심히 수련하자꾸나." "끼잉. 넹!" 그들은 그렇게 지겨운 선상 생활을 보냈다. 그러는 사이 어느덧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나 1000명의 승객을 태운 선단은 무사히 레디안 남부 사막지대의 항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 * * 그들이 본 남부 사막 부근의 참상은 한마디로 심각할 정도였다. 굶주림, 그리고 질명... 레디안 왕국은 주요 도시만 철저히 관리할 뿐 이들 변경 마을은 거의 포기 한 듯 했다. 사실 물자도 병력도 모자라는 터라 그들로서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으리 라. 단순히 전염병을 치료하고 언데드를 제거하기 위해 온 500명의 라시에나 사 제들은 그 모습을 보고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당장 병이 아니라 굶어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너무해......." -휘익 미리네는 반 쯤 울면서 중얼거리더니 갑자기 고개를 돌려 라딘을 바라보았 다. 그녀의 눈이 빛나고 있었다. "헉!"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망했다! 생각해보니 미리네만큼은 정말 데리고 오지 말았어야 했다. 라딘은 속으로 울었다. 그러나 결단은 언제나 빨라야 한다. "염려 마. 이 선단으로 계속 식량을 실어 나르도록 할 테니까. 아마 올 가 을까지만 버티면 될 거야." "아, 정말 고마워!" 미리네는 자신이 말을 꺼네기 전에 라딘이 호쾌하게 말하자 감동한 듯 두 손을 잡고 말했다. 배 열척에 식량을 가득 채우면 인근 마을은 대부분 구제받을 수 있을 것이 다. 라딘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일단 급한 대로 자신들이 가져온 식량의 절 반을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면 그들은 다음 식량이 도착할 때까지 알아서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얘기해주었다. 고개를 끄덕인 미리네는 사람들에게 달려갔다.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라딘은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휴, 다행이군. 배로 실어나르는 양은 그래도 많지 않지. 기한도 왕복 두달 이니까 앞으로 세 번만 하면 되고, 만약 육로를 이용해서 대규모 수송을 하면 피해가 이만저만한게 아니지. 미리네가 그걸 눈치채지 못해서 다행이야.' 육로를 이용하면 해로의 열 배에 해당하는 식량을 옮길 수 있다. 왜냐하면 파스트 제국의 마차 운송업을 장악하고 있는 기업이 바로 (주)라 딘 상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럴 경우, 마차 운송업은 일단 마비되고, 비축한 식량도 대부분 사 라지고 만다. 아무리 미래를 위한 투자라지만 그것은 너무 많았다. 사실 라딘은 이곳으로 떠나기 전 이미 결정을 내린 터였다. 이번 기회에 남부 정기 무역선을 만들기로! 비록 지금은 서대륙과 무역이 끓기고 식량 생산도 적어 레디안 왕국이 일시 적으로 포기한 지역이지만, 올해 가을이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전쟁이 끝난 지금, 이제 곧 서대륙과의 무역도 이어질 것이다. 자신이 줄을 놔준다면 더욱 빠르게 시작될 수 있다. 지금 이들의 민심을 장악하면 앞으로의 사업에 도움이 된다! 그는 확신했다. 지금 카리브에서는 새로 대형 선박들과 중형 선박들을 제조하고 있다. 선원도 모집하는 중이다. 비록 남과 북의 운항로가 험하기는 해도 설산과 과거 대륙간 운항선을 만들 때처럼 당분간 가드를 해준다면 얼마 안 있어 항로는 안정되지 않겠는가? '신수되 됐는데, 더욱더 부려먹어야지. 암, 놀리면 그만큼 손해니까.' 그는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그들이 사막 부근의 지역에 퍼져 난민 구제 활동을 벌인 지도 벌써 한달이 흘렀다. 과연 500명이나 되는 라시에나 사제들이 발 벗고 나서자 각 마을의 질병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적으나마 식량을 나누어주자 그들은 삶의 희망을 찾고 사제들이 말하는 한 달 후의 추가 식량을 기다리며 나름 대로 살아남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 라딘 상회의 주인인 라딘 크러쉬볼트는 각 항구의 선원을 찾아가 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했다. 사실 대륙간 무역이 중지된 이후, 그들의 배는 대부분 놀고 있는 상황이었 으므로 그들은 망하거나 망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라딘은 그들에게 자신이 출자할 테니 대륙간 무역을 재개 하자고 제의했다. 당연히 그들은 환호했고, 이제 얼마 후면 새롭게 무역선이 떠날 예정이었다 . 게다가 그는 조선소를 찾아가 주인 없는 중고 선박을 고입했다. 그리고 그것의 수리와 보강을 그들의 조선소에 부탁했다. "조선소의 명예를 걸고 대양의 파도에도 버틸 수 있게 만들어 주십시오. 이 배들은 전 세계를 돌아다닐 것입니다!" 라딘은 힘찬 목소리로 말했다. 순식간에 30여 척의 중형 무역선과 6철의 대형 무역선이 라딘 상회의 소유 가 되어 인근 조선소를 바쁘게 만들었다. 물론 그 배의 가격은 평상시의 3분의 1에 불과했지만, 그들은 그것으로도 만족해했다. 어차피 쓸 데 없어서 버려진 배들이 아니었던가? 그들은 이 배들이 모두 항해를 시작하면 1년 전처럼 이 일대가 크게 흥하리 라고 생가가했다. 그리고 그 예상은 정확했다. 그렇게 라딘은 동대륙 전체의 항로대부분을 장악하고, 동쪽 평야에서 서대 륙으로 가는 항로와 남부에서 가는 가는 항로, 두개의 대륙간 무역 항로를 얻었다. 물론 이곳은 레디안 왕국의 영지이기 때문에 완벽하게 독점력을 행사할 수 는 없지만 그래도 이미 제국과 왕국이 형성된 이상 무역의 자유는 보장된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미리네와 500명의 사제들이 이 지역의 민심을 얻는 동안 라딘은 상권을 얻 었다. 이미 (주)라딘 상회는 다목적 기업으로서 전 세계에 뿌리를 내리고 웬만한 왕국의 힘보다 오히려 더 큰 영향력을 자랑하고 있었다. * * * 다시 한 달이 지나고 두 번째 배가 들어왔다. 항구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배에 시린 식량을 배급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 었다. 라딘은 그 모습을 보면서 지난 두 달동안 일이 잘 진행되었다는 것을 회상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마교의 자객이 미리네를 암살하려 했지만 베일에 싸인 호위 무사의 손에 의 해 모두 제거되었다. 그의 정체가 바로 몽몽이라는 사실은 몇몇 사람들만 아는 비밀이었다. 마교, 그들은 세상에 나오지 못하는 것을 원망하는 듯 끊임없이 문제를 일 으켰다. 그것은 이미 손해와 이익을 고려하지 않는 행위라고 할 수 있었다. 몇몇 고위 귀족들이 암살당했다. 레디안 왕실은 크게 분노하여 마교의 본거지를 탐색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단제 세 개의 분타를 찾아내을 뿐이다. 아마도 시아의 그림자의 첩자인 장로가 관리하는 곳일 것이다. 총단은 장로도 모른다. 오직 나지훔과 수석 장로만 알고 있는데, 아마 나지훔이 레디안 황성을 암 습하려던 계획이 새어나간 것을 알고 다른 장로들을 의심하여 총단으로 데려가지 않은 것 같았다. '나지훔. 재능은 있어도 인품은 없는 자.' 라딘은 그를 생각하며 고개를 저었다. 어떻게 1년도 되지 않아 한계 레벨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하지만 그 재능이 오히려 그를 버렸다. 그는 남의 눈치를 보지 않을 뿐 아니라, 인내심도 없다. 자신이 최고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총단에서 평생을 숨어 지내며 은밀히 세력을 키워야 한다. 그렇게 해야 마교가 이곳에 뿌리를 내리고 1000년을 유지할 수 있다. 그가 경거망동을 했고 그것이 실패한 이상, 이미 당대에 일어서는 방법이 없는 것이다. 세상을 잡을 기회가 어떻게 몇 번씩이나 오겠는가? 그것이 그의 운명이다. 하지만 그는 그럴 인내력도 없는 것 같았다. 그는 강력한 네크로맨서지만, 조직을 키울 경영 능력은 오히려 약하다고 할 수 있었다. 마치 300년 전의 혈월신마 같았다. "일단 그 문제는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라딘은 생각을 털어버리려는 듯 고개를 흔들며 소리를 내어 중얼거렸다. "오늘은 오늘의 일을 해야지. 암!" 강한 의지가 담긴 말. 그는 곧 사람들에게 일을 부탁한 뒤 전투마를 타고 어디론가 달려갔다. 악령 기사와 만날 약속 시간이 이제 3일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 * * -휘이이이잉~ 왜 서부극에서 최후의 결투 때 항상 황량한 황야의 바람이 부는 것일까? 라딘은 흙먼지를 동반한 이 바람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여어! 이미 와 있었군?" "오랜만입니다. 악령 기사님." "하하하, 그런가? 그러고 보니 게임 상에서는 그때 혈월신마의 무덤 속에서 본 뒤로 한 번도 못 봤지?" "그렇지요." 두 사람은 정말 오랜만에 만난 친구처럼 웃으면 인사를 나누었다. 넓은 하늘에 태양이 한가운데 장식하고 몇 개의 구름이 떠다니고 있었다. 바람은 약간 강하게 불고 있어서 사막 부근의 초원의 수풀들이 이리저리 괴 롭히고 있었다. "그런데 왠만하면 이런 황량한 초원보다는 조금 분위기 있는 숨에서 만나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요? 이 흙먼지는 정말 귀찮군요." "하하하, 나는 이제 익숙하거든. 벌써 10년을 넘게 이런 환경에서 산 셈이 니까. 파스트 제국은 숲이 많지?" "네" 담배 잎을 말아서 마치 시가처럼 물고 피우는 악령 기사... 그는 한참 웃으며 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하늘을 보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이번에는 완전히 당했어. 설마 이렇게 재수 없을 수가 있다니? 확실히 이 신마대전은 유저의 힘만으로는 승부를 결정지을 수 없다더군. 이계인은 어디까지나 이계인인 것일까?" "훗 룻 룻, 신세 한탄은 아무리 해봐야 소용없지요." "알아, 알아. 그런데 왜 나를 부른 거지? 그것도혼자 나오라고 하고 말이야. 난 그래도 바쁜 몸이라고." 악령 기사가 고개를 돌려 라딘에게 보며 물었다. 이미 하이드래곤 길드는 패했다. 그런데 라딘이라는 놈이 자신을 왜 불렀을까? "제가 듣기로는 하이드래곤 길드의 몇몇 간부들이 35서버로 이전한다고 하 던데 사실인가요? 하이드래곤 길드가 신서버인 35서버로 가는 것이?" "아, 그거? 대충 맞는 얘기지. 이제 이곳에서는 깨끗하게 패배를 인정하기로 했으니까. 이곳에 정을 붙인 사람들은 남겠지만, 아마 대두분 그쪽으로 갈 거야." "역시 그랬군요." 이제 1서버는 자신들 아도 길드가 장악하게 된다. 유일한 라이벌인 하이드래곤 길드가 패배를 인정하고 떠나기 때문이다. 물론 대학 연합이 주축이 된 아도길드는 일종의 연맹체와 같은 성격이므로 완벽한 통제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부담없이 가입하는 면도 있다. "그래서 말인데요." "응?" 라딘은 악령 기사를 똑바로 쳐다보며 힘주어 말했다. "악령 기사님에게 결투를 신청합니다!" "어? 네가? 나에게?" "혈월신마의 무덤에서 당한건 갚아야지요." "푸하하하,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었군?" 악령 기사는 크게 웃으며 눈앞에 서 있는 청년을 바라보았다. 어쩌면 그렇게 자신의 성격과 비슷할 수 있을까? 이놈은 장차 크게 될 거야! 악령 기사는 그렇게 생각하며, 입을 열어 말했다. "그런데 승산은 있니? 나 한계 레벨인 거 알고 있지? 레벨은 둘째 치고 일대일 대결 전적이 234전 234승이거든?" "알아요, 가상현실 팬 사이트 대문에 써있잖아요. 하지만! 이곳은 어나더 판타리아가 아니라 신마대전이지요." 악령 기사는 과거 최고의 가상현실 게임이었던 어나더 판타리아에서 무적의 존재였다. 글너 그에게 이제 게임을 시작한 지 얼마 안되는 라딘이 도전을 해왔으니 그가 기막혀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호오, 그래?" 악령 기사는 웃으며 라딘의 말에 대답했다.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동안 어느덧 해가 저물어 태양이 지평선 너머로 모습을 감추었다. 파란 하늘이 점점 어두워지고 두 개의 달이 그 못브을 희미하게 드러내고 있어싿. 라딘은 조용히 자신의 허리에 달려 있는 워해머를 손으로 잡으며 말했다. "나는 파스트의 자유 기사 라딘입니다!" -우우우우웅~ 불길과 같이 타오르는 밝은 성검의 오러가 그의 워해머를 감싸며 어두워지 는 공간을 밝히기 시작했다. 그 빛은 태양빛처럼 찬란하여 눈을 뜨고 직시하기 힘들 정도였다. "극대성검? 너도 한계 레벨에 도달했었나?" -챙 악령 기사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자세를 갇추고 나서 자신의 허리에 있는 롱서드를 뽑았다. 그의 입가에는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밟아주지." 그는 이를 드러내며 말했다. 달빛이 점점 밝아지고 있었다. * * * 두 기사는 섣불리 움직이지 못하고 서로를 응시한 채 빈틈을 노렸다. 한계 레벨에 이른 상대가 어떤 필살기를 가지고 있는지 확인하지 않고는 경 거망동할 수 없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긴장된 신경을 유지할 수 없는 법. 라딘은 시간이 더 흐르기 전에 자신이 공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여력을 남길 상대는 안지. 전력으로 가야 해.' "블러! 월락환무!" -파앗, 사사사사삭 라딘의 몸에서 푸른 청광이 나타나는가 싶더니 이내 그의 모습이 흐려졌다. 마치 유령처럼 희미하게 빛나던 그의 모습은 서서히 움직이면서 공간에 잔 상을 남겼다. 그와 동시에 다섯개로 갈라졌다. 똑같이 생긴 다섯개의 그림자. 어느것이 진짜인지 알려면 성직자가 최상급 마법인 「진실의 눈」을 사용하 거나 검성이 얻을 수 있는 유니크 스킬인 절대 시력 기술이 있어야 한다. "놀랍군, 아이템 능력인가? 기사용 아이템에 마법 사용 마법이 들어가는 경 우는 거의 없는데." 악령 기사가 감탄한 듯 말했다. 상대를 정확히 볼 수 없으므로 공격을 성공시키기 쉽지 않게 되었다. 물론 급소를 노리는 일 같은 정교한 공격 역시 불가능에 가까웠다. "갑니다! 「파워 브레이크」!" -슈웅 "이크, 시작부터 무기를 던지다니? 무서운 놈/" "차앗!" -다다다다 라딘은 자신의 워해머를 던지자마자 그대로 달려들었다. 그 모습은 그가 평소 실드 차지를 펼치는 동작과 비슷했다. "흥, 장난하나? 차지 기술은 일대일에서는 금기다!" -파파팟! 워해머를 정확하게 검으로 쳐낸 악령 기사의 몸이 그대로 세 개로 갈라졌다 . 다섯 개의 라딘과 세 개의 악령 기사가 벌이는 격돌! 그러나 라딘은 눈 앞의 세 인영이 모두 허상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걸렸군!" -타탁, 슈웅 돌아오는 워해머를 받자마자 그대로 점프해서 허공에 몸을 띄운 라딘은 그 대로 한 바퀴 돌면서 뒤로 다시 햄머를 던졌다. 한 번 당한 기술은 잊지 않고 기억한 라딘은 악령 기사의 이 「마환무음섬 」이 라는 기술이 세 개의 분신을 남기고 본신은 은신상태로 상대의 뒤로 돌아가 공격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틀렸어. 「강혼단」!" -퍽! "억! 앞에 있었네?" 그러나 악령 기사의 본신은 세 개의 분신 뒤에서 나타났다. 그리고 허공에 떠 있는 라딘의 몸을 두 손으로 잡은 롱소드를 이용해 그대 로 내리 베었다. 그의 기술 중 가장 큰 파괴력을 가진 강혼단을 정통으로 먹인 것이다. -파파파, 탁! "으윽, 뒤로 가는 기술이 아니었나 보네요?" "얼라? 너 괜찮냐? 이거 무지학 ㅔ강력한 기술인데." 악령 기사는 땅에 떨어진 라딘이 그래도 몸을 굴려 거리를 벌리고 일어나며 말하자 약간 놀란 듯 물었다. 분명히 세 개의 분신을 이용하여 상대의 본체를 파악하고 뒤를 경계하는 틈 을 타 급소는 아니더라도 강혼단을 정확하게 먹였다. 사실 강혼단이라는 기술은 강한 파괴력을 지닌 만큼 치명적이라고 할 만큼 패널티가 있었다. 그것은 검을 두 손으로 쥔 채 약 5초간 제자리에 서서 기를 모아야 한단느 것이다. 모두 실전에서는 거의 쓸모없다고 말하는 이 최상급 기술을 악령 기사는 익 혔다. 가장 강한 파괴력을 가진 기술인 만큼 그만한 매력이 있다고 주장했고, 지 금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해 보였다. 철판도 단번에 자른다 해서 강혼단(강철의 혼을 자른다)이라는 이름까지 붙 인 파워 필살기! 그런데 상대의 갑옷은 흠집하나 나지 않았다. "아, 무지 아팠어요. 세상에 내가 강혼단 같은 바보 기술에 얻어 맞다니!" 라딘은 무지 억울한 듯 소리쳤다. 5초동안이나 멍하니 서 있어야 발동되는 기술에 맞았다는 것을 누가 알면 두고두고 바보 소리를 들으리라! 그러나 사실 악령 기사는 세 개의 분신을 보내놓고 은신 삳태에서 바로 기 술을 시전한 것이다. 말하자면 세 개의 기술을 능숙하게 혼합한 것으로 단점을 상쇄하고 장점만 남은 연속기라고 할 수 있었다. "과연, 최고의 체력 기사라더니? 강혼단 한 방으로는 안 죽나보군." 악령 기사는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맘대로 오해하라지. 어차피 한 방이면 승부는 끝난다! 라딘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러나 사실 방금의 공방으로 악령 기사의 실력을 알 수 있었다. 상성도 별로 좋지 않았다. 그는 상대의 공격을 조금도 허용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공격하는 타입이다. 타고난 아웃 파이터! 자신처럼 치고 받는 와중에 살을 주고 뼈를 깎는 인파이터에게는 가장 안좋 은 상대다. '그래도 한 번의 기회는 있을 거야! 어절 수 없지. 이 작전만큼은 별로 사용하고 싶지 않았는데.' 라딘은 다시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상대가 강력한 기술을 사용하면 자신의 방어력이라고 해도 생명력의 손상을 받는다. 그것을 안 이상, 이제는 해야 할 일은 하나였다. "갑니다! 「낭트 전추술」!" -휘익, 파파파팍 기본 무공으로 싸우기로 했다. 말이 기본 무공이지 이 해머에 실린 힘이라면 충분히 악령 기사에게 치명적 인 데미지를 입힐 수 있을 거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악령 기사는 라딘의 워해머가 그리는 원의 궤적을 호나히 꿰뚤어보 는 듯 가볍게 피했다. -슈슈슈슉, 카카캉! 순식간에 네 개의 허상이 공겨을 받아 사라지고 본체만 남은 라딘의 전신을 악령 기사의 검이 각겨했다. 빠르다! 검이 7, 8개로 보일 정도로 빨라싿. 라딘은 그저 블렁 효과와 그동안의 수련 결과에 의지해 급소만 피할 뿌닝었 다. 그래도 볼티오스와의 전투에서 경험을 얻어 빠른 상대와 싸울 때의 대처법 을 알게 된 것이 다행이었다. "생명력이 높을 뿐만 아니라 방어력도 장난이 아닌건가? 하지만 아이템 성 능이 좋다고 이기는 것은 아니야!" -카카카캉! "으윽!" 더욱 거세지는 공격! 그러나 라딘은 묵묵히 방패와 전신의 갑옷으로 악령 기사의 검을 막았다. 때때로 여유있게 포션을 꺼내 마시고, 회복 마법을 사용하는라딘은 정말로 도산검림(刀山檢林) 속에 몸을 날리고 굴려도 죽지 않을 정도의 강력한 생명력을 지닌듯 했다. 그렇게 약 10분이 지났다. 악령 기사는 그래도 여전히 버티고 있는 라딘을 보며 욕이 저절로 나오는 것을 느꼈다. "네놈은 괴물이냐?" -카카카캉! '아직이다! 좀더 공격해보라고! 인파이터는 아웃파이터의 기운이 빠지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그동안의 공격은 모두 몸을 때워주지!' 라딘은 여전히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른 악령 기사의 공격을 받아내며 두 눈을 빛냈다. 스피드를 중시하는 악령 기사는 연속기를 이용한 빠른 연타 위주의 공격을 좋아할 것이라는 자신의 생각은 맞았다. 그렇다면 승산은 있다! 연속기는 한 방 한 방의 위력이 아무리 떨어지기 때문에 자신의 방어력이 들키지만 않는다면 그 효과도 없는 공격으로 자신의 스테미나, 즉 체력을 소모하는 결과가 되고 만다. 라딘은 버텼다. 악령 기사 또한 한계 레벨의 기사인 만큼 자신의 생명력은 서서히 떨어지고 있었다. 이제 생명력은 70퍼센트 남았고, 마나도 그 정도가 남았다. 그러나 기술 사용을 자제하고 잇는 만큼 체력은 거의 소모되지 않은 상태 였다. 10분간 수지 않고 두들겨 맞은 상대의 생명력이 아직 70퍼센트나 남았다는 것을 악령 기사가 알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자 자신도 모르게 기운이 났다. 라딘은 묵묵히 기다렸다. 악령 기사의 체력이 떨어져 그 움직임이 둔해지는 순간을! 자신의 공격을 그가 완전히 피할 수 없는 순간, 승부는 난다! 달빛을 받아 화려한 빛을 발하는 검날 사이로 라딘의 눈은 차갑게 빛나고 있었다. -위잉,쾅! "으음, 이상하군." 드디어 악령 기사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단순히 생명력과 방어력이 높다고 해도 인간인 이상 한계는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거의 20분 동안 쉬지 않고 공격했는데도 놈은 버티고 있었다. 이 정도라면 드래곤이라도 쓰러뜨릴 데미지다! 악령 기사는 속으로 그렇게 부르짖으며 전력을 세 번 찌르고 뒤로 물러나려 했다. 그러나 라딘은 틈을 주지 않고 따라붙으며 계속해서 악령 기사를 공격했다. "아직이다! 악령 기사, 한 번 붙으면 못 빠져나간다@" "으윽, 넌 인간도 아니야!" -퍼퍼퍽! 악령 기사는 슬슬 몸이 지치는 것을 느꼈다. 자신의 스테미너가 이제는 20퍼센트도 남지 않았다. 순간 그의 머리에는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만약 이놈이 자신이 모르는 어떤 기술로 버티고 있다면? 자신이 체력이 떨어지는 순간을 노리고 있다면? '설마 그런 기술이 있을까? 아니야, 이 게임은 뭐가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재미가 있는 거잖아.' 거의 모든 기술과 마법을 알고 있다. 하지만 자동 생성되는 기술에 대해서는 게임을 디자인한 성지은 팀장도 모 를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놈은 이상한 장재 기술을 얻은 것이 틀림없었다! "너, 내 공격으로 데미지를 거의 안 받고 있지?" 악령 기사는 확인하듯 슬쩍 물었다. "당연하다! 분노의 나의 힘! 투지는 곧 나의 갑옷! 너를 이길때까지 나는 쓰러지지 않는다!" -위잉~ "헉, 위험!" 너무나도 유치한 라딘의 대사에 넑이 빠진 악령 기사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리딘의 공격을 허용할 뻔했다. 바로 눈앞까지 다가온 위해머를 가까스로 피한 그는 더이상의 공격을 멈추 고 체력을 보존하면서 고민하기 시작했다. 믿어야 돼, 말아야 돼? 전신을 마법 방어 오러로 감싼 채, 극성대검을 휘두르는 라딘의 얼굴을 아 무리 살펴봐도 열혈 팰러딘의 투지 이외에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놈을 어떻게 해야 죽일수 있지?' 그는 라딘의 공격을 슬쩍슬쩍 피하면서 계속 고민했다. 그러나 이내 고민만 해서는 안된다는 생가이 들었다. 라딘이 다시 최상급 물약을 꺼내 마셨기 때문이다. '이대로 놔두면 저놈은 다시 회복할 거야. 수지 않고 물약을 마시는 걸 보면 분명히 생명력이 줄기는 줄어든 거거든!' 그러던 중, 드디어 악령 기사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자신의 검에 수백 번 찔리고 난도질당한 라딘의 갑옷. 여태까지 블러 때문에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그 갑옷 은 조금의 흠집도 나지 않았다! "아앗! 그 갑옷 때문이었군. 도대체 어떤 갑옷이기에 그런 방어력을 가지고 있는 거지? 이벤트 아이템인가?" "첫, 들켰나?" 라딘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마치 악랄한 장난을 치려다 들킨 아이의 얼굴과 같은 미소! 악령 기사는 이를 갈며 말했다. "결국 내스테미나를 바닥내려는 속셈이었군!" 드디어 라딘의 계획을 알아차린 악령 기사...... 그는 상대가 막대한 생명력과 상상을 초월하는 방어력을 가지고 자신의 체 력을 바닥내려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실 생명력은 회복 포현으로 치유되지만, 마나는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 회 복되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수단이 없다. 그리고 체력의 경우도 성직자의 축복이나 특별한 식량 등의 소모가 줄어들 뿐, 일단 소모되면 충분한 휴식을 취하기 전까지는 회복되지 않는다. 그리고 일단 체력이 떨어지면 기술 사용이 불가능해지고, 민첩성이 점점 떨 어져 급기야는 서 있기조차 힘들어진다. "하지만 늦었어! 간다!「홀리코멧」!" -파앗, 위이이이잉~ "헛! 「마혼환」!" 방패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 그리고 그것을 앞세워 돌진해오는 성기사! 악령 기사는 놀라서 신음성을 토했다. 그러나 역시 그답게 순간적으로 마혼환의 기수을 사용해 세개의 분신을 만 드러내는 것으로 라딘의 필살기를 피했다. "파워 브레이크!" -슈우우웅 "이익!" 다시 몸을 던지듯 하며 날아오는 워해머를 피했다. 상대의 생각이 눈에 보였다. 분명히 저 라딘이라는 놈이 그동안 체력을 아끼고 아껴서 아직까지 대부분 의 체력을 보존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다가 자신이 몸을 사리자 그가 적극적으로 공격을 가함으로써 자신이 쉬지 못하게 하리라는 것이다. 체력이 께속 떨어져간다! 이대로는 불리하다! 악령 기사는 이를 악물고 이 사악한 놈을 때려잡기로 했다. "강혼단!" 두 손으로 검을 자고 들어올리며 외치는 악령 기사, 그러나 열심히 공격하 던 라딘은 기가 막히는지 공격을 멈추고 물었다. "그거 허풍이지? 이름만 외치고 기술 발동 안 한거지?" 하기 야 가만히 서서 5초간 기를 모은 후 앞으로 내려치는 기술을 갑자기 싸우던 도중 사용하는 모습을 보면 누가 봐도 황당할 것이다. "알면서 왜 물어?" -캉! "아악! 어느 틈에!" 악령 기사는 라딘의 등 뒤에 있었다. 검을 들고 서 있던 악령 기사의 모습이 흐려지더니 사라지기 시작했다. "마혼무음섬? 이렇게 쓸 수도 있었나?" 경악한 라딘이 믿어지지 않는 다는 얼굴로 물었다. 그러자 악령 기사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제대로 한 방 먹인것이 틀림없었다. 이렇게 강력한 공격이라면 제 아무리 방어력이 높아도 충분히 상대에게 데 미지를 입히게 된다. "분신을 하나만 만드는 거지. 은신 상태로 뒤를 돌아서 공격하는 거고, 원 리는 같잖아?" "으윽, 사기 기술이야!" "너에게 듣고 싶지 않아! 「섬혼」!" -위이이이잉~ 악령 기사가 검을 앞으로 내민 채 무서운 속도로 달려왔다. 차지의 응용 기술인 섬혼은 검을 앞세운 채 돌격하닌 기술로, 그 역시 강력 한 한 방 기술이었다. "에잇! 「홀리 코멧」!" -파악, 위이이잉~ 라딘은 그대로 방패를 앞세워 검을 들고 서 있는 악령 기사에게 달려갔다. 섬혼과 홀리 코멧! 승부는 끝났다. 그러나 역시 이번에도 그 모습은 허상이었다. "섬혼!" -위이이이잉, 캉! "으윽!" -털썩 라딘은 등을 그대로 검에 찔리며 달려가던 관성에 의해 앞으로 넘어졌다. "후후후, 단순하군, 「강혼단」!" -위이이잉~ 쓰러진 라딘의 앞에서 검을 치켜든 악령 기사. 그의 전신 기력을 담은 일검이 몸을 일으키려는 라딘의 등을 노리고 내려쳐 졌다. "블링크!" -슉, 파악. "아니? 블링크? 기사가.." 헛손질을 한 악령 기사는 무척 억울하다는 얼굴로 한쪽에 나타난 라딘을 보 며 이를 갈았다. 도대체 이놈은 마법사인가 기사인가? 이제 그의 체력은 10퍼센트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벌써부터 반응력이 느려지고 있느 게 느껴졌다. '그래도 큰 거 두방을 먹엿으니, 앞으로 한두 방이면 끝나겠군!' 나름대로 계산을 끝낸 그는 투지를 불태우며 다시 자세를 잡고 라딘에게 서 서히 다가갔다. '으음, 어떻게 하지?' 라딘은 고민하고 있었다. 그런 무식한 공격에 두 번이나 당하다니? 자신의 생명력도 마나도 이제 30퍼센트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앞으로 그런 공격을 너댓번 만 더 당하면 죽을 것이다. 무적의 방어력을 가진 자신의 생명력을 물리 공격으로 이 정도까지 깎을 수 있다니? 정말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 '결국 비장의 수를 쓰는 수밖에 없나? 실패하면 마나도 바닥나버리는데? 저놈의 체력을 얼마나 남았을까? 이제 20퍼센트? 설마 30퍼센트?' 상대의 상태를 알 수 없는 것이 안타까웠다. 그러나 결국 라딘은 마지막으로 화끈하게 싸워보기로 마음먹었다. 물론 악령 기사는 두번 다시 당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이번 한 번으로 끝내야 했다. 실패하면? 끝까지 물고 늘어져서 자신의 생명력이 떨어지나 그의 체력이 떨어지나 해 보는 수밖에 없었다. "전격소환!" -우르르릉! "전격 소환인가?" 악령 기사는 먹구름이 모여들자 약간 신중하게 전진했다. 라딘의 기술인 선더 브레이크는 그도 알고 있었다. 낙뢰를 받은 워해머를 던지는 기술! 상대는 지금 그것으로 자신과 승부를 하려는 듯 했아. "좋다! 「마환무음섬」!" 자신의 필살기를 펼치는 악령 기사! 세 개의 분신이 동시에 라딘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지금! 「선더 브레이크」!" -콰르르르릉, 파앗, 슈우우우웅 전격을 머금은 워해머가 정면으로 달려오는 악령 기사를 노리고 날아갔다. 그러나 역시 그것은 허상이었는지 워해머는 그대로 뚫고 지나갔다. 악령 기사는 왼쪽 환상 뒤에 숨어 있었다. 그는 기척을 숨기고 「강혼단」을 펼쳐 한번에 라딘의 목을 노리려 했다. 블러 때문에 잘 안보이기는 해도 목을 제대로 맞힘녀 급소 공격이었다. 모험을 해서 방어력 무시 급소 공격을 성공시킴으로써 승부를 끝낼 생각이 었다. "받아랏!" -위이이잉~ -캉~ "으윽!" 가까스로 몸을 움직여 어깨로 검을 받은 라딘, 그의 생명력은 다시 10퍼센트 정도로 줄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라딘도 일방적으로 당하지 않았다. -팍, 파지지지직. "아악!" 어느새 돌아온 워해머를 잡은 라딘..... 악령 기사는 검을 통해 상당한 강도의 전기가 흘러 들어오는 것을 느끼며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토네이도!" -위이이잉, 쾅! "크아악!" 라딘은 워해머를 받아들이자마자 그대로 몸을 회전하며 한 바퀴를 돌았다. 전신을 회전해 팔방을 동시에 공격하는 최상급 기술 토네이도! 이것이 그가 마지막으로 익힌 최후의 기술이었다. 라딘의 공격을 제대로 받은 악령 기사는 단번에 자신의 생명력이 절반 이상 으로 날아가며 쇼크 상태에 빠져버렸다. 전기 충격에 순간적으로 몸이 굳어 그의 공격을 피하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 라딘의 방패가 빛났다. "홀리 코멧!" -파앗, 위이이이이잉~ 쇼크 상태에 빠지면서 방금 전의 공격으로 허공 중에 튕겨나간 악령 기사 는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하얀 빛덩어리를 보며 웃었다. 왜 그 순간 자신이 웃엇는지는 나중에 생각해도 잘 알수 없었다. -휘이이잉~ 전투가 끝나자 차가운 공기가 두 사람을 점거하고 있던 공간에 들어와 뜨거 웠던 열기를 식히기 시작했다. "끝났군." 라딘은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그는 한계 레벨의 기사답게 홀리 코멧에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체가 남아 있었다. 그리고 부근에는 악령 기사의 아이템 몇 개가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라딘은 그대로 악령 기사의 시체로 다가가 품속에서 꺼낸 부활 스크롤을 사 용했다. 사실 라딘은 가상현실 팬 사이트에서 악령 기사의 전투 동영상을 보고 연구 한 결과, 자신의 움직임으로는 절대 그를 잡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나주에 볼티오스를 상대로 시험한 결과, 그것은 정확한 판단이었다. 그는 전국의 기라성 같은 고수들 중에서도 정점에 선 자. 확실히 어렸을 때부터 나름대로 격투기 훈련을 받았다고자신하는 그였지만 마인호라는 자는 상대할 수 없는 존재였다. 더군다나 그는 보나마나 자신의 움직임을 최적화하고 그것에 걸맞는 기술을 사용할 것이 뻔했다. 사실 게임상의 전투에서 라딘은 프로급이라고 할 수 없었다. 본인도 그것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악령 기사를 이기고 싶었다! 결국 그가 내린 결론은 악령 기사의 움직임을 봉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후. 라딘은 연구했다. 실제와 게임의 차이를! 그리고 드디어 방법을 생각해냈다. 과거 자신이 몸에 달라붙은 와이트들을 상대하던 전법!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그 전법이야 말로 악령 기사에게 불의의 일격을 가할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 것이다. 방법이 정해지자 라딘은 연습했다. 상대의 공격이 자신에게 닿기 바로 직전에 던졌던 워해머를 되돌려 잡아야 한다. 파워 브레이크는 알고 보면 언제든지 던진 무기를 회수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을 이용한 공격! 그것이 바로 팔방을 모두 공격하는 「토네이도」이다. 과거 마교의 문지기에게 사용했던 「청염귀수」는 연금술로 만든 불꽃으로, 단지 사기친 것에 불과했다. 라딘은 자신의 힘을 수기기 위해 연금술을 이용한 화려한 비주얼 효과의 이 름만 필살기를 여러개 준비했다. 그러나 이 「토네이도」는 다르다. 강격보다 더욱 강한 회전 공격이다! 그리고 상대가 어디 있는지를 의식할 필요 없이 바로 발동할 수 있기 때무 에 상대가 전격에 달할 때에는 이미 그 기술을 발동한 상태가 되는 것이다. "다행이야. 이겨서." 라딘은 용케도 그를 이겼다고 생각하며 회색에서 원래의 몸으로 돌아오는 악령 기사를 지켜보았다. 전격 소환이 풀려 하늘에 모여 있던 먹구름이 다시 자연의 법칙에 따라 자 신이 있던 자리로 돌아가고 있었다. * * * 두 개의 달이 하늘 높이 떠서 빛나는 밤. 사막 근처의 초원에는 두 사람이 모닥불을 피고 앉아 말린 고기에 양념을 발라 굽고 있었다. "이거 의외로 맛있군! 자자, 라딘 군도 한 잔 들라고." "항상 소주를 싸들고 다니세요? 악령 기사님은 스타일이 와인이나 위스킨 줄 알았는데." "다 있어. 보통 상대에 따라 다른 술을 꺼내지. 라딘 군은 아직 학생이니까 소주를 마셔야지." "난 위스키가 좋은데." 술이 몇 잔 들어가자 슬슬 기분이 좋아지고 분위기가 부드러워졌다. 악령 기사는 소주병이 비자 다시 품속에서 한 병을 꺼내며 한숨을 쉬었다. "일대일 싸움에서 지다니, 쳇." 이제는 무적의 악령 기사라는 표현을 쓸 수 없게 된 것이 무척 안타까운 듯 했다. 그 모습을 보며 라딘은 우성ㅆ다. "다시 하면 제가 무조건 질 텐데요." "다시 한다고 이번 패배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젠장, 도대체 그 갑옷 방어력이 얼마나 되는 거야? 일반적인 공격은 아예 데미지를 못 주는 것 같던데?" "좋은 거예요. 하하하하." 라딘은 절대 보여줄 수 없다는 듯 웃었다. "그런데 악령 기사님은 이제 어떻게 하실 거예요? 서버를 옮길 건가요?" "음 사실은...." 그는 잠시 입을 다물고 생각에 잠겼다가 라딘에게 말했다. "라딘, 너 혹시 월드 서버 얘기 아니?" "예? 월드 서버요?" "음, 아직 모르고 있군." 악령 기사는 자신이 (주)세기 창조사에서 들은 내용을 천천히 말하기 시작 했다. 신마대전의 세계는 카르마수치에 의해 조정된다. 그런데 이계인들이 들어와 이 세계를 활성화시킴으로써 급격한 카르마 수치 의 증가를 가져오게 되었다.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세계를 관장하는 신들은 상급 차원인 어스의 이계인 들이 자신들의 세계에 들어오는 것을 허락하는 것이다. 카르마 수치가 상승하면 신들의 힘이 커지고, 결국 이 세계의 사람들도 점 점 발전하게 된다. 브리시아 서버의 경우, 이미 1단계의 레벨 제한이 풀려 NPC의 이 레벨이 10 퍼센트 정도씩 상승했다고 한다. "레벨 제한 봉인은 5단계까지 있는데 말이야. 그게 다 풀리면 NPC들의 레벨은 거의 두 배로 상승한다고 하더군. 즉 지금 레벨 500레벨의 마물이 1000레벨까지 상승하는 거지. 1000레벨에 도달하면 레벨은 안오르고 생명력과 마나, 그리고 기술만 늘어 난다더군." 악령 기사는 다시 소주를 한 잔 마시고 나서 말을 이었다. 이 일은 개발사의 2급 비밀이라서 일반 유저에게는 발표되지 않았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5차 레벨 제한이 풀리면 이 서버는 대변동의 시간이 다 가온다고 한다. 다섯 개의 서버가 합쳐 인구 10억의 거대한 세계를 구성한느 월드 서버 생 성 시스템! 그것이 바로 어스 시간으로 10년 후를 위해 세기 창조사가 준비해온 비장의 카드였다. "와! 대단하군요. 그런데 정말로 10억의 NPC를 제어할 수 있답니까? 2억도 힘들다고 들었는데요?" 라딘은 자신의 상식으로 인구가 다섯 배 늘면 서버의 부하가 1000배로 늘어 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지금 이 브리시아 서버도 슈퍼 컴퓨터를 이용해 움직이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것의 1000배의 부하를 견딜 수 있을까? 그런 의문이 들었떤 것이다. "그것 때문에 새로운 서버용 슈퍼 컴퓨터를 개발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미 국이 자국의 최고 머신인 오메가 시스템을 제공하기로 했다는군. 잘은 모르겠지만, 오메가 시스템은 현존하는 최고의 슈퍼 컴퓨터야." "헉! 오메가 시스템!" 라딘은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국방 전략 컴퓨터 태백보다 두 단계나 위인 시스템! 데미-인텔 시스템을 가진 태백은 가끔씩 그 오메가 시스템에 대한 정볼르 띄우고 언젠가는 자신도 그런 몸체를 가지고야 말겠다고 말하곤 했다. 라딘은 그런 그를 보며 현실적인 전략을 짜기 위해 인간의 욕심에 대한 감 정을 입력한 것이 태백의 인격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아버지 신무혼에게 말해주었떤 기억이 있다. 그렇게 태백의 버그 하나르 잡아줌으로써 그나마 태백의 무단 사용에 대한 벌을 받지 않고 넘어갔떤 것이다. "미국도 어지간히 이 신마대저의 노하우를 원하나 보군요. 그거 특급 비밀이잖아요? 오메가 시스템." "알고 있었꾼. 아무튼 그래서 생각보다 빨리 월드 서버를 구축할 환경이 되 었지. 결국 내년에 그 테스트 서버를 열게 되었다는군." "내년이요?" "응, 그런데 결국 월드 서버에서도 베타 테스터가 필요하잖아. 그것도 다섯 개의 다른 나라 테스터가 필요하게 된 거야." "음, 그럼 월드 서버는 다섯 개의 각기 다른 나라의 서버가 합쳐지는 것이 군요?" "그렇지, 하지만 문제는 이 월드 서버의 테스터들인데, 미국에서는 리차드 룬필드가, 중국에서는 왕진후가 참석한다고 하더군. 다른 나라에서도 대충 그런 식인가 봐." "헉, 철인 리차드하고 전뇌선인 왕진후?!" 라딘은 경악했다. 그야말로 세계 온라인 게임 시장의 최고 스타들 이름이 연달아 거론되었기 때문이다. 악령 기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해서 말했다. "결국 모든 나라가 신마대전 월드 서버의 중요성을 깨닫고 국가 차원에서 인재를 투입하기 시작한 거지. 그리고 한국 대표로는 내가 가기로 했어." "음, 그렇군요. 하기야 그런 인간 같지도 않은 사람들하고 붙으려면 악령 기사님 정도는 되어야하지요." "하하하, 칭찬이야? 놀리는거야?" "꼮! 그놈들을 밟아서 통일한국이 가상현실에서 최고라는 것을 보여주세요! 그리고 지금 사인두 몇 장 해주시고요." "염려마. 질 생각은 없으니까. 아무튼 그래서 하이드래곤길드의 핵심 멤버 100명을 데리고 그곳으로 가려 고 준비하던 참이지. 마지막까지 승리하고 가려 했는데, 막판에 져버렸네. 세력전에서도, 개인전에서도...." "훗훗훗, 졌으니까 미련없이 떠나시라고요." 라딘은 악령 기사를 보며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악령 기사는 그런 라딘을 보더니 다시 한숨을 쉬며 내가 이런 애송이에게 져서 이 수모를 당해야 하나 하고 중얼거렸다. "그래서 말인데, 라딘 군. 너도 같이 월드 서버에 가지 않을래? 너 정도의 재수와 열정이면 세계에 나가서도 충분히 통할거야." "넹?" 머리에서 쿵 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예상치 못한 제의였다. 월드 서버! 세계의 강자들과 겨룬다! 순간 가슴에서 뜨거운 불덩어리가 올라오는 듯 했다. 그러나 잠시 밤바람에 머리를 식힌 라딘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는 이 1서버를 지킬게요. 전에도 말했지만, 저는 다른 사람 밑으로는 안 들어갑니다. 언젠가는 꼭 악령 기사님을 스카우트할 거라고요." "푸하하하하, 역시! 알았어. 그럼 이 서버에서 잘해보라고. 남은 사람들을 부탁할게." "물론이지요. 이 서버 사라질 때까지 왕 잡고 안 놓을 겁니다! 제가 밀려나면 저에게 진 악령 기사님에게도 폐를 끼치는 셈이니까요." "엄청난 놈이군! 하하하하하" 밤하늘에 울려 퍼지는 악령 기사의 웃음소리는 1000레벨의 기사답게 지평선 끝까지 울려 퍼졌다. 그날, 두 사람은 진심으로 악수를 나누고 서로의 앞날과 미래의 재회를 기 원했다. 물론 라딘은 악령 기사에게 서버 이전을 하는 하이 드래곤 길드 회원의 아 이템 처분을 (주)라딘 상회가 맡고 싶다고 제의했고, 그 제안은 무사히 성공해 악령 기사의 아이템을 비롯해 서버 최고 고수들의 아이템 다수를 적정 가격에 라딘 상회가 입수하게 되었다. 일거에 많은 수의 고수가 이건하면 고급 아이템이 급격히 풀리기 때문에 떠 나는 쪽도 남는 쪽도 손해를 보게 된다. 두 사람은 그것을 충분히 고래하여 아이템 가격을 조정하였다. 그리고 두 사람은 헤어졌다. 그 후 신현진이 세계 가상현실 게임 협회를 창설하고 초대 회장이 되자 다 섯 명의 고문 중 한 사람으로 악령 기사 마인호르 초빙하기까지는 10년이란 세월이 걸렸다. 그 10년 동안 두 사람이 게임 세계에서 만날 인연은 없었다. Chap 7. 바람의 신전 -쏴아아아. 철썩 높이 수십미터가 넘는 거센 파도가 당장이라도 배를 뒤지버엎을 듯 거세게 배의 옆면을 때렸다. 그러나 능숙한 조타수는 그 방향에 맞추어 배를 조정하면서 조금씩 나아가 고 있었다. "라딘 경! 말씀하신 좌표까지는 이제 반나절만 더 가면 됩니다!" 선장인 모리너는 선주인 라딘에게 소리쳐 이제 목적지가 다가왔음을 알렸다 . 레디안 남부에서 카리브까지 한 달. 그리고 카리브에서 다시 이곳까지 한달 , 도합 두 달에 걸친 긴 항해였다. 대륙간 운항선의 선장이기도 했던 캡틴 모리너였지만 이렇게 남쪽 끝에서 북쪽 끝까지 항해해보는 것은 그로서도 처음이었다. "만세! 드디어 도착했군. 지루해 미치는 줄 알았어!" 옆에 서 있던 뭉치가 두 손을 들어올리며 만세를 불렀다. 크로키도 기쁜 듯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습니다. 조금만 더 힘을 내주십시오!" 라딘 역시 그동안의 항해에 지쳤는지 약간 힘 빠진 목소리로 그에게 부탁했 다. 확실히 힘든 항해였다고 되뇌며 그는 지난 두 달의 시간을 회상했다. 사건의 발단은 악령 기사가 넘긴 한 장의 지도였다. 오랜 세월동안 숨겨져 잇었던 듯 색 바란 양피지의 지도, 그러나 조금도 손 상된 곳이 없는 것을 보아 보존 마법이 걸린 마법 지도임이 틀림없었다. 그 지도는 세계의 북쪽 끝에 위치한 조그마한 섬을 가리키고 있었는데. 그 섬 중앙에는 하나의 건물이 그려져 있었고, 그 건물에는 '바람의 신전' 이라고 적혀 있었다. "지도에 적힌 항로가 파스트 동쪽 해안을 지나기 때문에 갈 수 없었지. 레디안이 파스트를 먹으면 가려고 했는데, 이제 라딘 군이 가는 게 좋겠군. " 악령 기사는 그렇게 말하고는 마지막 선물이라며 그 지도를 라딘에게 주었 다. 바람의 신전! 라딘의 두 눈은 더할 나위 없이 커졌다. 그 신전이야말로 전설에 내려오는 방랑신 나티크의 대성당이 아닌가? 라딘은 이래 뵈도 나티크의 성기사이기 때문에 두르이드들의 비전인 성전과 기록을 모두 관람할 자격이 있었다. 창세의 시절, 신은 자신들의 일을 도울 네 마리의 신수를 창조한후 자신들 의 힘이 이 물질계에 잘 전달되도록 각기 하나의 신전을 세웠다고 한다. 그 가운데 중립신인 나티크가 만든 신전의 이름이 바로 바람의 신전이라고, 드루이드들의 성전에 적혀 있는 것을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이 최초의 신전들은 각 신의 진정한 대신전으로 일종의 마굴과 같다. 안에는 가디안이 있고, 그 중심에는 마굴처럼 생명석도 있다고 한다. 즉 파괴도어도 세상 어느곳에선가 다시 생성되는 것이다. 물론 가디언의 레벨은 최고의 난이도를 자랑하리라 예상했다. 물론 악령 기사도 바람의 신전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는 듯했다. 그느 이런 초절정 퀘스트를 자신의 힘으로 이루지 못하고 라딘에게 넘기는 것이 억울한 듯 잠시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지도를 놓지 않았지만, 결국 남자답게 깨끗이 포기했다. 지도 반대편을 잡은 라딘의 눈빛에서 그의 아이템에 대한 탐욕의 광기를 읽 었기 때문이다. 조금만 지도를 늦게 놓았더라면 아마 다시 대결 모드로 들어갔을 것이다. 라딘은 모든 일정을 뒤로 미룬 채 가장 먼저 완성된 대형 범선을 타고 설산 과 함께 이곳까지 왔다. 크로키에게 연락해서 서대륙으로부터 지급으로 카리브로 오게 했다. 일단 카리브까지 다른 배들과 함께 온 다음, 카리브에서 식량을 실은 배들 은 남쪽으로, 그들은 북쪽으로 갈라졌다. 바람의 신전! 나티크 최초의 신전이 위치한 곳! 그곳에 무엇이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단지 라딘의 본능이 그곳에 가야 한다고 끊임없이 속삭이고 있을 뿐이다. '라딘 경, 시 서펀트(Sea Serpent)가 나타났소. 모두 세마리인데, 그중 한마리는 다른 놈들보다 두 배이상 큰 것이 아무래 도 그레이트 서펀트 같소.' 한참 회상에 잠겨 있던 라딘에게 설산의 귓말이 들려왔다. 라딘은 놀라서 뭉치와 크로키에게 그 사실을 알렸다. "뭐? 그레이트 서펀트? 그거 신수잖아?" "응, 신수 한 마리하고 괴수 두마리지, 가자고!" -휘익, 풍덩! 라딘은 그렇게 소리치며 바다로 뛰어들었다.뭉치와 크로키 역시 서로 한 번 마주 보더니 한숨을 내수니 후, 훔참기 스크롤을 사용하여 그대로 뛰어들었다. 어쨋거나 배가 파손되면 돌아갈 수 없으므로 무슨 수르 써서라도 그놈들을 막아야 했다. -휘류류류류~ 물살을 헤치며 다가오는 거대한 그림자, 그것은 설산의 말대로 바다의 깡패 라고 불리는 시 서펜트임이 틀림없었다. 중앙에 있는 거대한 서펀트는 역시 그레이트 서펀트였는데, 녹색의 수령인 일반 시 서펀트와는 달리 은색으로 은은하게 빛나는 것이 마치 실버 드래곤과 비슷했다. 사실 마법을 사용할 수 없고 레벨이 1000에서 1200 정도인 것만 다를뿐, 그 레이트 서펀트는 워터 브레스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바다 속에서는 드래곤과 마찬가지 존재라고 할 수 있었다. -크루루루루.( 나의 영역에 침입하다니? 신수의 규율을 무시하는 것이냐? 흰 고래._ -꾸웅꾸웅(본의는 아니었소, 나는 지금 신의 뜻으로 성기사를 따르는 몸, 그의 명이 모든 것을 우선하오._ 바다 공룡과 흰 고래는 일단 자신들의 언어로 대화를 시도했다. 아무래도 상대가 만만치 않은 거물인 만큼 섣불리 싸우기는 부담이 컸던 것 이다. 1000년이나 걸려 이제 겨우 신수가 됐는데, 한 번의 싸움으로 모든 것을 걸 기에는 잃을 것이 너무 많은 것이다. 그 바람에 싸우러 내려온 라딘과 뭉치, 크로키는 일단 정지한 다음 설산이 틈츰이 해석해 주는 내용을 들으며 서펀트 일가의 모습을 관찰할 수 밖에 없었다. -그루루루루루루(좋다. 단순히 북쪽의 섬을 찾아가는 것이라면 내 특별히 영역에 들어가는 것을 인정해 줄수 있다. 그러나 조건이 있다.) -꾸웅(뭡니까?_ 설산은 그레이트 서펀트 은망이 말하는 조건을 라딘에게 그대로 전했다. 어디까지나 자신의 주인은 라딘 경이고 때문에 그가 모든 일을 결정해야 했 다. 단지 거대 신수가 정식으로 싸우면 주벼의 해역은 난장판이 되고, 배 또한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도 말했다. 그레이트 서펀트 은망이 말한 조건은, 바로 서쪽으로 하루 정도 가면 나오 는 현무도에 사는 기생용 크리케샨을 죽이고 그 껍질을 가져오는 것이었다. 기생용 크리케샨, 그놈은 원래 시 서펀트 일족이었는데 좀더 강해지기 위해 기생룔이 되어, 현무도에 잣니을 몸을 파묻고 잠든 현무의 힘을 빨아들이고 있다고 한다. 이미 100년 동안 그 힘을 빨아들이니 크리케샨은 이미 은망과 비슷할 정도 의 힘을 길렀느데, 이제 100년 정도만 더 수련하면 레벨이 2000의 수독룡이 될 것이라고 했다. "헉, 현무도? 그거 어째 절설의 초신수 현무와 인연이 있는 것 같다?" 라딘은 저절로 입이 벌엊는 것을 느끼며 설산에게 물었다. 그러자 아니다 다를까, 설산이 대답했다. '그렇소. 이것은 물에 사는 모든 생물들이 지켜야 할 비밀이지만, 그대가 안 이상 숨길 이유는 없을 듯싶소. 현무도는 현무 할아버지가 잠들어 있는 모습이오. 바닷 속의 모든 질서를 만든 현무 할아버지는 1만년 전에 깊은 잠에 드셨다 고 아버지 백산이 말했소.' 그의 말에 의하면 원래 마수와 괴수, 그리고 성수 모둔 현무만큼 은 존경한 다고 한다. 가장 강한 해양 초신수이기 때문에 강자에게 굴복하는 자들의 본능이 그렇 게 만든 것이다. 그런데 크리케샨이라는 새끼 시 서펀트는 무슨 이유인지 강력한 힘을 원했 고, 그래서 본능의 사슬에서 벗어나 현무도의 바위틈에 살면서 잠든 현무의 힘을 빨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좁은 바위틈이기 때문에 거대한 몸을 가진 그레이트 서펕느의 은망은 그를 벌할 수 없었다. 그래서 시 서펀트의 수치를 외부의 존재에 맡기는 것은 참기 어려웠지만 , 신수 대백경을 수하로 둔 인간아리면 이미 신수의 힘을 가진 크리케샨을 처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와! 이건 정말 초대박이야! 전설의 대신전을 찾는 모험도 그렇고, 초신수 까지 볼 수 있다니?" 뭉치는 벌써부터 흥분해서 어서 가자고 조르고 있었다. 그러나 라딘은 냉정하게 머리르 굴렸다. 크로키 역시 고개르 저었다. "역시 이건 손해보는 장사지?" "그렇지, 일단 시 서펀트 일가는 공짜로 일을 해결하는 셈이 되니까. 그것 도 자신들의 운명이 걸린 큰일을 말이야." "음, 역시 정당한 거래를 하기 위해선 약간의 흥정이 필요하겠군." 라딘이 두 눈을 빛내며 고개르 끄덕였다. 뭉치의 말대로, 이것은 초대박이 틀림없다는 생각이 머리 속을 스쳐갔다. * * * 세 마리의 수중 공룡은 마치 그들을 포위 하듯 간격을 벌려 위 아래애서 라 딘이 자신들의 요구를 받아들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공짜로는 절대 그럴 마음이 없는 사람이 바로 라딘이었다. 목숨을 걸고 싸워서 시 서펀트들의 레어를 터는 것이 더욱 그의 성격에 맞 았다. 그러나 지금은 배가 있다. 라딘은 일단 그레이트 서펀트와 설산을 번갈아 보더니 설산로 귓말을 물었 다. '설산, 너 저놈하고 싸워서 이길 수 있냐?' '싸울 거요?' '아니, 그런데 괜히 저놈이 거들먹거리는거 같아서.' '음, 원래 신수끼리는 남의 영역에 들어가는 것이 금지되어 있소. 그런 경우는 대부분 서로의 영역을 빼앗기 위한 것뿐이오. 따라서 우리가 지나가는 것을 막을 권리가 있소.' '흠, 그렇단 말이지?' 라딘은 설산의 말투에서 그가 자신 없어 한다느 것을 깨달았다. 설산의 성격에 이길 수 있을 것 같았다면 '이유 없이 약한 자를 괴롭히는 것은 성기사의 할 일이 아니오!'라는 식으로 말했을 것이다. '좋아, 그럼 말이야, 우리가 이대로 물러나면 되는 거지? 저들의 영역에 침입 안하고 말야.' '그건 그렇소, 지금 이곳은 저들의 영역 안이지만, 내가 무례를 사과하고 그대로 물러서면 저들도 끝까지 공격을 가하지는 않을 것이오.' '알았어. 그럼 이렇게 하자.' 라딘은 설산에게 자신의 계획을 말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직접 거래하면 더욱 좋겠지만 해양 마물의 언어를 모르기 때문에 설 산을 통해야 했다. 그런데 문제는 설산이 손익에 따라 상대에게 보수를 요구하는 성격이 아니 라는 데 있었다. 결국 라딘은 설산이 일단 시 서펀트 일가와 흥정할 마음이 들게 만들어야 했다. 그리고 라딘이 진심을 담아 말하자 결국 설산은 넘어갔다. 사실 리생룡과 싸우는 것은 설산이 아닌 라딘과 크로키, 그리고 뭉치였다. 크리케샨은 바위 틈에 있기 때문에 거대 해양 마물은 그곳으로 들어갈 수 없는 것이다. 목숨을 걸고 싸우는 당사자가 정당한 보수를 주장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는 라딘의 요청대로 시 서펀트 일가와 흥정을 벌이기로 시작했다. -꾸우우우웅( 그런 위험한 일을 할 바에야 돌아가겠다고 주인은 말하고 있 소._ -쿠르르르르?( 뭐라고? 흠, 역시 인간에게는 무리인가?) -쿠우웅!(라딘경을 얕보지 마시오. 그와 그의 동료들은 인간중에서 가장 강 한 사람 가운데 하나요!) -쿠룩?(그런가?) 설산과 그레이트 서펀트의 대화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무르익어 갔다. 확실히 라딘의 생각대로 시 서펀트 일가는 100년 후에 크리케샨이 수독룡이 되어 나오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더구나 다른 존재는 거의 오지 않는 이 북쪽의 바다 속에서 이 일을 해결 할 수 있는 자는 없었다. 때문에 만약 라딘 일행이 정말 크리케샨과 싸워 이길 저옫의 힘을 가지고 있다면 그들로서는 절호의 기호라고 할 수 있었다. -쿠르르르르?(좋다. 인간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드디어 그레이트 서펀트는 라딘 일행에게 요구 조건을 물었다. 그들은 라딘 일행이 반드시 이 해역을 건너가야 한다는 것을 몰랐기 때문에 흥정에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흥정, 그것은 바로 자신의 약점을 감추고 상대의 약점을 캐내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그런 점에 있어서 라딘이야 말로 진정한 프로라고 할 수 있었다. 설산의 말을 들은 라딘은 가볍게 웃으며 자신의 요구 조건을 말했다. "앞으로 20년간 이 해역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얻고 싶어! 물 론 물고기를 잡는 조업도 할 수 있어야해!" "잉? 레어의 보물 반을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었어?" 옆에 있던 크로키가 의외라는 듯 물었다. 그러자 라딘은 고개를 저었다. "그런 조건을 들어줄 리 없잖아? 생김새랑 눈 빛만 봐도 저놈들이 자기 재 산을 얼머나 아끼는지 한눈에 알겠다. 아마 설산이 아니었다면 저놈들 바로 우리 배를 털었을지도 몰라." "그런가?" '흠, 그걸로 되겠소?' '응, 20년 동안 라딘 상회의 깃발을 단 배는 시 서펀트 일가의 영역을 자유 롭게 오갈수 있다고 하면 목숨 걸고 크리케샨과 싸우지!' '알았소. 그럼 그렇게 말해보겠소.' 설산은 즉시 그레이트 서펀트에게 라딘의 요구 조건을 말했다. 그들은 인간이 자신들에게 보물을 요구할 줄 알았는데 그런 조건을 내세우 자 의외라느 듯 큰 머리를 흔들었지만 결국 조건을 수락할 수 밖에 없었다. -쿠르르르르(인간이 오가는 것은 싫지만, 20년 정도라면 어쩔 수 없지. 승 낙하겠다.) "됐어! 이제 라딘 어업을 시작하는 거야!" "라딘 어업?" "응, 요 며칠간 낚시하면서 보니까 이곳의 물고기들이 무척 크고 맛있더라 고, 그리고 수도 무지하게 많고 말이야. 그러니까 원양 어선단을 조직해서 이 일대의 물고기들을 잡아 동대륙 전역 에 깔면 엄청난 이익을 챙길걸? 특히 생선이 귀한 남쪽 사막 지대까지 바로 실어 나르면 몇 배의 이익이 남 을 거야. 우리는 그럴 만한 배와 선원을 소유하고 있으니까 말이야." "흐미, 이제 마물 잡아서 아이템 얻는 거는 소시민 유저만 하는 일이 되는 건가?" 크로키가 질렸다는 듯 말했다. 확실히 라딘이라는 이놈은 어떤 일이 벌어져도 그것을 사업에 연관시키는 재능이 있었다. "좋아, 일단 하기로 결정했으면 어서 가자고! 난 어서 현무도라는걸 보고 싶어." 뭉치가 보채기 시작하자 라딘은 웃으며 끄덕이고는 설산에게 그 방향으로 자신들을 데려다 달라고 말했다. 그리고 일단 수면 위로 올라가 배에서 대기하고 있는 선원들에게 잠시 기다 리라는 명을 내렸다. 준비가 완전히 끝나자 물 위로 떠오른 설산의 등에 올라탄 라딘과 뭉치, 그 리고 크로키는 서쪽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하루라고 했으니 왕복으로 이틀이 걸린 것이다. 그 동안 라딘은 (주)라딘 상회의 새로운 전략 사업인 라딘 어업에 대해 완 벽한 구상을 끝내 놓을 것을 결심했다. 수평선 위로 지는 붉은 석양을 향해 나아가는 흰 고래는 노을빛에 젖어 분 혹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 * * -쏴아아아, 철썩~ 설산이 파도를 가르며 나아가는 속도는 보통 범선보다 두 배나 빨랐다. 라딘과 뭉치, 그리고 크로키는 파도 소리와 바람 소리를 질릴 때까지 감상 하며 서쪽으로 반나절을 가싿. "와, 저긴가 봐!" 뭉치의 환호성에 두 사람은 정면을 보았다. 과연 500미터 정도의 섬이 하나 보였다. "헉, 크기가 500미터 정도나 되네?" "위에서 나무도 많이 자라고 있는데? 저거 정말 살아 있는 거야?" 크로키도 믿기지 않는다는 듯 중얼거렸다. "설산에게 확인해봐. 저거 맞는지." "알았어." 라딘은 즉시 설산에게 귓말을 보냈다. 라딘도 궁금했다. 저 섬이 정말로 현무도 일까? 초신수 현무가 잠든 모습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현무는 500미터 크기의 초대형 거북이인셈이다. "설산, 저 앞에 있는 500미터 정도 크기의 섬이 현무도 맞아? 아무리 신수 라지만 어떻게 이렇게 클 수가 있지?' '무순 소리요. 빙산의 일각이라는 말도 못 들어봤소?' 헉? 그럼?' '현무 할아버지는 전장 3킬로미터의 초거대 신수란 말이오. 우리 해양 신수 중에서 가장 나이 많고 덩치도 큰 분이 바로 현무 할아버지 라오.' 라딘은 설산의 설명에 입이 딱 벌어졌다. 그리고는 곧바로 옆에 있는 뭉치에게 말했다. "와우! 뭉치야, 지금 우리 눈앞에 있는 거는 수면 위에 뜬 일부래. 전체 지 름이 3킬로미터라는데?" "헉, 무슨 생물이 3킬로미터나 돼? 이건 사이야!" "음냐, 상상을 초월하는군. 이거 칼로 찔러도 가죽이나 뚫을 수 있을까 모 르겠다." "크크크, 크로키, 잡을 생각이야?" "일단 견적을 뽑아봐야지. 내가 레이드 담당이니까. 보이는 마물은 무조건 전력 평가를 해서 데이터를 축적해야 되잖아." "쿠헤헤헤, 그래, 어쩌면 현무를 잡는 방법도 있을지 모르지. 하지만 아까 그 그레이트 서펀트부터 연구해봐. 그놈 말하는 게 상당히 마 음에 안 들더라. 지가 무슨 드래곤이라고 우리를 약자 취급한다냐?" 뭉치가 두 주먹을 부르르 떨며 말했다. 그러나 라딘은 고개를 저으며 크로키에게 말했다. "그놈들을 잡는 것보다, 어떻게 하면 길들일까를 연구해보자." "헉, 그놈들을 펫으로 만들게?" "응, 가능하면! 내가 생각하기에 가능한 한 많은 해양 마물들을 펫으로 만 들어 세계 해역을 장악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가장 필요할 것 같아. 전세계의 바다를 우리 것으로 만드는 거지." "허어! 그런 사악한 방법이? 맞아, 비행기도 없는 시대니까 바다를 장악하면 세계를 장악하는 것이나 마 찬가지군!" 크로키는 감탄했다는 듯 손뼉을 치며 말했다. 학실히 지금도 동서 대륙의 항로는 자신들이 장악하고 있느 셈인데, 그 외 남북 항로를 비롯한 각 주요 항로를 자유롭게 이용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해상 세력이 필요할 것 같았다. 라딘은 사실 서대륙의 해적 연맹과 동맹 관계를 맺었을 대붙터 바다 모험을 좋아하는 이계인들을 모아 해군을 창설하는 계획을 추진할 생각이었다. 그것을 대비해 각종 해역에 거주하는 마물들의 생태계를 연구하고 중요한 마물들을 집중적으로 포획, 해양 마물 군단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 그 생각을 크로키에게 정식으로 말한 것이다. 그렇게 세 사람이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혈기를 불태우고 있을때, 드디어 설산은 현무도 옆까지 접근했다. 설산은 자신을 따라온 그레이트 서펀트와 그의 두 자실과 대화를 나누더니 라딘에게 귓말을 했다. '옆쪽으로 300미터 정도 가면 물속에 갈라진 곳이 있는데, 그곳에 바로 크 리케샨이 있다고 하오. 준비가 끝나면 입구까지는 내가 같이 갈 수 있소.' '윽, 물속이란 말이지? 그럼 설산 너도 못들어오겠군?' '안타깝게도 전투마 상태의 나는 헤엄은 쳐도 잠수는 불가능하오.' '응, 알았어.' 상황 설명이 끝나자 그들은 설산의 말에 따라 전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상대는 보통놈이 아닌 신수갑의 해양 괴수이고, 또 싸우는 장소 역시 그의 구역이라고 할 수 있는 물속이다. "일단 설산의 설명에 의하면 그놈은 저 섬에 꼬리를 박아 넣고 있기 때문에 나오지 못한대." 라딘의 설명에 뭉치가 피식 웃으면 말했다. "뭐야. 그럼 장거리 공격으로 승부를 내면 수비게 끝나는 거야?" "아니, 그렇게 간단하지 않아. 현무도에 꼬리를 박아 그 힘을 빨아들이는 이상 회복력이 무시무시하대. 결국 억지로라도 꼬리를 자르든가 현무도에서 뽑아내야 된다는 얘기지." "으윽, 그걸 무순 수로 해? 그놈이 나보다 힘이 약하진 않을 텐데." 확실히 이번 일은 난제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라딘은 의미심장하게 웃으면 말했다. "뽑아내는 건 내가 생각이 있어. 일단 그놈을 바다 속으로 가라 앉히면 설산도 전투에 참가할 수 있잖아. 다 잘될거야." "호, 무슨 생각인데? 비밀이야?" "음, 별건 아니고 내가 그놈 꼬리를 잡고 매달리면 크로키 네가 나 있는 곳 으로 그래비트를 쓰면 돼. 뭉치는 그 사이에 놈이 날 집중적으로 공격하지 못하도록 방해해주고." "그러면 된단 말이지? 알았어. 그럼 일단 해보자." 이윽고 작전 회의를 끝마친 세 사람은 장비를 정검한 후 바다 속으로 뒤어 들었다. 물속으로 들어가니 확실히 뭉치와 크로키의 움직임은 부자연스러워졌다. 숨 참기 스크롤을 사용해도 물의 압력은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직 라딘만이 등에 레이번 마법으로 날개를 펼치고 그것을 이용해 자유롭 게 움직일 수 있었다. "라딘 좀 봐, 저건 완전히 날치다." 긴 날개를 퍼덕이며 앞으로 나아가는 라딘을 보며 뭉치는 그렇게 평했다. -파다다다다. 물살을 가르는 날개는 마치 고속 노즐처럼 파랑을 일으키고 있었다. 생각지도 못하게 레이번이 수중에서 이동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안 이 후, 라딘은 육지에서의 싸움보다 수중에서의 싸움에 더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육지에서는 일단 비행하면 추락하지 않기 위해 신경을 집중해야 한다. 그래서 다른 기술을 사용할 수 없다. 그러나 바다 속 에서는 자유롭게 상하좌우로 움직이면서 모든 기술을 사용 할 수 있다. 더욱이 과거 대륙간 운항선의 항로를 개척할 때 수 많은 마물들과 싸운 경 험이 있기 때문에 알고 보면 라딘은 수중전의 전문가라고 할 수 있었다. 라딘은 섬의 갈라진 틈으로 계속 들어갔다. 좌우 너비가 약 10미터 정도는 되는 그 틈은 신기하게도 입구 쪽보다 안쪽 이 약간 더 넓은 형태였는데, 위 아래는 완전히 트여 있었다. 동굴이 아닌, 그야말로 섬이 갈라진 틈이라고 해야 맞았다. "저곳이다!" 약 100미터 정돌르 나아가 드디어 가장 안쪽까지 도달하자 앞에 붉은 괴수 의 모습이 보였다. 피를 뒤집어 쓴 듯한 선홍색의 서펀트. 그러나 그 서펀트는 여느 종족하고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풋, 완전히 도롱뇽 아냐? 무지하게 길다!" 뭉치가 웃음을 참지 못하고 입에서 거품을 뽀글뽀글 뿜어대며 말했다. 확실히 그 서펀트는 말이 수중 공룡이지 완전히 뱀처럼 긴 몸을 가지고 있 었다. 가느다란 팔과 다리가 달려 있는 것으로 자신이 바다뱀이 아니라는 것을 주 장하고 있을 뿐이다. "야야, 불쌍하다. 너무 웃지마라. 알고 보면 쟤도 환경에 적응해서 살려고 저렇게 된 거잖아." 크로키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확실히 그의 말을 듣고 보니 꼬리를 섬에 박은 채 먹이를 잡아먹기 위해서 는 몸이 길어지지 않으면 불가능했을 것 같았다. -캬오오오오? (누구냐?) 서로 웃고 떠드는 동안 상대가 라딘 일행의 접근을 알아차렸다. 수중을 진동하는 기생룡 크리케샨의 포효는 세 사람의 귀와 피부를 울리게 했다. "시끄러워! 에잇, 빨리 시작하자. 크로키, 뭉치 간다!" "알았어! 「혼원일기공」! 「백보신권」!" "신성한 계약에 의해 연혼으로 묶인 자여. 나와서 나의 검이 되어라! 「소 환」!" -우우웅, 파파파파팡! 뭉치의 전신이 은은한 강기로 뒤덮이더니 그의 주먹닐에 따라 사람 머리만 한 강기탄이 앞으로 쏘아져 날아갔다. 그가 이번에 새로 익힌 최상급 권법 백보신권은 침투경과 격공장을 주로 삼는 근, 원거리 겸용 전천후 권법이었다. 한쪽에서는 주문을 외우며 마법 시약을 물에 푸는 크로키의 모습이 보였다. 마법 시약은 신기하게도 물과 섞이지 않고 저절로 마법진을 형성했는데, 크 로키의 주문이 끝나자마자 마법진에서 파란빛이 나더니 서서히 마물의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투명한 몸에 역시 투명한 수십 개의 촉수를 가진 마물, 크로키의 유일한 소 환수인 레이스 해파리 스텔스가 소환된 것이다. -핑, 핑, 핑 아무것도 없는 듯한 스텔스의 투명한 머리에 파란 빛의 구슬이 몇개 나타났 다 사라졌다. 주인인 크로키에게 자신이 할 일을 묻는 것 같았다. "저놈을 공격해! 아니, 촉수로 저놈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방해해!" 크로키는 자신의 마력이 담긴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대마도사가 된 이후 최상급 소환 마법까지 익힐 수 있게 된 그의 목소리에 는 700레벨의 레이스 해파리조차 충성을 맹세하게 할 정도의 힘이 들어 있었다. 스텔스는 과거 자신이 허접했던 주인을 선택했던 것이 예상외의 결과로 나 타난 것이 기쁜 듯 바로 머리 속의 구슬을 빛내 대답하고는 촉수를 일제히 크리케샨을 행햐 내밀었다. 마비독의 촉수와 함께 중간중간 전격 속성의 촉수까지 섞여 있는 바다의 공 포 레이스 해파리의 촉수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것이었다. "오옷, 스텔스가 이렇게 멋지게 자라다니? 좋았어! 간다!" 라딘은 용기백배하여 눈 앞에서 붉은 눈을 빛내며 자신들을 노려보고 있는 크리케샨을 행햐 돌진했다. 정식으로 전투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캬오오오오~ 거의 보이지도 않는 촉수들이 자신을 향해 다가오자 크리케샨은 다시 한번 크게 포효하며 입을 벌렸다. 그러자 놀랍게도 그의 입속에서 녹색의 독액이 뿜어져 나왔다. -치치치치칙 독액이 닿는 촉수는 바로 녹아버렸다. 그리고 녹색의 독액은 그대로 물과 섞이기 시작했다. -치치치칙 독액에 닿는 촉수는 바로 녹아버렸다. 그리고 녹색의 독액은 그대로 물과 섞이기 시작했다. "아앗, 저러면 이 일대가 완전히 독수로 변해버리는 건가?" 크로키 , 무슨 수 없어?" "난, 성직자가 아니야! 「냉기의 창」!" -슈슈슈슉 말은 그렇게 해도 크로키는 나름대로 손을 쓰고 있었다. 그의 몸주위에서 행성된 얼음의 창이 크리케샨의 입 앞에서 부딪치며 거대 한 얼음 기둥을 만들었다. 덕분에 독액 대부분은 그 얼음 기둥에 갇혀 물과 섞이지 못했다. "옷, 그렇군. 얼리면 되는 거야! 「혼원일기공」. 냉기 방출!" -고오오오오오오 뭉치의 두 손바닥에서 이번에는 순수한 강기가 아닌 냉기가 방출되기 시작 했다. 눈앞의 바닷물을 그대로 얼릴 정도의 극한 냉기! 그것으로 자신보다 두배나 큰 얼음 덩어리를 만들어 낸 뭉치는 그대로 그 얼음을 밀며 크리케샨 쏙으로 다가갔다. -키야아아아아아아아아~ 상대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느낀 것인가? 크리케샨은 화가난 듯 더욱 크게 울부짖으며 몸을 굽혀 자신의 꼬리 쪽을 중심으로 뭉쳤다. 마치 벽에 둥글게 몸을 만 것처럼 붙어 있는 그의 모습은 언뜻 겁을 먹은 것 처럼 보이기도 했다. "지금이야! 모두 밀어 붙여!" 독액 때문에 잠시 멈췄던 라딘은 즉시 고함을 치고는 크리케샨쪽으로 돌진 해갔다. 스텔스의 투명한 촉수도 다시 기세를 얻어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은 크리케샨의 속임수였다. -카오오옹~ 위이이이잉~ "아앗!" -퍽, 콰콰쾅! "아아악!" -핑, 핑, 핑 마치 스프링처럼 튀어올라 물살을 가르며 쏘아진 크리케샨은 자기 몸을 채 찍처럼 휘둘러 다가오는 스텔스의 촉수와 뭉치의 얼음덩어리를 단번에 부숴버렸다. 뿐만 아니라 재빠른 몸놀림으로 물살을 흔들어 라딘 또한 얼음 기둥 벽에 처박히고 말았다. "으윽, 이놈이 반항을! 죽인다!" 라딘은 이를 갈며 그대로 벼을 밟고 옆으로 선 채 뛰었다. 악에 받친 죽음의 질주가 시작되었다. "뭉치, 살아있으면 라딘을 엄호해! 「얼음의 창」!" -슈슈슈슉 "으윽, 알았어. 우랴아아! 「백보신권」!" -퍼퍼퍼펑! 승부를 오래 끌어봐야 좋지 않다는 것을 직감한 크로키는 스텔스에게 돌격 을 명함과 동시에 자신의 마력을 집중해서 단숨에 여덟개나 되는 얼음의 창을 만들어 냈다. 원래 그의 레벨과 마력이라면 네 개가 한계지만, 대마도사의 마법 보조 스 킬인 마력 강화를 사용한 것이다. 순식간에 그의 마나가 평소의 여덟 배나 소모되었다. 마나량의 절반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동시에 뭉치도 전신에 혼원일기공을 두르고 앞으로 돌진하며 쉬지 않고 강 기탄을 날렸다. 상대가 라딘보다 자신을 더 위험하다고 느끼게 해야 한다고 그는 생각했다 . 크리케샨은 뭉치의 노림수대로 자신이 일으킨 물살에 떠밀려 벽에 처박힌 라딘보다 몸통을 정통으로 얻어맞고도 멀쩡한 뭉치를 위험 인물로 지목했다. 물론 혼원일기공은 최고의 기공이라는 명성답게 최고의 공격력과 동시에 엄 청난 방어력의 호신강기를 소유자에게 보장해주기 때문에 뭉치가 위험한 드워프인것만은사실이었다. -크와아아아아! -위이이잉~ -퍽 "크어어억!" 물속이라서 확실히 움직이는 데 부담이 많았다. 뭉치는 크리케샨의 몸통이 채찍처럼 날아오는 것을 보고도 미쳐 피하지 못 했다. 호신강기 덕분에 즉사는 면했지만 거의 죽을 정도로 충격을 받아 뒤로 튕겨 나갔다. 그와 동시에 크리케샨의 입에서 다시 독액이 뿜어져 나왔다. -퓨학! -핑 핑 핑 용감하게 돌진하던 스텔스가 초록빛을 띠며 급히 몸을 돌려 물러섰다. 초록색은 그가 겁먹었을 때 내는 빛이다. -파파파팍 -크아아아앙~ 크로키의 얼음의 창이 크리케샨의 몸에 정확하게 박혔다. 두 발은 앞 발로 쳐냈지만, 남은 여섯 발이 그의 비늘을 뚫고 몸속에 얼음 송곳을 박아 넣은 것이다. 비명을 지르는 크리케샨... 그러나 그의 상처는 믿을 수 없을 정돌의 빠른 속도로 회복되었다. 아니, 그것은 순간 재생 능력이라고 할 만했다. "엄나나, 저놈 이제 보니 완전히 불사신이네!" 회복 물약을 마시며 겨우 숨을 돌린 뭉치가 그 모습에 질린 듯 입을 벌리고 중얼거렸다. 그래도 레벨 800의 대마도사가 혼신의 힘을 다해 날린 공격인데, 순간적으 로 따끔한 느낌밖에 못 주다니? 크로키도 황당한 듯 마법 시전을 멈추고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카오오오오오오! (어떠냐? 이놈들아. 너희들 공격은 나에겐 다 무효다!) 위협하듯 울부짖는 크리케샨은 마치 자신이 꼬리만 뺄 수 있었다면 뭉치와 크로키 다 죽였을 거라고 주장하는 듯했다. 사실 그것은 맞는 말이었다. 거의 1000레벨에 달하는 해양 신수의 힘은 몇몇 인간의 힘으로는 감당하기 쉽지 않은 벽이다. 같은 레벨이라도 중형 마물과 대형 마물, 그리고 해양 거대 마물의 차이는 그만큼 큰 것이다. 그러나 그가 미처 신경쓰지 못했던 하나의 변수가 있었다. -턱 "잡았다!" "오옷, 라딘!" 크리케샨의 거친 몸부림이 일으키는 소용돌이에도 굴하지 않고 계속 벽을 밟으며 돌진한 라딘은 그들이 싸우는 동안 어느새 크리케샨의 꼬리에까지 도달해 있었다. 그리고는 즉시 꼬리를 잡고 힘을 쓰기 시작했다. -끄으으으응차 -캬오오오오? -들썩 놀라운 힘이었다. 크리케샨이 놀라 비명을 지른 것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라딘이 힘을 쓰자 꼬리가 조금씩 뽑혀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와! 완전 천하장사다! 저건 무슨 기술일까? 순간적으로 힘을 올리는 기술 인가 본데?" "글쎄, 그런 기술은 들어본 적이 없는데, 자동 생성된 기술인가?" 두 사람이 신기해서 열심히 구경하는 동안 라딘은 젖 먹던 힘까지 써가며 꼬리르 뽑았다. 만약 바로 이놈이 버틴다면 자신은 독액을 뒤집어 쓰고 상대의 이빨에 씹힐 가능성도 있었다. 물속이기 때문에 무게의 효력이 떨어지는 것도 마음에 걸렸다. 결국 최선을 다해 일단 꼬리을 어느 정도 뽑아내기로 했다. 그리고 그가 예상한 대로 박힌 방햐응로 그대로 힘을 주자 조금씩 꼬리가 뽑혔다. -캬오오오오오~ -퓨학 조그만 인간의 힘에 자신의 꼬리가 뽑히는 것을 보고 놀랐던 크리케샨은 이 내 이성을 되찾고 화가 난 표정으로 입을 벌렸다. 그리고 독액을 라딘에게 뿜었다. "으윽, 이놈아! 냄새나잖아!" 그러나 상대는 라딘이었다. 땅 속성 저항력 역시 당연히 최고까지 올린 그에게 독은 16분의 1의 데미지 밖에 주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생명력을 약 10 분의 1이나 빠져나가자 라딘은 놀라서 소리쳤다. -크아아아아아앙~ -콱, 콱콱콱콱 믿었떤 독액이 힘을 못 쓰자 흥분한 크리케샨은 그대로 입을 벌려 라딘을 깨물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라딘의 몸은 마치 돌덩어리처럼 씹히지 않았다. 아니, 돌덩어리라면 그대로 가루가 났으리라! 그의 몸은 통짜 아다만타이트 덩어리와 같다고 할 수 있었다. "으윽, 안되겠군. 크로키!" 그래도 거대 괴수의 입속에 들어가 무사할 수 없는 노릇이기 때문에 라딘의 생명력은 게속해서 빠져나가고 있었다. 결국 라딘은 이정도면 되었다고 생각했을 때 크로키에게 신소를 보냈다. 자신의 몸무게, 그리고 크리케샨이 자신을 깨물고 있기 때문에 그의 몸도 대부분 마법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계산한 것이다. 이러고도 버틸 수 있으면 너의 꼬리 힘이 드래곤 이상임을 인정해주마! 라딘은 그렇게 생각하며 전력으로 만근추를 시행했다. "빛마저도 끌어당기는 신비의 힘이여! 「그래비트」!" -우우우우웅~ 순간 바닷물이 마치 찌그러지는듯 기묘한 파랑을 일으키며 일그러졌다. 그리고 만근추를 시전한 라딘은 자신의 무게가 스스로 누르는 것을 느끼며 필사적으로 정신을 잃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의 원래 몸무게는 약 1,5톤. 마스터 스킬의 만근추를 쓰면 15톤으로 변한다. 그리고 그 위에 중력을 다섯 배로 늘려주는 중력 필드가 몸에 걸리자 순간 적으로 75톤의 몸무게가 되었다. 물론 만근추를 사용하는 순간, 무게에 대한 자체 저항력이 생긴다. 하지만 그것도 한계는 있기 마련이다. 그나마 그의 힘이 1만을 넘어 50톤의 무게를 견딜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이랄 까? 그리고 이곳이 물속이어서 무게가 줄었다는 것도 도움이 되었다. -키이이이이이잉~ 크리케샨은 믿을 수 없는 압력에 비명을 지르며 얼른 자신의 이빨로 꼬리에 붙은 놈을 떼어내려고 했다. 그러나 이미 마법은 완벽하게 효력을 발휘하고 있었고, 자기 몸무게의 다섯 배와 이 조그만 75톤의 추를 감당할 힘은 그에게 없었다. -뽁 현무도에서 꼬리 끝이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크리케샨은 그대로 밑으로 떨 어지기 시작했다. 몸부림을 치는 크리케샨.... 그러나 라딘도 자신의 몸을 짓누르는 그래비트의 압력을 떨쳐버리지 못했다 . '오오옷, 정말 그놈을 떼어내는 데 성공했구려!' 이를 악물고 버티는 라딘의 귓가로 감탄한 설산의 귓말이 들려왔다. '빨리 끝내! 나 죽는다! 나 죽고 이놈 다시 구멍 속으로 숨어버리면 다시는 안 해!' '하하하, 염려 마시오!' 설산은 호탕하게 웃으며 즉시 떨어져 내리는 크리케샨을 행햐 머리를 돌렸 다. -꾸웅, 꾸웅 (타킷, 록 온!) -위이이이잉~ 돌진을 시작한 설산, 놀랍게도 그의 거대한 몸체는 마치 드릴처럼 회전하기 시작했다. -꾸우우웅~(회전 박치기!) -콰르르르르륵 "아아악! 이놈아. 그럼 나도 죽잖아!" 엄청난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돌진해오는 설산의 하얀 머리를 보며 라딘은 비명을 질렀다. 눈치를 보니 너무 흥분한 나머지 자신의 기술이 주변에 끼치는 민폐에 대해 서는 전혀 생각해보지 않은 모양이었다. "에잇, 살아야 한다! 「블링크」!" 역시 라딘의 갑옷은 무적의 사기 아이템이었다. 라딘은 즉시 만근추를 풀고 그대로 블링크를 사용하여 그가 크리케샨과 같 이 떨어져 내려온 섬의 틈새로 순간 이동을 했다. 그 바람에 겨우 몸이 해방되어 자신이 있던 곳으로 돌아가려던 크리케샨은 밑에서 돌진해오는 하얀 물체를 보자 기겁해서 비명을 질렀다. -키이이이이이잉! -쾅! -콰르르르르르! 크리케샨은 설산의 박치기에 정통으로 얻어맞고, 다시 설산이 일으킨 소용 돌이에 히말려 몸이 이상하게 꺾인 채 한쪽으로 튕겼다. 거의 죽은 것이나 다름없어 보이는 그의 모습에선 조금 전의 흉맹함은 조금 도 볼수 없었다. "좋아! 이젠 끝을 내주지. 「홀리 코멧」!" -파앗, 휘류류류류류 물살이 가라앉자 그대로 방패를 앞세우고 돌진하기 시작한 라딘. 그의 팡패는 크리캐샨의 머리를 정확하게 노리고 있었다. -쾅! -키이이이잉~ "어? 이놈이 안 죽어? 질기네! 연속 「토네이도」!" -쾅, 쾅, 쾅, 쾅! 계속 몸을 회전하며 그 힘을 이용해 크리케샨의 머리를 때리는 라딘의 눈은 이미 학살자의 그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라딘은 그대로 자신의 스테미나가 거의 다 떨어질 때까지 쉬지않고 한곳만 집중해서 때렸다. 결국 크리케샨은 회색으로 변했다. 그때까지 설산과 뭉치, 그리고 크로키는 거대 해양 괴수를 때려죽이는 인간 을 신기한 눈으로 구경하고 있을 뿐이었다. * * * 강한 자는 어디 가서도 대접을 받는다. 고등어자반을 먹어도 꼭 살이 통통하게 오른 몸통을 먹고, 똑같은 크기로 자른 케이크도 중아에 단 하나 있는 딸기가 있는 쪽이 배당된다. 크리케샨을 때려죽인 성기사 라딘은 그레이트 서펀트와 그 자식들에게 경이 의 대상이었다. 그레이트 서펀트는 긴장했다. 사실 크리케샨은 자신이 싸워도 꼭 이긴다고 볼 수 없는 강자였다. 그래서 인간들이 어덯게든 크리케샨을 현무도에서 떼어내 협곡 사이로부터 유인할 수 만 있다면 설산과 자신들이 처리할 계획이었다. 만약 크리케샨을 떼어내지 못해도 그에게 충분한 상처를 입힐 수만 있다면 그만큼 그의 성장이 늦어지게 되므로 상관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정작 전투가 벌어지자 자신들은 끼어들 틈도 없이 설산과 인간들이 크리케샨을 처리해버렸다. 그것은 다시 말해 자신들이 이들과 싸워도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는 이야기 가 된다. -쿠르르르르? (어떻게 인간이 크리케샨을 죽일 수 있지?) 그레이트 서펀트는 설산에게 물었다. -꾸웅, 꾸웅. (저 라딘 경은 원래 성격이 더럽소. 평소에는 그래도 괜찮은 데, 한번 시작하면 끝장을 보는 성미지요.) 설산의 순수한 인물평이 그레이트 서펀트에게는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그는 생각했다. 자신드과 싸워도 충분히 이길 승산이 있으면서도 예의를 지켜 그대로 물러 나려고 했던 것으로 보아 라딘이라는 인간은 확실히 성기사의 덕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설산의 말대로라면 일이 생겼을 때 절대 물러서지 않는 성격일 것이 다. 외유내강! 강한 자가 가지면 상당히 골치 아픈 성격이다. 괜히 모르고 건드렸다간 내키지 않는 사생결단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 다. -쿠르르르. (라딘이라는 이름, 잊지 않겠다.) 그레이트 서펀트는 정식으로 해양 괴수의 예를 지켜 인사하고, 계약에 따라 자신의 영역을 라딘과 그의 일행이 20년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때 라딘과 그 일행은 크리케샨이 죽으면서 떨어뜨린 비늘과 손톱, 발톱을 줍고 있었다. 비늘은 마치 드래곤 스케일처럼 급속의 성질을 지니고 있어 대장장이 기술 의 재료로, 손톱과 발톱은 조각 재료로 쓰일 것 같았다. 아이템을 모두 주운 라딘은 설산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며 서펀트와 인간 이 끝까지 서로 신용을 지킬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대답했다. "자, 그럼 문제가 해결됐으니까 다시 배로 돌아가자!" "그래, 이제 바람의 신전으로 가는 일만 남았군!" "후, 바람의 신전에서는 조금 편했으면 좋겠다." 세 사람은 설산의 등 쪽으로 다가가며 수다를 떨었다. 설산의 등위로 올라가면 설산이 수면 밖으로 떠올라 이동할 것이기 때문이 다. 그런데 그때 섬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르르르르르 "앗! 저것 봐!" 역시 신기한 걸 발견하는 이는 언제나 뭉치다. 뭉치가 비명에 가까운 함성을 지르며 가리킨 손가락 끝의 연장선은 섬의 반 대편 부분이었는데, 놀랍게도 그 부분이 서서히 부풀더니 크기다 300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용의 머리가 튀어나왔다. '현무 할아버지가 깨어났소!' 설산도 다급한 듯 다급히 라딘에게 귓말로 말했다. 한쪽에 있던 그레이트 서펀트도 놀라서 몸이 굳은 듯했다. "세상에! 머리 하나가 설산보다 훨씬 커!" 좀처럼 놀라지 않는 크로키조차 기가 막히다는 듯 멍한 표정으로 중얼거렸 다. 거대한 머리, 3킬로미터나 떨어진 섬 반대편임에도 전혀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박력 있는 크기의 머리가 라딘 일행이 있는 섬 뒤쪽을 향하더니 이윽고 서서히 감았던 눈을 떴다. 크고 검은 눈, 평소 여성의 미모를 묘사할 때 사용되는 이 문장이 지금 떠 올라 뭔가 이상하다고 라딘은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솔직한 감상이었다. -나를 깨운 자가 누구지? 인간이 섞여 있는 것을 본 현무는 인간의 말로 물었다. 마치 바다 전체가 그들에게 말하듯 울렸다. -꾸웅, 꾸웅 (백경족의 후손 설산이 인사드립니다. 현무 할아버지.) -쿠르르르르르? (서펀트 족의 은망이 인사드립니다. 잘주무셨습니까?) 거대 해양 신수들이 마치 어른을 만난 꼬마처럼 고개 숙여 인사를 했다. "중립신의 검, 라딘입니다." 라딘도 잽싸게 격식에 맞추어 자기 소개를 했다. 이런 거물에게 지금 자신의 이름을 알리지 않으면 언제 알리겠는가? -그런가? 그래와 서펀트, 그리고 인간이라니, 재미있군. 아직 잠이 깬 건 아니다. 머리만 잠시 깬 것이지. 자는 동안 자꾸 발가락 사이가 간지럽다가 방금 따끔하더니 시원해지던데, 그대들이 발가락에 낀 벌레를 제거했는가? "헉, 벌레." "그래도 벌레는 좀 심하지 않냐?" 크로키와 뭉치가 왠지 억울한 느낌이 드는 듯 중얼거렸다. -쿠르르르르(죄송합니다. 현무님) 그레이트 서펀트는 자기 일족의 문제로 위대한 바다의 왕 현무가 잠을 깬 것에 대해 사과하고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흠, 그러니까 전대 서펀트 일족의 대장이 너와 싸워서 지나 그 새끼중 한 마리가 승부를 불복하고 내 피를 빨아먹으며 자랐단 말이지? 쯔쯔, 내 피는 어떤 마물들과도 섞이지 않아 고통이 심했을텐데, 그 아이가 불쌍하군. 현무는 머리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그 바람에 주변 바다가 요동을 쳤다. -인간이여, 그대가 나의 간지럼증을 해결해주었으니 이제 나는 편하게 잠들 수 있게 되었다. 그럼 그대의 여행에 축복이 있기를. 볼일이 끝난 현무는 그렇게 말하더니 천천히 눈을 감았다. 상솽을 파악했으니 다시 자려는 것이다. 그러나 그가 볼일이 끝났다고 라딘도 끝나는 것은 아니다. "앗, 잠깐만요!" -뭐지? 감기려던 눈이 약간 커졌다. 빨리 말하라는 분위기였다. 라딘은 그 모습을 보며 속으로 욕을 퍼부었다. '야, 이놈아! 신세를 졌으면 은혜를 갚아야 하는 거 아냐? 기껏 깨어나서 사람 마음을 설례게 하고는, 그대로 다시 자? 네가 그러고도 초신수냐?' 솔직히 초신수가 깨어났을 때 그는 속으로 환성을 질렀다. 기본적으로 이런 식으로 사건이 전개되면 무언가 그럴듯한 아이템을 선물로 주지 않는가? 그것이 게임의 법칙이라고 라딘은 믿어 의심치 않았었다. 그러나 꿈이 깨진 지금, 라딘은 급히 현무를 불러 세우고 고속으로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이대로라면 억울해서 잠도 잘수 없다! 상대가 줄 맘이 없어도 내가 얻어내 지 않으면! -핑 머리 속에 한줄기 섬광이 일었다. 라딘은 즉시 웃으며 현무에게 말했다. "현무님이 주무시는 동안 현무도를 저희가 조금 이용해도 되겠습니까?" -응? "이 근처에는 마땅한 섬이 없어서 항해하는 데 애로가 많습니다. 괜찮으시다면 주무시는 동안 수면위에 있는 부분을 저희가 이용하고 싶습니 다." -으음, 내 등 위를? 상관없겠지. 단, 나를 깨우지 마라. 현무는 더 이상 이야기하는것도 귀찮다느 듯 대충대충 허락하고는 그대로 눈을 감았다. 머리만 깨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빨리 그대로 잠들고 싶었던 것 같다. 곧이어 그의 머리는 서서히 몸체 속으로 들어가버렸다. "흐흐흐, 됐다. 들었지? 분명히 허락을 받았어." "어, 그런데? 이 섬을 어디다 쓰게?" "당연히 해상 기지로 사용해야지! 크로키, 여기에 대형 전략 항구를 만들자 ! 유사시에는 배를 이용해서 이걸 끌고 이동하는 거야! 말하자면 이동 기지가 되는 셈이지!" "오옷, 그런 방법이!" 크로키는 그제야 라딘의 계산을 이해하고 크게 감탄했다. 비록 현무도가 크다고는 하나 물 위에 떠 있는 이상, 수십 척의 배로 끌면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게 되면 언제든 필요한 위치에 전략 항구를 대기시킬 수 있는 것이다. '현무 할아버지를 항구로 쓰겠다니? 어떻게 그럴 수 있소?' '뭔 소리야. 본인이 허락했는데, 아닌 거 같으면 다시 깨워서 물어봐.' 설산의 항의는 라딘의 한마디에 그대로 묵살되었다. 현무를 다시 깨웠을 때 어떤 일이 생길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또다시 세상을 놀라게 한 라딘 해운의 이동 기지 현무도는 그렇게 세상에 나왔다. 설산과 그레이트 서펀트는 라딘 일행이 현무도의 비밀을 지킬 것을 맹세하 자 결국 포기하고 그들이 현무도를 이용하는 것을 허락할수 밖에 없었다. "이젠 정말 바람의 신전으로 가자!" "응, 그래도 이번 여행은 정말 유익했어." 그들은 기쁜 표정으로 설산의 등 뒤에 올랐다. 배 안의 사람들이 불안한 심정으로 자신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았다. "설산, 빨리 가자." '알았소.' -꾸웅, 꾸웅 설산은 크게 두 번 울더니 라딘 일행을 태우고 그대로 자신이 왔떤 던쪽을 향해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 * * "섬이다!" 전망대의 선원이 소리쳤다. 카리브 항구를 떠난 지 근 한 달, 한번도 가본 적이 없는 망망대해를 항로 지도 하나 믿고 떠난다는 것은 어찌 생각하면 자살 행위나 다름없는 일이지만, 파스트의 자유 기사 라딘의 명성에 힘입어 그들은 용기 를 냈다. 그리고 목표로 한 섬을 발견할 수 있었다. 사실 이 섬을 지키는 문지기나 다름없는 존재가 바로 시 서펀트일족이었는 데, 그들이 배의 통과를 인정하고 섬의 정확한 위치까지 가르쳐주었기 때문에 이후에는 나름대로 평온한 항해를 했다고 할수 있었다 . "자, 그럼 다른 선원들은 해안에서 대기하도록 하고, 우리는 섬 중앙에 있 는 신전으로 가자." "알았어. 바다에서 공격당할 위험도 없으니 선원들에게 편히 쉬라고 할 수 있겠군." 상의가 끝난 라딘은 선장에게 상륙과 정박, 그리고 대기를 명했다. 그리고 반나절이 지나자 모든 선원들이 해안가 숲에 텐트를 치고 주변을 정 찰했다. 아무래도 이 섬에는 마굴이 없는 것 같았다. 별다른 마물이 발견되지 않았다. 선원들의 안전이 확보된 것을 보고서야 라딘과 크로키, 그리고 뭉치는 떠났 다. 물론 전투마로 변한 설산도 동행했다. 숲을 지나자 약간 높은 언덕이 보이고, 바닷가에서 보이던 뾰족한 첨탑의 지붕을 가지고 있는 신전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하하하하, 결국 이 브리시아 최고의 퀘스트를 우리 손으로 풀게 되는군!" 뭉치가 참을 수 없다는 듯 크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나 라딘은 그런 뭉치의 머리를 가볍게 손으로 누르며 주의를 주었다. "이봐, 이제부터 시작이잖아. 저 안에 뭐가 있을지 누가 알아? 조심하자고. " "음, 그런가? 하기야, 아까 현무 보니까 기가 팍 죽더라." "그런 거지." 세 사람은 흥분을 가라앉히고 조심조심 나아가싿. 그러나 언덕을 올라갈 때까지도 마물은 보이지 않았다. 선선한 산들바람이 긴장으로 상기된 그들의 뺨을 스치고 지나갔다. 꽃향기까지 느껴진느 것이 북부의 한랭 지대가 아닌 것 같았다. "놀기 딱 좋은 날씨네, 일단 낮잠이나 한숨 자고 싶다." "뭉치야, 넌 역시 거물이야. 긴장도 안 되니?" "무도가는 항상 명경지수의 마음을 유지해야 하는 거야!" "우엑, 내가 어쩌자고 이놈에게 음양쌍마공을 넘겼을까. 그냥 전사하라고 내버려두는 건데." "하늘도 나의 재능을 두려워하지, 하지만 질투해도 소용없어." 확실히 뭉치란 이 드워프와 3분만의 이야기를 나누면 어떤 긴장감도 다 해 소된다. 이것도 재능일까? 라딘은 고개를 끄덕이며 신중하게 신전 문을 열었다. -스르르륵 높이 10미터나 되는 문이 라딘의 힘으로 밀지 소리 없이 열렸다. 그들은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갔다. "누구 있냐고 외쳐볼까?" "너 말이지...." 라딘은 뭉치를 노려보다가 마음을 바꿨다. 생각해 보니 어차피 안에 마물들이 무덕로 있는 것이 아니라면 당당하게 가 디안을 부르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안으로 들어가다가 감당하지 못할 놈이 튀어나모면 끝장나는 것 아닌가? 차라리 입구에서 가디안을 확인하고 안 되겠으면 도망치는 것이 좋지 않을 까?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라딘은 고개를 끄덕이며 뭉치에게 말했다. "불러." "응?" "누가 있는지 부르라고." "옷, 정말? 알았어." 뭉치는 모처럼 자신의 의견이 통과되자 의기양양한 얼굴로 걸어나갔다. 라딘은 혹시 무슨 일이 일어날까봐 자신의 방패를 슬쩍 열린 문틈에 끼우고 도망칠 준비를 했다. 크로키 역시 라딘의 심중을 눈치챈 듯 로브 자락을 허리에 묶어 뛰기 편하 게 했다. "누구 없나요? 드워프 권성 뭉치와 두 명의 동표가 찾아왔습니다~~~~~!" 걸걸한 드워프의 음성이 사원 내부에 울려 퍼졌다. -휘이이잉~ 역시 아무 반응이 없었다. 뭉치는 고개를 갸웃하더니 다시 심호흡을 하고 크게 외쳤다. "이봐요? 여기 주인없는 사원인가요? 없으면 그냥 우리 마음대로 뒤집니다! " -뒤집니다아아아아아아~ 메아리 소리가 들려왔다. 인기척은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아무도 없나 본데?" "음, 그런가?" 일행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천천히 안으로 들어갔다. 안쪽은 제법 넓은 홀로 되어 있고 전면에 2층으로 올라가는 회전계단이 있 었다. 창세 시절부터 존재해왔다는, 신이 직접 만든 신전. 그러나 신기하게도 내부에는 먼지 하나 없었다. 바닥은 파스트 제국의 황실에서 쓰는 것보다 더 화려하고 푹신한 카펫이 깔 려 있었고, 사방의 벽에는 황금으로 만든 촛대에 굵은 초가 휘황찬란한 불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저 초들은 얼마나 오래 탄거지? 아니면 누가 관리하는 사람이라도 있나?" "아마 있겠지. 들어가보자고." 층계를 올라가니 안쪽 복도로 들어가는 통로 사이로 여덟 개의 석상이 있었 다. 그리고 그 앞에는 이렇게 씌어 있었다. -신에게 경배하는 자만이 이곳을 방문할 자격이 있다. "신? 이 여덟 개의 석상 중 하나가 신의 석상이라는 소린가 봐. 그런데 어느 게 진짜지?" 크로키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올바른 석상에게 절하라는 소리 같은데, 만약 틀린 석상을 고르면 무슨 일 이 벌어질지는 굳이 생각해보고 싶지 않았다. 사실 신들은 그 모습을 잘 드래내지 않는다. 각 신전에서도 그 신을 상징하는 성물을 놓고 있을 뿐이다. 심지어는 고위 사제조차 신탁을 통해 신의 목소리를 들은 적은 있어도 신의 모습을 본 적은 없다고 했다. 그러나 라딘은 석상을 한번 쓱 흝어보더니 바로 말했다. "왼쪽에서 세 번째 석상이야. 나티크의 석상이지." "오, 정말?" "확실해." 사실 라딘은 그 모습을 보자 그중 하나가 나티크의 석상이라는 것을 바로 알수 있었다. 그는 자신의 눈으로 신을 본 자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즉시 라딘이 지적한 석상 앞으로 가서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 그러자 석상의 눈이 파랗게 빛나며 대전 안에 말소리가 울려 퍼졌다. -신을 알아보고 예의를 지키는 자, 안으로 들어가도 좋다. "오케이! 가자." 그들은 즉시 석상 옆을 지나 안쪽 복도로 들어섰다. 복도는 일직선으로 뚫려 있었고, 가장 안쪽에는 갈색 문이 하나 있었다. "저 안에 무엇인가 있나 보군." 크로키가 복도 안쪽에 있는 갈색 문을 가리키며 말했다. 다른 두 사람도 그에 동의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들어가자!" "응" 세 사람과 한 필의 전투마는 긴장감에 휩싸인 채 한걸음씩 그 문을 향해 나 아가싸ㄸ. * * * -덜컹 "앗!" 그들이 다가가자 문은 저절로 열렸다. 뭉치가 순간적으로 놀라 소리를 지르며 뒤로 펄쩍 뛰어 창지하면서 경계 태 세를 취했다. "명경지수라며?" 크로키가 한심하다는 듯 혀를 끌끌차며 말했다. 그의 말에 뭉치는 머리를 긁적거리곤 다시 앞으로 나갔다. 문 안쪽은 계단이 있는 방이었다. 중앙 제단에는 나티크의 문장이 크게 새겨져 있었고, 사방 벽에서는 은은한 녹색의 빛이 일어나고 있었다. "음, 아무것도 없나?" 라딘은 문 안에 들어서서 살펴봐도 별로 특별할 것이 없자 그렇게 중얼거렸 다. 그러나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제단 바로 앞에서 변화가 일어났다. -휘리리리릭 "어라? 밀페된 공간에서 왠 돌개바람이?" -으하하하하하, 어서 와라. 바람의 신전을 찾은 자들이여! 나 가디안 제피로스가 그대들을 환영한다! "웃, 나왔다!" 세 사람과 전투마는 즉시 전투 태세로 진행을 펼치며 제단 앞에 나타난 거 인을 보았다. 머리에는 터번을 쓰고 하얀 수염을 턱과 코에 기른 거인, 피부는 파란색이 었고 하반신은 마치 구름 같은 모양으로 허공 중에 떠 있었다. -나는 바람의 정령왕 제피로스. 무사히 이곳까지 온 것으로 보아 그대들은 인간들 가운데 영웅임이 틀림없 겠지. 어떤가? 바람의 신전의 시련을 받겠는가? "헉, 정령왕이래?" "바람의 정령왕인가봐. 어떻게 하지?" 라딘과 뭉치가 동시에 크로키를 보며 말했다. 그러나 크로키도 아무 생각 없다는 듯 두 손바닥을 들어오릴며 고개를 저었 다. 결국 라딘이 일행을 대표해 한 걸음 앞으로 나가 제피로스에게 물었다. "저는 나티크의 검 라딘입니다. 정령왕이시여. 시련의 내용과 그 보답에 대 해서는 알 수 있습니까?" -아니, 당연히 안 된다. 위대하신 나티크 신께서는 알 수 없는 미래를 향해 용감하게 도전한느 자를 총애하시지. 치밀한 계획을 세워 나아가는 자는 바람의 신전과는 어우리지 않는다. "으윽, 역시." 라딘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어차피 포기할 마음도 없는데, 쓸데없이 시간 끌 필요는 없었다. "시련을 받아들이겠습니다." -으하하하하하, 좋다! 그럼 첫 번째 시련을 내리겠다! "윽, 하나가 아니었군. 치사하게." -나의 힘을 이겨내고 제단의 성표에 손으 대는 것이 그 첫 번째다. 준비는 됐는가? "호, 힘? 알았습니다." 라딘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휘이이이잉~ 강렬한 회오리바람이 방 중앙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엄청난 압력이 그들을 방 밖으로 쫓아내려는 듯 강하게 밀어붙였다. "으윽, 라딘! 어떻게 할 거야?" "그냥 엎드려서 기다려. 정 안되면 설산 발목 잡고 버텨. 금방 끝낼게." 라딘은 가볍게 웃으며 방패를 앞세우고 한 걸음씩 나아갔다. 초상비의 경공을 풀자 강력한 회오리바람도 라딘의 몸무게를 날릴수 없었다 . -아니, 이놈이? 강방지다! -휘이이이잉~ 바람이 더욱 강해졌다. 그러나 라딘은 아무 생각 없이 나아갔다. 그리고 약 5초 뒹는 손으로 세단의 성표를 쓰다듬을 수 있었다. -휘리리리 바람이 고요해지면서 잠시 정적이 흘렀다. -기껏 생각해낸 나의 시련을 그처럼 가볍게 이겨내다니? 좋다. 다음 시련이 다! "저, 시련이 몇 개인지는 알 수 읶겠습니까?" 라딘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러나 자신이 낸 시련이 너무 수비게 깨져 자존심이 상한 제피로스는 성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안가르쳐준다! 준비되었는냐? "윽, 준비돠었습니다." -두 번째는 이거다! -파라라라락 다시 바람이 일어나며 제단 뒤에 쌓여 있떤 얇은 금속판들이 날아오르기 시 작했다. 자세히 보니 금속판들은 나비 모양을 하고 있었는데, 바람의 영향으로 날개 를 파닥이며 방 전체에 퍼졌다. -우하하하하, 이놈들이 너희를 공격할 것이다. 살고 싶으면 방밖으로 나가 거나 이놈들을 다 제거해봐라! -파라라락 "앗, 위험해!" -파파파파팡! 수천 개의 금속 나비가 날아와 그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경악한 뭄치가 잽싸게 백보신권을 날려 크로키에게 날아가는 그것들을 부쉈 다. 확실히 혼원일기공은 강했고, 강기탄에 맞은 금속 나비들은 그대로 터지며 수십 개의 금속 조각으로 변했다. "앗! 저런!" 뭉치는 다시 노랄 소리를 질렀다. 산신이 부서진 금속조각들이 여전히 바람을 타고 날아올라 자신들을 공격하 려고 하는 것이다. 깨어진금속 조각은 날카로운 날을 지니고 있어 그것에 베이면 상당히 아플 것 같았다. -카카카캉! "으윽, 대단하다, 손쓸 방법이 없네." 라딘 또한 크로크 앞에 서서 방패와 자신의 갑옷으로 금속 나비들을 막으며 중얼거렸다. 몇 개의 금속 판들이 갑옷 틈을 뚫고 들어와 상처를 남겼다. 급소 공격을 당하면 라딘의 방어력도 모두 무효가 되는 것이다. "어떻게 좀 해봐! 크로키." "내가 신이냐? 「그래비트」!" 크로키는 라딘이 급할 때마다 자신을 찾자 웬지 억울하다는 생각을 하며 바 로 중력 마법을 사용했다. 그러자 과연 크로키의 생각대로 무거워진 금속의 나비들이 바닥으로 떨어 지기 시작했다. "오, 나이스!" -짝짝짝짝 뭉치가 기뻐하며 손벽을 쳤다. 시험에 통과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제피로스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듯했다. -신기한 힘이군! 하지만 아직이다! 다분히 악감정이 들어간 그의 음성이 라딘 일행의 귀를 울렸을 때에는 이미 바람이 몇 배로 강해 있었다. -위이이이이이잉~ -파라라라락! "아앗! 소용없어! 어차피 금속 나비들은 너무 가벼워서 중력을 강화해도 바 람에 날리나봐." "으윽, 이대로라면 우리는 다 죽어! 어서 방법을 생각해봐!" 금속 파편들은 계속해서 자신들을 공격하고 있었다. 무서운 것은 부서지면 부서질수록 공격해 오는 파편의 수가 많아진다는 것 이다. 해결 방법이 없단 말인가? 라딘은 아무 생각도 나지 않자 점점 절망적인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때 뭉치가 소리쳤다. "물이야! 땅에 물을 부어! 많으면 많을수록 좋아." "물?" 물이라면 많이 있다. 혹시 이곳에서 오랫동안 지내야 할지 몰라 식수와 식량을 가져왔던 것이다. 라딘은 즉시 설산의 등에 있는 짐에서 물통을 꺼내 바닥으로 집어던졌다. -팍, 촤아아아악! 두 세개의 물통을 부수자 바닥은 완전히 물바다가 되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금속 나비들이 멈출 이유가 없었다. "어덯게 된 거야?" "지금부터 한다고! 「혼원일기공!」 냉기 방출!" -파앗,사사사사사사사사 뭉치가 웅크리고 앉아 바닥에 손을 대자 바닥에 있던 물들이 빠르게 얼어붙 기 시작했다. 그러자 바닥에 부딪힌 금속 파편들이 얼음에 붙어서 다시 날아오르지 못하 는 것이 아닌가? "우와, 뭉치 아저씨! 넌 천지애! 크로키!" "알고 있어. 「그래비트」!" -우우우우웅~ 다시 펼쳐진 그래비트에 의해 금속 나비들은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아무리 바람이 강해도 무게가 있는 만큼 허공에서만 돌아다닐 수 없었다. 그리고 일단 바닥에 붙어버린 금속 조각들은 더 이상 공중으로 떠오르지 않 았다. -아니? 이놈들이! 제피로스는 이번에야 말로 이들이 꼼짝없이 물러나리라 생각했는데, 순식간 에 상황이 역전되어 대부분의 금속 조각이 바닥을 붙어 버리자 더욱 화를 내며 소리쳤다. 그러나 이미 상황은 끝나가고 있었다. 미끄러운 얼음판에 파묻힌 금속 나비들은 더 이상 사람들을 해치지 않겠다 는 듯 사방 벽에서 뿜어녀 자오는 빛을 반사하며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자, 됐습니까? 정령왕이시여." -으음, 다음이다! "다음은 무엇입니까?" 라딘은 불쾌한 기색을 드러내며 물었다. 정령왕이라는 자가 감정적으로 자신을 대한다는 생각이 들자 그도 웃는 얼 굴로 제피로스를 대하기가 점점 힘들었다. 하지만 시련을 내리는 자가 그인 만큼 아직까지는 경거망동할 수 없었다. 보상받기 전까지는 어떤 굴욕도 참고 견디리라! 라딘은 속으로 이를 갈며 그렇게 결심했다. 그러나 제피로스는 그 다음 시련을 내리지 않고 머뭇거리고 있었다. 사실 그가 생각해서 준비한 실녀은 두 개였던 것이다. 고민하는 제피로스. 그리고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는 라딘 일행들 사이에 긴장의 시간 이 흘렀다. -으음, 좋다! 세 번째 시련은 나와 싸우는 것이다! 이윽고 제피로스는 어쩔 수없다는 듯 말했다. "뭐라고요?" "아니, 지금까지 안 싸우려고 순순히 시련을 받았는데 이 무슨? 그럼 처음 부터 싸우든가!" -우하하하하하, 너희들은 시련을 받기 위해 꼼짝없이 내 공격을 버티며 마 력과 생명력을 소모했지! 살아서 물러날 기회를 포기했으니 이제는 마지막으로 내가 너희들을 친히 처리해주겠다! "이 정령왕답지 않게 치사한 놈아! 넌 정령왕 자격조차 없는 놈이야!" "상대가 자신을 속인 것을 안 뭉치가 이성을 잃고 제피로스에게욕을 퍼붓기 시작했다. 그로서는 정말 억울했다. 방금까지 바닥을 얼리느라 혼원일기공을 최고 강도로 운기했기 때문에 스태 미나가 절반도 남지 않았던 것이다. -뭐라고! 네가 감히 날 모욕해? 난 정령왕이다! 바람의 정령왕이다! -위이이잉~ 제피로스가 성난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성난 기운이 퍼진 방 안에는 어느덧 세찬 바람이 불고 있었다. 그러나 라딘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제피로스의 얼굴을 뚫어지게 노려보 고 있었다. 확실히 뭔가 이상했다. 나티크는 사실 성격도 더럽고 사기도 잘 치지만 이렇게까지 억지를 쓰지는 않는다. 그리고 비열하지도 않다. 그런 그의 신전을 지키는 가디안이 이 정도로 비열하고 치사한 놈이라는 것 은 아무래도 말이 되지 않는다. 라딘은 냉정한 목소리로 입을 열어 말했다. "너, 정령왕 아니지? 여기 가디안도 아니지! 날 속일 수 있을 거 같냐?" -헉! 이, 이놈이! 제대로 짚었군. 라딘은 확신했다. 그는 이를 갈며 사람들에게 말했다. "재 가짜야. 처절하게 뽀개주자." "정령왕도 아니란 말이지? 알았어. 흐흐흐." "후, 내가 라딘도 아닌 놈에게 사기를 당했단 말인가?" -히이이힝 (넌 죽었다!) 드디어 라딘 일행은 전의를 굳혔다. 그의 몸에서는 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 제피로스의 바람에 지지 않는 무 서운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플레임 블래스트!" -고오오오오~ 가장 먼저 손을 쓴 것은 의외로 크로키였다. 방금 전 까지 금속 나비의 공격에 가장 심하게 당한 것이 그였다. 하지만 꼭 그런 것 때문만은 아니다. 상대는 정령이다. 일반 물리 공격은 거의 데미지를 입히지 못하기 때문에 가장 효과가 클 것 으로 생각되는 불의 마법을 시전한 것이다. -으윽, 이놈이! -휘익 화염 방사기처럼 뿜어져 나와 자신을 공격허는 불꽃에 제피로스는 기분이 상했는지 바람의 칼날을 만들어 크로키를 노렸다. "그런 단순한 공격을? 어림없니. 역시 정령왕도 아닌 놈 답게 약하군." -파캉! 라딘이 가볍게 자신의 방패로 그 칼날을 막았다. 쇠도 쪼개는 진공의 칼이 방패에 부딪히자 허무하게 깨져버렸다. "역시 최고의 몸빵! 받아라! 「백보신권」!" -퍼퍼퍼퍼펑! 뭉치가 양 손바닥을 번갈아 내밀자 순식간에 여섯 개의 강기탄이 날아가 제 피로스의 몸에 작렬했다. 확실히 무속성의 강기탄은 유령도 정령도 가리지 않고 일정한 타격을 줄 수 있었다. -크아아악, 이놈들! -휘이이이잉~ 방 가운데 일어나기 시작하는 거대한 회오리 바람! 그리고 그 주위를 마치 방금 전의 금속 나비처럼 날아다니는 하얀 원반들이 잇었다. 수십 개의 원반, 자세히 보니 그것은 하나 같이 상급의 바람의 정령이 즐겨 사용하는 진공의 검날이었다. "헉, 무슨 진공의 검날이 동시에 수십 개나 나오냐? 쟤 혹시 정말 정령왕인 거 아니야?" 뭉치가 놀라 한 걸음 물러나 자신의 호신강기로 크로키를 보호하면서 말했 다. 진공 검날은 반은 물리속성이지만 나머지 반은 무속성이므로 보통의 방어력 만으로는 감당하기 힘들다. 무속성의 공격은 방어력의 영향을 절반만 맏기 때문이다. 오직 뭉치와 같은 무속성 방어력인 호신강기만이 완전히 그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물론 라딘은 절반의 방어력만으로도 진공 검날의 공격에 거의 데미지를 입 지 않는다. "홀리 코멧!" -파앗, 위이이이이이잉~ -콰직, 콰콰콰콰, 파칸, 파캉! 라딘은 회오리 바람에 몸을 날리는 것을 막기 위해 초상비를 풀고 그대로 홀리 코멧을 사용하여 제피로스에게 돌진했다. 그가 걸음을 대디딜 때마다 바닥의 돌판이 깨졌다. 그리고 그에게 부딪치는 긴공 검날 역시 철벽에 부딪힌 유리검처럼 산산조 각나며 원래의 바람으로 돌아갔다. -아니? 저럴 수가! 기겁한 제피로스는 얼른 천장으로 날아올랐다. 회오리바람의 중앙에 있으면 적이 공격해 오지 못할 거라고 기대했떤 믿음 이 단 30초 만에 깨지자 정신적 충격을 받은 듯했다. "앗! 이놈이? 또 천장으로 붙어?" 자신의 홀리 코멧으로 회오리 바람을 소멸시키면서 라딘은 억울하다는 듯 소리쳤다. 과거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때, 이전과는 달리 그가 생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났다. -히히히히힝! (나에게 맡기시오!) 라딘이 돌진하는 순간 함께 뛰기 시작한 설산은 제피로스가 천장으로 날아 오르고 있는 리딘이 멈추었는데도 돌진을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앞발로 라딘의 등과 어깨를 밟으며 도약했다. 그의 머리가 노린 곳은 바로 제피로스의 얼굴이었다. 놀랍게도 설산의 머리는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히히히히히히힝! (천지쌍격! 「몸통 박치기」!_ -쾅! -크아아아아악! 얼굴이 뭉개진 제피로스가 비명을 지르며 제단 너머로 굴러 떨어졌다. 제대로 얻어맞았는 지 몸을 부르르르 떨며 움직이지 못했다. '훗, 이것이 바로 내가 그동안 라딘 경과 함께 겪은 전투를 경험으로 만들 어낸 합체기요. 인간들이 잘 쓰는 천지쌍격을 응용한 기술이지요. 푸르르르르.' 황당해하는 라딘의 귓속으로 들려오는 설산의 귓말, 그때서야 라딘은 정신 을 차리고 소리쳤다. "자세한 것은 나중에! 일단 밟아!" "옳으신 말씀!" "역시 라딘!" -히히히히히힝 설산의 공중 점프를 목격하고 얼이 빠진 크로키와 뭉치는 그의 외침에 퍼뜩 정신을 차리고 다시 공격을 시작했다. 아무리 황당해도 일단 할 일은 해야 한다는 것을 그들은 잘 알고 잇었다. 각종 속성의 공격이 구석에 박힌 제피로스의 몸을 향해 집중적으로 시전되 었다. 하늘을 나는 놈이다. 일단 여유를 주면 어떻게 도망갈지 모르므로 여기서 승부를 내야 한다고 그 들은 생각했다. -크으으윽, 이놈들 「윈드 랜스」! -콰아아아악. 퍽 "어억, 왜 하필 나야?" 한참 두 주먹과 두 발을 강기에 집중해 열심히 제피로스를 패던 뭉치가 강 력한 바람의 창에 배에 구멍이 뚤린 채 튕겼다. -「라이트닝 노바!」 -파지지지직! -히히히히히힝! (전기 싫어!) "이놈이 반항을?" 기겁한 설산과 크로키는 얼른 뒤로 물러나 제피로스 주위로 폭탄이 터지듯 퍼지는 전격의 범위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그런 제피로스의 반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하게 버티고 선 존 재가 잇었으니, 바로 라딘이었다. "일단 나에게 잡힌 놈이 살아난 경우는 없다! 죽어라 「쇼크 웨이브」!" -콰앙, 위이이이잉~ -크아아아악~! 그의 해머가 다시 제피로스의 가슴을 때리고 그 충격파가 그의 전신에 퍼졌 다. 일반 물리공격이 아닌 홀리 웨폰의 효과로 인한 성(聖)속성이기 때문에 그 위력은 거의 절반 이상 제피로스에게 먹혔다. -으으, 안되겠다. 제피로스는 자신의 생명력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깨달았다. 그의 눈앞에서 광기 어린 눈빛으로 자신을 공격하고 있는 성기사만 떨쳐내 면 그대로 날아서 도망갈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마음을 먹자 그야말로 있는 힘을 다해 라딘을 공격했다. 강력한 바람으로 그를 밀쳐내려고 했다. 그러나 이 기새라는 놈은 어찌나 무거운지 마치 굳건한 최상급 방어 성채처 럼 두 다리를 땅에 박은 채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았다. 약 1분 후, 사력을 다해 라딘을 밀쳐내고 도망가려던 제피로스는 결국 1.5 톤에 달하는 랃니의 몸무게와 그의 방어력에 굴복했다. -히히히힝! (오랜만에 나도 결정타 한번 날려봅시다! -다다다다, 쾅! 설산의 몸통 박치기를 받은 제피로스는 마침내 회색 바람으로 변해 대기중 에 흩어졌다. "야! 임마, 너 자꾸 내 어깨 밟고 뛸래?" 라딘이 화가 난 듯 설산에게 소리쳤다. 주인인 자신의 어깨를 밟고 뛰어오르다니 이것이야말로 하극상이 아닌가? '어허, 대의를 위해서는 그런 소소한 것에 신경쓰면 안 되는 법이오. 나는 그래도 이 기술을 쓰기 위해서 새로 「점프 공격」을 익힌 것 아니겠 소?' "헉, 이제보니 정말 천지쌍격이었어?" 천지쌍격은 원래 두 사람의 전사가 같이 쓰는 합격술이다. 한 사람은 돌격하고 다른 한 사람은 그의 등 뒤에 숨어서 달리다가 적을 공 격하는 시점에 맞추어 점프 공격을 하는 방법이다. 단순하기 때문에 널리 퍼져서 하급 공격술로 분류되어 있지만 타격 타이밍 이 같기 때문에 방어하거나 피하기 무지 힘든 검사나 무사들이 선호하는 기술이었다. '그렇소, 라딘 경의 힘이 의외로 높아서 내가 경을 밟고 뛰어도 충분히 버 틸 수 있을 것 같았소. 그래서 나는 대공 공격을 겸해 이 기술을 익힌 것이오!' 진화하는 전투머신 설산. 스스로가 자랑스럽다는 듯 그렇게 자신을 치앟며 코를 벌름거리는 설산을 보며 라딘은 속이 뒤집히는 것 같았다. 솔직히 사람이 말을 밟고 뛰는 것은 들어봤지만 말이 사람을 밟고 뛰는 것 은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그러나 이것이 효과적인 공격 방법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었다. "그래, 잘했어..." 라딘은 한숨을 내쉬며 설산의 등을 쓰다듬어주었다. 그러나 속으로는 반드시 이 수모를 갚고야 말겠다고 결심하는 그였다. "앗, 라딘 그놈이 뭘 떨궜다!" "웃, 정말?" -팍! 뭉치의 말에 얼른 바닥을 보니 책이 떨어져 있었다. 그것이 눈에 드어오는 순간, 라딘은 잔상이 남을 정도로 빠르게 손을 움직 여 그것을 집었다. 눈이 본 것을 뇌에 전달해서 다시 손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눈에서 바로 본능적으로 손에 명령을 내린 것이다. "역시 빨라, 저놈은 장차 먹자계의 신화가 될 놈이야." 크로키가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렸다. 그러나 그도 떨어진 책이 무엇인지 궁금한 듯 라딘에게로 다가왔다. 그때였다. -으하하하하하. 드디어 풀려났다! -펑! 제단이 깨지며 그 안에서 정령이 튀어나왔다. 마치 제피로스와 쌍둥이처럼 닮은 남자 모습의 정령, 사람들은 그를 보자 긴장한 듯 전투 태세를 갖추며 대비했다. 하지만 그 정령은 싸울 마음이 없는 듯 한참 동안 웃으며 허공에서 춤을 추 다가 라딘 일행을 보며 말했다. -그대들인가? 저 사악한 제피로스를 물리치고 나 정령왕 보레아스를 해방시 킨 자가? "얼라? 정령왕이래. 진짠가봐." 뭉치가 약간 놀란 듯 말했다. 확실히 모양은 제피로스와 비슷했지만 그 크기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 세는 제피로스보다훨씬 컸다. 그 순간 라딘의 눈이 빛났다. 이것은! -척 "저는 나티크의 검 라딘 크러쉬볼트입니다. 나티크의 영광이 담긴 이 바람의 신전을 찾아왔지만 저 무례한 정령 제피로 스가 이 곳을 점거하고 있기에 그를 처치했지요. 그대가 바로 이 신전의 진정한 가디언이십니까? 가슴에 얹은 손에 거꾸로 들린 워해머에서는 여전히 홀리 웨폰의 섬광이 뿜 어져 나왔다. 낮이기 때문에 극대성검은 아니었지만 대신 그의 전신을 두른 투명한 막에 서 은은한 황금빛이 나오고 있었다. 강화 신성 오러! 바로 한계 레벨에 이른 팰러딘의 증표가 아닌가? 그도 절도 있는 동작과 경건한 얼굴은 그런 황금빛 오러와 하얀 성광에 의 해 마치 천신과 같은 신성함을 보이고 있었다. 보레아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라딘의 정중한 질문에 대답했다. -방랑과 자유의 신에게 영원한 즐거움을! 그분이 성기사를 인정했군. 과연, 반갑네. 나는 바람의 정령왕 보레아스, 나의 형제인 제피로스가 내가 그를 제치고 정령왕이 되자 그것을 시기해 음모를 꾸몄지. 이제 그가 소멸되었으니 세상 어느 곳에선가 새로운 최상급 정령인 제피로 스가 태어날 것이네. 이번 형제는 나를 이해해주는 자였으면 좋겠군. 그의 설명에 라딘은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는 정중한 말투로 보레아스가 자유를 되찾은 것을 축하했다. 보레아스 역시 무척 기쁜 듯 다시 한 번 크게 웃으며 라딘에게 말했다. -이제 나는 이 바람의 신전을 지키며 자유롭게 세상 모든 바람의 정령들을 다스릴 것이네. 그리고 이 모든 즐거움에 그대들의 도움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겠네. 신성한 임무를 완수한 자에게는 그에 맞는 보답이 있어야겠지. 라딘 경, 그대는 내 힘의 일부를 가지겠는가? 왔다! 라딘은 마음 속으로 환성을 질렀다. 역시 이 보레아스라는 정령왕은 왕으로서의 기본적 양심과 소양을 지니고 있는 놈(?)이어싿. 며칠 전의 현무 같은 놈과는 전혀 다르다는 사실에 그는 만족했다. 그때, 맑은 종소리와 함께 라딘의 눈앞에 상태 창이 떴다. 「딩동댕, 최고 난이도의 퀘스트 중 하나인 가짜 정령왕의 음모 퀘스트를 완수하셨습니다. 그에 대한 보답으로 정령왕 보레아스가 자신의 힘을 무기로 바꿔줍니다. 무기의 종류를 선택하십시오.」 "헉, 무기?" 라딘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머리 속에서 그의 평정심을 사정없이 깨는 행복한 종소리가 쉬지 않고 울리 기 시작했다. -으하하하하하. 그렇다. 무슨 무기든 말만 해라! 검을 원하나? 폭풍의 마검 스톰 블링거를 주겠다. 창인가? 돌풍의 창 페트론은 어떤가? 칼도 괜찮겠지. 풍신도 듀란달은 한번 휘두루면 검풍이 3미터나 들어나는데 그 위력은 절대적이거든! 사양 말고 말해라. 그가 말하는 무기들은 하나같이 전설에 나오는 신병들이었다. 라딘은 심장이 요동치는 것을 느끼며 물었다. "저, 워해머가 필요합니다!" -뭐? 워해머? 그런 무기를 뭐 하러 쓰지? 그건 땅의 정령왕이 쓰는 무기라 서 난 안쓰는데? "허헉, 그런?" 라딘은 충격을 받아 비틀거리는 사이 갑자기 뭉치가 환성을 질렀다. "앗! 정말! 라딘 대신 저에게 무기를 주신다고요?" "뭐라고?" 워해머에서 점수를 깎인 것일까? 상을 받는 자가 뭉치에게로 넘어간 것이다. 그러나 라딘이 비명을 지를 사이도 없이 정령왕 보레아스는 머리를 부여잡 으며 비명을 질렀다. -크아아아악, 권성이라고? 아니, 무슨 드워프가 권법가를 다 하냐? 전사를 해서 도끼를 써야지! 권법가에게는 무기가 필요 없다. 좋다 말아서 좌절 모드로 쓰러지는 뭉치를 보며 보레아스는 크로키를 보았 다. 마법사였다. -이것도 인연인가? 너밖에 없구나. 그래 어쩔수 없지. 워해머를 주마. "아! 정말 감사합니다!" 준다는 데 거절할 이유는 없다. 방금 전까지 느꼈던 살의는 씻은 듯이 사라졌다. 라딘은 상큼하게 웃으며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럼, 시작한다! -위이이이이이잉~ 보레아스의 엄숙한 선언과 함께 방 안의 공기가 모두 한 곳에 모이는 것처 럼 요동치며 움직였다. 그리고 그 바람은 하나의 물질로 바뀌기 시작했다. -우우우우웅~ "와아!" 황금빛 워해머가 공중에 떠 있었다. 한쪽은 망치처럼 되어 있고 반대편은 황소의 뿔 처럼 약간 굽어서 뾰족하게 되어 있었다. 라딘이 들고 있던 미티워샤워보다 두 배는 큰 거대한 워해머. 둔하게 생겼으나 크기에 걸맞게 살인적인 파괴력을 보일 것이 분명해 보였 다. -어떠냐? 이것의 이름은 골든 해머로 하자. 마음에 드냐? "헉, 골든해머? 그건 좀..... 그냥 제가 이름을 지으면 안되나요?" "왜? 골든해머 좋구먼! 그냥 그걸로 해!" 옆에서 뭉치가 말참견을 하다 라딘의 살기 어린 눈빛에 입을 다물었다. -음, 좋겠지. 이번에 탄생한 무기니까 첫 사용자인 네가 이름을 지어라. 다행히도 보레아스는 상식이 통하는 정령이었다. 라딘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윈드 포스(바람의 힘)입니다!" -흠, 좋다. 이 무기의 이름은 이제부터 윈드포스라고 한다! 「띠링, 이벤트 아이템 윈드 포스를 얻으셨습니다.」 "아아아아악! 역시! -쿵! 라딘은 비명을 지르며 그대로 뒤로 쓰러졌다. 물론 본능적으로 허공에 떠 잇는 워해머를 움켜진 후였다. 그가 쓰러진 곳의 바닥이 마치 거미줄처럼 균열을 일으키며 파였다. 그 모습을 보던 크로키와 뭉치는 자신도 모르게 입으로 손가락을 빨며 보레 아스를 보기 시작했다. "저, 저희는 아무것도 없나요?" -응? 너희? 음, 그렇지. 너희들도 같이 싸웠으니 뭔가 주긴 줘야겠지. "오옷! 황송하옵니다!" 뭉치가 기쁨에 겨워 그대로 오체투지를 하며 말했다. 그의 오버 액션에 설산이 푸르르르 코웃음을 쳤다. 그리고 앞발로 뭉치의 머리를 지그시 밟아주었다. "야,설산, 치워! 역사적인 순간인데, 방해하면 알지?" 뭉치답지 않게 살기를 띤 목소리, 설산은 자신도 모르게 한 걸음 물러섰다 . 확실히 인간들의 아이템에 대한 욕망은 무서운 데가 있었다. -참, 그런데 혹시 제피로스가 책 하나 떨구지 않았나? 나를 봉인하기 전에 훔쳐간 책인데, 그건 너희들에게 필요없을 테니 나에게 돌려주었으면 한다. "아, 책이요?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책인지요? 메테오라고 적혀 있는데..." 라딘이 겨우 진정하고 일어나면서 말하자 보레아스는 다행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메테오는 인간에게는 금지된 마법이다. 신의 명으로 내가 지키고 있었지. 탐내도 소용없다. 그 마법은 일반 마법사는 익실 수 없으니까,. 오직 대마도사! 그것도 최강의 대마도사인 중력의 마도사만이 익힐 수 있는 마법이다. 그러니까 너희들에게는 아무 소용없지. "잉?" 라딘은 당황한 듯 고개를 돌려 크로키를 보았다. 그리고 덕분에 놀라운 광경을 목격할 수 있어싿. -휘익, 팍! 크로키가 자신을 향해 몸을 날리고 있었다. 그의 목표는 라딘이 꺼내든 책이었다. 마치 무공의 고수가 2미터를 순식간에 날라 라딘이 든책을 그대로 빼앗은 크로키는 책을 품에 껴안은 채 바닥에 떨어졌다. 그러나 그는 조금도 아프지 않은 듯 그대로 소리쳤다. "마법 습득 「메테오」!" -파앗! "헉, 크로키!" 마법 책이 붉은빛을 뿜더니 그대로 가루가 되어 크로키의 몸 주위를 돌다 흡수되었다. 약 0.5초 사이에 모든 상황이 이루어졌고, 메테오는 이제 크로키의 몸속에 녹아 그가 소멸될 때까지 다시는 마법책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아니? 저럴수가! 네가 바로 중력의 대마도사였구나? 신이 금지한 일이 벌 어지다니? 이놈들! 보레아스가 입에 거품을 물며 소리쳤다. 허공에서 그의 몸 크기에 걸맞은 거대한 창이 나타났다. 그는 그것을 움켜쥐고 말했다. -이렇게 된 이상 너를 죽여서 다시 책을 찾아야 한다! 죽어랏! -슈욱, 팍! 크로키는 그대로 자신의 몸통보다 더 룩은 창에 찔려 회색으로 변했다. 하지만 그의 시체에는 책이 떨어지지 않았다. 단지 아공간(亞空間) 주머니에 있던 몇 개의 회복 포션만 남았을 뿐이다. "우악! 정령왕이 화났다! 튀어!" -못 간다! 이놈들! 분노에 미친 정령왕은 이성을 잃은 듯 다시 창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앗, 문이 안열려!" "비켜!「홀리 코멧」!" -쾅! "아앗, 홀리코멧으로도 끄떢 않다니?" 라딘은 절망스럽게 소리쳤다. 정령왕 보레아스의 힘을 보건대 승산은 전혀 없었다. "에효, 어쩔 수 없구먼 「역소환」! 설산, 넌 들어가 있어라." -히히히히힝? -슈욱 라딘은 그대로 설산을 아공간 속으로 역소환해버렸다. 그리고는 뭉치에게 말했다. "죽자, 친구를 위해 죽어보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지." "아악! 안돼! 난 아직 얻은 게 없잖아!" "시끄러!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장비 아이템이나 떨구지 말라고 빌어! 원망 은 크로키에게 하라고!" "너는 이미 이벤트 아이템 무기까지 얻었잖아!" 뭉치의 비명 소리가 방안에 울려퍼졌다. 그날, 라딘은 신마대전을 시작하고 두 번째 죽음을 맞이했다. 그가 바람의 대천사 시로넬에게서, 레벨 3000의 정령왕 보레아스가 그 후 약 1년간 바람의 신전 안을 때려부수며 광란하다가 나티크의 벌을 받고 1000년간 봉인형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은 3년이 지난 후의 일이었다. Chap 8. 노 라이프 킹 (No Life King) "아이템 감정!" -파앗! 하얗게 빛나는 손이 워해머를 움켜잡자 라딘의 눈앞에는 상태 창이 떠올랐 다. 윈드 포스 종류 : 워해머, 등급 : 이벤트, 속성 : 바람, 제한 : 전사, 기사, 성직자 계 기본 공격력 5600, 무게 100, 보너스 스텟 : 힘 300, 체력 200, 민첩 100, 의지 100, 마력 100 저항 : 성 50, 암 50, 불 50, 물 50, 바람 100, 땅 50 특기 「진뇌의 축복」 : 해머의 머리에 강력한 뇌속성을 부여한다. 타격시 최종 데미지의 50퍼센트에 해당하느 풍뢰 속성의 원소 데미지가 추 가된다. 체력과 마나를 소모한다. 「풍신강림」 : 자신의 몸에 풍신의 힘을 강림한다. 일단 이 기술을 시전하면 몸 주위에 강력한 회오리바람을 형성한다. 워해머를 이용하여 회오리 바람의 방향을 조종할 수 있는데, 힘이 강할수록 자유롭게 회오리바람을 조종할 수 있다. 물론 시전자는 완벽한 풍속성으로 변하기 때문에 바람의 영향을 받지 않는 다. 힘 500 이하의 존재는 그 회오리바람의 영역 아래에서는 움직이기 힘들고, 몸무게가 300 킬로그램 이하면 시전자의 의지로 바람을 집중시켜 허공으로 날려 보낼 수 있다. 또한 풍신이 강림된 시전자는 자신의 의지 수치만큼 힘과 체력이 늘어난다. 한번 사용하면 지속적으로 마나가 줄어들어 10분 후에는 모든 마나가 사라 지고 일단 시전하면 도중에 중지하지 못한다. 마나량이 많을 수록 회오리 바람의 크기가 커진다. 설명 : 바람의 정령신 보레아스가 자신에게 큰 도움을 준 자에게 감사의 뜻 으로 자신의 본질일 북풍의 힘의 일부분을 모아 만든 무기. 사용자가 소멸하면 원래 모습인 북풍으로 변해 정령신 보레아스에게 돌아간 다. "음하하하하하, 역시 이벤트 아이템다운 옵션이야!" 라딘은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웃었다. 그동안 그는 그야말로 필사적으로 유니크 워해머의 행방을 수소문했다. 그러나 검이나 도끼는 유니크가 있어도 워해머는 전혀 찾을 수 없었다. 워해머는 워낙 비인기 무기여서 유니크 마정석으로 워해머를 만드는 사람이 역사상 없었떤 것이다. 라딘은 때때로 차라리 유니크 마정석을 얻었을 때 무기를 만들었어야 되는 것이 아니었다 하고 후회했다. 그래도 갑옷이 좋아서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정말 땅을 치고 후회했을 지도 몰랐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이것이야말로 운명이라고 할 수 밖에 없었다! "우히히히히히히!" 라딘은 결국 참지 못하고 해머를 껴안은 채 바닥을 뒹굴었다. "좋겠다. 라딘, 축하해." "응,고마워, 크로키/"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크로키가 말했다. 라딘은 밝은 미소를 지으며 그의 축하에 감사했다. -딱! "이놈이! 아직까지 반성을 못하고 사람의 염장을 질러? 너 정말 드워프의 주먹 맛좀 볼래?" 크로키 앞에서 그를 감시하던 뭉치가 주먹으로 사정없이 크로키의 머리에 꿀밤을 먹이고 있었다. 그는 울고 있었다. "미안, 본의는 아니었는데, 순간적으로 눈이 뒤집혔나봐." 크로키는 맞아도 즐겁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솔직담백하게 뭉치에게 사과했 다. 이미 수십 대 맞은 꿀밤이고, 맞을 때마다 하는 사과였다. 그래도 그는 행복했다. 그곳은 카리브에 위치한 뭉치의 영주 저택이었다. 그들은 죽어서 바로 이곳으로 이동한 것이다. 설산은 그 섬으로 다시 떠났다. 남아 있던 사람들에게 다시 돌아오라는 전갈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아마 설산의 속력이라면 2주일 이면 그들에게 전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되 었다. 지금 크로키는 방 한쪽에서 무릎을 꿇고 술통을 머리 위에 치켜든 채 반성 의 시간을 가지고 있는 중이었다. 항상 뭉치가 받던그 벌을 처음으로 크로키가 받고 있는 것이다. 뭉치는 벌써 30분째 울고 있었다. 세 명이 가서 한 명은 이벤트 아이템을, 또 다른 한명은 금주(禁呪)를 얻었 다. 오직 자신만 아무것도 못 얻고 억울하게 죽은 것이다. "에효, 뭉치야. 그만 봐주라. 그래도 친구니까 크로키를 이해해줘야지." 보다 못한 라딘이 뭉치를 말렸다. 하지만 그것은 바로 불에 기름을 붓는 행위였다. "너는 이벤트 아이템 먹었잖아! 흑흑흑, 내가 이런 놈들을 친구라고! 내가 유니크라도 하나 먹었으면 이렇게까지 억울하진 않았을 거야!" 유니크가 무슨 애들 이름이냐? 라딘은 속으로 그렇게 외쳤지만 뭉치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결국 라딘은 한숨을 내쉬며 품속을 뒤져 한 권의 책을 꺼냈다. "크로키, 넌 벌금 100만 골드다. 뭉치야, 넌 이거라도 가져." "응? 그게 뭔데?" 책을 들어 보이면서, 이놈이 방금 전까지 울고 있었던 것은 연기였을 가능 성이 90퍼센트라고 라딘은 확신했다. 뭉치는 무공서처럼 보이는 책이 나오자 얼른 라딘에게 다가왔다. "역근경." "어억! 그걸 왜 네가 가지고 있는데?" "주웠어." -쩍 혈월신마의 스승이 남긴 무공이라는 말은 절대 할 수 없었다. 라딘은 딱 잘라서 말했다. 절대 자세히 설명할 수 없다는 듯! 다행히 뭉치는 그런 것 까찌 신경쓰지는 않았다. 마음을 놓은 라딘은 여전히 미소를 띤 얼굴로 손에 든 책을 가볍게 좌우로 흔들었다. "싫어?" "아니, 좋아!" -척 뭉치는 바로 그 책을 빼앗듯 품에 꼭 껴안았다. 사실 그는 이미 혼원일기공을 익히고 있기 때문에 이 심공이 필요하지는 않 았다. 그러나 동소림사가 자랑하는 최고의 심공인 이 역근경은 실전된 지 수백 년 이 지나, 이 비급을 가지고 오는 자에게는 소림사가 보유하고 있는 어떤 유니크 무공과도 교환해주겠다고 발표한 적이 있었다. 이것이라면! 꿈에도 그리던 무공을 엉을수 있다! 뭉치는 나름대로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나 이제 일어나도 되지?" 크로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뭉치는 날카로운 눈으로 다시 한번 크로키를 노려보더니 무겁게 고개를 끄 덕였다. "다행이야, 크로키, 뭉치에게 용서받아서. 그리고 축하해. 금주라! 그거 나 중에 쓰게 되면 꼭 보여줘야 돼?" "흐흐흐, 염려 마. 내가 이걸 어디다 써먹겠냐? 다 길드를 위해 쓰게 되어 있다고." "암, 암, 이제 우리는 무적이라고 할 수 있지!" 세 사람은 다시 의기투합한 듯 서로 마주 보며 웃었다. 그 후 그들은 뭉치의 전용 요리사가 준비한 저녁을 먹으며 앞으로의 계획을 상의했다. 뭉치는 동소림사로 가기로 했다. 그가 원하는 유니크 무공은 동소림사가 자랑하는 최고의 신법인 「연대구품 」! 정상적이라면 드워프에게 절대로 줄 리 없는 신법이지만, 뭉치는 이제 그것 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마스터하면 분신이 아솝 개나 생긴대! 크로키 너는 다섯 개밖에 못 만들지 ? 우히히히히히." 그렇게 말하면서 뭉치는 떠났다. 마법사의 미러 이미지 마법은 다섯 개의 분신을 만들지만 연대구품은 순간 적으로 아홉 개나 만들수 있다. 크로키는 박수를 치며 친구의 성취를 미리 축하해 주었다. 크로키는 다시 서대륙으로 떠났다. 거기서 대형 선단을 만들고, 현무도를 움직이는 일은 그가 담당하기로 했다 . 알고 본니 현무도는 북해의 해류를 따라 세계를 빙글빙글 돌고 있다고 한다 . 즉 서대륙에서도 북으로 가서 기다리면 현무도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그들은 자신들이 거의 북극점까지 여행했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한 사람은 육지로, 다른 사람은 배를 타고 떠났다. 이제 혼자 남은 라딘은 문득 하늘을 보았다. 푸른 하늘에는 몇 개의 구름이 자유롭게 떠다니고 있어싿. "이제 마지막 수확을 거둬야 할 때가 되었군." 그는 평온한 어조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남쪽의 보물 창고, 그곳을 털 때가 된 것이다. 사실 이미 한 달 전에 카리브를 떠나 북으로 향할 때부터 레디안 왕국의 첩 보부인 시아의 그림자에서 그에게 협조 요청이 온 상태였다. 그들은 아무리 찾아도 미교의 본거지를 알아낼 수 없자, 자신들이 극비리에 입수한 정보를 따라 라딘에게 도움을 청한 것이다. 그들의 정보에 의하면, 저 서대륙에서 마교의 본거지를 찾아낸것은 제갈세 가가 아닌 라딘이라고 했다. 사실 라딘이 한 달간 정보를 분석한다고 틀어박힌 것을 본 사람이 적지 않 았기 때문에 이 일은 완벽하게 감출 수 없는 것이었다. "어쩔 수 없지, 또 한 달간 생쑈를 하는 수밖에.... 아니지, 이번에는 지역이 절 반정도니까 10일만 해도 다들 납득하겠군. 그 럼 가볼까?" 라딘은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을 보고 득도한 노승과 같은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남으로 가는 배에 올랐다. 마교 토벌! 이미 그의 머리 속은 이 화려한 쇼의 중앙에 서 있는 자신의 모습을 어떻게 하면 더욱 선명하게 부각시킬 수 있는가에 집중되어 있었다. * * * 세월은 정말 흐르는 물처럼 잠시도 멈추지 않는다. 라딘이 배를 타고 남쪽으로 가 레디안의 정보부에서 모든 정보를 스크린 샷 으로 담으며 생쑈를 하다 보니 어느새 두 달이 지났다. 남쪽까지 오는 데 한 달이 걸렸으니 정보부에 들어선 후부터 따져도 한 달 이 지난 셈이다. 사실 10일 만에 끝내려고 했었다. 그러나 예상 외로 시아의 그림자가 비축한 정보가 많았다. 게다가 서대륙과 달리 같은 대륙이라고 하나같이 쓸만한 정보 뿐이었다. 결국 모든 라딘은 시간을 들여 모든 정보를 정독했다. 그로 인해 라딘은 레디안 왕국이 보유한 모든 정보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그리고 운명의 날, 라딘은 시아의 그림자 국장인 에마스 백작 앞에서 지도 를 펴놓고 세 개의 동그라미를 그리며 말했다. "이곳 밖에는 없군요." "허억, 어떻게 그곳이라고 단정할 수 있소?" 에마스 백작은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물었다. 그러나 라딘은 조금도 변하지 않은 평온한 어조로 나직이 대답했다. "저는 서대륙에서 그들의 본거지에 대해 연구를 한 적이 있지요. 결국 이들도 일정한 패턴을 벗어나지 못하는군요. 과거 1년동안 동시다발적으로 사건을 일으키면서도 자신들의 근거지 근처에 서는 오히려 사건을 일으키지 않습니다. 조금의 이상한 점도 찾을 수 없지요." "어허, 그럴 수가!" 사실 이것이야말로 완벽한 추리라고 할 수 있었다. 본거지를 만든 사람이 일부러 그렇게 해놓은 이상 사건이 있을 수 없다. 하지만 그것을 모르는 자가 이런 점을 발견할 수 있다면 그거이야 말로 라 딘이 연기하고 있는 정보 처리의 천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벌떡 "당장, 조사원을 보내겠소!" 에마스 백작은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라딘이 동그라미를 그린 지도를 들 고 나갔다. 라딘은 조용히 눈을 감고 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필사적으로 참았다. 다시 보름이 지나자 에마스 백작이 찾아왔다. 그는 첩보부장답지 않게 잔뜩 흥분한 기색이었다. "있더군요! 세 군데중 딱 하나, 사막의 마굴 '전갈왕의 집' 바로 옆에 그들 의 소굴이 있었습니다. 그놈들이 설마 마굴 바로 옆에 자신들의 소국을 만들 줄은 몰랐습니다!" 마굴에는 언제나 마물이 튀어나올지 모른다. 때문에 마굴과 어느 정도 떨어진 곳이 아니면 사람이 사는 마을이 없다. 만약 마을 근처에 마굴이 있는 경우에는 항상 경비병을 세우고 수시로 마울 의 마물들이 너무 번식하지 않게 청소, 관리해주어야 한다. 사막에서 가장 유명한 마굴인 전갈왕의 집은 고레벨의 마물들이 들끓는 곳 으로, 그곳에 비밀 아지트를 만들면 입구를 항상 고레벨의 보초가 지켜야 한다. 안 그러면 사막의 암살자인 섀도우 스콜피온이 언제 기지 안으로 침투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물론 완전히 문을 닫으면 상관없겠지만, 사람이 살려면 최소한 숨구멍이라 도 있어야 한다. 그러나 네크로맨서 나지훔이 있는 한 그런 걱정할 필요는 없다. 쉬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언데드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스콜피온이 아무리 은밀하게 숨어들어와도 놓치지 않는다. 언데드 인비지블 마법이 아니면 언데드의 생자를 감지하는 능력을 피할 방 법이 없다. 마물도 마찬가지이다. "음, 그럼 이제 그곳을 공격하는 일만 남았군요." 라딘의 말에 에마스 백작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가 잠시 머뭇 거리더니 라딘에게 말했다. "음, 그래서 말입니다만, 저 마교의 수뇌는 네크로맨서 나지훔이지요. 그는 이미 한계 레벨에 도달한 극강한 자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저도 그렇게 들었습니다." 라딘은 그가 말할는 것을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시치미를 떼고 맑은 눈으로 에마스 백작을 직시하며 그가 입을 열어 말하기를 기다렸다. 에마스 백작은 라딘의 눈빛에 부담감을 느끼는지 잠시 숨을 들이 쉬고는 말 하기 시작했다. "사실 경도 아시다시피 악령 기사 후작님께서 어스의 일로 이 브리시아를 떠나신 후, 한계 레벨에 가까운 사람은 오직 그리안 공작 각하뿐이십니다. 하지만 그분은 이 왕국의 군대를 책임지고 계신 분, 섣불리 나설 수 없는 분이시지요. 때문에 나지훔의 소굴로 쳐들어갈 힘이 부족합니다. 잘못했다가 토벌대가 실패라도 하면 그들이 나지훔의 손에 의해 언데드로 변할까 두렵습니다." 라딘은 고개를 숙이고 심각하게 고민하는 듯 조용히 있어싿. 확실히 이자는 정보부장답게 보기만 해도 상대의 성격을 어느 정도 파악하 는 것이 틀림없다. 이 정도로 대놓고 얘기하는 것은 보통 금기 사항이라고 할 수 있지만, 라딘 은 오히려 좋아했다. 쓸데없는 말로 시간을 끄는 것은 젊은 그의 성격에 맞지 않는 것이다. 사실 네크로맨서 나지훔을 상대하는 일은 이계인에게 딱 맞는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보통 사람은 죽으면 언데드로 변해 네크로맨서의 힘이 되지만 이계인은 그 럴 염려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은 고레벨의 팰러딘이다. 이제는 악평이 사라졌지만 리데안 왕국운 한때 네크로맨서와 연합했던 나라 로, 그 당시 대부분의 성당은 이 나라에서 떠났다. 물론 팰러딘 같은 고위 기사들의 수는 거의 없었다. 조금씩 돌아오고 있다 해도 한계 레벨의 네크로맨서와 싸우는 가장 큰 힘인 성직자와 성기사의 수가 워낙 모자라기 때문에 그들이 자신에게 부탁해올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실제로 서대륙에서 사람들을 이끌고 마교와 싸운 경력까지 있는 자신이 아 니던가? 라딘은 예상대로 그들이 자신에게 의뢰하자 잠시 생각을 하다 서서히 고개 를 끄덕였다. 그의 눈에서는 비장한 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알았습니다. 그 제안을 수락하지요." "오오, 알아주니 고맙소. 경의 정의를 사랑하고 악을 보고 물러서지 않는 의지는 모든 사람의 칭송을 받아 마땅하오!" 에마스 백작은 이 라딘이라는 성기사가 정말 자신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타 국의 네크로맨서를 무찌르러 가는 것을 승낙하자 감동한듯 악수하는 손에 힘을 주었다. 사실 한계 레벨의 네크로맨서와 그의 동반자인 마족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는 일부러 상상하지 않아도 충분히 알 수 있다. "이번에 제 동료인 뭉치와 도끼바바 경이 이곳에 옵니다. 그들 역시 800레벨대의 실력자들이니 도움이 될 겁니다. 그 외 모자란 병력 역시 저희 쪽에서 보충하도록 하지요. 하지만!" "하지만 무엇이오?" 그는 극도록 긴장하며 물었다. 이 정도의 부탁을 한 이상 상대의 요구가 무엇이든 들어주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 말 한마디 잘못해서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요구를 승낙한다면 그야말로 자신은 죽을 수밖에 없다. 그는 이 성기사가 인간의 양심을 가지고 적절한 요구를 하기를 신께 빌었다 . "사실 이곳은 악령 기사 후작 각하께서 만든 하이드래곤 기사단의 활동 영 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치료와 봉사 활동을 목적으로 온 성녀님을 따라온 제가 그런 일을 맡아서 하게 되면 그들의 자존심이 크게 상할 것입니다. 그러니 이번 토벌 의뢰를 그들이 주관하게 해주십시오. 물론 그곳에서 나오는 재물 역시 그들이 얻게 되어야 합니다. 저와 제 친구들은 단지 그들의 용병으로 참가하겠습니다." "아!" 에마스 백작은 탄성을 질렀다. 이 얼마나 숭고하고 고결한 성기사인가? 그는 자신이 아닌 남을, 그것도 얼마 전까지 적이었던 자들까지 배려하고 있었다. "경의 뜻은 잘 알겠소. 내 그리 하리다." 그는 깊이 고개를 숙여 라딘에게 인사하고 돌아가싿. 라딘은 부드렁누 미소와 함께 그를 배웅했다. 그의 계획은 이미 완벽하게 열매를 맺어 마지막 수확만 남겾놓고 있었다. 보름 후, 파스트 제국의 수도에서 새로운 유니크 신법을 얻은 뭉치가 도끼 바바와 함께 배를 타고 도착했다. 물론 섀도우로즈도 함께였다. 도끼바바는 얼마 전 드디어 섀도우로즈와 결혼해서 한참 신혼 분위기를 내 고 있었다. 게다가 수도 최고의 무투파 영웅본색단의 전사 30여명을 이글고 와싿. 레벨 600 이상의 전사들만으로 구성된 영웅본색단, 그들은 바로 수도체대 유도부 재학생과 졸업생으로 구성된 무적의 떡대 전사단이라고 할 수 있었다. "오, 라딘! 잘 지냈냐?" "형, 정말 오랜만이네요. 브리시아에서는 몇 년 동안이나 만나지 못했죠?" "하하하, 그렇지. 전 세계를 빨빨거리며 돌아다니는 너를 어떻게 만나냐?" 사실 도끼바바 역시 레디안과의 전투에 참가했기 때문에 기적의 우군에 속 해 있었다. 그러나 그때 라딘이 사라진 후, 두사람은 오늘까지 만날 인연이 없었던 것 이다. "그런데 네크로맨서 잡기로 했다며? 우리도 한 다리 끼는 거냐?" "그럼요! 일단 주도는 하이드래곤 길드가 하고요. 우리는 용병으로 참가하 는 거예요." "그레? 첫, 그놈들 보물들 꽤 모아놨을 텐데. 어쩔 수 없지. 협정한 구역이 있으니 말이야." "네, 그래도 신용을 지켜야죠." "그래." 인사를 끝낸 그들은 곧바로 준비하기 시작했다. 이번에 새로 온 100여 명의 상급 레벨 전사, 마법사들과 지금까지 와서 봉 사 활동을 하던 고위 하제들, 그리고 그들을 호위하던 성기사들 역시 이 토벌에 참가했다. 물론 섀도우로즈를 대동한 뭉치가 에마스 백작을 찾아가 적정 금액의 보수 를 받은 것은 말할 필요도 없는 일이었다. 성기사인라딘은 절대 보수를 요구하지 않았지만 그의 동료들은 절대로 공짜 로 일하지 않는다.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가운데 마교 토벌의 날은 하루하루 다가오 고 있었다. * * * -둥둥둥둥~ 북이 울리고 있었다. 수십 개의 부대기가 사막의 바람에 나부꼈다. 드디어 그날이 왔다. 무려 1000여 명에 이르는 이계인 토벌대가 부대별로 행군하여 사막에 집결 했다. '전갈왕의 집'은 언제나 음침했지만 지금은 그 마굴 안에 있는 전갈들도 인 간을 두려워하여 깊이 숨었다. "환상 마법으로 감춘 입구를 여는순간, 일제히 돌진한다! 함정을 조심하되 결코 그 함정이 두려워 집입 시간을 늦추지는 마라! 고위 간부로 보이는 자는 일단 사로잡아 보물 창고의 위치를 알아내고, 마 교의 교주를 만나면 즉시 귓말로 자신이 속한 부대장에게 위치를 알려라!" 확실히 하이드래곤 길드의 토벌대 대장은 이런 공성전 개념의 토벌전에 경 험이 맣은 듯 부대 편성에서부터 모든 일을 척척 처리해나갔다. 계약에 의하면, 일단 내부에서 보물 창고 같은 것을 찾으면 그 모든 재물은 원칙적으로 하이드래곤 길드의 소유가 되고, 교주를 발견하면 라딘과 뭉치, 그리고 도끼바바와 함께 하이드래곤 길드의 임시 길드장인 아 비게일과 800레벨대의 고수 세 명이 함께 진입하여 그를 상대하기로 되어 있었다. 교주가 떨구는 아이템은 공평하게 나누되, 그 첫 번째 선택권은 라딘 일행 쪽이 갖도록 결정했다. 물론라딘 일행은 레디안 왕국으로 부터 적절한 보상을 받았기 때문에 이 결 정에 별로 이읙가 없었다. "진입 시작!" -와아아아아아아~ 드디어 신호가 떨어지고 모든 대원들이 입구로 쏟아져 들어가기 시작했다. 서두르지 않고 순번대로 진입하여 갈림길이 나올 때마다 새로운 부대가 진 입한다. 함정도 웬만한 것은 해체하지 않고 그대로 몸으로 때우면서 최대한 시간을 아꼈다. "앞으로 반나절이면 네크로맨서의 위치를 찾을 수 있을 겁니다. 그때까지 조금 쉬지요." 아비게일이 그렇게 말하며 간이 천막으로 만들어놓은 그늘에 가서 앉았다. 확실히 이 사막의 날씨는 쉽게 적응이 안 돼서 가만히 있어도 체력이 깎이 는 듯했다. "아비게일님은 그곳으로 안 가시나요?" 라딘이 그의 옆에 앉으면서 물었다. 그곳이란 바로 월드 서버이다. "음, 일단 이쪽 길드원의 관리도 중요하니까요. 그쪽은 엄선된 고수들 100명만 들어가니까 저처럼 사람들을 다독거리는 역 활은 없어도 크게 지장이 없을 겁니다." "그렇군요." 그들은 차가운 음료를 마시고 그늘에 앉아 한담을 나누었다. 그러나 시선은 언제나 마교의 본타 입구를 보고 있었다. 나름대로 긴장한 상태로 보고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시간을 흘러갔다. 생각보다 시간이 걸리는 것 같았다. 새벽에 해가 뜨기 바로 전에 진입해 들어갔는데, 이미 여섯 시간이 흘러 오 후가 되었다. 이제 세 시간 정도만 있으면 해가 져서 밤이 될 것이다. "좋지 않은데요. 악령 기사의 말로는, 밤에 네크로맨서와 싸우는 일은 자살 행위나 다름없다고 하더군요." "그런가요? 전 말로만 들어서 실감이 잘 안 납니다만." 라딘은 두 눈을 빛내며 아비게일에게 열심히 네크로맨서와 싸울때의 주의점 을 들었다. 옆에 있더 뭉치와 도끼바바도 역시 불안한듯 아무 소리 않고 설명에 집중했 다. 그런 식으로 약 한 시간이 지났을 때, 드디어 아비게일이 발떡 일어나며 말 했다. "보고가 왔습니다! 네크로맨서를 발견했다고 하는군요! 서두릅시다. 그와 그의 마족이 대원들을 학살하고 있답니다. "오옷, 드디어!" -벌떡 사람들은 급히 일어나 아비게일이 이끄는 대로 달리기 시작했다. 마굴 속은 마치 개미굴처럼 복잡했지만, 아비게일은 극소의 위치를 정확히 알고 있는 것처럼 잠시도 멈추지 않고 뛰었다. '갈림길마닥 부대원들의 표시가 있군. 뛰면서 그것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원하는 지점까지 달릴 수 있는 건가? 프로군. 이사람도.' 라딘은 역시 최고 길드의 메인 간부 다운 실력이라고 내심 감탄하며서 계속 달렸다. 나중에 크로키와 함께 이런 훈련도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있었다. 사실 라디이 그들에게 이 일을 양보한 것은 협정에 의한 구역 문제도 있었 지만, 이들이 적의 기지를 습격할 때 어떤 식으로 하는가를 보고 배우기 위한 것이 진짜 목적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바로 옆에서 천천히 관찰한 결과, 확실히 배울 점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게임의 노하우는 역시 이들을 따라갈 수 없는 것이다. "저곳입니다!" 아비게일이 가리키는 곳에 거대한 문이 있었다. 그 문은 반쯤 깨져 있었는데, 그 안에서는 참혹한 학살극이 벌어지고 있었 다. "다 죽어라! 한 놈도 살아서 돌아가지 못한다! 어떻게 이곳을 알아냈는지 몰라도, 나 나지훔 혼자서 너희들 모두를 상대해 주겠다.!" 대전을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는 약간 가능로 신경질적이어싿. 그는 한쪽에 있는 태사의 아펭 서 있었다. 주위에는 녹색의 기류가 모여 있고 머리 위에는 네 개의 반투명한 스피리트 가 날아다니며 그에게 접근하려는 자들을 인정사정없이 공격하고 있었다. 대정 중앙에는 눈에도 거의 보이지 않을 움직임으로 사람들을 하나하나 처 리하고 있는 팔이 네 개 달린 사자 머리의 마족도 있었다. "저놈은 재생을 하는 군! 악령 기사의 말로는 팔 두개를 파괴했다고 하던데 !" 아비게일이 놀라 소리쳤다. 사람들은 드디어 고수들이 도착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환성을 질렀다. "독이 퍼지고 있어요!" 누군가 소리쳤다. 그러고 보니 네크로맨서 주위를 감싸고 있는 녹색 기류가 서서희 공기와 섞 이고 있었다. "흥! 어림없다! 「퓨리파이 에어」!" -휘이이이잉~ 대전의 공기가 모두 아비게일이 내민 두 손으로 만든 원 속으로 빨려 들어 가는 것 같았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그 손가락의 원을 지닌 공기는 사막의 지하라고는 믿을 수 업을 정도로 맑고 깨끗한 공기로 변했다. "하! 고위 성직자 나리의 등장이시군! 좋아! 제대로 상대해주지! 볼티오스! " -크아아아앙! 볼티오스가 입에서 사자의 포효 소리를 내며 그대로 아비게일을 향해 쏘아 져 나왔다. 그것을 그냥 지켜보고 있을 라딘이 아니었다. "스마이트!" -쾅! -큭, 이런 괴력이라니? 보통놈이 아니군! 볼티오스는 자신이 밀리자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했다. 그러나 그는 다시 뿌연 잔상을 남기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도 있다 「연대구품」!" -파파파팍! 단번에 네 개의 분신을 만들어 아비게일을 감싸는 뭉치, 그의 양손이 은은 하게 빛나고 있었다. -퍼퍼퍼퍼펑! 뭉치는 그렇게 빠른 볼티오스의 몸체를 정확하게 공격했다. 그의 강기탄에 맞은 볼티오스의 몸이 움푹 파였다. 그와 동시에 도끼바바의 기술이 시전되었다. "내가 마족하고는 쌓인 감정이 좀 있지. 「대진파」!" -쩍, 위이이이잉~ 핼버드로 땅을 때려 바닥을 부순 그는 그대로 그 바닥의 흙덩어리를 떼어 던졌다. 그가 노린 것은 볼티오스가 아닌 나지훔이었다. "아니? 그런 무식한 기술이!" 나지훔이 당황한 듯 외쳤다. 네 마리의 스피리트가 동시에 그 흙덩어리를 막았다. -쾅! "아! 저 스피리트를 조심하시오. 공격과 방어에 상당히 강력한 효능이 있다 고 했소!" 아비게일이 소리쳤다. 그러면서 그는 그대로 자신의 신성 공격 마법인 「브래이브 랜스」를 소환 해서 던졌다. -슈우우우웅~ 성(聖)속성의 거대한 랜스가 그대로 공간을 가르고 나지훔을 노렸다. 작정은 변하지 않았다. 네크로맨서만 죽이면 마족은 자동으로 소멸하는 것이다. 물론 그와는 상관없이 도끼바바와 뭉치는 마족인 볼티오스를 집중 공격하고 있었는데 오히려 그것이 더욱 좋았다. 파티원 중 네 명은 나지훔을, 그리고 두 며은 마족을 공격하는 형국이 되었 기 때문이다. "이익, 이놈들, 하나같이 800레벨이 넘는 놈들이구나!" 나지훔은 약간 당황한 듯 계속해서 스피리트들에게 마력을 보냈다. 데들리 포그가 그를 일차적으로 보호하여 웬만한 공격을 흡수해주지만, 지 금 이자들이 퍼붓고 있는 공격은 결코 만만한 공격이 아니었다. "볼티오스! 무엇을 꾸물거리고 있나? 어서 그놈들을 처치해라!" -크아아앙. 알았다. -파파파팍! "으윽, 이놈의 마족이?" 아무리 강해도 아직 800레벨이 지나지 않는 도끼바바와 뭉치로서는 볼티오 스의 공격을 감당하기 쉽지 않은 듯 연방 뒤로 밀렸다. 그때 나지훔이 파가운 눈을 빛내며 들고 이있는 단검으로 자신의 팔뚝을 그 었다. "피여! 나의 원한을 담은 저주의 피여! 이제 망자의 뼈에 스며들어 그들을 지배하라!" -파지지직! 나지훔이 앉아 있떤 태사의는 인간의 뼈로 만든 것이었다. 한계 레벨 네크로맨서인 본 마스터의 기술로 인해 모은 인간의 뼈! 그것이 지금 나지훔의 피를 받아 붉게 물들며 저절로 공중으로 떠오르기 시 작했다. -슈슈슈슝 "앗! 이놈의 뼈다귀들이!" 동료 하나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뼈다귀 조각을 방패로 막았다. 그러나 실패였다. -쾅! "아아악!" 엄청난 파괴력이었다. 뼈다귀는 그대로 터지면서 방패와 그것을잡고 있는 사람의 팔까지 날렸다. "하하하하, 어떠냐? 나의 폭혈골의 위력이?" 나지훔은 즐거운 듯 크게 웃었다. 그읜 손목에서는 아직도 쉬지않고 피가 흘러내려 태사의를 이루고 있는 벼 를 저점 적혔다. 다시 네 개의 뼈가 허공으로 떠올랐다. -슈슈슈슝 "앗, 바바형, 뭉치, 위험해!" -콰콰콰쾅! "아아악!" 뭉치는 피했지만 도끼바바는 그대로 두 개의 뼈를 얻어맞았다. 폭발음과 함께 벽까지 튕긴 도끼바바는 그대로 벽에 부딪힌 후 땅에 쓰려졌 다. 아직 회색으로 변하진 않았지만 큰 부상을 입은 것이 틀림없어싿. -크아아앙, 죽어랏! -휘이이익! "어림없다!" -파파팡! 볼티오스가 도끼바바에게 결정타를 가하겠다는 듯 날았다. 그러나 간발의 차로 뭉치가 도끼바바를 밀쳐내고 자신의 등에서 호신강기를 내뿜어 볼치오스를 막았다. 전신 어느곳에서든 강기탄을 발사할 수 잇는 것이 무적의 신공 혼원일기공 의 장점이 아닌가? 비록 이계인은 브리시아인보다 육체를 다루는 정밀도가 떨어지기는 하지만 뭉치는 피나는 연습을 통해 자신의 등과 가슴, 머리, 발바닥, 그리고 손바닥으로 강기탄을 발사할 수 있는 경지에 올랐다. -대단한 놈이군! 하지만 그놈을 살리지는 못한다! 볼티오스는 집오하게 뭉치를 노렸다. 그의 힘과 육중한 몸을 막을 수 없는 뭉치는 계속해서 강기탄을 발사하며 볼티오스가 도끼바바를 노리지 못하게 했지만 1, 2초의 시간을 버는 효과밖에는 없었다. 그러나 그 1, 2초의 저항은 또 다른 조력자가 그들을 구할 기회를 주었다. "이놈! 받아랏. 「홀리 코멧」!" -파앗, 위이이이잉~ -크아아앙, 그런 단순한 공격이 나에게 통하리라고 믿는가? 볼티오스는 웃었다. 단순 돌격계 기술이라니? 진형을 이루고 싸우는 대규모 전투나 거대 마물과의 전투에 사용되는 기술 이다. 대인전에서는, 그것도 자신과 같은 빠른 몸놀림을 가진 마족에게는 아무 소 용 없다고 할 수 있었다. 그는 라딘이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것을 지켜보았다. 결정적인 순간에 살짝 피하고 그의 등을 잡으면 한번에 끝낼 수 있다고 생 각했다. 그에겐 눈 앞의 드워프보다 이런 기사가 훨씬 상대하기 편했다. 그의 바로 2미터 앞까지 라딘의 하얀 빛덩어리가 접근했을 때, 볼티오스 옆 으로 피하려고 했다. 돌진하는 자에게 있어 2미터라는 것은 1초의 몇분의 1밖에 걸리지 않는 거 리였지만 볼티오스에게는 그런 시간이라면 이 방을 한 바퀴를 돌 정도로 충분한 시간이었다. 이 소란스러운 전투장에서 오직 볼티오스와 자신만이 들을 수 있을 정도의 목소리였다. "함정 발동!" -펑! 볼티오스는 그 순간 자신의 생명석 바로 밑에서 무엇인가 폭발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그 힘으로 생명석이 깨져버렸다는 것을 알았다. 몸이 움직이지를 않는다. 생명석이 깨진 순가, 그느 급속도로 죽어가고 있었다. 사실 그는 자신의 생명석 밑의 이물질에 대해 이미 느끼고 있었다. 이상한 마력을 발하는 물질, 그것은 그의 몸을 구성하는 데 전혀 필요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별로 신경쓰지 앟았다. 저 의심 많은 네크로맨서가생명의 동반자인 자신조차 믿지 못하고 비상용 장치를 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네크로맨서는 그래야 한다. 아무도 믿으면 안 되는 것이다! 그래서 볼티오스는 오히려 기뻐했다. 그런데 지금 그는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다. -너, 너였냐? -슈우우웅, 쾅! 겨우 입을 열어 최후의 대사를 꺼내려는 볼티오스를 그것조차 용납하지 못 한다는 듯 그대로 하얀 섬광이 덮쳤다. 산산조각 나는 그의 몸체, 어느새 그것은 원래의 청동 골렘으로 돌아와 있 었다. 마족 볼티오스는 마계로 강제 소환된 것이다. "볼티오스!" 나지훔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비명을 질렀다. 그의 눈에는 라딘의 필살기 한 방에 볼티오스가 박살난 것처럼 보였다. 아니, 모든 사람의 눈에 그렇게 보였다. 누구라도 라딘이 그의 몸을 부수기 전에 그가 이미 죽은 것을 알지 못했다. "지금이다! 「샤이닝 샤우어」!" -번쩍 아비게일의 전신에서 황금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눈으로 쳐다보기도 힘든 빛, 그것은 용기의 신 바로스의 영광을 상징하는 비층로 아군에게는 힘을, 적군에게는 공포를 주는 빛이다. 그리고 이 빛은 태양빛의 힘으 지니고 있어 언데드에게는 상당한 데미지를 줄 수 있었다. -카아아아악! 영혼과 마력을 섞어 만든 스피리트들도 이 빛의 영향을 받았다. 태양이 있는 곳에서는 이들을 사용하지 못한다. "받아라. 「선더 브레이크」!" -파지지직, 슈우우우웅~ 이제는 무기 자체의 힘으로 전격을 발하기 때문에 먹구름을 소환할 필요가 없어진 라딘은 그대로 전격을 뿜어대는 자신의 워해머를 던졌다. "나도 간다. 「백보신권」!" -슈슈슈슈슝~ "표풍비!" -콰콰콰콰! 모든 사람들의 필살기가 동시에 나지훔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나지훔은 안색이 하얗게 변해 무의식중에 외쳤다. "블링크!" -파앗! 그의 모습이 그곳에서 꺼져 문가에 나타났다. 그러나 일단 블링크를 쓰면 약 1초간 정신이 몽롱해져 무방비 상태가 된다. 물론 나지훔은 이것이 치명적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워낙 급한 상황이 되자 평소 연습할 때 하던 대로 블링크를 쓰고 말았다. 이제 자신을 보호해줄 마족 볼티오스가 사라졌다는 사실에 미처 적응하지못 한 것이다. "끝이다! 「홀리 코멧」!" -위이이이잉~ 라딘의 방패가 다시 성광을 뿜었다. 그리고는 그대로 나지훔을 향해 돌진했다. 제정신을 찾아가자 뒤쪽에서 다가오는 기세에 놀라 뒤를 돌아본 나지훔은 그때서야 자신이 보호해줄 마족도 없는데, 블링크를 썼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피할 수 없었다. 그는 전사나 검사가 아닌 마법사인 것이다. 신기하게도 영점 몇 초에 해당하는 시간이 무척 느리게 느껴졌다. 그리고 눈부신 빛을 뿜어대는 방패 뒤에 거의 가려 있다시피 한 상대의 눈 이 똑똑히 보였다. 헬멧과 방패 사이로 간신히 보이는 두 눈! 어디선가 본 눈이었다. 그들을 본 순간, 나지훔은 한 인물을 머리 속에 떠올렸다. '너였군!' 그는 그렇게 마음속으로 말했다. 그리고 그 순간, 그의 몸은 하얀 섬광에 그대로 먹혀버렸다. "아아아아악!" -퍽! 흔적도 남지 않았다. 단지 타탁 하는소리와 함께 그가 가지고 있던 아이템 중 두 개가 바닥에 떨 어졌을 뿐이다. 반지와 신발, 마교의 교주가 사용하는 것인 만큼 강력한 아이템일 것이 틀 림없다. 그러나 라딘은 속으로 한숨을 수며 생각했다. '안떨어지네, 쳇, 네크로노미콘이 떨어질 줄 알았는데.' 그는 무척 실망했지만 겉으로는 모든 사람의 환호성에 답례하며 강력한 네 크로맨서를 제거한 것을 기뻐했다. 라딘은 반지를 골라 확인했다. 레어 아이템이었다. 부츠도 마찬가지인것 같았다. "유니크가 떨어졌으면 좋았는데...." 아비게일의 회복 마법에 어느 정도 기력을 차린 도끼바바가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사람들 역시 웃으며 맞장구 쳤다. 그러나 라딘은 연속으로 큰 기술을 사용해 너무 피곤하다며 조용히 마교의 본거지를 빠져나왔다. 사실 자신이 키우다시피 한 나지훔을 자신의 손으로 죽인 것이 조금 마음에 걸리는 라딘이었다. '어쩔수 없지. 그는 결국 그릇이 못된 거야. 차라리 내손으로 마무리짓는 것이 옳아.' 속으로는 그렇게 말해도 역시 기분이 풀리지 않았다. 라딘은 고개를 저으며 정말 사중지고의 계략은 인간이 쓰면 안 되는 작전이 리고 중얼거렸다. 그리고 얼마 후, 마교도들의 최후의 저항으로 총단이 붕괴되기 시작했다. 기겁한 부대원들은 필사적으로 탈출해 최소한의 피해로 그곳에서 빠져나왔 다. 물론 죽은 자들도 이계인이기 때문에 가까운 마을에서 다시 살아날 것이다. "젠장, 이 지하 굴드을 언제 다 파내서 수색하지?" 하이드래곤 길드의 한 대원이 푸념하듯 말했다. 마교가 레디안 황실의 보물 창고를 약탈한 것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었는 데, 그 때문에 이들은 보물 창고를 찾을 때까지 이곳을 포기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어싿. 하지만 그것은 라딘 일행과는 아무 상관이 없었다. 이미 그들은 레디안 정부로부터 보수를 받았기 때문이다. 라딘은 아비게일에게 가서 말했다. "이제 우리는 돌아가겠습니다. 마교도 사라졌으니 병자도 더이상 발생하지 않겠군요." "아, 그렇군요. 라딘님 협조에 감사드립니다." 아비게일은 자기 할 일만 하고 미련없이 떠나는 라딘 일행의 매너에 호감을 느낀 듯 웃으며 악수를 청했다. 그러게 라딘 일행은 떠나싿. 1주일 후, 한 남자가 하이드래곤 부다가 발굴 작업을 하고 있는 근처에 나 타났다. 아무도 모르게 현장에서 약 50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나타난 그는 조용히 그곳과 주변 경관을 살피더니 어느 한 지점의 바닥을 파내기 시작했다. 사내는 무척 힘이 센듯 엄청난 속도로 모래를 파내려갔고, 그러게 약 한 시 간을 파자 하나의 철문이 나왔다. "제대로 팠군. 그럼 들어가볼까?" 철문은 지하 통로와 연결되어 있었다. 안쪽으로 열면 그대로 바깥쪽 모래가 흘러내려 통로가 열리는 장치가 되어 있었다. 그러나 사내는 그것을 바깥쪽에서 파서 찾아낸 것이다. 한참을 통로를 따라 걸어 들어간 사내는 다시 하나의 철문을 만났다. 조심스럽게 두 손으로 그 문을 열자. 그곳에는 엄청나다고 할수 있는 양의 재물과 아이템이 쌓여 있었다. 바로 위쪽에서 하이드래곤 길드가 밤낮을 가리지 않고 땅을 파고있는 최후 의 목표물이 바로 이 재물이었다. "자폭을 해도 이 창고는 부서지지 않지. 그리고 이 창고에는 교주만 아는 비상용 탈출구가 있거든? 즉, 만약의 경우, 교주는 총단을 자폭시키고 자시만 이 보물을 챙겨 도망갈 수 있는 거지. 물론 그것을 만든 사람은 나지만 말이야." 그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스스로의 힘을 자만하여 애써 만들어둔 탈출구를 이용하지 않은 나지훔에게 애도의 묵념을 했다. 그가 그렇게 빠져나가면 그가 가지고 나간 재물 이외의 것만으로 만족하려 고 했었다. 하지만 이왕 이렇게 된 것, 너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겠다, 이 재물은 꼭 내가 유용하게 써주겠다. 그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묵묵히 자신이 들고온 자루에 그 재물들을담기 시 작했다. 약 보름간 대부분의 값나가는 재물을 옮기면서 그는 그 대신 그다지 비싸지 않은 철광석 물건들을 그곳에 놓았다. 완전히 털어서 쓸데없이 의심을 사기보다는 적당히 그들에게 일한 만큼의 일당은 나누어주어야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곳의 기관을 발동시켜 그 보물 창고마저 무너뜨렸다. "결국 진실은 완벽하게 어둠에 묻히고 말았다. * * * 어두운 방 안, 수천의 마족 조각이 새겨진 돌침상 위에서 그는 깨어났다. "나는 아직 살아있는 건가?"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모든 기억이 선명했는데, 그래서 오히려 자신이 꿈을 꾼 것이 아닌가 하는 생긱이 들었다. 자신은 분명히 죽었다. 더욱이 믿을 수 없게도 자신이 아는 자의 손에 의해서! "목이 마르군." 그는 일어나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방 안에는 자신이 누워 있던 돌침대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문밖은 홀이었다. 그곳의 한쪽 면에는 계단이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 거대한 석상이 보였다. 어둠의 여신 메사아드의 석상! 나지훔은 그 석상을 보자마자 얼른 한쪽 무릎을 꿇고 경배했다. 그러나 그의 머리 속은 더욱 혼란에 싸였다. 크기 30미터가 넘는 이런 거대한 석상은 과거 그가 자랐던 암흑신교의 총단 어디에도 없었다. "어떻게 된 거지?" 그는 참을 수 없는 혼란에 대항하기라도 하듯 자기 자신에게 물었다. 그때 그의 머리 속에서 누군가의 음성이 들려왔다. -너는 죽은거다, 나지훔. 기억하지 못하는가? 네가 왜 깨어났는지를? "볼티오스? 살아있는 건가? 내가 죽었다고?" -나도 죽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역소환되었지. 그러나 이곳에서는 너와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마계와 연결된 이 어둠의 대성당에서는! "어둠의 대성당? 전설의 그곳인가? 나, 나는 어떻게 이곳에 온것이지?" 그는 두 손으로 머리를 움켜잡고 비틀거렸다. 그 바람에 그가 쓰고 있던 로브의 후드가 벗겨지면서 그의 머리가 드러났다 . -아직도 기억하지 못하나? 마음을 가라앉히고 차분히 생각하라! 죽음 속에 서 내가 한 맹세를! "으윽!" 나지훔은 그대로 비틀거리며 제단 앞 어둠의 성수가 고인 곳으로 다가갔다. 목이 심하게 말랐다.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첨벙! 그대로 머리를 물속에 박고 물을 마셨다. 그때서야 겨우 약간 진정된 그는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보았다. 물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그것은 인간의 모습이 아니었다. 흑색으로 빛나는 해골. 눈에 있는 부분에서 붉은 빛이 흘러나오는 해골이 바로 물에 비치고 있었 다. "아아아아아아악!" -아아아아악! 메아리처럼 울리는 비명 소리, 그 비명소리와 함께 죽은 뒤의 기억이 되살 아나기 시작했다. 어둠, 그속에서 서서히 영혼 상태로 윤회의 굴레로 들어가려던 그에게 말소 리가 들려왔었다. -원한을 잊지 못하는가? 인간임을 포기해도 좋은가? 나의 축복을 받은 네크로맨서 나지훔, 그대가 만약 한을 잊지 못한다면 마 족이 되어라! 그러면 그대에게 다시 한 번의 삶을 내려주겠다. 바로 어둠의 삶을! 그것은 자신이 경배하던 어둠의 여신의 목소리였다. 그리고 나지훔은 대답했다. "하겠습니다. 마족이 되어도 좋습니다!" 꿈이 아니었다. 자신의 손을 들어 확인했다. 역시 뼈밖에 남지 않은 손가락이 눈에 들어왔다. "후, 정말 리치가 되었군, 한게 레벨의 네크로맨서는 리치의 길이 열린다고 책에 적혀있었는데, 그것이 사실일 줄이야!" 그는 조용히 주변을 들러보았다. 다시 머리 속에서 볼티오스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어둠의 여신이 그에게 내린 것에 대한 설명이었다. 마족인 리치의 육체, 그리고 어둠의 성당에 있는 모든 것! 그것은 세상을 상대로 싸워도 모자라지 않을 힘을 의미했다. 나지훔은 묵묵히 그의 설명을 듣다가 갑자기 한숨을 내쉬었다. 어둠의 여신에게 경배할 때에는 언제나 몸과 영혼을 그녀에게 바치겠다고 했지만 막상 이렇게 마족이 되고 보니 자신이 인간이었을때가 생각났다. 제정신이었다면 절대로 마족이 되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러나 그는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렸다. "인정하지, 나는 이미 인간이 아니다. 그리고 위대한 여신은 나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었다. 나는 마족이다!" 그의 두 눈의 붉은 빛이 더욱 강해졌다. 그러다가 갑자기 그는 큭큭큭 웃기 시작했다. 무엇이 그렇게 웃긴 것일까? 이윽고 웃음을 멈춘 나지훔은 고개를 들어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중얼거렸다. "카프로스, 아니, 라딘 크러쉬볼트. 네놈이야 말로 악마다!" ( 10권에 계속 ) < 9권 타이핑 후기 > 프루나의 판타지란을 뒤지던중에 또다시 찾은 맘에 드는 소설 하나 ^^ 대부분의 게임소설은 맘에 안들었는데 이 신마대전은 유독 끌리더군여. 대부분 게임 소설은 운영자가 의도하지 않은 버그를 이용해서 먼치킨 수준 으로 강해지구 내용도 왠지 재미두 없구 글두 딱딱한구 별루인게 대부분인데 비해 신마대전은 읽으면 읽을수록 감칠 맛이 나는 내용과 유려한 글솜씨 그리구 라딘 크러쉬볼트라는 캐릭터의 버그라기 보단 유쾌한 사기에 가까우 면서도 게임의 밸런스를 붕괴시키지 않는 범위네에서의 성장과 강함... 그리고 '유리가면'의 '마야'와 견주어 손색없는 가면의 주인공... ( 부모님 어쩌구하면서 조금은 어색한 부분도 있긴 하지만여 ^^; - 좀 사 족같더라구여. ) 결국 그 뒤를 보고 싶어서 웹서핑을 해보니 조아라 ( 구 유조아 )에서 찾긴 찾았는데 출간삭제 ㅠ,ㅠ 어쩔수 없이 책을 펼치고 키보드를 잡게 되었네여 ^^;; 근데 왜 책을 보니깐 같은 기술을 써두 어떤건 「 」 이구 어떤건 굵은 글 씨로 나오고.. 왜 그런지 모르겠네여 ^^ 신마대전 10권 - 신마대전편 - Chap 1 . 마물의 대륙 2년이라는 시간은 길다고도 할 수 있고 짧다고도 할 수 있는 시간이었지만 라딘에게 있어서 이번 2년은 정말로 짧게 느껴졌다. 할 일은 많고 시간은 모자라니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이미 그가 벌인 대부분의 사업은 이 브리시아의 전 세계에 깊게 뿌리를 내 리고 보통 사람은 절대로 상상할 수 없는 재물을 라딘의 비밀창고에 실어 날라 주고 있는 실정이었다. 이제 라딘은 그 재물들과 세상에 흐르는 물자들의 양을 조절하여 이 브리시 아의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사람들이 이용할수 있는 아이템의 희소성을 유지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었다. 다시 말하면 희소성 있는 아이템을 사재기해서 그 가격을 유지시켜 계속해 서 이득을 남기고 있는 것이다. 일종의 전 세계를 상대로 한 매점매석이라고 할 수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사업 파트너인 크로키 이외에 그것을 눈치 챈 사람은 없었다. 아무도 이 넓은 세계에서 유통되는 희귀아이템의 대부분을 제어할 사람이 있다고는 상상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크로키는 라딘의 그 거대한 스케일에 진심으로 감탄해서 말했다. "세상을 다 먹어도 네 배는 절대 체하지 않을 거다." 라딘은 그런 크로키에게 그저 히죽하고 웃어 보였을 뿐이었다. 현실 세계에서 신현진은 이제 대학 3학년 시절을 보내고 있었다. 사실 통일한국대학의 경영학도인 신현진은 게임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바 쁜 시간을 학업에 집중해야 하는시기였다. 그러나 그는 2학년을 마치는 겨울에 이미 학회에 '가상 현실세계에서의 경 제의 흐름'이라는 논문을 제출하여 그 논문이 특례로 졸업논문으로 인정받은 상태였다. 오히려 지금 신현진은 교수로부터 조기졸업과 대학원 진학을 권고 받고 있 었다. 세계 학회 전문지에 논문이 실린 그였기 때문에 자격은 충분하다고 했다. 만약 브리시아에서의 일이 바쁘지 않았다면 신현진은 올해로 대학원에 진학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앞으로 2년의 여유를 브리시아에서의 경제활동에 전념하겠다고 교수에게 말했고, 그것을 허락받은 상태였다. 즉, 그가 신마대전 게임을 하는 것은 대학으로써 소위 말하는 '연구활동'인 셈이다. 이미라하고의 연애도 무르익어, 장래를 약속하기에 이르렀고, 그녀의 집에 인사도 갔다. 그녀의 아버지는 역시 의사였는데, 외동딸인 이미라에게 자신의 병원을 물 려주기를 원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미리가 졸업을 하고 인턴과 레지던트 과정을 마치면 아프리카 쪽 으로 의료봉사활동을 떠나겠다고 선언하는 바람에 고민을 하던 중에 딸이 남자친구를 데려오자 쌍수를 들어 환영했다. 남자친구가 있느데 설마 아프리카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 했 다. 그러나 그는 아직 신현진이 그녀와 함께 아프리카에 가기로 결정했다는 것 을 몰랐다. 가상현실게임 신마대전은 아프리카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것이다. ------------- "과연 이번 원정이 성공할 수 있을까?" 크로키는 세계지도를 펴고 약간 불안한 표정으로 라딘에게 물었다. 여느 때라면 무조건 문제없다고 큰소리를 쳤을 뭉치도 탁자위에 앉아 그 지 도를 보며 손가락만 빨았다. 라딘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이미 서대륙의 남부사막의 마굴도, 이 동대륙의 황야인 와이번의 왕국지역 도 모두 활성화 되고 있지. 그러나 막상 개발에 착수하여 마굴을 탐색해 보니, 그곳의 마굴은 수만 많 을 뿐, 진짜 필요한 800레벨 이상의 마물은 거의 없었어. 이래서는 앞으로 1년 뒤에는 사람들이 몇 개 안되는 고레벨 마굴로 몰려들 게 된다고!" "으음, 그건 그렇지." 다들 라딘의 말에 납득한 듯 했다. 사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600레벨을 넘기고 적지 않은 고수들은 800레벨 에 도달한 상태였다. 그런데 문제는 이 신마대전이라는 게임 내에서는 저레벨과 중급레벨의 마물 은 무지하게 많은데 고레벨 마물은 그 수가 적다는 데 있었다. 800레벨을 넘으면 적어도 640레벨 이상의 마물을 잡아야 경험치를 얻을 수 있다. 물론 그 덕분에 일찍부터 3대 마물지역 중 두군데인 서대륙의 동부평야와 서대륙의 남부 사막지대에 교두보를 마련하고 그곳에서 고레벨 마물이 출몰하는 마굴들을 개발해온 라딘 상회와 아도 신 성기사단은 막대한 이득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800레벨이 넘는 사람들이 모험을 할 마굴이 모자라게 된 것이다. "그럼 결국 그족으로 가볼 수밖에 없다는 거군." "그렇지, 거기를 개발한 조직은 우리 밖에는 없어! 뭐라고 해도 마물의 대 륙이니까 말이야!" "음, 근데 거기는 인간의 마을이 아예 없잔아. 가서도 하나무터 끝까지 전 부 만들어야 되는 거네?" "그래, 길드원들 중에서 고수들만 모아서 떠나고, 1년 정도 꾸준히 마물을 청소하면서 안전지역을 확보하면 그 후에는 브리시아 인들을 이주시키면 되, 사람들은 절대로 가지 않겠다고 하겠지만, 일단은 범죄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죄를 사해 주는 조건으로 그곳으로 이주시키는 것으로 시작 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라딘은 크로키와 뭉치에게 자신이 작성한 사업계획표를 꺼내들고 자세한 일 정과 그 소요인력과 자금등을 설명했다. 이 일은 정말로 모험에 가까운 일이지만 그래도 꼭 해야되는 일이었다. 일단 그곳까지 갈 대선단을 구성할 조직은 라딘 상회 밖에는 없기 때문이다 . "좋아! 사람이 한번 죽지 두 번 죽냐? 가자고, 가서 죽던가 살던가 부디껴 보자고!" - 벌떡 뭉치가 결심이 선 듯 탁자위에서 일어나며 소리쳤다. 그러자 크로키는 말했다. "우린 여러 번 죽을 수 있잖아. 비유를 제대로 해야지. 아무튼 나도 이견은 없어. 게이머로써 꼭 도전해야 하는 곳이긴 하지, 그곳은." 동료들의 동의를 얻은 라딘은 얼굴에 미소를 띠운 채 씨익 하고 웃으며 사 업계획을 탁 하고 치며 선언했다. "그럼 준비하자고! 800레벨 이상의 고수들은 모두 우리 라딘 대륙 개발의 배를 타게 될 거야!" "알았어!" 일이 결정되자 그들은 즉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항해를 할 선원과 배의 제조는 크로키가, 모험에 참가할 고레벨 유저들의 포섭은 뭉치가 맡기로 했다. 라딘은 동료들이 나가자 아직도 탁자 위에 펼쳐져 있는 지도를 다시 한 번 찬찬히 보았다. 두 개의 거대한 대륙이 그 지도위에 그려져 있었다. 자신이 그동안 활동해 왔떤 양대 대륙이었다. 그리고 그 아래쪽, 바다로 가득 찬 그곳에 그려진 하나의 커다란 섬에 눈을 돌렸다. 3대 마물의 대지 중 최고 금단의 마역이라고 알려진 곳, 인간이 살지 않는 마물의 대륙, 크로노스! "이제 이곳만 개발하면 이 브리시아에 내 손이 미치지 않는 곳은 없게 되는 거지." 라딘은 조용히 중얼거리고는 입을 다물었다. 정적과 함께 그의 두 눈만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 -쏴아아아아, 철썩 거센 파도는 자신을 가로막는 바위절벽을 사정없이 후려쳤다. 그러나 대지에 깊게 뿌리박은 절벽 역시 만만치 않아 수 미터나 되는 파도 의 공격에도 꿋꿋이 버티고 있었다. 검은 바위로 이루어진 절벽, 섬의 둘레 대부분이 이런 절벽으로 이루어진 이 크로노스 섬은 섬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크고 대륙이라고 하기에는 작았다. 거의 유일하게 절벽이 아닌 해변에는 크로노스 섬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검 은 모래사장이 펼쳐져 있었는데, 그 검은 모래가 파도에 쓸려 바다로 들어간 탓인지 주변의 바대색 역시 어두운 흑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쾅. 화르르르 +하하하하, 네가 이 마굴의 보스인가?" 검붉은 바탕에 황금색의 룬어가 새겨진 로브를 입은 마법사가 전신에 불에 타오르는 거인을 보며 웃고 있었다. 마굴 '미친 정령의 부락' 의 최종보스인 매드 이프리트, 그는 자신의 방 앞 을 지키고 있는 상급 정령들이 모두 당하는 것을 느끼고 이곳에 나타났다. 모처럼 자신이 상대할 가치가 있는 놈이 나타난 것이다! 그는 강자가 나타난 것을 알았다. 그리고 이 이 기회에 몸을 풀려고 각오를 단단히 다진 상태였다. 그러나 그가 방밖으로 나왔을 때, 방 밖에는 수십 명의 용사들이 아닌 단 한 사람의 마법사가 서 있었다. 마법사가 단신으로 마굴에 들어오다니? 상식을 깨는 행위가 아닌가? 그러나 아무리 봐도 그의 주위에는 단 한 사람의 동료도 없었다. 자신이 눈앞에서 현신했느데도 그는 조금도 긴장이 되지 않는 것 같았다. "크르르르르, 나도 미쳤지만 네놈은 더하구나?" 매드 이프리트는 허탈함을 느끼고 웃었다. 그가 웃자 홀 안은 온통 불길에 휩싸여 버렸다. 광기와 살기가 그 웃음소리에 섞여 있었다. 원래 1000레벨의 힘을 가진 최상급 정령이 자신이 그 힘에 만족하지 못해 난동을 부리다가 결국 광전사의 혼을 받아들여 마물이 되었다. 그러나 그는 후회하지 않았다. 레벨이 1300으로 올라갔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 힘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다른 정령들을 잡아 잣니처럼 정신의 정 령들과 합체를 시켰다. 그래서 만들어진 곳이 바로 이 크로노스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최고의 마굴 '미친 졍령의 바락'이다. 그런데 상대 마법사는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 불이 자신의 발아래에서 타오르는 데도 피하려 하지 않았다. 그는 입을 열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인간으로 보이니? 정말 미친 것이 확실하군." "크르르르?" 그는 천천히 손을 들어 로브의 후드를 벗었다. 놀랍게도 그의 얼굴에는 살이 없었다. 은은한 검은 괃택이 나는 해골! 그의 눈쪽에 뚤린 구멍 사이로는 붉은 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크르르르! 리치?" "그렇다. 이제 앓았으면 죽어라! [궁극소환]!" -우우우우웅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그 주변에 있는 마나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옆쪽의 허공에서 둥그런 구 형태의 마법진이 나타났다. 크기가 20m정도의 마법진! 그것을 본 매드 이프리트는 경악해소 소리쳤다. "입체 마법진!" -슈슈슝 궁극의 소환마법은 모두 입체 마법진으로 발동된다. 1천 레벨 이상의 존재는 평면마법진으로는 절대로 소환되지 않는 것이다. 이프리트는 다급한 표정으로 자신의 손가락을 튕겼다. -콰콰쾅 하나하나가 플레임 스트라이크의 위력을 가지고 있는 그의 불텅어리 세 개 가 눈앞의 리치에게 적중되었다. "크하하하, 아무리 리치라고 해도 공격을 받으면서 마법을 시전할할 수는 없지! 가디언도 없이 혼자서 나타난 너를 원망해라!" 자신의 공격을 정면으로 받고 멀쩡한 마법사는 없다. 아무리 그것이 리치라고 해도!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크게 우성ㅆ다. 그러나 웃다가 보니 허공에 생성된 마법진이 아직도 남아 있는 것이 보였다 . "아니?" "후후후후, 그 정도로는 나를 해할 수 없다." "이럴 수가?" 상처하나 없이 멀쩡하게 서 있는 리치, 그의 검은 해골은 표정을 알아보기 어려웠지만 매드 이프리트는 알 수 있었다. 그의 눈이 웃고 있었다! "소환 드래곤좀비!" "크아아아아! 말도 안 돼!" -쿠쿠쿠쿠쿠쿠 마법진의 힘이 해방되면서 마굴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거대한 마법진이 순간적으로 세배나 커지며 그 속에서 나타난 마 물, 그것은 최강의 언데드 마물인 드래곤 좀비였다. "1천 5백 레벨의 드래곤좀비라면 네가 만족할 만 하겠지? 광전사의 혼을 받아들인 매드 이프리트여. 이제 만족할 때까지 최후의 전투를 즐겨라!" -쿠오오오오오 매드 이프리트가 대답할 사이도 없이 드래곤좀비는 크게 포효하며 이프리트 를 향해 달려들었다. 살아있을 때처럼 브레스를 쓸 수는 없기에 그의 저주받은 발톱으로 눈앞의 상대를 찢어발기기 위해 그의 앞발을 휘둘렀다. "크라라라라, 안 돼!" 매드 이프리트는 비명을 지르며 자신의 전력을 다해 드래곤좀비를 상대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미 승부를 예측한 듯 그의 두 눈은 공포에 젖어 있었다. 광전사의 혼도 드래곤의 피어 앞에서는 무력한 것 같았다. 약 10분이 지났을 때, 결국 매드 이프리트는 소멸했다. 그의 불의 심장은 드래곤의 앞발의 발톱에 잡혀 터져 버렸다. 그런 모습을 묵묵히 바라보고 있던 리치는 이제 전투가 완전히 끝나 주변에 자신들 이외에는 아무도 없다는 것을 깨닫자 고개를 돌려 뒤를 보았다. "수고 했다. 슈리카, 쉬카." 뒤 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아무도 없는 빈 공간에서 사람의 목소리가 들 려오다니? 그러나 그 순간 그곳의 공간이 일그러지며 한명의 마법사가 나타났다. 놀랍게도 그는 원래 홀 중앙에 서 있던 그 리치와 완벽하게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천만의 말씀입니다. 주인님." 원래 리치의 모습을 하고 있떤 자가 고개를 숙이며 공손하게 말했다. 그 흉폭하던 드래곤좀비도 날개를 접고 조용하게 앉아 있었다. "이제 본모습으로 돌아가라. 슈리카." "넷." -스스슥 고개를 숙인 리치가 그의 말에 대답을 하자 놀랍게도 그의 몹이 녹듯이 뭉 그러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은 반투명한 젤리 형태의 사람으로 변했다. 도플갱어! 그의 정체는 바로 도플갱어였다. 나지흄은 글너 그를 보며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어둠의 신전에서 잠자고 있던 세 명의 하인! 강화 도플갱어 슈리카! 도플갱어가 마족의 힘을 얻어 진화한 그는 어떤 모 습으로든 변신할 수 있다. 그리고 그 힘도 능력도 1천 레벨의 마족에 필적했다. 나지흄의 신변호위를 담당하는 그가 있었기에 나지흄은 평소 전투 때 성역 마법으로 다른 자들이 보지 못하는 공간에 들어가 소환마법만을 사용할 수 있다. 그 사이 슈리카가 나지흄의 역활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드래곤 좀비 쉬키! 최강의 언데드인 그는 1천 5백 레벨의 마물로 지금의 나지흄보다 오히려 레 벨이 높았다. 언데드가 아니었다면 절대로 나지흄에게 충성을 맹세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도 자신보다 더 상위의 언데드인 쉬카를 소환하려면 전력을 기 울이지 않으면 안 되는 나지흄이었다. 그 때문에 그는 어서 자신이 1500레벨에 도달하기를 원했다. 쉬카와 같은 레벨이 되면 그 순간 마나의 소모가 절반으로 줄어들기 때문 이다. 그리고 이 자리에는 없지만 본거지인 어둠의 신전을 지키는 아쿠! 어둠의 신전까지 올 수 있는 존재가 있다고는 믿지 않지만, 만약 온다고 해 도 아쿠의 식량이 될 뿐이다! 비록 1천 레벨의 마수인 아쿠지만, 그의 영역에서라면 쉬카도 아쿠와 싸워 이긴다는 보장이 없았다. 나지흄은 위대한 어둠의 여신의 힘에 다시 한 번 감동했다. 자신은 그 신전에 있는 세 개의 이동 마법진을 통하여 동대륙과 서대륙, 그 리고 이 크로노스 섬에 언제든지 자유롭게 올 수 있었다. 대륙간 순간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마법잔이라니? 그것이야 말로 신의 힘이 아니면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었다. "이제 조금만 더 수련하면 나도 1500레벨이 되겠구나! 마족의 한계레벨인 1500레벨! 그 성취를 이루는 날, 나는 세상에 나가겠다. 그 때에는 세상의 모든 존재가 나 나지흄의 이름을 알게 될 것이다!" 그는 두팔을 가볍게 벌리며 말했다. 자신의 두 팔로 세상을 껴안겠다는 듯이!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그의 두 하인은 조용히 자신들에 세상이 나가서 날 뛸 날을 상상하고 있었다. -------------------- 제 팬가페가 생겼습니다! 정성들여서 만들어 주셨더군요. 너무 감동해서 즉시 가입하고 앞으로 그쪽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기로 약속 했습니다. 앞으로 외전이나 신작소개, 기타 설정같은 것은 그곳에 올릴 계획입니다. 물론 이벤트도 해야겠죠! 독자분들도 많이 찾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다음 까페구요. 까페주소는 http://cafe.daum.net/SinmaToma 입니다. 그럼 많은 가입 부탁드리겠습니다^^. ----------- -부웅, 부웅, 부웅 세번의 뱃고동 소리가 망망대해의 한가운데에서 울려 퍼졌다. 항해중에 선원들이 가장 듣지 않기를 원하는 신호, 그것은 바로 위험의 접 근을 알리는 신호였다. "전면에 거대한 회오리바람이 다가옵니다!" "뭐라고!" 갑판으로 뛰어나온 라딘은 행해사의 외침소리에 놀라서 선단의 전면을 바라 보았다. 그의 말대로 이 대형선박을 가볍게 100m쯤 하늘로 빨아올릴 것 같은 메가톤 급 재해가 다가오고 있었다. "아악! 차라리 마물이 몰려오든지! 이놈의 항로는 왜 이 말썽이야!" 라딘이 비명을 지르는 사이에도 선단의 선장을 맡은 캡틴 마크는 바로 전 선단의 우회를 명했다. 사실 라딘은 어쩌니 저쩌니 해도 이 캡틴 마크를 신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도 마음 놓고 비명을 지를 수 있었다. "캡틴 마크, 회피가 가능하겠습니까?" 이윽고 라딘은 이성을 되찾고 선단의 주인으로서의 표정을 한 채 그에게 물 었다. 그러나 캡틴 마크는 심각한 얼굴로 라딘의 한줄기 희망이 산산이 부셨다. "저놈이 어느 쪽으로 움직일지는 신밖에 모르실 겁니다. 만약 우리가 피하려는 방향으로 다가오면 끝장이지요. 아니면 사는 겁니다. " "으으윽, 알겠습니다." 급격한 선회로 인해 배가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배가 원심력에 의해 회전하는 반대쪽으로 크게 기울었다. 사람이 서 있기 힘들 정도로 기울어진 배의 갑판에서는 까딱 잘못하면 바다 속으로 빠져 버릴 것이지만 라딘은 그런 걱정은 애초에 하지 않았다. "오지마라, 오지마라, 저쪽으로 가는 거다! 착하지?" 마치 주문을 외우는 듯한 라딘의 간절한 심정을 담은 말은 그 옆에 나와있 는 뭉치와 크로키를 감동시킬 정도로 처절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요즘 들어 라딘은 신에게 버림받은 듯 완벽하게 재수가 없었다. "아악, 저놈이 왜 이리로 오는 거야?" 자신의 먹이를 발견한 상어처럼 바로 방향을 틀어 선단 쪽으로 다가오는 회 오리바람, 라딘은 완전히 망했다는 표정을 지으며 갑판위에 주저앉았다. "역시, 이번 항해는 무리가 있었나?" 크로키는 조그마하게 중얼거렸다. 사실 그는 이 브리시아 세계에서 지난 10년간 라딘의 운이 하늘을 찌르는 것을 옆에서 보고 겪으며 상당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사람이 일생동안 운이 좋을 수는 없다고 그는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라딘이 이 크로노스 섬을 공략하고자 말했을 대, 신중 을 기하지고 말했던 것이다. 그때 그는 라딘에게 이렇게 말했다. "원래 옛말에 10년 동안 사업을 확장하면 그 후에 2년간은 은인자중하면서 내실을 다지라고 되어 있어. 그러니 이제 당분간은 조용히 있는 게 어떨까?" 그의 말은 정론이었고, 뭉치는 그 말이 맞다고 동의했었다. 그러나 라딘은 씨익하고 웃으며 말했다. "크로키, 넌 불이 번지다가 저절로 멈추는 거 봤어? 태울 재로가 있는데 말이야. 머추는 것은 곧 퇴보하는 거야. 기호지세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지. 일단 우리가 멈추면 그 후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르거든. 만약 다른 길드에서 먼저 크로노스 섬을 개발하면 차후에 고레벨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지. 결국 달리는 수밖에 없어. 쉬지 않고 모든 것을 다 삼키는 불! 그것이 내 역활이라고, 그리고 말이야. 내실은 너!" "헉, 나?" "그렇지, 뭉치 네가 다지는 거야? 안에서 문제 생기면 다 길드장 책임이지. 암." "꾸에에엑!" -쿵 뭉치는 그대로 뒤로 넘어갔다. 그는 이 악마 같은 놈하고 손을 잡은 자신의 운명을 저주했지만 이미 먹은 것이 많아서 어쩔 수 없었다. 크로미는 라딘의 말이 틀리지 않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정말 누군가 이 폭주하는 악마를 말릴 수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하고 생각 했지만, 이미 미리네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까지 커버린 라딘이었다. 그러나 결국 이렇게 문제가 발생하자 한숨이 나오는 것을 참을 수 없는 크 로키였다. "크로키, 어떻게 좀 해봐!" "헉! 나?" 라딘이 그를 잡고 흔들며 소리치는 바람에 크로키는 상념에서 깨어났다. 뭘 어쩌란 말인가? 그는 황당했다. 그러나 라딘은 한 점의 의심없는 순수한 눈빛을 한 채 담담하게 말했다. "당연하지! 너 밖에 없잖아. 내가 사건을 일으키고, 뭉치가 분위기를 띄우고, 문제가 터지면 네가 해결 하는 것이 우리 조직의 역활이니까!" "허억! 언제부터 그런 역활분담이!?" "원래부터 그랬어! 넌 프로잖아! 그것도 마법사고! 어서 저 회오리바람을 없애 버리라고! 아니면 그냥 방향만 바꿔도 인정할게 .: 라딘의 말에는 완벽한 신뢰의 감정이 깃들어 있었다. 옆에서 갑판을 잡고 버티고 있는 뭉치 역시 드워프의 그 큰 눈을 글썽이며 너만 믿는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크로키는 문득 슬퍼졌다. 이런 놈들을 친구라고 내가 같이 게임을 하고 있었단 말인가?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 보면 라딘의 주정대로 여태까지 일이 터지면 해결책 을 찾아내는 것은 대부분 자신이었다. "난, 이제 다시 게임을 하면 절대로 마법사 안 할거야." 크로키는 굳은 결심을 하며 회오리바람을 보며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말은 그렇게 했어도 이제 자신도 포기하면 이 배는 꼼짝없이 비공정이 돼서 하늘을 날다가 짧은 쾌락에 대한 댓가로 바다와 충돌할 것이다. 이계인인 자신들은 모두 항구에서 다시 시작하겠지만, 캡틴 마크를 비롯한 브리시아인들은 모두 바닷 속에 수장되고 말 것이다. "설산은 무슨 수가 없데?" 크로키는 냉정하게 하나씩 방법을 점검하기 시작했다. "그놈은 벌써 안전지대로 도망갔어! 자신도 회오리바람 밑쪽의 소용돌이에 빨려들면 그대로 하늘로 날게 된데!" "으음, 설산이 빨려올라갈 정도의 힘이란 말이지? 과연 자연의 힘이군. 상급 두르이드의 컨트롤 웨더 마법은? '자연이조아' 님이 상급두르이드잖아?" "앗, 정말! 잠깐만.... 아악, 안 된데." 자연이조아를 비롯한 상급 드루이드들은 날씨를 변화시키는 마법을 쓸 수 있다. 그러나 이 정도의 재해급 회오리바람은 일반의 날씨변화마법으로는 불가능 한 것 같았다. 마스터 두르이드인 하이에로펀트만 사용할 수 있는 유니크 마법 [번천지복] 만이 그것을 가능하게 할 거라는 자인여조아의 대답이었다. 곧이어 엘프 정령사 유저로부터 퓽향을 바꾸려고 해도 이정도 정령이 날뛰 면 불가능하다는 귓말이 왔다. 대형의 회오리바람은 최상급정령의 능력인 것이다. "으음, 그럼....." 크로키는 나보고 어쩌란 거야! 라고 소리치고 싶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회오리 바람은 선단을 덮치지 않았고, 자신은 아직 죽지 않았다. 그는 다가오는 회오리 바람을 노려보며 다가오는 죽음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 -고오오오오 바다가 온통 회오리바람에 뒤덮여 그 양쪽 끝을 동시에 보기도 힘들었다. 멀리서 볼 때는 그나마 잘 몰랐는데, 막상 회오리바람에 쫓기는 입장이 되 자, 이 회오리바람이라는 것이 웬만한 마물보다 훨씬 빠르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으으윽, 시간이 없어! 이제 5분도 안 돼서 영향권 아래 들어 갈 거야." 옆에서 둘러오는 라딘의 신음소리, 캡틴 마크는 이미 신에게 운명을 맡긴다 는 듯 선원에게 물이 가라앉지 않도록 나무통 같은 데에 자신의 몹을 둘러묶으라고 지시하고 있었다. "음, 가능할까?" 크로키는 이윽고 한 가지 해결책을 생각해 내었다. 그러나 인간적으로 너무 불확실한 방법이 아닐 수 없었다. 그는 즉시 펜을 들고 종이에 공식을 쓰며 열심히 무언가를 계산하기 시작했 다. "이봐? 갑자기 왠 수학문제를 푸는 거야? 이런 상황에서 공부가 돼냐?" 뭉치가 황당하다는 듯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사실 뭉치와 라딘은 문과 출신이기 때문에 공대 출신인 크로키가 가끔씩 수 학이나 물리 문제를 풀 때에는 외계인 취급을 했었다. 그러나 크로키는 더 없이 심각했다. "시끄러! 어른이 심각하게 예술을 보여 주려는데 방해하지 말라고! 라딘, 설산을 불러! 회오리 바람과 우리 선단 사이에 설산이 있어야 돼." "옷, 그럼 해결책이 있는 거야?" "몰라, 자살로 끝날 가능성이 90%이상인 거 같아, 그래도 한다!" "좋지, 0%보다는 10%가 훨씬 높으니까!" 라딘은 그렇게 대답하고는 설산에게 귓말을 보냈다. 그가 펄펄뛰며 이상한 욕을 하는 느낌이 들었다. 보나마다 설산이 못한다고 버티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설산은 팰러딘의 마운트, 라딘의 말을 듣게 되어 있다. 그리고 의외로 정의감에 불타는 열혈 고래이기 때문에 모험이 성공한다면 다 살수 있는데 혼자 도망갈 놈도 아니었다. 크로키는 그것을 믿었다. "설산이 위치로 이동했어!" "좋아, 그럼 시작한다!" 크로키는 서서히 자신의 전 마력을 동원하여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한 번도 써보지 못한 주문, 신이 금지한 주문의 위력이 어떤지는 잘 모르겠 지만, 그것을 습득하고 마법창에 나타난 그 설명에 따르면 충분히 눈앞의 회오리바람을 잠재울 수 있다고 판단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지, 난 모르겠다.' 크로키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주문을 완전하게 시전했다. -우우우웅 "아! 저럴 수가!" 마법진을 그리지도 않았느데 크로키의 주우에 거대한 마법진이 나타나기 시 작했다. 그의 몸은 허공으로 약 50Cm쯤 떠 있었는데, 그로 인해 배의 흔들림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아다. 주문이 계속되자, 이제는 보통 사람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마나의 흐름이 격해졌다. 그리고 크로키의 몸을 깜싸고 있던 마법진이 다시 세 개로 분리되어 그의 발 밑쪽과 머리쪽에 형성되었다. "저 청공에 존재하는 유랑하는 힘이여. 이제 나 대마도사 크로키의 명에 따 라 이곳에 나타나라! [메테오!]" -우우우우웅 크로키는 그 순간 환상을 보았다. 자신이 우주 공간에 떠 있는 것처럼 느꼈다. 발 밑에 있는 지구와 비슷한 모양의 행성, 그것은 브리시아임이 틀림없었다 . 몇 개의 유성이 보였다. 그는 그 유성의 방향을 중력제어로 조절하여 브리시아 쪽으로 이동시키기 시작했다. 이윽고 대기권에 접어든 유성들은 대기와의 마찰에 의해 불타면서 지상으로 추락했다. 바로 크로키가 원하던 그곳으로! -슈우우우웅 "앗, 저것은?" 하늘에서 네 개의 거대한 불덩어리가 떨어지는 모습은 회오리바람에 의해 쫓기던 선원들이 공포심을 잃을 정도로 강력한 임패트가 있었다. 그들은 그 불덩어리들이 회오리바람의 한쪽을 향해 떨어지는 것을 두 눈으 로 똑똒히 보았다. -콰콰콰콰콰쾅!! "우아아아아! 저게 바로 말로만 듣던 메테오구나! 가상현실에서는 처음 봐! " 뭉치가 감탄해서 소리쳤다. 놀랍게도 회오리 바람은 그 운석의 힘에 의해 크게 요동치고 있었다. 한쪽 면이 형태를 잃어가자 회오리 바람은 균혀을 잃었다. 그러자 놀랍게도 게 저거였단 말이지? 넌 천재야, 크로키!" 완벽하게 흥분한 뭉치, 그는 크로키를 더 이상 보통 사람으로 보지 않았다. 사실 2분 만에 펜과 종이만으로 이런 복잡한 역학 계산을 할 수 있는 사람 은 천재라 불려 마땅했다. 그러나 라딘은 전혀 흥분하지 않았다. 그는 조용히 그 광경을 지켜보다가 입을 열어 크로키에게 물었다. "크로키, 아까 망할 확률이 90%라고 한게 저거 때문이지?" "응." "응? 뭔데? 회오리바람은 완전히 방향을 바꿨잖아? 허억!" -고오오오오 그들의 눈앞에는 수면이 있었다. 그런데 그 수면은 보통 수면보다 약 10m정도는 높아 보였다. 메테오와 회오리바람의 힘을 그대로 받은 수면은 격노했고, 그 분노의 힘은 해일로 변해 그들 앞에 나타났다. "캡틴 마크, 회오리바람과 해일 중 어느 게 더 배에 덜 해로운 겁니까?" 라딘은 멍한 목소리로 물었다. 마크 선장은 입을 바늘로 꼬맨 것처럼 굳게 다문 채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크로키는 냉정하게 말했다. "당연히 해일이지! 회오리 바람은 막을 수 없지만, 해일은 막을 수 있다고! " "누가?" "설산이! 이제 이 선단을 살리고 죽이는 거는 다 설산에게 달렸어! 날 원망 하지 마!" 크로키는 딱 잘라 말했다. 라딘과 뭉치가 입을 벌리고 자신을 멍하게 보는 것을 완벽하게 무시하면서. 라딘은 결국 한숨을 쉬며 설산에게 귓말로 크로키의 말을 단 한자도 틀리지 않게 전했다. 그리고 그는 크로키를 바라보며 말했다. "설산이 너 나중에 좀 보재. 말머리에 받히는 경험을 해주겠다는데?" -씨익- "이번에 살아나면." 그 후, 모든 배는 신장 100m의 거대해양신수인 대백경 설산의 뒤에 숨어서 모든 마법사들과 상직자들의 방어마법에 의해 철저하게 보호되었다. 설산은 그 거대한 해일은 자신의 머리가 아닌 옆구리로 훌륭하게 받아서 막 아내는 기염을 토해 대부분의 선단이 침몰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보호했다. 크로키는 자신의 정확한 계산에 의해 힘의 충돌을 최소화 했기 망정이지 만 약 회오리바람 전체가 소멸했다던가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면 이번 해일보다 몇 배나 큰 해일이 일어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알았어, 네가 이번에 잘 한건 인정해줄게. 그런데 말이야......" -우드드드득 "아아아아악!" "미리 설명을 하란 말이야!" 크로키의 위에 올라탄 라딘이 가볍게 초상비를 풀자 크로키는 전신의 뼈가 요란한 소리를 내는 것을 느끼며 비명을 질렀다. 회오리바람이 지나간 바다위의 오후에 일어난 일이었다. 결국 그들은 2척의 배를 희생시켰다. 그러나 그나마 다행인 것은 선원들 대부분이 구조되어 다른 배에 탈 수 있 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름이 다가오는 어느 날, 라딘과 그 일행들이 이끄는 선단은 두 달 간의 항해 끝에 양 대륙의 남쪽에 위치한 마물의 대륙 크로노스에 도착할 수 이 있었다. ------------ Chap 2. 혼자만의 재회 -쏴아, 철썩 망망대해로부터 밀려온 파도는 검은 바위에 부딛치는 것으로 그 기나긴 여 정을 마쳤다. 그러나 그는 아직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듯 산산이 부서진 채 자신이 바다 로 돌아가면서 훗날 다시 올 것을 약속했다. 바위는 글너 파도를 비웃는 듯 검은 몸체를 햇빛에 말리면서 다음에 밀려오 는 파도에 대비할 뿐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검은 바위를 찾은 것은 파도뿐만이 아니었다. 수평선 위쪽에 또 다른 물체가 나타나자 바위는 놀랐다. 수천 년 동안 파도 이외의 것을 보지 못했는데, 이제 새로운 것이 나타난 것이다. 그는 묵묵히 기다렸다. 그 새로운 손님이 오기를, 오랜만에 자신이 움직여야 할 때가 왔다고 속으 로 중얼거리면서.. "육지입니다! 검은 색의 해안으로 보아 크로노스가 틀림없습니다!" 전망대의 선원이 혼신의 힘을 다해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의 목소리에는 육지를 찾은 선원의 즐거움과 함께 공포의 감정이 들어 있 었다. 크로노스! 이 마의 섬을 일부러 찾는 사람이 과연 과거에 존재했었던가? 보기만 해도 발광해 버린다는 마의 섬, 그들은 지금 이곳에 왔다. "일단 선단은 모두 이곳에서 대기하고 선발대만 상륙해서 해안이 안전한가 를 살펴봅시다. 신중하게 가지요." 라딘의 말에 모든 사람들이 동의했다. 최고의 난이도의 지역이다. 요근래 자신들이 겨우 감당하게 된 와이번 왕국보다 훨씬 위험하다고 알려 져 있는 곳이다. 물론 그것도 근거는 없다. 애초에 가본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굴은 방치해두면 둘수록 점점 그 안의 마물들이 강해진다. 약육강식! 약한 마불들은 점점 밖으로 나오고, 나오지 못한 마물들은 강한 마물들의 먹이가 된다. 마굴 안의 마물이 일정 수 이상으로 되면 막물들끼리 싸우게 된다. 그러면서 개체수가 조정되고 , 그와 동시에 마물들이 강해진다. 수천 년 동안 방치된 마굴의 마물들이 얼마나 강할지는 아직 섣불리 판단하 지 않기로 한 그들이었다. "출발!" 여섯 척의 보트에 각기 10명씩의 대원이 탔다. 60명의 선발대, 물론 라딘이 직접 이끌고 있었고, 뭉치, 크로키, 도끼바바 등도 모두 그 안에 끼어 있었다. "떨리는군, 저 안에 800레벨 마물이 어느 정도나 있을까?" 뭉치가 열심히 노를 저으며 말했다. 800레벨 마물 두마리만 나와도 800레벨 전후 캐릭이 모은 6명 파티가 손발 을 맞추어 싸워야 감당할 수 있다. 대형마물이라면 그 3배의 인원이 필요하다. "염려마, 일단 워터워크 스크롤을 가지고 있으니까 여차하며 그대로 배까지 뛰면 되. 바다에는 설산이 있으니까 어떻게든 되겠지 뭐." "흐흐흐, 설산 하나 믿고 우리 정말 잘 논다." "암, 그래야지 내가 그런 수모를 당하면서도 그놈의 비위를 맞추는 보람이 없지, 으흑." 라딘은 생각만 해도 감정이 되살아나는 듯 한 손을 이마에 대며 우는 소리 를 내었다. 천지쌍격! 그것은 정말 치욕이라고 할 수 있었다. 솔직히 설산은 어디까지나 공평하게 제안했다. '억울하면 라딘 경이 점프계 공격을 익혀서 내 등을 밟고 뛰시오!' 그는 그럴 경우 자신은 점프공격을 포기하고 다른 기술을 익힐 수 있으니 좋다고 했다. 그것은 라딘도 마찬가지 였다. 라딘은 이미 3차 혼합직인 팰러딘이 익힐 수 있는 15개의 기술을 모두 썼기 때문이다. 그것도 모두 꼭 필요한 스킬들이라서 어느 하나도 뺄 수가 없었다. 유구무언, 3일을 번민에 싸여 괴로워하던 라딘은 결국 해탈의 경지에 이르 러 말이 사람을 밟고 뛸 수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크로키와 뭉치는 그런 라딘을 상냥한 말투로 '말발대'라고 불렀다. "다 왔어, 내리자." -휘익, 첨벙 뭉치가 손에서 노를 놓으면 그대로 보트 밖의 수면위로 뛰어내렸다. 과연 수면은 구의 허리정도까지 밖에 오지 않았다. "좋아! 그럼 가보자고!" -첨벙, 첨벙 도착한 보트의 사람들이 모두 물로 뛰어내려 손으로 보트를 끌어당기면서 해안가로 올라왔다. 검은 모래사장이 햋빛에 반사되어 기묘한 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이쪾 면에 모래사장은 이곳뿐인가? 너무 좁은데? 양쪽의 바위들을 어느 정 도 부숴야 항구를 만들어도 만들겠어." 크로키의 말대로 모래사장은 약 30m정도의 너비밖에 되지 않았다. 그 양쪽은 검은 바위로 된 해안 절벽이었다. 이곳 외에는 섬 전체가 바위절벽과 암초로 이루어 진 것 같았다. "음, 그럼 일단 양쪽 절벽부터 살펴보자. 도끼바바형, 우측 절벽주변을 돌 아봐 주세요. 우리는 좌측을 살펴볼께요." "알았다. 얘들아, 가자!" "예! 형님." 30여명의 거한들이 우측으로 우르르 몰려가는 모습은 마치 검은 성벽을 부 수러 몰려가는 오우거들의 집단돌격 같았다. 평균몸무게 91Kg의 '영웅본색단'의 핵심멤버들은 현실에서나 이 브리시아에 서나 위험한 존재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럼, 우리도 가자." "자, 모두들 갑시다!" 뭉치의 호령에 길드원들이 자신의 파티의 진형을 구성하며 걸음을 옮겼다. 유사시에는 언제라도 최고의 공방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긴장을 늦추지 않 은 채였다. 라딘은 그런 그들이 믿음직스러운 듯 웃었다. 이들이야말로 아도 신성기사단의 최고수들, 문제가 생길 리는 없어! 그는 이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그들이 바위절벽의 가까이 다가갔을 때, 정화갛게는 바위절벽 아래 쪽에 있는 둥그런 바위 암초들 근처까지 갔을 때, 문제가 발생했다. -쿠릉, 슈웅 "우악! 바위가?" -쾅 지름 1m가 넘는 바위가 갑자기 튀어 올라,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모습은 그 들의 안색을 급병하게 만들 만 했다. "누군가 있다! 마물인가?" -슈우웅, 슈우우우웅 "우아아아악! 피해!" 수십 개의 바위가 일제히 튀어 날아왔다. 기겁한 사람들은 급히 뒤로 몸을 날리며 가까스로 그 바위를 피했다. 그러나 도대체 어떤 마물이 바위를 움직여 공격하는 것일까? 그들은 극도로 긴장한 채 몸으로는 바위를 피하면서도 두 누능로는 쉬지 않 고 사방을 살폈다. 그러나 단 한사람, 라딘만은 피하지 않았다. 1m가 넘는 바위라도 그에게는 공기돌과 같았기 때문이다. "[쇼크 웨이브]!" -쾅, 쿠르르르릉 "앗! 이제 보니 이 바위들은 살아있어!" "록이터(Rock Eater)다. 이 바위덩어리들은 모두 록이터야!" :뭐야 이놈들이 마물이란 말이지?" 바위가 반쯤 부서진 채 기묘한 비명을 지르는 모습에 겨우 사람들은 사태를 파악했다. 정체를 아니 공포심도 사라지고 대응도 빨리졌다. -쿠르르르릉(돌이라 미안하다, 이 저주받을 탄소 생물들아!!) -슈우우웅, 쾅 규소 생물로 태어나 거의 수천 년의 수명을 가지지만 탄소생물에 비교할 때 수천분의 일의 속도밖에 움직이지 못했떤 록이터! 그들은 이 크로노스 섬의 마기의 영향으로 탄소행물과 같은 움직임을 가지 게 되었다. 그러나 그들은 잊지 않았다. 탄소생물들이 자신들이 살아있는 생물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고 부수고 파괴 한 그 때의 기억을! 어떻게 죽는지도 모르고 죽어가야만 했떤 그 비참함을! 록이터들은 인간을 비롯한 탄소생물들을 증오했다. -콰코콰쾅 "으윽! 으놈들이!?" 약 50여개의 바위덩어리가 비 오듯 쏟아지자 사람들은 비명을 질렀다. 하나를 노려 파괴하려고 해도 다시 대여섯 개의 바위가 날아들었다. 과연 록이터의 몸은 단단했다. 보통의 바위보다 수배나 무겁고 단단했기 때문에 수비게 파괴할 수 없었다. 그러나 라딘과 그 일행들은 평균레벨 700이 넘는 고수들이었다. "[백보신권]!" -콰쾅 -쿠르르릉 "나이스, 뭉치! [그래비티]!" -우우우웅 뭉치의 혼원일기공이 실린 백보신권이 크로키에게 날아드는 바위 하나를 산 산이 부수자 겨우 여유가 생긴 크로키가 얼른 그래비티를 시전했다. 과연 아무리 록이터라도 몸무게가 5배로 늘어나자 위로 튀어 오르지 못했다 . 크로키가 펼친 중력장 안은 서서히 모래사장 아래로 가라앉는 록이터들로 가득 차 버렸다. "오오! 역시 마법사는 한방이야!" "[체인 라이트닝]!" -콰콰콰쾅 모든 대원들이 크게 기뻐하며 자신들의 마법과 필살기를 펼쳐 잘 움직이지 도 못하는 록이터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모래사장 밑으로 가라 앉아도 다시 솟아오를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쿠르르르릉 (가자! 동료들아! 우리의 몸으로 윗돌들의 길을 만든다. 자폭! !) -콰콰콰콰쾅! "아아악!" "허억, 저런?" 라딘은 기가 막혔다. 크로키를 비롯해 앞쪽에 있던 5명의 대원들이 록이터의 연쇄폭발에 휘말려 뒤로 튕긴 것이다. 다행히 쿵치가 크로키를 보호하고 있어서 죽지 않았지만 두 명의 대원이 회 색으로 변해 있었다. -키루루루루루 (얘들아! 모여라!) -슈우웅, 슝, 쿠쿠쿠쿵 뒤쪽에 있던 거대한 바위가 크게 울리자 주변의 모든 록이터들이 모두 그쪽 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그 바위들은 신기하게도 가장 큰 바위 주변에 달라붇기 시작했다. -쿠르르르릉! "미치겠다. 저건 또 뭐지?" 라딘이 기가 막히다는 듯 중얼러기자 기절한 크로키의 몸을 다리 한쪽을 잡 은 채 질질 끌면서 달려온 뭉치를 저으며 대답했다. "돌 골렘? 아니, 돌 인간? 내가 이름을 짓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니?" -캬르르르르르르르릉 그들의 앞에는 크기 20m에 달하는 검은 돌로 이뤄진 거인이 서서 포효하고 있었다. 라딘과 그의 일행은 그것이 바로 록이터들의 종족특성 기술로 인한 합체 마 물, 레벨 1000의 신석 록바스터임을 미처 모르고 있었다. ---------------- 3일간 잘 쉬었습니다. 이제 다시 시작해야 겠지요. 내일부터 신마대전+투마왕 연재 재개합니다. 참, 까페 가입 잘 부탁드릴게요. 활동도요! 매월 말에 활동 많이 하신 분들께는 선물을 드립니다. 별건 없지만 그달 제가 손에 넣은 책을 보내 드립니다. 다시 말해서 제 책이지요^^; -------------------- -캬르르르르 -쿵, 쿵, 쿵, 쿵 "우악, 저놈이?" "피해!" 몸통이라고 생각되는 거대한 바위에는 마치 팔과 다리처럼 네 무더기의 바 위덩어리들이 줄줄이 달려 있었다. 그리고 지금 록바스터는 그 팔과 다리를 이용하여 그들에게로 뛰어오는 중 이었다. 마치 다리게 네 개 달린 거미가 먹이를 노리며 달려드는 것 같았다. "에잇! [홀리 코멧]!" -파앗, 위이이이잉 라딘은 그중 하나의 다리를 노리고 홀리코멧을 시전 했다. 돌이라도 이 기술에 맞으면 가루가 된다! 최강의 파괴력에 대한 자신감이 그에게 있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맞아야 소용이 있다. -휘익 "앗!" -퍽 "크어억." 돌덩어리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날렵헤가 다리를 들어 라딘의 홀리코 멧을 피한 록바스터는 들어 올린 다리, 정확하게 말하면 바위덩어리로 그의 등을 때렸다. 단번에 10m정도로 튕겨나마겨 비명을 지르는 라딘, 방패 방어마저도 실패했 기 때문에 충격이 상당히 컸다. -캬르르르릉 (록 펀치 발사!) -펑, 슈우우웅, 콰콰콰콰쾅 "으아아아악" 록바스터가 한쪽 다리를 들어 올려 일행을 겨누자 그 끝에 달려있던 바위가 굉음과 함께 맹렬한 속도로 발사되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땅에 부딪치는 순간 그 바위는 그대로 폭파되었다. 그 바람에 주변에 있떤 사람들 세 명이 다시 비명을 지르며 회색으로 변했 다. "헉, 저것은 로케트 펀치? 도대체 이 게임 디자니너는 무슨 생각으로 저런 놈을 만든거야?" 뭉치는 질린 듯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록바스터를 따르던 몇몇의 바위 중 하나가 다시 록바스터의 몸에 달라붙는 모습이 보였다. 그들은 적을 치기 위해 자신들의 희생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동료를 발사하여 자폭 기술을 사용하게 하는 록바스터의 필살기 록 펀티에 담긴 기백은 사람들의 사기를 급속도로 저하시키는 결정적인 요인이 되고 있었다. "일단 배까지 뛰어요! 돌아가서 대책을 강구해야 합니다!" 뭉치가 그렇게 소리치자 사람들은 급히 뒤로 돌아 워터워크 스크롤을 사용 하려 했다. 물위를 뛰어 그대로 배까지 갈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 순간 록바스터의 뒤로 튕겨나간 라딘이 급하게 외쳤다. "가면 안돼! 이미 다섯 명이 죽었어! 배틀 포메이션 7번입니다." "7번?" 배틀 포메이션 7번이란 것은 아도 신성기사단이 이 크로노스 섬을 공략하기 위한 전술진 중 하나로 그 뜻은 바로 이판사판에 있다. 적을 죽이던지 다 죽던지 둘 중 하나의 결과를 낳을 때까지 싸우는 것이다. 당혹한 표정으로 말하면서도 평소 연습한 대로 신기하게 록바스터를 포위하 는 사람들, 일단 도망갈 것을 포기하자 그들의 기세는 만만치 않았다. 라딘은 윈드포스와 어스가드를 양손에 쥐고 버티고 서서 록바스터를 노려보 았다. 원래 이 진은 도망갈 방법이 없을 때, 우왕자왕 하지 말고 끝까지 조직적으 로 발악하자는 취지에서 만든 것이다. 도망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마나나 체력도 배려하지 않고, 가장 강력한 마 법과 필살기를 짧은 시간 내에 모두 쏟아 붓게 되어 있다. 마나와 체력이 바닥날 때까지 적이 전멸하지 않는다면 아군은 전멸할 수 밖 에 없다. 그래서 재수라도 좋으라고 일부러 행운의 번호인 7번의 번호를 붙였다. 아직 사람들은 이 전투의 중요성을 모르는 것 같았다. 정말로 7번이냐고 힐끔힐끔 자신을 쳐다보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나 라딘은 느끼고 있었다. 지금 배로 도망가면 다시는 섬으로 상륙하지 못한다. 단 한 마리, 그것도 마굴도 아닌 해안가에서 굴러다니는 돌 때문에 최고 고 수들로 구성된 선발대가 후퇴했다고 하면 배 안에 있는 사람들이 겁을 먹게 될 것이다. 다행이 단 한마리다. 다 같이 덤비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 여기서 끝장을 낸다. 실패하면 돌아간다! 라딘은 시작부터 위기를 만난 이 크로노스 섬 공략에 저절로 한숨이 나오는 것을 느꼈지만 그래도 그는 이번에 가져온 500장의 부활스크롤을 모두 사용하기 전에는 절대로 물러서지 않을 계획이었다. "[선더 브레이크]!" -콰르르르릉, 파지지지직, 슈우웅 생각을 정리하는 동안 불러들인 먹구름에 벼락이 쳤다. 윈드포스의 특성인 [진뇌의 축복]에 의해 자체적인 뇌의 힘과 전격 소환에 의한 전격의 힘이 융합되니 이전보다 3배나 강한 풍뢰속성이 발생했다. 해머 전체가 선더볼트처럼 발전하며 록바스터에게로 쏘아져 나갔다. 그것은 전설상에 나오는 뇌신의 해머 묘르닐과도 비견될 만 했다. -콰콰콰쾅 록바스터의 몸통 윗부분에 붙어있던 하나의 바위가 그대로 터졌다. 사람으로 치면 머리에 해당하는 부분처럼 보였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그곳 을 노렸는데, 의외로 그것은 정확한 판단이었다. 록이터로드는 일단 종종합체 기술을 쓰면 자신의 모든 힘을 다른 록이터들 을 조정하는 데 사용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그 동안은 록이터 중 한 마리가 외부의 정보를 그에게 전달 해 주는 역활을 맡는데 지금 그것이 파괴된 것이다. 말하자면 급소공격에 크리티컬이었다. "이것도 받아라. [홀리 코멧]!" -파앗, 다다다다다 라딘은 윈드포스를 던지자마자 그대로 팡패를 앞세우고 돌진을 시작했다. 그의 방패는 역시 프라임 파워의 힘으로 하얋게 빛나고 있었다. 낮이기 때문에 극대성검의 위력은 발휘되지 않지만, 그냥 홀리웨폰의 힘으 로도 전체 대미지의 50& 증가이다. -콰콰콰쾅 -캬르르르르르르 록바스터의 한쪽 다리가 그대로 날아갔다. 그 모습을 본 파티원들은 환호를 질렀다. 그리고 곧 자신들의 모든 필살기를 쏟아 붓기 시작했다. '휴. 다행이군. 지지는 않겠어.' 록바스터 주위의 록이터들이 계속해서 달라붙고 있었지만, 뭉치를 비록한 몇몇 대원들이 그들을 담당해서 부수기 시작했다. 록바스터는 계속해서 자신의 네 다리로부터 폭펀치를 발사하고 몸 전체로 대원들을 깔아뭉개면서 싸우고 있었지만, 이제 바위와의 전투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좀처럼 죽지 않았다. 뭐라고 해도 그들의 수는 30명에 가까운 것이다. -캬르르르르르릉 약 10여분에 걸친 사투 끝에 드디어 록바스터가 크게 비명을 지르며 무너져 내렸다. 이미 몸체 곳곳이 크게 패이고 또 균열마저 있었다. "만세! 첫 레이드 성공이다!" 사람들은 환성을 지렀다. 희생자는 10명, 처음에 대응을 못하고 죽은 5명의 사람들 이외에는 5명이 죽었을 뿐이다. "자자, 가장 중요한 것은 레이드가 끝난 다음의 뒤처리입니다. 빨리 빨리 정리합시다." 어느새 깨어난 크로키가 사람들과 함께 정리에 들어갔다. 죽은 사람을 살리고, 록이터들이 떨어뜨린 아이템들을 챙겼다. 레이드에서 중요한 것중 하나가 바로 레이드가 끝났을 때라고 할 수 있다. 죽은 자들은 아무것도 못하고 애타는 심정으로 결과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 다. 그들을 신속하게 살려 승리의 기쁨음 같이 나누는 것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 그래야 죽은 보람을 느끼지 않겠는가? 아이템을 정확하게 수거하여 가능한 한 불만이 생기지 않게 나누는 것은 길 드를 운영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중 하나라고 할 수 있었다. 라딘 일행은 이 점에 있어서 상당히 신뢰를 얻고 있었기 때문에 수많은 사 람들이 모인 연합동아리 형태의 아도 길드가 계속해서 성장하는 기적을 형성했다고 할수 있었다. "앗, 이놈은 아직 살아있는데? 어떻게 하지?" 한 대원이 놀라서 외쳤다. 몸체의 약 3분의 1정도가 파괴된 록이터 한 마리가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 로 크르르르 소리를 내고 있었다. 회색으로 변하지 않고 검은 색인 것으로 보아 죽지 않은 것이 틀림없었다. "어쩌긴, 좋겠다. 경험치 먹게 돼서." 옆에 있던 동료가 웃으며 말했다. 그 말에 록이터를 발견한 대원도 같이 웃으며 자신의 검으로 그 록이터를 부수려 했다. 그러나 그때 뭉치가 바람처럼 달려가며 소리쳤다. "안 돼 ! 죽이지 마!" "잉? 왜?" "불쌍하잖아." "헉." 검을 치켜든 채 얼굴에서 땀을 흘리는 대원의 모습도 아랑곳하지 않고 뭉치 는 그대로 그 록이터를 끌어안았다. 그리고 엄숙하게 선언했다. "이놈은 내거야!" "어억?" 그곳에는 돌과 금속을 사랑하는 순수한 드워프가 있었다. 드워프는 상처 입은 그 록이터에게 자신이 가지고 있던 라딘표 최고의 회복 포션을 붓기 시작했다. 몸이 회복되면 다시 자신에게 덤벼들 것이라고 뻔히 알면서도 멈출 수는 없 었다. "뭉치, 이놈을 길들일 거야?" "응, 힘든 건 알아. 그래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래." 크로키의 말에 뭉치는 그렁그렁한 두 눈을 빛내며 그렇게 말했다. 크로키는 그 느끼한 청춘 드워프의 눈망울에 구역질을 하느라 더 이상 그를 말릴 수 없었다. 생명력이 회복된 록이터가 움찔거리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뭉치는 여전히 두 팔과 두 다리로 그 바위를 꼭 껴안고 계속해서 회 복 포션을 붓고 있었다. 마치 넌 이미 내거라는 듯이. 날 죽이기 전에는 절대로 날 버리지 못한다는 듯이. 그 모습을 심각한 표정으로 지켜보단 라딘은 신중하게 입을 열어 물었다. "너, 그놈 키워서 합체하는 거 보려고 그리져?" "당연.... 헉, 무슨 소리야? 드워프는 원래 암석을 사랑한다고!" 이미 모든 사람이 그의 의중을 알았다. 여기서 뭉치란 놈이 바위랑 놀게 놔둘 수는 없다. 사람들은 당장이라도 록이터를 부숴버리려고 했지만 자신을 죽이기 전에는 바위를 훼손할 수 없다는 뭉치의 목숨을 건 저항은 처절했다. 실제로 뭉치는 라딘의 워해머를 몸으로 막았다. 일행은 결국 한숨을 쉬며 선발대의 전력에서 뭉치를 뺄 수밖에 없었다. 그 후, 뭉치가 록이터를 길들이는 데에는 보름이 걸렸다. 그 사이 그는 바위에 얻어맞아 세 번 죽었다. 그래도 뭉치는 웃었고, 결국 그후 그가 있는 곳에는 항상 검은 바위가 같 이 있었다. -------------- -우르르르릉 라딘이 전격소환을 위해 불러들인 먹구름은 원래 마법 시전이 끝나면 다시 원래대로 흩어지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구름이 흩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점점 더 많은 먹구름이 모여 하늘을 덥더니 이젠 원하지도 않았는데 천둥번개가 쳤다. 원래 비가 오려고 했던 것이 라딘 때문에 조금 더 빠르게 앞당겨 진 것 같 았다. -투투투툭 "아, 비 오네?" 얼굴에 물방울이 떨어지자 한 대원이 말했다. 그때서야 하늘을 올려다본 사람들은 이미 먹구름이 하늘을 뒤덮고 있는 것 을 보았다. "어떻게 하지? 텐트를 칠까?" 비를 피하려면 텐트를 치던가 안쪽에 있는 숲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숲 쪽으로는 가기 싫었다. 나무가 덤비기라도 하면 비를 맞으면서 싸워야 한다. "일단 배로 돌아가지요. 비 그치면 다시 상륙합시다." "그게 좋겠네요." 대원의 3분의 1이 사망했다. 일단 철수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날이 개면 다시 상륙하면 된다. 그들은 뛰어서 보트가 있던 자리로 돌아갔다. 도끼바바에게도 귓말을 보내 철수사실을 알렸다. 모래사장위에 올려놓았던 보트를 끌어 물위로 올려놓고 그들을 기다렸다. 오른 쪽 언덕 쪽에서 그들이 오는 것이 보였다. 그런데 그때, 아직도 바위를 끌어안은 채 버티던 뭉치가 놀라서 소리쳤다. "으아! 저기 좀 봐, 새떼다!" "옷, 어디?" 얼른 고개를 돌려 섬 안쪽 상공을 올려다본 그들이 본 것은 수십 마리의 비 행형 마물 때였다. 적어도 7, 8백 레벨은 되어 보이는 드레이크들과 머리가 익룡들까지 모였다 . -크아아아아 그들이 울부짖는 소리가 이곳까지 들려왔다. "아앗! 숲 쪽을 봐!" "엄마야!" 숲 안쪽에서도 수십 개의 눈빛이 나타났다. 서서히 모습을 나타내는 마물들, 그것은 하나같이 장난 아니게 강해보이는 마물들의 무리였다. "튀어!" -부욱, 화르르륵 바로 워터워크 스크롤을 찢으며 외치는 크로키,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으며 그대로 바다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으아아아, 같이 가!" 뭉치 역시 얼른 스크롤을 찢고 물위로 뛰려고 했다. 그러나 록이터가 있었다. "라딘 엉아!" "으휴. 알았어." -척 라딘은 한숨을 쉬며 록이터를 한손으로 든 채 바다를 향해 뛰어들었다. 그는 물이를 뛰는 것보다 물속으로 헤엄쳐 가는 것이 빨랐다. 뭉치 역시 바로 바다를 향해 뛰었다. 약 100여 마리에 이르는 마물들이 해안가로 달려왔다. 그러나 그걸로 끝나지 않았다. 욕지의 마물들은 바다까지 쫓아오지 못하지만 비행형 마물들은 가능하기 때 문이다. "배에 귓말 넣어! 왕창 몰고 간다고!" 혼신의 힘을 다해 달리면서 외치는 크로키의 목소리가 파도소리를 압도하며 바다위에 울려 퍼졌다. --------------- 검은 먹구름이 급격히 섬을 덮는 모습은 정상적으로는 절대로 찾아볼 수 없 는 광경이었다. 왜냐하면 날씨를 제어하는 마법은 오직 드루이드들의 고유 신성마법이고, 이 크로노스 섬에는 중립신의 성직자인 두르이드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 그 바람에 크로노스에서 자신의 영역을 지키며 살던 수많은 마물들이 외부 에서 누군가가 침입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곳은 마의 섬, 어둠에 속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죽을 죄가 되는 곳이다. 마물들은 원래 본능적으로 꼭 필요하지 않으면 서로 싸우지 않는다. 개체수가 늘어나서 자신의 구역이 좁아질 때에만 싸운다. 그러나 인간이 침입해오면 다르다. 자리를 벗어날 수 없는 마물들 이외에 모든 자들이 수천 년 만에 온손님이 온 것을 알자마자 크게 환성을 지르며 그들을 마중하러 나갔다. 태초로부터 그들의 본능 속에 새겨져 있는 어둠의 종족들의 의무기 그동안 그들의 가슴에 갇혀 있다가 이제 분출구가 나타나자 화산이 터지듯 폭발해 버렸다. -크아아아아 레벨 800의 오우거 메이지가 거의 눈을 뒤집은 채 광기를 보이자 나지훔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이놈은 오우거답지 않게 얼음처럼 냉정한 이성을 지녔다. 마법을 연구하고 그것을 능숙하게 사용한다. 오우거의 힘과 생명력과 함께 높은 지능과 마법적 지식을 겸비한 이놈이 마 음에 들었기 때문에 죽이지 않고 길들여서 수하로 삼았다. 바야카라는 이름까지 내림으로써 자신의 종속자임을 확실하게 하고 이 크로 노스에서의 거점을 관리하는 지부장으로 쓰고 있었다. 암흑신교 크로노스 지부장 바야카는 인간이 아닌 오우거메이지였다. 그러나 지금 그의 모습은 완전히 레벨 400의 오우거의 본능 그대로였다. "무슨 일이지? 바야카?" -갸르르르, 인간입니다. 인간이 나타났따고 합니다. "호, 인간이?" 이미 인간이 아닌 마족 리치가 되어 마물들의 언어를 이해하게 된 나지훔이 어싿. 그러나 그는 약 1년 전까지 인간이었던 몸. 만년을 산다는 마족의 지식은 아직 가지고 있지 않았다. "재미있겠군. 가보자." 이 크로노스 섬까지 오는 인간이라니? 대단한 자들이다. 그는 진심으로 감탄하면서 오우거 메이지에게 말했다. 쓸만한 자들이면 제압해서 수하로 삼아야겠군. 그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확시히 라딘이라는 놈은 전 세계에 걸쳐 막대한 힘과 세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아무리 자신이 1500레벨의 마족이라고 해도 혼자서는 감당하기 어려웠다. 그를 상대하는 것은 바로 세계를 상대로 싸우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세력이 필요하다! 나지훔은 이제 조급해하지도 서두르지도 않았다. 자신의 생명은 무한이고, 이미 인간으로써의 생과 야망은 사라졌다. 검은 바위는 섬 전체를 마치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었다. 안쪽은 대부분 숲과 정글이었다. 태양빛도 들어오지 못할 정도의 거대한 나무로 둘러싸인 정글, 수많은 늪지 대가 있었고, 중앙에는 화산이 하나 있었다. -휘이이익 나지훔은 플라이 마법을 써서 날았다. 섬에서 그가 가장 강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마물보다는 강했다 . 아무리 그를 건드리지 않았고, 곧 모래사장의 바로 옆에 있는 바위언덕에 도착할 수 있었다. "호, 정말 대단하군! 50마리가 넘은 빟애형 마물들과 싸워도 충분히 버틸 수 있는 전력이라니?" 해안가에는 이미 100마리가 넘는 마물들이 모여 있었다. 아마도 인간 10리 안에 있는 마물들 중 거물은 다 온것 같았다. 그들은 바다 위를 걷지 못하는 자신들의 능력을 한탄하며 열렬하게 비행마 물들을 응원하고 있었다. 한쪽을 보니 지상에 추방된 하급마족 캣티가 지성있는 마물들을 모아서 어 느 쪽이 이길까에 대한 내기를 걸고 있었다. "바야카, 캣티에게 가서 인간들이 비행마족들을 이기는 데 내 이름으로 흑 마정석 5개를 걸어라." "갸르르르르, 넷!" -쿵, 쿵, 쿵, 쿵 인간의 승리를 예견하는 주인을 이상하다는 눈으로 보는 그였지만 주인의 명령에 이견을 달만큼 바보는 아니었다. 그는 즉시 나지훔이 내민 주머니를 들고 자신의 거대한 몸을 이용하여 무리 를 뚫고 캣티에게 걸어갔다. "자, 그럼 느긋하게 구경을 해 볼까?" 나지훔은 어느새 자신의 뒤에 나타난 의자에 앉아 전투광격을 구경하기 시 작했다. 강화 도플갱어 슈리카느느 항상 그의 주위에 있따가 그가 필로 하는 것으로 변했다. 의자가 필요하면 의자로, 잠을 자려고 하면 침대로, 그리고 싸울 때에는 자 신의 분신으로. -콰콰콰쾅 화려했다. 드레이크만 해도 10마리 가까이 되었기 때문에 이미 두척의 배가 침몰할 상 황이었다. 그러나 배에 탄 사람들 역시 대단해서 한번에 수십개씩의의 마법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일단 추락하거나 배 위쪽으로 내려앉은 마물들에게는 개미떼처럼 인 간의 전사들이 달라붙었다. "생각보다 많이 살아남겠는데? 정말 강한 인간들만 온 모양이군." 그는 즐거운 듯 웃으며 중얼거렸다. 강한 자들이다. 마음에 들었다! 어차피 드래곤좀비인 쉬카와 자신이 가면 저들은 전멸한다. 저들의 승리가 거의 확실해 졌을 때 가서 그들에게 절망이란 무엇인지를 가 르쳐 줄 계획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자신에게 충성을 맹세하면 새로운 암흑신교의 간부가 될 것 이다. 만약 거절하면? 언데드가 되겠지. "하하하하하." 나지훔은 점점 기분이 좋아져서 웃었다. 그러나 그의 웃음은 중간에 중지될 수밖에 없었다. -번쩍, 우르르르릉, 콰쾅 번개! 배위로 떨어진 번개가 한 기사의 무기에 맞았다. 그리고 그 순간 그 무기는 하늘로 날았다. -키이이이익 상당한 위력을 가진 듯 블렉 드레이크 한 마리의 날개가 그 전격에 맞아 찢 어지고 드레이크는 그대로 추락하고 있었다. 그러나 나지훔이 놀란 것은 그 드레이크 때문이 아니었다. -벌떡 "썬더 브레이크! 라딘 이놈! 네놈이었단 말이냐?" -캬아아아아 나지훔의 전신에서 무서운 살기가 나타나자 아직 숲 안쪽에서 대기하고 있 던 쉬카가 그의 기에 반응해서 크게 울부짖었다. 드래곤 피어가 사방으로 퍼지자 비교적 약한 마물들은 놀라서 뒤를 바라보 았다. "감히 내 앞에 나타나다니? 죽여 버리겠다!" 그는 이미 라딘의 모든 것을 조사한 상태였다. 그의 세력, 그의 사업, 그리고 그의 필살기! 나지훔은 즉시 쉬카를 부르려 했다. 저놈이 주제를 모르고 이 마물의 대륙까지 왔으니 이제 그와 그의 동료들, 그리고 남아있는 모든 배들까지 산산이 부수겠다고 결심했다. 그런 그가 고개를 돌려 쉬카의 이름을 부르려 했을 때, 그는 뼈다귀만 남아 있던 손으로 자신의 입을 가렸다. '아니다! 이것이 아니다! 내가 지금 그를 죽인다고 해도 그는 잃을 것이 없 다. 오히려 내가 리치가 된 것만 그가 알게 되지 않겠는가?' 전신이 떨려왔다. 지금이라도 가서 경악하는 그를 잔인하게 죽이면서 광소하고 싶었다. 그러나 필사적으로 참았다. 손으로 자신의 해골을 잡으면서 과거 인내하지 못하고 자멸했던 때의 기억 을 되살리려 했다. 라딘이란 놈은 이계인이다. 직므 죽여도 그는 다시 살아난다. 그의 동료들도 마찬가지이다. 저 배들을 모두 침몰시키고 사람들을 다 죽여도 결국 자신은 그의 생명을 빼앗을 수도, 그에게 동료를 잃는 슬픔도 줄 수 없다. "큭, 크크크크크, 어쩔 수 없군! 라딘, 너는 죽지 않는다. 살아서 영광을 얻겠지. 내가 너의 모든 것을 무너뜨릴 때까지!"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려 드디어 생각을 정리한 나지훔은 고개를 숙인 채 소 리를 죽여 웃었다. 그는 잠시 동안 라딘의 모습을 노려보았다. 그리고는 자신의 생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쳤던 자에게 손을 들어 재회의 인 사를 했다. 상대는 모르는 재회, 그가 나를 알게 되는 때는 언제일까? 그 순간이 못 견 디게 기대되기 시작했다. 나지훔은 몸을 도려 마물들 사이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다른 거물 마물들과 협상을 해야 한다. 자신의 뜻을 이루기 위해서! ---------------- "[그래비트]!" -캬아아아아, 첨벙 중력마법에 걸린 또 한마리의 익룡이 그대로 바닥을 지르며 바닷 속으로 추 락했다. 남은 마물들의 수는 약 15마리, 힘겨운 싸움이었찌만 이제는 승리를 확신할 수 있었다. "으아! 죽는 줄 알았네, 엇? 저놈들이 도망간다!" 라딘의 말대로 비행마물들은 이미 힘들어졌다는 것을 느꼈는지 일제히 육지 쪽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전투가 끝난 셈이다. -와아아아아! 사람들은 승리의 함성을 질렀다. 비록 배가 세척이나 침몰하고, 약 50명의 대원이 사망했지만, 결국 마물들 의 공격을 물리친 것이다. "다행이야. 바다 때문에 육지의 마물들이 공격을 못해서 산 셈이네" "그렇지, 휴우. 근데 왜 갑자기 저렇게 마물들이 몰려왔지?" "그거야 누가 알겠어? 그나저나 저 육지에 몰려있는 마물들은 언제까지 저 러고 있을까?" 라딘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해안가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들이 물러가지 않으면 상륙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일단 비행마물들을 어느정도 처리한 이상, 배의 안전은 확보된 셈이 다. "저놈들도 먹어야 사는데 하염없이 저러고 있지는 않을 거야. 일단 무리가 흩어지면, 특공대를 보내서 조심스럽게 조금씩 각개격파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아.: "음, 그래야겠군. 시간이 무지하게 걸리겠네. 쩝." 라딘은 곤란하다는 듯 말했다. 그러나 그의 예상과는 달리 마물들은 그날이 지나기 전 모두 숲으로 돌아갔 고, 3일 후 조심스럽게 상륙한 수색대들이 근처의 숲을 뒤졌을 때에는 약간의 마물들밖에는 남아있지 않았다. 결국 시간이 지남에 따라 크로노스 섬의 공략은 점차 활기를 띄게 되었고, 한 달이 지났을 무렵에는 해안가에 두꺼운 방어벽을 해안가 전체에 걸쳐 쌓고, 강화마법으로 그 벽을 강화시켰다. 그 후에는 일사천리로 조그만 항구와 몇 채의 건물을 포함한 마을이 생겨났 다. 바야흐로 교두보를 마련하고 이제는 해안가 근처의 마굴을 탐색할 차례가 되었다. -------------- Chap 3. 개발의 부작용 - 8월 3일 금요일 날씨 맑음 오늘 드디어 또 하나의 마굴을 탐색하는데 성공했다. 비록 30층까지밖에 내려가지 못했지만 이로써 16개의 마굴을 청소한 셈이다 . 마을 주변의 숲에 사는 대부분의 마물들은 모두 정리되었고, 다시 근처의 마굴들도 청소된 이상 완벽하게 안전이 확봐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제는 그 마굴들의 입구를 감시하면서 주기적으로 마굴을 청소하기만 하면 그 마굴들에서는 더 이상 마물이 지상으로 나오지 않게 될것이다. 쉽지는 않다. 30층까지만 내려갔는데도 마물들의 레벨이 700이 넘었다. 도대체 가장 안쪽에는 어떤 마물들이 버티고 있을지 궁금하다. 최소 1천 레벨의 신수급 임에는 틀림없다. 물자가 부족하다. 배의 절반을 돌려보내 물자와 2차 선발대를 실고 오도록 안배했는데, 그들 이 도착하려면 아직 보름은 더 있어야 한다. 그동안 사용한 부활 스크롤만 해도 200장이 넘는다. 성장은 커녕 오히려 대원들의 평균 레벨이 하락할까 걱정할 정도였지만 최 근 보름간은 그래도 요령이 생겨서 잃은 경험치를 다시 회복하는 추세다. 부활 스크롤의 소모량이 점점 줄어들고 있으니 틀림없다. 이제부터는 광렙이 기다리고 있따고 다들 활기가 차 있다. 2차와 3차 선발대가 기다려진다. - 절해고도의 마물과 밤새 싸운 새벽, 새로 도전한 마굴 '암석 의 검투장' 30층에서 - 라딘은 안전하게 방어마법진을 그리고 로그하웃 할 준비를 했다. 그리고 그는 마지막으로 요즘 빠지지 않고 쓰고 있는 '오늘의 일기'를 썼다 . 아비게일의 조언으로 이런 일을 할 때에는 지속적인 선전을 위해 가상현실 팬 사이트에 일기 형식의 개발 일지를 올리는 것이 좋다는 것을 깨달은 라딘은 즉시 실천으로 올렸다. 그 덕분에 지금 신마대전 유저들의 모든 관심이 이 라딘의 일기에 집중되고 있었다. 최고 난이도의 지역인 마물의 대륙 크로노스에서 나타나는 각종 상급 마물 들과 마굴의 공략 노하우를 얻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글을 캡쳐해서 분석까지 하고 있었고, 팬 사이트에서는 아예 정식으로 계약하고 정기적으로 글을 올려달라고 제안까지 하는 상황이었다. 이 신마대전이란 게임은 각 서버마다 세계가 다르다. 풍습도 다르고 대륙의 이름도 동일한 서버는 없다. 그러면서도 나름대로 왕국과 제국이 발생하고, 빛과 어둠이 균형을 이루며 발전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것이야 말로 이세계(異世界) 생성 시스템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진정 한 이유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세계 안에 존재하는 마물들의 모양과 정보는 모두 동일했다. 물론 돌연변이 코드에 의해 성장 환경에 따라 조금씩 그 기술이 변하기는 해도 기본 베이스는 모두 같았다. 오우거는 어디서나 오우거인 셈이다. 그런데 이제 가장 고레벨이 많은 제 1 브리시아 서버에서 최고급 마물들에 대한 정보가 흘러나오기 시작햇으니 모든서버의 길드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라딘은 매일같이 글을 올렸다. 그럼으로써 얻어지는 효과는 그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큰 것이었다. 우선 가장 큰 이익은 모든 서버에서 수많은 길드들이 아도 길드에 동맹요 청을 해왔다. 사실 아도 길드는 전국대학연합의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 열린 대부분의 서버에 그 지부가 있었다. 단지 최고의 길드로 군림한 곳이 바로 이 1서버일 뿐이다. 그런데 이제 대부분의 서버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길드와 제휴를 하게 되었으니, 그 세력의 성장이 무서울 지경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 얻는 이득으로 이 크로노스 섬에 대한 매력을 느낀 사람들 이 선발대에 가담하기를 원하고 있었다. 솔로로 게임을 하던 사람들, 혹은 소규모로 활동하던 사람들 중에도 숨은 고수는 많다. 강호는 넓고 기인이사는 많은 법이다. 그런데 그들이 아무리 열심히 해도 상급 마물이 모자란 기존의 동서 대륙에 서는 레벨업의 한계가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길에서 신수가 돌아다닌다는 크로노스의 뉴스는 그들의 가슴 에 불을 지르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라딘은 즉시 손을 써서 신청자를 받았다. 그는 그들을 길드에 가입시키려는 노력은 하지 않았다. 세상에는 대규모 조직에 속하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는 법이다. 아니, 알고 보면 길드를 좋아하는 사람보다 오히려 소규모로 노는 것을 좋 아하는 사람이 더 많다. 라딘은 길드원과의 회의 끝에 솔로들을 위한 자유 모험 구역을 제정하기로 했다. 그것은 아도 신성기사단이 개발하고 관리하는 마굴의 3분의 1이 될 거이다. 최소한의 매너만 지키면 모든 것이 완벽하게 자유로운 구역이다. 아도 신성기사단 사람들은 그곳에서 마굴의 주기적 청소가 이루어지고 있는 가만 살필 뿐읻. 이 자유 모험 구역은 발표 되자마자 그야말로 엄청난 반항을 불러 일으켰다 . 이제는 대규모 길드에 들어가지 않아도 최고레벨까지 수련을 할 수 있다! 사람들은 즉시 추가 선발대에 지원신처을 넣었다. 이미 5차 선발대 까지 확정된 지금이지만 이 선발대에 끼기 위해서는 자격 을 모두 갖추고도 20대 1의 추천을 뽑아야 할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물론 그들이 자유롭게 마굴에서 사냥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들이 생활하는 마을, 그리고 그들이 물건을 사고 파는 상점은 모 두 아도 신성기사단 소유가 된다. 이 크로노스 섬에서 유일한 마을이 바로 그들이 세운 항구도시 '프론티어' 이기 때문이다. "휴, 다 썼으니 이제 자동제한 시간까지 잠을 자야겠군." 라딘은 펜으로 자신의 일기장에 쓴 글을 스크린 샷으로 저장하면서 중얼거 렸다. 이 세계에는 키보드가 없어서 펜으로 일일이 종이에 글을 써야 했다. 그리고 스크린 샷을 찍으면 자동으로 컴퓨터에서 워드 문서로 변환하여 저 장해준다. 배낭에서 모포를 꺼내 덮었다. 주변에는 이미 잠든 동료들의 모습이 있었다. 갑옷을 입고 자는 것은 평상시라면 불가능하지만 이 신마대전에서는 가능하 다. 물론 이계인만 그렇다. 감기도 성인병도 안걸리고 갑옷을 입고 맨발로 맨땅에서 담요 하나만 덮고 자도 피로가 풀리는 이계인들을 브리시아인들은 철인이라고 부러워 한다는 소문이 있다. 그러나 리딘은 잠들지 못했다. 자리에 눕자마자 크로키의 다급한 귓말이 들려왔기 때문이다. '라딘, 큰일났어!' '응? 왜? 레이드 실패했어?' 라딘은 안됐다는 듯이 허를 끌끌차며 물었다. 지금 크로키는 80여명의 대원을 이끌고 전에 청소하던 마굴의 최하층에 도 전한 상태였다. 이미 선발 수색대를 보내 최하층에 신수 브로키오가 보스로 있다는 거을 확 인하고, 두 번에 걸쳐 자살 특공대를 동원해 그놈의 특기까지 알아낸 상태였다. 분서이 끝나고, 나름대로 작전도 짰다. 거대문어가 육지로 올라온 것가 같은 모습이 바로 브로키오의 모습이다. 30개의 다리는 이미 다리라기 보다는 촉수였다. 그리고 그 코에서는 먹물이 아닌 화염을 내뿜었다. "아마 처음에는 실패 할 거야. 하지만 두 번째나 세 번째에는 틀림없이 성 공하겠지. 그러면 그놈은 나타날 때마다 우리 길드에 아이템을 희사하게 되는 거야." 크로키는 그렇게 말했다. 신수! 1천 레벨 이상의 마물을 잡아야 유니크 아이템이 떨어질 확률이 생긴다. 모든 대원들은 이 레이드에 찬성했고, 자신들이 개발한 마굴의 보스들 중 가능한 놈들은 정기적으로 레이드 할 것을 결의한 상태였다. '다음에는 성공하겠지 뭐, 실패는 각오한 거였잖아.' 라딘은 부드러운 말로 크로키를 위로했다. 그러나 크로키는 여전히 다급하게 외쳤다. '실패가 문제가 아니야! 마굴의 생명석이 파괴 됐다고!' '뭐?' -벌떡 피로가 싹 달아나 버렸다. 쏟아지던 졸음이 일순간에 사라져 버렸다. 라딘은 당황해서 자초지종을 물었다. 그것은 순간적인 일이었다. 한참 레이드를 하던 도중 브로키오의 촉수공격에 의해 성직자 그룹이 전멸 해 버렸다. 크로키는 그 순간 레이드 실패를 예감하고 아이템 회수조에게 전사자들의 아이템 회수를 명령했다. 그 후로는 그의 예상대로 일방적인 학살극이었다. 30분에 걸친 팽팽한 사투가 우습게 여겨질 만큼 5분도 안돼서 대부분의 대 원들이 죽었다. 그러나 그때, 겁에 질린 한 대원이 비명을 지르며 브로키오의 등 뒤에 있는 마굴의 생명석을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 그는 크로키의 고함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전력으로 그 생명석을 부숴버렸다. '아니? 그 멍청이가 누군데? 그런 미친 짓을 하는 놈도 있어?' '으윽, 그러게 말이야. 그 바람에 마굴은 소멸 됐어. 남은 사람은 안 죽고 지상으로 튕겼지. 전신갑옷을 입고 있어서 누군지 확인을 못했어. 쩝' 크로키의 말에 라딘은 할 말을 잊은 채, 멍하니 마굴의 천장을 보았다. 아무리 죽는 것이 싫어도 그렇지 마굴을 소멸 시키다니? 그 마굴은 이 세상 어느 곳에서 다시 생겨날 것이다. 물론 그곳이 어딘지는 아무도 모른다. 마물이 보스인 브로키오를 잡을 기회는 이제 완전히 사라진 셈이다. '에효. 일단 정리하고 다시 사람들에게 주의를 줘. 그 사람이 누군지 알아내고. 난 제한시간이 다가오니 일단 로그아웃하고 나 갔다가 다시 들어올게. 정나중에 정식으로 회의를 열자고.' '그래, 쉬어라. 라딘, 나도 뒷정리 하고 로그아웃할게.' 크로키의 귓말이 끊겼다. 라딘은 억지로 눈을 감고 잠을 청하려 했다. 그러나 잠이 올리 없었다. 생각지도 못한 일 때문에 마음이 무거웠다. 눈을 감은 채 제한시간을 기다리면서 그는 다시는 이런 사건이 일어나지 않 기를 빌었다. ----------------------- 아, 일요일이라서 그런지 점심때부터 졸리네요. 날이 따듯해진 것은 아닌데 마음은 벌써 봄인가봐요. 환절기니 몸 따듯하게 하시고 감기 조심하세요. 언제나 남은 건 몸밖에 없잖아요. ---------------------- 다음 날, 어스에세 돌아온 라딘은 최우선적으로 사건을 일으킨 장본인을 찾 기 시작했다. 이 일은 생각보다 심각할 수도 있었다. 물론 고레벨이 돼서 죽으면 잃은 경험치를 복구하는데 1주일 이상의 시간이 소모된다. 그리고 그 뒤에 한 달간 능력치와 경험치 패널티 10%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알고 보면 죽는 것은 그야말로 엄청난 손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런 것은 이미 각오한 일이었다. 미래를 위해서 지금 희생을 마다하지 않는 그들에게 앞으로 나오는 고급아 이템에 대한 우선권이 주어진 상태였다. 그런데도 죽기 싫다고 마굴을 파괴하다니? 이 브리시아에서 마굴파괴는 심각한 범죄행위라고 할 수 있었다. "아무리 찾아도 없어. 누군지 정말 대단하다. 재수가 좋은건지." 뭉치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결국 누가 생명석을 파괴했는지 밝혀지지 않은 것이다. 전신갑옷을 입은 존재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은 모두 자신은 아니라고 했다. 곤란한 일이었다. 정색을 하고 부정하는 그들을 추궁할 수는 없었다. "음, 이번 일은 일종의 사고였다고 생각하지요. 하지만!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마굴은 어던 상황에서도 파괴하면 안 됩니다. 우리가 설사 전멸을 하더라도 마굴이 남아있다면 언젠가는 복수를 할 수 있 지만, 일단 마굴이 소멸디면 끝입니다. 그리고! 마굴파괴는 브리시아에서 가장 큰 범죄라는 것을 명심해 주시빗오. 그 범인은 무조건 신전에 출두하여 죄를 받아야 됩니다. 이계인인 경우 영원히 카오스 저주표식이 붙게 된다는 것을 명심하십시오. 동료라고 해도 눈감아 줄 수 없는 문제입니다." 라딘은 그렇게 사람들에게 경고하며 긴급 대책 회의를 끝냈다. 사람들 역시 당연하다고 동의했다. 신전에서 중요한 범죄자에게 거는 카오스의 저주표식, 그것에 걸리면 은은 한 붉은 빛으로 감돌게 된다. 살인을 하거나 그에 준하는 자는 죽여도 죄가 되지 않는다. 물건을 빼앗는 것도 자유이다. 일부러 그런 저주를 걸지 않아도 신의 힘으로 자연스럽게 표식이 나타나지 만, 인간에게는 인간의 벌이 또 있는 것이다. 마굴파괴는 바로 이 카오스의 저주표식을 영구히 받게 되는 최고의 신성모 독 범죄로 취급하고 있었다. 그렇게 기분 나쁜 하루가 지나갔다. 그 후에는 다시 사람들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숲에 있는 마물들을 제거하 고, 정기적으로 마굴을 청소했다. 하나씩 하나씩 청소를 해야 하는 마굴들이 늘어나고, 그러면서 점점 마굴에 서 지상으로 나오는 마물들의 수가 줄었다. 모험의 즐거움에 그날의 일은 일종의 실수로 인한 사건으로 생각되어져 점 점 잊혀져 갔다. 눈 깜짝 할 사이에 보름이 지났다. 오랜만에 항구에 입항을 알리는 고동 소리가 울리고 10척의 배가 들어왔다. 예정보다 늘어난 사람들과 물자를 실어 나르기 위해 카리브에서 배를 증선 한 것은 이미 연락을 받은 상태였다. 새롭게 200여명의 사람들이 도착했다. 하나같이 600레벨을 넘긴 고수들이다. 물자도 충분히 보급되었기 때문에 섬의 개발은 더욱 활기를 띄게 되었다. 그러나 그 때, 또다시 사건이 터졌다. -쾅 "뭐라고? 또?" "으윽, 이건 정말 문제군. 우연이나 실수로 보기 힘들게 됐는데?" 크로키의 보고에 라딘은 책상을 치며 소리쳤고, 항상 웃는 얼굴인 뭉치도 이번에는 얼굴을 굳히고 중얼거렸다. 상황은 그전과 똑같았다. 이미 6개의 마굴에 있는 최저층 보스에 대한 레이드를 성공적으로 끝냈다. 이제 그 보스급 마물이 나타날 때마다 지속적으로 그것을 잡으면 된다. 그러나 이번에 시도한 레이드는 실패로 끝났다. 아니 실패로 끝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그때, 검은 색의 가죽 갑옷을 입은 남자가 비명을 지르며 자신이 든 도끼를 던져 마굴의 생명석을 파괴해 버렸다. 마굴은 파괴되었고, 사람들은 모두 지상으로 허탈한 표정으로 그 가죽갑옷 을 입은 남자를 찾으려 했짐나 결국 그가 누군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찾아야 돼! 이건 고의적이야. 누군가가 우리를 골탕먹이려고 일부러 마굴을 부수는 거야! 그가 누군지, 아니 혼자인지 여럿인지 알아내야 돼!" 라딘은 굳은 얼굴로 이를 갈며 말했다. 질투인가? 다른 길드의 첩자가 섞여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까지 온 사람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아는 사람들이다. 즉 신분이 보장된 아도 길드의 핵심 인물이다. 그런데도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은 누군가가 다른 길드에 매수되었다는 말이 된다. 그것이 괴로웠다. 이제는 동료를 의심해야 하니까. 첩자를 밝혀내도 괴로운 결과만이 남게 된니까. 라딘은 고개를 숙인 채 한숨을 쉬며 힘없이 중얼거렸다. "어떤 길드의 짓인지만 알게 되면 절대로 참지 않겠어. 누가 더 독한지 보 여주지." 그의 목소리에는 살기마저 배어 있었다. -------------- "크흐흐흐, 그래. 서로 조를 짜서 완벽하게 인원을 체크하고 있딴 말이지? 누군가가 사라지면 바로 알 수 있도록." "그렇습니다. 이제는 혼란을 노려 행동을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들 사이에 인간의 모습으로 섞이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 해진 셈입니다 ." 강화 도플갱어 슈리카는 유리처럼 맑은, 그러나 전혀 감정이 들어가지 않은 차가운 목소리로 보고를 했다. 인간이라면 그의 목소리에 담긴 한기에 저절로 몸이 떨렸으리라. 그러나 나지훔은 그런 그의 목소리에도 전혀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다. "일단 두 번 정도 일을 벌였으니, 사람들이 이제 자신들이 마굴을 파괴한 것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이 이 두건의 마굴 파괴를 비밀로 한 것이지. 뭐 일부러 감추려 한 것이 아니라, 구태여 세상에 알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 했겠지. 암, 이 크로노스에서 일어난 일을 대륙의 사람들이 알 리가 없으니까 말야. 하하하하!" 정말로 기분이 좋아진 듯 한참을 쉬지 않고 웃던 나지훔은 이윽고 웃음을 멈추고 앞에서 무릎을 꿇고 기다리고 있는 슈리카를 보았다. 투명한 몸체, 이것이 바로 그의 본 모습이다. 그는 어떠한 모습으로도 변할 수 있다. 레벨에 따른 힘과 민첩성, 그리고 생명력이외에는 아무런 기술도 마법도 사 용하지 못하지만, 일단 다른 자의 모습으로 변하면 그의 기술과 마법을 똑같이 흉내 낼 수 있는 그의 힘은 어덯게 생각하면 가장 위험한 기술일지 도 모른다. 물론 그 능력치에 따른 위력의 차와 아이템에 의한 능력은 흉내낼 수가 없 다. 자신보다 고레벨인 존재로 변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거대 생물도 안 된다. 그러나 1천 레벨인 슈리카는 모든 인간으로 변할 수 있다. 가장 완벽한 첩자! 그의 능력에 의해 라딘은 모든 것을 잃게 된다! "하하하하하하, 가라. 슈리카! 제 2단계를 시행하라. 이제 곧 라딘 그놈이 세상의 버림을 받게 될 것이다." "복명!" 정중하게 고개를 숙인 슈리카는 천천히 걸어서 인가의 마을 '프론티어' 쪽 으로 향했다. 사람을 만나면 나무로 변신하고, 그 사람이 지나가면 다시 그 사람으로 변 할 것이다. 그가 원하지 않는 한, 아무도 그를 잡을 수 없다는 것은 그도, 그의 주인인 나지훔도 확신하고 있었다. ----------- 내부적으로 대원들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모든 레이드는 중지되어싿 . 라딘은 이것으로 일단 마굴의 파괴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마굴의 최하층은 대부분 레벨 천 정도의 신수급 보스가 지키고 있기 때문이 다. 대원들 중 가장 강한 자들에 속하는 800레벨 전후 한 그룹정도는 최하층까 지 진입할 수도 없다. 수십 명에서 수백 명이 몰려가야 겨우 최후보스와 싸울 수 있는 것이다. 그런만큼 첩자가 아무리 노력해도 소수의 힘으로 마굴을 파괴할 수는 없다 고 모든 사람들이 믿었다. 일단 레이드를 중지하고 주변 마굴의 청소에 전력을 기울이자 활동영역이 두 배 이상 넓어졌다. 사람들도 늘었기 때문에 이제는 40여개의 마굴에 매일같이 사람들이 진입하 고 있었다. 라딘 역시 뭉치와 크로키를 비롯한 몇몇의 대원과 함께 마굴을 탐험했다. 자신이 한계 레벨이라는 것은 간부들 밖에 모르는 사실이다. 그리고 한계레벨도 경험치는 쌓인다. 생명력과 마력이 조금씩 상승하는 것이다. "옷! 렙터다. 다행히 한 마리군. 동작이 빠르니 조심해." 크로키가 전면에 나타난 크기 3m정도의 공룡들을 보며 말했다. 이곳은 그들이 '쥬라기 공원'이라고 이름 붙인 마굴이다. 오늘의 목표는 34층에 사는 티라노 사우르스, 그러나 그 전에 지금 있는 29 층의 마물 렙터를 모두 청소해야 한다. 이놈들은 소수일 때는 숨었다가 나중에 떼로 몰려오기 때문에 보이는 데로 모두 처리해 놓는 것이 편햐다는 것을 이미 그들은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잘 왔어, 내 새로운 무기인 로키의 힘을 보여주지." 뭉치가 당당하게 말하며 앞으로 나섰다. -크르르릉 그의 옆에는 1m정도 크기의 검은 바위가 굴러서 따라가고 있었다. "음, 로키는 결국 뭉치의 독문무기가 되었구나. 축하해야 되는 걸가?" 라딘은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리자 크로키가 말을 받았다. "뭉치에게는 축하를, 로키에게는 매도를." "정확한 의견이야." 로키는 뭉치가 길들인 록이터의 이름이다. 그날 이후, 뭉치는 항상 자신의 오른쪽에 로키를 데리고 다녔다. 왼손으로는 자신의 상체 대부분을 가리는 부채를 들고, 지금처럼 오른손으 로는 바위를 들어 올리는 드워프의 모습은 가히 엽기라고 말할 수 있다. "차핫! 가자, 로키. [백보신권]!" -슈웅 -캬오옹 뭉치가 크게 기합을 지르며 손을 내밀자 바위덩어리가 앞으로 쏘아져 나가 싿. 렙터는 놀라서 옆으로 피했다. 그러나 더 놀라운 것은 그 다음 순간이었다. "피할 수 있을 것 같으냐? [추혼흑선강]!" -펑, 슈우웅, 퍽 -캬아아아아 날아오는 바위 뒤에서 어느새 뭉치의 모습이 있었다. 자신이 쏘아 보낸 바위 뒤를 따라 움직인 것이다. 그리고 그가 다시 팔을 들어 바위의 옆면을 때리자 그 검은 바위는 마치 공 처럼 그의 손에서 튀어 옆으로 피한 렙터의 머리에 명중했다. "끝이다! [백열각]!" -바바바바바바, 퍼억 -끄아아아아앙 드워프의 연속발차기는 정말 눈에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빨라싿. 짧은 만큼 빠르게 움직이는 이치였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렙터의 머리에 부딪쳤던 바위가 저절로 공중으로 떠올 라 다시 그의 해골을 부쉈다. "우와! 단번에 650레벨 렙터를 잡다니? 의외로 상당히 강력한데?" "음화하하하하, 이것이 바로 고수의 면모라고 할 수 있지." -펄럭,펄럭 라딘이 놀라서 박수를 치며 칭찬하자 뭉치는 부채를 펼쳐들고 자신의 얼굴 을 부치며 상쾌하게 웃었다. 사실 록이터의 특기인 점프 박치기가 공중에서 힘을 받을 곳만 있따면 마음 대로 방향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뭉치는 크게 기뻐하며 이 기술을 연마했다. 추혼흑선강! 바위를 날린 후, 그 뒤를 따라가다 상대가 피하는 방향 반대에 손을 대로 기를 집중하기만 하면 록이터가 알아서 상대를 쫓는다. 이것이야말로 최고의 무공인 이기어검과 같은 이기어석의 경지라고 뭉치는 크게 자랑했다. 그 후, 그는 로키를 자신의 독문무기로 칭하기 시작했으며, 권성 뭉치의 두 표식은 검은 바위와 닭털로 만든 부채가 되었다. "자, 그럼 계속 내려가 보자고." "그러지. 허허허허." -펄럭 펄럭 아직도 현실로 돌아오지 못하고 무림 고수의 면모를 연출하는 뭉치를 보며 라딘은 속이 뒤집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일단 모양과 관계없이 상당히 강력한 기술이라는 것을 인정한 이상, 이정도의 부작용은 눈감아 주기로 했다. 그들은 곧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직 갈 길은 멀고, 시간은 많지 않았다. 티라노 사우르스는 대충 6마리 정도가 서식하는데, 레벨은 900이 넘는다. 동료를 부르거나 하지는 않지만, 공격당하는 것을 눈으로 목격하면 도의상 돕기로 하기 때문에 몰래 숨어서 기다리고 있다가 혼자 떨어진 놈을 한 마리씩 각개격파로 잡아야 한다. 다시 말해서 시간이 걸린다. 늦으면 다 잡지 못하고 로그아웃 하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에 그들은 약간 서두르기로 했다. 그러나 그들이 막상 34층까지 내려갔을 때, 그리고 한 마리의 외로운 왕따 티라노 사우르스를 발견하고 좋아하고 있을 때, 사건은 터졌다. -쿠쿠쿠쿠쿠쿠쿠쿠 "아앗! 뭐지?이 흔들림은?" 제대로 서기도 힘든 격렬한 진동, 그것은 마굴 전체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으윽, 어떻게 된 거야?" "설마 이것은?" 나무에 손을 잡은 채 겨우 버티고 서 있던 라딘과 크로키는 서로으 얼굴을 보았다. 마주치는 눈빛에 두 사람은 자신들이 동시에 같은 생각을 했다는 것을 깨달 았다. 그리고 그순간 그들은 동시에 외쳤다. "마구굴이이이 부부붕괴괴괴괴 되되되된다다다다아아아아!" -콰르르르르르르르릉, 파앗 그 순간 그들은 강렬한 마나의 회오리에 휘감겨 지상으로 이동되었다. 그들은 미처 모르고 있었다. 같은 마물인 슈리카는 자신보다 약한 마물들에게는 거의 공격받지 않는다. 물론 각 층마다 마물을 보면 그 모습으로 변화해서 움직이기 때문에 더욱 안전했다. 보통 마물이라면 절대로 하지 않는 마굴파괴, 그러나 인간의 정신을 가진 나지훔의 충실한 수하 슈리카는 나지훔의 명대로 인간들의 파티가 모험을 하는 마굴에 들어가 그 최하층에 있는 생명석을 부수기 시작했다. 보스를 죽이는 것은 힘들지만 그의 눈을 피해 생명석을 부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 후에도 라딘 일행으로써는 영문을 알 수 없는 마굴파괴는 계속되어, 한 달이 지나가 3차 원정대가 도착했을 무렵에는 모두 10개의 마굴이 파괴된 후였다. 그리고 그동안 나지훔이 크로노스 섬 안쪽에서 부순 20여개의 마굴까지 합 하면 모두 30여개의 마굴이 크로노스 섬에서 사라져 세상 어느곳에 새롭게 생겨나고 있었다. 무작위 마굴파괴에 의해 일어나는 인간과 마물의 전선 없는 생존전쟁, 신마 대전은 라딘 일행이 미처 모르는 사이에 발발하고 있었다. ------------ -따라라라란 딴 따라라 모차르트의 하이네 클라라네 나하트 뮤시크를 들으며 자동전신 안마기에 몸 을 맡기고 누워있는 느낌은 가히 극락의 기쁨과도 비견될만 했다. 연말의 그 막대한 서류처리로 인해 줄어든 몸무게와 체력이 봄과 함께 서서 히 살아나고, 2분기의 수익현황 보고와 함께 그녀에게 내려온 보너스 배당금은 그녀를 행복의 절정으로 글어올리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선지은, 그녀는 사실 직원이 아닌 주주이다. 물론 신마대전 게임을 개발하고 총괄하는 매니저로서 거액의 연봉도 받지만 그 연봉도 그녀가 받는 배당금에 비하면 그야말로 푼돈에 불과했다. 지난 석 달 동안 미국을 비롯한 5개국과 협약을 끝내고 마침내 월드 서버의 개발에 착수하느라 상당히 바쁜 시간을 보내야 했던 그녀였다. 그러나 이제는 대부분의 일이 실무진으로 넘어가고 앞으로 월드 서버의 프 로토 타입이 나오는 3개월 후까지는 정말로 인생에 몇 없는 한가한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흐흐흐, 마이애미 해변으로 놀러갈까? 물론 현실세계 여행으로!" 가상이 아닌 현실세계의 여행은 이제는 완벽한 사치로 취급되는 시대가 되 었다. 시간도, 돈도 4배 이상이 든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부자들은 항상 현실의 여행을 고집한다. 그녀는 진지하게 마이애미 해변과 알라스카의 연어낚시 중 어느 것을 선택 할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녀의 수호신은 노동의 신임에 틀림없다. 15세 이후 휴가라는 것을 가져보지 못한 그녀가 처음으로 1주일도 아닌 3개 월의 개인시간을 가지는 것을 눈뜨고 보지 못하는 더러운 성질을 가진 수호신인것이다. -뻥, 뻥, 뻐리리리리리리리링 "아앗! 특급 이머전시 알람?" -벌떡, 타타타탁 급히 자신의 의자의 전신 자동안마 모드를 해체하고 일어난 선지은 팀장의 안경에는 컴퓨터에서 토해내듯 흘러내려오는 데이터의 파도가 비추었다. 세상의 파멸과 진화를 담당하는 숨겨진 8번째의 슈퍼컴퓨터 비신 유키아의 폭주와 신마대전의 발발 이외에는 절대로 울리지 않는 특급 이머시 알람, 그것이 울리며 자동으로 보고되는 자료는 결코 적은 량이 아니었다. "아니? 어떻게 이런 일이? 아무리 제 1서버라도 신마대전이 발발할 정도의 카르마 수치가 되려면 3년은 더 있어야 되는데? 아직 2차 제한도 풀리지 않았다고!" -타타타타탁 그녀의 손가락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입에서는 언어 인식 보조기능을 이용한 서브콘트롤 언 어가 튀어나왔다. 인류가 키보드를 발명한 이후, 펜과 종이에서 키보드와 화면이라는 획기적 인 작업환경의 변하가 있었다. 그리고 키보드는 컴퓨터의 문화가 발달함에 따라 발생한 다른 수많은 도전 을 당당히 물리치고 아직까지도 주력 입력장치의 지위를 고수하고 있었다. 입체 화면에서의 3D 마우스가 그의 권위를 맹렬하게 추적하고는 있지만 마 우스로 글씨를 쓸 수 없는 이상, 키보드는 영원한 챔피언일 것이다. 그러나 키보드만으로는 모든 작업을 수행할 수 없다. 그리고 일부 작업은 키보드가 아닌 다른 장치를 사용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 . 100년 전부터 연구되어 내려온 음성인식에 의한 보조 작업 환경 구축은 이 미 수십 년 전부터 완전히 실용화 되고 있었다. 세상이 바쁘게 돌아가는 바람에, 사람은 두 손과 함께 자신의 입마저 동원 해서 일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어싿. -삥, 삥, 삥 "아! 리치의 출현? 미치겠네, 2nd 컨트롤 자아인 메사이드가 완전히 폭주하 기 시작해 버렸잖아?" 그녀는 기가 막힌 듯 오른 손으로 조작하던 마우스를 그대로 집어던지며 의 자에 몸을 기댔다. 화면에는 최고 운영자만 관람이 허락된 7개의 서버 컨트롤 자아, 즉 7명의 신들의 상태가 나타나 있었다. 그중 두 번째에 있는 메사아드의 감정지수 중, 분노 게이지는 현재 100%, 즉 만땅이었다. 여성의 인격을 가지고 있는 메사아드가 이성을 잃을 정도로 분노하고 있다 는 증거였다. 원래 리치는 4차 제한이 풀린 이후에 나타나도록 되어 있었다. 물론 시스템적인 제약은 없다. 그러나 신들의 이성이 그것을 가능한 한 막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설마 스스로를 신으로 인식하는 메사아드의 분노 게이지가 100%까지 올라갈 일이 생기다니? 그녀는 즉시 신들의 회의를 열어 참석한 모든 신들의 보고를 받기 시작했다 . "흠흠, 그렇게 된 거군. 어째 활성화 된 빛과 어둠의 카르마 수치가 너무 심하게 차이가 난다고 생각했어." 진실은 안 그녀는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일차 거부권을 행사하고 신들의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메사아드에게 제제를 가하려는 생각은 포기했다. 그녀의 심정을 이해했기 때문이다. 사실 빛과 어둠의 카르마 수치는 언제나 같게 되어 있다. 그러나 시대에 따라 활성화 된, 즉 세상에 나타난 힘의 차이는 분명히 있다 . 그리고 때에 따라서는 그 활성화 된 힘의 차이가 극도로 벌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지금이 바로 그랬다. 자유패러딘 라딘! 그의 위대한 업적에 의해 세상은 빛으로 가득 차고 모든 암흑의 세력은 무 너졌다. 세계 3대 위험지역 중 두 군데가 이미 대부분 개발되어 인간의 제어를 받기 시작했다. 세 번째 컨트롤 자아인 빛의 신 샤이아의 팰러딘도 아닌 원래는 존재하지 않았던 방랑신의 팰러딘이다! 메사아드는 자신이 왕따를 당하는 기분이 되었을 것이다. 중립이라고 믿었던 나티크까지 그녀를 괴롭히는 형국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치명적인 괴롭힘! 어둠의 진영에 천년 만에 나타난 대천재 나지훔, 젊은 나이에 1천 레벨에 도달할 것이 틀림없는 그에게 메사아드가 걸었던 기대는 컸다. 상당히 오랜 시간동안 어둠은 빛을 능가하지 못했다. 서버 초기에 어둠의 카르마가 빛을 넘어 혼돈의 환경이 되면 유저들이 적응 하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한 자신들의 음성적인 조정이 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단 서버가 개방된 이후부터는 절대로 세상의 흐름에 손댈 수 없다 . 그런 사정을 어느정도 알고 있는 메사아드는 이제 오랜 인고의 시간이 지나 고 드디어 세상에 혼란이 드리워질 것이라고 생각하며 즐거워했다. 암흑신교가 천 년간 준비한 그 거대한 계획이 성공함으로써 서대륙은 향후 수백 년간 자신의 영향력 아래에 놓을 것이라고 확신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단 3년 만에 그 모든 것이 먼지처럼 바람에 날려 사라져 버렸다. 암흑신교가 무너졌을 때에만 해도 자신의 영역 구석에서 울고만 있던 그녀 였지만, 신교를 부활시킬 인재라고 생각했던 나지훔마저 그의 모든 기반과 함께 무너지는 순간 그녀의 분노는 극에 달한 것 같았다. 이성적인 상태의 그녀였다면 절대로 하지 않았을 리치 시스템의 가동, 이제 그것이 활성화 된 이상, 한계레벨의 네크로맨서는 죽었을 때 리치로 환생 할 수 있는 선택권이 주어진다. 뿐만 아니라 그녀는 자신의 가장 큰 힘 중 하나인 태고의 신전까지 그에게 제공했다. 리치로 환생한 나지훔은 난공불락의 요새와 그 안에 있던 모든 암흑의 힘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흠, 오히려 잘 됐네." 선지은은 화면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장난을 좋아하는 소악마의 미소였다. 모든 서버에서 카르마 수치가 가장 높은 제 1서버 브리시아! 이제 혼란에 의해 세상이 뒤집히며 수많은 유저가 사망을 경험할 것이다. 그러면 그것은 곧 카르마 수치의 감소와 직결된다. 일단 떨어져서 마물의 손에 들어간 아이템은 자연스럽게 마나로 환원되기 때문이다. 그녀는 다시 키보드를 드드리며 자신의 선언을 기다리고 있는 6명의 신들에 게 이번 사건에 대한 행동지침을 알려주기 시작했다. 그것은 알아서 해라! 라는 내용의 선언문이었다. 신들인 그들에게는 가능한 한 명령을 내리지 않는 것이 좋다. 그래야 감정적 버그가 조금이라도 덜 발생하기 때문이다. 나티크와 샤이아를 비롯한 6명의 신들은 나름대로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이 며 다시 자신들이 할 일을 하기 위해 흩어졌다. 물론 이 자리에 모인 그들은 의식의 일부이기 때문에 회의 중에도 모든 서 버에서 그들이 할 일은 여전히 하고 있을 것이다. "자, 어떻게 될지는 이제 아무도 모르는 건가? 혼란의 시대가 올지, 아니면 인간이 이것을 극복해 낼지 정말 결과가 기대 되는 이벤트네?" 그녀는 콧노래를 부르며 즉시 임시회의를 소집했다. 그 회의의 주제는 제 1서버의 새로운 이벤트인 '리치의 탄생과 신마대전 발 발'에 대한 대대적인 선전 계획이었다. ------------- 유조아에서 어느 분께서 몇가지 오류에 대해서 언급하셨는데 오류가 아닙니 다. 설명을 직접적으로 자세하게 안 한것이지요. 중요하지 않으니까요. 앞쪽의 설정들과 글들을 자세히 읽으시고 유추해서 생각하시면 나름대로 답 이 나올 겁니다. 일단 이 소설을 쓰는 동안 오류에 대한 지적을 상당히 받았는데, 그 중에서 제가 정말 버그라고 인정한 것은 3개인가? 그 정도밖에 없습니다. 설정적으로 상당히 세밀한 곳까지 고려한 상태이고, 단지 그걸 다 쓰려면 소설이 두배정도 늘어납니다. 설명으로 그만큼 늘어나면 재미가 없지요. 메테오 같은 것도 시전시간, 마나 효율, 숙련도에 의한 실패율 등등 사실 상 무지하게 사용이 제한되어 있습니다. 잘못 사용하면 캐릭을 날리는 결과가 됩니다. 죽는 것이 아니라 아예 날리는.... 마물과 모든 왕국으로부터 무한척살 대 상이 되지요. 참고로 마굴파괴는 신이 금한 죄가 아닙니다. 초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마굴을 파괴했다고 나오지요. 그 때문에 1차 신마대전이 벌어진 겁니다. 그 후, 인간과 유사인종이 정했고, 드래곤이 그것을 인정하고 감시하기로 했지요. 신이 정한 죄목은 종족의 살인같은 겁니다. 사실 신마대전에서 가장 큰 버그는 몽몽입니다. 예가 원래 이렇게까지 강하면 안되는데, 쓰다보니 귀여워서... 이것저것 가져다 붙이다보니 밸런스를 파괴했지요. 그래서 아무 생각없이 붙인 설정이 있습니다. 시스템 버그! 완벽을 자랑한다고 되어 있는 신마대전 게임에서 유일한 시스템 버그 캐릭 이 바로 몽몽입니다. 음, 마지막으로 이번에 잠깐 나오는 비신 유키아, 얘가 그 배틀마스터 유키 아입니다. 5부의 주인공 (최후 보스)이고, 신입니다. 샤이아와 메사아드의 아들이고, 봉인된 상태입니다. 모든 서버에서 윤회를 하면서 인간이나 유사인종으로 살아가게 되는데, 브 리시아 서버에서 지금 배틀마스터가 된 상태입니다. 그래서 300년 동안 은거해서 잘먹고 잘 살고 있는 중이지요. 5부 안쓸거니까 이제 뒷이야기를 조금 하지요. 전대 배틀마스터인 혈월신마가 죽은 후, 세상에서 단 한명 존재하게 되어 있는 배틀마스터 코드가 그에게 넘어갑니다. 우연이라고 할 수도 있고,원래 그 시대에서 가장 뛰어난 재능을 가진 자가 가지게 되어 있으니 하필 그때 다시 태어난 유키아가 그 코드를 가지게 된 것이 필연일수도 있지요. 배틀마스터가 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배틀마스터를 죽이면 됩니다. 그러면 세로운 힘을 얻어 1레벨 배틀마스터가 될 수 있는 선택권이 주어집 니다. 만약 배틀마스터가 늙어서 죽거나 그를 죽인 사람이 그 코드를 원하지 않게 되면(왜냐하면 배틀마스터가 되면 다른 배틀마스터 직업을 원하는 사람과 항상 싸워야 하니까) 그 순간부터 1주일안으로 태어나는 가장 재능 이 뛰어난 자에게 이어지게 되어 있습니다. 5부는 유키아가 주으면서 (? 약간 틀리지만 일단 죽음) 시작하는데, 그때 라딘이 배틀 마스터가 됩니다. 파멸의 신에게 대항하는 인간들의 세기말적 저항이 5부의 내용인데, 라딘이 최강의 직업인 배틀마스터가 되기 때문에 상당히 통쾌한 구성이었습니다. 뭐 그건 이제 설정상의 뒷 이야기일 뿐이지요. 아무튼, 지금의 라딘은 방랑신의 팰러딘이고 그의 최대 적은 세상에 나타난 리치 나지훔입니다. 그럼 저는 다음 편 쓰러 갑니다. 인생은 맨땅에 헤딩입니다. 후~ 언제 10개 올리나. --------------- -쿠쿠쿠쿵 땅이 흔들리고 있었다. 나무를 하러 나온 한스는 한참 신나게 도끼질을 하다가 이 갑작스런 지진에 놀라 동작을 멈추고 자신이 베던 나무를 부등켜 안은 채 사방을 두리번 거렸다. -콰쾅 "아앗! 저럴 수가?" 이윽고 산이 울리는 굉음과 함께 그의 눈앞에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거대한 동굴,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음침한 기운을 내뿜는 동굴이 그의 앞에 있었다. 마굴이다! 그의 굳어진 몸속의 두뇌는 그렇게 외치고 있었다. 그러나 그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는 않았다. -쉬이이이익 바람이 새는 소리가 동굴, 아니 마굴 안에서 들려왔다. 그리고 잠시 후, 그곳에서 나오는 마물들, 그것은 여섯 개의 팔에 무기를 들고 뱀의 하체를 지닌 자들, 바로 나가들이었다. 물론 한스가 그들의 이름을 알리는 없었지만 한가지만은 확실하게 알았다. "아아아아악! 마물이 나타났다!" 그는 비명을 지름으로써 자신의 굳어진 몸을 해방시켰다. 그리고 전력으로 마을을 향해 뛰어가며 젖 먹던 힘까지 동원해 고함을 질렀 다. 평화로운 마을이었던 툼라에는 이제 최고 난이도 마굴인 '나가의 궁'이 생 겨났다. 시골이기 때문에 변변한 상급전사 한명 없는 이 작은 마을은 3일 만에 버려 지고, 마을 사람들은 모두 인근 도시로 피난을 갔다. 동대륙과 서대륙 곳곳에서 새로운 마굴이 나타났다. 평화로웠던 지역이나 도시 한가운데까지 차별없이 무작위로 생겨난 마굴은 하나같이 그전까지는 거의 3대 마물의 지역이 아니면 찾아보기 어려웠을 정도로 고난이도의 마굴이었다. 대부분의 지역에는 이 새로운 마굴의 10층까지도 제대로 청소하지 못했고, 그 결과 마물과 도시를 버리고 피난을 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자신들이 마물의 먹이가 될 것이 틀림없으니까! 세계적으로 수많은 난민이 발생하기 시작했고, 모든 왕국은 이 사태가 일어 난 원인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원인이 바로 세계에 명성을 날리고 있는 아도 신성 기사단의 크 로노스 섬 개발단의 급격한 개발을 위한 마굴파괴에 있다는 것이 밝혀지자 세상은 경악했다. 그들의 영토에 새로 나타난 마굴은 다름 아닌 크로노스의 마굴이었던 것이 다! ----------- -부웅, 부웅, 부웅 입항을 알리는 세 번의 고동소리와 함께 10척의 배가 항구로 들어왔다. 크로노스 섬의 유일한 항구인 프론티어에 드디어 3차 선발대가 도착한 것이 다. 항구에는 그들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나와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환호성을 지르지 않았다. 내리는 사람들도 새로운 모험에 대한 기대감으로 들뜬 얼굴을 하고 있지 않 았다. "어서 와, 미리네." "라딘, 잘 있었어?" 미리네는 라딘을 약간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면서도 억지로 웃으며 부드 럽게 말했다. 그러나 약간 수척해진 그의 얼굴을 보니 눈물이 나오려 했다. "끼잉, 아빠!" -부스럭, 휘익, 척 "옷, 우리 몽몽이도 왔구나! 하하하하." 미리네의 품에서 나와 자신의 어깨로 옮겨 앉은 몽몽을 보며 라딘은 약간 기운이 나는 듯 웃었다. "자자, 여기서 이러지 말고 안으로 들어가자." "응" 사람들은 제각기 자신의 지인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연고자가 없는 개인 모험가들은 안내원의 지시에 따라 그들에게 배당된 숙 소로 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들은 이미 항해 중에 다른 사람들로 부터 귓말을 듣거나 가상현실 팬사이트에 올라온 뉴스를 보고 지금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일단의 사건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어쩌면 곧 크로노스 섬의 개발단들은 모두 대륙으로 돌아가야 할지도 모른 다. 물론 자신들도 같이 돌아가게 될 것이다. 열렙과 득템의 꿈을 안고 한 달이 넘는 항해를 견뎌왔지만 이제 얻은 것도 없이 다시 한 달동안 배를 타고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저절로 기운이 빠지는 그들이었다. "그러니까 다른 길드의 음모인 것 같다는 말이지?" 미리네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응, 그런데 문제는 이제 그것도 의심스러워. 솔직히 말해서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 너무 많거든." "그럼 사람들에게 그렇게 설명하면 되지 않을까?" "아니, 이런 것은 현장에 있는 당사자가 아니면 알기 어렵지, 다른 사람들 은 우리가 진실을 말하는지 아니면 일이 터지니까 변명을 하는건지 구별할 수 없거든. 당장 동대륙하고 서대륙의 수많은 왕국에서 우리 아도 신성기사단을 성토하 고, 또 라딘 상회의 활동을 금지시키고 있어. 으윽, 어떻게 키운 명성인데 이렇게 허무하게 한방에 날아가다니?" "다 잘 될거야. 너무 고민하지 마." 그녀는 라딘의 괴로워하는 모습을 차마 보지 못하겠다는 듯이 그의 팔에 손 을 올리고 부드럽게 위로했다. 그러나 라딘은 한숨을 쉴 뿐이었다. "당장 교단 연합에서는 나와 뭉치를 소환하기로 결정했지. 종교재판이 열리는 거야. 마굴을 함부로 파괴하는 것은 가장 무서운 범죄니까 그들도 결판을 봐야겠 지. 이번 3차 원정대의 배로 나와 뭉치는 떠나야 돼. 진상이 밝혀지지 않고 종교 재판에서 우리 아도 신성기사단의 행동이 유죄 로 판결되면 모든 공적치가 무효로 되겠지. 라딘 상회도 물론 끝장나는 거고." 농담이 아니었다. 이정도 대대적으로 사건이 터진 이상, 그것을 일으킨 주범격이 아도 신성기 사단과 라딘 상회가 멀쩡히 세상에 남게 되기는 힘들었다. 그동안 쌓아온 명성이 있으니 완전히 망하지는 않는다고 해도 새로 생긴 마 굴로 인해 발생한 모든 피해를 보상하기 전까지는 계속해서 제제가 들어올 것이다. "라딘." 미리네는 거의 울 것 같은 눈으로 자신의 남자친구를 보았다. 항상 자신만만하던 그가, 특히 자신의 앞에서는 절대로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하는 그가 지금은 허세를 보일 여력도 없다는 듯이 힘든 표정으로 상황을 설명하고 있었다. 신세한탄과도 같이 긴 설명, 그것은 그가 정신적으로 상당히 궁지에 몰려 있다는 증거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네가 한 일이 아니잖아. 자신을 가져. 모든 사람들 앞에서 당당하게 진실을 말한다면 결국 오해는 풀릴 거야. 내가 같이 증언해 줄게." "후~ 미리네." 라딘은 고개를 들어 미리네를 보았다. 그녀는 울음을 참고 있어싿. 그러면서도 자신을 위로하려 하고 있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직 나는 모든 것을 잃은 것이 아니다! 악몽 같았던 지난 1주일의 시간은 자신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을 절망으로 내몰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라딘의 눈이 차갑게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의 머리 역시 눈과 함께 냉정해 졌다. 잠시 그렇게 미리네를 바라보던 라딘은 이윽고 두 손으로 미리네의 손을 잡고 힘주어 말했다. "염려마. 아직 나에게는 수가 있어. 3차 원정대가 타고 온 배가 점검을 마치고 떠날 때까지는 1주일이 남았어. 나와 뭉치가 타고 돌아가야 하는 배지. 그때까지 무슨 일이 있어도 진상을 밝히고 말겠어!" 그것은 자신을 걱정하면서도 끝까지 믿어주는 힘이 되어주려는 그녀에 대한 라딘 식의 사랑의 고백이자 어떤 일이 있어도 절대로 절망하지 않겠다는 그의 평생의 기둥이 되는 경건한 맹세였다. --------------- 으으, 이번 편은 길고 아주 상세한 묘사를 곁들여서 분위기 있게 쓰고 싶었 는데, 도저희히 닭살 돋아서 더 못쓰겠네요. 사람 염장 지르는 것도 아니고 얘들이 너무 하네요. 예술의 길은 너무나도 힘들어요. ----------------- 라딘은 그날부터 조금도 쉬지 않고 모든 정보를 모아 분석하기 시작했다. 현장인 이 크로노스 섬에서 일어난 일들을 모두 알고 있는 그였기 때문에 지금 세상에 일어난 일들에 대한 가장 정확하고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은 자신뿐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는 일단 일체의 선입견을 버리고 오직 자료만으로 상황을 분석하려 했다. 그래야 다른 사람들이 자신들에 대해 가지는 생각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 다. 그 결과는 참담했다. 지금 전 세계에 걸쳐 거의 30개의 달하는 마굴이 새롭게 생성되었다. 그중 6군데는 그야말로 치명적인 장소라고 할 수 있었고, 그들이 자신들 라 딘 상회와 아도 길드에 대해 가지는 원한은 완벽하게는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을 정도였다. "음, 그렇단 말이지? 역시 이 사건은 다른 길드에 의한 것이 아니야. 인간의 힘으로는 불가능 한 사건이지!" 자료를 바라보는 라딘의 눈은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 이미 24시간동안 한숨도 자지 않은 그였지만 조금도 피곤하지 않았다. 이제 출항까지 5일 남았다. 그러나 로그아웃을 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3일이 남은 셈이다. 그러나 이미 단서는 잡았다. 그동안 자신들의 눈앞에서 파괴된 마굴의 수는 약 10개 정도밖에 되지 않는 다. 그런데 세계 곳곳에서 나타난 마굴의 수는 그 3배에 해당하는 30여개! 누군가 마굴을 파괴하고 있다! 그것도 자신이 모르는 곳, 바로 이 크로노스 섬의 안쪽에서! "설마 했더니 정말로 신마대전이 발생한 거였군. 쩝, 망했다. 하필이면 내가 거기에 정통으로 엮이다니?" 라딘은 크로노스 섬에 있는 어떤 고위 마물이 자신들 인간이 이 섬에 도착 하여 개발을 시작하자 역격을 가하고 있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런 일이 있을 줄을 알았다면 절대로 이 섬에 와서 개발을 하겠다고는 생 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결론을 내린 이상 한시도 지체할 수 없었다. 그는 즉시 뭉치와 크로키, 그리고 도끼바바와 미리네를 모아 회의를 열었다 . "일단, 우리들 사이에 섞여 있는 놈을 잡아야 돼. 그놈만 잡으면 어떻게든 누명은 벗을 수 있으니까." "음, 과연 그런 경우도 있었군. 재수가 없었다고 해야 하나?" 크로키도 고개를 끄덕이며 라딘의 분석에 동의했다. "크아! 감히 마물 따위가 우리를 엿 먹였단 말이지? 어떤 놈인지 잡기만 해 봐라! 조직의 쓴 맛을 보여지주!" 도끼바바는 이를 드러낸 채 웃으며 말했다. 그가 말하니 농담처럼 들리지 않는 것이 무서웠다. "잘됐다. 그래도 사람들의 증언을 받으면 최소한 우리가 한 일이 아니라는 것은 증명할 수 있잖아." 미리네 역시 다행이라는 듯 웃으면 말했다. 확실히 모든 대원들이 10개 정도의 마굴이 파괴되었다는 것을 아는 이상, 어덯게든 누명을 벗을 길은 있다. 그러나 라딘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문제는 우리가 이곳에 오는 바람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거야. 우리가 한일이거 아니건 우리 때문이라는 거지. 신마대전이라는 전쟁의 무게가 가볍지 않기 때문에 일단 우리에게 돌아올 원망의 목소리는 상당히 무겁다고 봐야 해." "으윽, 그럼 망한 거야?" 뭉치가 자신의 펫인 로키의 위에 앉은 채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음, 거의 90%는 방한거야." "헉, 라딘이 90%를 말하면 얘기는 끝난 거잖아?" "아니, 그건 아니야. 되는 쪽일 때는 90%만 되지만 지금처럼 안 되는 90%면 남은 10%에 끝까지 물고 늘어져야지. 99%라도 마찬가지야." "호, 역시 너 답다." 그들은 신중하게 상황을 분석하고 그에 따라 하나씩 자신의 일을 찾아내기 시작했다. 모든 일의 선후를 정하고 그 역활을 분담하고 나니 이제는 제한시간이 다가 와싿. 피곤했다. 잠을 자지 못했기 때문에 다시 로그인해서 몇 시간은 잠을 자야 할 것 같았 다. "그럼 도끼바바형하고 크로키가 일단 일을 진척시켜 줘요. 남은 사람은 일단 로그아웃 했다가 시간에 맞춰 들어오는 걸로 하고." "알았다. 어떤 놈이 숨어 들어와 있는지는 몰라도 꼭 잡자." 도끼바바의 말에 라딘은 힘있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물론이지요. 그놈을 잡아야 그래도 할 말이 있는 겁니다." 일행들 역시 눈을 빛내며 20시간 뒤에 벌어질 첩자 색출 작전이 성공적으로 끝나기를 기원했다. ------------- -슈욱 콕크핏이 열리자 신현진은 천천히 일어나 몸을 풀었다. 별로 좋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아직은 절망하지 않았다. 그리고 일단 현실로 돌아온 이상 브리시아의 생각에 얽맺이지 않기로 했다. -띠리리리링, 탈칵 "아, 미리니? 응, 지금 나왔어. 몸 풀고 조금 쉰 후에 다시 데이터를 분석 하려고. 응, 염려 마. 무리는 안할게. 잠깐 만날까? 그래, 그럼 강남역에서 보자." -탈칵 비록 토요일은 아니지만 모처럼 그녀와 만나기로 했다. 이렇게 심각한 일이 벌어졌을 때에는 오히려 적당한 휴실이 도움이 된다는 것을 현진은 알고 있었다. 멀리서 보면 볼수록 전체의 육관이 잡히는 경우도 있다. 가상현실의 고민은 그곳에서 끝내야 게임의 중독으로부터 조금이라도 멀어 질 수 있는 것이다. 현진은 샤워를 끝내고 자신의 외출복 중 하나인 파란 마의를 걸칠 태 방문 을 나섰다. 비록 수면을 취해야 하기 때문에 그녀와 만나도 두 시간 정도밖에 같이 못 있지만, 그래도 그녀가 보고 싶었다. 방금 가상현실 세계에서 만났었지만 며칠 동안 얼굴을 보지 못했다. 그는 가볍게 웃으면서 애써 현실과 가상과의 구분을 지으려는 자신과 그녀 에 대해 생각했다. 신기하게도 뭉치나 크로키하고는 가상에서만 만나도 전혀 이상히지 않은데, 이 미리하고는 현실에서 만나지 않으면 왠지 떨어져 있는 느낌이 들어 참을 수가 없었다. '역시 이래서 사람은 연애를 해야 해. 보통 친구들하고는 전혀 다른 무엇인가를 느낄 수 있거든!' 그는 스스로가 쑥스러운 듯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이미 그의 기분은 가상현실세계에서 완전히 벗어나 현실의 즐거움을 만끽하 고 있었다. -------------------- 다음 날, 브리시아에서는 2일 후, 라딘은 돌아왔다. 얼굴에 만연한 웃음을 띤 그를 보며 크로키는 감탄해서 말했다. "역시 난 놈이야. 이 상황에서 웃을 수 있다니? 너 밖에서 놀다 들어왔지?" "어? 어덯게 알았어? 음, 이런 내가 얼굴을 읽히다니." "읽히는 게 아니라 대놓고 자랑하느 거지. 치사한 놈. 그래 난 솔로다. 킁. " 뭉치 역시 삐져서 말했다. 크로키는 벽에 붉은 글씨로 '우리는 무적의 솔로부대다'라고 쓰고 있었다. 도끼바바는 그런 후배들의 모습에 호탕하게 웃으며 결혼까지 한 자기가 할 말은 아니지만 남자는 솔로가 좋은 거라고 두 사람을 위로했다. 뭔가 시작부터 긴장감이 결여된 그들이었다. "준비는 다 된 거지?" 라딘이 묻자 크로키와 도끼바바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 16시간동안 그들은 새로 도착한 사람들을 위해 마굴 탐사를 기획했다 는 사실을 발표하고 기존의 멤버들과 새로운 사람들이 절반 정도씩 섞인 파티를 결성하게 했다. 그리고 각자 맡은 마굴을 탐색해 들어가기로 결정하고 이미 준비를 끝낸 상 태였다. "좋아, 그럼 시작하자고. 그놈이 없다면 모를까 있다면 꼭 걸려들 거야." 그들은 자신들의 오른 손을 들어 작전의 성공을 다짐하며 제각기 자신들이 이끄는 파티로 갔다. 단지 라딘과 미리네만이 남아 지상에 남은 사람들과 함께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마물들의 습격에 대비해서 항구를 지키기로 했다. 사람들은 불안에 떨었지만 그래도 이대로 항구에 머무는 것보다는 항구를 탐색하는 것이 더 좋았기 때문에 두말없이 전원 모험을 떠났다. 항구에는 20여명의 사람들만 남았다. --------- "흐흐흐, 또 하나의 마굴을 부술 기회군." 슈리카는 새로 도착한 사람들이 마굴 탐사를 떠나자 그중 한 그룹을 따라 마굴에 잠입했다. 약 10층 정도까지 사람들 몰래 뒤를 따르던 그는 그곳에서 다른 사람들이 싸우는 것을 보다가 슬쩍 마물로 변해 아래층으로 내려와 버렸다. 이제부터 최하층까지 내려가 이 마굴을 파괴하면 될 것이다. 자신의 주인인 나지훔은 인간이 마굴을 탐사할 때마다 잠입하여 마굴을 하 나씩 부수라고 명했다. 그러나 지난 1주일 동안 인간들은 전혀 마굴에 들어가지 않았다. 무리도 아니다. 그들이 마굴에 들어가기만 하면 꼭 하나씩 마굴이 파괴되었으니까. 저번 보고 때 들은 바에 의하면 그동안 자신과 주인이 부순 마굴들이 인간 의 대륙에 나타나 큰 혼란이 일어났다고 했다. 그리고 그 모든 책임은 바로 지금 이곳에 있는 인간들이 지게 되었다고! "흐흐흐, 벌써 최하층인가? 음, 이 마굴의 최후보스는 미노타우르스 킹인 크로이넨인가? 크로인네, 이 마굴을 파괴하러 왔소!" 그는 당당하게 외치며 마굴의 생명석이 잇는 곳으로 다가갔다. "크르르르, 과연! 어둠의 사자 나지훔의 수하인가? 그대와 나는 같은 1천 레벨의 마물, 서로 싸우면 쉽게 승부가 나지 않겠지." "싸울 이유가 없소. 이미 이 크로노스 섬의 7명의 지배자가 나지훔 님의 제 안을 응했소. 그대 역시 반대하지는 않은 것으로 기억하오만." "반대한 적은 없다! 흐흐흐흐, 오랜 시간동안 빛의 생물들과 싸우게 되어 있는 우리 마물들의 본능을 전혀 충족시키지 못했지. 이 크로노스에는 빛의 생물을 찾으려고 해도 찾을 수 없으니까! 이제 나는 세상에 나가고 싶다. 빛의 생물들과 싸우고 싶다!" "하하하하, 역시 전사로써 이름 높은 미노타우르스 킹 다운 말씀이오. 그럼 이제 생명석을 부수겠소!" "좋다. 마물의 본능적 제약에서 벗어나 마굴을 파괴할 수 있는 자여! 그대 의 야망에 영광이 있으라!" -파캉 생명석이 깨어짐과 동시에 마굴은 격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마굴이 파괴되면 원래 그 마구에서 탄생한 마물 이외의 존재는 모두 굴밖으 로 강제전송 되어 버린다. 슈리카는 자신의 몸이 마나의 회오리에 휘감겨 이동되는 것을 느끼며 자신 의 앞에서 흥분으로 울부짖고 있는 크로이네을 보았다. 이제 그는 이 마굴 '가장 깊은 미로'와 함께 어디론가 이동되어 인간을 비 롯한 빛의 생명들과 싸우게 될 것이다. 수 천 년간 이 크로노스 섬에 갇혀 있던 수많은 마물들은 모두 본능을 충족 시키지 못해 욕구불만의 상태에 빠져 있었다. 이 섬의 패자라고 할 수 있는 마룡 베리오스 역시 인간과 싸우고 싶어 할 정도였으니 다른 마물들이야 말할 필요도 없었다. 슈리카는 자신의 주인인 나지훔이 그런 그들을 설득하여 신마대전을 일으키 려는 계획을 돕고 있었다. 처음에 인간을 전멸시킬 수 있는데 일부러 그러지 않은 이유는 바로 인간들 의 이간질시키기 위해서이다. 지금 이곳에 있는 자야말로 세계를 하나로 묶어 자신들과 대항할 수 있는 자라고 주인은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를 다른 인간들과 이간질하여 인간들이 하나로 뭉치지 못 하게 하는 것이 바로 이 신마대전에서 자신들이 승리할 수 있는 최선의 전략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의 말에 섬의 지배자 7명이 모두 동의한 이상, 모든 일은 결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이제 2천개가 넘은 크로노스 섬의 마굴들은 차례대로 파괴될 것이다. 물론 찬성하지 않은 자들도 있었다. 그러나 원하건 원하지 않건 생명석을 부수면 그들은 이동된다. 그리고 그들 스스로는 절대로 생명석을 부수지 못한다. 이것은 마굴에 얽매인 마물들의 숙명이다. 나지훔 같은 어둠의 여신의 축복을 받은 자만이 자유롭게 세상에 군림할 수 있는 것이다. 생명석을 파괴할 자유를 얻은 마족! 그것이 바로 리치 나지훔이 가진 최고의 권능이었다. "흐하하하하하하하!" -슈욱 자신이 이 위대한 위업에 중요한 역활을 수행하게 되었다는 사실에 만족한 그는 크게 웃었다. 그리고 그 순간 슈리카는 지상으로 이동되었다. --------------- -파앗 "흐, 나왔군." 슈리카는 순간적인 무력감에서 벗어나 주변을 보면서 자신이 무사히 지상으 로 나왔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제 여느 때처럼 다시 항구로 잠입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순간 한쪽에서 사람이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저기다! 저놈이 새로 나타난 놈이야!" "헛?" 마물인 미노타우르스로 변해 있었던 슈리카는 기겁해서 목소리가 들린 쪽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두 명의 사람이 서 있었다. "놓치면 끝장이야. 잡아!" -바스슥 사방에서 사람들이 몰려왔다. 약 20여명의 사람들, 마굴에 잠입했다가 자신과 같이 지상으로 이동됐어야 하는 자들이 모두 있었다. "어덯게?" 슈리카는 당황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가 그렇게 멍하지 있도록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이놈! [라이트닝 랜서]!" -파지지직 "헉!" 헛바람을 삼키며 가까스로 날아오는 전격을 창을 피했다. 그러나 거의 동시에 자신을 향해 돌격해 오는 전사의 검은 미노타우르스의 도끼를 들어 막을 수 밖에 없었다. -쾅 "윽, 하는 짓과 다르게 무지 강한 놈이군!" 뒤로 튕겨나면서 이를 가는 전사, 그 뒤로 다시 성직자인 여자가 구속마법 [홀드]를 걸었다. 그러나 역시 1천 레벨인그에게 그것이 통할리는 없었다. "아, 저놈 레벨이 꽤 높은가 봐!" 기분이 상한 듯 발을 동동 구르며 말하는 성직자, 그리고 그런 그녀를 위로 하듯 쉴 새 없이 마법과 화살, 단검등을 던지는 사람들, 슈리카는 결국 당황에서 벗어나 분노를 터뜨렸다. -쿠오오오오 (이놈들!) 미노타우르스 특유의 고함소리를 지르며 자신의 손에 든 거대한 액스를 휘 두르기 시작했다. 물론 그것도 자신의 몸의 일부였던 것이지만, 일단 변신하게 되면 상대의 무기모양까지 모두 카피가 된다. -부웅, 퍽 "어억!" 1대 20의 처절한 전투가 벌어졌다. 자신의 힘으로 곧 이들을 모두 처리하고 숨으리라고 자신하던 슈리카였다. 그러나 약 10분이 지났을때 , 사방에서 인간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그 수는 약 300여명! 마을을 방어하기 위해 남은 자 이외에는 모든 선발대 대원들이 다 집결한 셈이다. "저놈이다! 저놈이 마굴을 파괴한 범인이야!" 12조의 리더인 키세크가 외쳤다. 20명씩 15개의 조로 나누어 각각 자신이 담당한 마굴로 진입했다. 물론 들어갈 때는 이것이 범인을 잡기 위한 함정이라는 것은 몰랐다. 그러나 약 두시간이 자났을 무렵, 그들은 마을에 있던 사람들로부터 귓말을 받고 그 즉시 마굴 진입을 중지하고 지상으로 나왔다. 지상에서 인원을 확인하고 포위망을 친 채 마굴이 파괴되기만을 기다린 그 들의 눈앞에는 이제 범인이 있었다. "으음, 함정이었군. 치사한 놈들." 슈리카는 이를 갈았다. 어떻게 이렇게 일사분란하게 행동을 할 수 있을까? 어둠의 사원에서 수천년간 잠들어 있던 그는 아직 이계인 고유의 기술인 귓 말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했다. "받아랏!" -위이이이잉 "흥! 쿠오오오." -캉, 카카카캉 이번에 덤빈 자는 상당히 강했다.거대한 할버드를 풍차처럼 돌리며 연속으 로 공격을 하는데, 자신의 힘과 정면으로 부딪치면서도 조금도 밀리지 않았다. "도끼바바 형, 죽이면 안돼요! 다리를 노려요!" 마을 쪽에서 푸른 빛갈이 도는 전신갑옷을 입은 기사로 보이는 자가 달려오 면서 소리쳤다. "으음, 안돼겠꾼." -슈슈숙 순간적으로 할버드를 든 자와 엉기며 그 순간 상대의 모습으로 변했다. 아차하는 사이에 숲에는 두 사람의 도끼바바가 나타났다. "앗! 이놈이?" "아앗! 네놈이 감히?" -카카카캉 두 도끼바바는 동시에 외치며 크게 화가 난 듯 자신의 할버드로 서로를 공 격했다. 이렇게 되면 누가 가짠지 모르기 때문에 섣불리 협공할 수가 없다. '크크크크, 이것으로 바로 환영마겨으이 비술이라는 것이다. 한 놈씩 죽여 주지!' 슈리카는 속으로 음흉하게 중얼거리며 자신을 둘러싼 인간들을 비웃었다. 1대 1로 싸우면 이정도 상대라도 곧 처치할 수 있다. 그 후에는 또 적당한 자와같은 모습으로 변해 싸우면 된다. 수 천 년전, 1차 신마대전 때 그는 이 방법으로 수백 명의 바보 같은 인간 들을 처지할 수 있었다. 이번에도 똑같다! 그는 그렇게 자신하며 겉으로는 상대가 구사하는 말투로 격렬하게 같이 욕 을 퍼 부우면서 쉬지않고 자신의 할버드를 휘둘렀다. 그러나 세상은 항상 변한다. 그리고 때로는 자신의 존재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왼쪽!" 달려오던 기사가 외쳤다. 왼쪽에 있는 슈리카는 기겁했지만 이미 늦었다. -씨이이잉,푸욱 "크윽! 어, 어떻게?" 어느새 슈리카의 등 뒤에는 한 소년이 다가와 있어싿. 파란 청년의 미소년, 그리고 그의 손에 들린 검은 날의 단검은 그의 등을 관통해 있었다. "잘 했어, 제임스. [파워 브레이크]!" -슈우우우욱, 퍽 워해머가 날아와 슈리카의 머리를 때렸다. 그러자 마자 액체로 이루어진 머리처럼 그의 머리가 소리르 내며 터졌다. "앗, 이제 보니 이놈, 슬라임이었잖아!" "키리링, 도플갱어다! 이놈아!" 전신이 투명하게 변해 녹아들며 원래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오는 슈리카는 그대로 앞에서 고함을 지르는 도끼바바를 발로 찼다. 슬라임이라는 말은 도플갱어가 가장 싫어하는 욕이어싿. -퍽 "크허헉! 그으으윽" 급소공격에 크리티컬이라는 것은 이런 것을 말한다. 체력집중형 전사인 도끼바바가 아니었다면 이미 회색으로 변했을 것이다. 그는 그대로 고구라졌다. "키리링, 어떻게 나를 알아봤지?" 그는 정말로 궁금했다. 완벽하게 모양이 같았는데? "나는 악을 알아보는 진실의 눈의 소유자다! [낭뜨 전추술]!" -위이이잉 "키힛, 이놈이?" 슈리카는 경악해서 그의 워해머를 피했다. 그리고 다시 눈앞의 상대로 변해서 싸우기 시작했다. 눈앞의 이놈이 그런 기술을 지니고 있다면 이놈으로 변해서 싸우면 된다! 그는 순간적으로 이런 판단을 할 수 있는 자신의 머리에 감탄했다. 그러나 그 순간, 그의 옆구리에 강렬한 강기탄이 적중했다. -슈우우우웅, 퍽 "크아아악! 어떻게?" "난 거짓말을 못해, 라딘에게 물어봐." 뭉치는 계속해서 혼원일기공과 백보신권을 이용해 장풍을 날리면서 말했다. 사실 아무리 똑같은 모습으로 변해도 이계인만의 특권인 귓말로 확인하면 바로 진가를 구별할 수 있다. 슈리카가 인간세상에 나와서 1년만 사람들과 섞여 생활했어도 이런 이계인 들의 특성에 대해 잘 알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아직 몰랐다. 단지 브리시아인과 이계인을 같은 존재로 생각하고만 있었던 무지함이 최고 의 첩보원 마물인 슈리카의 최대의 약점이었다. -파파파팍 다굴 앞에 장사 없다! 슈리카는 날아오는 칼과 창, 그리고 바위에 얻어맞아 죽어가고 있었다. 수백 명이 완벽하게 포위를 하고 성직자 마법사의 마법이 집중적으로 쏟아 지고 있었다. 죽는 것인가? 그는 공포에 젖어 울부짖었다. -키이이이잉 하늘 높이 울려 퍼지는 도플갱어의 울음소리는 유리가 울이는 것처럼 맑았 다. "앗! 이놈이 동료를 부르나봐." "조심해. 전원 전투 대형!" -파파파팟 사람들이 제각기 자신들이 속한 조장의 지시에 따라 진형을 갖추었다. 전사가 외각에서고 성직자와 마법사는 안쪽에서 마음을 가라앉힌 채 언제라 도 마법을 시전 할 준비를 했다. 그리고 그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숲의 안쪽에서 검붉은 로브를 걸친 마 법사처럼 생긴 남자가 날아왔다. "앗! 저기다!" 한 남자가 그를 발견하고 소리쳤다. 이미 거의 죽은 것이나 다름없는 슈리카를 둘러싼 사람들은 일단 공격을 멈 추고 새로 나타난 자를 보았다. 슈리카는 이미 각종 구속마법에 걸려 거동이 거의 불가능하게 변한 상태였 다. 원래대로라면 이렇게 마물을 잡으면 서서히 길들여서 자신의 가디안으로 삼 을 수도 있지만 이미 이 마물은 눈앞에 나타난 자에게 종속된 자일 것이다. 마물은 주인이 허락하지 않는 한 절대로 두 주인을 섬기지 않는다. "크크크크, 과연 슈리카가 잡혔군. 상관없겠지. 그놈은 내 하인이다. 놔 줘 라." 그는 나직한 목소리로 웃으며 말해다. 머리까지 뒤집어 쓴 후드안으로 붉은 눈빛만이 섬뜩하게 빛나고 있었다. 마치 쇠를 긁는 듯한 갈라진 목소리. 사람들은 그 목소리 만으로도 이자가 인간이 아니라고 확신했다. "주인이 나왔군, 누구지? 왜 우리를 모함에 빠뜨리려는 것이지? 죽여요." 라딘은 한 걸음 앞으로 나와 물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뒤쪽에 있던 동료들에게 말했다. -위잉, 퍽 "키이이이이잉!" 사정없이 떨어지는 할버드, 이미 주인이 나타난 이상 밑에 놈을 붙잡고 있 을 필요는 없다. 이렇게 강한 놈을 혹시라도 놓치면 두고두고 고생할 것이 뻔하다. 그런 그의 판단에 의해 슈리카는 그대로 회색으로 변해버렸다. "크하하하하, 과연 손을 쓰는데 조금의 빈틈도 없군! 좋아, 좋아, 라딘 네놈과는 다시 만나기를 바랬다. 정말로 꿈에서도 기원했을 정도지. 그런데 이렇게 만나고 보니 너는 전혀 변하지 않았구나!" "흠, 나를 아니?" 라딘은 약간 인상을 찡그리며 물었다. 그의 말속에는 감정이 담겨 있었다. 분노, 아니 그보다 더욱 짙은 감정, 원한! 라딘은 불길한 예감에 가슴이 답 답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 자는 서서히 팔을 들어 자신의 머리에 뒤집어 쓴 후드를 벗었다. 드러나는 얼굴, 그것은 인간의 얼굴이 아닌 검은 해골이었다. "아! 저건?" "해골이다!" "크크크크, 그렇다. 나는 인간의 육체를 잃고 이렇게 뼈만 남았지. 하지만 후회는 하지 않는다. 이렇게 너를 만날 수 있었으니까! 라딘, 아니 카프로스! 내가 바로 너에게 모든 것을 빼앗긴 나지훔이다! 너에게 빚을 갚기 위해 마계에서 돌아왔다. 이렇게 리치가 되어!" ----------------- "앗! 나지훔? 마교의 네크로맨서 나지훔이다!" 누군가가 소리쳤다. 아마도 마교 토벌에 참가했던 사람인 모양이다. 라딘은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순간적으로 머리를 굴려 이놈이 왜 자신의 앞에 나타났는지를 계산할 수 있 었다. 그러나 그의 얼굴은 눈썹 하나 떨리지 않았다. 이정도에 흔들릴 정도면 라딘이라고 할 수 없었다. "리치가 되다니? 인간의 최소한의 존엄성을 포기하고 마족에게 혼을 팔았나 ? 네놈은 역시 죽어 마땅한 놈이었다! 비록 원한을 샀어도 나는 너를 죽인 것을 절대로 후회하지 않는다!" 라딘의 두 눈에서는 경멸의 빛과 함께 인간과 정의를 사랑하는 성기사의 의 지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가 말한 카프로스라는 단어는 완벽하게 무시하고 있었다. 마치 그런 경우는 상상도 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없다 는 듯 했다. 그러나 나지훔은 그런 라딘의 뻔뻔스러움을 보고도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해골만 남은 입을 크게 벌려 웃었다. "크하하하하하하, 과연! 네놈은 내가 존경할 만한 위대한 악마다! 나 나지훔은 태어나서 지금까지 한번도 나보다 뛰어난 자를 보지 못했다. 일시적으로는 나보다 뛰어난 자도 있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모두 추월했 지. 하지만 카프로스! 너는 다르다. 내가 앞으로 천년을 살아도 너의 그 음흉함과 악랄함에는 도달하지 못하지! 너야 말로 나의 스승이다." 이번에는 강하게 액센트를 주어 카프로스라는 이름을 불렀다. 그리고는 주변에서 수군대는 사람들을 보며 라딘이 미쳐 대답하기도전에 계 속해서 말을 이었다. "레디안 제국을 혼란에 빠뜨리기 위해 다크팰러딘으로 변장하고 나를 네크 로맨서로 만든 것이 바로 너 아니냐? 나를 이용할 데로 이용하고 제거한 것이 바로 네가 아니냐? 암흑신교의 총단에 있는 비밀 보물창고는 이미 털었더군! 네가 남겨놓은 철광석 조각들을 나누면서 허탈해 하던 레디안의 이계인들을 보며 내가 얼마나 웃었는지 아느냐? 내가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자가 바로 너! 라딘, 다시 말해서 카프로스다 !" -쿠쿠쿠쿵 모든 사람들이 그의 말에 엄청난 충격을 받고 라딘을 바라보았다. 그중에는 레디안 출신의 유저도 있었다. 확실히 하이드래곤 길드는 보름간의 발굴작업 끝에 마교의 보물창고를 발견 했지만 예상외로 30만 골드정도의 가치밖에 없는 그 보물창고의 물건들에 크게 허탈해 했었다. 아니, 그 전에 만약 정말로 라딘이 카프로스라면 이 얼마나 악랄한수법인가 ? 그들의 눈은 완전히 의심에 차 있었다. 크로키는 라딘의 뒤에서 그의 등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그게 그렇게 된 거군. 망했네. 라딘. 호주로 피신해라. 하이드래곤 길드에 서 보복하러 갈 것 같다.' 뭉치 역시 라딘을 보며 생각했다. '어째 전쟁이 났는데 라딘이 호주간다고 사라지더라. 쩝. 이건 변명의 여지가 없잖아. 어떻게든 아도 길드는 계속 유지하는 방법을 모색해 봐야겠군.' 미리네는 아직 나지훔의 말뜻을 잘 이해하지 못해서 멀뚱멀뚱한 눈으로 라 딘을 보며 무슨 소린가 하고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의 공통적인 의견은 '라딘은 완전히 망했다!' 였다. 그러나 세상에는 천재가 존재한다. 상식을 초월한 발상을 하는 자는 우리는 그렇게 말한다. 지금의 라딘이 바로 그랬다. 절망만 남아 있다고 모든 사람이 느낄 때, 라딘의 입이 열렸다. 나지훔의 말이 끝나고 정확히 5초, 0.1초의 차이도 없는 5초의 여백을 남기 고 그의 목소리는 날카롭게 사람들의 귓가에 파고 들었다. "그렇군. 네 놈의 흉계를 알았다! 세상을 어둠으로 물들이기 위해! 마물의 세상을 만들기 위해 가장 방해되는 나를! 동대륙과 서대륙에 모두 영향력을 행사하여 인간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아 도 신성기사단을 모함에 빠뜨려 인간이 뭉치지 못하게 하려 하다니! 나지훔, 네놈의 간악한 흉계에 그대로 넘어갈 정도로 인간은 우둔하지 않다 !" [ 내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라딘은 속으로 생각했다. 지금 그의 정신은 육체를 벗어나서 스스로의 몸과 그 몸이 하는 행동을 관 조하고 있었다. 머리를 굴려서, 생각을 해서 하는 말과 행동이 아니었다. 그의 입이, 그의 눈이, 그의몸이 상황에 따라 저절로 반응과 대처를 하고 있었다. 자신이 보기에도 지금 비장한 어투로 나지훔을 꾸짖고 있는 그의 모습에는 진실의 향기가 배어 있었다. 지금 라딘은, 자신의 육체인 라딘은 진심으로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크하하하하하하하, 정말 대단하군! 카프로스, 하지만 이걸 알아라. 네놈이 아무리 부정해도 나는 네놈을 파멸시키기 위해 다시 태어났다. 네놈 때문에 신마대전을 일으키고, 네놈이 완전히 파멸할 때까지 세상을 어 둠의 불로 태울 것이다! 피할 수 없는 종말, 그것이 너의 운명이다!" "흥, 웃기지 마라! 나는 세상의 모든 사람들을 규합해 너의 어둠으로 물든 흉계에 대항해서 싸울 것이다. 인간임을 포기한 자! 너를 없애는 것이 바로 신이 나에게 내린 진정한 사명 이다!" [이것이군! 이것이야 말로 내가 원하는 경지야! 나는 깨달음의 꼬리를 잡았 어!] 라딘의 정신은 환성을 질렀다. 자신이 평생의 목표로 삼던 무위자연 군림천하의 경지가 무엇인지 이제 어 렴풋이 알 것 같았다. 이미 자신은 그 경지에 한발을 들이고 있었다! 다만 자각하지 못하고 있었을 뿐이다. 그의 육체는 나지훔의 간악한 흉계에 맞서 한치도 밀리지 않고 받아치고 있 었다. 그리고 그것은 그의 진정한 의지였다. 스스로를 속이는 경지! 언제나 진실을 말할 수 있는 경지가 있다. 사람이라는 생물은 참으로 묘해서 다른 사람의 감언이설에 쉽게 넘어가지 만 의외로 진심에만 마음이 움직이는 면도 있다. 입을 열어 말을 꺼냈을 때, 그 말속에서 항상 진실의 향기가 배어져 나오면 그가 말하는 내용은 오히려 중요하지 않은 것이 된다. 진실을 말하는 자! 그런 자는 다른 자에게 무조건적인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지금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 그랬다. 그들은 자신들이 나지훔의 흉계에 속아 넘어가 잠시나마 라딘을 의심했던 것이 부끄러운 듯 살기를 뿜으며 눈 앞의 리치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들의 본능은 지금 라딘이 진실을 말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의 반응의 변화를 웃으며 보는 라딘의 본능은 아직 초입단계에 불과하지만 자신은 이미 새로운 경지에 올라 있다는 것을 자축하구 있었다. "크흐흐흐, 좋다. 내가 네놈에게 말로 이길 수 없다는 것은 인정하고 있었 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안 된다니? 하지만 변하는 것은 없다." "이자리에서 네놈을 잡아 세상에는 아직 정의가 살아있음을 알리겠다!" [당연하지! 억울하면 너도 깨달음을 얻으라고!] 그 말을 끝으로 라딘의 정신은 다시 그의 몸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자신의 워해머인 윈드포스를 위로 들어올리며 외쳤다. "신의 이름으로! 저 사악한 리치를 처단한다!" -파악, 파지지직 무기로부터 주변의 공기를 찢는 스파크가 발산되었다. 그리고 그 스파크는 홀리웨폰의 성력에 의해 하얀 성뢰로 변했다. 그와 동시에 라딘의 전신에서 황금빛 오라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지금은 낮이기 때문에 프라임 파워의 능력을 사용하면 홀리 웨폰, 혹은 언 홀리 웨폰의 힘과 함께 강화 신성 오라가 발동된다. 밤에는 공격력이 극대화 되는 기술이 바로 프라임 파워이다. 그리고 그의 강화 신성 오라인 황금의 빛은 궁극의 뽀대로 사람들에게 엄청 난 전시효과가 있었다. 이것으로 모든 것이 결정되었다. 사람들은 일제히 자신의 무기를 뽑아 나지훔을 향해 움직였다. -우르르르릉 어느새 먹구름이 하늘을 뒤덮어 천둥번개가 치려고 했다. 라딘이 전격소환을 위해 불러들인 먹구름이었다. 이제 하늘에서 번개가 치면 라딘의 윈드포스가 그것을 받아 그대로 나지훔 에게 날아갈 것이다. 사람들은 그 순간 일제히 공격을 퍼붓기로 암묵적인 합의를 보았다. 그러나 나지훔은 전혀 동요하지 않고 그들을 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그는 손을 들어올려 하늘을 가리켰다. 마치 자신의 무기를 들어올린 라딘을 흉내내는 것 같았다. 마법인가? 사람들은 일시적으로 긴장했다. 그러나 마법은 아니었다. -우르르르릉, 푸학 하늘의 먹구름이 단번에 찢어지는 광경을 본일이 있는가? 그리고 그 사이에서 운석이 떨어지듯 하강하는 드래곤을? -파악 -캬아아아아아아 쏘아지듯 떨어지는 그 거대한 몸체는 일순간에 날개를 펴며 허공을 정지했 다. 그리고 그 위압적인 입을 벌리고 세상이 흔들릴 정도로 크게 포효하는 모습 에 모든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는 것도 잊고 입을 벌린 채 멍하니 하늘을 보았다. 드래곤 좀비! 군데군데 뼈가 드러나 있는 것은 틀림없이 드래곤 좀비였다. "쉬카다. 내 하인이지." 나지훔은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여전히 쇠를 긁는 듯한 목소리, 그러나 그의 목소리에는 즐거움의 감정이 나타나 있었다. ---------------------------- 2차 진화 시작^^; 3단 변신 진화 마신 라딘은 결국 세계를 정복하여 천년왕국을 세울 수 있을 까요? -------------------------- "저럴 수가! 드래곤 좀비마저 수하로 부리다니? 도대체 리치란 놈은 어느 정도의 힘을 얻게 되어 있는 거지?" 크로키가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일반적으로 성인이 된 드래곤은 1년에 1레벨 정도씩 성장하여 2천 5백 레벨 까지 도달하게 되어 있다. 그 이후에는 레벨이 정지한다고 한다. 이란적인 드래곤의 한계레벨은 2천 5백레벨인 셈이다. 그러나 한계 레벨에 도달한 드래곤 중에서 골드, 블랙, 레드 등 각 드래곤 의 종족마다 대표로 선발된 자들은 에이션트 드래곤이라 해서 3천 5백 레벨까지 성장할 수 있다. 그리고 모든 드래곤을 대표하는 단 한 마리의 드래곤 로드는 5천 레벨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라딘이 카린을 통해 직접 얻은 정보이니 틀림없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그들의 눈앞에는 드래곤의 시체로 만든 드래곤좀비가 있다. 드래곤 최강의 특기인 브레스와 마법은 없어도, 그 강력한 능력 수치와 몸 에서 자연스럽게 뿖어지는 위압감은 역시 최강의 생물이라는 그들의 모든 것을 이어받은 최악의 존재이다! 그런 언데드를 수하로 삼을 수 있다니? 기존의 판타지 게임에서 단순한 마물로 나오는 리치와는 무엇인가 달랐다. 단순히 네크로맨서가 불사의 술을 연구해서 스스로 언데드로 변했다고 보통 의 던전 최하층의 보스로만 나오던 것이 바로 리치가 아닌가? 그러나 지금 그들의 앞에는 세상을 불태워 버리겠다고 선언하고 있는 리치 가 있었다. 그는 마치 마왕과 같은 존재처럼 느껴졌다. "으음, 아무래도 불리한데?' 크로키는 조요히 라딘에게 귓말을 보냈다. 그는 멀리서 은은하게 들려오기 시작하는 마물들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눈앞의 리치와 드래곤 좀비만이라면 어덯게든 될지도 모른다. 자신들의 수는 300명이 넘고, 적은 단 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그의 예상대로라면 이 섬에 오는 첫날 그들이 겪었던 그 사건이 재현될 것이다! '마물이 몰려오고 있어! 도망가야 해!' 크로키는 다시 다급하게 귓말을 보냈다. 그러자 라딘 역시 그 사실을 눈치 챈 듯 약간 안색이 변하더니 곧 비장한 얼굴로 입을 열어 소리쳤다. "마물들이 몰려오고 있습니다! 1,2,3,4조는 즉시 방어벽을 형성하고 시간을 벌어주십시오. 남은 조들은 즉시 퇴각하여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십시오! 이섬의 거점은 포기합니다!" 뼈를 깎는 아픔이었으리라. 크로키는 그의 말에서 느껴지는 고통을 엿볼 수 있었다. 이 크로노스 섬의 공략을 위해 투자한 자금이 얼마였던가? 그러나 이제 그가 결단을 내린 이상 그 모든 자금은 물거품이 되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공기 중으로 사라질 것이다. 본전은 커녕 오히려 이번 사태 때문에 라딘 상회가 추가로 입을 손실은 더 욱 막대한 것이 될 것이다. 그러나 라딘은 그 모든 것을 단숨에 결정한 듯 했다. 결단의 순간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단번에 이 크로노스 거점을 포기하다니? 크로키는 그런 라딘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최소한 이놈은 절대로 완전히 망할 그릇은 아니야. 그리고 완전히 무너지지만 않으면 꼭 다시 일어나 더 크게 일을 벌이겠지. 그는 그렇게 확신했다. 1,2,3,4조는 도끼바바와 영웅본색단을 비롯한 아도 신성 기사단의 핵심맴버 이다. 가장 높은 레벨들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그들은 라딘의 말에 이를 악물고 3열 횡대로 늘어서서 방어진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남은 조들은 대부분 2차 3차 선발대의 사람들과 1차 선발대들의 혼성파티 였다. 그들은 조장의 지시에 따라 신속하게 전력으로 마을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아직 로그인 하지 않은 사람들이 남긴 정착의 문장을 모두 배에 실어야 합 니다! 만선이 되면 즉시 출항하세요!" 크로키는 뒤쪽에서 사람들을 총지휘하며 쉬지않고 소리쳤다. 상황은 별로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들은 하나같이 고수들이라 퇴각도 질 서정연 하다고 할 수 있었다. "크크크크, 도망 갈 수 있을 것 같으냐? 가라! 쉬카!" -캬아아아아아 드래곤 좀비 쉬카는 주인의 허락이 떨어지자 본능에 몸을 맡기고 살아있는 존재들을 처리하러 땅으로 쏘아져 갔다. "[썬더 브레이크]!" -콰콰콰쾅, 슈우우우우, 쾅 -크아아아아, 파파파팍 무시하기에는 너무 큰 충격! 쉬카는 비명을 지르며 신경질 적으로 눈앞의 인간들을 자신의 앞발로 훝었 다. 단번에 5명의 전사가 허공으로 튕겨 날아올랐다. 그것을 시작으로 레벨 700이상의 인간 80명과 드래곤 좀비의 사투는 시작되 었다. "크크크크, 만만치 않군, 이건 어떨까? [블랙 스피리트]!" -까르르르를 검은 색의 스피리트 8마리가 나지훔의 전신에서 튀어나와 인간들을 향해 쏘 아져 나갔다. 독으로 뭉쳐진 영혼! 그것들의 공격에는 치명적인 독이 함유되어 있었다. "에엑! 독은 정말 싫어!" 뭉치가 비명을 지르며 전신에서 수십 개의 강기탄을 날려 보내 그 스피리트 들이 자신들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전신 어느곳에서든 강기탄을 발사 할 수 있는 혼원일기공을 그것으로 일으 키면 한번에 12개씩 발사가 가능하다. 그러나 그만큼 내공의 소모가 극심하기 때문에 얼마 지나지 않아 지치게 된 다. "다들 싸우는 것이 아니라 버티는 겁니다! 방어와 시간 끌기에 주력하세요! " 라딘은 죽을 각오를 이미 굳혔기 때문에 드래곤 좀비의 바로 앞에서 버티고 서서 쉬지 않고 자신의 무기인 윈드포스를 휘두르고 있었다. 이미 초상비도 풀었다. 그의 몸은 발목까지 땀에 박셔 있었고 드래곤 좀비의 앞발에 다섯 번이나 얻어맞았지만 아직 죽지는 않았다. "마물들이 접근하고 있어요. 이대로는 불리하니 서서히 뒤로 후퇴합니다. 마을의 방볍을 의지하고 싸우는 겁니다!" 일단 뒤쪽의 사람들이 어느 정도 퇴각하자 크로키는 싸우고 있는 사람들에 게 외쳤다. 사실 마물들이 들이닥치면 이 자리라면 10분도 버티지 못하고 전멸하게 될 것이다. 라딘과 크로키의 지시를 들은 대원들은 그때서야 자신들의 임무를 상기하고 천천히 뒤로 퇴각하기 시작했다. 확실히 이런 평야보다는 마법방어벽 뒤에서 싸우는 것이 좋다. 최소한 사람들이 바다로 나갈 때까지는 버텨야 한다! "이놈들! 한 놈도 살려두지 않겠다! [프로즌 포그]!" -샤샤샤샤샤샤 나지훔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냉기의 안개, 그것은 주변의 풀과 나무들 을 얼음으로 뒤덮으며 사람들을 향해 퍼져 나왔다. 그러나 그 순간 하명의 드워프가 앞으로 뛰어나오며 외쳤다. "그 정도는 나도 한다! [화염신공]!" -팍, 화르르르륵 뭉치의 전신이 화염에 휩싸이며 무서운 열기가 뿜어져 나왔다. 혼원일기공을 화의 성질로 바꾼 화염신공의 열기는 프로즌 포그의 냉기를 상쇄하기에 충분한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 뭉치는 나지훔을 향해 뛰어 나가며 외쳤다. "해골을 뽀개주마! [추혼흑선강]!" 그를 치켜든 양손에는 어느새 검은 바위가 들려 있었다. 그리고 그는 그 바위를 나지훔을 향해 냅다 집어 던졌다. -슈우웅 "크윽, 이놈이?" "흥, 못 피한다!" -타타타탁 마법사답지 않게 바람처럼 몸을 움직여 피하는 나지훔, 그러나 그림자처럼 그를 쫓는 뭉치의 손바닥이 바위를 칠 때마다 그 바위는 춤을 추듯 허공에서 방향을 바꾸었다. 듣지도 못한 기술에 순간적으로 당황한 나지훔은 어덯게 손을 쓰지 못하고 계속해서 피할 뿐이었다. 맞아도 안 죽을 것 같지만 체면상 바위에 자신의 머리를 얻어맞는 것을 참 을 수 없었다. 그는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었지만 마음속의 자존심을 완전히 버리지 못하 고 있는 증거였다. -캬아아아아 쉬카는 주인이 공격당하자 인간들을 공격하다 말고 고개를 돌려 크게 포효 했다. 자신의 동료이자 주인을 보호하게 되어 있는 슈리카가 아까 죽었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주인을 보호할 가디안의 숙명! 그는 그 즉시 걸음을 옮겨 주인을 공격하고 있는 자가 있는 쪽으로 걸어갔 다. -쿵, 쿵, 쿵, 쿵 "앗! 길마가 위험해!" 누군가 외쳤다. 800레벨대의 권성이 혼자서 리치를 몰아붙이고 있었다. 과연 길드마스터라고 길드원에게 자부심을 느끼게 할 만한 발악적인 선전이 었다. 그런데 그의 등뒤로 다가가는 드래곤 좀비! 구해야 한다! 그들은 그렇게 생 각하며 그쪽을 향해 달려나가려고 했다. 그러나 그 순간 라딘의 목소리가 대기 중에 울려 퍼졋다. "뭉치! 너의 희생은 헛되지 하지 않겠다! 이때입니다. 전원 마을까지 뛰어 요!" "헛! 그러고 보니 길마가 우리들을 위해서!" 라딘의 한마디에 모든 사람들은 상황을 인식했다. 그들은 믿기로 했다. 길드 마스터의 거룩한 희생정신을! "허억? 무슨?" 뭉치는 그때서야 자신의 머리위로 드리워지고 있는 거대한 그림자를 느끼며 사방을 살펴싿. 귀속에 파고드는 라딘의 무정한 소리는 그의 투지를 단번에 꺼뜨려 버렸다. '먼저 가서 기다려. 어차피 우리는 죽어야 하잖아.' 다시 들려오는 라딘의 귓말, 그 순간 뭉치는 모든 것을 포기했다. 뭉치는 즉시 자신의 펫인 로키를 뒤로 집어 던지며 라딘에게 귓말로 보냈다 . "얘 데리고 가. 죽이지 마!' '오케이.' -휘익, 턱 이제 마음에 거리낄 것은 없다. 죽어주마! 역시 친구를 잘못두면 가끔씩 이런 지경이 되는 거야! "내가 바로 드워프 권성 뭉치다. 나지훔! 받아라! [오라 샤워]!" -퍼퍼퍼퍼펑 뭉치는 크게 고함을 지르며 연대구품과 백보신권의 연속기를 시전했다. 6성에 다다른 연대구품은 5개의 분신을 형성했고, 그 5개의 분신은 일제히 양손에서 강기탄을 발사하기 시작했다. 그런 뭉치의 덕분에 바위를 안고 뛰는 라딘은 안전할 수 있었다. 그의 앞에는 이미 전력으로 뛰기 시작한 74명의 대원들의 모습이 있었다. 이미 드래곤 좀비에게 죽은 자들을 뺀 전원이었다. 뭉치는 물론 3분도 버티지 못하고 죽었다. 그러나 그들은 결국 마을의 방볍까지 한명의 피해도 없이 후퇴할 수 있었다 . ----------------------- 이래놓고 라딘하고 크로키는 안 죽으니 뭉치가 미치죠. -------------------- -크라라라라라 -우오오오오오 수백의 마물들이 숲을 헤치며 모려들고 있었다. 배가 출항하기까지는 아직 30분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다. 마을의 방벽에는 최고 수준의 마법방어진이 쳐져 있었다. 1급 성채에새겨지는 그것이었다. 거의 대부분의 마법은 마을 안쪽으로는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방볍이 부서지기 전까지는! "최대한 방볍을 보호해야 합니다. 일단 방벽이 깨지면 마을 전체가 파괴되는 데에는 얼마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겁니다." 크로키는 사람들에게 다짐하듯 했다. 사실 이런 위험지역에 건설되는 마을이나 중요 성채의 벽에 새겨지는 방어 마법진은 마법의 방어와 마물의 침입을 금지시키는 효능이 탁월했다. 뿐만 아니라 벽 자체의 내구성도 몇 배나 강화디기 때문에 웬만한 마물의 침략으로부터 완벽하게 보호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지금 그들의 눈앞에 보이는 마물들은 절대로 웬만한 마물이 아니다. 강화된 벽이라고 해도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는 예측할 수 없다. "아무튼 방벽을 30분만 지키면 일단 배는 떠나요. 그러면 날 수 있는 마물 이외에는 공격이 불가능하지요. 힙냅시다!" 라딘의 알기 쉬운 말에 도끼바바를 비롯한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온다!" -쿠쿠쿠쿵 "헉, 코뿔소! 뭐냐 저놈은?" 크기가 5m, 코에 달린 뿔의 길이가 1m인 거대 코뿔소가 방벽을 향해 돌진해 오고 있었다. 전신이 파란 갑주처럼 빛나고 있는 괴물 코뿔소의 돌격에 땅이 흔들리고 있 었다. "저기 고곤하고는 다른 놈인가?" 고곤은 파란 청동의 몸을 가진 소형태의 괴물을 말한다. 그러고 보니 대충 색과 형태는 비슷한 것도 같았다. "알게 뭐야? 일단 막아!" -슈슈슈슝 신호에 따라 일제히 쏘아져 나가는 마법과 화살들, 그러나 그들의 어깨를 덥고 있는 갑주는 그 대부분을 튕겨 버렸다. -콰콰콰쾅 "으으윽!" 굉음과 함께 방벽이 크게 흔들렸다. 벽 안쪽에 설치된 지지대 위에선 사람들은 비틀거리면서도 크게 놀랐다. 생각보다 충격이 강하다! 이대로라면 방벽은 얼마 버티지 못한다! "앗! 또 온다. 한 마리가 아니었어!" -두두두두 벽에 충돌한 괴물 코뿔소는 목이 뻐근하다는 듯 고개를 몇 번 흔들고는 자 신이 있던 자리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마물들 사이에서 다시 두 마리의 코뿔소가 튀어나와 돌긴을 시작했 다. "에잇! 죽어보자!" -휘익, 척 "앗, 라딘?" "[홀리 코멧]!" -파앗, 다다다다 거대한 코뿔소의 돌격에 정면으로 맞서는 성기사의 모습이 거기에 있었다. 이피 이판은 사판! 갈데까지 가보기로 한 라딘의 퍼포먼스는 모든 대원들에게 말 못할 감동을 주었다. -퇑 청동색의 코뿔소와 황금빛 오라를 뿜어대는 성기사는 정통으로 충돌했다. 돌진과 돌진의 격돌! 같은 돌진이라면 힘이 강하고 무게가 무거운 쪽이 절대저으로 유리하다! 모든 사람들이 그 순간 앞으로 벌어질 일을 예상하고 두 눈을 감았다. 그러나 라딘은 모두의 예상을 뒤집었다. -쿠오오오, 쿵 "헉! 어떻게 저럴 수가?" 그들은 크기 5m의 코뿔소가 비명을 지르며 허공으로 3m쯤 떠올라 땅에 꺼꾸 로 충돌하는 모습을 보았다. 이미 그 코뿔소의 불은 산산이 부서져 있었고, 그의 머리 역시 깨져 있었다 . -쿵 다른 코뿔소의 돌진이 마을 방벽을 뒤흔들고 있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런 것은 조금도 신경쓰지 않았다. 이 순간 사람도 마물도 오직 한 사람의 성기사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보았느냐? 이것이 바로 인간의 힘이다! 나지훔, 네가 버린 인간은 결코 약 하지 않다. 이제 너는 그것을 알게 될 것이다!" 완벽하게 군중을 의식한 그의 대사가 이 순간에는 전혀 유치해 보이지 않았 다. 마물들조차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황금의 오라와 방패를 뒤덮고 있는 하얀 섬광이 부담스러운 듯 침을 삼켰다. -짝, 짝, 짝, 짝 "과연 어둠의 사자 나지훔이 인간을 하나로 뭉치게 할 자라고 칭찬할 만 하 군." 박수 소리와 함께 마물의 무리 가운데서 누군가가 나타났다. 검은 피부와 회색의 머리카락, 그리고 가느다란 귀, 그것은 어둠의 엘프라 고 말해지는 다크 엘프였다. "다크 엘프? 크로노스 섬에 다크엘프가 살고 있었나?" 엘프로 시작한 정령사 유저가 신기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사실 동대륙과 서대륙에는 다크 엘프가 없다. 보통 사람들은 그런 종족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지만 엘프로 시작 한 그는 엘프의 마을에 전승으로 내려오는 신마대전 때 종족을 배반하고 어둠으로 전향한 검은 엘프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척 라딘은 그가 나오자마자 즉시 자신의 무기를 꺼꾸로 들어 손을 가슴에 대며 말했다. 기사의 정식 인사와 함께 나오는 완벽한 격식의 인사! 말할 필요도 없이 그것은 시간 끌기 기술이었다. "본인은 위대하신 방랑과 자유, 그리고 예술의 신 나티크의 첫 번째 검 라 딘 크러쉬볼트요. 비록 적이지만 본인의 기량을 인정해 주는 자를 만나니 예를 표하지 않을 수 없소.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본인을 인정해준 자의 이름을 알아도 되겠소?" 그는 마물의 무리 중에서 그가 나올 때마다 속으로 환성을 질렀다. 척 보기만 해도 보스급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그와 대화하는 도중에는 전투가 중지될 것이다. 30분! 실력을 보여주마! "하하하하, 과연 명예를 아는 자로군. 그대의 용맹과 그 예절을 위해 내 특 별히 대답해 주도록 하지. 내가 바로 쥬라카스 산의 크리오스다." 쥬라카스 산의 크리오스? 그런 자를 알리가 없다. 그러나 눈앞의 상대는 당연히 세상의 모든 생물들이 자신을 안다는 듯이 말 했다. 그 순간 그의 눈빛을 본 라딘은 머릿속에서 폭죽이 터지는 것처럼 환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 식으로 자신을 말하는 존재를 그는 이미 만난 적이 있었다! -척 "위대하신 존재를 뵙습니다. 그런데 이 브리시아의 중도자인신 분께서 어째 서 마굴파괴를 보고도 방관하시는 지요?" "크하하하하, 눈이 날카롭군? 나를 못알아보면 불경죄로 쓸어버리려고 했는 데, 좋다! 그대가 나에게 예의를 다했으니 나는 너희들과 이 마물들과의 싸움에 상관 하지 않겠다." 그는 크게 기분이 좋아진 듯 웃으며 말했다. 그의 말을들은 몇몇 사람드은 그때서야 그의 정체가 드래곤이라는 것을 눈 치 채고는 등에 식은 땀을 흘렸다.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그러나 저는 이해할 수 없군요? 신마대전 이후 마굴의 파괴에 대한 감시의 역활을 인정하신 분께서 저 나지 훔의 간악한 흉계를 보고도 어찌 맹약을 저버리시는가요?" 라딘은 다시 한 번 날카롭게 지적했다. 이자가 정말로 드래곤이라면, 마굴파괴를 막아야 하는 드래곤이라면 잘만하 면 이 위기를 넘길 수 있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러나 사실 그런 희망은 희박했다. 마물들과 같이 나타난 드래곤! 이유를 알고 싶었다. -쿠오오오오오 다크엘프의 입에서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음파가 나오기 시작했다. 모든 마물들이 몸을 굽히고 두려워할 정도의 음파! 그것은 바로 드래곤 피어였다. "흥, 뭐가 맹약이란 것이냐? 나는 바보 드래곤 로드의 결정에 따르지 않는 다. 그때 나의 부친인 돌아가신 크리스커프께서 드래곤로드로 선출 되었다면 그 런 바보같은 일을 우리 드래곤 일족이 떠맡을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으음," 크리오스의 말에 라딘은 신음소리를 흘렸다. 설마 드래곤로드의 말에 따르지 않는 드래곤이 있다니? 그러나 크리오스는 친절하게 이 이류를 설명해 주었다. "봐라! 나으 아버지가 살던 레어! 지금은 이 내가 살고 있는 쥬라카스 산을? 우리 블랙드래곤의 영토였던 이 크로노스 섬을! 이곳에는 무려 2천개의 마굴이 있다. 이곳에 살던 엘프들은 전멸했고, 다른 소수의 인간들과 드워프들은 모두 사 라졌다. 이 섬에는 오직 이들 마물들만이 남았다! 그런데 마굴파괴를 금지한다고? 그들이 사는 동대륙과 서대륙의 안전을 확보하고 인간과 아인종으로부터 보 물을 받는 대가로? 하하하하하하, 태고로부터 내려온 드래곤의 규율에 따라 나는 마굴을 파괴 할 수 없지. 그러나 이제 어둠의 사자가 나타난 이상, 이 크로노스 섬의 마굴은 전 세계 로 퍼질 것이다. 3년 안으로 마물의 대륙의 크로노스는 사라지고 다시 빛과 어둠이 뒤섞여 있는 과거의 크로노스 섬으로 돌아갈 것이다!" '으윽, 그렇게 된 거였군. 쩝. 드래곤에게도 갈등이 있었다니.' 라딘은 할 말이 없었다. 마룡 크리오스, 그가 바로 이 크로노스 섬의 7명의 지배자중에서 가장 위에 위치한 자이고 3천 5백 레벨인 블랙 드래곤의 수장이라는 것을 안 것은 그 후 몇 년이 지난 후였지만 라딘은 그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 다. "원래 나를 아아보지 못한다는 핑계로 너희들을 모두 쓸어버리려고 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네놈이 나를 알아보았구나. 어쩔수 없지. 우리 드래곤 일족은 어디까지나 중립을 지킨다. 나티크의 성기사인 네놈을 죽이는 것도 별로 내키지 않으니 나는 이만 가겠 다." "아! 저기!" "더 이상 시간을 끌려고 해도 소요없다. 말 걸면 죽인다." "합!" -파앗, 쿠오오오오오 나지훔의 옆에 있던 드래곤좀비보다 3배는 더 큰 검은 드래곤이 허공중에 나타났다. 라딘이 본 살아있는 드래곤은 그린드래곤 카린과 그의 엄마 뿐이다. 본체를 본 것은 카린인데, 이 크리오스라는 드래곤은 그보다 10배 정도는 커보였다. -휘익, 슈우우우우 천공의 저쪽으로 날아가는 검은 그림자, 그 모습은 점점 작아져 구름 속으 로 사라져 버렸다. '흑, 갔다. 그럼 이제는?' 라딘은 눈을 돌려 자신을 보고 있는 나지훔을 보았다. 해골만 남은 얼굴이었지만 그가 웃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자, 그럼 남은 사람끼리 결판을 내지. 쉬카!" -캬아아아아아아 -우오오오오오오 나지훔의 선언에 모든 마물들은 함성을 질렀다. 쉬카가 군데군데 뚤린 날개를 크게 펄럭이며 날아오르고 있었다. '12분 지났나? 이제 18분이군. 쩝 3분만 더 버텼으면 좋았는데, 무슨 드래 곤이 그렇게 성질이 급하냐? 자기 할 말만 하고 가버리다니. 저놈은 분명히 토끼일거야.' 라딘은 속으로 혀를 차며 욕을 했지만 이미 당사자는 없었다. 윈드포스를 잡은 그의 오른손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 신마대전 게임에서 리치는 바로 신마대전이 발발할 기폭제를 의미합니다. 세상에 나타날 수 있는 네크로맨서는 오직 한명이고, 그 네크로맨서만 해도 국가급의 재앙이 되지요^^. 유저가 리치가 되는 경우는 몰라도, 지금처럼 한을 품은 자가 리치가 되면 그야말로 신마대전의 원인이 됩니다. ----------------------- "[플레임 레인]!" -화르르르륵 "오! 잘했어. 제임스! 아니지? 넌 왜 배로 안가고 여기 잇는거야?" 청발의 미소년 마법사가 방볍 앞쪽에 불의 비를 소환했다. 이로써 불을 싫어하는 자들은 쉽게 방벽쪽으로 다가서지 못할 것이다. 그 모습을 본마법사들은 일제히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범위마법을 쏟아붇기 시작했다. 어차피 적을 죽이자고 하는 것아 아닌 시간을 끄는 것이 목적인 전투였다. 조금이라도 더 방벽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면 가진 마나를 모두 쏟아 부어도 아깝지 않았다. 라딘은 웃으며 그런 제임스를 칭찬하다가 기겁해서 물었다. 마물들이 공격을 시작하자마자 서둘러 방벽안으로 다시 넘어온 그였다. 제임스는 브리시아 인으로 라딘을 쫓는 소년으로 소문나 있었다. 그런 그를 라딘이 아껴 양아들로 들일 계획이라는 것도 아도 길드의 간부들 이라면 대부분 아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그의 정체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아무튼 그는 브리시아인! 죽으면 안 된다. 제임스는 배로 피신하기로 되어 있었다. 그러나 고개를 저의며 손가락을 뒤로 가리켰다. "라딘!" "어? 미리네? 너는 왜 왔어?" 라딘은 머리가 어지러워지는 것을 느꼈다. 제임스가 왜 이곳으로 왓는지 그 이유를 알았다. 그는 자신의 또 한사람의 주인인 미리네를 보호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미리네가 가는 곳을 따라다니게 된다. "나도 싸울래. 라딘이 죽는 걸 내가 어떻게 봐?" "으윽, 미리네, 지금은 전투중이야. 지휘관인 나의 지시에 따라야지. 너는 전투에는 거의 경험이 없잖아. 어서 제임스를 데리고 배로가. 제임스를 죽게 할 거야?" 라딘은 열심히 썬더 브레이크로 적에게 무기를 던지며 잽싸게 미리네를 타 일렀다. 그동안 전투다운 전투를 안하고 병자만 치료해온 그녀가 무슨 수로 이런 전 투에 끼겠는가? 그리고 죽는 것은 자신들만으로 충분하다. 그녀가 죽는 것은 보고 싶지 않 았다. 그러나 미리네는 고집을 부렸다. "나도 싸울 수 있어! 지키는 거라면 누구보다도 자신이 있어!" "윽, 어떻게?" -슈우우웅, 퍽 다시 윈드포스를 날리며 라딘이 묻자 그녀는 웃으며 갑자기 뒤쪽에서 마법 잔을 그리기 시작했다. :복잡한 건 아니니까 5분이면 돼! 그당안만 벼텨줘." "으음, 에효, 모르겠다." 라딘은 그녀의 의중을 모르겠다는 듯 한숨을 쉬고는 전면의 마물들을 저지 하는 데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드래곤 좀비의 공격이 너무 강렬했다. 이미 30여명의 사람들이 회색으로 변하고 마을 방벽도 서서히 금이 가고 있었다. 드래곤 좀비만 이라면 어떻게든 싸워볼 수 있겠지만 지금 그들의 눈앞에는 수백에 달하는 마물들이 있는 것이다. "크하하하하, 이제 얼마 안남았다! 네놈들을 하나도 남김없이 죽여 세상에 나가는 우리들의 축제를 열겠다!" 나지훔이 크게 웃으며 말했다. 그의 몸에서 나오는 다크 스피리트들이 틈만 생기면 방벽 안으로 들어오겠 다고 다짐하듯 날아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은 이제 1분도 안남은 것 같다싿. "으음, 아직 10분은 더 버텨야 되는데." 라딘은 심각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일단 방벽이 파괴되고 나면 저 마물들은 그대로 항구까지 돌진해서 배를 부 술 것이다. 그후에는 나지훔이 방금 말한 것처럼 마물들의 축제가 될 것이다. 사람들도 이미 절반정도가 희생되어 40여명 밖에 남지 않았다. 그들도 이제는 사기가 떨어져서 거의 힘을 내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무슨 수 없어?" 그는 최후의 희망인 크로키를 보며 물었다. 그러나 크로키 역시 고개를 저었다. "아까부터 생각해 봣는데 없어. 메테오를 사용하려고 해도 이미 마나가 모 자라. 된다고 해도 성공 확률이 30%정도인데, 성공해도 하늘에서 떨어지는 운석을 보고 마물들이 뻔히 보고 피하지 않을 리가 없지 . 이건 대 마물용이 아니라 건물이나 도시 파괴용이야." "쳇, 그런 건가?" 라딘은, 절망한 듯 고개를 저의며 말했다. 아무래도 전원 이곳에서 괴멸하는 뼈아픈 경험을 하게 될 것 같았다. 그러나 그 순간 라딘의 등 뒤에서 미리네가 외쳤다. "됐어요! 모두 피해요. 이곳은 제가 마을 수 있어요!" "뭐?" 모든 사람들이 돌아보았을 때, 그녀는 둥그런 마법진의 한 가운데에 서 있 었다. 마법사들이 펼치는 고급마법진처럼 고급의 재료로 복잡하게 하루종일 둘이 서 땅에 셔겨 넣어야 하는 그런 마법진은 아니었다. 단지 땅위에 막대기로 그린 간이 마법진이었다. 그러나 그 마법진 주위에는 16개의 마정석이 신기한 문양을 이루며 놓여 있 었다. 그중 3개는 레어 마정석임에 틀림없었다. 그 3개의 레어 마정석이 이루는 삼각형, 즉 마버진의 정중앙에 미리네는 무 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성표를 두 손을 잡고 마치 기도하듯 주문을 외우고 있었다. "자비의 라시에나시여. 이곳에 당신의 힘을 원하는 자들이 있습니다. 부디 신의 따듯한 빛을 저에게 빌려 주십시오. [기적]!" -우우우우웅 마법진의 마정석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그것은 모두 성력을 상징하는 하얀 빛이었다. 그리고 곧 그 빛은 마법진 전체로 퍼졌다. "오오, 기적 마법이다! 난 처음봐." 한 대원이 감탄한 듯 중얼거렸다. 그러나 이미 미리네의 기적 마법을 본 적이 있는 라딘은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저번과 다른 것이다. 기적마법에는 마버진 따위는 필요가 없다. 그 때였다. -파악 하늘을 덮고 있던 먹구름이 갈라졌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강렬한 빛의 기둥이 내려왔다. 그 빛의 기둥은 바로 미리네가 있는 마법진을 덮었다. -우우우웅 "아앗! 하늘을 봐!" 보라고 하지 않아도 모두 보고 있었다. 빛의 기둥을 타고 한명의 천사가 강림하고 있었다. 일곱 개의 날개를 단 여자천사! 그녀의 몸은 황금의 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기적 소환자 미리네여. 그대의 요청에 따라 나 대천사 아리엘이 이곳에 왔 도다. 이제 소원을 말하라. "마물들로 부터 이들을, 이 마을을 지켜주세요! 저의 마나와 생명이 다하는 시간까지!" "미리네!" 라딘은 크게 소리쳤다. 그녀의 말에는 자신의 죽음이 그 대가로 들어가 있었다. 그러나 아리엘은 라딘의 말은 들리지도 않는 듯 미리네를 보면서 엄숙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대의 소원은 라시에나의 뜻에 적합하다. 이제 기적은 이루어지리라. -파아아아앗 대천사 아리엘의 몸에서 나오던 황금 빛의 몸이 더욱 밝아지더니 그것이 퍼 지기 시작했다. 황금의 오라! 라딘의 몸에서 나오는 것보다 더욱 밝은 백금과도 같은 빛의 막이 점점 넓 어지더니 어느새 마을전체를 덮었다. -크아아아아 마물들은 그 방어막에 닿자 괴로움을 느끼는 듯 감히 그 막을 건드리지 못 했다. 드래곤좀비인 쉬카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주인의 명에 따라 앞발로 몇 번 그 막을 긁자 놀랍게도 쉬카의 앞발톱이 뭉 개져 버렸다. -절대방어신성막이다. 그녀의 힘이 다히기 전까지는 어떤 마물도 이 벽을 넘지 못한다. 아리엘은 엄숙하게 선언했다. 그말을 들은 마물들은 상당히 억울한 듯 크게 울부짖었지만 이제 모든 공격 이 멈췄다. '라딘, 이틈에 모든 사람들과 함께 배를 타. 지금부터 20분 정도는 버틸 수 있어.' '미리네! 이 바보야!' 라딘은 크게 화가 나서 소리쳤다. 가슴에서 거센 불길이 일어나는 것 같았다. 그러나 미리네는 오히려 미소를 지으며 라딘에게 귓말을 보냈다. '헤헤헤, 사실은 라딘을 놀라게 해주려고 비밀로 했었는데, 나 사실은 여기 오기 얼마 전에 천 레벨 됐어! 그랬더니 저 천사 언니가 나타나더나 나보고 기적소환자라는 칭호를 내렸어 . 스텟도 막 오르고, 기적의 힘이 강화 되서 대천사인 그녀가 직접 소원을 들 어준데, 그리고 이 신성마법진도 가르쳐주더라. 기적강화마버진이라나?' '으윽, 그래도 널 놔두고 어떻게 내가 혼자 가냐?' 라딘은 가슴이 답답한 듯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가 방금 말한 대사가 바로 5분전에 그녀가 그에게 말한 대사라는 것을 깨 달을 여유는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큭큭대며 웃었다. 그리고 말했다. '우리 둘 다 남으면 제임스가 슬퍼 할 거야. 라딘이 제임스 데리고 배에 타 . 나혼자 막을 수 있는데 다른 사람이 남을 필요는 없어. 복수는 해 줄 거지?' -쾅 라딘은 윈드포스로 땅을 때렸다. 땅이 50Cm쯤 패였다. 그러나 그때 크로키가 라딘의 어깨를 잡고 말했다. "가자, 라딘." "으윽, 미리네!" '어서가' "젠장!" 그는 항구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살아남은 대원들 역시 달렸다. 이윽고 방벽 안쪽에는 미리네 한 사람만 남았다. 그녀는 자신의 위쪽에 떠 있는 아리엘에게 말했다. "방금 저 기사가 네 남자친구에요." -흠, 그런가? 좋은 때로군. 천사인 주제에 남녀 관계에 흥미가 많은 아리엘은 웃으며 미리네에게 대답 했다. ------------------------ Chap 4. 그의 결단 -쏴아아아. 철썩 물살을 가르고 나아가고 있는 선단의 옆면에는 파도가 부딪쳐 부서지고 있 었다. 날씨는 맑았고, 기후는 따뜻했다. 1년 중 가장 기분좋은 날씨가 아닐까 하고 생각될 정도였다. 그러나 지금 갑판위에 있는 사람들의 안색은 이런 날씨에도 불구하고 그다 지 밝지 못했다. "이 배신자들! 나만 죽고 다 살아남다니!" 한명의 드워프가 검은 바위를 손에 들고 휘두르며 외치고 있었다. 사정을 들어보지 않아도 그가 억울한 일을 당했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 수 있는 표정과 액션으로 무장한 그가 항의를 하고 있는 대상은 한 기사와 마법사였다. "그래도 뭉치야, 네가 과감하게 희생해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 살았잖아 . 길드원들이 너를 얼마나 우러러 보고 있는데." 크로키가 웃으며 그를 달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런 말이 먹힐 정도로 뭉치는 이성적이지 못했다. "다른 사람은 좋아! 그런데 너희들은! 곧 죽을 테니까 염려말고 먼적 죽으 라던 너희들은 어째서 끝까지 살아남은 거냐고?" 크로키가 웃으며 그를 달래기 시작했다. 그거야 재수가 좋아서지! 크로키는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렸지만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내서 바위에 얻 어맞기는 싫었다. 자신은 연약한 마법사가 아닌가? 그는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라딘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눈빛을 보냈다. 라딘은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두 시간 전에 있었던 사투가 아직 그의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은 것 같았 다. "뭉치야." "왜?" 뭉치는 라딘이 목소리를 깔고 무겁게 말하자 약간 진정을 하고 대답했다. 라딘은 계속 말했다. "복수는 꼭 해줄게." "크아아아아악! 라딘! 윽." 이성을 잃고 라딘에게 달려들려던 뭉치, 그러나 그 순간 그는 라딘의 눈을 보았다. 그리고 느꼈다. 여기까지다! 라딘의 눈빛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서 몇이나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뭉치가 바로 그중 한 사람이었다. 그 순간 뭉치는 하려던 말을 완전히 바꾸어 다짐하듯 말했다. "꼭이야! 그놈을 확실하게 처리하는 거야!" "응" "염려마, 뭉치야 그놈과는 이미 공존이 불가능한 관계니까. 복수는 꼭 해줄 께." 뒤에서 보던 크로키는 사건이 일단락되자 속으로 안심했다. 그는 최대한 다정한 목소리로 뭉치에게 말했다. 그러나 그가 기대하던 반응은 나타나지 않았다. "너는 아니야! 죽어랏!" "아아악, 왜 나만?" "넌 여친도 안 죽었잖아!" "아아아악, 배신자!" 드워프의 역새우꺾기는 무섭다. 신장이 낮기때문에 압력이 두 배이상 강한 것이다. 크로키는 바닥에 엎어진 채 뭉치에게 다리를 잡혀 그대로 뒤로 꺾여 척우를 가 부러지는 아픔에 비명을 질렀다. 그러면서도 그는 같은 솔로끼리 배신행위를 하는 뭉치를 탄핵했다. '구름도 한점 없군.' 뒤에서 소란이 일어나건 말건 라딘은 이미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있었다. 오늘 있었던 일은 그에게 너무나도 많은 충격을 주었다. 깨달음에 의한 최고의 기쁨, 그리고 극도의 분노! 두 가지의 상반된 감정이 너무나도 빠르게 교차되었기 때문에 지금 그의 정 신은 상당히 피로해진 상태였다. -탈칵 선실의 문이 열리며 미리네가 나왔다. "다들 선실에 있었네? 식사시간인데 같이 식당에 안 갈래?" 그녀는 여전히 기분 좋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바로 얼마 전에 죽음을 경험했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레벨이 다운 됐다고 한다. 천 레벨에서 999레벨이 되었다고 한다. 사망을 하게 되면 현재 레벨에서 다음 레벨까지 오르는 데 필요한 총 경험 치의 절반이 깎인다. 한계레벨이 된지 얼마 되지 않은 그녀였기에 이번 사망으로 레벨이 다운되 는 것은 이미 각오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그녀는 웃었다. "가자." 라딘은 억지로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모두들과 함께 식당으로 갔다. 그러나 그의 머릿속은 여전히 바쁘게 회전하고 있었다. 나지훔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 계속해서 그의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2억의 브리사아 인들이 모두 너를 원망하게 될 것이다! 라딘, 나는 모든 것을 잃고 죽었지만 너는 살아서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이 다!" 배를 타고 바다로 나온 라딘은 만약 드래곤좀비가 자신들을 공격하면 그놈 의 입속에 뛰어들어 만근추를 사용할 계획이었다. 자신이 단번에 죽지 않으면 그놈은 틀림없이 바다로 추락한다! 목뼈가 부러지면 더욱 좋고, 아니라도 해도 자신을 입에 문 채로 날 수는 없으리라! 일단 바다로 추락하면 설산이 있는 것이다. 두번 다시 물위로 떠오르지 못하게 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나지훔을 등에 태우고 날아온 드래곤 좀비는 배를 공격하지 않았다 . 거리를 두고 허공에 정지한 채 대양으로 나가는 선박을 보고만 있을 뿐이었 다. 마치 배웅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드래곤 좀비가 거의 수평선 너머로 사라질 무렵, 마치 악령의 저줓 럼 들려온 나지훔의 목소리의 내용이 바로 그것이었다. 거점을 잃고 후퇴하는 마당인지라 사람들은 대부분 기력이 없었다. 그러나 라딘은 달랐다. 배에서 리스타트한 뭉치와 미리네 등 사망했떤 대원들을 보면서 그는 이 전 투가 아직 시작되었을 뿐이라고 속으로 다짐했다. 그의 가슴에는 거센 불길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것은 투지였다. ------------------- 가상현실 팬 사이트, 전 세계에 걸쳐 수십 개의 언어로 번역되는 이 시대 최고의 인기 사이트이다. 수백 개의 게임에 대한 정보가 모두 이곳에 모이고, 눈물 없이는 볼 수 없 는 감동의 드라마가 하루에도 몇 개씩 올라온다. 그리고 지금 이 사이트에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게임은 누가 뭐래도 현 가상현실 게임의 패자 '신마대전'이었다. 어느 날, 이 사이트에 하나의 화려한 동영상과 함께 (주)세기 창조사에서 정식으로 제조 배포하는 이벤트 발생 선전이 올라왔다. 그것은 바로 게임 최고의 이벤트인 '신마대전의 발발!' 전 세계의 모든 게이머들은 이 기적과도 같은 이벤트에 열광했다. 왜냐하면 이 이벤트는 절대로 회사에서 임의적으로 만들어 낸 것이 아니었 기 때문이다. 리치! 그것은 신마대전이라는 게임에서 수천 년에 한번 나타날까 말까한 존 재라고 한다. 시스템적으로도 동시에 두 명의 리치는 나타날 수 없다고 세기 창조사는 밝 혔다. 제 1 서버인 브리시아에 그 리치가 탄생했단다. 작년에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던 암흑제국의 황제 나지훔! 그가 죽어서 리치로 부활했다! 그리고 그의 힘으로 세상을 마물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신마대전을 일으킨 것이다. 동영상에는 브리시아 서버 최고의 마도인 크로노스 섬에서 일어난 사건이 담겨 있었다. 드래곤 좀비! 그리고 크로노스 섬의 지배자인 에이션트 블랙 드래곤 크리오 스! 그 웅장한 모습은 특별히 입체 가상체험 동영상으로 만들어져 원하는 사람은 직접 가상 현실방에서 그 현장에 서 있는 것처럼 느낄 수 있 는 서비스를 지원했다. 동영상 제작에 협조한 아도 길드는 상당한 보상금을 받았으며 크로노스 섬 개발단에 참가한 모든 사람들에게 6개월간 이용료 무료 서비스가 주어졌다. 인간과 마물의 전면전! 수많은 사람들이 손에 땀을 쥐고 매일같이 올라오는 정보와 동영상을 검색 했다. 마치 전 세계가 축제를 벌인 것처럼 떠들썩했다. 그러는 사이 라딘은 배를 타고 카리브 항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 즉시 마차를 타고 파스트 제국의 수도로 이동해야 했다.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바로 종교재판, 신마대전의 발발의 원인이 된 라딘 크러쉬볼트의 죄상을 밝히기 위한 청문회였다. ----------------- "사태는 심각해, 지난 두 달 사이 약 2백 개 정도의 마굴이 나타났따고 집 계가 났어." "하루 세 개씩 부수고 있나보군." "그런 셈이지. 문제는 단순히 마굴이 발상한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 야. 지금 미르덴 산맥 남부는 마물의 영역으로 바뀌었지. 평야까지 그놈들이 내려오지 못하게 타미닌 성에 10만의 병사를 주둔시키고 막고는 있는데, 점점 힘들어진다고 하는 거야." "음, 그놈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인다는 것인가?" "맞아, 이미 미르던 산맥에는 3천 마리의 마물이 모여 있고, 그 무리를 지 휘하는 지휘 체계까지 완벽하게 갖추어져 있다고 척후명이 보고를 했어." "으음, 단순한 마굴파괴와는 다른 건가?"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아." 마차 안에는 크로키와 뭉치, 그리고 라딘이 마주 앉아 상황을 분석하며 앞 으로의 대처방안을 세우고 있었다. 그들 일행이 이끄는 열대의 마차는 지금 한시를 아껴서 수도를 향해 이동하 고 있는 중이었다. 미리네와 도끼바바가 어스로 돌아간 사이에 일단 세 명이서 회의를 열어 상 황을 정리하기로 했다. 그들이 그동안 조사한 바에 의하면 마물들은 단순히 마굴 주변을 돌아다니 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지역마다 모여서 집단을 이루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것은 마굴의 최하층에서 존재해야 할 보스급 마물들이 지상으로 나와서 그 마물들을 지휘하는 것이다. 신수급 마물이 천 마리 이상의 무하 마물들을 대동하고 인간을 공격하고 있 었다. 동대륙에서 그들의 제일 목표는 이 파스트 제국인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파스트 제국쪽으로 진군을 하고 있었다. 이미 파스트 제국에서는 정규군 30만을 동원해 그들을 막고 있었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늘어가는 마굴들과 그 속에서 튀어나와 무리에 합류하 는 마물들 때문에 인간이 마물들을 산으로 밀어붙이고, 밤에는 평야까지 밀리는 일이 반복되면서 양군의 병력이 점점 늘어나는 상황이었다. 파스트 제국이 보유한 2백만의 정병! 그들의 힘으로 아직 인간이 마물보다 우세하다고 할 수 있었지만 그들의 본 거지인 마굴을 파괴하지 못하는 이상, 이렇게 마굴이 늘어나면 결국 제국의 힘으로도 제어가 불가능 하게 될 것이다. "서대륙의 상황은?" "거의 비슷해, 그나마 무림맹의 힘이 극에 달해있기 때문에 그들고 이계인 들이 힘을 합해서 아직까지는 잘 하고 있데. 하지만 그런 식으로 마굴이 불어나면 고전하게 될 걸" 크로키는 한 숨을 쉬며 말했다. 3백여 개의 마굴만으로도 세상은 혼란에 빠지고 있었다. "그때 그 드래곤이 크로노스 섬의 마굴이 약 2천개라고 했지?" "응" "망하는 건 시간문제군, 정말 2천개가 다 이쪽으로 이동되면 인간이 멸망하 게 될지도 몰라." 라딘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농담이 아니었다. 과거에 일어났던 제 1차 신마대전 때, 그 당시 세상을 장악하고 있던 엘프 가 거의 전멸지경에 이르지 않았던가? 그 때문에 현재 엘프는 숲에서 강력한 결계를 치고 절대로 그곳에서 나오지 않으려 한다. 이제 다시 신마대전이 일어났다. 결국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종족은 인간일 것이다. 왜냐하면 현재 세상에서 가장 많이 퍼져있는 종족이기 때문이다. "시간이 없어. 더 늦기 전에 막아야 하지." "응"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 "라딘 경이 3일 후에 도착한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폐하." "음, 결국 그가 오는군. 라이아 재상, 종교재판의 준비는 이미 끝나있소?" "예, 각 종파의 하이프리스트와 32개의 왕국의 사자들이 모두 대기하고 있 습니다. 장소는 샤이아의 대성당, 재판일시는 라딘 경이 도착한 다음날인 4일 후가 될 것입니다." "으음, 과연 이번에는 그자가 어떻게 이 일을 해결할지 모르겠군.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시오?" 아칸 대제는 심각한 얼굴로 라이아 재상을 보며 물었다. 자신의 친누이인 그녀와 지금 서재에서 개인적으로 만나 그의 일에 대해 상 의하고 있었다. 처음 마굴의 발생소식을 들었을 때에는 크게 놀라고 또 분노했었다. 그러나 이러한 사건들을 일으키는 범인이 바로 레디안 제국의 남부에서 일 어났던 마교의 난의 수괴인 나지훔에 의한 것이라는 정보와, 그 마교의 난이 라딘의 손에 의해 일어났다는 소문을 들었을 때에는 정말 기가 막혀서 한참동안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였다. 카프로스! 지금도 일부에서는 전설적인 마왕으로 소문나고 있는 그 공포의 다크 팰러 딘은 아직까지 정체가 밝혀지지 않았다. 단지 레디안 왕국의 정보에 의해 그자가 나지훔에게 배반당해 어디론가 사 라졌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 공포의 다크 팰러딘이 바로 라딘이라니? 지금 레디안 쪽에서는 라딘 상회라면 치를 떨며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파스트 제국에서는 물론 황제인 자신을 비롯한 고위 귀족들이 그를 비호하 고 있어 아직까지 별 문제는 없다. 서대륙에서도 무림맹이 저 자유기사가 그럴 리가 없다고 사람들을 설득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 서대륙에 있는 아도 신성 기사단의 사람들이 조직적으로 무림 맹과 힘을 모아 마물들과 싸우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역시 사람을 함부로 의심하면 안 된다고 말하는 상황인 것 같았다. 사실 아칸 대제와 라이아 공주는 라딘의 카프로스 변신설에 대해 지극히 동 의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오히려 그 때문에 크게 감탄하고 있었다. 그들은 라딘의 또 하나의 신분인 아스트로 공작을 겪었고, 그런 그의 성격 으로 미루어 볼 때, 그가 과거 자신이 충성을 맹세한 이 파스트 제국의 위기를 눈앞에 두고 잠적했다는 것이 아직도 큰 의문이었기 때문이다. "과연, 그 사람다운 계략이야. 암." 그 소문을 들었을 때, 아칸 대제는 자신의 무릎을 탁하고 치며 그렇게 중얼 거렸다. 파스트 제국이 어떻게 동대륙에 군림할 수 있게 되었는지 그는 뼈저리게 느 끼고 있었다. 존경심이 저절로 우러나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가볍게 몸이 떨릴 정도로 뼈 속에 스며들었던 라딘에 대한 공포심이 재각성 되었다. '후우, 그 나지훔이라는 자가 죽었는데 어둠의 신의 힘으로 부활했다면서요 ? 라딘경도 괴로웠겠어요. 그 정도로 완벽한 책략을 냈는데 신의 장난으로 일 이 생기다니요." 라이아 공주도 그녀의 잔주름 하나 없는 이마를 찡그리며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그 후 그들은 틈만 나면 어떻게 라딘 경의 결. 백. 을 증명 할 수 있을까 상의했다. -------------- -뎅, 뎅, 뎅. 뎅 여덟 개의 종이 쉬지 않고 울렸다. 하얀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성당엔 천공 한가운데 뜬 태양의 빛이 반 사되어 빛의 신 샤이아의 대성당다운 신성함을 수도 내에서 보여주고 있었다. 수풀이 조화롭게 장식된 외부 정원을 지나 건물의 내부로 지나가며 최고의 예술가가 만들 것이 틀림없어 보이는 거대하고 또 정교한 스태인 글래스가 홀을 따라 늘어서 있다. 신의 영광과 기적을 찬양하는 문양이 화려한 색의 유리조각들로 표현되고 있고, 그 유리는 밖으로부터 스며드는 태양의 빛을 형형색색의 빛의 오로라로 바꾸어 홀 안에 비치고 있었다. 중앙 대전 안에는 이미 2천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하나같이 자신들의 왕국에서는 이름만 대도 모두 아는 대귀족이나 3개 종파 인 샤이아, 바로스, 라시에나의 하이프리스트들이었다. 오늘은 바로 이 시대의 최고의 영웅이라고 말해지기까지 하는 파스트의 자 유기사 라딘의 종교재판이 있는 날이다. 그는 방랑의 신 나티크의 성기사로서 그 신분을 속이고 다크 팰러딘으로 변 해 수많은 사람들을 희생시켜 가면서 적국인 레디안에 암흑마교를 부훙시킨 혐의를 받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마굴의 무작위 생성과 마물들의 집단 형성에 방아쇠적인 역활을 하게 되었다는 소문도 있었다. 이에 따라서 파스트 제국 이외의 왕국은 이 자유기사 라딘과 그가 경영하는 라딘 상회가 이일단의 사건에 대한 보상을 해야 한다고 정식으로 항의를 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인간의 존속까지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파스트 제국이라고 해도 그를 함부 로 비호할 수 없다. 만약 이 종교재판에서 라딘이 유죄를 선고당한다면 라딘 상회는 천문학적인 손해배상금을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공중분해 되고 말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었다. "라딘 경이 입장합니다." -웅성 웅성 이윽고 홀의 한쪽 문이 열리며 푸른빛이 감도는 전신갑옷을 입은 젊은 남자 기사가 걸어 나왔다. 그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수 없는 무표정한 얼굴로 천천히 걸어서 중앙의 단 위로 올라섰다. 피고가 등장했으니 이제 사상 최고의 종교재판이 시작되었다. 먼저 파스트 제국의 행정관료 중 한 사람인 크리넥 백작이 일어나 그동안에 일어난 사건에 대한 설명과 그 경과, 그리고 현재 중앙의 피고석에 서 있는 자유기사 라딘에 대한 과거 업적과 문제의 사건에 대한 그의 혐의 사항에 대해 최대한 객관적으로 설명을 시작했다. 약간은 지루한 시간이었지만 사람들은 한 가지를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이 남자는 지난 십 수년간 정말로 전 세계를 떠돌아 다니며 너무나도 맣은 일을 했다! 보통 사람이라면 단 한가지도 이루기 어려운 일들을 어떻게 호자서 모두 이 룩할 수 있었을까? 단신으로 동부해안 횡단, 동부해안의 고립된 마을 구조, 그리고 개발! 대규모로 발생한 난민 구제, 그리고 새로운 대륙간 항로 개척, 정사대전의 선두에서 마교의 패망에 결정적인 역활을 한 것도 그였다. 라딘은 묵묵히 크리넥 백작의 말을 들으며 속으로 웃으며 말했다. 그의 부친인 신무혼씨가 항상 하던 말이 있다.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다. 사필귀정! 이것을 믿는 것은 정말로 바보 같은 일이라고 생각하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이 말이야 말로 진리다. 아들아, 항상 착하게 살며 정의를 실현하라! 여덟 살 때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 신현진은 어린 마음으로도 너무 황당 해서 아버지가 갑자기 왜 나를 시험하나? 라고 생각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16세가 되던 해, 소위 말하는 이제 스스로 장래를 생각해야 되는 그 나이에 신현진은 부친의 이 한마디의 충고야말로 당신의 최고의 심득이 담긴 처세술의 최고 요결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착하게, 그리고 정의롭게 모든 일을 행해야 한다. 그러면 만의 하나 일어날 수 있는 실수, 아니 어떻게 보면 모든 사기사가 필연적으로 겪는 운명의 그 순간 그 모든 것들이 자신의 힘이 되어 최악의 사태로부터 구원해 주는 생명줄이 된다. 그것이 바로 궁극의 처세술 음덕이다. 라딘은 지난 세월동안 이 브리시아에서 행한 모든 일들에 완벽한 대의명분 과 정의, 그리고 희생정신을 앞세워 행동했다. 더한 이득이 있어도 항상 자신을 잃지 않고 주변 사람들에게 베풀었다. 구경만 한 사람에게도 배당이 돌아가야 한다는 이치를 철저하게 지켰다. 그가 일을 벌이면 그의 주변에 이익을 보지 않은 사람이 없었고, 알게 모르 게 그의 돈을 먹지 않은 사람도 없었다. 라딘은 단 한번도! 상대의 원망을 들으면서까지 재물을 모으지 않았다. 진정한 도둑은 상대가 도둑맞는 것조차도 모르게 훔쳐야 하고, 상급의 사기 사는 상대의 마음까지 속여야 한다! 그는 그것을 지켰고, 지금 크리넥 백작이 말하는 그의 업적은 이제 모든 자 신의 조력자가 되어 이 위기를 벗어나는데 도움을 주게 될 것이 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백가지 선행을 한 자는 한 가지의 악업을 부정할 자격이 생기지. 그것이 바로 꽃이 화려하면 그 속에 숨은 벌레를 보지 못하게 되는 이치가 아닌가?' 그는 기다렸다. 사람들이 이 벌레를 꽃이 상하지 않게 조심스럽게 들어 다른곳으로 치워주 려는 마음이 생기기를, 그들을 감동시킨 세상의 보기 드문 영웅을 보호하려는 마음이 무의식중에 나타나기를! 그 순간 자신이 빠져나갈 길이 생길 것이다! ---------------------- 으음, 원래 이렇게까지 쓰면 라딘이 괜히 나쁜 놈으로 보일 우려가 있어서 안쓰려고 했는데, 사실 사기의 도를 설명하자면 요부분이 소설의 전체에서 제일 중요한 내용이기 때문에 작품의 권위를 위해서 뺄 수가 없네요. 대가는 단 한순간을 위해 수십년을 준비하는 자입니다. 비장의 한수를 준비하고 평소 음덕을 쌓는 거지요. 세가란 일대의 성취를 후대에 물려줄수 있는 가문을 뜻합니다. 결코 일대에 이루어지지 않고, 창립, 수성, 중흥등의 단계로 발전해야 되지 요. 21세기 말에 나타난 신씨 가문은 2대에 걸쳐 인물을 배출합니다. 마치 손자병법을 쓴 손무와 그의 손자 손빈처럼 도의 완성이 2대에 걸쳐 이 루어지는 것이죠. 이 소설은 원래 현실 위주의 세상에서 가상현실 위주의 사회로 넘어가는 과 도기에 세계 가상현실 협회의 초대 회장이 되어 가상현실 사회의 거물이 되는 신현진의 일대기를 그린 것입니다. 믿거나 말거나죠. 하하하하 10권도 이제 중반이네요. 절반에서 아직 조금 못미칩니다. 약간 빡빡해서 스토리를 급박하게 진행시 키고 있네요. 처음부터 너무 구성을 밀도있게 하는 바람에 여운이 모자랍니다. 그래도 쓸 내용은 대충 써야죠. 뺄건 빼지만. ---------------------- ".... 이렇게 되어 피고석에 서 계신 라딘 경에 대한 종교심사가 열리게 된 것입니다." -웅성웅성 크리넥 백작의 피고인 경력과 사건 경위에 대한 설명이 끝나자 자리에 있던 사람들 대부분이 약간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주변의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확실히 그의 과거의 행동에 비추어 볼 때, 이번 사건은 뭔가 이어지지 않는 점이 많았다. 물론 그 이유는 이미 나와 있다. 파스트 제국의 영광! 레디안의 침공에 자신이 소속된 국가가 위기에 빠졌을 때, 그가 독한 마음 을 먹고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얘기다. 그러나 과연 저 라딘이라는 자가 카프로스라는 냉혹한 다크 팰러딘의 역활 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인가? 가장 완고하고 고지식한 그가? 라딘에 대한 정보를 가진 대부분의 사람들은 믿기 어렵다는 표정을 지었다. 라딘이 고지식하지도 않고 정의롭지도 않을뿐더러 충분히 악당의 역활을 연 기해 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극히 소수에 불과한것이다. 그리고 그런 자들은 모두 라딘의 편이라 할 수 있었다. -탕, 탕, 탕 샤이아 교의 댁주교인 데미런은 의장의 망치로 탁상을 세 번 두드려 사람들 의 정숙을 요구했다. 그리고 그는 한쪽에 있는 이단심판관 슈트사제를 보았다. 슈트 사제는 자신의 차례가 온 것을 알고 자리에서 일어나 라딘에게 공개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라딘 경의 업적은 세상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한 위업입니다. 하지만 지그 경이 받고 있는 혐의는 그런 과거와는 전혀 다른 성질의 것이 니 만큼 본인은 경에게 진실을 요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라딘경, 그대는 레디안 후방을 교란하기 위해 다크 팰러딘으로 변장하고 잠 입했습니까?" 처음부터 대놓고 질문을 하면 어덯게든 반응이 오기 마련이다. 이미 범죄심리학에 능통한 슈트 교주는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눈앞에 있는 피고의 행동은 조금 달랐다. "......." 약간 고개를 숙인 채 지극이 눈을 감고 있는 라딘의 이마에는 한 줄기의 깊 은 주름이 잡혀 있었다. 고뇌하는 것일까? 묵비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일까? 하지만 언제까지 참을 수 있을지 보자. 슈트 주교는 그렇게 생각하며 속으로 웃었다. 대답을 안 하는 것은 70%정도 시인하는 의미가 된다. 그는 이 종교 재판이 자신의 손에 의해 유죄로 판결나게 될 것이라고 생각 하게 되었다. "경은 레디안의 남부에 잇는 마교의 잔당들을 찾아가서 나지훔이란 자가 네 크로맨서가 되는 것에 협력했습니까? 그리고 그와 공모하여 암흑마교를 확장시키고 무장봉기를 하여 레디안의 황 궁을 점거했습니까?" 이미 슈트 주교는 라딘이 카프로스라는 것을 시인한 것처럼 다음 단계의 혐 의를 무도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일단 요기서 시인이든 부인이든 한 마디만 하면 그는 라딘을 몰아붙일 생각 이었다. 안했따고 해도 자신의 교묘한 화술로 다크팰러딘은 됐지만 그런 일까지는 내가 주동한 것이 아니었따는 식으로 만들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라딘은 여전히 괴로운 인상을 쓴 채 굳게 입을 다물고 있었다. 어쩌면 속죄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경은 저 네크로맨서 나지훔이 경에 대한 원한으로 다시 마족인 리치로 부 활하여 세상을 혼란에 빠뜨렸다는 것에 대해 동의하십니까? 지금 양 대륙은 수많은 마물들로 인해 크나큰 혼란에 빠져 있고, 그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지경입니다. 인류의 생존까지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지요. 그대가 비록 수많은 업적을 남겼다고 해도 이번 사태를 용서받기에는 모자 라다고 할 수 있소." 그의 말은 점점 열기를 띠우고 있었고 그 열기는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끌 어들이고 있었다. 특히 레디안 왕국에서 온 사자는 지금리ㅏ도 저자를 화형에 처해야 한다고 부르짖고 싶은 것을 참느라 얼굴이 붉어져 있었다. 그러나 라딘은 여전히 침묵하고 있었다. 모든 사람들이 그런 그의 침묵을 시인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을 무렵에도 그는 조금도 스스로를 변호하지 않았다. '야! 라딘, 이대로라면 불리하잖아. 뭐라고 말을 해야지.' 보다 못한 뭉치의 귓말이 들려왔다. 아직 멀었구나. 뭉치, 네가 그러고도 외교관이 돼서 세상의 그 수많은 인면수심의 너구리들 과 대등하게 맞설 수 있겠니? 라딘은 속으로 그렇게 한탄하며 이번 일이 끝나면 뭉치를 아버지에게 소개 시켜서 특별 수업을 받도록 주선해주겠다고 결심했다. 시간이 흘렀다. 이미 비난의 불길이 타올라 대성당 안을 숨쉬기 어려울 정도의 열기로 채우 고 있었다. 라딘을 비호하고 싶어하는 몇몇 사람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제는 목청을 높여 소리치고 있었다. 라딘은 속으로 웃었다. 다행히도 미리 연락해서 부탁한 대로 자신이 입을 열기 전에는 아무도 변명 의 말을 꺼내지 않았다. 사실 황제나 재상인 라이아 공주가 슈트 교주의 심문에 맞서 자신을 비호했 따면 슈트 주교도 쉽게 자신을 몰아붙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것을 막았다. 만약 비난과 비호가 부딪치면 이 재판은 길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시간과 말이 많아지면 어던 판결이 나오던 간에 라딘 상회는 끝이다. 파스트 제국과 서대륙의 일부에서만 활동이 가능해질 뿐, 대부분의 왕구들 은 라딘 상회를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자국의 영토가, 자국의 국민이 마물들에 의해 고통을 받는 이상, 누 군가를 원망하지 않으면 참을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대상은 결백여햐에 관계없이 바로 자신과 자신의 라딘 상회가 될 것이다. 원망을 할 대상이 있으면 국민은 현실의 고통을 견디게 된다. 라딘은 속으로 하나부터 열까지 반복적으로 수를 헤면서 마음을 안정시켰다 . 그리고 경정적인 기회를 엿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묙을 해라! 나를 몰아붙여라! 그래야만 이 재판이 빨리 끝난다. 일단 강렬하게 사람들을 몰아붙인 다음에는 그것이 오해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그 대상에 대한 미안함을 가지게 되는 법이다. 결국 각 왕국들은 라딘 상회를 민심안정의 재물로 삼는 것을 꺼려하게 될 것이다. "이미 판결은 난 것이나 마찬가지 입니다! 이제는 그에 대한 처벌을 논의할 단계입니다!" 슈트 주교는 자신이 승리했다는 것을 확신하며 그렇게 말했다. 예상보다 훨씬 쉽게 진행되어 일사천리로 최후의 단계까지 와 버렸다. 여기까지 오면 변론을 할 수도 없다. 시간이 꺼꾸로 흐를 수 없듯 처벌을 논의할 때 판결을 번복하려고 시도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기 때문이다. 참석자들은 절대로 다시 흑백을 논의하는 단계로 돌아가는 것을 원하지 않 기 때문이다. -벌떡 "당연히 화형이요! 그리고 그의 상회는 모든 재산을 박탈하여 이 사태에 대 한 보상그므로 써야 하오!" 레디안의 사자가 일어나 소리쳤다. 사람들의 시선이 그에게 집중되었다. 그의 억울한 심정을 이해한다는 눈빛이었다. 이때다! 라딘경은 속으로 외쳤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그의 오른손이 허리에 매달려 있는 윈드포스를 잡았다. -쾅! "앗! 라딘경, 이 무슨 짓을? 그가 서있는 단상 앞쪽에 완전히 부서져 나무조각이 홀 안에 비산했다. 워해머를 든 라딘의 모습에 모든 사람이 놀라 시선을 집중시켰다. 대성당 안에서 무기를 뽑아 기물을 부수다니? 신성모독이 아닌가? 그러나 그 순간 라딘은 그 워해머를 들어 자신의 가슴에 대었다. 그의 왼손에는 어느 새 등에 걸려 있던 방패를 들고 있었다. -우우우웅 "아! 성검이다!" "저 오라는? 강화신성오라?" 그의 워해머가 하얀 섬광으로 뒤덮였다. 그리고 그의 전신에서 태양처럼 밝은 황금의 광휘가 뿜어져 나왔다. 그것은 바로 성기사의 특권인 한계레벨 성기사만 가질 수 있다는 강화신성 오라라는 것을 이 자리에 모인 교단 관계자들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그는 홀리 가디안이었구나! 한계레벨이 되었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설마 홀리 가디안의 힘을 얻었다니!" 샤이아 교의 대주교 데미런이 감탄했따는 듯 중얼거렸다. 그는 과거에 남겨진 기록으로 한계레벨 성기사가 신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새로운 힘에 대해 알고 있었다. 신의 방패를 상징하는 홀리 가디안! 지키는 자의 운명을 받아들인 자에게 주어지는 힘이다. 똑바로 바라보기도 어려운 그 황금의 오라는 천정의 샹데리아에 반사되어 홀 안을 마치 요정들의 무도회처럼 빛의 꽃밭으로 만들었다. 일순간 모든 사람들이 할 말을 잊고 그의 모습을 바라보게 되었다. 그때, 라딘의 입이 열렸다. 이 재판장에 들어와 처음으로 열린 입, 그 목소리는 크지도 강하지도 않았 지만 그만큼 낮고 무거웠다. "나는 하지 않았다!" -휘익, 뚜먹, 뚜벅 그 말을 끝으로 라딘은 그대로 몸을 돌려 홀 밖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오라의 빛 안으로 흐리게 보이는 그의 등에는 인간의 고뇌가 무겁게 얹혀져 있었다. "잠깐! 아직 재판은 끝나지 않았소! 경은 지금 본 재판을 무시하고 있는 것이오?" 퍼뜩 정신을 차린 슈트대주교의 날카로운 목소리, 그러나 라딘은 걸음을 멈 추고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다시 말했다. "판결은 마음대로 해라. 나는 더 중요한 일이 있다." "하?! 그대의 운명이 걸린 이 재판보다 더 중요한 일이라?" 기회를 잡았따는 듯 허탈하게 웃으며 라딘을 몰아붙이려는 슈트 주교, 그러 나 그 순간 라딘은 그의 말을 끊고 자신이 준비한 최후의 대사를 꺼냇다. "나느 리치 나지훔을 치러 가겠다." -뚜벅, 뚜벅 멈춰졌떤 걸음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완벽하게 말을 끊긴 슈트 주교는 그가 홀 밖으로 벗어날 때까지 더 이상 입 을 열지 못했다. -탕 라딘이 나가고 홀의 문이 다시 닫혔다. 압독적인 그의 존재가 눈앞에서 사라지자 이성이 돌아오기 시작한 사람들은 극심한 혼란에 빠져 이제 어떻게 되는 것일까 궁금해 하기 시작했다. 그때, 재판석의 앞쪽에 앉아있떤 한 여인이 천천히 일어나 라딘이 서 있던 피고석으로 걸어 나왔다. 밝은 플라티나 블로드의 머리결을 자연스럽게 늘어뜨리고 비취와도 같은 신 비한 초록으 눈을 소유한 파스트 제국 황실이 자랑하는 미녀, 이미 40세가 된 그녀였찌만 30세도 안 되어 보이는 그녀의 하얀 피부는 잔 주름 하나 없이 매그러웠다. 그러면서도 세월의 무게가 그녀의 푲어을 더할 나위 없이 고귀하고 우아하 게 변화시키고 있었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은 그녀가 일어난 순간부터 그녀로부터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라딘 경은 화를 내고 계십니다. 저 리치 나지훔이 자신과 유일하게 맞서 싸울 수 있는 라딘 경을 모함하려 한다는 것을 여러분 모두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그러면서도 여러분은 스스로 그 음모에 동조하려 하고 계십니다. 질투입니까? 여러분은 세상의 인간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인 그를 질투하고 계시는 것입니까? 세상을 놀라게 한 암흑의 기사 카프로스, 그는 2m에 달하는 대검에 극대암 흑성검을 두르고 레디안의 수 많은 기사와 싸워 이긴 최악의 다크 어벤저! 저 라딘 경이 다크 어벤져라고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홀리 가디안이자 동시에 다크 어벤져라고 주장하시는 것입니가?" -웅성, 웅성 과연 그녀의 말은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했다. 사실 그들은 라딘을 짍하고 있었다. 그런 자의 충성을 받아 동대륙 유일의 제국으로 성장한 파스트 제국을 부러 워하고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그러나 확시랗게 그의 과거으 행적을 보면 그는 고귀하고 희생적인 성기사 임에 틀림없다. 그것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그녀가 최후로 말한 증거! 사실 슈트 주교 역시 그 점이 이 재판의 가장 큰 논란거리라는 것을 미리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세상은 넓었고 신기한 아이템은 많다. 그 중에서는 암흑성검의 힘을 부여하는 무기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1차 신마대전 때 잠시 나타났떤 종말의 마검 같은 것은 무기는 극대암흑성검의 힘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역사의 기록에 따르면 그 검은 거대한 대검이라고 나오기 때문에 슈트 주교 는 라딘이 그 검을 소유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 이외에도 역사에 기록된 암흑성검의 힘을 가진 4개의 아이템을 증거자료 로 모아둔 슈트주교였다. 교단 관계자들은 그 자료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충분히 재판을 유리한 쪽으로 끌어나갈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이 상황에서 그런 반론을 펼치기가 거의 불가능하게 되었다. 당사잔인 라딘은 이미 마음대로 하라고 말하며 나갔고, 지금 그 말을 한 사 람이 바로 파스트 제국의 재상인 라이아 공주이기 때문에 반론을 펼치려면 확고한 증거를 가지고 임해야 한다. 본인에게는 추측으로 몰아붙여도 증인의 동의를 얻을 수 있찌만, 이미 그녀 의 말에 마음이 움직인 사람들 앞에서 추측으로 반론을 펼친다는 것은 자살행위나 마찬가지 인 것이다. 그러나 이대로 있을 수만은 없다! 슈트 주교는 그렇게 생각하며 나름대로 준비한 반론을 펼치며 반전의 실마 리를 잡으려고 했다. 그러나 그가 입을 열려고 하는 순간, 그의 시선이 단상 중앙에 있는 데미련 대주교와 마주쳤다. 그리고 그는 데미런 대주교의시선으로부터 더 이상 이일에 대해 반론을 펼 치지 말라는 신호를 읽었다. 교단은 이미 라딘의 무죄를 인정한 것이다! -탕, 탕, 탕 "과연 이번 사건은 저 스스로 인간임을 포기한 리치 나지훔의 말에 의해 시 작되었고, 모든 증거가 불확실한 것임을 부정할 수 없소. 이에 우리 샤이아 교에서는 정식으로 이 사건을 라치 나지훔의 음모라고 판 단하고 라딘 경의 무죄를 선언하오!" -탕, 탕, 탕 선언을 결정짓는 재판관으 망치가 세 번 내려쳐짐으로써 모든 일이 마무리 되었다. 사람들은 이제 자신들의 일방적인 의심 때문에 궁지에 몰렸던 자유기사 라 딘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기뻐 환호하는 아도 신성기사단 쪽의 참석자들의 웃음소리와 함께 진실과는 무관한 재판 결과는 모든 사람들에게 만족과 희망을 주었다. ----------------- '그래! 라이아 공주님께서 직접 나와서 변론을 했어. 응, 무지하게 아름다운 분이시더라. 판결은 당연히무죄고, 교단의 주도로 그 자리에 모은 왕국의 대표가 네가 나지훔과 싸우는 것을 지원하기로 정식으로 결정하고 서약서에 서약을 하는 중이야.' 오랜만에 크로키의 흥분한 목소리를 들으며 라딘은 조용히 웃었다. 지금 그는 설산을 타고 중립신의 대성당이 있는 숲으로 가고 있었다. 그는 생각했다. 변명이 가능한 한 짧아야 한다. 아니, 변명은 절대로 하면 안된다. 오직 단호한 부정만이 있을 뿐이다. 자신이 아니라도 변론을 펼칠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이것이 바로 인덕이지. 흐흐흐' 그는 자신의 판단이 정확했음을 깨닫고 만족한 웃음을 지었다. 사실 라이아 공주가 변론을 하는 것은 미리 정해진 것은 아니었다. 그런 일까지 미리 정하면 변론에 절실함이 사라져 버린다. 하지만 자신이 그렇게 떠나면 누군가가 나올 것이라는 것 정도는 예상을 했 었다. 그리고 그 중 가장 확률이 높은 사람이 바로 라이아 공주라는 것도! 그녀의 지위와 신분, 그리고 그 미모라면 흑을 백이라고 말해도 통한다. 하물며 마무리 정도의 역활이라면 완벽 이상의 결과가 나올 것이 틀림없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그것이 바로 라딘이 이번 재판에서 자신이 무죄판결을 받으리라고 확신한 이유였다. 그것은 바로 지금 이 세상에 한계레벨 신성기사는 바로 자신이 유일이고, 국가와 대륙을 초월하여 인간을 하나로 모아 리치 나지훔과 싸울 정도의 세력과 명성을 가진 자는 자유기사 라딘 밖에는 없기 때문이다! 세상은 나를 필요로 하고 있다! 어던 악독한 정치가라도 사회가 그를 필요로 할 때에는 망하지 앟았다. 물론 그럴 경우 언젠가는 사회로부터 버림을 받는다. 결국 미래에는 몰라도 지금 라딘은 절대로 망할 수 없게 되어 있는 셈이다. '나지훔, 네놈이 날르 망치려 했찌만, 오히려 네놈 때문에 나는 살아남는다 . 이제 곧 결판을 내주마!' 그는 검은 해골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러나 아직 고비는 남아 있었다. 변명도 사기도 통하지 않는 유일한 존재, 그와 결판을 내지 않으면 안 된다 ! 라딘은 새롭게 정신을 가다듬으며 설산을 타고 재촉해서 숲으로 가는 걸음 을 빨리 했다. 그곳에서 준비되고 있는 것은 바로 아바타 소환 마법진! 라딘은 이제 자신의 직속상관과 개인면담을 하러 가고 있었다. ------------- 담편이 바로 대망의 나티크와의 한판 승부! ------------ 수도의 북쪽에 자리한 푸른 산호의 숲에는 수많은 드루이드들이 생활하고 있었다. 원래는 파스트 황가의 소유였던 이 수도 부근 최대의 숲은 라딘이 자신의 직업인 팰러딘이 되기 위해 중립신의 교단에 바친 숨은 사연이 있는 곳이었다. 그 중앙에 건립된 '자유의 바람' 신전은 정식으로 드루이드들의 대신전으로 결정되엇기 때문에 이 숲에는 8명의 하이 드루이드들이 살고 있었다. "여전히 이 숦과 숲의 친구들은 자유롭군요." "허허허, 이 술에 생긴 두 개의 마굴 정도는 충분히 제어가 된다오." 라딘의 인사에 하이드루이드 에크샤는 웃으며 대답했다. 과연 이 푸른 산호의 숲에도 마굴이 생긴 모양이었다. 그러나 오히려 심심했던 하이드루이드들은 수련할 장소가 생겼다고 기뻐하 는 모양이었다. "어서 갑시다. 이미 준비가 끝나고, 모두 모여서 라딘 경을 기다리고 있소 이다." "자구 번거롭게 해서 죄송합니다." "무슨 소리요! 경이야 말로 현재 우리 방랑신의 사도 중에서 가장 높은 레 벨이 아니오? 모든 두르이드들은 그대를 존경하고 있다오." 에크샤는 그의 평생을 수련해도 아직 800레벨이 되지 못한 것에 비해 이 기 적 같은 성장을 보여준 라딘에게 부러움을 느끼는 것 같았다. 하지만 방랑신에게서 나온 유일한 성기사가 한계레벨이 되었다는 것은 요 근래 중립신의 신전에서 가장 자랑하는 내용 중에 하나인 만큼 그 역시 라딘에게 호의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우우우웅 이야기를 함녀서 숲 안쪾으로 들어가자 빈 공터가 나왔다. 그곳에는 하얀 돌들이 둥그렇게 모여 드루이드 특유의 마법진을 형성하고 있었다. 마법진은 이미 거의 어느 정도 활성화되어 있는 지 조그많게 마나를 진동시 키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주위에는 6명의 하이드루이드들이 모여 있다가 라딘을 보고 웃으 며 인사를 건냈다. "호호호, 어서 와요. 15년만인가요? 경이 처음 성기사의 직을 얻을 때 이후, 다시 같은 이유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네요." 늙은 엘프 여자가 재미있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그녀야말로 현재 최고 렙레의 하이드루이드인 크리스 실버우드였다. 다란 사람과 만나는 것을 극히 싫어하는 그녀였지만, 이번에 라딘을 만나는 것만큼은 예외인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매년 리단은 자신에게 팰러딘의 길을 열어준 7명의 하이드 루이드 들에게 감사의 선물을 보내왔기 때문에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라딘에게 최고 수치에 가까운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자자, 인사는 나중에 천천히 나누고 일단 시작합시다." 에크샤가 일행을 재촉했다. 이 늙지도 않은 하이드루이드들은 엘프처럼 시간관념이 극히 여유롭기 때문 에 아직 80도 안된 젊은 에크샤가 일은 진행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사실 드루이드의 수장은 하이드루이드들 중 가장 젊은 사람이 하게 되어 있다. 워낙 대부분 권력욕이 없고 개인적으로 사는 것을 선호하는 자들이 바로 드 루이드이기 때문에 신전의 최고 지휘자는 바로 하이드루이드가 되는 자들의 의무직인 셈이다. "자, 그럼 시작합시다. 모두 집중해 주십시오. [아바타 소환]!" -위이이이잉. 파앗 라딘이 마법진 중앙에 서자 제각기 자기 위치에 선 드루이드들이 일제히 신 성마법을 시전하자 마법진의 성석들은 막대한 신성마법의 소용돌이에 크게 요동을 치며 빛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빛이 최고조에 달해 완전히 라딘의 몸을 감쌌을 때, 드디어 라딘 은 자신이 이제는 익숙해진 어느 공간으로 이동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척, 사사사삭 순간이동의 어지러움으로부터 벗어나 정신을 차리자마자 라딘은 잽싸게 일 어나 주변을 둘러보았다. 과연 한쪽에는 그가 알고 있는 바람의 대천사 시로넬이 있었다. "아, 시로넬님, 중립신의 대천사를 뵙습니다." 즉시 경건한 동작으로 예를 취했다. 시로넬 역시 라딘을 만난 것이 반가운 듯 웃으며 손으로 그의 머리를 가볍 게 대서 그의 인사를 받았다. "어서 오세요. 이번에는 정말로 큰일을 당하셨네요." "어떠한 벽이 나타나도 바람은 멈추지 않는 법이지요. 시로넬님이 걱정하실 정도는 아닙니다." "호호호, 그대의 그런 의지에 신의 가호가 있기를, 이제 곧 나티크님께서 오실 거예요." 라딘은 시로넬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이 신이 사람의 노동력을 착취하여 카르마를 축적하더니 거만하고 게 을러져서 이제는 바로바로 나오지 않는구나 하고 생각을 했지만 겉으로는 절대로 그런 감정을 표출시키지 않았다. 그는 웃으면서 시로넬과 잡담을 나누었다. 시로넬 역시 그동안 라딘이 겪은 일을 듣고, 또 자신의 일을 말하는 것이 싫지는 않은 듯 했다. 그렇게 5분쯤 기다리자 드디어 두 사람만의 아공간에 새로운 변화가 생겼다 . -빠라라라 밤 '헉, 등장 배경음아가지?' 라딘은 갑자기 들려오는 오케스트라의 연주소리에 얼은 자세를 가다듬고 주 변을 살폈다. 시로넬 역시 날개를 잡고 공손하게 서서 신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음, 드디어 왔구나. 라딘." 공간이 흔들리며 주변의 바람이 모이더니 나티크의 모습이 생겨났다. 그는 곤란하다는 듯 고개를 저의며 라딘을 보며 말했다. "위대하신 자유와 방랑의 신 나티크 님을 뵙습니다." 라딘은 즉시 기사의 격식을 갖추어 인사를 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본 나티크는 얘가 갑자기 왜 이러나 하는 눈초리로 잠시 그를 응시하다가 옆에 서있는 시로넬을 보고 말했다. "내가 이 지와 얘기를 할 동안 그대는 밀린 일을 처리하도록 해라." "네, 나티크님." 그녀는 공손하게 절을 하고는 그대로 녹색의 바람으로 변해 사라졌다. 나티크가 그녀에게 떠맡긴 일은 원래 그가 해야 하는 일중 90%에 달하고 있 기 때문에 사실 시로넬이야 말로 모든 대천사중에 가장 바븐 존재라고 할 수 있었다. "야, 쟤 보냈으니 이제 좀 편하게 이야기를 해 보자." "그러지요." 자유의 신과 그의 유일한 성기사는 본성을 드러내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 누기 시작했다. "너 어쩌자고 그렇게까지 일을 벌였냐? 메사아드 그 아줌마가 너만큼은 꼭 가장 잔인하게 죽여 버리겠다고 길길이 날뛰고 있더라. 그리고 얼마 전에 음모의 신 큐리가 선물을 들과 찾아와서 날보고 형님이라 고 부르더라. 어디서 그런 인재를 발굴해 냈냐고 혹시 숨겨 논 인재가 또 있으면 자기에 게 소개시켜 달라고 하잖아. 아니면 그냥 너를 넘기라던데? 자신의 비밀 교단인 천뇌서원의 차기 후계자로 삼고 싶다고 그러다라. 내 참, 내가 신 노릇을 3만 년간 했지만 이런 꼴은 또 처음 당해본다." 그의 푸념에는 신들의 세계의 비밀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 나티크도 라딘도 그런 것에 신경 쓸 단계는 지났다. "에효. 그걸 왜 저에게 말씀하십니까? 애초에 나티크 님께서 저에게 마교를 멸망시키라고 시키지 않았으면 이런 일이 벌어지려고 해도 벌어질 수가 없었을 겁니다." 한 치도 물러나지 않는 라딘의 나랔로운 반격에 나티크의 눈이 무섭게 빛났 다. -와락 그가 손을 뻗자 라딘의 몸이 저절로 그에게 딸려왔다. 라딘은 왜 이놈의 신은 자신을 보기만 하면 꼭 멱살을 잡는건지 알 수 없 다고 속으로 투덜댔다. "이 놈! 내가 언제 너에게 마교를 멸망시키라고 시켰냐? 감히 나에게 사기 를 치다니? 죽을래?" -스스스스스스 그의 주변에서 마나가 모이더니 단번에 50개의 팔이 생겨났다. 그것이야말로 신 전용 기술인 [다굴 언틸 다이]의 발동준비 단계가 아닌가? 이제 나티크가 눈썹만 까딱해도 라딘은 바로 사망하게 될 것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사망할 때까지 얻어맞게 될 것이다. 그러나 라딘은 조금도 물러나지 않았다. 나는 뒤가 없다! 죽음도 나를 막을 수 없다고! 라딘은 속으로 그렇게 부르짖으며 다시 말했다. "언제라니요? 그럼 마교에 잡혀 있는 드워프 장인 도린을 구하라는 퀘스트 가 마교 멸망 퀘스트와 뭐가 다른데요? 자꾸 발뺌하지 마세요! 저도 갈 데까지 간 몸이란 말입니다." "이놈이! 물귀신작전을 쓸 생각이냐?" 지옥으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악귀의 목소리도 지금 나티크의 그것보다는 부 드럽게 들릴 것이다. 라딘은 이 슈퍼컴퓨터가 보나마다 가장 휵악한 인간의 음성을 합성해 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귀신 작전이라니요? 저는 그런 거 절대 안씁니다. 그거 쓰면 저도 죽어야 하는 건데 왜 제가 씁니끼? 저는 어디까지나 나티크님께 저좀 살려달라고 빌러 왔습니다!" "으음, 독한 놈!" -휘익, 퍽 '윽, 놓으려면 그냥 놓지 왜 사람을 던지는 거야.' 자신의 방어력을 감안할 때, 이정도 고통과 충격이라면 바위도 가루가 될 정도의 속도로 던진 것읻. 그러나 때가 때인지라 라딘은 얼른 일어나 나티크의 눈치를 보았다. 그는 오히려 가라앉은 눈으로 라딘을 보고 있었다. 역시 나티크! 라딘은 약간 감탄을 하며 그의 말을 기다렸다. "그래, 네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냐? 부르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밑에 있는 애들 꼬셔서 날 부른 것을 보면 무슨 생각이 있겠지?" 성공이다! 라딘은 크게 기뻤다. 이 신이 드디어 자신의 요구를 들어볼 마음이 생긴 것이다. 여기서 부터가 진짜다! 그느 억지로 마음을 가라앉히고 머리를 맑게 하고는 나티크를 바라보았다. 단 한마디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 상대는 슈퍼컴퓨터! 과거 국방전략 컴퓨터 태백을 사용해본 라딘이었기에 이 슈퍼 컴퓨터가 만 들어내는 자아가 얼마나 독한지 잘 알고 있었다. 사실 그동안 자신은 이 나티크와 만나 한 번도 이익을 보지 못했다. 그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몇배나 더 큰 것을 지 불해야 했다. 하지만 이번 만큼은! 라딘은 이를 악물고 침을 삼킨 후, 드디어 입을 열었다. ------------------- 아, 원래는 요기서 딱 연중을 때려서 인간이 얼마나 사악해질 수 있는가르 보여드려야 하는 건데... 제가 워낙 마음이 여려서 협박성 리플에 초연할 자신이 없네요. 내일 마저 올리겠습니다. ------------------ "저에게 리치 나지훔을 이길 수 있는 힘을 주십시오." 라딘의 말을 들은 나티크는 기가 막힌 듯 허탈하게 웃었다. "허어, 그게 무슨 애매모호하면서도 막무가내식 요구냐? 그렇게 말 한마디 로 될 것 같으면 내가 이렇게 나오지 않았다. 그냥 시로넬을 시키지. 내가 널 그렇게 안 봤는데 실망이 크구나." 그는 다짜고짜 무조건 적을 이길 수 있는 힘을 달라고 하는 라딘에게 크게 실망한 듯 했다. 사실 이 리치의 등장에 의한 신마대전의 발발은 모든 신들에게 적지 앟은 손해를 끼치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었다. 심지어는 일을 벌인 메사아드 본인에게도 손해가 되는 일이다. 기본적으로 모든 신들의 목적이 이 세계의 카르마 수치를 상승시켜 더 강력 한 신의 힘을 얻는 것에 있다. 그리고 사실 세계의 규칙상 빛과 어둠의 카르마는 항상 동등하게 되어 있다 . 활성화와 비활성화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원래 신마대전이 발발하게 되는 것은 양 세력이 서로 싸우면서 급격한 발전 을 하게 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다시 말해서 빛의 샤이아를 비롯한 선신도 신마대전이 일어나는 것에 동의 를 해야 비로소 발생하게 된다. 1차 신마대전 때에도 그랬다. 가장 선한 종족이라고 할 수 있는 엘프가 세상을 장악했는데, 그들은 본능 적으로 욕망의 힘이 약하기 때문에 세계의 발전이 급격히 느려지게 되었다. 결국 샤이아는 메사아드의 주장을 반박하지 못하고 세상을 주된 세력을 엘 프가 아닌 인간으로 바꾸기 위한 신마대전에 동의하고 말았다. 빛과 어둠의 힘을 모두 가진 인간! 그들은 항상 빛을 바라보나 뒤로는 그림자를 만든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모든 종족 중에서 욕심이 가장 맣다. 과연 이 인간이 세상을 장악하자 세계는 급격한 발전을 이루었다. 엘프의 시대보다 10배가 넓는 속도였다. 이것이 바로 선지은 팀장이 인간이 주도하는 세계를 만들기 위한 결정적인 키워드이다. 결국 신들은 인간을 세계의 주력으로 삼아 급진적인 카르마 수치의 증가를 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일정한 수준의 세계가 되면 이계인을 받아들인다. 물론 죽지 않는 이계인들과 그에 자극받는 이 세계의 주민들의 급격한 발전 으로 또 다시 세상의 카르마 수치는 증가한다. 그런데 이번 신마대전은 그런 그들의 기본적 욕망에 정반대로 작용하고 있 었다. 이성을 잃은 메사아드의 일반적인 히스테리인 셈인데, 어스의 상급신이 강 압적인 제제를 포기한 이상 다른 신들이 그녀를 막기는 힘들었다. 결국 크로노스 섬에 집약되어 있던 비활성 어둠의 카르마가 일순간에 활성 화 되면 빛과 어둠의 전면전인 신마대전이 일어나게 된다. 그런데 지금 같은 경우 서로 싸우면서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피해 가 극대화 되면서 카르마 수치가 줄어들게 될 것이다. 빛이 패배해도 결국은 어둠 역시 약화된다. 서로 성격이 정 반대인 그들 샤이아와 메사아드는 결국 부부인지라 표리일 체, 그 카르마가 그 카르마인 셈이다. 그래서 나티크와 다른 네 신들은 걱정하고 있었다. 세상을 구성하는 근원이 되는 그들 두 신의 약화는 다시 말해서 자신들의 약화와 직결되기 때문이디ㅏ.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티크는 손을 쓸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 버릇없는 성기사란 놈이 당당하게 자신을 불러 리치를 이길 힘을 달라고 요구하다니? "잘 들어라. 넌 1천 레벨, 그 리치 나지훔은 1천 5백 레벨이다. 그것도 그놈은 4차 직업으로 5백레벨을 올렸지. 뭐 너도 보통 놈은 아니지만 그래도 레벨 차이가 1.5배다. 그런데 어떻게 네가 이기냐? 그게 되며 초신수가 나에게 개기는 일도 벌어지게?" 초신수의 레벨은 7천 5백 레벨이다. 신은 딱 1만 레벨인데, 3대 주신인 나티크와 샤이아, 그리고 마사아드는 7 차 직업으로 분류되어 6차 직업인 다른 신보다 강력한 권능을 행사할 수 있다. 초신수와 대천사들은 5차 직업으로 분류되는데 5차 직업부터는 이모탈(불멸 자)로 구분되어 수명에 한계가 없다. 드래곤은 강하기는 하나 불멸자는 아니기 때문에 4차 직업이다. 드래곤로드라고 해도 그 한계는 뚫을 수 없다. 나티크의 자상한 설명에 라딘은 또 다시 신들의 비밀을 엿볼 수 있었다. 그의 눈이 빛났다. 나티크가 쓸데없는 말을 하고 있다! 그의 자아에도 허점이 나타난 셈이다. 태백을 이용하면서 자아를 구축한 슈퍼컴퓨터에는 항상 감정적 버그가 나타 난다가는 것은 이미 경험해 보았다. 그래서 국제법상으로 모든 인텔릭 컴퓨터의 자아는 완전 인텔릭이 아닌 데 미-인텔릭으로 구축되어 있다. 주어진 목적에 대해서만 생각을 하게 조정하고, 다른 부분은 사용자의 데이 터에 무조건적으로 의지하게 된다. 사용자가 자료의 입력을 중지하는 순간 수퍼컴퓨터의 자아는 정지하게 되는 데, 이것이 있어야 컴퓨터가 인류를 배반하지 앟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나티크는 원래의 목적과 상반된 이번 사태에 대해 어스의 상급 신이 따로 지시를 내리지 않자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심하고 있는 것 같았다. 세기 창조사의 생각은 짐작이 간다. 1서버인 브리시아 서버가 너무 급격한 발전을 하자 전체 카르마 수치를 낮 워서 밸런스를 잡으려 하고 있을 것이다. 그 여우같은 아줌마가 생각할 만한 짓이다. 순식간에 자신의 한계라고 생각될 정도로 머리를 고속으로 회전시킨 라딘은 다시 입을 열었다. "결국 제가 무슨 말을 해도 그 목적은 저 리치를 잡는데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생각하기에 나티크님의 뜻도 그것과 별로 어긋나지는 않아 보 이는군요.: "으음, 예리한 놈, 너 자꾸 신의 속마음을 엿보면 신벌을 받는 수 있다. 그리고 네 말은 맞는데, 그렇다고 해도 내가 그런 힘을 너에게 줄 수 없거 든, 그랬다간 정말로 메사아드가 샤이아와 내가 짜고 자기를 구박한다고 날뛸 거야. 너 그 아줌마가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지? 종말의 마검이라고 옛날에 만든 검이 하나 있는데 그거 하나 세상에 내보냈 더니 엘프가 거의 전멸 직전까지 갔거든? 안 그랬으면 아무리 마물이 세상에 범람해도 지금 엘프 수가 그렇게까지 줄 어들 수 있겠냐?" "종말의 마검? 그게 그렇게 강한가요?" "모든 이벤트 아이템 중에서도 최고의 힘을 가진 무구다. 네가 들고 있는 망치하고는 차원이 다르지. 오죽했으면 신들이 회의를 열어 그 무구는 봉인하기로 했거든. 사기무기라고 말이야. 그때 왠 허접한 다크 팰러딘 한놈이 그거 들고 드래곤도 잡더라 이말이야. 아무튼 그래서 메사이드가 그건 자기가 차고 다니면서 안쓰고 있는데, 그거 까지 세상에 내보내면 정말 황당해 지는 거야." 라딘은 점점 말이 많아지는 나티크를 보며 상황이 점점 좋아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마음이 풀어질수록 말이 많아진다. 역시 나티크는 그래도 나를 자신의 부하라고 생각하고 있다! 같은 편이라고 ! 그런 판단이 들자마자 라딘은 한 단계 빠르게 일은 진척시키기로 했다. 낚시에서 월척이 보이는 빈틈은 약 0.1초! 그 사이에 손을 쓰지 않으면 절대로 월척은 낚지 못한다. 일도 마찬가지이다. 기회는 한순간! 그리고 단 한 번뿐이다. "제가 합법적으로 얻을 수 있는 힘 중에 그를 이길 수 있는 힘은 없습니까? 말씀하시는것 것을 들어보면 있기는 있는 것 같은데요?" "으음, 없는 건 아니지. 하지만 말이야." 나티크는 약간 주저하면서 말했다. 그로써도 말하기가 미안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단 당사자가 물어온 이상 대답을 해줄 수 있다. "원래는 세상에는 인간의 한계 이상의 힘을 낼 수 있는 마법이 존재한다. 신들은 그것을 모두 봉인했고, 그것을 바로 금주라고 부르지. 그것은 마법사들의 마법뿐만 아니라 신성마법에도 있다. 드리이드 마법 중에도 있지. 그리고 팰러딘 전용 마버중에도 있기는 있다." "헉, 팰러딘 전용마법이요?" "뭘, 놀라냐? 홀리소드 같은 것도 마법이잖아. 그거 팰러딘 전용마법이야." "아, 그런가요?" 라딘은 생각해보니 자신의 프라임 파워도 마법에 속한다는 것을 깨닫고 고 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그의 가슴속에 욕망의 불길이 타올랐다. 팰럳니 전용 금주! 이거다. 이걸 손에 넣어야 한다! 그러나 나티크의 다음 설명에 그는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마법사의 금주는 4가지가 있는데, 사실 그 대부분이 강력한 제약조건을 가 지고 또 성공률도 높지 않다. 하지만 역시 너무 강해서 모두 봉인한 상태지. 저번에 네놈의 동료가 얻은 것 빼고는 말이다." "하하하, 알고 계셨군요?" "그래. 일단 봉인이 풀린 것은 어쩔 수 없지. 하지만 신성마법은 다르다. 내가 미쳤다고 그런 힘을 애들에게 주겠냐? 철없는 애들이 장난치다가 세상을 불태워버리면 그 뒷감당은 어떻게 하라고 ?" "으음, 그래서요?" "뭐, 간단하게 말해서, 제약을 걸었다. 드루이드 최강 금주인 정령왕 소환은 일단 한번 소환하면 레벨이 10씩 떨어 지지. 그런데 그 금주는 한계레벨 제한 마법이거든? 그러니까 한번 사용하면 당분간 못쓰게 되는 거지." "으음, 레벨 10은 조금 심하네요." 라딘은 등에 식은땀을 흘리며 말했다. 졸지에 레벨이 990으로 떨어지게 생겼다고 속으로 한탄을 했다. 그러나 나티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건 그래도 드루이드니까 그정도로 봐준 거고. 팰러딘은 틀리지. 난 원래 팰러딘이 없잖아. 그래서 다른 신들의 금주를 하나 빌려왔는데 그게 속성이 다르잖니. 중립신은 나 하나니까." "네, 그렇군요." 라딘은 자신의 가슴에서 검은 구름과도 같은 불안감이 생겨나는 것을 느꼈 다. 이제보니 이 나티크라는 놈은 다 방법을 생각해 놓고 그걸 자신에게 사용하 려 하고 있었다. 독한 놈! 라딘은 아까 나티크가 자신에게 한 대사를 그대로 그에게 되돌려 주었다. 알고 보면 이 성기사와 신은 유유상종이라고 할 만 했다. "그게 말이야. 일단 그걸 가지고 와서 분석해 보니까, 서로 속성이 다른 마 법을 사용하면 그 제약이 몇 배나 심해져. 그래서 결론부터 말하자면.... 영혼의 소멸이야. 자기희생주문인 셈이지." "뭐라고욧? 영혼의 소멸?" "응, 염려마. 상금 정신체인 이계인들의 경우 육체의 소멸로 끝나니까." -쿠쿠쿵 이놈은 악마다! 라딘은 그렇게 속으로 울부짖었다. 이제 나티크의 속셈은 모두 드러났다. 그는 자신을 부담스러워하고 있었다. 결국 메사아드를 진정시키는 가장 빠른 방법은 자신이 희생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메사아드는 나티크가 금주를 주면서까지 나지훔을 제거하는데 힘을 보탠 것을 납득할 것이다. 나티크 역시 자신의 진영에서 가장 큰 이익을 주는 자가 희생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라딘은 조용히 입을 다물고 눈앞의 나티크를 노려보았다. 신기하게도 그의 눈은 차분히 가라앉아 있었다. 그것이 나티크를 껄끄럽게 만들고 있는지 그는 눈을 돌려 허공을 바라보며 딴청을 피웠다. 라딘이 분노를 터뜨렸다면 어떻게든 대응할 계산이 이미 수백가지 패턴으로 준비되어 있지만 이런 반응은 상정되어 있지 않았다. "좋군요." "응?" 드디어 입을 연 라딘의 말에 나티크느 놀라서 되물었다.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반응이었다. 라딘은 웃고 있었다. "확실히 인간이의 몸으로 리치 같은 놈을 상대하려면 목숨을 걸어야 하지요 . 결자해지라고 하나요?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면 제가 하겠습니다!" "아니? 그게 정말이냐?" "저는 라딘입니다. 절대 두말하지 않습니다." "으음.." 그의 단호한 선언에 나티크는 크게 감탄한 눈으로 신음소리를 내었다. 이놈은 정말로 알수 가 없는 놈이다! 일신무일신이란 말이 가장 어울리는 놈이 아닐까? 처음 그를 만나 팰러딘의 직위를 내릴 때가 생각나싿. 그 후에도 이놈을 몇 번이나 만났다. 그때마다 그는 자신이 놀랄만한 일을 벌렸었다. 그리고 이제 그는 세상의 평화를 위해 자신의 희생시키겠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후, 정말 대단한 놈이군. 네놈은 음모의 신 뿐만 아니라 빛의 신, 용기의 신, 자비의 신 그리고 어둠의 신과 공포의 신 모두의 성기사가 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복잡하다. 네놈을 알고나서 나는 인간이란 이런 존재인가 하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 지." "하하하하, 저는 중립의 신인 나티크 님의 팰러딘 입니다. 선도 악도 저에 게는 의미가 없지요." "그런 것인가? 과연 인간은 중립의 존재인지도 모르지. 아니 빛과 어둠이 섞여 있는 혼돈의 존재인가?" 그는 신들이 자신들이 가질 수 없는 혼돈의 성격을 인간이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크게 느끼는 점이 있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천천히 시선을 돌려 천정에 고정시킨 채, 라딘에게 말했다. "네가 원하니 금주를 주게싿. 리치 나지훔은 자신의 생명을 담은 라이프 배슬을 메사아드의 성당에 보관 해 두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원래의 3배에 해당한느 생명력을 가지게 되었지. 뿐만 아니라 죽어도 시간이 흐르면 다시 살아난다. 대기중에 흩어진 마나가 그의 라이프 배슬에 모여 다시 육체를 만들거든." "으음, 그럼 그는 불사신인 셈이군요?" 라딘은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그러나 나티크는 고개를 저었다. "그를 정말로 죽이려면 메사아드의 성당을 공격해야 할 것이다. 그의 육체를 파괴하고, 그곳에 있는 라이프 베슬마저 부수면 그는 영원히 소멸하게 되지. 뱀파이어의 관과 같은 이치이다." "그 성당은 어디 있습니까?" "원래는 신의 성당의 위치는 철저한 비밀이다. 그러나 이미 메사아드가 나지훔에게 그곳을 제공한 이상 내가 다시 그 위치 를 말해도 상관없겠지. 그곳은 바로 파로니안 해협의 바닥에 있다." "바다 속에 있다고요?" "그렇다. 현무를 찾아 그를 깨워라. 바다의 지배자인 그라면 너희들을 그곳 으로 안내해 줄 것이다." "아! 그런 방법이 있었군요. 감사합니다." 라딘은 솔직하게 나티크에게 고개를 숙여 감사와 작별의 인사를 했다. "잘가라. 내 너를 잊지는 않겠다." "이제 다시 만날 일은 없겠군요. 그럼 안녕히 계십시오." 그 말을 끝으로 라딘은 자신의 눈앞에 환한 빛으로 덮이는 것을 느꼈다. 정신이 들어보니 마법진 안이었다. "헉헉헉, 이번에는 시간이 꽤 오래 걸렸군요. 일은 잘 되었는가? 라딘경." "덕분에 나티크님의 지혜를 빌릴 수 있었습니다. 에크샤님." 라딘이 돌아오자 에크샤가 지친 표정으로 마나의 주입을 중지하며 물었다. 라딘은 그런 그에게 다시 수고하셨다고 감사의 인사를 했다. 하이드루이드들은 하나같인 지쳤찌만 기분 좋은 표정으로 라딘이 신의 뜻을 받아 저 리치를 처단하기를 기원했다. 더 이상 이 숲에 마굴이 늘어나는 것은 그들도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라딘이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게 되었는지 아직 모르고 있었다. 숲을 나서자 라딘은 문득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세상이 혼란에 빠져도 하늘은 여전히 평온했다. 한쪽 구석에는 세 조각의 구름이 한가하게 떠 있었다. 라딘은 생각했다. 자신의 무죄가 밝혀지고 아도 길드가 어둠의 세력과 싸운다고 해도 이미 혼 란에 빠져 막대한 피해를 입은 세상이 원래대로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부수는 것은 한순간 이지만 그것을 다시 복구하는 데는 몇 십년의 세월이 걸리지 아무도 모른다. 결국 사람들은 고생을 하게 될 것이고, 고생은 그들의 마음으로부터 여유를 빼앗아 갈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가면 갈수록 이 일의 원흉에 대해 생각하게 될 것이다. 진실을 영원히 덮는 것은 힘든 일이다. 거대한 제방이 구멍 하나로 무너지듯 어디선가 단 하나의 실마리만 생기면 그것이 서서히 커져서 결국 모든 진실이 밝혀지게 될 것이다. 적어도 세상이 원하면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다. 과거 혈월신마의 무덤도 그렇게 찾지 않았떤가? 결국 영원한 비밀을 유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세상이 그 비밀을 유지하게 원하게 되는 것 뿐이다. 그리고 이 경우 가장 좋은 방법은 아니지만 자신이 마왕 나지훔과 싸워 동 귀어진 하는 것이다! 죽은 자는 모든 것이 용서된다. 그것도 자신들을 위해 싸우다가 희생된 자에게 침을 뱉는 경우는 없다. 결국 자신이 죽음으로써 라딘 상회가, 그리고 아도 용병단이 앞으로 끊임없 이 발전할 수 있는 가장 큰 힘이 될 것이다. 라딘의 결론은 그랬다. 슈퍼컴퓨터는 절대로 손해 보는 일을 하지 않는다. 그런 슈퍼컴퓨터의 자아인 나티크를 상대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공동의 이익이 되는 합일점을 찾아내는 것뿐이다! 라딘은 자신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다. 너무 오래 하늘을 보고 있어서 눈이 부셔서 눈물이 나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고개를 내리지 않았다. 눈물로 뿌옅게 보이는 하늘이지만 그 푸르름은 여전히 가슴을 상쾌하게 했 다. 그는 입을 열어 말했다. " 세상이 원하면 나는 기꺼이 죽을 수 있다." Chap 5 현무도 발진 항상 달리는 라딘이었기 때문에 일단 방향이 정해진 이상 조금의 여유도 없 이 즉시 일을 추진했다. 그는 일단 황궁에 가서 황제와 공주, 그리고 다른 두 명의 공작들에게 미래 를 기약할 수 없는 자신을 대신해서 새롭게 (주)라딘 상회를 이끌어 나갈 후계자를 발표했다. 그 후계자는 놀랍게도 이계인이 아닌 브리시아 인이었다! 제임스 폰 크러쉬 볼트, 라딘의 양자로 등록된 이 청발의 미소년은 그 즉시 황제로 부터 명예백작의 작위를 얻게 되었다. 공적치가 없어 영지를 내릴 수는 없지만 라딘의 명성을 잇는 자이니 만큼 아무도 명예백작의 작위 수여를 반대하지 않았다. 가장 놀란 것은 제국 재상 라이아 공주였는데 그녀만큼은 이 제임스의 정체 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황제나 다른 공작들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는 제임스의 정체! 그가 바로 틀림없는 라딘의 양자이고 그와 동시에 레벨 870의 날다람쥐라는 것은 세상에서 라딘과 그 일행, 그리고 라이아 공주 이외에는 모르는 비밀이었다. 몽몽은 라딘으로부터 카멜레온 망토를 물려받음으로써 완벽하게 마물이라는 것을 숨길 수 있게 되었다. 시스템적으로 몽몽의 또 다른 주인인 미리네가 실질적인 라딘 상회의 주인 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상회의 경영은 크로키가 주로 하게 될 것이다. 라딘도 그늘에서 미리네를 통해 지시를 내리게 되어 있었다. "저는 이제 떠납닏. 이제 다시는 공주님을 뵐 수 없겠군요. 바람은 영원히 그대 곁에 머무르기를 원하지만 운명은 그를 허공중에 흩어 버리는군요. 하지만 운명도 바람의 마음이 머무르는 것만큼은 막을 수 없습니다. 공주님, 내내 평안하시기를 기원하겠습니다." 라이아 공주의 손에 입을 맞추며 그렇게 말하는 라딘을 보며 결국 라이아 공주는 한 방울의 눈물을 흘리고야 말았다. 그녀는 라딘의 눈빛을 보고 그가 죽을 결심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한줄기 바람은 스쳐지나가 다시 돌아오지 않지만 바람에실린 향기는 영원 히 사람의 마음속에 남게 될 것입니다." 그녀는 겨우 그 한마디를 말함으로써 그녀의 애인에게 작별의 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 라딘 역시 숙연한 얼굴로 다시 그녀에게 인사를 하고 몸을 돌려 황궁을 떠 났다. 백마 설산을 타고 멀어져가는 그의 모습이 길의 끝으로 사라질 때까지 라이 아 공주는 황궁의 망루위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 '사람들을 모아! 투입 가능한 인원은 200명 정도야. 가능한 한 고레벨로 동원해야지. 그래 ! 기회는 한 번 뿐이야. 이번에 우리가 그 나지훔이라는 놈을 잡지 못하면 사업은 그냥 망하는 거니 까.' 리단은 일행들을 데리고 먼저 카리브로 떠난 크로키에게 귓말을 보내 동대 륙과 서대륙에 있는 모든 아도 길드의 고수란 고수는 다 끌어 모으도록 했다. 단판승부! 나티크가 가르쳐준 어둠의 신전이 있는 위치는 이 세계에서도 가장 깊은 바다 속의 협곡 사이였다. 물론 '숨참기'스크롤을 쓰면 수압도 견딜 수 있게 되기 때문에 스크롤의 연 속 사용으로 3박 4일 동안 헤엄을 쳐서 그곳까지 직접 헤엄쳐가는 것도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그러나 바다는 수영장이 아니다. 도중에 소용돌이나 괴물을 만나 전투가 벌어지면? 현실적으로 지속시간 30분의 숨참기 스크롤로는 절대 그곳까지 갈 수 없다 는 것이 결론이었다. 거기에 그 나지훔이란 놈이 나타나 가볍게 마법해제라도 한번 날리면 그대 로 때죽음을 당하게 된다. 결국 나티크의 조언대로 현무를 깨우는 수밖에 없다고 라딘은 생각했다. 나티크의 설명에 의함녀 현무의 입속에 들어가서 그 입구까지 간 다음에 바 로 숨참기스크롤을 사용하고 신전 안으로 들어가면 최대한 안전하게 진입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런데 아무리 현무가 크다고 해도 입속에 들어갈 수 있는 인간의 수는 약 200명 정도라고 한다. 꾸겨 넣을 수 도 없는 것이 3일을 그 안에서 버텨야 한다. 물론 그 안에서도 숨참기 스크롤을 계속 사용해야 할 것이다. 그래도 최소한 수압은 없고, 중간에 싸울 일도 없다. '그리고 선전을 하는 것도 잊지마! 이번 한판으로 향후 수십년이 좌우되는 거야!' 라딘의 말에 크로키 역시 진지하게 대답을 했다. '염려마. 이미 조직적인 뒷소문 살포는 끝났어. 이제 정식으로 발표를 하기만 하면 세상은 우리 아도 길드와 라딘 상회의 진. 심. 을 알아 줄거야.' '굿!' 그렇게 귓말을 통한 작전회의와 상황보고가 끝났다. 라딘은 눈을 빛내며 앞으로 할 일에 대해 하나씩 점검하기 시작했다. 일단 라딘 상회의 훅메자가 이계인이 아닌 브리시아 인이라는 사실이 정식 으로 세상에 공포되면 모든 브리시아 인들은 크게 기뻐할 것이다. 브리시아 최고의 기업은 역시 브리시아 인의 손에 의해서 운영되어야 한다 . 이계인은 단지 좋은 조력자로 남아야 한다. 이로써 리딘 상회는 무너지지 않는 철옹성과 같이 반석위에 놓일 것이다. 끝없이 발전할 것이며, 그 이익은 무한할 것이다. '문제는 카린인데..' 라딘은 그 다음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기본적으로 어둠의 신전으로 가는 돌격대는 모두 이계인으로 구성할 것이다 . 살아서 돌아올 확률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녹림마제 카린! 그 만큼은 예외적으로 데리고 가고 싶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는 드래곤이다. 강하다. '걔만 꼬시면 일단 그 드래곤 좀비 정도는 어떻게 해줄 것 같은데 말이야.' 라딘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게 판단을 내렸다. 어둠의 신전안에서 무슨 괴물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일단 눈 앞의 강적중 하 나인 드래곤 좀비만해도 상당히 껄끄러웠다. '그래 드래곤이니 죽지는 않겠지. 카린을 꼬시자. 그 수밖에는 없어.' 라딘은 결국 결단을 내리고 어떤 대가를 치뤄야 카린이 움직일 것인가에 대 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확실히 최소 유니크를 지불해야 움직여 줄 가능성이 있는 카린에게 줄 재물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고민하는 사이 결국 해가 지고, 라딘은 야영을 하게 되었다. 두 개의 달이 뜨고, 그 달빛에 지지 않겠다는 듯 모닥불이 타오르고 있었다 . 이제 모닥불이 어느 정도 꺼지면 그 불씨의 온기를 벗 삼아 침낭에서 잠을 청하려고 하는 라딘이었다. '이제 보름만 더 가면 카리브로군, 그 사이 모든 준비가 끝나겠지? 크로키가 일주일이나 먼저 출발했으니까. 역시 크로키는 프로야. 일처리가 확실하니까.' 라딘은 자신의 사업 파트너인 크로키를 생각하며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 었다. 도끼바바, 뭉치, 미리네, 그리고 섀도우로즈, 이들은 모두 좋은 동료들이었 다. 지난 3, 4년간 은 정말 인복이 있었다. 평생을 사귈 친구와 선배들을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말 좋았떤 것은 크로키와의 만남이다. 그는 라딘이 가지지 못한 것을 모두 가지고 있었다. 엔지니어! 전문가! 크로키는 그쪽 방면으로 천재적인 감성을 가지고 있었고 , 그러면서도 다른 일처리에 대해서도 항상 완벽을 추구할 정도로 꼼꼼했다. 그가 아니었다면 라딘은 이렇게 자신만만하게 일을 벌이지 못했을 것이다. 무슨 사고를 쳐도 언제나 뒤처리를 해주는 동료, 그에 대한 믿음이 라딘에 게 있어 가장 큰 힘이라고 할 수 있었다. 물론 크로키는 그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언제나 라딘이 벌이는 황당한 일의 뒤처리는 괴롭기 때문이다. "라딘, 거기 있니?" -벌떡 누군가가 부르자 라딘은 놀라서 일어났다. 누굴까? 혼자서 여행하고 있는데 나를 쫓아온 사람은? 그러나 그 사람을 보자마자 즉시 라딘은 얼굴에 미소를 띄우며 정중하게 인 사를 했다. "카이시아드 님, 어서 오십시오. 이렇게 갑자기 찾아주셔서 미처 마중을 나 가지 못했군요." "호호호호, 길 한가운데서 만나는 건데 무슨 마중이니? 그래, 생각보다는 괜찮은가 보구나. 농담까지 할 여유가 있는 것을 보니." 그녀는 웃으며 라딘의 인사를 받았다. 녹색의 머리카락이 그녀의 무릎까지 흐러내려 밤바람에 가볍게 흔들리고 있 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20대 중반으로 밖에 안 보이는 아가씨! 하지만 그녀야 말로 2천 5백 레벨의 그린 드래곤 카이시아드였다. "그런데 말이야.라딘." "넷! 말씀 하십시오." 라딘은 거의 차렷자세로 씩씩하게 대답을 했다. 무슨 일이든지 시키기만 하십시오 라는 눈빛이 밤하늘의 별보다도 더욱 선 명하게 빛났다. 그런 그의 모습에 카이시아드는 약간 미안한 기색을 띠으며 말을 이었다. "원래 우리 드래곤은 빛과 어둠의 싸움에는 직접적으로 관여해서는 안 되거 든? 사실 인간들과의 대규모 전쟁도 가능하면 피하게 되어 있고." "아! 그것은 염려하지 마십시오! 저 리치 나지훔은 저와 우리 인간들의 원 수! 의리가 깊은 카린이라면 제가 청하지 않아도 나서서 도우려 하지 않겠지만, 저의 명예와 의지가 거린 일이니 만큼 이번에 그의 도움을 받을 생각은 추. 호. 도 없습니다!" 조금의 망설임도 없는 단호한 선언! 라딘의 힘 있는 말에는 진심이 들어있었다. 2천 5백년을 살아온 그녀는 그것을 알수 있었다. 물론 아무리 드래곤이라도 라딘의 영혼이 지금 그의 몸 밖으로 빠져나와 통 곡을 하고 있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그래, 카린이 평소 말하던 데로 너는 정말 드래곤의 친구가 될 자격이 있 구나. 너의 라딘 상회는 내가 돌봐 주도록 하마." "아!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번에 저의 훅메자가 된 제임스와 제 여자친구인 미리네에게 꼭 카이시아드님의 호의를 전해 두겠습니다." "호호호. 그래 그럼 난 이만 가겠다." 그녀는 자식이 어맣게 신마대전에 말려서 사고를 당할까봐 걱정이 돼서 이 렇게 라딘을 찾아왔다. 만약 라딘이 단 한마디라도 허소리를 했으면 드래곤의 협박을 경험하게 됐 을 것이다. 그러나 의외로 말이 쉽게 끝나자 만족한 웃음을 지으며 돌아가려고 했다. 솔직히 이런 일로 왔는데 오래 머무르기도 조금 그랬다. 그러나 라딘은 카이시아드를 만류했다. "아니? 모처럼 오셨는데 어찌 제가 그냥 보낼 수 있겠습니까? 그냥 가시면 제가 카린을 볼 면목이 없지요." 그는 그렇게 말하며 품속을 뒤져 하나의 상자를 꺼냈다. "이건?" "변변치 못한 것입니다. 우연히 구한 것인데 카이시아드 님께 어울릴 것 같 아서 제가 보관하고 있던 것입니다." "어머, 그러니?" -탈칵 카이시아드는 상자를 열었다. 상자는 녹색의 옥으로 되어 있었는데 그것으로도 상당한 고가품이었다. 그리고 그 안에 들어있는 보석, 그것은 상당히 큰 녹색 에메랄드로 만들어 진 목걸이와 귀걸이 세트였다. 놀랍게도 목걸이 줄과 귀걸이의 장식 부분은 미스릴로 되어 있었고, 장신구 전체에서 적지않은 마력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이건 모두 레어 아이템이네?" "네, 뒤쪽에 레어 마정석 세 개가 박혀 있지요. 원래 세 게가 세트로 병과 독, 그리고 피부노화를 막아주는 효과가 있습니 다만 카이시아님께는 그련 효과는 필요가 없겠지요. 단지 장식이 아름답고 에메랄드의 녹색 빛이 카이시아드님과 어울릴 것 같 아서 이번에 미르던 산맥을 지날 때 드리려고 가지고 왔습니다만.." "어머! 호호호호, 그래 이건 정말 마음에 드는구나." 그녀는 정말로 기분이 좋아져 크게 웃었다. 세공의 정밀함을 보건데 조각 마스터가 제작한 예술품이 틀림없었다. 그것도 레어 아이템 세 개가 세트로 조각되었다. 에메랄드를 그 주체로 해서 숲의 요정의 아름다움을 칭송하는 테마인 것 같 았다. 그녀는 라딘이 우연히 구했다고 말하지만 이 아이템은 자신에게 선물하기 위해 라딘이 고액을 들여 조각 마스터에게 의뢰한 제작한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약간 틀리긴 했어도 거의 정확한 예상이었다. 라딘은 이번에 카린을 사용하기 위해 미리 그의 엄마에게 뇌물을 챙겼는데, 그것을 아무런 대가도 없이 그냥 빼앗기는 것이 너무나도 가슴이 아팠지만, 겉으로는 조금도 그런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이미 그의 몸은 자동모드로 카이시아드를 상대하고 있었고, 라딘의 본심은 유체이탈 상태로 그런 자신의 행동을 감상하며 감탄 반, 한숨 반의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아! 맞다. 그러고 보니 너에게 말해 줄 것이 있었네." "무엇인지요?" 역시 뇌물은 위대하다! 카이시아드는 그래도 이 아들의 친구를 위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다 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녀는 자신의 머릿속에 담겨 있던 지식을 뒤져 드디어 한 가지 사실을 찾 아냈다. "얼마 전에 말이야. 그러니까 마굴이 대륙 곳곳에 생겨난 직후지. 그때 드래곤 로드께서 한 소년에게 우리 용족의 보물 중 하나를 맡겼다고 하더라. 그 애를 찾으면 도움이 될 거다." "네? 용족의 보물이요?" "응, 용전사 다이오가, 1500레벨짜리 이벤트급 골렘이야. 그 영감이 미쳤는 지 그걸 100레벨도 안돼는 애한테 줬데." "헉! 1500레벨짜리 이벤트 골렘?!" 그렇게 라딘은 신마대전 게임을 시작하고 가장 황당한 사건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 최 민우는 작년에 미국에서 귀국한 중학교 3학년 학생이다. 어렸을 때 미국 지사로 장기 출장을 나가는 아버지를 따라 가족이 전부 그 곳에서 5년을 살았다. 한국에서는 초등학교 3학년까지밖에 다니지 않은 셈이다. 그런 그가 한국의 중학교에서 적응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공부도, 주변의 아이들과의 생활관습도 많은 차이가 있었다. 학교 생활은 결코 즐거운 것이 되지 못했다. 그러내 내성적인 성격의 그였기 때문에 가족들은 그의 괴로움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현재 그에게 있어 가장 즐거운 일은 바로 게임을 하는 일이었다. 16세가 되어 가상현실 제한 시간이 3시간에서 16시간으로 급격히 늘어났다. 물론 원래대로라면 그 중 절반의 시간을 학업에 사용해야 한다. 16세가 되면 실질적인 하루는 72시간이 된다. 3배로 불어나는 것이다. 민우느 그 시간중 3분의 2에 해당하는 48시간을 게임에 쏟아 부었다. 남은 시간에는 거의 공부만 했다. 성적을 유지하지 않으면 게임을 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결국 그의 생활은 공부와 게임으로 양분었다. 대인관계는 점점 약해져 갔다. 그러나 신마대전이라는 게임은 혼자서 하는 것보다 같이 하는 것이 재미있 다. 그리고 그저 같이 생화랗는 것이 아닌 힘을 합쳐 마물과 싸워야 하기 때문 에 실력이 있으면 쉽게 사람들과 친해질 수 있다. 민우는 반 친구들과 친해지게 되었다. 그의 레벨은 85, 게임을 시작한 지 한 달만에 올린 레벨이니 만큼 게임을 좋아하는 반 아이들은 그를 부러워했다. 그 때쯤에 일이 생겨났다. 서서히 이 게임에 익숙해진 그와 친구들은 자신들이 만든 소규모 길드가 세 상에 이름을 날리는 방법에 대해 상의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이 신마대전에서는 아직 드래곤의 모습을 정확하게 찍은 동영상 이 없어." "엇, 정말?" "응, 확실하다니까? 내가 다 검색해 봤어." "우와, 그럼 우리가 드래곤을 만나 스크릴 샷을 찍기만 하면 우리 성현중학 용병단의 이름이 전국적으로 퍼질 거야." "캬아! 바로 그거야. 당장 드래곤을 만나러 가자!" 동료들은 모두 흥분해서 난리를 쳤다. 그러나 최민우는 그 의견을 낸 김상수에게 물었다. "그런데 드래곤은 어디 있어?" 김상수는 씨익하구 웃으며 손가락을 들어 하늘을 가리켰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하늘 높이 솟아 있는 세계 최고의 봉우리인 마운봉을 가 리켰다. "저기 저 꼭대기에 드래곤 로드가 살고 있데, 내가 거금을 들여 정보길드에 서 산 정보니까 틀림없어!" "우와! 그럼 결정된 거네. 당장 출발하자!" 이미 수천년 전 부터 살고 있는 드래곤의 정보는 정보길드에서 5길드면 살 수 있는 최하급 정보였다. 그러나 서대륙에서 무공고수를 꿈구며 한 달동안 레벨만 올린 이들이 그런 사실을 알 리가 없었다. 모두 어서 떠나자고 난리였다. "그게 말이야. 우리 레벨로는 마운봉 중턱도 못가서 전멸할거야. 거기 중간서부터는 나오는 마물들이 장난 아니래. 아는 형들이 지금 레벨 400이 넘었는데도 올라갈 생각도 못한다더라." "잉? 그럼 어떻게 하자는 거야?" 그들의 레벨은 대부분 60 정도에 불과했다. 제대로 된 가상현실 게임을 거의 처음 하는 16세의 초바자들의 한계는 분명 히 존재했다. 그러나 세상에는 인재가 있는 법, 김상수는 이미 방법을 생각해 두었다. "미키, 너 미국에서 산악 등반 서클에 있었다고 했지?" "어? 나?" 미키는 바로 최민우의 캐릭 이름이다. 그의 직업은 전사, 친구들 대부분이 무공고수를 꿈꾸며 전사를 만들었기 때 문에 성현중학 용병단 중에는 마법사와 성직자, 그리고 도둑 계열이 극히 적었다. "그래. 내가 알아보니까 저 마운봉 뒤쪽 절벽으로는 거의 마물들이 살지 않 는데, 경사가 워낙 급해서 마굴이 생성되기 어려운 지형이기 때문인가 봐. 그래서 옛날부터 사람들이 마법으로 날아서 마운봉을 올라갔는데, 지금은 드래곤이 날지 못하게 해 놔서 그족으로 올라가는 사람이 거의 없어졌다고 하더라. 드래곤이 뒤쪽으로 기어올라오면 막 죽였데. 앞으로 오라고 하면서 말이야. " "어? 그래?" 과연 용병단 내에서 최고레벨 도둑인 카리스 다운 정보력이라고 친구들은 모두 감탄했다. 카리스가 바로 김상수의 캐릭 이름이다. "응, 그러니까 네가 그쪽으로 기어 올라가서 드래곤의 스크린 샷을 찍어 오 는 거야. 그럼 우리 용병단의 명성이 크게 올라갈 테니까!" "헉, 그 높은 봉우리를 어떻게 올라가? 난 못해." "어허, 너밖에 인재가 없다니까?" "맞아, 산악 등반 서클이면 그정도는 껌이야." 주변 친구들 모두 미키를 초롱초롱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암벽등반이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는 이 생초보자들의 막무가네식 기대에 미 키는 기가 막혔다. 그러나 이어지는 크리스의 말에 그는 결국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동영상 올라가서 상 타면 다 네가 가져! 우리는 명예만 있으면 돼. 그리고 잘 생각해봐. 실패해도 한번 죽으면 되잖아? 도전해 볼 가치는 있거든. 네가 만약 성공하면 그 순간부터 이 성현중학 용 병단 단장이야!" "맞아, 성공하면 미키가 단장이야." 동료들도 모두 흥분해서 외쳤다. 미키는 갑자기 이성을 잃었다. 단장! 그는 아직 태어나서 장짜 들어가는 직책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성현중학 용병단은 현재 전체인원이 32명밖에 안 되지만, 실재로 게임을 하 고 있는 학교 사람들은 더욱 많다. 명성이 올라가면 다들 모일 것이다. "좋아! 그럼 내가 간다!" 미키는 굳은 결심으로 빛나는 눈으로 그렇게 선언했다. ------------- "헉헉헉, 에효, 내가 미쳤지" 그래서 그는 이렇게 절벽에 매달려 오늘도 열심히 정상을 목표로 기어 오르 고 있었다. 처음에는 의외로 쉬웠다. 이 게임은 성인도 아이도 모두 시작하면 같은 능력치를 가진다. 결국 16세인 미키도 다른 사람과 같은 수치를 가지고 있다. 그것도 전사이다. 성인의 체력과 함께 중학생의 체력, 즉 그래도 가벼운 몸무게를 가지고 있 다. 결국 오르다 지치면 쉬고, 체력이 회복되면 다시 절벽을 오리는 일의 반복 이었다. 그것이 이미 보름째였다. 그러나 아직 마운봉의 정상은 보이지 않았다. 힘들었다. 그리고 지겨웠다. 그러나 일단 오르기 시작한 이상 쉽게 포기할 수 는 없었다. 다시 왕따가 되기는 싫었다. 단장이 되고 깊었다. 물론 이제 그런 마음의 여유는 전혀 남아 있지 않았지만, 이제는 본전 생각 이 났다. 보름간의 그 고생을 보상받고 싶었다. 하루만 더 오르면 정상일거야! 이제 하루만 더! 이런 식으로 매일 매일을 보내고 있는 미키였다. 그는 가끔씩 살아있냐고 귓말을 봬는 친구들에게 죽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하 면서도 아직은 살아 있다는 것을 알렸다. "휴, 그럼 또 가보자. 죽겠군. 정말." 체력이 어느 정도 회복되자 미키는 다시 절벽을 오르기 시작했다. 손이나 발을 헛디뎌서 떨어지기라도 했으면 맘편하게 포기할 텐데 신기하게 도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 것에 그는 결국 무념무상의 경지가 되어 기계적으로 손과 발을 놀렸다. ------------ 다이오가나 현무도는 원래 있는 설정입니다. 단지 기각되었떤 것은 현무가 우주를 나는 거하고, 다이오가가 3단 변신해 서 드래곤도 때려잡는다는 부분이지요. 일반 판타지라면 상관없겠지만, 게임이기에 밸런스가 있어야 되거든요. 다이오가의 정체는 레벨 1500의 에고 골렘입니다. 드래곤의 정신을 가지고 있지요. 성인 드래곤이 2500레벨이기 때문에 드래곤과 싸우면 상대가 안 됩니다^^; -------------------- "으음, 마굴이 파괴되고 있는 건가?" 드래곤로드 아르카서스는 잠에서 깨어나 눈을 게슴츠레 뜨고는 중얼거렸다. 그의 가디안인 땅의 정령들이 마굴의 생성을 알리고 있었다. 또한 드래곤들의 능력중 하나 인 텔레파시로 다른 드래곤들이 양 대륙에 수 십 개의 마굴이 새로 나타나고 있다고 난리르 떨었다. 한참 수면기인 아르카서스는 결국 잠에서 깨어 이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 까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몸은 아직 잠든 상태이다. 일단 완전히 수면에서 깨어나면 다시 잠드는데 몇 개월이 걸리고, 재빨리 다시 잠들지 않으면 전체 수면기간도 늘어나 버린다. 드래곤에게 있어 수면기라는 거은 몸을 재구성하여 더욱 성장하는 기간, 몸 을 재구성하는 도중에 깨는 것은 일을 망치는 것과 같다. '그러나 일단 마굴파괴를 막아준다고 약속한 이상, 한 두 개도 아니고 이런 식으로 연속파괴가 발생하면 모른 첫 할 수는 없지.' 아르카서스는 거기까지 생각하고는 눈동자만 돌려 슬쩍 하늘을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이 일은 단순한 사건이 아니고 신들의 입김이 작용된 것 같았다. 눈치 하나로 드래곤 로드까지 오른 그는 이미 예지력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날카로운 감각을 지니고 있었다. '어쩔 수 없군. 일단 몸을 깨운 후, 인간 중에 쓸만 한 영웅을 찾아가 일을 처리하라고 하는 거야. 그리고는 다시 와서 잠드는 거지. 그게 제일 좋겠어!" 그는 최대한 합리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괜히 함부로 직접 나서서 설치다가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모른다. 그리고 수면기 중에 활동시간이 늘어나는 것은 정말로 피하고 싶었다. '인간의 힘은 강하다! 내가 약간만 밀어주면 충분히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을 거야, 암!' 그는 그렇게 믿기로 했다. 일단 결정을 내린 이상 몸을 깨워야 했다. 아르카서스는 한숨을 쉬며 몸 전체에 마나를 올리려고 했다. 그러나 그때, 그의 감각에 무엇인가 잡혔다. '아니? 이것은? 인간인가?' 뒤쪽 절벽에서 누군가가 올라오고 있었다. 기어오르고 있는 듯 상당히 느렸지만, 그 느낌은 확실히 인간인 것 같았다. '호, 이곳까지 오다니? 상당한 자겠군.' 그는 기대감에 눈을 빛내며 그 이간이 완전히 절벽위로 올라오기를 기다렸 다. 평소라면 몰라 뒤로 기어 올라오는 놈을 가볍게 잡아 던져버리겠지만 지금 은 사정이 달랐다. 한참을 기다리자, 이윽고 절벽 위로 그가 올라왔다. -앞쪽으로 와라! 오랜만에 나의 레어를 찾은 인간이여 목청을 가다듬어 공기 중의 정령을 이용하여 크게 울려 퍼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뒤쪽의 인간이 놀라 조그마하게 비명을 질렀다. 잠시 머뭇거리던 그가 조심스럽게 앞쪽의 레어로 걸어 들어오는 것이 느껴 졌다. '흠, 그래도 용감하게 들어오는 것을 보니 쓸 만한 놈인가 보군. 혼자서 올 라오는 것도 그렇고 마음에 드는데?' 아르카서스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그의 앞에 나타난 인간의 모습은 그의 기대와는 조금 동떨어져 있었 다. '잉? 어린놈이잖아?' 그는 즉시 다시 엄숙한 목소리로 물었다. -인간이여, 그대의 이름과 신분을 말하라. 그대는 왕인가? 아니면 무림의 고수인가? 이렇게 어린놈이 이 마운봉까지 올라올 리가 없다고 생각되었다. 혹시 반 노환동한 고수일지도 모른다. 아르카서스는 일단 상대의 신분을 물었다. 그러자 그 인간의 소년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저는 성현중학교 용병단의 단장인 미키입니다! 드래곤님을 만나러 왔습니 다." 미키는 이미 스크린 샷을 찍었다. 인고의 순간이 끝나고 이제 열매를 딴 셈이다. 그는 용기를 내어 드래곤과의 인터뷰를 성사시키기로 했다. 이거 한방으로 전국구를 뜨겠다! 16세의 소년의 야망은 불타고 있었다. -호오, 알고보니 이계인이었군. 과연, 이계인은 외모로 나이를 판단하기 어 렵구만. 드래곤로드 아르카서스는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용병단 단장이라면 적어도 5백 레벨은 넘은 자이다. 이계인이 온다는 것은 잠을 자면서 다른 드래곤들의 보고를 받아 알고 있었 다. 확실히 이런 어린 소년이 이미 500레벨을 넘은 것으로 보아 이계인들은 겉 모습으로 판단이 불가능한 것 같았다. 안타깝게도 아르카서스는 성현중학 용병단이라는 것이 최고 레벨85레벨의 뉴비 길드임을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물론 용병단도 자칭 용병단일 뿐이다. 지금 세상에서 정식으로 이계인 용병단으로 인기가 나려면 단장이 5백 레벨 은 넘어야 한다. -좋다, 그대가 이렇게 일부러 나를 만나러 왔다니, 내가 그대에게 힘을 주 겠다. "아! 정말입니까?" 이런 때에 누가 미쳤따고 일부러 혼자 드래곤로드를 만나러 오겠는가? 아르카서스는 이 미키라는 자가 신마대전의 발생을 자신에게 알리고 도움을 청하러 온 자라고 생각했다. -쿠쿠쿠쿵 -쿵, 쿵, 쿵 "아앗! 저건?" 그의 눈이 레어 한쪾을 보자 동굴 벽이 열리며 그 안에서 거대한 골렘이 걸 어 나오기 시작했다. 검은 흑요석으로 몸체를 이루고, 미스릴 표면에 마법진을 새긴 골렘, 그 모 습은 신기하게도 인간형이 아닌 인간과 드래곤의 중간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 크기는 약 15m, 드래곤의 머리와 몸, 그리고 날개와 꼬리를 가지고 있지만 팔과 다리는 인간의 그것이고, 등에는 자신의 키 만한 대검을 차고 있었다. -에고 골렘인 용전사 다이오가다. 골렘의 생명석이 아닌 드래곤하트의 힘으로 움직이는 최고의 예술품이지. 우리 드래곤들의 보물중 하나라고 할까? 이것을 너에게 빌려주겠다. "헉, 정말요?" 영문을 알수 없는 대박 횡재에 미키의 눈이 급격히 확대되었다. 에고 골렘이라니? 그런 것도 있단 말인가? -물론이다. 물론 이놈의 레벨은 1500이기 때문에 네가 이놈을 불러낼 때마다 그 충성심 이 떨어진다. 그러니 몇 번 소환하면 충성심이 0까지 떨어지지. 그때가 되면 저절로 나에 게 돌아오도록 되어 있다. 인간의 한계레벨은 1천이다. 1500레벨인 다이오가를 소환할 때마다 다이오가의 충성심이 급격히 하락하 기 때문에 10번 정도밖에 소환할 수 없다. 500 레벨이라면 5번 정도가 한계이니 이 소년의 모습을 한 인간의 영웅이람 녀 7. 8번 정도는 사용할 수 있으리라고 아르카서스는 생각했다. -네놈의 레벨이람녀 7-8번 정도가 한계일 것이니 신중하게 사용해라. "헉! 1500레벨!" 아르카서스는 그가 경악하는 모습에 만족한 듯 웃었다. 이정도의 지원을 했으니 이제 인간들은 자신의 계약을 무시했다고는 말하지 못할 것이다. -파앗 섬광과 함께 미키의 바로 앞에 야구공만한 황금색의 구체가 나타났다. 아르카서스는 그에게 설명했다. "그것을 잡아라. 그러면 다이오가가 깨어나 너에게 충성을 맹세할 것이다." "네, 넷!" -척 혹시라도 물러달라고 할까봐 얼른 그 구체를 잡는 미키, 그 순간 그 구체가 이상한 소리를 내며 빛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빛이 모이더니 다이오가의 미간에 박혀있는 보석으로 향했다. -캬오오오오 그 순간 다이오가는 마치 살아있는 드래곤처럼 천정을 보며 크게 울부짖기 시작했다. 일반의 골렘처럼 둔한 움직임은 어디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주인이여, 그대의 이름을 말하라. "내 이름인 미키야. 다이오가 잘 부탁해!" 미키는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대답했다. 비록 7-8번이지만 이런 멋진 골렘을 부를 수 있다! 이놈을 친구 앞에서 불러내면 그 순간 자신은 영웅이 된다! 미키는 정말로 기뻣다. -나는 다이오가, 그대 미키가 부르면 어디서든 나타나겠.... 야 이 미친 영 감탱이야! 골렘 특유의 무겁고 낮은 목소리로 엄숙하게 충성의 맹세를 하던 다이오가 는 갑자기 고개를 돌리더니 아르카서스를 보고 욕을 하기 시작했다. -네놈이 아무리 망령이 들었어도 어덯게 이 나를 레벨 100도 안 되는 놈에 게 넘길 수 있냐? 죽어버려랴. 이 멍청한 도마뱀아! 그는 극도로 흥분한 것 같았다. 어느새 등에 있던 검까지 뽑아 자신의 창조주인 아르카서스를 향해 겨누고 있었다. -크아아악! 뭐라고? 이놈아, 내가 널 1000레벨에게 넘기던 100레벨에게 넘 기던 무슨.... 응? 100레벨도 안 돼? 그제야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드래곤로드는 크게 놀라 미키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은 너 정말 레벨 100로 안 돼냐?라고 묻고 있었다. -그덕끄덕 미키는 두 손으로 다이오가의 콘트롤 볼을 꾹 쥐고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 덕였다. 그러자 아르카서스는 조용히 말했다. "좋게 말할 때 그거 다시 내놔라." "싫어요! "내놔!" "안돼요!" 미키는 이미 친구들에게 다이오가를 얻은 사실을 알리고 돌아가면 축하파티 를 열기로 약속한 상태였다. "죽을래?" "죽어도 싫어요!" -후다다닥 미키는 뒤로 돌아 뛰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다이오가를 향해 외쳤다. "다이오가! 날 보호해 줘!" -평대로 하겠다. 지금 내 주인은 바로 너니까." -쿠오오오, 휘이이익 다이오가는 즉시 자신의 몸으로 드래곤 로드의 구속마법을 몸으로 막았다. 그리고는 그대로 뒤로 뛰면서 미키를 잡고 하늘로 날기 시작했다. -이놈! 다이오가 네놈이 날 배반하다니! -시끄럽다. 골렘에게 뭘 바래? 날 그렇게 만든 네놈이 잘못한 거야! 드래곤 로드의 목소리가 점점 멀어지고 이제는 안정권으로 접어든 것 같자 미키는 웃으며 말했다. "우와! 너 하늘도 나는 구나?" -자유롭게 날지는 못하지만 이렇게 활강은 할 수 있지. 하지만 문제가 있다 . "응? 뭔데?" -네가 레벨이 낮아서 일단 나를 소환하면 내 에너지를 그 골드 스피어가 모 두 감당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약 15분 정도면 나는 마나가 고갈되어 강제로 아공간으로 이 동되지. 네가 500레벨만 넘었어도 30분이상 사용할 수 잇는 건데 아깝군. 그리고 네가 앞으로 한번만더 나를 소환하면 나는 다시 그 멍청한 영감에 게 돌아가야 한다. 레벨이 너무 낮아 너는.. "윽, 그럼 내가 레벨을 올리면 되지 않아?" -아니, 나의 사용 회수는 계약 당시의 레벨로 결정된다. 그렇지 않으면 본래의 사용 목적을 잊고 수십 년 동안 레벨만 올리는 경우 가 생기지. 음 시간이 됐군. 그럼 난 가겠다. "앗! 이봐, 날 절벽에 붙여주고 사라져야지!" -파앗, 슈우우우우웅 "으아아아아아아!" 고의일까? 아니면 자신이 하늘을 날기 때문에 신경을 쓰지 못한 것이까? 미키는 허공에서 떨어지는 동안 계속해서 생각했지만 결국 결론을 내릴 수 없었다. 그날 미키는 죽었지만 그 후에 그느 성현중학 용병단의 단장이 될 수 있었 다. -------------- 가상현실 오피스, 많은 사람들이 그 편리함과 이용료의 저렴함에 대부분 이 오피스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 중학생인 최 민우와 그 친구들에게 가상현실 오피스를 소유할 자금이 있을 리 없었다. 그들은 이런 오피스에 돌아와 본 적도 몇 번 없었다. "이야, 무지하게 넓다. 이 소파도 너무 푹신하고! 죽이는데?" "그러게, 역시 전국 대학연합인 아도길드는 이런 사무실도 가지고 있구나!" 그들은 어제 아도 길드의 간부로부터 귓말을 받았다. 서버 최고의 길드인 아도 길드! 그 명성은 많은사람들에게 널리 퍼졌고, 그들에게 있어서 아도 길드는 일종 의 우상이라고 할 수 있었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이쪽으로 오세요." 오피스의 옵션 여비서의 얼굴은 요즘 한창 CF에 나오는 스페인 무희와 비교 해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았다. 자라나는 사춘기의 절정인 중 3에게 있어서 그것은 조금 과한 자극이었다. "네, 넷!" 일행은 씩씩하게 대답하고는 그녀의 뒤를 병아리처럼 줄서서 졸졸 따라가싿 . 그러다보니 어느새 길드장 실이라고 쓰여 있는 방으로 안내되었다. "아, 어서와요. 요즘 한창 이름을 날리는 성현중학 길드 간부분 들이죠?" 안에 들어서자마자 큰 테이블에 앉아 있던 드워프가 일어나 웃으며 말했다. "아, 아도 길드 길드장이신 뭉치님이시죠?" "안녕하세요." 검은 도복을 입고 왼손에 부채를 든 드워프 권성을 못 알아볼 사람은 아마 브리시아 서버에는 없을 것이다. "저, 사인좀 해주세요!" 아이들은 인사가 끝나자마자 즉시 준비해 두었떤 사인지를 내밀며 말했다. 종족의 한계를 초월하여 최고의 권법가가 된 드워프 뭉치는 의외로 많은 팬 을 가지고 있었다. "하하하하, 이런 라딘도 아니고 나한테 사인을 해달라고 할 줄은 몰랐네?" "앗! 라딘 님도 오셨어요?" 아이들은 눈을 빛내며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사무실 안에는 자신들과 뭉치뿐이었다. 여비서는 그들에게 각종 음료수와 팥빙수를 준비해 주고는 사무실을 나간 후였다. "그 친구는 지금 바쁘지. 리치하고 싸우기로 했으니까 말이야. 매일 한계시간까지 브리시아에서 지내고, 현실로 돌아오면 전술을 짜느라고 잠을 제대로 못자고 있거든." "네, 그렇겠네요." 아이들은 존경스러운 눈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에 뭉치는 속으로 웃었다 . '의외로 쉽게 끝나겠는데?' 그는 라딘이 자신에게 이들을 포섭을 부탁하면서 한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뭉치야, 지금 우리 길드에 드래곤 좀비와 싸움녀서 시간을 끌어 줄 정도의 강자는 너밖에 없거든. 음, 그야 죽겠지. 싫어도 소용없어. 그래, 정말 싫으면 대타를 찾아, 어디서 찾기는? 내가 다 알아본 게 있어. 걔들만 포섭하면 너는 드래곤좀비와 싸우지 않아도 될 거야. 정말이라니까!" 정말 나쁜 놈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따질 수도 없었다. 사실 사람을 포섭하는 것은 뭉치의 전문분야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원래부 터 이 일은 그가 맡아야 했다. 이 사무실은 (주)세기창조사가 제공하는 서비스 중 하나이다. 이곳에서는 신마대전 게임 속의 캐릭터 모습으로 있을 수도 있고, 가상현실 수련장에서 게임내의 능력과 아이템을 모두 가지고 수련을 할 수도 있다. 뭉치는 이들을 만나기 위해 일부러 장명헌의 모습이 아닌 권성 뭉치의 모습 으로 사무실에서 나왔다. 옵션 중에서 가장 비싼 특A급 미모의 여비서를 고용했고, 요즘 신제품 음료 수와 과자를 구비했다. 불과 3일 전까지만 해도 삭막 그 자체였던 회장실에 최고급 가구와 장식이 들어갔다. 뭉치는 알고보면 구두쇠였기 때문에 자기 방에 아무런 장식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놀랍게도 뭉치보다 더 구두쇠인 라딘이 이번에는 그런 모든 옵션을 두말없 이 결재해 주었다. 일종의 성공보너스라고 할 수 있었는데, 만약 포섭에 실패하면 이런 옵션들 은 모두 사라지게 될 것이다. 아니 뭉치의 방 자체가 사라질지도 모른다. 길드 사무실 한쪽 구설에 탁상하나 놓고 일을 처리하게 될 것이다. '성공하면 되니까. 암.' 뭉치는 드워프 툭유의 익살스러운 웃음과 발음으로 아이들을 웃기기 시작했 다. 아도 길드 사무실은 거의 대학연합 사무실과 같은 의미가 있다. 아이들은 이 대학생들의 활기찬 생활분위기에 금방 빠져 들었다. "그래서 결국 이번에 우리가 그 리치 나지훔을 잡으러 가기로 했거든, 그래 서 용사를 모집하는 중이야." "우와! 용사!" "그런데 저번에 올라온 스크린 샷을 보니까 너희들이 드래곤을 만나서 골렘 을 얻었다며? 그거 정말 멋있떠라! 하늘을 나는 골렘이라니!" "헤헤헤헤, 다이오가가 멋있긴 멋있죠.. 근데요..." "어? 그거 한번만 소환하면 사라져 버린다고?" "네." 사실 미키는 요즘 괴로웠다. 동영상 서비스는 유로이기 때문에 아직 학생인 그들은 동영상 촬영을 할 수 없다. 결국 스크린 샷을 편집해서 올렸다. 그런데 그 스크린 샷이 가상현실 사이트에 올라가고 자신이 장으로 있는 성 현중학 길드가 유명해진 것은 좋았는데, 자구 사람들이 찾아와 다이오가를 보여 달라고 졸랐다. 한번밖에 소환하지 못한다고 설명을 해줘도 그들 대부분은 믿지 않았다. 결국 사람들은 자신들을 무시한다면서 화를 냈고, 심지어는 같은 중학교 친 구들도 미키가 괜히 잘난 척 한다고 투덜대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러나 뭉치는 그런 그를 믿는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말했다. 이미 그 정보는 라딘을 통해 들었다. "그래, 사실 그런 드래곤의 보물이 함부로 세상에 나올 리가 없지. 단 한번밖에 쓸 수 없다는 것은 그 다이오가란 골렘이 무지하게 강하다는 뜻이겠지?" "그럼요! 무려 1500레벨이나 된다고요! 하늘도 날고 칼도 있어요." 흥분해서 떠들기 시작하는 미키의 모습에 뭉치는 살살 맞장구를 치며 그를 띄어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 그는 말했다. "그래서 말이야. 우리 용사 파티에 꼭 미키 네가 들어와 줬으면 해." "제가요?" 미키는 흥분해서 물었다. 자유기사 라딘을 만날 수 있다! 아도 신성기사단의 간부들과 함께 마왕을 퇴치하러 가는 모험에 참가할 수 있다! 그는 그때서야 드래곤이 자신에게 골렘을 얻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는 즉시 참가하겠다고 말하려고 했다. 그러나 옆에 있던 김상수, 카리스가 그의 팔을 잡았다. "보수는요?" '어, 이 놈이?' 뭉치는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묻는 카리스의 질문에 속으로 약간 당황했다. 그의 눈빛은 라딘의 그것과 닮아 있었다. 그러나 뭉치는 곧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생각했다. 경력과 재능의 차이가 있는 이상 눈앞의 이 중학생이 라딘과 비교할 수 없 다는 그는 확신했다. "보수는 없다. 우리는 돈을 주고 용병을 고용하려는 것이 아니야. 같이 마왕과 싸울 동료를 구하려는 것이지. 그래서 이번 전투에는 참가자 전원이 아무 대가 없이 참가하기로 했지." 거짓말이 아니다. 이번 레이드에 아도 길드가 소모하는 돈은 정말로 장난이 아니다. 암흑의 신전에 모물이 쌓여 있다고 해도 그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라딘 일 행은 판단했다. 이미 그들은 나티크의 신전을 여행해 보았기 때문에 신전에는 보물이 없다 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이번 참가자들이 얻는 것은 적지 않을 것이다. 명성, 그리고 아도 길드와의 긴밀한 우호! 라딘과 뭉치는 이번 모험에 섣불리 보수를 책정하지 않은 것이 오히려 더 효과가 크다는 것에 동의했다. "으음, 그런가여?" 카리스는 신음 소리를 내며 자신이 먹던 팥빙수를 들어 몇 숟가락을 더 퍼 먹었다. 그라면서 나름대로 머리를 굴리고 있는 모양이었다. "카리스야. 안 되니?" 미키가 묻자 그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니, 되, 넌 가서 죽을 때까지 열심히 싸우라고. 우리는 널 응원할께." '호! 그 짧은 시간에 계산이 끝났단 말인가? 라딘틱한 인재가 또 자라나고 있었다니. 과연 통일한국의 미래는 밝구나.' 뭉치는 속으로 감탄하면서 웃으며 새로운 파티원인 마키를 환영했다. 그 후, 성현중학 길드는 아도 길드와 동맹관계가 되어 각종 행사 때, 아도 길드 형들을 동원해 동영상 제작과 밀대를 통한 고속 성장을 하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카리스와 그의 친구들은 매일같이 이 아도 길드의 가상현실 사 무실에 놀러와 사람들을 귀찮게 한 끝에 결국 사무실 한쪽 방을 얻어네개 되었다. 그 후 성현중학 길드는 가상현실 오피스와 막강한 뒷배경을 이용, 근처의 모든 중학 길드를 포섭하여 중학연합길드로 성장하게 되었다. 성현 중학 연합 길드의 단장은 미키 마이언이었고, 부단장이자 작전참모는 카리스 마베스트였다. 그들이 바로 4년 후 세계 대학생 연합길드 아도의 제 2대 회장단이다. ------------- 뭉치가 한참 문제의 중학생을 만나고 있을 무렵, 라딘은 아직 카리브에 도 착하지 못하고 미르던 산맥을 지나 동부 평원지대를 지나고 있었다. 수도에서 황궁과 군부에서의 일처리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먼저 일행들을 보내 출항 준비를 시킨 것이 그가 혼자 있는 이유이다. 그러나 진정한 이유는 다르다. 나티크에게 얻은 성기사 전용 금주가 육체의 소멸, 즉 캐릭터 삭제와 이어 진다는 것을 알게 되자 그는 이성으로서 그 결과를 받아들였지만 여전히 감정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미리네도 먼저 보내고 이렇게 혼자 길을 가고 있다. "휴. 이 캐릭터를 버려야 한단 말이지?" 그는 다시 하늘을 보았다. 눈물이 나올 것 같으면 하늘을 보는 것이 이제는 습관화 되었다. 끝없이 펼쳐진 푸른 창공이 그의 눈을 자극해서 금방 그의 눈을 촉촉하게 만들었다. 10년도 넘었다. 그런 기간 동안 자신의 인생의 대부분이라고 할 정도로 열과 성의를 쏟은 몸이 바로 지금 가지고 있는 라딘이라는 성기사이다. 그랜드마스터이고, 한계레벨의 중립신의 팰러딘이다. 무기와 방패는 이벤트인데, 이제 자신이 소멸하면 더 이상 쓸 수 없게 된다 . 무기는 사라질 것이고, 방패는 중립산의 팰러딘 전용 방패이다. 그러고보면 이 독한 나티크라는 신은 방패에 끝까지 수작을 부린 셈이다. "상관 없겠지. 어차피 캐릭은 또 키우면 되니까. 돈을 벌기 위해 게임을 하는 거니까 사업을 위해서라면 가끔은 개인적인 희 생이 불가피하잖아." 압으로는 그렇게 말해도 가슴이 아려왔다. 혼자라는 것이 좋았다. 마음 놓고 괴로워 할 수 있으니까! 그러나 그때, 라딘이 더 이상 괴로워하는 것을 가만히 두고 보지 못한느 운 명의 신이 방해자를 보냈다. "라딘 경." "엇! 누구지?" 라딘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약간 놀라서 얼른 제정신을 차리며 그 쪽을 돌아보앗다. 자신과 설산의 이목을 숨기고 다가설 정도면 보통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되 었다. 그러나 그를 부른 사람은 평범해 보이는 한 소년이었다. 나이는 15세도 안되어 보였다. 그러나 보통 소년이 이 동부 평원에 혼자서 나타날 수는 없다. 마을과 마을 사이에는 아직 가끔씩 마물이 돌아다니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언제 새로운 마굴이 나타날지 모르는 상황이다. 그 소년은 무표정한 얼굴로 라딘을 보고 있었다. 마치 삶에 찌들은 노인이 세상을 버리고 은거했을 때 가지는 얼구과 같다고 라딘은 생각했다. 그때 소년이 자신을 소개했다. "저는 유키아라고 합니다. 옛날에 스파운 타운에서 마을을 지키려 하시는 라딘경을 보았지요." "아, 그때 스파운 타운의 생종자인가? 반갑네. 앗! 유키아! 그때 그 배틀마 스터!" 라딘은 설산에서 내려와 웃으며 악수를 하려고 하다가 놀라 소리를 질렀다. 그러고 보니 마을 사람들의 증언에 의하면 그 배틀마스터의 이름이 유키아 라고 했었다! "저를 기억하시는군요." 유키아는 약간 씁슬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마치 세상이 자신을 잊기를 원하는 것 같았다. "으음, 배틀마스터께서 무슨 일로 저를 찾아오셨습니까? 혹시?" 라딘의 가슴의 뛰고 있었다. 그의 위력은 그때 봐서 아는데 그는 틀림없이 한계레벨일 것이다. 이정도의 실력자가 리치와 싸우는 데 동참해주면 확실히 일이 쉬워진다. 금주를 얻었다고는 해도 1500레벨의 리치를 이긴다는 보장은 없다. 만약 그놈을 죽이지도 못하고 작만 소멸하는 라딘은 심각한 자살 충동을 느 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유키아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라딘은 이놈이 같이 갈 거도 아니면서 왜 하필이면 지금 나타나냐는 눈으로 그를 보았다. "유키아님, 지금 인간은 위기에 빠져있습니다. 유키아님 같은 은거기인은 이미 세상을 등진 분이시니 다시 활동하시는 것 이 부담스러우시겠지만, 잘못하면 세상이 뒤집히는 상황입니다. 부디 저희에게 힘을 빌려주십시오." 라딘은 포기하지 않았다. 포기하지 않는 한 실패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유키아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 "말씀은 알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인간이 이 세상에서 전멸하는 경우가 와도 나서지 않을 것입 니다. 아니, 저는 이 세상의 인간이 정말로 인간인가 하는 느낌도 듭니다. 이 세상 자체가 아무런 의미 없는 종이처럼 느껴집니다. 그리고 그 안에 있는 저 자신도 살아있는 지조차 알 수 없습니다." '갑자기 왠 철학이냐? 반노환동 하더니 인생의 회의가 온 건가?' 라딘은 속으로 무지하게 욕을 퍼붓기 시작했다. 만난 지 10년이 지났는데 그는 거으 자라지 않았다. 이 꼬마의 나이가 얼마인지는 알 수가 없다. 그래도 그렇지 인간이면서 인간의 멸망을 눈뜨고 보고만 있겠다니? 라딘의 눈이 날카로워지기 시작했다. 화가 났다. 그리고 그 화를 숨기고 싶지 않았다. 그러자 유키아가 아주 희미하게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다시 말하기 시작했다. "저는 이계인인 당신들에게 매우 흥미가 있었습니다. 이 세계의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당신들은 아무런 느낌도 없이 스스로의 욕 망에 따라 하고 싶은 일을 하더군요. 과연 그런 것일까요? 나도 스스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옳을까요?" "욕망에 사로잡히는 것도 그것을 제어하는 것도 자신이 결정할 일입니다." 날카롭게 말하는 라딘의 대답에 유키아는 다시 웃었다. 마치 인형이 웃는 건조한 웃음이었다. "후후후, 그런가요? 확실히 라딘 경은 이계인들과 브리시아 사람들이 서로 협력하여 더 나은 사회를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하셨지요. 좋습니다. 저는 저의 욕망을 참지요. 이대로 물이 흐르고 그 흐르는 물에 비치는 하늘을 보듯 저는 세상만 보고 있겠습니다." 라딘은 속으로 정말 얘가 뜬구름 잡는 소리를 하기 위해 내 앞에 나타났나 하고 투덜거렸다. 그러나 상대는 한계레벨의 배틀 마스터, 대놓고 뭐라고 할 수도 없었다. 그러나 그는 미처 몰랐다. 유키아의 욕망, 그것은 바로 이 허무하게만 느껴지는 세상의 완벽한 파괴라 는 것을! 이계인의 행동을 보면서 그 욕망이 점점 커지는 것을 느끼던 유키아가 라딘 을 보고 참기로 했다는 것을! 시간이 흘렀다. 라딘이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유키아를 보다가 그냥 무시하기로 하 고 다시 말을 탈까 하다가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유키아는 오랜만에 자신을 웃게 한 남자를 보다가 자신을 찾아온 이유를 말 했다. "어쨋거나 저는 인간입니다.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으니 인간이 맞겠지요. 맹세한 것이 있어 세상의 일에는 나서지 않겠지만, 경이 세상을 구하겠다고 하면 한 가지 보여 드릴 것이 있습니다." "호, 뭔가요?" 라딘의 눈이 빛났다. 그의 본능이 속삭이고 있었다. 지금 이 남자는 자신에게 뭔가 이익이 되는 것을 하려고 하고 있다. 그의 기분이 순식간에 좋아지고 두 눈이 초롱초롱하게 빛났다. "보십시오." -우우우웅 말과 함께 그의 몸이 두개로 분리되었다. 원래의 몸과 반투명한 현태의 몸, 그리고 그 두개의 몸은 동시에 정면에 있 는 하나의 바위를 향해 쏘아져 나갔다. -위이이잉, 쾅 영체의 몸이 손을 뻗자 손에서 검이 튀어나갓다. 파란 색의 투명한 검! 그것은 검강이었다. 사람의 몇 배나 큰 바위 중앙에 구멍이 뚤리며 주변이 얼어붙기 시작했다. "아! 냉기의 검강!" 라딘은 감탄한 듯 소리쳤다. 강기에 속성을 실을 수있따는 것은 정말 고급 무공에만 가능하다. 예를 들어 뭉치의 혼원일기공이 그렇다. 그러나 그의 놀람은 유키아의 본체 공격에 더욱 크게 변했다. -화르르륵 불의 검강! 유키아의 오른손으로부터 붉은 검강이 타오르듯 뻗어나가 바위 를 향해 쏘아져 나갔다. "응? 서로 반대 속성의 검강을?" 라딘은 이상한 표정으로 그 광경을 보았다. 이해할 수 없었다. 서로 반대 속성의 공격을 연속으로 시전하면 뒤쪽 공격은 10분의 1의 데미 지 밖에 주지 못한다. 그래서 마법사들은 마법 연사를 할 때에는 항상 바람(번개) -> 불 -> 땅 -> 물 이런 식으로 하게 되어 있다. 상생 속성이라고 해서 이런 순으로 하면 그 파괴력이 조금 상승하기 때문이 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성반 속성이 같이 부딪치지 않게 하려는 기술이었다. 아무리 검강이라고 해도 불의 속성에 들어있는 이상 파괴력은 형편없이 변 할 것이다. 라딘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결과는 그의 생각과는 전혀 달랐다. -번쩍, 콰콰콰콰쾅 "아니! 어떻게 저런 파괴력이?" 눈부신 섬광과 함께 그 거대한 바위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자신의 필살기인 홀리코멧보다 더욱 강력해 보였다. 저런 파괴력이라면 정말 드래곤도 잘하면 잡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다행히 한 번에 성공했군요. 서로 상반된 속성은 그 위력을 감소시키지만, 만약 그것이 양쪽 다 크리티컬로 명중하면 오히려 상승의 효과가 있습니다.무엇보다도 이런 경우 상대의 모든 방어력과 저항력을 무시합니다 . 자신보다 월등히 강한 상대로 싸울 때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이 상반된 속 성의 융합, 천 속성을 발생시키는 것입니다." "천 속성! 그런 비밀이 있었단 말인가?" 유키아의 설명에 라딘은 크게 감동해서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유키아는 그런 라딘을 보며 무섭게 한번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대로 몸을 돌 렸다. "도움이 되면 좋겠군요. 그럼." "아! 잠깐!" 라딘이 얼른 손을 들어 불렀지만 유키아는 돌아보지 않앗다. 그냥 그대로 숲 쪽을 향해 걸어갔다. 쫓아가서 잡을까? 라딘은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결국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후, 그만두자. 싫다는 사람을 잡을 순 없지.' 그는 생각을 털어버리려는 듯 고개를 젓고는 다시 설산의 등에 올라타서 카 리브를 향해 떠났다. 이제 1주일만 더 가면 카리브였다. 그러나 라딘의 머릿속에서는 조금 전의 그 광경과 천속성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천 속성! 그 최강의 속성은 결국 유키아에 의해 라딘에게 전해지게 되었다. 나중에야 안 것이지만 일반적인 속성마법이 크리티컬로 터질 확률은 5%이다 . 그렇기 때문에 마법사들이 천 속성을 발생시키는 것은 상당히 힘들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검성이나 권성 같은 무성이나 배틀마스터의 경우 크리티컬의 확률이 최고 30%까지 올라가게 된다. 특히 배틀마스터의 경우 자신의 무공에 마법을 씌어 속성을 부여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천 속성을 발생시키는 것이 모든 직업 중에서 가장 용이하다. 일반적인 무공은 거의 양쪽 상반된 속성끼리는 익힐 수 없게 되어 있다. 예외가 바로 혼원일기공과 그 전신인 음양쌍마공이라고 할 수 있다. 라딘은 결국 카리브에 도착할 무렵에는 뭉치에게 그 사실을 알려 뭉치를 광 기에 휩싸이게 했다. 혼원일기공이 어째서 패배를 모르는 최강의 기공인지를 알게 된 뭉치는 그 날로 폐관 수련에 들어갔다. 그러나 단 3일 만에 억지로 끌려나와 배에 태워졌다. 하루가 급하기 때문에 현무도로 떠나야 하는 것이다. 10척의 배는 아도길드의 사람들을 싣고 떠났다. 서대륙에서도 배가 떠났다. 그들은 현무도에서 만나 현무를 깨워 그대로 최종목적지인 어둠의 신전으로 떠날 계획이었다. 주사위는 던져졌고, 이제 그들은 세계에서 가장 깊은 바닷 속에서 전멸하던 가, 아니면 리치를 잡아 세상의 영우이 되는 두 가지 길마 남겨졌다. ---------------------- 3권에서 유키아는 다시 안나온다고 그랬는데, 그게 요기서 딱 한번 나오는 장면이 있더군요^^; 죄송합니다. 애교로 봐주세요. ------------------------ 북쪽의 바다는 어름처럼 차가운 파도를 만들고 있었다. 농담이 아니라 군데군데 빙신이 둥둥 떠서 선단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을 정 도였다. 그러나 이미 이쪾의 항해에 익숙한 선원들은 두려움 없이 해로를 따라 배를 움직이고 있었다. 갑판위에 나와 있는 사람들 역시 북해 특유의 짙은 바다색과 태양빛이 반사 되어 은처럼 빛나는 빙산을 보며 즐기고 있을 뿐이었다. "곧 현무도에 도착합니다. 준비를 해 주십시오." 경례를 하고 다른 선원들에게 돌아가는 갑판장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이제 운명의 시간이 다가왔따는 것이 실감나기 시작했다. "크로키, 준비는 다 됐지?" "염려마, 마법진까지 만든 이상 틀림없이 성공할 테니까." "그래, 그럼 부탁해." 크로키 역시 최후로 마법진을 점검하러 갔다. 뭉치는 자기 방에서 촛불을 켜 놓고 무공을 연마하고 있다. 도끼바바형 역시 섀도우르조 누나와 방에서 놀고 있다. 이제 라딘의 옆에는 미리네와 제임스만 남았다. 라딘이 미리네를 보았다. 미리네는 라딘의 눈빛에서 그가 제임스와 단 둘이서 작별인사를 하려고 하 는 것을 눈치 챘다. 그녀는 웃으며 반대편 갑판으로 걸아갔다. '역시 미리네야.' 라딘은 말을 하지 않아도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는 미리네에게 마음속으로 감사를 했다. 그리고 다시 제임스를 보며 입을 열었다. "제임스, 알고 있겠지? 너를 이 모험에 데려갈 수는 없다." "네, 누군가는 남아서 뒤처리를 해야하니까요." 제법 어른스러운 표정으로 의젓하게 말하는 그의 모습이 믿음직스러웠다. 라딘은 자상한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말했다. "그래, 이 아빠는 이제 간다. 엄마랑 같이 상회를 잘 이끌기 바란다. 너는 원래 똑똑한 아이니 아빠보다 더욱 잘 할 거다. 크로키 삼촌의 의견에는 항상 귀를 기울여라. 하지만 그대로만 해서는 안돼. 크로키 삼촌은 절대 모험을 하지 않거든. 그가 9가지를 원하면 넌 11가지를 해야 한다." 그는 제임스에게 일일이 현재 라딘 상회가 벌이고 있는 일들을 열거하며 그 미래의 전개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이미 10번도 넘게 한 말이지만 이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제임스와 조금 이라도 더 대화를 나누고 싶었다. 제임스역시 그런 아빠의 마음을 이해하듯 조금도 지겨워하지 않고 라딘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일일이 성의를 가지고 대답을 했다. "그래. 넌 나의 아들이다. 그것을 잊디 말아라." "네, 아빠는 영원히 제 자랑입니다." 그의 말은 라딘의 가슴을 감동으로 채웠다. 라딘은 그런 제임스를 가볍게 안아 손으로 가볍게 그의 등을 두드렸다. "마지막으로 너의 모습을 보고 싶구나. "그럴까요?" 제임스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행히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미리네가 두 사람을 위해 사람들의 접근을 금지 시켰으리라. -파앗 "끼잉, 아빠!" -부비부비 "아우! 넌 정말 너무 귀여워!" 라딘은 자신의 어깨위에 올라타 볼에 그 부드러운 털을 비비는 몽몽을 손으 로 쓰다듬으며 말했다. 하얀 색의 털끝은 은은한 적색의 빛을 띠우고 있었다. 밍트의 털도 이보다는 덜 부드러우리라. 그의 동그란 두 눈은 제임스일 때와 같이 연한 갈색이었다. 잠시 후, 몽모은 라딘의 손바닥에 앉아 그 동그란 눈을 크게 뜨고 그를 보 고 있었다. 라딘의 다른 한 손이 쉬지 않고 몽몽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래, 너무 도둑 기술만 연습하지 말고 마법도 꾸준히 수련하거라. 네가 어째서 그렇게 도둑 기술을 좋아하게 됐는지는 이 아빠도 잘 모르겠구 나." "키잉, 재밋잖아요! 마법도 수련하고 있어요. 봐요. [미러 이미지]!" -파앗 손바닥 위에 5마리의 몸몽이 나타났다. 라딘은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결국 소리 내서 웃었다. "그럼 아빠는 가겠다. 미리네를 부탁한다." 그 말을 끝으로 라딘은 몸을 돌려 갑판 앞쪽으로 걸어갔다. 더 이상 몽몽을 보고 있다가는 자신의 감정에 빠져 일을 그르칠 것 같았다 . 몽몽은 배의 난간에 서서 라딘의 뒷모습을 보았다. 그러다가 입을 열어 아빠의 등에 대고 말했다. "끼잉, 아빠! 염려마세용, 송금은 확실히 할게용!" -척 라딘은 묵묵히 오른손을 들어 뒤로 흔들었다. 그의 입가에는 아쉬움과 기쁨의 감정이 복잡하게 섞인 미소가 지어져 있었 다. ----------------- 현무도는 여전히 거대했다. 그동안 북부의 해류를 따라 떠돌면서 라딘 해운의 전초함 역활을 한 이 섬 에는 라딘 상회가 건설한 항구가 있었다. 라딘 일행을 태운 동대륙의 배가 도착했을 무렵에는 이미 서대륙의 선단이 먼저 와 있었다. "자, 진입조는 모두 타릭스 호로 옮겨 타 주세요!" 안내인의 지시에 따라 사람들은 호화 유람선 타릭스에 올라탔다. 이계인 들중에서 가려 뽑은 200명의 특공 진입조들은 10명씩 파티를 이루어 20개의 부대로 나뉜 상태였다. "앗! 안녕하세요. 라딘 경." 무리 중에 거의 유일하게 어린 소녀들이 섞여 있었다. 그들은 라딘을 발견하고 환성을 지르며 달려왔다. "오, 너희들이 바로 성현중학 길드의 미키와 카리스구나. 어서 와라." "헤헤, 저희를 아시네요? 사인 좀 해주세요." 그들은 미리 준비해온 사인지를 내 놓았다. 라딘은 쑥스러운 듯 웃으며 자신의 펜으로 사인을 했다. "미키는 뭉치가 보호하기로 했어. 우리 족에 속한 거지." 크로키가 옆에서 말했다. 그도 카리스가 내민 사인지에 사인을 하고 있었다. 카리스는 무려 30여장의 사인지를 라딘과 크로키에게 내밀었다. 절반은 성현중학과 연합을 맺는 길드에게 선물하고 절반은 사이버 경매에 낼 생각이었다. "앗, 좋겠다. 미키" 카리스는 솔직하게 부러운 얼굴로 미키에게 말했다. 그는 상대의 기분을 들뜨게 하는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에헤헤헤헤." 역시 미키는 완전히 기분이 둥 뜬 얼굴로 말도 못하고 웃었다. '음, 얘기 바로 뭉치가 말한 그 꼬마군. 교육시켜볼까?' 라딘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면서 미키와 함께 모두 모여 기념촬영을 했다. 그러는 사이 모두 준비가 끝나고 이제는 현무도를 깨울 차례가 되었다. ------------------ 등 위에 항구가 건설되고 배가 드나들어도 잠에서 깨어나지 않는 현무, 웬 만한 방법으로는 절대로 깨울 수 없다는 것을 그들은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미 그 방법은 다 생각되어 있었다. 크로키는 배의 한쪽에 그려진 마법진으로 갔다. 그곳에는 이미 다른 마법사들 16명이 모여 대기하고 있었다. "자, 그럼 시작하지요." 엄숙하게 선언을 하고 중앙에서 집중을 하여 주문을 외웠다. 마법진은 빛나고 있었고, 16명의 마법사들의 마나가 그에게로 모이고 있었 다. -우우우우웅 급격한 마나의 흐름에 대기가 울리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긴장한 채 그 모 습을 지켜보았다. "마법의 힘은 무한하다! 이 세계의 최고의 신비여! 이제 그대의 모습을 드 러내 나의 검이 되어라. [메테오]!" 그러나 1분 정도의 기나긴 주문 시전이 끝났을 무렵, 크로키는 비틀거리며 마법진 중앙에 주저앉았다. -털썩 "아!저런?" 구경하는 사람들이 안타까운 탄성을 질렀다. '실패했어?' 라딘은 초조한 음성으로 물었다. 크로키가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마나가 거덜난 건 아니야. 마법진에서 흘러 들어오는 마나가 있으니까, 다시 해볼께.' 크로키는 심호흡을 하고 일어나 다시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혼자의 힘으로 주문을 시전했다면 이미 대부분의 마나가 소모되었을 것이다 . 그러나 이 마력집중진의 힘으로 아직 2-3번의 더 마법을 시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주문이 완성되자 그의 영혼이 다시 하늘로 날아올라 우주 공간에 도착했다. 우주에서 흘러 다니는 수많은 운석들, 그중 자신의 마나로 감당할 만한 하 나의 운석을 골라 마나의 그물로 잡았다. 주문을 시전하고 영혼이 유체이탈을 해서 운석을 목표까지 인도하는 데에는 약 1분의 시간이 걸린다. 정상대로라면 훨씬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운석은 거의 텔레포트되는 것 처럼 지상까지 운반되는 것이다. 물론 이 1분 동안 크로키의 육체는 완벽한 무방비 상태가 되기 때문에 조 심해야 한다. -슈우우우웅 "앗! 온다!" 하늘에서 붉은 불꽃과 검은 연기의 꼬리를 동반한 채 떨어져 내리는 유성, 그 모습에 모든 사람들이 감탄성을 떠뜨렸다. -콰콰콰콰콰쾅 운석이 떨어진 곳은 현무도의 중앙이었다. 그 한방으로 현무도 위에 있던 항구가 완전히 파괴도고 사람들은 굉음이라 고 할 만한 폭발음에 귀를 막아야 했다. "좋아! 이거면 되겠지!" 라딘은 눈앞에서 자신이 거액을 들여 만든 항구가 파괴되는 모습을 외며하 려는 듯 일부러 소리를 내서 외쳤다. 이정도 충격이라면 아무리 현무라고 해도 깨어난다! 그들은 그렇게 믿었다. "자, 모두들 준비하세요." 뭉치의 외침에 사람들은 자신들의 이동마법진이 새겨진 관을 꺼내 옮길 준 비를 했다. 이계인이 죽었을 때에 자신이 들른 마을이나 원래 내어난 고향으로 이동할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이동마법진을 준비하면 마을이 아닌 배나 마차 속에서도 다 시 시작할 수 있다. 물론 이 이동마법진은 상당히 비싸고, 그의 육체가 안전하게 나타날 수 있 는 공간이 확보되어 있어야 한다. 그래서 보통은 관의 모양으로 제작되어진다. 대륙간 이동은 불가능하고 만약 대륙 사이를 항해할 때에는 배에다가 이 이 동마법진을 설치해야 한다. 그래야 만약 죽었을 때에도 자신의 마지막으로 묶은 항구마을이 아닌 배에 서 부활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람들이 자신의 이동마법진을 다 꺼냈을 때에도 현무는 움직이지 않았다. -휘이이이잉 북해의 바람은 시원하다기 보다는 차가웠다. "야, 크로키, 한방 더 날려." 라딘이 신경질 적으로 외쳤다. 기가 막혀서 기분을 감추기도 싫었다. 사람들 역시 황당하다는 듯 현무도를 보고 있었다. -우우우우우웅 다시 마법진이 발동되고 크로키는 주문을 시전했다. 그러나 성공확률 30%를 자랑하는 메텡가 연속 두 번을 성공하려면 이론적으 로 6번 이상 마법을 시전해야 한다. "마나가 거덜났어. 오늘은 요기까지." 두 번의 실패 끝에 힘없는 얼굴로 걸어 나오며 말하는 크로키의 모습에 사 람들은 한숨을 쉬며 자신의 숙소로 돌아가 잘 준비를 했다. 현무도의 첫날은 그렇게 지나가 버렸다. 다음 날, 라딘은 크로키를 붙잡고 다짐하듯 말했다. "두 번이야! 오늘도 성공 못하면 난 너를 저주캐릭이라고 부르겠어!" "이봐, 네 번 시전해서 두 번 성공하기가 쉬운 줄 알아?" "응." "알았어." 크로키는 더 이상 말이 필요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갑판에는 다시 모든 사람들이 모여 현무가 깨어나는 모습을 스크린 샷에 담 기 위해 그다리고 있었다. "자! 오늘에야 말로 현무가 깨어날 것입니다. 여러분은 이 역사적 이벤트의 산 증인이 되는 겁니다!" 뭉치가 사람들에게 외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크로키는 옆에 있던 라딘에게 물었다. "근데 두 번해도 안 깨어나면?" "그럼 세 번 성공할 때까지 하는 거지." "그렇군." 간단명료한 라딘의 말에 크로키는 고개를 끄덕였다. '30% 성공 확률로 네 번 중 세 번 성공할 확률은 0.0837, 13번 정도면 성공 하겠군.' 크로키는 순간적으로 그렇게 계산했다. 그는 세 번에도 깨어나지 않으면? 이라고 묻고 싶었지만 순순히 포기하기로 했다. -우우우웅 -슈우우웅, 콰콰콰콰쾅 다행히 첫 번째 시도에서 성공을 했다. 라딘은 그런 크로키를 보며 만족한 듯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크로키란 놈은 결정적인 순간에는 항상 재수가 좋다. 진정한 축캐릭이란 크로키를 말하는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슈우우우우우우웅, 콰콰콰코쾅 세 번 째 시도에서 다시 성공했다. 이제 현무도의 위쪽은 지난 수천 년간 쌓인흑과 바위가 모두 사라지고 현무 의 등껍질이 나타나 있었다. 메테오 3벌에 현무의 등껍질에 쌓인 흙먼지가 모두 청소된 셈이다. 검은 등껍질은 기묘한 줄기를 따라 트리케라톱스의 등처럼 날카롭고 넓적한 비늘이 돋아 있었다. 물론 날카롭다고는 해도 높이가 10m도 넘는 비늘이니 만큼 그들의 눈에는 거의 벽이나 기둥처럼 보였다. -쿠오오오오오오 "으윽! 배가 뒤집힌다!" 바다 속에서 들려오는 소리만으로 배가 급격하게 기울었다. 선원들은 급히 돛을 내려 바람의 힘으로 배를 움직여 중심을 잡으려 했다. 그리고 그때, 바다 속에서 크리 300m에 이르는 거대한 괴수의 머리가 솟아 올랐다. -누구냐? 자는데 자꾸 내 등을 두드리는 놈들이? "아! 현무가 깨어났다!" 배의 난간을 붙잡고 버티던 사람들은 급히 스크린 샷과 동영상을 돌렸다. 과연 목숨을 건 모험에 참가한 보람이 있다고 그들은 감동하고 있었다. '설산, 나서라!' '으윽, 알았소.' 이미 계획된 대로 설산이 현무의 앞에 나섰다. 그는 긴장이 되는 듯 가볍게 몸을 떨고 있었다. 크기 100M의 설산이지만 그의 몇 배나 되는큰 현무의 머리 앞에서는 오히려 조그만 아기 물고기처럼 보였다. -꾸웅 꾸웅 (현무 할아버지, 저 백경족의 설산입니다.) -쿠우우우우우웅(네가 감히 내 잠을 깨웠냐? 이 고래밥 만한 꼬마가?) 그는 크게 화가 난 듯 입을 쩍 벌리며 말했다. 금방이라도 설산을 통째로 삼킬 듯 했다. 해양마물들의 전설에 의하면 현무는 자에서 깨어날 때가 가장 성질이 더럽 다고 했다. 설산은 라딘을 원망하며 몸을 떨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때, 설산의 등위로 내려서는 한 사람의 기시가 있었다. 전신에 황금의 오라를 내뿜으며 왼손에는 하얀 신성광으로 빛나는 워해머를 들고 등에는 거대한 오라의 날개를 펄럭거리고 있는 그는 마치 전설에 나오는 전투천사와도 같았다. "나는 나티크의 검 라딘이오. 위대한 초신수 현무여. 나티크님의 명으로 그 대를 깨웠소." -쿠오오오오 현무는 머리를 비틀며 하늘을 향해 한번 울부짖더니 약간은 진정된 눈으로 라딘을 보며 말했다.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인간의 말이었다. -그래, 그 변덕과 심술의 신이 널 왜 보냈지? 내가 깨우지 말라고 한 걸 잊 었나? "현무여. 사실은 XXXXXX해서 XXXX했는데, 결국 내가 그곳으로 가기로 했소. 그런데 그곳까지 갈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그대의 도움을 받으려는 것이오." 라딘은 현무의 히스테리를 가볍게 무시하고 자신의 할 말만 했다. 이 초신수가 뻔뻔스럽고 염치가 없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런 자를 상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딱 할 말만 하는 것이다. -흐음, 과연 그런 일이 벌어졌단 말이지? 정말 미치겠군. 그들이 날 얼마나 부려먹었는데 이제 겨우 조금 쉬려고 하는 날 깨우나. 정말 못해먹겠군! 아직 잠이 덜 깬것이 틀림없으리라. 현무는 체면도 잊고 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자기보다 상급자인 7명의 존재들 에게 투덜대기 시작했다. 그러나 라딘은 무묵히 그의 기분이 가라앉기를 기다렸다. 행동이 아닌 말로 뭐라고 하는 것을 보아 그는 자신의 요구를 들어줄 생각 인거 같았다. 그리고 그의 예상은 틀림없는 것이었다. -좋다. 어쩔수 없지. 너희들을 그곳까지 데려다 주겠다. 단, 난 그곳까지 너희를 데려다 주는 것 뿐이다. 어둠의 성당을 공격하는 일에는 가담할 수 없다. "물론이오. 인간의 일은 인간이 해결합니다." 라딘은 호쾨하게 대답했다. 어차피 그런 것은 알고 있었다. 그 후에는 모든 일이 계획대로 진행되었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관을 현무의 입속으로 날랐다. 물론 그들은 그 관속에 들어가 누웠다. 그곳에서 로그아웃을 해야 다시 로그인을 했을 때 그곳에서 시작할 수 있다 . 아니면 죽어서 시작해야 하는데, 그걸 원하는 사람은 없었다. 무려 200개의 관이 그 안에 들어갔는데도 여유가 있었다. 라딘은 그 모습을 보며 추가로 50명쯤 더 데려갈까 하고 고민하기 시작했지 만, 결국 많이 집어넣었다가 현무가 답답하다고 그 관을 뱉을까봐 결국 이대로 가기로 했다. -다 됐나? 입을 벌린 채로 현무가 말했다. 그러고보니 현무는 입이 아닌 정신으로 대기를 진동시켜 말하는 것 같았다. "됐습니다. 그럼떠나지요." 유일하게 현무의 입속에 들어가지 않은 라딘이 설산의 등에 올라탄 채 말했 다. 그의 관은 설산의 입속에 있었다. 그는 물속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그냥 설산을 타고 이동하기로 했다. 만약을 위해서 수중에서 싸울 수 있는 전력도 필요했고, 설산과 라딘이 그 역활을 맡기로 했다. -좋다. 간다 전체 3Km에 다랗는 현무가 잠수를 시작하자 주변의 바다가 크게 패였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면서 해일처럼 거대한 파도를 만들어냈다. 다행히도 미리 피난해 있떤 배들은 계속해서 그곳으로부터 멀어져 그 파도 로부터 무사히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미 수면의 상황에는 관심이 없는 현무와 설산은 햇빛도 들어오지 않는 심해를 향해 계속해서 잠수하고 있었다. ------------------- Chap 6. 어둠의 신전 나지훔은 지금 어둠의 신전에 설치되어 잇는 대륙간 마법진을 통해 동대륙 으로 온 상태였다. 일단 300개의 마굴을 파괴한 후 그는 자신의 또하나의 힘인 해방의 권능을 사용하기 위해 대륙에 위치한 마굴들을 들렀다. "크르르르, 어둠의 사자여. 왔는가?" "그렇다. 이제 그대가 세상에 나갈 때가 되었다." "크르르륵, 정말 재미있군. 지상에는 많은 마물들이 흘러넘치고 있겠지? 나 보다 더 강한 자가 있나?" "이 일대에는 없지. 아마 그대가 최고의 지휘관이 될 것이다. 바바드." 코끼리의 머리와 말의 머리에 둘을 다 가지고 있는 반상반마 바바드는 하급 마족 중에서는 가장 강력한 존재이다. 지금 그의 레벨은 900이 넘었다. 그는 어서 지상에 나가 인간을 상대로 공을 세우고 1천 레벨의 한계를 넘어 서고 싶었다. 진정한 중급마족으로 진화하고 싶었다. "좋아, 매우 좋아! 그럼 어서 시작하라." 그는 자신의 양 손에 들고 있는 시어터를 휘두르며 외쳤다. 지상에 나가기도 전에 흥분한 그의 모습에 나지훔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 며 주문을 시전하기 시작했다. "그대 마굴에 종속된 자여. 이제 어둠의 여신의 권능으로 마굴의 생명석에 묶인 그대의 영혼을 해방한다. 가라! [해방의 권능]!" -파앗, 파파파파 검은 빛이 바바드의 몸으로 쏘아져 나가 마치 세례를 하듯 그의 머리부터 서서히 뒤덮었다. 그로써 이 마굴의 보스인 그는 속박에서 풀려나 지상을 자유자재로 다닐 수 있게 되었다. 보스인 그가 해방되었기 때문에 이 마굴의 모든 마물들 역시 지상으로 나갈 수 있게 되었다. 어둠의 군단은 이렇게 만들어지고 있었다. 나지훔은 주문 시전이 끝나자 바바드를 보며 말했다. "조심해라. 그대가 지상으로 나간 이상 이 마굴의 생명석을 지킬 존재가 없 다. 만약 인간이 침투해서 생명석을 부수면 그대는 다시 마굴과 같이 이동되어 이 해방의 권능도 무효가 된다. 그러니 이 마굴로 인간이 들어오지 못하게 지키는 것도 잊지 마라. 물론 그대가 죽으면 다시 태어나는 그대의 후계자는 여전히 마굴의 속박에 서 벗어날 수 없지." "크르르르, 염려하지 마라. 내가 지상으로 나가면 이 일대의 모든 인간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누가 감히 이 마굴에 접근할 수 있겠는가?" "과연 전사의 일족인 반상반마다운 말이군. 그럼 난 가겠다. 나의 손길을 기다리는 수많은 마물들에게 지상의 공기를 느끼게 해야 하니 까." 나지훔은 조용히 몸을 돌려 다시 마굴을 나서기 위해 층계를 올랐다. 뒤쪽에서 바바드가 자신의 부하들을 선동하는 포효를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 ------------- -꾸웅, 꾸웅 이미 바다 속으로 들어온 지 3일이 지났다. 현무와 설산은 수직으로 계속 잠수해 들어갔다. 어둠의 신전이 잇는 장소까지는 도착했지만 이 파로니안 해협은 세계에서 가장 깊은 곳으로 그 깊이는 수면으로부터 12000Km에 달한다. 라딘은 설산의 등에 나 있는 갈기와 같은 형태의 털을 잡아당기며 지루함을 버티려 했지만 정말로 아무런 일도 없는 수중생활은 참기 어려울 정도였다. "아직도 멀었냐? 설산." '이제 하루만 더 가면 될 것이오. 라딘 경. 웬만하면 그 털은 잡아당기지 마시오. 자꾸 재채기가 나오려고 하 오.' "치사하게 협박을 하다니? 알았어. 일단 난 어스로 돌아가겠다. 시간에 맞 춰 돌아올테니까 무슨 일 있으면 크게 울부짖어. 그래야 현무 입속에 있는 당번이 들을 수 있으니까." '알겠소.' 라딘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설산의 입속으로 들어가 자신의 관에 몸을 뉘였 다. 현무의 입속과는 달리 완전히 다물어서 물이 들어오지 못하게 할 필요가 없 기 때문에 라딘은 언제라도 들어왔다 나갈 수 있었다. 그는 관 안에서 서서히 잠이 들며 다시 이곳에 돌아왔을 때 눈앞에 어둠의 신전이 있기를 바랬다. -------------- 시간이 흘러 드디어 설산이 말한 예정시간이 되자 라딘은 다시 어스에서 브 리시아로 돌아왔다. 다행히 아무일도 없었던 듯, 비상 연락은 오지 않아다. 당번병을 제외한 모든 대원들이 이 시간에 맞추어 로그인하기로 되어 있다. 라딘은 설산의 입속으로부터 나와 그에게 물었다. '다 왔냐?' '거의 다왔소. 그런데 문제가 있소.' '응? 뭔데?' '밑을 보시오. 해협이 너무 좁아서 현무 할아버지가 더 이상 접근하기 힘들 것 같소.' '으음, 그건 곤란한데.' 라딘은 심각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이미 태양빛도 들어오지 않는 가장 깊은 심해의 해협이다. 한 점의 빛도 없었지만 홀리웨폰의 빛을 횃불 대신 써서 주변을 보니 과연 양쪽의 해협이 모두 눈에 보였다. 크기가 3km에 이르는 현무가 들어가기에는 너무 좁았다. '그럼 결국 지금부터는 헤엄쳐 가야 한다는 말이군. 얼마면 도착할 수 있을 까?' '아마 30분 정도일 것이오. 일단은 우리가 먼저 가서 상황을 보고 결정합시 다.' '좋아. 그럼 현무보고 여기서 기다려 달라고 해봐.' 라딘은 그렇게 하기로 결정하고 현무와 관속에서 대기하고 있는 대원들에게 그 사실을 알렸다. 대원들은 일제히 자신의 품에서 숨참기 스크롤을 꺼내 물속에서 이동할 준 비를 했다. '그럼 가자.' '알았소.' -꾸우우웅 고래와 기사는 계속해서 밑으로 내려갔다. 확실히 내려 갈수록 점점 양쪽이 좁아져서 이제는 약 300m정도의 폭밖에 되 지 않았다. 이대로 지옥의 끝까지 내려가는 것이 아닐까? 라딘은 어둠속으로 파고드는 자신들의 모습에 문득 불안한 느낌을 받으며 그렇게 생각했다. 해협이란 지표가 갈라진 균열이다. 어스에서는 지각 사이로 맨틀이 있는 것이 상식이지만, 혹시 이 브리시아에 는 다른 구조로 되어 있는거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그의 예상은 틀렸다. '바닥이 보이오. 과연 검은 신전이 있소!' 설산의 말에 라딘은 급히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러나 그의 눈에는 아직 바닥이 보이지 않았다. '으음. 아직 나는 안 보여. 조금 더 내려가보자. 이상한 점은 없지?' '으음, 신전의 영향인지 이 주변 일대에는 마기로 가득 차 있소. 마치 과거의 레테해와 비슷한 느낌이 들고 있소. 아니, 그때보다 훨씬 더 강한 마기가 느껴지고 있소.' '으음, 그렇단 말이지?' 라딘과 설산은 조심스럽게 내려갔다. 약 3분 정도 더 내려가자 이제 라딘의 눈에도 해협의 바닥과 그곳에 있는 신전이 보였다. '젠장 정말로 이곳에 있었네. 이걸 어떻게 찾으라고?' 라딘은 이 신전을 디자인한 세기창조사의 게임 디자이너에게 저주를 퍼부었 다. 그러나 실재로 이런 곳까지 어둠의 신전을 찾아온 자신들의 존재가 있었다. '좋아, 별 이상이 없으니 사람들에게 내려오라고 그래야겠군. 설산 넌, 혹시 이상한 일이 있나 없나 잘 살펴.' 라딘은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피며 사람들에게 귓말을 넣기 시작했다. 기다리다 지친 사람들이 환성을 질렀다. 결과야 어떻든 일단 목적지를 발견했으니 이제는 싸우는 일만 남았다. 사람들이 출발했다는 연락이 왔다. 이제 30분 정도면 모두가 저 신전으로 진입할 수 있다. 라딘과 설산은 천천히 신전의 옆으로 다가가 진입할 곳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때, 신전 밑의 모래 바닥에 있던 거대한 바위가 움직였다. -크아아아아 -푸학 꾸우우우우웅 설산이 비명을 질렀다. 설산과 거의 비슷한 크기의 바위가 갑자기 위로 솟구쳐 올라 그의 몸통을 물어뜯기 때문이다. "뭐냐? [파워 브레이크]!" -슈우우우웅, 퍼억 그의 윈드포스가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그러나 그 바위는 윈드포스에 얻어맞은 것에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고 계속 해서 설산을 물어뜯은 입에 힘을 주었다. 성격상 한번 물면 죽을 때까지 절대로 놓지 않는 놈이 틀림없었다. -부웅 바위 위에 난 휘어진 기둥 끝에서 빛이 나기 시작했다. 붉은 빛이었다. 그 둥그런 검은 바위는 알고 보니 거대한 심해 아구였다. 몸의 절반이 입으로 된 아구, 그의 입은 거의 설산의 3분의 1을 삼키고 있 었다. -꾸우웅, 꾸우웅 설산은 괴로운 듯 몸부림을 쳤다. 그러나 자신과 거의 비슷한 힘을 가진 아구의 입으로부터 벗어날 수는 없었 다. 그는 비명을 질렀다. -키르르르르르(어서 와라, 신수 대백경, 내가 바로 어둠의 신의 문지기인 신수 심해아구왕 아쿠다!) 그는 기묘하게 비틀어진 눈으로 웃으며 해양마물의 언어로 설산에게 인사를 했다. 자신의 최고의 영양식이 될 빛의 신수에 대한 예의였다. -------------- 심해아구탕 먹고 싶다... 밥 먹은지 2시간 밖에 안됐는데. ------------- 라딘은 저 괴물 아구가 설산과 비슷할 정도의 생명력을 가진 거대 해양 마 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아무리 자신의 공격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단시간에 해양마물을 처치할 수는 없다. 지금 상황에서는 설산을 구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으윽, 안되겠군. [역소환]!" -파앗 설산의 몸이 순간적으로 사라졌다. 아쿠는 허무하게 입안에 문 먹이를 놓치자 두 눈이 피처럼 붉게 물들며 라 딘을 보았다. 라딘은 그 아쿠의 엄청난 살기에 놀라 얼른 뒤로 물러나며 외쳤다. "헉, [소환]!" -파앗, 구우우웅 다시 라딘의 눈앞에 나타난 설산, 그의 몸 주위에는 아쿠의 이빨자국이 그 대로 나 있었다. 상당한 타격을 입을 듯 했다. 그러나 일단 아쿠의 입으로부터 벗어났기 때문에 설산은 크게 울부짖으며 눈앞의 아쿠를 노려보았다. "휴. 다행이군. 이봐 설산. 헤비급끼리 잘 해봐. 나도 옆에서 거들께." 꾸우우웅 설산은 대답 대산 고래의 노래를 불러 자신의 상처를 회복시키면서 서서히 옆쪽으로 이동했다. 아쿠 역시 이번에야 말로 그를 통째로 삼켜 버리겠다는 듯 자신의 머리에 난 촉수의 붉은 불빛을 더욱 빛내며 설산과 대치했다. 라딘은 설산과 약간 거리를 두고 아쿠의 옆면을 노렸다. 만약 설산이 다시 아쿠에게 물리면 다시 역소환을 해야 하기 때문에 거리가 필요했다. 보통의 소환 마법이라면 소환을할때 엄청난 마나가 필요하고 또 주문시전시 간이 필요하지만 팰러딘의 경우에는 마나도 주문시건시간도 필요없다. 어쩌면 이 마운트 소환이야 말로 최고의 사기마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 었다. 이것만 잘 이용해도 상대의 물어뜯기 공격은 그 위력이 반감될 것이다. 라딘은 충분한 승산을 느끼며 속으로 웃었다. 하지만 그 순간 아쿠의 눈이 휙하고 돌면서 라딘을 향해 쏘아져 나왔다. -캬아아아아아 (네놈부터 먹어버리겠다!) 아쿠는 생긴 것과는 다르게 머리가 좋았다. 방금 전의 상황이 다시 벌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소환자를 먼저 처리하기로 했다. "우아아악" -파다다다다다 라딘의 당황한 비명소리에 부응하듯 그의 몸에 달린 마나의 날개가 고속 노 즐 회전을 하기 시작했다. 급속도로 상승하는 라딘, 그러나 그의 뒤를 쫓는 아쿠의 속도가 약간 더 빨랐다. 아쿠의 입속에 거의 라딘이 들어왔다. 아쿠는 즉시 입을 다물어 이 성가신 성기사 놈을 잘근잘근 씹어버리고 메인 식사인 고래를 상대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 순간, 그의 배쪽으로 다가오는 거대한 소용돌이가 있었다. -쿠우우우우웅 (빈틈! 대설산 회전박치기!) -콰앙 -키리리리리리 가장 약한 배쪽에 설산의 필살기를 정통으로 맞은 아쿠는 기묘한 비명과 함 께 수십 미터를 밀려나 버렸다. 그러자 그 순간 라딘이 급선회를 하면서 외쳤다. "나도 간다! [홀리 코멧]!" -파앗, 위이이이잉 급속도로 물살을 가르는 신성광의 운석은 그대로 아쿠의 콧등을 때렷다. 다시 아쿠의 비명소리와 함께 그의 촉수가 요란하게 흔들렸다. "훗훗훗, 감히 우리들에게 도전하다니! 죽어랏." -퍼퍼퍼퍽 라딘은 즉시 자신의 윈드포스를 연속으로 휘두르기 시작했다. 이렇게 정신없이 공격을 가하는 사이 다시 설산이 큰 거 한방을 먹일 것이 다. 설산이 몸빵을 서는 사이 라딘이 적의 사각에 파고들어 연속공격을 가하고 라딘에게 정신이 팔리면 설산이 필살기를 사용한다. 그것이 바로 라딘과 설산의 합격전술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다. 말하자면 얍삽이인데, 여기에몽몽의 암살기술과 마법까지 동원되면 거의 무 적이라고 그들은 확신하고 있었다. 실제로 라딘이 그럽게 급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런 작전의 승 리가 큰 역활을 했다. 그러나 어떤 일이든 예외는 있다. -휘리릭 "앗! 이놈의 촉수가?" 라딘은 자신의 몸을 휘감는 아쿠의 촉수에 놀라 힘을 썼지만 쉽게 벗어날 수가 없었다. 그 촉수는 두깨가 2m정도나 됐는데 두껍고 표면이 미끄러워 손으로 잡기가 어려웠다. 라딘이 힘을 써서 윈드포스로 몇 번을 때리자 겨우 그 촉수는 라딘을 놓았 다. 아니 던졌다. -휘이익, 퍽 "우아아악!" 어딘가에 부딪쳐 겨우 중심을 잡은 라딘, 그러나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곳 은 아쿠의 입속이었다. 사각지대로 숨어드는 벌레는 촉수로 감아 입속에 처녛는 것이 아쿠의 습관 이었다. -쿠오오오 그대로 아쿠의 입이 다물어졌다. 하지만 라딘 역시 필사적으로 아쿠의 입 밖으로 피했다. -콱, 콱, 콱 아쿠의 입의 압력은 다른 마물과 차원이 달랐다. 라딘은 필사적으로 그의 이빨 몇 개를 부수고 겨우 입 밖으로 빠져나왔을 때에는 이미 그의 생명력은 거의 바닥에 가까웠다. "으으, 죽을 뻔 했다." '라딘 경, 살아있소?' 설산의 귓말이 들려왔다. 설산과 아쿠가 싸우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설산은 아쿠의 빈틈을 노려 다시 박치기를 하려고 했고, 아쿠는 설산을 물 어뜯으려고 했다. 하지만 라딘이 자신의 입을 벗어난 것을 본 아쿠는 다시 설산을 무시하고 라딘을 향해 달려들었다. "으윽, 집요한 놈이군." 라딘은 아쿠가 설산의 공격을 피하느라 자신을 씹는 것이 약간 느려졌었다 는것을 깨닫고 약간의 고마움을 느꼈다. 하지만 한번 아쿠의 입속에 들어갔다 나오나 정말로 저놈하고는 싸우기 싫 었다. 그는 열심히 아쿠의 입을 피해 도망을 다니면서 설산에게 소리쳤다. '빨리 저놈을 때려 죽여! 회전박치기는 무적이라며?' 그러나 설산의 대답은 극히 회의적이었다. '아마 힘들 것 같소. 저놈은 이미 나와 라딘 경에게 받은 상처를 거의 회복 하고 있소. 반면에 나는 고래의 노래로 재생력을 극대화 시켰는데도 상처의 회복이 거 의 안 되는 상황이오. 지금 깨달은 건데, 이곳은 마해요.' '헉, 마해?' 라딘은 크게 놀랐다. 과거 킹크라켄을 잡을 때에도 그의 영역인 레테해가 마기에 오염된 마해였 기 때무에 그를 잡기 위해서 일부러 리누만까지 유인했던 경험이 있었다. 그때 설산의 설명에 의하면 마해 안해서 마수 계열의 마물은 엄청난 재생력 과 힘의 강화를 얻어 무적의 상태가 된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설산에게 당한 배나 자신에게 얻어맞아 패인 코의 상처가 거의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5분도 안 지났는데 그 상처가 회복되다니! 라딘은 기가 막혔지만 그렇다고 해서 멈출 수는 없었다. 멈추는 순간 죽는다! 그는 계속해서 설산 주변을 빙빙 돌면서 아쿠의 추적을 피했다. '야, 라딘 괜찮냐? 이제 곧 도착하는데 이상 없는 거지?' 크로키가 초조한 듯 귓말을 보냈다. 적을 만났다는 애기를 하고 처치햇다는 말이 없으니 불안했던 모양이다. 하기야 이 물속에서 적을 만나면 라딘같은 수중전의 스폐셜리스트가 아니면 거의 변변한 저항도 못해보고 당할 것이다. '안좋아, 그래도 어떻게든 할 테니가 작전대로 진입해.' 라딘은 그렇게 대답하고 즉시 설산과 상의해서 서서히 아쿠를 어둠의 신전 으로부터 멀리 떨어지도록 유인하기 시작했다. 상대를 처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결론이 난 이상 결국 이 전투의 목적은 시간끌기가 되었다. 아군이 적의 기지 안으로 무사히 진입할 때까지만 버티면 된다! 라딘과 설산은 그것을 유일한 위안으로 삼고 끈질기게 도망가기 시작했다. -키리리리링(제발 좀 잡혀라! 내가 그냥 씹지않고 삼켜줄게.) 아쿠도 지친 듯 라딘을 향해 소리쳤다. 물론 라딘은 이해할 수 없는 해양 마물의 언어였다. 설산의 공격을 피하면서 라딘을 쫒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고, 그 덕분에 라딘은 아쿠의 입속으로 빨려 들어가지 않고 무사히 10분을 버텼다. 그러나 어느 순간 아쿠는 그의 눈을 돌려 자신의 집이라고 할 수 있는 어둠 의 신전 쪽을 보았다. 수백명의 인간들이 헤엄쳐서 접근하고 있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키리링(이제보니 유인작전이었나?) 그는 라딘을 쫓는 것을 멈췄다. 그리고 미련없이 몸을 돌렸다. 새로운 먹이가 200여 마리나 나타났다. 그리고 척 보기만 해도 그놈들은 이 약삭빠른 날치와는 다르게 순순히 입속 으로 들어와 줄 것 같았다. -캬아아아아아 다시 포효하며 어둠의 신전쪽으로 돌진하려고 하는 아쿠, 그의 모습에 라딘 과 설산은 기겁했다. "안된다 이놈아! 못 간다!" 라딘은 비통하게 외쳤다. 그동안 자신이 필사적으로 도망다니면서도 속으로 동료만 무사히 진입하면 이놈을 비웃어 줘야지라고 생각하며 버텼던 시간들이 모두 허무하게 돌아가려 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이 아쿠에게 날린 비장의 약올림성 대사들이 피지도 못하고 꽃 처럼 사그러들려고 했다. 그는 참을 수 없는 고통을 느꼈다. 그러나 그런 라딘의 마음을 구원하듯 설산이 움직였다. 그것은 정마로 비장한 열사의 최후의 결단이었다. -꾸우우웅(먹어랏!) -퍽 -키리리리리링 (이 놈이? 좋다, 죽여주마! ) -콱 설산이 그대로 아쿠의 입으로 들이받았다. 놀란 아쿠는 두 눈을 크게 뜨고 그대로 설산의 머리 쪽을 통째로 물었다. 부러진 이빨은 금방 재생되고 설산은 머리부터 거의 절반아니 아쿠에게 물 린 채 꼬리를 저어 필사적으로 아쿠를 바닥 쪽으로 밀어붙였다. "야! 설산!" 라딘은 감동으로 가득찬 목소리로 자신의 마운트의 이름을 불렀다. 살신성인! 아쿠는 입안에 가득 찬 설산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설산의 비명이 쉬지않고 들려왔다. 그러나 그는 몸을 뼈려고 하지 않고 오히려 계속해서 아쿠를 밀어붙이고 있 었다. 라딘은 감동어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너의 희생은 헛되이 하지 않겠다." '크로키, 상황 정리 됐어. 모두들 서두르라고 전해!' 라딘은 즉시 몸을 돌려 어둠의 신전을 향해 돌진해 가며 귓말로 외쳤다. 그런 그의 머릿속에 설산의 구슬픈 모곳리가 들려왔다. '꾸우웅, 라딘 경 어디 가시오?' '생명력 10% 남으면 말해. 역소환 해줄 테니까. 잘했어! 역시 넌 멋진 놈이 야!' '쿠우우우웅!' 설산은 뭔가 억울하다는 듯 울었다. 라딘에 대한 신뢰도가 급속도로 하락하고 있었다. 그래도 딱 잘라 배신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더욱 속이 답답했다. 결국 설산의 거룩한 희생정신으로 라치와 싸우려는 인간의 용사들은 어둠의 신전에 무사히 진입할 수 있었다. 라딘 역시 어둠의 신전에 들어갔다. 그후 그는 여유롭게 설산을 아공간으로 역소환 했는데, 설산은 아공간 속으 로 들어오자 마자 앞으로 치사한 놈하고는 말도 안한다고 선언해 버렸다. 그의 라딘에 대한 신뢰도는 거의 바닥으로 떨어진 상태였다. 그러나 라딘은 쓴 웃음을 지으며 묵묵히 걸어서 어둠의 신전 안으로 진입했 다. 어차피 이 안에서 고래 상태로 설산을 소환 할 수 없는 이상, 이제는 그와 다시 함께 싸울 일이 없을 것이다. 그는 왠지 모르게 서글픔을 느꼈다. 어쩌면 이벤트 무기인 윈드포스보다 설산과의 인연이 끊어지는 것이 더 아 쉬운 것도 같았다. 비록 그가 자신을 밟고 뛰더라도, 그가 자신의 머리에 침을 바르더라도 그 와 함께 모험을 할 때가 즐거웠다고 그는 생각했다. '차라리 잘 됐군. 잘있어라. 설산.' 라딘은 어둠으로 뒤덮인 신전의 통로 안으로 걸어 들어가면서 마음 속으로 설산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 신기하게도 신전 안은 전혀 바닷물이 침투하지 못했다. 대원들은 신전 안으로 진입함과동시에 자신이 있는 곳과 지금 있는 곳이 마 치 보이지 않는 막에 의해 구분된 것처럼 물이 들어오지 못하는 것을 신기한 눈으로 보았다. 계속해서 사람들이 들어와 통로가 복잡해 지지 않았드면 좀처럼 안으로 들 어가려 하지 않앗을 것이다. "1조 다 모였습니다." "2조 확인 끝났습니다." .... "20조 전원 진입 완료입니다." 일단 진입에 성공한 사람들은 각각의 파티원끼리 모여 정렬한 후 보고를 했 다. 다행히 한 명도 낙오하지 않고 진입에 성공할 수 있었다. 바다 쪽의 출구로부터 조금 들어오자 약간 넓은 공간이 있었다. 그리고 반대편에서는 세 계의 통로가 나 있었다. 이제부터는 서로 갈라져서 탐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일차적인 정리가 필요 했다. 인원확인 이 끝나자 크로키가 앞으로 나와 작전에 대해 말했다. "자, 그럼 이제부터 각 조별로 나누어 침입을 개시합니다. 일단 3개 통로가 있으니 대비조 다섯은 여기 남고 한 통로당 다섯조씩 들어 갑시다. 갈림길이 나오면 꼭 그 갈림글에 대비조를 남겨야 합니다." 크로키의 설명에 각 조의 조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작전의 변경은 없었다. "만약 앞쪽에 두 갈래 길이 나오면 한 조가 남고, 두 조씩 진입합니다. 그리고 다시 두갈래로 나뉘면 다시 한조 남고 남은 한조가 왼쪽 통로부터 탐색하십시오. 그 이후에는 대기조에 연락을 주셔서 인원을 확보한 후 움직이는 것으로 합니다. 막힌 곳은 세밀하게 탐색을 한 후, 후퇴하십시오. 미리 연습한 대로만 하면 가장 빠른 시간 안에 이 어둠의 신전을 공략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럼 진입을 개시합니다!" "진입 시작합니다. 1조부터 5조까지는 왼쪼긍로 들어가십시오." 크로키의 지시에 따라 15조까지의 대원들은 모두 통로에 진입했다. 남은 사람들은 16조부터 20조까지의 대원들이다. 라딘과 크로키, 뭉치 미리네, 미키는 20조에 속해 있었다. 그들은 여기서 대기하다 리치가 나타나면 즉시 진입하게 되어 있었다. 남은 사람들은 총괄하는 대장은 도끼바바였는데, 16조부터 19조까지는 대부 분 도끼바바의 영웅본색단 단원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크로키에게는 계속해서 귓말이 들어오고 있었다. 각 조의 조장들이 어떤 방을 탐색해서 무슨 아이템을 얻었고, 어떤 괴물을 만났는지를 일일이 보고했다. 크로키는 이미 20개 조의 전력을 모두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의 보고 에 따라 지원병력이 필요한 곳에는 바로 대기조를 투입했다. 시간을 다투는 공략이라고 그들은 판단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이 신전에 무슨 함정과 기관이 설치되어 있는지를 모르기 때문이 다. 원래대로라면 그런 만큼 신중하게 천천히 탐색을 해야 하지만 나지훔이라 는 적이 있으니 그 자가 무슨 장난을 치기 전에 그를 발견해서 싸우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신중한 전진과 빠른 공략, 이 두가지 상반된 요소를 동시에 충족시켜야 하 는 만큼 상당히 힘든 진입작전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래도 지그 이곳에 들어온 대원들은 전국의 게이머 중에서 골라 뽑은 고수들, 역시 일사분란하 게 일을 진입시키고 있었다. 다행히도 아직까지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 어둠의 신전이라는 최고 난이도의 장소치고는 나오는 마물들도 그렇게 많지 않고, 함정도 별로 없었다. 그러나 그들은 안심할 수 없었다. 대원들의 잠입이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그들의 긴장감 역시 점점 커졋다. ----------------- '뭐라고? 인간들이 어둠의 신전에 침입을?' '네, 죄송합니다. 그놈들을 막지 못했습니다.' '크크크크, 과연 어쩐지 그놈들이 조용하다 했더니 단번에 나의 본거지를 노릴 줄이야. 얻허게 신전의 위치를 알아냈는지 모르겠지만 그 라딘이라는 놈이라면 불가 능하지는 않겠지.' 나지훔은 한참 마굴의 보스들을 해방시키다가 아쿠의 보고를 받고 크게 놀 랐다. 아쿠는 신전의 문지기, 그의 특수 능력인 텔레파시는 주인과의 원거리 대화 를 가능하게 한다. '알았다. 내가 돌아갈 동안 그 외의 다른 자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아라 .' '넷.' 나지훔은 마음이 급해지는 것을 느끼며 그대로 플라이 마법으로 날아올랐다 . 마법진이 있는 곳까지는 거의 반나절을 날아야 한다. 물론 그 마법진은 다른 자들이 발견해도 발동주문을 모르면 사용할 수 없다 . 발동주문은 신전 안에 새겨져 있는데, 그것은 마족의 언어이기 때문에 마족 이 아닌 자는 읽을 수 없게 되어 있다. "서둘라야겠군, 아무리 쉬카가 지키고 있다고 해도 그놈들 전부를 상대하기 는 쉽지 않을 거야. 크크크크, 좋다, 라딘. 그곳에서 네놈들을 끝장 내주지." 나지훔은 허공을 떠다니는 레이스처럼 검붉은 로브를 휘날리며 날았다. 아래쪽에는 수백 마리의 마물들이 마치 인간의 군대처럼 정렬해 이동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이미 300여개의 마굴을 해방시켰다. 인간들은 군대를 동원해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지만 단 300개의 마굴을 해방 시켰는데도 거의 100만의 인간들과 만만하게 싸우고 있었다. 이제 어둠의 신전에 진입한 놈들만 정리하면 다시 크로노스 섬으로 가서 마 굴을 파괴할 계획이었다. 3년! 3년 안으로 2천개의 마굴을 모두 파괴하고 그것을 해방시키겠다! 그것으로 인간은 이 세상에서 거의사라지게 될 것이고 세상은 마물들의 왕 국으로 재구성될 것이다! 나지훔은 하늘에서 보이는 럽은 대지를 보며 그런 미래의 환상을 머릿속에 그렸다. ------------- "나타났어! 그 드래곤 좀비가 있다는군!" "오옷, 가자!" -벌떡 크로키의 외침에 그들은 모두 일어나 달리기 시작했다. 과거 하이드래곤 길드의 진입작전에서 배운 데로 이미 최단 경로는 확보된 셈이다. 5개조 50명의 대원들이 일사분란하게 2열로 뛰어서 진입하는 데에는 조금도 거침이 없었다. -쿠오오오오 "으윽! 젠장, 이거 칼이 안 먹히잖아!" "1500레벨이랬어. 먹히겠냐? 그냥 살아남는 데 주력해!" 10명의 대원들 중 7명은 이미 사망했다. 남은 자들은 몸놀림이 빠른 도둑 2명과 일행의 리더였던 전사 1명뿐이었다. 그래도 레벨 700이 넘는 자신들인데 이렇게 5분을 버티지 못하고 거의 전멸 지경에 빠질 줄이야! 그러나 드래곤 좀비의 꼬리치기 한방에 성직자와 마법사가 전멸해 버린 이 상 그들에게 승산은 없었다. -쾅 "아아악! " 다시 드래곤좀비의 앞발에 맞아 한명의 대원이 회색으로 변했다. 땅을 쓸듯이 긁어 위로 점프하게 하고는 다른 앞발로 그대로 내려 찍었다. 인간의 몸으로 버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으윽, 덩치는 큰 놈이 으외로 예리한 공격을 하다니!" -팍 조장이었던 전사가 질렸다는 듯 다시 드래곤 좀비의 뒷발을 칼로 내리쳤다. 그러나 역시 그의 필살기는 드래곤스케일의 방어력을 뚫지 못했다. -캬아아아아아 오히려 성질만 나게 한 모양이다. 드래곤 좀비는 꼬리를 마치 풍차처럼 돌려 땅위를 휩쓸었다. 그러나 그때, 그들이 들어왔떤 통로, 그들이 들어오자 마자 자동으로 잠겼 던 그 통로의 문이 요란한 소리와 함께 파괴되었다. 그리고 동시에 그곳으로부터 하얀 빛을 뿜어대는 워해머가 날아왔다. -콰콰쾅, 슈우우우욱, 퍽 -쿠아아아아아 성뢰의 스파크를 사방으로 퍼뜨리며 날아간 워해머는 그대로 드래곤좀비 쉬 카의 머리를 때렸다. 무시할 수 없는 충격과 함께 따끔한 전기의 자극이 쉬카의 흉성을 자극했다 . "드래곤 좀비! 너에게 안식을 주겠다! [홀리 코멧]!" -파앗, 다다다다 윈드포스를 던짐과 동시에 라딘은 이미 달리고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무기와 방패에 동시에 홀리웨폰을 사용할 수 없다. 그러나 라딘은 일단 윈드포스에 홀리웨폰을 걸어 던지면 다시 방패에 홀리 웨폰을 걸어도 무기에 걸린 홀리웨폰이 사라지지 않는 다는 것을 발견했다. 화살에 연속으로 홀리웨폰을 걸어 발사하는 것이 가능한다는 신전의 기록으 로부터 얻은 아이디어였는데 그것이 정말로 가능하다는 것에 그는 크게 기뻐했다. 썬더브레이크와 홀리코멧을 같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다다다 그의 전신은 완벽하게 방패가 뿜어대는 홀리웨폰의 하얀 신광성으로 덮여 있었다. 하얀 빛의 구체, 그야말로 신검합일의 경지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해머에 머리를 얻어맞아 화가 난 드래곤좀비는 크게 울부짖으며 신 경질적으로 꼬리를 휘둘렀다. -위이잉, 퍼억 "크억!" -쾅 꼬리에 맞아 날아간 라딘은 그대로 한쪽 벽에 박혔다. 거미줄처럼 갈라진 벽의 상태로 보아 라딘이 당한 충격은 장난이 아닌 것 같았다. "라딘! 괜찮아?" 미리네가 들어오며 놀라 외쳤다. 그러나 라딘은 정말로 심각한 충격을 받았는지 비틀거리며 겨우 일어서고 있었다. -쿠오오오오 그런 라딘의 몸에 쉬카의 앞발이 내려쳐졌다. 방구석에 있는 바퀴벌레를 잡는 사람의 손에 들린 잡지와도 같은 느낌이 들 었다. 이 앞발에 라딘으 몸이 바퀴벌레처럼 납작해질 것이 틀림없다고 사람들은 생각했다. 그러나 그때, 뭉치의 몸이 공중을 날았다. "받아랏! [백보신권]!" -퍼퍼퍼퍼펑 무려 7방의 강기탄이 뭉치의 양 주먹으로부터 발사됐다. 그의 백보신권이 이제는 마스터의 경지에달했다는 증거이다. 그리고 그 강기탄은 그대로 쉬카의 오른쪽 뒷발에 모두 박혔다. -캬아아아아아, 쿵 두 발로 서 있다가 한쪽 발목에 충격을 받은 쉬카는 급히 꼬리로 바닥을 치 며 중심을 잡았다. 그 바람에 눈앞의 성기사에게 결정타를 내려치지 못했다. 그리고 그 사이 겨우 정신을 차린 라딘이 그빟 뛰어서 쉬카의 몸 옆쪽으로 달렸다. 1500레벨의 거대괴수 드래곤 좀비! 그 위력은 역시 장난이 아니었다. "으윽, 다들 공격해요! 꼬리를 조심하고요." 크로키 역시 안으로 드어오면서 대원들에게 외쳤다. 이미 홀 안에는 50명의 대원들이 모두 들어와 쉬카를 포위하고 공격할 준비 를 끝냈다. 쉬카는 크게 화가 난 듯 그대로 한쪽 발을 축으로 전신을 한 바퀴 회전시키 면서 꼬리를 360도 회전시켰다. -위이이이잉 "으악! 피해!" 꼬리의 공격에 맞으면 전사클래스도 거의 한방에 간다. 그들은 필사적으로 벽 쪽으로 붙었다. 말로만 듣던 드래곤 드래곤 하면서 작전을 짰는데, 이 신마대전이라는 게임 의 드래곤은 정말 인간의 힘으로 감당하기 힘든 마물이라고 그들은 생각했다. -쿠오오오오, 쿵, 쿵, 쿵 -위이이이이잉, 파파파팍 쉬카는 마치 브레이크 댄스를 추는 것처럼 계속해서 몸을 돌리고 꼬리를 채 찍처럼 휘둘렀다. 이 홀에는 아무런 장애도 없고 둥그런 형태로 되어 있어서 그의 꼬리 공격 은 절대적인 위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대원들은 이렇다 할 대항도 못하고 필사적으로 구석을 따라 뛰었다. 뛰다가 늦어진 사람은 그대로 꼬리에 맞아 벽으로 날아가 박혔다. "으으, 정말 이러다가 다 죽겠다!" 라딘은 이미 공중으로 날아올라 쉬카의 몸에 붙어서 계속 윈드포스로 그의 몸을 공격하고 있었다. 그러나 쉬카는 일단 다른 놈들을 모두 정리하고 몸에 붙은 모기는 천천히 잡겠다는 듯 라딘을 무시했다. 거대괴수이자 언데드인 드래곤좀비! 그의 생명력은 해양신수인 설산과도 비슷할 정도였다. "에잇. [용전사 소환]! -우우우우웅, 쿵 한 소년의 외침소리와 함께 공간이 열리며 거대한골렘이 나타난 것은 그때 였다. 용전사 다이오가! 미키의 손에 들린 황금의 오브는 기묘한 소리를 내며 은 은히 빛나고 있었다. -쿠오오오오(넌 뭐냐?) -퍽 쉬카는 즉시 아이오가를 향해 꼬리를 휘둘렀다. 단번에 파괴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다이오가는 당당하게 쉬카의 꼬리를 잡았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꼬리를 잡아당겨 휘둘렀다. 쉬카의 몸이 공중으로 떠올라 벽에 박혔다. -쿠우웅 -캬아아아아 신전 전체가 뒤흔들릴 정도의 진동과 함께 쉬카의 울부짖음 소리가 홀 안에 가득찼다. 그러나 쉬카는 즉시 뒷발로 다이오가를 차서 몸을 빼 바닥에 착지했다. 거대 괴물과 골렘은서로 대치하고 노려보고 있었다. "결국 여기서 써야 되는 건가? 어쩔 수 없지. 자, 모두들 저용전사를 도와 드래곤 좀비를 처치합시다!" 라딘의 외침에 사람들은 용기백배해서 무기를 웅켜잡고 쉬카에게 달려들려 고 했다. 그러나 그 순간, 다이오가의 음성이 들려왔다. -다, 나가라. "자, 모두 용전사의 지시에 따라 저 드래곤 좀비를, 잉? 다 나가?" 라딘은 당황해서 말을 하다가 미키와 그 앞에 있는 다이오가를 번갈아 보며 물었다. 그러자 다이오가는 다시 그의 골렘 특유의 무거운 음성으로 말했다. -나는 용이다! 무리를 지어 적을 공격하는 것은 너희 인간의 방법, 드래곤은 단신으로 적 과 싸운다. 이놈은 내가 맡겠다. 너희들은 다른 적을 찾아라! "오!" 라딘은 그의 선언에 모든 것을 깨달은 듯 감탄성을 발했다. 과연 드래곤이 만들었다더니 그 정신마저 드래곤의 그것으로 형성된 모양이 었다. 용전사 다이오가, 그는 진정 용의 전사라고 할 만 했다. "자, 들었죠? 모두 이곳에서 벗어납니다. 서둘러요, 잘못하면 밟힙니다." 라딘의 말에 모든 대원들이 일하순란하게 그들이 들어온 반대편 통로로 달 려갔다. 쉬카는 그런 그들을 막고 싶었지만 눈앞의 강적이 자신의 빈틈을 노리고 있 는 상황이라 움직일 수 없었다. 단지 드래곤 특유의 공격자세를 한 채 상대의 틈을 노릴 뿐이어싿. 잠시 후, 홀 안에는 다이오가와 쉬카, 그리고 미카와 한 사람의 대원만이 남았다. "형은 왜 안가요?" 미키가 옆에 남아 있는 그 도둑복장의 대원에게 물었다. 그러자 그는 씨익하고 웃으며 말했다. "난 찍새야, 동영상 찍어야지. 염려마, 너도 찍어서 확실하게 편집해 줄게. " "헤헤헤, 형, 너무 멋있어요." -척 미키는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내밀며 말했다. 그들의 바로 앞에서 괴물과 골렘 사이에 흐르고 있는 긴장감과는 조금거리 가 있는 모양이었다. 다이오가는 천천히 손을 들어 자신의 등에 매고 있던 대검을 들었다. 검집이 없이 검만 커다란 쇠사슬에 묶여 매달려 있던 대검, 그것이야 말로 그의 애검인 용아검 그룬달이었다. -우우웅 검이 떨렸다. 마치 자신이라면 단번에 드래곤좀비의 목을 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 같았 다. 다이오가는 그런 자신의 검을 한번 보더니 다시 정면에 마주한 쉬카를 보며 말했다. -간다 -캬오오오오오 드래곤 좀비와 이벤트 골렘 용전사는 약속이나 한 듯 동시에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 "괜찮을까? 저 골렘이 강한 것 같기는 해도 상대는 드래곤좀비잖아." 크로키는 옆에 있던 라딘에게 물었다. 지금 그들의 앞에는 트랩마스터들이 함정탐지를 하면서 조심스럽게 전진하 고 있었다. 함정은 별로 없었지만 그런만큼 가끔싞 나오는 함정은 정말로 치명적인 것 뿐이었다. "아마 이기겠지. 내가 사이시아드 한테 물어봤는데, 드래곤 좀비는 레벨이 1500정도래, 저 다이오가란 골렘도 1500정도인데, 그놈이 들고 있는 용아검이 드래곤로드의 어금니를 녹여 만든 거라서 동급 레벨에는 최강이라 고 할 수 있댔어." "오, 그런건가? 그럼 전투가 끝나면 다른 150명의 대원들도 모두 진입할 수 있겠네?" "아마도." 라딘은 고개를 끄덕였다. 드래곤 좀비가 지키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이쪽이 신전의 중앙으로 가는 길인 것 같았다. 이 신전은 마치 달팽이 껍질처럼 빙글빙글 도는 미로로 되어 있어서 정말로 어느 길이 중앙으로 가는 길인지 알기 어려웠다. "앞쪽에 홀이 있습니다." "앗, 또 홀이야?" 트랩마스터의 보고에 라딘은 약간 긴장해서 중얼거렸다. 저번 홀이 드래곤좀비였는데, 다시 홀이라니? 그는 자신의 옆에 있는 도끼 바바를 보았다. 도끼바바는 라딘의 뜼을 알고는 씨익 웃었다. "염려마라, 우리 지존무쌍 부대는 무적이니까, 얘들아, 가자." "옙, 형님!" -척, 척, 척, 척 그레이트 액스와 할버드 등으로 부장한 30명의 전사들이 발걸음을 맞추어 앞으로 나가싿. 트랩마스터가 문의 함정을 해제하자 그들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홀 안으 로 들어갔다. "뭐야? 저 석상들은?" 도끼바바는 부대의 가장 선두에 서서 홀 안으로 들어왔다. 그러나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어떤 적도 없었다. 단지 50여개의 석상이 놓여 있었을 뿐이었다. 해골모양에 전신갑옷을 입고 마찬가지로 해골의 전투마에 탄 죽음의 기사, 자신의 목을 방패처럼 들고있는 듀라한, 구름처럼 허공에 떠 있는 유령과 무덤을 파먹는 식인 언데드 구울까지 각양 각색의 언데드들이 모두 있었다. "형, 일단 모두 뽀개요!" 뒤쪼에서 라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자 도끼바바는 바로 모릿속에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석상, 움직이기 전에 부수는 것이 바로 던전공략의 에티켓이 아니겠는가? "옷! 맞아, 얘들아!" "우쌰!" -캉, 카캉 대원들이 일제히 석상을 부수기 시작했다. 그러자 역시 아니나다를까 석상이 부서지면서 비명을 질렀다. 사실 그들은 신전 내궁의 가디안으로 신전의 주인이 그들을 해방시키면 외 부의 침입자들과 맞서 싸우게 되어 있었다. 평소에는 돌로 변해 그 육체가 구속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이 신전의 주인은 이곳에 없었더. 그들은 눈이 있어도 보지 못했고, 상대의 공격이 자신의 몸을 파괴해도 움 직이지 못했다. 단지 소멸의 순간이 되어서야 석화의 저주에서 풀려나 최후의 비명을 지를 뿐이었다. "휴, 다 뽀갰다. 우와, 경험치 죽이는데?" 도끼바바는 오랜만에 자신의 레벨이 오르자 기분이 좋은듯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 첫 석상을 파괴했을 때 경험치가 오르자 그는 그 순간부터 한 개의 석상이 라도 더 파괴하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 "헉, 그거 경험치 줘요?" "음, 무지하게 많이 주던데? 이놈들 한 마리 한마리가 모두 상급 언데드였 나봐." "아악, 레벨 7-800짜리 언데드 50마리?" 뒤늦게 들어온 라딘과 남은 일행들은 지존무쌍 부대원들의 밝은 미소를 보 며 땅을 치며 억울해 했다. 그들 전원이 레벨이 올랐다는 사실에 무척 배가 아팠다. "잠깐만요. 그럼 이놈들은 원래 움직여서 우리하고 싸울 예정이었다는 건데 요." 크로키의 말이 흥분한 일행들을 진정시켰다. "어, 그러고 보니 그렇네?" "그렇다면?" 라딘과 뭉치가 동시에 웃었다. 상황은 아주 명백했다. "나지숨 어디 갔구나? 여기는 지금 빈집이란 말이지?" 라딘의 말에 사람들의 눈에 흥분의 감정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빈집털이, 일단 맛을 붙이면 헤어나기 어려울 정도의 중독성이 있다고 한다 . 성 공략 게임엣도 항상 적의 주력보다는 비어있는 성을 치는 것이 재미있고 아군의 손실도 적다. 상대가 그 사실을 알고 비명을 지를 때의 그 쾌감은 정말로 해본 사람만 안 다. "갑시다! 확실하게 털어주는 겁니다!" -우오오오오 마치 야수처럼 함성을 지르며 그들은 이미 약탈자였다. -우르르르르 "트랩마스터 분들은 최단시간 내에 함정을 찾아내세요. 그리고 그 함정이 범위마법이 아닌 경우에는 그대로 몸으로 부숩니다. 시간싸움이니 죽는 것을 두려워하지 맙시다!" "쿠하하하, 우리 지존무쌍 부대원들에게 맡겨! 이미 경험치는 먹을 만틈 먹 었으니 한 뻔씩은 죽어줄게." 도끼바바의 양심선언에 부대원들의 사기는 급상승했다. -펑, 아아아악 함정을 찾는 데에는 시간이 별로 걸리지 않는다. 그들은 이미 전문가이기 때문에 함정설치가 가능한 구조는 한눈에 알아본다 . 그러나 그 함정을 해제하는 데 수분에서 수십 분의 시간이 걸린다. 복잡함정일수록 오래걸린다. 그러나 지금 그들은 거의 쾌속진격이라고 할 정도로 빠르게 마굴을 공략하 고 있었다. 이미 4명의 대원이 사망을 경험했지만 그들은 즉시 부활스크롤로 되살아났 다. 50명의 특공대느느 30분도 지나지 않아서 거의 신전의 중앙근처까지 진입할 수 있었다. 그들이 신전 외부로부터 내부의 경계선인 쉬카의 홀까지 진입하는 걸린 시 간이 6시간이었던 것에 비하면 놀라운 속도라고 할 수 있었다. --------- "크윽, 약간 늦엇군! 이미 내궁의 가디언들의 대부분이 파괴되었다니?" 마법진을 통해 신전의 중앙으로 들어온 나지훔은 마법원반 위에 있는 고그 만 돌조각들이 거의 대부분 부서져 있다는 데에 크게 놀랐다. "쉬카마져 파괴되다니? 저들의 힘이 그 정도였단 말인가?" 그는 자신이 믿었떤 쉬카가 이미 파괴되고 그 안쪽에 있는 3개의 방어막도 이미 뚫린 것을 믿을 수 없었다. 나지훔은 그들이 아무리 빨라도 시카와 한참 싸우고 있을 무렵이라고 생각 했었다. 그러면 내궁의 가디언들을 모두 해방시켜 그들을 쓸어버릴 생각이었는데 이 미 내궁의 가디언들도 얼마 남아있지 않았다. 용전사 다이오가의 존재를 몰랐던 것이 큰 패착이었는데, 그는 역시 아직까 지 그 사실을 몰랐다. "크윽, 어쩔 수 없군. 일단 남은 가디안들을 모두 해방시키자. 그리고 성의 최후기관을 발동시켜 저들을 모두 물속에 잠기게 해야겠군." 나지훔은 결심을 굳히고 천천히 마법원반에 자신의 마나를 주입하기 시작했 다. 남은 가디언들이 석화의 저주에서 벗어나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이 느껴졌다 . 그리고 그 후에 그는 이 신전의 생명석이 있는 방안으로 들어갔다. 회색의 석실, 그 방의 중앙에는 생명석과 함께 자신의 라이프 배슬이 놓여 있었다. 이미 신전의 생명석과 동화되어 이동은 불가능하다. 리치에게 영원한 생명을 보장하는 라이프 베슬은 보통 마굴의 생명석과 동 화시켜 그 유지에 필요한 마나를 계속 공금받게 되어 있기 때문에 일단 설치를 하면 옮길 수는 없었다. 결국 이 신전이 파괴되면 나지훔 자신도 영원히 소멸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방법은 있지, 크크크." 그는 해골만 남은 얼굴로 웃으며 한 쪽 벽에 있는 여섯 개의 레버를 보았다 . 최후의 기관, 그것은 바로 이 선전에 설치되어 있는 안티워터필드의 마법진 을 정지시키는 기관이다. 6겹으로 설치된 방수마법진, 그것을 차레차례로 해제하는 것이 바로 이 신 전 최후의 기관인 '수몰의 관'이다. 내부구조상 차례로 외부로부터 완전히 물에 잠긴 이후에 다시 안쪽의 기관 을 발동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급격한 수압의 변화로 신전 자체가 붕괴되기 때문이다. 이 기관이 발동하면 외부의 물이 내부로 들어와 결국 신전이 물에 잠기게 되어 있다. 일단 기관을 발동시키면 다시 물을 외부로 내보내는데 1년이란 세월이 걸리 기 때문에 내부에 있는 대부분의설비와 다른 기관들은 완전히 무용지물이 되어 버린다. 물속에 잠겼다가 나온 신전을 복구하는데에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처럼 위험한 상황에서는 최고의 방어장치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럼, 시작해 보자. 크크크 인간들이여. 그대들이 이 심해의 수압 속에서 언데드들과 얼마나 잘 싸울 수 있는가를 보아주겠다." 그는 천천히 첫 번째 레버를 잡아 그것을 힘 있게 밑으로 당겼다. 그 순간 외부로 통하는 모든 입구에 설치된 마법벽이 사라지고 거센 물살이 신전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 지면 관계상, 다이오가의 전투신은 생략합니다^^ 라딘 이상의 카리스마는 모두 제거하는 것이 신마대전의 기본 원칙입니다. -------------------- Chap 7. 최후의 결정. -캬아아아아악, 퍽 "이익, 왜 갑자기 이놈들이 움직이는 거지?" 도끼바바는 자신이 부수러뎐 언데드 리자드맨이 갑자기 움직여 자신을 공격 하자 기겁해서 뒤로 물러서며 할버드를 휘둘렀다. 이미 세 개의 홀에 있는 석상들을 모두 부수고 네 번째 홀까지 진입한 상태 였다. 그러나 그들이 열심히 석상을 부수려는 순간 석상의 돌색깔이 언데드 특유 의 색으로 변하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아악! 이놈의 서펜트가!" -쿠오오오 석상의 중앙에 위치한 길이 30m정도으 거대한 뱀이 움직이며 대원들을 공격 하기 시작했다. 군데군데 살이 패여 뼈가 드러나 보이는 그 뱀은 고대로부터 무덤을 지키는 파수꾼으로 가장 각광받는 실퍼서펜트임이 틀림없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놈은 이미 언데드화 한듯 자신의 몸의 상처는 조금도 돌보지 않 고 주변의 대원들을 꼬리로 후려치고 또 입으로 통째로 삼키려했다. "젠장, 그놈이 돌아왔나 본데? 하지만 조금 늦엇지. 열 좀 받았을 걸? 밀어붙여요! 반대편 통로를 확보해야 합니다!" 정말로 어둠의 신전의 가디언들의 수에는 기가 질릴 수밖에 없었다. 만약 정상적이었다면 200의 대원들도 실패했을 확률이 높았으리라. 그러나 이미 100여개가 넘는 석상을 파괴했다. 귓말로 다른 모든 대원들에게 연락해서 이 신전이 빈집임을 알리고 전원 최 선을 다해 빠르게 진입하도록 해싿. 다이오가가 드래곤 좀비를 처치했다는 미키의 귓말을 받았기 때문에 이제는 거칠 것이 없었다. '형, 다이오가가 떠났어요.' 미키는 울면서 그렇게 귓말을 보냈다. 라딘은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는 할 일을 했어. 이제 우리들이 일을 할 차례지. 맡겨 두라고! 꼭 리치놈을 잡을 테니까.' 라딘의 말에 미키는 울음을 그쳤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다이오가의 전투를 본 미키는 그의 위용에 반했다. 동시에 그 주인인 자신의 무력함을 깨달았다. 그리고 라딘의 말에 그는 결국 결심했다. 힘을 기르기로! 그는 무공고수가 되기 위해 전사를 선택했지만 이제는 더 이상 검성을 꿈꾸 지 않았다. 기사! 라딘과 같은 성기사가 되어 인간을 위해 싸우겠다고 그는 결심했다. 미키는 아직 자신이 무서운 착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어쩌면 영원히 깨닫지 모를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그의 결심은 이 브리시아 를 위해 좋은 일이라 할 수 있었다. '사진은 잘 찍었지요?' 라딘은 전투가 끝나자마자 전문촬영 요원인 플래쉬세이버에게 귓말을 보냈 다. 200명의 전투요원들 중에서 단 5명뿐인 전문 찍새 중 한명인 그는 미키의 옆에 남았었다. '올해 최고의 동영상은 바로 내 파일속에 있지. 음화화화화.' '굿, 상금으로 월말 회식합시다.' 그들은 원만한 일처리에 서로 만족했다. 라딘은 그 즉시 그 사실을 모든 대원들에게 알리고 크로키의 지시에 따라 새롭게 진입 포메이션을 짜서 이쪽으로 50명의 추가 병력을 지원하도록 수배했다. 그러나 그들은 오지 못했다. '으아악! 물이 들어오고 있어!' 한 대원이 비명 섞인 귓말이 들려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후발 진입조 조장으로부터 다급한 음성이 들려왔다. '문이 닫히고 있어! 어떻게 된거지?' '헉!' -그그그그긍 과연 그의 말대로 홀의 반대편 문이 닫히고 있었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청정 위로부터 돌 벽이 내려오고 있었다. "달려요!" 라딘은 급하게 소리쳐며 뛰기 시작했다. 그의 목소리에 상황을 파악한 사람들은 역시 재빠르게 움직였다. 살아서 움직이기 시작한 언데드 괴물들과의 전투에서 몸을 뺄수 있는 자들 은 모두 달렸다. -쿵 돌 벽이 완전히 내려오고, 대원들은 홀 안쪽과 이쪽 통로로 들어온 사람들 로 갈라졌다. 안쪽의 대원들은 아직 싸우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계속해서 들려오는 귓말들, 그것은 모두 물이 흘러들어오고 있다는 비명소리였다. "으음, 이건 기관이 발동된 건데, 아마 나지훔이 이 신전을 물속에 잠기게 할 모양이야." 크로키는 급히 바닥에 쭈구리고 앉아 대략적으로 파악된 신전의 구조에 지 금 들려오는 귓말의 위치를 표시했다. 과연 신전의 외부 쪽이 물에 잠기는 것을 알수 있었다. "그럼 이제 어떻게 되는 거지?" "구간마다 돌 벽으로 막히는 것으로 보아 나지훔 이놈이 방어기관을 발동시 킨 것 같아. 내 생각대로라면 바깥쪽부터 점점 물이 잠기게 되겠지. 서둘러야돼. 안그러면 우리 모두 수중전을 해야 한다고!" "으윽, 수중전, 드워프는 수중전을 싫어하는데." 뭉치가 기겁을 해서 말했다. 그는 헤엄을 치지 못했다. "드워프가 문제가 아니라 네가 문제지. 어째 항구도시의 영주가 헤엄도 못 치냐?" "이 몸매로 수영이 되냐? 아무튼 물속에서는 난 거의 못 움직여." 농담이 아니라 물속이라면 대부분의 전사들은 제대로 활약을 못할 것이다. 비록 숨참기 스크롤을 넉넉히 지니고 있어서 수압으로 주일 일은 없다고 해 도 대부분의 공격은 물의 저항 때문에 약화되어 버린다. "서두르자. 뒤쪽 사람들에게 벽울 부수며 오라고 그러고, 우리도 앞쪽 벽을 파괴하자고." "알았어." 행동방침이 결정되자 그들은 즉시 움직였다. 과연 통로 끝에는 돌로 된 벽이 내려와 완벽하게 막혀 있었다. "에잇, [홀리 코멧]!" -파앗, 위이이잉, 쾅 "크윽, 안되는군!" 라딘은 자신의 필살기에 돌 벽이 패이긴 했어도 단번에 부서지지는 않는 것 을 보며 억울하다는 듯 소리쳤다. 적지 않은 충격이 그의 생명력을 갉아먹고 있었다. 적을 파괴하지 못하면 홀리코멧의 충격이 태반은 그에게 반사되어 오는 것 이다. 그러나 그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앗다. 별로 강하지 않은 팰러딘의 회복마법이 아닌 세상에서 인정하는 최고 마나 량의 힐러가 그의 옆에 있기 때문이다. "라딘 괜찮아? [파워 힐]!" -파앗, 샤르르르르 부드러운 전신안마의 느낌과도 같은 하얀 신성력의 움직임은 라딘의 뼈마디 의 고통을 모두 순식간에 회복시켰다. 기분만이 아니라 실제로 그 한번의 회복 마법에 그의 생명력이 완벽하게 회 복되어 있었다. "이제 괜찮아. 고마워 미리네." 라딘은 웃으면서 미리네에게 감사를 했다. 미리네 역시 기분이 좋은듯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뭉치가 그런 그들을 가만히 놔둘 수 없다는 듯 외쳤다. "놀지말고 계속 해! [백보신권]!" -콰콰콰콰쾅 강기탄이 날아가 박힐 때마다 돌무더기가 튀었다. 상당히 감정적으로 격해진 그의 공격력은 효과적으로 돌 벽을 파내고 있었 다. 사람들 역시 자신들의 필살기를 동원해 돌 벽을 부수기 시작했다. 그러나 과연 방어벽으로 사용할 만큼 강력한 벽이었다. 라딘이 홀리코멧을 5번이나 사용하고 뭉치의 강기탄이 백여 발이나 먹힌 후 에야 그 벽을 부술 수 있었다. 부수고 보니 두깨가 약 3m나 되었는데, 안쪽 면이 3중의 다른 재질로 되어 있고 그 중간에 강화마법진이 새겨져 있었다. "으윽, 벌써 10분이 지났어. 뒤쪽의 상호아은?" 라딘이 묻자 크로키가 대답했다. "바깥쪽이 와넌히 물에 잠기자, 그 다음 지역으로 물이 들어오기 시작했는 데, 그 다음에도 역시 다음 지역으로 물이 들어오는 식인가봐. 지금 방금 3번째 구역까지 물이 들어오기 시작한 모양이야. 5분에 한 구역 정도라고 볼 수 있겠지." "음, 그렇군, 그럼 벽을 뚫는 진도는?" "아직 절반정도, 아무래도 우리는 라딘 네 기술이 있으니까 빨랐지, 도끼바 바 형네 부대는 아직 괴물들과 싸우고 있데." "으음," 라딘은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대로 진입할 것인가? 아니면 돌아가서 돌 벽을 파괴하는 것을 도울 것인 가? 학실히 기본적으로는 사람들과 합류해서 다 같이 들어오는 것이 좋을 것이 다. 그러나 지금 돌아가는 상황으로 보아 신전 안이 물로 가득차면 대원들 대부 분은 별 전투력이 되지 못할 것 같았다. 그리고 그가 느끼기에는 이제 얼마 안가서 이 신전의 중심에 도착할 것 같 았다. 그곳에는 나지훔이 있을 것이다. 그런 만큼 빨리 진입해서 그놈이 다른 수작을 부리지 못하게 막는 것도 좋 을 것 같았다. "좋아, 이대로 진입하자, 빨리 가서 이 신전이 완전히 물에 잠기는 것을 막 아 보자고." "음, 그게 좋겠군. 나지훔이 있는 곳만 물이 없어도 되는 거니까. 가자." 라딘의 생각을 이해했다는 듯 부연설명을 하는 크로키를 보며 라딘은 웃었 다. 뭉치와 미리네를 비롯한 10명 정도의 대원들이 그들의 현재 병력이었지만, 그래도 시간끌기로 버틴다면 나지훔에게 쉽게 당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그들은 판단했다. "가자!" 무너진돌 벽을 넘어서 그들은 다시 신전 안쪽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크로키는 외부로부터 계속해서 들려오는 보고 소리에 집중을 하면서도 눈 앞의 통로안쪽에 도사리고 있을 위험에 긴장하고 있었다. --------------- -쿵, 쿵, 쿵 나지훔은 마법석판을 보며 이 신전 안에 있는 언데드들의 상황을 살피고 있 었다. 역시 보통놈들이 아닌 것 같았다. 4차 방어 홀에는 레벨 1000인 언데드인 실퍼서펜트 좀비를 비롯한 20여 마 리의 마물 언데드가 대기하고 있었는데, 그들의 수가 점점 줄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지금 바깥쪽을 막는 방어벽에 추역음이 들려오고 있었다. 누군가가 이미 4차 방어 홀을 벗어나, 그 앞쪽에 있는 방어벽을 부수고 전 진해서 자신들이 있는 중앙 홀까지 접근해 온 것이다. "흐음, 과연 대단하군." 그는 감정 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아직 레버는 2개 더 남았다. 이제 시간이 된 것을 안 나지훔은 옆쪽에 있는 생명석의 방으로 들어가 다 시 하나의 레버를 당겼다. -끼릭 이것으로 4차 방어홀 바깥쪽은 완벽하게 물에 잠게 되었다. 5분 후에 마지막 레버를 당기면 이 생명석의 방까지 물이 들어올 것이다. 나지훔은 약간 초조한 심정이 되어 방 바깥쪽의상황을 살폈다. 5분이면 된다. 그 때에는 인간들은 모두 물속에 헤매게 될 것이고, 자신의 다크 스피리트 의 공격에 꼼짝없이 당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생각 외로 문밖의 무리들이 문을 부수는 속도가 빨랐다. -쾅 "뚤었다! 앗, 여기는? 저 석상은 뭐지?" "크음, 들어왓꾼. 어쩔 수 없지." 나지훔은 운명의 장난에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의며 방을 나섰다. 그리고 그는 메사아드의 대예배성당 안으로 들어온 무리들 중에서 자신에게 그토록 원한과 두려움과 경외의 감정까지 가지게 된 한 인물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전신에 파란 빛깔이 도는 전신갑옷을 입고 워해머를 든 성기사, 그는 바로 나지훔이 복수를 맹세한 대상인 라딘이었다. ------------ "바깥 쪽으로부터 심해바다상어들이 들어온 모양이야! 사람들이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는데 상황이 좋지는 않데." "으윽, 심해상어. 미치겠군." 크로키의 상황 설명에 라딘은 인상을 구기며 말했다. 이미 도끼바바가 있는 바로 바깥쪽까지 물이 차고 있다고 했다. 후발 진입조 50명은 열심히 벽을 파괴하고 있는 중인데, 사람이 많아도 좁 은 통로에서 전원이 힘을 모을 수 없기 때문에 아직 도끼바바가 있는 곳까지 들어오려면 20분에서 30분은 걸릴 것 같았다. 도끼바바 일행은 이제 겨우 언데드들을 처리했다고 한다. 어쩌면 자신들이 먼저 달려서 빠져나온 것이 패착이었을지도 모른다고 라딘 은 생각했다. 그러나 항상 후회는 별로 소용이 없다. 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한 법이다. 그와 뭉치는 열심히 벽을 부쉈다. 도끼바바가 벼을 부수고 이곳까지 달려오는 시간은 20분 정도 걸릴 것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때까지 버티겠다고 그는 이를 악물고 결심했다. -쾅 "뚫었어!" "좋아, 들어가자!" 라딘은 마음속의 망설임을 감추려는 듯 호쾌하게 소리쳤다. 뒤쪽에서 미리네가 열심히 회복마법으 시전해 주어서 그들의 생명력은 완전 히 회복된 상태였다. "앗! 여기는? 저 석상은 뭐지?" 뭉치가 신기하다는 듯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과연 이번 홀은 지금까지와는 달랐다. 전면에 보이는 거댛나석상, 그것은 여인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주변에 있는 몇개의 석상들은 하나같이 신화에 나오는 고위마족 의 모습과 닮아 있었다. 바닥에는 카페트가 깔려 있었고, 사방의 벽과 천정에는 야광주와 샹데리아 가 빛을 밝히고 있었다. 그런데 그 빛은 하나같이 어두운 색을 하고 있었다. 밝은 빛이 이 장소에 나타난다는 것 자체가 금기인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 석상 앞쪽에서 놓여 있는 제단, 아무리 봐도 이곳은 신전의 중앙 예배당처럼 보였다. 지금이라도 파이프오르간 소리가 홀 안에서 울려 퍼질 것같은 신성함까지 느껴졌다. "다 온건가? 생명석은 어디 있지? 나지훔음?" 라딘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다른 특이한 곳을 찾았다. 그때, 제단 안쪽, 정확하게 여신상 밑쪽이 열리며 그 안에서 한 사람이 걸 어 나왔다. 검붉은 로브를 가진 검은 해골의 마법사! 그자는 바로 리치 나지훔이었다. "크흐흐흐, 과연 라딘 경답군. 어둠의 여신은 당신의 눈으로 직접 내가 그 대를 죽이는 모습을 보고 싶으셨나 보구나." "나지훔! 네놈은 이미 끝이다! 인간임을 포기한 네놈을 죽이고 그 생명의 그릇을 파괴해 영원히 소멸시켜 버리겠다!" 라딘은 그의 모습을 보자마자 전투태세를 갖추며 당당하게 이쳤다. 이미 동영상은 돌아가기 시작했고, 그의 모습은 완벽하게 제단위의 마왕을 올려다보며 무기와 방패를 겨눈 채 최후의 대사를 말하는 성기사의 모습이었다. 물론 동영상에 찍히지 않는 깃말로는 도끼바바에게 나지훔 나왔고 그 사이 에 있는 돌 벽은 다 부쉈으니까 빨리 달려오라고 외치고 있었다. 나지훔은 뭐가 그리 웃긴지 크게 웃으며 말했다. "크하하하하, 그래, 과연 어떻게 될까?" -스스스스스, 까르르르르 그의 주변으로 녹색의 안개가 나와 둥근 도너츠처럼 몸 주위에 방어망을 형 성했다. 그리고 동시에 머리에서 6마리의 검은 영혼들이 나와 주벼을 돌며 웃었다. 나지훔의 붉은 두 눈은 더욱 음침하게 빛났고, 그의 뼈만 남은 손에서는 검 은 전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라딘은 이를 악물고 파라임 파워를 시전했다. 그의 몸에서는 황금빛의 강화신성오라가 나타났고, 워해머로부터 홀리웨폰 의 섬강이 쏟아져 나왔다. 아직 시간적으로는 낮인 모양이었다. 이윽고 윈드포스의 진뢰가 발동되자 그 섬광은 성뢰의 전격으로 변하여 사 방에 하얀 스파크를 일으켰다. 주변에 있던 동료들 역시 제각기 마지막 전투태세를 갖우고 나지훔을 노려 보았다. 10대 1의 전투, 하지만 나지훔은 패배를 생각하지 않았고, 10명의 전투부대 원들도 승리를 확신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이 전투는 승패가 아닌 생사가 갈리는 최후의 결전이라는 것을! -------------------- 브리시아 서버의 한계레벨 이계인은 현재 3명입니다. 가장 처음 한계레벨이 된 사람은 역시 라딘! 물론 비공식입니다. 두번재가 바로 6명의 밀대를 달고 레벨을 올린 악령기사! 공식 최도의 한계 레벨 유저입니다. 동료들은 그를 밀어주나라 아직까지 900레벨도 못된 상황이지요. 그러나 그는 이미 이 서버를 떠낫습니다. 세번째가 아무도 모르게 한계레벨이 된 궁극의 사이코 게임중독자 미리네입 니다.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방법으로 한계레벨까지 올렸지요. 현재까지 딱 이들 3명이 한계레벨이고, 알고보면 라딘과 미리네는 서버 최 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외의 대부분은 900레벨도 아직 넘지 못한 상황입니다. 이 3명의 한계레벨은 일종의 사기라고 할 수 있겠지요. 뭉치와 도끼바바, 크로키는 레벨 870정도로 설정 했습니다. 몽몽과 설산 역시 그 정도입니다. ---------------------- 75 "타핫, [파워 브레이크]!" -슈우우우우웅 전투 시작의 벨은 언제나 라딘이 무기를 던지는 것으로 결정되어 있다. 그것은 이미 공식이었다. 동시에 뭉치의 강기탄과 크로키의 볼의 창, 그리고 미리네의 홀리워드가 발 동되고 다른 모든 멤버들의 공격이 일제히 시전되었다. 상대는 1500레벨의 마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이 바로 조금이라도 승률을 높이는 방법이었다. 정의의 다굴은 언제나 화려했다. -콰콰콰콰쾅, 파지지지직, 우우우우웅 -캬아아아아아 6마리의 다크 스피리트들이 주인을 위해 그 공격을 몸으로 막았다. 그러나 미리네의 언데드 전용 범위마법인 홀리위더그 가의 움직임을 느리게 만들었다. 결국 몇 개의 공격이 그들의 가드를 뚫고 나지훔에게 정중되었다. 과연 이쪽도 하나같이 고수들이라 그들의 선제공격기술은 하나같이 만만치 않은 파괴력을 지니고 있었고, 나지훔의 최후 방어선인 포이즌 포그도 그 공격을 완전히 흡수할 수는 없었다. -퍼퍼퍽 "크아아아악!" 비명을 지르며 서서히 가루로 변해 사라져 가는 나지훔, 그가 서 있던 자리 에는 회색의 재만 남았다. "잉? 어떻게 된 거지?" 그 돌연한 최후에 공격을 한 사람들이 오히려 놀라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 보았다. 그러나 그 순간 사람들의 공격이 멎었다. 황당감에 긴장으로 무장된 경계심도 반쯤 풀어져 버렸다. 그리고 그 순간 빈틈을 노린 다크 스피리트들이 일행들을 공격하기 시작했 다. -까르르르르르 생명을 빨아들이고 영혼을 뒤흔드는 다크 스피리트의 웃음소리는 범위 스턴 의 효과가 있다. 그리고 저항에 실패해 몸이 굳어버린 자들은 그대로 다크 스피리트들의 표 적이 되어 그녀들에게 몸을 빼앗겨 버린다. "으윽, 몸이 말을 안 들어!" -휘익 "앗! 왜 날 공격하는 거야?" "고의가 아니야! 앗, 이번 것도 고의는 아니야!" -퍼퍼퍽 순식간에 3명의 몸속으로 다크 스피리트들이 들어가 버렸다. 그러자 그들은 즉시 옆쪽에 있는 동료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 안에는 크로키가 끼어 있었고, 방심한 사이 크로키의 지팡이에 얻어맞은 뭉치는 열심히 크로키가 아군을 공격하지 못하도록 제재를 가했다. "크흐흐흐흐, 내 앞에서 수라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지. 브리시아인이라면 말할 것도 없고, 이계인이라고 해도 블랙 스피리트의 능력인 포제션에 당한 이상 나의 충실한 인형이 되는 것이다!" "앗, 나지훔!" 어느새 나지훔이 다시 나타나 웃고 있었다. 라딘은 자신들이 순간적으로 속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를 갈았다. "폐인데스 (Feign Death)! 죽은 척 하는 기술까지 익히고 있다니? 리치 씩 이나 되는 놈이 그렇게 치사할 수 있는 거냐?" 폐인데스는 주로 도둑들이 익히는 기술로 사용하면 즉시 전신이 시체처럼 회색으로 변하고 숨도 쉬지 않게 되어 버리는 기술이다. 기술을 풀지 않는 한 절대로 살아있는 것이라고 눈치 챌 수 없다. 물론 시체에 대고 공격을 가하면 상대에게 데미지를 입힐 수는 있다. 그러나 대부분 시체가 되는 순간 공격을 멈춘다. 라딘은 마법사인 저 나지훔이 어떻게 도둑의 기술을 익혔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 순간 그는 깨달았다. 아이템! 저 나지훔이라는 놈이 도둑전용 기술인 폐인데스를 사용할 수 있는 아이템 을 가지고 있다! 최상급 기술인 폐인데스를 쓸 수 있는 아이템이면 최소 유니크! 라딘의 눈이 탐욕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쉬지 않고 밀어 붙여요! 저놈이 죽으면 그 시체인 재까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공격을 멈추지 말아요." 크로키가 다시 불의 창을 소환하며 말하자 대원들은 역시 크게 함성을 지르 며 다시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미 3명이 배신을 한 이 상황에서 그들의 공격을 막기 위해 3명이 대응을 하니 이제는 4명밖에 나지훔을 공격할 수 없었다. 나지훔은 냉정하게 그들의 공격에 반응했다. "가라, 독룡들이여! [독룡출해]!" -캬아아아아 그의 주문과 함께 나지훔의 주변을 감싸고 있던 독의 안개 속에서 녹색의 독가스로 뭉쳐진 뱀이 나타나 일행들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5마리의 뱀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나지훔을 공격하 는 자들의 공격을 피하면서 사람들에게 공격을 가했다. "아앗! 피해!" -휘익 휙, 콰콰쾅 "아아아아악!" 미처 피하지 못한 대원 한 명이 그대로 독룡에 맞았다. 그러자 그 독룡은 즉시 폭발하여 녹색의 독가스를 주변에 퍼뜨렸다. "헉, 미리네, 공기정화!" "응, [공기정화]!" -파사사사사사 다행히도 미리네의 반응이 빨랐다. 다른 사람들은 중독되지 않았다. 그러나 정통으로 얻어맞은 대원은 전신이 녹색으로 변한 채 바닥에 쓰러져 괴로워하고 있었다. "[독 해제]"! "[파워 힐]"! -파파팍 라딘과 미리네의 신성마법에 겨우 목숨을 건진 사람들, 그들의 레벨이 800 이 넘지 못했다면 아마 이번 일격으로 사망했을 것이다. "크흐흐흐, 쓰러진 자들을 치유할 여유가 있다고 생각하나? [독룡출해]!" "에잇! 받아랏. [홀리 코멧]"! -파앗, 우우우웅 라딘은 즉시 방패를 앞세우고 돌진했다. 피하기만 해서는 승산이 없다고 느꼈다. -콰콰콰콰쾅 다섯 개의 독룡이 그에게 와서 정통으로 부딪쳤다. 나지훔과의 거리를 좁혀서 독룡들을 모두 막은 셈이다. 독룡들은 독기운만이 아니라 상당한 물리력도 포함하고 있었다. 그러나 라딘은 몸으로 버텼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한방만 맞아도 거의 죽을 정도의 위력이었지만 라딘은 5 방을 맞고도 생명력이 5분의 1이나 달았다고 속으로 투덜대는 데 그쳤다. "크읏, 이 놈이!" -까르르르르르 다크 스피리트가 주인을 보호하기 위해 라딘을 막았다. -쾅, 꺄아아아아 한 마리의 다크 스피리트가 단발마의 비명과 함께 소멸되어 버렸다. 그들은 거의 이성이 없다. 거의 본능과 나지훔의 지시만으로 움직인다. 라딘은 그것을 깨닫고 허공에 남아 있는 두 마리의 다크 스피리트들을 먼저 제거하기로 했다. "다시 간다! [홀리 코멧]"! -파앗, 우우우웅 "하하하, 역시 나지훔 네놈을 공격하면 이놈들은 저절로 나를 막는군! 이제 한 마리, 몰아 붙여요!" 라딘의 활약에 힘입은 다른 대원들이 다시 나지훔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나지훔은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 그의 머릿속에서 다시 두 마리의 다크 스피리트가 나오고 있었다. "크하하하, 이거 어쩌지? 내가 한 번에 불러낼 수 있는 다크 스피리트는 6 마리이지만 가지고 있는 총수는 100마리도 넘는다. 맘대로 파괴해 봐라. 라딘 네 체력이 바닥날 때까지 그 기술을 쓰는 걸 보 고 싶군." "으윽, 이건 사기야!" 라딘은 기가 막히다는 듯 신음소리를 내며 이를 갈았다. 아무리 그래도 인간적으로 너무 강했다. 레벨의 차이도 차이지만 리치라는 직업은 정말로 다른 모든 직업을 상회하 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사실 라딘이 느끼는 것 처럼 리치는 강하다. 그런 이유 때문에 드래곤로드가 자신이 아끼던 용족의 보물까지 제공하려 했었다. 원래대로라면 용전사를 5번에서 8번 정도 소환할 수 있기 때문에 이 신전의 방어막을 뚫고 나지훔과 용저사 다이오가를 이용해 싸우는 것이 이 이 리치를 잡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다. 라단은 모르고 있었지만 만약 드래곤로드가 지상으로 내려왔다면 라딘이나 뭉치에게 다이오가를 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일이 꼬여 미키가 그것을 얻는 바람에 상황이 어렵게 된 것이다. 용전사 다이오가를 사용하 수 없는 지금, 인간의 힘으로 1500레벨의 리치를 그의 본거지에서 상대하는 것은 정말로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라딘에게는 아직 수가 남아 있었다. 나지훔은 꿈에도 생각지 못하는 그만의 비밀, 그것은 바로 나티크에게 얻은 금주였다. '지금 사용해야 하나?' 라딘은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사실 처음에 들어왔을 때부터 사용하지 않은 것은 괜히 멋부리기 위한 것이 아닏. 만약 저 리치가 이상한 수작을 부리면 자신만 엄하게 소멸하게 되는 것이다 . 그러므로 자신이 이 금주를 사용할 시기가 바로 마굴의 생명석을 확인한 이 후라고 라딘은 판단하고 있었다. 만약 그전에 나지훔을 만나 싸우게 되면, 최소한 그가 진짜라는 것과, 그가 도망치지 못하는 솽황이라는 것을 확인해야 했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심히 암울했다. 크로키는 여전히 다크 스피리트에게 사로잡혀 있었고, 뭉치와 두 명의 대 원은 그들의 공격을 막으며 버티고 있었다. 미리네 덕분에 상처는 회복 되었지만, 체력의 소모는 어쩔 수 없다. 지금 사용하면 나지훔을 처치할 수 있을까? 그는 최후의 카드를 남긴 도박사의 심정으로 나지훔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 때 라딘의 머릿속으로 들려오는 귓말! 그것은 바로 천상의 멜로디와 같은 귓말이었다. '라딘, 벽 다 부쉈다. 지금 달려간다, 기다려!' 도끼바바의 그 늠름한 목소리는 같은 남자인 라딘이 들어도 반할 만 했다. 모든 벽이 다 허물어졌으니 도끼바바 일행 40여명과 그 뒤쪽의 후발 진입조 50여명은 모두 이곳까지 들어올 수가 있으리라! 앞으로 10분, 아니 5분만 버티면 된다! 라딘은 자신의 윈드포스와 방패를 쥐고 두 눈으로 나지훔을 노려보며 필사 적 전투패세를 취했다. 5분 후에 저놈에게 정의의 다굴을 맛보여 줄 수 있다고 생각하자 저하된 체 력이 다시 최고 수치까지 상승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라딘이었다. ------------------ 저번에 설산의 등에 난 갈기와 같은 털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고래는 원래 코가 없습니다. 대신 등쪽에 숨구멍이 있지요. 저는 그걸 콧구멍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즉, 설산의 등에 난 갈기와 같은 털은 바로 설산의 콧수염입니다. 물론 구멍 주위에 난 털은 코털이 되겠지요. --------------------- -키야야야야야 -파파파팍 다크 스피리트들이 틈만 나면 비명을 질러 그들의 적을 경직시키려 하고 있 었다. 일단 경직이 되면 그들이 상대의 몸을 빼앗을 수 있기 때문에 그야말로 치 명적인 결과로 나타난다. 물론 그렇지 않아도 그들의 공격력과 방어력은 충분히 위협적이었다. 과거 나지훔이 네크로맨서였을 때에 사용하던 4마리의 스피리트는 약 500 레벨 정도의 파워를 지니고 있었는데, 지금 사용하는 6마리의 스피리트들은 거의 800레벨의 힘을 지니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나지훔이 리치가 됨에 따라 피의 주문을 쓸 수 없게 된 후 새로 얻 은 독룡출해! 이 마법은 땅속성인 독과 물리 속성의 복함 데미지에 저절로 적을 쫓는 유 도탄 기능까지 있어서 대응하기 극히 어려웠다. -콰콰콰쾅 "으윽, 또! 미리네 넌 치료에 집중해! [파워 브레이크]! [홀리 코멧]!" -슈우우웅 라딘은 뒤쪽에서 미리네가 땅에 쓰러진 대원을 치료하는 동안 스피리트들이 그녀를 노리지 못하게 필사적으로 공격을 감행했다. 접근전을 하고 싶어도 그의 주변에 쳐져 있는 독안개의 장벽에서 계속해서 쏘아져 나오는 독룡들과 다크 스피리트들에게 밀리는 동안 나지훔은 마치 그림자처럼 스르르 장소를 옮겨 피했다. 결국 계속해서 필살기나 원거리 공격 위주의 기술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는 데, 접근전이 아닌 이상 마법사의 화력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았다. 5분은 너무 길었다. 그러나 라딘은 이를 악물고 버텼다. 가끔씩 들려오는 도끼바바의 귓말이 끊임없이 그에게 버틸 힘을 주고 있었 다. "흠, 이제보니 너희들은 나를 이길 생각이 없군? 과연, 다른 지원군이 오고 있는 것인가?" 한참 라딘 일행을 공격하던 나지훔은 갑자기 그들의 기세에서 이미 라딘이 공격이 아닌 방어태세를 갖추고 있다는 거을 깨달은 듯 말했다. 들켰다! 라딘은 속으로 저놈이 뭘 먹고 저렇게 똑똑해졌냐 하고 투덜댔다. 그러나 그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말했다. "당연하다! 네놈 같은 악독한 놈은 우리 모두의 힘으로 처단할 것이다!" 부인할 필요가 없다. 어차피 상대가 안 이상 변하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그는 오히려 최대한 상대가 초조해 지도록 비장한 어투로 말했다. 그러나 라긴의 의도와는 달리 나지훔은 조금도 초조해 하지 않았다. "크크크크, 이 어둠의 신전에서 나를 이길 수 있다고?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군. 시간이 되었다." -휘익, 그그그그긍 나지훔이 손을 한번 휘젖자 처음에 그가 나왔던 방 안으로 한 마리의 다크 스피리트가 들어갔다. 그리고 그 다음에 들리는 기관음, 라딘은 미처 몰랐지만 최후의 레버가 당 겨져 마지막 안티워터 베리어가 해제되었다. "에잇, 네놈은 곧 끝이다! 받아랏." 라딘은 쉬지않고 달려들어 나지훔을 몰아붙였다. 일단 자신의 방어력과 저항력이라면 나지훔의 공격에 어느 정도는 버틸 수 있고 생명력이 달아도 미리네의 회복마법은 거의 무한이라고 할 정도로 쏟아져 들어왔다. 이제 일행들만 도착하면 이놈을 처치할 수 있다! 그는 그렇게 믿었다. 전투는 점점 치열해져, 나지훔과 라딘은 조금도 쉬지 않고 서로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불구대천의 원수라는 것은 바로 이들을 말하는 지도 몰랐다. ---------------------- -콰콰콰콰콰콰 "아악! 또 물이 들어온다!" 2차 진입조는 거동이 불편한 물속에서 열심히 벽을 부수고 겨우 물이 없는 지역까지 와서 정렬을 하고 있었다. 그곳은 도끼 바바 일행이 언데드와 싸우던 홀로 물은 그 홀 입구까지만 차 서 더 이상 들어오지 않았다. 처음에 이 신전에 들어올 때랑 비슷했다. 그러나 그들이 정렬을 마치고 다시 진입을 하려고 할 때, 갑자기 막혔던 둑 이 터지듯 물이 홀 안으로 쏘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소방수들의 호수처럼 세찼고, 50명의 대원들은 그대로 물살에 휩쓸 려 버렸다. 두 번이나 이 세찬 물살에 휩쓸려 고생하는 그들이야 말로 가장 불쌍한 사 람들이라고 할 수 있었다. 순식간에 홀 안을 가득 매운 물은 계속해서 통로 안쪽을 향해 흘러 들어가 고 있었다. 그 안쪽에는 열심히 진입하고 있는 도끼바바 일행과 나지훔과 싸우고 있는 라딘이 있었다. --------------- "으하하하하하, 내가 왔다! 얘들아, 쳐라!" -와아아아아아 암행어사 출도와 같은 도끼바바의 고함소리에 40명의 대원들은 일제히 통로 안쪽으로 뛰어 들어오며 크게 함성을 질렀다. 라딘은 감동의 눈물로 촉촉해진 눈으로 그들의 진입을 지켜보았다. 고난의 시간이 끝나고 이제부터는 인해전술에 의한 처절한 응징이 남았을 뿐이다. "뭉치, 크로키는 그냥 보내 버리고 너도 합류해! 빨리 끝내자!" "오옷, 그래도 되는 거였어? 오오오오우케이이이이." "아아악! 라디디디디인!" -퍼퍼퍼펑 그렇게 크로키는 갔다. 뭉치는 소림사 드워프답게 합장으로 친구의 최후를 애도한 다음 그대로 나 지훔에게 뛰어가며 소리쳤다. "친구의 원수! 죽어랏!" -퍼퍼퍼펑 연속으로 발사되는 강기탄, 그것은 다크 스피리트를 마치 북 두드리듯이 두 드렸다. 나지훔의 두 눈의 빛이 당혹감으로 더욱 진하게 변했다. "에잇, 적당히 해라! [암흑마전]!" -파지지지직, 퍼퍼펑 "아! 저런 위력이?" 검은 번개가 그의 손에서 뻗어 나와 뭉치의 강기탄을 모두 터뜨려 버렸다. 마교의 교주에게 전승되어 내려오는 형체가 없는 무기 암흑마전의 위력에 모두 놀라 탄성을 질렀다. 그러나 이미 수십 개의 공격이 그를 향해 쏟아져 가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나지훔은 미쳐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모든 공격을 허용했다. -콰콰콰콰쾅 "크아아아아아아!" 비명을 지르며 다시 가루로 재만 되어 남은 나지훔, 그러나 이번에는 속지 않겠다는 듯 라딘이 즉시 외쳤다. "저놈은 폐인데스를 써요. 계속 날려요!" -우와아아아 -콰콰콰콰쾅 함성과 함께 쉬지 않고 쏟아지는 화려한 공격들, 그 한방 한방에 그들의 혼 신의 힘이 실려 있었다. 드래곤이 아닌 다음에야 이정도의 공격에는 버틸 수 없다고 생각되어질 정 도였다. 이윽고 사람들의 공격이 뜸해지고 사람들은 그곳에 있던 재가 완전히 사라 진 것에 크게 함성을 질렀다. 그러나 라딘은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개달았다. "아직이야! 다크 스피리트들이 사라지지 않았어!" "엇, 정말?" "그럼 그놈은 어디 있지?" 사람들은 두리번거리며 나지훔의 위치를 찾기 시작했다. 마법사들은 얼른 시 인빈지블(See Invisible)마법을 사용했다. 그러자 한쪽 구석에 서 있던 나지훔이 보였다. 그제야 사람들은 그가 최상급 환상마법인 미스리드(Mislead)를 사용했다는 것으 깨달았다. 자신의 분신을 만드는 것과 동시에 본신은 투명상태가 되는 환술사 전용 최 상급 마법에 모든 사람이 속았다. "저기다!" 마법사들은 이제는 속지 않는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하면서 외쳤다. 급히 달려오느라 미처 준비하지를 못했지만, 원래는 적이 투명마법이나 환 상마법을 사용하는 것에 대비해 몇몇의 마법사와 성직자들이 투명한 물체를 보는 시 인빈지블 마법이나 모든 환상을 파악하는 트루시잉(True Seeing) 마법을 사용하는 것이 바로 레이드의 기본 전략이라 할 수 있었다. "크크크크, 늦었다. 이제 도착했군. 나의 원군이." "앗, 이 소리는?" 나지훔의 말과 함께 바깥쪽에서 들려오기 시작한 소리에 사람들은 자신들이 들려온 통로 쪽을 보았다. 그곳에는 강력한 물살이 몰아쳐 들어오고 있었다. -콰콰콰콰콰콰콰 "으악! 물이다!" "어서, 스크롤을 써요!" 일단 대전 안이 완전히 물에 잠기면 이 심해의 수압에 인간이 버틸 수 없게 된다. 그러나 숨참기 마법에는 숨을 쉬지 않아도 되는 효과와 함께 수압으로부터 버틸 힘을 주기 때문에 스크롤을 사용하면 견딜 수 있다. 그들은 즉시 품속에서 스크롤을 꺼내 사용했다. -콰콰콰콰콰콰콰 드디어 대전 안으로 물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무서운 압력이었다. 통로 쪽의 사람들은 그대로 물에 휩싸여 튕겨 행동의 자유를 잃었다. 나지훔은 그런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광소하고 있었다. "으윽, 미리네, 이리와!" -와락 라딘은 즉시 미리네를 껴안고 그대로 앉아 만근추를 시전했다. 등에 물살이 격렬하게 부딪쳤다. 그러나 그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아무리 강한 물살이라고 해도 만근추를 사용한 라딘을 움직이기는 힘들었 다. -쿠르르르르 대전의 거의 절반이 물에 잠겼다. 대전 안에 있던 공기들은 천장에 나 있는 돌틈을 통해 빠져나가는 것 같았 다. 아직 소용돌이와 같은 물의 흐름은 그다지 약해지지 않았지만, 몇몇 사람들 은 이제 제정신을 차리고 중심을 잡기 시작했다. 그들은 완전히 물속에 잠긴 채, 나지훔을 찾기 시작했다. "위다!" 한 사람의 대원이 외쳤다. 물속이라서 이상하게 들렸지만, 그가 가리킨 손가락의 방향은 볼 수 있었다 . 나지훔은 비행 마법으로 대전의 천정에 뭍어 있었다. "아, 저놈도 도마뱀 같은 놈이었어. 왜 꼭 천정으로 붙을까?" 라딘은 투덜댔다. 그러나 사실 천정에 붙으면 대부분의 전사들은 손을 쓰기가 어렵다. 이처럼 물속에 잠겨 있으면 더욱 그렇다. "크크크크, 이제 곧 완전히 물이 차겠군." 나지훔은 웃으면서 자신을 향해 점점 다가오고 있는 수면을 보았다. 몇몇 인가들이 그 수면에 떠서 허우적대고 있다가 자신의 다크스피리트의 공격에 의해 회색으로 변해 가라앉았다. 비행마법을 사용하는 중에는 따로 마법 공격을 하기 어렵다. 그러나 다크 스피리트들은 스스로 공격을 가하기 때문에 지금 수면 위에 떠 있는 자들은 대부분 그들의 밥이라고 할 수 있었다. -츄아악, 쾅 "크크, 정말 이놈의 워해머는 시도대도 없이 날아오는군." 물을 헤치며 날아온 라딘의 워해머를 보며 나지훔은 웃었다. 다크 스피리트 한 마리가 그것을 막으며 비명을 질렀지만 나지훔은 전혀 신 경쓰지 않았다. 어느새 수면은 나지훔의 거의 가까이 다가왔다. 그리고 바로 나지훔마저 물속으로 삼켜버렸다. 천정까지 물로 가득 차 이제 이 신전은 완벽하게 물속에 잠긴 셈이다. "으윽, 모두 정신 차려요. 아직 우리의 수가 많아요!" 라딘은 다급하게 외쳤다. 물 때문에 10여명이 반격을 못해보고 사망했다. 하지만 아직 40명이 남아 있으니 이제는 제대로 진형을 짜서 반격을 할 차 례였다. "으윽, 이럴 줄 알았다면 처음부터 쓰는 건데." 뭉치는 억울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사실 그는 라딘의 정보에 의해 그동안 백보신권의 강기를 순간적으로 불과 냉기의 속성으로 바꾸며 쓰는 훈련을 한 상태였다. 천속성! 그것을 노린 공격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었고, 일행들이 와서 나지 훔의 방어막이 깨지면 기습적으로 천속성을 먹여 치명적인 일격을 가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금 완전히 물에 잠긴 이상, 불의 속성은 사용하기 불가능하다. 믿었던 필살기가 봉인 되자 뭉치는 정말 억울했다. 나지훔은 인간들이 물속에서 진형을 짜고 자신을 공격할 준비를 하고 있었 다. 아직도 모르고 있나? 그렇다면 알려줘야 겠군. 그는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며 손을 들어 밑쪽을 가리키며 주문을 시전했 다. "[마법 해제]" "으아아아악!" -퍼퍼퍼퍽 4명의 대원들이 순식간에 회색으로 변했다. 숨 참기 마법이 해제되자마자 수압에 의해 사망한 것이다. "앗! 저놈이!" 당황한 듯 산개하며 소리치는 일행들, 그러니 이미 심해의 수압이 적응되기 시작한 지금 나지훔의 마법은 절대적 죽음의 선고와 같았다. "[마법 해제]" "아아악!" -퍼퍽 다시 두 명의 대원이 회색으로 변했다. 사람들의 안색이 크게 변했다. 마법은 피하는 것이 극히 힘들다. 특히 마법해제와 같은 마법은 데미지 계열이 아니라서 저항도 소용없다. "돌격해요! 마법을쓰는 사이에 쉴 새 없이 몰아쳐야 해요!" "좋아! 가자!" 도끼바바와 그 일행들이 땅을 박차며 나지훔을 향해 헤엄쳐 나가기 시작했 다. 그러나 역시 그 움직임은 느렸고, 나지훔은 웃었다. "이런 것도 있다. [암흑마전]!" -파지지지직 "끄아아아아악!" 물속에 퍼지는 검은 번개의 힘은 짜릿했다. 후일 도끼바바는 그렇게 증언했다. 그들은 전기낚시에 당한 물고기처럼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리고 다시 이어지는 마법해제! 다시 3명의 대원들이 회색으로 변했다. "우리도 쓰자! [마법 해제]!" -파파팍 바닥에 있던 마법사들이 즉시 나지훔을 향해 마법을 사용했다. 그러나 그 순간 다크 스피리트들이 앞으로 뛰쳐나와 그 마법을 몸으로 막았 다. "크크크, 안됐지만 너희들과는 다르게 난 얼마든지 막아줄 방패가 있지. 그리고 난 언데드다. 수압이 강해도 쉽게 죽지 않지." "으윽, 이런 사기가!" 라딘은 절망한 듯 외쳤다. 모든 사람의 가슴 속에서 라딘의 대사가 파고들어 깊은 조각으로 남았다. 이제 마법사들은 무의식적으로 마버을 날리고 있었다. 뭉치 역시 계속 강기탄을 날리고는 있었지만 나지훔을 처치하겠다는 신념은 사라진듯 했다. 장거리 공격이 가능한 전사들은 공격을 가했지만, 단거리만 있는 전사들은 거의 손가락만 빨 뿐이었다. 나지훔은 웃으면서 차례대로 마법을 써서 대원들을 처치했다. 상황은 절망적이었다. ----------------- 옛날에 티알피지(TRPG)를 할 때, 드래곤이 나타나자 용사파티는 마법사가 걸어준 플라이 마법으로 하늘을 날아 드래곤과 공중전을 벌이려 했었습니다 . 그때 드래곤이 가볍게 한 마디, 마법 해제. 용사파티는 날개 잃은 새가 되어 추락해서 전멸 당했다는 전설이 있습닏. 그때 드래곤 조정한 마스터가 저였다는 사실은 말할 필요도 없지요. 어딜 드래곤과 공중전을... 음, 그밖에 늪속에 빠져죽은 인간들이 좀비화 되서 사람들을 잡아당기는 함 정이 있었는데, 이거에 빠지면 10레벨 전사도 그냥 사망이지요. 2레벨 좀비 네마리면 10레벨 파티를 고생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 물론 그 늪은 분뇨 성분 70% 함량의 X통이었습니다. 파티원이 빠졌는데 안나오자 그 일행들이 비명을 질럿지요. 구하러 뛰어들어야 하니까요. 역시 티알은 마스터가 지독해야 재미있습니다. 누가 재밋냐구여? 물론 마스터가 재밋죠. 정말 사는 게 바빠서 이제는 티알도 못하는군요. 그거 하면 1주일에 하루는 그냥 날리는 거니까^^; 하지만 언젠가는 시간을 내서 꼭 다시 시작할 겁니다. 애들립으로 쏟아지는 아이디어와 운명의 여신에 의해 주관되는 수많은 주사 위 사기는 한 번 중독되면 쉽게 벗어나지 어렵지요. 가스폭발 함정 한방에 고레벨 파티원 10명이 죽어나가기도하는 신기한 경험 도 해봤습니다. 확률적으로 1000분의 1 정도 되려나? 그때 전체 파티원이 12명이었는데, 정작 함정을 발동시킨 도둑은 살았습니 다. 그게 인생이죠. 그 도둑은 제가 아닙니다. 저는 마스터 였습니다. ----------------- 라딘은 이제 뒤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나지훔은 여유롭게 대원들에게 차례로 마법해제를 쓰면서 웃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라딘만은 제거하지 않았다. 원래대로라면 가장 처음에 마법해제를 사용해야 할 상대인 그였다. 그렇다면? 나를 남겨 조롱하면서 가지고 놀 생각인가? 라딘은 그 순간 머릿속이 환하게 밝아지는 것을 느꼈다. 나지훔이 방심하고 있다! 라딘은 그 즉시 절망의 표정을 숨기지 않고 얼굴과 자신의 음성에 나타냈다 . 솔직히 절망적이었고, 레이드 실패와 전원 사망은 확정적이다. 아무도 그것을 의심하지는 않을 것이다. 오직 자신만 빼고! 이미 절반이상의 대원들이 회색으로 변했다. 미리네는 슬픈 표정으로 사람들을 구하려 노력했지만 심해수압에 단번에 죽 은 사람들을 구할 방도는 없었다. 라딘은 그녀의 어깨를 잡으며 귓말로 말했다. '전투란 이런 거야. 지금은 사람들을 살릴 생각보다 먼저 저놈에게 조금이라도 더 데미지를 입 힐 생각을 해야 돼.' 그녀는 라딘의 말을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역시 안타까운 감정은 사라지지 않은 듯 했다. '가자, 미리네. 내가 저놈에게 고속으로 접근 할 테니. 단숨에 공격을 하는 거야. 기회는 많지 않으니까. 최선을 다해줘.' '알았어' 미리네는 입술을 깨물며 대답했다. 라딘은 그녀를 봄 가볍게 한번 웃고는 레이븐을 시전해 마나의 날개를 소환 했다. "간다!" -우우웅, 파라라라라 -촤아아아아 고속의 노즐과도 같은 날개의 움직임에 따라 라딘의 몸이 물속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위로 솟아올랐다. 그는 왼손으로 미리네를 안고 같이 나지훔을 향해 일직선으로 나아갔다. 나지훔은 한참 사람들에게 마법을 뿌리다가 밑에서부터 올라오는 라딘을 보 며 웃었다. "크하하하, 오는가? 하지만 너는 가장 나중이다. 너는 너의 동료들이 나의 손에 죽는 모습을 모두 본 후에야 죽을 수 있다. 내가 나의 모든 것을 잃은 후에 너에게 죽었듯이!" 그는 라딘의 공격을 피해 몸을 움직이려고 했다. 라딘의 공격은 다크 스피리트들이 알아서 막아줄 것이다. 이미 그의 최고 공격인 홀리코멧마저도 다크 스피리트 한 마리면 상쇄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안 이상 두려울 것은 없었다. 그러나 라딘은 그에게 완전히 접근하기도 전에 자신의 윈드포스를 내밀고 외쳤다. "[풍신강림]!" -쿠오오오오 강렬한 회오리바람, 그것이 수중에서 시전 되자 소용돌이로 바뀌었다. 그리고 그 소용돌이는 주변의 모든 것을 빨아들였다. "크으으윽!" 나지훔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의 몸은 소용돌이의힘을 이기지 못하고 물살의 흐름에 따라 빙글빙글 회 전하기 시작했다. 오직 물로부터 자유로운 다크 스피리트만이 그런 나지훔을 라딘으로부터 보 호하기 위해 날아왔다. 그리고 그때, 미리네가 주문을 시전했다. "[기적]! 라딘과 저를 보호해 주세요!" 그녀는 라딘에게 다크 스피리트를 막아달라는 부탁을 받았기 때문에 즉시 기적을 썼다. 대천사가 나타나면 아무리 다크스피리트라고 해도 도망갈 것이 틀림없다고 믿었다. 그러나 그런 미리네의 믿음은 실현되지 못했다. -까르르르를 -퍼퍼펑 "크으윽!" -쿵 동시에 4마리의 다크 스피리트가 라딘을 공격했다. 미리네를 믿고 나지훔만을 노리고 돌격하던 라딘은 적지 않은 충격에 방향 이 틀어져 그대로 벽을 들이받았다. "크으으, 대단한 기술이군. 방심하다가 당할뻔 했어. 하지만 성녀인가? 다 소용없지. 일반 신성마법은 몰라도 이 어둠의 신전에 다른 신의 천사가 들어올 수 있다고 생각했나? 흐흐흐, [암흑마전]!" -파지지지직 "꺄아아악!" "미리네!" 물속에서 퍼지는 검은 번개의 위력은 정말로 강했고, 또 피할 방법이 없었 다. 저항력이 최고 수치인 라딘은 몰라도 사실 미리네의 생명력은 상당히 적다. 라딘의 생명력의 10%를 받았지만 그래도 암흑마전의 힘을 감당하기에는 어 림도 없었다. 라딘의 품에 안겨있던 미리네가 그대로 회색으로 변했다. 라딘은 충격을 받은 듯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그대로 가라앉았다. "크하하하, 최고군! 계속이다 [마법 해제]!" -퍽,아아아악 나지훔은 여전히 자신에게 다가오는 자들에게 마법 해제를 걸어 단번에 죽 이고 있었다. "젠장, 미리네. 또 죽다니." 그는 얼마 전 미리네가 겨우 다시 한계레벨이 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다시 죽었다. 또 레벨이 다운 됐을 것이다. "야, 라딘, 괜찮냐?" 뭉치가 다가오며 물었다. 옆에는 도끼바바도 있었다. 이미 대전 안에는 사람들이 10명도 남지 않았다. 이제 곧 전부 죽을 것이다. "뭉치, 바바형, 마지막 방법이 있어요." "엇,정말? 하자. 내 죽어도 저놈은 잡는다!" 뭉치와 도끼바바가 동시에 말했다. 그들도 이런 지경이 되니 기분이 최악인 것 같았다. "내가 돌진할 때, 내 다리를 잡아요. 단번에 공격해 들어갑니다. 알았죠? 3 단 공격이에요." "좋아. 무슨 작전인지는 모르겠지만 죽여주지." 도끼바바는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일단 돌진을 시작하면 마법 해제가 날아올 것이다. 라딘은 지금 도끼바바와 뭉치를 그 방패로 쓰겠다고 말하는 것이고 두 사람 은 동의했다. 라딘은 조용히 고개를 들어 나지훔을 바라보았다. 그는 완전히 승리에 도취되어 있었다. 두고 보라지. 그는 품속에서 하나의 물약을 꺼내 그대로 마셨다. 원래대로라면 수압에 그대로 폭발해야 하는 물약이지만 유저가 수압에서 자 유로우면 그 소지품도 안전하다는 것은 이미 밝혀진 사실이었다. -벌컥, 벌컥 "어, 라딘, 그 물약은 뭐냐? 처음 보는데?" 도끼바바가 물었다. 피처럼 붉은 색의 물약은 처음 보는 것이었다. 그러나 라딘은 의미심정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비밀이라는 뜻이다. -팍 라딘이 병을 손에서 놓자마자 병이 깨졌다. 그 모습을 무표정한 얼굴로 보던 라딘은 다시 고개를 들어 나지훔을 보더니 두 사람에게 말했다. "갑니다." "좋아!" -척 두 사람이 다리에 매달리자 라딘의 날개가 다시 고속으로 진동하기 시작했 다. -파라라라라라라,슈우우욱 "크하하하, 또 오는가? 하지만 소용없다!" 이미 그들 3명 이외의 모든 대원이 죽었다. 나지훔은 크게 웃으며 이제 마지막으로 라딘을 죽이기 위해 손을 뻗었다. -파파파파파 물살을 일으키며 위로솟구쳐 올라오는 라딘의 두 눈은 굳은 결의로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나지훔이 손을 뻗으려 함과 동시에 그대로 한바퀴를 회전하며 전력 으로 도끼바바와 뭉치를 앞으로 차 보냈다. "좋아! 간다!" -슈우우욱 "죽어보자!" 이제 그들의 돌진 행렬은 선두에 도끼바바, 그 다음에 뭉치, 그리고 마지막 에 라딘이 되었다. "흥, 약은수를!" -팍 마법 해제의 주문과 함께 도끼바바는 그대로 회색으로 변했다. 그러나 그 순간 그 뒤에 있는 뭉치의 모습이 7개로 분리되며 모든 뭉치가 강기탄을 연속으로 발동시켰다. "받아랏! [멸혼망강]!" 뭉치가 가장 자랑으로 삼는 최후의 비기 멸혼망강, 그것은 연대구품을 시전 한 후 혼원일기공을 운용하여 펼치는 백보신권의 강기탄 연사였다. 뭉치는 현재 7개로 분리할 수 있었고, 단번에 7개의 강기탄을 발사할 수 있 었다. 무려 49개의 강기탄이 나지훔을 향해 날아갔다. -콰콰콰콰쾅 "크윽! 이놈이!" 6마리의 다크 스피리트의 힘으로도 그것을 모두 막을 수는 없었다. 그의 주변을 보호하는 포이즌 포그도 혼원일기공의 힘으로 흡수할 수는 없 었다. 비록 실체는 7개 분이었지만 나지훔은 단번에 4개의 강기탄에 얻어맞고 적 지 않은 피해를 입었다. 그리고 그 순간 다크 스피리트들이 뭉치를 잡았다. 그리고 비틀거리는 상황에서도 잠시도 쉬지않고 주문을 시전하는 나지훔의 마법해제 주문이 뭉치를 덥쳤다. -퍽 그것으로 뭉치는 회색으로 변했다. 그러나 그 덕분에 뒤쪽의 라딘은 다크 스피리트 포위망을 뚫고 나지훔의 지 근거리까지 접근할 수 있었다. 그의 방패는 홀리웨폰의 신성광으로 빛나고 있었다. -펑 "크아아아아악!" 나지훔은 그대로 뒤로 튕겨나 천정의 벽에 부딪쳤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충격! 전신이 마비될 정도로 강력한 일격이었다. 그러나 나지훔은 죽지 않았다. 라딘이 환상수라의 물약을 먹고 그 사기적인 힘을 두 배로 키웠어도, 각종 강화마법으로 강화가 된 상황이라도, 홀리웨폰의 힘으로 악한 존재에게 두 배의 데미지를 입히게 되어 있더라도 그는 리치였다. 리치는 마법사의 체력이 아닌 마물의 체력을 가지고, 그 위에 라이프 베슬 이 자신의 영혼을 보관하여 3배의 생명력을 얻은 최악의 마물이었다. "크윽, 대단하군 .단번에 내 생명력을 3분의 1이나 닳게 하다니. 하지만 더이상 당하지 않는다. 난 아직 죽지 않았다! 라딘." 나지훔은 비틀거리면서도 거의 빈틈을 보이지 않으며 말했다. 어느새 거의 손은 주문을 시전하고 있었다. "안 죽은거 알아! 죽엇! [파워 브레이크]!" -파앗, 슈우우우웅 그가 던진 워해머가 하얀 섬강을 퍼트리며 나지훔을 향해 날아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다시 방패를 앞세운 라딘의 돌격이 시작됐다. 나지훔의 눈이 빛났다. 이 두번의 공격을 연속으로 받아도 자신은 죽지 않는다. 물론 그럴 가능성은 별로 없다. 왜냐하면 자신은 지금 마법해제를 시전하고 있으니까! "끝이다. 라딘 [마법해제]!" -파앗! 그의 손에서 나간 무형의 마나가 라딘을 뒤덮었다. 라딘에게 걸려있던 모든 마법이 해제되어 버렸다. 그러나 라딘은 회색으로 변하지 않았다. 그는 이 순간만을 노리고 있었다. 그는 숨참기 마법이 없어도 수압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리고 그의 날개는 소환물이기 때문에 해제가 되지 않는다. "[히어로 타임]! [홀리 코멧]!" -팟, 콰아아아아 그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황금의 빛, 그것이 순간적으로 몇 배나 더 밝 게 변해 대전 전체를 밝게 비추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라딘의 방패가 검게 빛나기 시작했다. "이익, [블링크]!" 다급해진 나지훔은 급히 블링크를 시전했다. 주문시전시간이 거의 없는 블링크! 이번 공격만 피하면 다시 다크스피리트들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왜 저 라딘이라는 놈이 마법해제를 당하고도 죽지 않는가에 대한 생각은 그 후에 해도 된다! 그러나 놀랍게도 나지훔의 블링크 마법은 발동되지 않았다. 당황한 나지훔의 두 눈에 방패에서 뿜어져 나오는 검은 광채 뒤로 보이는 라딘의 두 눈이 보였다. 그는 웃고 있었다. "안 돼에에에에에!" -번쩍, 콰콰콰콰콰콰쾅 파워 브레이크가 명중되고 언홀리웨폰의 효과가 걸린 홀리코멧이 적중하자 무서운 굉음과 함께 섬강이 일며 대폭발이 발생했다. 나지훔은 자신의 육체와 영혼이 모두 산산조각으로 나는 것과 같은 느끼믕 받으며 그대로 산화해 버렸다. "역시 되는군. 쩝, 이 궁극의 기술을 딱 한번 쓰고 못쓰게 된다니 상당히 억울한데?" 라딘은 약간 허탈한 듯 반쯤 부서진 신전의 천장부분을 멍하니 보며 중얼거 렸다. 나티크가 준 성기사의 최후희생주문, 그것은 바로 [히어로 타임]이라는 금 주였다. 그것을 사용하면 성기사의 방어 오라가 빛으로 변해 사방을 비추고, 그 빛 에 닿는 범위내의 모든 마법이 무효가 되어 버린다. 물론 그 안에서 마법을 사용할 수도 없다. 그리고 그 범위 안에서 성기사의 모든 공격은 100% 크리티컬의 효과를 보인 다. 대마법사용 주문으로는 최강의 것이기 때문에 신들도 이 금주만은 함부로 세상에 내보내지 않는다. 오히려 라딘이 캐릭터소멸을 각오했기에 나티크는 이것을 주었다. 라딘은 전부터 이것을 쓰고 싶었지만, 이 마법으로는 소환물로 구분되는 다 크 스피리트를 제거할 수 없었기 때문에 기회만 노리고 있었다. 미리네가 다크 스피리트를 막아주면 쓰려고 했다가 그녀가 죽었다. 라딘은 씁쓸한 표정으로 바닥에 놓여 있는 미리네의 회색으로 변한 몸을 보 았다. "이대로 감상에 젖어 있을 수는 없지." 그는 얼른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미리네에게로 갔다. ------------------- "으으응." 미리네는 정신을 차렸다. 부활이나 마을에서의 재시작을 선택하는 아공간에서 그녀는 발을 동동 구르 며 라딘을 걱정했었다. 마을에서의 재시작을 위해 이 아공간에서 10분을 기다려야 한다. 자신을 믿고 최후의 공격을 하려던 라딘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 것이 안타까 웠다. 그런데 부활 스크롤 사용 메세지가 왔다. 그녀는 얼른 승낙했고, 그녀가 정신이 들어보니 아직 어둠의 신전 안이었다 . "시간이 없어. 어서 숨참기 스크롤을 사용해." 옆에서 들려오느 라딘의 말에 그녀는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다. 라딘은 그녀를 껴안고 있었다. 분위기를 잡는 것이 아니라, 이렇개 해야 그녀가 수압에 죽지 않기 때문이 다. 미리네는 약간 얼굴을 붉히며 얼른 품소에서 스크롤을 꺼내 사용했다. -파앗 "이제 됐어. 그런데 어떻게 됐어? 나지훔은?" "잡았어. 다 죽고 겨우 잡았지." "와, 다행이다! 난 무지 걱정했었어." 사실 그녀는 거의 절망하고 있었다. 라딘은 그런 그녀의 말을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잘들어, 미리네, 너도 눈치채고 있었겠지만, 난 중립의 신에게서 자기희생 주문을 얻었어. 그리고 그것을 사용했지." "아!" 미리네는 놀라 라딘을 보았다. 그러고보니 정말로 그의 몸에서 황금의 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몸 자체도 황금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라딘은 놀라하는 미리네를 기다려 줄 시간이 없다는 듯 계속해서 설명을 했 다. 그의 마나가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었다. 마나가 떨어지면 생명력이 떨어지고, 생명력이 0이 되면 결국 그는 소멸될 것이다. 다시는 살아나지 못할 것이다. "아이테은 요기 다 넣어 놨어. 네가 보관해줘." -척 라딘은 하나의 상자를 내밀었다. 그의 몸만 한 상자였다. 제법 컸지만 그렇게까지 무겁지는 않았다. 미리네는 눈물을 흘리면서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 상자를 자신의 아공간 주 머니에 넣었다. 라딘은 다시 한쪽으 벗어 자신의 아공간 주머니에 넣었다. 라딘은 다시 한쪽에 벗어 놓았던 방패와 갑옷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거는 너무 무거워서 너는 들지 못할 거야. 도끼바바형하고 뭉치에게 옮 겨 달라고 부탁하면 될 거야. 음, 저 갑옷하고 방패는 수도에 있는 중립신의 사원에 기증해줘. 응, 자유의 바람 성당, 에크샤라는 하이 드루이드에게 맡기면 돼." 라기까지 말한 라딘은 미리네에게서 시선을 돌려 메사아드의 석상을 보았다 . 그리고 무거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들에게 말해줘. 언젠가 세상이 혼돈에 빠졌을 때, 다시 방랑신의 성기사가 나타날 거라고, 그에게 이 갑옷과 방패를 줘서 세상을 구원하는 힘이 되게 도우라고, 그것이 나의 뜻이라고." "아, 라딘!" 미리네는 슬픔에 잠긴 목소리로 라딘을 불렀다. 그녀의 눈에서 나온 눈물이 심해의 바닷물과 섞이고 있었다. "시간이 된 것 같군. 이제 사람들을 부활 시켜, 잘 지내. 몽몽 잘 보살펴주 고." -팟, 파스스스스스 라딘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황금의 빛이 사라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라딘의 몸이 회색으로 변하더니 그대로 가루로 변해 물 속에 녹아들었다. 마치 원래부터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흔적도 남지 않았다. "라딘!" 혼자 남겨진 미리네는 크게 라딘의 이름을 부르며 그대로 주저 앉아 울었다 . --------------------- -아, 캐릭이 소멸된 건가? 이제 어떻게 디는 거지? 라딘은 무중력 상태의 아공간에 떠서 그렇게 중얼거렸다. 자신의 모습이 영혼처럼 반투명하게 비치고 있었다. -라딘 경, 정말 떠나는 거요? -어, 설산이냐? 그래, 난 간다. 넌 잘 먹고 잘 살아라. -으음, 사실 아까... -됐어. 너답지 않다, 솔직히 미안했거든, 하하하, 내가 소멸하면 넌 리누만 으로 돌아가는 거냐? -그렇소. -그래, 그럼 카리브 좀 부탁하자. 그 도시를 그 정도까지 키워놓으니까 정 말 남의 땅 같지 않다. -알았소. 그대는.... 솔직히 별로 좋은 주인은 아니었소. -푸하하하, 그래, 너 고생 많이 했다. 그럼 잘 있어라! -파앗 빛과 함께 그의 정신이 흐려졌다. 로그아웃 할 때의 느낌이었다. 라딘은 웃었다. 그래도 저 나티크라는 놈이 양심이 있어서 자신이 설산과 함께 작별인사를 할 시간을 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 -슈웃 코크핏이 열리며 신현진은 그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조용히 냉장고를 열어 시원한 물을 한잔 마시고는 고개를 저었다. "후, 정말 끝난 거군. 라딘은..." 그는 마치 기나긴 꿈을 꾼 것 처럼 지나간 세월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 갔다. 창문 밖으로 관악산의 풍경이 보였다. 멍하니 현실 세계의 하늘과 구름 그리고 산을 보던 현진은 자신의 손을 들 어 앞으로 내밀었다. 아직 손이 가볍게 떨리고 있었다. 흥분이 남아 있었다. 그는 문득 말했다. "지난 10여 년 동안 세상은 너의 것이었다. 라딘." 그는 그 말로 자신의 분신인 라딘 크러쉬볼트에게 작별인사를 했다. ---------------------- 에필로그 위대한 방랑신의 성기사 라딘 크러쉬볼트가 리치 나지훔과 싸워 그를 무찌 른 후 소멸한 지 한 달의 시간이 흘렀다. 그들의 처절한 전투는 이미 전설이 되었고, 그 중에서도 성녀 미리네가 들 은 자유기사의 최후의 유언에는 모든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며 감동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놀랍게도 이벤트 방패와 유니크 전신 갑옷 상하 세트를 교단에 기증했 다. 그는 세상이 혼돈의 위기에 빠질 때 또 다시 나타날 중립신의 성기사가 세 상을 구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자신의 최고 아이템을 아낌없이 기증한 것이 다. 그의 유언은 이제 신화가 되어 수천 년 동안 이 브리시아에 내려갈 것이 틀 림없었다. "정말 다 같이 게임 안할 거야?" "레벨 차이가 너무 나잖아." "그래도 같이 하면 좋을 텐데..... 내가 빨리 레벨 업 하게 도와줄게!" 미리네의 말에 그는 기분이 좋아진 듯 웃었다. 그녀의 진심이 엿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내가 과거 라딘이었다는 게 들통나면 무지하게 일이 복잡해져. 일단 아이 템 좀 달라고 별 짓을 다하는 사람이 나타날 걸?" "으응, 그래도...." "미리네, 이제 당분간은 조용히 혼자서 여행하고 싶어. 그래서 이렇게 마법 사를 선택했지. 기사는 더 이상 하고 싶지 않거든. 과거가 생각나 버리니까. 서대륙으로 갈 거야. 거기는 마법사가 귀하니까. 나를 모르는 사람들과 다시 모험도 하고 여행도 즐길 거야." 신이 나서 말하는 그를 보며 미리네는 약간 섭섭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 확실히 그는 과거에 너무 유명했고, 이제 그것을 잊기 위해서는 자신들과 만나지 않는 것도 좋을 것도 같았다. "주말에 만나 데이트 하자, 응?" 그가 자신을 달래려고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말하자 미리네는 결국 웃고 말 았다. "그래도 일주일에 한번은 너무 길어. 실제로는 거의 한 달에 한 번이잖아!" "그럼 매주 수요일에 사이버 유원지에서 만날까? 어때?" "그럼 좋아!" 그녀는 이제 일주일에 두 번 그와 데이트를 할 수 있는 것이 기쁜 듯 웃으 며 대답했다. 결국 둘이서 같이 게임을 하는 것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의 기분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럼 난 돌아갈게. 열심히 레벨 오려. 나중에 몽몽보다 레벨 높아지면 다 시 공동주인으로 등록하자. 응? 알았지? 꼭이야. 라딘." "하하하, 그래 알았어. 참 그리고 날 라딘이라고 부르면 안돼. 난 알자크야 . 마법사 알자크." "아! 맞다. 그럼 잘 있어. 알자크." 그녀는 웃으면서 자신의 나자친구인 알자크와 작별하고 은행의 비밀 금고실 을 나왔다. 그에게 원래 그의 물건이었던 것들을 모두 전하고 그녀가 물려받았던 그의 집도 다시 넘겼다. 이제 그녀는 항구 주변의 마을을 돌며 새롭게 시작한 마을 복지시설의 운영 실태를 확인해야 했다. -탈칵 그녀가 나가고 문이 닫혔다. 알자크는 그녀와의 즐거운 대화의 들뜬 기분이 아직 가시지 않은 듯 잠시 숨을 고르며 마음을 안정시켰다. 그리고 그녀에게 받은 상자를 열었다. 자신이 맡긴 상자였다. 상자 안은 그가 물건을 넣었을 때와 전혀 다르지 않았다. 과연 그녀는 안의 내용을 조금도 살펴보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녀의 성격을 볼때 당연한 일이다. 하나하나 자신의 정들었떤 아이템들을 살피던 라딘은 이윽고 한쪽 구석에 있는 책을 꺼냈다. 자신의 망토에 싸서 놓아두었던 책이다. 검은 가죽의 표지에 피처럼 붉은 글씨로 쓰여진 제목, 그것은 바로 네크로 노미콘이었다. 알자크는 자신의 본성이 시키는 그대로의 웃음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4차 지업인 리치란 말이지? 1500레벨! 남자라면 지존을 목표로 해야지. 크 하하하하하하하하!" < 신마 대전 '방랑신의 성기사' 편 완결 > ********************************************************************** ************************************************** 작가 후기 드디어 제 첫글인 신마대전 -방랑신의 성기사-가 완결되었습니다. 작년 4월 말부터 쓰기 시작했으니 시간으로 치자면 10개월이 조금 넘은 셈 이네요. 막상 10권이나 되는 글을 쓰다보니 정말로 많은 일이 생겼습니다. 플롯을 짤 때에는 전혀 예상치도 못했던 일들이 끊임없이 발생하더군요. 가장 힘든 것은 역시 게임소설과 정략소설의 차이였습니다. 두 소설은 그야말로 상반된 부분이라고 할 정도로 읽으시는 독자분들의 취 향이 달랐죠. 그래도 이 소설의 플롯을 짤 때와 글을 쓰기 시작할 때가 가장 뜨거웠던 시 절이 아니었나 하고 생각되네요^^ 10편의 내용은 역시 신마대전! 라딘의 단 하나의 오류가 열매를 맺어 세상이 위기에 빠집니다. 세상과 융합하기 위해 노력하던 라딘의 위기이기도 합니다. 사실 이 소설의 제목은 방랑신의 성기사라고 하려고 했습니다. 신마대전은 너무 큰 의미의 제목이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신마대전 -방랑신의 성기사- 이렇게 하려고 했는데, 그게 별로라고 그래서 그냥 신마대전으로 했습니다. 사실 신마대전 시리즈는 신현진이 게임을 하는 동안 일어난 3번의 신마대전 을 주제로 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이번에 나온 나지훔의 신마대전이고, 두 번째는 알자크라는 희대 의 마왕이 일으킨 거고, 세 번째는 종마의 마검을 든 왠 다크나이트가 일으킵니다. 그 후에는 세상의 종말이 오는데, 그게 알고보니 월드서버의 시작이었던 것 이죠. 즉 신마대전 시리즈에는 월드 서버의 이야기가 없습니다. 이번 2부는 두 가지의 커다란 의미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주인공 신현진의 소개입니다. 그리고 소설상 세계관과 중요인물의 소개입니다. 3부, 4부의 주인공은 모두 다른 사람이지만, 사실 그 주인공을 상회하는 어 둠의 힘이 바로 신현진입니다. 이야기의 아크 히어로라고 할 수 있지요. 요기서 2부의 가장 중요한 의미가 나옵니다. 3부에서 여러분은 사상 최악의 마왕을 만나게 됩니다. 바로 리치 알자크! 2부는 10권에 걸쳐 여러분에게 라딘은 무적이라는 것을 세뇌시키기 위한글 입니다. 그래서 소설 전반에 걸쳐 라딘에게는 위험이 거의 없습니다. 3부에서는 그런 라딘이 악당 보스, 즉 마왕으로 신마대전을 일으키는 내용 을 보여 드려서 마왕의 시각과 심정으로 여러분이 이 소설을 보게 하려는 의도가 있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칼하나 들고 정의는 승리한다를 외치며 라딘의 음모를 모두 분쇄하는 새벽의 기사라는 그 황당한 주인공을 저주하게 하려는것이 진정한 3부의 의미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정의의 주인공은 너무나도 허황되고, 재수 하나만 가지고 노 력도 없이 모든 것을 얻습니다. 악당이 아무리 강해도 주인공이 아니라는 이유 하나 만으로 억울하게 당해 야 하지요. 3부의 주제가 바로 그것입니다. 마왕의 시각으로 정의의 주인공 저주하기. 신마대전은 대충봐도 다크판타지입니다만 알고보면 그 깊이와 어둠이 훨씬 심합니다. 3부에서 신현진은 3차 진화를 하게 되는데, 그 경지는 바로 미래를 보고 그 흐름의 중심에 미리 섬으로써 생기는 입을 열지 않아도 주위에서 알아서 오해해주는, 바로 침묵의 사기술 단계입니다. 말하자면 투마왕의 아론이 펼치는 가즈나이트 사기를 의식적으로 만드는 거 데, 이게 설정의 무지 어렵습니다. 극악의 음모인 부저추수와 이대도강이 나올 예정이었습니다. 일단 신마대전이라는 소설은 여기서 끝납니다. 너무나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어쩔 수 없지요. 당분간은 이 소설을 쓰면서 느낀 여러가지 부족한 점을 극복하기 위해 공부 하고 연습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정말로 사람은 영원히 자신의 마음에 드는 글을 쓰지 못하는 존재일지도 모 릅니다. 하지만 계속 글을 쓰다보면 그래도 납득할 만한수준이 될지도 모르지요, 환상같지만 그래도 그걸 바라며 달리겠습니다. 제 글을 끝까지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럼 다음 글로 제가 돌아올 때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2005년 3월 김운영 올림 PS : 차기작인 음유시인은 4월 중으로 시작하겠습니다. < 10권 (분량?) 타이핑 후기 > 호에.... 맘에 들다보니 어찌어찌해서 출간삭제 되기 전에 조아라에 있던 신마대전 10권 분량을 다 타이핑 해버렸네여 ^^ 저는 이 소설의 끝이 나티크가 건내준 금주에 건 농간으로 죽다가 나티크가 황금알을 그냥 두기 그래서 렙1짜리 성기사인 채로 다시 살아난다는 식이거나... 아니면 라딘이 새로 캐릭을 만들고 처음 시작했던 마을에서 이번엔 미리네 하구 같이 낚시를 하면서 부드럽게 끝날줄 알았는데... 마치 블리자드의 디아블로1의 엔딩같은 느낌으로 끝마치는군여 ^^; (라딘에게 로맨틱함을 기대한 제가 바보일지두...ㅠ.ㅠ) 그래두 차기작이 기대되네여 ^^ 이번엔 메모장을 이용해서 타이핑해보았는데.. 그래두 역시 타이핑 맛은 워 드패드가 좋은거 같네여. 수정하기두 용이하구 ^^;; 그래두 이번엔 모니터를 봐가며 치니 오타율이 좀 적은거 같더군여. 조아라의 글 복사.. 어떻게 안될까여 ^^? ( 나는야 도둑 심보∼♪ 랄랄라∼∼♪ ) - Alice P . S : 누가 타임슬립 닥터 진좀 스캔해서 올려주세여∼ 부탁드려여∼∼∼ 글구 오타를 수정하긴 했지만 제가 못찾은 오타는 알아서 수정해주 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