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여보게. 이보게 친구!” 기절한 사내의 친구인 듯한 자가 그의 몸을 세차게 흔들었다. 강한 원한이 담긴 눈빛으로 송현을 쏘아 보았다. “아, 악마! 당신은 아... 헉!” 송현의 무심한 눈빛을 보자 뒷걸음치다 걸려 넘어졌다. “오, 오지마! 악마야! 오지 말란 말이야!” 송현은 가슴이 아파왔다. 자신이 모든 것인 마법이 매장당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쓰라린 가슴을 앉고 애써 그들을 무시하고는 자신의 객사로 향하였다. 그 시간. 무당파 한 고풍스런 건물 안에서 뜨거운 논쟁이 되고 있었다. “그 자의 단전을 파괴하고 무림에서 좇아내야 하오.” “그렇소, 사술을 쓰는 자입니다.” 점장파 장문인인 두경승과 종남파 장문인인 상원건의 말을 아미파의 장문인인 보연신니가 진정을 시켰다. “두 분 잠시 진정하세요. 그는 마교와도 관련이 있는 자예요.” “그렇다고 그를 그냥 놔 둘 것이오? 말해보시오, 보연신니!” “자칫 그를 잘못 상대한다면 마교와의 전쟁을 피할 수가 없었요.” “그깟 마교가 무서워 그를 피한단 말이오?” “자자! 모두들 잠시 진정합시다.” 현 정파 무림의 총사 역할을 하는 제갈선우가 나섰다. 제갈선우는 오룡의 하나인 제갈 성휘의 부친이자 현 제갈 세가의 가주였다. “일단 소림 방장인 혜능대사님의 말을 한 번 들어보는 게 어떻겠습니까?” “아미타불! 저보다는 무예의 경지가 높은 청수 도인님의 의견을 먼저 묻는 것이 좋을 듯싶습니 다.” “무량수불, 어찌 저에게...” “아닙니다. 청수 도인께서 한 말씀 하시지요.” “일단 무림대회가 끝이 날 때까지 지켜보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비록 사술을 쓴다고는 하나 인명 피해도 없었습니다.” “청수 도인님!” 두경승이 강한 반발을 표하는 목소리로 청수 도인을 불렀다. “무량수불, 잠시 저의 말을 들어보시지요. 마교도 걸린 문제입니다. 그러니 신중을 하자는 거지 요. 그리고 오룡삼봉들과도 친분을 가지고 지낸다고 하니 그렇게 심성이 나쁜 아이인 것 같지는 않 습니다. 조금만 더 지켜 보시는게 어떻겠습니까?” “아미타불.” 송현은 우울한 마음을 애써 참고 있었다. ‘휴우.’ 처음 무림에 발을 담글 때만 해도 큰 포부가 있었다. 자신의 모든 것이자 위대한 마법을 이 세상에 널리 알리고 당당히 마법사의 길을 걷는 것이었다. 세상은 그 뜻을 쉽게 가지 못하게 하고 있었다. ‘이렇게 어려운 길인가?’ 송현은 답답한 마음에 창문을 열고 하늘에 떠있는 달을 보았다. 언제나 밤이 되면 변하지 않고 꿋꿋이 뜨고 지는 달이었다. 송현은 달을 보며 무념에 빠졌다. 아니 빠져들려고 노력을 했다. 답답했다. 그러기에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가 않았다. 그저 주위로 흘러가는 자연만 느끼고 싶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다. 편안한 자연의 기운이 느껴졌다. 살며시 자신을 보다듬어주는 것에 대해 온 몸과 마음을 맡겼다. 어느 순간 오싹한 느낌이 들었다. 송현 자신을 감싸던 편안한 기운 때문이었다. 그저 편히 몸과 마음을 맡겼으나 그게 아니었다. ‘이, 이 기운은... 꿈에서 느꼈던 그 기운이다. 어떻게, 어떻게...’ “옹알옹알옹알.” 희미하지만 어떠한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온 신경을 귀에 집중을 시켰으나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옹알옹알옹알.” “누구냐?” 송현은 자신의 주위를 급히 살폈다. 소리는 들리나 귀에는 아무 소리가 잡히지 않았다. 가만히 그 소리에 집중을 하자 자신의 머리를 통해 느껴지는 것을 알았다. 『누구냐?』 『저를 깨워주세요!』 『저를 깨워주세요!』 『저를 깨워주세요!』 『저를 깨워주세요!』 제각기 다른 목소리가 동시에 한 목소리를 내었다. 『너희들은 누구지?』 『우리요? 우리가 뭐죠? 모르겠어요!』 『우리요? 우리가 뭐죠? 모르겠어요!』 『우리요? 우리가 뭐죠? 모르겠어요!』 『우리요? 우리가 뭐죠? 모르겠어요!』 『어떻게 해서 나의 정신을 통해 말을 거는거지?』 『저희의 말을 받아주는 사람은 당신뿐이에요.』 『저희의 말을 받아주는 사람은 당신뿐이에요.』 『저희의 말을 받아주는 사람은 당신뿐이에요.』 『저희의 말을 받아주는 사람은 당신뿐이에요.』 『부탁인데! 하나씩 말을 하명 안 되겠니?』 『그럴께요!』 『너는 누구지?』 청아한 목소리의 주인에게 송현은 물었다. 『모른다고 했잖아요.’』 『음... 그렇다면 너를 표현해 해보겠니?』 『표현이요?』 『그래!』 『알았어요!』 송현을 감싸는 청아한 기운이 느껴졌다. 이른 새벽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과도 같았다. ‘시원하구나! 바, 바람?’ 『다, 다른 누군가가 표현해보겠니?』 ‘이, 이것은 화기(火氣)?’ 『다, 다른...... 또 나머지 하나!』 차례대로 냉기(冷氣)와 토기(土氣)를 느꼈다. ‘저, 정령의 기운이다. 정령의 기운!’ 송현은 기쁨에 젖어 어쩔줄 몰랐다. 털썩. 탁자의 의자에 몸을 앉았다. ‘다시 생각하자! 여기에는 분명 정령계가 없다.’ 송현은 알 수가 있었다. 자신은 비록 정령술사가 아니었으나 정령의 강제소환 마법으로 정령을 한때나마 부린 적이 있었다. 그에 따른 부작용으로 죽을 고비를 마시기는 했지만 말이다. 흔히 마법사가 정령을 다룬다고 생각을 하나 그것은 일반인들의 오해였다. 엄연히 정령술사가 따로 존재한다. 다만 마법사가 정령을 마법으로 강제로 소환하여 노예처럼 쓰기도 한다. 허나 마법사가 정령들을 다루는 마나가 약해지면 오히려 그 정령들은 마법사를 죽이려고 하기에 잘 쓰지 않는 것뿐이었다. 미드란도 잠시 하급 정령들을 소환하여 썼으나 국가적 전투에서 큰 부상을 입어 자신이 소환한 정 령들에게 죽음을 당할 뻔했다. 다행히 하급 정령들이라 죽음만은 면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그럼 이들은 어떻게 된 것인가? 정령계는 없다. 그러나 이들의 정신은 존재를 한다.’ 『저희들을 불러주세요!』 『저희들을 불러주세요!』 『저희들을 불러주세요!』 『저희들을 불러주세요!』 『무슨 뜻이지? 그리고 하나만 말해! 머리 아파!』 『모르겠어요. 왠지 그렇게 해야 할 것 같아서요.』 바람이 대표로 나서는 듯 했다. 송현은 일단 자신이 고민을 할 것이 아니라 물어보기로 했다. 『너희들은 어디서 지내지?』 『저희들은 지내는 곳이 없어요!』 『지내는 곳이 없다?』 『저희들은 아직 몸이 없어요. 오로지 정신만 존재를 하죠!』 『너희들은 어떻게 해서 태어났지?』 『언제부턴가 저희들의 존재를 믿는 사람들이 생겼어요. 그리고 그 염원으로 저희들이 태어나게 된 것 같아요.』 ‘음... 염원이라...’ 『그럼 너희들은 정신만 존재를 한다는 거야?』 『저희는 몸이 없어요. 저는 언제나 바람에 실어 온 세상을 보죠.』 『저는 언제나 불에 실어 온 세상을 보죠.』 『저는 물이예요.』 『저는 땅이에요.』 ‘이것으로 확실해졌다. 이들은 정령들이다. 비록 과거 내가 있던 곳의 정령들과는 다르나 정령임 에는 확실하다.’ 송현은 뛸 뜻이 기뻤다. 자신의 현 몸은 정령술사로서의 자질도 가지고 있는 것이었다. 문득 정령들이 몸을 가지고 있지 못함을 알았다. ‘휴우. 몸이 없으니...’ 『저희들을 깨어나게 해주세요, 몸을 만들어주세요! 당신이라면 해줄수 있을 것 같아요.』 『저희들을 깨어나게 해주세요, 몸을 만들어주세요! 당신이라면 해줄수 있을 것 같아요.』 『저희들을 깨어나게 해주세요, 몸을 만들어주세요! 당신이라면 해줄수 있을 것 같아요.』 『저희들을 깨어나게 해주세요, 몸을 만들어주세요! 당신이라면 해줄수 있을 것 같아요.』 『만들어 달라고?』 『네』 『네』 『네』 『네』 ‘몸을 만든다. 몸을 만든다. 몸을 만든다...’ 송현은 같은 말을 되풀이하며 방안을 서성였다. ‘혹시?’
송현의 머릿속을 스치는 형상들이 있었다. ‘사방신? 그렇다면... 불가능이란 없다. 없으면 내가 창조를 하면 될 것이다.’ 송현은 최대한 마나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우우웅. 강렬한 마나 공음(拱音)소리가 들렸다. 『최대한 하나씩 돌아가며 나에게 너희들을 표현해줘!』 『알았어요!』 『알았어요!』 『알았어요!』 『알았어요!』 『우선 바람!』 바람의 기운이 송현의 온 몸을 적셨다. ‘바람에 어울리는 것은 백호!’ “바람의 정령인 그대를 이 땅에 부르리라, 칸져 에어 엘리멘틀!” 송현은 강제 정령 소환 마법을 일으켜 일단 정령의 정신체를 소환시켰다. 희미하지만 눈에 띠는 조그만 구체형이 송현의 얼굴 앞에서 맴돌기 시작했다. “그대를 백호의 모습으로 현신시키리라, 메이크 바디.” 일정한 형상을 만드는 마법을 이용하여 백호의 이미지로 바람의 정령을 형상화 시켰다. 쏴아아아. 거친 바람이 방안을 가득 채웠다. 슈아아. 크아아앙! 한 마리 거대한 백호가 송현의 앞에 떡하니 고개를 들고 서있었다. 순백색의 윤기가 흐르는 모습이었다. “크르르르.” 송현은 한번 웃어주고는 이내 다른 정령들도 부르기 시작했다. “캬아아아아.” “쿠어어어.” “크아아아아.” 송현의 마법에 의해 하나 둘씩 사방신의 모습으로 이 세상에 태어났다. 급격한 마나의 소비로 송현은 현기증을 느끼고 바닥으로 쓰러졌다. 송현의 단전에는 마나가 모두 소비되어 비어있었다. 네 마리의 사방 정령들은 송현이 보내는 마나가 끊기자 서서히 그 모습을 줄어들었다. 짹짹짹. 아침 이슬이 맺혀 땅으로 떨어지는 아침이 밝았다. 창가로 따사로운 햇살이 넘어들어와 송현의 얼굴을 간질였다. “으...음!” 송현은 눈부심을 느껴 잠시 미간을 좁히고는 이내 눈을 떴다. “윽!” 무엇인가 부드러운 것이 품안으로 파고드는 것을 느꼈다. 품안에서 꼼지락거리는 것이 살짝 간지러우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한 마리 자그만 하얀 고양이가 송현의 품에 들어와 물끄러미 자신을 보고 있는 것이다. ‘귀여운 녀석이네.’ 그 뜻을 알았는지 앞발로 얼굴을 부비적거리며 송현의 품에 더욱 파고들었다. 쪼로롱. 샤라락. 스르륵. 세 마리의 자그만 짐승들이 송현의 어깨며 팔이며 올라왔다. ‘갑자기 왠... 설마?’ 어제 저녁이 생각이 났다. 급히 단전의 마나량을 체크를 했다. ‘꿈이 아니었어!’ 송현의 단전에는 마나가 얼마 모여 있지 않았다. 송현은 일단 천천히 한 마리씩 살펴보기 시작했다. 자신의 품에 있는 한 마리의 순백의 고양이. 자주빛을 띠는 한 마리의 작은 새. 녹색빛이 감도는 파란 뱀. 뱀이라고는 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었으나 뱀이란 것은 확실했다. 황토빛이 도는 자그만 거북이었다. 모두들 새끼 모양을 하고 있었다. ‘서, 설마 이것들이 사방신? 아니야, 분명 어제 내가 만들어준 형상은 이게 아니었는데...’ 『주인님, 이 몸은 주인님이 만들어주신 것이 맞아요.』 『주, 주인님?』 『어제 우리들이 상의한 결과 주인님으로 모시기로 했어요.』 송현은 자신의 품에 안겨 두 눈을 반짝이는 고양이를 보았다. 『방금 말한 것이 너니?』 『네!』 『주인님이라...』 송현의 중얼거림에 다른 세 마리의 동물도 송현의 곁으로 붙으며 두 눈을 반짝이기 시작했다. 『주인님, 몸은 괜찮으세요?』 『무슨 말이지?』 『어제 갑자기 쓰러지셨더라고요.』 순간 송현의 눈이 빛났다. 『무슨 뜻이지?』 『다른 건 아니구요. 주인님이 저희에게 기운을 나누어주고는 그대로 쓰러지시더라고요』 『음...』 『다시 주인님께 저희들의 기운을 다시 드렸어요.』 『나에게 다시 주었다고?』 『네!』 『그럼 너희들이 이렇게 바뀐 이유도 그거야?』 송현의 말에 네 마리의 사신수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이거 너무 귀여운걸. 누가 무시무시한 사방신들이라 믿겠어?’ 『그런데 이제는 너 말고는 다들 조용하네.』 『어제 주인님이 같이 말하니 헷갈린다고 하셔서 저만 말을 하고 있어요.』 『그래?』 『네! 참 주인님!』 『왜?』 『저희들 이름 지어주세요.』 송현은 속으로 아차 싶었다. 이제까지 자신만 사방신이라 믿고 있었을 뿐 이들에게는 말하지 않았던 것이다. 『좋아. 일단 너! 너는 백호라 부를께.』 『감사해요, 주인님!』 송현의 말에 백호라 불리운 자그만 고양이는 송현의 품에서 부비적거렸다. 『너는 청룡.』 『알았습니다.』 조금은 쌀쌀한 목소리로 송현의 말에 대답을 했다. ‘조금 무뚝뚝한 놈인가? 피식.’ 『너는 주작.』 『호호호, 알겠사와요, 주인님.』 조금은 요염기가 보이는 목소리로 자주빛 새가 대답을 했다. 『너는 현무.』 『알았네, 주인』 ‘알았네, 주인? 거참! 이거 다들 톡특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거 같은데... 앞으로 재미가 있겠 어.’ 송현은 뜻밖의 수하 아닌 수하를 두게 되었다. 어쩌면 골칫덩어리의 애완동물을 둔지도 모른다. 이른 아침부터 송현은 운강과의 비무를 위해 최대한 몸을 가볍게 만들었다. 비무대를 향한 발걸음은 무거웠지만 운강과의 한판 승부가 그를 비무대로 향하게 만들었다. 비무대로 향한 송현은 어느 날과는 조금 달랐다. 한 마리 흰 고양이가 송현의 품에 찰싹 달라붙어 있었고 어깨에는 자주빛 새가 연신 아름다운 목소 리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너무나 귀여운 고양이와 자주빛 새의 노래 소리로 지나가는 사람들이 송현을 쳐다보고는 했다. ‘이, 이거 너무 시선이 집중 되는걸.’ 『너, 너희들 어디 다른데는 안 가냐?』 너무나 쑥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안 가요, 주인님』 『흑흑흑, 벌써 만난지 얼마 되었다고... 저를 버리시는 거에요. 흑흑흑, 나쁜 주인님!』 『안 갑니다.』 『갈때도 없네, 주인』 『아, 알았어. 제발 하나만 말해라, 응?』 송현은 아침부터 머리가 아파옴을 느꼈다. ‘그래도 이들 때문에 무거운 마음은 많이 가라앉았구나!’ 어제 사술로 오해를 받았던 일로 비무대를 향한 발걸음이 무거웠다. 허나 이들 사방수들에 의해 그나마 그런 마음이 많이 엹어짐을 느꼈다. 자신의 품에 안긴 백호, 어깨에서 연신 노래를 부르는 주작, 자신의 옷자락에 들어가 있는 청룡과 현무. 일일이 하나 보면서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비무대에 연신 사람들로 붐볐다. 첫 날보다 더욱 많은 군중들이 모였다. 개미새끼 하나 지나가지 못할 광경이었으나 어느 순간 파도가 갈라지듯이 길을 내었다. 뒤에서부터 생긴 길은 순식간에 비무대를 향해 곧바르게 이어졌다. ‘휴우.’ 송현은 그 광경에 다시 마음이 무거워짐을 느꼈다. 또한 무림에 대한 회의감도 조금씩 들기 시작했다. 송현은 조금 굳어진 표정을 지으며 자신이 늘 앉던 자리로 갔다. 주위에서 수군거림과 비난을 그저 모른 채하였다. “형님, 오셨습니까?” “가가, 오셨어요?” “송 형, 늦으셨습니다.” 철무정과 양설린, 그리고 그들과는 조금 떨어져있었으나 금정산이 자신의 자리를 찾아온 것이다. 그 외의 인물들은 보이지 않았다. ‘음... 이 것이 현실인가?’ 송현은 씁쓸한 입맛을 다셨다. “송 형, 다른 이들에게 너무 섭섭하게 생각하지 마시오. 다 그들도 문파 어르신들의 명에 의해 이 곳에 오지 못한 것이니.” 송현은 금정산의 말에 그저 웃음만 지어보였다. 양설린은 송현의 어두운 기색만 살피며 눈치만 살폈다. 그런 그녀의 눈에 송현의 품에 안긴 한 마리 고양이가 눈에 들어왔다. “어머머! 넘 귀엽다.” 송현의 기분도 잊은채 양설린은 순식간에 송현의 품에 안겨있는 백호를 낚아챘다. “아잉, 너무 귀엽당.” 양설린은 연신 백호의 볼을 당기고 뱃가죽을 쓰다듬어 주었다. 『우아아아! 주, 주인님.』 “가가, 이 고양이 웬 거예요?” “어쩌다보니 그렇게 되었소.” “아잉, 귀여워! 제가 잠시 데리고 있어도 되죠? 네?” “그러시오.” 송현은 양설린이 너무나 좋아하는 모습에 잠시나마 씁쓸함을 잊을 수 있었다. 너무나도 귀엽고 사랑스런 여인이었다. 폭풍전야
양설린의 그런 모습을 보는 사이 철무정과 운강의 첫 비무가 시작이 되었다. 어제 잠시나마 어울린 탓인지 둘다 크게 적대감은 나타내지 않았다. 서로가 과격한 공격은 어느 정도 절제를 하며 공방을 주고 받았다. 철무정은 마교의 소교주 답게 패강의 기질을 선보였고, 운강은 무당파의 검사답게 부드러움을 선보 였다. 콰아아아. 철무정은 거치면서도 매끄럽게 검을 내리그었다. 묵직한 검음이 들리는 것으로 보아 중자결을 이용해 더욱 패도적인 검로를 펼치는 듯 했다. 운강은 부드러운 신형으로 옆으로 피해갔다. 운강은 입술을 굳게 다문 채 빠른 속도로 도약을 하며 연거푸 검을 찔러 들어갔다. 슈악. 쉭. 매서운 바람 소리를 동반하며 운강의 검은 상당한 날카로움을 가지고 있었다. 철무정은 반격을 포기한 채 연신 운강의 검을 막으면서 정신없이 물러났다. 운강의 계속 되는 공격에 철무정은 미흡하나마 순간의 틈을 찾아냈다. 쐐액! 철무정은 기이한 각도로 예리한 파공음을 동반하며 차가운 섬광을 그려냈다. 운강은 생각지도 못한 공격에 순간 당황을 하였다. 이미 때는 늦어 철무정이 그려낸 섬광이 지척에 다다르고 있었다. 운강은 이를 꽉 물고 찔러가던 검을 급격히 회수를 하며 막아섰다. 따당. 검과 검이 부딪히는 맑은 음이 울려 퍼졌다. 둘은 순간 눈빛을 마주치고는 동시에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미소를 지었다. 순수한 호승심에서 오는 미소였다. 슈아아앙. 깡. 검과 검이 다시 맞부딪쳤다. 끼기기긱. 검과 검이 마찰이 되어 소름이 끼치는 소리를 내었다. 둘은 다시 한번 미소를 짓고는 순식간에 신형들이 땅과 하늘로 꺼지고 솟아났다. “암흑만이 존재하리라, 천혈검법 암흑천하!” “구름과 같이 흘러간다, 유운검!” 철무정은 공중으로 도약한 상태에서 내려오는 힘을 더해 더욱 패강의 기운을 실었으며 운강은 아래 에서 몸을 부드럽게 솟구치며 유(柔)의 기운을 검에 실었다. 사라랑. 검과 검이 부딪혔다. 허나 그 검명(劍鳴)은 부드러웠다. 그것도 찰나. 둘은 다시 신형을 흩트리며 새로운 공방에 나섰다. 슈아아앙. 검이 바람을 타는 소리만이 들렸다. 두 줄기의 섬광. 그리고 정적. 두 자루의 검은 서로의 목을 향했다. 한 치의 차이도 없이... “무, 무승부!” “와아아아아!” 엄청난 함성소리가 이 비무대를 뒤엎었다.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승부, 깨끗하고 정명한 승부. 그것이 군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이다. 착! “다음에 이 못 다한 승부를 지읍시다.” “동감이오.” 둘은 비무의 끝도 아주 깔끔하게 마무리를 지으며 비무대를 내려왔다. 누군가 승자가 있어야 하는 비무임에도 불구하고 사회를 맡고 심판을 맡은 진운은 과감히 무승부를 선언했다. 후에 더 무림대회가 복잡해지더라도 최고의 승부로 남게 하고 싶다는 무인의 뜻이었다. “둘의 본선 진출은 회의를 거친 후 발표를 하겠습니다.” “둘 다 올라 보내라! “옳소!" “자, 자! 진정들 하세요. 다음 경기는 무림 여협들의 경기가 되겠습니다. 마도제일화 양설린! 불연 화 백소영!” “와아아아!” 철무정과 현성의 뜨거운 경기에 이어 여인들의 비무를 알리는 현성의 말에 무림대회의 열기는 더욱 높아져만 갔다. 양설린과 백소영은 철전지 원수를 보는듯한 차가운 눈빛으로 서로를 쳐다보며 비무대로 올라섰다. 백호는송현의 품에서 달달떨었다. 『헉헉헉! 주, 주인님.』 『왜?』 『이, 이건 동물 학대라구요! 아니지! 신수(神獸) 학대라구요!』 『둘이 잘 놀던데?』 『어, 어찌?』 백호는 양설린이 비무를 위해 나가기 전 근 20분간 양설린에게 괴로움을 당해야했다. 물론 백호의 입장이었다. 그저 양설린은 백호의 귀여움에 어쩔 줄 몰라 볼을 살짝(?) 잡아당겨주고 살며시(?) 안아주고 그랬 던 것이다. 백호는 그 모습이 다시 상상이 되자 몸을 떨었다. 『도대체 누구예요?』 『응? 아! 설린. 너의 또 다른 주인이 될 사람이지.』 『쿠아아앙! 사, 사람... 아니지 신수 살려~어!』 백호는 깜깜한 앞날을 생각하며 그대로 정신을 놓았다. 다른 세 사방신수들은 그저 혀만 찼다. 불쌍하다고... 양설린과 백소영은 서로를 향해 마주섰다. 채 10cm도 안 될 정도의 거리로 말이다. “비열한 년! 감히 임자있는 몸을 건들여?” “흥! 이상한 술수로 꼬신 주제에?” “말로는 안 되겠구나!” “이 몸이 할 말이다.” 슈아아아. 창. 창. 순간 둘은 뒤로 한보씩 몸은 빼고는 검을 빼어 서로를 향해 들이 밀었다. 우우우웅.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한스러운 기도. 비단 어느 하나만이 아니었다. 서로가 검을 마주하고만 있을 뿐이건만 그녀들의 주위 사방팔방이 차가운 살기에 휘감기고 있다. “하앗!” 백소영이 먼저 검을 날렸다. 검로 하나하나가 무척 깔끔하면서도 경쾌했다. 불교의 명파답게 동작 하나하나가 불화를 보는 듯 온 화하면서 아름다웠다. 그런 온화함과 아름다움 뒤에 날카로움이 숨어있었다. 양설린은 마교에서의 극강의 무공을 보아만 왔기에 이토록 화사하다고 느껴지는 검을 처음 느끼고 있었다. 며칠 전 백소영과 한 차례 부딪힘이 있었으나 이런 느낌을 받지 못하였다. ‘며칠 전과는 다를 것이다. 내 모든 역량을 펼쳐 기어코 네 년의 꾐에 넘어간 송 학사님을 자유롭 게 해 드릴 것이다.’ 그에 반해 양설린의 검로는 난폭하다고 느낌을 받으나 어딘가 모르게 연인만이 가지는 섬세함이 담 겨져 있었다. 양설린의 거칠게만 느끼던 검이 백소영은 순간 섬세하면서도 빠른 쾌검이 되어 자신의 목을 향해 날 아오는 것을 보는 순간 안색을 굳혔다. 백소영은 자신의 검을 위로 세차게 그려올렸다. 챠장. 쾌와 쾌의 만남으로 불꽃이 피어올랐다. 백소영의 수비로 인한 양설린의 자그만 허점을 놓치지 않고 눈부신 검광을 보이며 수직으로 그었다. 슈아아아. 샤샥. ‘베었다.’ 백소영은 양설린의 한 팔을 가볍게 베었다. 백소영의 얼굴에 득의가 찬 표정이 지어졌다. 샤샥. ‘응?’ 허벅지에서 따끔한 느낌이 들었다. 가느다란 혈선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혈선을 따라 붉은 액체가 흘러나왔다. ‘살을 주고 뼈를 취했으니 빚지는 장사는 아니었다.’ 양설린은 자신의 팔을 재빨리 점혈을 하고는 미소를 지으며 백소영을 보았다. 백소영이 양설린의 미소를 보는 순간 더욱 화사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 모습에 더욱 백소영은 얼굴에 독기를 품었다. “모든 것을 끊어버린다, 멸절...커헉!” 백소영은 급격히 신형을 흐트려졌다. 툭 간신히 비무대에 있는 장석(場石) 사이에 검을 꽂았다. “쿨럭!” 백소영은 검은 피가 비무대 바닥을 적셨다. 양설린의 모습이 흐릿해지더니 이내 둘로 나누어져 보였다. “이, 이년! 도, 독을 쓰다니... 커헉!” 다시 한 번 검은 피를 토하면서 쓰러졌다. 챙그랑 양설린은 표정이 굳어지며 들고 있던 검을 떨어트렸다. ‘도, 독?’ 양설린은 혼란스러움을 느꼈다. 슈아아아 착 비무대 위로 가장 먼저 뛰쳐올라 온 사람은 보연신니였다. “소영아!” 착지의 시간도 아까운지 그대로 백소영을 향해 몸을 띠웠다. “소영아!” 이미 백소영의 얼굴은 독에 중독이 되어 검은 빛이 맴돌기 시작했다. 보연신니는 재빠른 솜씨로 백소영의 이곳 저곳 지법을 이용하여 점혈을 하였다. “이, 이년! 마교의 간악한 년 답구나!” 슈아앙 강렬한 파공음을 실어 양설린을 향해 강한 장기를 날렸다. 양설린은 혼란스러움을 느끼느라 미처 보연신니가 날린 장기를 보지 못하였다. 콰과광 “보연 신니, 성급한 행동은 피해주시오.” 소도성이었다. “마교 놈들! 네 놈들이 차마 이 곳에서까지 이런 치졸한 방식을 들고 나올 줄 몰랐다.”
“뭐욧? 말이면 다인 줄 아시오?” “남천독신 소도성, 네 눈에는 저 년이 쓴 독이 보이지 않느냐? 독을 쓰는 자가 설마 모른다고 하 지는 않겠지?” “이, 이...” 소도성은 이내 몸을 돌렸다. “아가씨, 어떻게 된 것입니까?” “소, 소 호법님. 어떻게 된... 거죠? 백 소저가 왜 쓰러진 거죠?” “아가씨!” “몰라요, 몰라요!” 양설린은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얼굴 한가득 불안감이 돌고 있다. 주위에서 강렬한 살기가 그녀에게 집중이 되고 있었다. “몰라요! 몰라...” 털썩 고개를 세차게 흔들던 양설린은 정신적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비무대로 무너졌다. “아, 아가씨!” 소도성은 번개와 같이 양설린을 안아 들었다. 슈아아앙. “작당도 적당히 해랏!” 소도성은 등 뒤에서 강렬한 기운을 느끼고는 이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 이...’ 이미 소도성이 고개를 돌렸을 때에는 보연신니가 자신의 어깨 높이만큼 뛰어올라 양 손을 번갈아 휘두르고 있다. 이미 피할 수 없음을 느끼고는 양설린을 취대한 자신의 품에 안았다. 펑 퍼퍼펑 순식간에 둘 사이에 들어오며 보연신니의 장법을 일일이 쳐내는 이가 있다. “지금 이 행동은 마교에 대한 도전이라 봐도 되겠소?” “연 호법.” “아가씨는 괜찮으십니까?” “그렇소.” 연사홍은 고개를 돌렸다. “마교에 대한 도전이라 봐도 되겠냐고 했소!” “흥! 네 놈들도 눈이 있으면 보거라. 네 제자가 어떻게 쓰러졌는지! 뭐? 마교에 대한 도전? 누가 마교를 두려원 한다고 그러더냐!” 둘 사이 불꽃이 터지며 서로를 향해 덮쳐갔다. 연사홍은 땅을 박차고 튀어 올라 몸을 비틀며 그대로 왼 다리를 내질렀다. 비연신니는 슬쩍 허리를 재치며 오른손으로 연사홍의 다리를 흘러 보내며 좌장을 내질렀다. 상당한 빠르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연사홍은 재차 몸을 회전시키며 비연신니의 좌장에 자신의 자신 의 우퇴를 맞부쳤다. 콰광 “제법 하는구나!” 비연신니는 냉랭한 표정을 지었다. “그건 내가 할 소리다!” 붉은 기운이 감돈다. “적하신장.” 검은 세상을 만든다. “흑사장.” 비연신니에게는 붉은 강기가 연사홍에게서는 검은 강기가 흘러나왔다. 슈아아아 강렬한 폭음이 울려펴지리라 모두 의심에 마지않았다. 두 강렬한 장기가 붇딪치기 찰나 산뜻한 바람이 일고 종처럼 청아한 목소리가 비무대에 울려퍼졌 다. 붉고 검은 두 기운은 안개가 걷히듯 사라지며 청수도인이 그 사이에 몸을 나타내었다. “두 분 다 고정하시오.” 청수도인은 진운을 불렀다. “부르셨습니까? 장문인!” “너는 일단 비무대회를 중단을 시키거라!” “알겠습니다.” “그리고 보연신니, 일단 백 시주분을 거처로 빨리 옮기세요. 언제까지 저렇게 놔둘 것입니까?” 보연신니는 얼굴이 흙빛이 되었다. 그저 자신의 제자가 독에 당했다는 것에 노기가 바쳐 미처 그 부분을 관가하고 있었다. “연 호법께서도 양 시주 분을 일단 처소에 옮기세요. 단! 거처에 제한을 둘 것입니다.” “알겠소, 허나! 분명 말해두겠으나 이것은 명백한 음모요!” “무량수불.” 청수도인의 중간 제재로 어수선하던 장내는 일순 분위기를 가라앉혔다. “나머지 분들은 본파 옥청의 회의장으로 일단 모이시지요.” 구파일방과 오대세가의 무인들과 마교의 무인들은 빠른 속도로 비무장을 빠져나갔다. “무량수불, 뜻하지 않은 사건으로 비무대회를 잠시 연기를 하겠습니다.” 진운은 진기를 실어 비무장 곳곳에 자신의 목소리를 실었다. 그리고는 서둘러 비무장을 벗어났다. “웅성 웅성 웅성!” 군중들은 급박하게 사건이 터지자 혼란스러움을 느꼈다. 이내 정파 고수들과 마교의 고수들이 자리를 뜨자 갖갖은 추측을 내며 주루로 향하였다. 필시 오늘 저녁은 뜬금없는 추측이 나돌며 술자리의 안주로 올라갈 것이 분명했다. 무당파 상원청 중 옥청의 회의장. 여러 군웅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분위기는 심해를 연상시키듯 무겁게 가라앉아있었다. “입이 있으면 말씀을 해보세요.” 보연신니의 말에는 살기가 담겨져 있다. “이것은 음모가 틀림없소.” “자꾸 음모, 음모라고 하는데, 그것을 증명할 수 있나요?” “조사도 없이 이렇게 몰아세우는 것을 보니 그쪽에서 자작극을 펼친 것이 아니오?” 쾅 “뭣이라?” 보연신니는 연사홍의 말에 벌떡 일어나며 탁자를 강하게 내려쳤다. “자작극이라 하셨나요?”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중한 사안을 그렇게 한 편으로 몰고갈 수 있느냐 말이오.” “이....” “아미타불, 다들 고정들 하시지요.” “그렇습니다. 다들 냉정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혜능 대사의 말에 제갈선우가 거들었다. “냉정이고 뭐고 이건 생각해보나 마나요. 결과가 벌써 나와 있는 것 아니오.” “그렇소, 내 마천승룡인가 뭔가 하는 자가 나왔을 때부터 알아봤소이다.” “그렇소, 사술을 쓰는 자를 끌어들이지 않나 혹시...?” 송현에 대해서도 가장 독설을 퍼붓던 점창파 장문인 두경승과 종남파 장문인 상원건이 다시 한 번 걸고 넘어졌다. 소도성은 온 몸을 검정에 차 부들부들 떨며 이를 꽉 물었다. “혹시 뭐요?” 이빨 사이로 새어나온 듯 은은한 살기를 머금고 방안으로 퍼졌다. “난 또 마교에서 다른 뜻을 품고 이러는 것이 아닌가 싶다는 말을 하고 싶었소.” “다시 말해보라! 두경승.” 더 이상 참기 힘들었는지 소도성은 박차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순간 장내에는 금방이라도 터질 것은 긴장감이 형성되었다. “오! 이제는 본성을 드러내겠다.” 상원건은 소도성을 보며 비아냥거렸다. “무량수불, 상 장문인! 말이 좀 심한 듯싶습니다.” “아니지요! 청수 장문인! 누가 보더라도 뻔한 이치입니다. 마교의 소교의 의형은 사술을 쓰며 그 사매는 비무대회에서 독을 썼습니다. 어느 누가 보더라도 당연한 것 아닙니까?” 두경승이 다시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음...” 실내에는 침음성만이 흘렀다. 화산파 장문인인 고천설은 그저 조용히 관망을 하고 있었다. 사술이라 일컬어지는 송현의 마법에 대해 위정천과 금정산에게 들은바가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보아도 터무니없는 능력이기는 하나 섣불리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어보였다. 그렇다고 해서 마교의 편을 들 수는 없었던 것이다. 분위기는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화약고와 같은 상황이 계속 흘렀다. 어느 누가 불꽃이라도 터트린다면 그대로 엄청난 화력을 발휘할 정도로 말이다. 청수 도인은 더 이상 회의가 진행될 수 없음을 느꼈다. “이번 사건은 무당파 경내에서 일어난 사건입니다. 또한 엄중한 사건입니다. 저로서도 그냥 넘길 수 없는 사건입니다. 허나 분위기상 더 이상 진행이 어려울 것 같으니, 내일 다시 모여 회의를 하 겠습니다. 모두 돌아가셔서 마음을 진정시키고 냉철히 다시 생각을 정립해 주시기 바랍니다.” 청수 도인의 힘 있는 발언으로 다들 침음성을 날렸다. “아미타불, 이 소승의 생각에도 그것이 좋을 듯싶습니다. 지금은 너무 감정에 치우친 것 같습니 다.” “알겠소, 내 다시 아가씨에 관련된 일을 알아보겠소. 허나! 우리는 결백하다는 말을 하고 싶소.” 소도성은 연사홍과 함께 자리를 일어났다. “알겠습니다. 일단 아이의 치료를 해야겠네요.” 보연 신니는 백소영의 걱정에 자리를 뜨며 황급히 아미파의 객사로 돌아갔다. “그럼 우리들도...” 보연 신니를 시작으로 정파의 인물들도 자리를 하나 둘씩 떴다. 회의장을 나서던 소도성과 연사홍은 두경승, 상관원과 눈이 마주쳤다. 그 둘은 더러운 똥을 보는 마냥 눈가를 찌푸렸다. “이...” 소도성은 살며시 연사홍의 팔을 붙잡으며 고개를 저었다. “내 이 치욕은 반드시 갚겠소.” 연사홍은 얼굴이 붉어진 채로 빠른 속도로 그 자리를 벗어났다. 소도성 역시 잠시 차가운 시선을 주고는 연사홍을 따라갔다. “쳇! 더러운 놈들!” “그러게 말입니다, 두 장문인.” 두경승과 연사홍은 연신 마교에 대해 비하하는 말을 하며 무엇이 그리 좋은지 웃음소리까지 내었 다. 그 시간, 송현은 쓰러져 잠들어 있는 양설린의 머리 앞을 지키고 있었다. “설린...” 눈가에 눈물 자국을 살며시 한 손으로 닥아 주었다. “휴우.” 송현은 잠시 천장을 보며 한숨을 내 쉬었다. ‘모든 것이 엉망이구나. 어떻게 하다 이렇게 된 것일까?’ 마법의 사술로 몰리는 것도, 양설린의 검에서 독이 나온 것도, 모두가 송현은 생각지도 못한 일이 었다. 모든 일이 꼬일 데로 꼬여 있는 상황이었다. 삐거억 양설린의 방문이 열리며 철무정과 소도성을 비롯한 여러 인물들이 들어왔다. “오셨습니까?” “송 학사, 아가씨는 어떻소?” “아직 잠들어 있습니다.” “하긴, 그 많은 질식에 찬 눈빛을 받았으니... 정신적 충격이 더 컸을 것이오. 휴우, 그러나 아가 씨의 칼에서 독이라니...” 송현은 소도성의 말을 들으며 잠들어 있는 양설린은 보았다. 이내 시선이 철무정으로 향했다. 조금은 편치 않게 서있었다. “철 아우, 몸도 성하지 않을 텐데 이렇게 다녀도 되는가?” “형님이 치료를 해주신 덕분으로 많이 건강해졌습니다.” “그런가? 다행이네.” “음...” 때마침 양설린이 나직한 신음성을 냈다. 송현을 비롯한 모두가 양설린이 누워있는 침상으로 다가갔다. “가, 가가.” 살며시 눈을 뜬 양설린은 가장 먼저 송현을 찾았다. “내 여기 있소.” 송현은 양설린이 불안하지 않게 손을 잡아주었다. “가가.” 다행히 심적 충격 말고는 이상이 없는 듯 했다. “아가씨.” “소, 소 호법님!” 양설린은 소도성을 보고는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송현은 그 모습에 부축을 해주고는 가슴을 내주었다. “아가씨, 독을 쓰셨습니까? 솔직하게 말씀해 주세요.” “소, 소 호법님!” “아가씨, 듣기 힘드시겠지만 중요한 일입니다.” “백 소저가 미운 것은 사실이나 제가 독까지 쓸 이유는 없어요.” “음...” 소도성은 자신의 턱을 쓰다듬었다. “그렇다면 어제 검을 몸에서 띤 적이 있습니까?” “검을요?” 양설린은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자신이 검을 몸에서 띤다는 것을 상상할 수가 없었다. 그녀도 무림인이기 때문이다. 한참을 생각해도 그런 사실이 없었다. “없어... 혹시?” “혹시 뭡니까?” 소도성은 다급히 양설린에게 되물었다. “잘 때라면 잠시 몸에서 띤 적이 있어요.” “잘 때라...” “그때 말고는 몸에서 한시라도 띤 적이 없어요.” “알겠습니다. 아가씨!” 소도성은 연사홍과 잠시 이야기를 하고는 이내 몸을 방문으로 향했다. “아가씨, 몸 조리 잘 하십시오. 송 학사, 아가씨를 잘 부탁하네.” “알겠습니다.” 소도성과 연사홍이 밖으로 나갔다. “철 아우, 자네도 좀 쉬어야 하지 않겠나?” 철무정은 가슴을 쭉 폈다. “형님, 이제 괜찮습니다.” “그래도 무리는 하지 말게나.” “네, 형님!” “그리고 철 아우, 내 잠시 어디를 갔다 올 테니 설린 옆에 잠시 있어줄 수 있겠나?” “어디를 가시려구요?” “가가.” 송현은 침상 모서리에 앉으며 부드러운 손길로 양설린의 손을 잡았다. “백 소저께 다녀올 생각이오.” “배, 백 소저요?” “그렇소, 설린이 비록 독을 쓰지 않았으나 설린의 검에 그렇게 되었소.” 양설린은 이내 침울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그런 뜻으로 말한 것이 아니요, 단지 내가 가서 독을 치료를 해주고 싶어서 그렇소! 그러면 설린 이 더욱 마음이 편해질 것이 아니오.” “알겠어요, 가가.” 송현은 양설린의 마음이 편해지도록 따스한 미소를 지어주었다. “철 아우, 잠시지만 부탁하네.” “하하하, 형님. 양 사매는 저의 사매이기도 합니다.” “그렇군! 그럼 내 갔다 오겠네.” 송현은 방에서 빠져나와 아미파가 있는 객사로 향했다. “고 장문인, 이렇게 따로 보자고 한 이유는 무엇이오?” 자그만 방에 청수 도인, 혜능 대사 그리고 진천설이 자리를 하고 있었다. “다름 아니라 돌아가는 것이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상하다라...” “아미타불...” “정확히 모르겠으나 뭔가가 있는 것 같습니다.” 고천설은 진중한 표정을 지었다. “다만 걱정이 되는 것은 저희 정파와 마교와의 끝없는 오해와 증오로 인해 자칫 진실을 놓치지 않 을까 싶어서 그렇습니다.” “아미타불!” “무량수불.” “회의에서 본 결과 종남파, 청성파, 아미파 등 대부분 정파의 심기가 벌써 안 좋은 방향으로 이어 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본인은 우리 세 문파만이라도 일단 냉철한 판단으로 움직였으면 합 니다.” “무량수불, 저 역시 지금의 흐름이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습니다. 화산파에서도 이렇게 저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움직인다면 더욱 든든한 힘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미타불, 그렇다면 일단 저희 세 문파만이라도 조금 한 걸음 물러서서 이 사건을 보도록 합시 다. 마교 단체가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무턱대고 몰아갈 수도 없으니 말입니다. 자칫 큰 화로 이어 질까 그것이 심히 걱정이 듭니다.” “좋습니다.” “무량수불.” 그들은 마음을 서로 확인하고는 이내 자리를 해산했다. 터벅 터벅. 송현은 아미파가 머물고 있는 객사로 다가갔다. 챵. 화산파 객사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경계를 서던 아미파 제자 둘이 검을 뽑으며 송현을 막아섰다. “무슨 일로 오셨나요?” “마, 마천승룡?” 어느 정도 놀란 얼굴을 하였으나 이내 차가운 표정으로 바뀌었다. “실례하지만 백 소저를 볼 수 있습니까?” 송현은 최대한 예의를 갖추었다. “돌아가 주십시오.” “장문인께서 보시면 크게 노하실겁니다. 성정이 불같으십니다.” 불도를 닦는 비구니들답게 차분한 어투를 유지했다. “제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아 그렀습니다.” “죄송합니다.” 비구니들은 비록 송현이 못마땅하였지만 그런 내색을 애써 죽였다. “부탁드립니다.” 송현은 자신의 힘으로 백소영을 도와주고 싶었다. 자신과의 친분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양설린 때문이었다. 그러기에 송현은 재차 아미파 제자들에게 부탁을 하고 있다. “시주님, 제가...” “무슨 일이시죠?” “아! 모용소저!” 송현과 아미파 제자들과 있을 무렵 모용일미가 다가왔다. “송 학사님, 무슨... 일이시죠?” 조금은 어색한 듯 말을 이었다. “다름 아니...” “뭐 하는 것이냐?” 칼칼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불도를 닦는 비구니답지 않게 날카로운 인상에 각진 얼굴을 가지고 있는 여승이 다가왔다. 비연신니였다. “장문인을 뵈옵니다.” “말학후배 해어화 모용일미가 아미파 장문인을 뵈옵니다.” “그래! 너...는?” 순간 강한 기세가 퍼지는 것을 송현은 느낄 수가 있었다. 그 이유는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자신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네놈이 여기에는 왜 왔느냐?” “처음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송현이라고 합니다.” “돌아가거라!” “비연신니님.” 비연신니는 송현을 무시하며 입구로 몸을 돌렸다. ‘휴우.’ 송현의 마음이 무거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애써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어렵게 띠었다. 그때. “자, 장문인. 큰일 났습니다.” “경박스럽게 그게 무엇이냐?” “그것을 따질 때가 아닙니다. 배, 백 사매가...” “소영이가 왜?” “갑자기 열이 올라가며 온 몸으로 검은 반점이 급격히 번지기 시작을 했습니다.” 콰당탕. 비연신니는 한 아미파 여제자의 말을 듣는 순간 몸을 급히 날렸다. “너는 지금 바로 사천당가 사람들에게 가 보거라. 필시 연륜이 있으신 분 한 분정도는 있을 것이 다.” “네!” 비연신니의 말에 한 여제자는 급히 어디론가 갔다. 송현은 손을 들어 한마디 하려다가 손을 거두었다. “휴우.” 한숨을 내쉬고는 모용일미에게 가볍게 인사를 하고는 몸을 돌렸다. 그 모습을 모용일미는 찹찹한 마음으로 보았다. ‘아차! 이러고 있을때가 아니지! 백 아우!’ 모용일미는 바로 비연신니의 뒤를 따랐다. 송현은 어깨가 처진 채 양설린이 있는 곳으로 갔다. 그 시간 백소영은 사경을 해매고 있었다. “으으으으. 하악 하악.” 온 몸을 땀으로 적신 채 거친 숨소리를 뿜었다. 연신 괴로운 표정으로 옆에서 지켜보는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였다. 콰당. 문이 거칠게 열리며 보연신니와 모용일미가 안으로 들어섰다. “어찌 된 것이냐?” “제, 제자들도 잘 모르겠...” “그게 무슨 말이냐? 너희들이 모른다니!” 보연신니는 백소영에게 다가갔다. 쾌쾌한 냄새가 보연신니의 코를 간지렸다. “음...” 보연신니는 미간을 조금 찌푸리고는 이내 백소영의 몸을 살피려 손은 가져다 대었다. 치지지직. “크흑!” 그 순간 보연신니의 눈에 백소영의 침상이 눈에 들어왔다. 하얀 이불이 검게 물들어 있었으며 독으로 인해 조금 녹아있는 상태였다. 잠시 가져다 댄 것뿐이지만 이내 보연신니의 손도 검게 물들기 시작했다. “자, 장문인.” 여기저기서 비명에 가까운 외침들이 들렸다. 이내 가부좌를 하고 손끝에 몰려오는 독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치지지지 쌰아아아 검은 연기가 손끝에서 흘러나왔다. “윽!” 방 안 공기는 금세 악취로 물들었다. 아미파 제자들은 급히 창문을 열어 방 안 공기를 환기시켰다. 잠시 독 기운이 담긴 연기를 마신 것뿐이지만 아미파 제자들은 현기증을 느꼈다. ‘지독한 독이구나! 크으으.’ 보연신니가 손에 몰린 독을 모조리 밖으로 몰아내고 눈을 떴을 때 세 명의 인영들이 들어섰다. 아미파 제자가 있는 것으로 보아 두 명은 사천당가 사람인 것 같았다. 한 중년 사내는 보연신니를 향해 가볍게 눈인사만 하고는 바로 침상으로 향했다. “크흠...” “어떻습니까? 당 장로님.” “이, 이런 독이 있다니... 무형의 독이라...” 사천당가의 장로로 있는 당혁우이었다. 그는 보연신니의 말에 대답을 할 시간도 없이 급히 자신의 몸에서 가느란 은빛 침을 수십개 꺼냈 다. 핑핑핑. 엄청난 속도로 침을 백소영을 향해 날리기 시작했다. “헉!” 보연신니를 제외한 나머지 인원들은 당혁우의 행동에 매우 놀라고 있다. 그가 백소영을 향해 쏘는 침은 모조리 사혈과 마혈에 꽂히고 있었다. 한 줌이나 되는 침은 짧은 시간에 백소영의 온 몸에 빽빽이 꽃혔다. “휴우.” 당혁우는 이마에 흐르는 땀은 닦으며 그제야 보연신니를 보았다. “어떻소? 당 장로님.” “일단 독의 진행은 잠시 늦추어 났으나 언제까지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느..., 늦추다니요? 해독은요?” “해독은 지금 당장은 어렵습니다. 본문으로 가야만 가능할 것 같습니다. 허나 시간상으로는 무리 가 있으니...” “어, 어찌...” 보연신니는 잠시 몸을 휘청거렸으나 이내 몸을 곧게 섰다. 그리고는 시퍼런 안광을 뿜어댔다. “진정하시지요, 보연신니. 허나 궁금한 게 있습니다. 이런 독을 어떻게 구했을까요? 마교라해도 구하기 힘들었을 텐데...” “흥!” “뭔가 이상합니다. 독을 다루는 저희들도 이런 독은 구하기 어렵습니다. 쓰기도 어렵구요.” “마교 교주의 딸년이니 구할 수 있을 테지요. 내 그년을 언젠가는 갈가리 찢어 죽이리라.” “아무 것도 도움을 주지 못해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사천당가 당우혁과 다른 청년은 조용히 밖으로 나섰다. “숙부님 어떻습니까?” “문제로다. 내 보연신니의 성정이 불과 같다는 것을 알았으나 제자로 인해 냉철함이 사라졌어. 철 기야.” “예, 숙부님.” “뭔가 이상한 냄새가 나는구나...” “예? 저 독은 너라도 다루기 힘든 독일 것 같구나! 하물며 마교의 어린 계집이 사용하기에는 말이 다.” “무, 무슨...?” 당우혁은 당철기를 보았다. “우리는 이 길로 세가로 돌아간다. 쉽게 넘어갈 문제가 아닌 것 같구나!” “알겠습니다. 일단 아미파에 약간의 약재는 넘기고 바로 준비를 하겠습니다.” “그래!” 당철기는 서두르며 자리를 떴다. ‘녀석, 차기 가주로도 손색이 없겠어. 허나 기분이 안 좋아! 구파일방에 이리도 편협해 졌을 줄이 야. 빠른 시간 안에 가주와 상의를 해야겠구나.’ 보연신니는 더욱 자신의 제자인 백소영을 보며 슬픔의 기색을 보이고 있었다. 모용일미 역시 백소영을 보며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백 동생...!” 백소영과 함께 한 여러 가지 추억들이 떠올랐다. 같은 삼봉이며 유난히 친했던 둘이였다. 가끔은 친 자매라고 느껴지기도 하였다. “기껏 배에 있는 상처를 없애고 좋아하... 상처를 없애고?” 모용일미는 송현을 떠올릴 수가 있었다. “그래, 송 학사님! 치료를 하실 수 있으실 거야!” 그 순간 평상시에는 그렇게 어렵게 대하던 보연신니였지만 지금은 그런 것이 머리에 떠오르지 않았 다. “장문인님!” “일미가 아니냐?” 보연신니는 잠시 눈가에 맺힌 눈물을 살짝 찍어냈다. “그, 그 분이라면 백 동생을 치료를 할 수 있을 거예요.” “치료를? 어느 누가 치료를 할 수가 있다는 말이냐?” 보연신니는 안색이 순식간에 바뀌며 백소영의 양 어깨를 두 팔로 잡았다. “송 학사님이요.” “송 학사님?” 모용일미는 그 순간 송현이 사술을 쓰는 자로 몰리고 있는 사실을 떠올릴 수가 없었다. 지금은 오리지 백소영만이 자신의 머리를 맴돌고 있었다. “송현, 마천승룡 송현이요.” “무엇이라? 마천승룡?” 순간 싸늘한 안광이 퍼지기 시작했다. 이내 모용일미를 향해 등을 보였다. “되었다. 그런 자에게 내 제자를 맡길 수 없다.” “자, 장문인님.” “되었다고 해도!” 모용일미는 보연신니의 강렬한 안광에 기가 눌렸으나 백소영을 생각하며 전에 있던 백소영의 상처 와 치료에 대해 끝까지 이어 말을 했다. 자신의 부모님인 모용천으로 인한 흑살사귀와의 싸움, 그리고 백소영의 큰 상처로 인한 흉터, 송현 의 신비한 치료. 모용일미의 말을 듣는 보연신니의 표정에는 갈등이 어렸다. “다른 분들은 어떨지 몰라도 저희와는 친한 분이세요. 솔직하시구요. 그러니 장문인님! 일단 백 동생을 살려야 하잖아요.” “네가 알아서 하거라!” 보연신니는 애써 자신의 입으로 말하기가 께름칙함을 느끼고는 지나가는 말투로 던지고는 몸을 돌 렸다. 모용일미는 얼굴 한가득 밝은 표정을 지으며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 자라도 제자를 고칠 수 있으면 좋으련만...’ 보연신니는 백소영을 말없이 쳐다보았다.
“음...” 톡톡톡. 화산파 장문인인 고천설은 탁자를 조용히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보연신니야 워낙 성정이 불같고 안아무인한 점이 있다고는 하나 점창파 두경승 장문인과 종남파 상원건 장문인의 행동과 말은 너무 이상해! 뭔가 부자연스러워!’ 고천설은 오늘 회의의 상황을 다시 집어보았다. 그 자리에서는 몰랐으나 지금 다시 돌이켜보니 이상한 점이 너무 많은 것을 느꼈다. 어쩌면 군중 심리의 하나로 그들과 마음을 같이 했을 수도 있었다. 자신이 생각해도 너무나 편협적인 행동들이었다. 그런 생각이 들자 두경승과 상원건이 상황에 대해 선동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장문인, 무엇을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아, 아닐세.” “밤도 깊었으니 이제 저는 가보겠습니다.” “정천아!” 고천설은 나가려는 위정천을 다시 불러 세웠다. “이번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을 하는가?” “사건이라 하시면?” “마교 교주 딸의 음해 사건 말일세.” “왜 갑자기 그걸...” “아닐세. 그러나 송현이라는 아이는 어떤가? 믿을 수 있는 아이인가?” “제가 보기에는 괜찮은 아이입니다.” “그런가? 알았네!” “그럼 편히 쉬십시오.” 고천설은 위정천이 나가고 다시 생각에 잠겼다. 송현은 백소영의 침상 앞에 앉아있었다. 백소영의 모습은 흑인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온 몸에 검은 빛을 띠우고 있었다. 상당히 쾌쾌한 냄새가 방안 가득 퍼져있었다. 허나 냄새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독기가 같이 퍼져있어 공력이 약한 자들은 이미 백소영의 방을 나가고 없을 정도였다. ‘음... 일단 방안의 독기부터 몰아내야겠구나!’ 『백호야! 방안에 독기와 냄새를 밖으로 빼주겠니.』 『네! 알았어요.』 송현의 품에 벗어난 백호는 방안에 공기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그리 큰 힘이 들지 않아서인지 여전히 자그만 고양이의 모습이었다. 보연신니는 송현이 이 자리에 들어올 때부터 못마땅한 눈치를 하였다. 그래서 인지 송현의 행동 하나하나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잘못된 행동을 한다며 경을 치기로 마음을 먹었기 때문이다. ‘아, 아니?’ 보연신니는 두 눈을 부릅뜨며 백호를 보았다. 일반인들이 보았다면 그저 귀여운 하얀 고양이에 지나지 않겠지만 자신이 느끼는 것은 그것만이 아 니었다. ‘시, 신수? 범상한 동물이 아니다. 어떻게 저런 신수를 저 아이가 가지고 있는 것이지?’ 보연신니는 송현을 가만히 보았다. 조금은 달라진 눈빛을 하였다. 신수라는 것이 무엇인가? 말 그래도 신성스러운 동물이다. 어쩌면 필부(匹夫)보다 더 뛰어난 생물체이기도 하였다. 그런 신수를 아무나 다룰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보연신니는 조용히 송현을 지켜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디텍트 포이즌 마법으로 독의 종류를 알아내서 해독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가장 좋다. 허나 모용 소저의 말대로라면 그 방법은 힘들다고 했다. 과연 큐어 포이즌 마법으로 가능할까? 일단 해봐야겠다.’ 송현은 자신의 주위에 있는 인물들에게 눈빛을 보냈다. 그 이유를 모르는 사람들은 없으리 만무했다. ‘어려운 싸움이다. 집중을 하자!’ 송현은 아주 조용히 그리고 최대한 마나를 개방을 하였다. “자연의 손길, 따사로운 어머니의 손길로 상처를 어루만져 주리라, 큐어 포이즌!” 백소영의 검은 피부와는 정반대의 색인 하얀 기류가 생성이 되었다. 처음에는 희미했지만 백소영의 몸을 감싸면서 그 색이 더욱 찐해졌다. “허억!” 백소영의 입에서 단발마의 비명이 터졌다. 몸속의 독과 치료를 하려는 힘과 서로 부딪히며 그 고통이 고스란히 백소영에게 가는 듯 했다. 백소영의 비명소리가 커질수록 송현의 몸은 땀으로 적셔져갔다. ‘이, 이... 독에 밀린다. 크흐...’ 송현은 더욱 자신의 마나를 키우기 시작했다. “크으으으. 큐어 포이즌!” 백소영의 몸을 덮고 있는 백색기류에 맑은 빛이 더해졌다. ‘이, 이럴 수가... 최소한 지금 이것만은 사술이 아니다.’ 보연신니는 더욱 눈빛을 가라앉혔다. 느낄 수가 있었던 것이다. 송현이 내뿜는 기운은 아주 맑고 깨끗한 자연의 기운이라는 것을 말이다. 어떻게 그 기운을 이용하는지는 모르겠으나 마치 부처님이 따뜻한 손으로 성스러운 기운을 뿜어 치 료를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 “커헉!” 송현은 안색이 창백해지며 붉은 선혈이 입가에 흘렀다. 과도한 마나의 사용으로 인한 것이었다. ‘이, 이런...’ 보연신니는 지금 백소영의 치료에 중요한 순간이라는 것을 느꼈다. ‘하, 하는 수 없지!’ 보연신니는 입술을 꽉 다물면서 송현의 뒤로 다가가 가부좌를 하고 틀었다. [내 지금 나의 기운을 너에게 불어주겠다. 거부하지 말고 받아들이거라.] 송현은 보연신니의 전음에 흠칫했다. ‘무, 무엇을 할려는거지?’ 그러는 순간 보연신니의 손은 송현의 명문혈에 와 닿았다. 우우웅 송현의 두 눈이 크게 떠졌다. ‘이, 이런... 자신의 마나를 남들에게도 전해줄 수가 있는 것인가?’ 자신의 몸으로 들어오는 이질적인 마나를 송현은 느낄 수가 있었다. ‘그렇다면? 성공을 해야 한다!’ 송현은 큐어 포이즌 마법에 사용되던 자신의 마나를 급격히 빼면서 보연신니의 마나로 대처를 하 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조금 어색함등으로 조금 어긋남을 느꼈으나 이내 마법의 안정화를 찾기 시작했다. ‘휴우. 다행이다.’ 차츰 백소영의 안색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이미 시간이 꽤 흘러 완치는 힘이 들것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어쩐다? 독이 너무 강해 이미 몸의 이곳저곳에 침범을 했다.’ 송현은 살짝 고개를 들어 보연신니를 보았다. - 얼마 정도 더 견딜수 있으십니까? 보연신니는 잠시 흠칫했으나 이내 그런 표정을 지웠다. [아직 한 시진은 가능하다.] ‘한 시진이라... 그 정도의 마나라면 제한된 소원 마법이 가능하다. 백 소저 몸 전체를 바꾸는 것 이라 나 혼자는 힘이 들지만 같이라면 가능하다.’ - 보연신니님, 제가 셋을 세면 더욱 강렬한 기운을 넘겨주십시오. 보연신니는 잠시 갈등을 하였으나 송현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알았다.] - 하나, 둘, 셋! “크흠.” 송현은 몸이 뻐근할 정도로 마나가 자신의 몸으로 들어오는 것을 느꼈다. 송현은 그 마나를 바로 쓰지 않고 몸 안에 저장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서서히 자신의 마나와 융화를 시작했다. 비교적 자신의 마나는 깨끗한 편이라 보연신니의 마나를 받아들이는데 부족이 없었다. 단지 보연신니의 마나에서 탁기를 느껴 조금 몸이 무거워지는 것을 느낄 뿐이었다. ‘이때다!’ 송현은 눈에서 엄청난 안광을 발휘하며 마나를 폭주와 같이 개방을 하였다. 쏴아아아아 송현의 마나로 방안은 거친 바람이 생기기 시작했다. “나의 소원을 들어주리라, 과거의 몸과 현재의 몸을 바꾸리라, 리미티드 위시!” 번쩍! 강렬한 빛으로 인해 방 안에 있던 인물들은 모두 잠시 눈을 멀어짐을 느껴야했다. 몇 분의 시간이 흐르고 모두가 시선이 돌아왔을 때 힘겨워하는 보연신니와 바닥에 쓰러져 있는 송 현이 눈에 들어왔다. “장문인.” “송 학사님.” 보연신니는 아미파 제자들의 부축으로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백소영에게 가장 먼저 시선을 돌렸다. 언제 중독이 되었냐는 둥 아주 편안한 모습으로 잠이 들었다. 침상 밑에 쓰러져 있는 송현으로 고개를 돌렸다. 조금은 풀린 표정이었으나 여전히 싸늘한 표정을 지었다. “저 아이를 다른 방으로 옮겨 봐주거라!” 그 말을 남기고는 방을 나갔다. “송 학사님.” 모용일미는 쓰러져 있는 송현을 부축을 하기 시작했다. “저희들이 하겠습니다.” 보연신니의 명을 받아서인지 아님 백소영을 고쳐주어서 인지 비교적 부드러운 표정으로 송현을 부 축하였다. ‘응?’ 모용일미는 자신의 치맛자락을 잡아당기는 것을 느꼈다. 귀여운 고양이 한 마리가 연신 송현을 보면서 자신의 치맛자락을 잡고 늘어지는 것이다. “풋.” 그 모습이 너무나 귀여워 모용일미는 그만 웃고 말았다. “송 학사님과 같이 가겠다 이거지?” 모용일미의 말을 알아듣는 듯이 고개를 연신 끄덕이고 있었다. “내 말을 알아듣는 것처럼 행동하네! 아유, 귀여워!” 백호를 안아든 모용일미는 연신 백호를 쓰다듬으며 송현을 따라갔다.
청수도인은 아침에 늘 즐기던 차를 마시고 있었다. ‘깨끗한 차 맛처럼 이 세상도 깨끗했으면...’ 오늘 다시 모일 정, 마 대표회의를 어떻게 이끌어 가야할지 고민을 하고 있다. 나름대로 제자들을 시켜 양설린의 대한 검을 조사해보라고 시켰다. 아무런 단서조차 알아내지 못했던 것이다. 오히려 양설린이 그럴 일을 할 만한 동기조차 찾지 못했다. 그녀의 행동은 여느 날과 같았으며 그 점은 백소영도 마찬가지였다. ‘음... 일단 회의가 들어가기 전 혜능 방장과 고 장문인을 먼저 찾아봬야겠구나!’ 콰당. 한 제자가 얼굴이 사색이 되어 방 안으로 들어왔다. “자, 장문인!” “어허! 이 무슨 경고망동한 자태냐?” “크, 큰일이 났습니다.” “큰일?” “그, 글쎄... 점장파 두, 두경승 장문인과 조, 종남파 장문인 상원건이 주, 죽었습니다.” 쾅 “무엇이라?” 고천설은 탁자위에 있는 찻잔이 엎어지는 것은 신경도 안 쓰며 탁자를 강하게 내려쳤다. 두 눈은 부릅떴으며 온 몸은 잔잔한 경기가 있었다. “다시, 다시 말해보거라! 누가 어쨌다고?” “오, 오늘 아침에 두경승 장문인과 상원건 장문인 두 분이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이 되었다고 합니 다.” “아, 알았다. 그만 나가 보거라!” 강한 충격에 한동안 제자가 나가는 것조차 인지를 못하고 멍하니 서있었다. 털썩 온 몸에 힘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끼며 의자위로 주저앉았다. ‘어, 어떻게 이런 일이...’ 청수 도인은 자신의 혼란스러움을 느꼈다. 비록 사이가 안 좋은 정파와 마교라고는 하나 몇 십 년 동안 이어져온 무림대회에서 이렇게까지 사 건들이 터지지 않았다. ‘사건이 더 커지기전에 무슨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일단 더 이상 안 좋은 소문이 흐르기 전에 각 문파의 수장들을 모아야겠다.’ 청수도인은 서둘러 방을 빠져나갔다. 청수도인의 그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미 무당파 경내에는 겉잡을 수 없을 만큼 흉흉한 소문 이 돌고 있었다. 각 정파의 수장들은 마교에 대해 치를 떨었으며 이성을 잃어가고 있었다. 한편 마교는 마교대로 자신들에게 날아오는 화살에 울분을 참지 못하고 있었다. 그 가운데 오로지 소림사와 화산파 만이 침묵을 지켰다. 소도성과 연사홍은 무당파의 옥청 회의실로 무거운 발걸음 옮기고 있다. ‘누가 이런 함정을 파는 것인가? 아가씨의 일도 아직 뚜렷이 밝혀진 것이 없거늘! 하필 죽은 작자 가 그 둘이란 말인가?’ 소도성은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어쩌면 빠져나올 길이 없을 줄 모른다.’ 마교는 정확히 외통수를 먹은 것이었다. 양설린의 독 사건으로부터 이어진 회의, 그 회의에서 가장 마교에 불신감을 표시한 두경승과 상원 건, 그 둘의 죽음. 어느 누가 보아도 마교의 계략이라고 믿어도 될 만큼 딱딱 떨어지고 있다. ‘필시 정파 놈들은 우리가 중원에 나오기 위해 자작한 것이라 믿을 것이다. 이를 어쩐다! 휴우.’ 소도성은 회의실로 향하는 중에 따가운 시선을 느낄 수가 있었다. ‘큰 피해와 오해가 없이 끝이 나면 좋겠는데... 일단 전투태세를 갖추어라 했지만 제발 그런 일 만 터지지 않기를 빌어야지.’ 소도성은 두 장문인의 죽음을 듣고는 재빨리 마교의 인물들에게 긴장을 늦추지 말라고 명령을 내렸 다. 소도성과 연사홍이 회의실 안으로 들어갔을 때 차갑고 멸시에 찬 시선을 느꼈다. “음...” 소도성과 연사홍은 나직한 신음성을 날리며 자신들의 자리로 갔다. 어제까지만 해도 조금은 관망적인 자세를 유지하던 다른 구파일방의 수장들도 은은한 살기를 내뿜 고 있었다. “그럼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제갈선우가 좌중을 보며 나직한 말을 꺼냈다. “회의라고 할꺼도 있소?” 이번 무림대회에 참석하지 않았던 개방의 방주인 걸개 취중생이었다. 취중생의 성격상 마교와 같은 자리를 하지 않는 다는 신념으로 이번 무림대회에 참석을 하지 않았 던 자였다. 하지만 개방의 정보통으로 들어온 소식에 이렇게 자리를 하게 된 것이다. “보지 않아도 알 것을...” “취 방주, 조금은 자중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제갈선우는 갑자기 싸늘해지는 분위를 느끼며 취중생의 말을 끊었다. “아직 밝혀진 것은 없습니다. 그러니 우리 모두 감정에 치우치지 않았으면 합니다.” “흥!” 여러 인물들에게서 코웃음이 새어나왔다. “이, 이...” 소도성과 연사홍은 온 몸을 부들부들 떨며 얼굴이 붉어지고 있었다. “일단 정확한 조사에 들어가야겠습니다. 그 전에 앞서 두 분 들어오시지요.” 두 명의 중년 사내들이 들어왔다. 한 명은 염소수염에 가느란 눈을 가진 자로 간사한 미소를 띠고 있었으며 다른 한 명은 온 얼굴에 곰보자국이 있으며 통통한 얼굴을 가지 자였다. “점장파에서 장로를 맡고 있는 간일성이라 하오.” 간사한 미소를 띤 자였다. “종남파의 추무방이라 하오.” “이 두 분이 가장 먼저 안타깝게 고인이 되신 두 장문인의 주검을 처음 발견하신 분들이십니다. 일단 이 분들의 이야기를 들은 후 대책 회의를 들어가겠습니다. 그때 상황을 부탁드립니다.” 먼저 점장파의 간일성이 앞으로 나섰다. “오늘 이른 새벽이었습니다. 고인이 되신 두경승 장문인께서 일찍 침수에서 일어나시는 관계로 언 제나 마찬가지로 이른 새벽 문안 인사를 드리러 갔지요. 장문인의 문 밖에서 몇 번이나 기척을 냈 으나 안에서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어쩔 수 없이 실례 를 무릅쓰고 장문인이 거처하신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저의 눈에 들어온 것은...” 간일성은 조금은 과장된 몸짓으로 온 몸을 떨었다. 싸늘한 살기를 소도성과 연사홍을 쳐다보고는 입술을 꽉 물면서 다음 말을 이었다. “싸늘히 식어있는 장문인의 주검이었습니다. 이상입니다.” 간일성은 자신의 말을 마치고 뒤로 물러나며 소도성과 연사홍에게 살기를 한 번 더 쏘아붙이는 것 을 잊지 않았다. “음...” 좌중은 침묵과 함께 무거운 침음성 소리만 들렸다. “종남파 추무방이오. 저는 점장파 간장로보다 조금 늦은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날이 채 밝기 전 이었습니다. 저는 잠이 오지 않는 관계로 산책을 겸해서 일찍 얼어나 밖으로 나왔습니다. 순간 저 의 귀에 들려오는 희미한 소리를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이른 새벽이라 조용함이 더 컸던 것 같습 니다. 처음에는 무당파 도인들이라 생각을 했으나 곧 아니라는 것을 알 수가 있었습니다. 그 이유 는 무당파 도인들이시라면 그렇게까지 조용히 다니지 않을꺼라는 것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문득 그 기척이 장문인 방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이후의 일은 아실겁니다. 이미 방에 도착 을 했을 때에는 장문인은 숨을 거두셨습니다.” 추무방은 살기를 잠시 띠우더니 이내 미소를 지었다. “제가 미소를 띠우는 것에 대해 의문을 가지실 겁니다. 그 이유는...” 추무방은 좌중을 둘러보고는 천천히 입을 띠었다. “범인을 잡았기 때문입니다.” “추, 추 장로님! 그런 말씀은 없었잖습니까?” 제갈선우는 다급한 목소리를 내었다. “제갈 가주님! 어찌 제가 말씀을 안 드리고 싶었겠습니까? 단지 기밀을 요하는 사항이라서... 죄 송합니다. 애들아! 안으로 끌고 오거라!” 추무방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종남파 제자 넷이서 하나의 인영을 끌고왔다. “저, 저 옷은?” 모두가 한 목소리로 놀람을 표했다. 검은 옷에 선명한 ‘마(魔)’자가 적혀있는 옷을 입은 사내였다. 소도성과 연사홍은 그 사내를 보며 벌어진 입을 다물수가 없었다. 분명 자신들의 마교에서 입는 옷이기 때문이다. 허나 이해할 수가 없었다. 비록 자신이 마교의 수하들을 모두 기억을 할 수 없다하더라도 마교의 수하들이라면 자신의 눈에 익어있어야 했다. 그런데 자신의 기억에 저런 인물은 기억을 할 수가 없었다. 아무리 자신이 수하들을 다 모른다고 해도... 쾅. “음모요! 저 자는 우리 교의 인물이 아니오.” 연사홍은 거친 숨을 내쉬며 강력한 목소리를 내었다. 그러나 오히려 반대급부상적인 표정만 돌아왔다. “어어! 자중하시구려! 연 호법! 내 언제 마교의 인물이라 했소? 단지 장문인을 잡은 자를 데리고 왔소. 아직 이자의 말을 들어보지도 못하였소. 안 그렇소?” 추무방의 말은 좌중의 분위기를 더욱 부채질하였다. “마교 천세! 마교 천천세! 크헉!” 그 인영은 소도성과 연사홍을 보며 크게 만세를 불렀다. 그리고는 입가에 선혈을 흘리며 쓰러졌다. “뭐, 뭐하는게냐? 어서 점혈을 하여라!” 추무방은 어쩔줄 몰라하며 종남파 제자들에게 다그쳤다. 한 종남파 제자는 고개를 옆으로 흔들었다. “이미 숨이 끊어졌습니다.” “이, 이럴 수가...” 추무방은 강렬한 살기를 소도성과 연사홍에게 날렸다. “이러고도 너희들이 발뺌을 할 것이냐?” 그때까지 조용히 있던 남궁세가의 가주인 남궁정이 노한 목소리를 내었다. “내 그냥 조용히 있으려 했었다. 그래 고작 교주의 딸년을 보호하고자 저들을 죽였단 말인가? 기 어코 너희들이 원하는 것이 정, 마 대전인가?” 남궁정은 비열한 술수를 싫어하는 평소 성격답게 강하게 치고 나왔다. “그렇습니다, 내 마천승룡이란 아이가 내 제자를 고쳐주어 그나마 성격을 죽였으나... 나도 더 이 상 참을 수가 없구나!” 모두가 한 목소리였다. 분위기는 이미 겉잡을 수 없을 만큼 커지고 있었다. 취중생 역시 얼굴이 울그락불그락 해지며 자리에서 일어나려했다. 후다다닥. 비둘기 한 마리가 취중생에게 날아왔다. 다들 휘쓸려가는 분위기에 그것을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다. 취중생은 비둘기에 의해 날아온 서신을 잠시 보고는 찰나지만 흠칫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는 잠시 소도성과 연사홍을 노려보고는 이내 회의실을 나가버렸다. 그 모습을 본 자들이 있었다. 소림의 혜능대사, 무당파의 청수 도인, 화산파의 고천설 마지막으로 제갈선우였다.
‘이, 이상하다. 이건 마치 누가 짜여 논 극본에 움직이는 듯 하다. 아니라면 이토록 톱니가 정확히 맞아 들어가 듯 상황이 돌아갈 수는 없다.’ ‘평화가 너무 오래 지속되었어. 무인들의 피가 전쟁을 원하는 구나!’ ‘어쩌다가 우리 구파일방과 오대세가들이 이렇게 편협해 졌는가? 앞뒤 안 가리고 나간다니...’ 이 생각들은 어느 누구 하나의 생각이 아니었다. 이들 네 명의 모두의 생각들이었다. “네 놈들이 피가 그리웠구나! 그러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런 일을 꾸밀 수가 있느냐?” 구파일방 중에 가장 악독함을 자랑하는 공동파의 장문인 최천경이었다. “말이라면 다 말인 줄 아시오?” 소도성일 일갈을 날렸다. 이제는 참는 한계를 넘어선 듯 보였다. “저자를 보고도 모른단 말을 할 참이오?” “내 저 옷에 대해서 할 말은 없소, 허나 저자는 우리 교의 인물이 아니오.” “옷이 증명을 해주지 않소.” “옷이라 했소? 나라도 마음만 먹는다면 그대들의 구파일방 및 오대세가의 옷을 구할 수 있으며 만 들 수 있소.” 소도성은 거침없이 말을 뱉었다. “그 말은 지금 우리가 자작을 꾸몄다는 말이오?” 노기에 찬 남궁정의 말이었다. “내 어찌 그렇게 말을 했소!” “그 말이 그 말 아니오?” “이....” “이....” 창. 창. 창. 어느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모두들 자신의 병기를 꺼내어들었다. 순간 피가 얼어붙는 듯 냉기가 흐르기 시작했다. ‘이, 이대로는 안 된다. 말려야 한다. 말려야 해!’ 제갈선우는 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두들 제 말씀을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그의 목소리는 회의실 구석구석 퍼져갔다. “다들 자신의 병기를 넣어주세요. 이곳은 무당파 경내 안입니다.” 이미 팽배해진 불신의 감정은 제갈선우의 말 한마디로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다들 뭐 하는 짓이오?” 은은하면서도 강렬한 기운이 담긴 목소리가 좌중들의 귀에 파고들었다. “간 장로, 추 장로! 그리고 나머지 구파일방 장문인들, 오대세가 가주 분들. 이게 무슨 짓이오? 단체를 이끌어가는 분들이 이렇게 사리분별이 없어서 어떻게 될 것이오. 그저 사적인 감정에 치우 쳐 앞뒤 돌아보지 않다니 말이오.” 청수 도인의 실망감이 담긴 말이었다. “음...” 살기로 가득찬 공기는 이내 그치며 좌중은 모두 자신의 자리로 앉았다. “간 장로, 추 장로. 이 죽은 자를 비밀에 부치면서 이 자리로 데리고 온 이유가 무엇이오?” “그, 그것이...” “당연히 음모를...” “음모라 하셨소? 무슨 음모를 말이오?” “그, 그거야...” “......” “어떻게 그런 편협한 생각으로 호법자리까지 올라갔는지 모르겠소. 흠흠! 내 말이 과해 죄송하 오. 허나!” 청수 도인은 거침없이 간일성과 추무방을 꾸짖었다. “좀더 신중해집시다. 그리고 냉철히 이 사건을 보아야 하오.” 청수 도인은 이내 자신으로 시선이 집중이 되자 조용히 자리에 앉으며 제갈선우를 쳐다보았다. “험 험! 제 생각을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우선 양 소저의 검에서 나온 독입니다. 소 호법님! 나름 대로 알아내신 것이 있을 테니 말씀을 해보시죠.” 소도성은 애써 표정을 차분하게 만들었다. “믿으실지 모르겠소만 내 한 마디 하겠소.” “허허!” “이, 이런...!” 소도성은 탐탁치 않는 소리에 잠시 표정을 일그렸으나 이내 무표정한 모습을 지었다. 이미 서로의 마음에 새겨진 불신의 상처는 쉽게 지워지지 않는 듯 했다. “내 아가씨께 물어보았소. 허나 대답은 쓰지 않았다 이었소. 그리고 상식적으로 생각을 해봐도 수 만 명의 관중이 보는 곳에서 과연 무슨 악연이 있다고 독을 쓰겠습니까? 독을 쓴다는 것은 오히 려 자신에게 독을 쓰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경황이 없어 아직 아가씨의 검을 보지 못했소. 그 러니 그 점은 말씀을 드릴수가 없소.” 정파들 인물들의 웅성거림이 소도성의 귀에 들어왔다. 싸늘한 냉기가 돌았으나 이내 실소를 터트리며 자리에 앉았다. “그렇다면 어찌 그 검을 조사하지 않았소?” 역시 추무방과 간일성은 한 목소리를 내었다. 그 물음과 동시에 옆에 있던 자들을 부추는 듯 귓말로 수군거렸다. “내 아가씨를 모신 후에 다시 그 검을 찾았으나 이미 사라졌소.” “흥! 그것 보시오. 저들이 발뺌을 하는 것이 분명하지 않소이까?” “어허! 간 장로!” 청수 도인의 일갈이 터졌다. “혹시 마교와 개인적인 악감정이 있소?” “있을 리가 있겠습니까? 어린 나이에 점창파에 들어가서 마교와 부딪힌 일이 없습니다. 험험!” “음...” 청수 도인은 가라앉은 눈빛으로 간일성을 보았다. 청수 도인의 눈빛을 받은 간일성은 망망대해와 같은 깊음을 느꼈다. 자신의 모든 것이 청수 도인의 눈에 비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험 험!” 청수도인의 시선을 애써 피했다. “자자! 제 말에 집중을 해주십시오.” 제갈선우는 힘든 회의를 진행시키고 있었다. “에...” 끼이익. 회의실의 문이 열리며 당우혁과 당철기가 안으로 들어왔다. “당우혁 장로?” “음...” 정파의 수뇌들과 마교의 호법들은 그들의 등장에 조금 놀라는 듯 했다. “당우혁 장로님, 그대들은 세가로 돌아가지 않으셨나요?” 비연신니는 조금 놀라는 목소리를 내었다. “그 점은 제가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제갈선우가 비연신니의 말을 이었다. “원래는 백 소저를 위해 세가로 돌아가야 했으나 제가 못 가게 했습니다.” “뭐이오?” 비연신니는 제갈선우를 노려보았다. “백 소저를 위한 것이라면 너무 걱정을 안 하셔도 됩니다. 제가 서찰을 비둘기로 당가에 띠웠습니 다. 직접 가는 것보다는 빠를테니 깐요. 그리고 저 두 분은 제가 더 중요한 일을 맡겼습니다. 자 두분 가져오신 것을...” 그제야 좌중들은 당철기 손에 천으로 둘러싼 긴 물건이 눈에 들어왔다. 당철기는 그 물건을 탁자위에 올려놓고는 조심스럽게 천을 풀었다. “이, 이것은?” “허허!” 당철기가 푼 물건은 양설린의 검이었다. “제가 다른 분들이 손을 쓰기 전에 몰래 빼 돌려두었습니다. 당우혁 장로님, 어떻게 되었나요?” 당우혁은 한발 앞으로 내딛으며 백소영의 검을 들었다. 창. 시퍼런 날이 번뜩였다. 팅 팅 팅. 당우혁은 검날을 손가락으로 몇 번 두들겼다. “이 검에는 독이 없었습니다.” “뭐, 뭣이라?” “도, 독이 없었다고?” 당우혁의 뜻밖의 말에 분위기는 당혹감으로 바뀌었다. 소도성과 연상홍은 이내 안도의 한숨을 쉬며 조금이나마 마음이 편해지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제, 제대로 알아본 것이오? 그 것이 확실하시오? 그, 그럴 리가 없소!” “아! 간 장로시군요.” “험 험!” 간일성은 염소수염을 손가락으로 만지며 헛기침을 내었다. “사천당가를 무엇으로 보는 것이오?” “그래도 당우혁 장로, 실수라는게 있을 것이 아니요? 확실하게 조사를 한 것이오?” “추 장로, 그 말은 우리 당가를 못 믿는다는 말로 들리오만!” “험 험! 내 말은 그게 아니라, 상황이 상황인 만큼 철저하자는 이야기지요.” 그 순간 제갈선우, 청수도인, 고천설등 몇몇의 눈빛이 빛났다. “일단 대부분의 오해는 풀린 듯 합니다.” 제갈선우는 입가에 미소를 담았다. “험 험!” “흐음...” 각각 인물들은 어색함을 털기위해 헛기침을 터트렸다. “미안하오!” 한때 감정의 기복이 심했던 공동파 장문인 최천경이 지나가는 말투지만 소도성과 연사홍을 향해 자 신의 미안함을 내비쳤다. “아니오, 우리 쪽에서도 말이 심했던 것 같소.” 어색한 사과들이 오고 갔으나 끝끝내 입을 열지 않은 두 명이 있었다. 무엇이 그리 불만인지 연신 인상을 쓰고 있었다. 점장파의 간일성과 종남파의 추무방이었다. 그 모습을 제갈선우는 놓치지 않았다. “일단 이 상황이 어떻게 해서 벌어진 것인지 알아보는 것이 가장 급선무인 것 같습니다. 구파일 방 및 오대세가의 분들과 마교의 분들이 함께 행하시기는 껄끄러움이 많을 것 같으니 일단 따로따 로 움직이며 이 사건을 조사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좋습니다.” 이번 사건의 조사에 대한 비교적 자세한 이야기를 끝으로 회의는 끝이 났다. 회의실에 머물던 인영들이 모두 자리를 빠져나갔다. 소도성은 회의실을 바로 나가지 않고 제갈 선우에게 다가갔다. “제갈 가주!” “무슨 일이십니까?” “다름 아니라, 아가씨의 검을 가져가도 되겠소?” “괜찮습니다.” “감사하오. 그럼!” 소도성은 양설린의 검을 들고는 연사홍과 함께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제갈 가주, 수고 많으셨습니다.” “아닙니다. 청수 장문인! 장문인의 힘이 오히려 컸습니다.” “무량수불.” 청수 도인과 말을 주고 받는 사이에도 제갈 선우의 시선은 간일성과 추무방에게서 떨어지지 않았 다. “제 방으로 가서 차나 한 잔 하시지요.” 청수 도인의 말에 제갈 선우와 혜능 대사, 고천설은 청수 도인의 방으로 자리를 옮겼다. “음...” 달도 없는 깜깜한 자정쯤 송현은 자신의 볼이 간질거리는 것을 느끼면서 정신이 들었다. 비교적 몸이 가뿐함을 느끼며 눈을 살며시 떴다. ‘응?’ 백호가 자신의 얼굴에서 몸을 부비는 것이 보였다. ‘피식, 거참 백호라는 신수가 이처럼 귀엽다니...’ 송현은 문득 자신이 단전에 마나를 다 쓴 기억을 떠올렸다. ‘어라? 단전에 마나가 대부분 차져있네? 어찌 된 일이지?’ 송현은 아무리 생각을 해보아도 자신의 단전에 마나가 모일 리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주인, 일났나?』 『응? 현무?』 자신의 옷 속에서 한 마리 찧은 황토 빛의 거북이 한 마리가 기어 나왔다. 『주인을 잘못 만나서 뭔 고생인지...쩝!』 현무는 자신이 들으라고 하는 듯 대놓고 중얼거렸다. 『오호호호, 주인님. 몸은 괜찮으신가요?』 자주 빛 작은 새 한 마리가 날아와 송현의 어깨에 내려앉았다. 『주인님, 어제 밤 우리가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요.』 『어떻게 된 일이야?』 『주인님 쓰러지고 주인님 몸에 기(氣)가 하나도 없길래 저희가 보충을 해주었어요.』 『그래? 고마워!』 『알면 되었습니다.』 청룡의 차갑고도 사무적인 말투가 이어졌다. 『어, 어이. 청룡 그렇게 딱딱하게 말 할 것까지는 없잖아!』 『...』 청룡은 송현의 대답도 없이 그저 침묵을 유지했다. ‘거 참! 누가 주인인지 모르겠네.’ 『주인, 속으로 우리에 대해 악담한 것이 아닌가?』 송현은 현무의 말에 속으로 뜨끔하였다. 『그, 그럴 리가...』 『말을 더듬는 것을 보니 그런 것 같은데!』 『현무, 너무 주인님을 몰아치지 마! 저것 봐 주인님 얼굴 빨게진 거! 그리고 보니 우리 주인님 너 무 귀여운걸... 호호호』 송현은 이내 붉어진 얼굴에서 무표정한 얼굴로 만들었다. ‘이러다가 내가 저들을 모시고 살아야 할 것 같군.’ 더욱 무표정한 표정으로 침상에서 일어났다. 『백호를 제외한 나머지는 빨리 옷 안으로 들어와! 내가 머무는 객사로 돌아가야겠어!』 『주인 삐졌는가? 끌끌끌.』 『현무 왜 그래? 귀엽잖아! 호호호』 『다들 그만해! 주인님 곤란해 하시잖아!』 백호가 듣다못해 한 소리를 했다. 『주인님, 안 가십니까?』 『으, 응? 그, 그래!』 청룡의 한 마디에 송현은 더 이상 할 말을 잊었다. ‘휴우.’ 송현은 머리가 찌긋해짐을 느꼈다. 조용한 밤이라 송현은 소리내며 복도로 나가 아미파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가 않았다. “텔레포트.” 송현은 단거리 순간 이동 마법으로 아미파가 머물고 있는 객사의 지붕으로 올라갔다. 밤바람이 시원하게 송현의 몸을 훑고 지나갔다. “자아! 그럼 가볼까?” 송현은 자신이 머무는 마교의 객사로 몸을 이동하려했다. 가까운 공터로 다시 텔레포트를 한 송현은 마교 쪽으로 향하려는 순간 두 그림자가 은밀하고도 재 빠르게 지나가는 모습을 보았다. ‘응? 누가 이 시간에...’ 그 순간 뒤를 이어 한 명의 사내가 그들을 뒤쫓고 있는 것이었다. 심상치 않는 분위기라 느낀 송현은 그들을 뒤쫓아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인비저빌리티, 하이드 마나포스!” 투명화 마법과 마나를 감추는 마법을 자신에게 걸고는 재빨리 그들을 뒤따라갔다. 10여분 간의 추격 끝에 어느 외지고도 조용한 숲 속에서 그 신형들을 멈추어 섰다. 송현은 블링크와 플라이 마법을 이용하여 추적을 당하는 두 명의 인물들의 바로 허공위에 자리를 잡았다. ‘음... 무엇을 말하는지 잘 들어둘 필요가 있겠군. 이렇게 움직이는 것을 보니 말이야.’ 『너희들도 다들 조용해.』 『알아어요. 주인님!』 백호의 대답이 들리는 순간 송현은 재빨리 말을 받았다. 『나머지는 대답하지 말고 조용히 있어!』 ‘크으으.’ 송현은 대답대신 연신 투덜대는 소리를 들어야했다. 이 투덜댐이 차라리 들리면 덜 신경이 쓰이지만 들릴 랑 말랑 하는지라 더욱 신경이 갔다. 부시럭. ‘응?’ 낯선 두 명의 사내가 모습을 들러냈다. ‘옳지! 이럴게 아니라 실물 영사기로 저장을 해야겠구나!’ 송현은 자신이 비무대회에서 써먹기 위해 만들어 논 실물 영사기를 꺼내어들었다. 그리고는 조용히 마나를 주입하여 그 장면을 녹화를 하기 시작했다. 등장한 두 명의 사내는 이 곳으로 와 있는 두 사내에게 다가갔다. “두 장문인을 뵈옵니다.” “상 장문인을 뵈옵니다.” “그래 수고가 많네!” “우리 대신 이렇게 힘든 일을 시켜서 미안 허이!” 숲 속에 은밀히 모인 네 명의 사내는 바로 죽었다고 알려진 점장파 장문인 두경승과 종남파 장문 인 상원건과 각각 장로를 맡고 있는 간일성과 추무방이었다. “그래 마교의 간악한 음모는 밝혀냈는가?” 두경승은 걱정에 찬 말투로 두 장로에게 말을 건냈다. “죄, 죄송합니다.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간일성은 두경승의 말에 최대한 공경과 안타까움이 담긴 대답을 하였다. “음... 상 장문인! 어쩌면 좋겠소?” “그러게 말입니다. 우리의 목숨까지 걸고 이렇게 죽음으로 가장을 했건만... 걱정입니다. 휴우!” 상원건은 어느 누가 보아도 암담한 표정을 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장문인, 힘을 내십시오. 언젠가는 저 간악한 마교 놈들의 음모를 알아낼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네. 추 장로. 상 장문인, 이대로는 무림이 위험합니다. 저 마교 놈들이 우 리 정파가 안심한 가운데 시뻘건 이빨을 드러내면 손수무책으로 무너질 것입니다.” 상원건은 추무방에서 두경승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게 말입니다. 불명예스럽지만 우리들의 죽음으로 가장한 죽음이 헛되게 생겼습니다. 이 기회 에 마교의 계략을 밝혀냈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특히 아미파 백 소저의 목숨을 가지고 장난을 치 며 자작극을 벌린 저들을 말입니다.” “허허! 필시 저들은 제 3의 세력을 만들어 우리 정파를 안심시키는 동시에 그 힘을 간파할 것입니 다. 그것이 끝이 나면 바로 뒤통수를 칠 것이지요.” “걱정입니다. 상 장문인.” 송현은 그때까지 실물 영사기로 모든 장면을 찍어두고 있었다. ‘찍어두기를 잘 한 것 같구나! 그러나 마교의 음모라니... 이건 무슨 소리란 말인가?’ 송현은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끄집어 내봤으나 그런 사실은 알 수가 없었다. ‘호, 혹시... 철 아우의 스승님이신 마교 교주 양휘소 어르신이 마음을 달리 하신 것인가? 그렇다 면 내가 알 길이 없다.’ 당혹감에 물들고 있을 때 추무방과 간일성을 따라온 한 명의 인영은 조용히 그 자리를 떠났다. 송현이 투시 마법을 쓰지 않고 있었다면 알 수 없을 정도로 은밀한 움직임이었다.
대략적인 이야기를 마친 듯 그들은 제각기 둘씩 짝을 지어 흩어졌다. ‘도대체 어떻게 흘러가는 거란 말인가? 그리고 죽음을 가장을 하였다니...’ 송현은 백소영의 치료와 마나의 공허함을 느끼며 잠시 기절을 했었다. 그 사이 일어난 죽음이기에 그 사실을 알 수가 없었다. ‘일단 철 아우를 찾아가봐야겠구나! 어떻게 흘러가는지 상황도 알아야겠고.’ 송현은 양설린의 검에서 나온 독 사건이 심상치 않다고는 느꼈으나 이토록 크게 벌어지는 일이라 는 것은 미처 생각도 못했었다. 송현은 서둘러 마교의 객사로 순간 이동 마법을 이용하여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송현이 그 자리에서 사라지자 두경승, 상원건, 간일성, 추무방은 다시 그 자리에 나타났다. “느꼈소?” “크크크, 희미하지만 느꼈소. 내공을 감춘다고는 하나 그 주변에 기운까지는 감출수가 없으니 말 이오.” “혈주께서 말을 해주시지 않았다면 큰 실수를 할 뻔 했소이다.” 정파 무림에 대한 걱정하는 빛이 여실히 돌던 그들의 표정은 순식간에 바뀌었다. 음침한 미소를 날리며 상원건의 한마디가 들렸다. “너희 둘은 잘했다.” “당현히 해야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간일성과 추무방은 동시에 허리를 굽히며 얼굴 가득 밝은 기색이 떠올랐다. “아니야! 정말 잘했어! 저 둘을 이곳까지 몰고 오기 힘들었을 텐데 말이야!” 두경승도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가, 감사합니다.” 두경승은 그들에게서 시선을 띠고 상원건을 행했다. “상 장문인, 아니 이제 상 부혈주(副血主)라고 불러야합니까? 크흐흐.” “아직은 이른 감이 있지 않겠습니까? 두 부혈주.” 상원건과 두경승은 서로 마주보고 음침한 웃음을 지었다. “둘 다 수고했다. 그럼 내일을 위한 준비를 하라! 혈주님께서 보고 계신다. 알겠느냐?” 상원건의 차가운 말투에 간일성과 추무방은 허리를 직각으로 굽혔다. “존명!” “존명!” “이제 본격적으로 정파와 마교 무리들을 뒤흔들 것만 남은 것 같소이다!” “그렇습니다. 상 부혈주!” 쪼르륵 식은 찻잔에 다시 따뜻한 차를 따르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청수 장문인!” “무량수불.” 늦은 시간까지 청수 도인의 아담한 방에서 대화를 주고 받는 이들이 있었다. 바로 혜능 대사, 고천설, 제갈 선우였다. “제갈 가주, 그러나 뜻밖입니다. 마교 교주의 영애인 양소저의 검에서 독이 없었다니 말입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제 3자가 있을 것이라 여겼습니다. 아미타불.” 제갈 선우는 그들의 말에 살며시 미소를 띠었다. “사실은 독이 있었습니다.” “뭣이라고요?” “그, 그런데 어찌...” “그것을 감춘 제갈 가주의 뜻을 모르겠습니다.” 제갈 선우는 차분한 어조로 그 이유를 설명을 하였다. “우선은 미심적은 부분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우선 점장파 장문인이셨던 고 두경승 장문인과 종남 파 고 상원건 장문이의 행동 때문이었습니다. 그 두 분의 행동에 저는 의심적인 부분을 많이 발견 을 하였습니다.” “아미타불!” “무량수불!” “음...” 제갈 선우는 차를 들어 한 모금 입가에 적셨다. “그 두 분을 처음에 의심을 하였습니다. 혹시나 하는 제 삼의 어떤 단체의 간세가 아닐까라는 생 각에 말입니다. 회의 내내 그 분들이 이끌어가는 분위기는 충분히 그런 점을 생각하게 할 수가 있 었습니다. 거기에 비연 신니와 같은 성정이 불같으신 분들이 동화가 되었으니 깐요. 허나 그 두 분 의 죽음으로 그 점은 제가 오판을 한 것이라 여겼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누구라고 생각을 하였습니 다. 헌데 다른 두 인물이 저의 시선에 잡혔습니다. 바로 간일성 장로와 추무방 장로였지요. 그래 서 제가 일부러 사천당가의 당우혁 장로님께 그 사실을 숨겨달라고 하였습니다.” 제갈 선우의 말에 다른 세 명은 그저 침묵을 일관하며 경청하였다. “장문인을 해한 자라고 데리고 온 마교의 자도 너무나 눈에 띠게 데리고 온 점도 있었습니다. 그 래서 제가 회의장에서 떠 본 것입니다. 그때 분명 그 둘은 검에 독이 있다고 확신을 하는 말을 흘 렸습니다. 그렇다면 대충 이야기는 끝이 나는 것입니다. 분명 그 둘이 장문인 두 분을 해하고 정파 와 마교의 전쟁을 일으키려는 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아미타불! 그렇다면 그 둘이 제 삼의 세력의 간세라는 말씀이십니까?” 혜능 대사는 제갈 선우를 보며 더욱 자세한 설명을 원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것은 아직 알 수가 없습니다. 허나 돌아가는 상황을 보건데 열에 아홉은 그럴 가능성이 있습니 다.” “아미타불!” “무량수불!” 청수 도인과 혜능 대사는 나직한 도호와 불호는 내뱉었다. “그렇다면 제 삼의 세력이 정파와 마교의 전쟁을 원한다는 말씀이군요.” 고천설은 목소리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그럴 가능성이 가장 큽니다.” “아미타불! 제갈 가주께서 이렇게 미리 추리를 하셔서 그나마 다행인 것 같습니다. 허허허.” “과찬이십니다.” “아닙니다. 제갈 가주의 명석한 두뇌는 무림에 그 누구도 따라가지 못할 것입니다.” “칭찬 감사합니다. 허나 아직 아무 것도 밝혀진 것이 없습니다. 조금 더 추이를 지켜봐야하지 요.” “그렇군요.” 잠시 서로의 생각을 정리를 하는 듯 침묵이 흘렀다. 간간히 들려오는 찻잔 소리만이 정적감을 깨고 있었다. 똑똑. “누구냐?” 청수 도인은 문쪽으로 시선을 주며 청아한 목소리를 내었다. “제갈 가주님을 뵙고자 하옵니다.” 제갈 선우는 자신의 입가에 있던 찻잔을 내려놓으며 미소를 지었다. “실마리를 풀 수도 있을 것 같군요.” “그 무슨?” 고천설은 얼굴 가득 궁금한 표정을 지었다. “제가 추 장로와 간 장로의 뒤를 밟게 했습니다.” “오... 그렇다면...” “네, 저 아이가 온 것을 보면 무엇인가 그들에 대해 알아냈다고 봐야지요. 들어오너라!” 문이 열리고 20대 가량의 청년이 조용한 발걸음을 디디며 안으로 들어왔다. “이런! 청수 장문인 실례를 했습니다. 제가 청수 장문인의 양해도 구하지 않고 이렇게 외인을 방 으로 들라고 해서 말입니다.” “허허허! 제가 가주께서 어지간히도 궁금했는 모양입니다.” “이런 추태를 보였습니다.” “무량수불, 아닙니다. 그 만큼 중대한 사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말입니다.” “그렇게 말씀을 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제갈 선우는 청수 도인에게 사과를 표하고는 이내 고개를 청년에게 돌렸다. “그래 실수는 없었느냐?” “예, 가주님!” “그래 알아낸 것은 있고?” “예, 가주님!” 그 청년은 자신이 무당파에서 간일성과 추무방이 만나는 것을 시작으로 두경승과 상원건이 죽지 않 았으며 서로 만나서 이야기를 한 내용을 비교적 상세히 설명을 하였다. “무엇이라고? 두 장문인과 상 장문인이 살아있다고?” 제갈 선우는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얼굴 가득 불신에 찬 표정을 지었다. 그 뿐만 아니라 다른 세 명도 경악에 가까운 표정을 지었다. “예, 가주님! 분명 살아있었습니다.” “그리고 분명 네가 전한 그들의 대화가 틀림없느냐?” “틀림없습니다. 제 귀로 똑똑히 들었습니다.” “아, 알았다. 그만 나가 보거라!” 제갈 선우는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그 모습에 청년은 가볍게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방을 빠져나갔다. 털썩 제갈 선우는 의자에 주저앉았다. “어, 어찌...” “허허!” “아미타불!” “무량수불!” 제갈 선우는 이마를 집으며 고뇌에 빠졌다. 현재 자신이 생각했던 것들을 무참히 깨져버렸기 때문이었다. 혼란스럽기는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제갈 선우의 명에 따라 정탐을 한 청년의 말에 따르면 마교의 농간이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그 사실이 맞는다면 철저히 마교의 농간에 놀아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제갈 선우는 힘없는 모습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세 분, 저는 이만 먼저 물러나야겠습니다. 다시 한 번 정리를 해야겠습니다. 청수 장문인, 내일 해시(21시~23시)에 다시 들리겠습니다. 그때 다시 이야기를 하였으면 합니다.” “무량수불. 그러시지요, 제갈 가주.” 그 말에 혜능 대사와 고천설도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렇다면 내일 해시에 다들 보도록 하지요. 저도 제 나름대로 생각을 해보아야겠습니다.” “아미타불, 시주 분들 내일 뵙지요.” 혜능 대사, 고천설, 제갈 선우는 머리가 복잡해지는 것을 느끼며 자신들의 처소로 돌아갔다. 혼자 남은 청수 도인은 홀로 상념에 빠졌다. ‘어떻게 돌아가는 것일까? 과연 마교의 술수에 놀아나고 있는 것일까? 아니라면 우리가 모르는 그 무엇이 있는 것일까? 두 장문인과 상 장문인이 그 열쇠를 가지고 있을 것 같은데...’ 끝을 알 수 없는 추리만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청수 도인은 답답한 마음에 창문을 열고 시원한 밤바람을 맞았다.
송현은 철무정이 있는 방으로 급박하게 뛰어갔다. 철무저의 방에서 은은한 빛이 새어나오는 것을 보아 아직 자고 있지 않는듯했다. “철 아우, 내 들어가겠네.” 송현은 급한 마음에 철무정의 대답도 듣지 안이하고 방안으로 들어갔다. 탁자에 앉아 책을 읽던 철무정은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송현은 철무정의 맞은편으로 가서 앉았다. “내 한 가지 물어볼 일이 있네.” “무엇을 말입니까?” “이 우형에게 솔직히 대답을 해줄 수 있겠는가?” “형님! 도대체 그 질문이 무엇이기에 이렇게 다짐까지 받으시려 하십니까?” 철무정은 야속한 마음을 얼굴에 드러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미안하네만, 약속해 줄수 있겠는가?” 송현은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알았습니다. 제가 형님께 그 무엇을 숨기겠습니까?” “그럼 내 한 가지 물어봄세. 자네 마교에서 중원진출을 꿈꾸는가?” “중원진출이요?” 철무정은 송현의 뜻하지 않는 질문에 놀랐다. “갑자기 중원진출이라니요. 뭐 대답하시라면 중원진출은 언제나 우리들의 가슴속에 있는 꿈이지 요.” “나는 그 꿈을 말한 것이 아니라 지금을 말하는 것일세.” “형님도 참! 지금이라면 제가 굳이 구양수를 죽이면서까지 마교의 중원진출을 막을 일이 있었겠습 니까?” “음... 그렇다면 자네의 스승님의 생각은 바뀌지 않았는가?” “형님! 도대체 무슨 말씀을 듣고 싶은 겁니까?” 송현은 자세를 새로 잡았다. “철 아우, 우선은 내 질문에 대답을 해주게나.” “휴우, 알았습니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는 모르나 현재는 그런 일은 없습니다.” “그런가? 다행이군! 그럼 설린의 검에 자네 교에서 누군가가 장난을 치지는 않았다는 말이군.” 철무정은 이상한 질문을 하는 송현을 빤히 쳐다보았다. “미안하네! 내 뜸금없는 소리를 해서. 일단 이것을 보게나! 그럼 내 왜 이말을 했는지 알게 될껄 세.” 송현은 품에서 투명한 구슬을 꺼내어 들었다. “형님, 그 것은 형님이 만드신 그 실물 영사기가 아닙니까?” 송현은 그 모습에 미소를 짓고는 말없이 투명한 구슬에 마나를 주입했다. 우우우웅 미미한 진동이 울린 후 허공에 한 영상을 만들어냈다. “이, 이럴 수가... 분명 주 둘은 죽었는데... 그리고 교의 음모라니 말입니다.” 철무정은 놀라움과 동시에 분노감을 느끼며 몸을 떨었다. “저 둘 장문인이라는 자는 어제 아침에 죽었다고 정파에서 발표를 했습니다. 그리고 두 문파의 장 로 둘이 그 원흉을 잡았다고는 했으나 그 자의 인물이 저희 교의 옷을 입었다고 합니다.” “음...” “그 원흉이 ‘마교 천세’라는 단어를 외치며 자결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이 것으로 볼때 분명히 음흉한 저 정파 놈들의 간계가 맞는 것 같습니다.” 쾅 철무정은 결국 화를 참지 못하고 탁자를 거칠게 내려쳤다. “철 아우, 일단 화를 가라앉히게. 이 우형의 생각에는 소 호법님을 찾아뵙는 것이 어떤가?” “휴우, 제가 추한 꼴을 보여드렸군요. 그렇게 하지요.” 철무정의 방을 나온 송현과 철무정은 늦은 시간이었으나 소도성의 방으로 찾아갔다. “소 호법, 안에 계십니까?” “소교주이시오? 들어오시지요!” 방문을 열고 들어간 송현과 철무정은 탁자에서 식은 찻잔을 만지고 있는 소도성과 연사홍이 보였 다. “송 학사도 오셨구려. 이리 앉으시지요.” 연사홍은 자리에서 일어나 송현을 반겼다. 소도성의 얼굴 가득 수심이 차있었다. “안 좋은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아, 아닙니다. 이런 제가 결례를 했군요. 소교주, 송 학사, 차라도 한 잔 하시겠습니까?” 소도성은 수심에 찬 표정을 지우고 송현과 철무정 앞의 빈 탁자를 보았다. “아닙니다. 제가 이 밤에 찾아온 이유는 형님 때문입니다.” 소도성과 연사홍은 고개를 돌려 송현을 보았다. “송 학사, 무슨 일이 있으시오?” “예, 일단 이것을 보시지요.” 송현은 품에서 실물 영사기를 꺼내어 들었다. 처음 보는 투명한 구슬에 소도성은 호기심에 찬 눈빛을 보냈다. “아름다운 구슬이구려.” “이것은 제가 마법을 이용하여 만든 것입니다.” “마법?” “예, 일단 한 번 보시지요.” 송현은 자신의 마나를 주입하여 허공에 하나의 영상을 만들었다. 그 영상에는 두 장문인과 두 장로의 모습과 대화가 담겨져 있었다. 땅그랑 소도성은 그만 자신이 들고 있던 찻잔을 바닥에 떨어트렸다. “이, 이 영상이 사실인가?” 연사홍도 찻잔만 안 떨어트렸지 경악에 가까운 표정을 짓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렇습니다. 제가 현실에 있던 사실을 그대로 담아둔 것입니다.” “주, 죽었다는 두 장문인과 상 장문이라니... 그리고 그 다음 말은 또 무엇인가? 우리 교의 음모 라니...” 소도성은 복잡해지는 머리를 느껴야했다. ‘이것은 정파 고도의 술수이다. 가상의 제 삼의 세력을 있는 듯 상황으로 몰아간 뒤 나중에 우리 뒤통수를 치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마교로서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다.’ 소도성은 무서운 정파의 음모에 치를 떨었다. 무거운 마음만이 그의 가슴을 짓눌렀다. “연 호법.” “말씀하시지요.” “과연 저것 영상이 주는 의미가 정파의 뜻 같소, 아니면 저 둘만의 뜻인 것 같소, 어떻게 생각하 시오?” “글쎄요. 일단은 준비를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정파의 뜻이 아닌 저 둘만의 뜻이기를 바래야지 요.” “음...” 소호법은 까칠까칠한 턱을 매만졌다. 수석 호법이라는 자리가 그를 더욱 힘들게 하는 것 같았다. 송현과 철무정은 눈빛을 주고받았다. 이내 둘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소 호법, 우리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소교주, 벌써 가시려고 하오?” “아닙니다. 밤도 깊었으니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소 호법님도 오늘은 푹 쉬시지요.” 소도성은 이내 실소를 터트렸다. “그러지요.” 송현은 발걸음을 옮기려다 방 한쪽 구석에 있는 양설린의 검을 보았다. “소 호법님! 저 검은 설린의 것이 아닙니까?” “맞소이다.” “제가 설린께 전해 주어도 될는지요?” 소도성은 양설린의 검을 들고와서 송현을 향해 내밀었다. “그럼 부탁을 드리오.” “알겠습니다.” 송현은 양설린의 검을 받아들고는 소도성에게 가벼운 목 인사를 하고 돌아섰다. “소 호법, 나도 이만 물러나오.” 철무정은 송현의 뒤를 따라 소도성의 방을 나섰다. “자네는 이렇게 나와도 되는가? 저들과 회의라도 해야하는 것이 아닌가?” “형님! 저는 실질적인 서열이 없습니다. 단지 소교주라는 직책만 있을 뿐입니다. 최종적인 결과 를 잡아내면 아마 저에게 보고는 할 것입니다. 그 전에 스승님께 이 사실을 알리겠지만 말입니 다.” “그런가?” “예, 형님!” 철무정의 시선은 송현의 검으로 향했다. “이 검 말인가? 늦었으니 내일 전해주어야겠지.” “그렇군요. 이미 밤도 깊었으니 주무셔야죠.” “그렇지, 그럼 자네도 편히 쉬게나.” “형님도 편히 쉬십시오.” 송현은 철무정과 헤어져 자신의 방으로 들어섰다. 침상에 누운 송현은 천장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너무나 오랜 시간 잠들어있었기에 쉽게 잠이 오지 않았다. 철컥 ‘응?’ 누운 채로 고개를 들어보니 백호가 장난을 치다 양설린의 검을 탁자에서 떨어트린 것이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백호를 잠시 노려보고는 이내 검을 주었다. 탁자위에 잠시 올려놓으려다가 이내 몸을 굳혔다. ‘아차! 이, 이런 실수를...’ 송현은 양설린이 쓰러진 것과 백소영의 치료를 하는 바람에 검에 독을 바른 인물을 찾지 못했다. ‘진작에 검을 회수를 하여 범인을 알아봤어야 했는데.’ 송현은 스스로 자신을 책망하며 검을 검집에서 빼어들었다. 챙 맑은 소리가 방안에 울렸다. ‘안 늦었으면 좋으련만...’ 송현은 검을 탁자 위로 올려놓고 자신의 마나를 뻗어 검과 함께 공명을 시켰다. 그 기운에 다른 사신수는 고개를 내밀고 그 광경을 보았다. ‘일단 저서클의 마법이라도 시간이 많이 지났으니 캐스팅어를 함께 해야겠구나!’ “기억의 손길로 과거의 사실을 말해 줄지어라, 메모리 리콜.” 검에서 대략 30cm정도 위로 일정한 형상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송현은 더욱 정신을 모아 마나를 공명시키며 집중을 하였다. 자그만 인형집과 같은 구조가 만들어졌다. “이건 양설린의 방이고... 이거 시간이 꽤 많이 지났나? 응?” 송현은 꽤 오랜 시간 흘러도 특별한 상황이 없었다. 그러던 중 양설린의 방문이 열리는 것이 보였다. “방문이 열려?” 방문으로 들어온 남자는 조용히 양설린에게 다가가 수혈을 집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는 이내 양설린의 검을 꺼내 어떤 가루를 살짝 묻히고는 사라지는 것이 보였다. 장면은 여기서 끝이 났다. ‘음... 시간이 너무 흘렀나? 뚜렷한 인물의 형상이 보이지 않는구나! 크으으.’ 분명 사내인 것은 맞으나 그 얼굴상은 뚜렷하게 보여주지 못한 것이었다. ‘저렇게 당당히 방문으로 들어온 것을 보면 마교의 인물인 것 같은데... 누굴까?’ 송현은 자신이 아는 마교의 인물들을 차례대로 되짚어 봤다. 허나 집히는 인물이 없었다. ‘내일 철 아우와 소 호법과 의논을 해보아야겠다.’ 송현은 다시 검에 담긴 메모리를 저장을 시키려하였다. 『우아아아! 주인님, 그거 어떻게 한 거예요?』 『주인님, 너무 신기하네요. 아잉!』 귀여움을 여실히 보여주는 백호와 요염한 목소리를 내는 주작이 송현을 향해 신기하다는 듯 말을 건넸다. ‘에구! 골 아파! 내가 왜 이것들을 소환을 했는지...’ 송현은 한 팔을 허리에 올리고 나머지 한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이 봐! 백호, 주작 주인 삐졌다. 그만 해라!』 『음...』 기가 막힌 송현은 한 숨을 내쉬었다. “휴우.” 『다들 조용해!』 송현은 검에 메모리를 저장하는 순간에도 연신 종알거리는 소리에 귀를 막고 싶은 심정이 들었었 다. 다음 날 아침 송현은 다시 철무정과 함께 소도성의 방으로 갔다. 그리고 그 시간 청수 도인의 방에 소림의 혜능 대사와 화산파의 고천설 그리고 제갈세가의 제갈선 우가 모여 자리를 함께 하려했다. 각자 얼굴에 피곤함이 묻어나고 있다. 필시 밤새 고민을 한 것 같다. “아미타불! 제갈 가주, 집히는 점이라도 있소?” “휴우, 구 장문인과 상 장문인을 뵈어야 뚜렷한 내막을 알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끼이익 제갈 선우가 막 말을 시작했을 때 방문이 열렸다. 어느 누가 무당파 장문인의 처소에 말도 없이 문을 열수가 있겠는가? 그런데 아무 소리 없이 문이 열렸다. 청수 도인을 비롯한 인물들은 시선을 문 쪽으로 쏠렸다. 두 명의 인물이 들어왔고 다음 다시 두 명의 인물들이 차례대로 들어왔다. “이, 이런...” 모두들 헛바람을 들어마셨다. 그 이유는 나타난 이들이 바로 점창파의 두경승과 간일성, 종남파의 상원건과 추무방이었다. 두경승과 상원건은 얼굴 가득 피곤함을 보여주며 좌중을 보았다. 그리고는 이내 포권을 취하며 두경승이 앞으로 나서서 입을 열었다. “이렇게 나타나서 많이들 놀랐을 겁니다. 죽은 자 두 명이 나타나셨으니 말입니다.” 청수 도인과 다른 인물들은 둘의 존재는 알고는 있었으나 이렇게 직접 눈으로 확인을 하자 잠시 놀 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무량수불, 여기에 앉으시지요.” 청수 도인은 두경승과 상원건에게 자리를 내어주었다. 두경승과 상원건은 청수 도인이 가리킨 자리에 앉았으며 간일성과 추무방은 그 둘의 뒤로 가서 시 립을 하고 섰다. “많이 놀라게 해서 죄송합니다.” 상원건은 다시 허리를 숙이며 말을 하였다. “아미타불, 아닙니다.” 혜능 대사의 입에서 부드러운 음성이 나왔다. “그렇게 말씀을 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우선은 두 분께서는 지금의 상황에 대해 설명이 필요할 듯싶습니다.” 제갈 선우는 상원건의 말을 이어받으며 그들에게 시선을 주었다. “우선 무엇부터 말씀을 드려야할지 모르겠군요. 휴우!” 상원건은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저희가 불명예를 가지면서도 그러한 행동을 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상원건은 말투에 강한 의지를 넣으며 말을 이었다. “마교의 준동을 막고자한 이유입니다.” “무량수불.” “아미타불.” “음...” 두경승이 상원건의 말을 이었다. “그들이 그 동안 잠에서 깨어 지금 평화를 깨고자 합니다. 피를 부르고 있습니다.” “무슨 이유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그 전에 제가 한 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두경승은 제갈 선우를 향해 몸을 돌려 정면을 향했다. “무엇입니까?” “정말 마교 교주 딸년의 검에 독이 없었습니까?” “그, 그것은...” “독이 있었을 겁니다.” “음... 두 장문인께서는 그 사실을 어떻게 아시는 겁니까?” 제갈 선우는 더욱 진지한 표정을 지었으며 다른 인물들은 그 둘의 대화에 집중을 하였다. “비무 대회에서 백 소저와 마교의 계집년의 비무 전날 우연히 그 계집년이 그 수하를 통해 이상 한 주머니를 받는 것이 눈에 띠었습니다. 워낙 은밀히 받는지라 저는 이상한 느낌을 받으며 뒤를 따라갔었습니다. 그리고 그날 밤 그 계집년이 검에 무엇을 바르는 것을 목격을 할 수가 있었습니 다.” “음... 하지만 그것이 독이라고 할 수는 없었을 것 아닙니까?” “이보시오, 제갈 가주. 명백히 그 년의 검에 독이 나왔으면 당연히 그 것이 독이 아니면 무엇이 오?” 상원건은 제갈 선우를 노려보았다. “그 점은 나도 인정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오. 허나 왜 그런 죽음까지 위장하며 각각 장로들을 내 세워 정파의 수장들을 부추긴 것이요?”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그들에게 이 무림은 위험에 빠지게 될 것이 자명하기에 그런 것이오.” “허나 그 점이 오히려 저의 눈에는 이상하게 비쳤습니다. 자칫 제 삼의 세력의 간세가 아닌가 싶 을 정도로 말이오.” “하하하! 제갈 가주, 그 당치도 않는 말이오. 난 단지 저 마교의 무리가 싫을 뿐이오.” “제갈 가주, 나 상원건과 두 장문인은 마교의 손에 부모님을 모두 잃었소. 그래서 그들이 싫소. 죽이고 싶을 정도로! 허나 우리는 정파의 수장들이오. 그래서 우리는 그 울분을 참았던 것이오. 허 나 지금 그들의 악독한 음모가 들어난 이상 더 이상은 참을 수가 없소이다. 그래서 죽기보다 더한 불명예를 안고라도 그들의 음모를 파헤치려 한 것이오. 그리고 제갈 가주!” 상원건은 더욱 단호한 눈빛을 뿜었다. “우리를 죽이려 한 자는 마교인이 분명하오, 오히려 그들이 보란 듯이 마교의 옷을 입혀 더욱 혼 란을 주었던 것이오. 아니라면 이 곳에 온 마교인들의 숫자를 파악해보면 알게 될 것이오.” “음...” 상원건과 두경승은 더욱 기세를 몰아 마교를 더욱 몰아세웠다. 제갈 선우와 다른 인물들도 앞뒤가 정확히 들어맞는 그들의 말에 마음이 서서히 기울기 시작하며 혼란스러움을 느꼈다. 그들이 말은 제갈 선우가 직접 지시한 청년의 말과 들어맞기 때문이다. 그리고 같은 정파로서 그들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송현은 심각한 철무정, 소도성과 연사홍을 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양설린의 검에 대해 말이 나왔다. 그 들의 말을 듣던 송현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호법님들 그리고 철 아우, 설린의 검에 독이 없었다니요?” “그것이 사천당가에서 조사를 한 결과 독이 없었다고 했네!” “예? 그럴 리가...” 소도성은 놀라는 송현의 모습을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왜 그런가, 송 학사?” “소 호법님, 설린의 검에는 독이 묻혀져 있었습니다.” 송현은 자신이 저장해둔 검의 기억을 불러내었다. 형상화가 된 기억을 본 그들은 적지 않게 놀랐다. “이, 이것이 무엇입니까?” 철무정은 송현을 보며 놀란 표정을 보여주었다. “이것은 보는 바와 같이 설린의 검에 있는 기억을 저장해 둔것이네. 보면 알겠지만 누군가가 설린 의 검에 독을 묻힌 것이지. 아쉽게도 시간이 흘러 내가 기억을 되짚은 것이라 정확한 것을 알 수 가 없었다네.” “송 학사, 이것이 있었던 사실인가?” “그렇습니다. 소 호법님.” 연사홍은 격양된 목소리를 내었다. “첩자가 있다는 말인가? 어찌 마교에 첩자라니...” “음...” 소도성은 미간에 내천자를 그리고는 등을 의자에 부착시키며 팔짱을 끼었다. “도대체 정파에서 이 사실을 숨기는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소도성의 입에서 실 같은 목소리가 푸념처럼 흘러나왔다. “소 호법님, 무엇을 그리 생각하십니까? 저 야비한 정파놈들이 우리의 뒤통수를 치려는 것이 분명 합니다.” 연사홍은 격분에 찬 목소리였다. “연 호법, 진정하게.” “지금 진정하게 되었습니까? 지금 당장이라도 그들에게 가서 따져야 합니다. 그리고 그들의 음모 를 파헤쳐서 우리 마교에 피해가 없도록 해야합니다.” “음...” 소도성은 그저 신음성만 내었다. “소 호법, 내 생각에도 연 호법의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소교주도 그리 생각하십니까?” “예! 확실하게 집고 넘어가는 것이 좋을 테니 말입니다. 잠시 생각에 빠졌던 소도성은 단호한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가봅시다. 저들에게 이 사실을 숨긴 이유를 들어야 하니...” 연사홍, 철무정은 소도성을 따라 자리에서 일어나 청수 도인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송 학사, 이렇게 지저분한 것만 보이는 것 같아 죄송하네!” “아, 아닙니다.” “일단 쉬고 있게나.” “알겠습니다.” 소도성은 송현이 자신들과 따라가 보았자 득이 되는 일이 없을 것이라 판단을 하였다. 송현은 그들이 사라지는 모습을 보고는 한 숨을 쉬며 자신의 방으로 갔다. ‘휴우. 무림인들은 왜 화합을 하지 못하는 것일까? 도대체 정파면 어떻고 마교면 어떤가? 다 무림 이라는 세상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거늘... 이 사건만 해도 그렇고... 잘 해결이 되었으면...’ 송현은 걸음을 잠시 멈추고 한 번 뒤로 돌아보았다. ‘과연 내가 무림에 발을 들인 것이 잘 된 일인가? 지금은 오히려 후회만 되는 구나!’ 송현은 무거워지는 마음을 다 잡으며 다시 걸을을 띠었다. 정령 사신수의 힘
철무정과 소도성, 연사홍은 굳은 얼굴로 무당파 장문인인 청수 도인을 찾아가고 있었다. 가까운 거리가 아니기에 어느 정도 걸어야 했다. 고풍스러운 건물이 소도성의 눈에 들어왔다. ‘저 건물만 돌면 청수 장문인의 거처가 나오는구나!’ 소도성은 더욱 눈빛을 가라앉혔다. 확실한 이유를 알기위해서는 더욱 강한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저벅 저벅 소도성이 보고 있는 건물의 귀퉁이에서 한 무리의 인영들이 모습을 보였다. ‘저들은? 마침 잘 되었구나!’ 그 인영들은 바로 청수 도인을 비롯한 정파의 수장들이었다. 소도성은 입가에 미소를 지었으나 눈빛만큼은 여전히 무거움을 보였다. “처, 청수...” 소도성은 포권을 취하려 했으나 취하지 못하였다. “너, 너는?” 귀퉁이로 두 명의 인영이 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는 자신을 향해 비릿한 미소를 날렸다. 바로 두경승과 상원건이었다. 소도성은 그들을 잠시 노려보고는 청수 도인을 향해 마저 포권을 취했다. “청수 장문인!” “무량수불!” “찾아뵈려고 하였소이다.” “소 시주, 무슨 일로 그러시오.” “내 단도 적으로 내 청수 장문인께 묻고 싶은 것이 있소이다.” “무량수불, 무엇입니까?” 소도성은 시선을 청수 도인에서 제갈 선우로 옮겼다. “아가씨의 검에 독이 묻어 있었던 사실을 왜 숨겼습니까?” 이미 모두들 그 사실을 전해 들었는지 놀라는 사실이 없었다. “왜 그 사실을 숨겼는지 그 의도가 심히 궁금합니다.” 소도성은 한자 한자 꼬박꼬박 끊으며 말을 했다. “소 호법님, 그럼 그 사실은 어떻게 아시게 되었습니까?” 제갈 선우는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그, 그것이...” 소도성은 송현의 마법에 대해 말을 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아차! 내가 미처 이것까지 생각을 하지 못했구나!’ 현재 정파들의 입장에서 송현의 마법은 사술이었다. ‘크으으으!’ 소도성은 주먹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로 꽉 쥐었다. “제갈 가주님, 그것이 중요한 것입니까? 우리는 마도를 대표하는 마교요. 그 정도 사실을 알아낼 수 있는 힘이 있소.” 철무정은 소도성 앞으로 나서며 당당히 어깨를 폈다. “소교주시군요.” “처음 인사를 드리는 것 같군요. 철무정이라 하오.” “제갈 선우입니다.” 철무정은 허리를 피며 고개를 바빠치 들고는 정파의 수장들을 한 번 훑어보았다. “내 이제까지 소 호법님께서 일을 잘 해주셔서 나서지는 않았으나 이제는 나서야겠소. 왜 그 사실 을 숨겼소? 혹 우리가 그 사실을 모르고 지났다면 큰 봉변을 당했을 것이요. 안 그렇소?” “그 점은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이유요? 무슨 이유입니까? 표정을 보아하니 그 쪽 정파 분들은 다들 아시는 이유인 것 같은데 왜 우리에게는 한마디 언급조차 없었소이까?” “아미타불, 두 분 다 고정을 하시지요.” 혜능 대사가 앞으로 나서며 차분한 분위기로 이끌어갈려는 듯 했다. 제갈 선우는 혜능 대사에게 약간 고개를 숙이고는 다시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그 점은 죄송합니다. 허나 숨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이유를 말씀해 주시지요.” “그, 그것은...” 제갈 선우는 입을 열러 다가 다시 다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어찌 자신의 입으로 점창파 장문인과 장로, 종남파 장문인과 장로를 의심했다고 할 수가 있겠는가. 제갈 선우는 미간을 좁히고는 슬쩍 두경승과 상원건을 보았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음에도 철무정의 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제갈 가주, 왜 말을 하다 말고 죽었다고 알려진 두 장문인들을 보시는거요? 그리고 죽었다는 장 문인은 어찌 이렇게 살아있었던 것이며 또한 살아있었다는 사실을 숨긴 이유는 무엇이오?” 철무정을 뒤에서 바라보는 소도성의 표정에는 드러나지 않았으나 마음으로는 뿌듯함이 생겼다. ‘이제 군주로서의 자질이 눈에 드러나는구나!’ 아직 어린 나이임에도 불고하고 장파의 수장들과도 기세에서 물러서지 않고 당당히 맞서고 있는 철 무정이었다. 한편 소도성의 답답한 가슴을 확 뚫어주는 말을 거침없이 하고 있었던 것이다. “소교주, 그 점은 내 나중에 답해드리겠소이다. 마침 우리도 그 쪽을 찾아가는 중이었습니다.” “무엇 때문이오?” “이 곳에 온 마교 분들의 수를 파악하기 위해서입니다.” “수를 파악한단 말이오?” “그렇습니다. 정확한 것이 좋다고 생각이 듭니다. 그때 자결을 한 자가 마교의 인물인지 확인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 순간 철무정의 눈에 강한 힘이 들어갔다. “그 말은 지금 우리 마교를 의심한다는 것이오?” “의심이 아닙니다. 단지 정확하자는 것이지요.” 그 순간 철무정의 화를 돋굿는 말이 들렸다. “뭔가 찔리는 것이 있는가?” 두경승은 비록 혼잣말로 했다고는 하나 그 목소리가 제법 커서 그 곳에 있는 인물들은 다 들을 수 가 있었다. “뭣이라? 두 장문인! 방금 뭐라고 했소이까?” 철무정의 목소리에는 은근히 살기가 묻어나왔다. “뭐를 말이오?” 그의 목소리에는 비아냥거림이 담겨있었다. “험험! 기분 나빴다면 미안하오, 난 단지 그쪽에서 찔리는 것이 없다면 그렇게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을 뿐이오.” 철무정은 화기에 차 떨고 있던 몸을 멈추고는 목소리 한자마다 힘을 주었다. “그렇다면 우리가 먼저 물은 것이 있으니 지금 이 자리에서 대답을 해주어야겠소. 우선 왜 양 서 저의 검에 숨겨져 있던 독의 진실을 숨긴 것 하며 그 잘난 두 장문인이 죽음을 가장했는지를 말이 오! 지금 여기 이 자리에서 말이오.” 아무도 이야기를 하는 자가 없었다. 모두들 제갈 선우에게 사정을 들어서 알고는 있으나 어느 누가 자신들끼리 의심을 했다는 것을 밝 힐 수는 없었던 것이었다. “왜 다들 꿀 벙어리가 됐습니까? 그대들이 정말 우리 마교에 음모를 한 것이 아니오? 이 철모는 그렇게 밖에는 도저히 생각이 들지 않소이다.” “무엇이라? 내 잠자코 있으려 했으나 말이 심하구나!” 공동파 장문인인 최천경이 앞으로 나섰다. 그의 얼굴은 붉게 물들어 있었으며 눈썹을 역팔자를 그리고 있었다. “정녕 의심을 할 곳은 우리가 아니라 너희들이다.” “내 마교의 소교주라 대우를 해주려 했더니 말버릇이 고약하구나! 네 사부가 그렇게 시키더냐?” 보연 신니가 최천경의 옆으로 나섰다. 철무정은 무서운 살기를 내뿜기 시작했다. “과연 너희들이 우리 마교에 흑심을 품고 있구나!” “이 어린 놈이...” 두경승과 상원건이 정파 수장들을 어떻게 구워삶았는지 이미 그들은 마교에 대해 강한 의심을 풀 지 못했다. 사태가 급격히 돌아가자 소도성과 청수 도인이 앞으로 나서며 입을 막 띠려고 하였다. 타닥 타닥 “자, 장문인!” 무당파 한 제자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청소 도인의 앞으로 달려왔다. “헉헉헉! 자, 장문인!” “왜 이리 경거망동인 것이냐?” “크, 큰일 났습니다. 지금 마교의 무사들과 정파의 무사들과 싸움이 일어났습니다.” “무엇이라?” 무당파 제자의 목소리에 모두들 깜짝 놀랐다. 다들 얼굴이 어두워지며 자신들이 생각한 것보다 사태가 급박하게 진행됨을 느꼈다. 그들은 더 이상의 말다툼은 무의미해짐을 느꼈는지 바로 그 자리에서 몸을 날렸다. 송현은 무거운 마음을 달래고 있었다. 그 순간 백호가 송현의 가슴으로 안겨들어왔다. 『주인님! 무엇이 그리 마음을 무겁게 하는가요?』 영적으로 송현과 사신수들은 통하는 지라 정확히 송현의 마음을 읽을 수는 없었으나 대충 기분정도 는 알수가 있었다. 『아니다.』 송현은 애써 웃음을 지으며 백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야오옹.” 송현의 손길이 좋았는지 귀여운 고양이 울음소리를 내고는 송현의 가슴에서 비비적거렸다. 『이 봐! 주인, 그러지 말고 속 시원하게 털어놔봐!』 『그게 좋겠습니다.』 현무의 늙은이 같은 어조에 차가운 청룡의 한마디가 들렸다. 자신을 걱정해주는 목소리에 송현은 가슴 따뜻함을 느꼈다. “창창창!” 비록 큰 소리는 아니었으나 송현의 귓가에 금속성이 들렸다. ‘무슨 소리지?’ 송현은 그 자리에서 더욱 정확한 소리를 듣기 위해 마나를 모았다. “클레어러디언스.” 3서클의 클레어러디언스 마법은 광범위에 이르더라도 그 목소리를 잡아내어 들을수 있는 마법이었 다. 마법을 시행한 순간 송현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는 복잡한 마음을 얼굴에 담고는 서둘러 마나를 모았다. ‘더 늦기 전에 가야한다. 싸움이 커져서는 안 될 것이야.’ 송현은 정파와 마교의 싸움에 대한 걱정과 함께 무림에 대한 실망감과 회의감을 가지며 그 자리에 서 사라졌다. “텔레포트!”
송현이 나타난 곳은 마교의 무사들과 정파 중 정창파와 종남파와의 접전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 곳으로 급히 달려가며 온 몸에 마나를 돌려 대기의 마나와 공명을 시키기 시작했다. 그리고 막 그들을 말리려는 순간. “모두들 멈추거라!” 쉬이이익 착 착 착. 십여 명의 인물들이 그 자리에 내려섰다. 마교의 철무정 일행과 정파의 수장들이었다. “뒤로 물러서거라!” 소도성은 노기가 띤 목소리로 마교의 무사들을 향해 소리를 내질렀다. 다들 고개를 떨구면서 힘없이 자신들의 병기를 수습하며 뒤로 물러났다. “자, 장문인.” “살아계셨습니까? 장문인! 흑흑흑!” 점창파와 종남파의 제자들은 그 자리에서 오체투지를 하며 두경승과 상원건을 맞았다. 그들의 목소리에는 하나같이 울음소리 들렸다. 그 울음소리는 슬픔이 아닌 기쁨이었다. 한순간 정막감이 흐르며 들리는 목소리는 오직 기쁨에 찬 점창파와 종남파 제자들의 기쁨에 찬 울 음소리였다. 송현은 마교의 무사들과 정참파, 종남파 제자들과의 충돌이 다행히 무마가 되어가자 마나를 자신 의 단전에 갈무리를 하며 뒤로 돌아섰다. ‘다행이구나!’ 송현은 하늘에 떠 있는 태양을 보았다. 그리고는 다시 발걸음을 자신의 숙소로 옮겼다. 슈아악 “커헉!” 갑작스러운 검음과 함께 단발마가 터져 나왔다. 송현은 가던 걸음을 멈추고는 이내 급격히 신형을 돌렸다. 종남파 장문인인 두경승이 마교 무사의 근처에서 울고 있는 제자를 향해 걸어가는 중 마교 무사 한 명의 단검에 가볍게 팔이 베어진 것이었다. 가벼운 상처인 듯싶었으나 이내 얼굴에 묵빛이 들며 검은 피를 한 움큼 토했다. 두경승은 뒤로 두어 걸음을 물러서지 못하고 이내 땅으로 주저앉았다. “헉, 헉헉!” 그의 눈에는 강한 원한의 빛이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찌, 찢어 죽일... 쿨럭!” “장문인! 장문인!” 종남파 제자들이 두경승을 보호를 하며 그를 둘러쌓다. 두경승은 이내 자신의 팔과 머리로 통하는 혈도를 누르고는 이내 자신의 진기로 독을 태워나가기 시작했다. 슈아아앙 샤샤샥 한 줄기의 빛무리가 원호를 그리는 순간 두경승을 암습한 마교 무사의 머리는 허공으로 떠올랐다. 붉은 피가 분수를 그리듯 뿜어져 나왔다. 상원건이었다. 상원건은 이내 등을 돌리며 두경승을 향해 몸을 날린 뒤 그의 명문혈에 자신의 장을 붙인 뒤 같이 독을 몰아내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장내는 살기가 몰아치기 시작했다. 그 순간 다시 검의 아름다운 곡선을 그렸고 종남파의 제자 하나의 머리가 다시 허공을 향했다. 종남파의 제자의 머리를 친 마교의 무사의 눈에는 하염없이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부, 부모님마저 죽이더니... 내, 내 아우마저... 우아아아! 내 아우를 살려내!” 그는 이내 미친 듯이 검을 휘두르며 상원건을 향해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푸아악 “크아아아!” 상원건의 그림자도 보지 못한 채 그는 두 눈을 부릅뜨고는 이 세상을 하직해야만 했다. 철무정과 소도성, 연사홍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이것이 마교의 진실한 모습들이오.” 어느 정도 독을 몰아냈는지 두경승이 자리에서 일어나있었다. 하지만 안색은 그렇게 좋아보이지 않았다. 두경승은 자신을 보호하고 있는 제자들을 헤치고 앞으로 나왔다. “너희들이 바라는 것이 이것이로구나!” [크크크, 철무정 이 꼬마 아이야! 너희들은 오늘 여기서 살아나가지 못할 것이다.] 두경승의 말과 전음에 철무정은 표정이 일그러졌다. “점창파 제자들은 들으라! 정파의 기치를 살려라! 저 악의 무리들인 마교 놈들을 모조리 죽이거 라!” “종남파 제자들도 들으라! 점장파를 도와 마교 놈들을 모조리 죽이거라!” 두경승과 상원건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두 문파의 제자들은 마교 무사들을 향해 몰아쳐갔다. “자, 장문인들 뭐 하는 짓이오?” 제갈 선우가 급히 신형을 띄워 두경승과 상원건의 앞으로 왔다. “보면 모르시오? 저들의 술수가 들어났소.” “그, 그것은...” “좋다! 비열한 정파 놈들, 마교의 제자들은 들으라! 우리는 우리 방식으로 해결을 할 것이다. 힘 으로 우리의 진실을 알릴 것이다. 가랏!” 연사홍의 이 한마디가 더해져 순식간에 공터는 피와 살이 띠는 처절한 장소로 바뀌었다. 땅은 흙빛에서 서서히 붉은 빛으로 물들어갔다. “아악! 내, 내 팔...!” 한 인영이 잘려진 팔을 보며 비명소리를 질렀다. 그 비명소리도 오래가지 못했다. 다른 이의 칼에 몸이 양단이 되며 그 생을 마감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하나의 적을 죽이면 뒤에서 날아오는 검에 그 목숨을 잃어갔다.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죽음의 장이 열렸던 것이다. 좁은 장소에 대다수의 무리들이 얽히고설키다보니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다. 그 싸움에 공동파와 아미파 등 정파들이 더욱 가세를 하니 더욱더 처참한 광경이 펼쳐졌다. 그 곳에는 오로지 무당파와 소림사, 화산파, 제갈 세가만이 참가를 하지 않고 있었다. 그 넷 문파의 소속된 인물들은 그저 안절부절못하며 수장들의 눈치를 살폈다. “이대로는 안 됩니다. 말려야 합니다. 이긴다고 해도 이건 불명예가 올 것입니다. 장문인들.” 제갈 선우는 이상한 불안감을 느꼈다. 자신이 보기에도 확실히 자꾸 톱니바퀴가 돌아가는 듯 정확히 떨어지는 것이었다. 하지만 인생은 그렇지 않는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인물이었다. 청수 도인, 혜능 대사, 고천설도 이상한 느낌을 받았는지 제갈 선우의 외침에 마음이 쏠렸다. 그들은 일단 그 싸움을 말려야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그래 다시 처음부터 이 사건을 다시 알아보아야한다.’ 그런 생각을 먹은 이상 제자들을 투입을 하려하였다. 그때. “멈추시오!” 공기의 파장이 느껴질 만큼 강렬하고도 웅장한 사자후가 들렸다. 순간 정막감이 돌았다. 모두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을 찾기 시작했다. 아무리 주위를 둘러보아도 주인공을 찾지 못하였다. “헉!” 어느 누구의 목소리로 시작을 해서 시선은 하늘을 향했다. 밝은 태양에 다들 눈을 찌푸렸으나 이내 크게 눈을 부릅떴다. 태양을 배경으로 한 사내가 하늘에 떠있었다. 송현은 극한의 소리를 내는 샤우트 마법으로 일순간 좌중을 조용히 만드는데 성공을 했다. 여기 저기 신음성을 토하는 사람들과 붉게 물들어 있는 땅. 송현의 눈가에 주름이 잡히기 시작했다. “어찌하여 그대들은 서로 어울리지 못하는 것이오. 서로가 다른 길을 간다고 해도 그들 역시 같 은 무림인데 말이오.” 송현은 더욱 샤우트 마법에 마나를 실어 말을 하였다. “한번쯤 상대에 대해 노력의 의지만 가지고...” 슈아아앙 한 자루의 칼날이 송현을 향해 날아왔다. “블링크!” 그 칼날을 피해 옆으로 이동을 하였다. “사술을 쓰는 놈에게 그런 말을 들을 필요가 없다. 네 놈이나 똑바른 삶을 살아라!” “옳소.” 정파 무리들의 중간 중간에 목소리가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송 학사님! 송 학사님은 무림인이 아니어서 모를 것입니다.” “맞습니다. 송 학사님은 참견을 하지 말아 주십시오.” 정파만큼 거친 말들은 아니었으나 그들의 목소리에는 송현의 가입을 완강히 거부가 담겨져있었다. 송현의 눈에는 더욱 슬픔의 빛이 감돌았다. 청수 도인의 눈빛은 송현을 향해 있었다. ‘저, 저것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저 것은 허공답보가 아니다. 또한 사자후나 창룡음이 아니다. 음...’ 청수 도인이 송현을 대해 고민에 빠질 때쯤 다시 정파와 마교는 멈춘 싸움을 다시 시작을 하였다. 다시 피가 뿌려졌다. “크으으으!” 송현은 주먹을 꽉 쥐었다. 자신의 눈에 비친 저들의 모습은 그저 밥그릇 싸움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과거 제국에 있던 시절 질리도록 보았던 이해관계가 얽힌 그런 추잡한 싸움 그 이상으로 보였다. ‘앞으로 저들이 어떻게 행동을 하던지 내 눈 앞에서 만큼은 피가 보이지 않겠다. 이것이 내가 주 는 무림의 마지막 선물이다.’ 송현은 자신의 모든 마나를 개방을 하기 시작했다. 우우우우웅 그 광대한 마나 파동이 은은히 공터에 퍼지기 시작했다. 고수급 인물들은 송현의 마나를 느끼고는 안색이 굳혔다. 그런 인물들이 늘어가자 이내 다시 싸움터는 조용해졌다. ‘다행히 공터가 작다.’ “땅이 요동을 친다, 필드 쇼크!” 구르르릉 농민이 땅을 갈아 없듯이 공터의 땅은 뒤죽박죽으로 헤쳐지고 모아지기를 반복하였다. 마교 무사와 정파의 무사들은 신형을 바로 잡기에 안감힘을 쓰고 있었다. 수뇌급에 달하는 몇몇 인물만이 송현의 필드 쇼크 마법의 장소에서 빠져나올수 있었다. 그들의 눈은 흔들리며 송현을 올려다 보았다. ‘마, 말도 안 된다. 인간이 이런 힘을 보이다니...’ 정파의 고수들은 처음 보는 송현의 진정한 마법의 능력에 대한 놀라움이었고 마교의 고수들은 알고 는 있으나 직접 당한 충격은 그 이상이었다. 슈아앙 한 자루의 검이 다시 하늘로 날아올라왔다. 그 뒤를 이어 몇 자루의 검이 다시 송현을 향했다. “블링크!” 송현은 어쩔 수 없이 필드쇼크의 마법을 접고는 다시 공간 이동 마법을 이용해 자리를 옮겼다. 마교의 무사들과 정파의 무사들은 필드 쇼크 마법이 없어지자 그제야 신형을 바로 잡았다. 슈아아앙 후방의 몇몇의 인물들이 떨어지는 검을 다시 잡아 송현에게로 다시 던지기 시작했다. 송현은 끝내 다른 마법을 사용을 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피하다가 건물의 지붕으로 이동을 했다. “크으으으. 실드!” 따당. 따다당. 계속되는 검의 공격에 송현은 실드를 쳐서 방어를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 다시 마교와 정파들의 싸움은 시작이 되었다. ‘기어이 나를 화나게 만드는구나! 그래 좋다!’ 송현은 사신수를 보았다. 사신수들도 송현의 마음을 알았는지 송현의 품에서 벗어나 송현의 옆으로 내려섰다. ‘내 너희들에게 보지도 듣지도 못한 정령의 힘을 보여주겠다.’ 송현은 자신의 마나의 일부를 사신수에게 보냈다. 각기 사신수는 자신만의 포효성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쿠아아아앙!” 귀엽기 만한 백호는 그 모습을 서서히 키우기 시작하며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을 드러내기 시작했 다. 주위에 매섭게 맴도는 바람은 눈에 보일 것 만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였다. “꾜오오오오!” 백호의 위로 이글거리는 붉은 태양을 보는 듯한 한 마리 거대한 새가 열기를 토하는 날개짓을 하였 다. 불을 상징하는 주작이었다. 자그만 새였을 때의 자주 빛은 어디 갔는지 온통 붉은 빛을 발하고 있었다. “꺄우우우우!” 순식간에 열기로 휩싸인 공간에 시원한 한 줄기 냉기가 불었다. 하늘을 승천하는 짙푸른 빛의 한 마리의 청룡이었다. “크르르르르!” 쿠앙 지붕에서 자그만 황토빛의 거북이가 떨어지는 순간 먹물을 하늘에 뿌리는 듯한 착각에 휩싸였다. 거북이 형상에 뱀의 형상이 더해지며 천년의 세월을 지켜갈 듯한 철의 이미지를 물씬 풍겼다. 『너의 힘을 빌려다오!』 “쿠아아아앙!” “꾜오오오오!” “꺄우우우우!” “크르르르르!” 송현의 말에 사신수는 대지를 진동하게 만드는 포효성을 다시 한 번 울부짖었다. 『현무! 땅의 기운으로 저들의 신형을 흐트러라!』 현무는 마치 솜에 물이 적셔지듯이 땅으로 사라졌다. 쿠우우웅 공터에 지형이 메마른 거북이의 등가죽처럼 갈라지고 그 높이를 달리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마교의 무사들과 정파의 무사들은 미처 대처를 하지 못하고 그대로 땅을 주저앉았다. 그 중 내력이 높아 보이는 몇몇만이 겨우 신형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백호! 너의 바람의 기운으로 저들의 병기를 모두 회수해 멀리 날려버려라!』 백호는 송현의 명을 듣자 말자 자신의 온 몸의 털을 세우기 시작했다. 맹수의 눈빛은 더욱 강렬해지며 날카로운 송곳니가 들어나기 시작했다. “쿠아아아앙!” 백호의 몸 주위를 돌던 강한 바람의 기운들이 서서히 주변으로 퍼지는가 싶더니 이내 마교의 무사 들과 정파의 무사들을 휘감싸기 시작했다. 창. 차자장. 병기의 부딪힘이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허나 들리는 소리는 땅 근처가 아닌 하늘이었다. 수 십 자루의 병기들이 바람에 휩싸여 하늘로 날아오르며 서로가 엉키며 잘잘한 부딪힘 소리를 내 었던 것이었다. 정파와 마교의 무사들은 그저 허망한 시선으로 자신들이 날아가는 병기를 보아야만 했다. 『백호, 현무! 저들의 옷에 따라 두 곳으로 나누어라!』 백호와 현무는 송현의 마음을 어느 정도 읽을 수 있기에 어떤 명이라는 것을 알수가 있었다. 강한 돌풍과 파도를 치는 땅꺼죽으로 인해 정파와 마교의 무사들은 휩쓸리 듯 이리 저리 구르기 시 작했다. 그들이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정확히 마교와 정파의 구분으로 나누어졌다. 『주작! 저들의 사이를 확실히 갈라버려라!』 주작은 우아한 날개 짓을 하며 공터로 미끄러지듯이 날아갔다. 아름다운 날개 짓이었으나 주작이 지나간 자리는 지옥의 염화(炎火)를 보는듯한 불길이 솟아올랐 다. “헉!!!” 그들은 마치 용암을 마주하고 있는 듯한 착각을 받으며 급히 뒤로 물러났다. 그 모습을 확인한 송현은 자신의 머리위에서 장중한 기세를 보이는 청룡을 보았다. 『청룡! 저들의 주위를 둘러싸! 아무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크르르르르!” 청룡은 입가에 물린 여의주를 하늘로 치켜들었다. 쏴아아아아! 거대한 해일이 여의주에 만들어졌다. 허공에 마치 수로(水路)가 있는 듯 거침없이 한 방향으로 물쌀이 밀고 나갔다. 굽이굽이 거센 힘을 자랑하던 물줄기는 회오리를 만들며 마교와 정파의 무인들을 감싸않았다. 송현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지어졌다. 혜능 대사, 보연 신니는 입을 벌린채 아무 말도 꺼내지 못하였다. 특히 청수 도인, 고천설등 도가계열의 수장은 물론 일반 제자들까지 그 자리에서 석상이 된 듯 사 신수를 보기 여념이 없었다. “사, 사방신! 무량수불!” “무량수불!” 도호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일부 도인은 경건한 자세로 무릎을 꿇고 사신수를 향해 법문을 외는 자들도 있었다. 송현은 플라이 마법을 이용하여 몸을 다시 하늘로 띄웠다. 허공답보를 그리는 듯 송현은 한 걸음 한 걸음 최대한 자신의 마나를 개방한 채 그들이 모여있는 중앙으로 걸어갔다. “그대들은 무엇 때문에 싸우는 것이오?” 송현은 강한 어조로 그들을 꾸짖기 시작했다. 더욱 눈에 마나를 실어 그들을 둘러보고는 다시 입을 띠었다. “내 무림에 몸을 담은 지 이제 세 달이 채 되지도 않았소이다. 이 짧은 시간동안 내가 본 무림이 란 서로의 이익을 위해 밥그릇 싸움밖에 하지 않는 그런 치졸한 곳이었소.” 송현은 말 한마디 한마디에 그들은 아무 소리를 하지 못하고 고개를 떨어뜨렸다. “무림도 엄연한 사람이 살아가는 곳이며 무인들도 사람이거늘 왜 함께 길을 가지 못하는 것이오. 지금 이런 것은 서로가 발전을 위한 경합이 아닌 퇴보만 오는 치졸함이오. 오늘로 나는 무림을 떠 나려 하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든지 그것은 그대들의 선택이지만 나의 말을 한 번쯤 귀담아보는 것이 좋을 것이오.” 송현은 씁쓸한 얼굴로 철무정을 비롯한 오룡삼봉을 보고는 그대로 몸을 돌렸다. “사신수! 가자!” 송현은 다시 자신의 단전에 마나가 차는 것을 느꼈다. “야오오옹!” 자그만 하얀 고양이가 송현의 품에 뛰어들어와 얼굴을 가슴에 비볐다. 이내 청사와 황토 빛 거북이 한 마리가 소매로 들어왔으며 한 마리 자주 빛 작은 새가 송현의 어깨 에 내려앉았다. “나의 의지로 나의 갈 곳의 문을 연다, 워프!” 순삭간에 밝은 빛이 휩싸이며 송현은 그 자리에서 홀연히 사라졌다. 집으로 털썩 여기저기서 무릎을 꿇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어떤 이는 허망한 표정을 지었으며 어떤 이는 감격에 찬 표정을 지었다. 모두들 제각기 다른 표정을 지었다. 비단 그들뿐만 아니었다. 정파의 수장들과 마교의 호법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모두들 송현이 사라진 허공만을 보았다. 그렇게 차 한 잔 마실 시간이 흘렀다.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을 만큼 고요했다. “사, 사방신... 내 현세에서 사방신을 볼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거늘... 천존님이 은 혜를 내리신 것인가? 무량수불!” 청수 도인은 나직한 목소리로 도호를 내뱉었다. 이내 공터에 모은 이들을 한 번 훑어보고는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모두들 무당파를 떠나 주시지요.” 잔잔한 음성이었다. 허나 그 뜻은 그렇지 않았다. 축객령을 내린 것이었다. 어찌 보면 엄청난 발언이었다. 한두 명도 아닌 정파들과 마교 전체에 대한 것이었으니 말이다. 청수 도인은 군중과 각 수장들에게 가벼운 목 인사를 하고는 이내 몸을 돌렸다. 각파 수장들은 한참 청수 도인이 사라진 뒷모습을 보더니 이내 나직한 한숨을 내뱉었다. “모두들 철수를 한다.” 화산파 장문인 고천설의 고요하면서도 힘 있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고천설의 명에 따라 화산파 제자들은 제각기 자신들의 병기를 챙기고는 이내 자신들의 객사로 향했 다. 금정산 역시 자신의 병기를 주워들고는 이내 송현이 사라진 곳을 바라보았다. “휴우!” “대 사형, 안 가십니까?” 화산오검 중 셋째인 옥빈영의 목소리가 들렸다. “가야지!” 금정산은 다시 한 번 빈 하늘을 보고는 다른 화산파 제자들을 따라 자신의 객사로 향했다. 고천설의 목소리가 나오고 나서 다른 각파 수장들 역시 제자들을 데리고 하나 둘 씩 사라졌다. 유독 점창파 두경승과 종남파 추무방 만이 못 마땅한 시선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허나 둘이서 각 정파들의 철수를 막지 못하였다. 이내 그 사실을 인지하고는 신경질 적인 목소리를 내었다. “가자!” 정파의 마지막으로 철수를 하던 둘은 철무정과 소도성, 연사홍을 향해 살기를 내뿜고는 확 몸을 돌 렸다. 철무정을 비롯한 호법들은 따가운 그들의 시선을 느꼈다. 소림, 무당, 화산, 제갈세가를 제외하고는 다른 문파들과는 강렬한 시선을 자신들에게 내뿜는 것 을 고스란히 받았다. “우리도 철수를 한다.” 철무정은 강하게 주먹을 쥐었다. “호법들도 가시지요.” “예, 소교주!” 철무정 역시 금정산과 마찬가지로 송현이 사라진 허공을 잠시 보고는 이내 시선을 돌렸다. 두 손을 가슴에 얹고는 하염없이 송현이 사라진 하늘만 보고 있는 양설린의 모습이 보였다. “사매.” 자신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 양설린의 얼굴에는 한가득 슬픔이 묻어나왔다. “철 오라버니.” 언제라도 눈물이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두 눈 가득 눈물이 고여있었다. 철무정은 한 걸음 다가가 설린의 어깨를 토닥거렸다. “철 오라버니, 흑흑흑.” 이내 양설린은 참았던 감정을 드러냈다. 철무정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는 이내 눈물을 쏟았다. 철무정은 아무 말 없이 그저 양설린의 등을 쓰다듬기만 했다. 한참을 울고 난 양설린은 자신의 감정을 추수리며 철무정의 품에서 벗어났다. “가가를 다시 볼 수 있겠죠?” “아무렴! 형님은 사매를 다시 찾아올 거야. 너무 걱정하지마! 형님이 다시 사매를 찾아왔을때 건 강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지 않겠니?” “예.” 철무정의 말에 양설린은 조금 안정이 되었는지 애써 웃음을 지었다. “이제 돌아가야지? 안 그래, 사매?” “예.” 둘은 밝은 표정을 지으며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는 마교의 무사들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무림대회의 막이 내려졌다. 이번 무림대회는 어느 무림대회보다 사건도 많았고 많은 말을 남긴 그런 무림대회가 되었다. 끝을 못 본 무림대회. 비무에서의 음독 사건. 점창파와 종남파 장문인의 암살 미수 사건. 모두가 호사가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무림에 숱한 말들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호사가들은 말한다. 과연 송현이 누구인가라고... 상식을 벗어난 사술을 쓰는 자이자 도교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이 믿는 사방신을 부리는 자. 상반된 매력을 흠씻 풍기는 송현을 호사가들이 그를 언급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더욱이 마천승룡이란 별호를 한 번 더 사람들의 기억에 각인 시켜주는 계기가 된 것이었다. 그 사실을 송현은 아는지 모르는지 평온한 시간을 가지고 있었다. 어느 한 적한 장원 앞에 하얀 빛이 생겼다. 그 빛이 사라졌을 때 무당파에서 홀연히 사라진 송현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는 입가에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 ‘역시 집이 좋기는 좋은가 보구나! 아무 이유 없이 미소가 지어지는걸 보면 말이야!’ 대문을 향해 경쾌한 걸음으로 걸어가 문을 살며시 열었다. 다행히 문은 잠겨져 있지 않았다. 평소 손질을 잘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그 어떤 마찰음도 들리지 않고 부드럽게 문이 열렸 다. 슥삭 스스슥 문을 들어선 송현의 귀에 빗질 소리가 들렸다. 자신이 들어온 것도 모른 채 열심히 마당을 청소를 하고 있는 장삼의 모습이 보였다. “아저씨!” 송현이 부르는 소리에 장삼은 빗질을 멈추고는 고개를 돌렸다. “도... 련님!” 장삼은 손에 들고있던 빗자루를 던지고는 뛰다시피 다가와 송현의 두 손을 꼭 잡았다. 그리고는 이내 송현의 여기저기를 살폈다. “건강해 보이셔서 다행입니다. 아구구구, 제가 더러운 손으로 도련님의...” 장삼은 이내 일을 하면서 자신의 손이 깨끗하지 못함을 알아채고는 슬그머니 송현의 손을 놓았다. 송현은 아무렇지 않은 듯 더욱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손을 놓는 장삼의 손을 다시 쥐었다. “누가 더럽다고 해요. 저는 장삼 아저씨가 이렇게 제 손을 잡아 주지 않았더라면 오히려 섭섭했 을 거예요.” 송현의 밝은 웃음 소리에 장삼은 따뜻한 눈빛을 띠었다. “참! 제 정신도... 저하고 이렇게 있을께 아니라 어르신을 찾아봬야지요?” “그러네요! 어머니도 함께 계시는가요?” “예, 아마 같이 차드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으실 겁니다.” “그럼 나중에 다시 이야기를 하지요.” 송현은 장삼과 헤어져 안채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 놈, 학비야! 이 할애비가 너에게 그렇게 일렀거늘...” “죄, 죄송해요.” “하라는 공부는 왜 안 하는 것이냐?” “그게...” “부인, 가서 싸리회초리라도 하나 들고 오시구려!” “우아아아! 하, 할아버지...” 송현은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기분 좋은 미소가 지어졌다. 조금은 거칠게 살아온 자신의 제자인 학비가 자기가 생각했던 것보다 적응을 잘 하고 있는 것 같았 다. 타다닥 콰당 방문이 활짝 열리며 학비가 뛰쳐나왔다. “할아버지, 다음부터는 꼭 시키신 것 잘 할게요. 한 번만 용서해주세요. 이 귀여운 학비는... 어 어어!” 턱... 꽈당. 앞도 안 보고 뛰어나온 학비는 송현과 부딪혀 뒤러 넘어지며 엉덩방아를 찌었다. “아구구구, 내 엉덩이...” 학비는 과장된 아픔을 나타내며 자신의 엉덩이를 문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스, 스승님?” “녀석! 잘 지냈느냐?” “예!” 학비는 송현을 보고는 이내 송현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녀석, 정에 굶주렸었구나!’ 송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학비는 송현의 품에서 푹신함을 느끼고는 송현의 가슴부분을 유심히 보 았다. 한 마리의 하얀 고양이가 송현의 품에서 나른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졸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우와와! 너무 귀엽다.” 학비는 탄성을 지르고는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송현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이내 송현은 학비의 뜻을 알고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학비는 뒤 발꿈치를 들고 손을 뻗어 송현의 품에 있는 백호를 살며시 꺼내 안았다. “귀엽다!” 학비는 백호를 자신의 볼에 가져다 대고는 이리저리 비볐다. 백호는 자다말고 이상한 기분을 느끼고는 잠이 덜 깬 표정을 지으며 눈을 떴다. 그 모습이 얼마나 귀여웠던지 학비는 백호를 꽉 안았다. “스승님, 이 고양이는 어디서 샀어요? 주었어요? 이거 키우실 거죠? 나도 이런 애완동물을 가지 고 싶은데...” 학비는 백호가 마음에 들었는지 연신 송현의 대답도 듣지 않으며 질문을 쏟아부었다. 백호는 멍한 표정을 지으며 송현과 학비를 연신 번갈아보았다. 『애, 애완동물... 우아아아! 이, 이 건방진 꼬마 누구예요?』 『내 제자야!』 『주인... 아얏!』 송현에게 불만이 가득찬 말을 할려던 백호는 끝내 말을 있지 못했다. 학비가 백호의 볼을 꼬집었기 때문이다. “야오옹!” 백호는 아픔을 느끼고는 무심결에 울어버렸다. “울음소리도 너무 귀엽다! 이렇게 귀여운 고양이는 한 번도 본적이 없는 것 같아요, 스승님!” 학비는 백호를 보며 더욱 사랑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고, 고양이... 우아아아! 왜 내가 고양이냐고! 나는 백호란 말이야! 백호! 주인님 저 건방진 꼬 마에게 말 좀 해주세요.』 백호는 연신 불만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송현은 살짝 웃음을 터트렸다. “이 놈! 학비야!” 그 때 학비의 뒤를 따라 송시문이 방 밖으로 나왔다. “이......” 송시문은 학비와 같이 있는 송현을 보고는 석상이 된 듯 그 자리에서 우두커니 몸을 세웠다. 그 모습에 학비는 번개와 같은 움직임으로 송현의 등 뒤로 숨어버렸다. 송현은 그런 학비의 모습에 마음속으로 웃고는 시선을 송시문을 향했다. “소자, 지금에야 도착했습니다.” 송시문은 그런 송현의 말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한동안 바라보고는 방쪽으로 몸을 돌렸다. “들어가자꾸나!” “예, 아버지!” 송현은 송시문을 뒤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향긋한 차 내음이 코끝을 간질였다. 넉 잔의 찻잔에서 모락모락 김이 올라왔다. 찻잔 앞으로 오랜만에 송현의 가족이 모인 자리였다. 단지 한 명의 어린 소년이 자리를 더하고 있었다. 학비였다. 김이 올라오던 찻잔이 바닥을 보일 때쯤 여러 가지 말들이 오고갔다. 가장 큰 이야기 거리는 송현이 집을 떠나서 생활을 한 것과 학비에 대한 것이었다. 송현은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간략하게 부모님께 전해 들였다. 물론 무림에 대한 일은 하지 않았다. 걱정하실 부모님을 생각해서이다. 특히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에 대해서 가장 많이 걱정을 해주신 송시문 때문이기도 했다. 송현 자신의 이야기가 끝이 나고 학비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갔다. 지금은 송현의 집에서의 생활이 익숙해진 듯했다. 처음에는 서로가 고생이 많았다고 했다. 아무래도 학비가 이런 생활을 하지 못하고 세상을 먼저 알았기에 충돌이 많았다. 학비는 이내 사람의 정에 대해서 느끼게 되었다. 무엇보다 송시문과 여문희의 따뜻한 마음이 학비의 상처받은 어린 마음을 달래준 듯 보였다. 지금은 송현의 제자를 떠나 송시문과 여문희에게 할아버지, 할머니의 호칭을 사용할 만큼 마음을 나누었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는 내내 송현은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내가 학비를 잘 보았구나! 참으로 잘 된 일이야!’ 송현은 그런 마음에 흐뭇한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가 길어지자 학비는 몸을 한시라도 가만두지 못했다. 자꾸 창문 밖을 힐끔힐끔 쳐다보곤 했다. 그런 행동이 계속 이어지자 어느 누구라도 모를 리가 없었다. “학비야!” “예, 할아버지!” “이제 나가서 놀거라!” “정말요?” “허허허! 녀석, 이 할애비가 마음이 바뀌기 전에 나가는 것이 좋을 것이야. 음... 그럼 공부 숙제 라도 시킬까?” 송시문은 인자한 웃음을 터트리며 학비를 은근히 바라보았다. 우당탕탕탕 송시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학비는 그 자리에 없었다. 정말 쏜살같은 빠름이었다. 그 모습에 한바탕 웃었다. 송현은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학비의 공부는 어떻습니까?” “공부라... 현아! 너는 저 애를 어떻게 거두게 되었느냐?” 송현은 비교적 자세히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렇구나! 그래서 그렇게 어두웠던 것이구나.” “그래도 본심은 착한 아이이니 현이 네가 잘 지도를 해야 될 거야.” 조용히 웃음만 지으며 두 부자를 보던 여문희가 처음으로 입을 띤 것이었다. 여문희의 표정에는 학비를 걱정하는 빛이 보였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정이 많이 들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현아, 너는 학비를 어떻게 할 생각이냐?” “아버지, 어머니도 아시겠지만 제자로 받아들일 생각입니다. 본성도 나쁜 아이가 아닐뿐더러 학비 가 가지고 있는 재능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은 살아온 것이 있어 조금은 거칠게 느껴 지지만 앞으로 잘 다듬으면 옥처럼 빛을 낼 수 있는 아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생각을 하는구나!” 송시문은 찻잔을 들어 가볍게 입을 축였다. “그 아이의 재능이 뛰어나더구나! 꼭 어릴 때 너를 보는 것 같았다.” 송시문의 말에 송현의 얼굴은 한껏 밝게 피어올랐다. “단지 그 애가 이제까지 공부를 하지 못하여서 아직은 학문 수양이 낮기는 하나 곧 좋은 결과를 낼 것으로 기대를 한단다.” “정말 반가운 소리군요.” 송현은 송시문이 다시 입을 열었을 때 나온 ‘단지’라는 단어가 나와 사실상 조금 긴장을 하였다. 다행히 자신이 우려했던 일이 아니라고 안도의 한숨을 마음속으로 내뱉었다. 그렇게 부자의 상봉의 해우가 끝이 나고 송현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편안함을 느꼈다. 자신의 방에 있는 가구들이 고급이어서 편안한 것이 아닌 마음에서 피어오르는 편안함이었다. 자신의 그런 기분을 아는지 백호를 제외한 나머지 셋의 사신수들도 송현의 품에서 벗어나 제각기 자리를 잡았다. 주작은 불의 기운을 타고난 존재였지만 새의 형상을 해서인지 침상의 모서리 위나 가구 등의 위에 자리를 잡았다. 현무는 침대 밑으로 기어들어가고는 그대로 석상이 된 듯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청룡은 수의 기운이 강한 욕실이 있는 곳과 송현을 번갈아보며 한참을 고심하더니 결국은 이곳도 저곳도 아닌 중간의 자리에서 똬리를 틀고는 자세를 잡았다. 모두들 자신들이 더 좋고 편안한 곳으로 가지 않고 송현의 근처에서 자리를 잡는 것을 보면 송현 에 많은 의지를 한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끼이익 창문이 조금 열리면 하얀 물체가 안으로 잽싸게 들어왔다. “야오옹!” 백호는 조금은 신경질적인 행동을 보내주고는 그대로 송현의 침상위로 뛰어올라갔다. 『주인님, 무슨 그런 꼬마가 다 있어요? 에휴!』 송현은 그 모습을 보며 한편으로는 안쓰러움이 생겨 등을 쓰다듬어주려고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백호는 정말 고양이처럼 털을 곤두세우며 발톱을 부라렸다. 『건들지 마세요. 정말 피곤한 하루였어요. 잘 거예요.』 백호는 한 번 눈을 흘기고는 다시 침상의 이불 속으로 파묻혔다. 송현은 그 모습에 어이가 없음에도 한편으로는 자신 역시 귀엽다는 생각을 가졌다. “자! 그럼 나도 씻고 자 볼까?” 송현은 욕조를 향해 길을 걷다가 청룡이 똬리를 틀고 있는 모습이 들어왔다. ‘오호! 좋은 생각이 났군!’ 송현은 장난기가 발동을 했다. 『청룡!』 『왜 불렀습니까?』 ‘거참 적응 안 되네! 아무리 물과 빙의 속성을 타고난 녀석이라고는 하지만... 쩝!’ 『씻겨죠!』 송현은 과거 마법사나 정령술사가 그랬던 것처럼 물의 정령을 이용하여 샤워를 하려고 하였다. 『뭐, 뭐라고 했습니까?』 『못 알아들었어? 씻겨 달라고.』 송현은 아무런 것도 아니라는 투로 가볍게 대꾸를 해주었다. 송현의 귀에 주작과 현무가 속삭이는 것이 들렸다. 백호는 피곤한지 아예 신경을 끄고 있었다. 송현은 애써 그들의 속삭임을 무시하고는 누구라도 무안할 정도로 빤히 청룡을 뚫어져라 바라보았 다. 청룡은 엄청난 갈등을 하는 것 같았다. 이내 고개를 떨구었다. “츄르릅 츄르릅.” 청사 모양을 하고 있는 청룡은 한숨을 쉬는 것 같았다. 물론 표현이 되기로는 혓바닥을 낼름거린 것에 불과하지만 말이다. 청룡은 너무한다는 표정을 지으며 송현의 앞으로 기어갔다. 쏴쏴쏴쏴쏴 강렬한 물줄기가 공중에 생기더니 이내 송현의 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음... 이거 청룡이 따라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의외의 소득이구나! 이거 너무 시원하고 깨운한데!’ 송현은 만족감을 느꼈다. 온 몸이 상쾌해짐을 느끼며 청룡의 목욕 시중(?)은 끝이 났다. 흡족한 미소를 띤 송현은 야릇한 눈빛으로 백호를 쳐다보았다. 어느 순간부터인지 백호도 그 광경을 보고 있었다. 근데 송현의 음흉한 미소가 자신을 향하자 백호는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서, 설마...』 백호는 뒷걸음치며 온 몸을 떨었다. 『싫어요! 못해욧!』 백호는 송현이 말을 꺼내기 전에 이미 못을 밖아 버리는 투였다. 『백호야! 이 주인님이 피곤해서 그래!』 주작과 현무는 그 광경이 재미가 있는지 연신 대화를 주고받으며 웃음을 날렸다. 백호의 뒷걸음질을 멈추게 한 말이 튀어나왔다. 『나도 했어! 너도 해!』 청룡의 아주 깔끔한 한 마디였다. 백호는 굳어버린 몸으로 간신히 눈동자만 돌려 청룡을 보았다. 청룡은 굳은 의지의 눈빛을 백호에게 강하게 쏘았다. 『휴우!』 백호는 이내 한 숨을 쉬고는 바람을 일으켜 송현의 몸을 말려주었다. 개운함을 느낀 송현은 밝은 표정을 짓고는 잠자리에 들려고 하였다. “현아! 자니?” “어머니? 아뇨, 아직 안 자고 있어요.” 송현은 그 자리에서 재빨리 일어나 자신의 방문을 열었다. 여문희가 간단한 과일을 깍아 쟁반에 담아 왔다. “들어오세요!” 송현은 안으로 들어가 탁자로 향했다. 여문희는 자신이 들고 온 과일 접시를 탁자에 올려다놓으며 의자에 앉았다. “그래 몸은 건강하고? 어디 다친데는 없지?” 송현은 송시문과는 다른 포근함을 여문희에게 느꼈다. 어느 집이든 다 그렇겠지만 엄격한 아버지와는 다른 친근감이 있는 어머니가 좀 더 이야기 하기 가 편한 것은 사실이었다. 이런 저런 못다한 정을 나누는 대화들이 오고갔다. 그런데 간간이 여문희가 백호를 보는 것이었다. “저기... 현아!” “예, 말씀하세요.” “저기, 저 흰 고양이 말이다.” “네? 희, 흰 고양이요? 푸훗.” “이 어미가 하룻밤만 빌리면 안 되겠느냐?” 송현은 한 순간 중년의 여인에서 소녀같은 표정으로 바뀌는 것을 보았다. 고개를 돌려 백호를 보았다. 새근새근 자고 있었다. ‘미안하다. 백호야!’ “그러세요.” “정말이냐?” “그럼요!” 송현은 여문희를 향해 웃음을 보여주었다. 여문희는 얼굴 활짝 피면서 살며시 백호를 안아들었다. 갓난아기라도 다루는 듯 했다. 사뿐사뿐 걸음을 띠며 문소리조차 내지 않고 송현의 방문을 열고 나가며 송현에게 가벼운 인사대 신 웃음을 보내주었다. 여문희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는 내내 백호에게 미안하다는 말만 중얼거렸다. ‘미안하다! 백호야!’
다음날 아침 송현은 오랜만에 가족들과 함께 아침 식사를 한다는 마음에 조금은 들떠 있었다. 과거에서 경험해보지 못한 가족간의 끈끈한 정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마음이 그래서인지 송현은 깔끔한 옷으로 갈아입고서 식사를 하러 갔다. 송현이 도착을 했을때 송시문과 학비가 먼저 와서 자리를 하고 있었다. “간밤에 평안하셨습니까?” “너도 잘 잤느냐?” “예!” 서로 밝은 얼굴로 아침 인사를 나누고 송현은 송시문의 맞은 편으로 가서 자리를 했다. “스승님, 잘 주무셨어요?” “그래 너도 잘 잤느냐?” “네!” 학비는 송현과 아침 인사를 나누면서 연신 송현의 주위를 살폈다. “왜 그러느냐?” “저... 고양이는 어디 갔나요?” “고양이? 아! 백호를 말하는구나! 어젯밤에 어머니께서 잠시 데리고 가셨단다.” “네!” 학비는 조금은 처진 표정을 지었다. 식사를 하기 전 간단한 차를 마시며 여문희를 기다렸다. 아침 식사 시간이 훨씬 넘겼음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덜컥! 방문이 열리며 처음 보는 여인이 안으로 들어섰다. 아마 자신이 없는 사이에 새로 들어온 시종인 모야이었다. “어르신, 사모님은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그러니 먼저 식사를 하시는 것이 어떠세요?” 송시문은 학비가 애써 말은 하지 않았으나 배가 고파하는 것을 알고는 그 시종에게 고개를 끄덕였 다. “그렇게 하도록 하지!” 그 시종이 나가자 이내 음식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침이었으나 오랜 만의 가족 식사라서 그런지 조금은 기름기가 있는 음식들도 눈에 들어왔다. 송현은 아침부터 거북스러움을 가지기 싫어서 그저 맑은 냉채와 함께 야채 볶음 요리를 주로 입에 댔다. 야채를 조금 덜어 다시 입에 넣고 씹으려는 찰나 문이 열리며 여문희가 안으로 들어왔다. “늦게 와서 죄송해요.” 밤을 지새웠는지 조금 눈이 충렬 되어 있었다. 송현은 입안에 음식이 있는지라 그저 눈으로 아침인사를 하였다. 다시 자신의 음식으로 시선을 돌리려는 찰나 여문희의 품에서 바둥거리는 것이 보였다. ‘응, 뭐지? 옷이... 엥?’ 송현의 눈에 들어온 것은 바로 백호였다. 송현이 백호를 바로 알아볼 수가 없었던 것은 다름 아닌 백호의 변신 때문이었다. 완벽한 변신, 완전한 애완동물로의 변신이 되어있었다. 백호는 마치 송현이 즐겨입는 청색 계열의 학사풍 장의를 축소를 시켜놓은 듯한 옷을 입고 있었다. 거기에 한술 더 떠 학사건도 머리에 쓰고 있었던 것이었다. 바지에 구멍을 내어 꼬리를 빼어져 있었고 그 끝에는 같은 청색의 색실이 아담하게 묶여있었다. 다행히 신발은 구할 수가 없었는지 만들 수가 없었는지 신겨있지는 않았다. 송현은 웃음으로 인해 음식이 입에서 튀어나오려는 간신히 참았다. ‘후우, 후우! 아이고 배야! 참 어머니도...’ 그것은 완벽한 여문희의 작품이었다. 왜냐하면 자신이 입는 옷은 여문희가 만들어준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송현은 애써 웃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시선을 띠려고 하는 사이 백호의 목에 이상한 띠를 발견했다. 그것은 개들이나 목에 차는 일종의 개목걸이였다. 상식적인 사람들이라면 결코 고양이 목에 개목걸이와 같은 것을 달지는 않는다. 허나 여문희는 너무나 귀여운 백호의 모습에 그만 그 사실을 까먹고 만 것이다. 오로지 백호의 귀여움을 극대화시키기 위하는 것만을 생각했었다. 허나 아이러니하게도 그 목걸이가 백호와는 너무나도 잘 어울린다는 것이다. 송현은 그 모습에 더는 참지 못하고 웃음보를 터트리고 말았다. 비단 송현 뿐만 아니었다. 송시문도 그러했고 학비도 그랬다. “푸하하하하.” “하하하하하.” “헤헤헤헤.” 백호는 눈 한가득 물기가 서려있었다. 하룻밤사이 고초가 얼마나 심했는지 오동통한 얼굴에 살이 쫙 빠져있었다. 근데 그 볼살이 빠지면서 초롱초롱한 두 눈이 더욱 크게 보였다. 그것도 아주 반짝이도록... 『사신수들의 망신이야!』 주작의 앙칼진 목소리가 들렸다. 『인정!』 청룡의 목소리는 차가우면서도 깔끔했다. 『쯧쯧쯧!』 현무는 그저 노인의 목소리로 혀를 차기만 했다. 백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마음속으로 한 없이 울어야만 했다. 그 날 오후부터 송현은 하루의 대부분을 학비와 보내었다. 물론 그 시간에 백호는 여문희에 의해 나날이 예뻐져만 갔다. 송현이 학비에게 가르치기 시작한 것은 마나심법과 룬어였다. 학비의 마나를 느끼는 수준은 과거 대륙시절에서도 찾기 힘들 정도로 영재에 가까운 소질을 보여주 었다. 마나심법의 수련 속도는 송현의 예상을 훨씬 뒤집어 엎으면서 발전에 발전을 해나갔다. 더불어 송현이 학비를 가르치는데 더욱 재미를 느끼게 했던 것은 룬어 학습에 대한 성과였다. 인간이라면 자신이 접하지 못한 언어를 배운다는 것이 무척이나 어렵다는 것을 안다. 허나 학비는 그러한 사실을 무시하는 듯 엄청난 속도로 익혀나갔다. 송현의 생각에 그 동안 삶에서 감추어져 있던 학구열이 표출되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했다. 송현은 송현 나름대로 가르치는 맛이 있어 더욱 학비에게 열성을 쏟았으며 학비는 학비대로 배우는 맛에 흠뻑 빠져 송현이 가르치는 그 이상을 보고자 했으며 익히려는 열성을 보였다. 송현은 자신이 만들어놓은 마법진에서 마나 심법을 수련하는 학비를 보고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불과 1년 반! 1년 반 사이에 학비는 3서클에서 벋어나 4서클로 치닫고 있었다. 실로 엄청난 발전이었다. 어느 누가 마법을 배워 1년 반 사이에 4서클을 눈앞에 둔다는 말인가? 이런 기적 같은 일은 학비의 놀라운 재능에 송현이 만든 마나 심법과 마법진에 의해 이루어진 결과 물이었다. 우우우우웅 마법진에서 들려오는 진동 소리가 아닌 이질적인 음이 송현의 귀에 들어왔다. ‘녀석! 그렇게 밤낮으로 열성을 다하여 수련을 하더니 결국은 4서클에 오르는구나!’ 송현은 이내 집필묵을 꺼내어 간단한 서신을 썼다. 잠시 일이 있어 며칠 여행을 떠난다는 내용이었다. 송현은 서신과 함께 4서클의 마법서를 마법진 앞에 놓았다. ‘이제 어려운 고비는 넘어갔으니 당분간 없어도 될 것이야. 자! 그럼 출발해볼까?’ 송현은 자신이 만든 워프용 지도를 꺼내고는 환수들이 많이 산다는 장백산으로 목적지를 정했다. ‘일단 장백산으로 바로 갈수는 없으니 장백시로 가볼까?’ 길림성 내 조선과 맞붙은 조그만 장백시. 명나라의 어느 한 구석 변두리에 자리하고 있어서 일까 조금은 어색한 사투리들이 송현의 귓가에 들렸다. 조선이란 나라와 붙어서인지 간혹 자신이 알지 못하는 언어들도 들렸다. ‘장백산이라... 과연 포션을 만들 수 있는 영물들이 있을까?’ 송현은 자신이 배운 의술에서 장백산에서 나는 약초 등이 효과가 가장 좋으며 신비한 영물들이 많 이 있다는 것을 배운 적이 있었다. 그리해서 송현이 지금 장백산으로 온 것이었다. ‘일단 오늘은 근처에서 하룻밤을 보낸 후 내일 올라가봐야겠구나!’ 근처를 둘러보았다. 마침 눈앞에 자그만 객잔이 눈에 보였다. 그 곳에서 간단한 식사를 마치고 자신의 방에서 밤을 맞이했다. 조금은 딱딱한 침상에서 몸이 베겨 쉽사리 잠이 들지 못하였다. 은은한 달빛이 창문을 넘어와 송현의 머리를 비추었다. 결국 송현은 침상에서 일어나 창가로 갔다. 만월이었다. 신비스러우면서도 밝은 그런 달이었다. “설린...” 송현은 자신도 모르게 양설린을 읊조렸다. 자신이 무림에서 사라진지 1년 반이 되었다. 그 사이 대략 세 번 정도만 그것도 아주 짧은 시간동 안 잠시 만난 것이 다였다. “가가.” “설린!” 송현은 양설린과 산책을 하고 있었다. 마교의 위치상 화려한 절경을 보여주는 곳이 없었지만 둘이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그 둘은 좋았다. 허나 둘의 이런 감정을 남들에게 보여줄 수는 없었다. “휴우!” 양설린의 조그만 한숨소리에 송현은 자신의 팔을 들어 양설린의 어깨를 살며시 감싸 앉았다. 송현 자신도 그저 양설린에게 어깨를 빌려준 것 말고는 아무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정파와 마교의 전쟁! 무당파에서 사라진 후 얼마가지 못하고 다시 한 번의 충돌 후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정파와 마교 의 부딪힘은 많아져만 갔다. 이미 시작된 불신과 깊어진 골은 쉽게 없어지지 못하였다. 그리고 끝내 정파와 마교 간의 전쟁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무림에는 하루도 피가 마르는 날이 없었다. 날이 갈수록 더욱 치열해져만 갔고 비명소리가 하늘에 덮이고 있었다. 가슴이 아팠다. 마교, 정파 어느 한 곳도 정을 안 준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송현은 애써 그들을 무시해왔다. 그러한 사정으로 송현은 양설린 마저 자주 만나지 못하였다. 더욱 양설린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오늘따라 양설린을 안고 있는 팔에서 더욱 힘이 들어갔다. “설린...” “가가...” 비록 아무 말이 없었으나 그 둘은 서로의 마음에 대해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입술이 포개어졌다. “휴우...” 상념에서 벗어난 송현은 한 숨을 내 쉬었다. 답답해지는 마음을 다 잡고는 다시 침상으로 몸을 돌렸다. ‘밖으로 나온 김에 설린이나 찾아가봐야겠다. 이번에 부모님께도 소개를 시켜드리고 말이야.’ 그런 마음을 굳히자 조금은 마음이 편해졌다. 이불을 더욱 끌어 머리까지 덮고는 잠을 청했다. 바스락 바스락 낙엽 밟는 기분 좋은 소리가 들렸다. 이른 아침 간단히 요기를 한 송현은 장백산 중턱에 올라와있었다. “흐읍! 후우...” 깊게 숨을 들어마시자 가슴 깊숙이 시원함을 느꼈다. “이제 시작을 해 볼까?” 송현은 플라이 마법으로 몸을 하늘로 띠웠다. 산세 곳곳이 한 눈에 들어왔다. 푸른빛이 감도는 산경은 너무나도 보기가 좋았다. ‘기이한 약약들이나 영물들은 산세가 험한 곳에 있다고 하니... 보자... 올치 저 곳을 일단 둘러 보아야겠다.’ 송현은 빠른 속도로 눈에 띠는 곳으로 날아갔다. 자신의 플라이 마법이 아니라면 무림의 고수들도 쉽게 접근하기 어려울 정도로 험준한 곳이었다. 송현은 자신의 마나를 기운을 서서히 뿜어내기 시작했다. 상당한 마나를 갈무리하고서야 송현의 입에서 룬어가 흘러나왔다. “마나의 흐름을 알게 하리라, 마나 디텍트!” 두 눈을 감고 자연의 마나 흐름을 찾기 시작했다. 한 식경 정도 세세히 수색을 했으나 그 어떤 마나의 이질감을 찾지 못했다. 실망감이 감도는 표정을 지으며 송현은 한적한 터로 내려섰다. “피식.” 자신의 표정이 실망감에 물들어 있을 것이라 느낀 송현은 실소를 터트렸다. ‘하긴 천운 없이 아무나 찾을 수 있다면 영약이나 영물이 아니겠지.’ 송현은 그 날 상당한 마나소모를 감소하고 산 곳곳을 찾아다녔다. 어떤 영약이나 영물들도 송현의 눈에 띠지 않았다. 어느 덧 산정 끝으로 노을이 지는 것을 보고는 서둘러 산을 내려왔다. 산에서는 해가 늦게 뜨고 일찍 지는 것에 대해 아쉬움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일주일이란 시간동안 장백산 곳곳을 누비고 다녔다. 마나가 고갈될 정도로 많은 장소들을 순간이동으로 헤메고 다녔으며 마나의 흐름을 찾기 시작했다. 완벽하게는 아니지만 대략적으로 장백산을 다 둘러본 송현은 낙심을 하며 산속 깊숙이 자리한 어 느 폭포에 자리를 잡았다. 쏴아아아 쿠르릉 폭포의 시원하게 떨어지는 소리가 답답한 마음을 달래주었다. 어느 정도 마음이 안정이 되자 허기가 왔다. 품속에서 건량을 꺼내어 한 입 물었다. 아무 생각 없이 그저 허기를 달래며 폭포를 멍하니 쳐다보 았다. 오물오물오물... 흠칫! 송현은 입안의 건량을 씹을 생각도 하지 못하고 그저 두 눈을 부릅떴다. 꿀꺽. 입안의 것을 미처 다 씹지도 않고 급히 목으로 넘겼다. 그리고는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송현의 몸에서 서서히 마나가 흐르기 시작했다. “마나의 흐름을 알게 하리라, 마나 디텍트!” 송현의 정신을 더욱 폭포로 향하기 시작했다.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크하하하하하하.” 하늘을 향해 크게 한 번 웃고는 빠르게 폭포를 향해 몸을 날렸다. 쏴아아아. 강렬히 떨어지는 폭포의 물줄기를 헤치며 폭포의 뒤쪽으로 들어섰다. 송현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아주 미약하지만 송현의 감각에 매끄럽지 못한 마나의 흐름이 잡힌 것이었다. 폭포의 뒤쪽으로 왔을 때는 더욱 확신감이 들었다. 단지 폭포의 물줄기에 의해 물의 기운이 담긴 마나가 일종의 벽을 친 듯한 작용으로 미처 송현이 알아채지 못했던 것이었다. 폭포의 넘어 들어와 물의 기운이 담긴 마나를 벗어나자 더욱 이질적은 마나가 피부에 와 닿았다. “라이트!” 머리 위로 야광주와 같은 빛이 나는 구체를 만들고는 안으로 한 걸음씩 나아갔다. 천장 곳곳에서 물방울이 떨어졌다. 어떤 곳에서는 마치 비가 오는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많은 물방울이 떨어졌다. 송현의 눈에 비친 동굴은 사람의 흔적이 없었다. 아니 없을 수밖에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굴 곳곳에 비가 온다는 착각이 들정도로 많은 물방울 이 떨어지는 만큼 들어오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자신의 라이트 마법으로 된 구체나 양명주등이 아닌 횃불과 같은 것은 쓸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자박 자박 자신의 발자국소리도 상당히 크게 들렸다. 마나를 온 몸으로 돌리며 자신의 오감을 더욱 높였다. 희미하지만 이질적인 마나를 내뿜는 곳의 방향을 찾아낼 수 있었다. 제법 빠른 속도로 걸어갔다. 조금씩 마나를 확실히 느낄 수가 있었다. 제법 강렬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많이 가까워진 듯 했다. “대략 20~30m정도 떨어진 곳에 있을 것 같군!” 문득 m라는 단위를 오랜만에 쓴 것 같아 어색한 생각이 들었다. 현재 이곳에서는 다른 도량을 썼기 때문이다. 자박 자박 사락 자박 자박 사라락 툭 송현은 자신의 발자국소리가 아닌 다른 소리가 들리는 것을 알아차렸다. 사락 마음을 가라앉히며 자신의 기척을 숨겼다. 그리고는 아주 천천히 마나 디텍트 마법을 시행하며 투시 마법인 클레어보이언스 마법을 같이 사용 했다. 하나라고 생각했던 마나의 느낌이 둘이었다. 너무 가까이 있어 송현이 먼 거리에서 분간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하나는 분명 영약이다. 나머지 하나는... 헉!’ 기암에 몸을 숨기고는 자신을 향해 나직한 살기를 내뿜는 존재가 눈에 들어왔다. ‘청랑(靑狼)... 그것도 푸른빛이 나는 늑대라...’ 송현은 몸을 곧곧히 세우고는 청랑쪽을 주시했다. 청랑 쪽에서도 자신의 기운이 발각된 것을 알았는지 송현의 앞으로 나왔다. “크르르르.” 나직한 울음소리를 내었다. 그 소리에는 찐한 혈향(血香)이 풍겼다. ‘이것을 어떻게 해야 한다! 보아하니 영물인 것 같은데... 영약을 지키는 존재인가?’ 송현은 조심스럽게 한걸음 다가갔다. “크르르르.” 청랑은 더욱 몸을 바닥에 밀착시키며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냈다. “음...” 송현은 그 자리에 서서 청랑을 보았다. 청랑은 위협적인 소리를 계속적으로 송현을 향해 냈다. 송현은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 순간 청랑은 송현을 향해 느리지만 무거운 느낌을 주며 한발자국을 내밀었다. 일단 뒤로 물러나며 청랑을 보았다. “일단 물러나고 봐야겠구나!” 송현은 일단 청랑과 부딪히는 것을 피하고자 했다. “블링크!” 송현은 두세 번 연속으로 순간 이동을 하여 그 자리에서 바로 영약이 있는 곳으로 재빠르게 이동 을 했다. 순식간에 100여 m를 간 송현은 향긋한 내음이 나는 풀뿌리를 보았다. “음...” 송현은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지식을 동원했다. ‘하수오? 이 정도면 족히 몇 천 년 이상이다.’ 문득 하수오의 꽃망울이 보였다. ‘보, 보라색? 그, 그렇다면?’ 송현은 하수오에서 보이는 하얀색 꽃이 아닌 보라색의 꽃이 피려고 하는 것을 보았다. “마, 만년하수오! 얼마 시간이 지나면 만년을 채우는 구나!” 생각보다 엄청난 영약을 찾은 송현은 입이 찢어지도록 미소가 지어졌다. 타다닥 타다닥 탁! 빠른 발자국 소리와 함께 강한 도약의 소리가 들렸다. 송현은 고개가 젖혀지도록 돌렸다. “쿠아앙” 청랑이 날카로운 발톱을 한껏 치켜들고는 송현을 향해 강하게 휘두르고 있었다. “헉! 실드!” 까강. 큰 충격은 없었다. 허나 청랑은 생각도 못한 벽에 부딪히며 땅바닥으로 뒹굴렀다. “홀드!” 송현은 일단 안전을 위해 거미줄 마법으로 청랑의 몸을 땅바닥에 잡아두었다. “휴우...” 송현은 자세히 만년하수오에 다가가 살피기 시작했다. ‘잎도 그렇고 줄기도... 확실히 보름 안으로 만년을 채우겠구나!’ 어느 정도 조사를 끝내고 청랑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 곳에서 청랑은 무서운 눈빛을 하며 송현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송현은 청랑의 눈빛에서 강한 살기를 느꼈다. 그저 만년하수오를 지키는 것으로 보기에도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음... E.S.P. 마법을 사용해볼까? 가능할까?’ 송현은 과연 청랑의 생각을 읽을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졌다. 왜냐하면 E.S.P. 마법은 이성이 없는 존재의 생각은 읽기 어렵기 때문이다. 허나 일단 청랑의 영기(靈氣)를 조금 느꼈기에 일단 시행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E.S.P. !” 송현은 청랑의 기억을 비교적 생생하게 되짚어 볼 수 있었다. “음...” 청랑의 기억에 따라 시선을 돌렸다. 기억이 맞는다면 저 곳에 청랑의 새끼가 있을 것이다. 그것도 큰 상처로 인해 죽기 일보 직전인 새 끼가 말이다. 송현은 만년하수오와 청랑 그리고 청랑의 새끼가 있을 법한 곳을 번갈아보며 고심에 빠졌다. 만년하수오를 차지하자니 청랑이 새끼를 위해 목숨을 걸고 있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러자고 포기를 하자니 만년하수오가 가지는 매력에서 쉽사리 벗어나질 못했다. 머리가 복잡해지는 것을 느꼈다. 머리에 손을 얹으며 갈등을 하기 시작했다. ‘응?’ 송현의 눈에 조그만 못이 보였다. 잠시 머리를 식히기 위해 송현은 그 못으로 다가갔다.가볍게 손을 담그고 다시 세수를 했다. “아, 시원하다!” 두 손을 모아 물을 손에 담고는 입가에 가져다 대었다. 가볍게 입을 헹구려던 송현은 이내 물을 뱉어냈다. “퉷! 이, 이거 소금물 아니야?” 입가에 한가득 베어있는 소금기에 송현은 인상을 찌푸렸다. 입가의 소금기를 닦아내며 송현은 다시 뒤로 돌아섰다. 투둑 타다닥 타다닥 탁! 청랑이 홀드 마법을 깨고는 송현을 향해 달려들었다. “크르르르 커어엉!” 입을 한껏 벌리고는 날카로운 이빨을 번득였다. “메모라...” 송현은 자신의 반지에 담긴 파이어 에로우를 쓰려다 문득 청랑의 기억이 떠올랐다. 어리고 다친 자식을 위한다는 마음이 송현의 공격 마법을 사용을 자제하게 했다. “실드!” 송현은 뒷다리에 힘을 주며 자세를 잡았다. 까가가강 청랑이 실드와 부딪히며 송현은 조금 묵직한 충격을 받았다. 주르르르륵 송현의 발아래에 있는 이끼 때문에 뒤로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실수다! E.S.P. 마법이 통했다는 것은 보통 동물이 아니라는 것이었는데...’ 그러한 상황을 알아서인지 청랑은 다시 한 번 기세를 몰아 송현을 향해 덮쳐갔다. 다시 한 번 충돌로 인해 송현은 다시 1m가량을 미끄러졌다. “어... 어!” 그만 발 하나가 밑으로 쑥 꺼지는 것을 느꼈다. 풍덩! 송현은 조그만 못에 빠지고 말았다. 정신을 차려 못을 빠져나가려 했다. 잔잔하기만 하던 못은 송현이 빠지자 회오리 모양으로 급격히 회전을 하기 시작했다. “커헉! 커.. 꼬르르륵!” 더 이상 물 밖으로 얼굴을 내밀지 못하고는 이내 물밑으로 가라앉았다. ‘이, 이런... 이건 무슨 듣도 보지도 못한 괴사란 말인가...’ 마치 물밑 저 아래에서 누군가 자신을 잡아당기는 듯 빠른 속도로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송현은 숨이 목까지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서서히 정신이 잃어감을 느꼈다. 서서히... 『느꼈어?』 청룡은 순간 몸을 떨었다. 『음...』 『음...』 주작과 현무는 신음성을 냈다. 청룡은 지금 송현의 몸상태를 가장 잘 알수가 있었다. 물의 기운을 관장하고 있는 청룡으로서는 지금 다른 사신수 보다 더욱 선명한 느낌을 받았다.『백 호!』 청룡은 급한 목소리를 내며 백호를 불렀다. 『나, 나도 알아! 하, 하지만...』 청룡은 백호가 다른 곳도 아닌 여문희의 방에 있다는 것을 생각해냈다. 백호는 여문희에 의해 지금 패션쇼를 방불케하는 장면들을 보이고 있었다. 이제는 수십벌에 해당되는 옷이 여문희의 방 한쪽에 있었다. 그것도 이제는 따로 백호의 옷장을 만들어서 말이다. 『우아아아!』 『쯧쯧쯧!』 현무는 그런 백호를 향해 혀를 찾다. 『우리끼리라도 가자!』 현무는 바로 땅속으로 스며들었다. 그것을 본 청룡과 주작 역시 자신의 형체를 흐트렸다. 청룡은 수증기가 허공에 흩어지는 모습을 보였으며 주작은 한 순간 불길이 솟더니 이내 그 몸을 없 애버렸다. 청룡은 그 순간 최대한 자신의 기운을 이용해 송현을 찾아냈다. 놀랍게도 송현이 기운이 포착된 곳은 요녕성과 산동성의 가운데쯤 되는 해저였다. 청룡은 재빨리 송현에게 다가갔다. 안전한 곳으로 송현의 몸을 옮기려하였으나 이상하게 강한 물의 길이 있어 송현을 다른 곳으로 옮 길수가 없었다. 『이, 이런... 주인님의 마나만 받을 수만 있어도...』 청룡은 자신이 낼 수 있는 힘이 아주 미약함을 느꼈다. ‘이, 이대로는 주인님이 죽는다! 어쩌지?’ 『뭐해? 청룡! 백호를 불러! 주인에게 일단 숨을 쉴 수 있는 공기를 줘야 할 것이 아니야?』 현무의 갈갈한 노성이 터졌다. 그 순간 해저 깊은 곳에 커다란 공기 방울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이내 공기방울은 송현을 감싸기 시작했다. 『헉헉헉! 늦어서 미안해!』 청룡은 싸늘한 기운을 백호에게 쏘아보냈다. 『미, 미안하다고...』 『주인님이 죽고도 그런 소리를 해보지 그래?』 청룡은 더욱 강한 기운을 뿜기 시작했다. 그러자 안 그래도 거친 물살이 더욱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청룡 미쳤어? 주인님을 보호해야 할 것이 아니야?』 주작의 다급한 목소리를 들은 청룡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송현의 이동 방향을 바꿀 수는 없지만 최대한 안전한 방향으로 옮길 수는 있었다. 청룡과 백호는 최대한 송현을 안전하게 옮기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런 시간도 하루를 넘기고 있었다. 원래 마나를 많이 가지고 있지 못했던 청룡과 백호는 주작과 현무가 가진 마나까지 받으면서 겨우 송현의 안전을 도모할 수가 있었다. 그렇게 이틀이 흘렀다.
강소성에 바다를 낀 계동시의 어느 한적한 어촌 마을... 한 꼬마 아이가 모래사장의 어느 커다란 바위위에 갖은 폼을 다잡고 서있었다. “자! 제군들!” 그 아이는 지 딴에는 목소리를 깔며 시선을 앞으로 향했다. 다른 아이들이 그 아이의 앞에 열을 맞추어 서있었다. “대장!” 한 덩치가 좋은 아이가 바위위에 있는 아이에게 손을 들었다. “뭐지? 소호?” 덩치가 좋은 소호라는 아이는 머리를 끍적였다. “대장, 밥 먹고 하자!” “하하하하하.” “하하하하.” 아이들은 그만 웃음보를 터트렸다. 대장이라 불리는 아이는 기가 막힌 듯 자신의 이마를 잡았다. “휴우... 소호! 넌 여기서 밥 이야기가 나오냐?” “저기... 대장...” “지금은 밥 못 먹어! 저 윗마을 애들이랑 오늘 전쟁이라는 것 몰라?” 대장이란 아이는 허리에 두 팔을 괴고는 눈에 쌍심지를 켰다. 소호라는 아이는 조금은 주춤거리며 말을 더듬었다. “그, 그게 아니라...” “그게 아니면?” 대장이란 아이는 바위에서 내려와 소호라는 아이 앞에 섰다. 소호라는 아이의 덩치가 얼마나 좋은지 대장이라는 아이는 소호의 어깨까지밖에 안 왔다. 대장이라 불리는 아이도 또래치고 작은 키가 아니었다. “저, 저기...” 소호는 손가락으로 어느 한 곳을 가리켰다. 그 곳에 이상한 물체가 놓여져 있었다. “사, 사람인가 봐!” 한 꼬마 여자애가 떨리는 목소리를 내었다. “가보자!” 대장이라는 아이는 남들이 보라는 듯 어깨를 쫘악 피고는 앞으로 듬성듬성 걸어 나갔다. 그것도 잠시 바닷가에 쓰러져있는 사람 앞에 가서는 이내 겁을 먹은 듯 주춤거렸다. 쓰러져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송현이었다. 사신수는 자신들의 마나를 한 줌 남기지 않고 다 쓴 바람에 그 형체마저 사라져버렸다. 오로지 정신체로 다시 존재하게 된 것이다. 『이거 조금만 늦었으면 주인님이 죽을 뻔 했어!』 『뭐 주인이 정신을 차리면 다시 몸을 만들어 주겠지!』 청룡의 말에 현무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흘리는 말로 대답을 했다. 다른 두 사신수들도 그저 묵묵히 송현이 깨어나 자신들을 다시 불러주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대장 아이는 몸을 조금씩 떨더니 소호라는 아이를 보았다. “야, 야! 소, 소호! 네가 가서 저 사람을 건드려 봐!” “내, 내가? 대장이 안 하고?” 소호는 조금은 멍한 눈빛으로 소호를 쳐다보았다. “무, 무슨 말이 많아! 워, 원래 이런 일은 쫄다구가 하는 거라고!” “그렇구나!” 소호는 미안한 기색을 띠우며 송현을 향해 걸어갔다. 엎어져 있는 송현은 바로 눕히고는 송현의 코에 자신의 귀를 가져다 대었다. 미약하지만 숨소리가 들렸다. 소호는 밝은 기색을 띠며 다시 귀를 송현의 심장에 가져다 대었다. 심장 소리 역시 비교적 뚜렷하게 뛰고 있음을 알았다. “대장, 이 사람 살아있어!” 소호는 활짝 웃고는 대장에게 뛰어가 끌어안았다. 힘이 상당히 세서 대장 아이는 얼굴이 붉어졌다. “소, 소호! 이 손 못 놔!” “아, 알았어! 대장, 미안해!” 소호는 대장 아이를 놓아주고는 미안하다는 듯 고개를 푹 숙였다. 대장 아이는 그 모습을 보며 다시 한 숨을 내 쉬며 소호의 등짝을 소리가 나도록 때렸다. “소호! 사내대장부가... 자! 네가 힘이 가장 좋으니까 들쳐 업어!” “알았어!” 소호는 다시 활짝 웃어보이고는 송현을 번쩍 들어서 업었다. “근데 대장 어디로 가지?” “음...” “대장, 차라리 우리 집으로 데리고 갈게!” 대장 아이는 조금은 곤란함을 느끼다가 소호의 말에 얼굴 가득 웃음을 띠었다. “그럼 그렇게 하자! 이렇게 된 이상 다들 오늘은 해산!” 소호는 그 소리가 끝나기 무섭게 자신의 집으로 뛰어갔다. 송현이 어른임에도 불구하고 소호라는 아이는 무거움을 못 느끼는지 숨소리 하나 흐트러지지 않고 뛰어갔다. 한참을 뛰어간 곳은 허름한 판자집이었다. 어느 어촌 마을의 집이 그렇지만 소호가 간 집은 그 정도가 심했다. 콰당 소호는 그대로 문을 차고는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할아버지!” 소호는 자신이 쓰는 통나무로 된 허름한 침상에 송현을 눕혔다. 목소리가 얼마나 컸는지 온 집안에 쩌렁쩌렁 울렸다. “소호야! 왜 그렇게 소리를 지르느냐?” 한 노인이 어망을 한 손에 들고는 집으로 들어섰다. 자그만 체구의 노인이었다. “으으으...” 송현은 몸 이곳저곳에 통증을 느끼며 정신을 차렸다. 힘들게 두 눈을 떴다. 낯설은 방이 한 눈에 들어왔다. ‘이상하구나! 난 분명히 물살에 휩쓸렸는데...’ 낯설음을 느끼며 송현은 그 자리에서 일어나려했다. “크윽!” 온 몸에 통증을 느끼자 자신도 모르게 신음성이 터졌다. “어? 아저씨 깨어나셨어요?” 송현의 눈에 웬 아이가 들어왔다. 아이라고 하기에는 그 덩치가 너무나도 좋았다. 송현이 일어난 모습을 본 소호는 쩌렁쩌렁한 목소리를 냈다. “할아버지! 할아버지!” 송현은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 귓가가 멍함을 느꼈다. “녀석! 이 할애비 아직 귀 안 먹었다, 이놈아!” 한 노인이 사발을 들고서는 안으로 들어섰다. 송현에게 다가왔다. 이리저리 몸을 둘러보고는 입을 열었다. “그만해서 다행이오.” “노인장께서 저의 목숨을 살려주셨군요. 감사합니다.” 송현은 말을 하며 몸을 다시 일으키려했다. “으윽!” 약간의 신음성이 나오자 소호는 재빨리 다가가 송현을 부축했다. “고맙다! 으윽!” 노인은 송현에게 다가가 들고온 사발을 내밀었다. “마시게나!” 송현이 사발 안에는 누런빛의 죽이 담겨져 있었다. 구수한 냄새에 조금은 바다향이 느껴졌다. 아마 물고기를 푹 고은 것이리라 생각이 들었다. 죽 위에는 기름기가 살짝 도는 것으로 보아 꽤나 좋은 물고기로 정성을 다해 달인 것이 분명했다. 그 죽을 본 소호는 조금은 놀란 얼굴로 죽과 노인을 번갈아 보았다. “하, 할아버지! 이, 이것은...” “어허!” 노인은 조금은 노성을 띤 목소리로 소호의 말을 막아섰다. 그 말뜻을 송현이 모를 리가 없었다. 머뭇거리는 송현의 모습에 노인이 입을 열었다. “마시게나!” 송현은 노인을 바라보았다. “어허! 어른이 권하면 마시는 것일세! 젊은이!” 잠시 노인을 보고는 사발에 입을 가져다 댔다. 입안 가득 구수함을 느끼며 아무런 걸림이 없이 목으로 술술 넘어갔다. 사발을 다 마시자 노인은 다시 사발을 받아들고는 아무 말 없이 나갔다. 문 밖을 나갈 때 쯤 한 마디가 들렸다. “푹 쉬게나!” 그렇게 송현은 일주일간 몸조리를 할 수가 있었다. 대략 일주일이 지나자 송현은 자리에서 일어날 수가 있었다. 침상에서 일어나 송현은 집밖으로 나갔다. 일주일 만에 보는 따사로운 햇살이었다. 송현의 눈에 들어온 것은 그 햇살 아래에서 노인이 어망을 만지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일주일간 날씨도 좋았는데... 어째서 바다에 나가지 않고 어망만 만지는 것일까?’ 송현은 의문을 가지며 노인에게 다가갔다. “해 가리네!” 노인의 말을 들은 송현은 자신의 그림자를 보았다. 자신의 그림자가 노인을 덮고 있는 것을 느꼈다. “죄, 죄송합니다.” 송현은 얼굴에는 미안한 기색이 돌았다. 노인은 송현에게 고개도 들지 않고 입을 열었다. “땅 안 꺼지네!” “네? 네!” 송현은 그 말뜻을 알아듣고는 노인의 옆에 다가가 앉았다.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송현이라고 합니다.” “상 노인이라고 부르게!” “예! 상 노인!” “이름은 없네! 그냥 상 노인이라 부르게!” “예!” 다시 한 동안 침묵이 흘렀다. 송현이 보기에 상 노인가 손질하는 어망은 깨끗했다. 더 이상의 손질이 필요가 없는 듯 보였다. 허나 상 노인은 계속 손질을 하는 것이었다. “상 노인, 제가 보기에는 어망이 깨끗해 보이는데요.” “어부가 어망 손질을 해야지! 아니면 무얼 하겠나?” “일주일간 바다로 안 나가시는 것 같았습니다.” 송현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던 상 노인은 그제야 송현의 얼굴을 보았다. “내 가고 싶지 않아서 가지 않는 것이 아니네!” “그게 무슨 뜻인지... 제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휴우!” 상 노인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나 뿐만 아니라 이 근처 모든 마을의 어부들은 지금 바다로 나가지 못한다네!” 송현은 상 노인의 어두워지는 표정에 송현은 그저 침묵했다. 얼마의 시간이 흐르자 다시 상 노인의 입이 열렸다. “지금 바다에 용왕님이 노했다네. 그래서 수많은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었지! 지금은 아무도 무서 워서 바다로 못나가고 있다네!” 노인은 한참동안 어망만 보다가는 이내 어망을 정리하며 일어났다. “내 쓸데없는 소리를 했군! 몸조리 잘 하고 다 나으면 떠나게나!” 송현은 상 노인의 뒷모습을 보았다. 어떤 결심을 했는지 송현은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송현이 아무 말 없이 사라졌지만 상 노인은 달라진 것이 없는 생활을 했다. 언제나 똑같은 생활을 했던 것이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 소호는 눈가에 눈물을 머금고는 상 노인에게 뛰어왔다. “하, 할아버지... 흑흑흑! 취애 누나가... 누나가...” 상 노인은 그저 소호의 등을 쓰다듬어주었다. 상 노인이 왜 소호의 마음을 모르겠는가? 바다의 용왕이 노해서 그 노기를 가라앉히기 위해 처녀를 제물로 바치려는 것이다. 이번에 제물이 될 취애라는 여자는 특히나 소호를 어머니처럼 데리고 다니며 키운 고마운 여자였 다. 비록 소호와 나이차이는 얼마 나지 않지만 어릴 때부터 소호의 부모가 죽고 나서 그때부터 소호를 돌봐주었던 것이다. 소호는 한동안 상 노인의 품에서 울고 있었다. 송현은 일주일간의 잠적을 깨고 다시 상 노인의 집으로 왔다. 송현의 곁에는 한 마리 귀여운 흰 고양이와 자주빛 새가 있었다. 온 몸에 힘이 넘치는 것으로 보아 몸을 완전히 완쾌한 것이었다. 사실은 송현의 몸은 이미 3일전에 다 낳았다. 허나 이렇게 일주일이란 시간이 흐른 뒤 상 노인의 집으로 온 것은 용왕에 대해서 알아보고 왔기 때문이다. ‘용왕이라 불리는 것은 용왕이 아니다. 괴물일 것이다.’ 그렇게 결론을 내린 송현은 상 노인에게서 받은 은혜를 돌려주기 위해서였다. 송현이 갚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그 괴물을 없애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상 노인의 집에 왔을 때 상 노인과 소호의 이야기를 모두 들을 수 있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송현은 더욱 그 괴물을 없애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 노인도 송현을 보았는지 소호를 품에서 띠었다. “왔는가?” “예, 상 노인.” 소호는 슬픔에 잠겼는지 송현을 보지도 않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상 노인!” “왜 그러나?” 송현은 상 노인에게 한 걸음 다가갔다. “저를 그 용왕에게 대려다 주십시오.” 송현의 말에 평소 표정이 없던 상 노인은 눈을 부릅떴다. “미쳤군! 몸도 다 낳은 것 같으니 이만 갈 길을 가게!” “데려다 주십시오!” “비록 늙은 몸이지만 저 아이를 두고 이렇게 빨리 저세상으로 가고 싶지 않네! 그만 갈 길을 가 게!” “상 노인!” 송현은 조금 격한 목소리를 내었다. 이내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죄송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그 근처라도 데려다 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상 노인은 송현을 빤히 쳐다보았다. “자신있나?” “예!” 송현은 굳은 의지를 담으며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내 무인들을 잘은 모르지만... 아닐세! 가세나!” 상 노인 아무 말 없이 걸음을 옮겼다. 송현 역시 입을 다문 채 묵묵히 상 노인을 따라갔다. 그저 입을 다문 채 상 노인은 조그만 배를 바다에 띠웠다. 송현은 그 배에 몸을 실었다. 둘 다 아무 말이 없었다. 그저 침묵만이 흘렀다. 그 모습을 우연히 본 마을 사람들은 하나 둘 씩 모이더니 이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어떤 이는 불쌍한 표정을 지었으며 어떤 이는 냉소에 가까운 표정을 지었다. 송현은 그 소리를 듣지 않아도 그들의 말을 알 수가 있었다. 하나같이 죽으러 가는 이들을 보는 그런 눈빛이었기 때문이다. 한참을 배를 타고 갔다. 비교적 잔잔한 물결이 어느 지점을 통과하며 급속도로 거칠어졌다. “내가 데려다 줄 수 있는 곳은 여기네!” 송현은 상 노인을 바라보았다.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린 상 노인에게 고맙다는 표정을 지었다. “소호를 위해서네! 혹시나 하고 말이야!” 송현은 고개를 히미하게 끄덕이고는 몸을 공중으로 날렸다. “여기서 기다리겠네!” 그냥 송현에게 지나가는 말투로 던진 말이지만 그 의미는 결코 작은 것이 아니었다. 송현은 가슴 따뜻함을 느꼈다. 『청룡!』 송현의 품에서 작은 청사가 소매를 통해 바다로 들어갔다. 쑤아아아 거친 파도가 갈라지며 진한 푸른빛이 도는 청룡이 그 자태를 들어냈다. 송현은 다시 한 번 공중에서 도약을 하며 청룡의 머리로 내려섰다. 한 손으로는 청룡의 뿔을 잡으며 중심을 잡았다. 그 모습을 본 상 노인은 잠시 흠칫했지만 이내 무표정한 모습을 지었다. 송현이 청룡을 타고 저 멀리 사라지자 상 노인은 노에서 손을 띠고 배에 앉았다. 그때까지 출렁이는 배는 어느 순간부터 바닥에 고정이 된 듯 어떤 움직임도 없었다. 주위에는 거친 파도가 쳤으나 배는 요지부동(搖之不動)이었다. 기사(奇事)였다. 상 노인은 차분한 눈빛으로 송현이 사라진 곳을 볼뿐이었다. 청룡을 탄 송현은 얼마 가지 못하고 바다가 회오리치는 곳을 볼수가 있었다. 그 곳에는 강렬한 마나가 느껴졌다. ‘저 곳이군!’ 『청룡! 회오리치는 물살을 정지시켜!』 송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오른쪽으로 급격히 돌던 회오리의 가장자리부터 반대방향인 왼쪽으로 거스르는 회오리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서서히 왼쪽으로 돌던 회오리로 인해 서서히 바다의 물살은 안정이 되어갔다. 거의 회오리가 멈추어지려 할 때. 슈슈슈아아아아 거대한 해일이 만들어지는 착각이 들며 붉은 빛이 도는 거대한 생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붉게 타오르는 듯한 몸체에 뾰족한 돌기가 수없이 박혀 있었다. 반은 물속에 잠겨 있어 정확한 모습을 알 수는 없었지만 5개의 다리를 가지고 있는듯했다. 그 다리에 있는 돌기 반대편은 빨래판을 연상시키듯 수많은 관족이 달려져 있었다. 다리가 모아지는 곳에는 거대한 이빨을 드러내는 입이 있었다. 어느 곳에서도 눈은 볼 수가 없었다. “음...” 송현은 그 생물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송현의 기억 속에 저와 같은 생물이 기억이 났다. 혜성(불가사리). 바로 혜성이었다. 아무 쓸모도 없는 그런 어패류였다. 칼로는 도저히 죽일 수 없는 그런 생물이었다. 칼로 몸을 난도질을 하여도 잘려진 숫자만큼 새로 운 개체를 만드는 그런 생물이었다. 천년혜성. 그런 혜성이 천년을 살게 되면 저런 거대한 영물이 된다. 그렇게 되면 더더욱 죽지 않고 살게되며 바다의 무법자가 되는 것이다. ‘음... 천년혜성이라니... 불에 약한 놈이다. 그렇다면!’ 송현은 청룡의 머리에서 공중으로 크게 도약을 하며 플라이 마법을 이용하여 허공에 섰다. 『청룡! 저 놈을 잡아!』 청룡은 빠르면서도 부드러운 움직임으로 천년혜성의 몸을 감싸안았다. “쿠오오오오!” 천년혜성은 자신의 몸이 사슬로 묵인 듯 해지자 몸을 뒤틀며 포효하기 시작했다. “바람의 기운이 칼날보다 더 매서워진다, 윈드 커터!” 슈아아아아 송현은 윈드 커터 마법을 그냥 사용하는 것이 아닌 중첩을 시켜 더욱 날카롭게 만들어 날렸다. 샤샤샥 순식간에 천년혜성의 몸이 둘로 갈라졌다. 『주작! 베어진 곳을 불로 지져 버려!』 주작은 마치 불새를 연상시키듯 온 몸에 불을 내뿜으며 갈라진 천년혜성을 향해 날아갔다. “쿠오오오오오!” 갈라진 천년혜성은 찰나의 시간도 없이 바로 붙어버렸다. 슈아앙 그리고는 다리를 들어 날아오는 주작을 그대로 쳐버렸다. 콰광 강한 충격을 받았는지 주작은 물위에 팅기듯이 떠밀려갔다. 주작이 스친 곳에는 수증기가 올랐다. ‘어, 어떻게 다시 합쳐질 수가 있지!’ 송현은 놀란 얼굴을 지었다. ‘그렇다면 다시 한 번!’ 송현은 천년혜성의 듣도 못한 능력을 확인시키기 위해 다시 한 번 윈드 커터를 날렸다. 슈아아앙 샤샤샥 다시 날아간 바람의 칼날은 천년혜성을 다시 한 번 두 조각으로 만들어버렸다. 그 순간 송현은 두 눈빛을 발했다. “마나 디텍트!” 차분한 눈빛으로 천년혜성을 보았다. 천년혜성이 다시 합치는 모습을 본 송현은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저 곳이군!’ 송현은 천년혜성의 몸 한가운데 내단이 있는 것을 알았다. 필시 더욱 강렬한 생존력을 위해 내단을 나누어 둘로 갈라지지 않고 다시 몸을 합치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송현은 재빠르게 마나를 반지로 보냈다. “아트팩트 파워, 아이스 스피어 앤 파이어 스피어.” 순식간에 바닷물마저 얼려버릴 것 같은 냉기를 머금은 창과 바닷물을 모두 증발시킬 것 같은 열기 를 가진 창이 각각 세 개씩 만들어졌다. “찻!” 슈아아아앙 먼저 파이어 스피어 한 발이 날아가 정확히 내단이 있는 곳에 적중했다. “쿠오오오오!” 천년혜성은 괴로운 듯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그럴수록 청룡은 더욱 천년혜성을 조였다. 그리고 연이어 아이스 스피어가 날아갔으며 파이어 스피어와 아이스 스피어가 번갈아 쏘아져갔다. 슈아아앙 퍼버벙 스피어 마법의 한계 상 천년혜성의 전체에 타격을 줄 수는 없지만 확실히 내단에 충격이 주고 있음 이 확실했다. 마지막 아이스 스피어가 천년혜성의 중심에 맞자 결국은 내단이 있는 부분에 얼음이 얼어버렸다. 확실히 몸 전체는 아니지만 몸을 얼려버린 것이었다. 내 사랑 설린 “에어 버스트!” 송현의 머리 위로 강렬한 마나를 담은 투명한 구체 5개가 만들어졌다. 쿠아아앙 다섯 발의 에어 버스트 오로지 천년혜성이 얼어있는 중심을 향해 날아갔다. 쾅쾅콰쾅! “쿠오오오!” 천년혜성은 단발마를 지르며 거대한 다섯 개의 발을 바다로 떨어트렸다. 천년혜성의 중심에는 내단이 부서지며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 “휴우... 끝났구나!” 바다로 가라앉는 천년혜성을 보았다. 순간 송현의 머릿속을 스치는 것이 있었다. ‘트롤!’ 『청룡! 그 놈을 공중으로 띠워』 청룡은 바라도 가라앉는 천년혜성을 다시 감싸며 바다위로 감싸올렸다. 『저 놈이 부패하지 않게 얼려버려!』 마법을 이용하여 천년혜성을 얼리는 것 보다 청룡을 이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었다. 『청룡! 일단 저 놈을 놓치지 말고 이 곳 바다에 있어!』 『알았습니다.』 ‘일단 자리를 잡은 뒤 옮겨서 포션을 만들어야겠구나!’ 송현은 그 자리에서 홀로 떠났다. 나머지 사신수들은 청룡과 함께 있게 했다. 플라이 마법을 이용해 제법 빠른 속도로 상 노인이 기다리고 있는 배로 날아갔다. 상 노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노를 다시 잡았다. 송현이 떠나기 전보다 바다가 잔잔했으나 고정이 되어있던 배는 다시 물결에 따라 흔들리기 시작했 다. 차라라락. 챡! 송현은 밝은 표정을 지으며 배에 내려앉았다. “다녀왔습니다. 상 노인!” “수고했네!” 단지 그 한 마디였다. 더 이상의 말도 없었다. 상 노인은 다시 천천히 노를 저었다. 차츰 느릿느릿 움직였던 배는 차츰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어느새 배가 뭍에 다다랐다. 가볍게 내린 송현은 상 노인에게 가볍게 인사를 하고는 몸을 돌렸다. 어차피 더 이상 주고받을 대화가 없었다. 필요 없다고 해야할 것이다. 처음부터 상 노인과 송현은 많은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그저 짧은 단어로 서로를 보았기 때문이다. 도움을 받았고 도움을 주었다. 그것으로 된 것이다. 더 이상의 대화는 오히려 무익하다는 것을 알았기에 송현은 편히 몸을 돌렸다. 마을에서 벗어난 송현은 다시 워프를 이용하여 천년혜성과 격전을 이루었던 바다로 다시 갔다. 그 곳에는 청룡을 비롯한 사신수들이 송현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신수들을 향해 비교적 환한 미소를 띠어주었다. 『가자!』 송현의 말에 사신수들이 송현의 곁으로 모여들었다. 청룡을 제외한 나머지 세 신수들은 자그만 모습을 했으나 청룡만은 죽은 천년혜성을 들고 있기에 거대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송현은 사신수들이 자신의 공간에 들어오자 워프 마법을 이용하여 순간 이동을 했다. 밝은 빛무리가 넓게 번졌으며 그 빛이 사라졌을 때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바다 한 중간에서 사라진 빛이 번쩍인 곳은 동굴이었다. 어촌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으로 송현 스스로 몸을 추수리고 정령 사방신들을 다시 몸을 만들 어 준 곳이기도 했다. 동굴의 입구는 비교적 작았으나 제법 안에는 제법 큰 공간이 있었다. 그리고 동굴 천장은 매우 높았으며 그 중간에는 하늘이 보일 수 있도록 뚫려있었다. 털썩 거대한 천년혜성의 시체가 땅으로 떨어졌다. 이미 청룡은 청사의 모양으로 변하며 송현의 소매로 들어가 버렸다. 송현은 그 순간 매우 빠른 속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천년혜성의 피를 받기 시작했다. 엄청난 양의 피가 모아졌다. 트롤과 같은 푸른색이 아닌 투명한 색이었다. 송현은 처음에 피가 아닌 줄 알았다. 허나 그 외에 어떠한 액체도 나오지 않았기에 피라는 것을 짐 작을 했었다. 송현은 그 즉시 천년혜성의 피를 연구를 하기 시작했다. 마법으로 피의 구조를 확인해 본 결과 트롤과 비교를 해도 전혀 뒤쳐지지 않았다. 오히려 재생부분 에서는 더욱 뛰어난 성질을 보여주었다. 그 순간 송현의 손은 매우 빠른 속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기본은 철저히 트롤을 이용해 포션을 만드는데 따랐다. 기본만 같을 뿐 주 재료가 다르기에 다를 수밖에 없었다.. 천년혜성의 껍질을 달라 일종의 가루처럼 낸 뒤 일종의 환 모양으로 빚었다. 내부에는 공간을 두어 그 속에 피를 약간 변형한 것을 텔레포트 마법을 이용하여 안으로 주입을 시켰다. 송현은 다시 약간의 마법을 첨가해 평상시에는 단단한 액체의 형태로 유지가 되지만 상처부위에 약 간 힘을 주어 터트리면 빠른 속도로 액체가 되는 것이었다. 이것은 복용에도 마찬가지였다. 입에 넣고 살짝 깨물어주면 환이 터지면서 입안에 스르르 녹게 되어있었다. 그렇게 대략 100여개의 분홍빛 포션환약을 만들어 자신의 품에 넣었다. 만족스러운 미소가 지어졌다. 포션을 만들기 위해 떠나온 여정이었으나 이토록 완벽하게 만들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을 못했기 때 문이다. 천년혜성의 몸 크기가 워낙 크기에 모든 것을 다 쓰지 못했다. 송현은 마법을 이용하여 동굴의 바닥에 커다란 공간을 팠다. 천년혜성에 영구 보전 마법을 걸고는 동굴의 지하에 파묻었다. 그리고는 자신이 알 수 있도록 표시 를 해두었다. 너무나 아까운 소재이기에 그냥 버릴 수가 없었다. 송현은 그제야 몸을 일으켰다. 조금은 피곤한 감이 돌았다. 근처에 편히 앉을 수 있는 바위를 찾아 가서 앉았다. 다다닥... 탁! 그동안 송현의 눈치를 보고 있던 백호가 송현의 품에 뛰어 들어왔다. 그리고는 이내 초롱초롱 밝은 눈빛을 하고는 송현을 빤히 쳐다보았다. 쪼로로롱! 아름다운 새 울음소리가 들리며 한 마리 자주 빛 새 한 마리가 날아와 송현의 어깨에 앉았다. 송현은 손을 뻗어 사신수 모두를 일일이 쓰다듬어주었다. 『고맙다! 너희들 모두...』 그 한마디에는 끈끈한 정이 담겨져 있었다. 양설린은 어느 날과 마찬가지로 조용한 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겉보기에는 평온해 보이나 실상 그렇지만은 않았다. 정파와 마교의 전쟁으로 인해 철무정이 마교를 떠나있었기 때문이다. 철무정 뿐만 아니라 마교의 수맣은 젊은이들이 피를 흘리고 있었다. 그러한 상황에서 양설린이 편히 있을리 만무했다. 더욱 조용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이런 생활이 계속 지속될수록 송현에 대한 그리움은 더욱 쌓여만 갔다. 송현의 그리움에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다. 양설린은 찻잔을 들어 입가에 가져다대었다. 찻잔 겉으로 이슬이 모여 또르르 흘러내렸다. 찻잔 표면에 살얼음이 살짝 떠다니고 있었다. 양설린이 마시는 차는 설빙차였다. 북해에서만 난다는 설화라는 희귀한 꽃의 잎으로 만든 것으로 차로 만들었을 때 이가 시리도록 한 기를 내뿜는 차였다. 한 여름이나 지금과 같이 마음이 답답하거나 할 때 마시면 아주 좋았다. 허나 설빙차는 양설린은 타는 가슴을 식혀주지 못하였다. 차가 가지는 독특한 냉기가 뜨거운 가슴을 식혀줄 법도 하건만 여전히 양설린의 가슴은 뜨겁게 타 고 있었다. “휴우!” 양설린은 깊은 한 숨을 내쉬었다. “설린, 뭐가 그리도 애가 타서 한 숨을 내쉬는 것이오?” 양설린은 귓가에 들리는 목소리에 석상이 된 듯 얼어붙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눈빛이 사정없이 흔들리며 눈가에 이슬이 맺혔다. “가, 가가...” 우당탕탕 양설린의 눈에는 오로지 송현만이 보였다. 자신이 앉아있던 의자가 넘어지는 것도 인지를 못한 채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는 송현의 품으로 달려가 안겼다. “가가! 보, 보고 싶었어요.” “나도 마찬가지요.” 한동안 양설린은 송현의 품에서 재회의 기쁨을 눈물과 함께 느꼈다. 탁 양설린은 찻잔을 송현 앞에 다소곳이 내려놓았다. “드세요!” “설린도 앉으시구려.” 송현은 시원한 설빙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양설린을 보았다. 얼굴 가득 미안함이 묻어있었다. “미안하오. 반년 만에 보는구려!” “아, 아니에요.” “철 아우는 아직도 밖에 나가있소?” “예!” “음...” 송현은 마음이 무거워졌다. “어르신은 지금 교에 계시오?” “예!” 송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같이 갑시다. 어르신을 찾아뵈야겠소!” 양설린은 의례 그랬던 것처럼 송현을 따라 양휘소가 머물고 있는 교주전인 천마교주전으로 따라갔 다. 이미 송현의 존재를 알고 있어서인지 아무런 제재 없이 교주전으로 갈수가 있었다. 송현이 교주전으로 들어섰을 때 이미 보고를 받았는지 양휘소는 탁자에 차를 마시며 송현과 양설린 을 기다리고 있었다. “왔는가?”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앉게나!” 양휘소가 가리킨 맞은편으로 다가가 앉았다. 양설린은 송현이 자리를 앉자 그 옆으로 다가가 앉았 다. 송현이 반년 만에 본 양휘소는 매우 수척해보였다. 얼굴에 핏기가 없어보였다. “어르신, 어디 편찮으십니까? 안색이 안 좋아 보이십니다.” “그래 보이는가?” “예!” “지금 상황이 상황인 만큼 조금 무리해서 그럴 것이네! 너무 걱정을 하지 말게나.” 송현은 조금은 걱정스러운 눈빛이 돌았다. 양휘소는 그런 눈빛을 무심히 넘겼다. “며칠 머물다 갈 것인가?” 송현은 문득 양휘소의 목소리에서도 예전에서 느껴지던 패기가 묻어나오지 못함을 느꼈다. “어르신, 정말 괜찮으신 겁니까?” “허허! 괜찮다고 하지 않았던가?” 송현은 은근히 마나를 돌려 양휘소의 몸 곳곳을 체크를 하였다. ‘음... 달리 이상한 것은 없는 것 같은데... 내공이 불안전하고 기혈이 조금씩 요동을 치는구 나!’ 단지 그것말고는 특별히 이상한 점을 찾지 못하였다. 허나 마음 한편으로 찝찝한 느낌을 들었다. 양휘소가 굳이 피곤함을 말하였기에 달리 다른 것은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송현이 양휘소에게 중요한 손님이기는 하나 지금의 상황에서 많은 시간을 내줄 수 없음을 알았다. “어르신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무엇인가?” “내일쯤 집으로 돌아갈 때 설린과 함께 가고 싶습니다. 이제 부모님께 인사를 드려야 하지 않을 까 싶어서 입니다.” “음...” 양휘소는 찬찬히 송현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양설린은 송현의 말에 놀란 얼굴에 다물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였다. 이내 얼굴 가득 행복함이 묻어 나왔다. “어르신, 지금 당장 설린과 혼인을 할 수는 없지만 집에 인사라도 시켰으면 합니다.” 양휘소는 송현의 말에 입가에 나직한 미소를 지었다. “여봐라! 지금 당장 술상을 마련하라!” 양휘소의 칼칼한 목소리가 대전을 울렸다. 얼마의 시간이 흐르고 탁자에 가득한 술상이 차려졌다. 화려한 색채를 뽐내는 음식들은 눈으로만 보아도 배가 부를 정도였다. 양휘소는 송현과 주거니 받거니 하며 술잔을 주고받았다. 양휘소와 송현의 얼굴에 한가득 취기가 올랐다. 양설린의 눈에 비친 양휘소의 기분좋은 웃음소리는 오랜만에 들어보는 듯했다. 송현의 방문은 하루하루 살얼음판과 같은 기분으로 걷고 있을 양휘소의 마음에 한줄기 봄비를 주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양설린은 그런 송현에게 더욱 사랑스런 마음을 안 가지려야 안 가질 수가 없었다. 초저녁부터 시작된 술자리는 자정이 넘어서야 끝이 났다. 휘청 자리를 일어나던 양휘소는 취기에 몸을 잠시 흩트리며 탁자를 집었다. 슈욱 착! 착! 어느 순간 양휘소의 두 그림자인 광명 좌사와 우사가 모습을 드러내며 양휘소를 부축하였다. 그들은 송현을 향해 가벼운 눈인사를 건내고는 양휘소를 부축하며 양휘소를 침실로 안내했다. ‘음... 몸과 마음이 지쳐서 저렇다면 다행이지만...’ 무림 고수가 그것도 현경의 고수가 저렇게 술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할 리는 없었다. 물론 취하고 자 작정을 했다면 다르지만 말이다. 왠지 양휘소에 대해 걱정스런 마음이 생겼다. 지금 이상한 기분이 단지 기우에 끝나기만 바랄 뿐이 었다. 대전을 나온 두 사람은 아름다운 달빛을 맞으며 정겹게 양설린의 처소로 걸어갔다. 비교적 먼 거리에 있었으나 두 사람은 그 거리가 짧음을 아쉬워했다. 양설린의 방 앞에 도착한 그들은 우물쭈물하며 아무 말을 꺼내지 못하였다. 반년 만에 보았으니 더더욱 헤어지기가 싫었던 것이다. 양설린은 모기와 같은 실날같은 목소리를 내었다. “가가, 차라도 한 잔...” 취기에 붉어진 두 뺨은 더욱 선홍빛을 띠었다. 그 모습에 달빛마저 아름다움게 비추었다. 송현의 눈에는 그 어느 누구보다 아름답게 보였다. “설린...” 송현은 양설린을 두 눈 속에 한가득 담으려는 듯 그녀를 보았다. 양설린은 송현의 사랑이 담간 두 눈동자에 흠뻑 빠져들었다. 양설린은 자연스럽게 두 눈을 감았았으며 송현은 서서히 자신의 입술을 가져다대었다. 그리고 달콤한 입맞춤! 둘은 익숙한 듯 서로의 입술을 탐닉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부드럽게 시작이 되었으나 이내 조금은 거친 듯한 입맞춤이었다. 콰당 조금씩 균형이 깨어진 둘은 양설린의 방문 쪽으로 흐트러졌으며 방문이 열렸다. 이미 그들의 눈과 머리에는 둘 밖에 없었다. 자연스럽게 방문이 닿기고 둘은 침상 위로 쓰러졌다. “가, 가가...” 가뿐 숨을 내 쉬며 두 볼에 한가득 홍조를 띤 양설린이 송현을 달콤한 목소리로 불렀다. “설린! 사랑하오!” “가가!” 더 이상의 말이 필요가 없었다. 마음으로 느꼈고 몸으로 느꼈다. 다시 둘의 입술은 포개어졌다. 송현은 자신도 모르게 아니 알지만 모르게 양설린의 가슴으로 향했다. 흠칫. 양설린은 잔잔히 몸을 떨었다. 허나 더욱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두 팔을 들어 송현의 목을 감쌌다. 달콤한 입맟춤과 함께 양설린의 옷은 하나 둘 씩 허물을 벗는 나비같이 바람에 흩날려 갔다. 그렇게 둘은 하얀 밤에 아름다운 무지개를 칠하듯 밤을 지세웠다. 짹짹짹 아침을 아름답게 만드는 산새소리가 한껏 자신의 목소리를 뽐내고 있었다. 아침을 깨우는 것은 비단 산새소리만 아니었다. 해맑은 햇살이 창문을 넘어 온 방을 환하게 비추어주었다. 송현은 잠에서 깨어났다. 문득 자신의 왼팔이 묵지하다는 것을 느꼈다. 고개를 돌려보니 양설린이 고이 잠들고 있었다. 송현은 행복한 미소가 지어졌다. “으음...” 양설린은 조금 몸을 뒤척이더니 잘 떠지지 않는 눈을 살짝 비볐다. 눈을 뜬 양설린은 행복한 눈빛으로 송현을 바라보았다. 살짝 웃음을 지어보이고는 이내 송현의 품 안으로 파고들었다. 그것도 잠시. 후다닥 정신을 차린 양설린은 자신이 지금 알몸으로 있다는 사실을 기억한 것이다. 재빠른 속도로 침상에 서 일어났다. “헉!” 부끄러운 듯 이불자락을 잡아 자신의 가슴을 가렸다. 얼굴은 홍당무를 옆에 두어도 전혀 색이 틀리지 않을 정도로 빨게 져 있었다. 그 모습마저 송현은 아름답게 보였다. “가, 가가! 고개를 돌려...” “험험!” 그제야 송현은 자신이 너무 자신만의 기분을 느낀 것을 알고는 이내 헛기침을 하며 몸을 뒤로 돌렸 다. 바스락 바스락 조금은 빠른 듯, 조금은 늦은 듯 양설린의 옷을 입는 소리가 들렸다. “세수 준비를 할께요.” 양설린의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 욕실로 가는 발자국소리가 들렸다. 그 순간 자신도 아무 옷을 입고 있지 않음을 느낀 송현은 부끄러움을 느낀 듯 얼굴이 조금 붉어지 며 서둘러 옷을 입었다. 조금은 어색하게 그리고 행복하게 세안을 끝내고 식사를 마쳤다. 행복한 시간이었다. 송현의 마음 한 구석에 결혼이라는 단어가 깊게 자리 잡았다. 탁. 식사를 마친 송현은 젓가락을 탁자에 내려놓았다. “설린!” “예! 가가!” “우리 평생 함께 합시다. 앞으로 영원히 나에게는 설린, 그대뿐이오!” 양설린은 송현의 말을 듣는 순간 두 눈 가득 눈물이 흘렀다. 슬픔이 아닌 기쁨의 눈물이었다. “예, 가가! 저도 가가만을 바라보고, 가슴에 담아 살겠어요!” 송현은 양설린의 옆자리로 자리를 옮겨 양설린의 두 눈가에 묻은 눈물을 닦아주었다. 양설린은 울음을 참으며 애써 웃음을 지었다. 비록 애써 지은 웃음이지만 행복의 표정이 한가득했다. “아가씨!” 양설린은 급히 소매로 눈물을 닦았다. “누구냐?” 양설린의 목소리에 한 여자 아이 하나가 들어왔다. “교주님께서 그냥 조용히 떠나시라고 전하랍니다.” “아버지께서?” “어르신께서?” “예! 조금 피곤하시다면서... 나중에 다시 술 한 잔 하시자고 덧붙여 말씀을 하셨습니다.” “알았어!” 양설린의 말에 여자 아이는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고는 조심스럽게 물러났다. “설린! 그렇다면 지금 출발합시다.” “네!” 송현과 양설린은 간단히 행장을 꾸렸다. 송현의 워프 마법에 의해 굳이 여행에 필요한 물건들이 필요가 없었다. 단지 양설린이 송현의 집에 머무면서 입을 옷 몇벌이 다였다. 그러니 그리 많은 양이 되지 않았다. 어느 덧 준비가 끝난 송현은 양설린과 함께 나란히 섰다. “다음에는 철 아우도 함께 갔으면 좋겠군!” “그렇게 될 꺼예요!” “그렇지? 그렇게 될 거야!” 송현과 양설린은 분홍빛 미래를 꿈꾸며 송현의 집으로 순간 이동을 했다. 장삼은 아침 식사를 마치고 대문을 활짝 열고 청소를 하고 있었다. 까악 까악 까치 한 쌍이 날아와 지붕 처마 밑에 앉아 정다운 소리를 냈다. 빗질을 하던 장삼은 허리를 펴며 까지 한 쌍을 보았다. “오늘은 반가운 손님이 오시려나?”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이내 다시 빗질을 시작했다. 삭 사사삭 삭 삭! 열심히 하던 빗질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응?’ 두 쌍의 발이었다. 하나는 남자의 발이었으며 나머지 하나는 여인의 발이었다. 허리를 굽힌 상태에서 고개만 위로 올려 누구인지를 확인을 했다. “도련님?” “잘 지내셨어요?” “도련님!” 반가운 목소리를 내던 장삼은 이내 고개를 돌려 양설린을 보았다. “누구...” 이내 장삼의 시선에 양설린이 수줍게 송현의 팔장을 끼고 있는 모습이 들어왔다. “제가 혼인을 할까 하는 여자입니다.” “안녕하세요, 양설린이에요!” “아이구, 저 같은 종놈에게 인사라니요! 가당치 않습니다.!” 장삼은 양설린의 인사에 연신 허리를 굽혔다. “아저씨, 일단 저희는 부모님을 찾아뵐께요! 이번에는 꼭 같이 술 한 잔 하시는 겁니다. 아셨 죠?” “아...” “그렇게 알고 저는 들어갑니다.” 송현은 장삼의 대답도 듣지 않고 그대로 확정을 시켜버리며 양설린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장삼은 둘이 다정히 들어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선녀같이 아름다운 분이시구나! 도련님과 너무나도 잘 어울리시는구나! 어울려!’ 다시 빗자루를 잡은 장삼은 다시 빗질을 하려다가 멈추었다. ‘근데 도련님이 언제 밖으로 나가셨지?’ 장삼은 이내 고개를 갸웃거렸다. 142 내 사랑 설린 둘은 다정히 어깨를 맞대며 송시문이 평소에 머무는 방으로 향했다. 방 안에는 여문희의 목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가끔 터져 나오는 송시문의 웃음소리와 구슬픈 고양이 울음소리만 방밖으로 새어나왔다. 문으로 다가가 기침소리를 알리려했다. '이거 내가 밖으로 나간다는 소리를 안 했는데... 뭐라고 변명을 하지?' 처음 영약을 찾으러 갈 때 양설린을 데리고 올 생각은 하지 않았었다. 마교에 들렸을 때 더 이상 은 양설린을 힘들게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과 함께 영원히 함께 걸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양설린을 데리고 온 것이었다. 문제는 다음이었다. 집 밖으로 나간 사실이 없는데 양설린을 데리고 온 것을 설명할 방법이 없었 다. '어떻게든 되겠지!' 그렇게 마음을 먹었다. "아버지! 소자 현이옵니다." 시끌시끌하던 방안이 잠시 조용해졌다. "그래 들어오너라!" 송현은 양설린을 보았다.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송현은 양설린의 손을 잡았다. 그로인해 양설린은 긴장을 조금이나마 풀수가 있었다.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탁자에는 송시문가 여문희와 백호를 보며 입가에 미소를 짓고 있었고 여문희는 백호에게 새로운 옷 을 입히려 하고 있었다. 물론 백호는 구슬픈 울음을 내며 여문희의 손길을 안간힘을 쓰며 벗어나고자 하였다. 송시문은 방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고는 시선을 여문희에서 방문 쪽으로 돌렸다. 이내 두 눈이 크게 떠졌다. 송현의 옆에 한 여인이 있었기 때문이다. 송현이 양설린을 향해 눈치를 주자 양설린은 다소곳하게 허리를 굽혀 인사를 했다. "양설린이라고 합니다." 은쟁만에 옥구슬이 굴러가는 목소리가 청아하게 방안 곳곳에 울렸다. 그 목소리를 들은 여문희도 고개를 돌려 양설린을 보았다. "양설린이라고 합니다." 양설린은 여문희와 시선이 마주치자 밝은 미소를 띠었다. "현아, 저 처자는 누구냐? 아니구나 일단 여기로 앉거라! 소저께서도 앉으시지요." 송시문은 양설린에게 자리를 권했다. 여문희도 양설린을 주목하며 송시문의 옆으로 다가와 앉았다. 송시문과 여문희는 양설린을 호기심어린 눈으로 보더니 이내 송현을 보았다. "아버지, 어머니!" "그래 말하거라!" 송시문은 굳게 결심어린 송현의 표정을 보았다. "이 여인과 혼인을 하고 싶습니다." "음..." "혼인을?" 송시문은 양설린을 찬찬히 보았다. 아름다운 얼굴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귀티가 흐르는 그런 얼굴이었다. 성격은 아직 격어보지 않아서 모르지만 일단 호감이 갔다. "너의 의견도 중요하지만 섣불리 결정할 것은 아니다." 송시문은 제법 심중있게 생각을 했다. 허나 여문희는 사랑스런 아들이 결혼한다는 말 한마이를 던 지며 데리고 온 양설린에게 호감을 느꼈다. 그만큼 송현을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문희의 옆에 자그만 보따리가 보였다. "양 소저라고 했나요?" "말씀 편히 놓으세요!" 여문희는 양설린을 빤히 쳐다보고는 이내 다시 미소를 지었다. "그럼 말을 놓을께! 저 보따리는 뭐지?" "그것은..." "어머니, 설린이 며칠 머물다 갈 것입니다." 송현이 양설린의 말을 가로채다시피 여문희의 말에 대답을 했다. "그래?" "부인, 이 아이의 방을 하나 마련해주구려! 일단 집에 온 손님이니..." "그렇게 할게요!" 여문희는 양설린을 데리고 방 밖으로 나갔다. "현아!" 송시문은 여문희와 양설린이 나간 것을 보고는 송현에게 입을 열었다. "예, 아버지!" "저 아이를 사랑하느냐?" "예!" 송현은 확고한 의지를 보였다. "어느 집 규수냐?" 송현은 차분히 양설린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었다. 마교의 교주 딸이라는 것부터 시작을 하여 모 든 것들을 더하지도 않고 빼지도 않고 있는 그대로를 말이다. 송시문은 양설린이 무림인이라는 사실에 대해 어느 정도 놀라는 듯 했으나 이내 깊은 생각에 잠기 는 듯 했다. "그래 알았구나! 무림인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내 아무 말 하지 않겠다. 무림인도 휼륭한 여인이 될 수 있을테니! 앞으로 저 아이가 하는 것을 지켜보고 답을 주겠다." "알겠습니다. 아버지!" "그럼 물러가거라!" 송시문은 송현이 물러나고 홀로 생각에 잠겼다. 입가에 복잡한 미소가 걸렸다. '녀석! 다 컸구나! 벌써 여인을 집으로 데리고 오다니 말이야...' 송시문은 어린 아이로만 생각한 송현이 혼인 할 때가 되었다는 것을 느껴야만 했다. 사실 이 일이 아니라도 중매를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송현이 혼인하고 싶다는 말을 하며 양설린을 데리고 온 것이다. 조금은 섭섭한 마음이 생겼다. 양설린의 행실이 올바르다면 굳이 반대를 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송현이 비록 조정에 진출을 하겠지만 무림인들과 친하게 지내는 것도 어쩌면 생활에 이득이 될 수 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무림인도 아닌 자신도 익히 들은 마교라는 단체의 교주의 딸이면 득이 되면 되었지 손해는 없을 것이라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는 생각 도중에 여문희가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여보, 어떻게 하실 생각인가요?" "부인 생각은 어떻소?" "현이의 배필로 그리 나쁜지 않다는 생각이 드네요. 행실도 그만하면 된 듯하고요." "그럼 한 번 지켜봅시다." 여문희는 송시문을 빤히 쳐다보았다. "왜 그러시오?" "당신 표정이 미묘해서요. 하긴 현이가 자신의 배필이라며 대리고 온 것을 보면 다 컸어요." "그렇구료!" "섭섭하세요?" "아니오! 나에게는 당신이 있지 않소!" 여문희는 가만히 웃으며 송시문의 손을 잡았다. "호호호호호호." "호호호호호." 안채에서 여인들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들려오는 울음소리... "야오오옹." 방안에는 여문희와 양설린이 백호의 옷을 방안 전체 쫘악 펼쳐놓고 패션쇼를 방불케하는 장면을 연 출하고 있었다. "어머니, 이번에는 이 옷 어때요?" "호호호, 그럴까?" "네!" 양설린은 해맑은 미소를 띠며 대답을 했다. 어느 누가 보아도 모녀지간이라 생각할 만큼 죽이 잘 맞았다. 그것은 어디까지 사람들의 시선이었고 백호의 눈에는 저승사자보다 더 무섭게 보였다. 여문희 하나만 해도 감당이 안 되었는데 거기에 양설린까지 합세를 한 것이었다. 어찌보면 백호 때문에 두 여자는 급속도로 친해질 수가 있었다. 어느 하나, 같은 취미가 있으면 친해지는 것처럼... 그녀들의 취미는 백호의 옷을 만들어 입히는 것이었다. 양설린은 열심히 만들어온 옷을 백호에게 입히고 있었다. 그 모습을 여문희는 흐뭇한 표정으로 보았다. 양설린의 사근사근한 태도, 어른께 공경하는 태도, 송현에게 하는 정성스러움, 어느 하나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없었다. 더욱이 어디를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 미색이 더욱 한 몫을 하였다. 이미 여문희는 양설린을 송현의 배필로 마음을 굳혔다. 송시문도 말은 없었지만 양설린을 받아들인듯했다. "어머니, 어때요?" 양설린이 한껏 멋을 들인 옷을 입은 백호를 안아 들고는 여문희에게 보여주었다. "아가야, 예쁘구나! 그럼 이번에는 내가 만든 옷을 입혀볼까?" "네...!" 그렇게 그녀들은 더욱 가족으로 받아들였다. 그 날 저녁에도 구슬피 우는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보름이라는 시간이 훌쩍 떠났다. 양설린은 송현과 함께 단아하게 옷을 차려입고 송시문과 여문희 마주하고 앉아있었다. "돌아가면 너희 아버님께 한 번 뵙자고 전하거라!" "그렇다면?" 송현은 송시문의 말에 화색이 돌았다. 양설린도 아무 말을 하지는 않았으나 얼굴 가득 기쁨이 묻어 나왔다. "안사람이 좋다고 하니 별 말은 안 하겠다. 너희 아버님을 뵙고 날짜를 잡아야겠구나! 이렇게 된 이상 미룰 것이 무엇 있겠느냐? 안 그렇소, 부인?" "네!" 영문희는 손을 뻗어 양설린의 손을 다정하게 잡았다. "다시 볼 때까지 몸조리 잘 하거라.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와야 한다. 알았지?" "네, 어머님. 그리고 아버님도 몸 건강하세요." "그래! 너도 건강하거라!" 송시문의 표정에도 양설린이 돌아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묻어나왔다. 보름이라는 짧은 시간에 너무나도 많은 정이 들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송현의 배필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어둔 이유 때문이었다. 송시문은 그런 감정을 애써 지우려는 듯 송현에게 꾸지람 아닌 꾸지람을 했다. "현아! 사내대장부가 혼인하라는 말에... 쯧쯧쯧, 체신머리하고는..." "죄, 죄송합니다." 송현의 입에서는 죄송이라는 단어가 나왔으나 여전히 입이 귀에 걸려있었다. 그 모습을 여문희는 미소를 지으며 보았다. "늦었으니 출발하거라!" 송현의 정확한 마법을 모르는 여문희이었기에 재촉을 했다. "설린, 이제 출발합시다." "네, 가가!" 양설린은 송현을 따라 일어났다. "아버지, 어머니, 소자 다녀오겠습니다." "건강하세요." "현이 너는 잘 데려다 주고 오너라! 몸조심하고!" "아가야, 조심히 가거라!" 아쉬운 작별을 한 양설린은 송현을 따라 나섰다. ************************************************************************************* 타이핑 者 : [KOR]TheYtsejaM (당나귀 호환 P2P 프루나) 프루나에서 제가 타이핑한 소설들과 그 외 제가 모은 소설들을 공유했습니다. 검색어 : [KOR]TheYtsejaM 또는 TheYtsejaM 로 검색하시면 제가 공유한 파일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소유자가 1이라도 관계없습니다. 저는 항상 접속해 있으니까요. 제가 접속해 있지 않을 때는(파일이 안 받아지고 있을 때는) 제가 집에 없거나 파일 받기 대기 중일 겁니다. 기다리시면 하루 안에 반드시 받으실 수 있으실 겁니다. 무협도 엄청나게 많이(약 1기가 정도) 텍스트파일로 가지고 있는데 너무 파일이 많아서 그거 다 편집하려니 짜증나서 일단은 판타지만 공유중입니다. 무협도 필요하시면 프루나에서 메시지 전송 기능으로 쪽지 보내십시오. ************************************************************************************* 피 눈물을 흘리며 양설린은 아쉬운 듯 송현의 장원을 나서면서 계속 뒤를 돌아보았다. 눈에서 사라질때까지 몇 번이고 뒤를 돌아보았다. "설린!" "예, 가가!" "아쉬운 모양이구려!" "예." 송현은 팔을 들어 양설린의 어깨를 감싸안았다. "얼마 안 되서 다시 돌아올게요. 그때는 다시 마교로 가고 싶어도 못 갈거요. 하하하." 양설린은 얼굴을 붉히며 송현의 어깨에 기댔다. 그들은 시간이 넉넉하기에 여행을 하기로 했다. 단 며칠이지만 같이 있기로 한 것이다. 느릿한 발걸음으로 반나절을 걸어 섬서성 내 성도 서안에 들어설 수가 있었다. 점심시간을 훨씬 넘긴 시간이어서 송현과 양설린은 시장기를 느꼈다. "설린, 저 곳에서 식사를 하지 않겠소?" "가가 뜻대로 하세요." "그럼 저 곳으로 갑시다." 송현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아담하면서도 깨끗한 객잔으로 향했다. 송현과 양설린이 들어서자 점소이가 잽싸게 뛰어나왔다. "어서 옵쇼!" 점소이는 허리를 직각으로 숙였다. 탁월한 장사꾼의 기질이 보였다. "어..." 허리를 피고 송현과 양설린을 보는 순간 점소이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양설린의 얼굴을 보고있는 것이었다. 마도제일화라고 불리는 양설린의 얼굴은 필부들이 평생 보기 힘들 정도였다. 송현은 항상 양설린을 곁에 두고 있기에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할 뿐이었다. "험험!" 송현은 헛기침을 했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점소이는 황급히 허리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식사를 하실껀가요, 아니면 잠도 주무실껀가요?" 송현은 점소이 말에 양설린을 보았다. "가가께 맡길게요." "음... 일단 식사를 하겠네! 그리고 방 하나만 내주게!" "예, 깨끗한 방으로 마련해 놓겠습니다. 그리고 저를 따라오십시오." 점심시간이 지나서인지 비교적 한산한 느낌이 들었다. 탁자에는 보기에도 먹음직스럽게 어육향사, 회과육, 탕추황과가 놓였다. 그리고 항상 음식과 빠질 수 없는 술이 놓였다. 송현은 양설린이 놓아준 젓가락을 들어 음식을 하나하나 맛을 보았다.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맛이 좋았다. 양설린이 따라주는 술도 반주삼아 마시며 즐거운 식사를 시작했다. 문득 회과육의 돼지고기를 한 점 들어 입에 넣으려할 때 양설린은 턱을 괴고 자신이 먹는 모습만 보고 있는 것을 보았다. "왜 안드시오?" "저는 가가(哥哥)가 드시는 것만 보아도 배가 불러요." "설린, 어찌 보고만 있어도 배가 부를수가 있단 말이오?" 송현은 양설린 앞에 있는 젓가락을 들어 양설린의 손에 쥐어주었다. 양설린은 송현의 그 모습에 행복한 미소를 짓고는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송현은 양설린이 음식을 먹는 것을 보고는 자신도 음식을 먹었다. "아! 배부르다. 안 그렇소, 설린?" "많이 드셨다니 좋네요." 탁. 점소이가 두개의 조그만 접시에 떡을 담아왔다. 하나는 송현의 앞에 두고 다른 하나는 양설린의 앞에다 놓았다. "식후로 드시라고 제가 내어왔습니다." 점소이는 연신 양설린의 얼굴을 훔쳐보기 바빴다. 양설린은 밝은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요." "아, 아닙니다. 그, 그럼..." 점소이는 얼굴이 붉어지더니 이내 말까지 더듬었다. 그리고는 이내 뛰다시피 주방으로 갔다. 허나 돌아가는 점소이의 얼굴에는 비릿한 미소가 지어졌다. 어찌보면 사악한 표정이었다.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송현과 양설린은 한바탕 크게 웃었다. "하하하하." "호호호호." "설린, 당신 덕분에 이거 후식을 다 먹어보는구려. 저 점소이가 당신에게 완전히 빠진 모양이 오." "가가께서는 잘 모르는 모양인데 제 별호가 마도제일화에요. 제가 한 미모를 하죠!" "그렇소? 이거 영광이오." "그래도 저에게는 가가밖에 없어요." 송현과 양설린은 접시에 놓인 떡 하나를 들어 맛을 보았다. "음... 이거 평범하지 않는 맛이구려!" 양설린도 그런지 맛있게 떡 하나를 더 들어 먹었다. 떡 하나만 본다면 황실 요리가 부럽지 않을 정도로 맛이 좋았다. 기분좋게, 맛있게 식사를 마친 송현과 양설린은 객잔의 방을 확인하고는 성도로 나갔다. 시장도 구경하고 길거리에 파는 경단도 같이 사먹었다. 날이 저물어서는 한적한 공터로 가서 폭죽놀이도 하며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밝은 달이 하늘 높이 떠서야 그들은 객잔의 방으로 돌아왔다. 방안으로 들어온 둘은 어색한을 느꼈다. 송현은 탁자에 앉아 그저 애꿎은 탁자만 손으로 쓸고 있었다. 양설린은 침상에 걸터앉아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며 시간을 죽이고 있었다. 아무리 둘이 밤을 함께 지세 운 적이 있다고는 하나 아직은 혼례를 치룬 사이가 아니었다. "헉헉... 헉! 헉헉헉! 헉..." 송현은 탁자를 손가락으로 의미 없는 그림을 그리다가 양설린의 신음소리를 들었다. 문득 얼굴이 붉어진 송현은 애써 참으며 손가락으로 그림을 그렸다. "헉... 헉... 가가... 헉헉!" 더욱 거칠어지는 숨소리에 송현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침상에 쓰러져 거친 숨을 내쉬는 양설린이 보였다. 송현은 애써 마음을 다 잡으며 양설린에게 다가갔다. 얼굴은 빨갛게 익어있었다. 허나 그 색이 지나칠 정도였다. 문득 이상한 느낌이 들어 송현은 양설 린을 안아들었다. 온 몸이 불덩이처럼 뜨거웠다. 눈에는 초점이 잡히지 않았다. 송현은 깜작 놀라며 양설린의 이곳저곳을 살피기 시작했다. 마나로 양설린의 내부를 살펴도 보았고 외부도 살펴보았으나 어떤 증상도 찾지 못하였다. 심지어는 치료마법을 사용하였으나 차도가 보이지 않았다. 신음소리에 가깝던 숨소리는 이제 숨이 넘어갈 듯 내뱉었다. 눈동자는 뒤집어져 흰자위만 하얗게 보였다. "설린! 설린!" 송현은 더 이상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을 느꼈다. 이내 양설린을 업어들고는 그대로 성도 내 관도로 워프를 하였다. 어두운 밤거리에 밝은 빛이 생겼다. 어렴풋하게 사람형상이 생기더니 이내 감쪽같이 사라졌다. 취객들은 모두 귀신이 나타났다는 소동을 일으켰다. 비단 취객뿐만 아니라 호객행위를 하던 기녀들 도 모두 놀란 가슴을 매만져야 했다. 송현은 그런 사람들을 신경 쓰지 않고 풍보를 이용하여 의원 집을 찾기 시작했다. 이상하리만큼 모든 의원 집에 의원들이 없었다. '설린, 정신차리시오. 조금만, 조금만...' 거의 모든 의원집을 헤맨 결과 겨우 의원이 있는 곳을 찾았다.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의원 집을 찾는데 만 너무나 많은 시간을 허비한 것이다. 잠을 자다가 나온 듯 의원은 졸린 눈을 비비며 나왔다. 송현은 빠른 속도로 다가가 의원의 손을 잡았다. "서둘러 주시오. 제발..." 눈 깜작할 사이에 송현이 다가오자 의원은 깜짝 놀라며 뒤로 물러나다 엉덩방아를 찌었다. "의워님! 제발..." "아, 알았소." 의원은 정신을 차렸는지 서둘러 일어나서 진료실로 안내를 했다. 송현의 화급함을 알았는지 비교 적 빠른 걸음으로 이동을 했다. 진료실에는 어떤 청년 하나가 세상모르게 자고 있었다. "이 놈아! 어서 일어나 거라! 가서 침통을 가지고 오너라!" 의원의 문하생인 듯한 청년은 이런 일이 익숙한 듯 진료실을 벗어났다. 한동안 양설린의 진맥을 하며 진료를 시작했다. "음..." 의원은 나직한 침음성을 냈다. "어떻습니까? 고칠 수 있겠습니까?" 그 사이 청년은 제법 묵직한 침통을 들고 왔다. "손님을 진료실 밖으로 모셔라!" "예, 어르신. 따라나오시죠!" 의원과 청년의 말을 들은 송현은 다급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것이 무슨 말입니까? 나가라니!" "의원님이 치료를 하는데 방해가 되어서 그렇습니다. 참기 어렵겠지만 진료실 밖에서 기다리시지 요." "음..." 송현은 의원을 나직이 바라보았다. 의원은 말없이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그럼 부탁드립니다." 송현은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놀려 진료실 밖으로 나왔다. 이내 진료실 문이 닫혔다. 간간히 청년이 들락거렸다. 가끔은 송현에게 와서 차를 주기도 하였다. 허나 송현은 차를 마시지 못했다. 가끔 청년이 차를 주기는 했으나 거두어 가는 것은 싸늘히 식은 찻잔이었다. 그렇게 두 시진이 흘렀다. 가끔이지만 보이던 청년마저 그 모습을 보이지 않은지 반시진이 넘어갔다. 이상한 느낌을 받은 송현은 진료실 안을 살펴보았다. 그 어떤 미약한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 콰당 송현은 급히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진료실에는 개미새끼 하나 없었다. "서, 설린..." 송현은 황당함을 넘어서 아득히 절망감에 빠졌다. 사라진 것이다. 양설린은 물론이요 의원과 그 문하생인 듯한 청년도 사라진 것이었다. 송현은 미친 듯이 방안을 헤집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서찰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송현은 급하게 겉봉투를 찢어버리고는 서찰을 펼쳐보았다. 마천승룡 송현 전(前). 이렇게 서신으로 뵙게 되어 반갑네. 자네의 연인인 마도제일화 양 소저는 내가 잘 모시고 있네. 그러나 자네의 연인이 아파서 어떻게 하나? 아! 너무 걱정 말게! 내가 치료를 해줄 테니! 어떻게 치료를 하냐고? 거참 친구하고는... 내가 지금 모셔가고 있다네. 아아! 너무 신경질만 내지 말게나. 양 소저의 치료도 하고 자네도 만나고 싶어서 그런 것이니깐. 나를 보고 싶다면 성도 밖 관제묘로 나오게! 아니 양 소저를 보고 싶어서 오는 것인가? 하하하! 어쨌든 그리 나오면 될 것이네! 내 양 소저는 잘 치료를 해 놓겠네. 자네의 벗이 되고자하는 이로부터. ************************************************************************************* 타이핑 者 : [KOR]TheYtsejaM (당나귀 호환 P2P 프루나) 프루나에서 제가 타이핑한 소설들과 그 외 제가 모은 소설들을 공유했습니다. 검색어 : [KOR]TheYtsejaM 또는 TheYtsejaM 로 검색하시면 제가 공유한 파일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소유자가 1이라도 관계없습니다. 저는 항상 접속해 있으니까요. 제가 접속해 있지 않을 때는(파일이 안 받아지고 있을 때는) 제가 집에 없거나 파일 받기 대기 중일 겁니다. 기다리시면 하루 안에 반드시 받으실 수 있으실 겁니다. 무협도 엄청나게 많이(약 1기가 정도) 텍스트파일로 가지고 있는데 너무 파일이 많아서 그거 다 편집하려니 짜증나서 일단은 판타지만 공유중입니다. 무협도 필요하시면 프루나에서 메시지 전송 기능으로 쪽지 보내십시오. ************************************************************************************* 피 눈물을 흘리며 늑대와춤을 입니다. ^^ 광고 하나 짧게 하겠습니다. 유조아에서 연재가 되고 있는 발렌 작가님의 리턴 이라는 작품이 올라왔습니다. 전에 드래곤 하트라는 글로 올라왔으나 지금 수정을 해서 리턴이라는 이름을 달고 새로 연재가 시작되었더군요. 한 마디로 재미있습니다. 혹 시간이 되시면 한 번 쯤 들려서 읽어보세요. ^^ 그럼 즐거운 하루 되세요. ^^ ******************************************************************************************** 촤락 송현은 서찰을 구겨버렸다. "크으으으!" 이제까지 보이지 않던 살기가 송현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어떤 놈이든지 설린의 몸에 손가락 하나만 데었다가는 모조리 죽여버리겠다." 흡사 악귀와도 같은 안광이 흘렀다. "마나의 힘으로 내가 가고자 하는 곳을 간다, 워프!" 강렬한 마나의 기운만 방 안에 남기고 송현은 사라졌다. 아우우우우 달빛이 비추는 관제묘에는 야성 동물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그래서일까 서늘한 느낌마저 돌았다. 그곳에 한 대의 마차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주위로 세 명의 사내가 서성이고 있었다. 어두운 밤하늘에 눈부신 빛이 번쩍이더니 이내 한 인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송현이었다. 송현의 눈에 세 명의 사내가 보였다. "홀드!" 최대한 마나를 이용해 세 명의 사내의 몸을 굳혀버리고는 빠른 속도로 뛰어갔다. "파이어 볼!" 이글거리는 화염구체가 송현의 손안에 맴돌았다. 송현은 한 사내 앞에 내려서며 얼굴 가까이 파이어 볼을 가져다 대었다. "넌가? 서찰을 남긴 놈이..." 송현의 눈에 들어온 사내는 낮에 보았던 점소이였다. "네, 네놈은?" 순간적으로 송현의 두 눈에 강한 살기가 내뿜어졌다. "어디 있지?" 세 명의 사내는 상부로부터 송현의 실력을 들었으나 워낙 허왕된다고 생각을 했었다. 허나 이렇게 두 눈으로 직접 목격을 하니 거짓이 아님을 느꼈다. "어디 있냐고 물었다!" 송현은 파이어 볼을 더욱 얼굴에 가져다대었다. 지지직 머리카락이 강한 열기에 조금씩 타들어갔다. "자, 잠깐!" 송현은 더욱 파이어 볼을 점소이로 있던 그 자에게 가져다대었다. "어디 있냐고 물었다." "자, 잠깐! 여, 여기에 없소! 마, 말로 합시다. 내가 죽으면 당신은 그녀를 못 보게 될 것이오." 퍽! 송현은 앞에 있는 사내의 배에 다리를 들어 강하게 차버렸다. "커헉!" 허리가 직각으로 굽혀지며 땅바닥으로 나뒹굴었다. 그 충격으로 홀드 마법이 풀렸는지 재빠르게 품속에 서찰을 꺼내서 송현에게 던졌다. 송현은 차가운 표정으로 그 서찰을 펴 들었다. 마천승룡 송현 전. 혹시나 해서 그대가 내 수하들에게 폭력을 휘두를까 싶어서 다시 한 번 글을 남기네. 자네 앞에 마차가 보이지? 그걸 타고 오게! 그럼 나와 자네의 연인을 볼 수가 있을 거야! 나는 자네가 와주리라 믿네! 다음에는 서찰이 아닌 직접 얼굴을 보았으면 하는군! 나만의 바람이 아니길 비네! 아참! 내 수하들의 말을 잘 들어주게. 이건 부탁이네! 자네의 벗이 되고자하는 이로부터. 송현은 더욱 얼굴이 일그러졌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송현은 자신의 앞에 있는 마차를 보았다. 이미 상대는 치밀하게 준비를 한 것이 분명했다. 더 이상 자신에게 선택권은 없다는 것을 느꼈다. '일단 누구인지 모르나 따라가 준다. 허나 설린에게 무슨 일이 있으면 모조리 죽여 버리라!' 송현은 세 사내들에게 걸린 홀드 마법을 풀어주고는 마차 안으로 들어갔다. 송현이 마차 안으로 들어서자 다른 사내 하나가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는 안대를 하나 내주었다. "이것을 착용해주십시오." 송현은 아무 말없이 받아들었다. 그리고는 안대를 찾다. 섬세하게 만들었는지 조금의 빛도 안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덜컹 덜컹 마차가 흔들리는 것으로 보아 출발을 한 모양이었다. 그 날로부터 삼일 간 마차는 식사를 제외하고는 잠시도 쉬지 않고 달렸다. 송현 역시 식사를 할 때 말고는 안대를 풀지 않았다. 안대를 풀었을 때도 마차 밖을 보지 못하도록 창문을 모두 천으로 가렸다. 아주 철저한 준비를 했 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보통 마차가 달릴 때에도 흔들리기는 하나 정도가 조금 심해졌다. 산길을 달리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략 반 시진을 그렇게 달렸다. 찰칵 마차의 흔들림이 없어지며 마차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안대를 풀어도 됩니다." 송현은 그 말대로 안대를 풀었다. 삼일 만에 안대를 풀고 햇살을 보자 자신도 모르게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송현은 마차에서 내리며 주위의 풍경을 보았다. 예상대로 깊은 산속이었다. 고개를 돌려 들어온 길이라 예상이 되는 곳에는 좁은 협곡으로 되어있었다. 그 주위로는 절벽과도 같은 형상이 만들어져 있었다. 한마디로 천연요세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저를 따라오시지요." 송현은 한 사내를 뒤따라갔다. 나무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으나 이내 거대한 성벽이 보였다. 철문으로 된 성문을 지나 한참을 걸어갔다. 15분 정도를 걸어가니 크지는 않지만 화려한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소교주님, 모시고 왔습니다." 자신을 안내한 자는 보이지도 않을법한데 최대한 허리를 숙이며 말을 했다. "안으로 모셔라!" 목소리만으로도 차가움을 느낄 수 있었다. 송현은 굳은 얼굴로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외형과 다르지 않게 방안은 온통 화려하게 꾸며져 있었다. 일개 방안임에도 불구하고 바닥은 매끈한 대리석으로 깔려있었다. 그런 대리석 위에 최고급 양탄자 가 화려한 색체를 뽐내며 깔려있었다. 침상은 최고급 비단으로 덮여져 있었으며 벽 곳곳에 명필들의 힘이 느껴지는 족자들이 걸려있었다. 탁자 역시 보통이 아니었다. 형상으로 보아 족히 천년은 넘었을 법한 나무의 뿌리로 만든 것 같았다. 그 탁자에 한 사내가 홀로 앉아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쪼로록 사내는 술병을 들어 자신의 술잔이 아닌 맞은편에 있는 술잔에 술을 채웠다. 향긋한 냄새가 송현이 있는 곳까지 날아왔다. "뭐하는 겐가? 이곳으로 오지 않고." 송현은 아무 말 없이 그 사내의 앞에 가서 앉았다. 그리고는 한 번에 술잔을 들어 마셨다. 달쿰한 맛이 혀 끝에 맴돌았다. 허나 송현은 그 맛을 음미하지 않았다. 송현은 그 사내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았다. '저, 저자는?' 그를 기억할 수가 있었다. 무림 대회에서 무명으로 나와 그저 냉혈인이라 불린 사내였다. 탁 냉혈인이라 불렸던 사내는 자신의 술잔을 들어 마시고는 탁자로 내렸다. "내가 기억이 난 모야이군. 자자! 한 잔 더 받게!" 냉혈인이라 불린 사내는 술병을 들어 송현의 술잔에 따랐다. "이건 자매주(紫梅酒)라네. 어떤가? 좋지 않은가?" "설린은 어디 있나?" 송현은 그의 눈을 강렬히 쳐다보았다. "친구하고는... 성격이 너무 급하구먼! 아직 우리는 통성명도 안했네! 아니군, 나의 이름만 말하 면 되는 건가? 이거 결례를 했군." 냉혈인은 자세를 바로잡았다. "나는 혈교의 소교주인 혈성이라 하네!" "설린이 어디 있느냐고 물었다." 송현은 살기 짖은 눈빛을 혈성에게 쏘아 보냈다. 그런 살기에 혈성도 지지 않고 송현을 노려보았다. 그러기를 10여분이 흘렀다. "크하하하하하! 역시 내가 사람을 재대로 보았어! 세상에 어느 누가 이 혈성의 눈빛을 마주하겠는 가! 크하하하!" 혈성은 오만한 웃음을 터트렸다. "마지막으로 묻겠다. 설린은 어디 있나?" 송현은 애써 살기를 참으며 한자 한자 이를 꽉 다물고 꺼냈다. "그녀를 많이 사랑하는 모양이군!" 혈성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방 밖으로 걸어 나갔다. "안 따라오고 뭐하는 겐가?" 송현은 아무 말 없이 혈성을 따라나섰다. ************************************************************************************* 타이핑 者 : [KOR]TheYtsejaM (당나귀 호환 P2P 프루나) 프루나에서 제가 타이핑한 소설들과 그 외 제가 모은 소설들을 공유했습니다. 검색어 : [KOR]TheYtsejaM 또는 TheYtsejaM 로 검색하시면 제가 공유한 파일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소유자가 1이라도 관계없습니다. 저는 항상 접속해 있으니까요. 제가 접속해 있지 않을 때는(파일이 안 받아지고 있을 때는) 제가 집에 없거나 파일 받기 대기 중일 겁니다. 기다리시면 하루 안에 반드시 받으실 수 있으실 겁니다. 무협도 엄청나게 많이(약 1기가 정도) 텍스트파일로 가지고 있는데 너무 파일이 많아서 그거 다 편집하려니 짜증나서 일단은 판타지만 공유중입니다. 무협도 필요하시면 프루나에서 메시지 전송 기능으로 쪽지 보내십시오. ************************************************************************************* 피 눈물을 흘리며 비교적 멀지 않은 곳에 자그만 별채가 있었다. 송현은 혈성을 따라 들어가며 상당한 능력의 소유자들을 느낄 수가 있었다. "하악... 헉헉헉! 헉... 하악!" 방문 가까이 다가가자 양설린의 신음성이 들렸다. 콰당 송현은 혈성을 지나치며 거칠게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방 한쪽 침상위에서 괴우움에 몸부림치는 양설린이 눈에 들어왔다. 양손과 두다리는 천으로 묶여있 었다. 입고 있는 옷 주위가 제법 째져져 있었다. 옷이 째져져 있는 부분에는 손톱자국과 함께 피가 맺혀있었다. "나, 나 좀 어떻게 해...죠! 가려...워! 하악!" 처음 송현이 발견했을 때와 비교도 안될 만큼 악화되어 있었다. "설린! 설린!" 송현은 침상에서 몸부림치는 양설린을 안았다. "설린..." 두 눈에서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정신이 나간 듯 발작을 하던 양설린도 송현의 마음을 알았는지 송현을 불렀다. "가, 가가... 하악! 보...고 싶 하악!" 송현은 더 이상 양설린의 목소리를 들을 수가 없었다. 순식간에 그 자리에서 몸을 띠워 혈성을 향해 날아갔다. 슈아아앙 송현은 자신이 모을수 있는 최대의 마나를 모았다. "메모라이징, 위드..." "내가 죽으면 자네의 연인도 죽네!" 혈성은 비릿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꽤나 느긋한 모습이었다. 송현은 끝내 혈성에게 윈드 커너 마법을 사용하지 못했다. 그 모습을 보던 혈성은 침상 곁에서 양설린을 돌보는 시녀 하나에게 고개를 까딱거렸다. 시녀는 침상으로 다가가 양설린의 입에 조그만 환약을 하나 먹였다. 거칠던 숨소리도 차츰 안정이 되어갔다. 열이 펄펄 끊던 피부도 서서히 정상적인 온도로 내려왔다. 송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자네의 연인도 안정이 되었으니 우리 나가서 못다한 이야기나 하도록 하지!" 혈성은 등 뒤를 보여주며 천천히 밖으로 나갔다. 송현은 굴욕감에 온 몸을 떨어야했다. 나가던 혈성은 잠시 멈추어섰다. "그 분을 잘 모셔라! 조금의 실수라도 있을 적에는 너의 목은 물론 너의 가족모두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조, 존명!" 두려움에 찬 시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땀을 많이 흘린 듯하니 몸도 닦아주고 옷도 갈아입혀라!" 그 말을 마친 혈성은 그대로 나가버렸다. 뒤를 따라 나간 송현은 제법 큰 나무아래 돌로 된 탁자가 있는 곳에 혈성이 앉아 있는 것을 보았 다. 그 곳으로 송현은 걸어갔다. 혈성은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송현을 보았다. 송현이 혈성의 맞은편에 앉자 기분 좋은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그것은 객관적인 것이지 송현의 입장으로는 절대로 기분 좋은 목소리가 아니었다. "이제는 대화를 하실 있겠군." 송현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혈성의 입장으로는 기분이 안 좋을 수 있을 법도 한데 여전히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내 자네의 연인을 고쳐주도록 하지! 방금 보았으니 알 수가 있을 텐데. 안 그런가?" "그녀의 신분을 아는가?" "당연히 알지. 마교 교주의 따님이신 마도제일화 양설린. 아닌가?" 송현은 미세하지만 표정의 변화를 보였다. "맞는 모양이군!" "마교의 힘이 무섭지 않는가?" "마교라... 글쎄 나는 무섭지 않다네!" 혈성은 등받이에 허리를 묻으며 팔짱을 꼈다. 그의 표정은 느긋함이 묻어나왔다. "혹 마교 교주 양휘소를 들먹이며 협박을 할 것이라면 안 하는 것이 좋네!" 양휘소가 가지는 이름의 무게에도 혈성은 아무것도 아닌 듯 했다. "자네에게만 한 가지 사실을 알려주지! 지금쯤 양휘소는 제거가 되었을 걸세. 아니라도 이미 페인 이 되었을 지도 모르고..." 송현은 자신의 눈이 심하게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그 사실 아는 듯 혈성은 송현의 눈을 빤히 바라보았다. "믿지 못한다는 것 같군. 믿고 안 믿고는 자네의 마음이니 내 뭐 말은 안 하겠네. 허나 사실일 세. 자네도 곧 알게 될 것이고!" 송현은 애써 자신의 감정을 가다듬었다. 송현에게 있어서 혈성의 말이 맞는다면 심하게 충격 받을 양설린이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런 걱정은 지금의 양설린으로 옮겨졌다. 당장 지금 문제였다. "설린의 병은 무엇인가?" "병이라... 글쎄 병이라 해야 하나?" 혈성의 아리송한 대답에 송현은 미간에 주름을 잡았다. "음... 고독에 의한 증세가 병이라면 병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 "고독!" 쾅! 송현은 탁자를 거칠게 내려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독이라 했나?" 송현의 기억에 있는 고독은 인간의 몸속에 기생을 하는 맹독성 벌레였다. 문제는 이 고독이 자연적 으로 인간의 몸에 들어온다는 것은 극히 드문일이었다. 더군다나 묘강이나 남황등에서 서식하는 고독이 섬서성에 있던 양설린의 몸속에 들어간다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었다. 그렇다면 결론은 단 한가지였다.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양설린의 몸속에 고독을 심은 것이고, 그것을 치료를 할 수 있는 자가 혈성이 라면... 누가 보아도 뻔한 결론이 나오는 것이다. 송현의 옷자락은 크게 펄럭이기 시작했다. 마나가 송현의 근처에서 매서운 바람을 만드는 착각을 일으켰다. "아트팩트 파워, 아이스 스피어!" 싸늘한 기운을 내뿜는 빙창(氷槍)이 만들어졌다. 슈아악 빙창은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 그리고 아슬하게 혈성의 목 언저리에 다다랐다. "네 놈인가?" 혈성은 천천히 팔을 들어 자신의 목을 겨누고 있는 창을 가볍게 옆으로 밀었다. "내 수하가 그랬으니 내가 했다고 보아도 된다고 보내!" 송현은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살기가 온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나를 죽일 수가 있겠는가? 그럼 자네의 연인도 죽네!" 혈성은 밀어낸 빙창을 다시 자신의 목을 향해 가져다 대었다. 그리고는 느긋한 표정에 입술은 미소가 지어졌다. 송현은 이가 아프도록 꽉 물었다. 온 몸은 분노로 가득찼다. 허나 참아야만 했다. 칼자루는 자신이 아닌 지금 눈앞에 있는 혈성이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참고로 저 고독은 나 아니면 죽일 수 없을 거야! 일반 고독이 아니거든. 혈의뇌고독(血亄腦蠱毒) 이라고 하네! 아마 못 들어봤을 거야! 아직 세상에 한 번도 선보이지 않은 것이거든." 혈성은 천천히 혈의뇌고독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의 말에 의하면 이 고독은 다른 고독과 달리 아주 작다고 했다. 고독 역시 작지만 이 고독은 더 욱 작다고 했다. 그리고 사람의 몸에 침투를 하게 되면 사람의 뇌 깊숙이 숨어 들어가 서식을 한다고 했다. 그렇기에 내공으로 태워죽이기도 어렵다고 했다. 왜냐하면 뇌에 뿌리를 내어 어느 정도 공생을 하 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렇기에 고독을 뇌에서 제거를 하거나 일정한 먹이를 주지 않는다면 오랜 고통에 몸부림치다가 서 서히 죽어간다고 했다. 송현은 너무나 꽉 쥔 주먹으로 인해 손 한가득 피가 묻어나왔다. "화가 났다면 미안하네, 네 자네에게 부탁을 하려면 이 방법밖에 없을 듯싶어서 말이야!" "나에게 무엇을 바라는가?" 말 한마디 한마디마다 찐득한 살기가 묻어나왔다. "별거 아니네. 나를 조금 도와달라는 거지!" "내가 도와준다면?" "내 자네의 연인을 치료해주겠네." "확실한가?" "지금 당장은 치료를 해주지 못하네! 아니 안 해준다고 하는 것이 옳은 표현이겠군. 아아... 진정 하게나." 송현은 혈성의 말장난과 비슷한 대화에 살기를 더욱 일으키며 마나에 담아 혈성에게 쏘아 보냈다. "확실히 자네의 연인... 아! 이거 말이 너무 긴 것 같아. 내 양 소저라고 부르지." 송현은 아무 말 없이 그저 혈성을 노려보기만 했다. "양 소저의 몸에는 전혀 이상이 없도록 하지. 조금 전 보았던 그런 고통도 앞으로는 없게 해주고 말이야. 다만 완벽한 치료는 자네가 나를 3년만 도와준다면 완벽히 고독을 양 소저의 몸에서 없애 주겠네." 송현은 혈성과 허공에서 시선이 부딪혔다. 서로 밀리지 않는 시선들이었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송현의 눈빛은 무거운 반면 혈성의 눈빛은 웃 고 있는 것이다. "3년, 무엇을 하면 되지?" "별거 아니야. 우리 혈교가 세상에 등장했을 때 자네가 정파와 마교와의 전쟁에서 선봉을 서주면 되네!" "서, 선봉?" "그렇네!" 송현은 더욱 마음이 무거워졌다. 자신의 능력을 얻기 위함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설마 정파와 마교와의 전쟁에서 자신을 선봉으로 내 세우리라는 것까지는 생각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복잡했다. 머릿속은 엉킨 실타래처럼... "수락하는 게 좋을 거야. 양 소저를 살리려면!" 혈성이 말을 하는 순간 자신을 이곳까지 데리고 왔던 한 청년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자는 혈성에게 다가더니 오체투지를 하였다. "별이 떨어졌습니다." "그래? 어느 별인가?" "마(魔)입니다." "알았다. 물러가라!" "존명!" 혈성은 자신에게 보고를 하고 물러나는 자를 보다 송현에게 고개를 돌렸다. "어떤 보고인지 알아듣겠는가?" "......" "이제 양 소저에게는 자네밖에 안 남았다고 생각이 드는데... 아닌가? 철무정인가 하는 그 놈이 있군! 그래도 그 놈은 양 소저와 남남이니 말일세! 그렇다면 자네만 남은 게 맞군!" 송현의 시시각각 변하는 표정이 재미가 있는지 혈성은 시종 내내 웃고 있었다. '설린...' 가슴이 에려져 왔다. 설린이란 이름을 부르면 부를수록 더더욱 그런 마음이 생겼다. 가슴 한 구석이 쓰리면서 아파왔다. '설린...' 송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일 답을 주겠소. 시간을 주시오." "알았네! 좋은 답을 해줄 거라 믿네!" 혈성도 그 자리에서 일어났다. 송현을 향해 한번 방긋 웃어주고는 몸을 돌려 그 자리를 벗었다. "내일 아침이나 함께 하세나! 사람을 보내겠네!" 혈성은 한 마디를 남기고 별채에서 나갔다. =+=+=+=+=+=+=+=+=+=+=+=+=+=+=+=+=+=+=+=+=+=+NovelExtra(novel@quickskill.com)=+= 피 눈물을 흘리며 송현은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음..." 복잡한 심정을 드러내는 나직한 침음성을 내쉬었다. 송현은 자신을 감시하는 눈길을 받았다. 그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으나 마나의 유동으로 느낄 수 가 있었다. 그런 느낌에 아랑곳하지 않고 몸을 돌려 양설린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방에 들어선 송현은 침상 쪽을 보았다. 양설린이 아직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 양설린의 모습은 아주 깨끗했다. 누가 보아도 병치례를 한 여인이라고 보기에 힘들 정도였다. 혈형의 명에 따라 시녀가 상당히 신경을 쓴 것 같았다. 송현이 드러서자 시녀는 송현에게 최대한 공손하게 인사를 하고는 밖으로 나갔다. 송현은 침상으로 다가가 걸터앉았다. 잠들어 있는 양설린의 손을 잡았다. 따뜻했다. 아무 말 없이 양설린이 잠들어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러기를 얼마 지나지 않아 양설린의 손가락이 조금 꿈틀거렸다. "으음..." 몸을 살짝 뒤척이더니 힘없이 두 눈을 떴다. 눈동자가 송현 자신을 향하는 것을 알았다. 송현은 양설린을 향해 활짝 웃어주었다. "잘 잤소?" "가가?" 양설린은 송현을 보자 침상에서 몸을 일으키려했다. 허나 4일이 가깝도록 병마와 싸운 그녀이기에 근력이 딸릴 수밖에 없었다. 애써 몸을 일으키는 그녀의 모습에 송현은 그녀를 부축해주었다. 편안하게 해주기 위해 자신이 양 설린의 뒤로가 등받이가 되어주었다. "몸은 어떻소?" "여기가 어디죠?" 양설린은 이 곳으로 온 사실을 모르는듯했다. "여기가 어디인지 모르시오?" "예, 그날 밤 갑자기 머리에 고통을 받고 몸에 열이 난 것은 기억해요. 그 다음은 기억이 없어 요." 송현은 양설린의 말을 듣는 순간 고열에 의해 기억을 가지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다. "의원집이라오." "의원집이요? 방이 너무 화려한 것 같은데..." "내 설린을 위해 돈 좀 썼소. 편히 쉬어야 하지 않겠소?" "가가..." 송현은 두 팔을 들어 양설린의 등 뒤에서 살며시 안아주었다. "힘내시구려. 빨리 낳아야 하지 않겠소?" "저 많이 아픈가요?" "아니오, 약만 꾸준히 먹는다면 쉽게 낳을 수 있다고 했소. 단지." "단지?" 양설린은 고개를 등 뒤로 돌려 송현을 보았다. "별 것 아니오. 무리하면 안 된다는 것이오. 한 동안..." 송현은 양설린에게 거짓말을 하려니 입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허나 해야만 했다. 그녀의 마음을 안정시키고 편안하게 해주어야만 했기 때문이다. "이 곳에서 몸 관리를 해야 할 것이오. 한 동안 설린은 교로 갈 수 없을 것이오." "그런가요?" 의외로 양설린의 얼굴에는 화사한 꽃처럼 활짝 피었다. 송현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가가, 제가 조금 아프지만 낳을 수 있다니 다행이네요. 그리고..." 양설린은 조금 수줍은 듯 몸을 살짝 꼬았다. "가가와 오랫동안 같이 있을 수 있잖아요. 제가 낳을 때까지 같이 있어줄거죠? 네?" 송현의 마음은 찢어지는 듯 했다. 양설린은 아무것도 모른 채 해맑은 미소만 짖고 있었다. 송현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그대로 양설린을 꽉 안았다. 양설린도 다 팔을 올려 송현을 살며시 안았다. 양설린은 어깨가 젖어옴을 느꼈다. 살짝 고개를 들어 보니 송현의 눈물이었다. "가가, 우시는 거예요?" "아, 아니오." 송현은 양설린과 떨어지며 눈물을 소매로 닦았다. "우시는 것 맞네요." "맞소. 설린 아파서 그런 것이오. 앞으로 아프지 마시오. 알았소?" "참, 가가도... 저 괜찮아요. 자 봐봐요. 건강하죠? 이 곳 의원은 의술이 뛰어난 것 같네요. 그리 고 별 이상 없이 고친다고 했잖아요." 양설린은 힘차게 몸을 움직였다. 그리고는 활짝 웃어주고는 이내 팔을 들어 송현의 눈물을 닦아주 었다. 송현은 자신의 눈물을 닦아주는 양설린의 손을 잡았다. "설린, 내 이전에 말한 것 생각나시오?" "어떤거요?" "평생 함께 하자는 말이오. 앞으로 영원히 나에게는 설린, 그대뿐이라는 것 말이오." 송현의 말에 양설린은 부끄럽지만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그럼요. 제가 그 것을 잊을 리가 있나요?" "사랑하오. 꼭 건강해져야만 하오." "가가, 오늘 이상해요." 송현은 양설린의 듣지도 않고 그대로 양설린의 입술을 덮쳤다. "으읍!" 양설린은 갑작스러운 송현의 행동에 놀랐으나 이내 두 눈을 살며시 감으며 송현의 입술을 받아들였 다. 서로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있었다. 이 순간만은 세상 어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시간이었다. 스르륵 양설린의 옷자락이 한 꺼풀 침상으로 흘러내렸다. 우유 빛 같은 뽀얀 피부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매끈한 목에서 이어지는 둥그스름한 어깨선. 그리고 이어지는 잘록한 허리. 양설린은 얼굴을 살며시 붉히며 송현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가가!" "설린, 사랑하오. 내 생에 여인은 그대뿐이오." "가가." 다시 한번 둘은 입맞춤을 하였다. 그렇게 뜨거운 열기가 방을 한차례 휩쓸었다. 송현은 잠들어있는 양설린을 내려다보았다. 단 며칠이지만 얼굴이 많이 해쓱해져 있었다. 양설린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겨주었다. 자는 얼굴에도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행복한 꿈을 꾸고 있는 듯 했다. 송현은 자리에서 조심스럽게 일어나 옷을 입었다. 그리고는 잠들어있는 양설린에게 이불을 잘 덮어 주었다. "으음...가가!" 양설린은 꿈에서조차 송현과 함께 있는 듯 송현을 부르는 잠꼬대를 했다. 송현은 잠들어있는 양설린의 이마에 가볍게 입맞춤을 하고는 조용히 방을 빠져나갔다. 방에서 나온 송현은 하늘을 보았다. 하늘도 땅. 그 사이 보이는 모든 세상이 붉게 물들었다. 저물어가는 해가 송현의 눈에 들어왔다. 눈이 부실 듯도 하건만 송현은 무심한 눈을 유지했다. 아무도 모를 사람이 본다면 너무나도 평온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철 아우... 금 형..." 그의 입술이 살며시 열리며 친우들의 이름이 흘러나왔다. 그의 마음은 복잡했다. 설린을 위한 것이라면 친우들에게 칼을 들이밀어야 했다. 허나 그들에게 칼을 들이밀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설린은 이 세상을 떠나야만 한다. 모든 생각들이 더욱 송현의 마음을 무겁게 하고 피눈물을 흘리게 만들었다. 어느 덧 해가 저물고 밝은 달이 세상을 비추고 있었다. 그 사실을 송현은 감지하지 못했다. 눈은 달을 향하고 있었으나 그에게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양설린, 철무정, 금정산 그리고 나머지 지인들... 모두의 얼굴들이 송현의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답답한 마음이 가슴을 짖눌렀으나 굳게 닫힌 송현의 입은 열리지 않았다. 한 숨을 쉴 법도 한데 굳게 닫힌 입술은 더욱 굳게 다물어졌다. 굳은 표정에 어울리지 않는 눈물이 한 방울 떨어졌다. 설린에 대한 눈물이었으리라... 송현의 두 손은 주먹이 쥐어졌다. 눈에 보일 듯 말 듯 미세하게 떨고 있었다. 새파란 안광이 송현의 눈에서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럴수록 더욱 무심한 표정으로 바뀌어갔다. 달이 뜨면 해가 뜨는 법. 어둠을 밝혀주는 달을 몰아내고 밝은 해가 산 사이로 고개를 들고 있었다. 아침의 특유한 시원함이 물씬 풍겼다. 하루의 시작을 축복하듯이 산새 울음소리가 여기저기서 울려 퍼졌다.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는 사내가 있었다. 떡 벌린 어깨. 느긋함이 묻어나오는 자세로 뒷짐을 지고 있었다. 하얀 백발! 산뜻한 바람이 불어와 하얀 백발을 흐트렸다. 흩날리는 백발에 눈부시게 빛나는 태양이 날아와 부딪히며 산산이 부셔졌다. 신비로운 느낌을 주었다. 허나 그의 주위에는 강렬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절대자의 기운. 평범한 수준의 사람들에게서는 도저히 볼 수 없는 그런 강자의 기운이었다. 신비로운 느낌과 강자의 기운이 묘하게 섞이며 더욱 매력적인 인상을 주었다. 단지 뒷모습뿐이었지만... =+=+=+=+=+=+=+=+=+=+=+=+=+=+=+=+=+=+=+=+=+=+NovelExtra(novel@quickskill.com)=+= 차가운 피를 가지다 백발의 사내는 아주 천천히 뒤로 돌아섰다. 명필의 한 획을 보여주는 눈썹. 허나 백미였다. 백발과 너무나도 잘 어울렸다. 대해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눈동자, 칼날같은 코. 절대로 열리지 않을 것만 같은 입, 강렬한 선으로 이어지는 턱선. 강자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하는 모습이었다. "설린! 내 그대를 위해 모든 것을 버리겠소!" 놀랍게도 그 사내의 입에서 양설린의 이름이 흘러나왔다. "내 그대를 위하는 길이라면 지옥이라도 걸어가겠으며 악마라도 되겠소. 그대만 행복해질 수 있다 면 말이오." 백발의 사내는 천천히 걸었다. 그가 향하는 장소는 양설린이 머무는 방문이었다. 그 백발의 사내는 바로 송현이었다. 하룻밤 사이에 너무나도 틀려진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의 고뇌가 무거웠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고뇌에 의해 하룻밤 사이에 탐스러운 흑발이 하얀 백 발로 바뀌었으니 말이다. 전체적인 인상도 바뀌었다. 인상은 마음을 보여주는 거울이라 했다. 언제나 보기 좋은 얼굴에 미소가 걸려 편안함을 주는 그런 얼굴이 아니었다. 보는 사람은 질식할 것만 같은 차가움과 냉정함 만이 흐르고 있었다. 오로지 강함만을 보여주는 그 런 인상이었다. 송현은 침상에서 아직 자고 있는 양설린을 내려다보았다. "누구..." 어제 양설린을 돌보던 시녀가 달라진 송현을 알아채지 못하고 다가왔던 것이다. 송현은 고개를 돌렸다. "히익! 누, 누구세..." 콰당. 시녀는 얼음장 같은 송현의 얼굴과 질식할 것만 같은 무게감에 저도 모르게 뒷걸음을 치다가 넘어 졌다. 일어서지도 못하고 엉덩이를 바닥에 붙인 채 질질 끌며 팔과 다리로 휘저어가며 뒤로 물러났다. 얼굴 가득 두려움이 번져있었다. "무슨 일이냐?" "그, 그게..." "설린을 위해 온 것이냐?" "서, 설린?" 시녀는 급히 누워있는 양설린을 보자 과장되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자고 있다. 나중에 다시 오도록 하라." "예... 예!" 시녀는 더 이상 참지 못하는지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이내 떨리는 다리를 애써 잡아가며 일어섰다. 그리고는 문 쪽으로 기어가다시피 걸어갔다. 그런 그 시녀는 다리를 멈추더니 고개를 돌렸다. 두 눈에는 무서움이 묻어났으나 애써 입술을 물어가며 송현을 향했다. "저... 어제 그 분은 어디..." 송현은 시녀의 말에 고개도 돌리지 않고 눈동자만 돌려서 보았다. "허억!" 콰당 시녀는 땅에 바싹 업드렸다. 온 몸을 달달 떨면서 말이다. "자, 잘못했습니다. 요, 용서를..." "그 분이라..." 송현은 이상함을 느끼며 시녀를 바라보았다. 시녀의 '그 분'이라는 단어를 이해를 할 수가 없었 다. 자신 이외에 찾을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시녀를 보기위해 고개를 아래로 내렸다. '응?' 하얀 백발이 보였다. 손을 뻗어 백발을 만져보았다. 이질적인 백발이 자신의 머리카락이란 것을 인지한 송현은 벽에 걸린 거울 앞으로 갔다. 거울에 비친 사내는 자신이 아는 송현의 모습이 아니었다. 항상 편안한 얼굴에 미소가 걸린 얼굴이 아니었다. 강렬한 인상을 주는 냉혈인의 모습이었다. "피식!" 송현은 실소를 터트렸다. 허나 소리만 났을 뿐 표정의 변화는 없었다. '오히려 잘 되었는가?' 송현은 다시 몸을 돌려 시녀를 보았다. 숨소리 하나도 내지 않고 있었다. 간간히 들려오는 이빨 부딪히는 소리만 들렸다. "나를 왜 찾는 건가?" 시녀는 송현의 말에 놀라며 부서지도록 고개를 들었다. "왜 찾았는가 물었다." 시녀는 다시 화들짝 놀라며 머리를 땅바닥에 대었다. "소, 소교주님께서 모시고 오시라고 하셨습니다." 시녀는 애써 말을 열었다. 저벅 저벅 그 어떤 대답도 들리지 않았다. 그저 발자국 소리만 들렸다. 시녀는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고 눈만 돌렸다. 송현의 발이 자신을 지나쳐 방문쪽으로 향하는 것이었다. 시녀는 만에 하나 송현을 놓칠까봐 번개와 같이 일어나더니 송현의 앞으로 뛰어갔다. "저, 저를 따라오십시오." 시녀는 차갑고도 무서운 송현의 눈빛을 볼 자신이 없어 고개를 숙인채 말을 하고는 앞장을 섰다. 송현은 말없이 시녀의 뒤를 따라갔다. 어제 들렸던 혈성이 지내는 건물로 시녀의 안내를 받아 들어갔다. "모시고 왔습니다." "모셔라!" 시녀는 송현을 향해 허리를 숙였다. "들어가시지요. 저는 여기까지 입니다." 송현은 돌아가는 시녀에게 한 마디 던졌다. "그녀를 부탁한다." 그 말을 하고는 이내 몸을 돌려 혈성의 방안으로 들어갔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탁자에 앉아있는 혈 성이 보였다. 송현은 말없이 다가가 맞은 편 탁자에 앉았다. 혈성은 조금은 놀란 표정을 지었으나 이내 송현을 알아보았다. "하룻밤사이에 너무나 많이 변했군." "설린에게 머리카락 하나라도 해가 생긴다면 너 뿐만 아니라 이곳은 모든 생명들은 죽음을 생각해 야 할 것이다." "음..." 혈성은 턱을 매만지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설린의 몸에 있는 고독을 완벽히 제거해 줄 것을 약조하라!" "내 그것은 약조를 하지. 단 지금은 아니라는 것은 알겠지?" "그 사이 고독으로 인해 고통을 받는 모습이 내 눈에 보인다면 그때 너에게 똑같은 고통을 느끼 게 해 줄 것이다." 슈아아악 송현의 머리위로 살기어린 검명이 들렸다. 흑의(黑衣)의 한 사내가 빠른 속도로 송현의 머리를 향해 검을 내리쳤다. 쿠아악 검은 송현의 몸을 통과하였다. 허나 송현의 모습은 잔상이 되어 사라지고 송현이 앉아있던 의자는 산산조각이 났다. "마나의 의지가 나의 의지다, 텔레키네시스!" "커헉" 흑의의 사내는 목매고 자살하는 사람처럼 허공으로 떠올라 두 다리를 바둥거렸다. 송현은 마나를 이용하여 그 사내의 목을 더욱 조이기 시작했다. 순간 송현의 눈에 강한 살기가 번뜩였다. "크아아아악." 눈에서 피가 흐르기 시작하더니 이내 코와 입, 귀에서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찻!" 푸아악 짧고도 강렬한 기합소리에 흑의의 사내는 머리가 수박통이 터지듯이 부셔져버렸다. 피도 튀고 뇌수도 튀었다. 그자의 반경 2~3m가량은 끈적한 피와 뇌수가 번져있었다. 털썩! 머리 없는 시체가 허공에 달랑거리다가 땅으로 떨어졌다. 저벅 저벅 턱 콰당탕 송현은 시체에게 다가가 구석으로 발길질을 해서 굴려버렸다. 그리곤 이내 피가 번져있는 의자도 차버렸다. 그리곤 무심한 듯 다른 의자를 가지고 와서 앉았다. 혈성은 맞은편에 태연히 앉은 송현을 한참을 노려보았다. "크하하하하하!" 혈성은 목젖이 보이도록 크게 웃었다. "마음에 드는군! 하지만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나에게 덤비는 자들은 모조리 고통에 몸부림치다 가 죽었거든. 뭐 이번 한 번은 봐주지!" 혈성은 품에서 두 덩어리의 묵직한 금패를 꺼내어들었다. 그리고는 송현이 있는 방향으로 탁자에 던졌다. 턱 송현은 무심히 금패를 들어보았다. 한 면에는 피에 젖은 악귀가 새겨져있었다. 반대로 뒤집어 보니 뒷면은 매끈했다. 송현은 금패를 다 살펴보고는 고개를 들었다. "자네는 신기한 사술을 많이 쓰더군! 거기에도 그 무엇이야... 연락을 주고받는 그것을 만들어 주 었으면 해!" "통신 마법 물품을 말하는 것인가?" "그것을 그렇게 부르는가? 뭐 어쨌든 만들어서 하나는 자네가 같고 하나는 내가 같도록 하지!" 송현은 그 자리에서 마법 수식을 새겼다. 어차피 영구적으로 쓸 일이 없기에 큰 힘들이지 않고 만들었다. 완성이 되자 하나는 자신의 품에 집어놓고 하나는 다시 혈성의 앞에 던졌다. "할 일은 무엇이지?" "이런 급하기는. 우선 식사부터 하지! 이봐라, 밖..." "할일이 무엇인지 물었다." 혈성의 미간은 찌푸려지며 역팔자가 만들어졌으나 곧 웃음을 띠었다. "당장은 아니고... 이삼일 푹 쉬게나! 그 후에 본격적인 중원 진출이 있을테니! 그때 내 연락을 하지!" "알았다." 송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잠시 혈성에게 시선을 준 다음 그대로 몸을 돌렸다. 송현이 막 방을 벗어나려할 때 뒤에서 혈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마음 굳게 먹게나! 자네의 의동생과 그 외의 지인들도 죽여야 하니 말이야. 크하하하하." 무엇이 그리 좋은지 즐거움이 가득 담긴 웃음소리였다. "내 일이다. 신경을 쓰지 않았으면 하는군!" "신경을 쓰지 않아! 단지 마음이 약해지지 말라는 뜻으로 했네. 자에의 연인을 위해서 말이야! 크 크크 크하하하." 송현은 웃음소리를 들으며 방을 빠져나왔다. 양설린이 있는 별채로 걸어가던 중 나무에 아름답게 지적이는 한 쌍의 아름다운 새가 눈에 들어왔 다. 송현은 그 새를 보며 자신과 양설린을 생각했다. '설린...' 송현은 설린을 생각하며 두 주먹을 굳게 쥐었다. 눈빛도 더욱 가라앉았다. '철 아우, 금 형……. 부디 빌 건데 전장에서 보지를 않았으면 하네! 어쩌면 내가 자네들의 목숨 을 내가 거두어 들일수도 있으니 말일세. 아니 기필코 죽일 것일세! 기필코!' 미드란의 마음속에서는 피눈물이 흘렀다. 애써 참지 않았다. 이내 살기 어린 눈빛으로 변한 미드란은 혈성이 머무는 곳에 향했다. '혈성, 너도 마찬가지다. 3년의 시간이 흐른 뒤 철저하게 이 고통을 되돌려주겠다. 아니 내가 설 린의 고독을 제거하는 날! 두 배, 아니 수십 수천 배로 돌려주겠다. 이 고통을'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우는 것은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나약한 모습 역시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중원 무림이여! 그들은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한 무서움을 보게 될 것이다. 진정한 마법사의 힘 을 말이다. 나와 설린의 앞길을 막는 자들은 어느 누구도 죽음이란 단어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죽음이라는 단어를…….' 미드란은 하얀 백발을 빗어넘기며 싸늘한 표정을 지었다. =+=+=+=+=+=+=+=+=+=+=+=+=+=+=+=+=+=+=+=+=+=+NovelExtra(novel@quickskill.com)=+= 냉무 - 그냥 넘어가세요. ^^ 일단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꾸벅 (__) 한 순간 제가 잠시 감정에 지우쳤습니다. 한 명의 작가로서 실수를 한 듯 합니다. 뭐 별다른 변명은 하지 않겠습니다. 앞으로 저의 글을 보아주시는 분들을 위해 더 좋은 글을 가지고 찾아가겠습니다. 뭐 반성의 의미로 글 한 편 더 올립니다. ^^ 양은 작습니다. 어제 글을 쓰지 못 한 관계로!!! ㅡ.ㅡ;; 부탁할 것은 앞으로 더 좋은 글을 함께 만들어 갔으면 합니다. ^^ 제가 올린 공지 글에 대해서는 저도 잊을테니 독자분들도 웃으며 이해해주세요. ^^ 넓은 아량으로 아셨죠? 그럼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 =+=+=+=+=+=+=+=+=+=+=+=+=+=+=+=+=+=+=+=+=+=+NovelExtra(novel@quickskill.com)=+= 차가운 피를 가지다 늑대와춤을 입니다. 앞의 공지가 바뀌었으니 혹시 안 보신 분들은 보아주세요 ^^ 즐독하시구요...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 ^^ ******************************************************************************************** 탁자위로 주황빛 촛불이 일렁였다. 그 촛불 아래로 백발의 사내가 무심한 표정으로 책장을 넘기고 있었다. 샤라라락 시간이 한참을 흘렀지만 어떤 표정도 없이 시선은 책으로만 고정이 되어있었다. 턱!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백발의 사내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규칙적인 발걸음을 놀려 창가로 다가가 창문을 열고 하늘을 보았다. 그의 시선은 달빛으로 향했다. '나도 모르는 세 하나의 달에 익숙해 졌군!' 백발의 사내는 다시 고개를 돌려 침상으로 향했다. 한 여인이 침상에서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설린!' 백발의 사내는 바로 송현이었다. 송현의 얼굴에서 예전의 따사로움은 찾을 수가 없었다. 차가운 냉기만 흐르고 있었다. 그 표정이 실체화가 된다면 그의 주변에 있는 것은 모조리 얼어버리고 말았을 것이다. 양설린을 보던 송현의 시선은 다시 탁자위의 서책으로 옮겨갔다. '휴우!' 한 숨이 흘러나왔다. 허나 한 숨은 어디까지 마음속으로 흘러나온 것이지 표정에는 일말의 변화도 없었다. 탁자위로 쌓여있는 서책들이 송현의 눈에 들어왔다. 수북히 쌓여 자그만 언덕처럼 보이는 서책들은 모조리 의서였다. 그중에서도 독술에 관한 내용들 이 태반이었다. 다시 시선을 돌려 양설린을 향해 다가갔다. 양설린을 반듯이 눕히고는 얼굴을 바라보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얼굴을 보는 것이 아닌 뇌 속을 보 고 있었다. "클레어보이언스 앤(&) 매그너파이!" 투시 마법과 함께 확대 마법을 이용하여 양설린의 머릿속에 있는 고독을 보고 있었다. '크...' 여전히 송현의 표정은 변화가 없었으나 속으로는 마음이 찢어지고 있었다. 송현의 두 주먹은 더욱 꽉 쥐어졌다. 과연 혈성이 장담을 할 만큼 잘 만들어낸 고독이었다. 크기도 매우 작았으며 어떻게 만들었는지 식물의 특성을 잘 조합하여 양설린의 머릿속까지 뿌리를 뻗고 있었다. 그 뿐만 아니라 미세하지만 어느 정도 세포조합까지 이루고 있었다. 단순히 고독만 죽여 제거를 할 수가 없었다. 지금 모든 의서를 통하여 고독에 대한 정보를 얻고 있 으나 뾰족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송현은 마법을 거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벅 저벅 쾅 쾅 쾅!!! 벽쪽으로 다가간 송현은 있는 힘을 다해 주먹으로 벽을 치고 또 쳤다. 주르르륵 주먹은 살갗이 벗겨져 피가 맺혔으며 벽에는 핏자국으로 얼룩이 졌다. 그럴수록 송현의 표정은 더 욱 차가워져만 갔다. 차가운 표정에 입술이 더욱 꽈 깨물어졌다. 송현은 스스로의 한계에 실망감이 들었다. '내 여자도 스스로 지키지 못 한다니... 그러고도 내가 무슨 대마법사인가?' 마음 같아서는 혈성의 머릿속의 기억을 빼앗아오고 싶었다. 허나 지금의 서클로는 어림도 없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기억 복제 마법인 E.S.P 마법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그렇다고 상대의 동의가 없 어도 상대의 기억이나 지식까지 읽고 복사할 수 있는 메모리 리프러덕션 마법을 쓸 수도 없었다. 메모리 리프러덕션 마법은 9서클이었기 때문이다.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다. 내가 누군가에게 끌려 다닌다는 것은 내 자존심이 용납을 하지 않는 다. 무엇보다 설린이 아파하는 모습을 볼 수가 없다.' 송현은 벽에서 주먹을 띠고는 다시 탁자로 가서 앉았다. 그리고는 처음부터 의서를 꺼내 다시 읽 기 시작했다. 몸과 마음이 피곤하였으나 그런 것은 신경도 쓰지 않는 듯 했다. 콰당! 방문이 벌떡 열렸다. "헉헉헉!" 양설린을 돌보는 시녀가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무슨 일이지?" 송현은 냉기가 도는 눈빛을 발하며 천천히 시녀를 노려보았다. 시녀는 송현의 눈빛을 받자 두 다리를 오들오들 떨었다. 잔뜩 겁을 먹은 채 당장이라도 눈물이 떨 어질 듯한 표정을 지었다. 양팔로 가슴을 가린 채 뒤로 주춤주춤 물러났다. 드르르륵 "무슨 일이냐고 했다!" 송현은 그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덕분에 의자가 거친 탁음을 내며 뒤로 밀려났다. "이, 이상한... 소리를..." 송현은 시녀의 목소리에 손을 보았다. 치료도 하지 않아 피딱지가 주먹에 너지저분하게 묻어있었 다. "아무 일도 아니다. 가라!" 송현의 시선에 자연스럽게 시녀도 송현의 손으로 향했다. 걸레가 되다시피한 송현의 주먹을 보고는 비명을 지르려고 했으나 이내 손을 들어 입을 가렸다. 두 눈에는 무서움이 가득했으나 애써 목소리를 죽였다. 꼴깍 저도 모르게 마른 침을 삼킨 시녀는 그 소리가 제법 크게 울리자 깜찍 놀랐다. 사박 사박 어디서 용기가 생겼는지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갔다. "제, 제가 치료..." "됐다. 그냥 가라!" "네, 네!" 차가운 목소리에 시녀는 다시 한 번 움찔했다. 부시럭 침상에서 이불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송현은 고개를 돌렸다. 양설린이 잠에서 깨면서 침상에서 몸을 일으켰다. "가가, 무슨 일이세요?" "아무 것도 아니요. 너는 이만 나가거라!" 송현은 시녀에게 가볍게 손을 흔들어 뜻을 전했다. 시녀는 송현의 말과 행동에도 잠시 우물쭈물한 모습을 보였다. 양설린은 시녀의 조금은 뜻밖의 모습에 잠시 지켜보았다. 이내 시녀의 시선이 송현의 손으로 향하 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가가의 손을 왜 저렇게 보지?' 양설린의 시녀의 행동에 의구심을 가지며 송현의 손을 보았다. "가가!" 양설린은 자신도 모르게 송현을 크게 불렀다. 송현은 양설린의 행동에 잠시 인상을 찌푸렸다. 슬쩍 시녀를 쳐다보고는 아무 말없이 손을 흔들었 다. 축객령이었다. 양설린의 모습을 보아서 인지 시녀는 그제야 조용히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방은 빠져나왔다. 자신의 손을 잡는 양설린의 손이 느껴졌다. '설린...' 양설린이 송현의 손을 잡아들고는 이내 두 눈가에 눈물이 맺혀있었다. "가가..." "험험!" 송현은 슬그머니 손을 뺐다. "힐링!" 순식간에 송현의 양 주먹에 흰빛이 돌더니 이내 깨끗한 손으로 바뀌었다. =+=+=+=+=+=+=+=+=+=+=+=+=+=+=+=+=+=+=+=+=+=+NovelExtra(novel@quickskill.com)=+= 복수의 서막이 오르다 늑대와춤을 입니다. 저도 그랬고 독자님들도 그랬듯이 조금은 힘든 몇편이었네요 ^^ 조금은 후에 매듭을 풀려고 하였으나 조금 앞당겨 그 매듭을 풀려고 합니다. 조금 진부한 내용으로 이어져 독자분들의 마음도 맣이 상하신듯 하여 이해를 하고 조금 당겨보았습니다. ^^ 앞으로 통쾌한 송현을 보여드릴 것입니다. ^^ 조금은 지금의 내용이 어색할 수도 있습니다. 사실 조금 바뀌었거든요 ^^;; 최대한 독자님들의 리플들을 다시 읽어보고 하루 종일 생각을 했습니다. 제 나름대로 조금은 힘든 날이었네요! 큰 스토리 전개는 바뀌지 않겠지만 조금은 바뀌었습니다. 독자님들의 의견과 제 생각을 잘 융합하기로 했습니다. ^^ 지금 여기 올라온 인터넷 연재분도 수정을 하고 싶지만... 논란이 있었던 앞글을 수정하고 싶지만 출판본으로 대처를 하기로 하겠습니다. 아마 이 부분은 책으로는 조금더 매끈하게 이어지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몇 편으로 인해서 제 글이 독자분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는 좀더 탄탄한 구성을 잡아 좋은 글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말만 그렇잖아!!! ㅡ.ㅡ;;)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시구요! 며칠 동안 시원한 송현의 활약 지켜봐주세요 ^^ ******************************************************************************************** "나 때문에 잠에서 깨어난 듯싶은데 아무것도 아니니 다시 주무시오." 송현의 말에도 양설린은 송현의 주먹을 보았다. 머쓱한 표정을 짖더니 이내 깨끗해진 두 손을 양설 린에게 내밀어보였다. "보시오. 아무 이상도 없지 않소!" "그, 그렇네요! 제가 잘못 본 건가요?" 송현은 어색한 헛기침을 날렸다. "험험! 그런 것 같구려. 자자! 날이 세려면 멀었으니 더 눈을 부치시구려." 이불을 끌어들여 양설린을 덮어주었다. "가가는 안 주무시는가요?" "책을 볼 것이 조금 남아있어서 그렇소. 설린이 잊은 모양인데 이 송모는 과거를 준비를 해야 하 는 몸이오." 송현의 말에 양설린은 웃음을 보였다. 수축한 모습의 미소라서 그런지 더욱 마음이 아팠다.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 "알겠소." 송현은 양설린이 잠이 들기까지 옆에서 손을 잡아주었다. '휴우!' 양설린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철무정이 생각이 났다. 또 철무정을 생각하니 금정산이 떠올랐다. 송 현에게 있어서 하나같이 소중한 존재들이었다. '휴우, 과연 내가 그들과 맞부딪혔을 때 그들에게 살수를 펼칠 수 있을까?' 결론은 아니었다. 잠시 설린으로 인해 경황이 없어 이성을 잃었던 당시 다짐이 생각이 났다. 입술이 깨물어졌다. 피가 고일정도였다. 순간 송현은 두 눈에서 강한 살기가 돋아나기 시작했다. '혈성! 이 놈! 네 놈만은 무슨 일이 있어도 이 고통을 돌려주리라!' 한순간이나마 자신의 친우들을 죽일 수 있다는 생각을 들게 한 자였다. 혈성의 분노가 더해지자 다시 탁자로 걸어갔다. '우선은 설린의 고독을 없애야 한다. 기필코!' 송현은 탁자에 앉아 다시 의서를 잡았다. '어떤 해독약을 써야하는가?' 자신의 치료 마법도 통하지 않았다. 의서에서도 뾰족한 해독이 나와 있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을 하고 의서를 통해 지식을 얻어도 해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저런 조그만 벌레하나 없애지 못하다니...' 쾅. 송현은 자신도 모르게 탁자를 거칠게 내쳤다. 그러던 송현은 그 자리에서 벌떡 얼어났다. '벌레...!' 송현은 정신없이 침상으로 달려갔다. "클레어보이언스 앤(&) 매그너파이!" 다시 한번 고독을 투시 마법과 확대 마법을 통해서 살펴보았다. '그래! 고독(蠱毒)은 독(毒)이 아니다! 한 마리 벌레에 지나지 않은가? 왜 나는 독에만 집착을 했 을까?' 송현은 세세히 설린의 뇌 속을 살피기 시작했다. 30여분을 살핀 후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제거가 가능하다. 문제는 고독과 뇌와 붙어있는 부분이다. 자칫 신경을 다칠 수가 있다.' 송현은 손으로 턱을 감쌌다. 털석 송현의 품에서 한 자루 주머니가 주머니 끝에서 끝으로 이동을 하였다. 옷에서 무게감이 느껴졌다. '응? 포션?' 자신이 가지고 만든 힐링 포션환약은 과거 마법사들이 만든 트롤 포션보다 몇 십 배나 뛰어난 것이 었다. 치료를 할 수 있다는 희망이 송현의 가슴에 떠올랐다. '할 수 있다. 허나 조심해야한다.' 신중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손을 뻗었다. "슬립!" 혹시나 하는 마음에 양설린을 일단 깊은 잠에 빠지게 했다. "휴우!" 깊은 숨을 내쉬고는 이내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안티 인섹트 마법을 준비를 하였다. 일종의 벌레를 없애는 마법이었다. 흔히 마법사들이 농가에서 많이 사용해주는 마법으로 극히 낮 은 서클의 마법이었다. 추수 기간 등 곡식에 벌레가 들어 식량이 축내지 않기 위해 만들어진 마법이었다. 고서클의 마법사 는 서클이 올라가며 이내 잊어버리는 마법이기도 하였다. 용병 마법사들이나 수입을 얻기 위해 곧 잘 사용하는 마법이기도 하였다. 피식! 송현은 마법을 사용하려다가 이내 웃음이 나왔다. 고독을 오로지 독이라는 생각을 하였고 그러기에 의술과 자신의 치료마법에만 의존했던 것이었다. 심지어는 실행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고독의 텔레포트까지 생각도 하였던 송현이었다. 7서클이라는 서클과 궁중 마법사라는 직책에 어느 정도 자신의 한계를 만들어 놓았던 것이다. "안티 인섹트!" 송현은 벌레 제거 마법으로 인해 서서히 그 형체가 사라지는 모습을 투시 마법과 확대 마법으로 지 켜보았다. 샤라락 이내 벌레 제거 마법으로 고독이 불에 탄 듯 재와 같은 먼지로 변하자 이내 텔레포트 마법을 두 번 에 걸쳐 시행했다. 그 중 한 번은 고독이 사라지며 남긴 먼지를 밖으로 빼기 위함이고 나머지 한번은 고독의 제거로 인해 생긴 뇌의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힐링 포션환약을 뇌 안으로 집어넣기 위함이었다. "텔레포트!" 송현의 손 위에 하얀 재가 생겼으며 손 위에 있던 붉은 환약이 사라졌다. 송현은 양설린의 머리에서 손을 떼고 지켜보았다. 서서히 송현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 시간이란 시간이 흘렀다. 주루루룩! 송현의 눈가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눈물도 닦지 않고 잠들어 있는 양설린을 그대로 화락 안았다. 그렇게 송현은 울고 또 울었다. 한참을 양설린의 품에서 울은 송현은 양설린을 눕혔다. 그리고는 힐링 포션환약을 하나 빼들어 양 설린의 입안에 넣어주었다. 너무나도 축난 몸을 어느 정도 보호해주기 위해서였다. 양설린의 입에 들어간 환약은 향긋한 향을 내며 액체로 변하며 양설린의 목으로 넘어갔다. 서서히 자리에서 일어난 송현은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동쪽 끝자락에서 까만 밤하늘이 푸른빛으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시원한 새벽바람이 송현의 몸을 스 쳐지나갔다. 두 주먹이 쥐어졌다. 시퍼런 안광이 뿜어져 나왔다. "크하하하하하하!" 거침없는 웃음소리가 터져나왔다. 마치 사자의 포요성 같았다. 그것도 깊은 잠에서 깨어난 사자의 포효성과 같은 울음소리였다. '혈성! 나를 철저히 가지고 놀았겠다. 이제부터 내가 보여주겠다. 마법사의 힘이 어떤 것인지 를...' 무서운 기운이 나오던 송현은 이내 고요한 기운으로 바뀌었다. 이내 허리를 굽혔다. 아무도 없는 곳이건만 최대한 경건한 마음을 가지며 허리를 굽혀 사죄를 하는 모습이었다. '철 아우, 금 형! 내 사죄하오! 한 순간이나마 그대들에 대한 내 잘못을 말이오. 내 앞으로 이 죄 는 스스로 갚아가겠소! 다시는 그대들을 배신하지 않겠소.' 오랜 시간동안 송현의 굽혀진 허리는 펴질 줄 몰랐다. =+=+=+=+=+=+=+=+=+=+=+=+=+=+=+=+=+=+=+=+=+=+NovelExtra(novel@quickskill.com)=+= 복수의 서막이 오르다 송현은 떠오르는 해와 함께 허리를 폈다. 얼굴 가득 환한 표정이 지어져있었다. 그리고 홀가분했다. 자신의 주먹을 서서히 폈다. 주먹 안에는 그토록 자신을 옭매었던 고독의 재가 있었다. 가벼운 입김으로 재를 털어버리려 했다. 손바닥까지 다가간 송현의 입에서는 바람이 불어나오지 않았다. 대신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지어졌 다. "백호, 현무!" "주인님, 부르셨어요?" "왜그러나? 주인!" "지금 당장 내가 있는 곳으로 와!" 송현은 백호를 부른 후 조심스럽게 재를 다시 손으로 감쌌다. 방안으로 들어서 탁자에 앉자 시원한 바람이 송현의 몸을 감싸는 것을 느꼈다. '왔군!' 땅바닥이 조금 들썩이더니 현무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바람이 모여 투명한 안개와 비슷한 형상을 만들더니 백호가 자리를 잡았다. "푸훗! 하하하하하!" "주, 주인님!" 백호의 모습은 가간이었다. 꼬마 여자애들이나 입는 귀여운 치마에 저고리를 입고 있었으며 귀엽 게 털을 모아 두 갈래로 머리를 땋은 모습이었다. 거기에 두 볼은 연지를 찍은 듯 살짝 붉게 물들 어 있었다. 어찌 송현이 웃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얼마 만에 웃어보는 것인지 몰랐다. "쯧쯧쯧! 사신수의 망신은 저 놈이 다 시킨다니깐! 쯧쯧쯧!" "뭐, 뭐얏? 혀, 현무! 너도 당해봐! 주인님의 어머니가 얼마나 무서운지! 흑흑흑!" 백호는 온 몸을 떨며 눈물을 떨구었다. "자! 그만하고 지금 내 손에 있는 재가 보이지? 이것과 같은 성분의 재는 한 톨도 빠짐없이 다 모 아서 탁자위에 모아죠!" 송현은 백호와 현무에게 재를 보여주고는 탁자위로 재를 올려놓았다. 슈아아아아 쿠르르르릉 바람이 불고 땅바닥이 얼마동안 들썩였다. 이내 송현이 가지고 있던 재보다 조금 많은 양이 모였 다. 송현은 음성 차단 마법을 방에 걸고는 그 재에 마나를 주입하기 시작했다. "전생의 모습을 찾게 되리라! 리미티드 위시!" 제한적 소원 마법임에도 불구하고 송현은 과감히 부활에 가까운 마법으로 이용했다. 고독의 크기 가 작은 이유였다. 우우우우웅 대기의 마나가 진동을 하기 시작했다. 은은 진폭이 느껴질 정도였다. 주르르륵 송현의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더니 이내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너, 너무 쉽게 생각했다.' "백호, 현무!" 단지 이름을 부른 것이 다이지만 백호와 현무는 그 이유를 알수가 있었다. "이건 우리가 무슨 마나 생성기도 아니고... 헐!" 현무는 투덜거리며 자신의 마나를 송현에게 보내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백호는 살짝 웃음을 지어 보였다. '항상 투덜거리지만 주인님을 가장 생각하는 놈이 말이야!' 백호는 현무를 따라서 마나를 송현에게 보냈다. 크르르르르 대기의 마나가 심하게 흔들렸다. 쿠쾅 제법 큰 소리의 진폭성이 들렸다. 투둑 투둑 투둑 한 마리 벌레가 탁자 위를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모습이 보였다. 바로 양설린의 머릿속에 있던 고독 이었다. 송현은 고독을 손가락으로 잡았다. "아얏!" 고독이 이내 송현의 몸속으로 파고들려고 하였다. 송현은 손을 흔들어 고독을 탁자 위로 떨어트렸 다. "아이스!" 순식간에 탁자가 얼리며 고독도 냉동이 되었다. 즉 살아 있으되 가사상태에 빠진 그런 상항이었다. 송현은 얼려있는 고독을 다시 손가락으로 집어올렸다. '혈성! 내 이 고독을 내 놈의 머릿속에 처박아 넣어주마! 최소한 설린이 당한 이상만큼은 너도 고 통을 받아야하니 말이다.' 차가운 눈빛으로 고독을 바라보았다. 그제야 백호와 현무는 송현의 달라진 모습을 보았다. "현무! 그때 그 이상한 느낌이 이거였는 모양이다." "흠... 뭐 내가 보기에는 나쁘지 않아 보이는데! 더 남자답게 변했잖아!" "그런가?" 백호는 조금은 어떨떨한 표정을 보였으나 현무는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확연히 연륜(?)이 풍기는 표정이었다. "우아아아암!" 목소리에 개운함이 담겨져 있었다. 피곤한 날 잠자리에서 푹 자고 일어난 그런 목소리였다. 양설린은 기지개를 쫙 폈다. 얼굴에도 홍조빛이 돌았다. 누가 보아도 건강한 얼굴이었다. "일어났구려!" 송현은 미소를 지으며 양설린에게 다가갔다. "누구... 가, 가가?" 양설린은 송현을 보고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머리는..." 송현은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머리가 백발이 된지 며칠이 지났는데 말이다. "설린, 그렇다면 그동안 어찌...?" "며칠 전부터 눈이 잘 안보였어요. 가가께서 걱정을 하실 듯해서 말씀을 안 드린 거예요!" 송현의 눈은 잠시 찌져졌다. "그렇다면 내가 아닌 누가 와도 나인 줄 알았다는 거요?" 그런 송현의 모습에 양설린은 송현에게 안기다시피 품에 파고들었다. 사랑이 담긴 표정을 지으며 한 팔을 들어 송현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가가의 숨결, 채취, 어찌 보이지 않는다고 해도 가가를 잊을 수가 있겠어요? 제가 장님이 된다 고 해도 가가를 알아볼 수가 있답니다." "설린!" 송현은 양설린을 꽉 안아주었다. 토도도독 탁 털썩 한 마리 귀여운 고양이가 양설린의 품에 안겼다. 백호가 정령이다 보니 양설린의 몸 상태를 대충 알 수가 있었다. 그리고 송현의 마음까지 알 수 있 으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평소에는 하기 싫었던 애교를 부리며 양설린의 품에서 안겼다. 또한 초롱초롱한 눈빛 을 발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어머!" 양설린은 여자 꼬마아이의 옷을 입은 백호를 보자 미소가 귀에까지 걸렸다. 덥썩! "야하하하호...쿠엑!" 양설린이 백호를 얼마나 세게 껴안았는지 백호는 그만 울음소리도 재대로 내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 다. 그 소리에 양설린은 아랑곳하지 않고 연신 백호의 다리를 올리고 내리고, 뺨을 두 볼에 맞다아 비 비고, 백호의 볼을 꼬집고, 현재 땅은 두 줄기의 머리카락(?)을 당기고 하였다. "야오오오옹! 내, 내가 미쳤어! 왜! 왜! 왜! 여기로 왔을까? 흑흑흑" 한순간 감정이 격해져 양설린의 품에 안긴 백호는 1분도 지나지 않아서 후회를 하여만 했다. 허나 양설린의 얼굴을 더욱 밝아져갔다. "험험!" 송현은 일부러 헛기침을 하였다. 얼굴 가득 불만이 써져있었다. 더 이상 참지 못했는지 백호의 뒷덜미를 잡아 들어올렸다. 그리고는 씩씩거리며 문밖으로 나갔다. 휘릭 공중으로 던져버렸다. "방에 들어오지말고 대기해!" 송현은 매정한 눈빛을 보냈다. 어쩌면 질투의 눈빛일지도 몰랐다. "쯧쯧쯧, 저 놈은 언제 사신수의 노릇을 제대로 할까? 아니야 사신수 망신만 안 시키면 좋을텐 데... 허허허!" 현무는 눈치껏 밖으로 나와 날아가는 백호를 보며 혀를 찼다. "가가!" "설린! 너무하오! 나를 두고 어찌 백호만 좋아한단 말이오?" 송현은 양설린의 말은 듣지도 않고 그대로 덮쳐들어갔다. "가, 가가... 꺄야... 읍!" 찐한 입맞춤이었다. 송현은 이 행복을 잊지 않으려는 듯 했다. 두 연인의 얼굴에는 행복감이 물들어있었다. 동이 트는 새벽에서 아침이 되는 그 시간. 한 여름을 방불케 하는 뜨거움이 방안 가득 차올랐다. 똑똑똑 "누구냐?" "저..." 송현은 시녀의 목소리임을 알았다. "무슨 일이지?" "소교주님께서 뵙자고 하십니다." "그래? 조금만 기다리거라!" 송현은 잠들어 있는 양설린의 이마에 가볍게 입맞춤을 하고 침상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천천히 옷을 입었다. 아주 천천히... '혈성! 이제는 나의 차례다! 기다려라!' 싸늘한 미소가 입가에 맴돌았다. =+=+=+=+=+=+=+=+=+=+=+=+=+=+=+=+=+=+=+=+=+=+NovelExtra(novel@quickskill.com)=+= 잠시 공지 바빠서 짧게 쓰겠습니다. 갑자기 집에 일이 생겨서 3일간 쉬겠습니다. 죄송합니다. (__) 자세한 것은 수요일날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잠시 공지 바빠서 짧게 쓰겠습니다. ㈏未?집에 일이 생겨서 3일간 쉬겠습니다. 죄송합니다. (__) 靡션?것은 수요일날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NovelExtra(novel@quickskill.com)=+= 뜻하지 않은 만남 늑대와춤을 입니다. 집에 잔치가 있어 뜻하지 않은 3일의 휴식(?)이 있었습니다. 피곤하네요~~~ ㅡ.ㅡ;; (밤낮이 바뀐 생활이라 부모님께 전혀 듣지 못하고 당일 들었음!) 너무나 많은 관심과 실망이 섞인 리플을 보고... ㅠㅠ 피곤하지만 몇 자 적어봤습니다. 잘 안 써지네요. 분량이 너무나 적습니다. 오늘 하루만 양해를 해주세요. 내일부터 본격적인 연재를 다시 하겠습니다. ^^ 즐거운 하루 되세요 ^^ ******************************************************************************************** 어느 음습한 실내. 피가 생각날 만큼 찐한 붉은 색으로 치장이 된 곳이었다. 금방이라도 피가 뚝뚝 떨어질 것만 같았다. 오로지 붉은 색이 없는 곳이라면 벽면 뿐이었다. 붉은 휘장으로 가려진 붉은 침상. 그 곳에 붉은 장포를 입은 한 남자가 있었다. 백옥과 같은 피부, 허나... 붉은 머리카락, 붉은 입술, 눈동자마저 붉은 색이었다. 툭 튀어나온 광대뼈하며 살점하나 없는 손가락. 헐렁한 장포에 가려졌지만 필시 그의 몸은 백골과도 같을 것이라는 것을 누구나 짐작할 수가 있었 다. "네 생각이 그렇단 말이냐?" 칼칼한 목소리였다. 어떻게 듣느냐에 따라서는 쇠 긁히는 소리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목소리였 다. "그, 그렇습니다. 스승님!" 그 앞으로 혈성이 오체투지를 하고 있었다. "마천승룡이라... 굳이 그를 우리 쪽으로... 아니구나! 너의 수족으로 만들고 싶은 것이냐?" "그렇습니다." "그가 아니라도 우리 교에는 강한 자들이 많다. 그리고 그자가 너의 수족이 되어서도 명을 잘 따 라줄 것 같으냐?" "할 수 있습니다." "음..." 눈동자는 혈성을 향해 고정이 되며 뼈마디밖에 없는 손가락으로 붉은 입술을 매만졌다. "네가 알아서 하거라! 너도 이제는 스스로 판단할 때도 되었으니." "감사합니다, 스승님!" "이 곳도 안정이 되었으니 이 스승은 본거지로 돌아가겠다. 중원을 침공을 위한 이곳 전진기지는 이제부터 네가 이끌 거라. 악소혈군(惡笑血軍)을 네게 맞기겠다. 어차피 악소혈군의 혈주와 너는 잘 맞는 것 같으니 말이다. 지켜보겠다." 그의 말에 혈성은 잠시 격정에 차 몸을 떨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최선으로는 안 된다. 실수는 용납되지 않는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겠지?" "예, 스승님!" 붉은 장포인은 혈성을 잠시 내려다보았다. "명심하거라! 실패는 용납이 되지 않는다. 그만 나가 보거라." 혈성은 스승인 혈교의 교주 방에서 나왔다. 그의 입가에는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스승님이 드디어 나를 인정하는구나! 크하하하하!' 혈성은 방금 자신이 나온 방을 돌아보았다. '스승님, 본교의 정예까지 필요가 없을 겁니다. 저와 악소혈군만으로 중원무림을 완전히 장악을 하겠습니다. 그리고 나약한 심성이지만 누구보다 강한 송현과 함께 말입니다.' 혈성은 자신의 품에서 자그만 유리상자를 꺼내어보았다. 자그만 유리 상자에서 노는 고독 한 마리를 들어있었다. 마치 벼룩이 뛰듯이 상자 이곳저곳을 부딪치며 뛰고 있었다. 고독을 보는 혈성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다. 고독이 나비처럼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있을 리 없건만 혈성의 눈에는 어느 나비보다 아름답게 보 이고 있었다. '녀석! 너 때문에 마천승룡 송현을 내손 안에 넣게 되었구나! 귀여운 녀석! 스승님은 송현에 대 해 과소평가를 하신다. 허나 내가 그를 이용하여 악소혈군과 함께 중원무림에 혈교의 깃발을 당당 히 꼽겠습니다. 스승님과 본교의 힘을 쓰지 않고 말입니다. 그리고... 스승님의 자리에도 오를 것 입니다. 힘으로서...' "크하하하하하!" 혈성은 광오한 웃음소리를 터트렸다. 그는 광대한 포부를 가지고 있었다. 중원무림의 일통과 함께 혈교의 교주자리에 오르는 것, 바로 그것이었다. 혈교의 율법에 따라 혈교의 교주자리도 바라보고 있었다. 교주의 자리는 그냥 되물림이 되지 않는 다. 오로지 힘으로 승계가 될 뿐이었다. 혈성은 오직 이 날을 위해 교내 가장 힘이 있는 자들을 포섭을 해놓았던 것이다. 지금 현 무림에 첩자로 활동을 하는 악소혈군의 혈주, 그리고 본 교의 세 단체 중 두 단체의 혈주들도 어느 정도 포섭을 해놓았다. 이번에서 충분히 본교의 혈주들에게 자신의 역량을 보여준다면 교주의 자리에 오르는 것도 불가능 만 한 것은 아니었다. 어쩌면 가장 어린 나이에 오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작업의 일단계로 송현의 힘이었다. ******************************************************************************************** 아무래도 내일 수정을 할 것 같습니다. ^^;; 아니 해야겠지요? 내일 수정을 하게 되면 미리 말씀을 하겠습니다. ^^ =+=+=+=+=+=+=+=+=+=+=+=+=+=+=+=+=+=+=+=+=+=+NovelExtra(novel@quickskill.com)=+= =+=+=+=+=+=+=+=+=+=+=+=+=+=+=+=+=+=+=+=+=+=+NovelExtra(novel@quickskill.com)=+= 뜻하지 않은 만남 늑대와춤을 입니다. 집에 잔치가 있어 뜻하지 않은 3일의 휴식(?)이 있었습니다. 피곤하네요~~~ ㅡ.ㅡ;; (밤낮이 바뀐 생활이라 부모님께 전혀 듣지 못하고 당일 들었음!) 너무나 많은 관심과 실망이 섞인 리플을 보고... ㅠㅠ 피곤하지만 몇 자 적어봤습니다. 잘 안 써지네요. 분량이 너무나 적습니다. 오늘 하루만 양해를 해주세요. 내일부터 본격적인 연재를 다시 하겠습니다. ^^ 즐거운 하루 되세요 ^^ ******************************************************************************************** 어느 음습한 실내. 피가 생각날 만큼 찐한 붉은 색으로 치장이 된 곳이었다. 금방이라도 피가 뚝뚝 떨어질 것만 같았다. 오로지 붉은 색이 없는 곳이라면 벽면 뿐이었다. 붉은 휘장으로 가려진 붉은 침상. 그 곳에 붉은 장포를 입은 한 남자가 있었다. 백옥과 같은 피부, 허나... 붉은 머리카락, 붉은 입술, 눈동자마저 붉은 색이었다. 툭 튀어나온 광대뼈하며 살점하나 없는 손가락. 헐렁한 장포에 가려졌지만 필시 그의 몸은 백골과도 같을 것이라는 것을 누구나 짐작할 수가 있었 다. "네 생각이 그렇단 말이냐?" 칼칼한 목소리였다. 어떻게 듣느냐에 따라서는 쇠 긁히는 소리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목소리였 다. "그, 그렇습니다. 스승님!" 그 앞으로 혈성이 오체투지를 하고 있었다. "마천승룡이라... 굳이 그를 우리 쪽으로... 아니구나! 너의 수족으로 만들고 싶은 것이냐?" "그렇습니다." "그가 아니라도 우리 교에는 강한 자들이 많다. 그리고 그자가 너의 수족이 되어서도 명을 잘 따 라줄 것 같으냐?" "할 수 있습니다." "음..." 눈동자는 혈성을 향해 고정이 되며 뼈마디밖에 없는 손가락으로 붉은 입술을 매만졌다. "네가 알아서 하거라! 너도 이제는 스스로 판단할 때도 되었으니." "감사합니다, 스승님!" "이 곳도 안정이 되었으니 이 스승은 본거지로 돌아가겠다. 중원을 침공을 위한 이곳 전진기지는 이제부터 네가 이끌 거라. 악소혈군(惡笑血軍)을 네게 맞기겠다. 어차피 악소혈군의 혈주와 너는 잘 맞는 것 같으니 말이다. 지켜보겠다." 그의 말에 혈성은 잠시 격정에 차 몸을 떨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최선으로는 안 된다. 실수는 용납되지 않는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겠지?" "예, 스승님!" 붉은 장포인은 혈성을 잠시 내려다보았다. "명심하거라! 실패는 용납이 되지 않는다. 그만 나가 보거라." 혈성은 스승인 혈교의 교주 방에서 나왔다. 그의 입가에는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스승님이 드디어 나를 인정하는구나! 크하하하하!' 혈성은 방금 자신이 나온 방을 돌아보았다. '스승님, 본교의 정예까지 필요가 없을 겁니다. 저와 악소혈군만으로 중원무림을 완전히 장악을 하겠습니다. 그리고 나약한 심성이지만 누구보다 강한 송현과 함께 말입니다.' 혈성은 자신의 품에서 자그만 유리상자를 꺼내어보았다. 자그만 유리 상자에서 노는 고독 한 마리를 들어있었다. 마치 벼룩이 뛰듯이 상자 이곳저곳을 부딪치며 뛰고 있었다. 고독을 보는 혈성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다. 고독이 나비처럼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있을 리 없건만 혈성의 눈에는 어느 나비보다 아름답게 보 이고 있었다. '녀석! 너 때문에 마천승룡 송현을 내손 안에 넣게 되었구나! 귀여운 녀석! 스승님은 송현에 대 해 과소평가를 하신다. 허나 내가 그를 이용하여 악소혈군과 함께 중원무림에 혈교의 깃발을 당당 히 꼽겠습니다. 스승님과 본교의 힘을 쓰지 않고 말입니다. 그리고... 스승님의 자리에도 오를 것 입니다. 힘으로서...' "크하하하하하!" 혈성은 광오한 웃음소리를 터트렸다. 그의 광오한 욕망이 들어났다. 중원무림의 일통과 함께 혈교의 교주자리에 오르는 것, 바로 그것이 었다. 한마디로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에 오르는 것이다. 모든 무인을 자신의 발 아래에 두고자 하는 것이다. 그 자리에 오르기 위해 혈교의 교주자리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혈교의 율법에 의해서 교주의 자 리는 그냥 대물림이 되지 않는다. 오로지 힘으로 승계가 될 뿐이었다. 혈성은 오직 이 날을 위해 교내 가장 힘이 있는 자들을 포섭을 해놓았던 것이다. 지금 현 무림에 첩 자로 활동을 하는 악소혈군의 혈주, 그리고 본 교의 적일혈군(赤日血軍), 적월혈군(赤月血軍), 사혼 혈군(死混血軍) 세 단체 중 적일혈군, 적월혈군 두 단체의 혈주들도 포섭을 해놓았다. 이정도의 포섭이라면 혈교의 9할 이상의 포섭이었다. 적일혈군, 적월혈군. 혈교를 대표하는 최강의 무력 군대였다. 그리고 확실한 자신의 수하가 된 악소혈군은 대부분이 정파의 간세로 첩자가 되어 그 힘들이 분산 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힘을 무시하지 못하는 존재들이었다. 사혼혈군. 사혼혈군에 대해서만은 혈성도 확실한 것을 몰랐다. 오로지 자신의 스승의 명에만 따르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허나 확실한 것은 강시를 이용하는 단체라는 것과 그 무력이 약하다는 것이다. 이미 혈강시의 비전이 사라진 지금 일반 강시와 철강시만 만들지 못하는 곳이기에 그리 신경을 쓰지 가 않았다. 나중에 그 정도의 강시들은 충분히 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번에서 충분히 본교의 혈주들에게 자신의 역량을 보여준다면 교주의 자리에 오르는 것 도 불가능만 한 것은 아니었다. 어쩌면 가장 어린 나이에 최고의 자리라 할수 있는 교주 자리에 오 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작업의 일단계로 한 것이 송현의 힘을 얻는 것이었다. 자신의 고독이 완성되는 날 송현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이다. 천운이었다. 세상이 자신을 향해 돌아가 게 될 천운... “크하하하하!” 혈성은 웃고 또 웃었다. 웃음소리 한 음절 음절마다 광오함이 묻어나왔다. 타닥 타닥 탁 탁 투둑 투... 유리상자에서 신나게 뛰어놀던 고독이 어느 순간부터 힘을 잃더니 이내 빈사상태로 빠져들었다. 순식간에 혈성의 표정은 일그러졌다. “어, 어떻게 된 것인가? 그 년의 뇌에 있는 고독을 죽일수는 없을텐데... 설마 자신의 연인을 포기 를 한 것인가? 아니야! 송현, 그 자의 심성으로서는 절대로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을 포기하지 못한 다. 절대로...” 콰당! 혈성은 고민에 고민을 하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재빨리 유리상자를 들어올렸다. ‘가봐야겠다. 만에 하나 송현 그자가 양가의 계집을 포기했다면... 크으으으!’ 품에 유리상자를 넣고는 방을 빠져나가려했다. 투둑 투둑 투둑 투둑 투둑 ‘응.’ 다시 들려오는 유리상자의 소리에 혈성은 품에 넣은 유리상자를 다시 꺼내어 들었다. ‘크크크, 그러면 그렇지!’ 유리상자 안에서는 고독이 다시 힘차게 뛰어놀고 있었다. “과연 마천승룡 송현이로구나! 한순간이나마 나 자신을 긴장을 만들게 하다니! 허나 네가 아무리 발버둥을 친다고 해도 이 고독을 제거할 수는 없을 것이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혈성은 다시 탁자로 돌아와 앉았다. “아-!” 혈성은 느긋한 표정으로 팔을 들어 뒷목을 감싸고는 의자의 등받이로 기댔다. “후후후!” 웃음이 저도 모르게 새어나왔다. “내일이면 재미있을 거야!” 혈성은 내일 도착할 악소혈군의 혈주, 그리고 부혈주 2명, 그리고 비록 직책은 없지만 젊은 나이에 두각을 나타내는 악소혈군의 소속 수하 하나를 생각했다. 물론 송현과 매우 잘 아는 자들이었다. 송현과 그들의 만남을 생각하자 웃음이 새어나온 것이다. “재미있을거야!” 어서 해가 밝아 내일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송현은 혈성의 부름에 따라 옷을 입고 있었다. 그 소리가 크지는 않았으나 양설린은 송현의 옷 입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가가?” “좀 더 자지 않고...” 송현은 양설린에게 다가가 이마에 입을 맞추어 주었다. 그 느낌이 좋았는지 양설린은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어디에 가시는 건가요?” “별일 아니니 신경 쓰지 마시오! 내 금방 갔다 올 터이니 그때까지 한숨 더 자도록 하시오.” “알았어요.” 송현은 이불을 들어 양설린을 덮어주었다. 다시 눈을 감는 양설린을 보고서야 방을 나섰다. 『백호, 현무!』 『네, 주인님!』 『왜 부르는가? 주인!』 『설린을 잘 지켜줘! 혹시나 모르니.』 『알았어요.』 『알았네, 주인.』 송현은 다시 한 번 돌아서서 양설린이 자는 방을 쳐다보고는 다시 혈성에게로 발걸음을 돌렸다. ‘오늘부터 시작이다. 너의 뜻대로 움직여준다. 내가 복수의 준비가 끝나는 그 날까지...’ 송현은 느긋한 발걸음으로 혈성이 머무는 곳으로 다가갔다. 화려한 꽃이 피어있는 정원에 화려한 탁자를 놓여져 있었다. 그리고 그 탁자의 앞에 혈성이 앉아있 었다. 천천히 혈성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속으로는 웃고 있으나 표정은 여전히 차가운 무표정으로... “왔는가?” 혈성은 송현은 보자 웃음을 보였다. 아무런 표정없이 혈성의 맞은편으로 가 앉았다. 짝짝짝 혈성은 명쾌한 소리를 내며 박수를 세 번 쳤다. 그러자 여러 여인들이 술과 안주를 내어오기 시작 했다. 탁자가 부러질 듯 한 가득 술상이 마련되었다. 혈성은 운치가 그려진 술병을 들어 송현 앞으로 내밀었다. 송현은 자신의 앞에 있는 술잔을 들었 다. 탁. 쪼르륵 술잔 가득 술이 담겼다. 찰랑거리는 술에서 그윽한 주향이 퍼졌다. 한눈에 봐도 고급술이라는 것 을 알수가 있었다. “자, 한잔 드세나!” 혈성은 한숨에 술잔을 들어 마셨다. 송현은 그런 혈성을 잠시 쳐다보고는 술잔을 들어 입에 털듯히 화통한 행동으로 마셨다. 그런 행동에 혈성의 눈은 잠시 빛났다. “하하하! 내 자네와 이렇게 술을 마시기를 학수고대했었는데. 오늘에 이르러서야 마시게 되는 군!” “마음을 먹으니 술 맛이 좋군!” “그런가? 그럼 한 잔 더하게.” 혈성은 다시 술병을 들어 손수 송현의 술잔에 술을 채워주었다. ‘크크크, 포기를 한 모양이구나. 내 자네의 능력을 높이 사기는 하나 그 고독만은 절대 풀지 못 할 것이야. 향후 나를 따른 것에 대해 감사하게 될 것이야. 크하하하하.’ ‘네 놈의 웃는 얼굴을 잘 기억해두겠다. 언제까지 웃을 수 있는지도 잘~ 지켜봐주지!’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며 다시 술잔을 들어 같이 술을 마셨다. 겉으로는 아주 화기애애한 장면이었 다. 송현과 혈성은 웃고 있었으나 그 표정은 너무나도 대조적이었다. 혈성은 누가 보더라도 즐거운 미 소였으며 송현은 냉혹한 미소였다. 그렇게 술 한 병이 비워졌을 무렵... 시녀 하나가 쪼로록 뛰어와 혈성의 앞에 섰다. “소교주님, 악소혈군 혈주님들과 그 일행들이 도착했습니다.” 손에 든 술잔의 술을 마시고는 탁자에 내려놓았다. 아주 흡족한 표정이었다. “이보게 송현, 자네에게 소개를 시켜줄 자들이 있네. 내게 충성을 하는 자들이지! 아마 자네가 보 아도 반가워 할 것이네. 자네도 잘 아는 인물들이거든.” 혈성의 뜬금없는 소리에 송현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잘 아는 자들이라? 저 놈의 수하들과는 부딪힌 자들이 없을텐데!’ 송현의 그런 표정을 재미있다는 식으로 지켜보더니 시녀를 향해 말을 했다. 물론 고개는 돌리지 않 았다. 여전히 송현의 얼굴을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데리고 오라!” “네!” 시녀는 서너 걸음을 조심스럽게 뒷걸음으로 물러나더니 이내 어디론가 급히 향했다. “그렇게까지 궁금해 할 것 없네. 곧 알게 될 터이니.” “누구인지 모르겠으나 내가 아는 인물들이라...” 송현의 표정에는 미소가 지어졌다. 그런 미소에 혈성은 만족감이 들었다. ‘확실히 마음을 돌린 모양이구나! 허나 혈주와 그 외 수하들을 보면 조금은 놀라겠지? 허나 나의 능력과 힘을 본다면 다시 만족하게 될 것이다.’ ‘배신자들인가? 아니면 간세들인가? 아무튼 누구인지 한번 볼 필요는 있겠구나! 어차피 내 손에 죽는다는 것은 변함이 없겠지만 말이다.’ 송현은 혈성에게 차갑지만 웃음을 보여주며 술잔을 들었다. 어차피 상대방을 속이려면 철저해야한 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담장 너머 뜨거운 태양이 내비쳤다. 태양을 등지고 4명의 인물들 자신과 혈성이 있는 곳으로 오는 것이 보였다. 태양의 눈부심으로 인 해 정확히 누구인지 감별하기 힘이 들었다. 태양빛의 눈부심에 송현은 잠시 눈살을 찌푸렸다. 4명의 인물들이 조금씩 다가오자 그들의 윤각이 잡히기 시작했다. 더욱 유심히 그들에게 집중을 했 다. 송현은 손을 뻗어 술잔을 잡으려했다. 허나 순간 몸이 굳으면서 술잔을 잡지 못하였다. 표정도 한 순간이지만 굳어졌다. 한 명의 사내를 선두로 세 명의 사내가 다가왔다. 선두의 사내는 허리를 굽혀 인사를 했고 세 명 의 사내는 오체투지를 하였다. “소교주님!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연 혈주, 오랜만이오.” 혈교 역시 마교와 비슷한 힘의 논리로 만들어지고 생활이 되는 집단이었다. 혈주의 신분이라면 마교의 호법과 비슷한 위치였다. 어쩌면 더욱 강한 힘을 가진 자들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그런데 연 혈주라는 자는 혈성에게 ‘님’자를 부치고 있었던 것이다. 충성이라는 마음을 나타내는 단어였던 것이다. 확실히 연 혈주는 혈성에게 자신의 미래를 거는 것 이 분명했다. 더욱 확고한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 “두 부 혈주들도 오랜만이오!” “충!” “충!” 혈성의 말에 두 명의 엎드린 사내들도 충으로서 대답을 했다. 확실히 악소혈군은 혈성에게 모든 것 을 맡긴 것이 여실히 나타나는 장면이었다. “너도 수고가 많았다.” “가, 감사합니다. 주군!” 한 명의 젊은 사내는 주군이라는 단어까지 사용을 하였다. “혈주도 허리를 펴시지요, 너희들도 일어나거라!” 혈성의 말에 네 명의 사내는 시립을 했다. 그 모습을 보고는 송현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서로 인사들 나누도록 하지요. 서로 구면이겠지만 새로운 신분으로 만나는 것이니.” “다시 뵙는군요. 송 학사!” 연 혈주가 먼저 인사를 건냈다. 그리고 그는 다름 아닌 마교의 연사홍 호법이었다. “음...” 송현은 그의 얼굴에서 뒤의 세명의 인물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오랜 만이오, 무당파에서 보고 또 보는 것이니.” “크크크. 나 역시 이렇게 보니 반갑소.” 점창파 장문인인 두경승과 종남파 상원건이었다. “음...” 송현의 눈빛은 더욱 가라앉았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의 청년. “나 역시 오랜 만이오.” 오룡 삼봉 중 무당파의 운강이었다. 마음속으로 살기가 솟아나기 시작했다. ‘휴우!’ 마음속으로 크게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는 살기는 마음 한 구석으로 감추었다. 그리고는 밝은 미소 를 지었다. 허나 달라진 인상으로 인해 차가움만은 어쩔 수 없었다. “이렇게 다시 보게 되는 나 역시 반갑소.” 송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연사홍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잘해봅시다. 연 호법, 이런…… 연 혈주라 해야하나?” 송현의 달라진 외모와 분위기에 연사홍은 잠시 움찔했다. 싸늘한 웃음과 기운. 심장까지 얼어붙는 듯 했다. “바, 반갑소. 송 학사의 달라진 분위기에 이 연모가 움추려드는구려.” 연상홍은 손을 내밀어 송현의 손을 쥐었다. 송현은 눈을 웃음을 보여주었다. 허나…… ‘시공간을 넘어 모든 사물을 내 뜻대로 움직인다, 텔레키네시스!’ 염독력 마법을 이용하여 연사홍의 심장에 압박을 은근히 주었다. 그리고는 매직 마우스 마법으로 뜻을 전했다. - 앞으로 본좌 앞에서 더욱 움추려드러야 할 것이야. 예전의 내가 아니니깐. 심장에 압박감을 느끼자 온 몸을 떨어야했다. 얼굴이 핏기가 올라 붉어졌다. 더불어 송현의 매직 마우스에 의한 전음에 연사홍 몸을 떨어야했다. 차가운 기운을 느끼면서... 송현은 혈성을 잠시 쳐다보고는 연사홍의 심장을 향한 염동력 마법을 풀었다. 그리고 연사홍을 안 았다. “잘 명심하게나. 이미 나를 버렸으니...” 귓말로 다시 한 번 뜻을 전했다. 연사홍은 굳은 얼굴과 함께 몸을 떨어야했다. 물론 혈성이 모르도 록... 송현의 품에서 벗어난 연사홍은 굳은 표정이었다. ‘소, 소교주님이 잘 하신것인가? 이무기를 용이 되었으니...’ 연사홍은 내심 불길한 마음이 들었다. 허나 그것을 지금 이 자리에서 표시할 수는 없었다. 애써 웃음을 지었다. 그 장면을 혈성은 어느 정도 눈치를 챘다. ‘후후후, 역시 나의 오른팔로 만들 만한 자야! 내 앞으로 양설린이 아닌 마음으로 나의 편으로 만 들어야겠어. 강한 사자가 되었으니... 한 마리 용의 옆에 사자가 있어주는 것도 괜찮겠지!’ 혈성은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송현의 과소평가는 혈성의 스승인 교주가 아닌 혈성이었다. 자신을 용으로 비유를 하고 송현을 사 자로 비교를 했으니 말이다. 실은 혈성이 사자이고 송현이 용일지도 모른 채... ///////159 송현 움직이다. 늑대와 춤을 입니다. 제가 담비네 소속 작가라는 것은 아시죠? ^^ 그래서 광고를 다시 할까 합니다. 담비네는 포털 사이트에서 '담비네' 라고 치셔도 되구요... 주소는 http://dambine.com 입니다. 저희 담비네에 들어와 보시면 골방연재실 외에 다락방연재실이 있습니다. 혹시 좋은 소설을 쓰신다면 한번쯤 올려주세요 ^^ 뭐 유조아처럼 무조건 올릴수 있는 것은 아니구요. 간단한 심사, 아주 간단한 심사만 거치면 개인 연재실을 얻어 올릴수 있을 겁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담비네에 가 보시면 다른 유능한 작가분들의 소설이 있으니 한 번쯤 읽어 보시구요. ^^ 그럼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 ******************************************************************************************** 그 시간 혈성의 방. 둥근 탁자에 혈성이 술잔을 들고 있었다. 그 맞은편에 연사홍과 두경승, 상원건 그리고 운강이 자리를 하고 있었다. 연사홍은 어렵게 입을 열었다. “소교주님!” 혈성은 여전히 술을 음미하고만 있었다. “소교주님!” 조금은 격앙된 목소리가 나왔다. 그제야 혈성은 시선을 연사홍으로 향했다. “말하세요.” “송현, 그 작자 말입니다.” 혈성은 아무 말없이 그저 미소만 띠웠다. 연사홍은 혈성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오기를 포기를 했는 지 그냥 자신의 말을 이었다. “그는 너무나도 변했습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위험한 자입니다. 우리에 가두어 키우기에는 더욱 말입니다.” “변했다라... 후후훗! 변하기는 변했지. 그것도 아주 멋지게 말이야. 나는 그렇게 생각하오. 사내 라면 지금처럼 이라고... 그전에는 너무나 유약한 모습이었지.” “소, 소교...” 연사홍이 무슨 말인가 하려했으나 혈성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냥 말을 이었다.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양설린이란 계집이 내 손에 있으니 말이오.” “너무 고독에만 집착을 하시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고독이라... 그가 아무리 뛰어난 능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고독만은 해독하지 못할 것이오. 왜 냐하면 내가 만들었지만 나도 이 수놈의 고독이 없으면 해독을 하지 못하니깐... 내가 만들고 도...” “음...” 연사홍도 고독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이 세상 아무도 풀지 못할 것도 알고 있었다. 혈성이 만 든 고독은 어차피 만들 수도 없는 것이니까! 우연이 겹쳐 최고의 작품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니 지금의 혈의뇌고독은 만든 혈성조차 두 번다시 만들지 못하는 것이었다. 다른 세 명의 인물들은 그저 둘의 대화를 듣고만 있었다. 탁! 혈성은 술잔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그들을 한번 둘러보았다. “그리 걱정은 안 해도 될 것이야. 설린이 내게 있는 이상 그는 다른 마음을 먹지 못하니까 말이 야. 그리고 지금의 변화는 오히려 내게 득이 되지. 앞으로 그도 나에게 감사하다는 마음이 들게 될 거야. 최고의 부와 명예를 줄테니.” 송현은 양설린이 있는 방으로 돌아왔다. 백호와 함께 놀고 있는 양설린이 눈에 들어왔다. “야오오오옹!” 오늘따라 백호의 울음소리가 처절하게 들렸다. 『주, 주인님!』 백호는 송현을 보자 바로 뛰어 들어와 품에 안겼다. 눈가에 가득 눈물이 맺혀있었다. 『무, 무서워요!』 백호는 잠시 고개를 돌려 양설린을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몸을 한없이 떨었다. 그 모습에 송현은 조금은 측은한 마음이 들어 백호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러자 백호는 더욱 송현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침상에는 어디서 구했는지 백호의 전용 의복(?)이 즐비하게 놓여져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보 지 않아도 충분히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문득 백호를 내려다보니 몰랐던 사실을 알았다. 지금도 옷을 입고 있었다. 하얀 백의. 단지 하얀 색이라 몰랐던 것이다. “가가, 오셨어요?” 양설린의 말에 송현은 침상으로 다가가 걸터앉았다. 얼굴이 불그스름한 것이 보기 좋았다. 그만큼 건강하다는 증거였다. 손을 내밀어 양설린의 손을 잡 으니 따뜻한 온기도 맴돌았다. 고독으로 인한 고열도 없었다. 말없이 그저 웃음으로 양설린을 쳐다보았다. 다른 누군가가 보았다면 차가운 미소로 보였을지 모르나 양설린은 느낄 수가 있었다. 예전의 미소 와 다름이 없음을... 송현은 지금 모든 상황을 말을 해주려다가 말았다. 내일쯤 확실한 안전장치를 만든 다음에 이야기 를 해주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냥 일상적인 편안한 대화를 주고받았다. 그런 대화 속에 아주 자연스럽게 양설린은 손을 뻗어 백호를 자신의 품으로 가져갔다. 얼마나 자연 스러웠는지 끌려가는 백호도 모를 정도였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양설린은 백호를 안고 잠이 들었다. 그 모습을 잠시 지켜본 송현은 탁자로 향했다. 어차피 오랫동안 간직하지 않아도 되었기에 간단한 방법으로 워프 스크롤을 만들었다. 『백호, 현무.』 『네, 주인님.』 『왜 불렀나, 주인?』 『항상 설린의 곁에 있어주겠나?』 『네, 알았어요.』 『알았네.』 송현은 양설린에게 탐지마법이라도 걸어두려고 하였으나 마땅히 걸어둘 아트팩트를 찾지 못했다. 어차피 혈성에게 복수를 할 때 양설린을 워프로 자신의 집으로 보내기 때문에 그리 걱정이 들지 않 았다. 대략적으로 양설린에 대해 안전장치를 다 만들자 품에 손을 넣어 고독을 꺼내어 들었다. 냉동상태로 가사에 빠진 고독이었다. 송현은 마나를 이용해 고독마법을 걸었다. 스트랭스 마법을 이용하여 힘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으며 라이프 포스 마법을 이용하여 생명력을 극 한까지 끌어올렸다. 마지막으로 헤이스트 마법을 걸어 더욱 민첩하게 만들었다. 혈성이 고독을 죽이려고 하면 헤이스트 마법으로 더 큰 고통을 받게 된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무림의 정세는 극한의 혼돈으로 휩싸였다. 일년 반이 넘는 정․마 대전으로 인한 수많은 피가 대지를 붉게 물들였다. 허나 그것만이 아니었 다. 수많은 형제들이 죽어갔고 부모가 죽어갔다. 사문의 사부가 죽었으며 제자가 죽었다. 그로인해 정파의 무인이건 마교의 무인이건 이성을 잃은 지 오래였다. 어느 장소를 불문하고 정파와 마교의 인물들이 마주치는 장소에는 어김없이 피가 땅을 적셨다. 피가 그칠 줄 모르던 대지에 정적이 찾아왔다. 바로 무림의 양대 기둥이었던 마교의 교주 양휘소, 무당의 장문인 청수 도인의 죽음이 있었다. 현재 인간이 오를 수 있다는 극강의 경지. 비록 사람들은 말을 했다. 현경의 경지를 넘어선 생사경의 경지가 있다고... 허나 말을 하면서 부 정을 한다. 생사경의 경지는 반신의 경지라고... 인간이 오를 수 있는 최고의 경지에 오른 절대자. 그 둘의 죽음이 혼란한 무림을 잠시 정적에 빠트렸다. 정적으로 이성을 찾은 무림은 심각한 사태를 맞이했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현경의 고수, 소림의 혜각대사는 침묵을 지켰다. 송현 움직이다. 늑대와춤을 입니다. 잠시 광고의 글을... (요즘 광고 글이 많아서 죄송합니다. (__) ) 담비네에서 15일날 전체 정모를 합니다. 즉, 작가분들과 독자들의 만남을 가지는 것이지요. 많은 작가분들이 싸인북을 가지고 오신다고 합니다. 놀러오셔서 같이 재미있게 놀고 작가분들도 직접 뵙고 싸인북도 받아가세요. ^^ * 시일 : 2004년 08월 15일 오전 11시 (일요일) * 장소 : 어린이 대공원 정문 매표소 앞 (군자동) * 회비 : 성인 2만원 학생 1만원 군인 1만원 자세한 것은 담비네 홈페이지에 들어가보세요 ^^ (검색 사이트에서 담비네 를 치시던가 아니면 http://dambine.com/ 여기로 오시면 됩니다. ^^ 그럼 오늘도 즐독하세요 ^^ ******************************************************************************************** 청아한 독경소리가 단아한 산세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우렁찬 기합 소리도 들렸다. 고요함과 격동. 이질적이면서도 왠지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 들었다. 소리가 들리는 곳은 바로 소림사였다. 소림사의 어느 소박한 방. 바로 소림사 방장인 혜능 대사의 방이었다. 여러 인물들이 모여 있었다. 혜능 대사를 비롯하여 혜각 대사와 화산파의 고천설, 제갈 세가의 제갈 선우, 그리고 개방의 방주 취중생이었다. 현 정․마 대전에서 참가를 하지 않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문파들의 수장들이었다. “무당파의 청수 도인께서 그리 가실 줄은 몰랐습니다. 아미타불!” 혜능 대사의 시름어린 목소리에 다들 저마다 고개를 조금 숙이며 애도의 뜻을 나타냈다. 얼마의 시간이 흘러 다들 고개를 들었다. “분명 제 3의 세력이 있는 듯싶습니다만 저의 개방의 정보력으로도 더 이상 찾을 수가 없습니 다.” “그렇군요, 그런데 청수 도인에 대해서는 알아 보셨습니까?” 고천설이 취중생에게 말을 건넸다. 모두들 고천설의 말에 취중생의 입으로 시선이 모아졌다. 다들 궁금하기 짝이 없었다. 청수 도인이 그렇게 하루아침에 죽는 다는 것은 누가 생각해도 의문 을 가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무당파에서는 마교의 행위라고 발표를 하였다. 마교의 간세에 의한 음독과 함께 암습이 사인의 주 요인이라고 하였다. 청수 도인의 시신에서 나온 마교의 무공의 흔적, 너무나도 미세하여 놓칠 수 있었던 것을 집요하 게 물고 늘어져 결국 찾았다고 했다. 그리고 청수 도인에게 오랜 시간동안 중독을 시켜온 간세가 잡혔으며 죽음을 당했다고 했다. 그 두 가지의 일을 해낸 자가 바로 오룡 중 무당파의 자랑인 운강이었다고 했다. 이일로 인해 무당파는 끝끝내 숙여온 머리를 들었다. 그리고 마교와의 전쟁을 선포하였다. 그 선봉 에 운강이 섰다. 너무나도 슬퍼했으며 울분에 찬 결의로 인해 무당파 내 장로들을 비롯하여 모든 이들이 그를 인정 을 하였다. 최고의 신성으로 떠오른 것이다. 취중생이 알아낸 것은 여기까지였다. 무당파 경내에서 일어난 일이였으며 무당파 제자들 모두가 입 을 다물고 있는 상황이라 더 이상 알아내기가 힘이 들었다. “저희 개방이 알아낸 것은 여기까지입니다만...” 취중생의 말에 모두가 귀를 귀울였다. 그가 말을 흘렸다는 것은 뒷말이 더 있다는 것이다. 계속적으로 취중생의 말이 이어졌다. 그가 한마디 한마디 할 때마다 모두들 눈이 커져만 갔다. 마교의 교주 양휘소의 죽음, 그리고 수석 호법인 소도성의 죽음이 바로 그것이었다. 허나 그들이 놀라는 이유는 다른 것이었다. 바로 양휘소와 소도성을 죽인 자들이었다. 점창파와 종남파 그리고 공동파의 무인들이었다. 이상한 것은 양휘소 역시 무당파의 청수 도인이 죽었던 것처럼 음독에 의한 중독에 암습이었다고 했다. 현재 무림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삼일 내로 마교가 이 사실을 세상에 공포하며 복수를 다짐할 것 이라는 사실을 덧붙였다. 취중생 자신이 알아본 바로는 양휘소와 소도성 둘을 공격한 자들이 바로 세 문파의 제자들이 확실 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개방의 정보에 의하면 암습한 세 문파의 제자들은 무력이 뛰어나지 않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암습을 한다하더라도 양휘소와 소도성을 죽일 수 없다는 것이다. 허나 더 이상 알아볼 수가 없었다. 동귀어진을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이 암습한 날 공동파 장문인인 최천경의 실종이었다. 하늘로 솟았는지 땅으로 꺼졌는지 사라졌 다는 것이다. 원래 최천경이라는 인물이 없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그들은 해답 없는 정보를 주고받았다. 그리고 다음날... 마교에서 대대적인 전면전을 선포하였다. 이로서 더 이상 정파와 마교는 같은 하늘에 서로 존재를 할 수 없는 사이가 되었다. 그들이 모르는 사이에... 그들이 서로의 의견을 알려고 하지 않는 사이에... 사건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커져만 갔다. 송현은 양설린에게 예전에 만들어주었던 워크용 스크롤을 다시 받아들고 이번에 다시 만든 워프용 스크롤을 쥐어주었다. 양설린의 두 눈에는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아버지...” “설린, 어르신께서는 어딘가에 몸 건강히 있을 것이오. 그리고 이 송모가 꼭 어르신을 지켜주겠 소. 아시겠소?” “네, 가가.” 오늘 아침 송현은 양설린에게 모든 일들을 이야기 해주었다. 조금은 놀란 얼굴을 했으며 어떨 때 는 몸을 떨었지만 이내 침착함을 보였다. “그럼 준비가 되었소? 설린과 어르신을 힘들게 했는 혈성이란 놈의 콧대를 무너트릴 준비 말이 오.” “왜 가가는 빼세요?” “음... 나까지 넣어버리면 혈성이란 놈은 살기 어려울 텐데!” “지금 이런 말을 하기는 뭐하지만 지금의 가가의 모습도 멋있어요. 예전의 상냥함과 부드러움도 좋았지만 지금의 남자다움도 멋있어요.” 송현은 대답 대신 입맞춤으로 답을 대신해주었다. “갑시다!” 송현과 양설린은 방을 나서 혈성에게로 향했다. 송현은 가는 내내 고독을 만졌다. ‘당한 만큼은 일단 돌려주어야겠지?’ 송현이 바라본 하늘은 파란 하늘이었다. 사박 사박 나뭇잎이 밟히는 소리가 들렸다. 혈성과 송현 그리고 양설린이 오솔길을 걷고 있었다. 기나긴 침묵 만이 흘렀다. 한적한 길을 걷는 지금이 송현에게 있어서는 최대의 기회였다. 비록 지금 송현이 성격이 많이 차가워졌으나 한순간에 다른 인격체가 될 수는 없었다. 쓸데없는 살상은 피하고 싶은 것이 사실이었다. 송현은 자신이 가진 고독을 혈성의 뇌 속으로 텔레포트를 시키려하였다. 막 준비를 끝을 내고 마나 를 몸 주위의 대기와 공명시키려 할 찰나 혈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일주일 남았네.” 혈성의 말에 송현은 마나를 단전에 거두어 들였다. “일주일?” “그리고 한 달이면 될 것이야. 자네와의 약속 말일세.” 혈성은 송현을 쳐다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욕망이 묻어나왔다. 더불어 확신에 찬 표정도 함께 말이다. “생각보다 일이 잘 풀리고 있네. 일주일 후 자네가 도와준다면 무림의 일통은 간단하게 걸릴 것일 세.” 혈성은 오솔길을 걸으면서 계속 말을 이었다. “무림은 나의 계획에 따라 그리고 무림 방파 곳곳에 들어가 있는 악소혈군의 수하들에 의해 움직 이고 있네. 일주일후 나의 세상이 열리는 첫 장이 펼쳐질 것일세. 일주일후에 말일세...” 혈성의 말에 의하면 일주일후 마교와 정파 연합의 대대적인 전투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서로가 물어뜯고 피를 흘리게 되었을 때 자신이 이끄는 혈교의 세력 중 악소혈군의 힘과 송현의 힘 만으로 그들을 제압을 한다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어부지리를 노리는 것이었다. 물론 그 방법이 아니라도 충분히 무림제패는 가능하다고 했다. 너무나도 확신에 찬 표정을 말했 다. 단지 어부지리를 노리는 것은 쓸데없는 힘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송현은 혈성의 말을 들었다. 어차피 자신은 무림과의 인연을 끊었기 때문이다. 허나 철무정과 금정산 그리고 여러 친분이 있던 인물들이 생각났다. 비록 자신이 무림을 떠났다고는 하나 그들과의 인연은 소중히 생각하고 있었다. 혈서의 생각을 들으며 송현은 자신의 계획을 조금 수정을 하도록 했다. 그 누구도 아닌 송현 자신 과 친분이 있는 자들에게 선물을 준비를 하기로 했다. 아니! 한때나마 그들에게 살심을 품은 자신의 마음에 대한 사죄를 하고 싶었는지도 몰랐다. ―설린. 송현은 양설린에게 매직 마우스를 통한 전음을 날렸다. ―나를 보지 말고 그대로 걸으시오. 양설린은 궁금하였으나 송현을 믿었다. 아무일도 없는 것처럼 걸었다. ―오늘 저 혈성에게 우리가 당한 고통을 돌려주려 했소. 허나 일주일만 늦춥시다. 철무정에게 뭐라 도 하나 선물을 주어야하지 않겠소? [가가 뜻대로 하세요. 저는 언제나 가가만 믿고 따를 것이예요. ―고맙소. 송현은 앞서 걸어가는 혈성을 보았다. 눈빛은 착 가라앉은 것이 살기가 잔잔히 흘렀다. ‘혈성, 네 놈의 목숨을 일주일간만 연장시켜주겠다. 어차피 죽을 것이니 나의 친인들을 위해 그대 들의 수하들도 같이 이 땅에 묻어주도록 하겠다. 기다려라. 그리고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이내 송현은 그런 의지를 가슴 깊은 곳에 숨겼다. 밝은 표정을 짓고 혈성을 뒤따라갔다. 피의 축제 늑대와춤을 입니다. 글이 늦어서 죄송합니다. 요즘 이상하게 글이 안 써지네요. 조금은 힘듭니다. 이미 모든 스토리와 내용을 다 짜놓았지만 안 써집니다. 머리는 이미 써지는데 손으로 안 이어지네요. 한동안 이어질 듯 싶습니다. 그러니 며칠정도만 참고 봐주세요. ^^ 빠른 시간안에 다시 예전의 상태로 돌아오겠습니다. 그럼 오늘도 즐독하세요 ^^ ******************************************************************************************** 송현은 그로부터 6일 간 매우 바쁜 생활을 보냈다. 확실히 일주일후에 있을 복수를 좀 더 철저히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비록 7서클의 마법사이나 한 계가 있었다. 완벽하면서도 대규모적인 광범위에 이르는 대인 마법의 부제였다. 확실하게 이 일을 끝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자들이 죽어가겠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자신의 적으로 만났기 때문이다. 이제는 적에게까지 온정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매일 마나의 고갈을 무릅쓰면서 7서클의 대인 마법 스크롤을 만들었다. 그렇게 해서 만든 것이 총 3장이었다. 그렇게 6일이 되는 밤이었다. 창문을 넘어 달빛이 하얀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터르륵 송현은 의자를 끄는 듯 뒤로 밀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창문을 열었다. 하얀 달이 눈에 비쳐졌다. 오늘따라 하얀 달이 너무나도 마음에 와 닿았다. 현재 자신과 같은 하 얀 색이여서인지 더욱 마음에 들었다. 싸늘한 차가움을 느꼈다. 다음날 아침. 송현과 양설린은 함께 방을 나섰다. 이 곳 혈교 중원 재패를 위한 전진 기지의 대연무장으로 향했 다. 대략 500여명의 무사들이 정렬해 있었다. 바로 악소혈군에 소속된 자들이었다. 앞에 마련된 단상에는 혈성이 자리하고 있었다. 원래는 악소혈군의 연사홍 혈주와 두경승, 상원건 두 부혈주가 자리를 해야 했다. 지금 그 셋은 정․마 대전의 최후 결전지이자 혈교의 중원 재패의 서막을 알리는 청해성의 시달목 분지(柴達木盆地)로 정파와 마교의 인물들을 유도를 하고 있었다. 지금 혈성은 그곳으로 가려하는 것이다. 분명 자신의 수하들인 악소혈군 소속의 정․마 세력의 첩 자들이 정․마 세력의 핵심 고수들을 그곳으로 몰고 갈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곳을 습격하여 몰살을 한다면 중원 세력의 5할 이상을 없앨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첫걸음을 내딛으려 하는 것이었다. 송현과 양설린은 팔짱을 낀 채 정답게 단상을 향해 걸어갔다. 차가운 표정이었으나 송현의 얼굴에 도 미세하나마 미소가 걸려있었다. 그 모습을 본 혈성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시 혈성과 눈이 마주친 송현은 시선을 돌렸다. 연무장에 집결해 있는 자들을 눈으로 훑었다. 그 리고 다시 혈성을 보았다. ‘마지막 축제인가? 저승길이 외롭지는 않을 것이야, 혈성.’ 송현은 양설린을 데리고 단상 위로 올라갔다. 혈성의 옆에 마련된 자리로 다가가 양설린과 함께 자 리에 앉았다. 단상 아래로 보이는 혈교의 무인들을 보았다. 하나같이 피에 굶주려있는 모습들이었다. 그리고 그들 앞으로 나서는 혈성의 모습이 보였다. “악소혈군 소속의 제군들은 들으라.” 우렁찬 목소리가 연무장 곳곳에 울려 퍼졌다. “오늘부터 정확히 3일이후면 무림 천하에 우리의 이름이 퍼질 것이다. 그리고...” 혈성은 말을 끊고는 혈교의 무인들을 쭉 훑어보았다. “한 달 안에 무림은 우리의 발아래 놓이게 될 것이다. 다시 한 번 말한다. 3일 후 우리의 첫 걸음 이 시작된다. 청해성의 시달목분지에서 거룩한 역사가 이루어지리다. 바로 우리들의 손에 의해서 말이다.” “와아아아아!” 엄청난 함성 소리가 들렸다. 송현은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새파란 하늘이었다. 너무나도 맑았으며 높았다. ‘살인이라... 혈성의 무리들이 땅에 묻히기에 너무나도 좋은 날씨구나!’ 하늘을 찌를 듯한 함성소리에 혈성은 미소를 지었다. 혈성은 잠시 송현을 향해 시선을 주었다. “자랑스런 그대들에게 한 명의 인물을 소개시키겠다. 그대들도 들어보았을 것이다. 일년 반전 정. 마 무림대회에서 온 천하를 울렸던 마천승룡 송현이다.” 혈성의 말에 약간의 웅성거림이 생겼다. 송현에 대해 아는 자도 있었고 모르는 자도 있었다. 또한 이곳에 머문다는 사실을 아는 자가 있는 반면 모르는 자도 있었다. 송현에 대해 아는 자는 많았지만 이곳에 머문다는 사실을 아는 자는 거의 없었다. 그 이유는 송현 이 여기 혈교의 전진 기지에 머물면서 밖으로 돌아다닌 적이 없었다. 대부분의 시간을 방 안에서 만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그나마 아는 자들은 송현이 혈성에 의해 잠시 여기저기에 움직일 때 송현을 본 자들뿐이었다. 그들 도 송현의 존재에 대해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항시 혈성과 함께 움직였기 때문에 본 교에서 나 온 자라 생각했다. 마천승룡 송현이라는 소개에 모두들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들도 무인이었다. 그러니 당연히 무림정세에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 혈성과 함께 정․마 무림대회에 참가했던 동료들과 악소혈군의 소속으로 현 정파와 마교에 첩자로 활동하는 동료들에게 송현에 대해 들었다. 그렇게 소문으로 자자한 송현이 바로 자신들의 앞에 섰던 것이다. 송현은 혈성의 소개를 받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제 피의 축제가 열리는 것인가? 후후훗.’ 자리에서 일어선 송현은 양설린의 손을 잡고 자신의 품으로 일으켜 세웠다. ―준비하시오. 송현의 매직마우스를 통한 음성이 들었다. 양설린은 살며시 소매의 공간에 손을 집어넣어 워프용 스크롤을 손에 쥐었다. 언제라도 찢을 수 있도록 말이다. 『백호, 현무. 너희들도 준비해! 주작과 청룡도 이 곳으로 오라고 하고.』 『오호호호, 주인님. 저희는 이미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명만 내리십시오.』 주작과 청룡의 목소리가 들렸다. 송현은 든든함을 느꼈다. 혈성이 잠시 뒤로 물러나고 송현과 양설린이 단상 앞에 섰다. 입가에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집합 한 혈교의 악소혈군의 무사들을 보았다. 그리고 입이 떨어졌다. 웅장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오늘부로 혈성과 함께 너희들의 이름은 세상에서 지워진다.” 뜻을 알 수 없는 말이 흘러나왔다. “저기 보이는 태양이 너희들이 볼수 있는 마지막 태양이 될 것이다.” 순간 혈성은 자신의 귀를 의심해야했다. 허나 송현의 뜻을 알아차리는 순간 얼굴이 일그러졌다. “소, 송현. 네 놈이 지금 현실을 잊어버린 모양이구나! 저 년의 머리...” 송현은 혈성의 말에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대로 양설린을 허리에 끼고 악소혈군이 집합한 장소 의 허공으로 텔레포트를 했다. 그 모습을 두 눈으로 확인한 악소혈군의 무사들은 웅성거림을 넘어서서 조금은 분잡한 모습들을 보 였다. 송현은 조금은 거만한 눈빛으로 발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주군과 소속단체를 잘못 선택한 너희 자신들을 원망하라. 차후 다시 태어나게 된다면 그때는 좀 더 선한 삶을 살기 바란다. 그럼 잘 가거라!” 송현은 말을 마치고는 품에서 한 장의 스크롤을 꺼냈다. 혈성은 아직도 조금은 멍한 표정으로 하늘 에 떠있는 송현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너무나도 갑자기 변한 송현의 태도였기 때문이었으리라. 믿었던 만큼 돌아오는 충격도 큰 법이었다. 피의 축제 늑대와춤을 입니다. 내일 있을 담비네 정모로 인해 내일 하루 쉽니다. ^^ 가능하다면 많은 분들이 참석을 하셨으면 좋겠네요. 그럼 즐거운 주말 되세요. ^^ ******************************************************************************************** “우아아아아아!” 귀를 찢을 듯한 극한의 소리가 송현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무림의 사자은이나 청룡음과는 다른 것 이었다. 송현은 4서클의 마법인 극한의 소리를 내는 마법으로 연무장에 모인 무인들의 혼을 뒤흔들어놓았 다. 모두가 머리가 뒤흔들리는 것을 느끼며 귀를 막아야만 했다. 그 순간 송현은 한 장의 스크롤을 찢었다. 명쾌한 동작이었다. 한 장의 종이가 무슨 힘이 있을까? 송현의 손 동작대로 미미한 파음을 냈다. 찌지직 종이가 찢어지자 희미하게 빛이 일렁이더니 빠른 속도로 퍼져나갔다. 그 빛은 연무장에 집결하고 있는 혈교 악소혈군의 무사 전체를 감싸않았다. 그때까지 모두들 귀를 막고, 땅바닥에 주저앉았거나 하늘에 떠있는 송현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스크롤에서 퍼지는 기운을 멍하니 보기만 했다. 『청룡. 비를 내리거라.』 『알았습니다.』 송현의 명에 따라 청룡은 이 자리에 현신하였다. 짙푸름 자랑하며 연무장 하늘에 모습을 드러냈다. 청룡은 거대한 몸으로 연무장을 감싸듯이 큰 원을 그렸다. 서서히 원을 줄여가며 혈교의 무사들에 게 심리적 압박을 가했다. 마침내 청룡의 머리가 혈교의 무사들에게 고정되었다. “쿠오오오오!” 청룡의 창음이 연무장을 뒤흔들어 놓았다. 무엇이라 형용할 수 없는 포효소리였다. 그러함을 느낄 때 하늘에서 내려오는 빗방울 느꼈다. 투둑 투둑 쏴아아아아아 다져 놓은 연무장의 바닥에도 어느새 빗물이 고였다. 그러나 그렇게 느끼는 것은 오로지 연무장에 있는 무사들뿐이었다. 사람들은 비를 맞으면 누구나 본능적으로 비를 피하고자 한다. 이곳에 집결한 무사들도 마찬가지였 다. 다들 떨어지는 비를 조금이라도 피하고자 했다. 그러나... 그것은 오로지 마음뿐이었다. 마음은 움직이되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 이유는 조금 전 송현이 찢은 스크롤이 홀드 마법을 가지고 있는 스크롤이었기 때문이다. “앗!” “모, 몸이 움직이지 않아.” 여기저기서 당황한 기색이 묻어나오는 음성들이 나왔다. 홀드 마법으로 이렇게 많은 인물들을 잡을 수 있을지는 송현도 알지 몰랐다. 어느 정도 혼란만 주 려고 하였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극한의 소리 마법이었다. 일시적으로 사람의 정신을 뒤흔든다면 홀드 마법과 같은 것이 더욱 잘 먹혀들기 때문이다. 허나 이번에는 생각보다 더 큰 효과를 거두었 다. 송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재빨리 다음 스크롤을 품에서 빼내어 들었다. 다시 한 장의 스크롤이 째져졌다. 우르르르 쾅 쾅 쾅쾅! 눈이 시리도록 밝은 빛이 생성되었다. 그리고 한줄기 벼락이 내려 꽂혔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이내 수십 줄기의 벼락이 경쟁을 하듯이 땅으로 내려 꽂히기 시작했다. “으아아악!” “크아아아!” 여기저기서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홀드의 마법이 풀렸는지 연무장에 모여 있던 인영들은 고통 에 몸부림치며 서로 얽기고 섥혔다. 마치 시장판을 보는 듯 했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자들은 있었지만 쓰러지는 자들은 없었다. 넓은 지역에 마법을 사용하다보니 당 연히 마나의 분포량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마나의 분포량이 줄어들면 그 위력이 반감 된다. 아직까지 뚜렷한 결정타를 만들지 못하였다. 『현무, 2장 가량 땅을 파.』 『알았네, 주인.』 꾸르르릉 쿵 땅이 미세하게 들썩이더니 이내 내모 반듯한 모양으로 꺼져버렸다. 자로 잰 듯한 형태의 웅덩이였 다. 정확히 2장의 깊이로 내려선 땅바닥에서는 사람들이 어지럽게 넘어져있었다. 마치 아무런 규칙 없 이 제멋대로 곡물을 쌓아 놓은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보자 송현은 청룡을 재빨리 주시했다. 『청룡, 폭우를 만들어라. 저 곳을 물로 채워라.』 송현이 가리킨 곳은 방금 현무가 만들어낸 웅덩이었다. 송현의 말이 끝이 나자마자 더욱 굵은 빗방울이 내리기 시작했다. 하늘에 구멍이 난 것이 아닌가 의심이 갈 정도였다. 얼마나 많은 양의 비가 쏟아지던지 웅덩이에는 순식간에 물이 차올랐다. 1분의 시간도 되지 않고 성인의 허리만큼 물이 차올랐다. 그러자 웅덩이 안에서는 더욱 혼란했다. 서로가 서로를 밟고 올라가려는 소리가 들렸다. 밟고 올라가는 자가 있으면 밟히는 자들도 있다. 완벽한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프리즈!” 2서클 마법인 물을 얼리는 마법으로 웅덩이에 차있는 물을 순식간에 얼려버렸다. 혈교의 무사들은 웅덩이에 고여있는 물과 함께 냉동인간이 되었다. 커다란 얼음덩어리 곳곳에 하체가 밖혀있는 형상이었다. 대부분이 그런 형상이었지만 얼음 안에 완전히 갇혀 얼려져버린 인물들도 있었다. 상체에도 냉기가 올라오자 모두들 추위에 몸을 떨었다. 따다닥 딱 따다닥 딱. 계속적으로 차가운 바람이 불었다. 추위를 이기지 못한 그들은 자연스럽게 이빨 부딪히는 소리가 내었다. 그 중에 독한 몇 명은 얼음에서 빠져나오려고 몸부림을 치는 자들도 있었다. 『빠져나오려는 자들은 죽여... 아니다! 그냥 저항하지 못하도록 혼쭐을 내줘.』 『네, 주인님』 차마 백호에게 죽이라는 말을 하지 못했다. 더러운 피를 사신수들에게 묻히게 하고 싶지 않다는 생 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혈성은 몸이 굳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 자리에 석상이 된 듯 송현의 마법 하나하나를 머리에 각인 시켜야만 했다. 송현을 제지해야한다는 것조차 잊어버리고 말이다. 먹구름도 없이 비가 내렸다. 저 하늘에서 내린 것이 아니었다. 송현의 발아래에서부터 내린 비였 다. 그리고 땅이 꺼졌다. 차가운 냉기를 느꼈다. 필시 구덩이에 빠진 자들은 추위를 느끼리라 생각 했다. 송현은 비명을 지르는 그들에게서 시선을 거두어들이고 혈성을 보았다. 놀란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텔레포트!” 하늘에서 다시 사라진 송현과 양설린은 혈성의 앞에 다시 나타났다. 그때까지 양설린의 표정은 하 나도 변함이 없었다. 무표정한 모습을 일괄하고 있었다. 송현은 그런 양설린이 안쓰러웠다. 표정은 그러했지만 몸은 떨고 있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한 팔로 떨고 있는 양설린을 안아주었다. 조금 진정이 되는 듯 양설린은 송현을 보며 미소를 지었 다. “네 이, 이 놈!” 그제야 이성을 찾은 혈성의 두 눈에는 살기가 묻어나왔다. 송현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표정을 지 어주었다. 혈성을 빤히 쳐다보았다. 『현무, 땅을 다시 원상복귀 시켜!』 『알았네, 주인!』 쿠르르르릉 땅으로 깊게 파진 땅이 진동을 하며 다시 솟아올랐다.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있으니... 다 름 아닌 거대한 얼음덩어리였다. 단순한 얼음덩어리가 아니었다. 500에 가까운 혈교의 무사들이 밖혀 있는 얼음덩어리였다. 얼음덩어리가 땅위로 올라오자 비명소리는 한층 더 커졌다. 모두의 시선은 혈성을 향하고 있었다. 혈성의 시선은 얼음덩어리와 송현을 오갔다. “죽이겠다.” 혈성의 말에 송현은 비웃음을 날렸다. “누구를?” “네 놈을 죽이겠다. 송현!” “마음대로 하거라. 이것만은 알아야 할 것이야. 난 나를 건든 자는 쉽게 용서를 안 해주거든! 수 십 배 아니 수백 배로 돌려주어야만 성미가 풀리는 성격이라서 말이야.” 송현은 천천히 팔을 들어 얼음덩어리를 가리켰다. 자연스럽게 혈성의 시선은 송현이 가리키는 곳 을 향했다. “자네도 재미있을거야.” 찐득한 살기가 묻어나오는 송현의 말에 혈성은 짧은 순간이나마 오싹함을 느꼈다. 송현은 그 순간 마지막 남은 스크롤을 한 손으로 찢었다. 휘이이잉 서늘한 한 줄기 바람이 불었다. 휘이이... 쑤아아아아... 쐐애애액! 바람의 소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날카로워졌다. 바로 윈드 커터 마법이었다. 마법 중첩을 이용하여 더욱 날카롭고 묵직한 칼날을 만들어냈다. 윈드 커터로 만들어진 바람의 칼날은 얼음을 향해 날아갔다. 그리고... 정확히 얼음 위를 제비가 스쳐 날듯이 뻗어나갔다. 스삭. 스으으으삭! 반듯한 얼음위에 울퉁불퉁 올라온 모든 것들을 반듯하게 짜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비명소리도 들리 기 시작했다. 원래 얼음은 반듯한 모양이었다. 얼음위에 울퉁불퉁하게 올라온 것은 혈교 무사들의 상체밖에 없었 다. 한차례 얼음의 표면을 깨끗이 정리한 바람의 칼날이 이번에는 얼음 자체를 자르기 시작했다. 정확히 가로로 반으로 자르더니 가로로 세로로 번갈아가며 얼음을 수십 조각으로 잘랐다. 완벽한 말살이었다. 살아난 자들이 한 명도 없었다. 모조리 얼음에 갇혀 얼음과 같이 잘려졌으며 그 생을 다했다. 얼음과 그 안에 갇힌 자들은 깨끗하게 잘려졌으나 얼음의 형태는 변함이 없었다. 마치 잘 다듬어 진 돌로 쌓아 놓은 성벽을 보는 듯 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푸른빛이 돌았으며 투명했다는 것이 다. 그리고 그 안에는 수백의 잘려진 시체들이 들어있다는 것이다. 송현은 혈성의 얼굴 표정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보았다. 얼굴에 살기가 띠기도 했으며 창백해지기 도 했다. 그런 얼굴을 보며 송현은 더욱 복수에 칼날을 갈았다. ‘그래, 내가 당한 그 이상을 너는 받아야 한다. 혈성!’ 복수를 하다 늑대와춤을 입니다. 글이 늦어서 죄송합니다. 다음편은 저녁 때쯤 올라올 것입니다. 그럼 즐거운 하루 되세요. ^^ 추신 : 불펌만은 제발... 부탁드립니다. 자꾸 불펌 이야기 하는 것도 좀 그렇네요. ^^ ******************************************************************************************** 송현은 무시무시한 살기를 두 눈에 한가득 담았다. 그리고는 양설린을 품에서 띠어내고는 혈성을 향해 한 걸음 디뎠다. 혈성 그 모습에 살기어린 미소를 지었다. “죽음을 재촉하는군.” “죽음을 재촉한다라... 누구의 죽음을 재촉하는지 두고 보면 알겠지만 말이야.” “어리석은 녀석. 내 너를 믿어주었거늘.” “그런가? 내가 생각하기에는 나를 믿었다 보기에는 설린의 머릿속에 있는 고독을 믿은 것 같던데...” 혈성은 송현을 향해 한 걸음을 디뎠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송현의 뒤에 있는 양설린을 향한 것이다. 양설린은 자신도 모르게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혈성의 기분 나쁜 웃음에 몸을 떨었다. 송현은 팔을 들어 혈성을 제지를 하였다. -설린, 만약을 위해 내가 준 스크롤을 언제든지 찢을 수 있도록 가지고 있으시오. 양설린에게 매직 마우스로 자신의 뜻을 전했다. 여전히 송현의 시선은 혈성을 향하고 있었다. “이제 시작을 해야겠지?” 송현은 혈성을 가리켰다. “후후후, 따끔한 맛을 보여주어야 정신을 차리겠군. 정 그리 원한다면 나야 반갑게 해주도록 하지.” 혈성은 옆으로 팔을 들어올렸다. 타다다닥. 어느 누가 급히 뛰어 들어왔다. 그리고는 혈성의 손에 한 자루 검을 쥐어주고는 급히 단상을 내려갔다. 송현이 보기에 악소혈군 소속의 무사 중 살아남은 몇 안 되는 자로 보였다. 아마 단상쪽에 자리를 잡고 있다가 살아남은 듯 했다. 아주 느긋한 혈성의 모습에 송현은 의아심이 생겼다. “죽은 수하들의 수가 적지 않은데 무척 침착한 것 같아.” 탁 탁 탁 혈성은 한손에 검자루를 잡고는 나머지 한손을 향해 검집을 가볍게 내려쳤다. “그렇게 보이는가?” 혈성은 아직도 얼어있는 거대한 얼음 속에 갇혀 죽어있는 수하들을 힐끗 쳐다보았다. “저들이 죽어 아쉽기는 하지만 뭐 그리 신경 쓸 자들이 아니라서 말이야.” “그런가? 그렇다면 아쉬운걸.” “아쉽다라...” 송현은 알다가도 모를 미소를 지으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스르릉. 혈성은 검을 검집에 부드러운 동작으로 빼내어들었다. 그리고는 혀를 내밀어 검면을 핥았다. 섬뜻한 느낌마저 들었다. “사실 아직도 네가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 한 번 잡아서 나의 수하로 만들어야겠어. 이번에는 너의 계집을 이용하는 것이 아닌 너 자신을 옮아 메야겠어. 그나저나 아쉬워!” “아쉽다라...” “그냥 나의 뜻만 따라주었다면 부와 명예가 같이 가지는 것인데 말이야. 아니 어쩌면 천하를 내려다보는 자리까지 올라갔을 수도 있고 말이야.” “음...” 송현은 턱을 쓰다듬으며 침음성을 내뱉었다. “크크크, 아쉬워해도 이미 늦었다.” 혈성은 말이 끝나기도 전에 검을 들어 송현을 향해 빠른 속도로 찔러 들어왔다. 쐐애애액 한 줄기 섬광이 그려졌다. 색깔은 선한 분홍 빛깔이었다. 한 줄기 혈향도 피어나는 듯 했다. 송현을 향해 그려지는 분홍빛 섬광은 완벽한 직선이었다. 말 그대로 송현과 혈성의 최단거리를 그리고 있었다. 당연히 송현을 향해 뻗어가는 효율적인 검로를 보여주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지만 송현은 차분히 대처하였다. 손과 팔에 암실드를 만들었다. 땅 송현은 손등을 이용하여 혈성의 검을 살짝 흘리듯이 퉁겨냈다. 그래서 맑은 검명이 울렸다. 철무정에게 배운 안법이 상당한 경지까지 올랐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장난은 이만 하도록 하지.” 송현은 손등으로 혈성의 검을 퉁겨내면서 검에 힘이 들어있지 않음을 알았다. “장난이라... 크하하하. 역시 사람을 잘못 보지는 않았어.” 혈성은 검을 들어 어깨까지 올렸다. 그와 동시에 이제까지와는 다른 기운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상당한 기운으로 인해 송현은 압박감을 느꼈다. 송현은 팔을 들어 뒤로 한 번 휘저었다. 양설린을 향한 행동이었다. 양설린도 송현의 행동의 의미를 알았는지 다소 긴장한 모습으로 뒤로 물러났다. 송현의 뜻을 느낀 사신수들이 재빨리 양설린을 감싼 것은 말할 필요 없었다. 양설린이 안전한 거리까지 물러나는 것을 느낀 송현은 그제야 마음을 놓고 자신의 기운을 마음껏 내뿜었다. 우우우우웅! 송현과 혈성의 기운이 서로 부딪히자 둘 사이에는 한줄기 회오리가 만들어졌다. 혈성이 내뿜는 기운은 뾰족한 송곳을 보는 듯 했다. 이에 반해 송현은 그러한 송곳마저 품에 안을 거대한 자연을 보는 듯 했다. 그러나 따뜻한 자연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었다. 화가 나서 무서움을 보여주는 그런 자연의 모습이었다. 바다가 노해서 만들어지는 해일처럼... 바람이 노해서 만들어지는 태풍처럼... 대지가 노해서 만들어지는 지진처럼... 말이다. 둘 사이에 만들어지는 회오리에 주위의 공기들이 휘말렸다. 그리고 나뭇잎 하나가 날아왔다. 회오리를 따라 때로는 천천히 때로는 빠르게 원형을 그리며 솟구쳤다. 그렇게 춤을 추던 나뭇잎이 송현과 혈성의 시야를 가렸다. 그 순간 혈성은 재빠르게 지면을 차며 송현을 향해 몸을 날렸다. 슈아아악 혈성의 검은 반월을 그렸다. 붉은 반달을 연상시켰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송현은 빠른 속도로 뒷걸음 쳤다. ‘무인들이란...’ 일종의 비웃음이었을까. 지금까지 송현이 보아온 무인들의 전형적인 패턴이었다. “메모라이징, 월 오브 파이어.” 송현이 머물고 있던 자리에 활활 타오르는 불의 장벽이 솟았다. 혈성은 송현을 향해 날아가다시피 다가가며 검을 휘둘렀지만 송현이 머물었던 자리에는 뜨거운 열기를 가진 불밖에 없었다. 혈성은 입술을 깨물며 검을 다시 한차례 휘둘렀다. 슈아아아아 불의 장벽이 허물어졌다. 그 순간, 송현은 이미 이런 혈성의 행동을 예상했다. 그리고 블링크 마법으로 혈성의 반대방향으로 이동했다. 비록 불의 장벽이 시야를 막았지만 장벽의 너머에 송현이 없을 거란 생각은 하지도 못한 혈성이었다. 그러나... 장벽 너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빈공간만이 혈성을 반겨주고 있었다. 그 순간 혈성은 뒷목에서 찌릿함을 느꼈다. 목이 부러질 것만 같이 재치며 뒤로 돌아보았다. 혈성의 두눈 한가득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한 덩이의 불이었다. 그리고 불덩이 뒤로 웃고 있는 송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복수를 하다 그 모습에 혈성은 열이 머리끝까지 벋쳐올랐다. ‘감히 나를 향해 웃어? 그것도 결투 중에.’ 혈성은 검을 들어 자신에게 날아오는 불덩이를 정확하게 수직으로 갈랐다. 그리고 몸이 둘로 갈라지는 착각을 일으키며 다른 하나의 형상을 만들더니 다시 한번 불덩이를 가로로 갈랐다. 수직으로 가르는 혈성의 검세는 눈에 보였다. 그러나 가로로 뻗어가는 검세는 마치 다른 혈성이 가르는 것처럼 보였다. 마치 혈성의 쌍둥이 형제가 나타나 가르는 것처럼 말이다. 슈아아아 쏴아아악 언뜻 듣기에는 한 줄기 검명이었지만 분명 두 줄기의 검명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불덩이는 정확히 4등분으로 갈라졌다. 4갈래로 갈라지는 불덩이 정 중간에 혈성은 검을 아래 방향으로 향하며 서있었다. 역시 한명의 혈성이었다. “본좌를 너무 우습게 보는 것 같다. 뛰어난 술법인줄은 알겠지만 그따위 화구체(火球體)로 나를 어떻게 하고자 했...” 혈성이 송현을 향해 말을 하는 사이 엄청난 폭음이 들렸다. 쿠과과과과쾅! 혈성에 의해 4개로 갈라진 불덩이가 차례로 돌아가며 터졌다. 4방위에 점유하고 있는 파이어 볼이 그 중심에 서있는 혈성을 향해 무력을 자랑하며 쏘아져나가는 것 같았다. 혈성을 짖눌러가는 불덩이는 파이어 볼이 아닌 파이어 익스플로우젼이었다. 무림대회가 열렸을 때 무당파에서 얻은 깨달음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혈성은 송현을 향해 날리던 비웃음 섞인 말을 끝까지 잇지 못하였다. 서둘러 검을 들어야했다. 자신을 향해 터지면서 날아오는 불덩이를 일일이 쳐냈다. 하나하나 쳐낼 때마다 손목이 저려왔다. 검으로 화구 자체를 쳐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문제는 화구를 쳐내면서 화구가 폭발을 한 것이다. 그 충격이 자신의 상상보다 엄청났다. 마지막 폭발하는 불덩이를 쳐내고는 그대로 송현을 향해 몸을 날렸다. 혈성의 얼굴에는 수치심과 더불어 살기가 묻어나왔다. 송현 역시 혈성을 향해 몸을 날렸다. 세 장에 가깝던 둘 사이의 거리가 어느새 한 장에 이르렀다. 송현은 우장을 내지르는 듯 파이어 볼을 쏘았다. 쿠아아아앙 거친 파공성이 났다. 언뜻 보기에는 조금 전 송현이 사용한 파이어 익스플로우젼과 달라 보이지 않았다. 혈성 역시 지금 자신에게 날아오는 파이어 볼을 파이어 익스플로우젼으로 착각했다. 그래서 그는 조금 전과 같이 멋을 부리는 검세를 보여주지 않았다. 신중하게 자신에게 날아오는 불덩이를 반으로 가르고 다음을 대비했다. 쾅광 콰광 연이어 폭음이 들렸다. 그러나 그 폭음은 혈성이 예상한 것과는 틀렸다. 반으로 갈라진 불덩이는 갈라진 그대로 날아가 지면에 부딪혔다. 혈성은 잔뜩 몸에 힘을 주고 있었다. 그러나 돌아오는 결과는 그를 허탈하게 만들었다. 잠시 혈성이 공황 상태에 빠졌다. 송현이 지금의 기회를 놓칠 리 없었다. 재빠르게 마나 보법을 밟으며 혈성을 향해 다가갔다. “아티팩트 파워, 아이스 스피어!” 우우우웅 맑은 소리가 들리며 송현의 몸 주위에 세 자루의 빙창이 만들어졌다. 송현의 반지에 새겨져있는 아이스 스피어 세자루를 한꺼번에 만들었던 것이다. “찻!” 슈아아 슈아아앙 두 자루 빙창을 그대로 혈성에게 던졌다. 빙창은 기음을 토하며 빠른 속도로 혈성을 향해 날아갔다. 나머지 한 자루는 여전히 송현의 몸 위에 떠있었다. 그 순간 송현의 두 눈은 빛났다. 마나 보법을 이용하여 자신의 몸을 혈성의 뒤 쪽으로 순간 이동시키고 자신이 있던 자리에는 허상마법인 리플렉트티드 마법을 이용하여 자신의 허상을 남겨두었다. 샤라라랑 콰광! 혈성은 자신에게 날아오는 빙창을 검을 이용하여 옆으로 흘렸다. 손에 충격은 없었다. 그렇지만 몸이 얼어붙을 것 같은 차가운 냉기를 느꼈다. 왠지 모를 기분 나쁜 냉기였다. 차라리 충격으로 손아귀가 조금 저렸으면 저렸지 냉기를 다시 한 번 느끼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차앗!” 강한 기합소리와 함께 두 번째 빙창을 두 동강 내었다. 그리고 재빨리 송현의 위치를 찾았다. 혈성의 눈에는 여전히 송현이 한 자루의 빙창을 들고 있는 모습으로 보였다. 그러나 그것은 허상이었으며 실제로 송현은 혈성의 뒤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송현은 대기에 퍼져있는 마나를 이용하여 빙칭을 혈성의 방향으로 날렸다. 그러면서 자신의 허상을 빙창과 함께 보냈다. 혈성은 송현이 한 자루 창을 굳게 잡고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모습으로 보았다. 상당히 위력있는 찌르기를 보여준다고 생각했다. ‘어리석은 녀석! 창술을 쓴다는 보고는 듣지 못했지만 제법 위력은 보인다만은. 그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 그 이상한 창과 함께 네 몸을 두 동강 내주마!’ 이미 자존심이 상할 대로 상한 혈성은 송현을 자신의 수족으로 만들어야한다는 계획조차 덮어버렸다. 혈성은 검을 기이한 각도로 틀며 기수식을 잡았다. 붉은 기운이 혈성을 감쌌다. 이내 혈향이 났다. 찐한 피가 담겨있는 검에 내 혼을 넣는다! “적혈혼원검법, 혈검입혼!” 우우우우우앙 유유(幽幽)한 음향이 들렸다. 더불어 반원을 그리는 검광도 보였다. 부드러움 그 자체였다. 그러나 그 부드러움 뒤에는 피 냄새가 났다. 그 증거가 반월을 그리는 검광이 하얀 빛에서 차츰 붉은 빛으로 바뀌고 있었기 때문이다. 송현과 빙창 가까이 다가간 혈성의 검광은 어느새 피를 연상하게 할 만큼 찐한 붉은 빛을 토했다. 송현은 최대한 안법을 높여 혈성의 초식을 눈여겨 보았다. 앞으로 크게 도약을 하여 앞으로 미끄러지듯이 보법을 밟는 것이 보였다. 그 추진력으로 검을 더욱 빠르게 하는 것이었다. 검을 휘두르는 중간에도 그의 발은 지면을 타고 계속적으로 미끄러졌다. ‘저것이다.’ 송현은 급히 자신의 마나를 모았다. “그리스!” 송현은 자신의 허상으로부터 시작하여 그 뒤쪽까지 그리스 마법으로 땅에 마찰계수를 없애버렸다. 그것도 아는지 모르는지 혈성은 빙창과 함께 송현의 허상을 두 조각냈다. “크하하하하!” 혈성의 입에서 웃음소리가 터졌다. 그리고 몸을 바로 세우려했다. 그러나 혈성의 몸은 서지 않고 계속적으로 미끄러져갔다. 천근추 수법으로 바닥에 깊은 홈을 만들면서 겨우 신형을 바로 세울 수가 있었다. 혈성은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동물적인 감각으로 자신의 등 뒤에 무엇인가를 인식하고는 고개를 획 돌렸다. 그리고 두 눈이 크게 떠졌다. 바로 송현이 자신을 향해 다가오고 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혈성의 두 눈이 크게 떠졌을 때... “블라인드!” 번쩍! 강렬한 빛이 혈성의 두 눈앞에서 터지듯 빛이 났다. “으아아악!” 혈성은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며 두 눈을 감쌌다. 강렬한 빛은 순식간에 두 눈을 멀게 한다. 그때 고통도 뒤따른다. 하물며 안법을 익히는 무인은 평범한 사람들보다 그 고통이 큰 것은 자명한 일이다. “디그!” 푸우우욱 콰당 혈성을 중심으로 5m가량 땅이 꺼져버렸다. 혈성은 공중에 떠있는 듯한 모습이 연출되었다. 눈이 안 보이는 상황에서 몸이 허공에 떠있게 되자 신형을 유지하지 못한 채 그대로 구덩이에 처박혔다. 비록 혈성은 앞을 보지 못하였으나 자신의 상태는 잘 알고 있는 듯 했다. 그리고 문득 연사홍에게서 들은 송현의 결투가 생각이 났다. 바로 마교의 수석 호법 적충과의 생사를 건 결투였다. 그때 송현은 적충을 땅에 파묻었다고 했다. 그것이 머릿속에 떠오르자 바로 몸을 허공으로 날렸다. 비록 눈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땅에 묻히는 것보다는 낮다고 생각했다. 송현은 혈성의 그런 행동에 마음속으로 찬사를 보냈다. 뛰어난 정신력을 가졌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그것이고 복수는 복수였다. 송현은 뛰어오르는 혈성을 향해 강력한 중력을 걸었다. “헤비 그레버티!” 쿠쿵! 공중으로 뛰어오르던 혈성은 갑자기 무거워진 공기의 압력을 받았다. 그리고 자신의 도약력으로 압력을 뚫지 못하고 다시 한번 구덩이로 처박히고 말았다. 송현은 느릿한 발걸음으로 구덩이에 다가갔다. 구덩이 아래로 처참하게 나둥글고 있는 혈성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더욱 몸부림쳐라! 이대로 무너진다면 나의 복수는 허망하지 않은가! 너의 처참한 몸부림으로 온 세상에 알리겠다. 나와 관련된 자를 건들면 어떻게 되는지를... 그리고 마법의 무서움도 더불어서...’ 복수를 하다 송현은 구덩이에 처참하게 널브러져있는 혈성을 차가운 눈빛으로 내려다보았다. “끄으응!” 혈성은 낮은 신음성을 내며 몸을 뒤척였다. 어느 정도 눈의 아픔이 가셨는지 고개를 들어 송현을 올려다보았다. 혈성은 자신도 모르게 흙 한줌을 강하게 쥐었다. 혈성은 후들거리는 다리를 겨우 진정시키며 간신히 자리에 섰다. 털썩! “헉헉, 헉.” 구덩이 벽면에 등짝을 거칠게 가져다댔다. 그리고는 거침 숨을 몰아쉬었다. 그러나 두 눈빛만큼은 살아있었다. 입가에 묻은 가느다란 혈선을 소매로 훔치며 입을 열었다. “내 너를 과소평가를 했다. 하지만! 지금 나의 이 모습이 나의 전부는 아님을 알게 해주마.” 어느새 혈성의 호흡은 많이 안정이 되었다. 그런 혈성의 모습을 송현은 묵묵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런가? 나도 많이 걱정을 했다. 이렇게 쉽게 끝나서는 나의 복수가 너무 허망해질 것 같아서 말이야.” “크크크크, 크하하하하.” 혈성은 무엇이 그리 우스운지 크게 소리내어 웃었다. “그 웃음소리가 걸려.” 송현은 미간을 좁히며 팔을 들어 흔들었다. “인터!” 흙으로 구덩이를 덮어버렸다. 완벽하게 혈성을 산매장을 시켜버린 것이다. 구르르르륵 어느새 혈성이 들어있는 구덩이는 완벽하게 메워졌다. 그 모습을 확인한 송현은 눈을 감았다. 숨결을 가라앉히고 자신의 발아래로 느껴지는 마나를 탐색해갔다. 정확히는 혈성의 마나를 탐색하는 것이었다. 10초도 지나지 않아서 송현의 두 눈은 부릅떠졌다. 그리고는 자신의 발아래를 투시 마법을 이용하여 유심히 보았다. 땅속에 한 마리 두더지처럼 숨을 죽이고 있는 혈성이 보였다. 피식. 웃음이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왔다. “플라이!” 송현의 입에서 나직한 말소리가 새어나왔다. 송현의 몸은 차츰 땅에서 멀어졌다. 송현은 그저 플라이 마법으로 몸만 띠운 것이 아니었다. 자신의 기운을 조금씩 몸 밖으로 흘리는 것을 잊지 않았다. 송현의 생각이 맞다면 혈성은 자신이 거리를 두었다는 것을 모를 것이다. 기를 느끼는 감각만으로 지금과 같은 사실을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여전히 송현은 차가운 표정으로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땅속에 있는 혈성을 보고 있는 것이다. 미세하지만 혈성의 몸이 뒤틀리는 것이 보였다. 검도 잔잔히 울리는 듯 했다. 쿠르르르 퍼펑 바닥이 잠시 불룩해지더니 화산이 폭발하듯이 터졌다. 흙이 비산하여 사방으로 퍼졌다. 그리고 그 사이에 한 마리 독수리를 연상케하는 혈성이 보였다. 날카로운 부리로 먹이를 노리는 듯한 자세로 검을 들어 솟구치고 있었다. 일격필살이란 말을 연상하게 할 만큼 강렬한 공격이었다. 그러나 혈성의 검은 송현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했다. “헉! 고, 공중에...?” 송현은 놀란 표정을 짖고 있는 혈성을 보며 웃어주었다. 바로 비웃음을 말이다. “웹!” 송현의 몸에서 생기기 시작한 한 줄기 거미줄은 여러 가닥으로 나누어지더니 혈성의 온 몸을 칭칭 감았다. 비록 상당한 높이는 아니었으나 허공에서 몸이 속박 당하자 균형을 잃고 보기 흉할 정도로 바닥으로 곤두박질 쳤다. 쿵 커헉! 혈성은 몸을 뒤틀며 바닥을 향해 엎드렸다. 그리고 한 모금의 피를 토하였다. 그리 큰 상처를 입지 않았지만 큰 충격으로 내부가 진탕되고 기혈이 뒤틀린 듯 했다. 그도 그럴 것이 혈성이 언제 이런 수모를 겪어봤겠는가? 땅에 파묻히고 바닥에 뒹굴고... 수치심으로 인해 혈성의 얼굴은 벌게졌다. 입가에 흐르는 혈선을 닦을 생각도 하지 않는 듯 했다. 그의 얼굴에는 오로지 살기만 돋아났다. 송현을 향하는 시선은 날카로운 비수를 연상케 했다. 송현은 천천히 땅으로 내려섰다. 수치심으로 몸부림치는 혈성이 눈에 들어왔다. 두 팔이 꽁꽁 묶여있어 한 마리 벌레가 몸부림치는 것으로 보였다. 송현은 발을 들어 바닥에서 꿈틀거리는 혈성의 머리를 지그시 눌렀다. 순간 혈성의 두 눈에는 핏발이 섰다. “이, 이, 이... 쿨럭.” 차마 말을 잊지 못하고 다시 한 번 피를 토했다. 송현은 그런 혈성을 향해 경멸에 가까운 시선을 보냈다. 충분히 혈성의 능력이라면 자신의 마법을 풀 수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었다. 나약한 정신이었다. 온실 속에서 자라온 화초를 보는듯했다. 더 이상의 복수가 무의미하다는 것을 느낀 송현은 몸을 돌렸다. 차가운 반응이었다. 그리고 혈성의 몸을 감싸고 있는 거미줄도 없앴다. 그 모습을 혈성이 못 알아차릴 리 없었다. 몸에 자유를 찾았지만 혈성은 멍하니 바닥에 누워있었다. “크크크, 크하하하하!” 절망감에 찬 웃음소리였다. 그렇게 한참을 웃은 혈성은 그 자리에 용수철이 튀듯이 튀어 올라 신형을 바로잡았다. 혈성의 얼굴은 묘했다. 광인의 표정이었다. 타다다닥 재빨리 보법을 이용하여 송현과 양설린의 중간으로 뛰어 들어갔다. “송현! 크크크.” 스으윽 품에 손을 넣어 조그만 유리상자를 꺼내어들었다. 송현을 향해 내밀었다. “너도 고통을 당해야지? 나만 당할 수는 없잖아.” 유치한 혈성의 행동에 송현의 미간은 더욱 찌푸려졌다. 송현은 양설린을 향해 눈빛을 보냈다. 그 뜻을 알아차린 양설린은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찌이이익 양설린의 손에 들린 워프 스크롤이 찢어졌다. 밝은 빛과 함께 양설린은 그 모습이 사라졌다. 사신수 역시 양설린을 따라 그 모습이 사라졌다. 그 모습에 혈성은 입이 벌어졌다. 다물어진 입을 닫을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이미 이성을 잃어버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잠시 갈등을 하더니 다시 실실 쪼갰다. “크크크, 어떤 사술로 그 년을 보냈는지는 모르나 어디를 가나 죽는 것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혈성은 여전히 실실 쪼개며 유리상자로 손을 가져다대었다. 송현은 살며시 소매에 손을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고독을 엄지손가락과 집게손가락으로 잡았다. “텔레포트!” 송현은 실낱같은 마법 캐스팅어를 외쳤다. 소매 안에서 미약한 빛이 발생하더니 송현의 손가락 사이에 있던 고독이 사라졌다. 바로 혈성의 머릿속의 뇌로 순간 이동을 한 것이다. 혈성은 잠시 자신의 머리에서 따끔함을 느꼈지만 무시했다. 그것보다 지금의 고독을 죽여 송현의 처절한 울음을 보고 싶었던 것이다. 조심스럽게 고독을 꺼내어 들었다. “이제는 무릎을 꿇고 빌어도 소용없다.” “무릎을 꿇고라...” 송현은 혈성의 말꼬투리를 잡으며 혈성을 향해 걸음을 내딛었다. 한 걸음 한 걸음 장중한 기세를 내세우며 혈성을 향해 다가갔다. 송현의 기세에 잠시 주춤한 혈성은 조금은 떨리는 손으로 고독을 앞으로 내밀었다. “이, 이게 안 보이느냐?” “보인다.” 여전히 송현은 혈성을 향해 느릿한 걸음으로 다가갔다. “이, 이 고, 고독을 죽이겠어! 그럼 네 놈의 계집년도 죽게 된다.” “죽여!” “뭐?” “고독을 죽이라고.” “이.....” 혈성은 떨리는 몸으로 뒷걸음치기 바빴다. “애원이라도 해봐라! 제발 고독을 죽이자 말라고 애원해보란 말이다!” 혈성은 두려움에서 벗어나려는 듯 발악에 가까운 음성을 토해냈다. “내가 왜 그래야하지? 네가 그렇게 믿고 있는 그 고독을 죽여보란 말이다. 혈성!” 송현은 잔잔한 어조에서 벗어나 강한 목소리를 내었다. 혈성은 송현과 자신의 손에 들린 고독을 연신 번갈아보았다. 이내 결심을 굳힌 듯싶었다. “그래 나도 죽고, 너도 죽자.” 콰직. 혈성의 손가락 사이에서 발버둥치던 고독은 누런 액체를 보이며 터졌다. “크하하하하! 네 놈의 계집년의 고통을 너는 보게... 으으으... 크흑, 크아아아아!” 말을 잇던 혈성은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더니 바닥으로 주저앉았다. 얼굴 한 가득 핏줄이 서기 시작하더니 온 몸이 붉어졌다. 투둑 투둑 후두두둑 바닥 여기저기를 굴렀다. 머리의 고통이 심했는지 두 손을 머리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어, 어... 떻게...” 고통에 찬 혈성은 간신히 한 손을 내려 품으로 넣었다. 그리고 자그만 하얀 자기로 된 약병을 꺼내어들었다. “하악... 학... 크으윽.” 간신히 입으로 약병의 뚜껑을 연 혈성은 아무 생각 없이 병의 주둥이를 입으로 가져다댔다. 약병에는 바로 고독의 해독제가 들어있었다. “하악... 하악... 휴...!” 조금은 고통이 가라앉는 듯싶었다. 얼굴이 많이 편안해졌기 때문이다. “네, 네 놈이 무슨 사술을 걸었는지 모르겠으나... 나에게 해독약이 있다는 것은 잊은 모양이... 크아아아아아!” 잠시 고통이 가라앉는 것처럼 보였던 혈성은 더욱 큰 비명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쓰러졌다. 원래는 해독약으로 죽었어야할 고독이 지금 약과 싸움을 시작했다. 송현의 마법으로 인해 라이프 포스, 스트랭스. 헤이스트 마법으로 고독의 힘이 세졌기 때문이다. 쉽게 죽어야할 고독이 죽지 못하고 혈성의 뇌속에서 몸부림을 치고 있었기에 더욱 고통이 심해져만 갔다. 송현은 투시 마법을 이용하여 혈성의 뇌 속에 박힌 고독을 보았다. 그리고는 연신 고독에게 마나를 주입을 했다. 그러니 혈성은 더 큰 고통을 받아야했다. 그렇게 30분의 시간이 흘렀다. 이미 혈성의 사람의 모습이 아니었다. 두 눈동자는 까져서 하얀 안구만 보였고 입가에는 거품이 묻어나왔다. 몸은 경련이 일고 있었다. 그러길 대략 1분. 털썩! 죽었는지 기절을 했는지 바닥으로 쓰러졌다. 송현은 다가가 혈성의 몸에 검이라도 꼽고 싶었지만 자신의 손에 더러운 피를 묻히고 싶지 않았다. 주위를 둘러보니 몇 살지 않은 혈교의 무사들도 어느새 도망쳤는지 그림자 하나 보이지 않았다. “너의 죽음을 지켜보는 이도 없다. 불쌍한 녀석!” 송현은 죽음만 기다리는 혈성을 등 뒤로 하고 몸을 돌렸다. 혈교의 등장 늑대와춤을 입니다. 오늘 컴퓨터가 맛이 갔습니다. ㅠㅠ 지금 겜방에 와서 다시 한 편을 더 썼습니다. 요 근래 너무 글을 올리지 않은듯 싶어서 말이죠... ㅡ.ㅡ;; 내일 컴퓨터가 고쳐진다고 합니다. 어떻게 될 지는 모르겠으나 가능한 내일도 2편을 올리도록 노력을 해보겠습니다. 겜방인 관계로 글이 조금 짧습니다. 그럼 즐독하세요 ^^ ******************************************************************************************** 송현이 워프를 사용하여 그 자리를 벗어났다. 휘이잉 혈성이 죽어가는 이 시간... 찬 바람만이 그의 죽음을 지켜보는 듯 했다. 쉬이익 착 착 착 한 무리의 인영들이 단상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쯧쯧쯧.” 깡마른 중년의 사내가 혈성을 보며 혀를 찼다. 붉은 혈포, 붉은 머리카락, 그리고 붉은 눈썹. 바로 혈교의 교주 혈마루이었다. 그의 옆으로 청년 하나가 시립해있었다. 다른 인물들과는 다르게 어깨를 당당히 펴고 있었다. 교주의 앞이라면 누구나 주눅이 들어야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건만 그 청년은 그렇지 안했다. “본 교로 데리고 가라.” 혈마루의 쇠 긁는 목소리가 들리자 뒤에 정자세로 시립하고 있던 인물들은 재빨리 움직였다. 네 명의 사내들은 혈성을 들어올렸으며 나머지 사내들은 그들을 중심으로 호위를 섰다. 혈마루가 시선을 주었다. “존명!” 우렁찬 목소리가 한 목소리인양 나왔다. 그리고는 혈성을 데리고 재빨리 단상을 빠져나갔다. 그 모습을 지켜본 혈마루는 단상으로 보이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진강아.” 비록 기분 나쁜 목소리였다. 신경을 온통 긁어버리는 그런 목소리였다. 그러나 목소리에는 왠지 모를 정이 담겨져 있었다. “예, 아버지!” 혈마루의 뒤에 서있던 청년의 이름이 혈진강이었다. 그런데... 분명 혈교의 교주인 혈마루를 향해 ‘아버지’라는 호칭을 사용하였다. 분명 혈성이 그의 후계자라고 알고 있었는데 말이다. “계획이 조금 수정이 되어야겠다.”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 “왜 그러느냐?” “저 꼭두각시를 왜 본교로 데리고 가는 것입니까? 그냥 죽어도 무방한데 말입니다.” 혈진강은 저 멀리 사라지는 혈성을 바라보았다. 혈진강. 그가 진정한 혈교의 후계자였다. 그의 말대로 혈성은 그저 꼭두각시에 불과한 자였던 것이다. 혈마루가 천애고아인 한 아이를 주어 혈씨란 성을 주어 키웠던 것이다. 그 아이가 바로 혈성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자란 혈성은 혈마루의 의도도 모른채 자신이 후계자라 생각을 하고 자랐던 것이다. 그만큼 혈진강의 존재는 극비리에 붙여졌던 것이다. 아니 어린 나이에 폐관수련을 했기에 아무도 몰랐다. 혈교의 요직에 있는 자들만이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단지 혈성에게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던 것뿐이다. 그리고 그에게 허리를 숙이척 했을 뿐이었다. 그런 그가 이제는 용도폐기가 되는 듯싶었다. “사혼혈군에서 사라진 혈강시의 제조법을 되찾은 것은 아느냐?”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양휘소와 소도성의 시신이 가짜인 것은 아느냐?” “네?” 혈진강의 두 눈은 부릅떠졌다. “쯧쯧쯧, 누누이 일렀거늘... 좀 더 크게 보고 한 치의 빈틈도 보이지 말라고 했거늘...” “죄송합니다. 아버지.” 혈진강은 스스로를 자책하는 모습을 보였다. “어차피 양휘소를 제거하지 못하였지만 이미 폐인이 되었을게야.” “그렇다면?” 혈진강의 두 눈은 빛이 났다. “그렇다. 혈강시에는 그만한 시신이 있어야한다. 그 재료로 저 놈이 제격이지.” “하지만 아버지. 조금 부족하지 않을까 싶군요.” “내 생각해 노은 것이 있다. 저 놈에게 혈폭공(血爆功)을 가르쳐줄 생각이다.” “크크크, 그렇군요. 그렇다면 아주 쓸만한 재료가 될 듯싶습니다.” 혈폭공. 혈교에서 비밀리에 내려오는 무공이었다. 그러나 혈교에서도 금단으로 삼는 그런 무공이었다. 말그대로 피를 사용하여 내공을 증폭시키는 무공이었다. 엄청난 내공 증진이 있지만 반대 급부상으로 광인이 된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었다. 엄청난 내공, 그러나 광인이 되는 무공. 혈강시를 제조하는데 그보다 뛰어난 재료는 없었다. 사실 혈폭공 무공역시 그런 점을 주안으로 만든 무공이었다. 혈교가 어려움에 닥쳤을 때 혈교의 수하들은 혈폭공을 익혔고 스스로 혈강시가 되었던 것이다. 그런 점이 있기에 혈교가 오랜 역사동안 사라지지 않고 명맥을 유지해왔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혈교의 인물들은 혈폭공을 모른다. 혈강시의 제조법이 사라지면서 자연스럽게 혈교인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졌기 때문이다. “진강아.” “예.” “내가 시킨 일은 어찌 되었느냐?” “착오 없이 이루어지고 있을 겁니다.” “인간만사 새옹지마(人間萬事 塞翁之馬)라 했던가. 끌끌끌. 어쩌면 무림 정복이 더욱 쉬워질 수도 있겠구나.” 혈마루는 뒷짐을 지며 새파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혈진강 역시 혈마루를 따라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로부터 이틀이 지난 어느 날. 서달목분지에 두 무리의 무인들이 집결해 있었다. 한쪽의 깃발은 ‘정’자가 선명히 적혀있었고 다른 한쪽은 ‘마’자가 선명히 적혀있었다. 대략 100m의 거리를 두고 대치하고 있었다. 바로 장파 연합과 마교였다. 하루라도 피가 마를 날이 없었던 전쟁의 종지부를 찍으려하고 있었다. ‘같은 하늘아래에서 살 수 없다.’라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런데 정파 연합은 조금 이상했다. 언제나 정파 연합의 선두에는 소림사가 섰었다. 그런 소림사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정파 연합의 머리를 담당하는 제갈 세가도 보이지 않았다. 그 밖에 화산파, 개방도 보이지 않았다. 지금의 정파 연합의 선봉에 서있는 문파는 무당파였다. 청수 도인의 죽음으로 선봉에 서고자 했다. 당연히 정파에서는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소림사와 더불어 정파 무림의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 거대한 두 집단에서 함성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는 찐득한 살기가 묻어나왔다. “죽여라!” “간악한 마교 놈들을 이 세상에서 없애버리자.” “위선으로 가득한 더러운 정파 놈들과 한 하늘아래에서 살 수 없다.” 거리를 두고 서로를 비방하며 살기를 키웠다. 그와 더불어 기세를 키웠다. 혈교의 등장 그때 정파의 선봉에 서 있는 무당파에서 한 인물이 나섰다. 바로 운강이었다. “장문인을 죽인 자들, 내 하늘에 대고 맹세를 하리라. 오늘 간악한 마교놈들을 한 놈도 살려 보내지 않겠다.” 운강의 이 한마디에 정파 함성 소리는 더욱 커져만 갔다. “무엇이라? 비열한 정파놈들 같으니라고. 교주님을 시해한 놈들이 감히 우리를 죽이겠다고? 그래 나도 하늘에 대고 맹세를 한다. 내 목숨이 붙어있는 한 저 비열한 정파놈들을 모조리 죽여 버리겠다.” 연사홍의 울분에 찬 목소리였다. 그러한 오열은 마교 전체에 빠르게 확산되어갔다. 모두들 비장한 각오를 다지게 만들었다. 격한 감정은 화약고에 불 붙듯이 빠르게 확산되었다. 긴박한 긴장감은 팽팽한 활시위를 연상시켰다. “죽여라!” 어느 누가 먼저였을까? 어느 쪽의 인물이 뱉었을까? 아무도 알지 못했다. 아니 아무도 알고 싶어 하지 않았다. 마치 달리기 경주를 하듯이 서로가 앞 다투어 뛰쳐나갔다. 그리고 들려오는 소리는 병기 부딪히는 소리였다. 창 창 창 창 창 병기가 부딪히는 소리 뒤에는 항상 비명소리가 뒤따르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처절하기 이를 데 없는 비명소리가 하늘을 향해 울려퍼졌고 땅을 진동시켰다. 혼란에 혼란이 거듭되었다. 사방으로 피와 살점들이 틔었다. 그렇게 수많은 인물들이 싸늘한 대지로 쓰러졌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슬퍼하지 않았다. 아니 슬퍼할 기력이 없었다. 한치 앞도 알수 없은 이 상황에서 다른 누구를 살핀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었다. 이곳에서 검을 휘두르는 자들은 누구라도 생각할 것이다. ‘하나라도 더 베어야한다. 그러면 내가 살고 동료들이 산다.’ 이 다짐은 정파와 마교를 떠나 하나의 공통된 마음일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자들도 있었다. 큰 혼란속에서 잘 눈에 띠지는 않았지만 분명있었다. 마교의 연사홍을 비롯하여 정파의 다수 인물들도 보였다. 그들은 누구든지 가리지 않고 죽여갔다. 물론 최대한 표시를 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그들은 이 전쟁에서 최대한 많이 죽여야했다. 그래야 혈교의 중원진출이 용이해지기 때문이다. “멈추시오! 모두들 잠시만 멈추시오.” 어디에서 나타났는지 수많은 인물들이 정파와 마교의 접전장을 둘러쌓다. 갑작스러운 인물들의 등장때문일까. 병기 부딪히는 소리가 조금씩 줄어들었다. 나타난 이들은 모두가 허름한 옷을 입고 있었다. 얼굴에는 때국물이 흘렀다. 바로 거지들이었다. 정파와 마교의 인물들이 거지들이 나타났다고 해서 싸움을 멈출리없었다. 그러나 거지라고 해서 다 같은 거지는 아니었다. 바로 개방이었기 때문이다. “다들 잠시만 이 취모의 말을 들어주기 바라오.”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개방의 방주인 취중생이었다. 평상시 술에 취한 모습을 보여주던 그와는 너무나도 다른 이미지였다. 한 문파를 이끌고 가는 자다운 풍모가 흘러나왔다. “우리가 네놈의 말을 들을 필요가 있느냐?” 연사홍은 취중생을 향해 한 걸음 나섰다. “연 호법이시군요.” 연사홍은 취중생을 한동안 뚫어지라고 쳐다보더니 마교인들이 잘 볼 수 있도록 팔을 들었다. “정파의 놈들의 말을 들을 필요가 없다. 모두들 쳐...” 연사홍이 마교의 무사들에게 공격의 명을 내리려는 순간 철무정이 연사홍에게 다가서며 그의 말을 잘랐다. “연호법, 잠시만. 저자의 말을 일단 들어봅시다.” “소교주, 그게 무슨 말입니까? 저 놈들은 정파놈들입니다.” “나도 압니다. 그러나 이제까지 침묵을 지키던 자들이오.” 연사홍은 철무정의 말에 무엇인가 말을 꺼내려했지만 철무정의 표정을 보고는 아무말없이 뒤로 물러섰다. “취 방주, 해보시오.” 취중생은 철무정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정파들의 수장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취 방주, 잘 오셨소. 드디어 정파의 기치를 살리려고 마음을 먹은 모양이구려. 자 다같이 저 사악한 마교놈들을 죽려버립시다. 청수 도인의 원한도 갚아야 하지 않겠소?” “그렇소, 개방까지 왔으니 더욱 든든해집니다.” 두경승의 말에 상원건이 거들었다. “아미타불!” 아미파의 보연 신니엮시 불호를 외치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정파의 수장들의 한결같은 목소리에 마교인들은 표정이 굳어졌다. 만약 저들의 말대로 개방이 그런 이유로 왔다면 마교로서는 매우 힘든 상황이 되기때문이다. “휴우. 아니오. 내가 온 것은 그 이유가 아니오.” 취중생은 고개를 저었다. 간단한 말과 행동이었다. 그러나 다른 이들은 아니었다. 그의 말 한마디와 행동 한마디에 표정이 달라졌기때문이다. 마교인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정파인들은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렇다면 여기에 왜 온것이오? 설마 마교를 도우러 온 것이오?” “그렇구나. 개방이 변질을 한 것이로구나!” “언제 구파일방의 개방이 이렇게 타락을 했단 말인가!” 때로는 탄식에 이르는, 때로는 비아냥거리는 목소리가 정파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그 목소리에 몇몇 개방 제자들은 노기를 참지 못하였다. 그나마 이성을 가지고 있는 다른 제자들이 말리고 있었다. 취중생 역시 잠시 실망에 가까운 표정을 지었다. “그것이 아니오. 내가 이 곳에 온 이유는...” “아미타불, 소승이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청아한 목소리와 함께 소림사의 방장인 혜능 대사가 취중생 뒤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개방의 제자들 사이사이에 소림사 승려들 역시 혜능 대사와 함께 등장했다. 그리고 소림사, 개방과 함께 침묵을 지키던 화산파와 제갈 세가의 인물들도 소림사 승려들과 함께 모슴을 드러냈다. 이제까지 정마 대전에서 침묵을 하던 정파의 문파들이 모조리 이 자리로 온 것이다. 철무정은 미간이 좁혀졌다. 비록 개방의 취중생이 정파들의 편을 들려 온 것이 아니라고 했지만 아직은 모르는 일이었다. 거기다가 소림사와 화산파, 제갈 세가마저 이곳으로 온 것이다. 정파의 수장들 역시 미간이 좁혀지기는 마찬가지였다. 이 곳에 모습을 드러냈을때 필시 자신들을 도우러 왔을거란 생각했다. 아니 누구라도 그렇게 생각을 할 것이다. 그런데 취중생의 말은 그것이 아니었다. 도대체 좀처럼 상황을 파악하기 힘들었다. “아미타불. 제가 한 말씀드리겠습니다.” 어느 정도 분위기가 진정이 되자 혜능 대사가 입을 열었다. “지금 정파와 마교, 이렇게 갈라서 싸울때가 아닙니다.” “그것이 무슨 말입니까?” 보연 신니가 앞으로 나섰다. “지금 현 무림을 위협하는 세력이 있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죠?” 보연 신니는 혜능 대사를 더욱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무림을 위협하는 세력이라면 바로 저기 있는 악독한 마교 놈들이 아닙니까?” “그렇소! 저 마교 놈들의 씨를 말려야 합니다.” “옳소!” 정파 무리에서 이런 소리가 들려오자 마교인들은 다시 자신의 검을 들었다. 마교인들의 얼굴에는 분노가 흘러나왔다. 그 순간 혜능 대사의 말이 다시 한 번 울려퍼졌다. “아직 내 말이 끝나지 않았습니다. 아미타불.” 은은한 목소리였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힘이 들어있었다. “개방의 취 방주께서 수고를 많이 해주셨습니다. 그리고 개방의 많은 제자들 역시 죽음을 무릅쓰고 알아내신 겁니다.” 혜능 대사의 말이 계속 이어지자 모두들 궁금한 표정을 지었다. 마교의 세력들도 마찬가지였다. 이제까지의 말을 종합해보면 다른 어떤 세력이 암중으로 그 세를 키워왔다는 이야기가 된다. “우리 중원 무림을 위협하는 곳은 바로...” 조용했다. 간혹 들리는 소리는 침 넘어가는 소리밖에 없었다. “혈교입니다.” 마침내 혜능 대사의 입에서 혈교라는 단어다 내뱉어졌다. “혀, 혈교?” “마, 맙소사. 혀, 혈교라니...” “300년 전에 멸망했다고 알고 있거늘... 아직까지 존재하고 있었단 말인가?” 정파와 마교를 떠나 모두들 경악했다. 비록 몸으로 경험해보지 못했다고 하나 혈교의 대한 이야기는 뼈에 사무치도록 들어왔다. 사악함을 넘어선 그들의 만행들. 아니 말로는 도저히 표현을 하지 못할정도였다. 송현의 등장 “혜능 대사님, 그 말이 사실입니까?” “아미타불, 철 시주시군요. 사실입니다.” “음...” 철무정은 시선을 아래로 깔며 턱을 쓰다듬었다. 그때 제갈 선우가 앞으로 나섰다. “지금 저희 정파와 마교의 싸움은 무의미합니다.” 제갈 선우는 걸음을 디뎌 앞으로 나섰다. “애석하게도 무당파 청수 도인과 최천경 장문의 죽음과 마교의 양휘소 교주님과 소도성 호법님의 죽음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로부터 얼마되지 않아 시신이 살아진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제갈 선우의 말은 충분히 정파와 마교의 인물들의 감정을 건드리고도 남는 말이었다. 간신히 가라앉은 분위기가 다시 험해지는 듯 했다. 그때 제갈 선우의 절묘하게 분위기를 파고들며 말을 이었다. “그 주범은 바로 혈교입니다.” “이, 이럴수가!” “제, 제갈 가주, 그 말이 사실이오?” 모두들 뒤통수에 커다란 망치로 맞은듯한 충격에 휘싸였다. 정파는 마교를, 마교는 정파의 소행이라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혈교의 소행이라 했다. 어느 누구도 쉽게 고개를 끄덕이지 못했다. 슈아아아 척 눈가에 핏발이 서있으며 눈물이 맺혀있는 철무정이었다. “그, 그말이 사실이오?” 제갈 선우의 두 팔을 잡고 세차게 흔들며 다그쳤다. “사실이오. 우리 개방이 장담을 하겠소.” 철무정을 고개를 돌려 취중생을 보았다. 그의 시선을 받은 취중생은 입술을 꽉 다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묵직함이 느껴졌다. 철무정은 연사홍을 바라보았다. 연사홍 역시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았다. 철무정의 뜻에 따른다는 뜻이었다. “언제까지 기다리면 되겠소?” “내일이오. 단 하루만 기다려보시오. 그러면 알게 될 것이오.” “알았소.” 철무정은 그대롤 몸을 돌려 마교인들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하룻밤 기다린다.” 철무정의 말이 떨어지자 마교인들은 썰물이 빠져나가는 듯 전장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혜쳐모였다. 정파인들은 그들을 두고 볼 수밖에 없었다. “휴우, 우리도 기다려 봅시다. 하루라고 하니.” 두경승의 말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한 분위기가 형성이 되자 마교와는 반대방향에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전체적으로 뭉쳐있는 듯 싶지만 가만히 보면 문파끼리 자리를 잡았다는 것을 알수가 있었다. 그러한 모습을 뒤늦게 나타난 소림사, 화산파, 개방, 제갈 세가는 지켜보았다. 마교와 정파 연합이 서로 거리를 두고 자리를 잡자 그 사이에 네 문파가 자리를 잡았다.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여 완충지대를 형성했다. 그날 저녁. 소림사 외 나머지 3문파로 이루어진 완충지대에 정파와 마교의 수뇌들이 모였다. 혈교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듣기 위해서였다. 개방의 취중생과 제갈 세가의 제갈 선우의 주도하에 혈교에 대한 정보들이 흘러나왔다. 더욱 놀란 일은 따로 있었다. 소림사의 혜능 대사 말한 하루가 그 이유였다. 지금 혈교가 바로 이 곳 서달목분지로 온다는 것이다. 바로 어부지리를 노리고자 한다는 것이다. 비록 개방의 정보력과 제갈 세가의 분석력으로 나온 가설이었지만 상당한 설득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한 이야기를 듣는 동안 좌중은 숙연해졌다. 자신들이 몰랐던 혈교의 암술을 알기 위해 얼마나 많은 피해를 입었으며 또한 위험을 짊어졌다는 것을 충분히 알수 있었다. 그리고 소림사와 화산파, 개방, 제갈 세가의 공동 성명식의 발언이기에 그 무게를 무시하지 못했다. 정파와 마교의 수장들은 혈교라는 이름을 무시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일단 내일을 대비히기로 했다. 잠시동안의 휴전이 이루어진 것이다. 개방에서 어렵사리 알아낸 혈교의 은밀한 이동경로를 모두들에게 설명을 했다. 그들의 움직임으로 볼때 그들의 암습이 될 시간은 대략 내일 신시(15~19시)쯤 된다는 것이다. 그때를 맞추어 형식적인 전쟁을 벌이자고 했다. 물론 소림사와 화산파, 개방, 제갈 세가는 그 몸을 숨기는 것으로 되어있었다. 혈교의 암습이라는 함정에 빠지는 것은 중원 무림의 정파와 마교가 아닌 바로 혈교가 될 것이다. 어느 정도 변수를 예상하여 내일의 계획을 비교적 세세하게 짰다. 비록 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회의였지만 모두들 만족하는 느낌이었다. 회의장을 나서는 순간 정파와 마교의 수장들의 눈이 마주쳤다. 아직까지는 험한 분위기였지만 그래도 많이 부드러워졌다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가는 길이 달라도 하나의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중원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중원을 지켜야한다는 사명감이 그들의 마음속에 자리잡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정파와 마교의 이런 연합이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자신들의 선조들 역시 중원 무림을 수호하는데에는 같이 힘을 보태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그런 피가 그들에게까지 이어진 것이다. 그렇게 밤이 흘렀다. 밤이 가면 낮이 찾아온다. 낮의 태양이 절정에 이르러 뜨거운 태양빛이 내려비쳤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병기들끼리의 마찰음이 들렸다. 비명 소리도 들렸다. 전날의 훈훈함을 찾아볼수 없었다. 그러나... 자세히 그 모습을 눈여겨 본다면 죽는 이들은 없었다. 부상을 입는 자들도 없었다.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자들이 있었지만 그것이 모두 연극이라는 사실을 알 수가 있었다. 살벌한 분위기와 대조적으로 간간히 초조한 눈빛을 보이는 이들이 보였다. 그렇게 지루한 시간이 흘렀다. 그저 멀리서 본다면 수백의 인물들중 서있는 자들은 몇되지 안았다. 수많은 인영들이 피를 흘리며 쓰러져있었다. 대략 3/1의 수만 겨우 신형을 유지를 하고 있을때... “와아아아아!” 엄청난 함성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타난 것은 인물들이 있었다. 붉은 옷으로 온 몸을 둘러싼 이들이었다. 바로 혈교를 상징하는 색었다. 그러한 붉은 빛이 등장했을때, 정파와 마교의 인물들은 마치 저편에 노을이 지는 광경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만큼 많은 인원이 나타났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혀, 혈교?” 어느 누군가 그들을 보며 놀랐다. “끌끌끌, 우리를 알아보는 이들이 있구나. 그렇다 우리는 자랑스러운 혈교의 후예들이다.” 네 명의 늙은이가 앞으로 나섰다. “네, 네 놈들은? 구지사마(九地四魔)?” 피가 흐르는 대지에 간신히 신형을 유지하던 자들은 몸을 떨어야했다. “끌끌끌, 아직까지 우리를 알아보는 자들이 있다니... 기분좋은 일이야.” “그러게 말입니다. 형님.” “그런데 아쉬워.” “네 놈들은 오늘 살아서 돌아갈 수가 없거든.” 한 명씩 돌아가며 말을 했다. 구지사마. 네 명의 쌍둥이었다. 네 명의 따로 된 별호도 없었다. 워낙 네명이 하나같고 하나가 네명같았기 때문이다. 그저 그들을 구지사마라고 한데 묶어 불렀다. 그리고 지금부터 100여년전 무림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자들이었다. 온 무림을 자신의 안방인냥 돌아녔다. 그리고 수많은 살인을 했다. 이유도 없었다. 그저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자들은 모조리 죽였다. 심지어는 얼굴이 마음에 안든다는 이유도 있었다. 중원의 공적으로 몰렸지만 그들은 여전히 중원의 구주를 돌아다니며 공포를 만들었던 자들이다. 그러던 어느 날 홀연히 사라진 자들이었다. 그런 그들이 나타났기에 정파와 마교의 무사들은 공포에 휩싸였다. “크하하하하하.” “끌끌끌끌.” 그런 그들을 보며 구주사마는 기분 나쁜 흉소를 터트렸다. “네 놈들이 아직까지 살았다는 말이냐?” 보연 신니가 앞으로 나서며 검을 들어 그들을 향해 가리켰다. 구주사마는 보연 신니를 보고는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느긋이 팔장을 끼거나 뒷짐을 쥐었다. “이, 이...” 보연 신니는 자신이 무시를 당하자 노기를 주체할 수 없는 듯 온 몸을 부르르 떨었다. “왜 열 받느냐? 보아하니 아미파의 제자 같은데... 장문인인 모양이구나. 네 년의 스승이 와도 내 앞에서 그렇게 오만한 행동은 못 할 것이다.” 구지사마의 한 명이 나섰다. 그런 그 말을 되받아치는 이가 있었다. 바로 연사홍이었다. “구지사마, 네 놈들이 혈교로 투신을 한 모양이구나. 그러나 혈교에서 외인들을 받지 않을텐데.” “받지 않는다라...” 구지사마는 하나같이 턱을 쓰다듬으며 같은 말을 내뱉었다. “혈교의 제자들은 자신의 소속으로 복귀하라!” 구지사마의 하나같은 음성이 정파와 마교의 무사들이 있던 곳으로 울려퍼졌다. 휘리리릭 20여명의 인물들이 정파와 마교의 전장에서 빠져나와 혈교가 있는 곳으로 재빠르게 날아갔다. 그 인물들의 성분도 다양했다. 정파의 각 소속의 문파에서 하나나 둘 정도로 예외없이 있었으며 마교에서도 대 여섯명이 있었다. 바로 간세들이라는 증거였다. 그들은 혈교의 사이사이에 들어가더니 붉은색 옷으로 갈아입었다. 모두가 놀랐다. 친 형제보다 더욱 가깝다고 느낀 이들의 배신을 바로 눈 앞에서 보았기 때문이다. 그 때문일까! 죽음을 가장하던 정파와 마교의 무사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나같이 경악에 가까운 표정을 지었다. 그들의 모습을 보고 구지사마는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죽었다고 생각했던 인물들이 모두 흙을 털며 자리에서 일어섰기 때문이다. “구지사마.” 혈교의 무리 뒤에서 음성이 흘러나왔다. 큰 목소리는 아니었으나 모두가 들을수 있는 정도의 크기였다. 정파와 마교의 인물들은 그 목소리에 관심을 기울였다. 구지사마를 저렇게 부르는 인물이라면 혈교의 핵심적인 인물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혈교의 무리들이 반으로 갈라지며 한 인물이 앞으로 나섰다. 구지사마는 그를 보자 급히 허리를 굽혔다. “소교주님을 뵈옵니다.” 붉은 장포를 입고 있는 청년이었다. 붉은 색과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흑발을 가진 자였다. “저들이 어떻게 우리가 올 것을 알았다고는 하나, 우리는 저들을 몰살시킬수 있다. 본좌가 있다. 그리고 혈교 제자들의 힘이 있다. 안 그런가?” “존명.” 혈교의 소교주라는 인물이 드디어 앞으로 나왔다. 정파와 마교의 인물들은 혈교의 소교주를 똑똑히 볼수가 있었다. 그리고 경악했다. 그리고 한 마디가 터져나왔다. “마, 마천승룡 송현?” 송현의 등장 누구의 목소리였는지 모른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조차 관심이 없었다. 중요한 것은 송현이 왜 나타났냐는 것이다. 또한 저 자리에 있느냐는 것이고 구지사마에게 소교주라는 호칭으로 불리느냐 였다. 송현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철무정은 두 눈에 내력을 실었다. 차츰 철무정의 두눈은 커졌다. 심지어는 자신의 두 눈조차 믿지 못하는지 연신 손으로 눈을 비볐다. ‘이, 이게 어떻게 된 것인가?’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 “와아아아아!” 모두가 충격에 빠졌을 때 혈교의 뒤편에서 다시 한 번 함성소리가 들렸다. 바로 은밀히 몸을 감추고 있던 소림사와 화산파, 개방, 제갈 세가의 무사들이었다. 소림사를 주축으로 우측으로 화산파가 좌측으로 제갈 세가가 자리잡았다. 그리고 후방으로 골고루 개방의 제자들이 포진했다. 그들 앞에 네 명의 인물들이 앞으로 나섰다. 소림사의 방장 혜능 대사, 화산파의 장문인 고천설, 개방의 방주 취중생, 그리고 제갈 세가의 가주 제갈 선우였다. 그들은 앞으로 나서며 미묘한 분위기를 느꼈다. 분명 험악한 분위기로 가야 정상이었다. 그런데 아니었다. “모두들 오랜만이오.” 혈교의 뒤편에 포진하고 있어서 목소리의 주인공을 볼 수가 없었다. 다들 목소리의 주인공에 대해 궁금증이 일어났다. 그 사실을 알아주는 듯 혈교의 무사들이 반으로 갈라지며 목소리의 주인공을 보여주었다. 저벅 저벅 한 인물이 그들을 향해 걸어왔다. 그들 앞에 선 인물은 비교적 나이가 젊은 청년이었다. 두 팔을 벌리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나는 반가운데, 그대들은 반갑지 않은 모양인 것 같아.” “마, 마천승룡 송현?” 혜능 대사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결국 자신의 수행이 모자람을 느꼈는지 이내 숙연한 자세로 나직이 불호를 외쳤다. “아미타불.” “크크크, 하여튼 땡중들이란 아무 때나 ‘아미타불’이야. 안 그런가?” 송현은 뒤로 돌아보았다. “크크크, 그렇습니다. 소교주.” 역시나 구지사마 네 명이 한 목소리를 내며 송현의 뒤로 다가섰다. “구, 구지사마? 네, 네놈들이 아직도 살아있었다니.” 취중생이 놀란 얼굴을 했다. “오-! 이게 누군가! 걸개의 비린내 나는 제자 놈이 아닌가? 보아하니 방주가 되었구나.” “어라? 맞네. 많이 컸어!” “크하하하하.” “크크크크.” 구지사마는 취중생을 보는 눈은 어린아이를 바라보는 눈이었다. 취중생은 얼굴이 붉어졌다. 타구봉을 쥐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때 누군가 자신의 어깨를 짚는 것을 느끼고 손의 주인을 찾아 고개를 돌렸다. 제갈 선우였다. “아직은 아니요. 조금만 참으시오.” 취중생은 몸에 힘을 빼며 나직이 한숨을 쉬었다. “고맙소, 제갈 가주. 하마터면 크나큰 실수를 할뻔 했소이다.” 송현은 그 둘을 웃는 표정으로 보았다. “한 문파의 수장이 되는 자가 저렇게 성격이 급해서야... 개방도 이제 끝이 나겠어. 쯧쯧쯧. 안 그런가, 구지사마?” “그렇습니다. 소교주.” 구지사마는 허리를 최대한 숙이며 송현의 말에 대답했다. “소교주?” 다시 한 번 소림사를 비롯한 네 명의 수장들은 놀랐다. 그 모습을 여전히 보던 송현은 다시 고개를 돌려 정파와 마교의 무사들을 보았다. 그 표정은 아주 냉혹해 보였다. “구지사마.” “예, 소교주님!” 송현은 다시 고개를 돌려 소림사, 화산파, 개방, 제갈 세가의 무사들을 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차가운 설풍과도 같았다. “우리 교의 제자들중 역(易) 간세들이 있다.” 구지사마는 그 말의 뜻을 알았는지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존명!”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들의 신형은 사라졌다. 그리고 처참한 소리가 들렸다. “크흑.” “컥.” “으아아아.” 털썩 비명 소리와 함께 힘없이 땅으로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도합 20명의 단발마였다. 시간도 얼마 걸리지 않았다. 다시 구지사마가 송현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정파와 마교의 모든 이들은 알 수 있었다. 지금 죽어간 자들이 바로 간세로 정파와 마교 내에 첩자로 있던 자들이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 시신을 보고도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짓고 있는 혈교의 무사들이었다. 동료가 죽어 가면 조금의 감정 표현이라도 있어야 할 텐데 그런 반응은 일절 없었다. “송 학사!” 위정천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는지 앞으로 나서며 송현을 불렀다. “이게 누구신가. 위 어르신이 아닌가?” “크으으.” “왜 그런신가, 위 어르신?” 반말도 아닌 높임말도 아닌 어중간 말로 위정천에게 말을 했다. 명백히 비웃음이었다. “어떻게 된 것인가?” 위정천도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는지 그의 말에는 노여움이 담겨있었다. “세상 살다보면 이런 일 저런 일 있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닌가?” 송현은 머리를 쓰다듬으며 올렸다. 검은 흑발이 아주 탐스러웠다. “이제야 알겠다.” 취중생이 앞으로 다시 나섰다. “그게 무슨 말이지?” 취중생은 타구봉을 들어 송현의 얼굴을 가리켰다. “네 놈이 아주 잠깐 이지만 혈교의 놈들과 접촉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때는 무슨 연유인지 알 수 없었지만 이제는 알 수 있겠다.” “그런가? 나에게 그 말을 하는 이유가 무엇이지? 오라! 칭찬을 받고 싶어 하는 모양이지?” “뭣이라?” 쑤아악 취중생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는지 타구봉을 휘두르며 송현을 향해 달려들었다. 개를 몽둥이로 패듯이 타구봉의 봉대를 이용하여 송현의 머리를 짓눌렀다. 까가강 구지사마의 하나가 앞으로 나서며 취중생의 타구봉을 쳐냈다. 구지사마라고 해도 취중생의 타구봉법을 쉽게 쳐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잠시 이성을 잃었던 취중생의 공격이기에 빈틈이 너무나도 많았다. 그제야 취중생은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그렇지만 송현이 준 치욕에 대해서만은 잊지 않는 듯 했다. 그 순간까지도 철무정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금정산도 놀란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있었다. 다른 운강과 현성, 유리화를 제외한 오룡삼봉 역시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그저 놀랐지만 그가 송현이 아니라고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철무정과 금정산은 조금 달랐다. 아니 느낄 수가 있었다. 지금의 저 송현은 송현이 아니라고... 정확히 꼬집어 말할 수는 없었지만 느낌이 그랬다. 그렇게 상념이 빠져있을 때 송현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자랑스러운 혈교의 제자들은 들으라. 오늘은 영광스러운 날이 될 것이다.” “와아아아아!” 송현의 한 마디에 혈교의 무사들은 열광했다. 사기는 하늘을 찔렀다. “모조리 죽여라! 우리 혈교의 무서움을 보여주어라!” 송현의 이 한마디가 울려 퍼졌다. 혈교의 무사들은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송현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사방으로 퍼졌다. “정파의 무인들이여, 중원 무림을 넘보는 혈교 놈들을 모조리 죽여 버려라.” 두경승이 검을 꺼내어 들고는 가장 먼저 앞으로 나서며 외쳤다. 그를 뒤따라 점창파의 제자들이 굳은 의지를 보이며 뒤따라 나섰다. 그와 점창파의 선두로 그 외의 문파들도 나서기 시작했다. 그 시간까지 철무정은 아직까지 송현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연사홍은 조소가 섞인 미소를 지었다. 연사홍은 이내 미소를 거두고 검을 들어올렸다. “마교의 제자들은 들으라, 정파에게 뒤질 수는 없다. 마교의 진정한 힘을 보여주어라.” 그제야 마교의 무사들은 거친 함성 소리를 내질렀다. 고삐 풀린 야생마처럼 미친 듯이 앞으로 뛰쳐나갔다. 정파의 무사들보다 더욱 강함을 보여주려는 듯 했다. 그제야 철무정도 정신을 차렸다. ‘형님! 죄송합니다.’ 검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리고는 철무정도 전장을 향해 몸을 날렸다. 혈교와 정파와 마교가 부딪혔다. 그리고 다시 소림사와 나머지 세 문파들도 그 전쟁에 뛰어들었다. 역시 화산파에서도 쉽게 검을 들고 앞으로 뛰어가지 못한 자가 있었다. 바로 금정산이었다. ‘송 형! 진정 송 형 당신이란 말이오?’ 모두가 앞으로 달려 나갔다. 금정산은 홀로 자리에 서있었다. “정산, 이 놈! 언제까지 사사로운 정에 얽매어있을 것이냐?” 위정천의 호통소리에 금정산은 정신을 차렸다. 철무정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검을 힘껏 쥐었다. ‘미안하오, 송 형.’ 늦게나마 금정산도 전장으로 뛰어들었다. 송현의 진실 정파와 마교 대 혈교의 전쟁이 시작됐다. 전술도 없었다. 완전한 소모전이었다. 혈교 무사들의 두 눈에는 살고자 하는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한 사람이라도 더 베고자했다. 혈교의 무사들은 혈교에서 버려진 자들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혈교 교주의 명에 의해서 이번 전 쟁에서 무조건 죽어야하는 인물들이었다. 이번 전쟁으로 죽어야할 혈교의 무사들의 숫자가 적은 숫자가 아니었지만 혈교의 간세들이 정파와 마교의 실세가 되기위한 포석이었다. 그것에 지금 송현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말려들고 있었다. 그러한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정파와 마교의 무사들은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혈교의 무사들을 죽여 갔다. 오로지 중원 무림을 혈교로부터 지켜야한다는 그 일념 하에서 말이다. 그 시간, 송현은 섬서성의 성도인 서안의 대작대로를 한가로이 길을 걷고 있었다. 집으로 들리기 전에 부모님과 양설린에게 선물을 사가지고 가려고 했다. 양설린의 마음고생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꿋꿋이 이겨내고 있다지만 속마음은 누구보다 슬퍼하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양휘소도 혈교의 암습에 은신한 마당에 양설린이 머무를 곳은 바로 자신의 집밖에 없었다. 물론 자신이 집으로 들어가면 웃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웃는 것이 웃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에 조금이나마 양설린의 마음을 달래주기 위해서 이곳으로 온 것이다. 몇 가지 노리개를 사가려고 했다. 이러한 장식구가 양설린의 마음을 완전히 달래줄 수는 없지만 조금이나마 달래주기를 바랬다. 시장을 돌며 양설린에게 줄 몇 가지 노리개와 부모님과 제자에게 줄 선물을 고르고 있었다. 다시 그 시간, 청해성의 서달목분지. 중원 무림의 연합과 혈교와의 전쟁은 극을 달하고 있었다. 소모전이 그렇듯이 수많은 무사들이 죽어나갔다. 비록 중원 무림의 연합이 수적인 우세를 가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혈교의 무력도 쉽게 볼 수 있는 정도가 아니었다. 정파의 수장들과 마교의 소교주인 철무정 및 호법들은 초조한 눈빛으로 한 곳을 힐끔 쳐다보았다. 그곳에는 백여 년 전에 악명을 떨던 구지사마와 흑발의 송현이 무심한 눈빛으로 전쟁을 보고 있었다. 특히 송현의 마법의 무위를 알고 있는 자들은 더욱 그랬다. 더 이상 혈교의 무사들의 죽음을 볼 수 없었던지 구지사마와 송현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중원 무림의 연합 쪽으로 기울던 우세는 다시 균형이 잡히기 시작했다. 확실히 구지사마의 뛰어난 무위를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구지사마는 초원을 날뛰는 맹수와도 같아 보였다. 잔인하게 이를 데 없는 손속과 날카로운 공격, 그들의 가는 길에 있는 무사들은 모조리 처참한 신세가 되었다. 그리고... 송현은 서서히 몸을 공중으로 띄웠다. 10여 m를 허공으로 올라간 송현은 싸늘한 눈빛으로 전쟁을 내려다보았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자들이 있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절망감과 함께 배신감이 물들었다. 다름 아닌 철무정과 금정산이 대표적이었다. 그리고 애타게 바라보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백소영이었다. 그 밖에 위정천과 오룡삼봉의 몇 인물들이 그랬다. 허공에 떠있는 송현은 눈빛이 한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서서히 손을 들었다. 손이 보이지 않게 떨리더니 이내 활활 타오르는 불덩이가 생겼다. 그리고 우렁찬 목소리가 전장에 울려퍼졌다. “빠이어 보르!” 우아아아앙 그리 큰 소리는 아니었다. 그러나 날아가는 속도는 매우 빨라 어지간히 안력이 좋지 않다면 정확히 보기 힘들 정도였다. 쿠쿵 콰과과과광! 불덩이가 쳐박힌 땅은 굉음을 내며 터졌다. 불덩이가 비산했고 흙이 사방으로 솟구쳤다. 다행히 불덩이의 사정거리를 벗어난 이들은 흙덩이로 목욕을 해야 했다. “빠이어 보르!” 다시 들려온 송현의 싸늘한 음성. 그리고 세 발의 불덩이가 송현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뻗어갔다. 쿠콰과과과광! 마치 화약이 터지는 듯한 착각을 일으켰다. 그러나 화약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지만 조금 틀렸다. 바로 불덩이가 함께 했기 때문이다. 모두가 잔인함과 엄청난 무력에 몸이 얼어붙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철무정과 금정산, 위정천은 달랐다. 그 순간 두 눈이 빤짝였다. ‘다르다. 저 자는 형님이 아니다. 다른 자들은 모르나 나의 눈까지 속일 수 없다. 그래 형님이 아니었어. 크하하하!’ 철무정은 내심 안도하며 속 시원한 웃음을 지었다. 그 점은 금정산도 마찬가지였다. 송현이 아님을 알아차리고는 눈빛을 가라앉혔다. ‘감히 송 형을 모함하려하다니. 누군지 모르겠지만 네 놈의 목을 따서 만 천하에 알리겠다.’ 검을 잡은 손아귀에 힘을 주고는 그대로 흑발의 송현이 있는 곳을 향해 몸을 날렸다. 위정천도 금정산의 얼굴 표정과 행동의 의미를 알아차렸다. 그리고는 금정산을 따라서 몸을 날렸다. 도합 네발의 불덩이를 날린 송현은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끌끌끌, 휼륭하구나.] 구지사마의 전음에 송현은 몸을 흠칫 떨었다. [가, 감사합니다.] [조심하거라, 네 놈들이 여기서 하나라도 죽는다면 계획은 물거품이 된다.] [조, 존명.] 얼굴에는 표가 나지 않았지만 송현을 가장한 인물은 구지사마에게서 두려움을 느꼈다. 쑤아아악 날카로운 파음이 들렸다. 흑발의 송현은 자신을 향해 검기가 날아오는 것을 느꼈다. 그 순간 몸이 땅을 향해 무서운 속도로 내려섰다. 어떠한 힘을 쓰는 것이 아닌 그냥 높은데서 뛰어내리는 듯 했다. 땅에 착지한 흑발의 송현은 그 순간 땅으로 꺼졌다. 금정산은 송현이 아닌 흑발의 송현을 향해 뛰어갔다. 그리고 검기를 날리려는 순간 반대편에서 한 줄기의 검기가 흑발의 송현을 향해 날아가는 것을 보았다. 흑발의 송현을 향해 검기를 날린 인물은 바로 철무정이었다. 철무정도 금정산을 알아보고는 가벼운 시선을 주었다. 그리고 둘은 서로를 보며 눈으로 웃었다. 마음이 통한 것이다. 바로 송현이라는 인물에 의해서! 금정산은 땅으로 사라진 흑발의 송현의 기운을 찾기 시작했다. 자신의 땅 아래에서 희미하지만 기척이 느껴졌다. 그 기척을 향해 검을 들어 쑤셔 박으려 했다. 자신의 머리만큼 검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땅을 향해 곰을 내려 꽂으려는 순간... 그 기척이 사라졌다. “빠이어 삘드.” 자신의 뒤편에서 음성이 들렸다. 금정산과 철무정은 그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흑발의 송현이 서서 두 손을 하늘을 향해 벌리고 있었다. 순간 두 발아래에서 불길이 솟아올랐다. “헉!” “크윽!” 철무정과 금정산은 다급한 심정을 입으로 내뱉으며 공중으로 몸을 날렸다. 그리고는 허공에서 자신의 발등을 다른 발로 디디면서 신형을 바꾸었다. 간신히 불바다가 된 곳을 빠져나왔다. 땅으로 내려서 흑발의 송현에게 검을 들었다. 그 순간 흑발의 송현을 향해 검을 들어 미는 이가 있었다. 바로 위정천이었다. 금정산을 뒤따라오던 위정천이 때마침 땅에서 솟아오른 흑발의 송현과 지척에 있었던 것이다. 쐐애애액 샤샥 위정천은 미약하나마 자신의 검 끝에 흑발의 송현의 팔이 스치는 것을 느꼈다. 위정천의 공격을 피한 흑발의 송현은 다시 땅으로 몸이 내려앉으며 꺼졌다. 흑발의 송현이 사라진 곳으로 모인 셋은 다같이 땅으로 꺼진 송현의 기척을 찾기 시작했다. 셋은 하나의 미세한 기척을 찾았다. 다같이 시선을 모았다. 그리고 동의의 표시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미세하나마 잡히던 기척이 사라졌다. 셋은 당황을 했다. “크하하하하! 그러한 공격에 본 좌가 당할 것 같은가?” 조금 떨어진 곳에서 흑발의 송현 목소리가 들렸다. 셋은 놀라며 고개를 틀었다. 정확히 그곳에 흑발의 송현이 서 있던 것이다. “어, 어떻게?” “다른 공간으로 몸을 움직이는 것은 형님 말고는 할 수 없는 능력인데...” 금정산과 철무정은 혼란을 느꼈다. “하하하하하!” 금정산과 철무정은 위정천의 웃음 소리를 들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고개를 들어 위정천을 바라보았다. 위정천은 웃으며 자신의 검을 들어보였다. 위정천의 검 끝에는 한 방울의 피가 맺혀있었다. “팔이라네!” 위정천은 방금 자신의 땅으로 사라진 흑발의 송현의 팔을 베었다는 것을 말해주었다. “그렇다면?” 철무정과 금정산은 이구동성으로 입을 모았다. “그렇지, 송 학사를 흉내내는 저 놈들은 한 명이 아니라는 소리지.” “그렇군요, 저렇게 움직이는 능력은 송 형밖에 없으니 말입니다.” 금정산은 이해가 된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형님밖에 할 수 없는 능력을 보이기에 잠시 냉철한 판단을 잃어버렸군요.” 철무정은 그 둘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새롭게 나타난 흑발의 송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방금까지 웃던 얼굴이 어느새 싸늘하게 바뀌어있었다. “네 놈을 기필코 죽이겠다.” 철무정은 무서운 기세를 보여주었다. 그 증거로 철무정의 옷은 거칠게 펄럭였다. 새롭게 모습을 들어낸 흑발의 송현도 셋의 대화를 알아들을 수가 있었다. 그래서인지 그의 표정을 미약하지만 일그러져 있었다. 혈교의 멸망 늑대와춤을 입니다. 제가 잠시 몸이 안 좋아서 이틀을 알아 누었습니다. 그래서 글이 이틀동안 끊어져서 죄송합니다. 그래서 오늘 한 편 더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 그리고 이번편도 양을 조금 늘렸습니다. 아마 한 편 더 올리면 평상시의 3일치 분량이 될 것입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 ************************************************************************************* 타이핑 者 : [KOR]TheYtsejaM (당나귀 호환 P2P 프루나) 프루나에서 제가 타이핑한 소설들과 그 외 제가 모은 소설들을 공유했습니다. 검색어 : [KOR]TheYtsejaM 또는 TheYtsejaM 로 검색하시면 제가 공유한 파일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소유자가 1이라도 관계없습니다. 저는 항상 접속해 있으니까요. 제가 접속해 있지 않을 때는(파일이 안 받아지고 있을 때는) 제가 집에 없거나 파일 받기 대기 중일 겁니다. 기다리시면 하루 안에 반드시 받으실 수 있으실 겁니다. 무협도 엄청나게 많이(약 1기가 정도) 텍스트파일로 가지고 있는데 너무 파일이 많아서 그거 다 편집하려니 짜증나서 일단은 판타지만 공유중입니다. 무협도 필요하시면 프루나에서 메시지 전송 기능으로 쪽지 보내십시오. ************************************************************************************* 흑발의 송현은 재빨리 구지사마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저, 저자들이 저의 정체를 눈치 챈 듯 합니다.] 흑발의 송현의 시선은 철무정, 금정산, 위정천을 향하고 있었다. [그런가? 크크크, 우리의 계획대로 잘 따라오는 것이다. 힘들지만 조금만 더 버티거라.] [존명.] 흑발의 송현은 구지마사의 말에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어쩌면 그런 말이 나올지 알고 있었는지 몰랐다. 그렇게 흑발의 송현과 구지사마와의 전음이 오고갈 때 철무정은 더욱 자신의 내력을 높이며 흑발의 송현을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어차피 들켰다. 저들에게까지 송현의 흉내는 낼 필요가 없겠지?] [그렇지.] 지금 땅위로 모습을 드러낸 흑발의 송현의 전음에 세 명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즉, 지금 송현으로 변장해 있는 자가 도합 네 명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흑발의 송현은 철무정이 자신을 향해 다가오자 그와 같은 속도로 뒤로 물러섰다. 철무정이 한걸음 뛰면 자신은 뒤로 한걸음 물러났다. [네 놈이 그 사실을 잘도 알았구나.] 철무정은 순순히 그들이 시인할줄 몰랐다. 한편으로 놀랐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마음이 가벼워졌다. 결국 자신이 믿고 있는 송현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철무정은 자신의 감각을 모조리 자신의 앞에 있는 흑발의 송현을 향했다. 흑발의 송현은 두팔을 들어 하늘을 향해 올려다보고는 다시 시선을 철무정에게로 향했다. “찻!” 강한 기합소리가 나왔다. 그 소리에 철무정은 온 몸에 힘을 주며 대비를 했다. 그런데 자신의 눈앞에 있는 흑발의 송현에게서 어떤 기운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 순간... 콰과과과쾅. 철무정, 자신의 발아래에서 뜨거운 기운이 느껴졌다. 이윽고 땅이 조금 들썩이더니 폭발을 했다. ‘이, 이런... 형님을 가장한 놈이 저 놈 하나가 아니었는데...’ 철무정은 화가 났었다. 자신이 좋아하고 따르는 송현으로 변장한 것도 그렇지만 특히 이 세상에서 없어져야할 혈교놈들이 송현의 모습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오로지 앞에 있는 가짜에 대해 살기를 품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짜가 하나가 아니라는 사실을 잠시 잊었던 것이다. 철무정은 재빨리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처, 철 형.” “철 공자!” 강한 폭발과 함께 불꽃이 철무정을 감싸자 금정산과 위정천의 입에서 다급한 목소리로 철무정을 부르는 목소리가 나왔다. “크크크, 마교의 애송이 소교주 놈아. 네 놈은 이제 저 세상으로 가는 것이로구나.” 그의 말에 금정산과 위정천의 얼굴은 크게 찌푸려졌다. “네 놈들은 어차피 알았으니 내 설명을 해주지. 지금 터진 것은 벽력탄 중에 강기파해벽력탄(剛氣破害霹靂彈)이다. 크하하하.” 흑발의 송현의 말에 금정산과 위정천의 얼굴은 더욱 일그러졌다. 강기파해벽력탄이 무엇인가? 오로지 무인들의 호신강기만 전문적으로 부셔버리는 벽력탄이었다. 문제는 호신강기만 부셔버리는 것이 아니었다. 호신강기를 부셔버리고 난 후 아무런 방어 능력도 없는 무인을 향해 벽력탄이 가진 화기로 2차적인 공격이 뒤따르는 벽력탄이었다. 물론 개개 적으로 따지면 폭발성이나 화력이 강하지는 않았지만 개인적이라면 이것보다 무서운 것이 없었다. 금정산과 위정천은 그들의 악독함에 치를 떨었다. 비록 철무정의 죽음이 자신들에게 슬픔을 주지는 않았지만 송현을 생각하는 마음에 복수라는 단어를 생각했다. 둘은 눈이 마주치자 그대로 달려 나갔다. 그런데 금정산과 위정천은 달려 나가던 걸음을 멈추어야 했다. “크하하하, 감히 형님을 사칭하는 것도 모자라 그런 어설픈 흉내마저 내다니.” 벽력탄에 의해 타오르는 불꽃 속에서 철무정이 뛰쳐나왔던 것이다. 그의 몸 주위로 하얀 막이 감싸고 있었다. 바로 실드였다. 철무정의 입가에 비웃음이 걸렸다. 마법을 흉내 내던 흑발의 송현은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쳤다. “어, 어떻게 강기파해벽력탄의 폭발 속에서 빠져 나올 수가 있었지? 현경 이상의 고수가 아니면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인데...” 놀란 것은 금정산과 위정천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철무정의 능력이 뛰어나다해도 강기파해벽력탄의 속에서 살아나올 수는 없었다. 그 순간 둘은 철무정의 몸에서 희미한 막을 볼 수가 있었다. 호신강기도 아닌 그 어떤 방어막인 듯싶었다. 그런 그 둘의 궁금증을 시원하게 풀어주는 목소리가 들렸다. 바로 철무정이었다. “네 놈들의 상식으로는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래 네 놈들이 쓴 강기파해벽력탄은 호신강기를 전문적으로 깨트리는 것이지. 하지만!” 철무정은 자신의 몸을 감싸고 있는 실드를 한 번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천천히 시선을 돌려 흑발의 송현의 눈과 마주쳤다. “마법의 방어막은 깨트리지 못하지. 차라리 화력이 좋은 일반 벽력탄이라면 더욱 좋은 효과를 볼 수가 있었겠지만 말이야. 뭐 어차피 지나간 일이고...” 철무정은 자신의 검을 들어올리고는 기수식을 취했다. “네 놈들에게 진정한 마법의 힘을 보여주겠다. 형님만의 진정한 마법을 말이다.” 철무정의 말이 끝이 나자 검에서 희미한 빛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철무정이 검에 내력을 집어넣었던 것이다. “아티팩트 파워, 블링크!” 철무정의 입에서 우렁찬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목소리에 흑발의 송현은 몸에 힘을 잔뜩 주며 철무정의 공격을 대비했다. 최대한 안력을 높여 철무정을 주시했다. ‘어, 어떠한 검법으로... 마법? 방금 저 놈이 마법의 힘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도대체 뭐지? 혼란을 주기 위함인가? 내가 알기로는 마법은 송현밖에 쓸 줄 모른다고 했는데!’ 한 무리 빛이 철무정의 몸을 감싸않았다. [모두들 준비해. 저 놈의 공격이 시작되면 난 땅으로 숨을테니깐.] [알았다. 이번에는 내가 모습을 드러내도록 하지.] [그럼 나는 철무정 저 놈에게 다른 벽력탄을 선물하도록 하지.] [이번에는 나는 쉬어야 하는가? 크크크] 지금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흑발의 송현은 땅으로 은신을 준비했다. 그저 철무정의 공격만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자신을 향해 다가와야 할 철무정이 좀처럼 다가오지 않는 것이었다. 분명 내력을 모은 것은 느꼈다. 그렇다면 검이라도 내질러야하는 것이 상식이었다. 그런데 자신을 향해 웃고만 있는 것이 아닌가. 스팟! 미세한 소리와 함께 자신을 향해 웃고 있던 철무정이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흑발의 송현은 무의식적으로 하늘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당연히 땅에는 자신의 동료들이 있었다. 땅으로 갔다면 바로 시체가 되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하늘 말고는 철무정이 자신의 시야를 벗어날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이었다. 아주 깨끗한 하늘이었다. 어떤 티끌도 없이 말이다. 그 순간 자신의 등줄기가 섬뜩해졌다. “아티팩트 파워, 파이어 볼!” 쿠아아아앙 이내 섬뜩해진 자신의 등줄기에 화끈한 열기가 느껴졌다. [피해!] 세 명의 목소리가 한 명의 목소리인냥 지금 모습을 드러낸 흑발의 송현의 귀에 들렸다. 하지만 너무나도 놀란 흑발의 송현은 멍하니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불덩이를 보고만 있었다. 지척에 다다르자 그때야 정신을 차렸다. “크으!” 최대한 몸을 감싸고 땅으로 몸을 숨겼다. 그러나 너무나 가까운 거리였다. 그리고 땅으로 들어간 그도 겨우 모습만 보이지 않을 정도로밖에 들어가지 못했다. 콰과과광 엄청난 굉음이 울려 퍼졌다. 땅거죽도 울렁거렸다. 근처에 있던 금정산과 위정천도 땅이 울리는 것을 느꼈다. 그만큼 엄청난 위력이었다. 파이어 볼이 꽂힌 땅에서는 자욱한 연기가 생겼다. “커헉!” 그 연기 사이로 피를 토하는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이내 연기가 사리지고 파이어 볼이 맞은 장소가 한 눈에 들어왔다. 땅은 폭격이라도 맞은 듯 크게 파져있었다. 그 구덩이에 무릎을 꿇고 피를 토하는 인물이 보였다. 너무나도 처참한 광경이었다. 철무정은 한 걸음 다가갔다. “이것이 바로 마법이다. 알았나?” 철무정은 아무 기력 없이 앉아있는 흑발의 송현을 향해 검을 들어내려쳤다. 슈아아악 그러나 검이 가로지른 것은 허공이었다. 갑자기 흑발의 송현이 땅 속으로 푹 꺼져버린 것이다. 스스로 갔을 리는 없었다. 아마도 동료들의 수작인 모양이었다. ‘이 놈들은 자객 출신인가? 엄청나다.’ 자신의 이목마저 속이며 동료들을 구출해가는 것을 보면 특급 살수들인 것 같았다. 그러나 전장 홀로 중간에 서있는 자와 외각에서 지켜보는 자와는 다른 것이 있다. 바로 시야였다. 전장을 바라보는 시야. 금정산과 위정천은 비교적 객관적으로 볼 수가 있었다. 전체적으로 철무정과 가짜인 흑발의 송현과의 싸움을 볼 수가 있었던 것이다. 그런 그 둘에게 이제까지 느끼지 못한 세 기운이 마침내 느껴지기 시작했다. 바로 한 걸음 물러서서 바라본 결과였다. 세 기운이 아주 미약하지만 잠시 동안 기운을 들어낸 것이다. 한 번 포착한 기운을 놓칠 리 없었다. ‘철 형께 고맙다고 해야 하나? 어떻게 송 형의 마법을 사용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덕분에 꼬리를 잡을 수가 있었다.’ 세 기운 중에 한 기운은 흑발의 송현 가까이 다가갔다. 그 기운이 흑발의 송현 아래에 멈추자 바로 흑발의 신형이 땅 아래로 사라졌다. 더 이상 의심하고 말 필요도 없었다. 금정산과 위정천은 그 뜻이 맞았는지 동시에 서로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고개가 끄덕여지는 순간 그 둘의 신형은 반대방향으로 찌져졌다. 휘리릭 아주 미세하게 옷자락이 팔랑이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발자국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들에게서 들리는 소리는 없었다. 아니 유일하게 하나의 소리는 들렸다. 바로... 푸우욱! 검이 땅으로 찔려 들어가는 소리였다. “찻!” “하앗!” 금정산과 위정천의 우렁찬 기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1초도 지나지 않아 땅이 조금 들썩였다. 그리고 그 둘이 검을 뽑았을 때에는 피가 맺혀있었다. 그 모습을 본 철무정의 입가에 미소가 돌았다. 그 뜻을 모를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철 형, 이제 하나 남았소. 쥐새끼가 말이오.” “그렇소? 그나저나 넷이었다니... 조금 놀랐소이다.” “자자! 빨리 나머지 하나도 잡자구나. 철 공자도 조금 더 수고를 하셔야겠소이다.” “알았습니다.” 세 명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두 눈을 감았다. 그리고는 온 신경을 발 아래로 집중을 했다. 마지막 한 마리 남은 쥐새끼를 잡기 위해서 말이다. ‘젠장!’ 하나 남은 흑발의 송현은 땅속에서 숨어있었다. 그리고는 속으로 욕지거리를 했다. [모두 활동 불가입니다.] [뭐라?] [저 하나밖에 없습니다.] [할 수 없다. 너마저 죽어서는 계획이 어긋나진다. 우선 우리에게로 오라.] [존명.] 어찌된 일인지 거침없이 정파와 마교의 고수들을 죽여 가던 구지사마가 한 곳을 모였다. 그리고 그 사이로 흑발의 송현이 모습을 드러냈다. “혈교의 제자들은 소교주님을 주위로 모이거라!” 구지사마의 일체된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혈교의 무사들은 그대롤 몰을 틀어 흑발의 송현 곁으로 모였다. 정파와 마교의 무사들은 갑작스러운 혈교의 대응에 잠시 멍하게 그 모습을 쳐다보았다. 흑발의 송현은 차츰 그 신형을 공중으로 떠올랐다. 혈교의 멸망 [마지막은 잘 준비를 했느냐?] [예.] 흑발의 송현은 10여 m를 올라갔다. 그리고는 두 손을 하늘을 향해 뻐쳤다. 두 손에서 붉은 색이 일렁거렸다. “혈교의 제자들은 똑바로 보아라. 이제 바로 나의 힘이다.” 흑발의 송현은 자신의 발아래에 있던 혈교의 무사들에게서 시선을 들어 정파와 마교의 무사들을 쳐다보았다. “네 놈들에게 마법의 진정한 힘을 보여주겠다.” 흑발의 송현은 고개를 들어올려 하늘을 바라보았다. “대리레 르러움르 루리라, 빠이어 삘드!” 철무정은 기가 막혀 입을 다물 줄 몰랐다. 파이어 볼이나 파이어 필드를 빠이어 보르나 빠이어 삘드까지 발음을 내는 것은 그나마 이해를 해주었다. 자신도 처음에 룬어를 배울 때 그러했으니까. 그러나 앞에 캐스팅 어를 하는 것에 그만 졸도를 할 뻔했다. 분명 저 가짜가 하고자 하는 발음은 ‘대지에 뜨거움을 주리라.’라고 하는 것 같았다. 근데 ‘대리레 르러움을 루리라.’라니. 어이없었다. 그리고 더욱 화가 났다. 그런 감정이 고스란히 묻어나왔다. 바로 살기로... 허공에 떠있는 흑발의 송현을 향해 몸을 날리려했다. 거리가 상당히 떨어져 있어 힘이 들겠지만 기 필코 저 놈의 목을 따리라고 다짐했다. 콰과과과광! 콰과과과광! 콰과과과광! 도합 세 번의 굉음이 들렸다. 엄청난 소리에 머리가 멍할 정도였다. 정파와 마교의 고수들이 있는 곳의 세 장소에서 엄청난 폭발이 일어난 것이었다. 정파와 마교의 엄청난 희생이 나왔다. 처참하게 죽은 것이다. 시체는 갈가리 찢겨져 그 형태를 알아볼 수가 없었다. 그 폭발로 대략 1/5정도의 정파와 마교의 고수가 죽었다. 시체의 형태도 없이 죽어가는 동료를 보며 모두가 복수라는 단어를 가슴에 심었다. “으아아아!” 어느 누구였을까? 한 명의 무사가 혈교의 무사들이 있는 곳으로 검을 들어 달려나갔다. 그것을 시발점으로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달려 나갔다. 한 마음은 바로 혈교의 몰살, 그리고 송현의 죽음이었다. 다시 하여금 혼전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었다. 혈교의 무사들은 그때부터 정파와 마교의 무사들의 경계에 있는 자들만 공격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사실은 정파와 마교의 인물들은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말이다. 마교의 천마대 소속의 진도는 한동안 자신에게 검이 오지 않았다. 이러한 전쟁중에서 아무도 자신에게 공격을 해오지 않는다면 당황하기 마련이다. 조금은 어정쩡하게 검을 들고 서있었다. 창창창 자신의 앞에 있는 혈교의 무사는 연신 자신의 옆에 있는 정파의 무사에게 검을 날리고 있었다. 정파의 무사는 혈교의 무사를 상대로 조금은 버거워 보였다. ‘도와주어야하나?’ 마음속으로 심한 갈등이 생겼다. 도와주자니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신과 원수로 지내던 자들이었다. 그렇다고 안 도와주자니 지금은 같은 동지였다. 슈아아앙 거친 검명이 울렸다. 혈교의 무사의 검이었다. 지금 그 검은 정파의 무사의 목을 꿰뚫기 일보 직전이었다. “췟! 별수 없군!” 진도는 자신의 검을 들어 재빨리 정파의 무사의 목으로 날아가는 혈교의 무사의 검을 쳐냈다. 창. 공동파 제자인 소천운은 혈교의 무사의 검이 자신의 목으로 오는 것을 보고는 생의 마지막을 느꼈다. 그리고 두 눈을 감았다. ‘죽음이라는 것은 어떨까? 죽는다는 것은 아플까?’ 그는 무인이라면 언젠가는 다가오는 죽음을 이렇게 맞이하려고 했다. 창. ‘창? 창이라니?“ 소천운은 두 눈을 떠보았다. 넓은 등이 보였다. 누군가가 자신의 생명을 살려준 것이었다.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감사... 흑의?’ 문득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흑의는 바로 마교의 무사들이 입고 있는 옷이었다. 소청운은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몰랐다. “정신 차려!” 마교인의 목소리에 문득 정신을 차렸다. ‘그래, 어차피 혈교 놈들을 먼저 죽여야하니깐.“ 소청운은 다시 검을 잡은 손아귀에 힘을 주었다. 그리고 자신을 죽이려는 혈교의 무사를 향해 검을 날렸다. 푹! 혈교의 무사는 자신의 등줄기를 꽤뚫고 배로 삐져나온 검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는 고개를 떨구었다. 소청운은 발을 들어 혈교의 무사의 등을 밀면서 자신의 검을 회수했다. 혈교의 무사가 쓰러지자 마교의 무사가 보였다. “험험, 고맙다.” “뭘 그것까지고... 우리는 지금 동료가 아닌가?” “동료라... 그렇군. 난 공동파의 소청운이라 한다.” “난 마교 천마대의 진도라고 한다.” 둘은 어색한 대화를 했다. 그런데 둘은 웃었다. 그리고 동시에 몸을 날렸다. 그들이 몸을 움직인 곳은 혈교의 무사들이 있는 곳이었다. 이런 장면들이 전장 곳곳에 일어났다. 그런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혈교의 무사들은 계속적으로 정파와 마교 무사들 사이를 공격을 했다. 어쩌면 혈교의 무사들은 이렇게 되는 것을 원하는지도 몰랐다. 철무정과 금정산, 위정천은 송현의 실체를 알리기 위해 흑발의 가짜 송현을 향해 나아갔다. 한걸음 한걸음 나가기가 무척 힘이 들었지만 그들은 꿋꿋이 앞으로 나갔다. 철무정은 자신의 주위에 있는 혈교의 무사 한명을 베어내고 앞으로 나가려고 했다. 그때 철무정의 귀에 한 여인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꺄아아악!”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모용일미가 쓰러져있었다. 허벅지에 깊은 검상을 나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위로 혈교의 무사 하나가 검을 들어 심장을 향해 검을 내려 꽂으려하고 있었다. 철무정은 아무 생각 없이 모용일미를 향해 몸을 날렸다. 왜 그랬는지 자신도 몰랐다. 그저 몸이 움직이려했고 그 반응에 몸을 나두었던 것이다. 마법검에 걸려있는 블링크 마법을 이용하여 모용일미 앞으로 순간 이동을 했다. 그 순간에도 모용일미는 두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누구라도 죽음이 코앞에 다가오면 무서움에 눈을 감으련만 그녀는 그렇지 안했다. 그저 입술을 닺게 물며 두 손을 꽉 쥐고 있었다. 그런 모습에 혈교의 무사도 흠칫하며 검을 내려 꽂는 것을 잠시 주저했다. 이내 혈교의 무사는 마음을 굳게 먹었는지 검을 모용일미의 심장을 향해 내려 꽂았다. 슈아아악 검을 내려오는 순간에도 모용일미는 두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사내의 넓은 등이 그녀의 눈앞을 가렸다. 챵 푸욱 모용일미는 귀로 들리는 소리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듬직한 사내의 등을 보면서 자신도 모르게 얼굴을 붉혔다. ‘누굴까? 저 넓은 등의 주인은?’ 이윽고 사내의 등은 돌아섰다. 등의 주인의 얼굴은 햇빛을 뒷 배경으로 하고 있었다. 잠시 동안 환하게 그의 얼굴이 빛이 났다. 햇빛에 적응이 되자 자신을 도와준 사내의 얼굴이 보이기 시작했다. 눈이 따가운 줄도 모르고 그녀의 두 눈은 크게 떠졌다. “모용 소저, 괜찮소?” 너무나도 멋있게 손을 내민 사내는 바로 철무정이었다. “아-!”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를 터트렸다. 이내 얼굴이 붉어졌다. 철무정은 그녀가 허벅지에 나있는 검상에 다른 고통이라고 생각했다. 재빨리 손을 품에 넣어 자그만 약병을 꺼내었다. 그곳에는 작은 환약 10알이 들어있었다. 그것은 바로 송현이 시녀를 통해 남겨둔 힐링 포션 환약이었던 것이다. 재빨리 환약 하나를 꺼내어 들은 철무정은 모용일미의 허벅지에 그 환약을 가져다대었다. ‘어떻게 환약을 상처에...’ 모용일미는 놀랐다. 철무정이 금창약과 같은 연고도 아닌 딱딱한 환약을 상처에 바르려고 하니 말이다. 사실 철무정도 환약을 상처에 가져다대면서도 조금은 의심이 들었다. 그러나 송현이 남긴 글에 의하며 상처에 닿으면 그대로 액체가 된다고 했다. 그 말을 믿고 철무정은 환약을 모용일미의 허벅지에 가져다 대고 발랐던 것이다. 신기하게도 환약은 상처에 닿자 그대로 액체가 되며 상처에 골고루 퍼졌다. 그리고... 금창약으로는 도저히 이루어지지 않는 신기한 일이 생겼다. 순식간에 상처가 아물기 시작한 것이다. 갑작스런 고통의 증가로 모용일미는 강한 신음 소리를 냈다. 그러길 얼마. 얼마나 빠르고 효과가 좋은지 30초도 안되어 언제 상처를 입었던 것인가 싶을 정도였다. 아픔에 신음 소리를 내던 모용일미도 어리둥절할 정도였다. 모용일미는 아직도 은근한 통증이 남았는지 자신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철무정에게 고맙다는 말이라도 하려고 했다. 막상 고개를 들어 철무정을 보니 그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걸려있었다. “다행이오, 정말 다행이오. 내 모용소저의 몸에 상처라도 남으면 어쩔까 했소.” 철무정은 자신도 모르게 속 내음을 말했다. 이내 실수를 깨달았는지 얼굴을 붉혔다. “풋!” 모용일미는 그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철무정은 어색한 분위기를 느꼈는지 그대로 몸을 일으켜세웠다. “험험! 그만하니 다행이오.” 그 말을 던지고는 다시 전장으로 뛰어갔다. 모용일미는 그 모습이 너무나도 귀엽다고 생각했다. 어느새 해가 저물고 있었다. 넓은 들판에도 해가 붉은 빛을 발하며 지평선 너머로 지고 있었다. 하나 둘 죽기 시작한 혈교의 무사들은 이제 백도 안 되는 숫자만이 남았다. 구지사마도 흑발의 송현은 보호하며 싸우고 있었다. 그러나 혈교의 무사의 수가 줄어들면서 자신들이 맡아야할 적의 숫자가 늘어났다. 아무리 그들이 날고 기는 고수라 해도 힘이 딸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정파와 마교의 연합 무사들의 얼굴에는 화색이 돌았다. 자신의 때에도 혈교의 무리들을 막아냈기 때문이다. 아직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그 결과가 이미 눈앞에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친 몸이지만 더욱 몸에 힘을 주고 혈교의 무사들을 베고 또 베었다. 구지사마의 눈이 빛났다. [나머지 유령단은 땅속 깊이 들어가 자결을 하도록.] [조, 존명!] 상처입은 세 명의 흑발 송현은 땅속에서 거친 숨을 내쉬며 전음으로 대답했다. 구지사마는 하늘을 향해 자신의 목소리를 크게 냈다. “끝내 하늘이 혈교의 뜻을 다시 저버리는구나! 모두 퇴각하라.” 그런 말을 내뱉고는 하나 남은 흑발의 송현을 데리고 그곳을 빠져나갔다. 구지사마는 다같이 힘을 모아 혈교의 무사들에게 전음을 날렸다. [모조리 죽어야한다. 살아서 나가야 하는 이들은 우리 다섯밖에 없다.] 그러한 전음에 혈교의 무사들은 눈빛을 가라앉혔다. [너희들의 자식은 모조리 혈교의 상승무공을 전해주겠다. 이 약속만은 지키겠다. 교가 너희에게 주는 명이자 약속이다.] 그런 전음을 주고는 재빨리 다섯은 사라졌다. 그와 맞추어 혈교의 무사들은 그 다섯을 호위하며 빠져나갔다. 그리고 하나 둘씩 정파와 마교의 검 아래 죽어나갔다. 다시 깊어지는 음모 그 날 저녁 정파와 마교의 무사들은 환호했다. 갑작스러운 혈교의 등장이었지만 충분히 그들을 막았던 것이다. 물론 지금 다른 동료들은 혈교의 잔당 세력을 뒤쫓고 있지만 말이다. 물론 환호하는 그들의 미소가 마냥 즐거운 것은 아니었다. 반수에 가까운 수가 혈교의 손에 죽었던 것이다. 죽은 숫자만 비한다면 대승이었다. 혈교를 거의 괴멸에 가깝게 무너트렸기 때문이다. 물론 소교주인 송현과 구주사마를 놓쳤고 혈교의 교주의 행방을 모르지만 말이다. 어제 저녁과는 다르게 정파와 마교의 진은 거리를 두고 세워지지 않았다. 조금의 거리는 있었지만 그것은 구별을 위해 떨어진 거리에 불과했다. 어떻게 보면 한 곳에 모두 모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리고 옹기종기 모여 있는 이들은 한 문파의 인물들이 아니었다. 정파 여러 문파의 인물들과 마교의 인물들이 함께 모여 있었다. 모두가 기분좋게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더불어 약간의 술도 있었다. 아직 확실한 마무리가 안 되었지만 기분 상 약간의 술은 허락이 된 듯싶었다. 어떻게 보면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그나마도 감사히 하는 분위기였다. 왜냐하면 충분히 분위기를 살려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분위기와는 다른 한 곳이 있었다. 바로 상당히 큰 천막이었다. 그 위치는 마교와 정파의 한 중간에 지어진 곳이었다. 그 천막 안에는 마교와 정파의 수장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아미타불, 일단 각 문파의 피해가 큽니다.” 소림사의 혜능 대사가 가장 먼저 입을 열었다. “그리고 혈교의 준동도 있었습니다. 그러하니 일단 향후 몇 년만이라도 평화 협정을 맺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혜능 대사의 말에 모두들 수긍하는 눈치였다. “좋은 생각 같습니다. 혜능 대사님.” 연사홍이 혜능 대사의 말에 긍정적인 표시를 했다. 연사홍의 말에 철무정도 옳다는 표현을 고개를 끄덕이며 했다. “하지만 돌아가신 저희 청수 장문인은 어떻게 합니까?” 무당파 도복을 입고 있는 자였다. 이 자리에 있는 것을 보아 무당파의 한 장로인 듯 했다. “그 사건은 혈교의 짓이라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이 장로님.” “그 점은 우리 개방이 책임을 지겠습니다. 아직 더욱 확실한 증거를 찾지 못했지만 조만간 확실한 증거를 찾을 수 있을 겁니다. 그러니 조금만 참고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혈교가 왜 시신을 가져갔습니까?” 무당파의 이 장로는 아직 못 믿겠다는 투였다. “아마 강시 제조 때문이겠지요.” 제갈 선우가 일어서며 이 장로의 의문을 풀어주었다. “지금부터 300여 년 전 혈교의 지금과 같은 중원 무림과 혈교의 전쟁이 있었습니다. 그때 그들의 비전인 혈강시의 제조술이 유실되었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아마 혈강시를 못 만드는 이상 철강시로 대처를 해야 할 것입니다.” “철강시라...” 제갈 선우의 말을 듣고 있는 모두가 나직이 읊조렸다. “그렇습니다. 청수 도인을 비롯한, 죄송합니다.” 제갈 선우는 마교의 철무정과 연사홍을 향해 고개를 숙여 사과를 하고는 이내 자신의 말을 이었다. “마교의 교주이셨던 양휘소 교주의 시신마저 그들이 가져갔다는 것입니다. 철강시의 약한 부분을 현경에 들어선 무인으로 대처를 할 것 같습니다.” “그게 가능한 일입니까?” 이번에는 두경승이 제갈 선우에게 의문을 표시했다. “철강시와 혈강시는 시신의 살아있을 때의 능력이 반영이 됩니다.” 쾅 쾅! 연사홍과 무당파의 이 장로가 거의 동시에 탁자를 쳤다. “그렇다면 저희가 전대 장문인을 상대로 검을 내밀어야한다는 말입니까?” “어떻게 교주님께 검을 들어 밀수가 있다는 말이오?” 둘은 얼굴이 붉게 물들어있었다. “죄송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그러나!” 제갈 선우는 굳은 표정과 함께 강한 어조로 말을 했다. “두 분의 시신으로 만든... 험험! 철강시는 그리 강하지 않을 것입니다. 철강시가 가지는 한계이지요. 아마도 화경의 극에까지 달하는 능력은 펼치지 못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고수로 이루어진 합격진을 펼친다면 크게 시신에 손상을 주지 않고 안락을 드릴수 있을 겁니다.” “크으으.” 무당파의 이 장로는 입술을 꽉 물며 울분에 찬 소리를 냈다. 연사홍도 주먹이 쥐어졌지만 철무정을 한 번 보고는 입을 다물어야 했다. “그러나 송현 그 애송이가 혈교의 소교주였다니요. 놀랐습니다.” 보연신니가 조금은 놀란 듯 말했다. “무당파에서 보았을 때 광명정대한 기운이 느껴졌는데 말입니다.” “휴우! 저도 그가 나타났을 때에는 매우 놀랐습니다. 어찌 보면 저희들의 은인이기도 하고 말입니다.” 연사홍은 갈등이 섞인 말투였다. 쾅! 그때 탁자를 거칠게 내려치는 이가 있었다. 바로 철무정이었다. “아닙니다. 그 자는 형님이 아니십니다. 아니 송현이 아닙니다.” 철무정의 얼굴은 울그락 불그락 했다. 그 순간 연사홍의 두 눈은 빛이 났다. ‘옳지! 철무정 이 놈, 미끼를 물었구나.’ 연사홍은 내심 기뻐했다. 계획대로 이루어져 갔기 때문이다. 그러나 표정으로 나타낼 수는 없었다. 그런데... 그런 눈빛은 연사홍만이 아니었다. 그 자리에 두경승, 상원건 뿐만 아니라 지금 아무 말도 하고 있지는 않지만 공동파의 임시 장문인에 오른 허문갑을 비롯하여 오늘 청성파의 장문인 죽어 그 자리에 대신하여 온 영무 장로였다. 그 밖에 이번 전쟁에 참여하지 않은 사천 당문을 제외하고 사대세가 중 황보세가의 가주, 남궁 세가와 모용 세가의 가주들의 죽음으로 그 빈자리를 채우러 나온 두 장로 역시 그러한 눈빛이었다. 마교에서도 연사홍을 비롯한 여록 호법과 새롭게 마교에 호법에 오른 양강 호법이 그랬다. 반수가 넘는 수였다. 이번의 전쟁으로 정 ․ 마 연합의 수장 과반수의 인물들이 혈교의 간세로 채워졌다. 아무도 그들이 간세라고 느끼지 못할 것이다. 오늘 낮에 있던 전쟁에서 간세는 모조리 혈교로 넘어갔고 죽음을 당했다고 믿었다. 혈교는 그 점을 이용하고 했다. 그들의 목표는 또 다른 곳에 있는 것 같았다. 그 우선 순위로 마교의 접수를 원하는 듯 했다. “소교주, 정에 휩싸일 때가 아닙니다.” “연 호법, 아니오. 내 오늘 형님을 흉내 내는 자와 부딪혔소. 그자는 가짜였소.” “철 소교주, 어찌 정에만 휩싸이려고 하시는 거요?” 두경승이 철무정을 향해 점잖은 목소리로 타일렀다. “두 장문인, 이 것은 나만이 아니라 화산파의 위 대협과 금 소협이 함께 본 것이오.” “위 대협과 금 소협?” 화산파의 고천설이 철무정을 보며 나직이 둘을 말했다. 고천설이 그 둘을 모를 리 없었다. 즉 누구인지 확실히 말해달라는 표시였다. “군자검 위정천과 매화일검 금정산입니다. 그들에게 물어보면 확실히 알 수 있을 겁니다.” 모두의 시선은 화산파 장문인인 고천설로 향했다. 고천설은 자리에 일었다. “일단 제가 그 둘을 데리고 오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고천설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소교주, 방금 그 발언이 얼마나 위험한지 모르십니까?” “알고 있소. 그러나 사실이오.” “소교주!” “연 호법!” 철무정은 연사홍의 두 눈을 똑바로 보았다. “내 다음 달이면 교주에 오를 몸이오. 설마 내가 사사로운 정에 이끌리 것 같소?” “그것은 압니다만...” “그렇다면 나의 말을 믿어주시기 바라겠소.” “휴우-! 알겠습니다.” 철무정은 더욱 당당히 고개를 들었다. 고개를 숙인 연사홍의 표정은 달라졌다. 싸늘한 미소와 함께 비웃음이 번졌다. ‘크크크, 더욱 송현을 옹호하거라. 그러면... 크하하하!’ 대략 몇 분도 안 되어서 고천설이 천막 안으로 들어섰다. 물론 그의 뒤로 위정천과 금정산이 따라 들어왔다. 고천설은 자리에 앉았고 그 둘은 뒤에 시립했다. “아미타불, 철 소교주께서는 다시 한 번 말씀을 해주시지요.” “예, 혜능 대사님!” 철무정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위정천과 금정산을 한 번 보고는 입을 열었다. “오늘 모습을 보인 마천승룡 송현은 가짜입니다. 그 사실은 저뿐만 아니라 저기 계신 위 대협, 금 소협과 같이 확인한 사실입니다.” 철무정의 말에 모두의 시선은 그 둘을 향했다. 위정천은 앞으로 한걸음 앞으로 나서며 포권을 취했다. “화산파의 위정천이라고 합니다. 철 소교주의 말씀은 맞습니다. 처음에는 저희도 송 학사의, 아니 송현의 등장에 놀랐습니다. 독한 마음을 가지고 그에게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손속을 나누어본 결과 그는 가짜였습니다.” “그 점은 저도 장담을 합니다.” 위정천의 말에 금정산은 짧은 한마디로 힘을 실어주었다. “위 대협.” 상원건이었다. “아무래도 저는 믿을 수 없습니다.” “무엇을 믿을 수 없다는 것입니까?” 상원건은 두 손을 모아 턱을 괬다. “화산파 두 분도 혈교의 소교주인 송현과 친분이 돈독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정에 이끌리는 것이 아닙니까?” “그럴 리 없습니다.” “그렇군요. 그렇다면 위 대협 그리고 금 소협, 철 소교주.” 상원건은 느긋한 표정으로 일관했다. 그리고 그 셋 뿐만 아니라 나머지 인물들도 상원건을 주목했다. “그가 진짜 송현이 아니라는 증거는 있습니까?” “증거라 했습니까?” 철무정이 거칠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렇습니다. 철 소교주!” “내가 본 것이 증거요, 저 두 분이 본 것이 증거입니다. 나의 말은 못 믿더라도 저 둘의 말을 믿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까?” 철무정은 목소리에는 노기가 담겨있었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상원건은 자리에서 담담한 표정으로 일어섰다. “분명 저 두 분은 화산파의 제자들이 맞습니다. 그러나!” 잠시 말을 끊은 상원건은 자리에서 벗어나 뒷짐을 지고 산책을 하듯이 천막안을 거닐었다. 당연히 좌중은 그의 움직임에 따라 시선이 옮겨졌다. “만약에, 만약에 말입니다. 저 둘이 간세라면 어떻습니까?” 쾅! 오히려 고천설 얼굴이 붉어지며 탁자를 거칠게 내려쳤다. “상 장문인!” “아, 아! 기분이 상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상원건은 예의 바르게 허리를 숙이며 사과를 했다. 그 모습에 고천설도 더 이상 화를 내기가 어려웠다. “험험! 앞으로는 그 말은 좌중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알았습니다.” 고천설은 상원건의 대답으로 더 이상 서있기가 뭐해서 자리에 앉았다. “그렇다면 그가 다시 우리에게 접근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우리는 완전히 무방비 상태가 되는 것이지요.” “상 장문인.” 고천설이 다시 한 번 그를 불렀다. 경고의 목소리였다. “제가 말씀을 드리는 것은 가정입니다.” “고 장문인, 가정입니다. 그러니 너무 노여워하지 마시지요.” “그렇습니다.” “모든 상황을 알아야 우리도 유연하게 대처를 할 수 있을 겁니다.” 두경승을 비롯한 혈교의 간세들로 채워진 수장들이 상원건의 말을 거들어주었다. 뿐만 아니라 마교의 연사홍과 다른 두 호법도 거들었다. 간세가 아닌 수장들은 조금 의아심을 가졌다. 마교와 정파가 저렇게 서로를 도와줄 만큼 사이가 좋지 못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 났던 자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말도 틀린 것은 없었다. 아마 혈교가 관련된 것 때문이 아닌가 하고 넘어갔다. 그렇게 모두들 수긍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그만큼 무서웠던 것이다. 다수의 간세가 분위기를 휩쓸고 있는 것이다. “다른 가정에 있어서 한 가지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무엇입니까?” 조금은 쌀쌀한 철무정의 목소리였다. “세 분은 혈교의 소교주로 나타난 송현을 어떻게 가짜라고 알 수 있었습니까?” “그것은 그가 사용한 마법이 가짜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오.” 철무정의 말에 상원건의 시선은 위정천과 금정산을 향했다. 상원건의 조리 있는 말에 모두들 숨을 죽였다. 그리고 다른 이들의 호응이 있는 것도 한몫했다. 다시 깊어지는 음모 늑대와춤을 입니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말하겠습니다. 불펌! 제발 하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마지막까지 같이 이 글을 만들어갔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이 175회입니다. 앞으로 175화가 넘어가는 글이 인터넷에서 돌아다닌다면... 휴우-! 제가 이런 글을 남긴 이유는 모 사이트의 모 까페에 파일도 아닌 텍스트로 버젓히 올라와 있더군요. 조금은 충격이었습니다. 파일이야 그렇다고 하더라도... 버젓이 권으로 나누어 올라와 있더군요.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즐거운 주말되세요. ^^ ************************************************************************************* 타이핑 者 : [KOR]TheYtsejaM (당나귀 호환 P2P 프루나) 프루나에서 제가 타이핑한 소설들과 그 외 제가 모은 소설들을 공유했습니다. 검색어 : [KOR]TheYtsejaM 또는 TheYtsejaM 로 검색하시면 제가 공유한 파일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소유자가 1이라도 관계없습니다. 저는 항상 접속해 있으니까요. 제가 접속해 있지 않을 때는(파일이 안 받아지고 있을 때는) 제가 집에 없거나 파일 받기 대기 중일 겁니다. 기다리시면 하루 안에 반드시 받으실 수 있으실 겁니다. 무협도 엄청나게 많이(약 1기가 정도) 텍스트파일로 가지고 있는데 너무 파일이 많아서 그거 다 편집하려니 짜증나서 일단은 판타지만 공유중입니다. 무협도 필요하시면 프루나에서 메시지 전송 기능으로 쪽지 보내십시오. ************************************************************************************* “어떻게 마법이 가짜라는 것을 알았습니까?” “어떻게 알았느냐고 말씀하셨습니까? 보면 모릅니까? 그가 보여준 마법은 마법이 아니었습니다.” 상원건은 철무정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한 손으로는 탁자에 손을 집고 철무정을 바라보았다. “저는 아무리 보아도 다른 점을 알지 못했습니다. 저 뿐만이 아닐 것입니다.” “그 점은 제가 설명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금정산이 앞으로 나섰다. “설명해 보세요.” 이미 좌중은 상원건의 말에 따라 흐름이 흘러갔다. 제갈 선우도 굳이 조리 있게 말을 하는 상원건을 말리지 않았다. 한편 상원건이 원래 저렇게 사리판단이 좋았는지 의아함이 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저는 아시다시피 무인으로 컸고 지금도 무인입니다. 당연히 마법에 대해서 알지 못합니다. 그런데 이번만큼은 알겠습니다. 그들이 보여준 이동 마법은...” “그들이 보여준 이동 마법?” 상원건은 잠시 금정산의 말을 끊었다. “아! 제가 미처 설명없이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 날 나타난 가짜 송현은 한 명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느낀 수만 해도 네 명이었습니다. 그 점은 저 뿐만 아니라 위 사숙께서 먼저 아신 것입니다. 그리고 그날 그들이 보여준 마법은 전부 화염계였습니다. 왜 그들이 화염계의 마법만 보여주었을까요? 그들이 무심결에 흘린 말에 벽력탄이라는 단어가 있었습니다. 그 점을 미루어 보았을 때 외형상 우리의 판단을 흐리게 하고 벽력탄을 썼을 것입니다.” 금정산은 꼬박꼬박 정확한 어투로 자신의 설명을 끝마쳤다. “벽력탄이라...” 모두가 벽력탄의 단어를 읊조렸다. “벽력탄이라면 화약 냄새가 나야 했습니다만 저는 그 냄새를 맡은 기억이 없습니다.” 연사홍의 말이었다. 철무정은 그런 그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런 시선을 느꼈는지 연사홍은 철무정을 향해 입을 열었다. “모든 게 정확한 것이 좋습니다. 소교주. 어쩌면 그 점이 송 학사께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철무정은 연사홍의 말에 무엇인가 말을 하려다가 그냥 입을 닫았다. 상원건은 더욱 힘이 나는 듯 했다. “그리고 벽력탄을 떠나서 우리가 본 그 마법이라는 것은 달라 보이지 않았습니다. 무림 대회에서 보여준 것이나 오늘 보여준 것이나 똑같아 보였습니다. 안 그렇습니까?” “그렇습니다.” “그렇소.” “제가 봐도 똑같더군요.” 하나 둘 수긍에 가까운 말이 나오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수를 따라가는 행동이었다. “벽력탄이라면 어딘가에 흔적이 남아있을 겁니다. 그건 개방과 저희 제갈 세가에서 알아보도록 하지요.” “그렇습니다. 그 점은 알아보고 이야기를 해도 늦지 않을 듯싶습니다.” 제갈 선우가 일단 회의를 일단락 했다. 더 이상의 회의는 필요치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정파와 마교의 잠정적 평화 협정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어느 정도 합의가 된 듯하니 이 사안은 나중에 더욱 세세히 잡기로 하겠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혈교의 본거지를 찾아 뿌리까지 뽑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모두들 동감을 하는 눈치였다. 대부분의 혈교의 세력을 괴멸시켰다고 믿고 있었다. 혈교의 무사들은 강했고 그 수 또한 적은 수가 아니었다. 정파와 마교의 연합이 아니었다면 막을 수 없을 정도의 수였다. 최소한 그들의 과반수 이상을 섬멸했다고 믿었다. 왜냐하면 지금 혈교의 간세가 아닌 정파와 마교의 수장들은 그 이상의 세력을 상상하지 못했다. 아니 할 수가 없었다. 상식적으로 생각을 해서 음지에서 그 세력을 키워온 혈교가 양지에서 자라온 자신들 보다 더 많은 무사들을 보유한다는 것을 생각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기에 혈교의 본거지를 찾아 나머지 잔당을 쓸어버리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희의의 비교적 쉽게 마무리가 되었다. 마교와 정파에서 비슷한 수의 무사들을 착출하여 일종의 임시 단체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하나의 단체가 아닌 둘의 단체였다. 마교 고수의 지휘에 정파의 무사들이 움직일 리 만무했고 반대로 정파 고수의 지휘에 마교의 무사들이 따라줄 리 없었다. 서로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였다. 그래서 둘의 단체를 만들기로 합의한 것이다. 서로의 정보는 공유를 하되 독자적으로 움직이기로 했다. 독자적으로 움직인다고는 했지만 어차피 같이 움직여야한다는 것은 모두들 알고 있었다. 단지 표면적으로 서로의 자존심을 건들지 않기 위해 이렇게 합의를 한 것이다. 빠른 시간에 회의가 마쳐졌다. 수장들은 회의까지 마치자 피곤한 표정을 지으며 막사를 벗어났다. 긴장이 풀렸기 때문일 것이다. 철무정 역시 회의를 마치고 자신의 막사로 돌아와 있었다. 막사로 돌아온 철무정은 지친 몸을 가지고도 편히 침상에 눕지 안했다. 막사 안을 계속 서성였다. ‘형님-!’ 철무정은 답답한 마음에 막사에서 나왔다. 밤하늘에 수많은 별들이 떠있었다. 별들을 보고 있는 지금 철무정의 머리에는 송현의 생각으로 가득차있었다. 그리고 금정산과 위정천이 생각났다. ‘그래, 혼자 고민할게 아니다. 일단 그들을 찾아가보자!’ 철무정은 별다른 고민 없이 화산파가 머물고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화산파가 머물고 있는 곳에 다다른 철무정은 어느 누구라도 붙들고 금정산의 거처를 물으려했다. 그렇게 사람을 찾고 있을 때 저 멀리서 누군가 한 인물이 걸어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잘 됐다. 저 사람에게 물어봐야겠다.’ 철무정은 그를 향해 다가갔다. “저기... 금 소협.” 철무정이 본 인물은 다름 아닌 금정산이었다. “철 소협, 아니시오? 잘 되었습니다. 안 그래도 내 지금 찾아뵈려고 했는데.” “저를 말입니까? 저도 금 소협을 찾아가는 길이었습니다.” “그렇습니까?” 둘은 서로 상대방이 자신을 찾았다는 말에 조금 놀랐지만 이내 그 행동에 대해 이해할 수가 있었다. 바로 송현 때문이었다. 송현 바로 그가 지금 둘을 이어주고 있는 유일한 존재였다. 둘은 조금 외진 곳으로 향하기로 했다. 아무래도 편하게 송현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받기가 조금 껄끄러웠다 둘이 막상 벗어나려했다. 그때 금정산이 철무정을 잠시 멈추게 했다. “철 소협, 우리 둘이 상의를 하는 것보다 위 사숙님도 같이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철무정의 금정산의 말이 옳다고 생각했다. 둘보다는 셋이 모이는 것이 더욱 쉽게 일을 풀어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게 좋겠습니다.” 금정산은 어디론가 뛰어갔다. 아마 위정천이 머무는 곳일 것이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안 되어서 금정산은 위정천과 함께 나타났다. 철무정은 위정천에게 가벼운 목 인사를 건네고는 화산파의 진지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얼마 걷지도 못한 채 자신들을 향해 다가오는 한 인물이 있었다. “모...용 소저?” 모용 일미는 철무정에게 다가오다 위정천과 금정산을 보고는 조금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녀로서는 마교의 소교주인 철무정과 화산파의 금정산과 위정천과 함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못 했다. “무슨 일이오?” 철무정은 자신의 뒤에 서있는 위정천과 금정산을 의식했다. 그것이 아니라도 빨리 저 둘과 송현에 대해 의논을 하고 싶었다. 모용일미는 위정천과 금정산에게 간단히 인사를 하고는 철무정을 향해 몸을 틀었다. “오늘 일에 대해서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 이렇게 찾았어요.” 모용일미는 철무정을 향해 예의를 갖추어 정중히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렇게까지 생각하지 않으셔도 되오. 내가 하고 싶어서 한 일이니까. 지금 조금 바빠서 이만.” 철무정은 모용일미에게 인사를 하고는 서둘러 자리를 벗어나려했다. “철 소협.” 철무정은 다시 자신을 부르는 모용일미의 목소리에 발걸음을 멈추어야만 했다. “왜 그러시오?” “무슨 일인지 저도 알 수가 있을까요?” “죄송하오.” 철무정은 미안한 표정은 지었지만 단호하게 그녀의 말을 잘랐다. “생명을 구해주셨으니 제가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라면 너무 야박하게 몰아치지 말았으면 하네요.” 모용일미는 철무정을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철 소혐, 우리 셋의 힘으로 부족할 수가 있을 것 같소. 모용 소저도 함께라면 조금이라도 더 힘을 받지 않을까 하오만. 어차피 모용 소저도 송 학사에 대해 잘 아는 이고 힘을 실어주지 않을까 하니 말이오.” 위정천은 철무정에게 모용 일미의 동참의 뜻을 내비쳤다. “송 학사님에 관한 일인가요?” 철무정이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모용일미는 놀란 음성을 터트렸다. 철무정은 재빨리 모용일미에게 다가가 그녀의 입을 손으로 막았다. “신중한 문제이니 음성을 낮추어주시오.” 철무정은 모용일미에게 나직이 말을 건네고는 손을 땠다. 모용일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에는 놀라는 표정이 아직까지 남아있었다. 그럴 것이 오늘 낮에 나타난 송현의 모습이 아직까지 그녀의 머릿속에 각인이 되어있었다. 문득 모용일미의 머릿속을 스치는 이가 있었다. 바로 백소영이었다. 낮에 본 송현의 모습에 아직까지 그 충격에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자신의 막사에서 울고 있는 그녀였다. 다행히 남궁혁이 옆에서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 “백 동생과 남궁 소협도 함께해도 괜찮을까요?” 모용일미는 어렵사리 말을 꺼내어들었다. 철무정은 금정산과 위정천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아무 말도 없었지만 다분히 그 둘의 의사를 물어보는 것임을 알 수가 있었다. 금정산이 긍정의 표시했다. 그 둘이라면 오랜 시간을 함께해온 친구들이었다. 한마디로 믿을 수 있다고 판단을 했다. 모용일미가 그 둘을 데리러 떠난 사이 뜻하지 않은 한 인물이 동참하게 되었다. 바로 제갈성휘였다. 낮에 본 송현에 대해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이상함을 느낀 제갈성휘는 결국에야 철무정을 찾아 나선 것이다. 그렇게 뜻하지 않게 제갈성휘, 모용일미, 백소영, 남궁혁이 동참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송현과 관련된 7명이 처음으로 모이게 되었다. 그때까지 이들의 운명이 험란의 연속이 될 지는 아무도 몰랐다. 그저 송현을 좋아했고 그를 믿었기에 모였던 것이다. 그리고 송현과 함께 혈교와의 외로운 전쟁을 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하고 있었다. 지인들을 찾아서 혈교의 일은 마무리 지은 송현은 자신의 집으로 돌아온 지 한 달이란 시간이 흘렀다. 송현은 학비를 가르치는 것과 자신의 과거 준비를 하며 비교적 한가로운 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책을 덮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침상에서는 양설린이 백호를 가슴에 안은 채 달콤한 낮잠을 자고 있었다. 방 한구석에는 학비가 가부좌를 한 모습으로 명상을 하고 있었다. 어느덧 4서클의 마스터를 이룬 학비였다. 비록 아무 말을 하지 않았지만 어린 나이에 그런 경지에 오늘 것은 너무나도 대견스러운 일이었다. 일년밖에 안 되는 시간에 4서클의 경지에 올랐다는 것은 자질도 자질이지만 그만큼 피나는 노력을 했다는 증거였다.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하루가 다르게 일취월장하는 학비의 모습을 보며 새삼스럽게 제자를 가르치는 일의 보람을 느꼈다. ‘학비야, 5서클부터는 내가 하기 나름이다.’ 4서클의 벽을 깨기 위해 나름대로 애를 쓰는 학비를 보며 마음속으로 응원을 보내주었다. 송현은 자고 있는 양설린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이불을 발끝으로 밀려가있었다. 소리 없이 다가가 이불을 살며시 들어 양설린을 덮어주었다. 그때 양설린의 두 눈에 눈물이 맺혀있는 것을 보았다. “아버지...” 양설린의 입에서 양휘소를 애타게 그리워하는 말이 새어나왔다. 물론 잠꼬대였다. 송현은 자신도 모르게 두 눈이 붉어졌다. ‘설린...’ 침상에 걸터앉고는 자고 있는 양설린의 눈물을 말없이 닦아주었다. ‘내가 무심했던 모양이오. 미안하오.’ 송현은 그동안 무림이 싫어서 떠났었다. 그러기에 다시 무림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은연중에 했다. 그러기에 양휘소에 대해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무림인이라면 언제나 죽음을 마음에 두고 살아가는 존재였다. 그런 연장선에서 양휘소의 죽음은 그의 몫이라 생각했다. 양설린도 그렇게 알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지금은 송씨 집안의 여인이 되기로 마음을 먹었는지 애써 양휘소의 일에 대해 말을 하지 않았다. 송현이 무림에 크게 실망을 하며 돌아선 것을 무당파에서 두 눈 똑똑히 보았기 때문이다. 지금 양설린은 무림에 얽힌 아버지에 대한 걱정을 그저 속으로 삵이고 있었다. 자면서도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송현은 보았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방 밖으로 나갔다. 서늘한 한줄기 바람이 송현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주었다. 하얀 백발이 바람을 따라 밤하늘에 은하수마냥 아름답게 흘렀다. ‘더 이상 설린의 마음을 아프게 할 수는 없다. 나의 여인이 아닌가? 그녀가 행복해야 나도 행복하다.’ 송현은 양휘소를 찾아 나서기를 마음먹었다. 어쩌면 다시 무림에 돌아가야 할지 모른다고 느꼈다. 그러나 그것보다 설린의 행복이 우선이라 생각했다. 송현은 다시 길을 나서기 위해 부모님이 계시는 곳으로 향했다. 탁자를 마주하고 혈교의 교주인 혈마루와 소교주이자 그의 아들인 혈진강이 자리하고 있었다. “일은 계획대로 잘 되어가고 있느냐?” “예, 아버지. 지금 정파와 마교의 수뇌들 과반수 이상 우리 쪽 인물들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생각대로 잘 나간다니 다행이구나.” “생각보다 송현이라는 놈을 이용한 것이 대단한 효과를 가져다주었습니다. 처음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줄 알았는데 말입니다.” “......” “그자 덕분에 일차적으로 마교를 우리 수중에 넣을 수 있었습니다. 정파에서는 오대세가 중 제갈 세가를 제외한 네 문파를 손에 넣을 수 있었으며 구파일방 중 소림사, 화산파, 개방을 제외한 일곱 문파를 어느 정도 무기력하게 만들었습니다. 화산파는 어느 정도 흔들어 놓을 수는 있지만 소림사와 개방은 힘이 들것 같습니다.” “생각보다 더 마음에 들게 진행이 되었구나.” “감사합니다, 아버지.” “아니야, 잘 했어, 아주 잘 했어!” 혈마루의 표정에는 만족감이 물들어있었다. “우리의 인물들을 이용하여 더욱 마교와 정파를 흔들어 놓거라. 걸림들이 되는 자들은 모조리 솎아내고.” “네, 아버지.” 혈마루의 지시에 혈진강은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앞으로 세 달 남았다. 그때면 약해 빠진 중원을 우리의 손아귀에 넣을 수 있을 것이야.” “드디어 때가 된 것이군요.” “그렇지, 혈성 그 놈이 얼마나 빠르게 12성을 성취하면서 광인이 되느냐가 그 시기를 좌우할 것이야.” “벌써 12성에 다다른 것입니까?” “끌끌끌, 이 애비가 손을 좀 봐주었다.” “그렇군요.” 둘의 시선이 마주쳤다. “크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 둘은 거침없는 웃음을 토해냈다. 한달이라는 시간 동안 무림에는 너무나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정파와 마교의 연합, 그리고 중원 무림 수호맹의 창건. 정파의 문파들과 마교가 함께 중원 무림 수호맹의 창건의 이유를 밝혔다. 혈교의 준동이 있었으며 그것을 마교와 정파가 맞서 싸워 막았다는 내용과 함께 혈교의 잔당세력을 뿌리를 뽑기 위해 중원 무림 수호맹이 만들어졌다는 내용이었다. 그러한 소식에 한때나마 그 사실을 몰랐던 무림이 술렁거렸다. 그리고 한 편으로 안심을 했다. 한달의 시간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호기심이 많은 자들은 중원 무림 수호맹의 말에 따라 서달목분지를 갔다 온 자들도 있었다. 그 곳을 갔다 온 자들의 증언은 중원 무림 수호맹의 말을 뒷받침해주었다. 무림인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한차례 폭풍이 몰아쳤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며 또 그 폭풍을 무사히 막아준 중원 무림 수호맹에게 감사했다. 그러나 폭풍이 몰아치고 난 뒤가 더 무섭다고 했다. 중원 무림 수호맹에서 감찰단이 만들어졌던 것이다. 그 이유는 혈교와의 전쟁에서 들어난 간세들이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정파와 마교에 자리 잡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중원 무림 수호맹의 수뇌들의 판단으로 아직 미약하지만 혈교의 간세들이 남아있을 것으로 판단하고는 감찰단을 만든 것이다. 문제는 그때부터였다. 생각보다 많은 수의 간세들이 발각되어 죽음을 당했다. 이른 아침 송현은 짐을 싸고 있었다. 뭐 짐이라고 해봐야 학의(學衣) 한 벌과 간단한 육포 등이 다였다. 나갈 채비를 다한 송현은 탁자에 앉아서 차를 마시며 양설린과 학비를 기다렸다. 그렇게 한 잔의 차를 다 마셔갈 때 쯤 양설린과 학비가 들어섰다. “준비가 끝났어요.” 양설린의 말에 송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학비는 무엇이 그리 신이 났는지 연신 양설린의 팔에 매달려서 웃음을 짖고 있었다. “학비야, 그러다 입이 찢어지겠다. 처음 세상에 나가는 것도 아니면서... 녀석도 참!” 송현의 말에 학비는 혀를 내 물고는 머리를 긁적였다. 그 모습에 송현과 양설린은 미소를 안 지을 수가 없었다. 부모님께 간단히 인사를 드리고 집을 벗어났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일단 섬서성의 성도인 서안으로 향했다. “학비야.” “네, 스승님.” “내가 너와 함께 나왔는지 알겠어?” “음...” 학비는 머리를 긁적이며 생각을 하는 듯 보였다. 송현은 그런 학비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입을 열었다. “지금 네 경지가 4서클 아니냐.” “네.” “5서클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마법 수렴만으로는 오르기가 힘이 든단다. 깨달음도 중요하지. 그렇다고 해서 마법 수련으로만 오르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6서클이 되고 7서클로 오르기 위해서는 더욱 큰 깨달음이 필요하단다. 그러기 위해 5서클에서 좀더 큰 깨달음을 가지고 올라선다면 더욱 높은 경지에 오르기 쉽단다. 이번 여행에서 좀더 많은 것을 보고 배워서 너의 깨달음에 보탬이 되기 바라는 마음에서 너를 데리고 나왔단다.” “잘 명심하겠습니다, 스승님.” 학비는 진지한 모습으로 송현의 말을 들었다. 어린 나이에 벌써부터 4서클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학비가 기특했다. 만약 과거 자신이 살던 세상이었다면 학비의 인생은 지금과 다를 것이 분명했다. 어느 누구도 10대에 4서클을 올라간 자가 없었다. 아니 올라갈 수가 없을 것이다. 자신도 이곳에서 새로운 형식의 마나 수련법을 만들지 못했다면 지금의 서클을 이렇게 안정적으로 가지고 있지 못할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 학비가 자랑스럽기는 했지만 여기는 자신이 과거 살던 곳이 아니었다. 바로 중원이었으며 무림이었다. 4서클의 학비로는 매우 위험한 곳이기도 했다. 물론 자신이 마나 보법을 가르치기는 했지만 여전히 무인과 부딪힌다면 결과가 눈으로 보지 않고도 알 수가 있었다. 그렇기에 이번 여행에서 학비를 동행시킨 것은 실전 연습을 시키기 위함도 있었다. 어느새 서안에 들어선 그들은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을 찾았다. 대로를 따라 길을 걷는대 여러 무리의 거지들이 나타나 벽에 하나의 큰 벽보를 부치고 어디론가 사라지는 모습이 보였다. “개방이네요.” 양설린이 그들의 모습을 보며 입을 열었다. “개방?” “네.” “우리와는 상관이 없는 자들이니 가던 발걸음이나 가도록 합시다.” 송현은 무림의 일에 더 이상 신경을 쓰고 싶지 않았다. 양설린과 함께 다시 가던 길을 가려고 하는데 학비가 그곳으로 쪼로록 뛰어갔다. “학비야.” 송현은 벽보를 향해 뛰어가는 학비를 크게 불렀다. “스승님, 잠시만요.” 학비는 벽보를 향한 와중에 잠시 고개를 돌려 송현에게 손을 한 번 흔들어보이고는 그곳으로 갔다. “녀석.” “가가께서 이해하세요. 아직 호기심이 많은 나이잖아요.” “그렇기는 하오만, 저 녀석도 무림과 얽힐까 그것이 걱정이 되오.” 송현의 말에 양설린은 조금 얼굴빛이 흐려졌다. 엄연한 무인의 집안의 여인이었기 때문이다. 조금은 안타까운 눈빛으로 송현을 보았다. 무림도 좋은 점이 많았다. 그런데 송현은 짧은 시간에 안 좋은 점만 너무 많이 보았다. 그 점이 너무나도 아쉬웠다. ‘아니야, 어차피 가가는 황실 조정으로 나가야하시는 몸, 차라리 잘 된 일 일수도...’ 양설린은 애써 좋은 방향으로 생각했다. 학비가 자신들이 있는 곳으로 뛰어오는 것을 보고는 송현과 양설린은 다시 길을 따라 걸었다. 학비는 송현에게 다가와 팔에 매달렸다. 아무말없이 묵묵히 수련을 했지만 아무래도 어린 나이에 수련이 고달팠던 모양이었다. 그래서 인지 더욱 여기저기를 돌아보며 여유를 만끽하는 모습이었다. “참, 스승님!” 무엇이 생각이 났는지 학비는 송현의 옷자락을 당기며 그를 불렀다. “왜 그러냐?” “저... 중원 무림 수호맹이 뭐예요?” 학비는 궁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중원 무림 수호맹?” “네.” 송현은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중원 무림 수호맹이라는 단체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 ‘내가 무림에서 활동한 시간이 짧아서 그런가?’ 그런 생각을 하며 시선을 양설린에게 돌렸다. 다분히 중원 무림 수호맹을 알고 있느냐는 뜻이었다. 양설린도 알 턱이 없었다. 송현을 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저도 처음 듣는 곳이에요.” “학비야, 스승님도 설린도 모르는 곳이다.” “네.” 학비는 조금 실망한 눈으로 고개를 떨어뜨렸다. 어차피 무림과 관련된 일이라고 생각한 송현은 더 이상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양설린은 조금 달랐다. “학비야.” “네?” “벽보에는 뭐라고 적혔었었어?” “음... 중원 무림 수호맹의 감찰단에서 이번 척살 대상자를 적어놓았던데요.” “척살 대상자?” “네, 죄는 혈교의 첩자라는 것이었고요. 척살 대상자는... 음...” 학비는 생각이 잘 아나는 듯 머리를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며 기억을 되살리려는 모습을 보였다. 송현도 혈교라는 말에 조금은 호기심이 생겼다. 아닌 척하며 학비의 말에 귀를 기울렸다. “다는 생각이 안 나고요. 철무정, 위정천, 금정산, 그리고... 더는 생각이 안 나네요. 그 밖에도 여러 인물들이 적혀있었거든요.” 학비의 말에 송현과 양설린은 그 자리에서 얼어붙어버렸다. 지인들을 찾아서 정신을 차린 송현은 벽보가 붙어 있는 곳으로 달려가려했다. 그러나 아직도 멍하니 서있는 양설린을 보고는 그녀를 가볍게 안았다. 조금씩 어깨가 들썩이는 것을 느낀 송현은 따뜻한 손길로 그녀의 등을 쓰다듬었다. 송현은 도저히 지금 바로 벽보로 갈 수 없다는 것을 느끼고는 양설린을 데리고 근처 식당으로 들어갔다. 대충 자리를 잡고는 점소이에게 우선 따뜻한 차를 내오라고 시켰다. “학비야.” “네, 스승님.” “설린을 잠깐 부탁한다. 스승님은 네가 본 벽보를 보고 와야겠다. 알았지?” “걱정 마세요.” “그래.” 송현은 학비에게서 양설린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설린, 잠시만 여기서 기다리시오. 내 금방 어찌된 일인지 보고 오겠소.” “네-.” 양설린의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너희들도 여기서 잠시 기다려.』 『네, 주인님.』 송현은 사신수를 양설린의 곁에 남겨두고는 서둘러 식당을 빠져나왔다. 빠른 걸음으로 벽보를 향해 뛰어갔다. 벽보 근처에는 제법 많은 수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송현은 그 사이를 헤집고 들어갔다. 사람들의 입에서 불만의 소리가 터져 나왔지만 송현은 그런 말에 신경을 쓰지 못했다. 어찌된 일인지 알아보는 것이 더 급했다. - 무림 공적 명단 - 마교 철무정 화산파 위정천, 금정산 아미파 백소영 남궁세가 남궁혁 제갈세가 제갈성휘 모용세가 모용일미 위 7인은 혈교에서 어린 나이에 세뇌가 되어 혈교의 앞잡이로 활동한 사실이 판명되었기에 무림 공적으로 명 함. 중원 무림 수호맹 감찰단 송현은 그 벽보를 보고 입술에 피가 나도록 깨물었다. 일단 벽보의 내용을 확인한 이상 이 곳에 더 있을 필요를 못 느꼈다. 서둘러 양설린과 학비가 기다리는 식당으로 향했다. 가는 동안 내내 머릿속에는 여러 가지 가설들 을 생각했다. 식당 자리로 돌아온 송현은 양설린의 얼굴을 살폈다. 비교적 안정을 찾은 듯싶었다. 양설린은 송현이 들어오자 거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송현은 양설린이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무엇을 말하고 싶어 하는지 알 수가 있었다. 막 입을 열려는 순간 바로 옆의 탁자에서 중원 무림 수호맹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것을 들었다. 송현은 잠시 양설린에게 눈치를 주고 그 대화에 집중을 했다. 그곳에는 평범한 무인 둘이 앉아있었다. 보기에 낭인 무사들 같아 보였다. 한 사내는 비교적 호리한 체격을 가지고 있었고 다른 사내는 퉁퉁한 몸집을 가지고 있었다. “정말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어.” “왜 그런가, 친구?” “자네 오면서 벽보를 보았는가?” “벽보? 아! 중원 무림 수호맹?” “그래.” “그게 어떻다는 건가?” 퉁퉁한 사내의 말에 호리한 체격을 가지고 있는 사내가 인상을 찌푸리며 대꾸했다. “자네 벽보를 읽어 보기는 했는가?” “험험! 뭐 우리랑은 별로 상관이 없지 않은가?” “그래서 읽어 보지도 않은 모양이군.” “뭐 그렇지. 왜 무슨 큰일이라도 적혀있던 모양인가?” 퉁퉁한 사내는 의자를 바싹 당겨 앉으며 호리한 체격의 사내에게 바싹 다가섰다. “이번 중원 무림 수호맹의 감찰단에서 새롭게 발표한 혈교의 첩자들 명단 말일세.” “그 명단이 왜?” 퉁퉁한 사내는 더욱 애가 타는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을 즐기기라도 하는지 호리한 체격의 사내는 느긋한 자태로 술잔을 들어 입에가 가져다 대었다. “이보게!” 퉁퉁한 사내는 조금 큰 소리를 내었다. 그래도 호리한 체격의 사내가 아무런 행동도 없자 탁자를 제법 쎄게 내려쳤다. “젠장, 이럴줄 알았으면 자세히 읽어 보는 건데. 아니야, 지금 가서 읽어보고 와야겠다.” 퉁퉁한 사내는 호리한 체격의 사내의 눈치를 슬쩍 보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성미하고는. 알았네. 지금 가르쳐주겠네.” 그제야 입가에 밝은 미소를 지으며 탁자에 앉았다. “진작 그럴 것이지. 꼭 사람을 성가시게해요.” “거기 명단에 들어있는 자들의 신분이 심상치 않다는 거지. 그리고 그들을 시작으로 대대적인 숙청이 있는 모양이야. 말로는 첩자들을 모조리 솎아낸다는 것이지만 나름대로 자신들의 세력을 굳건히 다지기 위함이 더 크다는 소문도 있다네.” “도대체 누구들이기에 그렇다는 말인가?” 퉁퉁한 사내는 더욱 궁금해지는 모양인지 마른침을 삼키는 시늉을 했다. “일단 마교의 소교주 철무정이라네. 글쎄 마교 교주 취임식을 일주일 나두고 첩자로 밝혀졌다고 하네. 그 사실을 밝힌 자가 바로 수석 호법인 연사홍이라네. 그래서 지금 교주 자리를 연사홍이란 자가 계승을 했다지 아마?” 둘의 이야기를 듣던 송현은 두 눈에 핏발이 서서히 맺혔다. 두 주먹은 불끈 쥐어졌고 이가 아플 정도로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연사홍, 이 놈! 나를 봤었건만 네 놈이 철 아우에게 그런 짓을 해?’ 거친 감정을 애써 억누르며 그들의 말에 귀를 귀울였다. “그리고 이상한 것은 사천당가를 제외한 사대 세가에서 소 가주들 역시 혈교의 첩자라는 것이야. 그 사실들을 어떻게 알았는지 세가의 호법들이 알아냈다는 것이야. 그래서 네 가문의 소가주들도 지금 척살령이 내려졌다지 아마?” “음...” “그리고 화산파의 위정천, 금정산과 아미파의 백소영 역시 첩자로 밝혀졌다고 하네.” “그러나 감찰단에서 어떻게 알았을까?” 퉁퉁한 사내는 팔짱을 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걸 내가 어찌 아나? 이상한 것은 그들이 첩자로 밝혀졌지만 의외로 화산파랑 아미파에서는 별다른 조치가 없는 모양이야.” “그렇군.” 퉁퉁한 사내는 호리한 체격의 사내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험험! 내가 그들이 왜 혈교의 첩자라고 밝혀졌는지 어느 정도 추리를 할 수가 있는데 말이야...” “그래? 어서 말해보게!” “목이 칼칼하구먼. 내가 말을 너무 많이 한 것 같으이.” 호리한 체격의 사내는 연신 목을 매만졌다. 그 모습에 통통한 사내는 조금 인상을 찌푸리는가 싶더니 호탕하게 탁자를 쳤다. “알았네, 오늘 술은 내 거하게 쏨세.” “하하하, 뭐 술까지야... 정 산다면 감사히 먹겠네.” 호리한 체격의 사내는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자신이 바라는 바를 얻은 표정이었다. “이번 중원 무림 수호맹이 어떻게 창설되었는가?” “어떻게 창설이 되다니? 그거야 당연히 혈교의 기습적인 준동을 막으면서 아닌가?” 통통한 사내는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그 전쟁을 큰 피해가 있었지만 막으면서 창설이 되었지 않은가.” “아는 것을 외 그렇게 강조를 하는가?” “그럼 그 전쟁에서 누가 나타났는가?” “누구라니?” “쯧쯧쯧, 이 친구하고는...” 호리한 체격의 사내는 퉁퉁한 사내를 보며 혀를 찼다. “혈교의 소교주가 누군가?” “아하! 마천승룡 송현?” 통퉁한 사내는 자신의 다리를 치며 외쳤다. “그렇지, 마천승룡 송현이라는 작자가 아닌가? 자, 그럼 다시 생각해 보세.” 호리한 체격의 사내의 말에 퉁퉁한 사내는 자세를 고쳐 잡았다. 그리고 호리한 사내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뜻밖이지만 서달목분지에서 기습을 한 혈교에서 교주의 부재로 혈교의 무사들을 이끈 것이 바로 송현이 아닌가. 그런 송현을 위의 일곱명이 옹호를 했다면 어쩌겠는가?” “옹호를? 에끼 이 사람아. 왜 옹호를 한단 말인가?” 통통한 사내는 말이 안 된다는 투로 말했다. “내 말을 잘 생각해 보게. 같은 첩자라면 정파와 마교의 수장들에게 혼란을 주기위해 그들이 송현을 옹호했다면?” “음...” “그리고 그들의 말대로 송현이라는 자가 혈교의 소교주가 아니라고 믿게 되고 다시 송현이라는 자가 버젓이 무림에 돌아다니며 다른 자들을 포섭하겠지.” “그렇다면 감찰단이 미리 그 사실을 알고...” “그렇지!” 호리한 체격의 사내의 맞장구에 통통한 사내는 ‘역시나 나야.’라는 표정을 지었다. “물론 유독 친분을 보여줬던 철무정과 금정산을 먼저 알아냈을 거야. 그리고 그들을 통해 알아냈을 거고.” “그나마 다행이네, 혈교의 첩자들을 알아냈으니. 만약에 모르고 그 자들이 자라났더라면... 아이구, 생각만 해도 무섭군 그래.” 통통한 사내는 두 팔로 자신의 몸을 감싸고는 연신 몸을 떨었다. 우지끈! 그때 탁자의 파쇄음(破碎音)이 들렸다. 두 사내는 소리가 난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하얀 백발의 사내가 보였다. 그리고 탁자 한 모서리가 부셔져 있는 것이 보였고 백발의 사내의 손에 나무 부스러기가 쥐여져 있는 것이 보였다. 굳이 그 상황을 보지 않아도 탁자를 부슨 곳이 백발의 사내라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는 상황이었다. 송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손에 쥐여진 나무 부스러기를 그냥 손으로 태워버렸다. 무림인들이 삼매진기로 태우는 것과는 조금 달랐다. 순수하게 불의 속성을 마나로 구현해서 태워버린 것이다. 하지만 두 사내는 그 사실을 알 리 없었다. 단지 고수라고 생각할 뿐이었다. 송현은 그 둘을 향해 걸어갔다. “방금 한 말이 사실인가?” 송현은 살기 어린 눈으로 두 사내를 내려다보았다. “사, 사실입니다.” 퉁퉁한 사내가 몸과 함께 목소리마저 떨었다. “난 네 놈에게 물었다.” 송현은 호리한 체격의 사내를 주시했다. “사, 사실입니다.” “중원 무림 수호맹의 수뇌는 누구누구인가?” “매, 맹주님는 소림사의 혜능 대사님이시고, 마부(魔府)의 맡으며 부맹주님은 연사홍님이시고 정부(正府)의 부맹주님은 두경승님이십니다.” “감찰부는?” “감찰부의 수호마대(守護魔隊)의 대장은 마교의 호법이신 여록님이시고 수호정대(守護正隊)의 대장은 종남파 장문인이신 상원건님이십니다.” 송현의 살기 어린 두 눈빛은 더욱 차가워졌다. “사실인가?” “사, 사실입니다.” “하늘에 맹세코 거짓은 없습니다.” “조금이라도 거짓이 있다면 구주를 모조리 뒤져서라도 네 놈을 찾아내서 죽여 버리겠다.” 송현은 그자의 말이 사실임을 느끼고는 가차 없이 몸을 돌렸다. 두 사내는 저승사자를 만났다가 살아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소리를 최대한 죽이고는 ‘걸음아 나 살려라.’하는 표정으로 식당을 손살같이 빠져나갔다. 돌아선 송현의 두 눈에는 강렬한 안광이 뿜어져 나왔다. 꽉 쥔 두 손에는 피가 방울방울 맺혔다. “혈교의 놈들! 내 무림이 싫어 너희들의 일에 상관을 하지 않으려 했지만 감히 치졸한 방법으로 내 친우들을 사지로 몰아? 연사홍, 두경승, 상원건, 운강. 네 놈들은 이제 살아서 하늘을 보지 못할 것이다. 아니 혈교와 관련된 자들은 모조리 이 세상에서 저 세상으로 보내주도록 하지.” 지인들을 찾아서 송현은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어떻게 혈교에 대한 처절한 응징을 할 것인가 고민했다.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그 순간 ‘아차!’하는 생각이 들어 고개를 들어보니 한없이 슬픈 표정을 짓고 있는 양설린이 눈에 들어왔다. ‘이, 이런. 내 생각만 하고 있었다니. 나보다 더욱 슬픈 것은 설린일텐데...’ 송현은 슬며시 손을 내밀어 양설린의 손등에 올렸다. 그리고 부드러우면서도 강하게 손을 움켜쥐었다. 양설린은 지금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것 같은 표정으로 송현을 바라보았다. “설린.” 양설린은 목이 메는지 입을 벌렸다가 이내 다물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식탁에 음식이 한가득 차려졌지만 먹는 둥 마는 둥 하고는 이내 식당을 나왔다. 가까운 객잔에 일단 짐을 풀었다. 하염없이 속으로 우는 양설린이 안쓰러워 슬립 마법을 재운 뒤 송현은 학비를 앞에 앉혔다. “학비야.” 송현의 무거운 말투에 학비는 조금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 학비도 눈치가 있었기에 어떤 상황이라는 것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네, 스승님!” “내가 너를 데려온 이유는 충분히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알고 있습니다.” 학비는 또박또박 말은 내뱉었다. “너에게 실전 경험을 어느 정도 시키기 위함도 있고 그와 함께 조금이나마 깨달음을 주고 싶어 이렇게 함께 나왔다. 그러나 스승이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은 매우 위험한 일이란다.” “알고 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것은 어떻겠냐?” “싫습니다.” 학비는 단호하게 송현의 말을 잘랐다. “저도 스승님께 도움이 되 드리고 싶습니다.” 송현은 학비의 눈을 보았다. 그의 눈에는 강한 의지가 담겨있음을 알았다. “그래, 알았다. 조금 쉬거라.” 송현은 그 날 저녁 밤이 새도록 마법 수식을 만들었다. 일단 스크롤 두 장을 만들었다. 양설린에게 줄 것이었다. 그 날 아침, 산서성의 성도인 태원으로 워프했다. 태원으로 향한 송현은 일단 병기점으로 향했다. 그 이유는 양설린을 위해서였다. 무당파의 일도 있었고 자신의 집으로 오면서 검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아마도 자신을 따라서 무림에서 은퇴를 하고자 결심을 한 듯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언제 목숨이 왔다 갔다 할 줄 모르는 그런 상황이 되기에 충분했다. 그런 양설린을 위해 검을 한 자루 준비하기로 마음먹었다. 묵직한 철 내음을 맡으며 송현은 병기점에 들어섰다. 땅땅땅 병기점 한 곳에는 여러 명의 장정들이 망치를 들고 연신 검을 두들기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한 사내가 송현의 앞으로 다가왔다. “무슨일이오?” “검을 하나 샀으면 합니다.” 사내는 송현의 위아래를 훑어보았다. “따라오슈.” 사내는 등을 돌리고는 성큼성큼 어느 곳으론가 걸어갔다. 비교적 구석진 곳에 검들이 보기 좋게 나열되어 있었다. 송현이 보기에도 장식품으로 쓰일 그런 검이었다. 혹시나 싶어 그곳에 있는 검 한 자루를 들어 검을 검집에서 꺼내어보았다. “음...” 송현이 비록 검을 보는 눈이 없다고는 하지만 자신이 보기에도 너무한 것들이었다. “다른 것은 없습니까?” 사내는 조금 의아하다는 눈을 하고는 눈짓으로 따라오라는 표시를 하고는 더욱 구석진 곳으로 걸어갔다. 벽장의 한 곳에 열쇠를 넣고는 벽장문을 열었다. 상당히 큰 벽장이었다. 그곳에도 30여점이 넘는 검과 도들이 가지런히 나열되어있었다. 확실히 화려함은 좀 전에 본 것에 비해 떨어지지만 진정한 병기답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송현은 검중에 비교적 가벼운 것을 골랐다. 전에 양설린이 쓰던 검과 비슷한 모양이고 가벼운 것이 송현의 마음에 들었다. 어차피 수중에 많은 돈도 없는지라 이것으로 고르기로 했다. 사실 주인의 눈치를 보건데 이것보다 더욱 좋은 검이 있을 것 같기는 하지만 욕심을 부리고 싶지는 않았다. 어차피 자신이 마법을 걸어주면 어떤 검보다 좋아지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상당한 금자를 치렀다. 병기점에서 나온 송현은 예전에 자신의 마법무구를 만들었던 금방으로 향했다. 드르르륵 문을 열고 들어가자 금호당의 주인인 노인이 청소를 하고 있었다. “주인장.” 송현의 말에 노인은 허리를 폈다. “어서 오시오.” 송현은 노인에게 다가갔다. “여인네가 쓸 목걸이 하나와 아무 무늬도 없는 반지 두개를 사려고합니다.” 노인은 송현의 말을 듣고는 목걸이 몇 개와 반지 두개를 들고 나왔다. 송현은 예전과 마찬가지로 마법 수식이 적힌 세장의 종이를 내밀었다. 노인은 그 종이를 한참 쳐다보고는 이내 고개를 들었다. 송현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본 노인은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때 그 청년이군.” “그렇습니다.” “백발이 되었네 그려. 고생이 많았던 모양이야.” “그렇게 되었습니다.” 노인은 마법 수식이 적힌 종이를 한참이나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자네도 참 독특한 취미를 가진 모양이야. 어디서 이런 기하학 무늬를 알아내서 오는지...” 한참을 마법 수식이 적힌 종이를 보고는 허리를 폈다. “가능함세.” “내일까지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이 검에도 부탁을 드립니다.” 송현은 양설린을 줄 검을 노인을 향해 내밀었다. 그리고 따로 적힌 세장의 종이를 선반위에 올려놓았다. “이번에는 예전보다 더 어려운 모양인 것 같아.” “그래도 장수가 적지 않습니까?” “그렇기는 하네만. 음...” 다시 허리를 굽혀 여기저기를 살피던 노인은 허리를 굽힌 채로 말했다. “삼일 걸리네.” “그렇다면 일단 내일 들러 목걸이와 반지를 찾고 삼일 후에 검을 찾으러 오겠습니다.” “그렇게 하게나.” “부탁드립니다.” “부탁이라고 할 게 있나? 나야 돈 받고 하는 것인데.” “그럼.” 송현은 노인에게 인사를 하고 금호당을 나섰다. ‘일단 저 정도면 안심을 할 수 있겠지.’ 송현이 맡긴 마법 수식은 탐지 마법이 걸린 것 하나와 플라이 마법과 워프 마법이 적힌 수식이었다. 당연히 탐지 마법의 수식은 목걸이에 새길 것이고, 두 마법은 두 반지에 새길 것이었다. 하나의 반지에 플라이 마법과 워프 마법을 모두 새길 수 있겠지만 학비의 서클로는 무리가 가는 마법들이었다. 플라이 마법은 비록 3서클이었지만 학비의 수준으로는 장시간 떠있기가 무리였고, 워프 마법은 6서클의 마법이라 어림도 없는 마법이었다. 그래서 송현이 생각한 것이 반지에 자연적으로 마나를 흡수를 하게 하여 학비의 마나를 사용하지 않고도 쓸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렇다보니 하나의 반지에 하나의 마법 수식밖에 들어가지 못했던 것이다. 그리고 검에는 비교적 간단한 마법을 걸었다. 물론 한 가지 마법 수식은 매우 복잡한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일단 검에 여인의 장점을 잘 살리는 민첩 마법을 걸어놓았다. 그리고 단점을 살리기 위해 스트랭스 마법을 걸어놓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 마법은 위의 마법과 마찬가지로 스스로 마나를 끌어당기는 마법이었다. 양설린의 고유의 내공이 없어도 오러 블레이드 즉, 검강을 시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다음날 아침 간단한 식사를 하고는 자신이 부탁한 목걸이와 반지 두개를 찾아왔다. 세 개의 마법 물품 모두 마나를 주입해서 사용하는 것들이 아니어서 송현이 조금 더 손봐야했다. 송현의 실력으로 하루에 하나 이상은 버거웠다. 그렇게 삼일을 밤샘한 결과 4일째 아침이 되어서야 겨우 완성을 할 수가 있었다. 세 개의 마법 물품이 완성이 되자 서둘러 양설린의 검을 찾으러 갔다. 다행히 노인이 아주 만족스럽게 만들어 놓았다. 다시 하루 동안 양설린의 검을 다시 손을 보았다. 그리고 5일째가 되는 날 아침 송현은 양설린과 학비를 불렀다. 이른 아침이라서 그런지 양설린은 연신 하품을 했고, 학비는 졸린 두 눈을 비볐다. “설린 그리고 학비야.” “말씀하세요, 가가.” “네, 스승님.” 탁 타다닥! 송현은 품에서 목걸이와 반지 두개를 꺼내어 탁자에 놓았고 허리에 찬 검을 풀어 탁자위에 올려놓았다. 지인들을 찾아서 며칠 전부터 보아온 것들이 설린과 학비도 궁금했던 것들이었다. 특히 양설린은 오늘 아침 송현이 가져온 검에 온 신경이 가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송현이 검을 쓸 일이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송현이 그것들을 꺼내어 놓자 잠에서 깼는지 초롱초롱한 눈을 했다. 송현은 우선 반지 두 개를 학비에게 내밀었다. “이것은 네 것이다.” 학비는 마법사라 그런지 반지의 용도를 제법 눈치를 챈 모습이었다. “어떤 건지 알겠어?” “하나는 플라이 마법은 알겠습니다만 하나는 모르겠습니다.” 학비는 연신 반지를 살펴보았다. “하나는 워프 마법이 새겨져있다.” “워프 마법이요?” 학비는 조금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스승님, 워프 마법은 제가 쓸 수 있는 서클이 아닙니다.” 송현은 그 모습에 미소를 지었다. “학비야, 설마하니 내가 네가 쓰지도 못할 것을 만들어 줄줄 알았냐?” 학비는 송현의 말을 들으며 반지를 더욱 세세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스승님, 혹시...” “그래 맞다. 플라이 마법이나 워프 마법을 감싸않고 있는 또 다른 수식이 바로 마나를 자연스럽게 모으는 수식이란다.” “그렇다면... 그 마나를 이용하여 제가 사용하게 되는 것인가요?” “그렇단다. 일종의 영구적 스크롤 마법이라 보면 쉽게 이용할 수가 있겠구나. 단, 워프 마법은 한 번에 두 번 이상 사용을 하지 못한다. 그리고 두 번을 사용하게 되면 삼일이 지나야 사용을 할 수가 있단다. 물론 한 번만 사용을 했다면 하루 반나절이 지나서 다시 사용할 수가 있음은 물론이다. 그리고 플라이 마법은 하루에 한 시간 이상 연속적으로 사용을 할 수가 없다. 그 대신 하루가 지나면 다시 사용을 할 수가 있단다.” “알겠습니다.” 학비도 마법사임이 틀림없었다. 송현이 준 마법 물품을 아주 소중하게 만졌다. 그리고 어떤 재화를 주더라도 바꾸고 싶어 하지 않는 눈치였다. 아주 조심스럽게 학비는 자신의 손에 반지를 끼웠다. 손을 들어 반지를 쳐다보기 바빴다. “학비야. 이 스승의 말이 끝나지 않았다.” “앗, 죄송합니다, 스승님.” “녀석, 누가 마법사가 아니라고 할까봐!” 학비는 송현의 말에 머리를 긁적였고 양설린은 나직이 웃었다. “학비야, 이제부터 내가 하는 말을 명심하거라.” “네, 스승님.” 장난스런 표정으로 있다가도 어느새 학비는 다시 몸가짐을 바르게 했다. “앞으로 어떤 상황이 닥칠지 모른다. 어쩌면 생명이 위협을 느끼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너는 마법사다. 즉, 무인이 아니라는 말이다.”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너는 무인과 부딪히는 것을 피해야한다. 내가 너에게 왜 플라이 마법과 워프 마법의 마법 물품을 만들어주었는지 이제 알겠느냐?” “알겠습니다.” 학비는 계속 입을 열었다. 그런 학비는 송현의 말을 한자라도 놓칠까 세이 경청했다. “만약에 무인들과 함께 움직일 때도 있을 것이다. 그때는 너는 직접 전투에 참가를 하는 것이 아니라 뒤에서 그들을 마법으로 도와야 할 것이다.” 학비는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했다. “혹시 스승님이 말씀하신 보조 마법으로 무인의 힘을 극대화 시켜주는 것을 말하시는 겁니까?” “그렇단다.” 올바른 대답을 하는 학비를 보며 송현은 흐뭇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반대로 어린 아이를 위험한 싸움에 끼어들게 하는 것이 아닌가하고 걱정이 들기도 했다.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파티원들에게 헤이스트 마법이나 스트랭스 마법 등을 걸어주는 방법과 적을 향해 아이스 포그 마법이나 그리스 마법 등을 사용하는 방법이 있다. 그리고...” 송현은 걱정스러운 마음에 학비를 잡고 한참을 더 이야기를 해줬다. 학비에 대한 이야기가 끝나자 양설린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여기 있는 목걸이와 검은 내가 설린에게 주는 것이오.” 양설린은 목걸이보다 검에 더욱 관심이 많은 듯 했다. 그 이유를 송현은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송현은 목걸이를 들어 직접 양설린의 목에다 걸어주었다. 양설린은 목걸이를 한참 들어다 보았다. “예쁘네요. 고마워요, 가가.” “설린, 그 목걸이를 잠시라도 곁에서 떼어내지 마시오.” “네? 알겠어요.” “그 목걸이를 설린이 차고 있는 동안에는 설린이 어디에 있던지 내가 찾을 수 있소.” 송현의 말에 양설린은 목걸이를 매만졌다. “그러면 검을 꺼내보시오.” 양설린은 검을 들어 이리저리 휘둘렀다. 마음에 드는지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걸렸다. 창. 맑은 검명이 울렸다. 검폭이 얇아 매우 가벼운 느낌을 주는 검이었다. 하얀 검집과 검자루, 거기에 검면에 새겨진 기하학 무늬. 상당히 이채로움을 띠었다. 타-앙! 양설린은 검면을 손가락으로 퉁겼다. 아마 검의 강도 등을 보는듯했다. “마음에 드시오?” “네.” 송현은 양설린이 마음에 들어 하는 눈치를 보자 흡족한 마음이 들었다. “그것에 조금의 내기를 주입해보시오.” 양설린은 송현의 말에 의아했지만 송현의 말대로 검에 자신의 내기를 주입했다. 그리 많은 양도 아니었다. 우우우우웅 검자루가 잠시 진동을 하더니 이내 푸르른 강기가 모이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이내 짙푸른 강기가 검을 둘러쌌다. “거, 검강? 어, 어떻게?” 양설린은 멍한 표정으로 검을 쳐다보더니 송현을 바라보았다. 다분히 어찌된 일인지 묻고 있는 것이다. “그 검은 내가 조금 손을 본 것이오. 지금 설린이 느끼지 못하는 듯 하지만...” 송현의 말이 이어졌다. 양설린은 검에서 다시 자신의 내기를 받아들였다. 당연히 검을 둘러싸고 있는 검강은 사라졌다. 다시 검을 검집에 넣고는 탁자로 다가가 자리에 앉았다. “그 검을 사용하면 세 가지의 득을 볼 수가 있을 것이오,” 송현이 세 가지라 말하자 양설린은 더욱 의자를 끌어 앉았다. 하나는 검강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하지만 다른 두 가지는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알 수가 없었다. 검에 더 이상 무엇을 넣을 수 있을까라고 생각을 해봐도 답을 찾을 수가 없었다. “한 가지는 설린이 본 검강 즉, 마법에서는 오러 블레이드라는 것을 만드는 것이오. 다른 두 가지는 헤이스트 마법과 스트랭스 마법을..............................” 송현은 비교적 양설린이 알아듣도록 차분히 검에 걸린 마법을 설명해주었다. 뭐 그리 어려운 것은 없었다. 철무정처럼 인위적으로 마법을 발현시키는 것이 아닌 검이 알아서 해주는 그런 것이기 때문이다. 5일에 걸쳐 모든 준비가 끝이 났다. “자, 다들 출발을 준비하도록.” 송현은 채비를 하라고 시킨 다음 사신수를 불렀다. 『너희들은 지금부터 나의 기운이 담긴 물건을 찾아봐!』 『알았어요, 주인님.』 백호가 대표로 대답했다. 그리고는 모두가 안개가 거치 듯이 그 형체가 사라졌다. 아마도 넓은 범위를 살펴야 하기에 형체를 가지는 것보다는 형체가 없는 것이 편한 모양이었다. 출발을 코앞에 두자 송현은 초조해졌다. ‘여기서 5일이나 머물렀다. 늦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혈교, 내 친우들이 손가락 하나 다쳤다면 너희들은 팔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대략 30여분이 지나자 사신수들은 다시 그 모습을 드러냈다. 『주인님.』 『그래, 찾았어?』 『네, 다행히 찾았어요. 그런데...』 백호의 말에 송현은 더욱 다그쳤다. 『빨리 말해봐!』 『지금 조금 위험한 것 같아요. 지금 두 무리에 쫓기는 듯싶어요.』 쾅 송현은 탁자를 강하게 내려쳤다. 한쪽 모서리가 부셔져 나간 것이다. 『지금 어디에 있어?』 송현의 두 눈에는 분노로 가득 찼다. 『산동성의 태산 기슭에 있어요.』 『알았어. 좌표를 말해!』 송현은 서둘러 양설린과 학비의 손을 잡았다. 머릿속으로 좌표가 떠오르지 바로 워프했다. 객잔 방안 가득 한 무리 빛이 번쩍이더니 송현과 양설린, 학비, 사신수들은 그 모습이 사라졌다. ************************************************************************************* 타이핑 者 : [KOR]TheYtsejaM (당나귀 호환 P2P 프루나) 프루나에서 제가 타이핑한 소설들과 그 외 제가 모은 소설들을 공유했습니다. 검색어 : [KOR]TheYtsejaM 또는 TheYtsejaM 로 검색하시면 제가 공유한 파일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소유자가 1이라도 관계없습니다. 저는 항상 접속해 있으니까요. 제가 접속해 있지 않을 때는(파일이 안 받아지고 있을 때는) 제가 집에 없거나 파일 받기 대기 중일 겁니다. 기다리시면 하루 안에 반드시 받으실 수 있으실 겁니다. 무협도 엄청나게 많이(약 1기가 정도) 텍스트파일로 가지고 있는데 너무 파일이 많아서 그거 다 편집하려니 짜증나서 일단은 판타지만 공유중입니다. 무협도 필요하시면 프루나에서 메시지 전송 기능으로 쪽지 보내십시오. ************************************************************************************* “헉헉헉.” “학, 하악 학.” 도합 일곱 명이 거친 숨결을 토하며 달리고 또 달렸다. 옷가지는 여기저기 찢어져 있었다. 찢어진 옷 사이로 혈흔이 보였다. “꺄아아악.” 한 여인이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다. “모용 소저!” 한 사내가 재빨리 날아와 여인을 부축했다. 다른 다섯 명의 인물들은 서둘러 가던 발걸음을 멈추었다. 여인을 향해 달려온 바로 철무정이었다. 쓰러진 여인은 모용일미였다. 그리고 다른 인물들은 위정천, 금정산, 제갈성휘, 남궁혁, 백소영이였다. 모두들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옷은 모두 더럽혀진데다가 피로 얼룩져있었다. 철무정이 모용일미를 막 엎고 다시 길을 재촉하려는 찰나. “찾았다.” “쫒아라.” 가까운 거리에서 큰 소리가 들렸다. 바로 철무정과 금정산 일행들을 뒤쫓는 중원 무림 수호맹의 감찰단의 하나인 수호정대였다. “크으으으.” 철무정과 금정산의 일행들이 한 걸음도 내딛기 전에 수풀사이로 백의 인물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겨우 잡았구나. 혈교의 끄나풀 놈들.” 다시 무림으로 백의 인물들 사이로 상원건이 앞으로 나오며 호탕한 목소리를 냈다. 거짓에 찬 그의 목소리를 듣자 모용일미가 발악을 하듯 소리를 질렀다. “누가 혈교의 끄나풀이라고 했느냐? 네 놈들이... 네 놈들이...”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온 몸을 부르르 떨었다. 바로 원한에 찬 모습이었다. 상원건은 그런 말이 귀에 안 들리는 듯 했다. 오른손을 가볍게 들었다. 그러자 철무정과 금정산 일행을 둘러싼 수호정대의 뒤쪽에서 폭죽이 터졌다. 퓨유우웅 폭죽의 특이한 소리를 내며 하늘 높이 날아올라가 터졌다. 붉은 연기가 하늘에서 번졌다. 아마 수호마대에게 신호를 보내는 것 같았다. 상원건은 하늘에서 터지는 폭죽을 고개 들어 보면서 나직이 명을 내렸다. “모조리 죽여라.” “하오나... 상부에서는 저들을...” 부대장인 듯 한 자가 상원건의 말에 말을 흩트리며 말했다. “시끄럽다. 저들이 잡혀간들 혈교에 대해서 불 것 같은가? 차라리 죽여 악의 씨앗을 없애버리는 것이 더 이익이다.” “아, 알겠습니다. 수호정대는 들으라. 저자들을 모조리 죽여라.” 샤사사사삿 아무런 대답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부대장의 명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철무정과 금정산의 일행들을 둘러쌌다. 치밀하게 두 겹 세 겹으로 쌌다. 철무정은 수호정대의 인원수를 대략 세어봤다. 대략 100여명였다. ‘제길, 수호정대의 인원을 모조리 이끌고 온 듯싶군. 수호마대까지 합하면... 나 철무정이 여기서 뼈를 묻게 되는 것인가?’ 그런 생각은 비단 철무정 만은 아닌 듯싶었다. 일곱 명은 서로 등을 맞대고 섰다. 지금은 그것이 최선이라 모두들 생각했다. 철무정은 덜했지만 다른 여섯 명의 인물들은 어금니를 꽉 물어야했다. 같은 정파의 인물들과 검을 마주해야했기 때문이다. 저들이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그저 상부에서 내리는 명만 따를 뿐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 “쳐랏!” 상원건의 그 한마디가 떨어졌다. 쇄애애애액 한 줄기 검명이 울렸다. 그것이 진정한 시작이었다. 수호정대는 마치 고양이가 쥐를 가져놀며 숨통을 조이듯 철무정과 금정산과 일행들을 조였다. 피로가 쌓인 일곱 명은 확실히 수호정대보다 힘이 딸렸다. 인원수도 수지만 체력이 확실히 뒷받침을 해주지 못했다. 슈아아악 야금야금 파고들던 수호정대의 한 대원의 검이 백소영의 허벅지를 스친 것이다. “꺄아아악.” 백소여은 그대로 땅으로 주저앉고 말았다. 며칠동안 자지도 않고 강행군을 해온 터라 더 이상 버티지 못한 것이다. 남궁혁은 자신의 팔로 날아오는 검을 무시한 채 백소영의 앞에 섰다. 백소영을 보호하기 위한 행동이었다. 샤샥 남궁혁의 팔에 검상이 났다. 고통이 물밀려오듯이 아팠지만 남궁혁은 꿋꿋이 백소영을 자신의 등 뒤에 두었다. 백소영이 무너진 이상 어느 한 곳에 빈틈이 생긴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게 그들의 진형은 급격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때 수호정대의 백의와는 정반대의 색인 흑의를 입은 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중원 무림 수호맹의 또 다른 감찰부인 수호마대였다. 그들이 나타나자 잠시나마 소강상태가 되었다. “여 대장, 늦으셨소.” “이거 수고가 많으시오. 드디어 혈교의 쥐새끼들을 잡았구료.” 상원건과 여록은 서로의 손을 잡으며 자축을 하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잠시 여록이 시선을 돌렸을 때 철무정과 두 눈이 마주쳤다. “이게 누구신가? 소교주님이 아니신가? 아니 우리 마교를 능멸한 혈교의 쥐새끼가 아닌가?” 철무정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묵묵히 여록을 노려보며 입술을 자근자근 씹었다. 두 눈에는 살광이 어른거렸다. “이제 살 길은 없는 듯 하오.” 철무정의 말이었다. 딱딱한 말투였지만 체념하는 목소리는 아니었다. “그런 것 같구나.” 위정천도 생을 포기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사숙님, 그래도 잘 살지 않았습니까? 다만...” “금 형, 우리의 죽음을 후세에서는 알아주겠지요.” 제갈성휘가 비교적 희망에 찬 말로 금정산의 말을 이었다. “우리 후세에는 좀 더 일찍 만나요.” “그럽시다.” 모용일미가 웃었다. 그런 그녀의 미소를 보며 철무정도 보며 따라 웃었다. “후세에서는 나에게 기회를 주겠소?” 남궁혁은 자신의 등 뒤에 있는 백소영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남궁혁의 얼굴은 천진난만해 보였다. 백소영은 눈물을 눈에 담고서 그저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고맙소, 백 소저.” 그렇게 그들은 무인으로서의 최후를 맞이하고 있었다. “여 대장, 저들의 유언이 끝난 모양이오.” “끝났으면 끝을 봐야겠지요.” 여록과 상원건은 앞으로 나왔다. 1m정도를 사이에 두고 철무정과 금정산 그리고 그들의 일행 앞에 섰다. “예정을 봐서 유언을 들어줬으니 이제 죽어도 할 말이 없으렸다.” “크크크, 유언을 들어준 것만 해도 감사해야 할 것이다.” “크하하하하.” “하하하하하, 드디어 혈교의 간세들이 모조리 죽는 날인가?” 여록과 상원건은 미친 듯이 웃었다. 한참을 그렇게 웃고는 다시 몸을 돌렸다. “죽여라!” 여록의 한 마디에 수호마대들은 수호정대 사이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너나할 것 없이 바로 검을 날렸다. 수호정대 대원들도 이에 뒤질세라 검을 들었다. 모두가 잔인한 검로를 펼쳤다. 철무정, 금정산 그리고 일행들은 이를 꽉 물고 일일이 대응했다. 그러나 살수는 없었다. 차마 꼭두각시놀음에 놀아나는 저들을 죽일 수는 없었던 것이다.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동료였고 수하들이었다. 그런 그들을 향해 살수를 펼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그들의 몸에 검상이 하나 둘씩 생기기 마련이었다. 풀썩 백소영이 쓰러지더니 이번에는 모용일미가 쓰러졌다. 아무래도 여인인지라 남자들보다 체력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수 없는 모양이었다. 철무정 역시 자신의 몸에 생기는 상처를 아랑곳하지 않고 모용일미를 보호했다. 차츰 서있는 다섯 명도 온 몸에 혈선이 그어졌다. 이미 옷은 제 색을 잃고 혈의로 바뀐 지 오래였다. 상원건은 차츰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이내 검을 들고는 몸을 날렸다. 쑤아아아아 강한 검풍이 상원건의 검을 휘감았다. 한 줄기 섬광을 그려내더니 위정천의 목을 베어 들어갔다. 위정천은 이를 악물고 검을 들어 방어에 들어갔지만 상원건의 검의 속도를 따라갈 수가 없었다. ‘마지막인가?’ 어느덧 생의 한줄기 자락을 놓으려 했다. 그때... 슈아아아앙 카가강 상원건의 검은 부러질 듯 휘어지며 공중으로 튕겼다. 검을 잡고 있던 상원건의 손아귀는 찢어져 피가 흘렀다. “누구냐?” 여록은 두 눈을 부릅뜨며 사방을 둘러보았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눈에 띠는 것이 없었다. 그렇다고 기척이 느껴지는 것도 아니었다. 쑤아아앙 아앙 아앙 아앙 아앙 하늘에서 수많은 화살이 내려 꽂혔다. 화살은 화살이되 화살이 아니었다. 화살의 형태를 취하고는 있었지만 순수하게 강기로 만들어진 화살이었다. “크아아아악.” “사, 사람 살려.” “으아아악.” 여기저기서 바닥으로 뒹구는 자들이 하나 둘씩 생겼다. 한 줄기 소나기가 지나간 자리에 폐허가 자리를 하듯이 지금도 딱 그 모양이었다. 딱 불어지게 어느 누구하나 중상은 없었지만 대부분이 상처를 입고 바닥에 쓰러져있었다. 여록은 재빨리 하늘을 향해 고개를 쳐들었다. 그런 여록의 두 눈은 부릅떠졌다. 세 명의 인물들이 저 높은 하늘에서 자신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상원건도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보다가 여록의 모습을 보았다. 자연스럽게 여록의 시선을 따라 자신도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몸이 굳었다. 꿈에도 보기 싫은 송현이 하늘에 떠 자신을 차가운 눈빛으로 내려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위정천은 지금 일어난 일을 믿을 수없었다. 위정천 뿐만 아니었다. 철무정도 금정산도, 모두가 시선을 하늘로 향했다. 그곳에는 백발의 사내와 한 여인, 그리고 꼬마아이가 떠있었다. “신선인가?” 모두들 지쳐있어서 안법을 이용하여 그들을 보지 않았다. 그러기에 내공이 모자랐고 너무나도 지쳐있었다. 다만 하얀 백발의 사내라는 것은 알 수가 있었다. 그 중에 백발의 한 사내만이 땅으로 서서히 내려섰다. “상원건, 오랜만이야.” 온 몸에 한기가 돌만큼 시리도록 차가운 말투였다. “네, 네...” 백발의 사내는 한순간 그 자리에서 사라지더니 어느 순간인가 상원건의 목을 쥐고 있었다. “나의 무서움은 충분히 보여줬다고 생각했는데... 아닌가 보군.” 백발의 사내는 온 몸을 달달 떨었다. 철무정과 금정산, 위정천등 일행들은 갑자기 나타난 인물에 대해 호기심이 생겼다. 도대체 누구기에 여기에 나타나 우리를 도와주는 지도 궁금했다. 바스락 누군가 백발의 사내의 얼굴을 보기위해 움직였다. 그러다보니 미약하남 낙엽 밟히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백발의 사내는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철무정과 금정산, 위정천의 일행들과 눈이 마주쳤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미안하네.” 그 순간 모두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그리고 입도 벌어졌다. “혀, 형님?” “소, 송 형?” “송... 학사?” “송학... 사님?” 제각기 반응이 튀어나왔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들이 어느 한순간이라도 백발의 송현을 상상이나 해본 적이 있겠는가.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하도록 하지요. 일단 이들에게서 빚은 받아내야 할 테니 말입니다.” 송현은 다시 상원건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미 자신을 향해 공포를 느끼는 상원건을 보았다. 씨익 송현은 미소를 지어주었다. 그와 함께 염동력 마법을 이용하여 상원건의 심장을 압박했다. 전과 똑같은 상황을 만들어줌으로서 공포를 더욱 부채질 하는 것이었다. 심장을 압박하는 세기는 더욱 강하게 했다. “크으으 허억!” 상원건은 가슴을 두 손으로 움켜줬다. 그 순간에도 송현의 미소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머리의 사고가 정지된 것 같았다. 그저 입만 벙긋거렸다. 목소리가 밖으로 나오지 않았지만 송현은 그 말뜻을 알아들을 수가 있었다. 바로 ‘악마’라는 뜻이었다. 송현은 슬며시 상원건의 목을 놓아주었다. 상원건은 심장을 쥐어 잡은 채로 뒷걸음을 쳤다. 콰당 꼴사납게 돌부리에 걸려 엉덩방아를 찧은 것이다. 엉덩이를 바닥에 붙인 채 뒤로 기어갔다. “메모라이징, 윈드 커터!” 송현은 한 팔을 들어 상원건을 향해 가볍게 휘둘렀다. 한 줄기 바람이 불었다. 그 바람이 한날의 풍도(風刀)를 만들었다. 쐐애애애액 싹둑 아주 깨끗하게 상원건의 목을 베어버렸다. 목에서 피분수가 뿜어져 나왔다. 그런데도 목 잘린 상원건의 몸은 여전히 뒤로 기어가고 있었다. 그 순간 정적이 흘렀다. 아무도 움직이지 안했다. 아니 못했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자박 사각 자박 사각. 송현이 발걸음 띠며 낙엽 밟는 소리만 전장에 울렸다. “위 어르신, 늦어서 죄송합니다.” “아, 아닐세.” “철 아우, 늦어서 미안하다.” “아, 아닙니다.” “다들 늦어서 죄송합니다.” 송현은 허리 굽혀 사과했다. 모두들 어정쩡한 모습으로 사과를 받아야했다. 모두가 너무나도 달라진 송현의 모습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던 것이 이유라면 이유였다. “적은 하나다. 저자를 죽여라. 혈교의 소교주다.” 정신을 차린 여록은 송현을 보며 크게 외쳤다. 그러나 아무도 쉽사리 움직이지 않았다. 송현의 잔인함을 보았기 때문이다. “저자의 목을 베는 자는 부대장으로 승격시키겠다. 죽여라!” 그 한마디의 힘이 컸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바라는 것 중에 하나가 권력이 아니겠는가. 지금 무림의 모든 중대사를 관장하는 곳이 중원 무림 수호맹이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힘이 있는 곳이 바로 감찰대였다. 그곳의 부대장이라면 엄청난 지위였으며 부는 당연히 뒤따라오는 것은 확실한 사실이었다. “죽어랏!” 한 사내가 두 눈이 벌게져서 송현을 향해 몸을 날렸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저자의 목은 내 것이다.” “밀지마라, 내거란 말이다.” 모두가 미친 듯이 송현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런 그들을 보며 용서해줄 송현이 아니었다. “그리스!” 송현은 그들의 바닥의 마찰력을 없애버렸다. 평상시라면 효과가 적겠지만 지금은 달랐다. 서로가 얽히고 섥혀있었다. 이미 동료도 없는 듯했다. 밀치고 당기며 서로 앞으로 나서고 있었다. 그런 혼잡함에 잘 먹혀드는 마법이었다. 확실히 기막힌 마법사용이었다. 콰당 콰당탕 송현은 이때 최대한 마나를 유동시켰다. 송현의 주위로 회오리바람이 몰아치는 듯 했다. 그리고 대략학살을 하려는 순간 위정천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들을 죽이지 말게나. 아무 죄 없는 자들이네.” 마나만 유지한 채 고개를 돌려 위정천을 보았다. “부탁하네, 송 학사.” 한참을 바라보던 송현이 입을 열었다. 차가운 말투였다. “밟아야할 때 확실히 밟아야합니다.” “송 학사, 나를 봐서 한 번만 부탁하네.” 위정천은 허리를 직각에 가깝게 숙였다. 그런 위정천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다시 돌렸다. “알았습니다, 위 어른신.” 『현무, 구덩이를 만들어 저들을 모두 구덩이에 처박히게 해!』 『알았다, 주인』 쿠르르르릉 땅이 심하게 흔들렸다. 수호정대와 수호마대의 대원들은 안 그래도 신형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땅까지 흔들리자 그나마 서있던 자들도 모조리 쓰러졌다 . 쿠르르릉 쿠어엉 일순간 땅거죽이 지하로 푹 꺼져버렸다. 그 모양은 도너츠 모양이었다. 한 가운데로 철무정과 금정산 일행들을 남겨두고는 그 주위는 모조리 땅 아래로 꺼져버린 것이다. 『현무, 파묻어.』 『주인, 알았어.』 우르르르릉 주위에 땅들이 구덩이 방향으로 밀려왔다. 그리고 삽시간에 구덩이를 매운 것이다. 구덩이에 빠진 수호정대와 수호마대의 대원들은 그대로 산 매장이 된 것이다. 송현은 손을 땅을 향해 뻗었다. “단단한 돌이 될지어다, 하든!” 송현은 석화 마법을 이용하여 주위의 땅거죽을 거대한 돌로 만들어버렸다. “죽지는 않을 겁니다. 다만 땅거죽을 돌로 만들었기에 빠져나오려면 애를 먹을 겁니다.” 철무정과 금정산 그리고 일행들은 벌어진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송현의 지금 행동에 뭐라고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분명 땅에 파묻힌 자들은 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쉽게 땅에서 빠져나오지도 못할 것이다. 빠져나오려면 돌로 변한 땅거죽을 피해 돌아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잔인하다고 느낄 수는 있었다. 그러나 어떻게 보면 따끔한 훈계도 될 수도 있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보면 볼수록 놀라운 마법에 입을 다물지 못하기도 했다. 타다다닥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렸다. 바로 여록이었다. 혼자 남게 된 그는 서둘러 자리를 벗어날 했던 것이다. 어쩌면 송현의 마법에 공포를 느꼈는지도 모른다. 송현은 플라이 마법을 써서 하늘로 날아올라갔다. 『주작.』 『네, 주인님. 오호호호호.』 『저 놈을 제자리에 묶어.』 『알겠어용. 귀여운 나의 주인님.』 주작은 송현의 마나를 받으며 거대한 불새로 변신했다. 붉은 깃털 하나하나에 뜨거운 불길이 타오르고 있었다. 날개짓을 한 번 펄럭일 때마다 뜨거운 열기가 풍겼다. “꺄아아아아아!” 날카로운 울음소리를 내며 주작은 땅으로 미끄러지듯이 날아갔다. “헉!” 한 줄기 단발마가 메아리쳤다. 송현은 그곳으로 천천히 이동을 했다. 마치 회오리바람을 연상시키는 불기둥이 있었다. 그 옆에는 주작이 아름다움을 뽐내면서 서있었다. 송현이 도착할 때쯤 다른 이들도 그곳으로 왔다. 어느새 양설린과 학비도 땅으로 내려왔다. 불기둥이 서서히 거쳤다. 그 안에는 여록이 있었다. 옷은 모두 재가 되어 바람에 날렸다. 머리카락은 강한 화기에 녹아버렸다. 살갗도 꽤 심한 화상이 군데군데 보였다. 송현은 여록에게 다가갔다. 한 다리를 들어 강하게 여록의 배를 걷어찼다. 퍼억 여록은 이미 반항할 힘조차 없는지 그대로 고꾸라졌다. 송현은 쓰러진 여록에게 다가가 한 발로 여록의 얼굴을 지그시 눌렀다. “네 놈도 혈교인인가?” 여록은 주위를 의식했는지 연신 두리번거렸다. “네, 네 놈이 혈교의 무리가 아닌가?” “피식!” 송현은 실소를 터트렸다. 그것도 잠깐 송현은 다리에 힘을 주어 더욱 세게 여록의 얼굴을 밟았다. “어리석은 놈, 어차피 이 주위에는 아무도 없다.” 여록 역시 그 사실을 알았는지 송현을 향해 독기어린 눈으로 쳐다보며 소리를 질렀다. “나의 죽음을 우리 혈교의 제자들이 갚아줄 것이다.” “역시 혈교놈이었군!” 송현은 그대로 밟아버렸다. 퍼석 여록의 머리는 잘 익은 수박마냥 뭉개졌다. 송현은 바지에 묻은 뇌수와 피에 인상을 찌푸렸다. 송현의 시선은 청룡과 백호로 향했다. 『부탁 좀 하자.』 『휴우-!』 둘은 이제 익숙하다는 듯이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는 이내 청룡은 물을 불러들어 송현의 바지를 씻었고 백호는 바람으로 바지를 말렸다. 『고맙다.』 송현은 백호와 청룡에게 웃어주었다. 다시 무림으로 그날 저녁, 아직은 시간의 여유가 있어서 근처에서 노숙을 하기로 했다. 이미 중원 전역에 척살자로 이름이 올라온 이상 마음 편하게 도시로 간다는 것은 죽으러 가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옷가지는 송현이 워프 마법을 이용해 사왔고 청룡과 백호가 그들을 씻겨주었다. 정령을 이용해 씻는 것이다 보니 특별히 어느 장소에서 씻을 필요가 없었다. 모두들 모닥불에 주위로 모여 있었다. 침묵이 흘렀다. 송현이 이제까지의 상황을 대략적이나마 설명을 해주었다. 모두들 이상하다고 느끼기는 했지만 정파와 마교의 수뇌들의 대부분이 혈교의 간세일 줄은 아무도 몰랐다. 그리고 송현의 말을 들으며 왜 송현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지 이해를 하는 한편 아직까지 어색함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나마 아직까지 따뜻함은 느낄 수 있었기에 모두들 속으로 다행이라는 생각했다. 겉으로는 차갑고 적은 가차 없이 죽여 버리는 행동을 했지만 마음은 아직 예전의 따뜻함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어찌 보면 잘된 일일수도 있었다. 지금 송현이 자의로 무림을 떠났다고는 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무림에 다시 얽히게 된 것이다. 그럴 바에는 지금의 모습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도 들게 했다. 장작불을 이리저리 뒤집던 송현의 고개가 어느 한 곳으로 향했다. 한참을 그곳을 주시하던 송현은 아무 일이 아니라는 듯 다시 장작불로 고개를 돌렸다. 다들 송현이 주시한 곳을 보았지만 위정천을 제외한 나머지 일행들은 아무것도 느낄 수가 없었다. 위정천 만이 송현의 행동을 이해하는 듯 했다. “이제야 나왔군요.” “나의 부탁을 들어줘서 감사하네.” “아닙니다.” 송현과 위정천의 짧은 대화가 오고갔다. “아-!” 제갈성휘의 감탄사가 터졌다. 송현과 위정천의 대화로 조금 전의 상황이 이해가 되었다. “그들이 이제 지상으로 나온 모양이군요.” “그렇네.” 제갈성휘의 말에 위정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제갈 소협, 무슨 말인가요?” 모용일미는 제갈성휘를 보았다. 무슨 일인지 가르쳐달라는 뜻이었다. “중원 무림 수호맹의 감찰부 녀석들이 땅으로 올라온 모양입니다.” 제갈성휘의 말에 이제야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날 밤, 그 일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일 없이 하루가 지나갔다. 그러나 내일 닥칠 혈전에 대해 아무도 예상을 하지 못했다. 기나긴 땅굴을 통해 겨우 수호정대와 수호마대 대원들은 빠져나올 수 있었다. 모두가 살았다는 기쁜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본 맹으로 귀환을 서둘렀다. 악몽을 꿈꾸게하는 이곳에서 한시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모두가 서둘러 빠져나갈 때 한 인물은 품에서 작은 전서구 한 마리를 조심스럽게 빼내어들었다. 작은 종이에 서둘러 몇 글자를 쓰고는 전서구의 다리에 묶었다. 그리고 하늘을 향해 전서구를 띠웠다. 푸드드드득 하늘 높이 올라가 어디론가 날아가는 전서구를 확인하고는 서둘러 이곳을 빠져나가는 수호정대와 수호마대의 대원들과 합류했다. 다음날 송현과 그의 일행들은 정오가 다 되어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산속에서 노숙을 하는 것이라 불편할 것인데 모두들 개운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다들 오랜만에 취해보는 안락한 휴식이었다. 조금 늦게 일어났지만 다들 나름대로 몸도 풀고 운기조식도 하면서 최상의 몸을 만들었다. 그렇다보니 어느새 정오를 훌쩍 넘기게 되었다. 모든 준비가 끝나자 송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모습에 다른 이들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연스럽게 송현을 중심으로 움직이게 된 것이다. “위 어르신, 어디로 가면 좋겠습니까?” 송현은 위정천에게 다음 행로를 물어보았다. 아무래도 일행의 연장자인 위정천의 의견에 따르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 “일단 잠시 피신할 곳이 좋을 듯싶은데... 차후 일도 더욱 세세히 논의도 해봐야하고...” 위정천의 말에 모두들 공감하며 저만의 생각에 빠졌다. 모두들 자신이 알고 있는 최선의 장소를 찾았다. 딸랑 딸랑 딸랑 그 순간 종소리가 들렸다. 모두들 무슨 일인가 싶어 주위를 둘러보았다. 송현은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고 철무정의 표정은 일그러졌다. 철무정은 방금 종소리의 의미를 알고 있었다. 바로 예전에 송현이 보여준 알람 마법의 종소리였다. 그렇다면 어느 누군가 지금 이곳으로 온다는 이야기였다. 철무정은 신경은 온통 송현의 얼굴로 향했다. “크으으.” 송현의 표정이 굳어지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1분의 시간이 지나지 않아 모두들 상황을 알 수가 있었다. 그리고 30여초. 수만은 기운들이 자신들을 포위하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지금 모습만 들어내지 않았지 바로 지척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모두들 준비를 하세요. 그리고 학비야.” 철무정과 나머지 일행들은 자신의 검을 꺼내어들었다. 아직 적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여서 어제와 마찬가지로 서로 등을 맞대고 섰다. 어디에서 무엇이 튀어나올지 몰랐다. “네, 스승님.” “너는 지금 플라이 마법으로 하늘로 올라가라. 그리고 네가 해야할 일은 알고 있겠지?” “네!” 학비는 강한 어조로 짧게 대답을 하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서서히 하늘로 올라가는 학비의 눈에 전반적이 모습이 들어왔다. 송현과 일행들을 둘러싼 이들은 대략 잡아 100여명이 되었다. 학비는 간단히 매직 마우스를 통하여 이 사실을 알려주었다. 모두들 한 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했다. 어제도 자신들이 상대한 수가 100여명 정도였다. 물론 송현이 그 끝을 맺기는 했지만 말이다. 적어도 모두 살아서 돌아갈 수 있으리라 느꼈다. 학비로 인해 자신들의 위치가 들통 난 것을 알았는지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냈다. 모두가 붉은 두건을 쓰고 있었다. 그 두건에는 해(日)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혈교의 무리인가?” 남궁혁이 그들을 보며 나직이 읊조렸다. 그들과 몇 m거리를 두고 대치에 이르렀다. 처음에는 몰랐지만 그들이 다가오면서 뿜어대는 압박이 온 몸에 느껴졌다. 상당한 고수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어제의 수호정대나 수호마대의 대원들과는 차원이 틀린 듯 했다. 어제 그들을 상대할 때만 해도 이렇게 피부가 얼어붙을 것 같은 느낌은 받지 못했다. 그들 사이로 구지사마가 앞으로 나섰다. “끌끌끌, 상원건과 여록 놈에게만 맡겼다가 큰 코를 다칠 뻔 했어.” 네 명이 똑같은 모습으로 똑같은 말을 동시에 했다. 송현은 그 모습에 인상을 찌푸렸다. 마치 쥐새끼를 보는듯한 표정이었다. “지금 나에게 볼일이 있어 온 것인가?” “크크크, 이게 누군가? 진짜 송현이라는 애송이가 아닌가? 보고 싶었어...” 구지사마는 송현의 얼굴뿐만 아니라 몸 전체를 눈으로 훑어보았다. “나에게 볼 일이 있는 모양이군.” 송현은 그들의 시선을 받으며 앞으로 한 걸음 나갔다. “아아! 아니야, 너도 이 자리에 있다는 것이 반가운 일이지만 우리는 네 놈 뒤에 있는 놈들에게 볼일이 있거든.” 구지사마는 일제히 송현의 등 뒤로 시선을 보냈다. 바로 철무정과 금정산의 일행들이었다. “크크크, 그렇다면 더욱 잘 된 일이야. 안 그래도 너희 혈교에 열이 좀 받았던 참이거든. 거기에 내 친우들에게 볼 일이라... 너희들을 죽여야 할 이유가 더욱 분명해졌어.” 송현은 그 자리에서 퉁겨지듯이 앞으로 나갔다. “아쿠아 볼!” 순간 8개의 물덩이가 허공에 만들어지더니 그대로 구지사마를 향해 쏘아져갔다. 쿠아아앙 강렬한 기세를 소리로 보여줬다. 구지사마는 한결같이 손아귀를 갈퀴처럼 만들어 날아오는 물덩이를 찢었다. 촤아아아악 메서운 기세로 찢었지만 그 느낌은 오히려 허전했다. 왜냐하면 물덩이에 아무런 힘도 들어있지 않았다. “프리즈!” 그 순간 바닥에 흥건히 고인 물이 구지사마의 발과 함께 얼어붙었다. 순식간에 얼음으로 된 것이다. 구지사마는 한 순간에 두 발이 얼음 속에 묻혀 버리자 당황했다. 송현은 그 순간 구지사마의 측면으로 이동했다. “아티팩트 파워, 아이스 스피어!” 송현의 오른손 위에 시퍼런 얼음 창이 생겼다. 한 줄로 나란히 서있는 구지사마를 향해 죽음의 미소를 지어주었다. “꼬치를 만들어주지. 혈교의 개!” 송현은 있는 힘을 다해 얼음 창을 그대로 날렸다. 쑤아아아앙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렸다. 구지사마의 얼굴음 백지처럼 하얗게 변했다. 그대로 저 얼음창에 구지사마 넷 모두가 꼬치가 되기 일보직전이었다. 카라라락 얼음이 긁히는 소리가 들렸다. “응?” 송현의 두 눈에 어느 한 인물이 자신이 쏘아 보낸 아이스 스피어를 한 손으로 잡아낸 것이 보였다. 그 인물은 자신과 비슷한 연배의 인물로 보였다. 그 자는 다른 이들과 다르게 온 몸에 온통 적의(赤衣)를 입고 있었다. 그 자는 아이스 스피어를 들고 이리저리 휘둘렀다. 그 모습에 송현은 미간에 내천자를 만들었다. 이내 마나를 풀어 아이스 스피어를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냈다. “역시 재미있는 장난이야.” 혈의를 입은 청년은 자신의 손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네 놈은 누구인가?” “나?” 혈의의 청년은 손가락으로 자기 자신을 가리켰다. 혈강시의 등장 “후후훗, 이 몸은 장차 중원 무림을 다스릴 자지. 안 그런가, 구지사마?”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미소를 지으며 구지사마에게 물었다. “그, 그렇습니다. 소, 소교주님.” 구지사마는 두 발이 움직이지 않자 허리만 최대한 깊숙이 숙였다. “소교주?” 송현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아! 혈성을 말하는 모양인데, 그 놈은 사실 꼭두각시에 불과한 자였어. 물론 아직 그 놈은 그 사실을 모르지만 말이야. 혈교의 진짜 소교주는 바로 이 몸일세.” “꼭두각시라...” “아참! 자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해줘야 할 텐데. 고마워.” “무슨 말이지?” 혈진강은 아주 감사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자네 덕분에 중원 무림을 쉽게 먹을 수 있게 되었거든.” 혈진강의 이 말 한마디에 모든 사실을 알 수가 있었다. 왜 혈교가 자신의 얼굴을 도용했는지. 그리고 지금 자신의 친우들이 혈교의 간세로 찍혀서 척살자 명단에 올랐는지를 말이다. 모든 것이 명확해졌다. “네 놈이 모두 꿈민 짓인가?” 송현은 혈진강을 향해 한 걸음 내딛었다. “그렇다고 생각을 해도 무방하다.” “그래?” 송현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걸렸다. “네 놈은 아주 서서히 죽어야줘야겠어. 그것도 고통 속에서 말이야.” 송현은 혈진강을 냉기가 떨어지는 듯한 어투로 말했다. “글쎄, 누가 죽을지는 봐야 아는 것이고, 인사는 이만하기로 하고.” 혈진강은 뒤로 돌아서며 다시 혈교의 무리들 사이로 사라졌다. “구지사마, 저들의 목을 따라.” “존명.” 퍽석 시간이 꽤 흘렀는지 구지사마는 쉽게 얼어붙은 두 다리를 얼음에서 꺼낼 수 있었다. “네 놈의 어쭙잖은 장난에 한 순간 놀라 당했다만 이제부터는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다.” “거참! 똑같은 놈이 네 놈이라니... 말도 똑같이 하고 행동도 똑같고... 짜증나는 놈들이군. 한 놈만 빼고 모조리 죽여주지.” 송현은 자신의 마나를 단전에서 서서히 온 몸을 퍼트렸다. 그리고 자연의 마나와 공유했다. 송현의 옷자락은 심하게 펄럭였다. -학비야, 준비해라. -네, 스승님. 이번에는 철무정을 비롯한 일행들에게 매직 마우스를 날렸다. -싸움 중간에 이상한 기운이 몸에 들어오면 거부하지 마시오. 송현의 말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적일혈군(赤日血軍)의 무서움을 보여줘라. 모조리 죽어라!” 구지사마는 한 팔을 높게 들며 크게 외쳤다. 그 순간 모두가 검을 쳐들고는 송현과 일행들이 있는 곳으로 몰아쳐왔다. 『청룡, 현무, 둘이 함께 힘을 보태서 땅을 물기가 많은 진흙으로 바꿔!』 『알았습니다.』 『알았네, 주인.』 철퍽 철퍽 철퍽 한 순간 송현을 중심으로 온 땅이 진흙으로 바뀌었다. 그것도 물기가 아주 많아 굉장히 질퍽거렸다. -모두 허공을 뛰어! 송현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매직 마우스를 통해 외치고는 그대로 양 손을 진흙에 박았다. 갑작스러운 송현의 매직 마우스에 다들 잠시 놀랐지만 송현의 말대로 허공으로 뛰었다. “번개의 힘, 체인 라이트닝!” 송현의 몸에서 강한 빛이 났다. 그 빛은 순수한 밝음이 아니었다. 여러 번개 줄기가 서로 맞부딪히며 생기는 빛이었다. “크아아아아!” 송현은 양 손을 여전히 땅에 박은 채 머리를 하늘을 향해 들어올리고는 포효했다. 그 순간 태양이 터진 것처럼 강렬한 빛이 생겼다. 그 빛을 재대로 보고 있었다면 잠시 눈이 멀어질 정도로 강렬한 빛이였다. 촤락 촤락 촤라라라락 촤라라라라라라락 그와 함께 땅으로 불꽃이 사정없이 튀었다. 처음에는 작은 소리로 시작한 것이 이내 벼락이 떨어지는 듯한 소리로 변했다. 워낙 광범위라 크게 타격을 주지는 못하겠지만 잠시 동안의 마비는 만들 수 있었다. 조금이라도 마비의 시간을 더 늘리기 위해 송현은 자신의 마나를 최대한 짜내고 있었다. 허공으로 뜬 8명의 일행들은 그 모습에 미소를 지었다. 바로 살아서 복수를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았다. 학비는 스승인 송현의 놀라운 마법에 감탄했다. 하지만 그저 감탄만 하고 있지는 않았다. 그 순간 공중에 떠있는 송현의 친우들인 철무정과 그 일행들에게 보조마법을 걸어주었던 것이다. 순간 학비의 몸에서 생겨난 마나의 은은한 빛이 뻗어나가 허공에 떠있는 철무정의 일행의 몸을 감싸않았다. 땅에 한줄기 벼락이 지나가고 8인의 인물들은 땅으로 내려섰다. 학비의 마법으로 온 몸에서 힘이 넘쳐나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들의 얼굴에는 강한 자신감이 묻어나왔다. “스킨 스톤!” 송현은 바로 그들을 향해 스킨 스톤 마법을 바로 걸어주었다. “가자!” 송현의 이 한마디 외침이 떨어지자 여덟의 일행들은 팔방(八方)으로 흩어졌다. 그들은 본위의 무공도 무공이지만 보조 마법으로 더욱 강한 무력을 보여주었다. 특히 양설린이 보여주는 무력은 대단했다. 한 쉼도 없이 검강을 시전하며 앞을 가로막는 것은 무엇이든지 베고 있었다. 그 밖의 다른 이들도 자신의 무위를 넘어선 능력을 마음껏 펼쳤다. 송현과 학비는 연신 보조마법으로 그들을 도왔다. 언제나 내공이 충만할 수 있도록 마나 포스도 걸어주며 그리스나 홀드, 바인드 등의 마법으로 일행들에게 한층 유리하도록 이끌어주고 있었다. 철무정, 금정산, 위정천, 남궁혁, 제갈성휘, 모용일미, 백소영, 양설린은 더욱 편하게 싸울 수 있었다. 마음 한 편으로 송현과 학비의 마법 능력을 감탄했다. 혈진강은 쉽게 갈 것으로 알았지만 터무니 없은 송현의 마법과 이상하리만큼 강해진 그들을 보며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구지사마, 뭐 하나? 시간이 너무 걸린다.” 혈진강은 그들을 죽일 수 있으리라는 것은 믿어 의심치 않는 눈치였다. 다만 시간이 너무 걸리는 것에 못 마땅할 뿐이었다. 구지사마가 몸을 날리려는 순간 혈진강은 한마디 더 외쳤다. “너희들은 송현만 상대하라.” “존명!” 정확한 지시였다. 혈교의 소교주의 자리에 거저 앉아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송현은 외각을 돌며 보조 마법을 걸어주고 있었다. 생각 같아서는 그냥 쓸어버리고 싶었지만 지금의 능력으로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아니 하려고 하면 할 수는 있지만 친우들이 그들과 한대 엉켜있는 상황이라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조금 더 시간은 걸리겠지만 안전하게 나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런 송현에게 구지사마가 일제히 달려들었다. 그들의 특유의 독문무공인 조공을 이용하여 송현에게 공격해 들어갔다. 그들의 합격술은 대단했다. 한 명이 마치 네 명이 된 듯한 느낌을 주었다. 슈아아아악 악 악 악 네 방위에서 몰아쳐오는 날카로운 손톱에 송현은 피하지 못했다. “실드!” 따다다당 실드가 뒤 흔들렸다. 그에 따라 송현은 단전의 마나도 흔들렸는지 한 순간 안색이 하얗게 변했다. 구지사마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다시 한 번 더 송현을 몰아쳤다. 송현은 서둘러 자신에게 다가오는 구지사마의 허점을 놓치지 않았다. “블라인드니스!” 강렬한 빛이 송현을 중심으로 뻗어나갔다. 온 신경을 송현에게 쏟고 있었던 구지사마는 무방비로 강한 빛에 노출되었다. 한순간 두 눈이 멀어져버린 구지사마는 어쩌지 못하고 공격을 멈추어섰다. 최대한 송현의 기운을 느끼려했다. 그러나 구지사마의 중심에 송현은 없었다. 쿠아아앙 강렬한 네 덩이의 불덩이가 구지사마의 중심에 떨어졌다. 얼핏 보면 파이어 볼과 비슷한 형태였지만 파이어 볼과는 분명히 달랐다. “파이어 익스플로우젼!” 새롭게 송현이 만든 강렬한 폭발성을 가진 화염계 공격 마법이었다. 뜨거운 열기가 구지사마 자신에게로 날아오자 두 팔을 들어 온 몸을 방어했다. 콰광 퍼버버버벙! 강렬한 폭발과 함께 수많은 불꽃이 구지사마를 덮쳤다. 마치 불바다에 구지사마가 뛰어든 것과 같은 형상이었다. 잠시의 시간을 벌자 송현은 급히 시선을 돌렸다. 바로 자신의 친우들을 살피기 위함이었다. “크으으으!” 상태가 좋지 않았다. 4서클의 학비로서 계속적인 도움을 줄 수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수적인 열세에 빠져있었다. 지금 일행 하나하나 죽음의 경계선을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그들에게 달려가고 싶었다. 그러나 어느새 정신을 차렸는지 더욱 살기를 품고 달려드는 구지사마가 있었다. 지금 그들을 상대하기도 바빴다. 이길 수는 있었지만 조금이라도 빨리 그들을 해치워야 한다는 생각에 잦은 실수가 나왔다. 서서히 시간이 흐르자 혈진강은 짜증이 밀려왔다. 그 순간 그의 머릿속에 재미있는 일이 생각났다. “모두 물러서라.” 느닷없는 혈진강의 명에도 불구하고 혈교 적일혈군은 신속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오히려 당황한 것은 송현의 일행들이었다. 다시 거리를 두고 송현의 일행들 둘러싼 적일혈군이었다. 구지사마는 다시 혈진강의 곁에 서있었다. 혈강시의 등장 “구지사마.” “존명.” “내가 왜 물러서라했는지 아는가?” 혈진강의 말에 구지사마는 당황하며 허리를 굽혔다. “저희들이 어찌 소교주님의 마음을 헤아릴 수가 있겠습니까?” “후후후, 그런가?” 혈진강은 구지사마의 행동에 만족하는 듯했다. “구지사마, 그것을 가져오너라.” “그, 그것이라 하면...” 구지사마는 하나같이 놀라 저도 모르게 뒷걸음쳤다. “재미있을 것 같지 않은가?” 헐진강은 꼭 장남감을 가지고 노는 아이의 미소를 지었다. “허나 그것은?” “괜찮다. 가지고 오너라!” “명을 받듭니다.” 구지사마는 그 즉시 수하들을 시켜 무엇인가를 가져오게 했다. 송현 뿐만 아니라 모두들 그들의 행동을 주의 깊게 보았다. 그들이 가져온 것은 여섯 개의 관이었다. “열어라.” 혈진강의 명에 따라 적일혈군의 무사들이 재빨리 관의 뚜껑을 열었다. 그 속에는 여섯 구의 시체가 누워있었다. 혈진강은 품에서 자그만 손 종을 꺼내어들었다. 딸랑 한 번의 종소리가 들렸다. 평범한 종소리는 아닌 듯싶었다. 송현이 듣기로 평범하지 않은 기운이 종소리에 묻어나옴을 느꼈다. “음...” 송현 뿐만 아니라 모두가 가볍게 신음을 내뱉었다. 그렇게 한 번의 종소리가 울리자 시체가 두 눈을 부릅떴다. 딸랑 다시 한 번 종소리가 울리자 관속에 누워있던 시체가 용수철이 퉁기듯이 관을 빠져나와 섰다. “내 소개하지, 300여 년 전 안타깝게 사라진 혈강시라네.” “혈강시?” 위정천은 놀라며 다시 한 번 확인하려했다. “그래, 혈강시지. 이번에 우리 혈교에서 잃어버린 혈강시 제조 비전을 찾아냈다. 크크크. 기념적인 혈강시의 최초의 희생물이라는데 너희들은 자부심을 가져도 될 것이야. 크하하하하.” 위정천과 철무정은 얼굴이 흙빛이 되었다. 왜냐하면 그 둘은 혈강시에 대해 비교적 자세히 알고 있었다. “위 사숙, 강시 여섯 구를 가지고 뭐 그러십니까? 빨리 강시들을 없애고...” “닥쳐라! 너희는 모르지만 혈강시는 일반 강시와는 차원이 다르다. 하물며 강하다는 철강시보다도 더욱 강한 존재다.” 금정산을 비롯한 나머지 일행들은 위정천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냥 단순한 강시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렇게 이야기가 주고받던 중 제갈성휘의 두 눈이 크게 떠졌다. “처, 청수 장문인?” 제갈성휘의 말에 모두들 제갈성휘의 시선이 머물고 있는 강시에 머물렀다. 조금은 외모가 변형이 되었지만 분명히 청수 도인이었다. “크크크, 그럼 잘 싸워보거라.” 혈진강은 뒤로 한 걸음 물러나며 종을 한 번 더 울렸다. 딸랑. “저기 저 10명을 모조리 죽여라!” 종소리와 함께 혈진강의 명이 떨어지자 흐리멍덩한 눈동자가 번뜩였다. “쿠아아아아.” 여섯 구의 강시는 마치 짐승의 울음소리와 같은 소리를 내며 송현의 일행들에게 달려들었다. 철무정과 위정천은 검을 잡은 손아귀에 힘을 꽉 주고 앞으로 달려나갔다. 금정산과 남궁혁은 강시 한 구를 상대해로 나갔고 나머지 인원들은 두세 명이 한 조가 되어 앞으로 나갔다. 송현은 자연스럽게 강시가 된 청수 도인을 향해 나갔다. 막 강시가 된 청수 도인과 부딪히려는 순간... 쾅! 강한 소리가 들렸다. 송현은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뒤로 재빨리 물러나며 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돌아보았다. 쾅! 쾅! 쾅! 쾅! 연이어 소리가 들렸다. “이, 이럴 수가...” 혈강시와 부딪힌 자들 모두가 피떡이 된 채 땅에 널브려져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잡고 있던 검은 옳은 게 하나도 없었다. 모조리 부셔서 있었다. 그들이 잡고 있는 것은 검 자루뿐이었다. 그뿐만 아니었다. 혈강시들은 몸에 상처하나 없었다. 송현이 그들을 보는 사이 강시가 된 청수 도인의 공격이 들어왔다. 쐐애애액 강시가 된 청수 도인은 강시답지 않게 검을 썼다. 송현은 검풍의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검로도 보았다. 그러나 피하지 못했다. 이제까지 송현이 상대해온 자들과도 확연히 다른 경지를 보여주었다. 송현은 피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검은 송현을 끝까지 따라왔다. “커허억!” 가슴에 깊은 검상이 만들어졌다. 어깨서 시작한 검상은 배를 가로질렀다. 끝없이 피가 흘러나왔다. 송현은 재빨리 마나 포션 환약을 꺼내어 상처에 발랐다. 한 알로는 도저히 부족했다. 세 알을 쓰고서야 겨우 상처를 안정시킬 수 있었다. 너무나 많은 피를 흘렸는지 송현은 순간 현기증을 느꼈다. 애써 비틀거리는 몸을 바로잡았다. 쾅! 쾅! 쾅! 쾅! 쾅! 쓰러져있던 철무정, 금정산 일행들은 힘들게 다시 일어섰지만 다시 어이없이 혈강시들에게 나가떨어졌다. 완전히 어른과 어린아이의 싸움을 보는 듯 했다. 그렇다고 그들의 무위가 낮다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무슨 짓을 해도 혈강시에 피해를 주지 못했다. 그와 더불어 혈강시는 다른 강시와 다르게 민첩성도 매우 뛰어났다. 신법의 고수를 보는듯했다. 그 이유는 다른 강시와는 다르게 관절이 매우 부드러웠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송현은 도저히 이대로 간다면 전원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음을 깨달았다. ‘뭔가 조치를 취해야한다.’ 송현은 고개를 돌려 양설린을 보았다. 머릿속으로 그녀를 최대한 담았다. ‘제발 그대만은 살아주시오.’ 푸욱. “커헉!” 어느 새인가 강시가 된 청수 도인은 검으로 송현의 허벅지를 뚫었던 것이다. 송현은 가까이 붙은 강시가 된 청수 도인을 향해 파이어 볼을 날렸다. 일단 그를 뛰어내기 위함이었다. 쾅 파이어 볼의 폭발성 때문인지 청수 도인은 제법 먼 거리로 퉁겨나갔다. 다시 일어선 그는 아무런 상처도 없었다. 단지 옷자락만 타서 재가되어 날렸을 뿐이었다. 송현은 다리에 흐르는 피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대로 자신의 친우를 향해 달려갔다. 『사신수, 모두 이들을 지켜라!』 송현은 사신수들에게 자신의 마나를 나누어주었다. “쿠어어어어.” “꺄아아아아아.” “쿠오오오오.” “크아아아앙.” 네 마리의 거대한 사신수가 나타나 그들을 감싸않았다. -학비야, 너는 이들을 데리고 몸을 피하거라. 어서! 송현은 연신 혈강시들이 있는 방향으로 벽을 만들었다. “마나의 힘으로 나를 지켜 주리라, 윌 오브 파이어! 윌 오브 아이스! 윌 오브 아쿠아!” 송현은 이를 악 물었다. 자신이 만들어 논 마법 벽을 혈강시는 아랑곳하지 않고 달려들었다. 잠시 그들이 다가오는 시간을 벌기는 했지만 막지는 못했다. 그 점을 알기에 송현은 더욱 이를 악 물어야했다. 더 많은 마나 써야했다. -스, 스승님! -학비 이 놈! 스승의 명이 들리지 않느냐? 어서! 어서 가라! -스, 스승님! 자신이 만든 모든 장벽이 뚫리자 송현은 가차없이 사신수를 불렀다. 『사신수, 몸을 내주더라도 막아!』 송현은 학비가 그들을 데리고 모두 빠져나갈 시간만이라도 벌어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송현의 마음을 사신수들도 알았는지 자신의 모든 힘을 쏟아 부었다. 사신수의 힘으로도 그들을 완벽히 막을 수 없었다. 그나마 혈강시들에게 상처를 조금씩 주었다. 그러나 상처에 아랑곳하지 않고 무작정 밀고들어오는 그들을 막을수 없었다. 인간이라면 상처의 고통에 멈칫거릴 만도 하건만 그들은 아무런 통증도 느끼지 못하는 존재들이었다. 송현은 급한 마음에 학비를 돌아보았다. 이마에 땀방울이 맺혀있었다. 4서클로 워프를 준비하는지라 힘이 무척드는 듯 했다. ‘학비야, 성공해야한다. 어떤 일이 있어도.’ 학비는 자신의 반지에 걸린 워프 마법을 이용하고 있었다. 자신 하나가 아니라 8명과 같이 워프를 해야 했기에 마법 캐스팅어의 시간이 더욱 길어졌다. 나머지 일행들은 입술에 피가 나도록 깨물어야했다. 그것만이 할 수 없는 자신들을 탓했다. 더욱이 금정산을 비롯한 정파의 오룡삼봉들은 자신들의 경솔함에 피눈물을 흘렸다. 송현은 더 이상 사신수들이 막지 못한다는 것을 느꼈다. 『너희들의 모든 마나를 나에게 줘! 내가 살아난다면 너희들의 형체를 다시 만들어주겠다. 살아난다면...』 사신수들은 아무 말이 없었다. 송현의 아픈 마음을 고스란히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송현은 단전이 뻐근할 정도로 많은 마나가 차는 것을 느꼈다. ‘할 수 없다. 이 몸이 부서지는 한이 있더라도...’ 그 순간, 혈진강은 흥미진진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더욱 뛰어남을 보여준 혈강시, 그리고 거기에 잘 싸워주는 송현, 그리고 그가 데리고 다니는 사신수. 모두가 너무나 재미있는 구경거리를 만들어주었다. 송현은 사신수가 자신의 형체까지 없애며 준 마나를 단전에 쑤셔 박고 있었다. 송현의 온 몸에는 핏줄이 불룩 튀어나왔다. 넘쳐나는 마나를 주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애써 시선을 돌려 학비를 보았다. 두 눈을 감고 연신 캐스팅어를 외우고 있었다. 다시 혈강시를 바라본 송현의 표정은 비장감이 묻어나왔다. 송현은 온 몸에 닥치는 고통을 참으며 서서히 두 팔을 하늘을 향해 들어올렸다. 그리고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8서클 늑대와춤을 입니다. 지금 제가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 내일도 글을 올릴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어제 못 올린 것과해서 3편을 올립니다. 즐거운 하루되세요 ^^ ******************************************************************************************** “지옥의 불길을 이 세상에 현신시키리라, 그 불꽃으로 나에게 대항하는 자들을 지옥으로 보내주리라, 헬 파이어!” 송현이 지금 캐스팅하고 있는 마법은 궁극의 8서클의 헬 파이어 마법이었다. 온 몸이 부셔지는 고통이 사로잡혔다. 송현은 느끼고 있었다. 이 마법을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자신은 폐인이 되거나 죽게 될 것을 말이다. 송현의 몸은 서서히 공중으로 떠올랐다. 송현의 두 팔 위에 만들어지는 헬 파이어의 크기도 서서히 커졌다. 한계를 느낀 송현은 완성되지도 않은 헬 파이어를 혈강시를 향해 던졌다. 비록 미완성의 헬 파이어지만 충분히 그들을 쓰러버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때까지 웃고만 있던 혈진강은 땅을 박차고 앞으로 튀어나왔다. 송현이 만들어낸 이글거리는 불꽃이 왠지 가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정신이 불안한 마음에 사로잡혔다. “안 돼-! 송현이 혈강시를 향해 그 불꽃을 던졌을 때 혈진강은 자신도 모르게 소리 질렀다. 혈강시들은 헬 파이어가 날아오자 뒷걸음쳤다. 아마도 저 깊숙이 묻힌 공포를 느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송현은 자신이 할 것은 다 한 채 그저 결과만 지켜보았다. 겨우 간신히 허공에 떠있으면서 말이다. 쿠쿠쿠쿠아아아아앙앙앙앙!!! 지옥에서 울부짖는 귀신들의 귀음(鬼音)과도 같은 소리를 토하며 날아갔다. 혈강시의 몸은 조금씩 녹기 시작했다. 그리고 헬 파이어가 혈강시를 덮을려는 찰나... 퍽! 큰소리도 아니었다. 아주 미약한 소리가 들리며 헬 파이어가 사라졌다. ‘실패인가?’ 송현은 눈빛은 사글어 들었다. 마치 죽음을 기다리는 자의 눈빛과도 같았다. 딸랑 딸랑 딸랑 혈진강은 떨리는 몸을 애써 무시하고는 연신 종을 흔들었다. “죽여라, 죽이란 말이다! 저 하늘에 떠있는 저 자식을 죽이란 말이다!” 혈진강은 죽으라고 외쳤다. 아마 조금 전에 본 헬 파이어에서 느낀 공포를 벗어나려는 듯 발버둥을 치는 듯 했다. 강시가 된 청수 도인은 자신이 들고 있는 검을 들어 송현을 향해 날렸다. 쑤아아아앙 날아간 검은 송현의 몸을 한바퀴 선회를 하고는 송현의 단전에 깊숙이 박혔다. 여기서 혈강시의 무서운 점이 들어났다. 바로 살아있을 때 무위를 거의 80~90%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지금 강시가 된 청수 도인이 날린 검은 어기어검이었다. 비록 완벽하지 않은 것이었지만 무의식적으로 어기어검으로 날린 것이었다. 송현은 배를 뚫은 검의 힘으로 저 멀리 날아갔다. 그렇게 피를 뿌리고 토하며 허공을 날아가도 끝내 그의 시선은 양설린과 학비, 그리고 친우들을 향해있었다. “안 돼-!” 양설린은 절규에 찬 비명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그 비명소리가 울리기 전에 하얀 빛 무리가 생기더니 그들은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커헉! 하, 학비 녀...석. 서, 성공을...” 어느덧 날아간 송현은 산골짜기로 떨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서서히 두 눈을 감았다. ‘부디 모두 살아주기를...’ 똑똑똑. 이슬이 동굴의 종유석을 타고 아래로 떨어졌다. 떨어진 종유석은 한 사내의 입술을 적셨다. 윤기가 흐르는 백발을 가진 사내였다. 안색은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려있었다. 옷은 처참하게 찢어져 있었고 배에는 커다란 검상이 있었다. 등짝까지 상처가 난 것으로 보아 뾰족한 것에 찔려 몸이 관통이 된 듯 싶었다. 다행히 장기는 다치지 않았는지 사내의 숨결은 비교적 안정돼 보였다. “으음-!” 입술에 떨어지는 이슬 때문인지 아니면 정신을 차리게 될 때라서 인지 사내는 미약하나마 몸을 흔들며 두 눈을 떴다. “살아난 것인가? 후후후!” 무엇이 그리 기쁜지 나직이 웃었다. 웃음으로 배에서 상당한 통증을 느꼈지만 사내는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사내의 머릿속에 기절하기 전에 기억들이 떠올랐다. “다행이야, 모두가 살아주어서.” 사내의 기억에 머물러있는 인물들은 철무정을 비롯한 친우들이었다. 그리고 지금 이 사내는 바로 송현이었다. “후우.” 깊게 심호흡을 한 번 하고는 간신히 손을 들어 품에 넣었다. “다행이야.” 송현의 품에서 나온 것은 조그만 약병이었다. 약병의 뚜껑을 입으로 간신히 열고는 자신의 상처 위에다 뿌렸다. 작은 환약들이 약병의 주둥아리에서 몇 알이 굴러 떨어졌다. 신기하게도 환약들은 상처에 닿자마자 액체가 되어 상처에 고루퍼졌다. 바로 힐링 포션 환약이었다. 약을 바르고 10여분이 지난 다음 애써 몸을 뒤척여 엎드렸다. 그리고는 조금 전과 마찬가지로 등에다 힐링 포션 환약을 발랐다. 배와는 다르게 손이 가기 힘든 곳이었다. 애써 손을 뻗어 간신히 힐링 포션 환약을 바르고 다시 제자리로 누었다. 그리고는 다시 잠들었다. 송현이 다시 눈을 뜬 것은 3일이 지나서였다. 아직 상처부분이 쓰라리긴 했지만 생활을 하는데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어느 정도 상처가 낱자 허기가 몰려왔다. 허기진 배를 움켜잡고 동굴의 벽을 잡고 애써 일어섰다. 주위를 둘러보니 어느 동굴이었다. 그때 송현의 머리위로 한줄기 따사로운 햇빛이 비쳤다. 고개를 들어보니 동굴 천장에 자그만 구멍이 나있었다. 그리고 그 구멍을 통해서 햇빛이 내리비추고 있었다. “저 곳으로 떨어진 것인가?” 송현은 동굴에서 먹을 수 있는 것을 찾았다. 다행히 이끼가 제법 많이 있었다. “먹지 않는 것보다는 낫겠지.” 송현은 손을 뻗어 이끼를 한주먹 따서 입안에 넣고 씹었다. “윽!” 씁쓸한 맛이 입안 가득 맴돌았다. 그래도 송현은 꿋꿋이 씹어 삼켰다. 그렇게 몇 번을 먹자 제법 포만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 이 곳을 빠져나가볼까? 기다려라, 혈교놈들. 내 네놈들의 살을 씹고 피를 마셔주마!” 송현은 두 주먹을 꽉 쥐었고 두 눈은 살기어린 눈빛으로 변했다. 단전의 마나를 온 몸으로 돌리려했다. 그 순간 송현의 두 눈은 크게 떠졌다. “마, 마나가... 다, 단전이...” 송현은 멍하니 서있었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가 없었다는 게 옳을 것이다. 지금 송현은 강시가 된 청수 도인이 날린 검에 단전이 완전히 부셔 저버린 것이다. 마법사로의 생이 다한 것이다. 두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하염없이 흘렀다. 쿵. 송현은 통나무가 쓰러지듯이 뒤로 쓰러졌다.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크크, 킥킥킥, 크하하하하하.” 미친 듯이 웃었다. “크하하하하하하.” 송현은 웃고 또 웃었다. 그렇게 웃으며 잠들었다. 다음날 송현은 잠에서 깨어나 여전히 웃기만 했다. 그러다 배가 고프면 이끼를 먹었다. 그리고 웃었다. 서서히 광인이 되어가는 듯 했다. 그렇게 일주일이 되던 날. 그가 깨어났을 때 여느 때와 같이 웃지 않았다. 그저 멍하니 천장만 올려다볼 뿐이었다. 그러다 배가 고파 팔을 뻗었다. 손에 이끼가 잡히지 않았다. 고개를 돌려보니 벽면에 이끼가 없었다. 송현이 며칠 머물면서 다 따먹은 것이었다. “살아서 무엇하는가?” 송현은 생을 체념하는 듯싶었다. “설린...” 자신도 모르게 양설린의 이름을 불렀다. 그 순간 상처입고 간신히 혈교의 손에서 도망친 양설린을 떠올랐다. 두 주먹이 쥐어졌다. 두 주먹에는 한줌의 흙이 쥐어졌다. 얼굴은 다시 냉정해졌다. “사랑하는 설린을 포기할 수 없다. 무엇인가 방법이 있을 것이다. 정 안되면 심장에 마나를 모아도 될 것이다.” 한 순간 다른 사람이 된 듯 했다. 생을 포기한 사람에서 마지막까지 생을 줄을 놓지 않는 사람으로... 송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동굴 안쪽으로 걸었다. 한참을 걸어가자 동굴이 막혀있었다. 다행히 그 곳에 이끼가 있었다. 벽 삼면을 온통 채우고 있었다. 아무 말 없이 그곳에 다가가 이끼를 한 주먹 움켜쥐고 입에 넣었다. 입의 이끼를 미처 삼키기도 전에 다시 한 주먹 움켜쥐고 입에 넣었다. 꾸역꾸역 씹으며 목으로 삼켰다. “살아야 한다. 살아남아야 한다. 방법은 있을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이들은 내가 아니면 누가 지켜주겠는가?” 송현은 양설린을 비롯하여 철무정, 금정산, 학비, 그리고 지인들을 하나 둘씩 떠올리며 묵묵히 먹는 것에만 집중했다. “응?” 이끼를 따먹은 자리에 어떤 무늬가 새겨져있었다. 처음에는 몰랐지만 꽤 많은 양을 따먹자 그 무늬가 들어났던 것이다. 송현은 재빨리 벽면에 붙은 이끼를 띠어내기 시작했다. 커다란 한 면의 이끼를 모조리 띠어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벽면에 새겨진 것을 보고자했다. 책자에서 보아온 기연이라는 것을 기대하면서 말이다. 벽면에 새겨진 것은 소동파의 적벽부였다. 송현은 허탈함에 빠졌다. 털썩 송현은 바닥에 앉더니 이내 큰대자로 벌렁 누워버렸다. ‘그러면 그렇지. 어디 기연이라는 게 쉽게 오는 것인가.’ 송현은 멍하니 벽면만 보았다. 학자의 기질 때문인지 자신도 모르게 입으로 읽기 시작했다. “壬戌之秋(임술지추), 七月 旣望(칠월기망), 蘇子與客(소자여객), 泛舟遊於 赤壁之下(범주유어적벽지하).淸風徐來(청풍서래), 水波不興(수파불흥). 擧舟 屬客(거주촉객), 誦 明月之詩(송명월지시), 歌 窈窕之章(가요조지장). 少焉(소언)..............蓋將自其變者而觀之(개장자기변자이관지), 則天地曾不(칙천지증불),能以一瞬(능이일순). 自其不變者而觀之(자기불변자이관지). 則物與我皆無盡也(즉물여아개무진야)............而吾與者之所共樂(이오여자지공락),客喜而笑(객희이소), 洗盞更酌(세잔갱작). 肴核旣盡(효핵기진), 杯盤狼藉相與枕籍乎舟中(배반낭자상여침적호주중), 不知東方之旣白(부지동방지기백).” 꽤나 긴 시간을 투자하여 한 번 읽었던 것이다. 소동파의 적벽부를 다 읽어본 송현은 멍하니 소동파의 적벽부가 새겨진 벽면을 쳐다보았다. 특별히 볼 이유도 없었다. 그냥 멍하니 보고있었다. 이마저도 안 한다면 정말로 미쳐버릴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송현은 문득 한 구절에 눈이 멈췄다. “자기불변자이관지(自其不變者而觀之)라... ‘우주 만상을 동적인 개념으로 본다면, 어느 것 하나 그대로 있는 것이 없고, 불변의 개념으로 본다면 천지만물은 오직 하나의 근원이라, 나고 죽음이 따로 없으며, 그 생명 또한 무한하여 다함이 없다’라는 뜻인가?” 송현은 그 구절에서 눈을 땔 수가 없었다. 이상하게 머릿속에서 맴도는 것이었다. 송현은 천천히 두 눈을 감았다. 두근 두근 두근 ‘어느 것 하나 그대로 있는 것이 없다라면... 마나 단전? 그래! 마나 단전은 서클이 올라갈수록 그 형태와 담을 수 있는 그릇의 형태가 바뀌어간다. 천지만물은 오직 하나의 근원이라, 나고 죽음이 따로 없다라면... 지금 나의 단전이 부서진 것을 말하는 것인가? 지금 비록 부셔졌지만 단전이 사라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 생명 또한 무한하다. 그래, 지금 단지 단전에만 매달려 좌절을 한 것인가?’ 그 순간 송현의 몸은 1m가량 공중으로 붕 떠올랐다. 비록 송현의 단전이 부셔졌다지만 그의 혈맥 곳곳에 쌓여있던 마나가 요동을 쳤다. 아주 미약하지만 빛이 송현의 몸에서 났다. 그렇게 30여분을 있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송현의 온 몸에서 강렬한 빛이 났다. 어두컴컴한 동굴을 태양빛 아래의 밝은 대지를 연상시킬 만큼 강렬한 빛이었다. 그 순간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두둑 두둑 송현의 몸에서 뼈가 새롭게 자리잡는 소리가 들렸다. 그와 함께 송현의 옷가지가 열기에 타버려 재가 되어 날렸다. 재가 되어 날리는 것은 옷가지만이 아니었다. 송현의 피부도 한거풀 벗겨지더니 옷처럼 타 재가 되어 날렸다. 이른바 환골탈퇴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송현은 무인들과 달리 단전의 의미가 크지 못했다. 단전에 있는 마나는 단지 자연을 이용하기 위한 다리에 불과했던 것이다. 지금 그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그렇게 한 시간이란 시간이 흘렀다. 송현의 몸은 다시 바닥으로 서서히 내려왔다. 두 눈을 뜨는 순간 강렬한 빛이 일순간 번쩍였다 사라졌다. “상쾌하다.” 송현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상쾌함을 느꼈다. 그리고 온 몸이 너무나도 가벼워 새처럼 날아갈 것만 같았다. “드디어 8서클을 이룬 것인가?” 송현은 자신의 몸을 체크를 해보았다. 지금의 송현은 단전이 없었다. 말 그대로 무단전을 이룬 것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몸 전체가 하나의 단전을 이룬 셈이다. 충만할 정도 마나가 몸에서 차고 넘쳤다. 송현은 만족감을 느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헉!” 몸에 옷가지가 하나도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재빨리 손으로 중요한 부위를 가렸다. ‘아무도 없는 곳이지.’ 쑥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송현은 다시 한 번 복수를 꿈꾸었다. 그리고 자신도 있었다. 꿈에 그리던 8서클에 올라섰기 때문이다. ‘문제는 혈강시인데... 나 혼자라면 상관이 없다. 그러나 문제는 친우들인데... 혈교에서 혈강시를 그 여섯 구만 가지고 있을 리 없고, 최소한 배 이상은 있을 것이다. 또 혈강시보다 약하겠지만 다른 강시들도 있을 것이야.’ 송현은 잠시 생각을 했지만 이내 생각에서 벗어났다. 여기서 더 이상 고민을 해보았자 답을 찾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일단 친우들을 찾은 뒤 같이 고민을 해보기로 했다. 송현은 동굴을 나서기 전 다시 한 번 동굴 벽면에 적혀있는 소동파의 적벽부의 글귀를 보았다. ‘이런 것이 기연인가?’ 다시 한 번 더 적벽부의 글귀를 읽고는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중간 동굴 벽면이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나가 없을 때는 보지 못했지만 지금의 송현의 시력은 놀라울 만큼 높았다. 아주 미세한 것도 놓치지 않는 그런 시력이었다. “마나의 바람, 윈드!” 송현은 8서클이 올라가면서 캐스팅어도 상당히 짧아졌다. 그리고 5서클까지의 마법은 캐스팅어가 필요가 없어졌다. 강한 바람이 불더니 벽면에 붙어있던 이끼를 모조리 날려버렸다. 한쪽 벽면은 거대한 문이었다. 동굴에 문을 달아놓았던 것이다. 그리고 두자가 새겨져있었다. - 황 릉 (皇 陵) - 이 두자였다. “옛 황제의 무덤인가?” 송현은 나직이 중얼거렸다. 송현에게는 별 관심이 없는지라 그대로 돌아서려했다. ‘아니야, 저곳에 가면 옷 한 벌쯤은 있을 것이야. 이대로 나갈 수는 없잖아.’ 송현은 알몸인 상태를 생각하고 벽면으로 다가갔다. 투시 마법으로 내부를 확인하고는 그대로 텔레포트로 문을 넘어갔다. 벽면은 전혀 건들지 않은채로 말이다. 두개의 커다란 벽면을 통과한 송현은 거대한 방에 들어섰다. 솔직히 방이라고 할 수 없었다. 그 크기가 너무나도 거대했다. 송현은 저 멀리 보이는 석상위에 석관이 보였다. 석관을 주위로 두개의 방이 보였다. 석관을 향해 걸음을 띠었다. 석관을 향한 길 주위에 거대한 철상이 있었다. 검은 빛을 띤 것으로 보아 현철로 된 철상으로 된 철상이었다. 도합 열두 개의 철상이 여섯 개씩 두 줄로 나란히 우뚝 서있었다. 왼쪽 줄은 쥐로부터 시작하여 소, 호랑이, 토끼, 용, 뱀으로 이어져있었고, 오른쪽 줄은 말로 시작하여 양, 원숭이, 닭, 개, 돼지로 이어져있었다. 하나같이 웅장한 자태를 보였다. 대략 2m에 육박한 크기에 얼굴 형상도 굉장히 무서워보였다. 하나같이 두꺼운 갑옷을 입고 창이며 봉이며 다양한 병기들을 들고 있었다. 그 길을 지나가는 송현도 조금은 위축되었다. 그들이 정말 살아 움직이기라도 한다면 공포에 휩싸일 것이라 생각했다. 십이지 철상을 지나 석상에 놓여있는 석관 앞에 섰다. 크르르륵 송현은 염동력 마법을 이용하여 석간을 열었다. 그곳에는 고대 양식의 의복을 입은 유골이 누워있었다. 유골을 훼손하기 싫어서 다시 석관을 다시 닫았다. 아마 석관을 뒤진다면 그의 신분을 알 수 있겠지만 그러기는 찜찜한 기분이 들었다. 송현은 다시 시선을 돌려 두개의 방으로 향했다. 텔레포트 마법을 이용하여 들어갈 수 있지만 그렇게 하기가 싫었다. 오른쪽 석실로 다가간 송현은 석문을 손으로 밀었다. 쿠르릉 석문이 우렁찬 소리를 내며 열렸다. 오른쪽에 있는 석실로 들어가자 온갖 재화가 한가운데 쌓여있었다. 그 주위로 기문병기들이 한쪽 면에 진열이 되어있었다. 송현은 재화나 병기에 관심이 없어서 그냥 밖으로 나왔다. 다시 다른 한 석실로 들어갔다. 쿠르릉 그곳에는 잡다한 물건이들이 있었다. 한쪽에는 옷이 여러 벌이 있었다. 송현은 반가운 마음에 옷이 있는 곳으로 갔다. ‘혹시 오래되어서 가루가 되거나 그렇지는 않겠지?’ 송현은 조심스럽게 옷 한 벌을 들었다. 백삼으로 된 장의(長衣)였다. 다행히 옷이 크게 손상된 곳은 없어보였다. 어떻게 보관을 했는지 상태도 상당히 양호했다. 송현은 누가 보는 것도 아니건만 서둘러 백삼으로 된 장포를 입었다. 백발과도 너무나도 잘 어울렸다. 송현은 거울을 찾아 자신의 모습을 비추어보였다. 유달리 하얀 머리카락이 눈에 띠었다. ‘환골탈태를 해도 머리카락 색은 바뀌지 않았구나.’ 송현은 마치 패션쇼를 하듯이 이리저리 몸을 돌리며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흡족한 미소가 걸렸다. 옷이 해결이 되자 다른 곳으로 시선이 갔다. 한쪽에는 여러 병들이 선반에 놓여져 있었다. 약병으로 보이는바 약들을 나둔 것 같았다. ‘거참! 죽어서 저승에 가져갈 것도 아니면서 이렇게 같이 매장을 하다니...’ 송현은 그런 생각을 하며 선반으로 향했다. 손을 뻗어 약병을 쥐려할 때 서늘한 기운이 느꼈다. “응?” 송현은 두 눈이 커졌다. 손을 뻗어 선반을 만져보았다. “하하하, 선반이 만년한옥이라니.” 아마도 약이 상하지 않게 하기 위해 만년한옥을 쓴 것 같았다. “도대체 어떤 약들을 가져다 놓았기에 만년한옥을 선반으로까지 만든 거야?” 송현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조심스럽게 약병을 집었다. 뽕 약병을 여는 순간 향긋한 냄새가 풍겼다. “고, 공청석유? 그것도 한 병 가득이나 있다니...” 송현은 그만 놀라며 손에 든 약병을 바닥에 떨어트렸다. 이내 정신을 차렸다. “텔레키네시스!” 순간 염동력 마법으로 떨어지는 공청석유가 든 약병을 허공에 세웠다. 바닥에 떨어져 깨지기 일보직전이었다. “휴우!” 놀란 가슴을 쓰다듬었다. 조심스럽게 공청석유를 다시 선반 위에 올려다 놓았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보니 대략 8병의 약병이 더 있었다. 혹시나 공청 석유가 더 있을지 모르는 생각에 일일이 뚜껑을 열어보았다. 역시나 공청석유는 처음 한 병뿐이었다. 나머지 병에 들어있는 약들은 오랜 시간을 견뎌내지 못했는지 맹물과 비슷했다. 십이지 골렘 마송현은 조심스럽게 공청석유가 든 병을 품에 넣었다. 이미 자신은 이런 영약이 필요 없었다. 다만 친우들에게는 굉장히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기에 이렇게 챙겼던 것이다. 송현은 석실을 뒤로하고 밖으로 나왔다. 다시 한 번 석관 앞에 섰다. “누구신지 모르겠지만 남겨주신 것들 잘 쓰겠습니다. 극락왕생하시기 바랍니다.” 송현은 석관을 향해 예를 다해 절했다. 죽은 자의 대한 예의와 소중한 것을 가져가는 것에 대한 감사의 뜻이었다. 송현은 다시 옛 고대 황제의 무덤을 빠져나가기 위해 왔던 길을 다시 걸었다. 십이지 철상 사이를 걸었다.. 다시 봐도 감탄성이 나왔다. “쩝! 과거 살던 곳은 왜 이런 미적 감각이 없을까? 드워프들도 무엇이든지 아름답게는 만들기는 하지만 이런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것은 못 만들던데!” 송현은 다시 한 번 천천히 십이지 철상을 둘러보았다. “캬! 이런 디자인으로 골렘을 만들었다면... 어느 제국도 무섭지 않을 텐데 말이야.” 송현은 다시 한 번 감탄을 터트렸다. ‘어서 빨리 친우들을 만나봐야겠다. 일단 무사한 것 같으니... 혈교에 대해서 상의도 해야하고... 휴우, 그러나 혈강시는 어떻게 한다. 이럴 때 골렘이라도 하나 있었으면.“ 송현은 마나를 일으켜 양설린을 찾으려했다. 그 순간, 송현은 뒤통수를 망치로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골렘...” 송현은 나직이 골렘이라는 단어를 내뱉었다. 그리고 고개가 부서지도록 돌려 십이지 철상을 보았다. “저것으로 골렘을 만든다면?” 송현은 그 자리에서 쥐의 형상으로 된 철상 앞에 섰다. 2m에 육박하는 키, 두툼한 갑옷을 입은 몸체, 그리고 무엇보다 균형 잡힌 몸을 가지고 있었다. 거기에 천축에서나 사용되는 챠쿠라는 검을 들고 있었다. 챠쿠라는 검은 마치 물고기 등뼈와도 같은 형태를 하고 있는 검이었다. 검신을 중심으로 가로로 단검크기의 검들이 가시가 난 듯 붙어있는 형태였다. 검 자체만으로도 무시무시함을 주었다. 송현은 투시마법으로 십이지상 중 쥐 철상을 세세히 살폈다. “음...” 송현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완벽해!” 골렘을 만들기 위해서 가장 필수적인 요소가 어떤 재료로 만들든지 재료로 사용되는 것이 어느 곳이든지 밀도가 똑같아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곳은 재료가 밀집되어 밀도가 높다든지 어떤 곳은 느슨하게 뭉쳐있어 밀도가 낮다든지 하면 골렘을 만들 수 없었다. 아니 만들 수는 있지만 약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골렘은 만드니 만 안 만드는 것이 좋았다. 자신이 과거 살던 곳에서도 드워프가 만든 골렘을 최고로 쳐주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인간이 골렘의 형상을 만든다면 밀도를 정학하고도 고루 분포하게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송현이 보고 있는 쥐 철상의 밀도는 정확했다. 어느 한곳 밀도가 떨어지는 곳이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구하기도 힘들다는 현철로 만들어져있었다. 표면만 그런 것이 아닌 전체가 처음부터 현철로 만들어진 것이다. 송현은 뛰는 가슴을 애써 진정시켰다. 그리고 옆에 있는 소 철상, 호랑이 철상을 해서 마지막 돼지 철상까지 모두 세세히 살폈다. 끝까지 모두 살핀 송현은 흥분했다. 거기에 마나석으로 대신할 것도 차고 넘쳤다. 만년한옥도 있었고, 공청석유도 있었다. 그야 말로 골렘을 만들기 위한 모든 재료가 이루어진 것이다. 송현은 그 자리에서 만년한옥이 있는 석실로 뛰어갔다. 만년한옥을 가지고 나온 송현은 윈드 커터 마법을 이용하여 원의 모양으로 12개를 잘라냈다. 만년한옥에 골렘이 움직이는데 필요한 마나수식을 적었다. 그리고 텔레포트 마법으로 철상들의 가슴에 이동을 시키려했다. 그때 송현은 욕심이 생겼다. 자신이 과거 연구를 해두었던 골렘을 만들어보고 싶었던 것이다. 단순한 골렘이 아닌 인간과도 같은 움직임을 보이는 그런 골렘을 말이다. 송현은 12개의 원을 잘라내고 남은 만년한옥에서 다시 작은 원 모양을 12개를 잘라냈다. 그리고 자신이 생각한 골렘의 수식 마법을 적었다. 도합 24장의 마나석이 완성이 되었다. 송현은 그것도 성에 차지 않았는지 공청석유를 꺼내어들었다. 염동력 마법으로 공청 석유를 한 방울도 안 되는 양이지만 조금 덜어냈다. 그리고 공청석유를 만년한옥 속으로 텔레포트 시켰다. 차가운 냉기를 품던 만년한옥은 조금 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냉기를 품어내기 시작했다. 만년한옥이 가지고 있던 냉기가 만년한옥과 합쳐지면서 더욱 기운을 탄력받은 것이다. 그렇게 24장의 만년한옥에 일일이 공청석유를 집어넣었다. 송현은 우선 큰 원과 작은 원 모양의 만년한옥을 한 장씩 들었다. 큰 원 모양의 만년한옥은 쥐 철상의 가슴에, 작은 원 모양의 만년한옥은 머리로 텔레포트를 시켰다. 쥐 철상의 몸으로 만년한옥이 들어가자 쥐 철상은 미세한 진동하였다. 쿠르르르릉 가볍게 몸을 떨던 쥐 철상의 몸에 흰 빛이 생기더니 이내 몸을 휘감았다. 그렇게 5분정도가 지나자 다시 빛이 사그라졌다. 송현은 쥐 철상의 머리로 날아갔다. 그리고는 손을 뻗어 쥐 철상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두 눈을 감고 자신의 마나를 주입을 시켰다. 그러면서 단편적인 기억을 보냈다. 송현은 손을 떼고 쥐 철상을 향해 말했다. “너의 주인의 이름으로 명한다. 지금부터 너의 이름은 자왕(子王)이다.” 송현은 십이지를 본따 쥐를 뜻하는 자를 이용하여 이름을 지었다. 쿠르르릉 마치 사람이 두 눈을 뜨듯이 쥐 철상의 두 눈에서 푸른 안광이 뿜어져 나왔다. “알겠습니다, 주인님!” 송현은 얼굴에는 희열감이 번졌다. 자신이 생각하고 연구한 골렘이 성공작이라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나를 따라 오너라!” 송현은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 자왕은 송현을 따라 한 걸음 내딛었다. 쿵! 계속적으로 송현이 뒤로 물러나자 자왕은 송현을 따라붙었다. 쿵 쿵 쿵 지축을 울릴 정도로 무거운 발걸음이었다. 송현은 조금 속력을 해보았다. 자왕도 그에 질세라 속력을 냈다. 걷던 걸음이 달리기로 바뀌었지만 아무런 무리가 없었다. 사람처럼 안정된 행동이었다. “크하하하하하하!” 송현은 마음껏 웃었다. 그런 송현 앞에 웅장한 자태로 자왕이 서있었다. 송현은 나머지 십이지 철상에 만년한옥과 공청석유를 합쳐 만든 마나석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그들의 이름 역시 자왕처럼 지어주었다. 소 철상은 축왕(丑王), 호랑이 철상은 인왕(寅王), 토끼 철상은 묘왕(卯王), 용 철상은 진왕(辰王), 뱀의 철상은 사왕(巳王), 말의 철상은 오왕(午王), 양의 철상은 미왕(未王), 원숭이 철상은 신왕(申王), 닭 철상은 유왕(酉王), 개 철상은 술왕(戌王), 돼지철상은 해왕(亥王)이라 지었다. 송현의 앞에 웅장한 모습으로 십이지 골렘이 서있었다. 어느 누구라도 그 앞에 선다면 공포를 느끼게 될 것이 분명했다. ‘이 십이지 고렘에 기본적인 것을 빼고는 그 어떤 지식도 넣지 않았다.’ 송현은 보통 골렘과는 다르게 마나석을 두개를 사용했다. 가슴에 있는 마나석은 골렘이 움직이기 위해 사용되는 마나석이고 머릿속에 있는 마나석은 사고를 하기 위한 마나석이었다. 사고를 한다고 해도 인간처럼 행동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좀더 단조로운 움직임이 아닌 복잡한 움직임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일종의 중앙 제어 장치였다. 송현은 이 십이지 골렘의 지식을 비워둔 것은 다 이유가 있었다. 자신들의 친우들이 지금의 골렘에 지식을 채워줄 것이다. 물론 채우는 일은 자신이 하겠지만 그들이 가지고 있는 무공의 지식을 채워 넣는다면 그야말로 최강의 골렘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송현은 스스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다. 이제는 친우들을 다시 불러 모아 혈교에 대해 복수를 하는 일만 남았다. 송현의 가슴에 뜨거운 복수의 열정이 활활 타올랐다. 십이지 골렘 마송현은 조심스럽게 공청석유가 든 병을 품에 넣었다. 이미 자신은 이런 영약이 필요 없었다. 다만 친우들에게는 굉장히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기에 이렇게 챙겼던 것이다. 송현은 석실을 뒤로하고 밖으로 나왔다. 다시 한 번 석관 앞에 섰다. “누구신지 모르겠지만 남겨주신 것들 잘 쓰겠습니다. 극락왕생하시기 바랍니다.” 송현은 석관을 향해 예를 다해 절했다. 죽은 자의 대한 예의와 소중한 것을 가져가는 것에 대한 감사의 뜻이었다. 송현은 다시 옛 고대 황제의 무덤을 빠져나가기 위해 왔던 길을 다시 걸었다. 십이지 철상 사이를 걸었다.. 다시 봐도 감탄성이 나왔다. “쩝! 과거 살던 곳은 왜 이런 미적 감각이 없을까? 드워프들도 무엇이든지 아름답게는 만들기는 하지만 이런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것은 못 만들던데!” 송현은 다시 한 번 천천히 십이지 철상을 둘러보았다. “캬! 이런 디자인으로 골렘을 만들었다면... 어느 제국도 무섭지 않을 텐데 말이야.” 송현은 다시 한 번 감탄을 터트렸다. ‘어서 빨리 친우들을 만나봐야겠다. 일단 무사한 것 같으니... 혈교에 대해서 상의도 해야하고... 휴우, 그러나 혈강시는 어떻게 한다. 이럴 때 골렘이라도 하나 있었으면.“ 송현은 마나를 일으켜 양설린을 찾으려했다. 그 순간, 송현은 뒤통수를 망치로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골렘...” 송현은 나직이 골렘이라는 단어를 내뱉었다. 그리고 고개가 부서지도록 돌려 십이지 철상을 보았다. “저것으로 골렘을 만든다면?” 송현은 그 자리에서 쥐의 형상으로 된 철상 앞에 섰다. 2m에 육박하는 키, 두툼한 갑옷을 입은 몸체, 그리고 무엇보다 균형 잡힌 몸을 가지고 있었다. 거기에 천축에서나 사용되는 챠쿠라는 검을 들고 있었다. 챠쿠라는 검은 마치 물고기 등뼈와도 같은 형태를 하고 있는 검이었다. 검신을 중심으로 가로로 단검크기의 검들이 가시가 난 듯 붙어있는 형태였다. 검 자체만으로도 무시무시함을 주었다. 송현은 투시마법으로 십이지상 중 쥐 철상을 세세히 살폈다. “음...” 송현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완벽해!” 골렘을 만들기 위해서 가장 필수적인 요소가 어떤 재료로 만들든지 재료로 사용되는 것이 어느 곳이든지 밀도가 똑같아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곳은 재료가 밀집되어 밀도가 높다든지 어떤 곳은 느슨하게 뭉쳐있어 밀도가 낮다든지 하면 골렘을 만들 수 없었다. 아니 만들 수는 있지만 약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골렘은 만드니 만 안 만드는 것이 좋았다. 자신이 과거 살던 곳에서도 드워프가 만든 골렘을 최고로 쳐주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인간이 골렘의 형상을 만든다면 밀도를 정학하고도 고루 분포하게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송현이 보고 있는 쥐 철상의 밀도는 정확했다. 어느 한곳 밀도가 떨어지는 곳이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구하기도 힘들다는 현철로 만들어져있었다. 표면만 그런 것이 아닌 전체가 처음부터 현철로 만들어진 것이다. 송현은 뛰는 가슴을 애써 진정시켰다. 그리고 옆에 있는 소 철상, 호랑이 철상을 해서 마지막 돼지 철상까지 모두 세세히 살폈다. 끝까지 모두 살핀 송현은 흥분했다. 거기에 마나석으로 대신할 것도 차고 넘쳤다. 만년한옥도 있었고, 공청석유도 있었다. 그야 말로 골렘을 만들기 위한 모든 재료가 이루어진 것이다. 송현은 그 자리에서 만년한옥이 있는 석실로 뛰어갔다. 만년한옥을 가지고 나온 송현은 윈드 커터 마법을 이용하여 원의 모양으로 12개를 잘라냈다. 만년한옥에 골렘이 움직이는데 필요한 마나수식을 적었다. 그리고 텔레포트 마법으로 철상들의 가슴에 이동을 시키려했다. 그때 송현은 욕심이 생겼다. 자신이 과거 연구를 해두었던 골렘을 만들어보고 싶었던 것이다. 단순한 골렘이 아닌 인간과도 같은 움직임을 보이는 그런 골렘을 말이다. 송현은 12개의 원을 잘라내고 남은 만년한옥에서 다시 작은 원 모양을 12개를 잘라냈다. 그리고 자신이 생각한 골렘의 수식 마법을 적었다. 도합 24장의 마나석이 완성이 되었다. 송현은 그것도 성에 차지 않았는지 공청석유를 꺼내어들었다. 염동력 마법으로 공청 석유를 한 방울도 안 되는 양이지만 조금 덜어냈다. 그리고 공청석유를 만년한옥 속으로 텔레포트 시켰다. 차가운 냉기를 품던 만년한옥은 조금 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냉기를 품어내기 시작했다. 만년한옥이 가지고 있던 냉기가 만년한옥과 합쳐지면서 더욱 기운을 탄력받은 것이다. 그렇게 24장의 만년한옥에 일일이 공청석유를 집어넣었다. 송현은 우선 큰 원과 작은 원 모양의 만년한옥을 한 장씩 들었다. 큰 원 모양의 만년한옥은 쥐 철상의 가슴에, 작은 원 모양의 만년한옥은 머리로 텔레포트를 시켰다. 쥐 철상의 몸으로 만년한옥이 들어가자 쥐 철상은 미세한 진동하였다. 쿠르르르릉 가볍게 몸을 떨던 쥐 철상의 몸에 흰 빛이 생기더니 이내 몸을 휘감았다. 그렇게 5분정도가 지나자 다시 빛이 사그라졌다. 송현은 쥐 철상의 머리로 날아갔다. 그리고는 손을 뻗어 쥐 철상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두 눈을 감고 자신의 마나를 주입을 시켰다. 그러면서 단편적인 기억을 보냈다. 송현은 손을 떼고 쥐 철상을 향해 말했다. “너의 주인의 이름으로 명한다. 지금부터 너의 이름은 자왕(子王)이다.” 송현은 십이지를 본따 쥐를 뜻하는 자를 이용하여 이름을 지었다. 쿠르르릉 마치 사람이 두 눈을 뜨듯이 쥐 철상의 두 눈에서 푸른 안광이 뿜어져 나왔다. “알겠습니다, 주인님!” 송현은 얼굴에는 희열감이 번졌다. 자신이 생각하고 연구한 골렘이 성공작이라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나를 따라 오너라!” 송현은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 자왕은 송현을 따라 한 걸음 내딛었다. 쿵! 계속적으로 송현이 뒤로 물러나자 자왕은 송현을 따라붙었다. 쿵 쿵 쿵 지축을 울릴 정도로 무거운 발걸음이었다. 송현은 조금 속력을 해보았다. 자왕도 그에 질세라 속력을 냈다. 걷던 걸음이 달리기로 바뀌었지만 아무런 무리가 없었다. 사람처럼 안정된 행동이었다. “크하하하하하하!” 송현은 마음껏 웃었다. 그런 송현 앞에 웅장한 자태로 자왕이 서있었다. 송현은 나머지 십이지 철상에 만년한옥과 공청석유를 합쳐 만든 마나석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그들의 이름 역시 자왕처럼 지어주었다. 소 철상은 축왕(丑王), 호랑이 철상은 인왕(寅王), 토끼 철상은 묘왕(卯王), 용 철상은 진왕(辰王), 뱀의 철상은 사왕(巳王), 말의 철상은 오왕(午王), 양의 철상은 미왕(未王), 원숭이 철상은 신왕(申王), 닭 철상은 유왕(酉王), 개 철상은 술왕(戌王), 돼지철상은 해왕(亥王)이라 지었다. 송현의 앞에 웅장한 모습으로 십이지 골렘이 서있었다. 어느 누구라도 그 앞에 선다면 공포를 느끼게 될 것이 분명했다. ‘이 십이지 고렘에 기본적인 것을 빼고는 그 어떤 지식도 넣지 않았다.’ 송현은 보통 골렘과는 다르게 마나석을 두개를 사용했다. 가슴에 있는 마나석은 골렘이 움직이기 위해 사용되는 마나석이고 머릿속에 있는 마나석은 사고를 하기 위한 마나석이었다. 사고를 한다고 해도 인간처럼 행동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좀더 단조로운 움직임이 아닌 복잡한 움직임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일종의 중앙 제어 장치였다. 송현은 이 십이지 골렘의 지식을 비워둔 것은 다 이유가 있었다. 자신들의 친우들이 지금의 골렘에 지식을 채워줄 것이다. 물론 채우는 일은 자신이 하겠지만 그들이 가지고 있는 무공의 지식을 채워 넣는다면 그야말로 최강의 골렘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송현은 스스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다. 이제는 친우들을 다시 불러 모아 혈교에 대해 복수를 하는 일만 남았다. 송현의 가슴에 뜨거운 복수의 열정이 활활 타올랐다. 친우들과의 조우 이름 모를 어느 황능. 거대한 철상들이 2열로 서있다. 짙은 묵빛으로 일관한 색채에 그 크기만 해도 2m를 육박했다. 묵직함과 웅장함을 보여주는 갑옷, 거기에 잘 어울리는 병기들을 가지고 있었다. 그 앞에 누구라도 서면 기가 죽어 제대로 허리 한 번 펴지 못 할 것이다. 그 앞에 검은 색채와는 상반되는 한 인물이 서있었다. 백발(白髮)에 백의(白衣). 온통 하얀 색으로 온 몸을 둘러싼 인물이었다. 그는 바로 송현이었다. 자신이 만든 십이지 골렘을 자랑스러운 눈빛으로 보고 있었다. 십이지 골렘의 사고를 담당하는 머리의 마나석에 모두 기본적인 지식만 심어주었다. “모든 준비는 끝났다. 친우들만 찾으면 된다.” 송현은 십이지 골렘을 보며 두 주먹을 꽉 쥐었다. 그 시간, 어느 동굴. 학비의 워프 마법으로 간신히 혈교의 손아귀에서 탈출한 철무정을 비롯한 송현의 친우들이 모여 있었다. 초췌한 얼굴, 피로 얼룩진 옷 모두가 극심한 피로감에 빠져있다는 것과 상당한 고생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모두의 눈빛은 살아있었다. 생기 넘치는 눈빛은 아니었지만 두 눈의 기광은 번뜩이고 있었다. 그것도 무서워 소름이 끼칠 시린 안광이었다. 모두가 말없이 자신의 앞에 있는 육포와 차갑게 식은 만두를 씹고 있었다. “아흑, 흑흑흑...” 그 순간 양설린의 입에서 구슬픈 울음소리가 세어 나왔다. 두 눈에는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애써 울음을 참으려는지 입에 물린 육포를 씹고 또 씹었다. 그녀의 울음소리에 모두들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철무정은 말없이 다가가 양설린의 옆에 앉았다. 그리고는 그녀에게 어깨를 빌려주었다. 철무정은 한 팔로 양설린을 감싸 안았다. 그런 그녀를 보며 모두가 다른 표정을 지었다. 철무정은 비록 말없이 양설린을 감싸 안고 있었지만 그의 눈빛은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금정산은 말없이 자신의 손에 있는 육포를 씹었다. 그리고 양설린의 울음소리가 조금씩 커질 때마다 더욱 육포를 먹는 것에 집중하는 듯했다. 그에 반해 위정천은 무심한 눈빛을 가졌다. 조용히 자세를 가다듬고 있었다. 그러나 왠지 모를 날카로운 검을 연상시켰다. 그저 예리한 칼날을 감추고 있는 검 말이다. 제갈성휘는 두 주먹을 꽉 쥐고 벽을 쳤다. 두 눈에는 조용히 눈물이 흘러내렸다. 흘린 내린 눈물은 제갈성휘의 두 신발 위에 떨어져 신발 끝을 적셨다. 백소영은 남궁휘 품에 안겨 조용히 눈물을 삼켰다. 백소영, 그녀마저 울음소리를 터트린다면 더욱 암울한 분위기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런 백소영을 남궁휘는 조용히 감싸안아 주었다. 남궁휘는 그런 백소영을 보며 송현에 대해 질투심이 타올랐다. 이미 죽은 그였지만 아직까지 백소영의 마음 한 구석에 자리잡고 있는 것에 대한 부러움일 것이다. 백소영의 마음 아픈 짝사랑에 대해 알았고, 그녀의 고민을 들어주었다. 그리고 그녀를 마음 한편에 담아두었다. 그리고 지금,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다. 백소영 그녀 역시 송현을 포기한 것이다. 송현의 마음을 너무나도 잘 알았기 때문에... 그러나 마음 한 편 숨겨둔 송현에 대한 마음에 지금 이렇게 눈물이 나오는 것이었다. 어쩌면 예전의 사랑의 감정과는 다른 무엇일 것이다. “소영, 나는 그대를 두고 먼저 죽지 않을 것이오.” 남궁휘는 지금 이런 말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았지만 했다. 왜 그랬는지는 자신도 몰랐다. 그저 자신의 품에서 울고 있는 백소영을 보자니 이런 말을 하지 않고서는 못 베길 것 같았다. “가, 가가, 가가마저 먼저가시면... 흑흑흑.” 남궁휘는 백소영을 더욱 세차게 자신의 품으로 당겨 안았다. 오로지 말없이 한 인물을 지켜보는 이가 있었다. 바로 모용일미였다. 그녀는 말없이 철무정을 바라보았다. 철무정이 보여주는 강한 모습에 모용일미 역시 마음을 흩트리지 않았다. 더욱 강한 모습을 보이고자 했다. 그렇게 서로가 자신의 감정을 수습하고자 했다. 번쩍. 한줄기 광채가 동굴 안을 휩쌌다. 그 빛에서 한 명의 소년이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학비였다. 송현이 만들어준 워프 마법이 담긴 반지를 이용해 근처의 성도를 다녀오는 길이었다. 송현의 선견지명 때문일까 워프 마법이 담긴 마법 물품에는 스스로 마나를 모을 수 있었기에 지금 학비가 큰 어려움 없이 워프를 사용하여 필요한 물품을 구할 수 있었다. 학비는 비교적 밝은 표정을 지으며 동굴 안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곧 동굴 안의 분위기를 알게 되었다. 학비는 조용히 자신이 사온 가져온 물건들을 가지고 어정쩡 서있게 되었다. 모용일미는 조용히 손을 들어 학비를 불렀다. 학비는 아직 어린 나이이기에 금세 분위기에 휩싸였는지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맑고 큰 두 눈에 눈물이 맺혔다. 그런 학비를 보며 모용일미는 어머니가 아이를 안아주듯이 품에 안았다. 모용일미는 자신의 품에서 학비의 몸이 가늘게 떨고 있는 것을 느꼈다. 부드럽게 자신의 품에 있는 학비의 등을 쓰다듬어주었다. 학비도 따사로움을 느꼈는지 이내 떠는 몸이 안정되었다. 그렇게 한없이 슬픈 시간이 흘렀다. 송현은 다시 십이지 골렘을 원래 있던 장소로 가져다 놓았다. 우선 이들을 가지고 다니기에 너무 힘이 들었고 어차피 이 곳으로 다시 와야했기 때문이다. 물론 8서클로 올라선 지금 아공간 마법으로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어 이들을 넣어둘 수 있지만 그러기에는 시간이 너무 걸렸다. 자신의 친우들을 찾고 싶은 마음에 아공간을 만드는 것은 다음으로 미뤘었다. 혹시나 그들이 위험에 쳐했을 수도 있을 줄 모르기 때문이다. 송현은 마나를 집중해 양설린이 있는 곳을 찾으려고 마음먹었다. 양설린의 목에는 자신이 만들어준 목걸이가 걸려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목걸이에는 위친 추적 마법이 새겨져있다. 자신의 마나를 모아 양설린의 위치를 찾으려는 순간 무엇인가 허전함을 느꼈다. ‘뭐지? 이 허전함은.’ 그 순간. ―주인님. 너무해욧! ―벌써 우리를 잊은 것인가요? ―주인, 그럼 벌 받어! ―주인님, 저희를 잊었습니까? 송현의 여러 목소리가 머릿속을 진탕 울렸다. ‘헉! 사, 사신수...’ 송현은 놀라면서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자신의 형체를 없애면서까지 송현 자신에게 마나를 주었고, 그로인해 이렇게 목숨을 유지할 수 있었다. 아무리 깨달음을 얻고 골렘을 만든다고 바쁜 시간을 보냈다지만 잃어버리고 나둘 존재들이 아니었다. 송현이 한동안 아무 말도 못하고 우물주물하자 더욱 시끄러운 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렸다. 얼마나 큰 소리였는지 송현은 머리가 다 울려 멍할 정도였다. ―아, 알았어. 다들 조용해! 머리 아파. 송현의 말에 그제야 조금 조용해졌다. 송현의 입에서 마나가 담긴 음성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순식간에 그의 주변에는 마나의 소용돌이가 생겼다. 확연히 예전과는 다른 경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더욱 강렬한 마나, 그리고 그의 말에 담긴 마나의 질과 양의 차이. 예전의 수준과는 너무나도 많은 차이가 있었다. 강렬한 마나의 소용돌이가 그치자 예전과는 다른 기세를 보이는 네 마리의 신수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크아아아아앙!” “캬아아아아아!” “쿠오오오오오!” “크르르르르르!” 백호에서부터 주작, 현무, 청룡이 차례대로 웅장한 자태를 보이며 그들의 모습이 송현의 눈앞에 나타났다. 예전과 같은 모습이었지만 무엇인가 다르게 느껴졌다. 더욱 성숙한 느낌이라고 할까? 좀더 기세가 갈무리 된 느낌이었다. 휘이이이잉 다시 한번 마나의 소용돌이가 한번 몰아쳤다. 그러나 지금이 소용돌이는 마치 블랙홀과 같은 소용돌이였다. 마나의 기세가 소용돌이의 중앙으로 몰아쳤고 종내에는 마나가 사라졌다. 그리고 다시 네 마리의 귀여운 사신수들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의 몸에 마나를 잘 압축하여 갈무리를 한 것이다. 타다다닥. 팔락팔락팔락. 스르르륵. 샤라라락. 백호는 재빠르게 네 발로 뛰어 송현의 품에 안겼다. 그에 질세라 주작은 자그만 날개짓으로 송현의 어깨로 날아올라 앉았고, 현무는 느린 걸음을 나름대로 재빠르게 움직이며 송현의 소매로 들어갔다. 그에반해 청사는 바다를 헤엄치는 물고기와 같이 허공을 날아 송현의 소매로 들어갔다. 송현은 그제야 자신이 느낀 허전함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주인님! ―그, 그래. 알았어. 내가 잘못했다고. 백호의 귀엽고 땡그란 두 눈동자를 가지고 송현을 향해 나름대로 흘겼다. 차라리 안 흘겨봤으면 싶었다. 그 모습이 너무나도 귀여워 백호의 목소리 어감은 전혀 들리지 않았다. ―주인, 실망이네. 소매에서 고개만 삐죽히 낸 현무였다. 그리고는 금세 고개를 쏙 집어넣었다. 그로부터 대략 십여 분 간 설교 아닌 설교를 들어야했다. 다행인 것은 청룡만은 성격 때문인지 아니면 자신이 굳이 나서지 않아도 될 것을 알아서인지 조용했다. ―그런데, 주인님. ―아아, 더 이상 잔소리라면 충분히 알아들었어. 송현은 질겁하며 두 손을 흔들었다. 백호는 송현의 품에서 땅으로 폴짝 뛰어내렸다. ―그것이 아니라, 더욱 강해지신 듯하네요. 그래서인지 저희들도 예전보다 더욱 강해진 듯 하구요. 백호는 그런 자신의 몸이 마음에 들었는지 연신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백호의 말에 모두들 동의하는지 다들 고개를 내밀고는 송현의 얼굴을 보았다. ―그렇게 보여? 송현의 말에 사신수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은 8서클에 올랐거든. 송현의 얼굴에는 자랑스러움이 묻어나왔다. 송현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것이었다. 자신의 과거에서 누가 8서클에 올라섰겠는가? 자신의 과거 제국뿐만 아니라 대륙 역사상 세 번째 8서클 대마도사로 이름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곳으로 돌아간다는 전제하에서 말이다. 송현은 한층 자랑스러음을 드러내며 어깨를 쫙 폈다. ―쯧쯧쯧, 자아도취군. 현무는 혀를 차며 다시 고개를 소매로 쏙 집어넣었다. ―잘났습니다. 청룡마저 한마디 내뱉고는 소매로 들어가 송현의 배를 감쌌다. ―오호호호, 왜 그래 다들? 귀엽잖아, 우리 주인님. 주작은 마냥 송현이 귀여운 듯 웃었다. 그 모습에 백호는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주인님, 안 바쁘세요? 어서 가시죠. 백호는 다시 송현의 품에 달려 안기고는 다시 한 번 한숨을 내슀다. “야오오오옹.” 송현은 그들의 황당한 대꾸에 할말을 잃어버렸다. 물론 얼굴은 화끈거렸고 발개졌다. “가, 가야지.” 송현은 말까지 더듬었다. 완벽한 사신수의 복수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송현의 얼굴은 다시 진지함으로 물들었다. 두 눈을 감은 송현의 몸 주위에는 미미하나마 거대한 마나가 출렁거렸다. 그리고 다시 두 눈이 떠졌다. 입가에 회심의 미소가 지어졌다. ‘찾았다! 설린이 있는 곳을... 그리고 친우들이 있는 곳을...’ 그리고 순식간에 한무리 빛이 일렁이더니 이내 그들의 모습은 사라졌다. 깊은 산속을 헤메는 자들이 있었다. 백여 명은 되는 숫자였다. 모두가 깊은 산속과 잘 어울리는 녹색이 섞인 검은 옷을 입고 있었다. 그들을 뒤로 네 명의 노괴들이 따르고 있었다. 벽여 명의 흑의인들은 모두 은밀히 주위를 탐색하며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의 움직임이 얼마나 신속하고 예리한지 그들이 지나가는 자리에 개미새끼 한 마리 움직임까지 모두 파악하고 지나가는 것 같았다. 그렇게 열심히 앞으로 나가는 자들 뒤에 네 명의 노괴들은 전음을 주고받았다. [큰형님, 이게 웬 말입니까? 다 죽어가는 놈들 뒤만 쫓고 말입니다.] [둘째야, 어쩌겠느냐?] [소교주님이 혈강시만 이용하지 않으셔도...] [교주님의 노발대발하실 만도 하지. 그래도 소교주님 덕분에 이 정도로 있는 줄 알아라.] [큰형님, 그게 우리 잘못입니까?] [어허!] [막내야, 송현인가 그 놈은 죽었고, 혈강시의 비밀을 알고 있는 나머지 연놈들만 찾아서 죽이면 된다.] [그런데 그 놈들이 미꾸라지 마냥 하도 잘 빠져나가니깐 문제입니다.] [그렇기는 하지...] [어서 빨리 잡아서 죽이고 교로 돌아가자.] 네 명의 노괴는 구지사마였다. 어느 누가 봐도 한 점 틀린 점이 없었지만 그들은 서로가 누가 누구인지 잘 아는 모양이었다. 서로 뒤엉켜 전음을 주고받았다. 전음의 내용으로 보아 그들은 소교주와 함께 송현 일행을 죽일때 혈강시를 사용한 것이 문제가 된 모양이었다. 다행히 소교주가 독단적으로 혈강시를 사용했다고 하지만 가장 위험한 송현을 죽일 수 있었다. 물론 시체를 찾지 못했다. 그러나 살아났다고 해도 단전이 파괴된 이상 폐인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면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이제 송현의 곁에 있는 날파리만 죽이면 되는 것이었다. 혈교의 교주인 할마루는 구지사마 그들에게 혈강시를 사용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물어 그들을 모두 죽일 것을 명했다. 아니면 최소한 앞으로 석 달간 그들과 마교와 정파의 연합인 중원 무림 수호맹의 인물들과 접하지 못할 것을 명했다. [근데 둘째 형님, 그 놈들이 중원 무림 수호맹과 접촉해도 뾰족한 방법이 있습니까? 어차피 그곳에서 조차 척살객으로 분류된 놈들입니다.] [만에 하나를 위해서 그런 것이 아니냐? 혹시나 그들이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자신의 의견을 내세운다면 중원 무림 수호맹 놈들도 신중해지겠지.] [그건 둘째 말이 맞다. 비록 우리 교가 중원 무림 수호맹의 7,8할을 차지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조심할 건 조심해아지.] [그렇군요.] 그들은 한시라도 편해지기 위해, 교로 돌아가기 위해 더욱 주위를 수색하며 앞으로 나갔다. 학비는 모용일미 품에서 몸을 떨고 있을 때 이질적인 느낌을 받았다. 곧 불안감에 휩싸였다. 이윽고 불안감은 현실이 되었다. 딸랑 딸랑 딸랑 학비가 설치해 놓은 알람 마법이 울렸던 것이다. 모두가 이 소리의 의미를 알고 있었다. 학비는 재빨리 모용일미의 품에서 벗어나 동굴입구로 뛰어갔다. “모든 것을 꿰뚫어 볼 것이다, 클레이보이언스!” 앞에 놓여진 나무나 수풀을 그대로 투시하며 이곳으로 다가오는 생명체를 주시했다. 아직은 조금 거리가 있어서 인지 자세히 볼 수 없었다. “앉아서 천리를 내다본다, 매그너파이!” 학비는 자신의 눈에 보이는 영상을 최대한 확대하며 살폈다. “크으으!” 학비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꽉 다문 이빨사이로 비장감이 흘러나왔다. 나직한 소리였지만 모두들 그 소리를 똑똑히 들었다. 그리고 표정이 급격히 굳어졌다. 모두들 학비가 내는 소리의 의미를 알았기 때문이다. 학비를 중심으로 어느덧 철무정과 금정산을 비롯한 인물들이 동굴 입구에 나란히 섰다. 철무정은 동굴 입구로 들어오는 따사로운 햇살에 눈가를 찌푸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철무정은 따사로운 햇살을 올려다보았다. ‘형님...’ 송현을 마음속으로 한번 부른 철무정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검을 더욱 세차게 움켜쥐고 앞으로 걸어나갔다. 어차피 자신들이 발각되기에는 시간문제였다. 그 시간동안 쥐새끼마냥 숨어있는 것은 그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모두들 철무정과 한마음인 것 같았다. 학비를 뒤로 한 채 모두들 앞으로 한걸음 나섰다. 이미 열흘간 많은 싸움에서 호흡을 맞춘 것이 눈에 보였다. 학비는 자연스럽게 뒤로 빠져 자신이 할 수 있는 보조마법 시행을 준비했다. 비록 많은 힘은 되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준비했다. 학비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사실은 그의 힘은 나머지 일행들에게 대단한 힘을 주었다. 학비를 제외한 팔인(八人)은 자신의 병기를 꺼내어 들었다. 샤라라 당 탕 탕 검집에서 검이 빠져나오는 소리가 뭔가 거친감이 있었다. 그 이유는 그들의 검 모두가 검날이 손상되어 있었다. 참으로 초라한 모습들이었다. 여기 저기 찢어진 옷하며 오랜 피곤함이 쌓인 초췌한 모습, 거기에 이 빠진 검날을 가진 검. 그러나 어느 누가 보아도 그런 소리를 못할 것이다. 바로 그들에게서 나오는 기세와 무섭도록 강한 안광 때문에... 부스럭 부스럭 동굴 앞에 제법 공터를 만들고 있는 수풀에서 소리가 났다. 모두들 그 소리에 긴장하며 손아귀에 더욱 힘을 주었다. 그럴수록 그들의 두 눈은 무심히 가라앉았다. 그러나 대자연의 노기와도 같은 무서움이 묻어나왔다. 이윽고 검은 복장을 하고 있는 한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사내는 조금은 당황하며 급히 허공에 대고 수신호를 보냈다. 몰론 그의 시선은 철무정과 금정산의 일행을 보면서 말이다. 얼마나 훈련이 잘 되어있는지 검은 복장을 한 사내의 수신호가 끝나기가 무섭게 검은 복장을 한 사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족히 백여 명은 되는 숫자였다. 그리고 나타난 자들이 있었다. 바로 구지사마였다. “크흐흐흐, 드디어 잡았구나. 미꾸라지같은 놈들.” “네 놈들 때문에 열흘간 고생한 것을 생각하면 갈갈이 찢어 죽여주고 싶구나.” “몇 번인가 잘도 우리 손에서 도망을 쳤겠다. 하지만 오늘은 더 이상 도망칠 수 없을 것이다. 크하하하.” “오늘이 너희 놈들의 제삿날이다. 으흐흐흐.” 구지사마는 한 걸음 앞으로 디디며 한마디씩 했다. “더 이상 할 말이 끝났는가?” 위정천이 일행을 대표로 앞으로 나섰다. 그런 그를 보며 나머지 일행들은 살기어린 눈빛이 흘러나왔다. 더 이상 도망칠 곳도 없었다. 아니 도망칠 수 없었다. 이미 지칠 대로 지친 그들이었다.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듯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송 학사...’ “송 형...” “형님...” “송 학사님...” “스승님...” 모두가 송현을 마음속으로 불렀다. 자신들을 대신해 죽어간 송현에 대한 애절한 마음이었다. 그리고 복수를 해주지 못함에서 느껴지는 괴멸감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아름다운 숲의 정경을 훑어보았다. 오늘 이후로 살아서 세상을 볼 수 없을 것이라 느꼈다. 그래서 생의 마지막을 준비했다. 비록 자신들이 혈교의 비열한 술수에 무림 공적으로 몰려 척살 대상자가 되었지만 자신들이 아닌 무림의 열사들이 나와 저 혈교를 이 땅에서 씨를 말려줄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 과정에서 자신들의 스승이나 친우들, 그리고 사문의 동기들의 무사함을 빌고 또 빌었다. 그리고 먼저 세상을 떠난 이가 있으면 저 세상에서 만나기를 기원했다. 그렇게 그들은 죽음을 준비했다. 또 다시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일제히 구지사마를 노려보았다. “유언은 모두 마쳤는 모양이구나. 애들아, 모두 쳐라! 한 놈도 살려 보내서는 안 된다.” 구지사마의 네 노괴의 입에서 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그것을 시작으로 백여 명의 흑의를 입은 혈교의 무사들은 일제히 철무정과 금정산, 일행들을 몰아쳐갔다. 그 순간 익숙한 모습으로 학비는 플라이 마법을 이용하여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그것을 확인한 나머지 8인은 원을 그리며 서로의 등을 맞댔다. 허공에 오른 학비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마나를 이용하여 일행들에게 스트랭스, 헤이스트와 같은 마법을 걸어주었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될 만한 것을 찾기 시작했다. 조금은 이질적이지만 이제는 익숙한 학비의 마나를 온 몸으로 느낀 순간 8인은 혈교의 무리들 사이로 뛰어들었다. 그의 기세는 한 마리 사자를 보는듯했다. 자존심의 대명사인 사자 한 마리가 비록 다친 몸을 하고 있지만 그 위용을 자랑하며 여러 마리의 늑대들 사이를 휘젓고 다니는 듯한 기세였다. 확실히 위정천은 화산파의 자존심인 매화검수답게 그 위용을 한껏 보여주고 있었다. 그러나 평상시 그의 별호가 군자검인 것을 감안한다면 파격적인 검세를 펼치고 있었다. 날카롭기 그지없고 모두가 사혈을 향한 살기가 담긴 검세였다. ‘한 명이라도 더 죽여야 중원 무림이 일초라도 더 빨리 평화가 온다. 내가 지옥에 가지 않으면 누가 갈 것인가?’ 위정천은 애써 마음을 잡으며 더욱 혹독한 살수를 펼쳐갔다. 그런 위정천의 모습에 뒤질세라 금정산 역시 검에 피를 묻혀갔다. 화산파만의 특유의 정대함은 보이지 않았다. 금정산의 검 끝에서 매화꽃이 피고 지고를 반복했지만 매화향은 나지 않았다. 오히려 찢은 혈향만이 매화꽃에서 풍겼다. 아마도 금정산의 마음에서 자비심이 사라졌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거기에 또 한 마리의 사자가 있었다. 바로 철무정이었다. 그는 송현이 만들어준 마법검을 이용하여 최대한 적절하게 혈교의 무리사이를 누비고 다녔다. 철무정의 검에서는 중원에서는 볼 수 없는 마법이 뿜어져 나왔다. 불이 솟아났으며, 전기가 뿜어져 나왔다. 거기에 물까지도 흘러나왔다. 그러나 그것들이 가진 힘은 무시하지 못했다. 엄청난 파괴력을 동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철무정이 가진 무력이 더해지며 더욱 매서움을 보여주었다. 제갈성휘는 지략가답게 최대한 혈교의 무리들의 약점을 파고들었고, 남궁혁과 백소영은 합격의 형태로 혈교의 무리들과 싸워나갔다. 지금은 연인의 사이가 되어서인지 완벽에 가까운 합격을 하고 있었다. 모용일미는 철무정을 도와 자신이 가진 모든 영략을 모두 내뿜었다. 비록 자신은 정파인이고 철무정은 마교의 소교주였지만 이제는 그것은 더 이상 고민거리가 되지 못했다. 이미 철무정과 양설린을 통하여 마교에 대한 편견이 깨어진지 오래였다. 그것은 자신만이 아닐 것이다. 여기 송현에 의해서 모여진 9명 모두 자신과 같을 것이다. 마교를 수천의 인물들을 이끌어가야 할 철무정의 동반자로서 짐이 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불연 듯 났다. 그러기에 더욱 자신의 모든 잠재력까지 끌어내 철무정을 돕고 있었다. 어느새 그를 사랑하는 한 여인으로서 철무정의 발목을 잡고자 하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았다. 이제 모용일미도 여인의 길을 눈을 뜨고 있었던 것이다. 비록 오늘 하루뿐이겠지만 말이다. 그런 여인들 사이에 유독 눈에 띠는 이가 있었다. 바로 양설린이었다. 쉴 새 없이 그녀의 검에서는 검강이 뿌려졌다. 현경의 고수가 아닌 이상 아무리 화경에 달한 고수도 저렇게 검강을 시종일관 뿌리지 못할 것이다. 그런 그녀는 지치지도 않는지 더욱 검강을 검에 유지하며 혈교 무사들을 베고 또 베어갔다. 여인의 몸으로 오랜 시간이 흐르며 조금은 지친 기색이 보이기도 하려만 그녀는 더욱 빠르고 강한 힘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것이 송현이 만들어준 마법검과 학비가 걸어주는 어시스트 마법에 의한 것임을 혈교인 모두 눈치 채지 못했다. 아니 눈치 챌 수가 없을 것이다. 그저 무서운 그녀의 무공에 혀만 내두를 뿐이다. 그런 그들도 한계가 있었다. 일정한 수준의 내력, 내력을 뒷받침해주는 체력, 그리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검. 이러한 것들이 한계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열흘간 재대로 된 휴식한 번 해보지 못한 그들은 내력을 충분히 뒷받침해줄 체력이 부족했다. 거기에 내력마저 백여 명을 상대하며 서서히 고갈을 느끼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고하고 그들은 꿋꿋이 검을 휘둘렀다. 구지사마가 보기에도 그들의 정신력은 대단했다. 아무리 적이라도 그런 모습을 보면 마음속으로 칭찬을 해줄 것이다. 그러나 구지사마는 오히려 짜증을 느꼈다. 빨리 저들을 죽이고 혈교로 돌아가 편히 쉬고 싶다는 생각만 했다. 그런 마음이 통했는지 구지사마는 그 자리에서 몸을 날렸다. 그들이 간 곳은 위정천, 금정산, 철무정, 양설린이 있는 곳이었다. 그럴 이유가 있었다. 누가 보아도 가장 매서운 기세로 혈교의 무사들을 죽여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구지사마가 그들 네 명을 맞고부터 철무정과 금정산, 일행들은 급속도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그들은 어금니에서 피가 나도록 꽉 물고 모든 기력을 짜내며 혈교의 무사들을 하나라도 더 죽이기 위해 검을 휘둘렀다. 그나마도 하늘은 돕지 않았다. 챙. 챠자장. 챙. 챠쟝. 기어이 위정천의 검으로부터 시작하여 나머지 일행들의 검들이 하나둘씩 깨어지고 만 것이다. 그리고 결국에는 철무정과 양설린의 검마저 산산조각났다. 끊임없이 검을 사용했고 혈교 무리들의 추적에 쉴 사이 없이 몸을 내빼는 그들에게 있어서는 검을 손질할 시간조차 없었다. 거기에 짧은 시간 너무나도 많은 검의 사용에 검의 이빨마저 빠져있었던 것이다. 그런 검들이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하나 둘씩 부셔졌던 것이다. “크하하하하!” 구지사마의 입에서 한결같이 웃음소리가 터져나왔다. 그와 반대로 철무정과 금정산의 일행들의 얼굴에는 어둠이 찾아왔다. 친우들과의 조우 구지사마는 마치 한 인물이 행동하는 것처럼 자신들의 손을 갈퀴처럼 만들어 자신들의 앞에 쓰러져있는 위정천, 철무정, 금정산, 양설린을 각각 내려다보았다. 쐐애액 먹이를 사냥하는 매의 발톱처럼 앞에 쓰러져있는 이들의 사혈을 향해 있는 힘껏 내려쳤다. 그 순간... “크아아아아앙!” “캬아아아아아!” “쿠오오오오오!” “크르르르르르!” 천하를 진동하게 할 만한 포효성이 터졌다. 그리고 구지사마를 향해 한줄기 바람이 불었다. 살갗을 에는 듯한 바람, 살가죽이 녹아내릴 것만 같은 바람, 스쳐지나가는 모든 것들을 얼려버릴 것 같은 바람, 혹은 음습한 땅내음이 나는 바람. 그런 바람은 바로 정령인 사신수의 바람이었다. 찰나를 연상시키는 듯한 빠른 속도로 구지사마 앞에 내려섰던 것이다. “크아아아앙!” 백호는 더욱 거대한 몸짓으로 하늘을 향해 울부짖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뒤에 있는 위정천을 막아섰다. 그리고는 위정천을 향해 내려치는 구지사마 중 첫째인 일마의 손을 그대로 물었다. 백호는 자신의 입에 물린 일마의 손을 그대로 옆으로 쥐어흔들었다. 백호의 날카로운 이빨에 의해 일마의 팔은 찢기기 시작했고 그의 팔의 가죽은 걸레가 되었다.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그런 피가 백호의 입가에 붉은 선홍빛으로 물들여갔다. 백호는 일마의 팔을 물은 채 고개를 땅으로 팩 내리고는 그대로 온 몸의 탄력을 이용해 일마를 일장 밖으로 내던졌다. 순식간에 한 팔을 잃어버린 일마는 어벙벙한 표정을 지으며 백호를 올려다보았다. “크아아아앙, 크르르르르!” 다시 한 번 하늘을 향해 포효하고는 일마를 향해 나직한 울음소리를 냈다. 새햐얀 순백의 털, 너무나도 깨끗했다. 그러나 맹수의 두 눈빛, 누구나 오금이 저릴 그런 눈빛이었다. 거기에 입가에 묻은 피, 더불어 길다란 수염을 따라 흘러내리는 핏방울. 그것도 자신의 피임을 직감한 일마는 두려움을 느껴야했다. 한편, 구지사마의 둘째인 이마는 철무정의 숨통을 끊기 위해 갈퀴가 된 손을 가지고 철무정의 목을 향해 할퀴어 들어갔다. 단숨에 철무정의 멱을 따고자하는 초식이었다. “캬아아아아!” 한줄기 뜨거운 바람이 구지사마의 팔을 휩쓸고 지나갔다. 따끔함만 느꼈다. 이마는 그것에 계이치 않고 그대로 철무정의 멱을 따고자했다. 그러나 그것은 오로지 그만의 생각뿐이었다. 분명 철무정의 목을 따야할 이마의 손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아니 볼 수가 없었다. 뜨거운 불에 살이 타다 못해 녹아버린 자신의 팔의 잔해를 땅에서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도 어깨에서 녹아 흘러내리는 어깻죽지를 볼 수가 있었다. “으... 크흐흑... 으아아악!” 이마는 고통에 몸부림쳤다. 고통에 뻘게진 눈으로 철무정을 보고자했다. 그러나 볼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그 앞에 이글거리는 불꽃으로 만들어진 한 마리 불새가 커다란 날개를 활짝 펴고 내려앉아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주작이었다. 주작은 커다란 날개를 단 한번, 단 한번 휘저어서 이마를 일마가 쓰러져있는 곳으로 날려버렸다. “캬아아아아아!” 그리고는 하늘로 비상하며 울부짖었다. 하늘의 제왕의 자태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금정산을 공격하던 구지사마의 셋째인 삼마는 자신의 팔이 얼어붙는 것을 느낄 사이도 없이 얼음이 깨어지듯 자신의 팔이 산산조각 남을 느껴야했다. 그리고 한 마리 청룡을 보아야만했다. 그것도 잠시 청룡의 거대한 꼬리에 온 몸을 강타당하며 일마와 이마가 쓰러져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쿠오오오오!” 날아가는 와중에도 삼마는 하늘로 승천하는 청룡의 자태와 포효음을 들어야했다. 공포를 느끼면서... 그 모습을 두 눈으로 확인한 구지사마의 넷째인 사마는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어떤 것이 나타나 자신의 형제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을 공격해 들어올지 몰랐기 때문이다. 양설린을 향해 짖니겨가던 팔을 급히 빼내고는 주위를 연신 살폈다. 그의 두 눈에는 두러움의 감정이 묻어나왔다. 그 순간... 쿠르르 푸우우우욱 사마를 향해 공격한 곳은 팔이 아니었다. 두 다리가 땅으로 푹 꺼지더니 이내 몸의 절반 이상이 산매장 되었다. 푸우우욱 한번의 땅울림이 있은 뒤 사마는 얼굴만 땅밖으로 내민 형상이 되었다. 자신이 딛고 서있던 땅이 바로 눈팡에 수평선을 이루자 사마는 더욱 공포감에 휩싸였다. 쿠르르르르 자신의 바로 코앞에서 땅거죽이 위로 밀려올라가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한 마리 괴수와도 같이 생긴 거북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한 마리 뱀과 함께... 지옥의 염화를 모는 듯한 눈동자를 가진 현무였다. 적어도 사마가 보기에는... 현무가 거대한 다리를 들어 땅으로 한번 내려치자 그마저 고개를 내밀고 있던 사마는 그대로 땅속으로 꺼져버렸다. 완벽한 생매장이었다. 그리고 얼마 후 살갗이 모두 벗겨지고 머리카락이 모두 빠진 모습으로 일마, 이마, 삼마가 모여는 곳으로 툭 퉁겨 올라왔다. 네 명의 구지사마가 사신수에 의해 한 곳으로 몰린 것이다. 한 순간의 일이었다. 이제 죽음만 내다보던 위정천, 금정산, 철무정, 양설린은 자신의 앞에 있는 사신수의 뒷모습을 보았다. 처음에는 그들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놀랐지만 이내 두 눈이 크게 떠졌다. 그들 네 명만이 아니었다. 그들의 죽음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나머지 5인도 사신수의 등장에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곧 그들의 기억 속에 있는 사신수를 떠올릴 수가 있었다. 자신들을 지켜주며 죽어간 송현, 그리고 그와 함께 사라져간 사신수. 바로 그들의 모습이었다. 예전과는 비록 다른 기운을 내뿜고 있었지만 확실히 송현이 데리고 다니던 사신수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것도 더 뛰어난 경지를 보여주며 나타났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하늘에 떠있던 학비도 땅에서 죽음을 기다리던 이들도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런 이유가 있었다. 바로 송현이 살아있을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분명 자신들의 눈앞에서 단전이 파괴되며 죽어간 송현이었다. 하지만 왠지 이 순간만은 그가 불사신의 몸으로 나타날 것만 같았다. 아니 나타날 것이라 느꼈다. 그리고 그들의 초점은 한 곳으로 모아졌다. 바로 구지사마가 쓰러져있는 하늘 위로... 그곳에 한 인물이 떠있었다. 백의를 입고 백발을 나부끼며 오만한 듯한 자세로 떠있는 자. 어느 누가 아무 것도 없는 허공에 떠있을 수가 있겠는가? 어느 누가 하얀 백발을 나부끼며 오만한 자세로 떠있을 수 있겠는가? 어느 누가 사신수를 데리고 다니며 천하를 오시할 수 있겠는가? 단 한 명뿐이었다. 이 넒은 중원에 그런 자는 단 한명이었다. 바로... 마법사 송현이었다. 송현의 주위로 사신수가 하나 둘씩 모였다. 성스러운 사신수의 호위를 맞으며 송현은 서서히 땅으로 내려섰다. “모두들 늦어서 죄송합니다. 그리고 학비야, 이 스승의 친우분들을 한 자리로 모시 거라.” “사, 살아계셨군요. 스, 스승님! 흑흑... 흑흑흑!” 학비의 맑은 두 눈망울엔 눈물이 가득 찼다. 슬픔의 눈물이 아닌 희망과 기쁨의 눈물이었다. “녀석, 옜다.” 송현은 자신을 향해 울음을 보이는 학비에게 따사로운 말과 함께 자신이 가지고 있던 힐링 포션 환약을 텔레포트를 이용해 학비의 손으로 이동시켜 주었다. 학비도 자신의 손으로 옮겨온 환약을 알아보고는 재빨리 일행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리고 더불어 힐링 포션 한약을 이용해 치료에 들어갔다. “모두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쓰레기부터 치우고 차근차근 이야기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너들은 저들을 지켜주고 있어. ―알았어요, 주인님. 송현의 말에 사신수는 송현의 주위에서 벗어나 학비에게서 치료를 받고 있는 일행들 주위를 포위했다. 혈교의 무사들은 한 자리로 모인 송현의 일행들을 항해 머뭇거리며 검을 들었지만 이내 사신수를 보더니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자신들은 한 초식 거리도 안 되는 구지사마를 완전히 피떡으로 만들어 논 사신수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송현은 느긋한 마음으로 구지사마를 향해 한 걸음을 띠었다. “네 놈들의 이야기는 아주 잘 들었다. 감히 나의 모습을 변장시킨 자를 대동하고 이 중원에 나타났다고?” 송현은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분명히 미소였다. 그러나 구지사마에게 있어서는 미소로 보이지 않았다. 죽음의 낫과도 같은 서늘한 공포였다. 송현이 한 걸음 앞으로 디디자 구지사마는 땅을 기며 뒤로 물러섰다. “쓰레기만도 못한 놈들!” 송현은 비웃었다. 그것도 아주 차가운 말투와 벌레를 보는듯한 눈빛으로 말이다. 구지사마는 더 이상 참지 못했다. 아니 참고 있었다. 그러나 극심한 공포심으로 인해 이지(理智)가 상실되었다. 그러다 보니 공포에 못 이겨 송현을 향해 몸을 날렸다. 초식도 없었다. 그저 공포를 벗어나려는 몸부림에 지나지 않았다. 송현은 웃음밖에 안 나왔다. “홀드!” 투두둑 투둑 송현을 향해 달려오던 구지사마의 몸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크아아아아.” “으으으으.” 구지사마는 아무리 발버둥을 쳐봐도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했다. “아, 악마...” “죽여줘... 죽여달란 말이다!” 송현은 느긋하게 뒷짐을 졌다. “글세 누가 악마일까? 나?” 송현은 손가락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키며 구지사마에게 다가갔다. “나는 나를 건들지 않는 자는 그 어떤 해도 입힌 적이 없다. 그리고 나를 이렇게 만든 자들이 누구지? 바로 너희들이 아닌가?” 송현의 눈썹은 역팔자가 만들어졌고 미간에는 살기 어린 내천자가 새겨졌다. “왜 말을 못하는 것인가?” 송현은 네 발의 에어버스트를 만드는 동시에 그대로 구지사마의 나머지 한 팔에 텔레포트 시켰다. 펑 펑 펑 펑! 정확히 네 발의 폭음이 들렸다. 그것도 구지사마들의 하나밖에 안 남은 팔에서... 잔혹했다. 구지사마의 팔이 터지는 장면은 누가 보아도 잔혹했다. 피가 마치 폭죽이 터지는 것처럼 사방을 향해 퍼졌다. 그리고 허공을 붉은 선홍빛으로 수놓았다. 그와 더불어 하얀 가루들도 날렸다. 하늘에 떠있는 별을 흉내내듯이... 아름답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인골의 잔재라고 알면 그렇게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인육이 폭죽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크아아아악!” “사, 살려줘. 아, 아니 죽여줘! 제발...!” “으아아악, 죽여달란 말이다.” 구지사마는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목소리를 내는 것 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하고 있었다. 물론 목소리밖에 없겠지만 말이다. 구지사마는 지금 생각하고 있다. 차라리 죽고 싶다고... ******************************************************************************************** 늑대와춤을 입니다. 지금 편은 조금 짧습니다. 왜냐하면 다음 편부터 소제목이 바뀝니다. 바로 이어써도 무방하지만... 너무나도 절단 마공의 12성 대성이라는 오명을 들은지라... ㅠㅠ 그래서 짧지만 그냥 올립니다. 다음 편도 기대해도 좋으실 겁니다. 후후후 ^^ (퍼버벅!!! ㅠㅠ;;) 즐거운 하루 되시구요. ^^ 오늘 가능하면 한 편 더 업 합니다. ^^ (제가 오늘 미쳤는 모양입니다. 한시라도 손이 자판에서 벗어나질 못한다는... ㅠㅠ) ******************************************************************************************** 송현은 그런 비명소리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에게 일의 상처를 주었다면 백 아니 천 이상의 상처를 주어야한다는 것만 생각했다. 물론 자신만이 아닌 자신의 친우들에게도 해당되는 사항이었다. 이제는 예전과 같은 무른 마음가짐을 버린 지 오래였다. 송현은 지금 느끼고 있다. 무림이란 곳에 발을 들여 논 이상 자신이 아무리 신경 쓰지 않는 다해도 무림인들이 자신을 가만두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하루라도 피가 마를 날이 없는 무림에서 살아남고자 한다면 더욱 압도적인 힘을 보여주어야 하고 자신을 건드는 자는 어느 누구든 수백 배 이상의 이자가 돌아간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느꼈다. 지금 구지사마에게 그런 자신의 철칙을 행하고자했다. 그런데... 이질적인 마나의 움직임이 느껴졌다. 다름 아닌 혈교의 무사들이었다. 그들의 입장에서 악마와도 같은 송현에게 겁이 질려 도망을 치려하고 있던 것이다. 아직까지 그들을 살려 돌려보내고 싶은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자신들의 친우들이 더욱 강한 힘을 얻기 전에는 말이다. 그리고 당당히 아니 압도적인 무위를 가지고 혈교와 대항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월 오브 소일!” 송현은 그 넓은 지역에 하나의 거대한 장벽을 만들었다. 그것도 마법 캐스팅어 없이 말이다. 이제 8서클에 올라선 송현으로서는 5서클의 마법은 너무나도 쉬운 마법이었다. 그리고 지금 생겨난 토벽은 예전 송현이 7서클때 만들어낸 것과 천양지판(天壤之判)이었다. 예전에는 그저 개인적인 방어 정도의 토(土)담이었다면 지금은 거대한 원형 경기장을 방불케 하는 그런 거벽(巨壁)이었다. 그것도 예전의 벽면 모양이 곤[丨]자 형이었다면 지금 만들어진 벽면은 인[亻]형이었다. 자연스럽게 수직으로 뻗던 벽면이 안쪽으로 급격한 각도를 이룸으로 해서 허공답보의 경지가 아니라면 도저히 빠져나갈 수 없는 그런 형태였다. 갑작스럽게 눈앞에서 10m가 넘는 거벽이 생기자 혈교의 무사들은 우왕좌왕하기 시작했다. 어떤 이는 자신의 검을 들어 흙으로 된 벽을 뚫으려 하는 자들도 있었고 어떤 이는 동료의 어깨를 밟고 벽을 뛰어넘으려는 자도 있었다. 그 중에 가장 신경에 거슬리는 것은 장벽을 이룬 흙을 검등으로 구멍을 내려는 자들이었다. 송현은 두 팔을 들어 벽을 향해 가볍게 휘둘렀다. “체인지 아이언!” 송현의 팔에서 뻗어나간 마나의 빛들이 솜에 물이 스며들 듯이 거벽으로 스며들었다. 그리고 일순간 흙으로 만들어졌던 토벽은 철벽으로 바뀌었다. 따당. 따다당. 흙을 때리면 당연히 ‘퍼버벅’과도 같은 소리가 들려야 정상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철과 철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혈교의 무사들은 정신을 차리고 자신이 내려치는 벽을 보았다. 그리고 손을 들어 자신의 두 눈을 비볐다. 조금 전까지 흙으로 된 벽이었다. 근데 지금은 철로 바뀌어져있었다. 그제야 송현은 다시 시선을 구지사마에게로 행했다. “이런,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라는 말을 하고 싶어. 자, 이제 세상을 마감해야겠지?” 죽음이 담긴 송현의 말에 구지사마는 온 몸을 떨었다. 아니 송현의 홀드 마법에 의해 몸을 떨 수 없었다. 그저 그렇게 느끼고만 있을 것이다. “고통없이 죽여주지, 그래버티!” 구지사마는 한순간 자신의 온 몸을 짓누르는 느낌을 받았다. 그 이유는 송현의 중력 마법 때문이었다. 구지사마는 한 순간 종이 조각처럼 납작하게 편했다. 그대로 얇게 펴진 밀가루 반죽과도 같은 모양이 되었다. 다만 색깔의 차이만 있을 뿐이었다. 하얀색이 아닌 붉은색으로... 그 모습에 혈교의 무사들은 더욱 난리가 났다. 어느 누가 그런 모습을 보고 침착할 자가 있겠는가? 서로 살고자 아수라장이 되었다. 송현은 그런 행동에 신경도 쓰지 않고 자신의 친우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한 팔을 들어 자연스럽게 마나를 흘려보냈다. “레버테이트!” 송현은 공중 부양 마법으로 친우들을 그대로 하늘로 올려 보냈다. 일종의 플라이 마법과 비슷하지만 자신이 아닌 다른 사물을 공중으로 부양시키는 마법이었다. 하늘 높이 자신들의 친우들을 올려 보내고는 자신도 플라이 마법으로 같이 하늘로 날아올라갔다. “이, 이보게... 송 학사, 아니 송 학사가 맞는가?” 위정천은 너무나도 달라진 송현의 위상에 말까지 더듬었다. 송현은 위정천뿐만 아니라 자신의 친우들에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 미소는 아주 따뜻한 미소였다. “맞습니다. 자세한 것은 이 자리를 벗어나서 하도록 하지요.” 송현의 말에 다른 이들도 그저 묵묵히 입을 닫을 수 밖에 없었다. 너무나도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참기로 했다. 어차피 송현과 다시 만났다. 그리고 헤어질 일도 없었다. 그렇다면 많은 대화를 나눌 시간이 분명히 올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송현은 두 팔을 태양을 향해 높이 들어올렸다. 그리고 그의 입술이 열리며 강렬한 마나가 담긴 음성이 흘러나왔다. “태양의 열기보다 강한 지옥의 염화여, 이 자리에 현신하리라, 헬 파이어!” 송현이 혈교의 손에 친우들을 구하고자 사용했던 마법이다. 그러나 그때와는 너무나도 다른 상황이었다. 7서클로 불안전한 마법, 그리고 지금은 완벽한 8서클로 만들어내는 마법. 처음 헬 파이어가 만들어지는 기운마저 틀렸다. 송현의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거대한 화염구는 열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아니 못 느낀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너무나도 강한 열기에 오히려 열기를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시원하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 그리고... 송현의 손끝에서 집채만 한 거대한 불덩이가 만들어졌다. 활활 타오르는 용암을 보는 듯한 주홍빛 색채로 일렁거렸다. 송현의 손끝에서 벗어난 헬파이어는 아주 느린 속도로 땅으로 내려갔다. 정확히 송현이 만들어 논 거벽으로 둘러싸인 원형으로 된 공터의 한중간으로 내려갔다. 아주 서서히... 철로 이루어진 거벽의 윗부분이 헬파이어의 열기에 못 이기고 조금씩 녹으면서 흘러내렸다. 헬파이어가 가진 열기가 대단하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하는 장면이었다. 지옥의 염화라는 것을 알수 있듯이 헬파이어는 모든 것을 집어삼키듯이 녹여갔다. 나무도, 풀도, 돌도, 혈교의 무사도, 심지어는 그들이 가지고 있는 검까지도... 헬파이어 아래에 있는 것은 모조리 녹였다. 땅마저도... 겨우 형태만 유지하고 있는 거대한 원형 철벽 한중간에는 커다란 원형 구덩이가 만들어져있었다. 헬파이어가 만들어낸 작품이었다. 진흙으로 도자기를 빚어낸 듯한 아주 매끈한 그런 형태였다. 당연히 흙이 눌렸다면 거칠기 마련이건만 얇은 진흙을 일일이 발라 도자기로 구워낸 듯했다. 하늘에서 그 광경을 지켜본 위정천, 금정산, 철무정을 비롯한 인물들은 벌어진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전에도 한 번 본 헬파이어였지만 그때와는 전혀 차원이 틀렸다. 완성된 헬파이어의 위력에 그만 주눅이 들어버린 것이었다. 그리고 특히, 학비. 말로만 듣던 8서클의 헬파이어 마법을 두 눈으로 보자 감격에 겨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송현을 바라보는 두 눈에는 자랑스러운 눈빛이 한 가득했다. 아마도 주위에 마법사들이 있다면 ‘저 분이 나의 스승님입니다.’라고 춤이라도 추면서 자랑을 하고 싶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송현은 자신의 마법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확실한 뒷수습을 위해 7서클의 마법인 리미티드 위시라는 제한된 소원 마법으로 혈교의 무사들이 죽은 자리를 완벽히 예전의 자연모습으로 되돌려 놓았다. 송현의 친우들과 혈교의 무사들이 싸우기 직전의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송현의 서클이 8서클로 올라감으로서 완벽히 망가진 자연을 예전 그대로 완벽히 복원 한 것이다. 그제야 송현은 시선을 자신의 친우들을 향해 돌렸다. “일단 자리를 옮기시죠.” 송현은 허공에 뜬 상태에서 워프 마법을 이용해 이름 모를 황능으로 이동했다. 중원 최초 기사단 탄생 황능의 한 중앙에 송현과 그를 따르는 9명의 친우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자신이 계곡으로 떨어진 시점부터 대략적인 이야기가 오고갔다. 우선은 모두가 송현 자신의 이야기를 궁금해하는 터라 자신이 겪었던 일들을 이야기했다. 물론 아직 그들을 놀래고 싶은 마음이 있어 골렘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송현의 이야기가 끝이 나자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들은 자신 못지 않은 험한 시간들을 보냈다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우선 학비의 서클이 낮아 먼 거리를 워프하지 못한 이유도 하나였다. 비교적 가까운 거리로 워프를 함에 따라 짧은 시간에 추격대가 붙은 것이었다. 다행인 것은 더 이상 혈강시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혈교의 추적대는 끈질게도 그들을 따라붙었다고 했다. 그나마 학비의 워프를 할 수 있는 마법무구를 통해 마른 육포 등을 구해 먹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것도 잠시 악착같은 추격대는 그들을 한시도 편하게 쉬게 하지 못했다. 그렇게 열흘간의 피 말리는 쫓고 쫓김이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오늘, 어쩌면 삶의 마지막을 느꼈을 때 송현이 나타나 다시 한번 생명의 구함을 받았다고 했다. 비록 그들의 고생이 말로 다 설명 할 수 없겠지만 충분히 송현은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한편으로 고마웠다. 자신을 믿고 목숨까지 위협을 받으면서 자신을 끝까지 믿어준 것이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다짐했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나를 믿고 따르는 친우들은 지켜주겠다고. 그들의 모든 이야기가 끝났다. 송현은 문득 친우들의 몰골이 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얼굴에는 땟국물이 흘렀고 옷은 모두 헤어져있었다. 송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금 귀찮겠지만 저를 따라오세요.” 송현은 두개의 석실 중에 옷가지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송현의 친우들은 이유를 몰랐지만 일단 송현이 이끄는 석실로 향했다. 그곳에는 고풍스러운 옷가지가 즐비했다. “몸에 맞는 것을 고르세요. 아, 그리고 옷은 아직 갈아입지 마시구요.” 그렇게 말하고 송현은 석실을 나섰다. 그리고 석실 옆에 자그만 빈 공간에 마법을 이용하여 제법 큰 구덩이를 만들었다. 이곳에 사신수를 이용해 간이 목욕탕을 만들 생각이었다. 그래서 제법 목욕탕답게 만들었다. 대충 구덩이를 판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독 각을 잡아 네모 반듯하게 만들었고 깊이가 있어 계단도 만들었다. 8서클에 이르니 이 정도는 크게 힘을 들이지 않고 쉽게 만들 수 있었다. 그리고 대략 5서클의 장벽을 만드는 마법을 이용해 밖에서 볼 수 없도록 벽도 만들었다. 반대편에도 똑같이 만들고 나서 사신수를 불렀다. ―일단 청룡은 저 두 곳에 물을 채워놓고, 주작은 물 좀 데워줘! 현무는 할일이 없으니까 그냥 쉬고, 백호는 여기서 기다리다가 사람들 씻고 나오면 몸 말려주고, 알았지? 송현의 명에 현무는 느긋이 걸음을 띠었다. ―낮잠이나 한 숨 자볼까? 현무의 의미심장한 한 마디에 나머지 세 신수는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위정천을 위시한 일행들은 오랜만에 느긋한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몸에 낀 오물들도 씻어냈다. 그것보다 따뜻한 물에 온 몸을 담그자 그동안 피로가 모두 풀리는 듯했다. 주작은 계속 불평어린 목소리를 송현에게 내뱉었지만 그래도 물의 온도가 내려가지 않을까 계속적으로 살피며 온도를 유지시켰다. 백호도 목욕을 마치고 나오는 모든 이들을 산뜻한 바람으로 깨끗이 말려주었다. 모두가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황능의 내부 정중앙으로 모였다. 그곳에는 송현이 언제 만들었는지 돌로 만들어진 탁자와 의자가 놓여져있었다. 아마도 그들이 목욕하러 들어가기 전에는 없었던 걸로 보아 송현이 그 사이에 만든 것 같았다. 모두가 각기 자리를 잡고 앉았다. “지금부터 얼마간 쉬어야겠지요?” 송현은 위정천을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그가 지금 일행들 중에 가장 연장자이기 때문이었다. “쉬어야겠지. 그것보다 일단 운기조식을 좀 해야겠네. 며칠간 재대론 된 운기를 해보지 못해서 단전에 기가 말이 아닐세. 보아하니 여기는 자네가 아니면 아무도 못 들어올 곳 같으니 며칠 쉰다는 기분으로 단전을 좀 더 맑게 만들어야겠네.” “저도 운기조식부터 해야겠습니다, 형님.” “송 형, 그건 나도 마찬가지요.” 모두가 단전에서 느껴지는 거친 감이 싫었는지 모두가 운기조식을 원했다. 송현은 슬며시 미소를 지으며 손을 품으로 넣었다. “제가 여러분들께 드릴 것이 있습니다.” 송현의 말에 모두들 호기심어린 눈빛으로 변했다. 느닷없이 운기조식을 한다고 했는데 선물을 주겠다고 했으니 말이다. 모두의 시선이 송현의 손으로 향했다. 이윽고 송현의 품에서 빠져나온 손에는 자그만 약병이 들려있었다. “이것입니다.” 송현은 약병의 뚜껑을 열었다. 그러자 한순간 이루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향긋한 냄새가 황능의 커다란 석실을 가득채웠다. 그 순간 아무도 입을 열지 못했다. 특히 화산파와 아미파의 제자로 지내온 위정천과 금정산, 백소영마저 소탈함에서 벗어난 표정을 지었다. 당연히 자신들의 지식이 틀리지 않았다면 분명 무인으로 살아도 평생 한 번 보기 힘들다는 공청석유의 특유의 향긋한 향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물욕이 없다는 그들이었지만 지금 이 순간만은 벗어났다. “혀, 형님. 서, 설마...” 철무정은 말까지 더듬었다. 그리고 말을 끝까지 잊지도 못했다. 그러나 여기 모인 이들은 충분히 철무정이 하고자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가 있었고 그들의 시선은 오로지 송현의 입으로 향했다. 송현의 입이 열리기까지 그들은 억겁의 시간을 느껴야했다. “맞습니다.” 짤막한 한 마디. 그러나 그 한마디는 그 어떠한 대답보다 값진 것이었다. 모두가 탄성을 터트렸지만 그 이상의 말은 잊지 못했다. 송현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제가 가진 것이 많은 양이 아니라서 많이 드리지는 못합니다. 대략 한 분당 한 방울 정도만 돌아갈 것입니다.” 송현의 말은 쉬웠다. 한 사람당 한 방울 그러나 공청석유가 어떤 것인가? 능히 한 방울이라면 최소 1갑자 이상의 내력을 증진 시킬 수 있는 영약 중에 영약이었다. 사람에 따라 잘만 하면 2갑자까지도 가능한 그런 영약이었다. 말이 쉬워 1갑자, 2갑자이지 그것이 사람이 직접 몸에 쌓는다고 하면 최소 30년 이상은 쌓아야 하는 수치였다. 송현은 약병을 들고 일어섰다. 그러자 모두의 시선도 송현을 따라 위로 향했다. “일단 운기조식을 할 자리를 정하시는 것이 편하실 겁니다. 그러면 제가 돌아다니면서 한 방울씩 드리겠습니다. 어떻습니까?” “그, 그렇게 하세나.” 위정천은 아직도 어떨떨한 표정을 지으며 엉거주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것은 비단 위정천만 아니었다. 모두가 그러했다. 짝짝짝! 송현은 좀더 자신의 친우들이 정신을 차리도록 강하게 손벽을 쳤다. 그 소리에 모두들 조금은 정신이 들었다. 모두들 송현이 들고 있는 공청석유가 담긴 약병을 마냥 본다고 해서 어떤 일이 생기지도 않음을 알았다. 빨리 자리를 잡고 운기조식의 자세로 들어가는 것이 조금이라도 빨리 공청석유를 복용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모두들 느꼈다. 모두 적당한 거리를 두고 황능의 석실 곳곳에 고루 퍼져 앉았다. 학비는 어정쩡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스, 스승님, 저는...” 그런 학비에게 다가가 송현은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너는 잠시 기다려. 우리는 마법사라 무인이랑은 조금 다른 길을 걷지 않니? 내 너에게 다른 방법으로 줄게. 알았지?” “네, 스승님!” 학비는 밝은 얼굴을 했다. 송현은 위정천을 시작해서 고루 한 방울씩 공청석유를 입으로 넣어주었다. 모두에게 공청석유를 고루 나누어주자 나름대로 운기조식에 빠져든 그들을 볼 수 있었다. 그때까지 자리를 잡지 않고 있는 양설린이 눈에 들어왔다. “가가.” 양설린은 송현의 품에 안겨들었다. “설린, 설린은 왜 자리를 안 잡은 것이오?” “그, 그것이... 너무나도 귀한 것이라...” “괜찮소. 그리고 설린이라고 해서 특별히 더 주는 것은 아니오. 아시겠소? 하하하.” “네.” “아마 밀린 대화를 나누고 싶은 모양인데... 설린이 운기조식이 끝난 후에도 충분히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오.” 송현은 양설린의 입술에 가볍게 입맞춤을 해주었다. 양설린은 부끄러운지 얼굴을 붉혔다. “자, 자! 앉으시오.” 송현은 양설린을 자리에 앉힌 뒤 공청석유를 한 방울 입에 넣어주었다. 그리고 양설린도 자신이 가진 심법에 따라 운기조식을 시작했다. 송현은 다들 자리를 잡은 것을 확인하고는 학비를 불렀다. “너도 자리를 잡고 가부좌를 틀어라.” “네, 스승님.” 학비는 그 자리에 앉았다. “너에게는 반 방울만 주겠다.” “네, 스승님.” 무덤덤하게 대답하는 학비를 보고 송현은 조금 놀랐다. 조금이라도 욕심을 부릴만한데 전혀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학비야, 너는 이 스승이 왜 반 방울만 주는지 안 물어보느냐?” “스승님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에게 해가 되는 일은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학비는 초롱초롱한 두 눈으로 송현을 올려다보았다. “녀석.” 송현은 기특한 마음에 학비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우리 마법사에게 단전의 크기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물론 마법을 사용할 횟수의 차이는 난다. 그보다 너에게는 휘바스가 더 필요한 것 같다. 그렇기에 반 방울은 너의 단전의 마나양을 늘릴 것이며 나머지 반 방울은 너의 마법을 보좌해줄 휘바스를 만들어 줄 것이다. 알겠지?” “알았습니다, 스승님.” “그럼 마나심법을 운용을 준비하거라.” 송현은 학비가 마나심법의 준비가 끝난 것을 확인하고는 입속으로 공청석유의 반 방울을 넣어주었다. 이로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모두 끝낸 송현은 무기와 금은보하가 있는 석실로 향했다. 석실에 들어선 송현은 벽에 걸린 수많은 검과 도, 그리고 여러 병기를 보았다. “모두가 운기조식이 끝이 나면 자신에게 맞는 병기를 고르게 해야겠구나. 병기가 정해지면 마법 무구로 만들기로 하고...” 송현은 지금 그들에게 줄 최대의 마법 병기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럴 것이 이제 우리가 이 이름모를 황능에서 벗어난다면 생사를 장담할 수 없는 전쟁이 눈앞에 기다리고 있었다. 어쩌면 전 무림과도 한판의 승부를 벌여야할지도 몰랐다. 만약 그때 혈교가 무림을 장악했다면 말이다. 말 그대로 10명의 숫자로 수천 명을 상대해야했다. ‘조금이라도 다치게 하고 싶지 않다. 죽게 하지도 않겠다. 무슨 뾰족한 방법이 없을까?’ 친우들에게 하나씩의 골렘을 붙여준다고 해도 일인당 수백명과 싸운다면 그 역시도 송현이 모두 감싸줄 수가 없었다. 그 순간 송현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플레이트 메일! “플레이트 메일을 만드는 것이다. 그것이라면 사방 어느 곳에서 검이 날아온다 해도 최소한의 방비는 플레이트 메일해줄 것이다. 그래 그것이야.” 이내 송현의 머릿속에서 온갖 갑옷의 형태가 떠올랐다. 그러나 어느 것 하나 마땅한 것을 찾지 못했다. 이곳에서 온 몸을 철로 두른 갑옷을 입고 다닌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그 순간... 송현의 기억 저 편에 한 기억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에 따른 지식도 떠올랐다. 카이샨! 자신보다 450년 전의 인물이었다. 그리고 자신과 같은 8서클의 대마도사였다. 그러나 송현이 떠올린 것은 그 인물이 아니었다. 기사들에게 있어서 무엇보다 가지고 싶은 것이 있다고 물어본다면 그들은 주저없이 말할 것이다. 카이샨 메일! 바로 8서클 대마도사 카이샨이 만든 갑옷이었다. 이 갑옷에는 특징이 있었다. 소드마스터 이상만이 찰수 있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평상시 카이샨 메일은 두툼한 허리띠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곳에 마나를 주입하면 순식간에 온 몸에 갑옷이 둘러싸인다. 허리로부터 시작해서 앞가슴과 등을 둘러싸며 이내 두 팔을 둘러싸게 된다. 그와 같은 방향으로 하체를 감싸고 두 다리를 비롯해 발가지 완벽한 무장을 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마나를 주입하면 투구까지 만들어지며 머리를 감싸게 되는 그런 갑옷이었다. 굉장히 얇으면서도 무게감마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굉장히 단단하여 어지간한 검기로도 상처하나 내지 못한다. 더욱 무서운 것은, 플레이트 메일처럼 입고 벗는 번거로움이 없었다. 언제나 편한 복장으로 다니다가 마음만 먹으면 최고의 전투태세로 돌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도 송현이 과거 대륙에 살았을 때 전 대륙으로 5개 안팎의 카이샨 메일이 내려오고 있었다. 국보급 보물로서 말이다. 송현은 그런 카이샨 메일이 생각났다. ‘카이샨 메일을 만들 수 있다. 같은 8서클 마도사가 아닌가? 그것을 친우들에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그리고 기사단이 되는 것이다. 최강의 10인으로 이루어진 기사단. 혈교를 멸할 최고의 갑옷과 무구를 가지며 최고의 무공을 가진 기사단. 바로 혈멸(血滅) 기사단을...’ 삭제공지 곧 마법사 무림에 가다 5권이 나옵니다. 추석 전에 나올 듯 싶네요. ^^ 그래서 빠르면 오늘 안 아니면 내일 5권 분량 삭제에 들어가겠습니다. 이번 권도 독자님의 많은 응원 덕분에 나오게 되는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__) 다음 편은 바로 올라옵니다. ^^ 타이핑 者 : [KOR]TheYtsejaM (당나귀 호환 P2P 프루나) 중원 최초 기사단 탄생 송현의 머릿속에는 혈멸기사단의 모습이 그려지고 있었다. 위용이 넘치는 풀 메일을 차고 날카로운 검을 휘두르는 친우들의 모습이었다. 그러다 문득 말의 모습이 그려졌다. 그리고 과연 혈멸 기사단의 위용에 어울리는 말을 과연 구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자신이 만들어 줄 카이샨 메일이 거의 무게가 느껴지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남들에게 보여지는 것은 달랐다. 묵직함과 더불어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는 그런 모습이었다. 그렇다면 그들이 타고 다녀야 할 말도 무엇인가 달라야 한다는 생각까지 미쳤다. 송현은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결론은 그런 말을 구해야 한다는 것 말고는 더 이상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별다른 수 없이 말을 구해야한다는 생각으로 마친 송현은 친우들이 있는 중앙으로 나왔다. 중앙에 나있는 길 주위로 십이지 골렘이 2열로 나열 되 있었다. 송현은 다가가 골렘들을 일일이 쓰다듬었다. ‘친우들에게 하나씩 전담이 되겠지. 그리고 친우들의 무공이 골렘에게 새겨질 것이고... 한 조를 이루게 될 것이야. 그야 말로 최강의 명콤비가 탄생하는 것이지.’ 송현은 다시 고개 돌려 아직까지 운기조식하고 있는 친우들을 하나씩 훑어보았다. ‘최고의 명콤비라...’ 그 순간 송현의 두 눈에는 강렬한 빛이 뻔쩍였다. ‘명콤비, 그래! 내가 왜 그런 생각을 못했을까? 아직까지 아무도 안 만들었지만 못 만들 리 없다.’ 송현은 십이지 골렘과 친우들을 번갈아보았다. 지금 송현의 머릿속에 장엄한 혈멸 기사단의 모습이 그려지고 있었다. 카이샨 메일로 온 몸을 감싸고 웅장한 검을 들고 적진을 휘젓는 모습, 그리고 그 아래 호랑이보다 더 용맹한 말. 바로 골렘을 이용한 말이었다. 따로 골렘 형식의 말을 만드는 것이 아닌 지금의 십이지 골렘을 말로 변신을 시키는 것이다. 물론 혼자 만들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뛰어난 기술자만 하나 구한다면 못 만들 리 없다고 생각했다. 평상시에는 말로 변신한 골렘을 타고 전투를 하다가 근접 전투가 일어나면 말로 변신해있던 골렘은 다시 십이지 골렘, 즉 인간형 골렘으로 변신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친우와 함께 전장을 누비게 되는 것이다. 명콤비로서 말이다. 그런 상상이 머릿속에 떠오르자 송현의 가슴은 세차게 요동쳤다. 생각만 해도 가슴 두근거리는 장면이었다. 그리고 수천의 대군이 몰려온다 해도 능히 발아래 놓을 수 있는 그런 기사단이 되는 것이다. 송현은 자신이 만들어놓은 탁자로 다가가 앉았다. 그리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의 머릿속에는 수십 장의 설계도면이 왔다 갔다 했다. 그와 더불어 기술자를 어디서 찾느냐는 과제도 주어졌다. 그렇게 1시간이 훌쩍 흘렀다. 이미 송현의 머릿속에는 훌륭한 제 2차 골렘의 설계도면이 완성이 되었다. 그러나 기술자 문제만큼은 해결이 되지 못했다. 그것만큼은 송현 자신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이것은 능력을 떠나 인맥에 관한 문제였다. 그러던 중 송현의 시선은 금정산으로 향했다. 그리고 금정산의 신분이 떠올랐다. 대륙장원의 차남. 중원 2대 상권의 주인의 둘째 아들. 그라면 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중원에서 도는 돈의 절반이 들어가는 곳의 아들이라면 그 방면에 어떤 인물이 뛰어나다는 것을 알고는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친분이 없더라도 어느 장인이 뛰어나다는 것은 알고 있을 것이다. 송현은 그런 생각이 미치자 그 자리에서 일어났다. 금정산이 깨어나기만 기다리며 서성였다. 그렇게 몇 시간이 흘렀는지 몰랐다. 공청석유가 가지고 있는 기운을 모두 자신의 것으로 흡수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송현은 조금이라도 빨리 금정산이 두 눈을 뜨기만 기다렸다. 그러나 세상 모든 것이 그의 뜻으로만 흘러가지는 않았다. 그로부터 하루가 꼬박 지나서야 친우들이 하나 둘씩 눈을 뜨기 시작했다. 송현은 하루가 그렇게 길다고 느낀 건 지금이 처음이었다. 가정 먼저 자리에서 일어난 것은 위정천이었다. 송현이 안절부절하고 있는 모습에 위정천은 의아해했다. 무슨 일인지 물어보았지만 송현은 아무 일 아니라고 했다. 오히려 좋은 일이라며 며칠만 기다리라는 말만 했다. 그렇게 2시간이 더 흘러서야 금정산이 눈을 떴다. 송현은 재빨리 금정산에게 달려갔다. “금 형.” “왜 그러시오?” 금정산은 눈을 뜨기가 무섭게 자신에게 달려온 송현을 보며 궁금한 표정을 지었다. “내 금형께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어서 그렇소.” 송현의 말은 매우 빨랐다. 그의 심정을 확실히 보여주는 속도였다. “무엇이오?” “혹시 금 형이 아시는 분 중에 최고의 장인이 있으시오?” “철을 다루는 장인 말이오.” 송현의 말에 금정산은 잠시 생각을 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송현은 자신도 모르게 금정산의 입을 보며 마른 침을 넘겼다. “한 분 계시오만.” “그렇소?” “최고의 한 분이 계시지요. 지금 비록 은퇴를 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쟁쟁하실 겁니다.” 금정산의 말에 송현의 얼굴에는 화색이 돌았다. “그렇다면 나와 그분께 갑시다. 부탁드릴 것도 있으니 말이오.” “네?” 금정산은 느닷없이 그곳으로 가자고 하자 조금은 놀란 듯 싶었다. “금 형, 시간이 없습니다.” “아, 아 예!” 송현은 그 자리에서 금정산과 워프를 하려다가 문득 위정천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도 위정천이 이곳에서 가장 연장자였다. 최소한 그에게 말은 해주어야 싶었다. 송현은 중앙에 만들어 놓은 탁자에 앉아있는 위정천에게 다가갔다. “위 어르신.” “왜 그런가?” “다름 아니라 금 형과 어디 잠시 갔다 와야겠습니다.” “음...” 위정천은 송현의 말에 긍정적인 표정을 지어보였다. “참! 송 학사.” 위정천은 무엇인가 생각이 난 듯 송현을 불러세웠다. “왜 그러십니까?” “다름 아니라...” 위정천은 조금 말을 하기 쑥스러워하는 듯 했다. 그의 입술은 간신히 열렸다. “나가게 된다면 검 종류를 구해줄 수 있겠나? 자네도 보다시피 우리 모두가 병기류가 없다네.” “아-!” 송현은 카이샨 메일과 변신 골렘에 너무 빠져있어 그만 이 사실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제가 어떤 것 하나 때문에 그것을 까먹고 있었군요. 위 어르신, 저를 잠시 따라오시지요.” 송현은 몸을 돌려 금은보화와 병기가 모여있는 석실로 향했다. 따라가는 위정천은 다른 석실로 가는 것을 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엇이 있는걸까? 설마... 병기가 있는 것은 아니겠지? 금은보화라든가... 후후훗. 거참! 나두...’ 위정천은 자신도 모르게 그런 마음이 든 것을 느끼고 헛웃음지었다. 쿠르르릉 석실의 문이 열리고 위정천은 송현의 뒤를 따라들어갔다. 그리고 입이 떡 벌어졌다. 엄청난 양의 금은보화였다. 그리고 한 벽면을 가득채우는 각종 병기. 금은보화는 둘째치더라도 벽면을 채우고 있는 병기는 자신이 보기에도 신병이기가 아닌 것이 없을 정도로 최상급 이상의 병기들인 것 같았다. 위정천은 마치 몽유병 환자처럼 벽면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자신의 눈앞에 있는 검한자루를 들었다. 샤라라랑 검이 검집에서 빠져나오는 소리마저 아름다운 악기의 운율소리와도 같았다. “하아-!” 위정천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위 어르신.” 그때 송현의 부름에 그제야 위정천은 정신을 차릴 수가 있었다. “험! 험!” 송현은 위정천의 앞으로 다가갔다. “위 어르신.” “험! 말씀 하시게.” 위정천은 아직도 머쓱한지 연신 헛기침을 했다. “다름 아니라 다른 이들도 이곳으로 데리고 와 자신에게 맞는 병기를 하나씩 고르게 해주십시오. 제가 하고 싶지만 지금 어디를 잠시 갔다와야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한 가지 당부를 하고 싶은 것은, 물론 그럴 일이 없겠지만 당분간 금은보화는 건들지 못하게 해주십시오. 나중에 요긴하게 쓰일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하지!” “그럼 위 어르신만 믿겠습니다.” 송현은 위정천에게 허리 숙여 부탁을 하고는 다시 석실을 빠져나왔다. 송현은 기다리고 있던 금정산에게 다가갔다. “우리도 잠시 출발하세나.” “그러지.” 금정산은 송현의 곁에서 나름대로 워프에 적응하는 모습으로 섰다. 금정산은 한참 동안 워프가 되지 않자 고개를 돌렸다. 송현은 아무 말 없이 자신만 쳐다보고 있던 것이었다. “소, 송 형. 왜 그렇게 보시오?” “금 형도 참! 어디로 갈지 말을 해주어야 갈 것이 아닙니까?” “네?” 금정산은 워프에만 신경을 쓰다보니 정작 중요한 목적지를 말해주지 않았던 것이다. “하하하.” 금정산은 무안한 웃음을 보였다. “산서성의 태원으로 가면 되오.” “태원이라... 내 의지가 가는 곳으로 몸을 이동할지라, 워프!” 금정산과 송현은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위정천은 그 모습을 보며 나직이 속마음을 읊조렸다. ‘송 학사, 그대의 능력은 어디까지 일지 모르겠네. 거기에 최고의 복까지 타고난 듯하니. 어쩌면 나는 전설이 되는 한 장면에 있는 것은 아닌가 싶군.’ 중원 최초 기사단 탄생 송현과 금정산이 모습을 드러낸 곳은 산서성 태원의 어느 한 골목이었다. 금정산이 알고 있다는 최고의 장인을 찾아가기 위함이었다. 송현은 금정산이 이끄는 곳으로 발걸음을 떼었다. 한참을 금정산을 뒤따라 걷는 도중 내내 익숙한 길을 걷고 있다고 생각했다. 송현에게 있어 이 곳 산서성 태원은 참으로 기억이 많이 남는 곳이었다. 항상 위험에 쳐했을 때 이곳으로 왔던 곳이기도 했다. 그리고 몇 안 되는 마법무구이기는 하지만 그것을 만든 곳도 바로 여기 태원에서였다. ‘저기를 돌면 금호당이 나오고... 그러고 보니 저 금방의 노인장은 잘 지내고 있으려나? 세공 기술하나만큼은 아주 멋졌는데! 드워프 이상의 실력을 가지고 있었어.’ 송현은 곧 눈앞에 보일 금호당을 생각했다. 그 곳의 주인인 어느 노인의 실력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굉장히 복잡하고 세밀한 마법 수식이었지만 언제나 자신의 마음에 꼭 들게 세겨주었던 것이다. 물론 돈은 비싸게 받았지만 말이다. 하지만 송현은 한 번도 그 돈이 비싸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모르긴 몰라도 드워프에게 그런 일을 맡겼다면 배 이상의 수고비를 주었어야 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에 빠져 길을 걸었다. 그리고 잠시 정신을 차렸을 때 금정산의 발이 멈춰있는 것을 보았다. 고개를 들어보니 금정산은 어느 집 앞에 서있었다. “송 형, 다 왔소.” “그렇습니까?” 송현은 고개를 돌려 금정산이 향해 있는 집을 보았다. 그 순간 송현의 두 눈은 잠시 흔들렸다. 금정산이 안내한 곳은 다름 아닌 바로 자신도 몇 번 애용했던 금호당이었던 것이다. “들어가시지요.” 드르르륵 금정산은 그렇게 말하고는 금호당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화 아저씨.” 금정산의 금호당의 주인을 보자 반가운 기색을 표정 한가득 들어냈다. 송현은 그제야 금호당의 주인인 노인이 화씨성을 가진 것을 알았다. 여러 번 이곳에 들리면서도 노인의 성조차 몰랐다고 생각하니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금호당의 주인이자 화 노인은 눈을 실같이 뜨며 금정산을 노려보았다. 아마도 나이가 먹어 잘 안 보여 그런 행동을 하는 것 같았다. “누군가?” “접니다. 아저씨. 대륙장원의...” 화 노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금정산의 두 손을 잡았다. “이게 누구야? 정산이 아니야?” “그렇습니다. 정산입니다.” 금정산과 화 노인의 얼굴에는 서로가 서로를 반가워하는 마음이 보였다. “잘 지내셨어요? 그동안 찾아뵙지도 못하고 죄송해요.” “아니야. 나 같은 퇴물을 찾기는... 이렇게 나를 잊지 않고 찾아와 준 것만 해도 나는 좋단다.” 화 노인은 더욱 금정산의 손을 꽉 잡았다. 반가움의 마음이 그대로 표출되는 행동이었다. “퇴물은요. 아직 이렇게 정정하시지 않으세요?” 그렇게 몇 번의 안부 인사가 오고갔다. 화 노인은 그제야 송현이 보이는 듯 했다. “누군가 했더니 자네구먼.” 화 노인은 고개를 금정산에서 송현으로 옮겼다.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백발은 여전하구먼. 무슨 어린 나이에 그렇게 고생을 했기에 백발이 다 되었누? 쯧쯧쯧.” 화 노인은 송현의 머리카락 색을 보며 혀를 찾다. “그렇게 되었습니다.” “아니, 두 분 다 아시는 사이였습니까?” 금정산은 놀란 얼굴을 하며 송현과 화 노인 둘에게 물었다. “금 형, 굳이 안다기 보다는 제가 여기를 몇 번 이용한 터라...” 따악! 순식간에 송현의 머리에서 별이 돌았다. 화 노인이 들고 있던 곰방대를 들어 사정없이 송현의 머리를 내친 것이다. 송현이 못 피할 리 없겠지만 화 노인의 눈에서 정을 보았기에 그냥 맞아주었다. “요즘 어린 것들이란... 쯧쯧쯧, 스쳐지나 가도 인연인 것을!” 송현은 그 말에 훈훈함이 마음이 감돌았다. 그래서 인지 애써 더 아픈 척 했다. “화 노인장, 아픕니다.” 따악! 다시 한 번 송현의 머리에서 불이 번쩍했다. “뭐야? 화 노인? 이 놈이 아직 정신을 못 차렸나. 보아하니 정산과 친구인 모양인데. 화 노인이라니? 에잉!” 화 노인은 뒤로 팩 돌아섰다. 금정산은 눈가에 웃음을 머금고는 팔을 들어 가볍게 송현의 옆구리를 쳤다. “아, 아저씨. 죄송해요.” 송현은 쭈뼛쭈뼛 서 있다가 안 떨어지는 입을 간신히 열었다. “허허허허, 그렇게 나와야지. 그래 이름은 무언고?” “송현이라 합니다.” “현이라...” 화 노인은 송현의 이름을 읊조렸다. “좋은 이름이야. 그러나 나에게 볼 일이 있어 왔으렷다?” “네.” 화 노인의 정곡에 찔리는 말에 송현과 금정산은 서로 머리를 긁으며 이구동성으로 대답했다. “사실은 제가 부탁드릴 것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아, 아저씨.” 따악! 화 노인의 곰방대를 송현은 한 대 더 맞아야했다. “말은 왜 더듬어?” “죄, 죄송합니다.” 따악! “어허!” 화 노인은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나 눈에는 따사로움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송현 역시 금정산 덕분에 빨리 친해질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했다. 한편으로 이게 친해지는 것인가 라는 생각도 없지 않았지만 말이다. “그래 무슨 부탁인가?” 송현은 여기서 말할 수가 없어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 모습에 화 노인도 눈치 챘는지 조용히 밖으로 나가 가게 문을 닫았다. “나를 따라오게.” 송현과 금정산은 화 노인을 따라 가게 뒤편에 있는 자그만 별채로 향했다. 송현이 보기에 별채에서 작업과 생활이 이루어지는 듯 했다. 가게와 별채를 잊는 자그만 공터 한가운데 고풍스러운 탁자가 놓여져 있었다. 휴식을 취할 때 따사로운 햇빛을 맞으며 차 한 잔의 여유를 가지기 딱 좋은 곳이었다. 화 노인을 따라 탁자를 사이에 두고 앉았다. “현철을 다루실 주 아십니까?” “현철?” “네!” “나를 무시하는 것인가?” 화 노인의 얼굴에는 자존심이 묻어나왔다. “아, 아닙니다.” “어차피 정산에게 들었겠지만 은퇴한 지금도 나보다 철을 잘 다루는 이가 있다고는 생각을 안 한다.” 송현의 화 노인이 가진 긍지는 대단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저 정오의 자존심을 가지고 있는 자라면 충분히 천하에서 손가락 안에 드는 자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말을 만들어주십시오.” “말?” “예, 말입니다.” 송현의 말에 화 노인은 물론이오 금정산도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말은 만드는 것이 아닌 마시장에서 사야하거나 아니면 잡아서 길들여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타고 다닐 것이겠지만 화 아저씨 입장에서는 현철로 이루어진 마상을 만든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마상에서 느껴지는 것은 천하의 명마로되 어느 맹수보다 강함이 느껴져야 합니다.” 화 노인은 송현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껄껄껄, 자네는 조각가를 찾는 모양이구먼.” “단순한 조각가라면 제가 화 아저씨를 찾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가?” 화 노인은 자신의 수염을 쓰다듬으며 송현의 얼굴을 마냥 보고 있었다. “또?” “네?” 송현은 뜬금없는 화 노인의 말에 의문을 표했다. “그 밖에 다른 것도 있을 것 같아서 말이야. 내 말이 틀린가?” 화 노인의 입에는 미소가 걸려있었다. “맞습니다.” 송현은 속으로 매우 놀랐다. 어느 것이든지 최고의 경지에 오른 자의 심기는 매우 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건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기가 힘듭니다. 하지만 아마도 화 아저씨의 평생에 남을 역작이 되리라는 것은 제가 장담합니다.” “대단한 호언이군.” “네!” 송현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스르르륵 한참을 고민하던 화 노인은 그 자리에서 일어났다. “따라오게.” 화 노인을 따라간 곳은 별채의 한 구석에 있는 자그만 작업실이었다. 그 작업실은 아직 화 노인이 완전히 일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화덕에는 활활 타오르는 불꽃이 홍화(紅花)마냥 꽃을 피우고 있었다. 화덕 앞에는 편펀한 작업대가 있었고 그 주위에는 여러 연장들이 자리를 하고 있었다. 깔끔하게 정리가 되어 있지 않은 점으로 미루어보아 방금 전까지만 해도 작업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누구나 알 수 있었다. “내 작업실이네.” “네.” “이와 같이 만들어줄 수 있겠는가?” 송현은 작업실을 쭉 둘러보았다. 그리고 작업실 하나하나 머릿속에 집어넣었다. “이곳과 다르면 나는 작업을 할 수 없네.”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이곳과 완벽히 똑같이 말입니다. 대산 연장은 챙기셔야할 것입니다.” 송현의 말에 화 노인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럼 떠나가 볼까?” 그 말을 내뱉은 화 노인은 재빨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게 현판을 내리고 여러 가지 연장을 챙겼다. 화 노인이 얼마나 서둘렀는지 차 한 잔 마실 시간도 안 되서 모든 준비가 끝이 났다. “가지.” “이렇게 서둘러도 되는 것입니까?” “어차피 갈 것이라면 미련을 남길 필요 없지.” 송현은 화통한 화 노인의 성격에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다. 화 노인의 말에 따라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그대로 워프 마법을 통해 황릉으로 이동했다. 화 노인. 그의 이름은 화철룡이었다. 그리고 무림에 그의 이름은 전설로 남게 된다. 고금 제일의 장인, 그리고 그가 만든 고금 제일의 무구. 무림 역사가 끝나는 날까지 그의 이름은 언제까지나 이어지게 된다. 송현과 화철룡의 만남. 그리고 위정천, 금정산, 철무정, 남궁혁, 모용성휘, 양설린, 백소영, 모용일미, 학비. 이렇게 모인 11인으로 무림의 전설이 시작되고 있었다. 무림의 전설이... 중원 최초 기사단 탄생 황능 안을 개조하여 1/3을 차지하는 거대한 작업실이 만들어졌다. 그곳은 화 노인, 즉 화철룡의 작업이 만들어진 것이다. 예전 금호당의 별채에 있는 작업실과 완벽히 같은 형태로 만들어져있었다. 그런데 무엇이 문제인지 화철룡은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니야.” 화철룡에서 나온 말을 들은 송현의 얼굴은 어두워질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보기에는 아무 문제가 없어보였는데 화철룡은 그렇지 않다는 말을 하고 그런 표정을 계속 지었다. “무엇이 문제입니까?” 화철룡은 손가락으로 화덕과 물, 그리고 작업판을 가리켰다. 송현은 화철룡이 가리킨 세 곳을 보았다. ‘아무 문제가 없는 것 같은데... 화덕 모양도 예전에 화 아저씨께서 쓰시던 그것과 완벽한 모양 그대로고 불도 활활 잘 타오르고 작업판도 멀쩡하고... 무엇이 문제지?’ 화철룡은 송현의 그런 생각을 읽은 듯 했다. 따악! “네 놈이 그렇게 골똘히 생각한다고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송현은 아리한 머리의 고통을 느끼며 머리를 매만졌다. ‘휴우, 하루도 머리에 혹이 한 생길 날이 없네.’ 그런 와중에도 화철룡의 설명은 이어졌다. “일단 화덕의 모양은 완벽하나, 바람이 적다. 그리고 화덕에 타오르는 불의 세기도 약해. 물도 깨끗하지 못할뿐더러 작업판도 매끄럽지 않을뿐더러 편편하지도 않아.” 화철룡은 그런 말을 툭 던지고는 구석에 있는 의자에 가 앉았다. 그리고는 곰방대에 불을 붙이고는 콧노래만 부르는 것이었다. 송현은 고민에 빠지지 않을 리 없었다. ‘어떻게 한다. 불의 세기를 더 높여야하고 바람도 더 잘 불어야 하고... 물도 깨끗한 것을 구해야 하고... 작업판도... 에휴!’ 어떻게 하면 화철룡의 마음에 들수 있을 정도로 작업실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때 심심함을 참지 못했는지 사신수들이 느릿느릿한 발걸음으로 작업실에 들어섰다. 그 순간 송현의 두 눈은 번쩍했다. 그리고 의미심장한 미소가 지어졌다. ―너희들 심심하지? 송현은 최대한 상냥한 표정으로 사신수들에게 다가갔다. “야오오옹.” “뾰로로롱.” “우어어어.” “치리리릭.” 동시에 사신수는 흠칫하며 뒤로 한걸음씩 물러났다.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할 수는 없었지만 송현에게서 풍기는 기운이 음침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심심하지? 그렇지? ―아... 네, 네... 백호는 떨어지지 않는 입으로 간신히 대답했다. ―으흐흐흐, 그럼 너들이 나를 좀 도와줘야겠어. 저얼대 힘든 일이 아니야. 알았지? 송현은 더욱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건 그만 생각하는 미소였다. 사신수는 오한을 느끼며 자신들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행동이 끝나기가 무섭게 송현은 재빨리 움직였다. 주작을 잡아다가 화덕 안에 홱 던지고 백호를 화덕의 송풍구에 앞에 푹 앉혔다. 그리고 청룡을 담금질 하는 물통 속에 빠트리더니 현무를 작업판 위에 올려다 놓았다. ―뭐, 뭐 하시는거예욧? 백호는 말까지 더듬었다. ―주, 주인님... 지금... 오호호호호! 주작은 정신착락 현상까지 일으키는 듯 했다. ―나를 도와준다며. 일단 주작 너는 화덕 안에서 강한 불꽃을 만들고 백호 너는 끊이지 않게 바람을 화덕 안에 넣어줘, 청룡 너는 물을 항상 티끌 하나 없는 깨끗한 물로 바꿔주고, 현무 너는... 가끔 작업판 손질해주고. 알았지? 송현은 두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며 사신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목이 부러지라 고개를 돌려 화철룡을 보았다. “준비 끝났습니다. 아저씨.” “그래?” 화철룡은 곰방대에 있는 재를 비우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아아아아! 이, 이건 학대에요, 학대! 노동 착취라고요!“ 백호가 앞장서며 울부짖었다. ―쓰읍-! 심심하다며? 도와준다며? 그럼 해! 송현은 잠시 사신수를 향해 일일이 째려보고는 다시 웃는 표정으로 화철룡을 보았다. “시작하세요.” “그럼 볼까?” 확실히 사신수의 힘이 들어간 화덕의 불 쎄기는 틀렸다. 물도 깨끗했다. 작업판도... 화철룡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감돌았다. 그제야 화철룡은 연장들을 꺼내어들었다. 그 모습을 보고 송현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일단 이삼일 몸 풀고 계세요. 그 후로는 상당히 바빠지실 거예요.” “그래 알았다. 내 기쁜 마음으로 기다리마.” 송현은 사신수의 처절한 외침도 애써 무시하며 작업실을 빠져나왔다. ―우리를 미워하나 봐. ―주, 주인님이 우리를 버렸어. 흑흑흑 ―그런 것 같다. 백호, 주작, 청룡 세 신수의 푸념에 현무는 혀를 찼다. ―쯧쯧쯧, 일들이나 해. 나는 한 숨 자야겠다. 가장 편한 현무는 약 올리는 한마디를 하고는 낮잠에 빠졌다. 작업실에서 빠져나온 송현은 중앙에 만들어 논 자그만 연무장에서 수련을 하고 있는 친우들을 보았다. 나름대로 자신에게 맞는 검을 가지고 수련하고 있었다. 모두가 예전과는 다른 기도를 보여주고 있었다. “모두 잠시 모여주시겠습니까?” 송현은 제법 큰 소리로 모두를 모았다. 송현의 목소리를 들은 친우들은 자신의 수련을 마무리하며 하나 둘씩 모였다. “수련하시는데 이렇게 모이게 해서 죄송합니다.” “아닐세.” 위정천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웃음을 지었다. “제가 이렇게 모이라고 하신 것은 여러분들이 쓰시고 있는 검에 마법을 걸어드리려고 합니다. 한꺼번에는 힘들고 하루에 세분씩 3일에 걸쳐 만들어드리겠습니다.” 송현의 말에 철무정과 양설린을 제외한 모두가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송 학사, 마법이라고 했습니까?” 평소 마법에 호기심을 자주 내비친 제갈성휘가 더욱 놀라며 되물었다. “그렇습니다. 일단 오늘 제가 해드릴 분은 철 아우와 위 어르신, 그리고 설린. 이렇게 세 분을 먼저 해드리겠습니다. 일단 철 아우와 설린은 마법 병기를 사용해보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시간상 여러분들에게 사용방법까지 가르쳐주기가 힘이 들어서 입니다. 모두 이점은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송현의 말에 모두가 수긍하는 눈치였다. 당연히 위정천은 가장 연장자였고, 나머지 둘은 자신들에게 마법이 걸린 병기의 사용법을 자신들에게 가르쳐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차피 오래 걸려도 이틀 후면 자신의 검도 마법 병기로 탈바꿈하기 때문이다. 이틀이며 그리 오랜 시간도 아니였다. 송현은 자신들의 친우들을 찬찬히 뜯어보았다. 그 이유는 그들의 비교적 정확한 경지를 알고자 함이었다. 모두들 화경의 경지에는 오른 것 같았다. 그 차이가 초입이냐 극에 달하느냐 였지만 말이다. 송현은 일단 위정천의 검을 받아들였다. 예전 같으면 화철룡의 힘을 빌려 문양을 새겼겠지만 8서클에 올라간 지금 심볼 마법으로 마법 수식을 영구적으로 새겨둘 수가 있었다. ‘지금 위 어르신의 경지가 가장 높다. 아마도 화경의 극에 달한 듯싶다. 그렇다면 잔잔하 마법보다 강한 한 방이 좋을 것이야. 그렇다면?’ 송현은 마나를 집중해 위정천의 검면 앞뒤에 마법 수식을 새기기 시작했다. ‘일단 윌 오브 윈드, 그리고 지속적인 오러 블레이드.’ 1분도 안 되는 시간에 모든 무늬가 새겨졌다. “위 어르신, 죄송하지만 진원진기를 아주 조금만 주실 수 있으십니까?” 송현의 말에 위정천 뿐만 아니라 모두가 크게 놀랐다. 진원진기가 어떤 것인가? 생명 본연의 기였다. 수련으로 쌓을 수 없는 그런 것이었다. 혹시나 현경을 올라서 중단전이 열리면 모를까 그 전까지는 절대로 사용해서는 안 되는 것이였다. “아주 조금이면 됩니다.” “자네를 의심하는 것은 아니지만 왜 그런지 말을 해줄 수 있는가?” “제가 진원진기를 조금 받아 사용한다고 해도 다시 위 어르신께 돌려보낼 것입니다. 그리고 제가 그것을 사용하고자 하는 이유는 이 마법이 걸린 검은 매우 위험한 검이 됩니다. 자칫 악인의 손에 들어가면 마병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르신 본인 말고는 다른 이는 사용하지 못하게 할 생각입니다.” 송현의 설명에 모두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진원진기를 완전히 사용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송현은 위정천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이내 자신의 몸으로 들어오는 실날같은 진기를 느꼈다. 확실히 본연의 진기였기 때문에 아주 맑고 순수했다. 송현은 그 진기를 서둘러 검으로 보냈다. 그리고 마법 수식을 활성화를 시킨 다음 다시 위정천의 몸으로 돌려보냈다. 위이이잉. 한 차례 검명이 울렸다. 송현은 검을 다시 위정천에게 돌려주었다. 위정천은 검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크게 달라진 점을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검면에 새겨진 기하학 무늬가 검을 더욱 고풍스럽게 만드는 것에 대해 마음에 들었다. “앞으로 그 검은 위 어르신과 위 어르신의 직계 제자들만 사용하게 될 것입니다. 물론 제자에게 조금이나마 진원진기를 나눠줘야겠지만 말입니다.” 송현의 뒷 말을 듣자 위정천은 자신이 들고 있는 검에 더욱 애착이 갔다. 그로부터 3일간 나머지 인물들의 검을 마법검으로 만들어주었다. 모두의 검에 기본적으로 검강이 만들어지는 오러블레이드를 걸어주었다. 그리고 철무정의 검에는 에어버스트와 파이어 익스플로우젼을, 금정산의 검에는 라이트닝 볼과 아쿠아 볼, 남궁혁의 검에는 파이어 볼과 아이스 볼, 제갈성휘의 검에는 샤우트(극한의 소리)와 솔리드 포그(안개 형성)를 새겨주었다. 양설린의 검에는 라이트잉 에로우와 아쿠아 에로우, 백소영의 검에는 파이어 에로우와 아이스 에로우, 마지막으로 모용일미의 검에는 에어버스트를 새겨주었다. 위정천의 경지가 가장 높기에 5서클의 마법을 새져주었고, 여자들에 비해 남자들의 경지고 높고 체력이 좋은 점을 감안하여 4서클의 마법을 그리고 여자들에게는 3서클의 마법을 걸어주었다. 특히 제갈성휘는 머리를 주로 쓰는 편이라서 공격 계열보다 계약을 쓸 수 있는 마법을 걸어주었고, 모용일미는 3서클을 2개 걸어주는 것보다 철무정과의 마법을 생각하여 에어버스트 하나만 만들어주었다. 그로부터 철무정과 양설린을 주축으로 자신들의 마법검을 익숙하게 다루는 연습에 들어갔다. 한층 다양한 공격이 이루어지자 모두들 좋아하며 연습에 연습을 거듭했다. 그들에게 무공의 성장이란 무엇보다 바꿀 수 없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모습을 보며 송현은 화철룡과 본격적으로 카이샨 메일과 골렘의 변신형인 마형(馬形) 골렘 작업에 들어갔다. 그리고 또 하나 학비에게 줄 휘바스를 만들 준비에 들어갔다. ********************************************************************************************* 휘바스 : 마법지팡이의 일종으로 오르하콘등 철재로 만든 것을 지칭합니다. ^^ 일단 이렇게 알고 계세요. ^^ (모르시는 분들이 워낙 많아서...) 어쩌면 단순히 마법지팡이로 용어를 바꿀수도 있습니다. 중원 최초 기사단 탄생 거대한 12개의 철상이 우뚝 서있었다. 그 중 쥐상, 즉 자왕이 한걸음 앞으로 내딛었다. “음-!” 화철룡은 나직이 신음성을 터트렸다. 거대한 자왕의 위용에 자신도 모르게 감탄을 터트린 것이다. 온 몸이 심장이 된 듯 떨리는 몸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런 한편 송현을 흘깃 쳐다보았다. 처음에 최고의 철마상을 만들어 달라고 할 때만 해도 최고의 조각상을 만들어달라는 줄 알았다. 그러나 지금 그것이 얼마나 큰 착각인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저 웅대한 십이지 철상을 보았을 때 만 해도 그저 옛 장인의 뛰어난 감각과 실력에 놀랐던 것이다. 그래도 다만 그것뿐이었다. 왜냐하면 충분히 자신도 저 정도로 만들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저 웅장한 철상이 움직이는 것이었다. 그것도 사람과 같이 아주 부드러운 동작으로 말이다. 화철룡은 저것을 송현에게서 ‘골렘’이라고 불린다는 말을 들었다. 볼수록 감탄에 감탄이 들었다. 기계는 아니었다. 왜냐하면 관절이라든가 하는 것이 일체 없었기 때문이다. 화철룡은 지금 송현이 자왕 앞으로 다가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송현은 아직 자신이 할 일이 없기에 잠시만 기다려 달라는 말을 했었다. 송현은 자왕에게 다가가 다시 텔레포트를 이용해 동력으로 이용되는 가슴에 있는 큰 마나석과 지식이나 사고등을 담당하는 중앙제어장치인 머리에 있는 작은 마나석을 다시 꺼냈다. 크고 작은 두개의 원형 마나석이 다시 송현의 손위로 그 모습을 드러냈다. 송현은 텔레키네스 마법, 염동력 마법을 이용하여 두 장의 마나석을 허공에 띄웠다. 그리고는 예리한 바람의 칼날인 윈드 커터를 이용해 동전의 앞뒷면을 반으로 나누듯이 정확하고 똑같이 2장으로 잘랐다. 그렇게 해서 큰 마나석 2장과 작은 마나석 2장이 만들어졌다. 송현은 2장이 된 큰 마나석을 탁자위에 가져다 올렸다. 한 장은 예전 골렘을 만들 때 새겨놓은 마나수식이 새겨져있었고 나머지 한 면은 깨끗한 평면으로 되어있는 마나석이었다. 송현은 2장 모두 깨끗한 면을 위로 펼친 후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후 송현의 손에서는 하얀 빛이 생겨났고 이내 마나석으로 옮겨갔다. 그리고 마나석에 뚜렷한 무늬가 새겨졌다. 똑같은 무늬가 아닌 각기 조금 다른 무늬가 새겨졌다. 그것을 다시 한 번 중앙제어장치를 담당하는 작은 마나석에도 새겨 넣었다. 송현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송현은 다시 4 장의 마나석을 가지고 좌왕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다시 텔레포트 마법으로 4장의 마나석을 좌왕의 몸 안에 넣었다. 좌왕안으로 들어간 마나석의 배열이 교묘했다. 예전과 같은 위치였지만 이제는 2장으로 변해버린 마나석들이었다. 미세하지만 2장의 마나석이 약간의 공간을 두고 포개어져 있었다. 자세히 보지 못한다면 마치 1 장으로 착각을 할 정도였다. 그러나 그렇게 포개어진 부분에 방금 송현이 새겨 넣은 수식이 교묘하게 맞물려 포개어져 있었다. 그때까지 화철룡은 때로는 놀라는 표정으로 때로는 심각한 표정으로 때로는 감탄성을 터트리며 송현의 행동 하나하나를 지켜보았다. 비록 송현이 하는 일은 몰랐지만 그에게서 느껴지는 열정을 느꼈기 때문에 이런 행동이 나왔던 것이다. 그리고 송현이 입에서 낭랑한 목소리가 터졌다. “트랜스포메이션!” 좌왕 골렘의 몸에서 장엄한 빛이 새어나왔다. 그러나 그 빛을 느끼기도 전에 하나의 형상으로 모습이 바뀌어져있었다. 분명 내 다리로 서있는 모습의 하나의 짐승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눈도 없고 머리도 뭉퉁한 것이 어디 어린아이가 진흙으로 장난삼아 빚어놓은 찰흙과도 같은 모습이었다. 전체적으로 균형은 딱 잡혀있었지만 말이다. 화철룡의 입에서 그만 아쉬운 침음성이 흘러나왔다. 너무나 숙연한 송현의 작업에 비해 그 결과물이 너무나도 엉망이었던 것이다. 화철룡은 아쉬움에 자꾸 입맛만 다셨다. 그때 송현이 뒤로 돌아서서 화철룡 자신에게 다가왔다. “이제 아저씨 차례입니다.” “.......” 화철룡은 송현의 뜻을 알아듣지 못하고 눈만 껌벅였다. “아저씨께서 저 엉망인 형체를 이 세상에서 그리고 살아있는 어떤 말보다 웅장하고 용맹한 모습의 말로 조각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런 말을 마친 송현은 손을 들어 까닥거렸다. 마치 살아있는 말을 향해 자신에게 다가오라는 손짓 같았다. 그 순간... 투각 투각 투각 육중한 소리를 내며 그냥 뭉그래져있는 철상이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으며 화철룡 자신에게 다가왔던 것이다. 그 순간 화철룡은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애써 목구멍으로 삼켰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온 몸이 심장이 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만약에... 저 것이...’ 화철룡의 머릿속에는 이미 저 뭉탱이로 되어있는 철상이 화려한 말의 형상으로 넓은 대지에 뛰어가는 모습이 그려졌다. 그리고 온 몸이 잔잔하게 떨렸다. 생각만 해도 너무나 웅장한 자태가 그려지기 때문이다. ‘만약에... 만약에... 저 것이 정말 나의 손을 거쳐 최고의 마형을 가춘다면 그것은... 그것은...’ 더 이상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떨리는 몸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의 두 눈빛은 이제까지 세상을 살며 한 번도 보여진 적이 없는 눈빛으로 바뀌었다. 활활 타오르는 그런 눈빛을 말이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화철룡은 생각했다. 지금 저 말을 만들고 죽는다고 해도 후회가 들지 않을 것 같다고. 땅땅땅땅땅! 화철룡은 연신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망치질을 하고 있었다. 늙은이답지 않게 그의 근육은 장정 못지않게 우람했다. 그의 손에 의해 그저 어린아이 장난같은 철상이 전설의 명마 못지 않은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송현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그 작업을 보고 있었다. ‘부탁드립니다. 화 아저씨.’ 송현은 화철룡의 넓고 든든한 등을 바라보았다. 지금 송현의 두 눈은 철상을 보고 있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철상 안에 있는 마나석을 보고 있는 것이다. 2장이 포개어진 마나석. 그 중 3면은 모두 마법 수식이 새겨져있었다. 좌왕 골렘이었을 때 앞면을 향해 있던 마나석이 지금은 말의 배 아래로 향해 있었고 등 쪽으로 가려져있던 마나석은 지금 말의 등위를 향해 올라간 모습이었다. 즉 좌왕 골렘일 때 앞에 있는 마나석은 좌왕을 움직여주는 마나석이었고 마형 골렘으로 변신했을때에는 그 기능을 숨기고 마나석의 마나를 뒤편에 있는 마나석으로 공급해주었다. 그리고 마형 골렘일때 등쪽이자 안장 밑에 있는 마나석은 좌왕 골렘일때는 기능을 숨기고 좌왕 골렘을 움직이는 마나석에 마나를 공급해주다가 마형이 되었을때 자신의 힘을 쓰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나석 2장 사이에 있는 기하학 무늬는 2장의 마나석을 이어주는 공급선 역할과 함께 변신에 필요한 움직임을 가능케 하는 무늬였다. 이렇게 만든 이유는 좌왕처럼 인간형과 마형과는 그 움직임이 다르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서로 원활한 움직임을 위해 이렇게 1장같은 2장으로 만들어놓은 것이었다. 그렇게 12마두의 마형 골렘을 만들기까지 꼬박 한달하고도 6일이 걸렸다. 땅! 마지막 손질을 끝내며 화철룡은 그 자리에 쓰러졌다. 자신이 가진 모든 기력을 모두 쏟아 부은 것이었다. 거대한 12마두가 질서정현하게 서있었다. 현철을 마치 실처럼 만든 검은 흑갈퀴. 그리고 맹수의 위용이 담긴 날카로운 마안(馬眼). 웅장한 산맥을 보는 듯한 쭉 뻗은 등줄기하며 두툼한 네 발은 잘 뻗어있었지만 마치 맹수의 거친 발을 보는 듯했다. 몸 전체가 매끈하게 잘 잡혀있었지만 세세히 보면 울퉁불퉁 솟아오른 근육이 마치 살아있는 말로 착각을 일으킬 정도였다. 한 마리 말의 모습이었지만 전체적은 형상은 백수의 제왕을 보는 듯했다. 송현은 재빨리 화철룡에게 다가가 작업장 근처에있는 침상에 눕히고는 슬립 마법과 함께 라이프 포스를 걸어주었다. 충분한 휴식을 취하게 할 목적이었다. 이렇게 삼일 정도 자고 나면 개운하게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송현은 입가에 미소를 짖고 잠든 화철룡을 한 번 내려다보고는 작업장을 나섰다. 중앙 연무장에는 모두가 마법검을 들고 연무를 하고 있었다. 모두간 한 단계 또 성장한 듯싶었다. 그런 모습을 보며 송현의 마음에는 자신감 역시 성장했다. 위정천은 어느새 송현이 만들어준 마법검에 익숙해졌다. 마법시동어를 외치는 룬어도 이제는 자연스러워졌다. 언제는 마법검을 사용하지 않았냐라고 말할 정도로 익숙해져있었던 것이다. 한편 자신의 무공에 마법을 조화시키면 시킬수록 흥분에 온 몸을 떨었다. 무공 수련으로 땀으로 목욕을 한 위정천은 검을 검집에 착검을 하며 제자리에 섰다. 그리고 가늘고 긴 호흡을 하며 자신의 수련을 일단락 하는 모습을 보였다. 위정천은 고개를 돌려 다른 이들의 수련을 보았다. 검기가 날리고 마법이 휘날렸다. 전형적인 마검사의 모습들이었다. 처음에는 위정천 역시 이 모습이 너무나 이질적이라 느꼈지만 지금은 익숙해져버린 자신을 보게 되었다. 오히려 마검사가 된 자신들이기에 혈교와의 끝 모를 전쟁에 한 가닥 희망을 가지고 있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연무장을 쭉 눈으로 돌려보던 위정천의 눈에 송현이 눈에 띠었다. 위정천은 다른이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게 조심스럽게 송현에게 다가갔다. “오랜 말일세.” “다들 검과 하나가 된 것 같습니다.” “그런가?” 송현도 위정천도 만족을 느꼈다. 그렇게 둘은 말없이 동료들의 수련을 지켜보았다. 어느새 한둘씩 송현과 위정천이 연무장에 서서 자신들을 지켜보는 것을 확인하고는 그 둘을 중심으로 모여섰다. “현, 오랜만에 얼굴 보이다니 너무하잖아.” “하하하, 정산. 나도 놀고 먹은게 아니야.” 송현과 금정산은 서로를 보며 웃었다. “오라버니 너무해요.” 모용일미와 백소영이 이구동성으로 송현을 흘려보았다. “그래도 형님, 너무 했습니다. 안 그래, 무정, 혁?” 제갈성휘가 조금은 삐친 표정을 지으며 송현을 노려보고는 철무정과 남궁혁을 쳐다보았다. 거들어달라는 뜻이었다. “풋-!” 그 모습에 철무정과 남궁혁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웃어버렸다. “푸하하하하.” “하하하하.” “호호호호.” 모두가 제갈성휘의 말과 행동에 오랜만에 마음속까지 시원하게 웃을 수 있었다. 어느새 위정천을 어르신으로 모시고 금정산과 동갑으로 서로 말을 놓았고, 그 아래로 철무정과 금정산, 남궁혁이 의기투합했다. 여인들도 양설린과 모요일미가 친구가 되었고 백소영은 자연스럽게 동생이 되었다. 거의 가족과도 같은 그런 돈독함을 가지게 된 것이다. 정파도 없었고 마교도 없었다. 오로지 마음과 마음만 통하였고 서로를 의지해게 되었던 것이다. 그 모습에 송현은 내심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내 여러분께 두 번째 선물을 드리겠습니다.” “두 번째 선물이라니요?” “마법검말고도 또 있습니까, 형님?” “오라버니 멋져요.” 송현은 그저 미소만 머금은 채 아무 말하지 않고 화철룡의 작업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자연스럽게 얼굴 한 가득 궁금한 표정을 지은 채 송현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이윽고 작업실 문이 열렸다. 쿵 쿵 쿵 쿵 쿵 자왕으로 시작해서 거대한 십이지 골렘이 모습을 드러내며 연무장 중간으로 걸어나왔다. 보기에도 묵직한 무게감이 보이기도 했지만 한걸음 한걸음 발을 디딤으로서 생기는 진동이 그들에게 연무장 대리석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졌다. “마, 말도 안 돼!” “어, 어떻게...” “처, 철상이 움직이다.” “꿀꺽!” 모두가 머리가 새하얘지는 느낌을 받았다. 십이지 철상이 가지는 위용에 그들도 기가 죽어버린 것이다. 혈강시를 보았을 때에도 이런 느낌을 가져보지 못한 그들이었다. “저, 저 것이 무엇입니까?” 남궁혁은 골렘을 향해 떨리는 손으로 간신히 가리켰다. “자네들의 분신이 될 존재들이야.” “오라버니, 분신이라니요?” 백소영은 골렘에서 눈을 띠지 못하고 그저 손으로 송현의 팔을 툭 치며 물었다. 백소영의 말에 모두의 신경이 송현의 목소리로 향했다. 그러나 여전히 눈은 십이지 골렘에게서 눈을 띠지 못하는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저것들은 골렘이라고 해. 위 어르신과 자네들이 좋아하는 것으로 하나를 고르게 할 것이야. 그럼 또 하나의 자네들이 되는 거지. 즉 자신이 선택한 골렘에게 자네들의 독문무공을 심어주는 거야. 그럼 자신의 골렘은 자신과 같은 무공을 펼칠 수 있는 거지. 언제나 너희들과 조를 만들어서. 즉, 저 골렘들은 또 하나의 자네들이 되는 거야.” 모두가 아무리 머릿속으로 상상을 해봐도 저 거대한 철상이 자신들의 무공을 한다고 생각을 해봐도 그려지지 않았다. 특히 민첩성을 요하는 무공을 과연 따라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만약에... 만약에... 송현의 말대로 된다면... 모두들 그런 생각을 하자 더 이상 상상할 필요도 없었다. 어느 누가 저 앞에서 가슴을 펴고 검을 휘두를 것이며 막아설 것인가? 송현의 말대로 된다면 말이다. 모두가 송현의 말은 믿겠지만 이 번만은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들이었다. 그 모습에 송현은 ‘피식-!’ 웃었다. 하긴 중원에서 처음 보이는 것이라는 것을 생각해냈기 때문이다. “가능할 수도 있겠어. 소림사에 연무 18동에 움직이는 인형이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단다. 크기는 사람의 크기지만 모두가 소림의 절기를 펼치는 인형이라 들은 적이 있단다. 그런 것과 같은 것인 것 같아. 물론 조금 다른 듯싶지만.” “확실히 다릅니다. 그리고 저것들보다 강한 것은 중원에는 존재하지 않을 겁입니다. 하물며 혈강시들도 저것보다 약할 것입니다. 이 송모가 장담합니다.” 송현의 말에 모두들 애써 상상을 다시 해보았다. 그러나 역시 그려지지 않았다. 두 눈으로 보아야만 믿을 것 같았다. 그러나 왠지 그들은 두근거리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십이지 골렘을 보고 있자니 모두가 쿵쾅거리는 심장 요동과 떨리는 몸을 느껴야했다. 중원 최초 기사단 탄생 늑대와춤을 입니다. 늦게 그리고 적은 양을 올려서 죄송합니다. ㅡ.ㅡ;; 오늘따리 유난히 글이 안 써지네요. 겨우 몇자 적어서 올립니다. 내일은 아니 오늘은 좀 더 분발해서... 쓰도록 하겠습니다. ^^ 그럼 즐거운 밤 되세요 ^^ ******************************************************************************************** 인간형으로 되어있는 십이지 골렘은 송현들과 그의 친우들 앞에 일렬로 섰다. “크하-!” 누구의 입에서 감탄사가 절로 터져나왔다. 침착함을 유지하던 위정천도 바로 코앞에서 십이지 골렘을 보자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기색이었다. “위 어르신, 먼저 고르십시오,” “으, 응?” 위정천은 아직 흥분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듯했다. “푸훗.” 양설린이 위정천의 그 모습에 그만 나직이 웃고 말았다. 다른 이들도 평소 위정천의 이런 모습을 본적이 없는지라 모두 신기해하면서 한편으로 새어나오는 웃음을 애써 참았다. 양설린의 웃음소리에 위정천은 비로소 정신을 차릴 수가 있었다. “험, 험! 현아, 뭐라고 했지?” “먼저 고르시라고 했습니다.” “아-! 그런데 내가 정말 저 중에 하나를 골라도 되나?” “그럼요!” 송현은 눈으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위정천은 못 봤지만 다른 이들은 위정천이 보이지 않게 뒤로 돌아 모두 손으로 입을 막고 애써 웃음을 참고 있었다. 그리고 한편, 언제나 대나무와 같이 꼿꼿함만을 보여주던 위정천에 이런 인간적인 면도 있구나라고 다들 느꼈다. 위정천은 십이지 골렘을 죽 둘러보았다. 전부다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몇몇 골렘이 마음에 들었지만 자신이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간단하게 십이지 중에 가장 첫째인 자왕을 골랐다. 연이어 모두 제각기 자신이 마음에 들어 하는 골렘을 골랐다. 그렇게 해서 철무정은 용상인 진왕을, 금정산은 소상인 축왕을, 제갈성휘는 뱀상인 사왕을, 남궁혁은 개상인 술왕을 골랐다. 그리고 양설린은 토끼상인 묘왕을, 백소영은 원숭이상인 신왕을, 모용일미는 양상인 미왕을 골랐던 것이다. 그렇게 고르고 나자 4개의 고렘이 남았다. 그중 2개는 송현 자신의 가디언이자 마형 골렘으로 타고 다닐 것이고, 나머지 2개는 자신의 제자인 학비의 가디언이 되게 되었다. 학비는 4개 남은 철상 중 말상인 오왕과 돼지상인 해왕을 고르게 됨으로 자연스럽게 송현은 호랑이상인 인왕과 닭상인 유왕을 가지게 되었다. 대략적으로 서로의 파트너를 구하게 되자 송현은 위정천과 함께 자왕 앞으로 갔다. 일단 서로 머리의 높이를 맞추기 위해 자왕을 한쪽 무릎을 꿇게 했다. 그리고 송현을 사이로 팔 넓이 만큼 위정천이 바로섰다. “위 어르신, 일단 아무런 잡념을 없애시고, 자신의 무공을 머릿속으로 하나 하나 그려보세요. 가능한 자세히 그리고, 세세히 그리시는게 좋으실 겁니다. 나중에 골렘과 연습을 하며 차차 맞혀 나가겠지만 기본적으로 잘 잡으시려면 지금 가능한 완전하게 기억을 옮겨주는 것이 좋습니다.” 송현은 위정천을 향해 고개를 돌려 자세한 설명을 해주었다. 그러나 송현의 시선은 위정천에게만 고정이 되어있지는 않았다. 때때로 고개를 친우들에게 줌으로서 그들에게도 자신의 설명을 명확히 밝혔다. 모두들 송현의 설명이 자신들에게도 해당된다는 것을 알고는 정신을 집중해서 머릿속에 하나 하나 심었다. “알았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송현의 말에 위정천은 조금은 굳은 표정을 지었다. “휴우-!” 가볍게 목을 돌리며 위정천은 애써 긴장감을 풀었다. “나는 매화이십사수 검법과 오행매화보를 심도록 하지.” 송현은 고개를 잠시 끄덕였다. 시작이라는 의미였다. 송현은 E.S.P 마법 즉, 기억 복사 마법을 이용하여 일단 자신의 머리로 기억을 옮긴 후 골렘의 중앙 제어 장치를 담당하는 골렘의 머릿속의 마나석으로 옮기려했다. 송현의 오른손은 위정천의 머리위로 왼손은 골렘의 안면을 향했다. 파라랏! 송현의 오른손에서 생긴 희미한 빛이 이내 위정천의 머리를 감쌌다. 그리고 얼마 후 그 빛은 송현의 팔을 따라 송현의 머리로 이동했다. 그리고 조금 다른 색을 가진 빛이 다시 송현의 왼손으로 이동했다. 우우우우웅! 그 빛이 골렘의 머리를 감쌀 때 잔잔한 미동으로 인한 동음(動音)이 울렸다. 그러길 대략 1시간이 흘렀다. 그만큼 위정천은 세세하게 자신의 무공을 머릿속에서 일일이 그려냈다. 실초에서 변초까지 자신이 아는 모든 것을 그려낸 것이다. 또한 그러한 기억에서 자신도 모르게 심법까지 골렘에게 전수하게 되었다. 이러한 심법이 나중에 골렘에게 엄청난 힘을 줄지는 송현 스스로도 지금 모르고 넘어갔다. 위정천이 곧 눈을 떴고 이내 송현도 눈을 떴다. 위정천은 어떤 교감을 느꼈는지 자왕 앞에 섰다. “앞으로 잘 해보자.” 위정천의 말이 끝나자 자왕은 육중한 몸을 일으켰다. 쿠르르르릉 자왕은 온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리고 위정천과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강렬한 안광을 뿜어냈다. 스르르릉 위정천이 검을 뽑자 자왕도 같은 호흡으로 검을 꺼내어들었다. 원래는 자왕이 기병을 가지고 있는 형상이었지만 송현이 친우들과 파트너를 생각하는 순간 그들의 검을 화철룡과 상의해서 검으로 교체했던 것이다. 샤라라라라 아주 부드러운 검세가 위정천과 자왕의 손에 의해서 펼쳐지기 시작했다. 은은한 검풍과 함께 화산파의 특유의 매화향까지 검풍과 함께 석실 곳곳에 퍼졌다. 완벽한 일심(一心)이었다. 마치 한 명의 인물이 두개의 몸으로 검무를 추는 것 같았다. 탁. 위정천과 자왕이 지면을 가볍게 박차고 몸을 허공으로 뛰어올랐다. 그리고 가볍게 검을 휘두르며 몸을 일회전 시키고는 다시 땅으로 내려섰다. 자왕의 묵직한 무게감이 상상되는 건 인지상정이었다. 위정천과 자왕의 검무를 구경하던 모두가 자연스럽게 두 다리에 힘을 주고 바닥에 몸을 고정시켰다. 자왕이 지면에 내려서며 다가올 충격을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주 미세한 파음만 들렸고 그 어떤 충격파도 지면에서 느껴지지 못했다. 한마디로 상승보법 그 자체를 지금 저 자왕이 보여준 것이다. 이에 위정천도 탄력을 받았는지 재빠르게 오행매화보를 밟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정오각형의 다섯 꼭지점을 기묘한 움직임으로 밟아나가기 시작했다. 그 순간 자왕도 위정천과 똑같이 보법을 밟았다. 순간 순간 조금은 어설프고 이질감이 느껴졌지만 누가보아도 대단하다는 것을 느끼는 장면이었다. 이 정도의 자그만 미흡한 점이라면 송현의 말대로 차차 고쳐나가도 문제가 없을 정도였다. 대략 30분 정도가 지나자 위정천과 자왕의 검무도 그 끝을 보였다. “후우우.” “우우우웅.” 마치 자왕도 위정천과 마찬가지로 호흡을 가다듬는 모양, 위정천을 따라 가벼운 미음(微音)을 내뱉었다. 중원 최초 기사단 탄생 늑대와춤을 입니다. 오늘도 양이 상당히 짧습니다. 요 며칠간 슬럼프에 빠진 듯 싶습니다. 글이 안 써지네요. 오늘도 몇 시간째 모니터만 보고 있었다는... ㅡ.ㅡ;; 내일부터 다시 마음을 잡아 글을 쓰겠습니다. 그러니 오늘 하루는 이 정도로만 참아주세요. ^^ 즐거운 주말 되세요 ^^ ******************************************************************************************** 위정천은 감은 두 눈을 떴다. 자왕은 그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듯 희미한 안광을 살짝 내비쳤다. 군자검의 별호답게 검을 검집에 넣는 자세도 아주 겸허한 모습이었다. 자신을 지켜주는 검 자체에도 예의를 가쳐서 마지막을 장식했다. 위정천의 무위를 그대로 물려받은 자왕도 마찬가지였다. 끝까지 그 둘의 무위를 본 일행들은 그저 두근거리는 마음을 가라앉히지도 못했다. 모두의 머릿속에는 단 하나만 떠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바로 자신과 자신이 고른 골렘과의 검무. 바로 그것뿐이었다.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것이 자신들의 두 눈앞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이 고른 골렘을 보았다. 그리고 느꼈다. 자신들의 두근거리는 심장을... 위정천은 두 눈을 떴을 때 어떤 이도 이렇다할 이야기가 나오지 않자 조금은 실망한 눈빛을 띠었다. 혹시 자신이 느낀 것이 잘못 느낀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자신은 자왕과의 검무에서 확실한 일체감을 느꼈다. 그러나 어쩌면 흥분감에 자신이 잘못 느낀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짝짝짝짝짝 위정천은 손뼉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그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박수를 치고 있는 이는 송현이었다. “어르신, 대단하십니다. 대단한 무위였습니다.” “그, 그런가?” “네!” 위정천은 조금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의 대화소리에 자신들 만의 상상의 나래를 펼치던 일행들은 그제야 비로소 현실로 돌아올 수가 있었다. 위정천에게 실례했다는 것을 느낀 그들은 재빨리 송현과 위정천에게 달려갔다. 위정천은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일행들을 보며 그제야 미소가 떠올랐다. 그들의 표정에서 자신과 자왕의 검무의 성공을 능히 짐작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잠시 후, 위정천 다음의 철무정과 그의 골렘인 진왕과의 검무에서 더욱 완벽하게 알아차렸다. 위정천도 철무정과 진왕의 검무에서 심장의 두근 거림을 느낄 수 있었다. 비록 자신이 자왕과의 함께 하는 검무를 직접 보지 못하겠지만 철무정과 진왕의 검무에서 자신과 자왕의 검무를 능히 짐작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송현은 하루 꼬박 밤을 새다시피 하여 모두의 무공을 일행들의 골렘에 지식을 넘겨줄 수 있었다. 지금 부족한 점은 서로 한 파트너가 된 이가 골렘에게 가르치며 보안해 나가면 될 것이었다. 그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바로 송현이 만들어낸 골렘의 장점이었다. 머리에 심은 중앙 제어 장치로 인해 골렘들은 송현과 각각 파트너인 일행들의 말만 받아들이고 명을 받게 된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명령으로 인해 무공을 배우고 새롭게 가다듬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 날, 송현은 일행들을 모두 불러 모았다. “제가 조금 무리한 부탁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송현은 얼굴 가득 미안한 기색을 띠었다. 송현의 그런 말에 모두들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이내 송현의 표정에 조금은 심각한 말이라는 것을 알았다. “송 학사, 말해보게. 우리는 동지가 아닌가? 어려운 일이라면 응당 같이 해결을 해야지.” 위정천은 좀 더 송현이 편안하게 말을 할 수 있도록 따뜻하게 말을 건넸다. 송현은 조금은 어렵게 입을 열었다. “저와 학비의 가디언이 되... 아니, 호위무사가 될 인왕, 유왕, 오왕 그리고 해왕에게 여러분의 무공을 조금씩만 담아 주셨으면 합니다. 아시다시피 저와 학비는 무인들과의 일대일 전투가 매우 어렵습니다. 특히 저보다는 학비의 호위무사가 될 골렘들이 더 시급합니다. 상승무공이 아니더라도 학비를 안전하게 해 줄 수 있는 정도의 무위면 되겠습니다.” 송현의 말에 모두들 안색이 조금 굳었다. 비록 지금 자신들이 혈교의 모함으로 문파에서 배신자가 되어있지만 그래도 마음만은 항상 자신들의 문파를 향하고 있었다. 각 문파의 절기는 자신의 생명보다 중요한 것이었다. “해주겠네. 남들이 안 된다면 나의 것을 해주지.” 위정천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입을 열었다. 모두들 놀란 얼굴을 했다. 언제나 원리와 원칙을 중히 여기는 위정천의 말이니 더욱 그랬다. “다들 생각해보게. 누구에게 가르쳐 주는 것도 아니니 괜찮을 것 같아. 그저 골렘의 기억에 남기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닌가? 무공구결이 빠져나가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말이야 바른 말이지 송 학사가 마음만 먹으면 우리에게 각각 심어 노은 무공을 자신의 골렘과 학비의 골렘에게 옮길 수도 있을 것이야. 안 그런가, 송 학사?” 위정천의 말에 송현은 조금 더듬으며 대답했다. “그, 그렇기는 합니다만...” “됐네.” 위정천은 송현의 말을 자르고는 일행들을 다시 둘러보았다. “어차피 송 학사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주었네. 우리도 송 학사에게 조금은 나누어줘야 하지 않을까?” 위정천의 말은 모두의 공감을 얻어냈다. “현이를 위해서 저도 한몫 거들겠습니다.” 금정산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호탕하게 가슴을 쳤다. “저도 돕겠습니다. 형님이 소제의 힘이 필요하시다는 데 거절할 수가 없지요,” 철무정의 말에 모두가 나서며 송현과 학비의 골렘에 자신들의 무공을 심어주기로 결정났다. 송현은 그들에게 허리를 굽혀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렇게 하여 모두가 의논한 결과 상승 독문 무공은 제외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에 버금가는 자신들의 절기를 나누어주기로 했다. 그렇지만 한 골렘에 너무 많은 것을 넣어줄 수 없기에 두 부류로 나뉘어 각기 한 골렘에 넣어주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송현과 학비의 골렘을 완벽한 호위무사로 만들면서 하루가 지나갔다. 그로부터 대략 한 달간 일행들은 자신의 무공 수련과 자신들의 골렘의 수련시키는 것을 병행했다. 물론 간간히 돌아가면서 송현과 학비의 골렘을 수련시키는 것은 물론이었다. 그 시간, 송현과 화철룡은 카이샨 메일을 만들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중원 최초 기사단 탄생 늑대와춤을 입니다. ^^ 어제 하루 두 눈 꼭 감고 푹 쉬었습니다. 죄송합니다. ㅡ.ㅡ;; 그랬더니... 오늘 제법 컨디션이 돌아왔네요. 내일부터는 다시 착오없이 글을 쓸수 있을 겁니다. ^^ 즐거운 한 주 보내세요. ^^ 그리고 다음 편부터는... 무림에 나갑니다. 혈교 때려부셔야죠. 후후후 ******************************************************************************************** 송현은 그 날부터 친우들의 몸을 살피기 여념이 없었다. 물론 말하면 모두가 알아서 몸의 신체 사이즈를 말해주겠지만 모두가 골렘과 함께하는 무공 연습에 푹 빠져있어 말을 건네기가 좀 껄끄러웠던 것이다. 문제는 여인들이었다. 자신이 남자들은 조금 쳐다보아도 별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여인들은 틀렸다. 어쩔 수 없이 양설린의 도움을 받았다. 양설린에게도 카이샨 메일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해주지 안했다. 다 만들어지고 나서 모두에게 보여줄 때 함께 보여주려 마음먹었다. 양설린도 송현이 하고자 하는 일에 궁금함을 가졌지만 애써 물어보지도 않았고 알려고 하지도 안았다. 그저 묵묵히 송현을 뒤에서 도와주는 것이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미덕이라 생각했다. 일행들도 조금은 궁금을 가졌다. 무엇을 더 만드는지 화철룡의 작업실에서는 연신 망치질 소리가 났다. 간혹 송현이 밖으로 나와 자신들의 몸을 눈으로 쭉 훑어보고는 다시 작업실로 들어가곤 했다. 송현이 애써 여인들에게는 크게 시선을 주지는 않았지만 가끔은 힐끗 자신들의 몸을 보고 들어가는 것이었다. 그것을 그들이 모를 리 없었다. 그것도 대략 일주일. 그 후로는 송현 조차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화철룡과 함께 작업실에서 함께 먹고 자며 무엇인가 만드는 것 같았다. 더욱 그들은 송현과 화철룡이 하는 일에 더욱 궁금이 더해갔다. 그렇다고 지금 송현에게 찾아가 무엇을 하는지 물어볼 수도 없었다. 화철룡의 작업실. 탁자에는 수많은 설계도면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몇 장은 벽면에 붙어져 있기도 했다. 땅! 맑은 쇠소리가 울렸다. 그 소리와 함께 화철룡은 허리를 펴며 이마에 흐르는 땀방울을 닦았다. 그리고는 긴장된 얼굴을 했다. 송현도 화철룡과 같은 긴장된 표정을 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화철룡은 제법 묵직한 허리띠, 즉 카이샨 메일의 평시 형태인 벨트를 송현에게 내밀었다. “자네가 하라는 대로 했네. 과연 자네의 말대로 될 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송현은 아무 말 없이 카이샨 메일의 벨트를 들었다. 그리고는 어느 한 구석으로 걸어갔다. 송현이 걸어간 곳에는 한 구의 나무로 된 인형이 있었다. 체격이 위정천과 아주 비슷했다. 송현은 그 인형에 다가가 자신이 들고 있는 카이샨 메일의 벨트를 허리에 채웠다. 그리고는 뒤편으로 가서 메일에 약간의 마나를 주입했다. 챠라라라락 순식간이었다. 벨트에서 얇은 철판이 위아래로 튀어나오더니 이내 인형을 순식간에 둘러쌌다. 송현과 화철룡의 얼굴에는 희미한 미소가 돌았다. 그리고 둘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았다. “크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 둘은 작업실이 떠나가도록 웃고 또 웃었다. 그리고... 한 달이라는 시간이 또 흘렀다. 물론 그 시간동안 작업실에서 망치소리가 계속 들린 것은 당연한 사실이었다. 송현은 9벌의 벨트와 한 벌의 손목 띠를 가지고 나왔다. 자그만 연무장에는 총 9명의 인물들과 12대의 골렘이 무공을 닦고 있었다. 그 중에 자신의 제자인 학비도 같이 어울려 무공을 수련하고 있었다. 물론 검법이나 도법은 아니었다. 장법과 권법과도 같은 무공들이었다. 송현은 그런 사실을 알면서 묵인했다. 학비에게 도움이 될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비록 상승무공은 아니겠지만 마법의 보조해주는데 나쁘지 않을 것이라 여겼다. ‘이제 세상에 나가는 일만 남았어. 길어야 한 달이다. 기다려라, 혈교 놈들.’ 송현은 연무장 중앙으로 걸어갔다. “모두들 잠시만 모여주시기 바랍니다.” 골렘을 건네주고는 두 달 만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모두들 제대로 대화 한 번 해보지 못해서 인지 반가운 표정들을 지었다. 그런 송현의 뒤로 화철룡이 다가와 섰다. 화철룡은 두 눈으로 모든 것을 직접보고 싶었다. 자신이 평생 어떤 것들보다 심혈을 기울어서 만든 것이었다. 그래서 인지 더욱 자신의 두 눈으로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송현은 아무 말 없이 자신이 든 벨트를 나누어주었다. 일행들은 송현이 갑자기 나타나 자신들을 불러 모으고는 그저 입가에 미소만 지은 채 철로 된 두터운 허리띠를 나누어주자 얼떨결에 받아들었다. 비교적 남자들은 폭이 넓었고 여인들은 폭이 조금 좁았다. 그리고 학비에게는 여인들보다 좁은 벨트와 한 벌의 철로 된 손목 띠를 주었다. “제가 드리는 세 번째 선물입니다.” “선물?” 위정천은 조금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당연히 더 이상 선물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자신들은 이미 송현이 준 공청석유를 통해 한 단계에서 크게는 두 단계 이상 무위를 발전시켰다. 거기에 골렘까지 합세한 지금 무엇이 더 필요하겠는가. “일단 허리에 다들 차세요.” 송현의 말에 모두들 일단 허리에 찼다. 철로 되어 보여 묵직해 보였지만 의외로 거의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아름다운 문양도 새겨져 있어 모양도 무척 좋았다. 모두가 허리에 카이샨 메일의 벨트를 차는 것을 송현은 보고는 고개를 학비에게 돌렸다. 학비는 벨트를 허리에 찼지만 손목에 차는 띠는 그냥 들고 있었다. “학비야, 그것은 손목에 하나씩 차거라.” 학비는 송현의 말에 손목에 하나씩 찼다. “그건 건틀렛이란다. 그리고 또 하나, 이 스승이 너에게 휘바스를 만들어 주려했지만 오히려 불편할 것 같아서 건틀렛에 휘바스가 가지는 마법 증폭의 기능을 건틀렛에 넣었단다.” 학비는 고개를 끄덕이며 건틀렛을 살폈다. 그리고는 자신의 마나를 건틀렛에 넣어보았다. 지금것이 어차피 휘바스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면 휘바스의 사용법과 똑같이 사용하면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츄라라락 갑자기 손목 띠가 자신의 손을 감싸자 학비는 놀라며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그러는 사이 손목 띠에 주입하던 마나 역시 끊겼다. 학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손목 띠와 송현을 번갈아보았다. 방금 학비의 손에서 들린 소리를 들은 친우들은 학비를 쳐다보았다. 이내 학비의 시선을 따라 송현을 보게 되었다. “자, 다들 자신이 가진 검을 허리띠에 차세요. 학비 너는 검이 없으니 그냥 있고.” 송현의 말에 따라 모두들 자신이 들고 있는 검을 허리띠에 찼다. 허리띠에 고리가 있어 끈으로 묵는 것보다 더 안전하고 단단하게 차고 다닐 수 있게 되어있었다. “음-! 검을 찰 수 있게 되어있네요. 아무 멋있네요. 그런데... 굳이 검을 이렇게 가지고 다닐 필요가 있나요?” 제갈성휘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검을 더욱 안전하고 편리하게 가지고 다닐 수 있게 된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렇다고 굳이 이걸 차면서 가지고 다니기는 조금 무리가 있지 않나 싶었다. “자! 다들 놀라지 마시고 자신들의 진기를 허리띠에 주입해보세요. 어떤 일이 있어도 진기를 끊어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학비, 너는 손목의 띠에도 같이 넣거라. 알았지?” 송현의 말에 모두들 혹시 마법 물품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도 어디에 쓰이는지 몰랐고 무엇인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해서 조금은 들뜬 마음에 진기를 주입했다. 그 순간... 챠라라라락 챠라라라락 챠라라라락 “헉-!” 낱장으로 된 철들이 펼쳐지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두들 입에서 헛바람 소리가 새어나왔다. 모두의 몸에 은빛 찬란한 메일이 몸을 두르고 있었다. 또 일행들은 서로의 모습을 보며 더욱 놀랐다. 보이는 자체로만 해도 더욱 엄청난 위용을 보여주고 있었다. 나라에 몸을 바치는 무장들도 아닌 자신들이 이런 갑옷을 입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러나 더욱 놀란 것은 그런 무장들도 이런 갑옷은 안 입는다. 온 몸을 은빛이 휘양찬란하게 덮고 있는 철판, 그리고 단순한 철판이 아니었다.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고 있다. 거기에 왠지 모를 위압감마저 들게 하는 웅장한 모습이었다. 자신의 친우들에게도 그런 마음이 드는데 남들은 어떨까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리고 그런 갑옷을 자신들이 입고 있다는 생각에 흥분에 찬 몸을 떨어야했다. 여인들의 모습은 조금 틀렸다. 무엇인가 우아하면서도 품위가 있으되 강인한 여전사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한편 아주 요염한 형태이기도 했다. 온 몸에 착 붙은 갑옷의 형태가 여인들의 몸매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다. 가슴은 더욱 돋보이게 허리는 더욱 잘록하게 두 다리와 팔은 매끈하게 말이다. 그리고 간간히 보이는 맨살은 사내의 두 눈을 매혹시키기 조금도 부족함이 없었다. “다시 한 번 진기를 조금 더 주입해보세요.” 송현의 말에 모두들 다시 한 번 진기를 주입했다. 챠라라락 챠라라락 다시 한 번 섬세하고도 투박한 소리가 들렸다. “헉-!” 지금 일행들 하나 하나의 눈에 비친 친우들의 모습은 장관이었다. 머리까지 뒤집어 쓴 갑옷. 두 눈만 드러난 채 씌여진 투구는 성난 야수와도 같아 보였다. 여인들의 투구는 찬바람이 부는 얼음을 보는 듯 했다. 차가운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보여주었던 것이다. 일행들은 자신들의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보았다. 철판으로 온 몸을 둘러쌌다면 조금이라도 불편함이 있을 법도 한데 전혀 그런 느낌을 받지 못했다. 오히려 온 몸에 힘이 넘쳤고 또한 가벼웠다. 당연히 그럴 것이 송현은 카이샨 메일에 온 정성을 쏟아 마법 수식을 적어놓았기 때문이다. 학비는 그들과는 조금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스케일 아머과도 같이 상의만 갑옷으로 둘러싸여져 있었다. 일단 학비는 마법사이기에 최대한 간편한 갑옷으로 만든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건틀렛을 만들어 줌으로써 휘바스와 같은 마법 증폭을 유도했고 송현의 일행들에게 배운 장법이나 권법 등을 좀더 파괴력이 있게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던 것이다. 한 번 몸을 움직여보던 그들은 어느새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 검무를 쳤다. 이질적인 검무였다. 그러나 아름다웠다. 또한 한 마리 야수가 넓은 대지를 포효하며 질주하는 모습을 연상케 했다. 검광이 한 줄기 섬광이 되어 하늘을 수놓으면 은빛 갑옷이 그 아름다움을 뒷받침해주었다. 어느새 검무를 추던 그들은 둘씩 짝을 맞추어 비무를 시작했다. 그러기를 대략 한 시간이 흘렀다. 화철룡의 두 눈에는 눈물이 흘렀다. 기쁨의 눈물이었을 것이다. 그런 모습을 송현은 말없이 지켜보았다. 그리고 시선을 돌려 골렘을 쳐다보았다. 두 주먹이 쥐어졌다. 안광도 강렬히 번쩍였다. ‘이제 시작이다. 기다려라, 혈교놈들! 이 땅에서 너희들을 완전히 지워주겠다.’ 송현의 강렬한 기운이 두 눈에서 요동쳤다. 복수를 향한 첫 걸음 박정수 입니다. ^^ 이제까지 유조아에서 쓰던 늑대와춤을 이란 아이디로 인사를 했었습니다. 그러니... 저의 필명이 잊혀지는 것 같더군요. 그래서 필명으로 인사를 하고자 합니다. 앞으로 필명으로 여러분들을 찾아뵙고자 합니다. 박정수... (박)하향이 아름답게 (정)제된 (수)채화 같은 소설을 쓰고 싶다. 입니다. ^^ 제가 박하향과 같은 시원함을 좋아하고 여러분들께도 드리고 싶어서... 이렇게 지었습니다. ^^ 앞으로 늑대와춤을 이란 아이디 보다 필명에 더 많은 기억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오늘 설문조사 2가지를 해보았습니다.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 즐거운 하루 되세요 ^^ ******************************************************************************************** 두두두두두 거친 산길에 나무마저 뒤 흔드는 굉음에 가까운 말발굽 소리가 요동쳤다. 흑마들이었다. 그러나 따갑게 내려쬐는 햇살에 부딪히는 말의 탄력있는 곡선에서는 희미하나마 빛이 반사되고 있었다. 몇 리를 그렇게 달려온 말이라면 응당 거친 호흡을 내뿜기 마련이건만 이 흑마들은 여전히 날카로운 기세만 보여주었다. 신마(神馬)라고 불리는 적혈마(赤血馬)도 지금의 흑마들보다 못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위에 타고 있는 10인. 그들은 다름 아닌 송현과 그 일행들었고 그들이 타고 있는 말은 바로 십이지 골렘의 마형(馬形)이었다. “형님, 오랜만에 나오는 듯싶네요.” “아마 석 달만이지?” 송현은 철무정과 남궁혁의 말에 빙그레 웃어주었다. “현아, 그래 어디부터 가보는 것이 좋을 것 같으냐?” 위정천은 자신의 마형 자왕을 좀더 속력을 내 송현의 옆으로 다가왔다. “어르신은 어디부터 가 보는 것이 좋겠습니까?” “글쎄다.” 순간 위정천의 표정이 조금 어두워졌다. 송현은 그런 위정천의 표정을 놓치지 않았다. “그럼, 일단 서안으로 먼저 가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서안?” 위정천은 서안이라는 말에 미미하지만 밝은 기색을 보였다. 당연히 서안이라면 화산파가 있는 섬서성의 성도였다. 그러니 당연히 그런 마음이 자신도 모르게 표출된 것이다. 아무래도 마음속으로 걱정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서안으로 향하겠습니다. 어르신.” “자네 뜻대로 하게나.” 송현은 위정천의 말에 입가에 미소를 짓고는 큰 목소리로 일행들게 외쳤다. “서안으로 간다.” 송현의 말에 모두들 말고삐를 움켜쥐고는 더욱 빠른 속도로 산을 벗어나 서안으로 향했다. 모두들 벌써 마음은 서안으로 향했다. 달리는 말의 상태는 크게 여의치 않았다. 다른 말들처럼 지치지도 않을뿐더러 말의 먹이도 필요 없었다. 자신들도 무인이다 보니 한 끼 정도는 거른다고 해도 크게 배고픔을 느낄지도 않을 것이었다. 그렇게 반나절을 꼬박 달렸다. 다행히 자신들이 타고 있는 말들이 적혈마보다 뛰어난 명마(?)들이기에 해가 지기 전에 서안에 도착할 수 있었다. 거대한 성곽을 지나 서안으로 들어섰다. 따각 따각 따각 경쾌한 말발굽소리를 내며 잘 닦여진 대로를 지나갔다. “응?” 송현은 사람들의 반응에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는 고개 돌려 자신들의 일행들을 돌아보았다. 그들 역시 그런 점을 느꼈는지 조금 어색한 자세를 보였다. 자신들이 지나가는 대로에 사람들이 밀물 빠져나가듯이 길을 쫙 터놓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눈빛 한 번 마주칠 만 한데 모두들 고개를 숙이고 눈빛 한 번 주지 않는 것이었다. “이상하네.” 송현은 나직이 읊조렸다. 하지만 애써 신경 쓸 일은 아니라 느끼고는 서둘러 객잔을 찾았다. 해가 저물기 전에 방을 잡았으면 하는 마음이 더욱 컸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하나, 제대로 된 음식을 어서 빨리 먹고 싶기도 했다. 좀 더 대로를 따라 들어갔다. 서안의 최고의 번화가를 들어서기 전 거대한 건물이 보였다. 5층에 달하는 건물로 주루를 겸하는 곳이었다. 상당히 건물이 화려하고 깨끗한 것으로 보아 상당히 고급객잔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에 따라 상당한 돈이 있어야 드나들 수 있는 곳이라는 것을 안 봐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어르신, 오랜 만에 사치한 번 안 하시겠습니까?” 송현은 위정천을 보며 의사를 물어보았다. 위정천은 이런 고급객잔이 조금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대부분의 삶을 청빈하게 살아온 그로서는 어색함이 들었다. 그러나 송현의 말에 모두들 아주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위정천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음을 모를 레야 모를 수가 없었다. 그 순간 위정천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현아, 네 마음대로 하거라.” 그 순간 일행들의 입에서 환호성이 튀어나왔다. 당연히 내일부터는 아니더라도 오늘 만큼은 편하게 쉬면서 맛깔스러운 음식도 먹고 싶어 했던 것이다. 그들 자신들도 오늘 이후로는 다시 피가 흐르는 삶이 이어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기에 오늘만큼은 더욱 편하게 쉬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것일지 모른다. 일행들의 환호성을 들었는지 객잔에서 점소이 넷이 재빨리 뛰어나왔다. “어서 오십시오.” “저희 금성객잔에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둘은 허리가 부러지도록 몸을 숙여 인사했다. 익숙한 듯 점소이 셋은 재빨리 송현의 일행들 말의 고삐를 잡았다. 그리고는 말을 몰아 건물 뒤편에 있는 마구간으로 몸을 돌렸다. “먹이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먹이는 필요 없네. 그저 깨끗한 곳에 데려다놓게.” 송현의 말에 점소이는 조금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하룻밤 묵어야 할 사람들로 보였고 그것이 아니라도 다시 길을 떠난다 해도 말에게 먹이를 먹여야 하는 것은 당연한 상식이었다. 송현은 그저 미소를 지으며 품속에서 은자 여섯 냥을 꺼내어 한 점소이에게 주었다. “먹이 값까지 주겠네. 셋이서 나누어 가지도록 하게. 조금 전에 말한 대로 그저 깨끗한 곳에 데려다 놓아주게. 알겠나?” 점소이는 송현이 주는 돈에 아무 생각없이 그저 하리를 연신 굽혔다. 당연히 말들이야 자신들이 주인도 아니거늘 하물며 돈까지 주는데 더 이상 상관할 바 없었던 것이다. 말이야 죽든 굶든 자신들이 참견할 일이 아니었다. 송현 일행들은 나머지 한 점소이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다른 점소이와는 조금 다른 옷을 입고 있는 것으로 보아 조금 직책이 있는 자 같았다. “자고 갔으면 한데...” 점소이는 송현과 그의 일행들의 모습을 재빨리 살펴보았다. 당연히 이곳은 이곳 서안에서 손꼽히는 최고급 객잔이었다. 어지간한 사람들이 아니라면 감히 들어올 수 없는 그런 곳이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계산을 할 수 있는 자들인지 나름대로 판단을 하는 것이다. 송현은 웃으면서 금화를 하나 내밀었다. 그러나 점소이는 금화에도 눈 한번 깜빡이지 않았다. “부족한가?” 점소이는 대놓고 말을 할 수 없어 그저 주삣거렸다. “부족한 모양이군.” 송현은 품에서 금화 한 움큼 빼들었다. 어차피 오늘 하루는 최대한 편하게 보내려 작정한 것이다. 촤라라 땡그라랑. 대략 20개 정도의 금화가 탁자 위를 굴렀다. 그제야 점소이는 다시 미소를 머금고 송현 일행들을 안내했다. “우리 모두가 쉴 수 있는 별채가 있으면 그곳으로 부탁하네.” “벼, 별채를 말인가요?” 점소이는 조금은 말을 떠듬거렸다. 별채의 하룻밤 대여료가 상당했다. 웬만한 거부가 아니고서야 하루를 묵을 그런 곳이 아니었다. “가격은 되었으니 안내해주게. 바로 목욕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식사는 그 다음에 바로 먹을 수 있도록 준비해주게. 가격은 여의치 말고 최대한 좋은 것으로 내오고.” 송현은 앞서가던 점소이에게 금화 하나를 손가락으로 공중에 퉁기며 주었다. “팁일세.” “네?” 점소이는 처음 듣는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 것이 있네. 하하하!” 송현은 크게 웃으며 앞장섰다. 모두가 별채에 마련된 각자 방에서 오랜만에 목욕하며 피로를 풀 수 있었다. 점소이의 눈매가 좋은지 모두에게 잘 어울리는 옷들도 준비를 해 놓았다. 제법 좋은 옷감으로 만든 것 같았다. 그렇게 1시간이 훌쩍 지나가고 모두가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모여들었다. 그들이 마련된 곳은 3층의 정중앙이었다. 별 생각 없이 모두 모여 오랜만에 만찬을 즐겼다. 송현은 식사를 하던 중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고개를 들어보니 어느새 자신들의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분명 자신들 옆에서 식사를 하던 자들도 어느새 조금 멀리 떨어진 곳으로 탁자를 옮겨 식사를 하고 있었다. 주위를 살며시 살펴보니 모두들 자신들을 향해 수군거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송현은 고개를 숙이고 음식을 먹으며 매직마우스를 통한 전음을 일행들에게 보냈다. ―조금 이상한 것 같습니다. 확실히 경험과 무위의 차이 때문인지 위정천과 철무정, 금정산은 분위기를 파악하고 있는 듯했다. 양설린은 그렇지 못했지만 송현의 분위기를 잘 파악하기에 무엇인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는 듯했다. [확실히 그런 것 같아. 우리들 주위를 의식하며 피하고 있는 듯 싶어.] [위 사숙의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위정천과 금정산이 송현의 말에 전음으로 대답했고 철무정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이들은 무슨 일인가 조금 긴장하며 송현의 매직마우스 마법에 의한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다들 그렇게 긴장할 필요 없어. 다들 편하게 식사를 하자. 송현은 애써 밝은 표정을 지으며 맛있게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그의 행동 때문이었을까 다들 조금은 긴장을 풀며 식사했다. 그 동안에도 송현은 광범위나 작은 대화를 들을 수 있는 클레어어디언스 마법을 이용해 주위의 대화를 듣기 시작했다. 물론 행동이나 표정은 일행들과 어울려 즐거운 식사를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저들이 죽으려고 작정했나?” “그러게 말일세.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아직까지 검을 차고 다니니 말일세.” “혈교에서 가만있지 않을 텐데.” “그러게 말일세. 하긴 지금쯤 화산지부나 점창지부에 소식이 갔을 걸세.” “쯧쯧쯧. 아마 어디 산속에서 수련하다 나온 이들인 모양이구먼. 그러나 또 세상모르는 이들이 저세상으로 가겠어.” “우리나 신경쓰세나. 어서 빨리 식사를 마치고 나가세. 저들 주위에 있다가 우리까지 다칠라.” “그러세.” 그들의 대화에 송현의 미간은 서서히 좁혀졌다. 그러다 이내 살기가 어렸다. ‘혈교라... 그리고 화산지부, 점창지부? 이건 또 무슨 말이란 말인가? 자세히 알아볼 필요가 있겠어.’ 복수를 향한 첫 걸음 박정수 입니다. ^^ 필명을 위한 광고였습니다. ^^;;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 ******************************************************************************************** 송현의 뜻에 따라 일행들은 서둘러 식사를 마치고 별채의 어느 한 방으로 모였다.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송현이 들은 이야기가 결코 가볍지 않았던 것이다. “화산지부, 점창지부라니...” 쾅! 금정산은 자신의 화를 못 이기고 그만 탁자를 거칠게 내려쳤다. 평소 금정산이 이런 평상심을 유지 못한다면 위정천이 무엇이라 말을 해주었겠지만 그 자신도 스스로 마음을 안정시키지 못하는 듯 보였다. 누가보아도 그럴 것이다. 자신들의 제 2의 고향이자 집인 문파가, 그리고 자신들의 생명보다 중요한 문파가 지부라니. 특히 명예심으로 살아온 구파의 일인으로서 전혀 생각조차 못해본 일이었다. 문파의 현판을 내리면 내렸지 그깟 혈교의 개가 되어 지부가 되다니 말이다. “위 어르신, 그리고 정산아. 아직 확실한 일이 아니니 너무 유념치 마세요. 어쩌면 다른 곳의 지부 형식이 되었을 수도 있을 겁니다.” 송현은 최대한 그들이 이성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현아, 그게 아니란다. 우리는 구파일방과 무림세가의 제자들이다. 그런데 지부라니. 아무리 다른 무림맹이 만들어졌다고 해도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란다. 있을 수 없는 일이야. 결코......!” 송현은 자신의 말에 더욱 분위기가 가라앉음을 느꼈다. 무엇인가 다른 말을 해주고 싶지만 그 어떤 말도 지금은 해줄 수 없음을 마음 아파했다. 비록 송현이 문파라는 개념을 확실히 알 수는 없었고 그들의 마음을 전부 알 수는 없었지만 조금은 이해를 할 수가 있었다. 예를 들어 자신이 과거 마법사들로 이루어진 마법탑이나 마법길드가 어느 곳에 힘에 굴복이 되었다면 자신 역시 비슷한 지금 이들과 같은 행동으로 감정이 표출될 것이 당연했다. 그러니 더더욱 아무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때 분위기를 바꾸는 소리가 들렸다. 다름 아닌 문밖에서 기척이 들린 것이다. 모두가 조금은 긴장감을 보이며 문밖으로 향해 시선이 모아졌다. 똑똑똑 “심부름 왔습니다.” 점소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제가 부른 것입니다. 들어오시오.” 점소이는 조금 머뭇거리며 안으로 들어섰다. 송현은 그 순간 홀드마법으로 점소이의 몸을 속박했다. “왜, 왜 이러시는 겁...” “힙노우시스!” 송현은 겁에 질려있는 점소이를 순식간에 최면상태로 만들어버렸다. 아무래도 안전하게 나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사람이라는 것이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혹시 점소이가 다른 마음을 가지고 이 사실을 떠벌린다면 송현 일행들로서는 상당히 곤란한 상황이 될 수 있었다. 송현의 마법에 모두가 어떤 일을 벌일지 조금은 궁금한 듯 주목했다. 송현은 조금 어색한 듯 입문을 열었다. “최면을 건 것입니다. 아무래도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으니 말입니다.” 송현의 말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지금 무림 정세였다. 아직 확실한 것 어느 하나 없이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을 그들도 잘 알고 있었다. 자신들을 보고 모두가 수군거릴 정도면 대략적인 무림 정세가 일반인들에게도 잘 알려졌다는 의미였다. 그런 의미로 간략적인 무림 정세는 점소이를 통해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은 모두가 짐작할 수 있었다. 송현의 눈은 점소이의 눈으로 향했다. 점소이 눈은 초점없이 흐리멍덩한 눈이었다. 아마 이지를 상실했기 때문일 것이다. “네가 아는 무림 정세를 모두 말하라.” 차츰 점소이의 입이 열리기 시작했다. 점소이의 입에서 나온 말들은 엄청난 것들이었다. 혈교의 무림 전면 등장. 그리고 구파 일방뿐만 아니라 무림 오대세가, 마교의 혈교 지역 지부화. 지부화가 되지 않은 것은 오로지 소림사뿐이었다. 그 대신 침묵을 지키며 봉문을 한 것이었다. 하지만 모두가 안다. 스스로의 봉문이 아닌 치욕적인 봉문이라는 것을. 아마 혈교가 소림사를 나둔 것은 소림사마저 침몰 시킨다면 그에 따른 반발감이 상당히 거셀 것이라 판단한 듯 했다. 당연히 소림사는 무림의 역사이자 시초였다. 그리고 무림의 자존심이었다. 그런 소림사를 처음부터 무너트리면 그 만큼 혈교의 입장에서는 매우 힘든 싸움을 해야 할 것이었다. 그러기에 혈교는 일단 소림사는 보류를 한 것으로 보였다. 조금 시일이 지난 후 완벽히 혈교의 손에 무림이 떨어진다면 그때 정리를 해도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듯 했다. 그리고 지금 이 곳은 혈교의 개이자 지부가 된 화산파, 점창파 즉, 혈교 화산지부, 점창지부의 손아래 있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그 이야기가 나오자 모두의 입가에서 신음성이 세어 나왔다. 단순한 신음성은 아니었다. 모두가 어금니를 꽉 다물고 분노가 담긴 그런 신음성이었다. 그리고 놀라운 일을 알게 되었다. 바로 지금 점소이 자신이 오후에 화산파로 뛰어가 자신들을 밀고했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혈교에서 내린 무기 금지령을 어기고 검을 차고 다닌다는 것이다. 지금 현 무림에서는 무기를 들고 다닐수 없었다. 아니 들고 다닐수는 있었다. 그러려면 오른 팔에 혈교의 상징인 혈(血)자가 적힌 무늬를 새기고 다녀야 한다는 것이다. 즉, 일종의 혈교에서 내리는 소지증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것이었다. 그 말에 모두 기가 막혔다. 무기 금지령에 혈교에서 내리는 무기 소지증이라니... 철저히 무림을 혈교의 손아귀에 놓고 가지고 놀려는 의도가 뻔히 보이는 짓이었다. 그런데 아직 한 번도 여기에 반발하는 세력조차 없다고 했다. 그 사실이 그들을 더욱 화나게 하고 절망하게 만들었다. 콰직! 철무정과 금정산이 동시에 탁자의 모서리를 손아귀로 찢어낸 것이다. “언제 우리 마교가 이렇게 되었단 말인가?” “정파의 자존심은 어디로 간 것인가?” 동시에 터져 나온 말들이었다. 그 순간 송현의 마나에 이질적인 감각들이 잡혔다. 송현은 재빨리 점소이에게 건 최면을 깨고 슬립 마법으로 잠재운 뒤 침상 밑으로 옮겼다. 모두가 갑작스럽게 움직이는 송현에 조금 몸을 굳혔다. ―대략 30여명입니다. 간단한 매직마우스의 말이었지만 모두가 그 뜻을 알고도 남았다. 점소이의 말에 의하면 저들은 분명 화산파 녀석들이기 분명했다. ―준비들 하시지요. 그리고 제가 보기에는 그리 큰 위협은 없을 듯싶습니다. 송현은 특별히 뛰어난 자를 느끼지 못했다. 물론 무시하지 못할 자가 없다는 뜻이었다. 상당한 고수도 세 명이 있기는 했다. 그러나 화경의 극을 달하는 위정천과 화경의 경지에 익숙한 철무정과 금정산을 생각하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번에는 제가 빠지겠습니다. 이 기회에 새롭게 일보 진보한 무위를 점검해보세요. 아, 그리고 카이샨 메일도 한 번 이용해보시구요. 송현의 매직마우스에 모두 입가에 싸늘한 미소가 지어졌다. 다 같이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았다. 그리고 싸늘한 미소와 함께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의 일치였다. 촤라라라라락! 챠라락! 경쾌한 소리가 났다. 은빛 찬란한 카이샨 메일이 어느새 일행들의 온 몸을 감싸고 있었다. 투구까지도. 남자들은 우람한 체격을 더욱 돋보이게, 여성들은 아름다운 각선미를 더욱 돋보였다. 그러면서도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 지옥의 사자를 보는 듯한 죽음의 카리스마. 바로 그것이었다. 중원 최초로 기사단이 모습을 드러내려하고 있었다. 투구속에 비친 두 눈동자는 모두 무심히 서서히 가라앉았다. 서늘한 안광은 오히려 뚜렷해지면서 말이다. 복수를 향한 첫 걸음 박정수 입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 ******************************************************************************************** 그렇게 조금 시간이 흘러 새까만 밤이 되었다. 그제야 침입자들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살며시 문이 조금 열렸다. 얼마나 조심스러운지 그 흔한 마찰음도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한 명의 사내가 문안으로 재빠른 속도로 들어왔다. 그 순간 철무정은 비호와도 같은 속도로 재빨리 그자를 향해 몸을 날렸다. 한 명의 침입자는 철무정을 보고 상당히 놀라며 있는 힘을 다해 검을 찔렀다. “흥! 어림없다.” 철무정은 코웃음이 치며 왼팔을 들어 검을 막았다. 까가강 검과 갑옷이 부딪히며 날카로운 기음과 함께 불꽃이 튀었다. 철무정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달려가는 힘을 이용해 그대로 왼다리를 땅에 고정시키고는 오른다리를 들어 침입자의 가슴팍을 향해 미는 듯한 행동으로 그대로 차버렸다. “크흑!” 우지끈... 콰당탕탕탕! 철무정의 강력한 앞차기에 입에서 피를 분수처럼 뿜어내면서 뒤로 날라갔다. 그리고는 그대로 문을 박살내며 부서진 문의 잔여물과 함께 뜰로 날아가 처박히며 나뒹굴었다. 척 척 척 철무정은 육중한 카이샨 메일의 특유의 소리를 내며 뜰로 나갔다. 그 순간 마나를 잠시 끊어 투구는 벗은 상태였다. 막 떠오르기 시작한 달빛에 부딪히는 은빛의 갑옷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거기에 검은 흑발을 휘날리며 뜰로 나서는 철무정의 모습은 장관이었다. 철무정은 기가 느껴지는 곳으로 고개를 일일이 돌렸다. 이미 그곳에 숨어있다는 것을 안다는 무언의 행동이었다. 그들도 그 뜻을 알았는지 30여명의 침입자들이 뜰 안으로 내려섰다. 아직도 피를 토하며 게거품을 물고 있는 자에게 두어명이 붙어 그의 상세를 살폈다. 철무정은 그런 행동에 신경도 쓰지 않았다. 오히려 침입자의 정체에 호기심을 느꼈다. 그러나 호기심을 가지고 말 것도 없었다. 달빛에 들어난 그들의 옷이 바로 설명해주고 있었다. 화산파 특유의 무복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철무정은 그 무복을 보며 눈썹 한 끝이 세워졌다. 화산파 무복은 맞으나 왼팔 부분에 붉은 색의 ‘혈’자가 선명히 새겨져있었던 것이다. 피식 철무정은 어이없다는 투로 웃고는 그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혈교의 개가 된 화산파분들께서 어인 일로 이 야밤에 찾아온 것이오?” “화산파라니... 천하를 위시하는 혈교의 화산지부이다.” 수장인 듯 한자 앞으로 나서며 두 어깨를 쫘악 펴며 제 딴에는 호탕한 목소리인양 내는 듯 했다. 철무정의 시선에 들어온 그 자는 무엇인가 음침해 보였다. 슈아아아 공기를 가르는 소리와 함께 그자 앞에 위정천이 내려섰다. “지금 화산지부라고 했느냐?” 철무정과 마찬가지로 투구는 벗은 모습이었다. “이게 누군가. 위 사형이 아니시오? 이미 파문 당한... 아니지. 화산파는 없어졌으니. 무림공적인 위정천 놈이구나. 크하하하.” “후량, 네 이놈! 하늘에 계시는 문파 선조 어르신들이 무섭지도 않느냐?” “크크크, 죽은 자들이 무얼 하겠소?” 위정천은 후량의 말에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긴 슬픔어린 탄성이 흘러나왔다. “어쩌다가 화산파가 이렇게 되었는가? 그 당당하던 화산파가... 어찌 한낮 혈교의 개가 되었느냐 말이다.” 위정천의 두 뺨에 눈물이 흘렀다. 그의 말에 화산파 제자들 몇몇은 부끄러운지 고개를 떨구는 자들도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은 위정천의 말에 비웃음을 보였다. 위정천은 그대로 몸을 돌려 철무정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무정아, 이 일은 나와 정산이 둘이 해결하고 싶구나.” 위정천의 시선은 금정산을 향했다. 금정산은 두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 울분에 찬, 그리고 분노에 찬 모습이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철무정은 뒤로 물러났다. “모두들 아무도 벗어나지 못하게 포위만 하자.” 철무정의 말에 위정천과 금정산을 제외한 이들은 거리를 두고 화산파 놈들을 크게 원으로 둘러쌓다. 위정천은 평소 보여지지 않던 무섭도록 시린 살기어린 얼굴을 했다. 금정산도 얼굴까지 붉어지며 두 눈에는 분노가 비쳤다. “지금도 용서를 바라는 자들은 조용히 검을 버려라.” 위정천은 나직이 말했다. 그러나 내공이 주입된 말이라 모두들 위정천의 말을 귀에 박히도록 선명히 들렸다. 그러나 아무도 검을 버리는 자들은 없었다. “정산.” “네, 사숙.” “우리가 아니면 누가 손에 피를 묻히겠느냐?” 위정천은 조용히 손을 들어 검을 꺼내어들었다. 금정산도 위정천을 따라 검을 빼내어들었다. 그런 둘을 보며 일행들은 슬픈 표정을 지었다. 너무나도 비장한 그들의 모습 때문이었다. 모두가 그들의 마음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송현과 학비도 하늘에 떠 그 장면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학비의 두 눈에도 눈물이 흘렀다. 그런 학비를 송현은 조용히 안아주었다. “크크크, 청승은 다 떨었느냐? 애들아 저 두 놈을 어서 빨리 처치하라. 그리고 나머지 놈들도 없애야지.” 후량의 말에 잠시 주춤거림을 보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갈! 어서 빨리 처치하지 못할까?” 휴량의 호통에 모두들 검을 들어 위정천과 금정산을 둘러쌓다. 위정천과 금정산은 아무 말하지 않았다. 그저 둘이 시선을 한 번 부딪힌 것이 다였다. 츄라라락 순식간에 위정천과 금정산의 머리에는 은빛 찬란한 투구가 쓰여졌다. 한 마리 야수를 연상시키는 투구, 그리고 눈만 빼곰히 뚫려있었지만 거기서 나오는 폭광. 그들의 변신은 화산파 놈들의 정신을 공항에 빠지게 만들고도 남았다. “뭐, 뭐야?” 화산파 한 사내가 말을 더듬거렸다. 지금 긴박한 대치상태라는 것도 잊은 듯 했다. “스스로의 죄를 목숨으로 갚아라.” 위정천은 말을 더듬는 화산파 제자 한 놈을 향해 달려 나갔다. 쿵 쿵 쿵 묵직한 발걸음 소리가 별채의 뜰을 중심으로 퍼져나갔다. 그러나 정작 위정천 자신은 아주 경쾌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전부 송현이 걸어놓은 마법때문이었다. 쐐애애액 검이 빠른 속도로 휘둘러졌다. 달빛에 의해 검은 푸른 섬광을 보여주었다. 위정천은 그대로 말을 더듬던 자를 지나쳤다. 남들이 보기에는 그저 앞에서 검 한번 휘두르고 지나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 사내의 목에 붉은 선이 그어졌다. 그 붉은 선은 그냥 그려지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피로서 그러지는 선이었다. 얇은 선은 차차 굵어졌다. 그리고 빗물이 담벼락 위에서 아래로 적시며 내려오듯이 붉은 피는 목을 따라 흘러내렸다. 툭 조금 흔들린 몸에 목은 몸과 분리되어 땅에 떨어졌다. 그리고 그 머리는 땅바닥을 굴렀다. 위정천은 다시 몸을 돌려 다른 이를 향해 달려들었다. 쑤아아아앙 이번에는 중검을 보여주었다. 묵직하게 공기를 가르는 파음이 선명히 들렸다. 무섭게 다가오는 위정천. 그냥 순수하게 무서운 기세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오금이 지린 냉기어린 은빛 갑옷으로 둘러싸인 위정천의 모습은 인간의 모습이 아닌 것 같아보였다. 적어도 위정천이 달려들고 있는 자의 눈에는 말이다. 무서움에 의해 굳은 몸으로 애써 검을 들어 위정천의 검을 막고자했다. 그 순간 달빛에 부딪히며 뿜어져 나오던 은은한 빛은 어느새 우유빛으로 바뀌어있었다. 그리고... 싹둑! 위정천의 검은 마치 허상을 베는 듯했다. 왜냐하면 그 흔한 마찰음도 들리지 않았고 아주 자연스럽게 검을 아래로 내려 그었던 것이다. 마치 위정천은 홀로 검을 아래로 내려 긋고 그곳에 눈에 의한 착시로 한 인물이 검이 휘둘러지는데 겹쳐 보이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러지 못했다. 위정천의 검을 막은 자는 검과 함께 그대로 양분되었던 것이다. 피분수를 온 몸으로 내뿜으며 머리 정수리부터 사타구니까지 정확히 반으로 쪼개어졌다. 여전히 위정천의 검에는 우유빛이 새어나왔다. 바로 송현이 만들어준 오러 블레이드 죽, 마법에 의한 검강이었다. “뭐, 뭐하는 것이냐? 다들 저 놈에게 덤벼랏!” 후량의 말에 화산파 놈들은 모두 위정천을 향해 달려들었다. 합격이고 뭐고 없었다. 그저 위정천 하나를 위해 스무자루가 넘는 검이 그에게 쏟아진 것이다. 위정천은 그대로 미세한 움직임도 없이 그저 왼팔만 들어 두 눈을 가렸다. 창 창 창 창 차자장 챠앙 은빛 갑옷에서 수많은 불꽃이 피어올랐다. 빨간 불꽃은 폭죽이 터져 하늘 아래로 떨어지듯이 갑옷 위에서 터져 땅으로 흘러내렸다. 어떠한 움직임도 없이 그저 검을 막아서자 위정천을 향해 달려가던 화산파 제자들은 몸으로 위정천을 짓누르는 형상이 되었다. 그 힘에 위정천은 조금 몸을 웅크렸다. 마치 용수철이 튀기 전에 눌리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위정천을 가운데 두고 인간탑 쌓기처럼 되어버렸다. 물론 어떤 법칙도 없이 무작위로 쌓였지만 말이다. ‘위 어르신, 갑작스럽게 큰 힘을 사용하셔야할 때가 된다면 갑옷에 내공을 조금 더 주입시켜보세요. 그러면 갑옷에서 미세한 진동을 느껴지실 겁니다. 그때면 한 순간이지만 평소 낼 수 있는 최고의 힘보다 대략 20~30배 이상의 힘을 쓰실 수 있을 겁니다.’ 순간 위정천의 머릿속에 송현의 말이 떠올랐다. 그 순간 위정천의 두 눈에서 강렬한 안광이 터져나왔다. 자신이 가진 내공을 갑옷 전체에 보냈다. 우우우우웅 남들은 못 듣겠지만 자신은 느낄 수 있었다. 갑옷 스스로 진동하는 것을 말이다. “크아아아아아!” 위정천은 포효성을 터트리며 몸을 하늘을 향해 있는 힘을 다해 쫘악 폈다. 그 모습이 용수철이 억압된 힘에서 자유롭게 풀려 위를 향해 튀어오르는 모습과도 같아보였다. “어, 어, 어-! “으아아아.” “우아아아.” 30명이 가까운 인물들이 자신의 의지가 아닌 다른 힘에 의해 하늘로 튕겨졌다. 쿵! 쿠다탕탕! 퍽석! 와장창창창! 그리고 연이어 땅에 무방비로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어떤 이는 지붕에, 어떤 이는 창문에, 어떤 이는 땅에, 어떤 이는 탁자에... 큰 상처는 없었지만 모두 몸을 털며 일어서는 자들의 얼굴에는 도저히 못 믿겠다는 표정들이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라. 어느 누가 힘이 장사라고 해도 30명에 가까운 인물들이 한 인물을 누르는데 그 힘을 물리치며 누르고 있던 자들까지 모두 날려 보낼 수 있을까 말이다. 그러나 그런 비상식적인 일이 지금 일어난 것이다. 그리고 자신들이 체험을 한 것이었다. 위정천은 자신이 하고도 못 믿고 있었다. 그러나 곧 피식하고 웃었다. 언제 송현과 함께 하며 그가 하는 일중에 상식적인 것이 있었는가 라는 물음에 물론 아니라는 대답이 나왔기 때문이다. 위정천은 잠시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그곳에 송현과 학비가 떠있었다. 송현은 위정천을 향해 웃어주었다. 곧 투구사이로 뿜어져 나오던 두 줄기의 안광 중 하나가 잠시 깜박였다. 송현은 그것을 보고 엄지손가락을 지켜 세워줬다. 그 이유는 바로 위정천이 윙크를 자신에게 보냈다는 것을 알았던 것이다. 복수를 향한 첫 걸음 박정수 입니다. 즐거운 추석 되세요 ^^ 추신 : 가능한 추석에도 글을 올릴까 생각 중 입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올라갈 것입니다. ^^ 단 추석 당일은 조금 힘이 들 듯 싶네요 ^^ 그럼 오늘도 즐독하세요 ^^ ******************************************************************************************** 후량은 그 모습에 잠시 온 몸을 떨어야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더욱 무공의 수위가 올라간 듯 하나 나도 혈교로부터 새로운 무공과 함께 내공 증진도 있었다. 예전의 내가 아니란 말이다. 오늘로서 위정천, 네 놈에게 가려진 나의 삶을 보상받겠다.’ 후량의 온 몸을 둘러싼 옷가지는 바람에 나부껴 찢어질 것만 같이 펄럭였다. 무시무시한 내공의 기세가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것이다. 찐득한 매화향이 물씬 풍겼다. 그러나 화산파가 가지는 온아하면서도 잘 정제된 그런 향은 아니었다. 마치 피를 먹고 자란 매화나무의 붉은 꽃에 혈향이 묻어나는 향처럼 느껴졌다. 바로 혈라심법(血摞心法) 때문이었다. 피를 다스리는 심법. 이 것으로 더욱 쉽게 혈교가 현 무림을 장악할 수 있었던 것이다. 혈라심법은 새롭게 익히는 심법이 아니었다. 다만 부수적으로 익혀 기존에 익히고 있던 심법을 효과를 극대화 시키며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속도로 내공을 모으게 하는 심법이었다. 한마디로 피의 역행과 순행을 반복하여 내공심법의 기혈을 틀었다 놓았다하며 순간적 상승을 꽤하는 동시에 그런 상승된 내공을 고스란히 자신의 몸으로 거두어들이는 것이었다. 하지만 문제가 많은 심법이었다. 어느 것이든 그렇지만 자연의 순리를 벗어나 결과가 노력에 비해 과하게 얻어지는 것은 결국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자연의 이치였다. 누구라도 조금만 생각하면 알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혈교의 달콤한 말에 그런 사실들은 잊은 채 악마의 유혹에 넘어가버린 것이다. 이 혈라심법을 익힌 자들의 특성 중 하나가 그들의 기운에서 끈적한 혈향이 묻어나온다는 것이다. 검을 들은 후량은 그대로 하늘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있는 위정천을 향해 손살같이 검을 내질렀다. 쇄애애액 “죽어랏! 위정천, 이 놈!” 후량의 목소리에 위정천은 그제야 고개를 숙이며 후량 쪽을 보았다. 이상하게도 그의 행동은 느긋했다. 마치 후량의 검이 자신에게 오지 않을 것이라 믿는 것 같았다. 챙. 후량의 검을 막아서는 또 다른 검이 있었다. 그 검을 막은 자 역시 위정천과 마찬가지로 은빛 갑옷을 입고 있었다. 바로 금정산이었다. “후 사숙, 오랜만입니다. 아니 이제는 사숙이 아니던가요?” 금정산은 표정은 어두웠다. 그러나 투구 속에 감추어진 얼굴이라 그 표정이 후량에게까지 표현되지는 않았다. “그래, 네 놈부터 죽여주마. 나는 어릴 때 너의 모습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저 어르신의 후광에 좋은 무공을 선사받고 남들에게 떠받들어지는 너희들 같은 족속은 마음에 안 들어. 그러니 죽어줘야겠다.” 후량의 말에 투구 속의 두 눈에서 실망의 눈빛이 흘러나왔다. “그렇게 안 봤는데, 마음이 너무 삐뚤어져 있군요.” “네 놈에게 훈계를 들을 입장이 아니다. 그냥 조용히 죽어랏!” 후량의 두 다리를 구부리며 몸은 그대로 아래로 내렸다. 금정산의 눈에는 후량이 땅으로 꺼지듯이 시야에서 사라진 것이다. 후량은 몸을 웅쿠린 자세에서 최대한 퉁기며 뒤로 물러나며 그대로 검을 찔렀다. 정말 놀라운 수법이 아닐 수가 없었다. 금정산의 완벽한 사각을 노린 것이다. 그리고 그 수법은 제대로 먹혀들었던 것이다. 절대절명의 위기였다. 금정산의 눈에 다시 후량의 모습이 보였을 때에는 이미 늦었다. 그 순간 이미 후량의 검이 금정산 자신의 목 지척에 와 닿아 있었던 것이다. “헉!” 금정산은 헛바람을 들이마시고는 이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의 속도로 몸을 비틀었다. 사혈만은 피하고자 한 것이다. 검을 완벽하게 피할 수없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 최대한 피해만은 줄이고자 했다. 까가강 후량의 검 끝에서 불꽃이 피어올랐다. 금정산은 목에서 오는 충격에 1m가량 공중으로 떠오르며 뒤로 날아갔다. 간신히 두 발을 지면에 댔지만 뒤로 밀리는 힘이 강해 몇 걸음 더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쉽사리 자세를 가다듬기 힘들다는 것을 느낀 금정산은 그대로 몸을 숙이며 등과 목, 머리까지 원처럼 둥굴게 말고는 뒤로 넘어지듯이 한 바퀴 굴렀다. 그렇게 한 바퀴를 구른 후 두 팔을 지면에 대는 동시에 땅을 강하게 밀며 허공으로 뛰어올라 한바퀴를 돌고 땅으로 내려섰다. “후우-!” 금정산은 손을 들어 목 주위를 어루만졌다. 손끝에 느껴지는 감각으로 보아 큰 피해는 없었던 것 같았다. 카이샨 메일이 아니었다면 아마 죽지는 않아도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음이 틀림없었다. “쳇! 운 좋은 놈! 화산 제일의 기재라고 불리던 네 놈이 그깟 요상한 갑옷에 의존하다니 말이야. 네 놈이나 나나 마찬가지였어. 크크크.” 후량은 기분 좋은 표정으로 금정산을 비웃었다. “그러나 다른 것이 있소. 자신의 신분 상승을 위해, 그리고 무공을 높이기 위해 문파를 버리지는 않소. 지금은 나와 위 사숙이 배반자라 불리우나 후대 역사에서는 그대가 배반자로 기록될 것이오. 역사가 끝나는 순간까지...” 금정산은 그대로 몸을 날렸다. “이제부터는 내 모든 것을 보여주겠소. 그런 하찮은 편법으로 쌓은 무공의 한계를 보여주겠다는 말이오.” 금정산은 이미 이 한수로 자신이 해줄 수 있는 예우는 다 해주었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같은 문파인이라는 생각을 버렸던 것이다. 금정산의 검은 수평을 이루며 후량의 허리를 베어갔다. 후량은 재빠른 발놀림으로 금정산의 검을 뒤로 물러나며 피했다. 후량의 얼굴에는 여유로움이 가득했다. 그 순간 금정산의 두 눈이 번뜩였다. 수평을 가른 금정산은 검을 원을 그리며 머리위로 감아올렸다. 상단 자세에서 바로 수직으로 검을 내려 그은 것이다. 후량의 얼굴에는 비웃음이 가득했다. 지금 금정산이 내려 긋는 검은 자신의 발끝에도 못 미칠 거리였기 때문이다. 그 순간 금정산의 입에서 강렬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아티팩트 파워, 아쿠아 볼!” 쿠아아앙 네 발의 수구(水毬)가 금정산의 검에서 하나씩 생기더니 생긴 순서대로 후량을 향해 직격으로 날아갔다. 펑 펑 펑 펑! 후량이 있던 자리에서부터 시작해서 한걸음의 간격으로 뒤로 네발의 아쿠아 볼이 날아가 터졌다. 후량은 이를 악물면서 뒤로 연신 물러났지만 그때마다 새로운 수구가 날아와 자신의 다리를 공격했다. 그렇게 네 번의 공격을 간신히 피했다. 그의 앞에는 네 개의 구덩이가 파져있었고 그 곳에 찰랑거리는 물이 차있어 물웅덩이가 만들어져있었다. 그리고 그 주위의 땅은 물기에 의해 축축히 젖어있었다. 후량은 자신이 집고 있는 땅에도 물기로 인해 질퍽해지자 기분 나쁜 표정을 지었다. “발악은 끝인가?” 후량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는지 얼굴 가득 찌푸리며 검을 자신의 가슴으로 모았다. 그리고 강렬한 기세가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그 기세에 피 냄새가 허공을 타고 번졌다. “아니오. 후량!” “뭣이라? 후, 후량? 네 놈이 죽고 싶은 모양이구나!” 후량은 거들먹거리는 금정산의 말에 잠시 이성의 끈일 놓쳐버렸다. 언제 자신이 금정산에게 이런 말을 듣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던 것이다. 금정산은 검을 그대로 땅에 꽂았다. “아티팩트 파워, 라이트닝 볼!” 금정산의 검에 강렬한 불꽃을 띠기 감싸더니 이내 뇌력이 담겨 수많은 불꽃을 튀기며 하나의 구체가 만들어졌다. 그것도 잠시 라이트닝 볼은 형체를 유지할 시간도 없이 그대로 물에 스며들었다. 자석에 철이 끌리듯 말이다. 츠팟 츠팟 츠파파파팟! 물웅덩이의 간격이 한 걸음 정도 떨어져 있었지만 강렬한 전기는 그 웅덩이를 뛰어넘고도 남았다. 순식간에 토끼가 초원을 뛰어가듯 전기는 하나의 물웅덩이에서 허공을 향해 전기를 내뿜고는 다음 물웅덩이로 전기를 전이시켜갔다. 그렇게 네 개의 물웅덩이를 건넨 라이트닝 볼은 다음 옮겨갈 장소를 찾는 듯했다. 마치 굶주린 늑대가 눈에 핏발을 서며 먹이를 찾는 듯했다. 그렇게 라이트닝 볼에 걸린 것은 후량의 검이었다. 마지막 물웅덩이에서 퉁겨진 라이트닝 볼은 그대로 후량의 검을 잡아먹었다. 실로 눈깜작 할 사이였다. “으아아악.” 검에서 강렬한 전기의 충격에 후량은 그만 검을 놓쳐버렸다. 그 순간 금정산은 놓치지 않고 카이샨 메일에 담겨진 블링크 마법을 이용하여 후량의 뒤로 블링크했다. [정산아, 죽이지 말거라.] 금정산은 위정천의 전음에 후량의 목을 베어가던 검을 거두며 검손잡이 끝으로 후량의 뒷목을 가격했다. 퍽! 후량은 눈이 뒤집어지며 앞으로 꼬꾸라졌다. 철퍼덕! 물웅덩이로 쓰러진 후량을 금정산은 아무말없이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곳에는 위정천만이 홀로 서있었다. 그를 중심에 두고 주위는 온통 피바다였다. 신기하게도 위정천의 카이샨 메일에는 피가 한 방울도 묻어있지 않았다. 금정산은 이내 피가 묻지 않은 것이 아니라 피가 묻어도 붙어있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몇 방울 묻은 핏방울마저 카이샨 메일의 아름다운 곡선을 따라 아래로 흘러내린 것이다. 위정천의 발걸음이 다섯 걸음을 내딛기 전에 이미 땅으로 흘러내려버리는 것이었다. 착 착 착 착 착 촤라라라락 다른 일행들이 갑옷을 다시 벨트로 변환시키면서 위정천과 금정산 주위로 모였다. 그에 맞추어 위정천과 금정산도 갑옷을 벗었다. 갑옷 안에서 나온 위정천의 얼굴은 어두웠다. 모두가 아무런 말도 하지 모했다. 그저 그 기분에 자신들도 동화되는 것을 느꼈다. “위 사숙.” “어르신.” 모두가 조금 시간이 흐르고 걱정스러운 마음에 위정천을 불렀다. 위정천은 무거운 시선으로 별채의 뒤뜰을 둘러보았다. 그곳에는 후량을 제외한 29인이 모두 사늘한 시체가 되어 죽어있었다. “내가 지옥에 가지 않으면 누가 가리오.” 위정천은 나직이 자신의 심경을 토하고는 이내 몸을 돌려 별채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몇 발자국 가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송현을 보았다. “현아, 뒤처리를 부탁하마.” “네.” “그리고, 저기 쓰러져있는 후량을 잘 제압해서 데리고 오너라, 정확한 무림정세를 알아야하지 않겠느냐? 나는 먼저 들어가서 쉬고 있으마.” “알겠습니다.” 위정천은 무거운 발걸음을 다시 띠며 방안으로 들어갔다. 금정산은 그 모습을 누구보다 슬프게 보았다. 송현은 그런 금정산에게 다가가 어깨를 짚었다. “자네가 들어가서 잘 위로해드리게.” 송현은 금정산에게 미소를 보여주었다. 송현은 금정산이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재빨리 뒤뜰을 수습했다. 시신은 지하 깊숙이 묻었고 뒤뜰의 전경은 싸움이 일어나기 전의 모습으로 되돌려놓았다. 이제 8서클에 이른 송현에게 있어서 이정도의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일행들에게도 이제는 익숙한 듯 별 반응을 보이지 않고 송현의 마법을 지켜보았다. 모든 마무리가 되자 송현은 몸을 돌려 방안으로 향했다. “다들 들어가자.” “네, 형님.” “네, 오라버니.” 송현은 방안에 들어가기 전 밤하늘에 떠있는 달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은 우리에게 하루의 휴식도 주지 않는 것인가?’ 송현은 이 밤이 지나가기 전 혈교와의 전쟁이 시작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조금은 마음이 무거워지는 송현이었다. 그 마음이 고스란히 얼굴에 반영이 되었다. 남들은 몰라도 양설린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양설린은 그런 송현을 따뜻이 안아주었다. 송현은 잠시동안이지만 양설린의 품에서 편한 휴식을 취했다. 그리고 가벼운 입맞춤과 함께... ************************************************************************************* 타이핑 者 : [KOR]TheYtsejaM (당나귀 호환 P2P 프루나) 프루나에서 제가 타이핑한 소설들과 그 외 제가 모은 소설들을 공유했습니다. 검색어 : [KOR]TheYtsejaM 또는 TheYtsejaM 로 검색하시면 제가 공유한 파일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소유자가 1이라도 관계없습니다. 저는 항상 접속해 있으니까요. 제가 접속해 있지 않을 때는(파일이 안 받아지고 있을 때는) 제가 집에 없거나 파일 받기 대기 중일 겁니다. 기다리시면 하루 안에 반드시 받으실 수 있으실 겁니다. 무협도 엄청나게 많이(약 1기가 정도) 텍스트파일로 가지고 있는데 너무 파일이 많아서 그거 다 편집하려니 짜증나서 일단은 판타지만 공유중입니다. 무협도 필요하시면 프루나에서 메시지 전송 기능으로 쪽지 보내십시오. ************************************************************************************* 달빛 아래서 피를 흘리며 안녕하세요, 박정수 입니다. ^^ 모두들 추석 잘 보내셨나요? 저는 지금 몸살이 걸려서... ㅠㅠ 추석 내내 너무 빡시게(?) 놀았는 것 같습니다. ㅡ.ㅡㅋ 연휴는 지나갔고 다들 힘찬 하루가 되었으면 합니다. ^^ 오늘은 2편 정도 글을 올릴까 합니다.(가능하면... ㅡ,ㅡ;;) 그리고 추석 전으로 해서 저의 팬까페가 만들어졌습니다. 다음까페에서 '마법사 무림에 가다'를 쳐서 검색하시면 '퓨전소설♡마법사무림에가다♡카페'가 나옵니다. 아니면... http://cafe.daum.net/twwhiteangel 이곳으로 들어오셔도 됩니다. ^^ 많이들 오셔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주고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오늘도 즐독하시고요... 즐거운 하루 되세요 ^^ ************************************************************************************* 타이핑 者 : [KOR]TheYtsejaM (당나귀 호환 P2P 프루나) 촛불이 일렁이는 탁자 밑에는 후량이 쓰러져있었다. 그의 몸은 마치 점혈이 된 듯 몸을 석상처럼 굳게 뻗어있었다.. 송현은 웨이크 업 마법으로 후량의 정신을 돌아오게 했다. 두 눈이 떠지고 차츰 사물이 뚜렷해지고 정신이 맑아지자, 후량은 그제야 자신의 처지를 깨닫고는 온 몸으로 이 자리를 벗어나고자 발버둥치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송현은 한 팔을 들어 후량을 가리켰다. 후량은 송현의 팔이 자신을 향하자 더욱 몸부림쳤다. 자신의 행동을 막기 위해 어떤 암기라도 날아오는 것으로 착각한 모양이었다. 그러나 알지 못하는 미지의 힘에 의해 몸을 속박당하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이내 온 몸이 허공으로 뜨는 것을 느꼈다. 후량은 두 눈이 벌겋게 뜬 상태로 떠오르는 몸을 보고 있어야만 했다. 그렇게 뜬 몸은 탁자에서 벗어나 덩그러니 노인 의자로 향했고 이내 의자에 자신이 앉은 것처럼 자연스럽게 앉은 형상이 되었다. 어떤 곳에 점혈을 당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몸을 움직일 수 없음을 후량은 서서히 자각해갔다. 마치 자신의 온 몸에 가득한 내공의 기가 굳어버려 일체 움직일 수 없게 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후량은 그런 송현을 올려다보며 발악적으로 외쳤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말로서 반항하는 것뿐이었다. “무, 무엇을 원하는 것이냐?” 송현은 의자를 하나 끌어다와 후량 앞에 가까이 맞대고 앉았다. “거창한 것을 물어보려고 하는 건 아니야. 단지 현재 무림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만 말해주면 돼. 단 거짓이 있어서는 안 되겠지? 그렇게 된다면.” 송현의 두 눈은 순간 파괴자의 눈빛으로 바뀌었다. 이성은 없고 오로지 살육만 즐기는 그런 파괴자의 눈빛으로 말이다. 그리고 그런 송현의 시선을 따라 움직인 곳에는 화려한 수묵화가 그려진 화병이었다. 그 화병은 후량 자신이 당한 것처럼 중력의 법칙을 무시하고 허공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강렬한 떨림이 있더니 이내 허공에서 폭사(爆死)했다. 퍽! 화병이 깨지는 소리와 함께 후량은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마치 자신의 몸이 부셔져 나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던 것이다. “혀, 협박을 하, 하는 것이냐?” “협박이라...” 송현은 목소리는 매우 느긋했다. 오히려 그런 목소리가 후량의 마음을 더욱 뒤흔들었다. 차라리 살기 어린 목소리로 말을 한다면 저항이나 한 번 해보겠지만 이 것은 그런 마음까지 깡그리 없애버렸다. “내가 아는 데까지 모두 말해주겠다. 그 대신 목숨은 살려주겠는가?” 후량의 말에 송현은 한껏 미소를 지었다. 그것은 보이는 표정이었다. 송현의 마음 깊은 곳에서는 한 마리 벌레를 보는 시선보다 더 못했다. 어차피 후량이란 자가 저렇게 나올 줄 예상하고 있었다. 그러나 실제적으로 그런 행동을 보자 속으로는 역겨움을 느꼈다. 그렇다고 해서 일을 망칠 수는 없는 법. 송현은 후량에게 가장 자비로운 미소를 보여주며 그에게서 현 무림이 돌아가는 일을 들을 수 있었다. 대부분 점소이에게서 들은 이야기들이었다. 그 중 흥미로운 말을 들었다. 구파일방, 오대세가, 마교가 현재 혈교의 지부가 되면서 무림의 대부분이 혈교의 손에 떨어진 듯 했지만 그에 저항하는 자들이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 수가 미미하여 겉으로 잘 표시되지 않을 뿐이라 했다. 정확한 수는 모르겠지만 대략 혈교가 구파일방, 오대세가, 마교를 접수할 때 혹은 접수를 하고 나서 대대적인 숙청 작업 때 살아남은 자들이 아닌가라는 추측을 조심스럽게 해본다고 했다. 또 한 가지, 그 뒤에 소림사가 있을 것이라는 소문도 알게 모르게 흐르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 소문일 뿐 어느 누구도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일이라 했다. 송현은 자신도 모르게 생각에 빠졌다. 완벽하게 무림이 혈교의 손에 넘어갔다고 생각했지만 저항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리고 언제나 점잔만 떨던 소림사가 뒤에 있을 줄 모른다니 더욱 생각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송현의 그런 표정에 후량의 얼굴은 흙빛으로 변했다. “사, 살려주기로 했지 않느냐?” “으, 응?” 송현은 후량의 말의 의미를 몰랐다. “사, 살려주기로 나와 약속하지 않았느냐 말이다.” “그래, 기억해. 거 참! 시끄럽게... 슬립!” 송현은 귀찮은 표정을 지으며 후량을 잠재워버렸다. “어떻게 할 건가?” 위정천 역시 후량의 말에 나름대로 생각을 하고 결론을 정리한 듯 싶어보였다. 그것은 위정천 만은 아니었다. 철무정과 금정산 역시 나름대로의 생각을 정리한 것 같았다. “일단 오늘 밤 안에 화산파와 점창파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음...” 철무정은 내심 나직한 신음성을 냈고 위정천과 금정산의 표정은 조금 일그러졌다. 그들 입장으로서는 과히 기분 좋을 리 없었다. 그러나 위정천, 금정산 둘 역시 화산파를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래도 사람 마음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만 마음이 이해를 하지 못한다고 할까. 그런 마음이었다. 그러나 그런 표정 뒤에 조금 의아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들도 오늘 밤 아내 화산파를 정리해야한다는 것을 생각했다. 당연히 자신들을 처리하기 위해 화산파 제자들이 왔다. 그러나 그들이 돌아가지 않는다면 화산파, 아니 이제는 혈교의 화산지부에서 이를 수상히 여길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그렇다면 화산지부에서는 우리들을 더욱 위험한 적으로 간주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일이 조금 더 힘들어질 것이 틀림없었다. 좀 더 쉽게 일을 풀기위해서는 화산지부를 자신들이 먼저 쳐들어가 소리 소문 없이 예전의 화산파로 되돌려 놓고 봉문을 시켜버리는 것이었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생각한 것이었다. 그리고 당연히 어느 누구라도 생각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하룻밤 사이에 화산지부와 점창지부 두 곳은 무리였다. 그 이유는 바로 거리 때문이었다. 걸어서도 하루가 빠듯한 거리에 어떤 방법이 있어 하루 만에 두 곳을, 그것도 그냥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전투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완벽한 승리를 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다. “현이, 어떻게 갈 생각인가?” “자네는 아직 이 친구의 능력을 완전히 꿰뚫지 못하고 있는가?” 송현의 말에 철무정이 금정산 옆으로 다가가 옆구리를 가볍게 쳤다. “왜 그거 있잖아요. 워프!” 철무정의 말에 금정산은 자신도 모르게 무릎을 쳤다. “그렇군!” 위정천도 송현의 말에 그의 뜻을 모두 알 수 있었다. “조금은 어려운 일이 되겠어. 우리 10명이 두 곳을 쓸어버려야하니 말이야.” “위 어르신, 이때 파트너를 써보심이 어떠실까요?” “파트너?” 위정천은 조금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골렘!” “그런가? 그렇고 보니 그렇구나.” 위정천은 대답은 밝았다. 아니 어린 아이의 순수한 마음마저 느껴졌다. 바로 골렘과의 첫 호흡을 맞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자, 그렇다면 가야지요?” 송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가?” 양설린이 송현은 불러세웠다. “왜 그러시오?” “저기...” 양설린이 가리킨 곳에는 후량이 쓰러져 잠들어있었다. “그렇군. 무정아!” “네, 형님.” 철무정이 송현 곁으로 다가왔다. “저 자의 단전을 파괴시켜버려.” “단전을요?” “그래 단전을. 내 저자에게 풀어준다고 했지 언제 무공까지 그대로 나둔다고 하지는 않았어. 그리고 저 자가 더 이상 무공을 가지고 있어봤자 이 세상에 득이 될 것도 없고 말이야. 깨어나는 거야 내일 오후가 되면 알아서 일어날 거야.” 송현의 말에 철무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퍽! 철무정의 손길에 잠들어있는 후량의 몸은 들썩였다. 지금은 잠들어있어 그나마 단전이 파괴되는 고통을 느끼지 않음을 감사해야할 것이었다. 철무정은 차라리 그 편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 일행들은 송현을 따라 별채의 뜰로 모두 나와섰다. “삐이이익!” 송현은 가볍지만 여운이 담긴 휘파람을 허공을 향해 불었다. 두두두두 별채의 담벼락 뒤로 한 떼의 말발굽소리가 들렸다. 쿵! 쿵! 쿵! 거대한 마상의 그림자가 달빛에 비치더니 이내 지축을 뒤흔들며 뜰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마형(馬形) 십이지골렘들이었다. 모두가 지면을 박차고 골렘의 등에 탔다. “마음 단단히 먹으셔야 할 것입니다. 오늘 하루는 조금 피곤할테니깐요.” 송현의 말에 모두들 말고삐를 단단히 움켜쥐었다. “그럼 일단 화산파로 가겠습니다.” 송현의 말이 끝나자 달보다도 밝은 빛과 함께 그들의 모습은 뜰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그리고 그 빛이 모습을 보인 곳은 화산파로 오르는 산 어귀였다. 달빛 아래서 피를 흘리며 박정수 입니다. 감기로 조금 컨디션이 좋지 못해 집중력이 조금 떨어지네요. 그래서 일단 작은 양이지만 올립니다. 조금 쉬었다가 새벽 쯤에 한 편 쯤 더 올리겠습니다. 그럼 즐거운 하루 되세요 ^^ 아참! 제 까페에도 한 번 들려주시구요 ^^ ******************************************************************************************** 화산파에 오르는 화산 어귀에서 소리 없이 말들이 달리고 있었다. 마치 허공을 날아가는 것이 아닌가 착각이 들 정도로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고 있었다. 송현은 위정천과 나란히 말을 몰고 있었다. 문득 달빛에 비친 위정천의 얼굴은 수심이 가득했다. ―어르신, 어떤 근심이라도... 송현은 은밀함을 요하는지라 매직 마우스 마법을 통해 물어보았다. [휴우-! 아무것도 아닐세.] 아무 말 없이 그저 한숨을 내쉬는 위정천을 보며 송현은 걱정이 앞섰다. 그런 위정천을 보며 한숨을 더 내쉬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금정산이었다. 송현은 그런 금정산을 보자 바로 매직 마우스로 전음을 보냈다. ―정산, 위 어르신의 표정이 왜 저렇게 어두우신가? [아마, 은설이 때문이겠지.] 하마터면 송현은 ‘아차!’라고 소리를 지를 뻔했다. ‘내가 왜 은설을 생각하지 못했을까? 혹시나 은설이게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아니야... 제발 아무 일도 없어야 할 텐데. 아무래도 화산파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진압해야겠어.’ 송현은 더욱 굳은 얼굴로 앞을 향해 달려 나갔다. 저 멀린 화산파로 들어서는 외각 입구가 보이기 시작했다. 분명 그 곳에는 두 명쯤 지키는 화산파 제자들이 있어야했다. 그런데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송현은 이상한 생각에 마나탐색을 했다. 그 결과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세 명의 마나가 느껴졌다. 송현은 아무 말 없이 손을 들어 그곳을 가리켰다. 모두가 어떤 뜻인지 충분히 알아차리고 남았다. 송현은 자신의 마형 골렘에서 바로 플라이 마법을 써서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 뒤를 따라 위정천과 금정산이 바로 공중으로 몸을 높이 뛰었다. 그러나 그들의 몸은 최고의 정점에서 더 이상 내려오지 않았다. 바로 송현이 그들의 몸을 플라이 마법으로 허공에 잡아둔 것이었다. 그렇게 셋은 조용히 마나가 느껴지는 곳을 향해 다가갔다. “아-잉! 왜 이러시와요.” 한 여인네의 끈적한 욕정이 담긴 말이 숲 안에서 들려왔다. “어허, 알면서 왜 물어보느냐? 이리 오너라.” “낄낄낄.” 질퍽한 음담패설이 오고갔다. 송현과 위정천 그리고 금정산이 그 곳으로 향하는 도중에도 그러한 농은 그치질 않았다. 셋 모두 미간이 찌푸려지는 것은 당연했다. 셋은 저 멀리 하늘에서 그들 머리꼭대기에 멈추어서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셋은 이미 온 몸에 실오라기 하나도 입지 않은 채 서로의 몸을 탐하기 정신없었다. 그 주위로 어지럽게 늘여진 술병이며 안주를 담았는 것 같은 접시며 아무렇게나 나뒹굴고 있었다. 그리고 여인네가 기녀라는 것을 보여주는 듯한 화려하고도 노출이 심한 옷가지와 화산파 제자들이나 입는 옷 또한 아무렇게나 벗어져있었다. “이, 이 놈들!” 더 이상 참지 못한 위정천은 노호성을 터트렸다. 그의 얼굴은 붉게 물들었으며 눈동자마저 충혈 되어있었다. 온 몸은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스스로의 노기를 참지를 못해서였다. 송현은 위정천의 모습에 나직이 한숨을 내쉬고는 아래로 내려갔다. 위정천의 청천벽력 같은 목소리에 셋은 화들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나 이미 술에 취했는지 제 몸을 가누지 못했다. 그나마 기녀인 여인만 이런 상황을 자주 당했는지 차분하게 주위를 탐색하고는 조용히 자리를 벗어났다. 위정천은 그 행동을 알면서도 모른 척 해주었다. 그녀에게는 아무 잘못이 없었던 것이다. 그녀도 어찌보면 먹고 살자고 자신의 몸을 파는 여인이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바로 저들이었다. 불과 반년전만해도 화산파를 지키는 제자들이 외각 입구에서 경비를 철통같은 경비를 서야하건만 이렇게 술판에 계집판이나 벌이고 있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었다. 챵! 위정천은 악귀와도 같은 표정을 지으며 검을 꺼내어 그들을 향해 견주었다. “네, 네놈은 누구냐?” “감히 화산파...” “이 놈이. 화산지부 아니더냐?” “그래 화산파의 혈교지부... 아니지... 혈교의 화산... 어쨌든 여기가 어디라고 함부로 들어온 것이냐?” 그 둘은 술에서 깨지 않아 말이 오락가락했다. 몸의 치부도 가리지 않은 채 검을 꺼내어들었다. 그러나 몸은 여전히 비틀비틀 거렸다. 자신의 검에 자신들이 스스로 베이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였다. “죽어서 저세상에 계시는 문파의 어른신들께 잘못을 고하거라. 내 친히 너희의 목을 쳐주겠다.” 위정천은 분노에 떨리는 몸을 애써 진정시키며 한걸음 앞으로 나갔다. 이윽고 둘은 어두웠던 위정천의 얼굴이 환한 달빛 아래에 나타나자 얼굴빛이 검어졌다. “네, 네 놈은? 아이구... 사숙님!” 화산파 제자 하나가 땅에 넙죽 업드렸다. “쯧쯧쯧, 그게 아니잖아.” 그런 그를 향해 다른 이가 옆구리를 차며 혀를 찼다. 그리고는 나름대로 공손하게 한답시고 예를 가추어 오체투지를 하며 말했다. 그런데 말하는 것이 가관이었다. “사, 사숙놈? 네 이놈님. 참으로 오랜만입니다. 그간...” 그렇게 말하는 사내를 따라 옆에 엎드려 있던 사내도 따라했다. “사, 사숙놈? 네 이놈님...” 더 이상 화기를 참지 못하고 위정천은 검을 높이 들며 그들을 향해 걸어갔다. 단 칼에 그 둘을 죽이고자 마음먹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마음은 충분히 그 둘에게도 전해졌다. 그제야 그 둘은 정신을 차렸는지 얼굴이 햐앟게 변하며 뒤로 엉거주춤 물러나기 시작했다. 슈아아아악! 달빛으로 이루어진 반월이 그려졌다. 그리고 선홍빛 액체가 사방으로 튀었다. “으아아아아악!” “크아아아악!” 두 명은 단발마를 지르며 쓰러졌다. 몸은 정확히 양단된 채였다. 그 둘의 목소리가 얼마나 컸던지, 그리고 주위가 얼마나 조용했던지 메아리를 치며 산에서 산으로 옮겨갔다. 아마 화산파 중심까지 충분히 비명소리가 가고도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확실히 그 소리에 일행들 모두 송현과 위정천, 금정산이 있는 곳으로 모였다. 위정천은 묵묵히 검을 들어 피를 닦고는 검집에 넣었다. “미안하네. 나 때문에 이거 기습 작전도 물거품이 되었네.” “아닙니다. 까짓것 정면돌파로 가면 되죠. 이번에 십이지골렘의 무공도 한번 구경해보고요. 안 그래?” 송현은 모두를 향해 호탕하게 의사를 물었다. “맞습니다.” “까짓것 치고 들어가죠, 뭐!” 모두가 아무런 일도 아니라는 투로 송현의 말에 대답했다. 위정천은 말없이 그저 씁쓸히 웃었다. 모두가 자신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고자 조금은 과장되게 말하고 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달빛 아래서 피를 흘리며 안녕하세요. 박정수 입니다. ^^ 지금 올리는 글 역시 조금 짧습니다. 애써 추석때 올리지 못한 미안한 마음에 계속 다잡아 글을 썼지만 집중이 잘 안되네요. ㅡ.ㅡ;; 글 쓰는 속도도 느려졌고요. 그래도 이 글을 기다리시는 독자님들을 생각해서 썼습니다. 짧지만 넓은 마음으로... ^^;; 내일도 오늘처럼 쓰지 않을까 싶습니다. 내일까지 특별한 일이 없으면 세편을 올리겠습니다. 물론 양은 조금 짧을 것 같습니다. 집중이 잘 안되서 그러니 제가 감기가 낮는 며칠동안만 참아주세요 ^^ 그럼 즐거운 밤 되세요 ^^ ************************************************************************************* 타이핑 者 : [KOR]TheYtsejaM (당나귀 호환 P2P 프루나) 프루나에서 제가 타이핑한 소설들과 그 외 제가 모은 소설들을 공유했습니다. 검색어 : [KOR]TheYtsejaM 또는 TheYtsejaM 로 검색하시면 제가 공유한 파일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소유자가 1이라도 관계없습니다. 저는 항상 접속해 있으니까요. 제가 접속해 있지 않을 때는(파일이 안 받아지고 있을 때는) 제가 집에 없거나 파일 받기 대기 중일 겁니다. 기다리시면 하루 안에 반드시 받으실 수 있으실 겁니다. 무협도 엄청나게 많이(약 1기가 정도) 텍스트파일로 가지고 있는데 너무 파일이 많아서 그거 다 편집하려니 짜증나서 일단은 판타지만 공유중입니다. 무협도 필요하시면 프루나에서 메시지 전송 기능으로 쪽지 보내십시오. ************************************************************************************* 송현은 앞장서서 자신의 마형 골렘에 올라타자, 모두들 송현을 따라 날렵하게 마형 골렘에 올라탔다. “자, 모두 진군!” 송현은 자신의 마형 골렘의 고삐를 당기며 한 팔을 번쩍 들었다. 푸르르르르! 앞발을 치솟게 든 송현의 마형 골렘은 강렬한 투레질을 했다. 거대한 야수의 전율이 흐르는 포효의 몸짓 같았다. 투각 투각 투각 송현이 한걸음에 저 멀리 손살같이 말을 몰고 나갔다. “자, 우리도 질 수 없지. 가자!” 가장 먼저 송현을 뒤따라 나선 것은 철무정이었다. 그리고 금정산이 따라나섰다. 그제야 모두 소리치며 송현을 따라잡기 위해 말을 비호(飛虎)와 같이 몰기 시작한 것이다. ―정산아. 송현은 뒤따라오는 금정산을 아무도 모르게 불렀다. [왜 그래?] ―화산파로 들어서면 너는 은설이 좀 찾아봐! 여기 중에 네가 가장 지리를 잘 알거 아니야? [그래, 알았어.] 그들은 땅이 꺼질 듯한 굉음을 내며 말을 몰아 단숨에 화산파 경내로 들어섰다. 모두가 화산파 경내의 중앙까지 들어선 그들의 표정은 허탈하기만 했다. 화산파의 경비가 얼마나 허술한지 그렇게 요란 떨며 들어섰는데도 누구하나 코빼기하나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지금 이런 생각마저 들었다. 지금 화산파에 아무도 없는 것이 아닌가? 라고 말이다. 주위를 둘러보니 저 구석에 한 명의 인물이 보였다. 그가 입고 있는 옷을 보니 화산파 제자로 보였다. 백소영이 그를 향해 다가갔다. 따각 따각 따각 일부러 말발굽소리를 크게 냈지만 여전히 잠에 취해있는 모습이었다. 척 척! 백소영은 검집 째 들어 졸고 있는 화산파 제자의 머리를 툭툭 쳤다. 척! 척! 한 대 두 대 때리던 것이 어느새 열대가 넘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이 놈의 화산파 제자는 도통 일어설 기미를 보여주지 않았다. 백소영은 신경질이 났는지 검집을 있는 한 높이 들어 그대로 장작 패듯이 화산파 제자의 머리를 향해 내려찍었다. 퍽! 챙그랑! “누, 누구야?” 잠을 자던 화산파 제자는 품에 있는 검마저 땅에 떨어진 줄도 모르고 허둥거리며 주위를 살폈다. 그러다 백소영의 두 눈과 마주쳤다. 이 곳에서 졸고 있던 화산파 제자 역시 술에 취해있었다. 숨을 내쉴 때마다 역한 술 냄새가 백소영의 코를 자극시켰다. “땟끼, 이 년! 여기가 어디라고... 가 아니지. 어서 오세요.” 화산파 제자는 두 눈에 뜬 쌍심지를 지우고 이내 능글맞은 표정으로 짖고는 손을 뻗어 백소영의 다리며 손이며 더듬으려했다. “어디에서 온 계집이냐? 저기 아래에 있는 홍옥루? 아님... 아니야. 너 새로 왔구나?” 그 순간, 남궁혁의 두 눈에서 불똥이 튀었다. 예전에 어떻게 되었든지 백소영은 지금 자신의 연인이었다. 어느 남자가 자신의 연인에게 찝적거리는 한량을 본다면 좋아하겠는가 말이다. 창! 남궁혁은 신속하고도 투박하게 검을 꺼내어들었다. 그러나 한편 거칠게 내뱉는지 검집과 검날이 마주치는 부분에서 마찰에 의한 불꽃이 반짝였다. 화산파 제자, 아니 어느 자작거리에 한량보다 못한 모습을 가지고 있던 자는 자신의 목에 검이 놓인 것도 모르고 앞으로 한 걸음 내딛었다. 그러다 목에서 따금거리는 것을 느끼고는 시선을 목 쪽으로 내렸다. 시퍼런 달광을 반사시키는 검면에 한 줄기 핏방울이 또르르 흘러내리는 것을 보았다. 그는 그제야 정신이 들었다. 순식간에 술이 다 깨자 흔들리는 두 다리를 주체할 수 없었다. 겨우 오른 다리를 들어 뒤로 내딛고는 떨리는 손으로 목을 만졌다. 축축했다. 목에서 손을 떼어 바라보았다. 시뻘건 액체가 손바닥을 가득 적셔져 있었다. 그리고 겨우 시선을 올려다보니 검을 자신을 향해 견주고 있는 사내가 눈에 들어왔다. 또, 그 뒤로 자신을 향해 비웃음을 보이는 자들이 보였다. 대략 10여명이 되는 듯 했다. 이 야밤에 검을 들고 자신을 위협하는 자들이라면, 또한 보지도 못한 자들이 검을 들고 있다면 필시 좋지 못한 목적으로 찾아온 자들이라는 것은 세 살 난 어린아이라도 알 수 있었다. “치, 침입자다!” 화산파 제자는 허겁지겁 어디론가 뛰어가며 연신 외쳐댔다. 그러나 그런 모습이 가관이었다. 세 걸음에 한번씩 넘어지기가 일 수였다. 그러면서도 있는 힘껏 목소리를 키웠다. 그렇게 그가 사라지고 일다경이 되어서야 한둘씩 꾸물꾸물 기어 나왔다. “위 어르신, 이거 깨부수고 말 것도 없겠는데요.” “휴우-! 이거 어쩌다 화산파가 이렇게 된 것인지.” 위정천은 씁쓸한 마음을 접지 못했다. 그렇게 다시 한참의 시간이 흘러서야 화산파 내에 있는 이들이 모두 나온 듯 했다. 모두가 술에 취하지 않았으면 잠에 취해있었다. 지극히 나태한 모습들이었다. 무공을 수련하는 자들의 모습이 아니었다. ―백호, 주작, 현무, 청룡. 너희들은 주위를 포위해서 혹시나 모를 전서구를 잡아줘! ―주인님, 도대체 우리가... 언제 이런 일만... 우리도 사신수라고욧. 그리고 정령들이라고욧! 백호는 사신들을 대표해서 잔뜩 토라진 목소리를 냈다. ―미안, 지금은 봐주라. 내 종남파 가서는 마음껏 힘쓰게 해줄께. 알았지? ―그 약속 지키셔야 해요. ―그래, 알았어. 송현은 애써 사신수를 달래고서야 그들은 송현의 품에서 벗어나 그 자취를 감추었다. “어르신, 어쨌든 봉문은 시켜야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야겠지.” 위정천은 묵직하게 대답했다. 그의 묵직한 음성에는 한탄의 목소리가 느껴졌다. 그러는 사이 금정산은 송현과 두 눈을 마주치고는 약간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혼란 아닌 혼란을 틈타 그 모습을 감추었다. “네 놈들은 누구냐?” 장구한 체격을 지닌 한 사내가 앞으로 나섰다. 지금 화산파를 이끄는 수장임에 틀림없어 보였다. 그러나 어찌 된 것이 화산파 특유의 도복은 입고 있지 않았다. 아마도 혈교에서 파견된 고수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주위로 이미 정대함을 잃어버린 몇몇 화산파 장로들과 제자들의 모습이 보였다. 달빛 아래서 피를 흘리며 위정천은 말을 몰아 혈교에서 파견된 고수인 듯한 자 앞으로 나갔다. “그대는 처음 보는 인물인데. 혈교에서 나온 자인가?” 위정천을 몰라보는 듯 옆에 있던 화산파의 한 장로에게 고개를 돌렸다. 교삭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그 장로는 간사한 표정으로 재빨리 다가갔다. “군자검이라고 불리던 위정천이란 놈입니다.” 장로의 말에 혈교의 고수인 듯한 자가 턱을 쓰다듬으며 기분 나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위정천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것이 꼭 무슨 흉계를 생각하고 있는 듯 했다. 위정천은 다시 고개를 교삭에게 돌렸다. “교 장로, 혈교의 개가 되었구나. 내 미리 예견을 했지만 너무 꼬리를 흔드는 것이 아닌가?” 위정천은 교삭을 향해 싸늘한 눈빛을 쏘아붙이는 동시에 비웃었다. “뭣이라? 네, 네 이놈이...” 교삭이라는 자는 온 몸을 연신 부들부들 떨었다. 그러더니 혈교의 고수에게 허리를 숙이며 울분에 찬 목소리를 냈다. “저 자가 방금 자랑스러운 혈교의 화산지부...” “됐다.” 혈교의 고수가 앞으로 나섰다. “난 혈교 화산지부에 지부장을 맡고 있는 괴천악이다.” 위정천은 마상위에서 두 눈을 아래로 깔며 괴천악이라 소개한 자를 내려다보았다. “그래서?” “후후훗, 재미있어!” 괴천악은 실웃음을 내뱉고는 느긋하게 뒷짐 지고 위정천을 한 번 바로 본 후 뒤로 산보를 즐기듯이 물러났다. “교삭.” “예, 명을 내리십시오,” 교삭은 황제에게 아부하는 환관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 가는 목소리에 허리를 연신 굽혔다. “저들을 죽여라.” 괴천악은 한걸음 뒤로 물러나며 팔장을 꼈다. 아주 느긋한 모습으로 마치 놀이를 구경하는 이를 연상케 하는 행동이었다. “하오나... 저들은...” “갈! 교삭, 지금 내 명을 무시하는 것인가?” “아, 아닙니다. 그러나 저희 화산지부 수호...” 괴천악이 노호성을 터트리자 교삭은 꼬리말은 강아지마냥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교삭!” 괴천악의 내력담긴 호명에 교삭은 자신도 모르게 입을 뗐다. “쳐, 쳐라!” 교삭의 명이 떨어지자 화산파 제자였고 현 혈교의 화산지부의 무사로 변해있는 이들은 검을 들고 위정천을 덮쳐갔다. 위정천은 마상에서 도약하며 공터 중앙에 내려섰다. 송현과 학비를 제외한 나머지 인원들도 위정천을 돕기 위해 공터로 몸을 날렸다. 위정천을 비롯한 나머지 일행들은 화산파 제자들과 검을 들어 어울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내 그들은 조금 이상한 점을 느꼈다. 희미하지만 두 부류로 나누어졌던 것이다. 한 부류는 살기 어린 두 눈으로 위정천을 비롯한 일행들을 몰아쳐오는 것이었고, 다른 한 부류는 그저 건성으로 검을 휘두르는 이들이었다. 그 점을 확실히 눈치 챈 위정천은 모두에게 전음을 날려 등을 맞대며 원을 그리며 모이게 했다. [모두 원진(圓陣)을 짜며 모두 모이거라.] 위정천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들은 중심으로 모였다. 신속하게 모일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송현이 그들을 쉽게 모일 수 있게 도와주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모두 모이자 송현은 약간의 시간이라도 주기위해 그들을 전체를 감싸는 실드를 만들어주었다. 평상시 것보다 열배는 큰 실드가 생성되며 자신의 동료들을 모두 한꺼번에 감싸않았다. 그렇게 안전하게 그리고, 어느 정도 여유를 가지고 위정천은 자신의 뜻을 알릴수가 있었다. “내 말을 잘 듣게. 너희들도 어느 정도 눈치를 챘겠지만 완전히 썩어빠진 자들이 있는 반면 아닌 자들도 있어 보인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저렇게 우유부단한 면을 보이는 자들은 어쩔 수 없이 우리에게 검을 들어대는 자들 갔습니다.” 제갈성휘가 위정천에게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바를 말했다. “너도 그렇게 생각하느냐?” “예, 제 생각에는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타의에 의해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자세히 보면 그런 자들의 눈에 희망이 없어 보일뿐 향락에 찌든 눈빛은 아닙니다.” 제갈성휘의 말에 모두들 비교적 세세히 자신들을 둘러싼 자들의 눈빛을 살필 수 있었다. 그러는 도중 모두 금정산이 지금 이 자리에 없음을 알았다. “정산이는 어디 있느냐?” 위정천의 질문에 모두 대답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자신들도 금정산이 사라진 것을 알아채지 못하고 있었다. ―정산이는 다른 것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며 잠시 어디론가 갔습니다. 그 순간, 송현의 매직마우스에 의한 목소리가 실드 안에서 울려 퍼졌다. “......” ―화산파 이곳저곳을 세밀하게 살피고 있을 것입니다. 아마도 우리 중에 그보다 더 이곳을 잘 아는 이도 없을 테니 말입니다. “알았네. 자, 그러면 일단 살수는 피하도록 하고 완전히 썩어빠진 자들만 제압을 하는 방향으로 가도록 하자. 그리고 만약 이것이 오판일수 있으니 그때는 내가 따로 신호를 하면 그때부터는 손속에 사정을 두지 않는 것으로 하자꾸나.” 위정천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네.” “자! 가자!” 위정천의 말이 떨어지자 그들을 감싸고 있던 실드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 순간 일행들은 사방으로 몸을 던졌다. “크아아악.” “으아악.” “커헉.” 잠시 모여 있던 일행들은 일단 자신들의 앞을 가로막은 자들을 베었다. 비교적 쉽사리 베며 사방으로 퍼질 수 있었다. 그때부터는 혼전에 혼전이 되어갔다. 분명 위정천을 비롯한 일행들과 혈교의 개가 된 화산파 제자들과의 싸움이었다. 그러면 당연히 두 집단이 붙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그러나 무엇인가 달랐다. 분명 두 집단의 싸움이었지만 알게 모르게 세 집단이 어울리는 형상으로 바뀌었던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위정천의 얼굴은 찌푸려졌다. ‘화산파의 제자들이 이렇게나 타락했다니.’ 비록 자신을 향해 몰아쳐오는 화산파 제자들의 무위는 한심했다. 그 동안 술과 여자 등에 의해 무공 수련은 뒷전으로 미루어져있었다는 것을 여실히 알 수 있었다. 화산파 특유의 예리함이 그들의 검에서 보이지가 않았다. 그나마 절망에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나머지 한 부류였다. 비록 예전과 같은 예리함을 가지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꾸준히 수련한 것이 눈에 보였다. 다만 지금 자신을 향해 형식적인 검만 내두르고 있어 잘 표시가 나지 않았지만 말이다. 그러나 이런 싸움이 오래가지 못했다. 혈교의 지부장을 맡고 있는 자의 눈에 그런 점들이 안 보일 리 없었다. 그리고 다시 조금의 시간이 흘러 타성에 빠져 혈교의 완벽한 개가 되어버린 화산파 제자들의 눈에도 그런 점들이 비추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당연히 같은 화산파의 무위를 배운 이들이 그런 사실을 못 알아챌 리 없었던 것이다. 비록 지금 타성에 빠졌다고는 하나 자신들도 예전에 뼈를 깎는 고통을 넘어서며 익힌 것들이다. 비록 몸이 굳어졌다지만 보는 안목만큼은 쉽사리 없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게 이상한 혼전이 되어갈 무렵. 삐-익! 한 줄기 고음의 피리 소리가 났다. 그 순간 화산파 제자들은 모두 일제히 뒤로 물러났다. “아직까지 혈교에 진심어린 충성을 하지 않는 자들이 있어. 안 그런가, 교삭?” 괴천악은 교삭의 어깨를 짚었다. 흠칫! 교삭은 괴천악의 손짓에 몸을 잠시 떨어야했다. “그, 그렇습니다.” “자, 그러면 진심어린 충고를 해주어야겠지?” “조, 존명!” 교삭은 괴천악에게서 두려움을 느끼며 앞으로 나섰다. “너희들 중 스스로가 잘 알 것이다. 진심어린 충성을 하지 않는 자가 누구인지를. 본인 스스로도 잘 알 것이며 주위에 누가 그런지도 잘 알 것이다.” 교삭은 더욱 앞으로 한걸음을 내딛었다. “그런 자는 우리의 동료가 아니다. 혈교의 제자들은 그런 배신자에 가까운 자들을 향해 검을 거누라.” 슈우우우 그 순간 혈교의 개가 되어버린 화산파 제자들은 자신의 동료임에도 불고하고 목을 향해 자신들의 검을 들어 가져다대었다. “크크크, 네 놈이 평상시 행동에 의심이 갔어.” “처음부터 네 놈이 마음에 안 들었는데... 죽여주지. 으흐흐흐.” “자랑스러운 혈교에 아직 마음을 돌리자 않았다니 애석하다.” 여기저기서 여러 음성들이 들렸다. 자연스럽게 싸움은 멈추었고 위정천을 비롯한 일행들은 한자리에 모이게 되었다. “어떻게 될까요?” 남궁혁이 위정천의 옆으로 다가서며 물었다. “음...” “혈교의 지부장 놈의 표정으로 보건데 이 기회에 다시 한번 피의 숙청이 시작될 것 같아 보입니다. 지금이 그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테니깐요.” “음...” 위정천의 얼굴은 더욱 어두워졌다. “너희들에게 한 번의 더 기회를 주겠다. 저들을 죽여라. 그리하면 너희들에게 자랑스러운 교에 진심어린 마음으로 투신한 것으로 알겠다.” 괴천악이 비릿한 미소를 띠었다. “1진으로 나서라. 나머지 충성어린 교의 제자들은 2진으로 물러서도록.” 괴천악의 명에 의해 혈교에 개가 된 화산파 제자들은 검을 들어 동료이나 동료가 아닌 이들의 등을 겨누며 앞으로 밀었다. 어쩔 수 없이 죽지도 못하고 혈교에 투신한 자들은 어금니를 꽉 물며 앞으로 떠밀려 나왔다. “지금부터 너희들의 진정어린 충성심을 보겠다. 저들을 죽여라.” 앞으로 밀려나온 화산파 제자들의 두 눈에는 희미하지만 눈물이 맺혀있었다. 그럴수록 더욱 자신의 검에 힘을 주었다. “크크크, 잘해봐!” “꼭 죽여라, 그래야만 너희들이 살고 지금까지 스승으로 모시는 자들이 살 테니 말이야.” “미련한 놈들. 아직 화산파에 기대를 가지고 살았다니 말이야.” “그들을 조금이라도 더 살아가게 하고 싶으면 저들을 죽여야 할 것이야.” 뒤에서 협박 아닌 협박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순간 그들의 두 눈은 체념의 눈빛에서 살기어린 눈빛으로 바뀌었다. 위정천은 그들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정확하지는 않지만 저들이 왜 혈교에 투신할 수밖에 없는지를 알 수 있었다. 바로 지금 이 자리에 보이지 않는 화산파의 고위급 제자들이 아마 저들의 손아귀에서 모진 고생을 하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죄송합니다! 순간 백여 명이 이들의 전음이 한 순간에 위정천의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엄청난 충격에 머리가 아파왔지만 위정천은 오히려 웃었다. 화산파를 보며 절망감에 빠져있었지만 실제로는 아니었다. 한편, 눈물을 흘려야했다. 그리고 갈등이 생겼다. 지금 이 자리에서 혈교의 무리들과 혈교의 개가 된 이들을 모조리 죽여 버리고 화산파를 깨끗하게 정리하고 봉문하고 싶었다. 그리고 지금도 그러고자 하는 마음이 컸다. 그러나 그러려면 지금 눈앞에 있는 화산파 제자들을 죽여야 했다. 물론 마음을 먹으며 피해를 줄일 수 있겠지만 일단 화산파의 정기를 잇고 있는 그들을 향해 검을 내밀고 싶지 않았다. 지금 위정천은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만큼 어느 하나를 고르는 것이 쉽지 않았다. 빨리 선택해야했다. 지금 화산파 제자들이 자신들을 향해 늦은 걸음이지만 조금씩 다가오고 있었다. 위정천의 그런 행동에 다른 일행들도 위정천의 눈치를 보기 바빴다. 그러니 당연히 뒤로 조금씩 물러났다. 위정천은 답답한 마음에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송현을 찾은 것이다. 지금 이 일행들을 이끄는 자가 바로 위정천 자신이라고 하지만 사실 송현이 수장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하늘에는 둥근 달만 떠있었다. 송현과 학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크으-!” 위정천은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내뱉었다. 송현이 보이지 않는 이상 자신이 선택해야했다. 드디어 굳은 결심을 했는지 그의 눈빛은 서서히 가라앉았다. ‘미안하다. 너희들의 목숨도 중요하다하지만 내게는 문파가 우선이구나.’ 위정천은 뒤로 물러서던 걸음을 멈추고 앞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그 한 걸음으로 그의 의지를 모두 보여줄 수 있었다. 일행들도 그리고 화산파의 정기를 있는 제자들도. 숨 막히는 광경이 연출되기 시작했다. “타아앗!” 위정천의 기합소리를 시작으로 위정천을 비롯한 일행들과 현 혈교의 화산지부의 1진이자 아직 화산파의 제자라고 믿는 이들의 피눈물 흘리는 싸움이 시작되려고 했다. 기사단과 골렘의 등장 박정수 입니다. 한 편 더 업 합니다. ^^ 그리고 광고 하나. 드래곤 하트의 작가분이신 마교판타지(송치현)님이 새로운 작품을 쓰시네요. ^^ 다들 한 번 놀러가셔서 읽어보세요. 제목은 세티스 전기 입니다. 그럼 즐거운 하루 되시구요. 즐독하세요 ^^ ******************************************************************************************** 위정천의 마음은 마음대로, 화산파 제자들의 마음은 마음대로 무거웠다. 그들은 처음 일검을 맞대는 순간까지 마치 슬로우 비디오를 보는 듯했다. 선명하게 서로의 얼굴들이 보였다. 일초도 안 되는 시간이었지만 그들에게는 억겁의 시간처럼 느껴졌다. 위정천을 제외한 다른 이들 역시 그들의 마음 같지는 않지만 눈물이 흐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 순간. “파이어 프레임!” 낭랑한 목소리가 화산파 중지(中地)에 울려 퍼졌다. 그리고 뜨거운 불길이 원을 그리며 정확히 위정천 일행과 화산파 제자 사이를 갈라놓았다. “파이어 프레임!” 그리고 다시 한 번, 낭랑한 목소리가 울렸다. 이번에는 혈교의 화산지부의 1진과 2진을 정확히 가로지르는 불길이 생겼다. 그렇게 두개의 작은 원과 큰 원이 생기며 세 집단으로 정확히 나누어버린 것이다. 모두가 갑작스러운 불길에 놀라며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고개를 일제히 돌렸다. 중앙의 거대한 전각 위 지붕에 이십 여명이 넘는 인물들이 있었다. 그리고 모두의 두 눈은 부릅떠졌다. 바로 화산파의 뇌옥에 갇혀 있어야하는 화산파의 고위급 제자들이 떡하니 지붕에 나타난 것이었다. 그들이 당당하게 서 있으면 좋으련만 그렇지는 못했다. 뇌옥에서 내공의 금제를 당한데다가 몇 개월 이상 어둠 속에서 지냈고 먹을 것조차 재대로 먹지 못해 몰골들이 말이 아니었다. 그나마 문파의 미래를 위해 살고자 하는 의지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목숨을 이어오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낯선 2명의 인물과 1명의 반가운 인물이 서있었다. 바로 송현, 학비 그리고 금정산이었다. 그들이 나타났을 때 가장 반응을 보인 이들은 바로 위정천 일행과 대치하고 있던 화산파의 정기를 아직 잊고 있던 이들이었다. 그리고 혈교에 투신한 이들의 얼굴은 온통 똥을 씹은 표정이었다. 그리고 교삭을 비롯한 나머지 2장로들은 사시나무 떨 듯이 벌벌 떨었다. 순식간에 그 셋은 괴천악 뒤로 몸을 숨겼다. “스승님.” 그때 세 무리 중 가운데 있는 진정한 화산파 제자들은 무릎을 꿇으며 큰절하며 흐느꼈다. 송현은 자신의 일행들과 오열하고 있는 제자들 사이의 불길을 슬며시 없앴다. 하나 둘씩 일어나는 화산파 제자들의 두 눈은 무엇이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맑았다. 이제까지 보여준 체념이 섞인 흐리멍텅한 눈빛이 아니었다. 맑았다. 그러한 맑음에 날카로움도 묻어나왔다. 바로 복수를 갈망하는 그런 눈빛이었다. 화산파 제자들은 위정천에게 다가가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는 가장 선두에 있는 자의 입이 열렸다. “위 사숙님, 죄송합니다.”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모두 엎드리며 사죄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의 어깨가 들썩였다. 그리고 간간히 흐느끼는 목소리도 미약하지만 들렸다. 위정천은 그들에게 아무 말 할 수 없었다. 자신의 눈에 들어오는 이들 때문이었다. 폐인이 다된 모습으로 나타난 자신의 동년배인 사형들과 사제들, 그리고 사숙들. 이들이 이렇게 살수 없었던 이유가 확실히 밝혀진 것이다. 송현은 한 걸음 물러나며 위정천과 지금 자신의 곁에 있는 화산파의 인물들과 눈이 마주치게 해주었다. 그들의 눈빛은 허공에서 얽히고설켰다. 비록 말소리는 오고가지 않았지만 많은 대화가 오고갔음을 누구라도 짐작할 수 있었다. 그 모습을 괴천악은 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지켜보았다. 그러나 괴천악이 지켜보고만 있을 위인이 아니었다. 위천악은 한 손을 높이 들며 휘파람을 길게불었다. 삐-익! 송현은 순식간에 자신이 있는 곳을 향해 수많은 마나가 다가옴을 느꼈다. 그것도 피부가 따끔거릴 정도로 살기를 가지고 말이다. 다급함을 느낀 송현은 바로 이중의 실드를 치는 동시에 가장 안쪽에 그레이트 실드를 쳤다. 따당 까가가강 까강 따다다당 몇 번의 울림이 있었다. 바로 검이 실드를 강력하게 내려친 것이다. 그렇게 몇 번 소리가 울리지 않아 강렬한 예기를 담은 검광이 달빛에 의해 그려졌다. 슈아아아악 그리고... 찌이이익, 퍼버벙! 가장 외겹에 쌓여져있던 실드 하나가 찢겨졌다. 송현은 미약하지만 단전이 울리는 것을 느꼈다. 그 순간 송현은 단시간 모을 수 있는 양의 마나를 모았다. 아무리 갑작스럽게 마나를 모은다고 하나 그는 8서클의 마법사였다. 그러니 모인 양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양이었다. 송현은 아무렇지 않은 듯 모인 마나의 반을 가지고 윈드 커터 마법으로 바람의 칼날을 만들었다. 그리고 지체 없이 자신들을 몰아치는 자들을 향해 날려 보냈다. 쑤아아아앙 수십 가닥의 풍검이 어느 한 곳의 장소를 가리지 않고 사방팔방으로 흩어졌다. “크흑!” 미약하지만 어느 누구의 입에서 고통에 찬 신음성이 새어나왔다. ‘일단은 성공이다. 그렇다면?’ 송현은 그 자리에서 허공으로 대략 10여 m를 텔레포트를 이용하여 올라섰다. “파이어 볼!” 나머지 모든 마나를 이용하여 파이어 볼을 만들었다. 그러나 7서클에서 보여준 평범하지 않은 것이었다. 만들어진 개수도 눈으로 셀 수 없을 만큼 엄청난 수를 보여주었다. 하늘에 떠있는 별만큼 많은 수였다. 그리고 실드 주위로 떨어지는 파이어 볼은 하늘에 떠있는 별들이 일시에 땅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착각하게 만들 정도였다. 쿠쾅 쿠구구구궁 콰라라라랑 그렇게 떨어지기 시작한 파이어 볼은 삽시간에 전각을 화염으로 만들었다. 나무가 주재료인 전각이 불로 된 파이어 볼을 이길 없는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불에 휩싸인 전각은 재가 되어 무너졌다. 뜨거운 열기가 화산파의 중지를 휘감았다. 송현과 화산파의 뇌옥에서 탈출시킨 화산파 고위급 제자들을 몰아치던 이들은 뒤로 물러서기 바빴다. 일각이라도 지체를 한다면 그 불길에 갇혀 한줌의 재가 되는 것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전각이 있던 자리는 뜨거운 열기와 함께 한 무더기의 재만 남아있었다. 모두들 전각위에 있던 인물들도 전각과 함께 타 죽었다고 여겼다. 그러나 검은 연기가 서서히 걷히자 모두의 두 눈은 찢어질 만큼 크게 떠졌다. 전각이 건재할 때 지붕에 있던 이들이 땅으로 떨어지지 않고 지붕에 있던 그 위치 그대로 허공에 떠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위치에서 10여 m 위에 송현이 다시 떠있었다. 송현은 발아래에 있는 이들을 쳐다보고는 슬며시 손을 들었다. 그리고 송현의 손을 따라서 화산파 고위급 제자들의 몸도 송현이 있는 그곳까지 떠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위 어르신, 이 분들은 걱정 마세요. 일을 마무리 져야죠.” 송현은 위정천을 향해 밝게 웃었다. 송현이 내려다본 위정천의 주위는 그 풍경이 사뭇 달라져있었다. 1진에 있던 화산파 제자들의 옷에서 어깨부분은 모두 찢어져 있었다. 바로 ‘혈’자가 적혀있던 곳이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위정천의 뒤에 서서 검을 화산파의 2진이자 배신자인 화산파 제자들에게 향했다. 이미 그들의 마음에는 저들은 화산파 제자들이 아니었다. 혈교의 개였다. 스승을 팔아먹은 자들. 화산파의 정대정심을 그저 물욕과 향락과 바꾼 자들이었다. 그리고 스스로 혈교의 하수인이 되고자 한 자들이었다. 그런 그들이 이제는 동료가 아니었다. 위정천은 검을 높이 들었다. “가자! 자랑스러운 화산파의 제자들이여. 오늘 혈교의 무리들을 몰아내고 다시 화산파의 기치를 바로 세우자!” 위정천은 가장 먼저 앞으로 나가며 검을 휘둘렀다. 그의 검에는 눈이 없었다. 그저 앞을 가로 막는 자들은 모조리 베어넘겼다. 그것을 시작으로 송현의 일행들은 물론이요 이제까지 억눌러 지내오던 화산파의 진정한 제자들도 서로 앞 다투어 검을 휘둘렀다. 상대가 되지 않았다. 비록 같은 처지가 되어 화산파에서 지내온 그들이었지만 달랐다. 한 쪽은 주지육림에 빠져 생활을 했지만 화산파의 정신을 가슴에 묻고 있던 이들은 그런 생활 속에서도 스스로의 마음과 몸을 갈고 닦고 있었던 것이다. 바로 오늘을 예상하며... 마음속으로 예전의 화산파를 갈망하며... 말이다. “으아아악!” “사, 살려줘!” “내, 내 팔... 커헉!” 무서운 기세로 베어나갔다. 위정천과 일행, 화산파의 진정한 제자들은 파죽지세로 몰아쳤다. 그런 형상에 교삭을 비롯한 세 명의 장로는 땅바닥을 길며 괴천악의 발을 잡고 늘어졌다. “지부장님! 어, 어떻게 좀...” “그렇습니다. 왜 저 분들은 참가를 하지 않는 것입니까?” 괴천악의 발을 잡고 늘어지는 어느 장로가 가리킨 곳에는 송현을 몰아쳐간 백여 명의 혈의인들이 있었다. 일명 혈교 화산지부 수호대. 혈교에서 수위를 다투는 이들을 선별하여 각 지부에 백 명씩 안주시키며 지부를 외적(外敵)으로부터 지키는 자들이었다. 괴천악은 그런 장로들은 신경도 쓰지 않는 눈치였다. 한참을 지켜보던 그의 입에서 혀 차는 소리가 들렸다. “쯧쯧쯧, 버러지 같은 놈들. 밥값도 못하는군. 쓰레기만도 못한 놈들.” 괴천악의 목소리에 세 명의 장로들은 울면서 더욱 매달렸다. “맞습니다. 저희들은 쓰레기만도 못 합니다. 그러니 제발...” “살려주십시오. 괴 지부장님. 제발...” “앞으로 더욱 교에 충성하겠습니다.” 괴천악은 귀찮은 눈빛을 띠었다. 퍽 퍽 퍽 정확히 세 번의 가격음이 들렸다. 그리고 세 장로들은 입에서 피를 토하며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화산파 네 놈들이 어떻게 되든지 나는 상관없다. 알겠느냐?” 괴천악은 팔짱을 끼며 위정천과 그의 일행들을 일일이 살피듯이 보았다. ‘대어(大漁)야. 미꾸라지 같은 놈들을 잡으려했는데 이런 대어가 걸릴 줄은 몰랐어.’ 괴천악의 두 눈에는 미소가 떠올랐다. 사실 외부로 알려진 지부 수호대는 지부를 지키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 지부 수호대는 비교적 미미하지만 조직적으로 혈교에 대해 저항하는 자들을 없애기 위해 파견된 자들이었다. 스스로 중원수호맹이라 부르는 이들은 구파일방 및 오대세가의 몇몇 도망자들이 세운 세력이라는 것이 얼마 전 밝혀졌다. 즉 혈교에 대항하려 만들었던 예전의 중원수호맹의 뒤를 있는 자들이었다. 용케 혈교의 손에서 살아남은 자들이 뭉쳐 지하로 숨어들어가 지금까지 혈교의 신경을 긁고 있었다. 혈교의 입장에서는 모기가 무는 정도지만 여간 귀찮은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들을 사로잡기 위해 파견한 것이다. 귀천악은 그들의 등장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띠었다. “저자들을 사로잡아라. 죽여도 무방하다.” “존명!” 백여 명의 혈의인들은 전광과도 같은 몸놀림으로 위정천과 일행들을 향해 다가갔다. 단순히 그들을 향해 다가가는 것이 아니었다. 눈앞에 걸리는 모든 화산파 제자들을 베어나갔던 것이다. 화산파 제자들은 죽을힘을 다해 그들을 막아섰지만 그들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그들의 비명소리가 하늘을 찌르기 시작하자 위정천은 그들의 무자비하고도 악랄함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심상치 않은 무위를 가졌다는 것도 함께 알 수 있었다. ‘더 이상 제자들을 죽게 놔둘 수 없다.’ 그렇게 마음먹은 위정천은 제자들을 모두 자신의 뒤로 물리기로 마음먹었다. “화산의 제자들은 지금 즉시 나의 뒤로 물러서라!” 위정천의 목소리가 한바탕 화산파 중지를 휩싸고 지나갔다. 그의 목소리에 화산파 제자들은 힘겹게 그의 뒤로 물러설 수 있었다. “너희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나서지 마라. 알겠느냐?” 위정천은 그 한마디를 화산파 제자들에게 던지고는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그 뒤를 나머지 일행들도 함께 앞으로 걸어갔다. 자연스럽게 백대 칠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혈의인들은 가만있어도 자신들을 향해 목을 들어 내미는 위정천과 그 일행들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모두 여기서 살아나갈 생각을 버려라. 나 위정천이 하늘에 두고 맹세한다.” 위정천이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발걸음은 깊은 족장을 남겼다. 그만큼 기세를 내뿜기 시작한 것이다. “너희들마저 위험에 빠트려 미안하구나.” “위 어르신, 무슨 말을 하시는 겁니까? 설마 저희 세가에는 안 가실 생각을 가지시고 있으신 건 아니시죠?” 남궁혁이 위정천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미소를 지었다. 그에 맞추어 나머지 일행들도 위정천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며 섰다. 7인 모두가 일자를 이루며 섰던 것이다. “그럼 가자꾸나!” “네!” “알았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한 걸음 내딛었을 때 기묘한 철과 철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촤라라라라락! 눈 깜박할 시간도 안 되어 그들의 온 몸은 은빛 갑옷으로 둘러싸여졌다. 기사단과 골렘의 등장 그 모습에 혈의인 즉, 혈교의 지부 수호대는 자신들도 모르게 흠칫하며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그 이유는 단 하나였다. 인간 같지 않은 모습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어느 한 곳 살이 보이는 곳이 없었다. 무슨 철상을 보는듯했다. 유일하게 인간의 모습이 보이는 곳은 눈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 눈에서는 살광이 폭사되고 있었다. 그러니 오히려 거대한 철상보다 더욱 무서움을 안겨주었다. 왜냐하면 철상은 그냥 철상이라서 이런 눈빛을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누구든 상대방에게 위압감을 느낄 때 가장 큰 요인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눈빛이었다. 그런 눈빛이 흘러나오는 철상을 생각해보라. 어느 누가 두려움을 같지 않겠는가? 척 척 척! 은빛 휘양찬란한 갑옷을 입은 위정천 일행. 이름하여 혈멸기사단은 한걸음 앞으로 내딛었다. 단순히 발검(拔劍)하기 위한 우보(右步)의 일보(一步) 전진이었다. 그러나 혈의인들은 다시 한 번 뒷걸음칠 했다. 자신들도 모르게... 그 모습에 괴천악의 양 미간은 깊은 주름이 잡혔다. “갈!” 강렬한 목소리가 화산파 중지에 울려 퍼졌다. “정신들 못 차리느냐? 저따위 쇠붙이를 둘러싼 모습에 정신 못 차리다니. 그러고도 너희들이 혈교의 자랑스러운 제자들인가? 너희들은 오로지 힘으로 이 자리에 올라온 자들이 아니냐?” 적절한 괴천악의 말에 모두들 다시 정신을 차린 듯 했다. 다시 은은한 살기를 내뿜으며 검을 다시 한번 쥐어 잡는 것이 눈에 보였다. “단 일곱 명이다. 가라! 그리고 보여주어라, 혈교의 제자들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가라!” 그의 명이 떨어지자 백여 명의 혈의인들은 검을 치켜세우고 혈멸기사단을 향해 쳐들어갔다. “현아, 나는 위 사숙님을 도와야겠다.” 금정산은 기사단의 갑옷을 입으며 송현을 보았다. “그렇게 해!” “그래, 문파의 어르신들을 부탁할게. 너만 믿는다.” 금정산은 그 말을 남기고는 훌쩍 아래로 뛰어 내려갔다. 그 모습을 괴천악은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았다. 이미 상부에서 송현이 죽었다고 알려왔기 때문에 누구인지 조금 궁금해졌다. 조금 전 보여준 놀라운 무위에 신경이 쓰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내 치열한 접전이 일어나는 화산파 중지로 시선을 돌렸다. 아무리 대단한 인물이라고 해도 한명으로 전체를 어떻게 하지 못할 것이라 여겼다. 금정산까지 합세해 8명이 된 철혈기사단은 손속은 매서웠다. 특히 송현이 그들의 검에 걸어준 오러블레이드의 효과가 여실히 나타나고 있었다. 오러블레이드가 순수한 검강보다 못하다고는 하나 그 역시 검광과 비슷한 것이었다. 마나 즉, 기의 순수 고밀도 집합되어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철무정은 기존 오러블레이드를 머금은 자신의 검을 들고 한 마리 야수가 초원을 누비며 사냥을 하듯이 화산파 중지 곳곳을 누비고 다녔다. 그의 검은 마치 맹수의 날카로운 이빨을 보는 듯 했다. 맹수의 이빨이 지나간 자리에는 여실히 피와 고깃덩어리가 땅에 뿌려지듯이 그의 검이 지나간 자리에는 혈의인의 피와 살점들이 화산파의 땅을 적시고 덮었다. 철무정은 자신의 앞에 선 자를 검을 높이 들어 그대로 수직으로 그었다. 추아아아악 붉은 피가 분수를 그리며 사방으로 뿜어지듯이 퍼졌다. 철무정의 카이샨 메일에도 피가 튀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철무정이 가볍게 한 번 뛰고 나니 피가 카이샨 메일에 붙어있지 못하고 또르르 흘러내렸다. 다른 이들도 카이샨 메일이 가지는 장점을 최대한 살리며 대응했다. 철무정은 다시 한 명을 베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가 찾는 이는 바로 모용일미였다. 이제는 자신이 지켜주는 여인, 자신의 사랑스러운 연인이었다. 다행히 모용일미는 큰 상처 없이 혈의인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상처가 없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사실이었다. 그러나 카이샨 메일 곳곳이 찌그러져있는 것이 눈에 띠었다. 그리고 수많은 혈의인을 상대하기 벅찬지 그녀의 검은 서서히 느려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지금 자신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몰아쳐오는 혈의인들에 의해 숨이 벅찰 지경이었다. 자신도 이런데 자신보다 무위가 약한 모용일미가 거뜬히 이겨낼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철무정은 그 자리에서 뒤로 돌아 모용일미가 있는 곳으로 몸을 날렸다. 뒤에서 공격해오는 혈의인들의 검에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만큼 카이샨 메일의 방어력을 믿었던 것이다. 모용일미를 주위를 세 명의 혈의인들이 쉴 새 없이 몰아세우고 있는 있었다. 철무정은 위험에 몰려가는 모용일미까지 거리가 상당히 떨어졌음을 인지하고는 검을 들어 내력을 주입시켰다. 우우우우웅 잔잔히 검이 떨렸다. 그 순간 철무정의 입에서 용맹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아티팩트 파워, 파이어 익스플로우젼!” 정확히 세 개의 불덩이가 철무정 검 끝에 만들어졌다. 그러나 그냥 타오르는 불덩이가 아니었다. 금세라도 터질 듯 울그락 불그락 했다. “차앗!” 철무정은 파이어 익스플오우젼을 세 명의 혈의인에게 쏘아 보내고는 모용일미를 향해 몸을 띠웠다. 콰광 퍼버벙 펑! 정확히 세 번의 폭음과 함께 혈의인 셋은 그대로 숯댕이가 되었다. “일미, 괜찮아?” “고마워요.” 모용일미 앞에선 철무정은 그녀를 등 뒤로 보내 한숨 돌릴 수 있도록 해주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사방에서 다시 몰아쳐오기 시작한 혈의인들에 의해 그들은 고전을 할 수밖에 없었다. 말이 좋아 백 대 팔이지 아무리 상승 무공을 가진 고수라 할지라도 버거울 숫자였다. 특별히 현경에 오른 고수가 아니라면 말이다. 위정천은 사태가 좋지 않게 흘러감을 느꼈다. 확실히 자신들의 무위가 높다고는 하나 체력의 한계가 서서히 오고 있음을 알았다. 자신이 그런데 다른 이들의 체력은 이마 많이 떨어졌을 거라 생각했다. 그 순간 위정천은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손가락을 입술에 대며 휘파람을 크게 불었다. 삐이이이익! 두두두! 휘파람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말 발굽소리가 들렸다. 소리로 보아 한 마리인 듯 했다. 위정천의 휘파람 소리와 함께 말 발굽소리를 들은 혈멸기사단들의 얼굴에는 화색이 돌았다. 그리고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모두 휘파람을 불기 시작했다. 그리고 연이어 들려오는 말 발굽소리. 차츰 그 소리가 커지고 땅을 울림이 커져갔다. 그렇게 총 8마리의 말이 일행들의 앞까지 달려왔다. 거대한 말들이었다. 이렇게 큰 말들은 좀처럼 찾기가 어려웠다. 물론 찾고자 한다면 못 찾을 리 없겠지만 좀처럼 찾기 어려운 크기였다. “휘이이잉!” 8마리의 말들은 하나같이 거친 투레질을 했다. 그 순간 혈의인들은 저들이 말을 타지 못하기 위해 말을 공격해갔다. 비등한 상대끼리도 말을 탄다면 서너 명을 상대할 수 있는데 이들은 무위는 자신들 보다 뛰어났다. 그런 이자들이 말을 탄다면 자신들에게 불리한 상황으로 갈수 있다고 여겼다. 모두가 한마음이었는지 마두(馬頭)당 두세 명이 다투어 뛰어나가며 검을 휘둘렀다. 쐐애애애액 그리고 당연히 뒤따라 들려오는 소리가 들려야했다. 그러나... 따당 따당? 아무리 신마(神馬)라 할지라도 이런 소리를 내지 못한다. 왜냐하면 ‘스으윽’하는 목이 잘리는 소리를 내야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하나, 검과 말의 목이 부딪히며 불똥이 생겼던 것이다. 말들은 화가 나는지 그대로 앞의 다리를 번쩍 들고는 그대로 자신의 앞에 있는 혈의인을 향해 내려찍었다. 퍽 말의 강렬한 앞다리가 그대로 혈의인의 머리를 짖밟았다. 그리고 그대로 수박이 터지듯이 머리가 터져 뇌수가 사방으로 흘렀다. “이히히힝!” 맹수가 먹이를 잡고 포효를 하듯이 8마리의 말들이 하나같이 혈의인의 머리를 박살내고는 울었다. 그 모습에 다가가던 나머지 혈의인들은 주춤거렸다. 이건 말이 아니라 야수를 보는 듯 했던 것이다. 그 순간 혈멸기사단들은 각자 자신의 말들 앞으로 뛰쳐나갔다. 말을 탄 것이 아니라 앞에 섰던 것이다. 그리고는 검을 땅 아래로 내리고는 이구동성으로 하나의 단어를 외쳤다. 혈의인들은 처음 단어였다. “트랜스포메이션!” 구구구구! 말에서 희미한 빛이 새어나왔다. 빛에 의해 말의 모습이 안개에 휩싸인 듯 정확한 형태를 볼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외각선은 볼 수 있을 정도였다. 그 순간, 말들이 사람처럼 뒷다리를 의지하면서 일어서기 시작했다. 쿠르르르르! 그리고 뒷다리가 굵어지고 앞다리는 조금 가늘어지더니 길이마저 조금씩 짧아졌다. 마름모형의 마두가 타원형으로 줄어들었다. 그러한 변형은 거대한 사람의 모습처럼 서서히 변해갔던 것이다. 그리고 빛이 사라졌을 때 8마리의 말들은 오데 간데 사라지고 거대한 사람의 모습이 들어났다. 그리고 빛에서 다시 어둠으로 시력이 안정이 되었을 때 혈의인들은 거대한 사람이 아니라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십이지 반인반수(伴人伴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기억해냈다. 저들의 모습을... 바로 십이지 신수(神獸)의 모습이었다. 2m에 육박하는 거대한 크기에 체격마저 우람해보였다. 거기에 두꺼운 갑옷은 바늘하나도 찔리지 않을 만큼 견고해보였다. 스르르르릉 거기에 한 자루의 거대한 검을 꺼내어 들자 혈의인들은 두 다리가 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앞에 선 혈멸기사단과 똑같은 검 기수식을 취하자 두 다리가 눈에 보이도록 떨렸다. 그제야 혈의인들은 자신들의 두 다리가 떨리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왜냐하면 무서움에 뒤로 물러나려했지만 떨리는 두 다리 때문에 한 걸음도 물러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스팟! 그 순간 각각 한 팀을 이룬 혈멸기사단은 몸을 살짝 웅크리더니 이내 양 방향으로 재빠르게 치고 나갔다. 기사단은 왼쪽으로 십이지 골렘은 오른쪽으로 말이다. 그리고 똑같은 검법을 선보이며 혈의인들을 베어나갔다. 살육에 가까웠다. 이미 골렘을 본 순간 혈의인들은 투기를 상실한지 오래였다. 가끔 오기로 골렘에게 덤벼드는 이들이 있었지만 모두 허사였다. 애초 사람이 아닌 골렘에게 사람이 덤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었다. 더욱이 골렘이 상승무공까지 자유자재로 사용하니 어느 누가 골렘에게 덤빌 수 있겠는가. 운이 좋아 골렘에게 검을 휘두른 자들도 강렬한 반탄력에 의해 신형을 못 잡고 뒤로 구르기 일쑤였다. 골렘의 검술은 예술에 가까웠다. 거대한 몸집에 맞지 않게 빠르고, 날카롭고 또한 예리한 검세가 보였다. 금정산과 한 팀을 이룬 골렘, 축왕은 화산의 무공인 십사수매화검법을 펼치고 있었다. 그리고 축왕의 거대한 검에 매화꽃이 피었다. 축왕의 거대한 몸집에 맞게 매화꽃도 컸다. 그리고 찐한 매화향 역시 축왕의 검에 따라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이 곳이 전장이 아니라면 매화꽃이 만발한 숲속에 들어온 것이 아닌가 착각할게 할 만큼 찐한 매화향이었다. 아름다운 매화꽃이 하나 피면 어김없이 혈의인이 하나씩 쓰러졌다. 그것도 아주 매끄럽게 양단이 되면서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뿌려지는 시뻘건 피도 축왕의 매화꽃을 흐리게 하지 못했다. 오히려 피로 가꾸어진 매화꽃은 더욱 매력을 발산했다. 혈의인들은 축왕이 만드는 아름다운 매화꽃과 향기로운 매화향에 그 목을 내놓았다. 마치 당연한 것처럼... 거대한 축왕이 춤을 추고 있는데도 그 어떠한 육중한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 흔한 먼지조차 나지 않았다. 아주 자연스럽고도 능숙하게 축왕은 화산파의 오행매화보를 밟고 있던 것이다. 마치 화산파의 고수가 소의 탈을 쓰고 검무를 추는 것처럼 말이다. 아니 모두 그렇게 믿고 싶었다. 사람의 손에 만들어진 미물이 저렇게 자연스럽고도 능숙하게 무공을 쓸 수는 없었다. 하물며 사람의 시신으로 만든 강시마저도 저런 움직임을 보이지 못한다. 하물며 철로 이루어진 미물이... 혈의인 모두가 지금의 상황이 꿈이라 생각했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려했다. 그렇지 않다면 지금의 공포를 이겨낼 수가 없었다. 축왕은 금정산과 함께 혈의인을 베고 또 베었다. 검무였다. 다른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축왕은 검무를 추고 혈의인들은 스스로 목숨을 내놓기 위해 그의 검에 다가가는 듯 했다. 아니라면 이렇게 쉽게 혈의인들이 죽을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축왕이 춤을 추고, 자왕이 춤을 추고, 진왕이 춤을 추고, 사왕이 춤을 추고, 술왕이 춤을 추고, 묘왕이 춤을 추고, 신왕이 춤을 추고, 미왕이 춤을 췄다. 기사단과 골렘의 등장 거대한 여덟의 십이지 골렘의 검무가 끝이 났다. 더불어 혈멸기사단의 검무도 끝이 났다. 그리고 남은 것은 싸늘한 시신들뿐이었다. 말 그대로 사산혈해(死山血海)였다. 혈교인 중에 살아남은 자는 단 한 명. 바로 괴천악 뿐이었다. 그의 표정은 경악과 공포가 떠올라 있었다. 한편 망연자실한 모습도 보였다. 그리고 혈교에게 간과 쓸개마저 내준 세 명의 장로들과 문파를 배신한 화산파 제자 십여 명이 오금을 저린 채 주저앉아있었다. 혈멸기사단에 이어 골렘의 위용에 기가 있는데로 꺾여버린 것이다. 그들은 도망칠 생각도 하지 못했다. 쿵 쿵 쿵! 척 척 척! 일인일기(一人一機), 한 명의 혈멸기사단과 한 기의 골렘이 일조(一助)가 되어 괴천악을 향해 한 걸음씩 내딛었다. 골렘은 골렘 나름대로, 혈멸기사단은 혈멸기사단 나름대로 육중한 철소리를 내며 괴천악을 향해 걸어갔다. 문파의 배신자들은 신경도 쓰지 않는 눈치였다. 괴천악은 땅까지 울리는 육중한 중음에 정신을 차렸다. 재빨리 지그만 종이를 꺼내어들어 휴대용 붓으로 짤막한 글을 썼다. 단 네 자. 화산 몰살(華山 沒殺). 표시도 나지 않았건만 괴천악은 품에서 전서구 한 마리를 꺼내어 들었다. 그리고는 전서구 다리에 재빨리 종이를 묶고는 하늘로 날려보냈다. 푸드득 전서구는 힘찬 날개짓을 하며 순식간에 하늘 저 편으로 사라지는 듯 했다. 괴천악은 얼굴은 편해졌다. 자신이 할 일을 다 마쳤다는 표정이었다. 그리고는 편안히 죽음을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런 표정은 오래가지 못했다. 시뻘건 태양에서 한 줄기 불이 뚝 떨어지더니 이내 한 마리 불새가 되어 저 높은 창공에서 내려왔다. 그리고는 독수리가 날카로운 발톱으로 먹이를 낚아채듯이 불새는 전서구를 시뻘건 발톱으로 움켜쥔 것이다. 전서구는 조금의 몸부림도 없이 그대로 온 몸을 축 늘였다. 단 한수에 즉사한 것이다. 불새는 괴음을 토하며 괴천악의 뒤쪽으로 날아갔다. 그 곳에는 어느새 송현과 학비, 그리고 화산파 고위급 제자들이 땅으로 내려와 있었다. 불새는 송현의 머리 위를 한바퀴 맴돌더니 송현의 어깨로 내려앉았다. 불새는 다름 아닌 주작이었던 것이다. 송현은 주작에게서 전서구를 받아들었다. 그리고는 전서구의 발에 묶인 조그만 전서(傳書)를 풀어 펼쳐보았다. 전서에 적힌 문자를 확인한 송현은 삼매진화로 종이를 태우는 것처럼 마나를 불의 형식으로 바꾸어 전서를 태워버렸다. 그 모습에 괴천악은 얼굴이 울그락불그락 해지더니 이내 노기를 참지 못하고 송현에게 달려들었다. 그래도 한 곳의 수장이라 그의 검세는 날카로우면서도 기묘했다. 슈우우욱 한 번의 찌름이 들어왔다. 그러나 보이는 것은 하나였지만 사실 실초는 따로 있었다. 찔러 들어오는 검 뒤에 바로 실초가 숨어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보이는 허초 역시 허초로 보이지 않았다. 그 만큼 허초에도 힘이 있었던 것이다. 송현은 그런 괴천악의 검에 신경을 쓰지 않는 듯 한가한 표정이었다. 괴천악은 속으로 웃었다. 지금 자신이 뻗는 검의 속도와 송현과의 거리를 볼 때 도저히 피할 수 없는 거리라 짐작했다. 그리고 더욱 검에 내력을 실어 그 속도를 한계까지 올렸다. 그리고 그의 검이 송현의 목을 통과했을 때 비로소 웃음이 표정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검을 품으로 갈무리하며 마무리했다. 그렇게 웃고 있던 그의 두 눈은 찢어질 것만 같이 부릅떠졌다. 송현의 또렷한 모습이 잔상을 남기며 아지랑이처럼 그 모습이 사라졌던 것이다. 바로 허상 마법 즉, 리플렉티드 이미지 마법이었다. 그런 잔상만 남긴 채 실재 송현은 이미 괴천악의 뒤편으로 몸을 이동시켰던 것이다. 그를 향해 마나보법을 밟던 송현은 공격 마법을 시도하려다가 생각을 바꾸었다. ‘오랜만에 잡기 기술이나 해볼까?’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무예였다. 사실 사용할 수도 없었다. 무림의 많은 고수들과 싸우면서 자신이 어설프게 배운 잡기기술이 통하지 않는 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이제까지 잡기기술을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 8서클에 올라서자 마음의 여유가 생겼던 것이다. 그리고 많은 시간을 동료들과 지내면서 자연스럽게 무위에 눈을 뜰 수 있었다. 비록 수박 겉핥기에 지나지 않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혼자 연습해서 익힌 것이랑 조금은 나아졌을 것이라 생각했다. 송현은 있는 힘을 다해 왼손을 뻗어 괴천악의 뒷덜미의 옷자락을 움켜잡았다. 그리고는 몸을 돌며 자신의 등을 괴천악의 등에 맞대면서 지렛대의 원리를 이용하여 괴천악의 옷자락을 자신의 품으로 당겼다. 괴천악은 자신의 몸이 허공으로 들리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이미 허공에 뜬 채 풍차마냥 뒤로 돌아가는 이상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두 발이나마 지면에 닿아 있다면 어떻게 할 수 있겠지만 지금으로는 도저히 방법이 없었다. 다만 최대한 수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송현은 자신의 등을 따라 넘어가는 괴천악의 목을 오른팔로 감싸안으며 강하게 조았다. 그리고 괴천악의 머리가 지면을 향하고 몸이 수직으로 섰을 때 송현은 두 손에 힘을 주며 괴천악을 땅에 냅다 꽂았다. 마치 통나무를 땅에 밖아 수직으로 세우려는 듯 했다. 쿵! 괴천악의 머리가 반쯤 꺾이며 땅으로 처박혔다. “크헉!” 목에 극심한 고통을 느끼는지 괴천악은 두 손으로 목을 감싸 안고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송현은 오른손을 옆으로 쭉 뺐다. “아이스 스피어!” 송현의 오른손에서 푸른빛이 감돌더니 길쭉한 막대기가 만들어졌다. 2m이상 길어진 막대기의 앞은 날카롭게 날이 섰다. 일종의 빙창이었다. 송현은 마나보법을 이용해 앞으로 달려 나갔다. 그리고 그 탄력을 이용하여 자신이 만든 아이스 스피어를 괴천악의 복부를 향해 있는 힘껏 던졌다. 슈슈슈 바람과 같이 날아간 아이스 스피어는 그대로 괴천악의 몸통을 꿰뚫었다. “크아아악!” 괴천악은 입에서 피를 토하며 뒤로 밀리듯이 날아갔다. 이내 고개가 뒤로 젖혀지고 피가 분수가 되어 입에서 뿜어져 나왔다. 송현은 그런 모습에 눈 하나 깜작이지 않고 그대로 윈드커터 마법을 이용하여 괴천악의 목을 그대로 베어버렸다. 종남파의 봉문 툭. 털퍼덕. 괴천악의 몸은 목과 분리가 되어 쓰러졌다. 머리는 공마냥 떼구르르 굴러 몸과 제법 거리가 되는 곳까지 굴러갔다. 목 잘린 괴천악의 머리의 두 눈은 죽는 그 순간까지 두 눈을 감지 못하고 있었다. 크게 떠져있는 것을 보아 죽는 그 순간까지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을 믿지 못했던 같았다. 이로서 화산파의 일이 모두 마무리되었다. 이내 하늘에 떠있는 달은 제법 기울어가고 있었다. ‘유시(17시~19시)가 다 되어가는가?’ 송현은 대략적인 시간을 짐작했다. ‘화산파에서 시간을 너무 지체했다. 오늘 해가 뜨기 전에 종남파 마저 봉문을 시켜야한다. 그리고 일단 우리는 모습을 감추야 한다. 혈교놈들에게 혼란을 주기 위해서는...’ 송현은 대략 주변의 모습을 살폈다. 많은 화산파 제자들이 갓 뇌옥에서 나온 자신들의 스승들에게 달려가고 있었다. 많이 쇠약해진 그들을 부축하며 재빠른 응급처치를 하고 있었다. 이미 송현이 마나로 그들의 몸을 어느 정도 어루만져 주었기에 몸을 예전처럼 돌리는데 큰 시간이 흐르지는 않을 것이다. 송현은 위정천에게 다가갔다. 위정천은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다시 예전의 정대함을 찾은 것에 대한 기쁜 마음의 표출과 함께 너무나 약해진 자신의 문파에 대한 걱정도 함께 표출되었다. 화산파는 상당한 시간이 흘러야 예전의 성세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수고하셨습니다.” 송현은 위정천에게 다가갔다. “너도 수고했다.” 위정천은 일단 근심은 덜었는지 복잡한 표정에서 제법 밝은 표정을 보였다. “서둘러 정리를 하고 종남파로 가야할 것 같습니다.” “음...” 위정천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제법 달이 기울어있는 것을 보았다. “현아, 반시진만 시간을 주겠나?” “알겠습니다. 저는 이곳을 정리하며 기다리겠습니다. 좀 보기 안 좋네요.” 송현은 화산파 중지에 널린 혈교인의 시신들과 피와 살들의 잔해를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수고 좀 해다오. 나는 문파를 정리를 하고 오마. 최대한 빨리 마무리를 하고 오겠다.” “예.” 위정천은 금정산을 불러 어디론가 갔다. 아마 화산파 고위 제자들을 만나 앞으로의 일을 상의하러 간 것 같았다. 굳이 살피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송현은 일행들을 조금 물러나게 해서 쉬도록 했다. 그리고 학비와 함께 시신을 땅속 깊숙이 묻는 동시에 곳곳 부셔진 곳은 마법을 이용하여 복원시켰다. 자신의 마법을 보며 놀라는 몇몇 화산파 제자들에게 쑥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무너진 전각만은 어떻게 할 수 없었다. 한편 화산파 제자들에게 미안하기도 했다. 자신은 잘 모르겠지만 화산파 중지에 있는 전각이라면 필시 중요한 건물이었을 것이다. 그런 건물을 자신이 부셔놓았으니 어찌 미안하지 않겠는가. 대략 전각만 제외하고 예전의 화산파 전경으로 정리 복원한 송현은 일행들과 모여 휴식을 취했다. “설린, 힘들지 않소?” 양설린은 송현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가가와 함께 있는데 힘들께 뭐 있나요?” 송현은 조용히 손을 뻗어 양설린의 자그만 손을 잡아주었다. 따뜻한 손이었다. 학비는 송현에게 다가가다가 양설린과 함께 있는 것을 보고 입술을 뾰족이 내밀고는 투덜거리며 뒤돌아섰다. 그리고 누구와 장난을 칠 것인지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럴수록 입술은 더 튀어나왔다. 철무정과 모용일미가 따라 조금 떨어져 않더니 서로 어깨를 마주하고 무엇이 재미가 있는지 깔깔거리며 담소를 나누는 것이었다. 그리고 남궁혁과 백소영도 그러했다. 콩 학비에게 누군가 뒤통수에 알밤을 먹였다. “쳇, 누구야?” “요 녀석.” 학비는 심퉁맞은 표정으로 뒤돌아섰다. 거기에는 제갈성휘가 서있었다. 제갈성휘는 학비를 번쩍 안아들고는 자신의 무릎에 앉혔다. 학비는 안 그래도 심술이 잔뜩 올라있는데 자신에게 꿀밤을 때린 제갈성휘가 미웠다. ‘복수해야해. 복수. 감히 이 학비님에게 꿀밤을 때리다니.’ 학비는 연신 머리를 굴렸다. 그러던 중 학비는 고개를 들어 제갈성휘를 올려다보았다. 그러고 보니 제갈성휘는 혼자였다. 이곳 일행들 중에 자신의 연인이 없었던 것이다. 그 순간 학비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악동만이 가지는 미소였다. “아저씨.” 제갈성휘는 학비의 목소리에 자신의 품에 있는 학비를 내려다보았다. “왜?” 깜박깜박 두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고 있는 학비가 보였다. 아주 귀여운 모습이었다. “아저씨는 왜 혼자세요?” “무슨 소리지?” “저기 보면요. 다들 쌍쌍으로 있는데 아저씨만 허멀건히 혼자 있잖아요.” 그 순간 제갈성휘는 조금 당황했다. “그거야 아저씨는...” “아!” 학비는 순간 무엇을 알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무릎을 탁 쳤다. 그리고는 씨익 웃었다. 그 모습에 제갈성휘는 흠칫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왜, 왜?” 학비는 제갈성휘의 품에서 훌쩍 뛰면서 벗어났다. “음헤헤헤헤.” 학비의 이상한 웃음소리와 함께 자신을 야릇한 눈빛으로 보자 제갈성휘는 등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하, 학비야.” “역시 그렇군요. 이제야 알겠어요.” 학비는 비스듬히 짝 다리를 집고는 한 팔을 괴고는 나머지 한 팔로 턱을 쓰다듬으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연신 눈으로 제갈성휘의 몸을 훑는 것을 잊지 않았다. “휴우-! 아저씨, 이해해요.” 학비는 안쓰러운 한숨을 내쉬고는 제갈성휘의 어깨를 몇 번 토닥거려주고는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는 어디론가 걸어갔다. 제갈성휘는 멍하니 학비의 뒷모습을 쳐다보기만 했다. ‘혹시... 나에게 무슨 문제라도?’ 제갈성휘는 주위의 연인들을 둘러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자신이 저들보다 못할 것이 없다고 생각을 해왔다. 그저 지금 자신이 좋아하는 여인이 안 나타났고 또 아직은 여자에 관심이 없었다고 생각했다. ‘근데 그게 아니라...’ 그러고 보니 자신에게 호감어린 눈빛을 보내는 여인이 없었다고 생각했다. 차츰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어느새 머리는 두 다리에 파뭍히고 두 손으로는 머리를 쥐며 자괴감에 빠져들었다. 그럴수록 학비의 웃음소리와 눈빛이 더욱 선명하게 떠올랐다. 생각은 생각을 낳는다고 했다. 제갈성휘는 아무것도 아닌 일에 자신의 생각과 편견이 더해지며 더욱 자괴감에 빠져들었다. 늪에 빠지는 사람처럼 말이다. 유시에 들어선 어느 새벽. 종남산 어느 기슭에 10기의 기마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빠르게 질주를 하고 있었지만 어떤 잡음도 들리지 않았다. 산길도 아닌 험난한 산속을 10여기의 말들이 달리는데 소리가 들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사라라락 기사(奇事)였다. 거마(巨馬)들이 하나같이 초상비(草上飛) 경지의 경공을 보여주고 있었다. 절정고수가 아닌 이상에야 시전하기 어려운 상승무공이 단지 미물에 불과한 말의 발에서 보이고 있었던 것이다. 한 마리 제비가 수면을 가르며 저공 비행을 하듯이 10기의 말들은 풀 위를 날아가고 있었다. 모두의 얼굴에는 감탄이 떠올랐다. 골렘에서 보여지는 이런 경공술이라면 어느 정도 이해를 하겠지만 마형으로 변신해 있는 상황에서도 이렇게 멋지게 경공술을 사용하리라고는 아무도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단지 그들은 마음속으로 이렇게 달렸으면 좋겠다고 생각만 했었다. 그러나 골렘은 같은 팀의 주인들의 마음을 느꼈는지 어느새 초상비의 경지로 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10여분을 달려 어느 거대한 건물의 외벽에 도착했다. 바로 섬서성에 화산파와 더불어 최고의 성세를 보여주는 종남파였다. 종남파의 봉문 송현을 비롯하여 일행들은 화산파를 마무리 짖고 바로 종남파로 바로 달려온 것이다. ―위 어르신, 일단 종남파 제자들을 제압해주기 바랍니다. [현이 너는?] ―이 놈들 몸 좀 풀게 해줘야지요. 송현은 자신의 품에서 눈을 초롱초롱 뜨고 있는 백호를 비롯해 사신수를 내려다보며 일일이 쓰다듬어 주었다. 모두들 송현의 말에 과거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정 ․ 마 무림대회 때 사신수가 보여준 능력은 가히 엄청났다. 그때 사신수의 능력에 한동안 충격에 휩싸여 지냈던 것이다. 지금 송현의 말에 의하면 그 능력이 다시 한 번 보여진다는 것이었다. 당연히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만큼 다시 한 번 사신수의 능력을 두 눈을 똑똑히 보고 싶은 욕망이 컸던 것이다. ―시간도 많이 늦었습니다. 최대한 빨리 움직여야겠습니다. 송현은 간단한 계획을 일행들에게 설명했다. 모든 준비가 끝이 나자 일제히 마형 골렘의 고삐를 잡아당기며 종남파 담장을 훌쩍 넘었다. 쿠웅! 이제까지 말발굽 소리 한 번 내지 않았던 말들이 지축이 흔들릴 정도로 강한 발 구름으로 내려섰다. 담벼락이 떨릴 정도였다. 그 순간 위정천은 검을 뽑아 크게 외쳤다. “가자! 혈교를 멸하자!” 위정천은 말고삐를 바싹 당기고는 앞으로 질주를 시작했다. 그에 맞추어 다른 이들도 자신들의 검을 뽑아 위정천을 뒤따랐다. 챠라라라락. 이내 그들은 카이샨 메일로 온 몸을 감쌌다. 속전속결로 종남파를 쓸어버리려 굳게 마음먹은 듯 했다. 그런 점을 반영하는 것이 이들이 우르르 몰려 종남파의 중심에 있는 종중청(綜中廳)으로 가는 것이 아니었다. 서로 적당한 거리를 두며 달려가고 있었다. 종남파 담장을 넘었던 소리가 컸는지 종남파 특유의 복장을 한 자들이 하나 둘씩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종남파 역시 어깨에 ‘혈’자가 선명히 적혀있었다. 처음에는 아무 것도 모르고 나온 이들이라 쉽게 제압할 수 있었다. 비명소리가 종남파를 퍼지고 말발굽 소리가 종중청으로 향하자 서서히 무기를 들고 나오는 이들이 생겼다. 그러나 혈멸기사단의 앞을 막을 수 없었다. 파죽지세(破竹之勢)로 종남파의 중심인 종중청으로 향했다. 썩어도 준치라고 종남파의 반격은 종중청 가까이 갈수록 거세어졌다. 아무리 거세어진다고는 하나 혈멸기사단의 앞길을 막을 수 없었다. 일단 무위의 차이도 차이였지만 혈멸기사단의 카이샨메일의 위용에 압도되어 제대로 검 한 번 휘두르지 못하는 자들이 부지기수(不知其數)였다. 달빛이 은빛 메일에 다가와 눈부시게 깨지는 모습은 저승사자를 방불케 했다. 사람이라 알아볼 수 있는 곳은 하나도 없었다. 그나마 두 눈이 비쳤지만 살기어린 눈빛을 보고 놀라지 않을 이가 없었다. 심지어는 귀신이라 울부짖는 자도 있었고, 그들을 보고 바로 줄행랑을 치는 자들도 있었다. 혈멸기사단은 어느 누구도 스쳐지나가거나 노치는 일없이 쓰러트리며 갔다. 모두가 비명을 지르며 쓰러져갔지만 어느 누구 하나 피를 흘리는 자는 없었다. 처음에는 모두 이들을 죽이려했지만 화산파에서 겪었던 것처럼 아직 몸을 낮추어 숨을 죽이고 있는 자들이 있을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해도 이미 제압을 해놓았기 때문에 큰 일이 벌어지지는 않을 것이라 여겼던 것이다. 줄잡아 300이 넘는 종남파 제자들을 제압하고서야 종남파 중심의 종중청에 도착할 수 있었다. 모두가 도착하고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 송현과 학비가 뒤따라 합류했다. 그 이유는 더욱 완벽히 종남파 제자들을 제압하기 위해 뒤따라오면서 다시 한 번 쓰러진 자들을 마법으로 속박했었다. 종남파에 파견되어 나온 혈교의 혈의인들은 화산파에 있던 자들보다 더욱 치밀한 모습을 보였다. 아마 그들을 이끄는 수장의 성격을 그대로 투영하는 듯 했다. 어느 누구도 술에 취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어느 정도 향락과는 거리가 있는 생활을 하는 것 같았다. 화산파에 있던 혈의인들보다 더욱 기세가 잘 잡혀있었다. “네 놈들은 누구냐?” 혈교의 수장인 자가 앞으로 나섰다. 확연히 옷차림부터 차이가 났다. 송현이 앞으로 나섰다. “네 놈이 혈교 종남지부 수호대의 대장인가?” “크크크, 그것을 알고 왔다면 목숨을 내놓은 놈들이구나.” “목숨을 내놓을 놈들은 우리가 아니라 네 놈들인 것 같은데. 왜냐하면 네놈들의 씨를 말리려 작정하고 왔으니까.” 송현은 말 위에서 백발을 나부끼며 싸늘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말 한마디 한마디에도 냉기가 흘렀다. “무엇이라? 정녕 네 놈들이 죽고 싶어 안달이 났구나.” “크하하하하하, 누가 죽을지는 해가 뜨기 전에 알게 될 것이다.” 송현은 자신이 타고 있는 마형 골렘의 고삐를 당겨 뒤로 두어 걸음 물러났다. “너들 차례다.” 송현은 품에 있는 사신수를 향해 나직이 말했다. 휘리릭 착 착 착 착! 송현이 타고 있는 말 앞에 자그만 네 마리의 동물이 내려섰다. 아주 작은 하얀 고양이, 황토빛의 거북이, 푸른 뱀 한 마리였다. 그리고 그 위를 자그만 자줏빛 새 한 마리고 원을 그리며 날고 있었다. “참고로 네 놈들을 상대해줄 녀석들이야.” “우리를 상대한다고? 저 동물새끼들이? 푸훗, 크하하하하하.” 종남지부 수호대의 수장인 자는 고개까지 젖혀가며 크게 웃었다. “크하하하하.” “쿠하하하하.” “하하하하하.” 그를 따라 반원 모양으로 송현 및 일행들인 혈멸기사단과 대치하고 있던 혈의인들마저 수장을 따라 웃었다. “나, 종남지부 수호대 수장인 구마전의 이름을 걸고 말하겠다. 네 나를 능멸한 대가로 모두 곱게 죽이지 않겠다.” 구마전은 뒤로 크게 한 걸음 물러났다. “저 놈만큼은 사로잡아라, 다른 놈들은 죽여도 무방하다.” 구마전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혈의인들은 송현을 향해 몸을 날렸다. 사신수는 안중에도 두지 않는 공격이었다. 그 사실에 백호의 한쪽 눈썹이 꿈틀거렸다. 완벽한 자신들의 무시함에 화가 치솟아 오른 것이다. 백호는 주위에 있는 바람의 기운을 자신에게로 일순간 집중시켰다. 그리고 한 순간 증폭시키며 전방을 향해 터트렸다. 쿠르르르 휘이이이 쿠아아아 일순간 폭풍이 몰아치더니 송곳 같은 바람이 되어 혈의인을 향해 소나기가 몰아치듯이 날카로움을 가지고 뻗어갔다. 거기에 주작이 힘찬 날개 짓을 하며 주위의 불의 기운을 들어 마셨다. 그리고 마침내 주작의 부리가 벌어지자 거대한 화염이 뿜어져 나왔다. 주작이 만든 화염은 백호의 바람과 섞이며 불비가 만들어졌다. 단 땅을 향해 내리는 비가 아니라 수평으로 날아가는 비였지만 말이다. 후둑 후두둑 거센 바람에 힘을 얻은 화염은 바람이 가지는 송곳같은 날카로움을 불 속에 감추고 사정없이 혈의인들을 덮쳐갔다. 그 수가 얼마나 많은지 100명나 되는 혈의인 하나도 놓치지 않고 쏘아져갔다. 그리고 한 명당 하나의 화염 덩어리가 아니었다. 한 명단 최소 서너 발의 화염 덩어리였다. 혈의인들은 살갗이 타는 듯한 열기를 느꼈지만 거기에 굴하지 않고 자신에게 날아오는 화염들을 저마다 검으로 쳐냈다. 그러나... 쒸이이익 그 뒤로 들려오는 공간을 가르는 날카로운 음향이 들렸다. “헉-!” 저마다 헛바람을 들이마시며 모두 몸을 웅크려 면적을 최소화 시키며 방어했다. 푹 쑤악 백호가 만들고 주작이 불로 감춘 풍추(風錐)에 어떤 이는 몸이 뚫리고 어떤 이는 살갗이 베였다. “크윽.” “크으.” 신음소리가 간간히 들렸다. 혈의인 모두가 재빨리 지혈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전열을 가다듬었다. 백호와 주작이 자그만 몸으로 본 실력의 3할도 쓰지 못한데다가 100명을 상대하다보니 그 힘마저 분산이 되어 치명상은 입히지 못했다. 그렇지만 충분히 경각심을 심어줄 수는 있었다. 그래서인지 그들은 조금 전과 다르게 조심스럽게 발을 놀리며 송현과 사신수들을 조여왔다. 종남파의 봉문 구마진 역시 놀란 얼굴을 했다. 저런 장난 같은 동물을 내세웠을 때 어떤 한 수가 있으리라고는 생각했다. 그러나 이건 상상 이상이었다. 비록 위력이 약해 수하들이 큰 부상을 입지는 않았다고는 하지만 말이다. 구마진의 눈은 송현의 얼굴에 꽂혔다. 그의 얼굴에는 조소가 어렸다. 그때 엄청난 마나의 요동을 느꼈다. 마나의 요동이 귀에까지 들리는 듯 했다. 그리고... 산천을 울리는 굉음이 자신의 머리를 멍할 정도로 울렸다. 사신수들이 각기 자신들만의 포효를 터트렸다. “쿠아아아앙!” 자그맣고 귀여운 하얀 고양이 모습을 한 백호의 털들이 곤두섰다. 그렇게 사납게 변해가는 백호의 모습을 서서히 커졌다. 모든 것들을 물어 짓이겨 것만 같은 흉칙한 이빨과 모든 것들을 갈가리 찌져버릴 것만 같은 날카로운 발톱을 드러냈다. 그와 동시에 용풍권을 연상시키도록 매서운 바람이 생겼다. 주위를 삽시간에 날려버릴 것 같은 기세였다. “꺄아아아아아!” 백호의 위로 자줏빛 작은 새 한 마리가 태양에 빠져버릴 듯 저 높이 날아올랐다. 그리고 얼마 후, 이글거리는 붉은 태양에서 자그만 태양이 뚝 떨어져 나오듯 거대한 불새 한마리가 열기를 토해내며 날갯짓하며 아래로 가파르게 내려왔다. 불을 상징하는 주작이었다. 자그만 새였을 때의 자줏빛은 어디로 갔는지 온통 붉은빛 화염만을 토했다. “크아아아아앙!” 순식간에 열기로 휩싸인 공간에 시원한 한줄기 냉기가 일었다. 땅에서 마냥 기어 다닐 것만 같은 청사 한 마리가 세상의 모든 냉기를 머금은 듯 차가운 냉기를 내뿜으면서 몸을 서서히 하늘로 치솟았다. 그리고 머리에 고목과도 같은 굳건한 뿔이 생기고 입에서 황금빛 빛이 생겨났다. 바로 여의주를 입에 문 것이다. 그리고 빠른 속도로 하늘을 향해 날았다. 바로 하늘을 승천하는 짙푸른 빛의 청룡의 모습이었다. “크르르르르!” 자그만 황토 빛 거북이 네 다리를 힘주어 땅을 문지르면서 고정시키자 천년의 세월을 견뎌온 땅에 박힌 거대한 바위와도 같은 굵은 네 다리로 변했다. 몸도 서서히 묵채로 변하자 먹물을 하늘에 뿌려 온 세상을 암흑으로 덮을 것 같은 착각에 휩싸였다. 거북의 형상에 뱀의 형상이 더해지면서 천년의 세월을 지켜온 듯한 철의 이미지를 물씬 풍겼다. “마음껏 싸우거라!” 송현은 그들을 향해 자유를 주었다. 넓은 들판에 네 마리의 야수를 어떤 사슬도 묵지 않고 풀어놓는 것과도 같았다. “쿠아아아앙!” “꺄아아아아!” “크아아아앙!” “크르르르르!” 송현의 외침에 사신수들은 대지를 진동시키는 포효성을 내질렀다. 사신수의 변신의 충격은 혈의인에게 고스란히 갔다. 그리고 혈의인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뒷걸음치기 시작했다. 아무리 혈교의 제자들이라고 해도 중원인이 태반인 그들이었다. 그들이 사신수를 몰라볼 일이 없다. 왜냐하면 그들의 마음 깊숙이 조상대대로 내려온 신앙이었기 때문이었다. 주작은 거대한 날갯짓 한 번으로 혈의인 뒤로 섬광과도 같이 날아갔다. 그리고는 지면을 스치며 반월 형태의 불바다를 만들었다. 땅에서 피어오르는 불의 열기는 지옥의 겁화를 보는 듯 했다. 주작이 그렇게 혈의인들의 퇴로를 막아서자 백호가 가장 먼저 그들의 사이에 뛰어들었다. 백호는 앞에 막아서는 혈의인의 검을 발톱으로 살짝 팅겨내고는 혈의인의 허리를 물었다. 백호는 목을 젖혀 하늘을 향해 들어올렸다. 그리고는 혈의인의 허리를 물은 채 죄우로 흔들었다. “으아아아악-! 사, 살려~줘!” 차츰 혈의인의 허리에서 흐르기 시작한 붉은 피는 백호의 이빨을 타고 흘러내리기 시작하여 백호의 입 주변을 붉게 물들였다. 미처 백호의 이빨을 타고 흐르지 못한 피는 사방으로 뿌려져 다른 혈의인에게 튀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백호는 우측 앞발을 들어 자신에게 다가오는 혈의인의 몸을 강하게 내려쳤다. 슈가아악 다가오던 혈의인은 백호가 한 번 앞발을 휘두르자 그대로 멈추었다. 아무런 움직임도 없이 그대로 얼마간 서 있던 그의 몸에서 세 줄의 혈선이 그어졌다. 가는 혈선은 이내 두꺼워지더니 이내 피가 콸콸 쏟아졌다. 투둑! 투두둑! 혈선을 사이로 서서히 어긋나기 시작하던 몸은 결국 세덩이의 고깃덩이가 되어 땅으로 쳐밖혔다. 백호는 입에 물고 있던 혈의인을 머리의 반동을 이용하여 멀리 집어던지고는 앞발을 가지고 땅을 한 두 번 끓으며 울더니 이내 포효했다. “쿠아아아앙!” 한 차례 시원하게 울어 목을 푼 백호는 한 번의 도약으로 혈의인 정 중앙으로 날아갔다. 세인들이 말하는 비호(飛虎)의 모습이 바로 지금의 백호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싶다. 거기에 질까 현무도 스산한 울음소리를 내며 몸을 살짝 웅크렸다. 지금 혈멸기사단의 모습을 한 일행들은 현무가 어떻게 저 곳으로 갈까 나름대로 생각하고 있었다. 걸어갈까? 그건 말이 안 되었다. 저 짧고 굵은 다리로 걸어간다면 일반 꼬마아이라도 피할 수 있을 것이었다. 왜냐하면 냅다 도망치면 되니깐 말이다. 생각하면 할수록 더욱 현무의 행보가 궁금해졌다. 현무는 그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살짝 몸을 웅크린 현무는 얼음 위를 미끄러져가는 듯 앞으로 나아갔다. 그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멀리서 제 삼자입장으로 보는 이들도 눈으로 따라갈 수 없을 정도였다. 혈의인들은 내심 현무를 만만하게 보았다. 너무나 균형이 맞지 않는 몸이라 힘은 좋겠지만 속도 면에서는 떨어지리라 생각했던 것이다. 너무 안일한 생각들이었다. 현무가 땅의 정령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이런 생각은 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땅위에서는 말 그대로 현무가 제왕이었다. 굳이 현무가 상식적으로 걸어가 적을 제압할 필요는 없었다. 땅을 자신마음대로 할 수 있는데 굳이 걸어갈 필요가 있겠는가? 땅의 기운을 이용하여 지금처럼 움직여도 되는데 말이다. 현무는 빠르게 미끄러져가면서도 한 발을 들어 자신이 가는 길목에 있는 한 혈의인을 그대로 밟아버렸다. 퍽석 혈의인은 그 어떤 비명소리도 내지 못하고 그대로 압사했다. 시신의 형체조차 남지 못했다. 그저 핏물과 넝마처럼 변한 고깃덩이러만 그가 죽은 자리를 말해줄 뿐이었다. 현무 주위에 있던 혈의인들은 그 모습에 잠시 주춤거렸다. 지금 완벽한 현무로 변한 현무는 단순히 거북이 모양이 아니었다. 거북이를 감싸고 있는 거대한 흑사(黑蛇)가 있었다. 모두들 현무의 거북이 형상만 신경을 쓰고 있었던 터라 흑사를 보아도 보지 못했다. 쑤아아아 퍽 퍽 퍽 퍽 거대한 흑사의 꼬리가 채찍 마냥 무섭게 혈의인들을 몰아가며 핥으시 때렸다. 순식간에 네 명의 혈의인을 갈긴 현무의 흑사는 긴 꼬리를 이용하여 네 명의 혈의인을 한 자리에 모으고는 그대로 말아버렸다. 그리고는 꼬리를 서서히 조아갔다. 크르르르릉 현무는 그대로 물속으로 잠수하는 마냥 땅속으로 스며들었다. 물론 현무의 흑사의 꼬리부분에 말려있는 네 명의 혈의인들도 함께 땅속으로 꺼졌다. 네 명의 혈의인들은 고래고래 비명을 질렀다. 늪에 빠지는 기분이 이러했을 것이라는 것을 느끼면서 말이다. “사, 살려... 쿠르르.” 미처 살려달라는 말도 끝맺지 못하고 입속에 흙이 들어가면서 목소리를 영원히 닫아야했다. 그리고 현무와 함께 어두컴컴한 땅속으로 사라졌다. 종남파의 봉문 그렇게 백호와 현무가 한바탕 혈의인들이 밀집한 선두부분을 휘저어놓을 때 청룡은 후미부분을 한바탕 뒤집고 있었다. 청룡은 하늘로 상승했다. 그리고는 뚝 떨어지면서 입에 물고 있는 여의주를 혈의인들에게 겨누었다. 서서히 청룡의 입이 열렸다. 청룡의 입에 물린 여의주는 땅을 떨어지지 않고 청룡의 입안 중간에 붕 떠있더니 팽이마냥 팽그르 돌았다. 그 속도가 차츰 빨라지더니 이글거리는 전기불꽃이 사방으로 티기 시작했다. 그러나 사방으로 티는 전기불꽃은 뇌전(雷電)이 아니었다. 바로 냉기였다. 냉기가 형체가 나타나면서 꼭 뇌전의 불꽃마냥 티고 있었던 것이다. “쿠오오오오!” 청룡은 쩌렁쩌렁하게 울음소리를 터트리고는 혈의인을 향해 드래곤이 브레스를 뿌리는 것처럼 냉기 어린 폭풍우를 쏘았다. 벼락이 내려 꽂히듯 땅을 휩쓴 빙풍(氷風)은 순식간에 혈의인 다섯을 그대로 얼려버렸다. 청룡은 우람한 꼬리로 얼어버린 혈의인들을 그대로 박아버렸다. 쾅 쾅 쾅 쾅 쾅! 퍽석! 얼음이 깨지는 소리와 함께 혈의인들은 자그만 얼음덩이리가 되어 사방으로 흩어졌다. 피 한 방울도 땅을 적시지 않았다. 자그만 조약돌처럼 변해버린 얼음덩어리가 이러 저리 차일 뿐이었다. 태극의 양과 음을 연상시키듯 청룡이 휘젓고 다니는 바로 옆에서는 주작에 의해 불바다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구마진은 사신수의 엄청난 무력에 놀랐다. 그러나 무력은 무력. 막아야하는 것은 막아야하는 것이었다. ‘들어보지도 못한 미물에 무너질 수는 없다.’ 구마진은 그렇게 생각했다. 아니 그렇게 마음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자신들은 무림을 제패한 혈교의 선봉대였기 때문이다. “갈! 모두들 정신차려라.” 구마진은 자신의 내력을 최대한 끌어올려 혈의인, 종남지부 수호대의 대원들의 정신 차리게 했다. 단지 두려움에 빠져 재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자신들의 수하들을 일깨워준 것이다. “아무리 무력이 좋다고는 하나, 한낮 미물에 불과하다. 모두들 20명씩 조를 짜서 합격진으로 맞서라.” 구마진의 목소리의 효과가 바로 나타났다. 확실히 전투에서 수장의 위치와 능력이 크게 좌우한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장면이었다. 혈의인들은 언제 우왕좌왕했냐는 지 짜임새 있는 행동들을 보여주었다. 대략 사신수에 의해 20명 가량이 죽었다는 것을 재빨리 알아차린 혈의인들은 20명씩 한조가 되어 사신수를 맞서기 시작한 것이다. 그때부터 승세(勝勢)의 기울기는 서서히 균형이 잡혀갔다. 아무리 사신수의 능력이 좋다고는 하나 20명의 합격을 일일이 다 막아설 수는 없는 일이었다. 백호는 자신의 앞에서 검을 휘두르는 혈의인의 검을 날카로운 발톱으로 일일이 쳐내어갔다. 그러나 처음 가지고 있던 예리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후미에서 공격해 들어오는 혈의인들에 의해 온 신경이 한 곳으로 집중이 되지 못하고 흩어졌기 때문이다. 전(前), 측방(側方) 삼방(三方)으로 공격해오는 혈의인의 검을 백호는 어렵사리 발톱과 이빨로 막았다. 자신을 향해 검을 내민는 자체가 기분이 나빠진 백호는 그대로 앞에 서있는 혈의인의 목을 물기위해 몸을 도약했다. 한순간의 노기로 인해 백호의 정신이 찰나지만 흝어진 것이다. 그런 점을 혈의인들이 놓칠 리 없었다. 후미에 있던 혈의인 하나가 재빠르게 보법을 밟아 백호의 배 아래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조금도 지체 없이 그대로 백호의 뱃가죽을 그어버린 것이다. 슈가악! 혈의인들은 그 모습에 흥분에 찬 눈빛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피를 흘리며 낮게 으르렁거릴 백호를 생각하며 다음 공격을 준비했다. 그러나 피가 나지 않았다. 단지 허상을 벤 것처럼 백호의 배는 잠시 아지랑이가 생기더니 이내 예전의 본 형상을 가졌다. 마치 안개를 베었을 때 그 형상이 잠시 흐트러지지만 곧 안개로 뒤덮이는 것만 같았다. 혈의인들은 그 모습에 기운이 빠졌다. 이건 무슨 귀신과 싸우는 것 같았다. 베어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는 미물. 과연 백호가 미물인지도 의심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보이지는 않았지만 백호는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 실재 백호는 형태를 가지지 않았다. 순수한 바람의 기운이 모여 형체를 이루고 있을 뿐이다. 지금의 형상은 그저 송현이 외형으로 만들어 준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틀만 잡아준 것이다. 그런 백호에게 피나 살이 있을 리 없었다. 그러나 혈의인에게 베임으로 해서 적지 않은 바람의 기운이 자연의 품으로 흩어지게 된 것이다. 즉, 보이지 않았지만 많은 피를 흘린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백호는 배를 땅에 댈 것만 같이 엎드렸다. 그리고는 앞다리를 쭉 펴며 고개를 가지것 재끼며 굉음에 가까운 포효를 터트렸다. “크아아아아앙!” 그 울음소리가 실체가 되었다. 바람으로... 백호로부터 불어나온 바람의 풍압은 실로 엄청났다. 혈의인들이 천근추 수법으로 지면에 발을 딱 누르고 있는데도 혈의인들은 뒤로 조금씩이나마 밀리고 있었다. 한차례 바람이 지나가고 나서야 혈의인들은 겨우 신형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들의 앞에는 2m가량의 긴 2줄이 만들어져있었다. 2m를 땅에 홈이 파지도록 밀린 것이었다. 다시 혈의인들은 일제히 몸을 날려 백호를 압박해갔다. 치열한 접전이 이루어졌다. 혈의인들의 몸에 발톱과 이빨에 의한 예상(刈傷)이 하나 둘씩 늘어갔다. 그와 함께 백호의 몸도 몇 번의 검에 베어졌다. 백호는 서서히 지쳐갔다. 그것은 비단 백호뿐만 아니었다. 청룡, 주작, 현무도 그랬다. 구마진의 눈에는 미소가 지어졌다. 분명 승산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조금 타격은 받겠지만 넘지 못할 산은 아니라 생각했다. 그러던 중 구마진의 두 눈은 송현에게 머물렀다. 왜인지 그를 보자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체격은 좋아보였지만 단아한 학사 옷을 입고 있었다. 그렇다면 무인은 아니라는 말이었다. 그런데 자꾸 백발이 눈에 거슬렀다. 송현은 사신수를 보며 두 눈이 찌푸려졌다. ―너들 맡겨두라고 큰 소리를 치더니 이게 뭐야? 송현은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헉헉헉! 인원이 너무 많잖아요. 백호가 거친 숨을 내쉬는 양 어렵게 말을 전해왔다. ―주인, 그렇게 자신 있으면 주인이 이 놈들 다 상대해 봐! ―호호호. 주인님, 저희들은... 이크! 위험했네. 호호호. 청룡을 제외한 사신수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거들었다. 각각 20명이나 되는 고수를 상대하기 벅차긴 벅찬 모양이었다. ―보고만 있을 겁니까? 평소 말이 없던 청룡도 힘에 부치는지 송현에게 억양 없는 목소리로 말을 툭 던졌다. 송현은 이마를 툭 치며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럼 좀 도와줄까. 아하-! 이거 귀찮은데.” ―주인님! 그 말을 백호가 들었는지 버럭 화를 내며 송현을 불렀다. ―아, 알았어. 송현은 자신이 타고 있는 마형 골렘을 타고 앞으로 두어걸음 나가며 뒤로 돌아보았다. “정산아, 저기 있는 저 놈 부탁할께.” 송현은 고개를 까닥이며 구마진을 가리켰다. “녀석, 알았어. 걱정 말고 사신수나 도와줘!” 송현은 금정산의 말에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돌려 전장을 바라보았다. 언제 그랬다는 지 송현의 표정은 식어있었다. 차가운 서릿발이 흐르는 얼굴이었다. 종남파의 봉문 ‘음...’ 송현은 앞으로 나서며 사신수의 힘에 더욱 주시했다. ‘휴우-!’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은 정령술사가 아니었기에 정령마법에는 상당히 약한 면이 많았다. 마법사라고 해도 정령들을 다루기에 약간의 기본 지식을 알고는 있었지만 정령술사만큼 깊은 지식은 갖고 있지 못했다. 지금 사신수의 힘은 상급 정령에 조금 못 미치는 정도로 보였다. 더군다나 이 곳에는 정령계가 없는 곳이기에 정령이라는 개념이 없는 곳이었다. 이들 사신수, 정확하게 말하자면 사신수의 형상을 하고있는 사신정령들의 힘이 가장 문제였다. 계급이 없다보니 그들의 힘도 한계가 없었다. 단지 그 힘을 얼마만큼 자신이 키워주느냐가 관건이었다. 처음에 사신수들에게 형상을 만들어주었을 때는 중급 정령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던 사신수들이 자신의 마나를 받아들이고 몇 번의 전투로 인해 그 힘을 서서히 상승시켜왔던 것이다. 순전히 자신들의 의지로 말이다. 그렇게 해서 지금까지 왔던 것이다. ‘이 싸움이 끝나면 저들의 힘을 더 끌어올려주어야겠다. 방법을 한 번 찾아봐야겠어!’ 송현은 생각을 서둘러 마치고 사신수를 일일이 쳐다보았다. 이제 자신의 마나를 빌려줄 차례였다. 자신의 마나가 그들에게 전해진다면 최소한 상급의 힘은 넘어설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최상급의 정령까지의 힘은 미치지 못하겠지만 말이다. 송현은 자신의 마나를 개방했다. 예전 싸움에서 보여주었던 마나의 개방과는 조금 틀렸다. 마나를 개방했다고는 하나 그것은 어디까지 시공간을 초월해 바로 사신수들과 이어졌기 때문이다. 개방과 동시에 자신의 마나는 바로 사신수들의 마나에 더해질 것이다. 송현은 자신의 마나를 더욱 끌어올려 사신수에게 각각 어울리는 마나로 분리한 뒤 보내주었다. 송현의 마나로 인해 더욱 힘이 나는지 사신수는 일제히 몸을 부르르 떨며 포효했다. “쿠아아아앙!” “꺄아아아아!” “크아아아앙!” “크르르르르!” 미묘하지만 사신수의 모양이 조금 바뀌었다. 백호의 이빨과 발톱은 조금씩 길어지는 동시에 더욱 날카로워졌다. 거기에 털도 조금 더 길어졌다. 더욱 야수의 모습에 가까워 진 것이다. 주작은 매끈한 부리가 마치 톱과 같은 형태로 바뀌어 부리로 쪼이거나 물렸을 때 살이 베어지거나 잘리는 것이 아닌 살점이 뭉텅이로 뜯겨져 나갈 것 만 같아 보였다. 색깔은 더욱 붉어져 보는 것만으로 열기를 느낄 정도였다. 현무 역시 더욱 검어지는 동시에 조금은 유순해 보이는 얼굴 형상이 각이 지며 악마와 화신과도 같은 얼굴로 바뀌었다. 그리고 거북이를 감싸고 있는 흑사 역시 더욱 날카롭게 바뀌었으며 흑사의 얼굴은 더욱 삼각형으로 바뀌어 독기가 더욱 풀풀 날렸다. 청룡의 뿔의 끝은 마치 도검을 보는 듯 뽀죡하다 못해 날카롭게 변했다. 색도 더욱 파래져 보는 것만으로 추위를 느끼게 변했다. 발톱 역시 두 배 이상 길어졌다. 거기에 사신수 모두 몸집이 조금 줄어들었던 것이다. 더욱 힘을 받은 사신수는 전과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빠르고 강맹한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송현은 일단 한숨을 돌리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눈빛만큼은 가라앉지 않았다. 두 눈에는 전보다 더 살기가 띠었다. ‘혈교, 이것으로 끝난다고 생각하지 마라.’ 송현은 사신수에게 나누어준 마나의 양이 적지 않았지만 이들을 상대할 마나는 충분했다. 송현은 무릎을 살짝 굽혔다가 있는 힘껏 다리를 펴며 허공으로 크게 도약했다. 그리고는 플라이 마법으로 허공에 그대로 머물렀다. 구마진의 얼굴에는 경악감이 생겼다. 그리고 그의 머릿속에 스치는 인물이 하나있었다. “서, 설마...” 구마진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스스로의 생각을 부정하고 싶었던 것이다. “주, 죽었다고 했는데... 아니야. 아닐 거야.” 처벅 처벅 구마진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육중한 발걸음 소리에 생각에서 깨어나 고개를 돌려야했다. “그 설마가 그 설마야.” 금정산과 철무정이 투구만 제외한 채 온 몸을 카이샨 메일로 감싼 채 구마진에게 다가왔던 것이다. 철무정의 말에 구마진은 하늘에 떠있는 송현과 그 둘을 번갈아보더니 이내 얼굴빛이 흙빛으로 바뀌었다. “그 자는 죽었다고 했다.” 구마진은 입술을 깨물면서 한자 한자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그렇게 생각하든지.” 철무정은 금정산과 떨어져 구마진의 반대편으로 걸어갔다. “형님, 시작하죠.” “그러지.” 츄라라라락 가벼운 철금속의 소리와 함께 금정산과 철무정의 머리는 카이샨 메일로 감싸졌다. 스르르릉 온 몸을 오싹하게 만드는 소리가 구마진의 귀구멍을 파고들었다. “네, 네 놈들은 누, 누구냐?” “우리?” 금정산은 말없이 자신의 왼쪽 가슴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은빛으로 일관한 카이샨 메일에 유일하게 다른 색깔로 문양이 새겨져있었다. 바로 혈멸기사단을 상징하는 문장이었다. 그곳에는 단 두자가 적혀있었다. 바로 ‘혈멸’ 그것이었다. “죽기 전에 한 가지 알려주지. 우리는 여기 적힌 그대로야. 혈멸! 너희들 혈교를 무너트릴 죽음의 사자들이지. 혈멸기사단! 그게 바로 우리들이야.” 금정산은 말을 마치자 검을 수평으로 들어올렸다. 거기에 맞추어 철무정 역시 최상의 공격을 위한 기수식을 잡았다. 구마진은 깨물어지는 입술을 느끼며 검을 잡은 두 손에 힘을 주었다. “너희들 뜻대로 되지는 않을 것이다.” 구마진은 금정산과 철무정의 합격을 피하기 위해 선수를 쳐 자신이 먼저 금정산을 향해 달려 나갔다. 송현은 그 모습을 하늘에서 내려다보고 있었다. 금정산과 철무정이 나선 이상 확실하게 마무리할 것이 확실했다. 덕분에 송현은 좀 더 편하게 혈의인들을 상대할 수 있었다. “그리스!” 송현은 우선 혈의인들의 신형을 무너트릴 필요성을 느꼈다. 그래서 가장 먼저 그리스 마법을 썼다. 쭈르르륵 갑자기 바닥이 미끄러지자 혈의인들은 균형을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비틀거렸다. 그 중 무위가 약한 자들 몇몇은 엉덩방아를 찢는 자들도 나왔다. 그런 자들은 사신수의 딱 좋은 먹이 감이었다. 무방비 상태로 쓰러져있는 자를 노칠 사신수들이 아니었다. 그만큼 혈의인들에게 애를 먹었기 때문에 마음속으로 이를 갈고 있는 사신수였다. 백호는 한층 더 날카로워진 발톱으로 쓰러져있는 혈의인들을 갈갈이 찢어버렸고 현무는 굵은 발로 꾹 눌러버렸다. 주작은 쓰러진 혈의인을 스쳐지나가며 한 줌의 잿덩이로 만들었고 청룡은 얼음덩어리로 만들어버렸다. “필드 쇼크!” 한창 땅에 그리스로 인해 마찰력이 없을 때 송현은 필드 쇼크 마법으로 혈의인들을 더 흔들어놓았다. 송현의 필드 쇼크 마법으로 인해 혈의인들의 합격은 완벽히 무너져버렸다. 종남파의 봉문 ―지금부터 혈교 놈들을 한 곳으로 모아. 송현의 말에 사신수는 일제히 외각으로 빠졌다. 그리고는 살수보다는 위협을 하며 혈의인들을 한 곳으로 모아갔다. 이리 날뛰고 저리 날뛰는 사신수의 바람 같은 공격에 혈의인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한 곳으로 몰렸다. 그러나 그런 사실도 잘 인지를 못하는 듯 했다. 몰리고 몰려 움직임에 장애를 받기 시작하자 혈의인들은 자신들이 한 곳으로 모였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한 곳으로 모여 있는 것 자체가 위험이라 판단한 혈의인들은 서둘러 흩어지려 했다. 송현이 이런 기회를 놓칠 리 없었다. “무거움이 어깨를 누르리라, 그래피티!” 쿠웅! 혈의인들은 순식간에 자신의 어깨가 무거워짐을 느꼈다. 그것은 단지 짐을 지는 것이 아니라 몸 전체가 무거워졌다는 것을 얼마가지 않아서 알게 되었다. 보법을 밟았을 때 몸 전체에서 느껴지는 무게가 예전에 보다 훨씬 컸던 것이다. 혈의인들은 이를 악 물며 내공을 몸 전체에 고루 분산시켜 크게 늘어난 중력에 대항하고자 했다. 그 순간. “중력의 이치를 거스를 지다, 리벌스 그래피티!” 혈의인들은 무거운 중력에 대항하기 위해 몸을 조금씩 위로 올리려 버티다가 순식간에 중력이 사라지자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중력이 땅이 아닌 하늘로 향하자 순식간에 하늘로 몸이 떠올랐다. 천근추 수법을 쓸 시간도 없었다. 아니 너무나 순식간에 이루어진 일이라 천근추 수법을 생각해 낼 시간조차 가지지 못했던 것이다. “어, 어-!” “모, 몸이...” 혈의인들 입에서는 그저 당황 섞인 말들만 나왔다. 그것도 어느 누구하나 제대로 된 문장을 구사하지 못했다. 그만큼 몸을 주체하지 못하여 당황하고 있는 것이다. 혈의인들은 저 높은 하늘에서 땅으로 곤두박질치듯이 땅에서 하늘로 솟구쳐 올라갔다. 그들의 높이가 송현에 떠있는 위치까지 떠올랐다. ―청룡, 저들 주위로 비를 뿌려. 송현의 명에 의해 청룡은 혈의인들 주위를 원을 그리며 돌았다. 그리고 청룡이 돌고있는 원 사이로 비가 내렸다. 그런데 비가 땅바닥까지 적시지 못했다. 하늘에서 내리기 시작한 비가 혈의인들이 있는 곳부터는 더 이상 떨어지지 않고 물방울 형태로 맺혀 둥둥 떠다닐 뿐이었다. 당연히 혈의인들이 떠있는 허공은 국소적인 부분이나마 무중력의 상태가 되어있었던 것이다. 그 사이에 많은 비가 내렸으니 그 많은 빗물은 무중력 공간에 남아 여러 구체 모양의 수구(水球)가 만들어져 둥둥 떠다녔다. “체인 라이트닝!” 송현의 두 손을 앞으로 쫙 내뻗자 그의 손에서 수많은 벼락 줄기가 내뿜어졌다. 송현의 손에서 뿜어져 나온 뇌전은 허공에서 헤메다가 자연스럽게 자석에 철이 끌리듯이 한 곳으로 뻗어나갔다. 그 곳은 바로 국소적으로 만들어진 무중력의 공간이었다. 그 이유는 당연히 청룡이 만들어 논 물방울 때문이었다. 스팟 치지지직 뇌전은 징검다리를 건너듯이 물방울에서 다른 물방울로 건너면서 자신의 뇌력을 마음껏 뽐냈다. 그러는 사이 물방울과 함께 버무러져있던 혈의인들은 수많은 뇌전에 감전되었다. 펑 펑 펑! 혈의인의 몸으로 이동한 뇌전은 혈의인 몸 속을 헤집고 다니며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러다보니 사람 몸중에 가장 약한 부분으로 몰렸고, 결국 어느 한 곳을 터트리며 혈의인들의 몸에서 벗어나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것을 반복했다. “으아아악!” “크아아악!” “사, 살려줘!” 지옥의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지금 송현이 만든 무중력 공간이 바로 아수라장이었다. ―백호, 차갑고 매서운 바람으로 저들을 얼려버려! 백호는 자신이 움직일 수 있는 모든 바람의 기운을 써서 무중력 공간으로 일제히 쏘아 부었다. 휘이이잉 매서운 설풍이 무중력 공간으로 불었다. 한차례 불고 지나가는 것이 아니었다. 무중력 공간에 들어온 설풍은 빠져나가지 않고 오히려 무중력 공간 안에서 맴돌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혈의인들의 몸에는 살얼음이 생겼다. 그들의 저항하는 몸짓이 많이 둔해졌다. 필시 추위에 몸이 얼었을 것이다. 그렇게 판단한 송현은 주작을 바라다보았다. ―오호호호, 제가 나설 차례인가요? ―그래! 저들의 몸을 뜨거운 열기로 순식간에 녹여버려. 온 몸이 썩어문드러지는 고통을 받을 수 있게. ―호호호, 알겠사옵니다. 주인님! 주작은 거대한 날개를 퍼득였다. 날개 짓 한번에 뜨거운 화염이 무중력 공간을 덮쳤다. “으으으으으악.” “사, 사람... 크흑.” “나 좀 어, 어떻게... 해 줘.” 몸이 추위에 얼었다가 뜨거운 열기에 휩싸인다면 말로 표현 할 수 없을 정도로 고통이 심했다. 혈의인들의 사고는 완전히 정지되었다. 오로지 살고자 하는 본능에 의한 몸부림만 있었던 것이다. 이성은 찾아보려야 볼 수 없었다. 송현은 저 밑에 자신을 올려다보는 현무를 내려다보았다. ―이제 내 차례인가 보군! 현무의 입가에는 미소가 지어졌다. ―땅에 3장 깊이의 구덩이를 파고 구덩이 바닥은 죽칼을 박아 논 듯 날카롭게 만들어. ―주인, 알았어. 현무의 몸은 서서히 땅으로 스며들었다. 그리고 땅이 진동하더니 이내 푹 꺼져버렸다. 60명이 넘는 혈의인들이 모두 빠지고도 남을 큼직한 구덩이었다. 그 구덩이 바닥에는 도검을 거꾸로 꽂아놓은 듯 날카로운 송곳 같은 것들이 뾰족이 솟아있었다. 누가 발을 헛디뎌 저곳으로 빠진다면 온 몸에 최소 10군데 정도 토추(土錐, 흙으로 된 송곳)에 몸이 뚫려 죽게 될 것이 분명했다. 송현은 그 구덩이를 보며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자신에게서 뻗어나가는 마나를 실 끊듯이 툭 끊어버렸다. 그러는 순간 무중력 공간은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져버렸다. 자연의 법칙대로 허공에 떠있는 혈의인들은 땅으로 곤두박질 쳤다. 바로 현무가 만들어 논 구덩이로 말이다. 푹 푹 푹 푹 푹 토추에 혈의인들이 찔리는 소리가 들렸다. 혈멸기사단들은 구덩이 속에서 일어나는 일이라 보지는 못했지만 소리만으로도 충분히 알수 있었다. 두 눈을 보는 그 이상으로... 그리고 온 몸에 식은땀이 흘렀다. 완벽한 전멸이었다. 어느 누구 하나 생존자도 없었다. 송현은 땅에 내려서 구덩이 안을 들어다보았다. 그리고는 무표정한 모습으로 뒤로 돌아서며 구진마가 있는 쪽으로 향했다. ―덮어! 송현은 현무가 흔적도 없이 땅을 메웠다. 구진마는 온 몸에 핏자국이 즐비한 채 무릎을 꿇은 채 송현을 무섭게 노려보았다. “네 놈이 살아있다니. 하지만 네 놈은 교주님의 손에 죽게 될 것이다. 다만!” “다만?” 송현은 비웃었다. “네 놈이 살아있다는 것을 교에 알리지 못하고 죽는 것이 한탄스러울 뿐이다.” “그래?” 송현은 몸을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는 혈멸기사단이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쑤아아악 슥삭! 송현의 주위로 만들어진 바람의 마나는 칼날을 만들어 구진마의 목을 그대로 단칼에 베어버렸다. “쓰레기 같은 놈들!” 이 한 마디를 내뱉고는 가던 걸음을 다시 내딛었다. “수고했네.” 위정천이 송현에게 다가왔다. “아닙니다. 우선은 종남파 제자들을 한 곳으로 모아야겠습니다. 화산파와 같이 감금된 자들이 있을 테니 그들도 찾아야겠구요. 그렇다면 죽여야 할 자와 그렇지 않은 자들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알았네. 그 일은 우리가 하도록 하지. 자네는 좀 쉬도록 하게나.” 위정천은 송현을 애써 바위에 걸터앉게 하고는 일행들과 골렘을 데리고 자신들이 제압해 놓은 종남파 제자들을 모았다. 송현은 자신의 계획대로 종남파의 봉문을 이끌어내게 되었지만 이상하게 찜찜한 기분이 들었다. 푸드드득 미미하지만 송현의 귓가에 한 마리 새가 날아오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냥이라면 산새려니 하겠지만 지금은 달랐다. 무엇이든지 확실하게 끝을 맺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주작, 잡아와. ―알았어요. 주작은 새가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주작이 날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던 송현의 머릿속에 한 명의 인물이 떠올랐다. ‘상원건! 그자가 있었다.’ 송현은 아무리 떠올려도 상원건을 이 종남파에서 본 기억이 없었다. ‘혹시, 그 새가 전서구라면? 그렇다면 그 전서구를 날린 자는... 바로 상원건?’ 송현은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났다. 허공으로 텔레포트를 한 송현은 최대한 마나를 열어 주위를 탐색했다. 어느 이질적인 마나가 종남파에서 멀리 떨어지는 것이 느껴진다면 그가 바로 상원건일 확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두 눈을 감고 있던 송현의 두 눈은 안광을 번뜩이며 떠졌다. ‘찾았다.’ “텔레포트!” 그 자리에서 송현은 빛과 함께 사라졌다. 종남파의 봉문 무엇인가 초조함을 드러내며 달리는 이가 있었다. 무엇이 그를 두렵게 만드는지 연신 뒤를 돌아보기 여념 없었다. 또한 최대한 발소리를 줄였으며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는 것이 눈에 띠었다. ‘조금만, 조금만 벗어나면 종남산을 벗어난다.’ 그렇게 마지막 힘을 내고 있었다. 그렇게 달리고 또 달리는 이는 바로 상원건이었다. “벌어먹을, 그 놈이 살아있다니. 분명 죽었을 텐데.” 상원건은 백발의 송현을 떠올렸다. 그를 보는 자체가 악몽이었다. 혈교의 전지기지에서 그에게 호되게 당한 것이 다시 생각났다. 그때만 생각하면 심장이 아파왔다. 실재로 심장이 아프다는 것을 느낄 수 없었지만 그는 느꼈다. 무론 기분만이겠지만 말이다. 그만큼 그 날을 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어서 빨리 이 곳을 벗어나야만 자신이 살 수 있다고 굳게 믿으며 자신의 모든 내력을 용천혈에 보내며 경공에만 모든 힘을 쏟았다. 종남산을 벗어나 어느 산기슭에 다다르자 상원건은 한숨을 돌리며 거목아래 주저앉았다. 어깨가 크게 들썩이는 것으로 보아 전력 질주한 것이 틀림없었다. “하아, 하아, 흡- 휴우!” 크고 고르게 숨을 몇 차례 들어 마시고 내쉬자 조금 안정이 되었다. “살았다.” 상원건은 나무에 기대면서 안도의 목소리를 냈다. “그렇게 생각하나?” 느닷없이 들려오는 목소리에 상원건은 재빨리 자리에서 주위를 살폈다. 그러나 아무런 기척도 찾을 수 없었다. “내가 과민했던 모양이야.” 다시 앉으려던 상원건은 주춤거리다가 다시 몸을 바로 세웠다. “쳇! 이거 불안해서 쉬지도 못 하겠어. 조금 더 안전한 곳으로 가서 쉬어야겠다.” 상원건은 다시 몸을 날리려했다. 쿠르르르르 땅거죽이 들썩이더니 불쑥 튀어나와 하나의 토벽을 만들면서 상원건이 앞으로 나가려는 방향을 가로막았다. “뭐, 뭐야?” 상원건은 머뭇거리다가 뒤로 돌아 몸을 날렸다. 쿠르르르르 다시 토벽이 만들어졌다. 상원건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검을 뽑아들며 두려움을 떨쳐내려는 듯 고래고래 소리쳤다. “누, 누구냐? 어서 나와라.” 저벅 발소리가 자신의 등 뒤에 있는 토벽 뒤에서 들렸다, 상원건은 재빨리 돌아서며 검을 지켜들었다. 그의 손은 희미하지만 떨리고 있었다. 꿀꺽! 상원건은 불안감을 떨쳐내지 못하며 마른침을 삼켰다. 애써 넘어가지 않는 침을 넘기다보니 제법 큰소리가 났다. 그 소리에 상원건은 스스로 놀라 검을 휘둘렀다. “보기가 안 좋군.” 백발의 사내가 토벽 뒤로 모습을 드러냈다. “헉! 너, 너는?” 상원건은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쳤다. “오랜만이야. 안 그런가?” 백발의 사내는 송현이었다. 그의 미소는 아름다웠다. 그것은 삼자의 입장에서 보이는 아름다움이었다. 그러나 상원건에게 있어서는 저승사자의 죽음의 미소였다. 이대로는 죽음을 면치 못한다는 생각을 했는지 상원건은 아무런 대답도 없이 그대로 송현의 몸을 베어갔다. 쐐애애애액 슈아악 ‘베, 베었다. 손에 감촉이 왔어.’ 상원건의 두 눈은 파도와 같이 요동쳤다. 흥분에 의한 감정노출이었다. “크하하하하. 송현, 네 놈도 별 것이 아니... 헉!” 분명히 자신의 검에 베인 송현은 피를 흘려야 정상이었다. 그런데 여전히 꼿꼿이 서서 웃고 있었다. “어리석은 놈!” 상원건은 자신의 등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기겁하며 뒤로 고개를 팩 돌렸다. 그리고는 두 눈이 큼지막하게 떠졌다. 바로 자신의 등 뒤에 송현이 서 있는 것이었다. 다시 고개를 돌려 분명 송현이 있어야 할 곳을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송현이 없었다. 분명 자신이 검으로 베어 피를 흘리고 있어야할 송현이 그 자리에서 사라졌던 것이다. 지금 귀신에 홀린 것이 아닌가 생각할 정도였다. “네, 네 놈은 죽었다.” “누가 그러던가? 내가 죽었다고.” 송현은 상원건의 말에 얼굴이 얼음장같이 변했다. “다시 한 번 묻겠다. 누가 내가 죽었다고 그랬는가?” “크으으으.” 상원건은 송현의 기세에 눌려 몸이 떨리고 있었다. 공포에 마음이 잡아먹혔던 것이다. 상원건은 공포를 애써 벗어나기 위해 송현을 향해 무작정 검을 휘둘렀다. 검법도 없었다. 초식도 없었다. 그저 마구잡이로 휘두른 것이다. 그런 검에 베일 송현이 아니었다. 그가 침착함과 이성을 가지고 있는 힘을 모두 쏟아 보내도 송현의 상대가 될까 말까인데 이런 허술한 베기로 송현의 옷자락 하나도 베지 못하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송현은 너무나 허술한 검로에 코웃음 쳤다. 그리고는 손에 암실드를 두르며 그대로 검을 잡았다. 까강 송현은 손아귀 힘으로 상원건의 검을 꽉 잡았다. 끼기기긱 상원건은 자신의 검이 송현의 손에 잡히자 처음에는 놀라 그저 멍하니 검과 송현의 손만 번갈아보았다. 그러다 곧 자신의 처지를 깨달은 상원건은 송현의 손에 잡힌 검을 빼고자 힘을 주었다.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고 심지어는 밀었다 당겼다해도 검은 요지부동이었다. 송현은 상원건이 검을 당기는 순간 잡고 있던 검을 놓아버렸다. 쿵 쿠당탕탕탕! 그만 자신의 힘을 못 이긴 상원건은 뒤로 발라당 넘어지며 뒤로 한차례 볼품없이 굴렀다. 재빨리 일어선 상원건의 얼굴에는 수치심이 가득했다. “이, 이...” 얼굴이 잘 익은 홍시마냥 붉어진 상원건은 온 몸을 부르르 떨었다. “시간이 너무 지체가 됐어, 상원건 이제 끝내야겠지?” 송현은 마나보법을 밟으며 상원건을 덮쳐갔다. “아이스 볼!” 푸르스름한 구체가 송현의 손에서 생겨났다. 송현은 지체없이 그대로 상원건을 향해 아이스 볼을 내질렀다. 슈아아아앙 거친 파공음과 함께 주변까지 얼어붙을 것 같은 냉기가 상원건을 휩쓸어갔다. 상원건은 입술에 피가 나도록 깨물고는 검을 들어 아이스 볼을 막았다. 퍼버벙 송현이 마나를 중첩에 중첩을 한 것이라 그 위력이 어느 아이스 볼보다 강했다. 그것을 검으로 직접 막은 상원건은 상당한 타격을 받았다. 그 증거로 상원건의 입술에서 실날같은 피가 흘러내렸다. 혼미해지는 정신을 애써 잡으며 상원건은 송형에게 뛰쳐나가려했다. 그러나 송현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그 순간 목에서 강렬한 충격을 받으며 애써 잡고 있던 정신을 놓아버렸다. “싱거워!” 송현은 실망감을 비치며 기절한 상원건을 어깨에 걸치고 워프를 이용해 종남파로 순간 이동했다. 종남파의 봉문 종남파로 도착한 송현은 문파 내 정리가 끝나 감을 느꼈다. 이른 새벽이었지만 종남파는 매우 시끌버쩍 했다. 종중청 앞에는 여럿 인물들이 모여있었다. 그중에는 위정천을 비롯한 일행 몇몇이 함께 있었다. 송현은 상원건을 어깨에 둘러맨 채 그곳으로 다가갔다. 털썩 기절해있는 상원건을 그들 앞에 내팽개치다시피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현이 왔구나.” 송현을 알아본 위정천이 송현을 향해 손짓했다. 가까이 다가오라는 뜻이었다. 송현이 가까이 다가가자 종남파의 인물인 듯 나이가 제법 든 인물들을 소개시켜주었다. “현아, 인사들이거라. 이쪽은 전(前) 장문인이신 현 장문인이시다.” 장문인 역시 화산파의 인물들과 마찬가지로 험한 꼴을 당했는지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그래도 종남파 전 장문인인 현문에게서는 일반인들이 범접할 수 없는 기품이 흘러나왔다. “송현이라고 합니다.” 송현은 현문에게서 흘러나오는 기품에 저절로 허리를 숙여 예를 다했다. 일종의 어른이자, 현자에 대한 예우였다. “허허허, 무림의 복이로다. 이런 나이에 그런 경지까지 올랐다니 말이야.” 현문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털털한 웃음을 터트렸다. “과찬이십니다.” “종남파의 명예를 찾아줘서 고맙구나.” “아닙니다.” 송현은 위정천의 소개로 종남파 여러 장로들과 인사를 일일이 나누었다. 송현이 종남파를 위기에서 구해주었는지 송현을 대하는 태도는 조심스러웠다. 그렇게 인사가 오고가자 모두의 관심은 상원건으로 이어졌다. 송현은 쓰러져있는 상원건을 염동력 마법으로 들어 종남파 전 장문인인 현문의 앞에 내려놓았다. “웨이크 업!” 송현은 강제적으로 상원건의 정신을 돌아오게 만들었다. “으...” 가벼운 신음소리와 함께 몸을 살짝 뒤척이더니 눈을 살며시 떴다. 처음에는 적응이 안 되는지 누워서 자신을 내려다보는 이들을 올려다보았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러 상원건은 자신의 처지를 떠올렸다. 땅에 먼지가 채 날리기도 전에 자리에서 일어선 상원건은 현문 앞에 무릎을 꿇었다. “스, 스승님!” “갈! 상원건, 이 놈! 지금 네 놈의 입으로 스승님이라는 말이 나오느냐?” 옆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던 한 장로가 노여움에 몸을 떨며 상원건을 노려보았다. “네 놈이 우리와 전 장문인을 지하 감옥에 가둔 것이 생각나지 않느냐? 설마 잊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겠지?” 그 말에 상원건은 고개를 잠시 떨구더니 이내 현문의 다리를 붙잡고 울었다. “흑흑흑! 스, 스승님. 이 못난 제자가... 그만 영화부귀에 눈이 어두워서...” 얼마나 구슬피 우는지 사연을 모르는 자가 보았다면 같이 눈물을 흘려줄 정도였다. 그의 울음에 잘못을 뉘우치는 감정이 들어있다고 판단을 했는지 장로들도 어느 정도 표정을 풀었다. 송현과 위정천은 자신들이 나설 일이 아니어서 그저 묵묵히 상원건과 현문을 지켜보기만 했다. 10분이 넘도록 상원건은 오열했다. 흘린 눈물만 해도 한 바가지는 될 듯싶었다. 더 이상 송현과 위정천은 이 곳에 있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고 가벼운 목례로 예를 하고 뒤로 돌아섰다. 그렇게 3걸음도 띠기 전에 급박한 마나의 기운이 느껴졌다. 송현은 급히 뒤로 돌아섰다. 아니나 다를까 상원건은 기분 나쁜 미소를 지은 채 시퍼런 날이 선 단도를 가지고 현문의 목에 대고 있었다. “아무도 다가오지 마라. 오면 이 늙은이는 죽은 목숨이다.” 아무래도 오랜 시간 무공을 제압당한 채 몇 달을 지하 감옥에서 보낸 탓인지 현문은 어떤 반응도 보이지 못한 듯싶었다. 그러나 그것은 송현만의 착각이었을까. 현문의 표정에는 깊은 슬픔이 묻어나왔다. 삐뚤어진 제자를 향한 마음이 고스란히 얼굴에 투영되었던 것이다. 그의 표정으로 보아 본신의 무위가 있었다 할지라도 지금과 같이 되었을 것 같았다. “어떻게 잡은 부귀영화인데, 내가 놓칠 것 같으냐?” 송현은 더할 나위 없이 분노에 휩싸였다. 한 걸음 내 딛을때마다 송현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마나가 회오리바람이라도 되는 마냥 송현의 옷자락을 지져놓을 듯 부풀어놓았다. “상원건!” 상원건은 겁을 먹은 듯 현문을 이끌고 뒷걸음쳤다. “가, 가까이 오지마! 오면 이 늙은이를 죽여 버리겠다.” “쓰레기만도 못 한 놈! 네 놈 스스로가 명을 재촉하는구나.” 상원건은 단검을 더욱 현문의 목에 들어 밀었다. 가느다란 혈선이 현문의 목에 그려졌다. “더 이상 오면 이대로 그어버리겠다.” 단검 끝에 자그만 핏방울이 맺혔다. 송현은 그런 상원건의 행동에 더 이상 걸음을 내딛을 수 없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 송현에게 상원건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놓여있는 밧줄이 보였다. ‘저것을 이용해볼까?’ 송현은 조금 몸을 틀어 한 걸음 내딛었다. 상원건이 자신의 뜻대로 뒷걸음을 쳐준다면 두세 걸음 안에 밧줄이 있는 곳까지 갈 수 있으리라 여겼다. “죽여봐! 그러면 너도 죽는다.” 송현은 내심 타들어가는 마음을 애써 감춘 채 냉기어린 표정으로 유지했다. 송현이 자신의 뜻과는 다르게 걸음을 계속 내딛자 상원건은 얼굴을 상당히 구기며 어찌할 바를 못하며 두세 걸음을 뒤로 가고야 말았다. “바인드!” 스르르르륵 밧줄은 코브라 뱀 마냥 한쪽을 들어 살짝 흔들며 앞으로 빠르게 전진하더니 뒤로 물러나는 상원건의 두 다리를 묶었다. 순식간에 두 다리가 밧줄에 묶이자 뒤로 물러나던 힘을 못 이기고 현문과 함께 넘어졌다. 상원건은 자신의 다리를 묶고 있는 밧줄을 잠시 보더니 이내 미간을 찌푸리며 현문을 보았다. 그리고는 자신의 단검을 들어 현문의 목을 찔러 들어갔다. 턱! 블링크로 순식간에 나타난 송현은 현문을 향해 찔러들어가는 단검을 든 상원건의 손을 있는 힘껏 잡았다. 다행히 늦지 않았다. 그렇다고 여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아슬아슬했다. 단검이 현문의 목에서 얇은 종이 한 장 차이를 두고 멈추었던 것이다. “휴우-!” 송현은 안도의 함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잠시도 마음을 놓치는 않았다. 그 순간에도 상원건은 자신의 손에서 벗어나려 애쓰고 있었다. “바인드!” 한 번 밧줄로 상원건의 다리뿐만 아니라 몸까지 꽁꽁 묶었다. 들고 있는 손을 비틀어 단검을 떨어트리고는 발로 차 단검을 멀리 날렸다. ‘도지히 용서할 수 없다.’ 송현은 그렇게 생각하고는 장법을 치듯이 손을 펴 상원건의 단전을 내려쳤다. 퍽! 짧은 타격음이었지만 그로 인해 가져다주는 결과는 엄청난 것이었다. 단전의 파괴. 무인으로서의 생명을 죽여버린 것이었다. 생각 같아서는 상원건을 죽이고 싶었지만 현문의 눈빛이 그걸 원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의 단전만 파괴를 한 것이다. 실질적으로 송현이 무인이 아니라서 무림에서 보여지는 단전의 파괴와는 차이가 있었다. 단전의 마나를 그대로 자연의 품으로 돌려보낸 것이었다. 즉, 상원건이 다시 수련을 시작하면 내공을 쌓을 수 있었다. 송현은 그 점을 생각하고 단전에 자신의 마나를 조금 심어두었다. 상원건이 내공수련으로 기를 단전에 담으려고 한다면 자신이 심어둔 마나와 충돌을 일으키게 해두었던 것이다. 실제적으로 단전이 파괴가 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송현은 상원건의 단전을 파괴한 후 몸을 일으켜 뒤로 물러났다. 상원건은 단전의 파괴는 상상도 하지 못하고 그저 충격이 적다고만 여겼다.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선 상원건은 흉흉한 눈빛을 토하며 송현에게 몸을 날렸다. 조금 몸이 무겁다는 것을 느꼈지만 그렇게 개의치 않는 것 같았다. 그러나 단전의 파괴의 결과는 바로 보여졌다. 내공없이 사용한 상승무공은 기혈을 흩트려 놓기 때문이다. 그만한 내력이 뒷받침을 해줘야 하는 상황에서 티끌만도 없는 몸으로 시전한 다는 것은 무척이나 위험한 일이었다. 상원건은 한 사발이나 되는 피를 토하며 땅바닥으로 주저앉았다. 몸이 말을 안 들었지만 상원건은 자신의 내공을 점검했다. “헉! 다, 단전이...” 상실감에 빠진 표정으로 한동안 멍하니 앉아있었다. 서서히 머리로 올라간 그의 손은 머리카락을 쥐었다. “우아아아아아!” 갑자기 고래고래 악을 쓰며 자신의 머리카락을 쥐어뜯기 시작한 상원건은 이내 머리를 땅에 처박으며 미친 듯이 울기도 하고 웃기도 했다.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흘러서야 진정했다. 현문은 말없이 다가가 그런 상원건의 등을 따사롭게 어루만져줬다. 송현은 그런 현문을 보며 마음 한 구석이 따뜻해짐을 느꼈다. “우리들은 가야할 것 갔습니다.” “그렇게 보이는구나.” 위정천과 송현은 그 모습을 뒤로하고 물러났다. 주위를 뛰어다니며 문파를 수습하는 장로들의 모습에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그리고 봉문한다는 약속도 받아낸 상태였다. 비록 혈교가 망하는 그 날까지의 한시적인 시간이었지만 말이다. 둘은 그것만으로도 족했다. 그렇게만 있어준다면 장파의 기치는 훗날 다시 설수 있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종남파를 나서는 일행들은 저 멀리 산봉우리 사이로 빼곰히 고개를 내미는 태양을 볼 수 있었다. ‘정말 힘든 하루였어.’ 송현은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힘든 하루를 생각했다. 몸은 지쳐있었지만 마음은 가벼웠다. 비록 급하게 시작된 혈교와의 전쟁이었지만 그 시작부터 잘 풀렸기 때문이다. “위 어르신, 수고하셨습니다. 그리고 모두 수고했다.” 송현은 일행들을 둘러보며 힘든 하루를 달래줬다. “현아, 그 말은 혈교가 멸망하고나서 하도록 하자꾸나. 아직 갈 길이 멀지 않느냐?” “그렇군요.” 송현은 엹은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 가요!” 모용일미가 한껏 화사로운 미소를 지으며 모두에게 따뜻함을 전해주었다. “그래, 가자! 혈교가 망하는 그 순간까지 우리 혈멸기사단은 전진만 있을 것이다!” 철무정은 하늘을 향해 우렁차게 소리를 지르고 나서 마형 골렘에 올라탔다. 그 모습에 모두들 웃으며 마형 골렘에 올라탔다. 고된 여정이 시작되었지만 동료를 보며 웃으며 갈 수 있다는 것에 서로들 감사했다. 그렇게 그들의 혈교의 멸망에 대한 첫 걸음이 시작되었다. 적과의 동침 일행들은 다시 날이 환하게 밝기 전에 다시 서안에서 머물고 있던 객잔으로 돌아왔다. 일단 지친 몸을 달래기 위함이었다. 이 곳에서 하루를 더 머물며 화산파와 종남파의 봉문에 대한 파급 효과도 알아볼 겸 차후 진로를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송현을 비롯한 일행들은 점심이 될 때까지 꿀과 같은 달콤한 잠을 잤다. 모두가 깨운하게 오후를 맞이할 수 있었다. 비록 몇 시간 되지 않는 잠자리였지만 그들에게 큰 상관이 없었다. 무인인 관계로 하루 정도 잠을 자지 않아도 큰 지장은 없었다. 단지 잠을 잔 이유는 마음에 안식을 찾기 위함이었다. 마음까지 상쾌함을 느끼며 일행들은 별채에서 나와 객잔으로 나갔다. 전과 같이 3층으로 올라가 창가로 모여 앉았다. 모두가 서로의 입맛에 맞는 음식을 시켜 맛있게 식사했다. 그리고 가볍게 입가심으로 차를 마셨다. 송현은 차를 가볍게 음미하고 내려놓을 때 점소이들이 서로 소곤거리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가끔 자신들을 힐끔거리는 것도 알았다. 송현은 마법을 이용하여 그들의 대화를 몰래 들었다. “이보게, 자네 들었는가?” “자네도?” “세상에 혈교의 화산지부와 종남지부가 다시 예전의 화산파와 종남파임을 선언하며 동시에 봉문에 들어갔다며?” “그러게... 갑자기 봉문이라니. 어떻게 된 것일까?” “옛끼. 이 사람아, 그걸 알면 내가 여기서 이 일을 하고 있겠는가?” “그런데 말이야.” “뭐가?” 점소이는 둘은 눈동자만 돌려 송현의 일행들을 몰래 쳐다보았다. “이상하지 않은가?” “저 손님들이 왜?” “자들이 검을 차고 있지 않은가?” “그렇지.” “근데 저들이 나타나고 화산파랑 종남파의 봉문이라니...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음... 너무 과대상상하는게 아닌가?” “그, 그런가?” “일이나 하세. 무림일이야 우리랑 아무 상관없는 게 아닌가?” “그렇지, 오늘 끝나고 술이나 한 잔 하세나. 오늘 소홍이 년 엉덩이나 좀 만져야겠어.” “크크크, 그러세나.” 송현은 거기서 마법을 풀었다. 더 이상 그들의 말을 들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생각도 못한 일이 드러났다. 자신들의 존재였다. 이미 자신들은 여기서 검을 차고 다닌 모습을 여러 사람들에게 보였다. 그리고 자신들이 한 것이지만 나타나자마자 화산파와 종남파가 봉문을 한 것이다. 혈교에서 어느 정도 조사를 하면 자신들이 그들의 이목에 걸릴 것이 확실했다. 그리고 조금 더 조사를 해보면 어느 정도 누구인지 알아차릴 것이었다. 물론 자신은 지금 죽은 것으로 되어있어 제 3의 인물이 되겠지만 다른 이들은 누가 누구인지 어느 정도 알아차리게 될 것이 분명했다. 이곳에 오래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 생각했다. 이 곳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 그나마 공동파였다. 그들의 귀에 들어가기까지 제법 시간이 남아있었다. 그래봐야 이틀정도가 고작이겠지만 말이다. 송현은 점소이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일행들에게 들려준 다음 내일 아침 서둘러 이 곳을 떠나기로 했다. “다음 목적지가 문제입니다.” 송현은 위정천을 보며 의견을 물었다. “음...” 위정천은 나름대로 머릿속에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는 듯 싶었다. “그보다도 지금 혈교에 대항하는 무림수호맹이라고 말하는 자들을 먼저 찾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요?” 제갈성휘는 자신의 의견을 내세웠다. 모두의 시선이 제갈성휘에게 모이자 그는 그 이유를 모두에게 설명해주었다. “일단 그들의 힘이 미약하다고는 하지만 그들과 함께 한다면 우리에게도 상당히 도움이 될 것입니다. 무력이야 도움이 되지 못하겠지만 그들이 가지고 있는 정보 등은 저희들에게 아주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무력이야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혈교를 상대할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고금을 통틀어 저희들보다 무위가 강한 집단이 또 어디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모두가 제갈성휘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현이 형님은 모르겠지만 위 어르신의 따님이신 은설 소저도 그들과 함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화산파의 고 장문인분도 그곳에 합류해 있다고 하더군요.” 송현은 제갈성휘의 말에 나름대로 생각에 잠겼다. 그러나 제갈성휘의 계획보다 더 좋은 계획을 생각해낼 수 없었다. 지금은 제갈성휘가 생각해 논 계획이 가장 최선이라 여겼다. 그리고 위정천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싶었다. 지금 내색은 하지 않고 있지만 속으로 딸을 걱정하는 마음에 속은 솣검댕이가 되어있을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단지 대의가 중요하다는 명분에 그저 속으로 삭히고 있을 뿐이었다. 그것을 지켜보는 송현의 마음은 그리 좋지 못했다. 모두가 제갈성휘의 말에 따라 하기로 결정하고 하루를 푹 쉬기로 했다. 그 날 밤, 일행들의 카이샨 메일을 모두 받아왔다. 이유는 단 한가지였다. 다만 얼마동안이라도 일행들의 경로를 숨길 필요가 있기 때문에 카이샨 메일에 폴리모프 마법을 걸어둘 생각이었다. 잠시 시장 통에 나가 평범한 사람들의 얼굴을 스케치해왔었다. 이제 그 얼굴을 하나 하나 골라 카이샨 메일에 폴리모프 마법을 새겨 넣었다. 8서클에 오른 지금 심볼 마법을 사용할 수 있어 굳이 다른 곳에 가서 마법 수식을 새겨 넣을 필요가 없었다. 사용이 편하도록 카이샨 메일의 빌트 형식에 앞부분에 새겨 넣었다. 꾸준히 내력을 집어넣는다면 항상 다른 인물의 모습으로 다닐 수가 있게 만들었다. 송현이 고른 인물들도 아주 평범해서 동네 아저씨, 청년, 처녀들의 얼굴을 골랐다. 어디를 가도 주목받을 일은 전혀 없을 것이었다. 하남성 낙양(洛陽) 서안(西安), 개봉(開封)과 더불어 3대 고도(古都)중 하나인 낙양. 교통과 상업의 중심지답게 활기가 넘치는 곳이었다. 그곳에 유람을 나온 듯한 10명의 인물들이 있었다. 하나같이 평범한 관상을 가지고 있어 어느 누구의 시선도 끌지 못했다. 그런 그들이었지만 즐거운 얼굴을 하며 여기저기를 둘러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 중 가장 연장자로 보이는 중년인이 한 명이 화려한 객잔을 가리켰다. “우리 저기로 한 번 가보는게 어떨까?” “수, 숙부님. 비, 비싼 것 같은데...” 시골에서 막 상경한 듯한 소녀라고 하기에는 조금 성숙한 여자아이가 중년인을 보며 말을 더듬었다. “괜찮다. 우리가 지금이 아니라면 언제 저런 곳에서 밥을 먹어보겠느냐?” 호탕한 듯 가슴을 두드리며 말을 한 중년인은 화려한 객잔으로 성큼 걸어갔다. 어느 누가 보아도 어느 작은 시골에서 어렵사리 돈을 모아 가족 전체가 유람을 나온 모습으로 비췄다. 이곳 낙양의 물정을 하나도 모르고 호기를 부리는 것처럼 보였다. 중년인은 객잔을 들어서다 그곳의 점소이에게 가로막혔다. 잠시 실랑이를 벌이는 듯싶더니 중년인은 어깨를 축 늘어트리고 일행이 있는 곳으로 갔다. “수, 숙부님.” “괘, 괜찮다.” “그러지 말고 저기 다른 곳에 가서 사먹어요. 아마 저곳에 가면 밥이 목에 넘어가지 않을 것 같아요, 안 그래요, 오라버니들? 언니들?” 여자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중년인 팔을 흔들며 다른 이들을 쳐다보았다. “그래, 그러자꾸나. 숙부님, 그렇게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 그러자꾸나.” 여자아이는 토끼가 뛰듯이 총총 뛰면서 앞으로 뛰어갔다. 여자아이는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며 앞으로 가고 있었다. 아마 싸고 맛있는 곳을 찾는 듯싶었다. 그렇게 얼마 가지 못하였을 때 20여기의 말이 낙양 중심을 지나고 있었다. 다행히 말을 심하게 모는 편이 아니라서 주위에 폐를 끼치지는 않았다. 그래도 사람들은 말을 피해 주위로 흩어졌다. 말 가까이 있어봐야 도움 될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었다. 중앙에 호위를 받으며 말을 몰고 있는 여인이 보였다. 옷 차림새로 보아 어느 부잣집 귀한 딸의 나들이인 것 같았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그 여인을 호위하는 무사들의 허리에는 휘양 찬란한 검이 메어져있었다. 서민들은 검이 무서워 피했고, 혈교의 무림 규칙을 상기하며 피했던 것이다. 그 순간 평범한 가족들의 두 눈은 잠시나마 강렬한 안광을 보여주었다. 워낙 찰나의 시간이라 아무도 눈치를 채지는 못했다. 그렇게 도도하게 말을 몰아가던 여인의 일행들 앞에 20명가량의 무인들이 내려섰다. 하나같이 어깨에 ‘혈’자가 새겨져있었다. 그들의 등장에 가장 선두에서 말을 몰던 이는 미간에 내천자를 그렸다. 중년인이라고 하기에는 나이가 많아 보였다. 흑발 가운데 백발이 언뜻언뜻 보였다. 얼굴에도 세월의 깊이가 묻어나왔다. 그 중년인의 입에서 나직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목소리는 나직했지만 힘이 있었다. “누구기에 우리 앞을 막는가?” “감히 검을 차고 다니다니.” 혈교 무리 중 한 명이 앞으로 나서며 중년인을 가리켰다. “검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가지고 다니는 것이 당연하거늘, 그대들은 누구인가?” 중년인의 말에 혈교 무리의 대표로 나선 자가 자신의 어깨에 새겨진 ‘혈’자를 가리켰다. “감히 혈교를 모른단 말인가?” “......” 중년인은 그저 말위에서 내려다보기만 했다. 챙! “감히 혈교의 법을 무시하다니, 정녕 죽고 싶은 모양이구나.” 혈교인이 검을 뽑자 말을 타고 있던 호위무사들이 일제히 검을 꺼내들었다. 그러자 나머지 혈교인들도 검을 꺼내어들었다. 팽팽한 활시위를 보는듯한 긴장감이 흘렀다. “크크크, 모두 저 세상으로 보내주마.” 그러던 혈교의 무리 중 선두에 선자의 시선은 여인에게 머물렀다. 눈빛이 음침해졌다. “애들아!” 그의 말이 떨어지자 후미에 혈교의 무리가 20명가량이 더 나타났다. 그들이 나타나 혈교의 무리가 40명이 되자 호위무사들은 긴장했다. 그렇다고 진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단지 쉽지 않은 싸움이 되겠구나, 라는 생각을 할 뿐이었다. 그 장면을 지켜보던 펑범한 가족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도와줘야겠죠? [그렇지, 굳이 그게 아니라도 혈교의 놈들을 그냥 보고 넘어갈 수도 없으니.] 그렇게 10명의 평범한 가족들은 작은 골목길로 사라졌다. 그리고 다시 골목길에 나타난 이들은 바로 송현과 그 일행들이었다. 그리고 조금 전 그 모습은 바로 폴리모프에 의한 모습이었다. 그 모습으로 싸울 수가 없기에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이다. 송현 일행들이 폴리모프를 풀고 나왔을 때 이미 싸움이 시작되어 있었다. 안전하게 카이샨 메일을 입고 싸우고 싶었지만 남들의 이목을 생각해야했다. 특히 이곳 개봉에는 황족인 안화왕(安化王)의 왕부가 있기에 카이샨 메일을 입고 싸우기가 힘이 들었던 것이다. 어차피 자신들의 모습이 혈교의 정보에 들어갔으리라 생각하고 본 모습으로 등장한 것이다. 혈교의 무리들이 싸움에서 유리한 입장을 취하고 있었다. 당연히 기마를 탄 무사들은 여인을 보호함과 동시에 혈교인들을 상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무공의 수위가 높아 그렇게 몰린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팽팽한 접전을 이루고 있었다. “학비는 일단 여기에 있거라.” 송현의 말에 학비는 고개를 끄덕였다. “현아, 가자!” “네!” 위정천이 송현을 향해 말을 던지고는 그대로 몸을 날렸다. 그리고 일행들도 검을 뽑아 혈교인들의 후미를 치기 시작했다. 까가가강 이제 어느 정도 숫자가 비슷해지자 팽팽하던 접전은 송현의 일행들과 기마를 탄 무사들 쪽으로 급격히 기울었다. 아직 사상자는 나오지 않았지만 곧 멀지 않아 혈교의 무리들이 하나 둘씩 쓰러질 것이 분명했다. “혈교의 제자들은 물러나라.” 내부를 진탕하게 할 만큼 내력이 깃든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혈교의 무리들은 그 목소리의 주인공을 아는지 신속하게 명을 따라 뒤로 물러났다. 한 명의 철탑거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우람한 근육이 옷 사이로 구릿빛으로 드러나 있었다. “무슨 일인가?” 철탑거인은 덩치에 맞게 목소리 하나도 크고 쩌렁쩌렁 거렸다. “다름 아니라 교의 법을 무시하고 병기류를 가지고 다니기에...” 철탑거인은 패력거탑(敗力巨塔) 첩형이라 불리는 자로 전대(前代)에 활동하던 거마(巨魔)였다. 보기와는 다르게 상당히 머리가 좋고 계산이 빨랐다. 첩형은 유심히 호위무사들을 살피고 그들이 보호하고 있는 여인을 살폈다. 무인이기는 하지만 무림인은 아닐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당연히 이 곳은 왕부가 있는 곳이었고, 그렇다면 황실에서 잠행(潛行)식으로 행동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던 그의 시선은 송현과 위정천 그리고 일행들에게 머물렀다. 그러나 그의 시선은 곧 그들에게서 떠나 여인에게로 갔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떼려했다. 그들의 신분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만일을 위한 것이었다. 그렇게 입을 떼려는 순간 뒤에서 음습한 목소리가 들렸다. “첩형, 뒤로 물러나라.” “존명!” 위정천등 송현을 제외한 인물들은 상당히 놀랐다. 첩형이란 이름에서 그가 패력거탑이라는 것을 알았고, 또한 전대 거마를 수하로 두고 있는 자가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모두가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집중했다. 송현 역시 시선을 뒤로했다. 붉은 장포에 섭선을 든 자가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섭선이 서서히 접히며 얼굴이 드러났다. 바로 혈교의 소교주인 혈진강이었다. “네 놈이 살아있다니... 안 그래도 너의 시체를 보지 못해 찜찜했는데 말이야.” “나 역시 너에게 당한 빚이 있어 너를 잊지 못하고 있었다.” 송현 역시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혈진강에게 한 걸음 다가섰다. “아무래도 무림인들끼리의 원한이 섞인 일인 듯 싶습니다. 저희들은 이만 빠져나감이 어떠실는지요.” 여인을 호위하던 무사들의 수장인 중년인이 여인 곁으로 다가가 최대한 예를 다해 말했다. “아니야, 조금 더 기다려 보도록 하지요. 흥미가 가는군요.” “하지만, 마...” “어허! 내 그렇게 언행에 조심하라고 했건만.” “죄, 죄송합니다.” 여인은 두 눈을 반짝이며 흥미로운 시선으로 송현과 혈진강을 보았다. ‘꽤나 잘 생긴 사내들이구나.’ 기마를 탄 무사들은 여인을 데리고 조금 뒤로 빠졌다. 여인은 뒤로 물러나면서도 둘에게서 시선을 떼지않았다. 그녀의 눈에 나타난 감정은 재미있는 장남감을 발견한 아이의 눈과도 같았다. 적과의 동침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송현과 혈진강의 기 싸움은 이어졌다. 그러한 기세는 다른 이들에게까지 이어졌다. 혈진강의 뒤로 포진(鋪陳)해 있는 첩형으로 시작해서 다른 혈교의 무리에까지 이어졌고, 송현의 뒤에 나란히 서있는 일행들 역시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며 검자루에 손을 가져다대고 있었다. 송현과 혈진강은 발 사이의 보폭을 조금씩 넓혔다. 그리고 송현은 마나를, 혈진강은 내공을 이용하여 온 몸의 감각을 깨웠다. 이제 눈빛만 통한다면 그야말로 생사를 건 결투가 시작되기 일보직전이었다. 그 순간... 두두두두두두두 “멈추어라!” 한 차례 말발굽소리와 함께 싸움을 중지시키는 목소리가 들렸다. 송현과 혈진강은 분위기에 찬물을 끼었는 목소리에 마나와 내공을 다시 단전에 갈무리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렸다. 안화왕의 왕부의 병사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황실을 상징하는 금대(金帶)에 금실로 가슴에 안화라고 적혀있었다. “이 놈들, 지금 무엇을 하는 짓이냐?” 황실과 부딪히는 일은 없어야겠기에 송현의 일행들과 혈진강을 비롯한 혈교의 무리들은 뒤로 물러났다. 황실에 대한 예우였다. 그들이 나타나자 여인은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꼭 장난감을 빼앗긴 심술 난 아이의 표정이었다. 일반 병사들과는 다른 옷을 입고 있는 사내가 앞으로 나섰다. 날카로운 눈매에 조금 마른 몸매를 가지고 있어 전체적으로 날이 시퍼렇게 선 칼날을 보는 듯한 사내였다. 그때 뒤따라 온 말에 풋풋한 내음이 물씬 풍기는 어린 소녀가 있었다. 고급스러운 비단 옷이었지만 청초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언니.” 소녀는 자색 궁장에 화려한 장신구를 한 여인에게 반가운 마음이 들어난 화사한 표정으로 다가갔다. “오랜만이에요.” “소선이도 오랜만이구나.” 그때 안화왕부의 병사들은 일제히 자색 궁장의 여인을 향해 부복(俯伏)하며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공주마마를 뵈옵니다.” 자색 궁장의 여인은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손가락만 까닥거렸다. “되었다, 일어나거라.” 안화왕부의 병사들의 호칭에 여인이 공주라는 것을 알고 송현의 일행들은 깜짝 놀랐다. 서둘러 한 걸음 물러나 병사들과 마찬가지로 부복했다. “공주마마를 뵈옵니다.” 그들의 인사소리와 조금 차이를 두어 혈교의 무리들도 공주에게 예를 다해 인사하는 소리가 들렸다. “모두들 일어나거라.” 송현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공주의 얼굴을 살짝 살폈다. 나이는 자신의 또래와 비슷한 연배로 보였다. 당금 황제의 공주중 자신의 또래라면 단 하나뿐이었다. 약란공주, 지금의 황제가 가장 총애를 하는 공주였다. 약란공주 위로 한 명의 공주가 하나 더 있었지만 그녀는 유명무실한 존재였다. 그리고 지금 약란공주를 언니라고 부르는 소선이라는 소녀는 안양왕의 하나 밖에 없는 딸로 소선군주였다. 지금 약란공주가 이곳 낙양으로 온 것은 소선군주를 보기 위함이었다. 그저 황궁에서의 무료함을 견디지 못하고 소선군주를 찾았다. 그러나 지금 그녀의 두 눈에는 소선군주를 보는 것보다 송현과 혈진강이라는 두 사내에게 더 재미를 느끼고 있었다. “감히 황족 앞에서 검을 뽑다니 네 놈들을 황실의 법도에 따라 참수를 하겠다. 그저 너희들의 무지함을 원망하도록 하라.” 그 순간 송현의 일행들 뿐만 아니라 혈진강의 얼굴도 일그러졌다. 모두 속으로 상당히 골치 아프게 생겼다라고 생각했다. 문제는 송현이었다. 왜냐하면 집안 대대로 조정의 녹을 먹어온 집안의 자식으로 당연히 받아들일 것이 분명했다. “되었다.” 약란공주는 안양부의 장수에게 손을 저으며 그의 말을 묵살시켰다. “모르고 한 것이니 내 특별히 용서를 해주겠다.” “감사합니다, 공주마마.” 모두가 일제히 허리를 굽혔다. “대신 벌은 받아야겠지?” 약란공주는 싱글벙글 웃었다. 긴장감이 흘렀다. 주위는 개미새끼 한 마리가 움직여도 들릴 듯 정막감이 흘렀다. 약란공주의 입에서 어떤 말이 떨어질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목숨은 구했지만 어떤 명을 내리면 무조건 따라해야하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더욱 곤란한 일을 당할 수도 있었다. “보아하니 너와 너, 둘이 두 무리를 이끄는 것 같구나.” 약란공주는 송현과 혈진강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송현은 위정천에게 그 어떤 피해도 주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벌은 혼자 받을 것이라 마음먹었다. “그렇습니다, 공주마마.” [혀, 현아.] 위정천은 전음은 다분히 놀란 말투였다. 다급함에 목소리를 낼 뻔했지만 공주 앞이라는 것을 자각하고는 송현에게 전음을 날린 것이다. ―괜찮습니다. [그, 그래도.] 위정천의 목소리에는 송현을 걱정해주는 감정이 고스란히 묻어나왔다. “그렇습니다, 공주마마.” 혈진강은 황실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그저 귀찮은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면 벌을 내리겠다. 너희 둘은 나와함께 일주일동안 같이 다녀줘야겠다.” “네?” “네?” 송현과 혈진강은 놀라 동시에 목소리를 높였다. 너무나 뜻밖의 말이었다. “내가 일주일간 유람을 다닐 것이니 너희들이 함께 해줘야겠다라고 말했다.” 약란공주의 말에 둘은 어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하, 하지만...” 송현은 말까지 더듬었다. “어허! 감히 황명을 무시하겠다는 것이냐?” 약란공주는 노한 표정을 지었다. 송현은 남감하기 짝이 없었다. “아, 아닙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송현은 얼른 허리를 숙이며 약란공주가 원하는 대답을 들려주었다. 앞으로 자신 또한 조정에 나갈 것이기에 황실의 인물들에게 어쩔 수 없이 약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 점을 느끼자 조금은 씁쓸함을 느꼈다. “알겠습니다.” 혈진강은 제법 담담하게 대답했다. 어쩌면 오히려 재미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할지도 몰랐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일주일동안 송현과 붙어 다닐 것이고 자연스럽게 그를 확실하게 없앨 수 있는 것이다. 낙양의 어느 화려한 객잔. 조금 전 일행들이 들어가고자 했을 때 퇴자를 맞은 그 객잔이었다. 송현은 지금 그 객잔 앞에서 일행들과 함께 있었다. 그 객잔으로 들어가지 않은 이유는 단 한가지였다. 약란공주가 자신을 제외한 동행 인물을 2명까지로 제한했던 것이다. 위정천과 상의를 한 결과 금정산, 철무정이 송현과 동행하기로 했다. 일단 약란공주와 함께하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그 곳에 혈진강 역시 초대를 받았다는 것이다. 혹시나 모를 위험을 위해 그나마 무공수위가 높은 금정산과 철무정이 함께 하는 것이었다. 안전을 위한다면 위정천 자신이 가는 것이 가장 좋았지만 약란공주도 그렇고 송현도 그렇고 나이를 생각해 자신은 빠지기로 한 것이다. “위 어르신, 너무 떨어진 곳으로 가시지 말아주세요.” “알겠다. 현아, 너도 혈진강을 조심하거라.” “네, 무슨 일이 있으면 통신마법으로 연락하겠습니다.” 위정천은 송현에게서 시선을 떼고 금정산과 철무정을 보았다. “너희는 현이를 도와 안전하게 합류해야한다.” “알겠습니다.” “네, 위 사숙님!” 금정산과 철무정이 대답했다. 송현은 객잔 쪽을 한 번 보고는 위정천에게 입을 열었다. “이제 들어가 봐야겠습니다.” 위정천은 송현의 말에 걱정이 담긴 눈빛을 띠며 고개를 끄덕였다. “조심하세요, 가가.” 양설린은 말에 송현은 웃음을 보여주었다. “너무 걱정 마시오.” 송현은 양설린과의 대화를 끝으로 금정산, 철무정과 함께 객잔으로 들었다. 마침 그때 혈진강도 들어서고 있었다. 그의 옆에는 조금 전 보았던 첩형과 처음 보는 인물이 함께 하고 있었다. 적과의 동침 “참 재미있다고 생각이 들이 않나?” 혈진강은 송현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으며 입가에 꼬리를 걸었다. “재미라... 재미있지. 너의 죽음의 시간을 지켜보는 것도 즐거워. 일주일이란 시간, 알차게 보내길 빈다. 그 후에는 밝은 햇살을 보지 못할 테니 말이야.” “그거야 그때 가봐야 알 것이고.” 송현과 혈진강은 서로의 죽음을 확신하며 약란공주가 기다리는 곳으로 향했다. 송현은 그때 당한 일을 잊지 못해 속으로 이를 갈고 있었다. 반드시 죽이리라 다짐했다. 반면 혈진강은 그때 보여준 부끄러운 행동이 떠올랐다. 자신의 그런 행동을 봤다면 당연히 죽어줘야 했다. 혈진강은 혈교 교주에게만 내려오는 아수라혈공을 익혔던 것이다. 비록 7성의 경지밖에 들어서지 못했지만 그 정도라면 자신의 아버지인 혈마루를 제외한 어떤 자들과 싸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송현에게 줄 선물까지 마련해 놓을 생각이었다. 일주일 동안. 그렇게 즐거운 일주일 후를 생각하며 약란공주와 소선군주가 있는 곳으로 갔다. 점소이의 안내를 받고 간 곳은 3층이었다. 그 넓은 장소에 커다란 탁자 하나만 덩그라니 놓여있었다. 필시 객잔에서 약란공주와 소선군주를 위해 새롭게 정리를 한 듯싶었다. 그곳에는 이미 약란공주와 소선군주가 자리를 하고 있었다. 그 뒤로는 상당수의 시비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들을 본 송현과 혈진강은 자연스럽게 탁자 쪽으로 걸어갔다. “이쪽으로 앉거라.” 약란공주는 탁자 쪽을 가리켰다. 목소리하며 손짓하며 도도함이 묻어나왔다. 송현과 혈진강은 그녀의 말대로 자리에 앉았다. 그러나 자리에 앉고 보니 더 이상 여분의 의자가 보이지 않았다. 첩형과 이름 모를 사내는 당연하다는 듯이 혈진강의 뒤로 가서 섰지만 금정산과 철무정은 조금 주춤거렸다. 약란공주는 탁자위에 팔을 올리며 깍지를 끼고 얼굴을 괴었다. “저기 둘은 당신의 수하가 아닌 모양이야.” “그렇습니다, 공주마마. 이쪽은 제 친우인 금정산이라 하옵고, 이쪽은 제 의제인 철무정이라 하옵니다.” 송현은 금정산과 철무정을 가리키며 약란공주에게 소개시켜주었다. “금정산이라 하옵니다.” “철무정이라 하옵니다.” 금정산과 철무정은 송현의 소개에 약란공주에게 자신들의 소개를 직접 올렸다. 약란공주의 시선은 다시 송현에게 머물렀다. 그 금정산, 철무정에 대한 관심은 이내 시큰둥해진 약란공주는 다시 송현과 혈진강에게 시선을 돌렸다. “너희 둘과 그리고 너희 둘, 미안하지만 자리를 피해주겠어? 이봐!” 약란공주는 금정산과 철무정, 첩형과 이름 모를 사내에게 자리를 피할 것을 명했다. 그리고 자신의 뒤쪽에 서있는 시비를 불렀다. “저 넷을 2층에 따로 자리를 내주거라. 내가 모신 손님들을 따라온 자들인 만큼 접대에 소홀함을 보이지 마라.” “예, 공주마마.” 시비는 그들 넷에게 다가갔다. “저를 따라오시지요.” 금정산, 철무정, 첩형은 약란공주의 말과 시비의 말에 조금 난처한 기색을 보인 반면 이름 모를 사내는 얼굴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그대로 꿋꿋이 서있었다. 이곳을 벗어날 생각이 전혀 없어보였다. “그대들을 저 시비를 따라가라.” 약란공주는 조금 얼굴을 찌푸리며 다시 한 번 말했다. 다른 세 명은 애써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기려 했지만 이름 모를 사내는 그저 묵묵히 서있었다. 그 모습에 약란공주의 표정은 노기로 인해 얼굴이 붉어졌다. 그제야 혈진강이 입을 열었다. “팔(八), 그대 역시 2층으로 가있어라.” 혈진강의 말이 나오자 그제야 팔이라 호칭된 사나이가 절도같은 몸짓으로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는 시비를 따라 2층으로 내려갔다. “잘 훈련된 수하 같아.” 약란공주는 팔이란 사내를 보며 말했다. “과찬이십니다.” “그런데 왜 팔이라 부르지? 그러고 보니 목소리도 못 들은 듯싶고.” 혈진강은 여유로운 미소를 보이며 약란공주의 호기심을 풀어주었다. “일단 제 수하가 말이 없는 것은 말을 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혀를 뽑았습니다. 그리고 팔이라 호칭되는 이유는 제 호위무사가 8명으로 이루어져있는데 그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약란공주가 혈진강의 대답을 듣는 동안 송현은 조금 전 거슬리는 마나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희미하지만 느껴지는 일곱의 마나 기운. 그들은 바로 혈진강의 호위무사였던 것이다. 혈진강이 말을 함으로서 송현의 의문을 풀어준 것은 내심 고맙기는 하지만 왜 그것을 자신이 알게 말했는지는 의문이었다. 이내 혈진강의 말을 들으며 그렇게 자신에게 알린 이유가 바로 자신감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너의 자존심으로 인해 너의 명은 더욱 짧아지는 것이다, 혈진강!’ “나머지 일곱은 어디에 있지?” “조금 떨어진 곳에서 저의 명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송현은 속으로 웃음이 나왔다. 조금 떨어진 곳이라 해봐야 바로 자신들이 있는 머리위의 지붕에 있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조금 멀리 떨어진 곳이 지붕인가? [틀린 말도 아니지 않은가? 아-! 걱정 말게. 일주일 후에 죽여줄 테니. 암습은 걱정하지 않아도 돼!] 둘은 약란공주와 대화를 하면서도 전음으로 신경전을 벌렸다. 다시 약란공주와 혈진강이 대화를 시작하자 자신은 조금 여유가 생겼다. 그렇다보니 약란공주와 소선군주를 자세히 살필 수 있었다. 두 여인은 아주 아름다웠다. 그러나 둘의 아름다움에는 차이가 있었다. 약란공주는 말 그대로 도도한 장미와도 같아보였다. 화려한 옷에 화려한 장신구, 무엇하나 본연의 미를 깨트리지 않으면서 잘 어울렸다. 그리고 무엇보다 찐한 매력을 물씬 풍기는 얼굴이었다. 단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 얼굴에 도도함을 넘어서 오만함이 묻어나온 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런 점들은 아름다운 얼굴과 함께 공주라는 신분에 의해 충분히 덮힐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에 반해 소선군주는 한 송이 수선화같았다. 아직 소녀의 이미지가 그대로 묻어나오면서도 여인의 채취도 느껴지고 있었다. 거기에 화려한 장식구도 화려한 옷도 입지 않았다. 약란공주와 같이 그런 옷을 입는다면 오히려 그녀의 아름다움이 죽게 될 것 같았다. 성격도한 내성적으로 보여 이 곳으로 온 이후 목소리를 들어보지 못한 것 같았다. 그렇게 약란공주와 소선군주를 지켜보던 중 수많은 음식들이 나왔다. 식사를 하는 동안에도 약란공주는 혈진강과 송현에게 많은 질문을 던졌다. 그러던 중 약란공주의 시선은 송현의 옷에 머물렀다. 약란공주는 처음 그저 백발에 잘 어울리는 백삼의라고 여겼지만 알고 보니 학사들이 즐겨 입는 옷이었다. 그녀는 당연히 송현이 무림인이라 생각했다. 왜냐하면 무림인이 아니라면 당당히 혈진강과 붙지 않으려 했을 테니 말이다. 거기에 잘은 모르지만 무인들이 내뿜는 내공이라는 것에 의해 옷도 펄럭이는 것을 두 눈을 확인했던 것이다. 그녀의 관심은 이제 혈진강에서 떠나 송현에게 머물렀다. “옷이 특이하네.” 송현은 약란공주의 말에 자신의 옷을 이리저리 살폈다. “호호호, 내 말을 잘못 알아들은 모양이네. 어째서 무림인이 학사의를 입고 있지?” 말이 없는 소선군주도 살짝 눈만 돌려 송현을 바라보았다. 그녀도 송현의 정체가 궁금했던 모양이었다. “소인의 집안은 문신 집안입니다. 저희 부친되시는 분도 조정에서 녹을 먹었습니다.” “그렇다면 무림인이 아닌가요?” 아주 실낱같지만 작지만 은쟁반에 옥구슬 굴러가는 목소리가 들렸다. 바로 소선군주였다. “그렇습니다, 군주마마.” 그 순간 소선군주를 바라보는 약란공주의 두 눈은 찰나지만 이채를 띠었다. 그러나 이내 그런 눈빛을 감추었다. 어떤 의미로 그런 눈빛을 띠었는지 아무도 모를 일이었다. “내가 보기에는 무림에서 활동은 하는 것 같은데. 그렇지 않고서야 저 자와 싸움을 하고자 하지는 않았을 터.” 약란공주는 혈진강과 송현은 번갈아보았다. 송현은 그 질문에 조금은 난처한 기색을 보였지만 그렇다고 대답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제가 사정이 있어 지금 무림에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의 계획은 위로는 황제폐하를 받드는 것이옵고, 아래로는 황제폐하의 넓고도 깊은 뜻을 아래의 만백성에게 전하는 것이옵니다.” 송현은 혈교와 관련된 일은 차마 바로 말 할 수 없어 둘러말하면서도 약란공주와 소선군주가 더 이상 궁금을 가지지 않을 정도로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그렇게 약란공주가 내세운 일주일 중 첫날 하루의 대부분은 약란공주와 소선군주의 물음에 답하는 것에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의외로 혈진강도 제법 고분한 태도를 취했다. 백마사(白馬寺) 중국 최초의 불사(佛寺)로 낙양의 교외에 위치한 유명한 고승지였다. 이 사찰은 여느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흘렀다. 흔한 향객들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사찰의 외각으로부터 해서 몇 겹의 군사들이 철통같은 경호를 하고 있었다. 이 곳의 주지부터 해서 저 밑의 행자승까지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었다. 그 이유는 단 한가지였다. 현 황제의 총애를 받는 약란공주와 함께 황실에서 떠오르는 여인이자 이곳 낙양의 안화왕부의 소선군주가 방문했던 것이다. 이 곳 백마사에서 당연히 최고로 손꼽는 것이라면 당연히 고색찬란한 13층 석탑이었다. 높이도 높이지만 층층마다 보이는 조각은 아름다움을 넘어서 미의 경지의 최고봉이라 일컬어졌다. 그 앞에 선남선녀 넷이 있었다. 두 명의 여인은 약란공주와 소선군주였고, 두 명의 사내는 바로 송현과 혈진강이었다. 넷은 무엇이 즐거운지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하하하하.” “호호호호.” “그대는 어디서 그렇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아는가?” 약란공주가 송현을 보는 눈빛은 조금 달라져있었다. 혈진강도 뛰어난 인물로 보였지만 송현은 더욱 뛰어나보였다. 송현은 무림에서 활동을 한다고 했으니 무위야 어찌되었든 자신을 지킬 수 있을 정도의 힘은 가졌다고 생각했다. 거기에 과거를 준비하는 학사답게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 점이 혈진강보다 송현을 더 높이 쳐주는 이유였다. 약란공주는 무림의 인물이 아니었다. 황실에서 태어나 자랐다. 그런 황실과 조정에서는 무신들보다 문신들을 더욱 대우를 해주는 습성이 고스란히 몸에 배어있었다. 또한 일주일 내내 성심성의껏 약란공주와 소선군주를 모신 송현의 노력도 적지 않게 적용했다. 적과의 동침 백마사에서 즐거운 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어느덧 사찰에 어둠이 찾아왔다. 그래서 이들 넷은 저녁 식사를 마치고 간단히 차를 마시고 있었다. “오늘로 일주일이 끝이야. 덕분에 재미있게 유람한 것도 갔어. 평상시에는 소선이와 둘이 다니면 조금 무료함이 있었는데... 밤도 깊었으니 이만 자리에서 일어날까? 내일 아침에 보자. 마지막으로 인사는 하고 헤어져야겠지?” 약란공주는 자신의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뭔가 재미난 일이 일어날 줄 알았는데, 그래도 뭐 평상시보다는 재미있었으니 그걸로 위안을 받아야하나? 아, 아-! 뭔가 더 재미있는 일이 없을까?’ 약란공주는 소선군주와 송현을 힐끔 쳐다보고는 이내 자리를 떴다. 소선군주도 약란공주가 나가자 더 이상 있을 수 없었다. “내일 뵙기로 해요.” 소선군주는 살짝 웃음을 보이고는 자신이 머물 곳으로 갔다. 방을 나가면서도 못내 아쉬운 표정으로 송현을 흘낏 쳐다보았다. 소선군주는 그저 아쉬운 마음만 있었다. 그리고 감정이 무엇을 뜻하는 지도 몰랐다. 그냥 송현과 더 있고 싶다는 생각만 가득했다. 그렇다고 약란공주도 없는 곳에 그녀 혼자 남아있을 수는 없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소선군주는 방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 방안에 송현과 혈진강만 남았다. 일주일 만에 둘만 있는 시간이 생겼다. 미묘한 기류가 흘렀다. 혈진강은 의자뒤로 몸을 기대며 다리를 꼬았다. 그리고 두 손을 포개어 슬며시 무릎위로 얹었다. “어때 즐거운 시간은 보냈나?” 혈진강은 기분 나쁜 웃음을 띠고 있었다. “그건 내가 묻고 싶은 것인데. 일주일동안 후회 없는 시간을 보냈어야 할 텐데. 오늘이 너의 마지막 생이 될 테니 말이야.” 송현 역시 혈진강에게 차가운 미소로 대답했다. “크크크, 그거야 내일이 되어보면 알겠지.” “그런가?” “그렇지!” 순간 둘의 눈동자는 허공에서 얽혔다. 팽팽한 긴장감이 온 방안을 휩쓸었다. 그런 살기가 어느 한 순간 사라졌다. 어느 누가 먼저 말을 꺼낸 것도 아니었는데 둘은 동시에 살기를 거두어들인 것이다. “내일 보지.” 송현은 여전히 웃음을 보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 하루 푹 쉬는 게 좋을 거야. 그리고 아무 걱정하지 말고 자. 오늘은 편한 밤을 선사할 테니 말이야. 크크크, 크하하하하!” 송현은 방을 나가다 말고 멈추어섰다. “그건 내가 할 말인 듯싶은데.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다고 말은 해야겠지?” “나의 넓은 아량이라 생각하면 될 것 같아.” 송현은 혈진강의 목소리를 들으며 방을 빠져나왔다. 내일을 생각하자 송현은 몸에는 힘이 들어갔다. 기장감에 의한 것은 아니었다. 단지 내일 돌려줄 복수를 생각하니 흥분되었던 것이다. 내일은 철저한 복수를 해 줄 것이라 다짐했다. 친우들을 죽음으로까지 몰고 갔으며 자신 역시 무기력하게 패배한 것이었다. 하지만 자신감이 있었다. 그때와 지금은 분명 달랐다. 8서클. 지금 송현의 능력이었다. 송현은 지금 자신의 힘을 믿었다. 그리고 내일의 복수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이런 생각을 하며 자신의 거처로 향했다. 사찰에서 마련해준 자그만 객방이었다. 송현의 객방 앞에 금정산과 철무정이 송현을 기다리고 있었다. “왜 나와 있어?” 송현은 그들을 보고는 그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잠이 안 와서.” 금정산은 조금 긴장한 모습이었다. 그에 반해 철무정은 긴장감이라고는 눈 씻고 봐도 찾을 수 없었다. “무정아, 넌 담담하네.” “형님도 참! 담담하다니요?” “......” “조금 흥분해 있습니다. 그날 받은 것을 내일이면 돌려줄 수 있으니깐요.” 철무정은 자신감에 가득 차 보였다. 송현은 그런 금정산과 철무정에게 다가가 어깨를 두드렸다. “자, 오늘은 푹 쉬자고. 내일 한바탕 놀아야지. 안 그래?” “현이 너 말대로 하지, 최고의 몸 상태를 만들어 놓아야겠어.” 금정산의 굳은 의지가 보였다. “그러나 형님.” “왜?” “혈교 저 놈들이랑 이렇게 날 잡아서 싸운다고 생각하니 조금 기분이 이상하네요.” 철무정은 송현에게 그 말을 툭 던지고는 몸을 돌려 자신의 거처로 걸어갔다. “푹 주무세요. 저는 내일을 준비하러 먼저 들어갑니다.” 철무정의 그 모습에 송현과 금정산은 나직이 웃었다. “너도 좀 쉬어.” 송현은 시선을 철무정에게서 금정산으로 돌렸다. “그래야지. 그럼 나도 들어가네.” 금정산도 몸을 돌려 자신의 거처로 향했다. 송현은 금정산의 뒷모습을 보고 자신의 거처로 발걸음을 옮기려다 멈추었다. 이대로는 잠이 올 것 같지 않았다. 그리고 위정천과도 이야기를 한 번 더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송현은 백마사의 어느 한 외진 곳으로 걸어갔다. 그곳에서 통신마법으로 위정천과 다시 한 번 내일을 준비했다. 사실 준비할 것도 없었다. 약란공주와 소선군주와 헤어지면 그 순간부터 혈진강과의 목숨을 건 싸움이 시작될 것이다. 그때 늦지 않게 일행들이 오면 될 것이었다. 물론 갑옷을 풀셋으로 착용하고 골렘을 타고 와야겠지만 말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 내일 아침 해가 뜨는 동시에 백마사 근처로 와서 기다리겠다고 했다. 대략적인 의논을 마치고 송현은 통산마법을 해제했다. 그 순간 희미하지만 미약한 마나가 느껴졌다. 그 순간 송현은 흠칫했다. 누군가 자신과 위정천의 대화를 엿들었다면 곤란했다. 그것도 혈진강과 관련된 자라면 더더욱 곤란했다. 송현은 온 신경을 쏟아 마나의 주인을 찾았다. “휴우-!” 다행히 느껴진 마나의 주인공은 평범한 인물이었다. 무공을 전혀 익히지 않은 자였다. 송현은 내일을 위해 자신의 거처로 돌아가로 했다. 그렇게 발걸음을 옮기는데 미약한 마나의 주인이 역시 자신이 있는 방향으로 다가왔다. 모른척하고 지나갈 수 있었겠지만 송현은 누구인지도 궁금하기도 했고 확인할 필요도 있다고 느꼈다. 송현은 의도적으로 마나가 느껴지는 곳으로 걸었다. 어차피 자신의 거처로 가는 방향이기에 상대방도 크게 신경 쓰지 않을 것이었다. 사박 사박 드디어 마나의 주인의 발소리가 들렸다. “음?” 발자국 소리로 보아 여인의 발소리였다. 송현은 아무리 생각해도 사찰에서 여인의 발소리가 들릴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 ‘공주나 군주의 궁녀나 시녀의 발소리인가?’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리고 몇 걸음 걸어가지 않아 희미하지만 여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헉-!’ 송현은 헛바람을 들어 마셨다. 그 여인도 송현은 보고 흠칫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구, 군주마마를 뵈옵니다.” “......송 학사님이시군요.” 소선군주는 황실의 여인답게 다소곳이 인사를 건넸다. 송현은 혼자 나올 리가 없다고 생각하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저 멀리 2명의 마나가 느껴졌다. 필시 소선군주의 시녀들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 2명은 소선군주의 시녀들이 아니었다. 지금 소선군주는 답답한 마음에 홀로 나온 것이었다.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는 이가 있었다. 바로 약란공주였다. 그리고 그 옆에 궁녀하나가 시립해있었다. 약란공주는 내일 다시 사바이 꽉 막힌 황궁으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자 답답한 마음에 잠시 나왔다가 우연찮게 둘을 보게 된 것이다. 약란공주는 궁녀를 한 곳으로 가게하고 홀로 조용히 둘의 만남을 지켜보았다. 그녀의 표정은 평상시 보이던 얼굴이 아니었다. 어딘가 모르게 질투심이 어린 표정이었다. 송현은 이런 밤에 그녀와 단 둘이 있는 것은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했다. “소인은 이만 물러가보겠습니다.” 송현은 허리 굽혀 인사를 하고는 그녀를 지나 객방으로 향하려했다. “저기... 송 학사님?” 소선군주는 송현을 불러 세웠다. 그녀 스스로도 송현을 불러 세운 것에 대해 놀라고 있었다. “하명하십시오.” 송현은 그녀의 말을 무시할 수 없었다. “괘, 괜찮다면 저랑 잠시 거닐지 않겠어요?” “예?” 송현은 조금 놀란 듯 조금 억양이 높은 목소리를 냈다. “아, 아니... 그게...” 말까지 더듬으며 얼굴 붉히는 소선군주를 보자 송현은 빙그레 미소가 지어졌다. 너무나도 귀여웠던 것이다. 여인으로서가 아니라 꼭 귀여운 동생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약란공주와는 다른 청순함과 착한 마음 씀씀이에 송현 역시 호감이 갔었다. ‘뭐 시녀들도 보고 있는 상황이니 별 다른 문제는 발생하지 않겠지?’ “군주마마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송현은 어차피 잠도 오지 않을 것 같아 소선군주와 함께 잠시 산책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런 밤에서 둘이 산책하니 별다른 대화가 오고가지 않았다. 대화보다 침묵의 시간이 많았다. 적과의 동침 송현은 송현 나름대로 소선군주에 대한 어려움이었고 소선군주는 숫기가 적어서였다. “송 학사님은 집이 어디세요?” “군주마마, 말씀을 낮추시옵소서.” 송현은 거듭되는 소선군주의 높은 말에 낮추어 줄 것을 청했다. “아닙니다, 저는 이게 편합니다.” “하지만, 마마.” “괜찮습니다. 송 학사님도 편하게 대해주세요.” 소선군주의 모습은 평상시와 사뭇 달랐다. 그녀의 행동에서는 황실의 피가 드러났다. 바로 위엄이었다. “알겠습니다.” 송현은 포기한 듯 소선군주의 뜻에 따랐다. 소선군주는 송현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아직 제 말에 대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죄, 죄송합니다. 군주마마.” “푸훗, 그렇게 정색할 필요는 없는데.” “하하하.” 송현은 소선군주의 말에 어색하게 웃었다. 어느덧 둘은 친밀감을 느끼고 있었다. 송현은 소선군주를 보며 이런 동생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그런 생각을 가지자 전과 다른 친밀감을 느꼈던 것이다. 그런 송현의 생각과는 다르게 소선군주는 다른 친밀감이었지만 말이다. 그 사실을 모르는 송현은 그저 조금 친하게 되었구나, 라고만 생각했다. 그렇게 어색한 웃음이 서서히 밝은 웃음으로 바뀌어갔다. 둘 다 서로에게 편안함을 느끼게 되었다. 그러나 언제까지 같이 있을 수는 없는 법이었다. 달도 이제는 많이 기울었다. 더 이상 같이 있다는 것이 다른 이에게 보이다면 둘 다 좋을 일이 없었다. “군주마마.” “말씀하세요.” “이제는 침소에 드셔야할 것 같습니다.” 송현의 말에 소선군주는 매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소선군주는 그와 함께 더 있고 싶었다. 그런 마음은 눈으로 표현했다. 송현은 그녀의 그런 눈을 애써 외면했다. 더 이상은 안 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오늘만 날이 아닙니다.” “그래도...” 소선군주의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 이렇게 헤어지면 언제 다시 만날지 몰랐던 것이다. 그녀는 왕부로 들어가면 다시 새장안의 새와 같은 신세가 될 것이 분명했다. 어쩔 수 없었다. 황실의 피를 타고난 것이 죄라면 죄였다. 지금 자신이 송현을 향한 마음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가냘픈 소녀였다. 그것도 여인으로 변해가려는 그런 소녀였다. 소선군주는 자꾸 뛰는 심장소리에 얼굴이 붉어졌다. 왜인지 부끄러워진 것이다. 그렇게 편하게 느껴지던 송현이 이제는 얼굴조차 보기 힘들어졌다. 그런데 송현이 싫지 않았다. “소인은 이만 물러가보겠습니다.” 송현은 애써 소선군주의 시선을 피하며 자리를 뜨고자했다. “저, 저기...” 송현은 한숨을 내쉬며 뒤로 돌아섰다. 그냥 무시하고 가야한다고 느꼈지만 언뜻 보인 소선군주의 눈물이 마음에 걸렸던 것이다. “다시 볼 수 있을까요?” “제가 꼭 다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송현은 그것이 거짓말이 될 것이라 느꼈다. 자신과 같은 범부가 다시 황실의 여인인 소선군주를 찾아간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그래도 지금 그녀를 편하게 해주고 싶어 그녀가 원하는 말을 해주었다. 송현의 대답에 소선군주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무엇이 생각이 났는지 자신의 손에서 가락지 하나를 빼내어 들었다. 쌍으로 된 푸른빛이 도는 옥가락지였다. 그 중 하나를 꺼내어 들어 송현에게 내밀었다. 송현은 자신을 향해 내민 소선군주의 하얀 손이 보였다. 그리고 하얀 손을 따라 푸른빛이 감도는 옥가락지도 보였다. 소선군주는 재빨리 다가와 송현의 손에 가락지를 쥐어주었다. “왕부로 와서 이 가락지를 보여주면 저에게 안내해 줄 것이에요.” 소선군주는 그 말 한마디를 내던지고는 인사도 없이 자신의 거처로 달려갔다. 송현은 뛰어가는 소선군주의 뒷모습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휴우-! 차라리 군주마마가 평범한 소녀였다면... 좋은 오빠 동생관계가 될 수 있을 텐데. 이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겠지!’ 송현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가락지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소중하게 품으로 넣었다. 아마 좋은 추억으로 간직 될 물건이기 때문이었다. 송현은 소선군주가 사라진 곳을 얼마동안 쳐다보고는 자신도 내일을 위해 객사로 향했다. 송현과 소선군주가 사라지자 약란공주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렇단 말이지?” 약란공주의 얼굴은 악독해보였다. 사실 약란공주는 소선군주에게 강한 질투심을 가지고 있었다. 언제나 어릴 때부터 주변의 모든 관심과 시선을 받고 자라났다. 그렇다보니 당연히 자신이 세상의 중심이었다. 또 그렇게 믿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자신에게 올 관심과 시선이 다른 곳으로 향했던 것이다. 바로 소선군주에게로. 처음에는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자신의 아버지인 정덕제(正德帝)마저 소선군주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때부터 약란공주는 소선군주에게 질투를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 년의 시간이 흘러 지금에 이르러서는 그녀의 마음에는 질투와 시기만 남았다. 사실 이번에 소선군주를 보러온 것도 그녀를 괴롭히기 위해서였다. 물론 대외적으로는 사이좋은 만남이었지만 말이다. 그러나 그녀보다 더 좋은 흥밋거리를 만나면서 소선군주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표출하지 않았던 것뿐이다. ‘호호호, 재미있겠어. 저 송현이라는 놈을 나의 노예로 만들어야겠어. 그래서 저 년 앞에 같이 나타나는 거야. 그렇다면 나의 발을 잡고 울겠지? 그때 비웃어주겠어. 호호호호.’ 약란공주는 송현을 꼬실 계획을 짜기 바빴다. 자신있었다. 당금 황제의 가장 총애를 받는 자신이 원하는데 어느 남자가 넘어오지 않겠는가. 그리고 실재로 넘어오지 않은 자가 없었다. 물론 노리개로 놀다가 버려졌지만 말이다. 약란공주는 내일 아침을 생각하며 자신의 거처로 갔다. 그리고 보란 듯이 소선군주에게 한방을 먹일 것이라 장담했다. ‘호호호. 소선, 이 년아, 그건 시작일 뿐이야. 앞으로 내 앞에서는 숨소리도 못 내게 해줄 테니까.’ 그렇게 또 다른 인연과 악연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 댕댕댕. 산세에 온화한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청명하기 그지없는 종소리는 마음속까지 시원하게 해주는 듯 했다. 송현은 약란공주와 소선군주와의 마지막 인사를 하기위해 그녀들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걸어가는 동안 송현은 품에서 하나의 가락지를 꺼내어들었다. 간밤에 소선군주가 준 옥가락지였다. ‘뭐, 기분 좋게 헤어지면 되겠지. 조금 나이가 먹으면 곧 잊게 될 테니 말이야.’ 그렇게 생각한 송현의 마음은 가벼워졌다. “송 학사.” 요염기가 묻어나는 여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송현이 고개를 들어보니 약란공주가 자신의 앞에 서있었다. 송현은 손에 든 가락지를 얼른 손바닥으로 감싸 숨겼다. “공주마마를 뵈옵니다.” “아침이 상쾌하네요.” 약란공주는 최대한 상냥한 모습으로 아침인사를 송현에게 건넸다. “그러하옵니다.” “그런데 손에 들린 건 뭐죠?” 약란공주는 매우 궁금하다는 투로 물어보았다. 송현은 평상시와 다른 약란공주의 행동에 조금 의아함이 생겼지만 크게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지금 저의 말을 무시하는 건가요?” 약란공주는 눈을 살짝 흘겼다. 그러나 화가 난 표정이 아닌 매우 아름다운 표정이었다. 송현은 어쩔 수 없이 손을 펴 가락지를 보여주었다. “어머, 가락지네요. 무슨 사연이 있는 건가요?” 송현은 소선군주와의 말을 할 수 없었기에 그저 둘러댈 수밖에 없었다. “아닙니다. 우연히 가지게 된 것입니다.” 약란공주는 송현의 손바닥에 있는 가락지를 들고는 이리저리 살폈다. “싸구려네요.” 휘익! 퐁! 약란공주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소선군주가 준 가락지를 하수구에 내던졌다. ‘이, 이런!’ 송현은 속으로 울화통이 터졌다. 아무리 공주라고는 하나 남의 물건을 이렇게 쉽게 마음대로 한다는 것에 눈살이 찌푸려졌다. 그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약란은 자신이 끼고 있던 금으로 만들어진 화려한 반지를 빼내어들고는 송현에게 내밀었다. “이거 받아요.” 송현은 놀란 마음에 자신도 모르게 받아들었다. “내년에 있을 과거를 보신다고 했죠?” “그러하옵니다, 공주마마.” “그러면 그때 그 반지를 들고 저를 찾아오세요. 과거전이라도 상관없습니다. 아셨죠?” “고, 공주... 마마.” 송현의 놀란 음성에 약란공주는 그저 환한 미소로 답해주었다. “기다릴께요.” 약란공주는 그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먼저 걸음을 띠었다. 그렇게 아름답던 약란공주의 표정은 돌아서자마자 바뀌었다. 악랄한 요부의 표정이 지어졌다. 송현은 약란공주가 사라지자 바로 하수구로 갔다. 다행히 가락지가 하수 물에 떠내려가지 않았다. 송현은 얼른 그것을 꺼낼 수 있었다.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닦아 품으로 넣었다. 그리고 약란공주가 준 금반지를 보았다. 무슨 일로 약란공주가 자신에게 상냥하게 대하는지 모르겠지만 왠지 정이 가지 않았다. 하루아침에 달라진 모습에 왠지 모를 가식이 느껴졌던 것이다. ‘어쩔 수 없지.’ 송현은 금반지도 품에 넣었다. 버릴 수는 없는 물건이었기 때문이다. 송현이 약란공주와의 만남으로 조금 늦게 소선군주와 혈진강을 만날 수 있었다. 약란공주는 일주일 간 감사하다는 말을 아주 상냥한 말투로 송현에게 전했다. 그 모습에 소선군주의 얼굴은 조금 어두워졌다. 약란공주는 그 사실을 알게 되자 더욱 친근감 있게 송현에게 말을 건넸다. “송 학사님, 꼭 찾아와야 해요. 제가 준 반지를 가지고 오셔야 해요. 아셨죠?” 그 말에 소선군주의 얼굴은 뭐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슬프게 변했다. “참! 아침에 버린 싸구려 옥가락지 같은 건 가지고 다니지 마세요. 남들이 오해해요. 아셨죠?” 송현은 약란공주의 끝없는 말에 당황했다. 그리고 흘낏 소선군주의 눈치를 살폈다. 송현의 눈에 들어온 소선군주의 두 눈에는 눈물이 맺히려했다. “알겠습니다, 공주마마!” 송현은 약란공주에게 대답하며 소선군주에게 살짝 매직마우스롤 통해 말했다. ―군주마마, 제가 어찌 군주마마께서 주신 가락지를 버릴 수 있겠습니까? 제가 군주마마께 받았다는 말을 못해 공주마마께서 아무런 뜻없이 버렸기는 하나 제가 다시 찾아왔사옵니다. 송현의 매직마우스에 소선군주는 놀라며 송현을 보았다. 송현은 슬쩍 품에서 가락지를 살짝 꺼내어 확인시켜주고는 다시 안으로 집어넣었다. 그러자 소선군주의 얼굴에도 웃음이 띠었다. ―이것은 다른 사람들은 듣지 못하옵니다. 그러니 안심하셔도 되옵니다. 그제야 소선군주도 안심하며 맑은 웃음을 송현에게 보여주었다. 그 모습을 본 약란공주는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 이것들이... 좋다. 꼭 네 년의 일그러진 모습을 보고야 말겠다. 이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여인은 나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니까.’ 순식간에 다시 표정을 바꾼 약란공주는 송현에게 다가갔다. “송 학사님, 그럴 것이 아니라 세 달 후에 찾아오는 저의 생일잔치에 오셨으면 하네요. 꼭 오셔야해요. 제가 초대장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약란공주는 송현의 대답도 듣지 않고 그대로 백마사를 벗어났다. 소선군주는 다시 슬픈 표정을 지으며 약란공주를 뒤따라갔다. ―군주마마, 그 전에 한 번 찾아뵙겠습니다. 그 말에 소선군주는 다시 밝은 표정으로 돌아왔다. 소선군주는 얼굴을 붉히며 가볍게 송현에게 고개숙여 인사하고는 다시 약란공주를 따라나섰다. ‘어쩌자고 이런 약속을 했는지.’ 송현 자신도 그저 한 숨만 내쉬었다. 슬픈 표정의 소선군주를 보자 마음이 안 좋아졌기에 자신도 모르게 이런 약속을 했던 것이다. 어쩐지 여인들의 싸움에 자신이 휘말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송현과 혈진강은 백마사를 떠나는 약란공주와 소선군주를 마중하기 위해 백마사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는 그녀들이 떠나는 모습을 뒤로 하고 고개를 돌려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백마사 사찰 앞에서 둘은 마주보며 싸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제 네 놈이 죽어야할 시간이 되었군. 그래 일주일간 잘 놀았나?” “그건 내가 할 말인 것 같은데.” 둘은 서서히 상대방의 죽음을 확신하며 서로를 노려보았다. 피와 죽음의 향연 송현과 혈진강 둘은 10여 m를 사이에 두고 마주섰다. 휘이이잉 시원한 한줄기 바람이 둘 사이를 가로질렀다. 바람에 실려 온 향 내음이 코를 간질였다. 그러한 산뜻한 바람이 불고 있음에도 둘 사이의 공간은 공기 한 점 없어 누구라도 한 걸음 들어선다면 질식하고 말 것만 같았다. 송현의 등 뒤로 금정산과 철무정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에 뒤질세라 혈진강의 뒤로 첩형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전에 함께 동행 했던 팔(八)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혈진강의 주변에 있다는 것을 송현은 알 수 있었다. 희미하지만 혈진강의 주변을 감싸고 있는 여덟 개의 마나가 느껴지고 있었다. “슬슬 시작할까?” 송현은 혈진강을 보며 여유롭게 말을 꺼냈다. “조금 기다리도록 하지. 너도 일행들을 기다려야 하지 않겠나?” “후회할 텐데.” “그건 두고 봐야 알겠지. 뭐 나야 너희들을 한꺼번에 없앨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고.” 혈진강의 얼굴에는 강한 확신이 묻어나왔다. “과연 그럴까?”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알거야. 물론 너의 바램이겠지만.” “크하하하하.” 송현은 이유 모를 혈진강의 자신감에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그런 자신감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모르겠어, 꼬리말은 강아지마냥 벌벌 떨었던 네 놈이 말이야.” 송현의 도발이 섞인 말에 혈진강의 이마에는 굵은 힘줄이 돋아났다. 시벌게진 얼굴로 한순간이나마 얼굴이 굳어졌다. 그것도 잠시 혈진강은 이내 굳은 얼굴을 풀고 미소를 지었다. “그건 인정하지. 예전의 나는 정말로 약했으니까. 철없는 행동을 했었지. 그러나!” 혈진강은 부정이 섞인 단어에 강한 어감을 주었다. “지금은 다를 게야. 그리고 그 말을 한 대가를 톡톡히 받아주지. 그 말을 한 것을 저세상에 가더라도 후회를 하도록 말이야.” 송현은 뒷짐을 지고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마치 산책을 즐기는 문사의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명백히 혈진강을 무시하는 행동이었다. 그리고 송현의 입에서 아주 편안한 음성이 나왔다. “저세상에 가더라도 후회하게 만든다라... 그건 네가 하고 싶은 말이기도 하군. 네 놈을 살지도 죽지도 못하게 만들어주지. 기대해도 좋을 것이야.” 부드러운 음성에 비해 나오는 말은 섬뜩하다 못해 찐한 혈향이 묻어나왔다. “좋아, 좋아. 네 놈뿐만 아니라 네 놈을 따르는 놈들까지 죽여주지. 그리고 네 놈들의 몸은 잘 쓰도록 하겠다. 혈강시로 만들어주지.” 휘이익 착 착 착 착 착! 그 순간 위정천을 비롯한 일행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누가 누구를 강시로 만들어?” 양설린이 앞으로 나서며 혈진강을 노려봤다. 그녀가 그렇게 나선 이유는 단 한가지였다. 자신의 부친이자 마교의 교주인 양휘소를 혈강시로 만들려고 했던 것이고, 또 자신이 믿고 따라주던 소도성을 혈강시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양설린이 분노하기에는 충분했다. 양설린은 바람과 같은 검광(劍光)을 자랑하며 혈진강의 목을 찔러갔다. 쓔아아악 혈진강은 매서운 양설린의 검에 눈 하나 깜작이지 않았다. 마치 자신의 몸에 양설린의 검이 닫지 않을 것이라 믿는 표정이었다. 차장 양설린은 자신의 검이 막히는 동시에 느껴지는 반발력에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혈진강의 앞에는 한 사내가 검을 들고 있었다. 바로 전에 보았던 팔이라 불리던 사내였다. 혈진강은 옆으로 한 걸음 디디며 팔의 등 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미소를 지었다. “내 소개하지, 항상 나의 곁에 머무는 8명의 호위대 중 한 명이지. 팔혈성(八血星)!” 혈진강은 아무도 없는 허공을 향해 어느 누군가를 불렀다. …….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팔이라 불리는 사내의 뒤편에 7명의 사내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양설린은 잠시 흠칫했다. 자신의 기척을 숨기고 있던 자들이었다. 거기에 아무런 잡음도 없이 모습을 드러냈다는 것은 강한 무위를 가지고 있다는 증거였다. 그 모습에 양설린 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도 조금 안색이 어두워졌다. 혈진강은 생각보다 강력한 수하들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뚜벅뚜벅 혈진강의 앞으로 팔혈성이 걸어나와 앞으로 서자 송현은 팔혈성을 지긋이 노려보며 혈진강에게 말했다. “호오. 네가 믿고 있던 비장의 한 수가 이들인가.” “후후후. 설마, 이들은 너희들의 죽음의 전주곡에 불과하다.” 혈진강이 앞으로 손을 펼치자 기다렸다는 듯 팔혈성 중 한명의 제외한 일곱 명은 일제히 탄환처럼 앞으로 튀어나갔다. 파파파파팟 순간 앞쪽으로 튀어나오는 흑빛의 그림자에 송현은 미간을 찌푸렸다. “제법. 빠르군. 하지만! 월 오브 파이어!” 팔혈성과 양설린 사이에 거대한 장벽이 생겼다. 그것도 이글거리는 불로 이루어진 장벽이었다. 팔혈성은 갑자기 나타난 불길에 그 자리에서 멈추어서야 했다. 송현은 마나보법을 이용해 양설린의 옆에 다가갔다. “괜찮소?” 송현은 양설린의 어깨를 살며시 감싸안아주고는 그녀를 뒤로 물러나게 했다. 송현이 손을 한번 휘젓자 꺼지지 않을 것 같은 불길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언제 불길이 있었냐는 듯 시원한 바람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팔혈성의 일곱 명은 불길이 사라지자 송현에게 다시 몸을 날리려했다. “물러나라!” 혈진강은 송현에게 다가가려는 팔혈성을 뒤로 물렸다. 아무런 표정의 변화 없이 팔혈성은 혈진강의 옆으로 섰다. 8방위를 정확하게 자리 잡은 것이 혈진강을 완벽하게 보호하고 있었다. “죽음의 축제를 시작해볼까?” 혈진강은 송현을 지긋이 바라보며 오른손을 들어올렸다. 휘리리릭. 착 착 착 착 착 착 착 착! 순식간에 백여 명이 넘는 인원이 송현의 주위를 둘러쌌다. 송현은 이들이 다가서는 것을 느꼈는지라 놀라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의 일행들과 함께라면 이들이 무섭지 않았다. 그리고 충분히 모두 영원한 안식을 줄 수 있다고 믿었다. 그렇기에 더욱 자신감이 그의 얼굴에 묻어나왔다. 피와 죽음의 향연 박정수 입니다. ^^ 요사이 글이 조금 짧아져서 죄송합니다. 며칠 미친 듯이 글을 썼더니 조금 피곤합니다. 이번 주는 쉬엄쉬엄 쓸 예정입니다. 그러니 조금 이해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 그리고... 미리 말씀을 드립니다. 다음주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예비군 훈련이 있어 그때는 글을 쓰지 못 합니다. ㅡ.ㅡ;; 아마 목요일까지해서 4일간 글을 올리지 못할 것 같아 미리 말씀을 드립니다. 예비군 훈련이 끝나고 다시 본격적으로 쓰겠습니다. 그럼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 ******************************************************************************************** 송현을 중심으로 일행들도 간격을 넓혔다. “죽음의 축제를 시작하는 것은 우리들이다.” 금정산은 혈진성을 말을 되받아쳤다. “이제 우리의 힘을 보내주지. 여기 있는 자들 모두 살아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금정산은 혈진강을 향해 다시 한 걸음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다시 한 걸음. 혈진강을 쳐다보며 한 걸음씩 걸어 나간 것이다. 서서히 다가간 것이 어느새 혈진강과 열 걸음이 채 되지 않는 거리까지 다가갔다. 그리고 다시 한 걸음을 내딛었다. 쑤라아아악 혈진강을 호위하던 팔혈성 중 칠(七)이 아무런 기척도 준비 동작 없이 그대로 검을 들어 금정산의 몸을 베어갔다. 그와 동시에 이질적은 금속성이 금정산의 몸에서 울렸다. 촤라라라락 그리고 들려온 금속끼리의 마찰음. 까가가가강 이제까지 아무런 표정의 변화를 보여주지 않던 팔혈성의 칠의 얼굴은 놀라는 기색을 잠시나마 띠었다. 그 뿐만 아니라 혈진강 역시 놀라움을 고스란히 얼굴에 투영했다. 금정산은 팔형성 칠이 자신을 베어올 때 카이샨 메일을 온 몸에 두른 것이다. 흑발이 날리는 금정산의 머리 아래로 따사로운 햇살이 눈부시게 부딪히는 은빛 갑옷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금정산은 혈진강에게서 시선을 떼고 자신을 공격해 온 팔혈성의 칠을 보았다. 그를 보며 씨익 웃어주었다. 그러나 그 웃음이 사라지기 전에 그의 얼굴은 갑옷에 둘러싸였다. 츄라라라락 마치 악마 조각상의 얼굴 형상을 보는 듯했다. 아니 그것보다 더욱 섬뜩했다. 무시무시한 살광이 두 눈에서 뿜어져 나왔기 때문이다. 파파파파 금정산은 조금의 망설임 없이 팔혈성의 칠을 향해 검을 들어 바람과 같이 몰아쳐갔다. 조금 전과는 전혀 다른 움직임이었다. 더욱 빠르고, 더욱 강했다. 팔혈성의 칠은 황급히 검을 들어 금정산의 검을 막아갔다. 창 창 창 순식간에 세 합의 공격이 이루어졌다. 세 합의 공방이 지나가고 팔형성의 칠은 뒤로 재빠르게 물러났다. 팔혈성의 칠은 손아귀가 아련히 저려옴을 느꼈는지 손목을 돌리며 아픔을 달래는 듯 했다. 금정산은 다시 마나의 양을 조금 줄여 투구를 벗었다. 금정산의 시선은 팔혈성의 칠에게 가있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오히려 혈진강에게 있었던 것이다. 금정산은 보란 듯이 비웃고는 뒤돌아 일행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혈진강의 얼굴은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져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송현의 일행들을 둘러싸고 있는 혈교의 무사들도 두려운 눈빛을 가졌다. 처음 보는 갑옷과 함께 금정산이 보여준 무위는 몸을 얼어붙게 하기 충분했다. 일행들 모두 다가오는 금정산에게 엄지손가락을 지켜 세워주었다 금정산이 나섬으로 해서 혈진강과 더불어 혈교의 무사들에게 가한 인상을 심어주었기 때문이다. 혈진강은 보지도 못한 이상한 갑옷에 그들이 보여준 무위에 조금 놀랐다. 그러나 이내 곳 그의 입가에 다시 미소가 걸렸다. 승리에 대한 확신이었다. 다소 자신의 계획에 오차를 보였지만 지금 이 곳으로 온 혈교의 무사들을 믿었고, 자신의 무위를 믿었다. 그리고 또 한가지... 믿는 것이 있었다. “첫 인사 치고는 아주 잘 받았다. 서로 인사가 주고받았으니 시작해야겠지? 저들을 모조리 죽여라, 본교의 용맹함과 강함을 저들에게 보여주도록 하라, 가라!” 혈진강은 첩형과 팔혈성들과 함께 뒤로 빠지며 송현의 일행들을 둘러싸고 있는 혈교의 무사들에게 공격의 명을 내렸다. “와아아아아!” “죽이자!” “혈교의 영광이 함께 할 것이다.” 백여 명의 혈교의 무사들은 송현의 일행들을 향해 물밀듯이 밀려들어왔다. “우리도 가자!” 위정천이 마형 골렘의 위에 올라타며 앞으로 뛰쳐나갔다. 그와 동시에 모두가 마형 골렘에 타며 카이샨 메일을 온 몸에 둘러쌓다. 송현은 학비를 데리고 하늘로 텔레포트를 하는 동시에 플라이 마법으로 허공에 떠있었다. 송현이 안정적으로 하늘에 떠있게 되자 송현의 품에 얌전히 사태를 주시하던 사신수는 일제히 송현의 품에 벗어나 땅으로 뛰어내렸다. 쿵 쿵 쿵 쿵! 자그만 사신수는 한껏 자신들의 몸을 뽐내며 거대해지며 땅에 내려섰다. 그리고 천지를 뒤흔드는 울음소리가 전장을 뒤흔들어 놓았다. “크아아아앙.” “캬아아아아.” “쿠아아아앙.” “크르르르르.” 사신수는 개미떼 마냥 우르르 몰려드는 혈교의 무사들 틈 사이로 흩어졌다. 사신수의 등장으로 우왕좌왕하게 된 혈교 무사들 사이를 마형 골렘을 탄 혈멸기사단은 마음껏 휘 젖고 다녔다. ―모두들 마형 골렘만으로 상대를 하십시오. 보아하니 저 혈진강, 놈이 뭔가 한 수가 더 있는 듯 싶습니다. 송현의 매직마우스에 모두들 혈진강의 얼굴을 보았다. 조금은 당황한 듯싶었지만 여유로운 표정은 여전했다. ―아마 혈강시를 준비를 한 듯싶습니다. 골렘은 혈강시를 대비해 우리도 한 수 남겨두는 것이 좋겠습니다. [알았네.] 위정천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혈교의 무사들 틈으로 파고들었다. 골렘 vs 혈강시 안녕하세요, 박정수 입니다. 너무 오랜만에 찾아뵙는 것 같습니다. 일주일 만이네요 ㅡ.ㅡ;; 어떤 독자님의 리플에서 '성실연재 끝인가요?'를 보며 뜨끔했습니다. 사실 동원 훈련이 끝나고 몸살을 잠시 알았습니다. 역시 군대는 춥더군요 ㅠㅠ 너무 안일하게 옷을 얇게 입고 간 것이 화근이 되어서... ㅠㅠ 오늘은 워밍업 차원에서 짧게 썼습니다. 오랜만에 펜(?)을 들어서 인지 잘 안 써지네요. 내일부터 다시 불타오르겠습니다. 버닝~~~!!! 연참에 연참을 들어갈 것이니 많은 응원과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 ******************************************************************************************** 송현은 위정천에게 매직마우스를 펼치고는 하늘에서 세세히 혈교의 진형을 주시했다. 또한 혈진강의 행동 하나하나에도 세밀히 살폈다. 우연히 약란공주와 소선군주를 만나면서 그에게 일주일이란 기간을 주게되었다. 혈진강의 성격으로 볼 때 그 시간이라면 혈강시를 데려 오고도 남았을 것이다. 혈교는 아직까지 현 무림에 혈강시를 등장시키지 않았다. 그것은 어차피 공식적인 입장만 그러할 것이라 짐작했다. 아차피 죽은 자들은 말이 없으니까. 혈교의 무리들 사이를 누비는 혈멸기사단의 모습은 실로 역사 속에 나오는 장수들을 보는 듯 했다. 신마(神馬)라 불릴 정도로 거대하면서도 뛰어난 말을 자유자재로 몰며 폭풍과도 같이 검을 휘두르는 모습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주눅이 들게 만들었다. 완벽한 일심동체를 보여주었다. 같은 경지의 인물이 말을 타고 전장을 누빈다면 같은 수준의 인물을 셋을 상대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혈멸기사단의 무위는 대부분이 화경의 경지를 들어섰거나 초입의 단계였다. 거기에 마형 골렘을 타고 있었다. 이들은 능히 화경의 경지의 인물들을 셋 뿐만 아니라 다섯은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느 누가 백(百)대 여덟이라는 싸움에 있어 여덟의 승리를 확신할 수 있을까. 열에 열이면 모두 백이라는 숫자에 모든 것을 걸 것이다. 그러나... 기적이 일어나고 있었다. 바로 혈멸기사단이 기적을 일으키는 주인공이었다. 비록 혈진강이 부른 혈교의 무사들이 혈교의 핵심 무력집단이 아니라 할지라도 그들이 보여주는 것은 기적이 틀림없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승리를 향한 저울질은 서서히 혈멸기사단으로 기울어져갔다. 기적의 전장은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그런 분위기는 사신수에 의해 더욱 고조되었다. 그들이 울부짖는 울음소리는 혈교의 무사들의 등골을 더욱 오싹하게 만들었다. 여기저기서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소리는 하늘 끝까지 치솟는 듯했다. 비록 혈멸기사단이 혈교의 무사들을 몰아쳐가고 있었지만 그들의 수가 눈에 띠게 줄어들지 않았다. 그 만큼 여덟명의 혈멸기사단이 감당하기에는 조금 벅찬감이 있는 듯 했다. 그것을 보여주는 듯 혈진강의 얼굴에는 아직 여유로움이 보였다. 송현은 시간을 오래 끌고 싶지 않았다. ‘일단 한 번 정도 뒤 흔들고 나면 혈진강, 네 놈의 생각도 조금 달라지겠지. 언제까지 네 놈이 여유롭게 있을지 두고 볼까나.’ 송현은 혈멸기사단의 위치를 확인하자마자 바로 부양(浮揚) 마법을 걸었다. “플로우트!” 비록 저서클의 마법이었지만 혈멸기사단과 마형 골렘까지 들어올리는 것은 조금 벅차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좀더 확실하게 혈교를 뒤흔들고 자신의 일행들에게는 큰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였다. ―잠시 몸을 자연의 기운에 맡기세요. 잠시면 됩니다. 혈멸기사단은 자신들 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타고 있는 골렘까지 떠오르자 처음에는 상당히 당황했지만 이내 들려온 송현의 매직마우스에 곧 침착을 유지했다. 전에 느낀 플라이 마법과는 다른 것이지만 같은 맥락으로 보면 그리 틀린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생각보다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 땅에서 1m가량 떠오고는 더 이상 떠오르지 않았다. 그 모습에 혈교의 무사들은 순간 당황했는지 혈멸기사단이 말과 함께 허공에 뜨는 것을 그저 멍하니 보았다. 그 순간 허공에서 송현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전장에 울려퍼졌다. “땅이 노하여 천지를 뒤흔든다, 어스퀘이크!” 쿠쿠쿠쿠 콰콰콰콰 콰르르릉 엄청난 굉음과 함께 순식간에 땅은 갈라지고 뒤집어졌다. 마치 땅이 파도를 치는 것과도 같았으며 또한 지진을 보는 듯 갈라지기도 했다. 한차례 폭풍이 지나간 듯 푸른 땅은 황토빛 마른 땅으로 변해있었다. “으아아아악!” “사, 살려줘.” 살기위한 처절한 비명소리가 전장을 뒤덮었다. 송현의 단 한 번의 마법에 30명가량의 인원이 죽거나 크게 다쳐 땅에 널브러져 있었다. 그나마 송현이 부양 마법과 함께 시행하느라 본 힘에 절반도 내지 못했기에 이 정도에 미친 것이었다. 그리고 혹시 모를 한 수를 위해 마나를 상당히 아껴 마법을 펼친 것도 그 이유 중에 하나였다. 그러나 확실히 필드쇼크와는 차원이 다른 수준이었다. 같은 마나의 양을 쓴다고 해도 그 결과가 달랐던 것이다. 혈진강의 미간이 슬며시 좁아지는 동시에 눈썹 끝이 살짝 흔들렸다. 크게 얼굴에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마음은 용암같이 부글부글 끊고 있을 것이다. “머저리 같은 놈들.” 혈진강은 혼자 읊조리고는 뒤에 서있는 첩형을 향해 손가락을 까닥거렸다. 첩형은 혈진강의 부름에 마치 준비하고 있었던 마냥 바로 뛰어와 혈진강 옆에 시립(侍立)했다. “아무리 한심하다고는 하나 교의 사랑스런 제자들이다. 물러서게 하라. 그리고 준비한 것을 가지고 오라.” 혈진강의 말에 첩형의 얼굴은 언뜻 놀람과 함께 두려움이 떠올랐다. “존명.” 도대체 준비한 것이 무엇이기에 대답하는 첩형의 온 몸은 떨리고 있었던 것이다. 골렘 vs 혈강시 박정수 입니다. 다음편은 자정쯤(?)이나 새벽에 한 편 더 올리겠습니다. 물론 써야한다는 전제조건하이지만... ㅡ.ㅡ;; 즐거운 하루되세요. ^^ ******************************************************************************************** 허리를 편 첩형은 세수라도 한 듯 얼굴에서 식은땀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시원한 바람에 땀을 말리려는 듯 매우 빠른 발놀림으로 혈진강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달려갔다. 말이 달려간 것이지 실제로 그가 서있는 곳은 혈진강에서부터 불과 3m가량 떨어진 곳이었다. 그 모습을 송현은 놓치지 않았다. 시종일관 혈진강을 주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송현은 일종의 투시마법 겸 천리안(千里眼) 마법인 클레어보이언스 마법을 이용해 첩형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첩형은 누군가에게 전음을 보내는 듯 입술을 달싹였다. 그러자 그의 주변으로 20군데쯤 땅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송현은 그의 시선을 첩형에게서 띠고 들썩이는 땅으로 돌렸다. ‘음...’ 이내 들썩이던 땅에서 무엇인가 불쑥 튀어 올라오기 시작한 것이다. 20명의 인물들이 있었다. 더욱 마나를 눈에 집중하자 땅에서 올라오는 그들의 모습을 비교적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다. 그런 송현의 눈빛은 조금 무거워졌다. 그 이유는 20명의 혈교인이 아니라 그들과 함께 올라오고 있는 20개의 관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관을 가지고 있는 자들은 전에 보았던 혈교의 무력단체 중 사혼혈군(死魂血軍)들이었다. 여전히 목이며 팔목에 인골을 주렁주렁 달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전장에 나타나기까지 긴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드디어 나타날 것이 나타난 것인가?’ 송현은 득의에 찬 미소를 띠고 있는 혈진강을 내려다보았다. 혈진강 역시 송현을 올려도보았다. 허공에서 둘의 눈빛은 마주쳤다. 그리고 서로가 서로의 미소를 보았다. 그리고 이내 둘의 미소는 비웃음으로 바뀌었다. 서로의 승리를 확실하면서 말이다. ―우려하던 것이 나타났습니다. 송현의 매직마우스에 혈멸기사단은 검을 잠시 거두어들이며 칼부림을 멈추었다. 그리고 모두 송현을 올려다보고는 다시 송현이 바라보는 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들도 사혼혈군과 함께 그들 옆에 있는 관을 보았다. 비록 입 밖으로 아무 소리도 세어 나오지 않았지만 그들의 얼굴에서 충분히 긴장하는 모습을 알 수 있었다. 혈멸기사단은 관을 주시하면서 손을 뻗어 자신들이 타고 있는 마형 골렘을 살며시 어루만졌다. 그들의 기분을 아는지 마형 골렘들은 나직한 투레질을 하며 투기를 발산했다. 그때를 맞추어 혈진강의 수신호에 의해 혈교의 무사들은 뒤로 물러났다. 대략 살아남은 60여명의 혈교 무사들은 살았다는 안도감이 얼굴에 묻어나왔다. 그만큼 혈멸기사단이 보여준 무위는 엄청났던 것이다. 혈교 무사들의 시선은 자신들 뒤에 있는 관을 향했다. 그러자 이내 안도감에 물들어 있던 혈교 무사들의 얼굴에는 승리를 확신하는 표정으로 바뀌어갔다. 어느 누가 혈강시를 막아설 자가 있겠는가, 라는 표정이 역력했다. 하긴 당금 무림에서 혈강시와 부딪힐 수 있는 자는 소림의 현경 고수인 혜각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어찌 된 것인지 그는 움직일 줄 몰랐고 소림사마저 봉문을 한 마당에 그들을 막아설 자는 아무도 없다는 것이 현 무림의 상황이었다. 그런 점이 혈교의 무사들뿐만 아니라 혈진강에게도 자신감을 주는 듯 했다. 그리고 혈교 교주 혈마루, 악소혈군의 혈주인 독창과 함께 혈강시를 조정할 수 있는 세 명중 한 명이었기 때문이다. 혈진강은 품에서 다시 기이한 자그만 종을 꺼내어들었다. 딸랑. 혈진강의 손에 들린 종에서 음침한 종소리가 울렸다. 필시 종이라면 맑은 소리가 나야 정상인데 묘하게도 암울한 느낌을 주는 종소리였다. 끼릭 턱 쿠당 나무가 뒤틀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관 두껑이 부셔져나가는 소리가 났다. 송현과 혈멸기사단은 재빨리 시선을 돌려야했다. 관 속에서 눈동자가 없는 백안을 뜨고 있는 혈강시들이 보였다. 딸랑. 다시 한 번 종소리가 울리자 20구의 혈강시들은 관에서 나와 혈멸기사단을 둘러쌌다. 강시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러운 행동을 보여주었다. “크으으으.” 누군가의 입에서 신음성이 흘러나왔다. 모두가 카이샨 메일을 둘러싸고 있어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모두의 심정을 대변해주는 그런 소리였다. “걱정할 것 없다. 우리에게도 비장의 무기가 있지 않느냐?” 위정천의 목소리에 모두들 흠칫했다. 그리고 모두 어깨를 쫘악 폈다. “그래, 까짓것 한 번 해보는거야. 저깟 인간 같지도 않은 시체에 우리가 겁먹을게 뭐가 있어? 우리는 혈멸기사단이다. 혈교를 무너트릴 혈멸기사단이란 말이다.” 철무정의 목소리였다. 두두두두두 “으아아아!” 우렁찬 기합소리를 내며 철무정은 마형 골렘을 몰아 혈교의 혈강시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쑤사아아아 철무정은 검에 오러블레이드를 만들어 자신의 앞에 있는 혈강시를 몰아쳐갔다. 딸랑 그 순간 마지막 종소리가 들렸다. 혈강시의 백안은 그 순간 투명하게 바뀌더니 이내 손을 들어 철무정의 검을 잡았다. 끼리리릭 기분 나쁜 소리가 들렸다. 철무정의 검과 혈강시의 손과 맞물리며 나는 소리였다. “쳇!” 철무정은 그대로 말에서 뛰어내려 자신의 검을 잡고 있는 혈강시의 몸을 오른다리를 들어 그대로 차버렸다. 쾅 강한 타격음이 들렸다. 오히려 혈강시가 자신의 발에 밀리는 힘을 철무정 자신은 역으로 끌려갔다. 혈강시는 끝끝내 검을 놓지 않았던 것이다. 철무정은 발끝에 힘을 주며 혈강시와 팽팽한 줄다리기를 했다. 한치의 양보도 없었다. 그것을 구경하던 이들 눈에는 그저 둘이 서로 검을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있었다. 그만큼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 그때 철무정의 입에서 중원에서 듣지도 못한 말이 흘러나왔다. “트랜스포메이션!” 쿠르르르릉 기괴한 소리가 철무정이 타고 있던 말에서 울렸다. 거대한 말이 앞다리를 번쩍 들어 뒷다리로만 땅을 딛고 섰다. 그리고 순식간에 그림자가 일렁이더니 말은 온데간데없고 거인이 그 자리에 서있었다. 그러나 단순한 거인이 아니었다. 몸은 인간의 형을 가지고 있었지만 두상(頭狀)은 인간의 모습이 아니었다. 바로 용이었다. 용의 얼굴을 가진 거인, 바로 진왕이었다. 진왕의 이름을 가진 골렘은 먼지하나 날리지 않을 정도로 날렵하게 오행매화보를 밟으며 철무정의 검을 잡고 있는 혈강시 앞으로 다가갔다. 진왕은 매화청심장의 일식으로 혈강시의 가슴팍을 후려갈겼다. 파파팟! 콰광! 혈강시는 진왕의 일격에 가슴부위가 움푹 꺼지면서 허공으로 날아갔다. 충격이 대단했는지 착지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땅 위에 굴러야했다. 그 순간 혈진강의 두 눈은 크게 떠졌다. 아니 혈진강 뿐만 아니었다. 얼굴 표정 하나 변하지 않던 팔혈성마저 미세하지만 얼굴에 놀란 표정을 살짝 지었던 것이다. 철무정은 나가떨어진 혈강시에서 시선을 돌려 진왕을 올려다보았다.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왼손을 주먹을 쥐고 앞으로 내밀었다. 진왕은 그런 철무정의 행동에 마음이 통했는지 진왕의 두 눈에서 기묘한 빛이 잠시 요동치더니 진왕도 왼손을 주먹을 쥐고 앞으로 내밀었다. 툭 철무정과 진왕의 두 주먹이 살짝 닿았다. “진왕. 자, 갈까?” 철무정은 흡사 친구에게 말하는 듯 진왕에게 의사를 물었다. “우우우우우.” 진왕은 철무정을 두 눈을 보고는 뜻을 알 수 없는 기음(奇音)을 토했다. 골렘 vs 혈강시 박정수 입니다. 연참을 약속드리고 쓰지 못한 점 죄송합니다. ㅡ.ㅡ;; 요즘 저도 책 읽는 재미에 푹 빠져서 그만... ㅡ.ㅡㅋ 참고로 제가 재미있게 읽은 책들... (레이센, 로크미디어 : 추어탕전, 영상노트 : 무당마검, 파피루스) 이걸 다 읽는다고 제가 본연의 의무를 ㅠㅠ 그리고... 제발 불품만은 제발... ㅠㅠ 이제 이런 말 하기도 지치네요. 분명 불펌을 하시는 분, 이 글을 읽으실 겁니다. 더 이상하지 말아주세요. 부탁드립니다. 너무나도 신속하고 부지런하게 퍼 가시 수고는 알겠지만 이제는 조금 쉬시는 것이 어떨까요? 님들의 그런 행동으로 인해 펜을 놓는 작가들이 한 둘이 아닙니다. 뭐 불펌에 대해서 이야기 하면 너무나도 많기에 그만 하겠습니다. 그럼 불펌하시는 분만 빼애애애애애고, 즐거운 하루 되세요. ^^ ******************************************************************************************** 철무정과 진왕은 쓰러져있는 혈강시 한 구를 향해 걸어갔다. 자박 자박 아무런 소리도 없었다. 여기 모인 모두가 숨도 쉬지 않는 듯 그 흔한 숨소리마저 들리지 않았다. 그저 철무정과 진왕이 흙을 밟으며 내는 특유의 바스락거리는 소리만 들렸다. 혈진강 역시 벌어진 입을 다물 줄 몰랐다. 아니 스스로 자신의 입이 벌어진 것을 의식하지 못하는 듯싶었다. 혈진강은 입술에 피가 나도록 깨물고는 손에 들린 종을 거칠게 흔들었다. 딸랑 딸랑 딸랑 딸랑 딸랑 “저 놈들을 죽여라, 시신조차 찾지 못하도록 갈가리 찢어버려라.” 혈진강은 악에 바친 목소리로 혈멸기사단을 가리켰다. 그 목소리에는 은근히 두려움이 묻어나왔다. 스파파팟 쓰러진 혈강시까지 해서 2구를 제외한 18구의 혈강시가 혈멸기사단을 에워쌌다. 두각 두각 슈샤샤샥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혈멸기사단은 혈강시를 향해 말과 함께 몸을 날렸다. 위정천은 마상에서 일어나 두 발을 마상위에 올리고는 두 다리를 접었다. 위정천과 마형골렘이 혈강시와 근소한 거리를 만들었을때 위정천은 두 다리를 쫘악 펴며 허공으로 몸을 띄웠다. 아름다운 포물선을 그리며 위정천은 혈강시의 등 쪽으로 내려섰다. 미처 땅에 내리기전에 위정천의 입에서는 철무정이 외쳤던 알 수 없는 단어를 내뱉었다. “트랜스포메이션!” 철커덩! 샤라랑! 탁! 척! 위정천의 마형 골렘이 자왕의 골렘 변형 소리, 자왕이 검을 꺼내는 소리, 위정천이 혈강시 등 쪽에 자리를 잡는 소리 등 여러 소리가 한번에 울렸다. 복잡한 소리가 미처 주위로 울려 퍼지기도 전에 혈강시의 허리는 도저히 꺾일 수 없는 각도로 꺾여야만 했다. 슈아아아악 파팍 위정천의 검이 혈강시의 시선을 유인하며 매섭게 찔러갔다. 간간히 혈강시의 붉은 장포를 베어냈다. 그러나 혈강시의 몸에는 큰 상처없이 그저 얇디얇은 붉은 선만 그러졌다. 위정천은 이런 사실을 모르는지 그저 열심히 검을 휘둘렀다. 그리고 혈강시의 시선을 완벽하게 자신의 검에 옭아매는데 성공했다. 그제야 위정천의 입가에 자그만 미소가 걸렸다. 그리고 그 미소가 생겼을 때 혈강시의 뒤로 거대한 파공음이 울려퍼졌다. 쿠가가가가각 바로 자왕의 검이었다. 장왕의 검은 단순한 일검같이 보였다. 혈강시는 어느 정도 지적 사고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듯이 차분히 자왕의 검을 두 손으로 막아갔다. 그러나 그것은 크나큰 착각이었다. 혈교의 인물들은 혈강시가 완벽하게 자왕의 검을 막아선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틀렸다. 이미 변화가 들어간 자왕의 검은 보이는 평범한 일검이 전부가 아니었다. 혈강시의 손과 자왕의 검이 부딪힐 때 자왕의 검은 슬쩍 한번 뒤틀렸다. 아주 작은 뒤틀림이었지만 그 한 번의 뒤틀림으로 인해 자왕의 검로는 많은 변화와 함께 기이한 예각이 만들어져 혈강시의 온 몸을 분쇄하듯 몰아쳤다. 파팟! 그 순간 자왕의 거대한 몸이 혈강시 앞에서 살아졌다. 그리고 혈강시의 좌측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실로 완벽하고도 변화무쌍한 오행매화보였다. 그리고 단 일검! 자왕의 단 일검이 혈강시의 큰 반원을 그리며 혈강시의 등을 베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대로 꽂혔다. 어차피 자왕이 들고 있는 검이 날카롭다고는 하나 혈강시의 질긴 가죽을 베지는 못한다. 그러나 강한 힘으로 허리를 두 동강내버린 것이다. 파각 혈강시의 몸에서 뼈 부셔지는 소리가 들렸다. 허리가 부러진 혈강시의 모습은 괴기스러웠다. 두 다리는 분명 땅을 짚고 서있었지만 허리는 부러져 다리와 완전히 포개져서 대롱대롱 매달려있기 때문이다. 그 순간 위정천의 두 눈은 강렬한 안광을 내뿜었다. 위잉 위이이잉 위정천의 검은 정확히 두 번 울었다. 첫 번째 울음은 오러블레이드의 울음소리였고, 두 번째 울음은 검강의 울음이었다. 슈각! 턱 위정천은 온 내력을 검에 집중하여 두 겹의 검강을 시전하여 혈강시의 몸을 그대로 갈라버렸다. 정확히 두 조각이 난 혈강시는 잠시 꿈틀거리다가 이내 잠잠해졌다. 위정천은 마치 친구를 대하듯 자왕을 향해 한 번 웃어주었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미 혈멸기사단들은 자신들의 골렘과 함께 혈강시와 싸우고 있었다. 모두가 엎치락뒤치락하며 승세를 잡고자 노력하고 있었다. ‘승산이 있다.’ 위정천은 그 이유를 하늘에서 찾았다. 아직까지 전투에 참가하지 않은 송현을 보았기 때문이다. 송현은 혈멸기사단과 혈강시의 전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다만 혈강시의 수가 많아 혈멸기사단이 밀리고 있을 뿐이었다. 송현은 마나를 손에 집중했다. 푸르스름한 마나가 송현의 손에서 희미하게 빛을 발했다. 송현은 마치 무엇이라도 베려는 마냥 허공을 베었다. 푸른색 일통인 하늘에 가늘지만 검은 실선이 송현의 손을 따라 그어졌다. 그리고 가는 실선은 차츰 굵어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사람 한 명은 거뜬히 들어갈 수 있는 크기로 커졌다. “인왕, 유왕, 오왕, 해왕, 모습을 드러내라.” 송현의 목소리에는 거부할 수 없는 강렬함이 담겨져있었다. 쫘아아악 놀랍게도 하늘에 그려진 검고 굵은 선에 거대한 두 주먹이 보였다. 그리고는 검고 굵은 선을 찢어버렸다. 그리고 호랑이 형상을 한 인왕이 그 어둠 속에서 머리를 내밀어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마치 커다란 자루 안에서 자루를 찢고 밖으로 나오는 행동들이었다. 인왕은 찢어진 하늘에서 몸을 밖으로 반 정도 내밀고는 송현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송현은 그저 두 눈의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인왕의 고개는 송현의 눈동자를 따라 아래의 전장으로 떨구어졌다. “저 세상의 이치를 벗어난 것들을 모조리 부셔버려라, 그리고 저들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도록. 가라, 인왕!” 쿠오오오오오오 인왕은 하늘을 향해 한번 괴성을 지르고는 그대로 땅으로 뛰어내렸다. 쿵! 갑작스러운 인왕의 등장에 전장은 잠시 멈칫했다. 시간이 멈춘 듯 모두의 동작이 일시에 멈추고는 인왕을 보았다. 쿵 쿵 쿵! 그리고 들려온 세 번의 발굴음 소리와 함께 느껴진 땅 울림. 인왕을 선두로 그 뒤로 거대한 철상 세 개가 서있었다. 닭 형상인 유왕, 말 형상인 오왕, 돼지 형상인 해왕이었다. 인왕이 한 걸음 앞으로 내딛으며 검을 하늘 위로 들었다. 쿠오오오오! 강렬한 진동과 함께 머리를 울리는 소리가 인왕으로부터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인왕을 중심으로 다른 골렘들이 서로의 마음을 공유를 하는 듯 일제히 푸른 안광을 내뿜었다. 그리고는 모두가 일제히 몸을 날려 자리를 새로 잡았다. 혈강시들을 안에 가두는 모양의 원진이었다. 하나 하나의 골렘들은 자신과 한 조를 이루는 혈멸기사단에게 부드러운 안광을 잠시 보여주고는 다시 날카로운 안광을 띠며 혈강시들을 노려보았다. 혈멸기사단은 서로의 골렘에게서 느낀 감정은 모두 똑같았다. 자신들에게 맡겨달라는 말을 자신들에게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비록 말은 하지 않았지만 모두 알 수 있었다. 서로의 마음을 서로 공유하기 때문이다. 혈멸기사단은 하늘에 떠있는 송현을 올려다보고는 혈교의 무사들 사이로 일제히 몸을 날렸다. 그리고 그들을 베어나갔다. 골렘들의 행동에 의해 싸움은 차츰 난전(亂戰)으로 바뀌어갔다. 골렘 vs 혈강시 송현은 더 이상 시간을 끌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플라이 마법을 해제하며 골렘이 있는 곳으로 뛰어내렸다. ―학비야, 너는 계속적으로 기사단을 도우거라. 위험하니 절대로 땅으로 내려와서는 안 된다. 알았지? ―사신수, 너희들은 기사단을 도와 혈교의 무리들을 모조리 없애라. 혈강시의 수로 인해 대략적으로 골렘 2기에 강시 3구와 싸움이 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 계산적일 뿐이다. 모든 것이 이런 규칙에 의해 돌아갈 수 없는 것처럼 어떤 골렘은 세구의 혈강시를 맡고 있었고 어떤 골렘은 2기가 1구의 혈강시를 맡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제아무리 철로 된 골렘이라도 해도 세구의 혈강시를 맡을 수는 없었다. 그 중에 가장 위험한 것이 인왕이었다. 인왕의 선봉으로 골렘들이 모인지라 본능적으로 혈강시들은 인왕에게 우선적으로 몰려있었다. 송현은 재빨리 블링크를 써서 인왕에게 다가갔다. 인왕에게 다가가며 송현은 끊임없이 인왕의 상태를 살폈다. 인왕 온 몸에 상당히 흠집이 나있었다. 그와 더불어 혈강시들의 몸에도 상당수의 상처가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그 넷은 상처의 고통을 못 느끼는지 조금도 움츠러듦이 없이 싸우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몸에 상처가 하나가 더 늘 때마다 더욱 투지를 올리고 있는 듯 했다. 송현은 인왕을 둘러싼 혈강시 발아래 자그만 야생초(野生艸)들이 몇 포기 나있는 것을 보았다. 그것을 보는 순간 온 몸의 마나를 풀이 있는 곳으로 흘려보냈다. “그로우!” 자그만 풀들이 순식간에 밧줄정도로 굵게 자랐다. 갑자기 자라난 풀들로 인해 혈강시들의 발은 자유롭지 못하게 되었다. 세구의 혈강시들이 잠시 신형이 흐트려졌을 때 송현은 다시 한 번 자신의 마나를 풀들에게 흘려보냈다. “바인딩!” 한 마리 뱀처럼 풀들은 혈강시의 다리를 감쌌다. 보통의 상황이라면 혈강시들이 충분히 피할 수 있겠지만 신형이 흐트러진 상태라 어이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속박당한 것이다. 그 순간을 인왕이 놓칠 리가 없었다. 인왕은 검을 수평으로 만들었다. 우우우웅 푸른빛이 인왕의 검을 둘러쌓다. 오러블레이드였다. 누가 보아도 수평으로 검을 휘둘러 혈강시 세구를 한번에 베어버리려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혈강시들은 그저 두 눈만 깜빡이며 인왕의 검을 볼 수밖에 없었다. 혈강시 들이 잠시 주춤하는 사이에 식물들이 혈강시의 온 몸을 칭칭 감쌌던 것이다. ‘아니야, 저런 오러블레이드로는 혈강시의 몸을 양단하지 못한다.’ 그렇게 생각한 송현은 인왕의 검에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송현은 인왕의 검보다 먼저 마법을 시전 해야 하기에 서둘러 마나를 온 몸으로 돌렸다. 일단 가능성을 점칠 수는 없었지만 해보지 않는 것보다는 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 “위켄!” 일반적으로 무생물들인 사물에 쓰이는 약화 마법이었다. 단단한 돌들이나 쇠들을 무르게 하는 마법이었다. 송현이 이 마법을 잠시 망설인 이유는 혈강시라는 이유였다. 혈강시의 존재가 생물이라고 볼 수 없지만 그렇다고 무생물이라 보기도 어려웠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일단 약화 마법을 혈강시에게 펼친 것이다. 송현은 약화 마법이 혈강시에게 펼치자마자 바로 윈드커터를 만들었다. 쉬이이이잉 거친 바람이 송현의 몸을 휩쓸자마자 송현의 몸 주위에는 30여개의 윈드커터가 만들어져 있었다. 송현은 다시 한 번 윈드커터를 움직여 한 곳으로 모았다. 정확히 10개를 기준으로 한 곳으로 모은 것이다. 그러자 30여개의 윈드커터는 한 곳으로 모이고 모여 3개의 윈드커터만 그 모습을 드러냈다. 보이기에는 평범한 3개의 윈드커터지만 그 속에는 무시하지 못할 마나를 가지고 있었다. 바로 10개의 윈드커터가 중첩에 중첩을 거듭해 1개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가랏!” 송현은 인왕이 검으로 혈강시를 베어가는 것에 맞추어 마나 중첩이 된 윈드커터 세발을 날려 보냈다. 쑤아아아아 매섭게 날아간 윈드커터는 간발의 차이로 인왕의 검보다 먼저 혈강시의 몸을 베었다. 크르르륵 샤각! 샤각! 샤각! 거친 소리에 연이어 인왕의 검이 한줄기 검광(劍光)이 혈강시의 세구의 몸을 지나 그렸다. 아름다운 푸른빛의 반월형상의 검광위로 혈강시의 상반신이 하반신에 미끄러지며 땅으로 떨어졌다. 툭! 툭! 툭! 정확히 세 번의 소리. 그리고 보이는 것은 허리 잘린 세구의 혈강시의 상반신이었다. 인왕은 잠시 세 구의 혈강시를 내려보고는 송현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희미하지만 두 눈에서 빛을 띠고는 다시 혈강시를 향해 몸을 날렸다. 송현 역시 다른 골렘을 돕기 위해 몸을 돌렸다. 골렘과 혈강시의 전장을 바라보는 혈진강의 얼굴은 시간이 갈수록 구겨졌다. 세상에 듣도보지도 못한 이상한 철상이 나타나더니 혈강시와 막상막하로 싸우고 있는 것이었다. 아니 오히려 혈강시들을 밀어붙이고 있었다. 단지 지금 혈강시의 수가 더 많아서 비등한 싸움을 하고 있지만 그것도 송현이 나타나면서 그 기울기가 기울어져갔다. 잠시 꿈을 꾸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할 정도였다. 어느 누가 철상이 나타나 혈강시와 싸운다고 하면 믿겠는가, 말이다. 그렇게 멍하니 있었다. 그것도 잠시. 혈진강은 서둘러 정신을 차리고 다시 혈강시들이 있는 전장을 보았다. “크으으으!” 18구나되던 혈강시들중에 바로 서있는 것은 10여구 정도가 다였다. 모두 저 철상들에 의해 쓰러져있었다. 어떻게 수습해가 다시 복원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혈강시들을 망가트려놓은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혈진강의 입에서 세어 나오는 분노는 단지 혈강시 때문이 아니었다. 그 전장 한 중심에 여유롭게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바라보는 송현의 모습 때문이었다. 그것도 모자라 송현은 자신을 향해 여유롭게 산책하듯이 다가오는 것이었다. 골렘 vs 혈강시 박정수 입니다. ^^ 여러분의 관심으로 이번에 6권이 나왔습니다. 감사합니다. 책으로도 많은 관심부탁드립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 ********************************************************************************************* 송현은 혈진강의 이성을 흩트리기로 마음먹었다. 유람 나온 문사와 같은 한층 여유로운 모습으로 주위를 둘러보다 우연히 눈이 마주치는 모습으로 혈진강을 보았다. 자신의 그런 행동이 혈진강을 자극시켰음을 혈진강의 얼굴빛으로 알고도 남았다. 얼굴 가득 잘 익은 홍시마냥 붉어져 있었고 온 몸은 눈에 잘 띠지는 않았지만 떨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때마침 송현의 눈이 번쩍였다. 자신을 신경 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뒤에 있는 혈강시와 골렘에게 잠시 시선을 주고 있는 것이었다. 애써 여유로움을 보여주려 하는 듯 했다. “이봐, 그쪽을 신경 쓸 여유가 없을 텐데.” 송현은 뒷짐을 진 채로 아주 미약한 마나지만 충분히 시각적으로 보여줄 수 있을 정도의 파이어 볼을 만들었다. 일반인들에게도 그저 가벼운 화상조차 줄 수 없는 그런 파이어 볼이었다. 그러나 다분히 보여줄 수 있었고 마나가 미약하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알아차릴 수 없었다. 그렇게 등 뒤에 만들어진 파이어 볼을 텔레포트를 이용하여 혈진강의 발 앞에 터트려버렸다. 퍼버버벙 혈진강은 송현을 무시하며 혈강시를 보았다. 자신도 그와 못지않게 여유가 있음을 보여주는 무언의 시위였다. 그런데 자신을 호위하는 팔혈성조차 알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자신의 발아래서 화기가 느껴지며 강렬한 폭발음이 들린 것이었다. “헉!” 갑작스러운 화기에 혈진강은 자신도 모르게 헛바람을 들어 마셨다. 그리고는 이내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는 치솟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더욱 온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어딜 그렇게 보시나.” 송현은 더욱 비릿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 모습에 혈진강은 참지 못하고 자신의 품에 있던 종을 거칠게 쳤다. 딸랑 따라라랑 딸랑 따라라랑 귀가 따가울 정도로 거친 종소리였다. 그 소리와 함께 골렘의 싸움에 참가하지 않고 있던 2구의 혈강시가 송현의 앞으로 나섰다. “저 자를 죽여라.” 송현은 강기 같지 않은 혈강시를 보았다. 그런 송현의 두 눈은 조금 이채를 띠었다. 다가오는 혈강시 하나가 무척 눈에 익숙했기 때문이다. “음...” 송현의 두 눈은 조금 차분해졌다. 강렬한 투기를 내뿜는 한 구의 혈강시는 다름 아닌 예전에 혈교의 소교주라는 꼭두각시 노릇을 하던 혈성이었다. 그가 보여주는 투기와 내력은 피부를 따끔거릴 정도로 강렬했다. “어떤가? 혈강시 중에서도 두 손가락 안에 드는 놈이다. 저 놈은 우리가 좀더 신경을 써서 만들었지. 크크크. 네 놈에게는 반가운 얼굴일 수도 있겠어.” 마음이 조금 안정이 되었는지 목소리가 다시 차분해졌던 것이다. “그때 확실히 죽이지 않은 것이 후회가 되는군.” 송현은 불쌍한 눈빛으로 다가오는 혈성을 보았다. “크크크, 그런가? 그 점에 대해서는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그 덕분에 저 놈에게 특별한 무공을 가르쳤지. 혈폭공이라는 무공을 말이야. 사실 혈폭공이 혈강시를 만들기 위해 익히는 무공이니 말이야. 크하하하.” 송현은 혈진강의 목소리에 머리끝까지 분노가 치솟았다. 저 인간같지도 않은, 짐승이나 행할 짓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것에 대한 분노였다. “네 놈은 정년 여기서 죽여줘야겠다.” 송현은 마나를 일시에 개봉했다. 콰아아아아 쏴아아아아 강렬한 마나의 바람이 송현의 옷자락을 찢어버릴 듯 휘날렸다. 송현은 다가오는 혈강시를 향해 자신도 걸음을 옮겼다. 푹 푹 푹 단단하게 다져진 땅마저 송현의 발걸음에 푹푹 족인이 찍혔다. 마치 무인이 자신의 강함을 선보이는 자세와도 같았다. 송현은 자신도 모르게 무인의 이런 점들을 배웠던 것이다. 물론 송현은 몰랐지만... 송현은 우선 혈성과 함께 다가오는 혈강시를 향해 몸을 틀어 몸을 날렸다. 일단 거슬리는 것을 없애고자 생각했다. 살아있을 적 권법의 고수였는지 강렬한 권풍을 송현에게 날렸다. 송현은 두 손이 땅에 닿을 정도로 허리를 숙였다. 그리고는 용천혈에 마나를 폭발시킬 듯 밀어 넣으며 지면을 박찼다. 그리고는 혈강시의 품안에 파고들었다. 거기에 맞춰 혈강시는 자신에게 날아오는 송현의 안면에 다시 한 번 권을 내질렀다. 송현은 순식간에 블링크를 써서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수우우웅 권풍은 송현의 잔상만 흩트려버리고는 허공 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송현이 나타난 곳은 바로 혈강시의 머리 바로 위였다. 송현은 떨어지는 힘을 이용하여 혈강시의 머리를 누르는 동시에 중력 마법을 혈강시에게 강하게 걸었다. 푸우욱 혈강시의 몸은 말뚝이라도 된 냥 송현이 누르는 힘과 중력 마법에 의해 땅에 머리만 나두고 박혀버렸다. “체인지 아이언!” 송현은 박혀있는 혈강시 주위의 땅덩어리를 쇠로 만들어버렸다. 일단 얼마라도 혈강시를 잡아두기 위해서였다. 그 순간 호수에 얼음이 얼듯이 혈강시의 몸을 중심으로 땅은 서서히 쇠로 변해갔다. 대략 3m에 달하는 원형으로 거대한 쇠덩어리가 땅에 박힌 형상이 되었다. 그제야 송현은 허리를 펴고 혈강시가 되어 자신에게 다가오는 혈성을 보았다. 송현의 표정에는 조금 측은함이 보였다. “내 너를 편하게 잠들게 해주겠다. 옛정이라 보아도 무방하다.” 어쩌면 싸늘하지만 한편으로 정이 느껴지는 말을 혼자 중얼거리듯 툭 던지고는 혈성을 향해 화살이 활에서 벗어나 쏜살같이 날아가듯 달려갔다. 잠시 두 눈을 감았던 송현의 두 눈이 떠지자 강렬한 안광이 번쩍였다. 대해(大海)같은 고요함이었다. 그 눈과 마주친 혈성은 이지(理智)가 없음에도 본능적으로 몸을 움찔 거렸다. 송현은 다가오는 혈성에게 10여발의 아이스 스피어를 날렸다. 쑤아아앙 10여 발의 아이스 스피어는 모두 혈성의 다리를 향해 날아갔다. 아무리 혈성이 뛰어난 무공을 펼친다고는 하나 이미 혈강시가 되어버린 그가 정확한 상황판단을 할리 없었다. 그런 혈성이 아이스 스피어를 모두 피하기는 어려웠다. 송현의 에상대로 아이스 스피어 2발이 각각 혈성의 오른쪽 허벅지와 정강이에 한발씩 꽂혔다. 혈성의 오른쪽 다리는 모두 얼음으로 뒤덮여 버렸다. 아무리 혈강시의 관절이 부드럽다고는 하나 이때만큼은 다른 강시와 마찬가지로 껑충껑충 뛰면서 송현에게 달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송현은 자신의 등 뒤에 있는 땅에 박혀있는 혈강시를 생각하며 혈성의 등 뒤로 블링크했다. 그리고는 궁극의 8서클 마법인 블리자드 마법을 실현시켰다. “차가운 눈 폭풍이 세상을 모두 얼려버리고 날려버릴 것이다!” 쐐애애애앵 쿠르르르르 쿠아아아아아 순식간에 거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겨울을 생각나게 할 만큼 주위의 온도가 내려갔다. 그리고 주위의 모든 것들을 얼리기 시작한 것이다. 거기에 내리기 시작한 하얀 눈송이들은 북해를 생각하게 할 정도로 급격히 주위의 온도를 내리는데 일조(一助)했다. 혈진강 몰려오는 추위에 자신의 내공을 일으켜 몸의 온도를 유지했다. 그러나 거센 눈 폭풍에 시야가 가려진 것은 어찌하지 못했다. 이 세상을 모두 얼려버리기 전까지 멈추지 않을 것 같던 눈 폭풍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졌다. 겨우 눈을 뜬 혈진강은 다시 두 눈은 부릅뜰 수밖에 없었다. 말로 설명조차 할 수 없는 눈 폭풍에 혈성은 물론이요, 머리밖에 모습을 드러내 놓지 않은 또 1구의 혈강시마저 얼음 조각상 마냥 얼어붙어있었기 때문이다. 혈성은 자신의 몸이 부서지는지도 모르는 채 몸을 움직이려 애를 썼다. 그 곳에 송현이 강한 일권을 내지르려 하는 모습이 혈진강의 눈에 들어왔다. ‘저, 저것을 잃어서는 안 된다.’ 혈진강은 혈강시인 혈성이 가지는 가치를 알고는 송현을 막아야한다고 생각했다. “팔혈성, 저 놈을 막아라. 혈성은 없어서는 안 될 귀한 혈강시다.” 팔혈성은 혈진강의 명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송현을 몰아쳐갔다. 그 중 가장 강한 것이 일(一)이라는 것을 증명하듯이 가장 먼저 송현에게 다가왔다. 파파파팟 일은 강력한 발길질로 송현의 가슴팍을 후려쳤다. 그리고 정확히 송현의 가슴팍에 일의 발길질이 먹혔다. 그러나 송현이 형체가 없는 유령이라도 되는 듯 일은 송현을 그대로 통과해버렸다.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일은 균형을 잡지 못하고 땅바닥을 뒹굴렀으며 나머지 팔혈성은 달라가는 몸을 멈출 생각도 하지도 못하고 마냥 송현을 향해 멍하니 발을 놀렸다. 그 순간 제 삼자의 입장으로 지켜보던 혈진강의 머릿속을 스치는 것이 있었다. 바로 하늘을 새 마냥 날아다니던 송현의 모습이었다. 혈진강은 목이 부러지라 고개를 번쩍 쳐들었다. 그 곳에 또 하나의 송현이 있었다. 혈진강은 자신의 눈을 의심하며 땅에 있는 송현과 하늘에 떠있는 송현을 번갈아보았다. 하늘에 떠있는 송현은 아래에서 자신을 올려다보는 혈진강에게 미소를 한 번 지어주고는 한 팔을 살짝 휘둘렀다. 그러자 땅에 있던 송현은 안개가 사라지듯이 그 모습을 감추었다. 바로 땅에 있던 송현은 허상마법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송현은 두 팔을 번쩍 들고는 재빠르게 헬 파이어를 만들었다. “지옥의 불길로 세상의 모든 것을 태워버리리라!” 시뻘건 화구가 송현의 머리위에 만들어졌다. 땅에 있던 자들의 눈에는 또 하나의 태양을 연상시켰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한 겨울을 넘어서 북해를 연상시키던 기온은 이제 뜨거운 사막을 연상시키듯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송현은 아주 가벼운 동작으로 팔을 땅으로 내렸다. 쿠아아아아아아아아아 하늘에 떠 있는 태양은 땅으로 떨어지지 않는다. 모두가 의심치 않는 상식 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상식이었다. 그런데 지금 시뻘건 태양이, 하늘에 떠 있어야하는 태양이 지금 땅으로 내려왔다. 그것도 매우 빠른 속도로... 쿠콰콰콰콰콰콰쾅 헬 파이어가 그대로 땅에 꽂혔다. 혈성을 중심으로 다른 혈강시와 팔혈성의 대부분을 끌어안으면서... 소림사의 변질과 혜각대사와의 만남 뚜각 뚜각 뚜각 성도와 성도를 잇는 관도에 기분 좋은 말발굽 소리가 들렸다. 10인의 인물과 10마리의 흑마들이었다. 느긋이 말을 몰고 가는 것이 아주 평온해 보였다. 그리고 말들을 탄 인물들도 모두 부드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혈진강 무리들을 모조리 전멸시키고 숭산 소림사로 향하는 송현의 일행들이었다. 남궁혁은 말을 몰아 송현의 옆으로 다가갔다. “형님.” 송현이 돌아본 남궁혁의 얼굴에는 나 궁금한 게 있습니다, 라고 광고를 하는 마냥 반짝이는 두 눈으로 호기심 어리게 송현을 보고 있었다. “그래, 뭐가 궁금한 게 있는 것 같은데.” “하하하, 그걸 어떻게.” 남궁혁은 뒤통수를 긁적이며 멋쩍은 웃음을 보였다. “근데, 혈교 놈들을 때려잡을 때 그 뭐시기야, 눈 폭풍을 일으켰지 않습니까? 꼭 제가 북해에 있는 것 같았습니다.” 남궁혁이 무엇을 물어보려는 지 송현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제가 처음 보는 것이라서 말이지요. 그리고 그 전에 보여줬던 헬빠이... 하여튼 그것도 볼수록 무섭던데요. 근데 그게 두 번을 쓸 수 있었는지는 몰랐습니다. 형님을 보면 무림제패가 뭡니까, 천하도 발 아래 놓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남궁혁의 말에 송현은 문득 일행 모두의 시선이 자신에게 쏠려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왠지 쑥스러워졌다. 차라리 선망의 시선이라면 이렇게까지 쑥스럽지는 않을 것이다. 과거에 선망에 대한 시선을 많이 느꼈기에 익숙해져있었지만 이것은 또 다른 것이었다. 마법에 대해 거의 무지한 이들에게서 오는 또 다른 시선. 일행들 모두 마법무구를 사용한다지만 그것은 어디까지 수박 겉핥기였다. 그런 그들의 시선은 송현에게 있어 또 다른 어색함이었다. ‘아무리 마법이 없는 세상이라고 하지만 마법에 익숙해지지를 않아. 휴우! 이들도 이럴 진데 다른 이들은 오죽할까.’ 혈멸기사단 모두가 시선을 송현의 입으로 향했지만 남궁혁의 머릿속에는 하나의 영상이 흐르고 있었다. 남궁혁은 자신의 술왕과 함께 어렵게 혈강시를 상대하고 있었다. 전장이 투기와 살기로 인해 후끈후끈 거렸다. 그때 이런 열기뿐만 아니라 흡사 뜨거운 용암마저 삼켜버릴 듯한 차가운 냉기가 온 몸을 휘감았다. 그 냉기가 얼마나 강했는지 이지를 상실한 혈강시조차 손발을 거두고 눈 폭풍이 몰아치는 곳으로 고개를 돌릴 정도였다. 남궁혁 자신도 눈앞에 날리는 눈을 보며 잠시 고개를 갸우뚱했다. ‘오뉴월에 서릿발도 아니고 이런 화창한 날씨에 눈이라니.’ 남궁혁은 술왕에게 혈강시를 맡기고 잠시 한 걸음 뒤로 물러나 눈이 날려오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놀랍게도 송현이 있는 장소에 거센 눈보라가 몰아치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눈보라가 멈추고 거대한 태양이 송현의 손에 의해서 만들어지더니 혈강시 2구와 팔혈성을 집어삼키는 것이었다. 자신도 모르게 온 몸을 떨었다. 바로 흥분감이었다. 그리고 자긍심이었다. 남궁혁은 송현이 보여준 8서클 마법을 마치 자신이 한 것처럼 뿌듯함을 느끼며 어깨를 쫘악 폈다. 뜨거운 열기가 가시자 하나의 태양이 떨어졌던 곳은 거대한 원형을 이루며 움푹 파져있었다. 팔혈성 뿐만 아니라 혈강시의 시신조차 찾을 수 없었다. 모두가 강한 화기에 어떤 재하나 남기지 못하고 타버린 것이라는 것을 남궁혁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팔혈성도 성취의 깊이가 달랐는지 아니면 대열을 가추고 달려갔는지 모르겠지만 팔혈성 중 한 인물만이 간신히 살아남았다. 송현은 저 하늘 높이 거만한 듯 떠있었지만 어느 누구도 그를 오만하다고 말하지 못했다. 아니 당연한 모습이라 생각했다. 혈교의 무사들도 말이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혈멸기사단에게는 더없는 힘이, 혈교의 무리들에게는 다시 없을 지옥을 송현은 보여준 것이다. 자신들과 사신수를 근처 야트막한 구릉으로 한순간 순간이동 시킨 것이다. 마치 자신들이 잘 구경할 수 있도록 저 멀리 전장도 아주 잘 보이는 위치였다. 그 순간 주위의 땅이 흔들릴 정도로 거대한 땅 덩어리가 10m가 넘게 움푹 들어가버린 것이다. 혈교의 무사들은 물론이요 주위의 나무와 바위들마저 그대로 움푹 지하로 내려앉은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진정한 송현의 능력은... 그리고 남궁혁은 보았다. 또 하나의 태양이 땅으로 떨어지는 것을... 그러나 조금 전 송현이 보여준 태양과는 조금 다른 듯 했다. 저 하늘 끝에서 무엇인가 반짝이더니 이내 거대한 구덩이에 내려앉은 것이었다. 쿠콰콰콰콰콰쾅! 자신들이 있는 곳까지 지축의 울림이 전해져왔던 것이다. 그리고 남궁혁은 입을 쩌억 벌렸다. 분명 전의 것보다 작은 태양이건만 그 위력은 배에 달했던 것이다. 조금만 남궁혁이 세심하게 살폈다면 방금 내려온 태양은 헬파이어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내려온 또 하나의 태양은 순수한 열기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닌 그 중심에 이질적인 것이 존재한다는 것도 알았을 것이다. 남궁혁은 그저 송현의 능력에 놀라워하며 그저 헬파이어와 같은 것이라 미리 짐작했던 것이다. 왜냐하면 그 이상의 마법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무림 역사상 최초의 메테오 마법이 소리 소문 없이 그 모습을 드러냈던 것이다. 남궁혁의 기억은 이것을 끝이 났다. “나라고 무작정 마법을 쓸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잖아.” 송현은 상념에서 깬 남궁혁을 향해 어깨를 한번 으쓱거리고는 웃으며 말을 몰아 조금 앞으로 나갔다. ‘하긴, 아무렴 어때. 형님이 있어 든든하면 되는 것을.’ 남궁혁은 그렇게 생각하며 가벼운 마음을 가졌지만 다른 이들은 송현의 허탈한 대답에 온 몸에 기운이 다 빠져 어깨가 축 처졌다. 사실 송현이 자세히 설명한다고 해도 어느 누구하나 정확히 알아 듯는 이는 없겠지만 그래도 무엇인가 장황한 대답을 기대했던 것이다. 이런 사실을 일부러 아는지 송현은 자신들의 기대를 여실히 박살낸 것이었다. 송현은 일행들과 조금 거리를 두고 말을 몰았다. 이제까지 볼 수 없었던 표정이 입가에 걸렸다. 그것은 미소였다. 그러나 입이 얼마나 크게 벌여졌는지 귀에 걸리지 않는 긋이 이상할 정도였다. ‘메테오라... 내가 메테오 마법까지 쓸 수 있다니 꿈만 같아. 만류귀종(万流歸宗)이라... 좋은 말이야.’ 사실상 송현이 메테오 마법은 어느 정도 도박이었다. 8서클이 오르면서부터 언제나 도박과도 같은 마법을 펼친 것은 사실이었지만 이번만큼은 송현 자신도 장담할 수 없었던 것이다. 8서클의 마법서도 없이 그저 순수한 문헌에 적혀있는 것을 기억해 다시 재연하기란 하늘에서 별을 따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모르긴 몰라도 자신이 살던 대륙의 8서클 마법과는 같은 효과를 내되 마법 수식과 마법 시행 과정은 크게 다를 것이라 짐작했다. 그래도 그들에게 뒤지지 않을 8서클의 마법을 충분히 만들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일까, 송현은 만류귀종이란 단어를 입안에서 오물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자신만의 기쁨을 홀로 느끼고 있었다. “가가.” 양설린은 송현에게 다가와 그렇게 홀로 생각에 잠긴 송현을 불렀다. 아무런 대답이 없자 양설린은 입을 앞으로 삐죽 내밀었다. 소림사의 변질과 혜각대사와의 만남 양설린은 다시 조금 큰 목소리로 송현을 불렀다. “가가.” 송현은 양설린의 거듭되는 목소리에 자신만의 희열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제야 시선을 돌린 송현은 양 볼을 잔뜩 부풀린 양설린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미안하오, 내 잠시 딴...” 송현은 자신의 말을 끝까지 이을 수 없었다. 양설린이 송현 자신의 말 도중에 콧바람을 끼며 휑하니 앞으로 나간 것이었다. “서, 설린!” 송현은 토라져가는 설린이 너무나도 귀엽게만 느껴지는 동시에 한편으로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요 근래 거듭되는 싸움으로 따뜻하게 안아주지도 못했었다. 휘리리릭 송현은 말안장을 오른발로 차며 몸을 허공으로 날려 양설린의 말로 날아갔다. 그리고 송현이 내려앉은 곳은 다른 아닌 양설린의 등 뒤였다. 최대한 살며시 내려앉은 송현은 양설린의 허리를 감싸않았다. 찰싹 양설린은 허리를 잡는 송현의 손을 가볍게 때렸다. “어딜 만져요.” 말투는 제법 사나웠다. 그러나 그녀의 얼굴에는 미소가 한가득 번졌다. “설린... 사랑하오.” 송현은 양설린의 귀에 입을 가져다 대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사랑을 속삭였다. 양설린은 한편으로 너무나도 얄미운 송현을 괴롭히고자 했지만 송현의 속삭임 한 번에 그대로 무너져버렸다. “가가...” 양설린은 손을 내려 자신의 허리를 감싸고 있는 송현의 손 위에 부드럽게 올렸다. 그리고 넓은 송현의 가슴에 폭 파묻혔다. 둘은 양설린의 마형 골렘인 묘왕을 타고 사랑을 속삭였다. 그렇게 둘만의 시간을 보낼 때 양설린의 손은 습관적으로 자신의 목으로 향했다. 항상 목에는 송현이 준 목걸이가 걸려있었기 때문이다. 양설린은 손에는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그러던 중 송현이 자신의 목걸이를 다시 받아갔음을 기억했다. 그때가 바로 혈교 무리와의 싸움을 끝났을 때였다. 당시에는 혼란속이라 그저 송현이 필요하다고 했기에 아무 생각없이 목걸이를 주었던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니 왜 여인이 쓰는 목걸이를 다시 받아갔을까, 라는 생각이 슬며시 들었다. 송현도 양설린이 아무것도 없는 목을 자꾸 쓰다듬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양설린의 목걸이를 다시 받은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송현은 주먹의 절반도 안 되는 작은 메테오를 떨어트려 혈교의 무리들을 그대로 몰살시켜버렸다. 그리고 흥분과 성취감에 온 몸을 잔잔히 몸을 떨고 있을 때 문득 미약하지만 두 개의 마나를 느꼈던 것이다. 그대로 투시마법과 천리안 마법을 이용하여 두 마나의 존재를 살폈다. 하나는 싸움 중간에 슬며시 사라진 첩형이라는 자였다. 그리고 또 하나는 혈진강이었다. 수많은 시신이 그의 몸을 덮어 그의 목숨을 살려준 것이다. 그리고 혈진강 자신도 살기위해 땅을 파 땅 속으로 몸을 숨긴 것도 그가 살수 있었던 이유였다. 그것을 보여주듯이 혈진강의 손가락에는 손톱이 벗겨져있었고 피가 맺혀있었다. 확연히 살고자 두 손으로 땅을 팠었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 간신히 살아남은 혈진강은 온 몸은 망신창이가 되어있었다. 손가락 하나 까닥할 여유도 없어 보이건만 최대한 숨소리마저 죽여 송현 자신의 이목을 속이고자 하는 것이었다. 그런 모습을 투시마법으로 보자 실소가 세어 나왔다. 저렇게 살고 싶을까, 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냥 저 둘을 서둘러 죽이고 자리를 뜨고자 했다. 그렇게 마지막 일격을 날리려할 때 송현의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다. 바로 양설린의 목걸이였다. 단순히 여인들이 치장하고자 하는 목걸이가 아닌 탐색 마법이 걸린 마법 물품이었다. 그 순간 송현은 여러 가지 계획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그리고 빠른 시간 안에 과감히 한 가지를 선택했다. 혈진강을 살려주자는 것! 그냥 단순히 혈진강을 살려주고자 하는 것은 아니었다. 혈교의 뿌리까지 뽑고자 한다면 그들의 본거지를 알아야하기 때문이다. 그저 미끼의 역할로 혈진강을 살려주려고 하는 것이었다. 송현은 양설린에게서 다시 목걸리를 가져와 탐색 마법이 걸린 보석을 뽑았다. 크기도 작아 송현이 사용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송현은 혈진강을 모른 척 하며 일행들을 데리고 사라지며 탐색 마법이 걸린 보석을 혈진강의 대퇴부로 텔레포트 시켰다. 확실히 송현의 예상대로 혈진강은은 자신들이 사라지자 살기위해 몸부림쳤고 그 사실을 알게 되자 첩형은 땅속 깊숙이 묻혀있는 헐진강을 땅위로 끌어올렸다. 그들의 모습을 송현은 백호로부터 상세히 전해 들었다.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첩형은 폐인이 되기 일보직전인 혈진강을 둘러메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아마도 근처 자신들의 지부로 갈 것이 분명했다. 정확히는 몰라도 혈교의 본거지가 중원 무림에 있을 리 없었고 지금 혈진강의 몸으로 갈수 없기 때문이다. 대략 몸을 어느 정도 회복하고 나서야 본거지로 갈 것이 분명했다. 그러자면 아무리 못해도 대략 한 달의 시간은 걸리리라 생각했다. 송현은 그때까지 모든 준비를 끝내고자 했다. “가가,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세요?” 송현은 회상은 더 이상 이어지지 못했다. 바로 자신의 품에서 행복한 표정으로 안겨있는 양설린 때문이었다. “아니오. 내 다시 목걸이를 선물해 주겠소. 전에꺼보다 더 아름다운 것으로 말이오.” “약속하시는 거예요.” 양설린은 새끼손가락을 들어올려 송현의 얼굴 앞으로 들어 밀었다. “자, 약속.” 양설린의 애교어린 말투로 새끼손가락을 살짝 흔들어보였다. “설린, 그런 것보다 확실히 도장을 찍는 것이 더 낮지 않겠소?” “도장요?” 양설린은 느닷없는 송현의 동문서답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약속의 증표인 계약서를 쓰는 것도 아닌데 도장을 찍는다고 하니 도대체 무슨 뜻일까,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런 생각도 오래가지 못했다. 흡! 바로 송현의 입술이 양설린의 입술을 덮쳐온 것이다. ―이게 바로 확실한 약속의 도장이오. 입술이 자유롭지 못한 송현은 매직마우스로 양설린에게 변명 아닌 변명을 했다. [치-! 이런게 어디있어요.] 토라진 목소리에 반항을 보여주는 몸부림, 거기에 조금은 거칠게 두 주먹으로 송현의 가슴을 쳤다. 그러나 그런 행동에도 불구하고 양설린의 두 눈은 서서히 감겼고 나근하고도 행복한 기분으로 빠져들었다. 소림사의 변질과 혜각대사와의 만남 박정수 입니다. 휴우~! 지금 날아오는 돌들을 피하기 정신이... 아앗! 퍼버벅! ... 없습니다. ㅠㅠ 그래서 조금이나마 달래드리기 위해 이렇게 한 편 더 올립니다. 봐주세요............! 헉! 아직 돌들이... 위, 위험해! 후다다닥!(재빨리 돌을 피해 도망침) ******************************************************************************************** 저 멀리 숭산이 보이기 시작했다. 송현의 뜻에 따라 소림사로 향한 것이었다. 모두들 그저 묵묵히 송현을 믿고 따라와 준 것이었다. 그러나 송현도 모두 자신의 뜻대로 할 수 없기에 위정천과 상의를 했고 동조를 얻어 이 곳으로 온 것이다. 이제 송현이 해야 할 일은 어떻게 해서든 소림사의 봉문을 풀고 혈교와의 전쟁에 동참시켜야 하는 것이었다. 숭산에 들어선지 얼마 되지 않아 소림사 산문이 눈앞에 보였다. 거대한 크기의 산문을 보는 순간 위압감에 몸이 움츠러질 정도였다. 송현의 일행들은 소림사로 향하지 않고 다시 발걸음 뒤로 했다. 소림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자리를 잡고 밤이 오기를 기다렸다. 어차피 자신들이 가도 봉문을 한 소림사에서 그들을 반갑게 맞아줄 리가 없었다. 그런 소림사에서 방장을 만난다는 것은 더더욱 어불성설이었다. 그렇지만 소림사 방장인 혜능대사를 만나야만 했다. 그렇다면 방법은 단 한가지였다. 잠행(潛行)이었다. 우선 송현이 텔레포트 마법등을 이용하여 소림사의 방장을 만나는 것이었다. 송현의 능력이라면 충분히 그렇게 할 능력이 되었다. 혹시나 여차하면 그대로 몸을 빼면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야기가 잘 된다면 자신들 역시 송현의 능력으로 외부의 시선없이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송현의 능력으로 말이다. 이윽고 해가 저물고 기다리던 밤이 왔다. 그러나 더욱 안전을 위해 조금 시간의 여유를 가졌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자정이 가까워지자 송현은 소리 없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무 말 없이 그저 일행들을 한 번 둘러본 후 소림사의 산문 쪽으로 향했다. 산문에서 적당한 거리를 둔 송현은 일차적으로 자신의 몸에 투명화 마법을 걸었다. “인비저빌러티!” 투명화 마법이 걸린 것을 확인하고는 송현은 플라이 마법을 써서 산문 위로 날아올랐다. 최대한 마나를 단전에 갈무리한 것도 모자라 자신의 몸에 마나은폐 마법인 하이드 마나 포스 마법을 다시 걸었다. 송현은 그제야 비교적 마음을 놓고 소림사의 중심으로 향했다. 마나 탐색 마법으로 마나의 질과 양이 높은 사람을 찾기 시작했으며 조금이라도 마나의 양이 많은 곳은 한군데도 거르지 않고 투명화 마법으로 건물 안에 머물고 있는 인물들을 살폈다. 소림사의 건물 배치를 모르니 어쩔 수 없었다. 간혹 몇몇 고수들은 이상한 낌새를 느꼈는지 흠칫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송현의 철저한 마나 은폐로 인해 그들은 송현을 찾을 수 없었다. 모두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날카로워진 자신들의 신경을 탓하며 다시 자신들의 할 일을 했던 것이다. 그렇게 소림사 내를 휘젖고 다니던 그때 송현은 뒤통수를 향해 쏟아지는 섬뜩한 느낌을 받았다. 그것도 하나가 아닌 여럿의 시선이라 느꼈다. 상당히 날카로운 기세였다. 피부를 넘어서 오장육부까지 따끔함을 느낄 정도였다. 송현은 헛바람을 들어 마시며 그러한 기세가 느껴지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정확히 그런 기세가 느껴지는 곳을 알지 못해서일까 송현은 자신을 지켜보는 시선의 주인공을 알아차릴 수 없었다. 그러던 중 강한 기세가 아주 잠깐이지만 느껴진 곳으로 고개를 다시 한번 돌렸다. ‘내가 지금 민감하게 느끼는 것인가?’ 그곳에는 한 중년의 승려가 있었다. 아니 승려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한 덥수룩한 머리카락에 숯 꼬챙이를 들고 있는 것이 불목하니였다. 오히려 자신이 있는 것도 모르는지 바로 코앞으로 지나가는 것이었다. 바쁜 듯 걸음을 총총 내딛고 있었다. 그런 불목하니가 중얼거리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에구구구, 늦었다. 제발 불씨가 꺼져가면 안 되는데...” 송현은 그 모습에 피식하고 속으로 웃었다. 다시 어느 정도 여유를 가진 송현은 조금 전 느낀 따가운 시선을 느낄 수 없었다. ‘내가 너무 민감하게 움직인 것 같아.’ 송현은 여유를 가지면서도 재빠르게 소림 방장인 혜능대사를 찾기 시작했다. 아담한 방. 평범한 장식구 하나 없이 그저 생활에 필요한 도구들만 간소하게 놓여있는 방이었다. 그곳에 좌선을 하고 있는 한 노승이 있었다. 하얀 수염에 하얀 눈썹. 그리고 그에게서 느껴지는 위엄. 바로 현 소림사의 방장인 혜능 대사였다. 좌선에 들어간 지 채 일각도 안 되서 혜능 대사는 다시 눈을 떴다. 그의 두 눈에는 깊은 수심이 담겨있었다. “휴우-!” 좌선의 자세를 푸는 혜능의 입에서 알지 못하는 탄식이 섞인 한숨이 흘러나왔다. “아미타불...” 그의 입에서 나직히 불호가 읊어졌다. 혜능은 방을 밝게 밝히는 촛불에 시선을 주었다. “그저 세상을 밝히는 네가 부럽구나. 네 한 몸을 불살라 많은 중생들에게 빛을 주니 나보다 더 불심이 깊구나. 이렇게 몸을 사리는 내가 무슨 낯으로 부처님을 뷜 수 있을까.” 그때 약하지만 한줄기 바람에 촛불이 살짝 흔들렸다. 아주 미세하지만 혜능의 미간은 좁혀졌었다. 아주 찰나에 거친 것이라 눈앞에 누군가 지켜보고 있어도 알기 힘들 정도의 표정 변화였다. 그러나 이내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누구시오?” 혜능은 아무도 없는 허공에 대고 누군가를 불렀다. 혜능만 있는 방장실이었건만 혜능은 꼭 누군가와 대화를 하는 듯 했다. “이 야밤에 나를 찾아온 고인은 누구시오?” 혜능은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지 않고 자신의 앞의 벽을 주시했다. 스르르륵 놀랍게도 혜능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자가 있었다. 바로 송현이었다. 송현은 혜능의 앞에 마주앉아 있는 모습이었다. 갑자기 사람이 귀신과도 같이 자신의 앞에 나타난다면 누구라도 놀라기 마련이건만 혜능은 전혀 그렇지 않은 것 같아보였다. “시주는 항상 나를 놀래키는 것 같구려.” “과찬이십니다.” “소림의 봉문을 모를 리 없을 텐데 나를 찾아온 연유가 무엇이오?” “죄송합니다.” 송현은 목을 숙이며 최대한 사과의 마음을 표현했다. 그러나 그런 마음은 마음이고 할 말은 해야 했다. 숙인 고개를 들어 혜능의 두 눈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그러나 강한 어조로 한 자씩 내뱉었다. “소림을 깨우기 위해 왔습니다.” 송현의 말이 끝나자 둘은 서로의 두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것은 허공에 서로 얽히고설켰다. “죄송하오, 시주. 아미타불! 소림의 뜻은 봉문이오.” 혜능은 부끄럼움을 느꼈는지 고개를 조금 아래로 떨구었다. 송현이 어떤 말을 하든지 돌아오는 대답은 똑같았다. 그렇게 1시간이나 되는 시간을 설득했지만 원하는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 아니 송현이 말하는 중간에 아예 두 눈을 감고 입을 닫아버린 것이었다. 송현도 더 이상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것을 느꼈다. 체념에 가까운 말투로 마지막 질문을 혜능에게 했다. “봉문의 이유라도 알고 싶습니다.” “선승과 학승들 때문이네. 그들에게 피를 보여줄 수 없음이오. 아미타불.” 송현은 그 말뜻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변질해 버린 소림을 혜능의 마지막 대답으로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뜻은 혜능만의 의견이 아니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아마도 대부분의 소림사의 수뇌부들의 의견이 모인 결정이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송현은 더 이상 이곳에 있을 필요를 못 느꼈다. 자리에서 일어나 등을 돌리는 순간 혜능의 한마디가 들려왔다. “자네의 방문은 없었던 것일세. 이게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이것뿐이오.” 송현은 그 말에 일언반구 없이 방장실을 나왔다. 속으로 깊은 한 숨을 내쉬며 일행들에게 돌아가기 위해 몸을 날렸다. 그러나 혜능의 대화를 다시 한 번 생각하며 한탄하는 나머지 엉뚱한 길로 들어서고 말았다. 송현은 그 사실을 모르고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한참을 플라이 마법으로 날아간 송현은 눈앞에 보이는 푸른 대나무 숲을 보고서야 자신이 잘못 온 것임을 알아차렸다. 송현은 다시 바른 길을 찾기 위해 좀 더 하늘로 몸을 솟구쳤다. 그런데 문득 대나무 숲 사이로 자그만 암자가 하나 보였다. 지금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허름한 암자였다. 그러나 세월의 깊이 느껴지는 암자였다. 호기심을 못 이기고 송현은 암자로 날아갔다. 그러나 이내 아무 도 없음을 느낀 송현은 다시 일행들이 있는 곳으로 가고자 신형을 돌렸다. 그 순간... 쿠웅 엄청난 파장의 기운이 일순간이지만 송현의 뒷덜미에 내려 꽂혔다. 흠칫 송현은 그 자리에서 얼어붙는 느낌이 들었다. 차마 고개를 돌리지도 못했다. 자신의 등 뒤에서 느껴진 엄청난 기의 파장. 그 곳을 보고 싶었지만 몸은 얼어붙어 고개가 돌아가지 않았다. 그것은 상대의 기운에 눌려 그런 것은 아니었다. 바로 흥분 때문이었다. 자신과도 맞먹는 힘을 느낀 것이었다. 8서클에 올라선 송현은 자신의 영역에 있는 인물은 없으리라 생각해 왔다. 마교 교주인 양휘소도, 지금은 죽었지만 청수 도인도 자신보다는 조금 못 미친다고 생각해왔던 송현이었다. 그러나 지금 이 기운은 자신도 장담하지 못할 그런 기운이었다. 이것이 어떤 인물의 기운이라면 자신과 필적하거나 아니면 조금 높은 경지의 인물일 것이라 짐작했다. 온 몸이 떨려왔다. 지금 그가 이 곳에 온 이유조차 잊어버렸다. 그저 호승심만 그의 심장을 뒤끊게 만들었다. 그리고 손을 마주하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리고 그와 대화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송현은 품에서 통신 마법이 걸린 자그만 구슬을 꺼내어들었다. 그리고 마나를 주입했다. 우우웅 자그만 진동이 울렸다. [성공했는가?] 기대감에 부풀어 상황을 물어보는 위정천의 목소리가 구슬에서 흘러나왔다. “죄송합니다, 어르신.” [음...] 위정천의 실망어린 목소리가 구슬을 타고 송현의 귀에 들렸다. 아니 위정천의 음성은 송현의 귀에까지 무사히 도착을 했지만 송현은 전혀 들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어쨌든 수고 많았네, 어서 돌아오게.] 송현은 위정천의 말은 전혀 듣지 않고 그저 자신이 할 말만 했다. “일단 근처 객잔에라도 가셔서 쉬고 계세요.” [그게 무슨 말인가?] “시간이 걸릴 듯하니, 제가 찾아가겠습니다. 그럼” [여, 여보게...] 송현은 위정천의 말이 구슬에 흘러나오건 말건 그냥 통신을 해제했다. 그의 관심은 오로지 기의 파장이 흘러나온 자그만 암자를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구슬을 품에 넣고 서서히 하강하여 자그만 암자로 내려섰다. 자그만 암자에 낡은 현판이 하나 걸려있었다. 청죽암(靑竹庵) 푸른 대나무 숲 속에 있는 암자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썩 안으로 들어오지 못 해!” 청죽암에서 어느 노로(老老)의 불같은 목소리가 송현을 향해 터져 나왔다.. 꿀꺽 송현은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송현은 흥분에 의한 떨림을 간신히 자제하며 청죽암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한 노승이 방바닥에 누워 들어오는 송현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소림사의 변질과 혜각대사와의 만남 송현이 청죽암 안에 있는 노승을 보고 느낀 첫 느낌은 딱 하나였다. 땡초! 버젓이 누워있는 앞에는 고기 뼈다귀가 굴러다니는 이 빠진 사발에 술 냄새가 배어나오는 호리병 몇 개가 굴러다니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오로지 외관적으로 드러나 보이는 모습이었다. 비록 얇은 나무쪼가리로 이빨을 쑤시며 심드렁하게 누워있는 모습이지만 두 눈만은 고요했다. 그가 진짜 땡초라며 이런 정심한 눈빛을 가지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이상하리만큼 노승에게서 어떤 기운도 느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범부라고 할지라도 미약한 마나를 가지기 마련이건만 이 노승에게서는 완벽하리만큼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다. “네 놈은 누구냐?” 노승은 한 팔로 머리를 괴고는 다른 한 손으로 코를 파며 심드렁하게 송현을 향해 한 마디 툭 던졌다. “송현이라 합니다. 그러는 스님은 누구신지요,” “나?” 노승은 누워있는 것도 지겨운지 허우적거리며 일어나 방바닥에 책상다리를 하며 앉았다. “힘없고 죽을 날만 기다리며 늙어가는 놈 이름은 알아서 뭐 하게?” 또 한마디 툭 던지고는 오뚝이가 쓰러지듯 땅바닥에 철퍼덕 엎드려버렸다. 송현은 고개를 살레살레 저었다. 도저히 진지한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힘없는 늙은이라... 그럼 저 밑에 있는 젊은 스님들은 다 죽어야겠군요. 안 그렇습니까, 혜각대사님?” 송현의 말에 노승은 눈동자만 굴려 송현을 쳐다보았다. “크크크, 오랜 만에 찾아 놈이 아주 재미가 있어. 그러나 어쩌지? 나는 혜각이 아닌데.” 송현은 순간 당황했지만 그 말이 진실이 아님을 곧 알 수 있었다. 그리고는 이내 송현 자신도 방바닥에 발라당 누워버렸다. “아니면 말구요.” 그리고는 방바닥에 누워 큰대자를 그려버렸다. “허허, 이 녀석 봐라!” 송현은 노승이 했던 것처럼 눈동자만 굴려 노승을 보았다. 어느새 진지한 모습으로 앉아있었다. “왜 그렇게 생각하지?” 노승의 질문에 송현은 자세한 설명을 하면 또 다시 노승에게 끌려갈 것만 같았다. 그래서 단 한자만 내 뱉었다. “기(氣).” 노승은 송현을 잠시 내려다보고는 두 눈을 사르르 감았다. 아마도 송현이 말한 요지를 파악한 모양이었다. 너무나도 이질적으로 기가 느껴지지 않는 이질감. 그 말을 알아들은 것 같았다. 그렇게 한참을 있던 노승은 갑자기 호탕하게 웃기 시작했다. “크하하하하하하하하하!” 얼마를 웃었을까. 마음에 담긴 답답함을 웃음소리로 씻어내려는 듯 노승은 웃고 또 웃었다. “따라 나오너라, 이 버르장머리 없는 놈아!” 노승은 방문을 열고 청죽암 앞의 자그만 공터로 나가 섰다. 송현은 나가는 노승을 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뒤를 따라 공터로 나갔다. “그래, 내가 혜각이다.” 스스로 혜각임을 밝힌 혜각은 송현을 향해 한 걸음 내딛었다. 쿠웅! 다시 한 걸음 송현을 향해 내딛었다. 쿠우웅! 그리고 다시 한 걸음. 쿠우우웅! 비록 세 걸음이었지만 송현의 등에서는 식은땀이 흘렀다. 처음 고요하던 바다를 보여주던 혜각은 한 걸음에 거친 파도를 보여주었고, 두 걸음에는 해일(海溢)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마지막 한 걸음에서는 태풍이 몰아치는 거대한 바다를 보여주었다. “끄으응.” 송현은 아랫입술을 지그시 물었다. 그러나 이렇게 물러날 송현이 아니었다. ‘어차피 기세싸움이다.’ 송현 역시 혜각에 뒤질라 세 걸음을 딛었다. 혜각의 거대한 바다를 생각하며 자신은 지금 서있는 거대한 숭산을 떠올리며 신중히 걸음을 옮겼다. 쿵! 한 걸음에 드넓은 평야를 생각했다. 쿠웅! 다시 한 걸음에 묵직한 석산(石山)을 생각했다. 쿠우웅! 그리고 한 걸음. 중원을 아우르는 숭산을 생각했다. 마나의 개방으로 인해 찢어질 듯 펄럭이는 송현의 옷자락을 보고는 혜각은 크게 웃었다. “크하하하하하하.” 그 웃음소리에 송현은 절로 이를 악 물었다. 그리고 두 주먹이 떨리도록 꽈악 쥐었다. “어린놈이 제법이구나. 천하를 뒤집을 수도 있을 능력이야. 하긴 그런 자신감이 있어 이 소림사를 제 집 드나들 듯이 휘젖고 다녔겠지만 말이야. 그러나!” 혜각의 기세가 더욱 사나워졌다. 그러나 송현의 펄럭이는 옷자락과 비교하여 혜각의 옷자락은 평온한 모습 그대로였다. “소림이 너의 집이 아님을 가르쳐줘야겠어.” 혜각은 오른 쪽 다리를 나비처럼 가볍게 슬쩍 들더니 송현을 향해 일보(一步)를 내딛으며 오른 주먹을 앞으로 쑥 내밀었다. 쿠아아앙! 가볍게만 느껴지던 일보의 울림은 산을 놀라게 할 정도였다. 그리고 쭉 길어지는 혜각의 오른 주먹. 상당한 거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른 주먹은 끝을 모르는 것처럼 송현을 향해 계속 뻗어왔다. 그것은 송현의 착각이었다. 혜각이 아무리 현경의 극에 달한 고수라해도 자신의 팔을 그렇게 늘리지는 못한다. 송현이 보고 있는 것은 오른 주먹에서 뻗어 나오는 권강(拳罡)이었다. 소림의 대표적 무공이 백보신권이었다. 송현은 헛바람을 들이마실 찰나의 시간도 가지지 못했다. 송현은 최대한 몸을 웅크렸다. ‘실드로는 안 된다.’ 송현은 최대한 마나를 일으켜 하나는 대기의 마나와 공명시키는 동시에 하나는 자신의 반지로 주입시켰다. “그레이트 실드!” 지이이잉 지이이잉 순간 두 겹의 두텁하면서도 투명한 실드가 송현의 외각에 만들어져 송현을 둘러쌓다. 콰쾅 콰카카카캉 첫 번째 그레이트 실드는 유리와 같이 산산 조각 났다. 다행히 두 번째 그레이트 실드가 겨우 혜각의 권강을 막은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다였다. 두 번째 그레이트 실드는 이미 조각조각 나버려 실드의 역할이 끝이 났기 때문이다. 송현을 주위로 먼지가 자욱했다. 혜각의 권강의 후폭풍으로 인해 머지가 사방에 비산했던 것이다. 앞을 보기도 힘든 자욱한 먼지에 두 눈을 뜰수 없었다. “클레어보이언스!” 투시마법으로 먼지를 뚫고 혜각을 바라보았다. 충분히 자신에게 달려와 결정타를 줄 수 있을 텐데 한껏 여유를 부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 순간 자존심이 무너져 내렸다. ‘그 여유를 후회하게 만들어주겠다.’ 송현은 블링크를 이용해 혜각의 뒤로 이동했다. 그리고는 매직미사일을 만들어 혜각에게 모두 쏘아 보냈다. 그러나 송현이 만든 매직미사일은 단순한 매직미사일이 아니었다. 자그마치 100개. 거기에 8서클이 오르며 마나의 응집을 높여 그 위력 또한 서너 배는 강한 매직미사일이었다. 혜각은 자욱한 먼지에서 기침을 하며 모습을 드러낼 송현을 생각하며 느긋이 뒷짐 지고 서 있었다. 그런데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 아니나 다를까 혜각의 등 뒤로 수많은 강기들이 자신을 덮쳐오는 것이 아닌가. 혜각은 자신의 오만을 탓해야만 했다. ‘이미 피할 수는 없다.’ 혜각은 최대한 내공을 단전에서 뽑아 호신강기를 만들었다. 지금 그것이 최선이었다. 쾅쾅쾅쾅쾅 콰콰콰콰콰쾅! 단전의 진탕을 느끼며 혜각은 힘들게 실눈을 뜨며 송현을 쳐다보았다.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모습에 혜각은 다시 한 번 백보신권을 날렸다. 처음보다 위력이 떨어졌지만 그래도 무시할 수준은 아니었다. 송현은 혜각의 일보를 내딛는 순간 디그 마법을 써서 혜각이 내 딛는 위치에 땅을 파버렸다. 혜각은 자신의 발이 땅에 닿아야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허공에 머물고 있자 당황했다. 간신히 파진 땅에 일보를 내딛으며 일권을 송현에게 내질렀다. 그러나 이미 몸의 균형이 흐트러진 상태에서 내질러진 일권은 수평으로 뻗어가지 못했다. 아래로 기울어진 몸을 따라 날아간 혜각의 일권은 송현의 발 앞에 떨어진 것이다. 송현은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아쿠아볼을 혜각을 향해 던졌다. 그러나 그것은 일종의 허초였다. 송현은 마나보법을 밟으며 마치 아쿠아볼을 장법처럼 혜각에게 쏘아 보낸 것이었다. 혜각은 당연히 아쿠아볼을 막았다. 아무 힘이 없이 그저 쏘아보낸 아쿠아볼을 막아선 혜각은 문득 이상함을 느끼며 다가오는 송현을 보려했다. 그러나 송현의 모습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그 순간 등뒤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있었다. ‘아차!’ 그 순간 중원에서 들어보지 못한 언어를 들어야했다. 짜릿한 전기와 함께... “체인 라이트닝!” 번쩍 촤촤촤촤촤촤촤촤! 송현은 오른 손으로 체인 라이트닝을 내뿜는 동시에 왼 손으로는 실세 없이 아쿠아볼을 쏘아 보냈다. “크아아아앙!” 천하를 진동시킬 듯한 사자후가 터져 나와 송현의 머리를 크게 뒤 흔들었다. 잠시 어지러움을 느끼며 송현은 두어 걸음을 뒷걸음쳤다. 사자후를 터트린 주인공은 바로 혜각이었다. 혜각은 거대한 산이 움직이듯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의 입가에 가느란 혈선이 보였다. 그러나 그 점은 송현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입술을 따라 가느란 핏줄기가 선을 그리고 있었다. 대략 3m의 거리를 두고 둘은 다시 나란히 섰다. “죽은 사자의 온기가 아직까지 따뜻하군요.” 송현은 소림을 사자로 비유하며 지금의 소림의 모습을 죽은 사자라 표현했다. 그리고 혜각을 온기라 표현했다. 그 사실을 혜각이 모를 리가 없었다. “무엇이라? 죽은 사자? 네 이 놈! 뚫린 입이라고 함부로 내뱉는구나!” 혜각의 기세에 서서히 살기가 어려웠다. “지금 그 말의 뜻을 말하라, 그렇지 않고서야 살계를 열어 너를 벌하겠노라.” 송현은 그의 기세에 눌리지 않았다. 비록 이길 수는 없을지 몰라도 죽지는 않을 것이라 여겼다. “자는 사자를 깨우러 왔건만 사자는 죽어있더군요.” 혜각은 송현을 향해 더욱 사나운 기세를 내뿜으며 한 걸음 내딛었다. 송현도 거기에 더해 두 걸음 내딛었다. 둘의 시선은 허공에서 부딪혔다. 그리고 보이지는 않았지만 수많은 기세가 부딪혀 불꽃이 튀듯이 사방으로 비산했다. 혜각은 세 걸음 앞으로 내딛자 송현과의 거리는 주먹하나 정도밖에 나지 않았다. “자세히 설명해 보거라.” 거기에 송현은 머리를 앞으로 쭉 내밀었다. 그리고 그의 입이 벌어지고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송현은 지금 소림의 상황을 세세히 이야기해주었다. 그의 입에서 말이 나올수록 혜각의 얼굴은 찌그러지다 못해 수치심을 느끼는지 얼굴마저 붉어졌다. “............................이상입니다.” 혜각은 송현의 얼굴과 두 눈을 한참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뒤로 돌아서며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휴우-!” 거대한 해일을 보는 듯했던 기세는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지고 없었다. 힘없이 쳐진 어깨를 하고는 청죽암으로 걸어갔다. “따라 들어오너라.” 송현은 혼자 기세를 내뿜기가 멋쩍어 마나를 단전에 갈무리하고는 혜각이 부르는 데로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둘이 막 방으로 들어서려는 순간 저 멀리 한 무리의 인물들이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둘은 동시에 그 곳을 바라보았다. 얼마의 시간이 가지 않아 그들은 청죽암을 중심으로 내려섰다. 소림 밀승을 깨우다 송현은 자신을 둘러쌓고 있는 소림사 무승들을 둘러보았다. 18인의 무승들이었다. 흘러나오는 기운이 자신의 온 몸을 자극시킬 정도로 강렬했다. 그리고 하나같이 젊었다. 소림에서 젊은 나이에 이런 기운을 가진 자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들은 소림사에서 집중적으로 키운 자들일 것이다. 그런 자들은 사대금강과 나한전의 18나한들이 대표적이었다. 송현은 자신을 둘러싼 무승들이 정확히 18인임을 확인했다. ‘나한전의 18나한인가?’ 송현은 그들을 둘러보고는 그들 뒤에 있는 지긋한 승려들을 보았다. 그들 중에 소림 방장 혜능도 같이 있었다. 혜능의 시선이 송현과 마주하자 뜻 모를 한숨의 표정이 조금이나마 흘러나왔다. “18나한은 잠시 물러나라.” 혜능의 목소리에 18나한은 송현과의 거리를 두고 물러나면서도 끊임없이 그를 견제했다. 아주 훈련이 잘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시주는 무슨 일로 이 야심한 밤에 소림을 휘젓고 다니는 것이오?” 혜능은 송현을 모른 척하며 질문을 던졌다. 송현은 혜능의 질문에 대답을 하는 대신 혜각을 보았다. 어찌 보면 명백히 소림을 무시하는 행동이었다. “시주! 지금 소림을 능멸하려하는 것이오?” 단단한 체구의 한 중년 무승이 18나한의 틈으로 들어와 송현에게 호통 쳤다. 저 나이에 이 자리에 있는 것으로 보았을 때 나한전을 이끄는 나한전주로 생각이 들었다. 그런 송현의 생각이 맞다는 것을 혜각이 알려주었다. “나한전주는 잠시 물러나시게.” “사, 사숙!” “어허!” 혜각이 한 번 더 나한전주 범일을 부르자 그는 마지못한 표정을 지으며 뒤로 물러났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혜각은 혜능에게 한 걸음 다가갔다. “방장사형, 오랜만입니다.” “사제도 잘 지냈는가?” 혜각을 바라보는 혜능의 얼굴에는 따뜻함과 함께 자랑스러움이 묻어나왔다. 그런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혜각의 얼굴에는 그리 반가움이 묻어나오지 않았다. “잘 지냈습니다. 이 아이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혜각의 말에 송현을 둘러쌓고 있는 무승들의 얼굴에는 노기가 비쳤다. 그들에게 있어 혜각은 아울러보지 할 존재였다. 그는 소림사 무승들의 정신적 지주들이었다. 그런 그가 새파란 애송이 때문에 심기가 노했다고 했다. 혜각이 혜능에게 다가가는 그 순간에 18나한은 혜각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여기저기 찢어진 옷 사이로 보이는 혈상, 그리고 입가에 열지만 묻어있는 핏자국. 그런 모습에 18나한의 무형의 압박은 그 크기를 더해갔다. 그런 기세를 혜각은 느꼈는지 18나한을 향해 내력이 담긴 노호성을 터트렸다. “갈!” 혜각의 목소리에 18나한은 움찔하며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이런 혜각의 반응에 18나한뿐만 아니라 소림방장 혜능을 비롯하여 이 자리에 있는 나한전주, 백의전주, 계미원주, 장경각주, 진무각주 등이 오히려 놀라며 혜각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도대체 알 수 없는 반응이었다. 그러나 곧 혜능만은 그 뜻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혜능은 혜각에서 시선을 거두고 송현을 보았다. 그리고 마음 한구석이 무거워졌다. “방장사형, 소림이 죽었다는데 그게 사실이오?” 혜각은 혜능에게 더욱 다가섰다. 혜능은 혜각의 물음에 아무 답도 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는 것이 사실일 것이다. “사숙, 그게 무슨 말입니까? 소림이 죽었다니요. 저희들은 이렇게 천년의 역사를 지켜오고 있지 않습니까?” 나한전주 범일이 앞으로 나섰다. “나한전주는 가만있으시게.” 혜각의 말에 나한전주 범일은 무슨 말을 하려했지만 입을 다물고 뒤로 물러났다. “사제는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 혜각은 혜능의 말에 그저 송현에게 시선을 주었다. “음...” 혜능은 나지막한 한숨을 토해냈다. 그리고는 자신없는 눈으로 혜각을 올려다보았다. 혜각이 아무리 세상을 등지고 무공에만 매달려 살아온 자라해도 혜능의 시선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 있었다. 혜각은 도저히 혜능의 시선을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사제, 잠시 본 사(寺)로 내려가서 이야기 하세나. 시주도 따라오시오. 그리고 모두 나를 따라오시게나.” 혜능은 몸을 돌려 소림사 경내 중심으로 내려갔다. “바, 방장.” 나한전주 범일을 비롯하여 여러 전주와 각주들이 혜능을 불렀지만 그 신형은 멈추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던 혜각은 그저 말없이 혜능을 따라 내려갔다. 송현은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어차피 범의 아가리에 들어온 이상 그냥 물러나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어쩌면 더 잘 된 일이라 생각하며 혜능을 따라 다시 소림사 경내로 내려갔다. 물론 18나한은 송현은 엄중히 경계하며 같이 이동했다. 혜능을 비롯한 혜각, 각주와 전주들이 방장실에 모두 모였다. 그리고 그 자리에 송현도 함께였다. 18나한은 방장실을 둘러싸며 혹시나 모를 사건을 미리 방지하고자 하는 듯 했다. 혜각의 급한 성격을 대변하는지 방장실에 모두 모이기가 무섭게 말을 열었다. 흡사 혜능에게 덤벼들고자 하는 듯 보일 정도였다. “방장사형, 자세히 말 좀 해주시오. 도대체, 도대체...” 도저히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과 함께 차마 자신의 입으로 소림의 현 상황을 말 할 수 없었는지 말을 끝까지 잊지 못했다. 끝끝내 열리지 않을 것 같던 혜능의 입이 열렸다. 그리고 지금의 소림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혜각에게 말해주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혜각의 얼굴을 구겨질 대로 구겨졌다. 그리고 그는 여기 모여 있는 소림을 이끌어가는 승려들을 보며 안타까움과 함께 질책에 찬 눈빛으로 쏘아 보냈다. 그의 눈빛을 받은 모든 이들이 잠시나마 부끄러운 듯 혜각의 시선을 슬며시 피하곤 했다. “여기까지네, 사제.” 혜각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아마 뭔 말이라도 하고 싶었다. 그러나 할 수 없었다. 자신이 무공에 미쳐 살아온 세월. 모두가 소림을 위한 길이라 생각하며 꿋꿋이 버텨온 모든 것들이 한꺼번에 무너지는 듯 했다. 아니 이런 변명으로 한 번이라도 세상사에 관심을 기울이지 못한 자신을 변명하는지 몰랐다.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그렇습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아미타불.” “소림마저 무너진다면 장차 무림은 없는 것입니다. 지금 당장의 굴욕은 먼 훗날을 위한 것입니다.” “맞습니다. 참아야지요, 참아야합니다. 아미타불!” 모두가 자신들의 행동에 정당성을 붙이고자 하는 것인지 다들 한마디씩 했다. 그들의 표정으로 보아 꼭 해야겠다는 굳은 의지까지 보였다.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지금의 선택이 옳은 일이라 세뇌를 거는 모습인 것 같았다. “거 보십시오, 소림은 죽었습니다.” 송현은 혜각에게 했던 말을 다시 한 번 혜각에게 했다. 자 두 눈으로 보고 두 귀로 들었으니 자신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 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는 것이었다. 그 말에 고개를 떨어뜨린 이는 혜능과 혜각 둘 뿐이었다. 탕 “시주, 뚫린 입이라고 함부로 말해도 되는 것이오?” 송현은 탁자를 내려치며 자신에게 노호성을 터트린 승려를 보았다. 아마도 소림에서 한 자리를 하고 있는 승려 같았다. 정식으로 소개를 하고 받지 않은 이상 누가 누구인지 모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 그자를 송현은 그 자의 두 눈을 보며 입을 열었다. “그럼, 살아있다는 말이오?” “그, 그렇소.” 송현의 기세에 밀렸는지 조금 말을 더듬으면서도 소림에 대한 긍지는 버리지 않는 듯 했다. 그러나 그런 점을 보며 송현은 오히려 비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런 감정은 고스란히 두 눈을 통해 밖으로 드러났다. “무엄하오. 지금 천년의 소림을 비웃는다 말이오?” 다른 승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송현에게 호통 치듯 말 했다. “살아 있으되 살아있지 못한 소림이라... 그런 소림이 천년을 이어왔고... 그럼 죽을 날만 기다리는 소림인가...” 송현은 뒷짐을 지며 천천히 자신의 마음을 읊조렸다. 혼자 중얼거리는 말투였다. 그것도 아주 작은 목소리였다. 그러나 그의 중얼거림을 못 들을 이들은 하나도 없었다. “시, 시주!” 더 이상 참지 못한 나한전주 범일은 그 자리에서 훌쩍 뛰어 송현의 앞에 내려섰다. “가, 감히... 소림을 능멸하려하다니. 시주가 그러고도 여기서 살아나가고자 한단 말이오?” 송현을 바라보는 범일의 두 눈동자에는 은은한 살기가 돌았다. “살기라...” 송현의 말에 범일은 순간 흠칫했다. 어차피 소림을 깨우고자 한다면 더욱 몰아쳐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그게 안 된다고 하더라도 경종을 울리고 싶었다. “이제 보니 소림은 사자가 아니라 이리였군. 사자 앞에서는 꼬리를 내리며 토끼 앞에서는 이빨을 내미는 그런 이리였어.” 범일뿐만 아니라 모두의 얼굴이 홍시마냥 붉게 달아올랐다. 사자는 혈교를 뜻함이오, 토끼는 지금 바로 송현을 뜻함을 모르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런 부끄러움을 아는지 방안의 공기는 어느새 정적으로 맴돌았다. 그러나 그런 부끄러움을 더욱 감추려는지 서서히 살기가 돌기 시작했다. 그런 공기를 짐작한 혜각은 자리에서 일어나 호통을 치려는 순간 그에 앞서 범일이 송현에게 일장을 내지른 것이었다. “참회동에 들어가 나머지 생을 면벽을 할지라도 내 오늘 살계를 열겠다.” 숨마저 쉬지 못할 정도로 강한 풍압이 범일의 우장에서 내뿜어져 나왔다. 쿠오오오오오 콰강 강렬한 일장이 송현의 몸을 통과해 그 여파는 방장실의 문까지 이어져 방장실 한 면을 박살내버렸다. 당연히 무너지는 방장실 벽과 함께 나뒹굴어야할 송현의 모습은 하늘로 올라갔는지 땅으로 꺼졌는지 그 모습이 눈앞에서 사라졌다. 범일은 송현을 찾기 위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러던 중 고개를 치켜세운 범일의 두 눈에 자신을 덮쳐오는 송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의 한 손에 이글거리는 뇌전을 보고 두 팔을 들어 몸을 막는 동시에 최대한 호신강기를 펼쳤다. 송현은 체인 라이트닝으로 범일의 머리에 일격을 날리고자 했다. 근거리라 방심한 범일은 자신의 체인 라이트닝을 피하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치지지지직 송현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범일의 머리를 향해 체인 라이트닝을 날리려는 순간 등꼴이 오싹함을 느꼈다. 아니나 다를까 급히 고개를 돌린 곳에서는 강렬한 권강이 자신을 덮쳐오고 있었던 것이다. 피할 수 없을 느낀 송현은 체인 라이트닝에 보내는 마나를 끊어야 했다. 그리고 최대한 마나를 일으켜 방어에 들어가야 했다. “실드!” 다행히 간발의 차이로 충격이 오기 전 실드를 만들어 권강을 막을 수 있었다. 콰광 그러나 급조한 실드의 강도는 약할 수밖에 없었다. 흡사 유리가 깨지는 듯한 소리가 나며 실드는 산산조각이 나 사방으로 흩어졌으며 송현은 끈 풀린 연같이 날아갔다. 턱 터덕 턱턱턱 방장실 앞 공터로 날아간 송현은 바닥에 몇 번을 부딪치며 구르고 나서야 간신히 균형을 잡을 수 있었다. 송현의 이빨은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눌렀다. 그리고 방장실을 나서는 소림의 무승들을 보며 조소에 섞인 눈빛을 보냈다. “크하하하하하하!” 송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어깨를 쫘악 펴며 크게 웃었다. 그리고 웃음을 그치고 전방을 쳐다보는 송현의 두 눈에는 강렬한 안광이 쏟아져 나왔다. “내가 오늘 살아 소림을 나간다면 소림의 이름은 향후 백년간 세상에 나오지 못할 것이오. 직접 내 손으로 소림을 깨고 봉문 시키겠소.” 송현의 거대한 말에 소림의 승려들의 얼굴은 일그러지다 못해 살기가 그대로 투영되었다. 송현의 이 한마디에 소림의 강한 자존심을 그대로 무너트린 것이다. “18나한은 무엇하는가? 저자에게 소림의 무서움을 보여주도록 하라.” 나한전주 범일의 말에 방장실을 둘러싸고 있던 18나한은 우뚝서있는 송현을 원형으로 둘러싸며 압박해갔다. 송현은 어차피 시작한 일, 압도적인 힘을 보여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소림의 잠재력은 익히 들어서 잘 알고 있었다. 그러려면 최대한 마나를 아껴야했다. ―모두 준비해. 그리고 현무. 송현은 나직히 현무를 불렀다. ―주인 발아래 있다. 현무는 그것을 보여주려는 듯 송현의 발바닥을 툭툭 쳤다. 그 느낌을 발바닥으로 은근히 느낀 송현은 뒷짐을 지며 밤하늘에 떠 있는 달을 올려다보았다. 그러나 그런 여유로움으로 도발하는 내내 송현의 머리에서는 18나한과의 싸움이 그려지고 있었다. ―현무, 토추를 만들어 18나한을 찔러. 송현의 두 눈은 달을 보고 있었지만 송현의 눈에 달이 들어오지 않았다. 그 만큼 최대한 주위를 살피고 있었던 것이다. 쿠르르르 미세하게 땅이 진동했다. 추아아악 땅에서 흙으로 된 뾰족한 송곳이 18나한의 발아래에서 불쑥 불쑥 튀어 올라왔다. 한껏 송현을 경계하던 18나한은 갑작스러운 발아래의 공격에 놀라며 허공으로 몸을 띠울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몸이 강철이 아닌 이상 맨 몸으로 흙으로 된 송곳을 막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허공으로 몸을 날리는 순간 송현은 백호를 불렀다. ―백호. ―말 안 하셔도 알아요. 날카로운 바람이 생기더니 18나한을 향해 매섭도록 베어갔다. 18나한의 얼굴은 당혹감이 서렸다. 백호가 만든 바람의 칼날은 송현의 중심으로 만들어져 18나한을 베어간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정반대로 누군가 18나한을 둘러싸고 있는 상태에서 18나한을 베어가는 것처럼 밖에서 만들어져 18나한을 베어 들어갔던 것이다. 이것은 상식을 완전히 깨트린 공격이었다. 어쩌면 백호도 그것을 노렸는지도 모른다. 샤아아악 그렇게 송현만 예의 주시하던 18나한은 백호의 공격에 온 몸에 검상을 입었다. 온 몸에 흐르는 피를 무시하고 18나한은 체계적인 움직임으로 송현을 다시 한 번 압박해갔다. 조금 전과 같은 실수는 다시 하지 않으리라는 의지를 한껏 발산하면서 말이다. 소림 밀승을 깨우다 댕댕댕 18나한들이 송현을 향해 몰아쳐가려 할 때 빠른 타종이 소림사 곳곳에 울려 퍼졌다. 빠른 종소리의 간격으로 보아 매우 다급한 종소리임을 느낄 수 있었다. 소림 내 무승이란 무승은 봉을 들고 대웅보전 앞으로 집결했다. 모두가 긴장된 표정을 지으며 어찌 된 일인지 서로 눈치를 보며 상황 파학하기 여념이 없었다. “모두 방장실로 향하라.” 누구의 목소리인지 판단하지 않았다. 그냥 목소리가 이끄는 곳으로 그들은 발에 땀이 나도록 뛰고 또 뛰었다. 1000여명이 조금 안 되는 무승들은 방장실 앞으로 모이고자 했다. 그러나 방장실이 소림의 중심에 있다고는 하나 어디까지 위치적 중심일 뿐이어서 1000여명이 모두 모일 수 없었다. 송현은 그리 넓지 않은 곳으로 꾸역꾸역 밀려드는 소림사 무승들을 보며 별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지 그저 잔잔한 모습으로 그들을 보았을 뿐이었다. 방장실 앞으로 모여드는 무승들마다 헛바람을 들어마셨다. 그 이유는 바로 송현의 주위에 쓰러져있는 18명의 무승들 때문이었다. 그러나 단순히 무승들이 쓰러져있다고 해서 놀란 것은 아니었다. 그들의 존재가치 때문이었다. 18나한. 그들이 누구인가? 소림사 사대금강과 더불어 소림을 대표하는 무승들이었다. 사대금강이 개개인의 무위로 세상을 아우른다고 하면 18나한은 나한진이라 불리는 합격진으로 천하는 누른다고 했다. 그런 18나한들이 피를 흘리며 쓰러져있던 것이다. 그 중심에 아무런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백발의 사내가 서있으니 어느 누가 헛바람을 들어마시지 않겠는가. 특히나 백발, 백미 그리고 백의를 입고 있는 송현의 모습은 그리 좋게 보이지 않는 것도 사실이었다. 보이는 것만 해도 이질적인 모습인데 한 밤중에 그것도 소림사 중지(中地)에서 무승들을 쓰러트리고도 오만하게 서있는 것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다. 그때, 나한전주 범일의 살기 어린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사, 사술이다. 결국 사술을 써서 청청(淸淸)한 소림사를 더럽히는구나!” 송현은 그 목소리에 신경도 쓰지 않았다. ‘뭐 그래도 보여주는 것은 나쁘지 않겠지?’ ―그만 모습을 드러내도 괜찮을 것 같다. 이 곳 소림사로 들어오면서 함께 왔던 사신수를 불러냈다. 혹시나 모를 일을 대비해서 사신수들은 서로의 속성에 맞게 그 모습을 감추고 있었던 것이다. 송현과 미지의 끈을 닿고 있는 사신수들도 송현의 능력이 올라갈수록 올라가는지 얼마 전부터 자신들의 형체를 흩트리는 능력을 보이게 되었다. 어쩌면 서서히 완벽한 정령의 모습으로 진화해 가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크아아아앙!” “쿠오오오오!” “캬아아아아!” “쿄오오오오!” 하늘에서 한 마리 붉은 주작이, 땅속에서는 묵빛 현무가, 거침없이 허공을 뛰어오는 백호가, 땅에서 하늘로 승천하는 청룡이 송현의 곁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 모습은 실로 장관이었다. 사술이라고 외쳤던 범일도 그 장관에 입이 벌어진 줄도 모르고 얼이 빠진 채 보고 있었다. 그들의 등장에 일제히 사술이라 술렁이던 목소리가 사라졌다. 조용해진 주위를 송현은 둘러보고는 서서히 발을 띠고 어디론가 걸어가기 시작했다. ‘시작해볼까?’ 송현의 걸음을 중심으로 1000여명이 만든 거대한 원진은 송현의 움직임을 따라 같이 움직였다. 모두가 숨을 죽이고 움직였다. 그저 발소리만 소림 경내에 울려 퍼졌다. 그렇게 송현이 움직인 곳은 소림사 경내에서 가장 넓은 터를 자랑하는 대웅보전 앞이었다. 송현은 자신들을 둘러싼 무승들을 무시하며 대웅전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곳에는 소림사 장로들이 송현을 내려다보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중 송현에 눈에 들어온 이가 있었다. 바로 소림방장 혜능이었다. 그의 표정에는 수심이 깊게 자리 잡고 있었다. 장로들은 혜능에게 무엇을 요구하는 듯 연신 혜능에게 무엇이라 떠들어대고 있었다. 혜능은 어쩔 수 없었는지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나한저주의 범일이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는 송현을 향해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소림 제자들은 들으라, 오백나한진을 펼쳐라.” 소림사 최고의 합격진. 이 역사상 한 번도 깨진 적이 없다고 알려진 절대무력의 합격진이었다. 500의 무승들이 펼치는 진으로 중원 최고의 합격진이라 불리는 것이었다. 1000여명의 무승 중 절반은 뒤로 빠지고 절반은 다시 자리를 잡으며 오백나한진을 펼쳤다. 평상시 훈련 상태를 잘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송현이 받는 압박감은 무너지는 하늘을 애써 받히는 것과도 같았다. 무승 하나하나의 내력이 송현에게 집중되는 것이 아니라 500의 내력이 한 명에게 모여 그 실로 무시무시한 내력이 송현에게 송곳같이 내려찍히는 그런 압박이었다. 중원의 무림인이라면 이 대결에서 자신감을 어느 정도 잃을 수 있을 것이었다. 무인이라면 일 대 다수에 약한 것이 보통이었으니까. 그러나 송현은 마법사였다. 마법사는 일 대 일에 약한 반면 일 대 다수에서는 엄청난 위력을 보여주는 존재들이었다. 거기에 송현은 단순한 마법사가 아니었다. 과거 대륙에서도 존재하지 않았던 8서클의 대마도사였다. ‘비록 한 명에게 500의 내력이 모였다고는 하나 어차피 500은 500이다. 오히려 이렇게 몰려있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엄청난 상승효과를 가져다준다.’ 송현은 온 몸에 긴장을 풀며 감각을 최대한 끌어올렸다. 아무런 소리도 없었다.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 마치 시간이 멈추어버린 듯 정적은 흐르고 흘렀다. 사삭 어느 누군가 질식할 것만 같은 분위기를 참지 못하고 몸을 살짝 움직였는지 옷깃이 스치는 소리가 들렸다. 평상시라면 들리지 않을 소리이건만 지금은 달랐다. 모두의 귀에 또렷이 들린 것이다. 그래서일까 희미하지만 500나한진의 거칠 것 없는 기세가 슬쩍 틀렸다. 송현도 알았고 500나한진을 펼치는 무승들도 느꼈다. 쐐애애애액 누구인지 모른다. 어느 무승 하나가 그런 긴장감에 자신도 모르게 봉을 송현에게 내지른 것이다. 그것이 도화선의 불꽃이었다. 쐐애애액 쐐애애애액 쐐애애액 쐐애애액 쐐애애애액 어떤 이는 자신도 모르게. 어떤 이는 옆의 동료를 따라. 어떤 이는 당황했지만 침착하게... 그렇게 일순간 송현을 향해 수백의 봉이 찔러 들어갔다. 비록 생각지 못한 일격이었지만 톱니바퀴에 톱니가 돌아가듯 정교한 공격을 보여주었다. 송현의 몸을 가루라도 만들 것만 같았다. 송현의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어느 한 곳 빈 곳 하나 없이 몰아쳐오는 소림 500나한들의 봉은 보는 이로 하여금 오금을 떨게 할 정도였다. 그런 기세를 몸으로 느끼는 송현은 어떨까. 아마 중원의 고수라면 생의 마지막을 생각할 지도 몰랐을 것이다. 그러나 송현의 마법은 중원의 무림인들의 상식을 뒤집어엎는 능력이었다. 저것을 막기란 사실상 불가능했다. 아마도 화경, 현경을 넘어 신화경에 오른 자가 아니라면 죽음을 각오하고 막아야 할 것이다. 송현의 방어 마법은 어떤가. 굳이 저 무시무시한 공격을 막아설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충분히 준비하고 있던 송현은 재빠른 캐스팅으로 500나한진의 중심에서 벗어났다. “블링크!” 파파파파파팟 송현이 있던 자리에서 봉에서 나오는 강기들이 허공의 공기와 부딪히고, 마주보는 이들의 강기와 부딪히며 격한 파음이 장내에 터져나왔다. 강기의 응축(凝畜)으로 생긴 바람은 회오리를 치며 곧은 원주모양으로 하늘을 향해 쭈욱 올라갔다. 하늘을 찢고 구멍이라도 내려는 기세로 말이다. 한 줄기 강기로 이루어진 태풍이 몰아치고 500나한진은 송현을 몰아쳐가기 전 나한진의 형태를 갖추며 뒤로 물러났다. “아미타불!” 어느 누군가의 입에서 송현의 명복을 비는 불호가 읊어졌다. “아미타불!” “아미타불!” “나무관세음보살!” 그를 따를 쉴 새 없이 흘러나오는 불호는 송현에 대한 명복을 비는 것인지 아니면 자신이 살생을 해서 참회의 뜻으로 읊는 것인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 어쩌면 누구는 명복을, 누구는 참회를... 각기 다른 뜻으로 불호를 읊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렇게 소림사만의 장엄한 음성이 소림사 경내를 훑고 지나갈 때 어느 누군가의 입에서 경악성이 터져 나왔다. “헛!” 경악성에 모두들 그 의미를 찾고자 했다. 그리고 이내 찾을 수 있었다. 송현이 한낮 고깃덩어리가 되어 있어야 할 자리에 그 흔한 옷 쪼가리 하나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 순간, 500나한들은 자신의 머리 위에서 몸으로도 느껴질 만큼 거대한 기의 파동을 느꼈다. 그리고 500인이 1인인 것처럼 일제히 고개를 하늘을 향해 번쩍 쳐들었다. 하늘에서 은빛 백발을 휘날리며 떠있는 자가 있었다. 바로 송현이었다. 자신들의 손에 죽었다고 생각하는 송현이 버젓이 말도 안 되게 하늘에 떠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등꼴을 오싹하게 만드는 것은 따로 있었다. 바로 그의 눈빛이었다. 무심할 정도로 가라앉은 눈빛. 무엇을 생각하는지 도저히 알 수 없을 정도의 눈빛, 심해의 고요함을 생각나게 만들었다. ‘단 세 번의 공격이다. 단 세 번. 이것으로 소림을 봉문 시키겠다.’ 송현의 속마음을 어느 누군가 들었다면 광오하다 못해 미친놈이라 생각하게 할 정도였다. 그러나 송현은 이 곳 소림사에 들어오기 전 철저한 준비를 했었다. 혜각과 싸울 때도 쓰지 않았던 8서클 마법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철저히 메모라이즈를 하고 온 것이다. 물론 세 번 모두의 공격을 메모라이즈에 의한 공격을 할 수는 없었다. 아무리 송현이 8서클의 마법사라고는 하나 자신의 서클인 8서클의 마법을 메모라이즈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렵사리 하나의 마법을 메모라이즈를 해 온 것이다. “메모라이징, 어스퀘이크!” 송현의 주위에서 파도를 치는 기가 바다의 밀물처럼 500나한을 덮쳐갔다. 그 기운을 느낀 500나한은 기겁하며 최대한 봉을 들어 방어에 들어갔다. 어찌된 일인지 송현에게서 내뿜어진 기는 500나한에 아무런 타격도 주지 않고 그대로 땅속으로 흘러들어갔다. 그렇게 모두들 안도의 한숨을 쉴 때... 쿠르르릉 쩌어억 쿠르르르릉 쩌저적 깨끗한 석면으로 만들어진 대웅보전 앞 공터는 흡사 지진이 난 것처럼 아수라장을 바뀌기 시작했다. 땅이 갈라지고 땅거죽은 뒤집어졌다. 500나한은 생각지도 못한 지진에 신형을 바로 세우기 바빴다. 그것도 그나마 무위가 높은 자들이지 낮은 자들은 뒤집어지는 흙과 함깨 이리저리 뒹굴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를 때 송현은 두 팔을 하늘을 향해 번쩍 들었다. 그리고 나지막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러나 흘러나오는 목소리의 의미는 지옥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지옥의 불을 현세로 불러내 세상을 지옥의 불길로 뒤덮으리라, 헬파이어!” 송현의 손 위에서 하나의 이글거리는 불덩이가 만들어졌다. 소림사 방장을 비롯한 장로들은 두 눈이 토끼마냥 똥그랗게 떠졌다. 분명 지금은 밤이었다. 그것도 달마저 저물어가는 야심한 새벽이었다. 그런데 태양이 떴다. 자연의 이치에 따라 동에서 떠오른 것이 아닌 송현의 손 위에서 태양이 뜬 것이었다. 설마 자신의 두 눈이 잘못된 것이 아닌가 의심해 보기도 했지만 결과는 두 눈으로 보고 있는 것이 현실이었다. 송현의 두 팔이 다시 땅으로 내려왔을 때 태양도 땅을 행해 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500나한들은 자신의 머리위로 떨어지는 태양을 보며 얼굴이 백지장마냥 하얗게 탈색되었다. 서서히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자 최대한 몸을 사리며 대웅보전 앞 공터를 벗어나고자 몸부림쳤다.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불도를 닦은 불력도 필요없었다. 그저 살고자 몸부림치는 중생들만 있었다. 쿠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헬파이어의 충격에 대웅보전 건물이 들썩였다. 어쩌면 무너지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송현의 의도였을까, 아니면 원래 헬파이어의 날아가는 속도가 느려서일까 다행히 죽은 자는 아무도 없었다. 500나한들은 그저 혼이 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헬파이어가 떨어진 곳을 응시했다. 그 모습들을 보며 송현은 다시 한 번 8서클의 대단위 마법을 준비했다. ‘이것으로 마지막이다. 오늘로 소림은 봉문 할 것이다.’ 단전에 반밖에 남아있지 않는 마나를 모두 끌어올렸다. ‘마지막은 메테오다!’ 다시 한 번 두 팔을 번쩍 들어 모든 마나를 세상의 마나와 공명시켰다. 그런 파장이 소림사 전체로 흩어졌다. 500나한들의 얼굴에는 하나같이 두려움에 물들었다. 충분한 마나 공감을 이룬 송현은 입을 열어 캐스팅을 준비했다. 쑤아아아아 그 순간 송현을 향해 공기마저 찢어버릴 듯 날아가는 것이 있었다. 송현은 날아오는 뽀죡한 그 무엇에 그대로 관통당할 것만 같았다. ‘방심했다.’ 지금 마법중이라 움직일 수도 없었다. 지금 마법을 걷어 들인다고 해도 얼마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렇게 날아오는 뾰족한 그 무엇에 대처하지 못 할때 자신의 등줄기에서 한 줄기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배, 백호!’ 바람에서 백호의 모습을 드러내며 날카로운 발톱을 세워 날아오는 뾰족한 그 무엇을 쳐내려 앞발을 드는 모습이 송현의 눈에 들어왔다. ‘배, 백호로는 부족하다. 그렇다면...’ 송현은 애써 메테오로 보내는 마나의 일부를 끊어 백호에게 보내주었다. 단전의 마나가 뒤끓고 기혈이 꼬이는 아픔을 느꼈지만 송현은 그것을 애써 무시했다. “크아아아앙!” 백호도 송현의 마나에 힘이 났는지 포효하며 자신의 앞발에 발톱을 더욱 세웠다. 까가가강 “커헉!” 송현의 입에서 한 목음 선혈이 내뱉어졌다. 다행히 백호가 뾰족한 그 무엇을 막아섰지만 한 편으로 그것에 의해 백호의 앞발도 상처를 입었다. 백호의 원 모습이 정령이라 상처가 남지는 않았지만 강제적으로 공기 중에 흩어지는 마나의 고통을 백호와 함게 송현은 느낀 것이었다. ‘그, 그래도 다행이야. 백호에게 미안한 걸.’ 송현은 백호에게 눈길을 한 번 준 다음 자신에게 강기를 담고 날아온 그 무엇을 찾았다. 그리고 찾은 그 순간 송현의 두 눈에는 당혹감이 물들어있었다. 그것은 검도 아니오 도(刀)도 아니었다. 그리고 창이나 봉도 아니었다. 주방 등에서나 볼 수 있는 불 꼬챙이였다. 소림 밀승을 깨우다 송현의 앞에 나타난 이는 놀랍게도 머리카락이 덥수룩한 소림사 불목하니였다. ‘음...’ 송현은 자신도 모르게 침음성을 속으로 삭혔다. 목에서 치밀어 올라오는 피 덩어리에 입을 조금이라도 열수 없을 것 같았다. 최대한 온 몸에서 들썩이는 마나를 진정시키며 불목하니 앞에 내려섰다. 그렇게 둘은 한참을 아무 말 없이 마주보았다. 시간이 흘러 마구 날뛰던 마나를 제법 안정시킨 송현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역시 그때 그 느낌은 그쪽이었군요.” 송현의 입안은 온통 붉었다. 아마 목으로 치솟아 오르던 핏덩이가 입안을 온통 휘감았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거참 놀라운 놈이로군.” 불목하니 입에서는 승려답지 않은 말투가 튀어나왔다. 그러나 송현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이 곳에 와서 땡초같은 혜능을 보지 않았던가. “소림사 무승을 하나도 죽이지 않고 소림밀종을 깨우다니 말이야. 아마 소림 역사상 이런 일은 네 놈이 처음일 것 같아.” 불목하니의 말에 소림사 무승을 비롯하여 저 멀리 이 상황을 지켜보던 선승, 학승들까지도 경악에 가까운 표정과 함께 자연스럽게 입이 벌어졌다. 소림밀종. 소림의 역사서를 보면 딱 두 번 나오는 단어였다. 소림의 등불을 지키는 최후의 보류. 그들의 무예는 선종의 무예가 아니라 악마의 무예라 일컬으며 소림의 수호신이라 적혀있었다. 그러나 소림의 승려라면 누구나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신화 속의 이야기라고만 믿었던 것이다. 그런 그들이 나타난 것이다. 그런데 이상했다. 왜 그들이 지금 나타났을까? 소림사의 등불이 꺼지려하지 않는데 말이다. 모두가 그런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모두 최대한 물러나라!” 불목하니는 목소리에 내력을 담아 크게 소리쳤다. 불목하니의 말에 소림사 무승들은 불목하니와 소림방장인 혜능의 얼굴을 번갈아보며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었다. “갈! 모두 죽고 싶나?” 불목하니가 더욱 목소리에 내력을 담아 고함을 질렀다. 그러자 소림사 무승들은 조금씩 자리를 뒤로 물렸다. “그분의 말을 모두 듣거라.” 혜각이 허공을 훌쩍 날아 불목하니 옆에 내려섰다. “모두 저승 문 앞에 갔다 온 것도 모르고. 쯔쯔쯔.” 불목하니는 혀를 차며 주위를 쭉 둘러보았다.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하는가... 겁니까...?” 나한전주 범일은 불목하니가 소림밀종의 일이이라는 말이 의심스럽지만 아직은 확실히 몰랐기에 그에게서 흘러나오는 말이 조금 애매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항상 소림의 밑바닥을 살아온 그들이 소림밀종이라고 하니 도저히 인정할 수 없었던 것이다. “네 이 놈!” 불목하니는 범일을 향해 자신의 모든 기운을 쏘아 보냈다. 달달달달 범일은 불목하니가 쏘아 보낸 기운에 자신도 모르게 온 몸을 벌벌 떨었다. 꼭 사자 앞에 선 토끼와도 같은 심정이 들었던 것이다. 불목하니의 한 번의 호통에 범일은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내 그저 불목하니의 말에 물러났다는 데에 부끄러움을 느끼고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허나 이제 와서 다시 앞으로 나선다는 것도 우스워 그냥 혼자 씩씩거렸다. “밀주를 뵈오.” 혜각은 불목하니에게 반장했다. 혜각의 표정으로 보아 불목하니를 아는 모양이었다. 그런 점은 또 다시 소림사의 승려들을 놀라게 했다. “혜각 사숙, 소림밀종 밀승 중에 유일하게 빛을 보시는 분이 이런 꼬마 하나 미리 막지 못하십니까?” “미안하네.” 불목하니는 혜각의 말을 들으며 송현에게 한 걸음 다가갔다. “네 놈의 수법이 대단하더구나.” “과찬이십니다.” 송현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앞에 있는 이 허름한 자를 허수룩하게 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마지막도 대단할 것이 분명하지만, 두 번째 수법도 대단했어. 그런 연유로 하나 물어보자꾸나.” “하시지요.” “봐 준 것이냐? 내가 봐서는 충분히 소림 무승을 한 번에 해탈시킬 수 있었을 것 같던데. 아니냐?” 불목하니의 말에 다시 한 번 소림사는 들썩였다. 지금 뜻한 바로는 조금 전 송현이 날린 화염구, 아니 그것을 뛰어넘어 하나의 작은 태양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던 그것으로 인해 소림사가 멸문할 수 있었을 것이라 했다. “글쎄요.” 송현은 정확한 대답이 아닌 애매모호한 말로 답했다. “그렇다면 봐줬다는 말이군. 그러나 마지막에서는 그런 마음을 접었던 것 같던데.” “글쎄요.” 송현은 불목하니의 질문에 여전히 애매모호한 말로 답했다. “그 점은 나중에 계산하기로 하고... 소림을 휘저은 대가는 받아야겠지. 소림밀종은 모습을 현신하라!” 불목하니는 허공에 대고 소림밀종의 밀승들의 집결을 명했다. 휘익 휙 휙 휘익 착 착 착 송현의 주위로 내려선 이들은 8명이었다. 하나같이 제대로 된 승복을 입고 있지 않았다. 모두의 옷차림을 보아 소림사 내에서도 하나같이 허드렛일을 하는 자들 같았다. 어떤 이는 채소를 가꾸는 채승인지 손에 호미자루가 쥐어져 있었고, 어떤 이는 해우소를 청소하는 자인지 지게와 자루가 기다란 바가지를 들고 있었다. 그 밖에 빗자루를 들고 있는 자, 도끼를 들고 있는 자 등이었다. 소림 내에서 최하부층을 이루고 있는 자들이었다. 송현은 그들을 일일이 살폈다. ‘대충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겠어.’ 분위기와 승려들끼리 돌아가는 말을 종합해보면 소림사에서는 전설처럼 내려오는 소림밀종이 있었다. 그들은 평생을 어둠 속에서 산다. 최상승 무공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숙명에 수긍하고 살아가는 자들이었다. 그러나 그들도 인간인 이상 밝은 세상에 나가고 싶어하는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그래서 유일한 해결책으로 소림밀종 출신 중 한 명만이 세상에 나가는 것이었다. 그 한 명으로 인해 나머지 밀승들은 대리만족을 느끼면 꿋꿋이 자신의 본분을 다해왔던 것이다. 순간 송현은 그들의 숭고한 정신에 감명 받았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소림의 끝이 없는 힘에 놀랐던 것이다. 그런 이들이 깨어났다. 송현은 온 몸이 찌릿찌릿했다. 더없이 위험한 자들이라는 것이 벌써부터 몸이 느끼고 있는 것이었다. 불목하니가 땅에 꽂힌 불 꼬챙이를 집어 들고 송현을 가리키자 밀승들은 송현을 둘러싸며 자신의 내력을 마음껏 발산했다. 이제까지 어둠 속에 지내온 모든 세월을 보상받기라도 원하는 것 같았다. ‘과연 내가 이들을 이길 수 있을까?’ “네 놈의 수법이 대단한 것은 사실이지만 내가 보기에는 소수와의 싸움에서는 힘든 것이 많을 것 같아.” 불목하니도 송현에게 자신이 느낀 점을 말하고는 불 꼬챙이를 들고 기수식을 잡았다. ‘휴우-! 역시 쉽지만 않겠어.’ 송현은 자신의 몸을 체크했다. ‘마나가 반도 되지 않는구나.’ 송현은 지금 무단전의 형태라 하지만 엄연히 단전은 존재했다. 바로 송현의 몸 자체가 단전이었다. 재빨리 마나 양을 확인했었다. 혜각과의 싸움과 조금 전 8서클의 마법 사용으로 인해 송현의 마나는 1/3정도에 조금 못 미치는 마나를 가지고 있음을 알았다. ‘그래도 지지 않는다.’ 송현은 자신의 온 몸에 퍼져있는 마나를 자신의 기해혈 쪽으로 모았다. 좀 더 효율적인 사용을 위해서였다. 부우우웅 송현의 등 뒤에 있던 향적주에 밥을 짓는 반승(飯僧)이 거대한 주걱으로 송현의 머리를 향해 휘둘렀다. 단순한 상황으로 보면 거대한 주걱이 송현의 뺨을 갈기는 상황이라 매우 해학적이지만 당하는 송현의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왜냐하면 단순한 주걱에도 시퍼런 강기가 맺혀있었다. 그대로 맞았다가는 목뼈가 불어지기 십상이었다. 송현은 그대로 몸을 숙여 어렵사리 반승의 주걱을 피했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었다. 반승과 함께 생활을 하는 지 향적주에서 반찬을 만드는 효승(餚僧)이 몸을 숙인 송현을 향해 식칼을 메섭게 찔렀다. 쑤우우우욱 송현은 더 이상 피할 수 없다고 느꼈다. 자신이 무인이 아닌 이상 그들과 같은 방식으로는 힘들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암실드!” 송현은 비교적 캐스팅이 빠르고 지금 가장 적절하다고 느낀 암실드를 만들어 효승의 식칼을 오른 팔로 박아섰다. 그런 송현의 대처에 효승은 조금 놀라는 눈치를 보였지만 이내 그런 눈빛을 없애고 독한 표정으로 그대로 찔러 들어왔다. 송현의 오른 팔이 잘리기 일보직전이었다. 적어도 효승이 생각하기에는 그랬다. 까가가강 챙그랑 송현의 손에 효승의 식칼이 부딪히기 일보직전 검강(?)이 맺혔고 송현의 팔에 둘러싸인 암실드는 더욱 마나의 빛을 발했다. 검강과 실드가 부딪히고 그 결과 암실드가 산산히 부서졌다. 송현은 팔에서 흐르는 피를 왼손으로 움켜잡고 뒤로 물러났다. 다행히 실드로 인해 큰 상처는 면했다. “힐링!” 송현은 애써 아무렇지 않은 듯 왼손으로 오른팔을 잡고는 상처를 치료했다. 성스러운 빛이 일렁이더니 금세 송현의 오른팔에 난 상처가 아물었다. 반승과 효승은 그 모습에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 그들만이 아니었다. 세상에 어느 누가 저렇게 치료를 한단 말인가. 그러나 그것도 잠시 밭에서 채소를 기르는 채승(菜僧)이 호미를 들고 송현의 머리를 찍어 들어갔다. 그와 동시에 나무를 패 장작을 만드는 부승(剖僧)은 송현의 허리를 양단하려는 거부(巨斧)를 힘껏 휘둘렀다. 송현은 최대한 마나를 용천혈에 주입하고 마나보법을 밟아 뒤로 물러나려했다. 그러나 그것도 송현의 뜻대로 되지 못했다. 송현의 뒤쪽에 자리잡고 있던 소림사 경내를 청소하는 청승(淸僧)과 불목하니와 함께 불을 떼고자 낙엽 등을 쓸어 모으는 집승(輯僧)이 기다란 빗자루와 갈고리를 가지고 송현의 하부를 몰아쳐왔다. 자신을 짓이겨오는 빗자루와 갈고리를 파악하고는 입술을 꽉 물었다. 송현은 갈고리에 어느 정도 베일 각오하고 채승의 호미와 부승의 거부를 피하며 뒤로 물러났다. 사삭 집승의 갈고리가 송현의 종아리를 스치자 세 줄기의 혈선을 따라 피가 튀었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청승의 빗자루가 봉처럼 원형을 그리며 송현의 허리를 강하게 쳤고 그 뒤를 이어 호미가 송현의 정수리에 꽂히는 동시에 거부가 송현의 가슴팍을 갈랐다. 그리고 송현을 공격한 네 명의 밀승들은 그 뒤에 이어 터져 나오는 송현의 비명소리를 기대했다. 그러나 그런 비명소리는 온데간데없고 그나마 송현의 모습도 잔상을 남기며 그 자리에서 살아졌다. 네 명의 밀승은 서둘러 송현이 있던 자리를 내려다보았다. 그곳에 흥건히 있어야 할 핏자국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보인 것은 지승의 갈고리에 의한 몇 안 되는 핏방울이 전부였다. “체인 라이트닝!” 송현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 곳은 채승과 집승의 뒤였다. 송현은 가슴을 펴고 두 팔을 좌우로 쫙 펴 채승과 집승을 향해 각각 두 팔을 휘둘렀다. 치지지직 챠자자작 송현의 두 팔에 머물러 있던 강렬한 뇌전이 그대로 뻗어가 채승과 집승을 향해 뻗어갔다. 둘은 얼굴에 사색이 물들며 최대한 자신들의 보법을 밟으며 옆으로 몸을 날렸다. 그러나 뇌전이라는 것이 어떤가. 주위에 금속이 자연스럽게 그 쪽으로 몸을 비트는 것이 당연한 것이었다. 채승과 집승은 어렵사리 송현이 내지른 체인 라이트닝을 피했지만 그들이 들고 있던 호미와 거부는 그러지 못했다. 체인 라이트닝은 뱀을 연상시키듯 허공에서 몸을 비틀어 호미와 거부를 향해 몸을 날렸다. 그리고 호미와 거부에 도달한 체인 라이트닝은 다시 한 번 도약하며 채승과 집승을 덮쳤다. “크으윽!” “커헉!” 둘은 단발마를 지르며 온 몸을 부르르 떨었다. 당연히 자신들이 들고 있던 무기를 손에서 놓친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었다. 전기에 의한 쇼크가 그들에게 이어지면 송현은 잠시동안의 시간을 벌었다. ‘도저히 이대로는 안 된다. 그렇다면.’ 송현은 재빨리 자신만의 아공간을 열어 그 속에 대기하고 있던 골렘을 꺼냈다. 일행 모두가 마형 골렘을 가지고 있었기에 송현의 아공간에는 자신이 타던 골렘 1기와 가디언으로 쓰는 2기의 골렘이 있었다. 송현의 부름에 3기의 골렘은 아공간에서 나와 송현의 주위에 그 모습을 들어 냈다. 쿵! 쿵! 쿵! 육중한 몸을 자랑이라도 하는 듯 송현의 옆에 내려선 골렘들은 하나같이 땅이 울릴 만큼 발을 디디며 내려선 것이다. 일종의 기세싸움을 벌이려는 듯했다. 그리고 효과도 있었다. 뜻하지 않은 골렘의 등장에 밀승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며 한 걸음씩 물러났던 것이다. “밀주라고 불러야 합니까?” 송현은 불목하니, 즉 화승(火僧)에게 말을 꺼냈다. 그러나 화승 역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송현과 골렘을 올려다보았다. “아무래도 나 혼자는 힘이 들어서요. 나의 호위무사들입니다. 아! 물론 인간은 아닙니다. 하지만 듬직한 친구들이지요.” 송현은 화승을 향해 골렘을 소개했다. 그러자 골렘들은 기분이 좋은지 두 눈에서 시퍼런 안광을 일렁이며 목을 하늘을 향해 치켜세우고는 포효를 터트렸다. “우어어어어어어!” 입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가 아닌 종처럼 몸 전체에서 울리는 소리라 더욱 괴기스러움을 보여주었다. 청승은 자신의 앞에 서있는 마두(馬頭)를 가진 오왕을 보며 빗자루를 힘껏 움켜잡았다. 한낱 미물에게 잠시 두려움을 느낀 것이 부끄러웠다. 오왕이 시선이 화승에게 향해있음을 알아차리고 오왕의 하체를 쓸어버렸다. 투웅 오왕의 왼다리 종아리 일부분이 청승의 공격에 움푹 들어갔고 그 힘의 잔재에 의해 중심을 잡지 못하고 그대로 땅으로 넘어졌다. 쿠웅 육중한 몸이 넘어지자 상당한 진동이 바닥을 타고 흘렀다. 채승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넘어져있는 오왕의 가슴팍에 온 내력을 빗자루에 주입해 내려쳤다. 푸른 강기가 둘러싸인 빗자루의 대는 어느 무기보다 무서웠다. 콰앙 청승의 빗자루에 얼마나 강력하고 힘이 실려 있었는지 가슴팍을 맞은 오왕의 몸이 허공에 30cm가량 뜰 정도로 들썩였다. 그리고 오왕의 가슴은 보기 흉할 정도로 찌그려져있었다. 청승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병기이자 일의 도구인 빗자루를 턱 하고 내려놓았다. 그것이 실수였다. 오왕은 인간이 아니었다. 가슴속 깊은 마나석이 부서지지 않는 한 그의 몸은 지칠줄 모르고 움직이는 골렘이었다. 누워있는 오왕은 그대로 팔을 뻗어 청승의 오른다리를 움켜주었다. 부지직 뼈마디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청승은 오왕의 팔에 대롱대롱 매달려야했다. 2m에 달하는 오왕이 자리에서 일어나 청승을 머리위로 번쩍 들고는 그대로 바닥에 패대기쳤다. “크아악!” 땅에 정면으로 쳐박힌 청승의 입에서 비명소리가 터져나왔고 입에서는 피로 이루어진 분수가 내뿜어졌다. 오왕은 마치 감정이 없는 것처럼 자신의 검을 꺼내어 청승의 허리를 양단하기 위해 내려 꽂았다. 쑤아아아악 퍼버벅 순식간에 내려진 오왕의 검은 청승이 누워있던 바닥마저 베어버려 길게 골을 만들었다. 그러나 오왕의 검에는 피가 묻지 않았다. 해우소를 청소하는 해승(解僧)이 서둘러 몸을 날려 청승을 구해낸 것이다. 해승은 전장과 거리가 떨어진 곳에 청승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주위에 있는 승려들을 시켜 돌보게 하고 자리로 돌아왔다. 그의 두 눈에는 살기가 은은히 맺혀있었다. 그가 들고 있는 바가지에서도 푸르른 강기가 서서히 진하게 맺혀가고 있었다. ************************************************************************************* 타이핑 者 : [KOR]TheYtsejaM (당나귀 호환 P2P 프루나) 프루나에서 제가 타이핑한 소설들과 그 외 제가 모은 소설들을 공유했습니다. 검색어 : [KOR]TheYtsejaM 또는 TheYtsejaM 로 검색하시면 제가 공유한 파일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소유자가 1이라도 관계없습니다. 저는 항상 접속해 있으니까요. 제가 접속해 있지 않을 때는(파일이 안 받아지고 있을 때는) 제가 집에 없거나 파일 받기 대기 중일 겁니다. 기다리시면 하루 안에 반드시 받으실 수 있으실 겁니다. 무협도 엄청나게 많이(약 1기가 정도) 텍스트파일로 가지고 있는데 너무 파일이 많아서 그거 다 편집하려니 짜증나서 일단은 판타지만 공유중입니다. 무협도 필요하시면 프루나에서 메시지 전송 기능으로 쪽지 보내십시오. ************************************************************************************* 그때부터 밀승들과의 싸움의 형태는 조금 달라졌다. 송현은 3기의 골렘을 가디언으로 충분히 이용하며 자신은 마법사로서의 능력을 마음껏 펼치기 시작한 것이었다. 밀승들 역시 송현에게 다가가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그때마다 골렘에게 막혀 다가갈 수 없었다. 그나마 밀주인 화승과 혜각, 그리고 해승이 간혹 골렘을 피해 송현에게 다가갔지만 송현의 옷자락 하나 건들 수 없었다. 철저히 수비로 돌아선 송현을 그들도 쉽게 몰아쳐가기란 쉽지 않았던 것이다. 서서히 밀승들의 몸에 상처가 하나 둘 씩 생겼다. 그러나 밀승들 역시 그냥 자신들의 몸을 내 준 것은 아니었다. 골렘들의 거대한 위용을 드러내는 몸도 예전처럼 아름다움을 찾을 수 없었다. 이리 저리 베이고 찌그러져 보기 흉할 정도였다. 송현 역시 이런 밀승의 무위에 놀라고 있었다. 혈강시를 상대로 그 우세를 보여주던 골렘이 이렇게 철저히 당한다는 것은 그도 상상하지도 못한 일이었다. 그와 함께 송현은 마나의 고갈을 서서히 느끼고 있었다. 비록 몸에 상처 하나 생기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마나의 한계까지 극복하지는 못했던 것이다. 그렇게 밀승과 송현은 서서히 지쳐갔다. 송현은 하늘에 떠서 골렘과 밀승들의 처절한 싸움을 내려다보았다. ‘이대로는 끝이 없다. 어쩔 수 없이 모험을 해야 한단 말인가.’ 고민에 고민을 하던 송현은 모험을 결정하고는 자신이 짜낼 수 있는 모든 마나를 짜내기 시작했다. 조금씩 모이기 시작한 마나는 어느새 제법 거대한 마나가 되었다. 서서히 마나의 파동이 몸을 느껴질 정도가 되었다. 불목하니, 즉 화승과 혜각은 그 파동을 느꼈는지 얼굴에 긴장감이 맴돌았다. 송현은 자신의 의지를 골렘에게 전달하고는 캐스팅을 시작했다. “지옥의 불을 현세로 불러내 세상을 지옥의 불길로 뒤덮으리라, 헬파이어!” 다시 한 번 소림사에 헬파이어가 만들어졌다. 조금 전과는 다르게 매우 빠른 속도로 밀승과 함께 골렘을 덮쳐갔다. 그 열기가 얼마나 뜨거웠는지 골렘의 표면이 조금씩 녹아 흘러내렸다. 밀승들의 옷가지도 서서히 타들어갔으며 덥수룩한 머리카락도 노린내를 풍기며 타들어갔다. 그 순간, 골렘 3기는 허공에 검을 내리그어 묵선을 만들었다. 그리고 다른 차원이 있는 것처럼 그 묵선을 벌리며 사라졌다. 송현의 아공간으로 스스로 찾아 들어간 것이었다. 그 모습을 본 화승은 다급함이 담긴 목소리로 밀승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모두 물러나라! 어서 빨리!” 그렇게 외치며 물러서는 화승은 자신이 들고 있는 불 꼬챙이를 있는 힘껏 허공에 떠있는 송현에게 던졌다. 자신이 가진 모든 내력을 모아 불 꼬챙이에 강기를 덮어씌워서 말이다. 헬파이어가 다시 한 번 소림사를 뜨거운 열기로 휩쌌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엄청난 폭발음이 울리고 그 진동으로 다시 한 번 대웅보전의 건물이 들썩였다. 툭 우당탕탕탕 결국 대웅보전이라 적힌 현판이 견디지 못하고 땅으로 떨어졌다. 열기에 의한 자욱한 먼지와 수증기가 걷히고 마침내 헬파이어에 의한 폐허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아무것도 없었다. 아주 깨끗했다. 모조리 헬파이어의 뜨거운 열기에 녹아내린 것이었다. 소림사의 무승들은 밀승들을 찾기 바빴다. 다행히 하나 둘 씩 모습을 드러낸 밀승들을 보며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다. 모두 죽지 않고 송현의 헬파이어에서 살아남았던 것이다. 그러나 살아도 살았다고 할 수는 없었다. 모조리 바닥에 뒹굴어 있어 어떤 밀승은 정신을 잃었고 그나마 정신을 가진 밀승도 제대로 서있기 조차 힘들어했다. 툭 철퍼덕 그 순간 헬파이어로 만들어진 폐허 중심에 무엇인가 툭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바로 송현이었다. 옆구리에 기다란 혈상(血傷)을 입고 플라이 마법조차 펼치지 못하고 바닥으로 떨어진 것이었다. 송현의 가슴이 오르락내리락하며 입에서 거친 숨이 새어나오는 것으로 보아 죽지는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겨우 몸을 일으켜 자리를 선 송현의 몸은 언제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비틀거렸다. 휘이이익 그 순간 바람이 한 줄기 불고 어느새 백호가 나타나 송현을 등에 태웠다. 어렵게 어렵게 백호의 등에서 몸을 가누었다. 무승부! 밀승들과 송현의 싸움에서 승자는 없었다. 둘 다 서로 죽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뭣들 하느냐? 소림의 제자들은 살계를 열어 저 자를...” 나한전주 범일은 송현을 죽이고자 입을 열었다. “갈!” 혜능이었다. 그의 두 눈에는 확고한 의지가 담겨져있었다. “보내주어라. 그리고 소림의 장로들은 지금 당장 방장실로 모이시오,” 혜능의 무서울 정도로 흔들림이 없는 안광에 장로들은 무슨 말이라도 하려다가 이내 혜능의 두 눈에 주눅이 들어 목소리를 삼켰다. 이제까지 한 번도 보지 못한 혜능의 모습이었다. “시주는 내일 다시 나를 찾아와 주시오. 그럼 멀리 못 나가오, 아미타불!” 혜능은 그대로 몸을 돌려 방장실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장로들은 어서 빨리 따라오지 못 할까!” 장로들은 혜능의 목소리에 움찔하며 서둘러 혜능을 따라 갔다. 송현은 혜능의 의지를 읽었다. 비로소 소림이 다시 살아난 것이었다. 송현의 입가에는 미소가 걸렸다. 혈교와의 결전을 앞두고 송현은 눈부신 햇살을 가득 받으며 두 눈을 떴다. 창가로 스며드는 따스한 햇살은 송현에게 아늑함을 선사해주었다. 하지만 송현에게 주는 따스함은 그게 다가 아니었다. 자신의 손을 따뜻하게 잡고 있는 한 여인의 손이 있었다. 고개를 돌려 자신의 손을 잡고 있는 여인을 보았다. 이 세상에서 하나 밖에 없는 양설린이었다. 문득 간밤의 기억이 떠올랐다. 백호의 등에 타 간신히 일행들이 있는 객잔으로 온 것이다. 그리고 침상에 바로 쓰러져 그대로 기절한 것이다. 상세히 기억하지 못하지만 대략적인 것은 기억해냈다. 그때 양설린의 두 눈에서 흐르는 눈물은 잊을 수 없는 것이었다. ‘아마도 밤 새워 나를 간호했겠지?’ 송현은 손을 뻗어 양설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으음음음.” 달콤한 미소를 지으며 양설린은 몸을 살짝 뒤척였다. 송현은 조심스럽게 침상에서 나와 양설린을 고이 들어올렸다. 혹시나 양설린이 잠에서 깰까 조심조심했다. 양설린을 편하게 침상에 놓이고 이불을 덮어주었다. 잠시만이라도 편하게 자게하고 싶었다. 양설린에게 이불을 덮어준 송현은 자고 있는 그녀의 이마에 살짝 입맞춤을 해주었다. 그리고 몸을 세워 옆에 있는 탁자로 가려했다. 그 순간 송현은 손이 따뜻해짐을 느꼈다. 시선을 아래로 내리보니 어느새 양설린의 손이 자신의 손을 슬며시 잡은 것이었다. 송현은 고개를 들어 양설린의 얼굴을 보았다. 어느새 두 눈을 뜨고 송현의 얼굴을 사랑이 흠쁙 풍기는 표정으로 올려다보고 있었다. “일어났소?” “가가...” 어느새 양설린의 두 맑은 두 눈동자에 눈물이 맺혔다. “미안하오. 그리고 사랑하오.” 송현은 그 말밖에 할 게 없었다. 그리고 그 말 이외에 그 무엇이 더 필요하단 말인가. 양설린의 우윳빛 가느란 흰 팔이 어느새 송현의 목을 감쌌다. 그리고는 슬며시 자신 쪽으로 당겼다. 송현의 촉촉이 익은 앵두와도 같은 빨간 입술이 두 눈에 들어왔다. 송현도 분위기에 취하고, 양설린의 사랑에 취해 자신의 입술을 그녀의 입술에 가져다 댔다. 그리고 앵두와도 같은 달콤함을 느끼고자 했다. 똑똑똑 문에서 인기척이 나더니 문이 활짝 열렸다. “설린아, 현이는 일어...” 위정천은 아직 송현이 자고 있을 것이라 예상했는지 거침없이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러던 중 침상위에서 사랑을 불태우려는 두 연인을 보았다. “헉! 험험험!” 위정천은 재빨리 뒤로 돌아서며 헛기침을 했다. 어색한 분위기가 방안에 돌았다. “내, 내 조금 있다가 오도록 하지. 미안하구나.” 위정천은 연신 헛기침을 하며 무안함을 달래려했다. 그리고 방문을 나서려는 순간 송현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닙니다, 어르신. 안으로 드시지요.” 송현의 차분한 목소리에 미안하기도 하고 무안하기도 한 위정천은 어구 주춤한 몸으로 탁자로 다가가 자리에 앉았다. “그래 몸은 괜찮으냐?” “가뿐합니다. 단 몇 시간이지만 푹 잔 것 같습니다. 하하하.” 송현은 오른팔을 훅훅 돌리며 과장된 몸짓으로 자신의 건강함을 위정천에게 보여주었다. “몇 시간이라니? 현이 너는 꼬박 이틀을 잤단다.” “네? 이, 이틀이요?” 위정천은 거짓없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송현의 얼굴은 구겨진 종잇장마냥 일그러졌다. ‘소림사...’ 혜능이 찾아오라는 말을 지키지 못했던 것이 떠올랐다. 물론 고의는 아니지만 애써 소림사의 마음을 돌렸는데 그게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어버린 것이었다. “현아 정말 괜찮은 것이냐?” 위정천은 송현의 얼굴 표정의 변화를 보며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송현의 어깨를 집었다. “괜찮습니다.” “아니다, 너의 표정을 보니 아직 몸이 낫지 않은 모양이구나.” “그게 아니라...” 송현은 위정천을 올려다보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자신이 왜 이러는 이유도 위정천에게 설명해주었다. “하하하하하하!” 위정천은 송현의 설명을 듣자 목젖이 보이도록 고개를 젖혀 크게 웃었다. 송현은 자신의 기분은 무척 가라앉아있는데 시원하게 웃는 위정천을 보자 괜히 얄미워졌다. “현아.” “네.” 송현은 조금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내가 이런 아침부터 너를 찾아온 이유가 무엇이겠느냐?” “…….” “녀석, 정말 그날 저녁을 일을 기억 못하는 모양이구나.” 송현은 위정천의 말에 소림사에서 돌아온 날을 기억을 떠올렸다. 그러나 별다른 것을 기억해 낼 수 없었다. 송현의 기억으로는 몸이 너무나 지쳐있어 오로지 쉬어야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던 것이다. “내일 자신이 일어나지 못하면 나더러 소림사에 가서 방장 혜능대사를 만나보라고 하지 않았느냐?” “네?” 위정천의 말에서 뜻하지 않은 낭보가 흘러나왔다. “그, 그말이 사실입니까?” 위정천은 송현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아직도 못 믿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송현을 향해 위정천은 다시 한 번 고개를 힘 있게 끄덕여주었다. ‘다행이야. 나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지 않아서 다행이야.’ 그제야 송현의 표정은 한층 가볍게 풀어졌다. “어떻게 되었습니까? 혜능대사는 만나보셨습니까?” 송현의 쉴 새 없는 질문에 위정천은 그저 웃음만 보였다. “현아, 천천히 하나씩 물어보거라. 어디 숨차서 대답을 할 수 있겠느냐?” “죄, 죄송합니다.” 송현은 뒷머리를 슬쩍 긁으며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조금 한숨을 돌린 송현은 위정천에게 소림의 입장을 들을 수 있었다. 만족스러운 대답이었다. 소림도 더 이상 잠들어있지 않겠다는 의지와 함께 혈교의 본거지로 함께 쳐들어가 더 이상 혈교의 씨를 남겨두지 않겠다는 의지를 전해왔다고 했다. 위정천에게서 소림의 입장을 모두 전해들인 송현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현아, 그럼 조금 더 쉬거라.” 위정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예, 어르신. 내일부터는 다시 바빠질 테니깐요. 모두들에게도 오늘 하루는 편히 쉬라고 전해주십시오.” “그래, 알았다. 너도 오늘 하루만은 아무 생각하지 말고 편히 쉬거라.” 위정천은 그 말을 끝으로 송현과 양설린이 있는 방을 나갔다. 송현은 편안한 마음에 의자 등받이에 등을 묻었다. “아...” 송현의 입에서 편안함이 느껴지는 목소리가 나직이 흘러나왔다. 양설린은 그런 송현의 뒤로 다가가 목을 끌어안았다. 송현은 손을 들어 자신의 목을 감싸고 있는 양설린의 손을 부드럽게 잡았다. 그리고는 고개를 올려 자신을 안고 있는 양설린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조금 전 하다만 사랑을 했다. 입술과 입술이 마주하며, 아주 행복하게... 송현의 일행들은 사천성내의 관도를 지나고 있었다. 혈진강의 이동경로로 보아 혈교의 본거지가 서장에 있지 않을까라는 추측을 조심스럽게 했다. 그렇다보니 자연스럽게 서장 쪽으로 길을 잡았던 것이다. 송현은 말을 몰아 위정천 옆으로 다가갔다. “어르신.” “왜 그러냐?” “이제 일행들에게도 말을 해주어도 되지 않을까요?” 송현은 혈진강 몸속에 집어놓은 탐색마법이 걸린 자그만 보석을 이제는 일행들에게 이야기 해주려는 뜻을 위정천에게 밝혔다. “알아서 하려무나. 뭐 애써 숨길만 한 것도 아닌 듯싶구나. 그래도 혹시 모르니 성도에 들어서 객잔을 하나 잡고 나서 편하게 이야기해주는 것이 좋을 듯싶구나. 어차피 조금 시일을 가지고 혈진강의 이동경로도 확인해봐야 할 것이고 말이야.” “그렇게 하겠습니다.” 송현은 이 사실을 알려줄 필요도 있고 여행으로 인해 지친 일행들의 얼굴을 보고 말을 서둘기로 마음먹었다. “자, 자! 다들 조금 서두르자. 성도에 일찍 도착해서 편히 쉬자. 이럇!" 송현은 일행들에게 재촉하는 말과 함께 스스로 말을 몰아 앞으로 달려나갔다. 일행들도 일찍 쉬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지 송현을 따라 말을 몰아 송현을 따라갔다. 그렇게 2시간을 달려 성도에 다다를 수 있었다. 어느새 해가 중천을 넘어 동쪽 하늘에 붉은 노을이 살짝 물들기 시작하고 있었다. 따각 따각 따각 사천성의 성도(省都)인 성도(成都)의 주작대로 위를 송현의 일행들은 편히 말을 몰고 있었다. 서둘러 객잔을 잡고 따뜻한 물에 목욕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이런 주작대로에서 말을 거칠게 몰았다가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었다. 송현 뿐만 아니라 일행들 모두 객잔을 찾기 여념이 없었다. 당장이라도 객잔에 들어가고자 한다면 들어갈 수 있겠지만 일행들은 좀 더 좋은 객잔을 찾고자 했다. 이곳 성도에 들어오기 전까지만 해도 아무 곳이나 눈에 띠는 곳이 있으면 들어가고자 마음먹었지만 막상 성도에 들어오니 마음이 바뀐 것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성도 내를 헤집고 다녔다. 마침 그들의 눈에 띠는 객잔 하나를 찾았다. 비록 중심부에 위치하지는 않았지만 매우 깨끗한 곳이었다. 일행들은 그 객잔을 보는 동시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더 이상 머뭇거릴 이유가 없자 모두들 서둘러 객잔에 들었다. 들어선 객잔은 화려함 등은 없었다. 그러나 건물이 상당히 오래 전에 지었는지 운치감이 들었다. 거기에 외관만이 아닌 건물 안도 상당히 깨끗해 모두의 마음에 쏙 들었다. 송현은 객잔 주인에게 웃돈을 주면서 목욕할 수 있는 따뜻한 물을 준비해달라고 했다. 돈의 위력이었을까, 아니면 주인의 후덕한 인심 때문이었을까. 일행들은 바로 따뜻한 물에 몸을 담글 수 있었다. 송현도 느긋이 온수에 몸을 담가 피로를 풀었다. 그렇게 물이 미지근해질 때까지 여유롭게 목욕을 한 송현은 방에서 나와 객잔 아래층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으로 내려갔다. 송현이 객잔으로 내려갔을 때 일행들 아무도 내려온 자가 없었다. 송현은 속으로 피식 웃고는 창가에 놓인 탁자로 가 자리를 잡았다. 창문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오랜만에 찾아온 여유를 마음껏 즐겼다.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창가를 스쳐지나갔다. 장사를 하는 사람, 공부를 하는 학생, 무인들, 그리고 거지들... 모든 사람들을 볼 수는 없었지만 송현은 그들을 바라다보았다. 모두가 평온스러운 모습들이었다. 자신이 혈교와의 전쟁을 치르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고요함을 느꼈다. 그러는 사이 유독 몸놀림이 여유롭지 못하고 서두르는 한 인물이 눈에 들어왔다. 무슨 급한 일이 있는지 사람들 사이를 재빠르게 움직이며 어디론가 달려가는 모습이었다. ‘나같이 바쁘게 사는 사람들도 있군.’ 왠지 동질감을 느낀 송현은 그 사람을 찬찬히 훑어보았다. 자그만 체격에 어깨폭이 좁은 걸로 보아 여인인 것 같았다. 그러나 삿갓을 쓰고 있어 정확히 여인인지 남자인지 알 길은 없었다. 송현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호기심을 못 이기고 그 자의 삿갓 속에 감추어진 얼굴을 투시 마법으로 보고야 말았다. “헉!” 송현은 헛바람을 잔뜩 들이마시며 온 몸을 잔잔하게 떨었다. 놀람과 함께 반가움이 물씬 묻어나는 모습이었다. “현아, 일찍 내려왔구나.” 송현은 그 사람을 놓칠세라 위정천의 목소리에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다. “어르신, 잠시...” 송현은 말까지 끝내지 않고 그대로 창으로 몸을 날렸다. 그리고는 삿갓을 쓴 사람을 재빨리 쫓아갔다. ‘놓쳐서는 안 된다.’ 모든 정신을 그 삿갓에 집중하며 그 자를 따라 사라졌다. ************************************************************************************* 타이핑 者 : [KOR]TheYtsejaM (당나귀 호환 P2P 프루나) 프루나에서 제가 타이핑한 소설들과 그 외 제가 모은 소설들을 공유했습니다. 검색어 : [KOR]TheYtsejaM 또는 TheYtsejaM 로 검색하시면 제가 공유한 파일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소유자가 1이라도 관계없습니다. 저는 항상 접속해 있으니까요. 제가 접속해 있지 않을 때는(파일이 안 받아지고 있을 때는) 제가 집에 없거나 파일 받기 대기 중일 겁니다. 기다리시면 하루 안에 반드시 받으실 수 있으실 겁니다. 무협도 엄청나게 많이(약 1기가 정도) 텍스트파일로 가지고 있는데 너무 파일이 많아서 그거 다 편집하려니 짜증나서 일단은 판타지만 공유중입니다. 무협도 필요하시면 프루나에서 메시지 전송 기능으로 쪽지 보내십시오. ************************************************************************************* 송현은 최대한 마나를 숨기고 삿갓을 쓴 자를 따라갔다. 혹시나 자신을 눈치 챈다고 몸을 더욱 은밀히 하여 따돌린다면 문제가 될 수 있었다. 삿갓을 쓴 자는 성도의 외각으로 한참을 벗어나 허름한 빈민촌으로 들어섰다. 송현은 더 이상 사람들 속으로 몸을 숨길 수 없음을 느끼고 자신의 몸에 투명화 마법을 걸었다. 그리고는 발소리도 내지 않기 위해 플라이 마법으로 지면에서 10cm가량 몸을 띠워 그 자를 따라갔다. 그 자는 빈민촌에 들어서고도 곧바로 어느 곳으로 들어가지 않고 한참을 빈민촌을 돌아다닌 후에야 어느 다 쓰러지는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주위를 살피더니 문을 두들겼다. “누구시오?” 삿갓을 쓴 자의 문기척에 어느 노인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저예요.” 삿갓을 쓴 자의 입에서 앳된 여인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끼이익 문이 열리고 한 노인이 문 밖으로 나왔다. 삿갓의 여인이 그랬던 것처럼 문 주위를 살피더니 삿갓을 쓴 여인과 함께 문안으로 신속히 들어갔다. 송현은 투시마법으로 문 안쪽을 살피고는 텔레포트 마법으로 문 안으로 순간이동을 했다. 자신의 이동에 의해 미약하나마 마나가 흘러나갔고 노인의 두 눈은 번쩍이며 송현이 서있는 곳을 노려보았다. 송현은 더욱 조심할 필요가 있음을 느끼고 더욱 마나를 갈무리하는 동시에 조심스럽게 마나은폐마법을 걸었다. 노인은 한참이나 송현이 있는 곳을 주시하더니 다시 고개를 돌려 삿갓을 쓴 여인을 데리고 어디론가 서둘러 걸어갔다. 둘이 어느 방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는 송현도 재빠르고 은밀하게 방안으로 같이 들어섰다. 방안에는 어느 집과 다름없어 보였지만 방 한쪽에 커다란 족자가 눈에 들어오는 것이 특이했다. 노인은 아무 말 없이 족자를 슬며시 옆으로 밀더니 지하로 통하는 입구가 나왔다. ‘음...’ 송현은 나직한 신음성을 마음속으로 내뱉었다. 둘은 다시 자동적으로 닫히는 족자를 보며 재빠르게 지하로 통하는 입구로 들어섰다. 송현 역시 그들을 따라 지하로 내려갔다. 지하로 내려가자 다시 한 번 두꺼운 철문이 있었다. 쿵쿵쿵 노인이 철문을 두들겼다. 삐이익 철문의 사람높이 구멍이 살며시 열렸다. 그리고 살벌한 두 눈동자가 그 둘을 살폈다. 그 둘의 얼굴을 보자 긴장감이 풀렸는지 이내 두 눈동자는 부드럽게 풀렸다. “누구요?” 분명 철문에 보인 눈동자에서 그 둘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읽을 수 있었는데 그 자는 삿갓을 쓴 여인과 노인에게 누구냐고 제차 물었다. “피를 먹는 숲.” 일종의 암호인 듯 노인과 여인의 입에서 동시에 같은 말이 흘러나왔다. 그 말을 듣고 나서야 부드럽게 변한 두 눈동자에서 웃음이 흘러나왔다. 끼이이익 육중한 철문이 열리자 삿갓을 쓴 여인과 노인은 문 안으로 사라졌다. 송현 역시 거기에 맞추어 텔레포트를 이용하여 철문 안으로 들어섰다. 철문안에 들어서야 여인은 자신의 얼굴을 가리고 있던 삿갓을 벗었다. ‘은설아...’ 송현의 눈에 들어온 여인은 위정천의 딸인 위은설이었다. 예전에 보이던 철없는 소녀의 느낌은 그녀의 얼굴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많은 일들을 겪었는지 그녀의 얼굴은 한층 조숙해보였다. “그래 조심히 다녀왔느냐?” “네.” 위은설은 철문을 열어준 이를 따라 다시 걸어 자그만 방에 들어섰다. 송현 역시 위은설을 따라 방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방안에 모여있는 인물들을 보고 온 몸을 굳어졌다. 순간 방심을 했을까. “누구냣!” 한 중년의 사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손가락에 강기를 모아 송현을 향해 강력한 일지(一指)를 날렸다. 퓨우우우웅 송현은 마주하는 모든 것들을 뚫어버릴 것 같은 기세를 담고 날아오는 강기에 얼굴이 백지장처럼 하얗게 변했다. 이대로 가만 서있다가는 그대로 미간사이를 뚫려 죽을 것이 자명한 일이었다. 송현은 그대롤 몸을 숙여 땅바닥을 굴러 어렵게 중년이 쏘아 보낸 일지를 피했다. 그러나 이미 송현의 격한 움직임에 주위의 공기에 파장이 일렁였다. 이런 점을 놓치지 않았는지 중년의 사내는 허공에 몸을 날려 송현이 있는 자리를 짓이겨왔다. 중년의 사내의 눈에는 송현이 보이지 않았지만 그의 감각은 속일 수 없었던 모양이다. “자, 장인어른!” 송현은 중년의 사내를 급히 부르며 몸 전체에 실드로 감쌌다. 쿠쿵 찌이이잉 중년의 사내의 발길질이 송현의 실드에 부딪히자 타격음과 함께 은은히 떨리는 실드의 공명음이 방안 가득 퍼졌다. 그리고 서서히 실드안에 몸은 감추고 있던 송현의 모습이 안개가 걷히며 사방이 깨끗하게 보이듯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자, 장인어른. 하나밖에 없는 사위를 죽일 셈입니까?” 송현은 엄살을 부리며 잔뜩 얼굴을 찌푸렸다. “자, 자네.” “오, 오라버니!” “마, 마천승룡?” 중년의 사내는 다름 아닌 마교의 교주이자 양설린의 아버지인 양휘소였다. 그의 얼굴 한구석에 반가움이 물들었다. 그리고 눈시울도 조금 붉어졌다. 그 옆에 위은설의 두 눈에 눈물이 글썽이며 서있었다. 그 밖에 인물들도 송현의 등장에 모두들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 타이핑 者 : [KOR]TheYtsejaM (당나귀 호환 P2P 프루나) 프루나에서 제가 타이핑한 소설들과 그 외 제가 모은 소설들을 공유했습니다. 검색어 : [KOR]TheYtsejaM 또는 TheYtsejaM 로 검색하시면 제가 공유한 파일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소유자가 1이라도 관계없습니다. 저는 항상 접속해 있으니까요. 제가 접속해 있지 않을 때는(파일이 안 받아지고 있을 때는) 제가 집에 없거나 파일 받기 대기 중일 겁니다. 기다리시면 하루 안에 반드시 받으실 수 있으실 겁니다. 무협도 엄청나게 많이(약 1기가 정도) 텍스트파일로 가지고 있는데 너무 파일이 많아서 그거 다 편집하려니 짜증나서 일단은 판타지만 공유중입니다. 무협도 필요하시면 프루나에서 메시지 전송 기능으로 쪽지 보내십시오. ************************************************************************************* 쪼르르륵 찻잔에 찻물이 채워졌다. 탁자를 중심으로 해서 송현을 비롯한 이들이 앉아있었다. 송현의 정면에 앉아있는 양휘소를 비롯하여, 위정천, 화산장문 고천설, 개방 방주 취중생, 아미장문 멸절사태등 구파일방에서 보았던 인물들이 앉아있었다. 송현은 우선 양휘소에게 양설린의 안부를 전해주었고, 고천설과 위은설에게 위정천과 금정산의 안부를 전해주었다. 모두가 눈물을 흘리며 그들의 무사함에 감사하는 모습들이었다. “혹시 여러분들이... 중원수호맹분들이십니까?” 송현은 언젠가 들은 기억이 있는 중원수호맹을 떠올렸다. “중원수호맹이라... 뭐 사람들이 그렇게 말은 하더구나. 우리는 스스로 반혈맹이라 부른다.” 양휘소가 송현의 질문에 대답했다. 문득 송현은 양휘소와 위은설의 얼굴을 보았다. 분명 지금 양설린, 위정천이 보고싶을텐데 그것을 참고 지금 송현과 무림 정세를 논하고 있었던 것이다. 양휘소라면 능히 그럴 인물이라 생각이 들었지만 위은설은 의외였다. ‘그렇게 철부지없는 소녀였던 아이가... 어르신이 보시면 기뻐하시겠구나.’ “무엇을 그렇게 생각하는가?” 양휘소의 목소리에 송현은 다시 정신을 차리고 무림 정세에 대해 깊은 대화를 주고받았다. 그들이 한 일은 미약해보였다. 밖으로 들어나게 한 일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탄탄한 세력으로 만들어놓았던 것이다. 지금의 구파일방의 자리에 있는 이들은 하나같이 껍데기뿐이라 했다. 실제로 실력이 있던 인물들은 모두 이 자리에 있거나 죽었다고 했다. 간혹 그 곳에 있는 자들도 대부분 훗날을 위해 몸을 숙이고 있다고 했다. 그 말을 듣자 마음이 매우 든든해졌다. 한결 혈교 무리들의 싹을 뽑아내기 쉬워졌던 것이다. “자네는 어떻게 지냈는지 알고 싶네.” 송현의 양휘소의 말에 자신이 지내왔던 일들을 세세히 말해주었다. “음...” 송현의 말이 거듭될 때마다 모두 감탄어린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크게 놀라지는 않는 듯 했다. 모두 대략적인 일은 알고 있다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소림의 일만은 모두 크게 놀라는 표정을 보여주었다. 송현은 이들의 정보력에 다시 한 번 놀랐다. “다녀왔습니다.” 조금 전 위은설이 지나온 철문 소리가 들리며 중년 사내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송현은 고개를 돌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을 보았다. “자네는?” “아!” 그렇게 들어선 자들은 바로 화산파의 장로와 종남파의 장로였다. 둘 다 자신과 혈멸기사단이 각각 봉문시키며 봤던 이들이었다. “반갑네.” 특히 종남파 장로가 다가와 송현의 손을 꾹 잡았다. 따뜻한 손이었다. “잘 지내셨는지요?” “나야 자네 덕에 잘 지내고 있지 않은가? 자네는 어떤가? 분명 힌든 길을 걸었으리라 생각되네만.” 종남파 장로의 목소리에는 송현을 걱정해주는 빛이 듬뿍 담겨있었다.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그러는 장로님께서는 어찌 이 곳에 있으신지요?” 송현의 시선은 종남파 장로뿐만 아니라 그 옆에 서있는 화산파 장로까지 이어졌다. “자네 덕뿐이지.” 화산파 장로는 웃음을 먹으며 송현을 가리켰다. “네? 저 때문...이라뇨?” 어리둥절한 송현을 보며 종남파 장로는 자세히 설명을 해주었다. “다른 곳과 다르게 화산파와 종남파는 자네가 혈교 무리들을 모조리 몰살시키며 봉문을 하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당연히 혈교에서 다시 쳐들어올 것이 분명하고 그냥 앉아서 당하자니 억울하고. 그래서 여기로 합류를 했다네. 이제 남은 일은 그들에게 한벙 먹이는 일만 남았네.” “그렇군요.” 송현은 거기까지 생각 못한 자신을 탓해야했다. 보나마나 상당한 고생을 했음이 안 봐도 두 눈에 선했다.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제 생각이 짧아 그저 봉문만 하면 된다고 해서...” 송현은 허리를 숙여 화산파 장로 종남파 장로에게 사과했다. “이보게, 어찌 자네 탓인가? 그리고 차라리 여기에 와서 마음 편하고 시원하게 지내는 것이 더 편하다네. 안 그렇소?” 화산파 장로가 숙여지는 송현의 허리를 잡으며 종남파 장로에게 의견을 물었다. “당연합니다. 암 그렇고말고요.” 송현은 그렇게 말해주는 둘이 너무나도 고마웠다. 다시 자리를 잡고 한참을 이야기를 했다. 분위기는 비교적 밝았다. 어느새 날이 어둑어둑해졌다.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내일 아침 날이 밝는 즉시 일행들을 데리고 이곳으로 오겠습니다.” “알겠네.” 모두가 자리에 일어나며 송현을 마중하려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장인 어른, 그리고 은설아. 저를 따라가심이 어떻겠습니까?” “오라버니, 당연히 가야죠. 어서 빨리 아버지를 보고 싶어요.” 위은설은 송현의 팔에 매달리며 좋아라 깡충깡충 뛰었다. 그러나 양휘소는 주위를 둘러보며 갈등하는 눈빛을 보였다. 송현이 이 곳에서 잠시 이야기를 나누워 본 결과 양휘소가 드러나지는 않지만 실질적 수장으로 내비쳤다. 지금 정파와 마교의 신분이 없어진 마당, 가장 무위가 높은 양휘소가 그들을 자연스럽게 이끌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양휘소가 이 곳을 비우고 간다는 것이 내심 마음에 걸려하는 것 같았다. “양 교주님, 갔다 오십시오. 그렇게 보고 싶어 하던 따님 아니십니까?” 고천설은 평상시 양설린을 그리워하는 모습을 보았는지 양휘소에게 잠시 하루를 비워도 괜찮다는 뜻을 내비쳤다. “갔다 오십시오.” 멸절사태도 고천설의 말에 힘을 실어주었다. “하루 비워도 여기 안 망합니다. 내가 책임지고 있을 테니 갔다 오십시오, 양 교주.” 취중생이 가슴을 탁탁치며 호언장담하듯이 양휘소의 등을 밀었다. “음... 거지에게 맡겨도 되려나. 이러다가 여기까지 거지 소굴이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어 더욱 못 가겠습니다.” 양휘소의 마음도 어느 정도 안정이 되었는지 실없는 농담을 취중생에게 던졌다. “하하하하하하.” “호호호호호.” “푸하하하하하.” 양휘소의 농담에 모두 크게 웃었다. 다들 얼마 만에 웃어보는 것인지 모를 정도로 오랜만에 즐겁게 웃어보는 웃음이라 생각했다. “그럼, 염치불구하고 하루만 다녀오겠습니다.” 양휘소는 허리를 숙여 죄송함을 보여주었다. “자, 자 다들 나가자고. 그리고 자네! 조심스럽게 나가야하네. 이곳마저 알려진다면 조금 곤란하니까 말이야.” 취중생은 송현의 어깨를 치며 주위를 주었다. 그러면서 취중생은 송현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 뒤를 따라 모두 배웅하려는 듯 걸음을 옮겼다. “저기!” 송현은 문으로 향하는 모두를 불러 세웠다. 그러자 무슨 일이 있느냐는 투의 눈빛들이 송현에게 몰렸다. “그냥 여기서 저희는 가겠습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송현은 그 자리에서 인사를 하고 양휘소와 위은설의 손을 잡았다. “마나의 힘으로 공간을 가로지르리라, 워프!” 밝은 빛과 함께 송현, 양휘소와 위은설은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렇게 사라진 송현을 보며 반혈맹 수뇌들은 그저 두 눈만 끔뻑였다. 그러다 이내 무림대회에서 송현이 사라진 장면을 모두 기억해낼 수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신비하단 말이야.” 어느 누군가의 입에서 슬며시 흘러나왔다. 그리고 모두 이내 그 말에 긍정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송현과 양휘소가 나타난 곳은 일행들이 머물고 있는 객잔의 방이었다. 송현은 자신의 방으로 워프를 한 것이었다. 양휘소와 위은설은 약간의 어지러움을 느끼는 동시 송현의 얼굴을 쳐다보기 바빴다. “제... 얼굴에 뭐라도 묻었습니까?” 송현은 뚫어져라 쳐다보는 두 사람을 보고는 근처 거울로 가 자신의 얼굴을 이리저리 살폈다. 아무리 살펴봐도 깨끗한 얼굴 그대로였다. 양휘소는 놀라움을 감추며 굳은 얼굴로 송현을 쳐다보는 것에 비해 위은설은 방안 곳곳을 토끼마냥 뛰어다니더니 송현의 팔에 매달렸다. “오라버니, 지금 어떻게 한 거예요? 가르쳐주세요. 네? 가르쳐주세요오오오오.” 어느새 다시 예전의 말괄량이로 돌아간 위은설은 송현의 팔을 잡고 때를 썼다. 송현의 눈에 예전의 위은설의 모습이 보이자 그저 손을 올려 위은설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여전히 지칠 줄 모르며 송현의 팔을 잡고 늘어지는 위은설의 행동에 송현은 자신도 모르게 머리를 짚었다. 머리가 지끈지끈해졌던 것이다. “자네의 능력은 불수록 대단하구먼. 대단해. 중원의 무학과는 그 괘도를 달리하는 것 같아.” 양휘소는 언제가 송현에게 느낀 능력을 세삼 실감해야했다. 그렇게 셋이 떠드는 순간 송현의 방문은 활짝 열렸다. “현아, 돌아왔느...” 위정천이었다. 그 이후의 말은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또 하나의 정적이 있었다. “가가, 언제 오셨...” 바로 양설린이었다. 그녀 역시 송현에게 전하는 말을 끝까지 있지 못했다. 둘은 석상이라도 된 듯 송현의 방문 앞에서 굳어버렸다. “은설아...” “아, 아빠...” “설린아...” “아, 아버지...” 그렇게 서로를 부른 두 부자는 눈물을 흘리며 서로 달려가 포옹했다. 부자의 정이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딸들은 하염없이 눈물을 아버지 품에서 울었고 아버지들은 그저 눈물을 삼키며 그런 딸들의 등을 토닥거렸다. 위정천과 양설린의 뒤를 따라오던 이들은 송현이 둘째손가락으로 입을 가리는 것을 보고 조용히 하며 이 눈물이 나는 장면을 보며 가슴 한구석에 따뜻함을 느꼈다. 송현은 조용히 일행들을 데리고 방을 나가며 문을 닫아주었다. ************************************************************************************* 타이핑 者 : [KOR]TheYtsejaM (당나귀 호환 P2P 프루나) 프루나에서 제가 타이핑한 소설들과 그 외 제가 모은 소설들을 공유했습니다. 검색어 : [KOR]TheYtsejaM 또는 TheYtsejaM 로 검색하시면 제가 공유한 파일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소유자가 1이라도 관계없습니다. 저는 항상 접속해 있으니까요. 제가 접속해 있지 않을 때는(파일이 안 받아지고 있을 때는) 제가 집에 없거나 파일 받기 대기 중일 겁니다. 기다리시면 하루 안에 반드시 받으실 수 있으실 겁니다. 무협도 엄청나게 많이(약 1기가 정도) 텍스트파일로 가지고 있는데 너무 파일이 많아서 그거 다 편집하려니 짜증나서 일단은 판타지만 공유중입니다. 무협도 필요하시면 프루나에서 메시지 전송 기능으로 쪽지 보내십시오. ************************************************************************************* 서장 창도(昌都) 부근 어느 깊은 협곡(峽谷). 빽빽한 붉은 빛이 도는 암석들로 이루어진 석산을 둘러 싼 중심에 거대한 성채가 그 위용을 안개에 감추고 있었다. 그 흔한 풀 한포기도 없었고 새 한 마리도 없었다. 사지(死地)였다. 어느 누구도 돌아보지 않는 이 곳에 이런 거대한 성이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안다면 놀라고도 남을 일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근방에 사는 서장인들도 이 곳에 오지 않는 사지였다. 그리고 혹여나 온다고 해도 은밀히 감추어진 협곡의 작은 길목은 눈에 쉽사리 들어나지도 않았다. 그런 석산위에 한 인물이 올라서서 발아래 펼쳐진 성각(城閣)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누가 혈교라 하지 않을까봐 음침한 곳에 본거지를 두고 있을 줄이야. 혈진강 놈이 아니었다면 찾기 어려웠어.’ 송현이 생각하기에도 참으로 잘 어울리는 곳이었다. 혈교와 붉은 빛이 감도는 석산. 그들의 색감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송현의 감각에 걸려오는 혈진강의 위치는 저 거대한 성 중심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송현은 석산과 성 주위를 세세히 살폈다. 그리고는 다시 어디론가 그 모습을 감추었다. 소림사의 방장실 혜능의 얼굴은 예전보다 밝아보였다. 마음의 근심 걱정을 모두 씻은 듯 시원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그를 말없이 보는 두 명의 승려가 있었으니 바로 혜각과 불목하니인 화승이었다. 그 셋은 조용히 그리고 편안하게 차를 음미하고 있었다. “때가 된 것 같은데...” 차를 내리며 혜능은 문 쪽을 쳐다보았다. 꼭 누군가 기다리는 눈치였다. 그의 눈길 따라 혜각과 화승도 문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 둘의 눈에도 누군가를 기다리는 표정이 역력했다. 그 순간 방안에 밝은 빛이 잠시 일렁였다. 그리고 그 빛 사이로 조금 전까지 혈교의 본거지를 살피고 온 송현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다들 강녕하셨습니까?” 송현은 예전과 다르게 편안한 미소를 지으며 그 셋에게 인사했다. “험험! 시주, 신발은 어떻게 좀...” 방장 혜능은 송현의 발끝에 있는 신발에 눈길을 주었다. “헛! 죄, 죄송합니다.” 송현은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소림사의 방장실로 이동해왔다. 그러니 당연히 신발을 신고 있는 그 모습 그대로였다. “허허허, 아닐세. 시주가 보여주는 능력이 이 소승의 눈을 기쁘게 하니 그 정도야. 허허허!” 혜능은 소탈하게 웃어줌으로 해서 송현의 마음을 좀 더 편하게 만들어주었다. 신을 벗어 방문 밖으로 가져다 놓고는 다시 돌아와 혜능 옆에 앉았다. 그 사이에 찻잔을 준비했는지 송현의 앞에는 따뜻한 김을 모락모락 피우는 향긋한 차가 놓여져 있었다. “음... 향이 아주 좋군요.” 송현은 찻잔을 코 가까이 들어 향을 한 번 맡고는 입 끝으로 살짝 차 맛을 보았다. 쌉쌀하면서도 청명한 것이 온 몸을 상쾌히 해주는 기분이 들었다. “준비는 잘 되어가고 있느냐?” 혜각이 송현의 눈 바로 앞까지 고개를 들어 밀었다. 너무나 가까운 거리라 송현은 잠시 뒤로 몸을 빼며 헛기침을 했다. “험험! 대, 대사님.” “껄껄껄. 녀석.” 혜각은 여전히 즐거운지 연신 웃었다. “대략 준비는 되었습니다. 그것은 통신으로 들었을 겁니다.” 송현의 말에 혜능, 혜각과 화승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번 위정천이 송현을 대신으로 남았을 때 자신이 가진 통신마법 물품을 혜능에게 주고 왔던 것이다. 덕분에 송현은 편하게 일을 진행할 수 있었다. “이제 구체적인 계획만 짜면 됩니다.” “아미타불!” 세 명 모두 나직이 불호를 읊었다. “그래서 말인데, 어느 한 분이 저와 함께 잠시 가셨으면 합니다. 아무래도 통신만으로는 힘이 들기 때문입니다.” 송현의 말에 모두들 수긍하는 눈빛을 띠었다. “그래서 말인데... 어느 분이...?” 송현은 셋을 번갈아 보았다. 일단 혜능은 방장이라 소림사를 떠날 수 없었고, 화승은 소림사를 지켜야하기에 역시 소림사를 떠날 수 없었다. 당연히 시선은 혜각에게로 집중되었다. “나밖에 없는가. 그렇게 하지. 꼬마야, 어서 길을 떠나자꾸나.” 혜각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송현을 바로 보챘다. 성격이 얼마나 급한지 잘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대, 대사님. 잠시만 시간을 주시지요. 저도 힘이 부쳐서.” “젊은 놈이 힘 타령하기는. 어서 출발해야... 혹시?” 혜각은 다시 한 번 송현의 얼굴 가까이 자신의 얼굴을 가져다대며 두 눈을 초롱초롱 떴다. “잠시만 운기조식을 할 테니 부탁드립니다.” 콩 혜각은 송현의 머리를 가볍게 한대 쥐어박았다. “어느 누가 소림 방장실로 들어오겠느냐? 그냥 편히 저어쪼옥 구석에 가서 볼 일을 보거라.” 혜각은 마치 자신의 제자를 다루는 마냥 한 발을 들어 송현을 구석으로 슬슬 밀었다. ‘아구구구, 정말 적응 안 되는 분이구나.’ 송현은 반강제적으로 떠밀려 방장실 한 구석으로 가 가부좌를 틀고 운기조식을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던 세 명의 승려들은 어느새 두 눈빛을 가라앉혔다. “아미타불!” 셋은 자신들도 모르게 불호를 외쳤다. 송현이 운기조식으로 보여주는 경지가 생각보다 상상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송현은 마나를 충분히 채우고 싶었지만 할 일이 많아 그저 사천으로 갈 정도의 마나만 채운 뒤 눈을 떴다. ‘응?’ 그 순간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틀려졌음을 알아차렸다. “무슨 일 있으십니까?” “아니다, 어서 가자꾸나.” 혜각은 자리에서 일어나 송현을 내려다보았다. “예, 대사님!” 송현과 혜각은 방장실을 나와 나란히 섰다.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혜능과 화승에게 인사를 하고는 다시 빛과 함께 그 모습을 감추었다. 사천 성도의 어느 빈민촌에 자리 잡은 지하 석실에는 반혈맹과 혈멸기사단이 송현을 기다리고 있었다. 석실 한 구석에 빛이 일렁였다. 모두의 눈빛은 반짝였다. 그리고 한 마음으로 속으로 외쳤다. ‘왔다!’ 그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그 빛 사이로 송현과 혜각이 나타났다. “헉헉헉.” 송현은 심한 마나 고갈을 느끼며 거친 숨을 쉬었다. 그런 송현의 등짝을 혜각은 퍽 소리가 날정도로 내려쳤다. “녀석, 노승이 말년에 이런 경험도 해보는구나. 하하하” 혜각은 찢어진 입을 다물 줄 몰라 했다. “오랜 만입니다. 대사님.” “오~! 한 20년 만이군요. 멸절 사태.” “그렇군요.” 멸절사태가 혜각에게 인사를 시작으로 다른 이들과도 인사를 나누는 동안 송현은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그렇게 시작한 인사가 끝나고 모두 한 자리에 모여 앉았다. 송현도 생각보다 긴 인사에 여유를 가지게 되었다. 자리에 모두들 앉자 당연히 시선은 송현에게로 모아졌다. “드디어 혈교의 본거지를 찾아냈습니다.” “오오오오!” “현아, 수고했구나.” “수고 많았소이다, 송 소협.” 모두의 얼굴에는 환희에 찬 표정들로 바뀌었다. “그럼, 이제 그들의 뿌리를 뽑는 일만 남았습니다.” “그렇습니다.” “하하하하하하.” “호호호호호호.” 마치 혈교의 멸망을 예상하는 듯 그들의 웃음에는 거칠 것이 없었다. “자, 그럼 이제부터 세세한 작전을 짜도록 해야겠습니다.” 송현은 커다란 종이를 꺼내어 들고는 무엇인가 그리기 시작했다. 점점 송현의 붓을 따라 그려진 선들은 어느새 한 장의 지도가 만들어졌다. 송현과 혜각, 반혈맹 수뇌들은 머리를 맞대고 여러 가지를 의논하며 밤을 하얗게 지새웠다. 혈교의 멸망 언젠가 송현이 모습을 드러낸 붉은 빛이 도는 석산사이로 협곡에 이르는 길이 보였다. 송현은 가라앉은 눈빛으로 언뜻 눈에 띠지 않는 길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송현의 뒤로 일행이자 혈멸기사단이 자리하고 있었다. 거대한 흑마위에 사막의 거친 바람을 맞으며 그들은 마음을 새롭게 다잡고 있었다. “기나긴 싸움이 오늘로 끝을 맺는구나.” 송현은 구름 한점 없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형님, 내일부터는 편안하게 두 다리 쭉 펴고 잘 수 있겠습니다.” “그렇구나.” 철무정이 송현 곁으로 다가와 송현이 올려다보는 하늘을 같이 올려다보았다. “생각보다 싸움이 일찍 끝나게 되었습니다.” 송현은 고개를 내리며 철무정을 보았다. “다 네 스승님이자, 나의 장인 어르신 덕분이 아니겠느냐.” “형님도 참! 그래도 형님이 가장 힘을 쓰셨지요.” 철무정은 송현을 자랑스러운 듯 같이 바라보았다. “그래, 그건 무정이 말이 맞는 것 같다. 현이 자네가 아니라면 더욱 힘들고 긴 싸움이 되었을 거야.” “정산이 자네도 참.” 송현은 금정산을 보며 짧지만 웃음을 슬며시 드러내보였다. “어찌 나의 힘이겠어? 중원 무림의 힘이지.” 송현은 다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러나 중원 각 문파 일이 잘 마무리 되어야할 텐데.’ 자신들과 소림사, 그리고 반혈맹에 몸담고 있는 이들이 이 곳 혈교를 칠 동안 각파에서 숨죽여있던 이들이 중원 곳곳에 흝어져있는 혈교의 잔당을 동시에 치기로 약속이 되어있었던 것이다. 문제 될 것은 없었다. 각 파에 숨죽여있던 이들과 반혈맹은 서로 소식을 주고받고 있었던 것이라 문제가 될 것이 없었고, 문제는 연락 방법과 시간을 맞추는 것인데 그것은 개방 방주였던 취중생이 맡기로 했다. 다행히 개방의 상층부는 혈교에 의해 와해되었지만 그 뿌리만큼은 혈교도 뽑아내지 못했던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중원의 수많은 거지들을 아무리 혈교라 해도 뿌리 뽑을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나마 걱정을 덜 수 있는 것도 중원 무림에 박혀있는 혈교의 무리들이 그리 염려될 정도로 무위가 강하지 못했던 것이다. 혈교에서는 이미 중원을 정리했다고 판단했는지 대부분의 고수들을 모두 혈교의 본거지로 불러 모은 것이었다. 아마도 소림사를 치기위한 준비를 하는 것이 아닌가 조심스럽게 추측을 해볼 정도였다. 어쨌든 그런 점이 오히려 송현의 일행들을 돕게 되었다. 좀 더 편한 마음으로 그들을 상대할 수 있게 해준 것이 되었다. 송현은 고개를 돌려 학비를 보았다. 학비는 송현의 시선이 자신을 부르는 것이라는 것을 알고는 마형 골렘을 몰아 송현의 곁으로 다가갔다. “이번 싸움은 네가 어떻게 하느냐에 승패가 달렸다. 잘 알겠지?” “예, 스승님!” 학비의 두 눈에는 힘이 느껴졌다. 그리고 손을 들어 가슴 쪽의 옷깃을 꽈악 쥐었다. 학비의 품에는 두 장의 스크롤이 있었다. 송현이 4일을 밤 세워가며 만든 워프게이트 마법진을 땅에 그리는 스크롤이었다. 그 워프게이트는 소림사와 반혈맹의 무인들이 있는 곳의 워프게이트와 연결되는 것이었다. 그 아무리 송현이라 하여도 수천에 이르는 인물들을 이 곳으로 한번에 워프 시키지 못한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과거 자신이 있던 제국뿐만 아니라 각 국의 왕국들이 사용하는 워프게이트를 생각했던 것이다. 거의 4일을 밤을 세워 간신히 날짜에 맞춰 만들 수 있었다. “그럼 가자!” 송현은 말고삐를 있는 힘껏 쥐고는 자신의 마형 골렘의 배를 두 다리로 꾸욱 눌렀다. 푸르르르륵 송현의 마형 골렘은 투레질을 하며 앞다리를 들며 두 다리로 온 몸을 쭉 폈다. 그리고 앞발이 땅에 닿는 순간 번개와 같이 앞으로 내달렸다. 다각 다각 다각 다각 송현을 시작으로 혈멸기사단들 역시 송현을 따라 말을 몰아 혈교로 통하는 입구로 무한의 질주를 시작했다. 투각 투각 투각 투각 투각 투각 투각 메마른 땅의 특유의 사막 먼지가 혈멸기사단들의 말발굽 아래에 뿌연 먼지를 만들었다. 저 멀리 협곡의 입구에서 본다면 마치 사막의 용권풍처럼 앞에 걸리는 것은 모조리 삼켜버릴 것 같은 거침없이 기세로 혈교로 쳐들어갔다. 학비는 그 모습을 뒤로 하고 다른 곳으로 말을 몰았다. 혈멸기사단은 협곡의 좁은 길을 은빛 카이샨메일을 반짝이며 앞만 보고 달렸다. “적이다.” “적의 침입니다.” 협곡으로 좁은 길을 둘러싸는 언덕위에 혈멸기사단의 침입을 알리는 목소리가 혈멸기사단의 귀에까지 들려왔다. 모두가 말고삐를 한 손으로 잡고는 다른 손으로는 검자루를 잡을 준비했다. 그리고 모두가 속으로 외쳤다. ‘시작이다.’ 쿠르르르릉 협곡의 좁은 길로 바위들이 굴러 떨어졌다. 아무리 찾기 힘든 길이라고는 하지만 혹시나 모를 사태를 대비해 여러 가지 기관들을 준비한 것 같았다. 송현은 마나를 개방하고 단숨에 마법 캐스팅어를 영창했다. “바람의 기운을 빌어 폭풍을 만들지어다, 스톰!” 송현을 중심으로 강렬한 바람이 회오리를 만들며 생성되었다. 이윽고 그 바람은 힘을 더해 강렬한 폭풍을 만들었다. 혈멸기사단을 향해 떨어지는 바위들은 폭풍에 휩싸이면서 거대한 원을 그리며 다시 하늘로 떠올랐다. 송현은 마나를 컨트롤해 폭풍을 저 멀리 하늘로 띄어 올렸다. 자그만 조약돌까지 깨끗이 먹은 폭풍은 협곡을 넘어 그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까지 날아가 그 모습을 감추었다. 쿵 쿵 쿵 쿵 쿵 눈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소리는 들렸다. 송현이 마나를 끊는 순간 폭풍은 한여름의 태양에 눈 녹듯이 살아졌음이 분명했고 그로 인해 하늘에서 춤추던 바위들은 제 힘에 못 이겨 땅으로 곤두박질 친 것이 눈으로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송현의 마법으로 기세를 더욱 살린 혈멸기사단은 그 기세를 마형 골렘에게까지 전하며 더욱 속도를 높였다. 계곡위에 포진한 혈교의 무리들도 잠시 황당했는지 잠시 조용했다. 그러나 다시 시끄러워졌다. “활을 쏘아라, 활을!” 그곳을 지키는 수장인 듯한 자의 명이 떨어지자 무수히 많은 화살들이 장대 빗이 내리듯 혈멸기사단의 머리위로 우수수 내려 꽂혔다. “저것에 신경 쓰지 말고 계속 달려!” 송현의 외침에 모두들 다시 검자루로 가던 손을 돌려 말고삐를 잡고 더욱 채찍질했다. 따당 따다당 따당 따당 따다당 수많은 화살들이 혈멸기사단으로 날아왔고 그리고 부딪혔다. 그러나 어느 하나 혈멸기사단의 몸에 꽂힌 것이 하나도 없었다. 강기를 머금은 화살이 아닌 이상 방어가 높은 혈멸기사단의 카이샨메일을 뚫을 수는 없었다. 거기에 더해 그런 화살들이 마형 골렘에게 꽂힌다는 것은 더욱 더 어불성설이었다. 그저 눈앞에 날아오는 화살만 툭툭 쳐가며 혈멸기사단은 멈출줄 모르고 달리고 또 달렸다. 송현만이 온 몸에 실드를 감싸고 달리고 있었다. 송현은 문득 고개를 돌려 골짜기 저 건너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학비야, 무사히 성공하기를 빈다.’ 그렇게 마음속으로 학비를 걱정했다. 하지만 언제까지 학비만 걱정할 수 없기에 다시 정신을 차리고 골짜기를 파고들었다. 그렇게 한참을 달렸다. 그 사이 불화살부터 해서 통나무 등 여러 차례 혈멸기사단을 덮쳐왔지만 그때마다 송현이 마법으로 처리했다. 덕분에 혈멸기사단은 마음 놓고 혈교의 본거지인 성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거대한 성곽에 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송현과 혈멸기사단은 그 앞에 마형 골렘을 멈추고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거대하다, 라는 말밖에 할 게 없을 정도로 그 크기가 웅장했다. 문득 성곽위로 빼곰히 고개를 내민 몇몇 인물들이 보였다. 그들은 서로 얼굴을 보며 키득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불과 나타난 이들이 9명. 그 인원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라고 생각하며 자신들을 비웃는 듯했다. 송현은 그 모습에 싸늘히 미소를 지었다. 차갑게 식은 미소였다. “무정아,” “예, 형님!” 송현은 자신들을 향해 굳게 닫힌 문을 보며 나직이 입을 열었다. “쾅! 하고 문을 부스고 가는 것도 좋겠지?” “아마 저들은 놀라 정신없을 것입니다.” 송현의 차가운 미소가 철무정의 대답을 듣는 순간 더욱 싸늘하게 얼었다. “그것보다 말이야, 저기를 너와 내가 순간 이동으로 지나가서 문을 여유롭게 연다면...” “혀, 형님!” “그게 더 충격이 있을 것 같지 않아?” “허-!” 송현은 철무정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는 활짝 웃었다. “그럼, 가자!” 송현과 철무정은 느릿하게 말을 몰아 성문 앞으로 갔다. 송현은 투시마법으로 성문 뒤쪽을 확인했다. “성문 좌측에 두 명, 우측에 두 명.” “형님, 이거 완전 우리를 물로 본 모양인데요.” 송현은 고개를 슬쩍 끄덕였다. 철무정은 그 모습을 보는 동시에 자신의 검을 빼내들었다. 철무정은 자신을 감싸는 마나의 느낌을 이제는 편하게 받아들었다. 그리고 눈을 한 번 깜빡였다.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자신이 서있던 장소가 아니었다. 쐐애애애액 그 순간 철무정은 망설일 것도 없이 검을 우측으로 휘둘렀다. “으아아아악!” 비명소리와 함께 붉은 피가 허공에 뿌려지는 것을 눈으로 확인했다. ‘한 놈 더!’ 철무정은 놀라 몸이 굳어있는 자를 확인하고는 그대로 달려갔다. 문득 자신의 마형 골렘인 진왕이 힘차게 달려나가는 것을 알아차렸다. 철무정은 진왕이 하는 대로 나두었다. 진왕은 성문을 지키는 혈교의 병사를 향해 달려가더니 앞발을 번쩍 들었다. 병사는 온 몸을 달달 떨며 자신이 들고 있는 창을 진왕을 향해 찔렀다. 까강 잠시 불꽃이 한 번 팅겼다. 진왕은 기분이 안 좋은지 다시 한 번 뒷다리에 힘을 주고 앞다리를 더욱 기세높게 들더니 그대로 혈교의 병사의 몸을 밟아버렸다. 퍽석 비명소리도 없었다. 그대로 혈교 병사의 머리통을 수박 터트리듯이 터트려버린 것이다. 철무정은 고개를 돌려 왼쪽을 보았다. 그 곳에는 송현이 빙계계열의 마법으로 병사를 얼려버린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병사들을 송현의 골렘인 인왕이 뒷발로 걷어차 산산조각내고 있었다. 송현은 느긋하게 성문을 굳게 잠그고 있는 각목을 그대로 잘라버렸다. 퉁 투강 두 조각이 난 각목은 성문에 걸려있지 못하고 땅으로 떨어졌다. 끼이이이익 철무정은 찬찬히 성문에 다가가 육중한 성문을 활짝 열었다. 그리고는 성문을 바라보는 혈멸기사단에게 두 팔을 활짝 펴고 어깨를 살짝 들어올렸다. 너무나도 싱겁다는 표현이었다. 혈멸기사단들도 철무정의 행동에 천천히 말을 몰아 혈교의 성내로 들어왔다. 송현과 혈멸기사단은 천천히 말을 몰아 혈교의 중심으로 갔다. 그들의 얼굴에는 한층 여유로움이 넘쳐났다. 그러나 말고삐를 잡고 있는 두 손에는 식은땀이 흘러 말고삐를 축축히 적시고 있었다. “이제 시작입니다. 다들 각오를 단단히 하셔야 할 겁니다.” 송현의 한마디에 모두들 두 눈에서 강렬한 안광이 뻔쩍였다. 삐이이이이익 성곽위에서 긴 피리소리가 메아리쳤다. 송현을 비롯해 혈멸기사단이 혈교의 성문을 통과하자 그제야 다급함을 느끼며 뛰어다니는 혈교의 병사들의 모습이 보였다. 비록 한때나마 흐트러진 모습들을 보여주었지만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 수백의 병사들이 창과 검을 들고 혈멸기사단 앞을 막아섰다. 금정산은 자신들을 둘러싼 혈교의 병사들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는 말을 몰아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내딛었다. 쿵 쿵 쿵 금정산의 마음을 아는지 마형 골렘, 축왕은 한 걸음 한 걸음에 육중한 무게를 실어 앞으로 전진했다. 은은한 말발굽소리에 혈교의 병사들은 조금씩 움찔거리며 조금씩 뒤로 물러났다. 그들도 혈교의 무사라고 자존심이 있는지 어느새 은은한 살기를 일으켰다. 아무래도 송현과 혈멸기사단의 수가 채 열이 되지 못한다는 데에서 자신감을 얻은 듯 했다. 스르르릉 금정산은 자신의 검을 꺼내어들어 머리위로 번쩍 들어올렸다. 시퍼런 검광(劍光)이 햇살에 부딪히며 사방으로 반짝였다. “우아아아아!” 고개를 젖히고 용맹스러운 장군의 진격을 알리는 듯한 포효를 하고는 그대로 말을 몰아 혈교의 병사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슈슈슈슈슛 금정산의 검은 나무에서 줄기가 뻗어나듯이 순식간에 십 여개의 검 다발로 변했다. 그의 검이 지나간 자리에는 여지없이 혈교의 병사들이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금정산의 선봉에 힘입어 다른 기사단원들도 말을 몰아 마치 부채가 펼쳐지듯이 대열을 퍼트려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혈교의 병사들을 베어갔다. 여기저기서 비명소리가 하늘을 찔렀고 피가 땅을 적셨다. 조금은 잔인한 듯한 그들이지만 그들의 입술은 굳은 의지를 허물어트리지 않겠다는 굳은 심지를 보여주듯 꽉 다물어져있었다. ‘어차피 살아있어 봐야 해가 되는 존재들이다. 내가 지옥에 갈망정 이들은 모조리 저 세상으로 보내리라.’ 모두가 그런 마음이었다. 절대악. 무림에 있어 저들은 절대악이었다. 지금 상대하는 병사들이 비록 삼류무사들이지만 저들이 행한 온갖 악행들은 절대로 지워지지 않는 것들이었다. 혹여나 저들을 살려준다면 저들이 뻗어나갈 악행들이 무림 곳곳에 파고 들것이 분명했다. 차라리 이곳에서 저들이 뼈를 묻는 것이 저들에게도 더 이상 죄를 짓게 하지 않는 일이었고 중원과 무림을 위한 길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며 더욱 손속을 매섭게 다잡았다. 혈멸기사단이 가는 길 뒤에는 말 그대로 혈해가 만들어졌다. 그들의 온 몸에 뒤집어 쓴 피로 인해 그들의 모습은 저승사자를 보는 듯한 착각이 일게 만들었다. 거기에 하나도 빠짐없이 죽여 나가는 그들의 모습은 가히 악마와 화신을 보는 듯 했다. 처음부터 상대가 되지 않았다. 온 몸을 카이샨메일로 둘러싼 그들의 갑옷을 삼류무사들인 이들이 뚫을 수 있는 그런 하찮은 것들이 아니었다. 굳이 카이샨메일이 아니라하더라도 전원 화경의 경지에 오른 이들을 그들이 막을 수 없었다. 문득 기나긴 혈로가 100여m가 만들어졌지만 그 흔한 이류무사들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송현의 두 눈은 깊이 가라앉았다. ‘혹시 우리의 내력을 조금이라도 더 쓰게 하기 위한 것인가?’ 송현의 두 눈은 살기로 물들어갔다. ‘설마... 그런 것이라면... 내 수뇌부 놈들을 곱게 죽여주지 않겠다.’ 그런 다짐을 한 송현은 혈멸기사단 쪽으로 말을 급히 몰아갔다. 처음에 하나라도 살려주지 않으려했기에 천천히 이동했지만 그것을 무시하고 그저 앞으로 달려가 위정천 옆에 다가섰다. “어르신, 이대로는 우리가 지칠 것 같습니다. 이들은 후발대에 맡기고 빠른 시간 안에 이들을 뚫고 이곳의 중심으로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위정천도 그런 점을 느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들 내력으로 귀를 잠시 보호하십시오. 송현은 매직마우스로 자신의 뜻을 알리고 마나를 활성시켜 자신의 성대로 모았다. “우어어어어어어어어!” 송현은 극한의 소리로 상대방에게 타격을 주는 샤우트 마법으로 한껏 목소리를 높여 호랑이 마냥 울부짖었다. 귀를 후벼 파는 듯한 소리가 혈교 병사들의 고막을 마구 때렸다. 대부분의 병사들이 귀에서 피를 흘리며 몸을 비틀거렸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혈멸기사단들은 말을 몰아 그들을 지나쳤다. 그렇게 달려 거대한 연무장인 듯한 광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둥 둥 둥 둥 둥! 묵직한 북소리가 울려퍼졌다. “와아아아아!” “혈교천세!” 수많은 함성이 광장에 울려퍼졌다. 그런 함성소리에 혈멸기사단은 다들 하나같이 인상 쓰며 자신들의 앞에 보이는 거대한 건물 쪽을 보았다. 혈교전 이 곳의 중심이라 버젓이 광고라도 하는 듯 건물에는 시뻘건 색으로 혈교전이라 적혀있는 현판이 걸려있었다. “누가 혈교 아니랄까봐 글씨도 시뻘건 색이네.” 어느새 투구를 벋고 맨 얼굴로 건물 쪽으로 다가간 남궁혁이 검을 어깨에 툭툭치며 현판을 보며 비아냥거렸다. 그때 그 건물들 사이로 여럿 인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 중심에는 혈진강이 서있었다. 처음에는 송현과 혈멸기사단의 모습을 보며 조금 흠칫하는가 싶더니만 이내 어깨를 쫘악 피고 걸어왔다. “이게 누구신가? 반갑기 그지없는 얼굴들이군.” 혈진강은 부드러운 얼굴에 목소리까지 여유롭게 내며 두 팔을 벌려 마치 친구들을 환영하는 분위기를 냈다. “이게 누구신가? 죽어라 꽁무니를 뺏던 얼굴이군.” 남궁혁이 앞으로 한 걸음 내딛으며 혈진강이 했던 말을 그대로 꼬며 비아냥거렸다. 그 순간 혈진강의 얼굴을 벌겋게 달아올랐다. “푸, 풋, 푸푸풋.” 웃음을 참으려고 애를 쓰는 혈멸기사단의 웃음소리가 새어나왔다. “크크크크, 아이고 못 참겠다. 크하하하하하.” “푸하하하하하하.” “오호호호호호.” 급기야 철무정이 웃음을 참지 못하고 터트리자 다른 이들도 배를 잡고 크게 웃기 시작했다. 그들의 두 눈에는 눈물까지 맺혀있었다. “이, 이 놈들. 너희들을 잡아 죽지도 살지도 못 하게 만들어주겠다. 아마도 죽여달라고 내 앞에 엎드려 빌게 될 것이다.” 송현은 그 말에 비웃으며 한마디 꺼냈다. “이거 머리가 단순하다 못해 바보 아닌가? 우리가 어떻게 이 곳에 온지 생각도 안 해보다니 말이야.” 그 말에 혈진강은 ‘아차!’하는 표정을 지었다. 분명 안에서 이야기가 오고 갔던 것이었다. 그러나 남궁혁의 말에 마음이 흔들려 그만 까먹고 말았던 것이다. “어떻게 알고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너희들의 무덤이 여기라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그럴까?” 송현은 오른손에 마나를 주입했다. 푸르스름한 마나가 송현의 손위에서 공 마냥 만들어져 팽그르르 돌았다. 송현은 그대로 마나를 하늘로 쏟아 올렸다. 펑 퍼버벙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푸른빛이 하늘을 수놓았다. 폭죽마법이었다. 송현이 쏘아올린 지 얼마 되지 않아 서쪽 하늘에서 똑같은 폭죽이 터졌다. 그 폭죽에 송현은 미소를 짓지 않을 수 없었다. ‘고생했구나.’ 송현은 학비를 생각했다. 홀로 위험을 감수하고 일을 성공한 학비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했다. 혈멸기사단들도 서쪽 하늘에서 터진 폭죽의 의미를 알고 있었다. 츄라라라라락 혈멸기사단은 다시 투구를 썼다. 완벽한 전투태세로 들어선 것이었다. 혈교의 동쪽 성곽 외각의 어느 지점에 푸르른 거대한 원이 생겼다. 마치 투명한 거울을 보는 듯했다. 그러나 그 원에 비치는 배경은 전혀 다른 그림을 가져다 세운 것인지 새로운 풍경이 비치고 있었다. 휘리리릭 탁 탁 탁 그 원에서 누군가 한 사내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양휘소였다. 그 뒤를 이어 멸절사태, 고천설등 반혈맹의 수뇌들이 하나 둘 씩 그 모습을 드러내더니 이내 천여 명에 가까운 무인들이 그 모습을 하나 둘 씩 들어냈다. 구파일방의 무인들이었다. 그러나 주축의 인물들은 화산파와 종남파의 무인들이었다. 그리고는 재빨리 성쪽 성곽의 벽에 재빨리 붙었다. 그 시간. 서쪽 성곽의 외각에도 같은 원이 생기며 인물들이 하나 둘 씩 모습을 드러냈다. 동쪽과는 다르게 나타난 이들은 모두가 승려들이었다. 그러나 승복사이로 드러난 우람한 체격으로 보아 무승들이었다. 그들은 바로 소림사 무승들이었다. 혜각을 선두로 700에 가까운 무승들이 소림사 대웅보전 앞에 설치된 워프게이트를 통해 이곳으로 일순간 넘어온 것이었다. 혜각은 워프게이트 앞에 서있는 학비를 보고 그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모든 무승들이 이곳으로 무사히 모습을 드러내자 송현은 자그만 철패(鐵牌)를 들고는 마나를 살짝 주입했다. 그리고 얼마 후 학비 손에 들린 철패가 진동했다. 그러자 학비는 성곽벽으로 달려가더니 자그만 종이를 찢으며 성벽쪽으로 던졌다. 허공에서 마나 특유의 푸른빛을 발하며 기하학 무늬가 만들어졌다. 마법진이었다. 마법진은 자석에 이끌리는 철 마냥 성곽으로 날아가 붙었다. 그리고 얼마 후, 성곽의 단단한 석벽은 진흙으로 바뀌며 땅으로 서서히 흘러내렸다. ‘성공이다.’ 학비는 고개를 돌려 혜각을 보았다. 혜각도 학비의 시선을 받자 조용히 성벽앞으로 다가가 진흙으로 바뀐 성벽을 일격에 허물어트렸다. 그러자 성인 10여명은 충분히 지나갈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졌다. 혜각은 여전히 아무 말 없이 수신호로 소림사 무승들에게 뜻을 전하고 혈교의 성 안으로 뛰어들었다. 700의 인물들이 움직이는데도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애송이 놈, 생각보다 이목을 잘 이끈 모양이구나.’ 혜각은 송현을 생각하며 혈교의 중심으로 소리 소문 없이 다가갔다. 그러는 동안 혜각의 가슴은 쿵쿵 뛰었다. 얼마 만에 무인의 마음으로 가슴이 뛰는지 몰랐다. 어느새 혜각은 승려라는 신분을 잊고 무인으로 변모하고 있었던 것이다. ************************************************************************************* 타이핑 者 : [KOR]TheYtsejaM (당나귀 호환 P2P 프루나) 프루나에서 제가 타이핑한 소설들과 그 외 제가 모은 소설들을 공유했습니다. 검색어 : [KOR]TheYtsejaM 또는 TheYtsejaM 로 검색하시면 제가 공유한 파일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소유자가 1이라도 관계없습니다. 저는 항상 접속해 있으니까요. 제가 접속해 있지 않을 때는(파일이 안 받아지고 있을 때는) 제가 집에 없거나 파일 받기 대기 중일 겁니다. 기다리시면 하루 안에 반드시 받으실 수 있으실 겁니다. 무협도 엄청나게 많이(약 1기가 정도) 텍스트파일로 가지고 있는데 너무 파일이 많아서 그거 다 편집하려니 짜증나서 일단은 판타지만 공유중입니다. 무협도 필요하시면 프루나에서 메시지 전송 기능으로 쪽지 보내십시오. ************************************************************************************* “크아아아악!” “으아아아악!” 혈교의 중심에서는 지옥을 방불케하는 장면들이 곳곳에서 연출되었다. 혈멸기사단은 지금 죽을 맛이었다. 베어도 베어도 그 끝을 알 수 없었다. 완전히 도살장의 망나니가 된 기분이었다. 간간히 자신들의 허점을 파고드는 검이 있었지만 카이샨메일에 의해 아무런 피해 없이 그저 검만 마음껏 휘두를 수 있었던 것이다. 아무리 적이라 해도 이런 무작위적인 살상을 그 누가 좋아하겠는가? 아니라면 그 끝이라도 보이면 힘이라도 내겠지만 도통 그 끝이 보이지 않았다. 3천에 가까운 혈교의 무사들이 혈멸기사단 9명을 둘러싸고 있는 모습을 보며 혈진강은 승리를 확신하는 표정을 지었다. 저들이 모두 삼류무사라고 하더라도 혈멸기사단을 쓰러트릴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저들도 인간인 이상 내공의 한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저들의 손에 죽어가는 수하들이 아깝기는 했지만 문제될 것은 없었다. 새로 만들면 된다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뒤에 서있는 장로들, 50여구의 혈강시 그리고 한번도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현신혈천대만 있으면 문제가 될 것이 없었다. 그렇게 혈진강은 팔짱을 끼며 느긋하게 전장을 내려다보았다. 그 순간. 쿠우우웅 “와아아아아!” “와아아아아!” 동쪽 성곽의 내벽이 무너지며 한 무리의 무인들이 함성을 지르며 혈교의 무사들을 반쯤 둘러쌌다. 그리고. 쿠우우웅 “와아아아아!” “와아아아아!” 서쪽 성곽의 내벽 역시 무너지며 한 무리의 무승들이 그 모습을 드러내며 함성을 질렀다. 그리고 동쪽에서 모습을 드러낸 구파일방의 제자들과 맞추어 혈교의 무사들을 원으로 감싸 안으며 둘러쌌다. 힘겹게 검을 휘두르던 혈멸기사단의 얼굴에는 반가움의 미소가 걸렸다. 순간 정적이 흘렀다. 그러나 그런 정적도 오래가지 못했다. “소림사의 자랑스런 제자들은 들으라. 중원 무림을 악의 구렁텅이로 빠트리는 혈교를 멸하여 중원 무림의 기치를 바로 세우자!” 혜각의 사자후가 섞인 진격을 부르짖는 목소리에 무승들은 자신들이 들고 있는 봉을 굳게 잡으며 혈교 무사들 사이로 파고들어갔다. 이에 질세라 양휘소의 천마강림후가 터져나왔다. “구파일방, 그리고 마교의 제자들은 들으라. 이 곳에 우리들의 손으로 후대에 자랑스럽게 기록될 무림 역사를 새롭게 쓰자. 혈교의 무리들을 하나도 남김없이 쓸어버리도록 하라!” 양휘소의 목소리에 구파일방 및 마교의 제자들은 제각기 자신들의 병기를 하늘로 번쩍 들고는 함성을 질렀다. 그리고 함성이 끝이나기가 무섭게 그들은 혈교의 무사들 틈으로 파고들었다. 전세는 급격히 기울기 시작했다. 혈진강의 아랫입술은 윗니에 의해 찢어져 짙은 피가 맺혔다. 그리고 온몸은 부들부들 떨었다. 휘리리릭 탁 탁 탁 탁 탁 송현과 혈멸기사단은 그런 혈진강의 모습을 보며 혈교전 건물 앞으로 몸을 날렸다. “혈진강, 조금 전 그 자신만만하던 모습은 어디로 갔나?” 송현은 혈진강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크으-!” “어떻게 이곳을 찾았는지 아나?” 송현은 여전히 떨고 있는 혈진강을 비웃었다. “우리 교에 배신자가 있었는가?” 꽉 다물어진 이빨 사이로 거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배신자라... 이곳을 가르쳐준 자가 배신자라고 하면 배신자겠지.” 송현은 슬며시 손을 들어 혈진강을 가리켰다. “그럼 네 놈이 배신자가 되는 것인가. 후후훗.” 송현의 말에 혈진강 뒤에 서있는 장로들이 깜짝 놀라며 혈진강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얼굴에는 불신감에 찬 표정들이었다. 혈진강을 가리키던 손가락을 펴 손바닥을 활짝 폈다. 그리고는 염동력 마법을 이용하여 혈진강 허벅지에 속에 박혀있는 추적마법이 걸린 자그만 보석을 끌어당겼다. “크으으으윽!” 혈진강은 허벅지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신음을 토하며 허벅지를 손으로 잡았다. 투둑 휘이이익 착! 혈진강의 허벅지에서 살이 터지며 한줄기 피가 쏟아져나왔다. 그리고 핏줄기 사이로 자그만 보석이 튕겨 나와 송현의 손으로 날아갔다. 송현은 엄지손가락과 집게손가락으로 보석을 들어 혈진강을 향해 내밀었다. 그 순간 혈진강의 얼굴은 치욕으로 물들었다. “고마워! 그런 의미로 네 놈의 목숨은 고통없이 끊어주도록 하지.” 송현은 앞으로 화살이 날아가듯 튕겨나가며 마나를 손으로 모았다. “아쿠아 볼!” 쑤아아아앙 순식간에 공기에 떠다니던 물방울이 송현의 손에 모이더니 수박통만한 수구(水毬)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송현의 손에 머물 시간도 없이 그대로 혈진강으로 쏜쌀같이 뻗어갔다. 혈진강은 오른다리를 뒤로 딛으며 방어자세에 들어가려했다. “크흑!” 순간 허벅지의 고통을 참지 못하고 신형을 흩트리고야 말았다. 혈진강은 그대로 맨얼굴을 드러내보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아쿠아볼의 일격에 머리를 강타당하기 일보직전이었다. 콰과광 혈진강은 폭음을 듣는 순간 머리에서 섬찟함을 느꼈다. 그러나 아무런 고통도 느끼지 못하자 슬며시 감았던 두 눈을 떴다. “소교주님, 괜찮으십니까?” 송현의 아쿠아볼을 막아선 자는 다름 아닌 혈교의 한 장로였다. 휘이이익 착 착 착 송현과 혈진강, 그리고 혈교의 한 장로와 대치할 때 혜각과 양휘소, 그리고 고천설이 송현의 뒤에 내려섰다. “이보게, 사위. 우리에게도 기회를 주어야하지 않겠는가?” “오셨습니까?” 송현은 그들과 대치중이라 고개를 돌리지 않은 상태에서 입을 열었다. “저쪽의 장로라 일컬어지는 놈들이 여덟. 우리 혈멸기사단의 수도 여덟. 이런 장인어른. 이거 늦은 것 같습니다.” “애송이 놈이, 어른 공경을 할줄 몰라.” 혜각이 송현의 대답에 버럭 목소리를 높였다. “저쪽 장로라는 개나부렁이 놈들은 우리가 상대할 테니 철쪼가리 뒤집어 쓴 네 놈들은 저기 애들이랑 놀도록 하거라.” 혜각이 턱으로 쓰윽 가리킨 곳에는 혈교에서 비밀리 키운 무력단체가 있는 곳이었다. “호호호호, 왜 혜각대사만 재미를 보시려고 합니까?” 그 순간 멸절사태가 혜각의 옆으로 다가왔다. “중놈이 욕심이 많아서 뭐하누. 쯧쯧쯧.” 취중생도 멸절사태와 함께 자리를 함께 했다. “네 놈들의 뜻대로 될 것 같으냐?” 혈진강은 품에서 종을 꺼내어들고는 손이 떨어지랴 흔들어댔다. 딸랑 딸랑 딸랑 딸랑 딸랑 딸랑 딸랑 스르르르륵 혈교전 주위에서 30개의 관이 살아있는 생물처럼 주르륵 미끄러지며 혈진강 주위로 모여들었다. 혈진강은 다시 한 번 종을 세차게 흔들었다. 딸랑 딸랑 딸랑 딸랑 딸랑 투둑 우당탕탕탕탕 관두껑이 열리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그 관에서 시체들이 서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총 30구의 혈강시들이었다. “음...” 양휘소를 비롯하여 구파일방의 수장들은 하나같이 신음을 토해낼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혈강시의 무서움에 대해 여실히 느꼈기 때문이다. “하하하, 어르신들. 이 곳은 저의들이 맡아야겠는데요.” 위정천이 앞으로 나섰다. 그의 목소리는 호탕했다. 삐이이이익 위정천은 길게 휘파람을 불었다 두두두두두두 전장에서 난데없는 말발굽소리가 들리더니 10기의 묵빛 거마(巨馬)들이 위정천을 비롯해 혈멸기사단 옆으로 다가갔다. 송현은 위정천을 보며 웃으며 손을 들었다. 그리고 아래로 천천히 내려 긋자 허공에서 검은 그림자가 생기더니 그곳에서 조금 전 나타난 묵빛 거마 2기가 송현의 앞으로 나왔다. “트랜스포메이션!” 송현의 외침을 시작으로 이구동성으로 혈멸기사단은 마형 골렘을 십이지 골렘으로 변신시켰다. 우우우우웅 거마들이 앞다리를 쭉 들더니 이내 무시무시한 십이지 두상을 가진 골렘으로 변신했다. 스르르르릉 생긴 것만으로 지옥의 화신을 보는 듯한데 그들이 뽑은 거검(巨劍)을 뽑자 그 위용은 이루어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모두가 십이지 골렘을 보며 놀랄 사이도 없이 골렘들은 육중한 몸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가볍게 몸을 날려 혈강시들을 몰아쳐갔다. “그럼 어르신들, 저희도... 이만!” 위정천을 필두로 혈멸기사단 역시 몸을 날려 장로들을 몰아쳐갔다. “장강의 흐름은 막을 수 없다더니.” 혜각은 한탄어린 목소리를 냈다. 젊음에 대한 부러움이 잔뜩 담겨있었다. 그러나 그의 표정은 어느 누구보다도 밝았다. “자, 우리 늙은이들은 저쪽으로 갑시다. 우리도 죽을 날만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보여줘야 하지 않겠소이까?” 혜각은 현신혈천대를 향해 몸을 날렸다. 그의 말과 행동에 모두들 씁쓸하면서도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혜각의 뒤를 따라 현신혈천대를 몰아쳐갔다. 송현은 블링크를 이용하여 혈진강 바로 앞에 내려섰다. “헉!” 어느 사이엔가 자신의 앞에 송현이 떡 하니 서있자 혈진강은 헛바람을 들어마시며 무의식적으로 송현의 배를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쑤수수수수 그래도 제법 틀이 잡혀있는지라 바람을 가르는 그의 주먹에서는 매서운 소리가 동반했다. 혈진강의 주먹이 송현의 명치에 꽂힐 때쯤 송현은 다시 한 번 블링크를 시전 하여 혈진강의 뒤로 몸을 이동했다. 부우우웅 혈진강의 주먹이 허공을 갈랐다. 송현의 명치에 꽂히지 못할 지라도 그에게 타격을 먹일 수 있으리라 생각한 혈진강은 귀신처럼 사라진 송현을 보며 어리둥절함을 느끼면서도 한편 그를 찾기 위해 온 신경을 곤두세웠다. 쿠오오오오 혈진강은 뒷덜미에서 한기를 느끼며 고개가 부서지도록 획 돌렸다. 그의 눈에는 붉게 타는 불만 보였다. 어느새 송현의 손에서 만들어진 파이어볼이 그의 안면에 다다랐던 것이다. ‘피, 피할 수 없다. 아니야, 피할 수는 있다.’ 혈진강은 나려타곤수법으로 때구르르 뒹굴며 어렵사리 송현의 파이어볼을 피했다. 미처 완벽하게 피하지 못했는지 그의 머리카락은 조금 그을려있었다. 다시 자리에 일어선 혈진강의 얼굴에는 수치심이 가득했다. 격하게 몸을 움직인 덕분인지 혈진강의 한쪽다리는 피범벅이 되어있었다. ‘음...’ 혈진강의 다리에 난 상처를 보더니 송현의 두 눈은 맹수의 눈처럼 빛이 났다. ‘오호라...’ 송현은 몸 주위에 매직미사일을 20발 이상 만들어 혈진강이 충분히 피할 수 있을 정도로 날려 보냈다. 퍼버버버벙 혈진강이 있던 장소를 중심을 반경 5m정도에 매직미사일이 내려 꽂히자 자욱한 먼지가 풀풀 날렸다. 혈진강은 아직도 쓰라린 다리를 부여잡고 매직미사일을 피하기 위해 어렵사리 공중으로 몸을 띄웠다. 송현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또르르르 송현의 손에는 어느새 자그만 보석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전에 혈진강의 다리에 박아 넣었던 그 보석이었다. “텔레포트!” 번쩍 송현의 손에서 빤짝이던 보석은 희미한 빛과 함께 송현의 손 위에서 사라졌다. “크아아아악!” 쿵 비명소리와 함께 혈진강은 나머지 다른 다리를 부둥켜 잡고는 땅으로 곤두박질쳤다. 혈진강의 멀쩡한 다른 다리에 송현이 손에 들고 있던 보석을 텔레포트 시켜버린 것이었다. 송현은 다시 한 번 염동력마법으로 보석을 혈진강 다리에서 뽑았다. 푹 다시 한 번 혈진강의 다리에서 피가 솟구치더니 그 사이로 작은 보석이 튀어나왔다. ‘이거 생각보다 괜찮은데.’ 송현은 그런 생각을 하며 혈진강을 노려보았다. 혈진강은 한순간 송현의 얼굴이 꼭 죽음의 사신을 보는 듯한 착각에 휩싸였다. “으으으으. 가, 가까이 오, 오지마!” 혈진강은 주저앉은 채 뒤로 물러나더니 애써 몸을 일으켜 절뚝거리며 혈교전으로 뛰쳐들어갔다. ‘응?’ 송현은 애써 혈진강을 따라갈 필요가 없었기에 느긋한 마음으로 천천히 혈진강을 따라 혈교전으로 들어섰다. 혈교전에 들어선 송현은 그 화려함에 놀랐다. 황실의 황궁도 부럽지 않을 정도의 화려함의 극치를 달렸다. 넓은 대전 한가운데 혈진강이 쓰러져있었다. 송현은 이상함을 느끼며 혈진강의 몸속의 내공을 재빨리 확인해보았다.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 서서히 내공들이 혈진강의 몸속에서 빠져나가는 것 정도만 느꼈다. ‘죽었다. 누가 죽였지?’ 그 순간 자신의 앞에 거대한 마나가 느껴졌다. 고개를 들어 마나의 주인을 찾았다. 그제야 송현은 혈교전 태사의에 한 중년의 사내가 앉아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송현의 눈에 들어온 그 사내의 모습은 섬뜩하기 짝이 없었다. 붉은 혈포, 붉은 머리카락, 붉은 눈썹. 거기에 깡마른 몸집을 가진 사내였다. 절로 눈이 찌푸려지게 만드는 인상을 가진 자였다. “혈교 교주인가?” 송현은 그의 차림새로 보아 혈교의 교주가 확실하다고 짐작했다. “끌끌끌, 본좌에게 그런 말을 하다니.” 쇠 긁는 듯한 기분 나쁜 목소리에 송현의 미간은 절로 좁혀졌다. “저자는 당신이 그런 것인가?” “그렇다면?” 혈교 교주 혈마루는 깡마른 손가락으로 깍지를 끼며 태사의에 몸을 더욱 파묻었다. “그래도 교의 소교주일텐데, 어찌 인간의 입장으로 죽일 수 있는지 궁금해서 말이야.” “사자 새끼로 태어나 사자가 되지 못하면 살아서 무얼 하겠나?” 혈마루의 대답에 송현의 몸은 굳어졌다. “설마 당신의 자식인가? 말투를 들어보니 그런 것 같은데.” “그것보다 말이야. 네 놈을 보니 탐이 나는구나. 본 교의 소교주가 되어봄이 어떻겠느냐?” 혈마루는 혈진강에게서 신경을 완전히 끊어버린 듯 했다. 오히려 송현에게 더욱 많은 관심을 보였다. “소교주가 된다면 천하는 네 놈 것이 될 거야. 나야 20년 정도만 있으면 죽을 몸이니 어떤가? 나의 제안이.” “그보다도 나는 당신의 그 목이 더욱 탐이 나는데. 어쩌지?” 송현은 혈마루 못지않게 사악한 미소를 그리며 혈마루의 목을 향해 슬며시 미소를 지어보였다. “아! 그리고 나는 받은 것에 천배는 돌려줘야 직성이 풀려서 말이야. 뭐 그러려면 당신 목 하나로는 부족하겠지만 그 정도로 참아주지.” “크하하하하하하!” 혈마루는 송현의 말에 광오한 웃음을 터트렸다. “본좌에게 그런 말을 하다니. 더욱 탐이 나는구나. 그러나!” 혈마루의 눈빛은 광자(狂者)와 강자(强者)의 기운이 묘하게 섞여 뿜어져 나왔다. “이미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넜구나. 아쉽지만 죽어줘야겠어.” 혈마루는 시선은 송현에게 고정시킨 채 두 팔을 벌렸다. 혈마루를 중심으로 상당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스르르륵 두 개의 관이 혈마루 양 옆으로 미끄러져왔다. “일어나라, 나의 귀여운 전사들아.” 퍼버벙 퍼버벙 두개의 관이 폭발하듯 부셔지며 2구의 시신이 몸을 일으켰다. “내 소개하지. 백안아수라강시라네. 크크크, 크하하하하!” 백안아수라강시는 혈마루의 명에 따라 송현을 향해 걸음을 내딛었다. ‘이, 이런...’ 2구의 강시는 다름 아닌 소도성과 청수 도인이었다. “네 놈은 영광스러운 죽음 맞이하게 된 거야. 혈교의 전설로 내려오던 백안아수라강시를 이 혈마루가 다시 현세에 재현했단 말이야. 너는 그 축복의 첫 제물이 되는 것이다. 크하하하하.” 목을 젖혀 목젖까지 보이며 웃던 혈마루는 웃음을 뚝 멈췄다. 그리고 이내 싸늘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죽여라!” 그 순간 회색의 눈동자를 가지고 있던 백안아수라강시인 소도성과 청수도인의 두 눈동자는 순식간에 백안(白眼)으로 바뀌었다. 슈아아아아 그 둘의 신형은 순식간에 송현의 눈에서 살아졌다. “헉!” 어디서 그 둘의 공격이 날아올지 몰랐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해야 했다. “아티팩트 파워, 그레이트 실드!” 분위기상 실드로는 그들의 공격을 막을 수 없다고 본능적으로 느꼈다. 콰과과광 그레이트 실드가 강하게 흔들렸다. 언제 나타났는지 2구의 백안아수라강시인 소도성과 청수 도인이 송현의 실드를 강하게 내려치고 있었다. 서서히 기혈들이 꼬이는 것을 느꼈다. 간신히 흐트러지는 마나를 바로잡아 블링크를 이용하여 간신히 백안아수라강시의 공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헉헉헉!” 송현은 수동적으로 대처를 했다가는 자신이 당하게 된다는 것을 느꼈다. 일단 저들의 몸놀림을 잡아야한다고 생각한 송현은 재빨리 마법을 캐스팅했다. “마나의 힘으로 땅위의 모든 것을 짓누른다, 그래비티!” 쿠웅 순식간에 대전 안에는 무거운 공기가 감돌았다. 다행히 백안아수라강시의 움직이는 속도가 떨어졌다. 그러나 떨어졌다고 해서 현저히 그 속도가 떨어진 것은 아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적어도 두 눈으로 그 둘의 움직임을 살필 수는 있었다. 그 순간 백안아수라강시로 변모한 청수 도인이 언제 검을 들었는지 바람마저 베어버릴 듯 송현을 베어왔다. 눈으로 본다고 피할 수 있는 공격이 아니었다. “아, 암실드.” 까가가강 퍽석! 송현이 만든 암실드는 아무 힘도 못 쓰고 그대로 깨져버렸다. 사삭 송현의 오른 팔목은 뼈가 보일만큼 검에 베어졌다. “크아악!” 피가 세어나오는 오른 팔목을 왼손으로 꾹 누른 채 다시 블링크를 이용해 벗어나려했다. 그러나 송현에게 그런 시간조차 가지지 못했다. 청수 도인을 신경쓰다보니 어느새 소도성을 놓쳐버린 것이었다. 콰광 허리가 끊어질 듯한 고통이 왔다. 백안아수라강시 소도성은 강력한 발길질로 송현의 허리를 그대로 차버린 것이었다. 송현의 몸은 활시위를 연상케하며 10m를 그대로 날아갔다. 그리고 송현은 날아가는 동안 입에서 피를 토했다. 쿵 쿠당탕탕탕 몸을 가누지도 못하고 땅바닥을 몇 번이나 구르면서 대전 한구석에 처박혔다. “커헉!” 간신히 팔을 의지해 일어선 송현은 한목음의 선혈을 다시 한 번 토해냈다. ‘일일이 잡을 수 없다면 대전 안에 머무는 동안은 계속적인 공격을 할 수 있는 걸로 해야겠다.’ 오른 팔목에 흐르는 피를 지혈할 생각도 하지 않고 송현은 두 팔을 벌려 화염의 구름을 만드는 마법 캐스팅어를 영창했다. “불의 힘을 실어 안개를 만든다, 인센디어리 클라우드!” 후아아아 쿠르르르르 우르르르르 순식간에 대전 안은 뜨거운 불길에 휩싸였다. 일반적인 불길이 아니었다. 어느 무엇으로 인해 타오르는 것이 아닌 불길 자체가 허공에 떠있었다. 마치 구름이 떠있는 것처럼 말이다. 송현은 자신의 몸 주위에는 영향이 오지 못하도록 마나를 조절하며 대전 한가운데로 향했다. 슈아아아앙 자신을 향해 할퀴어오는 이는 백안아수라강시 소도성이었다. 입고 있는 옷은 이미 재가 된지 오래였다. 그와 더불어 그의 몸에 난 털 역시 피부에 눌어붙었었다. 당연히 뜨거운 열기에 피부가 서서히 녹고있음은 두말 할 필요도 없었다. ‘성공이다.’ 송현은 저 정도면 아무리 백안아수라강시라 하더라도 어느 정도 타격을 받았으리라고 확신했다. 그러나 그것은 명백한 오판이었다.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메서운 공격으로 송현의 얼굴이며 허리며 심지어는 다리까지 할퀴어 들어왔다. “실드!” 찌지직 퍽석! 다급함에 실드를 쳤지만 소도성은 간단히 실드를 찢어버리며 송현의 앞가슴을 그대로 할퀴었다. 송현은 가슴에 화끈거림을 느끼며 서서히 몸이 쓰러짐을 느꼈다. 그러나 송현은 쓰러지지도 못했다. 어느 사이 소도송이 팔을 쭉 밀어 쓰러지는 송현의 목을 그대로 움켜잡았던 것이다. “크으으으으!” 일순간 송현의 마나가 끊어졌고 화염의 구름과 대단위 마법이 풀렸다. 모든 시야가 깨끗하게 바뀌었다. 우드득 조금씩 힘이 들어가는 소도성의 아귀힘에 송현은 거의 숨도 쉬지 못할 정도였다. “커, 커...헉!” 간신이 두 눈만 떠 소도성을 바라보았다. 혈마루는 백안아수라강시를 철썩 같이 믿었는지 여전히 태사의에 앉아있는 모습이었다. 백안아수라강시 청수 도인은 소도성 뒤에 서서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고 있었다. 백안아수라강시 소도성은 손목 힘을 풀며 오른발로 송현의 가슴을 다시 한 번 강하게 찼다. 빠각 송현의 몸에서는 갈비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피를 토하며 땅바닥에 쓰러졌다. ‘이대로...는 죽을 수 없다. 방법이 있을 거야. 방법이...’ 송현은 다가오는 백안아수라강시 소도성과 청수도인을 보았다. 소도성이 다시 손을 뻗어 송현의 목을 잡으려할 때 송현의 머리에는 번뜩이는 그 무엇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살길이었다. 송현은 마나를 목으로 모았다. 그리고 백안아수라강시 소도성이 송현의 목을 잡는 순간 송현은 재빠르게 캐스팅했다. “텔레포트!” 번쩍! 그 순간 백안아수라강시 소도성의 몸이 빛에 휩싸이더니 송현의 앞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그의 모습이 드러난 곳은 다름 아닌 청수 도인이 있는 곳이었다. 가만히 소도성을 지켜보던 청수 도인에게 텔레포트 시켜버린 것이었다. 죽음을 한 걸음 앞두고 혈진강에게 보석을 텔레포트한 것이 기억이 났던 송현은 목숨을 건 도박을 한 것이었다. 그리고 결과는 성공이었다. 쿠아아앙 둘의 신체가 같은 공간에 겹쳐지며 둘은 강한 폭발과 함께 그 시신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털썩! 송현은 백안아수라강시가 폭발하며 사라지는 것을 보며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헉헉헉!” 간신히 앉아 한숨을 돌릴 때 저 멀리 태사의에 몸을 파묻고 있던 혈마루가 벌떡 일어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콰당! 얼마나 거칠게 일어났는지 태사의는 뒤로 넘어졌다. 그의 얼굴은 불신에 찬 표정이었다. 송현은 이 시간을 틈타 재빨리 품에 있는 마나포션환약을 꺼내어 몇알은 상처에 바르고 몇 알은 입에 털어 넣었다. 몸이 조금이나마 편해지는 것을 느끼며 송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리저리 몸을 움직여 본 송현은 제법 몸을 움직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아니 움직여야했다. 지금 저 혈마루를 죽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이 지긋지긋한 싸움을 끝낼 수 있기 때문이었다. “후욱! 후욱! 후욱!” 깊게 몇 번 심호흡을 한 송현은 몸 곳곳에서 느껴지는 고통을 참으로 혈마루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나갔다. “네, 네 이 놈! 감히... 죽여버리겠다.” 혈마루는 조금 이성을 잃어버렸는지 그의 눈은 광기로 가득 차있었다. ‘침착하자. 속전속결로 나가야한다.’ 송현은 혈마루가 태사의에서 내려오는 순간 파이어필드 마법으로 그가 내딛는 곳을 불바다로 만들어버렸다. “크흑! 이, 이런 찢어 죽여도 시원찮은 놈!” 혈마루는 신발이 타든 말든 상관도 하지 않는 듯 그대로 불로 이루어진 바닥을 밟으며 송현에게 다가갔다. “왜? 자랑하던 강시들이 내 손에 의해 살아져서 화가 나는 모양이지?” 송현은 그를 더욱 도발하여 이성적 사고를 더욱 마비시켰다. 그때부터 혈마루는 한 마리 소와도 같았다. 매섭게 송현을 몰아쳐갔지만 그저 송현만 보며 몰아쳐갈 뿐이었다. 의외로 혈마루의 무공이 낮은 것을 보며 송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파이어필드!” 송현은 다시 한 번 혈마루의 발아래를 불바다를 만들고는 뒤로 재빠르게 물러났다. 묵묵히 자신을 향해 몰아쳐오는 혈마루 앞에 송현은 화벽(火壁)을 만들었다. “월 오브 파이어!” 혈마루 앞에는 이글거리는 불로 된 장벽이 떡하니 솟아올랐다. 송현은 일단 화벽으로 혈마루 시야를 가렸다. 송현은 자신의 품에서 혈진강에게 고통을 주었던 보석을 꺼내어들었다. 그리고는 보석을 손 위에 놓고 혈마루가 화벽을 뚫고 나오는 그 순간을 기다렸다. 그가 모습을 보인다면 바로 그의 심장으로 보석을 텔레포트 시키려 준비했다. 쑤아아아앙 그 순간 화벽을 뚫고 나온 것은 혈마루가 아닌 붉은 기운의 강기였다. 혈마루가 화벽을 뚫기 전 송현에게 혈지공 수법으로 쏘아 보낸 것이었다. 송현은 재빠르게 옆으로 피했다. 퓨숙 완벽하게 신형을 비틀지 못한 송현의 어깨를 붉디 붉은 핏빛 강기가 그대로 뚫어버렸다. ‘크흑!“ 송현은 세어나오는 신음은 애써 목구멍으로 삼키며 화벽, 즉 월 오브 파이어를 계속 주시했다. 그 순간 화벽의 표면이 조금 일렁이는 것이 보였다. ‘이때다!’ “텔레포트!” 송현은 보석을 혈마루 심장 위치로 텔레포트 시켰다. 휙 혈마루는 송현의 텔레포트 마법에 의한 마나를 느끼고 본능적으로 몸을 숙인 것이었다. 그 순간 송현의 눈에는 절망감이 서서히 물들고 있었다. 몸을 숙인 혈마루는 송현을 향해 죽음의 미소를 지어 보낸 후 앞으로 신형을 날렸다. 스륵 창 갑자기 혈마루의 신형이 무너지며 허리 숙인 그의 머리 높이가 조금 올라갔다. 그리고 혈마루의 머리에서 희미하지만 빛이 났다. 혈마루의 심장으로 텔레포트 시킬 보석이 그만 혈마루의 뇌로 텔레포트가 되었던 것이다. 송현은 혈마루의 발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곳에는 청수 도인이 쓰던 검이 떨어져있었다. 신의 도움이었을까, 아니면 행운이었을까, 그것도 아니라면 죽은 청수 도인의 마지막 뜻이었을까. 혈마루는 파이어필드로 인해 바닥에 불길이 치솟아있어 그만 발 아래의 검을 보지 못하고 밟아버린 것이었다. 그로 인해 검과 함께 발이 미끄러졌고 신형이 흐트러진 것이었다. “하하, 하하하. 헤헤헤!” 갑자기 혈마루는 실성한 광인처럼 침을 질질 흘리며 연신 웃었다. ‘하아, 다행이다.’ 송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마무리는 해야겠지.’ 송현은 차가운 눈빛으로 미쳐있는 혈마루를 보았다. 그 모습을 본 송현은 그대로 텔레포트를 하여 혈교전 바로 위 상공으로 몸을 띄웠다. 아직까지 혈교전 밖은 아수라장이었다. 확실히 승세는 기울었지만 혈교의 저항이 만만치 않아 보였다. 송현은 두 팔을 들고 자신이 모을 수 있는 마나를 최대한 모았다. “마나의 힘으로 운석을 이 땅으로 부를지어다, 메테오!” 송현은 온 몸에서 마나가 급속도로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마나의 고갈로 인해 온 몸이 뻐근함을 느껴야했다. 그래도 멈출 수 없었다. 기나긴 싸움을 이 자리에서 종지부를 찍고 싶었기 때문이다. 온 몸에서 느껴지는 고통은 배가 되어 송현의 온 몸을 난도질하는 듯 했다. 그 순간 송현의 두 눈은 한 순간이나마 맑아졌다. ‘됐다.’ 쿠르르르르르릉 공기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모두들 피하시오. 어서 혈교의 성에서 벗어나시오.” 송현은 마나를 짜고 또 짜, 극한의 소리를 내는 마법인 샤우트 마법으로 크게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 송현의 목소리를 들은 혈멸기사단, 소림사 무승들, 구파일방의 무사들은 서둘러 혈교의 성곽을 벗어났다. 이유는 몰랐지만 다들 왠지 그렇게 해야만 한다고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내 송현이 왜 그렇게 외쳤는지 알게 되었다. 쿠르르르르르르릉 쿠와와와와와와와와 쿠쾅쾅쾅쾅 하늘에서 별이 떨어졌다. 자그만 별 하나로 인해 그 웅장함을 보여주던 혈교의 성은 그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엄청난 폭발음과 후폭풍. 이것만으로 이미 전쟁은 끝이 났다. 모두들 하늘에 떠서 이 운석을 부른 송현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그들의 머릿속에는 단 한 가지 단어만 떠올랐다. ‘무신(武神)!’ ************************************************************************************* 타이핑 者 : [KOR]TheYtsejaM (당나귀 호환 P2P 프루나) 프루나에서 제가 타이핑한 소설들과 그 외 제가 모은 소설들을 공유했습니다. 검색어 : [KOR]TheYtsejaM 또는 TheYtsejaM 로 검색하시면 제가 공유한 파일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소유자가 1이라도 관계없습니다. 저는 항상 접속해 있으니까요. 제가 접속해 있지 않을 때는(파일이 안 받아지고 있을 때는) 제가 집에 없거나 파일 받기 대기 중일 겁니다. 기다리시면 하루 안에 반드시 받으실 수 있으실 겁니다. 무협도 엄청나게 많이(약 1기가 정도) 텍스트파일로 가지고 있는데 너무 파일이 많아서 그거 다 편집하려니 짜증나서 일단은 판타지만 공유중입니다. 무협도 필요하시면 프루나에서 메시지 전송 기능으로 쪽지 보내십시오. ************************************************************************************* 송현은 쓰러져가는 정신을 깨우고 또 깨우면서 모두가 안전하게 대피한 것을 간신히 보았다. 그리고 혈교의 멸망도 두 눈으로 보았다. 완벽하게 재가 되어버린 혈교의 본거지. 살아남은 자들은 그저 하급무사들이었다. 자신의 메테오 한 방으로 모든 것들이 쉽게 정리가 된 것이 분명했다. ‘끝이다. 이 지긋지긋한 싸움이...’ 송현은 서서히 닫혀가는 눈으로 발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언제 혈교의 본거지인 거대한 성이 있었느냐는 듯 아주 깨끗했다. 그땅을 보며 송현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끝으로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혈멸기사단을 보았다. 공주의 초대장 샤락 특유의 묵향이 허공으로 흩날리며 책장이 넘어갔다. 아담한 방. 간소하기 이를 데 없는 방에 백발의 주인이 조용히 책장을 넘기며 독서에 빠져있었다. 책을 읽고 있는 그의 눈매는 사뭇 진지했다. 그의 눈에는 오로지 백지위에 검은 글씨만이 들어오는 듯 했다. 척 책의 마지막장을 끝으로 그는 책을 덮었다. 그리고는 손을 뻗어 찻잔을 들어 목을 살짝 축였다. 싸늘히 식은 찻잔의 찻물이 시원하게 목을 적셔주었다. 눈을 돌려 창가로 들어오는 풍경으로 눈을 돌렸다. 그의 눈앞에 보이는 풍경과 머릿속에서 맴도는 기억이 겹쳐지더니 이내 그는 회상에 빠졌다. “으음음음.” 송현은 몸을 뒤척이며 정신을 차렸다. 비록 두 눈은 감았지만 눈거풀을 뚫고 들어오는 빛에 슬며시 미간이 좁아졌다. “으음음음!” 송현은 팔을 들어 눈으로 쏟아지는 빛을 가리려했다. “크흑!” 팔과 함께 옆구리에 느껴지는 고통에 좁혀진 미간은 더욱 깊어져 내천자를 선명하게 그렸다. “가가?” “현아.” “형님!” 송현의 귓가가 멍해질 만큼 큰 목소리가 송현의 귓가에 들어왔다. 한명도 아닌 여럿의 목소리라 귀가 멍해질 정도였다. 송현은 아직도 빛에 적응을 못했지만 그래도 목소리의 주인들을 보고 싶어 애써 두 눈을 떴다. 그렇게 빛에 적응하려 노력한 덕분일까 차츰 눈부심이 살아지며 송현의 두 눈에 여러 인물들이 들어왔다. 모두가 낯이 익은 사람들이었다. 이번 혈교와의 전쟁을 통하여 끈끈한 정을 나눈 혈멸기사단원들이었다. 그리고 양휘소였다. “몸은 괜찮은가?” “괘, 괜찮습니다.” 양휘소가 걱정이 가득 담긴 눈길을 가지며 송현에게 다가왔다. “그렇다면 다행일세. 꼬박 일주일동안 누워있어 우리는 자네가 잘못되는 게 아닌가 걱정했다네.” 일주일이라는 말에 송현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일주일이라...’ 그저 묘한 기분만 들었다. 한편으로는 혈교와의 전쟁이 한낮의 꿈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나 편안하게 잤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송현이 잠시 생각을 잠기는 것을 보고 위정천은 조금 몸이 안 좋은 것이 아닌가 걱정이 슬며시 들었다. “잠시 더 안정을 취하도록 이만 자리를 피해주는 게 어떻겠습니까? 현이도 더 쉬어야할 것 같습니다.” 위정천의 말에 모두들 수긍하며 방을 빠져나가고 양설린 혼자 남아 송현의 곁에 남았다. “가가, 조금 더 주무세요.” 양설린은 송현에게 이불을 덮어주었다. 푹 자서인지 그렇게 잠은 오지 않았다. 그러나 자리에서 일어나기 싫었다. 오랜 만에 찾아온 여유였다. 송현은 팔을 뻗어 자신이 누워있는 침상 곁에 놓인 의자에 앉으려는 양설린의 팔을 잡고는 슬며시 당겼다. “가가.” “아무 말도 하지 마시오.” 더욱 팔을 당겨 양설린을 자신의 옆으로 당겨 눕혔다. 침상에 베게가 하나뿐이라 자연스럽게 송현은 양설린에게 팔베게를 해주었다. “가, 가가...” 송현은 상체를 들어 양설린을 밑으로 두고 얼굴을 마주보았다. “나를 못 믿소?” “그게 아니라...” 양설린은 부끄러운 듯 양 볼에 홍조를 띠며 슬며시 고개를 돌렸다. 쪽! 송현은 양설린의 이마에 가볍게 입맞춤을 해주고는 다시 침상에 편하게 누우면서 양설린을 꼭 끌어안았다. 양설린의 품에서 송현은 다시 한 번 편안함을 느끼며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이른 새벽 송현은 깨운함을 느끼며 잠에서 깼다. 아직도 품에서 잠들어있는 양설린을 보며 사랑스러운 미소를 살짝 지었다. 혹여나 양설린이 깰까봐 조심조심 자리에서 일어난 송현은 구석으로 가 운기조식을 했다. 온 몸에 마나가 비어있으니 왠지 찝찝한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온 몸에 마나를 가득 담고서야 송현은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었다. 어느새 자리에서 일어났는지 양설린이 방에 없었다. 가볍게 세안을 하고 옷을 입을 때쯤 양설린이 들어왔다. “가가, 식사하셔야죠?” “그러고 보니 며칠 식사를 못한 것 같구려.” “같이 식사하고자 모두들 기다리고 계십니다.” 송현은 문득 이곳이 어디인지 생각을 못하고 있었다. 양설린을 따라 나선 송현은 건물들이 아주 소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세련미가 베어있어 고풍스럽다는 생각이 들게 하였다. “설린.” “이 곳이 어디오?” “참! 가가는 모르시겠네요. 청성파에요.” 양설린은 의식이 돌아온 후 한 번도 방에서 나간 적도 이 곳 사람들도 만난 적이 없다는 것을 기억해냈다. 구파일방 중 무당파와 함께 도교계열의 문파라 그런지 무당파와는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문파가 내뿜는 느낌은 확연히 달랐다. 무당파가 부드러움을 보여준다면 이 곳은 날카롭다는 느낌이 들었다. 간간히 스쳐지나가는 도인들의 모습에서도 한 자루 검과 같다는 생각마저 들게 할 정도였다. 방과 그리 멀지 않은 건물에 양설린을 따라 들어섰다. 그 곳에는 혈멸기사단원과 양휘소, 그리고 이 곳 청성파의 인물인 듯한 인물들이 눈에 보였다. 이상하게 혈교와 전쟁을 치루면서 구파일방의 인물들을 안면을 익혔지만 유달리 청성파와는 큰 인연이 없었다. 조금은 어색한 듯 청성파 인물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특히 이 곳은 혈교의 본거지와 가까운 거리에 있는 곳이라 다른 곳보다 더 큰 피해를 보았는지 장문인이라 소개한 자부터 장로에 이르기까지 하나 같이 젊었다. 청성파의 윗대 어르신들은 살아있지만 문파를 이끌 수도 없을 만큼 쇠로(衰老)해져서 자신들이 맡았다고 전해왔다. 식사는 검소했다. 도가계열답게 몇 가지 안 되는 채소들이 전부였다. 도가계열이나 소림사와 같이 반찬은 아주 맛깔스럽게 만들어져있었다. 며칠동안 침상에 있던 송현은 염치불구하고 두 그릇 이상이나 먹었다. 며칠동안 곡기를 먹지 않았던 송현에게는 기름진 육류보다 오히려 이곳의 깔끔한 채소류가 오히려 부담을 덜 주었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향긋한 차가 들어왔다. “아주 잘 먹었습니다.” “그렇게 말씀을 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청성파의 젊은 장문인은 송현의 말에 부드럽게 미소를 지는 한편 미안한 표정이 살짝 풍겼다. “대협께 좀 더 좋은 음식을 대접하고 싶었지만 이곳의 계율이 있는지라...” “아닙니다. 오히려 먹기가 더 편했습니다. 그리고 대협이라니요. 저는 아직...” 송현은 청성파 장문인이 자신을 대협이라 칭하자 어색했다. 이제 스물을 갓 넘긴 자신이 듣기에는 너무나 큰 호칭이라 생각이 들었다. “무황(武皇) 송현 대협께서는 그렇게까지 겸손을 차리지 않으셔도 됩니다.” “네? 무, 무황이라니요?” 송현은 청성파 장문인의 말에 깜짝 놀랐다. “아직 모르고 있었구나.” 위은설의 목소리에 송현은 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무슨 말이냐는 표정을 지었다. “허허허, 녀석!” 시원하게 대답해주지 않고 뜸을 들이자 송현은 답답했다. “어르신.” 송현은 위정천을 조금 억양있게 그를 불렀다. “네 놈의 별호가 바뀌었다.” “바뀌다니...요?” “방금 들었지 않느냐? 무황! 이게 너의 별호다.” “네?” 송현의 경악했다. 무황이라는 것이 무슨 뜻인가. 바로 무림의 황제라는 뜻이었다. 실로 무림 역사상 무황이란 별호를 가진 자가 몇이나 되었겠는가. 거의 전무하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정도였다. 그런 별호가 이제 갓 스물을 넘긴 자신에게 붙었으니 어찌 경악하지 않을 수 있었느냐 말이다. “뭐 정식으로 말하자면, 마법사 무황 송현. 이게 자네의 정식 별호네.” “…….” 송현은 어찌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했다. 탁! 경쾌한 소리가 송현의 등짝에서 소리 났다. 보는 이 모두에게는 경쾌하기 이를 때 없지만 송현은 눈물이 찔끔날 정도였다. “젊은이가 뭐 그리 소심하나? 어깨 쫘악 펴게.” 양휘소였다. “자 장인 어른.” “그런데 말일세.” 양휘소는 송현의 얼굴 가까이 자신의 얼굴을 바짝 들어 밀었다. 그의 얼굴에는 묘한 장난기가 서려있었다. “언제부터인가 아주 자연스럽게 나를 장인어른이라 부르던데.” “네에?” “험험, 언제 우리 딸아이와 혼인을 했는가? 내 기억으로는 하지 않은 것 같던데.” “그, 그게...” 송현은 뒤로 몸을 빼며 당황스러워했다. 양휘소는 손으로 턱을 쓰다듬으며 양설린과 송현을 야릇한 눈빛으로 번갈아보았다. “그렇다면 나 모르게 혼례라도 치렀는가?” “아빠!” 양설린은 암고양이와도 같은 고음으로 양휘소를 향해 소리를 지르듯 불렀다. 평상시 아버지라 부르는 양설린을 생각하면 좀처럼 듣기 어려운 호칭이었다. “왜, 왜 그러느냐?” 양설린은 말을 더듬으며 대답하는 양휘소를 향해 두 눈을 흘겼다. “하하하하하하!” “호호호호호!” “강함의 대명사인 마교의 양 교주께서도 따님에게는 고양이 앞에 생선이십니다.” 위정천이 박장대소 가운데 한마디를 거들었다. “푸하하하하.” “호호호호호.” 그렇게 웃음이 가득한 분위기에서 차를 마실 수 있었다. 그렇게 기분 좋은 시간을 보내고 나서 송현은 청성파 장문인을 따라 어디론가 안내를 받으며 갔다. 그를 따라 간 곳은 제법 구석진 곳의 공터였다. 그곳에는 흉물스러운 철 덩이들이 쌓여있었다. 처음에는 그저 고철덩어리라 생각했지만 이내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고철덩어리들은 바로 골렘들과 카이샨 메일이었다. 부서질 대로 부서져있었던 것이다. 그것들을 보는 순간 혈교와의 전쟁이 얼마나 치열했는지 알 수 있었다. 턱 철무정이 송현의 어깨를 짚으며 옆에 나란히 섰다. “십이지 골렘들과 카이샨 메일입니다.” “그런 것 같아. 저것들을 보면 너희들이 고생 많았겠어.” 송현은 십이지 골렘과 카이샨 메일에서 눈을 띠지 못했다. 송현은 고철로 변한 십이지 골렘과 카이샨 메일에서 눈을 떼고 혈멸기사단이었던 일행들의 허리를 보았다. 이제야 알아차린 것이었다. 그들의 허리에 카이샨 메일이 없다는 것을 말이다. ‘그대도 검은 가지고 있어 다행인 것 같다.’ “저것들을 어떻게 처리할지 몰라 우선 이 곳으로 옮겼습니다. 그나마 안전하게 놔둘 수 있는데 중 이 곳 청성파가 가장 가까웠어요.” “그렇구나.” 한동안 송현과 철무정은 십이지 골렘과 카이샨 메일을 내려다보았다. “아쉽겠구나.” “제법 골렘과 정이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저 녀석 부셔진 모습을 보면서 눈물이 날 뻔 했어요.” “하긴 너희들의 분신이었으니. 그래도 검은 챙겼으니 다행이다.” 송현은 십이지 골렘과 카이샨 메일로 다가가 쓰다듬었다. 지금은 고철로 바뀐 것들이지만 자신들에게 더없는 방패가 되어주던 것들이었다. 비록 지금 쓸모가 없어졌지만 그대로 폐기처분하고 싶지는 않았다. 송현은 아공간을 열어 십이지 골렘과 카이샨 메일을 넣었다. 언제 능력이 되면 다시 한 번 저들에게 생명과 힘을 넣어주고 싶었던 것이다. 똑똑똑 조용함을 깨고 방문에서 기척소리가 들렸다. 똑똑똑 다시 한 번 들려오는 기척소리에 송현은 상념에서 깨어날 수 있었다. “설린이예요.” 양설린의 고운 목소리에 송현의 얼굴은 화사해지며 문으로 다가 열어주었다. “지금 부모님, 장인어른과 함께 있을 줄 알았는데. 어연 일이오?” “아버님께서 가가를 찾으십니다.” “그럼 함께 갑시다.” 송현은 부모님이 자신을 무슨 일로 찾을까, 라는 생각을 하며 양설린과 함께 보모님이 계시는 사랑채로 향했다. 송현이 들어선 사랑채에는 성시문, 여문희, 양휘소가 함께 자리를 하고 있었다. 송현은 양설린과 함께 나란히 그들 셋의 맞은편에 앉았다. 송시문은 한 장의 서찰을 꺼내어 탁자에 내려놓으며 송현의 앞으로 밀었다. “네게 온 서찰이다.” “서찰이요?” 송현은 자신에게 서찰을 보낼 사람이 없었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서찰을 집어들었다. “황실에서 보내온 것이다.” 서찰을 봉인한 부분에는 선명히 황실을 상징하는 금룡이 새겨져있었다. ‘황실이라...’ 송현은 뜸금 없이 자신에게 날아온 황실의 서찰에 어리둥절했다. 황실에서 자신에게 서찰을 보낼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혹여나 세상에 나가서 황실에 관련된 분을 뵌 적이 있느냐?” 송시문은 서찰을 내려다보고 있는 송현에게 서찰의 주인을 물었다. ‘혹시?’ 송현은 그 순간 낙양에서 만난 약란공주가 머리에 떠올랐다. ‘아니겠지.’ 속으로 피식 웃은 송현은 서찰을 뜯어 내용을 들어다보았다. 그러나 그런 송현의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는지 서찰을 보낸 주인은 바로 약란공주였다. 거기에 한 달 후 자신의 생일이니 참석하라는 초대장이었다. 송현의 표정이 조금 굳어지자 송시문과 여문희는 송현을 걱정하는 눈치였다. “무슨 일이냐? 서찰의 내용은 무엇이고?” 송시문은 답답했는지 그만 참지 못하고 송현에게 서찰의 내용을 묻고 말았다. 송현은 설명하기가 뭣해서 그냥 서찰을 송시문에게로 내밀었다. 조금은 떨리는 손으로 송현에게 온 서찰을 받아든 송시문은 서찰의 내용을 읽는 동안 서서히 두 눈이 커지더니 이내 얼굴에 함지박만한 웃음이 지어졌다. “고, 공주마마의 생일잔치의 초대장이로구나.” “네.” “그런데 네가 어찌 공주마마를 아느냐?” 송시문의 물음에 송현은 약란공주를 만난 일을 대략적으로 이야기해주었다. 더욱 자세히 말해줄 것을 보채는 송시문과 여문희의 목소리에 송현은 모든 것은 아니라도 일주일 간의 여행의 동행한 일을 비교적 세세히 말해주었다. 그의 말에 송시문과 여문희는 가문의 영광이라며 황실의 안녕을 비는 말을 버릇처럼 읊조렸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어서 빨리 길을 떠나야겠구나.” 송시문은 자신이 초대받은 것처럼 행동했다. 그렇게 안절부절 못하던 송시문은 여문희를 불렀다. “부인은 어서 빨리 애들을 시켜 현이의 떠날 채비를 마련하시구려.” “알았습니다.” 여문희도 평시 차분한 행동에서 벗어나 뛰다시피 방을 빠져나갔다. 송현은 하루면 갈 수 있다는 말을 하려다가 마법에 대해 무지한 부모님께 마법에 대해 이해시키고 납득시키기가 어렵다는 것을 느꼈다. ‘뭐 이 참에 느긋이 여행이나 해 볼까?’ 좀 더 여유를 가지기로 마음먹은 송현은 옆에 나란히 앉은 양설린을 보았다. ‘헉!“ 양설린의 두 눈과 마주쳤다. 그러나 양설린의 두 눈에는 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성질이 날대로 난 암고양이의 매서운 눈빛이었다. 만약 송시문과 양휘소의 앞이 아니라면 입 밖으로 소리 내어 헛바람을 들어 마셨을 것이다. ‘왜? 왜?’ 송현은 도저히 지금 양설린의 눈빛을 이해할 수 없었다. “아버님, 저는 어머님을 도와 가가의 채비를 도와드리러 가겠습니다.” “허허허, 그러려무나.” “네.” 아주 다소곳한 말과 행동으로 송시문에게 인사하고는 방을 빠져나갔다. 그것은 어디까지 송시문의 입장이었다. 그렇게 다소곳한 모습을 보여주던 양설린도 송시문에게서 돌아서 등을 보이고 송현을 볼 때에는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차갑게 변해있었다. 그리고 다분히 의도적으로 그 눈빛을 송현에게 쏘아 보냈다. “아, 아버지. 저도 일단 물러가겠습니다.” “그렇게 하거라.” 그때까지 꿈나라를 떠다니던 송시문은 송현의 말을 알아들었는지 못 알아들었는지 조금은 멍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밖으로 나온 송현은 왜 양설린이 저런 표정을 지었는지 골돌히 생각했다. 역시나 대답을 찾을 수 없었다. “자네.” 송현은 양휘소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렸다. 양휘소는 송현의 옆에 나란히 서서 앞마당을 보았다. “역시 자네는 영웅이야.” “영웅이라니요?” 뜬금없는 양휘소의 말에 송현은 양휘소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툭툭툭 양휘소는 그런 송현의 행동에 신경 쓰지 않으며 송현의 등을 툭툭 치며 자신의 말을 이었다. “괜찮네. 자네라면 능히 삼처사첩을 두어도 괜찮아. 암! 자네같은 무림의 영웅이라면 흉이 될 리 없고, 누구나 당연히 그렇게 될 거라고 생각할 걸세.” “네?” 송현은 어이없는 양휘소의 말에 어떻게 받아쳐야할지 몰라 했다. 양휘소는 고개조차 돌리지 않고 자신의 말을 꿋꿋이 이어갔다. “역대 무림사를 보더라도, 아니지. 역사를 보면 영웅은 누구나 많은 여인을 거느렸네. 그게 하늘의 이치야. 나만하더라도 젊었을 때 나를 따르는 여인이 많았지. 뭐 지금도 그렇지만 말이야. 후후훗.” 송현은 양휘소의 말에 묘한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알 수 없게 돼 버린 것이었다. “휴우-!” 이번에는 한숨까지 쉬자 송현은 얼굴을 더욱 묘하게 일그러졌다. “이 몸이 하나라는 것이 그렇게 원망스러웠다네.” 그렇게 앞만 보고 이야기하던 양휘소가 휙 송현을 향해 몸을 돌리더니 송현의 양어깨를 꽉 움켜쥐었다. 그의 두 눈은 반짝이는 별처럼 살아있었다. “사위!” 이제까지 부르지 않던 ‘사위’라는 호칭까지 붙이며 더욱 송현의 어깨를 잡았다. “자네는 꽃 중에 꽃만 취하게. 많다고 좋은 것은 아닐세. 알아들었나?” “아, 예!” “그리고!” 양휘소는 송현의 어깨를 앞뒤로 강하게 흔들었다. “이건 다시 남자가 아닌 장인으로 말하는 걸세.” “말씀하십시오,” “설린은 첫 번째가 되어야한다네. 알았나? 약속해줄 수 있겠나?” 송현의 머리는 복잡해졌다. 도대체 양휘소가 무엇을 말하려하는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도 약속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약속하겠습니다.” “그럼, 이 양휘소가 밀어주겠네. 사내의 길을 가게!” 양휘소는 송현을 당겨 꽉 안았다. 송현은 숨이 막히는 걸 간신히 참으며 티를 내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렇게 강한 포옹을 한 양휘소는 송현에게 떨어지더니 함지막한 미소를 보여주고는 그대로 몸을 돌려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송현은 그저 멍하니 양휘소가 들어간 방을 쳐다보았다. “에휴-!” 그저 왠지 무거운 짐을 양휘소에게 받았다는 느낌을 들며 자신의 방으로 들었다. 아무 생각없이 침상으로 걸어가 앉았다. 그리고 고개를 돌렸다. “헉!” 송현은 깜짝 놀라며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치며 침상위로 올가갔다. 쒸이이이잉 송현의 느낌이었을까, 아니면 실재로 방안에 차가운 바람이 불었을까. 아무 말 없이 팔짱을 끼고 표독스러운 눈을 하고 있는 양설린이 탁자에 앉아있었다. 숨소리마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아무런 미동도 없었다. “서, 설린.” 송현은 조금 말을 더듬으며 양설린의 이름을 불렀다. “누가 내 이름을 부르라고 했어요?” 날카로운 고음이 송현의 귓가에 날아와 퍽 하고 박혔다. “설린. 왜, 왜 그러시오?” “흥!” 양설린은 콧방귀를 끼며 고개를 팩 돌려버렸다. 송현은 어정쩡한 자세로 양설린에게 다가가 앉았다. “서, 설린.” 양설린의 이름을 부르며 슬그머니 손을 뻗어 그녀의 손을 잡았다. 딱 송현은 미처 양설린의 손을 잡기도 전에 손등에서 불이 났다. 양설린의 송현의 손등을 때린 것이었다. “왜 그 잘난 공주 손을 잡지 그러세요?” “내가 왜 공주마마의 손을 잡는다는 말이오.” 송현의 이마에는 굵은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그것도 식은 땀방울이었다. “왜요? 저 없이 아주 달콤하게 일주일이나 같이 여행을 하셨으면서. 아~주 재미가 좋았던 모양이죠?” “설린!” 송현은 양설린이 말도 안 되는 고집을 호통 치듯 양설린의 이름을 불렀다. “아니라면 그 공주가 왜 자신의 생일날 가가를 불러요?” 송현의 호통치는 목소리는 목소리도 아니었다. 양설린은 더 큰 목소리로 빽빽 소리를 질렀다. “흑흑흑, 어찌 저를 두고...” 그렇게 소리를 지르던 양설린은 고개를 푹 떨구더니 이내 어깨까지 들썩이며 울음을 터트렸다. 송현은 순식간에 멍해졌다. 조금 전까지 소리를 빽빽 지르던 그녀가 갑자기 부모라도 돌아가신 마냥 서럽게 울기 시작한 것이었다. 서러워도 그렇게 서러울 수가 없었다. “휴우-!” 송현은 한 숨을 내쉬었다. 그날 한잠도 자지 못하며 양설린을 달래고 달래야했다. 그렇게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양설린의 한마디로 마지막 결론이 났다. ‘나는 가가를 따라간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따라간다. 임은 내가 지킨다!’였다. 송시문과 여문희, 그리고 양휘소의 극진한 마중을 받으며 송현과 양설린은 길을 떠났다. 송현과 양설린은 꽤나 먼거리를 걸어와서야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송시문과 여문희 둘은 송현과 양설린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고 있었던 것이다. 집안대대로 조정의 녹을 먹는 문사 집안이라서 그런지 이제까지 볼 수 없었던 부모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송현은 약란공주의 생일잔치에 참가하면서도 사실 상당히 난감해했다. 그녀의 생일잔치가 한 달 후였고, 과거가 석 달 후였다. 어차피 북경으로 길을 떠난 이상 과거를 볼 때까지 그 곳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길을 떠나기 과거에 필요한 책들을 자신의 아공간에 넣었던 것이다. 이미 머리에 과거에 필요한 모든 지식들이 들어있기는 하지만 단순히 머릿속에 지식으로 들어있는 것과 실재로 과거를 보는 것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 여러 가지 생각에 송현은 아무 말 없이 걸었다. “흥!” 양설린의 콧방귀 소리가 벼락과도 송현의 귀에 쏙 들어가는 동시에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정신을 차리고 옆으로 고개를 돌렸지만 양설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서둘러 앞으로 쳐다보니 저 멀리 잰걸음으로 빠르게 걸어가는 양설린의 모습이 보였다. “설린!” 송현은 재빨리 다가가 양설린의 팔을 잡았다. “뭐가 그리 바빠서 서둘러 걸음을 때는 것이오?” 스르르륵 번쩍 정말로 송현의 귓가에는 이런 음향이 들렸다. 양설린의 눈동자가 돌아가는 소리, 그리고 매서운 안광이 번쩍이는 소리. “아주 집 나서서 공주 볼 생각을 하니까 좋은 모양이죠? 벌써부터 공주 생각에 집밖에 나와서 한마디도 안 하다니... 흑흑흑!” 표독스럽게 시작한 말은 어느새 다시 울음으로 바뀌어있었다. 누가 그랬던가. 남자는 여자의 눈물에 약할 수밖에 없다고. 그 말은 송현도 피할 수 없는 법칙인 것 같았다. 한참을 길을 걸으며 얼레고 달래 겨우 양설린의 눈물을 멈추게 할 수 있었다. “정말인가요?” “그렇소, 지금 당장이라도 백마사에 갑시다. 내 백마사에 있는 공주와 군주의 모습을 싹 지우고 내 사랑하는 설린의 기억으로 새롭게 채우겠소.” 송현은 양설린을 향해 큰소리를 탁탁 쳤다. “그렇게 말씀해주시 소녀는 기뻐요.” “그렇게 웃는 모습을 보여주니 나도 기쁘오.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지금 당장 갑시다.” 송현은 양설린의 허리를 감싸고 그대로 워프마법을 이용하여 백마사로 순간이동했다. 그 순간 송현은 보지 못했지만 양설린은 혀를 삐죽 내밀고는 웃고 있었다. ************************************************************************************* 타이핑 者 : [KOR]TheYtsejaM (당나귀 호환 P2P 프루나) 프루나에서 제가 타이핑한 소설들과 그 외 제가 모은 소설들을 공유했습니다. 검색어 : [KOR]TheYtsejaM 또는 TheYtsejaM 로 검색하시면 제가 공유한 파일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소유자가 1이라도 관계없습니다. 저는 항상 접속해 있으니까요. 제가 접속해 있지 않을 때는(파일이 안 받아지고 있을 때는) 제가 집에 없거나 파일 받기 대기 중일 겁니다. 기다리시면 하루 안에 반드시 받으실 수 있으실 겁니다. 무협도 엄청나게 많이(약 1기가 정도) 텍스트파일로 가지고 있는데 너무 파일이 많아서 그거 다 편집하려니 짜증나서 일단은 판타지만 공유중입니다. 무협도 필요하시면 프루나에서 메시지 전송 기능으로 쪽지 보내십시오. ************************************************************************************* 백마사(白馬寺) 낙양 교외에 위치한 유명한 고승지인 백마사 한 구석에 희미한 빛과 함께 한 쌍의 남녀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다름 아닌 송현과 양설린이었다. 둘은 다른 연인들과 마찬가지로 팔짱을 끼고 백마사를 들어서는 입구로 향했다. “응?” 둘은 동시에 백마사 입구를 비롯해 황실의 병사들이 곳곳에 보이자 같은 표정을 지었다. 양설린 역시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그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어서 빨리 송현을 데리고 저 백마사로 들어가 자신의 기억을 송현의 머릿속에 팍팍 심어줘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송현과 양설린이 백마사에 들어설 때 잠시 막아서던 병사들도 둘이 여느 연인들과 다름없다고 판단했는지 별다른 제재 없이 안으로 들여보내주었다. 명나라에서도 알아주는 고사(古寺)여서인지 요즘 한창 유행하는 건물들과는 많은 차이를 보여주었다. 지금과 같은 세련됨을 느낄 수는 없었지만 옛스러움이 한충 묻어났다. 단층이 벗겨진 곳곳에 세월의 깊이를 보여주는 나무의 본연의 색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숙연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백마사 곳곳을 둘러보던 그들은 마지막으로 백마사 중 가장 유명한 13층 전탑(塼塔)을 향했다. 벽돌 하나하나 아름다운 무늬가 새겨진 13층 석탑은 웅장하기 이를 데 없었다. “아-!” 양설린은 전탑의 아름다움에 흠뻑 취했는지 그녀의 입에서는 연신 감탄사가 절로 튀어나오는 듯했다. 송현은 그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대가 행복할 수 있다면 내 무엇이라도 못 해주겠소. 당신은 웃는 것이 예쁘오.’ 타타타타탁 그 순간 한 무리의 병사들이 우르르 탑을 향해 뛰어왔다. “모두들 탑에서 멀리 떨어져라.” 병사들을 이끄는 듯한 자가 탑을 구경하던 이들을 탑에서 멀리 띄어놓았다. 사람들 마다 인상을 쓰며 중얼거렸지만 어느 누구도 나서서 말하는 이가 없었다. 그저 웅성거리기만 할뿐이었다. 송현은 병사를 이끄는 자를 보는 순간 두 눈이 반짝였다. ‘안화? 안화왕부의 병사들인가?’ 예전 소선군주를 통해서 본 적이 있는 군복이었다. 소근 소근 송현의 옆에선 관람객들과 참배객들은 서로 고개를 끄덕이며 무엇인가를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무엇인가 이유가 있다싶어 송현은 귀를 쫑긋 세우고 주위의 소곤거림을 귀담아 들었다. “또 온 모양일세.” “그러게.” “하루가 멀다 하고 이 곳을 찾아오는 이유가 뭘까?” “그걸 내가 어예 아는가?” 송현은 대화하고 있는 참배객을 향해 조용히 다가갔다. “죄송하지만, 자세한 연유를 들을 수 있겠습니까?” 송현 뿐만 아니라 양설린도 그 사실이 궁금했는지 송현 곁으로 바짝 다가왔다. “어려운 부탁도 아니니 내 알려줌세.” 중년의 한 사내가 큰부탁을 들어주는 양 어깨를 으쓱였다. 그 모습에 송현은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감사합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오시는 분은 바로 안화왕부의 소선군주님이시네.” “소선군주님요?” 송현은 청순함을 가진 소선군주를 생각했다. 참으로 아름답고 소녀 같은 여인이었다. 송현에게 있어서 평범한 신분이라면 동생으로 삼고 싶은 그런 여인이었다. 한편 양설린은 소선군주라는 말에 두 눈이 크게 떠졌다. 이곳에서 그녀를 만난다고 생각하니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참배객의 뒷이야기가 궁금해서 꾹 참고 뒷이야기를 들었다. “이곳에 오면 항상 저 탑을 마지막으로 보고 간다네. 그런데 어찌된 연유인지 항상 깊은 한숨을 내쉬고 간다네.” “한숨이요?” 송현은 슬그머니 걱정이 들었다. 그때 그녀를 본 기억이 떠올랐다. 약란공주와의 불화음. 혹시나 그것이 아닌가라고 짐작을 해보았다. “그렇다네, 보는 우리의 가슴까지 아플 정도라네.” “언제부터입니까?” 송현이 다시 물어보자 양설린은 더욱 귀에 집중했다. 처음에는 그녀가 미웠지만 어떤 근심이 있다고 하니 왠지 안쓰러워졌다. “대략 두어 달쯤 된 것 같은데.” 참배객은 곰곰이 생각하더니 이내 무릎을 탁 쳤다. “글치, 생각이 났구만. 왜 전에 약란공주님과 함께 이 곳에 왔었다고 하던군. 왠 사내 둘과 함께 왔을 때라고 들었네. 그때부터 저렇게 이 곳에 와서 한 숨을 내쉰다고 하더군.” “말씀 감사합니다.” “감사는 무슨.” 송현은 그 둘에게서 떨어졌다. ‘나와 만난 후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은근히 소선군주에 대해 걱정이 들었다. 그런 표정을 보며 양설린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뭐? 이 곳에 온 이후로 저 탑을 보며 한숨을 내쉬어? 설마 가가를 향한 한숨은 아니겠지? 그래, 아닐 거야.’ 비록 자신이 송현에게 티격티격 대지만 사실 송현을 믿고 있었다. 아니 믿을 수밖에 없는게 현실이었다. “왔다.” 누군가의 나직한 외침에 시선들은 모두 한 곳으로 모아졌다. 한 여인이 병사들에게 둘러싸여 탑으로 오고 있었다. 연두빛이 감도는 궁장을 입은 여인이었다. ‘소선군주님.’ 송현은 저멀리서 오는 소선군주를 알아볼 수 있었다. 황실의 여인이라면 누구라도 화려한 장식구를 몸에 두를 법한데 소선군주는 장식 하나하나도 수수했다. 그런 모습이 오히려 소선군주를 돋보이게 했다. 소선군주는 전탑 앞에 서더니 전탑을 한참 올려다보았다. 그러나 그녀의 눈동자를 본다면 전탑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초점이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그저 눈동자만 탑을 향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 그녀의 고개가 떨어지더니 손가락에 끼워져 있는 푸른 옥가락지를 내려다보았다. 이내 다른 손으로 옥가락지를 만지며 한참을 서있었다. “하아-!” 깊은 한숨을 내쉰 소선군주는 고개를 들었다. 아무 말도 없이 소선군주는 몸을 돌렸다. “왕부로 돌아갈 것이다. 모두 채비를 하라.” 소선군주 옆에서 호위를 하던 장수는 소선군주의 뜻을 알아차리고 주위의 병사들을 향해 명령을 내렸다. “충!” “충!” 병사들은 절도있는 모습으로 돌아섰다. 걸음을 띠던 소선군주는 아쉬운 듯 탑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미처 탑까지 고개를 돌리지 못하고 마치 석상이 된 듯 소선군주는 그 자리에서 멈추어 섰다. “자, 잠깐.” 소선군주는 병사들을 모두 세운 후 한 곳을 한참 바라보았다. 석상이 되어 멈춘 소선군주는 평생 안 움직일 줄 알았던 그녀의 입이 살며시 벌어졌다. “소, 송 학사님!” 주위에서도 듣기 힘들 정도로 미약한 음성이 세어 나왔다. 소선군주는 한동안 한 곳을 보더니 한 걸음을 디뎠다. 한 걸음 두 걸음이 되고, 두 걸음이 세 걸음이 되었다. 웅성웅성웅성 갑자기 사람들은 뜻하지 않은 소선군주의 행동에 모두들 수군거렸다. 그 많은 사람들 중에 한 명, 유독 한 명만 눈에 불이 붙어있었다. 바로 다름 아닌 양설린이었다. 같은 여자로서 송현을 바라보는 소선군주의 감정을 알아차렸던 것이다. 송현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소선군주를 보며 어떻게 맞이해야 할지 몰랐다. 그렇게 머뭇거리는 사이 소선군주는 송현 앞에 도달해있었다. “군주마마를 뵈옵니다.” 송현은 한 다리를 굽히며 소선군주에게 예를 보였다. “일어나세요.” “예, 군주마마.” 송현은 소선군주의 명에따라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꼿꼿히 세웠다. “송 학사님, 오랜만이예요.” “그간 평안하셨습니까?” 송현은 편안한 미소로 소선군주의 안부를 물었다. “덕분에 편히 지낼 수 있었어요.” 소선군주의 얼굴에는 한딸기 꽃처럼 화색이 맴돌았다. “송학사님은 편하셨는가요?” “군주마마 덕분에 편하게 지냈습니다.” 송현과 소선군주가 대화를 할 때 양설린은 의도적으로 송현 옆에 바싹 다가가 섰다. 어깨를 쭈욱 폈다. 소선군주는 그런 양설린을 보았다. “그대는 누구인가요?” “양설린이라고 하옵니다.” 양설린은 그저 허리만 굽혀 자신을 소개했다. “설린, 그게 무슨 짓이오. 군주마마 앞에서!” 송현은 양설린을 꾸짖었다. 그러자 양설린은 마다못해 한쪽 무릎을 굽히며 재차 예를 펴려했다. 그녀의 얼굴에는 하기 싫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아니에요. 그냥 일어나세요.” 소선군주도 양설린의 그런 표정을 보았는지 굳이 예를 받지 않았다. 그녀의 관심은 지금 양설린에게 모두 모아져있었다. ‘저 아름다운 여인은 누구지?’ 소선군주가 보기에도 양설린은 너무나도 예뻤다. 마도제일화라 불리는 그녀의 미모는 소선군주와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사실 비교를 할 수 없었다. 서로의 미가 달랐기 때문이다. ‘송 학사님과는 무슨 관계일까?’ 양설린은 송현을 보며 생각에 잠긴 소선군주를 보며 송현의 곁에 더욱 바싹 다가섰다. ‘설마...’ 그 순간 소선군주의 두 눈동자는 격하게 요동쳤다. ‘아니야, 아닐 거야. 제발 아니라고 해주세요.’ 소선군주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런 마음을 담아 송현을 보았다. 그녀는 떨어지지 않는 입을 간신히 열었다. “송 학사님. 저, 저 여인은... 누구... 신가요?” 누가 들어도 애써 물어보는 질문이었다. “저와 혼례를 치를 여인입니다.” 송현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소선군주의 두 눈에서 왈칵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이 변했다. 지금 눈물이 흘러내려도 이상하지 않을 그런 눈이었다. “그, 그렇군요.” 소선군주는 주먹을 꼭 쥐었다. ‘울지마, 울지마. 소선아, 울지마! 지금 송 학사님을 뵌 것만 해도 하늘이 준 복이야. 그러니까 소선아... 울지마.’ 애써 울음을 꾹 참으며 뒤로 돌아섰다. 그러나 한 방울의 눈물만은 소선군주도 어쩔 수 없었는 모양이었다. 떼구르르르 그녀의 하얀 피부를 따라 맑은 수정같은 눈동자가 흘러내렸다. 소선군주는 재빠르게 소매를 들어 눈물을 훔쳤다. 그리고 송현을 향해 가벼운 몸동작으로 돌아섰다. “죄송해요, 눈에 먼지가 들어갔나 봐요.” “아, 아닙니다. 군주마마.” 양설린은 그런 소선군주를 보는 순간 머리에서 경종이 마구 쳤다. ‘위험해.’ 왜인지 소선군주를 보며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수록 양설린은 독한 마음을 먹었다. ‘백소영에게서도 가가를 지킨 나다. 어느 누구에게도 빼앗길 수 없어.’ 양설린이 그런 생각을 할 때 송현과 소선군주는 대화가 이어지고 있었다. “오랜 만에 뵈었는데 식사라도 같이 했으면 좋겠네요, 설린이라고 했죠?” “네, 군주마마.” 양설린은 소선군주의 말에 대답도 하기 싫었지만 송현을 보아 대답했다. 누가 들어도 대답하기 싫다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무성의한 목소리였다. “같이 가서 식사라도 해요.” “알겠습니다.” 그런 소선군주를 보는 송현의 눈빛은 따뜻했다. 마치 사랑스러운 동생을 보는 듯했다. 공주의 생일 잔치 안왕왕부 왕부답게 화려하고도 거대한 곳이었다. 곳곳에 병사들이 지키고 있어 황실의 힘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그런 왕부의 자그만 별채에 앞뜰 자그만 호수가 있었다. 그 위로 화려한 정자(亭子)가 수면위에 구름처럼 지어져있었다. 정자 위 선남선녀 셋이 있었으니 바로 송현, 양설린 그리고 소선군주였다. 차를 마시며 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가운데 양설린은 조용히 앉아있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송현과 소선군주가 이야기꽃을 피웠다. “송 학사님.” “말씀하십시오, 군주마마.” 송현의 말을 들은 소선군주는 미간에 옅은 주름이 잡혔다. “말끝마다 군주마마 군주마마. 안 쓸 수는 없나요?” “죄송하옵니다, 군주마마.” 송현의 말끝마다 붙는 군주마마는 이미 습관이 되어버린 듯했다. “또 그러시네요.” 소선군주는 살짝 눈을 흘겼다. 청초한 분위기가 나는 소선군주가 이런 표정을 짓자 상당히 아름다웠다. ‘흥, 이 개집이?’ 양설린은 지금 앉아있는 내내 속이 말이 아니었다. 부글부글 끓는 솥단지마냥 열기가 머리끝까지 차오르다 못해 넘칠 지경이었다. 만약 앞에 있는 소선군주가 황실의 여인이 아니었으면 경을 쳤어도 벌써 경을 쳤을 것이다. 그런 소선군주를 보며 웃고 있는 송현을 보자 양설린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손을 쭉 뻗어 송현의 허벅지를 콱 꼬집었다. ‘크흑!’ 송현은 입 밖으로 소리도 내지 못하고 아픔을 속으로 삼켜야했다. [하하하하, 호호호호, 재미가 아주 좋으시네요.] 양설린은 전음을 보내는 가운데 더욱 손가락에 힘을 주고 송현의 허벅지 살을 쥐틀었다. 양설린이 송현의 허벅지를 꼬집자 송현의 얼굴은 아픔을 참는다고 뻘게졌다. “송 학사님, 어디 아프세요?” “아, 아닙니다.” 송현은 애써 웃음을 지었다. ―서, 설린. 군주마마 앞에서 무슨 짓이오? [흥! 어디 나중에 봐요.] 이렇게 이야기를 주고받을 때 소선군주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송현과 양설린을 번갈아 보았다. 양설린은 그런 소선군주를 보며 화사한 미소를 지었다. 소선군주는 조금 전 송현과 양설린의 어색한 모습 뒤에 더욱 활짝 웃는 양설린을 보며 대략적인 분위기를 알아차렸다. 소선군주는 조금 어색한 미소로 양설린의 웃음을 맞받아주었다. 그렇게 둘은 한참을 미소를 지은 채 마주보았다. 순간 어색한 공기가 흘렀다. “참으로 미소가 예쁘네요.” 소선군주는 양설린의 미소 띤 얼굴을 보며 칭찬 어린 말을 했다. “아닙니다. 제가 보기에는 군주마마의 미소가 더욱 예쁜 것 같습니다.” 양설린도 거기에 지지 않고 답했다. “그렇게 말을 해주니 감사해요.” 의외로 소선군주에게도 당찬 면이 있었다. 소선군주는 송현을 만난 후로 그를 사모하게 되었다. 밤마다 하나밖에 없는 옥가락지를 보며 송현이 찾아오기를 빌고 또 빌었다. 그런 송현을 하늘이 도와서일까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옆에 양설린이 있었다. 순간 마음이 아팠지만 참을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눈앞에 둘을 보니 장말 잘 어울린 다고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만은 질투가 났다. 비록 자신이 싸워 송현을 차지하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이순간만은 그녀에게 지고 싶지 않았다. 그것뿐이었다. 송현은 그녀 둘 사이에 끼여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했다. 원채 여자의 마음을 잘 모르는 송현으로는 지금 왜 이런 분위기가 흐르는지 알 수없었다. 그러는 사이 기다리던 음식이 나왔고 탁자위에 놓였다. 화려한 식단이었다. 평상시 보지도 못한 음식들이 태반이었다. “자 다들 맛있게 드셨으면 하네요,” 소선군주가 먼저 젓가락을 들었다. 양설린은 얼른 젓가락을 집어 송현의 손에 쥐여주었다. “가가, 많이 드세요.” 양설린은 ‘가가’라는 단어에 힘을 주었다. 그 순간 소선군주의 이마가 실룩거렸다. “송 학사님. 이거 드셔보세요. 삼배계라는 음식으로 닭을 주재료로 한 거예요.” 소선군주는 직접 고기와 함께 야채를 직접 젓가락을 집어 송현의 밥 위에 올려주었다. 송현이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짓자 소선군주는 슬쩍 양설린을 보고는 더욱 미소를 지었다. “저의 성의를 무시하는 건가요?” “아, 아닙니다.” 송현은 직접 소선군주가 음식을 집어주자 당황했다. 먹자 그러니 마음이 편하지 않았고 그렇다고 안 먹자니 소선군주의 명을 어긴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음을 느끼고 송현은 젓가락을 들어 소선군주가 놓아준 닭고기를 들어 입안에 넣었다. 소선군주가 말한 대로 입안에 살살 녹을 정도로 감칠맛이 났다. “아주 맛있습니다. 군주마마께서도 어서 드십시오.” 송현의 말에 소선군주는 살짝 어깨를 으쓱거리며 양설린을 보았다. 그 행동에 양설린은 약이 바싹 올랐다. 양설린도 질 수 없었는지 자신의 앞에 있는 음식을 하나 집었다. “가가, ‘아!’하세요.” 양설린은 음식을 들고 송현의 곁에 바싹 붙었다. “서, 설린. 군주마마 앞에서 이게 무엇이오.” 송현은 나직이 양설린을 보며 호통 아닌 호통을 쳤다. 그 순간 소선군주의 입가에 득의에 찬 미소가 걸렸다. 한편 양설린은 얼굴에 풀이 죽으며 젓가락을 힘없이 내려놓았다. 송현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냥 밥 위에 올려놓으시오. 내 맛있게 먹으리라. 여자는 남자의 사랑을 먹고 사는 동물이라고 누가 그랬던가. 지금 양설린의 모습이 딱 그 모습이었다. 그냥 단순한 송현의 말이었지만 금세 얼굴에 화색이 돌며 젓가락을 다시 들어 송현의 밥위에 반찬을 올려주었다. 송현은 내심 한숨을 쉬며 젓가락을 움직여 양설린이 준 음식을 먹었다. “맛있구려.” 송현의 그 한마디에 이번에는 양설린이 소선군주를 향해 찐득한 미소를 보냈다. 그때부터는 그녀들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번갈아 가면서 송현의 밥 위에 반찬을 올려다놓기 시작한 것이었다. 송현은 겉으로 표현도 못하고 그저 속으로 한숨만 내쉬며 받아먹었다. 맛도 느끼지 못했다. 그저 무언의 압박으로 먹고 또 먹었다. 그렇게 많이 차려진 음식의 대부분을 송현의 입으로 들어갔다. 배가 가득 차 더 이상 먹을 수 없었는데도 먹고 또 먹었다. 고문이 따로 없었다. 온 몸의 마나를 이용하여 위안에 들어오는 음식들을 꽉꽉 눌러 위 한편에 차곡차곡 쌓으면서까지 먹고 또 먹었다. 마나를 이렇게 쓰고 있는 자신이 괜히 한심스러워졌다. “꺼어억!” 송현은 소화가 안 되는지 가슴을 탁탁 치며 연신 트림을 했다. 양설린은 송현의 속이 좋던지 나쁘던지 신경도 쓰지 않고 의자에 앉아 송현을 무시무시한 눈으로 째려보고 있었다. 그것에 또 신경이 쓰여 송현은 좀처럼 소화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흥! 벌 받는 거니까 그래 아세요.” “서, 설린. 오늘 도대체 왜 그러는 거요?” 송현은 오늘 양설린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다. “정말 아무것도 모른단 말이에요?” 양설린은 송현을 쥐 잡아 먹듯이 노려보았다. 송현은 그런 표정의 의미를 몰랐다. 그런 마음이 얼굴에까지 나타났다. “휴우-!” 양설린은 한숨을 쉬었다. “설린.” 양설린은 고개를 들어 송현의 두 눈동자를 보았다. 아무리 보아도 도통 무슨 말인지 모른다, 라고 적혀있었다. “가가께서 그리 떠받드시는 군주마마께서 가가를 좋아한단 말이에요. 아시겠어요?” 양설린은 자신이 느낀 소선군주의 마음을 송현에게 말해주었다. ‘이 정도면 충분히 알아듣겠지?’ 그렇게 생각했지만 그건 양설린만의 크나큰 착오였다. “푸하하하하하!” 송현은 뭐가 그리 웃긴지 배까지 잡으며 웃었다. “설린, 농담이 농하오.” 양설린은 어이가 없었다. “사실이란 말이에요.” “어허! 설린, 그만하시오. 어찌 황실의 귀한 군주마마가 나 같은 촌부를 좋아한단 말이오. 행여나 누가 들을까 두렵소.” 송현은 양설린에게 등을 돌리며 앉았다. “등이나 두들겨 주시오. 이거 영 소화가 안 되서.” 송현은 팔을 들어 등을 가리켰다. ‘휴우-!’ 양설린은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송현을 보며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쉬었다. 송현의 등을 두드리는 내내 아마 오늘 하루 내쉰 한숨이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내쉰 한숨보다 많을 것이라 생각했다. 조금 속이 좋아졌는지 송현은 다시 몸을 돌려 양설린과 마주하고 앉았다. “설린, 설린이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설린 밖에 없소. 아시겠소?” 송현은 팔을 뻗어 양설린을 살며시 안아주었다. “정말이지요?” “그렇소.” “약조해주세요.” “내 약조하리다.” 그제야 양설린의 마음은 조금 풀렸다. 그부터는 양설린도 더 이상 소선군주를 생각하지 않았다. 애써 관심사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 한참을 다정하게 이야기하던 양설린은 송현에게 물었다. “근데 군주마마는 가가를 왜 찾아오라고 했나요?” “글쎄, 나도 모르겠소. 그냥 예의상 한 말이 아니겠소?” 양설린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송현이 그것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음을 알고는 그냥 입을 닫았다. “참! 근데 만약 가가께서 왕부를 가더라도 군주마마를 뵙기 힘들텐데. 확실히 황실 사람들은 그런 것에 대해서는 별 생각이 없는 것 같아요.” 양설린은 온실에서 자란 소선군주를 적당히 수위조절을 하며 송현의 신경을 긁지 않는 범위에서 은근히 씹었다. “내가 보기에는 그렇지 않았소. 생각도 많고 아랫사람에게 하는 걸로 보아 그렇지는 않은 것 같소. 설린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욱 품위가 있다고 생각이 드오.” 송현이 소선군주에 대해 좋게 말하자 양설린은 은근히 배알이 뒤틀렸다. 송현의 입에서 다른 여자이야기가 나오는 것 자체가 싫었던 것이다. “무작정 찾아오라고 한 소선군주의 행동은 잘못된 것이에요.” “아니오, 이것 보시오.” 송현은 품에서 작은 손수건을 꺼내어들었다. 그리고 신주 모시듯이 조심조심 폈다. 작은 손수건 사이로 푸른빛이 영롱한 한 짝의 옥가락지 하나와 화려한 금반지 하나가 있었다. 양설린은 푸른 옥가락지가 어떤 가락지인지 생각났다. 오늘 내내 소선군주가 만지작 거리던 옥가락지였다. 원래 쌍으로 된 것인데 하나만 찌고 있어 이상하다, 라고 생각했었다. 그런 반지가 송현의 품에서 나온 것이었다. “군주마마께서 주신 것이오. 자신을 찾아와 이것을 보여주면 군주마마를 뵐 수 있다고 하셨소.” “네?” 양설린은 기가 막혔다. 여인이 남자에게 반지를 준다는 의미가 무엇인가. 더욱이 송현의 얼굴로 보아 그런 의미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 말은 안 했지만 집안 대대로 가보로 내려 보낼 것만 같은 그런 표정이었다. 문득 송현이 펼친 옥가락지 외에 화려한 금반지 하나가 더 있음을 알아차렸다. “이 반지는 또 무엇인가요?” “아! 이것 말이오?” “네.” “이건 공주마마께서 주신 것이오. 황제폐하의 첫 공주마마이신 약란 공주마마께서 주신 것이오. 의미는 소선군주와 같소. 나중에 찾아오라며 주신 것이오.” 당당히 그리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송현을 보며 양설린은 이마를 짚을 수밖에 없었다. ‘소선군주만이 아니고 약란공주까지? 내가 못살아. 도대체 어떻게 행동하고 다니길래.’ 양설린은 자랑스럽게 반지 두개를 내려다보는 송현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쑥맥! 에효-!’ 그리고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내 남자는 내가 지켜야겠어. 우리 가가를 넘보는 계집이 하나도 아니고 둘이니 앞으로 정신 바짝 차려야겠어. 하긴 우리 가가(哥哥)각 잘나기는 했지.’ 한편 다른 어느 방에서는 하염없이 여인의 한숨소리가 들렸다. “휴우-!” 땅이 꺼질 듯이 한숨을 내쉬는 여인은 다름아닌 소선군주였다. ‘내가 왜 그랬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양설린에게 지지 않고 송현에게 음식을 집어준 것은 아니었다. ‘송 학시님께는 연인도 있었는데.’ “휴우-!” 다시 한 번 한숨이 절로 내쉬어졌다. 소선군주는 머리를 세차게 흔들고는 촛불을 끄고 침상에 누웠다. 그렇게 눈을 감고 있어도 온통 송현 생각밖에 나지 않았다. 양설린이 죽을 만큼 부러웠다. 그러면서 질투도 났다. 소선군주는 고개를 다시 흔들었다. 그렇게 송현 생각에 미소 한 번 짖고, 양설린 생각에 한숨 한 번 내쉬고, 질투하고. 그리고 고개를 흔들고. 그렇게 꼬박 밤을 지새웠다. 화려한 마차와 함께 마차를 호위하는 병사들의 모습은 장대하기까지 했다. 안화왕부의 소선군주가 이번 약란공주의 생일에 맞추어 북경으로 가는 행렬이었다. 화려한 마차 안에는 소선군주와 송현, 양설린이 함께 하고 있었다. 송현이 약란공주의 초대를 받아 북경의 자금성으로 간다는 것을 알고는 소선군주가 동행을 요청한 것이었다. 양설린은 소선군주의 동행을 탐착치 않게 생각했지만 송현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같이 동행하게 되었다. 자신이 소선군주가 보기 싫다고 북경으로 가지 않게 되면 저 보기 싫은 여우인 소선군주와 송현이 함께 있기 때문이었다. 양설린은 죽으면 죽었지 그 둘만 함께 있는 것은 보지 못했다. 오랜 시간 마차에서 서로 얼굴을 맞대고 있으니 오고가는 말의 수가 줄어들었다. 셋 모두 아무 말 없이 마차로 보이는 풍경을 내다보고 있었다. “양 소저의 집안은 어디인가요?” 지루함을 참지 못했는지 소선군주가 양설린에게 말을 걸었다. “마교입니다.” “마교요?” “네!” 소선군주는 양설린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미, 미안해요.” 소선군주는 미안함을 얼굴 한가득 표현하며 양설린에게 사과했다. “네?” “집이 마교라고 했으면 어떤 종교 단체에서 크셨네요. 그럼 부모님은 언제... 돌아가셨나요?” 소선군주는 무림에 대해 아는 것이 없어 그저 양설린이 고아라고 생각해 버렸던 것이다. “저의 아버지께서 마교 교주이십니다.” “어머! 그래요? 착실한 부모님을 두셨네요.” 양설린은 소선군주가 자신을 놀리는지 아니면 정말 모르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아무리 모른다고 해도 중원에서 마교를 모른다고 생각하니 어이가 없었다. 한편 양설린의 아버지인 양휘소를 보고 착실하다고 하니 더욱 기가 막혔다. 뭐 자신에게는 한없이 다정한 부모이기는 하지만 한때는 중원 무림을 공포를 떨게 한 장본인이었기 때문이다. “군주마마.” 소선군주는 송현이 자신을 부르자 얼굴이 밝아졌다. “말씀하세요.” “마교는 종교단체라기보다는 무림문파에 가깝습니다. 즉, 무당파나 소림사를 생각하시면 편하실 것 같습니다.” 송현은 소선군주가 무림에 대해 거의 아는바가 없다고 판단하고 그녀의 이해를 돕기 위해 설명해주었다. “아! 소림사요. 그럼 병사들이나 금의위와 같이 무예를 하시나요?” “네!” 양설린은 건성으로 대답하고는 창문 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북경으로 가는 내내 이런 식의 건조한 대화만이 오고갔다. 그러나 마차 안에서는 팽팽한 신경전이 오고갔다. 소선군주의 시선 대부분은 송현에게 머물러있었고 그 사실을 아는 양설린은 그럴 때마다 송현에게 곁에 더욱 다가앉으며 기대곤 했다. 그러고 나서 둘의 시선이 마주치면 치열한 눈싸움이 시작되는 것이었다. 그러다 부질없음을 느끼고 눈싸움을 거두곤 했다. 그러면 둘은 항상 후회를 했다. 소선군주는 해서는 안 될 질투에 속상해했고 양설린은 아무런 이득 없는 싸움에 지쳐버리곤 했던 것이다. 그러나 다람쥐 바퀴처럼 같은 신경전은 북경에 도착하는 내내 계속되었다. 그런 사실을 송현은 까마득하게 모르면서 혼자 편하게 길을 왔던 것이었다. 어느새 길을 떠난 지 보름이 지나 북경에 들어섰다. 송현은 처음 와보는 북경에 마음 설렜다. 그건 양설린도 마찬가지인 듯 연신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구경하기 여념이 없었다. 중원을 다스리는 황제가 있는 곳인 만큼 북경은 거대했다. 길 하나만 봐도 시원하게 느껴질 만큼 그 넓이가 상당했다. 스쳐지나가는 사람들 수만 해도 여느 도시에 비교될 바가 아니었다. 북경에 들어서고도 30여 분을 더 달려서야 자금성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아직 날짜가 3일정도 여유가 있었다. “군주마마. 저희는 이만 물러갈까 하옵니다.” 송현은 자금성 안에 들어갈 수 없어 일단 헤어지자고 말을 꺼냈다. “그냥 저랑 같이 들어가면 어떨까요? 송 학사님 쉴 수 있는 방 하는 제가 구해드릴 수 있어요.” “아, 아닙니다. 저희는 이만 물러갔다가 공주마마 생신 때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소선군주도 더 이상 자신의 뜻을 권유할 수 없음을 느꼈다. “그럼 송 학사님 편하신 대로 하세요.” 송현과 양설린은 마차에서 내리며 소선군주와 인사를 나누었다. 송현은 소선군주의 마차가 자금성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서야 그 자리에서 발을 떼었다. “아하-! 북경이 수도이긴 수도인 모양이오. 안 그렇소, 설린?” “그렇네요.” “일단 방부터 잡읍시다.” 수도의 대작대로를 걸어 제법 운치가 있는 객잔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날 저녁 둘은 북경의 곳곳을 둘러보며 오붓한 시간을 보냈다. 송현은 여인들의 패물을 파는 곳으로 가서 밋밋한 금팔찌 하나를 샀다. 그냥 맨손으로 약란공주의 생일에 갈 수없었기에 마법물품이라도 하나 만들어줄 요량으로 샀다. 8서클에 오른 지금 세공자(細工者)를 찾아가 마법수식을 일일이 적을 필요가 없어 품에 넣고 객잔의 방으로 돌아왔다. 송현은 탁자에 무늬가 없는 밋밋한 금팔찌를 올려놓고 송현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가가, 뭘 하시나요?” “공주마마께 드릴 선물을 만들려고 하오.” “만드신다고요?” 양설린은 조금 놀란 듯 송현에게 되물었다. “공주마마께서 받으시는 선물은 다들 귀한 것일 건데 내가 그런 것을 구할 수는 없지 않소. 그러니 마법을 부여한 장식구나 하나 만들어 드리려고 하오.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것일 테니 좋아하실 것 같아서 그렇소. 설린 생각은 어떻소?” “나쁘지는 않는 것 같네요. 그런데 왜 안 만드시나요?” 양설린은 고민하고 있는 송현을 보았다. “무엇을 세길까 고민 중이오. 무인도 아니니 팔찌에 공격 마법을 새길 수 없으니 무엇을 새겨야 공주께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고민 중이오.” 양설린 자신은 마법을 모르니 어떻게 도울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저 송현이 편하게 생각할 수 있도록 따뜻한 차를 가져오는 것이 양설린이 할 수 있는 일 전부였다. 송현이 그렇게 생각에 빠져있을 때 해가 저물고 밤이 찾아왔다. 낮밤 기온의 차이가 꽤 났는지 창문을 통해서 제법 쌀쌀한 바람이 불어 들어왔다. “가가, 날씨가 제법 쌀쌀해졌는데 창문 닫을까요? 낮과 밤의 기온 차이가 제법 나네요.” 송현은 양설린의 말을 듣자 머릿속에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 세이프가드! 바로 그거야!’ 송현이 생각한 것은 세이프가드라는 마법이었다. 이것은 마법물품을 만들때 쓰는 전용 마법으로 이 마법으로 물품을 만들면 마법물품을 착용한 자는 항시 적당한 온도를 느끼게 되는 것이었다. 즉, 날이 추울 때는 따뜻하게 해주며 날이 더울 때는 시원하게 해주는 마법이었다. “설린, 고맙소.” 송현은 하늘을 날것처럼 기쁜 표정을 지으며 송현의 손을 잡고는 뛰어다녔다. 양설린도 덩달아 송현의 그런 모습을 보자 자신의 일처럼 기뻐해주었다. 정확히 무슨 일인지는 몰랐지만 그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것 자체로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다. 송현은 탁자에 앉아 금으로 된 민무늬 팔찌를 들었다. 그런 모습을 보자 양서린은 은근히 질투가 났다.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팔찌가 약란공주에게만 가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가가!” “왜 그러시오?” 송현은 고개를 들어 양설린을 올려다보았다. “저기...” “말하시오.” 송현은 조금 우물쭈물하는 양설린을 보며 왜 저럴까, 라는 생각을 했다. 한편 궁금하기도 했다. “……나중에 저도 만들어주세요.” “하하하하, 그게 뭐가 어려운 부탁이라고 그렇게 뜸을 들였소? 내 더 예쁘게 하나 만들어 드리리라.” “정말요?” 양설린은 활짝 웃었다. 송현은 기뻐하는 양설린을 보며 사랑스러움을 보았다. 때로는 저렇게 소녀같은 모습이 너무나도 좋았던 것이다. 송현은 서둘러 세이프가드 마법 수식을 정리하고 심볼 마법으로 팔찌에 새겨넣었다. 반영구적으로 쓰기위해 마나를 모으는 수식까지 겸비된 것이라 조금 어려움도 많았다. 다행히 세이프가드 마법이 그리 마나를 크게 쓰는 것이 아니어서 마나를 따로 모아야하는 보석 같은 건 필요하지 않았던 것이다. 탁! 다 만들어진 팔찌를 소중히 자그만 상자에 넣었다. ‘이로서 끝!’ 송현은 시원하게 기지개를 폈다. 이제 내일 자금성에 들어가 약란공주를 보고 이것을 전해주면 끝이었다. 사실 약란공주가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기에 선물만 전해주고 조금 자리를 지키다 나올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양설린을 홀로 나두고 객잔에 나온 송현은 서둘러 자금성으로 향했다. 한편으로 양설린을 오늘 하루 혼자있게 한다는 것이 조금 마음에 걸리기는 했지만 이내 자금성에 간다는 생각에 조금 설렜다. 공주가 머무는 예화전(霓花殿)이 자금성의 서쪽에 위치하기에 자금성의 서쪽 궁문인 서화문(西華門)으로 향했다. 소선군주와 왔을 때 저금성을 대략 한 번 보았지만 실재로 이렇게 가까이 다가와 보자 그 웅장함에 기가 죽을 정도였다. 전체적으로 붉게 물들인 벽은 그 끝을 모르게 우뚝 솟아있었으며 궁문에 세워진 각루에는 눈빛을 번뜩이는 병사들이 밖을 세세히 살피고 있었다. 송현은 숨을 한 번 크게 들이마시고는 서화문으로 걸어갔다. 착 두 명의 병사가 창을 포개며 송현을 막아섰다. “무슨 일이오?” 한 병사가 감정 없는 사무적인 말투로 송현에게 용건을 물었다. “약란 공주마마의 생신잔치에 초대를 받아 이렇게 왔습니다.” “공주마마의 생신?” 병사는 송현의 위아래를 눈동자로 쭈욱 훑어보았다. “잔말 말고 썩 꺼지거라.” 병사는 송현의 말을 못 믿는 눈치였다. 그도 그럴것이 공주의 생일에 초대받는 자들은 하나같이 고관대작이거나 거기에 걸맞은 자들이었다. 그렇다면 최소한 고급스러운 옷은 기본이오, 이 앞까지 가마나 마차를 타고 와야 옳은 것이었다. 그러나 송현은 아무리 잘 보아도 깨끗한 청삼(靑衫)을 입고 있다지만 고급스러운 비단은 아니었다. 단지 백발에 백미(白眉)가 조금 거슬리기는 했지만 그런 것에 신경 쓸 필요를 못 느꼈다. “정말이오.” “어허! 젊은 양반이 아침을 잘못 먹었나. 썩 꺼지시오.” 병사는 귀찮다는 듯 손사래를 쳤다. “이보시오. 나는 공주마마께 초대를 받았다고 하지 않았소.” “정말 이 양반이. 경을 당하고 싶나. 죽고 싶지 않으면 썩 물러가!” 두 눈을 부릅뜨며 송현을 노려보며 협박 아닌 협박을 했다. 도저히 말로 안 되자 송현은 약란공주가 보낸 초대장을 병사에게 보내주었다. 병사는 초대장을 펼쳐보며 나머지 한 손으로 콧구멍을 이리저리 팠다. 하지만 일개 병사가 글을 알 리가 없었다. “이런 종이 쪼가리를 가져와서 누굴 속이려 들어? 어!” 병사는 코를 파던 손으로 초대장을 잡더니 그대로 찢어버리려 했다. “헉!” 송현은 놀라며 재빠르게 마나보법을 밟으며 병사에게 다가갔다. “홀드!” 일단 병사의 몸을 속박시키고는 재빨리 병사의 손에 들린 초대장을 다시 회수했다. 다행히 초대장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 송현은 한숨을 내쉬며 병사를 홀드마법에서 풀어주었다. 삐이익 그 순간 맞은편에 있던 병사가 호르라기를 입에 물고 불기 시작했다. ‘이, 이런!’ 송현은 자꾸 일이 꼬이자 난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투다다닥 투다다닥 예닐곱 명의 병사들이 각기 창을 들고 뛰쳐나왔다. 그리고 송현을 향해 위협하며 창대를 겨누었다. “네 놈은 누구길래 감히 자금성에서 횡포를 부리느냐?” 병사들 사이로 하급장수인 듯한 나오며 송현을 향해 호통쳤다. “그것이 아닙니다. 실은...” “시끄럽다. 우리를 보고도 아직 사라지지 않을 것을 보니 목숨...” 그때. “우히이이잉.” 노새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병사는 물론 하급 장수까지 깜짝 놀라며 허리를 숙였다. “어르신, 오랜만입니다.” 하급 장수는 송현을 제쳐두고 앞으로 뛰어갔다. 송현은 고개를 돌려 하급 장수가 왜 저러는지 알아보았다. 송현의 눈에 들어온 것은 한 마리 노새 위에 타고 있는 늙은 학사였다. 그러나 딱 한 눈에도 그저 나이만 먹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잠시 저런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잠시 빛이 가렸지만 자연스럽게 범접하기 어려운 기운이 묻어나왔다. 고급 비단도 아닌 그저 무명옷감으로 만든 하얀 백삼을 입고 있었다. 그러나 그 어떤 비단 옷보다 저 노인에게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하얀수염이 가슴까지 내려와 있는데 아주 푸근한 인상과 함께 여유로워보였다. “허허허, 그래 무슨 일인가?” 백삼의 노인은 수염을 매만지며 하급 장수에게 자금성 서화문에 병사들이 모여있는 것의 이유를 물었다. “저기 있는 저 학사 때문입니다.” “학사?” 백삼의 노인은 잠시 흥미가 갔는지 고개를 돌려 송현을 보았다. 그로인해 송현과 백삼의 노인은 허공에서 눈이 마주쳤다. 잠시 서로 응시하던 노인은 노새에서 살짝 뒤어내리더니 느릿한 발걸음으로 송현에게 걸어갔다. “거기 젊은 문사 분은 어찌 이렇게 병사들과 대치하고 있소?” “이번에 약랑공주마마의 생신에 초대되어 이렇게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송현은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보통의 노인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에서거 품어져 나오는 기운도 그러하지만 하급 장수를 대하는 태도를 보건데 일반 초로(初老)라면 저렇게 행동할 수 없었다. 그리고 하급 장수의 태도에서도 존경의 마음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백삼의 노인은 살짝 눈빛을 발하였다. “그렇다면 들어가면 될 것을 왜 여기서 실랑이를 하고 있는 게요?” “그것이 잠시 오해가 생겨서 그렇습니다.” “그렇소?” “네!” 그렇게 다시 둘은 서로의 눈을 응시했다. “아이구, 어르신. 저런 학사 놈... 학사 분이 공주마마의 초대를 받을 리 없지 않습니까?” 하급 장수는 송현을 가르켜 놈이라 지칭하다고 백삼의 노인을 보며 다시 분이라는 호칭으로 바꾸었다. “어허, 이보게.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고 내 누누이 말했건만.” “하, 하지만...” 백삼의 노인은 하급 장수에게 부드럽게 설교를 하고는 송현에게 다가갔다. “안 보인다고 안 믿지 말고, 보인다고 다 믿지 마라라.” 그저 뜬금없는 말을 읊었다. 아마 저 하급 장수에게 어떤 가르침을 주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그러는 동안 송현의 앞에 섰다. “공주마마의 생신에 초대를 받았으면 그만한 무엇을 가져왔을 것 같은데. 안 그런가, 젊은이?” 송현은 아상하게 절로 품에 손을 넣어 약란공주가 보낸 초대장을 꺼내어들었다. 백삼의 노인은 초대장을 보더니 방긋 웃었다. “맞네. 자, 젊은이 나도 거기에 가는 길이니 나와함께 가세나.” 백삼의 노인이 송현을 끌고 자금성 안으로 들어가려 하니 하급장수가 급히 뛰어왔다. “어, 어르신.” 백삼의 노인은 송현의 초대장을 하급 장수에게 보여주었다. “이게 진짜인지 거짓인지...” “어허, 보고도 믿지 못하면 어떻게 하는가?” “조금 전 보이는 것도 다 믿지 마시라고...” 하급 장수는 고개를 연신 갸웃거렸다. 그 모습에 그저 노인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 “내가 책임지겠네.” 백삼의 노인은 그렇게 말을 하고는 송현은 데리고 자금성 안으로 횡하니 들어갔다. 하급 장수도 병사들도 머뭇거리다가 그냥 통과시켜주었다. 자금성 안에 들어온 송현은 도시에 온 촌놈마냥 백삼의 노인을 따라가기 바빴다. “조금 전에는 감사했습니다.” “뭘 그런 걸 가지고 그러나. 어서 빨리 서두르세나. 이대로는 늦겠네.” “알겠습니다.” 송현은 종종 걸음으로 걷고 있는 백삼의 노인을 따라갔다. 그러던 중 경황이 없어 통성명조차 못했다는 것을 알았다. “송현이라고 합니다.” “이몽양이라는 볼 것 없는 늙은이라네.” “네?” 송현은 백삼의 노인의 말을 들으며 깜짝 놀랐다. 이몽양이 누구인가? 현 당대 최고의 시인이자 대학자였던 것이다. 송현은 깜짝 놀라 멍하니 그를 보며 뒤따라갔다. 무엇이라도 이야기를 하고 싶었지만 송현이 정신을 차렸을 때쯤 이미 공주가 머무는 예화전에 도착했다. 예화전의 앞뜰에는 여러 탁자가 각 열을 사이를 두고 2열로 길게 늘어져있었다. 그리고 2열이 만나는 곳에 하나의 탁자가 놓여져 있었다. 즉, 질서정연하게 ‘ㄷ'자 모양으로 되어있었다. 그곳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와있었다. 송현은 아는 사람도 없어 그저 조용히 말석인 탁자의 맨 끝으로 가 조용히 앉았다. 어느 누구도 송현에게 관심을 가지는 자가 없었다. 단지 백발에 잠깐씩 눈길 한 번 주는 것이 다였다. 대부분의 인물들이 송현 자신의 나이와 비슷해보였다. 아무래도 공주의 나이가 나이인 만큼 자신과 비슷한 또래들이 모인 것이 아닌가 싶었다. 송현은 그저 자리에 앉아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시간을 때웠다. 스르륵 털썩 옆에서 의자 끄는 소리가 나고 누군가 앉는 소리가 났다. 송현이 고개를 돌려보니 조금 전 자신을 데리고 왔던 이몽양이 앉아있던 것이었다. “어찌, 이런 말석에 앉으십니까?” “나 같은 늙은이가 이런 자리에 어울 리가 있겠는가?” “아, 네!” 송현은 이 곳의 대부분이 젊은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주위를 돌러보니 유독 눈에 띠는 사내가 있었다. 나이는 자신과 비슷해보였다. 그를 중심으로 많은 이들이 모여 있었다. 얼굴도 호남형에 체격도 딱 보기 좋을 정도였다. 단지 자색의 화려한 비단옷을 입었는데 그 사치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그리고 왠지 웃을 때의 미소가 보기 좋지 못했다. 비열해 보이기도 하는 것이 왠지 좋은 관상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 옆에 있는 사내로 시선이 갔다. ‘저 자는?’ 그 옆에서 함께 웃으며 이야기 하는 한 사내는 송현 자신도 알고 있는 자였다. 예전 자신과 비무했던 양우생이었다. 영하양가의 장남으로 놀라운 실력의 창법을 자신에게 보여준 자였다. 비무를 끝으로 안 좋게 헤어졌지만 기억에 남는 사람이었다. 둥 둥 둥 둥 둥 북소리가 울렸다. 각기 모여 대화를 나누던 이들은 모두 조용해지며 한 곳으로 시선이 집중되었다. “공주마마 납시오.” 한 환관의 가날픈 목소리에 이어 한 무리 여인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앞에 약란공주를 비롯해 수많은 궁녀들이 함께했던 것이었다. 약란 공주의 옆에 있는 여인들이 있었다. 옷으로 보아 궁녀는 아니었다. 그 중 소선군주가 함께 있는 것으로 보아 공주나 군주들 같아보였다. 약란공주와 소선군주가 자리에 앉자 모두가 주위의 눈치를 보며 자신에게 적당한 위치를 찾아 자리에 앉았다. “모두들 생일에 찾아와줘서 고마워요.” 약란공주가 자리에 앉은 이들을 훑어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공주마마의 생신을 감축드립니다.” 조금 전 송현의 눈길을 끌었던 자색 비단옷을 입었던 사내였다. “임 소협, 그렇게 말씀을 해주시니 감사하군요.” 그것을 시작으로 많은 이들이 앞다투어 공주에게 축하의 인사를 건냈다. “저기 저 놈이 눈에 띠지?” 이몽양이 자색 비단옷을 입은 사내를 가리켰다. “네!” “유승명이라지 아마?” “그렇군요, 그런데 인상이 별로 안 좋아 보입니다.” 송현은 그를 보며 슬쩍 미간을 좁혔다. 공주앞에서도 거만한 듯 자신 중심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그의 모습이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껄껄껄, 어디 가서 그런 말 하면 줄초상이 날거야.” “네?” 송현은 이몽양이 한 말의 뜻을 되물었다. “이 자금성에서 황제폐하를 제외하고 가장 실세인 유관의 아들이야. 뭐 그래봐야 양자지만.” “양자라면 저렇게 행동하지 못 할 것 같습니다만.” “일단 사대부 집안이라면 그렇겠지. 그러나 유관은 환관이야.” “네?” 송현은 환관이 이 나라를 이끌어가는 자금성의 가장 큰 실세라는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렇게 깊게 생각하지 말게나. 하늘의 뜻대로 가는 것이니.” 송현은 이몽양의 말에 더욱 호기심이 생겨 유승명을 보았다. 그러던 중 유승명이 자리에서 일어나 공주 앞으로 다가가더니 자그만 패물상자를 내밀었다. “공주마마, 생신선물이옵니다.” “호호호호, 유 소협도 이런 걸 다 가지고 오시다니. 고마워요.” 약란공주는 상자의 두껑을 열더니 이내 입이 함지박만 하게 벌어졌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 들려진 것은 영롱한 빛이 나는 보석이 달린 한 쌍의 귀걸이와 목걸이였다. “서장에서 가져온 칠색보화주(七色寶貨珠)로 만든 것입니다.” “이렇게 귀한 것을... 값도 만만치 않을텐데...” 약란공주의 입가에서는 미소가 떠날 줄 몰랐다. “공주마마의 생신인데 어찌 한낮 재화에 연연해 선물을 구하겠습니까?” 그런 말을 남기고 유승명은 어깨를 딱 벌리고 자리로 가 앉았다. 그로부터 여러인물들이 귀한 선물을 전했지만 약란공주에게서 그리 큰 호응은 받지 못했다. 그만큼 유승명의 선물이 좋던 것이었다. 어느 덧 모두가 선물을 전해주고 송현과 이몽양만 남았다. 이몽양은 자리에서 일어나 약란공주에게 허리를 굽혀 예를 취했다. “이 늙은이는 공주마마께서 무엇을 좋아하시는지 몰라 아무 것도 준비를 하지 못했습니다.” “아닙니다. 이렇게 자리에 와 주신 것만 하더라도 저에게는 영광입니다. 재미있게 노시다 가십시오.” 송현이 보기에는 둘 다 주고받는 말이 겉치레에 불과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약란공주는 그저 자신의 생일의 격을 높이기 위해 이몽양을 불렀고, 이몽양은 그녀의 신분 때문에 거절하지 못하고 자리에 한 것이었다. 그러니 약란공주는 이몽양이 선물을 가져오든지 말든지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평소 검소하게 지내는 그의 성격을 잘 알기에 오히려 가져오지 않은 것이 잘 된 일이라 생각했다. 어차피 가져와봐야 쓰레게가 될 것이 뻔하니까 말이다. 이몽양이 자리에 앉자 송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순간 약란공주의 눈이 순간 초롱초롱해졌다. 그녀의 표정으로 보아 설마 올 줄 몰랐다는 표정이었다. 송현도 그런 표정을 읽었지만 묵묵히 안색을 바꾸지 않았다. 다른 인물들은 백발의 송현을 보자 다들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한 번도 본적이 없는 얼굴에 그 머리색도 백발이니 더욱 호기심에 웅성거렸던 것이다. 약란공주도 송현을 보자 잠시 눈을 반짝였지만 이내 눈이 시들시들해졌다. 뭐 이제는 송현에게서 별 재미를 느끼지 못한 것이었다. 다시 한 번 그를 데리고 소선군주를 못살게 굴까 생각도 해보았지만 오늘은 자신의 생일이니 굳이 그게 아니라도 재미있는 게 많았던 것이다. 송현은 약란공주 앞으로 다가가 세이프가드 마법이 걸린 팔찌를 건내주었다. 그리고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그런 와중 옆에 함께 자리하고 있는 소선군주와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눈인사를 나누었다. 그러는 동안 다른 이들은 속으로 송현을 어디에서 올라온 촌놈인지는 모르겠지만 약란공주의 생일잔치의 분위기를 망친다고 못마땅해 했다. 비록 옷은 깨끗했지만 저 남루한 옷. 그들이 보기에는 도저히 입지 못할 그런 옷이었다. 거기에 공주의 생일 선물이랍시고 내놓은 것은 고작 금팔찌였다. 약란공주도 한번 탁자에 놓인 금팔찌를 흘깃 보고는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았다. “송 학사, 고마워. 재미있게 놀다 가기를 바래.” 다른 이와는 다르게 말까지 하대했다. “공주마마, 팔찌를 한번 둘러보시옵소서.” 송현이 약란공주에게 팔찌를 찰 것을 권유하자 더욱 웅성거림이 생겼다. 그리고 하나같이 얼굴을 찌푸리며 송현을 못마땅해 했다. “저런 촌놈이. 공주마마의 생신에 온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하며 집을 팔아서라도 공주마마의 마음에 드는 것을 사올 것이지. 에잉, 쯧쯧쯧. 이래서 천것들은...” 더욱이 송현 가까이 있는 유관승의 목소리는 송현의 귀에까지 들어왔다. 송현은 슬며시 눈가의 주름이 잡혔다. 화가 스밀스밀 올라왔지만 자리가 자리인지라 그저 꾹 참았다. 약란공주도 생일인 만큼 마지못해 팔찌를 들었다. 애써 유쾌한 자신의 생일 기분을 망치기 싫었던 것이다. 그저 잠깐 껴보고 예쁘네요, 라고 한마디만 하고 다시 벗어버리면 끝이라 생각했다. 약란공주는 못마땅한 표정을 애써 지우지 않고 팔찌를 자신의 팔목으로 가져가 찼다. 우우우우웅 그 순간 팔찌에서 은은한 진동이 울렸다. “아-!” 약란공주의 입이 살며시 벌어지며 기분 좋은 신음소리가 새어나왔다. 한참을 그렇게 눈을 감고 있던 약란공주의 눈이 떠졌다. “도대체 이게 무엇인가요? 그리고 이 따뜻함은 무엇이죠?” 약란공주의 뜻하지 않은 감탄성과 함께 얼굴에는 호기심으로 가득 찼다. 좌중들이 생각하던 약란공주의 말투와는 전혀 다른 반응이었다. 자신의 앞에 놓아두고 슬쩍슬쩍 바라보며 즐거워하던 유승명의 패물함을 옆으로 밀어버리고 팔찌를 보기 여념이 없었다. 그 순간 여승명의 얼굴은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졌다. 두 주먹은 쥐어지고 얼굴은 홍시마냥 수치심에 벌게졌다. 자신이 누구인가? 현 황실 조정에서 최고의 실세를 가진 유관의 아들 유승명이었다. 그것을 떠나서 약란공주에게 준 선물이 무엇인가? 저것 하나라면 능히 성 한 채는 살수 있는 그런 보석이었다. 그런데. 그런데. 지금 자신은 완전히 무시되고 있었다. 지금 이 약란공주의 생일잔치에서 제 2의 주인공은 자신이 되어야했다. 장래의 약란공주의 베필로서 말이다. “그것은 마법 팔찌입니다.” “마……법 팔찌?” “그러하옵니다. 그 팔찌는 단순한 팔찌가 아니라 몸을 항시 보호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더울 때는 몸을 시원하게 만들어주고 추울 때는 몸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그런 팔찌이옵니다. 공주마마.” 송현의 설명을 들으면 들을수록 약란공주의 얼굴의 미소는 더욱 짙어졌다. 약란공주는 어려서부터 많은 재화를 접해왔다. 그런데 이런 것은 들어보지도 직접 눈으로 보지도 못한 것이었다. 황실에 사는 자신조차 못 들어봤으니 그 값어치는 도저히 계산이 되지 않았다.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것입니다, 공주마마.” 그 말에 공주는 유승명이 준 보석함을 탁자에서 완전히 치워버렸다. 그녀의 관심은 오로지 송현이 준 팔찌뿐이었다. 약란공주도 자세히 팔찌를 들여다보니 팔찌에 새겨진 무늬가 심상치 않았다. 오묘하면서도 기품이 있어 그녀의 마음에 쏙 든 것이었다. 콰당 콰당탕탕탕 그 순간 의자가 격하게 넘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약란공주와 송현, 그리고 좌중들은 고개를 돌려 그 소리의 진원지를 찾았다. 도합 5명의 사내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있었다. 그리고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무, 무황(武皇)!” 공주의 유혹 송현을 바라보며 온 몸을 흥분에 차 부르르 떨며 일어선 자는 진주언가의 언장완이었다. 언장완은 눈동자에는 온통 송현의 모습뿐이었다. ‘백발, 백미. 그리고 마법...’ 언젠가 먼발치에서 한 번 본적이 있는 무황 송현을 지금 눈앞에서 보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혈교와의 혈전. 그리고 새롭게 얻은 무림의 별호, 무황! 무림인인 언장완 뿐만 아니라 무림의 후기지수들에게는 송현과 더불어 혈멸기사단은 영웅이었다. 그리고 특히 송현은 신이었다. 그리고 믿음이었다. “무, 무항을 뵈옵니다!” 언장완은 약란공주가 이 자리에 있는 것도 잊은 채 허리를 직각으로 숙이며 최고의 예를 다해 인사했다. 같은 동년배라는 의식은 없었다. 그저 자신의 가슴에 묻은 한 영웅을 보는 것이었다. 자신의 연배에 무황이란 별호를 받은 이가 바로 송현이었기 때문이다. 과연 무림역사 상 무황이란 칭호를 받은 자가 몇이나 있겠는가? 한 손의 손가락으로 세고도 남는 숫자였다. 거기에 20대의 나이의 무황이란 별호는 그를 잠 못 이루게 할 정도였다. “마법사 무황, 송 대협을 뵈옵니다!” “뵈옵니다!” “뵈옵니다!” “뵈옵니다!” 언장완으로 시작해서 나머지 4명의 인물들도 언장완과 마찬가지로 최고의 예를 다하며 송현에게 인사했다. 송현은 일일이 그들의 허리를 세워줄 수가 없어 마나를 풀어 그들의 허리를 무형의 힘으로 세웠다. 그 편이 약란공주 앞에서 실례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했다. 약란공주는 그들 스스로 허리를 폈을 것이라 생각할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오판이었다. 오히려 언장완을 비롯해 4인은 더욱 감격의 눈으로 송현을 쳐다보았다. “저도 여러분을 봬서 반갑습니다. 송현이라고 합니다.” 송현 역시 포권을 취하며 공손히 그들 다섯 명에게 일일이 포권을 취해주었다. 쾅! 그 순간 거친 탁음이 울렸다. “황(皇)이라니, 무엄하다. 어찌 대명제국의 황실에서 황족이 아닌 다른 이가 황자를 쓴단 말인가?” 유승명이었다. 자존심이 구겨질 대로 구겨진 유승명은 송현의 별호에 딴죽을 걸었던 것이다. 그의 비릿한 미소에는 ‘감히 나를 제쳐? 네 놈이 별거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지. 오냐 네 놈 잘 걸렸다.’라는 복잡한 감정이 실려 있었다. 송현은 그 모습에 더욱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유 공자, 죄송하오만. 그것은 무림의 일입니다. 무림인들이 송 대협께 받친 별호란 말입니다.” 언장완은 유승명에게 부드럽지만 가시가 있는 말로 그의 말을 잘랐다. “언 공자군요. 같은 무림인이라서 편을 드시는 게요?” “우리 진주언가가 비록 무림과 관을 뱅행하는 곳이라 그다지 무림과의 친분은 없소. 하오나 무림과 관의 불가침은 엄연한 전통이라 그럽니다.” “그래도 황제가 있는 곳에서 황자를 쓰는 신민이 어디 있소? 이것은 황제를 기만하는 것이오.” 유승명은 언장완에게 호통을 치고는 자리에 탁 앉았다. 그 말에 언장완은 대답할 수 없었다. 자신 역시 곧 황실에 몸을 담으려하기 때문이다. 한편, 유승명에게 잘못보일 수는 없었다. 그는 양아버지이자 환관인 유근을 등에 다시 업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 유근이 유승명을 끔찍이 아껴 그가 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다 들어줄 정도였다. 언장완은 속으로 삭힐 수밖에 없었다. “이래서 무식하게 힘만 쓰는 놈들하고는 상종을 못 한다니까...” 유승명은 자리에 앉아 혼자 중얼거렸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 그의 태도로만 보았을 때 일이다. 그의 목소리는 버젓이 들으라는 듯 큰 목소리였다. 그 순간 송현의 불쾌해졌다. 자신 역시 이제 무림을 떠나 조정에 몸을 담고자 했지만 무림의 동도들을 저렇게 싸잡아 꼬는 것은 참지 못했다. 그곳에는 친구도 있고 연인도 있었다. “유 공자라 하셨소?” 송현은 유승명에게 다가가 아래로 내려다보았다. 약란공주는 아주 재미있는 표정으로 장내를 보고 있었다. 궁녀들이 말리려하는 것을 막아섰다. 어쩌면 아주 재미있는 일을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재미는 있지만 식상한 생일잔치를 하는 것보다 오히려 재미있을 것 같다고 생각한 그녀였다. 유승명은 자신을 아래로 내려다보는 송현을 올려다보니 기분이 다시 나빠졌다. 어느 누구도 저렇게 자신을 내려다보지 않기 때문이다. “비록 무림인들도 황제폐하의 신민이기는 하나 무림은 무림의 법도가 있소. 그런 법도를 벗어난 이야기를 하는 당신이 무림인의 관점에서 보면 더욱 무식해 보이오, 아시겠소?” 송현의 신랄한 말에 유승명은 얼굴이 다시 한 번 벌게졌다. “그저 홀로 칼만 휘두르는 무식한 놈들이. 네 놈들이 아무리 잘났다고 해도 대명제국의 황군을 이길 수 있을 것 같으냐?” 유승명은 무림인들을 완벽하게 모르고 있었다. 그가 어쩌다가 본 무림인들은 아부하기 좋아하는 이류무사들이 다였다. 간혹 일류 이상의 무사들을 보기는 해도 그들이 가진 진정한 무위는 보지 못한 것이었다. 오히려 이류무사를 더 쳐주던 그였다. 왜냐하면 이류는 그 경지가 눈에 보였으니 말이다. 일개 범부의 능력을 가진 유승명으로서는 일류 이상의 무사들은 그저 검이나 잡고 다니는 그런 자들로 보았던 것이다. 당연히 우라부락한 근육도 없었고, 분위기도 없었다. 그런 점만 본 것이었다. 지금 무황이네 어쩌네 하는 송현만 보더라도 체격이 작지는 않았지만 약간 마른 것이 힘도 못쓰게 보였던 것이다. 짝짝짝 송현이 무엇인가 한 마디 하려는 순간 박수소리가 들렸다. 바로 약란공주였다. “유 공자님, 그리고 송 학사님.” 어느새 약란공주는 송현에게 하대를 하지 않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렇게 하는게 어떨까요?” 애써 약란공주가 중재하고 나서는데 둘은 싫다고 할 수 없었다. “우리 모두 송 학사님의 무공을 보는 건 어떨까요? 송 학사님의 무공을 보고 과연 ‘황’자가 들어갈 정도의 실력이 있는 가를 보는 거예요.” 약란공주는 자신의 자리에서 벗어나 앞으로 걸어나왔다. “송 학사님이 무황이라는 별호를 가진 만큼 무림을 대표한다고 생각이 드네요. 그러니 무림인을 대표를 해서 무위를 보여주는 것이에요. 만약 우리가 납득할 정도의 무위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거기에 합당한 벌칙을 받게 되는 겁니다. 저 역시 무림과 관이 불가침을 들은 바 있어 그들에게 무엇이라 말은 안 하겠지만 ‘황’자에 걸맞은 무위를 보여주지 못하신다면... 유 공자님 말대로 단순히 무식한 집단이라는 것을 증명하기도 하는 셈이 되는 겁니다.” 약란공주는 고개를 돌려 유승명을 보았다. “만약, 송 학사님이 ‘황’자가 어울리는 무위를 보여주시면 유 공자님이 벌칙을 받으시면 됩니다.” 약란공주는 유승명과 송현을 번갈아보며 두 눈을 토끼마냥 동그랗게 떴다. 송현은 내심 한숨을 쉬었다. 저 철없고 이기적인 약란공주에 의해 이런 어이없는 내기를 해야한다니 절로 한숨이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녀의 말을 들어줘야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공주마마.” “좋아요. 유 공자님은요?” 송현의 대답에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유승명에게 고개를 돌려 의사를 물었다. “좋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유승명의 말에 약란공주는 방긋 웃었다. 약란공주가 아는 유승명은 교활한 자였다. 물론 그런 점이 마음에 잘 맞아 자주 어울렸다. 분명 유승명은 자신이 불리한 조건을 내세우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어떤 조건은 내세울지 모르지만 상당히 까다로운 조건을 송현에게 줄 것이 분명했다. 약란공주는 그런 조건에서 어떻게 송현이 대처해 나갈 것인가가 궁금해졌다. 그녀는 누가 이겨도 기분 좋은 시간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일단 여기는 좁아 저 자, 아니 송 학사께서 실력을 보일 수 없을테니 다른 곳으로 옮겼으면 합니다.” 유승명은 약란공주와 송현을 보며 자리를 옮길 것을 제안했다. “좋아요.” 약란공주의 말이 떨어지자 유승명은 성큼성큼 걸어 앞장서갔다. 모두들 유승명을 따라 예화전을 벗어나 어디론가 자리를 옮겼다. “송 대협. 죄, 죄송합니다.” 언장완이 송현에게 다가와 사과의 말을 전했다. 보는 사람이 안 쓰러울 정도로 허리를 연신 숙여가며 사과하고 또 사과했다. 그 옆에 함께 온 다른 무인 4명도 그리 밝은 표정을 짓지 않았다. “괜찮습니다.” “그래도...” “이 기회에 무림의 강함을 보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오히려 잘 된 일일 수 있습니다. 그러니 너무 신념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송현은 그들이 편할 수 있도록 최대한 편하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처음 뵙겠소, 양우생이라 하오.” 언장완과 다른 4명의 무인들이 송현에게서 떨어지자 양우생이 다가와 인사했다. 양우생은 송현은 기억하지 못 하는듯했다. 자신의 달라진 머리색 때문이 아닌가, 송현은 짐작할 정도였다. “송현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소협의 이름이 상당히 귀에 익숙한 듯 합니다.” 양우생은 별다른 표정 변화가 없었다. “역시 저를 기억하지 못하시는 군요.” “언제 뵌 적이 있소?” 양우생은 의외라는 표정을 지으며 송현을 보았다. 한참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양우생은 얼굴을 살짝 굳혔다. “마천승룡...” “맞습니다.” “그렇구료.” 양우생은 다시 굳은 얼굴을 펴고 무표정한 얼굴로 발을 놀렸다. “유 공자가 힘들겠어.” 그렇게 희미하게 혼자 말하고는 송현을 보았다. “그쪽도 쉽지는 않을 거요. 다음에 다시 뵙시다.” 양우생은 송현에게 그리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지 않기에 간단한 충고와 함께 거리를 두고 벗어났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오.’ 송현은 유승명을 보며 그의 성품을 짐작했었다. “허허허허, 자네 그리고 보니 대단한 자였군, 그랬어.” 모두가 송현의 곁에서 물러나자 이몽양이 소박한 웃음을 지으며 송현에게 다가왔다. “허명일 뿐입니다.” 이몽양은 송현이 마음에 들었는지 유승명이 안내하는 길 내내 그의 곁에 붙어 많은 이야기를 했다. 송현은 따라갈 수 없는 이몽양의 학식에 더욱 귀를 모아 많은 이야기를 듣고 가슴에 세기기 노력했다. 한편 이몽양도 젊은 나이에 비해 뛰어난 송현의 학식에 놀라워했다. 가히 천재가 아닌가,라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조금 전 상황으로 보아 송현은 문, 무 모두 능한 것이 분명했다. 이몽양은 흥미로운 표정으로 송현을 지켜보았다. 그러는 동안 유승명이 데리고 온 곳은 황실의 금의위들이 수련하는 연무장이었다. 웃통을 벗은 금의위 병사들이 굵은 땀방울 흘리며 강한 기합소리를 내고 있었다. 유승명은 그곳에 도착하자 큰소리로 금의위의 교위로 보이는 자를 불렀다. “여봐라!” 금의위를 훈련시키던 금의위 백호(百戶)장 임대호는 유승명을 향해 뛰어왔다. “부르셨습니...” 여승명을 향해 허리를 숙이던 임대호는 여승명 옆에 서있는 약란공주를 보자 그 자리에서 부복하였다. “공주마마를 뵈옵니다.” “일어나라.” “충!” 임대호는 자리에서 일어나 약란공주 앞에 섰다. “그대의 직책은 무엇인가?” 유승명은 임대호에게 질문했다. “금의위 백호장으로 있습니다.” “그럼 저기 훈련시키는 금의위들은 자네 수하인가?” “그렇습니다.” 임대호는 유승명에게 공손히 대답했다. 아무리 말단의 하급 장수라하더라도 유승명 정도의 인물은 숙지하고 있었다. 유승명은 임대호에게서 돌아서 약란공주를 향해 몸을 틀었다. “공주마마.” “말씀하세요.” “저기 송 학사의 무공을 보기에는 여기가 적합할 것 같습니다.” 유승명은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자세히 말해보세요.” 약란공주도 유승명이 어떤 조건을 말할 것인가 흥미가 돌았다. “무황이라는 아주 거창하여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별호를 가졌으니 저기 있는 100명의 금의위와 대결을 시켜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100여명의 금의위와요?” 약란공주는 조금 놀란 듯 되물었다. “그렀습니다. 무황이라고 하니 충분히 100여명의 금의위쯤은 상처하나 없이 물리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약란공주는 송현에게 고개를 돌려 그의 얼굴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조건이네요.” 여기서 약란공주와 유승명은 송현에 대해 엄청난 착각을 하고 있었다. 아니 송현을 떠나 무림인에 대해 착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평시 이야기꾼이 전해주는 무인들의 이야기를 그들도 들었었다. 그저 하늘을 날고 검을 조정하며 그의 움직임이 범인의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다는 말을 숫하게 들어왔었다. 그때마다 그들은 속으로 비웃었다. 어찌 인간의 몸으로 그렇게 움직일 수 없다라고 생각해 왔었다. 그리고 무(武)의 상징인 황군을 훈련을 보더라도 그런 것은 전혀 보지 못했었다. 당연히 고위급 장군들의 무서운 무공을 접할 기회가 없었고, 동창의 귀신같은 자들도 보지 못했다. 그저 금의위의 무공교위 정도의 무사들만 보아온 것이었다. 유승명은 속으로 시원하게 웃었다. ‘이 놈, 네 놈이 아무리 날고 긴다고 해도 저 100명의 금의위를 이기는 것은 죽었다 깨어나도 못 할 일이다. 크하하하하.’ 약란공주는 속으로 죽을 만큼 재미있어하면서 송현의 얼굴을 보았다. 송현의 얼굴은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자존심은 있는 모양이지?’ 그러나 시간이 흘러도 너무나 담담한 모습에 조금 생각이 달라졌다. ‘혹시? 설마...’ 약란공주는 송현은 지켜봐야겠다고 생각을 굳혔다. “어떤가요, 송 학사님?” 송현은 금의위들을 한 번 쭉 훑어보았다. 주로 외공을 수련해서인지 모두 우락부락한 신체를 가지고 있었다. 희미하지만 내력도 뿜어져나왔다. 아직 미미한 내력에 그나마 조절도 하지 못하는 그저 그런 수준이었다. 물론 국가의 병사들이란 개인의 무위가 아닌 단체전이 주(主)라서 그 성격을 달리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송현에게 있어 그들은 그리 별다른 위협을 주지 못했다. “유 공자, 저들과 붙으면 되겠소?” 송현은 유승명을 보며 그의 뜻을 재차 물었다. “그렇소.” “알았소. 내 그리 하리다.” 송현은 유승명에게 슬쩍 차가운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금의위들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유승명은 내심 찜찜하게 생각하며 임대호를 불렀다. “너는 지금부터 저 학사와 싸워야한다. 너뿐만 아니라 너의 수하들까지 모두 한꺼번에 저 학사에게 덤벼야한다.” 임대호는 유승명의 말에 송현을 슬쩍 쳐다보았다. 그가 생각하기에는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심지어는 금의위의 대영반이라도 해도 저 100여명과 싸워 이길지 미지수였다. 그런데 평생 붓만 들고 살아왔을 학사를 향해 자신 하나도 아닌 수하들까지 모두 덤벼야한다니 어이가 없었다. 잠시 임대호가 머뭇거리자 유승명은 눈썹 사이로 내천자를 그렸다. “내 말을 무시하는 건가?” “헉! 아, 아닙니다.” 임대호는 어쩔 수 없이 유승명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저 자의 말이라면 자신의 목 하나쯤은 파리 죽듯이 죽을 수 있었다. 임대호는 어깨가 축 떨어트리고는 송현을 향해 걸어갔다. 연무장의 중심으로 걸어가는 송현을 보며 불안해하는 이가 있으니 소선군주였다. 두 손을 꼭 잡고 불안한 듯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불안해하고 있었다. 그 사실을 약란공주는 놓치지 않았다. ‘호호호호, 재미있겠어.’ 유승명은 속으로 시원하게 웃었다. ‘놈, 네놈이 아무리 날고 긴다고 해도 저 100명의 금의위를 이기는 것은 죽었다 깨어나도 못할 일이다. 크하하하하!’ 약란 공주는 속으로 죽을 만큼 재미있어하면서 송현의 얼굴을 보았다. 송현의 얼굴은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자존심은 있는 모양이지?’ 그러나 시간이 흘러도 너무나 담담한 모습에 조금 생각이 달라졌다. ‘혹시? 설마…….’ 약란 공주는 송현은 지켜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떤가요, 송 학사님?” 송현은 금의위들을 한번 쭉 훑어보았다. 주로 외공을 수련해서인지 모두들 우락부락한 신체를 가지고 있었다. 희미하지만 내력도 뿜어져 나왔다. 아직 미미한 내력에 그나마 조절도 잘 하지 못하는 그저 그런 수준이었다. 물론 국가의 병사들이란 개인의 무위가 아닌 단체전이 주(主)라서 성격을 달리한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그러나 송현에게 있어 그들은 별다른 위협을 주지 못했다. “유 공자, 저들과 붙으면 되겠소?” 유승명은 송현을 재차 물었다. “그렇소.” 송현은 유승명에게 슬쩍 차가운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금의위들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유승명은 내심 찜찜하게 생각하며 임대호를 불렀다. “너는 지금부터 저 학사와 싸워야 한다. 너뿐만 아니라 너의 수하들까지 모두 한꺼번에 저 학사에게 덤벼야 한다.” 임대호는 유승명의 말에 송현을 슬쩍 쳐다보았다. 그가 생각하기에는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심지어 금의위의 대영반이라 해도 저 100명과 싸워서 이길지 미지수였다. 그런데 평생 붓만 들고 살아왔을 것 같은 학사를 향해 자기 혼자도 아니고 수하들까지 모두 덤벼야 한다니 어이가 없었다. 임대호가 머뭇거리자 유승명은 아미에 내 천자를 그렸다. “내 말을 무시하는 건가?” “헉! 아, 아닙니다.” 임대호는 어쩔 수 없이 유승명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저자의 말이라면 자신의 목 하나쯤은 파리 목숨이다. 임대호는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송현을 향해 걸어갔다. 연무장 중심으로 걸어가는 송현을 보며 불안해하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소선 군주였다. 두 손을 꼭 잡고 불안한 듯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그 사실을 약란 공주는 놓치지 않았다. ‘호호호호, 재미있겠어.’ 송현은 느릿한 걸음으로 100명의 금의위에게 다가갔다. 금의위들도 귀가 있어 송현이 왜 다가오는지 알 수 있었다. 그들의 얼굴이 구겨진 종잇장마냥 일그러졌다. 약란 공주는 그렇다 쳐도 유승명이나 이런 귀족가의 철없는 애들은 쳐다보기도 싫었다. 남들은 먹고 살기 위해 이 짓을 하고 있는데, 저들은 그저 그런 유희에 지나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어쩌다 실수라도 하면 목이 떨어져 세상을 하직하기 일쑤였다. “죄송하지만 모두들 저와 손을 섞으셔야겠습니다.” 송현의 말에 그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이 보기에 송현은 저들의 장난감으로밖에 안 보였다. 어쩌다 재수 없이 이곳에 끌려온 도살장의 가축을 보는 듯했다. “휴우―! 미안하오만 우리도 봐줄 수는 없겠소. 그랬다가는 우리의 목이 날아갈 테니 말이오. 미안하오.” 송현 앞에 있는 금의위 하나가 측은한 마음을 전했다. “모두들 전투대형으로 서라.” 임대호였다. 금의위는 송현을 중심으로 원을 그리며 섰다. 사실 전투대형이고 뭐고 없었다. 100명의 금의위들이 무슨 대형으로 한 명을 상대한단 말인가. 임대호는 나직이 송현에게 말을 걸었다. “사는 데는 지장이 없게 해주겠소. 미안하오.” 임대호는 그 말을 끝으로 표정이 변했다. 어쩔 수 없는 변화였다. 자신이 살려면 송현을 밟아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 송현은 나름대로 신경이 쓰였다. 이들 금의위는 황실의 병사들이다. 저들에게 상처를 입힐 수는 없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차라리 죽여야 할 적이라면 시원하게 싸울 수도 있을 것이다. ‘별수 없지. 장난처럼 보이더라도 그 수밖에.’ 송현은 온몸에 마나를 돌렸다. “쳐라!” 그때 임대호의 입에서 명령이 떨어졌다. 임대호의 명령을 듣는 순간 유승명과 약란 공주의 얼굴에 사악한 미소가 그려졌다. 소선 군주, 이몽양 그리고 언장완을 비롯해 4인은 불안감에 물들었다. 그리고 또 한 사람, 양우생은 흥미로운 눈초리로 송현을 지켜보고 있었다. “와아아아아!” 임대호의 명에 금의위는 함성을 터트리며 무지막지하게 송현을 향해 몰아쳐갔다. 그 함성소리를 들으며 송현은 마나를 사방으로 퍼트렸다. 마치 잔잔한 호수에 작은 돌멩이 하나가 떨어져 동심원이 퍼져나가듯 그의 몸에서 마나의 파동이 원을 그리며 금의위를 감쌌다. “홀드!” 개미떼처럼 몰려들던 금의위는 송현 바로 앞에서 거짓말처럼 딱 멈추어 섰다. 순간 금의위들은 두 눈이 토끼처럼 부릅떠졌다. “크으으으으!” “이이이이이!” 하나같이 얼굴이 시뻘게졌다. 갑자기 몸이 움직이지 않자 온몸에 힘을 주어 움직이려고 발버둥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송현은 몸을 꼿꼿이 세워 병사들의 손을 쳐서 병기를 땅에 떨어뜨림과 동시에 잡기기술로 금의위들을 땅바닥에 하나씩 처박기 시작했다. 완벽하게 홀로 무공연습을 하는 것 같았다. 쿵, 쿵, 쿵, 쿵, 쿵! 송현의 잡기기술에 금의위들은 바닥에 얼굴을 맞댈 수밖에 없었다. 소리도 엄청나게 커서 꽤나 심한 충격이 예상되었다. 그러나 의외로 송현에게 넘어간 금의위들은 별로 큰 고통을 느끼지 못했다. 송현이 마나를 이용해 그들을 보호하면서 넘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송현이 홀드 마법을 쓴 순간 양우생의 얼굴은 딱딱한 바위처럼 굳었다. 마나의 파동을 느낀 것이다. 그렇게 얼굴을 굳히고 송현의 잡기기술을 지켜보았다. ‘음…….’ 자신이 당할 때는 그저 사술이라고 생각했는데 제삼자로 보니 조금 시각이 달라졌다. 정확히 집어낼 수는 없지만 송현의 기운이 매우 깨끗하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지금 금의위들이 왜 움직이지 못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을 넘기는 송현의 동작은 아주 깔끔했다. 하지만 유승명은 달랐다.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그런 유승명을 보며 약란 공주는 배를 잡고 깔깔 웃었다. 유승명은 공주의 웃음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금의위들을 향해 걸어갔다. 유승명이 보기에는 저들이 자신을 놀리기 위해 작정한 모습이었다. 금의위들은 기세 좋게 함성을 지르며 달려가다 딱 멈추고, 그런 그들을 송현이 편하게 넘기고 있었던 것이다. 한 편의 연극이라고 생각했다. “네 이놈들! 모조리 죽여주겠다.” 유승명은 땅에 떨어진 검을 주워들었다. 그리고는 근처에 쓰러져 있는 금의위를 향해 검을 내리그었다. 아무리 유승명이 검을 잡지 않았다 해도 홀드 마법에 의해 꼼짝 못하는 금의위를 죽이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 송현은 그 모습을 보고 마나보법을 밟으며 유승명에게 달려갔다. 쐐애애애액 금의위는 모두 눈을 찔끔 감았다. 동료의 죽음을 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들뿐만 아니라 소선 군주를 비롯해 생일잔치에 초대받아서 온 자들 대부분이 눈을 감았다. 유독 약란 공주만은 눈을 크게 뜨고 재미있어 하며 유승명을 바라보고 있었다. 턱 유승명은 내려가던 검이 어느 순간 딱 멈추자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자신의 손을 보았다. 다른 이의 손이 자신의 손을 잡고 있었다. “어떤 놈이 감히……!” 유승명은 고개를 돌려 자신의 손을 잡은 이를 보았다. 바로 송현이었다. “네놈이 감히! 죽고 싶은 것이냐?” 유승명은 죽음을 다해 협박했다. 송현의 손에 잡힌 자신의 손을 빼려고 몸을 이리저리 비틀었지만 허사였다. “놓아라, 이놈! 정녕 죽고 싶은 것이냐?” 유승명의 눈에 핏발이 섰다. “네 이놈! 아버지께 고하여 네놈뿐만 아니라 네놈의 가족을 모두 능지처참해버리겠다.” 유승명의 말에 송현의 두 눈에 살기가 번뜩였다. 차츰 피어오른 살기는 이내 유승명의 온몸을 감쌌다. 드득, 드드득! 유승명은 송현의 살기에 눌려 온몸을 벌벌 떨었다. 그리고 이까지 소리 내며 떨었다. “나를 건드는 자는 이 세상 누구라도 발 뻗고 편히 자지 못한다. 왜냐하면 죽음을 기다려야 하니까.” 송현은 마나에 살기를 실어 유승명의 귀로 쏘아 보냈다. 아주 철저히 그의 머리를 뒤흔들며 귀에 틀어박혔음은 당연한 일이었다. 휙 송현은 잡고 있던 유승명의 손을 크게 흔들며 놓았다. 유승명의 손에 쥐어져 있던 검이 저 멀리 날아가 땅바닥에 떨어졌다. 챙그랑 송현의 힘에 못 이긴 유승명은 비틀거리다 엉덩방아를 찧었다. 철퍼덕 “쓰레기 같은 놈! 아버지의 등에 빌붙어 스스로는 아무것도 못하는 쓰레기가 바로 너다!” 송현은 그에게 더욱 강한 살기를 쏘아붙였다. 유승명은 이를 꽈악 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두 다리는 후들후들 떨리고 있었다. “나, 나중에 보자. 기필코 죽여주겠다.” 유승명은 그대로 몸을 돌렸다. 후들거리는 다리로 얼마 가지 못하고 쓰러지곤 했다. 추잡한 모습이었다. 그래도 그에게 빌붙어 사는 놈들이 있어 유승명을 부축하고 함께 사라졌다. 송현은 금의위들의 홀드 마법을 풀어주었다. “어?” “어라?” “우, 움직인다.” 송현은 그런 그들에게 포권을 취하고는 몸을 돌려 약란 공주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런 그를 임대호는 끝까지 바라보았다. 그리고 나직이 입을 열었다. “강하다.” 약란 공주에게 걸어가는 도중에 이몽양이 송현에게 한마디 툭 던졌다. “시원하다.” 송현은 이몽양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살짝 펼치며 웃었다. 그리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따뜻한 눈길로 쳐다보는 소선 군주에게도 미소로 답하며 공주에게로 다가갔다. “마음에 드셨사옵니까?” “오호호호호! 아주 마음에 들었어요. 아쉽게도 벌칙을 받을 유 공자가 그냥 집으로 가버렸네요.” 약란 공주는 송현을 올려다보았다. “자, 다시 예화전으로 가서 잔치를 벌여요.” 공주는 모두를 데리고 예화전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러는 내내 그녀의 머릿속에는 송현이 그려지고 있었다. ‘재미있어, 아주 재미있어. 보아하니 두 달 후에 있는 과거를 보고 황실에 들어올 것 같은데……. 그럼 유승명과 아주 재미있는 일이 만들어질 거야. 그런 재미있는 일을 보려면 일단 목숨은 살려줘야겠지? 그냥 놔두어도 유승명 그놈이 유근 장인태감(掌印太監)에게 말해서 죽이려고 할 테니까. 그나저나 의외로 사내다워. 유승명을 그렇게 만들 배짱도 있고 말이야. 잠시 데리고 놀아볼까?’ 약란 공주는 옆에서 슬쩍슬쩍 송현은 훔쳐보는 소선 군주를 보았다. ‘저년도 함께 괴롭힐 수 있으니까. 오호호호호!’ 예화전의 약란 공주 처소. 화려함이 지나치다 못해 부담스러울 정도였다. 물건 하나하나 값어치를 환산할 수 없을 저도의 고가품으로 완벽하게 도배해놓았다.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이 방 안에 있는 것만 내다판다면 대명제국의 거지들이 싹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한눈에 봐도 값어치를 알 수 없는 탁자를 중심으로 약란 공주, 소선 군주, 송현이 자리하고 있었다. 생일잔치가 끝나고 돌아가려는 송현을 약란 공주가 붙잡은 것이다. 마음 같아서는 양설린이 기다리는 곳으로 어서 빨리 돌아가고 싶지만 공주의 청이라 거절할 수도 없었다. 송현은 공주의 심성을 이제는 충분히 알 수 있었다. 한 나라의 공주라고 하기엔 너무도 자질이 부족했다. 악독한 심성에 이기적인 사고방식. 혼자서만 그러면 그나마 상관없겠지만 꼭 주위에 있는 이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인간이었다. 사실 피할 수만 있다면 어떻게든 피하고 싶은 여인이었다. 거기에 비해 같은 황실의 핏줄이라 해도 너무나 다른 여인이 있다. 바로 소선 군주. 오히려 소선 군주가 공주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녀는 공주가 가지고 있어야 할 덕목을 모두 가지고 있었다. 아랫사람을 살필 줄 알며 겸손하다. 그리고 본성이 착해 누구에게 피해를 주지도 않는 사람이다. 게다가 사치를 멀리하며 소박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말을 쉽지만 가진 자가 이런 생활을 한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란 걸 송현은 잘 알고 있다. 과거 제국의 황실마법사로 있을 때 다른 제국과 왕국을 다녀본 결과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게 되었다. 특히 영지를 가진 귀족의 실태를 잘 알고 있었다. “확실히 제가 송 학사님을 제대로 본 모양이네요.” 약란 공주는 옆에 있는 송현을 보며 방긋 웃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실상은 그게 아니었다. 어떤 연유로 초대장이 송현에게까지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왔을 때 슬며시 짜증이 났다. 아마도 소선 군주 때문에 잠시 데리고 놀까 생각하며 적어놓은 이름을 궁녀들이 모르고 보낸 것 같았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조금만 자신이 받쳐준다면 크게 이용해 먹을 수 있는 자라는 걸 오늘 충분히 알게 되었다. 유승명에게도 굴하지 않고 당당히 밟아버리는 모습. 무림에서 황자의 별호를 얻을 만큼 능력과 강함을 두로 가지고 있는 듯했다. 사실 한두 가지 빠져 있어도 상관은 없다. 데리고 놀다가 마음에 들면 함께 쭈욱 가는 것이고, 아니면 버리면 그만인 것이다. 그것을 떠나 지금 눈앞에 있는 송현의 얼굴이 그녀를 유혹했다. 강한 선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투박하지 않고 섬세했다. 거기에 중원에서는 볼 수 없는 백발에 백미로 인해 한층 신비롭게 보였다. 그러나 검은 눈동자로 인해 그가 색목인은 아니라는 점이 더욱 마음에 들었다. 정확히 기억은 못하지만 집안대대로 문신집안이라는 것은 어렵사리 기억해냈다. “조만간 식사가 나올 테니 저녁이나 드시고 가세요.” 송현은 설마 저녁까지 먹고 가라는 말을 할 줄은 몰랐다. ‘헙!’ 두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그리고 몸이 살짝 굳었다. 공주의 손이 그의 허벅지를 슬쩍 쓰다듬었기 때문이다. 소선 군주는 고개를 떨어뜨렸다. 약란 공주를 잘 아는 그녀는 지금 공주가 어떤 행동을 하는지도 알고 있었다. 거기에 한 술 더 떠서 약란 공주가 송현에게 치근덕대면서도 두 눈은 자신을 보고 있었다. 소선 군주는 송현의 얼굴을 볼 자신이 없었다. 송현이 약란 공주의 유혹에 넘어가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그럴 리 없으리라 믿으면서도 차마 두 눈으로 볼 자신이 없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이제까지 공주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은 사내가 없었다. 그만큼 공주가 가지고 있는 매력은 많았다. 황제인 정덕제의 가장 총애를 받는 공주다. 그러니 어느 사내가 자기 좋다고 다가오는 공주를 멀리할 수 있겠는가. 아니, 오히려 그들이 더욱 좋아서 날뛰며 공주에게 매달리게 되었다. 그런 공주는 사내들의 매력이 떨어지면 가차 없이 버린다. 꼭 독 오른 한 마리의 암거미였다. 송현은 애써 표정관리를 했다. 더욱 깊숙이 손을 뻗는 공주의 손에 난감하기 짝이 없었다. 그냥 놔둘 수 없다고 생각한 송현은 슬며시 공주의 손을 밀쳐내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탁자에 놓인 찻주전자를 집었다. 아주 자연스러운 행동이었다. “공주마마, 찻잔이 비었습니다. 소신이 한 잔 따르겠습니다.” 소선 군주는 송현의 행동에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약란 공주는 송현의 모습에 이마가 꿈틀거렸다. “그, 그래요.” 송현은 웃고 있는 소선 군주의 찻잔에도 차를 따라주고 앉았다. 그냥 앉은 것이 아니라 의자를 슬며시 옆으로 밀면서 공주와 거리를 두었다. ‘우, 우연이겠지.’ 그렇게 생각한 약란 공주는 슬며시 의자를 끌어당기며 송현 옆으로 바투 다가갔다. “어머, 송 학사님 찻잔도 비었네요.” 약란 공주는 손을 뻗어 찻주전자를 집었다. 그냥 몸을 뻗은 것이 아니라 송현에게 밀착한 상태로 뻗었다. 순간 공주의 가슴이 송현의 몸에 짝 달라붙었다. 송현의 얼굴은 붉어질 대로 붉어졌다. 흥분으로 그런 것이 아니었다. 송현의 눈빛이 싸늘하게 식었다. 약란 공주의 행동은 너무도 추해 보였다. 길거리에서 몸을 파는 창녀나 홍등가의 기녀들보다 더 추하다고 느꼈다. 만약 공주라는 신분만 아니었다면 따끔하게 혼을 내주고 싶었다. 그 사실을 모르는 약란 공주는 더욱 농도 짙은 유혹의 몸짓으로 송현에게 달라붙었다. 약란 공주는 서서히 약이 올랐다. 어디에 나가도 빠지지 않는 미모에 아름다운 몸매까지 갖춘 자신이다. 거기에 공주라는 신분도 있다. 그러나 자신이 이렇게 유혹하는데도 송현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더욱 송현을 유혹하려는 그녀의 몸짓이 거듭되자 나중에는 거의 안긴 모습이 되었다. 그래도 송현은 요지부동이었다. 약란 공주는 약이 오르는 것을 넘어서서 오기가 생겼다. ‘네놈이 얼마나 목석처럼 버티나 보자. 언젠가는 내 치마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만들어주겠다.’ 그렇게 약란 공주가 보기 안타까울 정도로 몸부림칠 때 소선 군주의 얼굴에는 미약하지만 밝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바로 강한 송현의 모습 때문이었다. 소선 군주의 가슴이 세차게 요동쳤다. 그리고 그녀의 가슴에 송현의 존재가 인장처럼 강렬하게 새겨졌다. 그때였다. “황제폐하 납시오!” 황제를 보필하는 환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에 송현은 놀라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지만 약란 공주와 소선 군주는 여유로웠다. 드르르륵 문이 활짝 열리며 정덕제가 안으로 들어섰다. “내 딸 약란아.” “아바마마를 뵈옵니다.” “오냐, 그래!” 정덕제는 들어오자마자 약란 공주를 불렀다. “황제폐하를 뵈옵니다.” 소선 군주가 정덕제 앞으로 다가가 황실의 예법에 맞게 예를 취했다. “아니 소선이가 아니더냐?” “그간 평안하셨는지요?” “허허, 덕분에 건강하구나.” 그렇게 인사가 오가자 정덕제는 송현을 보았다. 송현은 그대로 오체투지했다. “황제폐하를 알현하옵니다.” 정덕제는 송현을 보고 걸음을 옮겨 의자에 앉았다. “그대는 누구인고?” “신, 송현이라고 하옵니다.” “아바마마, 제가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이옵니다.” 약란 공주가 정덕제의 품에 뛰어들며 송현을 가리켰다. “헉!” 순간 엎드려 있던 송현은 헛바람을 삼켰다. “그래? 우리 공주가 마음에 두고 있는 자라? 그대는 자리에서 일어나거라.” 송현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찰나지만 일어나면서 본 소선 군주의 얼굴은 매우 슬퍼 보였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흘러내릴 것만 같았다. ‘휴우―!’ 송현은 속으로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누군가 자신에게 살기를 흘리고 있음을 깨달았다. 범인들은 느끼지 못할 살기지만 그의 뛰어난 감각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송현은 그자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바싹 마른 한 중년인이 서 있었다. 마치 해골에 가죽을 씌어놓은 듯했다. 살펴본 바에 의하면 아무 능력도 없는 범인이었다. ‘저 환관이 왜 나에게 살심을 품을까? 그것도 피부에 닿을 만큼…….’ 남성의 골격을 가지고 있지만 매끈한 피부에 수염이 없는 것으로 보아 황제를 보필하는 환관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유근.” 정덕제는 송현에게 살심을 품던 환관을 향해 몸을 돌렸다. “하명하시옵소서, 폐하.” 송현은 환관을 유심히 살폈다. ‘저자가 유근? 이 황실의 실세, 그리고 유승명의 양아버지.’ 송현은 왠지 황실에서의 생활이 처음부터 꼬이고 있음을 느꼈다. 그러나 그의 마음을 무겁게 하는 것은 따로 있었다. 자신의 인생이야 꼬이면 풀면 된다. 어떤 이가 자신에게 칼을 들이민다면 그 반대로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주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정덕제! 황제이자 명나라의 주인인 그가 문제였다. 황제가 아니었다. 그의 얼굴에서 황제가 지녀야 할 위상은 없었다. 그의 눈에는 색기(色氣)가 가득 흘렀다. 게다가 현 황실의 실세가 저 유근이었다. 음침한 기운의 소유자. 그런 자가 이 명나라를 이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워졌다. 앞으로 자신이 조정에 들어와 나아가야 할 길이 너무도 고달프게 될 것이 분명했다. 게다가 저 유근의 아들인 유승명과도 척을 진 상태다. 그렇게 마음이 무거워져 있는 송현의 눈에 정덕제의 음탕한 눈이 보였다. 바로 소선 군주를 향한 시선이었다. 소선 군주는 그런 정덕제의 시선에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안쓰러웠다. 동생 같은 생각이 들었던 그녀의 저런 모습을 보니 지켜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 끝에 마음을 굳혔다. ‘소선 군주마마는 내가 지켜줘야겠어. 이로써 과거를 볼 이유가 하나 더 생긴 것인가?’ 송현은 정덕제와 유근을 번갈아보았다. ‘조정에 들어오면 어차피 저 환관과 대립하게 된다. 그렇다면 차라리 내가 조정을 뒤집어엎어버리고 참된 신하들만 있는 곳으로 만들어볼까?’ 송현은 고민에 빠졌다. 말은 쉽지만 그 길은 험난할 것이 틀림없다. ‘험난하다고 피한 적은 없다. 가자! 부모님의 뜻대로 조정에 나가 최고의 정치를 하겠다. 그리고 소선 군주를 지켜주겠다.’ 송현은 두 눈을 번뜩이며 실로 한탄스러운 정덕제와 모리배 유근을 보며 주먹을 불끈 말아 쥐었다. 정덕제의 놀이 화려함이 지나쳐 눈살이 지푸러져지는 자금성 예화전. 족히 천년은 넘었을 법한 거대한 나무의 뿌리로 만든 호화스러운 탁자를 중심으로 명 황실의 주인인 정덕제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의 옆으로 지금 정덕제의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있는 약란공주가 앉아있었다. ‘휴우-!’ 송현은 그 둘을 보며 마음이 천근의 바위처럼 무거워졌다. 마음이 눌리고 또 눌려 그의 얼굴 한구석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어떻게 생각하면 현 황실이 무너지지 않은 것만으로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스르르륵 털썩 유근이었다. 당당하게 정덕제 옆에 놓여있는 의자를 쓰윽 당기더니 자리에 앉는 것이었다. 실로 무례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황제의 앞이라면, 아니 황실의 황제를 보좌하는 환관이 아무런 거리낌 없이 제 방의 주인인양 앉는 것이었다. 그런 유근을 보면서 정덕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당연하다는 듯 유근을 보며 잡담을 주고받고 있었다. “소선아! 너도 앉거라.” 유근과 잡담을 주고받던 정덕제는 탐욕스로운 눈빛으로 소선군주에게 자신의 앞자리를 가리켰다. “……네.” 소선군주는 떨어지지 않는 입을 간신히 열며 대답했다. 또한 떨어지지 않는 발을 애써 떼며 정덕제 앞에 앉았다. 식을 줄 모르는 정덕제의 음탕한 눈빛은 소선군주의 온 몸을 훑었다. 그럴 때마다 소선군주는 뱀 앞에 죽음을 기다리는 개구리마냥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애처로웠다. 그렇게 한참을 소선군주의 몸을 탐하던 정덕제의 두 눈에서 아쉬운 눈빛이 흘렀다. “아바마마, 언제까지 송 학사님을 저렇게 세워둘 셈이세요?” 약란공주는 정덕제의 팔을 껴안으면서 맹맹한 소리로 투정을 부리듯 말했다. “허허허, 우리 공주가...” 정덕제는 아직까지 서있는 송현을 올려다보더니 팔을 아래로 연거푸 내리며 의자를 가리켰다. “너도 앉거라.” 송현은 정덕제의 말에 허리를 직각으로 숙였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정덕제의 말에 따라 자리에 앉은 송현은 정덕제와 약란공주를 번갈아보았다. 확연히 그 부모에 그 자식이었다. 확연히 닮아있었다. 외모를 떠나 그들의 심성이 너무나도 닮아있었다. 송현은 그들을 보며 부모님이 생각났다. 특히 송시문은 집안 대대로 녹을 먹고 살아온 것에 대해 언제나 크나큰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왔다. 자신도 조정에 나가 녹을 먹었다. 비록 큰 직책까지 오르지는 못했지만 그것마저도 자부심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송현은 때때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한숨을 내쉬는 송시문의 모습을 보았다. 자부심으로 살아간다고는 하지만 조정에서 큰일을 하지 못한 안타까움이 아니었을까 송현은 조심스럽게 짐작을 해 볼뿐이었다. 그런 마음이 컸을까? 유달리 송시문이 송현에게 거는 기대가 컸다. 어릴 때부터 신동이라 불리며 살아온 송현의 자질도 그런 기대에 한 몫을 보탰던 것이다. 그런 기대를 송현은 너무나도 잘 알았다. 비록 자신을 낳아준 친부모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자신을 키워준 부모님이었다. 물론 송시문과 여문희는 자신을 친아들로 생각하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송현은 조정에 나가기로 마음을 굳히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솔직한 심정으로는 과거를 보고 싶지 않았다. 눈으로 직접보시는 않았지만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지금 이 나라가 어떻게 흘러가는 지 말이다. 송현은 이런 생각을 벗어나게 해 준 것이 있었다. 바로 유근의 살심이었다. ‘왜 나에게 저런 살심을 품고 있을까?’ 송현은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었다. 물론 시간이 조금 흐른 뒤라면 이해할 수 있었다. 유승명과 자신의 일을 알게 될 테니 말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었다. 반개(半開)한 두 눈으로 유근은 송현의 두 눈을 노려보았다. 송현은 애써 그의 눈을 피할 이유가 없었기에 눈을 피하지 않았다. 그렇게 차 한 잔 마실 시간쯤 흘렀다. 옆에서 정덕제와 약란공주, 소선군주가 이야기를 나눌 동안 둘은 서로의 눈빛을 주고받았다. 어느 누구라도 먼저 시선을 피하면 되겠지만 유근도 송현도 그러지 않았다. “이번에 과거를 본다고?” 그들의 눈을 떼게 만든 이는 정덕제였다. “그러하옵니다.” 정덕제는 의자 뒤로 몸을 눕히며 손을 마주대며 가락지를 꼈다. “그런데 어이하여 머리가 하얗게 새었는고?” 송현의 머리색을 보며 궁금한지 그의 시선은 송현의 머리에 고정되어있었다. “…….” “고생을 많이 한 모양이로고.” 송현은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 잠시 고민을 하는 사이에 정덕제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아바마마, 고생을 많이 했을 게 당연할 것이옵니다.” “어떻게 예쁜 약란공주가 아는고?” 정덕제는 약란공주를 보며 활짝 웃어보였다. 약란공주는 그 순간도 머리에서는 수만 가지의 생각들이 그녀의 머릿속에서 스쳐지나가고 있었다. ‘조금 전 금의위 백 명과 대결을 했다지만 뭔가 찜찜해. 이 기회에 제대로 된 그의 무위를 볼 수 있겠어. 내가 생각한 정도만 된다면 충분히 데리고 놀 수 있을 것이야. 아-! 이로써 따분한 궁 생활을 겨우 피할 수 있겠어.’ “아바마마, 송 학사님은 과거를 준비하지만 지금까지는 무림인이었사옵니다.” “무림인?” 그제야 정덕제의 눈은 조금 빛이 났다. “그대가 무림인이라고?” 정덕제는 잔득 호기심 어린 얼굴을 하며 몸을 앞으로 쭈욱 밀었다. 좀더 송현의 얼굴을 가까이 보기 위해서였다. “그러하옵니다.” “아바마마.” 송현의 말이 끝나자마자 약란공주는 정덕제를 불렀다. “왜 그런고?” “송 학사님의 무림별호가 무엇인지 아세요?” “무엇인고?” 정덕제는 약란공주의 말에 더욱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무황이예요. 무황!” 그 순간 송현의 얼굴은 흙빛으로 변했다. 아무리 무림과 황실이 별개로 상호불가침의 영역을 가지고 있더라도 무림인들도 명나라의 신민들이었다. 거기에 송현은 무림을 떠나 황실로 들어와야 했다. 그런 자신이 무황으로 불린다는 것이 황실에 알려진다면 상당히 곤란해지는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무슨 생각을 가졌는지 저 철이 없다 못해 천박한 약란공주가 일을 벌이고만 것이었다. “그래? 황을 쓴단 말이지? 무림의 황제라...” 송현은 어쩔 수 없이 정덕제의 눈치를 보아야했다. 그러나 정덕제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의외였다. “그럼, 무림에서 네가 가장 강하느냐?” “네?” 송현은 자신도 모르게 반문했다. 이내 실수를 깨닫고 얼른 말을 고쳤다. “아니옵니다. 어찌 제가 가장 강하겠습니까? 단지 허명에 불과하옵니다.” “그래도 강할 것이 아니냐? 예전에 고서에 의하면 검황이니 도황이니 불렸던 자들이 몇몇 있었다고 들었는데. 하나같이 절대강자라고 불렸다고 하더구나.” 정덕제의 말투와 표정으로 보아 송현의 별호에 황(皇)자를 사용하는 것에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는 눈치였다. “유근, 무림인들이 황실의 장군들보다 강한가?”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황제폐하.” “그래도 무황이라 불린다고 하는데...” 정덕제는 잠시 생각에 빠진 듯싶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다들 짐의 자랑스러운 명제국의 황군 연무장으로 가자.” 정덕제의 뜻을 알 수 없는 말을 하고는 방문을 향해 성큼성큼 나갔다. “뭣들 하는가? 짐을 따라오지 않고.” 아무런 기척도 없이 정덕제가 약란공주의 방문을 벗어나니 밖에 대기하고 있던 궁녀부터 해서 환관까지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렸다. 유근은 어디서 그런 민첩함을 보이는지 재빠르게 정덕제를 따라 나갔다. 그리고 약란공주는 아주 신나하는 표정으로 방문을 나섰다. 송현과 소선군주는 한숨을 크게 내쉬며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 마냥 어깨를 축 늘어트리고 약란공주의 방에서 나갔다. 황군의 연무장으로 가던 정덕제는 옆에 따라오는 유근을 불렀다. “유근, 자네는 황실에서 가장 강한 장군을 데리고 오게.” “그렇다면...?” “하하하하, 역시 자네는 내 마음을 너무나도 잘 아는 것 같단 말이야.” “어찌 소신이 황제폐하의 하늘보다 높고 바다보다 깊은 마음을 들어다 볼 수 있겠습니까? 그저 저를 예뻐해 주심이 감사할 따름입니다.” 유근은 근처 환관을 하나 불러 속닥거렸다. 그의 말을 들은 환관하나가 어디론가 달려갔다. 그렇게 정덕제의 발길을 따라 어느 정도 걸어가자 거대한 연무장이 눈에 들어왔다. 언제 만들었는지 연무장의 중심 단상부분에 관람석이 떡하니 만들어져 있었다. 물론 그래봐야 해를 가리는 천막과 의자가 전부였지만 실로 놀라운 모습임에는 틀림없어 보였다. 정덕제는 느릿한 걸음으로 그곳으로 걸어가더니 의자들 중심에 있는 화려한 의자에 앉았다. 정덕제는 팔을 들어 흔들며 송현을 불렀다. “황실의 최고 고수인 장군이 하나 올게야. 한 번 겨루어보게나.” 그 말을 하고는 정덕제는 연무장 한가운데를 보았다. 송현의 대답이 조금 길어지자 정덕제의 얼굴은 서서히 찌푸려졌다. “설마 짐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겠지?” 서서히 찌푸려지던 정덕제의 얼굴에서는 광기가 묻어나왔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폐하.” 자신이 듣고자하던 대답을 듣고서야 정덕제의 얼굴은 다시 펴졌다. “좋아, 좋아. 재미있게 싸우라고. 그래야 이 짐이 따분한 시간을 재미있게 보낼 테니 말이야.” 언제 마련했는지 어느새 정덕제의 옆에는 화려한 술상이 만들어져있었다. 그리고는 옷을 재대로 입은 것인지 아닌지 헐렁하게 입고 있어 보고자한다면 언제라도 궁녀들의 앞가슴을 볼 수 있을 정도였다. 정덕제는 단순히 술만 먹는 것이 아니라 간간히 궁녀들의 몸을 주물럭거렸다. 그런 모습을 옆에 있던 유근이 더욱 부채질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송현은 이곳 자금성을 나가면 우선적으로 아버지 송시문의 이문량을 찾아보기로 마음먹었다. ‘일단 이문량 어르신을 찾아뵈어야겠어. 황실이 이렇게 말도 안 되게 흘러가다니. 들어보고 말도 안 된다면 내가 뒤집어엎겠다.’ 그런 마음이 서서히 송현의 마음속에 강하게 굳어져갔다. 그러던 사이 저 멀리서 한 인물이 이곳으로 오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태양이 눈부시게 반사되는 금빛 갑옷을 입고 있는 자였다. 거기에 붉은 수실과 전포를 두른 것으로 보아 내금위의 수장쯤으로 보이는 장군이었다. 마법사 무림에 가다 [258 회] 타이핑 者 : [KOR]TheYtsejaM (당나귀 호환 P2P 프루나) 정덕제의 놀이 박정수 입니다. 글이 늦어서 죄송합니다. ㅡ.ㅡ;; 생각보다 황실 이야기를 푸는데 힘이 들어 조금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왕 시대를 정덕제로 잡은 이상 꼭 역사에 맞출 필요는 없지만 대략적인 굵은 사건은 따라갈 예정입니다. 물론 사건이 뒤바뀔 수도 있습니다. ㅡ.ㅡ 왜냐하면 사건의 중심에 송현이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 그리고 새로운 대결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 물론 머리 아픈 정치를 통한 대결도 있지만 그것은 그리 크게 다루지 않을 것입니다. 머리 아프니까... ㅡ.ㅡ;; (그러고도 작가냐?) 새로운 강자들이 등장할 겁니다. ^^ 기대해 주세요. 오늘의 워밍업을 시작으로 해서 이제 달리겠습니다. 연참... ^^ 즐거운 하루 되세요 ^^ ********************************************************************************************* 붉은 수실이 바람에 휘날리는 모습은 적룡의 용트림을 보는 듯 했다. 투구 아래로 드러난 인상은 아주 강렬했다. 용의 승천을 보는 듯한 눈썹 아래로 태양을 심어놓은 듯한 두 눈. 굵은 얼굴선을 가진 한 사내였다. “음...” 평범하지 않는 장수였다. 그런 장수를 보며 송현은 나직이 신음성을 날렸다. 그 장수는 투박할 정도로 거친 발걸음으로 다가와 정덕제에게 다가갔다. “신, 왕수인. 황제폐하의 부름을 받아 왔사옵니다.” “오-! 잘 왔네.” 정덕제는 왕수인을 향해 웃음을 가득 보이며 송현을 손으로 가리켰다. “저 학사의를 입은 자는 무림에서 무황으로 불린다.” 왕수인은 충분히 정덕제의 뜻을 알 수 있었다. 싸워서 이기라는 뜻이 분명했다. 자신의 앞에서 명을 내리고 술을 마시고 안주를 집어먹고, 궁녀들의 속살을 거침없이 만지는 것으로 보아 그저 하나의 놀이로 생각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왕수인은 그런 정덕제를 보며 눈가에 찰나의 슬픔이 번졌다. 그런 왕수인의 두 눈은 유근에게 향했다. 그의 두 눈에는 살기가 은은히 번졌다. 왕수인이라 불린 자의 행동에 송현은 호기심이 발동했다. 유근은 왕수인에게 다가가 나직이 무어라 속삭였다. 송현은 마나를 집중해 유근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를 들었다. “저자를 이겨라. 그렇지 않으면... 끌끌끌.” 유근은 무엇이 그리도 좋은지 연신 웃음을 보였다. 왕수인은 그런 유근의 말에 표정의 변화를 보이지 않고 송현을 향해 걸음을 내딛었다. 완벽히 유근의 말을 무시하는 행동이었다. “이익! 네 이놈, 왕수인. 감히 나의 말을 씹어? 오냐, 예전부터 나에게 복종하지 않는 네 놈이 마음에 안 들었었다. 이 기회에 네 놈을 죽여주지. 낄낄낄낄.” 송현을 향해 다가가는 왕수인의 등을 보며 유근은 기분 나쁜 웃음소리를 냈다. 송현은 그런 유근의 목소리에 미간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는 반면 자신에게 다가오는 왕수인에게 더욱 강한 호기심을 느꼈다. 정확히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모르나 저기 보이는 유근은 현제 황실의 실세가 분명했다. 지금 보이는 데로 정덕제를 환락의 길로 빠트려 온갖 달콤함을 주며 정권을 야금야금 먹고 있다는 것은 굳이 알려고 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런 그에게 미움을 받는 자가 바로 지금 자신에게 다가오는 젊은 내금위 장수, 왕수인이었다. ‘유근에게 미움 받는 자라... 그런 자라면 심지가 곧은 자이겠어.’ 송현은 한편 기분이 좋아졌다. 유근을 보며 썩어문드러진 황실의 조정을 생각했지만 완전히 썩은 것은 아니었다. 곧은 의지와 청명한 생각을 가진 이들이 아직 조정에 존재했던 것이다. ‘왕수인이라...’ 송현은 다가오는 그를 보며 웃음을 지어보였다. 제법 굳은 표정을 짓고 있던 왕수인은 느닷없이 웃음을 보이는 송현을 보며 잠시 당황했다. ‘무슨 의미일까? 나에게 웃음을 보인 것은?’ 왕수인은 자신의 앞에 서있는 송현을 보며 왜 그가 자신에게 웃음을 보였는지 생각해보았지만 그 의미를 알 수 없었다. 달빛처럼 은은한 백발과 백미. 거기에 단아한 자색의 학사의를 입고 있는 자였다. 신비롭게 보였다. 거기에 한술 더 떠 이루어 설명할 수 없을 위엄이 은은히 그의 몸에서 퍼져 나왔다. ‘무림에서 무황이라 불린다, 라...’ 그 순간 왕수인의 두 주먹이 으스러지도록 꽉 쥐어졌다. 유근의 뜻을 알 수 있었다. 자신이 아무리 무(武)에 뜻을 두어 배웠다지만 자신의 본연의 길은 문(文)이었다. 어쩌다 무관으로서 능력을 인정받아 지금 이 자리에 있다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늘 문이 함께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무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었다. 이런 자신이 앞에 서있는 무림에서 무황이라 불린다는 송현을 이길 수 없는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자신의 패배. 아마 유근은 그것을 꼬투리 잡아 자신에게 해를 입히려 할 것이 분명했다. 눈에 안 봐도 훤한 미래였다. 자신과 같이 유근의 뜻에 적극 동참하지 않는 자들은 그렇게 싹을 자르듯 없애왔던 것이다. 더 크기 전에. 송현은 왕수인의 복잡한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왕수인의 표정에서 유근의 계획도 짐작할 수 있었다.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한다.’ 송현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그런 그의 눈에 흥미로운 표정으로 자신들을 내려다보는 정덕제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순간 송현의 두 눈에는 이채가 번뜩였다. 그리고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지어졌다. “내금위의 왕수인이라고 하오.” 그때 왕수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근의 계획도 알 법도 한데도 목소리는 차분했다. “송현이라 합니다.” 송현 역시 자신을 소개하며 왕수인의 몸을 자세히 살폈다. 비교적 무공의 수위가 높기는 하지만 자신과 붙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무림에 나간다면 대략 일류에서 조금 상회할 정도였다. “잘 부탁하오.” 왕수인은 포권지례를 취하고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잘 부탁합니다.” 송현 역시 왕수인의 예를 받아준 뒤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스르르르릉 왕수인의 허리에 차여있는 한 자루의 예도(銳刀)가 뽑혀져 나왔다. 자신의 예도로 한 줄기 따사로운 햇살을 가른 왕수인은 송현을 향해 자세를 잡았다. 굳건히 벌린 두 다리는 땅에 거대한 뿌리는 내린 한 그루 거목을 보는 듯 했다. 챠라라라라라락 그리고 연이어 강력한 투기를 발산하자 금빛 갑옷의 철조각들이 부르르 떨리며 기이한 음을 만들었다. 왕수인은 자신의 도를 더욱 세게 움켜쥐었다. 이미 왕수인은 송현의 몸에서 뻗어 나오는 기세를 느끼는 순간 자신이 그를 이길 수 없음을 알았다. 하지만 왕수인은 유근을 생각하며 자신이 뿜을 수 있는 모든 투기를 발산했다. ‘여기서 무너질 수 없다.’ 그는 조정에 들어온 이후 얼마나 탄식을 했는가. 혼탁해진 조정을 바로 잡고자 얼마나 노력을 했는가. 여기서 무너질 수 없다고 다짐했다. “차앗!” 왕수인은 지면을 박차며 송현을 향해 몸을 날렸다. 그리고는 도를 수평으로 들어 송현의 몸을 양단해갔다. 슈아아악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거칠었다. 송현은 왼팔을 들어 암실드를 만들고는 자신을 베어오는 왕수인의 검을 막아섰다. 까가강 귀를 후벼 파는 괴음이 장내에 울려 퍼졌다. “파이어 볼!” 송현은 오른 손을 들어 붉게 타오르는 화염구를 만들었다. 그리고는 보법을 밟는 왕수인의 다리를 향해 파이어 볼을 날렸다. 쿠아아아앙 왕수인은 자신의 다리를 향해 날아오는 시뻘건 화염구를 보며 재빨리 허공으로 몸을 날리며 뒤로 물러났다. 콰과과광 지면을 강타한 파이어 볼의 화력(火力)에 연무장을 덮고 있던 청석판은 무참히 부셔져있었다. “크으으으!” 왕수인은 애써 어금니를 꽉 물며 새어나오는 소리를 막았다. 등줄기에 흐르는 식은땀을 애써 무시하며 다시 한 번 자세를 가다듬었다. ‘휴우-! 거 살살하기도 힘이 드네.’ 사실 송현이 왕수인에게 파이어 볼을 빠르게 쏘아 보낸 것이 아니었다. 왕수인의 동작을 세세히 살피며 아슬아슬하게 쏘아 보낸 것이었다. “하앗!” 이번에는 송현이 먼저 몸을 날렸다. 굳이 외치지 않아도 될 기합까지 크게 외쳤다. “아이스 스피어.” 달려가는 송현의 양손에 시퍼런 두 자루의 창이 들렸다. 쐐애애애액 왼손에 들린 아이스 스피어를 왕수인에게 큰 동작으로 던졌다. 그럼으로 인해 송현의 강한 힘이 고스란히 아이스 스피어에 담겨 날아갔다. 왕수인은 자신의 목으로 쭉 뻗어오는 괴상한 빙창을 보며 우로 한보 내딛었다. 슈우우웅 아슬하게 자신을 스쳐지나가는 아이스 스피어의 창대 정 중앙을 그대로 내려 그었다. 퍼버버버벙 산산조각난 빙창은 투명한 얼음 조각이 되어 허공을 수놓았다. 그 모습이 과히 찬란했다. 빙창에서 떨어져나온 얼음조각 하나하나가 햇살에 부딪히며 영롱한 또 하나의 빛을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떨어지는 얼음조각은 마치 하늘에서 보석으로 이루어진 비를 보는 착각을 일으켰다. 송현은 빙창이 아름답게 부셔지는 동시에 눈을 살짝 돌려 정덕제를 보았다. 환하게 웃고 있는 정덕제를 보자 득의에 찬 미소를 지었다. ‘성공이구나.’ 사실 아이스 스피어가 검이나 도에 두 동강이 난다고 해도 저렇게 산산조각나지는 않는다. 왕수인의 도가 아이스 스피어를 두 조각낼 때 송현은 자신의 마나를 이용하여 터트린 것이었다. . 마법사 무림에 가다 [259 회] 타이핑 者 : [KOR]TheYtsejaM (당나귀 호환 P2P 프루나) 정덕제의 놀이 얼음의 수정조각들이 송현과 왕수인 주위를 화려하게 수놓을 때 수정조각들을 배경으로 둘은 다시 한 번 격돌했다. “하앗!” 기백에 찬 일갈을 내지르며 송현은 창대를 휘두르며 앞으로 달려 나갔다. 쿠아아아앙 반월을 그리는 송현의 아이스 스피어의 파음에 주위로 비산하는 영롱한 빛을 발하는 얼음조각들은 아이스 스피어의 반월에 빨려 들어 더욱 아름다운 반월의 빛을 만들었다. 크가강 달빛의 아이스 스피어는 고음의 금속성을 내뱉으며 허공에 멈추 어 섰다. 그리고 아이스 스피어 아래에는 왕수인의 도가 떡하니 자리 잡고 있었다. 우우우우웅 그때부터 둘의 내력싸움이 시작되었다. 수우우우 아직까지 사방으로 비산되고 있던 얼음 조각들은 일순 둘에게로 블랙홀에 빨려드는 행성 조각들처럼, 자석에 끌려가는 철 조각처럼 모였다. “우워워워!” “크하앗!” 번쩍! 쿠르르르르 스팟! 대지의 모든 것들을 집어삼킬 듯한 광오한 기합소리와 함께 송현 과 왕수인을 향해 모여들던 얼음조각들은 수십줄기의 빛살을 만 들며 순식간에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화려한 별들의 축제가 끝이 나고 선명하게 들어난 연무장에는 송 현과 왕수인이 거리를 두고 대치하고 있었다. 송현은 오른발을 지면에 끌며 뒤로 쭈욱 내밀었다. 낮게 내려앉은 송현의 몸은 매우 안정되어 보였다. 조용히 왕수인에게서 눈을 떼고 비무장 단상쪽에 자리잡고 있는 정덕제를 향해 시선을 옮겼다. 매우 밝은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대충 이 정도로 비무를 마무리 지으면 되겠어.’ 그리고 다시 송현의 눈동자는 유근에게로 향했다. 눈살을 있는 데로 찌푸리고 있었다. 아주 미세하지만 그 순간 송현의 눈동자에는 은은한 살기가 돌았 다. ‘감히 나를 가지고 놀았겠다. 유근이라 했던가? 나를 가지고 논 대가는 돌려주지. 수십 배, 수백 배로 말이야. 그럼 일단 맛만 잠시 보여줄 까나!’ 송현의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가 걸렸다. 차가운 북해에서도 몰아치는 북풍(北風)의 바람과도 같은 미소였 다. 파파파팟 송현은 오른다리에 마나를 모아 일순간 터트리며 빠른 속도로 마 나보법을 밟으며 왕수인을 향해 달려 나갔다. ‘일단 가볍게 아이스 볼!’ 일직선으로 달려가던 송현은 중간에서 몸을 틀어 왕수인의 왼쪽 으로 몸을 날렸다. 왕수인의 오른쪽으로 다다른 송현은 왕수인에게 자신의 손에 만 들어져있는 아이스 볼을 던졌다. 슈슈슈슈슈 왕수인은 자신의 정면으로 날아오는 빙구(氷球)를 반으로 가르기 위해 도를 머리위로 들었다. 그 순간 송현은 마나를 더욱 집중해 아이스 볼의 속도를 더욱 높 였다. “헉!” 왕수인은 어느 순간 더욱 빨라진 빙구를 보며 헛바람을 집어삼켰 다. 자신의 의도대로 반으로 가를 수 없다는 것을 느끼고는 재빨리 검을 가슴으로 내려 몸을 보호했다. 퍼버버벙 왕수인의 가슴을 보호하고 있던 검의 면(面)에 부딪힌 아이스 볼 은 터지지 않고 퉁겨났다. 수우우웅 왕수인의 검에 의해 퉁겨난 아이스 볼은 허공에서 포물선을 그리 며 날아갔다. 그때까지만 해도 술을 마시며, 궁녀들의 엉덩이를 쓰다듬으며 신 나하던 정덕제의 얼굴은 흙빛으로 물들었다. 바로 아이스 볼이 바로 자신을 향해 떨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정덕제는 허겁지겁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신의 머리위로 떨어지던 아이스 볼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수우우웅 툭! 쿠아아아앙 허공에서 무엇인가에 부딪힌 마냥 갑자기 각도가 꺾였다. “휴우-! 정적제는 자신에게서 벗어나는 아이스 볼을 보며 가슴을 쓰다듬 었다. 언제 아이스 볼에 겁을 먹었냐는 듯 떨어지는 아이스 볼을 올려다보았다. “아!” 사람 얼굴만 한 아름다운 금강석(다이아몬드)을 보며 저런 아름다 움을 보게 될 것인가. 정덕제는 따사로운 햇살에 부딪히는 아이스 볼의 아름다움에 취 했다. 콰과과과과광 아이스 볼은 정덕제에게서 조금 떨어진 곳에 떨어졌다. 그와 함께 싸늘한 냉기가 주위로 퍼졌다. 그제야 정덕제는 아이스 볼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고는 다시 한 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쉬리리릭 착 “폐, 폐하!” 송현이었다. 재빠르게 정덕제의 몸을 이곳저곳 살피고는 아무런 이상이 없음 을 알고는 정덕제 발 앞에 부복했다. “신, 죽을죄를 지었나이다.” 엎드린 송현의 얼굴에는 미소가 걸려있었다.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정덕제는 자신의 앞에 부복하고 있는 송현을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하다가 고개를 들어 자신의 충복( 忠僕)인 유근을 찾아보았다. “푸훗! 크크크, 푸하하하하!” 정덕제는 유근을 보며 목을 젖히는 것으로는 부족한지 허리까지 뒤로 젖혀 웃었다. 그 순간, 송현의 입가에는 싸늘한 미소가 짙어졌다. “후훗. 되, 되었다. 일어나거라. 비무를 하다보면 그럴 수도 있지 않은가. 짐이 넓은 아량으로 널 용서하겠노라.” 정덕제는 유근의 모습을 보고 송현을 용서해주었다. “성은이 망덕하옵니다.” 송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뒤로 몇 걸음 물러나고는 몸을 돌려 유 근이 있는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자리에 서있는 유근의 얼굴은 시뻘게져있었다. 그 이유는 유근의 - 환관(宦官)들의 특유의 녹색빛이 나는 환관복 의 - 하의는 물기에 젖은 채로 얼려져있었다. 그래서인지 움직일 때마다 바스락거리고 있었다. 그러나 정장 유 근의 노기를 유발시킨 것은 그 이유만이 아니었다. 바로 송현의 비릿한 미소가 담긴 얼굴 때문이었다. 마법사 무림에 가다 [260 회] 타이핑 者 : [KOR]TheYtsejaM (당나귀 호환 P2P 프루나) 정덕제의 놀이 유근은 송현과 왕수인의 비무를 보며 조금씩 화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다. 왕수인. 그 자가 어떤 자인가? 비록 젊었지만 패기가 있는 자였다. 학식 또한 뛰어난 자였다. 그 리고 무관들처럼 무위가 확실하게 뛰어나지 않았지만 군대의 수 장으로 보내도 부족함이 없을 그런 용장의 기질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러나 문제는 유근 자신을 따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자신에게 서서히 고개를 세우고 맞대응하고 있는 자였다. 그렇다 고 겁이 나는 존재는 아니었다. 그저 눈에 가시같은 존재였다. 여간 깐죽대는 것이 신경을 살살 긁는 그런 하찮은 자였다. 그렇다고 명분없이 그를 내쫓기에는 그가 보여주는 인품을 무시 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이번 기회에 그를 찍어낼 요량으로 그를 불렀다. 바로 무림에서 무황으로 불린 다는 자와 비무를 시켜 패하는 동 시에 황실을 욕보인 죄로 말이다. 거기에 감히 자신의 양아들인 유승명의 짝이 될 약란공주의 마음을 차지한 송현이라는 자도 함 께 찍어내고자 했다. 뭐 황실의 장수를 다치게 한 죄를 물으면 그만이었다. 어차피 정덕제는 자신의 꼭두각시에 불과한 존재니깐. 왕수인을 보며 애초에 귀찮은 싹은 자르기로 마음을 먹고 있었기 때문이다. 혹시나 그렇게 되지 않고 왕수인이 이겨도 그만이었다. 송현은 황실의 상징인 황(皇)자를 쓴 이유로 반역죄로 죽여버리면 그만이었다. 단지 왕수인을 지금 당장 어떻게 할 수는 없지만 그만이라도 좋 았다. 그렇게 되면 자신의 아들인 유승명을 애초의 계획대로 약란 공주와 엮어줄 수 있으니 말이다. 어떻게 되든 자신의 영화는 계속될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이 비무는 화려했다. 그렇다고 어느 누가 이기는 것도 아니었다. 자신의 계획이 틀어지고 있음을 알았다. 거기에 정덕제가 매우 흡족하게 비무를 보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 리 정덕제를 자신의 꼭두각시로 만들었다고는 하지만 그는 이 나 라의 황제였다. 잔뜩 인상을 쓰며 생각이 잠겨있을 때. 우당탕탕탕! 시끄러운 소리에 더욱 미간 사이의 골을 파며 눈을 돌렸다. 정덕제가 두려움에 다리를 벌벌 떨며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 것 이 아닌가? 유근도 아무런 생각없이 하늘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두 눈이 부릅떠졌다. 정덕제를 향해 떨어지는 빙구(氷球). 그 순간 수많은 생각들이 유근의 머릿속을 돌아다녔다. 그리고 미 소가 지어졌다. 정덕제. 죽지는 않을 것이 분명했다. 아마도 큰 상처를 입게 될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왕수인과 송현, 둘 다 죽은 목숨이 되는 것이었다. ‘크크크크.’ 기분 좋게 마음껏 웃었다. 물론 속으로. 그렇게 떨어지는 빙구, 아이스 볼을 올려다보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마치 무엇에 맞은 듯 뚝 꺾여버린 것이었다. 처음에는 그저 꺾였구나, 라고 생각하며 억울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이내 사라지고 유근의 머릿속에는 백지장 마 냥 하얗게 바뀌었다. 바로 뚝 꺾인 아이스 볼이 자신을 봐 달라고 보채는 마냥 곡선을 그리더니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것이 아닌가. 아무런 생각도 없었다. 그저 하얀 백지장! 그리고 그 위에 파란 점 하나. 으드드득 턱이 부르르 떨렸다. 그래서 이빨도 사정없이 부딪혔다. 주춤! 주춤! 주춤거리며 뒤로 걸음을 떼던 유근은 다리가 꼬여 뒤로 발라당 넘어졌다. “커헉!” 넘어졌기 때문일까. 자신의 몸으로 날아오던 아이스 볼은 자신의 얼굴로 날아왔다. “으아아악!” 유근은 자신도 모르게 비명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방어의 본능 때 문인지 팔을 들어 얼굴을 감쌓다. 콰과과과광 공기가 밀리는 충격이 그대로 유근의 몸까지 전달되었다. 달달달달 몸이 세차게 떨렸다. “푸훗! 크크크, 푸하하하하!” 그때 정덕제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유근은 팔 을 치우고 앞을 보았다. 정덕제가 배까지 부여잡고 웃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 부복해있 는 송현의 모습도 보였다. 이번에는 시선을 자신의 앞으로 내렸다. 자신의 두 다리 사이로 깨끗한 창석판이 부셔져있었다. 질끔 자신도 모르게 가느란 오줌이 새어나옴을 느꼈다. 다행히 작은 양 이었고 아이스 볼에 의해 하의가 얼어붙어 있어 표시는 나지 않 았다. 그러나 누가 본 것만 같았다. 이리저리 눈을 굴려 다른 이들의 표정을 살폈다. ‘휴우-!“ 다행히 아무도 눈치를 챈 이가 없어보였다. “험! 험!” 유근은 헛기침을 내뱉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살얼음이 낀 하의 는 유근의 다리가 움직이는 즉시 바스락거렸다. 자신이 일어나자 송현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자신을 향해 몸을 돌리는 송현이 보였다. 그의 표정에는 조롱이 담긴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것도 자신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말이다. 그 순간 모든 것을 알아차렸다. 빙구가 허공에서 방향을 틀며 자신을 향해 몰아친 이유를. 처음에 는 그 이유를 몰랐지만 알았다. 자신의 앞에서 백발을 날리며 웃고 있는 저 자의 짓이 분명했다. 얼굴이 달아올랐다. 주먹이 쥐어졌다. 어금니가 꽉 다물어졌다. ‘가, 감히! 나를...’ 유근은 시뻘게진 두 눈으로 송현을 잡아먹을 듯 노려보았다. 송현은 유근을 향해 걸음을 떼었다. “괜찮으십니까?” 걱정이 물씬 담긴 목소리였다. “죄송합니다. 본의 아니게...” 정덕제도 궁녀들도, 왕수인도 송현의 모습에 고개를 끄덕였다. 비 록 타의에 의해 저렇게 되었지만 자신의 탓인 냥 걱정하는 송현의 모습 때문이었다. 모두가 그렇게 생각할 때 유근만은 그러지 못했다. 목소리와는 다르게 그의 표정에는 여전히 조소 어린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리고 그 표정은 지금 자신만 볼 수 있었다. “네, 네 이 놈...” “왜 나를 적대시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송현은 다시 한 걸음 다가갔다. 그리고 유근과 두 눈이 마주치자 참을 수 없는 공포의 살기를 뿜어냈다. “이건 경고라고 생각해. 다시 그러면 죽여 버리겠어. 난 받은 것 배 이상 돌려주지 않으면 잠을 자지 못하는 성격이거든.” 유근은 송현의 나직한 목소리와 함께 눈빛에 온 몸이 굳어 아무 런 말도 하지 못했다. 송현은 그런 유근에게 씨익 웃어주고는 뒤로 돌아섰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본 정덕제는 다시 자신의 의자로 돌아가 앉았다. 그리고는 궁녀들이 술잔을 재빨리 갖다 바치자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계속하라.” 정덕제는 송현에게 손을 앞뒤로 흔들며 연무장에 홀로 시립해있 는 왕수인을 가리켰다. “명을 받드옵니다.” 송현은 단상을 내려와 왕수인에게로 향했다. 왕수인은 입 꼬리가 말려있는 송현을 보고 그제야 상황파악을 했 다. 자신이 보아도 화려한 모습으로 비추어졌을 비무를 말이다. “내 속이 시원하오.” 왕수인의 말에 송현은 아무런 표정의 변화도 보여주지 않았다. “계속합시다.” “알았소.” 송현의 무뚝뚝한 어투에 왕수인은 잠시 표정이 굳어졌지만 이내 풀었다. ‘하긴 처음 만난 자리에 이런 저런 말을 할 수는 없는 법이지. 더 군다나 비무를 하고 있는 자리인데 말이야.’ 유근에게 얼핏 보면 오만한 듯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인 송현에게 호감이 가 실수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쿵! 자신이 디디고 있는 바닥에서 은은한 진동이 느껴지자 상념에서 깨어났다. 송현이 강하게 바닥을 박찬 것이었다. 다시 한 번 실수를 알아차린 왕수인은 부끄러운지 고개를 잠시 떨어트렸다. 그리고는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에는 다시 장수의 눈 빛을 지녔다. “라이트닝 볼!” 송현은 손에서는 이글거리는 전기가 요동치며 하나의 구체를 형 성했다. 찌릿찌릿한 감각이 대기를 흘러 타고 왕수인에게까지 느껴졌다. 송현은 빠르지도 않게 느리지도 않게 왕수인에게로 날려보냈다. 차리리릿 쿠오오오오오 사정없이 꿈틀대는 전기들은 끝끝내 둥근 원형을 벗어나지 못하 고 왕수인에게 날아갔다. 그리고 왕수인의 도에 의해 반으로 갈라 졌다. 쉬이이익 ‘응?’ 왕수인은 분명 반으로 갈랐다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손에서 느껴 지는 감각은 그렇지 않았다. 분명 두 눈으로 갈라지는 것을 보았지만 느낌은 아니었다. 급히 고개를 치켜세워 송현을 보았다. 그리고 미세하지만 웃고 있는 송 현의 입술을 보았다. 어떻게 되었는지 앞뒤 정황은 모르겠지만 송현이 무슨 일은 꾸몄 다는 것은 알아차렸다. 사실 송현이 날린 라이트닝 볼은 한개가 아니었다. 두개의 라이트 닝 볼이었다. 단지 두개의 라이트닝 볼을 겹쳐놓아 하나로 보인 것 뿐이었다. 그리고 절묘한 시각으로 왕수인의 도 사이에서 원래의 두개로 나 누어진 라이트닝 볼은 곡선을 그리며 어느 한 곳으로 날아갔다. 그곳은 유근이 있는 곳이었다. ‘이, 이 육시할 놈 같으니라고...’ 유근은 참아 입 밖으로 말을 내뱉지 못하고 그저 목구멍으로 삼 켜야했다. 다행히 자신이 있는 곳으로 날아오는 빛을 띤 두개의 공은 직접적으로 자신에게 날아오지 않았다.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빛을 띤 공 둘 다 대략 반장가량 떨어진 곳 에 떨어질 것 같았다. 유근은 어깨를 쭈욱 폈다. 송현을 향해 질식할 것만 같은 살심을 잠시 내보이고는 정덕제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당당한 자신을 보라는 듯 턱마저 치켜세웠다. 누가 보아도 자신은 이 곳 명나라 황실의 최고 실세라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다, 라고 말하고 싶은 듯 했다. 그리고 자신에게 모든 정사(政事)를 넘긴 정덕제에게도 이 정도면 앞으로 쭈욱 정사를 나에게 넘겨도 된다고 말하는 태도였다. 유근은 자신을 바라보는 정덕제의 감탄과 함께 존경심이 담긴 눈 빛을 보이자 더욱 당당히 어깨를 폈다. 뿌듯했다. 이런 위험 속에서 허리를 피고 있는 자신이 뿌듯했다. 조금 전 추태는 지금의 일로 묻힐 것이 분명했다. 그런 유근을 보며 송현은 비웃었다. ‘네 그럴 줄 알았다. 네 놈들 같은 간신들을 과거에 한두 번 본 것이 아니다.’ 콰라락 파파파팟 파팟 파파파팟 파팟 유근을 중심으로 좌우 반장정도 떨어진 곳에 송현이 날린 라이트 닝 볼이 떨어졌다. 그 순간 유근의 눈동자는 한없이 웃었다. 그러나 그 웃음은 오래 가지 못했다. 유근의 주위에 떨어진 라이트닝 볼은 송현의 아주 조그만 유도(誘 導)에 의해 유근의 젖은 바지를 뱀이 사냥하듯 꾸불거리며 물어 갔다. 찌리리리릭 “으으으으으, 쿠르르르륵!” 유근은 번개에 맞은 듯 온 몸을 사시나무 떨 듯이 떨다가 고목이 쓰러지듯 뒤로 넘어갔다. ‘이대로 끝나면 재미가 없지.’ 송현은 그 모습에 은근히 마나를 돌려 유근의 몸에 힐링을 걸어 주었다.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은밀했다. 정신을 차린 유근은 자신의 두 눈에 파란 하늘만이 들어오는 것 을 알았다. “푸힛, 푸하하하하하.” 다시 들려오는 정덕제의 웃음소리에 유근은 얼굴이 시뻘게지며 두 주먹을 쥐어말았다. 주위의 다른 환관들이 부축을 받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신의 의관을 털어주는 환관의 손길을 내려다보니 자신의 하의 곳곳이 이상한 뇌력에 구멍이 숭숭 나있었다. “유근, 언제나 근엄한 모습만 보이던 자네의 이런 모습을 보니 짐 은 자네가 새롭게 보이네.” “폐, 폐하.” 정덕제는 얼굴을 붉게 물드리며 더듬거리는 유근을 보며 술 한 목음을 더 삼켰다. “보기가 좋다는 거야. 사람은 즐겁게 살아야지. 안 그런가, 유근?” “명심하겠사옵니다.” 유근은 정덕제에게 고개를 숙여 답하고는 슬며시 고개를 돌려 송 현을 보았다. 한숨을 돌릴 시간도 없이 유근의 두 눈은 토끼 눈 마냥 벌게지며 부릅떠졌다. 쑤아아아아앙 거친 열기를 토하며 시뻘건 화구(火球)가 자신을 향해 날아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건 어찌할 수가 없었다. 정확히 자신을 향해 똑바로 날아오고 있었던 것이다. 유근은 그대 로 몸을 돌려 뒤로 잽싸게 뛰었다. ‘피. 피해야한다.’ 송현은 파이어 볼을 향해 도망치는 유근을 보며 슬며시 중얼거렸 다. 바로 마법캐스팅이었다. “프로젝션!” 유근은 이리저리 갈지자(之)를 그리며 뛰었다. 그래도 이 놈의 화 구를 떨쳐내지 못했다. 그 순간. 송현의 마법에 의해 땅의 일부분이 불쑥 튀어올랐다. 그로인해 깔 끔하게 정비된 청석판 하나가 어긋나며 튀어 올라온 것이었다. 당 연히 튀어 올라온 청석판은 여지없이 유근의 발을 걸어버렸다. 쿵 파이어 볼만 보며 달리던 유근은 넘어지며 머리를 바닥에 찧어 박아버렸다. 그리고는 끝끝내 정신의 끈을 놓쳐버렸다. 마법사 무림에 가다 [261 회] 타이핑 者 : [KOR]TheYtsejaM (당나귀 호환 P2P 프루나) 과거를 보다 “충!” “충!” 처음 자금성을 들어왔던 서화문(西華門)을 통과하자 병사들이 일 제히 부동자세를 취하며 경례했다. 물론 자신을 향한 경례는 아니 었다. 지금 자신의 옆에 있는 왕수인을 향한 것이었다. 자금성을 어느 정도 벗어나자 왕수인이 입을 뗐다. “왕수인이라고 하오.” “송현입니다.” 그게 다였다. 그렇게 통성명을 하고 한동안 아무런 말이 없었다. 한참을 걸어 대작대로에 이르렀다. 그리고 조금 떨어진 곳에 열십자(十)자 모 양의 갈래길이 보였다. “저는 이 방향입니다.” 왕수인은 송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저와는 반대방향이군요.” “그럼.” 백발의 송현은 왕수인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는 모퉁이를 돌 아 사라졌다. “저...” 왕수인은 손을 들어 그를 부르려다 말았다. 그의 표정에는 아쉬움 이 묻어나왔다. ‘으음.’ 속으로 나직이 깊은 음성을 토했다. 그와 좀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하는 자신을 발견한 것이었다. 그러나 송현은 사라진 다음이 었다. 왕수인은 송현이 사라진 길을 보며 조금 전 상황을 기억했다. 비무. 자신 역시 혼신을 쏟아 대한 비무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비무였다. 그러나 자신의 무위는 그에게는 그저 하찮은 것이라는 것을 느껴 야했다. 물론 황실의 장수라는 입장으로 무림의 고수들과는 다른 무위를 익히지만 왠지 자신의 어깨가 처지는 기분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무림의 무사들은 자신의 본연의 힘을 개발하고 익힌다. 즉 일 대 일의 대결을 중심적으로 익히며, 황실의 무인들은 다수 대 다수의 대결을 중심으로 익힌다. 무공의 중요성도 배우지만 병법 또한 무공과 비슷할 정도로 공부 하고 수련한다. 알고있다. 그러나 그렇게 변명할수록 더욱 힘이 빠져드는 것은 어쩔 수 없 었다. 한편, 다른 하나가 그를 더욱 위착하게 만드는 것이 있었다. 패기! 바로 송현이 가진 패기였다. 유근이 누구인가? 비록 환관이라고는 하나 사례감(司禮監)의 수뇌인 사례감태감 중 에서도 가장 정점에 있는 장인태감(掌印太監)이 아니던가. 거기에 한발 더나가 정덕제의 마음을 휘잡으면서 막강 정치력을 발휘하는 실세 중에 실세였다. 그런 그에게 아무렇지 않게 망신을 준 것이었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설사 모종의 원한이 있다고는 해도 실 행에 옮길 자 세상에 과연 몇이나 있을까 생각해보았다. 자신 역시 그에게 반(反)하고 있지만 그처럼 배짱 있게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젊은이들의 동의를 구하고 세력을 만들어가고 있 었던 것이다. 그런데. 송현은 달랐다. 가진 힘이 있어서 일까. 홀홀단신 황실에 와서 유근과 한판 대작을 한 것이었다. 거기에 무황임을 스스로 높이지는 않았어도 내리지도 않았다. 그 저 담담하면서도 당당하게 행동한 것이었다. 왕수인은 가던 걸음을 멈추고 뒤로 돌아다보았다. “무황이라... 과연 황실에서 황(皇)자를 쓰는 자가 누가 있을까? 광오한 자야. 그러나 멋있는 자이기도 하고.” 송현의 매력에 흥미를 느낀 왕수인은 혼자 중얼거리고는 송현의 반대방향으로 사라졌다. 양설린이 기다리는 객잔에 다 왔을 때에는 이미 어수룩한 밤이 깔려있었다. 크고 밝은 별들은 벌써부터 자신을 뽐내고 있었다. 객잔에 들어선 송현은 1층에 자리 잡고 있는 탁자들을 주루 훑어 보았다. 벌써 식사를 했는지 아니면 자신을 기다리는지 양설린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송현은 다가오는 점소이를 물리고 2층에 자리 잡은 객실로 들어 섰다. “야오오오옹.” 어디선가 구슬픈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 순간 송현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걸렸다. 언뜻 보면 씁쓸해 보 이기도 하면서도 다르게 보면 재미있어하는 미소였다. 어느덧 구슬픈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리는 방 앞에 섰다. 송현은 최대한 문소리가 나지 않도록 살살 열면서 방 안으로 들 어갔다. 침상위에 양설린이 비스듬히 누워 간난애기들 비행기 태워주는 자세로 백호를 번쩍 들고 있었다. 휙 휙 휙 “야오-오-오-오옹! 야이오이오옹!” 바람소리가 들릴 정도로 백호는 비행하고 있었다. 간간히 백호의 눈가에 반짝이는 것을 보니 눈물을 찔끔찔끔 흘리는 것 같았다. 그 모습을 그저 바라보는 이들이 있었으니 주작, 청룡, 현무였다. 주작은 그 모습이 재미있는지 연신 노래를 부르며 백호의 비행(?) 을 보고 있었고, 청룡은 무심한 듯 간간히 고개를 돌려 보는 것이 다였다. 현무는 잘 들리지는 않지만 혀를 차며 백호를 보고있었다. “험험!” 송현은 헛기침으로 양서린을 불렀다. “오호호호호, 백호야. 우리 백호 잘 나네. 비행고양이 백호! 오호 호호!” 양설린은 송현의 헛기침소리를 못 들었는지 구슬픈 백호의 소리 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리저리 휘두르고 있었다. “험! 험!” 뚝! 갑자기 정적이 찾아왔다. 어지럽게 휘둘리던 백호도 딱 멈추어 섰다. 양설린은 누운 자세로 고개만 돌렸다. “가가.” 양설린은 송현을 비교적 큰 소리로 불렀다. 휘릭 쿵 콰당탕탕탕 “야오오옹옹옹!” 양설린은 언제 백호를 예뻐(?)한 마냥 앞뒤 가리지 않고 휙 던져 버렸다. 눈물을 흘리며 날려간 백호는 벽에 부딪히고 땅바닥에 쓰 러져 뒹굴러야 했다. 그리고는 절규어린 울음소리를 결국 토해놓고야 말았다. “야오우우우엉!” 그렇게 서글프게 우는 백호를 청룡은 아무 말 없이 토닥거렸다. 백호는 울음을 애써 참으며 청룡의 품에서 한없이 눈물을 떨구어 야했다. 그 시간. 북경 자금성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황궁을 연상시켜도 무리가 없을 정도의 으리으리한 장원이 하나있었다. 화려함만 따지자면 자금성도 저리 가라할 정도의 건물들과 주변 경관을 가지고 있었다. 이 곳의 주인은 바로 유근이었다. 유근은 방금까지 자신의 양자인 유승명에게 송현에 대한 이야기 를 들었었다. 어찌나 소상히 송현에 대해 고자질을 하는지 못난 놈이라 소리라도 지르고 싶을 정도였다. “휴우-!” 절로 한숨이 나왔다. 비록 가끔은 이렇게 못난 행동을 하지만 그래도 자신의 핏줄을 이을 하나밖에 없는 아이였다. 유근은 손을 들어 이마를 짚었다. “크윽!” 손이 이마에 닿는 순간 아리한 통증이 그를 감쌌다. 이마 한중간 에 뻘겋게 달아오른 혹 하나가 불쑥 튀어나와있었다. “이, 이, 이... 놈! 송현!” 온 몸을 부르르 떨었다. 송현으로 인해 오늘 당한 수치를 생각이 나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와장창창창 화기가 눈까지 차오르자 앞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폭발할 것만 같은 살기를 억누르지 못하고 손에 잡히는 그 무엇을 잡고는 그 대로 벽에 집어던졌다. “크으으으.” 도저히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유근은 눈에 보이는 그 무엇이든지 잡아 던지고 부셨다. 퍼석 와장창창 쿠당탕탕탕 “히익. 히이익. 으드득.” 좀처럼 화를 누그러트릴 수 없었는지 온 방을 헤집어놓고도 그의 어깨는 격한 숨소리에 오르락내리락했다. 그의 발아래에는 온갖 물건들의 파편들이 어지럽게 놓여져 있었 다. 탁자는 다리가 부셔져 기우뚱하게 넘어져 있었고 화병이며 벼 루며 산산조각이 나있었다. 벽은 여러 흠집이 나있었고 족자나 병풍은 찢어져있었다. “대, 대감마님.” 안 그래도 날카로워진 신경을 더욱 긁는 목소리가 들렸다. 유근은 아무런 답도 없이 바닥에 떨어져있는 검 한 자루를 들었 다. 스르릉 맑은 검명이 울려 퍼졌다. 시퍼런 귀기를 연상시키는 차가운 검면 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흡족한 눈으로 검을 쳐다보는 유근의 두 눈에는 살심이 가득했다. 유근은 목말랐다. 피가 보고 싶어졌다. 지금 당장 피를 보지 않으 면 미칠 것만 같았다. 유근의 흉안(兇眼)은 문으로 향했다. “크크크크.” 나직한 귀소(鬼笑)를 내뱉은 유근은 문으로 다가가 발로 거칠게 찼다. 우지끈 힘없는 유근의 발에도 문짝은 허망하게 부셔졌다. 밖에서 유근의 명만 기다리던 노비는 유근의 손에 들린 검을 보 고는 얼굴에 사색이 되었다. “대, 대감...마마...” 그 말이 그가 내뱉은 이 세상 마지막 말이었다. 쐐애애액 “크아아악.” 노비는 앞섶에 피분수를 흩날리며 그대로 고꾸라졌다. “부족해, 부족해.” 유근의 살심을 채우기 위해 죽은 노비를 넘어서 다른 곳으로 시 선을 옮겼다. 노비를 따라온 다른 노비들도 얼굴빛이 흙색으로 바뀌며 그대로 땅에 엎디렸다. “마마. 사, 살려...” 가장 가까이 있는 한 노비를 발견한 유근은 그를 향해 흐느적 발 걸음을 떼며 앞으로 걸어갔다. 광인의 발걸음이었다. 유근은 오줌까지 지리며 벌벌 떠는 노비의 모습에 검을 든 팔이 세차게 흔들렸다. 오늘 오후의 송현의 이상한 사술에 떠는 자신을 보는 듯했다. 보기 흉한 모습이 곧 자신이라 생각이 들자 그의 흉안(兇眼)은 광 안(狂眼)으로 바뀌었다. “죽어!” 쐐애애액 유근의 검은 오줌까지 싸며 벌벌떠는 노비의 목을 향했다. 기세로 보아 단숨에 베어질 듯했다. “흐억!” “흐윽!” “아아악!” 이 장면을 두 눈으로 보는 노비들은 얼굴을 숙이고, 두 눈을 손으 로 가렸다. 온 몸을 달달 떨면서 말이다. 티딩 검을 막아선 것은 자그만 수사(水蛇)였다. 즉, 물로 이루어진 푸른 뱀이었다. 무엇이든 집어삼킬 듯 입을 쫘악 벌린 청사의 입에는 유근이 내 려친 검이 물려져있었다. 그리고 찰나의 시간도 주지 않고 푸른 물뱀은 검을 온 몸으로 칭칭 감았다. 실로 괴이한 것이었다. 마법 또 아니오, 정령술도 아닌 그 무엇으로 물로 뱀의 형상을 만 들어 물리적 힘을 내고 있었던 것이다. “유 대감, 그만 하는 게 어떻겠소이까?” 물로 뱀을 만든 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유근은 자신의 검을 휘어잡고 있는 수사를 보자 심하게 떨던 몸 이 서서히 가라앉았다. 이성적인 사고가 돌아온 것이었다. “다라이라마[법왕(法王)], 카담.” 유근이 검을 내리자 검을 휘감고 있던 수사는 다시 물로 변하면 서 땅으로 스며들었다. 유근은 수사의 원 물로 인해 촉촉이 젖은 땅을 보며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스르르르륵 촉촉이 젖은 땅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매마른 땅으로 변하며 그 위로 회색빛의 연기가 스물스물 피어올랐다. 연기가 뭉치고 뭉쳐 어렴풋 사람의 형상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세세히 그 형상을 잡더니 상의를 거진 다 드러낸 듯한 승 포(僧袍)를 입은 자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구리빛 피부에 조각한 듯한 근육이 반쯤 벗은 승포사이로 용솟음 치고 있었다. 반들한 머리에 간간히 비치는 빳빳한 머리카락은 일 부러 삭발했음을 알 수 있었다. 귀와 팔목, 그리고 맨발의 발목에 황금으로 이루어진 화려한 고리 가 주렁주렁 매달려있었다. 키 또한 매우 커 유근이 고개를 젖혀야만 볼 수 있을 정도로 장 신이었다. 단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눈매가 매우 음습하다는 것이 었다. 그 점만 빼면 아주 잘생긴 미남형이었다. “오랜만이오, 카담!” “내 일이 있어 포달라궁에 갔다 왔소이다.” “일단 안으로 들어갑시다. 법왕(다라이라마) 카담!” 카담이라는 자는 유근의 안내로 방으로 들어섰다. ************************************************************************************* 타이핑 者 : [KOR]TheYtsejaM (당나귀 호환 P2P 프루나) 프루나에서 제가 타이핑한 소설들과 그 외 제가 모은 소설들을 공유했습니다. 검색어 : [KOR]TheYtsejaM 또는 TheYtsejaM 로 검색하시면 제가 공유한 파일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소유자가 1이라도 관계없습니다. 저는 항상 접속해 있으니까요. 제가 접속해 있지 않을 때는(파일이 안 받아지고 있을 때는) 제가 집에 없거나 파일 받기 대기 중일 겁니다. 기다리시면 하루 안에 반드시 받으실 수 있으실 겁니다. 무협도 엄청나게 많이(약 1기가 정도) 텍스트파일로 가지고 있는데 너무 파일이 많아서 그거 다 편집하려니 짜증나서 일단은 판타지만 공유중입니다. 무협도 필요하시면 프루나에서 메시지 전송 기능으로 쪽지 보내십시오. ************************************************************************************* 마법사 무림에 가다 [262 회] 라마교 술법사 다라이라마[법왕(法王)] 카담. 라마교(喇?敎)의 3대 법왕이었다. 라마교 내에서도 혁명적 사고를 가지고 스스로 스승을 유폐시키 고 자신이 3대 법왕으로 올라선 자였다.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이 라마교 역사상 최고의 술법사(術法士)였 던 것이다. 그가 지금 유근과 함께 있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서장뿐만 아니라 이 넓은 중국에 라마교를 전파하기 위함이었다. 유근의 힘이라면 현재 명나라의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급 진적인 생각을 가진 카담이 그와 손잡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이었다. 그리고 유근이 그와 손잡은 이유는 무력의 힘을 얻기 위함이었다. 황실에서도 충분히 무력을 가질 수 있었다. 바로 동집사창(東緝事廠), 즉 동창의 수장인 사례태감이 바로 자 신이었다. 그러나 그것과는 별개의 힘이 필요했다. 자신의 정권을 유지하는데 있어서 사사로이 힘을 써야할 때가 많 았다. 그때 유근은 서장에서 넘어온 카담을 만나게 된 것이었다. 카담이 바라는 것은 유근에게 있어서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말 잘 듣는 정덕제에게 라마교를 신봉하라고 충언(忠言)을 넣으면 그만이었다. 그리고 지금, 정덕제는 서서히 라마교의 절실한 신자로 바뀌어가 고 있었다. 유근의 입장으로서 카담은 부리기 쉬운 한 마리 맹수에 불과했다. 물론 유근만의 생각이겠지만 말이다. 그렇게 서로가 필요해서 손을 잡은 그런 관계였다. 또르르륵 화려한 무늬가 새겨진 주전자에서 찻물이 흘러내렸다. 맑은 빛이 돌며 깨끗한 내음이 방안에 퍼졌다. 그러한 맑은 향 사 이로 은은한 꽃향기가 베어있었다. 냄새만으로도 충분히 귀한 차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카담, 백란화차(白蘭花茶)이란 차요. 마음에 드실지 모르겠소이 다.” 카담에게 한 잔 따라준 유근은 자신의 찻잔에도 백란화차를 따라 붓고는 잔을 들어 향긋한 차내음을 즐긴 후 천천히 입술을 적시며 맛을 음미했다. 카담은 썩 내키지 않는 표정이었지만 유근의 성의를 봐서인지 마 지못해 손을 들어 차를 마셨다. 툭 찻잔을 내려놓은 카담의 얼굴의 표정은 별로 달라진 점은 없었지 만 눈살이 조금 찌푸려져 있었다. “쓰군.” 그 모습에 유근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카담, 차 맛을 아직 모르다니... 안타깝소이다.” “차는 수이자차(현재 티벳의 버터차)가 최고요.” 카담은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무거운 입을 열었다. ‘무식한 서장 놈 같으니라고... 이 귀한 백란화차의 맛을 모르다 니. 그 희멀건하고 텁텁한 양젖으로 만든 차가 그 무이 맛있다고.’ 유근은 마음속으로 탐탁치 못했지만 겉으로는 표시를 내지 않았 다. “하하하, 역시 문화의 차이는 큰 것 같소이다.” 카람은 눈은 더욱 음침해지며 유근을 쳐다보았다. 일순간이지만 카람의 두 눈에서 기광이 번뜩였고 그의 입술을 달싹거렸다. ‘크크크, 네 놈의 생각은 이미 읽었다. 어리석은 녀석. 문화의 우 월성이라... 이 나라에 라마교가 널리 퍼지면 그때 문화의 우월성을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 하긴 그전에 먼저 죽겠지만 말이야. 바 로 나의 손에 말이야. 크크크크.’ “아마 어릴 때부터 먹어온 식습관 때문이 아닌가 싶소. 유 대감의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주시기 바라오.” 카람은 다시 무표정한 모습으로 유근에게 그저 입만 살짝 열어 무뚝뚝한 어투로 말했다. 그의 말에서는 그 어떤 일절의 성격도 묻어나오지 않았다. “그래 황제는 요즘 어떻소이까?” “낄낄낄, 안 그래도 그 때문에 법왕 카담, 당신을 보려고 했소이 다. 카마수트라[고대 인도의 성애(性愛)에 관한 경전]라는 책이 아주 적절했소이다.” 유근의 얼굴에는 만족감이 간교함과 함께 묻어나왔다. “카마수트라가 대단한 책이기는 하지. 후후훗. 그보다 유 대감 당 신의 능력이 더 대단한 것 아니오? 그 유능했던 황제를 쾌락의 길로 인도를 했으니 말이오. 그러니 카마수트라가 먹힌 것이 아닌 가 싶소이다.” “황제폐하는 지금도 유능하십니다.” 유근은 안색을 굳혔다. “험험험, 내가 실언을 한듯하오.” “덕분에 황제께서 라마교에 흠뻑 빠지게 되었소이다.” “고맙소이다, 유 대감.” 카람의 대답을 들은 유근은 그 순간 눈빛을 번뜩였다. “그래서 말인데...” 유근은 슬쩍 말꼬리를 내렸다. 카람은 유근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알아차렸다. 자신의 힘이 필요 하다는 뜻이었다. 어차피 공생관계를 유지하는 사이였다. “말하시오.” “그대의 신비한 능력은 무인들도 어떻게 하지 못한다고 들었소.” 유근은 은근히 카람의 능력을 띄어주었다. “당연하오. 라마교의 술법은 그 오묘함은 누구보다 대감이 더 잘 아시지 않소이까?” 카람의 얼굴에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그래서 말인데... 나의 신경을 거스르는 자가 있소이다. 어쩌면 우리의 관계 유지에 있어서 걸림돌이 될 자가 있소이다. 미리 싹을 잘라냈으면 하오.” 유근은 은근히 카람이 신봉하는 라마교를 걸고 넘어갔다. “그 자가 누구요?” “무림에서 무황이라고 불리는 자인데...” 그 시간, 송현은 식은땀을 연신 소매로 훔치며 의자에 앉아있었 다. 송현은 눈동자를 슬며시 위로 올리며 탁자 맞은편을 보았다. 뜨끔 송현은 여지없이 눈동자를 아래로 까는 동시에 고개를 푹 숙였다. 뚝 뚝 뚝 이마에서 생긴 땀방울이 흘러내려 코끝에 걸리다 못해 바닥으로 한 방울 한 방울 떨어졌다. 송현이 이러는 이유가 있었다. 바로 이 세상 그 어떤 살기보다 찐뜩한 살기를 흘리는 여인이 있 었으니 이름하야 양설린이었다. “……저기, 서…….” 찌릿 송현은 다시 한 번 양설린의 살기에 몸을 감전된 듯 떨었다. ‘에효-!’ 송현은 때 아닌 신세에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백호는 측은하게 앉아있는 송현을 보자 불쌍해졌다. ‘그래 내가 주인님을 돕지 않으면 누가 도우리오.’ 궂게 마음먹은 백호는 살신성인의 정신을 발휘하여 양설린의 품 으로 다가갔다. ‘이 한 몸 희생하여 주인님을 편히 해드리자.’ 백호는 스스로의 생각에 대견함을 느꼈다. “야오옹!” 양설린의 다리근처로 다가가 얼굴을 부볐다. 그것도 최대한 두 눈 을 초롱초롱 빛을 내면서 말이다. ‘음-! 이 정도면... 씨익! 내가 봐도 너무 귀여울 것 같아.’ 그런 생각을 하며 백호는 더욱 다리를 부비며 애교를 떨었다. “야오오오... 켁!” 백호는 애교어린 울음소리를 집어삼켜야했다. “너 오늘 털 다 뽑힐래 아니면 조용히 구석에 처박혀 있을래?” 양설린이 이 한마디는 백호를 순식간에 석상으로 만들어버렸다. “어쭈 말귀를 못 알아듣는다 이거지? 그래 오늘 하얀털로 목도리 하나 짜고 만다.” 스윽 스윽 양설린의 소매 걷어 올리는 소리가 백호의 귀에 쏙 틀어밖혔다. 털이 곤두서는 것을 느낀 백호는 굳은 몸을 애써 풀며 구석으로 쏜살같이 튀어갔다. 그리고는 머리를 구석에 박고는 온 몸을 달달 떨었다. 송현은 그 모습에 웃지도 못하고 울지도 못하는 기묘한 표정을 지었다. “뭘 봐욧?” 양설린의 빽하는 소리에 송현 역시 흠칫하며 다시 고개를 푹 떨 어트려야했다. “쪼로로롱!” 주작은 백호와 송현의 모습에 웃음이 새어나왔다. 그 웃음은 주작 의 특유의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울려 퍼졌다. 번쩍 양설린의 번뜩이는 안광이 주작을 향했다. “오늘 탕 한번 끓여봐?” “쪼록! 쪼록! 쪼록!” 주작은 사람이 딸꾹질이 걸린 마냥 노랫소리도 아닌 것이 그렇다 고 입을 다문 것도 아닌 소리를 냈다. “삼! 계! 탕!” 쿵! 쿵! 쿵! 주작은 세 자의 한 음절마다 몸을 몹시 떨며 침대위에서 그대로 떨어졌다. 철퍼덕 다행히 침상위로 떨어져 크게 다친 것은 없었지만 혼수상태에 빠 졌는지 연신 경기를 일으키고 있었다. ―쯧쯧쯧, 그러게 다들 조용히 있지. 현무는 고개를 흔들며 혀를 찼다. “쿠르륵 쿠르륵.” 미세하지만 현무의 입에서도 정적을 깨는 소리가 흘러나오고야 말았다. “오냐 이것들이 오늘 쌍으로 미쳤구나. 너는 용봉탕이다. 용! 봉! 탕! 식칼 어디있어? 식칼!” 양설린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현무는 석상이 되었다. 그리고 중얼거렸다. ―용봉탕, 용봉탕, 용봉탕, 용봉탕, 용봉탕. “쿠르륵, 쿠르륵, 쿠르륵, 쿠르륵, 쿠르륵.” 청룡은 보다 못해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중얼거리는 현무의 입을 틀어막았다. 안쓰러웠다. 온 몸을 오들오들 떨며 중얼거리는 현무가 너무나도 안쓰러웠다. “야, 뱀!” 양설린이 청룡을 부르자 벼락을 맞은 것처럼 온 몸을 부르르 떨 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자신은 잘못한 것이 없었다. “알아서 기어라, 담그기 전에.” 청룡은 눈을 굴리며 생각에 잠겼다. 담그다니, 도대체 뭘 담글까? 그때 단 두 글자로 된 단어가 양설린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뱀! 술!” 콰과과광 단 두자에 청룡은 개거품, 아니 뱀거품을 머금으며 뒤로 넘어갔 다. 뒷목이 뻣뻣해짐을 느끼면서... 현무와 주작의 마음을 느끼면서 말이다. 시간이 흘러 송현은 다시 한 번 다짐을 받고서야 양설린에게서 풀려날 수 있었다. 자신 외에는 다른 그 어떤 여인에게 눈을 돌리지 않는다는 약속 을 말이다. 물론 오늘 쉽게 양설린의 마음이 풀린 것은 다 사신수 들의 노력(?)때문이었다. 애써 양설린을 재우고 송현은 탁자로 다가가 앉았다. 그리고 깊은 생각에 빠져들었다. 달은 움직였지만 송현은 움직이지 않았다. 달이 지고 해가 뜨면서 희미한 여명이 창가로 스며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답은 한가지뿐이야.” 의자에서 일어나 송현은 창가로 다가가 창틀을 잡고 저 멀리 산 봉우리 사이로 내미는 해를 쳐다보았다. ‘일단 이문량 어르신을 찾아뵙는 게 최선이겠지? 확실히 조정을 뜯어고치려면 말이야. 어떻게 돌아가는 것도 알아야할 테고...’ “끄으으, 아-하!” 송현은 두 팔을 번쩍 들고는 기지개를 폈다. 상쾌한 아침공기가 시원하게 온 몸을 적셔주었다. 이른 아침 식사를 마치고 송현은 자신을 따라나서겠다는 양설린 을 데리고 이문량의 집으로 향했다. 양설린은 얼굴 한가득 꽃을 피우고 있었다. 송현의 팔짱을 끼고 다른 한 팔에는 백호를 안고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룰루랄라라.” 콧노래를 부르는 양설린을 보며 송현은 나직이 웃었다. 가끔 어제처럼 자신을 난처하게 만들었지만 그래도 양설린이 너 무나도 사랑스러웠다. 당할때는 깊은 한숨을 내쉬기는 하지만 돌 아서면 다 자신만을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어함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남들이 보면 공처가라고 비웃을 줄 모르겠지만 송현은 그것마저 도 행복이라 느꼈다. ‘져주는 게 이기는 거지.’ 송현은 그렇게 자기 합리화를 통해 최면을 걸고 있는지도 몰랐다. 그렇게 자신만의 행복을 느끼며 걷던 송현은 어느새 이문량의 집 에 도착했다. 이문량의 성품에 맞게 집도 아담했다. 누가 봐도 황실에서 높은 벼슬을 하는 무신의 집이라고 느끼지 못할 만큼 검소했다. 양설린도 앞에 보이는 집이 자신들이 찾아가는 곳이라는 것을 알 아차렸는지 제법 상기되어있었다. 송현의 말에 의하면 자신의 친 숙부(叔父)와도 같은 분의 집이라고 들었던 것이다. 송현은 이문량의 집으로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자신들보다 먼저 도착한 이가 있었다. 먼저 도착한 그가 이문량을 문을 열어놓았던 것이다. 평소 자주 들락거리는지 이문량 집의 하인은 그를 보자 넙쭉 절을 하는 모 습이 보였다. 송현은 호기심 반으로 걸음을 서둘러 이문량의 집으로 걸어갔다. “실례하겠소, 이 곳이...” 송현은 문을 닫으려는 하인을 붙잡았다. “뉘시오?” 하인은 송현의 위아래를 쭉 훑어보았다. “이 곳에 계시는...” “자네는?” 송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먼저 들린 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송 현도 그 목소리의 주인공을 보았다. “반갑소이다.” 어제 비무를 했던 왕수인이었다. 송현도 그를 알아보고는 포권을 취했다. “반갑습니다.” 왕수인의 얼굴에는 반가움이 묻어나면서도 한편 의아해하는 표정 역시 같이 묻어나왔다. “그런데 형장께서는 이 곳에 어인 일이오?” “이문량 어르신을 뵙고자 왔습니다. 그런데 왕 장군께서는……?” “저 역시 이 영감님을 뵈러 왔소이다.” 그것이 한동안 정적이 흘렀다. 두 번 보는 사이에 그리 할 말이 있을 리 없었다. 다만 속으로 송현은 송현 나름대로 왜 왕수인이 이문량을 찾아왔 을까 생각했고 왕수인 역시 송현이 어떤 친분이나 용무로 인해 이문량을 찾아왔는지 궁금해한 것이 다였다. “그럼 저랑 같이 들어갑시다.” “고맙습니다.” 왕수인이 먼저 걸음을 뗐고 송현과 양설린은 그를 따라 이문량이 거주하는 사랑채로 향했다. 마법사 무림에 가다 [263 회] ************************************************************************************* 타이핑 者 : [KOR]TheYtsejaM (당나귀 호환 P2P 프루나) 프루나에서 제가 타이핑한 소설들과 그 외 제가 모은 소설들을 공유했습니다. 검색어 : [KOR]TheYtsejaM 또는 TheYtsejaM 로 검색하시면 제가 공유한 파일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소유자가 1이라도 관계없습니다. 저는 항상 접속해 있으니까요. 제가 접속해 있지 않을 때는(파일이 안 받아지고 있을 때는) 제가 집에 없거나 파일 받기 대기 중일 겁니다. 기다리시면 하루 안에 반드시 받으실 수 있으실 겁니다. 무협도 엄청나게 많이(약 1기가 정도) 텍스트파일로 가지고 있는데 너무 파일이 많아서 그거 다 편집하려니 짜증나서 일단은 판타지만 공유중입니다. 무협도 필요하시면 프루나에서 메시지 전송 기능으로 쪽지 보내십시오. ************************************************************************************* 라마교 술법사 이문량은 빛바랜 책상위에서 유유하게 책을 읽고 있었다. 떡 벌 어진 어깨에 까무잡잡한 구릿빛 피부를 가진 그였지만 책 읽는 모 습도 잘 어울렸다. 깊은 눈빛에 의해 만들어진 분위기 때문이었다. 무인이었지만 절로 탄성이 나올 만큼 깊은 학식이 고스란히 눈에 투영되었던 것이다. 샤각 그의 눈동자가 서책의 마지막 글자에 다다르고 자연스럽게 다음 장을 보기위해 넘기는 종이의 마찰음은 어느 악기의 연주보다 아 름답게 들렸다. “영감님, 저 수인입니다.” 이문량은 독서를 방해하는 소리에 조금이라도 인상을 쓸 법도 하 건만 여전히 고요한 표정으로 방문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들어오시게나.” 이문량은 자신이 읽던 서책을 덮고 가지런히 책상위에 정리를 하 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과 조금 떨어진 탁자로 향했다. 끼이익 나무와 나무의 특유의 마찰음과 함께 문이 열리고 한 사내가 들 어섰다. 이문량은 편안한 표정으로 왕수인에게 앉을 자리를 가리키고는 자신도 의자를 당겨 앉으려했다. “응?” 언제나 혼자 오는 왕수인이었다. 그런데 그의 뒤에 두개의 그림자 가 더 만들어졌다. 이문량은 왕수인에게 고개를 돌려 누구냐고 물어보려는 찰나 그 의 두 눈은 둥그레졌다. 크게 떠진 눈에서는 반가움이 흠씬 묻어 나왔다. “어르신, 오랜만입니다.” 자신을 향해 웃고 있는 이는 자신의 둘도 없는 친우의 아들인 송 현이었다. 그 순간 과거가 달포도 남지 않았음을 생각해냈다. 이문량은 반가움에 한걸음에 다가가 송현의 두 손을 꼬옥 잡았다. “그렇구나. 훨씬 늠름해진 것이 보기 좋구나.” 이문량은 더욱 선매가 굵어진 송현의 몸을 올려다보았다. “과거를 보러 왔느냐? 아버지는 잘 계시고? ……?” 송현은 이문량의 끝없는 질문에 웃을 수밖에 없었다. “어르신, 천천히 하나씩 질문하세요. 아쉽게도 제가 가진 입은 하 나밖에 없어서 말입니다.” 송현의 대답에 이문량은 멋쩍은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그렇구나. 그래 과거 때까지는 있을...” “네, 어르신. 과거를 볼 때까지는 꼭 있을 거니 천천히 물어보셔 도 다 대답해 드릴 수 있습니다.” “이거 너무 주책을 부렸구나. 자, 자 여기로 앉거라.” 이문량은 송현의 팔을 끌어당겨 의자 하나를 가리켰다. 그의 이런 모습을 본 적이 없는 왕수인은 조금은 신기한 듯 쳐다 보았다. 그리고 자신의 앞에 있는 송현이라는 자의 정체가 궁금하 기도 했다. 문득 이문량은 왕수인의 뒤에 나타난 그림자가 두개라는 것을 알 아차렸다. 그렇다면 송현만이 온 것이 아니었다. 고개를 돌려보니 해맑게 웃고 있는 양설린이 눈에 들어왔다. 양설린은 더욱 환하게 웃으며 이문량에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건넸다. 송현은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문량을 보며 양설린 옆으로 다 가갔다. 그리고는 이문량에게 양설린을 소개했다. “저와 혼인할 여인입니다.” “양설린이라고 합니다.” 양설린은 다시 한 번 이문량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렇구나. 소저도 여기에 앉으시오. 현이 너도 앉거라.” 그렇게 기나긴 인사가 끝이 나고 넷은 탁자에 자리를 잡고 앉았 다. 이문량을 시작해서 왕수인, 송현, 양설린이 차례로 자리했다. “그런데, 어떻게 셋이 같이 왔는가? 서로들 아는 사이인가?” 이문량은 송현과 왕수인을 번갈아 보았다. “그렇습니다, 영감님. 어제 황실에서 뵌 적이 있었습니다.” 왕수인은 송현을 보며 말했다. “황실?” 왕수인의 말에 따라 황실에서 보았다고 하자 조금은 놀란 듯 말 을 되받아쳤다. “사실 어제 약란공주마마의 생신에 초대를 받았는지라...” 약란공주의 초대라고 하자 이문량의 눈빛은 조금 가라앉았다. 왜 냐하면 그녀의 심성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약란공주마마와 어울린다니 조금은 의외구나.” 이문량의 말투에는 다분히 실망감이 묻어나왔다. “저도 왜 초대를 받았는지 모르겠습니다.” “…….” 이문량은 그 어떤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하고 송현의 말에 집중했 다. “우연한 기회에 동행을 한 적은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전혀 생각 지도 못했는데 초대장을 보냈었습니다. 왜 그런지는 저도 잘 모르 겠습니다.” “음...” 이문량은 눈빛을 깊게 가라앉혔다. “제 생각에는...” 왕수인이 생각에 잠기려는 이문량을 향해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자했다. 왕수인은 이문량과 송현, 양설린의 시선이 모아지자 입을 뗐다. “약란공주마마께서는 송 대협의 위치를 보고 부르신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무래도 조금은 자신을 돋보게 하시려는 마음이 강하신 분이니깐요.” 이문량은 그건 또 무슨 말인가 싶어 왕수인의 말의 뜻을 모르겠 다는 표정을 지었다. “영감님은 모르고 계십니까?” 왕수인은 이문량의 표정을 보고는 송현을 향해 고개를 돌려 물었 다. “그러실 겁니다.” 송현은 미안한 표정으로 이문량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도대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겐가?” 이문량은 도저히 참을 수 없었는지 왕수인을 재촉했다. 자식이 없 어 그가 가져야할 자식사랑이 송현에게로 가는 장면이었다. “송 대협께서는 무림에서 무황이라고 불린다고 합니다.” 이문량의 입은 무엇이라도 말을 하고자 달싹거렸지만 그 어떤 소 리도 새어나오지는 않았다. “그렇게 되었습니다, 어르신.” 송현은 미안한 기색을 띠며 왕수인의 말이 사실임을 인정했다. “허허허, 결국에는 무림에서 활동을 했구나.” 이문량은 몇 년 전 송현을 만났을 때를 생각했다. 그리고 마법을 생각해냈다. “그래도 무황이라니... 허허허!” 이문량의 얼굴에는 자랑스러움이 묻어나오면서도 씁쓸함이 묻어 나왔다. 그 이유는 그의 입에서 들어났다. “황실에 들어올 네가 황(皇)자를 쓰다니... 불충(不忠)도 이런 불충 이 없는 것인데...” 이문량의 말에 양설린의 눈꼬리가 살짝 꿈틀거렸다. “말씀하시는 도중에 죄송합니다만...” 도저히 참지 못했는지 양설린이 기어이 끼어이 들고 말았다. “말씀하시오, 소저.” “무황이라는 별호는 우리 무림인들이 지어준 것입니다. 예로부터 관과 무림은 서로 불가침의 영역으로 인정해주었습니다. 한마디로 가가의 무황이란 별호는 우리 무림인들에게 있어서 자긍심입니다 . 그리고 자라나는 후기지수들의 태양이자 선망의 대상입니다.” 어깨는 펴고 양설린의 자신의 생각을 한마디 빼놓지 않고 당당히 말했다. 이문량 역시 그 사실을 모를 리 없었다. “휴우. 내 소저께서 무슨 말씀을 하는지 아오만 내가 걱정하는 것 은 그것이 아니오.” “그 점은 영감님께서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왕수인이 한숨을 내쉬는 이문량의 걱정을 덜어드려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가?” “황제폐하께서 송 대협의 별호를 알고 노여워하실 것을 걱정하시 는 것 같습니다.” “맞네.” “이미 황제폐하께서는 송 대협이 무림에서 무황이라 불리고 있다 는 것을 아십니다.” 왕수인의 말에 이문량의 두 눈은 다시 동그랗게 떠졌다. “그, 그 말이 사실인가?” “네. 그리고 별 말씀 없으셨습니다. 아니, 오히려 송 대협께서 과 거를 보셔서 명황실의 신하가 되겠다고 하신 점에 대해 오히려 좋아하셨습니다.” “다행일세. 다행이야!” 이문량은 몸을 뒤로 빼 의자의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안도감을 내뱉었다. 그 순간, 이문량의 두 눈동자는 강렬히 빛이 났다. “그렇다면 문제는 유근이겠어.” “유근도 송 대협의 별호를 알고 있습니다.” “그렇겠군, 황제폐하께서 현이를 봤다면 유근, 그 놈도 봤을 게 분명해. 그 자가 고투리를 잡지 않을까 걱정이 앞서는구나.” 이문량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송현을 보았다. “그 점은 걱정하시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이미 황제폐하께서 인 정을 하셨고, 약란공주마마께서도 웬일인지 송 대협의 편을 들어 주고 있습니다.” “음...” “그것보다 이번에 유근이 혼쭐이 났을 겁니다.” 왕수인은 조금은 상기된 표정으로 화제를 바꾸었다. “그게 무슨 말인가?” 이문량도 왕수인의 말에 호기심을 가지고 경청했다. 왕수인은 송현과 만나 비무를 한 과정을 비교적 상세히 설명했다. 얼마나 설명을 열심히 했는지 입에서 침이 튀길 정도였다. 한판으로 왕수인의 말을 들으며 송현이 걱정이 되기는 했지만 자 랑스럽기도 했다. 이제는 송현이 완벽히 대장부로 태어났음을 느 꼈다. 그 어떤 강압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는 모습을 굳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단편적인 예로 자존심이 강한 무 림인들이 그를 무황이라 칭해준 것만으로도 어떤 삶을 살고 있는 지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던 것이다. 왕수인의 이야기가 끝이나자 이문량은 송현에게 고개를 돌렸다. “유근에게 한 행동은 내가 봐도 시원했다. 그런데 현이 너는 왜 그런 행동을 했느냐?”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저에게 살심을 품고 있었습니다.” “살심?” 이문량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유근이 처음 보 는 송현에게 살심을 품을 이유가 없었다. “그렇습니다.” “음...” “음...” 송현의 말에 이문량 뿐만 아니라 왕수인도 생각에 잠겼다. 그러나 왜 유근이 그렇게 했는지 찾을 수는 없었다. “혹시, 이것때문이 아닌가 짐작을 해봅니다.” 송현의 말에 둘은 귀를 쫑긋 세웠다. “약란공주마마께서 황제폐하께 저를 소개시킬 때...” 송현은 말을 꺼내다가 슬쩍 양설린을 쳐다보았다. 아무래도 그대 로 말을 했다가는 한동안 시달릴 것이 분명했던 것이다. “왜 저를 보세요? 편히 말씀하세요.” 송현은 후에 양설린에게 시달리더라도 일단 황실이 돌아가야하는 상황을 알아야하기에 입을 떼었다. “공주마마 스스로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소개를 시켰습니다.” “헉!” “허엄!” 이문량과 왕수인은 헛바람을 들어마실 정도로 깜짝 놀랐다. 송현은 뒤통수가 찌릿함을 느꼈지만 애써 무시했다. ―설린, 내 마음을 아시지 않소. 내 후에 자세히 설명하리다. 일단 급한 불을 끈 송현은 계속적으로 입을 뗐다. “공주마마의 생신축하 자리에 유근의 양아들인 유승명을 보았습 니다. 아마 그 자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탁 이문량이 다리를 쳤다. “그렇구나. 지금 유근이 자신의 아들인 유승명을 약란공주와 혼인 을 시키기 노력하고 있는 것을 잠시 잊어먹고 있었구나.” “그렇군요, 약란공주마마께서 송 대협을 그렇게 소개를 했으니 살 심을 품지 않을 리 만무하겠습니다.” 왕수인도 그제야 이해가 된다는 듯 한 마디 거들었다. “약란공주마마를 뭐라고 말하기는 어렵겠다만...” “어르신께서 어떤 걱정을 하시는 지 잘 알겠습니다. 그러나 걱정 하지 마십시오. 저에게는 여기 있는 설린밖에 없습니다.” 아마 이문량은 약란공주의 성품을 보고 송현을 걱정한 듯싶었다. 그리고 송현의 이런 말에 양설린의 표정도 조금 풀렸다. 송현은 조금이나마 풀어진 양설린의 마음에 속으로 웃었다. 그리고 기분도 좋아졌다. “그것보다 어르신, 황제폐하와 유근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습니 다. 그리고 그 밖에 조정에 대해 알고 싶어서 이렇게 찾아온 것입 니다. 아무래도 황실로 들어갈 테니 알아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휴우-!” 이문량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그의 얼굴에는 깊은 주름이 잡히고 주름과 주름사이에 근심과 걱정이 함께 파여 있었다. “지금 황제폐하이신 정덕제께서는 원래 아주 총명하신 분이였다 네. 학문을 즐길 정도로 인품도 훌륭하셨었지. 그리고 처음 황제로 등극하고 나서도 인덕과 인망으로 아주 훌륭한 정치를 펼치셨네. 유근이라는 자가 나타나기 전까지 말일세.” 이문량은 답답한 마음을 참지 못했는지 자리에서 일어나 연초를 꺼내어 불을 부치고는 깊게 들어마셨다. 그의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하얀 연기는 그의 시름을 보는 듯 했 다. “유근이라는 자는 정덕제의 옆에 붙어 온갖 간언(諫言)과 아부로 황제폐하의 마음을 얻는데 성공하고야 말았지. 바로 백지위임장이 라는 말도 안되는 것을 받아내고야 말았네. 그리고 지금의 장인태감 의 자리에 오르고야 말았네. 그때부터 문제가 발생했다네. 황제폐 하를 꼬드겨 온갖 향락과 쾌락에 빠트리고 끊임없이 향락을 제공 하면서 서서히 정사(政事)를 위임받더니 급기야 모든 정사를 위임 받고야 말았네. 그리고 자신을 따르는 일곱 명의 환관을 모든 정 사를 황제폐하를 대신해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네.” 이문량의 말을 듣는 송현의 얼굴은 서서히 굳어져갔다. 생각했던 것보다 심각했던 것이다. “지금은 유근을 경계할 만한 인물도 없다네. 그로인해 백성들이 굶주리고 헐벗고 고통에 찬 생활들을 하고 있지. 조정의 신하들은 모두 유근에게 뇌물을 받치고 충성을 맹세한 간신(姦臣)들로 넘 쳐나고 있어. 실로 통탄할 일이지. 풍문에 의하면 유근이 받아들이 는 뇌물의 액수가 명황실의 일년 예산과 맞먹다는 소리까지 들리니. .. 휴우-!” 이문량의 목소리는 한참을 더 이어졌다. 그의 목소리가 흘러나오면 나올수록 분위기는 더욱 무거워져만 갔다. 이윽고 이문량의 입이 닫아졌다. “이렇게 돌아가는지 몰랐습니다. 백성들도 이렇게 생활하는지도 몰랐습니다. 제 자신이 너무 한심스럽습니다. 아무것도 보지 못한 제 자신이...” “어찌 송 대협의 탓이겠습니까?” 왕수인이 애써 송현을 달래주었다. “무림에 있다보니 그런 거겠지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지 않느냐. 현아.” 이문량은 송현의 이름을 불렀다. “네, 어르신.” “지금부터라도 네가 바꾸고자 노력을 하면 될 것이야. 안 그러 냐?” “명심하겠습니다.” 송현은 이문량의 말을 가심에 깊게 새겼다. 그러나 새기는 순간, 송현의 몸은 흠칫했다. 이질적인 기운이 느껴졌던 것이다. 애써 찾고자 한다면 찾을 수 없었지만 자연스럽지는 않았다. 송현은 조용히 팔을 들어 이문량, 왕수인, 양설린을 집중시켰다. 그리고 송현의 굳은 몸을 보고 무엇인가 이상한 조짐이 보인다고 생각했다. 쿠르르르 탁자가 기우뚱하더니 바닥에서 정체모를 모래가 순식간에 모여 사람 머리만한 공이 되었다. 순간 불길한 생각이 송현의 머리를 스쳤다. “모두 피하십시오.” 송현의 다급한 목소리에 셋은 순식간에 뒤로 물러나며 사구(砂毬) 와 거리를 두었다. 추파파파팟 아니나 다를까. 사구는 수천개의 작은 창처럼 날을 세우고 사방으로 폭발하듯이 터진 것이었다. “월 오브 소일!” 송현은 마나를 최대한 빨리 일으켜 사방으로 터지는 사구의 주위 에 둥근 벽을 만들었다. 이문량의 사랑채 바닥의 벽돌이 부셔지며 아래에 있던 흙이 송현 의 마법에 의해 불쑥 올라와 담장을 친 것이었다. 콰콰콰콰콰콰콱 송현이 만든 토벽(土壁)이 심하게 흔들릴 정도로 뾰족한 창들이 수천개가 강력하게 박혔다. 다행히 송현의 마나가 부족하지 않았 는지 송현이 만든 토벽을 뚫지는 못했다. 그 순간, 미흡하지만 상대방의 기척이 느껴졌다. “누구냣?” 송현은 문을 박차고 사랑채의 앞마당으로 뛰쳐나갔다. 송현을 선 두로 이문량과 왕수인, 양서린은 자신의 병기를 챙겨 송현을 뒤따라 마당으로 나갔다. 마법사 무림에 가다 [264 회] ************************************************************************************* 타이핑 者 : [KOR]TheYtsejaM (당나귀 호환 P2P 프루나) 프루나에서 제가 타이핑한 소설들과 그 외 제가 모은 소설들을 공유했습니다. 검색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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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여줘서 인지 얼굴에 는 조금 거만함이 묻어나왔다. 그런 유근의 입에서 정덕제의 은총 이라는 말이 흘러나오자 카람은 비릿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황제의 은총이라...” 아주 작은 목소리였다. 옆에 걸어가는 유근 마저도 간신히 들을 수 있는 목소리였다. 유근은 걸어가던 걸음을 멈추어 서고는 카람을 보았다. “이 곳은 황실이오. 아무리 지금 황제가 내 품에서 놀아난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조심해야 할 곳이 바로 이 곳이오. 아시겠소, 카람?” “알겠소이다.” 유근은 제법 근엄하게 말하고는 다시 발걸음을 떼었다. 그 순간 카람은 유근을 조금은 새롭게 보았다. ‘이만한 실세라면 누구라도 거만하게 될 법한데... 역시 처세술이 대단한 자야. 그만큼 만만하지 않는 자라는 소리이기도 하고.’ 대화가 없이 침묵으로 일관하며 둘은 한 참을 걸었다. 그 사이 지나간 작은 황문도 몇 개나 되었는지 셀 수없을 만큼 많았다. 그러던 차, 카람의 눈에 거대한 황문이 눈앞에 들어왔다. 그 앞에 거대한 두 마리의 사자 형상이 구리빛을 띠며 떡 하니 서있었다. 살아있는 사자가 미동도 하지 않고 서있는 것같은 착각이 일어나 게 할 정도로 잘 만들어진 동상이었다. 사자의 용맹함을 들어 내보이는 갈퀴는 살아 바람에 휘날리는 듯 했고 포효하는 입에서는 날카로운 이빨이 금방이라도 적을 갈기 갈기 찢어버릴 것만 같아 보였다. 그리고 사자의 굵고 탄탄한 오른쪽 다리는 수구를 찍어 누르고 있었다. 카람 역시 사자가 보여주는 거대함에 조금 멈칫할 정도 였다. 일반 범인들이 이 사자상을 본다면 어떨까, 라는 생각마저 들었 다. 심약한 자라면 금방이라도 땅에 몸을 엎드려 벌벌 떨리라 생 각했다. 카람은 거대한 황문의 왼쪽의 또 다른 사자상을 보았다. 그리고는 다시 한 번 놀라야만 했다. 방금 오른쪽에 있는 사자를 보면 사자상이 내뿜는 투기에 온 몸 을 벌벌 떨어야했지만 왼쪽의 사자상은 달랐다. 무서운 사자가 저렇게도 온화한 모습을 가질 수 있을까, 싶을 정 도로 자비로운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번뜩이는 안광을 내뿜는 눈이 아닌 한없이 자비롭고 사랑스러운 눈빛을 가지고 있었다. 카람은 그 이유를 곧 알 수 있었다. 바로 사자의 특유의 갈퀴가 없는 암사자의 형상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그러던 차 암사자상을 훑는 카람의 눈에 이채로움이 떴다. 바로 새끼 사자상이었다. 암사자의 왼발 아래 자그만 새끼 사자가 엎드려있던 것이었다. 숫 사자상처럼 짖누르는 것이 아닌 부드러운 손길로 보담아주는 모 습이었다. “음...” 카람은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태화전에 이르는 태화문을 지키는 수호상이라오. 숫사자는 황제 폐하의 힘과 천하통일을 상징하며, 암사자는 자손들의 창성을 상 징하오.” 카람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한 번 거침없이 태화문을 통과하며 안으로 들어섰다. 카람은 태화전 뒤쪽에 위치한 중화전이나 건청궁으로 향할 줄 알 았다. 그러나 유근은 중화전도 지나치고 건청궁도 지나치며 조금 더 깊숙이 가는 것이었다. 나름대로 카람 역시 명나라로 진출하기 위해 여러모로 정보를 수 집했었다. 평상시 황제가 거주하며 정사를 펼치는 곳은 바로 태화전이나 건 청궁이었다. 그 중에서 자신이 황제를 알현하는 것은 건청궁이라 생각했다. 태화전과 같이 청정을 하는 곳보다는 세세한 정사를 논하는 건청 궁이 더 알맞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도대체 어디에서 보려고 하는 것일까?’ 카람은 궁금했지만 유근에게 묻지는 않았다. 어차피 정덕제를 보 기로 하고 궁에 들렀기에 자신이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알게 될 것이다. “법왕 카람, 내가 부탁한 일은 어찌 되었소?” 침묵이 싫었는지 아니면 송현이 거슬렸는지 카람에게 송현의 일 을 물었다.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오. 칠신승 중에 조신승 약툭과 전신승 둑빠를 보냈소이다.” 카람은 유근의 표정을 일순간에 환하게 만들었다. “정말로 그 둘을 보냈소?” 유근은 못 믿겠다는 투로 카람에게 되 물었다. “나를 못 믿는게요?” 카람은 유근의 그런 표정에 못마땅한 듯 눈살을 지푸렸다. “법와 카람, 내 말은 그 뜻이 아니라...” 유근은 자존심이 상하지만 조금은 숙여주었다. 너무 강하게만 나 가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가 중원 무림에서 무황이라 불린다고 해서 내 그들을 보냈소.” “하하하, 그렇다면 좋은 소식을 들을 수 있겠소이다.” 기분 좋게 웃는 유근의 목소리는 가냘프다 못해 간사하게 들렸다. ‘칠신승 중 조신승과 전신승이라... 하긴 무림의 황제라 불리는 자 니. 그래도 싹이 자라기 전에 말끔히 꺾어버릴 수 있겠어.’ 유근은 슬쩍 눈을 틀어 카람을 보았다. 정말 자신에게 필요한 존재였다. 한편, 그가 원하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권력을 키우겠다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재화를 원하는 것도 아니었다. 단지 이 땅에 라마교만 심어주는 것을 원했다. 뭐 나중에 라마교가 이 땅에 뿌리를 내린다면 무림은 정도는 손 에 넣기를 원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래봐야 무림이었다. 자신에게 있어서 하등 손해 볼 일은 전혀 없었다. 이렇게 유근이 좋아하는 이유가 있었다. 카람의 직속 부하인 칠신승(七神僧). 라마교는 일찍이 일곱 신을 모셔왔다. 천신(天神), 지상신(地上神), 지하신(地下神), 조신(?神), 가신(家 神), 양신(陽神), 전신(戰神)이었다. 그들 신을 본떠 카람이 심혈을 키워 만든 일곱 명의 라마승이 바 로 칠신승이었다. 자신이 익힌 술법을 한 명에게 모두 전수해주는 것이 아닌 술법 을 일곱으로 나누어 일곱의 라마승에게 나누어서 전수해 준 것이 었다. 천신의 힘을 이어받아 암술(暗술)을 행하는 친신승, 갤첸. 지상신의 힘을 이어받아 비술(秘術)을 행하는 지상신승, 도차. 지하신의 힘을 이어받아 소환술(召喚術)을 행하는 지하신승, 사꺄. 조신의 힘을 이어받아 인술(忍術)을 행하는 조신승, 약투. 가신의 힘을 이어받아 강령술(降靈術)을 행하는 가신승, 큥보. 양신의 힘을 이어받아 체술(體術)을 행하는 양신승, 따시벨. 전신의 힘을 이어받아 환술(幻術)을 행하는 전신승, 둑빠. 이렇게 칠신승을 만들었다. 카람이 이렇게 만든 이유가 있었다. 자신을 넘어서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카람은 모든 것을 전수해주어도 자신을 넘어설 없 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도 이렇게 전수한 이유는 수하들의 다른 마음을 먹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 2대 달라이라마인 마르빠를 죽이고 3대 달라이라마에 오른 것처럼 수하들이 다른 생각을 가지지 않게 하기 위함이었다. 충분히 진압을 할 수는 있었지만 지금과 같이 중요한 시기에 그 런 불상사를 피하고 싶은 이유도 있었다. 여기서 칠신승 하나 하나가 가지고 있는 힘은 상상을 불허할 정 도로 막강했다. 그들 일곱만 나선다면 온 무림을 쑥대밭으로 만들 수 있을 정도 였다. 그런 칠신승 중 둘이 나섰다고 하니 어찌 유근이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유근은 유근 나름대로 기뻐했고, 카람은 카람 나름대로 여러 생각 을 하며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자금성 깊숙이 들어서자 또 하나의 자금성을 보는 듯한 으리으리한 건물이 보였다. 환희문(歡喜門). 으리으리한 전각으로 들어가는 황문에는 환희문이라는 글씨가 적 혀있었다. ‘기쁨이 있는 문이라. 그렇다면 저것은 환희전인가? 후후훗. 유 대 감이 황제를 제대로 구워삶은 모양이군.’ 카람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유근을 보았다. 유근과 카람은 다시 한 번 극진한 예(禮)를 받으며 안으로 들어섰 다. “음...” 유근은 모르겠지만 카람은 피부가 따끔할 정도로 강한 살기에 나 직히 침음성을 내뱉었다. ‘과연 황제가 있는 곳이라서 틀린가?’ 미루어 짐작 해봐도 족히 백여 명의 살수들이 곳곳에 몸을 숨긴 채 자신을 노려보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그래도 감히 법왕인 나 카람에게 살기를 흘리다니.’ 카람은 자신의 자존심이 흠집 나는 것에 나직이 분노했다. 그의 입이 보일 듯 말 듯 벌어지며 입술을 달싹거렸다. 쿠구궁 엄청난 기 파동이 카람의 몸에서 사방으로 광대하게 퍼져나갔다. 아무런 소리도 없이 아주 은밀했다. 옆에 있는 유근도 그 사실을 알아차리기 힘들 정도였다. 그렇게 카람의 술법에 의해 사방은 더욱 조용해졌다. 그리고 카람 에게 쏟아지던 살기도 완벽히 사라졌던 것이다. 환희전에서 황제를 보호하던 일백의 살수이자 동창 무영살대(無影 殺隊)의 일백 살수들은 단전의 기운들이 단단히 굳어지는 동시에 몸까지 굳어져버렸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그 어떤 소리도 입밖으로 내지 못했다. [감히 나 법왕 카람에게 살기를 내뿜다니. 내 유 대감을 봐서 이 번 한 번만 용서를 해주겠다.] 카람의 서늘한 목소리에 모두들 뒷덜미에서 한 자루 시퍼런 망나 니의 칼의 냉기를 느꼈다. 그 사실을 모르는지 유근은 환희전을 가던 도중에 발걸음을 멈추 었다. 그리고는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이내 안색이 굳어졌다. 갑작스러운 유근의 행동에 카람이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오?” “이 곳을 지키는 이들에게서 아무런 신호도 오지 않소. 흐음.” 유근의 얼굴은 서서히 일그러졌다. “걱정마시오. 내 잠시 그들에게 힘을 보여준 것 뿐이오.” 카람의 말에 유근은 두 눈이 부릅떠졌다. “무, 무슨 말이오, 카람?” 유근의 얼굴에는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혹시, 일백의 살수들을 말씀하시는게 아니오?” 유근은 설마 하던 말이 카람의 입에서 흘러나오자 이마에서 식은 땀이 주르르 흘렀다. 동창 소속의 무영살대가 그 어떤 존재인가? 살수로 철저히 키워진 존재들이었다. 그 어떤 초고수가 온다고 해 도 알아차리기 어려울 존재들이었다. 꿀꺽 유근은 자신도 모르게 카람을 보며 마른침을 넘겼다. 조금 전 카람이 자신을 보며 새롭게 생각한 것처럼 유근 역시 카 람을 새롭게 보게 되었다. ‘조금 더 그에게 호의를 보일 필요가 있겠어. 생각보다 나에게 큰 힘을 줄 수 있는 존재야.’ 그렇게 알게 모르게 둘은 더욱 끈끈한 관계를 만들게 되었다. 그 게 언제까지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하하하하!” 유근은 호탕한 목소리로 크게 웃었다. 그것은 어디까지 유근의 착 각이었지만 말이다. 유근의 목소리는 간사하기 이를 때 없었다. 바로 거세에 의한 것이기는 했지만 듣는 이로 하여금 눈살을 찌 푸리게 만드는 웃음이었다. “역시 법왕 카람이시오. 이들을 알아보다니 말이오. 그렇다면 아 무 이상 없으니 안으로 들어가 봅시다. 황제폐하께서 기다리시겠 소이다.” 유근은 다시 발걸음을 옮겨 환희전 안으로 들어섰다. 그 뒤로 카 람이 뒤따르고 있었다. 마법사 무림에 가다 [265 회] ************************************************************************************* 타이핑 者 : [KOR]TheYtsejaM (당나귀 호환 P2P 프루나) 프루나에서 제가 타이핑한 소설들과 그 외 제가 모은 소설들을 공유했습니다. 검색어 : [KOR]TheYtsejaM 또는 TheYtsejaM 로 검색하시면 제가 공유한 파일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소유자가 1이라도 관계없습니다. 저는 항상 접속해 있으니까요. 제가 접속해 있지 않을 때는(파일이 안 받아지고 있을 때는) 제가 집에 없거나 파일 받기 대기 중일 겁니다. 기다리시면 하루 안에 반드시 받으실 수 있으실 겁니다. 무협도 엄청나게 많이(약 1기가 정도) 텍스트파일로 가지고 있는데 너무 파일이 많아서 그거 다 편집하려니 짜증나서 일단은 판타지만 공유중입니다. 무협도 필요하시면 프루나에서 메시지 전송 기능으로 쪽지 보내십시오. ************************************************************************************* 술법사와의 대결 송현은 마보를 취한 채 두 눈을 감고 서있었다. 마보가 가장 움직이기 편안 자세였기 때문이고 두 눈을 감은 이 유는 적의 위치를 알기 위함이었다. 그 뒤로 이문량과 왕수인, 양설린이 긴장된 표정으로 검과 도를 불끈 쥐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붕 위에서 눈을 밑으로 향한 채 바라보는 두 명의 승려가 있었다. 흔히 중원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이 아니었다. 서장인의 특유의 구리빛 피부에 검과 같이 예리하게 솟은 콧날, 찟은 눈썹에 큰 눈동자를 가지면서 조금은 움푹 파여있으며 굵은 쌍껍풀이 찐하게 그려져 있는 모습이었다. 바로 카담의 명을 받고 송현을 제거하러 온 칠신승 중 조신 약툭 과 전신 둑빠였다. “둑빠, 내가 먼저 상대하지.” 약툭의 말에 둑빠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둘은 카담의 명을 받고 왔지만 암습을 한다는 자체가 마음 에 안 들었다. 자신들은 누가 뭐라해도 서장 포달랍궁의 최고의 라마무승(喇?武僧)들이었다. 그리고 아무도 중원에서 자신들을 막아설 자가 없으리라 생각하 기도 했다. 아쉽게도 그 이유는 자신들이 가진 술법이 이유였다. 오로지 검이나 도, 권등만 익히는 중원 무인들이 자신들의 오묘한 술법을 상대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아래를 내려다보는 약툭과 둑빠는 잠시 놀라는 기색을 띠웠다. 바로 송현이 자신들을 쳐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미소를 지 은 채 말이다. 약툭과 둑빠는 서로를 보고 동시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아래로 몸 을 날렸다. 휘리리릭 탁 탁 자연스럽게 그리고 한 치의 흩트림 없이 땅에 내려선 약툭과 둑 빠를 보며 이문량은 도를 겨눈 채 앞으로 한 걸음 내 딛었다. “네 놈들은 누구냐?” 이문량의 고함에도 불구하고 약툭과 둑빠의 시선은 송현에게로 고정이 되어있었다. “아무래도 저에게 볼 일이 있는 자인 것 같습니다.” 송현은 팔을 들어 이문량을 저지하고는 자신의 앞에 나타난 타역 의 승려들인 약툭과 둑빠를 지시(指示)했다. “보아하니 서장이나 천축의 스님들 같은데 저에게 무슨 볼일인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송현은 일단은 최대한 공손하게 그들에게 자신을 찾아온 목적을 물어보았다. “미안하지만 그대의 명을 거두러 왔다.” 약툭이 앞으로 나서며 송현을 가리켰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스님들께 죽어야할 죄를 가지지 못한 것 같 습니다만.” “그것은 나도 모른다. 나는 단지 달라이라마의 명을 받들 뿐이 다.” “달라이라마?” 송현은 달라이라마라는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리 생각해봐 도 전혀 안면이 없을뿐더러 그들과 만난 적도 없었다. “그래도 중원무림의 무황이라 불린다고 들었다. 그 예우 차원에서 암습이 아닌 일 대 일로 너의 명을 거두겠다. 움바니 홈.” 가볍게 합장을 하고는 송현을 향해 강한 투기를 내뿜기 시작했다. “한 가지 말해둘 것이 있소. 나를 건드는 자는 그 이상의 화를 얻 게 될 것이오.” 송현은 일차적 경고를 약툭에게 전달했다. 다른 이라면 그대로 넘어가겠지만 그래도 종파의 종교인이라 어 느 정도 사정을 봐준 것이었다. 약툭은 송현의 그 말을 무시하며 송현을 향해 한 보를 내딛었다. 그것이 그의 대답이었다. 송현은 그 답의 의미를 깨닫고는 고개를 무겁게 그리고 고요하면 서도 무겁게 끄덕였다. 고개가 숙여지고 들리는 순간 송현의 두 눈에서는 대해와 같은 힘이 넘쳐났다. 그리고 오른 다리를 뒤로 내빼면서 무릎을 굽힌 송현의 자세에서 해일과도 같은 기세가 뿜어져 나와 약툭의 투기와 얽히고설켰다. 이문량과 왕수인, 양설린은 송현과 대치하고 있는 약툭과 함께 온 둑빠가 뒷짐을 진 채 뒤로 물러나는 것을 보고 일단 그들도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송현과 약툭의 대결을 위해 자리를 넓혀준 것이었다. 약툭은 이문량과 왕수인, 양설린은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여 차하며 환술로 그들을 가둬 놓으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두근 두근 두근 송현의 가슴의 심장은 몹시 뛰었다. 긴장되어서가 아니었다. 흥분 때문이었다. 그 이유는 단 한 가지. 조금 전 본 이상한 공격에 의해서였다. 흡사 마법과도 비슷하다 느껴질 정도였다. 그래서 일까 송현의 입가에는 흥분에 찬 미소가 자연스럽게 그려 졌다. 그 모습에 약툭은 얼굴에 노기(怒氣)가 새겨졌다. 약툭은 두 손을 들어 수인(手印)을 그렸다. ‘수인?’ 송현은 수인을 보며 조금은 놀랐다. 이곳 세상에서 수인을 쓴다는 자체가 매우 흥미로웠던 것이었다. 일단은 조금 위험해도 두고 보자고 마음먹었다. “화둔(火遁), 호질술(虎叱술(術))!” 재빠르게 수인을 마친 약툭은 오른손을 엄지손가락과 둘째손가락 을 이용해 작은 원을 그리는 동시에 입에다 가져다대었다. 콰아아아아아 약툭의 깊은 숨을 내뿜자 거대한 불꽃이 드래곤 브레스 마냥 뿜 어져 나왔다. 송현은 뜨거운 불을 보며 속으로 적잖게 놀라며 급히 실드로 막 았다. 은빛 투명한 막이 생기며 송현의 몸을 지켜주는 모습을 보자 약 툭은 놀라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러나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는지 입술을 꽉 깨물고는 재빠르게 다른 수인을 맺었다. 송현은 한 번만 더 지켜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때까지 약툭은 그저 송현이 의외로 잘 막는다는 생각만 가졌다. 약툭의 시선은 송현의 발끝으로 향하고 그대로 다음 술법을 위한 수인을 빠르게 맺었다. “목둔(木遁), 잠영사수(潛影蛇手)!” 크르륵 땅이 들썩였다. 추라라락 샤라락 그리고 이름모를 식물이 재빠르게 땅을 뚫고 자라나는 동시에 뱀 과 같이 움직이며 송현의 두 다리를 움켜잡아버린 것이었다. “헉.” 송현은 생각지도 못한 약툭의 공격에 놀랐다. 그리고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수둔(水遁), 수계강탄(水計剛彈)!” 츠츠츠츠츠츠츠 약툭의 몸에서 공명된 자연에 퍼져있는 습기가 방울 방울 모인 수백개의 물방울들은 송현의 몸 주위를 감쌌다. 물방울에 완벽히 포위당한 송현의 눈빛은 매서워졌다. 약툭의 득의에 찬 미소를 지으며 오른 손을 활짝 핀 채 앞으로 내밀었다. “잘 가라!” 그 말과 함께 약툭의 오른 손은 콱 움켜쥐어졌다. 그러자... 꺄가가가강! 공기마저 울려버리는 굉음이 혼귀(魂鬼)의 귀음(鬼音) 마냥 울부 짖었다. 그러나 희미하지만 굉음 속에 이질적인 음이 함께 묻어있 었다. 약툭은 술법에 필요한 차크라를 허공으로 흩트리자 송현의 짖눌 렀던 거대한 수구(水球)는 허공 속으로 증발되었다. 승리의 미소를 짖고 있던 약툭의 두 눈동자는 믿기지 않는 듯 심 하게 요동쳤다. 피떡이 되어있어야 할 송현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이런, 이거 방심하다가 저 세상으로 갈 뻔했어. 그러나 이런 능 력이 이 세상에 있었다니 놀라워.” 약툭과 꽤 거리가 떨어진 곳에 송현이 과장된 표정으로 옷을 털 며 넌스레 고개를 흔들고 있었다. 약툭의 물의 술법에 의한 공격 사이에 윈드커터로 다리를 옭아맨 나무뿌리를 자르고 블링크를 해 있었던 것이다. 송현의 청색 학의(學衣)가 조금 구멍이 숭숭 뚫려있었지만 그에게 직접적인 피해는 없어 보였다. “어, 어떻게?” 약툭은 잠시 말을 더듬으며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짖더니 이내 무거운 얼굴을 했다. “무황이라 불린다는 너를 너무 과소평가한 점은 사과하겠다. 지금 부터는 나의 본 면모를 보게 될 것이다.” 약툭은 다시 한 번 다리를 넓게 벌리고 두 팔을 펼쳐들었다. “으아아아아아!” 길게 늘어지는 약툭의 기합은 낮고도 깊은 소리를 가지고 있었다. 우우우우웅 사방의 기운들이 약툭을 중심으로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주변에 희미하지만 붉은 빛의 기운이 일렁거렸다. 술법에서 이용하는 차크라, 즉 일종의 자연의 기운을 전신으로 뿜 어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 이번에는 내가 먼저 가도록 하지.” 송현은 마나보법을 밟으며 한 마리 매의 쾌속비행을 보는 듯 미 끄러져갔다. 샤라라락 약툭은 빠르게 달려오는 송현의 모습에 일단 그의 보법을 막기로 했다. “토둔(土遁), 토류벽(土類壁)!” 쿠르르륵 마법의 월 오브 소일처럼 땅거죽이 꿈틀대더니 이내 쭈욱 솟아올 라 자그만 벽을 만들었다. 그와 동시에 다른 수인을 맺으며 공격 술법을 준비했다. ‘토벽에 놀라 정신을 못 차리겠다. 너희 중원의 무림인들이 이런 오묘한 술법을 감히 상상이나 해 봤겠느냐?’ 마음에서 송현을 경원시 하는 마음을 없앴다고 큰 소리쳤지만 아 직 술법의 우월성을 없애지 못한 약툭이었다. ‘슬슬 토벽을 없애고 놀라 어쩔 줄 모르는 네 놈에게 술법의 무서 움을 보여주겠다.’ 약툭이 자만심에 빠져있을때 송현은 조금은 놀랐지만 곧 여유로 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마나보법을 밟던 송현의 모습은 토벽 앞에서 사라졌다. 그 리고 송현이 모습을 드러낸 곳은 약툭의 뒷 편이었다. 그때까지 송현이 토벽의 뒤편에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던 약툭 은 토벽을 만들고 있는 차크라를 흩트렸다. 그러자 언제 땅이 불쑥 솟아있었느냐는 의문을 가지게 할 만큼 빠르게 땅속으로 사라졌다. “화둔... 헉!” 약툭은 술법을 채 마치지 못했다. 분명 저 뒤에 있어야 할 송현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쿠아아아아앙 그때 뜨거운 열기가 등에서 느껴졌다. 그와 함께 공기를 파음도 함께 들렸다. 약툭은 고개가 부러질 만큼 뒤로 팩 돌렸다. 그의 눈에는 자신의 머리만한 이글거리는 화염구가 쏜살같이 다 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크... 화둔, 호질술!” 이미 어느 정도 수인을 맺어 놓은 상태라 약툭의 술법도 빠르게 실현되었다. 쿠쿠쿠쿠쿠쿠 약툭의 입에서도 거센 불길이 뿜어져나왔다. 송현의 파이어 볼, 그리고 약툭의 호질술에 의한 화염방사가 허공 에서 맞물렸다. 쿠콰콰콰콰콰쾅 불 바람이 몰아쳤다. 불비가 내렸다. 순식간에 주위의 공기를 뜨겁게 달궈버려 사막의 한가운데 있는 것이 아닌가 착각을 하게 만들 정도였다. 주위의 나무들과 풀들은 뜨거운 열기와 불에 매말라 누렇게 시들 시들해졌다. 사막의 뜨거운 해가 지평선 넘어 지고 서서히 대지가 식어가는 것처럼 송현과 약툭이 부딪힌 이문량의 저택에도 뜨거움이 가라 앉았다. 그리고 서서히 몸을 드러낸 송현과 약툭. 송현의 모습은 여전히 깨끗한 차림새였다. 그러나 입술에 피가 날 정도로 어금니를 꽉 깨물고 있는 약툭의 옷은 여기저기 그슬려있었다. 이 모습에 이문량과 왕수인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양설린은 당연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둑빠는 그 광경에 턱이 빠질 것처럼 입을 벌리고는 다물 줄 몰랐다. 그러나 둑빠도 라마교의 칠신승의 하나였다. 둑빠는 재빠르게 수인을 맺기 시작했다. “둑빠!” 그 모습에 약툭이 거친 음성으로 둑빠의 술법을 막았다. “약툭.” “둑빠, 나의 자존심을 무너트릴 참인가? 이 싸움은 나의 싸움이 다.” 둑빠는 약툭의 말에 잠시 고민에 빠지는 듯 했다. “좋다, 약툭. 마지막이다. 더 이상 네가 힘들다고 판단이 선다면 나도 공격하겠다.”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난 라마 칠신승 중 조신승 약툭이다. 이 야앗!” 약툭은 얼굴에는 이제 그 어떤 자만심도 보이지 않았다. 그 모습에 송현의 피가 끓어올랐다. 피 끓는 송현의 투기는 전사로서의 투기가 아니었다. 바로 마법사 만이 가지는, 그리고 마법사만이 가지는 투기였다. 이런 흥분감에 송현은 찐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다리를 강하게 지면에 고정시키며 자신의 마나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 “토둔, 토룡탄(土龍彈)!” 달려 나가는 약투의 앞에 거대한 룡의 두상이 솟아올랐다. 묵룡이었다. 흙으로 만들어진 묵룡이 노한 모습을 보이며 거대한 입을 쫘악 벌렸다. 쿠앙 쿠앙 쿠앙 묵룡, 즉 흑(黑) 빛 토룡의 입에서 흙으로 만들어진 듯한 토구(土 球)가 화살처럼 빠르게 송현에게 쏘아져나갔다. “암실드!” 팡 팡 팡 송현은 실드를 양팔에 단단히 만들고는 날아오는 토구를 손등으 로 쳤다. 그리고 찰나의 기회가 찾아왔다. “윈드 커터!” 슈앙 슈앙 슈앙 약투가 한 것처럼 세발의 풍검이 공기를 가르며 예기를 번뜩였다. “크으으으.” 이제까지 한 번도 들려준 적 없는 신음성이 약투의 입에서 세어 나왔다. 약투는 급히 뒤로 물러나며 재빠르게 수인을 맺었다. “금둔(金遁), 금형변술(金形變術)!” 약투의 술법은 붉은 차크라를 번뜩이며 약투의 몸을 감싸않았다. 그리고 차크라가 약투의 몸속에 빨려들어갔다. 그리고 모습을 드러낸 약투의 몸은 희미하나마 금빛을 띠고 있었 다. 마치 금으로 된 철상(鐵像)과 같았다. 약투는 오른 팔로 눈을 보호하는 동시에 몸의 안으로 당기며 최 대한 수비자세로 만들었다. 까강 까가강 까가강 윈드 커터 마법으로 만들어진 풍검이 약투의 몸을 베는 순간 이 상한 기음이 만들어졌다. 마치 검으로 철상을 때린 것과 같은 소리였다. 세 발의 윈드 커터가 악투의 몸을 모두 스치고 사라지자 악투는 서서히 몸을 일으켜세웠다. 몸 어느 곳에도 검상이 보이지 않았다. 그저 세 곳에 희미하게 긁 힌 상처만이 있었다. “음...” 송현은 그 모습에 눈빛을 가라앉혔다. 자신이 생각도 못한 방어였다. 한편 송현의 고정된 사고의 틀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주는 장면이기도 했다. 반면 약투는 송현이 기존 중원무림의 고수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아직까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다르다는 것은 확실하다고 생각했다. 약투는 최대한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러나 그럴수록 그의 두 눈에 서 강렬한 안광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송현의 안광과 약투의 안광이 허공에서 부딪혔다. 다시 둘 은 서서히 자세를 잡았다. 마법사 무림에 가다 [266 회] ************************************************************************************* 타이핑 者 : [KOR]TheYtsejaM (당나귀 호환 P2P 프루나) 프루나에서 제가 타이핑한 소설들과 그 외 제가 모은 소설들을 공유했습니다. 검색어 : [KOR]TheYtsejaM 또는 TheYtsejaM 로 검색하시면 제가 공유한 파일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소유자가 1이라도 관계없습니다. 저는 항상 접속해 있으니까요. 제가 접속해 있지 않을 때는(파일이 안 받아지고 있을 때는) 제가 집에 없거나 파일 받기 대기 중일 겁니다. 기다리시면 하루 안에 반드시 받으실 수 있으실 겁니다. 무협도 엄청나게 많이(약 1기가 정도) 텍스트파일로 가지고 있는데 너무 파일이 많아서 그거 다 편집하려니 짜증나서 일단은 판타지만 공유중입니다. 무협도 필요하시면 프루나에서 메시지 전송 기능으로 쪽지 보내십시오. ************************************************************************************* 술법사와의 대결 쿠쿠쿠쿠쿠 콰콰콰콰쾅 퍼버버버벙 수많은 화력(火力)이 이곳저곳에서 터지고 화마(火魔)는 귀신의 모습으로 일렁이며 괴성을 질렀다. 거기에 수마(水魔)가 날뛰었고, 뇌마(雷魔)가 미쳐 날아다녔다. 천지에 이런 재앙도 없을 것이다. 그 곳이 바로 이문량의 사랑채 앞 공터였다. 반듯하게 다듬어진 땅은 지진이 난 듯 갈라진 것은 기본이오, 울 퉁불퉁 솟아오르고 움푹 꺼져있었다. 아마 전쟁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주검과 피를 없앤다면 아마 이런 모습이라 여겨질 정도였다. 그렇게 황폐화된 곳에 마주 선 자가 있었으니 바로 송현과 약툭 였다. 비교적 담담한 표정을 짖고 있는 송현에 비해 약툭은 어깨를 들 썩이며 거친 숨을 쉬고 있었다. 송현의 입가에는 미소가 그려졌다. ‘대부분 저자의 능력은 파악이 되었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한바탕 싸움 속에서 송현은 약툭의 술법을 상세히 살폈던 것이다. ‘마법과 비슷한 능력이다. 마법사로 치면 대략 6서클 마스터에서 7서클 비기너(beginner)정도인가?’ 송현의 눈동자는 살짝 돌아갔다. 그의 눈동자에 둑빠의 모습이 들어왔다. 잔뜩 표정을 구겨진 종이 마냥 일그러져있는 모습이었다. 가끔 몸이 움찔하는 것으로 보아 당장이라도 이 곳으로 뛰쳐나오 고 싶어 하는 모양이 분명했다. 그러나 약툭의 말이 있었는지 그저 얼굴만 붉힌 채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 송현은 둑빠에게서 시선을 떼고 다시 약툭에게로 돌렸다. ‘어차피 저기 저 자가 합세를 해도 큰 탈은 없을 것이 분명하다. 이제 슬슬 끝을 봐야겠다.’ 송현은 다시 마나를 온 몸으로 돌리며 술법의 단점을 생각했다. 기본적인 공격이나 대기의 원소를 이용하여 공격한다는 것은 마 법과 거의 비슷했다. 단지 자신들이 마나를 체계적으로 수식화해서 사용하는 것에 비 해 저들은 조금 다른 방법을 사용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기본 사 상도 조금은 다른 듯 했다. 그 차이로 비슷한 결과물을 보여줘도 과정이 전혀 달라진 것이 분명했다. 그러다보니 비슷해도 결과적으로 많은 차이가 보였다. 자신들 마법사에 비해 저들은 체력적으로 매우 강했다. 당장 검이 나 도, 창을 든다면 전사로 보여질 정도였다. 아마 검, 도, 창 등을 휘두를 수도 있을 것 같아 보였다. 그리고 무인들과 같이 보법을 사용했다. 그래서일까 저들에게는 블링크, 텔레포트 등의 공간을 지배하는 기술은 가지지 못한 듯 했다. 심지어는 플라이 마법과 같은 것도 없었던 것이다.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송현의 입가는 살짝 올라갔다. 이제 충분히 상대방의 능력을 알았다. 그렇다면 더 이상의 대치는 무의미했다. 쿠오오오오오옹 송현은 몸에서 해일과도 같은 마나가 파도를 치듯 요동치며 세차 게 뿜어져 나왔다. 조금 전 약툭과의 싸움에서 보인 기세와는 사뭇 달랐다. 약툭은 마치 침으로 자신의 온 몸을 찌르는 듯한 송현의 기세에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그의 새하얀 치아는 피로 빨갛게 물들어갔다. 그리고 손톱이 손바 닥을 뚫을 정도로 세차게 주먹을 말아 쥐었다. “둑빠.” 약툭의 붉게 물든 이빨 사이로 칼칼한 목소리가 어렵사리 세어 나왔다. 둑빠의 일그러진 얼굴은 펴지며 약툭 쪽으로 걸어갔다. 걸을 내 딛는 와중에 약툭의 시선은 송현에게로 향해 있었다. 그의 눈에서 살기가 강렬한 투기에 묻혀 송현에게로 쏟아져 나갔 다. “약툭, 괜찮나?” 약툭은 둑빠의 말에 그저 고개만 살짝 끄덕였다. 둑빠는 약툭의 어깨가 조금은 쳐져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탁! 약툭의 등에서 명쾌한 타격음이 들렸다. 둑빠는 조금은 의기소침 해 있는 약툭의 등을 가볍게 친 것이었다. “저자는 강하다. 그건 상대해 본 네가 더 잘 알잖아. 하지만 우리 둘이라면 가능하다.” “후후후, 그런가?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겠어.” 약툭은 입가에 묻은 피를 소매로 닦으며 미소 아닌 미소를 지었 다. “이거 칠신승의 말이 아니게 됐어.” “이 중원에 우리를 상대할 자가 없다고 느꼈는데 말이야.” 둘은 웃고 있었지만 눈빛은 가라앉을 대로 가라앉아있었다. 그러는 사이 송현은 다시 몸과 마음을 잡고 있었다. 그의 머릿속 에서는 수많은 가상전투가 그려지고 있었다. 그리고 미소가 그려 졌다. 승리를 확신하는 미소였던 것이다. 샤샤샥 둑빠는 얼음 위를 미끄러지듯 부드럽고도 빠르게 땅위를 스치며 송현의 뒤로 몸을 움직였다. 그로인해 송현을 중심으로 둑빠와 약툭이 일직선을 그렸다. 그 모습에 이문량과 왕수인, 양설린이 검을 뽑아 앞으로 나서려했 다. 송현은 손을 들어 그런 행동을 막아섰다. “현아.” “가가.” “송 대협.” 걱정 어린 목소리가 그들의 입에서 일제히 송현을 향해 터져 나 왔다. “괜찮습니다. 이 기회에 중원의 무서움을 알릴 필요도 있을 것 같 습니다.” 그 말과 함께 송현은 몸을 슬쩍 돌려 오른쪽으로는 둑빠를 왼쪽 으로는 약툭이 보이게 섰다. 송현은 두 다리를 크게 벌리며 마보(馬步)를 취하고는 두 팔을 들 어 둑빠와 약툭을 향하게 했다. “파이어 필드.” 송현의 입술이 달싹거렸다. 투퉁 그러자 수면에 파동이 생기듯 마나의 파동이 대기를 울리며 퍼져 나갔다. 그런 파동이 둑빠와 약툭에게까지 이어졌다. 둑빠와 약툭은 느닷없는 공격에 두 팔을 들어 얼굴을 막아서고는 몸을 최대한 웅크리고는 자신들의 샤크라를 최대한 끌어올려 무 인이 호신강기를 두르는 것처럼 샤크라를 온 몸에 둘렀다. 그러나 그런 행동은 둘의 실수였다. 화르르륵 화르르륵 순식간에 약툭과 둑빠의 발아래를 중심으로 3m에 이르는 불길이 땅에서 솟아오르며 하늘을 찔렀다. 그 열기는 멀리 떨어져있는 이문량, 왕수인과 양설린에게까지 느 껴질 정도였다. 약툭과 둑빠 역시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특히 약툭은 더욱 그랬다. 비록 송현이 사용하는 것이 중원의 무공과 다르다는 것은 알고 있었고 술법과 비슷한 능력을 보인다는 것은 알았다. 하지만 자신의 술법처럼 떨어진 곳에서 능력을 부리는 것은 미처 사용할 줄 생각도 못했던 것이었다. 그 이유는 송현이 파이어 볼이나 윈드커터처럼 자신의 몸에서 마 법을 일으켜 공격만 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포달랍궁의 칠신승은 그냥 얻어지는 이름은 아니었다. 비록 대처가 늦어져 승포 하단이 타 검게 그을렸지만 큰 피해 없 이 불길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약툭은 허공으로 몸을 날리는 동시에 수인을 맺으며 술법을 강행 했다. 아무래도 둑빠의 능력은 환술이기에 자신이 그에게 시간을 벌어 주기 위함이었다. “수둔, 수봉우사(水鳳羽射)술!” 약툭의 몸 뒤에 대기의 물방울이 모여 거대한 봉황이 만들어졌다. 물의 특유의 투명한 푸른빛을 띤 봉황은 거대한 날개짓을 하며 송현을 노려보았다. “꺄아아아아악.” 날카로운 장소음을 내뱉은 봉황의 날개짓은 더욱 거칠게 펄럭였 다. 그런 봉황의 눈빛이 번뜩이자 봉황의 날개는 빠르고도 매섭게 날개를 휘저었다. 송현은 매서운 바람이 올 것이라 생각하며 더욱 두 발을 땅에 고 정시켰다. 그러나 바람은 없었다. 쑤우웅 슈샤샤샤샤샤샤샷 봉황의 날개에서 수십 개 아니 수백 개를 넘어 수만 개의 침이 송현을 향해 쏘아져갔다. 송현은 생각지도 않은 공격임에도 불구 하고 침착하게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침을 자세히 살폈다. 그것은 침이 아니라 봉황의 깃털이었다. 물론 뾰족한 침을 연상시키기는 했지만 엄연한 봉황의 깃털임에 는 틀림없었다. ‘역시 물계열의 술법이라는 건가?’ 송현은 약툭의 공격에 아랑곳 하지 않고 뒤로 돌아섰다. “월 오브 파이어!” 화르르르륵 송현의 등 뒤에 송현을 감싸고도 남을 큰 화벽이 만들어졌다. 등 뒤로 열기를 느끼며 재빠르게 마법캐스팅을 맺어갔다. “아쿠아 볼 앤(&) 라이트닝 볼!” 송현의 오른손에는 푸른빛의 아쿠아 볼이 왼손에는 번쩍이는 라 이트닝 볼이 만들어져있었다. 그리고 서서히 고개를 든 송현의 눈에는 둑빠가 자리 잡고 있었 다. 콰광 콰과과과과과과과광 그 순간 송현의 등 뒤에서는 땅마저 뒤흔들어 놓을 정도로 엄청 난 폭발음이 터졌다. 그러나 그런 것에는 전혀 신경도 쓰지 않고 송현은 마나보법을 밟으며 앞으로 뛰쳐나갔다. “하앗!” 송현은 오른손에 만들어진 아쿠아 볼을 둑빠를 향해 날렸다. 쿠오오오오오오 거친 파음을 내뱉으며 아쿠아 볼을 둑빠를 집어삼킬 듯 날아갔다. 그리고 아쿠아 볼이 둑빠의 바로 코앞에 도달했을 때 감겨져있던 둑빠의 두 눈은 떠졌다. “안멱환각(眼冪幻覺), 중지밀림(中之密林)!” 은은하고도 끈적한 목소리가 사방에서 동시에 울렸다. ‘응?’ 송현은 느닷없는 목소리에 조금은 의아했지만 이내 정신을 둑빠 를 향해 모았다. 쿠오오오오오오 아쿠아 볼은 여전히 기세 좋게 날아가고 있었다. 송현은 마나보법 을 이용한 블링크를 준비하는 동시에 왼손의 라이트닝 볼을 언제 라도 쏠 수 있게 준비하고 있었다. 아쿠아 볼로 인해 물기가 조금이라도 둑빠에게 묻는다면 라이트 닝 볼로 인해 타격을 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쿠오오오오오오오 ‘응? 쿠오오오오오. 아직까지 쿠오오오오라고?’ 송현은 놀란 눈으로 둑빠와 아쿠아 볼을 바라보았다. 아쿠아 볼은 둑빠를 통과하며 멀리 날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마치 둑빠가 그 자리에 없는 것처럼 아쿠아 볼은 여전히 일직선으로 날아갔다. 아쿠아 볼이 날아가는 영상과 둑빠가 서있는 두 영상을 합쳐놓은 것 같아 보일 정도였다. 라이트닝 볼을 날리지도 못하고 송현은 달려가던 보법을 틀어 둑 빠의 주위를 맴돌았다. 둑빠는 그런 송현을 향해 웃음을 보여주었다. “크으으으!” 송현은 그의 웃음에서 놀림을 당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차앗!” 송현은 라이트닝 볼을 둑빠를 향해 던졌다. 쿠아아아아앙 거친 뇌력을 발산하며 라이트닝 볼을 둑빠를 향해 날아갔다. 그러나 라이트닝 볼도 아쿠아 볼처럼 허공을 그대로 날아가는 듯 둑빠를 통과해 그대로 날아가 버렸다. 그것이 끝이었다. 설사 둑빠를 지나쳤다고 해도 날아가던 라이트닝 볼은 벽등에 부 딪혀 그 어떤 폭발음이라도 들려야 정상이었다. 그러나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둑빠의 발 아래를 중심으로 슾지가 만들어졌다. 조금은 당황하면서도 황당한 송현은 슾지로 빠져드는 둑빠를 보 아야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슾지는 점차 크게 커져갔다. 그리고 송현이 서있는 장소는 어느 울창한 밀림으로 완벽히 바뀌 었다. 마치 송현 자신이 밀림으로 워프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였다. 마법사 무림에 가다 [267 회] ************************************************************************************* 타이핑 者 : [KOR]TheYtsejaM (당나귀 호환 P2P 프루나) 프루나에서 제가 타이핑한 소설들과 그 외 제가 모은 소설들을 공유했습니다. 검색어 : [KOR]TheYtsejaM 또는 TheYtsejaM 로 검색하시면 제가 공유한 파일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소유자가 1이라도 관계없습니다. 저는 항상 접속해 있으니까요. 제가 접속해 있지 않을 때는(파일이 안 받아지고 있을 때는) 제가 집에 없거나 파일 받기 대기 중일 겁니다. 기다리시면 하루 안에 반드시 받으실 수 있으실 겁니다. 무협도 엄청나게 많이(약 1기가 정도) 텍스트파일로 가지고 있는데 너무 파일이 많아서 그거 다 편집하려니 짜증나서 일단은 판타지만 공유중입니다. 무협도 필요하시면 프루나에서 메시지 전송 기능으로 쪽지 보내십시오. ************************************************************************************* 과거를 보다 해가지고 어렴풋이 어둠이 밀려오는 색채. 지금 송현이 서있는 곳이 마치 그때와도 같았다. 거대한 나무들이 우뚝 서있고 거기에 뻗어 나온 가지에 어린아이 보다 큰 잎이 빽빽이 매달려있었다. 따사로운 햇살하나 잎들을 뚫지 못하고 그저 어두운 그림자만이 세상을 감싸고 있을 뿐이었다. “꺄아악.” “꾸륵, 꾸륵.” “푸르륵.” 이름 모를 새소리와 짐승들 소리가 방향도 없이 들려오는 그런 밀림이었다. “음...” 송현은 자신도 모르게 나직이 신음을 토하고야 말았다.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분명 허상인 것은 알겠지만 느껴지는 감각들은 실제로 밀림에 들어와 있는 것과 똑 같았다. 슈아악 송현은 갑작스러운 살기에 몸을 최대한 빠르게 비틀었다. 샤각 송현의 볼이 화끈거렸다. 아무 소리 없이 그저 손을 올려 뺨을 만졌다. 끈적거리는 것을 느 끼고는 눈을 아래로 내리면서 뺨을 만진 손을 보았다. ‘피...’ 손가락에는 붉은 피가 묻어있었다. 자신의 손에 묻은 피를 보던 송현의 눈동자는 자연스럽게 손을 벗어났다. 송현의 눈동자에는 바람에 흩날리며 춤추고 있는 몇 올의 은빛 머리카락이 보였다. 그러자 송현의 눈에서는 싸늘한 미소가 그려졌다. 피가 묻은 손으로 다시 한 번 들어 뺨에 가져다대었다. “힐링!” 송현의 뺨과 손 사이에서 희미하지만 빛이 일렁였다. 그리고 손을 떼었을 때 뺨에는 아무런 상처도 없었다. 그저 핏자국만 있어 상처를 받았었다는 것만 알 수 있을 뿐이었 다. “클레어보이언스!” 송현은 환영마법과 비슷한 논리라 생각하고 투시 마법을 이용하 여 주위를 살폈다. ‘응?’ 그러나 돌아온 것은 슬쩍 커진 눈동자뿐이었다. 투시 마법을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주위의 환경은 변함이 없었 다. 필시 그저 평범한 환영마법과 비슷한 것이라면 현재 보이는 밀림의 모습과 겹쳐 원 환경의 모습이 보여야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단순한 환영만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인가.’ 송현은 조금은 상대방에 대해 인정하는 마음이 들었다. 슈가가각 미세한 파공성이 송현의 오른쪽에서 들려왔다. 송현은 보지도 않고 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팔을 들어올렸다. “암 실드!” 까가강 잘잘한 불꽃이 튀었다. 송현의 손에는 서장인들이 잘 쓰는 반월도가 잡혀있었던 것이다. “이런 환영으로 인한 기습으로 나를 어떻게 하려고 하다니...” 송현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자신의 오른손에 잡힌 반월도의 주인 을 보았다. 그곳에는 둑빠가 잔뜩 찌그러진 얼굴로 서있었다. 끼기기기긱 반월도를 빼려는 둑빠와 놓지 않으려는 송현의 손 사이에서 쇠긁 히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 순간 송현은 왼쪽에서 희미하지만 기파동을 느꼈다. 아니나 다를까,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파이어 볼과 비슷한 화구(火球)가 자신을 집어삼킬 듯 날아오고 있었던 것이다. “아쿠아 볼!” 송현은 왼팔을 들어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화구를 아쿠아 볼로 막았다. 쿠콰콰쾅 허공에서 화구와 수구가 부딪혔다. 거친 폭음이 울려 퍼졌다. 그러나 폭음만 있을 뿐 그 어떤 후폭풍(後爆風)은 없었다. 상생하 는 기운끼리 부딪혀 서로의 힘이 자연 소멸이 되었던 것이다. “이봐, 나를 너무 무시하는 것 아닌가?” 송현은 자신의 손에 잡힌 반월도를 빼려하는 둑빠를 향해 돌아보 아보았다. 분명 당황하고 있어야 할 둑빠의 얼굴에는 비웃음으로 가득차있 었다. “후후후.” 나직이 웃음소리를 내는 둑빠의 웃음소리에 송현의 눈썹은 꿈틀 거렸다. 그와 동시에 서서히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크크크.” 둑빠의 얼굴이 순식간에 희미해지더니 언제 둑빠가 자리하고 있 었느냐는 마냥 약툭이 자리하고 있었다. “토둔, 사폭송장(砂爆送葬)!” 화르르르 스르르르르륵 송현의 손에 잡혀있던 반월도는 서서히 밝은 은색에서 거무칙칙 한 흙색으로 바뀌더니 결국에는 모래로 변했다. 모래 하나하나가 생명을 가진 곤충처럼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더 니 송현을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송현의 손에서 팔로, 그리고 몸을 감싸고 다리를 감싸고 결국에는 얼굴까지 감쌌다. 모래가 주는 압력은 인간이 견딜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범인 이라면 그대로 모래에 의해 압사할 정도를 벗어나 한줌의 핏덩이가 될 정도였다. ‘크헉!’ 송현은 고통에 찬 비명소리조차 입 밖으로 내질 못했다. 그랬다가 는 입속으로 모래가 끊임없이 몰려들어올 것이 분명했다. ‘내, 내가 너무 자만했다. 그러나 이렇게 쉽게 당할 내가 아니다. 이 고통을 기필코 돌려주지.’ 그 순간 감겨져있던 송현의 두 눈이 번뜩 떠지면서 강렬하고도 깊은 안광이 번뜩였다. 그러나 그런 눈빛은 둘러싸여있는 모래 때 문에 묻혀버렸다. ‘일단 환영마법에 블링크다!’ 약툭은 쫙 벌린 손을 서서히 주먹쥐고 있었다. 주먹 쥐는 것은 쉬운 일임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약툭은 주먹을 쥐지 못하고 있었다. 약툭의 팔에 굵은 힘줄이 불룩불룩 튀어나오며 우락부락한 근육 이 굼틀거렸다. 서서히 주먹이 쥐어져갔다. 약툭의 두 눈이 안광이 번뜩이는 순간 약툭의 주먹은 꽉 쥐어졌 다. 퍽석 주먹이 쥐여지는 순간 송현을 감싸고 있던 모래도 순식간에 사람 머리통 만하게 모아졌다. 그리고 모래사이로 핏줄기가 뿜어져 나 왔다. “크크크크.” 약툭은 굳게 움켜쥔 주먹과 머리통 만하게 압축된 모래를 번갈아 보며 득의에 찬 웃음소리를 냈다. “으흐흐흐.” 약툭 옆 땅에서 무엇인가 불쑥 솟아올랐다. 바로 둑빠였다. 둑빠는 약툭과 함께 승리의 기분이 한껏 담긴 웃음소리를 입술 사이로 흘러 내보냈다. 약툭은 꽉 다문 주먹을 가볍게 허공에 무엇을 뿌리듯 휘저으면 서 폈다. 샤라라라라락 약툭의 손 모양과 똑같이 모여 있는 모래덩이는 사방을 비산하며 흩어지더니 이내 땅으로 떨어져 흙과 함께 섞였다. “헉!” “아, 아니... 이, 이럴수가...” 약툭과 둑빠는 그저 놀라 짧은 첫마디만 내뱉을뿐 더 이상의 말 을 잇지 못했다. 그 모습을 불과 10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송현이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몸이 숙여지는 듯 한 송현은 어느새 약툭과 둑빠를 향해 몸 을 날리고 있었다. 실로 섬전섬광(閃電閃光)과도 같은 보법이었다. “아이스 스피어!” 순식간에 두 자루의 빙창을 만든 송현은 약툭과 둑빠를 향해 던 진 것이 아니라 자신의 뒤로 날려버렸다. 누가 보아도 황당한 공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송현은 다시 캐스 팅을 시작했다. “텔레포트 앤 아이스 스피어!” 먼저 만들어 뒤로 날린 아이스 스피어가 공기를 가르는 파음을 울부짖기도 전에 두 자루의 아이스 스피어는 송현의 텔레포트로 인해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리고 송현의 양손에는 아이스 스피어가 손에 들려있었다. “차앗!” 송현은 애써 마나를 담아 기합을 내지르면서 두 자루의 아이스 스피어를 약툭과 둑빠를 향해 날렸다. 쿠오오오오오오오 한 마리 야수가 먹이를 덮칠때 내지르는 포효와도 같은 파음을 내며 아이스 스피어는 약툭과 둑빠를 덮쳐갔다. 송현의 기합소리와 아이스 스피어의 파공성에 고개를 뒤로 돌려 야했다. 약툭과 둑빠는 놀랄 시간의 여유조차 가지지 못하는 듯 보였다. 약툭은 아무리 보아도 마법과 비슷하다고 느껴지는 술법을 이용 해 송현의 아이스 스피어를 막아섰다. “수둔, 쌍승룡(雙昇龍)!” 츠르르르르르르 약툭의 두 다리 부근의 땅에서 푸른빛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바로 허공에 있는 물이 모이기 시작함으로써 보이는 푸른빛이었다. 츠르르 파파파파파팟 서서히 짙은 빛을 보여주던 물방울은 어느새 거대하다고 느껴질 만큼 커지더니 쏜살같이 허공으로 퉁겨져 올랐다. 그리고는 두 마리의 수룡의 모습으로 두 자루의 아이스 스피어를 집어삼킬 듯 입을 쫘악 벌렸다. 콰직 두 마리의 수룡은 날카로운 이빨을 번뜩이며 송현이 날린 아이스 스피어의 창대 중간을 물어버리더니 뱀과 같은 몸통으로 휘감았다. 쯔즈즉 아이스 스피어의 창대를 휘감은 수룡의 두 눈에서 푸른 안광이 반짝였다. 그러자 그와 동시에 아이스 스피어의 속도가 현저히 늘 어지는 동시에 얼음이 금가는 소리가 들렸다. 퍽석 퍽석 급기야 아이스 스피어는 수룡의 조여 오는 몸통을 이기지 못하고 한낱 얼음조각으로 변하며 힘없이 허공으로 흩어졌다. 그 모습에도 송현은 아랑곳하지 않고 웃음을 짓고 있었다. 약툭과 둑빠는 그 모습에 조금은 어리둥절했다. 그러나 그 이유는 곧 알 수 있었다. 등 뒤에서 섬뜩함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곧바로 식은땀이 주르 륵 흘러내렸다. 바로 텔레포트로 인해 공간 이동한 두 자루의 아이스 스피어가 약툭과 둑빠의 등 뒤를 노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것이 송현이 본 그들의 모습이었다. 이제 끝을 보기 위해 송현은 다시 마나보법을 밟으며 앞으로 달 려갔다. “파이어 스피어.” 분명 약툭과 둑빠는 뒤로 돌아서 두 자루의 아이스 스피어를 막 을 것이 분명했다. 그때 파이어 스피어를 가지고 그들의 뒤를 노려 이 싸움을 끝내려했다. 긴장한 듯 뒤로 돌아선 그들은 아이스 스피어가 더욱 근접해오자 동시에 고개를 뒤로 돌렸다. 그리고 뒤로 재빠르게 다가오는 송현을 쳐다보았다. 씨익 웃음이었다. 약툭과 둑빠는 기분 나쁠 정도로 여유로움을 보여주며 미소를 보 인 것이었다. ‘무슨 생각으로 저런 행동을...’ 약툭과 둑빠는 자신들을 향해 날아오는 아이스 스피어는 아랑곳 하지 않고 계속 송현을 주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파파파파파파팟 아이스 스피어는 그런 약툭과 둑빠의 행동을 알지 못하는 듯 여 전히 날아와 결국 그들의 몸에 꽂혔다. 그 순간 송현은 일말의 자비심도 없이 양팔을 들어 파이어 스피 어를 날리려했다. “허억!” 송현은 헛바람을 들어마셔야했다. 분명 약툭과 둑빠의 몸에 꽂혀야할 아이스 스피어는 그들의 몸을 통과했던 것이다. 마치 신기루를 통과한 것 같았다. 그러나 송현이 헛바람을 마신 이유는 이것이 다가 아니었다. 아이스 스피어, 약툭과 둑빠 그리고 송현은 일직선상에 서있었던 것이다 당연히 약툭과 둑빠의 몸을 통과한 아이스 스피어는 그대로 송현 에게로 날아온 것이었다. “이, 이런...” 송현은 다른 그 어떤 생각을 잇지 못하고 자신의 파이어 스피어 를 날려 아이스 스피어를 막았다. 콰과과과과과광 두 자루의 파이어 스피어와 아이스 스피어는 허공에서 부딪히며 강한 기의 회오리를 만들며 폭발했다. 그 여파가 너무 강해 송현은 실드를 쓰고 나서야 두 눈을 뜰 수 있었다. 자신의 눈앞에서 여전히 웃고 있는 약툭과 둑빠의 몸은 허공으로 안개가 흩어지듯 사라졌다. “크으으으.” 송현은 입술을 깨물었다. ‘환영인가? 내 투시마법으로도 분관할 수 없는 환영이라니... 역시 투시마법은 같은 환영마법에만 통하는 것인가?’ 송현은 실드를 해체하며 주위를 둘러살폈다. 스르륵 가벼운 소리와 함께 송현의 양 옆으로 약툭과 둑빠의 모습이 드 러났다. ‘이것도 환영인가? 일단 환영인지 먼저 알아봐야겠다.’ 송현은 가벼우면서도 빠르게 두 발의 매직미사일을 만들어 날리 려했다. 스르륵 스르륵 스르륵 송현의 두 눈은 부릅떠졌다. 처음 약툭과 둑빠가 모습을 드러낸 것을 시작으로 똑같은 모습의 약툭과 둑빠의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었다. 한 둘이 아니었다. 어림잡아 10여명의 약툭과 둑빠가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마법사 무림에 가다 [268 회] ************************************************************************************* 타이핑 者 : [KOR]TheYtsejaM (당나귀 호환 P2P 프루나) 프루나에서 제가 타이핑한 소설들과 그 외 제가 모은 소설들을 공유했습니다. 검색어 : [KOR]TheYtsejaM 또는 TheYtsejaM 로 검색하시면 제가 공유한 파일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소유자가 1이라도 관계없습니다. 저는 항상 접속해 있으니까요. 제가 접속해 있지 않을 때는(파일이 안 받아지고 있을 때는) 제가 집에 없거나 파일 받기 대기 중일 겁니다. 기다리시면 하루 안에 반드시 받으실 수 있으실 겁니다. 무협도 엄청나게 많이(약 1기가 정도) 텍스트파일로 가지고 있는데 너무 파일이 많아서 그거 다 편집하려니 짜증나서 일단은 판타지만 공유중입니다. 무협도 필요하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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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심으로 덮쳐갔다. 순식간에 사막에 갇힌 것처럼 뜨거움을 느낀 송현은 그 뜨거움을 찬찬히 느껴보았다. 지금의 뜨거움이 환술에 의한 거짓으로 만들어진 뜨거움인지 아 니면 정말 10개의 화염구가 만들어져 오는 것인지를 알기위해 두 눈까지 감은 채 오로지 피부에 와 닿는 느낌에만 집중했다. 어쩌면 둑빠의 환술을 알아차릴 수 있는 그 무엇인가가 있을 것 이라 여겼던 것이다. 감겨져있던 송현의 두 눈이 부릅떠졌다. “윈드 커터!” 송현의 몸을 중심으로 동시다발적으로 10발의 윈드커터가 사방으 로 흩어졌다. 하나의 윈드커터마다 각각 약툭이 날린 화염구를 향해 제비가 수 면위를 가르듯 날아갔다. 쒸시시시시식 바람까지 가르며 날아가는 윈드커터는 약툭의 화염구 마저 갈라 버렸다. 아니 갈라야 정상이었다. 그러나 가르지 못했다. 어떤 흩트림 없이 10발의 화염구는 여전히 송현을 향해 몰아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상했다. 제아무리 강렬한 화염구라고 해도 바람으로 만들어진 칼에 의해 서 반으로 갈라지지 않을 지라도 그 흩트림을 보여야 정상이었다. 그 순간 송현의 눈빛은 밤하늘에 떠있는 그 어떤 별빛보다 더욱 반짝이는 눈빛을 발했다. ‘10개 모두 허상이다. 그렇다면 네 놈들은 어디에 있느냐?’ 송현은 다시 조용히 눈을 반개한 채로 온 몸의 감각을 곤두세웠 다. 그와 동시에 두 팔에 암실드를 펼쳐 어떤 기습적인 공격이라도 막을 수 있도록 준비했다. 그 이유는 단 한가지였다. 10개의 허상을 그냥 날릴 이유가 저들에게는 없었다. 10개의 허 상은 분명 강한 결정타를 날리기 위한 미끼라는 것을 알아차렸던 것이다. 10개의 허상의 화염구가 송현의 몸을 덮치기 일보직전 송현은 희 미하지만 이질적인 열기를 느꼈다. 그리고 송현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퍼버버벙 10개의 화염구가 덮친 것에 비해 적은 폭발이 송현의 몸에서 일 어났다. 생각보다 피해가 컸는지 신형조차 굳굳히 세우지 못하고 비틀거 렸다. 옷은 여기저기 불에 타고 그슬려 옷이라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였다. 거기에 입가에 흐르는 가는 붉은 실선이 그러져있었다. “가가!” 양설린의 입에서 송현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눈물과 함께 제방을 무너트리고 순식간에 범람하는 해일처럼 터져나왔다. 그리고 양설린의 목소리에 맞추어 뛰쳐나오려는 이문량과 왕수인 이 뛰쳐나오려는 것을 송현이 손을 들어 막았다. “이, 이것은... 후악후악 저의 싸우... 크흑 싸움입니다. 후욱후욱.” 거침 숨을 몰아쉬며 어렵사리 자신의 뜻을 내비친 송현은 애써 두 다리를 쫘악 펴며 올곧게 자리에 섰다. “무무황황이이라라 불불릴릴만만했했다다. 거거기기에에 맞맞는는 최최후후를를 주주겠겠다다. 잘잘 가가라라!” “무무황황이이라라 불불릴릴만만했했다다. 거거기기에에 맞맞는는 최최후후를를 주주겠겠다다. 잘잘 가가라라!” 약툭과 둑빠의 목소리는 메아리치듯 울려퍼졌다. 아마도 10여명이 모두 진실된 모습으로 포장하기 위한 술수같아 보였다. “그, 그것은 끝을 봐... 크으으으 봐야 안다. 후욱후욱.” “그그 높높은은 자자존존심심은은 본본 받받을을만만 하하군군.” “그그 높높은은 자자존존심심은은 본본 받받을을만만 하하군군.” 약툭과 둑빠는 비웃음인과도 비슷한 말을 던졌다. “이이 것것이이 너너의의 최최후후다다.” “이이 것것이이 너너의의 최최후후다다.” 10명의 약툭에게서 조금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강력 한 기운을 담은 화염구가 만들어졌다. “아이스 스……피어!” 어렵사리 만든 10자루의 빙창이 송현의 몸 주위에 공작의 화려한 꼬리마냥 만들어졌다. 쿠아아아아앙 약툭의 화염구가 송현에게로 몰아쳐가자 거기에 맞추어 송현의 아이스 스피어도 그 힘을 뽐내며 날아갔다. 쑤우우우우웅 “어어리리석석은은 자자!” 약툭은 마지막 발악을 하는 송현에게 비웃음이 섞인 목소리로 말 을 건냈다. 툭 결국 송현은 한쪽 무릎을 땅에 내렸다. 연신 들썩이는 그의 어깨를 보건데 이제 모든 힘을 다 쓴듯했다. 천천히 고개를 들은 송현의 얼굴은 매우 편안해보였다. 지금 죽음 을 기다리는 표정인지 아니며 만족한 삶을 살았다는 표정인지 알수 없는 표정이었다. 콰과과과과과과광 “꺄아아아아악!” 양설린은 결국 오열에 찬 목소리로 울부짖다가 그 자리에서 쓰러 졌다. “안 돼!” “송 대협!” 이문량과 왕수인의 목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처참한 송현의 모습 이 들어났다. 시체의 흔적을 거의 찾을 수도 없었다. 그저 몇 덩이의 고깃덩이의 흔적과 불탄 옷 조각만이 송현이 서 있던 자리를 중심으로 흩어져있을 뿐이었다. 스르르르르륵 밀림의 모습은 서서히 안개가 걷히듯 사라졌다. 그리고 원 장소인 이문량의 사랑채의 공터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사랑채 주변은 이미 폐허나 다름없어 보였다. 땅은 지진이 지나간 듯, 혹은 밭을 갈아 흙을 뒤집어놓은 듯 했 다. 그리고 사랑채를 둘러싼 벽 중 절반은 무너져있었다. 그런 공터 중심에 송현의 시신 잔여물이 흩어져있었다. 쿠르르륵 쿠르르륵 땅 일부가 들썩였다. 그리고 땅을 뚫고 나온 자는 바로 약툭과 둑 빠였다. 약툭과 둑빠는 조금 전 보여준 전사의 눈빛이 무색할 만큼 무심 한 눈빛으로 송현의 시신이라 부르기도 민망한 시신을 내려다보 았다. “이 놈들!” 이문량은 얼굴 가득 눈물범벅이 된 채 자신의 도를 들어 약툭과 둑빠를 향해 달려갔다. “갈!” 약툭이 그런 이문량을 향해 오른 다리를 들어 강하게 땅에 내려 꽂았다. 쿵 둑탁한 소리와 함께 땅이 파도치는 해면(海面)처럼 들썩이며 흐르 기 시작했다. 크르르륵 서서히 땅의 표면은 진흙처럼 바뀌었고 자연스럽게 요동치며 흘 렀다. 흐르는 토해(土海)는 파도까지 치며 이문량을 덮쳐갔다. 아무리 앞으로 나가기 위해 애를 써도 자신을 향해 몰아치는 흙 의 파도에 앞으로 한 걸음조차 내딛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뒤로 밀려나고 있었던 것이다. “오늘은 더 이상의 피를 보기 싫다. 피는 여기 있는 무황의 피로 충분하다.” 약툭의 말에 둑빠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가지. 보고는 해야하니까.” 둑빠는 약툭의 어깨를 툭 쳤다. “기다리고 계시겠어.” “그래.” 약툭과 둑빠는 송현의 시신을 잠시 내려다보고는 그 자리에서 떠 나갔다. 그 모습에 이문량은 힘없이 도를 땅에 떨어트렸다. 철썩 무릎이 땅을 향해 떨어지고 이윽고 두 손마저 땅을 짚었다. “흑흑흑, 현아... 현아!” 이문량의 오열은 하늘을 뒤엎을 정도였다. 왕수인은 어두운 기색으로 기절해있는 양설린을 안아 올린 뒤 이 문량에게 다가갔다. 이렇게 마음을 흩트리고만 있을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휘익 탁 탁 휘익 탁 탁 휘익 약툭과 둑빠는 건물 지붕을 돌다리 건너듯 밟으며 유근의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봐, 둑빠.” 약툭은 비교적 무거운 얼굴로 둑빠를 불렀다. “왜?” “조금 개운하지가 않아. 뭔가 찜찜한 생각이 자꾸 들어.” 둑빠는 그런 약툭의 얼굴을 보고는 피식하고 웃었다. “너무 생각하지 마. 아마도 너의 힘만으로 꺾지 못해서 그런 생각 이 드는 걸 거야. 약툭, 너는 그런 호승심을 조금 낮출 필요가 있어.” “…….” 둑빠는 아무런 대답이 없는 약툭을 보며 한마디 덧붙였다. “너도 봤잖아. 그 무황이라는 자의 시신을.” “그래, 봤지. 근데 너무 어이없이 죽어버린 것 같아서 말이야.” “거 참! 언제는 한 주먹도 안 된다고 큰 소리 친 놈이. 어쩌면 네 가 그런 큰 소리를 치고도 없애지 못한 상태에서 나의 힘과 합쳐 그를 죽여 버린 것에 대한 찜찜함이 아닐까? 나는 그렇게 생각 하는데.” 약툭은 그런 둑빠를 행해 미소를 한번 보여준 후 더욱 속력을 높 여 앞으로 날아갔다. ‘과연 그런 것인가?’ 약툭은 송현을 자신의 힘만으로도 충분히 없앨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었다. 그래서 둑빠와 힘을 합친 것도 사실이었다. 그리고 이겼다. 어쩌면 너무 허망할 정도로 상대가 죽어버린 것이었다. 당연한 일이었지만 허탈함마저 들 정도였다. ‘그래서일까? 이 찜찜함이... 어쩌면 호적수를 만났다고 생각했지 만 거기에 못미쳐서 이런 기분이 드는 것일까?’ 약툭은 이내 고개를 세차게 뒤흔들었다. 어차피 송현의 죽음을 두 눈으로 확인했던 것이다. 법왕 카람의 명을 완벽히 이행했다. ‘그래, 어차피 이곳 무인들은 우리들의 상대가 아니었다. 그래, 그 거야! 이 찜찜함은.’ 약툭은 모든 잡념을 털어버렸다. 그리고 앞서 달려가는 둑빠를 향 해 더욱 속력을 높여 뒤따라갔다. 한줄기 달빛이 어둠속에서 달리는 약툭과 둑빠를 비추었다. 한없이 깨끗한 은빛 달에 오늘따라 흠칫이 살짝 보였다. 아주 희미하지만 분명 옥에 티였다. 하늘 높이, 그리고 달의 한구석에 한 인물이 서있었다. 달과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은빛 머리카락을 휘날리는 사내, 바로 송현이었다. 분명 약툭과 둑빠에게 죽음을 당한 송현이었다. 언제 싸움을 했었느냐, 라고 반문을 할 정도로 너무나도 깨끗한 옷차림으로 하늘에 떠있었다. 느긋이 팔짱을 낀 채로 오만할 정도로 아래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검은 눈동자는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바로 약툭과 둑빠의 움직임을 따라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음. 저 곳인가? 저들의 수장이 있는 곳이?’ 약툭과 둑빠가 담장을 넘어 들어선 곳은 거대한 대궐을 연상케 할 정도로 거대한 장원이었다. 자금성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자금성을 한번도 보지 못한 자를 대려다놓고 여기가 자금성이오, 라고 하면 믿을 정도로 의리의리 하면서도 화려한 장원이었다. ‘누군가? 저들이 하는 말에 의하면 같은 서장인이 저들의 수장인 듯싶은데. 서장인이 중원에, 그것도 북경에 저런 집을 가지고 있을 리는 없다. 뭐 일단 확인해보면 알겠지.’ 송현은 최종적으로 약툭과 둑빠가 사라지는 건물을 확인하고는 텔레포트를 이용해 그 건물의 지붕으로 이동했다. 마법사 무림에 가다 [269 회] ************************************************************************************* 타이핑 者 : [KOR]TheYtsejaM (당나귀 호환 P2P 프루나) 프루나에서 제가 타이핑한 소설들과 그 외 제가 모은 소설들을 공유했습니다. 검색어 : [KOR]TheYtsejaM 또는 TheYtsejaM 로 검색하시면 제가 공유한 파일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소유자가 1이라도 관계없습니다. 저는 항상 접속해 있으니까요. 제가 접속해 있지 않을 때는(파일이 안 받아지고 있을 때는) 제가 집에 없거나 파일 받기 대기 중일 겁니다. 기다리시면 하루 안에 반드시 받으실 수 있으실 겁니다. 무협도 엄청나게 많이(약 1기가 정도) 텍스트파일로 가지고 있는데 너무 파일이 많아서 그거 다 편집하려니 짜증나서 일단은 판타지만 공유중입니다. 무협도 필요하시면 프루나에서 메시지 전송 기능으로 쪽지 보내십시오. ************************************************************************************* 법왕 카람과 모리배 유근 창문에 발라진 은은한 한지 사이로 달빛의 색채가 드리워져있었다. 희미하지만 달빛이 머무는 탁자에는 따뜻한 촛불 하나가 일렁였다. 그 아래로 몇 병의 술병과 화려한 안주가 놓여져있었다. 딱 주르르륵 찰랑 찰랑 술병이 술잔에 부딪히며 정막을 깨뜨렸다. 그리고 이슬보다도 깨 끗한 술이 향긋한 주향을 풍기며 술잔을 채워갔다. 그러나 이런 따사로운 분위기를 깨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술잔을 기울고 있는 두 인물이었다. 너무나도 이질적이었다. 따뜻하게 빛을 내는 촛불이 부딪힌 두 인물의 얼굴은 간사하기 이를 데 없어 보였다. “유 대감, 오늘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었소이다.” “후후후, 카람 법왕이야 말로 앞으로 잘 부탁하오.” 바로 유근과 카람이었다. 유근은 카람을 보며 미소를 짓고는 술잔을 들어올렸다. 그리고는 술잔을 입에 대고는 고개를 젖히며 한 모금에 술잔에 담긴 술을 모두 삼켰다. “나야말로 잘 부탁하오.” 카람 역시 유근과 마찬가지로 술잔을 들어 술을 한 모금에 털어 넣었다. “그래 오늘 황제폐하를 본 소감이 어떠시오.” 유근은 자신의 술잔에 술을 따르며 카람을 올려다보았다. “내가 황제폐하를 어떻게 논하겠소? 다만 유 대감에게 감사할 따 름이오.” 카람은 기분 좋은 듯 연신 입가에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만족스러웠다. 유근이 정덕제를 어떻게 구워삶았는지는 몰라도 카람의 입장에서 는 충분히 만족하고도 남을 정도였다. 솔직히 반신반의하며 넘겨준 자신들의 경전(經典)을 비롯하여 밀 경(謐經) 마저 능통함을 보였다. 카람은 정덕제의 눈에서 그가 앞으로 자신의 라마교를 믿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것을 알았다. 정덕제가 라마교의 광신도가 된다면 그것으로 자신들은 이 넓은 중원에 뿌리를 내리는 것은 문제도 아니었다. 바로 자신의 앞에 있는 유근이 정책적으로 뒷받침해 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물론 반대적으로 자신이 그에게 꾸준한 무력을 주어야겠지만 말 이다. 자신의 라마교가 자리를 잡는다는데 그 정도 무력은 충분히 해 줄 수 있었다. 카람은 다시 한 번 만족감을 느끼며 자신의 술잔을 들어 술을 들 이켰다. 술 한 모금을 마시고 술잔을 내리던 카람은 유근을 향해 고개를 들어올렸다. 유근은 생각에 잠긴 듯 한 모습을 보여주던 카람이 갑자기 자신 을 바라보자 무슨 뜻인지 알고자 그와 시선을 마주했다. “유 대감.” “말하시오.” “아이들이 왔소.” “아이들? 그럼?” 유근은 조금은 긴장한 듯 카람에게 말을 되물었다. “난 아이들을 믿소이다. 어느 누구도 그들을 막을 자는 없소이 다.” 그 순간 방안에는 미풍(微風)이 살짝 맴돌았다. 카람과 유근이 마주하고 있는 탁자에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 것 처럼 두 사내가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앉아있었다. 바로 송현과 일전을 벌인 약툭과 둑빠였다. “어떻게 되었나?” 카람은 그들에게 고개조차 돌리지 않는 상태에서 그저 자신의 명 의 성공 유무만 물었다. 그런 카람의 행동이 그들에게도 익숙한지 아니면 카람이 가지고 있는 힘의 무서움 때문인지 별 거리낌 없이 대답이 흘러나왔다. “법왕의 명을 받들었습니다.” 약툭의 대답에 오히려 카람보다 유근의 입이 함지박만하게 그려 졌다. 그런 유근의 모습을 보며 카람은 보란 듯이 어깨를 폈다. “수고했다.” 약툭과 둑빠는 그대로 고개를 숙여 읍을 하고는 그대로 바람과 같이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대감, 속이 편해지셨소이까?” “하하하하. 역시 카람이오.” 유근은 확실한 대답을 카람의 입에서 듣자 더욱 기쁨에 찬 웃음 소리를 냈다. 그 순간 카람의 두 눈이 슬쩍 찌푸려지는 듯싶더니 눈빛이 착 가 라앉았다. “누구냣?” 카람은 난데없이 지붕을 올려다보았다. 그 순간 카람의 두 손에는 시뻘건 차크라가 불이 타오르듯 꿈틀 거리고 있었다. “인술(仁術), 투시안(透視眼)!” 카람은 지붕 곳곳을 살폈다. “음...” 한참을 살핀 카람은 나직히 소리 내며 손으로 집중되어 있던 차 크라를 없애며 자리에 앉았다. “무, 무슨 일이오?” 유근은 말까지 더듬으며 카람의 행동에 모든 신경을 쏟아 붓는 듯 했다. “아무 일도 아니오. 내가 조금 과민했던 모양이오.” “그렇소?” 아무 일도 아니라는 카람의 말에 유근도 서늘해진 가슴을 쓰다듬 으며 자리에 다시 앉았다. “아무래도 교의 일로 피곤이 쌓여서 그런 것이 아닌가 싶소이다. 오늘은 황제폐하까지 알현하여 매우 피곤할테니 푹 쉬는 것이 어 떻까 하오?” “아무래도 오늘은 유 대감의 말을 들어야 할 것 같소이다.” 카람은 유근의 말에 따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자리는 이미 봐두었으니 푹 쉬시오.” 유근은 손수 문을 열어주며 카람을 배웅했다. 카람은 그런 유근을 뒤로하고 어느 시종을 따라 유근이 준비해준 자신의 잠자리로 향 했다. 카람은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왠지 알 수 없는 느낌이 그의 육감에 걸려든 것이었다. 다시 한참 을 하늘을 올려다 본 카람은 피식 웃어버렸다. “내가 요즘 신경이 날카로워진 것인 모양이군. 교의 일이 막바지 로 흘러가서 그런가?” 카람은 다시 시종을 앞세워 향하던 걸음을 재촉했다. 한참의 시간이 흘러 카람도 사라지고 유근의 방에서도 불이 꺼졌 다. “휴우.” 아무 것도 없는 메마른 하늘에 때 아닌 한숨소리가 흘러나왔다. 귀신이 있어 그런 소리가 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로 깜깜한 하늘에 소리만 흘러나온 것이었다. 그러나 귀신의 목소리가 아니라고 증명이라도 하듯이 서서히 한 인물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송현이었다. ‘위험할 뻔 했어. 그러나 그자의 능력이 상상 이상인걸!’ 송현은 어둠사이로 사라진 카람을 생각했다. 그의 정확한 능력을 알지는 못해도 적어도 자신의 하수는 아니라 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일 대 일로 부딪혀도 승률은 반반이다. 어디서 저런 인물이 나타 났을까? 일단 유근과 함께 있었으니 이문량 어르신과 상의를 해 봐야겠다. 그러나 이거 늦게 갔다가는... 으으으! 생각만 해도 오한 이 오는구나.’ 순간 양설린의 사나운 눈초리를 떠올리고는 송현은 양 손으로 두 팔을 잡고 부르르 떨었다. 송현은 손에 들린 실물영사기를 슬쩍 소매로 안에 집어넣었다. ‘그 짧은 시간에 미약한 마나의 흐름까지 알아차리다니... 만일 영 상으로 찍었다면 들킬 뻔 했어. 앞으로는 더욱 조심해야할 인물 이야.’ 송현은 자신이 지붕에 내려앉는 순간 카람에게서 느껴지는 기운 이 조금 달라진 것을 느끼고는 최대한 조심했다. 그래서 실물영사기를 가지고도 영상을 찍지 않고 그저 사진만 찍 은 것이었다. 그때 흘러나온 미약하고도 짧은 시간의 마나도 카람은 감지한 것 이었다. 별 의심 없이 지나간 것이 다행이었다. 어쩌면 카람이 가지는 자신감이 가져다 준 운이었을 지도 몰랐다. ‘자, 그럼 가볼까?’ 송현은 워프를 이용해 이문량의 집으로 향했다. “흑흑흑.” 양설린은 누구의 집인지, 누구의 침상인지도 모른 채 침상에 엎어 져 울고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이불이 구겨진 종이장 마냥 움켜져있었다. “흑흑, 가가... 가...가... 흑흑흑.” 양설린은 정신을 차린 후부터 울기만 했다. 마치 평생 흘러야 할 눈물을 오늘 무도 쏟아 붇기라도 할 작정을 했는지 울고 또 울었다. 이문량은 양설린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그저 소리없이 눈물을 흘 렸다. 자신의 피를 잇지는 않았어도, 애뜻한 정은 없어도 송현을 자신의 자식이라고 생각해온 이문량이었다. 자신과 가장 친한 친우의 아들. 자신에게 없는 아들을 대신하는 듯한 아이. 그가 바로 송현이었다. 그런 그가 죽었다. 무림에서 무황이라 칭송받던 송현이... 그것도 자신의 눈앞에서. 이문량은 이런 슬픔을 그저 눈물로 모든 것을 삼켰다. 왕수인은 이런 모습들을 씁쓸히 보았다. 비록 송현을 본 것은 오늘까지 두 번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상하 게 마음이 아팠다. 그와 마음을 나눈 사이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마음이 아팠다. 이상하게 그의 모습이 눈에 떠오른 것이었다. 왜일까? 라고 생각해봐도 답은 알 수 없었다. 양설린과 이문량의 울음과 눈물을 듣고 보면서 또 생각하면서 알 게 되었다. 자신이 이러는 이유는 오히려 단순했다. 자신이 송현에게 단 두 번의 만남으로 그에게 빠져있었기 때문이 었다. 부르르르 두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힘이 지나치게 들어가 손을 벗어나 팔 까지 떨렸다. 이 밤이 가고 날이 밝으면 자신은 바로 군부로 뛰어갈 것이다. 그 리고 송현을 죽인 자들을 알아낼 것이다. 자신의 힘과 이문량의 힘을 합한다면 누구인지 알아낼 수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것도 빠른 시간 안에. 그 이유는 하나였다. 바로 유근. 그 자의 주변만 살피면 답이 나올 것이 뻔했기 때문이 다. 남들이 보면 미쳤다고 해도 상관이 없었다. 그냥 복수를 해주고 싶었다. 그냥... “험험!” 왕수인은 누군가의 헛기침소리에 미간이 좁아졌다. 누가 지금의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감히 분위기를 깬단 말인가. 왕수인은 노여움을 애써 참으며 고개를 들어 헛기침을 한 자를 찾았다. 목소리의 주인공을 찾은 왕수인의 미간은 순식간에 펴졌다. 그리 고 두 눈도 놀란 토끼마냥 동그래졌다. 왕수인은 잠시 두 눈을 껌뻑였다. 눈을 감고 고개를 세차게 뒤흔들고는 다시 눈들 떴다. 그러기를 얼마 못가서 다시 눈을 껌뻑이고는 소매를 들어 눈을 맵 닦았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다. 왕수인의 눈동자에 가득 찬 인물이 있었으니 송현이었다. 탁자를 중심으로 송현과 양설린, 이문량, 왕수인이 다시 자리잡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설린, 미안하오.” 송현은 탁자에 앉은 이후부터 몇 번이나 고개를 숙였는지 모른다. 그만큼 그들에게 미안했던 것이다. “그래도 너무했네.” “흥, 이 어르신의 말이 맞아요.” 이문량의 말에 양설린이 거들며 눈을 매섭게 흘겼다. “적을 속이려면 자신부터 속이라고 했습니다. 어쩔 수 없었습니 다.” “그래도 나에게만은 전음으로 알려줄 수 있었잖아요.” 양설린은 고개를 돌리는 것으로 만족 못했는지 아예 몸까지 송현 의 반대쪽으로 돌려버렸다. “하지만 아직도 궁금하다. 분명 내 눈앞에서 현이 너는...” 이문량은 차마 송현의 죽음을 말할 수 없었는지 말끝을 흐렸다. “크게 어려운 것은 아니었습니다. 처음에 약툭이라고 소개한 자와 는 실질적으로 싸운 것이 맞습니다. 다른 한 인물이 나서기까지 는요.” 송현은 이문량과 양설린, 왕수인에게 어느 정도 설명이 필요함을 느끼고는 그들이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처음 부딪힌 약툭은 사실 저에게 상대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 나 제가 사용하는 마법과 너무나도 비슷한 술수를 사용하기에 호 기심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그를 제압하지 않고 그의 능력을 살핀 것입니다. 그러던 중 그가 자발적으로 움직인 것이 아닌 누구의 명을 받고 움직인다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음...” “…….” “…….” 송현의 말에 셋은 모두 귀를 기울였다. “우선 약툭의 능력은 거의 대부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후에 합세한 자의 능력은 저로서도 뾰족이 무엇이라 설명할 수 없을 정도의 신비한 능력이었습니다. 그와 비슷한 능력이 저에게도 있습니다. 예로 저들을 감쪽같이 속일수도 있었습니다. 아마 비 슷한 결과를 내도 서로의 방법이 달라 서로가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짐작할 다름입니다. 그렇게 그들을 보기 좋게 속일 수 있음을 알자 저는 더욱 욕심이 났습니다. 환영을 사용하는 자 의 능력을 더욱 알고 싶어진 것입니다. 그래서 한걸음 물러나 그 의 능력을 알아보고자 했습니다. 송현은 말을 잠시 끊고 입을 적신 후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제가 가진 마법에는 순간이동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그 것은 저뿐만 아니라 타인이나 물체도 가능합니다. 그 점을 이용했 습니다.” 송현의 말에 왕수인은 놀란 듯 쳐다보았다. 이문량과 양설린의 송현의 블링크나 워프 등의 공간이동마법을 본 적이 있었지만 왕수인은 본적이 없었던 것이다. “왕 장군, 잠시 양손은 포개보시겠습니까? 그리고 마주보는 손바 닥을 떼고 공간을 만들어보시지요.” 왕수인은 송현의 말에 따라 양손을 공 모양으로 포갰다. 송현은 품에서 흔한 구리돈을 한 냥 꺼내어들었다. “텔레포트!” 송현의 손에 들려있던 구리돈이 어느 센가 사라졌다. 그리고 그와 함께 왕수인은 포갠 자신의 손속에서 묵직한 느낌을 받았다. 설마 설마하면서 왕수인은 포갠 손을 펴보았다. “헉!” 왕수인은 그만 놀라며 의자에서 굴러 떨어질 뻔했다. 그 이유는 바로 자신의 손에 놓인 구리돈 때문이었다. “어, 어떻게...” “자세히 설명을 해드릴 수는 없지만 저에게는 그런 능력이 있습 니다.” 왕수인은 자신의 손에 들린 구리돈과 송현을 번갈아보며 놀란 입 을 다물 줄 몰랐다. “그 능력은 비단 물체뿐만 아니라 저의 공격 마법에도 적용이 가 능합니다. 즉 제가 있던 장소에 저의 허상을 만들어놓고 허상이 움직임에 맞추어 저의 마법을 텔레포트를 시켜 허상이 실제 저인마 냥 공격하는 모양세를 갖추게 된 것입니다. 그렇게 해놓고 저는 그 둘의 능력을 더욱 세세히 살폈습니다.” “하지만 분명 그들의 공격이 송 대협의 몸에 격중되는 것을 보았 는데... 어떻게...?” 왕수인은 송현의 능력에 궁금한 것이 매우 많은 것 같았다. 한 번 보았지만 다시 보고 들어도 신기한 것은 어쩔수 없었던 것이다. “실드라는 마법이 있습니다. 그것을 이용한 것입니다. 이것까지 설명하자면 너무 길어지니 나중에 알려드리지요.” “아, 알겠소.” 왕수인은 아쉬운 듯 대답했다. 마법사 무림에 가다 [270 회] ************************************************************************************* 타이핑 者 : [KOR]TheYtsejaM (당나귀 호환 P2P 프루나) 프루나에서 제가 타이핑한 소설들과 그 외 제가 모은 소설들을 공유했습니다. 검색어 : [KOR]TheYtsejaM 또는 TheYtsejaM 로 검색하시면 제가 공유한 파일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소유자가 1이라도 관계없습니다. 저는 항상 접속해 있으니까요. 제가 접속해 있지 않을 때는(파일이 안 받아지고 있을 때는) 제가 집에 없거나 파일 받기 대기 중일 겁니다. 기다리시면 하루 안에 반드시 받으실 수 있으실 겁니다. 무협도 엄청나게 많이(약 1기가 정도) 텍스트파일로 가지고 있는데 너무 파일이 많아서 그거 다 편집하려니 짜증나서 일단은 판타지만 공유중입니다. 무협도 필요하시면 프루나에서 메시지 전송 기능으로 쪽지 보내십시오. ************************************************************************************* 송현은 품에서 실물영사기를 꺼내어 들었다. “그것은 무엇인가?” 이문량은 호기심 어린 얼굴로 송현이 꺼낸 작은 수정구술 모양의 실물영사기를 내려다보았다. “마법으로 영상을 담아내는 것입니다. 그것보다 이것을 보아주십 시오.” 송현은 마나를 실물영사기에 주입시켜 저장된 사진 세장을 영사 시켰다. 세 줄기의 하얀 빛이 실물영사기에서 뿜어져 나와 허공에 그림을 띄어 놓은 것처럼 사진 세장이 투영되었다. 두 장의 사진에는 유근과 카람이 함께 찍혀있었고, 한 장의 사진 에는 카람의 얼굴이 선명히 찍혀있었다. “놀라워.” “실물과 같은 그림이라니...” 이문량과 왕수인은 저마다 한마디씩 내뱉었다. “여기 있는 자가 누구인지 아시겠습니까?” 송현은 카람을 가리켰다. “서장인인 것 같은데.” “이 곳에 온 두 명의 밀승을 우두머리인 것 같습니다.” 이문량과 왕수인은 카람의 얼굴을 더욱 세세히 살폈다. “아쉽게도 아직 본 적이 없는 자인 것 같아.” “저도 그렇습니다.” 이문량과 왕수인의 말에 송현의 얼굴에는 언뜻 실망감이 감돌았 다. “한 번 알아봐주시겠습니까? 아마 유근의 주위를 살펴보면 누구 인지 알아낼 수 있을 겁니다. 중원에서 서장인을 알아보기는 비교적 쉬울테니 말입니다.” “알았네.” 이문량은 카람의 얼굴을 기억하기 위해 더욱 유심히 사진을 보았 다. 왕수인도 특별히 대답을 하지 않았지만 이문량과 같은 뜻을 두었다는 것을 보여주듯 카람의 얼굴을 보며 그의 머릿속에 기억했다. 한참을 뚫어져라 쳐다본 이문량은 어느 정도 기억했는지 시선을 사진에서 떼었다.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이냐?” “과거 준비를 하려고 합니다.” “그렇구나.” 이문량은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수염을 쓸었다. “유근과 처음에 틀어졌을때 솔직히 과거 시험이 걱정되었지만 지 금은 제가 죽은 줄 알고 있기에 편하게 시험을 치려합니다.” “일단은 과거를 보고 합격하기 전까지 너의 모습을 숨기는 게 좋 을 듯싶구나.” “그래서 어르신 댁에 잠시 머물렀으면 합니다.” 송현은 미안한 기색을 띠었다. “아니다. 편하게 쉬거라. 내 과거 준비하는데 불편이 없게 해주겠 다.” 이문량은 자신의 집에 머무는 것을 흔쾌히 허락했다. 며칠이 지나 과거 날짜가 이제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자금성 한 편에 화려한 건물들 사이로 온아한 건물이 한 채 있었 다. 그곳 건물의 현판에는 단아한 필채로 국자감이란 세 글자가 적혀 있었다. 힘있는 굵은 필채도 아니었다. 부드러우면서도 깊은 맛이 우러나오는 그런 글씨였다. 현 명나라에서 교육기관 중 가장 중심을 차지하는 국자감이어서 인지 학자들의 글 읽는 소리가 방문을 넘나들었다. 국자감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유근이 자신이 황제인냥 팔자에 거침없는 발걸음으로 이 곳의 문턱을 넘어섰다. “험험, 언제 와도 이곳에서 들리는 소리는 참 좋단 말이야.” 유근의 행동에는 자신도 이만한 학식이 있다라는 것은 은근히 내 세우는 듯한 몸짓과 말이었다. “대감, 어서 오십시오.” 유근을 맞이한 자 역시 국자감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인물이었 다. 국자감에서 학문을 가르켜야 할 스승으로서의 품위 등이 전혀 보 이지 않았다. 쭉 찢어진 눈에 염소수염은 오히려 유근과 같이 환 관으로 보여도 무리가 없을 정도였다. “대감, 이쪽입니다.” “고맙네. 자네 이름이...” 유근은 말꼬리를 흐렸다. 그러면서도 연신 그의 얼굴은 잘 알고 있지만 지금 이 순간만 잠 시 떠오르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곽진입니다.” “아! 그래 곽진...” “정 6품 사업(司業)입니다.” “험험, 그래 곽 사업. 내 자네를 유심히 보고 있네만...” 유근은 헛기침을 하며 애써 무안함을 달랬다. “아닙니다. 너무 오랜만에 저를 뵙는지라, 자주 찾아뵙지 못한 저 의 잘못이옵니다.” 곽진은 마치 기계처럼 허리를 자동적으로 연신 굽혔다. 그것만이 자신이 해야하는 일인냥 말이다. 그 행동 하나하나 유근에게는 흡족한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 덕였다. “대감, 이쪽입니다.” 곽진은 허리를 숙인채 팔을 들어 가야할 방향을 가리키고는 자신 이 서둘러 걸으며 안내했다. 스르르륵 곽진의 안내에 따라 한 건물로 들어섰다. 그곳에는 여러 명의 학사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 중심에는 이몽양이 자리하고 있었다. “어서 오시지요.” “영감도 오랜만이오.” 서로 웃으며 인사를 건넸지만 둘의 표정에는 그리 반가워하는 기 색이 돌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성품이 대쪽같은 이몽양을 유근이 좋아할 일이 없었다. 빈말이라도 자신에게 좋은 소리를 해본적도 없거니와 자 신이 하는 일에 꼭 사사건건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이야 자신이 정덕제를 대신해 모든 정사를 하고 있어 문제가 될 것은 없었지만 껄끄러운 상대임에는 틀림없었다. 그렇다고 다른 관리들처럼 대하기도 어려웠다. 이몽양이 가지는 이름의 힘때문이었다. 모든 학자들이 떠받드는 현 최고의 학자였기 때문이다. 정덕제 역시 어렸을 때 그를 스승으로 모신 적이 있기에 더더욱 유근이 껄끄럽게 생각하기도 했다. 유근은 긴 탁자를 걸어 가장 상좌 자리에 떡 하니 앉았다. “다들 앉으시지요.” 그런 유근의 행동에 이몽양은 잠시 눈살을 찌푸리고는 유근의 옆 에 자리했다. 연신 몸을 뒤척이며 상당히 불편함을 표시했다. 항상 앉는 자리가 오늘 유달리 불편할 것이 없음을 유근도 알고 있었다. 아마 자신에 대한 무언의 항변이라는 것쯤은 알수 있었다. ‘이몽양, 언제까지 내가 이렇게 놔줄 주 아느냐? 내 조금의 기미 라도 보이면 바로 죽여주겠다. 그때까지 마음껏 설쳐봐라. 낄낄낄.’ 유근은 그런 속마음을 숨긴채 이몽양에게는 연신 미소를 보여주 었다. 그런 유근을 이몽양은 들어 내놓고 인상을 썼다. ‘네 놈의 웃는 낯짝 뒤에 시커먼 속마음을 모를 줄 아느냐?’ 이몽양은 그런 유근의 얼굴이 보기 싫어 고개를 반대쪽으로 돌려 버렸다. 순간 유근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하하하, 이제 인사들 나누신 것 같으니 본론으로 들어가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곽진이었다. 그의 말은 이곳에 있는 모든 이를 향한 것이었지만 그의 행동으 로 보아 유근의 기분을 돌리기 위함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는 행동이었다. “쯧쯧쯧.” 그런 곽진을 보며 이몽양은 혀를 찾다. 그 소리가 어지간히 컸는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두 들을 정도였 다. “험험, 오늘 내가 이 자리에 온 것은 지엄하신 황제폐하를 대신하 여 찾아왔소이다.” 유근은 그런 이몽양을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이 찾아온 이유를 말 했다. “원래는 황제폐하께서 오셔야 마땅하겠지만 정무가 바쁜지라 내 가 대신 왔소이다.” 유근의 말에 몇몇 관리들은 미간을 좁혔다. 여기 있는 관리들뿐만 아니라 자금성을 드나드는 관리라면 누구 라도 알고있다. 정덕제가 정무가 바빠서 행차를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주색잡 기에 여념이 없어 못 온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된 이유 뒤에는 유근이 있다는 사실도 말이다. “이 제주(祭州). 과거 준비는 잘 되어가오?” “그렇소. 유 태감(太監).” 그를 시작으로 유근의 입에서 시시콜콜한 이야기 몇마디가 더 나 왔다. 드르륵 이몽양은 고의인지 아니면 바닥이 거칠어서인지 의자를 뒤로 소 리내어 밀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실례지만 바쁜 사무가 있어서 이만 일어나보겠소. 과거는 차질 없을 것이고, 궁금한 것이 있으면 여기 있는 곽 사업에게 물어보 시오. 그럼.” 이몽양은 유근의 대답도 듣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횡하니 나가 버렸다. 그로 인해 분위기는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래서일까 별 대화없이 자리가 끝이 났다. 그나마 올바른 성품을 가진 관리는 하나같이 자리에서 일어나 방 에서 나갔고 유근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애를 쓰는 자들만 자리에 남았다. 그중 가장 애를 쓰는 것이 곽진이었다. 유근은 남아있는 자들을 쭉 둘러보았다. 모두가 안면이 있는 자들이었다. 즉, 안면이 있다는 소리는 모두 가 자신의 편이라는 소리와 함께 자신에 의해 이 자리에 있는 자 들이기도 했다. 물론 자신을 찾아오는 자들이 하루에도 수백이 넘기에 일일이 기 억을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보면 대충은 알 수 있었다. 곽진은 남아있는 이들이 누구인지 살폈다. 혹시라도 불순물이 남아있는 것이 아닌가 살폈던 것이다. 다행히 모두가 자신과 같은 유형의 인물이라는 것을 알았다. 스윽 가벼운 옷깃을 스치는 소리와 함께 곽진의 품에서 하얀 서찰 봉 투가 나왔다. 은은한 한지에 투과되는 빛에 의해 어렴풋이 들어나는 속 내용물 은 서찰이라고 하기에는 그 크기가 조금 적었다. “자주 찾아뵙지 못해 죄송합니다. 작은 성의입니다.” 곽진은 서찰봉투는 슬쩍 유근의 앞에 들어 밀었다. 여기에 있는 모두가 봉투의 의미를 알았다. 바로 서찰 봉투에 들었지만 안에 들어있는 것은 전표라는 것을 모두 모를 리 없었다. “이번 과거에 유 대감의 자제분이 응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자주 찾아뵙지 못한 죄로...” “어허! 곽...” 유근은 다시 말끝을 흐려야했다. 하긴 유근의 입장에서 이들의 이름을 모두 외울 필요는 없었다. 그리고 그런 사실을 누가 뭐라고 할 사람도 없었다. “사업입니다.” “험험, 그래 곽 사업.” “네, 말씀하시지요.” 유근은 나름대로 자세를 잡고 곧바르게 앉았다. 그 모습에 다른 이들도 눈치 빠르게 자세를 잡고 바로 앉았다. “어찌 신성한 과거에 나의 아들이라고 해서 특혜를 받을 수 있단 말인가? 내 아들이라고 해도 실력이 안 되면 들어올 수 없는 법 이거늘.” “지당하신 말씀이옵니다. 제가 듣기로는 자제분인 유 공자님의 학 문이 출중하다는 소리를 듣고 장원급제를 따놓은 것이 아닌가라는 말을 하려고 했습니다. 헤헤헤.” 곽진은 곧바로 허리 숙이고 손을 비비며 유근의 말에 장단을 맞 추었다. “하긴 내가 아들 하나는 잘 두었지. 장원급제라... 그렇게 되었으 면 얼마나 좋을까.” 유근은 누가 들으라고 하는 소리인지 장원급제를 입에 담았다. “유 공자님의 학식이라면 장원급제는 따 놓은 당상입니다. 그리 심려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다들 안 그런가?” 곽진은 유근에게 꿀바른 소리와 함께 다른 이들의 의견을 물었다. “당연합니다.” “이미 유 공자님의 학식은 천하가 다 아는 사실 아닙니까?” “어느 누가 유 공자님의 학식을 따라오겠습니까? 청년들 중에는 단연 발군이 아닙니까?” 곽진의 말에 모두 하나같이 말을 거들었다. 곽진 한 목소리에 더욱 간사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자신이 내 놓 은 봉투를 슬쩍 유근 쪽으로 더 밀었다. “대감, 이 것...” 유근은 슬쩍 눈만 아래로 깔아내려 봉투를 보았다. “이 것이 무엇인가?” “조금 전에 말씀드린 저의 정성이 담긴 서찰이옵니다.” “마음이 담긴 서찰이라... 그럼 잘 읽어보겠네.” 유근은 봉투를 들고 슬쩍 안을 들어다보았다. 미소가 걸리며 봉투를 품으로 넣었다. “글씨를 보니 정성이 듬뿍 담겼군 그래. 내 그대를 꼭 기억하겠 네.” “조만간에 한 번 찾아뵙겠습니다.” “그럼 그때 차나 한 잔 하지.” 스으윽 스르륵 스으윽 그것으로 시작해서 모두가 하나같이 봉투를 꺼내어 들고는 유근 앞으로 내밀었다. 그리고 어쩜 그리도 하나같이 토시 하나 틀리지 않고 한 목소리 를 냈다. 마음이 담긴 서찰이라고... 마법사 무림에 가다 [271 회] 타이핑 者 : [KOR]TheYtsejaM (당나귀 호환 P2P 프루나) 송현은 이제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과거를 위한 막바지 점검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일까 탁자 앞에 책이 놓여있었지만 책장은 넘어가지 않았 다. 그럼에도 송현의 입에서는 연신 책의 내용이 흘러나왔다. 그렇게 두 시간이 흘러 책 한 권을 한 자도 빠짐없이 정독할 수 있었다. “그럼, 이 책도 다 봤고, 다음에는 무엇을 외울까?” 탁자위에 놓인 책자를 들었다. 그리고 아공간을 열어 책자를 집어놓고는 다른 책을 꺼내고자 했 다. 한참을 고민하고서야 다른 한 권을 꺼내어 탁자위에 올려다보았 다. 그리고 다시 눈을 감고 책을 외우기 시작하려했다. “현이 안에 있느냐?” 이문량의 목소리가 문을 넘어들어왔다. 조용히 눈을 감고 있던 송현은 천천히 눈을 떼며 자리에서 일어 나 문쪽으로 걸어갔다. 끼이이익 “오셨습니까?” “공부한데 방해한 것이 아닌가 싶구나.” 이문량은 방 안으로 들어섰다. “아닙니다.” “오셨어요?” 양설린도 어느새 문으로 다가와 이문량을 맞이했다. 송현과 이문량은 탁자로 다가가 앉았다. “차를 내오겠습니다.” 양설린은 탁자에 앉는 송현과 이문량을 보고 차를 준비하기 위해 자리를 떠났다. “네가 보여준 그자를 알아냈단다.” 이문량의 말에 송현은 눈빛을 발했다. 호기심이 생긴 것이었다. “고생하셨습니다.” “고생이라고 할 것도 없었다.” 이문량의 말에 송현은 그저 빈말이라고 생각했다. “너의 표정을 보니 아니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오늘 뜻하지 않 은 장소에서 그를 보았단다. 그리고 유근이 친절하게도 자세히 소 개해주더구나.” “유근과 만났습니까?” 송현은 이문량의 성품을 알고 있었다. 쉽사리 유근과 어울릴 성격 이 아니라는 것도 알았다. “유근이야 만나지. 건천궁에서!” “정무 볼 때를 말씀하시는군요.” “그렇네.” 송현은 이문량의 말에서 이상한 점을 느꼈다. 이문량의 말에 의하면 건천궁에서 정무에 관한 일로 신로들과 같 이 유근을 만났음을 이야기 했다. 그런데 카람을 만났다고 하니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였던 것이다. “자네가 보여준 그자의 이름은 카람일세.” “카람이라...” 송현은 카람의 이름을 곱게 씹어 머릿속에 담았다. 앞으로 자주 만날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자신과 비슷한 능력의 소유자. 결코 자신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 자였다. 자신이 살았다는 것을 안다면 분명 그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 게 될 것이 분명했다. 무슨 연유로 자신을 죽이려 하는지는 몰라도 자신이 살아있음을 아는 순간 무너진 자존심을 위해서라도 필살 의 마음으로 자신을 죽이려할 것이 분명했다. “유근이 오늘 건천궁으로 그자를 데리고 왔다네. 그리고...” 송현은 이문량의 입을 더욱 주시했다. 한 박자 쉬어 이야기하는 것으로 보아 큰 일이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황제폐하의 법사로 임명하였다네.” “법사?” “그렇다네.” “원래 황제폐하의 법사라면 보통 무당파나 아니면 소림사에서 누 군가 맞는 것이 아닙니까?” 송현은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을 들어 이문량에게 되 물었다. “맞다. 원래는 그렇게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 “그런데 어찌.” “지금 황제폐하는 어려서부터 총명하셨단다. 그리고 종교에도 관 심이 깊었단다. 그러다보니 불교나 도교 쪽에도 능통했지만 유달리 산스크리트교등 밀종에 관련된 교에 호기심을 느끼는 동시에 능통했었단다.” “…….” 송현은 이문량의 말에 조용히 경청했다. “문제는 황제 자리에 오르기 전 유관을 만나면서 조금씩 틀어졌 다. 유관 때문에 라마교에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 러던 것이 오늘 황실의 종교를 라마교로 선포를 했단다. 그리고 카람이라는 자는 라마교의 제 3대 법왕이라고 하더구나.” “라마교의 법왕.” 이문량은 송현에게 잠시 시간을 주었다. 그리고 약간의 시간이 흐 른 후 다시 입을 열었다. “그의 수하들이 보여준 것은 술법이라는 또 다른 술수라고 하더 구나.” “술법...” “라마교의 밀승들에게 전해오는 특이한 능력이라고 한다고 하더 구나. 무림에서는 사술이라고 불리는 능력이라고 불린다는 구나.” 송현은 이문량의 말을 들으며 깊은 생각에 빠졌다. ‘절대로 사술이 아니다. 그리고 그들이 가지는 기운에도 사악한 기운이 들어있지 않았다. 단지 쓰는 자의 심성이 문제가 되는 것 같던데.’ 송현은 카람을 다시 한 번 떠올렸다. 그리고 약툭과 둑빠의 능력을 떠올렸다.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냐?” 이문량의 목소리에 송현은 생각에서 깨어났다. “휴우-!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송현은 답답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황제폐하께서 총명하신 분이셨습니까?” “그렇단다. 황태자였을때는 아주 총명하셨었지.” “그렇다면 문제는 유근이겠군요.” “그렇지.” “그리고 카람이라...” 송현은 다시 한번 생각에 잠겼다. ‘유근이 황제폐하의 눈과 귀를 막고 잘못된 길로 인도했다. 자신 만의 힘을 가지기 위해 카람을 불렀고, 그에 비해 라마교를 전파해 줄 것을 약속했을 것이 분명하고. 그래서 황제폐하께 라마교를 은근히 강요했음이 분명하군. 어떻게 해야하나.’ 송현은 대략적인 흐름을 추리했다. 그러나 송현의 머리를 아프게 하는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추리는 해내면 그것으로 끝이었다. 문제는 앞으로의 일이었다. 유근과 카람을 정덕제에게서 떨어트리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 라 생각했다. 그러나 송현이 가진 힘은 너무나도 없었다. 생각 같아서는 그냥 확 둘을 죽여 버리고 싶은 생각도 들기도 했 다. 그러나 그렇게 할 수는 없었다. 이제 조정으로 나가려는 이상 자신도 명분이라는 것을 찾아야만 했다. ‘명분을 만들어야겠어. 명분을...’ 일단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아직 조정 돌아가는 상황도 모르거니와 어떤 인물이 있는지도 몰 랐다. 지금부터 자세한 것을 생각한다는 것은 너무 성급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르신.” “왜 그러느냐?” “일단 제가 조정에 들어가고 자세한 것을 짜봐야겠습니다.” “그러는 것이 가장 좋을 듯싶구나.” 더 이상의 대화는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이문량은 자리 에서 일어났다. “일단 조정에 들어가는 일부터 생각하거라. 알겠느냐?” “네, 어르신.” 이문량은 무슨 생각이 떠올랐는지 서둘러 송현의 방에서 사라졌 다. 어스름한 밤이 다가왔다. 이런 어둠 속을 이문량은 부지런히 걷고 있었다. 한참을 걸어 자 그맣고 허름한 집 앞에 섰다. 굳이 안에 누구를 부를 필요도 없는 그런 집이었다. 끼이이익 이문량은 거침없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었다. 밖에서 보기와는 다르게 안은 매우 깨끗했다. 그것만으로 이집의 주인의 성격을 알 수 있었다. 이문량은 건물의 하나밖에 없는 문 앞에 섰다. 창문 너머로 촛불이 일렁이는 것으로 보아 집에 주인이 있음이 확실했다. 이문량은 문에 더욱 다가갔다. “이 선생님 계십니까?” “누군가?” “이문량입니다.” 잠시 안에서 누군가 움직이는 소리와 함께 얼마 지나지 않아 문 이 열렸다. “영감이 이 늦은 시간에 웬일인가?” 뜻밖에 모습을 드러낸 이는 이몽양이었다. 국자감에서도 가장 고위 직책인 제주를 맡고 있는 한편 현 최고 의 학자로 통하는 이가 바로 이몽양이었다. “늦은 시간에 찾아와 죄송합니다.” 이문량은 지극히 공손하게 이몽양을 대했다. “허허허, 어찌 그런 말을 하시는겐가. 안으로 들시게나.” 그에 반해 이몽양은 반(半)존대로 편하게 이문량을 받아드렸다. 안으로 들어선 이문량은 허름하지만 깨끗한 탁자로 다가가 앉았 다. 이문량은 이몽양의 방을 둘러보았다. 언제 봐도 소탈하고 검소한 방이었다. 실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물품을 빼고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 이 아닐 정도였다. 다만 사치스럽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고 한다면 그건 책장과 수 북이 쌓인 책뿐이었다. “그러나 이 늦은 시간에 어인일로 누추한 곳까지 찾아오신 겐 가?” “상의 겸 부탁 드릴일이 있어 찾아왔습니다.” “허허허, 이 힘없는 나에게 부탁할 일이라니, 이거 나를 너무 궁 금하게 만드시는 게 아니신가?” “다름 아닌 수일 내에 있을 과거 때문입니다.” 이문량은 조금은 어렵게 말을 꺼냈다. 이문량의 말이 끝나자 이몽 양의 눈빛이 달라졌다. “혹여 청탁하러 오신겐가?” 목소리도 조금 싸늘해져있었다. “아닙니다. 제가 어찌 선생님께 청탁을 하러 왔겠습니까?” “험험, 이거 미안허이.” “아, 아닙니다.” 이몽양의 사과에 이문량은 조금 난색한 듯 대답했다. “청탁이 아니라면 무슨 연유로 나를 찾으신겐가?” “다름 아닌 이번 과거에 제 짐작이 틀리지 않았다면 유근에게 뇌 물을 쓰지 않는 이상에야 합격하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이문량의 말에 이몽양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휴우-! 다 내가 부덕한 탓이지.” “아, 아닙니다. 그것을 말하려고 온 것이 아니라...” 이몽양은 수심이 깊어보였다. “편하게 말씀하시게.” “이번 과거에 송현이라는 아이가 응시를 합니다.” “송현?” 이몽양은 송현이라는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한참을 생각하더니 무릎을 탁 쳤다. “혹, 무림에서 무황이라고 불린다는 아이 말씀인가?” “그렇습니다, 선생님.” “그리고, 왜... 그래 유근을 데리고 놀았다는 그 아이 말씀인가?” “맞습니다.” “그래 그 아이가 이번 과거에 응시를 한다고?” 이몽양의 눈빛은 초롱초롱하게 바뀌어있었다. 그만큼 송현에게 관 심이 크다는 말이었다. “그러나 선생님은 어떻게 현이를 아는지요?” “한번 인연을 쌓은 적이 있네.” “그렇군요.” 이문량은 이몽양이 송현과 인연도 있고 관심이 있다고 하니 더욱 편하게 자신의 뜻을 말할 수 있었다. “그 아이를 과거에 붙게 해주십시오.” 이문량의 말에 이몽양의 표정은 다시 어두워졌다. “지금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그런 것이 아닙니다. 다만 부정하게 떨어지지 않게만 해달라는 것입니다.” “자네 말은 알겠네만, 나는 문과(文科) 시험을 감독한다네. 무과 (武科)는 내 어찌할 수 없음이야.” 이몽양은 미안한 말투였다. “무과가 아니라 문과에 응시합니다.” “문과에 응시한다고?” “네.” 이몽양은 조금 놀란 듯 했다. “내 그 아이가 무림인이라고 들었네만.” “무림에 활동한 것은 사실이나 그 아이의 집안이 대대로 문신 관 료 집안입니다.” “허-! 그렇구만. 그래 그 아이가 떨어지지 않게만 해달라는 그 말 씀이신가?” “굳이 힘을 쏟아 달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다만 능력이 되었다 싶으면 떨어지지만 않게 해달라는 이야기입니다.” 이몽양은 의자에 기대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차 한 잔 마실 시간쯤 흘러 이몽양의 입이 떨어졌다. “그래, 영감의 말씀대로 해줌세. 조정에 쓰레기만 들어올 수는 없 음이지.” “감사합니다, 선생님.” “감사는 무슨, 단 그 아이가 능력을 갖추었을 때만이야.” 마법사 무림에 가다 [272 회] 타이핑 者 : [KOR]TheYtsejaM (당나귀 호환 P2P 프루나) 나른한 오후가 되자 송현도 몸이 나른해졌다. “으으으으!” 시원하게 기지개를 펴고는 탁자에 있는 책을 덮고 자리에서 일어 났다. 고개를 돌려보니 양설린은 춘곤증을 못 이기고 백호를 베게삼아 곤히 잠들어있었다. ‘하긴. 어지간히도 심심했을 거야.’ 별로 잠은 오지 않고 그렇다고 탁자에 다시 앉으려니 좀이 쑤실 것 같아 시원한 공기라도 마실 겸 방에서 나왔다. 마당에서 이리저리 몸을 푼 송현은 문뜩 유근의 집이 생각났다. ‘한 번 가 볼까?’ 여러모로 알아둬서 나쁠 것이 없다고 생각한 송현은 그 즉시 유 근의 집으로 향했다. 일단 셀프폴리모프 마법으로 외형부터 바꿨다. 시골에서 갓 상경한 유생의 모습이었다. 낮이라 워프 같은 순간 이동 마법은 자제를 하고 그냥 평범하게 도보로 유근의 집까지 산보 겸 유슬유슬하게 걸어갔다. 유근의 장원이 얼마나 컸던지 그 담벽의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 였다. 일단 송현은 장원의 담을 따라 쭉 걸었다. 자신의 기억이 틀림없다면 한 모서리를 돌면 장원 정문이 보일 것이다. “응?” 담장을 돌았을때 송현은 두 눈이 크게 떠졌다. 그 이유는 유근의 장원 정문에 길게 늘어선 인파들 때문이었다. 족히 100m는 훨씬 넘어 보였다. 그 줄에 서있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무엇을 가지고 있었다. 작게는 품안에 들어오는 것부터 해서 크게는 수레에 실을 정도로 큰 물건들이었다. 누가보아도 뇌물을 받치기 위해 서있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당당 하게 서있었다. 심지어는 유근의 하인들부터 해서 군부의 군사들까지 동원해서 질서를 잡는 모습이 보일 정도였다. 송현의 얼굴은 순식간에 싸늘히 식었다. “혹시 과거보러 오신 분이오?” 지나가던 한 상인이 송현에게 말을 건넸다. “그러하옵니다만.” 송현을 보는 상인의 표정은 똥 묻은 개를 봐서 더럽다는 투가 역 력했다. “댁도 저기에 볼일이 있어 왔소?” “볼일이라니요?” 송현의 상인은 의외라는 표정을 지으며 송현의 위아래를 훑었다. “하긴 보아하니 시골에서 책만 죽으라고 판 유생 같아 보이는군. 쯧쯧쯧.” 이번에는 세상 물정을 몰라 불쌍하다는 듯 혀를 찼다. “어인 연유로...” “이보시오, 젊은 양반. 과거 볼 것도 없이 그냥 내려가는게 좋을 것이오. 보아하니 집이 잘 사는 것 같지도 않고. 다른 일을 찾아 보는 것이 좋을게요.” 상인은 송현에게 충고 아닌 충고를 했다. “무슨 말씀인지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습니다.” 상인은 송현이 딱해 보이는지 손을 들어 유근의 집에 늘어선 인 파를 가리켰다. “저기 저 행렬이 보이시오?” “네, 보입니다.” “무슨 행렬인지 아시오?” “저도 그게 궁금했던 참입니다.” “쯔쯔쯔쯧.” 상인은 다시 한 번 혀를 찼다. “저기 보이는 거대한 장원이 이 나라의 실세인 유근이라는 자의 집이오. 그리고 저기 서있는 자들이 그 자에게 뇌물을 바치려고 하는 거고. 이쯤하면 내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겠소?” 상인은 송현을 뚫어져라 쳐다보고는 어깨를 한 번 들썩였다. “거 참, 젊은 양반이 말길을 잘 못 알아듣네. 그러니까, 저기 가서 뇌물을 주지 않는 이상에야 과거에 합격할 수 없다는 말씀이오. 아시겠소이까?” “그, 그렇습니...까?” 송현은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애초에 마음 접는 것이 편할 것이오. 아니면 전 재산을 싸들고 오든가.” 상인은 마지막 말을 툭 던지고는 가던 발걸음 옮겼다. “이 세상이 어떻게 되려는지... 에이, 빌어먹을 세상. 캬악, 퉷!” 상인은 가던 발놀림 중 침을 땅에 뱉고는 그 길로 멀리 사라졌다. 상인이 사라지자 송현의 눈빛은 다시 싸늘히 변했다. 그리고 고개 를 들어 유근의 집으로 돌렸다. ‘도저히 가만둘 위인이 못 대는구나. 네 놈은 무슨 일이 있어도 내 손에 죽는다. 무슨 일이 있어도.’ “승명아.” 여자 목소리도 아닌 것이 남자 목소리도 아닌 호리호리한 목소리 가 흘러나왔다. 다름 아닌 유근이었다. 유근은 자신의 앞에 앉아있는 유승명을 사랑스러운 눈빛을 바라 보았다. 유근에게도 저런 표정이 있을가 싶을 정도의 의외의 표정이었다. “네, 아버지.” “내일이구나.” “알아요.” 유승명은 한 눈에도 망나니라는 것이 표가 났다. 하지만 유근의 눈에는 그런 것이 안 보이는 것 같았다. “과거 준비는 잘 되어가느냐?” “아버지께서 계시는데 장원급제는 따 놓은 당상이지 뭘 그래 물 어요?” “그렇기는 하다만...” “그럼 됐잖아요.” 유승명은 귀를 파며 귀찮다는 듯 대꾸조차 불성실했다. “그러나, 언제 약란하고 약혼해요?” “어허! 약란이라니, 약란공주마마라 부르거라.” 유근은 그런 유승명에게 호통 아닌 호통을 쳤다. “에이, 우리밖에 없는데 너무 갑갑하게 하지 마세요.” “그러나 언제해요?” 유승명은 유근에게 다가가 다시 한번 보챘다. “그렇게 하고 싶으냐?” “당연한걸 왜 물으세요. 저희 가문을 더욱 탄탄히 이어가야죠.” 순간 유승명의 얼굴에는 탐욕이 가득 찼다. “에구구, 귀여운 내 새끼. 역시 내가 아들 하나는 잘 받았다니까.” “당연하죠. 제가 누굽니까? 하늘에 나는 새도 떨어트린다는 유 장 인태감의 하나밖에 없는 독자(獨子) 아닙니까!” “하하하하, 역시 너는 내 아들이다.” 유근은 흐뭇한 표정으로 유승명을 바라보았다. “곧 시켜주마. 이 애비를 못 믿느냐?” “제가 아버지를 못 믿으면 누가 믿어요? 송현이라는 놈도... 으흐 흐흐.” “그래, 그래. 우리 앞길을 막을 자는 아무도 없다. 그러니 너는 이 번에 조정에 들어오면 착실히 발판을 만들거라. 알았느냐?” “알았어요.” 원하는 답을 들었는지 유승명은 별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 의 거처로 돌아갔다. 유근은 침상에 누워 앞으로의 일을 생각했다. 그의 머릿속에는 앞 으로 더욱 펼쳐질 화려한 미래만이 그려졌다. 둥 둥 둥 둥 둥 자금성 성곽 위에서 거대한 북소리가 울려퍼졌다. 그 아래로는 수많은 인파들로 인해 시끌벅적했다. 오늘 과거를 위 해 모인 인물들 때문이었다. “줄을 제대로 서시오.” “번호표를 확인하고 들어가시오.” “어허, 거 양반, 줄 제대로 서란 말이오.” 한꺼번에 몰리는 유생이며 학생들을 통제한다고 병사들의 목소리 가 여기저기서 크게 터져 나왔다. 송현은 일단 잠시 시간을 죽이고 들어가기로 마음먹었다. 어차피 저곳이 있지 않는다고 해서 누구는 들어가고 누구는 못 들어가는 것은 아니었다. 씁쓸한 눈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저들 중에 이미 합격한 자와 떨어진 자가 있겠지?’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서로 좋은 번호를 받기위해 아웅다웅하 는 모습이 슬프기 그지없었다. 어떻게 보면 자신도 혜택 받은 인간일 수도 있었다. 최소한 떨어지지는 않을 테니깐. 아니 어쩌면 자신도 청탁을 한 것이나 다름없을 수도 있었다. 힘 없는 자들은 그것마저 못했느니까. 저들 중에 실력이 있어도 붙지 못하는 자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유근!” 송현의 이빨 사이로 유근이란 두 글자가 씹혔다. ‘바꾸리라, 지금의 세상을!’ 시간이 흘러 제법 많은 인원들이 과거 시험장으로 들어간 지금 처음과 같이 북적대지는 않았다. 송현은 그제야 느릿한 걸음으로 과거 시험장으로 통하는 문으로 걸어갔다. 최대한 튀는 모습을 자제하려 노력했다. 그렇기에 하얀 머리카락 도 두건으로 감싸 최대한 가렸다. “번호표를 받을 자는 여기로 오시오.” 아직까지 사람이 꽤나 있어 번호표를 나누어주는 병사는 아직까 지 큰 목소리로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다. 소리가 이끄는대로 향하니 병사 하나가 번호표를 나누어주는 동 시에 시험장으로 통하는 문까지 줄을 세우고 있었다. 많은 인파가 몰렸음에도 제법 질서정연해 보였다. 그만큼 병사들이 갖은 땀을 흘리며 뛰어다니고 소리를 지르는 덕 분이었다. “여기 있소.” 송현은 번호표를 받아들고는 곧바로 시험장으로 향하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九千七百二十二 송현이 받아든 번호표의 번호였다. 거의 일만에 가까운 숫자였다. 대략 300백 정도 뽑는 숫자에 일만 명이 모여들었으니 엄청난 경 쟁이 아닐 수 없었다. “흐읍! 후우!” 크게 심호흡을 하고 병사들의 지시에 따라 구석진 자리로 이동해 자리를 잡았다. ‘이거 생각보다 경쟁이 치열하구나. 비록 내가 실력이 있으면 떨 어트리지 않게 해주겠다고 했지만 까딱하다가는 떨어질 수도 있 겠어. 정신 바짝 차리고 쳐야겠다.’ 송현은 바른 자세로 바닥에 앉고는 명상에 잠겼다. 아주 고요하게. 땡땡땡 송현의 귀에 종소리가 울리고 여러명의 발자국소리가 들렸다. ‘이제 시작이구나.’ 송현은 눈을 떴다. 멀리 떨어진 곳이었지만 어렵지 않게 등장하는 이들을 볼 수 있 었다. 선두를 예전에 보았던 이몽양을 필두로 해서 여러 관리들이 들어 었다. 이몽양과 더불어 두 명의 관리는 마련된 의자에 앉는 동시에 한 인물이 앞으로 나섰다. “지금으로부터 정기적 식년시를 치르겠다.” 그 목소리에 시험장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조금은 들썩이던 분위기가 고요한 밤처럼 어떤 소리도 없었다. 그 저 여러 관리들이 시험감독을 위해 움직이는 발자국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그렇게 잠시 동안 공항 상태를 맡는가 싶더니 이내 시험을 치르 기 위한 준비 소리에 잠시 동안 시끌했다. 감독관이 낙인이 찍힌 한지를 모두 돌렸는지 끝 부분의 관리 둘 이 어떤 신호를 보냈다. 땡땡땡 다시 한 번 종소리가 울렸다. 그 소리에 모든 응시자들은 숨을 죽여 앞으로 눈이 튀어 나올정 도로 바라보았다. 그 이유는 단 한 가지였다. 지금 앞으로 나오는 거대한 두루마리. 바로 저 것 때문이었다. 두루마리 안에는 바로 문제가 적혀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두루마 리가 펼쳐지는 동시에 시험이 시작이 되기 때문이었다. 퉁 이윽고 시험장의 중심에 거대한 두루마리가 걸린 지지대가 자리 를 잡았다. 관리는 서서히 다가가 두루마리가 풀리지 않게 묶어둔 끈을 서서 히 당겼다. 스르륵 “꿀꺽.” “꿀꺽.” “꿀꺽.” 여기저기서 마른 침 삼키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만큼 긴장 한 이가 많다는 소리였다. 촤라락 파팟 끈 풀린 두루마리는 아래로 흘러내렸고 이윽고 과거가 시작되었 다. 송현 역시 문제를 보고는 두 눈을 감았다. 그리고 미소가 지어졌 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 그의 손에 달린 붓은 한 마리 야생마가 광 활한 대지를 뛰어다니듯 일필휘지(一筆揮之)로 써내려갔다. 마법사 무림에 가다 [273 회] 타이핑 者 : [KOR]TheYtsejaM (당나귀 호환 P2P 프루나) 국자감 최고의 자리에 있는 이몽양은 굳이 과거 시험 채점에 관여 할 필요는 없었다. 휘하에 많은 학사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 나 순수한 열정으로 가득 찬 학사들이 모여 있을 때 이야기다. 처음 홍치제에 의해 국자감으로 왔을 때만해도 그는 모든 열정을 다해 학생들을 가르치고 학문에 힘을 써왔다. 그러나 정덕제가 황 제에 오르고 유근이 정덕제에게서 전결권을 받아내 흉포를 떨기 시작하면서 일이 틀어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나름대로 힘도 써보고 했지만 전혀 정사를 돌보지 않는 정덕제로 인해 거의 포기 상태까지 와있었다. 그렇게 꺼져가는 열정을 다시 불사르는 계기가 만들어졌다. 바로 송현이었다. 처음 우연한 기회로 약란공주의 생일잔치에서 만난 그였지만 그 가 보여준 일들은 자신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비록 이제 나이를 먹어 큰 거사를 도모할 수는 없지만 사그라지 는 조정의 불을 다시 지필 수 있는 불씨를 넣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이몽양은 현재 시험 채점을 하는 곳으로 다가갔다. 샤라락 샤라락 종이 넘어가는 소리가 방 밖까지 흘러나왔다.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갔다. 이몽양은 다시 한숨을 내 쉴 수밖에 없었다. 채점하는 관리들은 내용은 전혀 읽지 않고 서험지에 적힌 번호만 열심히 골라내고 있었던 것이다. “휴우-!” 속으로 한숨을 쉰다는 것이 그만 입 밖으로 세어 나왔다. 그 소리 가 조용한 관청 안을 맴돌았고 이몽양의 얼굴을 본 국자감의 관 리들의 얼굴은 순간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후다다닥 화지직 관리들은 저마다 번호가 적힌 종이를 재빨리 구겨 소매로 넘기는 장면은 이몽양은 못 본 척 했다. “어인 일로 이곳에...” “나라고 그냥 놀 수만은 있나? 이 나라의 중요한 인재들이 들어 오는데 말이야.” 이몽양은 상좌 자리에 앉았다. 그 앞에는 합격자들의 시험지가 수 북이 쌓여있었다. 이몽양은 시험지를 들어 하나하나 읽어내려갔다. 한 장 한 장 읽을수록 마음이 무거워져갔다. 종국에 모든 시험지 를 읽었을 때는 거대한 바위가 자신의 가슴을 누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합격자의 시험지를 내려놓으며 입을 열었다. “이것이 이 번 식년시의 합격자 명단인가?” “그...렇습니다.” 그래도 찔리는 것이 있는지 곽진은 조금 말을 흩트리며 대답했다. 이몽양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문득 한쪽에 쌓인 시험지가 눈에 들어왔다. 구천칠백번이 적혀있었다. ‘송현이라는 아이가 구천칠백이십이번이라고 했지?’ 이문량이 가르쳐준 번호를 생각해냈다. ‘휴우-!’ 이몽양은 더욱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고개를 들어 나름대로 열심히 채점하는 흉내를 내는 관리들을 보 며 고개를 흔들었다. ‘지금 내가 하려는 일이 이들과 과연 다른 것인가?’ 그렇게 자책을 하며 구천칠백번이 적힌 시험지를 한 움큼 집어 들었다. “어인 일로...” 한 관리가 좀처럼 행하지 않던 이몽양의 행동에 의아한 듯 말을 건넸다. “나도 자네들의 일을 돕고 싶어서 그렇네.” 이몽양의 말에 몇몇 일부 관리들을 빼고는 얼굴이 미약하나마 찌 푸려지는 것이 보였다. 자칫하다가는 유근에게서 받은 명단의 인 물들을 뽑지 못할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너무 그러지들 말게나. 이것만 채점을 하지.” 비교적 얇은 시험지 뭉치를 보자 그제야 관리들은 표정이 풀렸다. 샤각 샤각 샤각 몇 번의 시험지가 넘어가고 한 장의 시험지가 이몽양의 눈에 들 어왔다. 상단에 힘찬 글씨체로 구천칠백이십이라고 적혀있었다. ‘그 아이의 시험지인가?’ 이몽양은 시험지를 찬찬히 읽어 내려갔다. 시험지를 읽어가던 이몽양의 눈은 서서히 크게 떠졌다. 처음에는 송현의 문학적 자질이 그저 떨어지지 않았으면 했다. 그 러나 송현의 시험지를 접한 이몽양은 그 이상이라는 데 놀라야만 했다. 그것을 떠나 충분히 장원급제도 가능하지 않는 시험지가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였다. 비록 미숙한 점이 한두 군데 보이기는 했지만 이 나이에 이 정도 는 흠이 될 정도는 아니었다. 어쩌면 자신이기에 이런 미숙한 점이 보일 뿐이지 웬만한 이들이 보아서는 쉽사리 찾아내기 힘든 부 분이었다. 이몽양은 애써 놀람을 감추고는 송현의 시험지를 옆으로 빼두고 다른 시험지를 읽어 내려갔다. 아니 읽는 시늉을 했다는 것이 옳은 말일 것이다. 이몽양의 머릿 속에는 송현이 남긴 답안지와 자신이 본 송현의 모습들, 그리고 유근과 얽힌 소문이 계속 맴돌았다. 이들과 같은 부정을 한다는 것이 내내 마음에 걸렸지만 그런 묵 직한 마음도 이제는 많이 사라졌다. 자신이 아니라도 충분히 합격할 수 있는 답안을 작성했었던 것이 다. 물론 아무런 사심이 없는 채점이었다면 말이다. 툭 몇 장 안 되는 시험지를 모두 보고는 탁자에 내려놓았다. 그 소리만 기다렸는지 이몽양이 시험지를 내려놓자마자 모두의 시선이 이몽양에게로 향했다. “자네들도 있으니 이것만 할까.” 이몽양의 말에 모두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모습을 이몽양이 모를 리 없었다. 이몽양은 그런 행동을 모른 채 하며 송현의 시험지를 앞으로 내 밀었다. “이 답안 한 번 보게.” 모두들 이몽양의 말에 흠칫했지만 이몽양이 고른 답안은 한 장이 라 다들 다시 한 번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답안지를 돌려보았다. 말이 보는 것이지 제대로 읽는 이는 없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 다. ‘까짓것 한 명 정도 더 합격시키지 뭐. 그래도 국자감의 제주이니 체면은 차려드리면 되겠지?’ 모두들 이런 생각을 가졌다. “훌륭한 답안입니다.”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같은 대답이었다. “그럼 나는 이만 가네. 다들 수고하게나.” 이몽양은 그렇게 한 마디 던지고 밖으로 나왔다. ‘과연 잘 한 짓인가?’ 오늘 있었단 일을 생각하며 이몽양은 자신의 집무실로 향했다. 유근은 자신의 전용 집무실에 한 편에 놓인 침상에서 누워있었다. 어느 누구도 자금성 내 건물 안에 이렇게 버젓이 침상을 가져다 놓지 못했다. 거기에 유근은 궁녀의 안마를 받고 있었다. “시원하십니까?” “그래 시원하구나.” 유근의 손은 궁녀의 허벅지를 쓰다듬으며 흡족한 미소를 띠고 있 었다. 양물이 없는 그였지만 음욕만은 가지고 있었다. “국자감의 곽 사업이 뵙기를 청하옵니다.” 가냘픈 환관의 목소리가 유근의 나른한 기분을 깨트렸다. “무슨 일이냐?” 신경질적인 목소리였다. “이번 식년시에 대한 합격자 명단을 들고 왔다고 합니다.” 유근은 그런 일로 찾아온 것에 대해 짜증이 밀려왔지만 이내 자 신의 아들인 유승명을 생각하고는 마음을 누그러트렸다. “물러나거라.” 유근의 말에 궁녀는 몸단장을 하고 일어났다. “들라하라.” 마치 자신이 황제인냥 그들먹 거렸다. 자신의 그런 모습이 좋았는지 연신 자신의 품에 있는 패를 만졌 다. 황제를 상징하는 황룡이 그려져 있는 금패. 즉, 전결권을 가진 패였다. 실상 현재 자신이 황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힘을 주는 패 였다. 끼이이익 문이 열리고 곽진이 조심스러운 행동으로 안으로 들어섰다. 곽진은 침상에 누워있는 유근을 향해 황제를 배알하는 마냥 오체 투지를 했다. “장인태감을 뵈옵니다.” “일어나거라.” “예.” 곽진의 행동 하나하나에는 극진한 모습들이었다. 조심스럽게 들고 온 서류를 유근에게 내밀었다. 샤라락 유근은 서류를 펼쳐 안에 적힌 내용을 읽어보았다. 모두 읽은 것 이 아닌 명단의 가장 처음에 적혀있는 단 세자의 이름만 확인을 했을 뿐이었다. 장원급제 유승명 이렇게 단 일곱 자만 보았을 뿐이었다. 그리고 대충 건성으로 밑 에 있는 이들의 명단을 훑어보았다. “잘 선별했겠지?” “그러하옵니다.” “수고했다.” 유근은 서류를 접으려는 순간 최하위에 적힌 두 글자를 보았다. 송현. 최하위의 성적을 거두고 합격한 이의 이름이었다. ‘송현?’ 유근은 백발의 송현이 떠올랐다. ‘설마, 죽은 놈을 내가 생각하다니. 피식!’ 그래도 호기심이 발동했는지 곽진에게 서류를 내밀으며 송현에 대해 물어보았다. “송현이라는 자는 누군가? 내가 준 명단에는 없었던 자 같은데.” “그게...” 곽진은 당황하는 기색으로 머뭇거렸다. “말 하라.” “이몽양, 그 놈이 뽑은 자이옵니다.” “이몽양이?” “웬일인지 갑자기 들러 몇 장의 시험지를 둘러보던 차 그자의 시 험지가 마음에 들었는지 답안지를 따로 빼두었었습니다. 차마 불 합격 시키지는 못하겠고 해서 마지막에 끼워 넣었습니다.” 곽진은 불안한지 온 몸을 오들오들 떨다가 땅에 엎어지듯 엎드렸 다. “주,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유근은 느긋한 표정으로 그 모습을 보았다. 자신에게 이런 행동을 하는 곽진이 밉지는 않았다. ‘뭐 한 번 쯤 아량을 베푸는 것도 좋겠지. 나의 수하는 지켜주는 것도 좋을 것이고. 이몽양 그 놈의 마지막 발악이라 생각해두지. 기분 나쁘게 송현이라는 이름을 쓰는 애송이는 나중에 천천히 없 애버리면 그만이니까.’ “됐다. 일어나거라. 그러나 이 놈은 운이 좋은 놈이야. 일단은 말 이야. 나를 거치지 않고 합격을 하다니... 후후후. 물론 지금뿐이 겠지만. 그리고 곽진.” “하명하시옵소소.” “그대도 이몽양의 명을 어길수는 없었을테고 내 이번 한 번 만큼 은 봐주도록 하겠다. 너무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가, 감사합니다.” 곽진은 살았다는 안도의 모습과 함께 어색한 웃음 지어보였다. “며칠 내 술자리를 만들겠습니다. 자그만 저의 성의라 생각하시고 참석해 주시면 가문의 영광으로 생각하겠습니다.” “성의라...” “저의 성의를 쏟아 자리를 만들겠습니다.” 유근은 턱을 쓰다듬으며 곽진을 봤다. 이제까지 자신이 기억할수 있을 만큼 큰 돈을 자신에게 가져다 바친 이였다. 물론 뒤로 그 돈을 어디서 충당하기는 하겠지만 말 이다. “그렇게 하도록 하지.” “감사하옵니다.” 유근은 물러나라는 손짓을 하고는 다시 침상에 누우며 옆에 서있 는 궁녀를 다시 손짓했다. 곽진은 그런 모습을 보며 조용히 유근의 집무실에서 빠져나왔다. 마법사 무림에 가다 [274 회] 타이핑 者 : [KOR]TheYtsejaM (당나귀 호환 P2P 프루나) 둥 둥 둥 둥 둥 거대한 북 소리가 울려퍼지는 곳은 자금성의 삼대전(三大殿) 중 그 중심을 차지하는 정전(正殿)인 태화전이었다. 태화전을 중심으로 양 옆에 사람의 키를 훌쩍 넘어서는 거대한 북 두 대에 웃통을 벗은 사내 둘이 연신 땀을 흘리며 장정 팔뚝 만한 북채로 북을 치니 그 기세가 하늘을 찌르는 듯 했다. 단연히 그 소리도 웅장했다. 이 단순한 북소리만으로도 장엄함을 보여주고 있었다. 태화전 앞에 그 넓이만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넓은 광장에 수 천의 신료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바둑판을 연상시키는 반듯한 광장의 청석판 중앙으로 태화전으로 이르는 완만한 계단이 떡하니 자리잡고 있었다. 계단의 옆에 품계를 나타내는 석축들이 열을 맞추어 나열되어있 었다. 석축을 중심으로 수천의 신하들이 자리한 모습은 실로 장관이 아 닐 수가 없었다. 그런 수천의 신료들 사이로 한 구석에 300에 이르는 인물들이 긴 장한 모습으로 서있었다. 바로 오늘 태화전으로 모든 신하들을 모 이게 한 장본인들이었다. 임관식. 바로 달포 전 시행된 과거의 합격자들이 오늘 정덕제 앞에서 품 계를 받는 날인 것이다. 10열로 나란히 선 이들 한 구석에 백발의 사내가 서있었다. 다른 이들과 달리 침착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침착함을 넘어 그의 눈에는 투지가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광오한 눈으로 이곳에 모인 신료들을 내려다보는 듯 했다. ‘이제 시작인가? 나의 또 다른 싸움이.’ 이렇게 마음속으로 새로운 마음을 잡는 이는 바로 송현이었다. 어차피 송시문의 아들로서, 무림에서의 한 무인으로, 명나라의 신 하로서 살아가기로 마음을 먹은 이상 자신의 이상을 펼치리라 마 음먹었다. 둥 둥 둥 언제까지나 울려퍼질 것 같던 북소리가 몇 번의 거센 울림과 함 께 멈추었다. 북소리가 멈추자 세상에 흘러가는 시계가 멈춘 것처럼 순간 고요 함이 다가왔다. “황제폐하 납시오.” 고요함을 깨는 어느 장수의 우렁찬 목소리에 수천의 신료들은 일 제히 한 방향으로 고개가 모아졌다. 자박 척 척 척 자박 척 척 척 족히 백여 명은 될 것 같은 행렬이 나타났다. 선두를 정덕제를 시작해 그 뒤를 12명의 환관들이 따랐다. 그 중 에서도 유근이 가장 표를 내며 뒤따르고 있었다. 그 뒤로 황제의 측근 금의위 장수들이 정덕제를 보필하며 나타난 것이었다. 정덕제가 자리에 앉으며 손을 뻗어 가볍게 한 번 휘둘렀다. “황제폐하, 만세. 만세. 만세. 만만세!” 모두가 하나의 입 인 냥 동시에 일제히 입을 열었다. 신료들의 모든 목소리가 짧고도 강하게 끝이나자 정덕제가 자리 에서 일어났다. “짐이 또 다시 인재를 얻는구나. 이것은 실로 이 나라의 복이 아 닐 수가 없다. ……………….” 정덕제의 말을 시작해 끝없는 격식에 갖춘 행사가 지루하게 이어 졌다. 기본을 잡는 행사 시간만 해도 벌써 한 시간이 흘렀다. “모두들 정신 차려라. 곧 너희들이 황제폐하 앞으로 가 품계를 받 을 것이다.” 과거의 합격자들을 지휘하는 한 신하가 조용히 그들에게 시간이 다 되었음을 알렸다. 그 목소리에 더욱 긴장된 듯 몸을 딱딱하게 경직되는 모습들이 간간히 눈에 들어왔다. 송현은 그런 것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저 멀리 떨어져있는 태화전 앞을 보았다. 그 곳에는 정덕제가 떡하니 자리 잡고 있었으며 그 왼쪽으로 약 란공주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 밖에 몇몇 낯선 이와 함께 이몽양과 카람의 모습도 보였다. 아마 이몽양과 카람은 정덕제의 학사와 법사 자격으로 앉아있는 듯 했다. 그 뒤로 유근을 비롯한 여러 환관들의 모습도 보이기도 했다. “뭐하는 건가? 어서 나가지 않고?” 어느새 합격자들은 나란히 줄을 선 채 태화전 중심의 계단을 따 라 정덕제 앞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송현도 서둘러 뒤처지지 않고 그 열에 합류하여 걸어갔다. 누구라도 당금 황제의 앞에 서면 떨 법도 한데 송현의 시선은 오 로지 유근과 카람에게 향하고 있었다. “황제폐하, 이번 식년시에 급제한 이들이옵니다.” “짐의 새로운 신하들인 모양이군.” 정덕제는 귀찮은 듯 건성으로 대답했다. 그의 눈에서도 그런 빛이 물씬 묻어났다. “유근아, 빨리 끝냈으면 한다.” “조금만 참으십시오, 폐하.” “하아-!” 정덕제는 따분한 듯 한숨 아닌 한숨을 내쉬었다. “폐하, 이번 장원에 송구하게도 저의 자식이 되었나이다.” “오, 그런가?” 정덕제는 그제야 조금 흥미가 가는지 자리를 재대로 잡고 앉았다. 그제야 유근은 과거의 급제자들을 이끌고 온 신료에게 눈치를 주 었다. “장원급제 유승명.” 두둥 두둥 두둥 신료의 특유의 목소리에 맞추어 작은 북소리가 울렸다. 유승명은 앞으로 나서며 정덕제 앞에 부복했다. “신, 유승명. 신명을 받혀 황제폐하를 모시겠습니다.” “허허허, 유근. 아들 하나는 잘 두었어.” “감사하옵니다, 폐하.” 정덕제는 비교적 따스한 눈빛으로 유승명을 내려다보았다. 유근이 예쁘니 그 아들도 예쁜 모양이었다. “몇 해 못 본 사이에 많이 컸구나.” “신을 기억해주셔서 감개무량하옵니다.” 유승명은 기분 좋은 목소리로 정덕제의 말에 답했다. “네 너에게 종 6품 주부를 명한다.” “황공하옵니다.” 유승명은 다시 한 번 읍을 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한 구석으로 물러났다. 그런 장면을 유근은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누가 보아도 흠잡을 때 없는 행동들이었다. 유승명은 어깨를 쭈욱 폈다. 마치 늠름한 대장부를 표현하는 듯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유승명의 시선은 약란공주에게로 향해 있었던 것이다. 약란공주도 그에게 잠시 시선을 주고는 이내 돌려버렸다. 그녀는 지금 혹여나 송현의 모습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 유승명은 주먹이 꽉 쥐여졌지만 이내 풀었다. ‘그 백발의 송현이라는 놈을 찾는 모양이지만 그 놈은 이미 이 세 상 사람이 아니다. 크크크. 공주, 내 당신을 사랑하지는 않지만 나의 짝이 되어야할 것이오. 으흐흐흐.’ 유승명은 벌써 부군이 된 것처럼 미소를 날렸다. “다음, 방안(2등) ………….” 방안을 시작해서 탐화(3등)을 거쳐 여러 급제자의 호명과 함께 정 덕제 앞으로 나가 품계를 받았다. “급제자, 송현!” 마지막의 급제자라서 그런지 별 반응이 없었다. 그래도 송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 순간까지도 아무도 송현을 알아보는 이가 없었다. 정덕제는 말 할 것도 없이 유근까지 지루해져 딴 생각을 하고 있 었고, 약란공주 역시 송현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이내 포기해 버린 것이었다. 그저 간간히 유승명과 눈을 마주치며 웃는 것이 다였다. 유근은 송현이라는 이름에 겨우 끝이 나는구나, 라는 생각에 고개 를 돌렸다. 누가 도대체 재수없는 그 이름과 같은 이름을 쓰는지 궁금하기도 했던 것이다. “신, 송현 황제폐하를 뵈옵니다.” “종 9품 참봉에 임명하느니라.” 정덕제는 송현의 얼굴도 보지 않고 귀찮은 듯 말했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송현은 다시 한 번 극진한 예를 취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휘이이잉 그 순간 거센 바람 한 줄기가 불었다. 바람의 줄기를 타고 송현의 은발이 물결치듯 휘날렸다. “응?” 그 모습을 가장 먼저 본 것은 약란공주였다. 그 순간 화사한 미소 가 만들어졌다. ‘다시 한 번 느끼는 거지만 정말 내 남자로 만들고 싶어지는 사내 야.’ 약란공주는 자신도 모르게 송현의 모습에 빠져들었다. ‘아차! 이럴게 아니지.’ 약란공주는 지겨워하는 정덕제를 불렀다. “아바마마.” 정덕제는 무엇을 생각하는지 약란공주의 말을 못 들었다. 그의 머 릿속에는 조금 전까지 품고 있던 한 후궁의 몸둥아리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카마수트라에 적힌 비법을 어서 빨리 배워야할 텐데. 오늘은 어 제 읽은 것을 써먹어봐야겠고...’ 정덕제의 머릿속에는 카마수트라에 적힌 방중술을 생각하고 있었 다. “아바마마!” 약란공주는 그런 정덕제를 향해 조금은 신경질적으로 불렀다. “으, 응?” 그제야 정덕제는 음탕한 생각에서 벗어나 약란공주를 향해 고개 를 돌렸다. “왜 그러느냐?” “저기.” 약란공주는 정덕제 앞에 서있는 송현을 가리켰다. 정덕제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입맛을 다시며 자신의 앞에 서 있 는 송현을 보았다. “헛!” “그동안 강녕하셨사옵니까, 폐하?” 정덕제는 송현을 보는 순간 얼마 전 송현에 의해 재미있었던 일 이 생각났다. “음... 이름이...” 한참을 고민하던 정덕제는 무릎을 탁 쳤다. “무황, 그렇구나 무황이라 불린다고 했었지? 오랜만이구나.” “폐하, 무황이란 별호는 거두어주십시오. 이제 저는 폐하의 충성 스러운 신하가 되었사옵니다.” “껄껄껄, 그래도 무황을 무황이라 부르는데 뭐가 그리 잘못되었다 고.” 정덕제는 황제가 해서는 안되는 말까지 서슴없이 했다. 송현은 곤란함을 느끼며 다시 부복하며 청했다. “거두어주십시오, 폐하.” “일어나라. 내 반가워서 그렇게 했느니라. 그리고 약란이도 너를 마음에 두고 있는 것 같아서 그러는 것이다.” 정덕제는 오랜만에 재미있는 일이 생겼는 마냥 웃고 또 웃었다. 그도 그럴 것이 언제나 무료함을 느끼며 색(色)이나 찾는 그에게 있어 왕수인과의 한판 비무에서 오히려 유근이 당한 것은 아직까 지 잊지 못할 재미였던 것이다. 거기에 자신이 가장 총애하는 약란공주의 관심까지 더 해있으니 더욱 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정덕제와 약란공주의 입에서 미소가 지어질 때 그 반대편 에 있던 유근과 유승명의 얼굴을 참담하기 이를 데 없이 일그러 져있었다. 유근은 얼굴이 벌게지며 자신의 옆에 있는 카람을 노려보았으며 유승명은 이를 바드득 깨물며 송현을 노려보았다. 송현의 눈에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을 리 없었다. 정덕제와 약란공주가 서로 마주보며 담소를 나누는 잠깐의 시간 동안 고개를 슬쩍 돌려 유근과 유승명을 보았다. 그리고는 보란 듯이 미소를 지어보였다. 누군가 보아서 기분좋은 미소가 아니었다. 입 꼬리만 슬쩍 올라간 그런 미소였다. “이럴 것이 아니라, 여봐라!” 정덕제는 약란공주에게 무엇을 들었는지 교서를 가지고 있는 도 승지를 불렀다. “부르셨나이까.” “교서를 다시 작성하라.” “예?” 느닷없는 정덕제의 명에 도승지는 놀라 그만 예에 어긋나는 말이 목구멍에서 튀어나왔다. “며, 명을 받들겠사옵니다.” “급제자, 송현을 종 6품, 금의위 천호 장군으로 명한다.” “헉!” 도승지는 다시 한 번 놀라 헛바람을 내뱉고는 이내 입을 막았다. 그의 얼굴은 놀라움과 함께 난처함이 물들어있었다. 그러니 지금 이런 실수는 눈에 띠지 않았다. “폐, 폐하.” 유근은 카람에게 질책의 눈빛을 보내느니라 정덕제의 달라지는 생각을 눈치 채지 못했다. 그래서일까 더욱 다급해진 유근은 정덕제를 막아섰다. “다시 생각해보시옵소서. 어찌 과거의 급제자에게 종 6품의 품계 와 직책을 내리시나이까. 종 6품이라면 참상관으로서 과거에서도 장원한 자만 받을 수 있는 특혜이옵니다. 폐하, 통촉하여주시옵소서.” 유근은 더욱 목에 핏대를 세우며 정덕제의 생각을 돌리기를 애썼 다. 송현은 땅에 바싹 엎드려있는 유근을 비웃는 것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야리한 표정으로 내려다보았다. 유근은 정덕제의 눈치를 살피기 위해 살짝 고개를 올렸다가 송현 의 그런 얼굴을 보고야 말았다. ‘큭!“ 유근은 자신도 모르게 두 주먹이 쥐어졌다. ‘저, 저 찢어죽여도 시원찮을 놈!’ 송현은 그런 유근의 눈빛을 무시하고 담담하게 정덕제를 보았다. 그런 송현의 모습이 유근에게는 더욱 비웃음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폐하, 다시! 다시 한 번 생각해주시옵소서.” “유근, 정말 그렇게 생각하나?” 정덕제는 그런 유근을 보며 마음이 약해진 듯 했다. “폐하.” “그러면...” 정덕제는 다시 도승지를 부르려 손을 들고자했다. 정덕제에게는 그만큼 유근이 차지하는 마음이 컸던 것이다. 자신의 향락을 마음껏 즐겨도 될 만큼 정치를 잘 이끌어주고 있 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유근이 있어 골치 아픈 정무를 벗어날 수도 있었다. 그리고 한 가지. 자신이 황태자 시절, 굳이 말은 하지 않았지만 자신의 유일한 벗 이자 신하였다. 유일하게 마음을 열은 자이기도 했다. 정덕제는 유근의 청을 뿌리치지 못했다. 그렇게 도승지를 다시 불러 명을 취하하려했다. “아바마마. 소녀의 마음이 있습니다.” 약란공주의 한마디가 크게 정덕제의 마음에 틀어밖혔다. 자신의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약란공주가 자신의 마음에 두고 있 다고 소개한 사내가 아니었던가. 정덕제는 고심의 눈빛이 맴돌았다. “휴우-! 유근, 이 번 한 번은 짐의 뜻을 따라주게.” 유근은 손톱이 손바닥에 파고 들 정도로 꽉 쥐었다. 이빨은 시리 도록 깨물어야했다. “아, 알겠사옵니다.” “고맙네, 유근!” 잠시 송현의 직책을 두고 수군거리던 분위기는 조용해졌다. 유근이 승낙하는데 어느 누구라도 반발을 할 수 없었다. 심지어는 이부(吏部)와 병부(兵部)의 상서(尙書)들까지도 말이다. 유근은 힘들게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로 되돌아갔다. “폐하, 그래도 저 자의 금의위 천호 장군으로 내리려면 그만한 당 위성은 보여주어야 옳은지 아옵니다.” 도승지는 혹시나 모를 일을 대비해 정덕제에게 슬쩍 말을 건넸다. “음...” 정덕제는 잠시 생각에 빠지는 듯하다가 근처에 있는 내금부의 장 군인 왕수인을 가리켰다. 왕수인은 그 말뜻을 이해하고 정덕제 앞으로 나갔다. “신, 금의위 내금부 소속 부영반 왕수인 폐하의 부름을 받잡았나 이다.” 정덕제는 이왕 자신의 딸인 약란공주를 위해 해주기로 마음먹은 이상 화끈하게 해 주리라 마음먹었다. “저자의 무위는 어떤가?” 왕수인은 송현을 슬쩍 쳐다보고는 아내 절도있게 입을 열었다. “비록 문과로 급제를 했다고는 하지만 그가 가진 무위는 저보다 높습니다.” 어느 누가 이런 말을 하고 싶겠는가? 그러나 왕수인은 어차피 황실에서 소문이 난 것이라 크게 여의치 않았고 이왕 이렇게 된 거 자신을 조금 더 낮추기로 마음먹었다. “달 포 전, 황제폐하 앞에서 비무를 했을 때 소장은 완벽한 패배 를 했습니다.” 왕수인은 자신의 말을 다하고 다시 원위치로 갔다. “다시 한 번 명한다. 급제자 송현을 금의위 천호 장군으로 명한 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송현은 정덕제의 명을 받았다. 그리고 허리를 폈을 때 왕수인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옆으로 이몽양이 눈에 들어왔다. 둘은 송현과 유근을 번갈아보며 눈으로 만이지만 크게 웃고 있었다. 송현은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며 유근과 시선이 마주쳤다. 아니 유 근이 송현을 죽일 듯 노려보고 있었던 것이다. 송현은 아주 여유롭게 시선을 무시해버렸다. 그리고 몇 걸음 못 가서 유승명이 있었다. “지 애비의 힘이 없으면 아무 것도 못하는 놈. 앞으로 찬찬히 밟 아주마. 니 애비와 함께” 나직이 유승명만 들릴 정도로 말을 하고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버렸다. 유승명은 얼굴을 벗어나 목까지 벌게지며 온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 날 따사로운 햇살 아래에서 유근과 유승명은 송현을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 마법사 무림에 가다 [275 회] 타이핑 者 : [KOR]TheYtsejaM (당나귀 호환 P2P 프루나) “크하하하하하.” “푸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 “오호호호호.” 큰 웃음소리가 방안 가득 채웠다. 웃음소리의 주인들은 바로 송현, 양설린, 이문량 그리고 왕수인이 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맞데 탁자에는 푸짐하게 술 한 상이 차려져 있었다. “송 대협, 아니 이제 송 장군이라고 불러야겠소.” 왕수인은 송현을 부르던 호칭을 바꾸었다. “오늘 내 속이 다 시원했소이다. 크하하하하.” 왕수인은 자신의 술잔을 들었다. “오늘같이 기쁜 날 어찌 술이 없을 수 있겠소이까.” 찰랑찰랑 거리는 술을 그대로 입으로 털어 넣다시피 마셨다. “그렇구나, 현아. 나도 오늘 하루는 몇십년 묵은 체중이 쑥 내려 가는 듯 했다.” “아닙니다. 어찌 제 혼자의 힘으로 했겠습니까? 다 어르신과 왕 장군의 힘이 컸습니다.” 송현은 쑥스러운 듯 손을 내 저었다. “아니야, 아니야. 너의 그 당당히 유근을 내려다본 눈빛이 너무나 통쾌했다는 말이다. 어느 누구도 그렇게 보지 못했는데 말이다.” 이문량은 송현이 자랑스러운 듯 말했다. “저 뿐만 아니라 어르신도 왕 장군께서도 다들 그러시지 않습니 까?” “네가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구나.” “저라면 그렇게까지는 못했을 겁니다. 송 대협, 아니 송 장군.” “영감마님.” 그 순간 하인 하나가 이문량을 불렀다. “무슨 일이냐?” 대화가 끊기고 모두의 귀가 자연스럽게 밖의 하인의 목소리에 집 중이 되었다. “손님이 찾아오셨습니다.” “손님?” “네.” 특별히 자신을 찾아올 사람이 없었기에 이문량은 누구인지 궁금 해졌다. “누구라고 하시더냐?” “이몽양이라고 하셨습니다.” “이 선생님께서?” 이문량은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뿐만 아니라 왕수인과 송현도 자리에서 일어나기는 마찬가지였다. 다만 양설린만이 이몽양이 누구인지 몰라 조금 어정쩡하게 일어 났다. “안으로 모시거라.” 이문량의 말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열리고 한 인물이 들어섰다. 좋은 옷은 아니었지만 깨끗한 차림의 이몽양이 안으로 들어섰다. “이거 내가 분위기를 깬 것이 아닌가 싶네.” “아닙니다.” 이문량은 얼른 자리를 피해 이몽양에게 자리를 양보했다. “앉으시지요.” 이몽양은 이문량이 내준 자리에 앉았다. 이몽양이 자리에 앉자 양설린이 의자를 하나 더 가지고 와 다함 께 자리를 마련했다. “무슨 말을 그렇게 재미있게 하셨는가?” “별일 아닙니다. 그저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 을 뿐입니다.” 이문량은 이몽양에게 자신들이 나누었던 대화를 짤막하게나마 이 야기해주었다. “허허허허허.” 이몽양은 느닷없이 웃음을 터트렸다. “생각만 해도 웃음이 터지는군. 뭐가 그리 재미있게 이야기 했는 지 알겠어.” 이몽양은 자신의 앞에 따라져있는 술잔을 입에 댔다가 내려놓았 다. “현이라고 했던가?” “그렇습니다, 선생님.” “그런데, 자네 황제폐하를 알현하고 자리로 돌아갈 때 유승명 그 놈에게 무어라고 말을 건넸는가?” “네?” 송현은 조금 놀랐다. 이몽양의 말에 의하면 자신이 유승명에게 건넨 말을 듣지는 못했 어도 유승명의 얼굴빛이 달라진 것은 본 모양이었다. “뭐를 그리 놀라는겐가?” 송현은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고 보니 나도 궁금해지는구나.” “송 장군, 이거 슬슬 무슨 말을 나누었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소.” 이몽양의 말 한마디에 모든 관심은 송현에게로 쏟아졌다. “가가, 말씀해보세요.” 양설린까지 거들자 송현은 말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것이...” 송현은 잠시 말을 끌었다. 쉽게 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지 애비의 힘이 없으면 아무 것도 못하는 놈이라 하고 앞으로 찬찬히 밟아준다고 했습니다. 유근과 함께 말입니다.” 송현은 잘 떨어지지 않는 입으로 떠음떠음 말했다. “뭐라?” 이몽양은 송현의 말에 눈 동그랗게 뜨고 그 말이 사실이라는 듯 되 물었다. “들으신바와 같습니다.” “허허-!” 이몽양은 이유 모를 탄식을 터트렸다. “이거 범 새끼구나. 어허허허허허!” “하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 이몽양은 이윽고 웃음을 터트리고야 말았다. 그에 따라 이문량과 왕수인도 함께 웃어젖혔다. “내 죽기 전에 이렇게 시원한 말을 들어보는구나.” 그 순간 이몽양의 표정이 달라졌다. “그래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냐?” 함께 웃던 그런 가벼운 분위기는 이몽양의 한마디에 사라졌다. “뚜렷한 계획은 없습니다.” “없다?” “없습니다만, 해야 할 일은 알고 있습니다.” 송현은 단어 하나하나를 힘주어 말했다. 이몽양은 송현의 눈을 마 주하며 송현의 눈동자를 쳐다보았다. “바로 황제폐하를 예전의 모습으로 돌려드리는 것입니다. 그러자 면 일단 황제폐하의 귀를 막고 있는 유근과 이번에 법사로 임명된 카람을 조정에서 몰아내야합니다. 이게 제가 할 일이 아닌가 싶 습니다.” “할 수 있겠느냐?” 이몽양은 송현의 눈에서 한치도 떼지 않았다. 그런 눈빛에 송현도 거부를 하지 않고 오히려 힘을 주어 보았다. “할 수 있습니다.”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알고 있습니다.” 한참을 그렇게 둘은 노려보듯 서로의 눈을 응시했다. 절로 숙연해지는 분위기였다. 먼저 움직인 것은 이몽양이었다. 자신의 앞에 있는 술잔을 들어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술을 들어 한번에 들어 마셨다. 그리고 한 잔, 또 한 잔. 그렇게 세 잔을 연거푸 마셨다. 그 모습에 송현도 자신의 앞에 술잔을 들어 세잔을 마셨다. 한 편 그 시간, 쾅! 거칠게 내려친 손에 의해 탁자가 부르르 떨렸다. “감히 나 유근을 능멸해.” 유근은 아직까지 모욕감을 못 잊은 듯 온 몸을 눈에 띠게 흔들었 다. “다시 말 해보거라.” 유승명은 유근의 말에 송현이 오늘 낮에 자신에게 한 말을 한 자 도 빠짐없이 그대로 일러바쳤다. “갈아 마셔도 시원찮을 그 놈이 너에게 그랬단 말이지?” “네, 아버지.” 유근은 한참을 부르르 떨었다. 그런 유근은 시선을 카람에게로 돌 렸다. “카람, 어떻게 된 것이오?” “유 대감께는 할 말이 없소.” “내 카람을 위해 법사 자리까지 마련해주었건만.” 유근은 카람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그런 눈빛에 카람은 울컥하 는 마음이 생겼지만 꾹 참았다. 벌써부터 그와 틀어져봐야 자신에게는 이득이 될 것이 없었다. 그 리고 사실 자신에게도 책임이 있기에 그저 묵묵히 참았다. “내 근 시일 내에 그자의 목을 가져다주겠소.” “그것을 어떻게 믿을수가 있소?” 유근은 그 어떤 생각도 없는지 말까지 막 나왔다. 순간 카람의 얼 굴 표정이 꿈틀거렸다. “법왕의 이름을 걸겠소.” 유근은 그제야 믿음이 가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믿겠소.” 유근은 그제야 자리에 털썩 앉았다. “카람, 오늘은 그만 쉬시오. 너도 오늘은 그만 물러가라.” 유근은 모든 게 보기 싫은 듯 일방적으로 축객령을 내렸다. 카람 은 그 말에 조용히 일어나 자신의 거처로 움직였다. 유승명은 잠시 유근의 눈치를 살피다가 카람이 나간 후 조용히 자리를 떴다. “이몽양, 이 죽일 놈.” 유근은 얼마 전 곽진이 한 말이 떠올랐다. “감히 나의 눈을 피해 수작을 걸어? 내 네 놈을 곧 저세상으로 보내주겠다. 물론 곱게 보내지는 않을 것이다.” 그 시간, 자신의 거처로 온 카람은 탁자에 놓인 의자를 하나 빼서 자리에 앉으며 약툭과 둑빠를 불렀다. “부르셨습니까.” “법왕을 뵈옵니다.” 카람은 아무 말 없이 약툭과 둑빠를 내려다보았다. “분명 무황이라는 자를 없앴다고 했다.” “그렇습니다.” 약툭은 자신있게 대답했다. 당연히 그의 시신을 바로 눈앞에서 확 인을 했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절대로 칠신승은 나에게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 그리고 지금도 거짓을 말하는 눈빛이 아니다.’ “그날 있었던 일을 하나도 빼지 말고 말하거라.” 약툭과 둑빠는 송현과의 싸움을 자신의 모든 기억을 떠올리며 세 세히 말해주었다. 모든 이야기가 끝났다. “그만 물러가라.” “존명.” “존명.” 약툭과 둑빠가 사라진 카람은 생각에 잠겼다. ‘어찌 된 일인가? 술법과 비슷한 능력을 가진 자라. 설마 술법이 우리 말고 알고 있는 자가 있다는 소리인가?’ 그러나 곧 카람은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야. 그럴 수는 없다. 그러나 약툭과 둑빠가 말하는 것은 우리 술법과 너무나도 비슷하지 않은가? 일단 그자에 대해 알아보는 것이 좋겠어.’ 카람의 머릿속에는 송현의 생각으로 가득 찼다. 마법사 무림에 가다 [276 회] 타이핑 者 : [KOR]TheYtsejaM (당나귀 호환 P2P 프루나) 카람과의 한 판 승부 이른 아침. 송현은 참상관의 특유의 청색 관복을 정성스럽게 입었다. 며칠 전 황실에서 나온 여러 관복 중 평시 입는 상복을 입었다. 은은한 바다 빛이 도는 청색 관복 한가운데에 하얀 백설과도 같은 학 한 마리가 수 놓여져 있었다. 그 모습을 양설린이 탁자에 앉아 턱의 괴고는 연신 방긋거리며 보고 있었다. “가가, 너무나도 잘 어울려요.” 양설린은 자리에서 일어나 송현에게 다가가 옷맵시를 잡아주었다. “고맙소.” 송현의 옷 정리가 끝이 났는지 양설린은 옷을 몇 번 탁탁 털었다. “그럼 내 다녀오리라.” 송현이 나서는 집은 자그만 했다. 굳이 둘이 사는데 장원과 같은 큰 저택의 필요성을 굳이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아직 혼례를 올리지 않았지만 양가 부모님의 허락에 의해 양설린 이 송현과 함께 지내며 내조하기로 약조했다. 첫 출근이라서 그런지 송현은 조금 들뜬 마음이었다. 북경에서 구한 집이 자금성과 그리 멀지 않아 비교적 금방 도착 할 수 있었다. “후웁!” 송현은 깊게 숨을 들어 마셨다. ‘오늘부터 시작이다.’ 비교적 힘찬 발걸음으로 자금성 내로 들어가는 성문으로 걸어갔 다. 예전과 다르게 금의위 병사들이 창으로 그를 막아서지는 않았지 만 절도있는 모습으로 송현을 막아섰다. “패를 보여주십시오.” 송현은 별말 없이 자신의 패를 보여주었다. “충!” “충!” 금의위 병사들은 송현이 내민 패가 일반 문신들의 패가 아닌 금 의위의 천호장군임을 알자 우렁찬 기합소리로 송현을 맞이했다. “미안하지만 나를 금의위 친군지휘사(親軍指揮司)에 데려다 줄 수 있는가?” 금의위 병사는 같이 번을 서고 있는 병사에게 몇 마디 건네고 다 시 송현에게로 왔다. “저를 따라오십시오.” “고맙네.” 송현은 금의위 병사를 따라 비교적 쉽게 친군지휘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여기입니다.” 송현은 병사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고는 친군지휘사라 적혀있는 건물로 걸어 들어갔다. 그 곳을 지키고 있는 또 다른 병사들에게 다가갔다. “나를 상관 장관(長官)님께 모셔다주겠나?” 송현은 금의군의 최고 수장인 상관후의 이름을 기억했다. “저를 따라오십시오.” 송현은 친군지휘사를 지키는 병사를 따라 내전의 어느 집무실로 안내되었다. 병사에게 고맙다는 눈인사를 하고 집무실을 문을 열고 안으로 들 어섰다. 집무실 가운데 사무용 탁자에 한 중년인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는 서류를 보다가 안으로 들어온 송현을 올려다보았다. “누군가?” 무인들이 가지는 강렬한 인상을 주지는 못했지만 나름대로 다부 진 인상을 풍겼다. 특별히 생각하지 않아도 그가 바로 금의군의 최고 수장인 친군지휘사 장관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번에 금의위로 발령 받은 송현이라고 합니다.” “잘 왔네.” 상관후는 송현에게 사무적인 어투로 대답했다. “나는 금위위 장관을 맡고 있는 상관후라고 하네.” 상관후는 자신을 소개하면서 사무용 탁자에서 일어나 한편에 놓 여있는 탁자로 이동했다. 딱 보기에도 누군가를 접대하거나 대화를 할 때 사용하는 것이라 짐작이 갔다. “여기에 앉게.” 송현은 상관후의 말에 따라 그의 맞은편에 자리했다. “무림에서 활동 했었다고?” “그렇습니다.” “듣는 바로는 무림에서 상당히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들었는 데.” 상관후는 냉철한 관리의 표본을 보여주려는 듯 얼굴에는 별다른 표정 변화 하나 없었다. “…….” 송현은 뭐라고 대답할 수 없었다. 그만큼 상관후의 질문이 날카로 웠던 것이다. “왜 관에 투신했나? 무림에 그대로 있었으면 편하게 살텐데 말이 야.” 이 점에 대해서는 상관후도 조금 관심이 가는지 얼굴 표정이 미 약하나마 살짝 바뀌어있었다. “어쩌다 보니 제가 무림에 몸을 담게 되었지만 저희 집은 조상대 대로 조정 녹을 먹어온 집입니다.” “무가(武家)인가?” “아닙니다, 문가(文家)입니다.” 상관후는 조금 신기하다는 듯 송현은 아주 잠시 쳐다보았다. “앞으로 잘 하리라 믿겠네. 참고로 나는 자네 같은 사람을 제일 싫어하지. 알겠나?” 상관후는 송현의 두 눈을 매섭게 쳐다보았다. 갑작스러운 상관후의 태도에 송현은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매우 난감해졌다. “내 눈에 벗어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그래봐야 벗어나겠지만 말 이야.” 그때 상관후의 집무실로 금의위 특유의 붉은 수실이 달린 황금색 갑옷을 입은 사내가 안으로 들어섰다. 우람 체격의 소유자였다. 거기에 태양혈도 우뚝 솟아있는 것으로 보아 비범한 무력의 소유자였다. 피부도 탄력이 있어 매우 젊어보였다. 단지 머리카락과 수엽에 간간히 섞여있는 흰머리를 보지 않았다 면 30대쯤의 젊은 장수가 아닌가 생각 들 정도였다. “부르셨습니까?” 장수 차림의 장년인은 상관후에게 절도있게 인사했다. 확실히 무 관으로서의 자세가 딱 잡혀있었다. 그가 이 방에 들어섰을 때 백발의 송현이 있다면 한 번 쯤 시선 이 돌아갈 법도 한데 그는 그러지 않았다. 오로지 상관후에 대해 모든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서 오시게.” “찾으셨다고 들었습니다.” 상관후는 그런 장년인에게서 시선을 떼고 송현에게 시선을 주었 다. “송현이라고 했나?” “그렇습니다.” “지금 들어온 장군을 따라가라. 너의 직속상관이 될 장군이다.” 그 말에 송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장년인에게 자신의 소개했다. “이번에 금의위로 발령받은 송현이라고 합니다.” “내금부 대영반으로 있는 염청이다.” 짧은 소개가 끝이 나자 상관후의 목소리가 들렸다. “서로 소개가 되었으니 그만 물러가게. 할 일이 많아.” 상관후는 자리에서 일어나 원래 자신이 앉아 있던 사무용 탁자로 걸어갔다. “충!” 염청은 상관후에게 예를 취하고는 뒤로 돌아서 방을 나갔다. 송현 도 그런 염청을 따라 방을 나가려했다. 그때 뒤에서 상관후의 목소리가 들렸다. “다시 말해두겠지만 잘 하게. 그리고 나는 자네 같은 사람을 제일 싫어하니 눈밖에 안 나는데 좋을 게야.” 그 목소리에 송현은 씁쓸한 미소를 지은채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 점이 신경이 쓰였을까 송현은 상관후에 대한 첫인상을 떠올리 며 염청을 따라갔다. 딱! “윽!” 순간 송현의 등에서 불길이 확 솟아올랐다. 송현은 화끈거리는 등을 비비며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커다란 손 바닥을 송현에게 보여주고 있는 다름 아닌 염청이었다. “젊은 놈이 그만한 일로 시무룩하게 있으면 쓰나?” “네?” 송현은 염청을 보며 반문을 표했다. “어깨 펴, 허리 펴! 젊다면 젊게 패기를 가져야지. 늙은이마냥 머 리나 굴리니.” 염청을 그런 송현을 보며 못마땅하다는 듯 말했다. 그러나 그의 표정으로 보아서는 그런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따라와!” 처음에는 몰랐지만 지금 보니 염청은 목소리도 크고 손맛도 매웠 다. 피식 송현은 저도 모르게 얕게 웃었다. 염청의 성격 때문이었다. 화통한 성격. 비록 성격이 불과 같지만 어느 한 가지만 보는 그런 유형의 인물 이었다. 아마도 우직하게 무관으로서의 삶을 살아왔다는 것을 굳이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염청을 따라간 곳은 친군지휘사 건물에서 조금 떨어진 내청(內廳) 이었다. 내금부(內禁部) 송현은 마음속으로 내금부라는 현판을 읽으며 안으로 들어섰다. 생각보다 내금부의 건물을 적었다. 건물에 들어선지 몇 발자국 걷지 않아서 또 다른 사무실로 들어 설 수가 있었다. 염청이 편하게 탁자로 다가가 털썩 안는 것으로 보아 내금부 대 영반의 사무실인 것 같았다. 염청은 멀뚱멀뚱 서있는 송현을 올려다보았다. “뭐 해? 앉지 않고.” “네? 네.” 송현은 자리에 앉았다. ‘끙, 이거 적응이 잘 안 되네. 오늘 만난 상관들은 다 왜 이렇게 특색이 짙은거야? 하나는 생면부지인 나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 난 것처럼 그러고, 하나는...’ 순간 송현은 잠시 염청을 힐끗 쳐다보았다. ‘이거 뭐라고 설명도 못 할 위인이니.’ 탕 탁자에서 우뢰가 내려 꽂힌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큰 소리가 터 져 나왔다. “뭘 그리 골똘히 생각해? 거 참 젊은 놈이 하는 행동은 어디 세 상 다 산 늙은이처럼. 에잉-!” 염청은 몸을 획 돌렸다. “이거 재미없는 놈이 들어왔어.” 염청은 그렇게 한참을 다른 방향으로 보는가 싶더니 다시 몸을 송현 방향으로 획 돌렸다. “야.” “네?” “송현이라고 했나?” “그, 그렇습니다.” 송현은 좀처럼 잡을 수 없는 염청의 성격에 당황했다. 언제 보기 싫다고 몸을 돌렸으면 최소한 차 한 잔 마실 시간동안 만이라도 돌리고 있던지 어째 일분도 아니 30초도 지나지 않아 다시 송현을 불렀던 것이다. “자고로 남자는 패기다. 패기!” “…….” 송현은 염청의 말을 세이경청(洗耳敬聽)하기로 했다. 듣다보면 무 슨 말을 하느지 알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멀뚱멀뚱 송현의 눈과 염청의 눈이 마주쳤다.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흘렀다. “갈!” 갑자기 염청이 소리를 확 질렀다. “지금 뭐하는거야?” “네?” 송현은 도대체 염청이 하는 행동을 하나도 이해하지 못했다. “거 참, 안 통하는 녀석일세. 따라하라는 말이다. 알았나?” “네-!” 송현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자고로 남자는 패기다. 패기!” 송현은 용케 염청이 했던 말을 기억해냈다. “누가 다 따라하래? 패기만 외쳐! 패기만!” 서서히 머리가 아파져왔다. 지금 자신의 상관이 염청만 없었다면 이마를 짚었을 것이다. “부르셨습니까?” 이런 송현을 구제해주는 이가 있었다. 딱 시간에 맞추어 내금부 장군 하나가 염청의 사무실로 온 것이 었다. 송현은 고개를 돌렸다. 누구인지 몰라도 너무나도 감사하다는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와, 왕 장군?” 의외로 들어온 이는 왕수인이었다. “수인아.” “네, 장군님!” “너 제랑 친하다며?” 염청은 송현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왕수인에게 물었다. 왕수인은 살짝 피식하며 웃으며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쩝, 너도 참 심심하겠다. 저렇게 재미없는 놈이랑 친해서.” 염청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송현을 보았다. “하하하, 대영반님도.” “에이, 보기 싫어. 재 데리고 나가서 안내나 시켜줘라. 앞으로 할 일도 가르쳐주고.” 염청은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용 탁자로 향했다. “으이구, 지겨워.” 염청은 탁자위에 수북이 싸인 서류를 보며 온 몸을 떨었다. “이렇게 날씨 좋은 날에는 한바탕 뛰어야하는데. 야, 수인아. 나랑 한바탕 땀이나 흘릴래?” “하하하, 대영반님. 근무가 있어서. 그리고 송 장군도 안내하고 업 무를 가르쳐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왕수인은 그런 염청을 아주 자연스럽게 대하고 있었다. 송현의 눈 에는 개구쟁이의 손을 피해 요리조리 피해 다니는 미꾸라지처럼 느껴지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런가?” 염청은 자리에 앉기 싫다는 것을 몸으로 보여주듯 의자가 부셔지 도록 자리에 앉았다. 그런 염청을 보며 왕수인은 송현의 옷자락을 슬쩍 당겨 조용히 염청의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마법사 무림에 가다 [277 회] 타이핑 者 : [KOR]TheYtsejaM (당나귀 호환 P2P 프루나) 저벅 저벅 저벅 갑옷의 틈새가 부딪히는 육중한 철 소리가 일정한 박자에 맞쳐 소리가 났다. “편하게 만들어진 것 같은데 저에게는 조금 불편한 듯싶습니다.” 송현은 자신의 온 몸을 둘러쌓고 있는 금색 갑옷을 입은채 온 몸 을 이리저리 움직여보았다. “익숙해지지 않아서 그런 것 같소. 다른 그 어떤 갑옷보다 금위의 장군들의 갑옷은 매우 실용적이고 편하게 만들어져 있소이다. 익 숙해지면 그리 불편은 없을 것이오.” 왕수인은 조금 불편해하는 송현을 보며 조언을 해주었다. “그렇군요.” 송현은 연신 온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갑옷에 익숙해지려 노력 했다. 특히 송현은 마법사로 일생을 살아왔기에 더더욱 갑옷등과는 거 리가 먼 삶이었다. 그래서일까 조금 답답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거기에 그를 더욱 불편해 하는 것이 있었다. 바로 송현의 왼쪽 허리에 차여져있는 의장용 검 때문이었다. 허리에서 달랑거리는 것이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니었다. “왕 장군, 다른 것은 몰라도 이건 어떻게 안 되겠습니까?” 송현은 옆에 달린 검을 툭툭 건들었다. “그건 어쩔 수 없소이다. 무인들이라면 상관이 없겠지만 우리는 군인들이오. 그러다 보니 외적으로 보이는 강함도 중요하게 생각 하오. 검이나 도, 아니면 다른 병기라도 몸에 걸쳐야 하오. 그나마 내가 송 장군을 알기에 의장검으로 나온 것 중에 가장 가볍고 휴 대가 좋은 것으로 골라준 것이오.” 왕수인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송현에게 보여주었다. “휴우-!” 왕수인은 송현의 한숨을 보더니 이내 무릎을 탁 쳤다. “송 장군, 그럴 것이 아니라 이 기회에 검법이나 도법을 배워보는 것은 어떻겠소?” “아닙니다. 제가 무슨...” “아니오, 어차피 차고 다녀야 할 것이라면 조금 배워두는 것도 좋 을 것이오. 혹시나 모를 사태를 대비해서 말이오.” 오히려 왕수인이 적극적으로 나왔다. 지금 왕수인의 머릿속에는 화려한 송현의 모습이 그려졌다. 그가 보여준 신기 막급한 능력에 검술이나 도술마저 감히가 된다 면. 생각만 해도 왕수인은 온 몸이 부르르 떨렸다. 비록 능력이 없어 검술이나 도술이 대부분이 허초로 만들어질 지 라도 그 능력은 대단할 것이라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송 장군, 그러지 말고 배웁시다.” “아닙니다. 저는 저의 능력을 갈고 닦는데에만 집중하고 싶습니 다. 그리고 여기있는 검도.” 송현은 자신의 허리에 차여진 검을 툭 한 번 쳤다. “언젠가는 익숙해질 겁니다.” 송현은 그렇게 말을 하고 앞으로 걸어나갔다. 왕수인은 아쉬움을 뒤로 할 수밖에 없었다. 송현의 굳은 의지가 너무나도 선명했던 것이다. “송 장군이 배속될 부서는 내금부 소속의 황호단(凰護段)이오.” 송현은 갑자기 왕수인의 말이 어색하다는 것을 느꼈다. ‘아차!’ 송현은 자신이 지금 실수를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었다. 사회라면 모를지라도 자신은 지금 군에 몸을 담았던 것이다. 나이로 보나 계급으로 보나 왕수인은 자신보다 높았다. 그런데 지 금 자신이 대하는 것은 동류의 인물로 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왕 장군님.” 송현은 왕수인을 불렀다. 예전처럼 장군이라는 호칭만 부르지도 않았다. “왜 그러시오?”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의 대화는 아닌 듯싶습니다. 하대하십시오. 비록 직속은 아니라고 할지라도 저는 이제 왕 장군님의 하급자입 니다.” “음...” 그 순간 왕수인의 입가에는 야릇한 미소가 맴돌았다. “좋소.” 왕수인은 흔쾌히 대답을 하는 듯 했지만. “대신!” 그 뒤에 흘러나온 말에 송현은 심상치 않는 왕수인의 미소를 보 아야만했다. “도를 배우시오. 나에게!” “네?” 놀라는 송현의 반응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왕수인은 자신의 말을 이어갔다. “그러면 내 하대를 해주겠소이다.” 왕수인의 지금 말은 완전히 협박에 가까운 조건이었다. 자신은 앞으로 무조건 왕수인에게 존대를 해야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군을 떠나 조정에서 생활을 한다면 상하부복의 관계가 확실해야하기 때문이다. “싫소. 내 그리 강요는 하지 않겠소이다.” 왕수인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남긴 채 먼저 앞으로 걸어갔다. “……알았습니다.” 송현에게 있어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하하하, 잘 선택했어. 암 잘 선택했구 말구.”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송현은 득의에 찬 웃음을 날리는 왕수인에게 그런 말밖에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어디까지 이야기했지?” “봉호단까지 했습니다.” “그래 봉호단.” 왕수인은 다시 송현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설명을 이어갔다. “일단 금의위에 대한 조직부터 이야기하는 것이 편하겠다. 일단 금의위는 크게 세 개의 조직으로 나누어진다. 첫째는 총용부(總 墉府)! 총용부는 현 명 제국의 수도인 북경을 수비하는 단체다. 그리고 수어부(守禦府)! 수어부는 자금성의 경비하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현재 우리가 몸담고 있는 내금부(內禁府)가 있다.” 송현은 최대한 왕수인의 말을 기억하려 했다. 일단 자신이 몸담고 있는 곳이 어떤 체계로 있는 것을 아는 것이 우선이라 여겼다. “내금부는 다시 두 개로 나누어진다. 그 중 내금위(內禁衛)라는 곳이 있다. 내금위는 순찰, 죄인 체포, 심문등을 담당하는 곳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다시 우리가 소속되어 있는 황호위(皇護衛 )라는 곳이다. 황호위는 황제폐하와 황족을 경호하는 임무를 띠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거기에 한 발 더 나가 황호위는 용호단(龍護 段), 봉호단(鳳護段), 황호단(凰護段) 이렇게 세 조직으로 다시 나누어진다.” “…….” “용호단은 내가 소속되어 있는 곳으로 황제폐하를 경호하는 곳이 다. 봉호단은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 송현은 왕수인의 말에 의문을 표했다. “봉호단은 황태자나 황자분들을 경호하는 곳이다. 아쉽게도 지금 의 황제폐하에게는 손(孫)이 없다.” “그렇군요.” 송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 네가 소속된 곳으로 황호단이 있다. 이 곳은 공주마마를 경호하는 곳이다. 그 중 네가 경호해야할 분은 약란공주마마이 시다.” “네?” 송현은 놀라 그만 큰 소리로 되물었다. “뭘 그렇게 놀라?” “제가 약란공주마마를 호위를 해야한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래!” 왕수인의 말에 송현의 얼굴을 와직 일그러졌다. 그 순간 양설린의 얼굴이 떠올랐다. ‘이거 무슨 수로 설린에게 말하지. 그리고 약란공주라...’ 어째 황실에 들어온 첫날부터 꼬여도 오지게 꼬이는 느낌이 들었 다. 그리고 앞으로 밖에서는 양설린에게, 안에서는 약란공주에게 들볶 일 생각을 하니 아찔했다. “오늘은 첫 날이니 이것으로 끝내기로 하지. 대략적으로 지리는 익힌 듯 하고 약란공주마마는 내일 찾아뵈면 된다.” “알겠습니다.” “그럼, 내일 보도록 하지. 나는 이만 일이 있어서.” 왕수인은 손을 들어 인사를 하고는 다시 내금위 건물 쪽으로 총 총 걸어갔다. 왕수인의 비교적 친절하고 자세한 안내 덕분에 어렵지 않게 자금 성을 돌아다닐 수 있었다. 퇴청(退廳) 신고를 하고 송현은 자금성에서 나올 수 있었다. 들어갈 때는 굳은 의지를 마음에 품었는데 어째 나올 때는 마음 이 무거웠다. “휴우-!” 앞으로 매일 약란공주를 본다고 생각하니, 아니 생각하기도 싫었 다. “형님, 어째 출근 첫날부터 한숨입니까?” “그러게 말이다.” 한숨쉬고 있는 송현의 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이 목소리는?’ 송현은 그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고개를 번쩍 돌렸다. “정산아, 그리고 무정아.” 3m쯤 떨어진 곳에 금정산과 철무정이 웃으며 서있었다. “뭐가 그리 힘들어? 힘들면 다시 무림으로 돌아와.” “그렇습니다, 형님.” 송현은 오랜만에 보는 그들을 향해 달려갔다. “반갑다.” 그 말과 함께 그 둘을 얼싸안았다. “위 어르신.” 금정산과 철무정의 뒤로 위정천이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웃으며 서있었다. “잘 지내셨습니까?” “보기가 좋구나.” 셋은 한참이나 그 자리에 서서 서로의 안부를 나누었다. “여기서 이럴게 아니라 저희 집으로 가시지요. 여기서 얼마 멀지 않습니다.” “그러자꾸나.” 위정천의 허락에 모두들 웃음꽃을 피우며 송현의 집으로 향했다. 대로를 따라 걸어 자금성의 모습이 안보이게 되었을 쯤 송현은 문득 얼굴을 굳히며 제 자리에 섰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흐르지 않아 위정천, 금정산 그리고 철무정 역시 굳어진 얼굴로 송현의 옆으로 나란히 서야만 했다. “살기라...” 위정천이 나직이 읊조렸다. 마법사 무림에 가다 [278 회] 타이핑 者 : [KOR]TheYtsejaM (당나귀 호환 P2P 프루나) 뚜둑 뚜둑 “이거 오랜만에 몸 좀 풀게 생겼는데요.” 철무정이 목을 이리저리 틀며 뼈마디소리를 묵직하게 만들었다. “무정아, 쉬운 상대가 아니다.” 송현은 철무정에게 주위를 주었다. 송현으로서는 지금 누구인지 대략적으로 파악이 되었던 것이다. “카람, 나오시오.” 휘이이이잉 한 줄기 모래바람이 휘감았다. 끝없이 몰아칠 것 같은 모래바람은 거짓말처럼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그 중심에 일곱 명의 라마승들이 그 모습을 드러 냈다. 바로 법왕 카람의 수하인 칠신승이었다. 확연히 그들의 모습은 눈에 띠었다. 다른 이목구비를 벗어나 구리빛 피부에 라마교 특유의 승복이 눈 에 확 띠었던 것이다. 그 순간 송현의 감각에 다른 기운이 하나 걸렸다. 아주 희미하지만 섬뜩한 느낌. 조금이라도 신경이 분산되면 놓칠 그런 희미한 기운이었다. 송현은 그 기운이 이끄는 대로 고개를 들었다.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맑은 청청 하늘에 하얀 구름만이 떠다닐 뿐이었다. 오히려 송현은 그 점에 확신했다. “모습을 드러내시지요.” 송현의 일행들은 송현의 행동에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처음에는 송현의 시선이 머무는 곳을 보았지만 아무것도 없었던 것이다. “역시 짐작대로 약툭과 둑빠 둘이 감당하기 힘든 상대였어.” 맑은 하늘에 목소라가 울려퍼졌다. 파란 하늘의 한 부분이 신기루마냥 잠시 일렁이더니 서서히 다른 색채를 띠기 시작했다. 그리고 신기루가 거치듯 선명한 모습을 드 러냈다. 다름 아닌 사람의 모양이었다. 아래 나타난 칠신승과 같이 구리빛 피부에 특유의 적갈색 승포. 바로 카람이었다. “무슨 일로 나를 찾아왔소?” 송현은 팔짱을 꼈다. 느긋함이 몸새 그대로 묻어나왔다. “나의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서.” “자존심이라...” 송현은 카람의 발아래에 있는 칠신승을 내려다보았다. “내가 나설 필요까지는 없어 보이는군. 칠신승, 저 자를 죽여라.” 파파팟 파팟 파파팟 파파파팟 칠신승은 기계와 같이 한 치의 어근남도 없이 움직여 적확히 송 현과 일행들을 둘러쌓다. ‘이거 내가 너무 만만하게 보였나?’ 송현은 순간 자존심이 조금 구겨지는 것을 느꼈다. 스르륵 칠신승은 둥글게 맴돌았다. “조심하세요, 저들의 술법은... 중원 입장에서 사술을 쓰는 자들입 니다. 마법과 비슷한 것을 사용하는 자도 있습니다.” 송현의 말에 위정천, 금정산, 철무정은 자신들의 검을 강하게 움 켜잡았다. ‘아무래도 카람과 한 판 벌려야할 듯싶은데, 힘 좀 비축해두는 것 이 좋겠어.’ 그런 생각에 송현은 일행들이 더욱 믿음직스러워졌다. “차핫-!” “하앗-!” “이얍-!” 송현을 중심으로 위정천, 금정산, 철무정은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럼 일단 가볍게. 프로텍션 프롬 콜드!” 송현은 칠신승에게 날아가는 일행들에게 냉기의 보호 마법을 걸 어주었다. 냉기의 보호 마법이 끝이 나자 송현의 눈에는 마나가 넘쳐흘렀다. “차가운 냉기의 힘을 빌어 눈을 부른다, 블리자드!” 쿠오오오오오 휘이이이잉 청명한 날씨를 뽐내는 푸른 하늘에서 하얀 점이 하나 떨어졌다. 그리고 두 개, 네 개, 여덟 개... 차츰 그 수가 많이 지더니 이내 땅을 모두 하얀색으로 물들이려 하는지 새하얀 눈이 펑펑 쏟아졌다. 휘이이이잉 씨이이이잉 쒜에에에에에에 거기에 거친 바람이 일자 삽시간에 주위는 눈보라가 몰아쳤다. 한 치 앞도 보기 힘들 정도였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칠신승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였다. 송현은 마 나를 교묘히 움직여 일행들에게는 큰 지장을 주지 않게 했다. 칠신승 중 가장 당황한 것은 둑빠였다. 특히 환술을 하는 그로서는 지금의 상황이 환술로 착각했던 것이 다. 세상에 카람과 자신만이 환술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겼던 그에게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둑빠는 반대로 자신이 환술을 써야한다는 것도 잊은 채 송현의 환술(?)을 풀기위해 갖은 애를 썼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중력이 나의 뜻에 의해 움직이라 , 리벌스 그래피티 앤(&) 그래 피티!” 쿠르르르 송현에게서 빠져나간 상반된 마나의 힘은 자신의 일행들과 칠신 승에게 각각 다르게 뻗어갔다. 쿠궁 칠신승들은 갑자기 자신들의 몸이 평상시 보다 수배는 몸이 무거 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 느낌이 얼마나 생생한지 중력이 급격히 느는 순간 거대한 북소리가 울리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으으으.” “크으으.” “이-!” 칠신승들의 입에서는 어금니를 깨무는 소리가 세어나왔다. 그때가 되자 일행들은 눈보라 이외의 마법을 송현이 펼친 것을 알아차렸다. 갑자기 적들의 움직임이 느려졌던 것이다. 송현은 여기에 쐐기를 박고자했다. “슬로우!” “커헉!” “크윽!” “으으으으!” “이, 이럴 수가...” 송현의 슬로우 마법에 의해 한층 무거워진 무게를 느끼던 칠신승 들은 이윽고 몸이 무더지기 시작했다. 이때를 놓칠 리 없는 송현의 일행들은 칠신승 몸에 최소 한줄기의 혈선을 만들어 놓았다. 송현은 서둘러 눈을 돌려 둑빠를 찾았다. 아직까지 둑빠의 환술의 파해법(破解法)을 찾지 못한 송현은 마음 이 조급해졌다. 자신 혼자라면 벗어날 수 있었지만 자신들의 일행들 때문이었다. ‘저기다.’ 송현은 둑빠의 모습을 찾자마자 바로 블링크로 그의 눈앞에 나타 났다. 둑빠는 송현의 눈보라를 없애는 것을 포기했는지 환술을 걸기위 해 수인을 맺고 있었다. 번쩍이며 둑빠 앞에 나타난 송현은 블라인드 마법을 바로 발현시 켰다. 추아- 눈부신 햇살보다 눈부신 섬광이 둑빠의 눈앞에서 터졌다. 그 위력은 평상시보다 그 배는 되는 듯 했다. 섬광 자체의 위력에 서 눈에서 반사되는 빛까지 더해진 것이었다. “으아아아악!” 수인을 맺던 둑빠는 수인도 잊은 채 두 눈을 잡고 몸부림쳤다. 눈에서 느껴지는 고통이 이루어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얼음의 폭풍의 현신, 아이스 스톰!” 현재 불고 있는 블리자드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작은 투 명한 회오리바람이 순식간에 몸부림치는 둑빠의 몸을 집어삼켰다. 자세히 보니 단순한 회오리바람이 아니었다. 바람자체가 얼음이었다. 더욱이 블리자드의 힘을 등에 업은 아이스 스톰은 이제까지의 자 신의 위력이 불만스러웠는지 더 흉포(凶暴)하게 둑빠를 삼켰다. 송현은 다시 고개를 돌려 다음 상대를 찾았다. 그러던 와중 송현의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바로 하얀 백곰 세 마리였다. 북해를 넘어 얼음으로만 이루어진 땅에 산다는 곰이었다. 일반 중 원에서는 볼 수 없는 또 다른 곰이었던 것이다. 몸체도 일반 곰들에 비해 족히 2배 이상은 커보였다. 거기에 더욱 날카로운 발톱과 이빨은 그의 흉측한 성미를 더욱 잘 드러내주고 있었다. 위정천이 그런 백곰 세 마리와 칠신승 중 하나인 강령술을 쓰는 큥보에게 연신 수세에 몰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 백곰을 조 정하는 사꺄의 모습도 보였다. 마치 관우가 현신한 듯 큥보는 언월도를 휘두르고 있었다. 까가강 위정천은 어렵사리 큥보의 언월도를 막아섰다. ‘이대로두면 위 어르신이 위험하다. 일단 백곰부터 막아야겠다.’ 『주작! 지금 어디야?』 『안주인님과 함께 있어요.』 『지금 당장 내가 있는 곳으로 와!』 송현은 위정천을 몰아치고 있는 큥보를 향해 몸을 날렸다. 그 순간, 큥보의 일격에 위정천의 신형이 흐트러졌다. 이 순간을 놓칠리 없는 사꺄는 백곰을 이용해 위정천의 배후를 짖이겨갔다. “쿠오오오!” “쿠오오오!” “쿠오오오!” 『주인님.』 때마침 주작의 목소리가 송현의 머릿속에서 들렸다. 『저기 보이는 백곰들을 막아, 아니 죽여!』 『오호호호호, 오랜만에 몸 풀겠네요. 감사해요.』 위정천은 등에서 느껴지는 곰의 뜨거운 입김에 등골이 서늘해졌 다. 지금 앞에 보이는 큥보의 무시무시한 도술에 뒤에까지 막을 여력이 없었던 것이다. 화르르륵 위정천은 갑자기 자신의 등이 따뜻해짐을 느꼈다. 주작이 무사히 위정천의 배후를 막아주자 송현은 재빠르게 큥보 에게 다가갔다. 그 방법은 역시 블링크였다. 소리 소문 없이 큥보의 등에 나타난 송현은 몇 번 눈 바닥을 뒹 굴었는지 그의 등에는 눈과 함께 물기가 송골송골 맺혀있었다. 더 이상의 생각도 없이 그대로 체인 라이트닝을 큥보의 등에 내 려 꽂았다. 찌지지직 “크아아아아악!” 큥보는 그대로 단발마를 내지르며 눈밭으로 푹 쓰러졌다. 부들부들 부르르 얼마의 뇌력이 큥보의 몸에 머물렀는지 몇 차례 몸을 떨고서야 물먹은 솜처럼 푹 쓰러졌다. 그리고 위정천의 뒤에 있는 주작을 보았다. 두 마리의 백곰은 새카맣게 타 죽어있었고, 한 마리의 백곰은 주 작의 날카로운 발톱 아래 짓눌려있었다. 주작은 그런 백곰을 부리로 사정없이 물어뜯었다. “커헉!” 서서히 안색이 창백해지던 사꺄는 결국 피를 한 사발이나 토했다. 주작에 의해 백곰이 죽으면서 차크라에 심각한 역류가 찾아온 것 같아 보였다. 금정산은 비교적 여유롭게 칠신승들을 상대하고 있었지만 철무정 은 그렇지 못했다. 그에게 붙은 이들의 능력이 상상 이상이었다. 송현은 그런 그들의 능력을 알아보는 시간적 여유도 없이 철무정 에게로 뛰어 들어갔다. ―무정아, 뒤로 물러섯! 철무정은 송현의 매직마우스를 들었는지 격전 중간에 그대로 뒤 로 물러났다. “아이스 스피어.” 거의 10여발의 투명한 얼음으로 만들어진 빙창이 사정없이 철무 정이 있던 곳에 쏟아 부어졌다. 콰과과과과과광 그 화력이 얼마나 대단했던지 땅마저 은은히 울릴 정도였다. 금정산과 다른 칠신승 마저 공방을 멈추고 아이스 스피어 폭발이 일어나는 장소를 주시했다. 휘이이이 블리자드에 의한 찬 바람소리만 그 공간을 갈랐다. “갈!” 푸우우우웅 아이스 스피어가 내려 꽂힌 장소에서 폭발하듯 사방으로 바람이 휘몰아쳤다. 분명 쓰러졌을거라 생각되던 칠신승들은 아무런 피해없이 서있었 다. 그리고 바람이 눈보라를 걷어냈을 때 그들 앞에 카람이 서있 었다. “모두 물러나라.” 카람은 송현과 대치한 상태에서 고개마저 돌리지 않고 명령했다. “존명!” “존명!” “존명!” 칠신승들은 쓰러진 동료들을 데리고 카람의 뒤쪽을 재빠르게 물 러났다. 송현도 슬쩍 손을 들어 뒤로 살짝 흔들었다. 위정천, 철무정 그리고 금정산은 그 뜻을 알아차렸는지 송현의 뒤 쪽으로 물러났다. 휘이이이잉 송현이 아직 블리자드의 마법을 캔슬하지 않았기에 아직까지 눈 보라가 몰아치고 있었다. “우어어어어!” 카람은 하늘을 향해 목을 쳐들고 거대한 장소(長嘯)를 내질렀다. 그와 함께 그의 몸에서 붉은 차크라가 사방으로 휘몰아쳤다. 아주 짧은 시간. 아주 짧은 시간동안 이루어졌다. 카람의 장소가 하늘을 뒤덮고 그의 차크라가 사방으로 퍼지자 거 짓말처럼 눈보라가 뚝 그쳤다. 그리고 덮고 있던 눈마저 거의 녹 아버려 땅은 질퍽해져있었다. 지금 자신이 서있는 곳이 장석(場石)으로 깔린 대로가 아니라면 땅은 진흙투성이로 바뀌어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송현은 블리자드에 주입되던 마나가 실이 툭 끊기듯 끊어 짐을 느꼈다. ‘음...’ 송현은 카람을 보며 신음을 속으로 토해낼 수 밖에 없었다. 기력이 담긴 소리와 순수한 기운의 배출로 자신의 마법을 무효화 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쉽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었다. 송현 자신이 생각하던 것보다 훨씬 높은 경지에 있다는 것을 보 여주는 장면이었다. 왜냐하면 블리자드는 8서클의 마법이기 때문이다. 반면 카람 역시 속으로 침음성을 삼켜야했다. 송현의 마나 은폐 마법을 알아보지 못하고 그의 능력을 과소평가 했었기 때문이다. ‘나의 밑이 아니다. 어디서 이런 인물이... 중원에도 이런 무서운 자가 존재한단 말인가?’ 카람 역시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었다. ‘유근. 이거 내가 밑지는 장사를 맡겼어.’ 둘은 서로를 마주보며 아주 느리게 맴돌았다. 보는 이는 그들이 맴돈다는 것을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 그러다가 정신을 차려보면 어느새 돌아있는 것을 느끼게 될 정도의 느린 대치였다. ‘일단은 탐색을 해봐야겠다.’ 둘은 동시에 같은 생각을 하고 서로의 눈빛에서 같은 생각임을 확인했다. “파이어 볼!” 단 하나의 파이어 볼이었다. 그러나 단순한 파이어 볼이 내뿜는 열기는 그 어느 열기보다 뜨 거웠다. 마치 태양을 가까이 두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송현은 중첩에 중첩을 거듭해 7서클에도 밀리지 않을 그런 파이 어 볼을 만들어냈던 것이다. “화둔, 화호공(火虎攻)!” 카람의 쭈욱 편 양 손바닥에서 시뻘건 불이 맴돌더니 그의 앞에 불로 만들어진 거대한 호랑이 한 마리가 만들어졌다. 시뻘건 불을 토하며 화호(火虎)는 송현이 날린 파이어 볼을 향해 먹이를 쫒는 모습으로 달려갔다. 쿠오오오오오 크르르르르르 퍼버버버버버버버버벙! 송현의 파이어 볼과 카람의 화호가 부딪혀 굉음을 동반하는 대폭 발이 일어났다. 폭발의 파장의 여파가 사방으로 밀려나갔다. 불길은 하늘을 불태울 듯 솟구쳐 올랐고 뜨거운 열기가 대로를 가득 채웠다. 그로인해 주위의 송현의 일행들과 칠신승들은 팔로 얼굴을 막으며 열기와 싸워야했다. 그 열기 가운데에서도 카람과 송현은 서로 눈을 부리며 대치하고 있었다. 서로의 탐색이 끝이 났는지 서로의 모든 힘을 개방시켜갔다. 우우우우우웅 우르르르르릉 송현의 몸에서는 푸른 마나가. 카람의 몸에서는 붉은 차크라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그리고 둘의 눈은 서서히 차가워졌다. 두두두두두두두 “멈춰라!” 지축을 울리는 말발굽 소리와 함께 내력이 담긴 음성이 송현과 카람의 귀에 들어왔다. 그 목소리에도 송현과 카람의 대치는 끊어지지 않았다. “멈추지 못 할까? 왕명이다!” 어느 한 장수의 목소리에 송현과 카람은 서서히 대치를 풀어야했 다. 왕명이라고 했다. 둘은 좋든 싫든 황실에 매여 있는 몸이었다. 송현과 카람은 조용히 고개를 돌려 목소리의 주인을 찾았다. 마법사 무림에 가다 [279 회] 타이핑 者 : [KOR]TheYtsejaM (당나귀 호환 P2P 프루나) 소선군주에게 닥친 위험 “황제폐하께서 계시는 이곳에서 무엇을 하는 것인가?” 어느 노(老) 장군이 송현과 카람에게 다가가며 호통을 쳤다. 송현의 눈에 노 장군의 가슴에 새겨진 안화라는 두 글자가 눈에 띠었다. ‘안화왕의 행차인가?’ 송현이 그리 생각할 때 뒤에서 화려한 행차가 도달했다. 그때까지 씩씩거리고 있던 노 장군을 달래는 중후한 목소리가 들 렸다. “그만 하거라.” 따각 따각 따각 소탈한 모습의 한 중년인이 말을 타고 노 장군을 가로질러 앞으 로 나섰다. 전체적으로 아주 부드러웠다. 눈가에 있는 주름도 평상시 웃으면서 생긴 주름이었다. 덥수룩하 지도 그렇다고 숭숭나지도 않은 적당하게 난 수엽은 더욱 그의 인상을 한층 올려다주었다. 적당한 체구에 떡 벌어진 어깨는 부드러운 분위기에 이질적으로 강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송현은 굳이 그를 보지 않아도 안화왕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소선군주와 빼닮았던 것이다. “신, 안화왕을 뵈옵니다.” 송현은 최대의 예로서 안화왕에게 읍했다. “그대의 옷차림으로 보아 관인인 것 같은데. 그대는 누구인가?” “내금부 황호단의 천호장군으로 있는 송현이라고 하옵니다.” “무슨 연유로 황제폐하께서 기거하시는 수도에서 이런 무례를 저 질렀는가?” 안화왕의 말은 비교적 부드러웠다. 그러나 듣는 사람은 부드러움 속에서 권력자의 힘을 충분히 느껴 야했다. “네 놈은 무엄하게 왕야 앞에서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있느냐?” 뒤에 있던 노 장군은 카람을 보고 다시 호통을 쳤다. “나는 이 곳의 신민이 아니오.” “됐다.” 안화왕은 팔을 들어 노 장군의 말을 끊었다. “보아하니 서장인인 것 같구나.” “그렇소.” 카람은 여전히 허리를 펴고 고개를 들어 안화왕을 쳐다보았다. “그대는 무슨 연유로 이곳까지 와서 소란을 피우는겐가?” “나는 현 황제의 법사로 있소. 그러니 이곳에 있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겠소?” “음...” 문득 신음을 흘리다가 정덕제의 법사인 카람과 싸운 송현이 호기 심이 생겼다. 웬만한 충돌이 있었다고는 해도 그와 부딪히기는 힘이 들었기 때 문이다. 그리고 방금 들었던 직책으로는 도저히 그럴 수 없는 위 치라고 생각이 들었다. 더욱이 현 실세인 유근이 데리고 온 자라는 점도 있었다. 안화왕은 고개를 돌려 송현을 내려다보았다. ‘음...’ 비록 송현이 자신에게 예를 다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마음까지 숙 인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바로 당당함이었다. 그런 당당함이 송현에게서 묻어나오는 것을 안화왕은 알수 있었 다. 단지 자신이 황실의 핏줄이라는 이유로 허리를 숙였다는 것을 충 분히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그런 송현이었기에 카람과 충돌을 할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그런 생각이 들자 송현에게 호기심이라고 할까, 아니면 마음에 들 었다고 할까, 어쨌든 송현에 대해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화왕이 막 입을 떼려는 차 뒤에서 여인의 목소리가 나왔다. “송 학사님!” 모든 인물은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화려한 가마 한 편의 창문이 열려있었고 그 사이로 한 여인의 얼 굴이 나와있었다. 바로 소선군주였다. “군주마마를 뵈옵니다.” 송현은 몸을 살짝 틀어 소선군주에게 예를 취했다. 송현을 보자 소선군주는 가마를 땅에 내려 밖으로 나왔다. “군주마마, 땅이 좋지 못하옵니다.” “괜찮아요.” 소선군주의 인품을 알 수 있는 말이 흘러나왔다. 예전부터 보아왔 지만 소선군주는 누구에게나 말을 하대하는 법이 없었다. “드라이 앤 윈드!” 송현은 소선군주가 땅에 내리기 전 질퍽거리는 땅을 말리고 바람 으로 먼지를 날려 깨끗하게 만들었다. 황실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다. 그저 착한 소선군주를 위해서 순수한 마음으로 해주었다. 그 모습에 안화왕의 눈이 잠시지만 반짝였다. “어머! 이런 신기한 일이.” 소선군주는 신기한 듯 땅을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총총 걸어와 송 현 앞에 섰다. “송 학사님 오랜만이네요.” “그러하옵니다, 군주마마.” 소선군주는 그때 송현의 옷차림이 관복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번에 급제한 모양이네요.” “이만 물러가겠소.” 카람이었다. 더 이상 이곳에 있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한 카람은 그대로 칠신 승을 데리고 물러났다. “다음에 보겠소, 무황!” “그러지요.” 송현은 사라지는 카람을 보았다. “그대가 무황이로구나.” 황실의 소문, 그리고 올해 과거의 급제자의 임관식 때의 파격적 인사. 그리고 백발. 안화왕은 그제야 송현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그러하옵니다, 전하.” 안화왕은 송현을 내려다보다 소선군주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런데 네가 어찌 이 자를 아느냐?” “일전에 말씀드린 송 학사님이 이 분이옵니다.” 소선군주는 안화왕에게 환한 모습으로 대답했다. “허허허, 네가 그리 좋은 사람을 만났다고 할 때 말이냐?” 자애로운 아버지 모습이었다. “아바마……마.” 소선군주는 얼굴이 분홍 장미마냥 양 볼이 빨게졌다. “저 자들은 그대의 일행인가?” 안화왕은 조금 떨어져있는 일행들을 가리켰다. “앗, 금 공자님과 철 공자님이 아니세요?” 소선군주는 금정산과 철무정을 기억하고 있었는지 그들에게 인사 를 건넸다. “오랜만에 뵈옵니다, 군주마마.” “그간 강녕하셨사옵니까?” 금정산과 철무정은 소선군주에게 예를 취하고 위정천과 함께 안 화왕에게로 다가갔다. “화산파 위정천이옵니다.” “화산파 금정산이옵니다.” “마교의 철무정이옵니다.” 셋은 안화왕에게 자신들을 소개했다. “저의 친우들이옵니다.” 안화왕은 그들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안화왕의 시선은 소선군주 에게로 향했다. “그대들도 따라오게.” “네?” “……?” “네?” "……?" 송현을 비롯한 네 명은 안화왕의 말에 놀랐다. “내 딸의 반가운 손님들인데 밥 한 끼 정도는 대접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게 하세요.” 소선군주의 눈에는 간절한 소망이 담겨있었다. 그리고 그 시선은 송현에게 머물러있었다. 위정천과 금정산, 철무정의 시선도 송현에게로 향했다. 그들이 어 떻게 선택할 사항은 아니었던 것이다. “명에 따르겠습니다.” 송현은 안화왕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그 순간, 소선군주의 얼굴을 그 어느 햇살보다 밝게 빛났다. ‘어쩌면 이런 미소를 보고 싶었는지 모르겠군.’ 송현은 소선군주의 미소를 보고 예쁘다고 생각했다. ‘정말 이런 여동생 하나 있었으면 좋겠어. 이렇게 예쁜 미소를 가 진 여동생말이야.’ 송현의 결정으로 안화왕의 행렬은 다시 시작되었다. 대로를 따라 10여분을 가자 장원이 하나 눈에 들어왔다. 그곳에는 안화왕부라는 현판이 걸려있었다. 그러나 왕부치고 장원의 크기는 그리 크지 않았다. “이 곳은 저나 아바마마께서 수도로 왔을 때 잠시 사용하는 곳이 예요. 그래서 낙양에 있는 본가(本家)에 비해 크기가 작지요. 아바 마마께서 이런 곳에 그리 큰 장원이 있어봐야 필요가 없다고 하셔 서 비교적 작은 장원을 가지고 있을 뿐이예요.” 소선군주의 말에 안화왕의 품성을 알 수가 있었다. 그러나 그 크기는 언제까지 범부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사실 송현의 입장으로서는 상당히 큰 장원이었다. 소선군주를 따라 간 곳은 자그만 연못위에 있는 정자였다. 소박하지만 자연미를 최대한 살려 편안한 느낌이 드는 정경을 가 지고 있었다. 소선군주와 대략적인 안부를 주고받는 사이 안화왕이 정자로 왔 다. 조금 전과는 다른 별 장식구가 달리지 않은 장포를 입고 나타 났다. 비록 좋은 비단을 써서 옷을 지었지만 전체적으로는 그리 화려함 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소탈해 보이는 그런 옷이었다. 안화왕은 황실의 인물이면서도 송현과 일행들에게 큰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편하게 해주었다. 차츰 시간이 흘러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안화왕은 특히 송현에게 많은 질문을 했고 송현은 거기에 대해 막힘없이 답을 했다. 송현의 갖춘 학식에 안화왕은 놀라워하면서도 즐거워했다. 이제까지 황실에서 들은 송현의 소식은 오로지 무(武)에 관한 것 뿐었다. 그렇기에 다시 한 번 송현에 대해 새롭게 인식이 되는 계 기가 되기도 했다. 그런 부위기가 이어져 식사 또한 즐기면서 끝을 냈다. 저녁 식사 내내 소선군주가 꼼꼼히 송현을 챙겨주는 모습에 안황 왕은 유심히 보았다. 그러면서도 모른 척 넘어가주었다. 송현은 그런 소선군주의 행동을 막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받을 수 없어 유일하게 혼자 불편한 식사를 했다. 밤이 제법 깊어지자 송현과 일행들은 왕부를 나섰다. 안화왕은 깊은 눈빛으로 떠나는 송현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그 리고 그들을 배웅해주고 돌아오는 소선군주의 모습도 지켜보았다. 한참을 무슨 생각하는지 알 수 없는 눈빛으로 달을 올려다보았다. 왕부를 나서서 위정천과 금정산, 철무정과 함께 집으로 향했다. “아차!” 송현의 얼굴은 핏기가 사라졌다. 아침에 양설린이 한 말이 생각이 났던 것이다. ‘일찍 들어오세요. 저녁차리고 기다릴께요.’ ‘이런 바보, 왜 이제까지 그걸 기억 못하고 있었던 거야!’ 송현은 자신의 머리를 주먹으로 때렸다. “왜 그래?” 금정산이 다가와 갑작스러운 송현의 행동에 의아해했다. “형님, 갑자기 왜 그러십니까?” 철무정 역시 송현의 곁으로 다가왔다. “그, 그럴 일이 있어. 휴우-!” 송현은 힘없이 대답하였고 그 끝은 한숨을 맺었다. 어눌한 송현의 분위기에 모두들 축 처진 분위기로 송현을 따라 갔다. “여기네. 여깁니다, 어르신.” 여전히 어눌한 표정에 핏기하나 없는 송현의 얼굴을 보며 셋은 연신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나 그 이유는 얼마가지 않아 알수 있었다. 송현은 아주 조심스럽게, 그리고 조용하게 문을 열었다. “참, 형님도. 문을 그렇게 소심하게 열어요?” 끼이이익 문소리는 오늘따라 유달리 컸다. 휘이익 휘이이익 “헉!” 송현을 제치고 안으로 거침없이 들어가며 양설린을 부르려던 철 무정의 입에서는 하려던 양설린의 이름은 안 나오고 헛바람만 나 왔던 것이다. 챙그랑 챵그라라랑 접시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송현은 더 이상 들어가지 못하고 그대로 문을 닫아버렸다. 쉬이익 챙그랑 “으악!” 쉬익 챵챵챵 “크아악!” 안에서는 도대체 무엇이 날라 다니는지 연신 깨지는 소리와 함께 철무정의 비명소리만 울려퍼졌다. “도대체 시간이 몇시예요?” “그...” “제가 아침에 일찍 들어오라고 했어요? 안했어요?” “그게...” “이 양반이 뭐가 할 말이 있다고... 지금 잘 했다는 거예요?” “그게... 아니...” 쉬이익 와장창창창 “으아아악!” 밖에 있는 송현, 금정산, 위정천은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안 봐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철무정이 불쌍해졌다. 송현을 대신해 잘못 들어간 것도 억울한 마당에 자신의 억울함도 제대로 말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10여분이 흘렀다. 그리고 끝끝내 터져나왔다. 처절함이 담긴 비명소리가... “사매, 나 철무정이야!” 그리고 들려온 음향. 털썩 그리고 한동안 정적이 흘렀다. 밖에 있는 셋은 등에서 주르르 흐르는 식은땀을 생생하게 느껴졌 다. 끼이익 문이 열리자 셋은 흠칫 놀라며 문에서 후다닥 떨어졌다. “가갓!” 문에서 나온 이는 양설린이었다. 양설린은 죽을 듯이 송현을 노려 보다 위정천과 금정산을 보게 되었다. “호호호호, 왜 이렇게 늦으셨어요?” 완벽한 연기였다. 살기가 흐르던 목소리는 언제 그랬냐는 듯 꽃향기가 흐르는 목소 리로 바뀌어있었다. 거기에 얼굴은 화사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어머! 위 어르신과 금 오라버니도 오셨네요. 호호호.” 양설린은 위정천과 금정산에게 다가가 웃었다. 그 모습에 위정천과 금정산은 다시 한 번 식은땀과 움찔했다. “안으로 드세요.” “아, 알았다.” “그, 그래.” 위정천과 금정산은 혀까지 굳었는지 말조차 제대로 잇지 못했다. “가가, 들어가야죠? 오늘 첫 출근을 하셔서 피곤하실테니.” “아, 알았소.” 송현의 혀도 굳은 건 마찬가지였다. 셋은 양설린을 따라 집으로 들어가고 방안으로 들어갔다. “크헉!” “허억!” “흐읍!” 탁자에 앉아있는 철무정의 모습 때문이었다. 눈이 보이지 않았다. 시퍼렇게 변한 눈덩이는 얼마나 부었는지 코와 같은 높이를 하고 있었다. 옷은 넝마를 두른 것처럼 찢어져있었고 여기저기 호랑이가 날카로운 발톱으로 할퀴었는지 네 줄기의 혈선이 여기저기 그 러져있었다. 눈가에는 폭포수 마냥 철철 흘러내리는 눈물로 인해 그의 눈이 있었다는 것을 짐작할 따름이었다. 셋은 입에서 터져나오는 소리를 얼른 손을 들어 틀어막았다. 다름 아닌 양설린의 눈에서 쏟아져나오는 무시무시한 무언의 살 기 때문이었다. 양설린의 눈은 확실히 말했다. 이유를 묻지마라! 알려고 하면 다친다! 그렇게 사나이 넷은 쥐죽은 듯 조용히 밤을 지세웠다. 고양이 앞의 쥐처럼 벌벌 떨면서. ************************************************************************************* 마법사 무림에 가다 [280 회] ************************************************************************************* 타이핑 者 : [KOR]TheYtsejaM (당나귀 호환 P2P 프루나) 프루나에서 제가 타이핑한 소설들과 그 외 제가 모은 소설들을 공유했습니다. 검색어 : [KOR]TheYtsejaM 또는 TheYtsejaM 로 검색하시면 제가 공유한 파일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소유자가 1이라도 관계없습니다. 저는 항상 접속해 있으니까요. 제가 접속해 있지 않을 때는(파일이 안 받아지고 있을 때는) 제가 집에 없거나 파일 받기 대기 중일 겁니다. 기다리시면 하루 안에 반드시 받으실 수 있으실 겁니다. 무협도 엄청나게 많이(약 1기가 정도) 텍스트파일로 가지고 있는데 너무 파일이 많아서 그거 다 편집하려니 짜증나서 일단은 판타지만 공유중입니다. 무협도 필요하시면 프루나에서 메시지 전송 기능으로 쪽지 보내십시오. ************************************************************************************* 이른 꼭두새벽 모두가 잠든 시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재빠르고도 조용히 관복을 차려입었다. “가가! 어디가세요?” “헉!” 송현의 심장은 한순간 멈추었다. “음냐냐냐냐.” 이어서 들려오는 양설린의 입다시는 소리에 심장은 다시 뛸 수가 있었다. ‘휴우-!’ 송현은 아무 생각도 하지 못하고 바로 텔레포트로 집을 벗어났다. ‘죄송합니다, 위 어르신. 미안하다, 정산아, 무정아.’ 이른 새벽에 나선 터라 송현은 일찍 내금부에 있는 사무실로 향 했다. 특별히 할 일도 없기에 송현은 그저 멍하니 자신의 책상에서 멍 하니 앉아있었다. 피식 ‘정말 내가 뭐 하는 짓인지.’ 송현은 자조 섞인 웃음을 터트렸다. 아무리 할 일이 없어 멍하니 있어도 시간은 흘렀다. “하아암!” 송현은 연신 하품을 해댔다. “어젯밤에 뭐한다고 잠을 못 잔건가?” “오셧습니까?” 언제 들어왔는지 송현 뒤에는 왕수인이 서있었다. “일어나게. 공주마마를 찾아뵈러 가야할테니.” “알았습니다.” 송현은 왕수인을 따라 약란공주가 있는 예화전으로 향했다. 언제 시간이 흘렀는지 해가 제법 중천 가까이 떠있었다. “오늘로서 자네를 인솔하는 일은 끝이야. 내일이면 자네 직속 상 관이 올 거야. 알겠나?” “알겠습니다.” 비교적 담담한 표정으로 대답하는 송현이었다. “누구인지 궁금하지 않나?” “물어본들 뭣합니까? 내일 뵈면 알겠지요.” “하하하. 그렇군 그래.” 왕수인은 그런 송현의 자세가 마음에 들어 하는 눈치였다. 어느덧 예화전에 도달한 둘이었다. “전에 와봤으니 혼자 갈 수 있겠지?” “예.” “어차피 약란공주마마께서는 오늘 예화전에서 특별히 움직이시지 않으시니까 별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야. 뭐 혹여나 움직인다고 하셔도 정식 호위임무는 며칠 후부터 시작하니까 신경 쓰지 않아 도 돼.” “알겠습니다.” “그럼 수고해.” 왕수인은 송현의 어깨를 가볍게 치고는 자신이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갔다. 송현은 조금은 무거운 발걸음으로 예화전으로 들어섰다. 예화전 약란공주가 기거하는 방문 앞에는 궁녀 둘이 시립해 있었다. “이르거라.” “혹, 내금부에서 오신 송 장군님이십니까?” 약란공주가 미리 언질을 해두었는지 송현을 알아보았다. “그렇다.” 송현의 말에 궁녀는 송현에게 예를 취하고는 뒤로 돌아섰다. “공주마마, 송 장군님 납시었습니다.” “들라하라.” 방 안에서 약란공주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안으로 드시지요.” 드르르륵 궁녀가 방문을 열어주자 송현은 약란공주가 있는 방 안으로 들어 섰다. “신(臣) 송현, 공주마마를 뵈옵니다.” 드르르륵 송현이 들어서자 다시 문이 닫혔다. “송 학사님, 이제 송 장군님이라 불러야하나요?” 약란공주가 송현에게 다가와 슬쩍 팔짱을 꼈다. “고, 공주마마.” 송현은 끈적하게 붙는 약란공주를 슬쩍 밀어내려했다. “우리끼리 있을 때 너무 격식은 차리지 마요. 알았죠?” 약란공주는 더욱 송현의 팔을 끌어안았다. “자자, 이쪽으로.” 약란공주는 송현을 잡아당겨 탁자에 앉혔다. 탁자에는 한번도 보지 못한 산해진미가 가득 놓여져 있었다. “송 장군님이 오신다고 해서 차렸어요.” 약란공주는 눈웃음을 치며 송현에게 슬쩍 기댔다. 송현은 마음속으로는 눈살이 찌푸려졌지만 겉으로는 웃었다. 송현은 슬쩍 약란공주를 밀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신, 약란공주마마를 호위하는 봉황단에 입단했습니다. 이를 공주 마마께 알려드리러 왔습니다.” 절도있게 허리를 살짝 구부리는 송현에게 약란공주는 자리에서 일어나 슬쩍 기대는 듯 안겼다. 그리고는 손을 뻗어 송현의 가슴을 쓰러만졌다. “우리끼리 있을 때는 이러지 않아도 된다고 했어요.” 약란공주는 손을 가슴에서 서서히 올려 송현의 뺨을 어루만졌다. “학사옷도 잘 어울리지만 금의위 장군 갑옷도 너무나도 잘 어울 리시네요. 하아~.” 코 맹맹한 소리로 송현의 귀에 뜨거운 바람을 불었다. 그러나 송 현의 표정에는 별 변화가 없었다. “공주마마, 음식이 식사옵니다.” “호호호, 그렇네요.” 약란공주는 송현의 이런 태도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송현의 팔 을 당겨 다시 탁자에 앉혔다. 뽕 약란공주는 술병을 땄다. 향긋한 주향이 송현의 코를 간질였다. 냄새만 맡아봐도 명주(銘 酒)라는 것을 알수 있었다. “자, 한 잔 하세요.” “지금 근무...” 슬쩍 송현의 손을 꼬집었다. “오늘 저에게 인사오는게 오늘의 일의 끝이 아닌가요?” “그거야...” 약란공주는 송현의 대답도 듣지 않고 송현 앞에 놓인 술잔에 술 을 따랐다. “쭉 한 잔 마시세요.” “마마!” 송현이 무덤덤하게 나오면 나올수록 약란공주는 더 집요하게 나 왔다. ‘이 사내 반드시 내 것으로 만들고 말거야. 반드시.’ 이제까지 자신의 유혹에 넘어오지 않은 사내들이 없었다. 그러나 송현은 달랐다. 그래서일까. 송현이 멀어지려 할수록 약란공주는 더욱 송현에게 끌렸다. 그럴수록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 었다. 약란공주는 송현이 술을 마시지 않자 손을 뻗어 송현의 손을 잡 았다. 그리고 송현의 손에 술잔을 쥐여주었다. 송현은 이렇게까지 나오는 약란공주의 행동에 더 이상 뿌리칠 수 없었다. “아!” 어느새 약란공주는 안주를 하나 집어 송현의 입가에 가져다대었 다. “공주마마, 소선군주마마께서 납시었습니다.” 그때 약란공주의 입꼬리는 슬쩍 올라갔다. 그리고 두 눈에는 희열 이 넘쳤다. “들라하라.” 드르르륵 문이 열렸다. 약란공주는 이때를 맞추어 안주를 다시 송현의 입으로 들어올렸 다. “아! 하세요. 어머! 소선이 왔니?” 약란공주는 좀처럼 볼수 없는 다정한 목소리로 소선군주를 맞이 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말뿐이었다. 약란공주의 시선과 안주를 집어든 손은 송현을 향하고 있었다. “구, 군주마... 읍!” 송현이 소선군주를 부를 때 살짝 벌어진 입사이로 약란공주가 안 주를 낼름 집어넣었던 것이다. “맛있으세요?” 약란공주는 소선군주에게 보란 듯이 송현에게 살짝 안겼다. “어머! 소선아 안 안고 뭐해?” “네, 네.” 소선군주의 눈망울에는 슬픔이 묻어나왔다. 송현은 재빨리 약란공주를 밀어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군주마마 여기로 앉으시옵소서.” 송현은 자신이 앉아있던 자리를 권했다. 송현은 약란공주가 자신 의 얼굴을 안보는 틈을 타 미소로 소선군주를 맞이했다. 소선군주는 그런 송현의 미소에 그나마 눈에서 슬픔이 조금 지워 졌다. “고마워요.” 소선군주가 송현이 앉아있던 자리에 앉자 약란공주의 눈에서는 질투와 함께 악독함이 살짝 물들었다. 그것도 잠시 그런 눈빛을 이내 지워버렸다. “송 장군님이 이 언니의 호위 장군이 되었단다. 그래서 오늘 나를 찾아온다기에 오랜만에 셋이서 가볍게 술이나 한 잔 하려고 불렀 단다. 괜찮지?” 약란공주는 송현이 자신의 호위 장군이 되었다는 것을 강조했다. 은근히 말하는 투는 앞으로 항상 이렇게 있을 것이라는 내비췄다. 소선은 송현을 잠시 쳐다보고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오호호호호. 소선, 네 년이 송 장군에게 호감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 그러나 송 장군은 내 꺼야. 오늘 똑똑히 그것을 보여주지.’ 약란공주는 서늘한 눈빛으로 소선군주를 쳐다보다가는 이내 다시 눈빛을 싹 바꿨다. 약란공주는 의자를 당겨 송현을 자신의 옆으로 앉혔다. 그리고 끈적한 몸부림으로 송현을 추근덕 거렸다. 그 모습에 소선군주는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눈망울에 눈물이 맺 혔다. ‘휴우-!’ 송현은 도저히 이대로는 안되겠다고 느꼈는지 소선군주에게 매직 마우스로 말을 걸었다. ―군주마마, 군주마마께서 생각하시는 그런 것이 아닙니다. 소선군주는 송현의 매직마우스에 놀랐는지 살짝 몸을 떨었다. 그 러나 송현의 매직마우스를 처음 듣는 것이 아니기에 이내 편안한 몸가짐을 했다. ―저의 직책이 황호단으로 되어 이렇게 된 것일 뿐입니다. 그리고 이것을 보십시오. 송현은 슬쩍 품에서 예전에 소선군주가 준 옥가락지를 약란공주 몰래 보여주었다. ―신의 뜻을 아시겠사옵니까? 송현의 매직마우스에 소선군주는 눈물이 맺힌 얼굴에 미소를 띠 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약란공주의 눈에서는 질투감이 번뜩였다. 무엇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몰라도 자신이 모르는 그 어떤 대화 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이었다. 그럴수록 약란공주는 보란 듯이 송현에게 달려들었고, 송현과 소 선군주는 송현에 의한 일방적인 밀어를 나누었다. ‘빠드득. 네, 네 이 잡년이. 그래 네 년만 없으면 송 장군님은 나 에게 올 것이야. 그렇다면?’ 순간 약란공주의 머릿속에는 좋은 계책이 하나 생각났다. ‘오호호호호.’ 약란공주는 슬쩍 손을 움직여 소선군주의 잔을 바닥에 떨어트렸 다. 챙그랑 딱딱한 바닥에 떨어진 소선군주의 잔은 여지없이 산산조각났다. “어머, 이를 어째.” 약란공주는 미안한 듯 안절부절하지 못했다. “괜찮아요, 언니.” “미안.” 약란공주는 정말 미안한 표정으로 소선군주를 쳐다봤다. “아니 이럴 것이 아니라 이 언니가 새 잔을 가져올께.” 약란공주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아니... 궁녀를 시켜...” “아니야, 내가 갔다올께. 송 장군님, 잠시만 실례할께요.” 약란공주는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총총 사라졌다. 송현은 그런 약란공주를 보며 왠지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녀의 심성으로 보아...’ 그 순간 눈앞에 소선군주의 모습이 들어왔다. ‘소선군주가 불안하다.’ 평상시 자신의 여동생과도 같은 느낌이 든 소선군주에 대한 걱정 이 물씬 들었다. ‘할 수 없군.’ 송현은 손을 뻗어 가락지를 끼고 있는 소선군주의 손을 잡았다. “어멋!” ―군주마마, 조금만 참으십시오. 무례하기 짝이 없는 송현의 행동이었지만 소선군주는 양볼을 붉 히며 가만있었다. ‘내, 내 가슴이 왜 이러지?“ 쿵 쾅 쿵 쾅 쿵 쾅 쿵 쾅 쿵 쾅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뛰는 심장 소리가 소선군주의 머릿속에서 우뢰와도 큰 소리로 울렸다. ‘시, 심장소리가... 혹시 송 장군님께 들리는 것은 아닐까?’ 소선군주는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송현을 쳐다보았다. ‘휴우-! 다행이야. 안 들리는 것 같아.’ 그 순간, 서선군주의 가락지에서 환한 빛이 반짝였다. “다 되었습니다.” 송현은 미소를 지으며 소선군주의 손에서 손을 뗐다. “가락지를 한 번 보시옵소서.” “어머! 예뻐라!” 소선군주의 하나뿐인 가락지에는 기묘한 무늬가 새겨져있었다. 송현이 심볼 마법으로 그녀의 옥가락지에 탐색 마법과 함께 위기 를 알려주는 마법을 걸어놓았던 것이다. ‘이제 조금 안심할 수 있겠어.’ 언제든지 소선군주가 위험하면 달려갈 수 있게 되자 송현은 마음 을 한시름 놓았다. “예뻐요. 송 장군님, 어떻게 이걸...” ―쉿! 약란공주마마께서 오십니다. 이건 우리 둘만의 비밀입니다. 매직마우스에 소선군주는 다시 수줍어하며 기뻐했다. “많이 기다렸어? 자 여...” 잔을 내려놓던 약란공주는 분위기가 묘하다는 것을 느꼈다. ‘빠드득. 이 년이... 감히 내가 없을 때 꼬리를 쳐?’ 속마음과 다르게 약란공주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여기 잔 가져왔어.” “고마워요, 언니.” 소선군주는 직접 잔을 가져다 준 약란공주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 다. ‘오호호호, 감사할 필요 없다. 앞으로의 너의 인생을 생각하면.’ “뭘 이런 걸 가지고.” 약란공주는 술병을 들고 소선군주의 잔에 술을 따랐다. “자 기분 좋은 이 날 같이 한 잔 해요.” 약란공주는 잔을 들고는 한 모금 마셨다. 그 모습에 소선군주와 송현 역시 술잔을 비웠다. 약란공주의 시선은 소선군주의 술잔과 입을 향해 있었다. ‘그렇지, 그렇지. 너는 오늘부로... 오호호호호!’ 소선군주가 술을 마시자 더욱 화사하게 약란공주는 웃었다. 이번 만큼은 가식이 없었다. 술잔을 거늘고 대화를 하면서 시간이 꽤나 흘렀다. “아쉽지만, 오늘은 이만 해야겠네요.” “알겠사옵니다, 공주마마.” “네, 언니.” 약란공주는 소선군주를 보았다. “참, 가기전에 아바마마를 뵈야지?” “네.” “그래 아바마마 잘 알현하고 조심히 돌아가. 알았지?” “네, 언니.” 약란공주는 송현에게 시선을 돌렸다. “송 장군님도 조심히 가세요.” “오늘은 감사했습니다, 공주마마.” 마법사 무림에 가다 [281 회] ************************************************************************************* 타이핑 者 : [KOR]TheYtsejaM (당나귀 호환 P2P 프루나) 프루나에서 제가 타이핑한 소설들과 그 외 제가 모은 소설들을 공유했습니다. 검색어 : [KOR]TheYtsejaM 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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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는 돛을 달고 날아갔다. 그렇게 걷던 걸음은 이윽고 건청궁에 이르고 말았다. 아직까지는 다행히 정덕제가 소선군주를 그저 눈으로만 즐겼다. 그리고 만나는 장소도 환희궁이 아닌 지극히 정상적인 건청궁에서 만났다. “후우!” 한숨을 내쉬고 마음을 다잡았다. 싫어도 만나야했다. 솟아오르는 열기 또한 애써 가라앉혔다. 건천궁 밖에서 대기하는 환관을 따라 건청궁 안으로 들어갔다. “황제폐하, 소선군주마마 듭시옵니다.” 환관의 말을 들으며 소선군주는 건청궁 안으로 들었다. 그리고 언 제나 그랬던 것처럼 환관들은 물론이오 모든 궁녀들은 건천궁에서 물러났다. 건천궁에 남아있는 자라고 하면 비밀리에 황제를 수호하는 보이 지 않는 동창의 일백 무영살대뿐이었다. 소선군주는 대전 중앙으로 다가가 황상(皇上)에 앉아있는 정덕제 에게 다가갔다. “황제폐하를 뵈옵니다.” “그래, 소선이 왔느냐? 그간 별고 없고?” 소선군주는 끈적한 정덕제의 시선에 소름이 온 몸에서 돋아났다. 시선 하나 하나가 그녀의 몸을 훑고 지나가면 마치 뱀이 기어오 르는 것처럼 오싹함을 느꼈다. 그러나 오늘은 정덕제의 시선이 느껴지는 곳마다 열기와 함께 야 릇한 기분이 들었다. “폐, 폐하의 은덕 때문……에 무고(無故)하옵니……다.” 소선군주는 자신의 몸에서 나는 열기가 더움을 벗어나 빠르게 뜨 거워져갔다. 피부를 지나는 핏줄에서 뜨거운 용암이 흐르는 것 같 았다. “소선아, 어디 아픈 것이냐?” 정덕제는 허겁지겁 용상에서 뛰쳐내려와 소선군주를 부축했다. 스윽 정덕제는 손을 뻗어 소선군주의 이마를 집었다. “열이 심하구나.” 걱정을 하는 말투였지만 어느새 정덕제의 손길은 소선군주의 몸 을 더듬고 있었다. 받치는 손이 처음에 허리에 있었건만 어느새 엉덩이로 내려가 있 었다. 그리고 그의 손바닥이며 손가락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소선군주는 정덕제의 손길을 피하고자 몸부림치려했지만 나른한 것이 온 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폐, 폐하... 이러시면... 하악!” 소선군주는 야릇한 열기에 그만 신음성을 토해내고 말았다. 그 순간 정덕제의 눈빛은 음탕한 눈빛을 넘어서 욕망이 가득 찬 눈빛으로 변했다. 정덕제는 소선군주 이마의 땀을 딱는 척하며 슬쩍 가슴을 만졌다. “하악! 폐, 폐하. 이, 이러시면…… 아니……되옵……니다. 흐윽!” 정덕제는 안다시피 소선군주를 부축했다. “안 되겠구나. 열이 너무 많아. 저리 가서 좀 쉬자꾸나.” 정덕제는 상청궁 한편에 마련된 침실로 소선군주를 끌다시피 데 리고 갔다. ‘아, 안 돼! 저, 저 곳은...’ 소선군주는 입 밖으로 목소리를 내려했지만 입만 벙긋거릴 뿐 입 밖으로 그 어떤 목소리도 내지 못했다. 침실로 들어서자 정덕제의 눈빛은 완전히 변했다. 사람으로서 가져야 할 정명한 눈빛이 아니었다. 정덕제는 소선군주를 번쩍 들어 침상으로 데려갔다. “폐하, 이러시면... 하악!” 소선군주는 머리와는 다르게 몸이 거부를 못하자 정신이 매우 혼 란해졌다. “그래, 그래. 우리 소선이. 땀을 많이 흘리는구나. 땀 좀 닦아야겠 는걸.” 정덕제는 저항하지 못하는 소선군주의 옷을 한 꺼풀씩 벗기기 시 작했다. “안 되옵니다.” 마지막 저항이었을까. 소선군주는 정덕제를 밀어냈다. 그러나 평상시 재대로 온 힘을 가 지고도 사내를 이길 수 없는데 지금과 같이 미혼약에 취해있을 때 사내를 밀어낸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었다. 그것이 더욱 정덕제의 욕망에 부채질하는 꼴이 되었다. 더 이상 참지 못했는지 정덕제는 소선군주의 옷을 찢다시피 벗기 기 시작했다. 추아아악 ‘꺄아아악!’ 소선군주는 있는 힘을 다해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 지 소선군주의 생각 만이었다. 추아아아악 정덕제는 추악하고 음탕한 눈빛으로 거칠게 소선군주의 옷을 갈 가리 찢었다. 찢어진 옷사이로 가슴이 드러나자 정덕제의 손길은 더욱 거칠어 졌다. 이윽고 정덕제의 얼굴은 소선군주의 가슴에 파묻히고 그의 거친 손길에 고의(袴衣)마저 벗겨졌다. ‘아, 안 돼!’ 송현은 늦은 시각 퇴청하지 않고 내금부에 머물고 있었다. “휴우-!” 사실 이미 들어갔어야 했지만 양설린이 무서워 아직까지 돌아가 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들어가서 싹싹 빌어야하나? 오늘 아침 일찍 도망치듯 나온 것도 마음에 걸리고. 에고고고.’ 송현은 양설린을 생각하자 온 몸이 후들후들 떨렸다. 그 순간. 우우우웅 송현의 품에서 진동이 일어났다. ‘응? 이, 이건?’ 송현은 급히 품에서 소선군주가 준 옥가락지를 꺼냈다. 예전에 가 진 맑은 푸른빛은 온데간데없고 시뻘건 빛이 나고 있었다. 화들짝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쿠당탕탕 의자가 어떻게 구르던 송현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다. ‘소선군주마마가? 위험하다.’ 소선군주의 심리가 극히 위험할 때 나타나는 빛이 고스란히 송현 이 가진 반지에 투영되었다. ‘시간이 없다. 위험해. 제발-!’ 송현은 급히 마나를 옥가락지에 집어넣었다. ‘이 근처다.’ 송현은 마나가 이끄는 방향으로 그대로 워프를 이용하여 순간이 동했다. ************************************************************************************* 타이핑 者 : [KOR]TheYtsejaM (당나귀 호환 P2P 프루나) 프루나에서 제가 타이핑한 소설들과 그 외 제가 모은 소설들을 공유했습니다. 검색어 : [KOR]TheYtsejaM 또는 TheYtsejaM 로 검색하시면 제가 공유한 파일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소유자가 1이라도 관계없습니다. 저는 항상 접속해 있으니까요. 제가 접속해 있지 않을 때는(파일이 안 받아지고 있을 때는) 제가 집에 없거나 파일 받기 대기 중일 겁니다. 기다리시면 하루 안에 반드시 받으실 수 있으실 겁니다. 무협도 엄청나게 많이(약 1기가 정도) 텍스트파일로 가지고 있는데 너무 파일이 많아서 그거 다 편집하려니 짜증나서 일단은 판타지만 공유중입니다. 무협도 필요하시면 프루나에서 메시지 전송 기능으로 쪽지 보내십시오. ************************************************************************************* 마법사 무림에 가다 [282 회] 타이핑 者 : [KOR]TheYtsejaM (당나귀 호환 P2P 프루나) 스팟! 어두운 밤하늘에 송현의 모습이 나타났다. 여기가 어디인지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저 소선군주의 반지가 이 끄는대로 워프를 했을 뿐이었다. 송현은 발 아래로 보이는 건천궁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여, 여기는...’ 표정은 급격히 어두워졌다. 그 순간에도 송현이 가지고 있는 한 쌍의 옥가락지 중 하나는 더 욱 붉어졌다.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송현은 눈을 감고 온 몸의 마나를 끌어올렸다. 그리고 주위의 마 나를 탐색했다. 그와 동시에 투시 마법을 시행해 주위에 기척을 숨기고 정덕제를 지키는 동창 소속의 무영살대의 위치를 잡아갔다. ‘외각에 60명, 건천궁에... 30명, 내전 안에 10명.’ 송현은 무영살대의 위치를 한 명도 빠짐없이 찾아냈다. ‘외각과 건천궁에 있는 90명의 무영살대는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문제는 내전에 있는 10명이다.’ 송현은 잠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바로 떠졌다. 떠지는 눈에는 기광이 번뜩였다. “인비저빌러티 앤 텔레포트!” 재빠르게 몸에 투명화 마법을 걸었다. 투명화 마법으로 몸이 신기 루가 사라지듯 몸을 감추자 지체없이 건천궁 내전 안으로 순간이 동했다. 사락 소리도 없이, 기척도 없이 송현은 내전 안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흔하고 미세한 먼지 하나 날리지 않았다. “사운드 아이서레이션!” 송현은 내전에 그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건천궁 내부의 소리를 음 파차단 마법으로 외부와 격리시켰다. 아주 미세한 마나가 은은이 뻗어 건천궁 내를 감쌌다. 완벽히 음파가 차단이 되자 송현은 고개를 들어 10명의 무영살대 의 위치를 다시 한 번 살피며 자신의 계획을 점검했다. ‘내전에 다섯. 침실에 다섯.’ 송현은 일단 내전에 숨어있는 무영살대부터 잠재우기로 마음먹었 다. 손쉽게 죽여 버리면 간단하겠지만 그렇게 했다가는 일이 천파만 파 커질 수가 있기에 어쩔 수 없이 잠재우기로 마음먹었다. ‘지금부터 최대한 신속하게 움직여야한다.’ 지금도 들려오는 소선군주의 반항하는 소리가 송현의 마음을 다 급하게 만들었다. 송현은 마나를 최대한 감추는 것도 모자라 몸에 마나 은폐 마법 까지 걸었다. ‘블링크!’ 눈에 보이지 않는 송현은 다시 사라졌다. 원래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고 지금도 존재하지 않는 그런 모습 이었다. 처음 그대로...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사락 내전 지붕의 어느 구석. 무영살대 하나는 숨을 죽인채 정덕제가 있는 침실만을 향해 온 신경을 쏟고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서서히 그의 마음은 풀어졌다. ‘설마, 무슨 문제라도 있겠어? 그리고 밖에 있는 90명의 무영살대 역시 폼은 아니니까.’ 마음에 있는 긴장이 조금 풀어지자 그 뒤는 말할 것도 없었다. 그 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완전히 마음을 놓아버렸다. 그저 멍하니 시선만 정덕제가 있는 침실을 향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 뒤에 송현이 나타났다. 그의 움직임은 어느 살수보다 은밀했다. 완벽한 무(無)의 모습이 었다. 송현은 멍하니 있는 무영살대를 향해 슬쩍 손을 뻗어 슬립 마법 을 걸었다. 스륵 무영살대의 하나는 자연스럽게 잠이 들어 기둥에 몸을 기대며 잠 이 들었다.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하고 잠들어버린 것이었다. 무영살대의 일인이 잠드는 것을 보자마자 송현의 모습은 또다시 사라졌다. 그렇기는 채 10여초도 지나지 않아 세 명의 무영살대를 잠들게 했다. ‘이제는 마지막 하나.’ 마지막 하나 남은 무영살대마저 슬립마법을 잠재웠다. 그 순간. “꺄아아아악.” 침실에서 소선군주의 비명소리가 귀를 후벼 파듯 송현의 귀에 틀 어박혔다. ‘안 돼!’ 송현은 더 이상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방금 들려온 소선군 주의 비명소리는 최후의 발악이라는 것을 알았던 것이다. 송현의 머릿속에는 더 이상의 계획이 없었다. “텔레포트!” 그대로 소선군주가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침상 위에 정덕제와 소선군주의 모습이 보였다. 갈가리 찢어진 소선군주의 옷은 더 이상 옷이라 부를 수 없을 정 도였다. 전라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두 눈이 시뻘겋게 충혈 된 정덕제는 바들바들 떨고 있는 소선군 주를 보며 자신이 입고 있는 옷을 하나 둘 씩 벋고 있었다. 그 손놀림이 얼마나 빠르던지 그의 몸을 이내 알몸이 되었다. 송현은 더 이상 앞뒤 가리지 않고 정덕제에게 달려갔다. “슬립!” “허억!” 정덕제는 미약하나마 신음소리를 내며 쓰러지듯 잠들었다. 다급한 마음에 슬립마법을 쓰다보니 자연 슬립마법이 거칠게 발현되었기 때문이었다. 텅 정덕제의 몸은 그대로 침상 위로 나뒹굴렀다. “꺄아아아악.” 이성을 잃은 소선군주는 비명소리를 내질렀다. “군주마마.” 송현은 자신도 모르게 소선군주를 불렀다. “소, 송 장군님? 송 장군님! 송 장군님!” 소선군주는 송현의 목소리를 알아보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디에 계십니까? 송 장군님, 흑흑흑!” 소선군주는 절박한 모습으로 침상에서 내려와 서성이다가 그대로 주저앉았다. 그나마 몸의 치부를 가려주던 옷 조각마저 송현의 목소리에 서성 여서 떨어졌다. 실오라기 하나 없는 완벽한 나체가 되었다. 더 이상 그대로 나둘 수 없었다. 송현은 투명화 마법을 흩트리고 소선군주의 앞에 그 모습을 드러 냈다. “송 장군님, 흑흑흑!” 소선군주는 자신의 몸 상태도 깨닫지 못하고 송현에게 울며 안겼 다. 송현은 급히 자신의 겉옷을 벗어 소선군주에게 입혔다. 쉬이익 미약하지만 파음이 울렸다. ‘아차!’ 송현은 그제야 침실에 있는 무영살대 다섯을 생각해냈다. “실드!” 송현은 그대로 소선군주를 끌어안으며 소선군주를 보호했다. 따당 따다당 미세한 크기의 암기였다. 송현은 여전히 소선군주를 보호하며 고개를 들었다. 투시 마법을 시행하여 다섯 명의 무영살대의 위치를 찾았다. 그리고 어느 한 곳에서 송현의 시선이 멈추었다. ‘일단 하나부터...’ 송현은 침실 한 구석에 몸을 숨키고 있는 무영살대 하나를 찾아 냈다. 그리고 몸을 날리려했다. 그 순간 송현의 눈에는 당혹감이 비쳤다. 바로 자신의 옷자락을 꼭 잡고 있는 소선군주 때문이었다. 무서움에 두 눈을 꼭 감고 두 손을 뻗어 송현의 옷자락을 꽉 잡 고 있었다. 마치 이 손을 놓으면 죽게 된다라고 생각하는 듯 했다. 그런 송현의 상태를 놓칠 무영살대들이 아니었다. 쐐애애애액 다섯의 무영살대들은 일제히 송현을 향해 몸을 날렸다. 평소 훈련상태가 매우 좋았는지 다섯 자루의 검은 어느 한 곳, 같 은 곳을 노리지 않았다. 거기에 검이 찔러 들어가는 곳은 하나같이 죽음으로 이어지는 사 혈들이었다. ‘저들과 부딪히면 소선군주마마께서 위험해진다. 그렇다면!’ 송현은 자신의 머리 위에서 자신을 향해 검을 내지르는 무영살대 를 무시하고 마나를 방안으로 퍼트렸다. “인벌스 그래비티!” 역중력 마법이었다. 송현을 덮치던 무영살대들은 검으로 송현을 찌르기는커녕 다시 지붕 방향으로 날아올라갔다. 그들에게 역중력 마법이 집중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텔레키네시스!” 마냥 역중력으로 무영살대들을 지붕에 부짖히게 할 수 없어 염동 력 마법으로 허공에 고정시켰다. “크흑!” “커헉!” “큭!” “컥!” “흐윽!” 무영살대들은 저마다 짧은 비명소리를 냈다. 온 몸에서 느껴지는 압박감 때문이었다. 송현은 더욱 염동력을 높여 무영살대들의 몸을 압박했다. 서서히 그들의 눈동자가 풀리기 시작했다. ‘이때다.’ “슬립!” 무영살대들의 정신이 흐트러지는 순간 송현은 슬립마법으로 그들 을 잠재웠다. “휴우-!” 송현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송현은 자신을 놓지 않는 소선군주를 안아들고는 잠들어있는 정 덕제를 향해 걸어갔다. 정덕제의 머리위에 손을 올려다놓았다. “마나의 의지로 기억을 없애리라, 딜리트 메모리!” 정덕제는 전기에 감전이 된 듯 온 몸을 부르르 떨었다. 비록 잠들어있지만 그에게 강한 충격을 준 것 같았다. 송현은 나머지 무영살대들의 기억도 일일이 삭제했다. 모든게 마무리가 되자 송현은 자신의 품에 안겨있는 소선군주를 내려다보았다. 모든게 끝이 난 상황에도 불구하고 온 몸을 오들오들 떨며 송현 의 옷자락을 꽉 잡고 있었다. ‘이대로 왕부로 갈 수는 없겠지?’ 자신의 겉옷으로 간신히 몸을 가린 소선군주였다. ‘어쩔 수 없다. 집으로 가자!’ 송현은 양설린의 옷을 떠올렸다. 그녀의 옷이라면 소선군주에게도 맞을 것 같았다. “워프!” 내일이면 아마 자금성이 발칵 뒤집어 질 것이 분명했다. 그래도 송현 자신의 얼굴을 본 무영살대들의 기억을 모조리 지웠 기에 편하게 그 자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스팟 밝은 빛과 함께 송현과 소선군주는 송현의 집에 그 모습을 드러 냈다. “군주마마, 이제 안심해도 되옵니다.” 송현은 무서움에 떨고 잇는 소선군주를 달래며 침상에 내려다놓 았다. “설린을 보낼테니 옷을 입도록 하시옵소서.” 송현은 부드럽게 소선군주를 품 밖으로 밀어냈다. 소선군주는 두 눈을 꼭 감은채 송현의 옷자락을 잡고 놓치를 않 았다. “군주마마.” 송현이 아무리 얼레고 달래도 소용없었다. 그럴수록 소선군주는 더욱 머리를 좌우로 흔들며 떨어지지 않기 위해 더욱 몸부림쳤다. 스르륵 그 몸부림에 겨우 걸쳐놓은 송현의 옷자락이 벗겨졌다. 다시 전라의 모습이 된 것도 모르는지 소선군주는 더욱 송현에게 붙었다. ‘헉!’ 송현은 다시 전라가 된 소선군주를 보자 화들짝 놀랐다. 시선을 어디에도 두어야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거기에 더욱 자신에게 붙자 남감해졌다. 앞뒤 가릴 것도 없이 송현은 소선군주를 힘으로 밀어 떨어트리려 했다. 찌지직 송현의 힘에 소선군주는 뒤로 밀려나 침상으로 넘어졌지만 끝끝 내 송현의 옷자락은 놓지 않았다. 소선군주의 무게에 송현도 중심을 잃고 함께 넘어졌다. 침상에 전라의 모습으로 쓰러져있는 소선군주. 그리고 그 위에 엎어진 송현. 거기에 송현의 옷차림은 소선군주에 게 겉옷을 입혀줬던 관계로 관복 안에 입는 얇은 옷뿐이었다. 한 마디로 속옷만 입고 있었던 것이다. 참으로 기묘한 모습이었다. 그 순간. 끼이이이익 방문이 열렸다. 그리고 그 곳에 양설린이 서있었다. 굳은 석상이 된 채로. 마법사 무림에 가다 [283 회] ************************************************************************************* 타이핑 者 : [KOR]TheYtsejaM (당나귀 호환 P2P 프루나) 프루나에서 제가 타이핑한 소설들과 그 외 제가 모은 소설들을 공유했습니다. 검색어 : [KOR]TheYtsejaM 또는 TheYtsejaM 로 검색하시면 제가 공유한 파일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소유자가 1이라도 관계없습니다. 저는 항상 접속해 있으니까요. 제가 접속해 있지 않을 때는(파일이 안 받아지고 있을 때는) 제가 집에 없거나 파일 받기 대기 중일 겁니다. 기다리시면 하루 안에 반드시 받으실 수 있으실 겁니다. 무협도 엄청나게 많이(약 1기가 정도) 텍스트파일로 가지고 있는데 너무 파일이 많아서 그거 다 편집하려니 짜증나서 일단은 판타지만 공유중입니다. 무협도 필요하시면 프루나에서 메시지 전송 기능으로 쪽지 보내십시오. ************************************************************************************* 사랑의 균형이 기울다 해가 자금성 넘어 보이는 산등성이로 기웃기웃 넘어가고 그 반대 편에 하얀 달이 그 머리를 내밀고 있었다. 달빛은 차가운 얼음 알갱이를 보는 듯 차가웠다. 오늘 따라 유달리 차가운 기운을 뽐냈다. 그 차가운 달빛이 유달리 한 집을 비추고 있었다. 거기에 차가운 얼음덩어리이자 달을 얼굴에 담고 있는 여인이 있 었다. 양설린. ‘믿을 수 없어.’ 그녀의 머릿속은 온통 새하얀 백지장과도 같았다. 그 하얀 백지장 위에 검은 점 한 방울이 찍혔다. 점은 선이 되고 선은 어떤 형태를 만들었다. 그리고 서서히 입체감이 도드라졌다. 그 입체는 송현과 소선군주였다. 멍한 눈에는 초점이 없었다. “가, 가가...” “서, 설린...” 송현은 양설린을 보자 두 눈이 저렇게 커질 수 있나 실험이라도 하는 듯 부릅떴다. “으음...” 자신의 아래 침상에서 야릇한 소리를 들리자 놀란 얼굴은 서서히 흙이라도 바른 냥 거무칙칙하게 변해갔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고개가 아래로 내려갔다. 비록 양설린의 얼굴 은 보지 못했지만 그녀의 얼굴도 자신의 시선에 따라 움직였음을 알았다. 침상 위의 벌거벗은 소선군주. 실오라기 하나 없는 태초의 모습이었다. “꺄아아악!” 그때까지 정신이 나간, 얼빠져있던 소선군주는 양설린의 시선을 보지는 못해도 본능적으로 느꼈는지 고개를 돌려 눈을 마주보았다. 그리고 양설린과 눈이 마주치자 흐리멍텅한 두 눈은 언제 그랬냐 는 듯 아주 빠른 속도로 재 맑은 눈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자신의 위에 서있는 송현의 속옷 차림을 보고는 있는 힘 을 다해 소리를 질렀다. 그녀의 순수한 얼굴로 볼 때 자신은 지금까지의 기억은 전혀 없 는 듯한 모습이었다. 즉, 지금까지의 모든 경위는 순수하게 송현 에게 있다는 것이었다. 우당탕탕탕 소선군주는 자신의 주위에 널린 이불을 재빨리 당겨 온 몸을 가 렸다. 그리고 두려움과 원망 그리고 미묘한 눈으로 송현을 올려다 보더니 이내 양설린을 향해 돌아보았다. 그리고 사정없이 그녀의 눈은 요동쳤다. “끄르륵.” 쿵 그리고 일말의 그 어떤 말도 없이 그대로 실신해버렸다. 그 모습에 양설린은 사건의 전말을 모두 알 수 있었다. 물론 자신 만의 추리였고 결론이었다. 그녀의 눈빛은 차가움을 벗어나 표독스럽게 바뀌었다. 그러한 표 독스러운 눈에 희미하지만 물기도 살짝 보였다. “설린!” “그 더러운 입으로 감히 나를 부르다니.” 양설린의 입에서는 냉기가 뚝뚝 떨어졌다. “오해요.” “흥, 오해?” 양설린의 몸에서는 살기마저 은근히 묻어나왔다. “내 말을 끝까지 들어보시오.” “그 어떤 변명이 필요하죠?” 송현은 서서히 다급해지기 시작했다. 날이 밝기 전 소선군주에 대 한 일을 처리해야했다. 자신이야 상관이 없지만 그녀가 황실에서 빠져나갔다는 것을 증 명할 그 어떤 조치를 만들어야했다. 그래야만 무사히 이 일을 넘길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급하오. 우선 내말을 들어주시오. 이대로 당신과 시간을 허 비한다면 소선군주마마께서 위험해지시오.” 송현의 얼굴에는 초조함마저 비쳤다. 그런 표정은 양설린에게는 보이지 않았다. “그래, 위험해지시겠지.” 비아냥조로 송현의 말을 되받아쳤다. “설린!” 송현은 양설린에게 버럭 큰 소리로 그녀를 꾸짖었다. 처음이었다. 송현이 양설린에게 이렇게 소리를 지르며 꾸짖은 것은 처음이었 다. 그래서일까... 양설린은 송현의 목소리에 움찔했다. “내 말을 들어보라고 했지 않았소?” “뭘... 뭘. 뭘! 들으란 말이죠? 이미 내 눈앞에 모든 것이 있는데.” 양설린은 그런 송현의 반응에 무서운지 놀랐는지 온 몸을 바르르 떨며 발악하듯 소리를 질렀다. “설린!” 다시 한 번 송현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송현의 얼굴은 조각상 마냥 굳어졌다. 뚝 뚝 뚝 양설린은 혼란스러웠다. 한 번이라도 송현은 자신에게 이런 표정을 보여주지 않았다. 자신 의 모든 것을 받아주던 그였다. 그를 사랑하기에 무릎을 꿇고 빌면 한 번쯤 용서해줄 마음도 있 었다. 삼처사첩이 그리 흔하지 않은 일도 아니었기에. 그러나... ‘이게, 이게 아닌데...’ 그러면서도 양설린은 오기가 생겼다. “미안하오, 내가 격했던 모양이오. 일단 조금 쉬시구려. 이야기는 그 후에 합시다. 내 지금 소선군주의 일로...” “소선군주! 소선군주! 소선군주! 그녀가 그리 중요한가요? 나보다 더? 그리고 지금보다 더?” 양설린은 더욱 발악을 하듯 소리를 질렀다. “갈!” 송현은 얼굴이 굳어지다 못해 차가워진 얼굴로 양설린을 쳐다보 았다. “흑흑흑!” 양설린은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그리고는 이내 몸을 돌 려 밖으로 뛰쳐나갔다. 끼이이익 급기야 대문마저 열리는 소리가 송현의 귓가에 들렸다. “텔레포트!” 송현은 그 즉시 대문 밖으로 순간 이동했다. 그가 나타난 곳은 바 로 양설린 앞이었다. 송현은 뛰쳐나가는 양설린의 팔을 억세게 잡았다. “왜 이렇게 경망한 것이오?” 양설린은 아무런 대답 없이 그저 눈물이 맺힌 두 눈으로 송현을 올려다보았다. “내 소선군주의 일을 처리하고 이야기 합시다. 그 동안 머리를 식 히고 있으시오.” 툭 양설린은 팔을 휘둘러 송현의 손에서 벗어났다. 원망이 담긴 눈으로 송현을 보았다. 그리고 발을 뗐다. “설린!” 송현의 얼굴에서는 화가 치밀어 올랐음을 누구나 알 정도로 굳어 져있었다. 색마저 붉게 물들어있었다. 양설린은 그런 송현을 애써 무시했다. 그저 한 번만, 한 번만 잘 못했다고 빌면 봐주리라 생각을 하고 또 생각했다. ‘제발... 제발...’ 어떻게 된 것이든 송현이 빌어주기를 바랬다. “이대로 가면 나와는 끝이오. 알아서 하시오. 내 소선군주 일로 잠시 갔다 오겠소. 날 밝기 전에는 돌아올 것이오. 집에서 쉬고 있으리라 믿겠소. 다시 한 번 말하겠는데 이대로 가면 내 용서를 하 지 않을 것이오.” 양설린은 송현의 말에 절벽에서 떨어지는 듯 아득함을 느꼈다. 온 몸이 돌덜이 마냥 굳었다. 입술이 꽉 깨물어졌다. 피가 시리도록 깨물었다. 툭 툭 툭 한 걸음, 한 걸음. 그리고 한 걸음 양설린은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어디론가 뛰쳐나갔다. ************************************************************************************* 타이핑 者 : [KOR]TheYtsejaM (당나귀 호환 P2P 프루나) 프루나에서 제가 타이핑한 소설들과 그 외 제가 모은 소설들을 공유했습니다. 검색어 : [KOR]TheYtsejaM 또는 TheYtsejaM 로 검색하시면 제가 공유한 파일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소유자가 1이라도 관계없습니다. 저는 항상 접속해 있으니까요. 제가 접속해 있지 않을 때는(파일이 안 받아지고 있을 때는) 제가 집에 없거나 파일 받기 대기 중일 겁니다. 기다리시면 하루 안에 반드시 받으실 수 있으실 겁니다. 무협도 엄청나게 많이(약 1기가 정도) 텍스트파일로 가지고 있는데 너무 파일이 많아서 그거 다 편집하려니 짜증나서 일단은 판타지만 공유중입니다. 무협도 필요하시면 프루나에서 메시지 전송 기능으로 쪽지 보내십시오. ************************************************************************************* 마법사 무림에 가다 [285 회] 스륵 어두운 밤하늘 아래 하얀 별빛과도 같은 희미한 빛과 함께 송현 이 나타났다. 그가 나타난 곳은 이문량의 자그만 장원 안이었다. 잠든 소선군주에게서 최음제의 기운을 치료 마법으로 없앤 후 곧 장 이곳으로 이동해온 것이었다. 송현은 얼굴에는 서두르는 기색이 완연했다. 이문량의 방에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끼이이익 “어르신.” 송현은 실례가 되는 줄 알면서도 마음이 급해 아무런 기척도 하 지 않고 안으로 들어갔다. 방 안에는 이문량 이외에도 왕수인이 자리하고 있었다. ‘다행이다.’ 안 그래도 왕수인과도 이야기를 했어야 했던 송현은 왕수인이 지 금 이 자리에 있는 것을 너무나도 다행스럽게 생각했다. 둘은 갑자기 방안으로 들어온 송현을 보며 깜짝 놀라는 눈치였다. 이내 둘은 침착한 표정을 지었다. 송현의 얼굴에 다급함이 눈에 보이도록 표시가 났었던 것이다. “무슨 일이냐?” 이문량은 들어오는 송현에게 안부 인사를 건네 띄고 바로 본론부 터 말했다. “다급한 일이 발생했습니다.” “다급한 일?” 이문량은 놀라며 송현에게 반문했다. 비록 입밖으로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왕수인이었지만 그의 표정에도 놀라움이 묻어났다. 송현은 다짜고짜 이문량과 왕수인이 앉아있는 탁자 맞은 편에 앉 았다. “소선군주마마에 관련된 일이옵니다.” 송현은 최대한 간략하고도 필요한 단어만 선택하여 오늘 저녁에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음...” 이문량과 왕수인의 얼굴은 송현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굳어져갔 다. 송현의 말이 끝나고도 둘은 한동안 아무 말을 할 수 없었던 것이 다. 어찌보면 송현의 행동은 반역에 가까운 행동이라 볼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그의 잘못을 논하기에는 너무나도 상황이 애매했다. “그래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냐?” “이미 상황은 벌여졌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황제폐하와 내전 안에 있던 동창 소속의 무영살대들은 기억이 없습니다. 제가 기억을 지웠습니다.” “…….” “…….” “문제는 약란공주마마입니다. 제 추측으로는 소선군주마마께 최음 제를 먹인 이는 약란공주마마일 것입니다. 소선군주마마께서 황제 폐하를 뵙기 전에 만난 이는 저와 약란공주마마가 유일하옵니다. 무 슨 이유로 소선군주마마께 최음제를 먹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자신 이 벌인 일의 결말에 신경을 쓰리라는 것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 는 일이옵니다. 그래서....” 송현의 말에 이문량과 왕수인은 더욱 송현의 말에 집중했다. “약란공주마마께서 건천궁에서 나왔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르신과 왕 장군님께 부탁드릴 일이 있 습니다.” 이문량과 왕수인의 얼굴에 긴장감이 맴돌았다. 송현이 어떤 부탁 을 해올지 몰랐기 때문이다. “일단 왕수인 장군님께서는 지금 성문을 지키는 병사들 중에 믿 을 자를 선별해서 유시(17~19시) 쯤에 소선군주마마께서 자금성을 나서는 것을 본 것으로 해주시면 됩니다.” “이보게, 송 장군. 과연 몇몇의 증언으로 가능한가?” “가능합니다. 어차피 무영살대는 그림자이기에 그들의 의견은 밖 으로 나올 수 없습니다. 그리고 보지 못한 병사들에게는 근무 소 홀로 호통을 치면 반드시 보았다고 말을 할 것입니다.” “음...” 왕수인의 송현의 계획을 듣고 잠시 생각에 빠졌다. 가능성을 머릿 속으로 타진하는 듯 했다. “어르신께서는 자금성을 나서는 소선군주마마를 우연히 만나 북 경에 있는 왕부로 모셔다 드렸다고 하면 됩니다.” “알겠다. 내 그렇게 하도록 하지.” “그럼 지금 바로 움직이도록 하겠습니다.” 송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왕수인과 이문량은 영문도 모른 채 송현을 따라 자신들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워프!” 아무런 설명도 없이 그 자리에서 이문량과 왕수인을 데리고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 타이핑 者 : [KOR]TheYtsejaM (당나귀 호환 P2P 프루나) 프루나에서 제가 타이핑한 소설들과 그 외 제가 모은 소설들을 공유했습니다. 검색어 : [KOR]TheYtsej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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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선군주가 잠들어있었다. 이제 최음제의 약효가 다 살아졌는지 제법 편하게 잠들어있었다. “웨이크 업!” 송현은 잠들어있는 소선군주를 깨웠다. “으음...” 소선군주는 몸을 살짝 뒤척이더니 송현과 이문량의 기척 소리에 두 눈을 떴다. 몽롱한 듯 침상에서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소선군주가 익숙한 방 안 풍경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데 긴 시간도 필요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의 머릿속에는 생각하기도 싫은 영상들이 맴돌았다. “꺄아아악.” “군주마마.” 송현은 두려운 눈빛으로 자신의 옷깃을 매 잡으며 비명을 지르는 소선군주의 어깨를 제법 강하게 부여잡으며 강한 어조로 그녀를 불렀다. 송현의 목소리가 그녀의 시선을 이끌었다. “소, 송... 장군님.” “정신을 차리옵소서. 그리고 소신의 말에 귀를 기울여주시기 바랍 니다.” 송현은 소선군주를 앞뒤로 뒤흔들었다. 송현이 이 행동들이 효과가 있었는지 소선군주는 송현의 말에 집 중하기 시작했다. 송현은 지금까지 있었던 일과 앞으로 어떻게 해 야할 지를 소선군주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혹시나 모를 일을 생각해 약란공주에 대한 부분은 소선군주에게 말하지 않았다. 누군가의 계략에 의해 황제폐하와 소선군주가 휘 말렸을 뿐이라 어느 정도 거짓도 곁들었다. 굳이 있는 사실을 알려줘 그녀의 마음에 상처를 주기 싫었던 것 이다. 송현의 모든 말이 끝나자 소선군주는 보일 듯 말 듯 고개를 끄덕 였다. 그 모습에 송현은 고개를 돌려 이문량을 보았다. 그때까지 아무 말 없이 그저 지켜만 보던 이문량 역시 송현을 보 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송현은 살짝 소선군주의 머리위에 손을 얹었다. “군주마마, 마마의 왕부를 머릿속으로 떠올려주시옵소서.” 이에스피(ESP)마법으로 그녀의 기억을 되짚었다. 그녀의 기억에 따라 송현의 머릿속에 북경에 위치한 안화왕부의 내부구조가 자리 잡았다. “어르신, 준비가 끝이 났습니다.” “알았네.” 이문량은 송현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알아차렸다. 시간이 없어 자 세한 것은 물어보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이동방법으로 움 직일 것이라는 것이라 짐작했다. 이문량은 송현과 소선군주 곁으로 다가갔다. “워프!” 마치 환영마법등으로 주위의 환경을 바꾸는 것처럼 셋의 주변 경 관은 자연스럽게 바뀌었다. 여인의 방안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아담하고 예쁘게 꾸 며져 있었다. “어머!” 소선군주는 송현의 집에 있었던 것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눈 한 번 깜빡이자 자신의 방안에 서있자 자신도 모르게 입을 막으며 놀라워했다. “밖에 아무도 없느냐?” 송현은 놀라 어쩔 줄 몰라 하면서도 신기해하는 소선군주를 뒤로 하고 왕부의 누군가를 불렀다. 끼이이익 방문이 열리고 시녀 하나가 얼굴만 배꼼이 내밀었다. 시녀의 얼굴 에는 두려움이 묻어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돌아오지도 않은 소선군주의 방에서 웬 낮선 사 내의 목소리가 들려오니 당연한 것이었다. ************************************************************************************* 타이핑 者 : [KOR]TheYtsejaM (당나귀 호환 P2P 프루나) 프루나에서 제가 타이핑한 소설들과 그 외 제가 모은 소설들을 공유했습니다. 검색어 : [KOR]TheYtsejaM 또는 TheYtsejaM 로 검색하시면 제가 공유한 파일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소유자가 1이라도 관계없습니다. 저는 항상 접속해 있으니까요. 제가 접속해 있지 않을 때는(파일이 안 받아지고 있을 때는) 제가 집에 없거나 파일 받기 대기 중일 겁니다. 기다리시면 하루 안에 반드시 받으실 수 있으실 겁니다. 무협도 엄청나게 많이(약 1기가 정도) 텍스트파일로 가지고 있는데 너무 파일이 많아서 그거 다 편집하려니 짜증나서 일단은 판타지만 공유중입니다. 무협도 필요하시면 프루나에서 메시지 전송 기능으로 쪽지 보내십시오. ************************************************************************************* 마법사 무림에 가다 [287 회] “누구...세요?” 시녀는 방 한구석에 있는 소선군주를 보지 못한 듯 했다. “들어오너라.” 송현은 시녀를 방 안으로 불렀다. 잠시를 망설이던 시녀는 큰마음을 먹었는지 어깨에 한껏 힘을 주 고 안으로 들어섰다. “어?” 시녀는 방안으로 들어서고 나서야 소선군주를 봤다. 이내 놀란 입 을 황급히 손으로 가렸다. 지금의 행동이 예에 어긋난 다는 것을 안지는 별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마마!” 시녀는 경망스러운 행동도 자각하지 못하고 소선군주를 향해 뛰 다시피 다가갔다. 오늘 외출할 때 입었던 옷이 아닌 다른 옷을 입혀져 있는 소선군 주를 보았다. “옷이...” “우선 너는 이 곳에 살림을 담당하는 집사를 모시고 오너라.” 소선군주가 옷에 대해 무엇을 이야기를 꺼내려고 할 차 송현이 먼저 입을 열었다. 시녀는 송현의 명에 따라야할지 말아야할지 고민하는 모습이 역 력했다. 아무래도 소선군주와 함께 방안에 있는 것을 보아서는 그의 명을 따라야할 것 같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소선군주에게서 아무 런 말도 듣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시녀는 소선군주와 송현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어서 빨리 갔다 오지 못할까?” 송현의 호통에 시녀는 움찔거리면서도 소선군주의 눈치를 살폈다. “우선 모시고 오너라.” 소선군주는 안절부절하지 못하는 시녀를 향해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를 안정시켰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시녀는 후다닥 밖으로 나갔다. “허허허, 현이 너에게도 이런 모습이 있는 줄 몰랐구나.” 조용히 서있던 이문량이 너털한 웃음소리를 터트리며 송현이 앉 아있는 탁자로 다가왔다. “상황이 상황이다보니... 죄송합니다.” “죄송은. 너에게도 이런 모습이 있었다는게 신기할 따름이니라.” “앞으로 자주 보게 될 것입니다.” 그들의 대화를 소선군주는 조용히 지켜보기만 했다. 미소를 머금 은 듯 은은한 얼굴이었다. 자세히 보니 그들의 대화를 조용히 지켜보는 것인지 아니면 송현 을 쳐다보는지 잘 모를 정도이기는 했지만. “곽 집사입니다.” 소선군주의 방 밖에서 중저음의 중년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들어오세요.” 소선군주는 굳이 누구인지 밝히지도 않아도 목소리만으로도 누구 인지 아는 것 같았다. 끼이이익 조용한 분위기를 깨트리고 경첩소리 특유의 마찰음이 울렸다. 그 뒤로 부드러운 인상 속에 날카로움이 숨겨져 있는 중년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외모로만 따진다면 확연히 왕부를 이끌어 갈 집사의 모습이었다. 이내 그의 내면에서도 집사의 기질을 곧 볼 수 있었다. 방 안에 소선군주 이외에 송현과 이문량을 본 곽 집사의 얼굴에 는 별다른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저 무덤덤하게 그들을 보고는 이내 모든 관심을 소선군주에게로만 집중시키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의 얼굴에는 소선군주를 믿고 있음이 여실히 들어났다. 자신이 해야만 하는 일에만 충실히 하는 모습이었다. “제가 집사님을 뵙고자 했소이다.” 송현이 곽집사를 불렀다. 곽집사는 소선군주의 얼굴을 살피고 나 서야 고개를 돌려 송현을 보았다. 송현은 손짓으로 곽집사를 부르는 동시에 벌줌이 서있는 시녀를 향해 입을 열었다. “너는 가서 소선군주마마를 보필해 드려라. 지금 불편한 점이 많 으실 것이다.” 송현은 소선군주의 옷을 가리켰다. 시녀는 송현의 뜻을 알아차린 듯했다. “아, 알겠습니다.” 아직까지 송현이 두려운지 말을 살짝 더듬었다. 시녀와 소선군주가 함께 사라지자 송현은 자세를 틀어 곽집사를 향해 앉았? “일단 앉으시오.” 곽집사는 한동안 송현을 내려다보더니 자리에 앉았다. “무슨 일이신지요?” “지금부터 제가 하는 이야기를 잘 들으시오.” 송현의 진지한 말에 곽집사는 잘 표 나지는 않았지만 눈빛이 살 짝 변했다. “우선 이 쪽은 명 황실 전장군으로 계신 이문량 영감님이시고, 저 는 송현이라고 하오.” “안화왕부의 집사를 맡고 있는 곽신일이라고 합니다.” 곽신일은 예의에 어긋남 없이 그렇다고 자신을 드러내지도 않으 면서도 담담하게 자신을 소개했다. 서로의 소개가 끝이 나고 잠시의 침묵이 흘렀다. 이야기가 오고가지는 않았지만 시선은 송현에게로 모아졌다. 시작 하라는 뜻이었다. “곽집사라고 하셨소?” “그렇습니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이야기는 절대로 세어나가면 안되는 것이 오.” 곽신일는 생각보다 큰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는 것을 예감했는지 입술이 한 일자처럼 꽉 다물어졌다. “오늘 소선군주마마께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소.” 송현의 말에 곽신일의 눈빛이 다시 한 번 변했다. 그리고 믿음직 스러운 모습이었다. ‘믿을 수 있는 자다.’ 송현이 느낀 곽신일의 모습이었다. 조금 마음이 편해진 송현은 오늘 있었던 일을 곽신일에게 이야기 했다. 어쩌면 반역죄가 될 수도 있을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곽신 일은 기타 그 어떤 표정의 변화도 없이 송현의 말을 새겨들었다. “제가 해야 할 일이 무엇입니까?” 송현의 말을 다 들은 곽신일이 내뱉은 유일한 한마디였다.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지도 않았다. 그저 자신의 본분인 안화왕부의 집사로서 소선군주만을 위한 일 이 무엇인지만 되물었던 것이다. “여기 보이는 이 영감님을 모시고 온 이유가 집사께서 해야할 일 과 연관이 있는 것이오.” 곽신일은 고개를 돌려 이문량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다시 송현에 게로 고개를 되돌렸다. 그게 끝이었다. 다시 송현에게 집중했다. ************************************************************************************* 타이핑 者 : [KOR]TheYtsejaM (당나귀 호환 P2P 프루나) 프루나에서 제가 타이핑한 소설들과 그 외 제가 모은 소설들을 공유했습니다. 검색어 : [KOR]TheYtsejaM 또는 TheYtsejaM 로 검색하시면 제가 공유한 파일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소유자가 1이라도 관계없습니다. 저는 항상 접속해 있으니까요. 제가 접속해 있지 않을 때는(파일이 안 받아지고 있을 때는) 제가 집에 없거나 파일 받기 대기 중일 겁니다. 기다리시면 하루 안에 반드시 받으실 수 있으실 겁니다. 무협도 엄청나게 많이(약 1기가 정도) 텍스트파일로 가지고 있는데 너무 파일이 많아서 그거 다 편집하려니 짜증나서 일단은 판타지만 공유중입니다. 무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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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게 된 송현과 이문량은 의자에 몸을 살 짝 기대며 편하게 쉬었다. 비록 어려운 일은 없었지만 무거웠던 마음으로 심신이 자신들도 모르게 지쳐있었던 것이다. 잠시의 침묵이 흐르는 사이 시녀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향긋한 차 세 잔을 가지고 왔다. 막 한 모금을 마신 송현은 문득 시간이 무척 흘렀다는 것을 느꼈 다. 대략 술시를 지나고 있었다. 모든 일이 끝이 나자 양설린도 마음에 걸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드르르륵 송현은 양설린이 마음에 걸렸는지 조금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는 바람에 의자가 조금은 거칠게 뒤로 밀려났다. “밤도 깊었으니 이만 물러갈까하옵니다.” 송현은 소선군주에게 공손히 자신의 뜻을 알리고는 이문량을 쳐 다보았다. 자리에서 일어나려다가 다시 의자에 도로 앉았다. “현아, 먼저 가거라. 나는 따로 움직이겠다.” “무슨 말이온지...” 송현은 느닷없이 이문량이 홀로 움직인다고 이야기를 하니 의문 이 들었다. “나는 조금 있다가 홀로 갈 것이다. 가면서 남들의 이목에 도장을 짝을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 왕부에 들린 내가 들어가는 것도 나 가는 것도 어느 누구하나 보지 못했다면 오히려 이상할 것이 분 명하다.” 이문량의 말에 송현의 표정은 밝아졌다. “그렇군요. 그럼 어르신, 부탁드립니다.” 송현은 이문량에게 포권을 지어보이고 다시 소선군주에게 예를 다하려는 순간. 조용한 왕부가 갑자기 시끌시끌한 소리가 들렸다. “응?” 송현은 고개를 돌려 방문을 쳐다보았다. 그런 반응은 이문량과 소 선군주도 마찬가지였다. 이상한 일이었다. 이 시간에, 더욱 왕부에서 이런 소란이 일어날 일이 없었던 것이 다. 송현은 소란의 원인을 알기 위해 광법위듣기 마법을 실현시 켰다. “클레어어디언스!” 밖의 소란을 주위 깊게 듣는 송현의 얼굴은 서서히 굳어졌다. “동창입니다.” “동창?” 이문량이 놀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무래도 황제폐하의 신상이 벌써 유근의 귀에 들어간 모양입니 다.” “그렇겠군. 그렇지 않고서야 동창이 움직일 리 없지.” 동창의 수장은 유근이 아니었지만 실재로 유근이 그 수장을 막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그럼 일단 저는 몸을 숨기겠습니다. 상황이 돌아가는 것을 볼 필 요도 있으니 말입니다.” “알았네.” 송현은 그 즉시, 투명화 마법을 이용해 몸을 숨겼다. 쾅쾅쾅쾅쾅! 안화왕부로 통하는 대문이 억센 소리를 내질렀다. “황명을 받들라!” 안화왕부를 둘러싼 이들은 검붉은 복장을 한 동창의 천명승대(天 命承隊) 대원들이었다. 황제를 지키는 동창의 무영살대와 또 다른 쌍벽을 이루는 자들이 었다. 황제의 명을 곧 하늘의 명이라 여기고 받든다하여 천명승대라 불리는 이들이었다. 현재 동창의 실질적은 동창제독(東廠提督)은 전녕이라는 자로 유 근의 수족이나 다름없는 환관이었다. 전녕을 뒤로 천명승대를 이끄는 장형천호(掌刑千戶) 무달이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 끼기기기긱 육중한 대문이 그 무게를 보여주듯 천천히 열렸다. 대문을 뒤로 안화왕부의 병사들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모두 손에 창을 든 것이 동창의 천명승대를 어느 정도 막아서는 모습이었다. “무슨 연유로 이 야심한 밤에 왕부를 찾아오셨소?” “황명이다. 지금부터 안화왕부를 수색한다.” 전녕은 환관 특유의 얇은 목소리로 나름대로 호통 치듯 소리쳤다. “물러나거라.” 안화왕부의 병사들 뒤에서 전녕의 목소리와는 여실히 대조되는 저음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목소리에 병사들은 파도가 갈라지듯 중간에 길을 만들었다. 그 길을 따라 이 곳의 집사로 있는 곽신일과 예전 안화왕을 수행하던 노 장군이 앞으로 나섰다. “왕부의 살림을 책임지고 있는 곽신일이라고 합니다.” “황명이다. 안화왕부를 지금부터 수색할 것이니 길을 열어라.” 전녕이 앞으로 나서서 곽신일을 아래로 흘겨보며 호통 쳤다. “칙서를 보여주십시오. 아무리 황명이라 할지라도 왕부를 무단으 로 수색할 수는 없는 것으로 압니다.” 곽신일은 침착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 이...” 곽신일의 말에 전녕은 얼굴이 시뻘게졌다. 온 몸 또한 부들부들 떨었다. “황명이라는데 무슨 잔말이 많은가?” “칙서가 없다면 그 명이 황명의 명인지 아니면 누구의 명인지 어 떻게 알겠사옵니까?” 곽신일의 말투에 가시가 숨어있었다. 스르릉 “네 놈이 기어코 피를 보고 싶은 모양이구나.” 전녕의 뒤에 서있는 무달이 검을 내뽑으며 곽신일을 향해 들어밀 었다. 스르릉 척 척 척 “보아하니 동창의 천명승대의 장형천호장군 같소이만 이 곳도 왕 부요. 너무 무례한 것이 아니오?” 노 장군이 곽신일의 앞으로 나서 무달의 검을 마주 댔다. 무달은 깊은 노 장군의 무게를 느꼈다. “누군가?” “안화왕부의 부장군(副將軍)으로 있는 서건이라 하오.” 무달은 슬쩍 검을 내렸다. ‘한낮 왕부에 이런 인물이 있었다니.’ 무달은 서전을 보며 내심 마음을 가라앉혔다. 무달 그 자신이 아 무리 실세에 빌붙어 산다고는 하지만 무장으로서 스스로의 본분을 완전히 잊고 사는 자는 아니었다. ************************************************************************************* 타이핑 者 : [KOR]TheYtsejaM (당나귀 호환 P2P 프루나) 프루나에서 제가 타이핑한 소설들과 그 외 제가 모은 소설들을 공유했습니다. 검색어 : [KOR]TheYtsejaM 또는 TheYtsejaM 로 검색하시면 제가 공유한 파일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소유자가 1이라도 관계없습니다. 저는 항상 접속해 있으니까요. 제가 접속해 있지 않을 때는(파일이 안 받아지고 있을 때는) 제가 집에 없거나 파일 받기 대기 중일 겁니다. 기다리시면 하루 안에 반드시 받으실 수 있으실 겁니다. 무협도 엄청나게 많이(약 1기가 정도) 텍스트파일로 가지고 있는데 너무 파일이 많아서 그거 다 편집하려니 짜증나서 일단은 판타지만 공유중입니다. 무협도 필요하시면 프루나에서 메시지 전송 기능으로 쪽지 보내십시오. ************************************************************************************* 마법사 무림에 가다 [289 회] 무달은 고개들 슬며시 돌려 전녕을 돌아보았다. 고개를 보일 듯 말 듯 좌우로 저었다. 무력으로 들어갈 수 없다는 뜻을 보인 것이었다. 전녕은 못 본 것인지 아니면 보고도 못 본척한 것인지 강압적인 자세를 취하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앞으로 나서 막아선 서건을 더욱 몰아세웠다. “네 이, 이 놈! 감히 누구를 막아서는 것이냐?” 목대에 핏발을 세우는 동시에 손가락을 들어 삿대질까지 했다. 그런 모습에 서건과 곽신일은 조금이라도 눈매가 달라질 법도 하 건만 그 둘은 여전히 침착한 모습을 보였다. “이 곳 왕부도 엄연한 황실의 일부분입니다.” “무엇이라?” 흥분하는 전녕을 무달은 슬며시 말렸다. 그런 무달을 보며 더욱 얼굴을 붉히는 전녕이었다. 무달은 고개를 전녕이 확실히 볼 수 있도록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무력으로 통할 자들이 아닙니다.” “하지만... 유 대감님의 명이 있는데...” 둘은 일단 뒤로 물러나며 서로의 의견을 속삭이듯 주고받았다. “저들의 움직임으로 보아 무조건 밀어붙이기는 힘이 들 것 같습 니다.” “그럼 어떻게 하는게 좋겠느냐?” “일단 안으로 먼저 들어가는 것이 우선일 듯 합니다. 그 후 꼬투 리가 잡히면 그때는 별말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렇군. 알았다.” 전녕은 다시 앞으로 나섰다. “황제폐하의 신변으로 그러는 것이니 잠시 왕부를 돌아봤으면 한 다.” 전녕은 한층 말을 부드럽게 건넸다. “알았습니다. 대신!” 곽신일 역시 부드럽게 대처했지만 그의 말에는 힘이 실려있었다. 꼭 강한 어조로 말해서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은 아니었다. 잔잔한 목소리에 그의 의지가 담겨져있었기 때문이었다. “모든 병사들이 왕부를 돌아다니는 것은 불가하오니, 몇몇 소수의 병력만으로 움직여주었으면 합니다.” 꿈틀 그 순간 전녕의 얼굴은 굳어질 대로 굳어졌다. 얼굴에 경련이 일 어나는 것으로 보아 큰 소란을 피우기 일보 직전이었다. 무달은 전녕의 옷자락을 살짝 당겼다. 그의 적절한 행동 때문에 전녕은 다시 얼굴에 가식적인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아, 알았다.” 전녕은 그렇게 말을 하면서도 내심 속으로는 이를 빡빡 갈았다. ‘내 이 놈. 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꼬투리를 잡고야 말겠다.’ 그 순간. “무슨 일인가?” 그들이 모여있는 곳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곳에서 장년인의 목소 리가 들려왔다. 장년인의 목소리라는 것은 누구라도 알 수 있었지만 힘과 패기가 들어있는 목소리였다. 모두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돌아갔다. 그 곳에는 한 장년인과 함께 여인 둘이 자리하고 있었다. “누구... 응?” 전녕은 그들을 보고 의외라는 눈빛을 가졌다. 거기에 반해 곽신일과 서건은 몸을 돌려 그들을 반겼다. “벌써 가시렵니까?” “허허허, 가야지. 시간도 늦었고 말이야.” 너털한 웃음소리의 주인공은 이문량이었다. 그 뒤로 보인 두 명의 여인은 소선군주와 그녀의 시녀였다. “그런데 무슨 일인가?” 이문량은 아무것도 모르는 듯 곽신일에게 지금의 상황에 대해 물 었다. 실재로 아무 것도 모르는 표정이었다. “전 영감이 아니오?” 전녕은 이문량의 등장에 놀란 듯 했다. “여긴 무슨 연유로 천명승대를 이끌고 온 것이오?” 이문량은 천연덕스럽게 전녕에게 물었다. 전녕은 그 뒤로 나타난 소선군주를 보자 더욱 얼굴이 일그러졌다. “황제폐하께 불미스러운 일이 있어 이렇게 왔소이다.” “무엇이라? 황제폐하께 말이오?” 이문량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무슨 일이오? 황제폐하께 불미스러운 일이라니.” 이문량은 더욱 안절부절하지 못하며 전녕 앞에 섰다. “내일 대전에 들면 알게 될 것이오. 그러나 이 영감께서는 이 곳 에 어인 일이오?” “나 말이오?” 이문량은 속으로 ‘옳거니.’ 했다. “퇴청하던 차 군주마마를 뵈옵고 내가 왕부까지 모셨소이다.” 이문량의 얼굴에는 왜 그것을 물어보느냐, 라는 표정이 역력했다. “그, 그렇소이까?” “그렇소!” 이문량은 당연하다는 듯 어깨를 쭈욱 폈다. “크으으으!” 전녕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돌아간다.” 전녕은 겨우 떨어지는 입으로 간신히 천명승대에 명을 내렸다. “왕부를 수색하신다고...” 곽신일은 절묘한 시점에 전녕에게 말을 건넸다. 그의 말에 전녕은 온 몸을 부르르 떨었다. “차, 착오가 있었소.” 전녕은 그 말 한마디 툭 던지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리를 떴다. 천명승대는 무슨 일인지 모른채 그저 고개만 갸웃거리다 전녕과 무달을 따라 자리를 떴다. 그 시간. 화를 못 이기는 여인이 있었으니 바로 약란공주였다. 온 신경을 건청궁으로 향한 그녀였기에 이 사태를 어느 누구보다 도 빨리 알았던 것이다. ‘그 계집이 어떻게 별탈이 없었을까?’ 약란공주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분명 정덕제를 저리 만든 것은 소선군주임에 틀림없었다. 그러나 그것을 증명할 것이 전혀 없었다. 그저 속으로 모든 화를 끊여만 했다. ‘내가 너무 그 년을 우습게 본 것 같아. 순진하게 웃고 있는 모습 뒤에 다른 모습이 있었다 이거지? 감히 나를 데리고 놀아?’ 약란공주의 머릿속에는 소선군주의 얼굴이 떠올랐다. 순진하게 고개 숙인 모습 하나하나가 이제는 자신을 비웃는 모습 으로 그려졌다. “에잇!” 와장창창창 쿠당탕탕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하고 손에 잡히는 것은 무조건 던졌다. 자기 가 깨지고 찻잔이 깨졌다. 탁자는 뒤집어진지 오래고 의자도 쓰레 기마냥 굴러다녔다. 어깨까지 들썩이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감히 내가 찜한 송 장군을 가증스럽게 가로채?’ 그녀의 거친 숨과 함께 송현과 소선군주가 웃고 있는 모습이 더 욱 선명히 떠올랐다. “마, 마마.” 궁녀 하나가 온 몸을 바르르 떨며 힘겹게 약란공주 앞에 다가왔 다. 안색 또한 매우 파리한 모습이었다. “무슨 일이냐?” 약란공주의 눈에는 살기마저 아른거렸다. “마마!” 궁녀는 약란공주의 눈빛을 받아내지 못하고 자리에 부복하며 파 르르 떨었다. “죽고 싶은게냐?” 약란공주의 말에 궁녀는 더욱 몸을 땅에 밀착시키며 떨어야했다. “마, 마마... 그, 그것이 아... 아, 아니오라. 유 공자님, 아니 유 주 부나리께서 드셨사옵니다.” 궁녀는 살기위해 모든 힘을 다해 자신이 이 곳에 들어온 이유를 밝혔다. “이 곳을 치우고, 유 공자는 다음에 들라하라.” 약란공주는 몸을 획 돌아서고는 의자 하나를 바로 세우고 자리에 앉았다. 약란공주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어디에 숨어있었는지 궁녀 셋 이 나타나 재빠르게 방을 치웠다. 일각의 시간이 지나지 않아 그 녀의 방은 깔끔하게 정돈 되었다. 약란공주는 소선군주에 대한 증오와 함께 새로운 계략을 짜기 여 념없었다. “약란공주, 내 안으로 들어가겠소.” 방문 밖으로 유승명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약란공주의 대답 도 없이 방문이 열렸다. 가벼운 경첩소리와 함께 유승명이 약란공주의 방안에 들어섰다. “내 다음에 들리라고 했을 텐데요.” 약란공주는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유승명을 쏘아붙였다. 유승명은 약란공주의 말에 두 주먹을 보이지 않게 꽉 쥐었다. “하하하, 그 무슨 섭섭한 말이오.” 유승명은 다가가 약란공주 옆에 놓인 의자에 앉았다. 약란공주는 유승명에 대해 호감이란 호감은 이미 모두 버린지 오 래혔다. 송현을 만나기 전이라면 모를까, 지금은 달랐다. 예전에는 유승명이 싫지는 않았다. 비록 유근의 양자로 들어온 자 라고는 하나 이 나라의 실세의 아들이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그들의 혼인은 공공연한 비밀이자 사실이 었다. 약란공주도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였다. 그저 그런 남자를 만날 바에 자신의 야망을 실현시켜줄 유승명이 좋았다. 그러나 이제는 달랐다. 자신의 눈 앞에 송현이 나타난 것이었다.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는 그였다. 집안이 가진 힘이라고는 눈을 씻고도 찾을 수 없었다. 그런 그였 다. 그는 홀로 무림이라는 곳에서 ‘황’자의 별호를 얻어낸 자였다. 약관의 나이에. 그런 그가 무림에 만족하지 못하고 조정으로 온 것이었다. 약란공 주는 그런 그를 볼 때마다 구룡포에 그려진 황룡을 떠올렸다. 그를 잡으면 자신은 과거 당 시대 때 유일한 여자 황제였던 측천 무후와 같은 권세를 잡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런 송현을 생각하자 자신의 옆에 앉아있던 유승명은 한낮 지렁 이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지렁이. 이무기도 아닌 지렁이였다. 황룡과 지렁이. 어찌 비교가 될 수 있겠는가. 비교를 한다는 자체가 황룡에 대한 모욕이었다. “무엇을 그리 생각하시오?” 유승명은 친근한 목소리로 슬쩍 손을 뻗어 약란공주의 등을 쓰다 듬었다. 딱! 약란공주는 유승명을 손등을 때리며 뒤로 물러났다. “피곤하니 오늘은 그만 물러가세요.” 약란공주는 자리에서 일어나 침상쪽으로 걸어갔다. 유승명도 이제 는 확연히 달라진 약란공주의 행동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 놈 때문이오?” 유승명은 어금니를 꽉 물은 채 낮은 음색으로 물었다. “유 공자, 아니 이제 유 주부라 불러야겠네요. 그와 당신이 비교 가 된다고 생각하세요?” 약란공주는 지금이 기회라 생각했다. 더 이상의 관계를 끝을 맺으리라 생각하고 단호하게 말했다. “알았소. 내 힘을 과소평가하는 모양인데 똑똑히 보여주겠소. 나 의 힘을. 그리고 공주의 짝은 바로 나라는 것을 똑똑히 각인시켜 주겠소.” 유승명은 이글거리는 눈으로 약란공주를 쏘아보고는 뒤로 돌아섰 다. “당신 뜻대로 될까요? 만약 그렇게 된다면 다시 한 번 생각해보 죠. 우리의 관계를.” 방을 나서는 유승명을 끝까지 나락을 떨어트리는 약란공주의 말 이었다. 유승명은 아무런 말도 없이 문을 닫고 밖으로 나섰다. ************************************************************************************* 타이핑 者 : [KOR]TheYtsejaM (당나귀 호환 P2P 프루나) 프루나에서 제가 타이핑한 소설들과 그 외 제가 모은 소설들을 공유했습니다. 검색어 : [KOR]TheYtsejaM 또는 TheYtsejaM 로 검색하시면 제가 공유한 파일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소유자가 1이라도 관계없습니다. 저는 항상 접속해 있으니까요. 제가 접속해 있지 않을 때는(파일이 안 받아지고 있을 때는) 제가 집에 없거나 파일 받기 대기 중일 겁니다. 기다리시면 하루 안에 반드시 받으실 수 있으실 겁니다. 무협도 엄청나게 많이(약 1기가 정도) 텍스트파일로 가지고 있는데 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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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는 듯 말을 이었다. “하하하, 그러면 저야 영광이죠. 유 대감님께서도 평안하십니까?” “잘 지내십니다. 제가 언제 한 번 정식으로 소개를 시켜드리지 요.” 유승명의 말에 단우양은 기뻐 입이 귀에 걸리고 연신 유승명을 향해 허리를 조아렸다. “이거, 이거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제가 일이 있어서 왔는데...” 유승명은 안우양이 확실한 미끼에 걸렸다고 생각이 들자 슬며시 곤란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무슨 일이십니까?” 단우양의 얼굴에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해줄 것이라 써 있었다.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정도였다. “에...” 유승명은 슬쩍 단우양을 눈치를 보면서 말을 쉽사리 꺼내지 않았 다. “말씀하십시오. 유 주부나리.” 이미 단우양의 모습에는 자존심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완전히 주 인을 따르는 개의 모습, 딱 그 꼴이었다. “이거 사사로운 일이라서... 이거 쉽사리 말이 떨어지기가...” 유승명의 말에 단우양은 그 뜻을 알아차렸다. “편하게 말씀하십시오. 지금 동창제독나리와 장형천호 장군님이 계시지 않습니다. 그리고 다른 첩형 역시 없습니다. 무영살대야 저희와는 상관이 없는 자들이니.” “그렇소이까?” 유승명은 내심 쾌재를 불렀다. ‘하늘이 주신 기회가 아닌가?’ 유승명은 애써 이런 기분을 감추었다. “개인적으로 혼을 내주고 싶은 자가 있는데.” “누가 감히 유 주부나리의 심기를... 이런 찢어 죽여도 시원찮을 놈이 있나? 누굽니까?” 단우양은 천지간(天地間) 원수의 이야기를 들은 것처럼 길길이 자 신이 더욱 날뛰었다. “송현이라는 자로...” “내 당장 이 놈을 잡아 다리몽둥이라도 부러트려놓겠습니다.” 단우양은 가슴을 호탕하게 치며 장담했다. “단 첩형, 이게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오. 그 자가 무림에서 활동 했던 자로 무황이라는 별호까지 있는 놈이오.” “음...” 단우양 역시 송현에 대해들은 모양이었다. 생각보다 쉽지 않았고 여겼는지 미간이 살짝 모아졌다. 아마도 고민에 빠진 듯 했다. 유승명 역시 이런 단우양의 모습에 미간이 좁아질 수 밖에 없었 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여겼는지 유승명은 단우양이 잘 들으라고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휴우-! 내가 단 첩형께 괜한 고민거리만 안겨준 듯 하군요. 너무 신경쓰지 마십시오. 그럼 저는 이만.” 유승명은 자신의 말만 마치고 몸을 획 돌렸다. 그리고 건물을 빠 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는 동안에도 유승명은 뒤를 향해 온 신경을 쏟았다. “주부나리. 그냥 가시면 어쩝니까?” 단우양의 목소리였다. ‘됐다.’ 유승명은 희열의 눈빛이 그의 눈동자에서 일렁였다. “제가 확실히 그 놈의 버릇을 고쳐놓겠습니다. 제 아무리 무림에 서 무황이라는 별호를 가졌어도 천명승대 제 2대대 100명이면 그 놈을 확실히 버럿을 고쳐줄 수 있을 겁니다.” 유승명이 기대했던 것보다 더욱 파격적인 말을 하는 단우양이었 다. 유승명은 힘껏 단우양의 손을 잡았다. “내 아버지께는 잘 말해주겠소.” “제가 그런 것을 원하고 해드리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유 주부나 리를 보고 하는 것입니다. 사나이의 의리 아닙니까?” 단우양은 눈에서 기뻐하는 것과는 달리 입에서는 다른 말이 흘러 나왔다. 그것을 모를 리 없는 유승명이었다. 쾅! 유근은 탁자가 들썩일 정도로 강하게 내려쳤다. 그 소리에 움찔하는 자가 있었으니 바로 전녕이었다. “대체 일을 어떻게 하는 거야?” “면목 없습니다.” 유근의 갈갈한 목소리에 전녕은 주눅이 들어있었다. 유근은 그런 전녕을 무시하고 손을 마주잡고 이마를 짚었다. “이문량, 왕수인! 이 놈들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을 것 같은데... 대관절 왜 이런 일이 터진 것인지.” 유근은 고개를 좌우로 내질렀다. “그리고, 소선군주에게서 미혼약의 흔적이 보였다라...” 생각에 빠지려는 찰나 눈앞에서 얼쩡거리는 전녕이 눈앞에 들어 왔다. “꼴보기도 싫다. 썩 꺼져라.” “예? 예.” 전녕은 두려움에 도망치듯 황급히 방을 빠져나갔다. “내일 확실히 일을 알아볼 필요가 있겠어.” 이미 날이 늦어진 관계로 유근은 지금의 일을 내일로 미루었다. ‘그 녀석이 나타나면서부터 하루라도 편한 적이 없어.’ 유근은 송현을 떠올렸다. 아직까지 별다른 행동을 보여주고 있지는 않았지만 괜스레 눈에 가시마냥 걸렸던 것이다. “여봐라. 밖에 게 누구 없느냐?” “네, 대감마님!” 하녀 하나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가서 카람을 불러오너라. 내 긴히 보자고 전해라.” “알겠습니다.” 유근은 카람에게 독촉하기로 마음먹었다. 확실히 송현을 제거하기 위해서. 오늘 그 확답을 받고자 했다. “하하하하하.” 유쾌한 남자의 목소리가 밤거리를 누볐다. 다름 아닌 이문량의 호쾌한 웃음 소리였다. 그 옆을 송현이 아무 말 없이 그저 조용히 미소를 짓고만 있었다. 이문량은 계속 떠오르는 기억에 가만히 있지 못했다. 이제까지 이 렇게 시원했던 적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아슬아슬했지만 결과적으로 유근에게 완벽히 물을 먹인 것이었다. 이문량에 비해 송현의 얼굴은 그렇게 밝지 못했다. 내일이면 다가올 유근의 손길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이 일을 무사히 넘긴다고 해도 가만히 당하고 넘어갈 자가 아니었다. ‘까짓 것 오면 오는 데로 모두 박살내 주마!’ 그렇게 생각에 잠기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문량의 집 앞이었다. “내일 보자꾸나.” “어르신도 편히 쉬십시오.” “암! 오늘은 기분 좋게 잘 수 있을 것 같구나.” 이문량은 다시 한 번 웃음을 보여주고는 자신의 장원으로 들어갔 다. ‘그럼 집으로...’ 송현은 집 안으로 워프를 하려다가 양설린이 떠올랐다. ‘집으로 곧장 가는 것은 뭐하고 집 근처로 가서 걸어서 들어가야 겠다. 조금은 마음이 풀려있겠지?’ 이내 송현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이번만큼은 따끔히 양설린을 꾸짖기로 마음먹었다. 양설린의 마음은 알지만 이번만큼은 그녀의 경솔함이 눈에 보인 것이었다. “유 주부나리, 그 자의 집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그럼 이 곳으로 오겠군요.” 유승명은 송현의 집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단우양과 함께 서있 었다. “근처에 모습을 드러낸다면 바로 연락이 올 것입니다.” 유승명의 두 눈은 가늘어지는 동시에 째져졌다. ‘크크크, 하늘마저 나를 도우는구나.’ 혹여나 시끄럽게 되면 골 아파질 수 있는 일이 자연스럽게 풀렸 던 것이다. 송현이 나타나면 그를 한적한 곳으로 데리고 가 자신의 발 앞에 무릎을 꿇리고 자신의 발을 핥게 할 것을 생각하니 벌 써부터 웃음이 터져 나왔다. 유승명은 애써 웃음을 집어 삼키느니라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살짝 유승명의 눈가에는 눈물이 맺혔다. “주, 주부나리.” 단우양의 놀란 목소리에 유승명은 무슨 일인가 싶어 그를 쳐다보 았다. “누, 눈물이...” “아!” 유승명은 못 보여줄 것을 보여준 것 같아 고개를 돌려 눈물을 닦 았다. “내 이 놈을...” 단우양은 온 몸을 떨면서 이를 갈았다. 으드득거리는 소리가 유승명에게도 들렸다. “주부나리, 얼마나 그 놈에게 당한 것이 억울했으면 눈물까지... 내 이름을 걸고 오늘 그 놈을 요절내겠습니다.” “고, 고맙습니다.” 단우양의 오해해 상황이 묘하게 돌아갔다. 유승명은 그런 단우양 의 오해를 애써 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좋아했다. 그런 마음이 생기자 유승명의 얼굴은 웃으려는 본능과 애써 참으 려는 이성이 맞물려 얼굴이 더욱 일그러졌다. 그런 모습에 단우양은 더욱 분개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제 남은 것은 그 녀석을 내 발 아래 뭉개고 약란공주를 차지하 는 것만 남았다.’ 어느새 유승명의 머릿속에는 밝은 미래가 그려졌다. 약란공주와의 결혼. 그리고 이 나라를 자신의 손으로 이끌어가는 미래가... 그렇게 유승명이 혼자만의 상상의 나래를 꿈꿀 때 단우양의 표정 이 살짝 변했다. “주부나리.” “응?” 유승명은 자신의 생각을 깨는 단우양의 목소리에 짜증이 묻어나 왔다. “무슨 일이십니까?” “그 놈이 나타났습니다.” “그래요?” 유승명의 얼굴에는 진득한 미소가 걸렸다. 그와 마찬가지로 단우 양의 얼굴에도 유승명과 같은 미소가 걸렸다. 아니 그와 같은 미 소를 지으려고 애 썼다. 송현은 집에서 제법 떨어진 곳에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는 터벅터벅 걸었다. ‘휴우-! 과연 설린을 호되게 꾸짖을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내 고개가 꺽이도록 머리를 좌우로 세차게 흔들며 방금 전의 생각을 지웠다. ‘아니야, 강하게 마음먹자.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말이야.’ 송현의 눈에는 굳은 결심이 새겨졌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가슴을 쭈욱 펴고 앞으로 걸어갔다. 이 모습을 양설린이 만날 때까지 유지하고자 했다. 그래야만 그녀를 좀 더 호되게 꾸짖을 수 있으리라 여겼기 때문이다. 그런 마음을 먹고 몇 걸음 옮기지 못해 발걸음을 멈추어야했다. 자신의 주위를 둘러싸는 인물들의 마나가 느껴졌다. ‘누군가? 나를 노리는 자가?’ 비록 모든 마나가 자신을 향해 집중되지 않았지만 마나의 배치를 보아 자신을 둘러싸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그러는 찰나 저 멀리 두 사람이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거기에 맞혀 자신을 둘러싼 마나들도 같이 움직였다. ‘저들 때문에 나에게 집중하지 않은 것이군. 그러나 과연 누굴까?’ 송현은 눈에 마나를 주입해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이를 봤다. ‘쥐새끼군!’ 송현은 유승명을 쥐새끼로 생각했다. 송현은 발을 떡 하니 벌리고 팔짱을 끼는 동시에 거만한 자세를 잡았다. 송현은 다가오는 유승명과 그 옆에 한 인물을 보았다. 그 옆에 인물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누군지는 몰라도 그에게 빌붙어 사는 자라 여길 뿐이었다. “왔나? 쥐새끼!” 송현은 쥐새끼라는 단어에 억양을 강하게 주었다. 그의 말에 유승명의 얼굴은 참담하리만큼 일그러졌다. “갈! 어느 안전이라고 그런 망발을 하는 것인가?” “누군가?” 송현은 유승명의 옆에 있는 단우양을 향해 흥미로운 듯 쳐다보았 다. “나는 천명...” “그만! 그만하시오. 지금 우리는 사사로이...” 유승명은 단우양의 말을 끊었다. “아!” 단우양은 유승명의 말뜻을 알아들었다. 지금 그들이 나선 것이 알 려져서는 안 되는 일이었던 것이다. ‘천명?’ 송현은 천명이 들어가는 단어의 집단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 고 얼마가지 않아 어느 집단인지 알 수 있었다. ‘동창의 천명승대. 그 놈들인 모양인데... 하긴 유근이 동창의 실 재적인 우두머리이니. 이거 재미있게 됐는데.’ 송현은 재미난 놀이감이라도 발견한 듯한 표정이었다. ‘보자... 아!’ 송현의 입가에는 모를 미소가 그려졌다. ‘재미난 생각이 떠올랐어. 유승명, 네 놈 때문에 유근을 놀려줄 수 있겠어.’ 송현은 유승명에게 한 마디 건넸다. “어이, 쥐새끼. 고맙다.” ************************************************************************************* 타이핑 者 : [KOR]TheYtsejaM (당나귀 호환 P2P 프루나) 프루나에서 제가 타이핑한 소설들과 그 외 제가 모은 소설들을 공유했습니다. 검색어 : [KOR]TheYtsejaM 또는 TheYtsejaM 로 검색하시면 제가 공유한 파일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소유자가 1이라도 관계없습니다. 저는 항상 접속해 있으니까요. 제가 접속해 있지 않을 때는(파일이 안 받아지고 있을 때는) 제가 집에 없거나 파일 받기 대기 중일 겁니다. 기다리시면 하루 안에 반드시 받으실 수 있으실 겁니다. 무협도 엄청나게 많이(약 1기가 정도) 텍스트파일로 가지고 있는데 너무 파일이 많아서 그거 다 편집하려니 짜증나서 일단은 판타지만 공유중입니다. 무협도 필요하시면 프루나에서 메시지 전송 기능으로 쪽지 보내십시오. ************************************************************************************* 마법사 무림에 가다 [291 회] 유승명의 얼굴은 울그락 불그락 거렸다. 그의 입장으로서 언제 그런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턱이 없었다. 얼굴 한가득 치욕감으로 물들어있었다. 그 옆에 있는 단우양은 한 술 더 떴다. 마치 자신이 모욕당한 것처럼 길길이 날뛰었던 것이다. 그 모습에 송현의 더러운 오물을 본 것처럼 눈살이 찌푸려졌다. “어이, 똥 마른 개처럼 왜 그래? 볼 일이 있어서 온 거 아니야? 빨빨리 하지고. 바쁜 몸이라서 말이야.” 송현은 손가락을 까닥거리며 히죽거렸다. “이... 이... 빠드득!” 유승명은 온 몸을 부르르 떨다 못해 벌겋게 충혈된 눈을 가지고 신경질 적으로 고개를 단우양을 향해 비틀었다. “뭐 하시는 게요?” “처... 아니, 뭣 들하는 게냐? 저 놈을 아작 내지 못 하고. 쳐라!” 단우양은 송현을 가리키며 소리를 버럭 질렀다. 그러는 와중에도 유승명의 눈치를 살피는 모습까지 보여줬다. “충!” “충!” “충!” 허공에서 동일한 단어가 동시에 터져나왔다. ‘이제 시작인가?’ 사라락 스으윽 차차차착 착 착 착 송현이 그렇게 생각할 즘 백여 명에 가까운 인물들이 모습을 드 러냈다. 아무런 표식도 없는 검은 복장 일색이었다. 거기에 무엇이라도 찔리는 것이 있는 듯 복면을 착용한 상태였다. 비록 뭐 같은 우두머리에 의해 움직이는 자들이라고는 하나 몸 동작 하나하나가 잘 절제되어 있는 모습들이었다. 공포 정치의 주역인 동창이 허명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이런 자들이 올바로 쓰여진다면...’ 한편 그들이 불쌍해지기도 했다. 그런 생각도 잠시. 송현의 눈빛은 다시 차가워졌다. ‘주인을 잘못만난 것을 탓 하라.’ 송현은 자신의 기세를 사방으로 터트렸다. 어느 하나 숨기지도 않았다. 있는 힘을 그대로 밖으로 내 보인 것 이었다. 쿠오오오오오 송현을 중심으로 대기의 파동이 원을 그리며 퍼져나갔다. 그런 파동의 원이 몇 겹이 만들어져 파도가 되었다. 대기의 파도 가 지나가는 곳은 땅이 울렸고, 땅이 울린 곳에서는 잘잘한 조약돌 등이 중력을 무시하고 공중으로 떠올랐다. 그저 공중으로 떠오른 것도 놀라운 일인데 조약돌들은 송현을 중 심으로 맴돌기 시작한 것이었다. 흠칫 백 명의 천명승대 제 2대대 대원들은 그 모습에 순간적으로 몸이 경직되는 것을 느껴야했다. 피부로 와 닿는 기세. 그저 피부로 와 닿는 것만이 아니었다. 수십 개 아니, 수백 개의 바늘이 자신의 살가죽을 찌르는 듯한 느낌을 받았던 것이다. 멈칫 멈칫 어느 누구 하나 먼저 달려드는 이가 없었다. “오라!” 그런 그들의 모습에 송현은 목소리에 마나를 담아 외쳤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들으면 오만한 말이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그 말이 오만하다고 느끼지 못 했다. 적이 아니었다면 고개를 끄덕였을 만큼 당연하게 받아들였을 것 이다. 적어도 그들에게만은 송현이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어 보였다. 송현은 천근추를 연상시킬 정도로 발에 마나를 실어 땅을 강하게 굴렸다. 쿠웅 송현의 마나가 발을 통해 땅으로 뻗었다. 그 기파는 땅을 통해 일 백의 천명승대 대원들에게 전해졌다. 움찔 일백의 천명승대는 하나같이 뒤로 한 걸음씩 물러났다. 아무도 그 런 사실을 인지하는 이는 하나도 없었다. “뭣들 하는거냐? 어서 저 놈의 무릎을 꿇리지 못 할까?” 단우양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송현이 일부로 단우양과 유승명에게 자신의 마나를 보내지 않아 단우양은 지금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 점은 유승명도 마찬 가지였다. “단 첩형, 천하의 동창이 어쩌다 이렇게 되었소? 쯧쯧쯧.” 유승명은 혀를 차며 질책했다. 완벽한 상관의 말투였다. “소인의 불찰입니다.” 단우양은 허리를 크게 숙여 부끄러운 듯 말했다. 허리를 일으키는 단우양의 얼굴에는 부끄러움이 담겨있었다. “이 놈들, 명이 안 들리느냐? 어서 저 놈의 무릎을 꿇여 여기 유 주부나리께 데리고 오너라.” 다시 한 번 있는 목청을 다해 발악에 가깝게 고래고래 소리를 질 렀다. 단우양의 목소리에 힘을 입었는지 천명승대는 조금씩 송현을 압 박해갔다. “차핫!” 누구의 음성이었을까? 누군가의 기합성이 시발점이 되어 열 명의 천명승대 대원들은 허 공에 몸을 날렸다. 슈각 슈가각 열 자루의 검이 송현의 머리를 향해 빛살같이 쏘아져갔다. 슈슈슈슛 쉬리리릭 열 명의 천명승대 대원이 허공을 장악하고 있을 때 다시 열 명의 쳔명승대 대원들이 낮게 몸을 숙이고 송현의 다리와 허리를 베어 왔다. 송현은 도합 스무 자루의 검기를 느끼면서도 대지에 홀로 선 나 무처럼 도도하게 서있었다. 슈슈슈슈슈슈 “실드!” 송현은 여유롭게 뒷짐을 지며 은빛 투명한 방어막을 몸 주위에 만들었다. 까강 까가가강 송현의 몸 주위로 불꽃이 피어올랐다. 만개한 붉고 파란 꽃 스무 송이. 허공이라는 대지에 자신의 아름다움을 뽐냈던 것이다. “크윽!” “컥!” 이런 아름다움과 거리가 먼 음성들이 터져나왔다. 천명승대 대원들은 하나같이 얼굴이 일그러져있었다. 대부분의 대 원들이 손목을 잡는 것으로 보아 손목에 상당한 충격을 받은 듯 보였다. 그렇게 여유롭게 행동하던 송현의 눈빛이 일순간 달라졌다. “바람의 재앙이 세상을 무너트린다, 스톰!” 송현 발아래 땅에서 모래바람이 생겼다. 휘이이잉 바람은 송현을 중심으로 맴돌기를 여러 차례, 회오리를 그리며 요 동을 치며 천명승대 대원들을 휘감았다. 송현의 옷자락이 거기에 맞추어 펄럭거렸다. 바람에 의한 것은 아 니었다. 순수하게 송현의 마나에 의해 펄럭거린 것이었다. 송현의 옷자락이 광란의 춤을 추자 주위의 바람도 광풍으로 바뀌 었다. “크아아악!” “커헉!” “사, 살려줘!” 정면을 주시하던 송현의 눈동자가 하늘을 향하자 천명승대를 감 싸 안고 있던 광풍은 하늘로 치솟아 올랐다. 1m, 2m, 3m, 4m, 5m 하염없이 올라가던 회오리 바람은 10m가 되었을 쯤 거짓말처럼 뚝 사라졌다. 거기에 맞혀 송현의 옷자락도 언제 펄럭거렸냐는 듯 단아한 모습 이었다. 허공에서 떨어지는 천명승대 대원들 중 몸이 상하지 않은 이가 없었다. 거센 바람에 살들이 예리한 면도(面刀)에 베인 것 같은 상처가 온 몸에 나있었으며 바람에 섞여 있는 조약돌과 같은 것에 맞아 온 몸에 상처투성이에 간혹 뼈가 부러진 이들도 있었다. “매직 미사일!” 송현은 떨어지는 스무 명의 대원들을 향해 정확히 한 명당 매직 미사일 하나를 날려 보냈다. 콰직 쿵 콰직 쿵 콰직 허공에서 떨어지던 천명승대 대원들은 매직미사일에 의해 몸이 활처럼 둥글게 말리며 허공에 잠시 멈추었다. 그러기를 얼마. 한차례 공중에서 몸이 꺾인 대원들은 다시 바닥으로 추락했다. 쿵 쿵 쿵 쿵 쿵 바닥에 떨어진 대원들은 잠시 꿈틀거리더니 이내 물먹은 솜마냥 축 처져 바닥에 완벽히 몸을 뉘였다. 그 모습에 다른 천명승대 대원들의 눈가에는 어둠이 물들었다. 간 혹 다른 이는 그들의 고통이 자신의 고통처럼 느꼈는지 온 몸을 부를 떠는 이도 있었다. 그리고 정적! 정적이 흘렀다. 지나가는 바람만이 자신의 소리를 냈다. 그 외에는 그 어떤 소리 도 들을 수 없었다. 그 흔한 숨소리마저도 들리지 않았다. 송현은 고개를 돌려 유승명에게 환한 미소를 보여주었다. 보든 듯이. 그 미소를 받아들인 유승명의 시선은 당연히 단우양에게 향했다. “단 첩형!” 유승명은 그 뒤의 말을 잇지 못했다. 그저 크게 벌어진 콧구멍에 서 코뿔소 마냥 씩씩거리는 바람만 세어 나왔을 뿐이었다. “뭣들 하는... 헉!” 단우양은 천명승대 대원들을 독촉하는 말을 끝까지 잇지 못했다. 바로 송현이 한 마리 맹호와도 같은 모습으로 천명승대 사이를 포효하기 시작한 모습을 보았던 것이다. 송현은 더 이상의 시간을 투자하며 끌 필요는 없다고 판단하고 매서운 기세로 천명승대 사이를 휘몰아쳐갔다. “우어어어!” 송현은 극한의 소리를 내는 샤우트 마법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발 산했다. 일종의 기선제압이었다. 강력한 힘을 가진 목소리는 여지없이 천명승대의 대원들의 귓가 를 파고들었고 대원들의 고막을 비롯해 뇌를 뒤흔들었다. 강한 충격은 아니었지만 그들의 몸을 잠시 잡아두기에는 충분했 다. 모두가 강한 충격에 휩싸여있을 때 사신수를 부르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다. 그러나 송현은 참았다. 아직까지는 사신수의 존재를 감추고 싶었던 것이다. ‘버겁지만 내가 다 처리해야겠다.’ 생각같아서는 강한 마법 하나로 이들을 모조리 저 세상으로 보내 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아무리 유근의 사병화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그들도 엄연한 황실 군의 일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확실히 자신의 인식을 심어주는 정도로만 만족하기로 마 음먹었다. ‘그렇다면 저 서클의 마법을 대량으로.’ “파이어 볼!” 송현을 중심으로 스무 개의 붉게 이글거리는 화염구가 만들어졌 다. 그로 인해 밤이었지만 주위가 대낮처럼 환하게 밝혀졌다. 쿠르르르 콰광 쾅 쾅 쾅 스무 개의 화염구는 송현을 중심으로 비산(飛散)했다. “크아아악!” “으아악!” “커헉!” 들려오는 비명소리에 아랑곳하지 않고 송현은 재빨리 다른 곳으 로 이동해갔다. 블링크를 이용해 다시 천명승대가 모여있는 중심으로 이동해가 다시 한 번 파이어 볼로 스무 명의 대원들을 쓰러트렸다. 그렇게 두 번의 블링크와 파이어 볼만으로 일백의 천명승대 대원 들은 모두 쓰러졌다. 눈 깜짝할 사이였다. 유승명의 입장에서는 그저 누 두세 번만 깜빡이자 모두가 짜고 그런 것처럼 송현 혼자만 서 있었다. “으으으!” “크으으!” 여기저기서 고통에 찬 신음소리가 들렸다. ‘이 정도면 열흘 남짓 요양하면 나을 수 있겠지?’ 가장 큰 고통을 주면서도 큰 상처를 주지 않았던 것이다. 송현은 고개를 돌려 유승명을 강한 살기를 담아 그를 쳐다보았다. 유승명은 얼굴이 백지장처럼 하얗게 탈색되며 뒷걸음쳤다. “다, 단 처, 첩형!” 송현의 살기에 눌려 떨어지지도 않는 입으로 단우양을 불렀다. “저, 저 자를... 어서! 어서!” 고통을 벗어나고자 발악에 가까운 목소리였다. 단우양은 온 몸을 벌벌 떨었다. 그러나 계속 이어지는 유승명의 재촉에 검을 뽑았다. 송현은 모든 살기를 내뿜어 단우양 하나에게 쏘아보냈다. “으득 으드득 으드드득!” 단우양의 턱은 풍이라도 든 것처럼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그 모습에 송현은 그 즉시 블링크를 이용해 단우양 코앞으로 번 쩍 나타났다. “갈!” 단우양이 미처 헛바람도 마시기 전에 송현은 일갈을 내질렀다. 털썩! 단우양은 그 자리에서 바로 주저앉았다. 송현은 슬쩍 살기를 줄였 다. 살기가 풀리자 조금 몸을 움직일 수 있었는지 단우양은 후들거리 는 다리를 가지고도 믿기지 않을 만큼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나 살려라 도망쳤다. 그 모습에 유승명의 눈에는 절망감이 맴돌았다. 『현무.』 『왜 그러나, 주인?』 『지금 어디야?』 『마님과 함께 있다.』 『지금 이 곳으로 올수 있나?』 송현은 도망가는 단우양을 보며 현무를 불렀다. 『마님이야 언제나 백호하고만 노니까. 잠시 없어져도 별 상관없 을 것 같다.』 『그럼 모습을 드러내지 말고 이 곳으로 와!』 송현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익숙한 기운이 느껴졌다. 『저기 도망가는 놈. 죽이지는 말고 땅에 묻어. 내 곧 찾으러 갈 테니까.』 『별 어려운 일은 아닌 것 같아. 알았다, 주인.』 모든 대화가 끝이 나자 송현은 그제야 고개를 돌려 유승명을 쳐 다보았다. 얼마나 열심히 뒷걸음 쳤는지 송현과 제법 거리를 두고 있었다. 히죽 송현은 그런 유승명을 향해 웃음을 보였다. “으... 사, 살려줘!” 그러는 와중에도 유승명은 열심히 뒷걸음치기 바빴다. 저벅 송현은 유승명을 향해 한 걸음 내딛었다. “으아아아!” 유승명은 송현이 자신을 향해 한 걸음 내딛자 그대로 몸을 돌려 뛰기 시작했다. “블링크!” 송현은 그 즉시 순간이동으로 도망치는 유승명 앞에 떡 하니 나 타났다. “헉!” 유승명은 눈알이 튀어나올 만큼 두 눈을 부릅떴다. 송현은 그런 유승명의 멱살을 와락 잡았다. “놔, 놔라! 놓으란 말이다. 내, 내가 누, 누군지 알고 그러느냐?” 송현은 유승명의 말을 듣는 동시에 입술만 달싹 거려 마법 캐스 팅어를 외쳤다. “심볼!” 유승명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송현의 마나는 유승명의 옷자 락을 부드럽게 감쌌다. 그리고 옷 외부가 아닌 내부, 안감에 마법 수식어가 빽빽하게 그려졌다. ‘됐다.’ 송현의 눈동자는 장난꾸러기의 눈동자처럼 빛났다. “놔라! 그, 그렇지 않으면...” 송현은 순순히 유승명의 멱살을 놓아주었다. “까먹을 뻔 했습니다. 유 공자님인줄 모르고, 이거 실례를 했습니 다. 저는 저에게 원한을 산 무림인인줄 알고. 죄송합니다.” 송현은 허리를 숙이지는 않았지만 연신 유승명에게 사과했다. “그, 그래... 내가 누군지 잘 아니까.” “당연히 압니다. 유 대감님의 자제분 아니십니까?” “험험! 그럼 말이 통하겠군.” 어느 정도 여유를 차림 듯 유승명은 가벼운 헛기침으로 분위기를 바꾸려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다. 송현은 그런 그의 모습에 조소 어린 눈으로 쳐다보았다. 그런 사 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유승명은 변명하기 바빴다. “난 자네인지는 몰랐어. 이거 실수를 했구먼. 미안하네.” 유승명은 변명을 하면서도 연신 눈동자를 굴리고 있었다. 어서 빨 리 벗어나기를 바라는 눈치였다. “아닙니다. 밤도 늦었으니 집으로 가셔야지요.” “그, 그래야지. 험험!” 유승명은 안도의 표정을 지어보였다. “다음에 술이라도 한 잔 하세!” “그러도록 하지요.” 송현이 웃으며 대답하자 유승명은 어정쩡한 모습과 함께 안도에 가득 찬 얼굴로 뛰다시피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그럼 어디 한 번 따라가 볼까? 재미있는 일을 안 볼 수는 없으니 말이야.’ 송현은 자신의 몸에 투명화 마법을 걸고는 플라이 마법을 써서 유승명을 뒤쫓아 갔다. ************************************************************************************* 타이핑 者 : [KOR]TheYtsejaM (당나귀 호환 P2P 프루나) 프루나에서 제가 타이핑한 소설들과 그 외 제가 모은 소설들을 공유했습니다. 검색어 : [KOR]TheYtsejaM 또는 TheYtsejaM 로 검색하시면 제가 공유한 파일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소유자가 1이라도 관계없습니다. 저는 항상 접속해 있으니까요. 제가 접속해 있지 않을 때는(파일이 안 받아지고 있을 때는) 제가 집에 없거나 파일 받기 대기 중일 겁니다. 기다리시면 하루 안에 반드시 받으실 수 있으실 겁니다. 무협도 엄청나게 많이(약 1기가 정도) 텍스트파일로 가지고 있는데 너무 파일이 많아서 그거 다 편집하려니 짜증나서 일단은 판타지만 공유중입니다. 무협도 필요하시면 프루나에서 메시지 전송 기능으로 쪽지 보내십시오. ************************************************************************************* 마법사 무림에 가다 [292 회] “헉헉헉!” 유승명은 숨이 목에 차도록 뛰고 또 뛰었다. 간간히 뒤를 돌아보며 혹여나 송현이 따라오는지 확인을 하곤 했 다. 그럴 때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마음 한편으로 불안감을 지우지 못해 차오르는 숨에도 불 구하고 뛰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저 멀리 으리으리한 건물이 유승명의 눈에 들어왔다. 일개 개인의 장원이라 하기에는 그 규모가 너무나도 컸다. 바로 유승명의 집이자 유근의 집이었다. 개인의 장원임에도 불구하고 병사들이 철통같은 경호를 서고 있 었다. 개인의 병사들이 아니었다. 관병들이었다. 유근이 사사로이 황실의 힘을 가져다 쓰고 있는 것이었다. 병사들 마저 권력의 맛을 본 것인지 허겁지겁 뛰어오는 유승명을 보자 말자 ‘충.’이라는 짧은 구호를 외치고는 대문을 활짝 열었다. 예전 같았으면 거만한 행동으로 그들의 경례를 받고 안으로 들어 갔겠지만 오늘은 그러지 않았다. 저 문. 저 문을 넘어서야 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있는 힘을 쥐어짜 겨우 대문을 넘어서자 유승명은 잠시라도 놀리 지 않았던 발을 멈추고 허리를 굽혀 양 손을 무릎에 대고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헉헉헉! 헉 헉 헉.” 그렇게 10여분을 쉬고 나서야 숨이 골라졌다. 생각 같아서는 땅바닥에 주저앉아서 쉬고 싶었지만 체면 때문에 그렇게 하지는 않았다. 그 와중에도 이런 생각을 하는 유승명이었다. 병사들은 그런 유승명을 보며 이상한 듯 힐끔 쳐다봤지만 유승명 은 거기에 일일이 반응할 수 없었다. “후우-!” 크게 심호흡 한 번 하고 허리를 펴고 다시 걸음 내딛었다. 그가 향한 곳은 유근의 방이었다. 아무리 그가 망나니라고 하더라도 유근에 대해서 지킬 예만큼은 항상 지켜왔던 그였다. 유승명이 유근이 있는 방으로 향하자 송현의 얼굴에는 미소가 지 어졌다. 그의 눈동자는 재미있어 죽겠다는 감정이 흘러나왔다. 유근의 방 그리고 그 방의 탁자. 유근과 카람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유근이 카 람에 대해 날카로운 목소리로 무엇인가 재촉하는 일방적인 대화 였다. “카람, 도대체 언제 그 놈을 나의 눈에서 사라지게 할 것이오?” 유근은 카람을 매섭게 쳐다보았다. “때를 기다리고 있소. 조금만 기다려 주시오.” “때는 무슨 때. 그렇게 말한 것이 언제인데 아직까지 같은 말만 되풀이 하시는 게요?” “내 전에 그와 부딪혀 봤지만 그리 쉬운 상대가 아니오.” 카람은 유근의 독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침착한 모습이었다. 쾅! 이윽고 유근은 카람을 노려보는 것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탁자를 내려치고야 말았다. “내 3일의 말미를 주겠소. 그 이후에도 아무런 결과가 나오지 않 는다면 내 당신과의 관계를 다시 고려해보겠소.” 유근은 극단적인 말을 생각 없이 내뱉었다. 그 순간 방안의 분위기는 차갑게 식어버렸다. 카람을 주위로 북해의 찬바람이 불었다. 그렇다고 차가운 냉기가 만들어진 것은 아니었다. 그의 살기 어린 분위기와 무언의 압박감이 그렇게 느껴지도록 만든 것이었다. “커헉!” 유근은 그의 압박을 느끼다 못해 숨마저 재대로 쉬지 못했다. “내, 내 마...말실수를 한 듯 하오.” 유근은 쉰 듯한 목소리로 겨우 입을 뗐다. 그의 말이 끝이 나자 언제 그랬냐는 듯 봄에 눈 녹듯이 사라졌다. “휴우-!” 유근은 자신의 목을 어루만지며 막혔던 숨을 터트리듯 내쉬었다. “내 허언을 한 것은 미안하지만 오죽했으면 그런 말을 했겠소? 내 입장도 고려해 주시오.” 유근은 어느 정도 카람의 눈치를 살폈다. “알았소. 유 대감이 원하는 대로 3일 안에 그 자의 목을 가져다 드리겠소.” 유근은 자신이 원하는 대답을 듣자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이거 분위기도 많이 서먹해진 것 같은데 오늘 내가 술 한 잔 대 접하겠소.” 서로가 서로를 이용하는 공생 관계다보니 좋던 싫던 분위기를 풀 필요가 그들에게는 있었다. “알겠소. 그렇게 합시다.” 유근의 카람의 대답에 미소를 지으며 시녀를 부르려했다. “소자, 승명이옵니다.” 끼이익 유승명의 목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안으로 들어선 유승명은 카람을 향해 간단히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유근 앞에 섰다. “이제 들어오는 길이냐?” “네, 아버지.” “많이 피곤해 보이는구나. 무슨 일이 있는 게냐?” 유근의 얼굴은 한없이 부드럽고 다정해보였다. “아, 아닙니다.” 그 순간. 우우우우웅 범인(凡人)들은 느끼지 못할 정도로 희미하지만 유승명의 옷자락 이 스스로 울었다. 카람은 순식간에 안색이 굳어졌다. 유승명의 옷자락에서 심상치 않는 기운을 느꼈던 것이다. ‘무, 무슨.’ 카람은 그 순간 몸을 띄워 탁자를 밟고 유근을 덮쳤다. “카, 카람. 이 무슨.” “허억!” 유근은 갑작스러운 카람의 행동에 몸을 뒤로 빼다 의자와 함께 뒤로 나뒹굴었다. 유승명 역시 놀라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카람은 유근의 행동과 말에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고 그를 자신 의 품안에 숨겼다. 쉬이이잉 유승명의 옷자락이 타는 동시에 검은 실선들이 생겼다. 그리고 힘 없는 재가 바닥에 떨어지면서 눈부신 빛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하나의 예술을 보는 듯한 광경이었다. 유승명의 옷에는 무엇이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황홀한 무늬가 그려졌고 거기에 신비로운 빛이 솟아올았으니 말이다. 그런 모습에 누구라도 넋을 잃고 볼 법도 한데 카람은 더욱 유근 을 끌어안으며 자신의 붉은 차크라를 내뿜기 시작했다. 유승명 자신도 어벙벙한 모습으로 자신의 옷에서 뿜어져 나오는 무늬를 내려다보았다. 눈부신 빛은 어느 순간 도저히 쳐다볼 수 없을 정도로 강한 빛을 내뿜었다. 그리고... 콰과과과과과광 유승명이 서있던 자리를 시작해서 주위가 초토화가 될 만큼 강한 폭발이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유승명의 옷이 폭발한 것이지만. 우르르르르 유근이 머무는 하나의 전각같은 건물이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없 을 정도로 허물어졌다. 전각을 둘러싼 벽도 허물어진 것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마치 벽력탄 수십 개가 떨어진 것과도 같은 형상이었다. 그 강한 폭발과 폭음에도 불구하고 북경의 밤거리는 조용했다. 유근의 집 주위로 거대한 장벽이 있어 충격과 소리가 막혀버린 듯 했다. 화려한 불꽃놀이를 송현은 모습을 감춘채 하늘에서 구경하고 있 었다. ‘이거 생각보다 화력이 강했는걸.’ 송현은 유근의 옷에다 심어놓은 마나 밤(mana bomb) 마법을 생 각했다. 일종의 마나를 응축해서 폭탄처럼 터트리는 도구마법이었다. 송현은 손을 슬쩍 휘저었다. 그의 손짓을 따라 희미하지만 유근의 장원을 덮고 있던 얇은 막 이 사라졌다. 바로 송현이 결계처럼 쳐놓은 음파차단막이었다. 여기저기 나뒹구는 기왓장. 부러지고 불에 탄 흔적이 있는 나무 기둥. 예전의 무슨 물건이었는지 모를 정도로 잘게 부셔진 파편들. 폐허라도 이것보다는 깨끗하다라고 느껴질 정도로 무너진 전각이 었다. 아니 어쩌면 폐허와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리가 있는 것이었다. 폐허라면 그래도 건물의 형체는 이루고 있다지만 지금 무너진 전 각은 건물의 형체라고는 눈을 씻고 봐도 볼 수 없었다. 그런 잿더미 사이로 우뚝 솟아있는 것이 하나 있었다. 바로 유승명이었다. 그 강한 폭발에도 불구하고 유승명은 옷 하나 그을리지 않았다. 심지어는 머리카락 하나 그대로였다. 그를 중심으로 반경 1m안은 아주 깨끗했다. 유승명은 얼빠진 모습으로 입만 벙긋거렸다. 눈동자는 풀려 초점이 없었고 몸은 석상이라도 된 것처럼 굳어있 었다. 그런 그로부터 대략 5m가량 떨어진 곳이 들썩거렸다. 부스럭 부스럭 조각 조각난 건물의 파편더미가 움찔거렸다. 콰직 우르르르 콰당탕탕탕 들썩거리던 파편들은 어느 시꺼먼 물체가 우뚝 솟아오르며 사방 으로 날려갔다. 놀랍게도 우뚝 솟아오른 시커먼 물체는 사람이었다. 이런 폭발에도 불구하고 살아난 자가 있었던 것이다. 거기에 하나가 아니었다. 한 명의 사내 품속에 다른 사내가 개 거품을 물은 채 기절해 있 었던 것이다. 다행히 기절한 것만 빼고는 별 이상이 없는지 숨은 고르게 쉬고 있었다. 그들은 다름 아닌 카람과 유근이었다. ‘오-!’ 송현은 속으로 감탄사를 터트렸다. 순수하게 카람을 향한 감탄사였다. 카람은 유근을 자신의 발아래에 눕히고는 하늘을 쳐다보았다. 그 의 눈동자가 향한 곳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그러나 그의 눈동자는 한 곳으로 집중되어 있었던 것이다. 바로 투명화 마법으로 모습을 감춘 송현이 떠 있는 곳이었다. 예전 같으면 카람이 눈치 채기 전에 자리를 떴겠지만 지금은 달 랐다. 이미 카람은 자신의 능력을 알고 있는 자였다. 자리를 피하고자 하면 피할 수는 있겠지만 카람이 그 사실을 모 르고 넘어갈 리가 없었다. ―내가 주는 선물이다. 물론 너에게 주는 것은 아니었지만 공교롭 게도 네가 받게 된 점은 사과하지. 송현은 몸을 돌렸다. ―아! 이 말은 유근에게 전해주든지 말든지 알아서 해! 송현은 유근의 장원이 시끌시끌해지자 워프로 그 모습을 감추었 다. 송현이 사라진 후에도 카람은 송현이 사라진 곳을 올려다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의 변화도 없었다.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알 수 없었다. 그저 허리를 펴고 주먹을 살짝 말아 쥐고 있을 뿐이었다. ************************************************************************************* 타이핑 者 : [KOR]TheYtsejaM (당나귀 호환 P2P 프루나) 프루나에서 제가 타이핑한 소설들과 그 외 제가 모은 소설들을 공유했습니다. 검색어 : [KOR]TheYtsejaM 또는 TheYtsejaM 로 검색하시면 제가 공유한 파일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소유자가 1이라도 관계없습니다. 저는 항상 접속해 있으니까요. 제가 접속해 있지 않을 때는(파일이 안 받아지고 있을 때는) 제가 집에 없거나 파일 받기 대기 중일 겁니다. 기다리시면 하루 안에 반드시 받으실 수 있으실 겁니다. 무협도 엄청나게 많이(약 1기가 정도) 텍스트파일로 가지고 있는데 너무 파일이 많아서 그거 다 편집하려니 짜증나서 일단은 판타지만 공유중입니다. 무협도 필요하시면 프루나에서 메시지 전송 기능으로 쪽지 보내십시오. ************************************************************************************* 마법사 무림에 가다 [293 회] 어느새 어두운 밤하늘은 동쪽의 머나먼 산들 사이로 새하얀 얼 굴을 내밀어 주위를 밝히고 있었다. 이곳이 제일의 도시인 북경이 아니라면 우렁찬 장닭의 울음소리 를 들었어도 한참 전에 들었어야할 시간이었다. 집으로 향하던 송현은 떠오르는 해를 쳐다보았다. ‘시간이 애매하네.’ 집으로 향하기도 그렇다고 자금성으로 입궐하기에도 어중간한 시 간이었다. ‘어떻게 한다.’ 한참을 고민한 송현은 그대로 입궐하기로 마음먹었다. 어차피 지 금 집으로 가봤자 양설린과 대화를 나누기에는 턱없이 모자라는 시간이었다. 그렇다고 그냥 있다가 나오기는 뭐했다. 지금 입고 있는 옷도 평상복이 아닌 관복 차림 그대로였기에 바 로 입궐한다고 해도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일단 입권하기 전에 찾아갈 물건이 있지!’ 『현무, 지금 어디야?』 송현은 현무가 잡아놓고 있는 단우양을 찾아가기로 했다. 『주인 집 근천 야산이야.』 『알았어!』 송현은 현무가 느껴지는 곳으로 워프를 이용해 순간이동했다. 스팟! 송현이 나타난 곳은 야산이라고 하기에는 그 규모가 작고 구릉보 다는 조금 큰 곳이었다. 현무가 있는 곳으로 걸어간 송현은 땅 속에 머리만 내밀고 파묻 혀있는 단우양을 발견했다. 『그럼 난 간다, 주인.』 송현이 뭐라고 대답도 하기 전에 현무는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설린이나 잘 부탁해.』 『싸우지나 말아. 골 아프다.』 현무의 말 한마디에 송현은 휘청거렸다. ‘뭐 틀린 말은 아니기는 하지만 저 놈한테 들으니 왠지 기분이 찜 찜하네.’ 어쨌든 사신수가 양설린 곁에 머물고 있어 한결 마음이 편해진 송현은 기절한 채로 파묻혀있는 단우양 곁으로 걸어갔다. 툭 툭 툭 송현은 팔짱을 낀 채 발로 단우양의 머리를 툭툭 쳤다. 제법 강도를 높였지만 단우양은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이 놈의 현무가 이 자식을 어떻게 했길래 정신을 못 차리는 거 야?’ 어쩔 수 없이 웨이크 업 마법을 이용해 단우양을 깨웠다. 마법 덕택에 눈을 뜬 단우양이었지만 전신을 차리지는 못했는지 멍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툭! 송현은 조금 거세게 단우양의 뺨을 한 대 걷어찼다. “누, 누구냐?” 단우양은 송현의 발길질에 정신이 확 들었는지 제법 큰 목소리리 를 냈다. 그러나 자신이 처한 입장은 기억하지 못하는 듯 보였다. 자신의 걷어찬 인물을 찾기위해 고개를 돌리려 했지만 고개가 돌 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동시에 자신이 땅에 파묻혀있 다는 것을 뒤늦게야 알게 된 단우양이었다. “감히 내가 누군...” 단우양은 소리를 지르려다 간밤의 기억이 떠올리고는 얼굴이 헬 쓱해졌다. 그런 단우양을 보며 송현은 단우양 앞으로 다가가 쪼그려 앉았다. “보자, 감히 대명제국의 금의위 장군을 습격한 간 큰 무리의 우두 머리가 네 놈이군.” 송현은 단우양이 뻘쭘할 정도로 노골적으로 쳐다보았다. “소, 송 장군. 오, 오해가 있었던 모양이오.” 단우양은 변명만이 살길이라 여겼는지 송현을 향해 연신 입을 열 었다. “나, 나도 대명제국의 신하요. 도, 동창이라고 장군도 들어보지 않 았소? 내 거기에 첩형이란 직책으로 있소이다.” 송현은 아무런 대답도 없이 그저 단우양만 쳐다보았다. “내 범죄자를 잡아들인다고 하던 것을 그만 실수로 장군을 공격 한 것이오. 내 말을 믿어주시오.” 단우양은 연신 머리를 굴려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가 내뱉은 말 은 전부 자신의 행위의 정당성을 위한 말뿐이었다. 한참을 말해도 송현이 별반 변화가 없자 눈동자를 연신 굴리며 생각에 빠지는 모습이었다. “제보였소, 유 공자. 그 자가 장군이 그저 범법자라 하며 잡아들 이라고 했소. 내 앞뒤 알아보지 않고 한 것은 잘못...” 단우양은 일단 살고 봐야한다, 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그래서 일까 유승명의 이름까지 거론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후에 자신이 빠져나갈 일을 염두에 둔 것인지 그를 직접적으로 물고 들어가지 는 않았다. “가자!” 송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 나를 풀어주는 것이오?” 단우양은 살았구나, 라고 생각했다. ‘하긴 네 놈이 유 주부나리 이름까지 거론 되었는데 막무가내로 나가지는 않겠지.’ 단우양은 유승명과 유근을 생각했다. 그리고 권력의 힘을 다시 느 꼈다. “풀어주기는 내금부 감옥으로 가는 거지.” 송현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천연덕스러운 얼굴로 단우양에게 홀드마법을 걸고 땅에서 파냈다. “가, 감옥이라니... 동창의 첩형이라고 말했잖소. 첩형!” 그런 단우양의 얼굴을 송현은 턱을 매만지며 한참을 쳐다보았다. “그래, 잘 보라구. 나 첩형이야.” “역시 범죄형 얼굴이야. 자자, 시간 끌지 말고 가자고.” 송현은 품에서 포박줄을 꺼내 단우양을 묶었다. 그리고 슬쩍 홀드 를 풀어 다리만 자유롭게 만들어주었다. “야! 나 첩형이라니까. 너보다 품계도 높아!” “야, 시끄러워!” 딱! 송현은 단우양의 뒤통수를 한대 갈겼다. 그리고는 포승줄을 잡고 질질 끌면서 자금성을 향해 걸어갔다. “야, 개새끼야. 나 첩형이라니까! 쳡형이라고-!” 단우양의 목소리는 메아리쳤고 송현은 그 목소리가 안 들리는 듯 그를 소 잡아 끌 듯 끌며 자금성으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유근은 화려한 침상에 창백한 얼굴로 의식을 잃고 누워있었다. 침상 모투리에 카람이 가부좌를 튼 상태로 오른 손을 유근의 명 치 언저리에 올려놓고 있었다. 대놓고 눈에 뜨이지는 않았지만 카람의 오른 손과 유근의 몸에서 붉은 빛이 감돌았다. 카람의 차크라였다. 붉은 차크라는 유근의 온 몸을 돌아다니며 그의 몸을 어루만져주 고 있었다. 이런 행동이 카람에게 조금 힘이 부쳤는지 그의 이마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혀있었다.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 카람은 차크라를 거두고 자리에서 일어 났다. “아, 아버지께서는...” 유승명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카람의 옆에 서있었던 것이다. “별 이상은 없다. 다만 심적 충격이 큰 듯싶다. 충격 받은 몸은 내가 손을 썼으니 큰 탈은 없을 것이다.” 유승명은 안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기를 얼마 후. “으으으, 크하악. 헉헉헉!” 유근은 정신을 잃은 채 누워 있다가 온 몸에 땀범벅이 된 채 경 기를 일으키듯 자리에서 일어나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아버지.” 유승명은 유근이 정신을 차리자 허겁지겁 뛰어갔다. 그 모습을 보고 카람은 조용히 자리를 발걸음을 옮겨 방을 빠져 나가려 했다. 문 앞까지 도착한 카람은 자리에 멈추었다. 그리고 한참을 가만 서있더니 몸을 돌렸다. 카람은 복잡한 눈빛을 잠시나마 띠고 있었지만 이내 굳건한 눈빛 으로 바뀌었다. 목표를 향한 강한 의지가 그의 눈에 투영되어있 었다. “송현이라는 자의 짓이다. 무슨 뜻인지는 잘 알거야. 유 대감께 네가 설명해 주거라.” “무, 무슨 말이오? 자세히 설명해주시오.” 유근은 송현이라는 이름이 나오자 그 즉각 반응을 보였다. 카람은 유근의 말에 아무런 대답 없이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 다. 방안에서는 유승명이 더듬거리며 설명하는 목소리가 새어나 왔다. 자신의 허울은 교묘히 둘러대며 송현을 몰아쳐가는 말소리였다. 카람은 떠오르는 해와 잘 번영된 북경의 도시를 쳐다보았다. ‘과연 내가 잘하고 있는 짓인가?’ 이내 그의 눈에서는 강렬한 안광이 번뜩였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나에게는 앞만 있을 뿐이다. 라마교의 광명이 이 기름진 땅에 심을 미래만이.’ 카람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 시간 이른 아침. 자금성으로 들어가는 네 개의 궁문 중 동문인 동화문(東華門). 두 명의 금의군 소속 병사 둘이 보초를 서고 있었다. “하암-!” 뭉퉁한 코에 찢어진 눈. 얼굴 가득 곰보자국이 가득한 한 병사가 연신 하품을 했다. “우소, 자네 어제 마누라 엉덩이라도 본 모양이지?” “옛끼, 이 사람아. 단삼 자네 눈도 충혈된 거로 보아 자네야 말로 마누라 엉덩이를 본 게 아닌가?” 연신 하품을 하던 우소가 말대가리처럼 길다란 두상에 매부리코 를 가진 단삼에게 농을 걸었다. “나야 밤새도록 아새끼들 울어재끼는 바람에 한 숨도 못 잔거야. 나는 그렇다 치더라도 자식도 없는 자네는... 크크크, 내 말이 맞지? 자식새끼 만들려고 간밤에... 내 다 이해함세.” “이 사람이 아침부터... 농은...” 단삼은 부끄러운 듯 우소의 말을 회피하는 듯 했다. “낄낄낄, 역시 신혼을 즐기는 새신랑일세. 이 친구야, 이렇게 농담 이라도 해야 졸지 않을 게 아닌가?” “그렇기는 한데...” “결혼하더니 달라졌어. 예전에는 그렇게 응큼한 농을 잘만 하더 니.” 둘은 몰려오는 잠을 깨우려는 듯 연신 잡담으로 시간을 보냈다. “이보게, 단삼. 누가 오네.” 우소는 재빨리 단삼에게 저 멀리 다가오는 관복을 입은 사내를 보고 자세를 가다잡았다. 방금까지 흐트러진 자세를 보여주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 었다. 절도 있는 무게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담삼과 우소는 창을 당겨 가슴에 붙이고 부동자세로 부리부리하 게 눈을 뜨고 앞을 쳐다보았다. ‘응?’ 둘은 다가오는 사내를 보자 눈이 동그랗게 떴다. 백발의 사내. 내금부 소속의 장군이었다. 워낙 용모가 특이해 병사들은 누구라 도 그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이른 아침에 입궐한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웬 사내 하나를 포박해서 들어오고 있었던 것이다. 보아하니 저 사내를 자금성 외성의 내금부 소속의 감옥으로 데리 고 가는 듯 보였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 곳으로 올 리 만무했다. 특별한 일이 아니고서야 이렇게 죄인을 데리고 오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둘은 잔뼈가 굵은 병사들이었다. 궁금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런 기분을 버렸다. 그게 편하고 오래 살수 있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둘은 알고 있었다. “충!” “충!” 둘은 지나가는 송현에게 경례 구호를 외치고 다시 부동자세를 잡 았다. 그런데 접었던 궁금증이 슬그머니 다시 고개를 들었다. 지나가는 송현의 얼굴은 장난꾸러기와 같은 얼굴이었다. 그 정도 는 좋은 일이 있는 모양이구나, 라고 넘길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에게 잡혀오는 이였다. 많이 본 얼굴이었다. 거기에 얼굴만 딱 본다면 목에 핏대를 세우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모습이었다. 문제는 얼굴만 그렇다는 거지 목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단삼은 내심 생각에 잠겼다. ‘어디서 봤더라.’ 이상하게 끌려가는 이가 자꾸 마음에 걸리는 것이었다. ‘보자 그 얼굴에... 관복을 입혀보면... 허억!’ “다, 단 처, 첩형...” 단삼은 자신도 모르게 말을 더듬거리며 단우양을 알아봤다. “단 첩형나리라니?” 우소는 어느새 느슨한 모습으로 단삼에게 물었다. “바, 방금 끌려가는 자 아니 분 말이야. 동창의 단우양 첩형나리 라고.” “이 친구가 아침부터 뭐를 잘못 먹었나? 이보게 잘 생각해보게.” 우소는 자신이 선생이라도 되는 냥 떡 하니 단삼 앞에 서서 일장 설명하기 시작했다. “동창의 첩형이 높아 아님 내금부의 천호장군이 높아?” “그야 첩형이 높지.” “그럼 내금부의 천호장군이 첩형을 포박하고 올수 있을까? 없을 까?” “그, 그야 못 잡아오지.” 단삼의 말에 우소의 입가에 미소가 딱 그려졌다. 우소의 눈빛은 딱 걸렸어, 라고 반짝거렸다. “그렇다면 저기 끌려가는 이가 단 첩형나리가 맞을까? 아닐까?” “아니지.” “자, 그럼 근무나 서세나.” 우소는 가벼운 미소를 보여주고는 다시 제자리로 갔다. 단삼은 잠시 생각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우소의 말이 맞았던 것이다. “어이, 이 봐!” 단삼과 우소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교위나리.” 단삼과 우소보다는 체격이 좋아 보이는 사내였다. 입고 있는 옷도 병사들하고는 조금 틀렸다. 하위 장수이자 병사들을 지휘하는 교위였던 것이다. “방금 지나간 자가 왠지 단우양 첩형나리 같지 않아?” 교위는 연신 고개를 갸웃거리며 자신이 본 것이 사실인지 확인하 는 듯 했다. 그 말을 들은 우소와 단삼은 얼굴이 달리지며 서로를 쳐다보았다. 그런 그들은 조금 지나 피식하고 웃었다. “설마요.” “설마요.” “그렇지?” 교위는 자신이 잘못 본 것이 맞다고 확실하다고 정리하는 듯 했 다. “그럼요!” “그럼요!” “그래!” 셋은 동시에 자신들이 잘못 본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리 고 장시간의 침묵. “혹시...” “혹시...” “혹시...” 셋은 짜고 치는 연극인 냥 동시에 운을 뗐다. 그냥 넘기기에는 찜 찜했던 것이다. 한목소리에 셋은 깜짝 놀랐다. 그리고 동시에 셋의 얼굴은 일그러졌다. “수, 수고하게. 나는 가 볼때가 있어서.” 교위는 단삼과 우소에게 말을 던지다시피 남기고 어디론가 뛰어 갔다. 아마도 동창으로 뛰어가는 듯 했다. ************************************************************************************* 타이핑 者 : [KOR]TheYtsejaM (당나귀 호환 P2P 프루나) 프루나에서 제가 타이핑한 소설들과 그 외 제가 모은 소설들을 공유했습니다. 검색어 : [KOR]TheYtsejaM 또는 TheYtsejaM 로 검색하시면 제가 공유한 파일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소유자가 1이라도 관계없습니다. 저는 항상 접속해 있으니까요. 제가 접속해 있지 않을 때는(파일이 안 받아지고 있을 때는) 제가 집에 없거나 파일 받기 대기 중일 겁니다. 기다리시면 하루 안에 반드시 받으실 수 있으실 겁니다. 무협도 엄청나게 많이(약 1기가 정도) 텍스트파일로 가지고 있는데 너무 파일이 많아서 그거 다 편집하려니 짜증나서 일단은 판타지만 공유중입니다. 무협도 필요하시면 프루나에서 메시지 전송 기능으로 쪽지 보내십시오. ************************************************************************************* 마법사 무림에 가다 [294 회] 송현은 내금부 대영반 염청의 집무실로 가고 있는 중이었다. 똑똑똑 집무실로 들어가기 전 자신의 기척소리를 냈다. “누구야?” 호전적인 사내의 목소리였다. 일반적인 상관이라면 이렇게 반응하지 않는다. 군부에서도 이렇게 말하는 자는 아마도 없을 것이 분명했다. 보통 위엄을 내세워 ‘누군가?’라는 식의 표현을 쓰기 때문이다. 그 목소리에 송현은 역시 염청이구나, 라고 생각하며 웃었다. “황호단 소속 천호장군 송현입니다.” “들어와.” 송현은 염청의 허락에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재미없는 친구가 무슨 일로 나를 찾아왔나?” 염청은 의자에 몸을 푹 기댄 상태에서 손가락으로 코를 파며 심 드렁한 표정으로 송현을 쳐다보았다. “보고 드릴 일이 있어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보고?” 염청은 집무용 탁자에 올려 논 발을 아래로 내리며 의자를 당겨 앉았다. “아직 정식 업무도 보지 않는 녀석이 무슨 보고야?” “어제 저녁 저를 습격한 한 무리가 있었습니다.” “뭐야? 감히 어느 누가 대명제국의 장군을 습격한단 말이야? 이 건 반역이야, 반역!” 염청은 목에 핏대까지 세우며 발악에 가까운 목소리로 부르짖으 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서? 그래서 어떻게 됐어?” 염청은 한걸음에 송현에게 다가와 어깨를 잡고 앞뒤로 사정없이 흔들었다. “그 우두머리를 잡아왔습니다. 지금 감옥에 하옥해 났습니다.” “그래?” 염청의 얼굴에는 화색이 돌았다. “내 그 놈을 직접 패죽이겠다.” 염청은 한손을 허리에 떡하니 올리고 다른 한 손으로 가슴을 탕 탕치며 호언했다. 그러던 염청은 문득 말실수를 했다는 것을 느꼈는지 머쓱한 표정 으로 바뀌었다. “뭐 그게 아니라, 직접 문초를 하겠다는 거지.” 슬쩍 말을 바꾸더니 이내 쌍심지를 켰다. “뭘 따져? 앙?” 의례 송현에게 윽박질러버리고는 쿵쿵 발소리를 내며 밖으로 걸 어나갔다. 그러더니 이내 송현에게 다시 다가와 등짝에 손도장이 찍힐 정도 로 쾅 때렸다. “짜식, 사내가 쫀쫀하기는... 다 수하를 사랑하는 마음이 아니겠느 냐?” 염청은 어울리지 않는 미소까지 지어 송현에게 보여줬다. “대영반님을 뵈오니 든든합니다. 하하하.” 송현은 어색한 웃음으로 말을 받아쳤다. “그렇지?” 염청은 송현 얼굴 가까이 자신의 얼굴을 드리밀고는 다시 한 번 씨익 웃었다. “자, 가자! 내 이 놈을 당장 패대기를 쳐서 밟아 버리... 가 아니 라 문초를 해야지. 문초를... 암, 문초를!” 염청은 머쓱하게 웃고는 횡하니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 모습에 송현은 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염청은 빠른 발걸음으로 외성의 감옥에 송현과 함께 왔다. “충!” “충!” 그곳을 지키는 병사들이 연신 구호를 외쳤다. “야! 너!” “예, 옙!” 염충이 한 병사를 불렀다. “아침에 송 천호장군이 잡아온 죄인이 어디 있어?” “저...” 병사는 염충의 기세에 기가 파삭 죽어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말 을 더듬었다. “제가 압니다.” 송현이 곤란해하는 병사를 보며 자신이 나섰다. “그래? 그럼 앞장서.” 염청의 말에 송현은 쓴웃음을 지으며 감옥 안으로 들어갔다. 중죄인들이 머무는 독방이 즐비한 곳으로 향했다. 감옥에 들어서자 한 사내의 목소리가 귀가 아플 정도로 쩡쩡 울 렸다. “나 동창의 첩형이야. 이 새끼들아, 문 안 열어? 다들 죽고 싶어? 문 열어! 이 새끼들 나가면 다 죽었어.” 광인의 목소리 마냥 한시도 쉬지 않고 터져나왔다. 단우양이었다. “이 새끼, 조용 안 해?” 염청은 안 그래도 우락부락한 체격의 염청이 얼굴을 일그리며 으 릉거리며 단우양이 있는 독방으로 향했다. “어디 대명제국의 장군을 습격한 찢어도 시원찮을 육시랄 놈이... 커헉!” 염청은 자신의 말을 끝까지 다 잇지 못했다. 독방으로 향하던 발 걸음이 어느새 뒷걸음으로 바뀌었던 것이다. “너, 너...” 염청은 황당한 듯 송현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물찬 제비마냥 송현의 팔을 잡고 재빨리 밖으로 뛰쳐나왔다. “안에 있는 놈이 너를 습격한 놈들의 우두머리가 맞냐?” “그렇습니다.” “젠장!” 염청은 혼자 중얼거리는 말로 욕을 내뱉었다. “확실해?” 다시 한 번 확인하는 말투였다. “확실합니다.” 송현은 품에서 실물영사기를 꺼내어들었다. 그리고는 아무런 설명 없이 실물영사기에 저장된 것을 염청에게 보여줬다. 그 영상에는 간밤에 천명승대 제 2대대와 단우양, 유승명의 모습 이 찍혀있었다. “시팔, 이거 뭐 같구만.” 다른 이라면 일단 영상에 대해 의구심을 가졌겠지만 천성적으로 사람을 믿는 염청은 아무런 의심없이 송현이 보여준 영상을 믿었다. “이거 내가 해결할 일이 아닌데. 따라와!” 염청은 인상을 팍 쓰며 어디론가 걸음을 뗐다. 따라오는 송현을 힐끔 쳐다보고는 한마디 했다. “재미없는 놈이 사고 하나는 크게 치는군.” 그 말의 뜻을 모를 리 없는 송현은 염청이 안보이게 쓴 웃음 지 었다. “에효, 수하는 자식이다. 이거 누가 만든 말이야?” 염청은 걷는 중간 보이는 애꿎은 돌맹이들을 걷어찼다. 친군지휘사 건물 중심의 집무실. 금의위의 총괄하는 수장인 도독 상관후의 집무실이었다. 그 집무실에 세 명의 사내가 자리하고 있었다. 바로 상관후와 염청, 송현이었다. “이 아침부터 나를 찾아온 이유가 무엇인가?” 특유의 사무적인 말투였다. 새삼스럽게 듣는 말투도 아니지만 그날따라 염청에게는 멀게 느 껴지는 목소리였다. 전형적인 문관의 모습이었다. 차라리 같은 무관이라면 염청이 이렇게 곤란해 하지는 않았을 것 이다. 그냥 툭 까놓고 말하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상관후는 달랐다. 아무리 정이 있다지만 그건 어디까지 사적인 일에서 만이었다. “문제가 있어 찾아왔습니다.” “문제?” 상관후는 시선은 송현에게 머물렀다. 염청과 함께 들어왔고 문제가 있다는 말이 들었을 때 송현과 관 계된 일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것이었다. “말해보게.” “어젯밤 이 놈이, 아니 송 천호장군이 습격을 받았습니다.” “…….” 상관후는 특유의 무표정으로 염청의 말을 들었다. 아무런 반응이 없자 염청은 말하기가 더욱 곤란했다. 그래도 보고는 해야 하기에 겨우 입을 열어 말을 이었다. “그리고 송 천호장군이 습격한 무리의 우두머리를 잡아 내금부 감옥에 하옥시켜놓았습니다.” “그럼 자네가 처리하면 되지 나에게 보고를 할 필요가 없지 않은 가?” “그게 습격한 자의 우두머리가...” 염청은 이마에 흐르는 땀을 한 번 닦고는 어렵게 말을 이었다. “동창의 천명승대 제 2대대, 단우양 첩형이었습니다.” 그 순간, 영원히 변하지 않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상관후의 얼굴이 미약하나마 변했다. “단우양 첩형이라는 자가 습격한 것이 사실인가?” “그, 그렇습니다.” 염청이 대답했다. “자네에게 물은 것이 아니네.” 상관후는 딱딱한 말로 염청의 말을 부인하고 송현에게 대답할 것 을 명하는 눈치였다. “사실입니다.” “그걸 어떻게 믿지?” 상관후는 송현을 정면으로 주시했다. “거짓을 고하지 않습니다.” 송현은 상관후의 눈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쳐다보았다. “이건 걷잡을 수 없는 일로 퍼질 수 있는 일이다.” “…….” “증거가 있나?” 송현은 대답 대신 실물영사기를 꺼내어들었다. 상관후는 아무런 말도 없이 그저 송현이 하는 것을 지켜봤다. 이윽고 송현의 실물영사기에서 간밤에 있었던 영상이 흘러나왔다. “이상입니다.” 실물영사기의 영상이 끝났다. “이걸 어떻게 믿나?” 상관후는 상황에 따라서는 기분 나쁠 수 있는 말투였다. “믿을 수 있는 것이라 증명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 송현은 강한 눈빛으로 피하지 않고 상관후의 눈을 쳐다보았다. “믿도록 하지. 그리고 송 장군, 자네.” “말씀하십시오.” “저들이 동창의 천명승대 제 2대대라는 것을 몰랐나?” “몰랐습니다.” “진짜 몰랐나?” 그 말을 끝으로 상관후와 송현은 10여분이 넘도록 시선만 마주하 고 있었다. “어떤 대답을 원하십니까?” 그 침묵을 송현이 깨트렸다. “어떤 대답을 들려주고 싶나?” “상황에 따라서 다를 겁니다.” “다시 한 번 묻지. 진짜 몰랐나?” 상관후는 송현과 눈싸움이라도 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줬다. “알고 있었습니다.” “알고 있었다라. 그저 권력에 쫓아다니는 놈인 줄 알았는데 아니 라는 소리군.” 상관후는 무표정한 표정에서 눈빛만 살짝 바꿔 송현을 쳐다보았 다. “그럼...” 염청이었다.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 상관후에게 물어보는 눈치 였다. “어렵지만 내가 해결해 보지. 그럼 되겠나?” “감사합니다.” 염청은 마치 자신의 일인냥 기뻐하며 상관후에게 고개를 숙였다. “장담은 못 하네.” 별 기대하지 말라는 말투였다. 그 말을 듣는 염청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비록 저렇게 말은 해도 상관후의 성격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염청은 자리에서 일어나려했다.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 더 있는 듯 싶은데.” “없습니다.” 염청은 더 이상 볼일이 없었다. “자네 말고.” “네?” 염청은 그제야 상관후의 질문이 자신에 향한 것이 아닌 송현에게 향한 것이라는 것을 파악했다. 다시 자리에 일어서기도 머쓱해서 도로 앉았다. “해도 괜찮습니까?” “한 번 들어보지.” “그렇다면 보직을 바꿔주십시오.” “이, 이 봐!” 염청은 당돌한 송현의 말에 자신이 놀랐다. 수하가 된 입장으로 말 할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왜 마음에 안 드나?” “안 듭니다.” “상부의 명령인데도?” “따르라면 따르겠습니다.” “지금의 보직이라면 출세를 따 놓은 당상인데도?” “그런 것이라면 애초에 그 자를 잡아오지도 않았습니다.” 상관후는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집무용 탁자로 걸어갔다. “오늘부로 대기발령이다. 지금 그 말을 후회할 자리로 보내주지.” “감사합니다.” “그만 나가보도록.” 상관후는 송현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렇지만 송현은 예를 다해 인사했다. 끼이익 터걱 염청과 송현이 나가고 집무실 문이 닫혔다. 그제야 상관후는 고개를 들어 그들이 나간 문을 쳐다봤다. 그리고 알 수 없는 미소가 걸려있었다. 저벅 저벅 염청과 송현은 아무런 말도 나누지 않고 친군지휘사 건물을 빠져 나왔다. 쾅 솥뚜껑같은 염청의 손바닥이 송현의 등을 후려갈겼다. “크하하하하하.” 그리고 칼칼한 목소리로 고개 졎혀 웃었다. “이거 재미없는 놈인 줄 알았는데 거물이군, 거물이야. 크크크, 크 하하하하!” 한동안 배꼽이 빠지라고 웃어재낀 염청은 송현을 직시(直視)했다. “야, 오늘 나랑 술 한 잔이다. 알았어? 아! 그리고 왕수인 그 놈도 불러야겠어. 오늘 나랑 코 삐뚤어질 때까지 술 먹는 거야. 알았어?” 송현의 대답도 듣지 않고 염청은 걸음을 먼저 뗐다. “퇴청할 때 찾아와!” 그 말만 횡하니 던져버렸다. “거 참! 재미있는 놈일세. 앞으로 재미있는 일이 많겠어.” 중얼거리는 염청의 목소리에 송현은 그저 담담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 타이핑 者 : [KOR]TheYtsejaM (당나귀 호환 P2P 프루나) 프루나에서 제가 타이핑한 소설들과 그 외 제가 모은 소설들을 공유했습니다. 검색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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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자락을 화락 쥐었다. 잘 다려있는 그의 옷은 구겨진 종이장 마냥 구겨져 주름이 잡혔다. 그의 행렬은 자금성 궁문에서도 멈추지 않았다. 동화문을 넘어 그대로 들어갔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동화문을 넘어 자금성 내에서도 외부에 이르자 유근은 당연하다는 듯 가마에서 내려섰다. 그의 입궐을 기다리는 많은 자들이 있었다. 그들은 마치 황제를 알현하는 것처럼 저마다 예를 다해 유근에게 읍했다. 그런 인사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유근이었다. 유근은 자신을 마중 나온 자들 중에 전녕에게 다가갔다. 평상시라면 전녕은 유근의 행차를 기다리지 않는 자였다. 비록 유근보다 직급이 낮다고는 하지만 그도 사례감태감이라는 직급을 가지고 있는 자였다. “전 태감, 갑시다.” 유근은 전녕을 지나 발걸음을 옮겼다. “알겠습니다.” 전녕 역시 유근을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이 둘은 서로가 이 아침에 볼 것을 알고 있었던 것 같았다. 동창 건물의 동창제독 집무실. 이 곳에 유근과 동창의 제독으로 있는 전녕이 자리하고 있었다. 둘의 상하관계를 알 수 있듯이 유근이 전녕의 자리에 떡하니 앉 아있었고 전녕은 탁자 앞에 서 있었다. “간밤의 일어났던 일과 안화왕부의 소선군주에 대한 일은 어떻게 되었소?” 비록 유근이 전녕에게 하대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말투와 표정, 행 동들에서 그를 엄연히 낮추고 있었다. “그것이...” 전녕의 이마에서 맺힌 땅방울은 아래로 흘러 코끝이며 턱 끝에 알알이 맺혔다. 차라리 어제 보고가 되었다면 속이 편했을 것이 분명했다. 하필이 면 그때 유근의 집에서 원인 모를 폭발이 생겨 자신의 보고가 늦 어진 것이었다. 정덕제와 관련된 간밤의 사건의 중심에 소선군주가 있었기에 전 녕은 소선군주를 중심으로 설명했다. 그녀가 자금성에 들어온 시점부터 해서 건청궁까지 들어선 순간 까지의 행동들이 거의 빠짐없이 전녕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확실히 동창의 정보력이 뛰어나서 인지 사실과 별반 차이가 없었 다. 유근은 전녕의 보고를 받으며 지긋이 눈을 감았다. 귀는 열어두어 전녕의 보고를 받으면서도 머릿속으로는 간 밤의 사건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온갖 추측을 떠올렸다. 그러던 찰나 전녕의 보고 중 그의 눈을 번쩍 뜨게 만드는 사실이 있었다. 바로 송현 스스로의 행적이었다. 소선군주의 행적은 너무나도 완벽했다. 그러나 송현은 그러지 못 했다. 아무도 그가 퇴궐(退闕)하는 모습을 본 이가 없었다. ‘그 놈과 연관이 되어있는 것이 확실해. 분명 송현이라는 작자가 분명 건청궁으로 들어간 것이 확실해보 였다. 앞뒤 정황이 그걸 말해주고 있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아무도 그를 본 자가 없었다고 했다. 심지어 는 쓰러져 있던 동창의 무영살대조차 그를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근무를 서다 정신을 깨어보니 쓰러져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외부를 지키던 자들마저 그가 들어가는 것을 본적이 없다 고 했다. “전 태감.” 유근은 전녕을 불렀다. 확인해보고 싶은 것이 있었던 것이다. “하명하십시오.” “그대가 천명승대 제 1대대를 이끌고 안화왕부를 갔을 때 제 2대 대는 무엇을 하고 있었나?” 유근은 유승명에게서 들은 것이 있었다. “이 곳에서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확실하오?” “네.” 전녕을 바라보는 유근의 눈빛은 찌푸려지고 미간은 내천 자를 만 들었다. 간밤에 자신의 수하들이 무엇을 했는지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전 태감. 확실한가?” 어느새 유근의 말투는 하대로 바뀌었다. “화, 확실합니다.” 콰앙 유근은 손바닥으로 탁자를 내려치며 전녕을 노려보았다. 그 소리 에 전녕은 움찔거리며 뒤로 한 발자국 물러났다. “도대체 자신의 수하들이 무엇을 하는지도 모른단 말인가?” “…….” 전녕은 아무 말도 못하고 그냥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에잉, 쯧쯧쯧.” 유근은 몸을 틀어 전녕을 등졌다. 전녕은 어떻게 해야 할 지 몸 둘 바를 몰랐다. “제독나리, 친군지휘사 상관 도독님께서 찾아오셨습니다.” 동창 소속의 한 병사가 집무실을 열어 전녕에게 그 사실을 알렸 다. “나중에 들리시라 하라.” “하오나... 어찌...” 병사의 입장에서 상관후에게 그런 말을 전하기가 어려웠다. “지금 유 장인태감과 함께 있는 것이 네 놈의 눈에는 안 보이느 냐?” 전녕의 입에서 신경질적인 목소리가 병사에게 터져나갔다. 유근이 함께 있다는 사실을 그만 잊어버리고 소리를 버럭 질러버 린 것이었다. 전녕은 재빨리 고개를 돌려 유근에게 변명하기 시작하려했다. 그런 전녕을 유근은 못마땅한 눈으로 쳐다봤다. 끼이익 그때 문이 열리고 한 사내가 안으로 들어왔다. 바로 상관후였다. “내 전 제독의 말을 듣지도 않고 불쑥 들어와서 죄송하오. 급한 일이 있어 내 실례를 무릅썼소이다.” 상관후는 차가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런 모습을 보는 전녕의 표정도 과히 밝지는 않았다. 동창과 금의위. 그 둘은 그리 좋은 사이가 아니었다. 겉으로 표출이 되지는 않았지만 알게 모르게 으르릉 거리는 사이 였다. 그러니 둘의 시신이 좋을 리 만무했다. 전녕에게 인사를 건네던 상관후의 눈에 유근이 들어왔다. “유 태감이 있으신 지도 모르고 실례했습니다.” “아니오, 급한 일이 있으니 찾아온 것이 아니겠소.” 상관후는 유근이 있다는 사실에 대해 별로 놀라는 기색이 아니었 다. 동창의 수장이 전녕이라고는 하지만 유근이 실질적인 수장이 라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었다. 유근은 상관후가 찾아오자 눈빛을 살짝 달리했다. 서로 앙숙인 관계를 가진 금의위의 상관후가 찾아왔다는 것은 그 만큼 무어인가가 있다는 소리였다. 유근은 가라앉은 눈으로 상관후를 쳐다봤다. 사실 동창과 금의위가 앙숙이 된 이유는 바로 자신의 눈앞에 서 있는 상관후 때문이었다. 금의위. 금의군 소속의 또 다른 집단이었다. 동창이 황제의 명에 따라 움직이는 별동부대의 성격을 가지고 있 다지만 금의위 역시 마찬가지였다. 단지 다른 점은 동창의 수장은 환관이 자리하는 반면 금의위는 문관이나 무관들이 자리했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대부분 문관들이 가기는 했지만 말이다. 거기에 또 하나, 금의위는 오로지 황제의 명만 받들었다. 유근이 아무리 전결권을 가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들을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게 할 수는 없었다. 물론 상관후가 자신의 수족이 된다면 가능했지만 그는 그렇게 하 지 않았다. 오로지 정덕제만 바라보는 이였다. 자신이 뭐라고 하던 콧방귀도 뀌지 않는 위인이었던 것이다. 자신 의 회유에도 곧은 대나무처럼 굽지 않았다. 그러니 자신의 뜻과 어긋나는 일이 종종 있었다. “험험, 상 도독께서 바쁘신 듯 하니 먼저 전 태감, 아니 전 제독 과 이야기를 나누시지요. 저는 잠시 기다리겠습니다.” 유근은 전녕의 호칭을 살짝 바꿨다. 전녕이 비록 환관으로 태감이라는 별책을 가지고 있다지만 지금 상관후를 만나는 자리에서는 동창의 제독이라는 직책으로 있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전녕의 위치를 잡아주는 말 속에 유근의 음흉함이 숨어있 었다. 평상시라면 당연히 품계가 높은 자신의 용무가 끝이 나야 상관후 의 용무를 보게 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상관후가 어떤 일로 전 녕을 찾아왔는지 자신의 귀로 알고 싶었기에 이렇게 능구렁이가 담 장 넘어가듯 슬쩍 양보한 것이었다. 그 사실을 상관후가 모를리 없었다. 허나 유근이 동창의 실질적인 수장이라는 사실도 알거니와 어차 피 그의 귀에 들어갈 것임에 틀림없기에 굳이 다른 말을 하지 않고 수긍했다. 또한 유근이 있는 것이 상관후에게는 훨씬 유리하게 돌아갈 수 있기에 유근의 뜻에 따랐던 것이다. 유근은 여전히 전녕의 집무실 탁자에 앉아있었고 둘은 집무용이 아닌 접대용으로 만들어진 곳에 앉았다. “그래 무슨 일이오?” 전녕이 먼저 말을 꺼냈다. “다름이 아니라 어젯밤에 수하로 있는 한 장군이 습격을 당했소.” 상관후는 제법 직설적이지만 곧 바로 쏘아부치지는 않았다. “허어, 어떻게 그런 일이.” 전녕은 상관후의 뜻도 모르고 그저 걱정하는 척 맞장구를 쳤다. “그런데 찾아온 볼 일이...” 비록 맞장구는 쳐줬지만 상관후를 마주대하기가 껄끄러운 듯 본 론으로 유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에잉, 저렇게나 눈치가 없어서야.’ 유근은 한심한 모습의 전녕을 쳐다봤다. ‘저러니 상관후, 저 놈이 동창을 무시하지. 그렇다고 내칠 수도 없 고.’ 그저 전녕을 보며 못마땅하며 대화를 계속 들었다. “전 제독께서 본론으로 들어가기를 원하시니 내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소.” “그, 그러시지요.” 전녕은 자신이 원했지만 상관후가 거기에 맞혀 을씨구나하고 바 로 말을 꺼내자 조금 당황스러웠는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말을 살짝 더듬거렸다. “어제 습격을 당한 나의 수하가 있다고 말씀드렸소이다.” “말했습니다만.” “습격한 무리의 수장을 잡았소.” “어허, 왜 자꾸 그 말을 하시오? 본론을 말한다고 하지 않았소이 까?” 전녕은 조금 신경질 적인 목소리를 냈다. “본론은 습격한 무리의 수장이 동창의 한 첩형이오. 바로 천명승 대 제 2대대 수장인 단우양 첩형이오.” 뚝 시간이 멈추었다. 시간이 멈출리 없었다. 시간이 멈춘 듯 전녕과 유근의 행동이 딱 멈췄던 것이다. “상 도독, 지금 나랑 장난치자는 게요?” 전녕은 자리에서 일어나 당장이라도 싸움을 버리려는 기색으로 상관후를 쏘아봤다. 그러나 상관후의 눈은 그런 전녕이 아닌 유근 에게 향해 있었다. 상관후는 동창의 건물을 빠져나와 금의위의 친군지휘사 건물로 향하고 있었다. ‘다행이야. 일이 어렵게 풀릴 수도 있었는데 유 태감이 그 자리에 있어서 쉽게 풀릴 수도 있었다.’ 비록 전녕이 중간에 끼여 일을 풀었지만 실제적으로는 유근과 상 관후, 자신이 푼 것이었다. 결과는 오히려 쉬웠다. 없었던 일로 무마하는 것. 그 편이 유근에게도 좋았고, 상관후 자신에게도 좋았다. 유근은 그의 아들인 유승명의 허물을 묻어둘 수가 있었고, 자신은 수하인 송현을 아무런 해도 없이 감싸 안을 수 있었던 것이다. 상관후는 송현을 떠올리며 자신의 집무실로 향했다. ************************************************************************************* 타이핑 者 : [KOR]TheYtsejaM (당나귀 호환 P2P 프루나) 프루나에서 제가 타이핑한 소설들과 그 외 제가 모은 소설들을 공유했습니다. 검색어 : [KOR]TheYtsejaM 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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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이었던 것이다. 오늘은 일찍 집에 가고 싶었던 나머지 약속을 잊고 있었던 것이 다. ‘이거 설린이랑 화해를 해야하는데... 에효!’ 간밤까지만 해도, 아니 아침까지만 해도 강하게 나간다고 속으로 다짐에 다짐까지 했던 그였지만 이제는 달랐다. 보고 싶기도 했고, 미안하기도 했다. 자꾸만 설린의 모습이 떠올라 머리주위를 윙윙거리며 맴돌았던 것이다. 그런 송현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염청과 왕수인의 대화는 계 속 이어졌다. “술이면 저야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근데 대영반님.” “왜?” “오늘 술 먹어야 할 이유가 무엇입니까?” 언제나 끊임없는 이유를 만들어 술을 먹는 염청이기에 왕수인은 오늘은 또 어떤 이유를 가져다 붙일까 호기심이 생겼다. 염청은 송현을 향해 얼굴을 쭉 내밀며 눈을 송현에게 고정시켰다. 당연히 왕수인의 시선도 염청을 따라 움직였다. “송 장군이 아닙니까?” 왕수인은 자신의 질문에 느닷없이 송현을 쳐다보는 염청을 보며 이유를 모르겠다는 듯 쳐다봤다. “저 놈, 물건이야. 물건!” 염청은 이제까지 있었던 일들을 생각마며 히죽히죽 웃었다. “쓸데없는 말 하지 말고 따라와! 이유는 자연히 알게 될 테니.” 밖으로 향하던 염청은 뒤로 돌아봤다. “야, 너도 나와야 할 것 아니야?” “하, 하지만... 아직 일이.” 송현은 자신 앞에 있는 서류를 하나 들었다. “대기발령 난 놈이 무슨 서류야. 나와!” “예, 예!” 송현은 들고 있던 서류를 내려놓고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는 염청 때문에 부랴부랴 밖으로 나섰다. “대기발령이라니요?” 왕수인은 전후사정을 몰랐기에 대기발령의 의미를 몰랐다. 북경 중심의 어느 유곽 청루라고 불리는 여인들이 있는 곳이었다. 흔히 홍루라 불리는 곳과는 조금 다른 곳이었다. 홍루가 여인들이 몸을 파는 것에 비해 청루는 여인들이 몸을 팔 지 않는 곳이었다. 그렇다고 얌전히 놀아야만 하는 것도 아니었다. 다짜고짜 염청이 이 둘을 이 곳으로 데리고 왔던 것이다. 왕수인 은 이런 일이 많았는지 별 다른 반응 없었다. “크하하하하.” “하하하하.” 염청과 왕수인은 자신의 목소리가 얼마나 클 수 있는지 실험하는 듯 목청껏 웃었다. “대영반님, 사실입니까?” “그렇다니까. 그래서 저 놈이 대기발령 난거야.” 왕수인은 그 말에 고개를 돌려 어색하게 술 잔을 잡고 있는 송현 을 보았다. “사실인가?” “그렇습니다.” “내 자네가 보통은 아닌 줄 알았지만 이거... 푸하하하하.” 왕수인은 다시 한 번 웃었다. “속이 다 시원합니다, 대영반님. 동창 놈들 기가 팍 죽었겠는...” “쉿! 말조심해라. 그러나... 푸훗, 크하하하하. 동창 놈들 얼굴 짝 을 보고 싶어지는구나. 하하하하.” 왕수인의 목소리를 제지한 염청이었지만 그의 성격에 자신이 그 말을 하고야 말았다. 둘이 송현이야 어떻든 한참을 더 실컷 웃었다. “이제 할 이야기는 다 했고...” 염청의 분위기가 갑자기 달라졌다. 그런 분위기에 익숙한 듯 왕수인은 담담한 미소를 그리며 염청의 모습에 호응해주었다. “애들아!” 유곽이 무너지지는 않을까 싶을 정도로 큰 목소리로 누군가를 불 렀다. “오호호호.” “호호호.” “오셨어요?” 세 명의 기녀들이 저마다 얼굴이며 입가며 꽃을 피우며 안으로 들어왔다. 기녀들은 익숙한 듯 자신의 짝을 찾아 자리에 앉았다. 염청은 자신의 옆에 앉은 기녀를 억센 팔로 끌어당겨 안았다. “오랜 만이구나.” “왜 이렇게 뜸하셨어요?” 기녀는 염청의 품에서 아양을 떨었다. 염청은 이곳에 자주 들락거렸는지 기녀와도 잘 아는 사이인 듯 했다. 한마디로 이곳의 단골인 듯 했다. 그 모습에 송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왕수인을 힐끔 쳐다보 았다. 그 역시도 익숙한 듯 여유롭게 행동하고 있었다. 다시 한 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휴우-! 설린...’ “아잉, 술 한 잔. 아-!” 자신에게도 어김없이 기녀 하나가 달라붙었다. 송현에게 붙은 기녀는 오로지 단골하나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온 몸을 날려 송현에게 달라붙었다. 그런 기녀의 행동에 송현은 죽을 맛이었다. 염청의 술 권유에 연신 달라붙는 기녀. 조금이라도 빨리 술자리가 파하기를 원했다. 송현의 각고의 노력(?)으로 어느 덧 술자리가 끝이났다. 염청은 거하게 마셨는지 한껏 쉬에 취해있었다. 유곽으로 나서며 송현과 왕수인은 그를 부축할 수 밖에 없을 정 도였다. “자네는 먼저 가게. 대영반님은 내가 잘 모실테니.” “하지만...” “괜찮아. 하루 이틀도 그런 것도 아니고. 자, 어서 가게나. 집에 기다리는 사람도 있으니.” 왕수인은 송현의 등을 떠밀었다. “그럼, 먼저 가겠습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그래.” 송현은 미안한 마음을 왕수인에게 표현하며 뒤로 돌아섰다. 집으로 발걸음을 떼려는 순간 거리 저 편에 양설린이 걸어오고 있었다. “설린...” 이 시간에 양설린이 이 곳에 있을 리 없었기에 송현은 술 기운인 가 싶어 팔을 들어 눈을 비볐다. 그리고 다시 그 쪽을 쳐다보았다. 양설린. 그녀가 맞았다. 양설린은 그 시간까지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렇다고 자신의 본 집인 마교로 돌아가지도 않았다. ‘내가 집에 없으니 초조하겠지? 그래도 그렇지 나를 아직까지 안 찾아와! 그냥 집에 갈까? 한 번 봐줘?’ 처음에는 너무 화가 나 집을 뛰쳐나왔다. 시간이 지나 곰곰이 생각해보니 조금 이상하기도 했다. 누구보다 송현을 더 많이 알고 있는 그녀였다. 송현의 성격에 그 럴 위인이 아니었다. ‘그래! 뭔가 사연이 있을거야. 내가 가가를 믿지 못하면 누가 가가 를 믿겠어. 집으로 가자. 가서... 가가?’ 양설린은 자신의 앞에 눈을 비비며 서있는 송현을 보았다. “가가...” 너무나도 반가웠다. 이제까지 모든 일들은 그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서 씻은 듯이 사 라졌다. “가가!” “설린!” 두 연인의 눈이 마주쳤다. 그 사이에는 봄날의 향긋한 꽃향기가 풍겼다. 설린은 뛰었다. 송현에게로... 송현도 뛰……지 못했다. “장군님-!” 코맹맹한 소리가 송현의 등에서 들리더니 양설린을 향해 달리려 는 송현의 옷자락이 누군가에 잡혀버린 것이었다. 바로 유곽에서 자신의 짝이었던 기녀였다. 화락 기녀는 송현의 등을 확 안은 것이었다. “소녀의 이름도 모르고 가시다니... 소녀는 너무 슬프옵니다.” 기녀는 송현을 자신을 향해 돌렸다. 송현의 얼굴은 얼빠져있었다. 기녀는 그저 술이 취했구나 싶어 손을 들어 송현의 뺨을 쓰다듬 었다. “소녀의 이름 향월이옵니다. 꼭 기억해주세요.” 향월이는 자신의 품에서 손수건 하나를 꺼냈다. 그 손수건에는 향 월이라는 두 글자가 수놓아져져 있었다. 손수건을 송현의 품안에 살짝 넣어주고는 뺨에 가볍게 입을 맞추 었다. “원래는 안하는데 특별히 해드리는 거예요. 부끄러워...” 향월은 얼굴을 붉혔다. 그리고 손을 들어 얼굴을 감싸고는 유곽 안으로 뛰어갔다. 그리고도 한참. “서, 설린.” 여전히 멍한 눈과 얼빠진 얼굴로 그 한마디를 내뱉고는 고개를 돌렸다. 휘이이잉 싸늘한 바람이었다. 북해의 차가운 얼음 바람보다 더 차가웠다. 송현만의 착각이었을 지는 몰라도 바람이 불었고 송현은 그 바람을 느꼈다. “이, 이...” 양설린은 말을 다 잇지 못하고 뒤로 돌아섰다. 돌아서는 그녀의 눈가에 맺힌 눈물은 떨어지는 꽃잎처럼 바람에 휘감겼다. “그게…… 아니오.” 양설린의 모습이 사라지자 송현은 정신을 차렸다. “설린! 설린! 설린!” 그렇게 사라지는 송현을 왕수인은 끝까지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나 상황과 전혀 다른 말을 읇조렸다. “대기발령이라...” 뜻 모를 말만 남기고 왕수인도 염청을 부축하며 사라졌다. 횡한 눈. 지금 송현의 눈이었다. 어제 한 숨도 못 잔 것이 분명했다. “설린...” 몽유병 환자처럼 흐느적거리며 자신의 사무실로 들어갔다. “좋은 아침...” 왕수인은 송현에게 아침 인사를 건네려했지만 건네지 못했다. 알아듣지도 못할 정도로 혼자 중얼거리던 송현은 자리에 앉고도 여전히 중얼거리고 있었다. 자신이 앞에 떡하니 서있었건만 들판의 허수아비 마냥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스쳐 지나가버린 것이었다. ‘피식, 어젯밤 싸웠나? 그래도 이건 너무하는데.’ 철썩! 왕수인은 있는 힘을 다해 송현의 등짝을 때렸다. “컥!” 송현은 화들짝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뭘 그리 중얼거리나?” “왕... 장군님.” 그제야 몽유병에서 치료가 된 듯 했다. “아무 것도 아닙니다. 휴우-!” “어제 싸웠나?” 왕수인은 부럽다는 눈치로 슬쩍 어깨를 밀었다. “휴우-!” ‘싸우기라도 했었으면 소원이 없습니다. 아! 설린-!’ 완벽히 집을 나간 양설린에 대해 말할 수 없어 그저 속만 태웠다. “그만 한 숨 쉬고, 이제 일해야지. 일!” “어제 말씀드린 데로 저는 발령대기 중입니다.” “나도 발령대기야!” 왕수인은 엄지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씨익 웃었다. “네?” 콰당 내금부 문짝이 부서질 정도로 문이 벌컥 열렸다. 염청이었다. 씨익 씨익 씨익 성난 코뿔소의 콧김이 저럴까? 있는 데로 커진 염청의 콧구멍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라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였다. 커친 숨을 몰아쉬는 염청은 안을 들여다보지도 않고 소리를 질렀 다. “왕수인. 어디 있어? 앙?” 그런 염청의 반응에도 불구하고 왕수인은 여유롭게 웃고 있었다. “대영반님, 저 여기 있습니다.” 왕수인은 손을 들어 염청이 잘 볼 수 있게 했다. “너, 너 아침부터 무슨 짓을 한거야?” 쿵 염청은 왕수인에게 다가가 솥뚜껑만한 주먹으로 왕수인의 머리를 내려쳤다. “네 놈이 저기 저 백발의 희멀건하게 생긴 놈이야?” 뜻하지 않는 자신이 거론되자 송현도 무슨 일인지 궁금해졌다. “아침 댓바람부터 상관 도독님을 찾아가서 뭐가 어째고 저째? 자 신도 대기발령 내달라고?” “그래도 흔쾌히 내주시던데요.” 왕수인은 아무런 일도 아니라는 듯 말했다. “허억!” 그 말에 송현도 놀랐다. “어제는 저 희멀건한 놈. 오늘은 네 놈. 둘이 아침마다 찾아가서 보직 바꿔달라는 놈들이 어디 있어? 아이구 내가 못 살아.” 염청은 다시 한 번 왕수인의 머리를 쾅 하고 내려쳤다. “고맙습니다, 대영반님.” 왕수인은 염청의 마지막 머리가 허락의 뜻이라는 것을 알았다. 염청은 그냥은 못 들어가는지 송현에게도 꿀밤(?)을 줬다. 쾅! “네 놈도 똑같아.” 그 말만 툭 던지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송 장군, 옷 갈아입어. 무복으로.” 왕수인은 자신의 옷을 가리켰다. 완벽한 무복차림이었다. 금빛 찬란한 갑옷에 붉은 수실이 달려있는 투구를 한쪽 허리에 끼고 있었다. “근무도 없는데 무복은 왜 입으시라는 겁니까?” “나랑 한 약속 잊은 모양이군. 무공 익히기로 했잖아. 둘 다 대기 발령이겠다. 할 일도 없겠다. 딱 좋은 때라 생각이 드는데.” “하, 하지만.” “남아일언!” 왕수인은 허리를 쭉 펴며 강한 어조로 말했다. “중천금!” 송현은 그에 반해 힘없이 대답했다. “자 준비하고 연무장으로 빨리 나와!” 왕수인은 그 말을 송현에게 하고 먼저 밖으로 나갔다. ‘휴우-! 그때는 설마 했는데... 별 수 없는 건가?’ 송현은 무복으로 갈아 입으로 갔다. ************************************************************************************* 타이핑 者 : [KOR]TheYtsejaM (당나귀 호환 P2P 프루나) 프루나에서 제가 타이핑한 소설들과 그 외 제가 모은 소설들을 공유했습니다. 검색어 : [KOR]TheYtsejaM 또는 TheYtsejaM 로 검색하시면 제가 공유한 파일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소유자가 1이라도 관계없습니다. 저는 항상 접속해 있으니까요. 제가 접속해 있지 않을 때는(파일이 안 받아지고 있을 때는) 제가 집에 없거나 파일 받기 대기 중일 겁니다. 기다리시면 하루 안에 반드시 받으실 수 있으실 겁니다. 무협도 엄청나게 많이(약 1기가 정도) 텍스트파일로 가지고 있는데 너무 파일이 많아서 그거 다 편집하려니 짜증나서 일단은 판타지만 공유중입니다. 무협도 필요하시면 프루나에서 메시지 전송 기능으로 쪽지 보내십시오. ************************************************************************************* 마법사 무림에 가다 [297 회] 내금부 한편에 만들어져있는 연무장으로 송현은 무복 차림으로 나갔다. 쐐애애액 쑤아아악 왕수인이 연무장에서 목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비록 목검이었지만 매서운 검풍과 검명이 느껴졌다. 자박 자박 송현이 의도하지 않았지만 발자국 소리가 연무장으로 울려퍼졌다. “후우-!” 왕수인도 발자국 소리를 들었는지 목검을 들이며 편안한 자세로 검세를 마무리 지었다. “왔나?” “네.” 왕수인은 송현 곁으로 걸어갔다. “나 보다 자네가 더 뛰어난 무인이라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나 는 너에게 무공을 가르치고 싶다.” “알겠습니다.” 진지한 왕수인의 말에 송현은 무공을 한 번 배우는 것도 나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좋았어.” 왕수인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무예를 쓰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무림에서 활동했으니 한 두가지 익히고 있는 것이 있겠지? 말하고도 조금 이상하군. 어쨌든 알고 있는 무공들이 있을 테니 무엇인지 말 해줄 수 있나?” “별로 대단한 것은 아닙니다. 흔해 빠진 내공심법하고 풍운보를 익혔습니다. 그 밖에 잘잘한 것 하나 쯤은 있지만 특별히 말해드릴 것은 아닙니다.” 송현은 내공심법을 말해줄 수 없었다. 마나심법은 자신이 만든 것이었다. 이것이 무인들에게까지 통용될 지는 미지수였다. 또한, 정확히 무인의 성장 단계를 몰랐기에 지금 자신이 무단전 상태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몰랐다. 자신의 클래스로 대충 짐작은 했지만 굳이 말해줄 필요는 없었다. “권이나 장, 퇴 혹은 검이나 탕 퇴법도 배운 적이 없다.”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배우고 싶은가? 나 역시 무공이 높지는 않지만 기본적인 길은 닦아 줄 수 있다.” 송현은 왕수인의 말에 고민에 빠졌다. 이왕 무공을 배워야한다면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것을 배우고 싶 었다. ‘그렇다면 검이나 도는 일단 배재하고...’ 한참을 서서 생각했다. 그 모습을 왕수인은 가만히 지켜봤다. “왕 장군님. 그렇다면 저에게 창법, 그리고 권, 장, 퇴법을 가리켜 주십시오.” 어느 누군가가 들었다면 배를 잡고 웃거나 무시했을 내용이었다. 허나 왕수인은 남들과 다르게 받아들였다. 송현이 누구인가. 비록 자신이 무림에 몸을 담고 있지는 않다고는 하지만 엄연한 무인임에는 틀림없었다. 그런 그였기에 송현이 가지는 별호의 무게를 충분히 알 수 있었 다. 그런 그가 자신의 질문에 건성이나, 즉흥적으로 대답한 것이 아닌 충분히 숙고에 숙고를 거쳐 대답했던 것이다. “그 이유를 나에게 말해줄 수 있겠나?” “왕 장군님께서 저와 비무를 해보았겠지만 저의 무리(武理)는 일 반 무인들이 가지는 무리와는 다릅니다.” “알고 있네.” “저는 무인들과는 달리 검이나 도와 같은 무기를 들고 싸우기 힘 듭니다. 그렇기에 맨 몸으로 할 수 있는 것을 찾았기에 권, 장, 퇴 법을 말씀드린 겁니다.” 왕수인은 송현의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송 현의 말에 어폐가 있음을 알아차렸다. “자네 말대로라면 창법은 왜 배우고 싶어 하지?” 송현은 그 말을 하는 왕수인을 보며 아이스 스피어를 만들었다. 우웅 송현의 손 안에 투명하면서도 시퍼런 냉기를 내뿜는 빙창이 하나 들렸다. “파이어 스피어!” 화르륵 송현은 다른 한 손에 아이스 스피어의 반대 속성을 가진 파이어 스피어를 만들어 손에 들었다. 왕수인은 눈빛을 가라앉히고 송현의 손에 들린 아이스 스피어와 파이어 스피어를 내려다보았다. “저의 능력으로 이것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창법을 배우고 싶어 하는 것입니다.” “뜨, 뜨겁지 않은가? 아니야 차갑지는 않고?” 왕수인은 예전 송현과의 비무를 생각해냈다. 그때도 아이스 스피어와 파이어 스피어의 강력한 힘을 경험했었 다. 그런 두 자루의 마법 창을 잡고 있는 송현이 이상하기도 했다. “제가 만든 것인데 제가 그런 느낌이 들면 어떠합니까?” “그, 그렇군.” 왕수인은 송현이 마법 창을 없앨 때까지 신기한 듯 쳐다봤다. “심법이야 이미 고칠 수 없는 것이고, 고칠 수 있다고 해도 굳이 고칠 필요는 없음이야. 그러나 풍운보(風雲步)는 너무했어.” 왕수인은 그렇게 말을 하는 순간 송현과의 비무를 다시 한 번 생 각해냈다. “서, 설마 나와 비무했던 것이 풍운보는 아니겠지?” “어떻게 보면 맞기도 하고 아니기도 합니다. 제가 변형을 좀 시켰 습니다.” 그렇게 왕수인은 송현에 대해 여러 가지를 질문하면서 그에게 맞 는 무공을 찾아갔다. 그 날부터 송현은 왕수인에게 무공을 배우기 시작했다. 왕수인은 연무장 끝에 나란히 세워져있는 병기 중 나무로 된 봉 두개를 들고 왔다. 그러나 일반 봉과는 조금 차이가 있었다. 봉 끝에 하얀 천으로 감싸져있었다. "일단 창술부터 시작하겠다.“ 왕수인은 연무장 한 가운데로 목창을 들고 갔다. 후웅 후웅 후웅 몇 차례 목창을 돌린 왕수인은 두 다리를 넓게 벌리고 자세를 낮 추는 동시에 창대를 단단히 잡았다. “지금부터 내가 가르쳐줄 창술은 대단한 것이 아니다. 그리고 사 실 대단한 것을 가르칠 생각도 하지 않았다. 단지 송 장군, 너의 주 무력에 조금이라도 부가적인 힘을 줄 수 있을까 싶어 가르치는 것 뿐이다. 즉, 검술을 하는 자가 권이나 장, 퇴법을 익히는 것과 비슷한 것이라 생각하면 된다.” 왕수인의 말에 송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충분히 이해가 가는 말이었고, 어쩌면 자신도 저 정도를 원한 것 같기도 했다. 후웅 후웅 “창술의 첫 번째는 휘창식(揮槍式). 즉 휘두르는 것이다.” 왕수인은 창대를 시계방향과 반대방향으로 번갈아가며 휘둘렀다.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서서히 매서워졌다. “휘식으로 창술은 공격과 방어가 동시에 되는 기술이라 할 수 있 다.” 원형을 그리며 돌아가는 창은 화려했다. 거기에 뿜어져 나오는 창 기(槍氣)는 송현에게 매우 인상적으로 비췄다. “두 번째, 자창식(刺槍式). 즉 찌르기다.” 쉭 쉭 쉭 원을 그리던 창대는 어느 순간이 되면서 일직선으로 움직였다. 검 의 찌르기와는 다른 맛이 있었다. “세 번째, 격창식(激槍式). 상대방을 치는 기술이다.” 흘려본다면 휘창식과 비슷해 보이지만 자세히 본다면 그 흐름이 달랐다. 휘창식이 부드럽게 이어진다면 격창식은 흐름 속에 한번씩 힘 있 게 터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모든 시범이 끝이 나자 왕수인은 창대를 거둬드리고 자리에 꼿꼿 하게 섰다. “앞으로 자네가 익혀야 할 것이야. 내 보여주다 보니 조금 욕심이 생겨 병사들 수준보다 높게 보여줬다. 내 생각에 이 정도만 익혀도 자네에게는 충분할 거야.” “알겠습니다.” 송현은 왕수인의 시범이 끝나자 더욱 반짝이는 눈빛을 띠었다. 왕수인은 자신의 마음을 들어본 듯 가려운 곳만 긁어주는 듯 했 다. “다음은 자네가 바라는 권, 장, 퇴법이다. 내 생각해봤는데 다른 것 보다는 군에서 배우는 군격술(軍激術)을 가르칠 것이다. 군이란 일반 무림과 그 체계가 조금 다르다. 무인들이 가고자 하는 방향 과 그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군이란 상대방을 신속하게 제압하고 나 죽여야 하는 기술만이 전문적으로 발달해왔다.” “…….” “군격술이란 권, 장, 퇴법등을 하나로 집대성 한 것이었다. 그렇다 고 뛰어난 상승절기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일반 병사들과 장교 들이 배우는 것에 차이가 있다. 투로는 갔지만 발경 등 상승무리의 차이만 빼면 똑같다고 보면 된다.” 왕수인은 평범한 기수식으로 몸을 잡았다. “차핫!” 기합성과 함께 왕수인의 몸은 재빠르게 움직였다. 재빠르게 주먹을 지르는 것 같더니 이내 손바닥으로 휘두르거나 내려쳤다. 그렇다고 손만 쓰는 것은 아니었다. 그 사이 무릎이며 발등을 이용하여 걷어차는 형식의 발차기를 보 여줬다. 아주 간결했다. 그 어떤 화려함도 없었다. 그러면서도 그의 주먹이며 장, 퇴에서는 매서운 강기가 넘실거렸 다. “후우-!” 군격술이 끝나고 왕수인은 거칠어진 숨을 골랐다. ‘이거다!’ 송현의 눈빛은 완전히 달라져있었다. 처음에는 왕수인과의 약속 때문에 자의 반 타의 반에 연무장으로 왔지만 이제는 달랐다. 왕수인이 보여준 창법과 군격술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었다. 그 시간. 매향루(梅香樓) 어제 송현이 염청, 왕수인과 들렸던 그 유곽이었다. 그 앞에 한 여인이 눈썹을 역팔자로 만들고 허리에 두 팔을 턱하 니 올린 여인이 서 있었다. “야오옹.” 그 여인의 옆에는 하얀 백설과도 같은 고양이 한 마리가 서 있었 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 남자는 내가 지켜야 해!’ 그 여인은 바로 양설린이었다. 양설린의 몸에서는 굳은 의지가 묻어나왔다. 밤새도록 생각하고 또 생각해서 얻은 결론은 하나였다. 송현이 너무나도 잘 났기에 여자들이 꼬이는 것이다. 솔직히 송현 을 못 믿는 것은 아니었다. 누구보다도 송현을 잘 아는 자신이었다. 북경으로 떠나오면서 했던 맹세를 다시 한 번 되새기고 있는 양 설린이었다. 지키자! 내 남자를. 내 손으로! 양설린은 유곽으로 살기를 띠면 들어섰다. 그 뒤를 백호가 불안한 마음으로 따라갔다. 쾅! 양설린의 발길질 한 번에 유곽의 문짝이 박살이 났다. “누구냐?” 어느 유곽이든 그렇겠지만 술장사를 하는 곳에는 힘깨나 쓰는 인 물들이 한 둘 있기는 마련이었다. “어느 잡놈이 행패야?” 거구의 사내 하나가 목을 두둑 꺾으면서 나타났다. 과연 제대로 된 옷이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양소매가 찢어져 있었고 앞섶은 풀어 헤쳐져 있었다. 햇빛에 잘 그을린 구릿빛 근육이 잘 들어나보였다. “엥? 이거 놈이 아니라 년이잖아?” 사내는 두둑 거리던 목을 풀고 건 들먹거리며 양설린 앞에 섰다. “여기 일하러 온 모양인데. 이거 너무 요란하게 들어온 것 아니 야?” 사내는 비교적 부드럽게 말하려는 투가 역력했다. 거기에 한 술 더 떠 드러난 근육들을 굼틀굼툴 움직이며 사내다움을 뽐냈다. “예쁘게 생겼어.” 거구의 사내는 슬쩍 손을 뻗어 양설린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먼저 이 어르신이 심사를 해 볼까?” 뺨을 어루만지던 거구의 손길은 어깨를 거쳐 가슴으로 움직였다. 펑 곧게 서있던 양설린의 발이 어느새 거구의 복부에 꽂혀있었다. 거구의 눈알은 튀어나올 정도로 부릅떠졌고 벌어진 입에서는 막 힌 숨소리가 간간히 새어나왔다. 펑 기억자로 굽혀진 거구의 턱에 다시 한 번 양설린의 다리가 올려 차졌다. 우당탕탕탕 5m이상을 날아간 거구는 탁자와 의자가 모여져 있는 곳을 떨어 졌다. 부르르르 기절했는지 입에 하얀 거품을 물고 잠시 떨더니 이내 물먹은 솜 처럼 축 쳐졌다. 그 소리에 유곽이 시끄러울 정도로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유곽의 규모가 컸는지 스무 명 남짓한 사내들이 그 모습을 드러 냈다. “뭐, 뭐야?” 처음 뛰쳐나와 상황을 본 사내는 지금의 상황이 한 여인에 의한 것이라는 것을 알아보고는 할 말을 잃은 듯 멈추어섰다. “어떤 놈이야?” 뒤따라 나온 사내는 양설린을 보지 못하고 그저 쓰러진 거구의 사내만 보았던 것이다. “어떤 놈이... 엥?” 뒤따라 나온 사내의 목소리가 제법 컸는지 스무 명의 사내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계집이잖아!” 그 말 한마디에 모든 시선이 양설린에게 집중되었다. “이런 여기가 어디라고.” 얼굴 가득 재미있는 표정이 담겨있었지만 긴장감은 풀지 않고 있 는 모습이었다. 좀 전의 상황을 보지는 못했지만 거구의 사내가 쓰러진 것을 보고 한 가닥 실력이 있다, 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소란을 피운 값은 톡톡히 받아주마.” 그 말에 사내들의 눈빛은 음탕하게 바뀌었다. 나름대로 즐거운 상 상을 하는 듯 했다. “덮쳐!” 성격 급한 어느 사내의 말 한마디에 여섯의 사내들이 양설린을 덮쳐갔다. 뒤에 따를 보상을 생각했는지 병기들은 들고 있지 않았다. 자신들 을 위한 선물에 흠집을 내고 싶지 않은 듯 했다. “날파리 놈들!” 양설린의 입에서 싸늘한 한 마디가 새어나왔다. 쉬익 그 순간 양설린의 신현은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쿵 콰직 파방 퍼버벙 우당탕탕탕 퍼벅 와자작 단 몇 초였다. 매향루의 실내는 완벽하게 그 모습이 바뀌어져있었다. 깔끔하게 정돈된 탁자와 의자들은 부셔져서 흩어져있었고, 그나마 온전한 것들도 제 멋대로 나뒹굴고 있었다. 그 사이사이에 양설린을 덮쳤던 사내들이 쓰러져있었다. “으으으!” “아이구, 아이구. 내 팔!” “커헉!” 다들 어디 뼈 하나씩은 부셔져 있었다. 성한 몸을 가지고 있는 자 는 하나도 없었다. ************************************************************************************* 타이핑 者 : [KOR]TheYtsejaM (당나귀 호환 P2P 프루나) 프루나에서 제가 타이핑한 소설들과 그 외 제가 모은 소설들을 공유했습니다. 검색어 : [KOR]TheYtsejaM 또는 TheYtsejaM 로 검색하시면 제가 공유한 파일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소유자가 1이라도 관계없습니다. 저는 항상 접속해 있으니까요. 제가 접속해 있지 않을 때는(파일이 안 받아지고 있을 때는) 제가 집에 없거나 파일 받기 대기 중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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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놀라 저마다 치마에 머리를 푹 숙이며 다들 하나 같이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조용했다. 기녀들 하나 둘 씩 용기를 내 빼꼼히 고개를 들었다. 그 중에 향 월이도 있었다. 날건달의 우두머리가 벌벌 떨며 방안 한쪽 구석에 쪼그려 앉아있 었다. 박살난 문에는 한 그림자가 떡하니 서있었다. “향월이가 누구야?” 양설린은 간밤에 송현에게 달라붙은 기녀의 이름이 향월이라는 것을 기억해내고야 말았다. 와들와들 향월이는 설마 자신의 이름이 불려질 줄 몰랐는지 깜짝 놀라며 온 몸을 떨었다. “누구얏? 안 나오면 여기 있는 년들 모두 하나씩...” 양설린의 말 한 마디 한 마디 나올수록 살기가 더욱 찧어졌다. “얘예요. 얘!” 양설린의 살기를 그만 참지 못한 한 기녀가 향월이를 가리켰다. “맞아요, 저 얘예요.” 감정은 동화되는 법이었다. 한 기녀의 말문이 터지자 하나같이 향월이를 가리켰다. “그래?” 양설린은 방안 한 구석에서 오들오들 떨고있는 향월이를 향해 걸 어갔다. “야!” 발로 가볍게 향월이를 툭툭 건드렸다. “아이구, 목숨만 살려주세요. 늙은 부모와 어린 자식들이...” 그 와중에도 향월이는 살길을 찾아나서는 모습을 보여줬다. “시끄러워!” “예? 예. 흑흑흑.” 향월이는 최대한 서럽게 울었다. “고개 들어.” 양설린의 말에 향월이는 망설이는 듯 했다. “빨리 안 들어? 죽고 싶어?” 협박의 목소리를 듣고 나서야 향월이는 어렵게 고개를 들어 양설 린을 올려다보았다. “너 송현이라는 자와 무슨 관계야?” “송현이라니요... 누군지 모르겠는데요.” “정말 몰라?” 양설린이 쌍심지를 세웠다. “저, 정말 몰라요. 흑흑흑.” 향월이는 무릎을 꿇은 채 뒤로 엉금엉금 물러나며 고개를 좌우로 있는 힘을 다해 흔들었다. “혹시 어제... 백발의 장군님을...” 염청과 함께 있었던 기녀였다. 그 목소리에 향월이의 얼굴빛은 흙빛이 되었다. “아, 알고 있습니다. 근데 어제 처음 뵙습니다. 흑흑흑.” 그 말에 양설린은 자신의 얼굴을 향월이의 얼굴 가까이 가져다갔 다. “정말이에요. 흑흑흑...” 향월이는 그때부터 어제 있었던 일을 모조리 숨기지 않고 이야기 했다. 사실 숨기고 말고나 할 것도 없었던 것이다. 그저 단골 하나 더 잡자는 불타는 의지를 가졌던 죄 밖에 없었던 것이다. “…… 그게 다입니다.” 향월의 얼굴은 엉망이었다. 얼마나 울었는지 눈물에 화장이 엉망진창이 다 되었던 것이다. “확실해? 거짓이면 죽어.” 향월이는 최대한 진심을 담아 고개를 끄덕였다. “좋았어. 살려주지.” “감사합니다. 흑흑, 정말 감사합니다.” 향월이는 연신 허리를 조아리며 감사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너.” 양설린은 그런 향월이를 불렀다. “예.” “그리고 너들 모두 다!” 양설린은 방안에서 떨고있는 기녀들을 모두 불렀다. “예.” “예.” “네.”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자 양설린은 은은한 살기를 퍼트렸다. “잘 들어. 앞으로 그 남자에게 접근하는 년이 있으면...” 양설린은 수중에 들린 검을 꺼내어 들었다. 샤각 아무렇게나 나뒹구는 화장대를 반으로 잘랐다. 투둑 와장창창 화장대의 거울이 바닥으로 떨어져 깨졌다. “이렇게 만들어 주겠어. 알겠어?” 양설린의 살기와 화장대를 자른 검에 기녀들은 더욱 공포를 느끼 면 떨어야했다. “알겠습니다.” “다시는, 다시는 접근하지 않겠습니다.” “죽는 날까지 지키겠습니다.” 기녀들은 살기위해 발악하듯 양설린이 워하는 대답을 말했다. “내 말 명심하는 게 좋을 거야. 난 한다면 하거든. 그럼, 수고해!” 양설린은 떨고 있는 기녀를 뒤로 하고 돌아섰다. “근데...” 향월이의 목소리였다. “뭐야?” “그 분과 무슨 사이인지...” 꿀꺽 향월이는 무서움에 떨고 있었지만 양설린에게 질문했다. 아니 꼭 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내 남자야! 내 남자를 내가 지키려는 거야.” 양설린은 그 말 한마디 내 던지고 사라졌다. ‘멋있다.’ 향월이의 눈은 공포에서 벗어나 선망의 눈으로 바뀌었고 이내 존 경의 눈으로 바뀌었다. 그건 비단 향월이 뿐만 아니었다. 다른 기녀들도 똑같았다. 기녀들이 어떤 존재인가? 알지도 못하는 남자들에게 웃음을 파는 존재들이었다. 그런 그녀들이 한 남자의 사랑을 받는 다는 것은 꿈에서나 꿀 그 런 것이었다. 거기에 한 술 더 나가 자신의 남자를 지킨다는 것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할 일들이었다. 자신들이 꿈 꿔오던 여인을 기녀들은 보았다. 양설린을 통해서. 그 날 이후, 아랑신녀(我郞神女)의 이름은 유곽의 기녀들 사이에 서 전설이 되었다. 그리고 기녀들 사이의 암묵적인 계율이 만들어졌다. 백발의 사내는 받지 마라. 그는 아랑신녀의 남자다. 그를 받는 다는 것은 기녀들의 수치이자 아랑신녀의 무서움을 맛 보게 된다는 것이었다. 후웅 후웅 후웅 마른 듯 한 몸매지만 근육의 탄력이 느껴질 정도로 다부진 체격 을 가진 한 사내가 목창을 휘두르고 찌르고 있었다. 바로 송현이었다. 무복을 입고 수련하던 송현이었지만 어느새 웃통을 벗고 수련하 고 있었다. 맨 몸의 그의 상체에서는 굵은 땅방울이 맺혀있었다. 격하게 움직일 때마다 땀방울은 허공을 향해 비산하며 땅으로 떨 어졌다. 송현의 창술 연습을 지켜보는 왕수인의 얼굴은 묘하게 일그러졌 다. 진지한 모습, 그리고 최선을 다해 수련하는 송현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재능이 없었다. 그렇다고 완전히 무치(武蚩)는 아니었다. 가끔, 아주 가끔이지만 신묘한 경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것만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차라리 그런 신 묘한 경지를 보여주지 않고 전체적인 재능이 높은 것이 나았다. ‘휴우-!’ 왕수인은 한숨을 쉬었다. 무림에서 무황이라 불렸다기에 그래도 무에 관해 감각이 남들보 다 뛰어날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그대도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며 만족해야했다. 매향루에서 한바탕 소란을 피웠던 양설린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 곳은 바로 안화왕부였다. 그녀의 눈빛은 매향루를 쳐들어 갈 때보다 더욱 기 세게 빛났다. “야아옹!” 백호는 한숨을 내쉬었다. 도저히 이제 양설린이 하는 일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는지 백호 는 슬그머니 뒤로 물러났다. 송현에게 지금 상황을 알려주기 위해서였다. “야, 고양이.” 양설린은 뒤로 물러나는 백호를 불렀다. 그녀도 백호 등 사신수와 송현이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기감이 통하고 있음을 눈치채고 있 었다. “가가에게 연락하려는 모양인데. 어디 한 번 해봐! 그날로 목도리 만드는 날이 될 테니까. 그것도 흰 목도리!” 양설린은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안화왕부의 거대한 대문을 보며 백호에게 경고를 날렸다. 움찔 “야, 야옹.” 백호의 모든 털이 섰다. 차라리 자신을 보며 말을 하면 그나마 낳았을 텐데 자신을 보지 도 않고 그저 살기어린 말만 하자 사신수이자 정령인 그도 두려 움과 공포에 몸을 떨어야했다. “그리고, 뱀, 거북이, 새 새끼. 오늘 나 말리면 너들부터 죽어. 알 았어?” 양설린은 다른 사신수에게도 친절히 경고를 날리고 안화왕부의 대문으로 쿵쿵 걸어갔다. ************************************************************************************* 타이핑 者 : [KOR]TheYtsejaM (당나귀 호환 P2P 프루나) 프루나에서 제가 타이핑한 소설들과 그 외 제가 모은 소설들을 공유했습니다. 검색어 : [KOR]TheYtsejaM 또는 TheYtsejaM 로 검색하시면 제가 공유한 파일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소유자가 1이라도 관계없습니다. 저는 항상 접속해 있으니까요. 제가 접속해 있지 않을 때는(파일이 안 받아지고 있을 때는) 제가 집에 없거나 파일 받기 대기 중일 겁니다. 기다리시면 하루 안에 반드시 받으실 수 있으실 겁니다. 무협도 엄청나게 많이(약 1기가 정도) 텍스트파일로 가지고 있는데 너무 파일이 많아서 그거 다 편집하려니 짜증나서 일단은 판타지만 공유중입니다. 무협도 필요하시면 프루나에서 메시지 전송 기능으로 쪽지 보내십시오. ************************************************************************************* 마법사 무림에 가다 [299 회] 양설린, 사랑을 지키다 북경의 안화왕부. 안화왕부의 위치는 낙양이다. 그렇지만 낙양에만 머물 수는 없는 법. 황제가 머무는 북경에도 또 하나의 안화왕부가 자리하고 있었다. 하나의 지부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곳이었다. 비록 지부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곳이라고는 하나 엄연한 왕부의 건물이었다. 그래서일까. 어느 장원이나 전각들보다 위용이 드높았다. 그 앞에 양설린이 여장부의 모습으로 서있었다. 한참을 왕부의 대문을 쳐다본 양설린은 대문 앞으로 걸어갔다. 생각 같아서는 대문을 박살내고 안으로 들어가고 싶었지만 참고 또 참았다. 송현 때문이었다. 예전 같았으면 자신의 성격대로 행동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관의 녹을 먹는 사람의 내자(內子)가 될 몸이었다. 창 창 안화왕부 대문을 지키던 왕부의 병사 둘이 창을 맞대어 대문으로 들어가는 길을 막아섰다. “무슨 일이십니까?” 병사 하나가 양설린에게 용건을 말했다. “군주마마를 뵈러 왔어요.” 양설린의 말에 병사는 그녀를 위 아래로 훑어보았다. 그녀의 표정 으로 보아 좋은 뜻으로 찾아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었던 것이다. 자신을 위 아래로 훑어보자 양설린은 은근히 기분이 나빠졌다. 안 그래도 이 곳이 왕부라는 것과 군주를 보러왔다는 이유로 참고 있었던 그녀였다. 그래도 뿜어져 나오는 살기만은 참지 못했다. 자신을 기분 나쁘게 훑어보는 병사를 향해 살기를 집중시켰다. “크흑!” 일개 병사가 받아들일 수 있는 살기가 아니었다. 병사는 양설린의 살기에 짓눌려 숨조차 재대로 쉬지 못했다. 손을 들어 막힌 숨을 뚫고자 안간힘을 쓰는 모습을 보였다. 숨이 막히자 서서히 병사의 얼굴은 붉은 빛에서 창백하게 바뀌었 다. 양설린은 그 정도면 알아듣겠다 싶어 살기를 풀어주려 했다. “무, 무슨 행패냐?” 옆에 서있던 병사는 곧 쓰러질 것만 동료를 위해 양설린을 향해 창을 겨누었다. 양설린의 눈동자가 아주 천천히 옆으로 향했다. 그녀의 눈동자와 함께 살기도 이동되었음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컥!” 창은 겨눈 병사마저 양설린의 살기에 목을 부여잡으며 주저앉았 다. 천천히 두 팔을 들어 병사들의 창을 한 손씩 잡았다. 콰직 단단한 창대가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하고 두 동강 났다. 삐이이익 그 즉시 왕부 안에서 호루라기 소리가 길게 울렸다. 아마도 누군가가 이 장면을 본 것이 틀림없었다. 대문 근처 병사들이 대기하고 있었는지 순식간에 대문을 막아서 는 일사불란한 모습들을 보여줬다. 양설린은 그런 모습에 주저앉아있는 병사 둘에게서 살기를 거두 면서 인상을 찌푸렸다. 좋게 나가기는 완전히 틀려버린 것이었다. 스르릉 양설린은 허리에 차여진 검을 뽑아 왕부 병사들을 향해 겨누었다. 비록 살기를 거뒀다고는 하나 양설린의 검 끝에서 뿜어져 나오는 예기는 병사들로 하여금 뒷걸음치기 충분했다. 뒷걸음치는 동안에도 병사들은 진형을 흩트리지 않았다. 잘 훈련된 모습을 보여줬다. 양설린은 한 발 한 발 무겁게 디디며 왕부 안으로 들어섰다. 병사들은 더 이상 물러날 수 없었는지 후들거리는 다리를 애써 고정시키며 자리를 지켰다. 이런 모습들이 더욱 양설린의 심기를 건드렸다. “비켜! 나 소선군주를 보러왔으니까.” 어차피 좋게 나갈 수 없다고 느꼈는지 양설린은 소선군주에 대한 격 높은 호칭도 생략했다. “여, 여기가 어디라고. 군주마마께 그런 망발을 늘어놓는 게냐?” 제법 병사들 사이에서 위치가 높은 자인 듯 한 걸음 앞으로 나서 며 양설린에게 호통을 친다고 쳤다. ‘그냥 확 들어가 버려? 아니야, 그래도 확 쓸어버리고 들어가고 싶지만... 가가를 생각하면 그럴 수도 없고... 그렇다고 소선군주를 안 볼 수도 없고. 이대로 있다가는 소선군주를 못 볼 것 같은데...’ 골똘히 생각에 빠진 양설린의 눈에 백호가 들어왔다. 씨익 아주 기분 좋은 미소였다. 양설린에게만. 백호는 자신을 보며 야릇한 미소를 짓는 양설린을 보자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백호야, 이리 와.” 양설린은 사랑스러움을 한껏 담아 백호를 불렀다. 달콤한 그 목소리에 백호는 자신도 모르게 앞으로 두어 걸음을 걸어갔다. 멈칫 갑자기 백호는 자리에 석상이 된 듯 멈췄다. ‘헉헉, 큰일 날 뻔했다. 저 미소와 목소리에 넘어갈 뻔하다니. 안 돼! 저 가식적인 모습에 빠져서는 안 돼!’ 백호는 슬금슬금 뒤로 물러났다. “백호야-! 일루 와!” 양설린은 더욱 다정다감하게 백호를 불렀다. ‘안 돼! 가면 안 돼! 불길해!’ 백호는 굳은 의지를 눈에 투영시키며 고개를 죄우로 흔들었다. “야오옹!” 그리고는 뒤로 돌아 뛰었다. 일단 이 곳을 벗어나고자 했다. “흰 목도리! 이게 좋은 말로 하면 꼭 말을 안 들어요. 올래? 목도 리 될래?” 콰과광 벼럭이 치고 천둥이 울렸다. 바로 백호의 머릿속에서. 백호의 이성적 사고는 그대로 돌이 되었다.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최면에 걸린 듯 양설린에게 다 가갔다. 백호의 모습은 꼭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소와 같은 모습이 었다. 아무리 백호의 이성이 가면 안 된다고 외치고 있었지만 발은 움 직였다. 누가 그랬던가? 법보다 주먹이 우선이라고. “어쭈 걸어와? 하나, 둘...” 타다닥 백호는 발에 불이 나도록 뛰어 양설린 앞으로 뛰어갔다. 백호는 속으로 울고 또 울었다. 여지없이 자신을 배신하는 발! 그리고 몸이었다. “헥 헥, 야오옹, 헥 헥.” 백호는 양설린에게 밉보인 것을 풀려는 듯 양설린의 발에 얼굴을 파묻고 연신 비볐다. ‘오, 신이시여. 저도 억만년을 살아온 정령이옵니다. 주인님을 만 나 사신수로 다시 태어났건만... 어찌 저에게 이런 시련을 주시나 이까?’ 백호의 기도를 하늘은 무참히 밟았다. “흰 목도리. 하여튼 곱게 말하면 말을 안 들어요.” “야오옹.” 양설린의 말에 백호는 모든 것이 자신의 잘못이오, 앞으로 알아서 기겠다는 의지를 표현하며 귀엽게 대답했다. “저기 보이는 병사들 다 날려버려.” “야오……켁?” 백호는 양설린의 말 한마디에 목에 사리가 걸렸다. ‘어, 언제... 봤지?’ 백호뿐만 아니었다. 사신수들도 제각기 너무 놀라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어쭈, 이것 봐라! 내가 모를 줄 안 모양이지?” 송현과 함께 그 많은 전투를 같이 다닌 양설린이 모를 리 없었다. 이렇게 말하는 양설린이었지만 사실 사신수의 능력에 대해 어렴 풋이 느끼기만 했지 사신수 하나 하나가 무슨 능력을 가지고 있 는지는 그녀도 잘은 몰랐다. 백호 역시 송현의 명이 아닌 양설린의 명으로 자신의 정령 능력 을 쓰려고 하니 망설여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말 안 들어? 좋았어, 넌 여기 볼 일 끝나면 흰목도리로 만들어주 지. 다른 놈! 저 놈들 날려버렷!” 백호는 그 말에 기겁했다. 양설린의 행동으로 보아 한다면 하는 여인이었다. 백호는 그 즉시 바람의 능력을 불러일으켜 병사들을 모조리 날리려했다. 그 순간. 쿠르르르릉 왕부의 대문 안쪽의 마당이 들썩이더니 거북이 등껍질마냥 쩌억 갈라졌다. 푹 “으아악!” 푸욱 “사, 사람 살려-!” 푹 푹 푹 “으아악!” “크아악!” “사, 살려줘!” 땅이 갈리진 것으로 모자라 왕부의 병사들은 땅으로 푹푹 꺼져버 렸다. 수십 명의 병사들이 달랑 머리만 나두고 몸이란 몸은 모조리 땅 속에 파묻혀 버린 것이었다. 백호는 그 장면에 그저 입만 벌리고 멍하니 쳐다보았다. ‘혀, 현무...’ 백호의 말 대로 현무였다. 양설린의 소매에서 푸른 작은 거북이가 한 마리 머리를 쓰윽 내 밀었다. 그리고 초롱초롱한 눈으로 양설린을 쳐다보았다. 현무의 말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저 잘 했죠?’ 이렇게... “거북이가 착하네.” 양설린은 현무의 머리를 살포시 쓰다듬어줬다. “쿠륵!” 현무는 기분 좋은 듯 낮게 울고는 다시 양설린의 소매로 쏙 들어 갔다. “야, 야오-오-옹!” 『어, 어떻게...』 백호의 얼이빠진 한 목소리였다. 『백호야, 주인보다 이 분이 더 높은 것을 아직도 몰랐다니... 쯧 쯧쯧. 인생은 한 순간의 선택이 좌우하는 거야. 끌끌끌.』 현무의 말에 백호는 그대로 쓰러졌다. 휘리릭 “누구신데 이 곳 왕부에서 무력을 행사하시는 것이오?” 안화왕부의 서건이었다. 여인인 양설린을 보고도 깔보지 않았고 예를 다해 물어보는 것이 노장의 풍모가 엿보였다. 사실 다른 장군이었다면 병사들이 모두 땅 속에 파묻혀있다면 앞 뒤 돌아보지도 않고 달려들었을 것이다. 서건의 그런 태도에 양설린도 검을 도로 집어넣었다. “소선군주를 보러왔어요.” 서건은 양설린이 소선군주를 보러왔다고 하자 조금 놀랐지만 이 내 그녀에게 한마디 쏘아붙였다. “무례하오. 군주마마를 그렇게 부르다니.” “내 지금 기분이 나쁘니 그냥 넘어가는 게 좋을 거예요.” “무례하오.” “무례하게 나온 것은 그 쪽 수하들부터였지 싶은데요?” 양설린은 그런 서건에게 한마디도 지지 않았다. 그 목소리에 병사들은 억울해 죽는다는 표정들이었다. ‘무림의 여걸인가?’ 대략적인 이해가 되었다. 왕부의 병사들의 입장에서 그녀를 꼼꼼히 살폈을 것이고 무림인 인 양설린이 그것을 참지 못했을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양설린은 관과의 충돌이 거의 전무한 무림인이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 “그 점에 대해서는 사과하오만, 그렇다고 그쪽 여걸께서 행하신 행동도 문제가 있어 보이오만.” “뭐요?” 양설린은 자꾸 짜증이 몰려왔다. “소선군주를 보러왔다면 그냥 안내해주면 될 것이지, 뭘 자꾸 따 져요?” “왕부는 왕부의 법도가 있소이다.” 그런 양설린을 상대하면서도 서건은 침착함을 유지했다. “흥!” 양설린은 서건을 지니쳐 앞으로 걸어갔다. 척 서건은 검집을 들어 양설린을 막아섰다. “그냥은 갈 수 없소이다. 어디에 누구인지 밝혀주시오. 그리고 여 기에서 기다려주시오. 내 안에 기별을 넣어드리라.” 양설린은 눈은 매섭게 번뜩이며 서건을 노려보았다. 서건도 굳이 양설린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 둘의 눈은 허공에 얽히고설켰다. “서 장군님, 물러나세요.” 아리따운 목소리였다. 서건이나 양설린은 누구의 목소리인지 알수 있었다. 바로 소선군 주였다. 서건은 검집을 품으로 당기고는 뒤로 몇 걸음 물러났다. “볼 일이 있어 찾아왔어요.” 양설린은 다짜고짜 소선군주에게 쏘아부치듯 말했다. “오시리라 생각하고 있었어요.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지만요.” 서건의 눈에 비친 양설린은 안하무인의 모습이었다. 그도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는지 앞으로 나서려 했다. “서 장군님, 괜찮아요.” 소선군주는 그런 서건을 막아섰다. “알겠사옵니다, 군주마마.” “들어가서 이야기해요.” 소선군주는 양설린에게 자신의 방으로 안내했다. ************************************************************************************* 타이핑 者 : [KOR]TheYtsejaM (당나귀 호환 P2P 프루나) 프루나에서 제가 타이핑한 소설들과 그 외 제가 모은 소설들을 공유했습니다. 검색어 : [KOR]TheYtsejaM 또는 TheYtsejaM 로 검색하시면 제가 공유한 파일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소유자가 1이라도 관계없습니다. 저는 항상 접속해 있으니까요. 제가 접속해 있지 않을 때는(파일이 안 받아지고 있을 때는) 제가 집에 없거나 파일 받기 대기 중일 겁니다. 기다리시면 하루 안에 반드시 받으실 수 있으실 겁니다. 무협도 엄청나게 많이(약 1기가 정도) 텍스트파일로 가지고 있는데 너무 파일이 많아서 그거 다 편집하려니 짜증나서 일단은 판타지만 공유중입니다. 무협도 필요하시면 프루나에서 메시지 전송 기능으로 쪽지 보내십시오. ************************************************************************************* 마법사 무림에 가다 [300 회] 황실의 군주답지 않게 소박한 소선군주의 방안에 양설린과 소선군주 둘만 있었다. 소선군주가 수발드는 시녀까지 모두 물리고 양설린과 둘만 자리 하게 되었다. “이렇게 찾아와서 미안해요. 하지만, 찾아올 수밖에 없었다는 것 은 누구보다 잘 알거라 생각해요.” 양설린은 조금은 표독스럽게 소선군주를 몰아쳤다. “저…… 언니라 불……러도 되죠?” 어렵사리 소선군주가 꺼낸 말은 양설린이 생각지도 못했던 말이 었다. “네?” 그 말에 양설린은 그저 눈만 깜박일 수 밖에 없었다. “그, 그래요.” 양설린은 어정쩡한 목소리로 소선군주의 부탁을 들어줬다. “미안해요, 언니!” 그 말을 꺼낸 소선군주의 눈에는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은 눈 물이 눈가에 맺혔다. 또르르 그리고 뺨을 따라 떨어지고야 말았다. 그 모습에 양설린은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는 한편, 다른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거 혹시 불여시 아니야?’ 그녀의 눈물에 왠지 불쌍해 보이는 마음 반, 거짓이 아닌가 의심 하는 마음 반이 모여 마음이 어지러워졌다. “저, 저, 저...” 소선군주는 쉽사리 말을 떼지 못했다. “저도 송 장군님을 사랑하면 안 되겠죠?” 그 순간, 양설린의 두 눈에서 활화산이 터졌다. ‘이, 이 년이? 눈물도 다 연극이잖아.’ 양설린은 타오르는 분노를 겨우 참았다. “그를 사랑해요, 언제나 제 곁에서 저를 보호해주고 따뜻하게 감 싸주는 이는 아바마마를 제외하고는 그 분밖에 없어요. 이제 기대고 싶어요. 송 장군님께.” 양설린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선군주의 뺨이라도 한 대 갈겨 주려했다. 그러는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소선군주의 입에서 목소리는 끊 기지 않고 흘러나왔다. 자신이 처한 위치. 정덕제가 호시탐탐 자신의 몸을 노린다는 이야기. 그러면서도 숨 죽이고 살 수 밖에 없는 자신의 아버지인 안화왕. 그 중간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자신. 거기에 약란공주의 질투심까지...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기구한 인생의 이야기는 양설린의 눈 에 눈물을 맺히게 만들었다. 그런 자신의 생활 속에 어느 날 송현이 들어왔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 사랑이라는 감정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송현과 양설린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보며 몇 번이고 사랑의 마음을 버 리려고 애를 썼다고 했다. 그러나 사랑이 버린다고 버려지는 것이겠는가? 그럴수록 더욱 사랑의 크기는 커져만 갔다고 했다. “휴우-!” 양설린은 표정은 소선군주의 말을 들을 때마다 시시각각으로 변 했다. 그녀의 기구한 운명에 울음을 지었고, 송현을 사랑하는 마음을 들 었을 때에는 이해가 되면서도 안 된다고 마음속으로 고개를 저었다. 소선군주의 몸을 노리는 정덕제의 이야기가 나왔을 때부터는 자 신이 당한 것처럼 흥분했다. 그런 신세의 푸념의 뒤를 이어 그 날 왜 벌거벗은 모습으로 송현 의 집에 있을 수밖에 없었던 일들이 흘러나왔다. 약란공주의 술수. 그녀의 악독한 심성에 의해 짜여진 각본 아래 음약(淫藥)을 먹었고, 정덕제에게 자신의 순결을 빼앗길 뻔 했었다. 그때 송현이 나타나 자신을 구해준 것이었다. 쾅! 양설린은 급기야 참지 못하고 탁자를 내려쳤다. 쩌저적 콰당 탁자는 양설린의 힘을 견디지 못 하고 부셔졌다. “뭐 이런 것들이 다 있어?” 양설린은 흥분을 주체하지 못 해 씩씩거렸다. “한 나라의 황제와 공주가 어쩌고 저 째?” “언니...” 소선군주는 그런 양설린의 흥분을 가라앉혔다. “그래... 휴우-!” 양설린은 다시 앉아 소선군주의 말을 계속 이어 들었다. 그런 소선군주는 자신의 이런 마음을 감추고 또 감췄다. 그런 마 음이 드디어 터져버린 것이었다. 송현이 자신의 알몸을 본 그 순간. 그 대목에서는 양설린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기분 같아서는 그녀를 받아들이고 싶었다. 그러는 편이 기구한 그 녀의 인생의 무게를 덜 수 있을 테니까. “그러나, 동생.” 하지만 말을 독하게 끊어야할 때는 끊어야했다. “매정하게 들리지는 모르겠지만...” “알아요, 언니. 걱정하지 마세요.” 소선군주는 양설린이 하려는 말을 알고 자신이 대신 말했다. “송 장군님은 이런 저의 마음을 모르세요. 그리고 저도 말하지 않 을 거예요.” “그, 그래...” 양설린은 그런 소선군주를 보며 코끝이 찡해졌다. “그리고... 송 장군님은 저를 사랑... 흑흑흑! 하지 않으세요. 흑흑 흑!” 그 말에 양설린은 자신도 모르게 울컥했다. “동생, 그만 울어. 이 언니 마음도 아프잖아.” 양설린은 의자를 끌어가 소선군주 옆에 나란히 앉았다. 그리고 소 선군주를 당겨 안으며 등을 토닥토닥 두들겼다. “흑흑흑, 언니.” “그래, 그래. 동생 마음은 언니가 다 알아.” “흑흑흑.” 양설린은 우는 소선군주를 한참을 품에 안아줘야 했다. 양설린 품에서 실컷 울었는지 소선군주는 자리에 바로 앉으며 눈 가에 눈물을 닦았다. “못 난 꼴 보여드려서 죄송해요.” “아니야, 아니야. 울고 싶을 때에는 실컷 우는 게 좋아.” 양설린은 그런 소선군주를 향해 밝게 웃어주었다. “안 되겠다. 야! 밖에 아무도 없어?” 양설린은 대뜸 방 밖을 향해 누군가를 불렀다. 끼이익 방문이 열리고 소선군주의 시녀인 소옥이 들어왔다. “가서 술 한 상 거하게 차려와!” “네?” 소옥이는 양설린이 대뜸 술을 시키자 어찌할 바를 몰라서인지 소 선군주를 쳐다보았다. “동생, 오늘 아무 생각하지 말고, 나랑 술 한 잔 하는 거야. 찐하 게.” “어, 언니. 저 술 잘 못하는데...” “그래도 먹어. 이때 먹지 아니면 언제 먹어? 안 그래?” 양설린은 소선군주의 대답도 듣지 않고 소옥이를 향해 다시 술상 을 차리라 말했다. 소선군주가 그런 소옥이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자 소옥이는 소선 군주의 방을 빠져나갔다. 그로부터 한 시간 후. “호호호호호.” “꺄르르르르.” 소선군주의 방 안에서 두 여인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밝은 웃음소리가 아니었다. 둘 다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 혀는 꼬일대로 꼬여있었다. 탁자에 얼마나 많은 술병이 굴러다니는지 그 수를 헤아릴 수도 없었다 떼구르르르 와장창창창 그 중 빈 술병 하나가 굴러 바닥에 떨어져 깨지는 것도 모르고 둘은 주거니 받거니 정신이 없었다. “자, 자. 한 잔 해! 그저 머리가 복잡할 때는 술이 최고야.” 양설린은 이리 저리 빈 술병을 들었다. “어라? 술이 하나도 없네.” 빈 술병을 거꾸로 들고 술병을 흔들었다. “언니, 없어요?” “어.” “소옥아! 소옥아!” 소선군주는 돌아가지도 않는 발음으로 자신의 시녀를 불렀다.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었는지 금세 쪼르르 달려왔다. “네, 군주마마.” “가서... 술 한 병만 더 가지고 와. 알았지?” 소옥이는 소선군주가 걱정되는 눈치였다. 양설린은 그런 소옥을 보며 두 눈썹을 바짝 치켜세웠다. 소옥은 양설린의 그런 모습에 겁을 먹었다. “네, 마마.” 소옥이 술을 가지고 나가자 소선군주는 “헤.”하며 실없이 웃었다. “언니, 저 잘 했죠?” “그럼. 누구 동생인데.” 소선군주는 해맑게 웃었다. 그러던 소선군주의 눈가에 눈물이 맺 혔다. “흑흑, 어엉, 엉엉엉. 나쁜 송 장군. 내 마음도 모르고. 씨-!” 그렇게 좋던 기분은 금세 낮게 가라앉았다. “맞아, 나쁜 놈이야. 송현, 이 나쁜 놈아!” 양설린은 천장을 향해 고개를 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맞아요, 이 나쁜 송 장군님아!” 둘은 서로 죽이 맞아 더욱 소리를 높였다. “호호호호.” “꺄르르르르.” 둘은 소리를 질러서 목이 칼칼한 지 술 잔을 들었지만 이내 빈 술잔을 보고는 그 무엇이 좋은지 웃고 또 웃었다. 그때 때마침 소옥이 술 병 하나를 들고 왔다. 양설린은 독수리가 먹이를 낚아채듯 소옥의 손에 들린 술병을 확 빼앗다. 뽕 술병을 따자 특유의 소리와 함께 향긋한 주향이 풍겼다. “동생, 한 잔 해!” “네, 언...” 툭 소선군주는 술이 과했는지 술잔을 잡다 말고 탁자에 엎어졌다. 그 리고는 쌔근쌔근 거리며 잠이 들었다. 양설린은 혼자 피식 웃고는 자신의 술 잔에 술을 채웠다. “송 장군님... 음냐냐 음냐.” 소선군주는 꿈에서 송현을 만난 듯 싶었다. 양설린은 쓴 웃음을 머금고는 술을 한 잔 쭉 들이켰다. 드르륵 “침상으로 잘 모셔라. 일어나면 나는 갔다고 전해주고.” 자리에서 일어난 양설린은 소선이 쓰러져 엎어지자 안절부절하지 못하는 소옥에게 그 말을 전하고는 소선군주 방에서 나왔다. “하아-!” 뜻모를 한숨을 내쉬었다. ‘응?’ 방 밖에는 곽신일과 서건이 서있었다. “집사로 있는 곽신일입니다.” “양설린이라고 해요.” 곽신일은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지은 채 양설린에게 자신을 소개 했다. 그 소개에 양설린 역시 웃으며 인사했다. “험험, 서건이오.” “양설린이예요.” 서건과 양설린은 조금 어색한 인사를 나누었다. “그럼, 이만.” 양설린은 취기가 섞인 발걸음으로 안화왕부를 벗어났다. 그 뒷 모습을 지켜보는 곽신일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그만 진정하시지요, 서 장군.” “그래도...” 곽신일은 고개를 돌려 소선군주의 방을 쳐다보았다. “군주마마께서 이렇게 즐거운 목소리를 내시는 게 얼마만인지 모 르겠습니다.” “그렇습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듣는 듯 합니다.” “다 저 여협 때문이 아닙니까? 그만한 일은 눈감아주셔도 될 듯 합니다. 사사롭게 군주마마의 의 언니가 되셨으니 말입니다.” “험험, 집사님의 뜻이 그러하다면...” 곽신일과 서건의 눈은 사라지는 양설린을 향해 있었다. 한 쪽은 웃는 얼굴로 한 쪽은 떨떠름한 표정오로 지켜보는 것만 빼고 말 이다. ************************************************************************************* 타이핑 者 : [KOR]TheYtsejaM (당나귀 호환 P2P 프루나) 프루나에서 제가 타이핑한 소설들과 그 외 제가 모은 소설들을 공유했습니다. 검색어 : [KOR]TheYtsejaM 또는 TheYtsejaM 로 검색하시면 제가 공유한 파일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소유자가 1이라도 관계없습니다. 저는 항상 접속해 있으니까요. 제가 접속해 있지 않을 때는(파일이 안 받아지고 있을 때는) 제가 집에 없거나 파일 받기 대기 중일 겁니다. 기다리시면 하루 안에 반드시 받으실 수 있으실 겁니다. 무협도 엄청나게 많이(약 1기가 정도) 텍스트파일로 가지고 있는데 너무 파일이 많아서 그거 다 편집하려니 짜증나서 일단은 판타지만 공유중입니다. 무협도 필요하시면 프루나에서 메시지 전송 기능으로 쪽지 보내십시오. ************************************************************************************* 마법사 무림에 가다 [301 회] 어둠이 찾아왔을 무렵 송현은 자금성을 나서고 있었다. 오늘 하루 종일 창술과 군격술의 틀을 잡는다고 꽤나 신경을 쏟 아 부었는지 얼굴에 피곤함이 묻어나왔다. ‘하아-! 생각보다 무공이라는 것이 힘들구나.’ 집으로 향하는 동안 송현은 오늘 하루를 꼼꼼히 되돌아보았다. 오늘 하루를 모두 창술과 권격술에 모든 것을 쏟아 부었지만 틀 도 만들지 못했다. 오늘 처음 시작한 것이라 초조한 마음은 들지 않았지만 신경이 쓰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솔직히 이렇게 몸을 움직여 무엇을 배운다는 것은 살아온 인생동 안 아마 처음이었을 것이다. 물론 처음 이 곳에서 정신을 차렸을 때 이문량이 준 보법과 잡기 기술을 나름대로 연습하기는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기본 중의 기본이었다. 그 중에 잡기기술은 자신의 전투에서 사라진지 오래고 그나마 보 법만이 제구실을 해주고 있을 뿐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만약 보법이 없었다면, 하아-! 상상하기도 싫어 지는군.’ 지금까지의 생활들이 머릿속에서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송현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어쩌면 지금의 수련이 새로운 전기가 될 줄 모른다고 생각이 들 었던 것이다. 비록 오늘 수련하면서 왕수인의 눈길이 조금 신경 쓰인 것은 사 실이었다. 아마 내심 기대를 상당히 했던 모양이었다. 그런 기대에 자신이 못 미친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평생을 마법사의 길로만 살아온 자신이 무인 들이나 기사들처럼 몸으로 그 무엇을 배운다는 것이 하루아침에 바뀔 리 없었다. ‘너무 초조해 하지 말자. 오늘 시작한 것뿐이잖아. 그리고 보법도 배워본 적이 있으니 잘 할 수 있을 거야.’ 마음이 가벼워졌다. 그런 마음을 가지면서 품을 스윽 쓰다듬었다. 두툼한 책자가 잡혔다. 도합 세권의 책자였다. 아무래도 왕수인에게 배우는 것도 좋지만 스스로 책을 보고 연구 하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된다는 것을 판단하고 창술, 군격술 그리고 보법에 해당하는 무공서를 받아왔던 것이다. 창술과 군격술은 병사들의 수준을 넘어서 장군들에게 지급되는 제법 고급의 무공서였고, 보법은 상승무공에 가까운 무공서라 했다. 여기에서도 왕수인의 따뜻한 배려가 느껴졌다. 창술과 군격술은 송현의 자질을 판단해 기본서를 곁들인 무공서 를 준비해주었고, 보법은 송현이 이미 익히고 있기에 상승무공으로 이어지는 보법을 구해준 것이었다. 그래서인지 창술과 군격술에는 특별한 이름이 적혀있지 않았다. 보법에는 지상제보(地上帝步)라 적혀있었다. 그 중에 지상제보라는 보법에 특히 눈이 갔다. ‘지상제보라... 땅위에서 군림하는 발걸음이라...’ 제목이 매우 거창했다. 그러니 눈길이 안 갈 수가 없었다. 왕수인 자신도 이 보법은 익히지 않았다고 했다. 그저 송현에게 줄 보법을 구하면서 우연히 눈에 들어와 준비했다고만 했다. 대략 훑어본 그는 매우 심오한 보법이라는 것만 알 수 있었다고 했다. 송현은 두근거리는 마음을 가지고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어서 빨리 집으로 돌아가 보법과 창술, 그리고 권격술에 관한 책 을 읽고 이해하고 싶었다. 그래야 내일부터 제대로 된 수련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마법사들만의 특유의 학문적 접근 방식이었다. 무엇이든지 우선 책이나 지식으로 접하고 자신이 연구해나가는 그런 독특함이었다. 어느 새 집 가까이 온 송현은 순간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제야 집에 아무도 없다는 것이 머리에 떠올랐던 것이다. 불과 양설린이 이틀 집을 비운 것(?) 뿐이지만 송현에게는 몇 년 이 된 것만 같았다. ‘설린, 어디 있소?’ 당장이라도 사신수에게 연락해 양설린이 있는 곳으로 가고 싶지 만 참았다. 이틀 연속으로 참기 힘든 장면을 봤으니 양설린으로서도 오죽하 겠는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만 더 참아보기로 마음먹었다. 그저 집으로 돌아가 무공서를 보며 양설린이 보고 싶은 것을 참 기로 했다. 송현은 무거운 발걸음으로 집 앞 대문에 당도했다. 집이 오늘따라 더욱 차갑게 느껴졌다. 그래도 어쩌랴, 라는 심정 으로 대문을 열려고 손을 들었다. 그때 집안에서 여인의 노랫소리가 들렸다. 흥얼거리듯 들려오는 노래는 흥겹기 그지없었다. 송현은 깜짝 놀라며 문을 부셔버릴 듯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창문 사이로 은은한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누군가 있다는 것 이었다. “설린?” 송현은 반가운 마음에 방을 박차고 들어갔다. “어머? 이게 누구야? 우리 가가 아니예요?” 양설린이었다. 비틀거리는 발걸음으로 송현에게 다가왔다. 술에 취해 재대로 발 걸음 옮기지 못한 양설린은 다리가 꼬여 앞으로 넘어졌다. “설린!” 송현은 재빨리 몸을 숙여 엎어지는 양설린은 가슴으로 받았다. “어라? 우리 가가네. 끄윽! 푸하-!” 양설린은 실실 웃으며 술기운에 의한 트름을 내뱉었다. “크으. 술 냄새. 어디서 이렇게 마시고 온 것이오?” 송현은 술 냄새에 미간을 찌푸리는 동시에 양설린을 번쩍 들어올 려 침상으로 옮겼다. “저기, 저기서 먹었어요.” 양설린은 그저 한 팔을 들어 어느 방향을 가리켰다. “과히 보기 좋지 않소.” 송현은 그런 모습에 화를 낼 만도 한데 부드럽게 질책했다. “여인의 몸으로 혼자 술을 먹는 것은 삼가는 게 좋소. 앞으로는 그러지 마시오.” “누가 혼자 마셨다고 그래요? 당신이 그렇게 좋아하는 소설인가 소선인가 하는 애랑 마셨는데...” 양설린의 말에 송현은 깜짝 놀랐다. “사실이오?” “으음... 음냐냐냐.” 어느새 잠이 들어버린 양설린이었다. 송현은 조금 복잡한 마음으로 양설린을 침상에 누였다. “가가, 미워요. 흑흑. 음냐냐 쩝쩝.” 양설린의 가벼운 잠꼬대였다. 그 잠꼬대에 송현의 얼굴에는 미안 함이 묻어났다. “소선이도 불쌍하고... 불쌍해, 어떡해. 히잉. 미워할 수가 없어. 음냐냐냐. 쿠우울 쿨. 쩝쩝!” 양설린은 술에 의한 잠꼬대를 연신 했다. 그 목소리가 흘러나올수록 송현의 표정에는 미안함과 고마움이 함께 묻어나왔다. “설린...” 송현은 따뜻한 눈길로 잠들어있는 양설린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 다. 그녀의 잠꼬대로 대략적인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홀로 고민하다 소선군주를 찾아간 것이 틀림없었다. 그러니 사건의 전말을 알았을 것이고 소선군주가 처한 상황마저 알게 된 것이다. “앞으로 소선이 잘 대해줄께요. 그 대신... 쩝쩝. 다른 눈으로 보 면 안 되요... 음냐냐, 쩝! 쿠울.” “알았소, 설린. 내 약조하리라. 내게는 당신밖에 없음을 내 다시 약조하리라.” 송현은 자고 있는 양설린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양설린의 입장으로 힘든 결정을 내린 것이 분명했다. 자신과 그런 모습을 보고도 마음이 여려 모든 것을 용서하는 마음으로 돌아왔을 것이다. “그리고, 다른 여자들 쳐다보면 죽어! 가가, 아니 이 잘난 송현 놈 아! 뭐 소선이는 조금 봐줄게. 앞으로 또 그러면... 쿠울. 주... 드 르릉 쿠울.” 잠꼬대였지만 송현은 등에서 식은땀을 흘렸다. “아, 알았소, 설린.” 송현은 이불을 들어 양설린을 덮어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비록 마지막 말이 거칠었지만 순수하고 여린 마음 때문에 그것마저 예 쁘다고 생각이 드는 송현이었다. 잠든 양설린을 뒤로 하고 송현은 침상 옆에 놓인 탁자로 갔다. 턱 자리에 앉은 송현은 품에서 무공서 세 권을 꺼내들었다. 그 중 가장 위에 있는 창술을 꺼내어 들었다. 군에서 정립된 창술임이 무공서 서두에 달려있었다. 이 무공서에 따르면 창술을 익히지 않은 교위 이상 장군들까지 전쟁에서 사용될 수 있는 기본 창술이 기록되어 있었다. 그래서인지 문파만이 가지는 특유의 성격은 그리 강하지 않았다. 그래도 장군급의 군관들이 배우는 무공서라 상당히 깊이가 있었다. 앞서 왕수인이 설명해준 기본형을 중심으로 경맥의 운용까지 자 세히 적혀있었다. 왕수인이 가르쳐준 것에서 더 나가 휘창식은 더욱 세세히 나누어 져있었다. 특이한 것은 일반적 초식으로 익히는 것이 아닌 단계별로 익혀가 는 초식으로 이루어져있었다. 일반 형만 배운다면 상관이 없겠지만 경맥의 운용까지 들어간다 면 필히 전단계를 익혀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게 되어있었다. 가장 기본적인 휘창식을 익힌 다음, 발창식(拔槍式), 진창식(進槍 式), 격창식(激槍式), 자창식(刺槍式)으로 단계를 높여 상승무공으로 접근하는 방식이었다. 그리고 모든 수련이 끝이 나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새롭게 익 히게 되는데 여기서 다시 한 번 단계를 밟게 되는 무공이었다. 즉, 휘창식에서 자창식까지 모두 익히면 다시 휘창식으로 돌아와 더욱 세분화된 휘창식을 배우게 된다. 모두 세단계로 거치는데 직상휘창식(直上揮槍式), 연강휘창식(軟 剛揮槍式), 승양휘창식(昇揚揮槍式)을 익히게 된다. 다른 초식도 마찬가지로 같은 세 단계를 익히게 된다. 송현은 무공서의 글자가 튀어나오도록 읽고 또 읽어 머릿속에 심 었다. 그동안 무림에서의 생활이 득이 되었는지 크게 어려움 없이 그 원리를 알 수 있었다. ‘문제는 내 몸인데.’ 송현은 몸을 내려다보며 피식 웃었다. 자신이 생각해도 오늘 수련은 너무했다는 생각이 다시 한 번 들 었던 것이다. 송현은 내침 김에 군격술까지 훑어보았다. 군격술도 창술과 별반 다름없었다. 장군급 이상의 무관들이 비교적 쉽게 익힐 수 있게 만들어 놓은 무공서였다. 군격술의 서두에는 이렇게 써있었다. 무관은 무림인들과 달라 모두가 병기를 사용한다. 그러니 군격술 은 최대한 보조적인 위치로서 배우게 되는 무공이었다. 전쟁에서 병기를 가질 수 없는 상황에서 가장 간단하고 빠르게 적을 제압하거나 죽일 수 있게 만들어 놓은 무공서였다. 그러다보니 박투술을 중심으로 권, 장, 퇴법을 가미시킨 것이었다. 서두의 말처럼 군격술은 매우 간단했다. 초식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간단했다. 주먹으로 앞을 내지를 때 사용되는 경맥의 운용만 있을 뿐 투로 는 없었다. 그저 주먹을 내질 때의 기본자세만 있을 뿐 그 이상은 없었다. 그것은 다른 것에도 마찬가지였다. 장, 퇴, 심지어 팔꿈치, 무릎, 어깨 모든 것이 이와 같은 방식이었 다. 특이한 것은 투로는 없지만 타격점은 있다는 것이었다. 각 타격하 는 부위에 따른 타격 요혈들을 상세히 적혀있었다. 두 권의 무공서를 머리에 완전히 새기자 송현은 책자를 덮었다. 어찌 보면 매우 간단한 무공들이었다. 허나 송현은 간단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차라리 어떤 형이 있으 면 그것에 따라 연습하면 되었지만 자신이 본 것은 형이 전혀 없 었다. 그대도 대략적인 윤곽은 머릿속에 그려졌다. 수련하고 또 수련한다면 안 될 것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모르는 부분은 왕수인인 도와줄 것이니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사실 이렇게 생각하는데에는 큰 이유가 있었다. 우성 주화입마를 당할 이유가 없었다. 이미 단전이라는 의미가 송현에게서 사라진 지금 무공을 닦으면 서 가장 위험한 것이 없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또 하나. 창술이나 군격술에서 사용되는 경락이었다. 혹시나 몰라 모두 외 우기는 했지만 사실상 송현에게 필요가 없는 부분이었다. 몸 전체가 단전이나 마찬가지기에 무공서에 적힌 것처럼 단전에 서 일정한 혈로 내공을 보낼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저 최종적으로 사용되는 혈에 마나만 집중하면 되기 때문이었 다. 그런 두 가지 요인이 송현에게 자신감을 불어주고 있었다. ‘그래도 두 번째 접하는 것이라 그런지 비교적 술술 넘어가는구나.’ 송현은 마지막 책자를 집었다. 지상제보라 적힌 책자였다. 이 글을 읽는 연자에게 말한다. 나는 원래 무인이 아니었다. 공부를 좋아하던 그저 그런 학생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주역을 접하게 되었다. 주역을 배우고 익히면 익힐수록 그 오묘함에 빠져 내 모든 인생 을 주역에 바치게 되었다. .......... 중략 ........... 내 말년에 이르러 한 가지 깨달음을 얻었다. 깨달음 후 천기를 보 니 내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깨달은 것을 그저 나만 알고 이 세상을 하직하기에는 너무 나도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어떻게 하면 후세에 나의 깨달음을 전해 줄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찰나 이렇게 하나의 보법을 남긴다. 모든 것이 만류귀종이라. 내 무인의 길을 한 번도 걸어보지 못했지만 무공의 이치 또한 깨 달을 수 있었다. 다른 무공을 만들 남길 생각도 했지만 내가 천성적으로 남을 해 하는 것을 싫어해 이렇게 하나의 보법 만을 만들었다. 내 장담하건데 최고의 보법이 될 것이다. 이 이상의 보법이 있을 수 없다. 부디 좋은 곳에 써주기를 바란다. 천괘자 송현은 서문을 읽고 감탄하지 않을 수 있었다. 존경심마저 들었다. ‘얼마나 큰 깨달음이 있어 다른 경지까지 아우를 수 있을까?’ 송현은 천괘자의 서문을 읽으며 자신의 부족함을 느꼈다. 샤라락 천괘자를 존경하는 마음으로 경건하게 책장을 넘겼다. 이 세상의 모든 이치는 태극에서 시작해 오행을 거쳐 팔괘로 이 어진다. 팔괘가 다시 중첩되어 육십사괘가 되니 이 이치를 본 따 장상제 보를 만든다. 그렇게 시작한 제상제보를 보는 송현이 두 눈은 서서히 크게 떠 졌다. 그와 함께 벌어지기 시작한 입은 다물어질 줄 몰랐다. 단순히 방위만으로 뻗고 당기던 풍운보와는 그 질이 달랐다. 비교 조차 할 수 없는 그런 것이었다. 자신을 세상의 중심으로 보고 팔괘의 이치를 따라 행보를 결정하 는 것이었다. 상대에게 힘을 보여주고자 한다면 이(離)나 진(辰)괘 방향으로 행 보하고 어떤 부딪힘 없이 피하고자 한다면 건(乾), 태(兌)괘를 따라 행보하는 식이었다. 거기에 더 나가 첫 의도에 따라 팔괘를 정해 밟더라도 다시 중첩 으로 오는 육십사괘에 의해 새로운 행보를 결정지을 수 있었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육십사괘에 다시 오행(五行)과 방위(方位)를 넣어 더욱 신묘하게 그 모습을 드러내고 숨기고를 반복하였다. 거기에 상대방을 압박 감으로 쥐었다 풀었다가를 반복하는 면도 있었다. 송현은 제상제보에 빠져들었다. 이윽고 시간의 흐름도 잊은 채 글에 빠져들었다. ************************************************************************************* 타이핑 者 : [KOR]TheYtsejaM (당나귀 호환 P2P 프루나) 프루나에서 제가 타이핑한 소설들과 그 외 제가 모은 소설들을 공유했습니다. 검색어 : [KOR]TheYtsejaM 또는 TheYtsejaM 로 검색하시면 제가 공유한 파일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소유자가 1이라도 관계없습니다. 저는 항상 접속해 있으니까요. 제가 접속해 있지 않을 때는(파일이 안 받아지고 있을 때는) 제가 집에 없거나 파일 받기 대기 중일 겁니다. 기다리시면 하루 안에 반드시 받으실 수 있으실 겁니다. 무협도 엄청나게 많이(약 1기가 정도) 텍스트파일로 가지고 있는데 너무 파일이 많아서 그거 다 편집하려니 짜증나서 일단은 판타지만 공유중입니다. 무협도 필요하시면 프루나에서 메시지 전송 기능으로 쪽지 보내십시오. ************************************************************************************* 마법사 무림에 가다 [302 회] 둥근 원 사이로 기하학 무늬가 희미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샤샤삭 그 안에 한 인물이 백발을 휘날리며 그 원 사이를 헤집고 다녔다. 붕 붕 붕 그의 손에 들린 목창이 화려한 원을 그리는 가 싶더니 이내 곧은 직선을 보여주곤 했다. 단순한 듯 하면서도 그 속에 변과 쾌를 동시에 보여주고 있었다. 안개처럼 보이던 신형이 어느 덧 자리에 멈추어 섰다. 사내는 무심한 눈빛으로 들고 있던 봉을 원 밖으로 던졌다. 툭! 묵직한 소리였다. 떨어지는 목창이 흡사 철로 만들어진 창처럼 빠르게 땅으로 떨어 졌다. 떨어져 땅과 부딪히는 소리도 아주 무거웠다. 그렇다고 철 특유의 소리는 아니었다. 분명 나무가 내는 소리임에 는 틀림없었지만 그렇다고 하기에는 그 소리가 너무나도 둔탁했다. 두둑 두둑 목과 몸 여기저기의 관절을 꺾었다. “후우-!” 길게 숨을 내려쉬고는 두 다리를 벌려 굽히며 상체를 살짝 밑으 로 내렸다. 샤샤샥 ‘상대를 압박한다. 리(離).’ 송현은 가상의 적을 상상하면서 상대를 압박할 수 있는 연옥의 괘인 리괘에 해당하는 남(南) 방위를 밟아갔다. 휘익 그 순간 송현의 몸을 한 마리 표범과 같이 매우 빠르게 움직였다. 부웅 오른 주먹이 허공을 갈라 명문혈에 틀어박힌 동시에 양 손이 가 상의 적의 머리를 감싸더니 이내 자신의 품을 당겼다. 붕 그리고 뒤따른 파음. 어느새 양손과 송현의 오른 무릎이 닿아있었다. 상상의 적이 아닌 실재로 어느 누군가가 송현의 손에 잡혔다면 안면은 완전히 박살났을 것이다. 어느 정도 흡족한 지 송현의 얼굴에는 미소가 걸려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내 송현의 얼굴은 다시 무표정으로 돌아왔 다. 허나 그의 두 눈에는 강렬한 안광이 갈무리되어 있었다. 전에 볼 수 없었던 진지함과 굳은 의지가 뿜어져 나왔다. 그의 품에서 다시 한 번 마나가 은은히 묻어나왔다. “차핫!” 지상제보의 보법을 밟으며 송현의 신형은 잔상으로 바뀌었다. “라이트닝 스피어!” 찌이이잉 송현의 손에서는 뇌력이 흐르는 한 자루의 뇌창이 손에 들렸다. 부우 찌지징 온갖 뇌력을 사방으로 내뿜으며 원과 직선을 번갈아가며 허공을 수놓았다. “에어 버스트!” 라이트닝 스피어가 송현의 손을 떠나 허공에 둥둥 뜨는 동시에 송현의 왼 손에서는 공기가 강력하게 수축하더니 하나의 자그만 공을 만들었다. 반투명의 맑은 공이었다. ‘이 번에는 성공하리라.’ 송현은 그 순간 하나의 가상의 적을 생각하며 자신의 보법을 육 식사괘의 규칙에 따라 한 걸음을 내딛었다. ‘성, 성공이다.’ 희열의 눈빛이 송현의 눈동자에서 거대한 해일처럼 요동쳤다. “핫!” 왼손의 에어버스트를 가상의 적을 향해 내던졌다. 주르륵 콰당 “크흑!” 어느새 발이 뒤엉켜 중심을 잡지 못해 바닥으로 나뒹굴었다. 탕 탕 송현은 넘어진 상태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며 바닥을 강하게 내려 쳤다. ‘또, 실패인가?’ 송현은 안타까움에 두 눈을 감았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방금 있었던 마법과 보법의 결합에 대해 다시 되짚어 생각하고 있었다. ‘휴우-! 아직 보법에 보내는 마나의 양의 조절과 괘에 따른 정확 한 발 구름이 안 되는구나.’ 두 눈을 뜬 송현의 두 눈에는 그지없는 결연에 찬 눈이었다. 처음에는 안 될 것 같은 창술과 군격술도 지금은 어느 정도 소화 한 상태였다. 거기에 삼일 전에는 자신의 보법과 같이 사용할 수 있게 되었었다.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자. 이제 삼 주밖에 되지 않았잖아. 그 보다 보법에 더욱 힘써야겠어.’ 지상제보의 4성 수준이었다. 어떻게 보면 기적에 가까운 성취였다. 어떻게 보면 송현만이 만들 수 있는 기연이 아닌가 싶었다. 그가 가지고 있는 학자적 접근이 오히려 득이 되어 이렇게 빠른 성취를 보여준 것이었다. 평범한 무인이 그저 묵묵히 뚝심있게 파 고들었다면 오히려 더욱 힘든 보법이 되었을 것이다. 어느새 송현의 목표는 지상제보의 12성으로 바뀌어져있었다. 8서클에서 9서클로 올라가기란 그리 녹녹한 것이 아니었다. 무조 건 마법에만 파고든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송현은 이제 알고 있었다. 자신이 우연찮게 8서클로 오른 것과 지금 지상제보를 만든 천괘 자를 볼 때 더욱 그런 확신은 더해갔다. 깨달음. 그리고 거기에서 오는 만류귀종. 다른 것도 접하고 익히다보면 자연스럽게 마법에도 도움이 된다 는 것을 몸으로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송현은 누워있는 상태에서 두 손을 강하게 말아 쥐었다. ‘우선은 지상제보와 창술, 그리고 군격술이다.’ 이것을 익히며 송현은 또 하나의 목표가 생겼다. ‘허약한 마법사의 관념에서 벗어나 강한 마법사가 되는 것. 그것 을 자신이 정립해 후세에 남기고 싶다는 것이다.’ 송현은 두 팔을 머리위로 뻗었다. “우아아아아아!” 그런 다짐을 더욱 강하게 마음속에 심기위해 송현은 하늘을 향해 있는 힘껏 소리를 질렀다. “이거 연습은 안 하고 누워서 놀고 있네.” 송현은 목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고개를 틀었다. “왕 장군님?” 연무장에 나타난 이는 바로 왕수인이었다. 송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군례로 왕수인을 맞았다. “혼자 연습하게 시간을 달라고 그래놓고서는. 이렇게 놀고 있는 줄 알았으면 내가 강제로 훈련시키는 거였는데.” 그 말에 송현은 쓴 웃음을 지어보였다. 사실 왕수인이 송현이 놀고 있지 않았다는 것은 누구보다도 잘 알았았다. 지금만 봐도 온통 땀에 젖어있는 옷만 봐도 얼마나 거칠게 훈련 했는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누워있는 송현을 보고 놀려먹기 딱 좋다는 생각을 가진 것이었다. 그런 왕수인은 발을 계속 놀려 송현이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와, 왕 장군님. 거기 선을 넘기시면...” 송현은 자신이 서있는 곳을 중심으로 그려진 넓은 원의 선을 가 리켰다. 왕수인이 봐도 신묘한 기운이 느껴지는 원이었다. 거기에 은은한 빛마저 흘러나오는 것이 더욱 왕수인의 호기심을 자극 시켰다. “신기한데.” 왕수인은 더욱 호기심을 발해 원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왔다. “오지 마십시오.” “왜... 으아아악!” 콰당 왕수인은 그런 송현의 말과 행동에 이해를 하지 못한다는 표정을 짓고는 원 안으로 성큼 발을 들어다놓았다. 그리고 바로 몸의 중 심을 참지 못하고 그대로 바닥에 엎어진 것이었다. “허억! 소, 송 장군. 이…… 으윽, 왜 이렇게…….” 송현은 그 자리에서 손을 들어 이마를 집었다. 지금 송현이 서있는 원은 마법진이었다. 예전의 마나를 집중시키 는 마법진이 아닌 중력을 집중시켜놓은 마법진이었다. 송현이 수련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특히 보법의 수련을 극대 화하기 위해 중력을 5배로 높여 논 것이었다. 자신도 이 곳에 적응하기 위해 무려 삼 주나 걸렸었다. 처음에 2배로 시작해서 4배, 그리고 불과 3일 전 5배로 올려놓은 것이었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이 곳에 들어온다는 것은 죽음을 자초하는 일이었다. 다행히 왕수인의 무위가 높았기에 이 정도로 골탕먹고 마는 정도였다. 그래도 골탕 먹는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왕수인도 허걱 거리고 있 는 중이었다. 송현은 마법진 중심 마나가 집중되어있는 곳의 수식을 살짝 비틀 었다. 위이이……잉 마법진의 빛과 중력이 흩어지며 순간 공기를 울렸다. “헉, 헉. 휴우-! 살겠네.” 한바탕 고생한 때문인지 왕수인은 땅바닥에 대자를 그리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왕 장군님, 그러기에 제가 들어오지 말라고 말씀 드렸잖아요.” 송현은 누워있는 왕수인을 향해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왕수인은 송현의 손을 잡고 일어났다. “너 일부로 나를 놀리려고 천천히 말했지?” 왕수인은 송현을 잡아먹을 듯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아닙니다.” 송현은 솔직히 그런 마음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기에 뜨끔거렸 다. “그러나 여기에는 웬일이십니까?” 송현은 얼른 화제를 바꿨다. “아, 발령 났다. 그건 그렇고 대련 한 번 해볼까?” 왕수인은 송현을 쳐다보며 호승심을 내비췄다. “솔직히 궁금하다. 혼자 이룬 경지를 말이야. 뭐 별로 기대는 하 지 않지만.” “하하하, 다음에 했으면 합니다. 아직 보여드릴 만큼은 아닙니다.” “그래?” 왕수인은 아쉬움이 많아보였다. 솔직히 발령이 난 것을 굳이 자신 이 오지 않아도 됐다. 하지만 송현의 능력을 보고 싶기에 이렇게 찾아온 것이었다. “조금만 참아 주십시오. 몇 주 내에 보여드리겠습니다.” “비무도?” “네, 비무도요.” 송현은 그런 왕수인을 향해 웃어주었다. “신시까지 상관 도독님을 뵈러 가야해. 시간이 얼마 안 남았으니 얼른 씻고 준비해.” “알았습니다. 근데...” 송현은 돌아서는 왕수인을 다시 불렀다. “발령이 난 곳은 어디입니까?” “나도 잘 모르겠어. 가 보면 알겠지.” 왕수인은 자신도 모르겠다는 투로 어깨를 으쓱거렸다. “뭘 그렇게 생각해? 가보면 알게 되겠지.” “아, 네!” 송현은 돌아가는 왕수인의 뒷모습을 보고는 서둘러 연무장을 정 리하고는 상관후를 보기 위해 자리를 떴다. ************************************************************************************* 타이핑 者 : [KOR]TheYtsejaM (당나귀 호환 P2P 프루나) 프루나에서 제가 타이핑한 소설들과 그 외 제가 모은 소설들을 공유했습니다. 검색어 : [KOR]TheYtsejaM 또는 TheYtsejaM 로 검색하시면 제가 공유한 파일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소유자가 1이라도 관계없습니다. 저는 항상 접속해 있으니까요. 제가 접속해 있지 않을 때는(파일이 안 받아지고 있을 때는) 제가 집에 없거나 파일 받기 대기 중일 겁니다. 기다리시면 하루 안에 반드시 받으실 수 있으실 겁니다. 무협도 엄청나게 많이(약 1기가 정도) 텍스트파일로 가지고 있는데 너무 파일이 많아서 그거 다 편집하려니 짜증나서 일단은 판타지만 공유중입니다. 무협도 필요하시면 프루나에서 메시지 전송 기능으로 쪽지 보내십시오. ************************************************************************************* 마법사 무림에 가다 [303 회] 왕수인과 송현은 상관후를 보기 위해 친군지휘사를 찾았다. 그러던 차 송현은 저 앞에서 걸어가는 염청을 보게 되었다. “왕 장군님, 저기 염 대영반님 아니십니까?” “그렇네. 여기 웬일이시지?” 왕수인도 그 이유를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염청을 불렀다. “대영반님!” 그의 목소리를 들었는지 염청은 뒤를 돌아보았다. “대영반님께서 여기 어인 일로 오셨습니까?” 염청은 그 몸집으로 성큼 걸어왔다. “상관 도독님이 불러서 왔다. 너희들은... 아! 오늘 발령 나는 것 이구나?” “예. 그 일로 상관 도독님을 찾아가는 길입니다." 왕수인은 웃는 표정이었지만 한편 궁금해하는 표정도 담겨있었다. “그렇게 쳐다봐도 왜 나도 불렀는지 모른다.” 염청의 말에 왕수인은 실망한 얼굴이었다. “늦겠습니다.” 송현은 시간도 잊은 채 연신 말을 주고받는 둘의 말을 끊었다. “서두르자.” 염청은 상관후의 성격을 잘 알기에 뛰다시피 걷기 시작했다. 상관 후의 딱 부러지는 성격으로 시간을 지키지 못하는 자를 매우 싫 어했다. 셋은 잡담으로 까먹은 시간을 채우기 위해 총총 빠르게 걸어가던 발걸음을 급기야 뛰어가는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내금부 염청입니다.” “들어오시게.” 어느새 상관후의 집무실로 도착한 셋은 상관후의 목소리에 안으 로 들어갔다. “셋이 같이 왔군.” “요 앞에서 만났습니다.” 염청은 상관후 앞에 섰다. 셋이 나란히 서자 군례로서 상관후에 대한 예를 보여줬다. “다른 건 아니고, 발령지를 알려주려 불렀다.” “그거라면 수하들을 시켜도 될 듯 싶습니다.” 염청은 굳이 왕수인과 송현을 부른 이유를 모르겠다는 표정이었 다. 상관후는 그런 염청을 올려다보았다. “그렇고 저는 왜……?” 궁금해하는 염청의 뜻을 저버리고 상관후는 사무적인 말투로 왕 수인과 송현에게 말했다. “너희 둘은 오늘부로 특무대(特武隊)로 간다. 그리고, 염청! 자네 도 그곳으로 간다.” “네?” 염청은 상관후의 말을 못 알아듣겠다는 투였다. “특무대라니요?” 염청은 물론 이요 왕수인도 특무대를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 다. 그러니 둘 다 궁금해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송현은 그저 그런 곳이 있구나, 라고 생각할 따름이었다. “말 그대로 특무대다. 특무대는 어디 소속도 아니다. 전천후 부대 가 될 것이다. 오늘부로 창설되는 것이다.” “네?” “차, 창설...” “…….” 셋은 상관후의 말에 그저 눈만 껌벅거렸다. 툭 상관후가 그들 셋 앞에 서류 한 뭉치를 던졌다. “너희들이 해야 할 임무다. 부대원은 너희들이 알아서 뽑도록. 그 수는 단 4명. 너희들까지 도합 7명이다. 인물을 뽑게 되면 나에게 직접 알리도록. 이상!” 상관후는 그 말로 자신의 볼일이 끝났음을 알리듯 다시 책상 사 이 서류더미로 고개를 파묻었다. 염청과 왕수인, 송현은 궁금한 것이 많았지만 더 이상 물어보지 못하고 밖으로 나왔다. 무엇인가 자신들이 모르는 사이 큰 기류가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셋은 조용히 내금부 염청의 사무실로 모였다. 상관후가 던져준 서류를 펼쳤다. ------------------------------------------------- 이 글을 읽는 즉시, 너희 셋은 자동 사퇴처리가 이루어진다. 그리 고 곧 너희들이 추천한 4명의 수하들도 자동 사퇴처리가 이루어질 것이다. ------------------------------------------------- 쿵! 셋은 커다란 둔기에 뒤통수라도 맞은 듯 얼마동안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급작스러운 사퇴처리라 하니 어느 누가라도 정신을 차릴 수 없을 것이다. ------------------------------------------------- 너희들이 해야 할 일은 유근에 관련되 모든 일을 파헤치는 일을 한다. 그와 관련된 그 어떤 것으로도 용납할 수 없는 것은 모조리 캐는 것이 너희들이 앞으로 해야 할 일이다. 유근의 횡포로 이 나라가 피폐해지기 시작했으며 조정의 근간이 흔들리기 시작한지 오래다. 보다 못해 조정의 최고위급 대감들의 명에 의해 특무대가 창설되었다. 그 분들의 뜻에 의해서 너희들은 어쩌면 일회용이 될 수 있다. 그 점을 인식하기 바란다. 허나, 나 상관후의 이름을 걸고 그 어떤 일이 있어도 너희들을 지 켜줄 것이다. 앞으로의 건투를 빈다. 이 글을 읽는 즉시, 명령서를 파기하기 바란다. 상관후 ------------------------------------------------- 충격적인 임무가 아닐 수가 없었다. 셋은 몇 번이고 그 명령서를 읽고 또 읽었다. 아무 말도 없이 셋은 그대로 생각에 빠졌다. 그러기를 1시간. “야, 너 어떻게 할거야?” 염청은 생각에 빠진 왕수인의 의견을 물었다. 눈을 뜬 왕수인은 언제 심각했느냐는 듯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아시면서 왜 물으십니까?” “크크크, 그래?” 염청과 왕수인은 뜻이 통한 듯 보였다. “야, 애송이. 넌?” 염청은 송현을 보며 의견을 물었다. 그때 왕수인이 송현의 어깨를 덥썩 끌어안았다. “송 장군도 우리와 같은 생각일 겁니다. 그치?” 송현은 왕수인의 모습에 한일자로 다물어진 입으로 고개를 끄덕 였다. “이거 앞으로 재미있게 생겼습니다.” “너도 그렇게 생각하냐?” “당연한거 아닙니까? 안 그래도 꼴 보기 싫었던 놈을 박살내는 선봉대 역할인데 재미없을 리 없잖습니까?” “크크크, 그렇지?” 염청과 왕수인은 두 눈이 마주쳤다. “크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 둘은 미친 듯이 웃고 또 웃었다. “아마 일주일 후부터는 힘든 길을 걸어야 될 것이야. 일주일간 푹 쉬라고.” “네.” “알겠습니다.” 염청의 말에 송현과 왕수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내일까지 수하로 쓸만한 놈 한 명씩 생각해 와!” “어찌 한 명씩 입니까? 4명을 두라고 하셨는데.” 왕수인은 염청의 말에 반문했다. “임마, 내가 대장이니까 2명 고르려고 했다. 왜, 꼽냐?” “아, 아닙니다.” “됐다, 그럼...” “저기, 대영반님.” 송현은 회의를 마치려는 염청의 말을 막아섰다. “왜?” “굳이 관의 인물이야 합니까?” “그건 무슨 말이야?” 염청은 송현의 질문에 뜻을 물었다. “저는 이제 들어온 지 한달이 조금 넘었습니다. 그런 제가 믿을 수하를 뽑는다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그래서?” “관의 인물이 아니라면 한 명 있습니다.” “음...” 염청은 고민하는 듯 턱을 쓰다듬었다. “차관이라는 제도가 있으니 가능할 거야. 그래 생각해둔 자라고 있는 모양이지?” “네.” “알았다, 내 상관 도독님께 말해보지.” “알겠습니다.” “자, 그럼. 해산이 아니라... 크크크, 앞으로의 단합을 위해 술 한 잔하러 가자!” 그 말에 왕수인은 함지막하게 입을 벌려 웃었고, 송현의 표정은 일그러졌다. “카람! 도대체 아직도 송현이라는 그 작자를 없애지 못하는 이유 가 뭐요?” “…….” “그 자를 없애준다고 한지 2주가 지났소. 진정 이 땅에 라마교가 발을 딛을 수 없도록 해주리까?” 유근의 폭언은 정도를 넘어섰다. “내 저 놈을... 으드득!” 방안에서 들려오는 유근의 목소리와 카람의 침묵에 성격이 급한 칠신승 중 따시벨이 앞뒤 물불 가리지 않고 유근의 방으로 뛰쳐 들어가고자 했다. 그런 따시벨을 사꺄와 큉보가 막아섰다. “참아라.” “참기를 뭘 참는단 말인가?” 따시벨은 막아서는 둘을 향해 발악하듯 말을 건넸다. 그의 목소리 에서는 피눈물이 묻혀있었다. “법왕께서도 참고 계신다.” 칠신승 중 암중의 수뇌인 갤첸이 나직하게 말했다. “그러나...” 갤첸의 말에 어느 정도 수그러진 목소리였지만 따시벨은 여전히 온 몸으로 화를 참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 녀석 때문에 내가 죽을 뻔 한 것을 모른단 말인가, 카람! 도 대체 말을 해보란 말이다. 말! 말! 말!” 여전히 묵묵히 입을 다물고 있는 카람을 향해 유근은 소리를 질 렀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이 하나도 안 되고 있단 말이다. 그게 무엇 을 뜻하는지 알 것 아닌가? 내가 아무 일도 못 한다는 것은 너도 아무것도 못한다는 뜻이야. 알았냐고?” “말처럼 그렇게 쉬운 것이 아니다.” 드디어 카람이 말을 열었다. “그 자에 대해 알아보았다. 그리고 겪어보았다. 결코 나에게 뒤지 지 않는 자다.” “그럼, 수하들이 있잖아. 그들을 데리고 가서 죽여! 죽이면 될 것 이 아니야?” 유근은 카람의 입이 열려서인지 조금 말이 누그러졌다. 한편 회유 하는 빛도 살짝 들어있었다. “나 법왕의 위치에 있지만 나도 서장의 용사다. 그렇게 할 수는 없다. 조금만, 시간을 다오. 내 확실히 그 자를 없애주겠다. 법왕의 이름으로...” 카람의 그 말에 유근은 완전히 돌아버렸다. 끝도 없는 폭언을 해재낀 것이다. 그런 유근의 목소리에도 카람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눈도 막고 귀도 막은 형상이었다. 그 모습에 유근은 더욱 날뛰었다. 유근의 폭언에 정작 화가 치밀어 올라야 할 카람은 조용하고 고 요한 모습을 유지했지만 엉뚱한데서 그 폭발이 일어났다. “모두 들어라.” 따시벨을 막아서던 캘첸이 칠신승을 향해 입을 열었다. “가자!” 그 목소리에 칠신승들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 자를 죽이러!” 그 목소리에 칠신승은 모두 혈안(血眼)을 번뜩였다. “법왕은 살아있는 신이요, 우리 서장인의 스승이다. 고귀한 분이 시다. 더러운 것은 우리가 한다.” 캘첸의 결의에 찬 목소리였다. 조용했지만 힘이 묻어나오는 목소리였다. “무슨 생각으로 법왕께서 아무런 행동을 안 하시는 건지 모르겠 지만 우리가 하자!” “그래, 우리 일곱이라면 그 자를 상대 못할 것도 없다.” 도차와 약툭이 갤첸의 말을 거들었다. 칠신승은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는 다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 고는 아무 말 없이 그 자리를 떴다. 서로 말은 나누지 않았지만 어디로 가야할지 잘 알고 있었다. 카 람의 명에 의해 송현에 대한 조사를 맡아봤기 때문이었다. ************************************************************************************* 타이핑 者 : [KOR]TheYtsejaM (당나귀 호환 P2P 프루나) 프루나에서 제가 타이핑한 소설들과 그 외 제가 모은 소설들을 공유했습니다. 검색어 : [KOR]TheYtsejaM 또는 TheYtsejaM 로 검색하시면 제가 공유한 파일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소유자가 1이라도 관계없습니다. 저는 항상 접속해 있으니까요. 제가 접속해 있지 않을 때는(파일이 안 받아지고 있을 때는) 제가 집에 없거나 파일 받기 대기 중일 겁니다. 기다리시면 하루 안에 반드시 받으실 수 있으실 겁니다. 무협도 엄청나게 많이(약 1기가 정도) 텍스트파일로 가지고 있는데 너무 파일이 많아서 그거 다 편집하려니 짜증나서 일단은 판타지만 공유중입니다. 무협도 필요하시면 프루나에서 메시지 전송 기능으로 쪽지 보내십시오. ************************************************************************************* 마법사 무림에 가다 [304 회] 송현 VS 카람 송현은 염청과 왕수인이 끌고 가는 술자리를 어렵사리 빠져나왔다. ‘에라이, 재미없는 놈 같으니라구. 앞으로 저 놈하고 어떻게 일 하 냐?’ 아직까지 귀에서 염청의 이 말이 한없이 되풀이 되고 있었다. 피식 송현은 털털한 염청의 모습을 상상하며 입가에 웃음을 지었다. 그 래도 그런 염청이었기에 사실상 정이 많이 가는 것도 사실이었다. 한편으로 든든한게 느껴지기도 했다. 왕수인, 그리고 염청. 조정에 들어와서 만난 이 둘은 한없이 송현을 편하게 했다. 훈훈한 사람들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생각은 특무대로 이어졌다. 뜻하지 않은 발령이었다. 어쩌면 예정된 것인지도 몰랐다. 상관후의 성격상 아마 자신에 대해 이것저것 알아봤을 것이 분명 했고 자신이 거절하지 않고 흔쾌히 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을 것 이다. 거기에 염청과 왕수인의 성격 또한 꿰뚫고 이런 명을 내린 것이 분명했다. 확실히 무서운 남자임에는 틀림없었다. 허나 그 속으로 따뜻함도 가지고 있는 자였다. 아마도 그렇기에 염청이 겉으로는 재미있어하며 일을 맡은 것도 아마 그 이유가 틀림없을 것이 분명했다. ‘문제는 카람인데...’ 확실히 그 문제가 송현에게 걸렸다. 유근의 근처의 일들은 어느 정도 파고 들 수는 있겠지만 유근과 확실하게 연관되는 부분은 카람 때문에 만만치 않을 것이 분명했다. 확실한건 그때 카람을 자신이 맡아야한다는 것이었다. 그 순간, 송현의 감각에 걸려드는 것이 있었다. 휘리릭 착착 ‘칠신승?’ 송현은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그들을 쳐다보았다. 애초에 서로 좋은 사이가 아니었고 특히 이 밤에 자신이 가는 길 을 막아섰다면 더더욱 좋은 의도로 찾아왔다고 보기 힘들기 때문 이다. “무슨 일인가?” “너를 죽이러 왔다.” 갤첸이 앞으로 나섰다. 그 말에 송현은 주체할 수 없을 장도로 살심이 마음속에서 치솟 아 올랐다. “다시 말 해볼 수 있나?” “너를 죽이러 왔다고 했다.” 송현은 느리게 뒷짐을 졌다. 그것은 어디까지 보이는 것에 불과했 다. 그런 송현에게서 무시할 수 없는 살기가 칠신승을 덮쳤다. “나를 죽이러 왔다고?” 송현은 히죽 웃으며 칠신승을 쳐다보았다. 칠신승은 하나같이 송현의 살기에 압박감을 느끼며 이를 물고 있 었다. “그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알고 있겠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우리도 안다. 하지만!” 캘첸은 앞으로 한 걸음 나섰다. 한걸음 떼면서 더욱 일그러지는 캘첸의 얼굴로 보아 살기의 강도 가 더욱 높아졌다는 것을 여실히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법왕의 손을 더럽게 물들이게 할 수는 없다.” 그의 말에 송현은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유근과 손을 잡았다는 것이 이미 더러워졌다는 증거가 아닌가?” “갈! 그건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 법왕께서 결정하신 일이다. 법왕의 행동은 항상 우리 서장인들과 라마교인들에게는 깨끗한 일이다.” 캘첸은 얼굴이 한껏 달아올랐는지 발게졌다. ‘생각보다 우직한 수하들이군.’ 비록 말도 안 되는 궤변에 가까운 항변이었지만 그들이 생각하는 카람에 대해 단편적이나마 알 수 있는 말이었다. 송현은 이내 마음속을 다잡았다. 아무리 그렇다고는 하나 이미 잘못된 길을 걷고 있는 자였다. 그 리고 자신과 반목하는 관계였다. 자신의 길을 막아섰기에 이미 용서할 수 없는 자였다. “장소를 옮기자.” 송현은 풍보를 이용해 재빠르게 북경의 도심지를 빠져나갔다. 칠 신승도 송현을 놓칠 세랴 재빠르게 뒤따라갔다. 유근의 폭언 속에서도 카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저 묵묵히 눈을 감고 침묵만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 와장창창창 급기야 유근은 자신의 앞에 놓인 찻잔을 벽에 집어던졌다. 찻물이 사방으로 터졌고, 찻잔의 파편도 사방으로 날렸다. 투둑 투두둑 찻물과 찻잔의 파편이 유근에게도 날아갔다. “뭐라고 말을 좀 해! 말이라도 하란 말이다.” 아마도 유근 앞에 있는 자가 카람이 아니었다면 이미 칼이라도 빼 죽였을 것만 같은 모습이었다. “알았소. 내 당장 내일이라도 가서 송현이라는 자를 죽이겠소. 됐 소이까?” 카람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는지 두 눈을 버럭 떼고는 유근을 날카롭게 쏘아부쳤다. 이미 흥분한 유근에게는 그 모습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다. “그것으로는 안 돼. 확실히 죽여! 죽여서 잘린 목이라도 내 앞에 가져다 오란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모든 서장인들과 라마교인들은 중원에 발마저 못 부치게 하겠어. 그리고 라마교 역시 사교로 명하고 모조리 말살시켜버리겠다. 알았어?” 유근의 말에 카람의 살기가 은은히 맴돌았다. “알았소, 내 그 자의 목을 가져오도록 하지. 그 이후, 약조한 대로 이행이 되지 않을 시 가장 먼저 당신의 목을 가질 것이오.” 그제야 유근은 카람의 말을 재대로 알아들었다. 그리고 자신이 너 무 흥분한 나머지 해서는 안 될 말까지 해버린 것을 알아차렸다. ‘응?’ 그 순간 카람은 이상함을 느꼈다. 바로 칠신승의 기운이었다. 카람은 눈을 감고 칠신승의 기운을 느끼려 애썼다. 카람의 입에서 법문이 흘러나왔다. 법문이 흘러나온 지 채 몇 분도 되기 전에 칠신승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불안한 기운들을 가지고 있었다. 문득 카람은 칠신승이 바로 전까지 방밖에서 대기하고 있음을 알 아차렸다. ‘설마.’ 카람은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비록 자신을 넘어서지 못하게 제약을 주고 키운 자들이지만 소중한 수하들이었다. 쉽게 한 번 쓰고 버리는 자들이 아니었다. 겉으로는 차디차게 대해왔지만 그들을 아끼는 마음은 항상 마음 한구석에 있었다. “유근, 어쩌면 오늘 그 자의 목을 가져올 수 있을 것 같소. 아니 면 나의 목이 떨어지던가.” 카람은 냉랭히 뒤로 돌아섰다. “이게 나와 당신에게 화가 될지 복이 될지는 모르겠소. 어쨌거나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빌고 있으시오.” 카람은 그 말을 유근에게 남기고 그 자리를 바로 떴다. 유근은 자신의 실수를 사과하기도 전에 카람이 뜬구름 잡는 말만 하고 사라지자 한동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러는 사이에도 후회가 밀물 들어오듯 밀려왔다. 그러는 찰나 카 람의 마지막 말이 떠올랐다. ‘서, 설마? 지금 송현이라는 작자를 만나러 간 것인가?’ 유근은 반신반의하다가 이내 얼굴에 미소를 그렸다. ‘오늘 네 놈의 몸통 없는 목을 볼 수 있겠구나.’ 유근은 카람을 믿었다. 그리고 오늘 후회가 한 순간에 사라졌다. 자신의 이런 행동에 의해 카람이 송현이라는 자를 만나러 간 것 이 분명하다, 라고 믿었던 것이다. ‘미안하기는 하지만 그 자의 목을 가져오면 팍팍 밀어주기로 하 지. 어차피 나의 세상이 될 테니까. 그렇게 되면 나에 지금 행동에 대해 불만도 없어질 것이야. 크크크.’ 유근은 탁자에 앉아 시녀를 시켜 차를 내오게 했다. 느긋이 차라 도 한 잔하면서 카람을 기다릴 생각이었다. 야산 속에 커다란 공터가 있었다. 무슨 조화인지 몰라도 우거진 나무 사이로 그저 잡초만 나 있는 터가 있었던 것이다. 그 공터에 송현과 칠신승이 자리하고 있었다. “오늘 너희들이 이 세상을 하직하는 날이다. 나를 죽이러 왔다는 말에 너희들의 운명은 결정되었다. 알겠나?” “이, 이런 건방진.” 광오(狂傲)한 송현의 목소리에 캘첸은 물론이요 나머지 칠신승들 도 분노했다. 이성마저 잃게 할 정도였다. 그들의 신분에 언제 이런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샤샤샥 그 말이 시작이 되어 칠신승은 하나같이 송현을 둘러쌓다. ‘이들을 없앤다면 아무래도 카람을 한결 쉽게 막아설 수 있겠어. 어차피 없애야 할 자들이었다. 먼저 찾아와주니 이거 고마운걸.’ 송현은 자신이 가진 모든 마나를 개방시켰다. 은은한 마나의 파동이 잔잔한 수면위로 퍼지는 물결처럼 사방으 로 퍼져나갔다. “오라!” 송현은 그 한마디를 던지며 몸을 낮췄다. 가장 먼저 술법을 외친 자는 바로 전신을 받들며 환술을 쓰는 둑 빠였다. “안멱환각, 대해망망(大海茫茫)!” 쏴아아아아 거친 파도소리와 함께 바다 특유의 짠 내음이 송현의 코로 스며 들었다. 눈에 들어오는 장면도 온통 파란색 일색이었다. 아래로 내려다보니 바다 한가운대에 서있었다. 잔잔한 파도에 어느새 발부분이 젖어왔다. 그와 동시에 몸이 서서 히 아래로 가라앉았다. 송현은 그 장면에 무심한 듯 눈을 감았다. ‘어차피 환각이다.’ 눈을 감은 송현은 눈을 제외한 다른 오감을 극대화 시켰다. 둑빠는 그 모습에 이를 악 물며 더욱 환술에 집중했다. 칠신승이 다 모여 합격하는 이상 자신이 다른 것에 나선다는 것은 오히려 합격술에 방해만 될 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둑빠의 환술에 이어 먼저 쳐들어간 자는 양신을 받들며 체술을 사용하는 따시벨이었다. 무공과 다를 바 없는 체술은 내공에 의한 기초가 아닌 차크라에 의한 7만 2천개의 맥관을 이용하는 것이 차이가 있었다. 부우웅 따시벨은 그대로 몸을 날려 우퇴를 이용해 송현의 머리와 몸을 재빠르게 일곱 번 내질렀다. 그때 둑빠의 환술의 법문이 조금 달라졌다. 콰르르르르 둑빠의 발차기가 환술에 의한 거대한 파도에 묻혀버렸다. 순수한 송현의 눈으로 본다면 따시벨의 발은커녕 다가오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오로지 거대한 파도만이 자신을 덮쳐오는 것만 볼수 있을 뿐이었 다. 허나 송현은 환술을 눈으로 보지 않았다. 심지어는 귀도 닫았다. 오직 몸으로 느껴지는 감각과 마나만 느꼈다. 그런 송현에게 환술은 의미가 없었다. 그렇다고는 쳐도 완전히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아주 조금이 지만 판단의 시간이 늦어지고 있었다. 송현은 실드를 쓸 시간을 놓치자 무의식적으로 팔을 들어 자신의 몸을 막았다. 파바바방 삼 주간의 군격술이 무의식적으로 송현의 몸에서 나온 것이었다. 오로지 연습에 연습의 결과였다. 머리가 따르지 못한 것이 몸이 알아서 먼저 움직인 것이었다. 그 상황이 낯설기만 한 송현은 속으로 놀라면서도 일단 자신의 몸을 그대로 나두었다. 따시벨은 자신의 발차기가 허무할 정도로 막히자 그대로 땅으로 내려서는 동시에 바싹 엎드렸다. 그 자세에서 몸을 회전시켜 송현의 오른쪽 종아리를 걷어찼다. 다리에서 찌릿한 느낌을 받은 송현은 오른 다리를 살짝 들었다 다시 땅으로 내려놓았다. 기가 막힌 시간차로 따시벨의 앉아서 돌 려차는 발을 피한 것이다. 송현은 오른 다리가 지면에 닿는 동시에 그대로 양손을 뻗었다. 그리고 손에 무엇인가 걸리는 느낌이 들었다. ‘걸렸다.’ 그 느낌이 누군가의 머리라는 것을 인지하고는 그대로 감싸 자신 의 품으로 당기는 동시에 왼 무릎으로 강하게 차올렸다. 퍽 콰직 확실한 느낌이 왔다. 그와 동시에 마법과 전혀 다른 생소한 느낌에 조금 어색함을 느 끼기도 했다. 따시벨은 코뼈가 내려앉는 것을 느끼며 뒤로 넘어갔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칠신승이 알아본 송현은 이런 박투술을 익히지 않았다. 약툭처럼 인술에 가까운 능력만 보여주는 자였다. 그렇기에 따시벨이 가장 먼저 나선 것이었다. 그러나 뜻하지 않는 송현의 공격에 어이없을 정도로 허무하게 뒤로 나자빠졌다. 놀란 것은 따시벨 만이 아니었다. 칠신승 모두가 놀람을 감추며 눈빛을 가라앉혔다. “수둔, 수어술(水圄術)!” 그러는 사이 약툭이 앞으로 나서며 물의 술법을 일으켰다. 물의 감옥이라는 술법에 맞게 송현의 몸 주위로 물이 차올랐다. 그리고 한순간에 송현을 감싸며 둥근 수막을 형성했다. 완벽하게 송현이 수막에 갇히자 지상신을 받들며 비술을 사용하 는 도차가 앞으로 뛰어가더니 수막으로 뛰어들었다. “비술(秘術), 수동수상(水同水翔)!” 도차의 몸은 흐물거리더니 이내 수막과 동화되었다. 얇은 수막이 었지만 그 어디에도 도차의 윤곽이 나타나지 않았다. 그런 도차의 모습이 드러난 곳은 뜻하지 않게 수막의 면이었다. 거울에 비친 모습처럼 입체가 아닌 그림처럼 그 모습을 드러냈다. “크크크.” 송현은 물의 기운이 담긴 마나가 자신을 포위하는 느낌에 눈을 떴다. 여전히 대해 한중간에 몸을 반쯤 담그고 있었다. 하지만 다른 점은 그런 자신을 수막이 감싸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 송현의 눈이 매섭게 갈라졌다. 바로 수막에 한 장의 인물화처럼 웃고 있는 도차의 모습을 보았 기 때문이었다. 낄낄거리던 도차의 모습은 그나마 안개가 거치 듯 사라졌다. 피숫 송현의 등 뒤의 수막이 송곳처럼 삐죽 튀어나오더니 송현의 등 한가운데를 푹 찔렀다. 송현은 그대로 발을 옆으로 디디며 몸을 비틀었다. “헉!” 바다에 빠져있는 송현의 다리가 뻑뻑한 느낌으로 움직여지지가 않았던 것이다. 송현은 입술을 깨물며 최대한 몸을 아래로 숙였다. 푸욱 찌지직 물로 이루어진 송곳은 아슬하게 송현의 등에 가볍게 상처를 내는 것으로 끝났다. 그 덕분에 송현의 옷은 사정없이 째져졌다. 거대한 뚜꺼비가 혀를 길게 내밀어 송현의 발을 감싸고 있었다. 수막이 만들어지고 도차가 공격하기 바로 일보직전에 지하신을 받들며 소환술을 쓰는 사꺄가 두꺼비를 소환해 송현의 다리를 잡 아논 것이었다. ‘어차피 보이는 바다는 환각이다. 내 다리가 안 움직이는 것은 바 다에 가라앉은 것 때문이 아니다. 다른 무엇인가가 잡고 있다. 그 리고 나에게 실질적으로 피해를 주는 것은 수막과 수막에 이상한 술수로 숨어들어간 놈 밖에 없다. 그렇다면!’ 송현은 그대로 자신의 다리를 향해 윈드커터를 날렸다. 쐐애액 샤각 송현의 귀에 희미하지만 무엇인가가 잘리는 소리가 들렸다. 조금 만 신경을 쓰지 않았다면 놓쳤을 아주 미약한 소리였다. 슬짝 다리를 움직이자 가볍게 움직여지는 것을 확인하자 바로 마 나를 끌어올렸다. “실드!” 띠딩 이내 만들어진 실드는 수막과 바로 맞부딪혀 팽팽한 기세싸움을 시작했다. 수막은 서서히 좁히기 위해 굼틀거렸고 실드는 그 크기를 부풀리 기 위해 굼틀거렸다. 땅 땅 땅 쩌저적 실드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오로지 수막과 실드의 기세싸움이라 면 실드가 밀릴 이유가 없었지만 수막에 동화되어있는 도차가 실드 여기저기를 치면서 수막에 힘을 주고 있었다. “그레이트 실드!” 송현은 좀처럼 잘 쓰지 않았던 그레이트 실드로 실드 바로 안쪽 에 다시 만들었다. 짜자자장 창창창! 그레이트 실드를 만들자 간발의 차이로 실드가 부셔졌다. 실드가 깨지는 타격을 다행히 그레이트 실드를 만들고 난 다음이 라 큰 피해없이 다잡을 수 있었다. 마나가 진탕되는 것을 느끼며 송현은 마나를 집중해 온 몸을 감 쌌다. 우우우웅 송현의 마나의 진동에 의해 수막과 그레이트 실드는 눈에 보일 정도로 요동쳤다. “거대한 불길이 나 주위에 모든 것을 휩쓸며 태워버리라, 블레이즈 데터네이션!" 궁극의 8서클 마법인 화염의 폭발을 실현시키는 동시에 그레이트 실드를 없애버렸다. 쿠쾅 콰콰콰콰콰콰쾅! 순식간에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한 거대한 화염은 송현을 중심으 로 터졌다. 수막은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허무하게 사라졌다. “컥!” 수막이 강제로 터지자 인술의 약툭도 어느 정도 타격을 받았는지 뒤로 두어 걸음 물러나며 입술 사이로 한줄기 혈선을 그렸다. 비명소리는 약툭에게서만 나왔다. 이상한 낌새를 느낀 도차는 어느새 수막에서 몸을 내빼 땅속으로 스며들어갔던 것이었다. 그 순간 송현에게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찰나지만 둑빠의 환술이 없어졌다 다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워 낙 찰나의 시간이라 칠신승은 물론 둑빠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송현은 그 시간에 갤첸과 사꺄, 큉보가 모여 있는 위치를 확인하 고 바로 그 앞으로 마나보법을 밟으며 달려갔다. 블링크를 써서 순간이동을 하면 되었지만 송현은 그렇게 하지 않 았다. “파이어 볼!” 송현은 두 개의 파이어 볼을 만들었다. 갤첸, 사꺄, 큉보는 정확히 자신의 위치를 찾아 달려오는 송현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 쿠오오오오 송현은 시간차를 두고 두 발의 파이어 볼을 날렸다. “암술(暗術), 음파벽(音波壁)!” 암술이라는 이름답게 아무런 소리도 없이, 형체도 없이 소리만으 로 이루어진 벽을 만들었다. 그 벽마저 투명해 방어를 위한 막이 있는지도 없는지도 구별하기 힘들 정도였다. 그나마 허공이 조금 일그러져있어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였다. 허나 송현은 그 막을 느낄 수 있었다. 바로 마나가 응집해있기 때문이었다. 송현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 졌다. “텔레포트!” 송현의 입에서 자그만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콰광 갤첸이 만들어 논 음파벽에서 한 발의 폭음(爆音)이 들렸다. 그것 이 끝이었다. 시간이 흘러도 아무런 폭음이 들려오지 않자 갤첸은 눈을 동그랗 게 뜨고 앞을 쳐다보았다. 분명 두 발의 화염구였는데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한발의 화염구가 자신의 음파벽에 부딪혀 없어졌다고 해도 한 발 이 남아있어야 정상이었다. 콰과광 “크아아악!” 그때 자신과 거리가 떨어진 곳에서 폭음과 함께 둑빠의 비명소리 가 들렸다. 허둥지둥 소리가 들린 곳으로 돌아보자 어느새 둑빠의 등은 커다 란 화상과 함께 쓰러져있었다. 그와 함께 환술도 깨져 주위의 모 습이 원래의 야산의 공터로 되돌아왔다. 다시 정신을 차린 캘첸은 송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 곳에 입가에 차가운 미소를 짓고 있는 송현을 볼 수 있었다. “이제 귀찮은 것이 없어졌으니 2차전으로 가볼까? 장난은 여기까 지다.” 그와 동시에 몸이 떨릴 정도로 거센 기의 기운이 송현에게서 뿜 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 타이핑 者 : [KOR]TheYtsejaM (당나귀 호환 P2P 프루나) 프루나에서 제가 타이핑한 소설들과 그 외 제가 모은 소설들을 공유했습니다. 검색어 : [KOR]TheYtsejaM 또는 TheYtsejaM 로 검색하시면 제가 공유한 파일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소유자가 1이라도 관계없습니다. 저는 항상 접속해 있으니까요. 제가 접속해 있지 않을 때는(파일이 안 받아지고 있을 때는) 제가 집에 없거나 파일 받기 대기 중일 겁니다. 기다리시면 하루 안에 반드시 받으실 수 있으실 겁니다. 무협도 엄청나게 많이(약 1기가 정도) 텍스트파일로 가지고 있는데 너무 파일이 많아서 그거 다 편집하려니 짜증나서 일단은 판타지만 공유중입니다. 무협도 필요하시면 프루나에서 메시지 전송 기능으로 쪽지 보내십시오. ************************************************************************************* 마법사 무림에 가다 [305 회] 꾸르르륵 마치 진흙이 흘러가듯 도차가 땅과 융화되어 쓰러져있는 둑빠를 향해 다가갔다. 그 움직임은 계곡의 빠른 물줄기처럼 둑빠를 등에 업고는 조금 떨어진 곳으로 이동했다. “끄으으윽!” 송현은 그 모습을 보고도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전신에서 마나와 투기가 한꺼번에 뿜어져 나오던 송현은 바로 몸 을 띄워 갤첸에게 달려들었다. 갤첸이 이들의 암묵적으로 이끌어가는 자로 보였다. “대지에 뜨거움이 하늘까지 이른다, 파이어 필드!” 화르르륵 캘첸과 사꺄, 큉보가 모여 있는 곳에 불이 솟아올랐다. 그 열기는 일반 불과는 차이가 있었다. 갤첸과 사꺄, 큉보는 발아래에서 솟아오르는 열기에 놀라며 재빨 리 흩어졌다. 그 행동들에 송현의 입가에는 차가운 미소가 걸렸다. 그리고 아무 런 망설임 없이 갤첸이 움직인 곳으로 신형을 돌렸다. “매직 미사일!” 5발의 푸른 마나로 만들어진 작은 단봉 모양의 매직미사일은 잠 시도 머무르지 않고 만들어지는 즉시 갤첸을 향해 날아갔다.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불의 정화가 모여 거대한 벽을 이룬다, 월 오브 파이어!” 화르르륵 화르르르 화르르르 시뻘건 벽이 만들어졌다. 한 면의 단벽(單僻)이 아니었다. 갤첸의 좌우, 그리고 후면에 서로 가장자리가 맞물린 ‘ㄷ'자형의 모양이었다. 갤첸은 매직미사일을 피하기 위해 몸을 움직이려했지만 쉽사리 움직이지 못했다. 앞에서 날아오는 매직미사일을 피하고자 좌우, 후면에 있는 화벽 (火壁)으로 피할 수는 없는 법이었다. “크.” 갤첸은 이를 악물고 앞으로 뛰었다. 차라리 그게 더 낳은 방법이었다. 송현은 그런 갤첸을 향해 후수(後手)를 두려 마나를 끌어다 모았 다. “강령술(降靈術), 관우무신 강령!” 가신을 받드는 강령술의 큉보였다. 그의 손에는 관우가 썼던 청룡언월도와 흡사한 언월도가 손에 들 려있었다. 송현도 관우가 누구인지 모를 리 없었다. 부우웅 묵직한 언월도의 파음이 허공마저 짓뭉겼다. 송현은 갤첸에게 다가가는 것을 포기하고 큉보의 공격을 막아서 야했다. “실드!” 과쾅! 실드는 물론 송현의 주위 땅까지 들썩일 정도로 강력했다. “소환술(召喚術), 흑곰.” “쿠오오오오!” 황소의 허리도 거뜬히 부러뜨릴 정도의 묵직한 앞발이 송현의 실 드를 강하게 내려쳤다. 끼긱 끼리리릭 마치 쇠 긁는 것 같은 소리가 흑곰의 앞발 발톱과 실드 사이에서 고막을 갉아먹는 듯 비산했다. 양 쪽에서 몰아치는 큉보와 사꺄의 흑곰을 노려보며 라이트닝 스 피어를 만들었다. 찌지지직 뇌력의 불꽃이 폭죽처럼 저리 튀고 이리 튀었다. 그 사이 갤첸이 화벽을 벗어나 송현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월 오브 파이어!” 다시 한 번 세 장의 화벽을 연달아 맞붙여 갤첸을 속도를 늦추고 는 실드를 없앴다. 그와 동시에 자신의 손에 들른 라이트닝 스피 어를 들어 큉보의 청룡언월도와 맞부딪혀갔다. 까강 파파팟 큉보의 청룡언월도와 라이트닝 스피어가 강하게 부딪히자 큉보는 벼락이라도 맞은 듯 몸을 잠시 떨었다. 그리고 뇌력에 의한 충격에 잠시 정신을 차릴 수 없었는지 움직임이 잠시 멈추섰다. 송현은 그 즉시 큉보의 숨통을 끊을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뒤에 서 몰려오는 흑곰의 무시무시한 앞발에 신형을 반대로 돌릴 수밖에 없었다. “아쿠아 네트!” 송현의 라이트닝 스피어를 든 오른 손이 아닌 왼손에서 가는 물 로 짜여진 그물이 확 펴졌다. 마치 어부가 한손에는 창을 들고 한 손에는 그물을 펼쳐 사냥하는 모습이었다. “소환술, 투견(鬪犬)!” “크르르르, 컹컹컹!” 수망(水罔)이 흑곰을 덮쳐 움직임을 봉쇄할 때 땅속에서 광견(狂 犬)처럼 시뻘건 눈에 침을 입가에 흘리는 투견 다섯 마리가 두더 지마냥 불쑥 튀어올랐다. “컹컹컹.” “크르르르르 커엉.” “쿼쿼퀑.” 다섯 마리의 투견은 맹수를 사냥하듯 한 마리의 공격으로 다섯 마리가 짜여진 사냥 방식으로 송현을 공격했다. 한 마리의 투견은 송현의 뒷목을, 각각 두 마리의 투견들은 팔과 다리를 물기 위해 저마다 몸을 날렸다. 한 마리, 한 마리 무시할 수 없는 공격이었다. 하지만 송현에게 큰 위협은 되지 않았다. 대신 귀찮아서 인지 짜증이 확 밀려왔다. “블링크 앤 플라이!” 스팟! 퍼벅 파박 “깨갱.” “깨개개갱.” “끼이이잉.” 송현이 사라진 곳에 투견 다섯 마리가 서로 부딪혀 땅바닥으로 고꾸라졌다. 그때까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큉보와 함께 소환된 흑곰, 투견들이 있는 곳의 중력을 대단위 중력 마법으로 높였다. “그래피티!” 쿠웅 흑곰과 투견들은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쥐포마냥 땅바닥에 짓눌 렸으며 그나마 큉보는 관우의 신력(神力)을 받아서인지 한 손을 청룡언월도를 꽉 쥔 채 한쪽 무릎만 꿇고 버티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것으로 끝난다고 생각하지 마라!’ “억화(抑禍)의 불길 속에 지옥을 맛보리라, 플레임 클라우드!” 대단위 중력이 발현되고 있는 곳에 화염의 구름이 만들어졌다. 비 록 눈으로 보이기에는 그저 그런 붉은 구름에 불과하나 실상 그 안에서 화염의 구름을 체험하는 자는 그렇지 않았다. “쿠에에엑” "깨개개개앵.“ “끄이이잉.” 흑곰과 투견들의 처참한 최후를 알리는 울부짖음을 들으며 송현 은 미물들을 소환한 사꺄를 내려다보았다. 그들이 죽는 고통을 고스란히 받아들이는 것 같아보였다. “파이어 필드, 파이어 스피어, 파이어 볼!” 그 순간 사꺄가 서있는 곳은 불바다를 이루었다. 땅에서는 불길이 치솟아 올랐고 하늘에서는 거대한 불의 장대비 가 내리는 듯 사꺄가 서있는 곳의 반경 30m를 완전히 초토화 시 켰다. 콰과과과광 콰광 콰과과광 “크아아아악” 비명소리와 함께 잔불만이 그 흔적을 보여줬다. 그런 송현의 눈에 화염의 구름 속에서 간신히 살아나온 큉보가 눈에 들어왔다. “프리즘, 아이스 스피어, 아이스 볼!” 사꺄와 함께 그 주변까지 초토화 시켰던 것과 마찬가지로 큉보에 게도 수많은 마법을 퍼부었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불과 얼음의 차이였다. 전신에 화상을 입은 큉보에게 이런 얼음 공격은 거의 치명상이었 다. 퍼벙 퍼퍼퍼버벙 쿠르르르 쾅 송현이 서있는 곳을 중심으로 왼쪽에는 불길이 다른 오른쪽에서 는 얼음이 송송 맺히는 기현상이 만들어졌다. 불길 속에서 새카맣게 탄 사꺄와 온 몸에 하얀 서리가 껴 냉동된 특유의 푸르스름한 모습으로 얼어있는 큉보의 모습에 갤첸은 물 론이오, 도차, 약툭, 따시벨등 얼이 빠진 모습이었다. “슬라이드 앤 홀드!” 송현은 얼이 빠져있는 개개인을 기회삼아 칠신승 각각 하나같이 마나를 집중시켜 홀드 마법을 씌우는 동시에 슬라이드 마법으로 혹시나 모를 퇴보를 막았다. ‘걸렸다.’ 홀드가 재대로 먹힌 것을 느낀 송현은 그 즉시 마나를 온 몸으로 끌어올렸다. “지옥의 불길이 현세에 나타나 세상을 불로 만들리라, 헬 파이 어!” 두 팔을 번쩍 든 송현의 머리위에서 어스륵하게 뜬 달 옆에 하나 의 태양이 만들어졌다. 어두워진 밤이건만 어느새 대낮처럼 환해졌다. 그 중심에 이글거 리는 태양이 있었다. 밝은 태양이 느닷없이 뜨자 강렬한 빛살에 적응을 하지 못했는지 칠신승 중 서있는 몇몇 라마승들은 눈가를 찌푸렸다. 화르르르륵 서서히 내려오는 태양에 정신을 차린 칠신승들은 몸이 굳어져있 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러나 그들의 눈에서는 피해야한다는 절실한 눈빛이 담겨있었다. 경지가 있는 만큼 손쉽게 홀드 마법을 깬 그들은 즉각 피하기 위 해 몸을 날리려했지만 바닥에 느껴져야 할 마찰이 없어 신형이 매우 어지럽게 흐트러졌다. 화르르륵 쿠콰과과과과광 또 하나의 태양으로 치부되던 헬 파이어가 야산 공터에 내려앉았 다. 헬 파이어가 내려앉은 곳에는 그 어떤 것도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는 그 주변까지 모두 헬 파이어에 먹혀 잿더미로 변해있었다 . 하나의 야산 중심으로 시작해서 3/4에 해당하는 지역이 사라졌다. 이제는 야산이라 부르기에도 민망할 정도였다. 헬파이어가 내려앉아 오목하게 파인 곳에는 풀 한포기의 하얀 재 마저도 없었다. 아주 깨끗했다. 흙들마저 헬 파이어에 녹아 맨들한 바위처럼 뭉쳐있었다. 송현은 뜨거운 열기가 흘러나오는 공터에 내려앉았다. 치지지직 신발 바닥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나며 신발 밑창의 가죽 특유의 냄새가 흘러나왔다. ‘모두 죽은 것인가? 두 명쯤은 살아남을 줄 알았는데.’ 송현은 뒤로 돌아섰다. 더 이상 이 곳에 남아있을 필요가 없었다. 찌릿 그 순간, 송현의 등에서 온 몸을 바늘로 찌르는 듯한 살기가 폭주 되었다. 그 살기에 미간이 급격히 좁혀지며 고개가 부서지지는 않을까 걱 정이 될 만큼 팩 돌렸다. 사박 사박 사박 한 인물이 걸어왔다. 인간으로 저런 살기를 가질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감당하기 어 려운 살기를 가지고 있었다. 거기에 한술 더 떠 온몸에서 붉은 빛이 아지랑이가 피듯 뭉실뭉실 피어오르고 있었다. “카……람?” 송현은 살기가 이성을 벗어나 폭주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자가 카 람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송현은 그 이유를 곧 알 수 있었다. 카람의 등 뒤편에 쓰러져있는 칠신승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중 갤첸, 따시벨, 도차는 어느새 정신을 차리고 쓰러져있는 칠 신승을 추스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너희들은 여기를 빠져나가라.” 카람의 목소리였다. 비록 시선이 송현을 향해 있다지만 뒤에 있는 칠신승을 향한 것 이라는 것이었다. “하, 하오나!” “내 말을 거역할 셈인가?” “조, 존명!” 갤첸은 이를 악 물고 고개를 숙였다. 모두들 저마다 한두 명씩 들쳐 매고 그 자리를 벗어났다. 송현은 굳이 그들을 쫒지 않았다. 바로 눈앞에 서있는 카람 때문이었다. 붉은 차크라에서 뿜어나오는 살기는 송현으로서도 참기 힘들 정 도였다. 심장이 얼어붙을 것만 같았다. 송현은 카람의 살기와 차크라에 대응하기 위해 자신의 마나를 개 방시켰다. 희미하지만 푸른빛을 띠는 송현의 마나였지만 카람의 붉은 차크라 때문인지 오늘따라 더욱 선명한 푸른빛을 띠었다. “이거 뜻하지 않게 지금의 상황이 만들어져 유감이다.” 아쉬운 듯한 감정이 카람에게서 묻어나왔다. “언젠가는 올 상황이 아닌가?” “그렇군. 하지만 좀 더 멋진 장면을 기대했는데 말이야.” “그렇게 생각했다면 나도 아쉬움이 생기는 걸.” “그렇게 생각해준다니 고맙다.” 송현과 카람. 어느 누구의 얼굴에도 생사를 건 결투를 앞둔 자라 고 보기 힘들어보였다. “내 한 가지 물어봐도 되겠나?” 송현의 질문에 카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보기에는 유근과 어울릴 만 한 자가 아니라 생각이 드는 데.” 송현은 자신이 느낀 것을 고스란히 물어보았다. 직접적으로 부딪혀 본 것이 한 번, 그리고 그 밖에 두세 번을 서 로 느낀 적이 있었다. “그렇게 보였나?” 카람의 말에 송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허나 나는 후회는 없다.” “…….” 카람은 고개를 들어 세상을 은은이 비추는 달을 올려다보았다. “중원, 참으로 따뜻한 곳이다. 서장과는 다르게. 난 나를 따르는 라마승은 물론이오, 서장에서 힘들게 생활하는 이들을 이 따뜻한 곳으로 데려오고 싶었다.” 카람의 한풀이인 듯한 말이 끊어지지 않고 흘러나왔다. “난 척박한 서장이 싫었다. 그래서 이곳으로 오고 싶었다. 그렇 기에 나는 나의 손으로 나의 스승이자 2대 법왕이신 마르빠님 마저 유폐시키고 이곳으로 나왔다. 좀 더 따뜻한 곳을 보여주기 위해서!” 구구절절한 카람의 말에서 한을 느낄 수 있었다. “아쉬워, 방법만 좋았다면 더 없을 꿈이건만.” “아쉽다라... 나에게는 이게 최선이었다. 후회는 하지 않는다.” 그렇게 말을 하는 카람이었지만 얼굴 한 구석에 그늘이 지어보였 다. “이거 말이 많아져 버렸군. 시작할까?” 카람의 말에 송현은 강렬한 눈빛으로 대답하고 자세를 가다듬었다. “여기서 한 명만 살아나간다.” “너를 잊지 않겠다.” 송현은 카람의 말에 웃음을 보였다. “내가 할 소리인 것 같은데. 나 역시 잊지 않겠다. 내 평생 처음이자 마지막 호적수인 너를.” 카람의 그 말을 끝으로 둘은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스르르릉 카람의 팔목에 차있는 금빛 반짝이는 둥근 원모양의 팔찌가 붉은 차크라를 먹으면서 그 크기를 불려갔다. 차라랑 엄지손가락만한 굵기에 족히 사람 머리만한 크기까지 커진 두 개 의 금빛 고리형태의 환(環)을 양 손에 쥐었다. 두 다리를 마보처럼 벌려 상체를 숙이는 동시에 두개의 환을 X 모양으로 겹쳤다. 전신에서 흘러나오던 붉은 차크라가 서서히 그 색이 사그라지더 니 카람의 환으로 모여들었다. 번상치 않는 기운이 환에서 넘실거렸다. ‘음!’ 송현은 입술을 지긋이 깨물었다. “아이스 스피어!” 와그르르륵 오른 손에서 푸른 빙칭이 만들어졌다. 반투명의 빙창은 달빛에 부 딪혀 더욱 사늘한 느낌을 주었다. 부웅 아이스 스피어를 큰 원을 그리며 두 다리를 앞뒤로 벌리고 땅과 수평이 되게 자세를 가다잡았다. 그리고 눈동자가 겹쳐졌다. “하앗!” “차핫!” 까가강 둘의 신형은 눈으로 보기 어려울 정도로 맞물렸다. “윈드커터!” 송현은 창을 앞으로 재빠르게 찌르며 바람의 칼날을 만들어 카람 에게 날렸다. 카람은 환을 포개 송현의 창을 침착하게 막아섰다. 카람은 자신의 죄우에서 바람의 기운이 느껴지자 한으로 막아선 창을 다리로 차올리고는 환을 옆으로 날렸다. 퍽석 퍼벙 퍼버벙 아이스 스피어가 카람의 발에 두 동강이 나 얼음조각이 사방으로 비산했고 양 옆으로 날아가던 환은 윈드커터와 부딪혀 산산조각 났다. 쉬리릭 사라락 동시에 뒤로 물러난 카람과 송현은 입을 열었다. 카람은 법문을 송현은 마법 캐스팅을 시작한 것이었다. “화둔, 봉우술!” 한 마리의 붉은 봉황이 카람의 몸에서 비상했다. 거대한 날개를 쫘악 펴더니 날개 짓을 시작했다. 거대한 새의 날개 짓이라면 태 풍을 연상시키는 바람이라도 불어야 정상이건만 봉황의 날개 짓 에서는 바람이 전혀 불어오지 않았다. 그 대신, 봉황의 깃털이 우수수 화살촉처럼 앞으로 날아가기 시작 한 것이었다. 단숨에 수백 개의 봉황의 깃털이 송현을 향해 날아갔다. 하나 하나의 깃털은 그저 그런 붉은 깃털이 아니었다. 순수한 불 로 이루어진 깃털이었다. 그 열기가 사방으로 퍼졌다. “스톰!” 휘이이잉 송현이 만들어낸 것은 다름 아닌 회오리바람이었다. 거대한 바람의 줄기가 카람을 향해 날아갔다. 그렇게 송현과 카람의 중앙에서 스톰과 불의 화신인 봉황이 맞닥 들였다. 봉황의 불 깃털은 순식간에 스톰에 휘말렸고 이윽고 봉황마저 집 어삼켰다. 일순간 스톰은 바람이로 이루어진 평범한 회오리 바람이 아닌 불로 만들어진 파이어 스톰으로 변했다. 서로의 기운이 맞물렸다. 더 이상 견디지 못했는지 파이어 스톰으 로 변한 불의 봉황과 스톰은 터져버렸다. 콰르르르릉 콰르륵 회오리로 인해 하늘 끝까지 치솟던 불길은 서서히 힘을 잃어 땅 으로 주저앉았다. 뜨거운 열기가 사그라지고 그 사이를 두고 카람과 송현이 마주서 있었다. 둘의 눈은 한없이 차갑게 내려앉아있었다. 둘은 서로의 승리를 점치지 못했다. 서서히 승부수를 띠울 시간이 다가오는 것을 둘은 알고 있었다. ‘혼자의 힘으로는 안 된다. 그렇다면?’ “소환술(召喚術), 백호. 주작. 현무. 청룡.” 카람은 소환술의 극의 비술인 사신무를 소환했다. 이들 사신수로 송현의 발목을 잡아놓고 최후의 술법을 준비하려 했다. “크아아앙!” 황소만한 백호가 시퍼런 이를 드러내며 카람의 앞에 모습을 드러 냈다. 송현의 정령 백호와는 다르게 검은 줄무늬가 그려져 있었다. 그밖에 붉은 주작, 검은 현무, 푸른 청룡이 하나씩 그 모습을 드 러내며 흉포하게 울부짖었다. 카람의 얼굴에 득의에 찬 미소가 걸렸다. “죽여라!” 카람의 그 한마디에 카람의 사신수들은 송현을 갈기발기 찢어죽 이려는 듯 매섭게 달려들었다. 그때 송현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걸렸다. ‘사신수? 카람, 이 수로 인해 너는 졌다. 감히 나 앞에서 사신수를 불러내다니. 악수 중 최고의 악수다!’ 송현은 블링크를 이용해 순식간에 뒤로 물러났다. 『백호, 주작, 현무, 주작! 당장 이 곳으로 와! 너에게 좋은 선물 을 주지!』 『네, 주인님!』 『호호호, 얼마만에 불러주는 거예요? 선물이라니요? 오호호호, 무슨 선물일까?』 『거참 귀찮게 하는군, 주인!』 『알았습니다.』 100m는 족히 거리를 둔 송현의 주위에 정령의 기운이 넘실거렸 다. 파르르르 자그만 흰고양이 모습의 백호가 쪼르르 모습을 드러내 송현의 바 짓가랑이에 붙어 볼을 문댔다. 붉은 작은 새 한 마리가 송현의 어깨에 내려앉았고, 검은 거북이 하나가 땅 속에서 스윽 모습을 드러냈다. 파란 뱀 한 마리가 어느새 송현의 다리를 기어올라 소매로 쑤욱 들어가더니 머리만 쏙 내 밀었다. 오랜만에 송현의 품에 안긴 송현의 사신수들은 편안함을 즐기는 듯싶었다. 허나 그것도 오래가지 못했다. 『어라?』 백호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에 사신수들은 송현을 향해 몰아쳐오는 카람의 사신수 들을 쳐다보았다. 『이런, 짝퉁들이!』 백호의 귀여운 목소리가 어느새 칼칼한 목소리로 바뀌어있었다. 특무대의 결성 송현의 앞에 내려선 사신수들은 앞을 매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좋은 선물이다.』 송현의 단 한마디에 사신수들의 몸에서는 주체할 수 없는 살기가 흘러나왔다. 송현으로서도 이런 모습은 처음보았다. 『크르르릉, 이거 열 받는데.』 백호의 목소리는 거칠었다. 귀여운 목소리는 그 어디에서 찾을 수 없었다. 오로지 살기만 가득했다. 『호호호, 좋은 선물이네요.』 주작은 변함없이 여전히 잘 웃었지만 냉기가 뚝뚝 떨어지는 목소 리였다. 『이것들을 죽여, 살려?』 현무였다. 그 역시 차가운 말투를 유지했다. 언제나 느긋한 목소리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 더욱 말이 없어진 청룡이었다. 그저 말없이 드러나는 살기로 모든 감정을 표현했다. 『가랏!』 송현은 사신수들에게 자신의 마나를 나누어주었다. “크아아아아아앙!” 가장 먼저 포효하고 앞으로 뛰어나간 것은 백호였다. 카람의 백호 와는 다르게 순백의 털을 날리며 달려나갔다. 거대한 발에 갈퀴처럼 삐족 솟아난 발톱은 백호가 땅을 한 번 박찰 때마다 땅을 뒤집 어놓았다. 백호는 한 번의 도약으로 매의 비상을 보는 듯 날아올라 카람의 백호의 뒷덜미를 그대로 물어버렸다. 날카로운 백호의 이빨은 사정없이 카람의 백호의 목을 파고들었 다. 백호의 힘은 카람의 백호의 힘을 넘어섰다. 백호가 머리를 하늘로 쳐들어 좌우로 흔들자 카람의 백호는 힘없 이 궁중으로 들려져 백호가 뒤흔드는 데로 대롱대롱 흔들렸다. 백호의 시작으로 주작과 현무, 청룡도 앞다투어 뛰쳐나갔다. 주작은 카람의 주작보다 더욱 빠른 속도로 미끄러지듯 날아가 날 카로운 발톱으로 낚아채고는 부리로 사정없이 물어뜯고 쪼았다. 청룡 역시 카람의 청룡을 칭칭 감아 압사에 이르는 충격을 주었 고 현무는 어느새 카람의 현무를 거대한 발로 짓밟고 서있었다. 애초에 카람의 사신수들이 송현의 정령의 기운을 가진 사신수를 이길 수 없었다. 카람이 소환한 사신수들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사신수라 생명의 근원이 차크라에 두고 있으며 또한 이성적인 사고가 없이 기계적인 사고만 할 뿐이었다. 몇 만 년의 각고의 인내를 거쳐 생명을 얻은 사신수에 비할 바가 안 되었다. 거기에 정령 특유의 힘이 있어 더더욱 그랬다. 백호는 물리적 공격 이외에도 바람으로 카람의 백호를 갈가리 찢 어버렸다. 카람의 백호의 가죽은 이미 걸레처럼 너덜너덜해졌고 찢어진 상처에서는 붉은 차크라가 조금씩 빠져나가고 있었다. 카람의 주작은 불의 기운으로 그 형체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처참히 타고 있었고, 카람의 청룡은 물의 공격에 전신이 얼어있 었다. 카람의 현무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땅에 갇혀 살기위해 발버둥을 치고 있었다. 송현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띠우며 블링크와 마나보법을 이용해 카람을 향해 돌격해 들어갔다. 거기에 반해 카람의 얼굴은 창백하게 질려있었다. 송현이 자신이 소환해낸 사신수보다 더 강한 사신수를 가지고 있는 줄 상상하지도 못했다. ‘서, 설마... 진정한 사신수들이란 말인가? 신수(神獸)들을 어찌 저 자가 다룬단 말인가?’ 카람은 자신이 소환한 사신수들이 처참하게 죽어나가는 모습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카람은 가슴 중간에 놓인 술법 특유의 차 크라 단전이 뻐근해져옴이 느껴졌다. 그 고통에 카람은 정신을 차릴 수가 있었다. 저 멀리 떨어져있던 송현이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온 것을 보고 급히 술법 중 인술을 발했다. “토둔, 토룡대하(土龍大河)!” 스르르륵 카람의 바로 앞의 메마른 땅이 흐물흐물 해지더니 이내 진흙으로 바뀌었다. 그런 진흙이 앞으로 끝도 없이 뻗어갔다. 쿨렁 쿨렁 쿨렁 진흙으로 바뀐 땅은 진흙으로 이루어진 파도를 치며 강처럼 흘러갔다. 앞으로 달려가는 송현의 발은 땅으로 푹푹 꺼졌다. 거기에 한 술 더 떠 진흙의 파도로 인해 앞으로 나가기가 더욱 힘이 들었다.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았다. 마법사 인생에 따른 조치가 바로 이루어졌다. 무인들이 머리보다 몸이 먼저 움직이듯 지금 송현은 머리보다 입 이 먼저 움직여 캐스팅 어가 흘러나왔다. “트랜스뮤트 머드 투 락!” 송현의 마나가 발 아래로 쭈욱 뻗었다. 쿨렁 쿠쿡 쿠그극 흐르던 진흙들은 순식간에 단단한 돌덩이로 바뀌었다. 송현은 지속적으로 마나를 앞으로 쏘아 발아래 진흙을 돌로 만들 며 카람을 향해 다시 전속력으로 달려갔다. 타닥 타닥 장석을 밟는 듯한 소리를 내며 송현은 카람에게 다가갈 수 있었 다. 한 번의 도약으로 무릎으로 카람의 얼굴을 쳐 올라갔다. 카람은 두 팔을 들어 얼굴을 가리며 송현의 무릎 공격을 막아섰 다. “블링크!” 그 짧은 한마디만 남기고 송현은 카람의 뒤로 이동했다. 퍽! 송현의 주먹이 카람의 옆구리에 사정없이 박혔다. “커헉!” 카람은 단발마를 내뱉으며 허리를 직각으로 굽혔다. 그것으로 멈추지 않았다. 송현의 왼 다리는 그대로 카람의 종아리 에 꽂혔고 카람은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카람의 머리가 자 신의 허리까지 내려오자 송현은 오른발로 사정없이 카람의 얼굴을 후려쳤다. “크윽!” 카람은 허수아비가 쓰러지듯 땅으로 굳은 몸으로 넘어갔다. “에어 버스트!” 팡 팡 팡 팡 파방 카람이 쓰러진 곳에 순식간에 10발의 에어 버스트가 내려 꽂혔 다. 에어 버스트가 가지는 폭발성에 먼지가 자욱하게 풀풀 날렸다. “윈드!” 송현은 바람으로 먼지를 쓸어버리고 카람이 쓰러진 곳을 쳐다보 았다. 그러나 그 곳에 카람은 없었다. 자신과 조금 떨어진 곳에 땅이 인간모양으로 불쑥 솟아올랐다. 그 형체는 카람의 모습과 똑같았다. 카람 모양의 진흙에서 소리가 들렸다. “큰일 날 뻔 했어. 과연 중원의 무황인가? 어느 누구도 나를 이토 록 몰아세우지 못했는데 말이야.” 거무튀튀한 진흙은 서서히 제각기 색으로 물들었다. 그리고 어느 새 카람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입가에는 선홍빛 선혈이 묻어있었다. 방금 전 도차가 보여준 비술이었다. 오히려 도차의 비술보다 한 차원 높은 경지였다. ‘이대로는 끝이 없다. 할 수 없나?’ 송현은 마나보법의 형식이 아닌 지상제보의 자세를 취했다. 아직 완성된 것은 아니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상대의 기운을 흘린다, 곤(坤).’ 송현은 카람의 기운을 중심으로 곤괘의 동남쪽 방위를 밟아갔다. 전혀 위압감이 없는 보법을 밟았기에 카람은 송현의 기운을 무시 하고 술법을 행했다. “토둔, 황천(黃泉)...” 카람은 모든 술법을 끝가지 진해시키지 못했다. 다시 밟아오는 기이한 송현의 보법에서 갑자기 압박이 몰려왔기 때문이었다. ‘지옥의 겁화를 보여준다, 진(辰)’ 곤괘에 해당하는 동남쪽의 발길을 언제 그랬다는 듯 몸을 틀어 진괘에 해당하는 동복쪽으로 밟아갔다. 단 한 걸음이 달라진 것이지만 송현의 기세를 받아들이는 카람은 천지차이였다. 송현의 그림자가 순식간에 커져 자신을 덮치는 듯한 기분을 가지 게 된 것이었다.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올수록 더욱 작아지는 자 신을 보게 되는 카람이었다. 압박에 못 이겨 카람은 단 한 걸음이었지만 그만 뒷걸음 쳤다. “체인 라이트닝!” 스파파팟 연습에서는 한 번도 성공하지 못한 마법이 송현의 손에서 뻗어나 갔다. 치지지직 수 줄기의 뇌력이 그물이 쳐지듯 카람의 온 몸을 둘러쌌다. ‘서, 성공이다.’ 송현은 지상제보를 밟으며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성공의 흥분도 잠시, 송현은 끝을 보기 위해 자신의 모든 마나를 최대한 끌어올 렸다. 지상제보에 자신이 붙은 송현은 자신이 할 수 있는 4성의 모든 능력을 끌어올려 지상제보의 64괘를 밟으며 카람을 압박해갔다. 뇌력에 몸을 허락한 카람은 충격에 온 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 “나의 의지가 실현된다, 파워워드 블라인드!” 머리까지 들어올린 양손 사이에서 강렬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 빛은 한줄기 선이 되어 카람의 두 눈에 화살이 날아가 꽂히듯 내 려꽂혔다. “크아아아아악!” 카람은 두 손을 올려 눈을 부여잡고 고통에 몸부림쳤다. 눈 사이 로 붉은 피가 흘러나와 손을 모두 적셨다. “불의 정화가 모든 것을 감싸리라, 플레임 봄!” 파이어 볼과 비슷한 크기의 화염구가 송현의 손에서 만들어져 벗 어났다. 차이가 있다면 그 색이 붉은 색을 넘어서 흰빛에 가깝다는 것이었다. 온도의 차이였다. 붉은 색마저 잡아먹을 만큼 이글거리는 열기를 담아두고 있는 것 이었다. 그 흔한 불에 의한 이글거리는 소리도 없었다. 조용히, 그리고 묵묵히 뻗어가 카람의 배에 틀어 박혔다. 콰카캉 치지직 “크아아아악!” 카람의 배는 완전히 타버려 새카맣게 변해있었다. 플레임 봄의 폭 발에 의해 몸이 분시(分屍)되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라면 다행이 었다. 뒤로 힘없이 날아가는 카람이 뚝 멈췄다. 황소보다 두 배는 될 법한 백호가 카람의 허리를 물어버린 것이 었다. 백호는 카람을 땅바닥에 패대기쳤고 억센 발로 카람의 배를 콱 눌러버렸다. 그러나 주작이 하늘에서 날아와 발톱으로 카람의 목을 감싸며 땅에 꽂았다. 현무는 뱀의 형상으로 이루어진 꼬리를 이용해 두 다리를 칭칭 감싸 땅과 고정시켰고 청룡 역시 팔을 움직이지 못하게 고정시켰다. “으아아악!” 카람은 벗어나기 위해 안감힘을 썼지만 사신수들은 요지부동(搖之 不動)이었다. 송현은 플라이 마법으로 하늘위로 솟아올랐다. “범접할 수 없는 하늘의 힘을 빌려 세상을 멸한다, 메테오!” 우르르 하늘이 울었다. 콰과과과과광! 하늘에서 송현의 주먹보다 조금 큰 운석이 떨어졌다. 지축마저 운 석의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마구 뒤틀리며 흔들렸다. 자그만 운석 하나로 야산은 온데간데없었다. 그 자리에 거대한 원 모양으로 움푹 파인 자국만 있을 뿐이었다. 그 중심에 새카맣게 탄 인영 하나만 미세하게 굼틀거릴 뿐이었다. 그런 굼틀거림도 얼마가지 못해 멈췄다. ‘잘 가시오, 카람!’ 송현은 숨마저 끊긴 카람을 하늘에서 무심히 내려다보았다. 인정 할 수 밖에 없는 존재였다. 마지막에 살기위해 비록 몸부림쳤다고는 하지만 메테오 마법에 자신의 형상을 유지했다는 것은 충격적인 능력이 아닐 수 없었다. 시신을 수습해줄까 하다가 그대로 몸을 돌아섰다. 자신이 하는 것보다 후에 칠신승들이 해주는 것이 나을 것이라 생각했다. 돌아서는 송현의 품에 다시 작게 변한 사신수들이 안겼다. 카람을 끝까지 잡고 있다가 메테오가 떨어질 때쯤 모습을 자연의 품으로 흩트리고 정령의 기운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송현의 품으로 돌아온 것이었다. 『에이, 신경질 나! 어디 짝퉁들이 다 나와서 설치고 말이야!』 백호가 심퉁이 난 듯 투덜거렸다. ‘짜, 짝퉁?’ 그러고 보니 조금 전부터 백호가 이상한 단어를 쓰고 있었다. 『백호야? 짝퉁이라니! 그건 어디서 배운 말버릇이야?』 송현은 귀여운 모습의 백호의 볼을 살짝 당기며 장난쳤다. 『헉! 주, 주인님의...』 『설린?』 『네……. 흑흑흑.』 갑작스럽게 우는 백호에 당황한 송현은 울음을 달래주려는 요량 으로 백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려 했다. “야, 야오오옹!” 『때, 때리지 마세요!』 뜬금없는 그 말 한 마디 던지고 백호는 와들와들 떨었다. 『배, 백호야... 도대체 설린이 백호에게 무슨 짓을 한거야?』 송현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짚었다. 『그러게 줄을 잘 서야지. 쯧쯧쯧!』 현무의 알 수 없는 말이 송현의 귓가에 들려왔다. 송현이 사라지고 다시 어둠이 찾아온 야산의 공터. 지금의 모습으로 보아 야산이라 부를 수도 없었다. 오히려 주변보다 땅이 쑥 꺼져있었다. 그 곳에 나타난 자는 다름 아닌 갤첸과 도차였다. 도차은 처참하게 죽은 카람을 보며 무릎을 쿵 찍듯이 꿇어앉았다. “도차!” 갤첸은 화가 난 목소리로 도차를 불렀다. 그의 눈에도 복수심이 활활 타올랐지만 차분한 눈빛이었다. “비록 법왕께서 명을 다하셨지만 혼백은 아직 몸에 머물고 계신다.” “갤첸. 무,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도차는 두려운 듯 뒤로 물러났다. “비술 중 비기(秘技). 시귀봉진술!” 아무런 억양의 높이도 없는 목소리였다. “갤첸, 안 돼! 그, 그게 무엇인지나 알고 그러는 거야?” 도차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의 눈동자에는 두려움이 묻어나왔다. “법왕을 살리려면 그 방법밖에 없다. 나는 네가 시귀봉진술을 익 힌 것을 알고 있었다. 지금 시행해라. 봉인의 역할은 나의 몸이다.” 갤첸은 카람의 머리위에 가부좌를 하고 앉았다. “해!” “개, 갤첸…….” “마지막 나의 부탁이다.” 그 말과 함께 갤첸은 두 눈을 감았다. 도차는 망설이는 모습과 함께 불안한 모습도 보였다. “시간이 없다. 도차!” 갤첸은 자신의 모든 마음을 담아 도차에게 외쳤다. “알았다!” “고맙다.” 갤첸은 도차의 대답에 웃음을 띠었다. “후에 저 세상에서 보자!” “후회 없는 인생이었다.” 도차는 재빨리 카람과 갤첸 사이에 앉고는 한 손은 갤첸의 머리 에 한 손은 카람의 머리위에 얹었다. 그리고 알 수 없는 진언이 도차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크으으윽!” 도차는 고통에 찬 비명소리를 참는 듯 이빨 사이로 간간히 흘러 나올 뿐이었다. 그렇게 30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 동안 들리는 소리는 갤첸의 이빨 사이로 나오는 신음소리와 도차의 진언 소리밖에 없었다. 풀썩 도차의 진언소리가 끝나자 갤첸은 힘없이 땅바닥에 쓰러졌다. ‘시간이 없다. 어서 빨리 가야한다. 서장으로...’ 도차는 카람의 시신은 아랑곳하지 않고 갤첸을 업고 그 즉시 사 라졌다. ************************************************************************************* 타이핑 者 : [KOR]TheYtsejaM (당나귀 호환 P2P 프루나) 프루나에서 제가 타이핑한 소설들과 그 외 제가 모은 소설들을 공유했습니다. 검색어 : [KOR]TheYtsejaM 또는 TheYtsejaM 로 검색하시면 제가 공유한 파일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소유자가 1이라도 관계없습니다. 저는 항상 접속해 있으니까요. 제가 접속해 있지 않을 때는(파일이 안 받아지고 있을 때는) 제가 집에 없거나 파일 받기 대기 중일 겁니다. 기다리시면 하루 안에 반드시 받으실 수 있으실 겁니다. 무협도 엄청나게 많이(약 1기가 정도) 텍스트파일로 가지고 있는데 너무 파일이 많아서 그거 다 편집하려니 짜증나서 일단은 판타지만 공유중입니다. 무협도 필요하시면 프루나에서 메시지 전송 기능으로 쪽지 보내십시오. ************************************************************************************* 마법사 무림에 가다 [307 회] 악의 화신이 된 카람 홀가분한 마음으로 송현은 입궐을 서둘렀다. 비록 카람을 생을 자신의 손으로 마감시켜 무거운 마음이 들기는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인연이었다. 앞으로 일을 생각하면 가벼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특무대. 이제 자신이 속해 일을 해나갈 곳이었다. 앞으로 편하게 일을 할 수 있을 것이 분명했다. 카람이 없으므로 인해 자신과 동료들이 좀 더 안전하게 일을 할 수 있었다. 상관후의 집무실을 나서는 염청과 왕수인, 송현이었다. 오늘부로 셋은 공식적인 사퇴가 수료된 것이었다. 허나 상관후의 집무실을 나서는 세 명의 얼굴은 어둡지 않았다. 오히려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생각하며 굳은 의지가 묻어나오고 있었다. 친군지휘사를 나선 셋은 일단 내금부에 위치한 염청의 집무실로 향했다. 사퇴를 한 상황이지만 처리할 문제들이 남아있었던 것이다. 염청의 사무실에는 세 명의 인물이 먼저 자리하고 있었다. 염청이 들어가자 세 명의 새로운 인물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염청 에게 군례를 취했다. “자리에 앉지.” 송현은 새로운 인물들을 훑어보았다. 다행히 모두가 아는 인물들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다행이라 할 수 있을까 싶었다. 우선 송현의 시선을 끈 자는 예전부터 껄끄럽게 만났던 창술로 유명한 영하양가의 양우생이었다. 그를 보자 조금 껄끄러운 마음이 생겼다. 이상하게 그와의 만남은 어긋남을 반복해왔었다. 무당파에서의 비무대회도 그랬고, 약란공주의 생일 때도 그랬다. 그걸 양우생도 의식했는지 송현을 보는 눈빛이 가히 부드럽지만은 못했다. 그 다음은 약란공주의 생일 때 본 언장완이었다. 듣기로는 진주언 가의 인물이라는 것만 살짝 기억하고 있었다. 비교적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약란공주 생일잔치 때에도 자신에게 상당한 호 의적인 모습을 보여준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마지막 인물은 공교롭게도 약란공주 생일 때 유승명의 어이없는 내기로 인해 맞붙었던 백부장 임대호였다. 양우생만 제외하고는 비교적 편한 자들이었다. “일단 인사가 먼저인 것 같아 보이는군. 여기부터 양우생, 언장완 이다. 그리고...” 염청은 자신이 데리고 온 둘을 소개하는 동시에 끝에 앉아있는 임대호를 쳐다보았다. “임대호입니다.” 왕수인이 염청의 말을 이어받았다. “나는 염청, 여기는 왕수인, 저 쪽의 백발이 송현이다.” 자리가 자리인 만큼 서로가 눈인사로 인사를 나누었다. “한 명이 빠져있지만 곧 합류할 것이다. 그리고 본론으로 들어가 겠다. 이곳에 모인 이유는 모두들 알고 있을 것이다.” 염청이 먼저 말을 꺼내어들었다. 모두들 무거운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부로 조정의 관료가 아니다. 일단 궁궐을 빠져나가 다른 곳 에 임시 거처를 마련한다. 알았나?” “임시거처의 일은 저에게 맡겨주십시오.” 송현은 생각한 바가 있었다. “좋다.” “일단 오늘 해산하고...” 염청은 내일 어디로 모여야 할지 생각하는 듯 보였다. “저희 집으로 모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렇게 하지!” 염청은 그 점이 편했는지 송현의 의견을 수용했다. “오늘은 해산. 나는 상관 도독님을 뵙고 가도록 하겠다.” 염청의 말에 모두들 자리에서 일어나 염청의 집무실을 빠져나갔다. “송 대협님, 이렇게 일을 같이 하게 되어서 정말로 말로 뭐라 표 현할 수 없습니다.” 어느새 언장완이 옆에 달싹 붙어있었다. 그의 눈에는 송현에 대해 존경심이 가득 묻어있었다. 옆에 바싹 붙어 떨어질 줄 몰랐다. 송현이 가는 곳에 문이 있으면 재빨리 뛰어가 문을 열어주는 듯 극진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 모습에 양우생이 눈살을 찌푸렸다. 거북하기는 송현도 마찬가지였다. “언 백부장.” 송현은 백부장인 임대호와 같은 복장으로 있는 것으로 보아 그의 위치도 백부장으로 판단했다. “하명하십시오.” 언장완은 송현이 자신을 불러주자 눈동자를 반짝이며 헤벨레 웃 음을 띠웠다. “이렇게까지 안 해도 됩니다. 조금 그렇군요.” 송현은 최대한 부드럽게 언장완의 행동에 거북함을 알렸다. “알……겠습니다.” 그 말 한마디에 언장완은 어깨가 추욱 쳐졌다. 보기에도 안쓰러울 정도였다. 보기에 너무나 안돼 보였다. “험험. 언 백부장, 내 말은 그 뜻이 아니라...” 송현은 다시 희망에 들떠 초롱초롱 눈빛을 빛내는 언장완의 눈동 자와 표정을 보자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알아서 하세요.” “모시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언장완은 송현의 말에 한 술 더 떴다. “저도 모시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옆에서 조용히 따라오던 임대호였다. “저번에는 미안했습니다.” “아, 아닙니다.” 임대호는 얼굴을 살짝 붉혔다. 아무래도 그의 입장에서도 송현은 마음 한 구석에 있는 영웅으로 자리잡혀있는 듯 했다. 허나 언장완과는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송현은 그저 앞만 보고 뚜벅뚜벅 걸어가는 양우생에게 말을 걸었 다. “양 장군, 앞으로 잘 지내봅시다.” 같이 일을 하게 된 마당에 끝까지 껄끄럽게 생활할 수는 없는 일 이라 송현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 “나는 아직 송 장군이 마음에 안 드오. 이게 솔직한 내 심정이오.” 그 말만 남기고 양우생은 혼자 앞으로 걸어갔다. “쳇, 뭐가 그리 잘났다고! 안 그렇습니까, 송 장군님?” 그세 언장완은 쪼르르 달려와 송현의 옆에 바싹 붙어 양우생에 대해 험담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저는 처음부터 저 자, 아니 양 장군님이 마음에 안 들었습니다. 언제나 목석같은 얼굴만하고...” “언 백부장. 남이 없는 곳에서 험담을 하는 건 옳지 않습니다.” “역시, 말씀 하나하나가 교훈을 가지고 있습니다. 역시 무황 송 장군님이십니다.” 언장완은 그 말에 감명을 받은 듯 눈물까지 글썽였다. “휴우-!” 강아지 마냥 달라붙는 언장완과 보기와는 다르게 조용한 임대호 와 함께 송현은 자금성을 나왔다. “일단 오늘은 여기서 헤어지도록 하죠.” “알겠습니다.” 임대호는 차분히 군례를 취했다. “제가 모시겠습니다.” 언장완은 이 땅 끝까지 송현을 따라가려는 듯 굳은 결심의 눈을 보였다. “아닙니다. 제가 볼일 있어서...” “제가 도움이...” “멀리 갈 때가 있어서 그렇습니다.” “제가 따라가면...” “내일 뵙죠.” 송현은 끝까지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언장완을 황급히 떨쳐버렸다. “제가 가면 도움이...” 언장완은 저 멀리 사라지는 송현의 뒷모습을 보며 중얼거렸다. 겨우 언장완을 떼어놓은 송현은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설린.” “오셨어요?” 송현은 양설린의 팔을 잡고 끌다시피 탁자로 끌어당겨 앉혔다. “내 할 말이 있소.” “말씀하세요.” “한동안 힘들겠지만 교로 돌아가 있으시오. 아니면 나의 집으로 가있어도 되오.” 그 말에 양설린은 놀란 얼굴을 했다. 송현은 자신이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차분히 양설린에게 설명해주 었다. 한참을 조용히 듣던 양설린은 고개를 들어 송현에게 자신의 뜻을 전했다. “그렇다면, 가가 집에 가 있겠어요. 학비도 데리고 온다면서요. 부 모님들이 학비마저 없으면 적적해 하실 거예요.” 양설린의 마음 씀씀이가 너무나 고마웠다. 사실 여인의 몸으로 혼 례를 하기 전 홀로 남자 집에 가있다는 것은 생각보다 힘든 일이 었다. “고맙소, 설린.” 송현은 양설린의 손을 꼭 잡았다. 따뜻한 양설린의 손이었다. “오늘 내로 일을 처리해야한다면서요? 서둘러야죠.” 양설린은 송현과 떨어져 있어야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싫은 내 색을 전혀 나타내지 않았다. 송현 자신도 그녀와 떨어져 있어야한다는 것이 마음에 걸리는 데 오로지 자신만 믿고 이곳에 있는 그녀로서는 오직 하겠는가 싶어 마음이 더욱 안쓰러워졌다. 그런 마음 씀씀이에 송현은 더욱 양설린을 사랑하는 것 같았다. 가끔 어이없는 사고를 치는 것만 빼고 말이다. 어느 시골의 자그만 장원. 송현의 본가였다. 그 곳에 근처 수풀이 우거진 곳에서 송현과 양설린이 나왔다. 사 람들의 이목을 생각해서 수풀로 워프한 다음 송현의 장원으로 걸 어간 것이다. “오랜만이야.” 송현은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양설린과 함께 걸어갔다. 저 앞에서 대문을 활짝 열고 그 앞을 열심히 빗질하고 있는 장삼의 모습이 보였다. “장삼 아저씨!” “도, 도련님!” 장삼은 빗자루를 집어던지고 뛰어왔다. 누가 보면 송현의 부모라 생각할 정도였다. 숨이 가쁠 정도로 뛰어온 장삼은 연신 숨을 헐떡거리면서도 송현 에게 안부의 말을 건넸다. 그런 장삼을 송현은 따뜻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그간 평안하셨죠?” “아이구, 소인에게...” “지금 주인님과 마님은 안채에 계십니다.” 따뜻한 말 몇 마디를 더 나누고 송현은 안채로 향했다. 안채에서 는 송시문과 여문희의 다정한 말소리가 들려왔다. “소자, 현이옵니다.” “안으로 들거라!” 송현은 양설린과 함께 안으로 들어가 송시문과 여문희에게 큰절 했다. 송시문과 여문희는 조정의 신하가 되어 돌아온 송현을 보며 흐뭇해했다. 과거에 급제한 뒤 한 번도 찾아보지 못하고 학비를 통해 간간히 안부만 전해왔던 것이 불쑥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죄송합니다.” “아니다, 황제폐하를 모신다고 찾아오지 못한 것이니 괜찮다. 그 러나 갑자기 어인 일이냐? 학비를 통해 온다는 소리는 들었다만.” 그 사이 여문희가 양설린과 함께 차를 내왔다. 참으로 보기 좋은 모습이었다. “실은…….” 송현은 지금부터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송시문과 여문희에게 모두 설명했다. 송현의 말 한 마디 한 마디 더해질 때마다 걱정스러운 기색이 더욱 짙어졌다. 말이 끝나고도 송시문은 아무 말도 없었다. 한참을 송현을 쳐다보던 송시문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입을 열 었다. “다 컸구나. 네가 선택한 것이니 알아서 잘 하리라 믿는다. 이 애 비는 너를 믿는다.” 송시문의 이 한 마디가 송현에게는 더 할 나위없는 힘이 되어 가 슴에 들어왔다.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을 것이다. 너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 백 성들의 생활이 말이 아니다. 바쁠 테니 그만 학비를 데리고 가거라.” “여, 여보!” 여문희는 방금 집으로 온 송현을 바로 가라고 하니 송시문에게 서운함을 담아 불렀다. “어허, 부인. 큰일을 해야 하는 아이요.” 송시문은 여문희에게 호통 아닌 호통을 치고는 송현에게 고개를 돌렸다. “바쁠 테니 그만 가 보거라.” 송현도 여문희와 못지않은 아쉬움이 송시문에게도 있음을 알았다. 그런 마음을 양설린도 알아차린 듯 여문희와 송시문 사이로 끼어 들었다. “아버님, 어머님. 소녀가 있지 않사옵니까. 가가께서 없는 동안 제 가 편히 모시겠습니다.” “허허허. 그래, 네가 있었구나. 부인, 설린이 있는데 그만 얼굴을 펴시구려.” 송현은 아쉬움을 뒤로 하고 안채를 나왔다. 안채 앞에는 가벼운 경장 차림의 학비가 서 있었다. 어느새 청년이 다 된 듯했다. 키도 훌쩍 커 어느새 송현과 비슷한 키가 되어있었다. 아직 소년 의 티를 완전히 벗어버리지는 못했지만 어엿한 대장부의 모습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스승님을 뵈옵니다.” 그새 말투도 바뀌어져있었다. “오랜만이구나. 그 동안 성취는 있었느냐?” 송현도 바뀐 학비의 말투에 자신 역시 조금 말투를 바꾸었다. 예 전처럼 말을 건넬 수 없었던 것이다. “6서클에 들어섰고, 마나 보법도 다 익혔습니다.” 불과 몇 해전만해도 조그만 어린 아이였다. 송현은 그 모습이 주 마등처럼 지나갔다. “그래, 잘 했다. 그만 가자꾸나.” 송현은 아쉬워하는 송시문, 여문희와 양설린을 뒤로 하고 다시 북 경으로 이동했다. 밤 새 한숨도 못 잤는지 유근은 벌게진 눈으로 방 안을 서성거렸 다. 처음에는 그저 고수들 간의 싸움이니 시간이 길어지는 가보다 했다. 허나 해가 중천에 뜨도록 감감 무소식에 애가 탈 지경이었다. “대감 마님.” 문이 열리고 천명승대 장형천호 무달이 들어왔다. 유근의 명을 받 고 송현과 카람의 결전을 알아보러 간 무달이었다. “그래 어떻게 됐느냐?” 유근은 자리에서 일어나 무달이 있는 곳을 뛰어갔다. “그게...” “어서 빨리 말 하지 못 할까?” 말을 질질 끄는 무달을 향해 유근은 재촉했다. 불안감이 엄습했던 것이다. “카람의 시신을 발견했습니다.” “뭣이라?” 유근은 조금 비틀거리며 의자의 등받이를 겨우 잡으며 신형을 유지했다. “지, 지금 당장 칠신승들과 송현, 그 작자를 찾아보도록 하라! 어서!” “존명.” 무달은 유근에게 군례를 취하고 밖으로 나갔다. “송현, 이 놈!” 유근의 눈에는 질식할 것 같은 살심이 묻어나왔다. 카람이 졌다는 대해 충격을 받았다기보다 송현에게 자신이 눌렸 다는 생각이 들어 더욱 그를 분개하게 만들었다. 요즘 자다가도 송현 생각에 벌떡벌떡 일어나곤 했었다. “내 기필코 네 놈을 죽여주겠다. 아니 너의 주위에 있는 놈들까지 모조리 죽여 버리겠어.” 다음 날 아침. 설린이 없는 횡한 집에 특무대 소속의 일곱 인물이 모두 모였다. 집 안 한가운데 아무런 집기도 놓여있지 않았다. 탁자와 의자마저 도 집안 한 구석에 놓여있었다. 집안 한 중간에는 마법진이 그려져 있었다. “우리가 머물 곳은 준비했나?” “일단 제 말을 들어주십시오. 일단 본거지는 이곳으로 하겠습니다.” 송현의 말에 염청과 다른 이들은 눈살을 지푸렸다. “무슨 말인가? 이 곳을 쓰자니! 금의위에서 나온 돈이라면 어디 한 적한 곳에 집 한 채 얻을 수 있을 것 아닌가?” 염청은 송현이 못마땅한 눈치였다. “일단 저를 따라 저 원 안으로 들어오십시오.” 송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학비와 함께 마법진 안으로 들어갔다. 마 법진은 다름 아닌 워프게이트 마법진이었다. 모두들 의심스러운 눈으로 송현을 쳐다보았다. “와 보시면 아시게 됩니다.” “송 장군님이 하시는 일이면 저는 무조건 따릅니다.” 언장완이었다. “일단 믿어보는 게 좋을 듯싶습니다.” 왕수인도 언장완을 따라 흔쾌히 자리에서 일어나 마법진으로 걸 어갔다. 염청을 시작해 하나 둘 씩 자리에서 일어나 마법진 안으로 들어 섰다. 그때까지 양우생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불신의 눈으로 송현을 쳐다보고 있었다. 눈에 확 드러날 정도였다. “빨리 오너라!” 염청이 그런 양우생을 향해 한 마디 하자 그제야 자리에서 일어 나 마법진 안으로 들어섰다. 모두 안으로 들어선 것을 확인한 송현은 염청에게 매직마우스로 의사를 전달했다. ―특무, 송현! 이라 말해주십시오. 갑자기 말이 아닌 전음과 비슷한 매직마우스로 송현이 말을 건네 자 염청은 짜증이 나는 투로 말했다. “이 놈아, 말로 하면 될 것이지. 전음이라니.” “그냥 해 주십시오.” “그래 알았다. 특무, 송현!” 스팟 순간 마법진 안의 일행들은 환한 빛을 느꼈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때 방안 구조가 조금 달라진 점을 느꼈다. “가만, 이거 집 구조도 조금 달라진 것 같은데?” 왕수인의 말에 언장완은 놀란 표정을 뒤로 하고 허겁지겁 뛰어가 문을 활짝 열었다. “헉!” 문을 열어 재낀 언장완이 헛바람을 마시며 멀뚱이 서있자 다른 이들도 언장완을 따라 밖으로 나갔다. 그들 역시 아무런 말을 할 수 없었다. 지금 보이는 풍경은 도심의 풍경이 아니었다. 어느 한가로운 농촌 마을이었다. “이, 이게...” 탁자에 앉아있는 이들의 얼굴에는 전혀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 워프게이트를 타고 몇 번이나 왔다 갔다 했지만 말이다. 그 순간 에도 송현은 자기가 생각한 바를 이야기했다. “그러니까 유근의 이목을 숨기기 위해 우리 모두 북경을 벗어나 자는 말이다 이거지?” “그렇습니다.” 송현은 염청이 자신의 생각을 받아드리는 기색이 보이자 웃음을 띠었다. “그리고 집집마다 이런 요상한 것을 만들어 유근을 탐색하자는 말이고.” “네!” 염청은 잠시 곰곰이 생각에 빠지는 듯싶더니 이내 모두를 둘러보 았다. “어떻게 생각하냐?” “당연히 송 장군님의 의견을 따라야죠. 이건 뭐라고 말해야할지.” 언장완이 가장 먼저 나섰다. 그런 의견을 말하는 가운데에서도 멍한 눈으로 송현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 면도 양우생은 못마땅한 듯 쳐다보았다. “괜찮을 듯싶습니다.” “저는 반대입니다.” 양우생이었다. “이건 정도에 어긋나는 사술입니다. 이런 것을 쓰면서까지...” “됐다.” 염청이 양우생의 말을 잘랐다. “송현의 뜻대로 간다!” “대영반님!” “우생! 무슨 일이 있어 이러는지는 모르겠지만 공과 사를 구별하 라!” 염청은 양우생을 호되게 꾸짖었다. 양우생은 더욱 못마땅한 듯 송 현을 쳐다보고는 등을 돌렸다. 그 밖에 송현은 준비한 통신기구를 꺼내어들었다. 팔찌 형식의 통신기구였다. 모두가 무인들이라 내공을 가지고 있는 점을 착안해 간편하게 만 든 것이었다. 다들 다시 한 번 놀라워했다. 그 와중에도 양우생은 다시 한 번 거부했다가 염청의 노한 목소 리를 들었다. 모든 준비가 끝났다. 하루 만에 이 모든 걸 준비한 송현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두 알 수 있었다. 양우생만 제외한다면 말이다. “그럼 이틀 안에 북경을 떠나 집을 한 채씩 구한다. 가능한 황군 과 잘 접할 수 있는 곳으로 정한다. 그래야 유근의 눈을 속일 수 있다. 알겠나?” 염청의 말에 모두 수긍했다. “저는 북경에 남겠습니다.” 양우생이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이것만은 양보할 수 없습니다.” 염청과 양우생의 한판 눈싸움이 일어났다. “대영반님께서 믿어주시리라 믿고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이틀 후 에 뵙겠습니다.” 그 말만 남기고 양우생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휴우-!” 염청은 한숨을 내쉬었다. 처음부터 삐걱거렸던 것이다. 앞으로의 일이 슬그머니 걱정이 들 었다. “제가 내일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왕수인은 그런 염청에게 양우생을 따로 만나겠다고 했다. “네가 잘 다독거려라. 왜 그러는지도 알아보고.” 왕수인의 말에 염청은 조금 얼굴이 펴졌다. “오늘은 해산한다. 삼일 후 이 곳에서 보자! 그리고 너는 대원들 과 지속적으로 통신을 하며 차질이 없도록 이 요상한 것을 다 설치하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그 날 저녁. 유근은 오늘 자금성에 입궐하지도 않았다. 정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결권을 가지고 취소해버린 것이었다. 그 시간까지 치밀어 오르는 살심을 어찌하지 못하고 있었다. “대감마님.” 무달의 목소리였다. “왜 이렇게 늦었느냐?” “죄, 죄송합니다. 이상한 일이 잡혀 좀 더 조사하는 바람에...” 무달의 말에 유근은 눈빛을 달리했다. “말 해보거라.” “우선 칠신승은 어제 카람이 죽은 이후 종적을 감추었습니다. 간 간히 들어나는 흔적으로 보아 서장으로 돌아간 듯 싶습니다.” 그 점은 유근도 예상한 바였다. “그리고 송현이라는 작자는...” 유근의 눈에서 잠시 잠잠해진 살심이 다시 고개를 쳐들었다. “관직을 사퇴했다고 합니다.” “뭐라? 사퇴?” 유근은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생각하기에 전혀 이해 할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이상한 것이 그 자 외에 친분이 있던 왕수인과 그의 상관인 염 청 역시 같은 시간부로 관직에서 물러났다고 합니다.” 무달의 말에 유근은 다시 자리에 앉아 탁자를 톡톡 내려쳤다. “상관후, 그 놈이 무슨 일을 벌이는 건가?” 유근은 상관후와 관련된 자들을 생각했다. 대부분 문신 출신의 고위 관직자들이었다. 그리고 하나같이 자신 과 대립하는 자들이었다. ‘뭔가가 있어. 그 늙은 놈들의 입김인가?’ 유근은 절대로 상관후 혼자 어떤 계략을 짜지 않았을 거라 생각했다. ‘아직까지 남아있는 삼공(三公) 중 두 늙은이들인가? 진작에 조정 에서 없앴어야 하는데. 일이 복잡하게 굴러가는 것 같아.’ 유근은 관직 중 최고의 품계인 정 일품을 가지고 있는 세 명의 늙은이들을 생각했다. 태사(太師)의 임린, 태보(太保)의 정휘성, 태부(太傅)의 윤환이었다. ‘임린, 윤환. 그 두 놈이 무슨 흉계를 꾸미는 거지? 정휘성 대감을 한 번 찾아가봐야겠어. 아직까지는 필요한 늙은이니까.’ 이미 정휘성은 자신의 손위에서 놀고 있는 자였다. 그저 재물이나 한 번 듬뿍 안겨주면 좋아할 위인이었다. 어차피 자신이 그 자리에 올려주었기에 구워삶기에는 문제가 없었다. 문 제는 임린과 윤환이었다. 아직까지 자신만의 잣대를 가지고 정치를 해나가는 자였다. 요즘 둘의 함께하는 자리가 많아졌다고 보고가 들어왔었다. ‘그 보고가 있을 때 수를 썼어야하는데. 너무 안일하게 갔어.’ 두 늙은이가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는가 가볍게 본 것이 실수라 생각했다. 이미 정치적 손발을 다 잘랐다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상 관후와 연관이 되어있음을 이 기회에 알게 되었다. ‘꼬투리를 하나 잡아야겠어.’ 그런 생각을 한 유근은 무달에게 다시 입을 열었다. “그게 다 인가?” 무엇인가 더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 유근이었다. “아닙니다. 그 외에 세 명의 더 있습니다. 일단 장군직의 양우생 과 백호장으로 있는 임대호, 언장완이 같은 시각에 관직을 물러났 습니다.” “누구라고? 다시 말해 보거라!” “양우생, 임대호, 언장완이라고 했습니다.” “그래?” 유근의 눈빛이 반짝였다. 그와 동시에 입 꼬리가 슬쩍 말려 올라 갔다. “대감마님.” 그때 문밖에서 유근과 무달의 대화를 깨트리는 음성이 들려왔다. “무슨 일이냐?” “어떤 자가 대감마님께 서찰을 전해드리라고 했습니다요.” 유근은 느긋하게 의자에 기댔다. “가지고 오너라.” 방문이 열리고 한 하인이 허리를 숙인 채 들어와 유근을 향해 두 손으로 공손히 서찰을 내밀었다. 유근은 서찰을 받아들며 무달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그만 나가 보거라. 계속 주시하는 것도 잊지 말고. 내 차후 해야 할 일은 전녕을 통해 전하겠다.” “알겠습니다.” 무달은 갑자기 기분이 달라진 유근에 적응하지 못했다. 동시에 서 찰의 내용이 궁금했지만 참고 밖으로 나갔다. 무달이 궁금해 하는 서찰을 유근은 미소를 지은 채 펼쳤다. -------------------------------------------------- 전상서 신(臣) 양 유근 대감께 중요한 사안이 있어 이렇게 서찰로 인사드 립니다. 필시 찾아가 전하는 것이 옳은 일이오나 그렇지 못할 사 정으로 서찰만 보내는 불충을 이해해주시옵소서. 하늘이 도왔는지 저는 대감님을 반하는 무리들 속에 소속되었습니다. 특무대라 하여 현재 표면적으로 모두 사퇴를 하고 감히 대감마님 의 뒤를 캐고자 하는 극악무도한 집단입니다. 그 중 송현이라는 작자가 가지는 능력이 생각보다 훨씬 대단했습 니다. ************ 중 략 ************* 이런 사술을 사용하여 대감마님의 이목을 피하고자하는 발칙한 계획마저 세웠습니다. 이런 일이 있어 대감마님께 서찰을 보내드립니다. 앞으로 이곳에서 빠져나갈 수 없는 관계로 서찰로 만 뵙겠습니다. 양 배상. ------------------------------------------------------ 서찰을 읽는 내내 유근의 인상은 더욱 구겨졌다. 그러나 그런 인 상은 서찰을 다 읽은 후에는 환하게 펴졌다. “이 서찰을 전해준 자는 어디 있느냐?” “그것이 가지고 안자도 누군가의 심부름으로 가지고 왔다고 합니다.” “앞으로는 이런 서찰이 오면 즉시 가지고 오너라.” “알겠습니다.” 하인은 유근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는 뒷걸음으로 방을 빠져 나갔다. ‘크크크, 하늘이 도왔음이야. 내 이걸로 나를 반하는 자들의 목을 꺾어버리겠다.’ 유근은 서찰을 들어 촛불에 가져다대었다. 화륵 촛불의 불꽃이 순식간에 사찰에 옮겨 붙었다. 그리고 검은 재만 남 기고 사라졌다. ‘송현 네 놈도 예외일 수는 없다. 네 놈이 아무리 날고 기는 능력 을 가지고 있다고 하나, 반드시 황명으로 네 놈은 물론이요 네 놈과 관련된 자들은 모조리 죽여주겠다. 조금만 기다려라.’ 거친 모래 바람이 몰아치는 삭막한 땅. 그 곳에 거대한 사원이 지어져있었다. 포달랍궁. 서장 최고의 사원이며 서장인들의 안식처가 되는 곳이었다. 그것 깊숙이 자리 잡은 성지(聖地)가 있었다. 그 안에는 성스러운 기운이 넘치고 넘쳤다. 불치의 병자가 들어선 다면 순식간에 병을 씻은 듯이 낳을 정도의 성스러운 기운이 가득 있었다. 현재 법왕, 서장인들이 칭하는 달라이라마의 호칭이 만들어지기 훨씬 오래 전 서장을 이끌던 깨달은 자라 일컬어지는 스승들이 자신들의 법력을 모아 만들어 낸 성지였다. 혹시나 모를 서장의 위험을 대비해 서장을 이끄는 자의 부활을 위해 만들어 놓은 곳이었다. 이름 모를 아름다운 꽃들이 만발해있고 온갖 나비와 벌들이 날아다녔다. 이곳이 극락이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였다. 서장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그런 풍경이었다. 아니 중원을 모조리 찾아 헤맨다고 해도 이만한 곳을 찾는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그 중심에 한 돌로 만들어진 침상이 하나 놓여져 있었다. 그리고 그 위에 칠신승 중 한 명인 갤첸이 누워있었다. 평온 기색으로 고른 숨을 쉬고 있는 것으로 보아 조용히 잠들어 있는 모습이었다. 이상하리만큼 따사로운 햇살은 조명을 집중하듯 갤첸을 내려쬐고 있었다. “으음음!” 조용히 잠든 모습으로 누워있던 갤첸이 미약한 신음소리와 함께 잠에서 깨어났다. 눈을 뜬 갤첸은 한동안 멍하니 따사로운 햇살을 올려다보았다. 누 구라도 햇살을 그대로 본다면 눈이 아파 찡그러지기 마련이건만 갤첸은 그러지 않았다. “내가 살아난 것인가? 죽을 줄만 알았는데.” 그의 입에서 뜻 모를 말이 흘러나왔다. 부시럭 부시럭 딱딱한 침상에서 일어난 갤첸은 몸이 베기기도 할법한데 편안한 침상에서 잔 것처럼 아주 개운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음...” 갤첸은 주위를 둘러보고는 눈매가 살짝 닫혔다. “그렇군! 그렇게 된 것이야.” 이제야 이유를 알겠다는 눈치였다. 갤첸은 이 곳이 익숙한 듯 포달랍궁의 성지를 빠져나갔다. 성지의 초입을 벗어난 곳에서는 칠신승 중 갤첸을 제외한 자들이 초조한 듯 서성거리고 있었다. “오늘로 한달이 되어 가는가?” 도차는 하늘을 보며 이 곳에 온 날짜를 떠올렸다. “오늘이다. 오늘!” 도차는 다시 성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때 성지 안에서 흐릿한 그림자가 눈에 들어왔다. 도차는 보지 않아도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저 안에서 나올 사람 은 카람 그 밖에 없었던 것이다. 도차는 그 즉시, 땅에 오체투지를 했다. 그의 반응이 무엇을 뜻하는지 아는 칠신승들은 도차를 따라 열을 맞추어 2열로 오체투지를 했다. “고맙다.” 성지를 나서며 입을 연 자는 갤첸이었다. 그런데 말투가 이상했다. 같은 칠신승의 위치에 서있는 갤첸이었지만 말투는 수하들에게 하는 말투였다. “다시 살아나심을 감축드립니다.” “감축드립니다.” “감축드립니다.” “감축드립니다.” 엎드려있는 여섯의 칠신승들은 입을 모아 외쳤다. 지금 서있는 갤첸은 갤첸이 아니었다. 바로 카람이었던 것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갤첸의 몸에 카람의 정신이 들어있던 것이다. 도 차의 술법에 의해 카람의 몸을 떠나려던 혼을 잡아 갤첸의 혼을 지우고 몸을 차지한 것이었다. “갤첸이 보이지 않는구나.” 카람은 여전히 자신이 갤첸의 몸을 차지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 하는 듯 했다. 그 말에 칠신승들은 숨을 죽였다. 이상함을 느낀 카람이었다. “왜 아무도 대답이 없나? 갤첸은 어디에 있나?” 불안감이 엄습한 카람이었다. 카람은 별안간 뛰기 시작했다. 그가 뛰어간 곳은 사원 안에 만들어진 작은 연못이었다. 그곳에 다다른 카람은 연못에 자신의 얼굴을 비추었다. 연못에 비춰지는 것은 카람이 아닌 갤첸의 얼굴이었다. “갤첸…….” 카람은 연못에 비친 갤첸의 모습에서 얼굴을 떼지 못했다. 칠신승 들이 뒤따라 왔을 때까지도 카람은 여전히 연못에 자신의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똑 똑 희미하지만 물방울 소리가 들렸다. 허리를 펴고 뒤로 돌아선 카람의 얼굴에서는 두 줄기의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것도 잠시. 카람의 눈에서는 눈물이 그쳤다. 굳어진 얼굴에 한 일자로 딱 다 물어진 얼굴은 언제 그랬냐는 듯 보였다. 아무 말도 없이 발걸음 뗐다. ‘갤첸, 내 꼭 뜻을 이루겠다.’ 포달랍궁 내 대대로 법왕들이 사용해온 방에 카람이 가부좌를 한 상태로 앉아있었다. 고요히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이었다. 술법을 연마하는 것이 아닌 고요한 참선의 모습이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이런 화두를 던져놓고 카람은 며칠 째 생각에 빠져있었다.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지금 다시 중원으로 나가는 것은 생각할 수 없었다. 물론 다시 유 근과 손을 잡고 일을 한다면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았다. 허나 송현이 마음에 걸렸다. 그렇게 된다면 다시 그와 부딪히게 되는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다시 그와 맞부딪힌다면 전과 같이 어이없게 지지는 않을 것이 분명했다. 자신의 마음 한편에 그를 과소평가한 부분이 있었다. 지금은 그런 생각을 완전히 떨쳐냈다. 넓은 중원이 그냥 중원은 아니었다. 그 많은 무림인들 중에서 최고의 위치에 오른 자였다. 그 위치에 오르기 위해 얼마나 많은 피를 묻혔을까 생각하면 한편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예전처럼 경시하는 마음을 가질 수 없었다. 그렇다고 유근과 손을 잡은 것은 후회하지 않았다. 사실 후회하는 마음이 아주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다시 선택하더라도 똑같은 선 택을 할 것이다. 그게 가장 빠른 방법이니까. 지금 나가더라도 다시 유근과 손을 잡을 것이다. 문제는 다시 나가더라도 이렇게 패배하는 일은 없도록 할 생각이었다. ‘그자의 경지가 나와 비슷하다. 그렇다면 지금의 경지를 넘어서야 한다는 것인데. 결국은 하나인가!’ 카람은 술법을 다시 한 번 생각했다. 팔문개화(八門開化) 술법은 무공과 체계가 달라 임맥이나 독맥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 대신 7만 2천개의 맥관(脈管)을 이용하며 그 중심에 하나의 거대한 대맥관을 경맥으로 이용한다. 이런 대맥관이 총 여덟 개의 문으로, 머리의 미간 사이 부분을 개문(開門)을 시작으로 코와 입사이의 인중부분에 휴문(休門), 목과 명치 사이의 생문(生門), 명치부분을 상문(傷門), 배꼽부분의 두문(杜門), 단전부분의 경문(景門), 회음혈 부분의 경문(驚門), 그리고 마지막으로 심장부분의 사문(死文)으로 이루어져있었다. 현재 카람은 마지막 사문을 열지 못했다. 즉, 칠문(七門)만이 개화를 한 상태였다. 지금 카람이 생각하는 것은 마지막 사문을 열어 술법의 극인 팔문개화를 생각하고 있는 것이었다. ‘문제는 팔문개화를 하는데 너무 시일이 오래걸린다. 아니 어쩌면 평생 이루지 못 할 수도 있다.’ 카람은 어느 덧 스승이었던 마르빠의 설문을 기억했다. 혹시나 그 속에 길이 있을까 생각해서였다. 그런 카람의 눈이 번쩍 떠졌다. ‘있다. 방법이! 팔문을 열 수 있는 방법이!’ 흥분에 찬 눈동자였다. 허나 곧 수심에 잠겼다. 이어서 떠오른 스승의 말이 기억났던 것이다. 악마의 술법! 스승인 마르빠의 말을 축약하면 바로 악마의 술법이었던 것이다. 고민에 빠진 카람은 다시 눈을 감았다. 고뇌에 고뇌를 거쳐 다시 카람은 눈을 떴다. ‘내가 지옥으로 들어가겠다. 사장인들의 밝은 미래를 위해!’ 카람은 아무런 망설임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도차, 밖에 있나?” “부르셨습니까, 법왕이시여.” “스승님이 계신 곳으로 가자!” 카람의 말에 도차는 놀란 얼굴로 카람을 쳐다보았다. 그도 그럴 것이 카람은 스스로 스승인 마르빠를 유폐시켰었다. 바 로 중원으로 나가기 위해서. 마르빠는 이런 카람을 막아섰었다. 이유는 하나였다. 서장인들은 서장에서 살아야한다는 것이 카람을 막아선 이유였다. 카람은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들은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옆에 기름지고 따뜻한 땅이 있었다. 가지 못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카람은 스승인 마르빠를 힘으로 누르고 스스로 법왕 자리 에 올라섰던 것이다. 차마 마르빠를 죽이지는 못하고 포달랍궁 한 구석에 유폐시켜놓은 것이었다. 그런 이유는 딱히 스승이었기만은 아니었다. 자신의 뜻이 옳았음을 후에 보여주기 위함도 있었다. 도차를 앞세워 카람은 포달랍궁 구석진 곳으로 향했다. 사람 몸통만한 철문을 세 번이나 거치고 나서야 작은 방으로 도 착할 수 있었다. 비록 마르빠를 금제(禁制)를 가해 술법을 사용할 수 없게 만들어 놓았지만 한때 법왕의 위치에 있던 자였다. 언제 금제를 풀고 밖 으로 나올 수 있기에 이런 시설을 만들어 유폐시켜놓았던 것이다. 세 개의 철문 뒤에 거대한 철장으로 막힌 방이 하나 있었다. 그곳에 희수염이 가득한 노인 하나가 두 눈을 감고 가부좌를 한 상태로 앉아있었다. 카람은 철장 넘어 그 노인을 쳐다보았다. “스승님.” 그 노인은 2대 법왕이었던 마르빠였다. “스승님.” 아무런 대답 없는 마르빠를 향해 카람은 다시 한번 더 그를 불렀 다. “누가 스승이라는 게냐?” 마르빠는 눈을 뜨지 않은 상태에서 입만 열었다. “카림입니다.” “누구인지 나는 모른다. 물러가라!” 마르빠는 그 자리에서 카람에게 등을 보이며 돌아앉았다. “팔문개화 방법이 적힌 책자의 위치를 알기위해 왔습니다.” 그 순간 마르빠는 몸은 살짝 움찔거렸다. 하지만 그 외의 반응은 없었다.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십시오. 필요합니다.” ‘네, 이 놈! 그게 어떤 것인지 알고 그러느냐?’ 마르빠는 자리에서 일어나 뒤로 돌아섰다. 그의 눈에서는 이제까 지 찾아볼 수 없던 노여움이 담겨있었다. 카림이 마르빠를 이 곳에 가둘때에도 볼 수 없었던 눈빛이었다. “알고 있습니다.” 카람은 굳은 얼굴로 대답했다. “그런데도 그 말을 꺼내는 것이냐?” “중원에 나가기위해서는 필요합니다.” “중원! 중원! 네 스스로 뛰쳐나가지 않았느냐?” 마르빠는 입에서 안타까움이 묻어나왔다. “모든 게 순조롭습니다. 다만 저와 상응하는 자가 있습니다. 그만 누르면 모든 것이 끝입니다.” 카람의 말에 마르빠는 매우 놀랐다. 자신도 이루지 못한, 아니 1대 법왕도 이루지 못한 칠문을 개화한 카람이었다. “우리 서장인들은 저 따뜻한 곳으로 갈 수 있습니다. 천시 받는 라마교도 우러름을 받을 수 있습니다. 스승님. 마르빠는 카람의 말을 더 이상 듣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듯 벽으로 다가가 앉았다. “어디 있는지만 알려주십시오.” “모른다.” 마르빠는 딱 잘라 말했다. “어디 숨겨져 있는지 아신다는 거 알고 있습니다.” “모른다!” 카람이 무슨 말을 하던지 돌아오는 대답은 ‘모른다.’ 그 말 하나밖 에 없었다. “좋습니다. 제게도 다 생각이 있습니다.” 카람은 뒤에 서있는 도차를 불렀다. “하나씩 들어오라 하라!” “버, 법왕이시여.” 도차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고 있었다. “내 말을 거역하겠는가?” “며, 명을 받드옵니다.” 도차는 떨리는 몸으로 철문 밖으로 나갔다. 그가 나간지 얼마 지 나지 않아 라마승 하나가 들어왔다. “법왕을 알현하옵니다.” 라마승은 카람을 향해 바닥에 머리가 닿도록 엎드렸다. “우리의 의지를 보이라.” “행복한 미래를 위해서!” 퍽석! 라마승은 그대로 자신의 머리를 주먹으로 스스로 부시며 자결했 다. 스르륵 털썩 머리가 반쯤 사라진 라마승은 힘없이 쓰러졌다. 카람은 조용히 머리를 꿇고 뇌수가 터진 라마승의 머리 위에 손 을 얹었다. “내 너의 뜻을 기필코 이루리라.” 카람의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이 떨어졌다. “다음!” 비록 슬픔 때문에 목소리가 떨렸지만 힘은 여전히 담겨져있었다. “행복한 미래를 위해서! 퍽석! 스르륵 털썩 다른 라마승 역시 먼저 자결한 라마승 옆에 열을 맞추어 서더니 카람의 특별한 명이 없었지만 똑같은 유언과 함께 자결했다. “스승님, 이게 우리의 뜻입니다.” 카람이 말을 하는 순간에도 라마승들이 하나씩 들어와 똑같은 말 과 함께 자결을 반복했다. 카람을 등지고 앉아있는 마르빠는 라마승들이 자결하는 순간 순 간마다 몸을 떨며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만! 그만!” 마르빠는 더 이상 참지 못했는지 철장 앞으로 뛰쳐나갔다. “내가 원하는 것은 악마의 술법이다.” “악마의 길을 걷겠습니다. 저 혼자 걸어 서장인들이 행복할 수 있 다면 저는 그 길을 걸을 것입니다.” 카람의 뜻은 굽혀지지 않았다. “너 혼자 악마의 길을 걷게 되는 것이 아니다. 모두가 악마의 길 앞에 놓이게 된다.” “저는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마르빠의 눈은 어느덧 열이 넘게 죽어있는 라마승들의 시신을 내 려다보았다. ‘나의 죄를 어찌하오리까? 이 못난 놈의 제자의 죄를 어찌하오리 까? 싯달타시여!’ 특무대의 비밀 사무실로 이용되는 송현의 집에서는 무거운 분위 기가 감돌았다. 두 달이 넘도록 유근과 관련된 그 어떤 비리도 찾아내지 못한 것이었다. 거짓말처럼 특무대가 만들어지자 말자 증거들이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었다. 거기에 한 술 더 떠 수많은 비리들이 여전히 이루어지는 것은 분명한데 특무대에서 냄새를 맡은 것은 여지없이 증거가 사라진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분위기가 무거워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혹여나 첩자가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들기도 했다. 허나 그런 생각은 염청의 호통에 사라졌다. 그래도 여전히 서로의 마음속에는 그런 생각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송현의 머릿속에도 하나의 인물을 염두해두고 있었다. 바로 양우생이었다. 처음 시작할 때부터 의심이 갔던 자였다. 굳이 북경을 떠나지 않은 것은 물론이오, 평상시 움직임도 이상했다. 거기에 황실에서 처음 곳도 약란공주의 생일잔치 때였다. 유승명과 유달리 잘 어울리는 모습이 세삼스럽게 떠오르곤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양우생 밖에 없었다. 우선 염청이나 왕수인은 그럴 위인들이 아니었다. 임대호도 마찬가지였다. 조금 헤프기는 해도 언장완도 그럴 인물로 보이지 않았다. 송현의 눈빛은 양우생에게 머물렀다. ―유승명에게서 중요한 정보가 나올 것 같습니다. 특무대 대원들의 팔찌에서 학비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무엇인가?” 염청은 조금은 흥분된 목소리로 학비에게 되물었다. ―유승명이 지금 다시 도박장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도박장?” ―요 한 달간 유승명이 도박장에서 잃은 돈이 금자로 수천 냥은 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 말에 모두들 눈빛이 달라졌다. ―도박장의 주인과 오늘 모종의 거래가 있을 듯싶습니다. 그 말에 모두들 입 밖으로 환호만 하지 않았지 하늘을 날아갈 듯 한 표정들이었다. 마른 땅을 적시는 단비와도 같았다. “제가 학비를 지원하겠습니다.” 송현이 나섰다. 이번만큼은 확실하게 증거를 잡고 싶었던 것이다. 염청에게 자신의 뜻을 말하면서도 양우생의 모습을 세밀히 살폈다. 그때 무엇인가 달라지는 양우생의 눈빛을 알아차렸다. ‘설마, 설마 했는데...’ 아직은 확실한 것이 없었기에 송현은 일단 넘기기로 했다. “그래 갔다와!” 송현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언장완이 옆에 바싹 붙었다. “제가 잘 감시하겠습니다.” 언장완도 송현의 뜻을 알아차린 듯 했다. 하긴 두 달 동안 일이 우선인지 송현을 받드는 것이 우선인지 모를 만큼 송현에게 붙어 수발을 들어왔던 것이다. 그러니 당연히 알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고맙네.” “뭘요, 헤헤헤.” 조금 경박하게 웃는 언장완이었지만 송현은 편하게 받아들였다. 지금은 믿고 맏길 자가 언장완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왕 수인에게 이런 말을 할 수도 없었다. “그럼 갔다 오겠습니다. 워프!” 특무대 대원들도 송현의 순간이동마법에 제법 익숙해졌는지 자연 스럽게 받아들였다. 송현이 사라진 곳을 유심히 살피는 양우생이었다. 그의 눈빛은 번 뜩였다. 그런 양우생의 일거수일투족을 하나라도 놓칠세라 언장완이 감시하고 있었다. 양우생은 다시 눈을 감고 생각에 빠져들었다. 그런 양우생의 달라 진 태도가 보이자 언장완의 입가에는 미소가 걸렸다. 어느 음습한 지하에 위치한 음습한 석실. 석벽에는 무시무시한 이빨을 들어 낸 악마의 형상이 그려져 있었다. 도합 여덟 개의 악마형상이 제각기 다른 모습으로 새겨져있었다. 어떤 석상은 사람을 씹어 삼키는 모양이며, 또 어떤 석상은 사람 들을 거대한 발로 밟아 죽이는 형상도 있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미쳐버릴 것만 같은 조각들이었다. 여덟 개의 조각에 그려진 악마의 눈동자는 모두 한 곳으로 향해 있었다. 바로 석실 정 중앙의 석조(石槽)였다. 그곳에는 검붉은 액체가 담겨있었다. 석조에서 피어나는 향이 비 릿한 혈향이었다. 바로 석조에 채워져 있는 것은 피였다. 사람의 피였다.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 석조 주변에는 88명의 주검들이 나란 히 늘어져있었다. 그것도 채 스물도 안 되어 보이는 어린 여아들이었다. 열을 맞춰 모두 똑같은 자세로 있는 것으로 보아 누군가 죽여 피 를 받고는 보기 좋게 나열한 것이 분명했다. 실로 끔직한 일임이 아닐 수 없었다. 거기에 더해 이곳은 불교 사원이었다. 부글부글 퐁 부글 퐁 퐁 잠잠하던 석조의 검붉은 피들이 공기방울을 내뿜으며 출렁거렸다. 그러기를 얼마. 검붉은 혈액은 그 색이 서서히 옅어졌다. 검은 빛이 가장 먼저 사라져 선홍빛이 되는 것 같더니 이내 분홍 빛을 거쳐 맑은 물로 바뀌었다. 지하수를 떠다 놓았다고 해도 믿을 것만 같은 아주 맑은 물이었다. 석조에 담긴 물 속에 아주 놀랍게도 한 서장인이 알몸으로 누워있었다. 갤첸의 몸을 이어받은 카람이었다. 죽은 듯이 조용히 누워있던 카람의 두 눈동자가 별안간 번쩍 떠졌다. 새빨간 눈이었다. 눈동자도 눈자위도 없었다. 온통 붉은 색 일관이었다. 그런 붉은 눈동자도 석조에 담긴 피처럼 서서히 색이 옅어지더니 평범한 눈으로 되돌아갔다. 흰 자위에 검은 눈동자. 조금 달라진 것이라 하면 작은 동공만이 붉은 색을 띠고 있다는 것이다. 자세히 보지 않는다면 좀처럼 알아보기 힘든 정도였다. 쏴아아아아 석조 안에서 눈을 뜬 카람은 몸을 일으켜 석조를 벗어났다. “키키키, 크하하하하하!” 광소(狂笑)였다. “키키키, 기다려라, 나의 먹잇감! 송현! 네 놈의 피를 마실 것이며 생살을 씹어 먹어 주마. 그리고 따뜻한 저 땅에 나의 제국을 만들 것이다. 크하하하하하하!” 카람의 광소가 온 석실에 울려 퍼졌다. ************************************************************************************* 타이핑 者 : [KOR]TheYtsejaM (당나귀 호환 P2P 프루나) 프루나에서 제가 타이핑한 소설들과 그 외 제가 모은 소설들을 공유했습니다. 검색어 : [KOR]TheYtsejaM 또는 TheYtsejaM 로 검색하시면 제가 공유한 파일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소유자가 1이라도 관계없습니다. 저는 항상 접속해 있으니까요. 제가 접속해 있지 않을 때는(파일이 안 받아지고 있을 때는) 제가 집에 없거나 파일 받기 대기 중일 겁니다. 기다리시면 하루 안에 반드시 받으실 수 있으실 겁니다. 무협도 엄청나게 많이(약 1기가 정도) 텍스트파일로 가지고 있는데 너무 파일이 많아서 그거 다 편집하려니 짜증나서 일단은 판타지만 공유중입니다. 무협도 필요하시면 프루나에서 메시지 전송 기능으로 쪽지 보내십시오. ************************************************************************************* 마법사 무림에 가다 [308 회] 유근의 함정 어두침침한 실내. 쾌쾌한 연초냄새가 배일대로 배여 있었다. 누구나 이런 곳에 있으면 얼굴을 찌푸리기 마련이건만 이 곳에 있는 자들은 그런 냄새가 느껴지지 않는 듯 보였다. 거기에 한술 더 떠 이런 냄새를 더욱 즐기는 듯 연초를 연신 피워댔다. 떼구르르르.... 들리는 소리라고는 컵 안에서 각진 소리를 내는 주사위밖에 없었다. 단 몇 초밖에 되지 않는 시간이었지만 모두가 억겁의 시간을 느 끼는 듯 했다. 모두의 시선은 주사위와 컵을 향했고 숨을 멎은 듯 그 흔한 숨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탁! 자그만 사기로 된 잔(盞)이 탁자에 내려졌다. 그렇게 조용하던 실내는 시장판을 연상시킬 만큼 시끄러워졌다. 열기마저 후끈후끈 거렸다. “대(大)!” “아니야, 소(小)야 소!” “무슨 소리야. 대야 대!” 일각의 시간동안 사람들은 저마다 목에 핏줄을 세우고 외쳤다. 주사위를 돌리던 사내는 탁자위에 돈이 수북하게 쌓이자 팔을 들 었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조용해졌다. “꿀꺽!” 이번에는 전과 조금 다른 조용함이었다. 피부에서 긴장감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분위기가 감돌았다. 거기 에 간간히 정적을 깨트리는 소리도 들려왔다. 바로 마른 침을 애써 삼키는 소리였다. 사내는 주사위를 가리고 있는 잔을 천천히 들어올렸다. “와아아.” “대다. 대!” 한 무리의 인영들은 환호성을 내지르며 탁자에 놓인 자신의 돈과 함께 다른 돈들을 탐욕스럽게 쳐다보았다. 다른 한 편의 무리들은 저마다 똥 씹은 표정으로 얼굴을 찡그리는 자가 이는 반면 얼굴 이 백지장보다 창백하게 질리는 이도 있었다. “하하, 하하하.” 실성한 자도 있었다. 고개를 젖히고 웃는 눈동자에는 초점이 잡혀 있지 않았다. 이런 탐욕과 허망함이 함게 묻어나오는 이 곳은 바로 도박장이었 다. “쯧쯧, 에잉. 천박한 놈들.” 화려한 비단을 차려입고 도박장을 가로 질러 가는 이가 있었다. 그 주위에 우락부락한 장정들이 호위하고 있었다. 바로 유승명이었다. 1층 도박장에 모여있는 허름한 차림의 서민들을 보며 벌레를 보 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더러운 곳을 밟고 지나가는 듯한 표정이었다. 허나 그런 표정에도 불구하고 그의 걸음걸이는 느렸다. 오히려 어깨를 쭈욱 펴고 당당한 보무를 뽐내며 걸어가고 있었다. 자신의 지휘를 보여주려는 듯 보였다. 1층의 도박장 한 구석에 계단이 있었다. 그 곳에는 이 곳에서 고용된 무사가 시퍼런 검을 허리에 차고 계 단을 막고 있었다. 아무런 장식도 없는 1층과는 다르게 2층으로 오르는 계단은 화려 하게 조각되어 있었다. 거기에 조각에 어울리는 색채로 화려함을 돋보이게 만들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초입을 지키고 있는 무사는 유승명을 알 아보자 공손히 한 발 옆으로 비켜서며 허리를 숙였다. 유승명은 그런 모습에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2층으로 올라섰다. 그 곳에는 1층과는 다르게 화려한 실내 장식으로 만들어진 도박 장이 있었다. 그곳에 있는 자들의 옷차림도 확연히 달랐다. 윤기가 있는 화려한 비단으로 지어진 옷들이었다. 그곳에 올라선 유승명은 더욱 거만하게 걷기 시작했다. 거기에 한 술 더떠 보석이 촘촘히 박힌 부채를 꺼내어 살랑살랑 부치며 걸었다. 누군가 올라오자 2층 도박장에 있던 인영들은 잠시 고개를 돌려 유승명을 쳐다보았지만 이내 고개를 다시 거두어 자신이 앉아있는 도박판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유승명은 그런 모습들에 인상을 찌푸릴 만도 한데 여전히 얼굴에 미소가 걸려있었다. 조금 후에 자신에게 쏟아질 부러움의 눈빛을 은근히 기대하고 있 었다. 유승명은 더욱 천천히 걸어 한구석에 있는 3층으로 향하는 계단으로 향했다. 그 계단은 화려함의 극치를 이루고 있었다. 계단을 만든 나무 역시 일반 나무가 아닌 천축국에서 나는 철목 이라는 나무로 만든 것이었다. 거기에 화려한 색채는 둘째 치고 화려한 보석들이 박혀 있었다. 2층의 화려함은 비할 바가 못 되었다. 사박 사박 유승명의 발소리가 조금 달라졌다. 바지의 옷단이 부딪히는 소리가 조금 더 선명하게 들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조용한 실내에 소음이 들려오자 도박장에 모여있는 이 들의 얼굴에 신경질적인 표정이 역력했다. 거기에 유승명을 보는 눈에도 탐탁치 않음이 보였다. 그러나 그들의 얼굴의 눈동자는 서서히 커졌다. 동공은 커질 대로 커져 눈동자를 전부 잡아먹으려는 그 끝을 모 르고 켜졌던 것이다. 그런 눈동자들은 한 곳을 쳐다보았다. 바로 3층으로 오르는 계단. 앞에 서있는 유승명이었다. 3층이란 어떤 것인가? 바로 이 곳 금상(金上) 도박장의 최상층의 도박장이었다. 어지간한 돈이 없으면 갈 수 없는 곳. 거기에 돈이 있어도 대외적 지휘가 없으면 갈 수 없는 곳. 아니면 돈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돈을 퍼불 수 있는 자들은 간혹 예외적으로 갈 수 있는 곳이었다. 바로 그 곳이었던 것이다. 선택된 자들만 갈 수 있는 지상낙원(地上樂園)이 바로 3층이라는 소문만 무성한 곳이었다. 아무도 가 본 자가 없으니 소문만 나돌 뿐이었다. 3층으로 오르는 곳에는 무사가 하나가 아닌 둘이 지키고 있었다. 거기에 한 인물이 떡 하니 의자에 앉아있었다. 바로 금상 도박장의 총관인 자였다. 도박장에서 도박도 하지 않고 있어 무료함에 못 이겨 졸 법도 한 데 도박장의 규모에 걸맞게 총관은 흐트럼없이 앉아있었다. “주부나리, 오셨습니까?” 총관은 자리에서 일어나 유승명을 반겼다. 직책에 맞게 무게감도 있었지만 얼굴 한 구석에 비열함과 얍삽함 이 슬쩍 내비치기도 했다. “자리 있는가?” 유승명은 더욱 거들먹거렸다. “오르시지요. 오늘은 만복(萬福)을 받으실 겁니다.” “허허허, 총관은 언제나 나를 기분 좋게 오르게 한단 말이야. 고 맙네.” 유승명은 대인군자(大人君子)처럼 말을 건네고는 계단을 올라갔 다. 스르륵 유승명이 오른 계단에 송현과 학비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무사 둘과 총관이 바로 코앞에 있건만 투명화 마법으로 인해 송현과 학비를 보지 못하는 듯 했다. 송현과 학비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유승명을 쫓아 계단을 올라섰다. ************************************************************************************* 타이핑 者 : [KOR]TheYtsejaM (당나귀 호환 P2P 프루나) 프루나에서 제가 타이핑한 소설들과 그 외 제가 모은 소설들을 공유했습니다. 검색어 : [KOR]TheYtsejaM 또는 TheYtsejaM 로 검색하시면 제가 공유한 파일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소유자가 1이라도 관계없습니다. 저는 항상 접속해 있으니까요. 제가 접속해 있지 않을 때는(파일이 안 받아지고 있을 때는) 제가 집에 없거나 파일 받기 대기 중일 겁니다. 기다리시면 하루 안에 반드시 받으실 수 있으실 겁니다. 무협도 엄청나게 많이(약 1기가 정도) 텍스트파일로 가지고 있는데 너무 파일이 많아서 그거 다 편집하려니 짜증나서 일단은 판타지만 공유중입니다. 무협도 필요하시면 프루나에서 메시지 전송 기능으로 쪽지 보내십시오. ************************************************************************************* 마법사 무림에 가다 [309 회] - 공지사항이라 타이핑 안함. 마법사 무림에 가다 [310 회] 유근의 함정 하이드 마나포스 마법으로 완벽하게 마나를 감춘 송현과 학비가 유승명을 따라 3층으로 올라가자 둘은 입이 쩍 벌어졌다. 이건 황실보다 더 으리으리한 것이었다. 3층의 모든 실내는 천축국이라든가 색목국에서 드려온 수입품 일 색이었다. 거기에 황금이 길거리에 차이는 돌멩이보다도 하찮게 보일 정도로 온통 금으로 치장된 기둥과 벽면들이었다. 어느새 유승명은 탁자에 앉아있었다. 탁자 한 중간에는 주사위와 잔이 하나 놓여져있었다. 특별히 주사위를 굴리는 이가 없는 것으로 보아 탁자에 앉은 이 들이 돌아가면서 주사위를 굴리는 듯싶었다. 단지 도박장에서 나온 듯한 이가 탁자 한 구석에 앉아있었다. 유승명은 별다른 말없이 품에서 전표 한 다발을 꺼내어 놓았다. 척 보기에도 상당한 액수가 적혀있었다. 얼마나 많은 백성의 눈물과 피를 짜냈는지 알 수 있었다. 도박이 시작되었고 송현은 도박판을 유심히 살폈다. 학비가 말한 것처럼 아직 뚜렷한 모종의 거래에 해당하는 증거를 찾을 수 없 었다. ―학비야, 너는 여기서 유승명을 잘 지켜보고 있거라. ―스승님은... ―나는 이 곳 3층을 한 번 둘러봐야겠다. 송현은 투시 마법을 이용해 3층 도박장 곳곳을 살폈다. 도박장 한 편에 마련된 밀실이 보였다. 다가가 세세히 살펴도 특별히 통하는 통로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만들어진 밀실이었다. 그 안에는 두 명의 사내가 눈에 들어왔다. 한 사내는 후덕한 인상을 가지고 있었고, 한 사내는 거대한 비계 덩이를 자랑하는 인물이었다. 그들도 방금 들어왔는지 대화를 시작하는 분위기로 보였다. 이들 의 대화가 중요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송현은 밀실 안으로 이동 했다. “확실한가, 이 장주(場主)” “그럼요. 내 오늘 애들에게 단단히 말을 해 놓았으니 확실할 겁니 다, 후 대인. “내 이 일만 성사시켜준다면 자네에게 한 몫 단단히 쥐어줌세.” “감사합니다, 후 대인.” “감사는 무슨. 다 자네가 나를 도와준 덕이 아닌가?” 대략 말을 들어본 결과 화려한 도박장의 주인인 이완은 오히려 후덕한 인상의 사내였다. 후 대인이라 불리는 후량은 뚱뚱하다는 말로 도저히 표현조차 하 지 못할 정도였다. 도박장 주인을 중간 매개로 해서 유승명과 끈을 이으려는 것이 틀림없었다. 허나 아직까지 정확한 모종의 거래를 찾지 못해 더 그들의 대화 를 들어보기로 했다. 시간이 흘러 대략적인 맥략을 알 수 있었다. 밖의 도박장에서 도박을 하고 있는 4명의 사내들 중 유승명을 제 외한 세 사내는 도박장의 주인인 이완에게 고용한 도박사들이었다. 그들을 이용해 유승명의 돈을 모조리 따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해서 유승명이 곤란함에 빠졌을 때 이완이 비계덩이를 온 몸에 두른 후량을 유승명에게 소개시켜주려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후량은 유승명에게 판돈을 무상으로 빌려주는 것이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렇게 빌려준 돈으로 다시 시작한 유승명은 도박판을 휩쓸게 된다는 것이 이들의 계획이었다. 그렇게 기분이 좋아진 유승명에게 다시 비계의 후량이 접근해서 그 어떤 계약을 성사시키려 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아직 둘 마저도 정확한 단어를 사용하지 않아서 어떤 것을 가지 고 유승명에게 접근하려는 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다. ―학비야, 도박판은 어떻게 돌아가느냐? ―현재, 유승명이 가진 돈을 거진 다 잃었습니다. 송현은 턱을 쓰다듬었다. 그런 송현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좋은 방법이 있겠어. 임도 보고 뽕도 따고 말이야.’ 그때 도박장과 반대편 쪽의 벽면이 열리며 한 사내가 들어왔다. “이제 나가실 때가 된 것 같습니다.” “나가시지요, 후 대인.” 후덕한 인상의 이완의 얼굴은 슬며시 바뀌었다. 조금 전 후덕한 인상은 온데간데없고 약삭빠르면서도 비열한 표정이었다. 아마도 이 모습이 이완의 진정한 모습일 것이다. 이완과 후량은 밀실을 빠져나가 도박장으로 향했다. 슬며시 다시 도박장으로 돌아온 송현은 도박판과 함께 유승명을 쳐다보았다. 수북이 싸여있던 전표는 어느새 가뭄에 우물이 마른 듯 휑했다.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아마도 제대로 힘도 써보지도 못 하고 돈을 모두 잃어버린 것이 분명했다. “오늘 공자의 일진이 매우 안 좋은 모양이요.” 특히 전표가 다른 이들 보다 수북이 싸인 한 사내가 기분이 좋은 연신 미소를 그리고 있었다. 마른 몸집에 날카롭게 생긴 것이 승 부사의 기질이 한 눈에도 들어오는 이였다. 아마 유승명을 최대한 놀려 후량의 돈을 가지고 다시 판을 벌이 기 위함 같아 보였다. 그의 성격에 이런 일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자신도 먹고 살려면 가끔 이런 일도 해야 했다. “저기...”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정확한 시기를 맞추어 지금 도박장의 장주 인 이완과 후량이 등장했다. “무슨 일인가?” 매우 퉁명스러운 대답이었다. “저 좀 보시지요.” 이완은 거짓 인상인 후덕함을 내세우며 유승명에게 연신 허리를 굽혔다. “무슨 일인가?” 유승명은 짜증이 물씬 풍기는 말투였다. 이완은 그런 말투에도 불 구하고 여전히 공손한 모습이었다. “다 주부나리를 위한 일입니다. 절대 손해 보는 일은 없을 것입니 다.” 이완은 유승명의 의자를 뒤로 빼주었다. 유승명 역시 더 이 곳에 앉아있어 봤자 화만 솟구친다는 것을 알 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이완을 따라 걸어갔다. 이완과 함께 있는 후량을 보았지만 별다른 생각없이 이완을 따라갔다. 그때, 마른 몸집에 승부사의 기질이 잘 드러나는 도박사가 자리에 서 일어났다. “화장실에 갔다 오겠소.” 그 말과 함께 도박장 한 편에 마련된 화장실로 걸어갔다. ―학비야, 너는 유승명을 따라 가거라. 나는 저 자를 따라가겠다. 매직마우스로 학비에게 자신의 뜻을 전하고는 도박사를 뒤쫓아 갔다. 화장실 안으로 들어선 송현은 도박사를 찾았다. 측간에 들어간 것이 아니라 화장실 한 벽면에 몸을 기대고 서 있 었다. “젠장, 역시 마음에 안 들어. 짜주고 치는 도박이라니.” 송현은 화장실을 마법으로 음파를 모조리 차단했다. 안에서 들리 는 소리가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다. 송현은 투명화 마법을 풀었다. “마음에 안 들면 내가 대신 해줄게.” 도박사가 송현을 보고 깜짝 놀라며 무슨 말을 하기전 송현의 입 에서 마법 캐스팅어가 흘러나왔다. “워프!” 송현의 손에서 뻗어나온 마나는 도박사를 휘감더니 이내 밝은 빛 을 뽐냈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언제 도박사가 서 있었느냐는 듯 아무도 없었다. 그저 송현 혼자만 있었다. “폴리모프!” 은은한 마나가 송현의 몸을 감싸더니 이내 도박사가 그 자리에 서있었다. 바로 송현이었다. ‘자, 나가볼까?’ 뜻 모를 미소가 걸려있었다. ************************************************************************************* 타이핑 者 : [KOR]TheYtsejaM (당나귀 호환 P2P 프루나) 프루나에서 제가 타이핑한 소설들과 그 외 제가 모은 소설들을 공유했습니다. 검색어 : [KOR]TheYtsejaM 또는 TheYtsejaM 로 검색하시면 제가 공유한 파일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소유자가 1이라도 관계없습니다. 저는 항상 접속해 있으니까요. 제가 접속해 있지 않을 때는(파일이 안 받아지고 있을 때는) 제가 집에 없거나 파일 받기 대기 중일 겁니다. 기다리시면 하루 안에 반드시 받으실 수 있으실 겁니다. 무협도 엄청나게 많이(약 1기가 정도) 텍스트파일로 가지고 있는데 너무 파일이 많아서 그거 다 편집하려니 짜증나서 일단은 판타지만 공유중입니다. 무협도 필요하시면 프루나에서 메시지 전송 기능으로 쪽지 보내십시오. ************************************************************************************* 마법사 무림에 가다 [311 회] 박정수 입니다. ^^ 글이 조금 짧네요. ㅡ.ㅡㅋ 9권을 마감하고, 거기에 몸살까지 앓았더니 조금 감을 잃어버렸습니다. 그래서인지 한글 창만 켜 놓은채 멍하니 앉아있는 시간이 늘어났네요. ^^ 독자님들도 너무 기다리게 하시는 것 같아... 궁여지책으로 일단 조금씩 되는 양이나마 올리겠습니다. 오늘 많은 양은 아니더라도 비슷한 양으로 2,3편 정도는 더 올리겠습니다. 짧더라도 조금 이해해주세요 ^^ **************************************************************************** 유근의 함정 유승명은 속으로 연신 투덜거림을 멈추지 않았다. 그런 마음이 그의 얼굴이나 눈동자에 그대로 보일 정도였다. 그도 그럴 것이 요 며칠 사이에 도박판에서 잃은 돈의 액수가 장 난이 아니었다. 일반 백성은 물론이요, 조금 산다는 이들도 평생 구경해보기 힘든 액수였다. 사실상 유승명에게서도 조금 무리가 따르는 돈이었다. 그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완과 후량은 보일 듯 말 듯한 미 소를 짓고 있었다. 이완은 후량과 함께 유승명을 자신의 방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재빠르게 유승명의 눈치를 살피며 의자를 가지고 왔다. 유승명 역 시 당연하다는 듯 가져다 바치는 의자에 몸을 실었다. “그래, 무슨 일인가?” 유승명은 자신을 이곳으로 부른 이완을 쳐다보았다. “사실 소인이 나리를 뵙고자 이 장주에게 청을 넣었습니다.” 후량이 유승명 앞으로 나서며 실룩거리는 입술로 미소를 그렸다. 얼굴에 축 처진 살점이 눈에 거슬렸다. 유승명은 눈을 반쯤 감은 듯한 실눈으로 후량을 올려다보았다. “그럼, 소인은 이만 잠시 자리를...” 이완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후량에게 의자 하나를 가져다주고 는 방을 나갔다. 유승명은 보기만 해도 더운 육중한 비계의 소유자인 후량의 모습 에 미간에 자그만 골이 패였다. ‘이것들이 나를 놀리나? 중요한 일이 아니면 내 이 곳을...’ 유승명의 생각은 끝을 맺지 못했다. 후량은 도저히 그 몸으로는 나올 수 없는 날렵한 몸짓으로 재빠 르게 접근하며 내민 여러 장의 종이쪼가리 때문이었다. 대략 십여 장 정도의 전표였다. 아래로 슬그머니 내려진 유승명의 눈은 흡사 뱀이 먹이를 가로채 는 것처럼 전표에 적힌 액수를 읽어냈다. 비록 정확한 액수까지 확인을 하지 못했지만 대략적인 액수는 알 수 있었다. 적은 액수가 아니었다. 대략 어림잡아 자신이 이제까지 잃었던 돈과 비슷한 액수가 되어 보였다. 유승명의 머리는 이 순간 비상하게 돌아갔다. 미간 사이로 새겨진 내 천자는 언제 그랬냐는 듯 매끈하게 펴져 있었고, 반쯤 감긴 실눈도 동그랗게 떠있었다. “험험, 이게 무엇인가?” “수 날 동안 애처로운 나리의 모습에 소인이 준비한 자그만 선물 입니다. 다시 한 번 마음껏 즐기시기 바랍니다.” 애처로울 만큼 후량은 웃으면서 전표를 든 손을 앞으로 더욱 쭉 내밀었다. “초면에 어찌 이런 것을 받을 수 있는가? 나를 잘못 본 것일세.” 유승명은 의자에서 몸을 틀어 앉았다. 그러면서도 눈은 슬쩍 한 번씩 틀어 후량의 손에 들린 전표를 힐 끔거렸다. “어찌 소인을 보시는게 처음이십니까? 조금 전 3층에서 뵙고 다 시 여기서 뵙는 것이온데.” 후량은 유승명의 의도를 눈치 채고 재빠르게 발을 놀려 다시 유 승명의 앞으로 서며 전표를 앞으로 쑤욱 내밀었다. “그러고 보니 그렇군. 헌데 자네 이름도 모르는데 어찌...” 유승명의 눈은 이미 후량이 내민 전표에 고정되어있었다. “후량이라고 합니다.” “음... 후량이라는 이름도 알았고, 초면도 아니니 내 고맙게 받기 로 하지.” 전광석화(電光石火). 바로 유승명의 행동이 바로 이 네 자로 설명이 될 정도였다. 어느 유명한 고수의 금나수를 보는 듯한 움직임으로 순식간에 후 량의 손에 들린 전표 다발을 화락 집어든 것이었다. 그 모습에 후량 역시 조금은 당황한 듯 멍한 표정을 보였다. “험험! 후 대인.” 유승명은 조금 민망한 듯 헛기침을 해댔다. “일단 잠시 후에 보는 게 어떻겠나? 내 후 대인과 술 한 잔이라 도 해야 할 듯싶으이.” 그 말에 후량의 입은 귀까지 걸렸다. 그 모습이 고사상 위에 놓인 웃는 돼지머리와 너무나도 흡사했다. 송현은 측간에서 나와 도박판이 만들어진 곳으로 걸어갔다. 이미 그 곳에는 유승명이 자리에 앉아있었다. 이미 상황을 학비를 통해 생중계(?)로 들은 터라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자리에 앉았다. ‘보자! 간단한 주사위 놀이였지?’ 송현이 이 자리에 앉을 수 있었던 이유는 간단했다. 평소 도박을 하지 않았던 송현에게도 너무나도 쉬운 방식을 가지고 있었기 때 문이다. 송현은 유승명을 마주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시작합시다.” 후량의 전표를 받은 유승명이었다. 그로 인해 자신감을 얻은 듯 전표를 탁 소리를 내며 탁자에 내려놓았다. “내 이제까지 없던 운도 다시 가져오겠소.” 그런 말과 함께 유승명은 주사위와 잔을 집어 들었다. 그 모습에 송현의 입술 끝자락이 슬쩍 올라가며 비웃음이 담겼다. 워낙 빠르게 만들어졌다가 없어졌기에 아무도 눈치를 채지 못했다. ************************************************************************************* 타이핑 者 : [KOR]TheYtsejaM (당나귀 호환 P2P 프루나) 프루나에서 제가 타이핑한 소설들과 그 외 제가 모은 소설들을 공유했습니다. 검색어 : [KOR]TheYtsejaM 또는 TheYtsejaM 로 검색하시면 제가 공유한 파일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소유자가 1이라도 관계없습니다. 저는 항상 접속해 있으니까요. 제가 접속해 있지 않을 때는(파일이 안 받아지고 있을 때는) 제가 집에 없거나 파일 받기 대기 중일 겁니다. 기다리시면 하루 안에 반드시 받으실 수 있으실 겁니다. 무협도 엄청나게 많이(약 1기가 정도) 텍스트파일로 가지고 있는데 너무 파일이 많아서 그거 다 편집하려니 짜증나서 일단은 판타지만 공유중입니다. 무협도 필요하시면 프루나에서 메시지 전송 기능으로 쪽지 보내십시오. ************************************************************************************* 안녕하세요.. [KOR]TheYtsejaM 입니다.. 연재 사이트의 개편으로 타이핑이 어렵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jpg 파일로만 올립니다. 그리고 작가님의 연재가 늦어지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