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 http://cafe.naver.com/fantasy9.cafe 제 1장 뱀파이어 제 2장 퀴즈쇼 제 3장 미스터리 제 4장 공간이동 제 5장 사신계 제 6장 멋진 남자 제 7장 짝사랑 제 8장 신이 만든 야설 제 9장 야설의 세계 제 10장 도를 믿으십니까? 제 11장 드워프 제 12장 무인도 제 13장 백호 ============================== 제 1장 [뱀파이어] "우아…… 좋긴 정말 좋네." 난 몇십억이라는 돈을 들여 만든 성 안을 둘러보면서 연신 탄성을 터트렸다. 사실 민호의 말에 의하면 , 성 내부가 오리데오콘으로 만들어진 거란다. 그 돈이 있어도 구하기 힘든 오리데오콘으로 말이다. 어찌 됐든 그런 까닭에 성 안은 반짝반짝 멋지다. "이제는 형님이 얼마든지 폭주하더라도 상관없습니다." "……." "그리고 나중에 세계 정복 이후 다시 팔면 되니까요." "……!" 난 그 말에 경악하며 민호를 바라보았다. 내, 내가 그런 생각을 못하다니! 맞는 말이다. 오리데오콘은 그냥 다시 떼서(?) 되팔면 되는 것! 오오오, 내가 그 생각도 못하고 너무나도 민호에게……. "제가 귀여우신가요?" "……." 너무 구박한 게 참으로 다행스럽다. 저 자식은 꼭 칭찬을 해 주고 싶어도 이렇게 뒷길로 빠지니, 하고 싶은 마음이 싹 달아난단 말이다. 솔직히 말해 이 성을 제멋대로 만들어서 나를 빚쟁이로 만든 민호의 잘못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꼭 민호만의 죄는 아니었다. 그건 바로……. "…… 성질 좀 죽여야 한다." 내가 성을 다 부숴 먹는 바람에 저 자식이 이상한 짓을 하도록 빌미를 제공한 것이니까. 내가 만약에 참고 참아서 성을 저번처럼 절반만 부쉈더라도……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내가 성을 완전히 말아먹었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난 것. 나도 반성해야 한다. 그래! 앞으로는 좀 더 인내심 강한 남자로 태어나는 거다. "저, 형님, 손님 오셨는데요." "아." 그때 민호의 한마디. 우리 다시 개업했다. 빚 갚으려면 이게 최고더라. 아무리 봐도 요행을 바라다가는 피 본다는 걸 몇 차례 겪어 깨달은 나, 순수하게(?) 일해서 돈 갚기로 했다. "누구냐?" "의뢰인이죠." "……저 소녀가?" "네." "……." 난 멍하니 바라보았다. 아름다운 미소녀. 나의 초미소녀 컬렉션(언제 만들었지?)의 강비은 불가능하지만 그 문턱까지는 가능할 것 같다. 그리고 참고로, 초미소녀 컬렉션에 가입된 분들은 예진, 민혜, 에리아스, 나래누나, 이리스, 민영 님이 계신다.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저분은 그 유명하다던……. "병약 미소녀?" 마니아들 사이에서 전설로 통한다는 그 미소녀. 지금까지 에리아스가 그에 제일 가까웠지만 저분은 말 그대로 완전 병약 미소녀다. 에리아스는 다른 의미로 보호해 주고 싶은 거고. 말 그대로, 보는 것만으로도 병약해 보였다. 뭐, 이게 중요한 건 아니라……. "실례하겠습니다." 난 활짝 웃으면서 접대했다. 절대 내 의뢰자 중 최고 미소녀여서 이렇게 웃는 건 아니다. 그냥 새로운 기념으로 출발하는 의미로 그러는 거다. 모두들 착오 없기를. 한편, 나의 이런 인사에 그녀는 살포시 웃으면서, "안녕하세요." 라고 하신다. 흐으음. 어디가 심하게 아픈 걸까? 그래서 내게 무슨 약이라도 찾아달라는 의뢰? 아마도 그럴 확률이 높아 보인다. 이제 경력이 쌓여서 척보면 대충 때려……. "저……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릴게요. 전 …… 뱀파이어예요." "……." …… 맞힐 레벨은 아니란 말인가? 아니, 이게 중요한 게 아니다. 방금 전 들려온 한 마디, 잘못 들은 거겠지? "제대로 들으셨습니다." "……." "뱀파이어라고 하십니다." "그러니?" "그렇죠." 또 사생활 침해하는 민호. 이제는 별로 놀랍지도 않다. 아니, 그런 사소한(?) 것보다는……. "저기 방금 하신 말……." "네. 다시 말씀드릴게요. 전 뱀파이어라고 불리는 종족이에요." ……뭔가 서프라이즈 한데? 내 앞에 있는 의뢰인. 병약 미소녀의 정체는 뱀파이어였다. 내가 생각한 뱀파이어라는 분들과 이미지는 100프로 다른데 자기가 뱀파이어라고 하신다. 그러니 일단은 뱀파이어라고 하겠다. 병약 미소녀이신 뱀파이어 님의 의뢰는 이랬다. '전 피를 보거나 피를 맛을 보면 기절을 해 버려요. 그걸 고쳐 주세요.' 이런 의뢰. 아니, 무슨 뱀파이어가 저런 병약 미소녀인 것도 믿을 수 없는 사실인데, 심지어는 피를 보거나 피 맛을 보면 기절한단다. 뭔 이런 어이없는 상황이……. 아니, 내게 거짓말하는 거냐? 보통 저렇게 아파 보이는 애들은 이런 장난을 좋아한다고 한다. 그래서 난 이해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건 의뢰비에요.' 그러면서 내게 내민 보석 하나. 검은색의 보석이었다. 마치 모든 걸 빨아들일 것 같은 그런 보석. 그리고 그걸 본 민호 왈. '이건 전설의 마계 금속 아만다티움으로 만든 보석 같습니다. 대충 시가가 5,6억 정도 할 겁니다.' ……. 난 그 말에 당장 소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믿었다. 소녀의 말이 진실이라는 걸. 절대 돈 때문에 그런 건 아니고 그 소녀의 눈빛이 내게 진실을 말하고 있었다(……). 정말이다. 절대 돈 때문은 아니다. 그리고 앞뒤 생각 안 하고 당장 오케이! 나의 단점이라면, 돈의 액수가 커지면 뒷일은 잘 생각 안한다는 것이랄까. 흠. "……." 몇 시간 후. 난 이 사태가 심각하다는 걸 알았다. 내가 받은 의뢰 자체가 황당무계를 넘어서 말도 안 된다는 걸 자각했다. 미소녀 뱀파이어가 있다. 그리고 그 뱀파이어는 피를 보거나 피를 맛보면 기절. 그런 자신을 고쳐 달라고 한다. 사실 내가 의사도 아니고, 아니 의사라 하더라도 저런 말도 안 되는 병을 고치는 재주는 없을 거다. 그래서 결론은. "…… 미묘하군." 이라는 거다. 한편 이런 내 모습을 본 민호 왈. "피를 맛있게 하는 건 어떨까요?" "……." "어차피 눈을 감기고 피를 먹이면 됩니다. 하지만 맛은 변함이 없죠. 그렇다면 그 맛을 맛있게 하는 거죠." "……." 뭔가 이상한 이론이다. 피를 맛있게 하다니. 피가 음식이니? 응? 피가 맛있게 한다고 맛있게 되는 거니? 그 순간 민호 왈. "피에, 피 맛을 없애 주는 와인 한 잔과 더불어…… 주절주절." 개소리였다. 더 들을 것도 없다. 간단하게 말하면 피를 이용해서 요리를 하잔다. 이런 아스트랄한 자식 같으니! 아니, 그런 생각 자체가 가능하냐? "베리킨, 상황은?" "모든 준비가 끝나가고 있습니다." "……." 베리킨의 대답에 마이블라스트의 마스터인 그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이제 머지않아 시끄러워지겠군." "저기, 마스터." "……?" "한 가지만 여쭤 봐도 되겠습니까?" "뭘 말이지?" "헌터들의 공습으로 성공할 확률은 얼마나 됩니까?" 베리킨은 궁금했다. 마스터조차도 꺼려 할 정도로 강력한 존재들, 헌터라는 자들이 없앨 수 있는지 말이다. 그리고 그 말에 그 남자는 답했다. "0프로다." "……." "이미 모든 정보는 민호에게 들어갔을 터이니." "민…… 호라니요?" "디재스터 옆에 있는 그 방실거리는 놈의 본명이다." "아……." "이번 목적은 단지 모든 나라의 시선을 그쪽으로 완전히 집중시키기 위한 미끼일 뿐." "……." "그 이상의 목적은 없다." 각 나라의 시선이 재현에게 가면 갈수록 자신들은 일을 하기가 편해진다. 그건 확실하다. 그러니 재현에게 더욱더 많은 죄를 짓게 해서 각국의 경계심을 그쪽으로 몰리게 하려는 게 그의 속셈이다. 그때, 베리킨이 약간 의문이 깃든 어조로 물었다. "그 디재스터라는 존재와 그 옆에 있는 남자는 아는 사이입니까?" "아주 잘 알지." "……." "아주 잘 말이야……." 그리고 그 말과 함께, 베리킨은 볼 수 없었지만 그의 손톱이 손을 파고 들어갔다. 너무나도 큰 분노로 인해 주먹을 꽉 쥐어 버렸기에……. "어때?" 난 민호에게 슬며시 물었다. 그러자 민호 군은 말하였다. "역시 아무리 조사해 봐도 피를 질색하는 뱀파이어에 대한 정보는 제로입니다." "0.1프로도 없는 거?" "네, 완벽하게 제로입니다." "……." 보통 민호 사마가 뒤지면 0.1프로라든지 아주 미세한 먼지 같은 단서는 잡아 왔다. 그런데 0프로라니 조금 충격적이다. "현무야, 피 좀 줘." "왜 이래!" "나 요새 몸이 안 좋아." "그거랑 나랑 뭔 상관이야!" "네 피 먹으면 막 다 나아 버리는걸." "……." 그때 밖에서 들려오는 개소리. 이건 뭔 소리냐? 뭐? 피를 달라니? 분명 내귀가 잘못되지 않았더라도 청룡과 현무의 목소리였다. 그리고 청룡이 현무에게 피를 달라고 요청하는 내용임이 틀림없었다. ……뭐지? 그 순간, 민호의 말이 들려왔다. "영물의 하나인 현무 님의 피는 그 어떤 병도 고치고 활력을 주고 스태미나 정력 증진, 기타 등등. 엄청난 부가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거든요." "……." 자, 잠깐. 곰곰이 민호가 한 말을 다시 생각하면……. 현무의 피에는 어떤 병도 고치고 활력을 주고 스테미나 정력 증진, 기타 등등 엄청난 효과를 준다고 한다. 그래서 간단히 말하면……. "현무의 피라면?" 피에 관련되어서는 무조건 기절하는 그녀도 맛있게(?) 먹지 않을까? 아니, 그것보다……. "……방금전에 한 말 사실?" "사실입니다. 현무 님의 피는 말 그대로 영약의 100배 이상 효과가 있다고 하니까요." "……." 그 말에 갑자기 현무의 피가 당긴…… 아, 아니 이게 뭔 상상이냐! 아무리 몸에 좋아도 피를 빨다니! 내가 흡혈귀냐? 도대체 요새 왜 이래! "참고로 그거 먹으면 죽입니다." "……." "말 그대로 날아다니시죠." "……." "훨훨 말입니다." "나, 난 지성인이야!" "흐으음." "꼬드기지 마. 이 자식아!" "전 꼬드기지 않았습니다. 단지 현무 님의 피는 예술이라 는 걸 강조하고 싶었을 뿐이죠." "……." 그게 그거잖아, 임마! 일단 어떻게 되든 현무에게서 피를 추출해야 한다. 절대 내가 먹으려는 건 아니고 병약 뱀파이어인 그녀에게 먹여 볼 작정이다. 그리고 그피를 추출하려면……. "현무야~." "……." "안뇽?" "……." 나름대로 깜찍하게 인사한 나를 멍하니 바라보는 현무. 그리고 잠시 후, "……!" 튀었다. 빛의 속도로. "뭐, 뭐야?" "눈치 챈 것 같은데요?" "뭐? 저 바보가? "아무래도 형님의 의도를 알아차린 순간 천재가 되어 버린 게 아닐까요?" "……." 한마디로, 나의 불순한 의도를 짐작했단 말인가!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저 자식 잡아!" "알겠습니다." "피 뽑아야 돼!" "그러죠." 왠지 말이 좀 이상하기는 하지만 절대 오해는 하지 말도록. 지가 광속으로 튀어 봤자 거북이다. 끝내 민호의 절대 포박술(?)에 묶인 채 내게 수송되어 오는 바보 거북이. 난 그를 보면서 싱그러운 미소와 함께 물었다. "어때?" "왜, 왜 이래요!" "왜 이러긴. 알. 면. 서." "……." 난 공포에 떨고 있는 바보 거북이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그리고 그의 앞에 쭈그려 앉아 말하였다. "헌혈 좀 해." "……." "뱀파이어 하나가 아파. 절대 돈 때문에 그러는 건 아냐. 그냥 그 뱀파이어가 너무 불쌍해서 그런 거야. 그러니 너의 그 영약의 100배에 달하는 피를 좀 헌혈하렴." "……." 부들부들. 내 말에 아무 말도 못 하고 부들부들 떨기만 하는 바보 거북이. 이러니 꼭 내가 더럽게 나쁜 놈 같잖아! 흐으음. 그때, 민호가 나를 불렀다. "저, 형님." "왜?" 잠시 후, 민호가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 "뱀파이어 님에게 피를 주는 것도 헌혈에 속할까요?" "……." 흐으음. 그러고 보니, 뱀파이어에게 피를 주는 것도 헌혈에 속하는걸까? 여기서 살짝 궁금해지기도 하지만 뭐 그런 사소한(?) 건 알 필요 없을 것 같다. 지금 중요한 건 현무의 피니까. 난 민호를 슬쩍 보며 물었다. "피 뽑을 줄 아니?" "몇 번 본 적은 있습니다." "……." 그건 나도 자주 봤거든? 피 뽑는 모습은 다 보는 거거든? 내가 말한 요점은 그게 아니라 ,피를 뽑을 줄 아냐는 거다. 그 순간 민호 왈. "한번 시도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군요." "……."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래서 야메라는 이상한 직업들이 태어나는 거다. 여기서, 또 자기가 순수하다며 야메라는 말을 잘 모른다고 하는 분들을 위해 추가 설명 들어간다. 야메란, 일명 짝퉁으로 정식으로 배우지 않고 어디서 한 번 보고 그걸 마스터했다고 우기는 분들을 말한다. 특히 문제가 되는 건 의사.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게 의사다. 그런데 그런 의사들 중 상당한 야메들이 많은 게 사실이었다. 특히 성형외과 의사 같은 것. 보통 사람들은 모두 예뻐지기를 바란다. 하지만 한번 리모델링(?)에 들어가려면 돈이 꽤 들어간다. 아니, 꽤가 아니지. 무지 들어가나? 어쨌든 여자든 남자든 일단 예뻐지고 잘생겨지고 싶다. 하지만 돈이 모자란다. 그때 보이는 광고. 원가에 50프로로 해 드립니다. 이게 바로 그 유명하다는 야메 광고다. 일단 사람들은 성형에 대한 욕심으로 오류에 빠진다. 물론 그 야메들도 적극적으로 활동하기는 한다. 예를 들어, 이 병원은 환상적이다 못해 뷰티풀 하다거나 뭐 그런 소문을 듣고 많은 사람들이 싼 가격과 소문에 혹해 야메 성형의사를 찾아간다. 그리고 수술받고 부작용……. 그 다음은 뭐, 아아악! 이 수순인 거다. 나중에 정체가 발각되면 그 의사는 사실 구두닦이가 본 직업이라든가 거지가 본 직업이라든가, 이런 경우가 있다. 이야기가 잠시 딴 데로 새기는 했다만 다시 원점으로 돌아 가자. "안 돼. 네놈 같은 야메한테 맡겼다가는." "형님." "……?" "그냥 바늘 꽂고 주르륵 뽑으면 됩니다." "……." "TV에선 한상 잘만 뽑히던데요?" "……." 장난치냐? 그냥 바늘을 꽂았다가 잘못해서 사람. 아니 거북이 잡으려고 작정한 거냐? 저런 놈 때문에 아직 우리 사회가 이 모양인 거다. 저렇게 개판적인 야메술사 덕택에 말이다. "그러면 이런 방법은 어떤가요?" "……." 또다시 헛소리를 늘어놓을 예정이신 민호 사마. 그분은 말했다. "죽도록 패는 겁니다." "……." "그래서 피가 나올 때까지 패는 거죠." "……." "어떻습니까?" "네가 먼저 한번 실험해 볼래?" "절대로 사양하고 싶습니다." "왜에?" "글쎄요. 전 물 같은 남자니까요." 거기서 물이 왜 나오는지 잘 모르겠다만, 결론적으로 네가 맞고 싶지는 않다는 얘기지? 그런데 현무를 죽도록 패서 피를 흘리게 하라니, 뭐 저런 악마 같은 자식이 다 있어! 그리고 나도 그런 행동까지는 절대 사절이다. 그때, "그럼 건전하게……." "사약 먹이자고?" "그것도 좋은 생각이군요." "……." "그런 멋진 생각을 하다니 형님은 역시 천재십니다." "……." 민호의 칭찬 갑자기 온몸에 오한이 든다. 그리고, 사약을 먹이고 그 피를 이용하자는 저질적인 생각을 한 내 자신에게 마구 혐오감이 몰려들었다. 내가, 내가…… 지성의 대명사(?) 인 내가. 민호조차도 하지 못한 그런 미친 생각을 하다니……. 아아악! 난 이제 타락한 건가? 나 정말 요새 왜 이러는 거야! 한편 이런 나의 고민에는 전혀 관심 없는 민호 씨. 그가 말하였다. "19세 동영상을 계속 보여 주는 겁니다." "……." "그리고 쌍코피가 나기를 기다리는 거죠." "……." "순수한 작전이죠?" "……." 내 언젠가는 저 자식을 어느 지구방위대에 보내 버릴 거다. 머리 구조 좀 확인해 달라고 말이다. 물론 지구방위대가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지만. "근데 현무의 피는 왜 이용하려는 거예요?" 그때 갑작스럽게 나타나 한마디 하는 청룡. 난 그를 보면서 뚱한 어조로 답했다. "네놈도 알잖아. 저 자식의 피가 예술인 거." "물론 예술적이죠. 하지만……." "……?" "마스터의 피는 더 예술적인데요." "……." 이, 이건 뭔 개소리냐? 갑자기 내 피가 왜 나오는 거냐?! 청룡의 말이 이어졌다. "디재스터, 즉 마스터의 피는 현무의 피보다 효율성이 비교도 안 되게 좋아요. 흐으음, 대략 영약의 1,000배?" "……." "한마디로 마스터가 킹왕짱이죠!" "……." 그리고 그 순간 나에게 느껴지는 시선. 한 줄기 시선이었다. 난 곧바로 그 시선이 느껴지는 곳으로 휙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거기에는 웃고 있는 민호 님이 계셨다. 난 그에게 물었다. "너, 나 이상한 눈으로 봤지?" "아뇨." "……." "그저 단지 형님의 피가 탐스럽다고 할까요?" "……죽고 싶니?" "농담입니다." ……진담 같은데? 아니, 100프로 진담이다. 저 자식은 방금 전 내 피를 향해 입맛을 다셨다. 아무리 영약 1,000배 이상의 효과가 있는 내 피라지만 입맛을 다시다니! 저런 짐승만도 못한……. 아, 그러고 보니. "그 속옷 변태의 피도?" 나랑 같은 효과……라는 건가. 그럼 그 속옷 변태에게 피를 기부……. "형님의 사부이시자 성자이신 그분은 더욱더 수련을 하신다고 떠나셨습니다." 난 민호의 말에 그대로 굳어 버렸다. 그러니 간단하게 풀이하자면, 더욱더 여자 속옷을 훔치러 다시 떠났다는 얘기, 아니. 이게 중요한 게 아니다. "그럼 지금은……." "네. 디재스터라는 이름을 가진 피는 형님뿐이죠. 스으읍." "너, 방금 입맛 다셨지?" "아뇨." "……." 분명 들었다. 민호의 입맛 다시는 소리를 말이다. 저 자식, 저 자식. 진짜 내 피를 노리고 있어! 이런 짐승만도 못한 자식이! 그리고 그 순간 민호는 어느새 바늘 하나를 꺼내 들었다. "정상적으로 형님의 손을 따는 겁니다." "……." "그리고 피를 제공하죠." "……." "왜 그러십니까?" "내, 내 피를……?" "이왕이면 성능 좋은 픽라 낫지 않을까요?" "그, 그 그래도 일단 현무부터……." "100배랑 1,000배는 그 차이가 어마어마합니다. 만약에 현무 님의 피를 먼저 먹인다 하더라도 효과가 없다면 현무 님은 괜한 짓을 하게 되는 거죠." "……." "그러니 형님이 희생하시죠." 터벅터벅. 그러면서 민호는 이상야릇한 미소와 함께 바늘을 들은 채 내게 다가왔다. 난 그 모습을 보고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민호 말대로다. 내가 피를 기부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다. 그래. 그러자, 조금만 따끔하면……. 난 그런 생각과 함께 검지를 내밀었다. 그리고는……. "어, 어서 해." "알았습니다." 따끔. "……."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손끝에 느껴지는 짜릿함. 아아악! 내가 왜 피를 기부하는 이런 이상한……. 쪽쪽쪽. "……." 쪽쪽쪽. 그때, 내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누군가가 내 검지를 마구 빨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난 그 느낌을 추적해서 검지 손가락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거기에는 어느새 민호 사마가 내 손가락을 마구 쪽쪽 빨고 계신다. 결론은……. "이 변태 자식아!" 저 자식이 내 소중한 피를 먹었다는 거다. "형님." "닥쵸.이 자 식! 이게 목적이었군!" 난 민호를 밧줄로 묶은 채 분노에 가득 찬 얼굴로 녀석을 바라보았다. 낚였다. 저 자식이 원한 건 나의 신선한 피였던 것이다. 아악! 눈치를 챘어야 하는데! 만약에 의뢰인인 초미소녀 뱀파이어에게 내 피가 빨렸다면 오히려 행복했을지도 몰랐다. 그런데 남자 녀석한테 내 피를 도둑 맞았다. 그것도 쭉쭉 빨렸다. "이 자식, 오늘 넌 죽었어!" 난 씩씩거리면서 민호의 종말을 예고했다. 더 이상의 용서는 없다. 성을 재멋대로 만든 것까지는 용서해 줬다. 하지만 내 피를 남자가, 남자가……. 아아악! 생각만으로도 온몸에 소름이! 그 순간이었나? 파앗. "……!" 순식간에 밧줄이 끊기는 엄청난 일이 벌어진 것이다. 분명히 저 밧줄은 나라고 해도 힘만으로 저렇게 찢으려면 꽤 힘들다. 그런데 민호 자식이 무슨 재주로? "정말 형님의 피는 황홀하군요." "……." "막 날아다닐 것 같습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전 아직 살아남고 싶거든요." "……!" 그리고 그 순간 그는 바람과 함께 사라졌다. 그 모습을 본 난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이게 영약보다 1,000배 좋다는 내 피의 힘?" 왠지 할 말이 없다. "저기……." "네?" 내가 머뭇거리자 의아한 듯 대답하는 미소녀 뱀파이어. 난 그녀에게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 "대충 잘하면 이 방법이……." "……?" "……." "……." 뭐라 할 수 없는 침묵이 우리를 감쌌다. 난 말해야 한다, 이 사실을. 그래, 몸에 좋고 맛도 (?) 좋은 내 피가 당신의 처방이 될 수있다고 말이다. 하지만 저런 미소녀에게 담담하게 '제 피를 먹으세요'라고 하는 게 너무나도 어색하다. 아니,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누구라도 그럴 터. 하아……. 한숨만 나오는구나. "저, 왜 그러시는지……?" 그때 내게 슬며시 묻는 그녀. 그래, 어차피 말해야 한다. 늦으나 빠르나 말해야 한다. 그렇다면……. "제 피를 먹으세요." "……." "아, 아니, 절대 이상한 의미는 아니고 제 피가 영양가가 듬뿍하다네요." "……." 뱀파이어의 말이 없어졌다. 나도 쥐구멍에 들어가고 싶다. 내 입으로 내 피가 영양가가 높다고 말하는 이 아스트랄한 상황. 정말 꿈이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래도 효능은 이미 증명됐다. 단단한 밧줄을 순식간에 끊어 버릴 정도의 힘과 바람과 같은 스피드. 내 피긴 하지만 효능은 확실. 난 당황하고 있는 그녀에게 말했다. "눈을 감으시고 제가 내미는 걸 드세요." "……." "잘하면 치유가 될 수도 있습니다." "저, 정말인가요?" "네. 잘하면요." 치료될 수도 있다는 말에 약간 기대감 어린 어조로 나를 바라보는 그분. 난 그녀에게 말했다. "눈 감으세요." "아, 네." 내 말에 그녀는 눈을 감았고 난 그대로 다시 한 번 바늘로 손가락을 찔러 피를 냈다. 아악! 내 피여. 내 고귀한 피여. 나는 속으로 그렇게 울부짖으며 그녀에게 손가락을 갖다댔다. 뭐지? 이 알 수 없는 에로틱한 묘사는?! 절대 오해하지 말도록. 이건 엄연히 순수하게 병을 고치기 위한 나의 특수 처방법이었다. 변태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이 변태인 것이다. 순수하게 바라봐 주기를 바란다. 이건 엄연히 치료라고. 쪼옥. "허억." 순간, 손가락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운 느낌에 그대로 숨넘어갈 뻔한 나. 눈을 감은 채 내 손가락을 빨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아니야! 이건 아니야! 병을 고치는 거라고! 이상하게 보면 안 돼, 이상하게! 그래, 맑고 순수하게. 그어떤 유명한 의사도 병을 고치기 위해 이런 에로틱한 상황을 연출했다고 들었어(누가?)! 그러니 난 정상인이야. 몇 분 후. "가, 갑자기 몸에 기운이……." "그, 그런가요?" "네, 그리고 피를 봐도 기절을 안 해요!" 내 피의 잔재를 보고 기절 안 한다고 기뻐하는 그분. 나도 기쁘다. 하지만 내 상태는 심각했다. 창백해진 얼굴, 뭔가 비틀거리는 내 모습. 마치 무언가를 빨린 느낌? 그 모습을 본 그 소녀가 말하였다. "제, 제가 피를 너무……." "아뇨, 웬 변태 놈보다는 적게 드셨습니다." "……." 여기서 변태 놈이라 하면 누군지 다 알테니 패스. 그렇다면 내가 왜 이런 모습이냐고? 그건 바로…… 방금 전 상황이 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가 않기 때문이었다. 저런 아름다운 미소녀가 내 손가락을…… 아아악! 난 뭐야? 도대체 뭐 하는 인간인 거냐! 이렇게 저질이다 못해 왕저질인 나란 놈에게 좌절감이 느껴진다. 오히려 내가 변태라고 외치는 민호보다 나란 놈이 더 변태가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 녀석은 순수하게(?) 야설을 사랑하니까. 한편 민호는, "불타오릅니다……!" 그 어마어마한 영약(?)의 힘으로 20시간째 야설 집필 중. 제2장 [퀴즈쇼] "문제를 내겠습니다." 꿀꺽. 민호의 한마디에 나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문제라는 단어와는 세이 굿바이 한 지 꽤 된지라, 문제라는 한마디에 나도 긴장을 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쉬운 문제입니다." "알았으니까 어서 내!" "네." 문제라는 말에 바짝 신경이 곤두서는데 괜히 시간 끄는 저 자식이 짜증나기만 했다. 그리고 그 순간 민호의 문제가 출제되었다. "들키면 범죄, 안 들키면 예술이라는 말을 하신 위대한 위인은?" "에디슨!" "딩동댕! 정답입니다!" "……!" 난 그 말에 자연스럽게 기쁨의 미소를 지었다. 허허헉! 이렇게 첫 문제부터 정답을 맞히다니 왠지 모르게 이번 대회의 미래가……. 그때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나래 누나가 갑자기 민호에게 다가오더니 녀석을 불렀다. "저기, 민호야?" "왜 그러십니까, 누님?" 잠시 후 누나는 한심한 듯 민호를 보더니 말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지식, 재현이한테 주입하지 말아 줄래?" "뭐가 말이 안 되는 건데요?" "에디슨이 언제 그런 말 했어!" "했습니다." "……그런 말 처음 들어!" "저는 자주 들었는데요." "누구한테!" "저의 맑은 영혼한테요." "……." 그 말에 나래 누나는 그대로 턴을 하더니 내게 다가왔다. "재현아, 이번 퀴즈 대회는 무지 정상적인 차원에서 하는 거야. 민호가 가르쳐 주는 비정상적인 정답을 맞혔다가는 첫 문제부터 탈락이다. "……." 자, 잠깐. 뭐? 나래 누나의 말에 의하면 지금 저 자식이 내게 가르쳐 준 정답이라는 미묘한 것들은 비상식? 그런데 민호는 당당한 표정을 짓더니 말하였다. "에디슨 님이 그런 말 하셨습니다." "그런 말은 너한테 처음 듣는다고!" "누님은 아직 어리니까요." "……." 저기, 민호 씨. 누나가 우리보다 나이 많거든요? 하아, 그리고 잠깐이지만 저 자식에게 상식을 배우라고 했던 내 자신이 멍청하기 그지없다는 걸 깨달았다. 제길. 제2회 퀴즈 무한 쇼. 지금 장안의 화제다. 테이스 월드에서 총 1억 골드가 걸린 사상 초유의 퀴즈 대회쇼. 퀴즈의 달인들은 모두 참여한다는 그 어마어마한 퀴즈쇼! 한마디로, 천재들의 집합 쇼인 거다. 사실 내가 이런 데 참가신청을 할 줄은 나도 몰랐다. 그런데……. 1억이라는 숫자를 보고 정신을 차려 보니 이미 신청서를 작성 완료한 후였다. 나 도대체 왜 이러는 거니, 흐흐흑. 완전 돈의 노예가 되어 버린 느낌이라고나 할까? 뭐, 어찌 됐든 그렇게 해서 나도 이 어마어마한 퀴즈쇼에 참가하게 되었고 상식을 배우기 위해 고민하던 때 민호가 나타났다. 그러더니, '제가 한 상식 합니다.' 라고 말했던 것이다. 그래서 민호에게 가르침을 받으려 했건만, 나래 누나의 말에 의하면 어디서 근거도 없는 저만의 알 수 없는 상식이라는 거다. 간단하게 결론은, 나 삽질했다. "옛말에 이순신 장군께서 돌아가실 때,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마라'라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그건 잘못된 정보입니다. 그 뒤에한마디가 더 붙었거든요. '알리지 말고 어서어서 뒤통수를 열심히 쳐라'라는 말도 하셨답니다." 민호가 자신의 의견을 굽히지 않고 내게 말하였다. 그래, 너 혼자 열심히 말해라. 이제 네 말은 안 믿는다. 어이없는 자식. 결국 나의 과외선생은 변경되고 말았다. 이번에는 무지무지 정상적인 나래 누나와 민혜로 말이다. 근데 한 방에서 이런 미소녀들과 공부한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떨렸다. 아, 이게 중요한 게 아니지. 이번에 어떻게 해서든 우승을 해서 상금을 받는 거야! "저기, 오빠." "……?" 그때 민혜가 나를 불렀다. 그녀는 잠시 후. "지금까지 민호 오빠가 가르쳐 준 별 이상야릇한 정보는 모두 잊어 줘." "……." "절대 기억하면 안 돼. 머리에서 완전히 지워야 돼." 난 그런 민혜의 말에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민호의 알 수 없는 지식에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사실 그 베일에 쌓인 지식들이 워낙 기억에 남는지라 쉽게 잊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그렇지만 완전히 삭제해야 한다. 이번 우승을 위해서 말이다. 그 순간 나래 누나의 말이 들려왔다. "사실 이번 대회에 참가자들만 해도 거의 어마어마한 수준의 지식인들이야. 평범하게 공부해서는 이길 수 없어." 끄덕끄덕. 맞는 말이다. 이번에 모이는 분들, 어마어마할 게 안 봐도 비디오다. 한마디로 강렬한 포스? "그리고 사실 민혜나 나나, 그 사람들 조금도 따라가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야." "……." 허억! 그 말은……? 갑자기 불길해졌다. 누, 누나, 아니죠? 설마 가르쳐 주지 않는 건……! 그런데……. 그때, 갑자기 누나가 한 곳을 가리켰다. 그곳으로 시선을 자동 이동한 나는 무언가를 보고 곧 석상이 되어 버렸다. "민혜랑 나랑 최대한 모아 온 거야. 이것밖에 해줄 게 없어. 미안." "오빠, 파이팅!" "……." 그곳에 수북이 쌓여 있는 책들. 책들이 얼마나 많은지 잘 보이지도 않는다. 미소녀의 아름다운 가르침 따위는 일어나지 않았다. 내게 주어진 건……. "책……." 수천 권에 달하는 책. 시간이 지날수록 누나와 민혜는 조금씩 조금씩 방에 책을 옮겨 오셨다. 정말 이렇게 책을 구해 준 노력은 정말 고마워서 눈물이 나왔다. 정말 많이 나온다. 아니, 홍수가 날 정도다. 하지만 누나, 민혜야. 이건……. "……." 20평 남짓한 방에 나 홀로 수많은 책들과 동거 중이다. 나와 책상 하나와 그 주변을 가득 메운 책들. 책에 파묻혀서 내가 보이지도 않을 것이다. 그리고……. "……." 밀려오는 잠. 허억! 이런 제길! 잠시 잊고 있었는데, 나의 수면제는 책이었다. 한 권만으로도 강력하게 재우는 수면제였다. 그런데 그런 것이 수천 권이나 나를 포위(?) 하고 있다. 이건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싸움이다. 해 보지 않고 포기하는 건 절대 내 성격이 아니다. 하지만 이건 이미 전의 상실. 복구 불가, 암흑 천지다. 그러니 결론은……. "나의 패배다." 털썩. 그대로 꿈나라. "오빠! 공부 열심히 했어?!" "허억!" 그때 밖에서 들려오는 민혜의 한마디에 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는……. "으응……." "우와, 대단하다 5시간 동안 쉬지 않고 공부하다니! 각오가 대단해! 헤헤, 그럼 나 그만 방해할게! 파이팅!" 문밖에서 들려오는 민혜의 한 마디 한 마디가 내 심장을 마구 찌르다 못해 과다출혈 시켰다. 아아아. 이렇게 양심이 찔릴 줄이야. 민혜의 말에서 대략 유추해 보자면. "5시간을 논스톱으로 잔 건가?" 이게 결론이다. 아, 도대체 뭐 하자는 거냐! 우승해서 1억을 벌자는 나의 각오는? 그리고 그런 나를 위해 이렇게 책을 잔뜩 준비해 준 민혜와 나래 누나의 성의를 위해서라도 이래선 안 된다. 그래, 공부하자! 공부! 아자아자아자! 난 할 수 있어. 털썩. 각오 3초. 난 또다시 패배했다. "……." 문제의 그 방에서 나온 뒤 난 고민했다. 도무지 견딜 수가 없었다. 책에 둘러싸인 난 조금의 전투력도 발휘할 수 없다. 말 그대로 3초? 그 안에 뻗는다. 방법이 없다. 하지만 이런 내가 열심히 공부하고 있을 거라 철석같이 믿고 있는 나래 누나와 민혜. 정말 양심에 찔린다. 아아악! 그렇지만 이건 정말 어떻게 할 수 없는 마의 벽이라고! "제게 방법이 있습니다." "……!" 그때 스르륵 나타나 한마디 던지시는 민호 님. 저 자식은 귀신을 더럽게 무서워하면서 나타날 때는 항상 귀신처럼 나타나더라. 아니,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난 기대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 "뭔데?" "저 방을 불태워 버리는 겁니다." "……." "불을 질러도 안은 오리데오콘으로 만들어졌기에 아무런 영향이 없습니다. 그저 책들만 사라질 뿐이죠." "……." "어떻습니까?" 어떻긴. 한마디로 말해, 너의 그 경이로운 상상력에 감동이몰아친다. 그런데……. "요새 네 동생이 안 보인다?" 갑자기 든 의문. 민호의 남동생이자, 민호랑은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그분. 요새 한 일주일간 보이지 않았다. 참, 일주일이 지나서야 이런 질문을 하는 내 자신에게 약간 경외감이 들기도 하다만. 민호가 대답했다. "지나가던 구더기를 밟아서 일주일째 제사를 지내 주고 있답니다." "……그러냐?" "그렇죠." "그 구더기 님이 감동하시겠다?" "아마도요." 정말 그분도 민호만큼이나 독창적인 분이시군. "휴우우." 난 앞에 있는 방문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저 방은 나에게는 죽음의 방. 저 방에는 겹겹이 책이 쌓여 있어 나를 압박했다. 그뿐 아니라 전투력을 0으로 만드는 어마어마한 스킬도 발동하신다. 난 견뎌 보려고 했지만 그게 쉽게 안 되더라. 난 방 안에 가득 찬 책들을 보고 고개를 저었다. 정말 돌아가고 싶지 않다. 정말……. 투욱. "어라?" 그때 누군가가 문 앞에서 머뭇거리는 나를 밀어 버렸다. 그러자 나는 자연스럽게 앞으로 쓰러지면서 방 안으로 들어갔고 다음 순간. 타악. "……." 문 닫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형님, 죄송합니다." "너, 너 뭐야?" 갑자기 민호의 사과. 그리고 당황하는 나. 민호의 말이 들려왔다. "저를 용서해 주시기를." "도, 도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이 자식아!" "형님, 그건 차마 제 입으로 말씀드리기가 그렇군요." "……." "그냥 단지 그 오리데오콘으로 만들어진 방을 부수면 어마어마한 돈이 든다는 것만 알아주십시오." "너, 너!" 난 그 말에 아차 했다. 당한 거다. 이건 완전히 저 자식의 계획에 당한 것이다. 저 자식은 내가 절대 이 방을 부수고 나갈 수 없다느 걸 예측한 뒤 나를 방 안에 밀어 넣은 것이다. 난 다급한 어조로 소리쳤다. "너 진짜 뭐야!" "……." "야! 이민호!" "……." "너 말 안 할래!" "죄송합니다. 그럼 전……." "야!" 죄송하단 한마디와 함께 곧 민호의 인기척이 사라졌다. 도, 도대체 저 자식이 날 이 공부방에서 가둬 놓은 의미가 뭐지? 설마 책에 파묻혀 죽이려는 어마어마한 살인 기술? 제길. 저 자식이 저렇게 잔인한 놈일 줄이야! 하지만 그건 나의 순진한(?)착각이었다. "오빠……." "……." 소름이 돋았다. 물론 듣기에 너무나도 좋은 청아한 목소리. 어떤 남자든 여자든 모두 좋아할 만한 청아한 목소리였다. 하지만 난 이분을 안다. 진면목을 말이다. 그리고 곧 내게 모습을 드러내는 한 초 미소녀분. 너무나도 청순한 외모와 완벽하게 쭉쭉빵방한 몸매를 간직하신 저분. 여기서는 성녀라는 호칭으로 불리고 있고 현실에서는 민호 님의 여동생이자 야설계의 떠오르는 샛별이신 그 분이었다. 난 그분을 향해 어색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안녕?" "네. 안녕하세요." 그리고 침묵. 안 된다. 여기서 대화가 이어져야 한다. 이 어색한 침묵은 말 그대로…… 어쨌든 안 된다. 난 다급한 어조로 물었다. "민영아, 네가 여기에 왜 있는 거니?" "아시잖아요." "……." "모르는 척하는 모습도 귀여워요." "……." "그럼 시작할게요." "자, 잠깐…… 푸웃." 내 말이 끝나기도 전이었다. 순식간에 속옷만 남긴 채 옷을 벗어 버리는 민영 양. 그리고 흥분 모드에 들어간 날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 아아악! 안 돼! 이건 옳지 않아! 옳지 않아! 그 순간 민영의 속옷이 하나 둘 벗격졌다. 그리고 곧 내게 달려오더니 그대로 내 옷을 찢어 버리는……. "안 돼!" "뭐가 안 되는데요?" "……." "열심히 주무시고 계셔서 지켜보고 있었는데 뭐가 안 된다는 건지 궁금하군요." 내 앞에서 열심히 궁금해 하는 어조로 말하는 민호. 난 잠시 방금 전 상황을 정리해 보았다. 그리고 지금 상황을 정리해서 합체해 보았다. 그래서 결론은……. "꿈?" ……이란 말인가? 민영이 누드가 되더니 나의 옷을 마구 찢어 버리고 덮치는 게 꿈이었단 말인가? 아아악! 도대체 나 뭐야! 왜 그런 꿈을 꾸는 거야! 도대체 왜 그런, 그런 꿈을! "뭔가 행복한 꿈을 꾸신 건가요?" "아, 아니. 그ㅓ니까……." "즐거운 꿈이었군요." "……." 난 그냥 입을 다물었다. 솔직히 말해서 악몽 계열은 절대 아니다. 초미소녀 분이 나를 덮쳐 주는 꿈이 악몽 계열일 리는 없다. 하지만, 하지만 상당히 난해한 꿈이었다. "혹시……." "……?" 그때 갑자기 민호가 나를 빤히 보았다. "왜, 왜?" "최고의 변태들만 꾼다는, 여자들한테 덮침당하는 꿈을 꾸신 건가요?" "……." "그 궁극의 꿈을?" "……." 그냥 있자. 내가 죄인이다, 죄인……. 대회 당일. 내가 배운 건……. "없어." 줄곧 열심히 잠만 잔 덕에 내가 공부한 건 말 그대로 제로, 한 개도 없다. "-자자, 여러분. 첫 번째 문제입니다. 첫 번째 문제는 모두 맞히라고 주는 문제죠. 틀리는 분은 없겠죠?" 그때 들려오는 사회자의 목소리. 모두 맞히라고 주는 문제란다. 그러면 나도 충분히 가능하다. 그래, 한 문제는 맞혀야지? 응? 그 순간 사회자의 말이 이어진다. "-유명한 발명가 에디슨이 이 한 가지 명언을 남겼죠? 그 명언을 적어 보세요." "풋." "아, 저게 문제야?" "진짜 거저 준다." "워밍업인가?" "아, 웃겨." 참가자들이 어이없다는 듯 웃는다. 물론 나도 웃는다. 왜냐고? 저거 배웠거든. 난 자신만만하게 정답을 적었다. 그리고……. "첫 문제에서 탈락……." 수천 명의 참가자 중 유일하게 나혼자만 한 문제도 못 맞히고 떠나 와야 했다. 나 혼자만, 경기장을 떠나 올 때의 그 비웃음, 잊을 수가 없다. 아아악! 그러고 보면, "이민호. 이 자식!" 분명 오늘 출전하기 전에 내게 속삭였다. 다른 건 몰라도 이건 정말 확실하다고 말이다. 그리고 그 문제가 에디슨 님에게 말한 명언. 그래서 난 자신있게 적었다. '들키면 범죄, 안 들키면 예술'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결과는……. "이……민……호……!" 제 3장 [미스터리] 우리 학교에는 5대 불가사의가 있다. 일단 움직이는 미궁 민호 사마, 그리고 피칠한 채 싸우는 토끼 사마, 목만 달고 헤드스핀 하는 헤드 사마, 말만 하면 닥쳐 하는 닥쳐 사마랑, 그리고 내 눈으로 직접 목격한 유령 동물원, 이렇게 총 5대 불가사의가 있다. 하지만 뜬금없이 내가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갑자기 나타난 6대 불가사의 사마 덕택이랄까? "지, 진짜야?" "진짜라니까!" "마, 말도 안 돼." "진짜 사망 원인이 없어!" "심장마비 같은 건?" "아니라니까! 그냥 의문의 죽음, 말 그대로 사인을 모르는 거야!" "자, 장난치지마." "진짜라니까 그러네!" 남학생들과 여학생들이 열심히 모여 이야기하신다. 그리고 그 주제는 의문의 죽음, 일명 의문 다이. 의문……을 영어로 몰라서 조합한 거니 이해 바람. 어찌 됐든 우리 학교는 의문 다이로 인해 난리 났다. 사실 우리 학교 뿐만 아니라, 다른 학교에서도 의문 다이로 난리가 났다. "아무 이유 없이 ' 그 존재 '를 본 사람한테 말 그대로 저주가 내리는 거야!" "하, 하지 말라니까!" "진짜야! 지금 우리 학교만 그렇지 그 저주로 인해 죽은 사람이 몇 명인지 알아? 10명이 넘어. 그것도 의문의 죽음이야!" "꺄아악!" "나, 난 그런 거 안 믿어." "믿든 말든 자유인데, 다른 학교 가 봐. 특히 우리 학교에 다발적으로 이유 없이 나타난다니까.그리고 그 존재를 본 사람은 그냥 죽는 거야!" "……." "……." "……." 싸늘한 냉기가 교실 안을 감돌았다. 다행히 이 자리에 예진이가 없어서 별 상관은 없다만……. 그리고 조례 시간. 우리 담임께서 한 마디 하신다. "지금 뭐 저주라든가 하는 소문이 무성한데, 그거 다 헛소문이니 너무 들뜨지 마라." "선생님, 헛소문이라니요! 그럼 그 죽은 사람들 사인이라도 밝혀진 거예요?" "아, 아니, 그러니까 그게……." "아니잖아요! 저주라니까요!" "지, 진짜 귀신?" "싫어. 학교 나오기……." "저주래." "자자, 진정해라. 이건 정말 소문이야." "그럼 정확하게 말해 주세요!" "……." "그래요!" "정확하게요!" 학생들의 외침에 당황하는 선생님. 요새 애들은 영약해서 그냥 안 넘어간단 말이야. 흐으음. 그때 선생님이 당황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어, 어찌 됐든 모두 공부에나 집중해라! 어차피 저녁에만 일어나는 일이니까! 절대 저녁에는 학교 출입 금지다." "그건 선생님도 일부분 인정한다는 거잖아요!" "맞아요!" "그거 사실이죠?" "……." 학생들의 다다다에 밀리는 선생님. 그것 참, 힘든 직업이구려. 그냥 그 말을 상기하자. 저녁에 안 가면 장땡이다. 그 미스터리한 일들도 전부 저녁에 일어난 일이란다. 그리고 참고로, 우리 학교도 지금 불이 안 들어온다. 당직 서는 선생님조차도 캔슬이라나? 조만간 퇴마사 부른다는 소문도 있고, 아무튼 시끄럽다. 퇴마사 다이 하다. 지금 또 소문났다. 세계에서 모인 각지 유령 퇴치 전문가가 각 학교마다 1명씩 총 20명이나 배치됐단다. 그런데 결과는……. "모두 다이?" 이쯤 되면 이건 뭔가 으슬으슬하다. 언론매체부터 난리고 순식간에 한국은 세계에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이유 없는 죽음이라고나 할까. 그리고 그 덕택에 학교는 다 쉰다. 다른 학생들에게는 좋은 일이다. 하지만, 하지만……. "예진 님을 못 봐!" 나에게는 저주였다. 난 사실 그런 엄청나다 못해 소름 끼쳐서 쓰러질 것 같은 이야기보다는 예진이를 못 본다는 사실이 더 슬프다. 흐흐흑. 예진 님, 보고 싶어요! 휴교 4일 째. 완전 난리 났다. 이게 바로 귀신의 힘이라고나 할까? 순식간에 귀신은 존재 한다는 게 정설이 되어 버렸고, 그리고 그 귀신을 퇴치하기 위해 전문가들기 막 몰려들었지만 결국 모두 다이했다. 이게 뭐지? 이건 귀신 수준이 아니라, "악령인가?" 악령이라고 불릴 만하다. 그것도 고등학교들만 테러하는 악령, 이렇게 가다가는 고등학교 다 문닫아야 할지도? 그만큼 지금 초 비상사태 말기라는 거다. 하지만 거듭 말하지만 "예진…… 님." 예진이를 못 봐서 쓰러질 것 같다. 예진이가 보고 싶다. 예진 사마! "볼 수 있는 방법은 있는데요." "……." 그때 스르륵 나타나 한마디 던지는 민호 님. 난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간단히 말해 불어라고 말하는 듯한 나의 눈동자. 그리고 그런 내 눈동자의 의미를 읽고 민호가 싱긋 웃으며 말하였다. "예진 누님이 학교에 중요한 물건을 놔두고 온 것 같습니다. 책상 서랍에요, 그것 땜에 마구 곤란해 하고 계시다는 소문을 입수했습니다." "……." "한마디로 예진 누님을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미지 점수 확확 업그레이드?" 그날 밤. "저기, 형님." "왜?" "저는 연약해서 싫은데요?" "나 혼자 가기도 그렇잖니?" "그럼 아침에 가죠." "……." "갔다가 뒈지면 예진 누님도 못 보는 거잖습니까?" "……." 그러고 보니, 그것도 그렇네? 잠시 잘 생각해 보자. 지금 죽은 분들만 해도 100명 가까이. 물론 안 죽은 분들도 계시긴 하지만 확실히 죽은 분들의 비율이 훨 높은 게 지금의 현실이다. 그래서 결론은, 학교에 갔다간 나도 죽을 수 있다. 인지 완료. 잠시 예진의 얼굴을 볼 수 있다는 생각과 예진이에게 플러스 점수가 된다는 것만 생각해서 생각이 짧았다. 그래, 내 일……. "……." 가자고 민호에게 말하려고 했는데. "언제 사라진 거냐……?" 말 그대로 내가 끌고 온 윗도리만 남긴 채 사라진 민호 군. 정말이지, 귀신은 정말 싫나 보네? 뭐, 나도 죽는 건 사양이니까. 그런 생각과 함께 아무도 없는 음습 그 자체인 학교 안을 한번 슬쩍 바라보았다. 이미 입구까지 온 거 안이나 잠시 들여다볼까 하는 순수한(?) 생각으로. 그런데……. "흠." "……." 누군가가 내게 손을 흔들었다. 누군가가. 붉은색 일색의 남자였다. 그리고 그 붉은색은 내가 생각하기로 피 같아 보였다. 이렇게 어두운 데도 잘 보다니 난 눈도 좋아. 아니, 이게 아니지. 어찌 됐든 학교 안에서 붉은색의 피칠을 하신 분이 내게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부가적으로 목은 안 보인다. 신기한걸(?). "흐음." 난 계속해서 그분을 바라보았다. 뭔가 해야 하는데 왜 이리 뭘 해야 할지 안 떠오르는 걸까나? 그때 갑자기 남자가 천천히 내게 다가왔다. 일명 컴 온 컴 온? 그리고 그제야 내 머리는 인지했다. 저분이다. 저분이 그 유명하신 막장 귀신? 보기만 하면 저주를 받아서 뒈진다는 그분인 거냐? 그럼 나도 저주를 받아서 아임 유월 다이? ……. 갑자기 알 수 없는 공포가 밀려왔다. 아악! 뭐, 뭐야? 이런 어이없는 죽음은! 그리고 그 순간……! 파지짓! "……!" 내 머리 위로 떨어지는 검은색의 빛. 내가 예상하기에 저것이 그 유명한 저주 빔(?) 이다. 아악! 뭐, 뭐야? 이런 어이 상실한 죽음은? 하지만……. 파지짓! "……." 그 저주 빔은 나에게 오다가 소멸했다. 내 주변을 막아 버린 암흑의 베리어에 의해. 이건 뭐냐? 그때, 이런 내 의문을 친절하게 물어 주시는 악령 사마. "말도 안 돼! 인간이 이 정도의 마이너스 에너지를 갖는 게 가능할 리가!" 악령 사마의 목소리에는 경악이 깃들어 있었다. 간단히 말해, 저 자식이 내게 마이너스 에너지를 선사해서 죽이려고 했는데 내 마이너스 에너지가 더 강해서 침투 불가 하다는 것? 근데 내 마이너스 에너지가……. "설마……." 그 저주받을 게임 속 인생이 현실에까지 영향을 준 건가? 상당히 난해한 추리다. 하지만 내게 갑자기 마이너스 에너지가 생길리는 없고 그나마 추측 가능한 것은 그거다. 아니, 지금 중요한 건, "넌…… 뒈졌어!" 내가 저주에 무적이라는 것. 그리고 날 죽이려고 한 놈은 악령이든 신이든 다 죽었어! 그 순간 난 우아하게 날았다, 그 악령을 향해.그 악령이 목이 없거나 피로 떡칠을 했거나 별 상관없다. 난 분노에 가득찼으니까. 악령 소멸. 잠시 후 정신을 차리고 보니 악령 님이 소멸하셨다. 그러니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내가 성불(?) 시킨 건가?" 아, 나도 모르게 이렇게 착한(?)일을 하다니, 난 분명 복받을 거다.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흐흐흐." 내 손에 쥐어진 노트 한 개. 바로 예진이의 노트였다. 이걸 위해 난 학교에 침투해서 악령 님과 아름다운 썸씽까지 했다. 그만큼 내게 중요한 노트. "저 무슨 일이야?" "아." 그때 푸른색 원피스에 포니테일 형식으로 머리를 묶고 나타난 예진이의 모습에 난 넋을 잃어버렸다. 아, 교복도 예쁘지만 사복은 더 예쁘다. 아놔, 미쳐 버리겠당께! "왜 그래? 이상해?" "아, 아니, 절대!" 멍해진 나를 보고 그렇게 묻는 예진을 향해 난 맹렬히 고개를 저었다. 이상하기는 커녕 너무나도 예뻐서 문제지. 아 참, 이게 중요한 게 아니라……. 스윽. 난 들고 있던 노트를 예진에게 내밀었다. "이, 이건……." "네가 이걸 놔두고 왔다는 걸 우, 우연히(?) 들어서, 치, 친구가 필요할 때는 도움을 주는 거니까 부담 갖지 마!" "……." 내 입으로 친구라고 해야 하는 이 가슴 아픔. 그 누가 알랴.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혹시라도 부담을 가질까 봐 그러는 거다. 노트를 본 예진이는 나를 보고는 말했다. "재현아, 이거 그 위험한 학교에서 가져온 거지?" "아 , 뭐." 내가 대충 그렇게 대답하자, 그 말을 들은 예진은 갑자기 얼굴을 붉히더니, "이런 노트보다……." "……?" 그러더니 떨리는 어조로 말을 이었다. "네가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소중해. 그러니까, 이런 위험한 일 하지 마. 부탁이야." "……." 난 집에 돌아온 뒤 예진의 말을 열심히 생각해 봤다. 그 노트보다 내가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하다? 그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 친구로서? 아니면, 이제야 나의 일편단심(?) 사랑을 알아주는 걸까? 아, 머리 아프다. 직접 묻고 싶다. 직접 말이다. 하지만 그럴 용기가 나지 않고, 또 헛다리라면…… 휴우. 생각만으로도 어지럽구나. 그래, 깊게 생각하지 말자. 지금 내가 해야 할 건 게임 정복. 그거야말로 괜히 헛다리 안 짚고 예진이에게 나의 이 불타다 못해 화재가 난 내 마음을 완벽히 전달할 매개체야! 제4장 [공간이동] "큰일 났습니다." "……." "정말 큰일입니다." "……." 민호 님. 큰일 난 건, 그래, 좋아요. 하지만 뭔가 당신이 그런 말을 할 때 짓는 표정. 그게 큰일난 표정이냐? 너무나도 해맑게(?) 웃고 계신다. 한마디로 너무 해맑아서 눈물이 다 나온다. 하아. "그래, 뭔데?" 난 솔직히 별 생각 안 했다. 그 누구라 하더라도 정말 큰일 났다고 말하는 사람이 싱글벙글. 그것도 너무나도 해맑게 웃으며 말하면 나와 같은 반응을 보이리라. "세상에서 제일 대악당스러운 형님……." "저기, 잠깐……." "……?" "굳이 그런 저질스런 수식어를 붙여야 겠니?" "네." "……." "이건 말 그대로 혁명이니까요." 그 말이 어딜 봐서 혁명인지 참으로 알고 싶다만, 너무나도 평범한 난 저 남자의 이해할 수 없는 정신세계를 파악할 수 없었다. 잘 알고 있다. 그냥 넘어가자. 그런 생각과 함께 어서 말하라는 눈빛을 한 번 날려주자 그런 내 눈빛에 녀석은 말했다. "세상에서 제일 대악당스러운 형님에게 엄청난 현상금이 걸렸습니다. 요새 더 붙고 붙어서 약 100억에 달하는 현상금이 걸렸죠." "……멋지군." "멋지죠." "……." 어느새 내 몸값이 그리 올랐다니, 참 어떤 의미에서는 멋진일이었다. 그러고 보니 첨에는 억 단위 될 때까지는 참 차근차근 올라가더니 억 단위를 넘고 보니 마구 올라간다. 이게 바로 그 수배자의 원리라는 건가. 하아. "어찌 됐든 형님의 그 아름다운 몸값에 의해 이곳에서 제일 잘 나가시는 현상금 헌터들이 모여들었습니다." "그래서?" "한마디로 형님을 다구리 쳐서 잡은 뒤 현상금 분해하자는 거죠." "……." 하아. 도대체 내가 뭘 했다고 인간들이 날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 난 걸까? 이제 저런 민호의 말조차도 절로 고개를 저어졌다. 내가 할 말은 이것뿐이다. "다 쓸어버려." "흠." 이제 귀찮다. 나 죽이려고 몰려오는데 내가 자비를(언제는 베풀었나?)베풀 필요는 없겠지. 나도 악랄하게 나가는 거다. 그런데, "형님, 물론 형님의 힘이라면 헌터들을 쓸어버릴 수 있습니다만 그 뒤에 벌어질 일이……." "뭔 말이냐?" "누가 입질을 했을 것 같습니까?" "웬 입질?" 갑자기 입질 타령하는 민호 님을 보고 의아한 듯 묻자 그 물음에 민호가 말했다. "왜 가만히 있던 헌터들이, 그리고 별로 뭉치는 걸 안 좋아 하는 헌터들이 모여서 형님을 집단 다구리 하기로 결심했을까요?" "……." 어라? 그러고 보니 그렇다. 따로따로 활동하는 걸 선호하는 헌터들이 담합을 하려면 그것이 가능하도록 누군가가 조율을 해야 한다. 그냥 막 갑자기 갑시다! 해서 되는 일이 아닌 것이다. 상당한 시간과 공을 들여야 하는 작업. 설마……? "그렇죠. 저희의 라이벌인 마이블라스트에서 입질을 한 겁니다." "……." "형님에 대한 애정을 표시한 거랄까요?" 그런 애정은 절대적으로 사양한다고 전해 줄래? 아니, 그것보다 그 개자식들! 저번에는 내 짜가를 만들어 내더니 이번에는 입질을 해서 헌터들을 대량으로 보내?! 아아악! 지금 뭐하자는 거야! 순식간에 올라가는 혈압! 도대체, 도대체 그 자식들은 내가 뭘 했다고(민호가 선물해 줬음) 이렇게 달라붙는 거냐? 아악! 미쳐 버리겠다! 아, 씨. "그리고 추가적으로 말하자면 그나마 아직 베일에 싸여 있는 저희가 저 헌터들과 전면전을 치르면 담에는 국가 차원의 개입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더 이상 예진 누님에게 형님의 고귀한(?)비밀을 감추는 것도 힘들어질 것 같습니다." "……." "한마디로, 최악의 상황이죠. 대응하면 그대로 모든 나라의 압박을 받을 뿐만 아니라 형님의 고귀한 비밀도 예진 누님에게 들키게 되고, 그뿐 아니라 저희가 국가와 싸워서 공멸하는 것을 노려 마이블라스트가 야금야금 치고 들어와 뒤통수를 칠 겁니다." "……." "한마디로 초 비상사태입니다." "……." 난 민호의 말을 차근차근 정리해 보았다. 일단 이번 헌터들의 습격. 이건 마이블라스트가 뭔가 하는 애들이 입질 덕분이었다. 그래서 나를 잡아먹으려고 달려드는 거고, 그래서 여기서 생긴 문제점. 만약 헌터들과 전면전을 치룬다면 그나마 약간의 베일에 감춰져 있던 우리는 홀라당 그 정체가 밝혀지게 되고 모든 나라들의 사랑을(?) 받게 될 것이다. 아니,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제일 중요한 건, 민호가 무슨 짓을 했는지 몰라도 예진은 나의 범죄에 대해 아직 모르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걸 만약에 예진이 듣게 된다면? '……실망이야.' '아, 아니야. 이건 정말 오해가……!' '이런 악의 대명사가 오해라고?' '그, 그러니까 내가 워낙 재수가…….' '거짓말하지 마! 이런 남자는 세계정복을 해도 싫어!' 라는,명대사가 나올 것 같다. 물론 앞의 글은 픽션이므로 예진이 저렇게 날카롭게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결론은 같다는 것. "아아악!" 만약 내 범죄 행위가 예진의 귀에 속속들이 들어가면 그때는 디 엔드, 모든 게 끝이다. 아무리 재수 없이 일어난 어이없는 일이라고 하지만 직접 보지 않은 이상 이런 천문학적인 확률은 일어날 리 없기에 안 믿어 줄 게 분명할 터. ……. "심각하죠." 싱긋. "……." 그런데, 심각하죠라고 말하면서도 싱긋 웃고 있는 민호 님. 나는 결국 폭발했다. "이 자식아! 헷갈려! 웃지 마!" 지금 엄청난 대위기잖아! "언제부터 안 거야? 지금?" 난 다급하게 민호에게 물었다. 그러자 민호가 대답했다. "1주일 전부터요." "……." "왜 그러십니까?" "근데 왜 말 안함?" 일주일 전부터 아셨단다. 그런데 왜 나에게 아무런 말도 안 했을까? 그게 참으로 궁금하다. 그러자 민호는 내 질문에 정말 뻔뻔하게 대답했다. "전 짜릿한 남자거든요." "……." "이런 건 당일치기로 알아야 짜릿하잖습니까?" 난 할 말을 잃어버렸다. 단지 짜릿한 상황을 연출하기 위해 이런 엄청난 상황을 나에게 말 안했다고? 그래, 일부러 적에게 잡혀서 짜릿함을 찾는 미친 짓거리는 그나마 이해해 주마. 덥석. 난 곧바로 민호의 멱살을 잡았다. "개자식, 너 정말!" "왜 이러십니까." "으아악!" 난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어떻게 인간이 저렇게 뻔뻔할 수가! 방금 내가 멱살 잡고 화를 내니까, 아무렇지도 않게 왜 이러십니까라고 하신다. 정말 저 인간! 어어억! 내, 내가 고혈압으로 죽는다면 분명 저 자식 때문이다. 내가 건강이라고 하면 거의 초인 수준이여서 이렇지, 만약에 평범한 사람이 저 자식과 어울렸다면 며칠 안에 고혈압으로 뒈졌을 거다. 그런 사실이 바로 나의 건강함을 증명해 주었다. 그런데, "주, 주인님, 큰일이예요! 저기서……!" "……!" 리아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드디어 올 게 왔구나! 으아악! 절대 공격 금지, 심지어는 섬씽(?)도 금지라는 게냐(너무 당황해서 약간 맛 감)! 어떡하지? 어떡하지? "대, 대화를 해 볼까?" 아니, 이건 진짜 아니다. 내 연약한(?)몸 보고 오시는 분들이다. 대화 따위가 이루어질 리 없다. 내 몸은 100억 자리에 달콤한(?) 몸. 저들이 그냥 포기할 리는 없다. 절대로. "아악! 나보고 어쩌라고!" 차라리 그냥 다쓸어버리면 좋겠지만 그게 불가능하니 완전 미쳐 버리겠다. "주, 주인님! 계속 좁혀 와요! 10분 안에 도착할 것 같아요!" "……." 리아의 보고가 갈수록 초조해졌다. 무슨 방법이……. "아아! 인비저블!" 그래. 민호가 미친 짓 한 그것. 성안에 인비저를 걸어서 사라지게 하면 되지 않을까. 그런 미친 짓도 도움이 될 줄이야! 그래, 인비저블이다! 지금은 사라지는 거야! 그렇게 내가 리아에게 지시를 내리려는데, "헌터들 중에는 마법사도 꽤 있습니다." "……." "그들 정도 레벨이면 아주 손쉽게 찾아내죠." "그냐?" "그렇죠." "아악!" 민호의 그 한마디에 다시 슈퍼 좌절 모드. 제발! 제발! 제발 누군가가 나에게 타개책을! "형님." "넌 또 왜!"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만." "바, 방법?" "네." "뭔데?" 난 그 말에 당장 민호를 바라보았다. 지금은 저 한마디가 마치 가뭄의 단비 같은 느낌이다. 어떤 방법이든 이 상황을 타개해야 한다. "근데 사용하기 전에 설명이……." "그런 거 필요 없고, 어서 말해!" "그런가요?" "그래! 그러니까 어서 방법을!" "간단합니다, 텔레포트를 하는 거죠." "……." "이 성은 새로 지어지면서 새롭게 텔레포트 기능까지 추가되었습니다." 난 당당하게 그런 말을 하는 저놈에게 정말 한마디 하고 있었다. 미쳤구나? 성에 텔레포트 마법을 걸어서 성을 이동시키는 그런 미친 생각이 가능한 네가 정말……. 하지만 지금은 그게 우리를 살리는 길. 욕은 할 수 없다. 제길. "그, 그럼 텔레포트 해!" "정말요?" "정말이지, 그럼!" "정말 할까요?" "너 장난쳐?" "아닙니다. 그럼 하죠." 그리고 민호는 어디론가 이동했다.그리고 몇십 초 후 성이 마구 흔들리는 느낌이 들더니 순식간에 어디론가 이동되어 버렸다. 제5장 [사신계] "여긴…… 어디냐?" 난 어둠의 기운으로 가득 찬 밖을 보고 민호에게 슬며시 물었다. 그러자 민호가 답했다. "저도 모르죠." "……." "아무도 모르는 겁니다." "저기, 잠깐……." "……?" "텔레포트는 네가 했는데?" 텔레포트는 분명 민호가 시전했다. 그런데 모르다니, 그건 뭔 궤변이냐? 그때 충격적인 민호의 말이 들려왔다. "랜덤이거든요." "……." "어디로 튈지 아무도 모릅니다. 아무도요." "……." "그래서 주의사항이 있다고 직접 말씀드렸잖습니까?" "……." 그 말에 난 조금 전의 기억을 더듬었다. 분명 민호 님이 내게 설명해 준다 했지만 난 너무나도 당황해서 필요 없다고 캔슬해 버렸다. 설마 그게……. "이거죠." "……." "그리고 가기 전에 몇 번이나 확인했지 않았습니까?" 그것도 그렇다. 분명 가기 전에 '정말 가시겠습니까?'라는 말을 몇 번 들은 것 같다. 하지만, 하지만 난 그냥 단지 네놈의 개소리인 줄 알았다고! 아악! "어찌 됐든 성과 저희들은 미지의 세계에 떨어진 겁니다." "……." "갑자기 노래 하나가 떠오르는군요. 떠나자, 미지의 세계로라는 노래인데요. 제가 작사 작곡을 맡아…… 주절주절" 민호 님의 헛소리가 시작됐지만, 이미 패닉 상태에 빠진 내 귀에는 들려오지 않았다. 여기는 어딜까? 뭔가 눅눅하고 어둠침침한 것을 봐서 절대 내가 있던 곳은 아닌 것 같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죽음의 기운이 마구 느껴졌다. "내가 장담하는데 절대 좋은 데로 떨어지지는 않았을 거야." 난 나름대로 추리(?)를 해 보았다. 아니, 추리라고 하기에도 민망하다. 이런 황당한 일은 늘 일어났으니까. 하아, "그나마 다행이라면 그 빌어먹을 저질 동네가 아니라는 건데." 사실 그 신이 만든 야설을 찾기 전에는 절대 방문하고 싶지 않은 저질 동네 에르카니아. 그 동네에는 나를 후르르 쩝쩝 하고 싶어 하는 모 분이 계신다. 그래서 내가 힘을 모두 가지고 직접 가지 않는 이상은 절대 가고 싶지 않다. 그나저나……. "진짜 여긴 어디냐?" 다행히 최악의 저질 동네 에르카니아는 아니라고 하지만 그래도 썩 좋아 보이는 동네는 아니었다. 여기 와서 느껴지는 건 진짜 칙칙 그 자체였다. "주, 주인님!" "……?" 그때 당황하는 리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또, 또 뭔 일이 일어난 거야? 어째 1분 1초가 조용할 때가 없는 거야! 리아의 황당무계한 한마디가 나의 귀를 강타했다. "검은색 후드를 뒤집어쓰고 거대한 낫을 든 사람(?)들이 어느새 저희 성을 포위해 버렸어요!" "……." 검은색의 후드. 사실 그건 나의 트레이드마크다. 개인 사정상 외출 시 검은색의 후드가 없으면 밖에 나가지 못할 만큼, 나에게는 트레이드마크이자 나의 혁명 패션(?) 이다. …… 잠시 개소리는 접어 두고, 어찌 됐든 내가 즐겨 입는 복장을 그대로 하고 있는 그들. 그나마 다른 점이라면 무지무지 큰 낫을 들고 있다는 거다. 마치 어디서 본……. "……!" 그때 내 머릿속을 강타하는 한 가지 기억. 그때 그놈도 분명 저런 낫을 들고 있었다. 사신인지 개신인지 뭔가 하는 놈이었다. 그래, 그놈이……. "내 성을 다 부숴 먹고 토꼈지!" 아악! 그 생각을 하니까 갑자기 고혈압이……. "형님, 그분은 부순 적이 없고, 오직 형님이 다 부쉈는데요." "……." "진실을 왜곡하지 말아 주십시오." "민호 씨, 요새 심심한가 봐?" "아주 잘 봤습니다. 그 사신인가 뭔가 하는 분이 성을 박살 내는 장면요." 그렇다. 민호가 증인이다. 일명 덮어씌우기는 절대 아니고 우리는 진실만을 말한다. 결론, 그때 그 자식이 우리 성 다 박살 냈다. 그래서 청구라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저것들을 조져서 그 자식이 나오게 만들겠어! 우어억!" 그 말과 함께 난 성을 뛰쳐나갔다. "흐으음." 한편 민호는 재현이 눈동자에 달러마크를 뛴 채 나가는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잠시 후. "한바탕 돈 폭풍(?)이 일어나겠군요." "감히 살아 있는 존재가 사신계에 넘어오다니, 재주도 좋구나! 하지만 율법에 의해 너희를 모두 처리……." "닥쳐라!" "……." "그 자식 불러, 그 자식! 내 성 부숴 먹은 그 자식 말이야!" "……." 내가 한 사신의 말을 끊으며 소리쳤다. 내가 원하는 건 너희들이 아니다. 그때 내 성을 말아먹고 보상도 안 하고 도망간 그 자식이다. 오늘에야말로 결단코 결판을 지으리라. "감히, 건방진 인간……." 콰앙! 내가 가볍게 발을 구르자, 순간 대지진이 일어났다. 잠시 후, "……!" "크아악!" "뭐, 뭐지?" "우어억!" "무, 무슨 짓을……!" 순식간에 일어난 폭풍과도 같은 지진에 다들 쓰러졌다. 그나마 땅이 안 갈라져 다행이다. 진동용(?)으로 사용했던 것이다. 난 그런 그들을 향해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 "데려와." "……." "……." "……." "그 자식 데려와. 내성 부숴 먹은 그 자식! 우어억! 안 그럼 나도 여기 다 부숴 버릴 거야!" "크, 큰일 났습니다. 한 난폭한 인간이 침입했습니다. 마구 때려 부수고 있습니다!" 데루자니는 한 사신의 보고에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누가 이 사신계에 난입해서 행패를 부린단 말인가? 그 것도 인간이? 인간은 자신들 같은 영체에게 직접적인 데미지를 줄 수 없다. 특수한 아이템(뿌요뿌요)을 가지고 있지 않는 이상. 그런데 도대체……. "자연의 힘을 막 자유자재로……!" "……!" 그 말에 데루자니의 눈이 한껏 커졌다. 자연의 힘을 자유자재로? 그것도 인간이? 아니, 전 차원 전 종족을 찾아도 그런 존재는 단 한 명 밖에 없다. 단 한 존재. 그 이름은……. "……디재스터?" 베르자니아조차도 인정하고 사신 레헌조차도 재미있다고 할 정도의 어마어마한 거물급 인사. 그런 자가 지금 사신계로 넘어왔다고? 도대체 무슨 수로? 하지만 그런 의문보다는 지금 이 상황을 정리해야 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 더 이상 사신계가 파괴되는 건 원치 않는 일이니까. "어서 가지!" "우어억! 당장 물어내!" "……크아악!" "저, 저 인간을!" "마 ,막아라!" "도, 도대체 어떻게!" "보상금 안 내놓으면 다 때려 부순다!" 지금 난 한 마리의 야수였다. 내 성을 날려 먹고 유유자적 이런 데로 튀어 버린 그 자식, 그 자식 땜에 내가 얼마나 뒷목을 잡았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런 나를 위해 특별히 여기까지 와 주다니. 왠지 감동스럽다. 아니,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나의 이 행패는 보상금을 지급하지 않는 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지 진정하게!" "……." "도대체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일단 대화부터……." 그떄 후드를 눌러쓴 한 분이 나타나 말했지만, 딱 봐도 알 것 같았다. 일명 짬밥(?) 좀 드신 분이라는 걸 말이다. 난 그분을 본 순간, 열심히 하던 폭동을 멈추었다. 그리고 당당하게 말하였다. "당신들 사신 중 누군가가 내 성을 부숴 먹었어요! 보상해요!" "……." "안그러면 나도 여기 다 부숴 버릴거야!" "자, 잠깐! 이, 이야기를 해 보세. 무슨 말인지……." "……." 그렇게 난 사신들이 모여 산다는 성으로 초청(?) 되었다. 과연 여기서 초청이라는 단어가 적절한 지 모르겠다만 그냥 대충 넘어가자. 소위 짬밥 좀 드신 분이 당황한 어조로 나에게 말했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군." "저번에 웬 이상한 놈이 나타나서…… 주절주절." 지난번에 일어난 일을 간략하게, 하지만 아주 사실적으로(?) 나열하자 내 말을 모두 들은 그분이 놀란 듯 입을 열었다. "설마?" "아시는 놈이죠!" "……." "그 인간, 아니 그 사신 불러요. 이대로 못 넘어가요!" "후훗, 여전히 재미있는 존재라니까." "……!" 그 순간,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한 후드맨. 역시 얼굴은 가려져 있지만, 그 분위기라든가 말투, 목소리 만으로도 알 것 같다. 그가 누군지 난 당장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외쳤다. "내 성 물러내!" "참 황당하군. 네가 폭주해서 다 부수지 않았나?" "……." "참고로 난 손 하나 안 댔어, 건물에는." 저, 저 자식이! 으으윽, 아직도 자기의 잘못을 모르다니! 난 곧바로 전투 태세를 취하며 말했다. "그렇게 나오시면 나도 여기 다 말아먹는 거지. 공멸하는 거다. 크하하하!" "거참, 대책 안 서는 인간이네." "닥쳐! 네놈 때문이잖아!" "왜 자기의 잘못을 남에게 돌리는지 모르겠군." "우어억! 이 자식!" 놈의 말에 다시 폭주 모드로 들어가려는데……. "자, 잠깐 진정하게. 일단 대충 상황은 알겠네. 분명 사신레헌에게 1차적인 잘못이 있다는 걸 잘 알겠네." "그래요, 그거예요! 결론은 저놈이 다 부숴 먹은 거라니까요(완전 억지)!" 물론, 억지였다. "……." "그러니 보상해요!" 나는 강력하게 보상을 요구했다. 이대로는 못 넘어간다. 꼭 받고 만다. 으어억! 그 순간, "거참, 난감한 상황이군. 물론 보상은 해 주고 싶네만, 우리에게는 인간들이 돈이라고 부르는 물건이 없네만." "그, 그래서 못하겠다는 거예요?" 나는 잔뜩 화가 난 어조로 말했다. "아니, 못 준다는 게 아니라…… 흐으음, 자네가 한 가지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고 그 돈을 가지면 어떨까 하고 말이야." "……?" 이건 갑자기 무슨 말? "그러니까, 인간계에 악령 하나가 있다네. 상당히 강력한 악령이지. 그리고 그 악령은 인간들의 돈에 상당히 관심이 많아. 엄청난 양의 돈을 갖고 있는 걸로 아네." "……!" 그 말에 갑자기 초롱초롱해지는 눈. 짬밥 좀 먹으신 그분의 말이 이어졌다. "그래서…… 그 악령을 퇴치하고 그 재산을 자네가 갖는 걸로 하는 건 어떤가?" "……!" 한 마디로 이건 장땡……. 아, 아니다. 이건 아니야! 내가 왜 그런 일까지 처리해야 하는 거냐! 난 그냥 얌전히 앉아서 돈 받을 거다. 난 고압적인 자세로 단호히 말했다. "싫어요." "흐으음." "다른 사신들 보내요! 왜 제가 가요." "아니, 그게…… 방금 말했다시피 상당히 강한 악령이고 그 악령을 상대 가능한 존재가 사신 레헌밖에 없네. 하지만 그 악령은…… 사신 레헌의 약점을 알고 있어서." "약점?" "아, 그러니까……." "무슨 말을 하려는 거예요!" "……." "……." 그 순간 난 내 귀를 의심했다. 상당히 하이톤의 여자 목소리다. 그것도 듣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아지는 청아한 목소리. 그리고 이 목소리의 주인은……. "……." 내 성을 말아먹은 그 분으로 추측된다. 한편 나의 이런 시선에, "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다시 남자 말투로 돌아온 사신 레헌. 난 눈을 가늘게 떴다. 뭔가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뭔가 냄새가……! 파앗! 나는 순간적으로 바람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 바람은 너무나도 당황한 사신 레헌의 후드를 벗겼다. 그리고 잠시 후, 은색의 긴 머리카락이 후드 안에서 쏟아져 흩어졌다. 아니, 그것보다 "……." 너무도 아름다운 외모. 대략 10대 후반으로 보이는데 이건 말 그대로 궁극 미소녀, 즉 나의 미소녀 컬렉션에 입문이 가능할 정도의 레벨이다. 간단하게 말해, 내 주변에 있는 그 미소녀들과 같은 레벨의 여자라는 거. 뭐지? "……." 한편 후드가 벗겨진 사신 레헌은 멍하니 나를 보더니 잠시 후……. "나, 난 몰라!" 여자의 비명을 지르며 어디론가 사라졌다. 곧, 짬밥 아저씨가 중얼거렸다. "……이런……." 그 '이런'에는 뭔 의미가 담겨져 있는 겁니까? 간단히 말해, 사신 레헌은 여자였다. 그것도 초미소녀 말이다. 하지만 알다시피 이 사신이라는 직업은 여자가, 그것도 너무나도 아름다운 분이 하기에는 참으로 적절하지 못한 직업. 그래서 그녀는 남자인 척하며 지금까지 그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사신들 사이에서 최고의 사신으로 자리를 잡았던 것이다. 그런데 우연찮게(물론 우연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나에게 정체를 들켜 버린 것이다. 아니, 그것보다……. "뭐, 뭐라고요?" "결혼해야 하네." "이, 이건 무슨, 민호 님이 할렐루야 하는 소리?" 그 짬밥, 아니 간단하게 아저씨라 부르겠다. 아저씨의 충격적인 한마디……. 결혼을 하라니? 누구랑 결혼을 해? "레헌, 아니 레에니는 자신의 정체를 안 남자와…… 결혼을 하게 되어 있네." "……." "그게 바로 그녀의 율법이지." "자 ,잠깐 이건 뭔가 아니거든요? 무슨 구석기 할렐루야도 아니고 단지 얼굴을 봤다고 결혼이라뇨! 이게 말이 돼요?" 결혼이라는 말에 심각하게 당황해 버린 나. "물론 다른 존재들에게는 아니지만, 그녀에게는 말이 되네." "……." "하아, 그니까 왜 굳이 바람을 사용해서……." 그, 그거야 나도 모르게 궁금해서……. 아니, 이게 아니라! "전 좋아하는 여자도 잇다고요! 그녀를 위해 모든 걸 할 남자라고요." "허허, 정말 곤란하게 되었군. 하지만 나도 한 가지밖에 할 말이 없네. 그녀는…… 자네와 결혼하려고 들 걸세." "……." "절대로 말이야." 찌릿. 너무나도 곱다 못해 눈물 날 정도의 아름다운 얼굴로 나를 노려보시는 그 분. 난 그분에게 어색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방……가?" "……." "하하하." "……." 어색한 냉기만 흘렀다. 아, 그 고운 얼굴로 나를 잡아먹을 것같이 쳐다보자 느껴지는 이 기분, 정말 짜릿(?) 한 걸. 아니, 이게 아니라……. 난 최대한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에. 그러니까…… 그건 정말 실수였어." "……." "그리고 이런 말도 안 되는 율법이 어디 있어? 얼굴 한 번 보고 결혼이라니.응 ? 말도 안 되잖아." "돼." "……." 그녀의 한 마디였다. ……돼. 그래, 되신단다. 워메, 추운 거. 아아악! 난 그녀에게 다시 말했다. "그, 그러니까 이건 진짜……." "책임져." "……." "결혼해. 너 같이…… 너같이 이상한 남자라도 난 율법을 따를 거야." "……." 아니, 그 앞에 '이상한 남자'라는 말은 좀 제거해 주시고요. 그리고 그런 율법 제발 버리세요. 아니, 무슨 얼굴 좀 봤다고 방금 전까지 사이가 극도로 나빴던 나에게 시집을 온다는 거냐! 물론 저런 아름다운 분의 프러포즈(?), 절대 싫지 않다. 하지만 거듭 말하지만 난 일편단심 민들레(정말?). 예진이밖에 없는 몸이시다. 그런데 이런 거 정말 옳지 않다. 난 최대한 침착하게 말했다. "나 좋아하는 여자도 있어." "상관없어." "……." "결혼은 해야 해." "……." 뭔 결혼에 원수진 것같이 말하신다. 그러니 간단하게 말해, 일단 결혼만 하고 그 후엔 뭘 하든 맘대로 하라는 뜻으로 들리는데? 아, 이게 그 유명한, 결혼만 하고 결혼 뒤 따로따로 논다는 그 놀이(?)? ……아니! 이게 아니라. "저, 정말 이건 아니잖아! 응?" "결혼할 거야." "……." "결혼할 거야. 너같은 남자라도 해야 돼." "……." 아니, 그 앞에 왜 굳이 너 같은 남자라는 말을……. 아니, 이게 중요한 게 아니다. 저분 정말 결심 대단하다. 그래, 리플레이로 설명해 줘야지. 난 한차례 심호흡을 한 뒤 다시 말했다. "나 좋아하는 여자가 있어." "그래서?" "……." ……거기서 그래서라고 하면 다음 말이 안 나오는데, 아니 굽혀서는 안 된다. 자, 차근차근 설명해 주자. "그래서가 아니라, 난 그 여자애를 사랑해. 그런데 너랑 결혼을 한다니 말이 안 되잖아?" "……." "결혼은 사랑하는 사람끼리 하는 거야." 왠지 내 입에서 조금 멋진 말이 나온 것 같다. 푸헤헤. 하지만……. "율법이야." "……." "무조건 결혼해." "……." 아, 아니, 이런 막무가내 아가씨가 있나! 무조건 결혼이라니! 난 좋아하는 여자가 있다고! 게다가 서로 사랑하는 사이도 아닌데 뭔 결혼이야! 그렇게 내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을 때였다. "역시 남자라는 동물은 책임을 질 줄 모르나 보지?" "……." "……." 제가 뭘 그리 책임질 일을 했는지 무지 궁금하옵니다. 당신같이 어여븐 미소녀 한번 본 게, 그게 책임질 일이라는 거야? 그럼, 워낙 인상이 강해서 잘 지워지지는 않겠지만 노력해 볼게. 네 얼굴을 잊으려 노력하마. 그러니 더 이상 책임을 떠넘기지 말아 줘. "어쟀든 결혼할 거야. 그렇게 알아!" 휘익. 그 말과 함께 그대로 나가시는 그분. 아악! 너무하잖아! 갑자기 웬 생뚱맞게 결혼이냐고! "이번 악령은, 사실 강력하기도 하지만 레에니의 약점을 알고 있어서 지금 처리가 불가능하다네." 결혼 스토리는 일단 접어 두고, 지금 난 중요한 일을 처리 하기 위해 아저씨의 설명을 듣고 있다. 일명 '악령 잡아 그 재산 삥땅 치자'라는 어마어마한 프로젝트. 그나저나 레에니의 약점이라니, 뭘까? 그 당당한 아가씨에게 약점이라니, 흐으음……. "지금 레에니의 약점이 궁금하겠지?" "아, 뭐……." "원래 절대 공개해서는 안 되지만 살다 보면 차차 알게 될 테니……." "자, 잠깐! 그게 무슨 말이에요!" "……?" "살다니요! 누구랑 뭘 살아요!" "결혼하면 같이 살지 않나?" "누가 결혼한대요!" "하지만 레에니는 이미 결혼식을 준비하는 것 같던데." "허억!" 버, 벌써 결혼식을 준비? 꺄아악! 이건 아냐! 정말 이건 아니잖아! 벌써 웬 결혼식을 준비하고 계셔! 아니, 이게 아니라. "난 안 해요! 아니, 못 해요! 난 좋아하는 여자애랑 결혼할 거라고요!" "글쎄, 참고로, 레에니의 집념은 무시무시하다 못해 공포 그 자체라네." "……." 겁주지 마요! 어찌 됐든, 다시 본론으로 들어 가자. 결혼 이야기만 나오면 급흥분 상태가 되어 버리니 이해해 주길 바란다. 어쨌거나 레에니의 약점이라고 하면 의외의 숫기가 없다는 것? 한마디로, 남자의 알몸 같은 걸 보면 기절할 정도란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알게 된 악령은 레에니가 들이닥칠 때마다 누드 차림으로 계신단다. 아니, 이런 저질적이다 못해 어이없는 악령이 있나. 누드로 싸우다니? 뭔 코미디냐? 아니, 그것보다……. "의외의 귀여운 구석도 있네?" 절대 그럴 것 같지 않은 분이었는데, 그 정도로 숫기가 없다니. 흐으음, 예상 밖이다. "그래, 귀여우니 결혼식은 언제 할 건가?" "……아니, 왜 갑자기 결혼식 이야기입니까?" "레에니는 내 딸이니까." "……." "부디 축복이……." 제발, 이분들 날 소시지처럼 달달 볶아서 먹어 버릴 작정인가. 진짜 쉴 새 없이 볶아 댄다. 그것도 결혼이라는 주제로 말이다. 거듭 말하지만 나 일편 단심 곱빼기 할아버지 같은 존재. 절대 다른 여자랑 결혼하고 뻔뻔하게 예진이를 사랑할 정도로 나쁜 놈은 아니다. 그러니 결론은, "난 못해!" "……." "……." "……." "……." 나와 레에니는 일단 악령이 있다는 곳으로 이동했다. 다시 말해, 원래 살던 인간계. 참고로, 우리 성은 규모가 너무 커서 다시 옮기는 데 시간 좀 걸린단다. 그래서 일단 그 악령을 처리하기 위해 나만 온 것이다. 그런데……. "결혼해." "……푸웃." 갑자기 침묵을 깨고 한마디 하는 레에니. 나도 모르게 침을 튀겼다. 하지만 이런 모습에도 신경 쓰지 않으신다. 난 그런 레에니에게 말했다. "좀 그만 하자, 응? 내가 미안해, 절대로 미안해. 다시는 그런 저질스런(?) 행동 안 할게!" 얼굴 보기 위해 바람을 다룬 게 저질적인 행동인지는 모르겠다만. 한편 이런 나의 말에 그녀는 나를 빤히 보더니 입을 열었다. "결혼해." "아악!" 저 말이 이제는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무슨 공포 특집도 아니고. 계속해서 결혼해, 결혼해, 결혼해, 결혼해라니! 물론 지금 내가 배부른 소리 한다며, 마구 원한이 맺힌 외침이 느껴지기도 한다. 얼굴 10점 만점에 10점, 몸매 좋아. 적당한 글래머에다가 약 173센티미터 정도의 키. 그리고 은빛의 부드러운 머리칼. 이리 보고 저리 봐도 모든 남자들이 꿈꾸는 이상형이다. 하지만 나에겐 정말 예진이가 있다고! 그 순간, "……!" 갑자기 내 머리를 지나가는 굿 아이디어. 난 다급히 입을 열었다. "결혼이라는 것을 하기 전에, 키스도 안 했잖아?" …… 그렇다! 숫기가 없다는 걸 이용하는 거다. 누드 악령을 상대하지 못할 정도로 숫기가 없는 그녀라면 나의 이런 반응에 포기할 것이다. 근데……. "으으읍!" "……." "우우웁!" 너무나도 엄청난 속도로 다가와 나에게 입맞춤하는 레에니. 얼굴이 홍당무가 된 채 그녀가 내게서 천천히 입술을 때더니 말하였다. "이제 됐어?" "자, 잠깐! 너, 너 남자한테 면역력이……!" "남편이 될 남자라면 상관없어." "……." 아니, 뭐 그런 울랄라한 상황이! 아악! 그나저나, "난 또 죄를 지어 버렸구나!" 만날 말만 일편단심이다. 이번 것만 해도 세 번째 키스. 첫 번째는 민호 자식 때문에 민혜랑 한 번, 두 번째는 스킬 후유증으로 미쳐서 에리아스랑 한 번, 그리고 세 번째는 이상한 소리 한번 했다가 저분과 한 번. 난 진정깨끗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일편단심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갑자기 심한 회의감이 들었다. "너냐?" "너, 넌 누구지?!" 레에니의 친절한(?) 안내로, 악령이 산다는 저택 안으로 몰래 들어올 수 있었다. 그러자 나를 보고 당황하는 악령 사마. 내가 그를 보며 입을 열었다. "사신 대타다. 왜?" "크크크. 사신들…… 바보 같군." "……?" 순간 음침한 비웃음을 흘리는 악령. 그리고 잠시 후. 파앗. 순식간에 옷을 다 찢어 버리더니 올 누드가 되어 버렸다. 우욱, 토, 토할 것 같아. 난 그 모습을 보고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 왜냐고? 남자의 알몸을 보는 취미는 없으니까. 한편, 이런 내 모습에 악령은 득의만만한 웃음을 터뜨렸다. "역시 사신들은 남자의 알몸에 약하군. 크하하!" 이건 뭔 개소리냐. 그건 레에니에게만 해당되는 얘기고, 내가 고개를 돌린 건……. "……죽이고 싶다." 너무 역겨웠기 때문이다. 한편, 이런 내 모습을 본 악령이 천천히 다가왔다. 천천히……. "으아악!" 그 모습을 본 난 나도 모르게 공격해 들어갔다. 그리고, 퍼억! "……!" 곧바로 하이킥을 선사해 녀석을 눕힌 뒤 알몸의 악령을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이 자식! 뭐하는 짓이야!" "아악! 자,잠깐! 이건……." "닥쳐, 이 변태 자식아! 우욱! 속이 안 좋아!" "너, 넌 분명 패닉에 빠졌을 텐데……." "염병을 해라! 내가 왜 남자 몸을 보고 패닉에 빠져? 아, 그러고 보니 그 모든 게 다 너 때문이다." "……?" "레에니가 결혼을 하자느니 이상한 소리 하는 거 다 너 때문이야." "……." "그러니 죽어라. 으하하!" "으악! 자, 잠깐!" 아플 게다. 맨몸에 두들겨 맞으니 말이다. 어찌 됐든 나에게 저 녀석의 누드는 말 그대로 악몽이었다. 그날 난 4억이라는 어마어마한 액수를 벌어들였다. 하지만……. "누구?" "……." "주인님, 누구세요?" "누구, 누구에요?" "와, 주인님! 대빵 잘 낚으신다." ……. 내가 데려온 레에니를 본 여자들의 반응. 난 그런 그녀들의 반응에 당황해 더듬거렸다. "그, 그러니까 여기에는……." "결혼해." "결혼을 해야 하는…… 아니, 이게 아니라! 자, 잠깐!" "……." "……." "……." "……." "……." 하지만 레에니의 결혼해라는 한 마디에 모두 넋이 빠지셨다. 아악! 이건 아냐! 오해야! 이건 오해라고! "얼마나 잘 덮치면 저런 아름다운 분께서 결혼하자고 할 수 있는 건가요? 비법 좀 가르쳐 주십시오." "넌 개소리 작작 하고! 그러니까, 여기에는……." "네가 원하는 키스도 해 줬잖아." "……." "……." "……." "……." "……." 싸늘에다가 섬뜩 에렐렐렐렐한(?) 상황이 마구 복합돼서 지금 분위기가 정말 아름답다. 아름다워서 눈물이 나올 정도? 그리고 내가 원하다니! 내가 언제 원했어! 왜 말이 그렇게 되는 거야! 아악! 나에게 실망 가득한 눈초리를 보내는 여자들의 충격적인 모습, 멍하니 있는 모습을 본 내가 얼른 소리쳤다. "이, 일단 내 이야기도 들어 줘!" "……." "……." "……." "제, 제발! 진짜 얘기를 해야 한다니까! 들어 줘!" 그날 난 절규했다. 제 6장 [멋진 남자] "그러니까 오빠 말에 의하면……." "그래, 내가 우연찮게(?) 저분의 얼굴을 봤고, 저분은 그거가지고 결혼하자는 거야." "그래, 그것까지는 그렇다 쳐. 그런데 키스는?" 그때 나래 누나의 한마디. 그 말에 난, "그, 그러니까 내가 원한 게 아니라…… 저쪽이 계속 결혼 하자고 하는 거예요! 그러니 내가 얼마나 당황스러웠겠어요? 하지만 레에니가 남자에게 약하다는 걸 알고, 우리는 키스도 안 해 본 사이니 결혼은 안 된다고 했죠! 근데 갑자기 레에니가 키스를 해 버린 거예요!" "결론은,했다는 거네." "아, 아니. 누나. 그러니까요……." "한 거 맞잖아?" "……네." 난 싱긋 웃으면서도 너무나도 살벌한 누님의 모습에 그대로 버로우탔다. 그래, 변명이라 해도, 결론은…… 했다. 아악! 그렇게나마 약간의 오해는 풀렸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내가 레에니와 키스를 했다는 건 변함없는 사실. 그런 까닭에 분위기는 급속히 냉각된 상태였다. 하아. "그나저나 어떡하실 거예요?" 그때 그나마 다정다감하게 물어 주는 이리스. 난 그녀에게 푸념하듯 말했다. "나도 미치겠어! 결혼해라는 말만 100번 넘게 들었다고!" "……." "나 좀 살려 줘!" 난 이리스에게 거의 매달리다시피 했다. 그만큼 지금 내 귀에 결혼해라는 말이 딱지가 앉았다는 뜻이다. 잠자리에 누워도 결혼해, 결혼해, 결혼해라는 말이 귀를 울렸다. 현실에서 악령조차도 무찌른 내가 이런 공포를 경험할 줄이야! 이건 그 어떤 귀신보다도 무섭다. "형님, 굿 아이디어가 있습니다." "……!" 그 순간 민호 사마, 아니 민호 여신님(?)이 강림하셨다. 그만큼 그의 한 마디는 나의 심장을 녹여(?) 버릴 듯 했다고 해야 하나? 민호의 말이 이어진다. "그런 율법조차도 깨 버릴 정도로 멋진 남자를 소개시켜 주는 겁니다." "멋진…… 남자?" "네." 오……! 그럴싸하다. 그래, 그런 율법조차도 깨뜨려 버릴 정도로 멋진 남자! 그런 남자를 소개시켜 준다? 오, 민호! 굿 아이디어! 웬일로 정상적인 아이디어를 내놓은 민호의 말에 마구 감동이 흐른다. 근데 한 가지 문제점이……. "멋진 남자는 어디서 구하냐?" "형님 근처에 있지 않습니까?" "내 근처?" "네. 3명이나 있죠." "……." 3명? 내 근처에, 그것도 멋진 남자가 세명이나 있었던가? 그리고 그 순간, "백치미의 지존 현무 님. 탐스러운 엉덩이의 청룡 님, 그리고 순진무구 저, 이렇게 3명이 있죠." 내 주변의 자칭 멋진 남자 삼인방. 일단 3위 백치미의 지존 현무 사마. 그의 백치미(?)는 모든 여성들을 황홀하게 만드신다고 알려졌다(정보 불투명). 그만큼 그의 백치미는 모든 여자들을 미치게 할 정도로 멋지단다. 물론 이런 어이없는 말을 한 건 단 한 분, 그분 뿐이다. 내 입으로 말하는 것도 귀찮으니, 패스. 그리고 2위,탐스러운 엉덩이의 주인공 청룡 사마. 그의 엉덩이는 모든 여자들이 원할 정도로 탐스럽다 못해 왕 탐스럽단다. 그의 엉덩이는 매혹 그 자체. 엉덩이의 아름다움에 어떤 여자든 100프로 쓰러질 거라고 장담하신다. 이번에도 역시 그분이 말이다. 또 그분 얘기는 하기 싫다. ……귀찮다. 그리고 1위. 그분이시다. 어떻게 뻔뻔해도 저렇게 뻔뻔할 수가! 너무나도 당당하게 자신을 1위라고 우기는 저분. 인간이 얼마나 번데기에 가까워질 수 있나 몸소 보여주고 계시다. 하하하. 어이 상실. 어찌 됐든 제 입으로 멋진 남자 1위로 자신을 뽑은 민호 사마. 자신의 매력은 순진무구한 점이란다(나, 이 말 하는 순간 진정한 살의를 느꼈다). 자신의 진정한 매력은 순진무구한 마음. 한마디로, 여자들이 자신의 순진무구한 모습을 보면 모두 다 뿅 간단다. 그 말을 모두 들은 나는 민호 군에게 이렇게 말해 주고 싶었다. 정신 차리렴. 아직 젊잔니? 응? 그리고 이 멋진 남자 작전은 실행되고 말았다. 왜냐고? 방법이 이것밖에 없었으니까. 어디서 멋진 남자를 조달해 올 능력도 안 되고 해서, 일단 내 주변에 있는 자칭 멋진 남자 삼인방을 투입했다. 그런데 왜 그 생각만 해도 온몸에 소름이 끼치는 건지. 하아……. 그리고 그 멋진 남자 첫 번째 타자로 백치미의 지존 현무님이 나가셨다. 갑자기 왜 이렇게 백치미라는 단어 자체를 말살하고 싶은 충동이 느껴지는 걸까? 차라리 그냥 백치미라는 단어 자체를 없애 버렸으면 좋겠다. 하아, 진정하자. 그래 . 진정해. 일단 지켜보자. 난 그런 생각과 함께 현무와 레에니가 함께 있는 방을 들어다보았다. 물론, 민호 사마가 설치한 카메라로 말이다. 그 순간, "전 천재입니다." "……." "그리고 당신 같은 미소녀를 좋아한답니다." "……." "천재에다가 미소녀를 좋아하는 저, 멋지죠?" 일단 현무가 말을 꺼내긴 했늗네, 뭔가 잘 이해가 안 된다. 천재에다가 미소녀를 좋아하는 자신이 왜 멋진 거지? 아……! 잠깐이나마 저 자식을 이해하려 했다니, 나도 미쳤나 보다. "정말 멋진 멘트입니다." "……." "……." 그때 들려온 민호의 한마디에 모두 그를 바라보았다. 다른 사람들은 아예 이해를 못하는데 혼자서 멋진 멘트니 뭐니 지껄여 대는 민호 님이 신기할 수밖에. 민호가 한술 더 뜨며 말했다. "눈물이 나올 정도군요." 어디가? 도대체 저 멘트의 어느 부분에서 눈물이 나온다는 건데? 아무리 고민하고 고민하고 또 고민해도 답이 안 나오는데? 아, 머리 아파라. "전 천재입니다." "그래서요?" 똑같은 말을 반복하려는 현무에게 차갑게 한 마디 던지는 레에니. 보통 사람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무지 당황했을 거다. 그렇지만, "저는 천재니까요." "……." "왜 그럴까용?" "……." "우헤헤헤!" 녀석은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그저 바보일 뿐이다. 서서히, 더욱더 냉각되는 레에니. 난 그 모습을 보고 나도 모르게 이마를 짚었다. '저 자식 빼!' 역시나 0.000000000001프로도 기대하지 않은 채 내 자신이 현명했다. 제2타, 청룡 출격. 일단 현무에게 받은 그녀의 스트레스를 대충 나서서 풀어 준 후, 이번에는 청룡을 투입했다. 그런데……. "제 엉덩이는 탐스러워요." "……." "만져 보세요." "……." "격하게 버터풀하게!" "……." "좋을 거예용. 아이잉~." ……하나 잊어버린 게 있었다. 그녀는 의외로 숫기가 없는 여자. 즉, 저런 변태에게는 맥도 못 춘다는 것. 그리고 청룡은 당연하게도 10초 만에 탈락했다. 제3타. 포기했다. "저도 출전할 겁니다." "난 절대 미소녀가 죽는 꼴은 못 본다." "너무 좋아서요?" "……." 너무 좋아서? 너의 변태성에 그녀는 정말로 생명의 위협까지느낄것이다. 청룡의 변태성만으로도 이미 어지러워하는 그녀에게 변태계의 최종 집합체 민호를 선보인다면 그건 그냥 살인행위다. 견디지 못할 거다. "기회를 주십 시오." "개뿔." "형님." "이건 진짜 안 되!" "왜요?" "그건 네가 더 잘 알잖아!" "제가 너무 순진무구해서?" "……." 갑자기 혈압이 팍 오른다. 젠장, 내 앞에서 그딴 소리 하지 말란 말이다. 네놈이 순진무구하면 그 속옷 변태는 천사냐? 하아……. 제발 좀 좀 좀 이런 개소리 축에도 못 드는 말은 사절이다. "결심했어." "……?" 그때, 청룡의 변태 짓에 한동안 어질어질해 하던 그녀가 갑자기 내게 오더니 한마디 던지신다. 뭘 결심해? 서, 설마 현무나 청룡이 중 하나가 맘에 든 건……? "역시 너랑 결혼할 거야." "가, 갑자기 왜 또……!" 그 말에 난 새삼 경악했지만 그녀는 담담히 말을 이었다. "너 나름대로 멋진 편이었어." "……." "저렇게 이상하다 못해 소름 끼치는 남자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멋진 편이야. 그러니 결혼해도 될 것 같아." 아니, 뭐지? 칭찬인 것 같으면서도 아닌 듯한 이 미묘한 말은, 아니, 그것보다……. "……." 저 미친 녀석들 덕택에 오히려 내 점수가 플러스되어 버린 것? 아악! "레, 레에니! 쟤네들이 좀 이상한 거지, 멋진 남자도 의외로 많아!" 난 다급하게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됐어. 저 정도로 이상하지만 않으면 돼. 그리고 그 점에서 너는 합격이야." "……." "물론 율법에 따르자면 저런 남자라도 해야겠지만, 그나마 너 같은 남자여서 다행이라고 지금 느끼고 있어." 아니, 그 율법이라는 게 저 바보 거북이랑 변태 청룡이랑 결혼까지 결심해야 할 정도로 대단한 거였나요? 아악! 게다가 칭찬을 하려면 그냥 해 주지, 왜 기분 나쁘게 굳이 저것들과 빗대는 거니, 응? "그러니 결혼해." "……." 그 말, 정확히 254번째다. 베리킨은 물었다. 그의 마스터에게……. "헌터들을 동원한 작전은 너무나도 어이없게 실패했습니다. 마스터." "……." "물론 마스터가 0프로라는 말에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그 민호라고 불리는 존재…… 상당한 자인 것 같군요." "……." "성 자체에 텔레포트 마법을 걸어 버리다니." 베리킨은 진심으로 감탄했다. 그들에게도 천재 소년은 있다. 하지만 그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영악한 민호의 존재. 자신의 마스터도 그 민호라는 자와 재현이라는 자만은 항상 껄끄럽게 생각했다. 재현이라는 남자의 사기적인 무력과 민호라는 자의 사기적인 꼼수에 말이다. 한편, 그런 베리킨의 말에 마이블라스트의 리더인 그는 중얼거렸다. "그래, 이렇게 허무하게 실패할 줄은 몰랐다." 그렇다. 정말 이렇게 허무하게 실패할 줄은 몰랐다. 이 작전을 실행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헌터들을 모았는데, 너무나도 쉽게실패해 버렸다. "……." 부들부들. 그런 생각이 들자 마이 블라스트 마스터의 손끝이 자신도 모르게 흔들렸다. 항상 그랬다. 그의 앞은 항상 재현이라는 놈이 가로 막았다. 그리고 덤으로 민호라는 녀석까지. 사실 그가 제일 싫어하는 존재는 재현이었다. 항상 모든 분야에서 1위를 차지했던 그가 재현이에게만은 유일하게 압도당하고 말았다. 그리고 그런 자신의 방해물인 재현을 신 모시듯 하는 민호. 그의 입장에서는 두 놈 다 정말 분노하게 만드는 녀석들이었다. 심지어는 게임에서까지 자신들을 방해하고 있다. 그런 소수의 인원으로 말이다. 자신이 이 단체를 완성하기 위해 수많은 일들을 해 오는 동안, 저쪽은 재현과 민호라는 투톱만으로도 돌아가고 있다. 이 사실만으로도 왠지 화가 났다. 왜……! 자신은 이렇게 어마어마하게 성장했는데도 저 두 놈을 가볍게 이기지 못하는 걸까? 하지만 그는 그 두 사람의 파란만장한 이야기와 나름대로 겪었던 엄청난 고충을 알지 못했다. "제길!" 그 자식들을 생각하면 할수록 미치도록 화가 났다. 주체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때 그런 마스터를 본 베리킨이 입을 열어 물었다. "그런데…… 진짜 하실 생각입니까?" "난 두 번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단 두 명을 위해 저희가 그렇게 준비한 걸……." "단 두 명이 아니다. 그놈들은……." "……." "너도 직접 눈으로 봤으니 알 테지." "……." 그 말에 베리킨은 입을 다물었다. 마스터의 말이 맞다. 인원수로 따지면 확실히 두 명이다. 하지만 방금 전에 언급했다시피, 그 둘이라는 머릿수로 자신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고작 두 명이서 말이다. 확실히 이 점을 보더라도 그들을 머릿수만으로 평가하는 건 무리였다. "준비해라. 그 둘만 죽일 수 있다면…… 상관없다." 제7장 [짝사랑] "저, 저기……." "……?" 갑자기 누군가가 나를 부르는 소리에 거의 자동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그곳에 있는 한 소녀. 검은색 긴 머리카락을 가진 소녀였다. 그리고 히트 포인트는, '예쁘다.' 웬만한 연예인은 가볍게 밟아 줄 정도였다 .165센티미터 정도 돼 보이는 키와 호리호리한 몸매, 그리고 수줍은 미소까지. 아니, 그것보다 더 중요한 점을 찾자면, 배지를 봐서는 1학년이다. 뭐 간단히 말해, 1학년 중에서도 이런 예쁜 아이가 나에게? "저, 저는 이윤지라고 하는데요……." "……!" 난 그 말에 그 소녀를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이윤지? 분명 나도 알고 있다. 우리 학교 1학년 중 최고 얼짱이라고 해야 하나? 천사 중의 천사, 초미소녀 클래스 예진과 유일하게 대적 가능하다고 알려진 1학년 소녀. 지금 텔런트로 데뷔한 후 많은 남성 팬을 확보해서, 예진을 제외하면 유일하게 교내에 팬클럽이 있는 소녀였다. 그런데 난 왜 연예인도 못 알아본 게냐? 나란 인간은 정말, "왜…… 그러세요?" "아니 ,뭐……." 그떄 내가 짜릿하게 쳐다보자 그녀가 당황해서 물었고 난 그 말에 고개를 저으면서, "아, 아냐 근데 무슨 일?" 조금 당황스럽다. 갑자기 연예인이라는 분이 와서 나에게 말을 거니 말이다. 그리고 시선 집중. 난 어딜 가든 왜 이렇게 시선 집중을 잘 받는지 모르겠다. 민호랑 있을 때는 날 신기해서 바라보고, 예진과 함께 있을 때는 날 증오해서 바라보고…… 나처럼 이렇게 많은 사람의 시선을 받는 아이는 없을 거다. 당당히 기네스북에 신청해 볼까? 흐으음. 한 번 고려해 봐야 할 지도. 그런데 그 순간이었다. "저기 ,이거……." "……?" 소녀, 이윤지가 내게 분홍색 편지봉투를 내밀었다. 상당히 고급스러워 보이고 예쁜 편지봉투였다. 이게 뭐지? 순간 그녀가 당황하더니 더듬거렸다. "아, 아뇨. 이게 그러니까, 제 친구가……." "친구가……?" "전해 달라고 부탁을……." "……?" 그 말에 나는 그녀가 건네주려는 봉투를 보았다. 이거 분명, 내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 "러브레터?" 라는 생물(?) 이 아닌가? 허억! 서, 설마 저 윤지라는 소녀의 친구가 나를 짝사랑해서? 안 돼! 그건 옳지 않아, 나에게는 이미 예진이가 있는 걸 그래, 윤지 그녀에게는 상처가 될지 모른다. 하지만 확실히 여기서 거절……. "민호에게 좀 전해 주세요." "……." ……할 일이 아니군. 내가 아니니까. 아니, 지금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다. 난 너무나도 놀라서 심장마비라도 걸릴 것 같은 말투로 소리쳤다. "뭐, 뭐. 민호!" "네." "……." "친구가 민호에게 전해 달라고 했는데 도저히 제가 갈 수가 없어서…… 민호랑 제일 친하다는 재현 선배를 찾아온 거예요." "……." "번거로우시겠지만 부탁드려요." 꾸벅. 그 말과 함께 그녀는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난 그 말에 그냥 석상이 되었다. 그리고 잠시 후 그녀의 팔목을 잡아끌었다. "따라와." "네?" "진지하게 할 말이 있어." "……." ……민정은 보았다. 여자아이 하나를 상당히 거칠게 끌고 가는 재현의 모습을. 그리고 그 여자아이는……. "윤지?" 연예인이자, 예진 다음가는 인기를 누리는 아이. 그리고 1학년 사이에서는 절대적이다. 그런 소녀와 재현의, 알 수 없는 끈적끈적한(?) 대화. 민정이 경악에 찬 모습으로 소리쳤다. "크, 큰일 났어! 어서 예진이에게!" 윤지는 두근두근,심장이 미친 듯이 뛰는 것을 느꼈다. 단지 재현이 자신의 손목을 잡았을 뿐이다. 하지만 너무나도 큰 고동 소리. 사실 민호에게 러브레터를 전해 달라는 친구의 부탁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사실 윤지도 재현을 짝사랑하고 있었던 것이다. 평소에 말 한번 걸어 보지 못했지만, 이런 일 덕분에 재현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물론 민호가 무서워서 이 방법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런데 엎친 데 엎친 격으로 마치 고백이라도 하려는 듯 강하게 자신을 어딘가로 데려가는 그 모습에 윤지는 머릿속이 어지러워짐을 느꼈다. 사람들의 발이 드문 곳, 즉 학교 뒤뜰로 다급히 그녀를 데려갔다. 그리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어디 아파?" "아, 아뇨." 심히 얼굴이 붉어진 모습에 난 그렇게 물었다. 그러자 맹렬히 고개를 젓는 그녀. 뭔가 이상하기는 했지만 그것보다 제일 중요한 건. "여기서 내가 한마디만 해도 될까?" "네?" "아주 중요한 일이야." "……." "괜찮지?" "무, 물론……이에요." 갑자기 기대 어린 얼굴을 하는 그녀. 왜 저런 얼굴이 나오는지 모르겠다만, 어쨌든 내가 해야 할 말은……. "네 친구에게 민호를 포기하라고 설득해 주지 않겠니?" "……." "그래야 해!" 내 말에, 그녀의 표정이 왠지 아쉬운 듯 변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다시 그녀는 의아한 듯. "무슨…… 말씀이세요?" "너 그 친구랑 친하지?" "물론요. 10년 이상이나 되었는걸요." "그럼 그 친구 살리고 싶지?" "무슨 말인지……?" "설명하기 난감하니 일단 넘어가고, 어쨌든 살리고 싶지?" "무, 물론이죠." "그럼 민호랑 연관되면 안 돼!" "……." 내 말을 여전히 이해 못하는 그녀. 난 그런 그녀에게 한마디 해 주었다. "민호랑 연관된다면, 보통사람이라면 그 자식의 염장질에 심장마비 혹은 고혈압으로 죽어!" "……." "그 자식이 왜 불가사의인지 알아? 그것도 학교 공포 1위 라는 거 너도 잘 알지?" "그, 그렇긴 하지만……." "친구를 위해서야! 설득해! 그리고 단 한 명이라도 손실되는 이런 비극은 방지해야 해!" 나는 외쳤다. 마치 광복투사가 해방을 부르짖는 듯한 강렬한 어조로 말이다. 그만큼 난 한 소녀가 잠깐의 잘못된 선택으로 민호라는 변태 외계 종족에게 당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절대 말이다. 그러니 그 친구라는 분이 이런 나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알아 줬으면. "저, 재현 선배." "……?" 교실 밖에서 윤지가 나를 조용히 부르고 있었다. 난 그런 그녀를 향해 달려가며 물었다. "선택했어?" 예진은 믿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민정이 말한 그대로였다. 재현이 갑자기 윤지를 거칠게 끌고 가더니 고백을 했고(?) 지금도 분명 '선택했어?'라고 묻고 있었다. 분명히 말이다. "……." 예진은 최대한 아무렇지도 않게 아닐 거라 생각하려 했지만 자신도 모르게 급격히 우울해지고 있었다. "뭐……?" "미치도록 사랑한데요." "……." "죽어도 포기할 수 없대요." "악!" 그 말에 나는 머리를 붙잡았다. 그녀는 정말 열심히 설득했단다. 하지만 친구에게서 돌아온 말은 죽어도 포기할 수 없다는 한마디. 그리고 미치도록 사랑한다는 말이었다. 도대체 그 민호가 어디를 봐서 미치도록 사랑스러운 건지, 아니 죽어도 포기할 가치는 어디서 나오는 게냐?! "저, 저 , 그래도 제 친구가 너무 좋아하니 일단은…… 만나게라도." "윤지야." "네?" "내가 왜 이러겠니?" "……." "솔직히 말해 민호 나랑 제일 친한 동생이야. 아니, 나에겐 정말 고마운 놈이지. 하지만 말이야. 그 자식은 말 그대로 일반인이 견뎌 낼 수 있는 레벨이 아니야." "……." "나도 그 자식 땜에 기절하고 쓰러지고 좌절한 적이 몇 번 인지 몰라. 완전 단련된 나도 말이야. 하지만 그놈은 단련되면 될수록 더욱 미쳐 가고 있어." "……." "농담으로 듣지 말아 줘. 진짜야, 그 자식과 어울린다는 건 한 인격체가 박살 나는 거야!" "……." 물론 나의 이런 말을 그저 말로만 떠들어 봤자 모를 거다. 직접 당하지 않는 이상은. 하지만 직접 당했다면 윤지의 친구라는 분은 이미…… 크윽. 말을 할 수가 없다. 어찌 됐든, 이건 초비상 사태 말기다. "……왜 그래?" 그떄, 왠지 모르게 웃고는 있지만 우울한 기색이 짙어 보이는 예진이 내게 오더니 슬며시 물었다. 그 물음에 난 말했다. "실패했어." "……." "하아." "고, 고백?" "……?" 그때 갑자기 들려오는 뜬금없는 한 마디. 고백이라니? 갑자기 그게 뭔 소리? "아, 아니, 그러니까……." 그리고 그 말에 심각하게 당황하는 예진이. 왜 이러는지 좀 이해가 안 된다. 아, 내가 설명을 자세히 안 해 줬구나. 난 나의 미스를 떠올리고는, "사실…… 휴우." 그 말과 함께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요약해서 섬령에 들어 갔다. "그러니까, 그 윤지라는 친구가 민호 님을 좋아하는데 재현이는 절대적으로 막기 위해서?" "뭐, 그런 거지. 근데 민호 님이라니." "아, 아니, 그래도 뭔가…… 힘들어." "……." 이해한다. 민호는 다들 힘들어 한다. 그는 누가 뭐라 해도 우리 학교의 공포의 불가사의 1위니까. 아니, 도대체 재학생이 학교 괴담에 들어가는 게 가능한가? 아니, 절대 불가능해. 이건 인류 역사상 처음일 게다. 하아. "다행이다." "응?아, 아냐." 갑자기 한숨을 내쉬더니 한마디 하는 예진. 다행이라니? 뭐가? 오늘따라 예진이가 조금 이상하다. 흐으음. 그 순간 예진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근데 어떻게 하려고 그래?" "나도 미래가 답답해." "……." "정말이야." 하아. 답답하다. "민호와 사귀지 못한다면 죽겠대요." "……." "어 ,어떡하죠?" 윤지의 2차 보고. 이건 정말 아니다. 민호랑 사귀지 못하면 죽겠다니, 뭐, 뭐, 뭐 이런……! 그리고 자살이라니, 자식의 죽음이 얼마나 부모님 심장을 부숴 버리는 건데, 그런 이상한 인간 때문에 자살 하겠다는 말을 하다니. 아악! 정말 말이 안 나온다. "선배." 윤지가 애타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자 난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알았어." 만나는 걸 허락해 버렸다. "저 같은 순진무구한 남자에게 반한 여자가 너무 많군요." "……." "곤란합니다, 이거." "……." "정말 말입니다." 어이. 이번이 처음이거든? 그리고 제발 순진무구라는 단어 좀 쓰지 마라. 이상하게 그 단어에게까지 증오감이 느껴지니 말이다. "민호야." "네." "부탁 좀 하자." "……?" "제발 한 소녀의 인생을 망치지 마라." "무슨 말씀이신지? 순진무구의 대명사인 전 잘 모르겠습니다." "……." 이건 정말 안 되겠다. 시작부터 초불안. 감시를 해서 위험수위에 달하면 기절시켜서 어디론가 끌고 가야겠다. 이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 그래서 결론은, 이번에도 데이트 몰래 훔쳐보기(물론 선글라스와 마스크, 모자는 필수). 너무 자주 하는 듯한 느낌이 있지만, 뭐 이건 한 인명을 구조하기(?) 위한 선량한 마음으로 시작한 거다. 그리고 이번에는 나 혼자가 아니다. "괜찮겠어?" "아, 네. 걱정돼서." "휴우, 윤지야." "네?" "오늘……." "……?" "아니다." 오늘 악몽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난 그 말을 그냥 삼켰다. 괜히 그녀를 불안하게 할 필요 없다는 나의 배려라고나 할 까. 그나저나, 윤지의 친구도 꽤 귀여운데…… 하필 민호를 …… 아악! 이건 정말 아니야! 스으윽. 그 순간이었다. "순진무구한 저를 좋아하신다는 분이 당신입니까?" "……." 춤을 추듯 마구 빙빙 돌면서 다가가더니 그 한마디를 던지는 민호. 그리고 그런 민호를 보고 충격을 받은 윤지. ……윤지야, 아직 이건 기본도 아니야. 한편 그런 민호의 행동에 녀석을 좋아하는 그녀, 즉 세현은……. "응." 이라고 대답하신다. ……뭔가 느껴진다. 아스트랄함이 말이다. 보통 데이트라는 건 거의 정해진 루트를 따른다. 밥 먹고, 영화 보고, 카페 들어가서 재잘재잘. 물론 이런 정해진 루트를 벗어나 새로운 루트를 개발하는 남자들에게는 축복의 영광이 있으리라. 아니, 이게 아니지. 보통 남자들은 정해진 데이트 코스를 벗어날 줄 모른다. 하지만 민호 사마는 청므부터 그런 정해진 루트 따위는 어디론가 갖다 버리셨다. 잠시 그들의 대화를 들어 보면, "좋은 걸 구경시켜 드리겠습니다." "좋은 거?" "네. 감동의 비밀기지입니다." "……." "그곳에는 제가 소중히 모은 사랑스러운 컬렉션들이 기다리고 있죠." "무슨 말……?" "뭐, 직접 보여 드리죠." 그래, 저 대화다. 무슨 처음 만나서 하는 일이 감동의 비밀기지로 데려가는 거냐? 이런 혁명적인 데이트 코스. 정말 혁명적이다. 발상에 대해서는 점수를 주고 싶지만, 이건 정말 아니거든? 처음 데이트하는 여자에게 자신의 비밀기지……. 자,잠깐! 그때 내 머릿속을 지나가는 한 가지 사실. 난 아닐 거라 믿었다. 아무리 짐승조차도 형님 하는 민호라고 하지만 그건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그건 진짜 말도 안 되는 거니까. 근데……. "저 자식은 말도 안 되는 일을 밥 먹듯이……." ……한다는 장점(?)을 갖고 계신다. 남들이 봐서 절대 말도 안 된다라고 하는 일도 저분은 그냥 자연스럽게 해 버리신다. 하지만, 하지만 쟤는 여자라고! 그건 정말……. "거기에는 제가 직접 설치해 놓은 아름다운……." "윤지야! 전화!" "네?" "네 친구랑 잠시만 시간 끌어." "……." "부탁해!" "아 ,알겠어요!" 그 말에 다급히 윤지는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곧 전화를 받는 세현. 그녀는 잠시 실례한다면서 민호의 곁을 떠났다. 그러자 당연하게 혼자 남은 민호 님. 난 얼른 달려가 그를 납치했다. "형님이 여긴 웬일이시죠?" "……." "설마, 순진무구의 대명사인 저를 미행하신 겁니까?" "……." "형님, 이건 옳지 않습니다. 질투라니요." "……개소리 즐이다." 또다시 나를 보자마자 헛소리를 해 대는 민호에게 단호한 한마디를 내뱉었다. 이제는 저런 말조차도 귀엽다. 아니, 미친 거 아냐! 정정해서, 귀엽다기보다는 그냥 담담하게 들릴 정도니 나란 인간도 참많이 타락했다는 게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아니, 목적은 이게 아니라! "너, 데이트 코스……!" "……?" "방금 전에 했던 얘기 말야!" "……?" "서, 설마 거기는 아니지?" 난 그래도 민호를 1그램은 믿었다. 정말 거기는 아닐 거라고 말이다. 그래도 일편의 양심은 있을 거라고, 민호가 아무리 왕변태 이긴 하지만 그런 곳을 데이트 장소로 하지는 않을 거라고. 하지만……. "제 성역으로 안내해 드리려고 했죠." "으윽." 그 말에 난 비틀거렸다. 저 자식이 성역이라고 말하는 곳. 그곳은 내가 잘 알고 있다. 무슨 버튼을 눌러야만 지하로 통하는 문이 열리고,그뿐 아니라 야시경이 없으면 침투 불가한 비밀통로. 그리고 한참을 가다 보면 거대한 방이 하나 나온다. 하지만 그냥 방이 아니었다. 거기에는 엄청난 음란물들이 거대한 방을 가득 채우고 있다. 아니, 그건 오히려 약과. 심지어는 몰카 동영상을 생중계(?)까지 하는 그곳(모르시는 분은 3권 외전 참고). 그게 바로 민호의 성역이었다. "형님도 가고 싶으신 겁니까?" "닥쳐!" "흐음." "너, 너 정말 네가 인간이냐?" "100프로 순수 자연산 인간이죠." "……." 난 지가 100프로 순수한 인간이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놈의 말에 입을 다물었다. 도무지 저 뻔뻔함에 대응할 방법을 못 찾겠다. 정말……. 난 잠시 회복할 시간을 가진 뒤 녀석에게 소리쳤다. "어떻게 처음 만난 여자애를! 그런 저질적이다 못해 변태들도 근접하기 힘든 네놈의 아지트로 안내하려는 거냐!" "거기는 성역입니다." "……." "그러니 상관없을 것 같습니다만." 끝까지 성역이라고 주장하는 저분. 난 저분과의 대화를 포기했다. 그리고 간단히 주먹을 지으면서 웃었다. "…… 영화 보렴." "……." "싫어?" "좋군요. 그것도 흥미롭습니다." 나의 주먹을 보고 금방 고개를 끄덕이는 민호. 역시 그에게는 대화보다는 주먹이 먼저라는 게 수긍이 가는 순간이었다. 일단 나와 민지의 다급한 대처에 의해, 그 성역(……)으로 가지 않고 영화관을 가게 된 그들. 민지가 나를 보더니 의아한 어조로 물었다. "도대체 그 비밀기지가 어디기에……." 그 물음에, 나도 모르게 삐질삐질 땀이 솟았다. 도대체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그 비밀기지에 대해서. 아무리 머리를 굴려 봐도 답이 안 나온다. 그냥. "인간이 가서는 안 될 동네?" "……." 라고 압축해 주자. 뭐, 틀린 말도 아니니까. 엔제티니 영화관. 장르를 따지지 않고 거의 모든 영화를 상영한다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영화관. 서울, 아니 전국에서 제일 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민호와 세현은 각자, 이 극장에서 상영하는 모든 영화에 대한 설명이 수록된 안내문을 보고 계신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나는 당장 전화를 때렸다. -무슨 일이십니까? 나의 전화를 급격히 반기는(?) 민호 군. 난 그런 민호에게 웃으며 말했다. "지금 당장 네가 보고 있는 페이지를 덮으렴." -……. "내가 모를 것 같아?" -무슨 말씀이신지? "이 자식아! 안 봐도 비디오야! 너 당장 에로 페이지 덮어!" -아니, 형님. 어느새 초능력을! "……." 장난치냐? 이게 뭔 초능력이냐. 네놈이 그렇게 열심히 안내 책자를 보는 경우는 단 하나밖에 없다는 거 누가 모르냐? 하아, 젠장. "에로…… 페이지?" "……." 내 말을 들은 윤지는 급격히 당황했다. 난 그제야 더 이상 비밀을 감출 수 없다는 걸 느꼈다. 그리고는 고백한다. "저런 놈이야." "……." "처음 만난 여자애한테 당당히 보자고 할 변태라고." "……." "그리고 아까 말한 그 장소. 그냥 변태랑 관련된 곳이라고만 알아 줬으면 해." "……." "이제 내가 그렇게 만류한 이유를 알 것 같아?" 머엉. 민호의 본모습. 아니 0.1프로의 진실을 안 윤지는 거의 굳어 버렸다. 그래, 그 마음 안다. 자신의 제일 친한 친구가 저런 놈을 좋아한다니. 하아, 정말……. 난 잠시 윤지가 진정하기를 기다렸다. 잠시 후, 조금 진정 됐는지 윤지가 말했다. "이제야 선배 말이 조금 이해가 가요." "휴우." 더 이상 알면 윤지가 기절할 것 같아서 더 말 안 하겠다. 그나저나, 저 자식……. "……!" "……!" 다시 고개를 돌리니 어느새 그 분들이 사라져 있었다. 민호 님과 세현이가 말이다. "젠장!" 방심했다. 그 자식이라면 충분히 이럴 놈이다. "어떡하죠?" 자신의 친구의 위험(?)을 느낀 윤지가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 말에 난 당장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그건 바로……. "그, 그건……." "위치 추적기." "……." "혹시나 이런 일을 대비해 그 자식 신발에 추적기를 달아 놨거든." "……." "……." 이런 짓까지 해야 하는 내 자신에게 갑자기 회의감이 들기는 하지만 절대 이건 불순한 의도가 아니다. 단지 한 생명을 구조하기 위한 나의 마음이라는 걸 알아줬으면 한다. 난 다급히 녀석의 위치를 추적하기 위해 추적기를 살폈다. "……!" "왜, 왜 그래요. 선배?" 내가 당황한 표정을 짓자 그렇게 묻는 윤지. 난 다급히 그녀의 손을 잡으며 소리쳤다. "뛰어!" "……?" "비상이야 !제길!" "서, 선배!" 난 제대로 된 설명조차 하지 못하고 그대로 그녀를 두 팔로 안아 올렸다.그리고 잠시 후 마구 뛰기 시작했다. 물론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딱 봐도 수상한 차림). 그나저나, 젠장!이 자식 정말! 지금 내가 이렇게 미친 듯이 달리는 이유. 그건 바로……. "안 돼! 거기는!" 민호가 성역이라고 부르는 그곳이 표시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거의 폭주하다시피 달려온 나와 윤지. 하지만 상황은 이미 끝나 있었다. "오잉!?" "……." 민호의 비밀기지에서 울면서 뛰쳐나오는 세현. 그리고 윤지를 보더니, "윤지야!" 곧바로 그녀의 품에 안겨져 엉엉 우신다. 그런 그녀를 본 윤지는 내게 미안하다는 듯한 눈빛을 하더니 세현을 이끌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리고 잠시 후, 민호 사마가 나타났다. "그렇게 감동적이었을까요?" "나가 죽어!이 변태야!" 그날 난 그대로 우아하게 날았다지? "……내 사과가 소용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미안." "아, 아니에요. 선배가 사과할 필요는……." "아니, 그사실을 알고도 승낙해 버린 내게 제일 문제가 많았던 것 같아." "……." 난 윤지에게 진심을 다해 사과했다. 그 세현이라는 소녀, 너무 큰 충격으로 며칠째 방에서 나오지도 않고 엉엉 울고 있단다. 아무래도, 내가 그녀의 입장이었다 해도 분명 그럴 거다. 자신이 짝사랑하던 남자가 그런 변태의 신이었으니 말이다. "미안." "정말 저한테 그럴 필요 없어요. 선배, 그리고…… 저는 나름대로 즐거웠거든요." "……?" "아, 그리고 오늘 7시에 하는 와일드 TV…… 봐 주실래요?" "……?" 난 윤지의 부탁으로 정확히 7시에 하는 와일드TV인가 뭔가를 관람했다. 그러자 거기에는. "오, 윤지?" 반가운 얼굴이 모습을 드러냈다. 요새 최고의 주가를 올리는 초특급 미소녀 윤지의 특별 게스트 출연. 흐으음. 맨 얼굴도 예쁘지만 확실히 화장을 하니 좀 더 괜찮은 느낌도 든다. 그때 윤지가 출연한 방송 사회자의 한마디 질문이 들려왔다. "좋아하는 남자나 사귀는 남자가 있나요?" 뭐야, 저 자식! 왜 사람 곤란하게 그런 질문을 하는 거냐! 윤지가 곤란하게 말이다. 그리고 보통 그런 질문을 받은 연예인들은 없어요라고 한다. 한데, "사귀는 남자는 없고 좋아하는 남자는 있어요." "허억!" 유, 윤지야! 그런 말은! 이 연예계라는 게 워낙 삭막해서 저런 말 한마디에 떨어져 나가는 팬이 얼마나 될지 모른다. 그런데 저렇게 당당하게 말하는 건! 그녀의 말이 이어졌다. "저희 학교의 선배예요. 평소에 말 한 마디 못 걸어 봤지만 이번에 우연치 않게 말도 걸고, 미행 데이트라는 것도 했어요." "……." 허억! 그 남자가 도대체 누구지(……)? 그리고 미행 데이트라니, 요새 여자들은 그런 색다른 데이트도 선호하는 건가? 이거 나중에 예진이랑 한번…… 흐으음. 그나저나, 요새 여자들은 게임 정복도 좋아하고 미행 데이트도 좋아하고, 좀 색다른 걸 많이 선호하나 보다. 제8장 [신이 만든 야설] "드디어, 드디어 단서를 잡았습니다!" "……!" "이제 드디어 저희의 꿈이 이루어질 것 같습니다." "저, 정말이냐?" "네! 아직 확정하기는 이르지만 어쨌든 이루어질 것 같습니다." "오오오!" 난 민호의 말에 급격히 흥분이 되기 시작했다. 드디어! 드디어! 그걸 찾은 거냐? 신이 만든 야설, 뜨거우면서도 차가우면서도 달콤하면서 짜릿한 카페라떼를 말이다. 그 내용에 대해서는 절대 관심이 없고 그 안에 있는 단서, 즉3대 현자에 대한 것에만 관심있다. 그것만 찾는다면……! "모든 자연의 힘을 마스터한다!" 그럼 난 완전무적이 되는 거고, 시간을 다루는 베르자니아에게도 복수할 수 있게 된다. 아니, 그뿐만이 아니다. 자연재해를 마구 일으켜서 게임 정복 완료! 그리고 나한테 집적거린 마이블라스트인가 뭔가 하는 놈들도! 으하하! 생각만으로도 급흥분이다. 그나저나……. "어디냐? 그 소설이 있는 곳은!" 나의 다급한 질문. 그런 나의 물음에, 민호는 싱긋 웃으면서 대답했다. "현무 님과 관련이 있더군요." "……." 그 말에 난 멍하니 민호를 바라보았다. 잘못 들었을 거라고, 아니 네가 잘못 말한 거라고 믿고 싶다. 하지만 우리 친절한 민호 씨는 다시 한 번 확인해 주었다. "틀린 말이 아닙니다." "아악!" 그 말에 난 비명을 질렀다. 또, 또야? 이번에도 현무야? 그래, 그 자식 만물의 보고라고 불리는 현무다. 그러다 보니 모르는 게 없다는 게 맞는 말이다. 하지만 기억한 건 무조건 까먹는다는 아주 멋진 기능이…… 아악! "그렇게 절망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지금 절망 안 하게 생겼어? 현무라고! 현무가 알고있다고!" 막 울고 싶다. 엉엉 말이다. 그런데, "전 현무 님이 안다는 말은 안 했는데요." "네, 네가 방금 현무랑……." "관련이 있다고 했죠." "……." 그러고 보니 그러네? 그럼 도대체 뭔 말이냐? 내가 궁금하다는 표정을 하자, 민호는 싱긋 웃더니 말했다. "현무 님의 형님 되시는 분이 갖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 현무……의 형? 난 진지하게 물었다. 현무에게 말이다. "현무 군." "네, 마스터." "……." 참 대답은 잘해요. 아니, 이게 아니라……. "너한테 형이 있니?" "흐음." 바로 대답하지 않고 잠시 생각에 잠기는 현무, 그리고 몇 분의 시간이 지났을까. ……계속 생각 중이시다. 옛날 같았으면 어서 생각해 내라고 성질을 냈을 테지만 이제는 이해해 준다. 난 이해심 많은 남자니까. 크흐으음. 그렇게 몇 분이 더 지나고, 결국 10분이 경과됐다. "흐으음." "……." "흐으음." "……." 골똘히 생각에 잠긴 그 모습. 아름답기까지 하다. 그래, 지켜보자. 난 인내심 많은 남자잖아?고작 10분 정도야……. 또다시 시간이 흘렀다. 이번에는 5분이 지나서15분……. "이 개자식! 죽을래!" "으아악!" "어서 대답 안 해! 앙!" "사, 살려 줘요." "내가 죽여……!" ……내 인내심은 15분이 한계다. "하아.하아." 근처에 있던 나래 누나가 말려서 그렇지 안 그랬으면 오늘 또다시 거북이 한 마리 초상 치를 뻔했다. 그런데도, "……." 아직까지 기억 못 하고 계신다. 이제는 2시간이 지났다. 야! 내가 뭐 엄청난 걸 물어봤냐? 형이 있나 없나 물어본 거잖아! 그게 2시간 동안 고민할 일이냐? 아악! 가,갑자기 뒷골이……. "진정해." "누나,이건 정말……." "물론 네 마음도 이해는 가는데……." "아악! 정말…… 으드득." 난 옆에 있는 나래 누나 때문에 직접적인 행동은 하지 못하고 이만 마구 갈면서, 거북이 녀석을 씹어먹을 눈빛으로 쏘아보았다. 그리고 그 순간! "혀, 형이 있을지도 몰라요!" 몰라요, 몰라요, 몰라요…… 라는 말이 내 귀를 맴돌았다. 형이 있다는 것도 아니고 몰라요라고? 그러면 확실치 않다는 거냐? 2시간 동안 생각해서 나온 대답이 형이 있을지도 몰라요라니……! 아악! "재 , 재현아." "누나, 잠시만……." "응." 난 그대로 누나의 품 안에 쓰러졌다. 절대 불순한 의도는 없고(뭐지? 이 구라 치지 말라는 시선들은?) 그냥 갑자기 빈혈이 일어나서 그런 거다. 그리고 그 빈혈을 유발시킨 것은 바보 거북이 한 마리. 세상에 어떻게 저런 바보 거북이가 지식의 보고라 불리는 현무라는 겁니까? 정말 너무하옵니다. 2시간의 고민 끝에 나온 현무의 대답. 결론은, 형이 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완료, 그렇다면 당연하겠지만……. "형이 있는 장소도 모르겠군." 형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놈에게 형의 거주지를 물어 보는 건 말도 안 되는 일. 하아. "정말 곤란하군요. 현무 님의 형만 만난다면 일이 잘 풀릴 텐데 말이죠." "하지만 그 중에는 라스트 보스 중에서도 왕 라스트! 보스가 계시지." 그 누구도 클리어하지 못한다는 그 전설의 그분이 말이다. 그분은 아무리 패도, 아무리 영약을 먹여도 어떤 짓을 해도 절대 해치울 방법이 없는 왕 라스트 보스, 현무. 사실 내가 제일 두려워하는 게 뭐지 지금 고백하겠다. ……현무다. 다른 애들은 나의 비기를 맞으면 뭐라도 나온다. 하지만 얘는 안 나온다. 모르니까, 잊어 먹었으니까. 내가 현무에게 정보를 얻으려 할 때마다 마구 공포에 떠는 모습은 오버가 아닌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공포 때문인 것이다. 현무라는 존재에 대한 공포 말이다. 그만큼 그는 나를 공포의 수령에 빠트릴 수 있는 유일무한 천적과도 같은 존재다. 약점 같은 건 밝히기 싫어 감춰 왔지만, 휴우……. 그만큼 답답하다, 정말……. 그렇게 며칠이 지나갔다. ……며칠이 말이다! 하지만, "전 너무 천재인 것 같아요!" 아직도 헛소리만 해 대는 현무 씨. 아악! 정말 이건, 아니잖아? "형님, 손님이 왔는데요." "지금 손님 받게 생겼어?" "흐음." "지금 중요한 건 저 자식이 형을 기억해 내는 거라고!" 그렇다. 의뢰를 받아 돈을 버는 것도 좋지만 우선순위는 아무리 봐도 그 신이 만든 야설을 찾아 슈퍼 무적이 되는 것. 그게 더 중요하다. 그런데, "그럼 현무 님의 형이라고 정체를 밝힌 그분을 돌려보내야 겠군요." "그래! 돌려…… 뭐?" 고개를 홱 돌려 민호를 쳐다보자 녀석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현무 님의 형이라는 분이 찾아왔습니다." "……." 그런 건 처음부터 말하라고, 이 자식아! "반가워요!" "……." "으어어엉!" "……." "웰컴!" "……." 난 울었다. 그것도 통곡을 하다시피 말이다. 현무의 형이라는 존재를 보고, 솔직히 이 기분, 당사자가 아니라면 모른다. 수없이 정말하고 바닥 밑을 기어가는 이 기분! 정말 아무도 모른다. 한편, 나의 격렬한 반응에 살짝 당황하는 현무의 형. 그러고 보니……. "……." 되게 멋지시다? 일단 너무나도 인자해 보이는 얼굴과 모든 걸 받아들일 것 같은 포옹감. 그리고 뭇 여성들을 설레게 할 정도로 멋진 남자다. 같은 남자가 봐도 무언가 인정이 되는 남자. 이런 존재가……. "현무 형님 맞나요?" "맞습니다. 제 동생 때문에 고생이 많으시군요." "……." 뭐, 뭐지? 이 알 수 없는 섬뜩함은? 그는 너무나도 멀쩡했다. 아니, 이런 사실에 놀라는 내 자신이 약간 이상하기는 하지만, 보통 형제라고 하면 곧 죽어도 약간은 닮기 마련. 예를들어서 민호 삼남매. 다들 멋진 분들이다(어떤 의미에서는……). 그래서 난 이분도 분명 현무와 닮은 점이 있을 거라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했는지 모른다. 그런데, 그런데……. "너무 달라." 그렇다. 전혀 다르다. 바보 거북이는 바보 주제에 자뻑 증세 말기다. 하지만 이 남자에게는 그런 기미가 전혀 없다. 그리고 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총명해 보여서 마구 눈이 부실 정도다. 한마디로 총명빛(?)이라는 것이 저분에게서 뿜어져 나온다고 할까? 어찌 됐든 그렇다는 거다. 그 순간, "항상 제 동생이 피해만 끼쳐 드린 것 같아 송구스럽습니다. 이 자리에서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꾸벅. 그러면서 내게 인사를 하신다. 난 그런 그 남자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세상은 요지경이라는 것을 말이다. "제가 이렇게 찾아온 이유는, 저를 찾는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자신을 현무의 형이라 밝힌 남자가 말했다. 맞는 말이다. 그를 찾기 위해 얼마나 고생했는가? 물론 고생한 건 내가 아니고 민호지만, 어찌 됐든 그런 그를 애타게 찾은 건 사실. 그 순간, 남자가 약간 곤란한 표정을 짓더니 입을 열었다. "그래도 조금…… 난감하더군요." "……." 무슨 말……? 난 남자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난감하다니? 도대체 무슨 말인지 하나도 이해가 안 간다. 그떄, 민호가 싱긋 웃으며 물었다. "제 홍보 효과가 마음에 안 드셨읍니까?" "마음에 안 든다기보다는…… 정말 난감했거든요." "……?" 도대체 뭔 말이냐? 하나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난 슬며시 민호의 옆구리를 쿡쿡 쑤셨다. "도대체 무슨 홍보 효과?" "뭐, 별거 아닙니다. 그냥 신의 야설을 알고 있는 엄청난 야설 마니아이신 현무 님의 형님을 찾습니다 라고 열심히 마구 퍼트렸을 뿐이지요." "……." "칭찬은 사양하죠." 퍼억! 나는 그대로 민호의 머리를 갈겨서 다운시킨 뒤 미안한 어조로 말했다. "…… 정말 실례했습니다." "아, 아닙니다." "정말 할 말이 없군요." "아닙니다. 제 동생이 오히려……." "아뇨, 현무보다 이놈이 더……." "아닙니다. 제 동생이……." "……." 그렇게 우리는 서로 사과를 거듭했다. 각자 동생의 잘못에 대해서, 제길. "그럼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할까요?" "네." 그렇게 잠깐의 시간이 지나고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그…… 신이 만든 야설이 필요하신 겁니까?" "아, 뭐 읽으려는 건 아니고 그러니까…… 더 강해지기 위해?" 절대 이상한 변태라고 오해받고 싶지 않았기에 나는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그것이 사실이다. 민호. 저 자식은 그저 야설을 읽으려고 헉헉대는 한 마리의 짐승이지만 난 오직 순수한(?) 의도로 그 소설을 찾는 거다. 이런 내 말에 현무의 형이 중얼거리듯 말했다. "정말 난감하군요. 그 저주받은 야설이 필요하시다니." "엥?" 저주를 받다니? 갑자기 뭔 소리다냐. 난 현무의 형님, 자신을 카르스라고 밝힌 남자의 말에 어리둥절해져서 그를 바라보았다. 저주 받다니……. 내가 알기로 그것은 분명 신이 만든 야설. 하지만 카르스는 그 야설이 저주받았다고 한다. 카르스는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싶더니 이내 나를 보고 한숨을 쉬었다. "현무가 왜 저렇게 됐는지 아십니까?" "그, 글쎄요." "저희 일족사상 그 누구도 근접할 수 없을 거라던, 저희 일족의 대자랑이었던 현무가 말입니다." ……. 왠지 말이 안 나온다. 난 내 귀를 의심했다. 현무가, 현무가 그 누구도 근접할 수 없었던, 지혜의 상징인 거북이 님들의 대자랑이었다고? 저 바보가? 지금 분위기가 좀 이상해서 농담으로 풀어 보려는지, 역시 재치 만점이시다. 푸헤헤. 그때 내 생각을 읽은 듯 카르스가 말했다. "믿기 힘들겠지만 사실입니다." "……." "말 그대로 현무는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총명한 아이였으니까요." "……." 갑자기 왜 이리 속이 메슥거리냐? 저기서 만세를 부르면서 자기 잘났다고 난리 치는 현무 군이 사실은 슈퍼 천재? ……. 난 물었다. 정말 진지하게. "근데 쟤 왜 저 모양이 됐어요?" "휴우. 방금 말씀드렸잖습니까. 당신이 찾으시는 신이 만든 야설은 저주를 받았다고요." "……?" 그렇게 마구 꽈배기처럼 꼬아서 말하면 나 잘 못 알아듣는다. 그냥 쉽게 말해 주면 안 될까요? 그 순간, 카르스의 말문이 열렸다. "현무는 모든 지식을 습득한 뒤 마지막 한 가지를 남겨 두었죠." "……." "그게 바로 신이 만든 야설…… 신이 만든 야설, 뜨거우면서도 차가우면서도 달콤하면서 짜릿하 카페라떼였습니다." "……." "그리고 현무는 그 지식조차도 자신의 머리에 담기 위해 신이 만든 야설, 뜨거우면서도 차가우면서도 달콤하면서 짜릿한 카페라떼에 손을 댔습니다." 현무야. 지식을 담는 것까지는 좋은데 굳이 야설까지 머리에 담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아니, 중요한 건 이게 아니지. 카르스의 말에 의하면 현무는 신이 만든 야설, 뜨거우면서도 차가우면서도 달콤하면서 짜릿한 카페라떼에 손을댔다. 그리고……. "저 모양이죠." "……엥?" "그 소설을 접한 후 저렇게 된 겁니다." "……." "휴우." 일단 요약해 보자. 사실 현무는 무지무지 총명하다 못해 초천재였다. 그렇지만 모든 지식을 습득한 뒤 배울 게 없어서 심지어는 야설까지 습득하려고 하셨다. 그리고 그게 바로 신이 만든 야설, '신이 만든 야설, 뜨거우면서도 차가우면서도 달콤하면서 짜릿한 카페라떼', 이 소설이다. 그리고 그 소설을 읽고……. "저 모양?" "네." "진짜요?" "진짜입니다." "정말요?" "그렇습니다." "아악!" 마, 말도 안 돼! 지금 저 현무의 형 카르스의 말을 정리해 보면, 엄청 초천재였던 현무가 단지…… 단지 신이 만든 야설, 뜨거우면서도 차가우면서도 달콤하면서 짜릿한 카페라떼 를 접한 뒤 저런 바보 거북이가 되었다는 거냐? 직접 듣고도 전혀 믿어 지지가 않아! "그래서 제가 저주받은 야설이라고 하는 겁니다. 그 책 안 에는 분명 거대한 무언가가 있을 겁니다. 그렇기에 현무가……." 카르스는 자뻑에 젖어 있는 현무를 안타까운 듯 바라보았다. 갑자기 무서워진다. 그 속옷 변태의 말에 의하면 분명 신이 만든 야 설, 뜨거우면서도 차가우면서도 달콤하면서 짜릿한 카페라떼에 3대 현자에 대한 단서가 있고, 그 단서를 찾아 그들을 만나면 모든 자연의 힘을 마스터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전에……. "우헤헤헤!" 내가 저 꼬라지가 되면? 생각만으로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더욱 강해져서 게임을 정복하고, 어딘가에서 집적거리는 나부랭이들을 멋지게 무찌르는 건 정말 좋은데……. "저건 사양하고 싶다." 조금 바보도 아니고 완전 바보도 아니고 초완전 바보가 되게 만드는 소설이라니……! 무섭다. 절대 보고 싶지 않다. 하지만 그 순간 들리는 한마디 음성. "보고 싶군요." "……." "……." "막 카타르시스가 올라오는 느낌입니다." "……." "……." 마구 보고 싶다고, 흥분한 듯 말하는 민호. 너, 넌 저 말이 무섭지도 않냐? 현무처럼 된다고! 한마디로 머리가 백지가 되는 것보다 더 심한 정체불명의 두뇌를 갖게 된다고! 그런데도 보고 싶다니……. 민호가 말을 이었다. "남자에게는 때로 알면서도 가야 할 길이 있는 겁니다." "……." "그게 설령 목숨이 위험하더라도요." 멋진 대사다. 그래, 정말 멋진 대사다. 남자에게는 때로 알면서도 목숨이 위험하더라도 가야 할 길이 있는 거다.그런데……. "야설하고는 별로……." 안 어울린다. 난 진정 그에게 말했다. 진심을 가득 담은 채. "정말 이건 아니다. 민호야." "뭐가 말이죠?" "저주받은 야설이라고! 네가 아무리 야설계의 거장이라지만 이건!" "걱정 마십시오. 전 가야 할 길을 가는 것뿐이니까요." "……."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남자에게는 자신의 목숨이 위험하더라도 진정 가야 할 길이 있는 겁니다." 아무 사정도 모른 채 들으면 확실히 열나게 멋진 말인데. 제발 야설 보러 가면서 그런 멋진 말 사용은 자제해 주길바란다. 하아. 그나저나 저 녀석, 정말 완전히 각오.그 자체다 마치 신념을 위해 죽음으로 내닫는 듯한 한 남자의 모습이 그대로 느껴졌다. "여기 있습니다." 그때 겉모습만으로도 엄청난 포스를 발휘하는 책 한 권을 들고 오신 카르스. 그 책을 든 채, 그가 민호에게 말했다. "지금이라도 보지 않을 것을 권합니다." "아뇨, 보겠습니다." "……." "전 짜릿한 남자니까요." "……." 그러면서 제멋대로 책을 낚아챘다. 하아, 정말 이건. "야!" "……?" "진짜 이건 아니다. 완전 미친 짓밖에 안 되는 거라고." 뭐 엄청난 거면 몰라. 신이 만든 야설을 보려고 모든 걸 포기하려 한다니, 정말 말이 안 된다. 하지만……. "형님에게는 그냥 야설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진리입니다." "……." "제가 살아가는 이유, 제가 존재하는 이유. 그게 바로 이것입니다." "……." "그러니 이해해 주십시오." "……." 그러면서 그대로 책을 펼쳐 버렸다. 악! 정말 저 자식……! 뭐하자는 거냐? 민호는 멍하니 야설을 읽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나는 갑작스럽게 느껴지는 불길함에 다급히 민호를 불렀다. "야!" "……." "정신 차려! 왜 그래?" "……." "야!" 다음 순간, 민호가 아무런 감정도 깃들지 않은 눈빛으로 나를 보았다. 잠시 후, 그가 말했다. "……전 누구죠?" "……!" 제9장 [야설의 세계] "전 천재입니다." "나도 천재입니다." "……." "……." "……." "……." 모든 일행은 말없이 민호와 현무를 바라보았다. 그들은 말 그대로 왕바보가 되어 버렸다. 왕바보가 말이다. 더욱 충격적인 건, "민호가……." 외계인조차도 압도했던 미묘했던 그가 당한 것이다. 사실 난 믿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라면, 그라면 이 상황을 타개할지도 모른다고, 하지만…… 이건 뭐. "영혼이 흡수당했어." "……!" 그때 어느새 악령 퇴치하러 갔다 온 레에니의 한마디. 난 다급한 엉조로 물었다. "무, 무슨 말이야?" "저 책이 흡수했어. 그들의 영혼을." "……!" "그리고 지금 저들에게 있는 건 기억의 잔재뿐." "……." 그, 그럼 지금 저 바보 멍텅구리들은 머릿속 기억의 잔재만으로 저렇게 노는 거란 말이냐? 아니,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다. 지금 중요한 건……. "책이 영혼을 흡수해?" "응, 확실해. 저 책에는 강한 영기가 가득해." 무, 무슨 이런 말도 안 되는……. 책이 영혼을 흡수한다. 솔직히 믿을 수 없는 말이다. 하지만 그 말을 하는 존재는 사신 중에서도 제일 뛰어나다는 레에니. 그리고 그녀가 거짓말을 할 리 만무할 터. 난 그녀를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 "저들의 영혼을 구해 올 방법은?" "네가 가야 돼." "……." "내가 특별한 방법으로 강제로 영혼을 꺼내 올 순 있지만, 문제는 거기서 그들의 영혼을 찾아야 한다는 거지." "……." "솔직히 말해 책 안 세상이라니, 나도 믿어지지가 않아.하지만…… 유일한 방법은 저 책 안에서 그들의 영혼을 찾는 거야." 난 결심했다. 그들의 영혼을 되찾기로, 레에니의 말에 의하면 딱24시간이란다. 그 이상 초과하면 나의 영혼조차도 꺼내 올 수 없단다. 그러니 저 알 수 없는 책 속 세상에서 24시간 안에 민호와 현무의 영혼을 데려와야 한다. "휴우." 난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내 손에 쥐어진, 그 신이 만든 야설이자 이 모든 상황의 해결책이 될 그 책을 바라보았다. 그래 가자. 레에니를 믿고, 바보 거북이와 민호의 영혼을 찾으러! 사실 게임 상태에서만 적용되는 것이기는 하다. 민호 같은 경우, 현실에서는 원래의 그로 돌아오지만 게임에 접속하는 순간 그가 접할 수 있는 건 책 속 세상 뿐이란다. 그렇기에 그의 영혼을 끌고 오는 건 필수다. 파앗. 나는 야설책을 펼쳤다. 그리고 잠시 후. 나의 영혼은 어디론가 흘러들어 갔다. "여, 여긴 어디냐?" 잠시의 비틀거림 후, 갑자기 확 달라진 풍경에 당황했다. 주변은 온통 푸른색 숲으로 나를 감싸고 있었고, 너무나도 맑은 내음이 나를 반기고 계신다. 하지만 지금은 그 풍경이나 공기의 맑음 따위가 중요한 게 아니다. "여기가…… 야설의 세계?" 정말 이상하다. 내가 생각했던 곳이 아니다. 분명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19금 장면이 마구 연출되거나 이상야릇한 분위기가 가득하리라 생각했는데. 아니, 그런 걸 보고 싶었다는 게 아니라 그렇지 않을까 생각한 거다. 진짜다. 믿어 달라. 어찌 됐든 그런 내 예상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19세 장면은 어디에도 없고, 이상야릇한 분위기?쥐꼬리만큼도 없다. 그저, 초록색의 숲과 맑은 공기가 내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 뿐이다. "……." 갑자기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다. 뭐지? 뭐지? 뭐지? 응? 누가 이 상황에 대해 설명 좀 해 줘! "-제자 군!" "……!" 그때 저 하늘에서 메아리치는 한 줄기 목소리. 원래라면 절대로 거부하고 싶은 목소리였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에서는 그 목소리조차도 천상의 하모니처럼 들렸다. 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속옷…… 변태?" "-성자네." "……." 맞다! 속옷 변태다. 부끄럽지만 일단 내 스승이기도 하고 속옷 변태이기도 한그다. 그의 목소리가 이런 생소한 곳에서 들려오니 왠지 모르게 감동? 하지만 그런 감동의 여운도 느낄 새도 없이 목소리는 다시 들려왔다. "-거기는 수백만 개의 달하는 야설 세계 중 한 곳이네!" ……. 난 내 귀를 의심했다. 뭐? 수백만 개에 달하는 야설 세계 중 한 곳이라고? 여기가? 무슨 말을 해야 할까. 갑자기 할 말이 사라지고 머리가 멍해졌다. 속옷 변태의 말이 이어졌다. "-책을 펼치면 수백만 개의 야설 세계 중 한 곳에 랜덤으로 떨어진다는 걸 지금에야 알았네. 한마디로, 그곳에 빨려 들어 간 영혼을 찾는 방법은 아예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커억!" 난 그 말에 그대로 굳어 버렸다. 수백만 개의 야설 세계에서 그들을 찾는 건 무리란다. 그럼 나 여기 왜 온거? 그 순간이었나? 속옷 변태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온 건, "-시간이 없어서 이만 물러나겠네. 하지만 방법은 하나, 지금 제자 군이 있는 세계를 평범한 스토리로 이끌어 가는 것이네!" "……?" "-한마디로, 야설이 될 상황을 야설이 안 되도록 제자 군이 개입하면 되는 거네! 그 방법밖에 없어. 잠시 이 세계를 흩트려서 영혼들을 구할 방법은 말이……." "속옷 변태 사마!" 말을 하던 도중 갑자기 버로우 하시는 속옷 변태. 으어억! 말은 마저 해 주고 가셔야지! 그리고 그 순간이었나? "꺄아악!" "저 여자를 덮쳐!" "마구 능욕해!" "으하하하!" "이리 와, 귀여운 것!" 마치 야설에서 변태들이 한 여자를 덮치는 장면을 연상시키는 대사가 외쳐졌다. 그 말인즉……. "이야기 스타트?" 야설 스토리가 진행하기 시작했다는 것. 속옷 변태의 말에 의하면, 이 스토리 자체를 평범하게, 즉 야설에 관련되지 않게 만들어야 영혼을 구할 수 있다는 거다. 그렇다면! "기다려요요요용!" 나는 그대로 비명이 들려온 방향으로 달려갔다. 헉! 난 경악했다. 바람과 같이 달려가자 보이는 한 광경. 웬 짐승같이 생긴 남자 5명이 여자 하나를 포위한 채 압박해 들어가고 계신 장면. 참고로 여자의 외모는 역시 내 컬렉션(?)에 들기에는 부족하지만 그래도 무지 예쁜 편이다. 그 여자의 옷이 마구 찢어져서 속옷이 힐끗힐끗 보였다. "크크크. 너의 몸을 오늘 내가 갖겠다." "키키키, 형님 저도요." "오늘 대박인데?" "흐흐흐." 마구 침을 흘리는 짐승들과 그런 그들을 보고 울고 있는 그녀. 그녀가 외쳤다. "누, 누가 좀 살려 주세요!" "여기는 아무도 올 수 없는 곳이야." "크크크. 꿈 깨는 게 좋을 거야." "뭐 일말의 꿈을 꾸는 것도 재미있겠지. 크크크." 어이, 저 왔는데용? 방금 전 산적들의 말에 의하면 여기는 아무도 올 수 없는 곳이란다. 근데 난 너무나도 쉽게 그냥 들어왔다. 뭐가 뭔지 모르겠다만, 일단은 저 여자를 구하는 게 급선무다. 이 세계를 맑은 세계로 이끌어야지만 모든 게 해피 엔딩이니까. 난 당당히 외쳤다. 정의의 용사들이 등장할 때 항상 내뱉는 대사들. "거기 멈추지 못할까!" "……." "……." "……." "……." 정의의 용사들이 항상 외치는 한마디! 크크크. 나도 한번 해봤다. 만날 범행만 저지르다가 왠지 정의라는 말이 들어간 행동을 하니 눈물이 나올 것만 같다. 아, 행복해. 하지만……. "뭐야?저 거지 같은 자식은?" "어디 사는개새끼야?" "제길, 기분잡치네. 저자식 죽여서 목 매달아 버려." "네. 두목." "……." 잠시의 침묵이 흐른 후 나의 정의의 대사에 저런 비수를 꽂아 댄다. 아악! "나부랭이 놈. 오늘 넌 끝났어." 그때 산적 하나가 도끼를 들고 내게 다가왔다. 난 웃었다. 왜냐고? "나부랭이 킥!" "……." "하하하." "……." "……괜찮으시진지요?" "아…… 고맙습니다." 그녀는 상당히 당황한 모습이다. 우락부락해서 보는 것만으로도 몸이 떨리는 산적들이 나의 나부랭이 킥 한 방에 단숨에 저 세상으로 가 버렸으니 말이다. 감히 누구보고 나부랭이라고……. 아, 생각만으로도 다시 혈압이 올라가는구나. "여기는 장소가 좋지 않습니다. 다른 데로 이동하죠." "아, 고맙습니다." 내가 걸치고 있는 후드를 벗어서, 그녀의 몸에 덮쳐 주었다. 어차피 이 세계에서는 내게 현상금이 걸린 것도 아니니 후드를 벗어도 별 상관이 없을 것이다. 그렇게 난 힘없이 걷는 그녀를 부축하면서 걸었다. 그리고 그분을 힐끗 보며 생각했다. '이분이 메인 캐릭터구나.' 확실하다. 이분이 이번 야설에서 당하는 역할이라는 게 마구 느껴졌다. 그렇다면……. '이분만 지키면 게임 오버?' 오오! 생각 외로 일이 잘 풀리는 걸? ……방금 전 이야기 취소한다. 잘 풀리기는 개뿔. 난 내 주변을 포위한 수천 명의 기사들을 보고 할 말을 잃어버렸다. 도대체 저들이 왜 우리를 포위한 걸까? 그건 바로, "왕자님이 저 여자가 마음에 드신다고 한다. 데려가라." "네, 단장님." 왕자라는 자식이 이분이 마음에 든다는 이유로 몇천 명의 기사를 동원한 것이다. 뭐, 뭐냐?이 아스트랄하다 못해 어이없는 스토리는……! 단지, 단지 여자가 마음에 든다는 이유로 수천 명의 기사를 풀다니! 물론 말이 안 될 건 없다만 그래도 이건 아니잖아! 우리를 포위한 기사들이 서서히 전투 자세를 취했다. 확실하다. 이곳은, 이곳은 무서운 곳이다. 무조건 그녀를 덮치려고 달려드는 것이다. 스토리 같은 것은 여지없이 생략한 채. "토네이도!" "크아악!" "뭐지?" "젠장! 전열을 가다듬어라!" "빨리!" "선더!" 콰앙! 마구 당황해 있는 기사들에게 내 사랑스러운 스킬들을 선사해 주었다. 한마디로, 한 방 한 방에 다 쓸려 나가는 중이다. 아무리 내가 사용하는 스킬이라지만 넘 무서워. "어스퀘이크!" 콰앙! 막타로 대지진을 일으키자 그대로 땅이 갈라지더니 땅 밑으로 모두 사라져 갔다. 결국, "헉헉!" 나의 승리. 아무리 수천이라고 해도 자연의 힘에는 상대가 안 된다. 하지만 상당한 마나를 소모해야 했다. 힘들다, 제길. 그렇게 우리는 또다시 길을 떠났다. 이번에는 조금이라도 휴식을 취할 장소를 구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그런 우리에게 엄청난 행운이 찾아왔다. 그건 바로……. "성기사들." 그들이 보인 것이다. 대략 몇백 명에 달하는 성기사들이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신성력이 마구! 오오오! 사실 이전 세계에서는 그다지 반갑지 않은 존재인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반가운 게 지금의 마음. 성기사라면 지금 일을 설명하고 보호를 받을 수 있다! 난 다급히 그들에게 그녀를 데려가려 했다. 그런데……. "헉 ! 저 여자 예쁘다." "덮치자!" "그래, 덮치자!" "어서 덮쳐!" "성기사의 의무를 다해라!" "우어억!" 덮치자고 하신다. 성기사들이……. 난 심히 궁금했다. 왜 아무런 이유도 없이 이분만 보면 덮치려는 걸까? 게다가 뒤의 그 성기사의 의무라는 말은 왜 튀어나오는 거냐? 물론 예쁘다. 확실히 괜찮은 미모를 가지신 분이다. 하지만 단지 그 이유만으로는 지금 성욕에 가득 찬 채 달려오는 저 성기사들의 반응이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는다. 아악! 도대체 이건 말도 안 되잖아! 소설인데도 뭔가 스토리 같은 건 없고 그냥 덮치자는 코드다. 이런 어이상실. "흐흐흐." "어서 덮치자!" "저 여자는 내 거다!" "크하하!" 미쳐 버린 성기사들이 달려 오자, 난 얼른 와이어를 집어 들고 전투 자세를 취했다. "이건 뭔가 아니잖아!" 진짜 이건 아니다. 여자들도 이분을 덮치려 하고, 심지어는 현자라 불리는 분들도 마구 달려오신다. 다시 말해, 전 세계 사람들이 이분을 덮치려고 달려드는 어이없는 사태 발생. 아무리 야설의 목적을 이루어야 한다지만 이건 아니다. 스토리의 아무런 개연성도 없이 남자든 여자든 위대하다고 불리는 사람이든 이분만 보면 다 덮치자고 외치면서 달려들었다. 그래서 내가 할 말은, "이게 뭐야!" 이런 막 가는 흐름을 무슨 수로 바꾸냔 말이다. 도대체 방법이 없지 않은가! 무조건 덮쳐야 하는 스토리다. 무조건 말이다. 그걸 나보고 어쩌라고? "설마 이야기의 흐름을 바꾸라는 건 즉……." 이 세계를 다 뽀개 버리라는 말? 콰아앙! 푸지직! "으하하하!" "크악! 아, 악마다!" "이럴 수가!" "전멸……!" "크하하!" 여기서 내 마왕틱한 웃음소리에 오해를 할까 봐 그러는데 절대 행복해서 웃는 건 아니라는 걸 알아줬으면 한다. 지금 내가 웃는 건 너무 어이가 없어서다. 이 야설의 스토리 라인을 바꾸기 위해 선택한 방법. 그건 바로 이 세상의 붕괴. 즉 내가 마왕의 역할을 맡아 모두 부숴 버리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이곳에 사는 존재들의 힘이 생각 외로 너무 약하다는 것. 물론, 내가 무지 인간적이지 않다는 점도 적용했겠지만. 어찌 됐든 그 덕분에 난 마음 놓고 마왕 노릇을 하고 계신다. 그리고……. "크하하하!" 나도 모르게 마왕의 웃음소리가 튀어나온다. 그렇게 한 야설의 세계가 무너져 갔다. "……." 돌아왔다. 일명 아임 유월 컴백. 그 세계를 거의 다 부숴 버렸을 때 갑자기 하얀색의 빛이 나를 감싸더니 순식간에 다시 현실로 날 되돌려 주었다. 부록으로, 민호와 현무의 영혼까지 알아서 따라오셨다. 참고로, 영혼이 돌아온 현무는 진짜 영특했다. 근데……. "죽이는 걸?" "……." "오오오오! 오오오오오! 하아하아하아!" "……." 여자들의 몸을 마구 훔쳐보면서 숨을 헐떡거리신다. 즉, 달라진 점은 바보 거북이에서 변태 거북이로 변신했다는 것? 그것뿐이다. "오우, 죽여. 엉덩이! 가슴!" 퍼억! 그 순간 나의 하이킥이 작렬했다. 갑자기 바보 거북이가 그리워지는 이유는 뭐지? 그런데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빠트렸다. 그건 바로……. "3대 현자에 대한 단서." 저 기괴한 신이 만든 야설 속에서 생고생을 한 주목적은 이거다. 어느 속옷 변태 님이 저 야설에 3대 현자에 대한 단서가 있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저, 이걸 전해 드리라고……." "……?" 그때 이리스가 내게 조심스럽게 다가오더니 쪽지 하나를 건네주었다. 난 스스럼 없이 그 쪽지를 펴 봤고 그리고 완전히 굳어 버렸다. 그 안에 적힌 글을 보고 말이다. -미안하네. 잘못된 정보였네. 한참을 멍하니 있던 나. 잠시 후, "이 속옷 변태!" 그날 ,나의 울부짖음은 전설이 되었다. 제10장 [도를 믿으십니까?] "저, 주인님은…… 어디 가셨어요?" 에리아스가 잔뜩 겁먹은 강아지처럼 민호에게 물었다. 며칠 전부터 자신의 주인인 재현이 행방불명되었기 때문이다. 지난번 낚인 이후로 그의 모습이 사라진 것이다. 그 물음에 민호가 생긋 웃으며 답했다. "산에 가서 도를 닦으신다고 합니다." "……." "아무도 방해하지 말라더군요." "도요?" "네, 이번 일에 어마어마한 충격을 받으셨나 봅니다." 충격 정도가 아니었다. 거의 철석같이 믿고 있던 재현에게 이번 일은 도저히 형언 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 덕에 정신이 황폐화된 데다가 분노까지 겹쳐서 마음의 안정을 위해 도를 닦으러 산에 올라간 것이다. 도를 닦으러 말이다. 공수래 공수거라는 말이 있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태어나서 아무것도 들고 가지 않는 다는 말이다. 그래, 공수래 공수거다. "……." 근데 여기서 왜 갑자기 공수래 공수거가 나오냐고? 나도 모른다. 그냥 말해 보고 싶었나 보다. 뭐 이런 사소한 건 넘어가고, 지금 나는 분노로 인해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다. 온 세상에 대한 분노가 나를 감싸 안았다. 특히……. "속옷…… 변태!" 그 빌어먹을 인간에 대한 증오심을 주체할 수가 없다. 나를 완전 삽질하게 만든 뒤 달랑 쪽지 한 장 남기고 튄 그 작자. 하아! 하아! 하아! 그 인간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숨이 거칠어졌다. "지, 진정하자. 휴우." 내 자신을 다독였다. 내가 무엇 때문에 이런 깊은 산속에 들어와 명상질(?)을 하겠는가? 그건 이 어마어마한 분노를 릴렉스 , 즉 진정시키기 위해서다. 그래. 진정하자. 난 지성인이다. 릴렉스, 릴렉스……. '잘못된 정보였네…… 잘못된 정보였네네네네…… 잘못된 정보였네네네네네…… 잘못됬 정보였네네네네네네.' "아악!" 그때 내 머릿속을 울리는 환청. 그 인간이 마지막으로 남기고 간 그 글귀가 환청이 되어 나를 미쳐 버리게 만들었다. "제길!" 그렇게 난 열심히, 죽도록 분노했다.그 분노가 더 큰 분노를 불러왔다. 그리고 잠시 후. "아……." 갑자기 머리가 맑아지더니 무언가가 내 맘 가득 차올랐다. 그리고 난 깨달았다. 이게 바로 그 유명한…… 득도라는 건가? 잘 생각해 보자. 어차피 이렇게 화를 내 봤자 나에게 좋을 건 없다. 그리고 타인에게도 불쾌감만 줄 것이다. 세상을 아름답게 보자. 그리고 느끼자. 추가로, 화날 일이 있다면 웃자. 난 득도한 성자니까. "도를 믿으십니까?" "……." "……." "……." "……." "……." 내 한마디에 모두 굳어 버린 일행. 난 그런 그들이 당황하지 않게 살짝 미소 지으며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오, 오빠." "주인님……." "재현아, 왜 그래?" "……." 하지만 나의 이런 미소에 더욱 당황하신다. 흐으음, 왜 저렇게 당황하는지 모르겠다. 난 성잔데……. "형님이 미친 겁니다." "……." "……." 그때 민호의 한마디. 그리고 난 그런 민호를 보면서, "전 성자일 뿐입니다. 아뇨, 미쳤다고 하셔도 상관없습니다. 전 관대하니까요." "완전, 제대로 미쳤군요." "허허……." "……." "……." "……." 황당했다. 아니, 그 말로도 표현 자체가 모자랄 정도로……. 자신의 분노를 삼키기 위해 도 닦으러 가셨던 재현 님이다. 하지만 그는 돌아오자마자 저런 이상한 행동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는 민호의 개소리에도 한 치의 반응 없이 웃기만 한다. 이미 저 정도면……. "심각해." 끄덕끄덕 그 말에 나머지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니, 심각하다는 것보다 더 적당한 단어가 있다면, 굳이 말해 왕 베리 굿 하게 심각하다고 일단 정의를 내려 주자. 어찌 됐든 지금 재현의 모습은 정말 보는 사람 입장으로서 는 황당하기 그지없다. "전 난폭한 형님이 좋은데요. 흐으음." "……." "……." "……." "……." 민호의 한마디에 그에게 시선을 집중하는 여자들. 그 모습에 민호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이상한 의미는 아닙니다." "……." "……." 하지만 굳이 말하지 않아도 민호가 말하면 모든 게 이상하게 들리는 게 사실이다. 어찌 됐든 지금은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어떡해야 하죠?" 그렇다. 재현이를 원래 상태로 돌리기 위해서는 뭔가 해야 한다는 거다. 지금 질문을 던진 이리스조차도 이런 경우는 처음일 것이다. 너무나도 큰 쇼크로 인해 갑자기 사람이 성자 타령을 하지않나, 도를 믿느냐고 묻지 않나. 정말 이상해졌다. 한편, 이리스의 질문에 민호는 오랜만에 진지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한 가지 방법은 있습니다." "뭔데?" "어서 말해!" 그 말에 당장 반응하는 민혜와 나래였다. 잠시 후, 민호가 정말 심각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근데 뒷일은 보장 못합니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어서 재현이가 원래대로 돌아 오게 해 봐!" 나래가 소리치자 민호는 어깨를 한차례 으쓱하더니 입을 열었다. "다시 말하지만 뒷일은 저도 모릅니다." "우헤헤! 내 제자가 성자가 되었다며?" "……." 갑작스럽게 나타난 속옷 변태. 한동안 도망 다니던 그는, 자신의 제자가 어떤 일이든 모두 용서해 주는 마음 넓은 성자가 되었다는 말에 당장 돌아왔다. 그가 말했다. "그럼 내가 한 짓도 잊어버렸겠네?" "……." "뭐 인간은 실수도 할 수 있는 거야!" "……." "크헤헤! 삶은 다양한 경험을 해 봐야 하는 거지." "……." "그렇게 생각 안 하나, 제자 군?" 속옷 변태가 떠들어 대는 동안에도 재현은 고개만 푹 숙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다음 순간……. 뒤에 일어난 일은 차마 말로 할 수가 없었다. 제11장 [드워프] "흐흐흑." 난 울고 있었다. 이건! 이건! 이건 말도 안 돼! "정말 말도 안 되는군요." "……." "어떻게 오리데오콘조차도 이 정도로 부술 수 있는지, 참으로 형님은 멋지십니다." "……." "그나마 찌그러진 것만도 감사해야 할지도요." 그래. 그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할지도. 만약 민호가 이곳을 오리데오콘으로 만들지 않았다면 이 아지트는 또다시 산산조각 나서 산산이 흩어졌을 것이다. 그나마 오리데오콘이어서 살짝(?) 찌그러졌을뿐. 아악! 난 정말 왜 이러냐! 왜 폭주만 하면 되는 게 없어! 그렇게 다짐했건만…… 으흑! "그게 바로 짐승이라고 불리는 이유죠." "……." "자신의 이성을 제어하지 못하면 짐승입니다." "……." 민호의 한마디. 반박조차도 할 수 없다. 그래, 인정한다. 난 짐승이었어. 좀처럼 이성을 제어 못하다니……! "제발 이상한 소리 좀 작작해 줄래?" "흐음." 그때 나래 누나가 등장해 한마디 하자 민호가 대꾸했다. "뭐가 이상한 소린가요?" "재현이가 왜 짐승이야?" "이성을 제어하지 못하셨으니까요." 누나, 내 편 들어 줘서 고마워. 하지만 민호 말대로 난 짐승이야(자포자기). 나래 누나는 황당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재현이가 폭주할 만한 상황이었잖아!" "뭐가요?" "……." 민호의 뭐가요라는 한 마디에 기가 막혀 하는 나래 누나. 나래 누나가 손가락으로 민호를 척 가리켰다. "너!" "……?" "네가 주원인이잖아." "제가 뭘 했죠?" "……." "전 순수하게 살았는데요." "……." 정말 어이없다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는 나래 누나. 그러더니 내게 다가오더니 갑자기, 덥석. 나를 안아 주신다. 엥? "저런 이상한 변태 말은 잊어! 알았지?" "……." "……왜 그래?" "……." 난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누나가 날 위로해 준다고 안아 줬는데 하필, 하필, 그 안긴 자세가……. 누나의 풍만한 가슴에 안기다시피 해서 마구마구 느껴졌다. 촉촉(?)한 느낌이. 난 생각했다. 재빨리 누나의 품을 벗어날 것인가 말 것인가. 사실 나도 남자다 보니 그런 기분, 즉 민호의 표현을 빌리자면 미쳐 버릴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하지만 이건……." "재현아?" "……." 다시 한 번 나래 누나가 나를 불렀지만 난 대답할 수 없었다. 거듭 말하지만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게다가 지금 막 이상한 애들이 내 머릿속에서 나오고 있었다. 음악과 함께. 딴딴딴딴딴딴. '가만히 있어. 하아, 베이베.' '이건 옳지 않아. 예진이한테 죄를 짓는 거라고!' '네가 원해서 한 거냐? 아니잖아? 그리고 여기서 밀쳐 봐. 누나가 얼마나 무안하겠어?' '아니야.넌 정말 짐승이야.' '짐승? 넌 순수 그 자체야!' 번쩍. 순수라는 말에 필이 확 왔다. 얌전히 있자. 아니, 이건 정말 누나의 품이 좋아서가 아니다. 누나가 무안할까 봐. 난 배려할 줄 아는 남자니까. 지금껏 중요한 걸 망각하고 있었다. 그건 바로……. "성 수리를 위해서드워프를 찾아야 하는데 무슨 수로 드워프를 찾지?" 그렇다. 드워프 님하들을 어떻게 찾느냐는 거다. 사람과의 교류가 아예 끊기다시피 하다 보니 드워프들이 어디 있는지 전혀 모르는 게 지금의 현실. 한편 이런 내 고민을 들은 민호가 말했다. "소문을 내는 겁니다." "뭔 소문?" 그때 소문을 내자고 건의하는 민호 군. 소문이라니? 이 자식은 또 뭔 이상한 소리를 하려는 거냐?이제 이 녀석의 입에서 평범한 말 따위는 안 나올 거라고 100프로 장담한다. 그리고 역시나, 내 예상은 적중했다. "저희가 엄청난 광맥을 알고 있다고 소문 내는 겁니다." "……." "그러면 보석을 좋아하는 드워프들이 저희를 찾아오겠죠." "멋지군."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래, 진짜 멋지다. 한마디로 '사기' 치라는 거냐? 멋지네. 멋지군. 아니 그것보다. "그런 소문이 퍼지면 드워프 뿐만 아니라 나라에서도 달려들 것 같은데?" "물론 그렇겠죠." "그럼?" "그러면 대악당이신 형님이 또 한 번 쓸어버리고 현상금을 한바탕 더 올리는 거죠." "……." "이게 바로 일석이조라는 겁니다. 드워프 갖고 형님 몸값올리고!" "즐이다!" 그러니까 저 자식의 말은 사기를 쳐서 드워프를 유인하고 그 사기에 걸려서 마구 달려드는 나라들을 상대로 열심히 싸우고 또 현상금 상승……. 멋지네? 제길. "마음에 안 드십니까?" "너 같으면 맘에 들겠니?" "뭐, 그렇군요. 그럼 제2의 작전은 어떤가요?" "이번에는 또 뭐야?" "무지무지 정상적인 작전입니다." 네놈의 정상적인 기준은 남들이 보기에는 범죄거든? 이번에도 또 범죄다. 확실하다. 민호의 말이 이어졌다. "드워프들은 술을 엄청 좋아합니다." "그건 나도 알고 있거든?" "그렇죠. 그리고 귀한 술일수록 완전 미쳐 하죠." "그것도 알고 있다만?" 저 자식은 내가 바보인 줄 아나. 그런 기본상식을 모를 리가 없잖아. 그 순간 민호가 씨익 웃더니 입을 열었다. "드레파타리나이지아 레나아마리나코타가 뿌리수 사라망당 구리당당 뽕짝 구라구라구라 게레나라는 술을 선물하는 겁니다." "……." 순간 말문이 막혔다. 드레파타리나이지아 레나아마리나코타가 뿌리수 사라망당 구리당당 뽕짝 구라구라구라 게레나 가 대체 뭐니? 뭔 이름이 저렇게 긴 거냐! 그때 민호의 추가 설명이 들려 왔다. "참고로 최고라고 알려진 술입니다." "최고의 술?" "네. 맛보고 싶어도 맛을 볼 수 없을 정도로 귀하다는 거죠. 정말 귀합니다." "……." 한마디로 초레어급 술이라는 건데. 지금 말하지만 우리한테는 저런 초레어급 술. 드레파타리나이지아 레나아마리나코타가 뿌리수 사라망당 구리당당 뽕짝 구라구라구라 게레나 라는 술은 없다. 그 말인 즉, "또 사기?" "아닌데요." "뭐가 아니야! 우리한테 저런 술이 어딨어!" "있습니다." "엥?" 그 말에 난 눈을 동그랗게 뜨며 민호를 바라보았다. 이, 있다고? 저런 초레어급 술, 드레파타리나이지아 레나아마리나코타가 뿌리수 사라망당 구리당당 뽕짝 구라구라구라 게레나라는 술이 우리 수중에 있다고? 그때, 민호가 뒤에서 무언가를 꺼내었다. 그리고 잠시 후, 난 경악했다. "허억!" "이겁니다." 민호가 꺼낸 물건. 검은색의 멋들어진 용이 장식되어 있는 술병이었다. 척 보기에도 엄청 비싸 보인다. 아니, 술병에서 뭔가 포스가 느껴지는 기이한 체험도 하게 된다.그리고 결론은, "그, 그게드레파타리나이지아 레나아마리나코타가 뿌리수 사라망당 구리당당 뽕짝 구라구라구라 게레나냐?" "네, 시가로 30억 정도 하죠." "……!" 사, 삼십억! 커억! 갑자기 숨이 막힌다. 저 술 한 병에 시가 30억이란다. 그럼 오리데오콘으로 만든 이 성 때문에 진 빚도 다 갚을 수 있는 돈일 뿐만 아니라, 게임 세계를 정복을 하기 위한 여유 자금도 충분히 확보된다는 거다. 그런데……. "그런 비싼 걸 왜 드워프한테 줘! 팔아야지!" 그렇다. 내가 미치지 않고서야. 저 30억에 달하는 술을 드워프에게 줄 수는 없다. 차라리 그걸 팔아서 지금의 상황이 풍족해지는 걸 원하지. 그때 민호가 술병을 땄다. 줄줄줄. "……야!" 그대로 바닥에 버리는 것이다. 그걸 본 나는 심장이. 마, 마비가……. 그때 민호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물인데요." "……." "당연히 제가 뭔 재주로 그런 비싼 술을 구하겠습니까?" "……." "이 병은 가짜고 안에 들어 있는 내용물은 물입니다." "……." "전문용어로 물 탄 거죠." 저 자식에게 방법을 구한 내가 등신이었다. "하아." 난 깊은 한숨을 다시 한 번 내쉬었다. 어디 정상적으로 드워프들을 찾는 방법은 없는 걸까? 물론 드워프들이 아무 대가 없이 이 약간(?) 찌그러진 오리데오콘을 복구해 주리라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일단은 만나봐야 그 다음 답안도 나올 게 아닌가? "무슨 고민 있으세요?" 그때 내 한숨 쉬는 모습을 봤는지 이리스가 다가와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그 물음에 난 한숨과 함께 대답했다. "하아, 드워프들을 찾아야 하는데. 어디 있는지 감조차도 안 잡혀서." "저, 저기……." "응?" 이리스가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저 알고 있는데……." "허억! 정말? 드워프들이 있는 곳을 알아?" "네." "……!" 난 그 말에 갑자기 눈이 반짝였다. 이리스가 알고 있단다. 우리 청순계의 다크 호스 이리스 양이 말이다. 민호와는 달리 절대 진실만 말해 줄 것 같은 동료1위에 포함되는 이리스 양이 안단다. 그나저나 용케 드워프들이 사는 곳을……. "아." ……아는 게 당연하군. 난 때때로 망각한다. 그녀가 드래곤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아니, 드래곤 중에서도 드래곤 로드라는 어마어마한 신분을 가진 존재라는 걸 말이다. 여기서 살포시 하나 궁금한 게 있다. 드래곤 로드는 보통, 당연한 말이지만, 냉철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존재가 선발되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이리스같이 마음도 약하고 청순한 미소녀가 어떻게 드래곤 로드라는 자리에 앉게 된 걸까? 난 이 의문에 대충 한 가지 사실을 가정해 보았다. 그건 바로, 남자 드래곤들의 입질. 지난번 나를 급습했던 그 드래곤들. 잘 생각해 보자. 전부 다 남성체다. 이리스를 짝사랑하는 팬클럽 집단 같은 드래곤들. 분명 그들이 저지른 행각일 것이다. 어찌 됐든, 이리스는 드래곤이다. 그 말인 즉, 나름대로 드워프들과 끈적끈적한(?) 사이라는 것? 물론 그 '끈적끈적'의 의미는 대략 드래곤과 드워프들의 상관관계를 안다면 다들 알 거라고 믿는다. "이리스 님!" "안녕하세요. 제르탄 님?" "보고 싶었쪄요!" 뭐지? 이 미친 광경은……? 내 눈과 귀가 썩어 가는 광경이 펼쳐졌다. 이리스가 드워프의 마을이라며 데려온 곳은 데르자안 산맥의 한 지역이었다. 사실 위치가 어딘지는 잘 모른다. 그냥 텔레포트 타고 왔으니까. 그렇게 드워프들이 있는 곳으로 단숨에 뿅 나타나게 됐는데, 당연하게도 나는 이리스의 등장에 이런 상상을 했다. '위,위대한 드래곤이시여!' '제, 제발 파괴만은…….' '원하는 건 무엇이든지!' '사, 살려 주십시오!' 맞다, 이런 상상. 어떤 세계든 항상 적용되는 법칙이다. 드워프들은 드래곤만 보면 항상 알아서 긴다. 그만큼 그들에게 드래곤이란 공포의 대상인 것이다. 그런데……. 저 엽기스러운 장면은? 이리스가 등장하자마자 드워프 하나가 너무나도 반가운 듯 웃으며, 그 작은 다리를 열심히 움직여 아장아장 걸어오신다. 그러더니, 보고 싶었쪄요 라는 소름 끼치는 소리를 해 댄다. 설마 이 드워프, 미친 드워프냐? 그러지 않고서야 이런 건……. 한편, 제르탄이라고 불린 드워프는 하트가 가득한 눈빛을 마구 날리며 말했다. "왜이렇게 자주 안 오셨쪄요?" 그 물음에 이리스가 약간 난감해 하며 대답했다. "아, 요새 좀 바빠서……." "제가 이리스 님을 위해 보석을 얼마나 준비했는데요." "전 굳이……." "아니에요! 제 마음의 선물이에요!" 뭐지?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은? 지가 귀여운 줄 알고 이상한 말투를 쓰지 않나, 이리스를 위해 스스로 보석을 준비하지 않나. 그런 선물을 해 준다는 말에 부담스러워하는 청순 드래곤. 상황 정말 미묘하다. 미묘해. 그 순간 이리스는, "저, 저기, 그것보다는 한 가지 부탁을 드려도 될까요?" 그때 그 이상한 드워프에게 부탁을 하시는 이리스 님. 보통, 드래곤이 협박하면 드워프들이 공포에 떨면서 어쩔 수 없이 수긍하는, 그런 라인 아닌가? 그런데 드래곤 로드가 부탁을 하다니, 거참. 이리스의 부탁에 제르탄이 기다렸다는 듯 소리쳤다. "제가 죽을 때까지 부려먹어 주세요!" "……." "부탁드려요!" "아, 아뇨. 그건……." "전 이리스 님 곁에만 있을 수 있다면!" "……." "부탁 드려요. 저를 마구 부려먹어 주세요. 노예로 해 주세요." "……." 저기, 드워프 씨. 당신 눈에는 저 난감해 하는 모습이 안 보이는 건가요? 동시에 나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조금 전, 요새 왜 안 보였냐는 제르탄의 물음에 이리스는 곤란한 듯 바빠서 못 왔다고 했다. 하지만 그건 내가 봐도 아니고. 그녀가 이곳에 들르지 않은 건 저 불타오르는 집적거림. 그 것이 너무 부담스럽기 때문인 듯한데. 뭐, 아니라면 할 말 없고. 한편, 여전히 이리스를 향해 열렬한 하트를 보내고 있는 제르탄. 진짜 부담되겠다. 이리스.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무슨 일이죠? 이리스 님의 부탁이라면 어떤 일이라도 하겠습니다." "……." "자, 장로님. 그런 말은……." "불만 있어? 불만 있으면 다 튀어나와!" "……." "모두 버로우 타!" "……." 뭐지? 저 알 수 없는 카리스마는. 옆에서 지켜보던 드워프 하나가 태클 걸었다가 저 카리스마 넘치는 한마디에 바로 버로우 타셨다. 그만큼, 잠깐이지만 이때까지 내가 본 카리스마 중 최고라고 할까? 아니, 그것보다……. "장로……?" 저런 드워프가 장로래. 왠지 모르겠지만 이 드워프 마을, 뭔가 제대로 돌아가기는 글렀다는 느낌이 마구 온다. "자자, 이리스 님. 아무 부담 갖지 말고 이야기하세용~!" 우욱, 토할 것 같아. 하세용~ 이라니……. 저 드워프, 정말 지가 귀엽다는 착각 속에 사는 건가? 아니, 그것보다 지금의 상황이라면 진짜 부담 되겠다. 아니나 다를까. "……." 이리스는 부담스러운지 좀처럼 입을 못 열고 있다. 흐으음. "어서 어서 말하세용, 이리스 님!" "……." "전혀 부담 갖지 마시고용!" 아, 씨. 저 드워프……. 왠지 모르게 사람 짜증 나게 한다. 왜 자꾸 말끝에 '용'을 붙이냐고! 우욱, 진짜 내가 부탁하러 온 입장만 아니라면 한 대 갈기고 싶다. 그 말에, 이리스는 당연하게도 더욱 부담스러워했다. 하지만 결국 용기를 내서 입을 열었다. "이분의 성을 좀 고쳐 주시면 안 될까요?" "……." 이리스가 살포시 나를 가리키자 제르탄의 눈이 내게로 향했다. 그리고 잠시 후……. 카리스마 작렬. "인간, 무슨 용건이지?" 방금 용용, 하던 드워프랑은 여전히 달라졌다. 뭐지. 이분? 이중인격도 아니고 이렇게 달라져도 되는 거냐? 하아, 정말 어이없다. 하지만 지금은 그딴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제가 사적인 일로 오리데오콘을 약간(?) 찌그러트렸는데요." "흐으음. 그게 약간이라는……." "넌 닥쳐." "……." 또다시 태클 걸려는 민호를 일단 봉쇄한 후 나는 다시 말을 이었다. "어쨌든 조금, 진짜 조금, 완전 조금이에요." "이건 좀 구라 정도가……." "닥치라고 했지!" "흐으음." "쟤 말은 무시하고요. 방금 말씀드린 대로 정말 조금, 오리데오콘이 찌그러졌거든요. 그걸 좀 복구 부탁드립니다." 난 아주 솔직하게(?) 말했다. 내 말을 들은 제르탄이 조금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오리데오콘이 찌그러지다니. 그런 경우는 흔치 않은데?" "아, 그게 어쩌다 보니…… 하하하." "……." 역시 진실은 말할 수 없다. 진실은 저 깊은 곳에 숨겨 두자. 하지만……. "우리 자랑스러운 형님이 부숴 먹었어요." "야, 이민호!" "왜 진실을 감추시는 겁니까?" "아니, 그런 건 말 안 해도 된다고!" 그 순간, 제르탄이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이, 인간이 오리데오콘을 찌그러트렸다고?" "아, 아뇨. 그러니까, 그냥 긁힌(?) 정도?" "요새는 긁힌다는 게 그런 뜻으로 바뀌었군요." "이민호, 한 마디만 더 하면 묻어 버린다?" "조용히 하죠." "……." 꼭 이렇게 과격한 표현을 써야지만 알아듣는다. 한편, 우리의 대화를 들은 제리탄이 입을 열었다. "뭐, 이리스 님의 부탁이라면 무엇이라도 가능하다! 일단 가 보도록 하지." "……." "하하하하하하하." "……." "호호호호호호호." "……." "벨벨벨벨벨벨(?)." 난 입을 다물지 못하는 제르탄을 보고 어색한 3단 웃음 콤보를 해 봤다. 사실 열나게 무안하다고 할까. 진짜 무안하다. 한편 제르탄은 여전히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어떻게 우리 드워프들조차도 다루기 힘든 오리데오콘으로 성을 만들 수 있는 거지?" 글쎄요. 그건 저 외계 생물체에게 물어보세요. 오직 비밀리에 제작된 성이다 보니 말입니다. "말해 주게." 제르탄은 아까와 같은 스토커 드워프가 아닌 장인정신이 마구 묻어나는 드워프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의 질문에 나는 이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저기 외계 생물체에게 문의를……." "……?" "저 자식이 만든 거거든요." 내가 그를 가리키자, 민호가 웃으며 말했다. "알고 싶은가요?" "무, 물론이네." "왜요?" "……." 저기,민호 군. 거기서 왜요 물으면 알고 싶은 사람이 어떤 대답을 해야 하냐? 그냥 가르쳐 주라. 응? 한편 민호란 인간에 적응 못한 제르탄은 여전히 석상이다. 어째 패턴이 이렇게 똑같을 수가! 민호와 대화하다 보면 모두 석상 모드로 돌입, 정말 대단한놈이야. 어느 의미에서는. 민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저도 먹고살아야죠." "……." 왜 지금 이 상황에서 먹고살아야 된다는 말이 나오는 거지? 저 제르탄은 지금 어떻게 오리데오콘으로 성을 만들었냐고 묻고 있는데 민호는 먹고살아야 한다며 가르쳐 주지 않는다. 뭐지? 이해가 안 돼. 그때였다. "아니, 그것보다 일단 이 오리데오콘 상태가……." 제르탄이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이걸 인간이 부쉈다고?" "살짝." "아니, 이건 살짝이 아닌데. 80프로 이상 부서졌구먼." "크흐으음." 난 열심히 헛기침을 하면서 딴 곳을 바라보았다. 나름대로 살짝(?)이라고 생각했건만. "이걸 복원하려면 오리데오콘이 상당히 필요할 텐데." "얼마 정도?" "못해도 최소, 이 성을 지을 때 사용한 오리데오콘의 80프로 이상." "커억!" 그 말은, 내가 80프로 이상을 부숴 먹었다는 거냐? 아악! 그렇다면 이 성을 지을 때 든 돈의 80프로 이상이 든다는 건데. 지금 내 사정을 말하자면, 상거지다. 게다가 빚도 있다. 그런 나에게 다시 돈이라니! 아아악! "하지만 뭐, 알아서 해 주지." "저, 정말요?" "당연하지. 이리스 님의 부탁인걸." "……." 저 정도면 정말 중증인데? 이리스를 위해서 엄청난 양의 오리데오콘을 무료로 제공해 준다니, 화끈하다고 해야 하나. 뭐라고 해야 하나. 흐으음. 제르탄이 즉석에서 부서진 성 복원에 걸리는 시간을 계산해 보고는 말했다. "대략 3년 정도 걸리겠네." "……엑!" "뭘 그렇게 놀라나?" "3년요?" "아니, 이런 엄청난 건물을 지으려면 기본이 10년인데 수리라면 그 정도는 걸리지." "……." 난 그 말에 당장 민호를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너 무슨 짓 했어?" "뭘요?" "짓는데 10년 이상 걸린다는 건물이잖아! 그걸 넌 무슨 수로 몇 개월 만에 지어 낸 거냐?" "며, 몇 개월!" 그 말에 곧장 기절할 것 같은 얼굴로 민호를 바라보는 제르탄. 모두의 시선이 순식간에 민호에게 몰린다. 한편 민호는 그런 시선에 부끄러워하며 말하였다. "쑥스러운데요?" "……." "……." "……." 그 한마디에 모두 굳어 버렸다. 그리고 다음 순간, 민호의 한마디가 이어졌다. "비밀입니다." "……." 넌 인생 자체가 비밀이냐? 그나마 다행이라면, 그 악덕 드워프 제르탄이 2개월 안에 수리해 준다 약속했다는 것이다. 드워프 일족 전체를 강제 징용해서. 어떻게 장로라는 사람이 자기가 좋아하는 단 한 존재를 위해 드워프 일족 전체를 강제로 징용하느냔 말이다. 아니, 꼭 남 얘기할 처지는 아닌 것 같다만……. 만약 나라도, 부탁한 이가 예진이었다면 저런 맹목적인 행동을 하고도 남았을 거다. 그렇게 생각하면 저드워프와 난 같은 급? 하지만 저런 건 별로……. "이리스 님. 저 잘했쪄용?" "……." "아잉, 칭찬해 줘용!" "……." "저를 마구마구 부려먹어 주세용!" 아니, 상당히 안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왜 자기는 일 안 하고 이리스에게만 추근대는 지 참……. 저런 장로를 둔 드워프들이 괜히 불쌍해진다. 제12장 [무인도] "여, 여긴 어디냐?" "제가 알 리 있겠습니까?" "네가 데리고 온 거잖아, 이 자식아!" "어머나, 이러지 마세용." "죽고 싶냐?" "살고 싶습니다." 난 지금의 상황을 파악하고 크게 당황했다. 도대체 여긴 어디냔 말이다. 분명 해외 어디 무인도라는 건 알겠는데 그 외에는 정보가 없다. 그때, 우리 둘이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본 민혜가 다가와 물었다. "왜 그래?" "아, 아니야. 즈, 즐겨." "……?" "민혜랑 나래 누나는 즐겨. 하하하." 그런 나의 웃음에 나래 누나가 말했다. "재현이도 온 김에 재미있게 놀아." "으응. 그, 그래야지." "그나저나, 여기 참 좋다. 그치, 민혜야?" "응, 언니." 그렇게 두 사람은 해말은 미소를 지은 채, 무인도의 아름다운 경치를 구경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그녀들과 달리 나는 지금 속이 바짝 타들어 갔다. 다시 다급하게 민호를 보며 물었다. "이거 어떡할 거야?" "뭘 어떡합니까? 즐겨야죠." "아니, 뭔 여행사가 그냥 툭 집어 던지고 돌아가냐고! 어느 여행사야? 얼마 짜린데 이런 서비스냐!" 그렇다. 도대체 어떤 여행사가 일 처리를 이런 식으로 어이없게 한단 말인가. 자신들의 전용 비행기라면서, 정체불명의 비행기에 태운뒤 우리를 여기에 버려 두고 사흘 뒤 다시 온다며 그냥 휙 가버렸다. 난 사실 그들의 그런 행동에도 한 치의 의심도 없었다. 이곳에 상당한 시설이 갖추어졌을 거라 믿었기에. 그런데 그건 나의 착각일 뿐이었다. 시설? 그런 건 눈곱만큼도 안 보이고 사람의 '사'자도 안 보인다. 말 그대로 완전 무인도. 지금 이곳에 있는 멤버는 나와 민호, 나래 누나, 민혜가 전부다. 물론 다행히도 그녀들은 아직 아름다운 이곳 풍경에 취해 눈치를 못 챈 것 같다만. 아니, 중요한 건 이게 아니다. "도대체 어떤 짝퉁 여행사냐!" 지금 중요한 건 바로 이거다. 도대체 이 불길한 무인도에 우리를 떨어트린 여행사를 알고 싶다. 그런 나의 외침에, 민호가 담담히 입을 열었다. "모르는데요." "……." "그리고 가격은 400원이었습니다." "뭐……?" "한 명당 100원에 해 준다고 하더군요." "……." "완전 특별 세일이라고 했습니다." 그 말에 난 멍하니 민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 등신아!" 라고 소리치고 말았다. 지금 우리의 상황을 간략하게 설명해 보겠다. 게임에서는 오리데오콘의 복구 작업으로 인해 한동안 성을 사용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난 결심했다. 이 기회에 휴식을 취하기로 말이다. 만날 노는 것처럼 보여도 상당히 많은 일을 하는 게 나다. 어찌 됐든 그렇게 휴식을 취하자고 결심한 나. 그런 나에게 마치 달콤한 꿀 같은 유혹이 뻗쳐 왔다. 그건 바로 민호 군. 그가 갑자기 나타나 이렇게 물었다. '형님, 해외 여행 가지 않겠습니까?' '해외여행?' '네, 제가 티켓을 하나 구입했습니다.' '……!' '티켓은 하나지만 4인용이죠.' 그 말에 난 눈을 번쩍였다. 해외여행이라니. 이 얼마나 멋진 단어란 말인가, 그래. 오랜만에 휴식도 취할 겸 생전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가 보는 거다! 하지만 민호 저 녀석과 가는 것은 너무나도 우울했다. 남자끼리 가서 우울한 게 아니라, 저런 생물체랑 간다는 게 우울하다는 거다. 그래서 난 민혜와 나래 누나에게 같이 가자고 요청했다. 물론 예진에게 말해 보려 했지만, 오히려 더 관계가 어색해질 것 같아 패스했다. 그녀들도 해외여행이라는 말에 눈을 번쩍였고, 지금 이렇게 한 무인도에 떨어지게 된 것이다. 그런데……. "400원…… 한사람당 100원." "특별 세일입니다." "그걸 믿었냐, 이 자식아! 아무리 특별 세일이라고 한 사람당 100원에 전용 비행기까지 태워 주는 여행사가 어딨어!" 그렇다. 어떤 미친 여행사가 달랑 400원에 전용 비행기까지 동원해주겠는가. 이 사실만 봐도 이건 절대, 절대, 절대 정상은 아니다. 엄청나게 불길한 냄새가 난다. "우왕! 진짜 좋다. 재현아, 고마워! 민호도!" "오빠들 고마워!" "……." 나래 누나와 민혜가 탄성을 지르면서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 말이 오히려 비수가 되어 내 가슴을 콕콕 찌른다. 그때, 나래 누나의 기습 질문이 들려왔다. "근데 식사는 어디서 하는 거야? 그리고 숙소는?" "그, 그게……." "……?" 난 그 말을 해야 할지 당황했다. 그런데 그 순간, "여기는 무인도 패키지라 밤에는 무인도에서처럼 텐트 치고 자야 합니다. 그리고 식사는 이미 받아 왔습니다." "텐트?" 텐트라는 말에 민혜가 놀라 되물었다. 역시, 거짓말 하면 민호다. 거짓말을 너무나도 술술 잘한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텐트는? "여행사에서 지급해 준 텐트입니다." "……." 그러면서 몇 개 되는 가방을 하나 고르더니 뭔가를 주섬주섬 꺼내었다. 곧 캠핑용 텐트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순식간에 설치 완료해 버리는 민호, 난 그런 민호에게 말했다. "이, 이건 언제 준비한 거냐? 진짜 여행사에서 준 거야?" "그럴 리가요." "……." "혹시 몰라서 늘 들고 다닙니다." 아니, 혹시 몰라서 이런 캠핑용 텐트를 들고 다닌다는 거냐? 심히 궁금하다. 그때 민호가 설치한 텐트를 본 나래 누나와 민혜가, "우와, 좋다." "엄청나게 좋은 거다." 마구 감탄하신다. 그러자 민호 왈. "외부의 위험으로부터 완벽히 보호해 주고, 따뜻한 잠자리를 제공합니다." "확실히…… 어느 여행사인지 준비가 철저하구나." 민호의 설명에 민혜는 금방 수긍했다. 저기, 민혜 양. 그건 여행사에서 준 게 아니라 민호라는 엽기 생물체가 비상용으로 들고 다니는 텐트랍니다. 다시 한 번 궁금해진다. "다시 한 번 묻겠는데, 저걸 왜 비상용으로 들고 다니는 거냐?" 그렇다. 정말 궁금하다. 왜 저런텐트를 비상용으로 가방에 넣고 다니는 거지? 궁금하다, 궁금해! "아, 배고프다. 민호야, 도시락 받아 온 것 좀 줄래?" "……!" 하지만 시련을 넘긴 지 얼마나 지났다고 다시 한 번 위기가 찾아왔다. 그러나……. 주섬주섬. 또다시 가방을 뒤적거리기 시작하는 민호, 그러더니 곧, 완벽하게 보온이 되어 있는 도시락 두 개를 꺼냈다. 민호가 나래 누나와 민혜에게 도시락을 내밀었다. "텐트에 들어가서 드시면 될 겁니다." "우왕! 색다른 여행이야." "잘 먹을게!" 두 사람은 두 말 않고 텐트 안으로 들어갔다. 난 민호를 보며 멍하니 물었다. "저건 어디서……?" "비상용입니다." "……." 도대체 네놈의 정체가 뭐냐? 응? 늦은 저녁. 춥다. 더럽게 춥다. 미치도록 춥다. 크오오! 애초에 날씨가 따뜻한 곳이라는 말만 듣고 옷을 얇게 입고 왔다. 그런데 낮에는 분명 따뜻한 편이었지만 저녁은 무슨 북극이다. 한 수십도 이상의 급 차이를 보이고 계신다. 그나저나, " 저 안 ,따뜻하냐?" "많이요." "……." "그러니까 추운지도 모르고 주무시는 거죠." 난 나래 누나와 민혜가 들어가 잠들어 있는 텐트를 부러운 듯 바라보았다. 아, 나도 저런 따뜻한 데서 자고 싶어. 추워. 이런 알 수 없는 무인도에서 도대체 이 야밤에 뭐 하는 짓이냔 말이다. 온갖 옷은 다 껴입고 덮어쓰고 있는 이 비극, 누가 알아줄까. "자리 비켜 드릴까요?" "뭔 소리냐?" "방금 전 형님이 저 텐트를 보면서 생각하지 않았습니까?" "……?" "아, 덮치고 싶다. 미치도록 덮치고 싶다. 아, 덮치고 싶다." "……." "재 귀에 마구 들리더군요." "즐이다.이 자식아." 저 자식은 왜 순진한 사람을 짐승으로 만들지 못해 안달이 났는지 모르겠다. 뭐 그런 것보다……. "추워." "옷 벗을까요?" "……." "원하신다면." "너 죽고 싶냐?" "왜 그러십니까?" "……." 왜 그러냐고? 방금 네가 한 발언을 생각해 봐라. 옷 벗을까요? 남자 녀석이, 생각만으로도 끔찍해지는 그런 말을……. "추울 때 알몸으로 붙어 있으면 살 수 있다고 합니다." 맞는 말이다. 나 역시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 어떤 남녀가 엄청 추운 곳에서 조난을 당했는데, 둘다 옷을 벗고 부둥켜 안고 체온을 유지해서 떨어 죽지 않고 살아남은 모습을 말이다. 그만큼, 사람의 살과 살을 부딪치는 게 제일 따뜻하다는 말. 하지만, "남자 녀석이랑 그런 짓 할 바에는 장렬히 얼어 죽을 테다." 그렇다. 만약에 상대가 여자라면 한번 고려, 아니 무조건 한다. 살기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남자라면, 남자라면 그냥 장렬히 얼어서 전사하겠다. 같은 남자끼리 알몸으로…… 우욱, 속이……. 문득 민호가 입을 열었다. "저도 그럴 생각입니다." "……." "남자끼리 옷을 벗고 껴안을 바에는 장렬하게 죽겠습니다." "……." 그 점에서는 나랑 생각이 같구나. 아니, 이런 칙칙한 이야기는 하지 말자. "이 추위를 이길 방법 없을까?" 이런 생각을 해 보자. 민호가 웃으며 말했다. "물론 있죠." "……?" "그냥 이 무인도의 숲에 확 불을 질러 버리는 겁니다." "……." "그럼 열기 때문에 뜨끈뜨끈해질 거라 생각합니다." "……." 난 확실한 수 있었다. 얘는 날이 가면 갈수록 더욱 미쳐 간다는 걸. 하아……. 새벽이 될수록 추워서 미쳐 버리겠다. 나 완전히 새 되는(?) 기분. 하아하아, 춥다. "형님, 제가 따뜻한 얘기라도 해 드릴까요?" "……." 갑자기 따뜻한 얘기를 해 주겠다고 나서는 민호. 난 그런 민호를 보며 되물었다. "안 따뜻하면?" "따뜻할 겁니다. 너무 감동적이라 마음이 훈훈해질 겁니다." "……." "어차피 특별히 할 일도 없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지만." 분명 개소리일 확률이 99.999999999999프로라고 생각하지만, 민호 말대로 지금은 할 일이 없다. 그냥 개소리 한번 듣는 셈치고 들어 보자. "그래, 네가 하고 싶은 그 따뜻한 이야기가 뭐니?" "한 식인종의 먹이로 바쳐지는 감동적인 이야기죠." "……." 식인종의 먹이로 바쳐지는 게 감동적인 얘기냐? 그건 공포잖아, 이 자식아! 그게 어딜 봐서 감동적이라는 건데! 응? 하지만 이런 내 의문이 끝나기도 전에 민호의 말이 이어졌다. "어느 한 단체와 식인종이 계약을 맺었다고 합니다. 일명 상납 계약이라고 하죠. 그게 무엇이냐 하면, 일단 사람들을 싼 값에 유혹해서 전용 비행기에 태운 뒤 어느 무인도에 휙 던지는 겁니다." "살벌하군." "그렇죠. 그런데 다음 날 새벽쯤 식인종들이 와서 인육을……." "근데 그리 감동적이지는 않다." "그런가요?" "응." 식인종들이 인육을 먹는 얘기가 어딜 봐서 감동적이냐? 섬뜩하지. 뭐 그래도 그런 이야기 덕분에 왠지 모르게 잠이 확 깬다. 근데 참 어이없겠다. 아주 싼값에 전용 비행기까지 타고 무인도에 왔는데 곧 식인종의 먹이가 된단다. 당하는 입장에서는 정말 어이없겠다. ……. ……. ……. 그리고 잠시 후, "아아악!" "왜 그러십니까?" "자, 잠깐! 지금 네가 한 얘기!" "네." "사실이냐?" "그럼요, 100프로 생과일 사실입니다." "……." 그 말에 난 갑자기 섬뜩함을 느꼈다. 아닐 거다. 아닐 거다. 아닐 거다. 그래, 비슷한 상황일 뿐이야. 그치? 절대 그런 말이 안 되다 못해 어이없는 일이 우리한테 일어날 리가……. "흐으음." 그때, 저 멀리 검은색 연기와 함께 불꽃이 보였다. 서서히 다가오는 화염. 그리고 잠시 후, 몇백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완전 원시인인데? 손에는 단검이라든가 창, 심지어 기고 써는 칼도 들고 있다. 그러더니, "흐르릅." "후유유." "흐르릅." 말은 통하지 않는다. 하지만 저 의미는 알 것 같다. "저희를 보고 입맛을 다시는데요." "……." 그래. 민호 말대로 우리를 보고 입맛을 다시고 있다. 왜 인간이 인간을 보고 입맛을 다시는 걸까? 난 그것이 알고 싶다. 하지만 물어봐도 별로 가르쳐 줄 것 같진 않다. 그리고 무엇보다……. "깨워야 하나?" 저 텐트 안에서 자고 있을 나래 누나와 민혜를 어떻게 해야 할까? 만약 지금 상황을 알게 되면 그녀들은 어떤 표정을 지을까? 식인종에게 포위당해 서서히 먹이가 되어 가는 느낌? 정말 미안해 죽겠다. 민호라는 이상 생물체 때문에 그녀들까지…… 크윽. "걱정 마십시오." "뭘 걱정 마!" "저 텐트는 미사일이 날아와도 무사합니다." "……." "완벽한 방음 처리에 특수 재질로 만들어졌기에 미사일도 견딜 수 있죠. 한마디로 무적의 텐트입니다." "그냐?" "그렇죠." 그래. 민호 군. 네가 혹시나, 진짜 혹시 몰라서 텐트를 들고 다니는 건 그렇다 치자. 그런데 그 텐트가 완벽하게 난방이 되고 방음 처리 됐으며, 심지어 미사일을 견딘단다. 어떤 특수 재질로 만들면 미사일까지 견딜 수 있는지 참으로 궁금하다. 물론 옛날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과학이 발전하기는 했다만, 텐트에 무슨 짓을 하면 그게 가능한지 모르겠다. 저런 걸 왜 들고 다니는 거냐? 응 ? 좀 가르쳐 주라. "형님, 저분들이 더 후르르 쩝쩝하시는데요?" 민호의 말에, 나는 고개를 돌려 그분들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각종 무기들을 든 채 혀를 날름거리신다. 난 민호를 바라보았다. "협상 좀 해 봐." "알았습니다." 내 말에, 민호가 손가락 하나를 치켜들었다. 그러더니, 까닥까닥. 손가락을 까닥까닥한다. "……." "이 자식아, 그게 협상이냐! 도발이지!" "저희들과 달라서 이게 협상하자는 표시일지도 모르잖습니까?" 무, 물론 그렇다. 우리나라에서는 나쁜 의미이지만 다른 곳에서는 좋은 의미가 될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하지만, 저분들은 민호의 행동을 ㅗㅂ고 마구 흥분하기 시작했다. "아닌데?" "그렇군요." 나는 다급히 물었다. "야, 뭐 방법 없어?" "물론 이씃ㅂ니다." "……!"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민호 군은 잠시 가방을 주섬주섬 뒤지더니 곧 한 가지 물건을 꺼냈다. 그건 바로……. "……총?" "네." "……." 총이었다. 지난 번 인터넷에서 본 총과 정말 비슷하다. 아니, 완전히 똑같다. 이름 하여 데저트 이글V2라는 , 이글 시리즈의 최신형. 그 파괴력은, 농담 안 하고 저격총 뎀지와 비등하단다. 하지만 제작이 힘들고 다루기도 무척이나 어려워 아주 소량 생산되었다는 그것? 내가 민호를 보며 물었다. "장난감 총이지?" "진짜인데요." "……." "일단 이걸로 협박하죠." "……." 이 자식, 진짜 정체가 뭐야? 어떻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그 정체가 미궁에 빠진단 말인가. 저런 놈은 정말 처음이다. 데저트 이글 V2를 대체 뭔수로 구한 거냐? 그리고 넌 학생이잖아! 이 자식아……! 우리나라에서 총은 소유 자체가 금지라고! 엄연한 불법, 아니 범죄다. 이런 내 생각을 읽었는지 민호가 담담히 입을 열었다. "하지만 자기 몸을 지킬 건 필요하죠." "……." "전 소중하니까요." 그래,너 많이 소중해 해라. 하지만 네 몸뚱아리 지키기 위해 굳이 그런 어마어마한 무기가 필요한가? 그것에 대해서는 좀처럼 납득이 안 되는구나. 그것보다……. "그거 집어넣어!" "왜 그러십니까?" "사람 잡을 일 있냐?" "안 잡으면 저희가 잡아먹히는데요." "……." 그건 그렇다. 저 원시인들은 우리의 몸을 뜯어먹으려고…… 아악! 그 그렇다고 총을 쏠 수도 없다. 그 순간, "그럼 폭격을 요청하죠." "……." "저 숲을 털어 버리는 겁니다." "……." "할까요?" "진담…… 이냐?" "진담이죠." "그게 가능해?" "뭐, 후유증이 좀 심하긴 하지만 가능합니다." "……." 난 민호를 외계 종족이라고 단정지었다. 농담 안 하고 야설계의 거장까지는 이해해 주겠는데, 정체 불명의 텐트를 들고 다니지 않나. 불법계열은 완전히 마스터 하지를 않나, 심지어는 총, 아니 비행기를 동원해서 폭격을 한단다. 저 녀석의 말, 농담 같지만 절대 농담이 아니다. 그건 내가 제일 잘 알아. "그럼 저희는 잡아먹히는 짜릿한 기분을 느껴야 하는 건가요?" 민호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건 더 사양인데." "그럼 어떡할까요?" "싸워야지." "저분들과?" "뭐……." "역시형님이십니다." "…… 무슨 의미냐?" "대악당의 이미지를 확실히 각인시켜 준다는 거군요." "……." "뭐, 폭격을 하면 잠시면 끝나지만 형님은 직접 패서 그 고통을 각인해 준다는 아름다운 생각을 하고 계시는군요." 나 그런 악덕한 놈 아니거든? 그리고 폭격이라든가 그런 건 정말 사양한다. 무슨 전쟁 하냐? 그리고 도대체 무슨 수로 폭격을 요청한다는 거지?진짜 궁금해 미쳐 버리겠다. 그런데 그 순간, 100명 정도 달하는 식인종들이 우리를 덮쳐 왔다. 이상한 의미는 절대 아니고, 바로 우릴 잡아먹으려고! 아악! "……." 모든 작업이 끝났다. 100명과 싸워서 승리한 나.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민호의 절대 포박술을 이용해 묶어 버린 뒤 어디론가 배송했다. 왜냐고? 나래 누나와 민혜가 잠에서 깨어난 텐트 근처에 널브러진 식인종들을 보면 기절할게 분명했기에, 그들의 모습을 사라지게 만들어야 했으니까. 그리고 그 처리 건은, "제가 하죠." 민호 님이 하신단다. 무기력해진 식인종들을 어떤 방법으로 처리할지 참으로 묻고 싶지만 그냥 안 물으련다. 그게 속 편하니까. 그렇게 우리는 100원짜리 패키지 여행은 무사히 끝이 났다. 돌아갈 떄는 민호 사마가 어디서 비행기 호출하셨다. 그리고 난 깨달았다. 이번 100원짜리 패키지 여행을 통해, 민호라는 놈은 정말 답이 안 나오는 존재라는 걸. 하지만 머잖아 네놈의 정체를밝혀 주마, 이민호……! 제13장 [백호] "준비됐습니다." "……." 끄덕. 베리킨의 보고에 고개를 끄덕이는 마이블라스트의 마스터. 그는 다시한번 생각해 보았다. 모든 나라를 상대로 준비해 온 것이다. 그런데 재현과 민호라는 두 놈 때문에 사용해야 할 지 고민이 되었다. 하지만 그는 이미 결심했고 자신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면 그 나라들보다 재현과 민호, 그 투톱이 더 위험하다. 그들의 조합은 거의 환상적이다 못해 충격적이었으니까. 저번에는 어이없게 성 자체가 텔레포트 하는 바람에 너무나도 허무하게 실패했다. 하지만 이번 작전은 실패할 수가 없었다. 왜냐고 묻는 다면 단 한 가지. '그들'은 재현과 민호라는 두 존재를 없애기 전에는 절대 얌전해지지 않을 테니까. 하아, 왠지 공허하다. 지금 성은 열심히 수리 중(일부만 사용 가능). 그리고 내가 그렇게 찾고 있던 3대 현자에 대한 모든 것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그 신이 만든 야설인가 뭔가에 낚여서 괜히 삽질만 하고 고생만 한 뒤 아무런 진전이 없다. 차라리 그 시간에 마지막 남은 4대신 백호나 찾아서 그의 스킬을 배웠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든다. 사실 4대신들이, 에리아스를 빼고 다들 미쳐서 이번 백호도 얼마나 미쳤는지 대충 짐작이 간다. 하지만 그 덜떨어짐에 비하면 그들의 스킬은 막강 그 자체. 정말 최고라는 말이 아깝지 않은 스킬들이다. 뭐, 이런 생각을 해 봤자 백호에 관한 단서가 들어올 리는 없겠지만……. "저, 주인님." "……?" 고민에 잠겨 있던 내 곁에 어느새 에리아스가 다가왔다. 아, 그런데 저 모습은……. "너무 귀여워." 그렇다.너무 귀엽다. 도대체 왜, 그냥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귀여워 미쳐 버리게 만드냔 말이다. 물론 그녀의 너무나도 아름다운 외모 덕분이기도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뭔가 귀여운 포스가 나타나신다. "……." 한편, 귀엽다는 내 말에 얼어붙은 에리아스. 그 모습조차도 귀엽다. 꺄아아(?)! 아니, 이게 아니라……. "무슨 일이야?" "……." "괜찮아, 말해." 잔뜩 굳어 버린 어깨를 살짝 치면서 긴장을 풀어 주자. 잠시 후 에리아스가 입을 열었다. "저…… 물론 제착각일수도 있는데요, 주인님." "……?" "그, 그러니까……." "괜찮아." "차,착각이면 혹시라도……." "착각이어도 상관없어." "……." 하아, 얘는 정말 왜이렇게 마음이 여리니. 정말 완전 귀염둥이. 절대 이상한 생각을 담은 말은 아니니 오해는 말도록. 편안하게 웃으며 그렇게 말하자, 에리아스는 이내 용기를 냈다. "누가 제 방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 그 말에 나는 당장 에리아스의 방으로 이동했다. 역시나 그녀의 방은 깔끔하다 못해 단아한 모습으로 나를 반겨 주었다. 게다가 에리아스의 특유의 향긋한 냄새가 코를 자극…… 아니, 이건 아니고. 방금 전 묘사는 잊어 주길 바란다. 방에 도착해서 한차례 둘러보는 동안, 에리아스는 잔뜩 겁을 먹은 채 내 등에 찰싹 붙어 있었다. 난 그런 에리아스를 토닥토닥 안심시키면서 주변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잠시 후. "……캣츠 미(?)." 단 10초 만에 이상현상을 발견했다. 어떻게 이런 능력을 갖게 됐는지는 모르겠다. 굳이 추측하자면, 민호 사마 덕택이랄까? 범죄의 냄새가 나는 곳에서 금방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능력이다. 나는 터벅터벅 걸어가 벽에 걸린 액자 하나를 들추 어보았다. 그러자…… 그 액자 뒤에는 누군가가 지켜보기 위해서 만들어진 비밀 눈동자(?) 가 계신다. 이걸로 확실해졌다. 에리아스의 그 느낌. 누군가 에리아스의 방을 도촬한 것이다. 빠직. 그런 생각을 하자 왠지 나도 모르게 스팀이 돌았다. 그러니까, 에리아스가 옷을 갈아입을 때라든가 이런 걸 몰래 지켜봤다는 거냐? 아악! 어떤 자식이야! 우리 에리아스를 도촬한 자식은……. "아니, 한 놈 밖에 없군." 이런 이상한 짓을 할 놈은 한 명 밖에 없다. 그리고 경험자이기도 한 존재, "이민호……!" 역시 그놈밖에 안 떠오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거 너무 어설픈데?" 이 점이 갑자기 마음에 걸렸다. 뭐가 어설프냐고? 그건 바로 이런 유치한 도촬 그 자체다. 거듭 말하지만, 민호는 범죄계의 레전드다. 한마디로 ,그쪽으로는 천재라는 단어조차도 부족할 정도로 엄청난 놈이다. 그런 엄청난 놈이 겨우 10초 만에 발견되는 어설픈 설치를 했겠는가? 아니다. 절대 아니다. 놈이라면 완벽에 가까운 철저함으로 무장했을 게 뻔하다. 그렇다면……. "초보자인가?" 그렇다. 이런쪽의초보자. 그러니 이렇게 어설피 설치한 거겠지. 그렇다면 용의자는 3명으로 압축된다. 제 엉덩이를 사랑하는 청룡, 그리고 변태면서 자기가 성자라고 우기는 속옷 변태, 마지막으로, 바보에서 변태로 거듭난 현무. 셋 모두의 심스럽다. 한 명을 빼려 해도 그럴 수가 없다. 왜냐고? 그들은 충분히 이런 파렴치한 짓을 하고도 남을 존재들이니까. 나는 여전히 겁을 먹고 있는 에리아스를 향해 말했다. "일단 다른 방에 가 있어." "……." "그래, 이리스 방이 제일 안전하겠다." 아무리 그래도 드래곤 로드가 있는 곳이 제일 안전하겠지. 그렇게 에리아스를 안전지역으로 보낸 뒤, 나는 한 부을 초청했다. 진짜 모시기 힘든 분이다. ……나름대로 말이다. 그분의 이름은, "민호 군." "네, 형님." 범죄계의 역사를 새로 쓰고 계신 그분이다. 그런 전설적인 분을 내눈으로 직접 보게 되다니 참으로 영광스럽……기는 개뿔. 잡소리는 그만 하고 본론으로 들어가자. "누군가 에리아스를 몰래 훔쳐봤다. 네가 좀 해결해 봐라." "전 알 것 같습니다." "……!" 순식간에 범인을 알아내는 민호. 허억! 네놈이 아무리 그런 계열에서는 신이라지만, 뭐? 벌써 알것 같다고? 난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누군데?" "현무 님요." "……!" 민호가 지적한 범인은 현무였다. 그 이유인즉, '성자(속옷 변태)이신 그분은 오직 속옷에만 관심이 있습니다. 여자에게는 절대 관심 없죠. 그리고 청룡 님 그분은 오직 자신의 엉덩이와 영혼만을 사랑한다고 요새 방황하고 계십니다. 다른 쪽으로 눈을 돌릴 겨를이 없습니다.하지만 현무 님, 지난번 변태의 본성을 찾은 뒤 아주 활발하게 변태 짓을 하고 계시죠.' '…….' '그러니 범인은 현무 님입니다.' 아니, 이건 추리도 아니고 아주 단순한 문제였던 것이다. 민호 말을 들어 보니 그랬다. 괜히 어렵게 생각한 내 자신이 한심해진다. 민호 말대로 간단하게 생각하면 현무가 범인이다. 그런데……. "그 자식, 언제부터지?" 언제부터 에리아스의 방을 훔쳐본 거지? 내 의문에, 민호가 구멍 난 벽을 몇 번 만지더니 입을 열었다. "하루도 안 된 것 같군요." "그, 그래?" "네. 아쉽게도 현무 님은 충분히 즐기지 못하신 것 같습니다." "……." "구멍이 나자마자 에리아스 님이 눈치 채고 형님에게 간것 같으니까요." "휴우." 그 말에 괜히 안심이 된다. 그 변태 자식에게 에리아스의 살결을 보여 주는 건 왠지 모르게 절대 거부하고싶다. 아니, 특별한 의미는 없다. 그저 에리아스를 보호해 주고픈 마음뿐이니 오해는 말도록. 그나저나, "그 자식이 범인이라면…… 증거를 잡아야 되는데." 그렇다. 어떤 일이든 증거가 있어야 해결되는 법. 그때, 민호가 말했다. "증거라면 있습니다." "어디?" 난 하나도 안 보였다. 그런데 민호 녀석은 보인단다. 신기하다. 민호가 말한다. "이 방법, 제가 가르쳐 준 거거든요." "……." "그냥 쉬운 방법 하나 가르쳐 달라기에 가르쳐 줬습니다." "……." "그러니 저 자신이 증거죠." "……." 결론적으로 말하면 네놈이 원인이잖아. 이 자식아! 그대로 하이킥! 이번 사건은 어이가 없었다. 처음부터 원인이 된 놈은 역시나 민호였다는 것. 방법을 가르쳐 주었으니 범인을 아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뭐 이런 황당무계한…….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일단 요청한 건 현무 쪽이란다. 그래서 나는 지금 현무랑 단독 면담 중이다. "현무야. 왜 그랬니?" "……." "왜 그런 저질스런 짓을 했니?" 나는 최대한 다정다감(?)한 어조로 물었다. 그런 내 모습에 현무는 잠깐 겁을 먹는 것 같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아주 뻔뻔하게 외쳤다. "에리아스를 사랑하니까요!" "…… 사랑하는 거랑 몰래 지켜보는 게 뭔 상관?" "사랑하면 몰래 지켜보라고 야설에 나와 있었거든요." "……." 난 현무를 빤히 쳐다보았다. 분명 지난번에 영혼을 되찾은 뒤 원래대로 돌아온 걸로 아는데 왜 이리 바보가 된 걸까? 내 눈의 착각일까? 그때, 현무가 말했다. "전 천재거든요." "……." 이제야 알 것 같다. 이 자식은 원래 바보였던 것이다. 물론 영혼을 되찾은 지금, 그의 머릿속은 말 그대로 지식의 보고가 되었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예전의 그 바보 같은 모습도 그의 진정한 모습이었던 것. 한마디로, 바보면서 천재인 기이한 머리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에휴우. 그렇게 난 어마어마한(?)추리를 끝낸 뒤 눈을 감고 휴식을 취했다. 정말 힘든 추리였어. 그나저나……. "이제 작전을 변경해야 하나?" 원래 내 궁극의 목표는 3대 현자를 찾아서 모든 힘을 마스터 한 뒤 한 방에 펑 하고 게임 정복을 완료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3대 현자에 대한 단서가 들어 있다는 그 이름긴 야설에 대한 정보는 구라로 판정. 아……. 그래서 결국 아무것도 아니게 되었다. 물론 그 뒤 민호를 시켜 알아보라 하고는 있지만 . 아무런 단서가 없다. 차라리 먼저 나서서 백호를 찾는 것도 괜찮을지도. "저기, 이리스 님!" "……." "마구 부려먹어 주세요." "아, 아니 그런 건……." "전 이리스 님의 노예에요!" "……." "알았졍?" "……." "부담은 갖지 말구용!" "……." 그때 저 밖에서 여전히 이리스를 향해 사랑을 불태우는 엽기 드워프 한 분이 보였다. 나는 그에게 말해 주고 싶다. 그런 식으로 사람 욱하게 하는 말투 계속 사용하면 귓방망이 올라간다고 말이다. 단지 이리스가 너무 착해서 당신의 그 저질스런 말투를 들어 주고 있는 것뿐이다. "야, 이민호." "네, 형님." 난 다급히 민호를 찾았다. 아무래도 작전을 변경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다. 정보 긁어 오는 건 민호기 때문에 그에게 지시를 내려야 작전이 변경된다고 해야 하나? "야, 지금 찾고 있는 3대 현자에 대한 단서 건은 일단 스톱." "……?" "마지막 4대신 백호에 대한 걸 알아봐." "……." 그런데 그순간이었다. 갑자기 뻔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시는 민호 님. 왜, 왜 그러냐? 갑자기 왜 날 그런 눈빛으로……! 그때 민호가 갑자기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다. 난 그런 민호를 보고 당황해서 물었다. "왜 울어?" "너무 감동적이어서요." "……." "너무 감동적이다 못해 할랑할랑(?)해서 눈물이 마구 나옵니다." 도대체 뭐가 감동적인데? 갑자기 감동했다고 울음을 터트리는 민호를 보고 할 말을 잃었다. 아무리 이해하고 싶어도 이해가 되지 않는 존재, 이민호. 도대체 내가 무슨 말을 했다고 갑자기 눈물을 흘리는 거지? 내가 뭔가 감동적인 말이라도 했따면 1프로라도 이해해 주겠는데, 도대체 뭘 했는지 모르겠다. 3대 현자 찾는 걸 보류하고 백호에 관한 단서를 찾으라는말밖에 한 기억이 없는데? 설마 그 말에 감동을……. "한 겁니다." "……." 멋대로 남 생각 읽지마. 아니, 그것보다……. "그 말이 어디가 감동적이라는 거냐?" 난 알고 싶었다. 3대 현자 찾는 걸 보류하고 백호를 찾으라는 말 어디에 감동적인 요소가 들어 있는지, 그렇게 수십 번을 반복해서 생각해 본다. 하지만 결론은, "없는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감동적인 단어는 없다만……. 그런데 저놈은 막 울고 있다. 아악! 그 순간, 민호 님이 말하신다. "백호 님을 찾는다는 말에 감동한 겁니다." "그게…… 감동?" "네." "……." "너무나도 감동적이죠." 아니, 백호를 찾는 게 왜 감동적이냐? 내 정상적인(?) 머리로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좀 쉽게 이야기해 주길 바란다. 한편, 이런 내 바람을 알아차린 민호 군, 그가말하였다. "스스로 나타나 소개하면 폼이 안 나서 찾아주기를 기다린 겁니다." "……?" 야! 하나도 이해 안 가! 스스로 나타나 소개하면 폼이 안 나서 찾아 주길 바랐다고? 그건 뭐하자는 플레이? 하아,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 온다. 하지만 민호의 다음 한마디가 그런 나의 두통을 상콤하게(?) 날려 버렸다. "사실 제가 백호입니다." "……." <『디재스터』제 7권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