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 http://cafe.naver.com/fantasy9.cafe 프롤로그 호문클로스 우연 연금술사 루에니 전투 도전 진도가 나가지 않는 이유 고백 3대 자연의 현자 청룡 청룡의 스킬 민호의 생일 마리나 왕국 전쟁 민혜 청폭염화 외전 민호를 추적하라 ------------------ 호문클로스 갑작스럽게 나를 찾아온 한 의뢰인, 물론 처음보는 의뢰인은 아니다. 저번에 나를 이용할 테니 나도 자신을 이용하라고 했던 건방진 자식이 나타난 것이다. 그것도 엄청난 액수의 의뢰를 들고 말이다. "이번 건을 해결해 주시면 현금으로 1억을 드리죠." "……." 1억이란다. 그것도 현금으로! 그 액수는 민호가 미친 짓을 해서 진 빚을 단숨에 절반으로 줄여 버리는 액수다. 아, 물론 저번에 괴물들이 부숴 먹어서 빚이 늘어나기는 했지. "형님도 부수는 데 큰 역활을 하셨죠." "……." "거듭 말하지만 그때 제가 본 상황을 요약하자면, 괴물들이 힘들게 성 4분의 1을 날려 먹은 거에 비해 형님은 순식간에 성 4분의 1가량을 날려주셨죠." "……." "그래서 사이좋게 절반을 날려 먹고, 성 복구비로 9,000만원이 들 예정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 달라고 제가 이렇게 얘기 해 드립니다." 어느새 민호 녀석이 나타나 자기 멋대로 남의 생각을 읽고 한마디 해 댄다. 정말 패고 싶다. 지금 내 심정으로는 저 자식을 그대로 눕혀 놓고 실컷 패 주고싶다. 그렇지만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그건 불가능한 일이고, 사실 틀린 말은 아니다. 내가 부숴 먹은 건 맞거든. 하지만 이런 사소한(?) 문제는 간단히 잊어버리는 센스를 발휘해 주자. 그게 장수하는 길이니까. 한편 그 15살짜리 의뢰인은 나를 빤히 보더니 말했다. "하지 않을 생각이십니까?" 물론 한다. 1억짜리라고 하면 그게 어떤 일이든 한다. 하지만 혹시라도 미친 짓이라면 난감하니까 일단 들어 보기는 해야겠지? 난 그런 생각과 함께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인지 먼저 들어 봐도 될까요?" 피식. 내 질문에 그 자식은 약간 조롱 어린 미소를 짓는다. 크아악! 이 자식을 콰악! 의뢰인만 아니라면……! 그놈은 비웃음이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상당히 겁쟁이신가 보군요?" "……." "제가 할 이야기에 겁부터 먹는 느낌이군요." 빠직. 저 자식을……! 으악! 그래,저건 도발이다. 단순히 도발이야. 이성을 찾자. 단순히 저런 도발에 걸려들어서 당장 하겠다고 승낙하는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 참자, 참아! "하죠." "……." "훗." "아악?!" 그때 민호가 갑자기 끼어들어 한마디 툭 던진다. 난 민호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것도 잠시, 난 그 자식의 멱살을 잡고 말했다. "너 뭐하자는 거야?" "형님, 무시당하면서 살면 안됩니다." "이 바보 자식아, 저건 엄연히 도발이라고!" 분명 도발이다. 저 자식들의 도발 말이다. 그런데 민호 자식은 앞뒤 가리지도 않고 미끼를 덥석 물어 버린다. 민호는 나의 이런 발작에도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진정하십시오." "진정하게 생겼어?! 의뢰 내용도 안 듣고 승낙하면 어쩌자는 거야!" "잘되겠죠." 허어?잘 되겠죠?! 아무 생각 없이 제멋대로 의뢰를 승낙해 놓고 고작 한다는 말이 잘되겠죠? 이걸 태평하다고 해야 하나, 아님 미쳤다고 해야 하나? 심히 의문스럽다. 민호는 다시 나를 보더니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 "잘될 겁니다." 도대체 뭐가? 난 거의 강제적으로 이번 의뢰를 진행하게 되었다. 그리고 일이 이렇게 되도록 원인을 제공한 자는 언급하기도 싫다. 한편 그 건방진 자식은 나를 보더니 말했다. "이렇게 흔쾌히 허락을 해 주다니, 역시 대단하군요." 이 말은 '이렇게 바보같이 허락하다니 미쳤군!'이라고 들린다. 내 귀가 잘못되지 않았다면 말이다. 아아악! 난 분명 참아 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나타나서 미끼를 물어 버린 민호 때문에……. 크윽! 생각만 해도 머리가 어지럽구나. 별수 없이 이제는 이번 의뢰가 제발 맑고(?) 깨끗한(?) 것이기를 빌 뿐이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서 이야기하죠" 그 소년의 입이 열렸다. "간단하게 말해 드리죠. 호문 클로스라고 아십니까?" "호문클로스?!" "네." 잠깐! 호문 클로스? 내가 아는 호문클로스는……. "연금술사들이 만들어 낸다는 인조 생명체?" "그렇습니다." 호문클로스, 생명을 창조하는 기술이라고도 불린다. 간단하게 말해 신의 생명 창조 능력을 인간이 어설프게 베낀 기술이라고 해야 하나? 대충 그런 거다. "그런데 갑자기 왜 호문클로스를?!" "2,000년 전 이곳에는 상당히 많은 호문클로스가 있었다고 합니다." "……." "그리고 그 호문클로스라는 존재들은 엄청난 진화를 거듭해 최종 병기가 될 정도로 강력한 힘을 가졌죠." "……." "하지만 어느 순간 그 호문클로스들이 모두 사라졌죠." 도대체 저 자식은 뭘 말하고 싶은 건데? 이런 내 심정을 알았다는 듯 그 소년은 웃으면서 말했다. "간단한 겁니다. 그 사라진 호문클로스의 유전자를 찾아 주세요." 이 자식, 미쳤나? 2,000년 전에 멸종되었다는 호문클로스의 유전자를 찾아 달라는 미친 자식이 있다. 그리고 그 미친 자식의 의뢰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나. 결론적으로 보면 내가 제일 미친 거냐?! 아아악, 그게 아니야! 이건 엄연히 민호라는 이상한 놈 때문인거다. 민호 자식이 도발에 넘어가지 않고 이야기부터 들었더라면 난 이딴 말도 안 되는 의뢰를 받지도 않았다. 2,000년 전에 호문클로스가 멸종되었는데 그 멸종된호문클로스의 유전자를 찾으라고?! 하하하, 무슨 수로? 뭐 이런 골때리다 못해 골을 1억 번 때리는 의뢰가 있냐? 하아, 솔직히 1억짜리라고 해도 이건 너무하잖아! "……." 엘라스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어떻게 그 남자가 그런 유치한 말장난에 넘어갔을까?! 분명 평범한 남자는 아니다. 그런데 그런 남자가 주인의 간단한 말장난에 넘어가 의뢰를 받다니? 주인도 뭔가 이상함을 느낀 모습이다. 역시 아이큐 230이라는 게 그저 수치뿐만이 아님을 보여주듯이 말이다. "그 정도의 말장난에 속아 넘어갈 정도로 바보인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야." "주인님, 그 존재는 정말 조심해야 합니다." "흐음." "정말 무슨 짓을 할지 모릅니다." 엘라스는 진심을 담아 간곡히 말했다. 하지만 그런 진심조차도 자신들의 힘을 너무 믿어 버리는 자신의 주인에게는 별 소용이 없는 것 같다. 주인은 머리는 좋지만 자신들의 힘이라는 걸 100% 믿고 진행을 하기 때문에 오히려 엇박자가 나 버리고 있는 것이다. 그 소년이 말했다. "절대 우리의 의뢰 내용을 알 리가 없었을 텐데……." 소년의 확신에 찬 생각, 그 누구도 자신들의 의뢰 내용을 알 리가 없었다는 거다. 이것만으로도 소년의 비상한 머리는 더이상 돌아가지 않게 되어 버린다. 하지만 엘라스는 다른 생각이 들었다. '혹시 그 남자가 그 의뢰를 이미 알고 있었다면?'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녀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건 도무지 말이 안 되기 때문이다. 이번 호문클로스에 대한 계획을 아는 사람은 자신과 자신의 주인, 그리고 자신들의 마스터인 그분밖에 모른다. 그러니 그 내용을 다른 자가 알고 있었을 리가 없다. 자신과 자신의 주인은 절대 발설하지 않았고, 당연하지만 '그분'이 발설하지도 않았을 터, 결코 정보가 새어 나갈 수가 없는 상황이다. "하아……." 내가 지금 이 상황에서 뱉을 말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한숨밖에없다. 도무지 방법이 없다. 뜬금없이 호문클로스라니! 그런 게 존재했는지 안했는지도 모르는 상태인데, 아무런 힌트도 없이 호문클로스의 유전자를 찾아 달라니……. 한마디로 이건 미친 의뢰다. "앗!" "넌 또 뭐야." 그때 바보 거북이가 잘 계시다가 갑자기 눈을 반짝인다. 난 그런 바보 거북이를 못마땅한 눈빛으로 바라보았고, 그 순간이었다. "저 알아요!" "뭘." "호문클로스요!" "……!" 호문 클로스를 안다고? 저 바보거북이가?! 아니다. 저자식은 미묘한 바보거북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저 자식은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지만, 문제는 그 지식을 기억하지 못하는 특이 체질이라는 거다. 그것참, 내가 말하고도 미묘하다.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지만, 그 지식을 기억하지 못한다니……. "그래? 아는거니?" "물론이에요!" "어서 말해 봐." "일단 호문클로스란……." "그런 건 필요 없고, 호문클로스에 대한 다른 거!" 난 왠지 모르게 초조했다. 왜 초조한걸까? 분명 시간은 많다. 그리고 저 바보거북이가 도망갈 리는 만무하다. 좀릴렉스하게 해도 상관없다. 그렇지만 점점초조해진다. "……." "왜 말을 안해?" 갑자기 꿀 먹은 벙어리가 된 바보 거북이. 그러자 더욱 초조해지면서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다음 한마디에 난 그대로 쓰러졌다. "방금 까먹었어요." 아아악! "하아……." "괜찮아?" 소파에 누운 채 하얀 물수건을 이마에 얹은 나를 보고 민혜가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난 민혜를 슬픈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말했다. "인생이 슬프다." "……." "인생이라는게 원래 이런 걸까?" "……." 어느새 난 인생 타령을 하고 있다. 하아! 민혜가 말했다. "분명 현무 씨도 언젠가는 다시 기억을……." "그게 언제일까?" "……." "1년 뒤?" "……." "10년 뒤?" "……." "아니면 나 뒈지고 나서?" 왠지 모르게 나 뒈지고 나서 기억할 것 같은 기분이 새록새록 든다. 나에게 줄 특별 스킬조차 효과만 알고 발동 조건을 몰라서 주지 못하는 것까지는 그나마 이해한다. 하지만 어떻게 호문클로스에 대한 내용을 기억했다가 금새 잊어버리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가능한가? 그게 이론적으로 가능해? 아무리 생각해도 불가능한데……. 설마! "저 자식이 계획적으로 날 능욕?!" 그렇다면 저 자식은 엄청난 천재라는 소리다. 아아악! 그러니까 간단하게 말하자면, 저 자식은 엄청난 천재인데 거짓으로 바보 짓거리를 하면서 지금처럼 나를 무지무지 능욕한다는 그런 스토리 라인인거지? 벌떡! "오, 오빠?!" 내가 갑자기 일어나자, 민혜가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난 성큼성큼 앞으로 나가면서 외쳤다. "이 미친 거북이 자식의 참된 모습을 오늘 내가 파헤치리라!" "아아악! 왜 이래요!" "날 능욕하다니!" "무, 무슨 소리예요!" "아무리 바보라고 해도 너같이 바보일 수는 없어! 한마디로 연극이라는 거지. 나를 능욕하기 위한!" "무슨 말도 안 되는……." 퍽! 퍽! "닥쳐라! 오늘 너의 참된 모습을 내가……." "아아악!저,정말……." 퍽! 퍽! 난 사정없이 팼다. 이 자식의 참된 모습을 보기 위해 말이다. 하지만……. "헉!" 독하다. 이렇게까지 맞으면서도 불지 않다니, 정말 독한 자식이다. 이런 모습을 본 민호가 내게 다가오더니 말했다. "형님." "왜?" "아무리 봐도 거짓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럼 상식적으로 저게 가능해? 무슨 기억상실증도 아니고 머릿속에 담긴 내용을 기억해 냈다가 그걸 몇 초만에 잊어버리는게 가능해?!" "글쎄요." "너도 솔직히 말해서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잖아!" 아무리 생각해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나의 이런 말에 민호는 사뭇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그건 모르는 겁니다." "……?" "이 세상은 특이하거든요." "……." "저같이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이 있으니, 무지 이상한 사람도 있지 않을까요? 그렇구나. 너같이 미친놈도있으니 미친 바보가 있다고 해도 전혀 이상한 게 없는 거다. 물론 자기 말로는 정상적이라고 하는데,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에 수긍할 사람은 없을 테니까. 하아, 정말 왜 이래? 우리 파티의 남자들은 나 빼고 다 이상해! "연금술사들의 마을이라고 불리는 벨리키나라는 곳이 있다고 하던데, 정확한 정보인지는 모르겠어." "……!" 그때 나래 누나가 한마디 던졌다. 벨리키나? 난 기대에 찬 어조로 물었다. "그게 뭐예요?" "나도 자세히는 몰라. 그냥 소문으로 떠돌아다니는 정보야." 엥? 그런 마을이 있었나? 내가 이런 의문을 담은 눈빛으로 민호를 바라보자 민호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있습니다." "아아, 있구나." 그런데 알고 있으면서 왜 민호 자식은 가만히 있었던 거지?! 난 민호에게 물었다. "알면서 왜 말 안했니?" 그러자 민호가 당당하게 말한다. "안 물어보셨잖아요." "아아, 그렇구나." "그렇습니다." "이 자식아, 그런 건 안 물어봐도 대충 뱉으라고!" 아아악! 머리 아프다. 젠장! 바보 거북이도 그렇고, 저 18차원의 정신세계를 가진 놈도 그렇고 둘 다 나를 미치게 만든다. 한 놈은 기억해 냈다가 수초 만에 기억상실, 한 놈은 안 물어봤다고 그냥 입 다물고 있고, 아악! 인생이 뭔가 미. 묘. 해. "연금술사의 마을인 벨리키나 마을은 특이합니다." 민호의 한마디가 들려왔다. 그래, 특이하겠지. 연금술사들만 사니까. 하지만 궁금한건 그게 아니라 이거다. "거기가 어디인데?" "글쎄요." "……." "미묘하거든요." "……." 뭐야?! 아는 것처럼 말하더니, 갑자기 미묘하다니! 이런 내 모습을 본 민호는 싱긋 웃으면서 말햇다. "분명 벨리키나 마을은 존재하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하아……." 그 말에 안정이 된다. 휴우 있으면 된 거지, 없다는 말보다는 1억 5천만배나 감사할뿐이다. 하지만 잠시 후 민호의 한마디는 나를 그대로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그런데 어디 있는지 찾기가 무지 난감하죠." "……." "간단히 말해, 지나가던 똥개가 갑자기 불어 닥친 바람에 날아가던 지푸라기에 맞아서 뒈질 확률보다 낮다는 거죠." 비유가 심히 난감하다. 지나가던 똥개가 갑자기 불어 닥친 바람에 날아가던 지푸라기에 맞아서 뒈질 확률보다 낮다니……. 하하하, 참으로 어휘 능력이 뛰어나시다. "그래서 결론은?" "정확한 수치 계산을 하면 지나가던 똥개가 갑자기 불어닥친 바람에 날아가던 지푸라기에 맞아서 뒈질 확률이 대략 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1%정도 될 것 같습니다." "……." "한마디로 불가능하죠, 확률상 찾는 건요." "뭐?!" 이게 바로 심히 재수 없다 못해 완전 재수 없는 것이냐?! 진짜 난 재수 없는 신이라는 타이틀처럼 이미 이 계열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다. 현무는 기억을 잊어버리고, 그나마 유일한 단서였던 벨리키나라는 마을을 찾는 것은 지나가던 똥개가 갑자기 불어 닥친 바람에 날아가던 지푸라기에 맞아서 뒈질 확률이 대략 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1 보다 낮다니……. 답 안 나온다. 절대. 우연 포기할 수 없어! 난 다짐했다. 포기할 수 없다. 물론 아직까지는 말이다. 좀 더 해 보고 그때도 안 될 것 같으면 포기하더라도 일단 할 건 해야겠지? 예를 들어 제일 유명한 연금술사를 찾아가서 물어본다든가 하는 거 말이다. 그런 까닭에 정보를 찾기 위해 내가 대표로 이곳 에린 왕국으로 직접왔다. 여기서 잠깐, 범죄자인 내가 어떻게 이곳에 들어왔는지 의아할 것이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별거 아니다. 난 제국에서만 범죄를 저질렀지, 여기서는 나름대로 깨끗하다(?) 물론 여기서도 문제를 일으키면 또 나의 현상 수배지가 걸리겠지만, 앞으로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난 깨끗하게 살 테니까. 그런데 왜 문득 이런 모습이 떠오른 걸까. 전 나라에 걸려있는 현상수배지속의 내 모습이……. 아악! 아니야! 그럴 일은 없다! 그래, 말도 안 되는 것이다. 난 그런 생각과 함께 주먹을 쥐었다. 이제부터라도 청렴결백하게사는거다. 그래! 그런데 그 순간 열심히 결심을 하는 내 귀에 사람들의 웅성 거림이 들려왔다. "주,죽인다." "저 두 여자, 인간이야?" "말도 안 돼……." "미쳤어." "짜증나." "너무 예쁘잖아!" 사람들이 한 곳에 시선을 둔 채 웅성거리고 있다. 으응? 왜 그러는 거지? 난 그 모습에 살짝 궁금증이 들어 사람들의 시선이 몰린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잠시 후, 난 그대로 굳어 버렸다. 지금 저기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오는 두 분. 그분들은 포스 하나만으로 모든 존재들을 잠재울 것 같다. 두분 다 초 미소녀 계열이시니까 말이다. 간단하게 말해 한 분은 약간 차가운 이미지의 미소녀이시고, 나머지한 분은 내가 익히 아는 분이네? 내가 무지무지 사랑하는 한예진 양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질문! 왜 그녀는 이곳에 있는 걸까. 아니, 조금만 생각해 보면 당연한 건가? 그녀는 이 게임을 좋아했고, 난 이 게임을 정복해서 그녀에게 바치며 사랑 고백을 할 생각이었으니까. 그런데 오랜만에 들어온 마을에서 예진이를 만나다니, 너무나 기쁘면서도 당황스러워 뭔가 알 수 없는 기분이다. 왜냐하면 아직 예진이를 만나기가 곤란하기 때문이다. 게임 정복률이 아주 쥐꼬리, 아니 벼룩의 간만큼 진행되었으니까. "어이, 거기! 나랑 놀래?" "……!" 빠직! 그때 한 건달 자식이 기어 나오더니 예진이와 더불어 미모면에서 예진이와 비등한 미소녀에게 집적거렸고, 그걸 본 난 당장 광역 스킬 한번 상큼하게 퍼부을 뻔했다. 예를 들어 토네이도 같은 거? 하지만 그 순간이었다. "꺼지세요." "……!" "……." "……." 예진이 앞에 있던 소녀가 어느새 검을 그 건달의 목에 겨눈 채 말하고 있었다. 상당히 빠르다? 단지 눈 한 번 깜빡했을 순간인데, 저 정도로 검이 이동하다니. 미모도 초미소녀이신데 실력 또한 뛰어나시다니, 뭔가 멋진데? 그런 그녀의 엄청난 실력에 집적거리려던 남자들이 순식간에 버로우를 탔다. 왠지 안심이 된다. 그때 예진이가 머뭇거리더니 말했다. "저, 저기 나영아……." "예진아 가만히 있어. 이런 놈들에게는 말하는 것 자체도 아까우니까." "……." 지금의 행동을 말리려던 우리 착한 소녀 예진이에게 침착하게 한마디 하는 그분. 예진이의 마음도 이해는 가지만, 지금은 저분의 말에 절대적으로 동감이다. 저런 놈들한테는 말보다는 확실히 칼질(?) 한 번이 더 효과가 있지. 그리고 그말이 맞다는 듯 저렇게 물러서니까. "크크! 이거 여자한테 쫄아서 물러나다니, 거참." "……." "……." "……." 그 순간 갑자기 나타난 건더기 2. 건더기1이 나간 지 얼마나 됏다고, 저런 건더기2가 달라붙는 거냐?! 대충 키는 190센티미터 정도에, 보기만 해도 끔찍한 과도한 근육, 너무 과도해서 보고 싶지도 않을 정도다. 그리고 험상궂게 생긴 얼굴까지, 정말 매력 꽝이야. 아무리 근육이 좋다고 해도 괴물이라 불릴 만큼이면 조금 그런데 말이다. 그 근육맨은 나영이라고 불린 여자를 보고 피식 웃더니 말했다. "너만 해치우면 너희들은 내 것인가?" 아니, 저런 미친 개 삐리리 자식이 있나! 이건 무슨 소리냐! 왜 저분을 해치우면 예진이가 네 거가되는 건데?! 난 말도 안 되는 이론에 거의 반쯤 돌기 직전이었고, 그 순간 나영이라는 분이 한마디 던졌다. "말도 안 되는 이론이네요." 그 말과 함께 강하면서도 부드럽게, 그리고 빠르게 검을 찔러 넣었다. "……!" 하지만 잠시후,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자신의 앞에 서 있는 남자를 보았다. 굳이 왜냐고 내게 이유를 묻는다면 그 남자의 오른손에 간단하게 잡혀 버린 자신의 검을 보고 너무 놀라서일까? 그 남자가 말했다. "크크, 고작 이딴 검 실력으로 나를 이기려고? 강철 인간이라고 불리는 나 루바스를?" "루, 루바스?!" "강철 인간 루바스?!" "설마!" "랭킹 유저잖아!" "내 기억이 잘못되지 않았다면 공식 랭킹(공식 랭킹은 직접 등록하는 개념으로, 사람들에게 이름을 알립니다. 그리고 반대로 아무것도 기재하지 않은 채 신비 그 자체로 살아가는 유저도 많습니다) 1,400위라는 그 루바스?!" "루바스라는 사람이 저런 사람이었어?!" 루바스인지 재바스인지 내 알 바 아니다. 내게 중요한 건 지금 예진이에게 집적거리려는 놈이라는 것이지. 빠직! "……!" 그 순간 나영이라는 분의 검이 그대로 산산조각이 나 버렷다. 그남자가 손으로 검을 간단히 부숴버리는 생 쇼를 보여주신거다. 그리고 루바스는 비웃음과 함께 말했다. "이리 와." "꺅!" "……!" 루바스는 나영이라는 분의 손목을 거침없이 잡더니 끌어당겨 버렸다. 그러자 내 몸이 움직였다.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다. 예진이의 친구인 이유도 있지만, 저런 아름다운 미소녀가 이상한 변태 자식에게 안기는 모습은 절대로 구경하고 싶지 않아서 말이다. 퍼억! "크아악!" 순식간에 이동한 내가 하이 킥 한 방을 선사하자 2미터 이상 날아가 버리는 그 근육맨. 난 그와 함께 휘청거리는 그녀의 양손을 잡아 주면서 물었다. "괜찮아요?" "……." "아! 죄, 죄송……." 난 다급히 그녀와의 스킨십을 종료했고, 그녀는 잠시 진정하더니 말했다. "고마워요." "뭘요, 아무것도 아니죠. 하하!" "괜찮아?!" 그때 예진이가 다급하게 달려와 걱정스러운 듯 묻자, 나영이는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곧 예진이는 여전히 후드를 뒤집어쓰고 있는 나를 보더니 인사했다. "고맙습니다." "아, 아니…… 악!" 나도 모르게 평소에 대하듯이 반응해 버렸다. 그러자 예진이는 나를 살펴보더니 설마 하는 어조로 물었다. "재현이?" "……." "분명 재현이 목소리였는데?" 저기 ,그렇게 귀가밝으면 안되요, 예진양. 아직은 내 모습이 드러나면 안 되는데……. "이 개자식, 감히!" 그때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내게 달려오는 그 근육맨. 난 그놈을 보고 주먹을 꼭 쥐고는 외쳤다. "아뵤오!" "……!" 난 그대로 상큼하게 주먹 한 방을 배에 꽂아 주었다. 그러자 근육맨은 게거품을 물면서 쓰러졌다. 난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강철 인간 좋아하시네." 무슨 강철 인간이 이렇게 부실하냐. 풋! 그때였다. "재현이지?!" "……." "분명 재현이야!" "……." 확신하는 예진이와 굳어 버린 나. 난 고민했다. 여기서 계속 부인할 것인가, 공개할 것인가를 말이다. 하지만 계속 부인하는 것은 불가능 할듯싶다. 왜냐하면 방금 전에도 한마디 하는 바람에 100%눈치 챈 듯 보이니까. 난 어색한 손짓으로 후드를 벗으면서 말햇다. "안녕?" 냉무다. 그야말로 할 말 없음. "재현아, 너도 이 게임 했던 거야?" "으응." 난 예진이의 물음에 그렇게 대답했고, 예진이는 약간 들뜬 목소리로 물엇다. "그럼 같은 게임을 하고 있었던 거네?" "뭐, 뭐, 그렇지……." 원래는 예진이가 하던 게임으로 내가 온 거지만, 예진이는 나를 보며 기쁜 얼굴로 말했다. "그래도 정말 기뻐." "으응? 정말 기쁘다니?" "아, 아니야." "……?" 기쁘다는 말에 의아해서 물어보자, 갑자기 예진이의 얼굴이 붉어졌다. 왜 저러는 거지?아,그것보다 옆에 다른 사람도 있으니……. "옆의 분 좀 소개해 줄래?" 아까부터 싸늘한 바람이 불어서 그냥 못 있겟다. "아 , 게임에서 만난 친구야. 이름은 이나영. 무지 예쁘지?" "으응, 뭐." 난 '네가 더 예뻐'라고 한마디 하고 싶을 뿐이다. 사실 그녀랑 나영이랑 객관적으로 보면 용호상박이다. 예진이에게 청순함의 매력이, 나영이에게는 차가움의 매력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주관적으로 보면 나에게는 예진이가 더 예쁜 게 사실이다. 난 이상하게 나를 노려보는 것 같은 그분을 향해 최대한 미소와 함께 인사했고, 그 모습에 그녀는 냉랭하게 대꾸했다. "안녕하세요." 그리고 다시 원래대로 돌아갓다. 아아악? 내가 뭘 잘못한 거지?! 왜 저분은 나를 그렇게 살벌하게 바라보는 거야?! 내가 뭘 잘못했기에! 나영이는 자신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자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남자라면 증오할 정도로 싫어하는 자신인데, 왜 저 남자를 보면 가슴이 뛰는 걸까? 왜? 나영이는 계속해서 자신에게 질문해 보았다. 하지만 답이 나오지 않는다. 단지 위기에 처한 자신을 저 남자가 구해 준 그 순간부터 이렇게 심장이 뛰는 것 뿐이다. 자신의 이런 반응을 처음으로 접하기에 나영이는 그 미묘한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 대단히 강한가 봐?" "으응?" 예진이는 뜬금없이 내게 그렇게 물었다. 대단히 강하다니? 내가 알아듣지 못하는 듯하자 예진이는 다시 웃으면서 말했다. "랭킹 유저를 단숨에 이겨버렸잖아." "아아……." "웬만해서는 절대 가능할 리 없잖아." 예진이의 칭찬, 이것만으로도 자동으로 입 꼬리가 올라간다. 악! 그만큼 그녀의 한마디 한마디가 내 심장에 들이댄다. 아니, 순환된 용어로 꽂힌다? 어찌 됐든 상당히 기분이 좋다는 말이다. 그나저나 주변을 살펴보면 자동으로 땀이 삐질삐질 나오는 상황이다. 왜냐고? "많이 좀 뜨겁……." 그렇다. 지금 난 예진이, 나영이와 함께 근처 커피숍에 앉아 있는 상태다. 하지만 그때부터가 문제였다. 음침한 남자들이 꾸역꾸역 이 커피숍으로 몰려드는 거다. 그런 건 별로 상관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꾸역꾸역 몰려든 남자의 시선들이 나에게 집중되는 것, 이게 문제다. 그것도 원한, 질투, 살기, 기타 등등 모든 마이너스 에너지들이 나에게 집중된다. 아무리 철가면의 극치를 보여주는 나라고 해도 난감할 정도다. 하아. 두 미소녀랑 같이 있다는 이유로 이럭헤 인기를(?) 받는데, 나중에 다른 분들까지 합류하면 완전 대재앙이 일어나겠다. 그렇게 남자들의 모습을 보고 고개를 젓던 난 우연히 그들 을 보았다. 은빛의 갑옷을 입은 채 위풍당당하게 들어서는 기사들을 말이다. 그러자 내 몸이 자동으로 움찔거렸다. 왜 그러는 거냐! 난 잘못한 거 없다고! 저들을 보고 움찔할 이유는 없어! 그렇게 난 자기 최면을 걸면서 침착하게 미소를 유지했다. 그런데 왜 저분들의 발걸음이 나에게 향하는 것 같냐? 그래, 착각이다. 완벽한 착각이야. 난 당당하잖아?! 그래, 잘못한 거 없어. 저들이 내게 올 리는 없고, 혹 온다고 해도 난당당하다. 그렇게 난 혼자서 중얼거렷다. 그런데 저 10명이나 되는 기사들이 점점 더 나를 향해 다가온다. 난 계속해서 그들을 외면하려 애썼다. 나는 앙닐 거야. 그래, 아무리 생각해도 난 아니다. 하지만……. "마을 안에서 살인을 한 죄로 너를 체포한다." "……." 누가 여기서 살인한 거야? 아니, 이런 나쁜 자식이 있나. 누구야, 누구야?! 난 그런 생각과 함께 열심히 주변을 살펴보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 참으로 이상하게도 그 기사 아저씨들은 나만 바라보신다. 나는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물엇다. "미?" "너다." "저기, 무언가 오해가……." "오해?" "저는 그런 난폭한 짓 한 적 없는데요." 그래,난 결코 그런 짓을 한 적 없다. 여기 와서 당당하게 치한을 퇴치한 것밖에 없는데? "루바스의 살인 혐의다." 루바스? 잠깐! 어디서 많이 들어 본 이름인데? 아! 그 순간 내 머리를 스쳐 지나가는 한 근육맨이. 예진이와 나영이에게 집적거리던 그놈의 이름도 루바스였던 것 같은데? 그럼 간단하게 말해, 내 사랑의 주먹 한 방을 견디지 못하고 설마 그 놈이 뒈졌다는 거냐? 으악! 뭐 자기가 강철 몸이라며! 근데 주먹 한 방에 뒈지는 건 뭐야! 그리고 무엇보다 먼저 시비를 건 것은 그쪽이라고, 여자들한테 집적거린 게누군데? 분명누군가가 뒤에서 입질을 한 거다, 확실해! "너를 체포한다. 그러면서 기사들이 나를 포위했다. 난 생각했다. 여기서 어떻게 해야 할지 말이다. 뭐, 선택할 수 있는 건 두 가지 뿐이지만. 첫 번쨰, 얌전히 잡혀서 감옥으로 직행한다. 두 번째, 열심히 튄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첫 번째는 정말 내키지 않는다. 아, 그렇다면 두 번째 방법밖에 없나? 난 그런 생각과 함께 당황하고 있는 예진이를 슬며시 바라봤다. 그러고는 말했다. "잠시지만 즐거웠어. 저들이 나에 대한 걸 물어도 말만 안 하면 아무런 피해가 가지 않을거야." "……." 그러고는 몸을 움직였다. 파아앗! "윈드!" 난 바람의 힘을 이용해서 3미터 정도 되는 높이를 단번에 뛰어 버렸다. 그러자 기사들이 당황하기 시작했다. 난 냅다 달렸다. 오늘도 상쾌하게? "저놈 잡아라!" "문을 봉쇄해!" "놓치면 안 된다!" "잡아!" "무조건 잡아라!" 쫓아오며 소리치는 저 잡으라는 소리조차도 익숙하니 이거야 원. "아." 예진이는 생각지도 못한 사태에 당황했다. 사실 재현이를 만났을 때 무척 반갑고 기뻤다. 그런데 난데 없는 살인 혐의라니? 자신도 알 수 있었다. 그 루바스라는 사람이 이 왕국에서 상당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분명 루바스라는 남자가 먼저 원인을 제공했고, 재현이는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 무력을 행사했을 뿐이다. 그렇지만 모든 죄는 재현이에게 돌아간다? 이것만으로도 루바스라는 남자가 이 왕국에서 큰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짝짝짝! "존경합니다." "……." "역시 이번에도 형님은 저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셨습니다." "……." "소인, 너무나도 감격스럽습니다." "……." 빌어먹을 저 자식! 지금 안 그래도 미묘한 기분을 가진 나에게 저딴 소리를 하다니! 으악! 민호는 더욱 나의 염장을 질렀다. "이걸로 이제 두 곳의 제국과 한 곳의 왕국에 형님의 포스트가(?) 걸리는 거군요." "……." "웬만해서는 절대 불가능합니다. 당당해 하셔도 될 듯 싶습니다." 미쳤냐? 범죄 저질러서 포스트 걸리는데 당당해지게! 내가 무슨 네놈처럼 철면피야?! 민호는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말한다. "자, 그럼 앞으로도 힘을 내죠." "뭘, 이 자식아." "형님의 포스트가 전 제국과 왕국에 걸리는 그날까지요." "……." "멋진 일일 겁니다." 절대 사양한다. 네 말을 달리 해석하자면, 앞으로도 열심히 각 나라에 가서 범죄 저지르고 포스터 걸자는 건데,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거다. 절대! "후후, 과연 그럴까요?" "……." "세상은 신비롭지 않습니까?" 저 자식, 지금 뭐 하자는 거냐! 내가 전 나라에 포스터 붙이길 진심으로 바라는 거냐? 난 민호의 황당한 한마디에 말을 잊어버렸고, 그때 민호는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 "찾았습니다." "뭐?" 이야기의 흐름을 바꾸는 뜬금없는 한마디였다. 찾다니? 서론도 본론도 없이 '찾았습니다'라고 말하면 내가 아니? 그리고 무슨 분위기를 순식간에 바꿔 버려? 대략 난감하다. 민호의 말이 이어졌다. "연금술사 중 꽤 유명한 연금술사가 있습니다. 루에니라는 연금술사인데, 상당한 지식을 가진 분이라고 하더군요." "……!" 난 멍하니 민호를 바라보았다. 저 자식은 언제 알아본 거지? 정말 기가 막히다 못해 완전 막힌다. 왠지 꽤나 멋지고 자랑스럽다? 그런 내 모습을 보더니 민호는 싱긋 웃으면서 말한다. "제가 멋지고 자랑스럽나요? 잘 알고 있습니다." 잠시지만 그런 미친 생각을 한 내 자신을 저주하리라. 연금술사 루에니 그분이 사신다는 곳은 '나이트 엔디네이지' 라는 숲 속이다. 이름이 상당히 미묘하다. 밤에만 활동이 가능하다는 그 숲 속에서 아침에 활동하면 뒈진단다. 어떻게 뒈지는 걸까? 나도 궁금하다. 왜 밤도 아니고 아침에 가면 뒈지는지 말이다. 아무튼 엄청나게 개판이라는 것만 소문이 났던데, 확실한 건 아침에 가면 진짜 피 본다는 거다. 그래서 거기에 가려면 무조건 밤에 가야 한다. 물론 가는 사람조차도 드물지만 말이다. 그런데 그런 희한한 숲에서 살 수는 있는 건가?! 아침만 되면 개판 되어서 뒈진다는데 무슨 수로 버티는 거지? 상당한 의문이 나를 감싸 안았다. "형님, 뜨거운 시간이 됐습니다." "좀 제대로 된 표현은 안 되니?" "……." "아니다. 휴." 밤 12시가 되면 가르쳐 달라고 했더니 뜨거운 시간이 됐다고 알려 주신다. 정말 나름대로 저놈의 미묘한 센스는 알아줘야 할지도? 그나저나 단지 민혜와 나래 누나만 빠졌을 뿐인데 왠지 공허하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에리아스가 있다는 거다. 그것만으로도 마음의 안정이 된다. 바보 거북이랑 상태가 상당히 안 좋은 민호 놈 이렇게 세 명만 있다면 생각만으로도 끔찍하니까. 그런데 지금, 내 옷자락을 잡은 채 졸졸 따라오는 에리아스의 모습이 너무 귀엽고 깜찍해서 미쳐버리겠다는거다. 아악! 마구 보호 본능이! "피해 드릴까요?" "뭔 소리냐?" 그때 민호가 갑자기 피해 주겠다고 한다. 뭔 소린지 되묻자 민호는 웃으며 말했다. "덮칠 거면 저희들이 방해되지 않습니까?" "안 덮쳐, 이 자식아!" "덮치실 거면서." 덥석. 난 그대로 민호의 멱살을 잡으면서 물었다. "너, 나한테 무슨 원한있어? 왜 자꾸 짐승으로 만들어!" "짐승이잖습니까?" "너, 죽을래?" "그럼 형님, 한 가지만 묻겠습니다." "……?!" "형님은 순수한가요?" 엥? 이건 또 무슨 뚱딴지 같은 질문이냐? 내가 순수하냐고? 하아, 갑작스러운 이런 질문은 상당히 당황스럽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난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물론." "풋." "뭐야, 그 웃음은!" "그냥 웃어 봤습니다." "……." 이 자식, 그냥 웃은 게 아니다. 순수하다는 내 말을 비웃은 게 분명해! 하지만 본인은 그냥 웃어 봤다고 한다. 아아악! 뭔가 찜찜해! 민호는 다시 나를 바라보더니 말했다. "그럼 한 가지만 더 질문하죠." "……." "형님은 에리아스 양을 순수하게만 바라봤나요?" "……." 갑자기 순수 타령을 하더니,이제는 에리아스를 순수하게 바라보았냐고 묻는 민호 자식. 그럼 순수하게 바라보지 더럽게 바라보니? 질문의 요지, 파악 불가능이다. 민호의 말이 이어졌다. "제 말은 에리아스 양을 정말 순수하게, 그러니까 한 점의 사심 없이 정말 순수하게 바라보았냐고 묻고 있는 겁니다." "……?" "표현 자체가 참 그러네." "……." 저 자식은 표현력이 정말 확실하다 못해 섬뜩하다. 어쨋든 난 그런 민호의 질문에 당당하게 말했다. "다시 말하지만, 난 순수하게만 바라봤거든?" "구라를 치십니다." "뭐야?!" "형님이 에리아스 양을 껴안고 싶어 하는 마음. 그 마음이 순수한 건가요?" "……." "정말 순수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자,잠깐. 그건 단지 에리아스가 마구 보호 본능을 일으키니 남자로서 당연한……." "그래요, 당연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에리아스 양을 껴안는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서 사심이 1%도 없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으신가요?" "……." "정말 100% 과일 주스 같은 순수함만으로?" "……." 민호의 말이 이어짐에 따라 난 절로 움찔거렸다. 사실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에리아스가 워낙 예쁘다보니 나도 모르게 살짝 남자의 본능이 들어가 있기는 했지만, 그건 모든 남자라면 당연한 거아닌가?! "형님은 거짓말을 했습니다." "……." "자신이 순수하다는 거짓말. 이미 짐승인데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 "에리아스 양을 정말로 순수하게 바라보지도 않아 놓고, 순수하게만 바라봤다고 구라 치셨습니다." "……." "이걸로 봐서 형님은 역시 짐승입니다." 윽, 뭐지?! 뭔가 알 수 없는 궤변이다. 사실 이해 자체가 안 되는 이야기의 흐름인데, 한 가지 확실한 건 진짜 내가 짐승이 된 기분이라는 거다. 내가 뭘 한 거지? 나란 인간이 이렇게 짐승이었던 거냐?! 난 그러고 싶지 않았단 말이다. 에리아스가 너무 귀여운 바람에……. 아아악! 난 절망의 나락에 빠져 들었다. 그렇게 약 10분의 시간이 지났다. "……." 아무리 생각해도 뭔가 미묘하다. 민호의 알 수 없는 궤변을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조금, 아니 무지무지 이상하다. 에리아스를 보고 살짝 남자의 본능이 일어난 걸 가지고 내가 왜짐승이라는 말을 들어야 하는 거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 그리고 잠시 후, 내 머리는 정리 된다. "이민호!" "……?" "잘못하면 넘어갈 뻔했어!" 마치 최면 같은 말이다. 저 자식이 말하면 말도 안 되는 개소리도 아름다운 소리로 바꾸는 능력이 있다는 걸 잠시지만 망각해 버린 거다. 한마디로 지금 저 자식은……. "나를 왜 짐승으로 만드는 거냐!" 퍼억! "쿠에엑!" 하아, 하마터면 내 자신을 짐승으로 생각할 뻔했다. 그만큼 저 자식의 화려한 입놀림은 무서울 정도니까 조심,또 조심해야한다. 난 그런 생각과 함께 바닥에 널브러진 민호를 무시한 채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자 잔뜩 겁먹은 움츠러든 바보 거북이가 보인다. 그리고……. "에리아스?" 움찔. "……." 나를 졸졸 따라오던 에리아스가 어느새 거리를 벌린 채 그 사람 미쳐 버리게 만들 것 같은 순수한 눈망울로 나를 바라본다. 아아, 설마……. 나의 잠시지만 난폭한 행동에 충격을 받은 건가? 젠장! 하필 민호 자식이 개지랄을 하는 바람에……. 휴우, 뭐 그게 중요한 건 아니다. 일단 에리아스에게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서야겠다. "저기, 에리아스." 움찔! 내가 한마디만 하면 움찔거린다. 그런데 그 모습조차도 너무 귀엽고 깜……. 아악! 또 다른데로 이야기가 새어 버린다. 정말 왜 이러니? 난 말했다. "방금 전 내가 오버한 거 인정할게. 그러니까 그렇게 겁 먹지 마. 응?" "……." 난 다정다감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지만 에리아스는 여전히 겁먹은 표정이다. 아,좀 많이 난폭했나? 그래, 스마일이다, 스마일. "에리아스 방금 전에는 살짝 흥분한 거고, 나 원래 이렇지 않거든? 알지?" "……." "그러니까 그런 표정 지을 필요 없어." "저, 저기……." "응?" 그때 힘겹게 입을 여는 에리아스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을 한 채 말했다. "주, 주인님이 그, 그렇게 하시면 어, 어쩔수는 없지만 저, 저는……." "……." "흐에에엥." "왜, 왜 그래?!" 난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는 에리아스를 향해 다급히 다가갔고, 에리아스는 울먹이면서 말했다. "주, 주인님이 저를 덮치…… 훌쩍." 무지 큰 오해를 하고 있다. 이 순진한 아가씨가 민호의 개소리를 진짜로 알아들은 것이다. 한마디로 내가 자기를 덮칠 거라는 생각? "저기, 에리아스, 그럴 일은 없다고, 내가 왜 에리아스에게……." "……." "절대 그런 걱정은 할 필요 없어. 난 순수한 영혼이야." "……." "으응?" 난 맑은 눈빛으로 에리아스를 바라봤다. 그리고 에리아스는 여전히 순수한 눈빛으로 나를 보더니 물었다. "정말요?" "물론." "무, 물론 주인님이 원하신다면 4, 4대 수호신으로서 당연히 따르기는 하겠지만 그, 그래도……." "하아……." 열심히 더듬거리면서 말하시는 이 아가씨, 너무 귀엽다니까. 그나저나 이놈의 민호 자식은 여기저기 순수한 애들을 감염시키고 염병이야. 이걸 콰악! 잠시의 이상한 오해가 생겼지만, 우리는 다시 나이트 엔디네이지인지 뭔지 하는 숲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침에 걸어가면 개판 돼서 뒈진다는 그 미묘한 숲, 하지만 저녁에만 가면 괜찮다는 그 숲 말이다. "무지 평범한데?" 아침만 되면 개판 되서 뒈진다는 말과는 달리 일반 숲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아니, 저녁이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굳이 특이한 점을 찾아보라면 달이 너무나도 밝게 빛나서 숲 속이 상당히 환하다는 것 정도? 그것 말고는 일반적인 숲하고 다를 게 하나도 없다. 난 그런 생각과 함께 터벅터벅 걸어갔다. 내 옷자락을 잡은 느낌으로 봐서는 에리아스가 열심히 따라오고 있는 건 확실한데……. "왜 이 두 놈이 조용한 거냐." 그렇다. 이때쯤 되면 분명 이상한 소리 한 번씩 해주는 그 분들이 무지 조용하다. 민호와 바보 거북이의 알 수 없는 미묘한 정적이랄까? 휘익. 난 곧바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에리아스가 깜짝 놀란다. "아, 미안." "아, 아니에요." "그런데……." 난 에리아스에게 간단하게 사과한 후 주변을 살폈다. "이것들 어디 갔냐?" 갑작스럽게 흔적도 없이 실종되어 버린 민호와 바보 거북이. 그러자 에리아스도 당황하면서 물었다. "어,어디가셨죠?!" "글쎄다." 워낙 생각 자체가 이상한 놈들이어서 평범하게 사라진 것 같지는 않다. 그럼 어떻게 사라졌지? 그렇게 한숨을 내쉬는 데 민호와 바보 거북이의 모습이 30미터쯤 떨어진 곳에서 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그들만 있는 게 아니다. 그들의 앞에 미녀 한 분이 있다. 객관적으로 보면 내 주변에 계신 분들보다 많이 떨어지는 미모기는 하지만, 왠지 모르게 그녀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포스라고 해야하나? 그런 게 상당히 매혹적이다(뭐, 내가 본 분 들은 이미 인긴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뛰어나지만). 한편 그녀는 나를 보더니 싱긋 웃었다. 그러자 뭔가 마음이 불타올랐다. 윽! 왜 이러지? 왜 미소 한 방에 내 가슴이……? 그 순간 내 머릿속을 지나가는 하나의 이름이 있었다. "설마 서큐버스?!" '매혹의 악마'라고 불리는 그녀, 그 어떤 남자도 그녀들이 들이대면(?) 끝장난다는 그 서큐버스?! 잠시 그녀들의 특성을 잘 생각해보자 그녀들은 검은색의 옷을 주로 입는다. 그리고 내 앞에 있는 분처럼 속옷이 훤히 보이는 망사 계열의 치마라든가 블라우스를 자주 즐겨 입으신다. 그뿐만이 아니라 제일 중요한 건……. "날개!" 그렇다. 뒤에 매달려 있는 검은색의 날개는 서큐버스라고 증명해 주는 확실한 증거다. 한편 그녀의 손짓 한 번에 민호와 바보 거북이는 멍하니 그녀에게 다가가고 있다. "야, 정신 차려!" "……." "……." "니들 뒈진다고, 그 여자한테 넘어가면!" "……." "……." 난 아주 애타게 외쳤다. 하지만 알다시피 여자라면 사족을 못 쓰는 저 두분이신데, 유혹의 악마라고 불리는 서큐버스의 유혹을 이겨 낼 리 없다. "키스해 줄까?" "……." 끄덕. 서큐버스의 질문에 민호는 멍하니 고개를 끄덕인다. 안 돼! 이 자식아, 키스를 당하면 니놈의 정기가 빠져나가 뒈진다고! 그렇게 난 마음속으로 외쳤다. 그러나……. "……!" "……!" 나와 에리아스는 그대로 굳어 버렸다. 그 서큐버스가 민호에게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키스를 해 버린 것이다. 그것도 혀가 들어가는 프렌치 키스를 말이다. 그러자 민호는 더욱더 멍해지면서 무언가가 홀쭉해졌다. 확실하다. 생명력의 일부를 강탈당한 거다. 그리고 잠시 후, 그녀는 나를 보더니 웃으면서 말했다. "어때?" "……." "지금 나한테 오면 키스뿐만이 아니라 나의 모든 걸 경험 시켜 줄게." 쿵쾅쿵쾅! 그 한마디에 내 심장이 미친 듯이 뛴다. 아아악, 이게 뭐야! 난 짐승이 아니야! 그런데 왜 저 말에 심하게 반응하는 거냐! 이성이 반응을 하기보다는 몸이 먼저 반응해 버린다. 크! 이게 바로 유혹의 악마라고 불리는 서큐버스의 힘인가? 제길. 그런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내 정신이 멍해진다. 아아, 설마 유혹에 넘어가 버리는 건가? 젠장! 그러면……. "……!" 번쩍! 그 순간 정신이 흐릿해지는 내 눈에 들어오는 한 분이 있다. 잔뜩 겁을 집어먹은 채 있는 에리아스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순식간에 번쩍 정신이 들었다. 난 다급히 에리아스의 앞을 막아서면서 말했다. "난 그딴 유혹에 안 넘어가!" 방금 넘어갈 뻔했지만 안 넘어갔으니 된 건가? 이런 내 모습에 서큐버스는 흥미로운 듯 나를 바라봤다. 그런데 그 순간이었다. "서큐버스보다 예쁜 여자가 있다니, 신기한데?" "……!" 웬 이상한 남자 놈이 내가 방심한 사이에 다가와 에리아스에게 한마디 건넸다. 그러면서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에리아스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꺅!" "으아악!" 에리아스의 비명과 더불어 그 남자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 "이리 와이이잉!" 현무의 비음이 들리고, 순식간에 바람의 힘이 내 몸을 감싸안았다. 잠시 후였다. "쿠에엑!" "아아악!" 바보 거북이와 민호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죄송합니다." "……." "차마 할 말이 없습니다." "……." "정말 죄송합니다." 난 표독스럽게 바라보는 서큐버스를 향해 진심으로 사과했다. 솔직히 말해, 저렇게 노려봐도 할 말 없다. 그냥 가만히 있을 뿐이다. "……." "죄송해요." "……." 난 계속 빤히 쳐다보는 서큐버스를 향해 다시 한 번 사과했다. 젠장, 이게 무슨 추태냐! 이 변태 자식들, 서큐버스를 덮치려고 하다니! 그리고 왜 내가 사과를 해야 하는 건데! 아아악! 생각만으로도 머리가 아파진다. 제길, 그나저나 어떻게 된 거야? "저 자식들, 언제 유혹에서 빠져나온 거지?!" 그렇다. 분명 유혹에 빠져서 해롱거렸던 놈들인데, 금세 탈출하다니? 그런 내 중얼거림에 민호는 말했다. "걸리지 않았으니까요." "……." "그런 유혹에 걸릴 정도로 나약하지 않습니다. 저와 현무님은 '뜨거운 핫커피'와 '차가운 냉커피'로 엄청나게 단련되어있거든요." "……." 한마디로 연기라고?! 단순히 서큐버스에게 집적거림을 당하고 싶어서 걸린 척 연기한 거냐? 무슨 이런 이상한 것들이 다 있어! 아아악! 정말 할 말 없다, 정말. 난 다시 한 번 사과했다. "부디 용서를……." "알았어." "……!" 그때 서큐버스의 한마디가 들려왔다. 아, 너무나도 감격스럽구나! 그녀가 용서해 준 일이 말이다. 그녀는 여전히 민호와 바보 거북이를 경계한 채 나를 보더니 물었다. "무슨 용건이야?" "네?" "이 숲에 인간들이 들어오다니. 뭐, 계속 집적거리던 인큐버스를 해치워 줘서 고맙기는 하지만……." "아." 에리아스에게 집적거리다가 죽은 인큐버스하고 사이가 꽤 안좋았나 보다. 흐음, 그런데 몇 마디 대화를 했을 뿐인데 서큐버스라는 분들 그렇게 나빠 보이지 않아. 아니, 저분이 미녀에다가 옷을 너무 아름답게 입어서 그런게 아니라, 진짜 왠지 괜찮은 분 같다. 오히려 그런 그녀에게 범죄 행위를 한 민호와 바보 거북이가 미친 거지. 난 그녀의 질문에 내가 이곳에 온 이유를 상기해 내면서 말했다. "루에니라는 분을 찾으러 왔어요. 여기에 있다고 하기에……." 그 말에 서큐버스는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헉! 그런 눈동자로 보면……! 그 순간이었다. 서큐버스의 말문이 열렸다. "내가 루에니라고 불리는데?" "……." 그 말에 난 민호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민호가 대답했다. "인간이라고 한 적 없죠." "……." "뭐, 서큐버스인 줄도 몰랐지만요." 그런 건 좀 물어보지 않아도 미리미리 이야기해 주면 미치니? 왜 꼭 물어보는 상황까지 와야 하는 거냐! 정보를 주려면 반 뚝 잘라서 주지 말고 통째로 달라고! "무슨 용건?" 그 서큐버스, 아니 루에니라는 분은 일반인들이 사는 곳과 다름없는 자신의 오두막으로 우리를 안내하더니 그렇게 물었고, 난 그 물음에 답했다. "저기, 연금술의 달인이라고 하셔서 온 건데 맞아요?" "나?" "네." "맞아." "……." "연금술은 자신 있는 편이야. 그런데 왜?" 휴우, 다행이다. 번지수 잘못찾았으면 대략 난감이다. 혹시나 동명이인일까봐 살짝 긴장한 것도 사실이다. 왜냐하면 서큐버스가 연금술을 할 줄 안다는 건 상식적으로 생각하기 힘든 일이니까. 그녀는 나를 보더니 물었다. "금을 만들어 달라는 부탁이야?" "금?!" 아, 그러고 보니 연금술 하면 제일 떠오르는 게 바로 금을 만드는 거지? 헉! 이런 그런 중대하고도 아주 중대한 사실을 잊어버리다니! 난 당장 흥분한 어조로 외쳤다. "만들어 주십시오!" 본 목적인 연금술사의 마을을 찾는 건 이미 뒷전이다. 어차피 이번 의뢰도 돈을 위해서 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떼돈만 벌 수 있다면, 호문클로스인지 뭔지하는 거 안 찾아도 된다. 내 말에 루에니는 미소와 함께 말했다. "만들어 줄게, 원하는 대로." "……!" 난 이제 재벌인 거야? 연금술로 인해 초재벌로 거듭나는 것인가? 으하하하! 그렇게 난 미친 듯이 속으로 웃었다. 하지만 곧이어 들려오는 루에니의 한마디에 그대로 굳어버린다. "참고로 돈 벌려고 하는 거면 포기하는 게 좋아. 생각 외로 연금술로 금을 만드는 건 금값의 거의 10배에 달하는 돈이 들어가니까." "……." 난 방금 전 대사를 잘못 들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래, 잘못 들었겠지. 내 귀가 맛이 간 건가? 후후후! 하지만 친절하게도 다시 한 번 설명해 주신다. "금을 제조하려면 금 시세의 약 10배 정도의 금액이 들어. 만약 10개를 만든다면 금100개 값이 든다는 거야." 그거 참 리플레이 해 주셔서 고맙기는 한데, 별로 고마운 리플레이는 아니다. 난 그대로 머리를 붙잡았다. 이건 아니야! 이게 무슨 연금술이야! 연금술의 꽃인 '금 나와라 뚝딱'의 로망이 이런 거야? 정말 이러면 안 되는 거야! 난 절규한다. '금 나와라 뚝딱'의 스킬 따위가 없으면 연금술로 뭘 하라고?! 이런 저질 직업 같으니! 그 순간 그녀가 말했다. "돈 벌려고 연금술을 찾은 거면 헛걸음이야. 이 연금술이라는 게 오히려 돈이 엄청 깨지는 직업이니까." "……." "뭐, 그럼 볼일 다 본 거야?" 그녀는 내게 물었다. 분명 본 목적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너무 큰 충격으로 그 본 목적이 기억이 안 난다. 뭐였지? 내가 여기에 왜 온 거였지? 그 순간이었다. "연금술사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 있나 여쭤 보려고 온 겁니다." 아, 그렇구나! 그게 목적이었구나. 움찔! 한편 민호의 말에 서큐버스는 크게 경계하는 모습을 보인다. 민호야,넌 대단한 놈이다. 서큐버스조차도 움찔거리게 할 정도로 변태였으니까. 그 어떤 변태라도 서큐버스를 움츠러들게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저놈은 당당하게 하고 있어. 역시 야설계의 거장이라는 건가? 거장은 확실히 뭔가 다르다는 게 증명되는 순간이다. 그때 여전히 민호를 경계하며 서 있던 루에니가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그곳을 왜 찾는 거야?" 난 그녀의 질문에 대답했다. "흐음 개인적으로 뭘 좀 찾아 달라는 의뢰를 받았는데, 그 의뢰를 수행하려면 아무래도 연금술사들이 모여 있는 마을에 가서 도움을 요청해야 할 것 같아서요." 난 있는 그대로 솔직히 말했다. 그러자 루에니는얼굴이 살짝 굳어지면서 대답했다. "생각은 좋았지만 불가능해." "……?!" "연금술사들이 모여 사는 마을은 3개월 전에 이미 사라졌으니까." "……!" 엥? 뭐라고? 연금술사들이 모여 산다는 마을이 사라졌다고? 말도 안 돼! 그 마을이 왜 사라지냔 말이다. 그것도 3개월 전에! 그녀는 이런 내 마음을 알아차렸는지 다시 입을 열었다. "아니, 정확히는 3개월 전에 멸망한 거지." "……?!" 멸망이라니? 연금술사의 마을이 멸망했다고! 여기서 말하는데, 사라진 것과 멸망은 의미 자체가 다르다. 사라졌다는 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묻힐 수도, 아니면 다시 나타날 수도 있다는 것인데 멸망은 누군가의 손에 의해 파괴 되었다는 의미다. 그럼 결론적으로 누군가가 그 연금술사들의 마을에 들이댔다는 건데? 아아악! 뭐 하는 자식이야! 앙? 루에니가 말했다. "바보 같았지." "……?" "고대에도그렇게 당했으면서 또 다시 되풀이를 하다니……." "무슨 말씀이죠?" 난 씁쓸해 하는 루에니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호문클로스." "……." "인간의 힘으로 창조되는 생물체, 그 생물체에게 모두 멸망당했어." "……." "더 강한 호문클로스를 창조하고 싶다는 과한 욕심에 의해서 말이야." "……." "그건 아주 고대에도, 그리고 3개월 전에도 달라진 게 없는 거지." 간단하게 말하자면, 3개월 전까지 연금술사들이 모여 사는 마을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 연금술사들은 호문클로스라는 것에 손을 댔고, 점점 강한 호문클로스를 만들어 낸다. 하지만 약간 맛이 간 호문클로스에 의해 연금술사 마을이 완전히 멸망했다는 스토리? 그렇다면 혹시나? "그 멸망시킨 호문클로스는요?!" "살아 있겠지." "……!" 살아 있단다. 살아 있어! 그렇다면 간단하게 그 자식을 잡으면 되는 거 아닌가?! 그럼 그 자식의 유전자가! 전투 얼마나 들이대셨으면 이 모양일까? 난 마을이라고 부르기에는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풍비박산 난 곳을 보고 고개를 저었다. 정말 엄청나게 개지랄, 아니 생 쇼를 하셨구나. 보통 생 쇼로는 이렇게 개판 안 된다. "그나저나 이곳에 연금술사 마을이 있었다니……." 나이트 엔디네이지, 서큐버스이자 연금술에 조예가 깊은 루에니가 사는 곳으로 연금술사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 있었던 곳도 바로 이곳이었다. 한마디로 이 숲 자체가 연금술사들의 나라라고 해야 되나? 그런거다. 그리고 아침에 들어가면 개판 된다는 말은 구라로 판정됬다. 그러니까 사람들의 발걸음을 달갑지 않아 하는 연금술사들이 만들어 낸 개구라라는 거다. "분위기조차도 냉무냉무(?)한데?" 여기서 냉무란, 간단하게 풀이해서 뭔가 할 말이 없음을 나타내는 신세대 전문용어다. 뭐, 믿든지 말든지. 어쨌거나 좋은 분위기는 절대 아니라는 거다. 난 근처를 살펴보았다. 하지만 보이는 거라고는 완전 개판 된 마을 뿐. 그 외에는 보이지 않는다. "분명 이 근처에 있을 것 같은데?" 마을을 이따위로 만든 호문클로스인가 뭔가 하는 자식이 여기에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말이다. 물론 100%정보에의한 게 아니고 단순히 감이지만……. "1억아! 1억아, 어디 있니?" 난 애타게 불러 본다. 하지만 1억짜리 호문클로스의 대답은 들려오지 않는다. 하아, 당연한 건가? 내가 부른다고 나타나면 그게 미친 거겠지. "……." 파앗! 그 순간이었다. 갑작스럽게 내 뒤에 나타난 인기척, 너무 빠르다. 지금 고개를 돌려야 한다. 하지만 지금 이 상태에서 턴을 한다 해도 이미 늦을 게 분명한 일, 그렇다면! "윈드!" 파앗! 난 그대로 앞으로 뛰어나갔다. 어차피 뒤돌아보는 시간조차도 모자란 게 분명했기에 차라리 어떻게 해서든 거리를 벌리는 게 제일 현명한 것 같았으니까. 그렇지만! "……!" 갑자기 흐릿한 모습과 함께 난 남자가 내 앞에 나타났다. 대략 10대 후반으로 나랑 비슷해 보이는 나이 대의 남자였다. 금빛 머리카락에 튼실해 보이는 몸, 그리고 키가 180센티미터 정도 되는 남자다. 여자들이 보면 충분히 감탄할 만한 외모를 가진 분이다. 단지 문제가 있다면 눈동자에 아무런 감정도 없어 보이는 거랄까? "디스타인!" 콰앙! 난 달리는 도중 급제동을 걸면서 한 발을 바닥에 찍었다. 그러자 바람의 힘이 하늘로 치솟아 올랐고, 이제 곧 그 바람의 힘을 받은 남자는 하늘로 붕 떠오를 것이다. 간단히 말해 리버스 그래비트와 비슷하면서도 비슷하지 않은 힘, 리버스는 중력을 사용하지만 이건 바람의 힘이다. "……!" 분명 남자가 하늘로 붕 떠오르기는 했다. 하지만 그 다음이 문제다. 어느새 그 자식의 등 뒤에 금빛의 날개가 펼쳐졌다. 마치 천사들이 달고 다닌다는 그런 날개같다. 물론 색깔은 다르지만 말이다. 파지짓! 파지짓! 그의 두 손이 검으로 바뀌었다. 아악, 이게 뭐야! 이 신기한 광경은?! 이런 말도 안되는 상황을 넌무 쉽게 만들지 말란 말이다! 그렇게 절규하던 나는 순식간에 다가온 그놈을 보고 잡생각을 접어야 했다. 왜냐하면 잡생각을 하다가 저 변신 검(?)에 맞아 죽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난 재빨리 데스블래던을 꺼내 남자의 공격을 차단했다. 키이익(?) 뭔가 미묘한 소리가 난다. 한마디로 그냥 검은 아니라는 거네?! 그 순간이었다. "……." "헉?!" 남자가 갑작스럽게 발차기를 한다. 하지만 그냥 발차기라면 내가 이렇게 놀라지도 않는다. 어느새 그의 다리 한쪽이 검으로 변신한 채 나의 허리를 베어 넘기려는 거다. 난 재빨리 와이어를 걷으면서 외쳤다. "워터 아이렌!" 난 자연의 힘 중 하나인 물의 힘을 빌려 와서 그대로 물의 방어막을 생성해 냈다. 사실 물의 방어력이라고 하면 약할 것 같지만, 이건 생각 외로 강하다. 푸우우(?). 이번에는 물의 방어막에 그의 발차기가 막혀 버렸다. 하지만 그놈은 숨 한 번 쉬지 않고 다시 하늘로 날아오른다. 한마디로 날개가 있으니, 완전 하늘이고 땅이고 자유자재인 거다.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아아악!" 또 변신한다. 이번에는 자기 몸 크기에 달하는 검으로 말이다. 저걸 검이라고 표현해야 하나?! 날이 있고 모양이 있는 걸로 봐서는 검이기는 한데, 무슨 검이……?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몸의 일부분을 검으로 만드는 것도 신기해 죽겠는데, 몸 전체를 그냥 검 하나로 만들어 버리다니! 이건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 휘이익! 그 순간 어마어마한 사이즈의 검이 허공에서 곧바로 내리꽂혔다. 난 그 모습을 보고 허공을 저으면서 외쳤다. "토네이도!" 휘이익! 나의 주문과 함께 대량의 마나와 토네이도가 생성되었다. 그리고 그 토네이도는 그 빅 사이즈의 검을 집어삼키려고 했다. 그리고 잠시 후였다. "먹혔나?" 토네이도만 계속 그 자리를 맴도는 걸로 봐서는 아마도 먹혔을 확률이 높은데? 하지만 이런 내 생각은 너무 이른 것이었다. 파앗! "말도 안 돼!" 검은 토네이도 자체를 파괴해 버리고 모습을 드러냈다. 어떻게 자연의 힘을 부숴 버린 거야?! 물론 완벽한 힘은 아니라지만 그래도 자연의 일부에 달하는 힘인데 저렇게 부수는 게 가능한 거야? 한편 그 인간 대검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더니 나를 지그시 바라본다. 아무래도 지금 한 짓거리는 꽤나 힘든가 보다. 그리고 나도 힘들다. 너무 몰아붙이니까. "이게 만들어진 생물체라는 호문클로스인가?" 썩 내키지 않는 놈이다. 몸을 자유자재로 막 바꾸다니, 저질이야. 그때 그놈은 다시 모습을 감추었다. 아니 , 정확히는 나를 공격하기 위해서 움직인 거겠지만. 난 그대로 전투 자세를 취하면서 외쳤다. "에라이!" 헉, 헉, 헉. 미쳤어. 저 자식, 완전 미쳤는데? 아, 너무 지치다 보니 혀도 꼬인다. 지금 저 자식과 뜨거운 결투를 벌인 지 약 3시간이 지났다. 하지만 저 자식은 거친 기색이 하나도 없다. 말 그대로 미친 체력을 가지셨다. 파아앗! "……!" 그때 호문클로스가 자신의 몸자체를 둥그런 검으로 만들더니 맹렬하게 달려왔다. 난 그 모습을 보고 그대로 소리쳤다. "레인!" 스르륵. 그러자 하늘에서 비가 떨어졌다. 넓은 부분은 아니고 근처 100미터 정도? 하지만 이거면 충분하다. 어차피 메인 메뉴는 이게 아니니까. "썬더!" 콰앙! 썬더를 불러서 굴러 오는 그놈에게 직격시켰다. 이번에는 무시하지 못할 거다. 이래 뵈도 물하고 전기의 짜릿한 만남이니까 말이다. 그리고 그런 내 예상이 맞아떨어진 듯 호문클로스는 그 자리에서 원래의 모습대로 돌아오고 말았다. 난 그를 보면서 웃으며 물었다. "짜릿해?" "……." "흐음." 질문을 했으면 대답을 해 줘야지. 나의 짜릿하냐는 말에 그냥 멍하니 바라보기만 하면 물어 본 사람이 무지 쑥스럽잖아. 그 순간이었다. 갑자기 주변에 있던 땅이 철로 변하더니 나를 가로막아 버린 것이다. 이건 또 무슨 짓거리야?! 푸직. "제길!" 내게 갑자기 일어난 현상에 잠시 당황하는 사이, 호문클로스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나의 허리를 순식간에 배어 버렸다. 재빠른데?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이 자식의 장기라면 무한 체력이다. 한마디로 쉴 새 없이 몰아붙일 수 있다는 거다. 정말 상대하는 입장으로서는 최악의 장기다. 휘이익! 호문클로스는 온몸의 회전을 이용해서 나에게 맹공격을 퍼부었다. 난 와이어로 힘들게 막는 수밖에 없었다. 젠장, 정말 장난 아니잖아! 이대로는 100% 패배다. 난 쉴 새 없이 막으면서 지금의 이 위기를 탈출할 방법을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마땅한 방법이 없어. 그렇게 몇 분의 시간이 지났을까, 나의 머릿속으로 한 가지스킬이 지나갔다. 하지만 그건……. 아니, 어차피 이곳에 여자는 없다. 그렇다면 사용해도 되지 않을까?! 그래, 없는 거지? 그런 거지?! 그런 생각과 함께 난 눈을 번쩍였다. 우연하게 발견한 초 특급 스킬, 하지만 그 후유증이 심히 난감해서 사용을 꺼렸는데 어차피 여자만 없으면 상관없다. 콰앙! 난 다시 한 번 와이어로 그놈의 공격을 막아 냈고, 잠시 후 웃으면서 말했다. "본격적으로 해 보자고! 디엔디스트!" "……." 파아앗! 주문이 떨어지기 무섭게 커다란 힘이 내 주변을 감싸 안았다. 아이, 좋아라! 아 참, 이게 아니지. 이건 워낙 페널티가 저질 같아서 사용하고 싶지 않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지금 여기서 궁금한 분들을 위해 친절한 설명에 들어가겠다. 디엔디스트는 모든 자연의 힘과 동화하는 디재스터의 환상스킬이다. 제한 시간10분, 하지만 패널티는 정말 최악으로 저질적이어서 웬만해서는 쓰고 싶지 않은 스킬이다. 하지만 여자만 없으면 그만이니까, 뭐. 스르륵. 그 순간 호문클로스는 다시 한 번 나를 공격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미 내 몸은 그 호문클로스의 등 뒤에 서 있다. 난 웃으면서 말했다. "난 이미 바람 그 자체라고." "……." "뭐, 디엔디스트라는 게 부작용이 저질이지만, 스킬로써는 최고니까." 그렇게 난 미소를 지은 채 그 호문클로스의 등에 손을 갖다댔다. 그러고는 말했다. "세이 굿바이(?). 썬더!" 콰앙! 난 그대로 그 호문클로스 몸 안에 썬더를 생성시켜 버렸다. 그러자 당연한 말이지만, 호문클로스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휴우, 정말 엄청나구나, 디엔디스트! 모든 자연의 힘을 그대로 사용한다는 게 이렇게 엄청난 것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그래도 이 저질적인 페널티는 절대 사양이다. 한편 그 자식이 죽고 나서 하얀색의 동그란 무언가가 남았다. 이게 호문클로스의 유전자인가 뭔가 하는 건가? 난 그걸 주우면서 중얼거렸다. "휴우, 임무 완수인 건가? 이제 이것만 갖다 주면 1억을 받고 모두모두 행복해지는 스토리? 흐흐흐!" "주인님, 괜찮으세요?" 그때 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것도 꽤 친숙한 목소리다. 난 도망가야 했다. 지금이라도 당장! 하지만 이미 여자 목소리를 들은 내 몸은 제어가 불가능하게 되어 버린다. 크윽! "주인님!" 에리아스가 다급하게 뛰어온다. 하지만 이미 난 그런 에리아스를 음흉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물론 절대로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라 몸이 제멋대로 움직이는 거다. 흠칫! 한편 달려오던 에리아스는 나의 음흉한 미소를 보더니 움찔거렸고, 그때 내 주둥아리가 저절로 열린다. "에리아스." "네에?" 에리아스는 잔뜩 겁먹은 강아지처럼 나를 바라보았고, 난 그런 에리아스에게 음침한 목소리로 말했다(본인 의지 아님). "이리 와." "……." "어서." "저, 저기……." "주인님의 말을 거역할 건가?" "……." "어서……." "가, 갈게요." 에리아스는 그 말에 울상을 지으면서 천천히 다가온다. 난 그런 에리아스를 보고 속으로 외쳤다. '오지 말라고!' 하지만 이런 내 마음속 외침이 에리아스에게 들릴 리는 만무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에리아스는 어느새 나의 앞에 와 있다. 서서히 내 손이 움직인다. 잠시 후, 엄청 뭉클거리면서 행복한 느낌이 든다. 아악, 이게 아니야! 한편 에리아스는 나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굳어 버렸다. "주, 주인님……." 몸을 통제할 수 없는 난 에리아스의 엉덩이를 마구 주무르면서 말했다. "좋은데?" "이, 이러시면……." "허허, 거절하면 슬픈데?" "……." "가만히 있어." "……." "흐흐흐." 그러면서 에리아스의 엉덩이를 계속 주물럭거렸다. 아아악, 이건 내가 아니야! 에리아스, 오해하지마! 이건 절대 내가 아니라고! 이건 엄연히 스킬 부작용이라고! 내가 이제까지 저질적인 부작용이라고 말한 게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 스킬만 사용하면 방금과 같이 여자만 보면 이렇게 초변태로 변해 버리는 것이다. 한마디로 변태 성이 나를 점령해 버리는 거다. 난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다. "흐엥." 한편 눈물이 고인 에리아스와 그런 에리아스를 본 변태 나는 말했다. "울어." "……." "그런 모습을 보면 더 잡아먹고 싶어지니까. 으하하하!" 이런 심각한 저질인 놈이 있나! 아아악, 내가 들어도 민망할 정도다. 이런 내 모습에 에리아스조차도 울음을 그쳐 버렸고, 그 순간이었다. 내 입에 부드러운 무언가가 닿아 버린 거다. 그와 함께 혀가……. 크윽! "……." "좋아?" 어느새 강제로 에리아스에게 프렌치키스를 해 버린 초변태의 나. 이걸 좋아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성적으로는 안 된다고 하지만 감촉은 다 느껴지니까 말이다. 한편 그렇게 키스를 당한 에리아스는 기절하고 말았다. 그러고는 통제력을 잃어버린 난 에리아스를 붙잡고 입맛을 다셨다. "흐으." 그리고 음란한 미소를 흘린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얼른 내 몸을 돌려 달라고! 그 순간이었다. "재현이?" 어느새 나래 누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 난 완전히 굳었다. 왜 하필 누나가……? "제가 데려왔습니다. 잘했나요?" 민호 님이 데려오셨군. 아아악, 이게 아니라 왜 데려오는 건데, 이 자식아! 그리고 지금 데려오면 나래 누나조차도 나의 이 초변태 인격한테 당해 버린다고! 하지만 그때였다. "어라?" 어느새 난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 한마디로 후유증이 사라졌다는 거다. 그러자 서서히 땀이 온몸을 장악했다. 난 나래 누나를 보면서 어색한 웃음과 함께 입을 열었다. "방금 전 장면을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지 대충 짐작은 가." "……." "어디부터 본 거야?" "엉덩이 주무르는 거부터." "……." "……." "저기, 누나, 여기에는 아주 오묘하고도 오묘한 이야기가 있거든." "아무리 오묘해도 재현이의 그 초변태적인 모습은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아." "……." "……." 아아악, 이건 아니야! 한편 민호는 나를 보고는 감동한 어조로 말했다. "역시 형님은 왕변태이십니다." 그러면서 무언가를 끼적인다. 저 자식, 뭐 하는 짓이냐? 난 살금살금 다가가 끼적이는 내용을 보고 그대로 기절할뻔했다. - 민호의 일기 - 형님이 드디어 왕변태가 되셨다. 에리아스 양의 엉덩이를 마구 만지더니 프렌치 키스를 하셨다. 과연 존경할 만한 분. 정말 왕 저질이다. 형님보다 더 왕저질인 사람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범죄도 열심히 저지르고 다니신다. 앞으로 전 세계에 포스터가 걸리는 그날까지 형님은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 자식, 뭐야!" "왜 그러십니까?" "그걸 몰라서 그래? 이게 뭐야!" 난 민호 자식이 적은 종이를 뺏으면서 말했고, 민호는 당당하게 대답했다. "제 일기입니다." "……." 너무 당당해서 내가 잠시 할 말을 잊어버렸다. "이 내용이 뭐냐고!" "일기 내용이죠." "아니, 그런 의미가 아니라! 뭐 이런 개거지 같은 글을 적었냐고!" "개거지 같다니요. 전 진실을 적었을 뿐입니다." "……." "확실한 진실을 말입니다." 그 말에 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맞는 말이다. 민호의 말대로 약간 오버한 감이 있긴 하지만 저기에 적힌 내용은 내가 한 거 맞다. 반박을 할 수가 없다. 아아악! 난 정말 억울하다고! 그 순간이었다. 「축하드립니다. 새로운 타이틀을 얻으셨습니다.」 아악, 이제는 싫어! 이런 거 정말 싫어! 「타이틀 ' 신조차도 하찮게 밟아 버릴 정도로 재수 없음의 전설'을 얻으셨습니다.」 전설이라고? 아아악! [모든 능력치 2,000 상승효과] 기뻐해야 하나?! 모든 능력치 2,000 상승이면 무지 엄청난 거다. 하지만 기쁘다기보다는 뭔가 어둠의 미래가 보이는 듯하다. 으아악, 내 인생 왜 이래! "저기 에리아스, 나래누나,그러니까 정말…… 스킬후유증이라고 하면 안 믿어 주겠지? 하하하하." "……." "……." 난 계속해서 어색한 웃음만을 연발했다. 솔직히 말해 스킬 부작용으로 왕변태가 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거고, 믿기는 커녕 생각조차도 할 수 없는 일일 테다. 하지만 진짜 그렇게 되는 걸 나보고 어떡하라고. 아, 그러고 보니 그속옷 변태가 혹시 이 직업때문에 그렇게 된 게 아닐까? 아아악! 그러면 나도 따라서 그런 속옷 변태가?! 생각만으로도 정말 끔찍하다. 아 참, 지금 중요한 건 이게 아니지! "제발 한 번만 믿어 주세요." "……." "……." "으응?" "……." "……." 애타게 빌어 본다. 하지만 별로 믿는 분위기가 아니다. 특히 에리아스는 무척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아아악! 남자 공포증에 있는 애한테 키스를, 그것도 프렌치로 해 버리다니, 진짜 미쳐 버리겠다. 아무리 스킬 후유증으로 인해 그런 거라지만, 정말 내 자신한테 뭔가 알쏭달쏭한 느낌이 들었다. 한편 민호 녀석은 바보 거북이한테 뭔가를 말하고 있다. "잘 보고 배우십시오." "뭘?" "끝까지 스킬 부작용이라고 잡아떼는 저 아름다운 모습을 말입니다." "아하?" "당당하게 성추행한 뒤 저렇게 리얼하게 연기를 해야 합니다." "아, 그런 거야?" "그런 겁니다." "정말 대단하네, 마스터는." "그렇죠? 아무리 봐도 마스터처럼 대단한 변태는 없습니다." "……." 이것들이! 남은 짜증나 죽겠는데 뒤에서 뭐라는 거야! 그리고 다시 말하는데 진짜 연기 아니거든? 정말로 몸이 저질적으로 변한 거거든? 하지만 이렇게 설명해 봤자 알아줄 사람은 없다. 오해가 풀리려면 많은 시간과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의뢰하신 물건입니다." "호오?!" 15살 소년은 민호가 내민 호문클로스의 유전자를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실제로 구해 오다니, 전혀 예상치도 못했다. 진짜 말 그대로 말만 하면 뭐든지 들어주는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럼 약속한 금액을……." "아아, 물론 드려야지요. 엘라스." "네, 주인님." 소년의 부름에 엘라스는 봉투 한 장을 건넸다. 그러고는 여전히 민호를 떨떠름한 얼굴로 보면서 말했다. "은행에 가면 바꿔 줄 겁니다." "흐음." 민호는 봉투를 살짝 열어 보더니 1억이라는 금액이 적힌 수표를 확인하고는 그걸 조심스럽게 품에 넣는다. 그러고는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 "앞으로도 잘 부탁 드리죠." "제가 할 말입니다. 크크!" 민호의 말에 소년은 음침하게 웃었다. 하지만 역시나 엘라스는 민호라는 인간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민호는 정중하게 인사한 뒤 나갔고, 민호가 사라지자 그 소년은 웃으며 말했다. "크크! 이걸 이용해서 이제 호문클로스를 만들어 내면 되는 건가? 크크." 그렇다. 그들의 목적은 호문클로스를 만들어 내는 거였다. 그리고 그걸 이용해 이 게임의 파괴를 주도하는 것이다. 한 마디로 세계 정복이 목표인 재현이가 오히려 그것을 도와준 꼴이 되어 버린 것이다. "엘라스, 기구들을 가져오도록." "네, 주인님." 엘라스는 곧바로 각종 도구를 가져왔고, 소년은 도구들을 이용해서 호문클로스의 유전자를 살펴봤다. 하지만 잠시 후였다. "……!" "왜 그러시는 거죠?" 소년이 크게 놀란 얼굴을 하자 엘라스가 다급하게 물었다. 소년은 말도 안 된다는 듯 소리쳤다. "모든 세포가 죽어 있어!" "네에?" "호문 클로스의 세포가 죽어 있다고!" "……!" "누군가가 교묘하게 세포 자체를 다 파괴해 버렸다고,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게!" "설마!" 그 말에 엘라스는 그 남자를 떠올렸다. 하지만 자신이 언급해 봤자, 주인은 그 남자를 얕잡아 볼 것이다. 그때였다. "주인님, 실례하겠습니다만……." "뭐지?" 집사로 보이는 남자의 방문에 소년이 잔뜩 짜증난 목소리로 대답하자, 집사가 굽실거리면서 말했다. "아까 그분이 가시면서 편지 한 장을……." "……?!" "이겁니다." 집사는 민호가 건네준 편지 한 장을 소년에게 주었다. 소년은 그 편지를 받자마자 펼쳐 보았다. 그리고 잠시 후였다. 우두둑. 소년은 손이 부서져라 움켜쥐었다. 엘라스도 그 편지를 슬쩍 보고 나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되었다. 그 편지에는……. 나름대로 이용해 먹는 것도 재미있네요? 후훗. 이렇게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야." "네에." "돈 잘 챙겨 왔지?" "물론이죠." "그나저나 그 자식들은 호문클로스 유전자로 뭐 하려고 한 거지?" "글쎄요? 뭐 재미있는 거 하려고 했나 보죠." "흐음?" 난 민호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재미있는 거? 그게 뭐지? 민호는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 "살짝 방해해서 그 재미있는 걸 못하게 해 버려 미안하네요." 엥? 이놈은 웬 개소리냐. 도전 "결투다!" "……." "받아라!" 난 귀찮다는 표정으로 내 앞에서 발악을 해 대시는 모 분을 바라보았다. 요새 한동안 조용하다 싶더니 또 갑자기 나타나서는 결투라니! 그리고 지금 난 예진이가 싸 준 도시락을 먹고 무지무지 행복한 상태란 말이다. 이 이상한 아저씨야. 그분, 아니 우리 학교에서 머신맨이라고 불리는 체육 선생은 나를 이글이글 타는 눈빛으로 바라보더니 말했다. "철인 경기다!" "하암." "뭐야, 그 하품은?" "그냥, 힘이 넘쳐흘러서 감동의 하품?" "……." 왠지 모르게 나도 어느새 민호의 이상한 언어를 쓰고 있다. 아아악, 이러면 안 되는데. 그 자식의 이상한 언어를 배워 봤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단 말이다. 내 이상한 말투에 당황하던 머신맨은 잠시 후 다시 한 번 말했다. "대결이다." "하암! 선생님, 전 피곤하다고요. 갑자기 무슨 대결입니까?" 이렇게 다짜고짜 대결이라고 하면 나보고 뭐 하자는 건지, 거참. 이런 내 말에 머신맨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겁먹은 거냐?" "……." "겁먹은 거지?" 별로 상대하고 싶지도 않다. 내가 왜 할 짓이 없어 저 인간하고 대결인가 뭔가를 해야 하는데? 귀찮을 뿐이다. 그때 머신맨은 갑자기 주변을 마구 살펴보더니 말했다. "겁쟁이군." 그래, 겁쟁이라고 하든 뭐라 하든 상관없다. 내가 왜 그런 짓을 해야 하는데? 그렇게 내가 어설픈 도발을 무시하려고 할 때였다. 하필 그때 내 눈에 들어온 한 명의 소녀가 있었다. 잠깐! 잘 생각해 보자. 지금 그녀는 우리를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내가 여기서 저 머신맨의 대결 요청을 무시한다면? 그래서 오해가 생긴다면? '재현이는 겁쟁이'라고 생각을 해 버리면?! 아아악!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자, 머릿속이 마구 혼란스러워진다. 그 순간이었다. "그럼 겁쟁이로 취급하지, 앞으로. 하하하!" "할 겁니다." 결국 어설픈 도발에 낚였다. 철인 경기, 이번에 내가 출전하는 경기다. 전국 각지에서 날아다니는 사람들만 모인다는 경기. 딱 보는 것만으로도 모두 한 포스 하신다. 그리고 뒤늦게 알았는데, 여기에서 1위에게는 1,000만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상금도 있다는 거다. 1,000만 원이라, 그 정도의 금액이면 내가 빚진 돈을 조금이나마 갚을 수 있다. 여기서 우승하면 상금과 더불어 예진이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 주는 걸까나? 후훗! "크크!" 그때 머신맨이 하필 내 옆에 자리를 잡은 채 음침하게 웃고있다. 아아, 저분은 왜 나를 못 잡아먹어서 이렇게 안달이 난거지? 내가 그리 잘못한 것도 없는데 말이다. 머신맨은 자신 있는 목소리로 떠들어 댔다. "이번에야말로 소녀 떼를 내가 데려가지. 크크!" "……." 아직도 저 소녀 떼 타령이다. 정말 선생으로서 자질이 있는지 심히 의문스럽다. 단지 날 증오하는 이유가 소녀 떼 때문이라니……. 거참, 다른 거창한 이유라도 있었다면 상대할 가치라도 느꼈을 텐데 말이다. "와아!" "재현이랑 머신맨이네?" "누가 이길까?" "난 재현이!" "재현이가 이길 것 같아!" "그래도 머신맨도 인간이 아닌걸." "흐음, 둘 다 인간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으니까." 저 멀리서 학생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오늘은 일요일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학생들이 이곳에 와주었다. 그 이유는 나랑 머신맨의 대결 때문이다. 그들의 말로는 나와 머신맨의 대결은 가히 인간의 영역이 아니어서 무지무지 재밌을 거라나 뭐라나? 그렇게 마구 웅성거리는 학생들을 돌아보던 나의 눈에 한 분이 캡처되었다. 그분은 바로……. "예, 예진아……." 예진이는 푸른색의 스커트에 하늘색 블라우스를 입고 있었다. 그리고 긴 머리는 평소처럼 늘어뜨리지 않고 포니테일 형식으로 깔끔하게 묵었다. 그런데 제일 중요한 건……. '여전히 미쳐 버리게 아름답군.' 그렇다. 그녀는 뭘 입어도 천사다. 마치 하늘에서 막 강림한 듯 보이는 천사가 웃으면서 나를 반겨 주신다. 예진 양, 꼭 멋진 모습 보여 줄게! "아." 예진이는 썩 내키지가 않았다. 재현이가 이런 경기를 하다가 혹시 다치기라도 하면……. 물론 다른 사람들은 흥미롭다고 좋아할지 모르겠지만, 예진이는 걱정 그 자체였다. 그런 모습에 민정이가 웃으며 말했다. "서방님이 다칠까 봐 걱정돼?" "무, 무슨 소리야?" "후훗, 순진 그 자체라니까, 이아가씨는. 얼굴에 다쓰여있어요." "……!" 그 말에 예진은 당황하면서 자신의 아름다운 얼굴을 더듬거렸다. 그리고 그걸 본 민정이는 말했다. "천연기념물이야, 넌." "……." 출발 지점에 선 사람들은 약 100명 정도로 보인다. 간간이 여자도 있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체력 면에서 우수하다 보니 남자들이 대부분인 건 어쩔 수 없다. "철인 경기라?" 사실 별 의미를 두지 않고 왔다. 단지 그냥 피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 온 것 뿐이다. 하지만 돈이 걸린 이상, 본격적으로 해 줘야겠지? 「모두 준비를 완료해 주시기 바랍니다.」 "……." "……." 사회자의 음성이 들려옴과 동시에 주변은 긴장감으로 둘러싸였다. 아무래도 돈이 걸려 있다 보니, 다들 저렇게 예민한 상태가 되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그 순간……. 「시작입니다!」 탕! 시작을 알리는 총이 울리자마자 사람들이 엄청난 스피드로 달려 나간다. 나도 그 사람들을 따라가려고 할 때 였다. "앗!" "……?" "저기!" 그때 머신맨이 내 뒤를 가리키면서 놀란 얼굴을 한다. 난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 아무것도 없는데? 도대체 뭘 보고 놀란……? "아악!" 어느새 머신맨이 초스피드로 달려 나가고 있다. 난 그제야 상황이 파악되었다. 한마디로 머신맨은 나를 낚은 거다. "제길!" 난 황급히 전속력으로 뛰기 시작했다. 교사라는 사람이 이딴 치사한 방법을 쓰다니! 절대 질 수 없다! 어느새 선두 그룹에는 나랑 머신맨밖에 보이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은 뒤처졌다는 거다. 방금 전에도 말했지만 머신맨과 나는 약간 비인간적인 체력을 가졌다고 해야 하나? 즉, 전국에서 자신 있다고 모인 사람들이라고 해 봤자 나와 머신맨에 비해서는 부족하다는 거다. "치사하게 이럴 거예요!" "무슨 소리지? 으하하하!" "선생이라는 작자가!" "으하하! 난 오늘 선생이 아니다. 승리를 쟁취하기 위한 한 남자일 뿐!" 출발 지점에서 날 낚은 것에 대해 따지자, 머신맨은 저렇게 대답한다. 정말 저 인간은 교사라는 직업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머신맨은 말을 이었다. "내가 교사가 된 것도 여학생들과의 아름다운 나날을 위한 것, 그리고 그날을 위해 수없이 훈련을 해서 이런 엄청난 체력을 가지게 됐는데, 그런 나의 소녀 떼를 네놈이 낚아채다니, 이 악마같은 자식!" "……." "악마, 악마, 악마!" 저기요, 제가 왜 당신한테 악마라는 소리를 들어야 하는 겁니까? 그리고 여학생들과 아름다운 날을 위해 교사가 되었다? 참으로 멋진 이유다. 뭐, 남자라면 이해 못할 것도 아니기는 하지만.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건 내가 언제 당신의 소녀 떼를 낚아 챘다는 겁니까? 내가 알기로 인기는 좀 있지만, 소녀 떼라니? 수많은 여자들이 모두 저 머신맨한테 들이댄 건 아니라는 사실을 아는데, 흐음. "난 승리한다!" 다다다. 어느새 머신맨은 2라운드로 보이는 자전거가 모여 있는 곳으로 가서 재빨리 한대에 올라타 그대로 출발했다. 정말 이기고 싶나 보다. 하아 난 고개를 저으면서 뒤따라 나의 번호가 적힌 자전거를 타고 열심히 페달을 밟았다. 그런데 나가질 않는다? "으악!" 저 빌어먹을 인간이! 내 자전거 바퀴의 공기가 다 빠져 버린 거다. 완전히 다 빠져 버려서 조금의 전진도 어려운 상태다. 한편 그 모습을 본 머신맨은 저 멀리서 나를 보고 웃는다. "내 승리다. 하하하!" "……." 정말 저게 선생이라는 작자냐? 첫 번째는 몰라도 두 번째 경기에서까지 비열하게 자전거 바퀴의 바람을 완전히 빼 버리다니! 빠직! 그 순간 갑자기 승부욕이 솟구쳤다. 그래, 그렇게 나온다는 건가? 그렇다면 이제는 절대 질 수 없다. 덥석. 난 그대로 자전거를 들었다. 그러자 눈이 충혈되면서 힘이 솟아났다. "으아아악!" 난 자전거를 들고 냅다 달렸다. 「믿을 수가 없는 광경입니다! 아무래도 자전거 바퀴에 문제가 생긴 듯 보이는 선수. 보통이라면 포기하겠지만 그대로 자전거를 들고 달립니다! 그것도 어마어마한 스피드로! 저게 인간인가요?! 자전거를 든 채 뛰는데도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속도를 따라가다니! 무슨 초인을 보는 것 같습니다.」 "……." "말도 안 돼!" "저 사람, 인조인간 아냐?" "인간이 저게 말이 돼?!" "진짜 말도 안 돼!" 웅성웅성. 재현의 초특급 울트라 괴물 같은 모습을 본 사람들이 웅성댄다. 예진이도 초조한 듯 모니터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무리하면 안 되는데……." 그녀에게는 무엇보다 지금 재현이가 다치지 않는 게 최고의 바람이었으니까. "……." 헉! 죽을 것 같다. 인간이 할 짓이 아니야! 자전거를 들고 달리는 미친 짓 말이다. 하지만 저 치졸한 인간에게는 절대로 지고 싶지 않다. "물 좀 드세요!" 그때 한 20대 여자가 나에게 종이컵을 넘겨주엇다. 그래, 일단 목 좀 축이고 가는거다. 다시 따라잡는 거야! 난 그런 생각과 함께 종이컵을 받아 들고는 한 번에 다 마셔 버렸다. 그리고 잠시 후였다. "……." " 왜 그러세요?" "……." 나의 반응에 종이컵을 건네준 여자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난 그 여자를 보면서 무릎을 꿇듯 주저앉았다. "……!" 나의 이런 모습에 도우미가 달려오지만, 혀가 마비된 것 같다. 빌어먹을, 그 인간이다. 분명 그 인간이 수작을 부린 거야! 이 소금물 말이다. 아아악! 도대체 어떻게 한 거지?! 아마도 내 생각에는 여기에 있는 물은 전부 소금물인 것 같다. 난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궁금해서 도우미에게 물었다. "1등은…… 물을 ……먹었나요?" "아, 아뇨." "그렇……." 털썩. "꺄!" 갑자기 내가 쓰러지자, 도우미는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기절한 건 아니다. 혀가 소금물로 인해 마비가 되었지만 난 일어났다. 그러고는 눈동자가 활활 타오르면서 중얼 거렸다. "이 빌어먹을 치졸한 인간!" 점점 속도를 내며 달리기 시작했다. "후후후." 머신맨은 웃었다. 100% 자신의 승리였다. 재현이 놈이 정말 끈질기게 달라붙기는 하지만, 자신이 설치한 3단 트릭에는 당해 내지 못할 것이다. 그것을 증명하듯 지금 보이지도 않을 만큼 차이가 났고 말이다. "이기면 되는 거다. 방법 따위는 상관없어, 이기면! 으하하하, 이제 소녀들이여, 나에게 오라!" 그는 마음껏 여유를 부리면서 뛰어갔다. 이제 마지막 종목인 마라톤, 이 페이스로 가기만 하면 100% 자신의 승리다. 그런데 그 순간이었다. "……?" 머신맨은 갑자기 멈춰 섰다. 그는 자신의 앞에 살짝 파여 있는 홈을 노려보았다. 그 홈에는 진흙이 가득 담겨 있었다. 간단하게 말해, 저기에 발을 들이면 약간의 타격이 올 함정인 것이다. "크크! 누군지 몰라도 이런 하찮은 함정을 파다니, 이런 건 그냥 가볍게 뛰어넘으면……." 폴짝! 그러면서 머신맨은 있는 힘껏 뛰어넘었다. 그리고 잠시 후였다. "으아악!" 머신맨의 비명이 들려온다. 그는 깊숙하게 파여 있는 땅속으로 빠져 버리고 말았다. 한편 그 모습을 지켜보는 한 인영이 있었다. 그는 머신맨이 빠지는 걸 보면서 어깨를 으쓱하며 중얼거렸다. "뭐, 이기면 상관없다는 건가요? 그럼 저도 상관 없겠죠, 후훗." 그 말과 함께 그는 사라졌다. "……." 이겼다. 믿을 수가 없다. 절대 이길 수가 없었을 텐데 어떻게?! 그건 바로 머신맨이 이상한 구덩이에 빠져 버린 것이 원인이었다. 난 포기하지 않고 달렷다. 그러자 구덩이에서 절규하는 머신맨이 보였다. 머신맨은 자신을 구해 달라고 했지만, 난 무시했다. 그리고 결승점에 도달해 보니 1위였다. "자, 이번 대회에서 1등을 한 재현 님에게 1,000만 원의 상금을 드립니다." 그때 이 대회를 주최한 아저씨가 내게 봉투를 하나 내밀었고, 난 그 봉투를 보고 감동의 눈물에 젖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예진이에게 잘 보이려고 시작한 경기였다. 하지만 머신맨의 치졸한 행동에 화가 나서 승부욕을 불테우다 보니 이렇게 상금까지 거머쥐게 된 거다. 정말 멋진 일이다. "고맙습니다." "와아아!" "최고다!" "굿!" "완전 최고야!" 사람들의 환호성이 들려왔다. 아, 행복하다. 그런데 뭔가 의심스럽다. "그 구덩이는?" 누군가가 판 것 같은데? 그때 마침 내 눈에 한 분이 들어왔다. 난 그놈을 보면서 생각했다. '민호 자식이네. 저런 미친 구덩이를 팔 수 있는 놈은 전국에서 저놈밖에 없으니까. 뭐, 이번에는 머신맨이 치사하게 나왔으니 상관없나?' 진도가 나가지 않는 이유 "흐음." 난 진지하게 고민에 빠져 있었다. 이 게임을 한 지도 꽤 오래되었고, 무력이라고 하면 자신이 있을 정도로 강해졌다. 그리고 빚도 차근차근 거의 다 갚……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줄어들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왜 주목적인 진도가 안 나가는 거지?" 그렇다. 다른 건 나름대로 진행이 되는 것 같은데, 유독 '게임 정복' 이라는 이 목적만은 진도가 나가질 않는다. 한마디로 제자리 걸음? 하아, 답답하다. 솔직히 말해, 뭘 해야 할 지 모르겠다는 게 지금 내 심정이다. 주위에 정복을 해 본 사람이 있으면 자문을 구할 텐데, 그런 사람도 없다. 말 그대로 나 혼자 머리를 짜내야 하는 거다. "힘을 키운다. 그리고 은밀하게 장악한다. 그리고 게임 정복?" 내가 생각하는 라인은 저거다. 하지만 저건 너무 단순하고, 세세히 파고 들어가 보면 힘을 키우기 위해서는 돈도 필요하고 병력도 필요하고 무기도 필요하다. 그리고 기타 등등 별 요상한 게 필요하다. 무엇보다 상대방을 은밀하게 제압하려면 상대를 압도한 힘이 있어야 한다. 시끄러워졌다가 주목 받으면 게임 굿바이니까. "아아악! 젠장, 생각할수록 머리 아프다." 난 비명을 지르며 머리를 감싸 안았다. 하아, 정말이지 풀리지 않는다. 왜 이런 걸까? "형님!" "마스터!" "……?" 그때 민호와 바보 거북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나를 보면서 초롱초롱 눈을 빛냈고, 잠시 후였다. 털썩. 털썩. 둘 다 내 앞에서 무릎을 꿇는다. 뭐야, 이것들?! 난 그들의 반응에 당황하면서 물었다. "뭐 하는 짓이야?" "가르쳐 주십시오." "부탁드려요." "……?!" 다짜고짜 가르쳐 달라니? 뭘 가르쳐 줘? 왜 자꾸 서론은 빼먹어! 그럼 내가 알아들을 수가 없잖아. 이런 내 반응에 민호는 태연하게 말했다. "형님의 그 뻔뻔함을 말입니다." "……." "에리아스 양의 엉덩이를 탐스럽게 만진 뒤 프렌치 키스를 하고, 갑자기 스킬의 후유증이라고 당당하게 구라를 치는 형님의 모습을 저희들은 배우고 싶습니다." "……." "부탁드립니다 ,형님." "마스터!" 꾸벅. 둘 다 정중하게 꾸벅인다. 왠지 알 것 같다. 왜 게임 정복의 진행률이 알쏭달쏭한 지 그 이유는……. "너희들 때문이었어!" "아아악!" "왜 그래요?!" 그날 한 이상한 인간과 바보 거북이는 죽을 때까지 맞았다는 전설이 생겨났다. "정말 스킬 후유증이다. 응?" "역시 뻔뻔……." 찌릿! "하고는 거리가 먼 형님이십니다." 고백 베르자니아는 계속해서 기분이 저기압이엇다. "왜 디재스터 놈을 이곳에 데려오지 못하는 거지?" "……." "……." "……." "……." 그 말에 그의 부하들은 침묵만을 유지할 뿐이었다. 그런 그들의 반응에 베르자니아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이유라도 듣고 싶은데 말이다." "……." "……." "……." "……." 하지만 베르자니아의 압도적인 카리스마에 그 누구도 말문을 열지 못했다. 그만큼 베르자니아는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모든 존재를 압도하는 자였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베르자니아의 앞에 선 한 남자가 떨리는 어조로 입을 열었다. "너, 너무 강합니다." "흐음." "수십 명의 부하들을 투입했지만, 순식간에 전멸했습니다." "흐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디재스터의 힘이……." "그런가?" "네." 베르자니아의 무감각한 한마디에 그 남자는 머리를 조아리면서 대답했다. 그 순간이었다. 푸지직. "……!" "……!" "……!" 갑자기 그 부하는 산산조각이 나면서 죽어 버렸다. 그 모습에 베르자니아는 말한다. "그럼 강해지기 전에 데려왔으면 됐을 것 아닌가." "……." "……." "……." 싸늘한 분위기, 마치 모두가 숨이 넘어갈 것 같은 분위기다. 베르자니아는 그런 분위기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은 채 말했다. "난 무조건 디재스터의 힘을 흡수할 것이다. 그래서 신조차도 파괴해 버리는 절대자가 될 것이다." "……." "나인." "네, 마스터." 베르자니아의 부름에 아무도 없는 허공에서 음성이 들려왔다. 베르자니아는 살며시 눈을 감으며 말했다. "내가 부른 이유는 알겠지?" "물론입니다, 마스터." "그래, 죽이지는 말아라, 죽이지는." "명심하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나인이라고 불린 존재가 사라졌다. "저,저기……." "네." "진짜로 무엇이든지 들어주나요?" "물론입니다." 싱긋. 난 내 앞에서 지금 이곳이 적응이 되지 않는지 두려워 하고 있는 농촌 청년을 향해 싱긋 웃어 주었다. 이번 의뢰자는 말 그대로 무척이나 순박하게 생긴 농촌 청년이다. 사실, 농촌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돈이 있을 리는 없다. 하루하루 먹고살기도 벅찬 게 현실이었으니까. 하지만 이 남자는 보통 청년이 아니라는 듯 나에게 100만 골드, 즉 현금으로 100만 원이라는 돈을 내밀었ㄷ. 농촌 청년에게는 거의 전 재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큰 금액일 것이다. 난 여전히 접대용 미소와 함께 상냥하게 말했다. "자, 말씀해 보세요." "저, 저기……." "……?" "그, 그러니까……." "말하세요." "……." 농촌 청년은 말을 꺼내기가 어려운지 자꾸 머뭇거렸다. 흐음, 100만 원에 비해 까다로운 일인가? 그럼 나도 곤란했다. 난 엄연히 그에 타당한 액수를 받고 장사를 하는 입장이어서 말이다. 하지만 그런 내 걱정은 단숨에 사라졌다. "고, 고백을 성공하게 도와주세요!" "……!" 고백?! 고백이라……. 너무나도 익숙하다 못해 눈물이 나올 것 같은 단어구나. 사실 내가 이 게임을 하는 이유도 예진이에게 사랑의 고백을 성공하기 위해서지. 그래서 그런지 고백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온몸이 불타올랐다. 한마디로 자기 밥그릇도 챙기지 못하는 입장이면서 무조건 성공시켜 주고 싶은 순수한 마음이랄까? 그런데 문제는……. "귀족 아가씨라……." 그렇다. 저 농촌 청년이 짝사랑하는 여자가 하필 귀족 아가씨란다. 그것도 자신의 마을에 있는 아가씨다. 사실 이 판타지 세계관의 입장에서 귀족과 평민의 사랑은 거의 이어지기 힘들다. 서로 좋아하지 않는 이상 말이다. 그런데 평민의 고백이라……. 흐음. 물론 그 의뢰인은 자신의 이룰 수 없는 사랑을 접기 위해 무지무지 노력했단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더욱 가슴이 아파오고 상사병으로 인해 심심하면 드러누우신단다. 아아, 그 말을 듣고 내가 어찌 거절할 수 있겠는가? 같은 고백을 꿈꾸는 처지에서 말이다.그래서 다소 무리한 의뢰이기는 하지만 승낙했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건 무조건 들이대서 고백을 성공하게 만드는 거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청년이 좋아하는 그 귀족 아가씨가 상당히 착하다는 점이다. 왕싸가지라면 절대 불가능할 텐데, 그 아가씨는 평민이든 아니든 항상 친절하게 웃으면서 대해 준단다. 뭐, 그런 점에서 완전히 빠져 버린 거겠지만 말이다. "형님, 묘책이 있습니다." "……." 그때 민호가 묘책이 있다고 말했다. 난 그런 민호를 보면서 심드렁하게 말했다. "왠지 모르게 듣고 싶지 않다?" "들으시면 깜짝 놀라서 쓰러질 겁니다." "……." "들어 보시겠습니까?" "……." 솔직히 말해, 저 자식이 말하는 건 별로 듣고 싶지 않다. 하지만 마땅히 방법도 없다는 건 연애에 무지한 내 자신이 제일 잘 알고 있으니까 들어 보기는 하자. 난 썩 내키지 않는 어조로 말했다. "말해 봐." "형님의 화려한 테크닉이 필요합니다." "……." 이건 또 무슨 지나가던 김밥이 옆구리 터져서 SOS를 취하는 말이냐? 흠, 내가 말하고도 뭔가 알 수 없는 단어다. 아아악! 오염되어 버린 거냐? "또 무슨 개소리를 하려고?" "아닙니다. 아름다운 작전입니다." "……." 휴우, 내가 장담하는데 , 네가 아름답다고 한 이야기 중 아름다웠던 기억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말도 안되고 어이없는 내용뿐이었지. 민호는 별 반응이 없는 나를 보며 말을 이어 나갔다. "간단하게 말하죠. 형님의 장기를 살리는 겁니다." "내 장기?" "네." "……?" 내 장기라고? 어라, 나한테 장기라는 것도 있었나? 난 별로 자각하지 못했는데, 뭐 그래도 장기라고 하면 어떤 것에 특출한 것을 말하니 좋은 의미인 건가? 흐음. 민호는 말했다. "형님의 장기인 납치가 필요합니다." "……." 퍼억! "꾸엑!" 그대로 날아서 하이 킥! 난 기가 막히다 못해 코가 막혔다. 민호의 작전은 진짜 미치다 못해 완전 돌아 버린 거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우리의 의뢰자인 그 남자를 납치한다. 동시에 그 의뢰인이 사랑하는 아가씨도 납치한다. 그런 다음 빠져나갈 수 없는 방 안에 그 둘을 넣어 둔다. 물론 그전에 둘에게 흥분제를 먹인다. 그럼 100% 야릇한 무언가가 일어난다. 그러면 상황 종료라는, 나름대로 민호의 엄청난 작전이다. "……." 난 바닥에 널브러진 민호를 보고 어이가 없다는 듯 물었다. "그게 작전이냐, 이 자식아!" "성공률이 높습니다." "아니, 성공률이 문제가 아니라! 그건 범죄가 일어날 상황을 만들라는 거 아니냐?!" "원래 성공을 위해서 그 정도는 뭐……." "하아……." 정말 어이없다. 고백을 도와 달라고 하니 뭐? 흥분제를 먹이고 둘을 방 안에 집어 넣어서 19금 장면을 연출시켜? 그리고 끝? 이게 말이 되느냔 말이다! 민호는 흥분한 나를 보고 조용하게 말했다. "형님, 잘 생각해 보십시오." "또 뭘?" "그 의뢰인과 의뢰인이 짝사랑하는 그 아가씨의 격차를 말입니다." "……?" "한마디로 일방적인 짝사랑입니다. 그 아가씨라는 분은 지금 의뢰자를 모를 확률이 거의 99%에 달하죠." "그건 그렇지." "그런데 평범한 방법으로 고백을? 100% 실패입니다." "그렇겠지." "고백이라는 것도 일단 안면이 있는 상태라든가 그래야지 가능하죠." "흐음." "물론 비슷한 위치에서 하는 헌팅이라는 게 있습니다만, 그건 선수들이나 가능하죠. 저렇게 연애에 무지한 의뢰인이 할 게 안됩니다. "그것도 그렇지." "한마디로 지금 최악의 조건, 평범한 방법으로는 의뢰를 성공하지 못합니다." "……." 확실히 민호 말대로다. 페널티라고 해야 하나, 격차라고 해야 하나?그런 게 너무 큰 까닭에 평범한 방법으로는 절대 불가능하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 거냐? "역시 흥분……." 퍼억! "아악!" "제발 개소리는 사절이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저런 미친 상상을 실행할 수는 없지 않은가? 저놈은 야설을 즐겨 보더니 현실과 구분도 안 되나 보다. 그래도 민호가 말한 것 중에 확실한 건……. "안면을 익혀야 된다는 건가?"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이 고백해 봤자 선수가 아닌 이상 100%차이는 건 당연지사다. 그럼 안면을 익히게 해야 하는데 무슨 수로……? 내가 과연 잘한 선택이었을까? 지금의 상황이 있게 한 선택이 말이다. 난 방 안에 기절한 채 널브러진 의뢰인과 의뢰인이 짝사랑한다는 아가씨를 모니터로 바라보면서 생각했다. 솔직히 말해, 평범한 방법으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과연 민호 말대로 이 방법이 효과가 있긴 있는 걸까? "걱정 마십시오. 제가 계획한 작전에 의하면 아주 건전한 방법으로 고백을 성공시킬 수 있으니까요." "……." "그러니 마음 놓으셔도 됩니다." 다른 사람이라면 마음을 좀 놓겠는데, 네놈이 선두 지휘하고 있으니 전혀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그것보다 궁금한 게 하나 있다. "저런 괴상한 방은 언제 만든 거냐?" "혹시 몰라 '사랑을 꽃피우는 방' 이라고 만들어 놨습니다." "그러냐?" "네." 조금은 알 것 같다. 왜 말도 안 되는 액수가 나왔는지 말이다. 성 한 채 짓는다고 1억 8천 240만원이 나온 이유가 이런이상한걸 만들었기 때문임이 확실하다. "하아." 정말 한숨만 나오는구나. "형님, 걱정마십시오. 간단하게 이 관문만 거치면 사랑이 꽃필테니까요." "도대체 뭘 하려는 건데?" "간단합니다. 처음에는 저 방을 냉기로 가득 채웁니다." "……." "그런 다음 옷 두 벌을 던져주죠." "……." "저 아가씨는 추위를 잘 견디지 못하는 것 같더군요. 그렇게 아가씨가 추위에 떨고 있을 때 의뢰인이 자신의 옷을 양보한다면?" "호오?" "약간의 입질이 오겠죠." 오? 왠지 모르게 좀 정상적인 작전 같다. 사실 연애에 대해 잘 모르는 나도 민호의 이번 작전은 귀에 쏙쏙 들어온다. 그리고 민호답지 않게 아주 정상적인 작전이다. 괜히 눈시울이 붉어지는구나! "물론 이게 끝이 아닙니다!" "그럼?" "제 2단계, 음식주기입니다." "……?!" "방송을 한번 때리는 거죠." "방송?" "네, 두 사람 중 한 명이 포기해야지만 음식을 준다고요." "오오?" "그때 또다시 의뢰인이 자신을 희생하면서 포기하면 호감도 상승." "……!" 와! 이 자식, 어쩌면 이렇게 정상적이고도 환상적인 작전을 세운 거냐? 잠시 미친 거 아니야?! 민호의 작전에 감탄 아닌 감탄을 하고 있는데 민호의 다음말은 나를 더욱 놀라게 했다. "그리고 마지막 3단계! 이건 한 명은 보내주고 한 명은 여기서 갇혀 산다는 식으로 방송을 하는 겁니다." "오?!" "그럼 의뢰인이 멋지게 보내 주면 세이 굿바이. 물론 그전에 고백할 만한 상황을 만들어 주는 건 필수지만요." "……." 난 민호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 자식, 이젠 오히려 이해가 안 가는구나. 방금 전까지 흥분제 먹이라고 개소리를 하던 놈이 과연 맛단 말인가? "그런데 만약 네가 말한 대로 의뢰인이 양보를 안 하는 경우가 생긴다면?" "그건 어쩔 수 없죠." "끝?" "끝이죠." "……." "……." 뭐냐, 이 자식! 그냥 단순히 한 가지 가능성만을 가지고 세운 작전이란 말인가! 만약 의뢰인이 옷을 양보하지 않는다든가 음식을 양보하지 않는다든가 탈출을 양보하지 않는다면 그냥 끝나는 작전?! 에라! 그 순간 민호는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만약에 의뢰인이 실패한다면, 그건 의뢰인한테 문제가 있는 거죠." "……?!" "진심으로 한 사람을 좋아한다면, 제가 말한 건 남자로서 당연히 할 일입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건 단순히 그녀의 겉모습만 좋아했다는 의미죠." "……."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아 실패한 거면 저희가 신경을 쓸 필요가 없지 않을까요?" "아!" 오늘따라 민호가 무지 멋지게 보인다. 맞는 말이다. 진심으로 그 여자를 사랑한다면, 진심으로 모든 걸 줄 수 있다면 잠시의 추위 정도는, 잠시의 배고픔 정도는, 자신을 희생해서 갇히는 것 정도는 가능하지 않을까? 물론 사랑에 대해 명확히 아는 건 아니지만, 단순히 장난 같은 사랑이 아닌 진실한 사랑이라면 말이다. "저한테 맡겨 주십시오." "……." 믿을 수가 없었다. 진짜 성공했다. 그것도 흥분제를 먹이거나 이상한 짓을 한 게 아닌 나름대로 순수하게(?) 성공을 했다고 해야 하나? 난 민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의 손을 잡으면서 부탁했다. "나도 해 줘!" "안 됩니다." "뭐야? 아직 내용도 안 말했어!" "뻔하지요. 예진 누님과 함께 저기에 넣어 달라는 거 아닌가요?" "……." 역시 이 자식, 말하지도 않았는데 알아차리다니 정말 무서운 놈이다. "알았으면 해줘." "다시 말하지만 안 됩니다." "왜!" 왜 안 되느냔 말이다! 이유라도 대 보든가! 그때 이런 내 마음을 알아차렸는지 민호는 단호하게 말했다. "형님과 예진 누님은 친구니까요." "……." "친구 사이에 그런 행동을 하면 역효과가 납니다." "……." "그래서 하지 말라고 하는 겁니다." 그 어떤 말보다 저 한마디가 비수처럼 심장을 관통했다. 친구라는 말, 친구, 친구, 친구! 아아악! 우리는 친구였어! "형님의 고백을 성공시킬 방법은 역시 그거……." "게임 정복이냐?" "네." 하아, 미묘하군. 친구란 건 말이다. 3대 자연의 현자 지금 난 해야 할 게 많다. 일단 게임 정복을 위해서 힘을 키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4대 수호신의 힘이 절대적이다. 예를 들어, 현무의 절대방어막이라든가 주작의 영혼의 불꽃같은 거 말이다. 하지만 현무는 바보 같은 놈이어서 잊어버렸고, 에리아스는 남자가 다가와야지만 그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단다. 한마디로 둘에게서 제일 중요한 히든 스킬들은 얻어 내지 못하고 있다는 거다. 그리고 남은 청룡과 백호, 이분들도 분명 정상이 아닐 거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정상적으로 스킬을 배울 수 있을까 심히 걱정스럽기도 하고 말이다. 그렇게 심각한 고민에 빠진 나에게 한 장의 편지가 도착했다. 그건바로……. -헬로우 이렇게 시작되는 편지는 내게 너무나도 익숙한 필체로 쓰여있다. 잊어버리고 싶어도 절대 잊을 수 없는 악몽의 필체다. 이것은 바로 나에게 디재스터라는 직업을 준 그 속옷 변태의 편지였던 것이다. -그동안 잘 지냈는지 모르겠군. 이걸 지금 말이라고 하는 거냐? 잘 지냈을 것 같아? 이상한 애들 먹이가 되서 쫓겨 다니고, 바보 거북이 하나 얹어 줘서 머리만 더 아프게 했으면서! 으윽! -난 항상 제자의 안전을 기원하면서 오늘도 열심히 속옷을 훔치고 있네. 심히 궁금하다. 왜 내 안전을 기원하면서 열심히 속옷을 훔치고 있는 건데? 내 안전과 당신이 속옷을 훔치는 것이 왜 연관되는 거야! 으아아악! 편지만 봐도 짜증이 제대로다. 제길! -아 참, 목적은 이게 아니고 중요한 걸 말하자면 제자가 자연의 힘을 모두 끌어낼 방법을 찾았다네. "……!" 뭐라고? 자연의 힘을 모두 끌어낼 방법?! -100%의 힘이네. 모든 자연의 힘을 끌어낼 수 있는 방법. 두근두근. 그 글귀에 심장이 마구 뛴다. 지금 내 숙련도가 10% 정도인데 만약에 100%가 된다면 진짜 말 그대로 인생 막장인 것이다. 전문용어로 막장 탔다? 음, 뭔가 좀 이상하기는 한데……. 난 최대한 침착함을 유지한 채 다시 읽었다. -3대 자연의 현자를 찾아라. "……." 3대 자연의 현자? 뭐 하는 분들이지? 뭐 설명이 있겠지. -끝이네. "아아악!" 난 굳었다. 말 그대로 진짜 '끝' 이었다. 어떻게 찾으라는 등의 힌트 따위는 전혀 없다. 그냥 '찾아라'가 끝이다. "이 빌어먹을 인간!" 나의 슬픈 외침이 하늘에 울려 퍼졌다. 자연의 현자 3인방, 이분들을 찾으면 자연의 힘을 100% 다룰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분들을 찾을 단서가 하나도 없다. 말 그대로 0%다. "오빠, 왜 그래?" 이렇게 좌절에 빠진 내 모습을 본 민혜가 의아한 듯 물었고, 난 그 편지를 내밀었다. 그리고 잠시 후, 편지를 본 민혜는 난감한 기색으로 말했다. "여전히 특이하시네." "음, 특이라는 말도 이 인간한테 하기에는 너무 과분한 것 같아." "……." 이 인간한테 '특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 자체가 그 단어에 대한 모독이라고 해야 하나? 왠지 그런 기분이 든다. 이분은 이미 특이함의 기준을 넘어서서 '미친' 것이니까. 민혜는 이런 나를 보면서 말했다. "그래도 오빠가 엄청 강해질 수 있다는 힌트는 준 거잖아." 좋은 쪽으로 생각하라는 듯 말한다. 물론 내가 엄청 강해질 수 있다는 힌트를 준 것에 대해서는 감사한다. 하지만 이런 힌트는 차라리 모르는 게 더 나 을지도 모른다. 알면 갖고 싶은 게 사람의 심리다. 그런데 찾을 만한 단서가 하나도 없다. 마음이 더 답답하다. 휴우. "형님." "……?" 그때 민호가 나타나더니 나를 불럿다. 그리고 불쑥 편지 한 장을 내밀며 말했다. "형님한테 온 건데요." "또 편지냐?" 안그래도 편지 한 장 때문에 우울한데, 또 편지라니! 난 그런 생각과 함께 편지를 과격하게 찢어서 펼쳤다. -아 참, 잊어버렸는데 힌트는 있다네, 제자 군. 그 인간이다. 그런데 힌트라고?! -태양은 빛난다. 그 태양조차도 삼켜 버리는 어둠, 그곳에 있다. 엥? 이건 무슨 굼벵이가 100미터를 1초에 주파하는 소리냐?! 설마 이걸 힌트라고 준 것은 아니겠지?! 그런데 그런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아 참, 참고로 3대 자연의 현자와는 전혀 상관없는 힌트네. 그럼 이걸 왜 주는 건데! 응?! 난 어이가 없어서 머리를 부여잡았다. 갑자기 두 번째 편지를 보내 힌트를 주더니, 자연의 현자와는 전혀 상관없는 힌트라니! 이 인간이 지금 나를 농락하는 것도 아니고, 뭐야! 정말 변태같은 인간이다. -앞서 말한 것은 청룡을 찾는 문구라네. 자연의 현자에 대한 힌트는 열심히 찾아보는 중이니 기다리게. 오늘도 부지런히 속옷을 훔치면서 고생하니까. 아, 그러세요? 청룡을 찾는 힌트였군요? 그리고 오늘도 열심히 속옷을 훔치면서 자연의 현자에 대한 힌트를 찾으시는 거군요. 거참, 너무 고마워서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하아……. "왜 그러십니까?" 민호는 나의 절망 어린 얼굴을 보고 질문을 던졌다. 난 민호에게 편지를 넘기면서 한숨과 함께 입을 열었다. "말도 안 되는 개거지 같은 힌트를 주고 청룡을 찾으란다." 정말 힌트가 힌트다워야지, 이건 무슨 퀴즈쇼도 아니고. 내가 무슨 수로 '태양은 빛난다.그 태양조차도 삼켜 버리는 어둠, 그곳에 있다' 이것만 보고 거기가 어딘 줄 어떻게 아는 건데? 누가 봐도 절대 답 안 나온다. 하지만 이런 내 생각이 끝나기도 전이었다. "전 알 것 같은데요." "엥?!" "……." "다,다시 말해 봐." "전 알 것 같습니다." 민호가 나에게 분명 알 것 같다고 말한다. '태양은 빛난다. 그 태양조차도 삼켜 버리는 어둠, 그곳에 있다'라는 말의 의미를 안다고? 어떻게? 무슨수로?! 순식간에 내 머릿속은 혼란으로 가득 찬다. 그때 다시 민호의 한마디가 들려왔다. "'태양은 빛난다. 그 태양조차도 삼켜 버리는 어둠, 그곳에 있다' 라는 표현이 나오는 책이 있거든요." "무슨 소리냐?" "'뜨거운 핫커피'에 묘사되어 있는 부분입니다." "……." "확실합니다." 민호 군은 '뜨거운 핫커피'라는 소설에 확실히 나온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그 책에 '태양은 빛난다. 그 태양조차도 삼켜 버리는 어둠, 그곳에 있다' 라는 묘사가 나온다는 거냐?! 그런 거냐? 그런데 '뜨거운 핫커피'라는 책이 갑자기 두려워지는 이유는 뭐지?! 청룡 제스타니아 동굴. 민호의 말에 따르면 '태양은 빛난다. 그 태양조차도 삼켜버리는 어둠, 그곳에 있다' 라고 표현된 문구가 가리키는 장소가 저곳이란다. 사실 어떤 동굴인지 불확실한데, 신기한 건 그 동굴이 있는 대략적인 장소까지도 '뜨거운 핫커피'에 나와 있단다. "……." 뭔가 이상하게 싸늘한 기분이 들었다. "역시 '뜨거운 핫커피'는 보면 볼수록 멋진 야설입니다." "……." 민호 자식은 더욱더 열광하며 말한다. 그래, 저건 분명 야설이다. 민호의 말에 따르면 19금 장면이 마구 나오는 야설일 뿐이야. 그런데 왜 이렇게 저 책이 두려운 거지?! 왜 저 책에 청룡이 사는 곳이 기재되어 있느냔 말이다. 으윽! "우연일 거야. 너무 신경 쓰지 마." 혼란에 싸여 있는 내 모습에 나래 누나가 다독여 주었고, 그 말에 난 애써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우연이다. 저건 야설이다. 일반적인, 아니 좀 전설이라고 불리는 야설일 뿐이다. 확실히 우연이야. 절대 찜찜해 할 필요가 없다. "너무 감동적입니다." 한편 민호는 눈물까지 뚝뚝 흘리면서 보고 있다. 아무리 봐도 저놈은 미친 것 같다. 야설을 보고 감동해서 울다니, 미치지 않고서야 절대 불가능한 행동이거든. "분명 우연이겠지." 어쨋든 지금 내가 믿고 싶은 사실은 이거다. "휴우."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낸 어둠만이 가득한 동굴, 이게 바로 제스타니아 동굴인가? 동굴은 암흑으로 도배가 되어 있다. 분명 아침인데도 불구하고 한 치의 빛도 용납하지 않는다. 말 그대로 암흑천지랄까? 찌익. 난 저번에 구입한 라이트 스크롤을 찢어서 곧바로 동굴에 집어넣어 보았다. 그런데……. "흐음." 1초, 아니 0초라고 해야 하나? 스크롤을 동굴 입구에 넣자 마자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신기한 광경인데? "역시 이걸로는 안 되나? 그럼……." 난 곧바로 태양의 힘을 끌어 올렸다. 그러자 내 손에 뜨거운 미니태양이 완성되었다. 파앗. 난 미니 태양을 동굴에 그대로 들이댔다. "……!" 태양의 힘이 담긴 빛조차도 방금 전과 마찬가지로 들어가자마자 게 눈 감추듯 집어삼켜 버리는 동굴. 난 그걸 멍하니 바라만 보았다. "어쩌라고?!" 태양의 빛조차도 삼켜 버리는 어둠, 그럼 저 동굴을 무슨 수로 밝히라는 거지?! 그냥 들어갔다가는 순식간에 방향감각이라든가 모든 걸 잃어버릴 건 분명하고, 제길! "평범한 방법으로는 들어갈 수 없습니다." "뭐라고?" "평범한 방법으로는 들어갈 수 없다고 다시 말씀드립니다." "……?" 평범한 방법으로는 못 들어간다니? 그리고 네가 마치 이 동굴을 안다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는 이유는 뭐냐? 민호가 말했다. "제가 본 책에 의하면, 특정 주문을 외우면 아름다운 빛과 함께 환해진다고 하더군요." "특정 주문?" "네." 특정 주문을 외우면 빛이 난다? 흐음……. 그런데 잠깐! 책이라고? 설마! "민호 군." "네, 형님." 난 아니기를 빌었다. 아니, 그래서는 안 된다. 어떻게 그게 가능하단 말인가. 절대 아닐거야! 난 떨리는 어조로 물었다. "그 책이 설마 '뜨거운 핫커피'인가 뭔가 하는 특별 야설은 아니겠지?" "맞는데요." "……." "100% 확실히 정말 완전 임펙트하게 맞습니다." "……." 그냥 맞다고 하면 될 것을 그 앞에 이것저것 말도 안되는 단어를 갖다 붙이는 이유는 뭐냐? "왜 야설에 청룡을 찾는 방법이 있냔 말이다!" 분명 레전드급 야설이다. 그런데 왜 레전드급 야설이 디재스터의 4대 수호신을 찾는 것하고 연관되어 있는 거지?! 설마 저 야설과 디재스터는 미묘한 관계인가? 악! 그건 말도 안 되. 이 직업이 왜 야설하고 연관이 있는 건데! 그건 말도 안 되는 거다. 그래, 이건 단지 우연의 일치일 뿐이다. 그렇지만 마음속 한가운데서 느껴지는 불길함. 아닐 거다. 그래, 아닐 거야! 나의 디재스터라는 직업이 야설과 관련된 직업이라니, 절대 인정할 수 없어! 그렇게 한참을 혼자서 중얼거리던 난 잠시 후 벌떡 일어나면서 외쳤다. "그래, 우연이야. 저' 뜨거운 핫커피 ' 의 작가가 운혀가ㅔ. 정말 우연하게 이곳에 들른 거야! 그러다가 모든 걸 알아 버린 거지, 그래, 그거다!" 확실히 그런거다. "형님, 심히 안까타워 보입니다." "……." 그때 내 이런 모습을 보고 민호가 한마디 던진다. 신경 쓰지 말자.난 안타깝지 않아! 그냥 그런 거야! 그렇게 결심한 나는 장엄한 어조로 말했다. "자, 민호 군, 가자! 주문을 외워!" "흐음." "왜 그래?" "아뇨, 조금 그래서요." "뭐가?" "주문이 말입니다." "……?" 엥? 주문이 좀 그렇다니, 무슨 의미인 거냐?! 그 순간 민호가 가까이 다가오더니 내 귀에 속삭인다. 그리고 잠시 후였다. "아아악!" 난 말도 안 된다는 듯 민호를 바라보았다. 말도 안 돼! 절대 말도 안 돼! 그런 게 주문일 리가 없잖아! 난 민호에게 당황한 어조로 물었다. "착각한 거 아니냐?" "계속 확인해 봤습니다." "……." 계속 확인해 보았단다. 그 말은 방금 내게 속삭인 주문이 사실이라는 거다. 그럼 그 주문을 외워야만 저 안에 들어갈 수 있다는 거야? 아아악, 난 못해! 절대 못해. 하고싶지도 않아. 생각만으로도 끔찍해! 난 민호를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네가 해." "저도 썩 내키지 않는데요." "……." 민호조차도 꺼리는 주문이다. 저 미친놈이 거부할 정도면 이게 얼마나 난해한 주문인지 대충 감이 잡힐 거다. 그렇다고 내가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난 주먹을 힘껏 쥠과 동시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맞고 할래, 안 맞고 할래?" "그냥 안 맞고 안 하면 안 될까요?" "안 되는데." "흐음, 아쉽군요." 안 된다는 말에 아쉽다고 말한 민호 군은 나를 빤히 바라보더니 잠시 후 입을 열었다. "하겠습니다." "오!" 그래, 난 할 수 없어. 이건 미쳐 버린 너만이 가능해. 하지만 그때였다. "참고로 주문을 외운 사람만 입장 가능합니다." "……." "그러니까 형님도 들어가려면 이 주문을 꼭 외워야 된다는 거죠." "……." "그래도 저도 같이 외울 테니 무난할 것 같습니다." "……." 전혀 무난하지 않아! 그런 미친 주문을 둘이서 동시에 외운다니, 생각만으로도 너무 끔찍해서 눈물이 나올 것 같다. 그리고 꿈에 나올까 봐 두렵다. "형님, 하셔야 합니다." "……." "꼭 하셔야 저 동굴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내게 속삭이는 민호 군의 목소리, 너무나도 날 혼란스럽게 한다. 흑흑! "난 못해!" "흐음." "그걸 어떻게 해, 인간이!" 맞다. 그걸 어떻게 하냔 말이다! 인간이라면 절대 할 수 없는 주문이다. 하지만 민호가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면 청룡 님을 찾지 않을 생각이십니까?" "……." 청룡, 확실한 건 저 안에 청룡이라는 놈이 있다는 거다. 하지만 또다시 그 청룡이라는 놈도 미친놈일 게 분명하다는 느낌이 마구 들었다. 물론 4대 수호신을 찾는 목적은 그들이 가진 특별 스킬을 얻기 위해서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애석하게도 두 명의 4대 수호신에게 특별 스킬을 얻어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민호가 말했다. "이번에는 특별 스킬을 줄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 "만약에 특별 스킬을 배울 수 있다면, 형님은 더욱 업그레이드되실 겁니다." "……." "생각해 보십시오. 현무 님과 주작 님의 특별 스킬을요." 그 말에 난 상상해 보았다. 화살 수 만개 조차도 단 한번의 방어막으로 막아 버리는 현무의 스킬 절대 방어막과 자신이 불사신이라면서 지랄하던 그 이상한 놈을 단숨에 소멸시켜 버리는 주작의 스킬 영혼의 불꽃. 이것만으로도 청룡이라는 놈의 특별 스킬도 작살일 거라는 건 예상할 수 잇다. "가르쳐 줄 수 있는가가 문제지만……." 사실 제일 중요한 게 이거다. 아무리 이런 것을 꿈꾸면 뭐하냐? 청룡을 찾으면 뭐하냐? 이상한 애 한 명 데리고 다니면서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면 난 정말 슬플거다. "형님, 선택하십시오." "……." "이번에야말로 정상적으로 스킬을 얻을지도 모릅니다." 민호의 달콤한 유혹과 흔들리는 나. 그것도 잠시, 나는 이를 꽉 물면서 말했다. "가자! 모험(?)이다!" 난 너무 민망해서 다른 사람들은 쉬라고 마을로 보냈다. 저 동굴에는 나와 민호만 간다고 하고 말이다. 그리고 그 동굴 앞에서 우리는 잔뜩 긴장한 채 서 있다. 난 슬픈 눈동자를 한 채 슬픈 어조로 말했다. "꼭 해야 하니? 다른 방법은 없는 거니?" "절대 없습니다." "그러니?" "네." 굳이 그렇게 절대 없다고 강력하게 말할 필요가 있는 거니, 민호 군? 흐흑. 정말 이렇게 마음이 무겁고 우울하기는 처음이다. 한편 민호는 진지하게 다시 한 번 입을 열었다. "참고로 주문과 함께 제 동작도 따라 하셔야 합니다." "동작?" "네." "자,잠깐, 민호 군." "……?" "동작이 있다는 말은 안 했잖아!" "안 뭉러보셨잖아요." "아니,그런 건 물어보든 안 물어보든 일단 말하라고! 아, 이게 아니라 그런 민망한 주문을 외우면서 동작까지 하라고?" "어쩔 수 없습니다." "어쩔 수 없기는!난 못해!" 안 그래도 그 주문을 외우는 생각만으로도 정신이 어지러운데 동작까지 해야 하다니, 절대 못 한다. 그런 나의 모습을 본 민호는 태연하게 말했다. "그냥 간단한 행동입니다." "간단한?" "네, 나름대로 정상적이네요." 나름대로 정상적이라고? 주문과는 별개로 동작은 그런대로 정상적이라는 말을 하고싶은 거냐? 흐음, 그렇다면 생각이 달라진다. 어차피 주위에 우리를 볼 사람은 없다. 그리고 나름대로 정상적이라면……? "해 보마." "현명한 선택입니다." "일단 눈을 감고 제가 한 템포 빠르게 할 테니 주문과 행동을 따라 하시면 됩니다." 끄덕끄덕. 난 민호의 말에 잔뜩 긴장한 채 서 있었다. 휴우, 이렇게 긴장되기는 살면서 처음이다. 무슨 주문을 외우는데 심장이 터질 것 같냐? 내가 문제가 있는 걸까? 흐음. 그 순간 민호는 두 손과 두 발을 모으고 눈을 감았다. 나도 그런 민호를 따라서 포즈를 취했다. 그리고 잠시 후. "하야야야얏!" "하야야야얏!" 진짜 하고 싶지 않았지만 해 준다. 정말 온몸이 마비될 것 같다. 으아악! 민호의 행동이 이어졌다. 쫘악! 그대로 눈을 번쩍 뜨더니 두 양손과 양발을 화끈하게 벌렸다. 그리고 그걸 따라서 하는 나, 뭔가 인생이 괴로워지는 단계로 돌입한다. 그리고 잠시 후였다. "난 잘났어! 난 아름다워!난 멋져! 나는 아름다워! 나는 귀염둥이! 나는 큐티보이! 나는 카와이 해! 나는 미치도록 아름다워. 아아아! 좋아, 좋아, 좋아!" "……." 아아악! 저걸 어떻게 해! 미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저런 주문을……. 크윽! 그떄 민호는 나를 애절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래 한다! 이 자식아, 그런 눈으로 보지마! 난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말했다. "난 잘났어! 난 아름다워!난 멋져! 나는 아름다워! 나는 귀염둥이! 나는 큐티보이! 나는 카와이 해! 나는 미치도록 아름다워. 아아아! 좋아, 좋아, 좋아!" 주문을 외친 후 자괴감이 내 온몸을 감쌌다. 분명 모든 희망을 잃어버린 한 인간의 모습이 지금 나의 모습일 것이다. 그만큼 저 미친 주문은 나를 미치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그대로 앞으로 엎드리는 민호, 잠시 후 그는 굼벵이 댄스를 춘다. 간단하게 말해, 꿈틀꿈틀 기어가는 행동을 하는 것이다. 난 그걸 보고 할 말을 잊어버렸다. 이 자식아, 나름대로 정상적이라며! 이게 네 눈에는 정상적으로 보이는 거냐? 아아악! 내가 민호의 '정상'이라는 기준을 잘못 파악했다. 저놈도 보통 미친놈이 아니라는 걸 잠시지만 망각해 버렸어. 민호는 멍하니 있는 날 보고 어서 하라고 재촉하고 있다. 난 차마 바로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상황, 여기서 좀 더 가도 되지 않을까? 난 그런 생각과 함께 앞으로 엎드렸다. 그리고 민호와 마찬가지로 꿈틀꿈틀 굼벵이 댄스를 시도했다. 그 순간 민호의 힘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세상에서 누가 제일 사랑스러워? 그건 바로 나! 세상에서 누가 제일 멋져? 그것도 바로 나. 난 왜 이렇게 앙큼하게 귀엽고 깜찍하고 미치도록 아름답지? 왜, 왜, 왜? 그 이유를 가르쳐 줘, 베이베. 컴 온 허니. 하아, 하아,하아……." 하아, 저걸 해야 된다. 크윽! 그리고 마지막에 신음 소리는 왜 나오는 거냐?! 베이베는 또 뭐고! 왜 말도 안 되는 신종 영어를 갖다 붙이고 난리야! 윽! 민호는 다시 나를 초롱초롱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아아악, 할 거야! 이 주문을 만든 자식을 내 눈으로 친히 보기 위해서라도 할 거다. "세상에서 누가 제일 사랑스러워? 그건 바로 나! 세상에서 누가 제일 멋져? 그것도 바로 나. 난 왜 이렇게 앙큼하게 귀엽고 깜찍하고 미치도록 아름답지? 왜, 왜, 왜? 그 이유를 가르쳐 줘, 베이베. 컴 온 허니. 하아, 하아,하아……." 인생이 막장 됐다. 난 이미 타락하다 못해 인생 종 쳤다. 그런데 그 순간이었다. 파아앗! 갑자기 동굴이 밝아져 왔다. 헉! "끝났습니다. 주문을 외운 분들에게는 빛의 길이 보인다고 설명되어 있군요." "그러냐?" "네." "……." 하지만 난 일어나지도 못한 채 그대로 뻗어 버렸다. "형님이 찾는 분이 저분 아닌가요?" "……?!" 응? 이건 또 무슨 삽질하는 소리야? 난 고개를 들었다. "아아악!" 그러고는 그대로 굳었다. 이유라면 동굴 안, 즉 바로 앞에 한 미남자가 싱글벙글한 얼굴로 나를 보고 있었던 것이다. 간단하게 말해, 이 동굴의 구조는 한 발자국만 들어가면 집으로 변하는 신비의 구조랄까? "이번 마스터는 신선한데?" 동굴에 집 짓고 사는 미남자의 한마디가 들려왔다. 그는 잠시 후 마구 웃으며 말했다. "푸헤헤헤. 그 주문을 알아낸 것도 신기한데, 그 주문을 따라 해? 와,진짜 마스터 골때린다. 푸헤헤헤!" "……." 빠직! 혈관 마크가 마구 뻗어 나온다. 하아,하아, 하아……. 거친 숨소리 ,아니 이상한 숨소리는 아니니 오해하지 말도록. 단지 분노에 찬 숨소리다. 한편 그 은빛의 미남자는 여전히 낄낄거리며 말했다. "키키키, 재미있는 구경했어! 마스터, 평생 잊지 않을게. 키키키." "네가 청룡이냐?" "뭐, 보면 알잖아?" 그렇군, 네놈이 청룡이군. 난 싱긋 웃었다. 그러고는 주먹을 쥐면서 말했다. "방금 전 내용을 잊어버리게 해 주지." "오호, 나한테 협박하려고? 어림없어. 난 이래 뵈도 강하거든." "……." "덤벼, 덤벼, 덤벼. 마스터라고 안 봐 줘!" "……." "컴 온!" 아주 건방진 자식이다. 그래, 이번 청룡이라는 놈, 알았다. 간단하게 요약해서 무개념이다. 그럼 '컴 온'이라고 했으니 가 주마. 으하하하! "아아악!" "후헤헤헤." "자,잠깐……. 아아악!" "덤비라며? 컴 온이라면서? 으하하하!" "자,잠깐! 으아악!" 퍽, 퍽, 퍽! 난 쉴 새 없이 밟았다. 자기가 강해 봤자 얼마나 강하겠는가? 이래 뵈도 산전수전 다 겪어서 초인 계열에 들어선 나다. 물론 4대 수호신이 강하기는 강하겠지만, 나한테는 상대가 안 된다는 거다. "즐겨라!" "아악! 너, 너무 아파!" "아프라고 밟지, 안아프라고 밟겠냐?" "……." "그리고 오늘 나를 본 너의 모든 기억은 말살해 주지. 영어로 제노사이드? 크하하하!" "자 ,잠깐! 말살이 된……. 아아악!" "구라 좀 치지마, 이 자식아. 넌 앞으로 10시간은 더 맞아야 되!" "자,잠깐! 그건……. 아아악." "우헤헤헤." "흐음……." 민호는 눈빛이 맛이 가 버린 재현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이성이 날아간 모습이니 저지할 방법은 없다. 그냥 보고 즐기는 (?) 수밖에. 민호는 수첩과 볼펜을 꺼냈다. 그리고 일기를 적기 시작했다. - 민호의 일기 - 오늘 이상한 분이 파티에 들어오셨다. 상당히 건방진 스타일로 개기다 형님한테 죽도록 맞고 계신다. 난 그걸 감동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근데 왜 신기하게도 형님한테는 이상한 남자들만 꼬이는 걸까? 참으로 신비한 현상이다. 그것만으로도 형님이 평범한 사람음 아니라는 게 증명된다. 그래서 형님에게는 반드시 게임 정복과 하렘 제국이 필요하다(무슨 상관?). 그리고 무척이나 정상인 내가 형님을 열심히 보좌해야겠다 (제일 미친놈.) 민호 일기 끝. 청룡의 스킬 "그, 그만 하세요." 난 거의 초주검이 된 청룡을 보고 심호흡을 했다. 휴우, 지금 만신창이가 되어 있는 청룡의 모습을 보니 내가 조금(?) 심했던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순수 코드를 가진 나를 야수로 바꾼 건 이 자식이니까. 그래도 참자, 참아. "휴우." 심호흡을 한 번 했다. 그러고는 ……. 퍽, 퍽, 퍽! "아아악!" 다시 팬다. 도무지 못 참겠다. 못 참겠어! 참긴 뭘 참아? 이 자식이 나를 가지고 논 거 아니야? 그리고 뭐? 덤벼? 컴온? 이 자식이 어디서 개념을 말아 드셔 가지고! 응?! "제, 제발……." "닥쳐! 난 자비로워." "……." "자비로우니까 패는 거야." "무,무슨 말도 안 되는……." "원래 인생이 말이 안 되는 거야!" "……." "그냥 버로우 타." "아아악!" 내가 말하고도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나열하면서 힘차게 밟는다. 하지만 그 순간 들려온 한마디에 내 발길질은 멈춘다. 마치 마법처럼 말이다. "어, 얼른 특수 스킬 배우고 싶지 않아요?" "……." "얼른 배우고 싶죠?!" "아는 거냐?" "물론이죠!" "……." 그 말에 쓰러져서 맞던 청룡은 약간 귀여워진(?) 얼굴로 벌떡 일어나더니 나를 향해 말한다. "당장 배우게 도와드릴게요." "당장?" "네!" "진짜?" "물론이죠." "……." 진짜? 듣고도 왠지 믿을 수가 없다. 현무와 주작에게서 특별 스킬을 얻어 내지 못한 탓인지, 그 들이 당연히 줘야 할 '특별 스킬'을 준다는데도 현실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사실 이들이 내게 특별 스킬을 주는 건 아주 당연한 거다. 그런데 왜 그 말에 이렇게 가슴이 벌렁거리지? "어서 특별 스킬을 배우죠!" "어떻게?!" 어느새 난 눈이 초롱초롱해졌다. 그리고 청룡은 말한다. "드래곤 로드를 찾아가면 됩니다!" 드래곤 로드? 드래곤 로드란 드래곤들을 이끄는 수장이자 드래곤들의 정신적 지주를 말한다. 한마디로 드래곤들의 짱이시다. 좋은 말로 하면 대빵? 뭐 그게 그거니 대충 넘어가 주고, 여기서 내가 말하고자 하는 건 모든 걸 종합해 보면 드래곤 로드는 남자라는 거다. 흐음, 왜 드래곤 로드 하면 남자라고 생각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드래곤 로드 나오면 남자더라. 아무튼 그런 생각 때문인지 나도 드래곤 로드 하면 남자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안녕하세요." "아, 네." 내 앞에 검은색의 머리를 어깨까지 기른 20대 초반의 한 여인이 서 있다. 푸른색의 원피스를 입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청순하다. 진짜 거짓말 안 하고 청순함으로 따지면 작살이다. 그리고 미모? 당연히 초 미소녀에 들어가신다. 아무리 드래곤이라도 저 정도의 미녀는 아니라고 하는데, 드래곤 로드는 그런 드래곤 중에서 최고로 아름답단다. "드래곤 로드 맞으시죠?" 난 혹시나 해서 물었다. 청룡이 안내해 준 곳으로 열심히 왔다. 그랬더니 아무런 제재도 없이받아 주신다. 그뿐 아니라 보통 드래곤이라면 싸가지가 안드로메다에 여행간 게 분명한 오만한 족속이다. 그런데 이분은 마치 여신 같다. 그 싸가지 안드로메다에 여행 보내셨다는 드래곤답지 않게 말이다. 한편 이런 나의 실례되는 질문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미소와 함께 답했다. "네, 제가 드래곤 로드인 이리스예요." 아, 친절한 모습에 마음이 아주 훈훈해지는구나. 사실 드래곤을 만난다는 생각에 긴장한 것도 사실이다. 이상한 애들이면 또 평범하게 넘어가기는 힘들 테니까. 솔직히 말해, 나도 약간(?) 난폭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 보니 드래곤 님께서 안 좋게 나오시면 나도 맛이 살짝 간다. 그래서 많이 걱정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분이라면 아무런 문제 없다. 아무런 문제가, 크크! 난 초롱초롱하게 그녀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제가 온 목적은 대충 아시죠?" "아, 네." "……?!" 그런데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이리스의 얼굴이 심하게 빨개졌다. 그녀는 더듬거리면서 물었다. "지, 지금 해야 하나요?" "왜요? 안 돼요?" "아, 아뇨……." "아, 좀 늦어도 돼요, 뭐 청룡 스킬이 당장 급한 건 아니니……." 물론 마음 같아서는 얼른 배워서 한번 써 보고 싶기는 하다. 그래도 곧 죽어도 청룡의 특별 스킬이니까. 그녀는 시간이 지날수록 얼굴이 더욱 붉어지더니 입을 열었다. "죄송해요." "……?!" "처음이어서……." "네?" "그, 그러니까 아아…… 조 , 조금만…… 무, 물론 할 거예요. 그게 제게 주어진 사명이니까요. 그, 그렇지만 아아……." 저분, 왜 저러시는 거냐? 왜이리 부끄러워하시고 당황하시는 거지? 청룡스킬을 가르쳐 주는 거하고 지금의 반응하고 연관이있는 거야? 갑자기 그녀는 심호흡을 한다. 그렇지만 붉어진 얼굴은 가라앉지 않고, 나를 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처, 처음이에요." "……?" "제 모든 걸 보여 드리는 것은요." "……." "그러니 조금만……." "……." 뭔 말이지? 청룡 스킬 배우러 왔는데 이건 무슨 소리냐? 자기의 모든 걸 보여 줘?! 거참 이해할 수 없는 단어다. "조금만……." "그,그러세요." "고, 고마워요." 이리스는 주저앉으면서 심호흡을 했다. 점점 더 혼란만 가증되는 나다. 그렇게 20분이 지났을까 여전히 얼굴을 붉히고 있는 그녀가 결심한 어조로 말했다. "따라오세요." "아,네." "……." 터벅터벅 그러면서 자신의 레어 한 곳으로 향한다. 난 다른 일행들에게 금방 돌아오겠다고 한 후 그녀를 따라갔다. 그나저나 이제 드디어 청룡의 스킬을 사용할 수 있는 거냐? 우후후! 생각만으로도 웃음이 멈추지 않는다. 물론 저 이상한 행동이 마음에 걸리기는 하지만 말이다. 흐음? 내 생각과는 정 반대인데? 난 아무래도 특별 스킬을 가르쳐 주는 거니 넓은 공간에서 할 줄알았는데, 예상과는 다르게 그녀는 평범한 방으로 날이끌었다. 간단하게 말해, 보통 20대 여자들의 방 같은 곳 말이다. 아마도 이리스 양의 방이겠지. 그나저나 어떻게 주실 건가? "스킬을 뭐 주입식으로 주는 건가요?" 이렇게 작은 공간에서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주입식(?)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여기서 주입식이란, 말 그대로 주입하는 거다. 이해가 안 가는 건가? 그럼 간단하게 설명해 주자면, 보통 특정 존재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에게 힘을 한꺼번에 주기위해서는 이 주입식 교육이 필수다. 이건 훈련할 필요도 없고 자질이 없어도 된다. 그냥 주입식으로 밀면 그걸 받아들이면 되는거다. 물론 이것에도 큰 단점이 있었으니, 무지무지 아프다는 거랄까? 보통 소설들을 봐도 갑작스럽게 힘을 주입식(?) 으로 받다 보면 온몸이 찢어지고 살이 갈라지는 고통, 그리고 뼈가 으스러지는 고통이 동반된다고 한다. 하지만 그 잠시의 고통으로 엄청 강해진다면 뭐……. 난 이리스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어서 주입해 주세요." "네?" "……?" 내가 주입해 달라고 하자, 이리스는 화들짝 놀란다. 사람 무안하게 왜그렇게 놀라시는 겁니까. 잠시 후 이리스는 당황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주, 주입이라니요?" "무슨 기술 같은 걸 막 들이대는 거 아닌가요?" "아닌데요." "……." 아니란다. 그럼? 주입식으로 들이대는 게 아니면 무슨 수로 나한테 스킬을 가르쳐 주는 건데? 직접 가르쳐 주기에는 이 방에서는 불가능한데……? 그때 이리스는 갑자기 얼굴이 급속도로 붉어지더니 물었다. "저, 모르시나요?" "……?" "디재스터의 4대 수호신의 스킬을 배우는 방법을요." "모르는데요." "……." "현무와 주작이 있기는 하지만, 그들은 가르쳐 주는 방법을 모르거든요." "아!" 그 말에 이리스는 낮게 탄성을 질렀다. 몰랐던 건가? 아니 당연한 건지도. 4대 수호신들의 임무가 힘을 보탬과 동시에 스킬을 주는 건데, 둘 다 지금 스킬을 주지 않았으니까. 거참 아이러니 한 게 , 청룡은 4대 수호신 중 제일 늦게 찾았다. 그런데 제일 먼저 배우는 건 청룡 스킬이다. 참으로 미묘해. 그녀는 이런 내 반응에 잠시 머뭇거렸다. 이쯤 되자 나도 서서히 궁금해진다. 도대체 무엇이 그녀를 저렇게 당황하게 한단 말인가?! 청룡 스킬을 주는데 저렇게 당황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 그때 그녀의 말문이 열린다. "벗어야 되요." "네?" "벗어야 되요." "……." 난 내 귀를 한 번 후벼 팠다. 그리고 머리도 통통 두들겨 보고 말이다. 마지막으로 물론 꼬집어도 봤다. "아아악?!" 아픈데? 종합적으로 보면 내 귀가 잘못된 것도 아니고, 내가 미친 것 같지도 않다.그리고 꿈도 아니다. 스르륵. 그 순간 이리스 양이 갑자기 원피스를 벗는다. 난 그 모습을 보고 놀라 비명을 질렀다. "으악! 뭐, 뭐 하는……?" "……." "자,잠깐! 왜 옷을 ……? 그러니까 물론 아름다워요, 좋아요. 아니, 이게 아니라 그러니까 그렇다고요! 그런데 왜 옷은……?" 난데없이 초미소녀의 속옷 차림을 보자, 혀가 자기 멋데로 움직이고 있다. 그만큼 당황했다는 거다. 그 말에 그녀는 얼굴이 얼마나 붉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 주듯 진짜 심하게 붉어지더니 말한다. "디재스터의 청룡의 스킬을 얻는 방법……." "……." "그건 바로 제 몸의 모든 것을 보고……." "……." "입맞춤을 …… 하는 거예요." 세상에나! 이런 멋진 꿈이 있다니, 감동적이다. 고통까지 느껴진다. 아무리 세상이 변했다지만 꿈에서도 생생하게 고통이 느껴지다니, 세상이 참 좋아졋다. 그리고 내용도 너무나도 흐뭇하다. 그 꿈의 내용을 말하자면……. 디재스터의 특별 스킬, 즉 청룡의 스킬을 얻기 위해서는 이리스라는 초미소녀 드래곤 로드의 모든 것, 즉 누드를 보고 입맞춤을 해야 하는 아주 끝내 주는 꿈이다. 꿈이지만 이렇게 행복한 꿈을 꾸게 되다니, 난 엄청 운이 좋은지도? 스르륵. "……." 그 순간 이리스는 눈을 감은 채 브래지어를 벗어 버렸다. 난 고개를 옆으로 팍 돌리면서 말했다. "정말 이건……." "저, 저도 처음이에요, 제 몸을 보여 주는 건……." "……." "하지만 임무예요, 제가 해야 할 일……." "……." 이리스의 떨리는 목소리와 마구 폭주하는 내 심장, 그걸 봐서는……. "꿈이 아닌 건가? 크아악?!"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진짜라니, 진짜라니! 이 무슨 어이없다 못해 쓰러질 내용인고! 스르륵. 그때 또다시 무언가가 내려가는 소리가 들렸다. 난 알 수 있다. 저 소리의 의미까지도 말이다. 아아악! 생각하면 안 돼! 신경 쓰지 말자. 그래, 신경 쓰지 말자! 으악! 절규하는 나, 그렇지만 모든 걸 알고 있는 나. 내가 나에게 속삭인다. '팬티를 벗는 소리잖아?' "아아악! 말하지 마!" '지금은 초 미소녀가 활짝 벗어 버린 상태라고.' "이러지 마!" '말 그대로 평생 가도 못 볼 명장면! 크크!' "……." '이런 하늘이 내려 주신 기회를 버릴 건가?' "……." 악마의 유혹이 너무 강하다. 내 안에 이런 악마가 있었을 줄이야……. 견디기가 힘들다, 견디기가. 고개만 돌린다면 난 남자가 된다. 여기서 남자가 된다는 건 좀 미묘한 이야기니 패스. 난 진정한 남자가 되어야 하는 걸까? 그 순간 그녀가 떨리는 어조로 말했다. "저, 저를 보셔야 되요." "……." "저를 보신 상태에서 입맞춤을……." 그 말에 고개가 휙 돌아갔다. 일명 거의 번갯불에 콩 구워 먹는 수준이랄까? 그만큼 엄청난 속도라는 거다. 그리고 내 눈에 들어온 믿지 못할 아름다운 모습……. 여자의 누드다. 그것도 초 미소녀의 누드. 물론 인터넷을 통해 조금 본 적은 있지만, 실제로 저렇게 미치도록 아름다운 여자를 직접 보는 건 처음이다. 그리고 그 순간! "흐읍." "……." 내 입에 무언가가 와 닿았다. 그리고 갑자기 정신이 아득해진다. 그때였다. 「청룡 스킬인 청폭염화를 익히셨습니다.」 스킬을 익힌 건가?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으니……. "푸우웃!" "……!" 갑자기 내 코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그냥 코피도 아니고 쌍코피다. 그것도 엄청 화끈하게……. "괜찮아요?!" 그녀의 당황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런데 왜 이렇게 어지럽지?! 「심각한 과다 출혈로 사망하셨습니다.」 민호의 생일 세상에는 참으로 미스터리하게 죽어 나가는 분도 계시고 정말 재수없게 뒈지는 분도 계신다. 그런데 나도 그 부류에 들어가는 건 아닐까? 여자 누드를 보고 쌍코피로 인한 출혈 과다로 사망하다니, 과연 그런 일이 가능할까 의심스럽지만, 가능한가 보다. 실제로 뒈져 본 자가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내가 너무 순진하구나(?)." 여자 누드를 보고 그대로 죽어버리다니……. 거참, 아무래도 역시 난 순백계의 별이자 순수계의 레전드, 순진함의 대명사라는 게 증명되는 거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건 인터넷으로 볼 때는 이렇게 격렬한 반응은 아니었는데. 물론 이리스가 너무나도 예쁜 초 미소녀라는 점이라는 게 다르다고 해야 하나? 그리고 몸매도……. 풋! 잠시 생각을 하자 다시 흥분 상태로 들어갔다. 음, 안 된다. 진정하자, 진정해. 이건 옳지 않아! 물론 이리스라는 초미소녀가 갑작스럽게 옷을 다 벗고 나에게 입맞춤을 했으니 충격을 받기에도 충분하고 나의 사망도 나름대로 타당하다! 무슨 말인지 내가 뭔 소리를 해 대는지 모르겠다. 뭐 그냥 간단히 넘어가고, 단지 내가 너무나도 순진(?) 하다는 것만 기억하면 될 것 같다. 그러면 되는 거다. "형님." "왜." 민호 자식이 또 스르륵 나타나서 나를 보더니 말했다. "왜 죽으신 겁니까?" "……." "왜 그 일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언급하지 않는 거죠?" "……." "분명 쌍코피가 터져서 죽는 기이한 체험을 하셨습니다." 그래, 기이한 체험을 했다. 그런데 왜? 민호가 말했다. "저는 궁금합니다. 형님이 쌍코피 터지면서 다이하신 그이유가 말입니다. 분명 아무런 이유가 없는 건 아닐 테고 원인이 있을 텐데요." "신경 끄세요." "수상합니다." "안 수상해, 이 자식아, 신경 꺼. 그냥 단지 요새 너무 힘들어서 피가 흘러나오다가 과로사로 죽은 거야." "풋." 그 말에 민호가 웃는다. 뭐야,그 웃음은?! "그걸 저보고 믿으라는 건가요?" "……." "그런 저질 구라를요?" "……." 미안하다, 저질 구라여서. 그나저나 이 자식은 왜 계속 따지고 지랄이야. 그냥 넘어가자는데. 솔직히 말해, 이리스의 누드를 보고 흥분해서 뒈졌다고 말하기는 그렇잖아?! 그리고 그런 소식이 혹시라도 여자들한테 들어가 봐라, 난 뭐가 되나. 만약 네놈의 귀에 들어가면 100% 여자들한테까지 들어간다. 이건 확실해. 민호는 눈을 가늘게 뜨면서 말했다. "여기에는 아주 은밀하고 무언가 베일에 싸인 엄청난 배후가 있습니다." "……." "형님이 가르쳐 주지 않는다면 제가 직접……." 꾹. 그 말에 난 주먹을 쥐면서 웃었다. 그리고 그걸 보고 싱긋 웃는 민호. "열심히 포기하죠." "행복한 선택." 다행히도 민호의 의심은 평화 협정(?) 으로 잠재웠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민호는 나를 보더니 말했다. "형님, 제 생일입니다." "……." "분명히 아셨을 거라고 저는 10년 전부터 믿었습니다." "……." "알고 계셨죠?" "무, 물론……." 몰랐다. 내 생일도 잘 모르는데 내가 왜 네놈 생일까지 기억해야 되는 거냐. 그렇지만 매정하게 모른다고 하기에는 내가 너무 나쁜 놈이 되는 것 같아 일단은 안다고 했다. 일단은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갑자기 웬 생일 타령이지? "전 형님에게 받고 싶은 게 있습니다." "나한테?" "네." "……." "형님이 아니면 의미가 없습니다." "뭔데?" 너무나도 진지한 민호의 말에 난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러자 민호는 웃으면서 말했다. "형님이 쓴 야설이요." "……." 거침없이 하이 킥 작렬! "흐흑, 너 , 너무 하십니다." "너무하기기는 뭘 너무해! 이 자식아, 왜 내가 야설을 써야해! 그것도 네놈을 위해서, 네놈의 생일을 위해서 말이야!" "그렇지만 전 형님의 야설을 보고 싶습니다." "……." "죽은 사람 소원도 들어주는데, 산 사람 소원도 들어주셔야죠." 허! 어디서 그런 궤변을? 난당당하게 말했다. "죽은 사람 소원 안 들어주면 네놈의 소원도 안 들어줘도 되는 거냐?" "그런 거죠." "……." 이 자식아, 곧바로 수긍하지 말란 말이다! 보통 이러면 당황하는 기색이라도 있어야 정상인데 저 자식은 내 말에 곧바로 고개까지 맹렬히 흔들면서 수긍했다. 하아, 정말 저 자식의 뇌는 뭐로 되어 있는 거냐? 그 순간 갑자기 민호는 흐느끼더니 말했다. "흐흑, 실망입니다." "뭐가?" "형님이 이렇게 잔인한 분일 줄은……." "내가 뭐가 잔인해, 임마!" "형님." "왜." "전 형님에게 생일 선물을 받은 기억이 없습니다." "……." "그에 반해 전 형님의 생일이라면 무조건 엄청난 레어 아이템을 선물해 드렸죠." "……." "그리고 처음으로 형님에게 선물을 부탁하는데 이렇게 냉혹하게 하시니, 잔인하다는 말밖에 드릴 말씀이 없군요." "……." 그러고 보니 민호 생일날 뭐 해 준 게 없나?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거듭 말하지만 내 생일도 잘 모르는데, 남의 생일까지 챙길 정도로 내 뇌는 풍족하지 않아서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말이다. "네가 준 선물 중에서 그다지 올바른 선물은 없던 것 같은데?" "헉!" "뭘그리 놀라?" "없다니요!" "……." "그게 얼마나 아름답고도 사람들이 가지고 싶어 하는 레어 아이템인데요!" "……." "형님이 도무지 이해가 안 갑니다." "난 네놈이 더 이해가 안 가." 네놈이 내게 준 선물들을 하나하나 말해 보자. 처음에 네놈이 준 게 아마도 밧줄이었나? 그게 무슨 절대로 풀어지지 않는 초특급 레어템이라나? 그걸로 상대방을 묶으면 완전 작살이라던데, 솔직히 말해 난 네놈이 그걸 내게 준 의미가 굉장히 궁금하다. 왜 밧줄을 주는 건데? 도무지 이해가 안 되잖아! 그리고 두번째로 준 선물, 이번에는 복면이엇다. 무슨 신소재로 만들어 탄력성이 넘쳐흐르는 데다 방수 처리가 되고 몇십 가지의 기능이 있는 초특급 복면……. 구하고 싶어도 구하지 못하는 엄청난 레어템이라는 민호의 말이 추가되었다. 거듭 말하지만 이것도 무슨 의미로 준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그리고 세번째 선물, 이번에는 당당하게도 수면제와 흥분제였다. 이거 먹으면 그대로 간단다. 시중에 있는 저질적인(?) 수면제와 흥분제와는 격이 다르단다. 완전 울트라 멋진 수면제와 흥분제랄까? 효과는 절대 보장이란다. 그리고 네번째 선물, 이건 정말 가관이었다. 100테라에 달하는 동영상과 소설, 그리고 미묘한 것들……. 이게 건전한 거면 내가 이렇게 말도 안 한다. 그 100테라에 있는 모든 게 성인물이었던 것이다. 그것도 전 세계 각지의 모든 성인물을 긁어 왔다. 그걸 본 난 섬뜩하기까지 했다. 보통 미친놈이 아니고, 완전 미치다 못해 초변태라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다. 어찌 됐든 과거에 받은 선물은 이게 전부다. 한편 민호는 나를 빤히 보더니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제가 레어템을 드렸는데 선물 한 번 안 주시는 이런 냉정한 형님의 소문이 학교에 퍼지면 어떨까요?" "……." "특히,. 예진 누님에게 들어가면요?" "……." "어떨까요? 후훗." 그러고는 다시금 미소를 짓는다. 난 그런 미소에 화답하는 의미에서 같이 웃으면서 물엇다. "협박이니?" "협박이라니요? 전 그런 건 잘 모릅니다." "……." 어이가 없어서 말문이 막혀 버렸다. 심심하면 협박, 납치를 일삼는 애가 잘 모르다니? 어디서 네가 순수해진다는 말보다 더 심한 구라를 까는 거야? 민호는 계속해서 졸라댔다. "들어주실 생각은 없습니까?" "없는데." "흐흑! 그럼 이 매정한 소문이 전국 각지에……." "그럴 때는 네놈이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날이 될 것이다." "너무 하십니다." "……." 너무 하든가 말든가 내 알바 아니야. 그리고 내가 미쳤다고 너를 위해 야설을 쓰냐? 그리고 난 엄연히 미성년자다. "왜 그래?" "……!" 그때 예진이가 갑자기 나의 곁으로 슬며시 오더니 물었다. 난 그 모습을 보고 그대로 번쩍 일어나면서 재빨리 대답했다. "아, 아무것도 아니야!" "형님이 제 생……. 으읍!" "……?" 그 순간 민호가 말문을 열려 하자, 난 그대로 민호의 입을 막아 버렸다. 그러자 예진이는 그런 모습을 이상하게 바라보았다. 난 열심히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 "아무것도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마!" "……." 별로 믿는 분위기가 아니다. 그런데 그때였다. 「형님이 제 생일 선물을 안 주신답니다.」 "……." 녹음기에서 들려오는 듯한 음성, 그리고 예진이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 난 순식간에 긴장감으로 온몸에 땀이 나기 시작했다. 이 개자식, 설마 이런 용의주도한 짓을 생각할 줄이야! 이제 이 자식이 너무 무섭다. 아니 , 오한이 든다. 난 여기서 선택해야 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말이다. 하지만 예진이 앞에서 이미지를 살리는 방법은……. "무, 무슨 말이냐! 누구 생일인데 당연히 해 줘야지! 으허허허." "역시 형님이십니다." 그때 민호가 나에게서 빠져나가더니 감동 어린 어조로 말한다. 크윽! 분하다, 분해! 빌어먹을 민호는 예진이에게 웃으며 말했다. "형님은 역시 마음도 고운 분이시죠, 누님?" "으응." "……." 뭐, 내 칭찬을 했으니 특별히 봐주마. "민호야." "네, 형님." "내가 꼭 야설을 써야겠니?" "네." "다른 건 다 해 줄 용의가 있다만, 야설은 좀 그렇구나." "거짓말을 하시는 겁니까?" "……." "분명 형님이 해 주신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거짓말을……." 그러면서 비운의 여주인공 포즈를 취한다. 난 그 자식을 보고는 머리를 붙잡으면서 말했다. "해 줄 테니 이상한 포즈 하지 마, 이 자식아!" "역시 형님이십니다." 내가 갑지기 왜 야설을 써야 한단 말이냐! 글하고는 절대 인연이 없는 나다. 그런데 왜 글을 써야 되는 거지? 그것도 하필 야설을 말이다. "제길!" 난 머리를 쥐어 짜내어 본다. 사실 글이라고는 한 번도 써 본 적 없는 초짜가, 그것도 야설이라는 특수 소설을 쓰기에는 너무나도 어렵다. 제길! "어떻게 해야 하나? 하아." 난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약 몇십 분간 생각을 거친 후였다. "그냥 뭐 대략 쓰면 되려나?" 모르겠다. 잘 써서 뭐 하냐. 그냥 대략 갈겨야지 난 그런 결심과 함께 볼펜을 들었다. 그리고 끼적거리며 글을 써 내려 갔다. "자." 난 민호에게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민호는 그것을 감격스러운 듯 받았다. 주는 사람 무안할 정도로 그렇게 감격해서 받으면 대충 갈긴 내가 뭐가 되는 거냐. 크윽! 민호는 내가 준 종이를 읽어 보더니, 잠시 후 입을 열었다. "이게 뭔가요?" "야설인데." "이게요?" "그럼." "이게 진정 야설입니까?" "그렇다니까." "이게요?" "……." "정말 이게 야설이라고 생각합니까?" "……." "가슴에 손을 당당히 얹을 수 있으신지요?" "……." "형님의 심장에 당당해질 수 있나요?!" "으윽." 갑자기 평소의 민호답지 않은 박력을 보인다. 젠장, 저 자식은 왜 다른 데서는 저런 모습을 안 보이고 야설에만 관련되면 저 모양이 되는 거냐. 그리고 솔직히 내가 반박을 하지 않는 이유는 민호 말대로 나 역시 그것을 쓰면서도 야설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 내용을 말하자면 이렇다. -남녀가 있었다. 둘이 사랑한다. 둘이 애틋하다. 둘이 아름 답다. 둘이 침실로 갔다. 다음 날 행복한 아침을 같이 맞이했다. 이게 내가 쓴 야설(?) 의 전부이다. 사실 내가 생각해 봐도 좀 그렇다. 야설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좀 미묘하긴 하다. 한편 민호는 잔뜩 실망한 어조로 말했다. "어제 이것 때문에 잠도 못 잤는데……." "……." "삶의 희망이 사라진 기분입니다." "……." "최소 못해도 혼이라도 담아 주셨으면……." "……." "흐흑." 너무나도 심하게 좌절하는 민호의 모습에 양심이 콕콕 찔린다. 그정도로 내 야설을 기대한 거냐? 하아. 제발……. 나는 정말 미안한 감정에 민호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민호에게서 그 종이를 뺏고 다시 글을 써 내려갔다. 그리고 잠시 후 민호에게 건넸다. "자." "……?" 그러자 민호는 의아함이 가득한 시선으로 날 바라봤다. 잠시 후 민호는 어두운 목소리로 말했다. "형님." "응?" "처음에는 안 그러셨는데, 요새는 아주 저질적인 생각을 자주 가지시는 군요." "……." "……." 나와 민호는 말없이 내가 준 종이의 내용을 쳐다보았다. -남녀가 있었다. 둘이 사랑한다. 둘이 애틋하다. 둘이 아름 답다. 둘이 침실로 갔다. 다음 날 행복한 아침을 같이 맞이했다. 그리고 추신, 내 혼을 담는다. 됐냐? 이렇게 적혀 있다. 마리나 왕국 "부활이다!" 정말 부활했는데 이렇게 감격적이기는 처음이다. 사실 장렬하게 싸우다가 죽은 것도 아니고, 불상사로 인해 죽은 것도 아니다. 므흣한(?)걸 보고 죽은 입장에서 차마 뭐라고 하기는 그렇지만, 감격적이기는 감격적이다. "아!" "……." "……." "……." 그떄 하필 내 앞에 나타나서 나와 눈이 마주친 그녀, 순식간에 분위기가 야릇해졌다. 그녀는 당황한 어조로 물었다. "괘, 괜찮으세요?" "무, 물론입니다." "……." "하하하." "……." "……." 이 미묘한 침묵, 이리스와 난 서로 바라보지도 못한 채 우물쭈물했다. 그 이유라면 내가 사망한 이유가 그녀와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으니까. "……." 그런데 그녀만 보면 그때 그 명장면이……. 아아악, 안 돼! 이러지 마! 넌 아름답잖아(뭔 상관?), 으윽! 난 그때의 명장면이 떠오르자 저절로 피가 역류할 것만 같아 최대한 진정해 보려고 심호흡을 했다. 또 흥분해서 출혈 과다로 죽으면 개망신도 그런 개망신이 없을 거니까. 그래, 진정하자. 진정해! "저, 저기……." "네?" 그때 이리스가 머뭇거리면서 말을 걸었다. 그녀는 뭔가 말을 하고 싶은데 차마 못하는 모습이었고, 난 그런 그녀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무슨 일이에요?" "앞으로 잘 부탁 드려요." 꾸벅. 그러면서 90도로 인사를 한다. 엥? 갑자기 앞으로 잘 부탁하다니, 설마?! 난 그말에 갑자기 앞이 깜깜해졌다. 그 말인 즉 자신의 모든 걸 다 봤으니 책임을 지라는 거냐? 뭐, 물론 청순하고 아름다운 분의 그런 요청은 행복하기 그지 없지만, 그래도 난 아직 할 일이 많을 뿐만 아니라 좋아하는 여자도 있는데……. 크윽! 하지만 여기서 한 존재의 모든 걸 보고 잡아떼면 난 완전 나쁜 놈이 되는 거다. 그렇지만……. 으아악! 순식간에 머리가 복잡해졌다 하지만 잠시 후 들려온 말을 듣고 이런 내 상상은 쓸데없는 것임을 깨달았다. "앞으로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할게요. 그게 제가 할 일이니까요." "네?" "……?" 내가 다시 묻자, 그녀는 의아한 듯 날 바라보았다. 난 그제야 지금의 상황을 이해하고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물론입니다." "……." 그런데 왜 슬픈거지? 모든 드래곤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단독 생활을 좋아하는 드래곤들이 이렇게 모이는 일은 극히 드물다. 무엇보다 남성들만 모여 있는 건 더더욱 그렇다. 각기 엽기적인 모습을 하고 있는 드래곤들. 하지만 그들에게도 공통된 모습이 있었으니, 완전 살벌 그 자체의 분위기를 풍긴 다는 거다. 그중 한 남자가 말문을 열었다. "우리의 여신 이리스 로드님이, 로드님이……. 크윽!" "빌어먹을!" "젠장!" "죽여 버리겠어!" "으아아악!" "감히 우리의 여신을!" "그 누구도 넘보지 않기로 한!" "크으!" 그 한마디에 드래곤들은 각자 발작을 하고 있다. 그런 모습을 보며 제일 먼저 입을 연 남자가 심호흡을 하더니 말했다. "모두 진정하십시오." "……." "……." "……." "……." 남자의 한마디에 모든 드래곤들이 순식간에 입을 다물고 침묵으로일관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남자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는 단지 디재스터인가 개재스터인가 하는 이유로 저희여신의 모든 것을 보았습니다." "……." "……." "……." "……." 이글이글. 그 한마디로 이번에는 순식간에 살기가 급속도로 증폭되었다. 하지만 그남자는 제재를 가하지 않는다. 자신도 지금 그런 느낌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는 침착함을 유지한 채 말을 이었다. "그런데 그것으로도 모자라서 저희 여신을 데리고 가는 겁니다." "이런 미친!" "도그 베이비(개새끼)!" "죽여 버려!" "매장!" "브레스로 녹여!" "분해시켜!" "으악!" 침묵을 유지하던 드래곤들이 더는 참지 못하고 크게 흥분했다. 하지만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여전히 침착하게 말을이었다. "그래서 결정했습니다. 저희 이사모(이리스를 사모하는 모임)에서는 그 디재스터인가 뭔가 하는 파렴치한 인간을 죽이기로 말입니다." "으아악!" "당연하다!" "죽여라!" "잔인하게!" "죽여 ,죽여!" 그 말에 마구 흥분하는 드래곤들. 남자는 낮은 목소리로, 하지만 단호하게 말했다. "물론 이리스 로드에게 들키는 순간 저희는 끝장납니다. 그러니 이번 작전은 은밀히 진행해야 합니다. 작전명은 '은밀하게 그 인간을 죽여라! 살아나면 죽여라! 영원히 죽여라!' 입니다!" "와 만세!" "죽여 버리자!" "내가 한다!" "몬스터들의 밥으로 던져 주마!" "비틀어서 죽여 버리겠어." 드래곤들의 폭동이 일어났다. 일명 '디재스터 구워 먹기'라는 난해한 작전의 시작이었다. 오싹! 누군지 몰라도 마치 나를 잡아먹지 못해 완전히 공중분해 시킬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뭐지?난 나름대로 깨끗하게(?) 살아서 남들에게 원한 받을일은 없을 텐데. 난 알 수 없는 오싹함에 살짝 몸을 감싸 안았다. 흐음, 이상하네. "왜 그래?" 내가 두 손으로 몸을 살짝 감싸자 민혜가 의아한 듯 물었고, 난 솔직하게 대답했다. "아니, 갑자기 오싹해져서……." "감기 걸린 거야?" "아니, 그게 아니라 뭐라고 해야 하나? 뭔가 원한 맺힌 느낌? 나랑은 전혀 어울리지 않지만……." "……." 그때 멍하니 나를 바라보던 민혜가 잠시 후 입을 열었다. "이런 말 하기는 미안한데, 오빠 나름대로 유명하잖아?" "……." "민호 오빠의 말에 따르면 범죄계의 레전드라고……." "……." "원한 같은 건 많이 받지 않았을까?" 민혜의 조심스러운 말이 이어졌다. 난 반박할 수 없었다. 잘 생각해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물론 내가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결론적으로 사람들에게 원한 살 일을 많이 한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생각하면 이 알 수 없는 오싹함도 이해가 된다. 그렇지만 왜 지금까지는 못 느끼다가 이제야 느끼게 된 걸까? "아, 아름다워." "……." "아, 나의 탄력 있는 엉덩이." "……." "미쳐 버리겠어." "……." "멋져, 멋져!" 그때 한쪽에서 거울을 보며 자신의 엉덩이를 자기가 만지면서 감동에 젖은 한 미남자, 바로 청룡이라고 불리는 분이다. 민혜도 그 모습을 보고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몰랐지?" "응." "충격 받을까 봐 말 못했어." "고마워, 조금이라도 늦게 안 게 난 감격적이야." "……." "……." 물론 저 청룡이라는 놈도 이상한 놈일 줄은 알았다. 뭔가 미친 냄새가 난다고 해야 하나? 그런 느낌이 확실하게 났으니까. 하지만 청룡의 스킬 때문에 잠시 망각해 버렸는데, 지금에야 보고 말았다. 미친 짓을 하는 청룡을 말이다. "아아, 탄력 있어." "……." "좋아." 그때 청룡이 자신의 두 엉덩이를 마구 주무르면서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보고 싶지 않다. 차라리 민호의 변태성이 아름답지, 저런 이상한 변태성은 너무 비정상이잖아! 오히려 민호가 깨끗해보여! "이제 아셨습니까?" "……." 그때 또다시 민호가 들이댔다. 그리고 난 그런 민호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잠시 망각했다. 그놈이 그놈이다. 저 비정상 변태나 레전드 오브 변태라는 타이틀조차도 사뿐하게 밟아 줄 민호 놈이나 그놈이 그놈인 거다. 하아, 미래는 어두워. "형님." "왜." 그때 민호가 청룡의 미친 짓거리에 충격을 받은 나를 불렀다. 그놈은 나를 반짝거리는 눈으로 바라보더니 말했다. "기회입니다." "갑자기 웬 기회?" "마리나 왕국이라고 들어 보셨습니까?" "마리나 왕국?" "네." 마리나 왕국이라고? 난 그 말에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이 세계에는 2개의 제국과 8개의 왕국이 존재한다. 그 2개 의 제국은 이미 너무 잘 안다. 민혜 양과 나래 누나가 공주로 있던 곳이니까. 그리고 나머지 8개의 왕국에 대해선 자세히는 모르지만 이름 정도는 안다. 그렇지만 마리나 왕국은 잘 모르겠는데? "그런 이름의 왕국이 있었나?" 내 기억에 의하면 그런 이름의 왕국은 없다. 이런 내 모습에 민호는 웃으며 말했다. "비공식 왕국이라고 해야 하나요?" "……?" "너무나도 작아서 공식적으로는 왕국으로 쳐주지 않는 곳입니다." "아." 그런 거냐? 별게 다 있네, 비공식 왕국이라니. 한마디로 너무나도 작은 왕국이라는 얘기인가?" 흐음, 그런데 그 왕국을 언급하는 이유가 뭔고? "그 마리나 왕국이 위험에 처했습니다." "그래서?" 난 저자식이 하는 말의 의미를 파악하기가 힘들었다. 왕국이 위험에 빠진 거랑 무슨 상관이지 이해가 가지 않았기에. 민호는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 "그 왕국의 왕이 말했습니다. 자신의 나라를 구해 주는 영웅에게 모든 걸 주겠다고요. 모든 것을 말입니다." "모든 걸?" "네. 간단하게 자신의 왕국조차도 넘겨준다는 거죠. 두 왕국의 침공을 막아 주면 말입니다." "……!" 그 말에 눈이 번쩍 뜨였다. 그 말인 즉? "거기를 기점으로 삼아서 정복하자는 스토리인 거야?!" "바로 그거입니다." "……!" 아무리 자그마한 왕국이라도 일단은 왕국이다. 그런 왕국을 배후에 둔 채 움직인다면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데 왜 갑자기 두 왕국에서 공격한대?" "원래 마리나 왕국에서는 많은 물자 생산으로 생명을 유지했습니다." "흐음." 그런 자그마한 나라가 살아남으려면 돈을 내야 되는 거겠지. 그것도 상당한 양의 물건과 돈을 말이다. "그런데 어느 날 마리나 왕국의 한 지점에서 상당한 물량의 광물이 탐지되었습니다." "……." "당연한 말이지만, 그걸 안 옆에 있는 두 왕국이 가만히 있을 리는 없겠죠. 그래서 이 기회에 두 왕국이 마리나 왕국을 삼키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흐음, 근데 제국과 나머지 왕국들은?" "그 광물들을 나눠 주는 조건으로 협정을 맺었습니다." "그런 거구나." "그런 거죠." 상당히 엄청난 정보다. 이런 건 아직 도둑 길드한테도 극비인 정보일 텐데……. "네놈은 어찌 아는 거냐?!" 그렇다. 이런 극비 정보를 어디서 주워 오듯 가져오는 저자식, 이상하다.확실히 이상해. 한편 민호는 이런 내 질문에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 "우연히 들었습니다." 구라 치고 있네. 이런 레어 정보를 우연히 들어? 말도 안 된다. 그러고 보면 저 자식은 자기가 양파도 아니고, 벗기면 벗길수록 더 이상한 게 튀어나온다. 혹시? "너, 외계인이지?" "글쎄요." 우리의 목표는 마리나 왕국을 지키는 거다. 아직 공격이 온 건 아니다. 그렇다면 오기 전 그들을 흩트려 놓아야 한다. "부탁합니다." "걱정 마십시오, 마스터." 우리에게는 전설이라고 불린 어쌔신 단체, 그들이 있다. 그들의 힘으로 주요 인물들을 암살하기만 해도 전쟁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지휘부가 무너지면 밑의 애들은 혼란에 빠질 테니까. "여기가 마리나 왕국의 수도냐?" "네." "진짜?" "네." "진짜,진짜?" "그렇죠." "……." 난 심각하게 고민했다. 과연 이만한 규모가 왕국의 수도라고 불릴 수 있는지 말이다. 내 앞에 있는 건 말 그대로 한 마을의 규모밖에 되지 않았다. 제국에 속해 있는 중규모의 마을말이다. 그리고 성이라고 지어진 건 2층짜리 50평 주택 하나가 끝이다. 경비병이 두 명 배치되어 있고, 집 앞에 '마리나 성'이라는 자그마한 문패가 걸려 있는 걸로 봐서는 확실히 성은 맞네? "왕자님,제가 할게요." "아닙니다. 하하하." "고마워요." "아니요, 뭘요." 그떄 난 왕자라는 말에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거기에는 상당히 순박하게 생긴 10대 후반 청년이 열심히 짐을 나르고 있다. 어떤 아가씨를 대신해서 말이다. 난 민호를 보면서 물었다. "저분이 왕자?" "네." "그렇군." "그렇죠." 성의 모습도 조금(?) 놀랍기는 했는데, 왕자의 모습도 상당히 놀랍다. 물론 나쁜 건 아니다. 저런 왕자의 모습은 보기 좋다. 하지만 조금은……. 흐음. "아, 새로 오신 분들인가요?" 그때 그 왕자라는 분이 우리를 발견하더니 스스럼없이 다가오면서 말한다. 정말 사람 기분 좋게 만드는 분이다. 보통 왕자들은 패 죽이고 싶던데……. 한편 그 왕자는 대부분이 후드를 착용한 우리를 보고도 의심 없이 말했다. "모두 푹 쉬다가 가십시오. 물론 이 왕국이…… 사라지겠지만요." "……." 왕자의 말에는 씁쓸한 기운이 배어 있었다. 아마도 이 마리나 왕국을 통째로 넘겨주기로 했나 보다. 자신의 백성들이 다치는 걸 원하지 않으니 말이다. 난 그 왕자를 향해 후드를 벗으면서 말했다. " '무엇이든지 들어드립니다'에서 왔습니다." "네?!" "제가 듣기로는 이곳을 지켜 주면 이 나라도 주신다고 하던데요?" "그, 그건 아버지께서 너무나도 분해서 하신 말씀이기는 하지만 금방 취소한 이야기라서 아무도 모르는 건데……." "……." 왕자의 말에 난 민호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민호가 싱긋 웃는다. 네놈은 그런 걸 어디서 주워 온 거니? 거참, 줍는 실력이 예술이다 못해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난 당황하는 왕자를 향해 말했다. "지켜 드리죠." "네?!" "그 두 왕국에서 말입니다." "……!" "물론 이 왕국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이 지켜 드리죠." "그, 그게 가능한가요? 얼마만큼의 병력이……?!" "이 멤버가 다인데요." "……." 그 말에 왕자는 바로 실망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난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 "저희에게 실패 따윈 없습니다. 그리고 그분들이 이미 시작했을 테니까요." "암살 성공." "암살 성공." "마스터가 지정한 모든 적을 해치웠나?" "네, 마스터. 이제 두 왕국의 공작들과 왕만 남았습니다." "흐음. 마스터의 말로는 위험하니 그들은 건들지 말라고 하신다." "마스터, 저희에게는 충분히 제거할 힘이 있지 않습니까?" "그렇다." "그럼……." "하지만 마스터의 명령이다. 그리고 우리를 아껴서 하신 마스터의 말씀이다. 어기는 건 절대 있을 수 없다." "죄송합니다." "그럼 돌아간다." 그 말과 함께 10명의 어쌔신들은 사라졌다. "……!" "너, 그거 들었어?!" "뭐?!" "엘린 왕국과 데리파 왕국의 주요인물들이 다 암살당했대!" "정말?" "어!" "누가, 누가?!" "그거야 모르지, 제일 유력한 후보가 지금 최강 어쌔신 단체로 불리는 데스 나이트 길드인데, 그들이 좀 비싸야지. 그리고 그런 거물들 암살하려면 엄청나게 돈 들 텐데……." "아, 이거 뭔가 일어날 분위기인데?" "그렇지?" 사람들은 웅성거렸다. 자세한 내용은 모르지만, 두 왕국의 주요 인물들이 쥐도 새도 모르게 암살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일이었기에……. 콰앙! "도대체 그런 어쌔신들을 누가 우리에게 보냈단 말이오!" "……." "말 좀 해 보시오!" "아무래도 유력한 곳은 데스 나이트지만, 그들은 그런 적이 없다고 합니다." "어쌔신들의 말을 믿는 것은 바보 같은 일이고, 분명 그들이오. 그렇지만 그들을 고용할 정도면 금액이 어마어마할 것인데!" 이 정도로 많은 인물들을 죽이려면 상당한 액수가 든다. 거짓말 안 하고 제국에서 1년 치 제정비애 당하는 액수이다. 그 돈을 도대체 누가 지급했단 말인가? "혹시 저희가 노리는 마리나 왕국에서……." "그게 말이 되오?! 거기는 먹고사는 것조차도 힘든 곳인데!" 엘린 왕국의 왕의 한마디에 공작은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맞는 말이다. 그런 쥐꼬리만한왕국, 아니 왕국이라고 부르기조차도 민망한 그 곳에서 엄청난 전설이라고 불리는 실력의 어쌔신들을 쓴다는 건 분명히 말이 안 된다. 그럼 누구란 말인가? 누가 자신들을……? 그 순간, 갑자기 방문이 벌컥 열리더니 한 남자가 들어왔다. "급보입니다!" "무슨 일이지?" 다급하게 뛰어 들어온 기사의 말에 공작이 나서서 묻자, 기사가 숨도 제대로 고르지 못하고 말을 이었다. "정체 불명의 단체, 즉 자신들이 암살했다고 주장하는 단체가 나타나서 마리나 왕국에서 손을 떼지 않으면 그대로 갈아, 아니 엎어버리겠다고합니다." "……." "……." "……." 나의 깜찍한 (?)편지에 모두 감동하고 있겠지? 후훗! "형님 , 미쳐 버렸답니다." "누가 미쳐?" "두 왕국에서 미쳐 버릴 정도로 형님을 잡아먹으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형님도 광물을 위해 마리나 제국을 노리는 사람으로 소문이 났고요." "그거 참……." 뭐 제멋대로 착각하든 말든 내 상관할 바가 아닌가? 그나저나 앞으로 어떻게 된다는 거지? "미쳐 버렸으면 당장 쳐들어온다는 거냐?" "그렇죠. 자리 잡는다 이거죠." "흐음." 일단 마리나 왕국에 병사들을 주둔시켜서 자리 잡겠다 이건데 어림도 없다. 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도록 만들 테니 말이다. 그것보다는 이 녀석, 도대체? "넌 어디서 그렇게 잘 물어 오니?" "무얼 말씀입니까?" "정보." "우연히 들었습니다." "……." "왜 그러십니까?" 아니 , 됐다. 저 자식이 가져오는 정보의 출처를 파악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일이다. 그냥 어디서 능력껏 잘 물어 온다고 생각하자. 무슨 초고속 인터넷도 아니고, 귀여운(?) 편지를 보낸 지 단 2 시간만에 정보가 굴러들어 오다니,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을 이해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니까. 전쟁! "흐음." 난 눈앞에 개떼처럼 모여 있는 수십만 명의 병사를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리 오래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이렇게 한자리에 모이다니, 이것으로 보아 출격 준비는 끝난 상태였다는 건가? "형님,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나랑 이리스만 나간다." "그렇군요." "야." "네?" "보통 이렇게 무모하게 나가면 위험하다고 만류하는 것이당연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렇다. 사실 수십만 명이나 되는 적들을 맞이하러 달랑 2명이 움직인다. 그런데 저 자식은 만류하기는 커녕' 그렇군요 ' 가 끝이다. 이런 내 말에 민호는 웃으면서 말했다. "잘 살겠죠." "……." "전 형님의 질긴 생명력을 믿습니다." "……." "지구가 멸망해도 형님은 살아남을 것 같은 끈적끈적한 생명력이 느껴져서 말입니다." 어이, 민호 군! 그거 칭찬이지? 바퀴벌레조차도 인정한 생명력의 달인이 이렇게 말해 주니, 왠지 정말로 지구가 멸망해도 안 죽을 것 같은 이 느낌. 흐음. "이리스(말 놓으라고 했다.)" "네?" "상큼한 메테오 한 방 부탁해." "아, 네." 저분이 저렇게 청순해 보이지만, 분명 드래곤이다. 마법의 종족 드래곤 말이다. 그리고 그런 드래곤 중에서 드래곤 로드이기에 당연한 말이지만 메테오 마법을 쓸 줄 안다. 그것도 아주 강력한 것으로 말이다. 그리고 2타로는 뭐가 좋을까? "나의 사랑스러운 토네이도?!" 한 번에 대량의 적을 날려 버리기 위해서는 최고의 스킬이다. 물론 썬더 같은 것도 좋지만, 그건 적은 존재들에게 유용한 기술이다. 아니면 지진이라든가 우박(?)도 괜찮긴 하겠다. "토네이도, 지진, 우박?" 지금 말한 순서대로 가고 싶지만, 마나가 부족할 게 분명하다. 그리고 지진이나 우박 같은 경우는 숙련도를 별로 올리지 않아 너무 작아서 좀 그렇다. "뭐,메테오랑 토네이도만으로도 충분히 재미는 볼 테니 말이야. 후훗." 나는 미소와 함꼐 열심히 주문을 외우는 이리스를 기다렸다. 그녀가 메테오를 날리는 순간, 그대로 마법사들한테 토네이도를 보내는 거다. 파지짓. 파지짓. "뭐, 뭐야?!" 한편 이런 전쟁의 총지휘자인 코란은 갑작스럽게 하늘에서무언가가 열리기 시작하자 당황했다. 그때 한 마법사가 다급히 다가오더니 말했다. "메, 메테오입니다!" "메테오?" "네!" "말도 안 돼! 메테오는 9서클 마법. 지금 메테오를 사용할 수 있는 존재는 파괴의 마법사 트레이너밖에 없을텐데? 그럼 이번에 트레이너가 관련된 것이냐?!"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무슨 말이지?" "메테오지만 상당한 힘이 담겨 있습니다. 인간의 힘으로 구현이 불가능……." "설마……." "네, 드래곤이 사용하는 메테오 같습니다." "말도 안 돼!" 드래곤이라니? 갑자기 여기서 왜 드래곤이 나오느냔 말이다. 그리고 무엇 때문에 드래곤이 자신들에게 메테오를 선사한단 말인가. 그때 마법사는 더욱 다급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어서 흩어지도록 명령을……." "제길!" 코란은 이를 악물었다. 병사들을 잔뜩 모아 놨더니 갑자기 메테오라니! 하지만 별 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의 말대로 최대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산개할 수 밖에 없다. "모두 들어라! 메테오가 떨어진다! 모두 산개해라!" 웅성웅성. 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병사들이 심각한 수준으로 당황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병사들은 나름대로 질서정연하게 산개했다. 이런 면에서 보면 엄청 훈련이 잘되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보통 이런 소리를 들으면 오히려 개판이 되서 난리가 나는 경우가 흔했으니까. 파지짓! "……!" 하지만 어느새 열린 우주의 문, 그리고 그 문을 통해 쏟아져 나오는 운석들. 이미 늦은 건가? 그렇다고 이렇게 죽을 수는 없었다. "모든 마법사들은 베리어……!" "아아악!" "크악!" "으윽!" "크아악!" "……!" 믿을 수가 없었다. 어느새 토네이도가 마법사들이 포진되어 있던 곳을 쓸어버리고 모든 걸 집어삼키고 있었다. 실제 토네이도보다는 한참 모자라는 크기지만, 그 힘은 어마어마했다. 당연하지만 대책 없이 마법사들은 죽어 나가기 시작했고 말이다. "이게 어떻게……! 토네이도가 인공적으로 만들어 진 것처럼 마법사들 사이에!" 하지만 코란의 의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메테오가 작렬해 버렸다. 20만의 병력 중 8만 명의 병력 손실. 그렇지만 그들은 손실을 입는 와중에도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단지 메테오와 갑작스럽게 생성된 토네이도에 의해 피해를 고스란히 받았을 뿐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사람들 사이에 순식간에 퍼져 나갔다. "너 , 들었냐?" "그거?" "어, 완전 미쳤어. 뭐 하는 데인지 모르겠는데, 단둘이서 수십만명에게 피해를 줬다던데?" "진짜 말도 안 돼, 한명은 드래곤이라는 소리가 있는데, 그럼 그 자연의 힘을 끌어 온 존재는 누구냐?" "그걸 내가 어찌 아냐? 어떻게 인간이 자연의 힘을 사용하는게 가능하지?!" "머리 아프다." 웅성웅성. 유저들에게 순식간에 퍼져 나가는 소문, 그건 바로 자연의 힘을 끌어 오는 존재가 있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자연의 재앙을 끌어 오는 존재다. 사실 그런 일이 가능하리라고는 아무도 생각지 못했다. 그런 힘을 인공적으로 만들어 내다니,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냥 단순히 우연이 아닌가?" "야, 우연인데 어떻게 정확하게 마법사들이 있는 곳에 갑자기 토네이도가 생기겠냐?" "그건 그렇지만……." "이건 분명 누가 끌어온 게 맞아. 혹시 신?" "말도 안되!" "그렇지만 신이 아니고서야 자연의 힘을 끌어오다니, 아무리생각해도 불가능하잖아! "그것도 그렇지만……." 사람들은 더욱 혼란스러워 했다. 그 자연의 힘을, 즉 재앙을 불러온 존재 때문에 말이다. "……." "……." 마리나 왕국의 왕과 왕자는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난 그들을 향해 웃으면서 말했다. "약속 지켰죠?" "호, 혹시……." "……?" 그때 왕이 나를 보며 떨리는 어조로 입을 열었다. "시, 신이십니까?" 흠, 저번에도 들은 것 같다만? 역시 자연의 힘을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인간의 능력으로는 무리라는 게 사람들의 생각인가 보다. 뭐 나라도 그렇게 생각하겠지만 한편 난 그의 질문에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 "아닙니다." "……." "인간이죠." "……." "세계 정복을 꿈꾸는, 순수한 마음을 가진 인간이라고 해야 할까요?" "세계 정복?!" "세계 정복?!" 내 말에 왕과 왕자는 깜짝 놀랐다. 난 그들을 보고 의아한 듯 물었다. "왜 그래요?" "아, 아무리 모든 걸 들어준다고 약속을 했지만, 세계 정복이라니! 그런 악한 행동은……." "맞습니다. 차라리 왕국에게 그대로 주는 게……." 세계 정복이라는 말에 둘은 기겁했다. 난 그런 분들을 향해 친절하게 설명을 했다. "저희는 순수하게(?) 세계 정복을 할 겁니다." "……." "……." 사실 세계 정복에 순수한 게 있냐고 묻는다면 막상 대답할 말이 없기는 하지만, 그래도 난 악하게 막 때려 부수고 이런 짓은 안 할 것이다. 나름대로 정말 순수하게 아름답게 할 것이다. 그래야 깨끗한 이미지와 함께 예진이에게 고백을 할 수 있을 테니……. "그렇지만 세계 접옥에 순수라니?" "마, 맞습니다." 내 말에 수긍을못하신다. 난 그 모습에 민호를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민호가 나서 말했다. "저의 심도 있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으면 이해가 가실 겁니다." 멋지다. 민호와 단독 면담을 한 왕과 왕자는 감격을 하더니 나를 보고 말했다. "성심성의껏 돕겠습니다." "명령만!" "……." "꼭 도와드리고 싶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아주 못 도와주셔서 안달이 나셨다. 도대체 저 방에서 무슨 이야기가 오고 간 것일까? 무슨 이야기가 오가면 맑고 깨끗하게 이 사람들이 금세 세계 정복에 동조를 하는 거지?! 참으로 미스터리다, 흐음. "걱정 마십시오. 순수하게 이야기만 했으니까요." 그때 민호가 말을 건넸다. 그럼 순수하게 이야기만 하라고 했지, 무슨 범죄 저지르라고 말한 것처럼 들린다. 근데 진짜 순수하게 이야기만 했는데 저렇게 달라질 수가 있는 거니? 아, 그러고 보니 저 자식은 전설의 구라 쟁이지? 저 자식의 입만 타면 말도 안 되는 것도 꼭 그런 것같이 생각되는 신비의 구라가 있는 거다. 그 신비의 구라로 구워삶았다면 저런 현상도 가능할터……. 아무리 생각해도 참 무서운 놈이다. "저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한편 마리나 왕은 나를 보고 꾸벅이면서 말했고, 난 그 말에 웃으면서 대답했다. "지금처럼 해 주시면 됩니다. 저희는 은밀하게 할 예정이거든요." "아." "겉으로는 아무런 이상 없이 말입니다." 괜히 소문 나 봤자 제국들이나 왕국들에게 집단 다구리를 당할 뿐이다. 그래서 여전히 은밀하게 하는 거다. 물론 드래곤이 개입됬다는 이유만으로 제국과 왕국에서 그냥 있지는 않겠지만, 세계 정복을 한다는 게 밝혀지면 완전새 되니까. 그나저나 이제 무슨 일을 해야 하나? "이제 대충 끝났으니, 기념으로 이름이나 지을까?" 사실 이 세계 정복단을 만든 지는 꽤 된 것 같은데 제대로 된 명칭도 하나 없다. 파괴자 단체도 명칭이 있는데, 세계 정복자인 우리에게 이름이 없다는 건 말도 안 된다. 난 그런 생각과 함께 주변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민호와 민혜, 나래 누나, 이리스, 에리아스, 현무, 청룡의 모습이 보였다. "혹시 좋은 이름 떠오르는 거 없어? 세계 정복단하고 관련해서 말이야. 있다면 서슴없이 말해 줘." 그 말에 일행들은 살짝 고민에 잠기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첫 타는……. "전 잘 먹어요!" "……." 물론 현무 씨다. 난 현무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조금이라도 내 말을 이해해 주었으면 하는데? 네놈이 잘 먹는지 못 먹는지 물어본 적도 없고, 지금은 이름 추천을 받는 중이란다." 내가 이렇게 친절하게 설명해 주자, 현무는 당당하게 말했다. "이름인데요." "……." "저는 잘 먹어요 길드!" 그거 설마 길드 이름이라고 내놓은 거냐? '전 잘 먹어요 길드' 라니 , 이 무슨 어처구니없고 사람들에게 외면당하고도 남을 이름이란 말인가. 조금이라도 수긍이갈 이름이었다면 이렇게 어이가 없지도 않을 거다. 세계 정복단 이름을 저딴 식으로 지었다가는 완전 망하겠다. 그러니 가볍게 무시하자. "아, 오빠." "……?" 그때 민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잠시 후 입을 열엇다. "세사모(세계를 사랑하는 모임) 어때? 이상한가." 조금, 아니 많이 이상하다, 솔직히. 세계 정복단이 세계를 사랑하는 모임이라는 이름을 가지다니, 정말 언밸런스다. 물론현무가 말한 길드 이름보다야 1억 배 낫기는 하지만, 흐음. "마스터, 그거 하죠!" 그때 청룡이 손을 번쩍 들었고, 내가 그를 바라보자 말햇다. "청룡의 엉덩이는 탐스러워." "……." "어때요?" "……." 아아악! 이 자식들 도대체 뭐야! 한 놈은 '저는 잘 먹어요' 라는 미친 이름을 짓고, 한 놈은 '청룡의 엉덩이는 탐스러워'? 이것들이 지금 장난하자는 짓도 아니고! "형님이 원하는 건 그게 아닙니다." "……!" 그때 민호가 진중하게 한마디 했다. 그리고 민호의박력에 모두 동작을 멈췄다. 민호는 천천히 말을 이어 나갔다. "이름이야 말로 모든 것의 출발선입니다. 이름으로 그곳에 대해 처음 받는 느낌도 달라지죠." "……!" "……." "……." "……." 민호의 너무나도 멋진 말에 모두들 감동해서 침묵한다. 지금까지의 민호 이미지와는 절대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만큼은 정말 멋지다, 멋져! 민호가 말했다. "이름이란 강력한 느낌이 들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저희 단체는 세계 정복단입니다. 그럼 그 이미지가 상승되는 이름을 지어야죠." 끄덕끄덕. 민호가 100% 맞는 말만 하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인다. 민호야, 정말 네가 짱이다! 난 다급한 어조로 물었다. "그래서, 그래서? 멋진 이름 있는 거지? 그런 거지?" "물론입니다." 싱긋. 그러면서 웃는다. 하아, 살았다. 다행히 '저는 잘 먹어요'라든가 '청룡의 엉덩이는 탐스러워' 라든가 '세사모'라는 이름은 안 써도 되는 구나. 그때 민호가 미소를 짓는다. 그러자 갑자기 온몸에 한기가 든다. 으으! 왜일까?! 그리고 잠시 후 민호의 입이 열렸다. "룰루 비데로 하죠." 저, 한 가지만 묻자. 그거랑 세계 정복단의 이미지랑 무슨상관이니? "저기 ,마스터……." 엘라스는 머뭇거리면서 한 장의 편지를 자신의 주인에게 건넨다. 그러자 소년은 물었다. "무슨 일이지?" "저도 잘……. 마스터에게 온 것입니다." "나한테?" "네." "나의 존재를 아는 사람이 있단 말이냐?" "……." "그리고 이곳까지 파악을 했다고?" 소년은 그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지 않았다. 자신에 대해서 알다니……. 분명 자신이 있는 곳을 알기에 이런 편지도 보냈을 테고, 자신이라는 존재 자체도 알고 있다는 거다. 한편 갑작스러운 편지 하나에 급격한 심경 변화를 보이던 천재 소년은 잠시 심호흡을 하더니 그 편지를 펼쳐 보았다. 그러자 거기에는……. -세계 정복단 만들었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파괴를 즐기시는 마이블라스트 여러분. 아, 참고로 저희 이름 나왔습니다. 룰루 비데 세계 정복단입니다. "……." 방 안에 냉기가 마구 쏟아졌다. 민혜 하암. 잠이 쏟아진다. 당연한 건가? 매일매일 밤을 새우니 말이다. 다행히도 학교라는 아름다운 수면실(?)이 있기는 하지만, 사실 학교에 나오는 것 자체는 귀찮기 그지없다. 하지만 나는 바른 학생이기에 부적절한 결석은 안 한다. 뭐야, 아무도 안 믿는 이 분위기는? 쳇, 그래! 솔직히 말해서 예진이를 한 번이라도 더 보기 위해, 한번이라도 더이야기하기 위해, 그리고 그녀가 친구라고 싸 주는 도시락을 한 번이라도 먹기 위해 오는 거다. 사실 그녀를 만나기 전까지 학교에 열심히 나온 기억도 없지만……. "아아악!" "재 누구야?!" "주, 죽인다?" "진짜 귀엽잖아?" "오, 귀여워!" "이런 말도 안 되는! 예진이와 용호상박을 이루는 소녀가 나타났다." "이건 하늘의 축복?!" "뭐지, 뭐지?" 그때 내가 있는 반까지 남정네들의 소리가 들려왔다. 도대체 뭔 일이냐? 무슨 일이 일어나면 이렇게 비명을 지르는 거냐? 난 부스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예진이도 깜짝 놀란 모습을 하고 있는 게 보였다. 아마도 갑작스러운 소동 때문이겠지. 그런데 정말 뭐야? 연예인이라도 왔나? 그 순간이었다. "야, 재현아!" "……?" 누군가가 나를 부른다. 그러자 거기에는 나름대로 친한 민제가 나를 보면서 감동어린 어조로 물었다. "너 어떻게 한 거냐?!" "무슨 말이야?" "도대체 무슨 재주로! 아무리 네놈이 잘생겼다지만 저런애를 어디서 발굴한 거냐?" "뭔 말인지 이해가 하나도 안 간다네." 갑자기 나타나더니 무슨 발굴 타령을 하는 놈의 말을 이해하기에는 내 능력이 부족한 건가? 그때였다. "이곳입니다." "아, 고맙습니다." "……." 어디선가 많이 들어 본 목소리였다. 난 그 목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무수히 많은 남자들이 눈에 불을 켠 채 바라보고 있는 한 소녀가 보인다. 그것도 초 미소녀 분께서 말이다. 무엇보다 너무나도 귀여운 위모, 그리고 자주 보는 분이다. "재현이 오빠!" "민혜?" 그 순간 민혜가 다가오더니 갑자기 나를 껴안았다. 컥! 왜, 왜 이래? 민혜 양, 갑자기 무슨 일이야! "……." 민혜는 지고 싶지 않았다. 분명 이곳에 오빠가 짝사랑하는 여자가 있을 것이다.그렇기에 쑥스럽지만 포옹이라는 과감한 행동을 한 것이고 말이다. 그리고 그걸 본 예진이는 당황했다. 당연한 일이다. 보는 것만으로도 탄성이 나올 정도로 귀여운 소녀가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를 껴안았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런 생각은 겉으로 표현이 될 정도였다. "……." 난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다. '보는 사람이 있으니 잠시 떨어져 줄래?'라고 하기에는 내 마음이 너무 여리다고 해야 하나? 절대로 미소녀의 따뜻한 온기를 느끼고 싶어서가 아니라고 자신 있게……는 아니고 그냥 그렇게 말해 본다. "오빠, 놀랐지?" "으응." 그때 민혜가 내 품에서 떨어지면서 활기차게 말했다. 진짜 놀랐다. 오늘은 노는 날도 아닌데 갑자기 멀리에 사는 민혜가 당당하게, 그것도 우리 학교에 오다니 말이다. 한편 민혜는 배시시 웃으면서 말했다. "나 여기로 이사 왔어." "이사?" "응! 그리고 학교도 바로 옆에 있는 제성여고로!" "아!" 제성 여고, 정말 가깝다. 거짓말 안 하고 100미터 안에 있는 학교다. 도대체 왜 이리 가깝게 지었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말이다. 떠도는 소문에 의하면, 우리 학교 이사장과 제성여고의 이사장이 부부라나? 하지만 별 신빙성이 없으니 그냥 넘어가자. "학교는?" "아직 전학 절차를 밟고 있어서 내일부터 다녀. 그래서 지금은 별로 할 게 없어서 근처에 오빠가 다닌다는 학교가 있다고 하기에 찾아온 거야." "아." "헤헤." 그러면서 배시시 웃는다. 아, 귀엽다 귀여워. 웅성웅성. 한편 사람들은 나와 민혜의 모습을 보면서 웅성거렸다. "재현이, 저런 미소녀 여자 친구 있잖아?!" "꺅! 안 돼!" "여자에 관심 없는 줄 알았는데……." "흐흑! 재현아……." 오해성 짙은 발언들이 마구 들려온다. 난 그런 발언에 손을 흔들면서 말했다. "저 아는 여동생입니다. 오해 마십시오." "아는 여동생?" "정말이냐?!" "진짜지?" "완전 진짜?!" 그 한마디에 남자들이 순식간에 폭발적인 반응을 보인다. 하아, 정말 같은 남자로서 쪽팔린다, 쪽팔려. 그 순간 민혜가 갑자기 나를 빤히 본다. 그리고 난 그 눈빛을 보고 찔끔했다. "왜, 왜 그래?" 난 놀라 말까지 더듬었다. 그러자 민혜는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 "아. 무. 것. 도. 아. 니. 야." "……." "……." 재현이의 한마디에 예진이는 마음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진짜 무척이나 조마조마했다. 혹시라도 자신이 저번에 친구로 지내자는 말을 듣고 정말 말 그대로 받아들인 건 아닌지, 그래서 저런 너무나도 귀여운 여자 친구가 생긴 건 아닌지 하고 말이다. 하지만 다행이 아니었다. 재현이가 직접 그렇게 말했으니까. 그렇지만 일말의 불안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그건 바로 아직도 자신에 대한 마음이 그대로인가 하는 의문 때문이었다. 저번에 자신이 거절 비슷하게 말한 후, 자신을 더 이상 좋아하지 않는 게 아닐까 무지무지 걱정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자신과 재현을 위해서라며 절대적으로 이대로 가야 한다는 민호의 말 때문에 가만히 있었을 뿐이다. 그런데 저런 귀여운 소녀가 나타나자 불안해지는 건 여자로서 어쩔 수 없나 보다. "오빠." "응?" "학교 소개해 줘." "소개?" "응." "저기, 수업 시간……." "에? 교장 선생님이 그런 거 없다고 오빠한테 말하면 된다던데." "……." "……." 그 망할 변태 영감탱이, 딱 보면 알겠다. 분명 민혜가 예쁘니까 수업이 없다고 구라를 친 거다. 아, 정말 못 말린다, 못 말려! 뭐 그렇지만 수업을 하는 것보다는 낫고, 어차피 다음 시간은 점심시간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교장의 암묵적인 동의가 있었다. 해도 되겠지? "그럼 갈까?" "응!" "우아!" 미안하다, 민혜야. 난 나름대로 고등학교라는 곳을 신기해 하는 민혜를 보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민혜는 그런 나를 보더니 물었다. "왜 그렇게 풀이 죽어 있는 거야?" "미안해서." "……." "안내해 주려고 하는데, 사실은 나도 잘 모르겠다." "……." 우리 학교는 규모가 좀 큰 게 아니다. 일반 고등학교 3배 이상의 크기라 그만큼 볼 것도 다양하고 학생도 많다. 그렇지만 중요한 건 이 학교에 다니면서도 난 이곳을 잘 모른다. 내가 2년 동안 한 거라고 교실을 찾아 들어간 것밖에 없어서 말이다. 나름대로 방송에도 나올정도로 다양한 게 있는 학교인데……. 크윽! "괜찮아. 같이 돌아보면 되잖아. 안 그래?" "고마워." "고맙기는!" 아, 너무나도 고맙다. 학교 지리조차도 잘 모르는 나를 위해 저렇게 말해 주다니 말이다. 민혜는 다시 궁금한 어조로 물었다. "그런데 학교 불가사의 같은 거 없어?" "불가사의?" "응. 대부분 학교에는 있잖아." 그런가? 아,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우리 학교에도 있었지 예를 들어 목만 헤드스핀 하는 귀신 정도? 참으로 판타스틱하다. 머리만으로 헤드스핀을 하다니, 흐음. "불가사의라……. 대충 다섯 가지가 있는 걸로 아는데 내가 아는 건 두가지 정도?" "두 가지?" "응. 음악실에서 목만 돌아가는 헤드……." "꺅!" "왜, 왜 그래?" 민혜는 내가 말을 다 하기도 전에 재빨리 내 품으로 달려들었다. 그러더니 울먹이면서 말했다. "그, 그렇게 무서운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하면……." "그게 무서운 거니?" "다, 당연하잖아. 오빠, 그런 무서운 이야기는 처음이야!" 흐음, 목만 돌아가는 헤드스핀이 무서운 거였구나. 잘 생각해 보면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대부분이런 고급스런(?)이야기는 없을테니까. "그럼 나머지는 말하지마?하나 더 알고 있는데." "자,잠깐 무서운 거야? 엄청?" "글쎄, 듣기 나름이지." "……." 나름대로 들어 보면 목만 돌아가는 헤드스핀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무서운 이야기다. 나름대로 말이다. "그,그럼 안 들을래." 한편 그 말에 민혜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듣지 않겠다면 말 안 하면 되지, 뭐. "저기, 민혜야." "응?" "근데 그 불가사의가 직접 움직인다." "무, 무슨 소리야?" 나의 말에 민혜는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무, 무슨 소리야?" 나의 말에 민혜는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에 난 난감한 투로 말했다. "들을 필요도 없이 직접 강림하셨어." "꺅!" 그러자 민혜는 다시 내 품에 안긴다. "오빠, 그런 장난치지 마! 지, 지금은 아침이라고, 그, 그런데 귀신은……." "저기 민혜야, 난 귀신이라고 한 적 없는데." "……?" 내 말에 민혜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짓는다. 난 그런 민혜를 보면서 한 곳을 가리켰다. 그러자 민혜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익숙한얼굴을 보고는 말했다. "민호 오빠?" "저놈이야." "……." "우리 학교 불가사의 중 톱 불가사의. 머리만 헤드스핀 하는 귀신 따위랑은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지." "……." "전교생이 인정한 불가사의 넘버 원 이민호." "……." 민호의 도움으로 학교 구경은 무사히 끝났다. 참으로 학교가 다양하다못해 이렇게 멋질 줄이야……. 학교 안에 동물원이 있었다. 그것도 어설픈 동물원이 아니라 정식 동물원처럼 별별 동물이 다 있더라(물론 동물들이 약간 이상한 포스를 풍기기는 하는데,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것 같아서 그냥 넘어갔다.) 이곳은 분명 고등학교인데 말이다. 한편 학교를 재미있게 구경한 민혜는 다시 오고 싶다는 말을 하고 돌아갔다. "야, 민호야." "네, 형님." "우리 학교 불가사의가 몇 개인데?" "다섯 개요." "그게 뭔데?" "흐음, 일단 머리만 돌아가는 헤드스핀과 서로 싸움만 하는 피 묻은 토끼 인형들. 그리고 영광스럽게 저한테 하나 붙었고, 그 다음이 말만 하면 '닥쳐!'하는 귀신이 있죠." "흐음." 참으로 다양한 불가사의가 있잖아? "네 가지잖아?" "네." "나머지 한 가지는" "들어야겠습니까?" "……?" "원하신다면 다섯 번째는……." "……?" 뭐냐, 저 자식? 갑자기 불길하게……. 민호는 씩 웃으면서 말했다. "유령 동물원입니다." "흐음, 유령 동물원?" "네." "그렇구나. 유령동물원이라, 그런 것도 있네. 개인적으로 보고 싶은데?" "형님, 보셨잖습니까." "……?" "아까 우리가 간 동물원 말입니다." 오싹! 그 말에 갑자기 등이 싸늘해졌다. "거기입니다." "……." "학교에 동물원이 있을 리는 없지 않습니까?" "……." 난 할 말을 잊어버렸다. 말도 안 돼. 말도 안 돼! 말도 안 돼! 나는 믿을 수 없었다. 구라다, 구라.저 자식이 장난치는 거다. 그래, 그리고 무엇보다 귀신이라면 기절하는 저놈이 멀쩡한 걸 보면 말이다. "형님, 실례지만 이제 기절하겠습니다." "……." 스르륵. 그 말과 함께 민호는 그대로 기절하고 말았다. "으악!" 아무것도 없었다. 아까 우리가 왔던 동물원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말 그대로 아무것도……. 그럼 그 잠깐 사이에 동물원이 소멸됐나? 그런 일은 별로 일어날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다. 그럼 민호 말대로……? "유령 동물원이었던 거냐?" 난 결심했다.이 일은 민혜에게 비밀에 부치자고, 그냥 넘어가자고 말이다. 청폭염화 "우아, 학교에 그런 게 있어?" "네, 정말! 저도 그 학교 가려고요, 내년에요!" "멋지다, 학교에 동물원이라니. 나도 꼭 놀러 갈래!" "그때 같이 가요!" "응." "……." 난 너무나도 즐거워 하면서 저번에 본 동물원 이야기를 하는 민혜에게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 말에 완전히 동의하시는 나래 누나에게도……. 그녀들은 학교 안에 그렇데 커다란 크기를 가진 동물원이 실재하는 줄 안다. "오빠!" "으응?" 그때 나를 부른 민혜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물었다. "나중에 나랑 언니랑 데려가 줄 거지?" "……." "……?" "그러니까……." "왜, 안 되는 거야?" "……." 난 간절한 눈빛으로 나를 보면서 말하는 민혜에게 차마 냉혹한 말은 할 수가 없어서 둘러댔다. "되기는 되는데……." "……?"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어서……." "무슨 말이야? 시간이라도 정해진 거야?" "시간이라기보다는 뭐라고 해야 하나……." 유령들이 나오고 싶은 시간이라고 해야 겠지? 하지만 이런 말을 한다면 민혜는 엄청난 충격을 받을 거다. 그래서 차마 할 수가 없다. "볼 수 있을 거야, 언젠가는." "……?" "……?" 나를 이상하다는 듯 바라보는 민혜와 나래 누나. 그 말밖에 해 줄 말이 없구나. 난 성에서 밝으로 기어 나왔다(?) 굳이 그 이유라면……. "더 이상 부수기는 그러니까." 이게 주 원인이다. 사실 성 복구도 아직 안 한 상태인데, 여기서 두 부수면 난 어찌 살란 말이오! 그런 이유로 난 바짝 신경을 써서 그놈들이 감지되면 이렇게 한적한 곳으로 마중을 나오는 거다. 나름대로 매너가 끝내 주는 것으로 볼 수도 있겠다. 흐음. "어서어서 끝내자고……." 이번에는 어떤 적인지는 모르겠다만 어서 끝내고 다시 성안에 들어가서 마이 라이프를 즐기고 싶다. 요새 너무 일을 열심히(?) 한 까닭에 피곤해서 말이다. "어이, 어이?" 하지만 아무리 외쳐도 응답이 없다. 분명 이상한 기운은 느껴지지만 응답이 없다니, 이번 적은 좀 과묵한가? "어이, 어이! 부르면 대답을 하라고." 다시 한 번 외치지만, 여전히 무 응답이다. 왠지 나 혼자 미친놈이 된 기분이다. 아아, 보통 걔네들은 호전적이어서 말 안 해도 잘 튀어나오더니, 이번에는 아닌가 보다. 뭔가 다른……! 파아앗! "……!" 그 순간 갑자기 느껴지는 등 뒤의 기척에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어느새 검은색의 무언가가 나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뭐야, 이 자식!" 난 거의 반사적으로 와이어를 꺼내 그 검은색의 무언가를 베어 넘겼다. 그러자 그 검은 무언가는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림자?" 믿을 수가 없었다. 아니, 믿고 싶지 않았다. 방금 나를 공격했던 건 그림자다. 그것도 내 그림자 말이다. 스르륵. 그 순간 내 그림자가 다시 합체했다. 하하하, 어이가 없다. 내가 와이어를 든 모습조차도 복사가 되어 버리다니, 왠지 멋지다? 파지짓! "……!" 그 순간 주변에서 갑자기 그림자들이 모이더니 뾰족한 모습으로 변한다. 그것은 마치 창처럼 변해서 나를 향해 돌격한다. "위메너!" 파앗. 그 그림자의 창에 의해 돌이 산산조각이 나 버렸다. "난감한데?" 파괴력이 장난이 아니다. 그리고 재생도 금방 된다. 갑자기 머리가 아파진다. 그렇다면 결론은……. "본체를 찾아야 된다는 건가?" 이 그림자들만 상대해서는 답이 나올 리가 없다. 무의미한 싸움만 지속될 뿐이다. 그렇다면 본체를 끌어내야 한다. 하지만 어딘가에 미묘하게 숨어 있는 본체를 무슨 수로 찾아내지? 그런데 순간 내 머릿속을 지나가는 한 가지 스킬이 있었다. 내가 잘못 듣지 않았다면……. "광역스킬이라고했지?" 청룡의 스킬인 청폭염화. 저번에 듣기로는 분명 완전 슈퍼 광역 스킬이라고했다. 그렇다면 이곳에서 숨어 계신 분도 타격을 입고 기어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거다! 물론 나를 공격하는 그림자들은 있다. 하지만 이놈들은 각종 방어막으로 대충 막고, 본 목적은……. "본체 아저씨를 찾아내는 거지?" 난 그 말과 함께 바닥에 손을 짚었다. 사용법이 분명 이랬던 걸로 기억하니까. 그리고 조용히 주문을 외쳤다. "청폭염화!" 파지짓! 파지짓! "엥?!" 그 순간 믿어지지 않는 광경이 펼쳐졌다. 내 주변의 수백 미터가 붉은색으로 변했다. 그리고 잠시 후……. "어, 어라?" 순식간에 모든 마나가 바닥나 버렸다. 마나를 심하게 잡아 먹는데? 하지만 그게 마지막이 아니었으니……. 콰앙! 콰아앙! 콰아아앙! 눈으로 보고도 믿어지지가 않았다. 수백, 아니 수천마리의 용의 모습을 한 무언가가 땅속에서 솟구쳐 나와 그 붉은색으로 된 지역 전부를 덮어버렸으니까. 그리고……. 외전 민호를 추격하라 난 민호가 사는 곳이 궁금했다. 집에 좀 가 보자고 하면, 민호가 하는 말은 언제나 같았다.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나중에 정식으로 초대하겠습니다.' 저놈을 안 지 5년이 되어 가는데 집에 한 번도 가 보지를 못하다니! 그리고 5년째 집을 안 보여주다니……. 그것도 똑같은 이유, 많이 부족하단다. 도대체 얼마나 만족하면 보여 줄 거니? "분명 뭔가 있어." 그래, 무언가가 있다. 그윽한 냄새가 풍긴다. 민호의 집에는 무언가가 있다고 말이다. 그래서 난 다짐했다. "비밀을 파헤쳐 주마!" "형님 저는 그럼 집에 가 보겠습니다." "응, 그래 잘 가." 난 집에 가겠다는 민호를 화사하게 웃으면서 보내 주었고, 그대로 민호의 뒤를 밟기 시작했다. 은밀하게, 그 누구도 모르게 말이다. "……." 민호가 들어 간 곳은 어느 한 골목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엥? 사라졌어?" 분명 막혀 있는 골목길이었다. 그런데 민호가 그 골목에 들어가자마자 사라져 버렸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설마 눈치를?" 아니, 그럴 리는 없다. 나름대로 정말 조심해서 추격했다. 들킬 만한 일은 없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그럼 이 자식은 도대체 어디로 사라졌단 말인가?! 설마 하늘로 날았거나 땅으로 숨지는 않았을 거 아냐? 으악! 다음 날. 포기할 내가 아니다. 민호의 집이 점점 의심스러워 지고 있다. 난 그 골목길에 몰래 카메라까지 설치했다. 과연 그 골목길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하고 말이다. 오늘도 역시 민호가 그 골목길로 들어가는 걸 확인한 나는 잠시 후 감춰 놓은 몰래 카메라를 꺼내어 당장 재생해 보았다. "……." 하지만 그 영상을 보는 내내 나는 입이 벌어져서 다물어 지지 않았다. 민호 자식이 가방에서 망원경 비슷한 것을 꺼내더니 바닥에 있는 무언가를 만진다. 그러자 바닥에 동그란 홀이 생긴다. 그리고 민호는 그 안으로 기어 들어간다. "제길, 뭐지?" 점점 더 미쳐 버리겠다. 꼭 알아야겠다. 무슨 일이 있어도 꼭! 난 그런 생각과 함께 동영상을 참조하여 민호가 한 대로 마구 바닥을 뒤졌고, 그 순간이었다. 푸시익. 둥그런 홀 모양의 무언가가 나타났다. "찾았다!" 난 그대로 그 문을 열었다. "뭐야? 이 어둠은……."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두운 곳, 완전 암흑 세상이었다. 플래시나 전기가 없다면 움직이는 것조차도 힘들 정도의 암흑이다. 이런 곳을 민호 놈은 어떻게? "아! 설마?" 그때 민호가 꺼낸 망원경 같은거 , 그거 설마? "야시경인 거냐?" 특수부대원들이 사용하는 야시경은 완벽한 어둠 속에서도 볼 수 있는 물건으로, 첩보물에 자주 등장한다. 그렇지만 일반인이 야시경이라니……. "역시 이해가 안 돼." 그렇지만 포기할 내가 아니다! 나도 구한다, 야시경! 다음 날. 민호의 집을 찾기 위해 수사에 들어간 지 어느새 사흘째가되었다. 정말 힘들다. 집 한번 추적하기가 이렇게 힘들기는 처음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야시경까지 힘들게 구해서 왔다. 이제 문제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오늘 민호는 잠시 어딘가로 새어 버렸으니 집은 비어 있는 상태다. 아주 완벽한 기회라는 거다. "민호 네놈의 기이한 집을 내가 밝혀내고야 말겠다." 난 그 말과 함께 야시경을 쓰고 홀 안으로 들어갔다. "……." 난 경악을 금치 못했다. 홀 깊숙한 곳에는 집이 한 채가 있었다. 말 그대로 집이었다. 대략 30평쯤 되는데 특이하게도 방 하나로만 이루어진 구조다. 그리고 그 방에 무수히 쌓인……! "……." 그것들은 바로 성인물이었다. 거의 숨이 넘어갈 정도로 집의 절반 이상이 성인물로 가득찼다. 어떻게 인간이 이렇게 많은 자료를 모을 수가 있단 말인가? 아니 ,인간이 아니야. 이건 인간의 탈을 쓴 짐승이다. 그리고……! "이건 뭐냐?" 웬 수십개의화면이 비추고있었다. 그것도 모양이 각기 다른 집안을 말이다. 그리고 그 순간! "……!" 한 여자가 나타나더니 그대로 옷을 벗는다. 아주 화끈하게 말이다. "푸우웃." 난 최대한 외면을 하면서 고개를 돌렸다. 그나마 에리아스처럼 피가 역류하는 상태까지는 아니고 살짝 흥분되는 상태랄까?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 자식, 도촬까지 하고 있었던 거냐?" 한 명이 아니다. 저 모니터만 봐도 수십 명 이상을 도촬하고 있다는 거다. 그리고 저 모습은 낯이 익은데? "민영이 선생님?" 분명 우리 학교에서 미모로 꽤 인기가 있는 수학 선생님이시다. 지금 그 선생님의 집이 도촬되고 있는 거다. "이민호,이 왕변태 자식!" 다음 날. "안녕하십니까." 민호가 나에게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 난 그런 민호를 보면서 물었다. "네놈 인생이 왜 그러냐?" "……?" "어제 네놈의 집에 갔다." "흐음." "난 다 봤어, 임마! 이 변태 자식아,그건 범죄야! 임마, 완전 범죄라고!" 난 흥분하면서 말했다. 그래, 그건 범죄다. 완전 범죄 말이다. 한편 그 말에 민호는 웃으며 말했다. "형님도 성지에 들어오셨군요." 성지? 성지가 얼어 죽었다. 성지가 그딴 곳이라면 말이다. 민호는 다시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 "그리고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 "안 들키면 되거든요." "……." "들키면 범죄, 안 들키면 예술이죠." "누가 그러는데?" "에디슨디요." "……." 저기, 멀쩡한 사람을 이상한 사람 만들지 말아 줄래? <『디재스터』제 4권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