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 http://cafe.naver.com/fantasy9.cafe 프롤로그 제1장 데스블래던 제2장 우리는 요리사? 제3장 지식검색? 제4장 풍비박산 제5장 보물지도 제6장 차가운냉커피 제7장 프렌키제국 제8장 서바이벌 제9장 주작 제10장 데이트? 제11장 호위 제12장 의뢰 [데스블래던(신급) 공격력:9,400 강도:8,200 '신이 만든 와이어'라고 전해지는 무기. 이 무기는 모든 것을 잘라 버린다고 전해진다. 특수 옵션: 모든 방어력 무시, 순간적으로 공격력 3배 강화 (단 10초, 재사용 시간 20시간),공격 성공 시 70%확률로 스턴. 속성 계열 극대화. 화, 수, 풍, 지, 무 모든 속성 적용. 상대방의 속성에 따라 반대 속성을 자동 반대 속성을 자동 설정하여 상대방에게 2배의 데미지를 준다 (단, 무 속성은 제외). 환영 진열 사용 가능. 환영 진열: 순식간에 30개의 분신을 만든다. 그리고 한 존재에게 집중 공격한다. 그리고 공격 데미지는 30개의 모든 분신을 합한 데미지다.] "……!" 컥! 숨이 막힌다. 이게 신급 아이템?! 정말 개사기 아이템이라고 해도 변명할 말이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하다. 특히 모든 방어력 무시 부분과 공격력 9,400. 공격력 80짜리 싸구려 검을 사용하던 나에게는 어마어마한 격차를 보여주는 아이템이다. 그뿐 아니라 공격력 3배 상승? 공격 성공 시 70% 스턴? 그리고 속성 계열 모두 적용? 헉, 헉, 헉! 완전 미치겠다. 잠시 계산해 보자 . 침착하게 말이다. 일단 나의 기본 공격력은 제외하고 와이어 공격력만 계산한다고해도 9,400. 거기다 옵션 더하면 28,200, 거기다가 속성 데미지 두 배 하면 56,400. 그리고 마지막으로 환영 진열 사용 시 30배를 하면? 1,692,000? 컥! 이게 와이어의 무기로만 낼 수 있는 최고 데미지라고? 물론 저게 모두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만약에 와이어의 힘을 다 끌어내서 성공만 하면 1,692,000이라는 데미지가 들어 간다는 거다. 미, 쳤, 다. "왜 그래?" 아이템을 보고 굳어버린 내 모습에 민혜가 의아한 듯 물었고, 난 덜덜거리면서 대답했다. "이,이게 아이템이……." "……?" "자,장난 아니야." "……." "말도 안돼,이건!" 그렇다. 진짜 말도 안된다. 도대체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겠다만, 아니 신이 만들었다고 했지? 그분 정말 대책이 안 서는 분이다. 이런 걸 만들면 이걸 가진 사람은 어찌 된단 말인가? 물론 무기가 좋다고 다가 아니다. 공격을 성공시키지 못하면 끝이다. 하지만 공격을 단 한 번만 성공시켜도 무조건 승리?그 수준이다, 이건. "이런 걸 팔아먹으면……." 그때 갑자기 내 눈에는 돈이 막 빙그르르 돌기 시작했다. 만약에 이게 돈으로 환산되면……? 후훗! 그 순간이었다. 「전속되었습니다. 교환과 드랍이 절대 불가능합니다.」 이건 또 무슨 말이야? 한마디로 나만 사용 가능하다는 거야? 으악! 이건 아니야! 왜, 왜, 왜! -난 위대한 마왕인데요, 할 말이……. "닥쳐, 이자식아!" -전 그래도 위대한 마왕인데……. "죽어 볼래, 위대한 마왕?!" -다물게요. 난 자칭 위대한 마왕이라고 하는 그놈을 가볍게 잠재운 뒤 좌절했다. 물론 나에게 어마어마한 무기가 생긴 건 축복할 일이다. 하지만 교환이 불가능하다. 그건 팔고 싶어도 팔지 못하는 아이템, 즉 1인용 아이템이라는 것이다. 흑흑! 그래,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이런무기를 함부로 판다는 것도 오버다. 그냥 게임 정복이라는 아름다운(?) 목적에 사용하는 것도 괞찮을 듯 싶다. 그래, 괞찮아. 충분히 말이야. 게임 정복에 사용된다면 이 와이어도 감동(?)할 거다. 그래, 그럴거다. 난 그렇게 나를 다독거리면서 진정시켰는데, 잠시 후였다. 털썩. 털썩. 털썩. 아저씨 열 명이 내 앞으로 오더니 갑자기 무릎을 꿇는다. 난 그들의 뜬금없는 행동에 당황했다. 그리고 잠시 후에 들린 말은 날 더욱 경악하게 만들었다. "마스터, 저희를 받아 주십시오." "……." "부디 받아 주십시오." 물론 당황스럽다. 하지만 난 곧 미소를 지었다. 왜냐고? 드디어 게임 정복단에 대원(?) 들이 들어온 거니까. 난 화사하게 미소를 지은 채 그들에게 다가갔다. 그러고는 가볍게 외쳤다. "웰컴 투 정복단!" "……." "……." "……." 왜 당황하는 거지? 흐음, 그러니 무안하잖아요. 난 세계 정복율 0.000001%을 진행했다. 열 명의 엄청나게 뛰어난 어쌔신이라는 대원(?)도 생겼고 아주 작은 마을, 아니 마을이라고 하기에는 심히 난감할 정도로 작은 마을이었지만 아무튼 마을 하나를 정복했다. 아아, 이 행복감! 너무 아름다워서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아. 바로 이게 정복자의 투지(?)라는 걸까? 정말 뭔가가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웬 미친 자식이 들어가 있지만, 사기적인 아이템 데스블래던도 얻었다. 물론 시작한 지 9개월이 다 된 시점이니 상당히 미묘하기 는하다. 그래도 힘내자. 이제 시작인거다. "저기,마스터." "네?" 그때 이제 나의 대원이 된 어쌔신 아저씨들 중 리더아저씨가 조심스럽게 날 불렀다. 아저씨는 내가 말하라는 눈빛을 보내자 입을 열었다. " 죄송하지만, 마스터의 의중을 알 수 있을까요? 평범한일을 하실 분은 아닌 것 같아서 말입니다. 저희들도 마스터의 의중을 알아야 최대한 도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서 말입니다." 아저씨가 나의 의중을 묻는다. 후훗. 뭐 그렇게 중요한 것도 아니니 말해도 상관없다. 나의 의중은……. "이 세상을 정복하는겁니다!" "……." "……." "……." "……." "……." 순식간에 적만에 휩싸이는 어쌔신 아저씨들. 왜 그러는 거지?! 나의 계획에 감동이라도 한 건가?! 왜 모두 동상이 되어 버린 걸까? 그때 어쌔신 아저씨는 어색한 미소와 함께 말했다. "그,그렇군요." "네! 제 목표는 정복입니다!" 내가 다시 한 번 말해 주자, 그는 생각에 잠기더니 잠시 후 말했다. "그런데 마스터." "……?" "마이블라스트라는 단체를 아십니까?" "거긴 뭐 하는 데예요?" "……." 나한테 뭘 물어봐도 대답 안 나온다. 그만큼 남의 일에는 관심 없는게 나다. 하지만 그는 마치 예상했다는 표정을 짓더니 말을 이어 나간다. "이 세상의 파멸을 원하는 단체입니다." "이 세상의 파멸을 원하는 단체요?!" "네, 그들의 재력과 힘은 상상초월이라고 합니다. 물론 어둠 속에 있어서 아는 자가 없지만, 실제로 모습을 드러내면 웬만한 왕궁은 금방 점령할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단지 3대 제국 때문에 아직 본격적인 활동을 하지 못할 뿐이죠." 헉! 이 세상의 파멸을 원한다고? 마이블라스트인가 뭔가 하는 걔녜들이?! 잠깐! 잘 생각해 보자. 걔네들이 이 세상을 말아먹는다고 가정하자. 그럼 난 당연한 말이지만, 게임 정복을 못한다. 그가 말을 이어 나갔다. "마스터가 이 세상을 정복하기 위해서는 그 마이블라스트라는 단체와 필연적으로 싸워야 할 것 같습니다." 맞는 말이다. 내 앞에서 깐죽거릴게 분명하다. 하지만 내가 질 줄 알고? 어림도 없다! 난 주먹을 불끈 쥐면서 말했다. "우리 정복단이 이길 겁니다." 그래, 질 수 없다. 그딴 파괴 단체한테 말이다. 그때였다. "형님, 외람된 말씀이지만 저분의 말씀에 의하면 마이블라스트라는 단체는 저희와 격이 다른 것 같습니다 우리는 이제 겨우 협력자가 열 명 생긴 것에 비해 거기에는 실력자가 엄청나게있고, 그뿐 아니라 가장 큰 문제는 재력입니다." "……." "아마 못해도 현금으로 1,000억 이상의 재력을 가지고 있을겁니다. 물론 오차 범위가 있겠지만요. 왕국을 순식간에 제압 가능할 힘이라면 그 정도의 재력은 필수이니까요." "……." "그에 반해 저희는 1억 8천 240만원이라는 빚……." 퍽! 퍽! "크악!" 난 그대로 민호를 넘어뜨린 뒤 마구 밟기 시작했다. 그러자 민호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물었다. "왜, 왜 이러시는 겁니까?!" "정말 몰라, 이 자식아?!" "……?" "그 빚 1억 8천 240만원을 누가 만들었는데?" "글쎼요." "……." 난 진심을 분노했다. 자기 잘못을 인정하기는 커녕 '글쎄요'라는 말을 던진 민호군에게 말이다. 난 화사한 미소와 함께 말했다. "기억나게 해 주지." "기억났습니다." "늦었어, 임마!" "……!" 그날 한 남자의 울음소리가 전설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그 마을에 전해질 정도로 아름다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제2장 우리는 요리사? 아,파리라도 좀 날리렴. 이게 지금 내 심정이다. 파리라도 내 앞에서 얼쩡거려 주면 소원이 없을 정도다. '무엇이든지 들어드립니다'가 개업한 지 꽤 됬다. 하지만 손님이라고는 단 두 명 뿐이었다. 그것도 한 명은 이상한 꼬맹이다. 그전에 내 기분 찜찜하게 해 놓고 사라진 그 꼬맹이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중요한 건 돈을 당장주는 의뢰지 그런식으로 기다리는 의뢰는 영 별로다. "마스터,돈이 필요하시다면 몬스터들을……." 그때 에루스 아저씨(어쌔신 단체 리더)가 내게 그렇게 물었고, 난 한숨을 내쉬면서 대답했다. "안 나와요." "……." "저는 신조차도 울고 갈 정도로 재수 없는 자거든요." "……." 그렇다. 지금 내가 아이템 사냥에 나서지 않는 절대적인 이유, 그건 바로 신조차도 울고 갈 정도로 재수 없는 자이기 때문이다. 그 타이틀 덕택에 능력치의 대폭 상승은 얻었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몬스터 사냥 시 아이템 드롭 확률이 전무하다. 한마디로 아무리 백날 사냥해봤자 돈 안 생긴다는거다. 이렇게 서럽고 서러울 수가! 제길! 난 그렇게 한숨을 푹 내쉬었다. 미래가 안 보인다, 미래가. 정체불명의 파괴를 원하는 단체는 모든 게 빵빵한데, 우리 쪽은……. "거북이 변신!" "흐음, 역시 뜨거운 핫커피입니다." 이런 소릴 해 대는 거북이 한 마리랑 야설계의 거장 한 분이 계신다. 그나마 위로가 되는 점은 복면을 뒤집어쓴 열 명의 어쌔신분들이 있다는 것이다. 내가 듣기로는 그들 열 명으로 이곳 어쌔신들을 모두 평정했다나? 정말 감동적인 말이다. "오빠, 힘내. 언젠가는 일이 들어오지 않을까?" 그때 민혜의 위로 어린 한마디가 들려왔다. 그래, 언젠가는 들어오겠지. 언젠가는……. 그 언젠가가 100년 뒤라는 가정 따위는 절대 하고 싶지 않고, 진짜 근 시일 내에 한번 입질이 와 줬으면 하는 바람인데……. "주인님!" "……?!" 그때 리아가 갑자기 나타나더니 나를 불렀다. 그녀는 해맑은 얼굴로 말했다. "손님이에요!" "……!" "어서 오십시오. '무엇이든지 들어드립니다'에 잘 오셨습니다." 난 진짜 오랜만에 보는 손님에 눈물이 나려고 했지만 최대한 참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내 앞에 있는 손님, 즉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아가씨가 다급한 어조로 물었다. "진짜 어떤 일도 들어주나요?" "물론입니다. 어떤 일도 들어드리지요. 영어로 퍼펙트굿?" "……." 잠시 나의 해박함에 경직되시는군. 내가 생각해도 이번에는 좀 뻔뻔했다. 흠흠! 난 다시 분위기 반전을 위해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말했다. "어떤 일을 원하시는지요?" "요리 잘하세요?" "……." "저희 마을에서 영주님이 시식을 한다고 하세요. 영주님이 저희들이 만든 요리를 먹어보고 마음에 안들면 세금을 50%인상하겠대요, 말을 돌려서 했을 뿐이지, 명백하게 세금을 올리려는……. 아무튼 엄청난 미식가로 알려진 영주님의 입맛을 만족시키기란 저희로서는 무리예요." 흐음, 한마디로 악덕 영주에게 시달림을 당하는 마을 사람들의 요청인가? 상황을 요약해보면,영주는 미식가다. 하지만 돈 좀 더 받아먹고 싶었는지 말도 안 되는 이유를 갖다 붙인다. 그게 바로 제 입에 안 맞으면 세금을 50%인상한다는 것. 그냥 아무런 이유 없이 올리면 그러니까 나름대로 이유를 갖다 붙이기는 했는데, 졸라 허접하고 얍삽한 놈이다. 하지만 마음 같아서는 들어주고 싶어도 난 요리따위를 못하는 관계로, 이 의뢰는 어쩔 수 없이 포기를……. "저희 마을 사람들이 모은 돈이 500골드예요. 만약에 영주 님의 마음에 드는 음식을 만들어만 주시면 이 의뢰비를……." 덥석. 난 그 여자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화사한 미소와 함께 말했다. "걱정 마세요. 제 별명이 그겁니다." "……?" "요리계의 레전드라고나 할까요?" "……." "하하하." "……." "걱정 마세요! 요리 하나는 절대적으로 자신 있으니까요." "형님, 우리가 언제……." 퍼억! 난 태클 걸려는 민호 놈을 가볍게 한 대 쳐서 기절시키고 난 후 그분에게 웃으면서 물었다. "언제인가요?" "내,내일 점심이요." "모든 걸 저한테 맡겨 두세요!" "고맙습니다." 거듭 말하지만, 내 요리실력은 영 아니다. 할 줄 아는 요리라고는 인스턴트 음식을 전자레인지에 돌리는 것 정도? 그것 말고 할 줄 아는 요리를 굳이 꼽으라면 라면 끓이기와 계란 프라이가 전부다. "형님." "왜?" 그때 민호가 나를 바라보더니 한마디 던진다. 잠시 후 그는 입을 열었다. "제가 있지 않습니까." "……." "요리계의 거장이라고 불리는 제가 있으니까요." 저 자식,진짜 미친거냐? 네가 요리계의 거장이라고? 곱게 미치기라도 했으면 절대 저런 말 못한다. 절대 말이다. 사실 1년 전쯤 난 저 자식의 요리를 봤다. 인간의 요리가 아니었다. 요리에서 푸른색의 엑기스가 올라오고 보글거렸다. 그뿐 아니라 정체 불명의 뼈다귀들도 올라왔지. 보는 것만으로도 충격 그 자체였다. 물론 먹어 보지 않아서 맛이 어떤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인간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은 결코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이것만큼은 장담할 수 있다. 그리고 지금에야 묻는건데……. "1년 전에 네가 한 그 요리의 정체가 뭐냐?" 도대체 요리를 어떻게 하면 그딴 식으로 나오는지 무척 궁금하다. 내 기억에는 간간이 동물들의 손과 발 같은 것도 보인 듯 한데, 착각인가? 나의 이런 질문에 민호는 피식 웃으며말했다. "궁금하신가 보군요." 흠칫. 그 말에 온몸이 떨린다. 왠지 물으면 안 될 것 같다. 대답을 들으면 굉장히 오싹해질 것 같은 느낌이랄까? 민호는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그 요리로 말할 것 같으면……." "됐다." "……." "그냥 너만 알아라." 다시는 저놈에게 요리 따위를 시킬 일은 없으니까 그냥 묻어 버리자. 더이상 알아봐야 좋을 것도 없고, 느낌상 평범한 재료는 절대 안 나온다. 하아 그나저나 어떡한다? "일단 요리계의 레전드라고는 했는데, 어떡하지?" 말은 그럴싸하게 했는데 사실 나와 민호는 요리를 못한다. 그렇다고 저 거북이 자식이 요리를 잘할 리는 만무하다. 난 현무를 바라보았다. 열심히 웃고 있는 현무를 말이다. 쟤가 요리를 잘한다거나 하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는 게 가능할까? 별 가능성은 없지만 가끔씩 그런 경우도 있더라. 요리와는 전혀 관련 없을 것 같아 보이는 존재가 사실은 엄청난 실력자 라는 설정 말이다. 물론 내 상상이 과할 수도있지만, 지금 기댈 건 저분밖에없다. 난 방긋 웃고 있는 현무 군에게 다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요리라는 거 좀 할 줄 아니?" 그 말에 현무는 나를 빤히 바라본다. 그러더니 말했다. "전에도 말했지만, 제 주특기가 빨리 먹기죠." "……." "제 별명이 전설의 먹기 사나이?" "……."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아요!" "……." "먹는 거라면 전 완벽하니까요!" 그러면서 눈을 번쩍인다. 네가 눈을 반짝이건 번쩍이건 상관은 없는데, 지금 내 질문은 그게 아니잖니? 분명 난 너한테 '요리라는 거 할 줄 아니? 라고 물었다. 그럼 들려온 대답은 '조금요', '아뇨, 못해요', '잘해요', '예술적으로 해요' 등등 이런 답변을 해야 정상이다. 그런데 왜 자기가 얼마나 잘 먹는지를 자랑하는거지? 도저히 내 머리로는 이해가 안 간다. 현무가 말했다. "전 다재다능합니다." "……." "하하." 뭐가 그리 다재다능인지 아무튼 그것은 내가 전혀 감을 잡지 못해서 인정은 못하겠다. 하아. 그래, 뭐 이정도는 예상했잖아? 쟤가 평범함이라는 단어와는 좀 멀다는 것을. 처음부터 다시 묻자. "그러니까 내 말은…… 흐음 , 요리라는 거 알지?" "당연히요." "그러니까 그 요리를 잘하냐고." "잘 먹어요!" "……." "전 말 그대로 식신이니까요." "……." "우헤헤!" "……." "다재다능한 저는 모든 걸 잘합니다. 특히 먹는 건 제가 천재 중의 천재라고 불리는 존재? 난감할 정도예요." 분명 이야기의 시작은 요리를 잘하냐였는데, 어느새 끝은 자기가 음식 잘 먹는다는 자랑으로 끝난다. 이 자식은 머리가 돌대가리라기보다 이해 능력이 떨어지는 거다. "……." 나는 빤히 바라보앗다. 우리 둘의 유일한 구세주가 될 그녀를……. 그녀는 내 시선에 당황하면서 물었다. "왜 그래, 오빠?!" "믿을건너밖에없다!" "……." "아무리 봐도 너를 제외하고는……." "……." 그렇다. 잠시 탐문을 해 봤지만 요리에 적합한 사람은 존재 하지 않는다. 민호는 내가 직접 봐서 절대 사절이고, 현무는 일단 말이 안 통한다. 미묘한 언어의 장벽이랄까? 그리고 어쌔신 분들은 고기 잡아서 굽는 것밖에 할 줄 모르신단다. 한마디로 이 파티에 요리라는 단어와 어울리는 자는 한 명도 없다는거다. 단 한 명을 제외하고 말이다. 난 민혜를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요리 좀 하니?" "……." "응?!" "저기,오빠……." "……?!" "나 그냥 그럭저럭?" "……." 나의 질문에 민혜는 곤란하다는 듯 대답한다. 그럭저럭?한마디로 평범하다는 건가?! 물론 그녀가 전문적으로 요리를 배웅ㄴ 것도 아니니'그럭저럭'이라는 말이 나온 것만으로도 나쁘지 않은 실력이라는 뜻일 게다. 하지만 그녀가 유일한 희망이었는데 ……. 흐흑. 그나저나 이번 의뢰, 어떡하지?! 포기해야 하나? 그러기에는 돈이 큰데……. 으악! 그렇게 난 순식간에 좌절에 빠졌다. 그런 나에게 스르륵 다가오는 그림자가 하나 있었으니, 그 이름 하여 야설계의 거장이신 그분이다. 그분은 나에게 다가오자마자 방긋 웃으면서 말했다. "굿 아이디어가 있습니다." "……?" "간단하게 생각하면 되는 거였군요." "……." 두렵다. 이 자식이 이제는 무슨 개소리를 해 댈지 두려울 뿐이다. 야설계의 거장이신 저분의 말은 절대적으로 평범하지 않을테니. 정신세계 정말 특이하신 분이다. 그가 입을 열었다. "납치하는 겁니다." "……." "일류 요리사를 납치하는 겁니다!" "……." 난 그대로 머리를 붙잡았다. 그럼 그렇지, 저 자식이 제대로 된 작전을 낸다는 것 자체를 상상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던 것이다. 그는 화사한 미소와 함께 물었다. "어떻습니까?" "이제 난 착하게 살고 싶어." "풋!" "뭐,뭐야? 그 웃음은?!" "아뇨." "……." 아니긴 뭐가 아니냐고! 나의 착하게 살고 싶다는 말에 분명 저 자식 비웃었다. 내가 착하게 살겠다는데 왜 웃어, 이 자식아? 앙! 그 순간 민호가 말했다. "공녀 속옷 도둑이시자 공주 납치범이라는 명예로운(?) 타이틀을 가진 형님의 대사치고는 너무 충격적이어서 말입니다. "……." "한마디로 '절대로' 안 어울리신다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아,그러셨어요? 이 빌어먹을 자식……. 하지만 반박을 할 수 없다. 저놈 말대로 난 범죄자였으니까,흐흑! 억울하지만 벌써 죄목이 두가지나 된다. 그렇다고 이거' 억울하게 범죄를 저질렀어요!' 라고 해 봤자 믿어 줄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내 생각이지만 거의 전무하다고 해도 될 듯 싶다. "형님." "……." "납치야말로 미학입니다." "제발 좀 개소리는 작작해라." "……?" "납치랑 미학이랑 뭔 상관이냐?" "있습니다. 예전에 한 위대한 위인이 이런 말을 했죠. 납치는 미학이다. "네놈한테 처음 듣는데?" "워낙 알려지지 않은 명언(?) 이어서 그러합니다." 저런 하급 구라에 내가 넘어갈 것 같으냐? 그리고 누가 '납치는 미학'이라는 말을 해? 그딴 말을 하는 놈이라면 난 위인이라고 믿고 싶지 않다. 결론적으로 구라다. 저 구라계의 레전드 같은 놈, 쉴 새 없이 구라를 치는구나. 잠깐? 그렇다면……? "혹시 게임 정복도 구라 아냐?!" 그것도 구라 냄새가 심히 난다. 내가 연애에 대해서는 정말 갓난아기 수준이어서 저 자식이 개소리를 한 게 아닌가 하고 말이다. 이런 내 추측에 민호는 딱 잘라 말했다. "진실입니다." "……." "게임 정복이야말로 모든 여자들의 희망." "근데 네놈이 말하면 왜 모든 게 구라같지?!" "전 진실만 말합니다." 네가 진실만 말해? 심심하면 구라를 치는 자식이? 그 순간이었다. 민호는 민혜를 스윽 바라보았고, 그 눈빛에 민혜는 심하게 당황하더니 말했다. "오,오빠, 사실이야." "흐음." "여자들, 게임 정복 무지 좋아해." "민혜 말이라면……." 민혜의 말이라면 왠지 모르게 절대적으로 믿음이 간다. 민혜가 괜히 민호 편을 들어줄 리는 없을 테고 말이다. 그것보다 중요한건……. "아 , 도대체 이번 의뢰를 어떻게 처리해야 한단 말인가?!" 난 그 생각과 하께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정답이 없다. "형님, 그럼 잠시 대여해오죠." "……?" "일류 요리사를 잠시 대여해 오는 겁니다." "……." "그럼 건전하지 않습니까?" "저기,민호군." "네." "내 귀로는 납치나 대여나 잘 해석하면 그 말이 그 말인 듯 싶은데?" "아닙니다. 납치는 말 그대로 납치해서 장시간 데리고 있는 거고, 대여는 하루 만에 보내 주는 걸 대여라고 합니다." "……." 단어에서 뭔가 이해하기 상당히 어려운 범죄의 냄새가 난다. 아니 내가 알기로는 저런 범죄 단어는 없다.분명 저 자식이 지어낸거다. 민호는 스멀스멀하게 내게 다가오더니 귀에 속삭였다. "500만 원." "가자." 잠시 건전하게(?) 대여하러 간다. 납치는 아니니 오해하지 말기를" "으읍!" 난 입이 막힌 채 공포에 떨고 있는 요리사 복장의 40대 남자를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하아,또 저지르고 말았다. 아니, 이건 아니야! 말 그대로 대여(?) 일 뿐이야. 그래, 납치랑은 달라! 그렇게 위로해 본다. 하지만 난 알고 있다. 곧 죽어도 범죄라는 사실을. 으아악! 나 정말 왜이러는 거야! 정말 이건 아니다. 난 이런 일은 절대 의도하지도 않았고 또 생각지도 못했다. 그 누가 간단하게 납치한다는 생각을 한단 말인가? 내가 생각하기에는 민호 저 자식밖에없다. 그리고 마치 유혹의 서큐버스가 날 유혹하듯 민호 저자식의 사탕발림에 넘어가는 나, 흑흑! "형님 제가 진행할까요?" "그래라." "알겠습니다." 차마 협박까지는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민호에게 맡겼다. 민호는 어느새 단검 한 자루를 들고 와 그 일류 요리사의 목에 갖다 댔다. 그는 피식 웃더니 말했다. "저희들은 당신을 잠시 대여해 온 겁니다." "……!" 그 말에 황당하다는 요리사의 표정이 압권이다. 아니, 충분히 이해한다. 뻔뻔하게 납치해 놓고 대여했다고 하면 말이다. 민호는 약간 섬뜩한 미소와 함께 말했다. "간단합니다.최고로 자신 있는 요리 한 가지 만들어 주시면 풀어 드리죠." "……." " 참고로 제 뒤에 계신 분의 별명이 뭔지 아시나요?" "……." 뭐야 저 자식? 왜 갑자기 나를 꺼내! 민호는 장엄한 어조로 말했다. "대형 범죄를 밥 먹듯이 저지르는 범죄계의 꽃…… 푸윽!" 퍼억! "죽을래, 이 자식아!" "자,잠깐……." 난 그대로 하이 킥으로 날아서 민호 자식을 때려눕힌 뒤 밟기 시작했다. 그러자 민호는 다급하게 말했다. "오,오해가……." "뭐? 대형 범죄를 밥 먹듯이 저질러? 내가 언제, 이 자식아!" "자, 잠깐, 형님! 지,진……." "개뿔이!" "하아." 난 시체처럼 축 늘어진 민호를 본 뒤에야 그나마 정신이 돌아왔다. 안그래도 기분 꿀꿀한 나에게 감히 모욕을 주다니 정말 참을 수가 없다. 그나저나 협상할 민호가 쓰러졌으니 이제는 내가 해야 되나? 그래, 산뜻하게 하는 거다. 목에 단검을 갖다 댄다는 등의 그런 저질적인 협박은 안한다. 난상큼하게 할거야. 그런 생각과 함께 난 화사하게 미소를 지은 채 그 일류 요리사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정중하게 말했다. "그냥 제일 자신 있는 요리 한 가지만 부탁드립니다." "……!" 끄덕끄덕! 내 한마디에 요리사는 겁에 질린 얼굴로 아주 맹렬히 고개를 끄덕인다. 뭐지? 진행 속도가 상당히 빠른데? 난 의아심이 들기는 했지만 순식간에 일이 처리되어서 기분이 조금은 좋아졌다. 그 순간이었다. 꼬르륵. "……." 무슨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더니, 갑자기 요리사가 쓰러진다. "……!" 난 그런 요리사에게 황급히 다가간 뒤 입의 재갈을 풀어 주고 물었다. "왜 그래요?!" "사, 살려줘요." "……." "뭐라도 할 테니 사, 살려줘요." "……." "재가 대악당님을 못 알아봐서 정말 죄송하고요, 제,제발……." "……." "부탁드려요!" 눈물까지 흘린다. 설마 방금 전 민호를 살짝(?) 팬 걸 가지고 오해하신건가?! 저기,저는진짜 그런 대 악당 아닌데……." 하지만 아무리 말해봤자 통하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냥 대악당 하자. 그게 마음 편해. 흐흑! 다음 날, 난 요리를 하나 들고 나왔다. 요리의 이름은 '푸랑상스 까디아'라는 좀 어려운 이름이다. 최고로 비싸다는 베린(상당히 독특하다. 한마디로 말해 요리사의 실력을 잘 알게 해 주는 음식이라고 할까? 요리사에 의해 최고의 재료가 될 수도, 최악의 재료가 될 수도 있단다) 을 이용한 요리다. 사실 이 베린이라는 동물은 제대로 요리하면 정말 맛있다고 한다. 현실 세계에 사는 애는 아니고 이곳에서 사는 애인데, 요리사 잘 만나면 정말 미치도록 맛있다고 소문이 난 재료이다. 그리고 일류 요리사의 손을 거쳐서 나온 베린이라는 요리. 냄새를 맡아 본 결과 정말 죽인다. 물론 남은 쪼가리(도)먹어봤는데, 눈물 흘리게 만들 정도였다. 그만큼 정말 맛있었어. 난 지금 그 요리를 들고 당당히 걸어가고 있다. 후훗. 한편 저 멀리서 친히 수십 명의 친위대를 데리고 몰려오는 한 남자가 보인다. 보는 것만을도ㅗ 참 푸짐하게생겼다. 좋은 의미의 푸짐은 아니지만 말이다. 키는 160cm 정도인데 몸은 너무나도 거대해서 제대로 걸음도 못 걷는다. 마차에서 내려 약 10미터 정도 오는데 힘들어서 죽으려고 한다. 대충 몸메 측정 결과 250킬로 이상이다. 전문 용어로 비만 악덕 돼지의 모습이다. 참으로 비굴하게 생기기도 하셨다. 그분은 온갖 개폼을 다 잡으시면서 한마디 툭 던지신다. "하찮은 평민들의 음식을 시찰하러 나왔다. 나를 만족시키지 못할 시 세금 50%인상이다." "……." "……." "……." 그 한마디에 마을 사람들은 정적에 휩싸였다. 진짜 완전 악덕 돼지다. 서민들의 음식에서 제 입맛에 맞는 걸 원하다니, 대책 안 선다. 하지만 이미 모든 건 준비되어 있어. 후훗! 의뢰자 조차도 남은 조각을 먹어 보고 감동의 눈무을 흘리는 걸 난 목격했다. 한마디로 100% 이번 의뢰는 성공이다. 잠 시 후, 그 악덕 돼지는 천천히 다가오더니 내게 가져온 음식의 향을 맡아본다. 그러더니 입맛을 다신다. "후르르륵." 근데 보는 내가 무서울 정도다. 입맛 다시는데 무섭기는 처음이다. 미묘하군! 곧 그는 요리를 한 번 입에 댔고, 잠시 후였다. "……!" 눈을 번쩍이더니 그대로 삼키듯 음식을 먹었다. 고기가 그의 입 속으로 흡수 되듯 빨려 들어가고있다. 신비의 현상에 가까울 정도이다. 정말 어떤 의미에서는 멋지다. 그리고 약 15초 후였다. 그 악덕 돼지는 5인분에 달하는 음식을 삼키고 만족한 얼굴을 한다. 네가 지존이다. 그 많은 요리를 15초 안에 다 처먹다니……. 감동적인 휴먼드라마다(?) 한편 그 악덕 돼지의 반응에 마을 사람들은 밝은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느꼇을 거다, 저 악덕 돼지를 만족시켰다는 것을. 한마디로 세금 50% 인상이라는 건 무효라고 말이다. 하지만 그건 그들의 지나친 착각이었을까? 갑자기 악덕 돼지는 만족한 얼굴에서 싸악 표정이 바뀐다. 그리고 잠시 후, 꽈당! "……." "……." "……." "……." 그는 다 먹고 찌꺼기만 남은 그릇과 함께 식탁을 엎어버렸다. 그러고는 커다란 목소리로 외쳤다. "이딴 걸 음식이라고 만들어 온 것이냐?!" "……." "……." "……." "모두 세금 50% 인상이다!" "……." "……." "……." "……." 모두 할 말을 잃었다. 다들 말을 하고 싶었을 것이다. 저 악덕 돼지의 말도 안되는 짓거리에 분노한다고. 하지만 나설 수가 없다. 왜냐하면 여기서 나서는 놈은 저 어설픈 근위기사들한테 뒈질 게 분명할 테니 말이다. 근데 진짜 어설프다? 한 영주의 근위기사대치고는 너무 어설프다. 마치 어디서 갓 주워 온 사람들에게 그냥 갑옷만 입혀놓은 느낌이랄까? 흐음 한편 그는 벌떡 일어나더니 갑자기 내게 손짓을 한다. 그러더니 말했다. "따라와라! 이 맛없는 요리의 제공자인 네놈을 죽이겠다." 빠직. 저 자식이 지금 살짝(?) 범죄까지 저지르고, 게다가 가져온 음식을 다 처먹고도 어쩌자고 저런 개소리를 해 대는 거냐?! 컥, 뒷목이! 난 너무나도 충격적인 악덕 돼지의 만행에 금방이라도 숨 넘어갈 듯한 모습을 했고, 그 모습에 나에게 의뢰한 그 의뢰자도 당황하는 표정이다. 그것도 잠시 ,그녀는 내게 다가오더니 주머니를 내 손에 쥐어 준다. 그러고는 말했다. "의뢰금이에요!" "……?" "어서 도망가세요! 충분히 의뢰대로 궁극의 요리를 해 주셨지만, 이건 당할 수 없는 거였나 봐요." 그러면서 그녀는 슬픈 얼굴을 했다. 그러고는 다급하게 말했다. "어서 도망가세요. 저 영주님에게 잡히면 분명 마구 부려먹힐거예요." 난 감동했다. 어찌 됐든 난 미션을 완수하지 못했다. 그런 나에게 이렇게 따뜻하게 돈까지 쥐어 주면서 도망가라고 하다니, 정말 무지 감동을 먹었다고나 할까? 난 어서 서두르라는 표정을 짓고 있는 그녀에게 다시 주머니를 쥐어 주면서 싱긋 웃었다. "저희 '무엇이든지 들어드립니다'는 고객이 완벽히 만족하지 못할 시 돈을 안 받아요. 이번 50%세금 인상 이야기가 없던 걸로 해결되면 받죠." 자.잠시……." "어서 와라.이 하찮은 요리사!" 그때 악덕 돼지가 다시 날 불렀다. 난 피식 웃었다. 그러고는 그 악덕 돼지를 향해 천천히 걸어 나갔다. "내 특별히 내 밑에서 무료로 일할 수 있는 영광을 주지." "……." "물론 네놈은 거절 따위는 할 수 없다. 그럴 시 당장 죽음이다." 난 악덕 돼지의 선처에 감동(?) 했다. 자기밑에서 일할 수 있는 영광을 준단다. 그것도 '무료'로 말이다. 감히 나에게 무상으로 일하라는 소리를 하다니, 저 악덕 돼지가……. 후훗! 피식. 나도 모르게 입 끝이 올라갔다. 그리고 그걸 본 악덕 돼지는 분노한 목소리로 외쳤다. "방금 날 보고 웃었냐? 이 하찮은 요리사!" "어이." "뭐?어이?!" 내말에 악덕돼지는 황당하다는 듯 나를 바라보았다. 난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 "그렇게 처먹고 싶냐?" "……." "내 직접 여기서 만들어 줄까?" "……." "니놈의 그 아름다운 살로 말이야." "……." 눈대중으로도 돼지 한마리 분량은 충분히 나온다. 저 정도의 살이라면 말이다. 나의 이런 깜찍한(?)대사에 악덕 돼지는 입을 다물지 못한다. 그것도 잠시, 그는 곧 분노한 목소리로 외쳤다. "저 미친놈을 당장 죽여라!" 하지만 뒤에서는 입질이 없다. 그 모습에 당황한 악덕 돼지는 뒤를 돌아봤고, 거기에는 어느새 내 어쌔신 단체에 의해 몇 초만에 정리를당해서 기절한 수십명의 기사들만있었다. "……." "후훗." "……." "풋." "……." 나의 웃음소리와 함께 그 악덕돼지는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 갑자기 그가 무릎을 꿇더니 빌었다. "사,살려 주세요!" 난 애타게 빌고 있는 그에게 슬금슬금 다가갔다. 그러고는 어느새 민호가 건네 준 식칼 (이 자식은 이걸 왜 들고있는거지? 한참뒤에야 그 생각이 든 나다)을 조용히 휘두르면서 말했다. "난 인육은 자신 없어." "……." "하지만 해 보는 것도 새롭지 않을까?" "서,설마?!" "설마라니, 너밖에 더 있어? 고기류가? "……." "걱정 마. 네 살을 네가 먹는 영광을 줄 테니 말이야." "……." 그 말에 악덕 돼지는 완전 패닉 상태에 빠져 버렸다. 내가 말했지만 좀 공포스런 대사이기는 하다. 자기 살로 요리해서 자기한테 먹인다고 해 봐라. 상상만으로도 싸늘해진다. 하지만 이런 깜찍한 협박은 분위기를 위해 서필수다. 난 그의 얼굴에 식칼의 넓은 면을 대고 비비면서 말했다. "당장 세금 50%인상인가뭔가는 취소인거야?" "물론입니다!" 내 말에 즉시 대답하는 악덕 돼지. 물론 이거 하나 때문에 식칼을 든 건 아니다. 다음 걸 위해서……. "그리고 난 너를 가지고 싶어." 움찔! 내 말을 심히 오해했는지 돼지는 뒤로 물러난다. 이 자식아, 그런 괴상한 오해 하지마! 내가 미쳤냐? 너 같은 악덕돼지에게 이상한 생각을하게? 내가 말한 의미는……. "네가 가진 성, 즉 이 마을을 가지고 싶다는거야. 한마디로 정복?" "……." "물론 표면적으로는 아무 이상 없이 행동할 거야. 여전히 넌 영주이고, 그냥 대기 타고 있으면 돼. 내 명령이 있을 때까지. 어때?" "자,잠깐! 저보고 조,조국을 배신……." 퍼억! "……!" 난 그 즉시 식칼로 나무 한 그루를 간단하게 잘라 버렸다. 식칼로 나무를 자르는 건 평범한 조재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절대 아니다. 그리고 난 말했다. "네놈의 살을 먹고 무슨 맛인지 감상문 100페이지로……." "하,할게요! 배신하겠습니다. 제 , 제발 모시게 해 주세요." 그러면서 그 악덕 돼지는 나의 수하로 들어온다고 말했다. 후훗! 이거 좋은걸? 한마디로 급작스럽게 한 마을을 정복하게 되어 버린거냐?! 오,멋지다! 그리고 무엇보다 성에 가면 각종 보물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테고, 난 그걸로 잔뜩 쌓여 있는 빚을 갚으면?! "흐흐흐! 하하하하!" 모든 게 행복하다는 스토리다. "흐흑,감동입니다!" "……." 그 순간 난 흐느끼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거기에는 눈물을 흘리는 민호 님이 계신다. 저 자식,갑자기 왜저래?! 민호는 나를 보더니 정말 감동한 얼굴로 말했다. "감동입니다." "뭐야? 이자식, 갑자기!" "전 형님의 모습에 감동했습니다. 눈물이 멈추지가 않아요."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건데?" 이상하게 불안해진다. 민호는 계속해서 펑펑 울고 있다. 그는 잠시의 시간이 지나자, 안정이 되었는지 한마디 내던진다. "형님의 협박하는 모습이 너무 감동적이었습니다." "……."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 "역시 형님이십니다." "……." 난 말하고싶다. 그딴 건 금방 잊어버리고, 감동도 하지 말고, 그걸로 울지도 말라고! 협박하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서 눈물을 흘린다니, 정말 머리 아프다. 저놈의 머리는 무슨 18차우너 공간인 것같다. 난 완전히 굳었다. 그 악덕 돼지의 성 안에 들어온 이후 말이다. 난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악덕 돼지를 바라보면서 물었다. "물건들은?" "……." "왜 성에 물건이 하나도 없는 거니?" 그렇다. 성 안엔 아무것도 없었던 거다. 장식품이라든가 못해도 카펫 정도는 깔려 있어야 되는 거 아닌가? 이건 거지의 성도 아니고, 정말 심각한 수준이다. 나의 질문에 그 악덕 돼지는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담보가 잡혀서 모두……." "가져갔다는 말을 하고 싶은거야?" "네." "……." "제가 음식에 돈을 좀 투자해서 빚이 많거든요." 아악,말도 안돼! 오늘 그냥 순수하게 지원금(?) 좀 받아서 빚진 금액을 순식간에 갚으려 했던 아름다운 나의 작전은 그대로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 아니, 오히려 이 자식은 집까지 담보로 잡힌 나와 같은 '빚쟁이'였던 것이다. 뭔가 친숙한 단어이기는 하지만……. "난 왜 이러니?" 진짜 타이틀 그대로 '신조차도 울고 갈 정도로 재수 없는 자' 라는 게 왜이리 머리에 각인되는지 모르겠다. 어떻게 겨우 마을 하나를 접수했는데 그 마을 성주라는 놈은 너무 처먹어서 빚을 잔뜩 진거지? 어떻게 이런 확률이 존재하는 거야! 말도 안 돼! "참을 존경할 정도로 재수 없군요." "……." "정말 존경할 면모밖에 없는 형님이십니다." 난 뒤에서 감탄 어린 어조로 말하는 민호를 바라보았다. 그것도 구수한 눈빛으로 말이다. 그러자 민호는 순간 움찔한다. " 왜 그러십니까?" 난 그 말에 웃으며 말했다. "지금 비꼬았지?" "아닙니다 결백합니다.전 진심으로 형님의 재수 없음을 존경했습니다." "……." "진심입니다." 그래, 네놈이 무슨 의도로 말했는지는 모르겠는데 듣는 입장에서는 놀리는 것 같거든? 이 개자식아! 다다닥. "지 , 진정!" 난 그대로 민호를 향해 날았다. 우아하게(?). 지식 검색? "자연의 기운이 느껴집니다." "공습한다." "크르릉." "크르릉." "크르릉." 그 한마디 에르카니아에서 넘어온 수십 마리의 괴물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제 자연을 다루는 자가 사는 지역을 알아냈다. 자신들이 할 일은 그 성을 급습하는 일 뿐인 것이다. 난 생각해 본다. 진짜 누군가가 나에게 뭔가 상큼한 저주를 걸어 놓은 게 아닌가 하고 말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렇게 되는 일이 없니?! 처음으로 제대로 된 마을을 차지해서 지원금 (말만 지원금이지 정식 명칭은 강탈)을 얻으려고 했는데, 그 성주 자식은 오히려 나와 같은 처지에 놓인 빚쟁이였던 것이다. 그것도 나보다 심하다. 난 아지트 짓는다고 빚쟁이가 됬지만, 그 자식은 있던 재산도 먹느라고 다 날려 버린 것이다. 하아. 요즘 난 학교에 오면 거의 한숨으로 시작해서 한숨으로 끝난다. 그만큼 이 미묘한 상황이 가슴 아프다는거지. 두렵기도 하고말이다. 앞으로 또 어떤 저주가(?) 나에게 달라붙을지 말이다. 아니, 붙어도 되니 이제는 돈과 관련된 저주는 좀 자제해 줬으면한다. 다른 저주들은 받아들여 주마. 하지만 빚이 늘어나는 저주는 절대 사절이다. 그렇지만 왜 근시일 내에 그런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불길한 기분이 드는 거지?! 왜, 왜, 왜?! 왜 그런거야! "으윽!" 난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끼며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안았다. 그러고는 되새긴다. 그저 잠시 스쳐간 부질없는 상상이라고, 절대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거라고, 아무리 신조차도 인정할 정도로 재수 없다지만, 그 정도는 말도 안되는 거라고, 그렇게 스스로 한참을 다독거리자 다시 마음에 안정이찾아온다. 휴우. 그래,힘내자, 힘내는거야.아자! 난 그 생각과 함께 힘차게 고개를 치켜 올렸고, 잠시 후였다. "꺅!" "예,예진아!" 갑작 스러운 나의 행동에 무척이나 놀라는 예진이가 있었다. 난 그런 예진이에게 긴급히 출동해서(?) 물었다. "괞찮아?" "아,잠시 놀란 것뿐이야." "미안해." "아니야." 싱긋. 그러면서 미소를 지어 준다. 아아, 정말 보면 볼수록 사랑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소녀다. 그렇기에 내가 이런 미친 짓거리를 하는 거지만……. 나도 잘 알고 있다. 게임 정복이라는 목적이 가지는 미친 수위를 말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그녀를 사랑하는 이 불타는 마음, 더 태울 데도 없을 만큼 활활 타올라 갔으니까. 그 순간이었다. "오늘 거야." 싱긋. 예진이가 환한 웃음을 지으며 도시락 하나를 내민다. 아, 이건 나의 건강을 위해 마련해 온 점심. 그녀는 빵만 먹던 내게 건강을 걱정해서 도시락으 싸 주시는 천사님이다. 난 진심으로 감동했다. 그리고 물론 맛도 예술이다. '굿잡'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말이다. 그렇게 나는 감동 어린 눈빛으로 예진이가 내민 도시락을 받았고, 그러자 순식간에 따가운 시선들이 몰린다. 반에 있는 남자들의 시선은 당연한 거고, 여자들의 시선도 상당히 많구나. 어이,여자들! 뭇느생각이야? 건전하게 살아! 남자들의 저 부러운 눈빛은 이해가지만, 저 질투에 타오르는 여자들의 눈빛은 참으로 이해하기가 애매하다. 난 건전해서 말이다. "그럼 난 갈게." 예진이는 약간쑥스러운듯미소를지으면서 갔고, 난 그런 예진이의 뒷모습만 멍하니 바라보았다. 아,너무 좋다. 너무 좋아! 그녀가 내게만 도시락을……. 어라? 그러고 보니 뭔가 이상하다? 이 반에는 점심을 부실하게 먹는 남자는 나 뿐만이 아니다. 일곱 명 정도인가가 나처럼 부실하게 먹는다. 그런데 왜 나한테만 도시락을 싸 주는 거지? 이상하다. 분명 이상해. "서,설마!" 그 순간 내 머리에 무언가가 스쳐 지나간다. 솔직히 내가 연애에 관해서는 금붕어 머리라는 거 인정한다. 하지만 이런 이상 행동도 인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나만 특별 대접을 받는다. 이건 혹시 나를……? 두근두근. 그런 생각이 들자, 나도 모르게 심장 박동 수가 심하게 빨라진다. 그래, 분명 그럴 수도 있어. 이런 경우는 누구한테 물어봐야 되는거지?! 난 고민했다. 지금 예진이가 나에게 도시락을 주는 의미를 제대로 설명해 줄 사람을 말이다. 하지만 없어 보인다. 이 반의 남자 새끼들은 분명 안 좋은 쪽으로 말할 거고, 민호 자식은 인간이 불 신 그 자체다. 그럼?! 그렇게 마구 누군가에게 질문을 해야 된다는 상황에 빠지자, 난 혼란스러워졌다. 그 순간이었다. 빅아이디어가 떠오른 것이다! "그래,지식인!" 그렇다, 지식인. 뭐든지 물어보면 전문가가 친절하게 대답해 주는 인터넷 시스템이다. 물론 전문가가 아니고 이상한 애들이 달라붙기도 하지만, 그정도는 분간해낼수있다. 구라인지 진실인지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예진이를 아는남자들이나 민호에게 물어볼 바에는 인터넷에 묻는 게 그래도 더 믿음이 간다는 거다. 확실히 말이다. 난 손을 불끈 쥐면서 외쳤다. "물어보겠어!" 단지 내 착각이라면 그냥 혼자 쪽팔리면된다. 그게 바로 인터넷의 장점이라는 거지. 후훗! "……." 한편 그 모습을 지켜보는 한 인영이 있었따. 재현의 말에 따르면 그분은 약 18차원의 정신세계를 가진분이시다. 그는 드디어 제대로 된 질문 방법을 알아낸 재현을 보고 잠시 후 고개를 끄덕이더니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렇게 나오신다면…….' 그러고는 이런 저런 생각을 한다. 무슨 생각일까? 아마도 18차원의 정신세계를 가진 자들만이 알 것이다. [저기, 어떤 한 여자 아이가 저한테만 도시락을 싸 주거든요? 제가 사실 그 여자 아이를 좋아해요. 1년 동안 짝사랑했는데 고백하기 위해 용기를 내려고 해도 안 되네요. 그런데그 여자아이가 제가빵을먹고있는 모습을보더니 건강에 좋지 않다고 매일 도시락으 싸 주는데 이 의미는 뭐죠?! 단순한 배려일까요?] 난 아주 정직하게 지식인에 물었다. 이제 이걸 보고 많은 연예지식인들이 대답해 줄거다. 물론 이상한대답을 하는놈들도있을테지만말이다. 그렇게 난 학교 컴퓨터실에서 답변이 오기만을 기다렸고, 잠시 후 무언가를 알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이건 답변소리다! 난당장창을열어 답변의 내용을심오하게(?) 읽었다. [그건 절대 친구 이상으로 오지 말라는 표시입니다. 절대 말입니다. 물론 그럴 경우에도 방법은 있습니다. 그건 게임 정복입니다. 게임 정복이야말로 모든 여자들의 로망이죠. 그걸바치는겁니다.] 뭐지? 이 민호처럼 보이는 답변은? 왠지 모르게 글에서 민호의 냄새가난다. 왜그런걸까?흐음. 그렇게 난 한참 고민에 잠겨 있었다. 잠시 후였다. [게임정복이야말로 여자들의로망.] [정복하세요!] [정복이야말로 미덕!] [도시락을 준 걸 보면 친구로 지내자는 의미이기는 하지만, 게임 정복을 하면 정말 손쉽게 고백을 성공할 수 있습니다.] [위의 분들 말씀에 저도 동의합니다!] [지금의 대세는 게임 정복. 호감도가 0%였던 남자가 게임정복 이후 100%로 상승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그렇지만 친구로 지내자는 건 일단 호감도가 0%는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러니 남들보다 손쉽게 사랑을 쟁취할 수 있습니다!] [그렇죠, 그런 거죠! 파이팅!] 이런 답변들도 줄기차게 온다. 진짜 겡미 정복이 그렇게 연애에 유익한 거냐? "저기,모든 보안이……." "무슨 소리인가?!" "해제되었습니다. 그리고 지식인 답변에 한 컴퓨터만이 사용 가능하게……." "이,이건 무슨?!" 황당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지다니! 자신들의 보안 시스템이 이렇게 급작스럽게 풀리다니, 이건 일어날 수도 없는 현상이다. 그 어떤 최고의 해커라고 하더라도 자신들의 회사 통신망을 뚫으려면 며칠은 걸린다. 그러면 그 안에 준비를 하면 되는데, 지금 자신들의 보안 시스템을 뚫은 존재는 단 몇 초만에 점검해버린거다. 아무런 경고 메시지도 없이 그냥 심장 깊숙이 파고 들어온 거라는 얘기다. "이게 말이 되는 건가?!" "믿을 수 없습니다. 만약에 이런 해커가 있다면!" "……?" "순식간에 핵 제어도 풀 정도입니다!" "……!" "그만큼 이건……." "그럼 그 사용 가능한 컴퓨터를 추적해! 거기에 앉아 있다는 거잖아!" "물론 추적하고는 있지만 추적 도중 바이러스에 걸려서 컴퓨터가 다운되는 현상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 "그리고 메시지가 뜹니다." "뭐라고?" "순수하게 20분만 대여해 갑니다"라는 문구가……." "……." 악! 이건 아니야! 모든 답변이 다 이렇다. 게임 정복이야말로 타개법이라고, 그리고 나에게 도시락을 주는 건 더 이상 다가오지 말라는 경고 메시지(?)란다. 한 명이 이런 답변을 올렸다면 말도 안 한다. 하지만 열 명이 올린 답변이 다 이렇다. 이렇게 되면 민호의 말이 사실이라는 거다. "아하하! 도시락이 그런 의미였다니, 완전 헛다리짚었군." 난 한숨을 내쉬었다. 잠시지만 어이없는(?) 상상을 해 버린 것이다. 혹시나 예진이가 나에게 조금이라도 마음이 있나 하는 상상말이다. 하지만 이것으로 알았다. 지금 이 상태로는 고백해도 분명 차일 거라는 사실을. 그렇다면 남는 건 게임 정복뿐. 주변에서 지긋지긋하게 들려오는 게임 정복을 말이다. 하지만 진행은 커녕 자꾸 저주받는 일이 나타나서 쉽지 않다는 게 눈물이 나오게 만든다. 아, 게임 정복! 하고 싶어. 흐흑! 제 3장 풍비박산 "하아." 난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다소충격적이었다. 어제의 그 지식인의 대답이 말이다. 도시락을 싸 주는 의미가 친구 이상으로는 오지 말라는 뜻 이라니! 한마디로 선부터 그어 놓은 거다. 그러니까 예진이에게 난 남자로는 절대 안 보이니까 접근 금지령인가?! 물론 희망은 있다. 답변에 의하면 게임 정복을 하면 고백 성공률이 100%란다. 그런데 왜 생각을 하면 할수록 게임 정복과 사랑과 무슨 연관이 있는지 심히 의심스러워 지는 걸까. 하지만 주변에서(심지어는민혜까지)모두 그럴 뿐만 아니라 지식인에서도 그랬다. 하아, 이제 괜한 의심은 하고 싶지도 않다. 그냥 받아들이자. 게임 정복과 사랑의 미묘한 연관성을……. "오빠, 왜 그래?" 한편 한숨을 내쉬는 날 본 민혜가 의아한 듯 물었고, 난 또 다시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충격적인 사실을 알아버렸다고나 할까?" "충격적인 사실?" "응. 도시락을 주는 의미가 더 이상 다가오지 말라는 접근 금지령이라는거 말이야." "……." "내가 전에 말했지? 내가 좋아하는 애한테 도시락을 받는다고." "으응." "왜그래?" "아,아냐." 도시락을 받는다는 부분에서 민혜는 갑자기 극도로 이상반응을 보였다. 왜 저러는 거지? 민혜의 얼굴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무슨 일이 있나? 그때 민혜가 떨리는 어조로 말했다. "계속 이야기해." "괞찮아?" "으응. 아무것도 아냐." "……." 약간 이상해 보이는 민혜의 반응이 걸리기는 하지만, 뭐 본인이 괞찮다니까. 난 다시 말을 이어 나갔다. "그런데 어제 이상한 생각이 드는 거야." "무슨 생각?" "왜 예진이는 나에게만 도시락을 싸 주는 걸까 하고 말이야." "……!" "……?" 그때 갑자기 민혜가 너무나도 놀란 얼굴 표정을 지었다. 그러더니 떨리는 어조로 물었다. "그,그 의미를 안 거야?" 민혜는 좌절했다. 여자가 남자에게 도시락을 매일매일 싸 주는 의미를 파악했다는 말에 말이다. 재현이가 여자에 관해서는 아예 모른다고 무의식적으로 안심했는지 모른다. 그런데 그렇게 계속 모르리라 여겼던 오빠가 이상한 점을 눈치 챈거다. 민혜는 마치 무언가가 자신을 누르는 기분이 들었다. "……." 5년 동안이나 좋아했는데, 5년 동안이나……. 그리고 갑작스러운 이사로 연락 두절이 된 2년 동안에도 단 한번도 잊어 본 적이 없었는데……. 너무 마음이 아프다. 이제는 자신이 이길 수가 없다. 그 순간이었다. "지식인에 물어보니까 열 명 정도가 그건 친구 이상으로 오지 말라는 의미라잖아.쳇!" "……?!" "왜 그래, 민혜야?" "아,아니……." 갑작스러운 엉뚱한 소리에 민혜는 당황했고, 잠시 후 자신의 귀를 의심하면서 입을 열었다. "저기.오빠……." "응." "여자가 도시락을 싸주는 의미가 친구 이상 접근은 금지라는 의미라고?" "응. 어제 지식인에 물어보니까 다 그렇게 대답해 줬는데, 혹시 아닌 거야?" 재현이 자신에게 조심스럽게 묻자, 민혜는 잠시 머뭇거렸다. 하지만 그녀는 또다시 거짓말을 하고 말았다. "마,맞아. 그런 의미야!" "하아,그런 거구나." "……." "멋지십니다." "……." 민호는 은근슬쩍 민혜에게 다가오더니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우면서 말했고, 그 말에 민혜는 불편해 하는 어조로 물었다. "오빠가 한 짓이야?" "뭐가요?" "여자가 도시락을 주는 의미가 친구 이상으로 다가오지 말라는 거라고 말도 안 되는 풀이를 해 준 게 오빠지?" 민혜가 묻는다. 그리고 민호는 웃었다. 잠시 후 민호는 입을 열었다. "글쎄요?" "……." "뭐 그게 중요한건가요?" 무지 중요하다. 한 남자의 순정을 철저히 박살 내는 거니까. 민혜는 그런 민호를 신중하게 바라보더니 의문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 "오빠, 도대체 목적이 뭐야?" "목적이라니요?" "재현이 오빠를 속이잖아. 말도 안 되는 걸로, 분명 꿍꿍이가 있잖아." 그 의심스러운 말에 민호는 민혜를 바라보더니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 "비밀이에요." "……." 뭔가 획기적인 게 있어야 한다. 이대로 가다가는 게임 정복은 커녕 빚도 못 갚고 끝나는 수가 있다. 확실히 말이야. "어디서 돈이라도 떨어졌으면……." 난 생각해 본다. 하늘에서 돈이 떨어진다. 그리고 그 돈을 향해 웃으면서 난 순수하게 뛰어간다. 아,상상만으로도 행복해. 난 그러면서 두 손을 하늘을 향해 올린다. 그런데……. "뭐 하시는 거?" "……." "……?" 거북이 한 마리가 나를 이상한 듯 바라보고 있다. 난 이 상황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심히 고민스럽다. 현무는 여전히 나를 이상하다는 듯 바라보면서 묻는다. "제정신이 아니라는 건가요?" "왜 네놈이 나한테 그런 소리를 하는 건데?" "전 다재다능한 존재니까요." "……." 내가 보기에는 다재다능한 기능은 없어 보인다. 거북이로 변신하고, 변신하면 많이 처지는 기술밖에 없는 게 다재다능 한 거냐? 그리고 무엇보다……. "기억은 나니?" "……?" "그 있잖아, 특. 별. 기. 술!" 저 거북이의 말에 의하면 상대방의 공격력을 방어하고 방어 와중에 쌓인 누적 데미지를 두 배로 돌려주는 엄청 멋진 스킬이 있다. 하지만 저 자식이 그걸 까먹어서 지금 사용하지 못하는 비운의 스킬이다. 흑, 슬프다, 슬퍼! 그렇게 난 어떻게해야 정말 부자가 될까 열심히 생각했다. 지금 상황에서는 게임 정복보다 돈이 더 필요하다. 아니, 그냥 앞으로 지출이나 없애야 한다. 최대한 말이다. 그럼 일단 성안에 있는 불필요한 것들을……. "주인님!" "……?!" 그때 리아가 나타나서 다급하게 나를 부른다. "침입자예요. 주인님!" "무슨소리야?!" "성안으로 괴생물체들이 난입했어요! 열 마리 정도!" "뭐라고?!" 여기에 난입하려면 상담히 힘들텐데? 나름대로 보안에는 신경을 썼기때문이다. 그 순간이었다. "주인님, 성이 파괴가……!" "헉!" 파괴가 뭐? 난 그 말만은 원치 않았다. 아니, 나오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 말만은 절대! 하지만 나의 이런 순수한 바람은 무리였다. 그 말이 나오고 말았다. "되고 있어요." "아아악!" 난 허망한 눈빛으로 앞을 바라보았다. 미친 세계에서 날아온 미친 괴물이 한 마리도 아닌 열 마리다. 하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지금 중요한 건 완전히 풍비박산된 성의 상황이다. 이게 중요한 거다. "아아악!" 나는 머리카락을 두 손으로 쥐어뜯었다. 이건 아니다. 이건 아냐! 나의 유일한 재산이! 그래,꿈일거다. 이건 분명 꿈이야. 그,그런거야! 성을 사느라 진 빚을 아직 갚지도 못한 상태다. 그런 성이 내눈앞에서 부서지고 있는 건 꿈일거다. 분명히말이다. 꾸욱! "악!" "꿈이 아닙니다.형님." "너 죽을래?" "전 형님이 현실을 외면하는 것 같아서……." "그렇다고 굳이 발을 밟니?" "원래 현실 구별법은 고통이 최고랍니다." "……." 빌어먹을 저 자식! 난 민호를 이글이글 타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굳이 꿈이 앙니라고 발까지 친근하게 밟아 주는 그 자식을 말이다. 아아악! 저 자식은 염장 지르는 것 하나는 최고다. 하아, 그래, 인정할 건 인정하자. 지금 이 상황이 현실이라고. 그렇다면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은 뭐가 있을까? 당연한 말이지만, 이 성을 보호해야한다. 지금 상태에서 더 부서지지 않게 말이다. 한마디로 남은 거라도 보존을 해야 한다는거다. "자연을 다루는 자다." "죽이지만 않으면 된다." "크르릉." "크르릉." "크르릉!" 한편 나의 소중한 성을 부숴 버린 괴물들은 나를 납치하려고 한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 내 심정으로는 저것덜을 완전히 세이 굿바이 하고 싶지만 그건 안 된다. 왜냐고? 그건 지금 있는 곳이 내 성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저것들과 싸우면 날아가는건내성이다. 지켜야 한다. 내 성을! 난 그런 생각과 함께 꾹 참으면서 스마일 미소와 함께 입을 열었다. "저기, 멋진(?) 괴물 군들." "……." "……." "……." "……." "우리, 밖으로 나가는 건 어떨까요?" "……." "……." "……." "……." 하하하. 난 내 말에 괴물들은 사람 무안할 정도로 나를 진하게 바라본다. 그리고 잠시 후였다. "……." "……!" 으아악!그대로달려든다. 오지마,오지마,오지마! 제발 여기서는 안 돼! 퍼억! 콰악! 뿌직! "꺅!" 나의 고귀한(?) 비명 소리와 함께 근처의 성벽과 바닥이 산산 조각이 나서 부서진다. 으악! 난 그런 그들에게 절망 어린 어조로 다시 한 번 부탁했다. "이러지 마, 이러지 마, 이러지 마!" 난 진심으로 애원했다. 이건 아니다. 정말 아니야! 제발 이러지 마! 이건 좋지 않아! 쾅! 푸직. 하지만 괴물들은 이런 나의 절규 어린 외침을 완전히 무시하고 다 때려 부수면서 오고 있다. 난 그들에게 다시 한 번 외쳤다. "그러지 마요!" 하지만 내가 이렇게 외칠수록 그들의 행동은 더욱 흉포해졌고, 마치 즐기듯 더욱 심하게 부쉈다. 한마디로 내가 절규를 하면 할수록 그들은 더욱 파괴했다. 그리고 잠시 후 난 이미 성이라는 흔적조차 남지 않은 일부분을 보고 웃기시작했다. "흐흐흐." "……." "……." "……." "하하하하." "……." "……." "……." "후후후! 후후후!" "……." "……." "……." 나의 이상 반응에 괴물들은 말없이 나를 바라보았다. 난 그런 괴물들을 향해 상큼하게 웃어 주면서 그대로 와이어를 집어 들었다. 신급의 아이템, 모든 것을 잘라 버린다는 그 아이템을 말이다. 그러고는 난 눈을 번쩍이면서 단 한마디를 외쳤다. "다 죽었어!" "……."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무슨 짓을 한 거야?! 내가, 내가, 내가! 난 절반 이상 날아가 버린 성을 보고 그대로 주저앉은 채 움직이지도 못했다. 1억 8천 240만원이라는 돈이 들어간 나의 성이 반 이상사라졌다. 아아악! "형님이 4분의 1 날려드시고, 괴물들이 4분의1날려먹었습니다." "……." "그래서 사이좋게 합쳐서 절반이 날아갔군요." "……." "괴물들은 그렇게 힘들게 부쉈는데 형님은 1분만에 성 4분의1을날려버리시다니, 역시 멋쟁이십니다." "……." "수리비로 약 9,000만원 정도 나올듯 싶습니다." "……." "으음, 이렇게 되면 이 성을 재건할 시 저희들의 빚은 2억 7천 240만원이 되는군요." "……." 민호의 너무나도 친절한(?) 설명에 난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대답하고 싶지 않다는게 정확하겠지. 그 순간이었다. 「축하드립니다. 새로운 타이틀을 얻었습니다.」 뭐? 이런 개판인 상황에서 새로운 타이틀이라고? [당신은 신이 되었습니다. 재수 없는 자의 신이. 특별 효과가 적용됩니다.] "……." 멋지군 멋져! 너무 멋져서 눈물이 나온다. 드디어 얻고 말았나? 네 번째 타이틀을 말이다. [모든 능력치 1,000 상승효과.] 1,000이란다. 분명 전체 300 상승도 놀랍다 못해 기절할 판국인데 1,000이란다. 1,000이라면? 하아 솔직히 말해 미친 거지. 그리고 이런 옵션은 최강을 넘어 초 최강이다. 하지만 하나도 기쁘지 않다. 오히려 암울하다. 그 유명하다던 '등가교환의 법칙'이라는 말도 떠오른다. 엄청난 능력치 상승, 하지만 엄청난 빚. 아아, 이게 바로 에레레레레한(?) 상황이라는 건가(큰 충격 으로 잠시 정신 나감). 세상은 멋져, 흐흑! 보물지도 "이 세상은 돌고 도는 법." "……." "멋진 세상이야. 하하하!" "……." "할렐루야! 나무아미타불 관세음 보살!" "……." 민혜는 할 말을 잃어버렸다. 저번에 괴물들이 침입하고 나서 성 절반이날아간 뒤 저 모양이다. 뭔가 초탈한(?) 인간의 느낌이랄까. 그때 재현이 중얼거린다. "2억 7천 240만 원……." 하지만 돈 이야기가 나오는 걸로 봐서 초탈은 아닌 것 같다. 그냥 단순 쇼크에 의한 이상 현상인듯하다. 그렇지만 민혜는 걱정스러웠다.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가 저렇게 아파하니까 말이다. 민혜는 조심스럽게 재현을 향해 다가갔다. "저기,오빠." "……?" "괞찮아?" "물론." "……." 절대 괞찮지 않다. 괞찮을리가있냐? 이런 비관적이다 못해 암울한 상황을 겪었는데 말이다. 이런 내 모습을 안타깝게 바라보던 민혜 양은 힘차게 말했다. "힘내! 나쁜 일이 일어났으면, 분명 좋은 일도 일어날 거야." "과연 그럴까?" "……." "난 신인데?" "무슨말이야?" 민혜까 내 말을 이해 못하는 듯하자, 난 그녀에게 허탈한 어조로 말했다. "난 신이야. 재수없는 자의 신." "……." "그런 나에게 과연 좋은 일이 언제 일어나는 걸까? 그저 아무 일 없이 평범하게 흘러가는 것만으로도 나에게는 최고의 행운일텐데." "……." 그 말에 민혜는 당황하는 표정을 지었다. 물론 고맙다. 기운 없는 나를 위해서 걱정해 주는 거니까. 하지만 아무리 초미소녀의 걱정이 작렬(?) 해도 이번에는 도무지 기운이 나지 않는다. 한마디로 너무나도 큰 누적 데미지에 그냥 KO당해 버렸으니까. "주인님!" "리아, 나 지금…… 풋!" 힘들다는 말을 하려고 했지만, 난 그대로 숨을 멈춰 버렸다. 그 이유는 리아의 옷 때문이다. 죽인다! 예술이다! 이게 그 예술인의 혼(전혀 상관없음)? 그만큼 리아의 복장은 멋졌다. 패션계에 획기적인 선을 그을 만한 복장! 하얀색의 간호사 복이다. 하지만 평범한 간호사 복이 절대 아니다. 초미니 스커트에 가슴이 훤히 보이는 파격적인 골이 아주 인상 깊은 옷이다. 멋지다. 이건 완전 패션이야! "어때요?" "……." "이상해요?" "……." 아니, 이상하기는 아주 죽인다. 저런 간호사 복이 있다면 모든 아픈 남성들이 펄떡펄떡 일어날 게 분명하다. 그런 의미에서 강하게 추진하고 싶지만 불가능하겠지. 그리고 물론 리아가 본바탕이 워낙 뛰어나서 그런 거라는 아주 중대한 이유도 있고. "……." 뜨끔! 그 순간 누군가가 나를 째려보는 눈빛이 느껴진다. 난 그 느낌을 애써 착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찌릿. 계속해서 입질이 온다. 이걸로 보아 나만의 착각은 아닌듯? 누군가가 나를 노려보고 잇다. 난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린다. 그러자 거기에는 너무나도 귀여운 소녀가 나를 바라보고 계신다. 그것도 짜릿(?) 하게 말이다. 난 그런 그녀에게 당황스러워하면서 물었다. "왜 그래, 민혜야?" "……." "그,그런 눈빛은 왜……." "아무렇지도 않아." "……." "단지 내가 힘내라는 말은 무시하고 리아의 수위 높은 옷에만 반응하는 오빠의 모습이 보일 뿐이야." "……." 난 뾰로통해져 있는 민혜의 모습에 당황했다. 어떡하지? 나의 약간(?) 짐승적인 모습을 보고 실망한 게 분명하다. 하지만 나도 신체 건강한 남자이다 보니 리아 양의 자극적인 모습에 저절로 반응한 거다. 한마디로 본능? 뭐, 그런 거다. 절대 내가 짐승 같아서 그런 게 아니라 남자의 순수 본능! 하지만 이렇게 마음속으로 변명해봣자 민혜가 이런 내 마음을 알아줄 리는 없을터. 하아,미치겠네. 그순간 내눈에민혜의 뾰로통한 모습이 선명하게 포착됐다. 물론 지금 상황에서 이런 생각을 하면 안 된다는거안다. 지금은 어떻게 해서든 오해를 풀 생각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자동으로 든다. '귀여워!' 뾰로통한 모습이 귀여워서 미쳐 버리겠다. 진짜! 잠깐,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거냐! 이건 아니다. 예진이를 사모하면서 다른 여자를 보고 귀엽다니! 물론 지금 그 모습이 충분히 안아 주고 싶은 그런 모습이기는 하다. 그리고 워 낙 초미소녀여서 나의 마음을 흔든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건 변명에 지나지 않아! 으악! 툭! "꺽!" "……!" 그떄 누군가가 나의 등을 살짝 밀었고, 난 갑작스러운 상황에 그대로 앞으로 쓰러졌다. 그리고 하필 내 앞에 있는 건 민혜……. 그리고 잠시 후였다. "……?" 뭐지,뭐지,뭐지?! 내 눈앞에서 굳어 버린 민혜의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입술에서는 너무나도 향기롭고 달콤한 느낌이 든다. 마치 사르르 눈이 녹듯……. 그렇게 잠시의 시간이 지나고 난 깨달았다. 지금의 상황을말이다. "으악! 미,미안!" 후다닥! 난 재빨이 일어나서 순식간에 민혜의 입술에서 입을 뗐다. 하필 넘어지면서 민혜를 덮치는 꼴이 되어 버렸고, 절묘하게 그녀의 입술에 다이빙을 해 버린 거다. 한편 민혜는 멍하니 있었고,난 그 모습에 그녀가 엄청난 충격을 받은 줄 알고 당황한 어조로 말했다. "지,진짜 미안해. 고,고의가 아니었어!" "……." "진짜 누가 뒤에서……." "……." 그렇게 말하면서 뒤를 돌아보는데 진짜 뒤에 누가 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만한 인간이 말이다. "민호." "형님. 행복하십니까?" "……." 물론 저런 미소녀와 뽀뽀한 건 행복하기는 하지만……." 아,이게 아니라! 난 그대로 벌떡 일어나서 민호의 멱살을 잡았다. 그러고는 외쳤다. "너, 죽을래?!" "왜 이러십니까." "왜 이러기는? 네가 밀었잖아!" "형님이 원하셨잖아요." "내가 언제, 이 자식아!" 그말에 싱긋 웃은 민호는 자그마한 목소릴 ㅗ물었다. "귀엽다는 생각을 하시지 않았습니까?" "……." 분명 그런 생각은 했지만, 그거랑 뽀뽀는 무슨 관계냐? 아니, 그것보다 어떻게 내 생각을 안거야? 이 자식?! 갑자기 이 자식이 무서워진다. 이놈, 인간 아닌 거 아냐? 층분히 가능성이 있다. 인간이 라고 하기에는 소화해 낼 수 없는 능력, 18차원의 정신세계를 가진 자식이니까. 그럼 저놈이 인간이 아니라면? 혹시 지구를 점령하기위해 온 외계인?! "오,오빠, 난 괞찮아." "……." 그때 민혜가 얼굴이 홍당무가 된 채 한마디 던진다. 난 그런 그녀에게 재빨리 다가가 정말 미안하다는 듯 말했다. "미안, 미안해." "아니야. 실수였잖아." "그래도……." "정말 괞찮아." "……." "그래도 첫 키스였는데, 헤헤!" "……." 헉, 첫 키스?! 잠깐! 난 그럼 한 소녀의 첫 키스를 산산조각 무너뜨린 거야?! 이럴 수가! 어? 그러고 보니 나도 첫 키스? "……." "……." 우리는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한마디로 우리 둘 다 첫 키스였다. 물론 이상하게 되어 버렸지만 일단은 첫 키스인거다. 아악, 이상해! 뭐지? 이건 왜 심장이 두근거리는 거냐?! 아아악! 난 예진이를……! "좋으셨습니까?" "……." "후훗." 한편 민혜는 민호의 음흉한(?) 미소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실 좋았다. 당연한 말이지만 자신이 제일 사랑하는 오빠와의 첫 키스, 싫은 사람은 없을터이다. 물론 정식적으로 한 건 아니고 변칙적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민호는 여전히 미소와 함께 말했다. 이걸로 이제 형님의 마음속에는 민혜양의 촉촉한 입술이 각인되어있을겁니다. 무엇보다 '첫 키스' 니까요." "……." "첫 키스 말입니다.후후!" 그말에 민혜는 더욱 얼굴이 붉어졌고, 그런 민혜에게 다가간 민호는 속삭이듯 말했다. "충분히 할 만한 것 같네요.충분히 말입니다." "……." 민호의 한마디에 민혜는 무슨 일인지 힘이 난다. 마치 마법에라도 걸린 듯 말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의 속셈이 궁금하기만했다. "오빠, 도대체 무슨 생각이야?" "……?" "전에도 물었잖아. 그리고 난 알아. 오빠가 제일 존경하는 사람이 재현이 오빠라는 걸." "그렇습니다만……." "그런데 왜 제일 존경하는 사람을 도와주지는 못하고, 오히려 그렇게 상황을 이상하게만드는거야?!" 그렇다. 그는 제일 존경하느 ㄴ사람의 연애 상황을 마구 헝클어 놓는다. 이건 존경한다는 말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행동이다. 그 질문에 민호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존경하기에 이러는 겁니다." "……?" "전 형님의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고 싶거든요." "……?" 그 말에 민혜는 멍하니 서 있었다. 민호는 속으로 웃으면서 말했다. '하렘 제국을 말입니다.' "……." "……." "……." "……." 어색하다. 심히 말이다. 방금 전 일어난 키스 사건 때문인지 민혜와 나 사이에 무지 무지 어색함이 존재한다. 하아, 진짜 방금 전 일만 생각하면……. 그 부드러운 입술과 향기로운 맛……이 아니라! 난 뭐 하자는 게냐! 나에게는 예진이가 있잖아?! 아무리 민혜가 초 미소녀라고 하지만, 그런 그녀와 첫 키스를 했다지만 이건 아니잖아?! 난 예진이에게 고백을 하기 위해 이 게임을 시작했다. 그리고 게임 정복을 위해서……. 그런 나의 열정이 고작 키스 한 방에 무너질 정도로 저질인 거냐?! "무너질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 "인생은 무너지는 게 아름다우니까요." "……." 그때 내 뒤에 나타나 한마디 하는 민호, 난 그가 무섭다. 이번에도 내 생각을 읽었다. 분명하다 저 자식, 진짜 우리 지구를 점령하기 위해 파견된 엘리트 외계인이 아닐까? 그 순간이었다. "형님의 얼굴은 참으로 다양하게 표현되어서 읽기 무척 쉽습니다." "……." "절대 외계인은 아니니 안심하세요." 그렇게 말하면 내가 '네!'라고 하겠냐? 그때 민호가 내게 바짝 다가오더니 자그마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걱정 마십시오." "……?" "뒤처리는 깔끔하게 해 드리겠습니다." "무슨 소리냐?" "형님이 문어다리로 이여자 저 여자 다 낚으셔도 제가 뒷일을 감당하죠." "……." "전 형님의 피앙새니까요." 그런 건 뒤처리 안 해 줘도 된다. 저 자식은 내가 마치 이 여자 저 여자 모두 집적거리는 것처럼 말한다. 미안하지만 난 이래 뵈도 일편단심(?) 이어서 말이다. 그리고 이제 제발 피앙새라는 말은 빼지? 남자라는 피앙새는 키운 적 없으니까 말이다. "끄악!" "……!" "……!" "……!" 그 순간 ㅎ녀무의 괴상한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난 다급히 민호를 보면서 물었다. "뭔 일이냐?" "모르죠." "……." 그래, 모르겠지. 물어본 내가 죄인이다. "이게 뭐죠?!" 그걸 왜 나한테 묻는데? 난 황당 그 자체라는 얼굴로 현무를 바라보았다. 자기 손에 들린 낡은 지도를 보며 비명을 지른 현무를 말이다. 현무는 자신의 손에 주어진 낡은 지도를 보면서 당황하며 말했다. "등껍질 안을 점검(?) 중이었는데, 이게 나오는 거예요!" 요즘은 거북이의 등껍질 안도 점검이 되는 시대냐? 많이 좋아졌네. 아니, 저 자식이 특이한 거북이니까 가능할지도……. 그런데 여기서 내가 제일 궁금한 건……. "네 비 명과 저 지도와는 무슨 관계인 거냐?" 그렇다. 자기 등껍질에서 지도 좀 나올수도있지. 그걸 가지고 저렇게 괴상한 비명을 지르는 이유는 무엇인거냐? 도무지 이해가 안 가는구나. 나의 이런 질문에 현무는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더니 물었다. "제가 왜 비명을 질렀죠?" "……." "왜 질렀을까요?" "……." "흐음." 심각하게 고민하신다. 어이,어이! 댁이 지도 보고 비명을 지른 이유를 내가 알 리가 있냐? 그리고 자기가 왜 비명을 질렀는지도 모르는 저런 미친 거북이라니……. 난 그런 생각과 함께 한숨을 내쉬었다. 괜히 달려왔네. 하아. 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런 나에게 현무의 비명의 원인이 된 낡은 지도가 보인다. 난 그 지도를 아무런 생각 없이 현무 손에서 낚아 채면서 물었다. "이게 뭔데?" 그러고는 가볍게 지도를 펼쳤다. 상당히 오래되었다는 걸 알려 주듯 꽤 낡은 지도다 그렇지만 용케도 지도의 본 목적은 망각하지 않았는지 잘보인다. 그런데……. "……." 난 내 눈을 의심했다. 그리고 눈을 크게 떠 보기도 하고 비벼 보기도 하고, 별 짓거리를 다 해 봤다. 하지만 그대로다. "설마?!" 지도에 표시되어 있는 상자 모양이 심상지가 않다. 내 눈이 잘못되지 않았고, 저 상자 모양의 의미가 사실이라면? 이건 바로! "보물 지도라는 미묘한 그거?!" "하아!" 난 흥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보물 지도라니! 이런 게 내 손에 쥐어지다니, 크하하하! "죽이는구나!" 난 그 보물지도를 보면서 흥분을 자제할 수가 없었다. 그만큼 지금 나에게 보물지도는 가뭄의 물 한 방울 같은존재다. 그렇게 난 한참을 히죽거렸다. 하지만 금세 문재가 생겼다. 그건 바로! "여기가 어디를 가리키는 거지?" 확실히 어느 섬을 가리키는 보물 지도다. 그 섬만 찾아내면 보물을 손 쉽게 구할 수 있을테다. 하지만 문제는 그 섬이 어디에 있느냐는 것이다. 지도에 그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고, 섬 안에 보물이 숨겨져 있는 것만 상세하게 적혀 있었다. 으악! "이건 아닌데……." 이건 아니다. 이러면 보물지도의 의미가 없잖아! 그 보물이 숨겨져 있는 섬의 위치를 알아야 보물을 찾을게 아닌가?! 그렇지 않다면 이건 진짜 아무 필요도 없는 지도일 뿐이다. 난 무슨 짓을 해서라도 이 지도가 가리키는 섬을 찾으려고 했지만, 무리였다. 도대체 이 지도는 어느 섬을 가리키고 있는 거지?! 수백 개나 되는 섬을 일일이 돌아다닐 수도 없는 일이고 말이다. "크윽." 기대가 컸던 탓인지 충격도 무척 크다. 젠장! "형님." "왜?" 그때 민호가 잔뜩 좌절한 나를 불렀다. 그는 지도의 한 부분을 가리키더니 말했다. "힌트가 있군요." "힌트?!" 난 그말에 당장 민호가 가리킨 부분을 바라보았다. 힌트가 있다. 진짜 힌트가 있어! 하지만 그것도 잠시,난 굳어버렸다. 완전히 석상모드다. 굳이 왜냐고 묻는다면 그 힌트는 너무 아름다웠다고나 할까, 아니 파격적이었다고나 할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다. 그곳에는 이 한마디만 적혀있었으니까. "뜨거운 핫커피와 차가운 냉커피의 만남……." 둘이 만나?그래서 뭐하는거니? 그리고 저기에 첫번째 언급된 이름은 많이 들어봤다.뜨거운 핫커피라고, 분명 많이 들어봤다. 그건바로……. "민호,네놈이 집 한채 값주고 산 야설 책 이름이 뜨거운 핫커피지?" "그렇습니다." "……." 그렇다. 집 한 채 값을 주고 산 야설 책, 뜨거운 핫커피. 명작이자 대작이자 최고의 작품이라고 일컬어지는 야설계의 이단작, 뜨거운 핫커피. 어떻게 보면 대단한 책일지도……. 아 참, 중요한 건 이게 아니라 민호가 가지고 있는 책 이름도 뜨거운 핫커피고, 여기서 언급된 것도 뜨거운 핫커피다. 그럼 두 가지가 같은 걸까? 난 아니라고 본다. 이 보물 지도에 나타난 힌트가 야설이라니 ,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은 아닐테니까. 그때였다. "흐음, 차가운 냉커피도 구하고 싶은데 말입니다." "……." "왜 그러십니까?" 난 민호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떨리는 어조로 물었다. "차,차가운 냉커피라는 거……." "네, 말씀하십시오." "야설이니?" "그렇습니다." "……." "뜨거운 핫커피와 형제가 되는 소설이죠. 차가운 냉커피는 말입니다." 아아악! 절대 믿고 싶지 않아! 하지만 이런 나의 마음속 절규는 부질없는 거다. 미등ㄹ 수밖에 없다는 걸 난 잘 안다. 보물 지도에서 힌트로 나온 뜨거운 핫커피와 차가운 냉커피가 야설이라는걸 말이다. 보물지도의힌트가 야설을 합치라는 거라니! 무슨 이런 거지 같은 일이 다 있어! 물론 민호의 말대로라면 그 야설은 그냥 야설이 아니다. 거의 레전드급의 야설이다. 하지만 이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말. 으윽! 차가운냉커피 지금난 차가운 냉커피를 수배하고있다. 아니,정확히는 민호 군이 하고 있다. 이쪽 방면으로는 자신 있다면서 열심히 뛰쳐나간 민호 군, 충분히 믿을 만하다. 그는 야설계의 거장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나저나 난 문득 궁금해진다. 뜨거운 핫커피와 차가운 냉커피의 심오한 이름이 말이다. 보통 야설이라고 하면 제일 중요한 게 제목이 아닐까 생각한다. 보통 '오빠, 그러지마요(?)!'라든가 '아이잉!'이라든가 '꺅!오지마!'등 자극적인 제목은 필수다. 그래야지 그 제목을 보고 필 받은 남성들이 달려들 테니 말이다. 하지만 뜨거운 핫커피와 차가운 냉커피는 절대 야설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 이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설 마니아 사이에서 전설이 될 정도면, 꽤 어마어마한 작품이라는 소리인데……. "무슨 내용일까?" 나도 남자인 이상 내용이 궁금하다. 도대체 무슨 내용이기에 레전드급 야설이라는 거지? 그리고 무엇보다 더욱 궁금한 건……. "이 자식은 왜 이걸 여기 놔두고 간 거지?!" 그렇다. 하필 내 앞에 던져 놓고 간 ' 뜨거운 핫커피'. 마치 보라는 듯한 느낌이다. 아니 분명 보라는 거겠지? 하지만 쉽게 속아 넘어갈 내가 아니다. 크하하하! 그렇게 시간이 지나간다. 그리고시간이 지나가신다. 그런데 시간이 뭔가 미묘하다. 그렇지 않아도 시간이 좀 이상하다. 그런가? 난혼자서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렸다. 내가 왜 이러는 거냐? 왜이렇게 시간이 안 가는 거지? 그렇게 한참을 멍하니 있던 나에게 또다시 한 권의 책이 보인다. 그건 바로……. "뜨거운 핫커피." 그렇다. 오늘따라 유난히도 시간이 안 간다. 왜 이렇지? 마치 슬로우 마법이 걸린 듯 말이다. 그리고 보통 이렇게 시간이 안 갈 땐 소설을 읽으면 시간이 잘 간다. 한마디로 말해서……. "시간 때우기 용으로 볼까?" 그렇다. 사실 내가 저질이라서 저걸 보고 싶은 건 아니고, 단지 시간 때우기 용으로 볼까 생각중이다. 절대 짐승 같은 생각으로 보려는 건 아니고, 단지 시간 때우기 용으로……. 그런 거다. 그래, 그런거였다(나름대로 정당화) 나는 그런 생각과 함께 그 뜨거운 핫커피를 들었다. 그리고 주변을 살펴보았다. 누가 있나 없나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그렇게 이 방에는 나 혼자라는 걸 확인한 후 난 심호흡을 한다. '이건 시간을 때우기 위해 보는 거다. 절대 야설에 흥미가 있는 건 아니다. 난 청렴하니까(?).' 그렇게 몇 번을 되새겼을까? 난 마침내 그 뜨거운 핫커피의 책장을 열었다. 그리고 잠시 후였다. "헉!" 단지 종이 한 장을 넘겼을 뿐이다. 내용을 본 것도 아니다. 그냥 한 페이지를 열었을 뿐이다. 하지만 뭔가가 느껴진다. "이,이게 바로 뜨거운 핫커피?!" 약간은 이애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야설 한 권에 왜 그리 미친 듯이 사람들이 달라붙는지 말이다. 그만큼 뭐라고 해야 하나? 마치 영혼이 느껴지는 느낌이다. 책 한 권 안에서 말이다. 그리고 악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보는 거야.' '어차피 남들도 다 보는 야설일 뿐이야. 넌 남자잖아? 남자 라면 이정도는 기본적으로 봐줘야 하는거야.' 그런 거다! 난 그런 생각과 함께 심호흡 한 번 해주고 그대로 책을 열어 보려는데……. "오빠, 뭐 해?" "헉!" "……?!" 갑자기 나타난 민혜의 모습에 황급히 야설을 덮어 버리면서 뒤로 물러났다. 그러고는 더듬거리며 물었다. "어,언제 왔어?!" "방금." "……." "근데 무슨 일이기에 사람이 오는 줄도 모르는 거야?" 난 그 질문에 차마 대답할 수가 없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야설에 감동해서(?) 잠시 아무것도 듣지 못했다고는 말 못하겠다. 그 순간 민혜는 내가 재빠르게 숨긴 야설 책을 봤는지 묻는다. "뒤에 숨긴 소설책, 뭐야?" "……." "왜?" 그 한마디에 완전히 굳어 버린 날 본 민혜는 이해 불가라는 표정이었고, 그 순간이었다. "뜨거운 핫커피? 주인님, 이게 뭐예요?" "헉!" 어느새 나타난 리아가 내 뒤에 서더니 뒤로 숨겼던 뜨거운 핫커피의 제목을 읽으며 궁금하다는 듯 묻는다. 그 말에 민혜도 얼굴에 물음표를 띄우더니 물었다. "뜨거운 핫커피?" "……." "그게 뭐야?" "주인님 뭐예요?" "……." "……." "……." 민혜와 리아의 추궁에 난 심각하게 땀을 흘리고 있다. 하지만 내가 이런 반응을 보일수록 민혜와 리아의 얼굴은 의심으로 가득 찬다. 난 그런 그녀들을 향해 손을 저으면서 말했다. "아,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것도 아닌데 왜 그런 반응이야?" "맞아요. 주인님!" "……." "오빠 무슨 소설이야?" "혹시 이상한 소설 아니에요?" 헉! 그때 리아의 핵심을 찌르는 한마디가 나의 심장을 관통했다. 맞다, 이상한 소설. 그것도 레전드급의 야설 말이다. 한편 그 말에 반응하는 날 본 민혜는 정말이냐는 눈빛을 한채 물었다. "진짜 이상한 소설이야?" "아,아니야!" "……." "그,그냥……." "그냥 뭐?" "그러니까……." "말을 해!" "에……." 난 재촉하는 민혜를 보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무척 당황했고, 잠시 후 나의 머리에서 굿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난 아주 당당하게 외쳤다. "뜨거운 핫커피를 잘 끓이는 방법이 적힌 책이야!" "……." "……." "진짜야?" "……." "……." 하지만 믿는 눈초리가 아니다. 내가 생각해도 너무 조잡했다. 뜨거운 핫커피를 잘 끓이는 책이라니 , 그런 책을 숨긴다는 것 자체가 이상한 것이다. 한편 리아는 나를 보고 싱긋 웃더니 말한다. "주인님, 제가 있잖아요." "무,무슨 소리니?!" 난 15살 정도 되는 소녀의 자극적인 발언에 당황했고, 그 말에 리아는 천천히 다가온다. 그러더니 귀에 바람을 불어넣으면서 속삭였다. "도, 와, 드, 릴, 게, 요." "……." "어떤 것이든 주인님을 위해서라면……." "……." 그러면서 얼굴을 붉게 물들인다. 이 아가씨야! 외형은 15살밖에 안됐으면서 그런 유혹적인 얘기를! 크윽! 안 된다. 이건 아니야. 요새 아무리 15살이라 해도 발육이 좋다지만, 좋다지만……. "오빠." "……!" 그때 갑자기 나를 부르는 민혜, 목소리 톤이 약간 올라가있다? 그러더니 한심하다는 목소리로 말한다. "저질이야." "……." "……." 저질이라니! 난 억울하다. 진짜 억울하단 말이다. 솔직히 아직 이 뜨거운 핫커피 한 페이지도 다 못봤다. 그런데 저질이라니! 내가 보기나 하고 저런 말을 들으면 억울하지도 않다. 하지만 내용은 보지도 못했는데 ! 으윽! 하지만 민혜는 실망했다는 듯 나를 바라보고, 난 절규의 나락으로 떨어진다. 그순간이었다. "무슨 일이죠?" "미,민호군!" 갑자기 나타난 민호 군이 너무나도 아름답고 귀여워서(?) 미쳐 버리겟다. 그만큼 지금 민호의 등장은 나에게 절대 행운이다. 난 다급히 그 뜨거운 핫커피를 민호에게 건내주면서 말했다. "민혜, 리아. 이거 내 거 아니거든? 이 자식 거거든?" "……." "……." "야,맞지? 네 거 맞지?" "그렇습니다. 제가 제일 아끼는 책이죠." "……." "……." "그,그런 거야!" 난 다행히도 민호에게 모든 걸 넘겼다. 휴우, 다행이다, 다행이야. 하지만 안심하기는 일렀을까? 민혜는 갑자기 민호를 보더니 말했다. "오빠, 그 책 좀 볼 수 있을까?" "왜 그러십니까?" 그 물음에 나를 바라본 민혜는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 "도대체 무슨 소설이기에 오빠가 마구 떨었는지 궁금해서." "……." 난 믿었다. 민호 군을. 절대 저 전설이라고 불리는 야설을 민혜에게 보여 주지 않을 거라고……. 하지만 이런 나의 믿음은 순식간에 부서졌다. "즐기십시오." "고마워." "끄아악! 안 돼!" 어느새 너무나도 손쉽게 뜨거운 핫커피를 넘기는 민호와 생긋 웃는 민혜, 마지막으로 절규하는 나. 한편 민혜는 그 책을 만지면서 나를 보더니 말했다. "이걸로 오빠가 저질인지 아닌지 알 수 있겠네?" "……." "헤헤!" 그런 귀여운 미소로 어쩜 그렇게 잔인한(?) 말을……! 이런 내 절규와는 상관없이 민혜는 책을 그대로 화끈하게(?) 열어 버렸다. 난 좌절했다. 이건 안 돼! 그리고 저 민호 자식, 미친 거 아니야?! 여자한테 당당하게 야설을 보여주다니. 그렇게 되면 그 야설 책의 주인인 넌 완전 변태가 되는 건 당연하잖아! 물론 나도 덤으로 말이다. 그렇게 큰 좌절에 나는 고개를 푹 숙였다. 그때 민혜의 당황스러운 음성이 들려온다. "에?!" 야설을 보고 충격 받은 게 분명하다. 하아, 미래가 어두워. 하지만 이건 내 착각이었다. 민혜는 의아한 어조로 나에게 물었다. "오빠, 이걸 왜 숨긴거야?" "……?" "뜨거운 핫커피 잘 끓이는 방법. 오빠가 말한 건데, 굳이 의심을 사 가면서까지 왜 숨긴거야?" "엥?" 난 그 말에 민혜가 들고 있는 책을 다급히 낚아챘다. 그러자 거기에는! "……." 민혜의 말대로 그게 적혀있었다. 뜨거운 핫커피를 잘 끓이는 방법이말이다. "이게 어떻게 된 거냐?" 난 민호하고 단둘이 있게 되자 당장 물었고, 그러자 민호는 싱긋 웃으면서 한 권의 책을 더 꺼낸다. 그리고 그 책은……. "헉?!" 방금 전 민호의 손에 들려 있던 뜨거운 핫커피다. 간단하게 말해서 지금 민호는 두 개의 책을 들고 있다는 거다. 그것도 '뜨거운 핫커피'라는 제목의 책을 말이다. "살짝 바꿔치기 했습니다." "……." "보여주지 않으면 의심이 더 높아져만 가니까요." "그, 그런 거냐?" "네." 무서운 놈. 솔직히 말해 보지도 못했다. 언제 바꿨는지 말이다. 정말 저 자식은 무서울 정도가 아니고 섬뜩할 정도이니 할 말 다 한거지. 그 순간 민호는 나를 미묘한 눈빛으로 바라보더니 물었다. "느끼셨습니까?" "뭘?" "뜨거운 핫커피를 말입니다." "……." 그 말에 난 벙어리가 되어 버렸다. 느꼈다. 저놈 말대로 느꼈어. 뜨거운 핫커피의 그걸 말이다. 하지만 인정하기는 싫다. 왠지 인정하면 변태가 되는 것같으니까. 민호는 나에게 스르륵 다가오더니 말했다. "보시겠습니까?" "……." "즐기시겠습니까?" "……." "죽일겁니다." 옛날 같았으면 '저리 갖다 버려!'라고 외쳤겠지만, 지금은 그렇게 무자비하게 내팽개칠 수가 없다. 난 느꼈으니까, 저 뜨거운 핫커피의 일부분을. 그건 마치 무엇이라고 해야 하나? 아름답고, 환상적이고, 마치 변비 10년에서 해방되는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어찌 됐든 정말 아찔한 기분이었기에……. "보고 싶다고 한마디만 하시면 보실 수 있습니다." 민호는 나를 강하게 유혹했다. 보고 싶다, 보고 싶다. 보고 싶어! 정말 왜 이러는 거냐! 왜 이리 저 소설에 나약해지는 거냐. 이건 내가 아니야! 그 순간, 카운트 펀치 한 방이 날아왔다. "죽이는 야설이라는 점만 알아주십시오." "……." 난 그 말에 보기로 마음 먹었다. 이미 나의 이미지 관리는 버렸다. 아니 지금은 리아나 민혜가 없으니 상관없다. 후딱 보는거다! 하지만 ……. "둘이서 뭐 해?" "……." 이번에도 어김없이 민혜가 갑자기 등장해 준다. 난 그녀의 등장에 어색하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뜨거운 핫커피 끓이는 법을 배우고 있었어." "오빠가 그런 거에 취미가 있을 줄이야……." "하하하." 보고 싶다. 크악! 하아, 진정하자. 잠시지만 난 나도 모르게 민호의 간악한 속임수에 넘어갈 뻔했다. 만약에 동참했다면 난 타락 그 자체였겠지. 휴우, 다행이다. 다행이야. 그나저나 그것보다……. "차가운 냉커피는?" "행방을 찾았습니다." "오?" 행방을 찾았단다. 역시 민호 군, 야설계의 거장다운 모습이다. 민호가 말했다. "그것의 행방은 프렌키 제국 안에……." 헉! 설마? "황제가 가지고 있다는 어이없는 소리는 아니겠지?" "아닙니다." 휴우, 다행이다. 설마 야설 책을 황제가 가지고 있겠는가? 그리고 무엇보다 이번에는 성하고는 별로 연관되고 싶지 않다. 민호의 말이 이어졌다. "엘린 공주 양이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구나. 엘린 공주라는…… 어?!" 난 기겁했다. 뭐라고?! 지금 저 자식이 뭐라고 한거냐?! 엘린 공주라고? 공주? 왕자도 아니고 공주?! 난 내 귀를 의심하면서 다시 한 번 앙코르를 요청한다. "다시 말해 주겠나?" "네, 엘린 공주 양이 들고 있습니다." "야설 책을 말이니?" "네." "대담하시다?" "뭐, 여자라고 야설 책을 가지고 있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까요." 그건 그렇다. 여자라고 야설책을 가지고있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왠지 모르게 충격이다.평범한 신분도 아닌 공주라는 분이 야설책을 가지고 있다니……. 민호는 자신 있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나갔다. "그만큼 매력적이라는 거죠." "……." 인정한다. 확실히 매력적이기는 하지. 하지만 왜 이렇게 공주와 야설 책은 서로 매치가 안 되는 걸까? 하아, 세상은 뭔가 미묘하다니까. 프렌키 제국 나는 프렌키 제국으로 왔다. 그 이유야 당연히 엘린 공주라는 분이 가진 차가운 냉커피를 잠시 대여하기 위해서다. 그것만 있으면 보물이 파묻혀 있는 섬을 알아낼 것이고, 그리고 난 거기서 보물 상자를 찾는다. 그리고 떼돈! 우후후. 물론 그러기 위해서 제국의 성 안으로 침투해 줘야 하는데, 오내지 모르게 당당하다. 왜 이러지? "설마 나, 범죄에 물든 거냐?!" 그렇게밖에 생각할 수 없다. 사실 잘 생각해 보면, 난 건전한 행동은 별로 안 한 것 같다(별로가 아니라 아예 안 했음). 아니,오히려 약간(?) 범죄적인 행동들을 자주 했던 것만 기억난다. 속옷 도둑이라든가 공주 납치, 요리사 납치, 성도 부숴 버렸고, 협박, 공갈 등을 살짝 한 기억이 난다. "……." 그런 탓인지 지금 성의 침입은 범죄란 느낌도 안 든다. 하아. 난 그생각과 함께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그럴 생각을 할 시간이 없다. 야심한 시각, 이 시각에 그 엘린 공주라는 여인의 방에 침투해야 한다. 처음 민혜에게 침투했을 때와는 비교도 안 되게 쉽겠지만 말이다. "목표 확인했습니다." 그때 민호의 한마디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 말에 나는 너무나도 익숙하게 복면을 쓰고 있다. 뭔가 미묘하다. 스르륵. 어느새 검은 그림자가 엘린 공주의 방으로 스며들었다. 물론 그 그림자는 당연하게도 나였다. 그리고 참고적으로 이게 나라는 사실이 안타깝다.휴우 그렇게 고개를 절레절레 젓던 난 입술을 꽉 깨물었다. 어차피 시작한 일, 빨리 끝내는 게 좋다. 난 그런 생각과 함께 차가운 냉커피의 행방을 찾기 위해 방안을 열심히 살펴보았다. 그러다 내 눈에 언젠가 봤던 낯익은 장면이보인다. 분명 봤던 장면인데, 저 장면은? 제대로 복장 갖춘 어쌔신 한 분이 고이 잠들어 있는 공주의 위로 단검을 들어 올린 채 금방이라도 찌를 듯한 모션을 취하고 잇다. 확실히 봤다. 그리고 기억난다. 저번에 민혜랑 만났을 때도 저 상황이었지? "……." "……." 그 순간 단검을 찌르려던 남자는 나를 보더니 흠칫거린다. 그러더니 놀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너 , 넌 그때?!" "헉! 당신은?!" 우리 둘은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놀랐다. 이유야 둘 다 초면이 아니었으니까. 저번에 만난 적 있다, 저분을. "민혜 암살범!" "방해범!" "……." "……." 그렇다. 착각이 아니라면 분명 그때 민혜를 죽이려고 했던 그 어쌔신이다. 그런데 하필 여기서 재회를 하다니, 우리의 인연은 꽤 깊은 가봐? "제길!" 그때 어쌔신은 나는 싹 무시한 채 엘린 공주라는 분을 향해 단검을 강하게 찔렀고, 그 모습을 본 난 그대로 달려들었다. 그리고 한 마디를 내뱉었다. "윈드!" "……!" 파아앗! 콰앙! "쿨럭!" 갑작스럽게 분 엄청난 바람에 어쌔신은 날아가다시피 튕겨나가 벽에 부딪히더니 너무나도 쉽게 죽어버린다. 저번에는 무지힘들었는데 ,이번에는 힘이 빠질 정도로 금세 뒈지는구나. 한편 그 바람에 공주가 깜짝 놀라서 일어났다. 그리고 잠시 후 , 단검을 쥔 채 죽은 검은색 복장의 어썌신과 순수하게(?) 가면만 쓴 나를 보더니 물었다. "저,저를 죽이려는……?!" "전 아닙니다." "……." "전 잠시 대여 좀 할 게 있어서 왔을 뿐이죠." "……." "그리고 암살범은 저쪽이에요, 저쪽." 난 친히 피까지 흘려 주시는 그분을 손가락으로 가리켰고, 그 말에 공주는 주변을 살피더니 나를 보고 물었다. "그럼 그쪽이 구해 주신 거예요?" "아, 뭐." 난 어색하게 웃었다. 그렇게 난 별 신경을 쓰지 않고 그 공주라는 분을 봤는데……. "……." 뭔가 죽인다. 상당히 자극적인 잠옷이다. 무릎까지 오는 검은색의 레이스 잠옷인데, 왠지 모르게 자극적이야. 왜지?! 그뿐 아니다. 미모도 민혜 에진이와 비등하다. 나이는 20살 정도에 키는 172CM, 완전 쭉쭉빵빵한몸매, 초록색의 긴 머리까지, 그녀의 아름다운 미모를 보면 뭔가 야릇한 느낌이 마구 든다. 그리고 예진이랑 민혜에 이어 세 번째 초 미소녀 발견이라 는 뿌듯한 느낌도 덤으로 든다. 아, 이게 아니지. 빨리 내 본분을 찾아야지! 난 그런 생각을했다. 그런데……. "꺅!" "……." 갑자기 그녀가 비명을 지른다. 왜,왜요?! 갑작스러운 비명에 당황하면서 난 다급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 순간 갑자기 그녀는 내 복면을 낚아채더니 강제로 벗겨버렸다. 난 당황했다. 내 얼굴이 들통 났으니까. 그 순간 들려오는 한마디. "헤? 민호 말대로 상당한 미남이시네요.후훗." "……." 난 잘못 들었나 싶었다. 하지만 기억을 다시 더듬어 봐도 확실하다. 그놈의 이름이 나왔다. 민호의 이름이 말이다. 난 설마 하는 생각과 함께 그녀에게 물었다. "민호와는 무슨 사입니까?" "친한 동생 사이죠." "그렇군요." "그나저나 사진보다 훨씬 미남이시네요. 헤헤!" "……." "마음에 들어요." 헉! 엄청나다! 마치 오라가 뿜어지듯 나를 점거한다. 저 한마디에 말이다. 하지만 지면 안 돼, 그래 목적을 달성해야해! 지금나에게는 중요한 과제가 있으니까.난 떨리는 어조로 말했다. "저,저기!" "……?" "차가운 냉커피 좀……." 저분에게 야설을 보여 달라는 부탁을 하는 내 자신이 야속했지만, 어쩔 수 없다. 보물을 위해서, 꿈과 미래를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그 순간이었다. "차가운 냉커피? 그건 뭐죠?" "엥?" "그게 뭔가요?" "그,그게 …… 그런 이름의 소설책을 가지고 계신다고……." "아뇨,그런 거 없는데요." "……." 뭐지 , 지금 상황은? 저분이 엘린 공주라는 분이 아니란 말이냐?! 갑자기 혼란스러워졌다. 그때였다. "아,민호가 저번에 차가운 냉커피라고 이름 적힌 책을 들고 다니는 건 본 것 같은데……." "민호가?" "네, 한 손에는 뜨거운 핫커피인가? 그리고 한 손에는 차가운 냉커피를……." 잠깐! 그 말은? 그 자식은 처음부터 레전드급 소설 두 권을 다 가지고있었다는 소리인가? 그런데 왜나를 이곳으로 보낸 거지? 그때 엘린 공주의 말이 들려온다. "제가 소개팅 좀 시켜 달라고 했거든요." "……." "후훗! 여자 사진 잔뜩 주니 금방 해 준다고 하던데요." 으윽, 민호 자식! 나를 여자 사진에 팔아먹은 거냐? 이 개자식! "죽었습니다." "……." 엘라스의 보고에 열다섯 살쯤 된 소년의 표정이 굳어졌다. 자기들한테도 꽤 도움이 되는 놈이었는데 죽었다니 달가운 소식이 아니었다. 그 소년은 말했다. "누구에게 당했지?" "저번에 주인님께서 찾아가신 그곳의 존재에게 당한 것 같습니다." "그놈에게?" "네, 역시나 주인님 말씀대로 엄청난 무력자입니다. 일격에 죽인 것 같습니다." "오호?" 그 말에 소년의 얼굴에 흥미롭다는 표정이 떠올랐다. 자신들이 흥미롭게 지켜보던 어쌔신을 일격에 죽일 정도라? 생각 외로 쓸모 있는 일에 투입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때였다. "주인님." "왜 그러지?" "어떻게 저희가 자객을 보낸 날짜와 그 남자가 납치를 실행한 날짜가 같은 걸까요?" 이상했다. 마치 그날 적재적소에서 마주치게 한 것처럼 너무나도 맞아떨어진다. 하지만 그 말에 소년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운명의 장난이겠지." "……." "아니면 넌 누군가가 우리의 정보를 캐냇다는 걸 말하고 싶은 것이냐?" "아닙니다." "그 누구라도 우리의 정보는 캐낼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텐데?" "맞습니다." 그건 확실하다. 지상 최강의 도둑 길드라고 하더라도 그들의 정보는 1%도 알지 못할 정도로 보안이 철저한 상태다. 그러니 말도 안 된다. 하지만 왜 자신이 이러는지 모른다. 그 미소 짓고 있던 남자가 계속 생각난다. 자신이 첫눈에 반한 것도 아니고 ,단순히 그 남자의 미소가 걸린다. 아무런 이유 없이……. 이건 자신답지 않다고 수백 번 되새겨 봐도 되지 않는다. 그 남자가 자신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또다시 너는 그 미소 짓고 있던 남자의 계획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냐?" "……." "우리가 작전을 실행하는 걸 알고 그 시간대에 그 엄청난존재를 보냈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냐?" 소년의 추궁에 엘라스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생각해 버렸기떄문이다. 혹시 그 남자는 이미 다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 자신들의 계획 자체를 붕괴할 계획은 이미 오래 전에 짜여 있던 게 아닐까 하고 말이다. 한편 그 모습을 본 소년은 탐탁지 않은 어조로 말했다. "나는 아이큐가 230이다. 만약에 그놈이 그 정도로 간악한 놈이라고 해도 나는 절대 지지 않는다. 알겠는가, 엘라스?" "물론입니다.주인님." "흐음." 민호는 머리를 긁적였다. 그리고 잠시 후 싱긋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상당히 예민한 분이 한 분 계시는군요. 개인적으로 그러면 매력적이지 못하신데요. 후후. 자, 오늘도 상큼하게 형님의 하렘 제국과 게임 정복을 위해 열심히 뛰어 볼까요?" 으악! 이 자식, 이 자식, 이 자식! 돌아가면 삶아버리겠어! 나는 분노를 참지 못했다. 돈에 날 팔아넘긴 것도 아니고, 단지 여자 사진에 팔아먹다니! 난 그렇게 분노에 빠져 허우적거렸다. 그런 나를 흥미롭다는 듯 바라보는 나래 누나. 그녀는 잠시 나를 보더니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 "그나저나 납치가 전공인가 봐?" "아닙니다." "……?" 납치가 전공이라는 말에 고개를 젓자, 의아한 듯 나를 바라보는 나래 누나는 내게 충격적인 한마디를 내던진다. "어라? 난 분명 여기에서 나를 데리고 나갈 사람 좀 보내달라고했는데." "누구한테요?" "민호한테. 사실 소개팅은 농담이었고, 이거였거든. 나를 이 따분한 성에서 탈출시킬 존재를 보내 달라고." 으악! 그럼 소개팅으로 보내 준 것도 아니고 단순히 날 납치범으로 보낸 거냐?! 이 민호 개자식! 저런 초미녀와 소개팅을 해 주는 순수한(?) 의도였다면 조금 참아 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냥 납치범으로?! 그때 나래 누나의 한 마디가 들려왔다. "분명 민호 말대로라면 범죄계의 레전드가 온다던데. 그리고 네 사진을 보여 줬고 말이야." "……." "아 닌거야?" 절대 아닙니다. 무슨 내가 범죄계의 레전드? 으윽, 뒷목이! 민호, 이 자식을 그냥! 으아악! 생각을 하면 할수록 혈압이 무지 상승했고, 그 순간이었다. "뭐 어찌 됐든 어서 날 납치해 줘." "저기, 누나……." "응." "전 그런거 이제 안 하기로……." "에? 약속이 다르잖아! 사진 주면 분명 납치해 준다고……!" 그건 민호 자식이 일방적으로 한 건데요. 그러니 전 관련이 없습니다. 절대! 이제 더 이상 불건전한 일에서는 손을 떼고 싶어요. 하지만 이런 내 바람은 누나의 한마디에 철저히 무너졌다. "날 납치해주지않으면 모든 걸 말할거야!" "뭐, 뭘요?!" 기겁하는 내 모습에 나래 누나는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 "너의 모든 걸!" "……." "헤헤." "……." "선택해요." "……." "날 납치하든가, 아니면 너에 대한 모든 게 소문이 쫙 나게 하든가 말이야." 난 그 말에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잠시 후 난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납치해 드리겠습니다." "고마워!" "……." 민호, 이 자식! 내눈에 보이면 죽여 버릴거야! 으아악 그날 난 또 공주를 납치했다. 이걸로 총 두명의 공주를 납치한 건가? 그것도 제국이라는 이름을 가진 곳의 공주를 말이다. 나, 완전 대형 범죄자인데? 이거……. "민호 자식, 어디 있어?!" "……?" 난 성으로 돌아오자마자 민호를 찾았다. 그런 내 모습에 민혜는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한마디를 툭 던졌다. "민호 오빠, 잠시 일이 있어서 잠수 탄다던데?" "으아악! 이민호!" "……." 나의 절규에 민혜는 놀란 얼굴을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녀는 내 등 뒤에 있는 한 분을 보더니 더듬거리면서 물었다. "누,누구야?" 난 그 말에 자연스럽게 대답했다. "민호가 아는 누나." "……." "반가워요." 싱긋. 나래 누나는 이상하게 경계하는 민혜에게 그렇게 말했고, 그 말에 민혜도 조심스레 대답했다. "네." 그러자 나래 누나는 그녀에게 다가가더니 의미심장한 말을 던진다. "앞으로 라이벌이네요." "……." "뭐, 그래도 친하게 지내요!" "……." 뭔 말인가? 라이벌이라니? 난 도대체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녀들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말이다. 아니, 지금 이게 중요한 게 아니라……." "이!민!호!" "아 참!" "……?" 그때 나래는 갑작스럽게 외치더니, 재현이의 눈을 피해 몰래 민혜에게 한마디 툭 던졌다. "12년 전의 약속을 지키려고 기다려 왔어요. 제가 선배인가요?" "……." 서바이벌 "너, 너무하십니다." "너무해?" "……." "네가 한 행동을 생각해 보렴." "전 건전한 행동을 했을 뿐입니다." "하아?" 건전한 행동을 해? 이런 미친 자식! 도대체 뭘 봐서 건전한 행동을 한 건데?! 감히 여자 사진 몇십 장에 날 팔아 넘긴 것도(? ( 모자라 순식간에 날 대형범죄자로 만들어 놓고 건전한 행동이라고? "죽고 싶니?" "살고 싶습니다." 무안할 정도로 당당하게도 말하네. 하지만 그렇다고 그냥 넘어갈 나도 아니지만. 후훗! 그 순간이었다. "형님." "아무리 빌어 봤자 소용 없단다." "아닙니다." "……?" "형님에게 이걸 드리고 싶어서 그러합니다." "……??" 그러면서 갈색 주머니 한개를 내게 내민다. 그러자 난 당연히도 의문 부호를 띄우면서 물었다. "이게 뭐니?" "돈입니다. 영어로 하자면 '머니'라고도 하죠." "……." 경직. 머니라는 말에 내 몸은 움직임을 멈추어 버렸다. 간단하게 쇼크 받아서 정지했다고 해야 하나? 이런 내 모습을 본 민호는 그 주머니를 내게 내밀면서 속삭였다. "약 100골드(100만원)입니다." "……." "형님을 위해 제가 꼬박꼬박 모아 놓은 아이템을 팔았다고 할까요?" "……." "제 성의입니다. 받아 주십시오." 난 알고 있다. 이 주머니의 비밀(?)을. 한마디로 돈이라는 것으로 나의 분노를 잠재우려는 저 민호의 간악한 속셈이다. 나를 여자 사진에 팔아넘긴 괘씸한 놈을 단지 돈 때문에 용서해 줘야하나?! 하지만 액수가 크다. 현금으로 약 100만 원. 재수 없는 자의 신이 된 나로서는 절대 평범한 방법으로 모으지 못할 액수다. 그 돈을 저 자식이 지금 내밀고 있는거다. "받아 주십시오." 그떄 민호가 재촉했다. 그러자 덜덜 떨리는 내 손. 어느새 내 손이 앞으로 나아갔다. 으악, 이건 아냐! 100만 원에 넘어갈 수는 없어! 저자식은 중죄를 저질렀다고! 나를 여자 사진에 팔아넘겼을 뿐만아니라 '범죄계의 레전드'라는 말도 안되는 오해를 심어주었단 말이다. 그런 놈을 단지 돈의 유혹에……. 덥석! "……." 그런데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내 손은 이미 민호가 내민 주머니를 잡아버렸다. 그러자 싱긋 웃는 민호. 당했다. "여기가 거기냐?" "네, 뜨거운 핫커피와 차가운 냉커피를 조합한 결과 이곳을 가리키더군요. 베리키니아 섬이라고요." "흐음." 난 주변을 살펴보았다. 확실히 섬이다. 섬느낌이난다. 하지만보통섬에는사람이별로없던데 여기는……. "무지 많네. 관광객들인가?" "아뇨,트레저헌터들입니다." "헉!" 트레저 헌터? 그분들은 보물찾기의 달인들이 아닌가?! 한탕주의에 찌들어 있는 그분들이 왜 여기에?! "이곳, 유명하거든요." "……?" "고대의 보물이 있다고요." "……." "물론 형님이 가지고 있는 상세한 지도는 없어서 힘들어 하고 있지만요." "그런 거냐?" "네." 오우! 갑자기 무척 기대가 된다.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보물이기에 수백 명에 달하는 트레저 헌터들이 눈을 살벌하게 뜬 채 찾아들었는지 말이다. 저것만으로도 충반하다. 여기에 얼마나 대단한게있는지 증명하는 것은. 두근두근! 난뛰는 심장을 최대한 진정시키면서 그 낡은 지도를 펼쳤다. 확실하다! 지형이라든가 배치, 기타 등등 이섬이 확실하다. 이제 ㅣ곳에 나와있는 위치만 찾아가면? 후훗! "아 참, 형님." "……?" 그때 민호가 나를 보더니 생글생글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조심하십시오." "……?" "이곳에선 심심하면 일어나는게 살인이거든요." "……." 뭐?심심하면 일어나는게 살인이라고?! 그리고 그 대사를 치면서 넌 왜 방긋 웃고 있는 거냐! 민호가 이어서 말했다. "이곳 트레저 헌터들은 최대한 경쟁자가 없기를 원합니다. 그런 탓인지 틈만 나면 상대방을 죽이려고 하죠." "……." "그만큼 이곳에 묻혀 있다는 보물이 어마어마하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거겠지만요." 뭔가 살벌한 동네다. 한마디로 틈만 나면 저 트레저 헌터들이 상대방을 죽이려 한다는 건가? 그러고 보니 단 한사람도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주변 사람들에게서 아니 오히려 주변 사람들을 노리는 모습이다. 그때 다시 민호의 한마디가 들려온다. "그리고 참고로 형님이 보물지도를 갖고 있다는 걸 알면 형님은 사랑(?) 받을 겁니다." "……." "……." "……." "……." 자그마한 목소리는 아니었고, 조금만 귀를 기울이면 요리에 예민한 트레저 헌터들이 들을 만한 대사였다. 낵 ㅏ보물 지도를 가지고 있다는 대사 말이다. 난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그리고 트레저 헌터들의 시선이 점점 몰려들었다. 난 방글방글 웃고 있는 민호를 보고 물었다. "일부러 그랬지?" "아닙니다." "……." "그냥 단순히 보물 찾는데 심심하면 형님이 외로울까 봐요." "……." 결론적으로 일부러 했다는 거잖아! 이 미친 자식아!쓸데없이 왜 적을 만드느냔 말이다. 그리고 절대 심심할 리는 없는데 네가 왜! 스윽. 스윽. 스윽. 그때 트레저 헌터들이 슬금슬금 우리에게 몰려든다. 그리고 그걸 본 나는 곧바로 외쳤다. "튀어!" 그러면서 민혜와 나래 누나를 대동한 채 날았다. 물론 뒤에 비명이 들어오기는 했지만, 무시했다. "헉! 저, 저는요?!" "형님, 저를 버리시는 겁니까?!" 현무와 민호의 외침이었지만, 별 관심 없다. 잘 살아남겠지 질긴놈들이니까. 콰앙! 후드득! 후드득! "미치겠다." 내가 가볍게 발을 굴러 지진을 일으키자 숲 속에서 수백개의 트랩이 튕겨 나온다. 그것은 잡히는 순간 다리를 잘라버리는트랩이다. "완전 돌았어." 아무리 보물지도가 탐난다지만 수백명이나 되는 트레저헌터들이 다달려들다니 정말 대략 난감이다. 하아. 그때였다. "오빠, 민호와 현무씨는……." "……." "괞찮을까?" 민혜가 걱정스러운 듯 묻는다. 그러자 나래누나는 민혜를 보고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 "민혜야." "네?" "너, 민호 잘 모르니?" "……?" 나래 누나의 말에 민호는 그 귀여운 얼굴로 잘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고, 그 말에 나래 누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민호를 보면 느껴지는 점?" "약간 이상한 오빠?" "그리고?" "좀 정체가 불투명한오빠?" "맞아. 거기까지는 맞지. 그리고 한 가지더! 생명력도 무지 질긴 게 민호야." "……." "그치, 재현아?" "심히 동의합니다." 난 나래 누나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자식은 절대 죽지 않을 놈이다. 지구가 멸망해도 그 자식은 살아남을 것이다. 가끔 생각해 보는데 저 민호자식이 혹시 바퀴벌레의 끈질긴 생명력의 원조가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생명력이 길다. "아니, 우주인일지도……." 정말 우주인일지도 모른다. 사실 인간이라고 하기에는 정말 말이 안되는 놈이다. "보물 지도를 갖고 있는 놈들이다!" "잡아!" "어서!" "저기다!" "다른 팀보다 느리면 안된다!" 그때 열 명 정도의 트레저 헌터들이 나를 보자, 마치 사냥감을 발견한 사냥꾼처럼 달려온다. 난 그 모습에 머리를 긁적이면서 말했다. "순수하게 좀 살아 보려고 했더니 안되네? 그리고 날 건드는 이상, 그냥 넘어갈 나도 아니어서 말이다!" 푸직. 무슨 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 모든 움직임을 멈춘 트레저 헌터들. 난 재빨리 민혜와 나래 누나에게 가서 말했다. "앞으로 가죠." "저, 저기 적들이……." "신경 안써도돼." 난 가만히 있는 적들을 경계하는 민혜를 그렇게 토닥거렸고, 우리는 앞으로 향했다. 그리고 잠시 후였다. 푸지지직! 열명에 달하는 트레저 헌터들이 온통 피를 내뿜으며 쓰러진다. 그리고 거기에는 어느새 내 직속 어쌔신 단체인 테리스 나이트 분들이 계신다. 잠시 후 그들은 사라졌다. 너무 멋지신 분들인데? 흐음, 그것보다 어서 보물이나 찾자. 그렇게 난 지도를 따라 나름대로 쉽게 찾아갓다. 거짓말 안 하고 이 지도, 장난 아니다. 아주 자세하게 표현이 되어 있어서 길치라고 불리는 종족(?) 들도 쉽게 찾아낼 수 있는 지도다. 크크! 한마디로 이제 보물은 내 손에 쥐어진 것이나 다름 없다는거지. 그때였다. 갑자기 내 앞에서 무지 친숙한 기운이 느껴진다. 너무나도 친숙해서 미쳐 버리겠다. 하필 왜 그 친숙한 기운이 지금 느껴지는 거냐? 그리고 뒤에 그 사람들은 뭐니? "형님!" "마스터!" 난 아연실색했다. 밧줄에 묶인 민호와 현무를 보고 말이다. 저 자식들이라면 정말 잘 살아남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왜 잡힌거지? 그것도 세명밖에 안되는 트레저헌터한테 말이다. 그들의 등 뒤로 조소를 짓고 있는 두 명의 남자와 20대 중반의 여자 한 명이보인다. 그리고 특이한 점이라면 여자가 꽤나 괞찮게 생겼다는 거랄까? 몸매랑 키도 좀 된다. 물론 내 주변에 계신 궁극의 미소녀 분들하고는 레벨이 다르다는 건 말 안해도 모두 알거라고 믿으니 패스. 어찌됐든꽤한다(?). 한편 그 여자는 나를 보고는 피식 웃더니 한마디 한다. "너도 이 앞에 있는 남자처럼 묶어 줄까?" "……." 난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무슨 말일까? 그 여자의 손은 민호를 가리키고 있고, 민호는 갑자기 고개를 돌린다. 무슨 일이지? 난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때 그 여자가 친절하게도 설명해 주신다. "너도 이 남자처럼 갑자기 내게 다가오더니 묶어 달라고 할 거 아니야?" "……." "……." "……." 그 말에 벙어리가 된 나랑 민혜, 그리고 나래 누나. 다들 기가 막힌다는 표정이다. 그때 민호의 당당한 한마디가 들려온다. "원래 야설에 보면 적에게 잡히는 짜릿한 부분이 있죠." "……." "……." "……." "전 짜릿한 남자니까요." "이 미친 자식아! 지금 야설하고 현실하고 같아? 그리고 자길 잡아 달라고 가는 미친놈이 어디 있어?!" "……." 으윽! 허파가, 아니 심장이……. 난 너무나도 큰 충격에 비틀거렸고, 그런 날 민혜와 나래 누나가 부축해준다. 그리고 그녀들은 걱정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 "괞찮아, 오빠?" "민호 얘, 상태가 더 안좋아졌네." 나래 누나, 쟤 심각하게 상태 안좋아요. 무지무지 말입니다. 아지트 만들라고 하니까 현금으로 1억 8천 240만원을 쓰는 놈인데, 상태 좋을 리가 없지 않습니까? 도대체 저놈의 머리에는 무슨 생각이 들어 있는지 궁금하다. 확실히 4차원을 넘어서 18차원의 세계관을 가지고 있어. "어찌 됐든 인질을 살리고 싶으면 보물 지도를 내놔라!" 그때 그 여자 옆에 있던 한 남자가 내게 보물 지도를 요구한다. 나의 소중한 보물 지도를 말이다. 그리고 어느새 민호의 목에는 칼날이 드리워져있다. 트레저 헌터 중에서 유일한 여자이신 그분이시다. 그분은 민호 목에 칼을 댄 채 내게 위협적인 어조로 말했다. "피 보기 싫으면 어서 내놔." "……." " 안 그러면 이 단검이 네 동료의 목을 관통할 테니까." 그냥 저 자식, 버리고 싶다. 인질이 되는 짜릿한 체험을 하러 알아서 간 놈을 이 소중한 지도랑 바꾸고 싶은 마음은 죽어도 없다. 하지만 뒤에서 나를 보고 계신 두 분, 민혜와 나래 누나 때문에 안 된다. 나도 이미지라는 게 있는데 여기서 저놈을 버리면 이미지가 크게 손상된다. 제길! 난 지도를 내밀었다. 그러자 미소를 짓는 트레저헌터 3인방. 그리고 이어 분노의한마디가들려온다. "보물보다는 제가 더 소중하다는 거군요." 빠직! 그 한마디에 심히 이성을 통제하기가 힘들어진다. 버리고 싶다. 지금당장저민호자식을죽이라고 하고 싶다. 하지만 그 이미지가 뭐기에! 으악! 빌어먹을! 난 그대로 그 보물지도를 넘겼고, 그러자 트레저 헌터들이 피식 웃는다. 그리고 트레저 헌터 중 한 명이 민호의 몸에 무언가를 설치한다. 가끔씩 영화에서나 등장할 만한 무언가를……. "폭탄?" 민혜는 그 물건을 보더니 경악에 찬 어조로 말했고, 그 말에 트레저 헌터는 웃으며 말했다. "폭탄이다. 5분 안에 제거 하지못하면 다 죽는다는 거지. 어설프게 우리를 따라온다거나 하지않는게 좋을거야. 크크크." 그러면서 순식간에 민호와 현무의 몸에 폭탄을 설치한다. 그런데 여기는 판타지 세계관인데, 폭탄이 왜 있는 걸까? 뭐 말하는 슈퍼컴퓨터도 있는데 폭탄 정도야 애교일지도, 한편 순식간에 폭탄을 설치한 트레저 헌터들은 재빠르게 철수하기 시작했고, 난 그 모습을 보고 한 손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그 손으로 목을 그었다. 그러자 내 주변에 있던 열 명의 어쌔신의 기척이 사라진다. "순수하게 주기는 싫어서 말이다." "크크! 좋아 이제 이 지도만 있으면!" "오빠, 우리 이제 대박인거야?" "그렇지! 이제 우리는……. 하하하!" 한편 민호와 현무를 인질로 삼아 보물 지도를 얻어 낸 그들은 즐거운 듯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 "……!" "……!" 어느새 그들의 심장을 정확히 관통한 단검 세 자루. 그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어떤 기척도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언제 자신들의 심장을 이 단검들이 관통했단 말인가? 그런 의문이 끝나기도 전에나타나는 열 명의 어쌔신. 그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평범함이라는 단어라은 담쌓았다는 포스를 내보이면서 죽어가는 트레저헌터들을 향해 한마디했다. "임무 완료. 증거 소멸." "아아, 형님." "……." "구해 주십시오." "……." "어서……." 난 외면했다. 자기 몸에 있는 폭탄을 제거해 달라는 민호의 모습을 말이다. 폭탄을 설치한 지 4 분 정도 됐으니 1분 후면 저폭탄은 완전히 터져 버릴 거다. 하지만 나는 어쩔 수가 없다. 내가 트레저 헌터도 아니고, 폭탄 제거하는 방법 따위는 배우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그 순간이었다. "……." 어느새 민호 자식은 폭탄을 제거하고 일어나버렸다. 보지도못했다. 무슨 게 눈 감추듯 뭔가 한 것 같은데? 결론적으로는 폭탄이 제거되었다는 거다. 난 멍하니 물었다. "언제 풀었냐?" "방금 풀었습니다." "그렇게 폭탄 해체가 쉬운 거였니?" "범죄계에 획을 그은 형님이라면 저보다 더욱 쉽게 할 수 있을 겁니다." "……." 역시 저자식은 인간이 아니었어! 저번에 지문 인식과 홍채 인식을 단 몇초만에 뚫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폭탄 해체까지 몇 초?! 이건 말이 안 되잖아! 인간으로서 가능한 영역이 아니다! "마스터." "어어?" 그때 내 등 뒤에 나타난 에루스 아저씨가 조심스레 보물 지도를 내민다. 난 그가 살짝 내미는 보물 지도를 받으면서 정중히 인사했다. "수고하셨어요."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면서 그림자같이 사라진다. 멋지다. 정말 멋져! 민호나 현무 자식이 저분들의 1%만 닮았어도 소원이 없겠다만, 무리한 부탁이겠지? 난 지도에 표시된 대로 요리조리 열심히 헤쳐나갔다. 진짜 복잡하기 그지없는 길이지만 지도를 보고 가면 진짜 쉽게 갈 수 있다. 그런데 문득 가는 도중 의문이 생긴다. 그건바로……. "점점 가까워질수록 분위기가 괴기스럽군." 그렇다. 지도에서 가리키는 목적지에 다가갈수록 진짜 이상하다. 주변 분위기는 암울하기 그지없고 뭔가 요상한 느낌이? 흐음. "앗!" "뭐,뭐냐?!" 그떄 갑자기 소리를 지르는 현무를 보고 난 깜짝 놀라서 질문했고, 현무는 당황하더니 내게 한마디 했다. "그 지도는……!" "……?!" 순식간에 온몸을 점거하는 이 불길함! 아닐 거다. 내가 아무리 재수 없는 놈이라지만 또 여기서 재수 없는 일이 일어나면 정말 너무하잖아? 안그래? 이건 내가 재수 없는자의 신이라고 하더라도 너무 심하다고! 그래, 절대 앙닐거야! 하지만……. "저, 갑자기 기억났는데요." "……." " 이 지도는 보물을 찾기 위해 가는 길 중 최악의 길을 표시한 것 같은 기억이 조금씩 납니다." 그렇구나. 이 지도는 보물을 찾으러 가는 길 중 최악의 길이었구나. 흐흑, 내 인생이 그렇지 뭐. 그 순간이었다. 슈우욱! 슈우욱! 슈우욱! 슈우욱! 수천 개, 아니 수 만개 이상의 화살이 우리 주위를 뒤덮는다. 그리고 난 외친다. "나의 인생은 매일매일 판타스틱하군." 그리고 절망했다. 이 수만개의 화살을 무슨 수로 피해 내느냐는 생각과 함께. 수천 개면 모른다. 하지만 수만개다. 이정도라면 도저히 막을 수 없다. 최대한 바람을 힘을 이용해 막는 데까지 막을 수밖에! 그런데 그 순간! "현무, 절대 방어 지역!" "……!" "……!" "……!" 그때 현무의 한마디와 함께 우리 주변 10미터를 감싸 안는 원의 방어막이 생성되었다. 그리고……. 핑핑! 핑핑! 핑핑! 아주 강력하게 날아오던 수만개의 화살들이 힘없이 무너진다. 그리고 그 화살들을 막은 방어막은 완벽한 모습으로 자리를 지키고 잇다. 설마 이게 그 특별 스킬이라는 절대 방어?! 그 순간이었다. 파아앗! "……!" 갑자기 화살들이 역주행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발사되었던 곳으로 2배 이상의 파괴력을 지닌 채 돌아가고 있다는 거다. 확실하다, 그 기술이! 절대 방어력과 그 방어력의 두배에 달하는 힘으로 재탕(?) 하는 그 기술이 말이다. 이 자식, 드디어 기억해 냈구나! 난 감동 어린 어조로 말했다. "현무, 기억났구나?" "……?" "아니,네가방금쓴기술." "앗?" 그 말에 놀란 얼굴을 한 현무. 그러더니 묻는다. "이게 뭐죠?" 자기가 친 방어막을 보고 뭐냐고 묻다니? 네가 쳤잖아! 네가 설치해 놓고 왜 나한테 묻는거냐! 그 순간 방어막은 스르르 사라졌고, 잠시 후 현무는 황당하다는 듯 물었다. "이게 무슨 일일까요?!" "네가 쳤잖아, 이 바보야!" "……." "어서 가르쳐줘!" "뭘요?!" "지금 그 기술." "저, 전 몰라요!" "구라 까지 마 ! 모르는데 어떻게 사용해!" "저,저도 영문을 ……!" 덥석. 난 그대로 현무의 멱살을 잡았고, 마구 흔들면서 외쳤다. "뱉어 ! 뱉어! 기술 뱉어!" "지, 진짜 몰라요!" "죽고 뱉을래, 살고 뱉을래?!" "왜,왜 이러세요!" "형님 , 죽으면 못 뱉습니다." "넌 닥치고!" "……." 난 깐죽거리는 민호를 단 한방에 재운 뒤 계속해서 재촉했다. 그 절대 방어와 더불어 두 배의 공격력으로 되돌려 주는 그 기술 정말 갖고 싶단 말이다! 그리고 분명 이 자식은 알고 있다. 모르는 놈이 어찌 사용하겠는가? 난 그놈의 멱살을 마구 흔들면서 외쳤다. "뱉으라고!" "아아악!" "오,오빠,진정해!" "순순히 안 뱉……." 20분 후 "훌쩍! 너무하세요." 내앞에서 바보 거북이 한 마리가 시끄럽게 훌쩍거리고 있다. 난 좌절했다 진짜 모르는 거였다. 자신도 모르게 사용해 버렸단다. 그리고 사용법이 기억이 안 난단다. 하하하. 이렇게 허탈하기는 또 처음이다. 아무리 머리가 텅텅 비엇다지만, 자기가 사용하는 기술을 잊어버리다니! 이게 말이 되니? 으아악! 젠장, 젠장, 젠장! 난 잔뜩 겁먹은 채 있는 현무를 째려봤다. 저 바보 자식! 다른 건 몰라도 나한테 줄 기술 정도는 기억 하란 말이다! 그게 얼마나 부러운 기술인데 으악, 생각만 해도 답답하다. "힘내." "고마워요, 누나." 그때 어느새 나래 누나가 다가와 내 어깨를 툭툭 쳐 준다. 정말 고맙다. 이렇게 큰 충격을 받았을 때 한 미소녀의 격려는 마치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느낌이다. 그래, 저 맑은 하늘을 보고 진정하는거다. 휴우. 난 그 생각과 함께 푸른색의 맑은 하늘을 보고 싶어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맑은 하늘은 안 보이고 무슨 하얀색의 빛이 내려온다. 빛이 내려와? 난 잠시 상황 파악에 나섰다. 하지만 상황 파악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 빛이 나와 나래 누나를 덮쳐버렸다. "으악?!" "오빠! 언니?!" 민혜는 재현과 나래가 갑자기 사라지는 모습에 다급히 외쳤고, 그 모습에 민호는 난감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강제 텔레포트군요." "무, 무슨 말이야?" "트릭이죠, 간단히 말해, 아주 근사한 데로 데려가 줄 용의가 있는 트릭 말입니다." "……." "아마도 형님과 나래 누님은 강제 텔레포트로 인해 근사한 (?) 데로 갔을 겁니다." "도대체 무슨 말이야, 근사한 데라니?!" 민호의 알쏭달쏭한 말에 민혜는 물었고, 그 물음에 민호는 미소와 함께 대답했다. " 가 보지 않은 저로서는 잘 모르겠지만, 근사할 것 같군요. 어떤 의미에서는 말입니다." "……." "……." 빌어먹을! 우리는 갇혔다. 아주 이상한 방에 말이다. 약 3미터쯤 되어 보이는 방이다. 주변은 철문으로 둘러싸여 있고, 추가로 마나가 다 흩어진다. 여기에 무슨 장치를 해 놓은듯하다. 한마디로 철방 안에 갇힌 불운한 사람들이랄까? "아아……." "미,미안해." 너무 좁다 보니 내가 나래 누나의 몸을 짓눌렀고, 나의 사과에 누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아냐,아냐. 그것보다 서로의 체온이 마구 느껴지네? "……." 그런 건 굳이 말해 주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안 그래도 지금 엉켜 있는 상태여서 무지무지 자극적이다. 강제 텔레포트 자체가 정확하게 이 좁은 방 안에 착륙시켜 줘서 말이다. 그렇지만 싫지는 않다. 누나의 향기로운 냄새라든가 부드러운 살, 기타 등등 말이다. 아아악! 이건 아냐! 난 예진이 거잖아?!(언제부터?) 다른 데로 눈 돌리는 건 저질이야! 그렇게 나래 누나와 온몸이 밀착된 채 난 흥분을 주체하지 못한 채였고, 누나는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싱글벙글하고 있다. 아아악! 누나, 너무해요! 지금 제 반응을 즐기시는 거죠? 으악! 이렇게 10분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까? 난 약간 이상한 점을 느꼈다. 정확히는 누나가 그 점을 지적해 줬지만 말이다. "저기, 재현아." "……?" "이상하게 이곳, 뜨거워지지않아? "저도 그 말을……." "맞지?" "네." 분명 사람 둘이 있으면 온도는 상승할 거다. 이렇게 비좁은 공간이면 말할 것도 없지. 하지만 이건 사람 체온만으로 올라갈 정도는 아니다. 혹시 인위적으로 만들어 내는 건가? 설마? 난 부정했다. 아닐 거야. 그건 아닐 거야. 아무리 그래도 그건……. 하지만 딱 5분간 지나니까 알겠다. "누가 우리가 있는 이 방에 열을 가하고 있는 것 같아." "동감입니다." 누나 말대로다 누군가가 우리를 사우나 시켜 주신다. 그거 참 공짜여서 고맙기는 한데……. "이런 사우나는 사절인데." 멈춰 주지도 않을 사우나, 한마디로 우리를 데워서 죽일 작정인 것이다. 멋진데? "하아." "누,누나." "으응?" "그,그런 소리 좀……." "더워." "그,그래도……." "그래도 더운데……." "……." 난 신음 소리를 내는 나래 누나가 심히 부담스러워서 한마디 했지만, 별로 통하는 것 같지는 않다. 그리고 무엇보다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서 장난 아니다. 나래 누나 말이다. 그 순간이었다. "나 벗을래." "저,저기……." "……?" "더워 죽는 것보다는 이게 나아! 그리고 다른 남자 앞에서는 아무리 더워도 안벗겠지만, 재현이만큼은 상관없어." "으아악!" 그러면서 순식간에 속옷 차림으로 변신하는 나래 누나. 난 이 위기의 상황에서도 눈이 휘둥그레진다. 한마디로 심장 박동이! 분홍색의 팬티와 브래지어였다. 보는 내가 마구 흥분이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너무 가깝다 보니 살결이……! "아아악!" 너무 고통스럽다! 사우나도 고통스럽고, 누나의 여린 살결 때문에도 고통스럽다. 그리고 시선을 어디다 둬야 할지 몰라 고통스럽다. 한마디로 다 고통스러워. 으악! "재현아, 너도 옷 벗어." "헉!" 그때 남들이 지금 상황을 아무것도 모른 채 들으면 19금 장면으로 여길 만한 대사를 스스럼없이 치는 나래 누나, 멋지다(?)! "버,벗으라니요?!" "땀으로 다 젖었잖아." "저,전 괞찮은데요." "어머, 재현이는? 나, 외간남자한테 속옷을 보인 건 처음인데?" "……." "그리고 이렇게 살결을 비비고 있는 것도 처음이고." "……." "그래 놓고 피하는 거야? 내 순결을 뺏고?" "……." 이상한 소리 하지 마세요. 제가 꼭 늑대 같잖아요! 그리고 무엇보다 여기서 내가 벗으면 진짜……. "어서 벗어." "끄악!" "어서!" "저,저기……." 으악! 강제로 내 옷을 벗기는 나래 누나, 그리고 연약하게(?) 당하고만 있는 나. 그리고 잠시 후 우리는 그 좁은 철방에서 속옷 차림으로 있었다. 한마디로 무지무지 난감한 상황인 거다. 난 나래 누나에게 말을 걸엇다. "저,저기 누나……." "응." "제가 누나를 덮칠 거라는 생각은 안 해요?" 그렇다. 나도 남자다. 이렇게 좁은 공간에 남녀가 속옷만 입은 채 살결을 마주 대고 있는데 가만히 있을 남자가 얼마나 되겠는가? 나도 순식간에 늑대가 될지도 모르는데……. 그런 내 말에 누나는 웃으며 말했다. "안 하는데." "……." "뭐, 해도 상관없어." 헉! 그런 말은……. 으윽! "어차피 12년 전부터 이미 너 말고는 다른 남자한테 줄 마음은 없었거든……." "……?" 12년 전? 무슨 말이지? 나래 누나가 말했다. "그날 '약속'이후 말이야. 그리고 남편과 첫날밤을 보내는 건 당연하잖아?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다. 남편이라니? 첫날밤이라니? 약속? 12년? 뭐지, 이 위압갑은? 마치 잊어버리면 안 되는 약속을 잊어버린 듯한 이 상황은 뭐지? "크윽!" 갑자기 난 머리가 아파 왔다. 그러자 나래 누나는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 "무리하지 마. 언젠가는 기억해 줄 거야. 너는 그런 아이였으니까……." 도대체 무슨 말이지? 으윽! 역시 이해 불가다. 그냥 신경 끄자. 더 이상 매달리다가는 머리가 터질 것 같아. 그 순간이엇다. "꺅!" "왜, 왜 그래요?!" "가, 갑자기 온도가!" "헉!" 그러고 보니 순식간에 방 안의 온도가 높아져 간다. 처음에 나래 누나의 속옷 차림에 기뻐서 할렐루야를 외치던 나였지만, 지금은 아니다 . 나래 누나의 속옷 차림보다 순식간에 삶아지는 기분을 느끼고 싶지 않은 게 소원일 뿐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이 방에서 구이가 된다는……??" 그런 미묘한 죽음은 정말 싫은데 말이다. 철방 안에서 통구이가 돼서 죽는다면, 최악의 죽음이다. 죽을 것 같아! 진짜 찜질을 당해서 죽는 게 이런 미묘한 체엄이었던 것이냐? 으아악! 나래 누나는 이미 거의 의식을 잃어 가고 있는 상태다. 그나마 나래 누나의 몸을 계속 흔들어서 기절을 안 한 것 뿐이다. 물론 나래 누나의 뽀얀 살결을 만져서 좋을 만도 하지만, 지금은 영 아니다. 이런 데에서의 이런 스킨십은 글쎄다. "으응." "괞찮아요?" "더,더워." "……."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으셨다. 근데 묘하게 그 모습이 자극……. 아아! 나라는 놈은 도대체 뭐 하자는 거냐! 이런 긴급 상황에서 말이다. 하지만 이런 초 미소녀가 속옷차림으로 땀을 진하게 흘리는 건……. "안 돼!" 난 머리를 붙잡았다. 이 더워서 미쳐 버릴 것 같은 상황에서 더 미쳐 버릴 것 같은 내 이성, 나라는 놈도 남자였다. 아무리 부정해봐도 남자였다. 한마디로 이성과 본능, 두 가지의 갈등 중 본능이 서서히 커져 가고 있었던 것이다. 난 생각했다. 지금이라면 몸을 살짝 쓰다듬어도 모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말이다. 하지만 난 곧 정신을 차렸다. '미쳤나 봐!' 잠시지만 변태 같은 생각을 한 내가 저주스러웠다. 그런 해악적인 행동을 하려 하다니! 으윽, 민호 자식과 다니는 사이에 내가 이렇게 타락했단 말인가!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어서 이곳을 탈출해야 한다. 그런데 마나를 끌어올릴 수 없는 상황인데 어떻게……. "……." 그때 내 머릿속을 휙 지나가는 한 가지 무기가 있었다. 모든 것을 잘라 버린다는 그것, 신이 만든 무기라는 그것! 완전 작살난(?) 그것 말이다. 바로……. "데스 블래던?" 이게 있었다. 근데 이게 있었는데, 난 왜 기억을 못한 거지? 왜?! 설마 그 바보 거북이랑 다니더니 바보성이 전념된 거냐(정확히는 나래 누나와 같이 있어서 흥분 상태가 되어 잊어버림)?! 아아악! 그건 안 되는데! 그 바보 거북이하고 머리가 비슷 해진다니? 그럼 인생 살지 말라는 거냐? 그리고 민호의 변태성까지 닮는다면? 정말 인생 막장 중의 막장이다. 제길! "아니, 그것보다는 어서 이곳을 탈출해야지!" 난 지금의 상황을 애써 상기하면서 그대로 와이어질(?)한번했다. 그러자 철로 만든 방이 너무나도 손쉽게 잘려 버린다. 허무할 정도다. 역시 신급아이템이라는 건가? 난곧바로 쓰러진 나래 누나에게 옷을 입힌 뒤 나도 옷을 입고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너무나도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난 시원한 느낌에 절로 웃음을 지었고, 잠시 후 우리가 있던 곳을 바라보았다. 역시나 안과 다름없이 철로 사방이 막힌 작은 방 하나가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방금 전까지 나래 누나와 난 저곳에 있었고말이다. 그런데 한 가지 의아한 점이 있었다. "도대체 어디서 열이 가해졌던 거지?" 그렇다. 그 사방이 철로 이루어진 그곳에는 아무리 찾아봐도 열을 가한 흔적이 없다. "그 찜질방 분위기는 어디서 나온 거냐?" 심히 의문스럽다. 흔적은 없는데, 거짓말 안 하고 저 안은 거의 사막 수준이었다. 사람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을 정도의 온도 말이다. 그런데 아무것도 없다니 참으로 이해가 안 되는구나. 난 아직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는 나래 누나를 바닥에 내려놓고 주변을 살펴보았다. 약 20평쯤 되는 공간이다. 그리고 특별할건 없다. 그냥 단순히 텅 빈 홀 같은 느낌이랄까? 여긴 어딜까? 도대체 우린 어디로 강제 텔레포트가 되어 버린거지? 그렇게 수많은 의문이 내 머리를 복잡하게 만든다. 그리고 추가로 더욱 내 머리를 아프게 하는 건……. "모이지가 않는다는 건가?" 그렇다. 마나가 모이지않는다. 저 조그마한 공간에서도 그렇고, 나름대로 이 넓은 공간에서도 그렇다. 간단히 말해 자연적인 힘을 끌어오지 못하는 거다. 물론 이 곳에서도 사용할 기술이있기는하지만……. "하아, 도대체 마나 씨(?)는 어디 간 거지?" 진짜 미치겠다. 내 몸에 있던 마나조차도 계속해서 빠져나가며 사라져 갔고, 주변에는 아예 마나라는 게 느껴지지 않는다. 도대체 이 정체불명의 동네는 어디인 거냐? "여기가 어디인지 궁금한가?" "……!" 그때 어느새 내 앞에 한 남자가 나타났다. 기척도 없었다. 마치 그 자리에 있었다는 듯 눈 깜박할 사이에 나타난 것이다. 뭐지, 저놈은?! 내 앞에 나타난 20대 초반의 남자는 미소와 함께 한마디 내던진다. "축하해 주지." "……?" "운 좋게도 강제 텔레포트로 이곳 목적지까지 순식간에 왔으니 말이야." "……." "사실 이곳으로 오는 길은 10가지 이상, 그중 제일 손쉽게 오는 방법이 네가 겪은 강제 텔레포트다." "……."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저 인간? 이해가 되도록 설명해 줬으면 하는데 말이다. 그 남자가 말했다. "한마디로 네가 찾는 '보물'이 있는 곳이 여기라는 거지." "……!" 보물?! 나를 떼돈 벌게 만들어 줄 그 보물?! 헉! 이게 무슨 일이냐? 한마디로 난 대박 난거다! 하지만 그런 나의 순수한(?) 생각은 너무 이른 것 같다. "물론 나를 해치워야 한다는 조건이지만, '불사신'인 나를 말이다." "……." 피식! 난 웃었다. 자기 입으로 불사신이란다. 절대 뒈지지 않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불사신'. 솔직히 말해 그딴 게 어디 있냐? 남들보다 좀 더 많은 생명력을 가졌을 뿐이지. 그리고 무엇보다 나에게는 마계에서 최고의 금속이라고 불리는 아만다티움으로 특수 제작된 신급 무기 데스블래던도 있고 말이다. 한마디로 물리 방어가 아무리 강해도 소용없다. 나의 데스블래던은 모든 방어력을 무시하니까. 한편 내 미소를 본 그 남자는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 "거짓 같은가?" "물론. 이 세상에 불사신이 어디 있어?" "여기 있지." 허! 어이가 없어서 웃음도 안 나온다. 그러면 내가 무서워할 줄 아는 거냐? 네가 불사신이라고 하면 말이다. 하지만 그런 어설픈 거짓말은 안 통한다. 난 지능적이니까 (지능적인 사람치고는 민호에게 너무나도 많이 낚인 재현). 난 와이어를 두 손으로 꽉 잡아 당기면서 말했다. "그럼 끝내지? 난 싸움을 오래 끄는 것은 별로거든." 파아앗! 그 말과 함께 난 어마어마한 속도로 자칭 불사신 남자에게 달려들었다. 어림없는 소리다. 불사신? 그런 게 어디있냐. 장난도 아니고 말이다. 그렇게 순식간에 나와 그 남자의 거리가 좁혀진다. 그리고 내 와이어가 그 남자의 허리를 두 쪽 내 버린다. 느낌도 왔고 말이다. 하지만 무언가 알 수 없는 위압감이 든다. 뭐지? 분명 베는 느낌이 들었는데? "난 불사신이라니까." "……!" 흠칫. 분명 내가 허리를 절단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서 있는 남자. 말도 안 돼! 이 신급 무기를 견뎌 냈다고?! 그럴 수는 없을 텐데. 모든 방어력을 무시하는 게 이건데?! "후후!" 나를 보고 미소 짓는 이놈, 정말 불사신? 아니, 그럴 리가 없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설정이잖아! 난 이를 꽉 깨물었다. 그래, 불사신이라고 쳐라. 하지만 네가 공격력이 100만도 넘어가는 내 스킬을 견뎌 낼 거라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데스블래던의 특수 스킬 , 환영 진열을 말이다……! "환영 진열!" 나의 외침이 끝남과 동시에 순식간에 30개에 달하는 인영이 그를 감싸 안는다. 그리고 잠시 후였다. 파지짓! 동시에 30개의 인영은 그남자의 모든 곳을 공격했다. 하지만 믿을 수 없었다. 분명 공격한 느낌이 왔다. 그런데 공격이 끝나고 나면 저 남자는 아무렇지도 않다. 무슨 일인 거야? 보통 불사신이라고 하더라도 피 같은건 튀기는 게 예의(?) 잖아?! "다시 말하지. 난 불사신이다." "……!" 주작 "꺅!" "……?!" 내가 저놈이 진짜 불사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인해 손이 땀으로 흠뻑 젖었을 때였다. 그 순간 갑자기 짜릿한(?) 여자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난 그 비명 소리에 당황하면서 소리의 진원지를 찾아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그곳에 갑자기 나타난 한 분, 17살 정도로 보이는 풋풋한 소녀시다. 하지만 그냥 소녀는 아니다. 초미소녀다! 아니, 이게 무슨일이란 말인가?! 평생 한 번도 보지 못할 초미소녀 레벨을 난 4번이나 본 것이다. 예진이와 민혜, 나래 누나, 그리고 저 정체불명의 여인까지……. 키는 160Cm정도에 아담한 신체사이즈를 가지고있다. 한마디로 몸매는 로리시리즈라고 해야하나? 하지만 워낙 예쁜 얼굴이어서 그 정도야 그냥 웃으면서 넘어가 준다. 그리고 정열적인 붉은색의 머리카락……. 머리카락이 붉은색이면 정열적인 느낌으로 인해 섹시하다는 느낌이 드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저분은 아니다. 보호해 주고 싶은 보호 본능을 마구 일어나게 하시는 연약한 모습이다. 지금이라도 당장 저 연약해 보이는 몸을 꼭 껴안아 보고……. 앗, 잠깐! 생각해보자. 보호본능과 내가 지금 몸을 꼭 껴안아 보는 거랑은 무슨 상관이지? 아아악! 나도 모르게 또! 에이, 젠장! "저,저기……." "……?!" 그때 갑자기 나타난 그 연약해 보이는 여인은 나를 보더니 더듬거리며 조심스레 말을 건다. "디재스터이신가요?" "헉?" 내 직업을 어떻게 아는 거지? 이 직업을 아는 존재는 그 이상한 괴물들 뿐인 걸로아는데?! 난 긴장했다. 혹시 저 엄청난 미소녀가 그 괴물들고 한패인지 아닌지 말이다. 하지만 한패라고 해도 난감한 상황이다. 건드리기가 무서울 정도로 연약해 보인다. 마치 건들면 내가 쓰레기에다가 인간 말종이 될 것 같은 느낌이랄까? 젠장! 그 변태들, 상당한 적(?)을 보냈구나! 크윽! 하지만 그 순간이었다. "저,저기……." "……." "맞나요?" "맞아요, 그래도, 아무리 그래도 적이라면……. 크윽!" 용서하지 않겠다는 말을 할 수가 없다. 너무 연약하고 청순하잖아! 이건 너무해! 너무하다고! 그때였다. 그 연약해 보여서 남자의 심장을 관통할 것 같은 그녀는 조심스러운 어조로 내게 말했다. "저, 저는 주작이라고 사대 수호신 중 한 명이고…… 저, 저기 주인님을 모시기……." 난 내 귀를 의심했다. 방금 뭐시라? 주작? 사대 수호신? 주인님을 모셔? 무슨 말이지? 난 엄청난(?) 말을 듣고 그대로 패닉상태에 빠져 굳어 버렸다. 지금 내 앞에 있는 저 연약하신 분이 주작이라고? 내가 상상하던 주작님하고는 무지무지 차이가 나는데? 아, 현무도 또라이니까 주작이 저러는 것도 이해가 가기도……. 으악! 결론적으로 사대 수호신들이 다 이상하다? 말도 안 돼! 물론 바보에다 쓸모없는 현무보다는 보는 것만으로도 남자들의 마음의 안식처가 될 만한 저분이 훨씬 좋다는 건 안다. 하지만 뭔가 허무하다. 뭐 어찌 됐든 일단 주작이라고 했으니 지금 상황에서는 나이스다. 저 불사신인가 뭔가 하는 미친놈을 상대하기 위해서 말이다. 난 그런 생각과 함께 쓰러져 있는 주작에게 천천히 다가갔고, 그 순간이었다. "오,오시면 안 돼요, 주,주인님." "……?!" "저, 저기 , 오시면……." "무 슨소리?" 갑자기 자기에게 다가가자, 소리치던 그녀는 눈물을 글썽거리면서 말했다. "안 돼요." "……." 헉! 설마 저기에 무언가가 설치된 거냐?! 그래서 나를 위협에 빠트리지 않게 하기 위해? 난 그런 생각이 들자마자 그녀를 구하기 위해 나도 모르게 뛰쳐나갔다. 한편 이런 내 모습을 본 주작은 작게 소리쳤다. "주,주인님, 안 돼……." 파아앗! 난 그대로 그 연약한 주작의 몸을 끌어안다시피 한 채 마구 뒹굴었고, 잠시 후 무언가 일어나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뭐지?" 아무런 일도 없다. 뭐냐, 지금 상황은? 내 품에 안긴 주작도 멍하니 있더니 입을 열었다. "이,이럴 수가! 벼,병이 고쳐진 건가요?" "……?" 난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병이 고쳐지다니? 이해가 전혀 안 되잖아! "무슨 미친 짓거리들이지?" 한편 그 불사신이라는 놈은 피식 웃더니 우리에게 다가온다. 그러자 주작은 그 존재를 보고 더욱더 연약한 몸을떨고 있다. 걱정 마!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지켜 줄 테니! 그녀의 모습에 난 더욱 용기를 냈다. 왠지 모르게 그녀는 용기를 주는 스타일이랄까? 그 순간이었다. "오, 오지 마세요." 그녀는 또다시 눈물을 글썽이면서 그 불사신이라고 하는 놈을 향해 말했고, 그 말에 불사신은 피식 웃더니 입을 열었다. "그러면 내가 안 갈 줄 아는 건가? 푸하하!" 저런 남자도 아닌 놈이 있나! 저런 미소녀가 이렇게 부탁하면 예의상이라도 들어줘야지, 싹 무시하네. 그렇게 그놈은 주작의 간절한 부탁도 무시한 채 천천히 다가왔고, 그럴수록 주작은 내 뒤에 꼭 붙은채 작게 애원했다. "오,오지 마세요." "괞찮아, 내가 지켜 줄게." "……." 난 멋지게 한마디 했다. 카! 이게 바로 그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재수 없는 대사? 뭐, 어찌 됐든 멋졌으면 됐다. 하지만 그 순간, 주작은 울음기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그게 아니고……. 꺅!" 어느새 우리들 주변으로 다가온 그 불사신이라는 남자, 그는 어느새 나와 거리를 좁힌상태고 주작과도 거리가 거의 좁혀진 상태였다. 그 순간이었다. 파아앗! "……." 갑자기 믿을 수 없는 현상이 일어났다. 그 불사신이라고 잘난 체하던 놈이 푸른색의 불꽃에 휩싸이더니 그대로 사라지는 거다. 너무나도 손쉽게 말이다. "무,무슨 일이지?난 불사신인데?!" 그 남자는 자신의 죽음에 대한 이유도 알지 못한 채 그렇게 소멸되어 버렸고, 난 멍하니 지금의 상황이 정리 되기를 기다렸다. 도대체 무슨 일이지? 어떻게 이런 일이! "으아앙." "왜, 왜그래?!" 그때 주작이 갑자기 주저앉아 울기 시작했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나를 한 번 보더니 다시 울음을 터뜨린다. "죄송해요, 죄송해요." "……?" "죄송해요, 으앙!" "……." 주작은 거듭 죄송하다면서 울기만 한다. 정말 무슨 말인 거야? 으응?! 난 마구 우는 주작의 어깨를 두드려 주면서 다정다감한 목소리로말한다. "무슨일이야? 주저 없이 말해." "……." "괞찮아. 이런 나의 위로에 그녀는 비를 잔뜩 맞은 강아지 같은 눈으로 바라본다. 으아악! 안아 버리고 싶어! 젠장! 이건 완전 살상 무기(?) 잖아! 그때 주작의 입이 열렸다. "저, 저…… 남성 공포증이에요." "……." "제 근처에 오면…… 남자라면 저도 모르게 저렇게……." "……." 헉! 설마 저도 모르게 했다는 것이 방금 그 불사신이라고 자기 자랑 끝내 주게 하던 분을 단 한 방에 가게 한 그거? 난 그대로 굳어 버렸다. 나도 남자다. 그럼 이제 나도 저 불사신의 뒤를 이어 따라 가는거냐? 그런데……. "그렇지만 주, 주인님은 이상해요." "무슨 말이야?" "분명 주인님도 남자인데 아무렇지가 않아요. 오히려 편해요." "……." "방금 전 일로 봐서는 병이 고쳐진 것 같지는 않지만, 주인님은 괞찮은 것 같아요." 한마디로 다른 남자들이 접근하면 저 꼴이 되는 거고, 나는 괞찮다는 거냐? 하아, 무지 안심된다. 한마디로 살았다는 거잖아?! 휘이익. 그때 하늘에서 무언가가 하나 떨어진다. "뭐지?!" 난 의문과 함꼐 하늘에서 떨어지는 그 무언가를 낚아챘다. 그러자 정체를 드러낸 물건은 목걸이였다. 은색을 띠고 있고 중간에 기묘한 문양이 새겨져 있는 목걸이다. 설마. 이게?! "보물인가?" 아마도 그럴 확률이 높다. 자칭 불사신의 말에 따르면 자기를 죽이면 보물을 얻을 수 있다고 했으니까. 뭐 생각처럼 금은보화가 아니어서 아쉽기는 하지만, 아이템 하나만 잘 굴러들어와도 그런 건 상대도 안되니까. 히죽. 난 그 생각과 함께 그대로 아이템 창을 오픈했다. [인센트(신급) 모든 스텟 500 상승 공격력 350% 상승. 방어력 200% 상승. 스피드 300% 상승. 특수 스킬 버서커 사용 시 공격력 2,500% 상승. 방어력 800% 하락. 스피드 2,000% 상승. 5분 지속 효과. 패널티:???] 이런 미친! 이게 뭐야?! 신급 아이템?! 또 ? 그리고 저 '버서커'라는 스킬, 미친 거 아니야? 공격력 2,500%면 ……. 헉! 완전 개 사기 아이템이다. 역시 신급 아이템이다. 하지만 문제는……. 「전속되었습니다. 교환과 드랍이 절대 불가능합니다.」 한마디로 팔아먹기는 최악이라는 거다. 그리고 비정상적으로 강해진 건 좋기는 한데 왜 빚은 줄지 않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직 성을 수리 안 해서 다행히 빚이 1억 8천 240만원밖에(?)안 되지만, 수리하면 9,000만 원이 플러스가 되고……. 으으! 도대체 왜 난 아이템을 먹어도 팔지도 못하는 게 걸리느냔 말이다. 뭔가 기쁘면서도 슬프면서도 미묘한 느낌이다. 하아. "누구야?" "……." 민혜의 날카로운 한마디가 들려왔다. 그 말에 나도 모르게 움찔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난 그녀를 소개했다. "에리아스, 사대수호신 중 한 명인 주작이야." "아,안녕하세요." "……." 그 말에 민혜는 말도 안 된다는 듯 바라본다. 그러고는 나에게 말했다. "거짓말." "진짜야." "주작이라는 존재가 저렇게 생겼다고?" "나도 믿기는 힘들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래, 보통 주작이라고 하면 뜨거움이나 화려함, 정열 같은걸 떠올리기 마련인데 저렇게 연약하고 보호 본능이 마구 일어나게 하는 사람을 주작이라고 하니 믿기 어려울 거다. "죄,죄송해요." 뭐가 죄송해, 에리아스. 하아, 너무 마음이 착하다고 할까? 전혀 죄송할 것도 없는데 그녀는 일단 죄송하다는 말부터 한다. 한편 그런 말에 민혜는 당황하더니 말했다. "아, 아니에요." "피해가 되었다면 정말 죄송해요." "저,정말 괞찮아요." 민혜조차도 그녀의 연약한 모습에 그대로 굴복한다. 허! 진짜 이건 완전 울트라 난감한 상황이잖아? 그 순간이었다. "형님, 이 보호하고 싶어 미치게 만드는 여인은 누구인가요?" 민호는 갑자기 불쑥 나타나더니 한마디 던졌고, 난 그런 민호를 그대로 발로 뻥 찼다. "끄악!" 이상한 소리가 작렬하면서 민호는 뒤로 물러났고, 난 에리아스의 앞을 막아서면서 경고했다. "야, 민호! 너 에리아스에게 다가오면 죽는다?" "독점욕이 강하시군요." "그게 아니거든?" "그럼 왜 다가가지 못하게 하는 건가요?" "그건……." "……?" "……?" "……?" 내 말에 모두 시선을 집중한다. 난 그 말에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에리아스를 다독이면서 말했다. "얘, 남자 공포증이야." "……." "……." "……." 모두 침묵했다. "그렇다면 더 남자가 다가가서 고쳐 주어야죠." "뒈지려면 오든가?" "……?" "에리아스 근처로 다가오는 남자는 한 줌의 재가 돼서 하늘 나라로 올라갈 거야." "흐음." "뒈지고 싶으면 와도 된다, 민호 군." 그 말과 함께 난 싱긋 웃었고, 그 말에 민호는 나를 빤히 보더니 말했다. "거짓말입니다." "……?" "형님은 남자이지 않습니까?" "……." "그런데 왜 멀쩡한 겁니까?" "……." 민호의 말에 반박이 안 된다. 그게 그러니까 왜 나만 멀쩡한 건지 나도 잘 이해를 못하겠다고. 그 순간 에리아스는 더듬더듬 말을 해 나간다. "저도 잘 모르겠어요, 왜인지……. 주인님만 이상하게 괞찮아요. 주인니만……." "한마디로 이미 덮쳤다는 거군요?" "말이 왜 그렇게 되는 건데!" "'형님만 괞찮다'는 '덮쳤다'라는 공식이죠." 아아, 계산법이 왜 저러는 거냐?!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공식을 적용하느냐고?! 역시 이해할 수 없는 정신세계를 가진 놈이라니까. 이해하고 싶지도 않지만. "그나저나 형님." "……?" 그때 갑작스러운 민호의 진지한 얼굴. 그는 내게 다가오더니, "어떤 기분이셨습니까?" "……?" "에이,아시면서." 뭘 알아, 이 자식아. 갑자기 그렇게 말하면 내가 뭘 알어?! 한편 이런 내 표정을 본 민호는 얼굴을 붉힌다. 뭐,뭐야?! 이 자식! 기분 나쁘게 얼굴은 왜 붉히는 거냐?! 한편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을 하던 얼굴은 순식간에 언제 붉혔냐는 듯 다시 돌아오면서, "제가 직접 말해야 하는 건가요?" "아까부터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데!" "정말 제가 말해야 되나요?" "…… 그럼 네가 말하지 누가 말하냐?!" "정말요?" "……죽을래?" "말하겠습니다." 간단하게 주먹을 쥐어 주자, 금방 말하겠다고 말하는 민호자식. 한마디로 말해 그냥 일반적인 말은…… 통하는 놈이 아니라는 거지. 에휴, 한편 민호는 나를 빤히 보더니. "덮치는 기분 말입니다." "……?" 무슨 말이지? 뭐, 덮치는 기분? 그게 뭐…… 아, 설마! "저 아리따운 주작 양을 덮치는 기분 말입니다." "안 덮쳤어!" "근데 왜 형님만 괞찮은거죠?!" "그걸 내가 어찌 알어!" "한마디로 덮쳐서 모든 걸 알아 버려 지금 형님만 괞찮다는 내용 설정이 아닌가요?!" "아니야!" "부인하시기는." "……아니라니까!" "그럼 왜 형님만 괞찮은거죠? 덮치지 않았다면 말입니다." "그걸 내가 어찌 알어! 그리고 무엇보다 나만 괞찮은 걸 왜 덮친거랑 연관을 짓냐고, 이 이상한 자식아!" 정말 상상하는 범위가 너무 풍부해서 어이가 없을 정도다. 주작이 남자 공포증이다. 그렇지만…… 나만 유독 아무 이상없다. 그래서 결론이 덮쳤다라니! 이런 미친 상상을 할 수 있는 분은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주작을 덮치려고 했으면 덮치기 전에 이미 불타 죽었어!" "흐으음." "알겠냐?! 상식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그렇다. 주작 양의 힘. 솔직히 무섭다 ……불사신인가 뭔가 하는 이상한 놈조차도 한방에 보내 버리는 그 불꽃. 상상만으로도 두려울 정도다. 하지만……. "아니요 , 형님은 가능합니다." "그건…… 무슨 개소리냐." "형님은 슈퍼짐승이니까요." "……." 슈……퍼……짐승? 그건 뭐 하는 짐승이……니? 민호의 말이 이어졌다. "슈퍼 짐승으로 변할 시 그 어떤 존재라도 형님은 이길 수 있습니다. 심지어는 신이라는 존재들조차도 형님의 슈퍼짐승……." 퍼억. "……왜,왜이러십니까." 어느새 그대로 쓰러져 버린 민호. 그리고 상큼한 미소를 짓는 나. 난 민호에게 말했다. "지금 누구보고 짐승이라고, 그것도 그냥 짐승도 아니고 슈퍼 짐승?" 난 어이가 없었다. 야설계의 거장이라고 불리는 자식이 나보고 오히려 짐승이 라고 하다니, 하아…… 그리고 내가 솔직히 말해 얼마나 건전(?) 하게 사는데 그런 모욕을, 한편이런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본 민호는 싱긋 웃으면서, "조크였습니다." "그러냐?" "그렇죠." "그렇구나." "그런 겁니다." "그랬지?" "그렇습니다." 민호와 나의 미묘한 이야기. 그리고 난 싱긋 웃으면서……. "내가 믿을 거 같냐?! 이 자식아!" "아아악!" ……그날 한 이상한 남자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데이트? 게임 정복, 과연 가능한 일일까? 이제는 이런 의문도 살포시 든다. 게임 정복을 시작한 지 얼마나 됐는데 이게 뭐야?! 물론 남들은 구경조차도 하지 못한다는 신급 아이템 두 개를 얻은 나다. 한마디로 대박이 작렬(?)했다고나 할까. 그렇지만 문제는 이건 교환이 되지 않는 아이템이라는 거다. 만약에 교환만 된다면 난 큰 부자가 될 게 분명할 정도의 아이템이다. 지금 빚진 돈은 껌 값으로 취급될 뿐만 아니라 게임 정복을 위한 자금이 아주 빵빵해져서 그냥 확확 밀어붙일 수도 있을거다. 그러니 돈 많으면 장땡이라는 게 확실하다는 거다. "하지만 팔 수가 없지." 제일 중요한 건 교환과 드랍이 불가능하다는 거다. 남들은 구경도 못한 걸 난 가지고 있고 사용하는데도 이 알수 없는 느낌은 뭘까. 아름다워라! 흐흑, "저,저기……." 그 순간 누군가 나를 부른다. 그리고 난 여전히 흐느끼면서 고개를 돌렸는데……. "헉!" 거기에는 나의 피앙새(?)인 예진이가 살짝 곤란한 표정을 지은 채 서 있었다. 난 그런 예진이에게 더듬거리면서 물었다. "무,무슨 일이야?!" "바빠?" "전혀, 하나도 안 바쁘지." "……." 난 격렬히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 솔직히 말해 지금 그 어떤 일이 있더라도 예진이를 위해서라면 모든 걸 포기할 나다. 그리고 무엇보다 진짜 하나도 안 바쁘다. 너무 한가해서 문제지. 예진이는 이런 내 모습에 여전히 곤란한 표정이다. 왜 그러는 거지? 난 이상스러운 분위기에 나도 모르게 심장이 떨리기 시작한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강심장을 자랑하는 나인데 예진이 앞에만 서면 연약한 남자로 변해 버리니, 이거야 원. 그때 예진이의 말문이 열렸다. "이번 주 일요일, 시간 돼?" 엥? 예진이가 갑자기 왜 내 시간을 묻는 거지? 거듭 말하지만, 예진이가 원한다면 없는 시간도 제작(?) 할 정도로 난 열정적인 사람이다. 하지만 이유는 궁금하니까……. "갑자기 시간은 왜?" "그,그러니까……." "……?" 예진이는 마구 곤란해 하면서 말을 하지 못한다. 그때였다. "이 공주님께서 영화를 같이 보자는 거지." "미, 민정아!" "……." 그때 항상 예진이 옆에 붙어 다니는 단짝 친구인 그분이 오셨다. 이민정, 상당히 귀엽게 생긴 소녀다. 저렇게 궁극의 미소녀인 예진이 옆에 있으면서도 초라해 보이지 않을 정도면 말 다 한거지. 한마디로 2인자라는 건가? 그것보다 지금 중요한 건……. "영화?!" "……." "나랑?" "……." 나의 말에 예진이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당황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때 다시 민정이가 말했다. "우연히 표가 두 장 생겼거든." "아." "그런데 그나마 네가 제일 편하대." "……." "그래서 너랑 영화를 보고 싶다는 거지." 편하겠지. 흐흑! 우리는 친구 이상으로 가면 안 되는 사이잖아?! 그 도시락의 의미가 그것이니까. 으아, 이 불타는 마음을 가슴속에만 간직하려니 미쳐 버리겟다! "……라는 핑계를 대는 줄거리지." "미, 민정아!" "……?" 그때 민정이의 알 수 없는 말? 뭔 핑계를 대는 줄거리? 그리고 왜 저렇게 예진이는 얼굴까지 붉히며 당황하는 거지? 그런 모습조차도 정말 귀엽다. 죽을 것 같다! 지금 난 제정신이 아니다. 굳이 말하라면 5일 동안 밤을 새웠다고나 할까? 내가 그렇게 짝사랑하던 여자 아이랑 어찌 보면 데이트라는 종류에 들어가는 걸 하게 된 나다. 한 번도 이런 걸 해 보지 않은 나로서는 무지무지 긴장을하다 폭발할 직전이다. 지금 살아 있는 게 용할 정도다. "이러면 안 되는데……." 오늘 데이트를 해야 하는데……. 하아, 조금만 더 앞으로 나가면 이제 밖인데……. 어라? 그때 갑자기 의식이 흐릿해진다. 설마,말도 안 돼! 왜? 으악! 이건 정말 아니잖아? 털썩. 하지만 의식이 사라진다. "흐음." 한편 그 모습을 본 민호는 난감하다는 표정이다. 아무리 기대를 해도 그렇지, 데이트하기 5일 전부터 날밤을 새우다니, 그것도 잔뜩 긴장한 채로 말이다. 정말 어떻게 보면 난감 그 자체다. "뭐, 잠시 작전 변경을 해 볼까요?" "……!" 예진이는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재현이가 심각하게 몸이 아픈 와중에도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가다가 그대로 쓰러졌다는 소식이다. 물론 허위 정보일지도 모른다. 누구인지도 알 수 없는 존재가 전해 준 얘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약에 진짜라면? 그리고 연락도 되지 않고 말이다. "아, 어떡해……." 예진이는 너무나도 초조해서 어쩔 줄 몰라 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가 자신을 위해 무리하게 오려다가 쓰러졌다는데 초조하지 않으면 오히려 그게 이상한 거겠지만. "……." 예진이는 그렇게 한참을 서성거리다가 결심했다. 재현이의 집으로 찾아가겠다고. 사실 남자와 대화도 거의 나누지 않는 예진이의 입장에서는 파격을 넘어 엄청난 것이었다. 하지만 현재로썬 재현이가 걱정되는 게 더욱 앞서는 것 같았다. 예진이는 그 연락과 함께 온 재현이의 집 주소에 따라 집을 찾아 나섰다. 그리고 지금 그녀의 눈에 보이는 것은 살며시 열려 있는 문틈으로 쓰러진 재현이의 모습이었다. 그녀는 다급한 어조로 외쳤다. "재현아!" "……." "재현아!" 으윽, 여전히 몽롱하다. 하아, 몸은 왜 이렇게 뜨거운 거지? 왜 열이……. 아 참, 예진이와의 약속을 지켜야 하는데? 지금 일어나야하는데……. 난 그런 생각과 함께 강제로 눈을 떴다. 눈만 떴을 뿐인데 너무나도 힘들다. 그런데 난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보고 말았다. 예진이가 내 앞에서 걱정스러운 얼굴을 한 채 나를 바라보고 있는 거다. 그것도 손수 물수건으로 내 얼굴까지 닦아 주면서 말이다. "괘,괞찮아?" 한편 나와 눈이 마주친 예진이는 그 질문부터 한다. 하하하, 꿈이구나. 아름다운 꿈……. 사실 예진이가 우리 집에 있을 확률은 제로다. 왜냐하면 우리 집을 모르걸랑. 설사 알았다고 해도 갑작스럽게 우리 집을 찾아올 리는 만무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지금 상황은 꿈이라는 거다. 꿈이다. 꿈이라면 실제가 아니라는 거다. 그렇다면! "예진아." "으응?" 반응조차도 리얼한 꿈이군. 뭐, 상관없지만. 난 나의 부름에 나를 빤히 바라보는 예진이를 있는 힘껏 껴안았다. "꺅!" 예진이는 내 침대로 쓰러졌고, 난 아랑곳하지 않고 외쳤다. "예진아, 좋아해." "……." "그 누구보다도 널 좋아해!" "……." "너 없이는……." 아무리 아프다고 하더라도, 꿈이라고 하더라도 나 너무 용감한데? 흐음. 근데 뭔가 뭉클한 느낌이라든가 부드러운 살결 같은 게 그대로 느껴지네. 좋은 세상이군. 그 말과 함께 난 다시 의식을 잃었다. "이런……." 민호는 난감하다는 듯 웃었다. 전혀 예상치도 못한 상황 전개였다. 역시 약간 몽롱한 상태에서는 없던 자신감도 나오나 보다. "이렇게 되면 안 되는데 말입니다. 형님의 게임 정복과 하렘 제국의 달성을 위해서 말입니다." "……." 예진이는 갑작스러운 고백에 어쩔 줄 몰라 했다. 너무나도 떨렸다. 자신이 몇 년간을 짝사랑해 온 남자에게 고백을 받다니, 꿈만 같던 일이다. 진짜 믿을 수가 없다. "진짜인가?" 예진이는 살짝 자신의 살을 꼬집어 봤지만 아프다. 꿈이 아니다. 이건 현실인 거다. "어,어떡해?" 예진이는 너무나도 당황한 나머지 침대에서 일어나지도 못한 채 당황했다. 이렇게 고백을 받았을 때는 뭐라고 해야 하지? 그냥 '응' 이라고 말하면 되는 건가? 그러면 이제 사귀는 건가? 무수한 생각들이 그녀의 머릿속을 점령한다. 하지만 그녀 역시 연애에 관해서는 재현보다는 뛰어날지 몰라도 평범한 사람과 비교하기에는 무리다. "지,진짜……." 예진이는 지금 상황이 어떤지도 망각한 채 (재현과 침대에 그대로 부둥켜안고 있는 상황) 그렇게 고민했고, 그 순간이었다. "뜨거운 시간을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꺅!" 예진이는 갑작스럽게 나타난 민호의 한마디에 기겁했고, 그제야 지금의 상황을 깨달았다. "……." 후다닥. 얼굴이 홍당무 수준으로 변한 예진이는 얼른 침대에서 빠져나왔고, 그걸 본 민호는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 "좋을 때입니다." "……." "후후." 예진이는 자신의 앞에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어디서 많이 본……? "아!" 재현이를 항상 따라다니는 정체불명의 남자다. 그 남자가 지금 자신에게 미소를 짓고 있는 거였다. "다, 다 보신 건가요?" 방금 전 재현이가 자신에게 고백한 모습조차도 신경이 쓰인다. 그 말에 민호는 웃으며 말했다. "아주 즐겁게 봤다고 할까요?" "……." 예진이는 민호의 뻔뻔함에 말문이 막혀 버렸고, 민호는 머리를 긁적이더니 한마디 툭 던진다. "누님도 형님을 좋아하십니까?" "……." "아닌가요?" "……." 말을 열 수가 없다. 너무 떨려서 그런 걸까? 그녀는 민호의 대답에 입을 열 수가 없었고, 그 모습에 민호는 웃으면서 말했다. "그럼 형님에게 거절당했……." "아, 아니에요. 조, 좋아해요. 그 누구보다!" 예진이는 민호의 낚시질(?)에 걸려 버렸다. 민호는 여전히 미소와 함께 물엇다. "영원히 사랑하게 하는 비법을 가르쳐 드릴까요?" "네에?" "남자의 본능이 뭐지 아십니까?" "……?" "여자가 다가오면 올수록 떨어지고 싶고, 가면 갈수록 붙잡고 싶죠." "……." "한마디로 여기서 너무 쉽게 승낙하면 오래가지 못해요." "……." "간단하게 말해 시련을 겪지 못한 커플은 당장 파멸이라지요? 후훗." "……." 민호의 말에 예진이는 흠칫했다. 사실 민호의 말도 틀린 것이 아니다. 너무 쉽게 사랑을 하면 그만큼 깨지는 것도 쉽다. 물론 재현과 예진이는 진심으로 서로를 수년 간 짝사랑해 온 사이다. 당연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민호의 사탕발림은 예술이다. "그래서 이때쯤 한 번 튕겨야 됩니다." "……." "들이대시면 안 되죠." "들이대다니요?" 들이댄다는 용어가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한 예진이, 그 말에 민호의 친절한 설명이 들려온다. "한마디로 지금 허락을 해 주시면 안 된다는 겁니다." "……." "간단하게 말해, 통통볼처럼 튕겨야 되는 거죠. 물론 너무 심해도 안 되지만요." "……." 연애에 무지한 예진이, 잘 들어 보니 맞는 말인 것 같다. 하지만……. "그렇지만 그러다가 재현이가 저를 싫어하면……." 그렇다. 자신이 그런 반응을 보이다가 재현이가 싫어하게 될까 봐 그게 걱정인 것이다. 하지만 그건 부질없는 짓이다. 고백하겠다고 게임 정복을 불태우는 게 재현이다. 한마디로 거의 미쳐 버린 수준이다. 그럴 걱정은 할 필요도 없는 거다. 물론 예진이가 그 사실을 알 리 없으니 걱정하는 것이다. "그러니 제 말대로 살짝만 튕겨 주시면 됩니다. 흐음, 간단하게 친구처럼?" "……." "그리고 접근하는 거죠. 전 형님과 누님의 사랑을 간절히 기도합니다(언제부터?)." "그렇지만 그걸로 인해 재현이가 상처라도……." "걱정 마십시오. 제게 다 계획이 있습니다. 저는 항상 두 분의 사랑에 축복을 (모든 여자와 형님과의 축복이겠지!) 기원 합니다." "아……." "걱정 마세요, 그리고 이건 비밀입니다. 아셨나요?" "고마워요." 싱긋. "아닙니다. 저야말로 도움이 돼서 기쁩니다." 이렇게 엄청난 고백 사건도 민호의 간단한 지략에 의해 무너졌다. "하아." 으윽, 정신 진짜 없네. 한숨 푹 자고 났더니 좀 괞찮아. "아!" 제길! 그러고 보니 예진이와의 약속을……. 하지만 금세 절망했다. "아아악! 밤이잖아?!" 어느새 태양을 갖다 버리고 달을 걸고 있는 우리의 하늘……. 이건 아니다! 으악! 난 다급히 핸드폰을 확인했고, 거기에는 예진이의 전화번호가 기록되어 있다. 그것도 10통 이상이나……. "아아악! 이, 이건 아니야!" 모든 게 끝났다. 모든 게 ……. 분명 화났을 거다. 자신을 기다리게 해서……. 아니, 화가 나지 않았다고 해도 내게 실망했을 것이다. 약속도 지키지 않은 남자라고 말이다. "……." 난 멍하니 할 말을 잃어버렸다. 정말 나라는 인간은! "형님, 걱정 마십시오." "……." 그 순간 언제부터 있었는지 민호가 한마디 건넨다. 난 그런 민호를 멍하니 바라보았고, 민호는 미소와 함께 입을 열었다. "예진 누님은 형님이 아프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요." "아?!" "그래서 아까도 형님을 찾아오셨습니다." "아, 그렇구나." 잠깐! 아까 나를 찾아왔다고? 우리 집에? 분명 내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예진이가 내 꿈에서 나온 것 같은데? 그럼 그게 현실? "아아악!" 난 비명을 질렀다. 드디어 인지해 버린 것이다, 지금의 상황을. "그,그럼 껴안고 내가 고백한 게 현실?! 아아악!" 난 절규했다. 이럴 수는 없다. 아, 말도 안 된다. 이건 저주야! 말도 안 돼! 한편 이런 내 모습에 민호는 심각한 목소리로 말했다. "예진 누님은 실망한 모습이 역력합니다." "그렇겠지." "도시락을 준 건 친구 이상으로 오지 말자고 한 의미인데,형님이 룰을 깨트렸으니까요." "그렇겠지." 내가 무슨 말을 해야 할까? 할 말이 없다. 아니, 앞으로는 예진이를 보지도 못할 거다. 한마디로 세이 굿바이? "하지만 다행히도 그렇게까지는 아닌 듯 싶습니다." "……?!"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민호가 말했다. "한 번 더 기회를 줄 테니 좋은 친구로 다시 한 번 지내 보자고 하더군요." "……!" "지, 진짜?" "네." "살았어!" 살았다! 만약에 이 일로 인해 더 이상 얼굴을 마주치지 못 하는 일이 벌어졌다면, 난 정말 절망 속에서 평생을 살아갈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리고 뭐?!" "역시 게임 정복을 해서 이 마이너스된 점수를 완전 역전시킬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 이미 거절(?) 당했다. 이렇게 된 이상, 나에게 남은 건 한 가지 방법 밖에 없다. 게임 정복이다. 이제 물러날 데도 없어! 아자! 가는 거야! 다음 날, "저, 저기……." "으응?!" 난 얼굴이 붉어진 채 내게 말을 건네는 예진이의 모습을 보고 굳어 버렸다. 분명 어제 일이 신경 쓰이는 거다. 아아! 이건 아니야. 제발, 이건……. 그 순간 예진이는 잔뜩 미안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일단 친구로 잘 지내 봐." "응." 다행이면서 뭔가 마음이 아프다. 친구로서 잘 지내보자는 건 역시 그거인가? 하아, 이제 본인 입에서 나왔으니 부정하고 싶어도 부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마디로 100% 확실하다는 거. 하지만 포기하지 않아. 나에게는 비장의 카드, 게임 정복이 있잖아! "제가 말한 대로 하신 건가요?" "네, 그렇지만 재현이가 상처를……." "다 두 분의 행복을 위해 그런 겁니다." "……." "행복을 위해서는 일말의 아픈 감정은 어쩔 수 없습니다. 간단하게 말해 소를 잃고 대를 얻자는 모티브를 아시죠?" "네." "그거인 겁니다." "……." "자, 앞으로 제 말대로 해 주시면 아주 산뜻한 커플이 되실 거라고 장담하지요." "네." 민호의 정체를 파악하지 못한 예진이의 최대 불찰이었다. 호위 "하아아앙." "……." "……." "난 왜 이리 천재인 걸까?" …… 정말 게임에 접속하기 싫어진다. 게임에 들어오자마자 현무 자식이 또다시 미쳐 버린, 저런 기이한 광경이 보이니 말이다. 쟤는 지겹지도 않은지 심심하면 미치신다. 하아. "앗, 갑자기 무언가가!" "……." "떠오르다가……." "……." "말았어요!" "……." 그냐? 그렇구나. 이제 기대도 안 한다. 저 바보 중에서 레전드급 바보에게 말이다. 사실 거의 반쯤은 포기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현무의 스킬 절대 방어막. ……을 말이다.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저번의 그 모습이……. 수만 개의 화살이 그 방어막을 향해 들이대셨지만 그대로 다 튕기면서 오히려 역주행해 버리는 엄청난 기술. 눈물 날 정도다. 하지만 아무리 패도 기억을 하지 못한다. 이름처럼 현명한 거북이라고 하듯이 저놈의 머릿속에는 별 이상한 지식의 보고가 들어 있다. 하지만 그 보고를 꺼내지 못할 바엔. ……다른 거북이 들은 잘도 꺼내던데? ……변이 거북이니? "아아악." "또 왜?" "바, 방금……." "……방금 뭐? 잊어 버렸냐?" "아뇨." "……!" "엄청난 걸 기억해 버렸어요!" "엄청난 거?!" "네." "어,어서 말해!" 난 재촉했다. 잊어버리기 전에……. 분명 머지않아 잊어버린다.그렇다면 지금이라도……. "제 특별 스킬은 절대 방어막입니다! 상대방의 모든 공격을 받고 2배의 데미지로 돌려주는 엄청난 기술이죠." "……." "왜 그래요?" 내가 자신을 빤히 바라보자 의아한 듯 묻는 바보 거북이. 난 고개를 푹 숙인다. 그리고는……. "그건 전에 말했잖니?" "아, 그래요?" "그리고 그 스킬 보여 줬잖아?" "…… 흐으음." "……." "기억 안 나는데요." "……." ……정말 이 정도면 완전 지존 먹어도 되겠다. 바보계의 지존. "전 이해할 거 같습니다." "……." 그때 갑자기 나타나더니 한마디 하는 민호. 난 그런 민호를 빤히 보면서. "뭘 이해해?" "현무 님을요." "……." ……묻고 싶다. 뭘 이해하는데? 그때. "전 순수하니까요." "……." "맑은 청년이죠. 그에 비해 형님은 순수하지 못하죠." "……." "한마디로 저는 순수하기에 현무 님을 이해할 수가 있습니다." ……그냐? 좋겠다. 현무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서. 내 가끔씩 저 자식이 보통 미친 게 아니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갑자기 밑도 끝도 없는 이상한 이야기. …… 분명 저 독특하다 못해 이상한 머리는 어디서 나오는 거지? "아아, 나도 너의 모든 걸 이해할 거 같아." "그런가요?" "응!!" "동감입니다." 그러면서 두 손을 마주 잡는 민호와 현무. 그 모습을 보면서 난 괜스레 머리가 아파진다. 도대체 뭘 그렇게 잘 이해하는 거냐? ……나름대로 정상인인 나로서는 절대 저 대화에 끼어들 수가 없다. 아니, 나뿐만 아니라 전 세계 그 어떤 존재들도 끼어들 지 못할 것이다. ……미친 것들. "역시 형님은 저희와 다르게 타락해서 저희들을 이해를 못 하는 군요." "참으로 안타까운 이야기야." "형님도 다시 순수해지면 저희와 어울려서 순수하게 놀 수 있습니다." 그때 순식간에 타락한 사람으로 몰고 가는 민호와 현무. 난 대답하기도 귀찮았다. 아니, 하고 싶지도 않았다. ……내가 듣기에는 '순수=미쳤다'라는 공식인데? 나보고 미치라는 거냐? 그냥…… 악한 그대로 살련다. 그러니 너희들끼리 실컷 노세욤. 즐겁게 말이다. 세상에는 항상 이상한 일만 하라는 법은 없나 보다. 나에게 들어온 의뢰 한 가지, 그건 너무나도 감동스러울 정도다. 뭐 간단하게 말하자면 진짜 일반적인 의뢰 같다고 할까? 그게 무엇이냐면……. "저희 아가씨를 보호해 주십시오." 진짜 일반적인(?) 의뢰였다. 사실 나로서는 파격 그 자체였다. 항상 귀신 퇴치나 요리 만들기나 그런 의뢰만 받아 온 나로서는 정말 감동일 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번에는 '무력'을 사용한다는 점! 정말 이거 하나는 자신 있는 나다. 레벨 1도 신급 아이템만 있으면 좀 오버해서 날아다니는 수준인데, 난 레벨 1이 아니라 1,000이 넘는 상태다. 그뿐 아니라 한 개도 아니고 두 개! 사실 그 이상한 세계에서 날아오는 그놈들만 제외하고는 대부분 상대할 자신이 있는 나다. 그런 나에게 이런 멋진 의뢰가 들어오다니! 물론 그냥은 아니지만 말이다. "실력 테스트 후입니다. 호위 자체가 상당한 난이도를 자랑해서 말입니다. 물론 그에 따른 보수로 1,000골드(1,000만원)를 드리겠습니다." 반짝반짝. 1,000만 원이라는말에 내 눈이 심히 반짝거린다. 난 자신 있게 외친다. "성공률 100% (나름대로?)입니다. 믿어 주십시오!" 우리는 우리에게 의뢰를 하러 온 40대 아저씨를 졸졸 따라갔다. 민호와 현무 빼고는 모두 후드를 쓰고 있어서 이상해 보이기도 하겠지만, 어쩔 수 없다. 일단 난 범죄자(?)고 민혜와 나래 누나는 공주, 그리고 에리아스는 너무 눈에 띄는 미모라는 게 주 이유다. 물론 이런 우리의 이상한 복장에 그 의뢰를 한 아저씨는 이유를 물었지만, 난 간단하게 한마디 했다. "저희는 비밀 요원들이거든요." "……." 나의 이런 대답에 황당해 하는 모습이 역력했지만, 굳이 따지지는 않는다. 뭐 어차피 이렇게 정체도 알 수 없는 우리에게 의뢰를 맡긴걸 보면 그리 평범한 호위는 아닐 테니 꼬치꼬치 캐묻기는 그렇겠지. 각자 사정이라는 게 있으니 말이다. 흐음, 좀 초라한데? 분명 귀족이다. 하지만 호위가 무지 초라하다. 12살 정도 되는 귀여운 소녀를 중점으로 네 명의 기사가다다. 호위치고는 무지무지 초라하구나. 사정이 있겠지만, 너무초라해. 한편 우리를 데려온 그 아저씨는 한 소녀를 가리키더니 말했다. "이쪽이 저희 아가씨입니다. 인사드리십시오." "안녕하세요." 내가 대표로 나서서 인사하자, 그 12살짜리 소녀는 수줍은 표정을 지은 채 내게 한마디 한다. "안녕하세요." 으음? 대부분 귀족 아가씨들은 건방진데 저분은 꽤나 예의가 바르군. 한편 그 소녀는 잠시 나를 보더니 우리를 데려온 아저씨를 향해 속삭인다. "트렌, 괜찮은 건가요?" "실력 말입니까?" "네에." 그 말에 그 아저씨는 걱정 말라는 어조로 입을 열었다. "물론 테스트는 할 것입니다. 제리스 경이 말입니다." "제리스 경이요?" "네." 그 말과 함께 그 꼬맹이는 한 남자를 쳐다본다. 금빛의 머리카락을 가진 한 남자. 나이는 30대 초반인데 꽤나 탄탄한 몸과 짜릿한(?) 눈빛이 보통이 아니라는 걸 보여 준다. 흐음, 정말 괜찮은 실력자인데. 그때 제리스라고 불린 남자가 우아하게 개폼 잡으면서 나온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왜 기사들은 항상 개 폼을 잡을까? 개폼을 잡으면 돈이 떨어지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정말 미스터리다(?). 흐음. 이런 내 의문도 몰라주고 개폼을 잡으면서 나온 그 기사가 나를 바라본다. 그리고 미소와 함께 말했다. "제리스라고 합니다. 한 수 부탁드립니다." "아, 네." 왠지 기사분들하고 난 잘 안 맞는다. 확실히 말이다. 너무나도 기품이 흘러서 거부감이 든다고 해야 하나? 막 굴러(?) 다니고 그래서 인가. 뭔가 확실히 비정상이다. 쳇! 그 순간이었다. "공격해도 되겠습니까?" "아, 하세요." "그럼 실례하죠." 공격해도 되냐고 묻고 공격하는. 참으로 예의바른 기사 분이시다. 아아악! 근데 왜 저런 모습을 보면 닭살이 돋는 거지?! 왜, 왜, 왜?! "그건 형님이 악의 근원이니까요." "……." 찌릿. 난 뒤에서 나를 악의 근원으로 몰고 가는 민호를 한 번 바라보았다. 그러자 저 자식은 날 외면한다. 젠장! 저놈은……! "싸움 도중 한눈을 파시다니, 예의를 모르시는군요." 그때 그 기사 아저씨의 말에 난 고개를 다시 앞으로 돌렸고, 생긋 웃으면서 말했다. "끝났잖아요?" "……." "감지 못하셨어요?" 잠시 후였다. "말도 안 돼!" 순식간에 5등분으로 완벽하게 잘린 검 한 자루.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자신의 검을 바라본다. 난 그런 그에게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 "검 좀 좋은 거 쓰세요. 너무 물렁거리잖아요." "이, 이게 얼마나 대단한 검인데……." "……." 뭐 아무리 좋아 봤자 내 와이어를 견딜 무기는 별로 없어 보인다. 한편 그는 망연자실한 얼굴로 나를 보더니 물었다. "다, 당신, 정체가 뭐죠?" "……." "전혀 인지도 못했습니다. 그건 인간이 낼 수 있는 스피드가 아닙니다!" "흐음." 뭐 민첩성에다가 바람의 힘에다가 신급 아이템옵션이 더해지면 그 스피드가 나오는걸. 이걸 다 설명해 주기도 그렇고, 설명해 줘도 믿지 않을 게 분명하니까. 난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 "비밀입니다." "형님, 그거 제 대사인데요? "좀 쓰면 덧나?" "아닙니다." 저 자식은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어. 그나저나 난 휘둥그레 눈을 뜬 채 나를 바라보는 그 아저씨를 보면서 물었다. "이 정도면 합격인가요?" "……." "아니면 좀 더 테스트를 거쳐야 하는 건가요?" "다, 당연히 통과이십니다. 엄청난 분이셨군요. 잘 부탁드립니다!" 갑자기 화악 달라진다. 물론 처음에도 나쁜 이미지는 아니었지만 나의 무력을 보고 굽실거린다. 역시 이래서 힘이라는 게 좋다는 건가. "지금부터 계약인 거죠?" "그렇습니다만." "그럼 저 집적거리는 애들, 없애도 되는 거죠?" "……?" 무슨 말인지 이해 못한다. 뭐 직접 보여 주면 알려나? 난 가볍게 허공을 젓고는 중얼거렸다. "에어 프레이전." 콰앙! 콰앙! "으아악!" "크아악!" "뭐지?!" "젠장!" 그대로 공기가 폭발을 일으켜 버린다. 그리고 숨어 있던 집적거리는 애들도 모습을 드러내고 말이다. 대략 한 번의 손짓으로 20명 정도 되는 음산한 분위기를 풍기는 어쌔신 들이 모습을 드러냈고, 그걸 본 의뢰인들은 감짝 놀라 소리쳤다. "어, 언제?!" "버, 벌써 온 거예요!" "전투태세." 각기 긴급한 반응을 보인다. 그 모습을 본 나는 중얼거렸다. "이번 의뢰도 별로 평범해 보이지는 않네요?" "……." "뭐 어차피 저희 명칭은 '무슨 일이든지 들어드립니다'이니까요. 상관없습니다." 싱긋. 그 말과 함께 난 손을 젓는다. 콰앙! 콰앙! 마른 하늘에 수십 개의 날벼락이 떨어진다. 그리고 그 번개는 정확히 한 명 한 명을 전부 다 공격한다. 역시 자연을 다루는 힘 중 제일 자신 있게 쓸 만한 건 이 번개라니까. 물론 이건 밖이라는 조건이 붙기는 하지만 말이다. "……." "……." "……." "……." 한편 여러 개의 눈빛이 나를 뜨겁게 바라보고 있다. 아이, 부담돼요. 그 순간이었다. "저, 정말 당신의 정체는 무엇인가요?" 나에게 칼을 대령하신(?) 제리스 경이 다시 한 번 물었고, 난 그 물음에 난감했다. 그렇다고 여기서 순수하게(?) '게임 정복을 원하는 자입니다!' 라고는 할 수 없으니까 말이다. 휘이익. 그때 갑자기 바람이 분다. 앗! 순식간에 내 후드가 벗겨져 버렸다. 큰일 났다. 젠장! 나의 정체가……! "……." 난 다급히 후드를 다시 뒤집어썼지만, 이미 내 얼굴을 본 상태다. 끝났다. 아무리 저들이라고 해도 범죄자(?) 한테 의뢰를 맡길 리는 없을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 순간, 오히려 그들은 나를 안타까운 얼굴로 바라본다. 어라? "상당히 잘생기셨군요." "그러시군요." "아, 감사해요." "멋진 분이십니다." 난 나를 칭찬하는 그들을 보고 당황했다. 왜 나를 칭찬하는 거지? 그리고 칭찬과 그 안타까운 표정의 조합은 뭔가요?! 그렇게 물음표가 머릿속 깊숙이 심어질 때였다. "……." "……." "저, 저기……." 난 갑자기 내 옆에 찰싹 붙은 아가씨를 보고 난감한 듯 말했다. "전 이제 당신 거예요." 그러자 아가씨는 이런 괴상한 말을 하면서 볼을 물들인다. 뭐지?! 한편 우리를 데려왔던 아저씨는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평소에는 조신한 아가씨지만, 잘생긴 남자만 보면 집착하는 스토커 경향의 병(?)이 있습니다." "……." "부디 양해해 주십시오. 200골드를 더 드리겠습니다." 헉! 그 순간 200 골드를 더 준다는 말에 난 당장 고개를 끄덕였다. 뭐 스토커 기질이 있든 말든 무슨 상관인가? 200만 원을 더 준다면 장땡인 거지! 하지만 난 알아차려야 했다. 그 200만 원의 잔혹한 의미를 말이다. "저기……." "네에." "아가씨." "말씀하세요." 난 곤란한 모습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이제야 알 것 같다. 200만 원의 의미를 말이다. 이 12살 아가씨의 스토커 기질이라는 말에 난 웃으면서 지나갔는데 이제 진실을 알고 말았다. 그녀의 강한 집착을……. 이미 이 아가씨의 호위를 맡은 지 1시간이 넘었다. 그런데 이 아가씨는 그 1시간 동안 나에게서 조금도 떨어지지 않는다. 한마디로 찰싹 모드라고 해야하나. "저기, 아가씨." "네에." "안 힘들어요?" "안 힘들어요." "……." 전 힘듭니다. 아직 그리 많지 않은 나이라지만 일단 여자다. 그것도 꽤나귀여운 여자아이. 그런 여자 아이가 이렇게 찰싹 붙은 채 거머리 역할을 하니 심히 부담스럽다. 아무리 그래도 여자니까. 그녀가 말했다. "좋아요?" "……." "제 살결이요." "……." 저기 꼬마 아가씨, 그런 좀 미묘한 발언은 상당히 난감해요. 삐질. 나도 모르게 식은땀이 흐른다. 스르륵. 움찔. 그 순간 미묘한 손길이 느껴졌다. 설마 아닐 거야. 그래, 진짜 아닐 거야. 내가 잠시 착각한 걸 거야. 스르륵. 하지만 다시 한 번 느껴진다. 이걸로 나의 착각이 아니라는 거다. 난 그리고 최악의 상황은 배제한 채 고개를 돌린다. 하지만……. "……." 그 최악의 상황이다. 간단하게 말해, 12살짜리 아가씨께서 나의 엉덩이를 쓰다듬고 계셨던 거였다. 아아악! 이건 아니잖아. 아무리 스토커 기질이 있어도 이건 성추행(?)이라고! 그것도 멀쩡하게 귀엽게 생긴 12살짜리 여자 아이가 이런 짓을 하니 충격이다. 난 최대한 심호흡을 하면서 말했다. "이, 이건 안 됩니다." "왜요?" "……." "이미 제가 고용주 아닌가요?" "……." "오빠는 저에게 고용된 입장, 모든 권한은 제게 있다고 보는데요." "……." "안 그런가요?" "……." 확실히 그런 것 같다. 어찌 됐든 난 이미 고용된 몸, 그리고 이미 200골드를 더받는다는 가정하에 저 아가씨의 스토커 행동을 넘어가 준다고까지 한 상황이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이럴 줄까지는 몰랐다고……. "그러면 가만히 있어요." 스윽. 으윽! 12살짜리 여자 아이한테 엉덩이를 성추행당하는 기분, 그야말로 이상야릇하다. 한마디로 뭐라고 하지? 음, 설명 불가다. 한편 이런 나의 난감한 표정을 본 민혜는 비꼬는 어투로 말했다. "아주 좋아 죽네?" "……." 저기요, 민혜 양. 이건 좋아서 죽는 게 아니라 정말 요상한 기분 상태라고요! 아무리 그래도 제가 12살짜리한테 성추행을 당하면서 좋아죽을까 봐요?! 그때였다. "로리 쪽도 취향이 있으시군요. 역시 형님이십니다." "제발 오해 짙은 발언은 하지 마라, 이 자식아." 누가 들으면 내가 진짜 저질인 줄 알겠다. 하아, 정말 괴롭다. 이건 그 어느 것보다 괴로워. "……!" 스윽. 그때였다. 갑자기 엉덩이에서 가슴으로 가냘픈 손이 쑤욱 들어온다. 난 기겁을 하면서 소리쳤다. "뭐, 뭡니까?" "가만히 있어요, 오빠." "……." "아니면 제 거라도 만지실래요?" "……." "마음껏 만지셔도 되요." "……." "어서요." 아직 발육 부진 상태인데 뭘 만지란 말이냐! 아, 그게 아니라 만약에 발육이 정상 상태라고 하더라도 만지라고 한다고 만질 정도로 난 저질이 아니다. 한마디로 매너가 좋은 ……. 헉! 그 순간 갑자기 온몸이 짜릿해진다. 아악! "제가 한 테크닉 하거든요." "……." 전문 용어까지 사용하는 이분, 이제는 무섭다. 근데 정말 가슴을 쓰다듬는데 짜릿……. 아, 이건 아니야! 정말 아닌 거야! 얘는 12살짜리 여자 아이라고! 이건 아닌 거야! 너무나도 큰 충격에 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 "저질." "변태." "로리군요." 등등의 말들이 들려온다. 진짜 아니라고!이 소녀의 손놀림이……. "아악!" "오빠, 어때요?" "제,제발 그만……." "은밀한 숲 속으로?" 이 아가씨께서 무슨……! 난 당황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이분, 12살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무섭다. 무서워! 난 동료들을 바라보았다. 구해 달라고……. 하지만 다들 나를 외면한다. 특히 민혜와 나래 누나는 고개까지 돌려 버리신다. 오해라니까, 절대! 하지만 이런 내 마음속의 외침은 그들에게 들리지 않는 듯싶다. 계속 무시하는 걸 보니 말이다. 하지만 그 순간이었다. "주, 주인님한테 그, 그러지마세요!" "……!" 갑자기 에리아스가 내게 다가와서 나를 보호해 준다. 아아, 감동이야! 에리아스! 난 그대로 에리아스 등 뒤로 숨으면서 말했다. "그,그래요. 이러지마요." "……." "저, 저는 이런 게 싫어요." 뭐지? 이 미묘한 대사는? 내가 언제 이런 미묘한 대사를 할 거라고 상상이라도 해 봤을까? 하지만 지금 하고 있는 내 모습……. 이래서 사람 일은 모르는 건가? 흐음. 한편 에리아스도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주, 주인님이 곤란해 하세요!" "언니는 뭐예요?" "……." "저 오빠 애인이라도 되나요?" "……." "애인이라면 제가 깨끗이 물러나 주죠." "……." 그 말에 그대로 경직된 에리아스. 그리고 나도 경직됐다. 에리아스의 심각한 내성적인 성격으로 절대 불가능한 대답이다. 나랑 애인 사이라는 말을 하는 것 말이다. 그렇다면 난 다시 성추행을? 크악! 그건 정말……. "주, 주인님은 제 애인…… 이세요." 그 순간 에리아스가 심각하게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난 그 대사 한 번에 마구 눈물이 흘렀다. 에리아스, 에리아스, 에리아스! 나를 구제하는구나! 피식. 하지만 그런 에리아스의 반응에 그 아가씨는 오히려 웃는다. 불길하다. 뭐지? 왜 웃는 거지? 그 아가씨가 말했다. "그럼 지금 둘 다 후드 벗고 키스해 봐요." "……." "……." "애인 사이라면 당연한 거죠?" "……." "……." "하지만 이게 거짓말이었다면, 오빠는 제 노예가 되는 거예요." "……." "……." 노예?아아악! 그건 말도 안 돼! 내가 노예라니? 게임 정복을 열심히 해야 할 지금, 노예라니! 한편 그 말에 에리아스는 그대로 석상이 되어서 기절해 버리고 말았다. 난 그런 그녀를 향해 걱정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 "괘, 괜찮아?" "……." "정신 차려." 나는 에리아스를 흔들었다. 그러자 에리아스는 정신이 돌아오는 듯 보인다. 그와 더불어 그녀의 후드가 벗겨지면서 너무나도 연약해 보이고 아름다운 모습이 드러난다. "허!" "말도 안 돼." "저, 저런!" "……!" 그러자 모든 사람들이 경악한 반응이 흘러나온다. 어이, 어이! 고작 에리아스를 보고 그러면 민혜나 나래 누나의 모습까지 보면 완전히 죽어 버리시겠네요? 뭐 그만큼 격렬하다는 반응이지만……. "……." "괜찮아?" 한편 기절하지는 않았지만, 에리아스는 석상처럼 굳어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다. 그리고 울먹거리는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그와 더불어 에리아스의 엄청난 미모에 놀란 듯해 보이는 소녀도 잠시 후 안정을 찾더니 다시 묻는다. "거짓말이죠?" "……." "……." "이제 오빠는 제 노예가 되는 거죠?" "……." "……." 미안하지만 그렇게 말도 안 되는 요구는 들어줄 수 없답니다. 그런 생각과 함께 난 고개를 저으려고 했는데……. "……." "……." 어느새 벗겨진 내 후드와 내 입술에 닿은 너무나도 부드러운 입술. 그리고 그대로 스톱되어 버린 채 있는 에리아스. 잠시 후 정리가 끝났다. 으아악! 에리아스가 갑작스럽게 나에게 키스해 버린 것이다. 이건 무, 무슨 일이지?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상황에 근처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이었고, 나도 그렇게 한참을 에리아스랑 입을 맞춘 채 경직되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에리아스는 움직이지 않는다. 난 설마 하면서 물었다. "에, 에리아스?" "……." "어이!" "……." "에리아스?!" 그대로 기절해 버린 것이다. 남자 기피증이 있는 에리아스다. 그런데 남자랑 키스를 했다? 이건 파격적이다 못해 말도 안 되는 것이다. 하지만 굳이 왜 에리아스가 기절까지 하면서 이런 걸 했을까? 그건 아마도 에리아스가 자신이 주작이라는 걸 알고 내게 도움이 되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그녀는 항상 도움을 주고 싶다고 했으니까. 하지만 그래도 이건……. 물론 무지무지 힘이 나는 걸로 봐서는 에리아스의 도움이 절대적이다. "알겠어요. 포기하죠. 여자 친구 있는 남자는 별로거든요." "……." 그러면서 그 아가씨는 포기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아, 살았다. 이제 한숨 돌릴……. 찌릿. 찌릿. 하지만 그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무언가의 기운이 느껴졌다. 나는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나를 빤히 바라보는 민혜와 나래 누나. 난 그녀들의 그런 반응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어색한 어조로 물었다. "왜 그래?" "……." "……." "내, 내가 뭘 잘못했어?" "……." "……." "저기, 대답이라도……." "흥!" "실망." 그러면서 민혜와 나래 누나가 날 외면한다. 아아악! 민혜와 나래 누나는 왜 저러는 거야?! 왜, 왜, 왜! 그렇게 우리가 약 두세시간을 더걸었을까. 이제 서서히 지겹기도 하다. 하아 , 차라리 몬스터라도 나와 주면 내가 아비요(?)해 줄텐데, 몬스터도 안 보이니 이거야 원……. 그렇게 한참을 걸어가고 있었다. 툭툭! "……?" 뒤에서 귀여운 새끼 강아지처럼 따라오던 에리아스가 나를 치더니 잔뜩 풀 죽은 목소리로 내게 말한다. "죄송해요, 주인님." "……." "정말 죄송해요." "하하, 괜찮다니까. 죄송하기는, 오히려 나에게는 기……." 기쁘다고 말하려다가 주변의 시선이 있어서 관뒀다. 저렇게 아름다운 초미소녀에게 키스를 당하고 죄송하다는 말을 들어야 하다니, 참 세상은 별일이라니까. 후훗! 그나저나 정말 에리아스는 마음에 쏙 든단 말이야. 물론 그 뭐더라, 저번에 화끈했던 불 쇼가 약간 살벌하기는 했지만 어차피 나에게는 해당 사항이 아니니까. 그런데 그에 비해 저 녀석들은……. "아아아." "더욱더 알차게 지르는 겁니다." "아아아앙. 이렇게?" "그렇죠. 다시 해 보십시오." "아아아앙." "아닙니다. 열정이 실리지 않았어요." "그, 그래?" "네, 열정을 담고 아아앙." "다시. 아아앙." "점점 좋아집니다. 재능이 있어요." "앗, 고마워!" "별말씀을……." 민호라는 미친놈에게 신음 소리를 배우는 거북이 한 마리가 있다. 하아, 이건 아니거든?! "자 이번에는 더욱 비음과 함께." "하아앙." "그래요! 일취월장이군요." "일취월장이 뭐임?" "잘나가고 있다는 겁니다." "아앙! 그럼 더 하아아앙." "좋아요! 멋집니다." "나 재능 있는 거야?" "완전 재능 있습니다." 도대체 그딴 건 재능 있는 거 인정받으면 뭐 하는 거냐? 인정해 달라고 하는 미친 거북이도 그렇지만. 그걸 또 인정하는 놈도 참 18차원의 정신세계를 가진 놈이다. 정말 답 안나온다. "흐음." "왜 그래?" 내가 갑자기 고민에 휩싸이자, 나래 누나가 내게 다가오더니 묻는다. 난 그녀에게 말했다. "아니, 역시 평범한 일은 아닌 것 같다고 해야 하나?" "……?" "많거든." "무슨 말을 하려는 거야?" "흐음, 간단하게 많다는 거지."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수천 명의 사람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모두 단체 복면 쇼(?)라도 나왔는지 올 복면이다. 뭐 그나마 옷은 일반적인 옷으로 입고 나와서 검정색만 잔뜩 보는 그런 상황은 면했지만 말이다. 그 순간이었다. "어, 언제!" "이런!" "제길!" "너무 빠르잖아!" 한편 그들을 보자, 의뢰인들은 크게 당황한다. 그나저나 역시 뭔가 있기는 있는가 보다. 별로 되지도 않는 저분들 때문에 저 수천 명의 복면맨들이 나타났으니 말이다. 뭐 하지만 남의 개인 사정까지는 알고 싶지도 않고, 돈 되는 것도 아니니 난내가 할일을 할 뿐이다. 난 말했다. "뒤로, 물러나세요." "……?" "……?" "……?" 나의 말에 의아한 듯 의뢰인들은 나를 빤히 바라본다. 난 친절하게 다시 한 번 설명했다. "불똥 튈지도 모르니까요." 그제야 이해가 안 간다는 모습을 여전히 간직한 채 살짝 물러나는 의뢰인들. 한편 나타난 단체 복면맨들은 외친다. "모두 생포해라. 물론 저 이상한 용병들은 제거해라!" 헉! 이럴 수가. 이런 차별적인 존재 같으니! 왜 우리들만 죽이라는 거냐? 조금 섭섭하다. 사람 차별을 해 대니 말이다. "죽여라!" 그 순간 한 남자의 지시에 따라 우리에게 몰려오는 수천 명의 남자들……. 그렇지만 나 여기서 고백할 게 하나 있다. 뭐냐고? 저번에 이상한 나라에서 살아남았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내 스킬 자체가 대형 스킬들이다. 한 마디로 자연을 이용한 힘이라는 거지. 풀이하자면 소수의 적보다는 다수의 적을 사랑하다는 거다. 효율적으로 상대할 수 있으니까. 어찌 보면 게임 정복에 필요한 패싸움(?)할 때 제일 중요한직업이 이거일지도 모르겠구나. 다다다! 그때 얼굴에 검은색 복면을 쓰고 달려오는 그분들을 본 난 피식 웃었다. 그리고 두 손가락을 마주치면서 외쳤다. "토네이도!" 저번에 이거 보고 내가 그대로 필 받았었지? 하지만 그 변태 인간하고는 격이 다른 토네이도다. 나름대로 열심히 키웠거든. 한편 순식간에 적의 중앙 부분에 생성되는 토네이도가 무려 5미터를 넘어간다. 뭐야, 그 시선은?! 물론 실제 토네이도랑은 조금(?) 차이 나는 거 인정한다. 하지만 일단 내가 만들어 낸 토네이도라고! 그리고 모든 걸 크기 만으로 판단하면 안 된다. 저래 보여도 저 정도 되는 인원은 순식간에 삼켜 버릴 수 있으니까. 파아앗! 파아앗! "……!" "뭐, 뭐지?!" "피해라!" "토네이도?" "갑자기 무슨 일이냐!" "피해!" 검은 복면을 쓴 그들은 순식간에 생성된 토네이도에 그대로 휩쓸리면서 우왕좌왕하고 있다. 당황스럽기도 할 것이다. 그야말로 마른하늘에 토네이도였으니 말이다. "으아악!" "사, 살려!" "젠장!" "빌어먹을!" 그렇게 잠시 후였다. "끝났나?" 어느새 토네이도는 근처에 있던 나무 등 모든 것을 소멸시켜 버린 채 하늘로 올라가 버린다. 역시 이렇게 한 번에 쓸어버리는 게 최고라니까! 하지만 이런 내 모습이 다른 사람에게는 이상해 보였나 보다. "시, 신이십니까?!" "……." "설마 진짜 신이……." 뭔 개소리? 갑자기 나를 신으로 밀어붙이시는 그 아저씨. 난 그 말에 난감한 듯 물었다. "무슨 소리죠?" "분명 아까부터 자연의 힘을 사용하시지 않았습니까?!" "그런데요?" "그럼 신이라고 불리는 존재. 인간이 자연을 다룰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흐음, 그건 좀 그러네. 내가 생각해도 자연을 다루는 건 왠지 신의 느낌이 나는데? 하지만 인간도 충분히 자연을 다룰 수 있다. 물론 최악이라는 조건이 붙지만 말이다. 난 당황한 채 나를 본 그 아저씨를 향해 또박또박 말했다. "전 신이 아닙니다." "……." "그저 아름다운(?) 야망을 가진 단 한 인간이죠." "……." "그러니 신경 쓰지 마요." 내 말에 멍하니 있던 그는 잠시 후 더듬거리면서 말한다. "그, 그럼 도대체……." "디재스터, 뭐 제 직업 이름이죠." "……." 하아. 하아, 하아……. 아, 남들이 들으면 오해할 소리겠구나. 절대 이상한 소리는 아니다. 그냥 단순히 내 손에 쥐어진 1,200만 원의 돈을 보고 내는 소리니까말이다. "돈을 보고 그런 소리를 내는 건 웬만한 변태로서는 불가능한데 말입니다." "……." 그때 민호가 갑자기 나타나더니 한마디 내뱉는다. 난 그런 민호 군에게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 "요새 한동안 안 맞았더니 다시 구타당하고 싶구나." "저는 정상입니다." "……." 갑자기 뭔 소리야? 민호는 무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형님의 취향에 저를 끌어들이지 마십시오." "……?" 점점 말을 할수록 이해가 안 간다. 하지만 단 하나 느껴지는 점은 이 자식의 말은 왠지 긴장이 된다는거다. 그리고 여지없이 그의 입에서 한마디가 나온다. "전 마조히스트가 아닙니다." 빡! "아악!" "죽여 버릴 거야!" "이, 이런 길로 빠지시면…… 아아악!" "죽어! 이 변태 자식아!" "저를 밟고 쾌락을……." "……!" 나 참, 기가 막혀서! 의뢰 "아아……." "……." "아웅!" "즐겁죠?" "무지무지!" "아름다운가요?!" "물론!" "감동스럽나요?" "오케바리." 저것들, 뭐 하는 짓거리냐. 난 한 방에 모여서 뜨거운 핫커피와 차가운 냉커피를 열심히 관람하는 두 짐승 같은 남자들의 모습에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같은 남자로서 저 둘의 행동은 치욕적이다. "감동적이야." "동의합니다." "……." 너무나도 감동 어린 표정으로 말하는 현무 자식, 보면 볼수록 한심의 극치다. 남자 놈들 두 명이서 야설 책을 보면서 마구 저딴 짓이나 하다니, 정말……. "형님도 즐기지요." "……." "행복합니다." "됐어, 임마." 그떄 가만히 있던 나를 민호가 부르자, 난 매몰차게 거절했다. 하지만 그 모습을 본 민호는 씩 웃으며 말한다. "사실은 보고 싶으시면서." "아니야, 이 자식아!" 뭔가 나도 모르게 뜨끔 하자, 난 소리를 빽 질렀다. 그러자 민호는 피식 웃으면서 물었다. "왜 소리는 지르시는 겁니까?" "……." "사실은 무지무지 보고 싶은 게 아닙니까?" "……." "분명 느꼈을 텐데요. 형님도 뜨거운 핫커피의 영혼을 말입니다." "……." "남자답게 인정하시지요." 빌어먹을. 그래, 솔직히 말한다. 느꼈다. 저번에 언급했지만 그 뜨거운 핫커피를 한 장 넘기는 순간, 뭔가 아찔한 영혼의 세계를 느꼈단 말이다. 물론 무척 보고 싶었지만 민혜 때문에 못 보는 비극(?) 을 겪었지. 민호의 사탕발림이 계속된다. "형님은 이런 생각을 하고 계시지요. 야설 책을 보는 순간, 난 한 마리의 짐승이 될 거라고 말입니다." "……." "하지만 그건 잘못된 상식입니다. 짐승이 되지 않습니다." "무슨 말이지?" 난 민호의 말에 떨리는 어조로 물었고, 민호는 그런 내 물음에 대답했다. "진리입니다!" "……." 여기서 진리가 왜 나올까나? 심히 궁금한 나다. 민호는 이어서 말했다. "남자가 야설을 보는 건 당연한 진리이자 의무입니다." "……." "한마디로 당연하다는 거죠." 그런 걸까? 뭔가 그럴 듯한 느낌도 든다. 아냐. 한 마리의 짐승일 뿐이야! 그래! "형님" 그때 민호가 나를 지그시 바라본다. 그러더니 말한다. "이미 알 거 다 알지 않습니까." "……." 뜨끔! 그래, 알 거 다 알기는 하지만 지금 여자들이 이렇게 많은 곳에서 야설 책을 펼쳐 보는 파렴치한 짓은 도저히 못하겠다. "참고로 들키지만 않으면 되죠." "……." "형님도 남자의 진리와 의무를 지키십시오." "……." 그러면서 민호는 내 앞으로 뜨거운 핫커피를 가져온다. 난 가져오지 말라고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말이 나오지가 않는다. 마치 강력 접착 본드에 입이 딱 붙은 듯 말이다. 그렇게 머뭇거리는 사이에 어느새 민호는 내게 뜨거운 핫커피를 내민다. 그리고 미소와 함께 말했다. "보십시오." "……." "보시고 남자의 혼을!" "……." 덜덜덜. 아악! 이건 아냐! 어느새 내 손이 자동으로 움직인다. 안 된다, 이건 짐승이다. 이런 건 혼자서 은밀히 보는 거다. 이런 공공장소에서 보는 건 진짜 변태라는 걸 강조하는 거라고! 난 마구 이성이 소리침에 따라 거부했다. 하지만 이성보다는 본능이 강하다는 말이 들어맞나 보다. 어느새 나도 모르게 그 책을 받은 것이다. "어서 보십시오. 이런 건 나와서 보는 게 짜릿하죠." "지, 진짜 나, 남자라면 당연한 거냐?" "물론입니다. 남자라면 당연합니다." "진짜?" "네." 그래, 믿자. 믿어 보는 거다. 난 민호의 말대로 그대로 그 뜨거운 핫커피를 한 장 열었다. 그러자 또다시 느껴지는 열정. 이럴 수가! 아무리 생각해도 책에서 이런 포스를 내뿜는 경우는 처음이다. 아니, 영원히 없을 것이다, 이 뜨거운 핫커피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아, 오빠." "……." 그때 갑자기 문을 열고 들어오는 민혜에 의해 내 동작은 그대로 정지했다. 그녀는 내 손에 쥐어진 책을 힐끔 보더니 물었다. "아직도 뜨거운 핫커피 잘 끓이는 법 배우는 거야?" "으응." "열정적이네?" "뭐, 뭐." 그 말에 손이 무지하게 떨린다. 한편 그 순간 그런 민혜를 따라온 나래 누나도 내 손에 쥐어진 그걸 보더니 묻는다. "앗! 그거 네가 저번에 찾던 그 책하고 비슷한 책 아니야?" "맞습니다." "도대체 무슨 책인데? 그거 민호가 아끼는 책이라는 걸 잘 아는데, 민호는 절대 안 보여 주던걸." "……." 그 말에 난 땀이 주르륵 흐른다. 아아악! 이건 아니야. 왜 하필 지금인 거야! 왜, 왜, 왜? 한편 누나의 의아한 말투를 들은 민혜는 나래 누나에게 웃으며 말한다. "언니." "응?" "저거 뜨거운 핫커피 잘 끓이는 방법이 적혀 있는 책이에요." "뜨거운 핫커피?" "네, 재가 저번에 봤거든요." "호오! 그런 거에 취미가 있었어, 재현아?" "아, 뭐." 위기 극복이다. 예상치도 못한 민혜의 도움. 완전 고맙다. 그런데……. "아, 나 뜨거운 핫커피 되게 좋아하는데." "……." "한 잔만 끓여 줄래?" "오빠, 나도!" "……." "내가 테스트해 줄게." 난 그녀들의 말에 어색하게 웃었다. 지금 사실 여기서 대답할 건 한 가지밖에 없다. 만약에 다른 대답을 할 시 의심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해 줄게." "기대할게!" "응!" 제발 기대하지 마요(속으로 울고 있다)! "이 자식아, 너 때문이잖아!" "왜 이러십니까." "왜 이러기는! 네가 유혹만 안했어도!" "형님, 이러시는 건 추잡한 행위입니다. 남에게 죄를 넘기시다니." "추잡? 너, 추잡한 인간한테 죽어 볼래?" "죄송합니다." 난 주방에 오자마자 민호와 격렬히(?) 싸웠다. 저 자식만 아니었더라면 지금 내가 이 주방에 들어올 이유따위는 절대 없었을 것이고, 뜨거운 핫커피라는 걸 끓일 이유 자체도 없었을 것이다. 오직 저놈이 계속해서 나불거리더니 결국 이런 비참한 결과론이 나온 거다. "하아, 진정하자. 그래." 어차피 여기서 기운을 소모해 봤자 남는 건 없다. 앞으로의 일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가가 중요한 것이다. 예를 들어 뜨거운 핫커피를 잘 끓이는 방법 같은 것 말이다. "아!" 그 순간 갑작스럽게 내 머리를 지나가는 한 가지 아이디어가 있었다. 난 민호를 보면서 말했다. "아, 그거 내놔." "뭘 말입니까?" "저번에 네가 민혜한테 보여 준 뜨거운 핫커피 잘 끓이는 방법!" 그렇다. 저번에 일단 속임수용으로 사용하기는 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게 필요하다. 실제로 뜨거운 핫커피를 잘 끓여야 하니까 말이다. 한편 이런 내 말에 민호는 사뭇 진지한 어조로 물었다. "그대로 하시려고요?" "그럼?" 왜 불길하게 그런 질문은 하는 거냐? 민호가 말했다. "그대로 따라 하면 무슨 맛이 나올지 보장 못하는데요?" "너, 설마?" "네, 제가 대충 쓴 책입니다." "……." "한마디로 뜨거운 핫커피를 잘 끓이는 방법과는 전혀 연관이 없다고 볼 수 있겠죠." 아아악! 그럼 나보고 어떡하라고! 내가 무슨 수로 뜨거운 핫커피를 잘 끓이느냔 말이다. 하지만 민호는 이런 나를 보더니 싱긋 웃는다. "제가 있지 않습니까?" "……?" "제가 하죠." "정말 할 줄 아는 거냐?" "물론입니다." "……!" 할 줄 안단다, 민호 자식이 말이다. 아, 감동의 눈물이 맺히는 구나.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야. 하지만 그것도 잠시, 민호는 나를 빤히 보더니 말했다. "잠시 고개를 돌려 주시겠습니까?" 커피 한 잔 타는데 왜 고개를 돌리라는 거냐? 내 그런 생각이 끝나기도 전, 민호는 마치 내 생각을 알아차렸다는 듯 말했다. "제가 조금 숫기가 없어서 말입니다." "……." "너무 바라보시면 못 끓입니다." 난 궁금하다, 숫기랑 핫커피 잘 끓이는 것의 상관관계가 말이다. 하지만 물어 봤자 저 자식에게서 정상적인 대답이 나올 리는 만무하다. 그냥 고개 돌려 주자. 나는 그런 생각과 함께 고개를 돌렸다. 파지직! 아아아악! 자제지자! 난생처음 듣는 효과음들이 마구 울려 퍼진다. 여기서 질문 하나 하고 싶다. 핫커피 하나 끓이는데 왜 저런 효과음들이 나오는지 말이다.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데? "형님, 다 됐습니다." 그때 민호의 한마디가 들려왔다. 난 그 말에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거기에는 진짜 먹음직스러운 핫커피에게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다. "진짜네?" "당연하죠." "……." "일단 형님이 한번 맛을 보십시오." "그, 그럴까?" "네." 보기에는 완벽한 핫커피. 그리고 조심스럽게 향을 맡아 보는데, 여기까지는 괜찮은 것 같다. "먹는다." 난 그 말과 함께 살짝 입에 댔고, 잠시 후였다. "꺅!" "어떻습니까?" "으아악!" "그렇게 감동적이십니까?" "웩!" 민호의 개소리에 아무 대답도 할 수 없다. 커피 한 모금을 마시는 순간, 짜면서 매우면서 달콤하면서 무언가가 마구 조합된 맛이 느껴진다. 이건 정말 말도 안되는 맛이다. "이민호!" 덥석. 난 그대로 화끈하게 달아오른 얼굴로 그 자식을 향해 물었다. "너, 이걸로 나 죽이려는 거지!" "무슨 소리신지요?" "그렇지 않고서야 이게 커피냐?" "제가 성의를 다한 겁니다. 재료만 해도 약 24가지가 들어갔죠." 저 자식, 진짜 미쳤다. 커피가 요리니? 재료가 왜 24가지나 들어가는 건데? 앙? 그리고 도대체 무슨 재료를 넣으면 이딴 식이 되는 거냐! 난 그에게 물었다. "뭘 집어넣었어, 이 자식아? "뭐 간단하게 젓갈과 청양고추, 겨자 간장, 소금 설탕, 핫소스, 칠리소스……." 난 수없이 나오는 재료에 그냥 멍하니 있었다. 어떻게 커피에 저런 미친 것들을 집어넣을 수 있는 거지? 아무리 생각해도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존재다. 그래, 저 자식은 18차원 정신세계를 가진 놈이다. 저런 놈에게 맡긴 내가 잘못이지, 제길! 난 그놈에게 무뚝뚝하게 말했다. "넌 나가 있어." "형님이 직접 하시겠습니까?" "내가 할테니 넌 나가 있기나 해." "그렇군요. 그럼 전 손님을 모셔 오죠." "……?" 그떄 민호는 갑자기 이상한 한마디를 하고 나가 버린다. 난 주방에 혼자 남게 되자, 한숨을 내쉬었다. 미묘하다. "주인님, 진정 이 일을 그자들에게 맡길 생각입니까?" 엘라스는 썩 내키지 않는 어조로 자신의 주인에게 물었고, 소년은 미소와 함께 말했다. "물론. 그놈의 힘은 충분히 확인된 상태다. 돈을 이용해서 그 힘을 사용한다면 좋은 거지. 그리고 무엇보다 그놈이 나보다 머리가 좋을리는 없을 터. 난 자신 있다. 그를 이용해 먹을 자신이 말이야." 소년은 그 말과 함께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엘라스는 오히려 근심 어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저기, 주인님." "……?" "물론 주인님이 최고의 지략가이신 건 모든 이들이 인정합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경계를 하시는 게……." "엘라스." "네?" 갑자기 주인의 목소리가 굳어지자, 엘라스는 화들짝 놀랐다. 소년은 말했다. "지금 그 발언은 나를 무시하는 발언인가?" "아, 아닙니다. 그럴리가요. 저는 단지 완벽히……." "완벽히? 내가 저번에도 말했을 텐데? 나의 아이큐는 230이다. 그런 나의 지략을 1%라도 따라올 존재가 있다고 생각하나?" "아닙니다." "그럼 나를 모욕하는 발언은 자제해라." "죄송합니다." 엘라스는 고개를 푹 숙였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역시나 무언가가 자신을 옭아매고 있다. "어? 안녕하세요. 의뢰를 하러 오셨습니까?" 흠칫! 그 순간 엘라스를 항상 신경 쓰게 하는 그 남자가 어느새 자신들의 오는 길에 마중을 나오고 있었다. 분명 이곳에 오는 건 비공개인데도 말이다. 한편 민호는 웃으며 그들을 맞이했다. "바람 쐬러 나왔다가 우연히 만나 버렸군요." "후훗." 자신의 주인은 '우연'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신은 그렇지 않다. 왠지 모르게 '필연' 같다. 엘라스가 알 수 없는 긴장감에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을 때, 민호는 여전히 미소와 함께 물었다. "그나저나 무슨 의뢰인가요?" "1억짜리 일이라고 하면 되겠습니까?" "형님이 무지 반기실 의뢰군요." 싱긋! 싱긋 웃던 민호는 공손하게 두 손으로 한쪽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터벅터벅. 그 말에 자신의 주인은 아무런 의심도 없이 민호가 가리킨 방향으로 향했고, 엘라스도 엄청나게 긴장된 모습으로 민호의 옆을 지나갔다. 그때였다. "아, 저번에 투입되어서 암살을 시도했던 그 어쌔신 분의 죽음은 지금 안타까워해 드리겠습니다. 저희 형님이 좀 난폭(?) 하시거든요." 스윽. 그 말과 함께 엘라스의 검이 민호의 목에 닿았다. 엘라스는 떨리는 어조로 물었다. "너, 넌 뭐 하는 놈이지?" "저요? 저는 평범하게 존경하는 형님의 심복 정도일까요?" "거짓말 마라. 그 내용을 네가 어떻게 알지?!" 그렇다. 자신들이 투입한 그 어쌔신의 죽음은 이 남자가 절대로 알 수 없는 내용이다. 그런데 이 남자는 알고 있다. "엘라스 무슨, 일이지?" 한편 그 소동에 소년은 고개를 돌리면서 물었고, 엘라스는 다급한 어조로 대답했다. "역시 심상치 않은 놈들입니다." "……?" "저희들의 모든 걸 알고 있습니다." 그 말에 소년은 민호를 빤히 바라보았고, 민호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물었다. "무슨 말씀이신지?" "시치미 떼지 마라! 방금 네놈의 입으로……." "이런, 곤란하네요. 피곤하신 건가요? 전 잘 부탁드린다고 했을 뿐인데요." "이런 발칙한!" 엘라스의 검이 움직인다. 하지만 그때 소년이 한마디 했다. "엘라스, 멈춰라." "하, 하지만 주인님!" "멈추라고 했다. "……." "아까부터 도대체 왜 그러는 거지, 엘라스? 요새 피곤한 건가? "아닙니다! 정말 저 남자는……." "됐다. 더 이상 너의 말을 듣지 않겠다. 잠시 휴식을 취해라." "주인님!" 엘라스가 외쳐 보지만, 소년은 매몰차게 고개를 돌린다. 소년은 믿고 있다, 자신들의 절대적인 힘을 말이다. 그런데 엘라스는 터무니없이 자꾸 저 남자가 자신들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 당연히 그의 입장에서는 엘라스가 이상해 보이는 거다. "안내해 주시죠." "그럴까요?" 한편 그 소년의 말에 민호는 미소와 함께 앞으로 갔다. 그리고 그런 민호를 엘라스는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 "……." "어, 어때?" "……." "……." 나의 질문에 민혜와 나래 누나는 아무런 대답도 안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녀들은 한마디씩 던진다. "미묘해." "최악이야." "……." <『디재스터』제 3권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