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재스터 1권 《디재스터》 by.흡혈성향--------------------------------------------- §차례§ 프롤로그 제1장 시작 제2장 저질적인(?) 최악의 시험 제3장 자연의 힘 제4장 에르카니아 제5장 세계 정복 1단계, 아지트를 구입해라 제6장 움직이는 성 제7장 무엇이든지 들어 드립니다 제8장 귀신 퇴치 제9장 사대신 제10장 슈퍼컴퓨터 리아 제11장 미친(?) 현무 제12장 낙제를 피하는 방법 제13장 협정 제14장 마리네아트 마을 제15장 마왕 스트라 by.흡혈성향------------------------------------------------ [프롤로그] "아아아!" 난 친구와 함께 지나가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한 소녀의 모 습에 연민의(?) 눈빛을 보내며 감탄을 했다. 너무 좋다. 너무 좋아서 죽을 거 같아. 우어억! 지금 내 앞으로 지나가는 소녀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자면 이렇다. 키 168cm 정도에 검은색의 머리카락을 어깨까지 늘어뜨 린 모습. 인간이라고 믿어지지 않는 외모와 약간, 아니 많이 이기적인 몸매까지 소유하고 있는 소녀다. 이름 한예진, 나이 18살이다. 떠도는 소문에 의하면 연예 기획사마다 그녀를 탐내 접촉 을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 그만큼 소녀의 외모는 연예인들을 무참히 밟아 줄 정도였 다. 그리고 저 정도의 미소녀가 TV에 나온다면 히트 칠 것은 당연지사였으니까. 어찌 됐든 그녀는 이곳의 모든 남자들이 알 정도로 유명 인사다. 사실 저 정도의 미소녀라도 싸가지를 밥 말아 먹은 사람이 라면 인기가 줄어들 수도 있다. 하지만 그녀는 아니다. 말 그대로 천사 같은 외모에 천사 같은 마음씨까지 가지고 있다. 그리고 내가 짝사랑한 지 1년이 넘어간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녀에게 고백도 못했어. 흐흐흑. "아! 재현아, 안녕?" "으응?!" "왜 그렇게 놀라?!" "아, 아니야." "어디 아파?" "노노노노!" 지나가다가 나를 보며 웃으면서 인사하는 예진이. 그리고 그 인사에 무척이나 당황하는 나. 그러자 예진이는 내가 어디 아픈 줄 알고 물어본다. 아, 천사 같은 소녀여! 미쳐 버리겠다니까! "아프지 마. 건강이 최고래." 싱긋. 그러면서 내게 살인 미소를 지어 준다. 절대! 당신이 아프지 말라 하면 죽어도 안 아플 겁니다! 우 어억! "아 참! 나, 할 일이 있어서. 미안. 가 볼게." 그렇게 내게 손을 흔들고 가는 예진이. 난 그런 그녀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아, 아직도 심장이 미친 듯이 뛴다. 그녀만 보면 이렇다. 젠 장! "덮치지요." "......" "덮치는 겁니다!" "넌 뭐냐?" "형님의 피앙새입니다." "피앙새 좋아하고 있네." 그때 마치 유령처럼 나타나서 개소리를 해 대는 민호 자식. 그는 사뭇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 "제가 약 1달을 소모해서 '잘 덮쳐서 흔적 남기지 않기' 등등을 연구했습니다. 사용해 보실 생각 있으신가요?" "너, 그렇게 할 짓 없냐?" "아뇨, 할 것 많습니다. 하지만 사신이라고 불리는 형님이 한 여자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은 제 눈으로 차마 볼 수 없었다고나 할까요?" "......" 참으로 할 말 없게 만든다. 그리고 도대체 나를 어떻게 보기에 그딴 저질적인 계획을 짜 내는 거냐. 내가 짐승도 아니고 덮치긴 뭘 덮치느냔 말이다. 난 지성인인데 말이다. 이런 나의 탐탁치 않은 표정을 본 민호는 다시 한 번 얼굴 을 굳히더니 말했다. "그럼 100% 고백에 성공하는 비법을 알려 드릴까요?!" "......!" 난 그 말에 눈을 번쩍 떴다. 100% 성공하는 방법?! 그런 방법도 있는 게냐?! 난 어서 말하라는 듯 민호를 바라보았고, 민호는 웃으면서 말했다. "세계 정복을 하는 겁니다." "......" 잠시지만 기대한 내 자신이 증오스럽다. 세계 정복? 하하하! 어이없어. 세계 정복이래. 뭔 수로 세계 정복을 하냐? 총 한 방 맞고 뒈질 건데? 그 순간이었다. "오해입니다. 제가 말한 세계 정복은 이쪽 세계가 아니라 게임 속의 세계 정복입니다." "엥?" "페리언 월드라고 아시죠?" "뭐, 대충." "그렇습니다. 그 페리언 월드를 정복하는 겁니다." "......" 난 민호 자식을 미친놈 보듯 바라보았다. 갑자기 나타나서 개소리만 해 대니 이런 시선밖에 갈 게 없 구나. 하지만...... "거기서 예진 누님이 즐겨 하시죠." "......" "형님, 여자들이 제일 좋아하는 게 뭔 줄 아십니까?" "글쎄?" "세계 정복입니다!" "......" "세계 정복이야말로 모든 여자들이 원하는 이상적인 꿈입 니다!" "그런 소리는 네놈한테 처음 듣는데?" "아뇨. 제가 하는 게 아닙니다. NASA에서 공식발표했습 니다." "......" NASA? 거긴 우주에 관련된 업무를 하는 데 아닌가?! 하지만 이런 내 생각을 알았다는 듯 민호가 말을 이었다. "요즘은 웰빙 시대여서 다양하게 일을 합니다." "......" 영 믿음이 가지 않는 말이다. 절대 말이다. 그 순간 신분을 내미는 민호. 그리고 네 눈에 믿을 수 없는 기사가 보였다. 그건 바로 나사가 공식발표한 내용으로, 민호 자식이 말한 그대로였다. 허억, 이럴 수가! 연애에 무지한 나였기에 여자가 세계 정복을 좋아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사실 다른 데서 이런 소리를 지껄였으면 무시했겠지만 이 름이 드높은 나사에서 발표한 내용이다. 믿어도 된다. 우어억! 그럼?! "세계 정복이다!" 그래, 그거다. 세게 정복이다. 아니, 게임 정복인가? 어찌 됐든 모든 걸 정복해서 예진이 에게 바치면? 우리 둘이는...... 우어억! 민호는 말했다. "휴우, 형님을 드디어 게임으로 끌어들였군요." 나사에서 할 짓 없어 그런 것 따위를 연구할 리도 없고, 세 계 정복을 여자가 좋아한다는 말도 안 되는 게 일어날 리도 없다. 단순히 연애에 완전 무지한 재현이었기에 속아 넘어간 것 일 뿐. 민호는 화사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그럼 제가 제일 존경하는 형님의 하렘 제국을 창설하겠습 니다!" 이게 주목적이었다. [시작] "흐으음." 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사실 이 게임에 처음 접속해서 느낀 점은 놀라움을 넘어 경 악스럽다고나 할까? 그만큼 현실과 하나도 다르지 않은 모습 이 나에게는 너무나도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이런 것에 빠져 들 시간은 없다. 난 해야 할 일이 있으니까. 그건 바로 게임 정복! 다른 사람이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나보고 그럴 거다. '너 미쳤냐?'라고. 물론 그 말에 난 반박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사랑을 위해 미친 길을 선택했다. 이게 바로 뜨 거운 열정?! 그래, 사랑인 거다. 그런데 민호 자식의 말이 사실인지는 약간 의문스럽다. 내가 좀(?) 연애 지식이 없기는 하지만 세계 정복을 여자가 좋아한다니,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 하지만 믿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나와 같은 2학년 중 박현이라는 놈이 있다. 이놈으로 말할 것 같으면 레전드 오브 카사노바라는 별명 을 갖고 있다. 한마디로 여자 후리는 데 전설이라는 인물. 그가 바람둥이라는 걸 알면서도 여자들 대부분이 넘어오는 걸 봐서는 정말 대단하신 분이다. 아 참, 중요한 건 이게 아니라 그런 전설이라고 불리는 그 분에게 직접 물어보니 흔쾌히 대답해 줬다. 세계 정복은 모든 여자들의 꿈과 희망이라고! 그래, 솔직히 말해 민호 자식은 구라를 너무 잘 쳐서 믿기 힘들지만 박현은 아니다. 나한테 구라를 칠 이유 따위는 없고 그의 실력은 이미 증명되었으니 말이다(박현이라는 사람은 민호에게 매수당함). 그러니 그의 말은 믿을 만하다는 것이다. 아직도 살짝 미심쩍은 구석이 있긴 하지만 여자들이 제일 좋아하는 게 세계 정복이라는 걸 난 알게 되었다. 여자들도 이런 걸 좋아할 줄이야, 정말 예상 밖이다. 그나저나...... "성을 나와서 왼쪽으로 쭉 가면 된다고 했지?" 민호 자식이 이랬다. '형님, 세계 정복을 위한 필수 조건이 뭘까요?!' '내가 어떻게 알아?' '전 이렇게 생각합니다. 바로 아지트! 일명 본진이라고도 하죠.' '흐으음.' '아지트가 있어야 모든 걸 실행하는 게 가능합니다. 아지 트야말로 세계 정복을 하는 데 미덕이죠.' 거기서 미덕이 왜 나오는지 모르겠다만 그 자식의 미묘한 정신 상태를 이해하기는 무리니까 그냥 넘어가자. 어찌 됐든 그렇게 말한 민호는 덧붙여 당당하게 말했다. 자기가 아르바이트를 구하겠다고. 그러니 나는 몸만 오라고. 그래서 지금 난 몸만 가는 중이다. 민호가 구해 놓은 아지트로 말이다. 바글거리는 사람들을 뚫고 성문을 지나 서쪽으로 쭉쭉 갔 다. 그런데 안 보인다. 보통 아지트라 하면 규모가 어느 정도는 돼서 이쯤이면 보 여야 할 텐데 보이는 게 없다. 이건 왜 이런 거지?! 내 앞에 보이는 거라고는 무슨 상자 같은 게 가득 쌓인 집? 설마 저 상자 더미에서 누가 사는 건 아니겠지? 스으윽. 그때 갑자기 한 인영이 공포 영화에서처럼 상자 더미를 해 집고 나타난다. 난 그 모습을 보고 그대로 굳었다. 잠시 후. "뭐, 뭐야?!" "형님이시군요. 방금 전 형님의 체취를 느꼈습니다." "......" 그런 건 느끼지 말라고, 이 돌아이 자식아! 아니, 그것보다...... "왜 거기서 나와?!" "아지트니까요." "......" "저와 형님의 뜨거운 열정이 담긴 스타트 지역입니다." 아니, 뜨겁든 차갑든 내 알 바 아니고 문제는 왜, 왜, 왜? 상자 더미라는 거냐?! 설마 너, 이 상자 더미가 아지트라고 말 하고 싶은 거냐? "형님 생각이 맞을 거라고 사료되옵니다." "......" "물론 처음엔 마을 안에 집을 살 돈이 있었습니다." 뭐라고?! 집을 살 돈이 있었다고?! 그런데 그 돈은? "어디다 갖다 버린 게냐?!" "버리지 않았습니다. 아주 멋진 물건을 봐서 저도 모르게 사 버렸습니다." "멋진 물건?" "네." 도대체 얼마나 멋진 물건이면 집 한 채 값을 낼 정도인 거 냐? 무슨 초특급 레어 아이탬 정도? 그렇지 않고서야...... 그때 갑자기 민호는 책 한 권을 내민다. 그 책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뜨거운 핫커피' 라고. 뭔가 미묘한 책 이름이군. 민호가 말했다. "이것입니다." "......?" "제가 산 멋진 물건 말입니다." "......" "이것 때문에 집 살 돈이 다 사라졌죠." "......" 난 귀를 의심했다. 저 근본도 알 수 없는 '뜨거운 핫커피'라는 책을 사느라 집 값을 다 썼다고?! 솔직히 말해 제 돈이니까 내가 뭐라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이건 아니잖아?! 초특급 레어를 산 것도 아니고 저 근원도 알 수 없는 책 한 권을 사려고 집 한 채 값을?! 곱게 안 돌았구나? 민호가 말했다. "형님, 형님은 분명 근본도 알 수 없는 책을 집값을 주고 산 저를 미친놈이라고 생각하고 계시겠죠." "잘 아니 다행이네." "하지만 아닙니다." "뭐가?" "전 엄청난 걸 산 겁니다." "......" "이 책이야말로 모든 남자들의 마음을 불태우는 책이죠." "......" "뜨거운 핫커피, 정말 감동적인 야설입니다." "......" "같이 즐기시겠습니까?" 갑자기 머리가 아프다. 미치려면 곱게 미쳐야지 저렇게 미치면 어쩌라고? 야설 한 권을 집 한 채 값을 주고 사는 저 미친놈. 그런 놈과 세계 정복을 하겠다는 나. 이건 아니다, 이건 아니야! 세계 정복? 가능할까 하는 생각이 문뜩 든다. 사실 불가능 할 것 같다. 하지만 예진이를 위해서 난 해내야 한다. 세계 정복, 아니 게임 정복을 말이다. "형님, 걱정 마십시오!" "......?" "돈은 금방 모입니다." "허억?!" 그때 민호의 한마디, 돈이 금방 모인다고?! 어디서? "은행 털죠." 미친놈. 난 기운이 빠져 터벅터벅 초보자 사냥터로 향했다. 사실 아지트라고 하기에 무지무지 기대했다. 처음 시작하자마자 아지트를 가지다니, 이건 생각 외로 엄 청난 일이다. 하지만 아지트가 상자 더미라는 걸 안다면 모두 나와 같은 심정일 거다. 흐흐흑. 제길, 민호 자식에게 기대한 내 자신이 잘못인 건가?! 아하하. "사냥이나 해야겠군.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이거니까." 그렇다. 사냥. 일명 레벨 업과 더불어 돈을 벌게 해 주는 롤플레잉 게임의 기본이다. 사냥을 해야 강력해지고 돈을 막 벌 수 있는 거다. 그리고 게임 정복도 할 수 있는 거지. 당연한 말이지만 게임 정복을 하기 위해서는 무력이 필수 다. 무력이 높아지는 방법이라면 사냥을 해서 무럭무럭 레벨 업을 시키는 거지. 그러고 보니 접속하고 나서 처음 지급되는 아이탬이라든가 상태창은 확인도 못했네? 한번 확인해 봐야겠다. "캐릭창 오픈!" 【아이디: 크레이스 레벨: 1 직업: 초보자 타이틀: 없음 HP/MP: 100/50 힘: 10 민첩: 10 체력: 10 지력: 10 운: 10 (현실에서의 능력을 보정 받는 상태입니다. 따로 표시하지 는 않습니다.)】 흐으음. 한마디로 현실에서 좀 날아다니면(?) 여기서도 꽤나 유리 하다는 건가? 이 점에 대해서는 약간, 아니 아주 만족한다. 현실에서의 능력치 보정이라. 좋아, 좋아. 이거야, 이거! 왠지 좋아. 그럼 이번에는 아이탬이나? 난 그런 생각과 함께 인벤창을 열었고, 초보자에게 지급되 는 단검 한 자루를 확인했다. 【초보자의 단검(특별 당첨) 데미지: 0-0 특수 기능: 힘-100 아이탬 설명: 특별 당첨입니다. 정말 재수 없는 분이군요. 이렇게 저질적인 아이탬이 걸리다니. 참고로 최고로 재수 없 는 자에게 내려진다는 특별 아이탬입니다. 최고 아이탬보다 걸리기 더 힘들 정도로 최저의 확률을 자 랑합니다. 나름대로 축하드립니다.】 "......" 이런 쌍! 난 그 단검을 그대로 바닥에 집어 던지고 밟아 버렸다. 이게 뭐야, 특별 당첨이라니! 데미지가 0-0은 뭐고, 힘이 100이나 줄어드는 건 뭐냐?! 그리고 최고로 재수 없는 자에게만 내려진다는 단검?! 뭐야! 우어억! 난 아이탬을 확인함과 동시에 머리를 붙잡았다. 왠지 모르게 재수 없다. 심히 말이다. 원래 시작이 좋아야 지만 모든 게 좋다는데 스타트가 영 거지 같다. 우어억! 「타이틀 최고로 재수 없는 자를 얻으셨습니다.」 "......" 그때 들려온 메시지. 최고로 재수 없는 자라고? 이런 것도 주니? "......" 난 다시 확인했다. 【최고로 재수 없는 초보자 아이탬을 얻은 자에게만 주어지 는 타이틀. 단 한 존재만 얻을 수 있다. 특별 기능 없음】 하하하. 미쳐 버리겠다. 완전 돌아가시겠다. 지금 이것들이 날 놀리는 것도 아니고 뭐야! 이 거지 같은 영혼들이! 우어억! 생각을 하면 할수록 분노 가 치민다. 빌어먹을! 진심으로 이런 상큼한 아이탬을 설정하신 분을 보고 싶다. 진심으로 말이다. 퍼억. 크으으으. "에이 씨!" 퍼퍼퍽. 나는 밟았다. 내 앞에 있는 깜찍한(?) 늑대를 보고 말이다. 일단 늑대. 초보자들이 잡는 몬스터로, 대략 레벨 5 이상이 잡는 동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초식 늑대에 가까운 애들로, 그리 강하지 않아 저렙들도 손 쉽게 잡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조금만 잘 보면 애가 동작 패턴이 단순해 서 치명타를 먹이면 일격에 죽일 수도 있다. 일격에 말이다. 물론 날카로운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는 게 조건? 예를 들어 단검 같은 거 말이다. 하지만 난 없다. 처음 시작하자마자 단검이 날 버렸다. 다른 사람들은 단검으로 손쉽게 사냥할 때 난 주먹 하나로 토끼를 때려잡았고, 지금 보는 것과 같이 늑대를 죽도록 밟고 있다. 모든 정렬을 담아서? "잔인해." "어떻게 저렇게......" "너무......" "무섭다. 떨어지자!" 내가 광기에 찬 채 늑대를 죽도록 밟는 모습을 보고 사람들 은 주춤주춤 물러난다. 꼭 미친놈 보듯이 말이다. 하지만 모두 내 입장이 되어 봐라. 시작하자마자 최고로 재수 없는 놈이 되는 바람에 단검 한 자루도 없이 주먹으로만 사냥해야 하는 이 슬픔. 정말 슬프다. 제길! "하아아." 난 다져진 고기(?)가 다 된 늑대를 보고 한숨을 내쉬면서 그대로 주저앉았다. 뭐야, 뭐야, 뭐야? 정말 기운 빠진다. 단검 한 자루만 있었더라도 순식간에 죽일 수 있는 늑대인 데, 정말 최고로 재수 없는 자만이 걸린다는 단검이 걸려서 주먹으로 때려잡아야 하는 이 비극, 누가 이해해 주냐? 참고로 그 단검은 이 수백만 명의 유저들 중 나한테만 걸린 단검이니 아무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난 대 단한 존재였던 거다. 으아악! "젠장!" 그나저나 처음부터 암울하네. 에휴우. 아지트라는 데를 가니까 민호 자식은 무슨 뜨거운 핫커피 인가 뭔가 하는 야설 책을 집 한 채 값 주고 구해서 상자 더미 가 아지트라고 하질 않나, 돈 잘 버는 방법이 있다고 해서 잔 뜩 기대하니 은행을 털어? 넌 레벨 1에 은행을 터니? 그리고 사냥하러 오니 최고로 재수 없는 자 한 명에게만 걸 린다는 단검이 내게 주어지고 타이틀도 덩달아 주어졌다. 한마디로 최악에 최악, 최악이다!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어!" 포기할 수 없다. 고작 이 정도에 무너진다면 게임 정복은 불가능할 터. 난 사랑을 위해 해낼 것이다. 게임 정복을 말이다! "그래, 앞으로는 좋은 일이 있을 거야!" 그렇게 생각하자. 무지 좋은 일만 있을 거라고, 그렇게 말이다. "우어억!" "저 변태를 잡아라!" "놓치면 안 된다!" "어서 잡아!" "무슨 수를 써서든!" "잡아, 잡아!" "......?" 그때 저 멀리서 한 남자가 맹렬히 다가오고 있었다. 대략 20대 초반 정도인 남자로, 나랑 별 차이가 안 나 보인 다. 그리고 특이한 점은? 손에 웬 여자 속옷 몇 개를 들고 있다는 거?! 그리고 뒤에 는 수백 명의 기사들을 이끌고(?) 말이다. 뭔가 미묘한 장면이다. 그리고 느껴진다. 어서 이곳을 벗어나라고. 웬지 이곳에 있으면 절대 안 될 것 같은 불길한 생각? 하지만 이런 내 생각이 끝나기도 전이었다. 갑자기 그 이상한 남자는 나를 보더니 눈을 번쩍였다. 그러더니 순식간에 다가와 푸른색의 여자 팬티 한 장을 내 게 던진다. 그리고 큰 목소리로 외쳤다. "친구, 나중에 보세!" 이렇게 소리치고 도망갔다. 그러자 그의 뒤를 따르던 수백 명이나 되는 기사들의 시선 이 나에게 돌린다. 난 나도 모르게 여자 펜티를 들어 올리면서 어색한 미소와 함께 말했다. "안녕하세요?" "공범이다!" "에르페아 공녀님의 속옷을 훔친 변태와 공범이다!" "저놈도 잡아라!" "어서 잡아!" "놓치면 안 된다!" "잡아라!" "......" 그러면서 그들 중 절반이 나를 향해 달려온다. 난 그 모습을 보고 물었다. "저기,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가는데요?" "닥쳐라!" "이 변태 자식이!" "즉결 처형도 괜찮다!" "우어억!" 기사들이 외치며 검을 빼 들었다. 난 생각했다. 지금 이곳에서 내 결백함을 주장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그 냥 칼 맞고 뒈져야 할 것인가. 하지만 결론은 한 가지밖에 없 을 거 같다. 결백함을 주장하기 전에 칼 맞아 죽을 거 같았으니까. "으아악! 뭐, 뭐냐?!" 난 나도 모르게 고래고래 소리치면서 그대로 도주하기 시 작했다. 한마디로 수백 명의 기사들과 뜨거운 나 잡아 봐라 놀이? 분명 방금 전에 좋은 일이 있을 거라고 했는데 이게 좋은 일인 거냐?! "허어억." 난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약 2시간 반에 걸쳐 도망쳤다. 뒤에서 화살도 날아오고 마법도 날아오고 완전 판타스틱이 었다. 난 그런 와중에 살려고 정말 모든 힘을 다해 뛰었다. 현실 에서의 스테미나가 적용되지 않았더라면 분명 죽었을 터. 하지만 다행히도 적응이 되는 덕분에 살아남은 거다. "젠장, 진짜 뭐냐고, 이게!" 난 그러면서 두 손으로 내 머리를 붙잡았다. 그런데 그 순간 내 오른손에 느껴지는 무언가의 미묘한 부 드러운 것. 난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렸고, 거기에는...... "으어억!" 아까 그 미친 속옷 변태가 내게 건네준 푸른색의 여자 펜티 가 들려 있었던 것이다. "이게 뭐야!" 난 나도 모르게 팬티를 들고 온 것에 당황하면서 그대로 그 팬티를 놓았다. 그런데...... 덥석. 누군가가 떨어지는 팬티를 잡으신다. 그러고는 상쾌한 얼굴로 말한다. "휴우, 더럽혀질 뻔했군." "......" "하하하." 분명 본 적 있다. 지금 내 앞에서 여자 속옷을 들고 히죽거리는 이 인간을 말 이다. 그리고 난 금붕어가 아니기에 그의 정체를 바로 떠올렸 다. "다, 당신!" "오, 반갑네! 나의 생명과도 같은 걸 운반(?)해 주다니. 역 시 내 눈은 틀리지 않았어." "......" "그 기념으로 공녀의 팬티를 만질 수 있는 영광을 주지." 버려라. 그딴 영광은 필요치도 않다. 아무튼 그것보다는...... 덥석. 난 그 인간의 멱살을 붙잡고 소리쳤다. "어떡할 거야, 이 인간아?!" "......?" "당신 때문에 나도 속옷 변태가 됐잖아!" "허허, 변태라니." "그럼 변태지 뭐야?!" "성자지." "미친놈!" 성자라니, 보통 미치지 않고서야 저런 발언 못한다. 여자 속옷을 훔친 자가 성자란다. 그럼 다른 사람들은 성자 할아버지니? 정말 어이 상실이다. 아니, 그것보다...... "이제 나는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저 인간이 훔친 속옷은 보통 사람의 속옷이 아니다. 내가 들은 바에 의하면 공녀의 속옷이다. 그렇다면 평범하게 흘러갈 리는 없을 터. 재수 없으면 현상 범으로? 으아악! "아니야, 아니야!" 그건 아니야, 현상범이라니! 내가 뭘 했다고 현상범이 되어야 한단 말인가?! 그래, 그건 오버일 거다. 아무리 공녀의 팬티를 훔쳤다고 오해를 받아도 현상범까지 되지는 않을 거야! 그래, 그런 거다. "흐으음, 멋지군요. 과연 형님이십니다." 민호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공녀 속옷을 훔친 변태의 몽타주로 재현의 얼굴이 그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100골드에 말이다. 100골드는 현금으로 약 100만 원에 달하는 금액이나 어마 어마한 거다. 민호는 미소와 함께 말했다. "과연 존경할 만한 분입니다, 형님은." 얘도 좀 미쳤다. "으아악, 이건 말도 안 돼!" 난 믿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믿어야만 했다. 곳곳에 뿌려진 현상 수래 전단을 보고 말이다. 거기에는 여 자 속옷을 들도 황홀해 하는 인간도 보인다. 난 현상 수배 전단을 구겨서 버리면서 따졌다. "당신 때문이잖아요!" "흐으음?" "내가 범죄자 됐다고요!" "성자가 된 거지." "그딴 성자 안 해요! 이제 저보고 어쩌라고요!" "흐으음." 나의 지랄 발작에 고민에 잠긴 그 속옷 변태. 그는 잠시 후 나를 뜨겁게 바라본다. 설마?! 난 주춤주춤 뒤로 물러나면서 외쳤다. "이 변태!" "무슨 소리인가?" "......" "만약 이상한 상상을 한 거면 자네는 대단하네." 아주 잠깐 이상한 상상을 하기는 했지만 그건 당신 눈빛이 이상해서 그런 거잖아요! 아니, 순간적으로 페이스가 개판됐 다. 그래, 다시 침착하자. 난 숨을 가다듬으며 마음을 진정시켰고, 잠시 후 그 변태 인간을 향해 말했다. "보상해요!" "알겠네." "......?!" 엥? 보상하라는 말에 곧바로 알겠다고 대답하는 그 변태. 그냥 해 본 말인데 너무나도 쉽게 허락하니 왠지 당황스럽 다. 그때 그 남자는 나를 보더니 웃으면서 물었다. "자네, 히든 클래스라는 직업을 아나?" "대충?" 알고 있다. 사실 게임에 무지한 나로서도 알 수밖에 이름 히든 클래스. 게임 유저 중 특별한 유저들만 가질 수 있다는 엄청난 직 업. 일단 잘 키우기만 하면 여타의 직업과는 비교도 안 되게 강하다는 그 직업. 물론 초반에는 다른 직업보다 엄청 힘들다는 단점이 있지 만, 후반으로 가면 갈수록 급속도로 강해지는 건 그런 단점을 충분히 무시해도 좋을 만큼이라 했다. 그리고 모든 게임을 하는 자들의 꿈이라고나 할까? 히든 클래스를 가지는 게 말이다. 그 변태 인간은 말을 이어 나갔다. "흐으음, 대충이라도 안다니 말하겠네. 내가 자네를 히든 클래스로 만들어 주지." "......!" "이 정도면 되겠나?" "커억." 뭐?! 날 히든 클래스로 만들어 준다고?! 그 엄청나다는 히 든 클래스를?! 이 말이 사실이면 난 엄청나게 운 좋은 사람? 이런 생각이 들 뻔했으나 그런 생각은 금세 지워야 했다. 왜냐하면 아무리 봐도 속옷 변태와 히든 클래스라는 단어 는 전혀 어울리지 않으니까. 한마디로 지금 이 인간은 나에게 구라를 치는 거다. 난 눈을 가늘게 뜬 채 말했다. "그런 장난을 치면 속아 넘어갈까 봐요?" "진짜네." "푸웃. 지나가던 똥개가 히든 클래스를 시켜 준다는 게 더 신빙성이 있겠는데요?" 그렇다. 저 속옷 변태가 히든 클래스로 만들어 준다고 하는 말을 믿 을 바에는 지나가던 똥개 한 마리가 히든 클래스를 만들어 준 다고 한다는 게 더 신빙성이 있다. 내가 비웃음을 띠며 묻자 그는 오히려 미소와 함께 말했다. "디재스터." "......" "모든 자연을 마스터한 존재. 이 세상을 자유자재로 움직 일 수 있는 존재. 히든 클래스 중에서도 최강의 직업이라고 불리는 직업. 그뿐 아니라 4대 수호신까지 있지." "......" "믿든 안 믿든 자네 마음이네." "......" 분명 거짓이다. 하지만 저 변태 남자의 말이 사실이라면?! 지상 최강의 히든 클래스?! 모든 자연을 마스터한 존재, 이 세상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 존재? 그게 바로 디재스터?! "물론 이런 엄청난 직업을 그냥 얻게 해 줄 수는 없지." "......?!" 이어진 그의 한마디, 왠지 구라가 아닌 거 같다. 진실 같다. 진실 말이다. 그 변태 남자는 웃으면서 물었다. "나를 믿는다면 한번 도전해 보겠는가?" "뭐죠. 그 미션이라는 게?!" 난 듣는 데 돈 드는 게 아니므로 일단 듣기로 했고, 그 남자 는 미소와 함께 말했다. "황궁에 가서 에르페아 공주의 팬티랑 브래지어를 훔쳐 와 주게." "......?!" "그게 디재스터라는 최강의 직업을 주는 조건이네." 이런 미친 인간. 잠시지만 기대한 내가 바보다. 이런 인간이 히든 클래스일 리는 없잖아? 크르릉, 크르릉, 크르릉, 크르릉! 그 순간 갑자기 울리는 뭔가 미묘한 울음소리. 그리고 모습을 드러내는 수십 마리의 오우거들. 말도 안 된다. 내가 알기로 오우거들은 단독 행동을 좋아하 는데?! 그래서 2마리 이상 모이는 경우는 없다고 하는데?! 그런데 어떻게 수십 마리가...... 잔뜩 긴장한 나와는 달리 웃고 있는 변태 남자. 진짜 미친 거다. 수십 마리의 오우거를 보고 웃다니! 하지만 그 순간이었다. 타악. 휘이잉! 그 변태 남자가 두 손가락을 부딪치자 갑자기 생성되는 미 니 토네이도. 사실 미니라고 했지만 실제 토네이도에 비교해 서 그렇지 어마어마한 크기다. 그리고 그 토네이도는 그대로 오우거들을 집어삼키기 시작 했다. 어마어마한 힘으로 말이다. 쿠어억! 쿠어억! 크에엑! 크아악! 오우거들의 각종 비명이 들려오고, 약 수십 초 후에 난 내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그 자리에 언제 오우거들이 있었냐는 듯 모두 사라져 버린 거다. 흔적도 없이 말이다. "......" "하핫, 상쾌하군." 한편 그냥 가볍게 운동한 것처럼 말하는 그 남자. 수십 마 리의 오우거를 잡은 것치고는 너무나도 아무렇지도 않은 반 응이다. 그리고 내 머릿속에서 방금 그가 한 이야기가 멤돈다. '모든 자연을 마스터한 존재. 이 세상을 자유자재로 움직 일 수 있는 존재. 히든 클래스 중에서도 최강의 직업이라고 불리는 직업'이라는 말이. 진짜 그의 말대로일지도 모른다. 자연을 다룰 수만 있다면 그의 말처럼 진짜 최강의 히든 클 래스일지도 모른다. 아니, 저 정도의 힘이라면......!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세계 정복을 하기 위해서 필수인 게 힘이다, 힘! 난 진지하게 그 남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저, 그 디재스터라는 직업 할게요!" "흐으음, 할 건가?!" "네!" 할 거다. 어떤 시련이 닥치든지 할 거다. 난 초롱초롱 눈을 빛내며 물었다. "통과 시험은 뭐죠?!" "말하지 않았나?" "......?" "에르페아 공주의 팬티랑 브래지어를 훔쳐 와 주게." 그거, 진심이었냐? "......" 난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올 줄 몰랐다. 보통 히든 클래스의 시험이라면 어마어마한 난이도를 자랑 하는 게 당연하다. 특별한 시험인만큼 시험도 어려울 테니까. 하지만 히든 클래스 시험 중 이런 미친 시험은 없을 거다. 황궁에 침입해서 공주의 팬티와 브래지어를 훔쳐 오라고?! 진짜 미친 거다. 아니, 이게 시험이냐?! 솔직히 말해 난이도로는 최강이다. 황궁에 들어가야 하니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게다가 그 내용이 너무 어이없다. 여자 속옷 훔치는 퀘스트라니! 띠링. 【전직 퀘스트가 활성화되었습니다. 난이도 SSS등급의 최 고 난이도. 내용: 황궁에 침투해서 에르페아 공주의 팬티랑 브래지어를 훔쳐 와라. 보상: 디재스터 전직】 「하시겠습니까?」 그때 들려오는 한마디. '하시겠습니까?'라는 말. 무지무지 압박이다. 눈물 날 정 도로 말이다. 그리고 방금 전 그 모습이 생생히 기억난다. 단숨에 수십 마리의 오우거를 쓸어버리는 그 기술이 말이 다. 젠장! "승낙한다." 「승낙하셨습니다. 퀘스트를 받으셨습니다.」 내 역사상 이렇게 치욕적이고 거지 같은 히든 클래스를 승 낙하다니, 그놈의 히든 클래스가 뭐기에! [저질적인(?) 최악의 시험] 씁쓸하군. 난 저 거대한 성을 바라보았다. 지금 난 사실 최악이다. 이미 속옷 도둑으로 오해받아 현상금이 붙은 상태. 그런데 그 상태에서 난 허락했다. 에르페어 공주의 팬티와 브래지어를 훔쳐 오는 걸 말이다. 물론 디재스터라는 어마어마하게 좋아 보이는 히든 클래스 를 얻기 위해 승낙은 했다지만, 그렇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다. 내가 저질이라는 건. "하아." 슬프다, 슬퍼. 이런 내 자신이 말이다. "형님, 구해 왔습니다." 그때 스르륵 나타나더니 내게 지도 한 장을 내밀면서 말하 는 민호. 난 그놈을 보면서 신기하다는 듯 물었다. "진짜 구했냐?" "네." "신기한 자식." 난 별생각 없이 민호에게 황궁 내부의 지도를 구할 수 있냐 고 물었고, 그 물음에 민호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더니 이렇게 황궁 내부의 지도를 구해 온 거다. "이런 거 되게 비싸지 않냐?" "비쌉니다. 50골드 정도?" "헤엑?!" 50골드면 현금으로 50만 원?! 커억! 그런 걸 이 자식은 무슨 재주로? 설마?! "너, 범죄 저질렀냐?!" "아닙니다." "......" "순수하게 얻어 온 겁니다." "누구한테?" "왜 그렇게 물어보시는 거죠?" "......" "저의 모든 걸 알고 싶으신 건가요?" "......" "곤란하군요." 빠직. 난 민호의 개소리에 혈관 마크가 하나 생겨났고, 그 모습에 민호는 재빠르게 말했다. "도둑 길드 마스터에게 얻었습니다." "도둑 길드 마스터에게?" 그 인간이 왜 민호에게 이런 걸 주는 거냐? 왜! 민호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그에게 '뜨거운 핫커피'를 보게 해 줬더니 그 즉시 공짜 로 건네주더군요." "잠깐. 뜨거운 핫커피?" "네." "......" 내 기억이 잘못되지 않았다면 집 한 채 값에 달한다는 그 야설 책 '뜨거운 핫커피'. 그 야설을 한 번 보고 이런 50만 원짜리 지도를 내줬다고?! 그 도둑 길드 마스터, 미친 거 아니냐?! "형님은 이해 못하지만 이 뜨거운 핫커피는 레어 급 소설 입니다." "......" "구하고 싶어도 구할 수 없는 명작(?)이랄까요?" "......" "한마디로, 야설 중에서 최고의 명작이자 최고의 작품, 최 고의 베스트셀러. 영혼을 울리는 게 바로 이 뜨거운 핫커피입 니다." "......" "그렇다 보니 도둑 길드 마스터께서도 이걸 보고 감동한 거죠." 이해하고 싶지 않다. 절대 말이다. 저런 돌아이들의 미묘한 정신세계 이해 안 할 거다. 죽어도 말이다. 최고의 야설? 최고의 베스트셀러? 영혼을 울려? 그렇다고 넌 집 한 채 값을 주면서까지 사고, 그리고 길드 마스터는 그걸 한 번 본 대가로 황궁 내부의 지도를 내줘? 완전 미친놈들이다. 지극히 정상인(?)인 나로서는 절대 이해 못한다. 에휴, 신경 끄자. 지금은 그것보다 이 미친 난이도의 테스트를 통과해야 하 는 게 문제니까. 지금 레벨은 6. 이 레벨에 황궁 안에 들어가야 하는 퀘스트라니. 아무리 히든 클래스를 위해서라지만 진짜 이 짓까지 해야 할까? 생각을 하면 할수록 이건 아니다. 솔직히 말해 디재스터라는 히든 클래스, 미치도록 가지고 싶다. 하지만 그 사람이 속옷 훔치기라는 개저질 같은 사람이다. 히든 클래스를 얻기 위해 이런 저질적인 시험을 하려는 내 자신이 정말 미묘하다, 미묘해! 그리고 생각을 하면 할수록 머리가 혼란스러워진다. 한마디로 정체성 혼란? 그 정도로 정말 혼란스러워! 하지만 이미 퀘스트를 승낙했다. 한마디로 스타트 버튼을 누른 셈이나 마찬가지라는 거다. 그렇다면 어떻게든 성공해서 히든 클래스를 가지는 거다. 수백 명의 병사. 달랑 성문 하나를 지키는 데 배치된 병력이다. 물론 이해를 못하는 건 아니다. 그 성문이라는 게 '왕궁' 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면 수백 명이 지킨다고 해서 이상 할 것도 없다. 하아아, 저런 곳을 저렙 중의 저렙인 내가 침투해야 한다 니. 정말 답 안 나온다. 솔직히 말해 확률 0%? 그 정도 될 듯싶다. 하지만 토네이 도를 생성시키는 모습이 너무나도 인상적이어서 그냥은 포기 못하는 것뿐이지. "형님, 이걸 들고 가십시오." "......?" 그때 갑자기 민호 자식이 내게 펜던트를 하나 건넸고, 난 그것을 받으면서 의아한 마음에 물었다. "이게 뭐냐?" "슬로우 스틱입니다." "......?" "간단히 설명해 드리자면 약 3초간 주변 10미터 안에 있는 상대방을 순간적으로 느리게 하는 물건입니다." "허억!" 한마디로 슬로우 마법이 걸린 펜던트?! 이런 마법 아이탬은 엄청나게 비싼데 어떻게 구해 온 거 지?! 그리고 이걸 날 주려고?! 이 자식, 너무 감동적이잖아. "참고로 대여 물품이니 조심해서 사용하십시오." 감동을 받으려다 말았다. 대여 물품이라는 말에 말이다. 그러니까 이건 내게 주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대여 물품이 었던 것이다. 뭔가 기운이 쭉 빠지는구나. 그때 민호는 다시 말했다. "약 3초간 사용할 수 있고, 3분간 충전이 되면 다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으음." "사용이 가능하게 되면 빛이 나니 쉽게 알 수 있을 겁니 다." "......" 빛이 난다라. 그럼 손쉽게 사용할 수 있겠다. 그런데 또 민호는 무언가를 마구 꺼내기 시작했다. 마구 말 이다. 대략 10종이 넘어가는 이상한 물건들. 거기에는 밧줄이나 이상한 개구리 옷도 보인다. 그리고 복 면도 보이고 말이다. 난 그중에서 복면을 집어 들며 당연하다는 듯 물었다. "이건 내 거지?" "아닙니다." "......" "그것도 대여 물품입니다." 이런 복면이 얼마나 한다고...... 그러니까 결국 나한테 주 는 건 하나도 없다, 이거냐?! 제길, 빌어먹을 영혼 같으니. 난 그런 생각과 함께 그 복면을 뒤집어썼다. 침입자들의 필수 아이탬 복면. 이게 없으면 침입자가 아니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침입자 들 사이에선 꿈의(?) 장비다. 크흐흐음, 왠지 무안하군. 난 민호가 마구 던져 놓은 물건들을 보면서 물었다. "근데 이런 괴상한 것들은 다 어디서 구했냐?" "다 협조해 주신 겁니다." "빌려 줬다는 말?" "네." "널 믿고?" "네." 미쳤나? 도대체 민호 저 자식이 믿을 데가 어디 있다고 이런 걸 막 빌려 주느냔 말이다. 정말 이해 불가다. 그때 민호는 말했다. "저의 뜨거운 핫커피에 모두 반하신 분들이죠." "......" "그리고 모두들 그 책의 주인인 저는 순수하다고 생각하고 계신 거죠." 또 언급됐다. 뜨거운 핫커피. 민호의 말대로라면 최강 명작 야설이라는 그거. 그것만 보여 주면 막 이렇게 물건도 협조해 주니?! 그리고 그 책의 주인이 순수하다는 미친 생각은 어떻게 해야 나오는 걸까? 심히 궁금하다. "슈우." 난 까마득히 높은 성벽을 보면서 고개를 저었다. 높다, 높아. 사실 정문으로 들어가거나 정당하게 들어가기란 불가능하 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외곽 성벽 지역을 이용해서 올라가 는 것뿐. 하지만 이 작업은 엄청나게 힘든 작업이다. 그나마 민호가 던져 준 정체불명의 아이탬 중 적당한 게 하나 있다. 【개구리 옷 설명: 어딘가에 달라붙게 만드는 옷이다. 심지어는 미끄러 지는 마법이나 물품에도 붙을 수 있다. 단, 사용할 시 개굴을 외쳐야 된다.】 민호가 구해 온 아이탬, 개구리 옷. 어떤 물건에도 붙으며 미끄러지는 마법에도 견뎌 내는 아 이탬. 물론 외형적인 모습이 개구리 코스프레여서 썩 마음에 들 지는 않지만, 주문도 개굴을 외쳐야 해서 진짜 마음에 안 들 지만, 저 성벽을 타고 올라가려면 이걸 사용하는 수밖에 없다. "휴우! 하자, 해! 하는 거다!" 난 그런 생각과 함께 개구리 옷을 착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개구리 옷을 다 입게 되자 얼굴에는 복면 을, 옷은 개구리 복장을 한 미친 인간이 보인다. "......" 이게 나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다. 정말로, 흐흐흑. "젠장, 이 짓까지 해서 속옷을 훔쳐야 하는 거야?! 히든 클 래스를 위해?!" 솔직히 말해 지금이라도 하지 말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그 극악으로 얻기 힘들다는 히든 클래스다. 나도 강해지고 싶었기에, 남들과 다른 뭔가를 원했기에 포 기할 수가 없다. 그런 생각과 함께 성벽에 달라붙은 나. 그리고 외쳤다. "개굴!" 난 열심히 왕국 성벽을 탔다. 이 옷 정말 확실하게 달라붙는다. 진득진득하게 어디든지 이렇게 달라붙을 수 있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속도가 느려." 분명 해질녘에 시작한 나다. 그런데 이미 해는 다 졌고 달도 붕붕붕 떠다니신다. 그러니까 대략 7시간 정도를 이곳에 매달려 있었다는 거 다. 그렇다 보니 온몸이 다 아프고 배고프고 춥고 슬프고...... 어찌 됐든 정말 엄청난 감정들이 몰아친다. 하지만 이제 조금 남았다. 조금만 더 가는 거다! "우어억!" 난 괴음을 지르면서 벽에 달라붙은 채 열심히 올라갔다. 난 할 수 있어! 헉! 헉헉! 헉헉헉! 너무 힘들어서 헉 3연타 해 주는 센스. 내가 생각해도 내 센스 반응은 멋진데? 헉 3연타랑 센스 반응이 무슨 관계나고 묻는다면 난 당당 히 말한다. 알아서 찾아보라고. 어쨌든 지금은 그런 사소한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병사 한 명이 보인다. 이곳은 외곽지역인 데다 높은 곳이어서 단순히 병사 한 명 만을 배치한 거 같다. 그리고 그 외곽지역이라는 점 때문에 거의 놀다시피 하는 병사. 난 그를 향해 살금살금 다가갔다. "우웁!" 그리고 재빨리 개구리 손으로 그놈의 입을 막았다. 병사는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놀라서 나를 보더니 더 놀란 다. 아니, 기절한다. "......" 왜 기절하는 거냐?! 사람 무안하게. 난 갑자기 기절해 버리는 이유를 찾지 못했다. 하지만 금세 찾았다. 개구리 옷에 복면을 한 내 모습을 보고 말이다, 크으음. "일반인들이 이해하기에는 좀 독특한 복장인가?" 복면과 개구리 옷의 조합. 남이 보기에는 다소(?) 충격적일지도. 그렇다고 기절까지 하면 내가 무안하잖우. 난 그런 생각과 함께 개구리 옷을 벗었고, 기절한 남자를 바닥에 놔둔 뒤 성안으로 들어갔다. 진짜 뭔가 미묘해. 이걸 나름대로 행운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 행운이겠지. 성벽을 통해 들어온 곳이 공주의 방과 그리 멀지 않은 곳이 었으니까. 사실 이 어마어마한 크기의 성안을 살피며 돌아다니기란 상당히 힘든 일일 거다. 그뿐 아니라 자칫 잘못해서 성안을 돌아다니는 병사나 기사들에게 들키면 그 순간 게임 오버다. 하지만 지금은 지도에 표시된 저 공주의 방을 지키고 있는 기사 두 명만 제압하면 된다. 물론 병사가 아니라 잘 훈련된 기사라는 점이 걸린다. 심히 말이다. 내가 레벨이라도 높으면 모르겠다만 현재 레벨은 달랑 6. 결국 현실 세계에서의 힘만으로 저 둘을 제압해야 하는 상 황이다. 물론 현실 세계에서 난 남들보다 말도 안 되는 힘을 가진 건 사실이다. 일명 사신이라고 불리면서 좀 오버해서 100 대 1로 싸워서 이겼다. 믿든가 말든가는 자유고. 그만큼 동체시력과 파괴력, 스피드는 인간의 수준이 아니 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만약에 그 힘이 그대로 적용된다면 레벨은 무시하고 저 기 사 두 명 정도는 충분히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난 그런 생각과 함께 조심스레 공주의 방을 지키고 있는 기 사에게 다가갔다. 그 둘은 방심한 탓인지, 아니면 나의 은밀함이 뛰어난 것인 지 내가 아주 근접했는데도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하는 듯싶었 다. 그리고 난 두 기사 중 오른쪽에 있는 기사를 향해 눈을 번 쩍이면서 초스피드로 다가갔다. 스으윽. 그리고...... 퍼억. "......!" 순간적으로 배를 가격하자 고개를 숙이며 숨이 막힌 듯한 얼굴을 하는 기사. 난 지체 없이 기사의 목을 툭 쳤다. 한마디로 기절 요법? "적......!" 그때 그 모습을 본 나머지 기사 한 명이 외치려고 했지만 내가 빨랐다. 이미 내 몸은 그 기사와 근접한 상태였고, 난 날아올랐다. 그리고 공중에서 3바퀴를 돌아 그대로...... 퍼어억! "......!" 기사는 한 방에 그대로 나가떨어졌다. "휴우." 왠지 모르게 감격적이라고나 할까? 현실 세계에서의 싸움 실력이 이곳에서 이렇게 효율적으로 쓰이니 말이다. 그나저나...... "이 방문만 지나면 공주방이라고 했지?" 그렇다. 이 방 너머에는 라스트 보스가 계신다. 팬티와 브래지어라는 라스트 보스가 말이다. "어서 찾아서 튀자." 난 그 생각과 함께 한숨을 내쉬었다. 스으윽. 난 정말 아무런 소리도 없이 공주의 방문을 열고 걸어 들어 갔다. 조금도 기척을 내지 않고 말이다. 나, 이런 방면에 재주가 있는 건가?! 정말 잘한다. 초반이라고 하기에는 말이다. 마치 이 일이 나의 숨겨진 장기라고 생각이 들 정도? 하지만 여자 속옷 훔치러 침범하는 장기는 있어도 거부하 고 싶다. "속옷이 어디 있지?" 속옷은 은말한 옷. 내가 알기로 속옷은 침실, 즉 자는 곳 주 변에 놔두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니 공주의 침실을 찾으면 되는 일? 난 그런 생각과 함께 방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큰, 수십 평에 달하는 공주의 방을 훑어보았다. 그리고 잠시 후, 손쉽 게 침대를 발견했다. 공주가 잘 자고 있는 화려한 침대를 말이다. 하지만 침대뿐만 아니라 그 침대 옆으로 한 사람도 잘 보인 다. 나랑 비슷한 복장의 남자. 난 대충 복면만 뒤집어쓴 차림인데 저 남자는 복면부터 옷 까지 풀세트로 갖춰 입었다. 뭔가 부러운? 어찌 됐든 그 남자는 마치 암살자 같은 복장을 한 채 잠자 는 공주의 옆에 있다. 게다가 검까지 뽑은 채이다. "......!" 설마?! 진짜 암살자?! 아니, 분명 암살자다. 저 넘쳐흐르는 살기, 그리고 금방이 라고 자고 있는 공주에게 검을 박아 넣을 듯한 모습. 암살자라는 말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이게 무슨 시대란 말인가! 난 단순하게(?) 여자 속옷을 훔치러 온 거지만 저 인간은 생명을 뺏으러 온 거다. 이런 짐승과도 같은 존재가! 스으윽. 그때 그 남자가 더욱더 자신의 검을 높게 치켜들었고, 난 그 모습을 보고 냅다 달렸다. 그 공주를 향해! "우어억!" 흠칫! 한편 내 음성을 들은 그 암살자는 흠칫 놀라면서 잠시 머뭇 거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대로 공주를 향해 검을 찔러 넣었다. 하지만 이미 내 몸은 근접한 상태. "슬로우 스틱!" 민호가 내게 넘겨준 마법이 담긴 물건. 내가 주문을 외우자 순간적으로 암살자의 검이 무척이나 느려진다. 하지만 단지 3초다. 3초 안에 해결해야 한다. 난 그 생각과 함께 잠자고 계신 공주에게 다가갔고, 곧바로 공주를 감싸 안듯이 한 다음 땅바닥으로 굴렀다. 푸우욱! 그때 마법이 풀리면서 검이 그대로 침대에 박혀 버렸다. "무슨 일이죠?!" 그 바람에 잠에서 깬 공주가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복장 제대로 갖춘 암살자를 보더니 놀라서 외친다. "암살자?!" "......" 그 다음은 구해 준 나를 본다. 그러고는...... "......" 말이 없다. 예산 부족으로 인해 복면만 쓸 수밖에 없었던 비극을 이해 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나저나 저 자식, 무섭다. 상당히 강하다. 보는 것만으로도 말이다. 괜히 끼어드는 바람에 잘못하면 뒈질 확률이 상당히 높아 진 상황이다. 하지만 내 눈앞에서 공주 씨가 암살당하는 건 안 될 일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렇게 귀여운 공주 씨인데 말이다. 어라? 어두워서 대충 넘어갔는데 엄청 미인이다. 허억, 예진이랑 맞먹을 정도의 외모를 가졌다! 말도 안 돼! 그 정도의 미모를 가진 존재는 예진이밖에 없을 거라고 생 각했는데...... 그리고 왠지 낯익은 모습이다. 아! 그때 난 무의식적으로 불렀다. "민혜?" "에? 이 목소리는 재현이 오빠?!" "......" "오빠 맞지?!" "......" "......!" 그 순간 갑자기 내 소중한(?) 복면을 강제로 벗기는 민혜. "오, 오빠." "......" "진짜 보고 싶었어." "켈륵." 나를 격하게 안으신다. 2년 만인가?! 분명 2년 전만 해도 이 정도로 어마어마한 미소녀는 아니 었거늘, 그 사이에 이런 미소녀가 되었다니. 게다가 이 발육 좋은 것까지, 좋구나. 그 순간이었다. "근데 무슨 일이야?! 오빠가 왜 복면을 하고 있고, 어떻게 저 암살자에게서 날 구해 준 거야?!" "......" 궁금하기도 하겠지. 하지만 사실을 말하기도 그렇고, 지금은 말할 시간도 안 될 거 같다. 왜냐하면 저 암살자가 나를 노릇노릇(?) 바라보니까. 저 뜨거운 눈빛 때문에 오징어 구이가 될 거 같아. 아이잉. 난 일단 민혜를 뒤로 물리면서 말했다. "설명은 나중에......" "응!"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민혜, 너의 팬티와 브래지어를 훔치러 왔다는 말을 말이다. 차라리 모르는 상대면 몰라도 아는 사이, 그것도 상당히 친 했던 여동생인데 그런 여동생에게 팬티와 브래지어를 달라고 하면? 심히 난감하구나. "......" 스으윽. 그 순간 갑자기 사라지는 암살자. 우와, 빠르다! 안 보여! 하지만 곧 내 앞에 나타나 순식간에 검을 찌른다. 난 거의 무의식적으로 옆으로 몸을 비틀었고, 그런 와중에서도 검을 들고 있는 손목을 한쪽 발로 올려 찼다. 하지만...... 스으윽. 또다시 사라진다. 그리고...... 푸직. "......" "오빠! 괘, 괜찮아?" "아픈걸." 어느새 내 옆구리에는 깊숙한 상처가 생겨났다. 암살자는 순간적으로 이동해서 나를 베어 넘긴 거다. 느껴진다. 격차가 말이다. 현실 세계의 운동신경과 파괴력, 스피드만으로는 이길 수 없는 상대다. 젠장! 그때였다. "오빠, 이거!" 민혜가 벽 한쪽에 장식으로 걸려 있던 검을 꺼내서 내게 던 졌고, 난 그 검을 보고 웃었다. 검이다. 검이다아! 맛도 좋고 몸에 좋은 검이다......가 아 니라 이제 넌 죽었어! 난 그런 생각과 함께 한눈에도 무지 비싸 보이는 검을 뽑아 들면서 자세를 잡았다. 그 순간, 오른쪽에서 느껴지는 기척. 난 그대로 검을 들어 올렸다. 그런데...... 쨍그랑. 그대로 산산조각 풍비박산 나 버리는 장식용 검. 그저 한 번 부딪쳤을 뿐인데, 이건 무슨 강도가 순두부니? 아무리 장식용 검이라도 이 강도는 아니다. 장식용 검도 검. 그러니 몇 번 정도는 창창창(?) 해 줘야 한다. 하지만 단 일격에 부서진다? 그 말은 하필 부딪힌 부분이 제일 약했던 부분이라는 뜻? 결론적으로 난 재수 없다는 것? 빌어먹을! 「축하드립니다. 새로운 타이틀을 얻었습니다.」 "......!" 그때 들려오는 시스템 소리. 새로운 타이틀?! 뭐냐?! 「타이틀 '최고를 넣어서 신을 바라볼 정도로 재수 없는 자'를 얻으셨습니다.」 "......" 거참, 아름다운 타이틀이군. 잠시 설명 부분을 살펴보자면 이렇다. 「최고를 넘어서 신을 바라볼 정도로 재수 없는 자에게만 지급되는 타이틀. 과연 이 정도로 재수가 없다면 그냥 나가서 쳐죽는 건 어떨까?」 으아악! 스으읍! 마지막에 저거 뭐야! 나가서 처죽는 건 어떨까라니! 우어억, 빌어먹을! 누군 이렇게 재수가 없어 싶어서 없니?! 자꾸 왜 이래. 그때 또다시 공격하는 암살자. 난 그 모습을 보고 흥분된 마음을 진정시키며 주먹을 꽉 쥐 었다. "우어억!" "......" "크어억!" "......" "짜벼!" "......" "나 살려!" 난 비명을 질렀다. 암살자의 공격을 간간이 피해 내면서 말이다. 솔직히 말해 느껴진다. 이분과의 격차가 말이다. 난 이제 시작한 지 며칠 된 초보 중의 초보. 그리고 저분은 공주를 암 살하기 위해 투입된 최정예 암살자. 비교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격차가 심하다. 지금 내가 살아 있는 것도 기적이야! 그 순간 강하게 검을 찌르는 암살자. 그걸 보고 그대로 몸을 비틀려는데 몸이 안 따라 주신다. 우어억! 푸직. 내 옆구리에는 또다시 엄청 깊숙한 상처가 생기셨다. 하지만 그대로 당하고 있을 나도 아니다. 상대가 검을 찔러 오는 순간에 그대로 발을 이용해 암살자 의 얼굴을 가격했다. 그런 내 공격에 암살자가 휘청거린다. 난 기회를 잡았다 싶어 달려들었지만, 이미 암살자의 모습 은 사라진 뒤다. "헉!" 솔직히 똑같이 한 번 주고받았다. 하지만 암살자는 검이고 난 주먹이다. 당연하게도 내 피해 가 극심한 건 사실. 아주 피가 줄줄줄 흐르는구나. "오빠!" 내 모습을 본 민혜가 다급하게 외쳤지만 대답해 줄 여력도 없다. 피가 줄줄줄 흘러내려서 머리가 어지러우니 말이다. 젠장, 검이라도 부서지지 않았다면 어떻게 한번 방법이라 도 찾아볼 텐데. 흐흐흑. 왕궁 안까지 기어들어 온 건 좋은데 하필 저런 저질적인 암 살자를 만나는 바람에 돌아가시는구나! 그 순간이었다. 갑자기 흠칫한 그 암살자가 나를 바라본다. 그러더니...... 스으윽. "허억!" 그대로 창문을 향해 뛰어내린다. 잠깐, 여기는 엄청 높은 곳이라고! 뛰어내리면? 내 알 바 아닌가? 뒈지면 할렐루야. 왠지 나 사악하다. 보통 이런 데서 뛰어내리면 적이든 뭐든 일단 한번 걱정해 주는 센스를 발휘하는데 난 좋다고 할렐루야를 외치고 있다. 뭔가 미묘해. "괜찮아?!" 그때 민혜가 다급히 다가와 손수건으로 상처가 난 옆구리 를 막아 준다. 아, 미소녀의 치료는 행복해. 허억, 잠깐!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예진이 말고 다른 여자의 손길을 즐기다니(?), 이건 아냐! 한편 민혜는 심히 두근거리게 만드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 며 말했다. "고마워, 오빠." "응?" "날 구해 줬잖아." 내 앞에 있는 민혜. 나이는 분명 16살이다. 그리고 키는 대략 163cm 정도? 에메랄드빛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린 소녀. 예진이가 무 지무지 예쁘다고 하면 민혜는 예쁘면서도 무지무지 귀엽다는 느낌이 드는 소녀다. 그리고 가슴은 크다. 예진이보다 조금 더. 쿠어억, 이게 아니야! 갑자기 무슨 생각을 하는 거냐! 나도 모르게 순간적으로 심사 위원(?) 모드로 들어간 내 자 신이 이해가 안 간다. 민혜는 나를 보더니 약간 의아하다는 듯 다시 물었다. "근데 오빠가 왜 여기 있는 거야?" "......" "이런 복면까지 하고?" 그러면서 아까 자기가 벗긴 협찬 받은 복면을 내민다. 하지만 난 할 말이 없어서 그냥 가만히 있었다. 여기서 무슨 말을 할 것인가?! 만약 사실대로 네 속옷을 원해서 왔다고 말하면? 심히 민혜의 뜨거운(?) 반응이 보인다, 보여. 내가 아무런 대답도 못하고 있자, 민혜는 의심스러운 눈으 로 바라보며 말했다. "이런 복면을 하고 온 거 보면 절대 건전한 건 아니지?" "......" "가르쳐 줘!" 그러면서 나를 바라보는데 정말 미치겠다. 크아악! 이게 그 유명하다는 전설의 초롱초롱 빔? 남자들의 마음을 녹이는 그것?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저절로 입이 열린다. 나도 모르게 말이다. "네 팬티와 브래지어 훔쳐...... 헉!" "......" "마, 말이 잘못 나왔어! 아, 아니야!" "......" "절대 아니야!" 다급히 변명해 보지만 이미 그 말은 그녀의 귀에 들리는 것 같지 않다. 오히려 내가 방금 전에 말한 팬티와 브래지어를 훔치러 왔 다고 말한 부분만 되새김질하는 것 같다. 그때 민혜는 약간 주춤거리더니 나를 보고 어색한 웃음을 띤 채 말했다. "오빠, 2년 사이에......" "아니야, 아니야!" "......" "오해야!" "......" "퀘스트라고! 전직 퀘스트!" "......" "진짜야." 하지만 나의 이런 해명에도 민혜는 믿는 모습이 아니다. 아니, 오히려...... "오빠, 어떻게 여자 속옷을 좋아하는 변태가 된 거야?! 그 리고 말도 안 되는 핑계잖아. 전직 퀘스트가 여자 속옷을 훔 쳐 오는 거라니." "진짜라니까! 믿기 힘들겠지만 정말 그게 전직 시험이야! 진짜야, 진짜! 우어억!" "......" "믿어 줘." "줄게." "......" 민혜는 짤막하게 대답하며 볼을 살짝 물들이더니 한쪽에 있는 서랍으로 갔다. 그리고 팬티와 브래지어를 꺼내서 얼굴을 붉힌 채 내게 건 내며 물었다. "오빠, 이걸로 그런 변태적인 거 버리면 안 될까?" 나 진짜 아니다! 우어억, 억울해! 나는 마구 눈물을 글썽거리면서 설명했다. 나의 결백함을 말이다. 이런 나의 가상한 노력에 그녀도 감복했는지 조금씩 믿기 시작한다. "히든 클래스 전직 퀘스트가 속옷 훔쳐 오는 것이라는 게 정말이야?" "정말이야!" "......" "믿을 수 없겠지만 사실이야!" "......" "믿어 줘라, 민혜야!" 난 그러면서 그녀를 애타는 눈빛으로 바라보았고, 그 말에 민혜는 고개를 끄덕거린다. 오, 날 믿어 주는 거야?! 그런 거야?! 그런데 그때 민혜는 뜬금없는 말을 한다. "날 납치해 줘." "......" 이건 무슨 똥개 한 마리가 헤드 스핀 300바퀴 하는 소리냐? 납치? 너를? 민혜는 나를 진지한 눈으로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운 좋게도 플레니아 시스템으로 인해 공주가 되기는 했지 만, 오히려 더 재미없어." "......" 플레니아 시스탬. 히든 클레스와는 또 달리 처음부터 혜택을 받는 시스탬이 다. 이것은 공주라든가 귀족 등의 신분이 되어 혜택을 받는다 는 설정의 시스탬? 간단히 말해 지금 민혜는 공주로 당첨되었다. 그렇다 보니 실제 공주들이 하는 모든 건 다 누리지만 반면 에 공주들이 느끼는 심한 압박감도 느껴야 한다. 한마디로 마음대로 나가지도 못한다는 거다. 실제 공주들은 어렸을 때부터 그런 행동에 제한을 많이 받 으며 자라서 그런데로 적응을 하겠지만 민혜는 아닐 거다. 그녀는 엄연히 현실 세계에서 살던 존재였으니까. 민혜는 여전히 진지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나를 납치해 가면 오빠 말 믿어 줄게." "......" "하지만 거절하면 이것도 안 줄 거야!" 그러면서 내 소중한(?) 퀘스트 아이챔을 뺐는다. "......" 난 선택해야 했다. 하지만 선택 문항은 하나다. 그럼 선택할 게 없잖아! 으아아악! 그렇게 절망하던 나.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고개를 푹 숙이 면서 난 말했다. 선택할 수 있는 것은 하나뿐이니까. "납치해 줄게." "오빠 최고!" 난 공녀 속옷 도둑과 공주 납치라는 중범죄를 저질렀다. "바보 같은 놈!" "......죄송합니다." "그것도 실패하다니! 만약에 성공만 했어도 순식간에 혼란 은 초래되었을 터." "죄송합니다." 지금 무릎을 꿇은 복면의 어쌔신. 민혜를 암살하려고 했다가 이상한 인간 하나 덕택에 시간 이 지체돼 물러난 그 어쌔신이었다. 그들은 파괴를 원한다. 이 세상의 파괴를 말이다. 마이블라이크. 암묵적으로 활동하는 단체. 그들의 목표는 이 세상의 파괴 다. 그리고 상당한 자본력과 실력자들이 모여 있는 곳이기도 하다. 재현과 민호가 박스더미에서 사는 걸 비교했을 때 전혀 비 교에 격차도 안 날 정도로. 그만큼 엄청난 힘과 재력을 축적한 곳이 바로 마이블라이 크. 물론 이 단체를 아는 존재들도 극소수이지만(도둑 길드 마스터도 알지 모른다). "빌어먹을......" 그 어쌔신 앞에 있던 남자는 연신 분하다는 듯 외쳤다. 저 정도로 뛰어난(혼자서 왕궁을 침투할 정도의) 인재가 실패하다니. 저 어쌔신의 말에 의하면 그 상대방은 나름대로 엄청난 실력자였다는 것이다. "도대체 그놈은 뭐지?" 아무리 곰곰히 생각해 봐도 짐작이 가지 않는다. 자신들과 같은 파괴를 원하는 자인가? 아니면...... 물론 그들은 그가 허황되다 못해 어이없는 세계 정복단이 라는 건 전혀 예상 불가다. 그리고 추가적으로 파괴를 원하는 마이블라이크랑 세계 정 복을 원하는 재현과는 철천지원수 지간이 될 수밖에 없다. 파괴자와 세계 정복자는 공존 자체가 불가능한 단체들이었 으니까. 민호는 웃었다. 그리고는 한마디 툭 던진다. "개인적으로 형님의 앞길을 막는 분들은 사양인데요. 후 훗." 도둑 기륻 마스터조차도 감지해 내지 못한 암흑의 단체 마 이블라이크다. 그런 그들을 파악해 낸 듯한 말을 하는 민호. 하지만 그는 연신 웃기만 할 뿐이었다. "인재야!" "......" "허어어어." 난 차마 말이 안 나온다. 민혜의 팬티와 브래지어를 주물럭거리면서 황홀해 하는 그 변태 인간을 보고 말이다. 그 변태 인간은 나를 보더니 물었다. "자네 같은 친구라면 나와 같이 성자의 길을 걷는 것이 나 을 듯한데, 어떤가?" "됐어요." "아쉽네." "어서 전직이나 시켜 줘요!" "알겠네, 알겠어." 그러면서 더욱더 팬티를 주물럭거린다. 정말 변태다. 변태 말기 최악이다, 이 인간. 그 장면을 본 민혜도 너무나 어이가 없는지 얼굴이 붉어진 채 굳어 버렸다. 한마디로 스톱 오브 스톱? 뭐, 그렇다는 거다.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다. 왜 그 속옷 주인인 민혜한테는 관심도 안 보이는 거지?! 분명 저 인간이라면 민혜가 공주라는 것을 알 뿐만 아니라 그게 아니더라도 그녀의 미모에 늑대 한 마리가 추가되는 건 당연한데? 저런 변태가 왜? 그때 그는 나를 보더니 마치 내 생각을 알았다는 듯 말했 다. "내가 왜 에르페아 공주에게 관심을 안 가지는지 궁금하 나?" "조금요?" 궁금하긴 하다. 나의 대답에 그는 말했다. "난 여자에게는 관심 없네." "......" "변태가 아니니까." 변태잖아, 이 인간아! 그는 말했다. "난 오직 여자들의 속옷에만 관심이 있는 성자네." 미친 인간이다. 심히 미친 인간이다. 정말 어이없음을 넘어 기절하시겠다. "아무튼 자네가 퀘스트를 완료했으니 디재스터로 전직시 켜 주지. 일단 알아둬야 할 것은 4대 수호신은 셀프로 찾아야 한다는 것이네. 그리고 자연 스킬 같은 경우는 일정한 스킬에 숙련도가 쌓일 시 나타나기도 하고 조합된 상태로 나타나기 도 한다네. "오호?" "그러니 디재스터의 진정한 힘을 위해서라면 숙련도를 100% 가까이 채우는 게 관건이지." "그렇군요." "그런 거네. 그럼 설명은 끝났고, 전직을 시켜 주지. 눈을 감게." 두근두근. 그 말에 난 눈을 감는다. 그리고...... "디재스터 돼라, 뿅!" 휘청. 잔뜩 기대한 끝에 들려온 한마디에 휘청거리는 나. 이게 뭐 야! '디재스터 돼라, 뿅'이라니! 하지만 그런 미친 부분이 실패인지, 갑자기 내 몸 안에 마 구 힘이 샘솟는다. 마구마구 말이다. 그렇게 잠시 후, 난 천천히 눈을 떴다. 그러자 어느새 사라진 그 속옷 변태. 난 희열에 찼다. 그래, 나도 이제 멋진 토네이도로 다 쓸어버리는 거다. 그 리고 게임 정복, 그런 다음 예진이에게 사랑 고백?! 멋지다, 멋져. 우허허허! 난 그런 생각과 함께 힘차게 손을 저었다. 그리고...... "토네이도!" 휘이익. 주문과 함께 내 몸속에서 소량의 마나가 빠져나간다. 오, 되는 거야?! 그런 거야?! 그런데 몇십 초가 지나도 안 보인다, 토네이도가. 분명 시전이 됐는데 왜 없지?! 왜?! 그 순간 난 고개를 숙였다가 그대로 기절했다. 왜냐하면 바닥에는 새끼손가락의 크기에 달하는 토네이도 가 열심히 돌고 있었으니가. "오빠!" 한편 쓰러지는 나를 향해 달려오는 민혜. 그때 기절하기 전, 한 음성이 들려온다. "참고로 숙련도를 올리는 건 다른 히든 클래스보다 몇백 배 힘들다고 말 안 했나? 물론 숙련도가 100%에 가까워질수 록 파괴력 하나는 보장해 주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의 힘을 말이야." "......" "그리고 특별 기념으로 한 스킬의 숙련도를 일정하게 올려 주는 거 던져 주고 가니 감사해 하도록." 난 의식을 잃으면서 생각했다. 낚였다고. 파닥파닥 말이다. 우어억! [자연의 힘] "헤헤헤." "......" "후허허허." "......" "아이이잉." 난 앉아서 고개를 푹 숙인 채 정체불명의 소리를 해 댔다. 나도 이해 못할 짓거리를 하다니, 한마디로 패닉 상태에 빠 진 거다. 그렇게 힘들게 얻은 직업인데 새끼손가락만 한 크기의 토 네이도라니! 으어어억! "형님, 힘내십시오." "......" "형님 옆에는 항상 제가 있습니다." "......" 네놈이 있어서 더 기운 안 나는구나, 민호 씨. 하아, 미래가 없다, 미래가. 최강의 히든 클래스라고 믿었던 나였기에 그 타격은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다. 으헤헤헤. "오빠, 힘내." "응, 힘낼게!" "......" 하지만 민혜의 한마디에 순식간에 힘이 불끈 솟는다. 역시 미소녀의 응원은 행복 그 자체라니까. 민호 자식이 할 때는 미래가 안 보이던데 민혜가 하니까 미 래가 보이......지는 않고 그냥 힘난다. 지금 내 목표는 게임 정복이다. 하지만 이런 새끼손가락만 한 토네이도로 뭘 하란 말이냐! 당연히 미래가 보이지가 않아. 깡충깡충. 그때 내 앞에서 열심히 뛰어가는 토끼. 레벨 1에 달하는 사냥감으로 개나 소나 다 잡는다는 그 토 끼다. 하지만 이 스킬로는...... 파앗. "토네이도!" 난 토끼 앞에 새끼손가락만 한 토네이도를 생성시켰다. 수십 배 이상 차이가 난다. 토끼와 토네이도의 크기 차이 가. 상식대로라면 토네이도가 토끼를 압도하는 크기여야 하는 데 이건 아니다. 토끼가 토네이도의 크기를 압도한다. "우어억." 난 그런 초라한 토네이도를 보고 절망했다. 정말 아니야! 이걸로 무슨 게임 정복이야! 깡충깡충. 토끼는 아주 작은 토네이도가 신기했는지 천천히 다가온 다. 이제 저 토네이도는 토끼의 발에 밟혀서 소멸되는 어처구 니없는 상황이. 하지만 그 순간이었다. 파아앗. "......!" "......!" "......" 난 믿을 수가 없었다. 아니, 믿으면 안 된다. 이런 초비과학적인 일은 절대 믿을 수 없어. "오, 오빠." 민혜도 황당하다는 듯 나를 부르지만 나는 말할 수가 없다. 도무지 무슨 일인지 이해가 안 되니까. 그렇게 몇 초 후, 난 방금 전 일을 기억해 냈다. 토끼가 다가왔다. 그 새끼 토네이도에게 말이다. 그리고 순 식간에 엄청난 흡인력으로 흡수당했다. 토네이도에 말이다. 간단히 말해 그 토네이도는 그것의 수십 배 이상 되는 크기 의 토끼를 삼켜 버린 것. 흔적도 없이 말이다. "설마......" 이게 자연의 힘?! 분명 외형적으로는 무지무지 약해 보인다. 하지만 숨은 힘이 있다는 거다. 수십 배 큰 토끼를 단숨에 사켜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만 드는 저 힘. 실제의 토네이도는 한 번 몰아치면 모든 게 초토화될 정도 로 무서운 자연 재해다. 그런데 크기가 축소판이 되었을 뿐, 이것 또한 힘이 엄청나다는 거다. 그렇다면 숙련도가 올라서 100프로에 가까워지면?! "우어억, 감동이야!" 최악의 직업이 아니었다. 최고의 직업이다! 물론 좀 초라하기는 하지만. 그럼 어때! 내용이 중요하지. 【토네이도-숙련도 0%】 자연의 힘인 토네이도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숙련도가 높 아지면 높아질수록 실제 자연의 힘에 가까워지고, 100%가 될 시 완벽히 사용 가능하다(하지만 그 스킬의 힘은 무조건 토네 이도의 숙련도에 따라 파괴력이 결정된다). 그리고 다양한 응용법으로 기술을 사용해서 만들 수도 있 다. 【레인-숙련도 0%】 자연의 힘인 비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숙련도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실제 자연의 힘에 가까워지고, 100%가 될 시 완 벽히 사용 가능하다. 그리고 다양한 응용법으로 기술을 사용해서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그 스킬의 힘은 무조건 레인의 숙련도에 따라 파괴력 이 결정된다). 그리고 레인 같은 경우는 보조적인 영향도 있기에 태풍이 라는 힘과 조합 시 더욱더 강해질 수 있다. 오오오! 지금 내게 있는 스킬은 달랑 두 가지다. 하지만 감동적이다. 그 두 가지 모두 말이다. 하나는 토네이도, 방금 본 것과 같이 크기는 새끼손가락만 한데 파괴력은 상상 초월이다. 그리고 레인. 비를 내리게 하는 스킬 같은데 지금은 숙련도 가 거지 같아서 별 효과는 없어 보이지만 나중에 태풍과 같이 사용하면 상당한 효과를 보일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게 있다. "다양하게 스킬을 만들 수 있다? 자연을 이용해서?" 이 점이다. 다양하게 스킬을 만들 수 있다는 건 그 자연적인 힘을 사용 해서, 예를 들어 토네이도를 이용해서 무언가 새로운 스킬을 만드는 게 가능하다는 거다. 흐흐흐, 이걸로 난 무적이 되는 거다! 차근차근 레벨 업을 해서 강해지면 게임 정복! 그리고 고 백. 해피 엔딩! 물론 초반에는 심히 재수가 없었지만 그 부분도 이제는 이 해가 간다. 지금을 위해서 그런 거였다. 전문용어로 행운 몰아주기? 하하하. 반짝반짝. 그때 내 손에 쥐어진 푸른색의 동그란 보석 한 개가 반짝거 린다. "이건?" 내 기억이 잘못되지 않았다면 스킬 숙련도 한 가지를 올려 준다는 특별 아이탬? 이것만 사용하면 스킬 하나의 숙련도를 팍팍 올릴 수 있다 는 거다. 흐흐흐. 물론 지금 내 상황에서 원하는 건 단 한 가지. 바로 토네이도의 크기다. 파괴력은 이미 증명했다. 그렇다면 크기를 키워서 광범위 하게 사용하는 거다! "당장 배워야지!" 난 그런 생각과 함께 보석에 대한 설명을 보려고 했다. 일단 사용법은 알아야 하니까 말이다. 그런데...... ...... ...... ...... "......?" 뭐야?! 저게 끝이야? 설명이 있어야 할 부분엔 3연속 점뿐, 설명이 없다. "어쩌라는 거야, 이거!" 난 예상치도 못한 일에 당황했다. 그때 갑자기 보석이 빛나 며 무언가가 나를 끌어당기기 시작한다. "어라?" 그 순간이었다. "잘못 줬다! 그, 그건 에로카니아로 가는......!" 그때 그 변태 인간이 와서 뭐라고 외치지만, 난 신기한 경 험을 한다. 그 구슬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신기한 경험. 그런데 이게 중요한 게 아니라...... "우어억, 살려 줘!" "오빠!" "형님!" 열심히 비명을 지르지만 이미 내 몸은 그 구슬에 빨려 들어 가고 있다. 우아악, 이게 뭐야! "어떻게 된 거예요?!" 민혜는 당황하면서 변태 남자에게 물었고, 그 남자는 물음 에 말했다. "에르카니아, 마계와 명계 중간 차원에 존재하는 최악의 장소. 천계의 마계, 정령계에서 특이한 힘을 가진 최강의 흉 폭자들이 모여 있는 곳. 한마디로 그곳에 가면 그 누구도 살 아남지 못한다는 세계. 그게 에르카니아라고 불리는 악몽의 세계." [에르카니아] "......" 훗, 어이가 없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이 말이다. 그 정체불명의 구슬에 빨려 들어온 곳은 멋졌다. 어떤 의미에서는. 주변이 온통 붉은색으로 칠해져 있다. 어느 숲 가운데였는데 나무도 붉고 바닥도 붉고 심지어는 하늘도 붉다. 마치 이 세계가 피로 이루어진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그 순간이었다. 「축하드립니다. 새로운 타이틀을 얻었습니다.」 「'신조차도 울고 갈 정도로 재수 없는 자'라는 타이틀을 얻었습니다. 특별 효과가 적용됩니다.」 "......?!" 한마디로 타이틀에 옵션이 적용된다고?! 난 그 말에 당장 확인에 들어갔다. 【신조차도 울고 갈 정도로 재수 없는 자에게만 지급되는 타 이틀. 너무 불쌍해서 차마 못 봐 줄 정도다. 하도 불쌍해서 능 력치 좀 주겠다.】 "......" 【모든 능력치 300 상승효과.】 허억! "모든 능력치 300 상승효과?!" 이런 말도 안 되는 옵션을 주다니. 진짜 사기다. 모든 능력치 300 상승이라 하면......? 보통 1 업당 주는 스탯 포인트가 5다. 그리고 5가지의 능력치를 합하 면 1,500, 즉 레벨 300이라는 능력치를 지급해 주는 거다. 이런 사기 같은 게 있나. 아니, 내가 연속으로 3연타 불쌍한 타이틀 얻은 게 더욱더 기적이라는 건가?! 어찌 됐든 난 레벨은 6이지만 그냥 레벨 6이 아니란 거다. 타이틀로 인해 급상승한 인생? 후훗. "그런데 도대체 여기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세상. 피가 연상되는 온통 붉은색의 세상. 도대체 여기는...... "크르르릉." "......" "크르르르릉." "......" 그때 갑자기 무언가 한 마리가 기어 나오신다. 저건 어디서 많이 보던 애인데 좀 아니다. 성형수술 했냐? 그 부작용으로 그 모양이 된 거냐?! 내 앞에 있는 것은 분명 토끼다. 하지만 토끼의 귀여운 모습 따위는 없고 흉폭함을 넘어서 살벌한 손톱을 갈고 계신다. 그리고 안면 성형수술을 권유하고 싶을 정도로 얼굴이 비 대칭이다. 한 마디로 괴물?! "죽인다." 그런 토끼가 말도 하신다. 이런 놀라움을 넘어 환장할 것 같은 상황은 뭐냐! 그 순간. 파앗. "헛!" 엄청난 속도로 달려드는 토끼군. 이건 아니야! 뭔 토끼가 이런 개 같은 스피드를 보인단 말 이냐?! 난 너무나도 빠른 스피드에 어쩔 줄 몰랐고, 이미 토끼는 나에게 근접한 상황. 나는 거의 자포자기로 토네이도를 마구 생성시켰다. "토네이도, 토네이도, 토네이도!" 그러자 토끼는 내가 마구 생성시킨 토네이도 중 하나에 흡 수되기 시작했다. "크어어억!" 토끼의 비명이 들려온다. 그리고 잠시 후, 그 미친 토끼는 사라졌다. "뭐지?!" 토네이도의 힘이 어마어마하다는 건 알겠다. 하지만 저 미친 토기는 뭐지?! 뭐냐! 도대체 여기는 어디인 거냐! 그 순간이었다.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 그때 셀 수도 없을 정도로 계속해서 들려오는 레벨 업 소 리. 도대체 저 미친 토끼의 레벨의 얼마기에?! 아무리 내 레벨이 6이라지만 미친 듯한 폭업에 정신없이 하는 1인. 그리고 내 눈에 띄는 미친 것들. 본 적도 없다. 어디서 미친 것들이 단체 소풍 왔는지 괴상 하고 섬뜩한 자식들만 보인다. 그리고 느낀다. 난 죽었다고. "세상은 미묘하군." 이 말이 끝나고 첫 죽음이었나? 이곳에서 말이다. 에르카니의 문이 열린 지 8개월이 지났다. 한마디로 정체불명의 한 인간이 흘려들어 온 지 8개월이 됐다는 거다. 그런 에르카니아라는 죽음의 차원이 다시 한 번 열리기 시작했다. 파지짓. "크으윽." 붉은색의 차원을 통해 나오는 한 남자. 대략 60대 초반으로 보이는 늙은 남자였다. 흰 가운을 입 고 있는 걸로 보아 연구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존재로 보인 다. 그는 어리둥절한 모습으로 한참 동안 붉은색으로 도배된 에르카니아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잠시 후, 그는 희열에 찬 얼굴로 말했다. "여기가 에르카니아?!" 확실하다. 여기가 에르카니아다. 마계, 천계, 그리고 정령계에서 버려진 최강의 괴물들이 모 여 있는 곳. 그는 40년이라는 긴 시간을 통해 연구한 결과 이곳에 발을 디딜 수 있었다. 물론 돌아가는 방법도 연구했다. 마계와 천계에서조차 버려진 최강의 괴물들이 사는 곳에 오 면서 그런 것도 준비하지 않았다면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말 이다. "내 눈으로 마왕이나 천사장, 정령왕조차도 공포 때문에 오 지 못한다는 에르카니아를 보다니!" 그 남자는 희열에 찬 모습이었다. 자신이 죽기 전에 볼 수 있었으니까. 에르카니아를 말이다. 물론 아직 할 건 많다. 에르카니아에 서식하고 있는 식물들이 나 흙이나 공기 등을 담아서 연구해야 할 게 많다. 이곳의 초괴물이라고 불리는 존재들과 환경과의 관계성에 대한 연구라고나 할까. 그 남자는 재빨리 채취 준비를 했다. 지금은 다행히 몬스터가 없지만 몬스터를 만나는 순간 자 신은 끝이었다. 그만큼 위험하기 그지없는 모험이나 마찬가 지였다. 그 순간이었다. "크르르릉." "크르릉!" "인간의 냄새." "캬아악!" "푸아악!" "허어억!" 그 남자는 수십 마리나 되는 정체불명의 괴물들이 기척도 없이 나타나자, 너무나도 놀라서 그대로 굳어 버렸다. 당장이라도 자신이 만든 차원을 여는 스크롤을 품에서 꺼 내 찢기만 하면 다시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말 그대로 엄청난 공포와 위압감으로 움직일 수가 없었던 것이다. 자신을 포위한 수십 마리의 괴상한 몬스터 때문에. "으으윽!" 그는 너무나도 큰 공포로 비명을 지르는 게 전부였고, 정체 불명의 괴물들은 마치 맛있는 먹이를 보고 달려들듯 다가온 다. 그는 느꼈다. 이곳이 자신의 죽음의 장소라고. 하지만 그 순간이었다. "썬더." 콰아아앙! "크오오옥!" "으아악!" "우어억!" "캬아악!" "으으윽!" "......!" 믿을 수 없는 현상이 일어났다. 자신을 향해 다가오던 수십 마리의 괴물들이 하늘에서 내 뿜어지는 번개에 바짝 타들어 가면서 비명과 함께 소멸되어 버린 것이다. 믿을 수가 없었다. 비도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번개라니. 이런 비과학적인 자연현상은 처음 본다. 그리고 어떻게 번 개 수십 개가 몬스터 수십 마리를 향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꽃힌단 말인가?! 보고도 믿어지지 않는 상황이다. 그때 그 남자의 눈에 한 남자가 보인다. 거지 모습의 남자 가. 머리는 산발에다 옷은 너덜너덜 찢어진 채 불쌍해 보일 정 도로 마른 남자가 말이다. 그 거지 남자는 공포에 질린 그를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잠시 후, 거지 남자가 바로 앞까지 다가오자 그는 떨리는 어조로 물었다. "혹시 당신이 방금 그 번개를?!" 그는 말도 안 되는 질문을 해 버렸다. 방금 전 턴둥이 저 남자가 생성시킨 게 아닌가 하고 말이 다. 자신이 생각해도 어처구니없는 질문이었다. 인간이 자연의 한 현상을 일으킨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 다. 그런데 자신은 왜 그런 질문을 했을까? 자연적으로 일어 났다고 보기에는 너무나도 이상한 힘이어서 그랬을까? 하지만 남자는 그 질문에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제가 했는데요." "......" "뭐 잘못된 점이라도?" "저, 정말인가요?" "정말인데요." 남자의 대답에 그는 혼란 상태에 빠졌다. 과연 저 남자의 말이 사실일까 하고 말이다. 하지만 거짓말 같지는 않다. 물론 저 남자가 시전했다는 증거는 없다. 그런데 왜 저 남자가 한 말이 사실인 것처럼 느껴지는지 알 수가 없다. 혼란스러움에 멍하니 있는데 남자가 자신을 초롱초롱한 눈 빛으로 바라보며 물었다. "인간이시죠?" "그런데요......" "그럼 다시 인간계로 가는 방법도 알아요?" "......" "정말 이곳을 탈출하고 싶어요! 제발 살려 줘요! 우어억! 더 이상 이곳에 있기 싫어요! 게임 정복을 해야 한단 말입니 다!" "......" 내가 이곳에 떨어지고 8개월이 지났다. 지난 8개월 동안 난 살아남기 위해 발악했다. 물론 죽은 적 도 많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 횟수는 줄어들었다. 한마디로 이곳에 온 후에 한 것이라고는 생존 서바이벌? 죽기 싫으면 튀고 도망가고 싸우고 한 것뿐이다. 그 덕택에 말도 안 되게 강해졌다. 왜냐고? 이쪽에 사는 애들은 말 그대로 완전 괴물이었으니까. 그 말 밖에 할 말이 없을 정도로 흉폭성과 강력함, 그리고 공격적인 성향을 가진 존재들이었다. 그런 존재들과 동거(?)를 하면서 서바이벌을 하다 보니 강 해지기 싫어도 강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거의가 떼거리 로 몰려오니 스킬 숙련도는 정말 쑥쑥 올랐다. 그렇기에 방금 전 번개 한 번의 스킬로 수십 마리의 괴생물 체들을 전멸시킬 정도의 힘을 가지게 되었다. 물론 전멸시킨 애들의 수준이 최하위급이라는 점도 있지만 말이다. 8개월 동안 이곳에 살면서 느낀 점은 내가 상상치도 못할 정도로 강한 존재들이 많다는 거다. 방금 전 죽은 놈들은 인간 세계에서라면 레벨 800∼900대 에 달하는 몬스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곳에는 약간 오버 해서 레벨 1수준? 그만큼 이곳은 너무나도 살벌한 곳이다. 무섭다. 충분히 무지무지 강해진 나라고 하더라도 무섭다. 이 동네는 인간이 와서는 안 될 동네다. 그런 나에게 행운이 왔다. 다시 인간계로 가는 방법을 알고 있는 사람을 발견한 것. 나는 그 남자를 향해 눈물을 철철 흘리면서 부탁했다. "데려가 줘요. 이제 정말 싫어요! 이곳은 더 이상, 결코, 절 대, 진짜 싫어요!" 파짓. 이곳 에르카니아에서 절대적인 힘을 발휘하는 베르자니아. 그의 표정이 굳어졌다. 자신의 사냥감의 기운이 이곳에서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는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리면서 물었다. "그 자연을 다루는 인간 놈이 사라진 건가?" "죄, 죄송합니다." "......" "생각지도 못한 다른 인간이 나타나서 그를 데려간 것 같 습니다." "......" 부하의 변명을 들으며 묵묵히 바라보던 베르자니아. 그는 순식간에 그 부하에게 다가가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게 네놈의 마지막 유언이냐?!" "자, 잘못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그 중요한 인간은 너에게 맡겼다. 하지만 잡아 오지도 못 하고 심지어는 인간계로 돌려보냈다." "......" "그런 너에게 살 권리는 없다." 파직. "크아악!" 그 순간 가볍게 머리를 잡아 그대로 목을 비틀어 버리는 베 르자니아. 보는 것만으로도 섬뜩하기 그지없었다. 부하를 처지해 버리고도 베르자니아는 여전히 기분이 저조 한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빌어먹을, 그 중요한 인간을 놓치다니. 자연을 다루는 인 간......" 그는 강하다. 마왕이나 천사장, 정령왕조차도 그에게 상대가 안 될 정도 다. 하지만 베르자니아는 더욱더 강해지고 싶었다. 신조차도 부숴 버릴 정도의 힘을 갖고 싶었다. 하지만 신이 아닌 이상 신의 힘을 뛰어넘기란 불가능한 것. 그런 그에게 솔깃한 말이 들려왔다. 인간 중 자연을 다루는 어마어마한 존재가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존재의 모든 걸 흡수하면 자신은 신조차도 부숴 버릴 힘을 가지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이름은 바로 디재스터. 하지만 베르자니아는 데르페니아를 흡수하기 위해서 온 힘 을 다했지만 아직도 흡수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만큼 데르페니아라는 디재스터는 너무나도 강대하다. 그런데 그런 데르페니아에게 제자가 생겼다. 한마디로 새로운 디재스터라는 거다. 그리고 그 존재가 우 연하게 자신의 세계로까지 오는 바람에 그 존재 여부를 파악 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되면 그 디재스터의 힘을 먹겠다." 데르페니아는 무리다. 그렇다면 아직 미숙하다고 할 수 있 는 재현이 그에게는 쉬운 사냥감일 것이다. 디재스터. 엄청난 파괴력을 지니고 있고 상상을 초월하는 힘을 가진 히든 클래스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베르자니아라는 초괴물의 사냥감이기도 하다는 거다. 어쩌면 세상에서 제일 위험하고 살벌한 직업일 것이다. 베르자니아는 말했다. "모든 인원을 동원해서 그 디재스터를 데려와라. 살아 있 기만 하면 된다. 살아 있기만." 그 순간부터 재현은 세계 정복뿐만 아니라 베르자니아의 먹이(?)가 되어 버렸다. 정말 신조차도 감복(?)할 정도로 운이 없는 재현이었다. [세계 정복 1단계, 아지트를 구입해라] "할렐루야!" 난 외쳤다. 드디어 그 빌어먹을 미친 동네에서 나온 것이다. 정말이지 감격스럽고도 감격스럽다. "오빠, 많이 힘들었지?" 민혜가 나를 보며 걱정스러운 듯 하는 말에 난 기쁨에 찬 어조로 말했다. "힘들었지만 수확은 있었어." "수확?" "응. 폭렙!" 그렇다. 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친 거지만 지금 다시 돌아와서 보 니 상당히 레벨이 높아진 상태. 한마디로 초고렙이라고 해야 하나? 훗. 그런 생각고 함께 난 가볍게 스탯창을 열었다. "스텟창 오픈!" 【아이디: 크레이스 레벨: 1,248 직업: 디재스터 타이틀: 신조차도 울고 갈 정도로 재수 없는 자(모든 능력 치 300 상승) HP/MP: 8,800/21,840 힘: 2,000 민첩: 2,000 체력: 240 지력: 1,000 운: 10 (현실에서의 능력을 보정 받는 상태입니다. 따로 표시하지 는 않습니다)】 저 환상적인 레벨을 봐라! 멋지지 않은가? 레벨 1,248. 고렙 중의 고렙이 분명하다. 그리고 이 정도면 게임 정복도 가능할지 모른다. 후후훗. 그나저나 자연 스킬 자체가 고정 데미지이다 보니 증폭률이 없다는 게 좀 아쉽다.(뭐, 그래도 개사기적인 힘이라는 건 변 함이 없지만). 그런데 한 가지 의아한 게 있을 거다. 고정 데미지임에도 불구하고 지능 지수가 상당히 높다는 짓에서 말이다. 그건 마나통을 올리기 위한 방법이라고나 할까? 그래서 지 능에 상당히 많이 준 거다. 자연의 힘을 불러오다 보니 화끈 하게 마나가 나가서 말이다. 20,000이나 되는 마나통이지만 사실 그리 많은 스킬 사용 은 불가능하다(그래서 힘과 민첩을 많이 올린 거다. 자연 스 킬은 범위 공격이 많고 워낙 마나가 많이 빠져나가서 흥청망 청 싸울 수 없기 때문에 다른 무기로 싸워야 한다. 그나마 이 게임의 시스템상 그 어떤 무기도 사용할 수 있다. 물론 타 스 킬도 사용 가능하다. 하지만 타 스킬 사용 시 10배의 마나를 이용해야 한다. 간단하게 말해 검 계열 스킬 하나 쓰려면 페널 티를 갖고 시전하는 거다. 그러니 그 누가 남의 직업 스킬을 탐내겠는가?). 그래서 개인적으로 마나에 관련된 아이탬을 갖고 싶지만 그저 꿈일 뿐이지. 그나저나...... "민호." "네." "넌 왜 아무런 반응이 없냐?" "......?" "내가 무사히 돌아왔는데?" "절 사랑하나요?" 이건 갑자기 웬 개소리?! 민호는 나를 빤히 보더니 말했다. "그랬군요." "너, 미쳤냐?" "많이 정상입니다." 그냥 정상도 아니고 많이 정상이래. 그런데 내 눈에는 더 미쳐 보이는데? 이 인간아. 아니, 그것보다 내가 말하는 건...... "왜 네놈은 감격 안 하냐?! 민혜는 감격하잖아?!" "저는 형님을 매일 보는데요." "......" "매일매일 8개월 동안 하루도 안 빠지고 즐기셨잖습니까?" "그런 이상한 소리 하지 마라." 즐기다니 뭘 즐겨, 이 자식아. 남들이 들으면 오해하잖아. 그러고 보니 민혜와는 다르게 민호랑은 거의 매일 봤구나. 민혜는 약간 먼 지역에 있어서 휴대폰으로 연락한 것 빼고는 본 적이 없어서 말이다. 그렇다고 해도 예의상 뭐라고 해 줘야 되는 거 아닌가? 쳇! 뭐, 그런 사소한 것보다는...... "이제 드디어 게임 시작 8개월 만에 세계 정복, 아니 게임 정복인가. 흐흐흐." 난 음침하게 웃었다. 드디어 시작되는 것이다. 나의 사랑의 열정이. 그 순간이었다. "에?!" "......?" 갑자기 내 말에 당황하는 민혜. 그녀는 반신반의한 어조로 나를 불렀다. "오빠." "응?" "방금 전에 뭐라고......?" "방금 전? 아, 게임 정복이라고 했는데?" "게임 정복?" "응. 그러고 보니 너한테 말 안 했구나. 내 목적이 게임 정 복이야." "......" 그 말에 그 귀여운 얼굴이 엄청 충격 받은 모습으로 변한 다. 게임 정복이라는 단어가 그냥 평범하게 지나갈 단어는 아 니니 그녀의 반응도 이해된다. 하지만 내 이야기를 들으면 수 긍하겠지. "너도 알다시피 게임을 정복하는 남자를 여자들은 선망하 잖아." "......?" 그런 내 말에 무슨 이상한 소리를 하냐는 듯 바라보는 민 혜. 난 그런 그녀에게 당황한 어조로 말했다. "여자들이 꿈꾸는 이상형이 게임 정복하는 남자 아니야?!" "나는 그런 소리 처음 듣는데......" "......" 뭐지, 이 반응은?! 민혜의 너무 황당하다는 듯한 반응. 뭐냐?! 분명 게임 정복은 여자들의 희망이라고 민호 자식이 그랬지?! 난 민호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아주 당당한 표정을 지은 채 있는 민호. 난 살벌한 어조로 물었다. "구라냐?" "진실입니다." "근데 민혜는 이러는데?" "민혜 양이 이상한 겁니다." "......" "......" 순식간에 민혜 양을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어 버리는 민호. 난 생각했다. 민혜 말이 사실인지 저 개자식의 말이 사실인 지. 하지만 생각할 필요도 없을 거 같다. 난 엄청난 스피드로 민호에게 다가가 멱살을 잡으면서 물 었다. "이 자식, 여자가 게임 정복을 좋아한다는 거, 구라지?!" "아닙니다. 결백합니다." "민혜는 황당하다는 반응이잖아! 그래, 나도 이상했어! 여 자들이 게임 정복을 좋아한다는 말이!" "형님, 절 믿어 주십시오." "믿을 놈을 믿어야지!" 그러면서 잡은 멱살을 마구 흔들자 민호는 나를 보더니 물 었다. "저를 못 믿으시는 건가요?" "못 믿는다." "슬프군요." "슬픈 얼굴이 아닌데?" 슬픈 얼굴치고는 미소가 화사하다. 너무 말이다. 민호는 민혜를 보더니 말했다. "민혜 양이 보통 여성들하고 취향이 다른 거 같습니다. 분 명 제 소견으로는 형님이 게임 정복을 하셔서 예진 누님에게 바친다면 당장 넘어올 거 같습니다." "내가 네 말을 믿겠니, 민혜 말을 믿겠니?" "민혜 양 말을 믿겠죠." "잘 아네?" 피식. 난 웃었다. 그런데 그 순간, 당황한 투의 민혜의 말이 들려온다. "오빠, 무슨 소리야?" "응?" "방금 전 민호 오빠가 한 말......" "무슨 말?" "예진 누님에게 바친다면 당장 넘어오다니?!" "아아, 내가 1년 동안 좋아하는 여자가 있는데 이 자식이 게임 정복을 해서 갖다 바치면 무조건 고백이 성공한다잖아?" "......" "그런 거였어." 나는 아주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그런데 그 순간, 민혜는 고개를 푹 숙이더니 엄청 기운 없 는 목소리로 물었다. "좋아하는 사람이 잇어?" "응. 그런데 왜 그래?" "아, 아냐." "......?" 난 민혜의 반응이 이상해서 일단 민호 자식을 심판하는 건 뒤로 미루고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런데 갑자기 민호가 민혜를 잡더니 끌고 간다. "야, 너 뭐야!"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오겠습니다!" "거기 안 서?!" 난 민혜를 납치하듯 끌고 초스피드로 사라지는 민호를 잡 으려고 했지만 이미 늦었다. 정말 이런 쪽으로는 무지 빨라, 저 자식. "형님을 사랑하시지요?" "에? 무, 무슨 소리야. 오, 오빠도 차암." "숨기지 마십시오. 저는 압니다." "......" "지금 형님은 예진 누님에게 푹 빠진 상태죠." "......" "한마디로 다이빙해서 아이이잉 하는 상황이랄까요?" "......" "그 정도로 심각한 상황입니다." 민혜는 민호의 어이없는 설명에 아무런 말도 없이 있었고, 그걸 본 민호는 눈을 번쩍이면서 물었다. "이대로 형님을 뺏기실 건가요?!" "......" "제가 알기론 약 5년간 짝사랑하신 걸로 압니다만......" "......" "그런데 갑자기 나타난 여자에게 이렇게 처참하게 뺏길 건 가요?!" "......" 마치 세뇌와도 비슷한 말. 그 순간 민호는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 "기회는 만들어야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이대로 보내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민혜, 낚였다. "저기, 오빠." "왜 그래? 민호 자식이 이상한 짓 했지?!" "아니야. 그냥 단순한 이야기......" "정말이냐?!" "응." "휴우." 난 혹시라도 민호 저 자식이 고백이라든가 미친 짓거리를 했을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아무 짓도 안 했나 보다. 그런데 그 순간 민혜는 살짝 떨리는 어조로 말했다. "오빠." "응?" "여자들, 게임 정복 좋아한대." "......?!" "나는 아닌데 내 친구들은 다 그렇대." "허억." 그런! 그렇다면 민호 말처럼 민혜의 취형이 독특한 거였나?! 그럼 민호 자식의 말이 구라가 아니라는 뜻?! 민혜의 말을 들으니 그동안 들었던 찝찝함이 해소되는 느낌이다. 오, 그런 거다. 이거 더욱더 의욕적인걸! 민혜의 말이라면 믿을 수 있어. '오빠, 미안......' 한편 심히 불타오르고 있는 재현을 보고 민혜는 미안한 마 음이 들었다. 하지만 민호의 말이 아니었더라도 뺏기고 싶지 않았다. 자신이 5년간 사랑해 온 재현을 말이다. 게임 정복 1단계! 아지트를 구입해라. 저번에 민호 자식이 말한 거 같지만 다시 한 번 언급해야 하겠다. 아지트, 일명 따뜻한 보금자리? 전투 후 휴식을 취할 수도, 무기를 보관할 수도, 치료를 회 복할 수도 있는 만능 세상. 전투를 위해서라면 이 아지트가 필수다. 한마디로 성과 같은 개념? 그러니까 귀족들이 사는 성도 넓게 보면 아지트에 속한다. 어찌 됐든 게임 정복을 위해서라면 아지트는 필수에 필수 또 필수다. "그런데 돈이......" 난 레벨은 높다. 하지만 전투만 한 탓에 거지다. 상거지. 레벨 10보다 더 가난한 게 나다. 그러니 무슨 수로 아지트 를 구하겠느냔 말이다. 아지트 문제로 고민하는 내 모습을 본 민호가 물었다. "아지트 있지 않습니까?" "장난하냐?" "......?" "넌 아직도 그 상자 더미가 아지트니?" "네." "......" 미쳐도 곱게 미칠 것이지 아지트가 상자 더미라니. 정말 들어가기 싫어지는 아지트다. 난 그런 아지트를 원하 는 게 아니야! 그저 남들 같은 아지트를 원할 뿐이야. 이런 내 모습을 본 민호는 말했다. "형님의 마음을 잘 알았습니다." "......?" "새로운 멋진 아지트를 원하는 건가요?" "오, 그래! 그건데?" "걱정 마십시오. 제가 만들겠습니다." "돈은?" "은행 털까요?" "......" "어차피 형님은 범죄자인데 하나 더 달아 봤자 그게 그거 아닐까요?" 에라, 이 자식아! 누구 약 올리냐! 인상이 서서히 험악해지는 나를 본 민호는 다시 화사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대출해 오겠습니다." "널 뭘 믿고 대출해 주는데?" "저에게는 그게 있지 않습니까?" "......?" "뜨거운 핫커피 말입니다." "......" 20분 후. "......" "......" 민혜랑 난 그대로 굳었다. 내팽개쳐지듯이 날아가는 민호 를 보고, 그것도 병사들에게 말이다. 던져진 민호는 오뚝이처럼 잘도 일어나더니 나에게 터벅터 벅 다가온다. 그러고는 당당하게 말했다. "실패했습니다." "......" 실패한 것치고는 너무 당당하다. 민호는 그 명작 야설 뜨거운 핫커피를 꺼내더니 슬픈 얼굴 로 말했다. "은행에는 이 소설을 이해 못하는 저질적인 인간들밖에 없 더군요." "......" "정말 이 세상이 어떻게 됐는지." "......" "미래가 어둡습니다." 아니, 내가 보기에는 그 은행이 지극히 정상적인 것 같다 만? 그리고 그 야설을 이해 못하는 게 왜 저질적인지는 도무 지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구나. 뭐, 저놈의 정신세계는 미쳤 으니까 이해 포기. 잠깐 고민에 잠겼던 민호가 말했다. "정말 곤란하군요. 완벽하게 설계도를 만들었는데 돈이 없 다니." "......" "휴우." 한숨을 내쉬는 민호. 조금 어색해 보인다. 저놈에게는 저런 진지한 모습이 오히려 역겹다. 진심으로 말이다. 그 순간 민호는 갑자기 눈을 번쩍이더니 말했다. "형님, 은행 터는 게 싫으면 다른 건 어떨까요?" "또 이상한 범죄냐?!" "아닙니다. 건전한 겁니다." "......?" "유괴하죠." 퍼억! 철퍼덕. 난 손바닥으로 민호의 대갈통을 갈겼고, 민호는 그대로 넘 어졌다. 난 그런 민호에게 말했다. "이 자식, 말끝마다 범죄 이야기잖아! 내가 뭐로 보이는 거 야?!" "범죄자요." "......" "형님은 이미 공녀 속옷 도둑이라는 이름과 공주 납치라는 아주 엄청난 범죄의 혼을 가지고 계십니다." "......" "저는 형님이 자랑스럽습니다." "......" 할 말이 없다. 진짜 할 말이 없어. 하아. "그럼 시간은 좀 걸리지만 자해공갈단이나 사기, 혹은 제 비는 어떤가요?" "......" 민호가 돈을 구해 오는 건 똥개가 브레이크 댄스를 마스터 하는 것보다 어렵다는 걸 알았다. 저 자식의 뇌리에는 온통 불법적인 일로 가득 차 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달려가서 뭐라고 하고 싶었지만 난 범 죄자다. 그것도 좀 난이도 높은 범죄자. 나를 노리는 사람들이 무지 많은 거다. 일단 공주 납치라는 건이 너무 커서 말이다. 제길. "오빠, 괜찮아?" "응." "돈이 없는 거야?" "뭐. 그렇지." 난 민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아지트는 만들고 싶다. 하지만 돈은 없다. 이게 뭐니? "돈이 필요한가?" "......!" 그때 등 뒤에서 들려오는 늙은 목소리. 난 고개를 획 돌렸다. 그러자 60대로 보이는 한 할아버지가 인자하게 웃으면서 우리를 바라보고 계신다. 그 할아버지는 다시 한 번 웃더니 물었다. "돈이 필요한가?" "그런데요." 그 질문에 무심코 대답하자, 할아버지는 말했다. "원하는 대로 빌려 주지." "......" 갑자기 나타나서 원하는 대로 돈을 빌려 준다니, 우리를 뭘 믿고?! 이런 생각을 읽었는지 그 할아버지는 말했다. "그냥 왠지 모르게 빌려 주고 싶은 마음이라네." "저기, 빌려 줘서 못 받을 수도 있는데요? 저희가 누군지나 아세요?" "아니, 모르네. 뭐, 못 받으면 내 눈이 잘못된 것이고, 내가 보기에는 자네들에게 돈을 빌려 주면 무척이나 재미있는 일 이 벌어질 거 같아서 말이네." "......" "어떤가? 돈을 빌려 주겠네. 이자 없이 말이야." "......!" 이자 없이?! 그건 원래 금액만 받는다는 소리?! 그렇게까지 해서 왜 빌려 주는 거지?! 이해할 수가 없다. "어서 결정하게." 할아버지는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와 함께 재촉했고, 난 조 금 갈등했지만 결국 오케이 했다. 돈은 갚으면 된다. 일단 아지트 하나 갖고 싶어! "좋아요. 일단 저 민호 자식이 아지트 설계도를 가지고 있 으니 민호에게 주면 됩니다." "알겠네." 하지만 그걸 난 깨달았다. 민호를 믿었던 순간이 내 인생의 파멸의 시작이었다고. [움직이는 성] "......!" 크다?! 약 한 달에 걸쳐 만들어진 성 하나. 아지트를 만들라고 했더니 아예 성을 만들어 버렸다. 그것 도 일반 필드 위에 말이다. 그리고 이렇게 단기간에 만들려면 상당한 인력이 필요했을 터인데 돈이...... "형님, 흡족하십니까?" 200평 정도 되어 보이는 성을 바라보면서 내게 묻는 민호. 난 그 물음에 답했다. "마음에는 드는데." "다행입니다." "......" "물론 이 성은 이게 끝이 아닙니다." "......?!" "저 성안에는 강력한 인비저블 마법이 걸려 있습니다. 한 마디로 성을 감출 수도 있다는 거죠. 그리고 강력한 마력석을 이용해 이동이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그뿐 아니라 대량의 미 사일까지 갖추어져 있습니다." "......"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가 자랑하는 슈퍼컴퓨터 리아 양도 있고요." 뭔가 상당히 좋다? 성이 움직여? 성이 감춰져? 성에 미사일이 있어? 슈퍼컴퓨터가 있어? 이게 성 맞아? 도대체 이 자식은 한 달 동안 무슨 짓을 해 댄 거야. 그런데 그 순간 갑자기 기분이 꿀꿀하다. 무지무지. 난 불안한 어조로 말했다. "저기, 민호 군." "네, 형님." "돈 많이 들었냐?" "아뇨." 휴우우, 그 말에 안심이 된다. 생각 외로 안 들었나 보다. 과민 반응인가? 난 가벼운 마음으로 물었다. "얼마 들었는데?" "저희 현금으로 1억 8천 240만 원 들었습니다." "하하. 별로 안...... 들기는 개뿔!" 퍼억. 난 그대로 날아서 민호를 쓰러뜨렸고 밟기 시작했다. 퍼퍼퍽. "너, 미쳤지?! 미친 거지?!" "형님, 진정을......!" "진정? 내가 진정하게 생겼어? 미치지 않고서야 아지트에 움직이는 기능하고 사라지게 하는 기능, 슈퍼컴퓨터 달아서 1 억 8천을 사용해?" "저는 이왕 좋은 걸......" "미쳤어, 우어억!" 퍼퍼퍽. "크어억!" 난 민호를 죽도록 밟았다. 이건 아니다. 이건 아니야. 내가 이 자식에게 맡긴 것 자체가 잘못된 걸까. 아지트 하나 마련하는 데 현금으로 1억 8천 240만 원을 사 용했단다. 아지트 하나에! 으아악, 머리가 빠개질 거 같아. 이날 나의 빛은 1억 8천 240만 원이 되었다. 게임 정복에서 왠지 모르게 한 발자국 물러나는 느낌? 쿠어억. [무엇이든지 들어 드립니다] "하아." 난 학교에서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솔직히 말해 할아버지가 믿고 준 돈이기에 튀어도 된다. 그 리고 민호 자식이 권유하는 일이기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난 그럴 수 없었다. 나를 믿고 그렇게 큰 금액을 준 할아버지를 배신할 수 없었 다. 나한테 약하게 대하면 난 더욱더 약하게 대하지만, 그 할아 버지처럼 잘 대해 주면 나도 잘 대해 준다. 이게 내 모토여서 말이다. "미치겠네." 현으로 1억 8천만 원을 벌어? 물론 요새 게임 현금 거래가 활성화돼서 좋은 아이탬을 먹 으면 몇천만 원이 왔다 갔다 한다는 소리는 들었다. 물론 초고렙 아이탬이어야겠지만. 그리고 난 초고렙에 들어가는 관계로 충분히 그런 아이탬 을 획득하는 곳에 갈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나의 운발. 신조차도 울고 갈 정도로 재수 없는 놈이다. 그런 놈이 몇천만 원짜리 아이탬? 턱도 없을 거다. 오히려 뭔가 재앙이 일어날 거다. "우어억." 난 머리카락을 마구 흔들면서 좌절했다. 정말 나보고 어쩌라고! 게임 정복은커녕 빚쟁이가 되었잖 아. "저기, 괜찮아?" "헉." 그 순간 조심스레 다가온 예진이가 물었고, 난 그 물음에 화들짝 놀랐다. 나의 사랑 예진이가 먼저 말을 걸어 주다니, 무언가 감동? 아니, 항상 걸어 주기는 하는데. 아니, 이게 아니라...... "으응? 뭐가?" "아까부터 이상해서." "......" "마치 절망에 빠진 사람처럼 그런 표정을 보이고 있어 서." "내가?" "응." 절망에 빠졌으니까 그런 표정이 나오는 거겠지. 흐흑. 빌어먹을 민호 자식. 죽여 버리겠어! 예진이는 걱정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힘든 일 있으면 말해. 이야기는 언제든지 들어 줄게." 싱긋. 그러면서 미소 짓는다. "......" 허억. 천사다. 막 천사가 강림했어! 민호 때문에 타락한 내 마음이 정확되는 거 같다. 그래, 힘내자. 힘내서 빚 갚고 세계 정복을 하자. 그녀를 위 해서! "너, 재현이 좋아하지?" "무, 무슨 소리야." 예진이는 단짝친구 민정이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당 황하면서 대답했고, 그 모습에 민정이는 눈을 가늘게 뜨면서 물었다. "네가 말 거는 남자는 재현이가 전부라는 거 알아?" "......" "다른 남자들이랑은 그냥 단순히 인사만 하잖아." "......" "아니, 이야기 자체를 못하지. 그런데 재현이랑은 되게 자 연스럽다?" "......" "하긴, 재현이가 멋지니까." 움찔. 그 말에 움찔하는 예진이. 혹시 자신의 친구도 재현이를 좋아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움찔한 거다. 그런 모습에 민정이는 웃으면서 말했다. "걱정 마. 나는 재현이 스타일 별로 안 좋아해. 그래도 긴 장 많이 해. 재현이 노리는 여자가 엄청 많아." "......" "가만이 있다가는 놓칠걸. 후훗." "......" 그 말에 말없는 긍정을 해 버리는 예진이었다. 아아아. 슬프도다. 슬퍼, 흐흐흑. 눈물이 나를 점거하는구나. 난 흐느꼈다. 지금의 상황을 느끼고, 지금 도대체 뭐 하는 것이란 말이낙?! 그렇게 들어가기 싫어하던 상자 더미에서 후 드를 뒤집어쓴 채 뒹굴어야 하다니. 그 더럽게도 비싼 성은 유지비 관리 때문에 들어가지도 못 한다. 일단 들어가면 돈 깨지니까. 지금 난 1원도 아껴야 하는 입장이다. 그렇다 보니 지금 처음 민호 자식이 만들어 놓은 그 거지 같은 상자 더미를 성과 좀 멀리 떨어진 데로 옮겨 와서 뒹구 는 중이다. 그때 민혜가 약간 어색한 어조로 말했다. "그런대로 이색적인 경험이잖아. 오빠, 힘내." 나랑 같이 후드를 뒤집어쓴 민혜가 그렇게 격려를 해 주니 진짜 눈물이 나올 거 같다. 지금 여기에 저 미친 새끼랑 있었으면 아마도 난 기절했을 것이다. 그나마 민혜가 나를 지탱해 주는 버팀목이랄까? 그만큼 그녀는 지금 나에게 어마어마한 존재. 그때 그 말을 들은 민호가 말했다. "즐기시죠." 빠직. "상자 아지트, 즐기는 겁니다." "닥쳐라." "......" "한마디만 더 하면 영원히 말을 못하게 해 주지." "......" "지금 누구 때문에 이 모양인데, 이 자식이!" 난 진짜 번데기조차도 울고 갈 정도 뻔뻔스럽게 말하는 민 호를 윽박질렀고 그 말에 민호는 조용해졌다. 아마도 자기가 지은 중죄를 깨달은 거겠지. 하지만 나의 착각이었다. "저를 사랑하......" 퍼억. "쿠어억!" "너, 죽을래?! 앙!" "형님, 진정을!" "갑자기 사랑이 왜 튀어나와, 이 빌어먹을 자식아!" "지, 진정을." "오빠, 진정해." 난 갑자기 사랑 타령하는 민호 자식을 그대로 밟았고, 그런 나를 민혜가 다급하게 말렸다. 하아아, 정말 오늘 민혜 아니었으면 상당한 피를 볼 뻔했 다. 으으윽, 빌어먹을 저 개자식, 1억 8천 240만 원을 어떻 게...... 난 고민했다. 그런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하지만 그래 봤자 사냥터에 가서 대박을 노린다거나 하는 일밖에 없다. 아니면 장사 계열에 손을 뻗어야 하는데 그런 자금조차도 없는 게 현실. 사실 굶고 있다. 간간이 몬스터를 잡아 나온 잡탬으로 민혜를 챙겨 주고, 민 호와 난 굶고 있다(물론 민혜는 자기만 먹는 줄 모른다). 그만큼 지금 최악의 상황이다. 밥도 못 먹고 쫄쫄 굶는 이 상황, 미묘하다. 그 순간 민혜가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한 어조로 나를 불렀 다. "오빠." "으응?" "돈을 벌려면 그런 거 어때?" "......?" "예를 들어 무엇이든지 들어준다는 걸 만들어서 조금 비싸 게 받는 거야. 남들이 꺼리는 일까지도 모든 걸 들어주는 거. 그래서 돈을 받는 거야." "......!" 허억, 그런 굿 아이디어를! 한마디로 어떤 일이든 들어주는 대가로 약간 비싸게 받는 시스템. 물론 그 의뢰 중 미친 의뢰도 간혹 섞여 있을지도 모 른다. 하지만 돈만 많이 준다면?! "그래, 개업이다! 지금 당장 '무엇이든지 들어드려요!' 라 는 간판 걸어!" "형님, 간판 걸 데가 없는데요." "......" "푯말이라도 꽂을까요?" "그래, 그거라도 꽂아라." 잘 생각해 보니 여기는 상자 더미지. 근데 은근히 상자 안이 따뜻하다. 이게 과학의 원리냐? 흐흑. 슬프다, 슬퍼. 축 개업! 무엇이든지 들어드립니다! 상자 더미 옆에 초라하게 꽂혀 있는 저 푯말이 무지무지 슬 퍼 보이는구나. 정말 슬퍼 보인다. "......" "......" "......" 우리는 말없이 상자 더미 안에 있었다. 뭔가 슬프다. 과연 사람이 오기는 올까? 이런 상자 더미 집에 과연 의뢰를 하려는 사람이나 있을까? 아마도 무리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오빠, 나 오늘은 이만 가 볼게." "아, 수고했어." "아니, 오늘도 즐거웠어." 싱긋. 그러면서 웃는 민혜. 흐흐흑, 너무 귀여워. 그렇게 민혜는 한밤중이 되자 그 말과 함께 로그아웃했고, 당연한 말이지만 민혜가 나가자 어둠만 가득한 이곳에는 나 와 민호뿐이다. 심히 로그아웃을 하고 싶구나. 칙칙하게 남자 둘이서 이런 어둠만 가득한 상자 더미 안에 있고 싶지는 않으니까 말이다. 그 순간 민호는 나를 보더니. "이제 형님이 원하던 시간이겠군요." 이건 또 무슨 개소리? 민호는 나를 지그시 바라본다. 그걸 본 난 외쳤다. "너 왜 이래! 난 남자한테 관심 없어, 이 자식아." "형님." "너, 죽을래?!" 너무나도 진한 눈빛으로 다가오는 민호를 본 나는 당황해 서 그렇게 말했고, 잠시 후 민호는 화사한 미소와 함께 말했 다. "손님 왔습니다." "......" "......" 그 말에 고개를 돌리자, 상자 더미 입구에 멍하니 있는 40 대 중반의 아저씨가 보인다. 그는 후드를 뒤집어쓴 나와 눈이 마주치자 갑자기 고개를 숙이더니 말했다. "잘못 찾아온 거 같군요. 실례했습니다." 이러면서 도망치듯이 가려고 한다. 하지만 놓칠 내가 아니다. 첫 손님이다. 이런 거지 같은 사무소에 처음으로 찾아온 손님. 돈을 벌어 야 한다. 당연한 말이지도 모르지만 게임 정복을 하기 위해서 는 자금력이 받쳐 줘야 한다. 그뿐 아니라 1억 8천 240만 원이라는 빛도 있고. 그러니 지금 한마디로 난 돈에 미친 사나이다. 난 반강제로 도망가는 남자를 잡아챈 뒤 그대로 끌고 왔 다. 안 들어오려는 그 남자는 데리고 말이다. "어서 오십시오, 손님. 흐흐흐." "저 아닙니다! 전 손님이......!" "손님이잖아요?!" "......" "그렇죠? 흐흐흐." "......" "맞죠?" "......" "그런 거죠?" 난 손님이 아니라고 하면 잡아먹을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 았고, 그 아저씨는 내 눈빛에 떨리는 어조로 말했다. "손님입니다." "잘 오셨습니다. '무엇이든지 들어드립니다'에 말입니 다." "야, 민호." "네, 형님." "불빛 없냐?" "없는데요." "그렇군." 우리는 불빛 살 돈조차 없는 거지였던 거다. 난 앞에서 부러워하는 그 손님에게 화사한 미소와 함게 말 했다. "개인적으로 이런 어두운 곳에서 접대를 해서 정말 죄송합 니다." "아, 아닙니다." "훗. 그럼 일단 차라도 한 잔." 난 그 말과 함께 민호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민호 왈. "없는데요, 형님." "없답니다." "괘, 괜찮습니다." "......" 되게 무안하다. 어떻게 이곳에는 불빛도 없고 차도 없는 거냐. 뭐,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일만 잘하면 되는 거지. 난 다시 영업용 미소와 함께 물었다. "자, 손님. 무슨 일이신가요?" "......" "말씀하세요." 내 말에 도통 입을 열지 않는 그 아저씨. 그는 그렇게 잠시 머뭇거리더니 나를 보고 미심쩍은 듯 물 었다. "어떤 일이든지 들어주나요?! 정말?" "물론입니다, 어떤 일이든지. 좀 난이도 있는 불법은 고려 해 보죠." "......" "말씀하시죠." "......" 그 말에 그는 여전히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저기, 귀신을 믿습니까?" "......" 이거 뭔 개소리? 사실 귀신을 믿느냐고 묻는다면 난 믿는 것도 아니고 안 믿는 것도 아니다. 일단 그 이유를 들어 보자면 난 귀신을 본 적이 없다. 그리고 귀신이 없다는 것을 증명할 것도 없 다. 그러니 믿는 것도, 안 믿는 것도 아닌 상태라는 거다. 아저씨가 말을 이었다. "제 성에 귀신들이 살고 있습니다. 엄청난 양의 귀신들이 말입니다!" "......" 허 참, 한마디로 귀신들이 사니까 지금 나보고 퇴치해 달라 는 거냐?! 내가 무슨 수로 귀신들을...... 처지해야지. 아무리 어떤 일이라도 들어준다고 했지만 참으로 심오한 의뢰다. 그리고 난감한 의뢰기도 하다. 물론 저 귀신이 있다는 말에 동조는 해 줄 수 있다. 이곳은 게임 세계이다 보니 귀신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 다. 하지만 귀신 퇴치라는 미션은 좀 그렇다. "해결만 해 주시면 1,000골드(현으로 1,000만 원)에 달하 는 금액을......" 덥석. 난 아저씨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두 손을 움켜쥐면서 말했 다. "걱정 마세요." "......" "제 주 직업이 고스트 헌터니까요." "형님, 저희가 언제......" 퍼억. 난 분위기 파악 못하고 한소리 하려는 민호 군을 그대로 한 방 쳐서 날린 다음 아저씨를 보고 화사한 미소와 함께 말했 다. "가죠! 귀신? 제 전문입니다." [귀신 퇴치] 우리는 수백 명에 달하는 성에 들어왔다. 성은 생각 외로 깔끔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문제없어 보였 고 말이다. 하지만 안에 들어오니 아니다. 싸늘한 냉기 같은 게 내 몸 을 감싸 안는다고나 할까? 성에 들어오자 민호는 물었다. "형님, 귀신 잡는 법을 아십니까?" "그걸 내가 어찌 아냐?" "고스트 헌터라는 말은?" "당연히 구라지." "그렇군요." "......" "......" 그리고 우리 둘 사이에 미묘한 침묵이 흘렀다. 잠시 후 난 말했다. "민호 군." "네, 형님." "너도 귀신 퇴치는 모르지?" "그렇습니다." 아주 당당하게 말하는구나. 그 순간 민호는 획 몸을 돌리더니 말했다. "저는 이만......" "야!" 난 갑자기 어디론가 가 버리려는 민호 자신을 붙잡았고, 그 러자 민호는 미소와 함께 대답했다. "너무 늦은 시간까지 제압하면 안 됩니다." "지랄하지 마, 이 자식아." "......" "지금 밤 11시밖에 안 됐거든? 심심하면 날밤 새우던 놈이 할 말은 아니잖아?" "오늘부터 규칙적인 게임 생활을 고려해 보려고요." "......" "그럼 저는 가겠습니다." 그러면서 가려는 민호. 난 그런 이상 반응에 눈을 가늘게 뜨면서 말했다. "무서운 거냐?" 움찔. 내 말에 맞는다는 듯 움찔거리시는 거다. 저 자식이 지금 로그아웃을 하려는 이유는 단순히 귀신이 무서워서인 거지. 절대 규칙적인 게임 생활을 고려하는 모습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내 말에 민호는 화사한 미소와 함께 대답했다. "그럴 리가요." "그런 것 같은데?" "아닙니다. 전 귀신 따위는 안 무섭습니다." "그러냐?" "네." 민호는 아주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그 순간이었다. 스윽. "......" "......" 갑자기 바닥을 통해 붉은색의 피범벅을 한 손이 하나 올라 와 그대로 민호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그리고 순간, 민호는 입가에 스마일을 띄우면서...... 털썩! 그대로 쓰러졌다. 그리고 난...... "으악!" 그대로 기절한 민호를 데리고 초스피드로 밖으로 뛰어 나 갔다. "헉!" 섬뜩하다, 생각만으로도. 방금 전 바닥을 통해 뛰어나온 피가 잔뜩 묻은 손과 그 손 이 민호의 다리를 덥석 잡는 모습, 너무 충격적이다. 온몸에 소름이 끼치는 것은 물론, 기절하겠다. "자, 장난 아니잖아?!" 실제로 귀신 같은 것들이 퍽 튀어나오니 장난 아니다. 오싹함의 그 자체다. 크윽, 젠장. 난 기절해 버린 민호를 한쪽에 놓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 고는 한마디 했다. "한번 잡힌(?) 것 가지고 기절까지 하다니, 정말...... 그리 고 기절하면서 웃는 네놈이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정말 어떤 의미에서는 존경한다. 웃으면서 기절하는 스킬을 가지고 있는 놈은 이 세상에 저 놈밖에 없다. 아무래도 이상한 사람들 찾아내는 프로그램에 출연하면 우승할 것 같다. 그나저나...... "나 어떡해?!" 귀신 손을 본 이상 정말 들어가고 싶지 않다. 하지만 100만 원도 아닌 1,000만 원이 걸린 일이다. 물론 여기서 한 가지, 아침에 들어가면 덜 무섭지 않겠느냐는 의문 도 나올 것이다. 하지만 그건 안 된다. 얘들은 밤에만 나온단다. 전문용어로 올나이트 애들? "젠장." 난 절망에 빠졌다. 둘이면 그래도 공포가 상당히 줄어든다. 하지만 혼자면? 장난 아니다. 민호 자식이 기절만 안 했다면 그냥 옆에 처 있는 것만으로도 기운이 나겠는데 이미 기절해 버렸다. 그럼? "나 혼자?" 정말 싫다. 생각만으로도 싫어! 으악! 아까 피로 떡칠한 손이 내 발목을 잡는다고 생각하면? 으 악! 하지만 난 다시 발을 들어놓았다. 돈이 좋았다. 공포를 이기는 돈...... 아까보다 수십 배 이상 느껴지는 공포감, 완전 죽을 맛이다. 마치 누군가가 나만 노리는 듯한 이 느낌, 괴상하다. 그냥 간단히 토네이도를 시전해서 이 집을 날려 버리고 싶은 순수 한(?) 마음만이 잔뜩 들게 한다. "젠장, 해 보는 거다." 난 그런 생각과 함께 그대로 검을 뽑았다. 최저가 검으로 완전 싸구려 말기에 달하는 검이다. 하지만 없는 것보다는 낫기에 하나 주워 온 거다. 사 온 것도 아니고 주워 왔어. 내 인생, 진짜 미묘해. 흐흑. 그렇게 나의 비참함에 침울해 할 때였다. 스윽. 덥석! "......" 무엇인가가 내 발목을 잡았다. 막 소름 끼치고 미치도록 아름다운 무언가가...... 난 고개를 숙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인간이 참 신기한 게 고개가 저절로 내려가더라. 그러자 보인다. 아까 민호 자식을 붙잡은 그 피로 메이크업 (?)한 귀신 손이. 기절하고 싶다. 그 손에 직접 쓰다듬어지나(?) 공포가 장난이 아니다. 으 악! 나는 절규했다. 그런데 갑자기 그 피로 메이크업한 손이 돈으로 보인다?! 돈으로 말이다. 헉, 이 무슨 신기한 현상일까?! 그래, 생각하자. 이것들은 귀신이 아니야! 돈인 거야! 그런 생각이 들자 불끈거리는 내 의지. 난 그대로 내 발목 을 잡는 손을 꾹 밟아 줬다. 그러자! "으아악!" 비명을 지른다. 얘도 아픈가 봐? 아니, 그것보다는...... "돈이다! 이것들은 돈인 거야. 흐흐흐." 내 눈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그래, 저것들은 돈이다. 맛도 좋고 영양가도 넘치는 돈이 다! 으아아! 그 순간 갑자기 내 옆에 있떤 섬뜩해 보이는 그림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끼이익." 푸욱. "......" 난 늦은 밤 소음을 질러 대는 그림 한 마리를 검으로 찔러 가볍게 제압했고, 잠시 후 가히 비정상적인 눈빛을 한 채 나 갔다. 한마디만 중얼거리면서...... "돈이다." 다음 날 새벽 7시였다. 그 의뢰를 맡긴 남자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자신의 성을 찾 았다. 하지만 그는 곧 굳어 버리고 말았다. 성을 보고 말이다. 성 앞에는 폐인 분위기가 넘쳐흘러 보이는 한 남자가 머리 를 쓸어 넘기고 있었다. 분명 그다. 자신이 의뢰한 남자. 그는 다급하게 그 남자에게 다가가 물었다.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뭐가요?' "......" "귀신들은 다 처리했습니다. 말끔히 말이죠." "그, 그건 고맙습니다만 이 성은!" 그는 기가 막혔다.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쌩쌩하던 성이 거의 풍비박산 수준 으로 변해 버렸다. 한마디로 성의 3분의 1 정도가 날아가 버린 거다. 무슨 자 연 재해라도 일어난 듯 극심한 피해였다. 한편 그 모습에 재 현은 웃으면서 말했다. "얘들이 조금 많이 몰려오는 바람에......" "......" "그래도 나름대로 조심했습니다." "......" 조심한 것치고는 말도 안 된다. 조심했는데 성의 3분의 1이 날아가다니! 이건 귀신 퇴치보 다 더 악화된 상황인 거다. 그 남자는 조용히 자신에게 다가오더니 말했다. "미션 클리어. 의뢰비를 지급해 주세요." "......" 거절하고 싶었다. 그리고 이 말을 하고 싶다. 당신 때문에 수리비가 더 나오 게 생겼다고...... 하지만 무섭다. 저 남자, 정말 무섭다. 어마어마한 귀신들을 단 하룻밤 만에 소탕했을 뿐만 아니 라 성의 3분의 1을 날려 먹었다. 성을 날려 먹는 일은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을 터인데 말이다. 그는 눈물을 머금고 1,000골드가 적인 전표를 넘겨주었다. 그러자 재현은 화사한 미소와 함께 입을 열었다. "무엇이든지 들어드립니다.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성공률 100%에 달하니까 믿고 오세요." 하지만 그 말을 들은 남자는 생각했다. 다시는 저런 사이코(?) 집단에 의뢰는 안 하겠다고. 물론 성공은 했지만, 이건 상황이 더 악화된 거다. "자연의 힘." 베르자니아에게 자연의 힘을 다루는 재현을 목숨만 끊지 않고 데려오라는 명령을 받은 프란. 그는 그 저주받은 최강의 차원 에르카니아에서 랭킹 824위 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을 정도로 강자였다. 에르카니아에 있는 존재들의 수만 해도 약 수십만. 그리고 그 괴물들 사이에서 824위라는 건 어마어마한 실력자라는 거 다. 지금 그는 순간적으로 몰려 있는 자연의 힘의 냄새를 맡고 그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한 지역에 여러 개의 자연의 힘이 뭉쳐 있다면 그놈밖에 없 다. 베르자니아 님의 먹잇감인 디재스터밖에. [사대신] 오늘 날씨 좋다. 냉 무. 후훗! 어제 그 한 건으로 인해 우리는 갑자기 부유해졌다. 물론 여전히 빚더미에 앉아 있고 게임 정복을 위해서 열심히 자금 력을 모아야 하지만 우리에게는 1억 8천 240만 원짜리 성이 있다. 뭔가 갑자기 분위기가 다운된다. 으악! 분명 좋은 성이다. 보통의 아지트는 100만 원이면 엄청 좋 은 걸 사는데, 1억 8천 240만 원이 들었으니 안 좋을 리가 없 나? 미사일, 슈퍼컴퓨터, 인비저블에 움직이기까지, 사상 초유 의 아지트다. 하지만...... "뭔가 미묘해." 현금으로 1,000만 원에 달하는 금액을 성실(?)하게 하루 만에 벌었는데, 뭔가 채워지지 않는 이 외로운 마음...... 아마도 끝이 보이지 않는 저 빚의 액수 때문인가? "이러다가 게임 정복은커녕 빚에 깔려 죽는 건 아닐까?" 그런 무시무시한 생각도 든다. 게임 정복이라는 건전한(?) 걸 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8개 월 동안 얻은 건 1억 8천 240만 원짜리 성과 1억 8천 240만 원의 빚뿐이다. 병사 한 명도 없음. 과연 할 수 있을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의문이다. 과연 내가 이 게임을 정복해서 예진이에게 멋지게 고백을 할 수 있을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하아. 하지만 저렇게 사랑스러운 예진이를 위해서라면...... 난 예진이를 바라보았고, 그 순간 예진이도 나를 바라보았 다. 한마디로 서로 눈이 마주친 거다. 그 순간! 발그레. "......" "엥?" 갑자기 살짝 얼굴이 붉어지더니 날 외면(?)한다. 헉, 이럴 수가! 예진이가 나를 외면은?! 크윽, 안 돼! 내가 뭘 잘못한 거지?! 혹시 내가 예진이에게 기분 나쁘게 한 거라고?! 아닌데, 아무리 생각해도...... 난 나를 외면하는 예진이의 반응에 혼란에 늪에 빠졌다. 그 순간이었다. 어떤 삐리리한 새끼가 예진이에게 다가갔다. 여자면 말도 안 하는데 남자다. 갑자기 무지무지 상승하는 살기. 으악! 그놈은 나의 이런 눈빛을 모른 채 예진이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 예진아." "응?" 예진이는 자신을 부르는 그놈에게 대답해 줬고, 그 자식은 금단의 언어를 뱉었다. 금단의 언어를 말이다. "나랑 사귀어 줘." "......" 난 비틀거렸다. 저 자식이 누구에게! 으아, 목이! 얼마나 큰 충격인지 몸이 막 뒤로 넘어가려고 한다. 이게 바로 그 유명하다는 목 잡고 넘어가기 일보 직전인 상황이라 는 설정일까? 한편 그 말에 예진이는 미안함이 가득한 어조로 말했다. "미안." "......" "정말 미안해." 그러면서 고개를 숙인다. 그 말에 난 갑자기 화색이 돌았다. 거절했다, 거절했어! 우와! 한편 그 고백한 놈은 울상이 된 채 나가 버렸고, 그 모습을 본 예진이는 너무 미안해 하는 표정이다. 아니야, 잘했어! 당연히 거절해야지. 물론 내가 그놈 입장이었다면 세상이 아름답지 않았겠지 만, 다행히도 아직은 아니다. 그때 다시 나를 슬쩍 바라본 예진이가 얼굴을 붉히면서 고 개를 돌린다. 날 외면? 크흑! 또 사기가 급격히 저하된다. 그때였다. 예진이가 나에게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했고, 난 그 모습에 생각도 하지 않았던 상상이 마구 떠오른다. 예를 들어...... '앞으로 나한테 말 걸지 말아 줘.' '......' '너 정말 싫으니까.' 아니면 혹은...... '미안하지만, 네가 여자들이 제일 좋아한다는(?) 게임 정 복을 해도 난 네가 싫어.' 이러든가, 아니면...... '저기, 무안한데 나 안 봐 주면 안 돼? 네 시선이 부담돼.' '......' '부탁해.' 별생각이 다 입질을 해 온다. 물론 예진이의 성격상 저런 말 따위는 절대 안 한다. 천사 중의 천사인 그녀가 타인에게 상처 줄 말을 할 리는 없다. 하지만 왜 이리 막 불안한 것이냐! 어어?! 그 순간 예진이는 내게 근접했고, 난 무의식적으로 눈을 감 았다. 제발 그것만은...... 할렐루야! "저기, 재현아." "내가 뭘 잘못했어?!" "에?" "말만 해. 고칠게, 예진아!" "무슨 소리야." "......" 그녀는 무척 당황해 했다. 그걸 보니 내 미친 생각은 다행히도 아닌 듯싶다. 그렇다면 희망이 보인다. 그리고 급격한 의지의 상승이 이루어졌다. 그 순간이었다. 그녀는 무언가를 내게 내밀었다. 자그마한 도시락이었다. "매일 점심을 빵으로 대충 먹잖아." "으응? 그렇긴 한데......" 부모님이 일 때문에 멀리 계셔서 혼자 사는 나로서는 '도 시락'이라는 위대하면서도 귀찮은 밥상 따위는 안중에 없었 다. 그냥 학교에 와서 배고프면 빵이나 기타 등등을 사 먹을 뿐 이다. 그때 다시 예진이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거 내가 싼 건데, 먹을래?" "......!" "맨날 빵 같은 거 먹으면 몸에 안 좋으니까......" "......!" "시, 싫어?" 예진이는 떨리는 어조로 물었다. 난 감동했다. 예진이가 빵만 먹는 나를 걱정해서 이렇게 도시락까지 손 수 싸 와 주다니, 이건 감동을 넘어서 막 혼이 팔락팔락 날아 가는 것 같다. 난 곧바로 예진이가 내민 도시락을 덥석 잡고 뚜껑을 열었 다. "고마워! 잘 먹을게!" 그러고는 내용물이 뭔지 확인도 안 하고 마구 먹기 시작했 다. 상관없다. 뭔 맛인지도 모르겠다. 이건 순전히 예진이가 나를 위해서 마련해 온 음식이다. 나 감격했어, 으악! "그러다 체하겠어. 물 좀 먹고......" 그녀는 섬세하게 물까지 챙겨 준다. "......" 한마디로 정말 천사다, 천사! "저기, 재현아." "우걱우걱. 응?!" 난 마구 먹으면서 대답했고, 그 말에 예진이는 살짝 얼굴을 붉히더니 말했다. "괜찮으면 내가 도시락 내 거까지 싸 올까?" "......!" 난 그 말과 함께 하늘에서 빛이 내리는 걸 봤다. 나를 위해서 매일매일 도시락을?! 그것도 내가 사랑하는 예 진이가?! 으하하하! "싫어?" 그때 예진이의 조심스러운 물음이 들려왔다. 난 고개를 맹렬히 저으면서 말했다. "아니, 무지 좋아!" 저런 천사 같은 예진이를 위해서라도 난 게임 정복을 포기 못한다. 그녀가 너무 사랑스러워! 꼭 게임 정복을 해서 그녀 에게 바칠 거야! 후끈후끈. 친구인 민정이 말대로 예진이는 용기를 내 보았다. 한마디로 자기가 관심이 있다는 표현을 한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여자가 남자에게 도시락을 건네준다는 건 미묘한 사이라는 증거다. 그러니 자신에게 관심이 있다는 걸 표현하는 거다. 그런데...... "재현이 무지 둔하다." "......" 민정이의 한마디였다. 민정이는 기가 막혔다. 여자가 자신에게 도시락을 준다? 그것도 매일매일 챙겨 준다고 한다? 그럼 당연히 남자라면 한 번쯤 이런 생각이 들 거다. '혹시 날 좋아하는 거 아냐?' 이런 거 말이다. 하지만 재현이는 아니다. 단순하게 예진이가 그냥 준 걸로 알고 있다. 사실 여자가 게임 정복을 좋아한다는 미친 말을 믿을 정도 로 재현이의 연애 감각은 말기에서 더욱 진보된 슈퍼 말기에 오염되어 있다. 그가 알 리는 없었다. 그는 말 그대로 이런 쪽에서는 금붕어보다 못한 존재였으 니까. "흐흐흐." "......" "......" "흐흐흐! 아이이잉!" "......" "......" "흘흘흘." 난 너무나도 신나서 상자 더미 안에서 열심히 뒹굴었다. 이 런 기쁨 처음이다. 예진이가 나를 위해서 도시락을! 더욱 분발해야 한다! 으허허! "오빠, 무슨 좋은 일 있어?" 나의 이런 격렬한 모습에 민혜가 물었고, 그 물음에 난 눈 을 초롱초롱 밝히며 말했다. "예진이가 도시락 싸 준대!" "......" "내가 좋아한다는 여자 있잖아?" "알아, 그 언니." "응응. 예진이가 도시락을 싸 준대. 나를 위해서! 으흐흐! 헤헤헤!" "오빠한테 도시락을 싸 주는 거야?" "응! 내가 빵 먹는다고 건강 챙겨 주잖아. 역시 천사야, 천 사." 내가 기뻐서 마구 들떠 어쩔 줄 몰라 할 때, 민혜는 급격히 침울해져 있다. 어라? 왜 저러는 거지? 난 그녀에게 물었다. "왜 그래? 어디 아파?" "아니야." "......" "잠시 좀 실례할게." "엥?" 그러면서 다급히 나가 버린다. "뭐지?!" 그 모습을 본 난 당황에서 그렇게 말했고, 그 순간 민호도 싱긋 웃더니 나가 버린다. 둘 다 왜 저래? "하아." 민혜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 예진이라는 언니가 오빠에게 도시락을 싸 줬다는 말을 들었을 때 느꼈다. 그 언니도 평범하게 오빠를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이렇게 되면 게임 자체가 안 되는 것이다. 오빠도 그 언니를 좋아하고, 그 언니도 오빠를 좋아한다? 그러면 자신은 끼어들 틈이 없는 거다. "포기해야 하는 걸까?" 민혜는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자신이 5년간 짝사랑해 온 오빠를 포기해야 하는 걸까? 2년 동안 만나지 못했던 시간에도 항상 오빠만 생각해 왔 다. 수백 명, 아니 셀 수도 없이 많은 사람들에게 고백을 받았 지만, 그 누구도 그녀의 마음을 흔들지 못했다. 그녀의 마음속에는 이미 재현이라는 사람이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포기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자신이 포기하고 싶다고 해서 포기가 될 것인가 하고 말이 다. 5년간이나 사랑해 왔는데 생각만으로 잊을 수는 없을 것 같다. 절대. 그 순간! 스르륵. 민호가 마치 유령같이 나타났다. 그는 속삭였다. "기회는 있습니다." "꺅!' 갑작스럽게 나타난 민호 때문에 놀란 민혜는 그대로 주저 앉았다. 민호는 그런 민혜의 시선에 맞추기 위해 쭈그려 앉더니 속 삭였다. "기회는 있습니다." "무슨 소리야, 오빠?" "형님은 아직 0.1그램도 눈치 채지 못했습니다." "......" "예진 누님이 자신을 좋아한다는 걸 말이죠." "......" "그러니 한마디로 기회는 무궁무진하다는 거죠. 포기하면 안 됩니다." "......" 그 말에 민호는 바라보는 민혜는 설마 하는 어조로 물었다. "오빠, 설마 그 언니가 오빠 좋아하는 거 알았던 거야?!" "네." 민호는 아주 당당하게 말했다. 그 말에 민혜는 기가 막히는 듯 물었다. "그런데 무슨 오빠에게 게임 정복을 어쩌고저쩌고하면서 고백을 하라고?!" "다 형님을 위해서입니다." "......" "형님이 게임 정복을 해야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으니까 요." "특별한 이유?!" "그 이상은 극비입니다. 어찌 됐든 민혜 양, 기회는 있습니 다. 언제든지." "......" "진정한 사랑은 통하는 법입니다. 자, 가는 겁니다." "진짜 통할까?" "물론입니다. 저(절대 믿으면 안 되는 인간)를 믿으십시 오." "......" 민호와 민혜는 같이 들어왔다. 분명 따로 나갔는데 같이 들어온다? 뭔가 이상해. 그 순간 민혜가 나를 보더니 저돌적인 움직임으로 다가온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나는 약간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내게 오더니 말했다. "오빠." "으응?" "포기 안 할 거야." "......?" "절대!' "......?" 이건 무슨 소리냐? 갑작스러운 그녀의 말을 절대 이해 못하겠다. 뭐 별로 중요 해 보이지는(?) 않으니까 그냥 넘어가도 상관없으려나? "......" 그 귀신 퇴치 사건 이후 파리만 날린다. 아니, 파리도 안 날리네. 파리조차도 우릴 외면하는 이 불쌍한 사태, 뭐라고 해야 할 까나. 흐흑! 저번에 받은 1,000만 원으로 우리는 나름대로 단장을 했다. 라이트 마법이 걸린 스크롤도 구입했고, 주스도 준비했다. 그리고 푯말도 몇 개 더 설치했다. 그런데 사람은 안 온다. 이게 뭐야! 그 순간이었다. "저기, 형님." "......?" 상자 더미 안으로 들어온 민호는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형님에게 도착한 편지 같습니다만......" "나한테?" "네." "......?" 편지를 받아 들고 펼쳐 보니 앞부분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거기 가서 살아오다니 장하다, 장해. 제자 군! 이건 뭐냐? 아니, 이건 누군지 알겠다. 그 인간이다! 나를 이상한 데로 보내는 물건을 주는 바람에 나를 개고생 시킨 그 인간! 으아악! 그런데 또 다른 문장이 하나 눈에 띈다. 미안하네. 휴우, 그래도 자기가 저지른 죄는 아는 건가? 사과를 하는 것 보니 말이다. 하지만 그 뒤의 문장이 약간 수상하다? 자네에게 떠넘겨서 말이야. 뭘 떠넘겨? 무슨 말인가? 좀 이해가 가도록 설명해 주면 좋겠는데 말이다. 그래, 끝 까지 읽어 보면 되겠지. 아무래도 제자 군이 쉬운 먹잇감이 될 테니 그쪽으로 달 려들겠지. 뭐 난 나름대로 편해지겠지만, 제자 군은 생고생 을 할 테니 마음이 아프네. 먹잇감? 달려들어? 이 편지는 마치 내가 고기라는 듯 말하고 있다. 뭐냐, 이 불길한 느낌은! 그래도 난 양심이 있네. 그래서 자네가 오래 살게, 아니 그 '존재'와 비등하게 싸울 수 있는 비법을 알려 주겠네. 무슨 말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솔직히 말해 아무리 이해력이 좋은 사람이라도 이런 밑도 끝도 없는 내용의 편지를 받으면 이해 불가일 거다. 먹잇감이라니? 그 존재와 비등하게 싸울 수 있는 힘은 뭐고? 4대 수호신을 찾게. 현무, 백호, 주작, 청룡 이렇게 4대 수호신은 자네에게 든든한 아군이 되기도 하지만, 강력한 스킬과 힘을 주는 존재들이기도 하지. 그들의 힘을 얻는다 면 자네는 살아남을 거야. 아마도 현무는 기다리고 있을 것 이네. 갑자기 언급된 현무, 백호, 주작, 청룡? 제발 이해가 가능하게 설명해 줘요! 읽을수록 더욱 혼란스 럽잖아요! 그리고 마지막 문장이 보인다. 부디부디 살아남게. 잡혀 가서 먹히면 재생 불가야. 기도 는 자주 해 주지. 극도로 혼란스럽다. 이해할 수 없는 단어들의 나열. 그리고 뜻도 모른다. 부디 부디 살아남으라니, 먹히면 재생 불가? 기도는 자주 해 준대. 그거 참 고맙구나. 그 순간이었다. 파짓! "......!" 갑자기 차원이 열리는 느낌이 든다. 그것도 어마어마한 존 재의 기운과 함께. 난 손으로 민호와 민혜의 허리를 감은 채 상자 더미에서 뛰 쳐나왔다. 파아앗! "......" 다행인지 불행인지 막 탈출하자마자 순식간에 상자 더미가 불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상자 더미 위에는 한 존재가 있 었다. 아니, 괴물이라고 정정해 줘야 하나? 3미터에 달하는 키에 기형적인 외모를 가진 괴물이었다. 눈알 한 개는 어디다 팔아먹었는지 안 보이고, 한쪽 얼굴은 비틀어져서 보는 것만으로도 왠지 속이 안 좋다. 그리고 온몸에는 붉은색의 털이 뒤덮여 있다. 어디서 많이 봤다만? "설마......" 거기서 놀러 온(?) 그놈은 아니겠지? 그 에르카니아인가 하는 미친 동네에서 말이다. 하지만 금방 그 괴물의 출처가 나온다. "자연을 다루는 인간, 너를 에르카니아로 데려가겠다. 우 리의 신 베르자니아 님을 위해서......" "......" 나를 왜 그쪽 동네로 다시 데려가려는 겁니까?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곳 넘버원에 말입니다. 그리고 베르자니아는 누구냐?! 그 순간 그 괴물의 한마디에 나의 모든 의문이 풀리기 시작 했다. 그것도 아주 잘 말이다. "얌전히 베르자니아 님에게 힘을 바쳐라. 그분은 너의 힘 을 원한다. 자연을 다루는 자의 힘을......" 한마디로 난 그의 먹잇감이라는 거다. 이 빌어먹을 인간! 이건 좋은 직업은커녕 살아남기도 벅찬 직업이잖아! 으악! 잡히면 갈아 버릴 거야! [슈퍼컴퓨터 리아] 콰앙! "으악!" 강하다, 강해. 지금까지 상대하던 괴물들과는 격이 다르다. 그런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엄청난 스피드로 쇄도해 오는 그 괴물. 괴물은 살벌해 보이는 1미터 50센티미터에 달하는 손톱을 내게 휘두른다. 난 그 모습을 보고 검으로 막으려 했으나 이 주워 온 싸구 려 검이 바로 잘릴 것 같아서 패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에르케니아!" 콰앙. 그대로 발을 구르면서 지진을 일으켰다. 어떻게 보면 8서클 마법 어스퀘이크랑 똑같은 마법이다. 하지만 어스퀘이크는 땅이 갈라지지만, 이건 갈라지진 않고 그냥 흔들리는 데미지만 주는 내 전용 스킬이다. "......!" 한편 내 에르케니아에 의해 심하게 휘청거리는 그 괴물. 난 그 모습을 보고 중얼거렸다. "썬 블레이스." 화르륵! 그 순간 내 손에 쥐어진 화염의 검, 아니 태양의 검이라고 해야 하나? 태양의 힘이 담겨 있으니 말이다. 내가 과학적인 데에는 심히 관심이 없어서 그런데 대충 태 양의 중심 온도가 1,500만이라던가? 물론 스킬이 완성되지 않아 매우 약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일단 태양의 힘 자체를 빌려 온 것이다. 간단히 말해 화염 따위랑 비교할 수가 없다는 뜻이다. "빌어먹을 인간!" 그놈은 다시 중심을 잡더니 내게 다가온다. 하지만 피할 나도 아니다. 나에게도 검이 있다고! 물론 쪽족 빠져나가서 장시간 사용 금지지만 말이다. 파아앗. "......!" 순간 그 자식의 긴 손톱이 녹기 시작한다. 물론 내 태양검 (?)에 부딪힌 뒤라 당연한 현상이다. "좋지?" 난 녹아 가는 손톱을 보면서 웃었고, 그놈은 화가 난 얼굴 을 하더니 입을 열었다. "하찮은 인간 놈이!" 푸아앗. 그러고는 더럽게 침을 뱉는다. 더러운 자식! 하지만 그 자식의 입에서 나온 녹색 침은 그냥 침이 아니 다. 아름다운(?) 침이다. 난 재빠르게 다리에 바람의 속성을 담아서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난 보았다. 내가 있던 곳 모두가 엄청난 산성액에 다 녹아 버린 것을. "화끈한데?" "인간 놈!" 그러면서 달려온다. 하지만 느껴진다. 이 자식은 내 상대가 아니다. 강하기는 하지만 자연의 힘을 이용하면 이 정도쯤은 충분 하다. 난 맹렬히 다가오는 그 자식을 보고 웃었다. 그리고 그대로 그 화염검(?)을 집어 던졌다. 푸욱! "......!" 화염검은 그놈의 배를 관통해 버렸고, 그놈의 몸은 흔적도 없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흔적도 없이 말이다. "......" 잠시 후, 그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은 게 없다. 흔적조차도. "오빠!" 한편 내 모습을 본 민혜는 엄청 놀라며 다가와 믿을 수 없 다는 듯 물었다. "이렇게 강했어?!" "뭐, 스킬 자체들이 사기다 보니." "놀랍다. 그럼 오빠가 랭킹 1위를 이길 수도 있겠네?" "글쎄."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손쉽게 이길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문제는 걔네들이 아니야. 나를 먹이로 보고 있는 베르자니아인가 뭔가 하는 자식이 다. 그 미친 동네를 평정한 거 보면 진짜 말도 안 되는 무력을 가진 존재인 게 분명하다. 그런 그가 나를 먹잇감으로 보면서 침을 주르륵 흘리신다? 생각만으로도 섬뜩하다. 빌어먹을! 그 속옷 변태, 정말 죽여 버리고 싶어! 그나저나...... "흐흑." 아지트가 사라졌다. 나름대로 지금의 희망이었던 아지트이자 '무엇이든지 들 어드립니다' 1호점이었던 상자 아지트가 말이다. 제길! 빌어먹을 괴물 자식아, 왜 여기서 난동을 피워서 남 의 집(?)을 태워 먹느냔 말이다. 정말 짜증지수 제대로다. 그 순간이었다. "형님, 어쩔 수 없군요. 일단은 우리의 성 뺨뺨뺨뺨뺨으로 입성하시는 건?" 뺨뺨뺨뺨뺨은 뭐냐? 설마 성 이름이 뺨뺨뺨뺨뺨?! 이런 내 생각을 알아차렸다는 듯 그는 대답했다. "빙고입니다." "......" "매우 멋진 이름이라 형님도 감동하실 줄 알았습니다." 지금 내 어이없는 표정이 네 눈에는 감동하는 표정으로 보 이냐? 너 안경 하나 맞춰라. 젠장! 뭐, 이름이 중요한 건 아니 니까 그냥 넘어가고, 그것보다는...... "돈 많이 들어가잖아?" "아닙니다. 생각 외로 미사일만 안 쓰면 별로 안 듭니다." "미사일 쓰면 돈 든다는 거네?" "그렇죠." "......" "나머지는 마력석에서 모은 마나를 이용해서 움직이고 사 라지는 기능이 가능합니다. 물론 유지비라는 것이 들지만, 그 건 하루에 현금으로 약 1만 원 선입니다." 1만 원이라, 작은 돈은 아니다. 한 달에 30만 원이니까. 아지트 하나 운영하는 데 돈이 들다니, 믿고 싶지 않은 현 상이다. 하지만 저렇게 멋지게 지어 놓고 안 쓰는 것도 되게 슬픈 거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즐기는 거야! 저 빌어먹을 1억 8천 240만 원짜리 아지트를 말이야. 파파파팟. "헉!" 놀라웠다. 들어가자마자 순식간에 켜지는 라이트 마법들! 멋지다! 이거 생각 외로 안에 들어와 보니 아주 좋다. 민호 자식, 돈은 많이 까먹었지만 제대로 하기는 했나 보 다. 그 순간이었다. 「어서 오세요, 주인님.」 "......!" 갑자기 애교 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건 뭐냐?!" "슈퍼컴퓨터 리아 양입니다." "슈퍼컴퓨터? 여기는 판타지관이잖아?!" "총기류나 기계 쪽도 사용 가능합니다." 그런 거냐? 난 처음 알았다. 뭐, 총이나 기계적인 요소를 도입한다고 재미가 떨어지는 건 아니니까. "주인님, 반가워요. 헤헤." "헉!" 갑자기 내 등 뒤에 나타난 한 인영, 인기척이 없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은 뭐냐. 거기에는 160cm 정도의 아담한 체구의 나올 데 나오고 들 어갈 데 들어간 완벽한 모습의 한 여자 아이가 있었다. 나이는 대략 15살? 민혜보다 한 살 정도 어린 듯 보인다. 그렇지만 예진이나 민혜보다 외모는 떨어진다. 분명 완벽 히 만든 외모인데 말이다. 그렇게 보면 저 두 분은 진짜 대단 해. 어떤 의미에서는 말이지. 그녀는 내게 다가오더니 말했다. "주인님, 명령만 내려 주세요." "......" "다양한 플레이도 가능합니다." "무슨......?" 난 뜬금없는 발언에 황당해서 말했고, 그 모습에 리아는 배 시시 웃으면서 갑자기 나를 껴안더니 귀를 통해 속삭이듯 말 했다. "아시면서......" "......" "후훗." "......" "헤헤." 부드럽다. 분명 슈퍼컴퓨터인데, 이렇게 몸을 완벽하게 생 성시키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엣치한 것도 가능? 으악, 이게 아니야! 지금 내가 무슨 변태 저질 쓰레기 같은 생각을 하냔 말이 다! 민혜가 저렇게 빤히 쳐다보고 있는데! "주인님, 전 다양해요." "......" "언제든지, 헤헤."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내게서 떨어지는 리아. 헉! 너무 실제 같아서 심장이 뛴다. 한편 나에게 다가온 민혜는 눈을 가늘게 뜨더니 말했다. "오빠, 변태 스승님을 두더니 변한 거야?" "무슨 소리야? 난 그런 인간하고 전혀 안 어울려!" "방금 전 오빠 표정이 어땠는지 알아?" "......" "그 이상한 속옷 변태 스승하고 똑같은 표정이었어." "......!" 두두둥! 천둥이 내 머리를 강타한다. 그 말은 절대 들어서는 안 될 말이다. 어찌 그런 말을 나에 게...... "흥!" "......" 뭐가 그리 화났는지 민혜는 갑자기 가 버렸다. "아니야! 난 아니야! 그 미친 속옷 변태랑 달라!" "다릅니다." "......!" 그때 민호의 한마디가 들려왔다. 너만은 알아주는구나?! 그는 말했다. "형님이 더 대단하십니다." "......" [미친(?) 현무] 지금 난 해야 할 일이 무지 많다. 일단 빚을 갚아야 한다. 그리고 게임을 정복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살아남기 위해 강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는 무슨 4대 수호신들을 낚으라고 하더라? 그렇게 주어진 많은 과제 중 난 한 가지를 실행하고 있다. 그건 바로 수호신들 낚기. 리아 양, 정말 대단하더라. 그냥 슈퍼컴퓨터가 아니라는 듯 현무에 대한 정보를 모으 는 그 능력이라니! 감탄했다. 물론 다른 수호신들은 못 찾았지만, 현무에 대한 정보라도 어디인가? 그리고 솔직히 두근거린다. 도대체 내게 어떤 힘을 줄지, 어떤 멋진 분이실지 말이다. 현무라는 인간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어떤 의미에서는 우리를 반기고(?) 있었으니까. 그 속옷 변 태 말대로 말이다. 상당히 잘생긴 얼굴에 180cm를 훌쩍 뛰어넘는 키. 그리고 딱 보기 좋은 근육에다가 은빛의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린 남자, 현무. 멋지긴 한데 그런 멋진 모습과는 영 안 어울리는 게 있었으 니, 일명 간판이었다. 자기 가슴팍에 '현무'라고 당당하게 적어 놓은 그분은...... "디재스터에게 공짜 활동은 없습니다." "......" "노조 파업입니다!" "......" "제가 원하는 조건을 안 들어줄 시 절대 협조 못합니다!" 머리에 흰 두건을 두르고 거기에 '파업'이라는 두 글자를 써서 항쟁하는 이 인간, 아니 이 현무. 미치겠다, 정말. 하지만 먹잇감이 되지 않을 정도의 힘을 얻기 위해선 저 이 상한 현무의 힘이 필요하다. 난 억지로 미소를 지으면서 물었다. "원하는 게 뭔데?" "첫 번째, 따뜻한 식사와 잠자리를 제공하라!" 뭐, 그 정도는 해 줄 수 있다. 아니, 당연한 거다. 그런데...... "두 번째, 월급으로 4,000골드(현금으로 4,000만 원)을 매 달 지급해라!" "......" "세 번째, 아름다운 미소녀를 내게 시녀로 달라. 그러니까 예를 들어! 그, 그래요! 저런 초특급 미녀를 말입니다!" 그러면서 민혜를 가리킨다. 그러자 민혜가 흠칫했다. 난 웃었다. "그리고 네 번째, 나를 존중하고 떠받...... 으악!" 파직. 난 심히 미친 개소리를 해 대는 현무의 얼굴을 밟아 버렸 다. 그러고는 웃으면서 말했다. "민호야, 밧줄 가져와." "네, 형님." 그리고 그를 납치해 버렸다. "힘을 못 드립니다!" "......" "전 파업 중! 절대 힘을 줄 수 없습니다." 미친 현무는 밧줄에 꽁꽁 묶인 채 열심히 소리를 질러 대고 있었다. 이제 쟤 이름은 '미친 현무'다. 아무리 봐도 정상으로는 안 보이니까. "하아......" 뭔가 미묘한 한숨 소리다. 사실 잔뜩 기대했다. 보통 4대 수호신이라면 엄청나게 멋 지고 아름답고 완벽하고 환상적인 데다가 곱빼기를 추가한 느낌이랄까? 그런 느낌이 들어야 한다. 그런데 현무, 아니 미친 현무는 '노조 파업'이라고 외친다. 그리고 무엇보다 언제 내 밑에서 일한 적 있어? 정말 어이가 없다 못해 황당 그 자체다. "최소한 못해도 저 초미소녀는 넘겨줘야 일할 겁니다!" "......" "......" 그러면서 그 인간은 민혜를 바라보고 있다. 난 밧줄에 묶여 있는 그 미친 현무를 밟으면서 말했다. "민혜가 물건이니?" "......" "넘겨주긴 뭘 넘겨줘. 이 자식아! 그리고 너는 내 수호신이 라면서." "요새는 수호신도 무료로 일 안 해요." "......" "요즘이 어떤 시대인데." "......" "구닥다리 시대와는 다릅니다! 일한 대가는 받아야죠." "......" 맞는 말이기는 하지만 요구 자제가 미친 요구 아닌가? 들어 줄 만한 요구를 해야 들어주지. 그때 내 눈에 민호가 들어왔다. 난 민호를 손으로 가리키면서 물었다. "저놈은 어때?" 그 순간! "죽어도 안 합니다." "저도 절대 내키지 않습니다." 두 남자의 뜨거운 반대였다. 현무는 이를 꽉 다문 채 노조 파업에 들어갔다. 현무, 난 네 힘이 필요하다고! 아니, 네가 가진 그 능력을 나한테 주는 거? 그게 필요하단 말이다. 하지만 현무는 계속 똑같은 소리만 외치고 있다. "일하면 대가를 지불하세요!" "......" "이제 공짜로 일하는 시대는 갔습니다." "......" "파업, 파업, 파업!" 괜스레 머리가 아파진다. 하아. "저기, 구체적으로 원하는 게......" 그때 민혜가 조심스럽게 묻는다. 그러자 현무가 황홀한 듯 말했다. "당신의 뜨거운 마음?" 퍼억!" "......" 난 그대로 얼굴을 밟아 버렸다. 이 자식이 어디서 그런 느끼하다 못해 구시대적인 대사를 치는 거냐. 진짜 이 자식을 콰악! "형님, 첨단 고문실로 끌고 가죠." "엥?" 첨단 고문실? 그건 뭐지? 민호가 말했다. "혹시나 몰라 설계한 방입니다. 첨단 고문실을 한 번 갔다 오면 모두 행복해지는 세상이 펼쳐진다고나 할까요." 혹시나 몰라 설계한 첨단 고문실? 그리고 한 번 갔다 오면 행복해져? 그건 알 듯싶구나. 한편 그 말을 들은 현무는 경악해서 외쳤다. "설마 그런 저질적이다 못해 악마 같은 짓을?!" "......" "그런 짓을 하면 인간도......" "데려가자." "네, 형님." "......" 특별 고문실. 저곳에 한 번 들어갔다 오면 모두 깨끗해진다는 걸까? 그 순간이었다. "으악!" "......" "크에에엥." "......" "삐러로로!" "......" "쿠라아랑!" 흐음, 미묘한 비명 소리가 들려온다. 난 저 안에 들어가지 않아서 저 비명의 의미를 모르겠다. 도대체 민호 자식은 무얼 하는 걸까? 흐음, 걱정이 되는구나. 기다리면서 난 주스 한 잔을 마신다. 좋다, 상콤해. 참고로, 안타까운 마음이다(믿든지 말든지). "저기, 오빠." 그때 미묘한 비명 소리에 민혜가 당황하면서 나를 바라보 았고, 난 그런 모습에 조용히 주스 잔을 탁자에 내려놓으면서 물었다. "응?" "너무 심한 거 아닐까?" "뭐가?" "저기......" 그러면서 특별 고문실을 가리킨다. 난 그 말에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 "나도 심하다고 생각해." "......" "그렇지만 이번 일은 전적으로 민호에게 맡겼는걸." "......" "어쩔 수가 없다." "......" 하아, 정말 안타깝다(믿든지 말든지). 이런 상황이 말이다. "크라라라랄!" "......" "삐리라리로로!" "......" "우갸갸갸갸!" "......" "스카어울라러." 계속되는 정체불명의 소리들, 심금을 울리는구나. 흐음. 1시간 후. 모습을 드러낸 민호 군과 시체가 돼서 나타난 현무. 민호는 현무를 한 번 보더니 말했다. "질깁니다." "그래?" "네, 힘을 주는 방법을 절대 모른답니다." "흐음." "진짜라고요! 전 몰라요! 주는 법을 모른다고요!" "허허." 어디서 구라를 까도 저런 저질 구라를 까는고? 4대 수호신들이 내게 힘을 줄 거라는 건 이미 통보받은 상 태다. 그런데 구라를 치다니! 현무는 말했다. "물론 저희에게 디재스터에게 힘을 주는 능력은 있습니 다." "내 말이 그거야. 그 힘을 뱉으라는 거지." "그런데 저는 몰라요!" "......" "진짜입니다." "......" "제발 믿어 주세요!" "......" "제발요!" 현무는 내 다리에 매달리면서 애타게 말했다. 난 피식 웃었다. 이러면 내가 믿을 것 같으냐? 그리고 무엇보다...... "만약에 네 말이 사실이라면, 이제까지 알지도 못하면서 나한테 노조 파업을 외친 거냐?" "......" "그런 거냐?" "그건 제가 요새 좀 힘들어서......" "넌 힘들면 그런 구라 까니?" "......" "휴우, 만약에 그게 사실이라면 더 용서할 수 없구나. 민호 야." "네, 형님." "내가 직접 들어가겠다." "헉!" 그 말에 민호는 기겁을 했다. 왜 반응이 그러냐? 민호는 떨리는 어조로 물었다. "형님이 직접?!" "그럴 건데, 왜?" "아닙니다." "......" 민호는 현무에게 다가가 눈물을 글썽이면서 말했다. "부디 살아오셔서 다시 보도록 하죠." "무슨......?" 휘이익. 하지만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난 이미 현무를 특별 고문실로 끌고 갔다. 뭐, 그냥 방 하나만 줘도 상관없는데...... "잘 가시오." 민호는 진심으로 현무의 죽음을(?) 애도했다. 그 모습에 민혜는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무슨 소리야, 오빠?!" "형님이 들어가셨습니다." "......?" "형님이 들어간 거지요." "오빠가 들어갔는데 왜?" "휴우, 아무것도 모르시는군요." "......?" 그 말에 민혜는 더욱 의문 어린 표정을 지었다. 그는 말했다. "혹시 그런 말을 들어 보셨습니까?" "무슨 말?" "형님의 손에 한번 정화(?)되면 그 어떤 존재도 굴복한다 는 전설 말입니다." "......" "이미 전설이 되어 버렸죠." "무슨 뜻인 거야? 오빠가 왜?" "하아." 민호는 자신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민혜가 답답했다. 간단히 말해서 형님의 손, 일명 폭력. 그리고 그 폭력이라 면 그 어떤 존재도 굴복. 이런 공식을 이해하지 못하는 거다. 하지만 그걸 직접적으로 언급하기에는 자신의 목숨이 위험 하다. 그래서 민호 군은 우회적인 방법을 쓰기로 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그 순간, 들어간 지 약 5분 만에 나오는 민호랑 현무가 보 였다. 근데 현무의 모습이 민호랑 들어갔다 온 1시간보다 훨씬 심하게 망가져 보인다. 분명 아까는 시체 수준이었지만, 이번 에는 시체라는 말조차도 그에게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말이 되어 버릴 정도다. 5분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던 덜까? "형님." "......?" 난 민호를 슬쩍 바라보았고, 민호는 물었다. "어떻습니까?" "진짜 모르는 것 같다." "그렇군요." "그래. 나의 비기 플레이즈으으으으 엔디비아 랄랄랄랄 구 구구굿을 경험했는데도 불지 않는 걸 보니 말이다." "헉! 형님의 비기 플레이즈으으으으 엔디비아 랄랄랄랄 구 구구굿을 사용하신 겁니까?!" "보통 걸로는 먹히지도 않을 것 같아서 말이다." "그렇군요." 그러면서 민호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현무를 바라보았다. 여기서 잠깐, 나의 비기 비기 플레이즈으으으으 엔디비아 랄랄 랄랄 구구구굿이 무엇인지 궁금한 분들이 있을 것이다. 이건 나의 비장의 스킬로, 상당한 체력이 소모되는 굴복용 스킬이다. 간단하게 말해 고통, 간지럼, 충격, 경악을 한 번에 경험할 수 있는 나만의 스킬, 절대 무적의 스킬이라고나 할까? 이걸 시전해서 굴복하지 않은 존재가 없다. 그 점으로 봐서 저 자식은 정말 모른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렇다면 도대체 난 어쩌하란 말이오! 현무가 힘을 준다고 해서 잔뜩 기대했는데 나보고 어찌하 란 말이오! "저기......" 그때 민혜가 시체 증조할아버지가 된 현무에게 다가가 물 었다. "괜찮아요?" "살려 줘요." "......" "무, 무서워요!" 현무는 마구 울기 시작했다. 허허, 누가 보면 오해할라. 딱 5분 동안 같이 있었으면서 말이다. 그러자 민혜는 나를 보더니 황당하다는 듯 물었다. "오빠, 무슨 짓을 한 거야?!" "응?" "도대체 어떻게 하면 이렇게 사람이......" "걔, 사람 아닌데?" "......" "현무니까 거북이 아닌가?" 그 말에 민혜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 순간이었다. 덥석. "꺅!" 갑자기 그 미친 현무가 민혜의 손을 잡아 버렸다. 그러더니 그는 자신의 얼굴에 강제로 그녀의 손을 가져오 더니 말했다. "쓰다듬어 주세요." "......" "이왕이면 당신의 힘을 이용해서 상처를......" "......" "당신의 침은 만병통치약일 게 분명하니까요." "......" "자, 어서요." 민혜는 완전 굳어 버렸다. 저 저질적인 대사에 말이다. 당신의 침을 이용해서라니? 보통 저런 미친 발언은 하고 싶 어도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런데 저렇게 자연스럽게 하다 니, 저 자식이! 그 순간 현무는 갑자기 민혜를 덥석 껴안으려고 했고, 민혜 는 비명을 질렀다. "꺅!" 민혜가 당황하면서 피하려다가 뒤러 넘어졌다. 현무는 그 런 민혜에게 얼굴을 붉히면서 말했다. "어서 침 뱉어 줘요." "......" "어서." 난 정의했다. 저 자식은 미친놈이라고, 그리고 미친놈에게 는 매가 약이라고 말이다. 퍼억! "쿠에엑!" 난 민혜를 향해 미친놈처럼 다가가는 현무 놈을 그대로 발 로 찼다. 이상하게 열이 받는다? 왜 열이 받지? 왜, 왜, 왜? 난 알 수 없는 분노가 치밀며 얼굴에 스마일이 자연스럽게 지어졌고, 잠시 후 난 외쳤다. "뒈졌어!" 난 진지한 어조로 물었다. 내 앞에 서 있는 미친 현무에게 말이다. "왜 힘을 못 준다는 거냐?!" "까먹었어요." "......" "주는 법을 까먹었다고나 할까요?" "......" "하하하." "......" 너무나도 당당하게 말하셔서 할 말이 없다. 이 상황에서 내가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어떻게 힘을 주는 방법을 까먹지? 그게 이론적으로 가능하 단 말인가? 그것도 4대 수호신의 한 명인 현무가 말이다. 그때 그 미친 현무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래도 언젠가는 기억날 수도 있어요!" "......" "가끔씩 뭔가 기억이 날 듯 말 듯하거든요." "그러냐?" "네." 기억상실증이냐? 허어! 난 도대체 기억상실증과 비슷한 현상을 보인다는 그 놈의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 힘을 주는 방법을 까먹었다. 그런데 문득문득 떠오른다? 정말 대책 안 선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기억이 안 난다는 걸. 보통 이런 경우 머리에 심하게 쇼크를 주면 기억이 난다는 소리도 들었는데, 그건 기억상실증이지 저런 바보 멍텅구리 하고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다. "하아." 난 한숨을 내쉬면서 다시 진지한 어조로 물었다. "그럼 너, 할 줄 아는 게 뭐냐?" "다 잘합니다!" "......!" "한마디로 만능 엔터테이너 중에서도 절대적인 만능 엔터 테이너라고 불리죠." "......" "으헤헤!" 자신감 넘치는 모습, 정말인가? 솔직히 말해, 할 줄 아는 게 없어 보인다. 하지만 자기 말로는 만능 엔터테이너 중에서도 절대적인 만능 엔터테이너라고 불릴 만큼 다 잘한단다. 진짜일까? 난 의구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물었다. "할 줄 아는 게 뭔데?" "다 잘해요." "그러니까 구체적으로 제일 자신 있는 것." "아." 그 말에 현무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더니 그는 화사한 미소와 함께 말했다. "제가 친구들에게 이런 소리를 들었죠. 넌 여자한테 집적 거리는 게 정말 다재다능하다고요. 그런 칭찬을 하더군요." "......" "한마디로 엄청나다고 해야 할까요? 하하하!" 이 자식, 바보다. 심히 바보다. 아니, 바보의 수준을 넘어섰다. 그게 칭찬이냐? 여자한테 집적거리는 능력이 다재다능하다 고 한 말이 네 귀에는 칭찬으로 들린 거냐? 원래 거북이라는 동물의 머리가 안 좋았나? 무척이나 의문이 든다. 나는 그런 어이없는 대답을 들은 뒤 머리를 붙잡으면서 물 었다. "그게 다냐?" "아니죠. 방금 말했지만 전 천재입니다." "......" "천재 중의 천재. 엘리베이터라고 불죠." 엘리트가 아닌가? 심히 땀이 나게 만드는 재주를 가지고 계 시는군. 난 물었다. "그래, 천재군. 여자한테 집적거리는 것 말고는?" "흐음, 일단 먹는 거 되게 빨리 먹죠." "......" "그리고 도망도 잘 가요." "......" "무엇보다 땅 파는 것을 즐겨 하죠. 최고 기록 100미터까 지 삽으로 팠어요." "......" "제가 생각해도 정말 대단합니다!" 그러면서 기뻐한다. 이 인간은 바보일 뿐만 아니라 아예 미쳤다. 돌았어! 빨리 먹는 게 엄청난 특기일 뿐만 아니라 도망 잘 가는 것 도 특기. 그리고 아주 기가 막히는 것은 땅 파는 것을 좋아한 단다. 100미터 정도를 삽으로 판 기록이 있을 정도로...... 더럽게 할 짓 없어 시간 때우는 거냐? 하아, 미래가 보이지 않아. 저 현무에게는 미래가 아예 없다. 제로다, 제로! "물론 이것뿐만이 아닙니다!" "별로 듣고 싶지 않네만." "사실 지금 이건 맛보기에 불과하죠." "......" "저에게는 아주 특별한 스킬이 있어요!" "......?!" 손까지 들어 올리면서 자신감을 표출한 현무는 나를 보고 싱긋 웃더니 말했다. "무척이나 감동하실 겁니다. 잘 보세요!" "......?" 그러면서 자신에게 주목을 시킨다. 그리고 잠시 후였다. 양팔을 교차시키더니 하늘로 뻗는다. 그 상태로 발은 갑자 기 꽈배기 순으로 왔다 갔다 하고 머리는 미친 듯이 흔든다. 즉, 보통 미친놈들도 할 수 없다는 그 행동을 말이다. "에혀라라라라라! 쿵짝! 쓰리짝! 변신! 변신! 나는 변신한 다!" "......?" 과연 뭔 개소리인가 하는 의문이 끝나기도 전이었다. 갑자기 엄청난 빛에 휩싸이기 시작했고, 난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기대해 버렸다. 보통 사람이란 게 저렇게 빛 같은 게 나면 뭔가 있어 보인 다든지 하는 그런 느낌이 든다. 확실히 말이다. 하지만 그런 나의 기대는 바로 깨져 버렸다. 사람만 한 크기의 거북이 한 마리를 보고 말이다. "놀랍죠?!" "......" "저의 최고 비기랍니다." "......" "헤헤헤." "......" "제가 생각해도 아주 엄청난 것 같아요." 그래, 어떤 의미에서는 엄청난 것 같다. 사람만 한 크기의 거북이라고는 오늘 처음 봤으니까. 그렇지만 제일 중요한 건...... "그 상태에서 할 수 있는 건?" "없는데요." "......" "아, 굳이 찾으라면 잠자는 시간을 늘리는 스킬이 있죠." "......" "아마도 저는 무지무지 도움 되는 수호신일 겁니다." 때려치워라. 그냥 저놈이 까먹은 기억이 돌아오기만을 간 절히 기도한다. 그뿐이다. 저놈 자체에게 기대할 것 따위는 없어. 하아. "아 참!" "......?!" 그때 현무는 뭔가 기억이 났다는 모션을 취했다. 난 그를 보고 기대에 차서 물었다. "기억났어?!" "네, 기억났어요!" "헉!" 이런 상상치도 못한 행복한 일 같으니! 난 사실 거의 기대를 버렸었다. 그런데 기억이 났다니! 하지만...... "그 스킬의 효과가 기억났어요!" 휘청! 사용하는 법이 아니라 단순히 그 스킬의 효과라고? 이 거북 이 자식이 지금 나랑 장난치자는 거냐?! 그때 현무는 이런 굳어 버린 내 반응도 모른 채 눈을 반짝 이면서 말했다. "그 스킬의 효능이 이거예요! 상대방의 모든 공격을 방어. 그리고 그 공격받은 데미지를 두 배 이상의 공격력으로 변환 시키는 능력이에요!" "......" "헤헤." 컥! 한마디로 상대방의 모든 공격을 방어한다? 그러니 즉 10만 데미지가 들어온다고 가정할 시 그 10만 데미지를 모두 방어하고, 그 공격받은 데미지를 두 배 이상의 공격력으로 변환시킨다면, 도로 20만의 데미지로 돌려준다는 말? 완전 개사기적이다 못해 아름답다. 그런데 결론적으로는...... "그 스킬은 사용이 불가능하잖니?" "그렇죠." 너무 당당해서 난 할 말을 잃어버렸다. [낙제를 피하는 방법] 세계 정복률 0%. 난 땅 한 칸도 접수하지 못했다. 늘어나는 건 빚과 맛이 가 버린 수호신 현무라는 놈, 그리 고 점점 농익어 가는 나의 몸(?). 한마디로 시간이 지날수록 난 맛있는 먹이가 된다는 심오한 이야기다. 정말 미래 따위는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하아. 그렇게 한숨을 내쉬던 나. 누군가가 내 어깨를 툭툭 친다. '뭐야? 안 그래도 기분이......' 이런 생각으로 고개를 돌렸지만 난 금세 해벌쭉해졌다. 왜냐고? 당연하지만 거기에는 나의 천사 양이 있었으니까. 으흐흐! "저기, 안녕?" 난 예진이에게 어색한 웃음과 함께 인사했고, 그 모습에 예 진이는 화사한 미소로 대답해 준다. 어떻게 뭘 해도 뒤에 날개가 달려 있는 것처럼 보이는 거 지?! 내가 미친 것도 아닌데 말이다. 항상 그녀의 등 뒤에는 보기만 해도 심장이 벌렁벌렁하게 만드는 날개가 있다. 하아. "왜 그래?" "아니야!" 난 이상하다는 듯 물어보는 예진이의 질문에 깜짝 놀라 대 답했고, 그 말에 예진이는 고개를 갸우뚱한다. 너의 천사 같은 모습에 넋이 나갔다고 말하는 건 절대 불가 능했으니까. 그 순간이었다. "아, 재현아, 체육 선생님이 너 부르시던데." "날?" "응." "......" 왜 날 부르는 거지, 그 선생님이? 우리 학교에는 '머신맨'이라는 별명을 가진 남자가 있다. 왜 별명이 머신맨일까? 그건 바로 그가 머신이기 때문이다. 사실 겉모습으로만 보 면 이상한 점은 하나도 없다. 훤칠한 키에 훤칠한 얼굴, 그리 고 훤칠한 몸매까지, 나이도 20대 중반밖에 안 된다. 그런 남자가 왜 머신으로 불릴까? 그건 바로 그 남자의 괴물 같은 운동신경 때문이라고 할 까? 종합 무술이 54단이다. 그가 한 번 뛰어오르면 오버해서 날아다닌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엄청난 존재다. 그뿐 아니라 어떤 무술이라도 단 한 번만 보면 그대로 적응해 버린다. 이게 인간인가? 로봇인가? 난 후자 쪽을 택하겠다. 그는 머신이다. 한마디로 로봇! 그런 그였지만, 그는 사실 무지하게 인기가 많다. 남자들로 서는 마음에 안 들지만 여자들에게는 아닌가 보다. 상상 초월의 운동 신경과 잘생긴 얼굴이나 키, 몸은 모든 여자들의 환심을 살 수 있을 중요 요소로 작용하는 거다. 보는 나로서는 별로 안 좋다. 그리고 내가 유독 이 인간을 싫어하는 이유는...... "어서 와라, 제군. 크크크." 이상하게 나를 죽도록 싫어한다는 거다. 죽도록 말이다. 전문용어로 '다이 오브 싫어요'? 그는 교무실에 배정된 자신의 의자를 앉은 채 탐탁치 않은 모습으로 날 보고는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그러더니 말했다. "재현 군, 오랜만이군." "며칠 전 체육 시간에도 봤잖아요?" "......" "별로 오랜만이지는 않습니다만." 그렇다. 며철 전에도 아주 아름답게 놀았지. '누가 먼저 운동장 100바퀴를 도는가!' 하는 미친 주제로 말이다. 난 절대 그런 건 하기 싫었다. 하지만 저 인간은 나만 보면 마구 증오를 보이면서 자꾸 대결 신청을 한다. 그것도 절대 인간들이 가능한 것 말고 비정상적인 것을 말 이다. 그러다 보니 난 체육 시간만 되면 운동장 100바퀴 돌기라 든가 윗몸 일으키기 1,000개, 푸시 업 1,000개, 높이 점프하 기 기타 등등 나가기만 하면 분명 우승할 운동물을 매번 한 다. 솔직히 나라고 해도 되게 힘들다. 뭐 그렇지만 아직 0패, 말 그대로 아슬아슬하지만 저 선생 님한테는 다 이겼다는 것이다. 머신맨은 나를 노려보더니 말했다. "이런 얍삽한 놈." "......" "내게서 모두 떠나가 버린 소녀 떼를 네놈이!" 저기 셈, 여학생들을 소녀 떼라고 표현하면 뭔가 듣기에 좀 미묘한데요? 좀 더 건전한 어조로 말해 주세요. 그래도 곧 죽 어도 선생님이잖아요? 하지만 이 말은 대놓고 주절거릴 수 없다. 그냥 마음속으로 만 주절거릴 뿐, 일단은 난 학생, 그는 선생이었으니까. "네놈 때문에! 네가 계속해서 나를 이겨 버리는 바람에 나 의 인기가!" "......" "으윽." "......" "제길!" 그러면서 자신의 이마를 붙잡는다. 저 말로 대충 느낌이 온다. 한마디로 자신의 머신적인 힘에 모든 여자가 기뻐했는데 내가 자신을 이기는 바람에 그 인기가 줄어들어서 나를 원망 하는 거야? 참 유치하다, 이 인간. 그는 한숨을 몰아쉬더니 갑자기 나를 보고 눈이 벌게졌 다. 그러고는 말했다. "너의 그 미친 운동력에는 포기하겠다." "......" 머신이라고 불리는 당신에게 듣고 싶지 않은 단어입니다 만. 미친 운동력이라니, 그냥 좋은 운동력이라고 하면 될 것 을...... 머신맨은 잔인한 미소를 짓더니 말했다. "하지만 그런 너에게도 치명적인 단점이 있더군, 크크 크!" "......?" 치명적인 단점? 난 단점 그따위 것 안 키우는데. 그때 갑자기 종이 한 장을 내미는 머신맨. 그 종이를 본 난 나도 모르게 뒤로 한 발자국 주춤거렸다. 너무나도 두려운 것이었기에...... 그는 잔인한 미소와 함께 그 종이를 들고 일어나 내게 다가 왔고, 난 움찔움찔 뒤로 물러서기만 했다. 어떻게 할 수가 없다. 너무나도 두렵다. 이렇게 무기력하기는! 으악! 그 어떤 때보다 무기력한 내 자신, 너무나도 무서워서 손과 발이 떨린다. "흐흐흐." 하지만 머신맨은 잔인하게도 웃으면서 내게 그 종이를 가 져왔고, 난 그대로 철퍽 주저앉았다. 이런 젠장! 나쁜 인간. 바닥에 털썩 주저앉게 되자, 나에게 빠르게 다가온 머신맨 은 그 종이를 내 눈 바로 앞까지 내밀었다. 그러고는 외쳤다. "봐라, 너의 성적을!" "......" "즐겨라! 너의 낙제점을!" "......" "전교 800명 중 네놈이 유일하다. 낙제점 말이다. 800명 중 800등, 그리고 평균 21점이라는 역사상 길이 남을 기록을 남긴 건 말이다." "......" "넌 이대로 2학년으로 남는 거다. 흐흐흐." "......" "절망하라, 절망하라! 후후후!" "......" "너의 절망하는 모습은 나의 행복! 으하하하." 머신맨의 말대로 난 절망했다. 아니, 굴복했다. 종이 한 장에. "......" 낙제점이라니...... 이 학교의 역사가 10년이 되었지만 낙제점을 받은 천재(?) 는 나뿐이란다. 그만큼 받고 싶어도 받을 수 없는 최고의 타이틀이랄까? 진짜 어떤 의미에서는 말이다. "젠장, 진급을 못하면?!" 간단하게 말해 예진이와 무지하게 벌어진다. 왜냐하면 3학년 교실과 2학년 교실은 무지무지 떨어져 있 으니까. 예진이의 얼굴 한 번 보려면 왕복하는 데만 해도 5분 이 걸린다. 이런 제길! 그뿐 아니라 혹시라도 같은 반이 될 확률은 0%! 내가 3학년이 된다면 확률이라도 있지만, 2학년으로 남는 다면 그런 기회조차 내게는 없는 거다. "으아악!" 난 복도에서 절규했다. 이건 아니야! 제길! 물론 재시험은 한 번 있다. 그러니 마지막 기회랄까? 하지만 이 악마 머신맨은 그런 기회조차도 박살 내 버렸다. 혹시라도 내가 공부할까 봐 시험 보기 바로 하루 전에 이 사 실을 통보한 거다. 그러니 날 엿 먹이려고 작정한 거다. "이런, 완전 당했다." 머신맨의 간악한 술수의 넘어간 내 자신이 싫다. 이 정도는 예상했어야 하는 건데...... 이제 나에게 남은 건 낙제뿐이란 말이냐?! 그 순간이었다. 스르륵. "형님." "왜?" 민호였다. 그는 유령처럼 나타나는 트레이드마크를 부각시켜 더욱 귀 신처럼 나타났고, 잠시 후 나를 보더니 화사한 미소와 함께 한마디 내던졌다. "교무실을 터는 겁니다." "......" 난 동의했다. 아니,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 머신맨이 웃을 생각을 하니 분해서 잠을 못 잘 정도였다. 그래서 난 민호의 간악한 꼬임에 넘어갔다. 일명 '시험지 정답 구출 작전'이라는 작전에 말이다. 민호는 한 장의 지도를 펼친다. 거기에는 학교의 정보 시스템이라든가 카메라, 숙직 담당 등이 아주 자세하게 나와 있다. 아주 세세하게. "이거 어디서 난 거냐?!" 난 이런 물건을 가져온 민호를 의심스러운 듯 바라보았고, 그 물음에 민호는 화사한 미소와 함께 대답했다. "비싸게 구입했습니다." "어, 얼마에?" "1,000만 원에요." "헉!" 이 자식, 미친 거 아니냐?! 이런 지도 한 장을 1,000만 원이나 주고 구입하다니, 도대 체 이 자식의 의식은 어느 쪽으로 회전되는 거냐! 그리고 무엇보다...... "그럴 돈이 있으면 이 자식아, 게임 안에서 네놈이 만들어 낸 빚 1억 8천 240만 원이나 갚아!" "이번에 돈 다 썼습니다." "......" "그리고 전 한 번 집필하고 나면 특히 정신력이 소모되어 서 장시간은 글을 쓸 수 없다고 할까요?" 엥? 갑자기 이건 무슨 소리냐? 집필이라니, 그건 글이라는 걸 쓰는 작가들에게 해당되는 말이 아닌가?! 이런 나의 의문을 알았는지 민호는 미소와 함께 말했다. "프렌티아라고 아십니까?" "프렌티아? 그게, 아......" 안다. 아주 잘 안다. 왜냐고? 뉴스에서도 나온 적이 있으니까. 프렌티아, 이건 한 남자의 닉네임이다. 물론 닉네임 하나로 유명해질 수는 없다. 하지만 이 닉네임 은 다르다. 간단하게 말해, 우리가 말하는 야설(야한 소설)을 쓰는 분의 닉네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뉴스에 나오기에는 부족하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그가 뉴스에까지 나온 걸까? 그건 그의 야설 판매 액수 때문이다. 몇 페이지에 달하지 않는 야설, 그게 몇천만 원에 거래가 된다.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솔직히 어이가 없다 못해 미 친 짓이다. 야설 몇 페이지가 몇천만 원? 난 그 이야기를 듣고 피식 웃었다. 어떤 미친놈들이 생 쇼를 하는 거라고 말이다. 하지만 아니었다. 그는 인정받았다. 모든 문학 비평가들에게 말이다. 그의 야설은 야설이지만 야설이 아니다. 마치 혼이 빨려 들 어갈 것 같은 야설. 한편 그의 소설을 본 자는 어마어마한 돈 을 내서라도 또 다른 그의 작품을 보고 싶어 할 정도로 그는 대단한 실력자였던 것이다. 그가 마음만 먹고 제대로 된 소설을 쓴다면 세계를 장악할 건 분명했고, 그리고 야설만으로도 그가 세계를 장악할 정도 로 어마어마한 실력자였다. 하지만 그는 그리하지 않았다. 자신이 쓴 소설은 단 한 존재에게만 팔아넘길 뿐, 대량으로 찍어 내는 건 없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그러면 자신의 혼이 흩어진다나 뭐라나? 참으로 이상한 인간이다. 어찌 됐든 그런 까닭에 그 남자의 명성은 야설 매니아 사이 에서 레어 급으로 분리되었고, 그의 야설은 몇천만 원을 왔다 갔다 하는 금액에 거래가 된다. 하지만 또 단점이라면, 책 나오는 속도가 무지 늦다는 거 다. 그 사람의 말에 의하면 자신의 혼을 담은 탓에 그런다나 뭐 라나? 난 이해가 안 가지만, 야설 마니아들은 이해한단다. 휴우. 어찌 됐든 그 유명하신 분의 이름이 프렌티아다. 그런데 그분이 갑자기 왜 튀어나와? 민호가 말문을 열었다. "프렌티아가 제 닉네임입니다." "......" "한마디로 제가 프랜티아라는 아이디를 사용 중입니다." "풋." 미친 자식, 자기가 야설계의 거장(?)이라는 프렌티아란다. 네가 그 사람이면 지나가는 똥개는 대통령이다, 이 자식 아. 하지만 그 순간 내 머리를 스치는 이상한 생각들...... 가끔씩 보면 저 자식은 한 번에 엄청난 돈이 생긴다. 물론 그 기간이 무지 길기는 하지만 그 액수가 엄청나다. 그뿐 아니다. 내가 저번에 저놈이 몇 자 적은 글을 본 적이 있는데, 진짜 빨려 들어갈 정도였다. 단 한 페이지였나? 무슨 내용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내 마 음을 잠식할 정도였다. 설마? "사실입니다." "......" "제가 야설계의 거장(?)이라고 불리는 존재입니다." "......" 야설의 거장 민호 군이 구해 온 1,000만 원짜리 학교 지도, 여기에는 특별한 것이 있다. 그건 바로...... "학교에 비밀 통로로 보이는 이건 뭔고?" "비밀 통로겠죠." "......" "친절하게 비밀 통로라고 적혀 있군요. 그것도 교무실로 직통으로 갈 수 있는 통로 말입니다." "......" 그렇다. 민호 말대로 지도에 2학년 여자 화장실 부근에 통 로가 있다. 그것도 비밀 통로가. 그렇지만 뭔가 의아한 게 있다. 그건 바로...... "학교에 왜 이런 게 있을까나?" 의문을 넘어 미치겠다. 학교에, 그것도 하필 교무실로 통하는 비밀 통로가 왜 있 지? 이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겠다. 이 건물을 지은 분은 새싹들 이 교무실에 슬쩍 들어가기를 원하는 마음에서 만들 걸까? 상상 불가다. 이 학교를 설계한 남자의 마음을 알기에는 말이다. "아마도 미래의 형님 같은 학생을 위한 방법이 아니었을까 요?" 그때 민호의 추측성 맨트가 들려온다. 혹시나 나 같은 낙제생을 배려해서 이런 비밀 통로를 만든 거냐? 그것도 학교에? 참으로 할 말이 없다. 만약에 그게 사실이라면 이 학교를 만든 사람은 분명 제정 신이 아닐 거다. 땀이 삐질 난다. "대충 새벽 1시쯤이면 조용해지니, 그때 침투하도록 하죠." 민호의 제안이었다. 문제없다. 그전에는 자율학습 때문에 남은 학생도 있을 터. 딱 1시쯤 이 좋다. 그때쯤이면 숙직을 서는 선생님들도 다들 잠들 테니 까 말이다. 스윽. 스윽. 어둠만이 짙게 깔린 밤, 두 남자가 담을 넘고 있다. 학교 담 을 말이다. "참으로 므훗한 데이트입니다." "닥쳐." "이런 데이트는 즐기는 게 예의라고 생각합니다만?" "안 닥칠래? 넌 이게 데이트냐?!" 스타킹 하나 뒤집어쓰고 강도처럼 나타나는 게 넌 데이트 냐? 그리고 이딴 데이트는 거부하고 싶다. 예진이와 헤어지기 싫다. 그러므로 내일 추가 시험을 합격 해야 한다. 그 때문에 시험지 답안이 절실히 필요하다. 단지 이런 상황일 뿐이다. 여기서 궁금한 것도 있을 것이다. 왜 공부할 생각은 안 하 냐고. 그건 내 자신을 아니까...... 몇 달을 줘도 가능성이 없을 텐데, 하루 만에 성적 향상은 불가능하다는 걸 그 누구보다 잘 알기에...... 이상하게 공부에 관련만 되면 그냥 기절(?)하는 지병을 가 지고 있어서 말이다. 그런 지병이 어디 있냐고?! 있다. 전문용어로 '공부하다 보면 쇼크!'라는 지병이다. 이 지병은 전 세계에서 단 한 명에게만 발견된 희귀병이다. 그리고 그 사람은 바로 나다. 그만큼 그 어떤 병보다 희귀성이 넘쳐흐르다 못해 줄줄 흐를 정도의 병이 바로 '공부하다 보면 쇼크!'라는 지병이 다. 나도 이런 내 자신이 가슴 아프다. 고치고 싶지만 나밖에 없다 보니 고칠 방법도 없다. 그래서 결국 이런 불법적인 일 을 하는 거지만...... "이걸로 두 번째인가?" 8개월 전 민혜의 속옷을 훔치기 위해서 성을 침투했던 때 가 마구 떠오른다. 그리고 그 영향인지 별로 긴장이 되지 않는다. 아아, 이러면 안 되는데, 이런 불법적인 일에 적응하면 안 되는데! 그리고 이건 진짜 중대 범죄다. 시험지를 훔치는 범죄. 하지만 사악한 머신맨 때문에 위기가 놓인 나이기에 어쩔 (?) 수 없이 하는 거다. 진짜 그 머신맨이 이렇게 치졸한 짓만 안 했어도(시험 바로 하루 전 가르쳐 주는 일) 이 짓까지는 안 한다. 정말이다. 믿어 줘라. 근데 뭐지? 이 불신감 가득한 시선들 은?! "형님, 진행하죠." 그때 민호가 한마디 던졌다. 진행하자. 그 지도에 나온 대로 가니까 말 그대로 '서프라이즈' 였 다. 이렇게 완벽한 지도는 없었다. 단 한 번도 걸리지 않고 어 슬렁어슬렁 진행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니! 그리고 문제의 비밀 통로, 이건 더욱 가관이다. 안쪽으로는 쭉 일직선으로 아주 편하게 갈 수 있도록 만들 어 놓으셨다. 비밀 통로의 묘미라고 하면 길이 좁고 냄새 나 고 울퉁불퉁하고 정신없는데, 이건 아니다. 완전 일직선으로 끝내 주게 뻗어 주셨다. 그리고 야전 망원경을 낀 덕택에 아주 손쉽게 비밀 통로의 끝인 교무실에 도착했다. "휴우." 난 한숨을 내쉬었다. 나같이 순수한 존재가 어떻게 이 자리에 오게 된 걸까? 그것도 시험지 답안지나 훔쳐보라고 말이다. 거참, 미묘하고 괴상망측하군. 한숨과 함께 난 어서 일 끝내고 잠시 동안 양심의 가책이라 도 느껴 보려고 했는데, 그게 안 된다. 그건 바로...... "......" 한 남자가 있다. 그 남자는 눈을 감은 채 교무실 시험지를 보관한다는 금고 앞에 묵묵히 서 있다. 그리고 그 남자를 난 잘 안다. "머신맨." 그렇다. 나의 절망적인 모습을 보기 원하는 자, 내가 폐인이 된 모 습을 보기 원하는 자. 나를 어떻게 해서라도 밟아 대려는 그분이다. 그분이 묵묵 히 눈을 감은 채 금고 앞을 지키고 계신다. "......" "난감하군요." 민호도 머신맨을 보더니 그렇게 중얼거렸고, 난 고개를 끄 덕였다. 그 순간이었다. 번쩍! "......!" "......!" 갑자기 사람 기절하게 번쩍 눈을 뜨는 머신맨. 그는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왔군." "......" "......" "뭐 90% 예상한 일이야, 재현 군. 흐흐흐." "......" "자, 어디 숨었는가?" "......" 분명하다. 재현의 한마디를 들은 거다. 역시 머신맨! 귀도 밝다. 인간 이 아니야! 그 머신맨은 서서히 움직이더니 어두컴컴했던 교무실에 불 을 켠다. 그러더니 번쩍거리는 눈빛으로 우리가 있는 곳을 찾 아본다. 다행히도 여기는 비밀 통로 안이어서 찾지는 못한다. 물론 소리로 찾는 방법이 있겠지만, 소리만 내지 않으면 끝이라는 거다. 머신맨은 비릿한 음성으로 말했다. "피할 수 없다." "......" "재현 군, 재현 군, 재현 군! 여기서 걸리면 자네는 퇴학, 못해도 정학이네. 흐흐흐." "......" "항복해라!" 진심으로 저 인간은 내가 사라지기를 원한다. 진짜 왜 나한테 그래?! 자기가 인기 없어진 게 왜 내 탓이 냐고?! 그렇다고 일부러 져 주는 것도 내 취향은 아니란 말이 다. 하지만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다. "민호야, 부탁한다." "네, 형님." "내가 상대한다. 우어억!" 그러면서 난 과감히 비밀 통로 문을 열었고, 내가 그 문을 열자 나타나는 스타킬 차림의 나를 보고 머신맨은 기겁한다. 물론 스타킹보다는 비밀 통로에 더 어이없어 하는 표정 같 아 보였지만.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군!" 그러면서 머신맨이 내게 달려든다. 난 그런 머신맨의 공격을 피하려고 했는데...... "완료했습니다!" 민호의 완료했다는 말이 들린다. 무슨 1초 만에 그 첨단 금고를 딴 거니? 할 말이 없어진다. 무척이나...... 그때 열심히 뛰는 민호를 본 난 그대로 민호를 따라 비밀 통로로 튀기 시작했다. 뒤에서 흘러나오는 절규를 무시하고...... "말도 안 돼!" "......" 난 민호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러자 민호는 나를 보면서 화사한 미소와 함께 말했다. "왜 그러십니까?" "너, 무슨 짓 했냐?" "......?" "지문 인식과 홍채 인식, 그리고 각종 최첨단 보안이 걸린 저 금고를 무슨 수로 1초 만에? "배웠거든요." "......" "지인한테 말입니다." 난 그 지인이 궁금하다. 이 세상에서 저런 첨단 금고를 몇 초 만에 따 버리는 사람 이 과연 존재할까? 난 1시간 전이었다면 절대 노를 외쳤다. 그건 인간이 아니니까. 말 그대로 루팡인가 뭔팡인가 하는 아저씨가 환생하지 않은 이상. 하지만 난 봤다. 몇 초 만에 시험지를 훔치는 민호를 말이 다. 그런데...... "갑자기 시험 문제 바꾸면 어떡하지?"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이건 형님을 위한 재시험일 분이 고, 단 하루 전에 유출된 게 알려지면 학교 보안 시스템이 안 좋다는 소문이 날 테니 그냥 진행할 겁니다." 1억 8천 240만 원과 1,000만 원짜리 지도를 펑펑 써 댈 때 의 민호와는 뭔가 다른 모습이다. 한마디로 전설적인 범죄자 의 모습? "......" 다음 날. 난 굳었다. 왜냐고? 달랐으니까. 내가 훔친 시험지 답안이랑 달랐으니까. "크크크." 한편 밖에서 지켜보던 머신맨은 입 모양으로 무슨 말 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난 그 말을 읽었고. '그건 가짜였다.' 내가 읽은 결과, 그거다. 가짜였다. 빌어먹을! 속았어, 크윽! 이런, 이런! 난 절규했다. 이건 아니다. 이래서는 결국 2학년으로 남잖 아! 이런 제길, 제길, 제길! "하하하." 머신맨은 웃었다. 자신의 승리였다. 항상 뛰어난 운동 실력으로 자신의 소녀 떼를 훔쳐 간 저 파렴치한 인간을 드디어 무너뜨렸다. 그리고 이제 머지않아 절망적인 얼굴이 보이겠지? 저 재현을 맡은 담당 선생님인 물리 선생님이 시험지를 체 크하는 순간 말이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마, 말도 안 돼!" 평균 100점? 이건 말도 안 된다. 평균이 100점이라니! 이건 전교 1등조차도 불가능한 점수 다. 그런데 평균 21점을 달리는 재현이? 도저히 믿을 수 없다. 머신맨은 곧바로 그를 담당했던 물리 선생에게 달려가 물 었다. "이,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저도 믿기지 않지만, 시험지를 보세요." "......" 시험지를 봤다. 하지만 조작되지 않았다. 말 그대로 사실인 것이다. 이럴 수가! 이건 무슨......! 30분 전. "존경합니다." "별말씀을요." 물리 선생님은 한 남자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있었다. 그 리고 그 남자는 미소를 지으면서 사인 한 장을 하더니 말했 다. "잘 부탁드려요, 선생님." "당연합니다! 야설계의 거장인 민호 님을 위해서라면!" 그는 야설계의 거장인 민호의 광팬이었던 거다. 즉, 사인 한 장에 그 선생님은 조작에 동참한 것이다. [협정] 베르자니아는 말없이 눈을 감고 있었다. 그의 옆으로 수십 명의 부하들이 머리를 조아리고 있었다. 베르자니아가 말했다. "자연을 다루는 자......" "죄송합니다. 당장이라도 데려오고 싶지만, 강한 존재들이 지금 차원의 문을 건너갈 수 없는 상황이라서 좀 더 시간 을......" "시간이라......" "넵! 시간만 더 주신다면 더욱 강한 존재들이 건너가서 그 자연을 다루는 자를......" "얼마면 되는가?" "한 7개월만......" 파직! "......!" 그 순간 보고를 하던 남자는 갑자기 온몸이 갈기리 찢기면 서 그대로 죽어 버렸다. 단지 무형의 기운만으로 말이다. 베르자니아는 말했다. "4개월 안에 내가 나갈 수 있게 만들거나 그 자연을 다루는 자를 데려와라. 그렇지 않으면 여기 있는 자 모두 죽이겠다." 흠칫. 그 말에 부하들은 대꾸도 없이 맹렬히 고개를 끄덕일 수밖 에 없었다. 그의 말은 절대적이니까. "헤헤헤." 난 내가 이렇게 천재인 줄 몰랐다. 재시험에서 평균 100점이라니, 이건 전국에서 제일 뛰어난 점수 아닌가? 정말 나에 대해서 새삼스럽게 놀랍다. 혹시 내가 천재인 게 아닐까? 그러고 보니 평균 21점, 사실 말도 안 된다. 아무리 대충 찍어도 40점은 기본으로 나오는데 21점이라니! 잘 생각해 보면, 어떤 자가 나에게 질투를 느껴 100점짜리 내 성적을 21점으로 조작한 그런 만화 같은 스토리가 아닐까? 충분히 가능하다. 어제 나의 진면목을 난 봤으니까. "주인님!" "어." 그때 갑자기 리아가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고, 난 숨이 꽉 막혔다. 그 이유는...... "......" "어때요?!" "......" "괜찮아요?" 메이드복을 입은 리아 양 때문이다. 15살의 소녀가 메이드복이라니! 그래, 그건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메이드복이 그냥 메이드복이 아니라면? 즉 간단하게 말해, 개조된 메이드복이 라면? 푸른색의 초미니스커트에 달하는 치마와 가슴이 살짝 보이 는 짝 달라붙은 상의...... 이건 서프라이즈였다. 멋지다(?). "주인님, 이상해요?" "아, 아니......" "좋아요?" "......" 좋다. 너무 좋다! 살짝이라도 움직이면 팬티가 보일 듯 말 듯한 짧은 치마, 너무너무 좋다. 영문으로 번역하자면 '아임 유월 베리 굿 잡?" 정말 예술이다. "헤에?" 그 모습에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짓는 리아. 그러더니 그녀는 갑자기 사라졌다. 엥? "......" 민혜는 할 말을 잃어버렸다. 리아의 파격적인 옷을 보고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부러웠다. 재현이가 보고 넋을 놓아 버리 는 리아가 말이다. "나도 가능할까?" 만약에 자신도 저런 옷을 입는다면, 오빠가 저런 반응을 보 일까? 잘 모르겠다. 자기에게 관심을 가져 주기만 해도 좋을 텐데. "언니!" "꺅!" "에헤?" 그때 고민에 잠긴 자신의 뒤에 리아가 나타나서 부르자 민 혜는 너무 놀라 자기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고, 잠시 후 뒤에 있는 존재가 리아라는 걸 안 그녀는 말했다. "놀랐잖아, 리아." "헤헤." "근데 무슨 일이야?" 민혜는 갑자기 자신을 부른 용건이 궁금해졌다. "입어 볼래요?" "......" 그녀가 내민 건 방금 전 리아가 입었던 초파격 메이드복이 었다. 그러고 보니 리아는 다시 원 상태로 돌아온 모습이었다. 그 걸 본 민혜는 말도 안 된다는 듯 말했다. "이걸 어떻게 입어......" "헤헤?" "......" "언니." "응?!" "주인님 좋아하죠?" 뜨끔. 그 한마디에 민혜는 가슴이 뜨끔거렸다. 어떻게 이렇게 잘 알 수가 있는 거지? 보는 사람마다 자신 이 재현을 좋아한다는 걸 순식간에 알아낸다. 무감각의 전설인 재현과 바보 거북이 현무를 제외하고는. "다 표시 나요!' "그, 그래?" "네." 민혜는 무심코 사실을 인정해 버렸다. 그 순간 리아는 눈을 번쩍이면서 말했다. "언니가 이걸 입으면 주인님은 완전 날아갈 거예요. 제가 장담할게요. 언니 같은 미소녀가 이런 옷을 입는다면 주인님 은 환장할 거예요." "정말?" "네에!" "......" "여자는 적극성이에요! 밀어붙여요! 저렇게 둔한 남자에게 는 그게 최고예요!" "......" 그 말에 생각에 잠긴 민혜는 잠시 후 주변을 보더니 말했 다. "그래도 그걸 다른 사람이 보면......" 재현이가 보는 것까지는 괜찮다. 하지만 다른 사람, 즉 민호나 현무가 그걸 본다면? 너무 창피해서 어쩔 줄 몰라 할 것 같다. 그 말에 리아는 한 곳을 바라보더니 말했다. "제가 가둬 놓을게요." "......" "......" 그곳에는 훔쳐보려던 민호와 현무 군이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리아가 만들어 낸 감옥에 갇힌 그들, 특히 현무는 절규했다. "열어 줘이이이잉!" "심장이 발랑거리는구나." 아직도 리아의 그 복장이 눈에서 가시지 않는다. 그만큼 남자의 본능을 일깨우는 옷이라고나 할까?" "......" 안 된다, 이런 짐승 같은! 난 일편단심이잖아! 나에게는 예진이가 있는 거다. 다른 여 자는 거들떠도 안 보는...... "저기, 오빠." "......" 그때 내 앞에 나타난 한 소녀가 있었으니...... 너무도 눈부시게 아름다워서 눈이 실명되어도 이상하지 않 을 정도로 귀여운 소녀. 풀이하자면 초궁극 울트라 삼트라 베트라 공트라 미소녀에 해당되는 그녀가 있었다. 민혜가 말이다. 물론 그냥 있는 것도 아니다. 방금 전 리아가 입었던 그 파 격적인 메이드복을 입은 채 얼굴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그 러더니 조심스런 어조로 물었다. "어, 어때?" "......" "이상해?" 내가 대답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자, 그녀는 당황했다. 하지만 난 대답을 하지 못했다. 왜냐고? "풋!" "오빠!" 그대로 피가 역류하면서 코피와 함께 쓰러진 거다. 최고다. "미, 미안해." "아니." 미안하기는, 그런 거 전혀 없다. 내가 이런 쪽으로는 약하다 보니 민혜의 파격 복장에 그대 로 가 버린 거지. 난 휴지로 코피를 막아 주는 민혜를 보았다. 그러자 지금 입고 있는 평상복이 방금 전 보았던 그 메이드 복으로 변신한다. 이럴 수가! 나는 짐승이 아니잖아! "왜 그래?" 자신을 바라보는 내가 이상했는지 민혜가 물었고, 난 그 물 음에 고개를 저었다. 한마디로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때 민혜가 조심스러운 어조로 물었다. "내가 그 옷 입으니 이상해?" "절대 안 이상해!" "......" "방금 코피 흘리고 쓰러진 것도 네가 너무 자, 자극적이라 고 할까?" "......" 그 말에 민혜는 갑자기 화색이 돌았다. 그녀는 물었다. "한마디로 '동생'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거네?" "그런가?' 옛날에는 동생 같은 이미지였는데, 요새는 그런 이미지가 없다. 뭔가 여자 같은 이미지를 받는다고 할까. 아니, 잠깐! 내가 무슨 생각을! 예진 님, 예진 님, 예진 님, 예진 님, 예진 님! 저를 구원해 줘요! 계속해서 타락하는 나 자신을 위해서 예진 님을 찾아보지 만,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은 예진 님과 용호상박이라는 말 이 어울릴 정도로 귀여운 소녀다. 아무래도 예진 님의 효과가 미흡하다. 일단은 가까이 있는 건 그녀니까, 크윽! "저기, 주인님!" "으응?!" 미묘한 분위기가 생성될 때쯤 리아의 한마디가 들려왔다. 고맙기 그지없구나! 그리고 그뿐만이 아니었다. "손님 왔는데요!" "......" 오늘이 무슨 메이들의 날도 아니고, 크음! 난 내 앞에서 조용히 차를 마시고 있는 메이드를 보고 머리 를 긁적였다.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메이드, 얼굴은 꽤나 미인이다. 일반인 기준으로 봤을 때 꽤 인기 있을 만한 외모랄까? 그 뿐 아니라 몸매도 괜찮다. 메이드의 기본 조건을 갖추었다는 게 새삼스럽게 느껴진 다. 물론 아까 같은 파격적인 메이드복이 아니라 정상적인 메 이드복이어서 뭔가 미묘 섭섭한 느낌은 드는데? 흐음. 그나저나 이 메이드 아가씨는 무슨 용무지? 난 영업용 미소와 함께 말했다. "저기 '무엇이든지 들어드립니다'에 잘 오셨어요. 무슨 용 건이신가요?' 그 물음에 여자는 딱딱한 어조로 말했다. "저희 주인님이 뵙고 싶어 합니다." "......" "따라오시죠." 그러면서 그 메이드는 곧바로 일어나 버렸다. 황당했다. 뭐야?! 한마디로 지금 내 의견은 무시하고 그냥 조용히 따 라오라는 식인가? 그렇게 되자, 난 나도 모르게 외쳤다. "저희는 배달(?) 안 합니다만?" 그 말에 메이드는 나를 찌릿 바라보았다. 아이고, 무서워라. 그 순간이었다. "무력을 사용해서라도 데려가겠습니다." "호오?" 난 그 말에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력을 이용해서라도 강제로 데려가겠다고? 멋진데? 물론 레이디 퍼스트인 나로서는 여자와 싸우고 싶은 마음 은 별로 없다만, 저런 제멋대로인 여자가 공격 신청하면 받아 줄 수는 있다. 충분히 말이다. 그 순간이었다. 순식간에 메이드 양이 눈앞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내 뒤에 나타났다. 하지만 난 이미 그녀의 뒤에 있 는 상태다. 그리고 검 한 자루를 그녀의 목에 갖다 댄 채 말했다. "괜찮은 실력이지만, 제가 우위인 것 같네요?" "......" "다음에는 의뢰를 하려면 좀 더 예의를 갖추세요." 난 그 말과 함께 검을 걷었고, 그 순간이었다. 짝짝짝. "멋져요!" "......!" 기척이 없었다. 아니, 느끼지 못했다. 내 앞에서 웃고 있는 15살 정도 되는 소년의 기척을 말이 다. 그 소년은 미소와 함께 천천히 다가오더니 말했다. "대단하십니다. 엘라스를 그렇게 쉽게 제압하는 건 처음 보는 일이군요." "......" "정말 대단해요." 난 나도 모르게 인상이 구겨졌다. 왜냐고? 그건...... "네가 이 메이드 양 주인이냐?" "그렇습니다만." "한마디로 내 무력을 확인해 본 거냐?" "어떤 의미에서는요." "......" 한마디로 저 꼬맹이 자식이 지금 날 농락한 거다. 제길, 난 더럽혀졌어. 아니, 이게 아니라 지금 저 꼬맹이가! "아아, 진정하세요. 저는 의뢰를 맡기기에 적합한지 보려 고 했을 뿐이니까요." "......" "제 생각입니다만, 상당히 많은 돈이 필요한 것 같은데 맞 나요?" "그건 왜?" "그냥 그런 느낌이어서 말입니다. 그리고 전 그 많은 돈을 지급한 '능력'이 되거든요." "그건 좋네." 난 저런 잘난 집 꼬맹이가 제일 싫더라. 쳇! "어때요? 저와 장기 계약을 하지 않겠습니까? 돈은 충분히 지급하겠습니다. 저에게 필요한 일을 처리해 주시는 조건으 로 말입니다." "근데 왜 내 눈에는 네놈에게 뭔가 꿍꿍이가 있어 보이냐?" 그 말에 슬쩍 웃는 그 소년은 잠시 후 말했다. "꿍꿍이가 있으니까요." "......" "당연히 인간으로서 제게 필요한 게 있으니, 이런 계약을 하는 겁니다." "......" 너무나도 당당하게 말해서 할 말이 안 나온다. 뭐냐? 저 자식, 말도 열라 잘해. 그놈은 사뭇 진지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전 당신을 이용할 겁니다. 당신의 힘을 이용할 것이고, 당 신의 모든 걸 이용할 거예요." "......" 이 자식, 뭐냐?! 이용할 거라면서 미리 말해 주는 건? 도대체 이해가 안 된다. 그때 다시 소년이 말했다. "그러면 당신도 저를 이용하세요. 최대한 말입니다. 어때 요? 저는 말해 드렸습니다. 뒤에서 구시렁거리는 것보다는 이 렇게 당당하게 말했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꽤나 정직한 것 같 아요. 정직 상을 줘도 문제없을 정도로 말입니다." 이 자식, 뭔가 장난 아니다. 아까 인기척이 없이 들어왔을 때부터 뭐 하는 놈인가 했더니, 말하는 거 봐라. 완전 할 말 없게 만든다. 그 소년은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저와 당신은 서로를 이용하는 거죠. 그리고 전 당신에게 그 어떤 곳보다 많은 금액을 지급할 겁니다. 물론 지금 하는 일을 계속하시면 됩니다. 계속해서 하는 일은 아니거든요." "......" "어떻습니까?" 마치 악마의 속삭임 같다. 실제로 악마라는 존재가 있어서 속삭이면 이런 기분이려 나?! 흐음, 참으로 궁금하구나. 하지만 난 오래 생각하지 않았다. 왜냐고? "오케이! 우리 나중에 뭐라 하지 말자고." "물론입니다." 나도 이용할 거니까. 물론 내가 이용당할지 저놈을 이용할 지 모르겠다만, 한마디로 50% 확률의 복권이다. 그 말을 끝으로 소년은 일어섰고, 잠시 후 후드를 뒤집어쓴 민혜를 보더니 말했다. "이렇게 실제로 공주님을 뵙게 되니 영광입니다." "......!" "......!" "그럼 이만!" 그 소년은 나와 민혜의 반응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가 버렸 다. 저 말을 번역하면, 저놈은 내 정체를 안다는 거다. 확실히 말이다. 그리고 그런 나를 이용한다? 뭔가 재밌으려나? "주인님, 괜찮으신가요?' 엘라스의 한마디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 말에 소년은 그녀를 의아한 듯 바라보았다. 엘라스는 말했다. "이용을 할 수 있겠습니까?" "물론." "......" "나를 못 믿나? 내가 누구인지는 네가 제일 잘 알 텐데." 알고 있다. 그가 누구인지. 그 누구도 그에게는 어떤 점에서든 발끝에도 미치지 못한 다. 그의 두뇌 회전 능력은 말 그대로 '천재'라는 말조차도 부족했으니까. 하지만 엘라스를 이상하게 불안했다. 그 존재를 보고 나서 말이다. 그 의뢰를 맡긴 남자의 등 뒤에 서서, 방글방글 웃고 있는 그 남자는 단순히 웃고만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긴장으로 인해 손이 땀으로 흠뻑 젖을 정도로 무언 가 이상한 느낌이 드는 남자였다. 자신조차도 왜 이런 반응을 보이는지 알 수 없었다. 왜? "엘라스, 평소 같지 않군." "죄송합니다, 주인님. 그 계속해서 웃고 있는 남자가 신경 이 쓰여서." "흐음." 그 말에 그 소년도 미소 짓고 있던 민호를 생각했다. 확실히 평범해 보이지는 않았다. 무언가가 있는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자신은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정도의 힘과 지력이 있었다. 그러니 간단하게 말해, 쓸데없는 걱정일 뿐이다. "엘라스, 불필요한 걱정이다." "네, 주인님." 그 말에 엘라스는 곧바로 수긍했지만, 마음속에는 여전히 찜찜한 구석이 남았다. 그 미소 짓던 남자가 말이다. "야." "네, 형님." "더욱 진득하다?" "......?" "네놈의 그 스마일 미소 말이다." 항상 웃는 놈이어서 다른 사람 같으면 모르지만 난 안다. 저놈에게 진득한 미소가 있다는 걸. 그 말에 민호는 화사한 미소와 함께 말했다. "꽤나 재미있을 것 같아서요." "뭐가?" "글쎄요." "......" 이상한 놈! [마리네아트 마을] 세계 정복률 0%. 왜지, 왜지, 왜지?! 시간이 지나도 올라가질 않는다. 아무리 빚이 많다지만, 아무리 이상한 애가 달라붙었다지 만, 아무리 희한한 애들이 의뢰를 한다지만 너무 느린 진행이 다. "죽을 때까지 고백 못하겠다." 그렇다. 이 상황이라면 죽을 때까지 예진이에게 고백도 못 하겠다. 그만큼 진행 상황이 최악이다, 최악! "으윽!" 나는 머리를 붙잡았다. 어찌하란 말이오! "일단 저희는 암흑 속에서 행동해야 합니다." 갑자기 나타난 민호가 한마디 했다. 그렇다. 저놈의 말대로 우리는 암흑 속에서 행동해야 한다. 우리의 야망(?)이 들키는 순간 모든 사람들에게 견제를 받을 것이고, 그러면 심각한 차질이 발생한다. 그러니 암흑적으로 야금야금 먹어야 한다. 하지만 그것도 그리 쉬운 게 아니다, 하아. "형님!" "왜?" "좋은 곳이 있습니다." "......??" "마리네아트 마을이라고 들어 보셨습니까?" "글쎄?" "상당히 변방에 있는 마을입니다. 그 마을부터 점령하는 게 어떨까요? 물론 그 마을의 수장부터 밟아 주는 센스는 당 연한 거지만요." "......!" 오, 이럴 수가. 민호 자식, 언제나 이상한 짓만 하는 줄 알았는데 예상 밖 이었다. 이런 정보도 주고 말이다. 그 순간이었다. "난 천재다! 우헤헤." "......" "아잉." 갑자기 한 미친 거북이가 초를 친다. 그는 갑자기 소리를 지르더니 보기만 해도 역겨운 부들부 들 댄스를 춘다. 쟤, 언덕 위의 하얀색 집에 보내야 할 것 같다. 언젠가 는...... 심히 상태가 안 좋아. 우리는 마리네아트 마을에 도착했다. 난 놀라웠다. 어떤 의미에서는...... 나는 이 마을을 출발점으로 세계 정복의 스타트를 끊자고 한 모 인물을 바라본다. 그러자 그 모 인물은 방글방글 웃는 다. 난 방글방글 웃는 그에게 물었다. "이게 뭐니?" "마을입니다." "......" "변방이어서 정복해도 아무도 모를 겁니다." 그래, 변방이어서 모를 것 같기는 하다만 그것보다는 과연 이게 마을일까?! 내가 대충 살펴보았을 때, 사는 가구는 대략 4,5가구이다. 한 집에 두 명이 있다고 해도 열 명밖에 살지 않는 곳이다. 과연 이곳을 마을이라고 정의해야 하는 걸까? 심히 의문스럽다. 그리고 특히 젊은 사람은 한 명도 안 보인다. 대충 30대나 40대 분들로, 그것도 남자들만 잔뜩 모인 곳 이다. 즉, 우중충하다. "호오? 이런 변방에 사람이 찾아오다니 반갑네!" 그때 한 남자가 내게 다가온다. 한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였을까? 선한 인상이 유독 인상적이다. 그것도 아주 상당히 말이다. 그 남자는 사람 좋은 미소와 함께 우리를 보더니 말했다. "이런 변방에 사람이 오다니, 정말 반갑네." 그러면서 크게 반겨 주신다. 하하하. 이런 마을을 정복해야 하나? 물론 정복이라고 해도 난폭하게 할 마음은 없다. 그냥 평화롭게 할 거다. 내가 대악당도 아니고, 난 단순히 사랑하는 한 여인을 위해 할 뿐이다. "자자, 이거 외지에 찾아온 사람들이니 푹 쉬다 가게!" 그러면서 우리를 향해 너무나도 친절하게 대해 주는 아저 씨들, 아주 난감하다. 전 이래 봬도 게임 정복자인데요. 흐음. 그렇게 그 아저씨가 우리를 이끌어 가기 위해 내 근처로 오 는 순간, 난 흠칫했다. 왜냐고? 그건 바로...... "왜 그러나?" "아, 아니요." "......?" 내가 흠칫거리자 무슨 일이냐는 듯 묻는 그 아저씨, 하지만 난 대답할 수가 없었다. 방금 전 내가 맡은 냄새, 그건 바로 수없이 사람을 죽어야 지만 난다는 그 냄새였다. 물론 평범한 사람은 못 맡는다. 하지만 이상한 나라에 가서 후각도 미친 듯이 발달해 버린 난 느낄 수 있다. 그 아저씨의 몸에 베어 있는 피의 냄새가, 그것도 어마어마 한 피의 냄새다. "흐음." "왜 그래?" 성대한 환영식에 음식까지 먹고 방을 배정받은 상태, 한마 디로 진짜 푹 쉬고 가라고 하는 거다. 옆방에서 건너온 민혜는 나의 반응에 그렇게 물었고, 난 짧 게 대답했다. "이상해서." "......?" "저 사람들." "무슨 소리야, 오빠?" "모두 피 냄새가 베어 있어." "에? 그럴 리가! 모두 좋은 사람인데." 맞다. 좋은 사람들이다. 살기가 아예 없다. 내 예상대로 피를 달고 사는 존재이고 우리에게 해를 끼칠 마음이 있다면 분명 느껴질 것이다. 한 명이라도 말이다. 하지만 열 명이나 되는 인원 중 단 한 명도 없었다. 오직 피 냄새만 강하게 나고 있을 뿐이다. "내 착각인가?" 내가 피 냄새를 잘못 맡은 건가? 절대 피랑은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인데 어떻게 된 거지? 하 아. 점점 머리가 복잡해졌다. 난 그대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외쳤다. "바람 좀 쐬고 올게!" 그러면서 난 그대로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하아, 이상하게 머리가 복잡하네. 저녁이 다 된 탓인지 쌀쌀한 바람이 불어온다. 지금이 저녁 8시쯤이니 당연한 건가? 그 순간, 한 아저씨가 나타났다. 아무런 인기척도 없이. 만약에 공격이었다면? 아슬아슬하게 피해 낼지 의문이 일 정도로 아예 인기척이 없었다. 그리고 그 주인공은 이 마을의 촌장으로 보이는 아저씨, 즉 제일 먼저 우리를 반겨 주었던 아저씨다. 그 아저씨는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를 여전히 유지한 채 말 했다. "대접이 괜찮았는지 모르겠군." "정말 성대했어요, 감사해요." "하하, 다행이네. 이렇게 변방에 틀어박혀 살다 보니 다른 곳보다 부실한 건 어쩔 수 없지." 그 말과 함께 아저씨는 허허허 웃었고, 난 그 아저씨를 빤 히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 아저씨는 의아한 듯 물었다. "왜 그러나?" 난 직접적으로 물었다. "뭐 하시는 분이세요?" "허허, 뭐 하는 분이라니, 그냥 일반인이지." 아저씨는 이상한 걸 물어본다는 듯 나를 바라보면서 대답 했다. 난 그 아저씨를 향해 담담한 어조로 물었다. "일반인에게서 이렇게 강한 피 냄새가 날 수도 있는 건가 요?" "흐음." "물론 여기에 계신 분들이 저희들에게 해를 끼칠 존재라면 벌써 시작하셨겠죠. 예를 들어 음식물에 뭐를 탄다거나 혹은 들어오기 전에 제거. 그 외에도 무척이나 많은 기회가 있었어 요. 하지만 단 한 번의 살기도 뿜어져 나오지 않았죠. 이 점으 로 봐서 저희에게 해를 끼칠 존재는 아니라는 걸 알았어요. 그런데 이렇게 진한 피 냄새가 의아스러운 건 사실이죠." "흐음, 피 냄새라...... 자네의 코가 약간 이상한 거 아닌 가?" 아저씨는 그렇게 말을 돌려 버리려 했다. 난 그 말에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 "아뇨, 피 냄새라면 지긋지긋하게 맡아서 말입니다. 물론 인간들의 피는 아니지만 피 특유의 냄새는 어느 존재에게나 있으니까요." "......" "뭐 하시는 분들인지 가르쳐 주시겠어요?" 그 말에 아저씨는 나를 빤히 바라보신다. 그러더니 잠시 후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재미있는 친구군. 처음이야, 처음. 우리에게서 피 냄새를 맡은 존재는 자네가 처음이야." "......" "자네 정도라면...... 시험을 한번 보지 않겠는가?" "시험이라니요?" "간단하네. 우리를 이기게. 그러면 자네에게 신급 무기를 주지." "......!" 신급 무기?! 무기에는 종류가 있다. 간단하게 말해, 노멀─매직─레어─유니크─전설─신급 이런 식으로 말이다. 노멀 같은 경우는 손쉽게 구하고, 매직 같은 경우는 저번에 민호가 구해 준 아이탬, 시간을 3초 느리 게 하는 슬로우 스틱 같은 거다. 한마디로 이때부터 상당히 장난이 아니라는 거다. 그리고 레어 정도면 진짜 고렙들이나 사용 가능하려나? 그 만큼 희귀성이 장난 아니다. 그리고 유니크! 이건 말 다 했다. 초고렙들도 사용하는 자가 극소수라는 아 이탬이다. 옵션만 보면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라고? 그리고 전설급, 존재 여부도 확실하지 않다. 아마도 옵션은 미쳤을 것이다. 그런데 신급? 시험을 통과하면 그 아이탬을 나에게 준다고?! 헉! 이건 무슨 소리지? 그 아저씨가 말했다. "이곳에 들른 자 중 우리의 정체를 파악한 존재는 아무도 없었지. 자네 말대로 우리는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네. 방금 말한 대로 우리는 '일반인'이니까. 하지만 이렇게 재미있는 사람을 만나면, 이렇게 재미있는 시험도 주고 있지. 물론 '일 반인'에서 '테리스 나이트'라는 이름으로 바뀌지만 말이야." "테리스 나이트?" "뭐, 자네의 반응은 이해......" "그게 뭐예요?" "......" 자랑스럽게 무언가 말하려다가 그대로 굳어 버리는 그 아 저씨. 내가 이상한 소리라도 했나? "자네, 테리스 나이트라는 이름은 처음 들어 보나?!" "처음 들어 봅니다!" "......" 난 당당하게 말했다. 처음 들어 봤으니까. 그런데 거기는 뭐 하는 댈까나? 은근히 궁금하다. 그래서 난 물었다. "거기 뭐 하는 덴데요?" "......" "가르쳐 주세요." "됐네." "......" 쳇! 가르쳐 주면 될 것을. 쫀쫀하게 말이야. [마왕 스트라] 자신들을 모르다니, 베린은 너무나도 어이가 없었다. 테리스 나이트, 최강이라고 불리는 어쌔신 단체. 그리고 열 명이라는 소수의 인원으로 최강이라는 이름을 들은 곳이 다. 의뢰 성공률 100%. 실패는 단 한 번도 없다. 그 어떤 일이라도 열 명이 모두 모이면 드래곤도 손쉽게 죽 일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들은 최강의 어쌔신들이었 다. 그러니 한마디로 말해, 모든 존재들에게 있어 공포의 대상 이 바로 테리스 나이트인 것이다. 하지만 그런 그들이 5년 전 모습을 감추었다. 그들이 사라지자 사람들은 그들이 죽었다든가 의뢰에 실패 해 충격으로 인해 일을 접었다든가 기타 등등 수많은 의견을 내놓았다. 하지만 그들의 예상은 다 틀렸다. 그들은 5년 전에 한 물건을 얻었다. 신급 무기를 말이다. 그리고 그 무기의 주인을 찾아 주기 위해 5년 동안 여기에 머문 것이다. 그런데 그들이 왜 자신들 의 시간과 모든 걸 뺏기면서 그 주인을 찾아야 하는 걸까? 그건 그들의 스승이라고 불릴 수 있는 한 남자의 유언 때문 이었다. 그 남자는 죽으면서 말했다. '이 정도의 힘이라면 제대로 다루지 못할 경우 마성에 먹 힐 정도로 무서운 무기다. 부디 바란다. 이 무기를 잘 사용할 정도의 힘을 가진 존재에게 전해라. 너희 열 명을 상대로 이 길 수 있는 자를......' 그 말을 들은 그들은 생각했다. '우리의 힘이라면 이 정도의 무기는 가볍게 다룰 수 있을 텐데'라고 말이다. 하지만 그건 오산이었다. 그 물건을 든 존재는 마성에 빠지기 시작한 것이다. 다행히 도 엄청난 무력을 가진 그들이었기에 금방 손을 떼서 잠식당 하지는 않았지만, 그 생각만으로도 그들은 섬뜩해졌다. 그런 그들에게 첫 도전자가 온 것이다. "뭐가 뭔지 모르겠습니다만, 신급이면...... 흐흐흐." 난 웃었다. 신급이면 분명 미친 가격일 거다. 확실히 말이다. 돈에 눈 이 먼 나로서는 이 좋은 기회를 절대로 버릴 수 없다. 그 순간 그 아저씨는 주변을 둘러싸는 열 명의 아저씨, 이곳 에 계신 분들이다. 그리고 어느새 손에는 단검과 와이어가 들려 있고 말이 다. "가지." 그 순간 그 말과 함께 사라지는 아저씨들, 빠르다. 확실히 그 누구보다 빨라. 하지만 그건 다른 사람 기준이고, 나한테는 글쎄다. 솔직히 별로다. 뭐 하는 아저씨들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강한 건 인정한 다. 저들이 기습한다면 그 누구도 막아 내지 못할 것 같은 기분 이 든다. 하지만 그 미친 동네에서 목숨을 부지한 나다. 이 정도의 급습은 한 살짜리 꼬맹이가 급습하는 것과 마찬 가지다. 거기에는 정말 괴물들만이 살았으니까 말이다. 난 조용히 검을 뽑아 들었다. "인첸트 썬더!" 파지짓! 난 그대로 검에 번개의 힘을 걸어 버렸다. 물론 이게 끝이 아니다. 열 방향으로 치고 들어온다. 틈새가 없을 정도로 꽉 조여 오는 형식이다. 하지만 이런 공격법은 한 부분이 무너지면 끝 이다. 내가 보기에는 절대 무너지지 않을 거라는 자신감? 그런 게 느껴진다. 그렇지만 무너뜨릴 수밖에 없다. "빛나라!" 사실 이름이 엄청 유치한 건 인정한다. 하지만 이 스킬을 만들 시, 다른 건 도무지 떠오르지 않더 란 말이다. 빛나라 스킬. 태양의 빛을 빌려오는 스킬로, 간단하게 말해 엄청난 빛 을 이용해서 상대방의 눈을 일시적으로 마비시키는 기술이 다. 참고로 이 빛나라 스킬을 사용 시 머리가 대머리면 효과는 5배 증가라는 옵션이 들어 있기는 한데...... 대머리게 돼서까지 이 스킬의 효능을 끌어올리고 싶지는 않다. 절대 말이다. "크윽!" "......!" "뭐지?!" "눈, 눈이?!" "......!" 그때 발동되는 나의 빛나라 스킬에 모두들 달려오던 상태 에서 그 자리에 멈춘 채 고통스러워한다. 그걸 본 난 그대로 검을 꽂고 외쳤다. "썬더!" 콰앙! 바닥에서 번개가 분출되듯이 튀었다. "인간이 아닌가?" 리더로 보이는 아저씨가 내게 물었다. 너무나도 손쉽게 자신들을 이긴 탓이었을까? 꽤 충격적인 모습이다(나중에 알고 보니, 이 아저씨들 엄청난 아저씨들이 었다는 거!). 그 물음에 난 미소와 함께 말했다. "순수 100% 생과일주스 같은 인간입니다." "......" "......" "......" "......" 나의 비유에 뭔가 굳어지는 분위기이긴 하지만, 뭐 그건 상 관없다. 지금 중요한 건...... "흐흐흐." "......" "......" "......" "약속대로 아이탬 주세요!" 그거다. 중요한 건 아이탬! 상상 초월의 미친 가격이 나올 게 분명한 신급 아이탬이다. 그 아이탬이 나의 손으로! 생각만으로도 흥분된다. 이상한 흥분은 아니고 정상적인 흥분이다. 어찌 됐든 설렘 반, 두근두근 반이다. 내 말에 어쌔신 리더 아저씨는 붉은색의 상자를 가져와서 내게 건넨다. 그런데...... "마성을 제어할 자신이 있는가?" "네?" "이 신급 무기에는 마성이 있네. 무언가가 자네를 삼켜 버 릴지도 모르네." "......" "미리 말해 두는 거네." 뭐라고? 무언가가 나를 삼켜?! 갑자기 왜 그런 불길한 소리 를...... 나는 그런 마음과 함께 슬쩍 붉은색 상자의 문을 열었다. 그냥 어떻게 생겼나 보려는 거였다. 검은색의 와이어였다. 마치 모든 걸 빨아들일 것 같은 기분이랄까? "그건 마계의 전설적인 금속 아만다티움으로 제작......" 아저씨의 설명이 들려온다. 하지만 그것보다 이상하다? 내 손이 저절로 그 와이어를 향 해 갔다. "잠깐!" 그런 내 모습에 아저씨는 급히 날 제지하려 했지만, 이미 내 손은 와이어를 잡았다. 그 순간! 파지짓! 파지짓! "크윽!" 온몸이 갈가리 찢어지는 듯한 극심한 고통이 느껴진다. 그리고 내 주변에는 검은색의 연기가 피어오른다. "괘, 괜찮나?!" 이런 모습에 다른 아저씨들까지 달려왔지만, 전혀 안 괜찮 다. 아프다. 이렇게 아프기는 처음이야. 파지짓. "크윽!" 다시 한 번 고통이 느껴지고, 그리고 앞이 흐려진다. 제길. "헤헤헤." "......" "하찮은 인간 놈, 이제 네 몸은 내 거다!" "......" "으하하하!" 난 내 앞에 있는 놈을 눈을 가늘게 뜬 채 바라보았다. 어둠만이 가득한 곳에서 이놈을 만났다. 아니, 정확히는 기 절하자마자 이 이상한 어둠의 공간으로 모습을 드러냈고, 내 앞에 이 이상한 꼬맹이가 있었다. 검은색의 머리에 검은색의 옷, 키는 약 145cm 정도? 그리고 나이는 10살 정도로 보이는 소년이었다. 그 소년은 나를 보더니 말했다. "이제 내가 네 몸으로 파괴를 이끌어 주마!" "......" "크크크! 영광스러워해라. 나...... 으악!" 퍼억. 난 그대로 후속타를 날리려는 그 자식의 얼굴을 밟아 버렸 다. 그러고는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 "아직 이마에 피도 안 마른 게 어디서 반말이냐?" "이, 이 하찮은 인간이! 나로 말할 것 같......" 퍼억! "으악!" "닥쳐, 이 자식아. 경고했지?" "아니, 이 인간......!" 퍼억. "으악!" "존댓말." "내가 미치지 않고...... 컥!" 퍽! 퍽! 퍽! "난 절대 굴복...... 으아악!" "......" "으악!" "......" "에에." 난 쉴 새 없이 밟았다. 그렇게 약 10분 후, "저, 저는 위대한 마왕 스트라입니다." 꼬맹이는 온몸의 고통을 호소하면서 이제야 제대로 된 인 사를 했다. 난 그 말에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 "예의를 지키렴." "......" "저, 저기...... 저는 마왕인데요." "그래서?" "......" "나보고 어쩌라고?" "......" "뭘 바라는데?" "저는 마왕이라니까요. 마계에서 마족들을 통치하는 그 마 왕요!" 퍼억! "왜 때려요?" "이 자식이 어디서 언성을 높여?! 죽어 볼래?" "......" "네가 마왕이든 아니든 난 상관없다. 이 어두컴컴한 동네 에서 벗어나는 방법이나 가르쳐 주지 않을래?" "그건 절대 못......" 퍼퍼퍽. "으아악!" 난 궁금의 비기인 '플레이즈으으으으 엔디비아 랄랄랄랄 구구구굿'을 시전했다. 한 번에 모든 고통을 느끼게 해 주는 최강 스킬이다. 말 그대로 그 누구도 견더 낼 수 없다. "아, 알았어요!" 그때 그 꼬맹이의 절박한 음성이 들려온다. "으음." "괜찮아, 오빠?!" 내가 의식을 찾자마자 나를 제일 먼저 맞이해 주는 사람은 민혜였다. 휴우,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다. 만약에 나를 반겨 주는 사 람이 민혜가 아니라 민호였다면 기분이 더러웠을 것 같다. 심 히. "어떻게 된 거야?" 민혜는 갑자기 기절해 버린 나를 보고 당황해서 물었고, 난 그 물음에 내 손에 쥐어진 와이어를 흔들면서 말했다. "여기서 웬 10살짜리 꼬맹이를 만나고 오는 바람에." "꼬맹이를?" "응. 나이도 어린 자식이 반말을 까잖아. 그래서 열 받아서 철퇴를 내려 줬지." "......" "그리고 나의 비기 플레이즈으으으으 엔디비아 랄랄랄랄 구구구굿을 선보이니 탈출 방법을 가르쳐 주던데?" "그게 누구야?" "글쎄? 자기 입으로는 마왕이라던가 뭐라던가?" "......" "......" "......" "......" 그 한마디에 순간적으로 침묵이 흐른다. 어라? 왜 이래, 전부? 그 순간이었다. ─이 악질 중의 악질! 네가 인간이냐! 이 삐리리 같은......! 그때 와이어에서 욕질이 들려온다. 그리고 순간 나의 혈관 마크가 튀어나왔다. 그리고 난 웃었다. 잠시 후였다. ─으아아악! 자칭 마왕이라는 한 존재의 비명이 처절하게 들려온다. 후 훗! 휴우, 이제 좀 얌전해졌다. 참으로 버릇없기로는 최고다. 저 자식 말이다. 그나저나 잠시 정신이 없어서 까먹었는데, 도대체 이 아이 탬의 옵션이 뭘까?! 공개된 적도 없는 유니크 아이탬의 옵션도 작살일 게 분명 한데, 신급이라니? 상상조차도 안 된다. 두근두근. 난 떨리는 마음으로 신급 아이탬의 창을 열었다. 그리고 잠시 후였다. "컥!" 그대로 숨이 넘어갈 뻔했다. 이건 뭐냐? 이게 아이탬이냐?! 진짜 이건 아니잖아! 아무리 신급 아이탬이라지만, 이건 너 무 말이 안 되잖아. 난 믿을 수가 없어 여러 번 확인해 봤다. 하지만 잘못 읽은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저 말이 사실? 어떻게! 난 말도 안 되는 옵션을 보고 금방이라도 기절하고 싶어졌 다. 그 아이탬의 옵션은...... <『디재스터』제2권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