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로스 슬라임 ...... 뭐냐, 이 미묘한 느낌은? 다른 여자들을 찾기 위해 에리아와 피닉스와 함께 몸을 움 직이던 나. 그때 갑자기 몸을 압박하는 이상한 느낌에 그대로 멈춰 섰다. 한편, 그런 나의 모습에 피닉스는 의아한 듯 물었다. "왜 그래?" "아니, 갑자기 뭔가 미묘해져서." "미묘해져?" "어, 뭔가 위기감이라고 해야 하나. 뭔가 알 수 없는 느낌이......" "착각 아니야?" "......그런가?" "착각이 분명해. 전설적인 난 아무것도 못 느꼈잖아." ......네놈이 느끼면 그게 더 이상한 걸 테다. 그나저나, 피닉스 말대로 착각인가? 퓨우웅! 퓨우웅!! "......!" 그 순간, 내 주변에 벽이 열리면서 갑작스럽게 쏟아지는 화살들. 한두 개가 아니다. 최소 못해도 수백 개다. "제길!! 비상 배터리!!" "으악! 싫어!!" "닥쳐!!" "으아악!" "다크 배리어!!" "우어억!!" 나는 절망하는 피닉스의 생명력을 끌어 와 엄청난 크기의 배리어를 만들어 냈다. 수백 개의 화살을 단 한 번에 막아 낼 수 있는 배리어 말이다. 역시 비상 배터리의 효능은 환상적이다 못해 감동적이다. 퉁! 퉁! 퉁! 화살과 배리어가 부딪치면서 구리구리(?)한 소리가 울려 퍼 졌고, 난 모든 화살 세례가 끝나자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방금 느낀 기분이 이거였다. 알 수 없는 미묘한 느낌 말이다. 아마도 근처에 화살이 발사되는 지점을 본능적으로 알아차 렸을 게 분명하다. "......그나저나 갑자기 화살이라니. 여기는 몬스터 말고도 다른 함정들이 있는 건가?" 결론적으로 그렇게 된다. 에리아를 죽이려 하던 자이언트 오우거와 더불어 지금 우 리를 화살 꼬치구이로 만들 뻔한 화살 님들. 이 두 가지로 보아 몬스터와 함정이 고루 갖춰진 게 바로 이 미로인 것 같다. "......이거 더욱더 상황이 안 좋아지는데." 그렇다. 몬스터뿐만 아니라, 함정이 이렇게 많다면 여자들이 위험 할 확률도 훨씬 높다는 소리. 난 더욱더 빠르게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어서 그녀들을 찾기 위해. "꺄아악!" "......!" 이 비명 소리는...... 예은이?! 난 갑자기 들려온 비명 소리에 마음이 다급해지기 시작하였다. 이 비명 소리는 분명 예은이다. 근데 예은이가 왜 비명을 질러야만 하는 걸까? 그건 분명 무슨 일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확실할 수 있다. "젠장!" 난 그렇게 짧게 말한 뒤, 에리아를 안고 그대로 냅다 달리 기 시작했다. 예은아, 기다려!! 금방 갈게!! "예은아, 괜찮아?!" "오......빠!" 나를 보자마자 내 품속으로 들어오는 예은이. ......너무 좋다. 아 참, 이게 아니라...... "왜 그래?!" "이, 이상한 게......" "이상한 거?!" "저, 저기......" 그때 예은이는 그 고운 손가락으로 어느 한쪽을 가리켰고, 거기에는 슬라임 한 마리가 계셨다. ......얘는 뭐니. 보통 슬라임은 아니다. 황토색의 사각 모양을 가진 이상하다 못해 심오한 슬라임이다. 뭐, 그래 봤자 슬라임이지만. 슬라임. 젤리같이 생겼는데 거의 최하급 몬스터에 속한다. 물론 최하급 몬스터이기는 하지만 칼로 베어 넘길 때 튀기 는 독은 약간 위험하다. 하지만 이것도 약간만 싸움을 할 줄 이는 존재라고, 무식하게 피를 튀기게 하지는 않을 거다. 그것 말고는 정말 허약무리한 몬스터다. 물론 예은이도 충분히 잡을 수 있기는 하지만, 내가 봤을 때 그녀는 전투를 단 한 번도 해 보지 않은 것 같다. 나를 만난 이후, 그녀가 전투를 하는 모습은 단 한 번도 보 지 못했고, 그 전에도 예은이의 성격상 전투랑은 거리가 멀 게 분명했으니까. 당연히 이 몬스터를 1:1로 면담하는 건 처음일 테다. 근데...... 이런 모습조차도 너무 귀여우니, 나 어떡해. 난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내가 금방 처리하고 올게." "조, 조심하세요." "......" 별별 이상한 놈들을 다 해치우고 다니던 나다. 그런데 슬라임이라는 최하급 몬스터에게 조심하라니. 흐으음, 대략 난감이다. 물론 일반 슬라임이 아닌 황토색 슬라임이다. 지네처럼 한 번 업그레이드 한 거 같기는 한데, 그렇다고 슬라임이 용 될 수는 없는 법. 그냥 살며시 전화를 한 걸로 추정된다. 터벅터벅. 난 그런 생각과 함께 슬라임의 근처로 다가갔고, 황토색 슬 라임은 내가 다가올수록 긴장이 되는지 슬며시 뒤로 물러섰다. 역시나 슬라임이다. 그나저나, 이런 기회에 신기술을 한 번 사용해 봐야겠다. 저번에 유물을 찾으면서 얻은 스킬. 마타스. 일정 지역의 공간을 비틀어 그 공간에 휘말린 적은 소멸되 어 버린다는 아주 멋진 스킬이다. 하지만 상대방이 움직이면 그것도 삽질이라는 걸 잘 아는 나로서는 웬만해서 쓰지 않는 스킬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슬라임은 속도가 느려서 피하려고 해도 피할 수 없는 몸. 나의 새 스킬의 희생양이 될 거다. 크크크. "마타스." 파지짓!! 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슬라임 근처에 생성되는 검은색 의 블랙홀. 그리고 그 블랙홀은 순식간에 엄청난 힘으로 슬라임을 끌 어당기기 시작했다. 오...... 공간을 찢어 버리니 블랙홀이 생성되는 건가? 그리고 그 블랙홀이 적을 완전히 소멸시켜 버리는 스킬 라인? 잘 사용하면 그 어떤 스킬보다 멋진 스킬이 될 듯하다. 생 각 외로 블랙홀의 크기와 흡입력이 장난 아니다. "끼이익!!" 슬라임의 구슬픈 비명을 마지막으로 언제 그랬냐는 듯 닫 혀 버린 블랙홀. ......멋지다. 내가 직접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렇게 신 스킬에 감동을 하고 있던 나. ......그런 나에게 이상한 연기가 꾸물꾸물 날아오신다. 이건...... 뭐냐? 분명 방금 전까지만 해도 없었는데 어디서 생겨난 연기지? ......혹시 슬라임이 소멸되면서 나온 연기인가? ......근데 슬라임이 소멸되면서 연기를 내뿜는다는 이야기 는 처음 듣는데. "......!" 그때 어느새 다가온 연기는 내 주변을 장악했고, 난 순간 당황했다. 심상치가 않다. 뭔가 일어날 듯...... 아...... 그 순간, 정신이 혼미해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몸이 움직인다. 예은이를 향해 말이다. "......오, 오빠?" 한편 눈동자의 초점을 잃어버린 채 자신에게 다가오는 내 가 이상했는지 예은이가 불렀고, 난 그런 예은이의 말에 대답 을 하려고 했지만 입이 열리지 않았다. 무언가에 의해 완전히 몸이 지배당한 느낌이다. "예은아." "......" 그때 내 입은 제멋대로 예은이를 불러 대기 시작했다. 드디어 이 입이 미친 거냐? "예은아." 그때 또다시 버터 마가린 같은 목소리로 예은이를 부르는 나. ......내가 들어도 심히 거부감이 들 정도로 느끼한 목소리다. 진짜 이 현상은 또 뭐냐! 왜 갑자기 몸과 입이 제멋대로 움직이냔 말이다. 터벅터벅. 그 순간 내 몸은 천천히 앞으로 가기 시작했다. 예은이가 있는 곳으로 말이다. 하지만 그냥 가는 것도 아니다. ......심히 재수 없는 이상한 스탭으로 걸어가는 거다. 내 몸 이 말이다. 이런 미친, 썅! "나의 피앙새." "......" "나의 베이비." "......" "나의 물 같은 존재." "오, 오빠, 왜 그러세요......" 한편 내가 생각해도 미친놈이 되어 버린 나에게 두려움이 가득한 목소리로 물어보는 예은. 그리고 그런 예은의 대답에 나는 느끼 버터 살인 미소를 지 으면서, "네가 귀여워서 그러지." "......" "예은이는 이 오빠가 싫어?" "......" "왜 대답이 없지?" "저, 절대 싫지는...... 않아요. 하지만...... 이런 오빠의 모 습은......" 스으윽. 그 순간 내 몸이 예은이의 앞으로 다가갔다. ......진짜 완전 미쳐 버리겠네. 나, 왜 이러는 거냐, 정말!! 한편 자기 멋대로 다가간 내 몸은 예은이의 허리를 강제로 휘어잡더니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 "사랑해." "......" 나의 말에 순식간에 얼굴이 붉어지는 예은. 근데...... 그 모습이 너무 귀엽다. ......아니, 이게 아니라!! 어서 내 몸을 돌려 달라!! 이게 뭐냐, 뭐냐, 뭐냐!! 난 초비상식적인 황당한 일에 어쩔 줄 몰라 했고, 한편 예 은의 허리를 휘감은 내 손엔 더욱더 힘이 들어가면서...... "그 누구보다, 그 어떤 존재보다 너를 사랑해." "......" "아이...... 러브 유." 으아악! 소름이 끼친다. 아이 러브 유 대사에 온몸이 바들바들 떨리다 못해, 기겁하겠다. 그만큼 제멋대로 움직이는 내 자신이 너무나도 어이가 없 다는 소리다. "뭐, 뭐야! 내 여자에게!" 그때, 지 여자라고 하면서 내게 날아오는 피닉스. 이성을 잃어버린 난 피식 웃더니, 퍼억! "크악!!" 날아오는 피닉스를 손등으로 잔혹하게 내동댕이쳐 버렸다. ...... 너무 냉혹하게 내팽개쳐졌다. ......냉무. 심히 할 말이 없다. 한편 미쳐 버린(?) 난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예은에게 더욱더 다가갔고, 그때 나는...... 에리아를 발견했다. ......그러더니, "귀여운 숙녀 에리아 양......이 여기에 있군요, 후훗." ...... 그러면서 예은이와 거리를 벌리고, 에리아에게 천천히 다 가갔다. 움찔. 한편 그런 나의 모습을 본 에리아는 움찔거리면서 뒤로 물 러섰고 미쳐 버린 난...... 그런 에리아의 반응에도 불구하고 더욱더 다가갔다. 그러더니 그대로 에리아를 들어 올렸다. 두 손으로 말이다. "꺅!" 에리아의 귀여운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제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한 몸은 여지없이 그런 에 리아의 비명을 무시하더니, "귀여워." "......" "귀여워, 귀여워, 너무 귀여워." "......" "이 오빠랑 뜨거운 키스나 할까?" "......" 그러면서 혀를 다시는 나. ......드디어 미치지 못해 완전히 돌아 버린 내 몸이다. 아무리 미쳤다 하더라도 해야 할 일이 있고, 해서는 안 되 는 일이 있는 거다, 이 미친 몸아! 한편 나의 이런 생각과 다름없이 잔뜩 겁먹은 에리아의 입 술로 내 입술이 천천히 다가갔다. 으아악!! 저, 정말 이건 아니다!! 이건 아니야!! 마구 절규하는 나. 그리고 너무나 충격적인 상황에 굳어 버린 예은과 에리아. 한 대 맞고 바닥에 키스 중인 피닉스까지. ......완전 개판이다. 스으윽. 그 순간, 인기척이 느껴진다. 그와 함께 내 목덜미에 느껴지는 고통. ......그리고 순식간에 사라진다. 내 몸을 휩쌌던 이상한 기운 말이다. "휴우, 흘로스 슬라임을 잡으셨군요." "......크라스!" 그렇다. 어느새 나타난 크라스가 나를 보고 웃고 있는 것이었다. 으아악, 감동이야! 뭘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지만 완전 미쳐 버린 날 이렇게 정 상으로 만들다니, 최고 감동이다. 그나저나, 흘로스 슬라임? "크라스, 흘로스 슬라임이라니?!" "혹시 황토색 슬라임을 잡지 않으셨습니까?" "허억! 그걸 어떻게 알았어?!" "당연히 마스터의 이상한 행동을 보고 알았습니다." "......?" 뭔 말이다냐. 이해가 안 되는데, 흐으음. 계속해서 크라스의 말이 이어졌다. "흘로스 슬라임을 잡으면 죽을 때 이상한 연기를 발생시킵 니다. 그리고 그 이상한 연기를 맡게 된 존재는 방금 전 마스 터처럼 여자라면 아이든, 소녀든, 어른이든 모든 여자에게 집 적거리게 됩니다." "......" "물론 그렇게 된 상태에서 방금 전과 같이 목을 가볍게 쳐 주면 정상으로 돌아옵니다. 뭐, 그때는 모든 전투 능력을 상실 해서 누구나 손쉽게 정상으로 돌릴 수 있습니다." ......이거 웬지 무서운데? 방금 말한 전투 능력 상실. 흘로스 슬라임을 잡아 이상한 연기에 휩싸인다. 그럼...... 그대로 전투 능력 상실. 전문 용어로 바보가 된다는 소리다. 그럼 만약에 그 이상한 연기를 맡은 채, 앞에 있는 적이 검을 휘두른다면, 그 검을 맞 고 그대로 다이. ......이거 심히 무서운 슬라임이었던 거다. 크라스의 부연 설명으로 내가 이상한 행동을 한 것에 대해 서는 오해가 풀렸다. 물론 아직 조금 어린 에리아는 그렇게 설명을 했지만 여전 히 나를 이상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 점이 얼마나 가슴이 아픈지...... 크윽. 사실 어린 여자 아이한테 '우리 키스나 할까?'라는 어마어 마한 대사를 친 나로서는 할 말이 없다. 아무리 여자를 밝히게 되는 연기라고 하지만 10살밖에 안 된 여자 아이에게 그런 변태적인 발언을 하다니...... 정말 할 말 없게 만든다. 그나저나, "크라스, 나머지 일행들은 다 같이 있다고?' 네, 에리아 님과 예은 님과 피닉스 님, 그리고 마스터를 제 외하고는 다행히도 한 곳에 모여 있었습니다." 그거 참 반가운 소식이군. 그렇지 않았다면 흩어진 모든 일행을 찾느라 지금쯤 정신 없었을 테다. 한편, 난 궁금한 게 있었다. 바로...... "이 미로, 혹시 출구를 찾았어?' "아뇨, 이런 미로는 생전 처음입니다." "......크라스, 너도 처음이라고?" "네. 저도 꽤나 많은 미로를 다녔다고 생각했지만 이런 신 비한 미로는 처음입니다." 신비하기는 신비하지. 벽이 혼자서 솟아오르기도 하고, 일직선으로 뚫고 가도 다 시 원래 자리도 오질 않나, 혹은 괴상망측한 몬스터가 있지를 않나. 정말 신비 그 자체다. "현민아!!" "아, 혜경아." "걱정했어!" 그러면서 내게 조심스럽게 다가오는 혜경이. 아아, 저런 미소녀분이 나를 걱정해 주다니. 이거 왠지 감 격적이다 못해 눈물이 나오겠다. "걱정했어요." "걱정했잖아, 오빠!" 그리고 덩달아 걱정했다면서 내게 오는 레니아와 은경이. 나는야 행복한 남자! 그 순간, 갑자기 한 마리의 새가 펄럭펄럭 날아오더니 윙크 를 한 방 날리면서, "내 걱정을 많이 했다는 거야?" "......" "......" "......" "전설적인 나를 굳이 걱정할 필요는 없다네. 뭐, 나를 걱정 해 주었다니, 특별히 좋아해 주는 척해 볼까? 푸헤헤헤." "......" "......" "......" 갑자기 나타나서 웬 개소리를 해 대는 피닉스를 본 혜경이 와 레니아, 은경이는 완전히 할 말을 잊어버렸는지 단 한 마디 도 하지 못했다. 저 마음, 약간 이해가 간다. 아, 그나저나 저 정체불명의 피닉스병. 이제는 말기를 넘어 서 초말기가 되어 버린 것 같다. 어떤 병이라도 기적이라는 게 존재해서 0.000001%라도 가망성이 있겠지만, 저 피닉스 병 (잘난 체 무지 심하고, 왕자병에다가 세상은 자기 위주로 돌아 간다는 생각을 가진 병)은 기적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저 병에 걸리는 순간 인생 그대로 쫑 나는 거다. 그러고 보면 그 어떤 질병보다 심한 병이었네. 흐으음. "레니아." "네?" 나는 레니아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약간 기대감 어린 어조로 물었다. "어때? 이 미로 알 거 같아?" "......죄송해요." "......아, 아니. 죄송할 것까지는...... 없는데. 난 레니아라 면 이런 미로에 대한 단서를 조금이라도 알고 있을까 해 서......" "저도 처음 보는 미로에요. 어떻게 이런 미로가 존재할 수 있는지 지금 보고 있어도 믿어지지가 않아요." ...... 이거 점점 머리가 아파져 온다. 트릭이나 함정 같은 것을 마스터한 레니아조차도 모르는 미로라니. 참으로 미묘하다 못해 심오한 미로이시다. ......진짜로 여기서 굶어 죽어 해골 뼈다귀가 되는 아름다 운(?) 상황이 펼쳐지는 건 아니겠지? "저 먼저 가 볼게요." "나도." "오빠, 나도 갈게." 한 명씩, 한 명씩 사라져 간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이곳에서는 로그아웃이 된다는 점이다. 저번에 무인도에서는 로그아웃조차도 되지 않았는데. 그걸로 보아 이곳은 무인도 체험처럼 무슨 이벤트같은 행 사가 아니라는 게 확실하다. 난 사실 조심스럽게 추측했었다. 혹시 이 미로도 저번과 같이 이벤트 같은 게 아닐까 하고 말이다. 예를 들어, 특명 미로 대탐험이라든가! 이런 거. 하지만...... 로그아웃이 아주 잘 되는 관계로 그건 아니다. 그럼 남은 추측은 이곳이 실제 던전이라는 거. 아아아...... 그렇게 절망에 빠진 나. 그리고 열심히 빈둥대면서 노는 피닉스와 데인, 가르 삼인방. ......저것들은 지금 이 상황에서 노는 것 자체가 심히 존경 스럽다. 세르키스와 크라스는 나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데 말 이다. "신을 믿으면 이 미로는 당장 사라집니다!" "아, 밟히고 싶어. 몸이...... 나른해." "나를 찬양해라!! 나를 찬양해라!!" ......좀 정상적으로 놀지 그래? 왜 놀아도 삐리리같이 노는 거야. 여기서 삐리리란 전문 용어로 또라이라고 풀이되고, 우리 들이 잘 쓰는 말로 미친놈이라고도 하지. 뭐, 이런 사소한 것은 넘어가고, 우선 이 괴상망측한 미로를 부숴야 한다. ......여기서 해골이 되는 건 정말 사양이니까. "옆으로 뚫고 가도 안 되고, 하늘로 올라가도 안 되고...... 그럼 무슨 방법으로 탈출을 해야 하지?" 난 그렇게 중얼거리며 생각에 잠겼다. 하늘 불가. 지상 불가. 그럼 남은 건...... 땅밖에...... 번쩍! 그 순간 내 머리를 지나가는 한 가지 생각. 그렇다. 아직 한 가지 방법이 있었다. 그리고 그 방법과 적합한 인물도 있었다. 그건 바로 나. 삽으로 신을 가르고 영혼조차도 갈라 버린다는 삽질계의 황태자라는 명칭을 달고 있는 나 말이다. 크크크. 그렇다. 지금 내가 생각해 낸 방법은 하나. 바로 '땅파기'이다. 하늘도 되지 않는다. 지상도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땅, 즉 바닥이다. 한 마디로 바닥을 파다 보면 이 이상한 미로도 끝날 수도 있다는 것!! 나는 당장 메이스를 집어 들었다. 이제 이 메이스로 미로의 바닥을 부숴 버리는 거다. 광기였다. 모든 일행이 생각하는 단어는 말이다. 정말 미친 듯이 메이스로 바닥을 갈기는 데 그 광기는 참으 로 심오하다 못해 눈물이 날 정도였다. 그만큼 삽질계의 황태자라는 명칭. 신조차도, 영혼조차도 갈라 버린다는 삽질계의 황태자의 실력이 지금 선보이는 거다. "으하하하." ......윤현은 물 만난 고기처럼 바닥을 부수었다. 메이스를 쳤다 하면 땅이 움푹움푹 파였다. 안 그래도 신급 아이탬에 달하는 무기인데 거기에다가 일루젼 크레이젼을 걸 고 마구 땅에 내려치니, 완전 상상 초월이었던 것이다. "대단하시군요." 한편 순식간에 엄청난 크기의 땅굴을 만들어 내는 윤현을 보고 크라스가 감탄 어린 어조로 말했고, 그 말에 세르키스도 수긍했다. "그러게 말입니다. 엄청난 분이십니다." "저, 저도 동의해요." 레니아조차도 동의한다. 그만큼 그의 삽질은 예술(?)이었다. 헉, 헉, 헉. ......여기는 어디냐? 내가 정신을 차렸을 때, 내 몸은...... 웬 땅굴에 있었다. 정확히는 내가 부숴 버린 땅 안이겠지만. "마스터, 안은 어떻습니까?" 그때 한참 위에서 크라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고, 난 그런 크라스의 말에 두 손을 입에 모은 뒤 소리쳤다. "잘 안 보여!!" "흐으음......" "뭐 불빛 같은 거 없어?!" "제가 라이트 마법을 밑으로 보내겠습니다!" 그때 들려오는 세르키스의 말/ 참으로 반가운 말이다. 둥둥. 그 순간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천천히 낙하하는 라이트의 구. 순식간에 어두웠던 땅굴은 환해졌고, 그와 함께 난 경악에 휩싸였다. 얘는...... 뭐니?! 내 앞에 있는 희한한 보석. 인간의 심장처럼 생겼고, 온통 푸른색으로 만들어진 보석 이다. 기분 나쁘게 인간의 심장 모형을 가진 보석이라니...... 참 으로 갖고 싶지 않게 하는 보석이네. "뭐 있어요?" 그때 레니아의 물음이 들려왔고 난 그 물음에 건성으로, "웬 인간 심장같이 생긴 푸른색의 보석이 있는데요." "......살아 있는 보석, 푸라이스티!!" "......" ......? 뭔 말? 분명 레니아는 엄청 흥분한 목소리로 외쳤다. 살아 있는 보석, 푸라이스티라고 말이다. ......요새 시대가 아무리 그렇다고 하지만 보석이 살아 있어? ......좀 그렇네. 살아 있는 보석이라니...... 그때 레니아의 외침이 또 들려왔다. "그 보석을 부수에요!" "이 보석을?" "네! 그 보석이 이 이상한 미로를 만들 수 있게 해 주는 매 개체에요!" "오호?' "그 보석만 부순다면 지금 이 미로는 당장 파괴되요." 오...... 그렇단 말이지? 이게 이 괴상망측한 미로를 지탱해 주는 매개체였단 말이지. 그거 참 좋은 소식이다. 한마디로 이 보석만 깨부수면 드디어 이 미로에서 탈출할 수 있는 거다. "그럼 시작할까?!" 나는 그 말과 함께 보석을 메이스로 가리켰다. 그리고 곧바 로 모든 힘을 담아 힘차게 휘둘렀다. "미로야, 터져라!!" 파악! 그 순간 뭔가 빛이 터졌다. ...... 그 깊은 땅굴을 세르키스의 마법으로 올라온 나. 난 올라오자마자 방금 줄임표와 같은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왜냐고 물어본다면...... "......여기는 그냥 공......터잖아?" 그렇다. 그냥 공터인 거다. 아무것도 없는 공터. 개미 한 마리도 안 보인다. 대략 가로세로 50미터 정도 되 는 공터였다. "흐으음, 일루젼 마법일까요?" 그때 크라스가 조용히 내게 다가와 귓가에 속삭였고 난 그 말에 세르키스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세르키스는 난감한 얼굴로. "마법적인 기운은 전혀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럼 일루젼 마법은 아니라는 소리?" "아니요. 일루젼 마법이에요." "응?" 그때 가만히 있던 레니아가 불쑥 나타나면서 말했다. 그녀는 사뭇 진지한 얼굴로 나를 찐하게 바라보더니, "일루젼 마법이에요." "......세르키스가 느끼지 못했는데?" "그건 어쩔 수가 없어요. 아무리 마법에 능통하더라도 이 일루젼 마법을 간파해 내는 건 무리니까요." "......무슨 말이야, 레니아?" "간단히 말씀드릴게요. 일루젼 마법이지만 일루젼 마법이 아닌 거에요." ......별로 간단한 말씀이 아닌데요, 레니아 양. 크흐으음. 좀 더 쉽게 말해 주세요, 흐흐흑. 한편 이런 내 마음을 알아차렸는지 레니아는 추가 설명에 들어갔다. 그녀는 침을 한 번 삼키더니, "방금 말한 의미는 일루젼 마법을 변형시켰다는 뜻이에 요." "......변형을 시켜?" "네." "......마법도 변형이 되는 시대?" "아뇨. 마법이 마음대로 변형이 될 리는 없어요. 하지만 딱 한 가지 변형할 수 있는 방법, 그건 바로 살아 있는 보석 푸라 이스티를 이용하는 거에요." "아, 아까 심장같이 생긴 보석?" "네. 거기에는 아주 특수한 힘이 담거져 있어서 방금처럼 마법 같지 않은 마법인 일루젼 마법을 걸어 놓을 수 있었던 거에요." 허얼. 별 희한한 게 다 있네. 보석의 힘을 이용해 마법 같지 않은 마법을 걸어 버리는 이 런 어이없는 일이. 그렇다면...... "저 보석은 비싼 거?" "가격 측정 불가." "......" "한마디로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보석이에요. 저도 책자를 통해서만 봤을 뿐이에요." "허억!!" "......왜 그러세요?" "그, 그럼 엄청 비싸다는 거잖아!!" "물론요. 흐으음...... 부르는 게 값일걸요." "크아악!!" 난 그 말에 머리를 부여잡았다. 부르면 돈이 되는 보석을 내 손으로 부수다니. 이건 아니 다, 이건 아니야!! 한 마리의 야수처럼 포효하는 나. 그리고 그런 나를 본 레니아. 그녀는 살포시 웃으면서, "어차피 부숴야 했어요." "무, 무슨 소리야?!" "딱 한 번만 사용할 수 있는 보석이거든요." "아......" "이미 이 일루젼 마법과 비슷한 마법에 걸린 상태였기에 그 보석은 아무런 의미도, 힘도 없는 보석이었어요." 허얼...... 그런 거야? 그럼 별로 아깝지 않지. 레니아의 한마디에 순식간에 회복되는 나. 만약에 그 보석이 재탕된다는 말이 내 귀에 들어왔다면 난 초절망을 했을 게 분명하다. 다행히도 1회용이라는 사실이 나 를 안정시킨다. 흐으음. "그나저나 이 보석을...... 어디서 구한 건지. 세미테이젼 플리어 이중 트랩과 푸라이스티. 이 어마어마한 것들...... 정 말 모르겠네요." 그 순간 레니아는 자신이 말하고도 아직까지 믿어지지 않 는다는 얼굴을 하였다. 난 솔직히 뭐가 뭔지 모르겠다. 함정이나 이런 거에 관해서는 잘 모르는 관계로, 크흐으음. 하지만 단 하나는 알겠다. 지금 이 흑마법사 아저씨들이 돈은 되게 많다는 것 말이다. "레니아." "......?" 난 고민에 잠겨 있는 레니아를 불렀고, 레니아는 나의 부름 에 고개를 내 쪽으로 돌렸다. 난 그런 레니아에게, "어차피 생각해 봤자 답은 안 나온다고. 이럴 때는 말이야." "이럴 때는 이라뇨?" "간단해. 본거지에 쳐들어가서 간단하게 물어보면 된다는 사실." "......" "머리 안 아픈 게 최고야." "......" 뭐, 좀 단순한 방법이기는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는 이게 제일 현명한 방법인 거 같다. 우리를 생고생시킨 흑마법사들 을 찾아가 아주 사랑스럽게(?) 묻는다면 그들도 그냥 있을 수 만은 없을 거다. 아주 사랑스럽게 해 줄 테니 말이다. 크크크. 물론...... 오늘은 늦어서 안 된다. 어서 로그아웃을 한 뒤 쉬어야겠다. 내일을 위해서 말이다. 그런데 그 마탑의 주인이라는 앵무새가 보이지 않는다? ......언제 사라진 거지? 뭐, 별 상관없나? 우리의 목적은 달성했으니까 말이다. 마계의 최강자 플리카스틴 다음 날. 모든 일행이 접속했다. 다시 돌아온 그녀들은 어제까지만 해도 미로였던 여기가 순식간에 공터가 되어 버리자 매우 놀란 듯한 모습이다. 당연하겠지. 어제까지만 해도 정체불명의 미로였는데. 사실 그건 미로 가 아닌 이런 허허 벌판이었으니까. "사실 어제 내가 이 미로의 비밀을 밝혀내었지." "......" "음하하하." 그때 아주 자그마한 목소리한 여자들에게 속삭이는 새 한마리. 제 딴에는 최대한 조심스럽게 말하는 것 같지만 내 귀가 워 낙 좋은 탓에 다 들린다. 아 참, 이게 중요한 게 아니라. ......저 자식이 생구라를 깐다는 거다. 분명 어제 저 자식은 혼자 자화자찬하기 바빴다. 미로의 비밀을 풀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풀 생각을 했 다 하더라도 불가능한 도전이었을 것이다. 어찌 됐든 그런 놈이 지금은 뻔뻔하게 자기가 이 미로를 풀 어냈다고 말하고 계신다. "나는 전설이잖아?" "......" "Legend. 여기서 d는 올리는 거야." "Legend, Legend." "따라해 봐, Legen∼d." 저 자식이 어떻게 영어를 아는 거지?! 정말 신비롭다 못해 빛날 놈이다. 난 분명 저 자식과 있으면서 영어를 쓴 적이 없는 것 같다. 아니, 기본적인 영어, 오케이처럼 간단한 영어는 사용했지만 레전드, 즉 전설이라는 단어처럼 어려운 단어는 쓴 적이 없다. ......그런데 저 자식은 알고 있다. 이거 참 신비롭다. 신비로워. 아 참, 또 주목적을 망각했군. 나는 내 머리를 가볍게 친 다음 곧바로 여자들에게 자랑하 고 계신 피닉스님에게 다가갔다. 그런 다음 최대한 여자 목소 리를 흉내 내면서, "어머 어머, 피닉스 님. 대단하셔요. 혼자서 미로를 풀어내다니." "당연하잖아?" "......" "나는 래전드니까. 크하하하하." 아직 얼굴을 마주치지 않아서 내가 누군지 모르나 보다. 그래도 목소리라는 게 있는데, 아무리 변형을 했다 하더라 도 이런 어설픈 변형도 못 알아차리다니. 완전 자기 세상 모 드군. "어이 아가씨, 나랑 뽀뽀나 할까?" 그러면서 고개를 돌리는 피닉스 군. ......네놈이 미쳤구나. 네놈 따위랑 뽀뽀할 바에는 차라리 가르랑 하겠다. 흐으음...... 그것도 생각해 보니 좀 심각하네. 해골이랑 키스라니. 갑자기 온몸이 부들부들 떨린다. 그래, 다시 말을 바꿔서. 너랑 뽀뽀할 바에는 에리아랑...... ......! 으아악!! 이, 이게 아니야!! 어느새 내 입에 거론된 에리아라는 이름. 이건 아니다. 순결의 존재인 내가...... 자꾸 이런 변태적인 생각을 하다 니! 난 절대 로리타는 아니다. 난 엄연히 미소녀를 사랑하는 남자다. ......진짜다. ......그냥 넘어가자. 한편 나를 보고 그대로 석상 모드로 들어간 피닉스 군. 난 그런 피닉스 군을 향해, "변명할 기회는 줄게." "......" "없어?" "자, 잘 들어 봐. 여기에는 너무나도 심오하다 못해 아름다 운 상황이 잇어." "글쎄다. 구라 치는데 심오하다 못해 아름다운 상황이라니, "풋." "......" "그럼 일단 들어 줄게." "......서, 설명해 줄게. 난 전설이잖아?" "변명 기각." "앗, 저기 나는 금이다!!" 그 순간 갑자기 나는 금이라고 외치는 새 한 마리. 그리고 그 말에 피식 웃는 나. 미쳤구나. 금이 나니? 거짓말을 하려면 좀 현실적인 거짓말을 하란 말이다. 덥석. 난 그대로 '나는 금이다!' 하고 도망가려는 피닉스의 몸통 을 낚아챈 뒤 피닉스의 깃털을 쓰다듬어 주었다. "알지?" "으아악! 피닉스 살료!!" 그렇게 피닉스 군과 잠시의 대화(?)를 끝낸 나. 난 주목적을 떠올렸다. 내 주목적이란 흑마법사들을 찾아가 상냥하게 유물 스킬들 을 달라고 하는 거다. 뭐, 그 과정에서 약간 이야기가 통하지 않는다면 평화로운 협정 타협은 쫑 나겠지만 말이다. 그걸 대비해서...... "나랑 크라스, 그리고 가르, 데인 이렇게만 갈게. 흑마법사 의 본거지인 만큼 위험할지도 모르니까." "네." "응!" "조심히 다녀와!"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아 참, 그리고 세르키스는 여자들을 지켜 주고." "알겠습니다." 내 말에 믿음직스럽게 말해 주는 세르키스. 캬아, 저 분이 없었다면 이렇게 마음 놓고 싸돌아다니지도 못했을 거다. 그만큼 세르키스에 대한 신뢰도는 완벽했다. 그런데...... 그 순간. "뭐, 뭐야?! 난!!" "응?' "왜 난 없어?!" "......" "같이 가자는 말도 없고 여자들을 지켜 달라는 말도 없잖아!" "......" 그러고 보니. 아무 말도 안 했네. 저 새한테는 말이다. ......사실 말할 필요성이 없다 보니 잊어버렸다. 가르와 데인이야 한 싸움 하니 꽤 도움이 되지만 저 피닉스 는 한 싸움은커녕 방해만 안 된다면 그게 대단한 거다. 그뿐만이 아니다. 여자들을 믿고 맡기기에는 저놈의 변태기가 너무 심하다. 오히려 지켜 준다는 의미보다는 저 자식이 더욱더 치근거 린다는 데에 내 전재산을 걸겠다. 그러니 간단히 요약하면 요 기 놔둬도 불필요한 놈이고, 데리고 가도 불필요한 놈이라는 공식이다. 거참, 미묘하군. 뭐, 여자들 옆에 남겨 두는 것보다는 내가 데려가는 게 더 낫겠지. "그럼 따라오든가." "너, 너무 대충하는 느낌이잖아!" "......" "나 같이 전설적으로 도움이 되는 새를 데리고 가려면 최 소한의 예의는 지켜야지!" 미쳤냐? 네놈한테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게. 그리고 네놈이 어딜 봐서 전설적으로 도움이 되는데? 난 지금까지 네놈과 다녀봤지만 그렇게 느낀 경우는 단 한 번도 없다. 아니, 딱 한 번 있나? 저번에 신성력으로 이루어진 밧줄을 묶었을 때 풀어 버린 거 말이다. 그때는 그나마 불사조라는 이름에 맞게 활약을 해 주었지. 하지만 그걸 제외하고는 전혀...... 지금까지 저 자식이 내게 피해를 끼친 횟수나 얼마나 많을 까 하고 세는 게 정확한 것이다. 하아, 그래도 그냥 귀찮으니까. "너무나도 전설적이다 못해 전설 중의 전설 피닉스 님아, 제발 도와주세요." "푸헤헤헤, 알았어!!" "......" "나한테만 맡겨." 너한테만 맡겼다가 말아먹으려고? 차라리 지나가던 똥개에게 맡기는 게 더 안전할 거다. 하아아...... 정말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 새다. ...... "여긴...... 뭐냐?' 난 그렇게 중얼거린 뒤 허망한 얼굴로 주변을 살펴보았다. ......어떻게 된 거지? 폐허, 아니 그런 말조차도 부족하다는 느낌이 강할 정도다. 완전 초전박살 곱빼기가 되어 버린 마을. 간간이 보이는 집의 부스럼이 없었더라면 이곳이 마을인지 조차 알지 못했을 거다. 그리고 그뿐만이 아니다. 마을을 덮어 버린 찢겨진 시체들의 모습과 피의 바다. 아직 마르지 않은 걸로 보아서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 은 것 같다. "......젠장." 힘들게 찾아왔는데 나를 반기는 게 이런 폐허라니. 그뿐 아니라 갈가리 찢겨진 시체와 피들이 나를 반기고 있 을 줄이야. "크크크, 마침 나가려던 참인데 또 다른 장난감들이 나타나셨군." "......!" 그때 들려온 목소리. 인기척조차 느끼지 못했다. 그뿐 아니라 그 목소리를 듣는데 온몸이 전율이 일어나기 까지 한다. 단 한마디에 말이다. "반가워, 반가워. 하하하하." 터벅터벅. 그 말과 함께 마을 안쪽에서 조용히 나타나는 한 남자. 키가 대략 2미터에 달할 정도의 거인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머리에는 검은색의 뿔이 꽤나 길게 솟아 올라 있다. 그리고 보는 것만으로도 평범한 존재라면 움직일 수조차 없는 저 거대한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위압감. ......숨이 턱턱 막힌다. "크크크, 너무 시시해서 하품이 나올 정도였는데, 너희들은 꽤나 강할 것 같군." "......" "나를 즐겁게 해라. 하하하하." "넌...... 뭐냐?' 난 엄청난 위압감을 느끼면서도 아무렇지 않은 듯 대답했 고, 나의 질문에 그놈은 호탕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호오, 이거 꽤나 재미있는 놈이군? 감히 내게 말을 걸 수 있다니 말이야." ...... 어서 쳐 말하라고!! 완전 미쳐 버리겠다. 어렵게 한마디를 했을 뿐인데, 내 온몸은 땀으로 흠뻑 젖었다. 특히 등 뒤. 단시간에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는지 축축하기 까지 하다. 그에 비해 얼굴에는 땀이 그리 나지 않으니, 일단 위압감을 느끼고 있다는 표는 나지 않는다. 하지만 겉으로만 표 나지 않을 뿐, 속으로는 죽을 것 같다. 위압감만으로 말이다. "크크크, 나의 정체라...... 말해 주지. 내 정체...... 흐으음?" 그때 자신의 정체를 말하려던 그 남자의 시선이 갑자기 한 곳으로 고정되었다. 그 시선이 고정된 곳은 바로...... 크라스. 어, 어라? 그때 나의 시선은 당연히 크라스에게 돌아갔고 크라스에게 서 아주 새로운 장면을 목격했다. 그건 바로...... 크라스의 얼굴이 굳어져 있다는 거. 죽을 때도 웃으면서 죽을 것 같은 크라스다. 그런 그가 굳어 있다. 그것도 아주 많이 말이다. 한편 크라스를 본 그 남자는 재미있다는 듯. "소멸의 크라스 군이 아닌가?" "......" "하하하, 여기서 만나게 되다니. 이렇게 반가울 줄은 몰랐어." "......" "인간계에서 너랑 만나게 되다니. 왠지 새롭군." "저는 별로인데 말입니다." "크크크, 400년 만인데 너무 딱딱한 거 아닌가?" "......" "아님 저번에 맥없이 당한 게 아직도 걸리나 보지?" "......" "흐으음, 저번에 네놈이 나에게 단 2분 만에 졌을 거야, 그 렇지? 크크." ......! 뭐, 뭐라고?! 2, 2분?! 나는 2분이라는 말에 경악하다 못해 쓰러질 뻔했다. 소멸의 크라스라고 불리는 마족. 마왕조차도 두려워하는 크라스다. 그런 크라스를 단 2분 만에 제압을 했다고?! 지금 내 눈앞 에 있는 저 존재가?! 한편 크라스는 그 말에 더욱더 표정이 굳어졌다. ......부정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사실이라는 거다. 크라스가 저 정체불명의 존재에게 단숨에 제압당했다는 사 실이 말이다. "크크크. 그때 내가 기분이 좋아 살려 주었지만 오늘은 그 런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을 거다." "......" "썩 기분이 좋지는 않거든. 하하하. 뭐, 물론 인간의 피를 마시긴 했지만 아직 부족하다. 아직도 말이다. 아, 크라스. 너 에게 기회를 주지. 나와 같은 마족이니까 말야." "......" "너의 옆에 있는 인간들을 죽여라. 그러면 넌 살려 주지." ...... 저 존재의 제안. 나는 크라스를 바라만 보았다. 처음으로 본 모습이다. 크라스가 표현은 안 하고 있지만 두려움에 떨고 있을 것이 다. 크라스가 지금 배신한다 하더라도 지금까지 우리들에게 한 행동을 봐서 용서는 해 준다. 물론 그냥 당하고 있지만은 않겠지만 말이다. 그 순간...... 크라스는 미소를 지었다. 다시 말이다. "기각입니다." "흐으음......" "저는 마스터를 이길 능력이 안 되거든요." "......마스터?" "네. 이분이 저의 마스터입니다." "흐으음." 크라스가 나를 가리키자 그놈의 시선도 나에게 향한다. 그러자 조금 느슨해졌다고 생각하던 위압감이 또다시 나를 압박했다. 그냥 바라만 봤을 뿐인데...... 정말 난감하다. "크라스의...... 마스터라, 이거 흥미로운데?" 그러면서 진하게 미소를 짓는다. 그럼 여기서 내가 할 말. 재수 없다. ......아름다운 미소녀 분이 짓는 미소라면 극히 환영한다 만, 너같이 거대인이 미소를 날리는 건 절대적으로 거부한다. 우락부락한 남자의 미소를 보는 취미 따위는 절대 없으니까. "네놈이 크라스의 마스터라...... 크크크." "......" "흥미로워." 흥미로워하지 마렴. 난 네놈이 하나도 흥미롭지 않다. ......그러니 관심 꺼 줬으면 한다. 하지만 이런 나의 자그마한(?) 바람이 불가능하다는 건 그 누구보다 내가 잘 안다, 제길. "플라카스틴." "......응?" "저 마족의 이름입니다." 그때 크라스가 다시 진지 모드로 들어간 뒤 내게 속삭여 주 었다. 플라카스틴......? 난 처음 들어 보는데...... "마계의 최강자라고 불리는 존재입니다. 마왕조차도 그의 옷깃 하나도 건들지 못할 정도로 강력한 존재입니다." "......" "그에게서 1분 이상 견디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는 말 이 나올 정도입니다. 그 정도로 강한 존재가 바로...... 저기 있는 플라카스틴입니다." "......" 이런 미친!! 저 자식이...... 그렇게 강하다고?! 마계의 최강자라고 불리는 마왕조차 그의 옷깃 하나도 건 들지 못할 정도로 강하다니! 이건 말이 안 되잖아!! 그리고 어떻게 저 자식이 인간계에 있을 수 있는 거야? 한편 이런 내 생각을 알아차렸는지. "아마도 흑마법사들이 소환해 냈을 겁니다." "......흑마법사들이?" "네. 물론 인간의 힘으로 마계의 최강자라고 불리는 플라카 스틴을 소환할 수는 절대 없습니다. 하지만 다른 마족을 소환 하는 과정에서 무언가가 비틀어져서 플라카스틴이 소환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마을은 저 플라카스틴에게 멸망을 당한 거고요?" ...... 정말 난감하다. 어떻게 소환을 하다가 삑사리가 나도 저런 무지막지한 놈 을 소환하냔 말이다!! 이건 하늘의 농간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정말. "뭘 그렇게 둘이 속닥거리는가?" "......" "......" "뭐, 대충 내 이야기를 하고 있었겠지. 그럼 일단 내 소개는 됐으니, 그쪽 소개도 들어 볼까? 크라스의 마스터라는 존재를 말이다." 그리고 나를 바라본다. 찐하게. ......정말 거부하고 싶다. 남자들의 찐한 시선은 말이다. 여자들의 찐한 시선은 행복한데, 남자들의 저런 찐한 시선 은 부담된다. 아주 많이 말이다. 한편 플라카스틴의 질문에 크라스는 다시 방글 모드로 전 환한 뒤 말했다. "다크프리스트이십니다." "흐으음...... 다크프리스트? 어둠의 성직자?" "네, 그렇습니다만은." "어디서 많이 들어 본 이름인데?" 그러면서 고민에 잠긴 플라카스틴. 그렇게 약 몇 분의 시간이 지났을까. 잠시 후, 플라카스틴 은 야리무리한 미소를 짓더니, "기억이 났다, 다크프리스트." "......" "마신이 창조한 최고의 존재. 감히 나랑 비교 대상에 오른 존재." ......절대적으로 나는 저놈과 비교 대상이 되고 싶지 않다. 절대 말이다. 누가 비교 대상에 올려놓은 거냐!! 에이씨...... 이어받았다는 다크프리스트라는 놈을 내 손으로 뭉개는 기분 말이다." 그 말과 함께 웃어 대는 그놈. 하지만 난 저놈과 달리 기분이 되게 안 좋다. ......사실 자신 없다. 저 무지막지한 존재에게 승리를 따낼 자신 말이다. 보기만 해도 숨이 막히는 존재다. 그런 존재와 실제로 붙어서 과연 승리라는 걸 가져올 수 있을까? ......아무리 긍정적으로 생각해 봐도 미약하다. 제길. "모든 유물을 모으셨다면...... 한 번 해볼 만도 하겠지만." 그때 조용히 중얼거리는 크라스. ......너까지 그렇게 말하면 어떡하니! 더 분위기 다운이잖 아!! 모든 유물을 모은 상태라면 한 번 해볼 만한 존재란다. 하 지만 미안하게도 나에게는 아직 2개의 유물이 없다. 그중 한 개는 이 곳에 있을 확률이 높지만 지금 상황에서 저 폐허가 된 마을에 들어가서 찾기도 그렇고, 내 앞에 있는 저놈이 그걸 바라만 보고 있어 주지도 않을 거다. 한마디로 지금의 상황을 4개의 유물만으로 해 봐야 한다. "......크라스." "네." "냉정하게 말해 줘." "......?" "내가 저 자식에게 이길 확률은?" "......" "괜찮아." "흐으음......" "말해 줘." "......" 내 말에 선뜻 대답하지 못하는 크라스. ......그만큼 확률이 낮은 거냐?! 그때, 크라스의 입이 조용히 열렸다. "0......%입니다." "......" "......" "저, 저기, 크라스." "네." "방금 한 말...... 다시 한 번 말해 줄래?' "......죄송한 말이지만 0%입니다. 지금의 힘으로 저 존재 를 이길 가망성은 없습니다." "......기, 기적 같은 건?!" "저 존재에게는 기적이라는 단어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 "압도적인 무력에서 기적이란 있을 수 없으니깐요." 이런 썅! 난 그래도 1%는 불러 줄 줄 알았다. 그런데...... 0%라니!! 너무 하잖아, 크라스! 하지만 크라스 입장에서는 거짓말을 하면 안 되니까 사실 대로 말해 준 걸 테다, 제길. 0%라니, 어떡하지? 도망가야 하나? ......하지만 내가 도망간다 하더라도 놔줄 놈도 아니고, 내 가 후퇴하면 뒤에 있는 모든 일행조차도 위험해진다. 한마디로 좋든 싫든 간에 이곳에서 저 자식과 면담해야 한 다는 거다. 제길. 스으윽. 난 서서히 메이스를 뽑아 들었다. 그리고 그런 나의 모습을 본 크라스는 침체된 어조로 말했 다. "......하실 겁니까?" "......어쩔 수 없잖아." "......도와드리겠습니다." "아니." "......?" "저 자식을 나 혼자만의 힘으로 이겨 보고 싶어졌거든." "......" "크라스, 그거 알어?" "뭐를 말씀이십니까?" "0%의 확률을 부수는 건 재미있다고 말야." "......" 말은 그렇게 했지만. 재미있기는 개뿔. 하나도 재미없다. 그리고 무슨 수로 0%의 확률을 부수냔 말이다! 0.00000001% 라고 하면 그래도 꿈이라도 꾸겠지만 0%다. ......꿈도 꿀 수 없다. 아아아. 난 왜 맨날 이런 비극적인 역활을 해야 하는 거냐? 좀 아름다운 역활은 안 되겠니? ......안 되겠군. 흐윽. "그럼 서서히 몸을 부딪쳐 보지." ......싫다, 이 자식아. 네놈 같이 우락부락한 놈하고 몸을 부딪칠 바에는 차라리 피닉스와 부비부비하는 걸 선택하겠다. 그만큼 거대한 남자랑 몸을 부딪치는 취미는 절대 없다. "나를 즐겁게 해라. 크크크." "염병." "크크크, 마음에 들어." "제발 이상한 소리 좀 하지 마렴." "크하하하. 나에게 꼬박꼬박 말대답하는 놈이라니. 정말 재 미있어. 하하하." 저 자식 정말 왜 저래? ......성격이 약간 이상하다. 아니, 많이 이상해. 혹시 나한테 이상한 사심 있는 거 아니야?! 그러면 정말 난 감한데...... 내가 세상에서 제일 증오하는 존재가 게이다. 차라리 마조히스트가 더 아름답지(?), 게이는 정말 아니다. 남자들끼리 아아아아라니...... 말하는 것도 난감하기 그지 없구나. "......그럼 시작하지." 그 말이 끝나기도 전이었다. 퍼억!! "......!" "하하하." "......" "시시하군. 이것도 피해 내지 못하다니." "쿠, 쿨럭." 어느새 내 배에 박힌 저놈의 주먹. 믿어지지가 않는다. 도대체 무슨 방법으로 내게 다가온 거야. 그리고...... 그뿐만이 아니다. 온몸을 역류하는 피들. 한 마디로 방황한다. 피 님들이 말 이다. 그리고 그 피 님들은 내 입에서 쏟아져 나왔다. 울컥. 거의 한 모급에 가까울 정도의 피를 내뱉은 나. 그리고 단숨에 내 몸은 기울어져 간다. "......이거 생각 외로 너무 약한데?" ......조롱이 들려온다. 하지만 그런 조롱조차에 대답도 할 수 없는 게 지금 내 지 경이다. "끝내지." 그 말과 함께 그대로 오른손을 휘저어 흑백의 검을 간단히 소환해 내는 그 자식. 그리고 그 흑백의 검을 그대로 그었다. 하지만 이대로 죽을 내가 아니다! "다크 배리어!" 파앗! 난 그대로 그 자식의 생명력을 끌어 와 다크 배리어를 완성 시켰다. 지금까지 본 배리어 중 어마어마한 힘을 담은 다크 배리어 를 말이다. 그것만으로도 저 자식의 생명력이 얼마나 질긴 것 인가 대충 유추할 수 있는 점이다. 콰앙! 다크 배리어와 그 자식의 흑백의 검이 부딪쳐서 이상한 소 리가 들려왔다. 보통 검과 방어막이 부딪치는 소리는 절대 아니다. "오호?" 한편 나의 배리어에 막힌 자신의 흑백의 검을 슬쩍 보고 웃 는 그 자식. ......미안하지만 말이다. 이제 그 미소도 끝이다. "다크 블레스." -모든 능력치가 1,000 상승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미 접촉해 있는 상태. 그렇다면! "다크 블래스, 다크 헤이스트." 파지짓. 그 순간 내 몸을 감싸 안는 힘. ......엄청나다. 이건......비교조차도 되지 않는다. 저번 천사장들의 힘을 흡수했을 때랑 말이다. 절대 비교할 힘 따위는 아니다. 단지 50%의 능력치를 가져왔을 뿐인데 이 정도의 힘이라 니...... 이건 완전 사기잖아!! "흐으음?' 한편 자신의 힘이 절반 정도 빠져나가자 나를 바라보는 그 자식. 그러더니 호탕하게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 참으로 재미있는 능력을 가졌군." "그렇게 웃을 일만은 아닐 텐데. 지금 내 능력치는 너를 압 도한다고." 그렇다. 내 기본 능력치와 다크 블레스의 능쳑치. 그리고 저 자식의 절반 능력치까지. 그것만으로도 저 자식을 압도한다. 물론 능력치가 높다고 무조건 이기는 건 아니지만, 조금이 라도 유리한 건 사실이다. "흐으음, 좋아." "......?" 응? 뭐가 좋아? ......쟤도 약간 이상한 부류였던 거야? 그 순간. ......! 나는 내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갑자기 증폭되는 힘. 마, 말도 안 돼!! "이러면 동등해지는 건가?" "......" "후후, 처음이다. 내가 봉인을 푼 건 말이다." "......" "그 점에 대해서는 칭찬해 주지." 보, 봉인이라니. 그런 것도 가능했던 거냐?! 제길! 여기서 잠깐, 간단하게 또다시 기회를 틈타 능력치를 흡수 하면 되냐는 말을 할지도 모르지만 그건 기각이다. 왜냐하면 한 번 흡수했던 존재를 또다시 흡수할 수 없는 거 다. 생각을 해 봐라. 만약에 그게 가능하다면 흡수만으로도 상대방을 손쉽게 죽 일 수 있을 테니까. 물론 이렇게 50%의 능력치를 가져오는 것 만으로도 1:1싸움에서는 지지 않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지금 중요한 건. ......엿 됐다라는 거다. ...... "자자, 다시 재미있는 싸움을 기대하지." 나는 그 말과 아까 한 방 맞아 후들거리는 몸을 추슬렀다. 젠장, 솔직히 말해 몇 대만 맞으면 그대로 넉다운 될 거 같 다. 그만큼 저 자식의 파괴력은 상상초월이다. 그때 미소를 짓는 그 자식의 입가. 나는 그대로 메이스를 오른쪽을 향해 휘둘렀다. 그러자, 꽈앙! 메이스와 검이 부딪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 소 리에 이어 나타나는 그놈. 그는 웃었다. "확실히, 재밌어지겠어." "......" 저 자식은 아까부터 계속해서 재미 타령이네! 누구는 긴장해서 온몸이 굳어질 정도인데 말이다. "카르하." ......! 그 순간 갑자기 내 위로 검은색의 공간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 공간에서 무언가가 떨어진다. 고체는 아니다. 액 체......다. 그것도 이상한 색깔로 이루어진 파란색의 액체 말 이다. "이런!!' 난 갑자기 내 몸을 뒤덮으려는 다량의 액체를 보고 어찌할 줄을 몰랐다. 여기서 어떻게 해야 되는 거냐?! 분명 저 액체가 평범한 액체라는 기대 따위는 버리는 게 좋 을 거다. 다른 존재도 아니고 마계의 최강자라고 불린 저 자식이 사 용한 괴마법이다. 절대적으로 평범할 리는 없다. 그렇게 이상한 액체의 세례의 당황하던 나. 그 액체로 온몸이 도배되기 바로 전. "전설의 피닉스가 나가신다!! 길을 비켜라!!" ......웬 미친 새가 소리를 질러 댄다. 저 자식은 지금 상황도 이해가 가지 않는단 말인가? 지금 네놈의 그 미친 짓거리를 받아 줄 여유 따위는 없단 말이다! 그렇게 피닉스의 괴행동에 좌절하는 나. 그런데...... 변신......했다? 그렇다. 피닉스의 최종 변신 단계. 불타는 피닉스로 변신한 거다. 저번에 신성력으로 이루어진 밧줄을 끊어 버렸을 때의 모 습 말이다. 그때 다 음침한 애들밖에 없어서 그 밧줄에 몸이 묶여 누구 도 움직이지 못하고, 유일하게 자신의 불길로 간단히 태워 버 린 게 바로 저 피닉스다. "피닉스 비기, 소멸!" "......!" "으하하하." "......" "으하하하." 마, 말도 안 된다!! 나는 신나게 개폼을 잡으면서 웃고 있는 피닉스를 보고 그 말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정말 말도 안 된다. 어, 어떻게 그 이상한 액체를 소멸시켜 버린 거지? "나. 대단하지?" "......" "나의 불길은 원하는 걸 모두 소멸시킬 수 있지롱." "허억!!" "이제 내가 아름다워 보여?" 응. 아름다워 보여. 피닉스 자식이 이렇게 아름다워 보이기는 처음이다. 아니, 아름답다 못해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특히 방해물이라고 생각하던 놈이었는데 그 방해물에게 엄 청난 신세를 졌으니 더욱더 감개무량한 게 지금의 내 마음이 다. "흐으음...... 전설의 영물...... 피닉스인가?" 한편 그 이상한 마법 이후, 묵묵히 서 있는 플라카스틴. 그러더니 피식 웃었다. "정말 재미있는 파티군. 마신의 대리자 가르, 투신의 천사 장 데인, 소멸의 크라스, 불사조 피닉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마신의 힘을 이어받은 다크프리스트까지. 하하하." "......" 어, 어라? 난 분명 데인하고 가르의 소개는 한 적이 없는데 저 자식은 알고 있다. 역시 예사로운 자식은 아니었어. "그중 내가 제일 잘났지롱." ...... 그때 당당히 앞으로 나서면서 한 마디 하는 피닉스 군. 그런데, 퍼억. "끄아악!!' "피닉스!!" 그대로 플라카스틴의 몸이 이동하더니 앞에서 깝죽거리는 피닉스를 손등으로 쳐 버렸다. 그러자 한 방에 엄청 날아가는 피닉스. 난 다급하게 피닉스를 바라보았다. "괜찮냐!" "응......" ......역시 멋진 놈이다. 생명력만큼은 정말 그 누구한테도 지지 않는다. 나조차도 한 대 맞고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의 파괴력을 가 진 존재다. 그런 존재의 공격을 저 자그마한 몸으로 맞고 대답까지 할 수 있다니, 이건 거의 신비다. "역시 불사조인가?" 응...... 불사조야. 그러니까 안 죽지. 내가 저번에도 말했던 것 같은데, 저 자식이 피닉스로 태어 난 건 하늘의 축복이다. 만약에 불사조로 태어나지 않았다면 저 자식의 성격상 몇 천 번은 죽었을 것이다. 그러니 하늘의 축복이지. 그나저나 피닉스, 네놈의 원수는 내가 갚아 주마. "데라진!" 파앗. 그 말과 함께 사라지는 나. 능력치가 대폭 상승된 상태에서 사용하는 데라진이었다. 그런 만큼 효과는 완벽하다. 어느새 나는 플라카스틴의 등 뒤를 점령했고 난 그대로 메 이스를 휘둘렀다. 콰앙. 하지만 역시 어느새 눈치 채고 흑백의 검으로 나의 메이스 를 막는 플라카스틴. ......역시 엄청난 놈이다. 하지만 이런 단순한 공격으로 끝이 아니라는 거! 난 그대로 메이스에 힘을 넣었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플라카스틴의 검에도 힘이 들어갔고 난 피식 웃었다. 걸렸어! 스윽. 나는 언제 힘을 줬냐는 듯 힘을 빼 버렸고, 그렇게 되자 힘 을 주고 있던 플라카스틴의 몸은 아주 살짝 기울어졌다. 물론 금세 중심을 잡으려 했지만, 그 잠깐이 내게는 행복한 순간이다. 퍼억! "......!" 나는 발을 앞으로 밀어 찼고, 나의 발에 플라카스틴은 자신 의 배를 내주어야만 했다. 나의 발에 한 대 맞은 플라카스틴. 그는 다시 한 번 고개가 살짝 숙여줬고 난 그 모습을 보고, "라이프 블리지트!!" 콰아앙!! 그대로 메이스를 휘둘렀다. 나의 메이스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플라카스틴의 몸에 적 중했고 그 후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다. 역시 저 자식의 생명력으로 하는 공격인 만큼 지금까지 사 용한 라이프 블리지트 중 압도적으로 강하다. 주르륵. 한편 나의 라이프 블리지트 한 방에 몇 미터를 밀려가는 플 라카스틴. 그의 입가에는 미세하게나마 피가 흘렀다. 그 순간, "크하하하하." "......" "크하하하." "......미친 거냐?" "크하하하하하하." 나의 친절한 물음에도 미친 듯이 웃는 그 자식. 역시 얘가 상태가 안 좋은 거라는 나의 가설은 100% 적중 이다. "즐겁다." "......" "너무 즐거워서 웃음만 나오는 군." "미친 자식." "크크크. 나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존재가 있다니. 흥미 로워, 정말 흥미로워. 그뿐만이 아니라 내 몸에서 피를 보이게 한 존재는 네놈이 처음이다. 영광스러워해라." "염병." "크하하하." 내 말에 고개를 심히 저으면서 웃는 그 자식. 정말 미친놈이었다. 쟤 왜 저래? 그 순간, "......하지만 너는 절대 살아서 가지 못한다. 절대......!" "......" 순식간에 내 몸을 옭아매는 살기. 너무 강하다. 그 생각 외에는 할 생각이 없다. "체루전." 그 순간 플라카스틴의 말문이 열렸다. 그와 동시에 내 주변에 소환되는 검들. 물질로 이루어진 검이 아니다. 기로 형상화된, 그것도 마기 로 형성된 검인지 검은색이다. 그리고 사방으로 포위한 검들. "가라!" "......!" 플라카스틴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 소환된 검은 각기 다 른 방향에서 나를 꿰뚫어 버릴 듯 찔러 왔다. 한편 그 모습을 본 난 다급히, "다크 배리어!!" 그대로 플라카스틴의 생명력을 끌어 와 다크 배리어를 생 성하였다. 채앵! 내가 생성해 낸 다크 배리어와 플라카스틴이 생성해 낸 마 기로 이루어진 검은색 기의 검들이 부딪치면서 이상한 소리 를 냈고 잠시 후, 파지짓!! "......!" 스파크가 튀기 시작했다. 마치 나의 다크 배리어를 부숴 버릴 듯 말이다. 파지짓! 파지지짓! 파지지지짓!! 시간이 지날수록 스파크는 더욱더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했 고 그와 동시에, 쨍그랑! "말......도 안 돼!!" 다크 배리어가 깨졌다. 거의 무적의 방어막이라고 할 수 있는 다크 배리어가 말이 다. 왜 무적이냐면 다크 배리어는 상대방의 생명력을 끌어 와 생성시키는 마법이다. 그런 만큼 상대방은 자신의 생명력을 뛰어넘는 공격력을 가지고 있어야만 부술 수 있다는 공식이 성립된다. 하지만 지금 그 다크 배리어가 깨졌다. 그 말은 지금 방금 플라카스틴이 생성해 낸 검들은 플라카 스틴 자신의 생명력을 압도하는 힘을 가졌다고 표현해도 된 다. "크크크." 한편 방어막이 깨지고 소환된 마기의 검들이 나를 향해 날 아오자 플라카스틴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그걸 생각할 시간 따위는 없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저 검들을 피해 내야 한다. 하지만 한 치의 틈새도 없이 각 방향으로 날아오는 검들이다. 무슨 수로 피해 내지?! 난 최대한 그 검들의 틈새를 찾아내려고 했지만 전혀 보이 지 않았다. 그렇다면...... "루비언!!" -모든 능력치가 10,000 상승하였습니다. 나도 모든 힘을 푸는 거다!! "다크 스트림!!" 끼이익. 그와 함께 내 무기에 깃드는 악령들. 난 악령들이 깃든 메이스를 그대로 검들을 향해 휘둘렀다. 피할 수 없으면 부숴라. 그게 내 철학이어서 말이다. 콰아앙! 나의 무기와 플라카스틴이 소환한 마기로 이루어진 검들이 마구 부딪치면서 폭발이 일어났다. 하지만 견딜 만하다. 루비언 덕택에 모든 능력치가 10,000이나 올라갔다. 그만큼 체력도 상승되었다는 거. 이 정도의 스플래스 데미지는 견딜 만하다는 거다. 콰아앙! 콰아앙! 콰아앙!! 계속해서 내 메이스에 부딪쳐서 마기로 이루어진 검들은 깨지면서 폭발이 일어났고, 그 폭발의 잔재로 일어나는 스플 래스 데미지는 내가 다 떠맡아야만 했다. ......솔직히 아프다. 흐으윽. 하지만 어떻게 할 수는 없으니...... 그렇게 꽤나 무식한 방법으로 모두 제거한 나. 그 순간, "......나에게 무슨 짓을 한 거지?" "응?" "......" 무슨 소리냐? 갑자기 나를 보면서 얼굴이 굳어진 채 질문하는 플라카스 틴. 뭔 말이래? "지금 내 몸이 무거워졌다. 그리고 상처가 악화되고 있다. 그와 더불어 이상한 질병이...... 걸렸다." "......!" 오. 그거 반가운 소식인데. 그러고 보니 루비언...... 내 능력치를 대폭 상승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능 력을 하향시키고 상처 악화 질병까지 거는 최첨단 시스탬이 었다. 흐으음. 그렇게 내가 나의 최첨단 시스탬을 간직한 루비언에게 감 탄을 금치 못할 때였다. 푸직. "......" ...... 난 할 말을 잃어버렸다. 왜냐고? 갑자기 흑백의 검으로 자신의 배를 찔러 버리는 플라카스 틴을 봤으니 말이다. 갑자기 왜 죽음을 선택한 거지? 왜, 왜, 왜? 점점 말도 안 되는 상황으로 의혹만 짙어갈 때, 플라카스틴 은 미소를 지었다. ......자살하면서 미소를 짓다니, 보통 미친놈이 아니었구 나. "하하하, 얼빠진 표정하고는. 내가 자살을 한 것 같으냐?" "응." "......" "지금 내 눈에는 자살한 걸로 밖에 안 보이는데." 그렇다. 아무리 이리저리 살펴봐도 내 눈에는 자살한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자신의 검으로 자신의 배를 찔렀다. 그 광경을 보고 다른 생각 따위는 할 수 없는 게 정상이다. "크크크, 재미있는 걸 가르쳐 줄까?" "별로 알고 싶지 않은데." "......" 정말 별로 알고 싶지 않다. 왠지 들으면 안 되는 느낌? 한편 나의 이런 반박에 할 말을 잊어버린 듯한 플라카스틴. 크흐으음. 뭐, 죽은 사람 소원도 들어주는데 이제 죽을 사람 소원도 못 들어줄까? "말해. 특별히 들어줄게." "크크크, 재미있는 놈이야." "글쎄." "알려 주지. 난 말야, 지금과 같이 많이 공격당하면 당할수 록 더욱더 강해지는 스타일이라고." "......?" ......? 무슨 말이래? 공격을 많이 당하면 강해진다고? 그건 무슨 개뼈다귀 하이킥 하는 소리냐. 좀 이해가 되게 말해 주지그래? 푸직. 그 순간 자신의 배에서 다시 검을 뽑아내는 플라카스틴. 그렇게 되자, 순식간에 상처는 악화되어 간다. 나의 다크 힐이 열심히 첨부돼서 아주 빠른 속도로 말이다. 흐으음, 다크 힐. 역시 멋진 스킬이야. 한편 좀 더 빨리 죽기 위해 출혈을 자처한 플라카스틴. 그런데 그는 내내 웃고 있다. ......심히 마음에 안 들 정도로 말이다. 그때 그의 입이 열렸다. "예를 들면 말이야...... 이런 거지." 파드득. ......! 그 순간 등 뒤로 나타나는 두 개로 이루어진 거대한 푸른색 의 날개. 그리고 순식간에 상처는 복구되어 간다. 뭐, 뭐냐? 혼자서 치료 복구도 가능해?! 번쩍. 그 순간 내 머리를 지나간다. 아까 한 말...... 그대로 받아들이면? 공격을 많이 당할수록 강해진다......는 말. 그 말을 간단히 요약해 보자. 한마디로 많이 맞으면 강해진다는 소리다. ......그게 가능해? 말도 안 되잖아?! "크크크. 이 넘치는 힘...... 처음이야. 하하하하." 그 순간 폭발적인 힘이 느껴졌다. 그 폭발적인 힘의 원흉은 저분이시다. 방금 전과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힘. 상상을 할 수 없는 범위의 힘이다. 그게 요하는 바는 상처를 많이 입으면 입을수록 강해진다 는 공식이 적용됐다는 거? 미친 거 아냐?! 그딴 공식이 어딨어! 피식. 한편 말도 안 되는 상황으로 좌절에 빠진 나를 보고 비웃는 그 자식. 짜증난다. 그런 거지 같은 기술은 어디서 배워 와서 나를 이렇게 당혹 스럽게 하냔 말이다. 스르륵. 그때 내가 속으로 그 자식을 욕하고 있을 때, 플라카스틴의 몸이 사라졌다. 그와 함께 내 앞에서 기척이 느껴졌다. 다행히도 루비언으로 인한 엄청난 능력치 상승 덕택에 상 대방의 인기척을 감지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그건, 퍼억. "크악!!" 그대로 내 몸은 몇 십 미터를 날아갔다. 몇 미터도 아니고 몇 십 미터다. 한 마디로 빙빙 날았다는 소리. 아 참, 이게 아니라 인기척은 감지했다. 하지만...... 그 인 기척을 내가 따라잡지 못한다. 이 무슨 괴이한 일이냐! 도대체 저 자식은 얼마나 강해진 거야! 그리고 그것보다, 아프다. ......눈물 나게. 누가 봐도 수십 미터나 날아갈 정도면 정말 엄청난 괴력이 라는 걸 알 수 있을 테다. "으으윽." 한편 수십 미터를 날아간 뒤 착륙(?)한 나. 일어서지를 못하겠다. 한 방에 넉다운이라니. 터벅터벅. 한편 쓰러진 채 움직이지도 못하는 나를 향해 다가오는 플 라카스틴. 그는 흥분된 목소리로, "재밌었다, 정말로 말이다. 하하하." "......" 별로 난 재미없다, 이 자식아. ......그나저나 이대로 죽는 건가? 사실 끈질긴 생명력으로 잘 살아남던 나였다. 하지만 여기서는 목숨을 거둘 수밖에 없 다. 하지만 내가 여기서 죽으면 나머지 일행은? 우리 같은 유저들은 다시 부활하면 된다. 하지만...... 이곳에 사는 존재인 가르, 데인, 피닉스, 레니 아, 크라스, 세르키스, 에리아 같은 경우는 한 번 죽으면 영원 한 죽음이다. 젠장! 이대로 무너지면 안 된다. 일어서야 한다. 그들을 위해서...... 나는 온 힘을 다해 일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이미 내 몸은 내 의지대로 되지 않는다. 의식조 차도 희미해지는 상태. 제길! 터벅터벅. 그 자식의 발걸음 소리가 너무 두렵다. 그의 발걸음이 이곳에 닿는 순간, 모든 존재들은...... 파멸 이다. 나만 죽는 게 아니라는 거다. 제길!! 그렇게 이를 악물고 일어나려는 나와 그런 나에게 천천히 다가오는 플라카스틴. 젠장, 젠장, 젠장!! 스으윽. 그때였다. 내 앞을 가로막는 4명. 아니, 명이라고 해야 하나, 뭐라고 해아 하나...... 좀 애매하기는 하지만 그건 패스하고 가르, 데인, 피닉스, 그리고 크라스까지 나의 앞을 막아섰다. "죄송하지만 더 이상은 곤란합니다." "크크크. 크라스, 감히 내게 그런 소리를 하다니 빨리 죽고 싶나 보군." "......" "걱정 말아라. 어차피 저 다크프리스트를 제거한 후, 너희 4명도 천천히 죽여 줄 테니 말이다." "......" 스으윽. 그 말과 함께 플라카스틴은 손을 저었다. 그러자 내 앞을 막아선 4인방은 당황하면서, "어, 어라! 모, 몸이 안 움직입니다!" "이, 이거 왜 이래!" "뭐, 뭐야! 전설적인 내 몸이 안 움직여!" "결박...... 입니까?" "훗, 역시 크라스다. 맞다, 결박이지." "......" ......정말 너무한다. 손짓 한 번에 저 엄청난 힘을 가진 4인방을 결박시켜 버리 다니. 이건 게임 자체가 안 되는 싸움이다. 이렇게 압도적인 존재라니. 이게 마계의 최강자라는 이름인가, 제길! 한편 플라카스틴은 결박당한 4인방을 무시한 채 내게 다가 왔고, 잠시 후 흑백의 검을 그대로 내 목을 향해 들이밀었다. "죽어라, 다크프리스트. 즐거웠다. 다시는 이런 희열을 느 끼지 못할 것이다." 파앗. 검이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오면서 검이 내 목을 향했 다. 젠장...... 죽으면 안 되는데!! 내 앞에 떠오르는 동료들. 그들을 위해서라도 죽으면 안 되는데. 왜 몸이 안 움직여지는 거냐!! 왜, 왜, 왜!! 이렇게 내 자신에게 화가 나기는 처음이다, 젠장!! 까앙! 그 순간, 검이 튕겨져 나갔다. 나의 목을 노리던 검이 말이다. 그리고 너무나도 친숙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아아, 이거이거, 일이 아주 커져 버렸는걸." "사기꾼...... 작자." "스승님이라고 불러야지." "......" "정의의 사도 세키린, 등장이오! 호호호호." "......" 차마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나와 같은 다크프리스트이 자, 나의 스승...... 이, 이건 인정할 수 없고 아무튼 나랑 끈질 긴 악연으로 묶여진 그다. "......넌 뭐지." 한편 자신의 검을 튕겨 낸 세키린을 보고 굳어 버린 플라카 스틴. 그 말에 세키린은 미소를 지으면서, "자네 앞에 있는 다크프리스트의 자상한 스승." 자상이 얼어 죽었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 고맙다. ......그가 나타난 게 말이다. "그럼 너도 다크프리스트인 거냐?" "뭐, 그렇지." "크크크. 이거 재밌는걸? 너도 날 즐겁게 할 수 있을까?" "물론, 이래 봬도 난 좀 한다고." "......말만이 아니었으면 좋겠군." "걱정 마. 이래 봬도 난 정의의 사도. 정의는 지지 않아." ......제발 정의라는 이름을 막 팔아먹지 말아 주세요. 정의라는 이름이 울잖아요. 저 작자는 정의의 단어를 잘못 알고 있는 게 분명하다. 내 가 본 바로 저 작자에게 정의라는 단어는 절대 대입 불가다. 절대 말이다. "어이, 내 제자 동료들." 그때 나를 도와주려다가 1초 만에 결박당한 4인방을 향해 말하는 세키린. 그는 말했다. "내 제자를 데려가라." "......" "......" "......" "......" "부탁한다." 부, 부탁......? 세키린의 입에서 나온 부탁이라는 단어. 부, 부탁이라니. 도, 도대체...... "알겠습니......다." 그때 크라스의 입이 열렸고 그와 더불어 그들을 묶고 있던 결박이 해제되었다. 아마도 세키린, 저분께서 무슨 수를 쓴 거 겠지. "아 참, 그리고 제자 군." "......?" "이건 선물이네." 그 말과 함께 바닥에 쓰러진 나를 향해 무언가를 하나 던지 는 세키린. 책자다. 서, 설마......? "5번째 유물이야. 마지막 유물만 남은 거지. 그리고 다크프 리스트의 2차 전직과 말이야." "......" "넌 강해져야 해. 모두를 위해서 말야." "......" "뭐, 자세한 내용은 마지막 유물을 찾으면 다 밝혀지겠지만 말야. 그리고 이런 애들한테 당하면 안 된다고. 네가 상대할 존재는 '그'니까 말야. "......" 무, 무슨 말? 그, 그라니? 내가 상대할 존재? ......그게 뭐야! 갑자기 이상한 소리를 지껄이는 세키린. 그때 누군가가 나 의 몸을 들었다. 그리고 내 옆에 떨어져 있는 책자도 함께 주 웠다. "......마스터, 실례하겠습니다." "자, 잠시......!" "......?" "사, 사기꾼 작자! 방금 무슨 말이야!!" "뭐, 마지막 유물을 찾으면 모두 나온다니까." "......" "자자, 그럼 어서 모두 사라져 주세요. 좀 험악해질 것 같거 든요." 그 말과 함께 세키린은 웃었다. ......그런데 불길하다. 세키린, 그가...... 이길 수 있을까? 분명 그는 강하다. 하지만...... 저 존재는 상상을 초월한 존 재다. 그런 존재를 유물도 없이 이길 수 있을까? ......회의적이다. 제길. "자, 잠시만 기다리라고. 조금만 회복이 되면 도와줄 테니 까." "거부, 거부. 나는 이겨." "......" "정의니까 말야." "자자, 나를 위해서라도 나의 제자의 동료들, 어서 빠져나 가지?' "......" "마스터, 실례하겠습니다." "자, 잠시......" 하지만 내 말은 먹혔다. 이미 크라스의 몸은 사라졌다. ......불길해. 제길......! "흐으음." 한편 모두 사라진 걸 본 세키린은 방금까지 짓던 미소를 싹 지웠다. 언제 그랬냐는 듯 말이다. 그와 함께 플라카스틴을 바라보면서 세키린은 진지한 표정 을 짓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정말 난감한 존재야. 이거 오늘 내 목숨이 살아남으면 기 적이겠는걸. 뭐, 그래도 최소한 내 제자 놈이 모든 유물 스킬 과 2차 전직을 완료할 때까지라도 저 자식을 이곳에 묶어 두 는 게 내가 할 일인 것 같군. 제자군, 자네는 정말 강해져야 하 네. 너에게 이 세계가 달려 있으니 말야.' ....... 제길! 설마 지지는 않겠지?! 그가 좀 구라를 잘 까고 믿음이 없기는 하지만 강하다. 그런 그가 질리는 없다. 절대 말이다. 하지만 만약에...... 그가 죽는다면......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사실 나의 원수라고도 할 수 있지만 이미 미운 정까지 들어 버렸다고 해야 하나? ......그런 존재다. 그런 세키린이 죽는다면......? ......아니다. 절대 아닐 것이다. 그는 강하니까. "그럼 나도 그 작자의 기대에 부응해야겠지. 나머지 한 개 와 더불어 다크프리스트의 2차 전직. 그게 내 최종 목표다." 누나 "아......" 난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심히 좌절 모드로 들어갔다. 내가 이런 모드로 들어간 이유. 그건 바로 세키린이 내게 건네준 5번째 유물 때문이다. 급실망이라고 해야 하나? 유물에 대한 기대가 너무나도 높은 나였기에 실망감도 배 가되어 나를 이 지경으로 만든 것이다. '다른 나머지 하나를 찾으면 스킬이 나타납니다.' ......라니. 정말 할 말 없게 만든다. 한 개 가지고는 스킬이 나타나지 않는 유물. 생각지도 못한 범위다. 크으윽. "모든 것은 6번째 유물에 달려 있나?" 말 그대로 6번째 유물에 모든 것이 달려 있다. 다크프리스트의 모든 비밀, 다크프리스트의 마지막 유물, 그리고 세키린 그 작자가 마지막에 한 말의 의미까지 6번째 유물에 달려 있는 거다. "......그나저나 괜찮겠지?" 세키린. 항상 사람을 화나게 하는데 재주가 비상한 작자. 하지만...... 왠지 모르게 이제는 친근감까지 든다. 아마도 이게 미운 정이라는 걸까나? 하아아. "그 인간 특성상...... 죽을 리는 없을 테니까." 난 그렇게 생각한 뒤 조용히 침대 위에서 눈을 감았다. 왠지 모르게 피곤하다. 요새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거의 게임만 하다시피 했으 니 당연한 건가? 오늘은 잠이나 자야겠다. 물컹. 뭐, 뭐지? 이 기분 좋은 미묘한 느낌은? 내 손끝에 무언가가 잡혔다. 물컹물컹한 게 말이다. 그것도 100% 리얼하게 말이다. 뭘까? 뭘까? 이 미묘하고 왠지 모르게 남자의 본능을 이끄 는 이것 말이다. "아잉, 윤현이도 참...... 밝힌단 말이야." "......" ...... 내 귀가 잘못된 게 아니라면 이 아름다운 목소리는 분명 여 자 목소리다. 여자 목소리 말이다. 내가 남자랑 여자의 목소리를 구분해 내지 못할 가망성은 제로다. 한마디로 이 목소리는 여자가 확실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익숙하다. 너무나도 말이다. 난 설마 설마 하면서 조심스레 눈을 떴고, 거기에는 입이 쫙 하고 자동으로 벌어지는 초미녀 한 분이 계셨다. 어깨까지 오는 흑발과 고운 눈망울, 그리고 뚜렷한 이목구 비까지. ......객관적으로 봐도 내 주변에 있는 미소녀 분들에게 전 혀 달리시는 분이 아니다. 한 마디로 그만큼 절세미녀라는 소리. ......그런데 이런 분이 왜 내 옆에 있는 걸까? 그것도 누워서 말이다. ......그리고 여기서 질문. 왜 저분은 내 침대에서 속옷만 입은 채 나를 보고 있는 걸 까? 왜, 왜, 왜? 점점 의구심은 깊어져만 갔다. 아 참, 마지막으로 왜 내 손은 저분의 가슴에 올려져 있는 거지? 그 물컹물컹한 것에...... "으아악!!" 쿠웅! 모든 사태 파악이 끝나자 난 그대로 침대에서 굴러 떨어졌 다. 이불과 함께 말이다. 아무리 봐도 이 장면에서는 여자가 이런 행동을 해야 정상 이다만, 왜 내가 이런 행동을 하는 거지? 지금의 내 행동에 의문점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지금은 그 것보다, "누, 누구세요?!" ......라는 질문이 제일 중요한 거 같다. "에∼ 윤현이, 이러면 안 되지." "......" "이 누나를 잊어버린 거야?" "......누, 누나라니요?!" "이수진." "......" 번쩍. 그 순간 내 머리에서 무언가 지나갔다. 한 분이 말이다. 이수진. 분명 4년 전 내 나이 14살, 즉 중 1때 알고 있던 누 나였다. 그 누나와는 근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친하게 지낸 사이였 지만, 누나는 부모님의 사정상 외국으로 떠나야만 했었다. 그렇게 누나와 헤어졌고 간간이 전화나 하던 사이였다. 그때 그 누나도 엄청난 미녀였기에 중 3인데도 불구하고 근 처에 있던 거의 모든 남자들의 고백을 다 받았다고 하지. 그런데 이분이 바로 그 수진이 누나? "......수, 수진이 누나?!" "응!!" "......정말?!" "정말!!" "......허억!!" 내 앞에 있는 이 초미녀가 수, 수진이 미녀라고?! 물론 중학교 때도 엄청난 미모를 자랑한 누나였지만 이 정 도까지는 아니었다. 그런데 근 4년 사이에 이렇게 예뻐지다니! 못 알아볼 정도다. "헤헤, 방가 방가." "누, 누나, 정말 반가워!!" "나도!" 나는 벌떡 일어나서 누나에게 다가갔다. 이렇게 반갑다니./ 하아. 너무나도 반갑다. 그런데...... "누나...... 왜 속옷 차림?" 나는 약간 무안한 어조로 말했고 그 말에 누나는 배시시 웃 으면서, "옷을 안 가져왔어." "......" "다시 한국으로 오는데, 난 윤현이가 보고 싶어서 몸만 미 리 왔어." "그, 그렇다고 소, 속옷 차림이라니......" 난 눈을 어디다 둬야 할지 몰랐고, 그런 나의 반응에 누나 는 장난기 어린 목소리로, "왜? 두근거려?" "......" "흐으음∼" "다, 당연하잖아. 난 남자라고. 그것도 무지무지 젊은 남자." "헤에에?" "나, 남자 앞에서는 조, 조심하라고. 남자들은 늑대란 말 야." "걱정 마. 난 윤현이 앞에서만 이러는 거니까." "......" "지금까지 이 누나는 남자들과 대화도 잘 안 했어." "......" "윤현이를 위해서 말야." "......그, 그게 무슨 소리야?" "내 꿈이 뭔지 알아?" "그, 글쎄......" "현모양처." "......" "난 이미 임자가 있는 몸이라고 외국에서도 소문이 쫙 난 상태라고." "누, 누가 임자......?" 난 임자라는 말에 왠지 모르게 살짝 기분이 다운되었고, 한 편 그런 나를 본 누나는 나에게 천천히 다가왔다. 속옷 차림으로 말이다. 터벅터벅. "누, 누나, 왜, 왜 그래?" "정말 몰라?" "......" "아니면, 장난치는 거야?" "무, 무슨 소리야." "에∼ 서방님, 그런 말하면 슬퍼요. 저." "서, 서방님?!" "약속했잖아. 윤현이는 내 남편이 돼서 나만 바라보겠다고." "......" 난 그 말에 나의 뇌를 열심히 회전시켰다. 그런데, 그런데, 정답이 안 나온다? 내가 언제 그런 말을 했지? "누, 누나, 정말 미안한데......" "......?" "내가 언제 그런 말을......" "윤현이가 5살 때." "......" ......5살 때 한 말을 어떻게 기억하라는 거야!! 사실 5살에 있었던 일들은 하나도 기억이 안 난다. 뭐 하고 놀았는지도 말이다. 그런데...... 그렇게 당당하게 말하시다니 요! "결혼식은 언제 해?" "......" "내일?" "무, 무슨 소리야, 누, 누나." "......누나가 싫어?" "아, 아니, 싫지는 않지만 일단...... 너무 급작스러워서." "헤헷." 귀, 귀엽다. ......그리고 속옷 차림이라는 점이 나를 더 흥분시킨다. 아, 안 된다. 난 지성인. 늑대가 되면 안 된다. 난 다급하게 말했다. "누, 누나, 일단 내 옷이라도 줄 테니 그, 그거라도 입어!" 후다닥. 난 그 말과 함께 내 방에 있던 옷 중에서 누나가 입을 만한 티와 바지를 꺼내서 누나에게 건넸다. 그런 다음 나는 그대로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보고 싶다. ......심히 보고 싶다. 으아악!! "윤현아." "으응?" "봐도 돼." "......" "어차피 우리는 결혼할 사이잖아." "......" ......봐, 봐도 돼? 여자가 저렇게 직접 말한다. 그렇게 안 봐 주면 그건 미친놈이다. 아니, 꼭 봐 줘야 한다. 예의상. 하, 하지만 난 늑대가 되기 싫다. 난 지성인이잖아!! '크크크. 봐, 봐, 봐. 보라고!! 여자가 보라고 하잖아. 그것 도 못 보면 병신이지.' '안 돼, 그러면! 그건 짐승들이나 하는 짓거리라고!' '짐승? 남자들은 다 그래. 봐도 된단 말이야.' '악마에게 넘어가지 마!' '이런 기회는 흔치 않아, 크크크!' ......! 난 그대로 고개를 돌렸다. 악마에게 굴복한 것이다. 그런데...... "......" 어느새 옷을 다 입은 그녀. 그리고 완전히 굳어 버린 나. 괜히 변태만 되어 버린 기분이다. 흐흐흑. 보기라도 했으면 서운하지는 않았을 텐데...... 으아아악! 그나저나, "누, 누나. 어떻게 들어온 거야?" "어머님이 가르쳐 주셨어." "......어, 어머님?" "응. 당연히 난 너의 부인이니까 어머니라고 해야지." ...... 너무나도 좋으면서 당황스러운 이 기분. ...... 사실 나도 어렸을 때 누나를 좋아했다. 나도 남자인지라, 엄청난 미모를 자랑하는 그녀에게 아무런 감정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일 테다. 어찌 됐든, 그렇게 좋아하던 누나다. 그런 누나가 나랑 결혼을 하겠다고 한다. 이 시점에서 좋아하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하므로 난 당 당히 좋아하겠다. 크흐으음. -손님이 오셨습니다. 으응? 그때 갑자기 들려오는 기계 목소리? 손님? "내가 나가 볼게." 누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내 방을 나섰다. 그, 그런데...... 그 모습이 너무 섹시하다. 절세미녀가 내 옷을 입은 그 미묘 복잡한 마음, 아무도 모 른다. 그런데 갑자기 누구지? 영현이 자식인가? 사실 영현이라도 별 상관없다. 그 자식도 친하지는 않았지 만 그럭저럭 수진이 누나와도 안면이 있으니까, 뭐. 아님 택배나 뭐 이런 거겠지. 난 그렇게 생각하면서 누나를 쫓아 나갔다. ......그리고 굳어 버렸다. 집 안으로 들어온 분들을 보고 말이다. "......" "......" "......" "......" 미묘하다. 미묘해. 너무 미묘해서 눈물이 날 것 같다. 난 일단 침착하지기로 했다. 침착해야 한다. 여기서 당황하면 오히려 더 이상하게 볼 것이 분명하다. "여기에는 깊은 사정이 있어." "......" "......" "......" ...... 얘, 얘들아, 그, 그런 눈빛으로 보면...... 혜경이와 은경이는 나를 불신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예은이조차도...... 마냥 믿는 모습이 아니다. 다른 존재들이라면 모를까, 예은이조차 저런 반응을 보이 니 충격적이다. 침착해야 한다, 침착. 절대적으로 침착만이 대 세다! "결백해." ...... 엿 됐다. 그리고 추가 한 방. "우리 서방님, 저 아리따운 여자들은 누구야?" "......" 누나의 한마디에 집은 더욱더 삭막해져 갔다. 왜 삭막해져야만 할까? 누가 좀 가르쳐 줬으면 하는데 말이다. 20분 후. 나는 그녀들이 이상한 오해를 하기 전에 모든 설명을 다 해 주었다. 세세한 부분까지 말이다. 하지만...... 그런 세세한 부분이 더욱더 독이 될 줄이야. "우리는 오늘 윤현이가 쉰다고 해서 맛있는 거라도 해 주 려고 온 건데, 그 시간에 윤현이는 저 아리따운 누나랑 한 침 대에서 같이 자고 있었구나?" "혜경아, 그건 오해가......" "좋았어?" "물론 좋았기는 해...... 이, 이게 아니라, 그러니까 에......" 난 혜경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너무나도 순수하게 대답했다 가 당황하고 말았다. 난 혜경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너무나도 순수하게 대답했다 가 당황하고 말았다. '좋았어?'라는 말에 말이다. 사실 나는 평범한 남자다. 그것도 혈기 왕성하다 못해 폭발 일보직전인 청소년 남자. 그런 남자에게 당연히 좋았냐고 물으면 좋았다고 대답하는 건 인지상정이다. 만약에 거기서 '안 좋았어!' 이러면 그건 남자 새끼도 아니 다. 당장 처형을 해야 한다. 남자들의 이름을 더럽힌 값으로 말이다. 흐으음...... 생각을 하다 보니 상당히 미묘해졌네. 어찌 됐든 이 상황을 어서 수습해야 한다. "저, 절대 아무런 일도 없었어. 나는 불가항력이었다고! 자 고 있는데 누나가 내 침대에 들어와서......" "에헤? 그런 것 치고는 내 가슴을 너무 격렬하게 만지던데, 윤현이." "......" 그 순간, 얼굴이 붉어지는 예은이와 웃는 은경이, 그리고 완 전 굳어 버린 혜경이. 나는 땀을 삐질삐질 흘려 댔다. 안 된다. 이대로 가다가는 난 완전 변태가 되어 버린다. ......정말 변태가 말이다. 벌떡. 그 순간 갑자기 일어나는 혜경이. 그녀는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 "나 갈래." "......" 터벅터벅. 그 말과 함께 현관문으로 향한다. 난 그런 혜경이를 향해 다급히 일어나서 그녀의 팔목을 잡 으면서 말했다. "지, 진짜 오해라니까." "......" "나 못 믿어?" "응." "......" 보통 '나 못 믿어?' 이러면 대부분 여자들은 '믿어' 라는 대사를 치더라. 그러면 남자는 '믿어줘서 고마워' 하면서 가 볍게 키스......를 하지. 근데 '나 못 믿어?'라는 말에 기다렸다는 듯 '응'이라고 대답하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차마 떠오르지 않는다. 차마 말이다. "......윤현이는 피닉스 같아." ...... 쿠웅. 마치 커다란 무언가가 내 머리를 박은 느낌이다. 윤현이는 피닉스 같아...... 같아...... 같아...... 같 아...... 같아...... 혜경이의 한 마디에 나의 머릿속엔은 그 말만이 맴돈다. 피닉스 같다니...... 피닉스 같다니...... 피닉스 같다니!! "......여자를 너무 밝혀." 추가적인 혜경이의 한 마디. 난 쓰러졌다. 스르륵. "꺄악! 유, 윤현아?!" 한편 쓰러지는 나를 보고 혜경이는 다급히 나를 부추겼다. 하지만 이미 의식 불명의 상태다. 차라리 데인이나 가르였으면 좋았을걸...... 피닉스 같다니. ...... 그 생각을 마지막으로 난 그대로 기절했다. ...... "무, 무슨 일이야?!" 수진이는 갑자기 기절해 버린 윤현을 보고 당황하면서 윤 현에게 다가갔고, 한편 윤현이의 기절에 제일 많이 당황한 혜 경이는 울상을 지으면서 말했다. "그, 그 말이...... 그렇게 충격적일 줄은......" "그, 그 말이라니?" 수진이는 자연스럽게 자신보다 2살 정도 어려 보이는 혜경 이에게 말을 놓았고, 한편 혜경이는 그런 수진이의 말에 별 거 부감 없이 말했다. "피, 피닉스 같다는 말요." "피, 피닉스?" "네." "피, 피닉스라니?" 당연히 피닉스를 본 적도 없는 그녀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물론 알기는 안다. 전설의 불사조...... 피닉스는 말이다. "저, 저기...... 하나만 물어볼게." "......?" "피, 피닉스라면 전설의 불사조 아니야?" "마, 맞아요." "그, 그럼 엄청나게 좋은 말 아니야?" 도리도리. 수진이의 말에 고개를 젓는 혜경이. 그녀는 쓰러진 윤현을 부축한 채 말을 이어나갔다. "말로 표현하기는 힘들겠지만, 저희들이 하는 게임에서 피 닉스와 함께 있어요." "......" "......그 피닉스는 여자를 엄청 밝히고 약간 이해할 수 없 는 행동을 자주 하거든요. 저, 저는 그냥 화가 나서 말했을 뿐 인데, 그 말이 기절할 정도로 그렇게 충격적이라니......" "......" 그러면서 기절한 윤현이를 보고 울 것 같은 표정을 짓는 그 녀. 그 모습을 본 수진은 침착하게 말했다. "일단 침대로 옮기자." "......" 이 세상에서 제일 지독한 욕은 뭘까? 다른 사람들은 이 질문에 대해 다양하게 대답을 할 것이다. 듣는 사람의 입장마다 생각이 다를 수밖에 없으니까. 그래도 난 자신 있게 말한다. 피닉스가 잘 알고 있는 존재라면 피닉스 같은 놈이라는 욕 (?)은 거의 나가 죽으라는 수준이라는 걸 말이다. ...... 아아아아. 눈물이 맺히는 구나. 그것도 혜경이에게 그런 말을 들은 탓인지 충격이 완화가 되지 않는다. 지금 내 몸은 분명 침대에 누워 있건만 눈을 뜨기가 무섭다. 내가 눈을 뜨면 혜경이가 '피닉스 같은 윤현이!'라면서 나 를 비난할 것 같으니까. 만약에 그러면 어떡하지? 그 말을 또 들으면 난 어떡해야 한단 말인가! 으아악!! 눈을 감은 채 별의별 상상들이 머릿속에서 지나간다. 악몽 같은 시간. ......정말 눈물 나는 구나. "미, 미안해. 정신 차려, 윤현아!" 그때 다급한 목소리로 나를 부르는 혜경이. 흐으음...... 이 반응으로 봐서 지금 눈 떠도 '피닉스 같은 윤현이!'라면 서 비난을 하지 않을 것 같은데? 눈 떠도 되나? 난 그렇게 잠시의 고민을 거듭했고, 살며시 눈을 떴다. 그러자 보이는 건 혜경의 고운 얼굴. 그녀가 바로 내 앞에 있었다. 바로 앞에, 한 10센티미터 정도...... "으악!" "꺄악!" 나는 깜짝 놀라 그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그런데...... 그냥 일어난 게 아니다. 일어나면서 그대로 내 얼굴 바로 앞에 있던 혜경의 입술과 내 입술이 부딪친 거다. 우리는 입술이 부딪친 채 무언의 정 적이 흘렀다. ......이 부드러운 입술...... 좋구나......가 아니라. 후다닥! 난 거의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그녀에게서 떨어졌고, 잠시 후 더듬거리면서, "저, 정말 고의는 아니었어!" "......" "미, 미안해, 혜경아." "......" "화났어?" "아, 아니. 괘, 괜찮아. 내가 윤현이랑 너무 부, 붙어 있었던 게 워, 원인인데 뭐." 얼굴이 붉어진 채 마구 횡설수설하는 그녀. 그런데 그 모습조차도 너무 귀엽다. 아, 이래서 미소녀들은 뭘 해도 사랑을 받는구나. 절실히 느껴지는 대목이다. 끼이익. 그 순간 내 방에 문이 열리면서 수진이 누나가 불쑥 들어왔 다. 물론 그냥 들어온 건 아니고 쟁반 위에 소고기 수프로 보 이는 걸 들고 왔다. "흐으음, 음식이 다 되기까지 시간이 좀 남아서 배고플까 봐 스프를 가져왔는데 이 방 안 공기는 왜 이럴까나?" "무, 무슨 소리야. 하하하하하." "헤에?" "......하하하하." 방금 전에 무언가 미묘한 일이 있었던 탓에 나는 이렇게 어 색한 웃음만을 연발했다. 그런데 여기서 더욱더 들어가면 100% 들킨다. 방금 전의 일 말이다. 난 제발 누나가 관심을 꺼 두길 기도하면서 누나를 바라보 았고, 그런 나의 애타는 눈빛에 누나는, "뭐, 그냥 이번에는 넘어갈까나." 라고 해 주신다. 그리고 내게 죽도 건네주고 말이다. 아아아, 누나 정말 고 맙습니다! 그렇게 미묘한 오해는 풀렸다. 그리고 저녁에는 상 다리가 부서지게 차려진 음식을 먹은 나. 너무너무 행복하다. 그것도 초미소녀분들 사이에 낀 채 먹으니, 이건 거의 천국이 따로 없었다. 물론 맛도 뛰어나고 말이다. 그렇게 어찌어찌해서 여자들은 우리 집에서 놀다가 저녁 늦게 돌아갔고, 그렇게 되자 나와 수진이 누나만 덜렁 남게 되 었다. ...... "누나." "응?' "누나는 안 가?" "어디를 가?" "아, 아니. 잠을 자려면 어디라도." "여기에서 잘 건데?" "에에에에?!" "뭘 그렇게 기겁해." "그, 그렇지만 남자만 있는 곳에서 자겠다고?!" "뭘 새삼스럽게." "......" "그리고 괜찮아." "뭐, 뭐가?" "윤현이라면 말야." 무, 무슨 의미? 내게 배시시 웃으면서 말하는 그녀. 그리고 그런 그녀를 보고 당황하는 나. 으으윽. 마지막으로 그녀는 내가 말하기도 전에 손님들이 오는 손 님 전용방으로 가더니 유혹적인 미소를 지은 채 내게 말했다. "문 열려 있어." ...... 문이 열려 있대. 다크프리스트 2차 전직 "형제여, 안색이......" "......깊은 사정이 있어서." "깊은 사정이라니요?" "어제 악마와 싸웠어." "아, 악마랑요?!" "그래, 악마랑 말이지." 악마랑 싸웠다. 유혹의 악마랑 말이다. 어느새 게임까지 다녀와서 다른 여자들과 어색함 없이 어 울리는 그녀. 그녀의 안색은 팔팔하다. 하지만 난 시체의 얼굴이다. 왜냐고? 어제 그녀가 한 말. '문 열려 있어.' 라는 한 마디 때문이지. 문이 열려 있단다. 잘 열려 있단다. 왜 열려 있어야 하는 거지? 열려 있으면 내 가 해야 할 행동은? 아아아, 정말 어제 이런 복잡한 생각 덕에 단 한숨도 자지 못했다. 내 이성은 만류하는데 몸은 제멋대로 움직인다. 사실 그녀의 방을 열어 본...... 적도 있다. 열리더라. 그것도 잘...... 진짜 문이 열려 있었다. 영어로 하면 오픈 문? ......어찌 됐든 문이 열리는 방문 앞에서 난 악마랑 싸웠다. 이 악마는 꽤나 질긴 악마로 떨어질 줄을 모르더라. 그만큼 악질 중의 악질, 퇴치하느라 밤새 한숨도 못 잤다. 그렇다고 완벽하게 퇴치한 것도 아니다. 이 악마는 언제든지 틈새만 보이면 나올 거야. ......조심해야 된다, 조심해야 해. "오, 마이 베이비." "......" "컴 온!" 그때 피닉스는 수진이 누나를 발견하더니 미친 듯이 맹렬 히 달려왔고, 그걸 본 누나는. "꺅! 나 새 정말 좋아하는데." 라면서 피닉스를 반긴다. 저 모드라면 수진이 누나의 가슴에 저 변태 새가 부비부비 를 하게 된다. 그것만은 용납이 안 된다. 절대 말이다. 파아앗. 난 엄청난 속도로 수진이 누나에게 맹렬히 달려드는 피닉 스의 몸통을 붙잡았고, 그런 나의 반응에 누나는 울상을 지으 면서 말했다. "왜 막는 거야! 나 새 좋아한단 말야." "놔, 놔. 이 변태야!" ......빠직. 이 자식이 미쳤나? 누구한테 변태라는 거냐? ......참자, 참아. 지성인의 모습을 보여 줘야 한다. 그때 내 손에 잡힌 채 바둥거리던 피닉스 놈은 갑자기 흥분 하더니. "네가 원인이었어!!" "무슨 개소리냐?" "저 미소녀들은 나의 눈빛에 다 이미 포로가 됐어." 이건 무슨 미친 소리? "그런데 네가!! 중간에서 방금과 같이 차단한 거야! 이 악 마!" "......" "변태야!" 허허허. 어이없다. 이 자식, 어떻게 생각을 해도 이렇게 다채로운 생각을 할까 나? 소설 한 편 지어내도 되겠다. 망상 소설 말이다. 한편 지랄 발작을 하는 피닉스를 잡아 내 옆으로 다가오는 수진이 누나. 그녀는 내게 말했다. "나 새 정말 좋아한단 말야!" "누나." "응?" "다른 새는 용납해도 이 새는 안 돼." "무슨 소리야?" "애는 미친 새거든." "......" "미, 미친 새라니! 난 지성인 피닉스!" "아, 이게 그 피닉스?" 그때 피닉스라는 말에 신기하다는 듯 바라보는 그녀. 그리고 잠시 후, "......근데 내가 상상하던 피닉스랑 너무 다르다." "그건 이 자식이 변신을 하면 모습이 변하거든." "에에에? 피닉스가 변신도 해?" "......하던데." "정말 신기하다!" "......" 난 별로 안 신기하다. 사실 나도 처음에는 저 반응이었다. 피닉스가 변신하는 새인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하였기 에...... 하지만 그것도 처음 알 당시에만 신기했지, 그 이후 로는 별로...... 오히려 저 미친 새의 행동에 하루하루 정신이 없을 뿐이다. "우리의 사랑을 방해하지 마!!" "......" "베이비, 기다려. 내가 탈출할게!!" 생쇼를 해라, 생쇼를. 이 미친놈의 새는 나날이 더 미쳐 간다. 왜 진전이 되지 않 는 걸까? 내가 항상 따듯하게(?) 보살펴 주는데 말이다. 내 성의를 생각해서라도 이제는 좀 나아질 때 안 됐니? "저, 저기." "......" 저놈은 또 뭐야? 그때 어느새 다가온 데인이 홍조를 띠면서 수진이 누나를 바라보았고 수진이 누나는 그의 반응에 무슨 일이냐는 얼굴 을 했다. 그러자 데인 왈, "잘 밟아?" "......" "나는 순수계의 마조히스트 데인이라고 해." "......" "언제든지 준비되어 있어." 그러면서 그녀 앞에 발랑 누워 버리는 데인. 아아아...... 머리 아프다. "신을 믿습니까?" "......" "신 님이요!! 이 세상은 신을 믿어야 합니다." "......" "안 믿으면 알죠? 흐흐흐." 그때 갑자기 나타나 공갈 협박 모드로 들어가는 가르까 지...... 정말 누나에게는 할 말이 없다. 입이 열 개라 해도 지금의 상황에서 무엇을 말해야 할지 모 르겠다, 정말. "누나...... 이해해 줘." 싱긋. 나의 사과에 오히려 미소를 짓는 그녀. 그리고 그녀는 웃으면서 말했다. "참 재미있는 분들이네." "......" "지겹지는 않겠다, 윤현이도." "......" 지겹지는 않다. ......짜증날 뿐이지. 그렇게 난 대충 정리를 끝낸 후, 다시 몸을 움직이기 시작 했다. 이렇게 한가로이 놀기만 해서는 안 된다. 어서어서 2차 전직과 더불어 6번째 유물을 찾아야 한다. 그 래서 모든 비밀을 밝혀내는 거야! 그렇게 의욕 100%의 사기가 충전되었을 때였다. "느껴집니다." "엥?" 뭐가 느껴져? 난 갑자기 뜬금없이 말하는 세르키스를 당황스럽다는 듯 바라보았고 그런 내 눈빛에 세르키스는 미소를 지은 채 말했 다. "드디어 말입니다!" "......무, 무슨 말이야?" "다크프리스트의 2차 전직 기억하십니까?" "무, 물론." 무슨 린콘인가, 개콘인가 하는 기생충을 잡아야 한다고 했 지? 물론 세르키스만이 그 이상한 기생충을 찾을 수 있다고 했 다. 그것도 세르키스 근처 1킬로미터 안에 있을 경우만 말이 다.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보다 훨씬 어려운 미션. 그게 바로 다크프리스트의 2차 전직이었다. "반경 1킬로미터 안에 린콘이 있는 것 같습니다." "......!" "그것만 제거하시면 이제 마에스트로 님은 2차 전직을 하실 수 있습니다." 2차 전직...... 우아악! 2차 전직이래! 안 그래도 괴물 같은 직업이다. 그런데 2차 전직까지 해 버리면......? 난 초괴수?! 너무나도 감동적이다. 꿈에 그리던 2차 전직!! 드디어 오늘 베일이 벗겨지는구나. 난 다급한 어조로 세르키스에게 말했다. "어디야? 어디?!" "저쪽에서 느껴집니다." ...... 냉무. 지금 내가 이런 반응을 보이는 건 너무나도 어이가 없어서 다. 아니, 어이가 없다는 표현은 양호한 편에 속한다. 이게 말이 돼? 상식적으로 말이 되냔 말이다! 우린 세르키스가 그 린콘이라는 기생충의 기운이 느껴진다 는 곳까지 들어왔다. 그러자 나오는 한 마을. 여기까지는 되게 무난하다. 그 린콘이라는 기생충은 사람들을 숙주로 삼아 산다고 하 니 당연히 사람들이 모여 있는 마을이라는 곳에 있을 확률이 높은 것이다. 아 참, 이게 아니라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지금 내가 이 런 반응을 보이는 건 단 한 가지, 저 마을이 평범한 마을이 아 니라는 거다. 조금 덜 평범하면 난 웃어 준다. 왜냐고? 워낙 내 주변에 이상한 애들이 많아서 조금 이상한 현상 같 은 것은 웃으면서 넘어갈 수 있는 재주가 생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건, 이건...... 웃으면서 넘길 수 있는 범위가 아니 잖아! "원래 게임이라는 게 이렇게 신기한 거야?" "......절대적으로 그런 일은 없어." "그래도 너무 신기해. 저런 마을이 있다는 게." "......이건 신기한 범위를 넘어섰어." "그래?" "응." 난 수진이 누나의 말에 맹렬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신기의 범위를 넘어섰다. 아무리 게임이라지만 이건, 이건.......! "으악!! 너무 좋은 곳이야!" 그때 비명을 지르는 데인. 그래, 너한테는 너무나도 좋은 곳이겠지. 하지만 다른 사람 입장으로서는 이런 마을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해악인 거다. 마조히스트 전용 마을이라니. 미치지 않고서야!! "이름이 마조히스트 마을이라니...... 나도 처음 들어 봐." 그때 혜경이가 내 옆으로 다가오며 말했고 난 그녀의 말에, "......너도 저런 마을은 처음이야?" "응." "......" "나도 이 게임에 대한 건 웬만해선 다 안다고 자부하고 있 었는데 이런 변방에 마조히스트 마을이라니......" "......" 한 마디로 표현하면 변태 마을? 아, 머리가 깨질 것 같아. 그 순간 내 눈에 보이는 표지판. 우리 모두 서로 사랑을 나누어 봐요. ......무슨 사랑을 나누는 건데? 진짜 사랑을? 바보가 아니라면 다 알 것이다. 저기서 말하는 사랑이라는 단어는 서로를 밟아 주면서 아아아아 하자는 소리다. 이 변태들!! 그때 그 표지판 밑에 작게 쓰여져 있는 글씨. 정말 순수하게 즐기실 분만 입장 가능합니다. ...... 순수? 순수하게 즐긴다는 건 뭘까? 어찌 됐든 순수하게 즐길 수 있는 자들만 출입 가능한 곳이 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변태들, 즉 마조히스트들만 출입이 가 능하다는 것! "......제길, 이런 어마어마한 복병이 숨어 있을 줄이야." 난 그렇게 중얼거린 뒤 난감한 표색을 지었다. 그렇게 순식간에 고민 모드로 들어간 나. 그런 나의 눈에 방글방글 웃고 있는 크라스의 모습이 보인다. 그래, 저분이라면 지금 이 상황에서 굿 아이디어를 제안해 줄 게 분명하다! 난 그런 생각과 함께 크라스를 반짝반짝한 눈빛으로 바라 보았고, 그런 내 눈빛을 본 크라스는 알겠다는 듯 말했다. "한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오오오!!" 역시다.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크라스 군! 멋져! 그렇게 난 크라스의 말이 떨어지기를 기다렸다. 한편 크라스는 오른쪽 손가락을 하나 치켜세우더니 방글 방글 웃으면서 내게 충격적인 한 마디를 던졌다. "같이 즐기시면 되는 겁니다!" "......" "같이 말이죠. 후훗." "저, 저기, 크라스." "......?" "가, 같이 즐기다니? 뭘 즐겨?" 난 설마 설마 하는 마음으로 그렇게 되물었고 나의 말에 크 라스는, "저쪽 세계를 말하는 겁니다." "......" "아아아 하는 세계 말입니다." 허억! 그, 그 말은 한 마디로 나보고 마조히스트계로 들어가라는 거?! 그건 절대 말도 안 된다. 차라리 대 악마가 돼서 저 마을을 정복하고 말지. 마조히스 트가 되라니! 그건 내 인생에서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솔직히 말해 아무리 과학적으로 분석해도 맞는 것에 왜 쾌 락이 느껴지냔 말이다! 맞으면 아파서 고통을 느끼라고 만든 몸. ......그런데 맞으면 맞을수록 데인처럼 아아아아라는 괴음 을 낸다!! 그건 엄연히 봐도 미친 새끼였다. 절대 정상인 루트가 아니란 말이다. 한편 나의 이런 얼굴을 본 크라스는, "물론 실제로 그러실 필요는 없습니다." "......?" "연기만 해 주시면 됩니다." "연......기?" "네, 여기에는 마조히스트의 선생님도 계시지 않습니까?" 아마도 선생님이라고 하면 데인일 거다. ......참으로 어이없는 게 마조히스트의 선생님이라니. 약간 표현 자체가 거시기하기 그지없다. 크라스의 말이 이어졌다. "마스터는 그냥 마조히스트인 척 연기하면서 들어가시면 되는 겁니다." "......!" 그렇다. 잘 생각해 보니 그런 거다. 괜히 내가 그쪽 계열에 무리하게 입문할 필요는 없는 거다. 그냥 마조히스트인 척 연기만 하면 되는 것! 물론 다른 일행에게는(특히 여자들) 무리니까 중요 인물들 만 하면 되는 거다. 한 마디로 나랑 세르키스만...... 뭐, 진짜 마조히스트인 데 인은 걱정 없겠지? "아아아아." "아, 좋아!!" "그래!!" "그거야!!' "아아아아앙!!" "굿!!" "거기를, 아이잉." ...... 마을에 들어오자 보이는 엄청난 풍경에 난 경악을 했다. 나와 세르키스, 데인만 들어오기를 잘했지. 여자들이 들어 왔으면 완전 다 기절할 만한 장면이 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 다. "마르타스, 거, 거기를......" "응, 알았어!! 그 다음엔 네가 밟아 줄 차례지?' "물론!!" ......이런 대화도 오고 간다. 지금 마을에서 보이는 풍경이란 의외로 간단하다. 미친놈들끼리 서로 밟아 주는 모습......이다. 서로를 밟아 주면서 아아아아라는 이상한 비명도 지른다. 거기에는 남자뿐만 아니라 여자들도 포함되어 있어서 경악 을 금치 못하겠다. 어느 여자는 채찍을 든 채 마구 휘두르고 그 채찍에 남자는 희열에 찬 표정을 짓는다. 이 광경을 본 나로서는 정말 미칠 것 같다. 전문 용어로 눈이 썩어 들어간다. 크아악. "나, 나도 해 줘!" "오, 새로운 동지인가?" "좋아요!" "어서 같이 즐기자!" ...... 그때 데인은 불쑥 그 한마디를 던지며 마조히스트들 사이 로 들어갔고, 그걸 본 난 더욱더 경직됐다. ......젠장, 저 자식은 지금 우리 임무를 망각한 게 분명하 다. 우리는 린콘인가 뭔가를 찾으러 온 건데 저 자식은 즐길(?) 생각만 하다니!! 그 순간 한 남자가 나와 세르키스에게 말했다. "어이, 거기 자네들은 신입 아닌가?" "......맞습니다마는." "근데 왜 그렇게 묵묵히 서 있는 건가?" 저 말의 의미는 대충 이해 간다. 그리고 나를 의심스럽게 바라보신다. 이쯤 되면 모두 아시리라 믿는다. 왜 바로 밟아 달라고 하는 모임에 동참을 안 하냐는 무언의 압박인 거다. 여기서 선택 상황은 한 가지. 그건 바로...... "......밟아 주세요." "어서 오게, 하하하하." "......" "모두 즐기자!" 즐기기는 개뿔...... 온몸이 부서지는 거 같다. 난 이곳에서 촌장이라고 불리는 자에게 인사를 한 뒤 집을 하나 배정 받았다. 뭐, 자신의 동료들이라면 그 누구라도 환영 한다고나 할까? 집도 공짜로 주니, 이거 참. 아 참, 이게 아니라...... "삭신이 쑤신다." "제가 치료 마법을 걸어 드리겠습니다." "세르키스, 부탁해." "네, 그레이트 힐!" 세르키스의 한 마디에 내 몸을 감싸 안은 하얀색의 빛. 순식간에 온몸의 고통은 사라졌다. 하아, 이제야 살 것 같다. 얼마나 밟혔는지 뼛속까지 아플 정도니, 이거야 원. "도대체 이 고통을 즐기는 놈들은 뭐인 거냐?" 난 세르키스를 향해 그렇게 말했고 나의 이런 질문에 세르 키스도 의문이라는 듯한 얼굴을 한 채, "글쎄요. 저도 참으로 미스터리라고 생각합니다." "......나 사실 아까 다구리 당하면서 별이 보이던데 세르키 스는?" "썩 좋은 기분만은 아니었습니다." 그렇겠지. 드래곤 로드나 돼서 변태들에게 다구리로 밟혔으니 말이 다. 그래도 다 저 세르키스가 성격이 좋은 탓에 넘어갔지, 성 격 더러운 드래곤이었으면 벌써 이 마을은 멸망이다. 아 참, 그것보다 어서 내가 이런 거지 같은 짓을 하면서까 지 여기에 들어온 이유를 실행해야겠지. "세르키스, 그 기생충은?" "확실한 지점은 예측이 불가능합니다." "흐으음, 그래?" "네. 하지만 확실한 건 이 마을에 있다는 겁니다." "그렇단 말이지." 변태 마을. 당연한 말이지만 숫자는 그렇게 많지 않다. 약 100명 안팎? 마을이라고 하기에는 약간 작은 규모다. 뭐, 마조히스트들 로만 이루어진 마을이다 보니 그건 당연한 것인지도...... 그것보다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린콘인가 개콘인가 하는 기생충. 도대체 왜 여기에 있는 거냐?! 그 수많은 사람들 중에 왜 하필 마조히스트 몸속에서 기생 하고 있는 거지? 참으로 미스터리 하다. "저기, 세르키스." "네?" "그 린콘인가 뭔가 하는 기생충도 변태냐?" "무슨 말씀이신지?" "아니, 기생충이라 하더라도 정상이라면 차마 마조히스트 의 몸뚱이 안에 기생할 것 같지 않아서 말이야." "아마도 이 마을 사람들 중에 델리틴 에너지가 많이 있 는 사람이 이곳에 있는 것 같습니다." "델리틴 에너지?' 그건 뭐 하는 에너지냐? 생전 처음 들어 보는 용어다만...... 세르키스의 말이 이어졌다. "델리킨 에너지라고 마나와 비슷하지만 약간 다른 힘입 니다. 마나 같은 경우는 마법으로 전환해서 힘을 발휘할 수 있지만 이 델리킨 에너지는 오직 생명만을 위한 에너지 입니다." "오호?" 그러니까 마나는 생명을 유지하기도 하지만 마법으로 전환 도 시킬 수 있는 힘이다. 하지만 이 델리킨인가 뭔가 하는 것은 오직 생명만을 유지 시키기 위한 에너지라는 게 지금 세르키스의 설명이다. "그럼 간단하게 말해 델리킨 에너지를 다 빨리면?" "죽는 겁니다." "......" "그리고 또다시 델리킨 에너지를 찾아 떠납니다." "거참, 그 기생충 희한하네. 그런데 왜 마법으로도 변환시 키지 못하는 그런 이상한 에너지를 먹는데?"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질문했다. 하지만 이런 나의 사소한 질문에 세르키스는 표정이 굳어 지면서 대답했다. "린콘이라는 생물체는 마계 생물입니다." "으응?" "마계에서 전설적으로 불리는 기생충, 그게 바로 린콘입 니다." 또 나왔다. 전설. 난 저 전설이라는 말만 들으면 왠지 모르게 오한이 돈다. 그 이유라 하면 항상 자기가 전설이라고 우기는 새 한 마리 덕택이겠지만. 그런데 참, 이제 할 게 없어서 기생충도 전설이 되는 시대 냐? 참으로 미묘 복잡하기 그지없구나. 전설적인 기생충. ......어감도 이상해. "그런 린콘은 마법으로 전환할 수도 없는 인간의 생명력 을 공격으로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공격으로?" "네, 일반적인 공격은 아니지만요." "무슨 말이야?" "린콘은 자폭을 할 수 있는 기생충입니다." "......자폭?!" 자폭. 간단히 말해서 그냥 달려들어서 나 죽고, 너 죽자라는 것이 다. 자폭의 특성이라 하면 일단 강하다. 자기 목숨을 걸고 하는 것만큼 당연히 강할 수밖에 없는 게 자폭이다. 하지만 단점도 존재한다. 그건 바로 한 번 사용 후, 자신도 죽는다는 거. 거의 필살의 전법이라고 표현하는 게 낫겠지. 그런 전법을 기생충이 사용한다고?! 세르키스의 말이 이어졌다. "린콘이 사용하는 자폭은 기존의 자폭과는 차원이 다릅 니다." "......차원이 다르다니?" "린콘은 지금까지 흡수해 온 인간의 델리킨 에너지를 증 폭해서 그걸 자폭합니다." "증폭......" 기생충 주제에 별 걸 다 한다. 이제는 증폭까지 하다니, 참으로 웃지지도 않은 상황이군. "당연한 말이지만 흡수한 인간의 델리킨 에너지가 많으 면 많을수록 그 자폭의 데미지는 상상초월입니다." "......도대체 얼마 정도길래?" "방금 전에 말씀드렸지만, 델리킨 에너지의 양에 따라 천차만별이라......" "대충이라도......" "흐으음......" 내 말에 생각에 잠긴 세르키스. 도대체 얼마만큼이길래 세르키스가 저런 반응을 보이는 건 지 심히 궁금해진다. 자기 딴에 증폭까지 한다니, 자폭 공격이 꽤 센가벼? "최소, 못해도 300킬로미터 안은 초토화됩니다." ...... 뭐, 뭐라고?! 3킬로도 아니고 30킬로도 아니고 300킬로?! "물론 이것도 최소라는 단어를 사용한 겁니다. 그 이상 의 힘이 발생될 확률이 더 높습니다." "......" 최소가 300킬로미터. 그럼 최대는 몇 킬로미터? 상상하는 것조차도 힘들다. 크아악! "젠장. 기생충을 잡는 것보다, 제거에 목숨을 걸어야 할지 도......" "......그렇습니다." 난 간단하게 생각했다. 기생충 죽이고 2차 전직, 그리고 감동의 시나리오, 이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그런데...... 전혀 그런 방향과는 달라지고 있다. 린콘이라는 전설 속의 기생충은 자폭을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자폭을 해 대면 최소 300킬로미터는 초토화. ......내 이럴 줄 알았어!! 다크프리스트의 2차 전직 시험, 역 시 날 실망시키지 않는구나. 제길...... 덜컥. "나왔어!" 그때 문을 열고 해맑은 얼굴로 들어오는 데인. ......정말 그 얼굴이 너무 해맑아서 눈이 부실 정도다. 이제 다 즐기고(?) 온 거냐? 초변태 자식. 데인은 즐거운 듯 흥얼거리면서, "나 이런 천국이 있을 줄은 예상도 못했어." "......" "정말 천국의 마을이야." 천국이라는 곳이 이딴 데라면 난 절대 거부한다. 차라리 지 옥이 낫지. 천국이라는 게 마조히스트 나라라면...... 으으윽,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피폐해져 간다. "그나저나 둘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 한편 궁금하다는 듯 묻는 데인. 난 그런 데인에게 무감각한 어조로, "심각한 이야기." "심각한 이야기?' "엄청 심각한 이야기지." 말 그대로 엄청나게 심각하다. 조금 심각한 것도 아니다. 잘못하면 그대로 세계 멸망......까지는 아니고, 거의 게임 자 체의 심각한 붕괴가 일어날 정도? ......그것도 엄청난 거지. "나도 가르쳐 줘!" "네가 알아봤자 별 도움은 안 될 거 같은데?" "무, 무시하지 마! 내가 도움이 될 수도 있잖아!" "풋." "왜 웃어?!" "어이가 없어서." "......" 피닉스 다음으로 도움이 안 되는 네놈이 그런 말을 하다니, 정말 어이가 없다 못해 황당하구나. 피닉스와 쌍벽을 이루는 네놈이 말이다. "그, 그래도 가르쳐 줘. 말해 준다고 뭐 드는 건 아니잖 아?!" 그렇긴 하다. 귀찮을 뿐이지. 뭐, 저렇게 알고 싶어 하니까 일단 가르쳐 줄까? "우리가 찾는 그 이상한 기생충이 아주 위험한 놈이다. 찾 는 것도 문제이기는 하지만 찾고 나서 제거하는 게 더 문제 야. 잘못 제거하다가 그놈이 자폭하면 최소 반경 300킬로미터 는 초토화가 되어 버린단다." "으으음......" "자, 이제 됐냐?" "근데 마에스트로." "왜?' "나 한 가지만 질문해도 돼?" "......얼마든지." "그 기생충이라는 놈, 다른 인격체야?" "......무슨 말이냐?" "그러니까 그 기생추잉 달라붙게 되면 그 기생충의 인격체 가 나타나냐고?" 한 마디로 기생충이 성격 있냐고 묻는 거다. 근데 내가 그걸 어찌 알아? 그런 건 세르키스에게 물어보라 고! "있습니다." "흐으음." "그 기생충이 달라붙은 숙주는 갑자기 성격이 달라진다 거나 이상 현상을 보이게 됩니다. 그게 바로 그 기생충의 성격이 나타나기 때문이죠." "저렇다네." 난 세르키스의 말에 그렇게 답했고 그 말에 데인은 심각한 얼굴을 하더니, "그럼 그 기생충이 달라붙은 숙주는 지금 이 마을과 잘 어 울리지 않는 거네?" "......그렇겠지." 그런데 저 자식, 이상하다. 왠지 모르게 똑똑해 보인다. ......왠지 모르게 말이다. 그 순간 데인 왈, "그런 이상한 사람, 나 알아!" "무, 무슨 말이야?" "내가 전 마을 사람들한테 다 밟혀 봤거든!" "......" 그 시간 동안 전 마을 사람들에게 다 밟히고 다닌 거냐? 할 짓도 더럽게 없었나 보구나. 그런데 그게 본론은 아닌 거 같 은데? "그중 미묘하게 능숙하지 못한 자가 있었어." "능숙하지 못한 자?" "응. 다른 마을 사람들이 보기에는 눈치 채지 못할 정도 였 는데 내가 느낀 바, 그의 발길질에는 사랑이 없었어." "......" 발길질에도 사랑이 있는 거냐? 생전 처음 듣는 말인데...... 이 어이없고 황당한 말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다. "물론 그의 기술은 화려했어." "......" "내가 느낀 발길질 중 최고였지." "......" "그 현란한 발길질, 모든 마조히스트라면 꿈꾸는 발길질이 었어." 그 마조히스트들이 꿈꾸는 발길질이라...... 대체 어떤 발길 질이냐?!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해가 불가능하다. 엄청 정상적 인 나로서는 상상을 할 수가 없다. "하지만 그런 완벽한 발길질에도 단 한 가지는 없었어." "......사랑?" "그래, 사랑!!" "......" "다른 마을 사람들 중 미숙한 자들도 꽤 많았지. 하지만 그 미숙함 밑에는 사랑이 있었어! 사랑이 말이야!!" "......" "하지만 그의 발길질은 완벽했음에도 불구하고 사랑이 없 었어!! 한마디로 너무 인공적인 느낌?" 오늘따라 저 자식이 왠지 유식한 말을 늘어놓는 것 같다. 아마도 이런 계열에 오니까 머리도 비상해졌나 보다. 데인의 말이 이어졌다. "어찌 됐든 그 존재만은 이상했다는 거야!" "......" 흐으음...... 만약 데인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 자식이 버그에게 감염되 어 버린 인간일 확률이 높다. 물론 다른 쪽으로는 전혀 믿음 직스럽지 않지만 이런 방향으로는 은근히 믿음직스러운 데인 이었다. 참으로 이상한 방향으로 믿음직스러워서 난감하기는 하다 만...... "만약에 데인 말대로 그 자식이 범인이라고 하더라도...... 어떡하지?' "제거해야죠." "하지만 자폭한다며......" 난 세르키스의 답변에 그렇게 말했고 그 말에 세르키스는, "자폭하는 데 시간이 걸립니다." "으응?" "대략 10분 정도......? 그 10분 안데 기생충의 숙주를 완전히 소멸시켜 버리면 가능합니다." "......완전히 소멸?" "네. 숙주를 죽인다고 그 기생충이 사라지는 건 아닙니 다. 그 기생충의 숙주 자체를 완전히 소멸시켜 버려야 합 니다. 완전히 말입니다." "......" 죽이는 것만으로는 안 된단다. 그 숙주 자체를 완전히 소멸시켜야 한다고? 무슨 수로?! "그러니 그게 문제라는 겁니다." "......" 휘청. 난 세르키스의 추가적인 말에 그대로 휘청거렸다. 갑자기 그런 맥 빠진 소리를 하더니...... 세르키스, 실망이 야! 크으음...... 이게 아니고. "......방법이 있어?" "있어요." "까, 깜짝이야!" 그때 갑자기 스르륵 나타나더니 한 마디 내던지는 크라스. 이, 이 자식은 언제 들어온 거냐?! 역시 적응 안 되는 걸로는 세계 최고라니까! 한편 난 미소를 지은 채 나를 바라보는 크라스를 향해 약간 기대감 어린 어조로 말했다. "바, 방법이 있다고?" "네, 방법이 있습니다. 완벽하게 소멸시킬 방법 말입니다." "......!" 완벽하게 소멸시킬 방법이 있단다. 저분이 거짓말할 분은 절대 아니기에 지금 이 말은 확실하 다는 뜻! "무, 무슨 방법이냐!?" "마계의 결계 중 데스 카이트라는 결계가 있습니다." 끄덕끄덕. 난 그 말에 맹렬히 고개를 끄덕였고 크라스의 말이 이어졌 다. "그 데스 카이트 결계 안으로 유인만 할 수 있다면 제가 그 존재를 소멸시켜 버릴 수 있습니다." ......! 한 마디로 유인한 잘하면 된다는 소리! 크라스가 설치한 그 데스 카이트 안으로만 끌고 온다면 되 는 미션인 거다. 그런데 여기서 제일 중요한 점이 있다. 그건 바로, "어디에 설치하는 건데?" "마을 밖이요." "......" "데스 카이진의 단점이라 하면 설치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그리고 공간도 많이 필요하고요. 그뿐 아니라 데스 카이진 결계가 발동이 되면 그 주변은 이상한 기운에 휩싸이 게 됩니다. 그래서 상대방은 손쉽게 그 기운을 감지하죠." "......" "뿐만 아니라 그걸 발동하기 위해서는 약 5분의 시간이 걸 립니다. 간단히 말해 데스 카이진 안에서 5분의 시간을 끌어 야 가능한 겁니다." 그런 난감한 미션을 봤나?! 무슨 수로 그 이상한 기생충 자식을 끌고 오냔 말이다. 무슨 수로! "......필요 없을 거라고 생각해서 말씀드리지 않았지만 이제는 필요할 것 같군요." 응? 무슨 소리? 세르키스는 갑자기 영문도 알 수 없는 소리를 내게 했고, 잠시 후 그는 약간 난감한 기색을 드러내면서 말했다. "그 기생충은 전설을 좋아합니다." 으응? 전설......? "방금 말씀드렸다시피 기생충은 전설적인 기생충. 당연한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전설이라고 불리는 존재들을 무척 이나 좋아한답니다. 아무래도 그들의 생명력을 흡수하는 게 어마 한가 봅니다. 물론 저도 들은 이야기지만요." 흐으음...... 한 마디로 전설이라고 불리는 애들이 좀 맛있 다? 이 뜻 같은데...... 그런데 전설적인 존재를 어디서 구하지? 그 순간 내 머리에 번쩍 지나가는 새 한 마리. ......또 망각했다. 내 옆에는 전설적인 놈 한 마리가 있지. 자기 입으로 항상 전설, 전설 떠드는 놈 말이다. 크크크. "그럼 크라스는 그 데스 카이트를 설치해 주고, 데인은 그 기생충으로 추정되는 남자랑 친해지도록! 그리고 난 피닉스에 게 가 보겠음." 자자, 모든 작전은 완료다. "피닉스, 안뇽?" "......" "내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지?" "미, 미친 거야?' "......" 미쳤다니. 저 자식을 콰악! 차, 참아야 한다. 그래, 일단은 참아야 한다. 일단은 말이다. 크크크. 나는 오히려 그 말에 미소까지 지으면서...... "미, 미치다니. 하하하. 난 무지무지 정상적이다." "......진담?" "무, 물론." "......이상해." "무, 무슨 소리냐!" 난 이상하다는 말에 나도 모르게 과민 반응을 보였고, 그 말에 피닉스는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나를 바라보았다. 뜨끔. 한편 그 눈초리에 찔리는 게 있던 난 가슴이 뜨끔거렸고 추 가적으로 이어지는 피닉스의 한마디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불순한 의도가 가득해!" 허억! 새대가리의 대표 주자인 피닉스가 눈치를 채다니! 이건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될 일이다. 다른 놈이 눈치 채는 건 그나마 이해한다. 하지만 말이다. 저 자식이 눈치를 채다니...... 믿을 수가 없다. 하지만 일단 시치미가 필수다. "그, 그럴 리가." "말이 왜 떨리는 거지?" "......" "불순한 의도가 있기에 말이 떨리는 거잖아!" "......" "만약에 마에스트로, 네가 당당하다면 네 목소리 톤이 이렇 지 않아." 아, 놔. 오늘 왜 이래. 이것들이 뭘 잘못 처먹었나. 바보들의 대명사 데인과 피닉스 자식, 오늘따라 유난히 똑 똑하다. 거의 탐정 저리 가라다. "서, 설마!" 그때 경악에 찬 표정을 짓는 피닉스 군. 그러더니 나를 한 번 더 놀래켰다. "나를 팔아먹으려는 거지!" "......" "예를 들어 전설적인 미끼 정도?!" 허얼. 정말 저 자식 오늘 신내림 받았나 보다. 내가 미리 말하기 도 전에 벌써 내용을 다 알고 있다니 말이다. 그나저나 이왕 이렇게 된 거 어쩔 수 없지. 본색을 드러낼 수밖에. "크크크." "......!" "조용히 하려고 했는데 오늘따라 유난히 눈치가 빠르군, 피 닉스 군." "아, 악마!" 피닉스는 두려움에 찬 목소리로 소리치면서 도망가려고 했 다. 하지만 이미 도망갈 걸 예측한 나였기에 나한테서 도망은 못 간다! 스으윽. 난 도망가려는 피닉스의 몸통을 잽싸게 낚아챘고, 나에게 몸통이 붙잡힌 피닉스는 비명을 질렀다. "놔! 놔! 이 악마!!" "별거 아니야." "......" "그냥 기생충의 먹잇감으로 연기만 해 주면 돼." "기, 기생충?!" "아 참, 걔도 전설적인 기생충이래." "......" "너같이 전설적인 애들을 좋아한다나, 뭐라나?" "마, 말도 안 돼! 나같은 지성인을 미끼로 쓰다니, 그건 재 앙이야!" 별로 재앙 같지 않다만. 네놈을 미끼로 사용하는 게 왜 재앙인지 심히 궁금하다. 그 걸 상세하게 이론적으로 풀이해 준다면 내가 너를 평생 존경 해 주겠다. 하지만 불가능할 테니 패스. 하지만 이렇게 강제로는 안 된다. 왜냐하면 피닉스가 그 결계진 안에서 시간을 끌어 줘야 하 는 제안이 있기 때문! 만약에 피닉스가 그 결계진을 벗어나면 아무런 소용도 없 게 되어 버리는 거다. 그러니 자발적으로 하게 만들어야 하는 데...... "와아, 전설적인 피닉스가 미끼가 되는 모습을 보고 싶다." "......훗." "......" "그렇게 보고 싶은가, 소녀?!" "응!" "좋아, 보여 주지. 전설적인 내가 미끼가 되는 모습을 말이 야." "기대할게." "많이 기대해!! 크하하하!" 그때 우리들의 이야기를 듣고 슬며시 다가와 한 마디 해 주 는 수진이 누나. 그리고 수진의 누나의 한 마디에 금세 바보로 돌아간 피닉 스까지. 참으로 오묘하군. 그리고 살다 살다 미끼가 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곧바로 거기에 응답하는 새라니...... 이건 새대가리 수준보다 더 달 리는데? 방금 전 그 포스는 어디 간 거냐, 피닉스 군. "헤에, 피닉스가 의외로 좀 단순하네." 한편 신나게 웃고 있는 피닉스를 보고 슬쩍 본 후, 누나는 내게 다가와 말했고 그 말에 난 고개를 저으면서, "많이 단순하지." "그런데 저 새, 정말 피닉스야?" "......그럴걸?" "아무리 봐도 그게 제일 믿어지지가 않아." "미 투." 3단 변신까지 한 모습을 본 나였지만 도무지 믿어지지가 않 는다. 저 자식이 피닉스라는 게 말이다. 차라리 지나가던 참새보고 '얘는 피닉스래요' 라는 말이 더 신빙성이 있어 보이는 건 왜일까? "모두 잘 보라고! 전설적인 내가 미끼가 되는 엄청난 장면 이니까, 소녀들!" "......" "......" "......" "......" "......" "......" 피닉스의 한마디에 예은이와 혜경이, 레니아, 은경이, 에리 아, 수진이 누나까지 너무나도 황당했는지 아무 말도 하지 못 하신다. ......좀 많이 돌았어, 저 자식. "모두 설치 완료했습니다." 그때 크라스가 내게 다가오더니 그렇게 한 마디를 내던졌 고 난 그 말에 약간 긴장감 어린 얼굴로 말하였다. "잘해 보자고......" 이번에 성공하면 다크프리스트 2차 전직이다. 저 남자인가?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한 남자. 꽤나 잘생긴 얼굴이다. 그리고 포근한 이미지를 주는 게 꽤 나 여자들한테 인기가 있을 것 같은 분이시다. 저런 분이 왜 이런 금단의 구역에 들어갔는지 이해 불가다. 뭐, 지금은 이미 기생충에 감염돼서 하늘나라로 가신 분이 지만...... "저, 저를 왜 이런 곳에 데려오는 겁니까?" 한편 데인이 이런 한가한 곳으로 끌고 오자 당황하면서 묻 는 그 남자. 그 말에 데인은 웃으면서 말했다. "다 알면서......" 뭘 아는 건데? 너, 설마 목적을 망각한 건 아니겠지?! 서로 즐기라고(?) 이런 한적한 곳으로 오라고 한 게 아니다. 제발 정신 좀 차려라, 이 자식아. 한편 그런 데인의 말에, "아, 알다니요?" "즐기자." "......" "우리 둘만 즐기는 거야." ......! 이런 미친, 썩을!! 분명 저 자식은 우리의 목적을 망각한 게 분명하다. 내가 유인해서 데려오라고 했지, 이런 곳에서 즐기라고 데려오라고 한 거냐! 난 당장이라도 뛰쳐나가 대가리라도 한 방 갈기고 싶었으 나, 혹시 이상 증세를 눈치 챌까 봐 발만 동동 굴러야만 했다. 그때, "나 잡아 봐라!" ...... 피닉스의 한 마디. 그리고 그 남자는 피닉스를 바라봤다. 그와 함께, 푸드드득. 끄아악! 갑자기 얼굴이 뜯어지기 시작했다. 으으윽...... 소, 속이 안 좋아진다. 그리고 평범하던 그의 목소리가...... "......피닉스......다." 바이브레이션이 들어갔다. 한 마디로 최고의 먹잇감을 보니 완전 미쳐 버린 거였다. 한편 피닉스는, "하하하. 나 잡아...... 으아악!!" "......" ...... 너 뭐 하냐?! 나 잡아 보라고 말하려던 피닉스. 피닉스는 잡혔다. 단 10 초 만에 말이다. 무슨 전설의 미끼를 보여 준다더니. 이게 전 설의 미끼 실력인 거냐? 그것보다 저 자식, 예사롭지가 않다. 거의 눈 깜짝할 사이에 약 30미터 정도를 뛰어넘었다. "맛......있겠......다." 푸드득. "......" 으으윽. 제길, 보는 것도 고역이다. 이번에는 괴물의 얼굴에서 한 번 더 찢어지더니 얼굴이 사 라졌다. 아니, 정확히는 얼굴이 갈가리 옆으로 찢어졌다고 해 야 하나? 표현하기가 참으로 애매하다. 한편 그런 징그러운 모습으로 변한 그놈은 피닉스를 그대 로 한 입에 넣으려고 했고, 그 모습에 피닉스는 미친 듯이 소 리쳤다. "으아악! 나 살려!!" "......못 살겠다, 정말." 난 그 말과 함께 뛰쳐나갔다. 젠장, 피닉스에게 기대한 내가 등신이지!! 퍼억. "크......아아악!" 내 메이스에 한 방 맞고 그대로 날아가는 그 엽기적인 괴 물. 다행히도 날아가면서 받은 충격으로 피닉스를 놓은 상태 다. 한 마디로 피닉스는 탈출 상태. 한편 내 메이스를 맞고 날 아간 그 기생충 괴물은 그 자리에서 꿈틀거리면서 일어났다. 그러더니, "넌...... 뭐......지?" "네놈 잡을 놈." "......" "네놈이 그 린콘인가 뭔가 하는 마계 기생충 맞지?' "나를...... 아는...... 건가?" "물론, 널 찾느라고 얼마나 힘들었는데." "설......마?" 그때 갑자기 떨리는 음성. 얼굴은...... 크으윽, 보는 것만으로도 역겨워서 설명 못하 겠다. 어찌 됐든 목소리가 떨렸다. 그걸로 보아서...... "그래, 다크프리스트다." "나......의 최대......의 적......" "넌 나의 제물." "......" "어서어서 나의 재물이 되렴." 너만 얌전히 죽으면 난 다크프리스트 2차 전직이 된다는 이 말씀. 자자, 희생해라. 엽기적인 이 괴물아. "......이상한 결계진......발동." 쳇, 눈치 챘나? 크라스가 설치한 데스 카이진을 벌써 눈치 챘다. 대략 몇 십 초밖에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말이다. "이 장소에서 벗어난......다." "그렇게는 안 되지!" 난 그 말과 함께 그대로 그 자식에게 냅다 달렸다. 그와 더불어, "다크 블레스!" -모든 능력치가 1,320 추가되었습니다. "다크 헤이스트, 플로코스!" 파아앗! ......에게? 근데 흡수하는 양이 영......? 다크 헤이스트에서 빨아들이는 스피드랑 플로코스에서 빨 아들이는 능력치가 영 거지같다. 한 마디로 저 자식 전체 능 력치 자체가 별 볼일 없다는 거. ......진정 무서운 건 자폭 공격이구나. 그 순간, "크아아악!" "......!" 제길!! 갑자기 비명이 지르는 그 기생충. 그리고 골이 흔들리는 나. 무, 무슨 짓거리를 한 거지?! 저 자식이 비명을 지르는 순간 온몸이 순간적으로 마비가 되어 버리고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한 마디로 그대로 주저앉아 버렸다는 소리. "......" "일단...... 이 자리를...... 벗어난다......" 그 말과 함께 크라스가 설치한 결계를 벗어나기 위해 달려 나가는 나. 난 다급히 일어나서 못 가게 붙잡으려고 했는데...... "크아아악!" ......! 또다시 괴이한 비명을 지른다. 크윽. 제길...... 이건 무슨 거지 같은 거지?! 왜 저 이상한 비명을 지르면 내 몸이 이렇게 되는 거냐! 그런 의문이 가시기도 전에...... ......탈출했다. 크라스가 설치한 지역을 말이다. "제길!!' 나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은 채 다시 그 자식을 크라스 가 결계를 설치한 지역으로 끌고 오려고 그 자식의 뒤를 쫒았 다. 그런데 결계 밖을 나온 기생충. 그 자리에서 멈춘 채 나를 기다리고 있다. ......?! "같......이......죽......겠다." "이런 썩을!!" 그대로 내 몸을 껴안은 거다. 아, 이런 기생충과 껴안은 것 자체가 불쾌하기 그지없는데, 지금 그것보다 더욱더 위험한 건 이 자식이 생각하는 그거다. 바로 자폭. 한 마디로 다 날려 버리겠다는 생각.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 "당장 떨어져!!" 퍼억!! 나는 있는 힘껏 메이스를 그의 배를 향해 후려쳤고, 그런 나의 메이스에 그대로 그의 몸체는 찢어지면서 날아갔다. 그런데...... 츠르륵. 그 몸체에서 이상한 줄기 같은 게 달라붙더니 더욱더 나를 옭아맸다. 빌어먹을!! "나의...... 승......릴다." "꼴값 떨지 마!!" 퍼억. 난 그 말과 함께 다시 한 번 그를 공격했다. 이번에는 더욱 더 힘을 담은 채...... ......! 하지만 이번에도 몸만 날아간다. ......지금 저 자식의 모습을 표현하면 끔찍하다 못해 끔찍 하다(?). 여기서 나오는 끔찍은 끔찍보다 한 단계 위라는 뜻이 다. 물론 믿거나 말거나...... 아 참, 그것보다...... 지금 온몸은 이미 다 부서지고 찢어진 상태지만 그 상태에서 촉수가 내 온몸을 감싸 안는다. 떼어 내려 하면 할수록. 웬만한 것에는 꿈쩍도 하지 않는 비위를 가진 나다. 그런데 지금 이놈의 모습은 너무나도 끔찍해서 제대로 보기가 겁날 정도다. "크하하하!" ......미친 자식. 그나저나, 어떡하지?! 이대로 가면 100% 이 자식과 죽게 된다. 물론 나만 죽게 되면 그나마 낫지만 그게 아니라는 소리. 최소 300킬로미터 안은 초토화가 되고, 최대 얼마 만큼의 힘을 발휘할지 모른다는 소리다. "......마스터!" 그때 크라스가 다가왔다. 난 그런 크라스에게 다급한 어조로, "다가오지 마!!" "......" "이 자식이 너한테도 달라붙을 수 있어." "......" 워낙 이상한 줄기들을 많이 가지고 있어서 나뿐만 아니라 다른 존재들을 충분히 감싸 안을 능력이 되는 괴물 분이시다. "크카카카, 같이 자폭되는 거다." 젠장...... 이대로 같이 죽게 되는 거야?! 계속해서 시간이 흐른다. 대략 자폭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10분이라고 했으니, 이제 몇 분 안에 저 자식의 몸은 엄청난 폭발로 몇 백 킬로미터를 초토화시킬 게 분명하다. 이럴 때 마땅한 방법도 없이 저 자식에게 붙잡혀 있어야 하 다니!! 크으윽! "1분 남았다." ......그렇게 친절하게 시간까지 안 가르쳐 줘도 된단 말이 다! 완전 미쳐 버리겠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내 입술은 바짝 타들어 가고 등 뒤 에는 식은땀이 주르륵 흐른다. 이렇게 긴장한 적이 있었을까? 게임을 하면서 이렇게까지 긴장한 적은 없다는 게 내 대답 이다. 그나저나 무슨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무슨 방법을...... 번쩍! 그 순간 내 머리를 지나가는 한 가지 방법. ......난 웃었다. 그러자 나의 반응을 본 그 자식은, "왜, 왜 웃는 거지?!" 불길하다는 듯 묻는다. 그렇게 묻는다면 대답해 주는 게 인 지상정이겠지? "너만 자폭할 줄 아니?" "......" "나도 자폭할 줄 안다." "......" "그럼 피해가 최소화되겠지." "무, 무슨 소리냐!!" "나에게는 네놈 정도는 충분히 소멸시킬 스킬이 하나 있다 고, 다크프리스트 유물 스킬에....... 에스케리시스. 이 스킬 은 광역 폭발이 아니야. 하지만 한 존재는 확실하게 소멸시킬 수 있지! 물론 그 여파가 나에게 튀길 줄은 모르겠다만......" "......!" 잊고 있었다. 내가 가진 스킬 중 1인 타겟팅 마법 중 최강의 스킬을 말이 다. 상대방의 몸 안에 어둠의 마나를 주입해서 그대로 상대방 의 몸 안에서 터트려 버리는 기술. 5초간 집어넣어야 하는 단 점이 있기는 하지만 지금은 어차피 붙어 있는 상태. 5초 정도 야 손쉽다. "그럼 시작해 볼까?!" "......!" 난 말과 함께 내 손바닥을 그 자식의 남아 있는 몸뚱이에 갖다 댔다. 그리고 서서히 어둠의 마나를 집어넣기 시작하였다. 그렇 게 약 5초. 어둠의 마나는 그 자식을 감싸 안았고, 난 그 모습 을 보고 미소 지었다. 젠장...... 아무리 광역 폭발이 아니라고 하지만, 저 자식의 몸체와 저 자식의 줄기들이 이어진 상태. 한 마디로 나한테 피해가 올 확률이 높다. 뭐, 그래도 방법은 이거밖에 없으니...... "에스케리시스!" 파아앗! 그 순간 서서히 발동되는 에스케리시스. 젠장, 하늘에 맡기자. 제발 나한테까지 영향력이 오지 않길 바란다!! 몇 십만이나 되는 데미지를 견뎌 낼 자신이 없단 말이다! ...... "크아아악!!" 나...... 산...... 거야? 완전히 소멸되어 버리는 기생충과 아무 이상이 없는 나. 이걸로 봐서 난 산 거 같은데? 만약에 저 데미지가 나한테 까지 왔으면 나도 저 기생충처럼 당장 소멸 모드로 돌입했을 게 당연하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걸로 봐서 나한테는 피해가 끼치지 않 았다는 거! ......역시 하늘은 날 버리지 않았어. 그 순간, -다크프리스트의 2차 전직이 완료되었습니다. ......엥? 2차......전직 완료?! -모든 다크프리스트의 스킬들이 3배로 강해집니다. -유물스킬의 경우 최소 5배 이상 힘이 상승합니다. -다크 블레스 사용 시 지금의 5배에 달하는 능력치 상승효과를 가져옵니다. -다크 배리어 사용 시 한 번에 다수의 생명력을 끌어 와 방어막 을 만들 수 있습니다. -다크 힐이 변경되었습니다.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 치료도 가능 해집니다. 물론 치료 악화에 대한 기능은 남아 있습니다. -다크 크라이진을 소환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허억!! 허억!! 허억!! 허억 3연타다. 그럴 수밖에 없을 정도의 옵션, 특히 유물스 킬의 경우 최소 5배 이상의 힘이 상승된다는 압박. ......미쳤다. 특히 루비언 같은 경우는 능력치 상승이 10배 다. 하지만 저 옵션이 적용된다면 50배. 즉, 다크 블레스 50배 에 달하는 힘이 내게 축적되는 거다. 으아악, 너무 좋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하고, 머리가 혼란스 럽다. 이게 다크프리스트라는 존재의 진정한 힘?! 그, 그런데 마지막에 다크 크라이전이라니...... 뭐지?! 난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다크 크라이진을 소환하다 니, 저게 뭐 하는 건지, 뭐 이럴 때는 확인해 보면 되겠지. -다크 크라이진- 다크 크라이진이라는 전설의 새를 소환한다. 이 새는 마신이 직접 창조한 새로서 그 누구보다 뛰어난 전 투 능력과 정보 능력을 소유하고 있다. 허억!! 마, 마신이 직접 창조한 새?! 그, 그렇다면...... "다, 다크 크라이진!" 난 떨리는 맘을 주체하지 못한 채 말을 더듬거렸고 그와 함 께 내 앞에 어둠의 공간이 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공간을 통해 나오는 한 마리의 멋들어진 새. ......멋있다. 이 말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검은색으로 이루어진 한 마리의 새. 모습은 약간 독수리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독수리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멋 있다. 크기는 대략 독수리의 1.5배 정도의 크기. 그리고 느껴지는 포스...... 장난 아니다. 저게 바로 마신이 직접 창......조한 새? 한편 눈을 감고 있던 크라이진이라고 불리는 새는 조용히 눈을 떴다. 그런데 그 눈빛이 너무 카리스마 있다. 새가 이렇게 멋있어도 되는 거야? 그런 거야? "마스터를...... 뵙습니다." 굵직하고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목소리다. 크라이진은 내게 그렇게 말했고, 난 그 말에 감동해 버렸 다. 난 항상 혜경의 란타스라는 독수리가 부러웠다. 그래서 임시 방편으로 피닉스라는 미친 새 한 마리를 사용 했다. 하지만 끈질긴 생명력을 제외하고는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새. 그게 바로 피닉스였다. 그런 나에게 이런 멋진 새가 나타나다니! 그것도 마신이 직 접 창조한 새다!! 우어억!! 나 무지 감동받았어! 이글이글. 윤현이 감동 받아서 눈물을 철철 흘릴 때 한 새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다. 항상 자신은 전설의 새 피닉스였다. 새들의 신이라고 불리는 피닉스 말이다. 자신 앞에 서면 어 떤 전설이든 초라해지는 게 피닉스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저 크라이진이라는 새는 아니다. 벌써 포스 자체가 다르다. 지금까지 만난 전설이라고 불리 는 존재들하고 말이다. '나, 나같이 전설적이다 못해 아름다운 새가 저딴 새한테 위기감을 느끼다니...... 이건 말도 안 돼!' 피닉스는 속으로 이렇게 위로해 보았지만 실질적으로는 크 라이진에게 꿀리는 게 사실이었다. 다른 애들은 몰라도, 저 크 라이진이라는 새에게는 무언가가 있다, 무언가가. '죽지 않아!! 죽지 않아!!" 피닉스는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레니아의 언니 "잘 생겼네." "......" "흐으음." 누, 누구세요?! 난 갑자기 등장한 한 여인을 보고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했다. 마을에 들어온 우리들. 우리는 조금의 휴식을 위해 여관으로 향했다. 그런 도중 갑 자기 내게 다가오더니, 내 가슴을 더듬거리는 그녀. ......심히 당황스럽다. 상상을 해 봐라. 20대 중반에 키는 170 정도에 푸른빛의 에메랄드 머리카락 을 길게 늘어뜨리고 약간 수위가 높아 보이는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자가 뜬금없이 내게 다가와 가슴을 쓰다듬는단 말이 다. 그 어떤 남자라도 기분이 살며시 좋으면서 당황스러운 건 사실일 거다. 그녀가 말했다. "이 누나랑 할래?" "......" 뭘 하는 거죠?! 뭘, 뭘, 뭘?! 여기서 하자는 의미는 뭘까? 어떤 의미가 담겨져 있는 거지?! 분명 순수한 의미는 아니 다. 그렇다면 남는 건 불량한 의미. 그 의미는...... 크아악! 아, 아니야. 그, 그런 늑대 같은 생각을 해선 안 된다. 그런 의미로 한 게 아닐 테다. 처음 만난 남자에게, 그것도 갑작스럽게 그렇게 말하는 여 인은 없다. 아니, 저번에 레니아가 농담 삼아 그런 것 같기는 한데...... 어, 어라? 그러고 보니 이 여자 레니아랑 좀 닮았다? 물론 레니아보다 는 좀 미모가 떨어지신다. 하지만 그녀에게서 내뿜어지는 유 혹은 웬만한 남자들 다리를 후들거리게 하는 효과가 있어 보 인다. 그 순간, "어, 언니!! 여기는 어떻게?!" 어, 언니? 내가 아는 언니라는 단어는 단 하나밖에 없는데? 한편 그 말에 갑자기 나타난 그 여자는 방금 전과 180도 달 라지더니 싸늘한 어조로 레니아에게 말했다. "요새 활동을 하지 않는 이유가 저 남자 때문이니?" "......" "우리의 목적을 망각한 거야?" "그, 그건 아니지만......" "얼마나 모았어?" "4,000......골드." "내가 2,500골드니까. 아직 1억 골드에는 미치지 못하네." "......" "내 생각에는 네가 계속해서 활동했다면 우리의 목적을 이 룰 수도 있었을 거 같은데." "......" ......무, 무슨 말이지? 갑자기 삭막해지는 분위기.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여기서 왜 1억 골드라는 단어들이 마구 쏟아지는 거냐?! 1 억 골드가 누구 개집 이름도 아니고 말이다. 레니아의 언니라고 불린 여자는 레니아에게 한마디 던졌 다. "우리가 도둑이 된 건 우리 부모님을 죽인 그놈을 죽이기 위해서야." "......" "잊지 마." 터벅터벅. 그 말과 함께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지는 그녀. 뭐, 뭔 일이래?! "......저, 저기." "......" "레니아?" 나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아무 말도 못하는 그녀를 향해 슬 며시 말했다. 하지만 그녀의 반응은 제로. 가, 갑자기 분위기가 너무 다운된다. 난 다시 조심스러운 어조로 레니아를 불렀다. "레니아...... 괜찮아?" "......즐거웠어요." "으응?" "항상 어렸을 때부터 저는 돈을 모으는 것에 혈안이 되어 있었죠. 그런데 마에스트로를 만나고 너무나도 즐거웠어요." 자, 잠깐...... 왜 갑자기 그런 말이 나오는 거야? 왜 꼭 떠날 것처럼 말하는 거냐고?! 레니아의 말이 이어졌다. "......너무나도 즐거웠기에 이 시간이 깨지는 게 두렵기만 했어요." "......" "하지만...... 이 즐거웠던 시간은 깨져 버릴 수밖에 없나 봐요." "레, 레니아, 무슨 일인데?!" 난 갑자기 떠날 사람처럼 말하는 레니아를 향해 다급하게 물었고, 그녀는 그런 나의 다급한 질문에 살며시 미소를 지으 면서 말했다. "저는 다시 돈을 모으러 가야 할 듯싶어요." "......" "그동안 정말 고마웠어요." "레, 레니아!!" "......?" "무슨 일인지...... 설명이라도 해 주지 않을래?" "......" "부탁할게." 난 그렇게 말했다. 만약에 내가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라면 어떻게 해서든 그 녀를 도와주고 싶다. 어떻게 해서든 말이다. "......" "말해 줘!" 나는 그렇게 말한 뒤 레니아를 강력한 눈빛으로 바라보았 고, 그런 나의 눈빛에 레니아는 슬픔이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데이젠 왕국이라고 아시나요?" "무, 물론." 데이젠 왕국. 그랜드 크룬을 비롯한 4대 제국을 제외하고, 제일 강력한 힘을 가진 왕국. 심지어 4대 제국 중 한 제국과 맞짱 떠도 이길지도 모른다 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매우 강대한 힘을 가진 왕국이었다. "저와 언니는 그 왕국에서 태어났어요." "......" "아빠, 엄마, 언니, 그리고 나...... 이렇게 4명은 그 누구보 다 행복했어요. 아빠는 엄마를 그 누구보다 사랑하셨고, 그건 엄마도 마찬가지였어요." "......" "하지만 그런 행복한 시간은 오래가지 못했어요. 데이젠 왕 의 눈에...... 저희 엄마가 띄게 되었거든요." 서, 설마?! 여기서 추측이 가능하다. 레니아와 그의 언니를 봐라. 열나게 예쁘다. 그렇다면 당연히 그의 어머니와 아버지도 평범한 외모는 아니었을 터! 이 상황에서 왕의 눈에 띄었다? 추측되는 상황은 한 가지밖에 없다. "저희 어머니는 평민 중에서 제일 예쁘다는 말을 들을 정 도로 엄청난 미녀였어요. 귀족들보다 훨씬 예쁘셨죠." 빙고! 나의 예측이 맞아떨어졌다. 그럼 역시...... "왕은 그런 어머니가 마음에 들었던 거예요. 그와 더불어 왕은 강제로 어머니를 데려가려 했고, 그런 어머니를 지키려 던 아버지는 왕의 기사들에게 죽음을 당하셨어요." "......" "그걸 본 어머니는 자결하셨고요. 그때 저희들은 집에 있지 않았기 때문에 목숨은 건질 수 있었지만요......" "저, 저기, 레니아." "......?" "그렇다면 그 왕에게...... 복수하려고?" "네......" "......" "저희는 이곳에서 그 누구라도 암살해 준다는 제리진 어쌔 신 길드를 찾아갔어요. 그러자 거기서 단 한마디만 했죠. 1억 골드를 가져오라고 말이에요." "......" "1억 골드만 가져온다면 데이젠 왕을 암살해 주겠다고요." 내 귀로는 그냥 얌전히 포기하라는 말로 들리는데? 하지만 그녀들 입장으로서는 이해가 가기도 한다. 한 왕국의 왕의 암살이다. 그런 암살을 들어줄 암살 길드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쌔신 길드 중 최고라고 불리는 제 리진 어쌔신 길드는 자신들의 체면을 위해서라도 직접적인 거절은 하지 못하고 이렇게 간접적인 거절을 한 것이다. 하지만 그녀들은 그것도 모르고 정말 1억을 모으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좋은 방식이 아니기는 했지만...... "그러니 마에스트로 씨, 이해해 주세요." 싱긋. 그 말과 함께 내게 웃는 그녀. 나는 이대로 보낼 수 없었다. 왠지 이대로 보내면 안 된다 는 생각이 들었다. "레니아." "네?" "너와 언니의 부탁 내가 들어줘도 될까?" "마, 말도 안 돼요!" "......?" "한 나라의 왕이에요. 그런 왕을 개인이 이길 수는 없잖아 요." 물론 개인의 힘으로는 힘들다. 하지만 말이다. 내 주변에는 무지막지한 분들이 계신다. 뿐 만 아니라, 나도 2차 전직 덕택에 꽤(?) 강해졌고 말이다. "걱정 마. 우리들 잘 알잖아?" "......" "이래 봬도 최강의 파티라고." 물론 한 나라를 상대로 이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곱게 져 줄 레벨도 아니시라는 거. 기대하는 게 좋 을 거라고. "크라이진." 파지짓. 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어둠의 공간을 열고 나오는 크라 이진. 머, 멋져. 아무리 봐도 멋지다, 멋져!! "마스터, 부르셨습니까?" "응, 부탁이 있어서." "부탁이라니요. 명령이라고 말씀해 주십시오." "......" 오...... 너무 멋져서 눈물이 마구 나온다. 어쩜 이렇게 멋질 수가 있단 말인가! 아무리 봐도 신기하 다. 그리고 똑같은 새인데 이렇게 비교가 되다니. 저 미친 새랑 말이다. 난 그 생각과 함께 피닉스를 향해 고개를 돌렸고, 거기에는 이글이글 불타오르는 피닉스가 있었다. ...... 쟤, 왜 저래? 마치 구워 먹어 버리겠다는 눈빛. 그 눈빛이다. 지금 피닉스 놈의 눈빛 말이다. 저 자식, 왜 크라이진을 보고 저런 눈빛을...... 아, 그 순간 내 머리에 지나가는 생각. 서, 설마? "너, 시샘하는 거냐?" "무, 무슨 소리야!" "흐으음......" "나, 나같이 전설적인 피닉스가 시샘이라니!!" 시샘 맞네. 크크크. 피닉스 꽤 위기감이 느껴졌나 보다. 아니, 나라도 위기감이 느껴지겠다. 저렇게 멋진 크라이진이 옆에 있으면 말이다. "마스터, 무슨 명령입니까?" "아......" 그때 내게 조심스럽게 묻는 크라이진. 난 그에게 말했다. "한 왕궁을 조사해 주면 좋겠는데...... 가능해?" "물론입니다." "데이젠 왕궁. 거기에 대한 모든 정보를 알아봐 줘." "네, 마스터." 휘이익. 그 말과 함께 하늘로 올라가는 크라이진. 그리고 그 자리에서 멈췄다. 어, 어라? 뭐를 하려는 거지? 크라이진은 어느새 눈을 감은 채 한동안 가만히 있었고, 잠 시 후 그의 입이 열렸다. "케스틴." 파아아앗!! ......! 마, 말도 안 돼! 크라이진의 입에서 케스틴이라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 의 몸은 수십 개가 되었다. 아니, 정확히는 분신이라고 해야 하나? 본체보다 훨씬 희미하기 때문에 본체와 분신의 차이는 명 확히 알 수 있었다. 파앗! 나의 그런 생각이 끝나기 무섭게 크라이진의 분신으로 보 이는 새들은 연기가 되어 사라졌고, 크라이진은 내게 카리스 마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모든 정보를 모아 오는데 약 10분 정도 소요됩니다." 10분? 그 안에 모든 정보를 모아 와? 정말 전설이다. 이게 바로 전설이라고 불리는 이름값? 항상 내 주변에 나타나는 전설이라고 불린 놈들은 거의 다 또라이 였다. 하지만 크라이진은 아니다. 정말 전설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멋지다. 그때 그런 나의 감격에 초를 치는 새가 있었으니...... "나, 나도 저렇게 할 수 있어!" "......뭘?" "정보 수집." "풋." "왜 웃어?!" "너가 미쳤나 하고." "......" "난 네가 정보 수집을 못한다고는 안 하는데, 크라이진처럼 할 수 있을 거라고도 생각 안 하는데?" "저, 저런 하급 기술, 나도 사용할 수 있어!" "오호?" "......" "진짜." "무, 물론!" "사용해 봐." "......" "방금 크라이진이 사용한 것처럼 막 수십 개의 분신을 만 들어서 날려 봐." "......" "왜 대답이 없냐?" "오, 오늘은 조금 컨디션이 별로여서......" 풋. 오늘은 컨디션이 별로란다. 참, 어이가 없다. 어디서 흉내도 내지 못할 걸 자신이 할 줄 안다고 우기다니...... 내가 무슨 네놈처럼 돌대가리인 줄 아 는 거냐? 그때 피닉스의 말이 들려왔다. "다른 특별한 기술은 가능해!!" "무슨 특별한 기술?" "여자 신체 사이즈를 겉눈으로만 파악하기!" "......" "한 치의 오차도 없어." ......됐다. 때려 쳐라, 그딴 기술. 어디다 써먹으라는 거냐? 아무리 봐 도 절대적으로 필요 없는 스킬이다. "왜? 왜?! 그 스킬이 얼마나 특별한테!!" "특별이라는 단어가 얼어 죽었니?" "......" "여자 몸매 재는 재주랑, 저렇게 멋지게 정보 수집하는 거 랑 비교가 된다고 생각하니?" "......그, 그렇다면 다른 거! 다른 거!!" "다른 거?" "이것만은 공개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그 말과 함께 진지한 표정을 짓는 피닉스. 허억. 정말 비장의 슈퍼 스킬 같은 게 있는 건가? "사실 이 스킬을 사용하면 한 5일간 후유증이 있어 잘 사용 하지 않아." "허억......" 얼마나 대단한 기술이기에 5일이라는 후유증이 있는 거냐?! 정말 엄청난 기술인가 보다. "나의 엄청난 기술!! 그건 투시 능력!" "......" "이 기술을 사용하면 여자들의 옷 속에 감춰진 속옷을 볼 수 있지." "......" "멋진 기술이지." 터억. "꽤액!!" 난 그대로 피닉스를 잡았다. 그리고 살벌한 얼굴로 말했다. "......사용했냐?" "아, 아니, 바, 방금 전에도 말했다시피 후유증이 심해 서......" "여자들한테 그딴 기술을 사용하기만 하면 네놈, 정말 묻어 버릴 거야." "......" "내 충고를 잘 받아 두도록." "......" 이 변태 새 자식이 별 쓸데없는 기술은 다 가지고 있네. 그나저나 투시 능력이라...... 흐으음, 모든 남자들이 꿈꾸 는 능력 중 하나다. 그런 걸 저 새가 할 수 있다니...... 조금 대단한 것 같기도 하다. 조금 말이다. "마스터, 모든 정보를 수집했습니다." 그때 모든 일을 끝냈는지 내게 말하는 크라이진. 난 그 말에, "오, 수고했어. 그래, 저 왕국에 대한 이야기나 들어 볼까?" "오호?" "이미 데이젠 왕국은 왕의 폭군 정치로 인해 상당히 불 안한 상태입니다." "한 마디로 개판 오 분 전 왕이라는 거네?" "그렇습니다. 또한 그곳에 들어간 여행자들이 이유 없이 공격을 당해서 죽는다고 합니다." 흐으음...... 한마디로 유저들도 막 죽인다는 건가? 아, 그러고 보니 저번에 소문을 들은 적이 있다. 유저들이 절대 가서는 안 될 왕국이 있다고 말이다. 그 왕국의 왕은 너 무 포악하고 사악해서 이유 없이 유저들도 마구 죽인다고 했 다. 바로 그곳이 데이젠 왕국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왜 다른 제국에서는 이런 만행을 보고도 가만히 있는가? 크라이진에 대한 정보에 따르면 백성들에게 돈을 완전 다 뜯어내고 그 돈을 제국들에게 마구 퍼 준단다. 제국들의 입장에서는 괜히 데이젠 왕국을 건드려서 피해를 입는 것보다 그냥 묵묵히 퍼 주는 돈을 받는 게 더 이익이라 는 소리. 물론 그중 그랜드 크룬은 썩 좋아하는 눈치는 아니 지만 다른 제국이 그러니까, 뭐...... 참 이런 걸 보면 이 게임, 너무나도 사실적이라니까. 현실인지 게임인지 전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어찌 됐든 거의 모든 백성들은 지금의 왕을 증오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데이젠 왕국 안에는 상당한 반란 군들이 있습니다. 아직 왕의 힘에 한참 미치지 못하기에 음지에서만 활동을 하는 것 같습니다." 오? 왕국 안에 반란군들이 있다고? 이거 참 흥미로운 소식인데? 그것보다 정말 대단하다, 크라이진. 그 짧은 시간 안에 이 렇게 많은 정보를 모을 수 있다니...... 이건 그냥 놀랍다 못 해 서프라이즈다. 역시 전설적인 새다. 여자 속옷을 보는 게 비기라고 하는 미친 새랑은 절대적으 로 비교 자체가 안 된다. "그나저나, 무슨 방법을 써야 하나?" 일단 성안에 반란군들이 있다. 불만 붙여 주면 난리 날 게 분명하다. 하지만 불붙이는 게 힘들다는 거...... 무슨 수로 불을 붙이 지? 솔직히 말해 우리 파티가 완전 무식하게 강하다고는 하지 만 제국과도 비슷한 힘을 가진 왕국을 전멸시킬 수는 없다. 수백만 명이다. 아마도 체력 고갈로 뒤질 거다. 하아, 무슨 좋은 방법이 있으면 하는데...... "저기, 윤현아." "응? 왜, 혜경아?" 그때 내게 다가와 말하는 혜경이. 무슨 용무지? 그녀는 조심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그랜드 크룬의 힘을 빌려 보는 게 어때?" "......그랜......드 크룬?" "응, 4대 제국 중 유일하게 별로 탐탁지 않아 하는 곳이 그 랜드 크룬이라잖아." 그렇긴 하지...... 다른 제국들과 달리 그랜드 크룬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단 다. 그걸로 봐서 충분히 가망성은 있는데, 나는 가망성이 없다. 오히려 내가 부탁하면 더 난리 날 게 분명하다. 왜냐고? ......난 공주 납치범이었으니까. 크으윽. 내가 말하고도 서글프다. "아!" 한편 혜경이도 그제야 에리아 일이 생각났는지 자그마한 탄성을 지르신다. 혜경아, 작전은 좋은데 하필 그게 우리여서 안 되는 거야. 흐흐흑. "마스터, 아주 좋은 작전이 있습니다." "......!" 그때 크라스가 내게 한마디 던졌다. 아주 좋은 작전?! "그거 아십니까? 한 번 악당은 영원한 악당." "......무슨 말이냐?" "이미 그랜드 크룬에서만큼은 마스터가 최고의 악당일 겁 니다." ...... 그런 거는 굳이 각인시켜 주지 않아도 되는데, 크라스군. "그러니까 또 범죄를 저지른다고 달라지지는 않죠." "저, 저기. 이해가 되게 설명해 줬으면 하는데......" "그럼 간단하게 말씀드리죠. 에리아 공주님을 인질 삼아 협 박하는 겁니다." "......" "데이젠 왕국과 한판 붙으라고 말입니다. 만약에 그렇지 않 을 시, 공주의 목숨은 없다고 하는 겁니다. 후훗." ...... 협박! "에, 에리아!" "아, 아빠......" "도, 도대체 무, 무슨 짓거리를 한 거냐?!" "크크크. 내가 굳이 대답할 필요가 있을까?" "으으윽......" "그나저나 내 곁을 포위한 기사들이 거슬리는데?" "......" "좀 치워 줬으면 하는구만. 크캬캬캬." "......물러......나라." "폐하!!" "그, 그건 안 됩니다!!" "저런 위험한 악당을 두고!!" "물러나라 하지 않았는가!" "......" 폐하라고 불린 남자의 성화에 나를 째려보고 물러서는 기 사들. 아, 정말 내가 최고의 악당이 된 기분이다. 이거...... 지금 상황을 요약해 보자. 사실 크라스의 제안, 어처구니가 없었다. 한 번 악당은 영 원한 악당이라고, 한 번 더 범죄를 저지르다니!! 이건 말도 안 되는 발상이었다. 하지만 난...... 할 수 밖에 없었다. 왜냐고? 마땅한 방법이 없었으니까. 난 피닉스를 보냈다. 공갈 협박용으로 말이다. 에리아를 만나고 싶으면 지정된 이 장소로 오라고 말이다. 그러자 엄청난 대군을 이끌고 나오신 그랜드 크룬의 폐하. 거의 수백 명의 엘리트 기사들로 보인다. 그중 유저도 있어 보이고...... 여하튼 엄청나다, 엄청나. 그리고 지금의 상황이 대치된 거다. 뭐, 다행히도 에리아가 이렇게 협조를 해 줘서 이런 말도 안 되는 작전이 가능한 거 겠지만...... "도, 도대체 원하는 게 뭐냐!" 한편 에리아의 아버지이자 그랜드 크룬의 왕은 나를 보고 그렇게 물었고, 난 그 물음에 슬쩍 미소를 지었다. "전쟁." "......!" "간단해. 지금 난리 치고 있는 데이젠 왕국과 전쟁을 하는 거야." "그, 그런 말도 안 되는......!" 내 말에 경악에 휩싸이는 폐하. 당연한 건가? 뭐, 내가 생각해도 좀 그런 제안이기는 하다. 전쟁을 하라 니. 흐으음...... 그래도 추가적인 말을 들으면 내가 그렇게 나쁜 놈은 아니다. "물론 그쪽 병력만 희생하라는 건 아니야. 잠시만 싸워 주 면 되는 거지. 그 안에 내가 데이젠 왕국의 왕을 죽일 테니 말 야." "......" "데이젠 왕국의 사정은 알다시피, 지금 개판이야. 상당한 반란군도 잠재되어 있지. 그쪽에서 살짝 불만 붙여 주면 모든 게 잘된다고." "......" "사실상 그쪽에 들어오는 이익도 많을 텐데? 데이젠 왕국 의 땅이라든가 재산, 물품 같은 게 말야." "......" "그리고 내 손에는 지금 에리아가 있어. 에리아가...... 후 훗." 난 그 말과 함께 에리아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공포에 떠는 모습을 하는 에리아. 흐으음...... 연기 잘하는데? 나중에 연기자 해도 되겠어. 에 리아 양. 한편 이런 나의 순수한 눈빛을 본 왕은 엄청난 오해를 한 듯 싶다. 저렇게 언성이 높아지는 걸 보니...... "서, 설마 어린 에리아에게 무슨 변태 짓을!!" "......" 사람을 어떻게 보고! 내가 그럴 사람으로 보이는 거야? 나같이 깨끗함의 대명사를 보고 말이다. 내가 말하고도 급무안하다, 크흐으음. "안 했어. 순수하게 데리고만 다녔어." "......" 물론 별로 순수하게 안 데리고 다녔다. 사실 난 최소한 순 수하게 데리고만 다니려고 했는데 변태 3인방에 의해서 약간 그게 아니게 되어 버렸다. 아, 이렇게 생각하니 내가 죄인 같구나, 죄인. "자자, 어떡할 거야?" 나는 그랜드 크룬의 왕을 보고 웃었고 그런 나의 미소에 왕 은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분하기도 하겠다. 자신의 딸이 인질이 되어 협박당하고 있으니...... 하지만 나도 사정이 있어서 이런 거니 이해해 달라고. "어서 결정하라고. 크크크." "......" "기다리는 건 별로 안 좋아해서 말이야." "......" "1분의 시간을 주겠어." 내 말에 심각히 고민에 잠긴 왕. 지금 왕의 머릿속은 엄청나게 복잡할 거다. 하지만 그의 결론은 대충 짐작이 간다. 왕이 에리아를 얼마 나 끔찍이 사랑하는지 대충 알 것 같기 때문에. 자신의 목숨을 바쳐서라도 에리아를 지킬 거라는 느낌이 팍팍 든다. "......알......았다." "폐하!!" "폐하!!" "말도 안 됩니다!!" "저런 악당의 요구를!" "그건 위험합니다!!" "전쟁이라니요!!" 왕의 한 마디에 주위는 초토화가 되어 버렸다. 흐으음, 역시 전쟁이라는 말의 포스는 장난이 아닌가 보구 나. 저렇게 발작을 해 대는 걸 보니 말이다. 한편 그런 지랄 발작에 왕은 진중한 목소리로. "그 어떤 의견도 받지 않는다. 나 페르세트 엘린케인의 이 름으로 지금부터 이의를 제기하는 자는 왕의 엄명을 어기는 것으로 여기겠다." "......" "......" "......" "......" "......" 오, 멋진데? 왕의 한마디에 모두 버로우가 됐다. 한편 그런 왕의 반응에 감동받은 듯한 얼굴을 하는 에리아. 당연한 건가? 자신을 위해서 저렇게까지 해 준다니 말이다! "그, 그럼 이제 에리아를 돌려 주게!" 에리아를 다시 요구하는 왕. 난 그 말에 악당 미소를 한 번 날려 줬다. 이왕 하는 악당, 퍼펙트한 악당을 원하는 나이기에...... "뭘 믿고?" "......" "내가 에리아를 돌려주는 순간 곧바로 약속이 깨질지도 모 르잖아?" "......" 물론 이곳에 있는 기사들 정도면 우리 파티로 정리가 가능 하다. 하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할 이유는 없었기에 그렇게 말 했고, 그런 나의 사악한 모습에 왕은 이를 갈았다. ......내가 생각해도 연기 좀 한다. "역시, 본성이었어." "......뭐라고?" "아, 아니, 아무 말도 안 했어!!" 아무 말도 안 하기는...... 피닉스 저 자식이! 분명 난 들었다. 아주 자그마한 목소리로 혼자 중얼거리는 걸 말이다. 역시 본성이라니? 내가 이렇게 어린 소녀를 데리고 협박하 는 게 본성이라고? 저 새 자식을...... 콰악!! "나중에 죽었어!" 난 조그마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러자 움찔거리는 피닉스 자식...... 지금은 일단 넘어가 주마. 그때 한마디 내던지는 왕. "그럼 난 뭘 믿고 자네 같은 납치범을 믿으라는 거지?" "......" 납치......범이래. 흐흐흑. 이제 완전히 납치범이 되어 버렸다. 순수계의 별이었던 내 가 납치범이 되어 어린애를 데리고 협박하는 장면을 연출하 다니...... 참으로 사람 일은 모르나 보다. 그나저나 물어봤으면 대답해 주는 게 인지상정! 보통 이런 질문에 악당들은 이렇게 대답한다. "칼자루는 내가 쥐고 있어." "......" "못 믿겠으면 하지 말든가? 크크크." "서, 설마 에리아에게 무슨 짓이라도?!" "그건 그쪽에서 하는 행동에 따라 달라질 거라고 생각하는 데?" "......" "그쪽에서 흥정할 레벨이 아냐. 다 내가 하라는 대로 할 레 벨인 거지. 오케바리?" "......" 너무나도 분하다는 듯한 얼굴을 한 왕. 그리고 그런 왕을 보고 비웃어 주는 나. ......나 정말로 피닉스 말처럼 이쪽 계열에 재능이 있는 거 아냐?! 내가 생각해도 너무 잘한다. "......알겠다." 푸욱. 그때, 고개를 숙이면서 말하는 왕. 난 그런 왕에게 웃으면서 말했다. "현명한 선택이야." 그랜드 크룬 vs 데이젠 왕국. 장안의 화제였다. 아니, 화제일 수밖에 없었다. 실질적으로 게임 안에서 전쟁이라는 게 발생할 줄은 몰랐 으니까. 하지만 이 기회를 틈타 돈을 벌기 위해 유저들은 대 거 전쟁에 참여했다. 그리고 이런 경험 자체가 쉽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요 소가 그들을 더욱더 흥분하게 만들었다. 다른 여타 게임에서 이렇게 NPC와 NPC가 전쟁을 하는 일 은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NPC vs NPC로 전쟁을 하는 상황이 발생해 버 린 거다. 너무나도 실질적인 게임이었기에...... 물론 뒤에서 내가 입질한 건 아무도 모르는 비밀이었지 만...... "너, 무슨 생각이야?!" 그때 어느새 나타나 화가 난 어조로 내게 말하는 레니아의 언니. 난 그녀의 말에 웃으면서, "레니아를 도와주고 싶었을 뿐인데요." "......" "어차피 전쟁이 일어나면 왕은 허술해질 수밖에 없다고요. 그때 제가 그어 드리죠, 훗." "......진심인 거야?' "물론요. 레니아의 복수를 도와주는 건 동료로서 당연한 거 라고요." 나의 말에 나를 지그시 바라보는 그녀. 그녀는 잠시 후 피식 웃으면서 내게 말했다. "좋은 동료를 뒀네, 레니아는......" "......" "한 왕국을 상대로 이렇게 할 줄은 몰랐어. 그런데 그랜드 크룬은 어떻게 움직인 거야?" "그, 글쎄요. 하하하......" 난 레니아의 언니의 말에 난감한 듯 웃어 댔다. 솔직히 말해 에리아를 이용하여 협박해서 움직였다고 말하 기에는 좀 그러니까 말이다. "원하는 거 있어?" "네?" "뭐든지 들어줄게." 허억. 허억. 허억! 뭐, 뭐든지? 아, 안 돼!! 뭐든지라는 단어에 금세 변태적인 생각을 해 버린 나! 왜 이러는 거냐! 난 정말 늑대였단 말인가? 늑대소년 윤현 말이다. "내 몸?" "그, 그럴 리가요!! 저, 저는 그런 생각 한 적도 없어요! 절 대 없어요!!" "왜 그렇게 과민 반응?!" "저, 저는 이만!!" 후다닥. 내심 찔리는 게 있는 나로서는 과민 반응을 할 수밖에 없었 다. 아, 나 점점 변태가 되어 가는 것 같아. 한편 그 대화를 듣던 새 한 마리가 있었으니...... 평소에는 새대가리지만 이렇게 음흉한 계획 안에서는 엄청 나게 비상한 머리를 가지게 된다. "저, 저기." "응?" 피닉스가 다가오자 레니아의 언니 페니아는 대답했고, 피 닉스는 진중한 모습으로 말했다. "아까 그 부탁 말이야." "무슨 부탁? 아, 그거...... 왜?" "마에스트로가 나보고 대신하래." "......그래?" "응. 마에스트로가 평소에 나를 심히 존경하거든." "......" "엄청 존경하는 나에게 그걸 넘기겠대." "......좀 특이하네." 페니아는 새를 존경하는 마에스트로를 생각하면서 그렇게 말했다. 존경할 존재가 없어서 새를 존경하다니...... 좀 아이 러니하다. "그래? 그럼 너 부탁은 뭔데?" "내 부탁?" "응, 말해. 들어줄게." "크크크크......" "......" 피닉스의 사악한 웃음소리에 페니아는 살짝 움찔했고, 피 닉스는 아주 당당하게 말했다. "너의 가슴에서 부비부비할래." "......" "거절하지는 않겠지?" "......" ...... 뭐지? 이 구리구리한 기분은......? 뭔가 음흉한 계획이 느껴진다. 음흉한 계획이...... "왜 그래?" 수진이 누나는 갑자기 이상한 느낌에 뒤를 돌아본 나를 향 해 물었고, 그 물음에 난 그대로 대답했다. "그냥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이상한 느낌?" "응. 뭔가 구리구리한 계획이 느껴져." "......무슨 소리야?" "나도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 내가 말하고도 뭔 말인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 느낌은 도대체 뭐지? 뭐지? 뭐지? "저, 저기, 오빠." "왜 그래, 예은아?" 그때 내게 다가와서 자그마한 목소리로 말하는 예은이. 그 녀는 주변을 한 번 훑어보더니, "피닉스 씨가...... 없는데......" "......" "아까 전부터 안 보이세요." "......!" ......! 그때 무언가가 내 머리를 강타했다. 이 음흉한 계획은 역시!! "크케케케." "......" "아이이잉∼ 좋아, 좋아." "......" "쿠쿠쿠쿠." 피닉스는 마음껏 페니아의 가슴에 부비부비를 해 댔다. 항상 이걸 꿈꾸던 피닉스. 하지만 항상 윤현의 방해로 이루 어 낼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자리에는 윤현이 없다. 한마디로 말해 방해할 자가 없다는 것이다. "조, 좀 당황스럽다." 한편 페니아는 당황스러워서 말을 더듬거렸다. 부탁이 가슴에 부비부비하게 해 주는 거라니...... 그것도 새가 말이다. 남자라면 충분히 이런 음흉한 부탁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새가 이런 부탁을 하는 건 그녀로서는 너무나도 황 당했다. 그리고 사실 허락한 것도 아닌데, 피닉스가 먼저 달라붙은 거였다. ...... "피닉스...... 이 자식!!' "허억!" "이 새 자식을!!" "튀, 튀자!!" 그때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윤현을 보고 곧바로 튀기 위해 하늘을 날아오른 피닉스. 그런데...... 퍼억. "꾸에엑!!" 그대로 무언가에 맞고 떨어졌다. 그 무언가는 바로 크라이진이었다. 도망가려는 피닉스를 미리 예상한 윤현이 크라이진에게 명 령을 해 둔 상태였다. 한편 크라이진에게 한 방 맞고 뻗어 버린 피닉스는 하늘 위 에서 자신을 보고 있는 크라이진을 보며 다짐했다. '피, 피의 복수를 해 주겠어!!' "저, 정말 죄송합니다." "아, 아니. 괜찮아." "도대체 이 새가 뭐라고 하던가요?" 난 기절해서 뻗어 있는 피닉스를 들어 올리면서 말했고, 그 말에 레니아의 언니는, "네가 제일 존경하는 사람이 자신이라면서...... 자신이 그 부탁을 대신한다고." "......" "그리고 갑자기 가슴에 부비부비를 하는 거야." "......" "좀 많이 당황스러웠어." 그 마음 이해합니다. 이 자식, 쓸데업는 것에는 머리가 비상하다. 평소에 이 정 도 머리가 돌아간다면 정말 소원이 없겠다. 이렇게 변태적인 계획에만 실력을 발휘하니, 이거야 원...... "이, 이거 왜 이래!!" "왜 이러긴, 너의 변태성을 막기 위해서지." "그, 그렇다고 나무 막대기에 나를 묶다니!" "닥쵸. 구워 먹기 전에." "......" "이 변태 같은 새 자식이 그새를 못 참고 음흉한 계획을 실 행하고 있었다니......" "......" 지금 피닉스는 딱 그거였다. 긴 막대기에 온몸이 결박되어 있는 새 한 마리. 한마디로 이대로 불 속으로 집어넣어 버리면 새 구이가 되는 오묘한 자 세였던 거다. "그, 그렇다고 전설적인 날......" "전설적인 놈, 한번 먹어 볼까?" "......" "그냥 얌전히 쳐 있어라. 그게 신상에 좋다." 6번째 유물 그렇게 우린 레니아의 복수를 위해 데이젠 왕국 근처로 향 했다. 지금 데이젠 왕국은 초비상사태. 그랜드 크룬이라는 제국이 자신들을 향해 선전포고를 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와 더불어 왕국 안에서는 왕의 폭군 정 치에 이를 갈던 반란군들도 서서히 일어나고 있었다. 한마디로 개판 2분 전 상황이라는 거다. "자자, 서서히 시작해 볼까?" 난 그랜드 크룬과 데이젠 왕국이 부딪칠 때 허술해진 성안 을 침투할 예정이다. 그런 다음 왕을 슬쩍 그어 버릴 예정. 어떻게 된 게 점점 사악해지는 거 같지? 흐으음. 끼이익! 그때 저 멀리서 익숙한 새 한 마리가 날아왔다. 어, 어라? 저건 혜경이의 란타스? 요새 한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던 독수리다. 그 독수리가 뭐 가 그리 급한지 다급하게 날아오고 계신다. 무슨 특급 소식인가? 한편 다급하게 날아온 란타스는 혜경이의 어깨에 착륙하더 니 무언가를 속닥거리기 시작했다. 난 동물의 말을 잘 못 알아들으므로 패스. 그런데 사람의 표정은 잘 알아본다. 한마디로 란타스가 뭐라고 하자, 혜경의 표정이 굳어지는 모습 말이다. "......진짜야?" 끄덕끄덕. 혜경이가 반신반의한 어조로 묻자 맹렬히 고개를 끄덕이는 란타스. 진짜라니? 뭔 일이라도 생긴 거야? 그렇게 갑작스러운 이상 현상에 궁금증이 증폭되었을 때였 다. 혜경이는 갑자기 나를 찐한 눈빛으로 바라보았고, 난 그 눈 빛에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왜냐고? 너무 예쁘니까. 크윽. 그렇게 한참 동안 나를 바라보던 혜경이. 그녀의 입이 열렸다. "찾았대." "......뭘?" "6번째 유물." "......!" "지금 마스터에게서 온 정보야." 그럼 확실하다! 그 사람에게 온 정보가 100% 확실하다는 건 지금까지의 경 험상 확신할 수 있다. 그런데...... 왜 표정이 굳어진 거지? 이건 기쁜 소식이 아닌가? 그 순간 혜경이의 말이 이어졌다. "지금 당장...... 가야 된대." "......지금 당장?" "응. 지금 당장...... 다급한가 봐." "엥?" 갑자기 다급하다니? 유물을 찾는데 왜 다급하지?! 지금까지 유물을 찾으러 다녔 지만 이런 말은 처음이다. 다급하게 유물을 찾으라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니? 그건 또 무슨 소리?! "나도 자세한 건 몰라. 하지만 마스터가 그렇게 말했어. 어 서 찾으래. 생각보다 훨씬 상황이 악화되었대." 뭐가 악화되었다는 거지? 도무지 이해를 할 수가 없다. 좀 알아듣게 설명을 해 주었 으면 하는 자그마한 부탁이 있는데...... "마스터, 뒷일은 저희한테 맡기고 가십시오." "크라스." "무슨 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마스터가 6번째 유물을 찾 는 순간 모든 비밀이 밝혀질 테니까요." "......" 크라스의 말대로다. 내가 6번째 유물을 찾으면 지금까지의 의문점이 모두 풀리 게 될 것이다. 모두 말이다. "그럼 뒷일을 부탁할게." "걱정 마십시오." 그래, 세르키스와 크라스가 있다. 이쪽은 걱정할 필요 없 다. 충분히 레니아의 복수를 해 줄 수 있다. 지금 문제는 6번째 유물에 대한 것. 그게 제일 중요하다. "혜경아, 어디래?" "통진의 동굴." "......!" ...... 심히 당황스럽다. 혜경이의 입에서 나온 통진의 동굴. 그건 바로 내가 5번째 유물을 찾은 곳이자, 마계의 최강자 라고 불리는 플라카스틴을 만난 곳, 그리고 개발렸고 말이다. 마지막에 세키린이 나타나서 구해 주기는 했지만...... 그러고 보니 세키린...... 그 작자...... 이겼겠지? 아니, 이겼을 게 분명하다. 만약에 세키린 그 작자가 이기지 못했다면 플라카스틴이라 는 놈은 튀어나와 난동을 피우고 있을 게 분명하다. 하지만 이렇게 조용한 걸로 봐서 세키린 그 작자가 이겼다 는 거겠지. 크흐으음. 사기꾼 치고는 역시 대단한 작자다. 그렇게 강대한 존재를 이기다니 말이다. "......너, 나 좋아하지?!" 그때 갑자기 웬 새 한 마리가 미친 소리를 한다. ......내가 미쳤냐? 난 어이가 없다는 듯 피닉스를 바라보았고, 그런 내 눈빛에 피닉스는 더욱더 황당한 소리를 내뱉기 시작하였다. "나를 사랑한 거지?!" "......" "나를 너무나도 사랑해서 다른 여자들과의 애틋한 사랑을 매일 매일 방해하고, 그리고 지금과 같이 나만 데리고 온 거잖 아." "......" 이제는 이런 미친 소리도 듣기 힘들다. 좀 덜 미친 소리를 해야 들어 주지. 이건 그 수준이 아니잖 아!! "변태!!" "......" "짐승." "......" "게이!!" 별의별 말들이 다 튀어나온다. 하하, 어이가 없어서...... 내가 미치더라도 가르를 사랑하고 말지, 네놈을 사랑하는 일 따위는 절대 없다. 절대 말이다. "나, 나를 왜 좋아하는 거야!" "......" "내가 사실 좀 잘났긴 해. 아니, 많이 잘났지. 아니, 잘 생각 해 보니 엄청 퍼펙트 하잖아. 흐으음." "......" 자기 혼자 말하다가 자기 칭찬을 하는 새 한 마리. 정말 신비롭다. 어떻게 저런 게 가능하지? "그러고 보면 난 너무 잘났네? 하아, 미쳐 버리겠다." "......" "정말 왜 이러는 거야!" 혼자 감동받아 눈물까지 흘린다. 이제는 돌아이 수준을 넘어 빅 돌아이가 되어 버렸다. 하아 아, 나중에는 재 감당 안 될 것 같다. 지금도 감당 안 되기는 하지만, 뭐. 그리고 여기서 하나 확인하고 가야 할 게 있다. 그건 바로 내가 절대 저 피닉스 자식을 좋아해서 데리고 온 게 아니라는 것. 저 자식 데려와 봤자 귀찮기만 하지, 솔직히 별 도움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런 놈을 무리해서 데려온 이 유. 그건 바로 여자들 사이에 놔두면 심하게 집적거릴게 분명 했으니까. 내가 없으면 물 만난 고기처럼 집적거리는 피닉스의 모습 이 훤히 보이니까.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데려온 거다. 어쩔 수 없이 말이다. 나는 혼자 칭찬하고, 감동에 젖어서 눈물을 흘리고 있는 피 닉스를 포획해서 통진의 동굴로 향하기 시작했다. "저기, 피닉스." "응?" "여기 통진의 동굴이 맞냐?" "내 잘난 기억력으로 계산해 보면 확실한데?" ......왠지 네놈의 잘난 기억력으로 계산하니까 갑자기 이곳 이 아닌 거 같다. 그래, 아닐 것이다. 분명 착각을 해서 잘못 온 게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번에 왔을 때 바글바글 거리던 사람들 은 다 어디 가고 이렇게 적막감만이 감들 리 없으니까. "어라? 통진의 동굴에 가시려고요?" "......" 내가 통진의 동굴로 보이는 그곳을 멍하게 바라보고 있을 때, 한 남자가 내게 건너와 의아한 듯 물었다. 대략 20대 초반 정도. 별로 중요 인물이 아니므로 설명 패스다. 아 참, 이게 아니라...... "......무슨 말인가요?" "모르시고 오셨나? 저번에 갑자기 통진의 동굴에 이상 현 상이 일어나더니 접근이 안 되고 있어요. 유저들은 갑자기 통 진의 동굴이 막혀 버리자 당황해서 운영진들에게 물어봐도 운영진들은 입만 봉인하고 있는 상태죠." "......갑작스러운 이상 현상?" "네, 아마도 20일 전쯤이었나?" 20일...... 전쯤? 그때면 분명 내가 플라카스틴을 만난 날과 비슷하다. 그리 고 세키린 그 사기꾼 작자를 만난 날이기도 하다. 두근두근. 갑자기 심장이 뛰기 시작한다. 왜 이러지. 왜 갑자기 이런 불길한 느낌이...... 어느새 내 몸은 그 통진의 동굴을 향했다. 그러자 뒤에서 들려오는 남자 목소리. "못 들어간다고요! 무언가에 막혔어요!!" "......" 난 잠시 후 그 남자의 말의 의미를 알아차렸다. 진짜 막혔다. 무언가의 막에 말이다. 마치 봉인된 듯한 느낌이 든다. "......제길!!" 난 그대로 메이스를 꺼내 들었다. "부숴 버리면 그만이야!!" 콰아앙!! 나는 있는 힘껏 그 정체불명의 막을 메이스로 부숴 버렸다. 그리고 지체 없이 그 동굴 속으로 향하였다. 물론 그런 나의 모습을 본 남자는 너무 놀라서 굳어 버린 듯싶지만 그것은 지금 상황하고 별개다. "크하하하." "......" "이렇게 일부러 봉인을 풀러 와 주다니. 너무나도 고맙다는 말을 전해 주고 싶군." 난 내 앞에서 신나게 웃고 있는 플라카스틴을 묵묵히 바라 보았다. 그와 더불어 이미 피투성이가 되어 웃고 있는 세키린 도 덤으로 말이다. "......바보 같은...... 제자...... 깨 버리면 어떻게 하자는 거야." "......많이 다쳤네." "좀 강하더라." "......" 좀 강한 수준이 아니다. 거의 죽었다고 표현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세키린의 모습은 만신창이였다. 솔직히 말해, 저 지경이 되도록 살아남 은 게 미스터리일 정도로, 어떻게 20일이나 되는 시간을 견뎠는지 정말 대단하다. 도 무지 상상을 할 수가 없다. 하지만 그 부분보다는 지금 내 앞에 있는 저 자식을 어떻게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제자...... 6번째 유물은 찾았느냐?" "아니." "......" "......" "그래 놓고 이곳에 오면 어떡하자는 거야." 세키린은 여전히 그 몸으로 웃으면서 내게 말했고, 난 그 말에 무감각한 어조로 말했다. "6번째 유물도 이곳에 있대." "......그랬던......건가?" "어." "......이거 곤란한데." 세키린은 지금 이 상황에서도 계속 미소가 나오는지 미소 를 지우지 않고 내게 말하고 있었고, 그걸 본 난 고개를 저었 다. 정말 저 작자는 대단하다니까. 어떤 의미에서는 말이다. "너희 다크프리스트......라는 놈들...... 오늘 확실하게 죽 여 주지. 물론 나를 움직일 수 있게 해 준 네놈은 특별히 단숨 에 죽여 주지. 고마워하도록. 하지만 네놈의 사부되는 놈은 최고의 고통과 함께 죽여 주겠다. 크크크크." "지랄하지 마." "......" "물론 내 뒤에 있는 이 작자가 사기꾼이기는 해." "......" "하지만 말야, 난 이 작자를 그냥 죽게 내버려 둘 수 없다 고. 그동안 미운 정이라는 것이 마구 쌓여서 말이다." "크크크. 인간, 네놈은 저번에 나에게 상대도 되지 않았다 는 걸 알면서 내게 그런 말을 하는 건가?" "물론 저번에는 내 패배였어, 인정해. 하지만 이번에는 내 가 압조적일 거 같은데?" "크하하하! 크하하하!!" 어이가 없다는 듯 웃어 대는 플라카스틴. 물론 어이가 없을 테다. 말한 나도 어이가 없을 정도니까. 하지만 저번과는 확실하게 달라졌다. 저번에는 1차 전직이 었고, 지금은 2차 전직 상태다. 그 힘의 차이는 압도적이다. "말은 필요 없겠지? 시작할까?" "크크크. 재미있는 놈." 플라카스틴은 여유 만만하다.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소리. 하지만 그런 자신감은 오히려 화를 부르기도 하지. "다크 헤이스트, 플로코스." 나는 그대로 플라카스틴의 힘을 흡수하기 시작하였다. 한 편 나의 이런 행동에 오히려 힘을 주고 있는 플라카스틴. 저번에 말했지. 자기는 상처를 입으면 입을수록 강해진다고 말이야. 별 거지 같은 체질이야. "모두 흡수했나?" 내게 여유롭게 말하는 그. 난 그의 말에 웃으면서 대답했다. "덕분에 말이야." "그런가? 그럼 나도 시작하지." 푸욱. 그 말과 함께 저번에 본 흑백의 검을 소환해 순식간에 자신 의 배를 찌르는 플라카스틴. 그리고 웃는다. 변태 자식. 자기가 자기를 찌르고 웃어 대는 이 광경, 참으로 미묘하구 나. "크하하하. 이 힘...... 그래, 이 힘이야!!" 자신도 주체하지 못할 힘이 넘치자 웃어 대신다. 좋냐? 좋은 거냐? 그래, 실컷 좋아해라. 잠시만 말이다. "......크크크. 좋아." 좋아?! 미친 변태 자식. 그나저나 저 자식이 저렇게 나온다면 나도 본격적으로 해 주는 게 예의겠지? "루비언." -모든 능력치가 8,800 상승하였습니다. 단 한 존재에게는 사용 되지 않았습니다. ...... 커억 44,000?! 역시 루비언. 10배 이상 뻥튀기 되는 유물스킬이다. 하지만 다크프리스트의 2차 전직으로 인해 5배로 또 확대되면서 총 50배로 뻥튀기된 거다. 그래서 50배로 뻥튀기된 게 44,000이라고?! 심히 난감한 능력치다. "이제 와서 무서워진 건가?!" 그때 내가 너무 놀라서 굳어 버린 게 무서워서 그런 거라고 착각하시는 플라카스틴. 꿈도 야무지셔라. 난 살인 미소 한 방을 날려 주면서, "직접 보면 어떤지 알 거야." 스으윽. 그 말과 함께 내 몸은 사라졌다. 그리고 어느새 플라카스틴의 등 뒤를 점령했다. "......!" 한편 말도 안 되는 속도로 자신의 등 뒤를 점령한 나를 본 플라카스틴은 기절할 것 같은 얼굴을 하다니 다급하게 나와 의 거리를 벌리려고 했다. 하지만 얌전히 있을 내가 아니지! 퍼억! "크아악!!" 나의 가벼운 메이스 한 방에 수십 미터를 날아가는 플라카 스틴. 난 엄청난 속도로 날아가고 계신 플라카스틴을 쫓아갔다. 그리고...... 퍼억. "크악!!" 그대로 메이스를 강하게 내리찍어 버렸다. 그렇게 되자 만류인력의 법칙으로 인해 바닥으로 처박히는 플라카스틴 님. 이게 끝이 아니라는 거! "라이프 블리지트, 일루젼 크레이젼!!" 콰아앙! "크아아아악!!" 인정사정없다. 바닥에 처박힌 플라카스틴을 그대로 갈겨 대는 나에게는 말이다. "마, 말도 안 돼!!" 플라카스틴이 외쳤다. 하지만 말도 안 되기는, 말만 잘되는 구만! "다크 힐!! 다크 큐어!!" "크아아악!!" 지르렴. 하하하하. 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 ......좀 악마틱한가? 크흐으음, 다시 조금 정중하게 하지. 뭐, 그래 봤자 전투는 이제 종료해야 할 듯싶다. "그럼 이제 끝내지?" 나는 바닥에 무참하게 폭격 맞은 듯 쓰러져 있는 플라카스 틴을 향해 말했고, 그대로 그의 몸을 만졌다. ......이상한 의미로 만진 건 절대 아니다. 그 스킬을 사용하기 위해서 만진 것뿐이다. 그 스킬을 말이다. "에스케리시스!" 단 한 명을 공격하는 마법 중 최강의 유물스킬. 그것이 나의 손에서 발휘한다. 물론 5초라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저 꼬락서니로 봐서 5초 안에 회복하는 건 절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잘 가라고." "크아아아악!!" 그대로 다이다이다. "다크 힐." 난 다 죽어 가는 세키린을 향해 다크 힐을 시전해 주었다. 평소의 다크 힐이었더라면 '잘 죽어라'라는 암묵적인 힐이 었지만 이제는 아니다. 회복 기능도 사용할 수 있다는 거!! 왠지 모르게 감격적이다. "크윽, 2차 전직을 완료한 건가?" "그러니까 내가 당신을 치료하고 있는 거겠지." "그런 건가? 하하하." "뭐가 좋아서 그렇게 웃는 건데?" "내가 제자 하나는 잘 뽑은 거 같아서 말이야." "뽑은 게 아니잖아!! 사기 쳐서 강제로 시킨 거면서!!" "지금, 좋은 게 좋은 거 아닌가?" "......" 뭐, 그렇기는 하지만...... 아직 모든 일은 끝나지 않았다. 라스트. 즉, 마지막 일이 남은 느낌이 팍팍 든다. 그것도 장난 아닌 걸로 말이야. "일단 저 폐허가 된 마을에서 6번째 유물을 찾아와." "......저기에 있어?" "글쎄, 있겠지?" "......" 그렇게 무책임하게 도로 물으면 어쩌라는 게냐!! 30분이 지났다. 그리고 발견했다. 6번째로 추정되는 유물을 땅속에서 말이다. 이 격한 감동, 눈물, 희열...... 말로 형언할 수 없다. 이 6 개의 유물을 찾기 위해 그 얼마나 생고생을 했단 말인가? 별별 거지 같은 일도 상당히 많이 당한 나였다. 그런 나였기에 감동은 무럭무럭 하다. 그나저나 이제 다 찾았는데...... 비밀이 안 밝혀지잖아? 난 내 손에 쥐어진 스킬북을 보고 느낀 점...... ......이게 아닌가?! ...... 갑자기 불길해진다. 아니야, 이게 맞을 거야! 내 직감이 이거라고 말하고 있다. 근데 왜 불안감이 드는 거냐?! "허허허, 모든 유물을 찾았구나." "......" 뭐 하는 짓거리? 그때 갑자기 나타나서 웃어 대는 세키린. "다크프리스트 유물의 비밀을 가르쳐 주지." "......" "사실 다크프리스트의 유물을 다 찾으면 내가 이렇게 나타 나는 게 비밀이었다." "......" "신선하지?" "이 개 사기꾼 작자!!" 나는 그대로 그 사기꾼 작자의 멱살을 잡았다. 또 속았다. 한마디로 이 인간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유물을 찾기 위해 생쇼를 벌인 것이다. 으아악!! 분해 죽겠어!! "그, 그러니까...... 내가 자세히 설명해 줄게." "뭐를 자세하게 설명해 줘!!" "다크프리스트가 가진 이름을 말이야." 다크프리스트가 가진...... 이름? 어느새 땅바닥에 주저앉은 나와 세키린. 난 방글방글 웃고 있는 세키린을 노려보면서 말했다. "이번에도 개소리면 묻어 버리겠어." "저, 절대 평범한 이야기는 아니니까 걱정 마." 걱정된다, 심히...... 그때 세키린은 갑자기 얼굴이 굳어지더니 내게 진중한 어 조로 말하기 시작했다. "야마타노오로치라고 들어 봤어?" "야마타노오로치?" "......그래." 야마타노오로치......라니? 그건 뭐 하는 애? 어디서 들어 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참으로 애매한 이름이다. 야마타노오로치라니...... 번쩍. 그 순간 내 머리를 지나가는 한 가지...... 서, 설마? "야마타노오로치...... 일본 신화에서나 나올 법한 괴 물...... 아닌가?" "맞아. 우리나라와 비슷하지. 하지만 머리가 8개 달려 있고 엄청나게 포악한 괴물이지." "이곳 세상은 주신과 마신이 관리하게 되어 있어." "......" 그건 알고 있다. 주신과 마신이 이곳 슈퍼 컴퓨터에 해당되는 존재란 걸 말 이다. "하지만 그런 두 신의 힘에 도전할 수 있는 존재가 태어났 지. 그게 바로 야마타노오로치." ......! 무, 무슨 소리지?! 난 이해가 가지 않는다. 세키린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말이다. "오류였지. 이 게임에 야마타노오로치를 재현하고 싶었던 이 세계의 창조주 김철민의 실수." ......! 김철민. 분명...... 알고 있는 이름이다. 이 게임을 만든 당사자이자, 지금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천재 박사. 그가 혼자 이 게임을 다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모든 프로그래밍을 그 혼자서 해냈고, 지금 슈퍼 컴퓨터에 달하는 주신과 마신을 만들어 낸 존재이기도 하다. "야마타노오로치. 사실 대장급 몬스터로 재현하려는 게 김 철민 박사의 의도였지. 하지만 일본에서 자료를 수집한 뒤, 그 괴물을 만들기 위해 도전하던 중에 문제가 생겼지." "......문제?" "그래. 하필 그 순간 이 세상이 잠시 흐트러진 거야. 흐트 러진 상태에서 만들어진 야마타노오로치. 그 괴물은 주신과 마신의 힘을 가진 채 태어났어." "......!" "하지만 김철민 박사는 몰랐지. 만약에 알았다면 그는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야마타노오로치를 제거하려고 했겠지. 하지 만 영리한 머리까지 가진 야마타노오로치는 자신이 특별한 존재라는 걸 나타내지 않았지. 그렇게 약 몇 년, 이 게임의 아 버지에 해당되는 김철민이 죽고, 야마타노오로치는 움직이기 시작했지. 이 세계의 파멸을 위해서 말이야." "파멸......" "하지만 다행히도 주신과 마신이라는 존재가 버티고 있는 까닭에 야마타노오로치는 파멸을 할 수 없었어. 그렇게 주신 과 마신은 봉인되고 야마타노오로치도 봉인되었지." "그럼...... 잘된 거 아냐?!" "아니, 잘된 거면 좋겠지. 이대로만 가면 말이야." "......" "다크프리스트를 죽이려는 어쌔신들, 그들의 정체가 뭐일 거 같아?" "그, 글쎄." "일본 세나스트에서 고용한 존재들." "세나스트?!" "그래." 세나스트, 나도 알고 있다. 일본 기업 중 상당히 유명한 기업으로 이 게임을 만든 데룬 기업에 필적한 힘을 가지고 있는 초대기업. 그런 대기업이 왜 여기서?! "세나스트도 게임을 하나 개발하고 있지." "......" "하지만 다른 게임 자체는 가볍게 제압할 수 있지만 이 게 임 만큼은 이길 자신이 없었던 거야." "그, 그래서?" "간단해. 야마타노오로치를 깨우기로 결정한 거지." "......!" "야마타노오로치가 봉인당했다고 하지만 일정량의 힘이 들 어가면 그 봉인은 부숴지지. 그 직책을 맡은 게 바로 세나스 트에서 고용된 어쌔신들." ......혼란스럽다. 사실 무슨 내용인지 잘 이해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확실한 건 세키린이 내게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 그것만은 확실한 것 같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왜...... 다크프리스트라는 존재들을 제거하려는 거지?! "저기, 세키린." "......?" "왜 그들은 다크프리스트라는 존재들을...... 제거하려는 거지?" "당연히." "......당연히?" "야마타노오로치를 소멸시킬 수 있는 유일한 직업이었으니 까." "......!" 엥?! 뭐, 뭐라고?! 야마타노오로치를 유일하게 소멸시킬 수 있는 직업이 다크 프리스트?! "그, 그런 말도 안 되는......" "말이 안 될 것 까지는 없지. 왜냐하면 유일하게 마신의 힘 을 이어받은 직업이 다크프리스트니까." "......" "다른 여타 직업은 야마타노오로치에게 1의 데미지도 줄 수 없어." "......" ......그런 건가? 그래서 그 어쌔신 놈들은 나를 제거하려고 눈물을 흘리신 거구만. 나만 이 게임을 하지 않는다면 야마타노오로치를 제거할 존재는 아예 없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드는 의문 한 가지. "다크프리스트의 유물을 다 모으라는 것도 무슨 의미가 있 어서야?" "물론." "......!" "다크프리스트. 아무리 마신의 힘을 이어받은 직업이라지 만 주신과 마신, 둘의 힘에 필적한 힘을 가진 야마타노오로치 를 이길 수는 없지." "이길...... 수 없다고?" "이야기는 끝까지 들어 보라고." 난 세키린의 말에 조용히 입을 다물었고, 세키린의 말이 이 어졌다. "하지만 6개의 유물이 합쳐지면 가망성이 있지." "......?!" "그 6개의 유물은 마신의 힘을 직접 끌어 올 수 있는 능력 을 가진 매개체 같은 거니까 말이야." "뭐, 뭐라고?!" 6개의 유물이 마신의 힘을 직접 끌어 올 수 있는 매개체라 고?! 그런 말도 안 되는......! "그래서 내가 6개의 유물을 찾으라고 한 거지." "......" "이제 내가 왜 그랬는지 이해가 돼?" 이해가 된다. 지금까지의 모든 의문도 말이다. 그런데...... 한 가지가 남아 있다. 그건...... "왜 나야?" "응?" "수많은 사람들 중 왜 나를 선택한 거야?" 궁금했다. 왜 나를 선택했는지 말이다. 그 수많은 사람들 중 나를 선 택한 이유가 말이다. "전에 말했잖아. 자네의 토끼 잡는 모습이 너무나도 아름다 워서라고." "진짜 그게 다야?" "그럼 뭔 이유가 필요한데?" "......" 정말 어이없다. 그런 이유로 이 게임의 미래를 책임질 사람을 고르다니 말 이다. 역시 세키린 저 작자, 절대 정상이 아니었어. 그렇게 세키린을 생각하면서 고개를 저을 때였다. 파지짓......! "으응?!" 내 주변에서 생성되는 어둠의 마법진. 이, 이건 뭐야?! "시작인가 본데?" "뭐, 뭐가?!" "마신의 힘을 직접적으로 받는 거 말이야." "......" "그럼 난 구경이나 해 볼까?" "......" 지, 진짜 내가 마신의 힘을 받는 거야?! 진짜?! 파지짓!! 그 순간, 내 발밑에 나타난 어둠의 마법진. 생전 본 적도 없 는 문양을 띠고 있다. 상당히 기괴한 게 영...... 파지지짓!! 한 번 더 불을 튀겨 주는 센스를 발휘하는 마법진. 그리고 순식간에 내 몸에 흘러 들어오는 어둠의 힘. 그리고 지금까지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힘이 느껴진다. 그뿐만이 아니다. 전혀 알지도 못한 스킬들이 내 머릿속을 점 령한다. 상상초월의 스킬들이 말이다. 파지지지짓!! 그렇게 어둠의 마법진은 한참을 소리 내었고, 잠시 후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졌다. 그리고 난 달라졌다. "이게...... 마신의...... 힘?" 정말 엄청나다. 그 말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그런데 여기서 생기는 의문점. "세키린, 어떻게 이렇게 잘 알고 있는 거야?" "그건......" "......?" "비밀이야!" ...... 야마타노오로치 드디어 이 지긋지긋한 싸움도 막바지다. 어떻게 하다 보니 내가 이 세계를 구할 용사가 되어 버렸 다. 거참, 미묘하고 오묘한 상관 관계라고나 할까? 야마타노오로치...... 이제 부활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런데 여기서 내가 지면...... 어떻게 되는 걸까? 순식간에 이 게임은 초토화가 되어 버릴 거다. 내가 다시 재접속하는 그 시간 안에 말이다. 그렇다면 세나스트가 원하 는 대로 이야기는 흘라가게 되어 버린다. 그 어떤 유저가 야마타노오로치라는 괴물이 마구 학살하는 데 이 게임에 접속을 하겠는가? 뿐만 아니라 이곳에 사는 모 든 존재. 그들도 사라진다. 영원히 말이다. "절대로 질 수 없는 싸움인걸?" 그래, 절대로 져서는 안 된다. 이번 싸움만은 말이다. "부활합니다." "오!! 야마타노오로치가 드디어 부활을 하는군!!" "네. 이제 이 게임의 멸망은 단 몇 시간 안에 끝날 겁니다." "좋아, 좋아. 그럼 이제 세나스트에서 거대한 액수를 받 을 수 있겠군. 크크크." "그건 바로 미친 생각!" "누, 누구냐?!" 그때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다급해진 세나스트의 총지휘 관. 그 말에 한 남자가 나타났다. 아무런 기척도 없이 말이다. "너가 여기 짱이야?" "......!" "처음 대면하지? 난 너희들 부하들과 징글징글하게 대면했 는데 말이야." "......다크프리스트!!" "그렇게 불리기도 하죠." 어느새 나타난 윤현이었다. 도둑길드의 정보와 크라이진의 능력 덕분에 금방 찾을 수 있었다. 저들의 본거지를 말이다. 역시 크라이진!! 마계의 전설의 새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능력을 가지고 계신다. 도둑길드에서도 잘 찾아내지 못하는 녀석들의 본거지를 단 10분 만에 찾아냈으니 말이다. 뭐, 그것보다. "항상 신세를 져서 죄송했어요." "......죽어라!!" 그때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성급하게 단검을 꺼내서 찌르 는 짱 아저씨. 난 그 모습에 난감한 표색을 지울 수가 없었다. 좀 더 그랑상스한 대화를 하고 싶었던 나인데, 꼭 이렇게 나오다니...... 참으로 안타깝다. 뭐, 어쩔 수 없지만. "데르펜." "......!" 나의 주문 한마디에 순식간에 나타난 어둠의 마나에 잡혀 먹히는 어쌔신 짱. 역시 마신의 힘이다. 너무나도 강대하다. "크아악!!" 어쌔신 짱의 비명이 들려오지만 나랑은 별 상관없다. 어차 피 공격한 건 그쪽이 먼저였으니까 말이다. 멈칫. 한편 이 모습을 본 나머지 어쌔신들은 흠칫 놀랐고, 난 그 모습을 보고 미소를 지은 채 손을 위에서 아래로 그었다. "공격해." 휘이익. 내 말과 함께 나타나는 나의 동료들. 어쌔신들은 얘네들한테 맡기고 난 라스트 보스를 만나러 가야겠지? 야마타노오로치를 말이야. 지하 깊숙한 곳에 있는 엄청난 크기의 동굴. 그리고 그 동굴 안에 있는 약 50미터 정도의 크기를 가진 야마타노오로치. 야마타노오로치는 자신의 머리에 달려 있는 8개의 머리를 스르륵 움직이더니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마신의 힘을 이어받은 자." "잘 맞히네." 나를 보자마자 알아맞히시는 야마타노오로치. 뭐, 당연한 건가? 자신이 이런 곳에 봉인시킬 존재 중 한 명 이 마신이었으니까 말이야. "......또다시 나를 방해하려고...... 온 건가?" "빙고!" "......!" "정답이에요!" "......" "하지만 아쉽게도 상품은 없답니다." 나는 그 말과 함께 싱긋 웃었고 그 말에 야마타노오로치는 느슨한 어조로 내게 말했다. "주신과 마신. 두 존재의 힘이 모여야 나를 상대할 수 있 다. 하지만 마신의 힘만 가진 네가 나를 이길 수 있을 거 같 으냐?" ......맞는 말이다. 솔직히 말이다. 주신과 마신이 협동 체제로 해서 힘들게 봉인시킨 야마타 노오로치다. 그런 존재를 마신의 힘을 이어받았다고 하나 일개 인간인 내가 상대하기는 벅차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희망적인 것 은...... "너도 모든 힘을 회복한 게 아닐 텐데?" "......" "깨어난 지 별로 되지 않았으니 말이야." 그렇다. 저 자식은 이제 막 깨어난 몸. 최적의 컨디션과 최고의 힘을 낼 수 있는 상태는 아니라는 거다. "......그렇다. 네놈의 말대로다." 그때 순순히 인정하는 야마타노오로치. 어, 어라? 원래 이럴 때는 부인해야 되는 거 아냐?! 그렇게 쉽게 수긍하면 나보고 어쩌라는 거지?! 그 순간 야마타노오로치의 말이 이어졌다. "하지만 지금의 힘으로도 난 마신이나 주신 상관없이 한 존재는 처리할 수 있다." "......" "이미 2/3의 힘은 돌아온 상태니까 말이야." 정말 난감하다. 과연 내가 이길 수 있을까? 저 존재를 말이다. 아마 저 자식 힘의 절반이 마신이나 주신의 한 명 분의 힘 일 테다. 그런데 지금 2/3의 힘이 돌아온 상태. 그게 의미하는 바는 충분히 마신이나 주신 중 한 존재는 제압이 가능하다는 소리. 그리고 난 마신의 힘을 이어받은 상태이기는 하지만 마신 은 아니다. 마신이 가진 모든 능력을 끌어올리지는 못한다는 소리다. 제길! "그럼 시작하지. 마신의 힘을 이어받은 자." "......원하던 말이라고." 하지만 포기는 하지 않는다. 절대 이 싸움에서 질 수 없다. 절대 말이야. 그리고 내게도 마지막 희망이 있다. 그건 바 로...... 다크프리스트라는 이름의 힘 말이다. "루비언." -모든 능력치가 8,800 상승하였습니다. 단 한 존재에게는 사용되지 않았습니다. 순간적으로 내 몸을 감싸는 엄청난 힘. 역시 루비언이다!! 그럼 2차적으로! "다크 헤이스트! 플로코스!" -상대방에게는 시전이 통하지 않습니다. 뭐...... 대충 예상은 했다. 역시 최종 보스답게 나의 흡수 능력이나 상태 이상에는 응 답을 해 주시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응답을 해 주면 더 이상 한 거겠지. "공격해라. 마신의 힘을 이어받은 자." "......자꾸 날 그런 이름으로 부르지 말라고." "......?" "나에게는 다크프리스트라는 이름이 있으니까 말야!" 난 그 말과 함께 순간적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그 거대한 몸체를 타고 올라 야마타노오로치의 가 슴으로 추정되는 부분에 착륙한 뒤 그대로 메이스를 집어 들 었다. 그와 함께, "데스페란!" 파파팟!!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공간이 일그러지면서 흑백의 창들 이 소환되었다. 그냥 흑백의 창도 아니다. 마기로만 이루어진 흑백의 창이다. 한마디로 평범한 창과 는 격이 다르다는 소리! 피이익!! 내가 만들어 낸 흑백의 창들은 그대로 야마타노오로치의 가슴 부분을 꿰뚫은 듯 엄청난 속도로 날아갔고, 그 모습을 본 난 그 자세 그대로 메이스를 휘둘렀다. 퍼억. 뭔가 둔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분명 야마타노오로치의 피부에 맞고 들려온 소리다. 그런데 왠지 데미지를 주었다는 느낌보다는 무언가에 막혔 다는 느낌이 강하다. 피피픽! 한편 내가 생성해 낸 흑백의 창도 야마타노오로치의 피부 에 닿자마자 힘없이 사라졌다. 제길...... 실패다! "인간, 약하군." 네놈이 비정상적으로 강한 거야, 이 자식아! 마신의 스킬들을 이렇게 가볍게 막아 내다니, 사용한 내가 무안할 정도다. 정말 이 자식, 장난 아니야! "세라진." ......! 그 순간 야마타노오로치의 한 마디에 무언가가 나에게 달 라붙었다. 그건...... 이상한 모양을 가진 젤리였다. 슬라임과도 비슷하게 생기기는 했지만 슬라임과는 격이 다 른 힘이 느껴진다. 그놈은 내 복부에 달라붙어 있는 상태였다. 잠시 후, 콰아앙! "크아악!" 그대로 폭발해 버렸다. 전혀 예상치도 못한 공격이었기에 전혀 방어가 안 된 나. ......아프다. "세르페이젼." ......! 그 순간 야마타노오로치의 목소리가 한 번 더 울려 퍼졌다. 그와 함께 내 주변을 감싸 안는 불꽃. 젠장! 이번에 직격당하면 장난 아니다. 배리어!! 배리어가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지금 저 자식에게 서 배리어를 생성해 낼 힘을 끌어당기지 못한다. 어떡하지?! "잘나고 전설적인 나 왔어!" ......! 빙고다!! 마침 열심히 날갯짓을 하면서 오고 있는 피닉스 군. 고맙다. 피닉스야, 이 은혜는 머지않아 잊어 주마. "다크 배리어!!" "우어억!!" 피닉스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지금 중요한 건 이 엄청 위 험해 보이는 불꽃을 막아 내는 것! 화르륵! 내 몸을 감싸 안던 불꽃들은 나를 향해 한 번에 화르륵 쏟 아졌고, 내가 긴급히 생성해 낸 배리어와 부딪쳤다. 파지짓. ...... 분명 불꽃과 배리어가 만나는데 이런 무식한 소리가 나다니! 그것만으로도 저 불꽃이 얼마나 험악한 불꽃인지 대충 유 추되는 대목이다. 피잉! 하지만 끝내 그 불꽃을 사라졌다. 역시...... 생명력의 전설인 피닉스의 생명력으로 만든 배리 어는 절대적이다 못해 아름다울 지경이야. "자, 자꾸 내 생명력으로 뭐 하는 거야!" "넌 소중하잖아?!" "그, 그런가?" "물론." "하하하, 그럼 많이 써." ......바보 새. 정말 바보 새다. 뭐, 나야 좋지만...... 자기 입으로 많이 쓰라고 한다. 그럼 이번 전투에서는 좀 많이 빌리마. 그리고 일단 그것보다 이번 에는 내가 공격할 차례지? "다크 스트라이크!!" 엄청난 크기의 구슬......이 소환되었다. 거의 10미터에 육박하는 미친 크기의 구슬이시다. 파아앗! 난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 미친 크기의 구슬을 야마타노 오로치를 향해 내던졌고 그런 나를 무감각하게 바라보던 야 마타노오로치는 8개의 머리 중 중간에 있던 머리가 입을 열었 다. 그러더니, 파아앗!! ...... 이런 미친!! 푸른색의 브레스가 튀어나오더니 그대로 내 다크 스트라이 크를 삼키고는 나까지 삼키려고 한다. 제길! "다크 배리어!" "우어억!!" 피닉스의 절규 음향 소리. 사뿐히 무시해 주자. 지금은 그것보다 이게 더 중요하니까 말이야. 파지지짓!! 푸른색의 브레스와 피닉스의 생명력으로 만들어 낸 배리어 가 서로 부딪치면서 엄청나게 난리 친다. 하지만 마직막 승부는 역시 피닉스의 배리어! ......존경한다. 너의 그 끈질기다 못해 끈질긴(?) 생명력을 말이다. "......대단한 방어막이군." 한편 야마타노오로치까지 칭찬한다. 대단하기는 하지. 정 말 말이다. 그건 나도 인정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정할 것 이다. 피닉스의 생명력은 감동적이라고 말이다. "나도 긍정, 물론 저 피닉스 덕택이지만." "그래, 내 덕택이야! 내가 너무 잘나서!" 그래, 한 번 띄워 주자. 의기양양해서 야마타노오로치에게 자랑하는 피닉스 군. 정말 쟤는 대단해. 어느 의미에서는 말이다. 뭐, 그냥 냅 두자. 어차피 지금은 저 피닉스 군의 도움이 절실하니까 말이다. "좋아. 그럼 나도 본격적으로 나가 주지." ......그냥 본격적으로 안 나가 주면 안 되겠니? 제길, 그 말을 듣는 순간 불안감이 엄습된다. 지금도 미친 듯 이 강한데 본격적으로 나가면 나보고 어쩌라는 거지?! 그냥 뒤지라는 소리? ......안 된다. 이대로 뒤질 수는 없단 말이다. 스으윽. 난 그대로 야마타노오로치의 다리를 향했다. 그리고 나서, "플레케스턴!" 그대로 마신의 스킬을 사용했다. 플레케스턴. 순간적으로 한 자리에 어둠의 힘이 몰아쳐 엄청난 타격을 주는 마법. 아무리 강한 피부라고 하더라도 한 장소만 계속 쪼아 주면 그 피부는 뚫린다. 그게 바로 정석! ......그런데. "끝인가?" 안......뚫렸어! 제길...... 뭐, 저런 놈이 다 있냐?! 주 무지막지한 피부의 방어력...... 놀랍다 못해 황당할 정 도다. 제길!! "긴 싸움은 무의미하지." "......" "끝내겠다." 젠장...... 끝내겠단다. 그럼 이제 라스트 필살기가 나오는 거냐?! 크아악, 미치겠다. 이대로 가다가는 너무나도 허망하게 패배다. 아무것도 해 보지도 못한 채 말이다. 이렇게 압도적이라니! 분명 마신의 스킬을 가지고 있는 나지만 지금 상대조차 되 지 않는다. 쟤는 라스트 필살기도 있는데 난 왜 그런 필살기도...... 아! 그때 내 머리를 지나가는 한 가지...... 마지막, 5번째 유물과 6번째 유물. 갑자기 받은 마신의 힘 덕택에 생각지도 못했다. 5번째와 6 번째의 힘이 합쳐진 유물스킬을 말이다. 난 다급히 인벤창을 열었다. 그리고 5번째와 6번째 유물스 킬북을 그대로 겹쳤다. 그러자...... 파지지짓. 그 2개의 유물은 마치 한 개였던 거처럼 너무나도 자연스럽 게 하나로 합쳐졌고, 잠시 후 난 미소를 지었다. ......이거라면!! 우우우웅. 우우우우웅. 우우우우우웅. 무언가가 모이는 소리다. 그 소리의 진원지는 8개의 대가리에서 흘러나온다. 여기서 8개의 대가리라고 해 봤자 내 앞에 있는 야마타나오 로치뿐. 뭐, 8개의 대가리를 가진 분은 이분밖에 없을 거지만. 그나저나, 한 놈은 아니고 여덟 놈이 동시에 브레스를 날리 다니...... 이거 참 미묘하군. "시간......이 되려나?" 저 자식이 모으는 시간과 내가 모으는 시간이 말이다. 하지만 해 봐야 한다. 해 보지도 않고 좌절하는 건 내 특기가 아니어서 말이다. 처억. 난 그대로 메이스를 하늘 위로 치켜올렸다. 다크프리스트 의 마지막 스킬이자 최종 스킬을 실행하기 위해서 말이다.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내 주변으로 푸른색의 빛이 뻗어졌다. 그와 함께 느 껴지는 각종 기운들. 거기에는 바람이라는 이름의 생명도 있다. 그리고 땅이라 는 곳에도 생명력이 있고 말이다. 동물, 식물, 그리고 인간, 기 타 등등 모든 존재들에게는 생명력이 있다. ......모든 존재들에게 말이다. 파아앗. 그 순간 내 메이스로 모여드는 생명력. 조금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이 스킬을 사용해야 한다. 저 자식을 이기기 위해서는 말이다. 이곳에 사는 모든 존재의 생명력을 일정량 끌어오는 마지 막 스킬. 라이프 크라스트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말이다. 파지지짓. 하지만...... 생각 외로 시간이 길다. 아니, 당연한 건가?! 모든 존재들의 생명력을 강탈(?)하는 스킬이니 말이다. 하 지만 이 스킬밖에 없어. 저 야마타노오로치를 소멸시킬 수 있 는 방법은...... "끝났다." 허억!! 뭐, 뭐야?! 너무나도 빨리 끝났다! 난 절반도 모으지 못한 상태인데, 저 자식은 이미 충전이 끝난 상태다. 젠장, 강탈은 이제 그만 하고 공격해야 하나?! 하지만 이 정도의 힘으로는 야마타노오로치를 이길 수 없다. 절대 말이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모으자. 하지만 이미 저 자식은 충전 완료. 이제 뱉기만 하면 된다. 크으윽, 빌어먹을!! "우리들이 막아 낼 테니 하던 일 마저 하라고." "마스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걱정 마세요." "형제여, 저희를 믿어 주세요." "응, 응!!" 그때 내 눈앞에 나타난 존재들. 세키린, 크라스, 세르키스, 가르, 데인까지. ......왠지 모르게 감동스럽다. 그래, 너희들 믿어 볼게...... 파앗! 난 그 말과 함께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모든 생물체의 힘을 강탈하기(?) 시작했다. 그래, 저들을 믿자. 믿는 거다! 파아앗! 그 순간 동시에 쏟아지는 8개의 브레스. 그리고 내 앞을 막아선 세키린, 크라스, 세르키스, 가르, 데 인의 힘이 담겨져 있는 방어막. 콰아앙! 그 둘은 부딪쳤다. 그런데...... "믿어 보라며!!" "......" "......" "......" "......" "......" 믿긴 뭘 믿어!! 이건 아니다, 정말 아니다!! 어떻게 단 한 번으로 방어막이 거의 쓸리다시피 뚫리냔 말이다. 물론 저들을 원망하는 건 아 니다. 그만큼 강한 브레스라는 건 나도 알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렇게 허무할 줄이야. 그럼 이제 다 뒤지는 건가? 이 게임도 이대로 허망하게?! 제길!! 파아앗. ......! 그 순간 한 마리의 불새가 그 브레스를 향해 날아갔다. 서, 설마?! "......피닉스!" 그렇다. 피닉스가 그 엄청난 브레스를 향해 뛰어 들어간 거 다. 이건 아니다. 아무리 피닉스라고 하더라도...... 저 정도의 힘이라면 소멸이다. 견딜 수 없어! 파아앗! 그 순간 피닉스가 8개가 모인 브레스와 정면 충돌했다. 그리고...... 파아앗. ......그 브레스는 사라졌다. 하지만...... 피닉스도 사라졌다. ...... "......피닉스!!" 나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외쳤다. 피닉스가...... 절대...... 죽지 않을 피닉스가 사라졌다. 그것도 브레스와 부딪친 직후 말이다. "흐으음. 나의 브레스를 막다니, 대단한 새군." "......" "하지만 완전히 소멸되어 버린 거 같군. 티끌도 없이 말 이다." 난 야마타노오로치를 말없이 바라보았다. 그리고 어느새 모든 생명체의 힘이 담긴 메이스를 야마타노오로치를 향해 가리켰다. 그리고 조용히, "피닉스......!!" 파아앗! 난 그 말과 함께 그대로 있는 힘껏 뛰쳐나갔다. 그리고 그대로 모든 존재들의 생명력을 흡수해서 푸른색을 띤 채 말도 안 되는 힘이 담겨져 있는 메이스를 그대로 야마 타노오로치를 향해 휘둘렀다. 그 순간, 빛은 세상은 감싸 안았다. "피닉스......" 난 조용히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었다. 야마타노오로치는 해치웠다. 하지만, 하지만...... '난 전설적이잖아!' '나랑 같이 여자 꼬시자.' '캬캬캬. 난 완벽해.' '사랑해, 여자들.' 피닉스의 목소리가 내 귓가에 울려 퍼진다. 항상...... 시끄러운 놈이었다. 하지만, 하지만 그 누구보 다...... 제일 친근감이 느껴지던 것도 피닉스다. 그런 피닉스가...... "마스터." 한편 주저앉아 고개를 숙이고 있는 나를 향해 크라스가 조 심스레 다가와 말을 건넸고, 난 그런 크라스에게 말했다. "불사조라고...... 불리는 새도 과연 죽을까?" "......" "불사조잖아? 말 그대로 절대 죽지 않는 새." "하지만...... 마신이나 주신의 힘은...... 아무리 불사조라 고 하더라도 견딜 수가 없습니다. 불사조 역시 주신이 창조한 생물......이니까요." "......" ...... 그런......건가? 피닉스는 불사조다. 하지만 그런 불사조는 주신이 만들어 낸 존재. 주신과 마신의 힘을 갖고 있는 야마타노오로치의 필 살기를 그 자그마한 몸체로 받았다. ......살아남을 수는 없다. "우어억!" "......!" 그때 들려오는 목소리. ......환......청인가?! 환청까지 들려오다니...... 참...... "전설적인 난 부활한다!" "......" "왜 그래?" "......피닉......스?" "그럼 누구임? 이렇게 잘난 존재가 나밖에 더 있어?" 어느새 내 앞에서 펄럭이면서 잘난 체를 주체할 수 없을 정 도로 해 대는 새 한 마리. 이건...... 환각도 아니고, 환청도 아 니다. 진짜 피닉스다, 피닉스. "내가 전설이라서 감동 받았어?" 와락. "왜, 왜, 이래?!" "......" "난 남자한테 관심 없어! 날 사랑하지 마!!" 무심코 피닉스를 껴안은 나. ......내가 미쳤지. 왜 이런 거냐?! 나, 좀 돌았나 보다. "이 변태!!" "피닉스......" "응?" 난 피닉스를 그대로 바라본 뒤 중얼거렸다. "넌 전설이다." "이제 알았어?! 쿠케케." 그래. 넌 전설이야, 인마. 그 전설의 생명력...... 감동했다. 에필로그 헉헉헉. 나는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이번에는 잡고 말겠어!! 이 빌어먹을 인간!! 난 다짐하고, 다짐했다. 이 빌어먹을 작자를 잡아서 360도 백드랍을 한 방 먹이겠다 고 말이다. "앗, 나타났다!" 그때 들려오는 피닉스의 한마디. 그래, 나타났구나, 나타났어!! 세키린!! "300만 골드만 빌리지." "갚을 수 있나?" "물론 내 제자가 갚아 줄 거셈." 현장 포착이다!! 이제는 절대 핑계를 댈 수가 없다. 그만큼 확실한 증거 포 착이다. 내가 저 작자의 농간에 의해 쌓인 빛이 1,000만 골드에 육 박한다. 그나마 레니아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난 이미 파탄 났 다. 그만큼 저 인간은 어떻게 잘도 돈을 빌리고 다닌다. "아, 그리고 돈을 안 갚으면 우리 제자 장기를 팔아서라도 채울 장기 매매 계약서." "......" 그러면서 계약서를 한 장 넘겨준다. ......저 작자. 우어억!! 참을 수가 없어!! 지금 당장이라도 뛰쳐나가고 싶다. 하지만 확실하게 잡기 위해서는 기다려야 한다. 저 작자가 워낙 도망가는 데는 선수 여서 말이다. 그때 갑자기 내가 숨어 있는 풀숲을 바라보는 세키린. 그러더니 웃으면서, "제자, 부탁하네." "......!" "바이, 바이." "안 돼!!" 난 절규했다. 이번에야말로 잡겠다고. 하지만 바람같이 사라진다!! 정말 도망가는 건 신이다, 신. "아, 자네가 세키린의 애제자인가?" 그때 세키린 그 양반에게 돈을 빌려 준 50대 남자가 나를 향해 말했고, 난 그 말에 포악한 얼굴로 변해 버린 채 그 양반 의 멱살을 잡으면서 말했다. "내 앞에서 그 빌어먹을 사기꾼이 내 스승이라는 거지 같 은 소리는 하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아, 알겠네." "빌어먹을 세키린!!" 게임을 시작한 지 1년이 지났다. 게임의 평화도 지켰고, 나름대로 행복한 삶도 살았다. 하지 만, 하지만...... 세키린 저 작자의 사기 행각에 휘둘리는 건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난 절규했다. "우어억!! 나 평범한 직업 할래!!" "저, 저기, 오빠." "......응?" 그때 세키린 때문에 좌절하고 있는 나를 누군가가 불렀다. 그 주인공은 예은이. 무슨 용무지? "저, 저기...... 고백...... 할 게......" "......?" "오, 오빠는...... 저를...... 어떻게 생각......하세요?" "......!" 그 말과 함께 내 입술에 무언가 부드러운 것이 닿았다. 허어억. 믿어지지가 않았다. 예은이의 고백. 나를...... 좋아한다고 말이다. 이, 이럴 수가. 예은이가 나 를 좋아한다니...... 나를 좋아한다니...... 우어억!!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는 거야." "아, 혜경아." 난 예은이의 뽀뽀와 고백에 무아지경에 빠진 터라 혜경이 가 옆에 왔는지도 모르고 있었고, 혜경이는 새침한 얼굴로 나 를 바라보았다. 어, 어라, 왜 그런 눈빛으로? "저번에 한 실수, 기억해?" "으응?" "실수로 뽀뽀한 거 말이야." "무, 물론......" 갑자기 뜬금없이 그 이야기를 꺼내는 혜경. 왜 그러는 거야?! "저번에는 실수였잖아?" "그, 그렇지." "오늘은 실수로 하고 싶지 않아." 그 말과 함께 내 입에 무언가가 닿는다. 촉촉하고 향기로운 무언가가...... ...... "좋아......해." 후다닥. 그 말과 함께 사라지는 그녀. 나는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갑작스러운 두 미소녀의 고백...... 너무나도 충격적이다 못해 혼란스럽다. 나는...... 어찌해야 하는 거지? "보통 이럴 때는 양다리를 해 주는 게 기본이지." "......" "그게 예의야." "세키린!!" 그때, 나의 원수가 나타난 채 나를 보고 있다. 그것도 엉큼한 미소를 지은 채. "우리 제자는 능력도 좋으셔!" "개소리 하지 말고 빌린 돈이나 어서 갚아!!' "다 썼는데." "......" "아 참, 그리고 재미있는 걸 촬영했어." "무, 무슨 짓거리를......?!" "저 두 명의 여성이 네게 고백하는 모습과 키스 장면 말이 야." "......" "크크크. 크크크." "......원하는 게......뭐냐?!" "간단해. 요새 돈이 딸려. 빌려 줄 사람도 더 이상 없고 말 이야." "......" "500만 골드만 가져오도록. 크크크." "......" "싫어? 그럼 나도 유포해 볼까? 이런 두 초미소녀에게 키스 받는 장면은 모든 남자들을 버서커로 만드는 기능을 가지고 있지. 그리고 특히 한 소녀는 현실세계에서 상당히 유명하다 면서?" "......" "결정해. 쿠케케케." 난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고 할 수 없다는 듯, "알았어. 줄게." "좋은 생각이야." "......라고 말할 줄 알았지?!" "......?!" "크라스, 세르키스, 가르, 데인, 피닉스, 크라이진!" 내 말에 순식간에 세키린을 포위하는 애들. 나는 웃었다. "혹시나 해서 항상 내 주변에 포진시켜 놨지." "......" "물론. 아, 아까 그 장면을 보인 게 좀 그, 그렇긴 하지 만...... 세키린, 너만 잡을 수 있으면...... 크하하." "자, 잠깐! 우리 말로 하자! 마, 말로!!" "......말?" "응, 응! 우리는 지성인이잖아!" "난 야만인 할래!" "......" "크하하하, 드디어 잡았다. 세키린!!" "우어억, 풀어 줘!!" 땅에 목만 달랑 내놓은 채 절규하는 세키린, 그리고 그 앞 에서 미소 짓는 나. 나는 싸늘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사기꾼 세키린, 드디어 잡았다!" 5년 후, 15살 정도로 보이는 한 귀여운 소녀가 추억에 잠겨 있는 모 습으로 앉아 있었다. 그녀가 있는 곳은 그 어느 곳보다 화려한 방이었지만 그런 화려함과는 달리 그녀에게는 그런 느낌이 없었다. "에리아 공주님, 또 그 생각하세요?" "아, 네니아." "차암, 공주님도...... 5년 전 일이 아직도 그렇게 기억이 남으시다니......" "그래도 제일 즐거웠는걸." "그런가요? 어떤 분들이셨죠?" "후훗." 에리아의 시종 네니아의 질문에 에리아는 귀여운 웃음과 함께 회상에 젖었고, 잠시 후 웃으면서 말했다. "재미있는 오빠들." "무슨 말이에요?' "설명하기는 그래. 헤헷." 그녀는 그 말과 함께 방긋 웃었고, 그런 미소에 오히려 네 니아는 약간 슬픈 얼굴로 그녀에게 말했다. "공주님, 이번 약혼...... 하실 건가요?" "하지만...... 나도 아버지한테 도움이 되고 싶어." "하지만 마음에도 없는 남자랑 약혼이라니, 지금이라도 폐 하한테 말씀하시면 당장 취소가 가능하세요!" "아니, 그러면 아버지가 곤란할......거야." 에리아는 아버지를 돕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기로 했다. 지금은 그래드 크룬의 국력이 상당히 약해진 상태였다. 만 약에 자신이 이 혼인을 거절하면 안 된다. 그리고 고급 용병들이라고 불리는 유저들을 고용하기 위해 서는 돈이 상당히 부족하다. 그만큼 지금 그랜드 크룬의 사정은 좋지 않았다. 신성국가 레밀라의 왕자 베르타스, 그리고 그랜드 크룬의 공주 에리아. 이 둘의 결혼식은 장대했다. 물론 이 장대함 속에 에리아라는 여성이 반강제적으로 끌 려갔다는 건 거의 모든 존재들이 다 알고 있는 사실. 그저 모르는 척할 뿐이었다. "자자, 신랑 입장!" 사회자의 음성에 기쁜 표정을 지은 채 등장하는 신랑 베르 타스, 그리고 이어지는 사회자의 말. "자, 이번에는 신부 입장!" 그 말에 고개를 숙인 에리아가 모습을 드러냈다. 워낙 바탕이 되는 에리아였기에 그녀가 웨딩드레스를 입은 모습은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아니, 아름답다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런 아름다움에...... 썩 어울리지는 않은 그녀의 표정. 슬픈 느낌이 강했다. "두 사람은......" 사회자의 음성이 들려온다. 그의 음성이 진행될수록 베르타스의 입가는 더욱더 올라갔 고, 그에 반해 에리아의 표정은 더욱더 슬퍼져만 갔다. 한편 에리아는...... 가슴속으로 조용히 불렀다. '오빠...... 언니......' 자신이 어렸을 때 함께 여행을 떠나고 즐거웠던 오빠가 언 니들. 다시 한 번 만나고 싶었다. 하지만...... 그건 불가능한 바람이다. 그들과의 연락이 끊긴 지 어느새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으 니까. "자, 이제 신랑과 신부는 서로에게 사랑의 입맞춤을......" 사회자의 음성이 끝나기 무섭게 진하게 에리아를 바라보는 베르타스. 그리고 눈을 꼭 감는 에리아. 베르타스의 입술이 천천히 에 리에게 다가갈 때였다. 콰아앙! "......!" "......!" "......!" 갑자기 박살나는 결혼식장. 그리고 모습을 드러내는 후드를 뒤집어쓴 거지들(?). 여기서 거지들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갑자기 나타난 그들의 복장이 참으로 미묘했기 때문이다. 한편, 갑작스럽게 들이닥 친 초대 받지 않은 손님을 본 신성국가 레밀라의 왕은, "뭐, 뭐냐?! 저 저것들을 어서!!" "아, 밖에 계신 분들? 좀 실례했어." "......" "우리는 얌전히 들어오려는데 방해하잖아. 그러니 이해해 줘." "너, 넌 뭐냐!!" 그 말에 제일 앞장서 있던 남자가 후드를 살며시 벗었다. 그리고 그 남자는 웃었다. "다크프리스트." "......!" "......!" "다크프리스트?!" "마, 말도 안 돼!!" "다크프리스트는 사라졌는데!!" "어, 어떻게!!" 다크프리스트라는 말에 결혼식장은 순식간에 마비가 되어 버릴 정도였다. 마신의 힘을 이어받은 자이며, 드래곤 로드와 친구이고, 마 족을 부하로 두고, 리치, 천사장, 피닉스 등 전설의 파티를 이 끄는 리더. 그리고 야마타노오로치를 소멸시킨 엄청난 존재. 다크프리스트라는 이름을 모르면 이곳 세계에서 간첩이라 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의 이름의 파장은 강했다. 하지만 3년 전 갑자기 사라진 그들이었다. 그런 파티가 왜 이제야?! "3년 전에 어떤 미친 새 때문에 이상한 데를 탐험하다가 이 제야 이곳에 돌아왔거든." "......" 미친 새라는 말에 피닉스는 양심에 찔리는지 고개를 푹 숙 였고, 한편 그 말을 한 윤현은 미소를 지으면서, "그것보다 이 결혼식 취소했으면 하는데?" "아, 아무리 다크프리스트.......라고 하지만 남의 결혼까 지......" "어차피 순차적으로 하는 결혼은 아닐 텐데? 국력이 약해 진 그랜드 크룬이 어쩔 수 없어서 에리아를 보내야 하는 스토 리인 거 같은데?" "......" "그리고 지금 이 자리에서 선포할게. 지금부터 그 누구라도 그랜드 크룬을 건드는 나라가 있으면 우리 쪽에서 가만히 안 있겠다고 말이야." ...... 그 말은 엄청난 말이었다. 한마디로 다른 나라가 그랜드 크룬을 건들면 전설의 다크 브리스트가 쓸어버리겠다는 말이다. 충분히 가능한 말이었 다. 그의 힘은 단 한 번이라도 본 존재들은 다 인정했으니 말이 다. 한편, 윤현은 너무나도 당황스러운 상황에 굳어 버린 에리 아를 향해 천천히 다가간 뒤 손을 내밀면서 말했다. "다시 같이 갈래?" 윤현의 말에 감동에 젖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에리아. 그녀는 계속해서 자신을 보고 미소 짓고 있는 윤현을 보 고 마음을 굳힌 뒤 그 어느 때보다 활기 찬 목소리로 대답했 다. "네! 오빠!" <『다크프리스트』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