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바

 

키바!

 

없어

 

아무데도 없어

 

있을 만한 곳은 모두 찾아 봤어

 

설마 키바, 설마

 

당했을 지도 모르지

 

츠메, 어디 가는 거야?

 

- 한번 더 찾아보게
- 헛수고야

 

어디에도 냄새 조차
남아 있지 않아

 

- 난 이미 포기했어
- 뭘?

 

낙원 같은 건 아무래도 좋아

 

아무래도 좋다고

 

난 결심했어

 

히게, 진심이야?

 

난 처음부터
낙원에 갈 생각 없었어

 

여기까지 와서 태연하게
말 한 번 잘하네

 

키바를 만나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지 안 됐을 거야

 

그래 맞아

 

녀석이 마을에 나타나지 않았다면

 

우리들은 변함없이
마을에 있었을 거야

 

아무 일 없이 말이지

 

정말 편하고 좋았는데

 

단지 좀 보기 흉했었지

 

지금도 마찬가지야

 

이제 그만해

 

지금 이런 몰골만으로도
충분해

 

왜 싸우고 빼앗고 하는 거지?

 

어째서 모두 함께
살지 못하는 거야

 

늑대도 인간도 새도 꽃도

 

모두 함께 말이야

 

낙원에 가면 그렇지는 않을 거야

 

왜 그래?

 

맡아본 적이 있는 냄새가 나

 

냄새?

 

이 남자...

 

몸이 다 얼었어

 

내버려 둬
설마 도와주려고?

 

이 사람은
블루의 가장 소중한 사람이야

 

이대로 두면 죽을 게 뻔해

 

블루도 도와주지 못했잖아

 

그만해!

 

엉뚱한 데다 화풀이 하지마

 

키바를 찾고 있었잖아
가자!

 

토보에!

 

먼저 가, 금방 따라 갈게

 

녀석이 깨서
널 쏴도 난 몰라

 

- 괜찮겠어?
- 먼저 가

 

너무 깊게 관여하지마

 

어차피 인간이야

 

블루
콜루

 

거기 있었던 거야?

 

미안하다

 

루스!

 

넌 누구냐?

 

나?

 

뮤, 넌?

 

누구든 상관없어

 

여기는 네가 누구든
상관하지 않는 곳이니까

 

무슨 뜻이냐?

 

여기는 누구나 자유롭게
있을 수 있는 곳이야

 

아직 죽진 않았군

 

더 이상 찾을 방법이 없어

 

돌아가서 성 안을 다시 뒤져볼까?
아니면 그 큰 산으로 갈까?

 

어차피 살아있는지
어쩐지 모르지만 말이야

 

그 블루라는 여자가
꽤 신경 쓰이나 보군

 

난 그런 말 한 적 없어

 

한 마디도 안 하니까
신경 쓰고 있다는 증거지

 

그렇지 않아

 

저 녀석들은
대체 어느 패거리지?

 

성을 습격했던 저 녀석들
정말 대적하기 힘든 상대였어

 

- 자가라야
- 자가라?

 

남쪽의 귀족
자가라 경의 일파일거야

 

- 잘 알고 있네
- 들은 적이 있을 뿐이야

 

자가라

 

이전 마을에서도
들었던 이름이야

 

늑대를 모으고 있다는 얘기였어

 

무슨 꿍꿍이지...

 

너, 자가라 앞잡이지?

 

왜 겨누는 거지?
목적이 뭐냐?

 

자가라?

 

늑대를 모아서 어쩔 셈이냐!

 

뭐야
뭐가 그렇게 재미있어!

 

늑대면 늑대라고 말을 해줘

 

큰일날 뻔했군
장로님이 화내실 거야

 

미안해

 

어젯밤, 우리 동료를
습격했던 놈이 있어서 말이야

 

- 우리는 아니야
- 늑대일 리가 없지

 

그 녀석들은 총을 사용했어
게다가 우리 종족은 늑대를 믿어

 

그 좀재도, 정신도...

 

믿는다고?

 

마을이 보인다

 

모두 함께 사는 거야?

 

응, 함께 여행을 하고 있어

 

그렇게 신기해?

 

우리는 똑같이 사는 것 뿐이야
말도 개도 인간도

 

- 상처는 어때?
- 많이 좋아졌어, 이젠 울지도 않아

 

좀 전에는 우유도 많이 먹었어

 

그랬구나

 

이 녀석이 습격 당한 거야?

 

밀렵꾼인 지는 모르겠지만
개들만 당했어

 

이 녀석은 마지막까지 싸웠어

 

그 자일지도 몰라

 

- 그 아저씨
- 그럴 리가 없어

 

몸도 녹초였고 개와 늑대 정도는
구별할 수 있을 거야

 

왜 그렇게 감싸는 거야?

 

잠꼬대를 했어

 

블루에게 미안하다고

 

만약에 늑대로 착각했다면

 

자가라?

 

늑대와 그 비슷한 놈들을
닥치는 대로 죽이는 지도 몰라

 

당신이 좀 전에 말한
늑대를 믿는다는 것은 왜지?

 

왜라니? 말 그대로야
늑대는 우리들의 선조니까

 

귀족은 다르지만 말이야

 

- 이크
- 장로님

 

손님을 모시고 오너라

 

- 쫓아오지마
- 왜?

 

- 내가 두렵지 않아?
- 전혀

 

- 난 늑대야
- 나도 알아

 

- 여기가 낙원이군...
- 낙원?

 

계속 찾고 있었어
자유로운 곳이야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럴 거야

 

여기는 너를 위한 낙원이야

 

키바, 함께 살지 않을래?

 

이대로 함께 있어줄래?
여기가 너의 낙원이라면 말이야

 

- 우린 종류가 달라
- 하지만 감정은 알 수 있어

 

서로 알 수 있어

 

두려운 거야?

 

아무 것도 두렵지 않아

 

두려운 건 없어

 

난 태어나자마자 죽음을 봤어

 

마치 나의 탄생이
죽음을 초래한 것처럼

 

키바, 백의 영혼아!
내게 무슨 할 말이 있니?

 

난 왜 살아남은 거죠?

 

몇 번이나 생각했어요

 

왜 무엇을 위해
내가 여기에 있는지

 

몸 깊은 곳에서
소리가 들려요

 

더 이상 이곳에 있을 수 없어요

 

여행을 떠날 때가 된 거다

 

너는 살아남은 것이 아니라

 

꽃이 너를 지키고
대지가 너를 살린 것이다

 

영혼의 말을 잘 들어라

 

네가 가야 할 곳이 있을 것이다

 

가야 할 곳...

 

돌아보지 말고 앞을 보고 가라

 

나는 찾아 온 거야

 

내가 가야 할 곳을...

 

- 정말 이상해
- 응?

 

이렇게 편하게 있을 수 있다니

 

지금까지 누구도 이러지 않았는데

 

친구들도 체자도

 

이렇게 편안한 기분은 처음이야

 

이곳은 낙원이 분명해

 

예전에 인간이 동물이었을 때
거기에는 괴물도 있었는데

 

대지의 어머니는 늑대를
낙원으로부터 지상으로 보내 왔지

 

늑대는 괴물을 죽이고
악과 싸우며

 

무지하고 이기적인 인간에게
수많은 일들을 가르쳤고

 

자신의 몸 일부로
인간을 만들어냈다

 

예전부터 종족에게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다

 

늑대로부터 인간이
만들어졌다고요?

 

그렇다
이 세상이 막 생겼을 때 말이지

 

늑대가 낙원을 찾아간다면
그건 세상이 끝날 때이다

 

아니면 늑대가 낙원을 찾아감으로써

 

세상이 끝나는 건지
어느 쪽이 먼저인지는 모른다

 

낙원을 발견하면
이 세상 모든 것이 없어진다

 

낙원을 찾은 것은 너냐

 

제가 말을 꺼낸 게 아니에요

 

- 너냐?
- 설마

 

너냐?

 

낙원을 찾아가면 안되나요?

 

세상이 끝나면
모두 어떻게 되죠?

 

그것은 아무도 모른다

 

우리는 자연이 이끄는 대로
따라갈 뿐이다

 

이크

 

- 우린 이만 떠날게
- 벌써?

 

친구를 찾으러 가야 해

 

아무데서도 친구 냄새가 안 나

 

저 산 너머에는 뭐가 있지?

 

아무도 가지 않는
위험한 곳이야

 

다른 녀석들에게도
발견되지 않은 곳이군

 

따라와

 

저 바위 너머는
사막의 해골 땅이야

 

사막의 해골 땅...

 

있는 건 모두 사막뿐이야

 

하지만 그곳에 들어간 자는
행복을 느낀대

 

어떻게 사막에서 행복을 느끼지

 

이 토지의 정령의 말로는

 

저기엔 수천 년 전부터
살고 있는 커다란 식물이 있어서

 

그곳에서 쉬는 자를
영원의 정원으로 이끈다고 해

 

영원의 정원?

 

그거 낙원 아니야?

 

글쎄, 한번 가면 돌아오지 않으니

 

실제로 어떤 지는 아무도 몰라

 

우리와 함께 사는 건 어때?

 

그럴 수는 없어, 그 친구는
낙원을 찾아가려고 하거든

 

잘 있어, 가자

 

난 안 갈래

 

나...

 

여기에 남고 싶어

 

오아시스의 꿈

 

예고

 

인생에는 윤기가 필요하다

 

술, 그건 아니야
사랑이다

 

남자는 나이에 상관없이
사랑하며 살아가야 한다

 

현실이 어떻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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